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1 9295 15 프롤로그 - 1 에휴휴, 벌써 하루가 다 가버렸잖아. 아까워라!” 아니 누가 이렇게 노인들이 할 만한 소리를 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이 앞에 서있는 귀엽고 깜찍한(?) 소녀인 “나” 라고 말할 것이다. “아! 이제보니 이런 애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는 나에 대해서 소개를 안했구나? 내 신상 프로필에 대해 이야기해 주도록 하지.” 이름 : 민희(성은 밝히지 않기로 하겠다. 이유는? 작가 맘) 성별 : 여 나이 : 방년 18세 신장 : 152Cm(쪼까 작다?) 체중 : 45Kg 취미 : 학원 옮겨 다니기. 특기 : 특별나게 잘하는 것은 없음(그냥 여러가지 잡다한 것은 쬐금씩 함) 가족 : 아빠 엄마 문딩이 같은(?)오빠 둘 그리고 사랑스럼에 마지 않는 막내 딸인 나 교우사이 : 특별히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님 한마디로 말해 어정쩡함 주소 and 전화번호 : 알려하지 마라 다칠수도 있다. 왜? 전화하려구 냉수먹고 속차려라. 이만하면 대충 주인공에 대해 정보를 준 것 같다. 세상에 이렇게 자세하게 주인공에 대해 쓴 작가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우선 이문제는 접어 두도록 하자. 나는 지금 방바닥에 퍼질러 누워서 세월이 빨리 감에 한탄하고 있다. ‘휴우! 젠장할(앗? 이건 오빠들에게 배운것이다) 잠깐 앉아서 책(만화책도 책이냐!) 좀 본게 몇 분 전인 것 같은데 벌써 5시간이 넘어가다니 시간 한 번 열라 빨리 가네!’ ‘예전에는 학교가기 싫어서(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난 더 이상 늙고싶지 않단 말이야, 늙어서 죽기 싫어! 영원히 젊음을 가지고 살고싶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작은 오빠가 빌려온 판타지 소설을 집어 읽고 있었다. 사실인 즉 나는 판타지 메니아이기에 않 읽어 본 책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은 책을 다시 본 것은 아마도 책 속의 인물 즉 드래곤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 한 몫 했기 때문일것이다. 드래곤 거의 영원에 가까운 생을 살아가는 생물체 이기에 나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을것이다. “아우! 나도 드래곤이 되고 싶어? ” 라고 외칠때 갑자기 그리 반갑지않은 낯바닥(얼굴)이 보였다. ‘에이, 잡쳤다.’ “야!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장롱다리!!” 그렇다 이런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말을 한 인간은 내가 태어나자마라 증오에 마지 않는 문딩이 같은 작은오빠이다. “아,아니...그냥 실없는 소리를 한 것 뿐이야! 그러니깐 신경 끄셔!” “민순아!(집에서 부르는 내 이름...절대로 본명은 아니다.) 너 말 다했니? 아니 어떻게 요로코롬 구엽고(풀이:구역질나다) 끔찍하고 초등학생 저리가라 할 정도로 못생긴 동생이 실없는 소리를 했으려고, 그러니깐 이 사랑스러운 오빠에게 말해보렴.” 참고로 민순이는 별명이고, 초등학생처럼 보인다 라는 것은 엄청난 동안(어려보이는 얼굴)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하나더 못생긴이 아닌 아주 귀엽고 뽀사시한 얼굴과 피부(이건 친척들이나 이웃사촌들로 부터 듣는 소리이기에 사실이다(?))를 가졌다. “대학생이면서 아직도 사춘기에 머무른(얼굴에 여드름이 덕지덕지났음) 이 밥맛인 진돌아(오빠 별명) 너 또 뭐가 잘나서 그런 소리를 입술에 침도 안바르고 잘하냐? 혹시 참기름 발랐냐?” “야! 너어 오빠한테 말 다했냐?” ‘오호호호! 말 돌리기 성공 했다.’ “어쭈구리 너희들이야말로 말 다했냐?” 그때 엄마가 방으로 무단침입(?)을 했기 때문에 잠깐 동안 말싸움이 중단 되었다 “어머나, 엄마두 참! 이건 그냥 평소 대화야? 걱정하지마, 엄마!” “그러냐 너희들 평소 대화 한번만 더했다간 사람을 말로 죽이는 경지에 오를 수 있겠구나? 축하한다. 아그들아 그러므로 너희들 오늘 식사는 없으니 알아서 하렴.. 오호호호” “아니, 어마마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내 사랑스러운 아그들아 그건 섭섭한 말이 아닌 사실이니 그런 소리 하지 말렴! 그럼 이몸은 바깥일로 바빠서 이만.” “악! 안돼요.” “혹시 이런 말 들어 봤니? 안돼요~돼요~돼요라는 말을... 그럼 이번에는 확실하게 이만 가봐야 겠으니 밥은 알아서 챙겨 먹으렴. 아참! 그리고 한가지 더! 밥통에 밥 없으니 알아서들 먹더록 하거라?” 이 말을 끝으로 엄만 눈썹이 휘날리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엄마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나가버리다니...흑... 너무해 이렇게 되면 요놈(?)하고 협상을 해야 하잖아! 치이~’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는 더이상 생각해봤자 내 머리만 쮜어 짜는 결과만 남아있을 것 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얼른 말했다. “오빠, 우리 배 어떻게 채울까?” “그야 당연히 라면 먹어야지.” “그럼 돈은 몇 대 몇으로 걷을꺼야? 뭐 당연히 5:5 라는 것은 잘 알겠지?” “내 마지막 비상금이다. 받아라.” 하며 던져준 돈은 고작 100원짜리 한개였다. “야! 요즘 물가가 얼만데 고작 이것밖에 안내놓냐? 빨랑 좋게 말할 때 주는게 신상에 좋을거야?” 하는 순간에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제길! 알고보니 오빠 친구로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온 것임을 알고 땅을 치며 통곡했음을 말 안해도 아는 사실이다. “우이씨! 이제 나 혼자 알아서 먹어야 하잖아? 귀찮은데! 하는수 없지, 이 몸이 직접 라면을 사러 나가는 수 밖에, 말은 이렇게 해도 무지 화나내? 집안 한구석을 뽀사버릴까, 아니지 그러다가 엄마한테 맞아 죽지 그럼 그러믄.” 이렇게 중얼 거리며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신발끈을 매며 현관 밖으로 나갔다. 가을인지 유난히 정원의 알록달록한 국화와 주홍빛 장미가 눈에 비쳐 한번씩 돌아가며 향기를 맡았다. 따스한 햇볓, 푸르른 하늘, 우윳빛 구름, 길잃은 한쌍의 이름모를 새들, 그리고 병풍처럼 사면에 둘러 쳐진 산들이 눈에 각인되어 갔다. ‘왜이러지! 평소에 자주 보던 풍경인데 오늘은 왠지 밖에 나가지 않고 편안히 쉬고 싶어지는거지? 참 이상하기도 하지, 내가 곧 죽을 때라도 됐나? 하기야 지금 아무것도 못먹어서 배가 고프기다 보다는 속이 쓰려서 죽을 것 같다.’(원래 나는 굶으면 속이 쓰려서 방에서 한바탕 구를때가 심심치 않게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대문 밖으로 나와 잘 다져진 보도블럭으로 향했다. 가까운 마트로 가기로 정하고 길을 옮기던 중 왜 또 노란 은행잎이 눈에 밟히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이 빨리 녹색으로 변하기만 기다렸다. 그때 반대편에서 옛날 중세 유럽의 귀족이나 왕족들이 입었을 법한 삐까뻔쩍하고 화려 그 자체인 옷을 입고 나를 유심히 쳐다보는게 아닌가? 난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저놈이 누군지는 몰라도 단단히 미쳤구나! 저 얼굴이면 어디서든지 밥빌어먹진 안을텐데! 얼굴이 아깝구나! 뭐 내가 봐온 얼굴 수준에서 약간 상위하는 수준이지만!’ 그렇다! 난 하도 잘난 오빠들을 둔 탓에 (성질은 더럽지만) 왠만한 얼굴따윈 쳐다보지도 안는다. 내 친구들이 저 사람이 잘생겼는데 라는 말을 해도 내 눈에는 그저그런 얼굴로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난 건너편에서 나를 쳐다보는 (상당히 기분나빠함) 인간에게 관심끄고 시선을 하늘에 두었다. 그러기를 몇 초 드디어 신호등이 바뀌어서 마트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진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횡단보도 한 가운데서 그 놈이랑 스쳐 지나갔다. 아니 그럴려고 했었다. 근데 이 놈이 갑자기 내 손목을 잡고 뒤로 뛰어가는 것이 아닌가? (내 시선에서... 그놈 시선에서는 앞이겠군) 너무나 얼이 없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따라 가고만 아니 개끌려 가듯이 질질 끌려갔다. 한참을 끌고 가더니만 그 놈이 멈추는 것이었다. 이때 나는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서 그놈을 삐딱하게 째려 보며 말했다. “야! 너 빨리 네 신상명세서 읊어봐? 그래야 니가 누군지 알 것 아니냐?” 라고 말하자 그 놈이 계속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하더니만 말했다. “나 모르겠니?” “얌마!! 그럼 모르지 알겠냐! 오늘 처음 보는데?” “하긴 그러겠지! 이 위대하신 이 몸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 하겠지?” 참말로 별 요상한 놈을 다 본다. 내 인생 18년 동안 이런 놈은 처음 본다. 미쳐도 곱게 미칠것이지 어쩌다 이렇게 됐을꼬? “그럼 그 위~~이~~대하시고 고명하신 네놈 이름이 뭐냐?” “허허! 고놈 당돌하네!” “야 빨리 이름이나 말하고 꺼져! 나 지금 배고프니까?” “말버릇하고는....이 몸의 이름이라고 말 할 것 같으면 ‘카스프록시아’ 라고 한단다.” “야, 카스고, 나발이고, 왜 나를 이리로 끌고 온거냐?” “엥! 내 이름은 카스가 아니라...” “야! 속쓰리고, 배고파 죽을 것 같으니까 빨리 말하란 말이야!” “그래 그래 뭐 내가 선택한 아이니깐 봐 준다. 다른 놈 이었으면 벌써 저 세상 구경 시켜주는건데?” “야 빨랑 말 안할거냐?” “알았어 알았다고, 간단하게 말해서 니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서 이곳에 온것뿐이야.” “엥! 뭐시라고 소원을 들어준다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하고 있네!” “진짠데?” “거짓말 개 풀 뜯어 먹는 소리하지 말고 가던 길이나 마저 가셔?” “진짜야” “좋아! 그럼 증거를 보여봐?” “좋아! 뭐를 보여줄까?” “음~그래! 여기있는 가로수의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게 해봐?” 흠...지까짓게 할 수 있겠어! 빨랑 이 미친 인간을 떨어뜨리고 가던 길이나 가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가로수의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는게 아닌가? “야! 너 말이지... 그래...너 직책이 뭐냐?” “엥... 직책이라니?” “직책말이야 직책! 그러니까 어떤걸 맡고 있냐고?” “아하! 그거, 난 말이지 빛과 어둠을 조정하는 자! 이름하여 환계의 주신인 카스프록시아라고해.” “...라고 말하면 믿을거라고 생각했냐?” “아니, 그럼 아까 내가 한 것을 못봤냐?” “쳇..그거야 우연히 바람이 불어서 떨어진 것 아니였냐?” “아니야 내가 떨어뜨렸어! 자 다시 한번 봐봐!” 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아무이상 없던 손에서 갑자기 불꽃이 확 피어 올랐다. ‘나 아무래도 판타지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나봐! 책을 보고 상상만 하던 것이 내 눈 앞에 재현되다니! 오늘부터 금독의(?) 시간을 가져야겠어?’ 하며 뒤돌아 가려했는데 카스가 내 눈 앞에 있는게 아닌가? 너무나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게 되었다. “어때 이만하면 믿겠지!” 잠시 패닉 상태에 놓여 있던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빤히 쳐다 봤다. “왜 그렇게 쳐다보냐? 부담되게 시리?” “정말로 그러면 카스 너가 신이란 말이지?” “그래 그리고 내 이름은 카스가 아니고 카스프록시아라고” “싫어 난 이름 긴게 제일 싫어... 이건 이거고 정말로 신이라면 못하는게 없겠네?” “그럼 그럼.” “그런데 아까 그냥 말하고 데리고 오면 될것이지 왜 손목을 잡고 뛰어온거냐?” “하하하! 그냥 멋있어 보여서 한번 해봤어.” 만약에 여기에 길가던 사람들이 없었으면 이 녀석은 이미 반쯤 죽었을 것이다. “아차차 아까 내 소원을 들어 준다고 했었지, 그리고 선택받은 인간이라니 그게 무슨말이야?” “엉 그게 말이지 그냥 내 취미 생활로 다른 차원의 인간계를 쳐다보는데 갑자기 네 모습이 확대되면서 아주 아주 잘 보이더라구! 그리고 다른 인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너를 선택했어!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말이지 한가지 말이 전하는데 그게 뭐냐면 자신이 특별하다 여긴 인간을 선택해서 소원을 들어주는 것이거든...물론 나같이 한 세계를 지배하는 주신에 한해서지만?” “아! 그러깐 네말이 너무 길어서 다 까먹었는데 한마디로 말하면 내 소원을 들어 준다 이거네?” “그렇지 암! 암!그렇고 말고.” “그럼 소원 말해도 돼?” “그래 소원을 말해보렴.” “응 난... 나는 말이지... 드래곤으로 판타지 세계로 환생하고 싶어.” “엥? 그건 왜 이지?” “그냥 내 평소 소원이 초특급 울트라 슈퍼 메가톤급 모험을 하고 싶었거든. 물론 엘프도 되고 싶어했지만 드래곤이 되면 오래오래 사니까 모험도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것 아니야?” “그으래! 난 또 신이 되고 싶다고 말 할줄 알았는데?” “뭐어? 신이라고? 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신을 만들 수 있냐? 니가 아무리 환계의 주신이라도 그렇지?” “아니야 난 할수 있어! 간단하게 말해서 여기서 너의 몸과 영혼을 가지고 환계로 돌아가서 신으로 부활시키면 돼니깐! 환계의 모든 것은 나의 의지대로 만들어졌으니까! 물론 거기엔 내 보좌관 역할을 하는 세명의 고위신이 있고, 또 줄줄이 사탕으로 중급 하급신들을 만든건 나니까 왠만한 신 하나 만드는 것은 식은죽 먹기라고 할수 있지.” ‘저 자식이 아니 카스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신으로 만들어 주겠다 이 말이잖아! 물론 그러믄야 환영이지.’ 나는 카스가 말을 바꿀까봐 얼른 말했다. “그럼 신으로 만들어줘.” “정말로, 그럼 이 세계에 있는 너의 모든 흔적들을 지워야 하는데 괜찮겠어?” “물론” 말은 이렇게 하고 있어도 난 카스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창조신이 아닌 환계의 주신정도 밖에 않되는 녀석(?)이 신을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는건지 알수 없었다. 물론 위의 말은 그냥 한번 해 본것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세상의 나에 관한 것을 모두 지워버리겠다니 미쳤냐? 아무리 그래도 부모 형제들에게 기억에 없는 내 자신은 비참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갑자기 눈부신 빛이 내 몸을 감싸앉았다. 순간 나는 기절을 했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잠이들고 만 것이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1 7277 11 으악!!어떻게 됀일이야?? - 1 한참 만에 눈을 뜬 나는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암흑이었기 때문이었다. ‘으잉 이게 어찌된 일이야? 온통 시커먼스란 것 밖에 없잖아?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크게 저질렀기에 이런 말도 않되는 상황속에 있는 거지?’ 나는 우선 마음을 침착하게 먹고 크게 소리질렀다. “거기 아무도 없어요, 엄마... 아빠... 오빠... 이 못된 맥주병 자식아(카스)?”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벗어 날수 있을까 고민 하다가 내 성질에 못이겨서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야! 이노므 카스 자식아! 이 모든 것이 너 때문이야, 만나면 너 반 죽었어. 아니지 아니야! 만약에 내 눈에 띄면 물속에 집어넣고 정말로 맥주병은 물 위에서 잘 뜨는가 실험할꺼야. 그러니까 어서 나와 나오란 말이야 지금 나오면 물속에 안 집어 넣을께.... 흑흑흑 너무 무섭단 말이야......엄마아앙앙앙..... 엉엉엉 ....” 그때였다. 갑자기 내 귀에 이상한 목소리가 아니 이건 카스의... 그래... 카스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아무래도 나는 꿈나라를 헤메고 다닌 것 같았다. 나는 살짝 잠이든 상태에서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흘흘~역시 난 대단해 이렇게 잠이 들었지만 이런 상태에서 잠자는 것이랑 생각을 병행할 수 있으니깐?’ '근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후후후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것인가, 충분히 깨어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찌된 일이지” “대체 이게 무슨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시는 겁니까” “맞아요, 환계에 신이 모자라면 창조하시면 될 것인데, 왜 하필이면 하찮은 인간 따위를 신으로 만든거예요?” “아르티엔...레이너드...너희 둘의 말이 너무 심하구나, 감히 나 환계의 주신인 카스프록시아가 하는일에 토를 달다니, 이참에 소멸내지는 봉인되고 싶냐?” “헉! 아닙니다. 그저 조금 황당해서 멋대로 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근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래? 아르티엔 말 하거라.” “어찌하여 저 인간을 신으로 만드신 겁니까?”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아르티엔과 레이너드는 땀을 삐질 흘렸다. “그거야 내 마음이지.” “그...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것인가요? 혹시 실패하신 것 아닙니까? 하긴 도움도 않돼는 하찮은 쓰레기같은 인간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 말을 듣고 나는 살짝 잠든 상태에서 눈을 번쩍뜨며 큰소리로 외쳤다. “야 너어...말끝마다 하찮은 인간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났냐?” 순간 방에 있던 세명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나를 쳐다봤다. 그래서 나도 그 놈들을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았다. ‘헉! 요놈들 장난아니게 잘생겼잖아, 무슨놈의 남자들이 이렇게 생겼냐?’ 그랬다. 여기 있는 놈들은 그래도 신에 속하는지라 경국지색이 울고갈 지경이었다. 카스만 해도 다리까지 내려오는 보라색이 살아있는 푸른 장발에 눈썹이 초승달 모양이었으며 눈은 바다색이고 한마디로 말해서 죽여줬구, 아르티엔인가 뭐시긴가 하는 녀석도 녹색 장발에 녹색눈을 가진 샤프한 미모의 남자였고, 마지막으로 하찮은 인간을 부르짖었던 레이너드 자식도 성냥만 대면 확 타오를 것 같은 붉은 머리색과 피칠한 것 같이 뻘건 눈을 가진 터프해 보이는 놈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지고 들어가면 안되니깐 난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야! 너희들 사람말이 말 같지 않냐?” 순간 그 녀석들의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이야야~~우리 민희가 신으로 탄생하면 어떻게 생길까 하고 궁굼했는데 정말이지 이거 눈부실정도잖아?” 순간 나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다. ‘내가 신이 되었다고? 아까 들은 말은 그냥 반쯤 흘려들었는데 그럼 정말로 내가 신이... 그럼 내 부모와 성질 나쁜 오빠들은 어떻게... 이젠 정말로 내가 돌아갈곳은 없는 것인가? 아니야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지 빨리 정신을 수습하고 물어봐야겠다.’ “그게 무슨 말이지? 내가 신이 되었다니? 그리고 모습도 바뀌었다니? 빨리 말해봐 카스.” 순간 나는 꽁꽁 얼붙은 불쌍한 중생 두명을 보게 되었다. 하기야 이곳 환계의 주신의 이름을 함부러 반말 찍찍깔기면서 불렀으니까!! “으응! 사실 이건 예상을 못했는데, 너를 신으로 만들겠다고 한말은 지켜졌는데 글쎄 니 모습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말이지, 그래서 놀란 것 뿐이야?” “그럼 내가 정말 신이 되었다고? 그리고 모습도...? 카스 거울 좀 줘봐.” “으휴~~넌 판타지 소설 메니아 였다면서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돼냐? 넌 신이야 그러니까 말만 하면 니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이것은 권능의 언 이라고 하는데 이건 아마 신급이어도 웬만한 신은 쓰지 못하지만 뭐 너는 내가 특별히 선택한 신이니까 아주 쉽게 할수 있을 꺼야, 어서 해봐” ‘아 맞아 그랬었지, 그럼 큰 마음 먹고 해야지?’ [거울] 이라고 생각하며 말하니까 갑자기 정면의 공간이 일글어지면서 전신거울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라니? 내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오색빛이 감도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에 시각에 따라 다른 색이 나타나는 은색의 눈빛과 작고 도톰하고 붉은 입술에 오똑한 코와 눈보다 더 하얀 살결, 그리고 여전히 짜리몽땅한 키(?) “엥! 왜 키는 그대로 있는거야? 카스 이거 니가 뿌린 씨앗이니 어서 키좀 늘려봐?” “그정도면 감지덕지지 왜그래? 아! 그리고 이녀석들 소개가 좀 늦어졌군, 저기 저기에있는 푸런 머리색을 하고 있는 놈이 아르티엔 이라고 하는데 업무능력이 꽤 높은 수준에 있는 놈이야!” 아직도 얼어붙어 있는 푸런 머리색을 한 놈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르티엔?” “아...안녕 하세요.” “그리고 저기 불붙은 놈은 레이너드라고 하는데 힘이 장사야, 힘으로 밀어 붙일때 꽤 쓸모있는 놈이지.” “아하! 안녕하세요, 레이너드.. 음.. 이제보니 아까 하찮은 인간을 운운하던 분이시군요?” “아...아니 그런게 아니라...” “아! 그런 것 가지고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요?” “하하하하 정말로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레이디.. 저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그게...저어... 아무래도 새로 신족이 되었으니까 이름도 바꿔야 하지 안을까요? 저기 카스 가 이 일의 장본인이니까 알아서 이름 지어봐! 물론 이름이 맘에 안들면 너 죽어?” “그래 그럼 지어주지! 뭐라고 하지 갑자기 할려고 하나까 생각이 잘 안나? 음...음... 그래 그게 좋겠다. ‘아이리스’ 어때?” “흠... 아이리스...좋았어 그걸로 낙찰! 그리고 가명은 루나 라고 하지, 알았지?” “그래 그래! 니 편한대로 해라.” “아참!! 레이너드씨 이제부터 제 이름은 아이리스라고 불러주시고...뭐...루나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는데...저기 레이너드씨 예칭은 어떻게 되세요? 전 이름 긴건 딱 질색이거든요?” “저한테는 예칭이 없는데요.” “흠 그럼 제가 지어도 상관 없겠지요? 레이 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그리고 아르티엔씨는 아틴 이라고 부르면 않될까요?” “레이라! 뭐 괜찮네요.” “저도 괜찮습니다.” “좋아요, 단 우리들끼리만 있을때 예칭으로 부르기로 하지요. 고위 신들이 예칭으로 불리워지면 다른 신들로부터 비웃음을 사잖아요.” “그래 니말이 맞다. 아이리스, 아 참! 그리고 다름 신들에게 너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전했으니까 곧 방문할꺼야,(언제 했지? 난 방금 깨어났는데?) 우리 환계뿐만 아니라 신계와 마계에도 알렸으니 조금 있으면 우루루 몰려들꺼야!” 나는 카스가 한 말을 잠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곳에 살던 신들이 몰려온다니...겨우 나 하나 때문에...아님...또 다른 무엇때문에... “카스...신들이 몰려온다니 무슨 소리야?” “으응 우리들은 한명의 신족들이 태어나면 축하한다고 말해줘, 인간 세계의 생일과 비슷한거라고 생각하면 될꺼야?”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이상한 기운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카스 이게 무슨 기운들이지?” “아무래도 그들이 온 것 같아.” 그들이라니 대체 누구를...아하 내가 태어난걸 축하하기 위한 사절단(?)... 순간 우리들이 있던 곳 즉 환계의 궁정으로 신들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왔다. 그후 어떻게 됐냐면 사람 아니 신 미치는 줄 알았어. 무슨 놈의 신들이 그렇게 많은지... 일일이 인사받느라 골병이 들었다. 그중에서 제일 인상에 남는 신들은 마계의 주신인 ‘카이드란’과 신계의 주신인 ‘샤이니스’였다. 역시 신족들이라서 그런지 다들 한 인물했었다. 카이드란은 내게 선물이라고 마법 주머니 (뭐든지 담을 수 있는)를 주었고, 샤이니스는 내게 샤이닝 이라는 신검은 선물로 주었다. 여행을 할때 제일 필요 할 것이라며... 아무튼 나를 카스가 신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신들로부터 갖은 찬사와 축하의 메시지를 받았으며 선물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받았다. 하루가 지나자 나와 조금 친해진 카이와 샤인(카이드란과 샤이니스, 조금만 친해지면 예칭을 부르는 나, 하지만 이것도 본신들로부터 허락받았다. 카스는 나보고 신족들 특히 주신의 이름을 예칭으로 부르는 신은 나밖에 없다고 빈정댔다.)이 바쁜 업무 때문에 자신들이 속해있던 곳으로 가버리자 나머지 신족 나부랭이들도 알아서 사라져주었다. 그제서야 숨을 돌리던 나는 신들이 주고간 선물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카이가 준 마법 주머니에 몽땅 집어 넣어 버렸다. 한참을 아무 생각없이 있다가 왜 내가 신이 되었지 라는 물음에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른 카스가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1 6313 13 으악!!어떻게 됀일이야?? - 2 카스의 전용 방밖에 도착한 나는 카스와 그 외의 인물들이 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하고는 별 상관 없는 것이므로 한귀로 흘려 버렸다. 그러면서 문짝이 부서져라 할정도로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루나! 이곳은 왠일이지?” 하고 카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내가 못 올 곳 왔냐? 왜 토끼눈을 하고 난리야? 아!! 맞아,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나 여행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왔어!” 라는 말을 하자 좌중의 시선이 다 나를 향했다. “루나...신이 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여행이라뇨?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지요?” “아하! 레이는 모르는 구나? 카스가 나를 신으로 만들어 주는 대신에 모험을 하게 해달라고 말했거든! 그렇지 카스?” 하며 카스의 바다색 눈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잠시 동안 황당해하던 카스가 내게 한마디 했다. “안돼” “왜?” “넌 아직 인간 세상에 대해 몰라.” “난 원래 인간이었는 걸?” “그리고 인간 세상에 갈려면 우선은 자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어야해.” “신력을 쓰면 돼잖아?” 그때 아틴의 한마디가 내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신력을 쓰고 다니면 신관들이 알아볼것이고 ‘내가 신족이다’라고 광고 하며 다니는 꼴이 될것입니다. 그래서 카스프록시아님께서 못가게 말리신 겁니다.” “히잉! 그럼...난 어떻해...모험을 하고 싶은데...?” 이 말과 함께 처음 보는 놈이 말했다. “그럼 배우세요.” “엥...배우다니?” “이 곳에서 마법과 검술을 배우고 모험을 하시면 될 것 아닙니까?” “맞아 그 방법이 있었지? 좋았어...저기...그런데... 당신은 누구세요?” 순간 이곳에 있는 신들의 뒤통수에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온 듯 했다. “아! 이제보니 제 소개를 안한 것 같군요! 제 이름은 ‘그라시엘’이라 합니다. 아...루나님은 애칭을 부른다면서요? 그냥 라엘이라고 부르세요.” 그렇게 자기 소개를 다 한 라엘은 내게 한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나두 한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잘 부탁해요. 라엘!” 이 말을 하자 라엘이 살짝 미소지었다. 온통 칠흑같은 천을 둘러 싸고 있는 듯이 검은 장발머리에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은 검은색 눈을 보자 갑자기 내가 살았던 곳이 떠올랐다. 다시는 갈 수 없는 그곳이...자식들 밥도 안챙겨주는 어무이...타지에서 떠돌아 다니는 아부지...싸가지에 밥말아 먹은 오빠 둘....생각하면 나만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 어쩔수 없이 생각이 나는 존재... ‘엥! 근데 왜 여기있는 놈들의 안색이 안좋게 보인것인 나만의 환상일까? 왜 저러지?’ 나중에 알고 보니 라엘은 태어나서부터 웃지않았는데 나를 보고 웃으니까 모두 놀라서 그랬다고 했다. 오늘 나는 아주 특별한 인간을....아니 신을 만났다. 놀랍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었다. 레이너드와 아르티엔으로부터 이미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듣었다. 아주 아름다운....그리고 슬픈 눈동자를 가진 여신이라는것을......하지만 난 믿지 않았다. 여신이면서 슬퍼할일이 있을순 없으니깐.. 어째 얘기가 잠시 다른곳으로 빠져나간듯..... 카스프록시아님 앞에서 마계와 신계, 그리고 환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보고를 올리고 있었을때 였다. 한참 긴장한 분위기로 말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무단 침입을 하였다. 잠시 얼굴을 숙이고 있었던 터라 그가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무단침입한 여신의 소리에 난 깜짝 놀랐다. 환계의 주신인 카스프록시아님께 건방지게 굴다니... 게다가 애칭 비스므리한것까지 부르며 반말을 찍찍깔기지 않은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무단침입한 그 여신은 다짜고짜 카스프록시아님께 여행을 보내달라고 하였고, 카스프록시아님은 반대를 하셨다. 레이너드와 아르티엔까지! 그들이 그렇게 소중하게 여겨서 인간계로 보내주지 않은 여신이 누군지 난 얼굴을 들어올려 보았다. 순간 난 숨이 멈춤듯 하였다. 아름다운 은발에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은빛 눈동자, 그리고 가녀려 보이는 그녀.....전에 말한 루나 라는 여신인 듯 하였다. 카스프록시아님께 때를 쓰는 모습이 꽤 재미있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슬퍼보였다. 어딘지 모르게 상처를 받은듯한 모습인 듯 하였다. 그 슬픈 눈동자를 보니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 나왔다. “그럼 배우세요.” “엥...배우다니?” 전혀 신답지 않은 말투를 지닌 그녀. “이 곳에서 마법과 검술을 배우고 모험을 하시면 될 것 아닙니까?” “맞아 그 방법이 있었지? 좋았어...저기...그런데... 당신은 누구세요?” 이제껏 내 이름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니.... 레이너드와 아르티엔을 조용한곳에서 손좀 봐줘야 겠군... “아! 이제보니 제 소개를 안한 것 같군요! 제 이름은 ‘그라시엘’이라 합니다. 아...루나님은 예칭을 부른다면서요? 그냥 라엘이라고 부르세요.” 그렇게 인사를 한 나는 인간식대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가 자신의 손을 내밀더니 내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잘 부탁해요. 라엘” 그 말을 듣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무렇지도 안게 나를 바라보는 그녀...그리고 날 놀란 듯이 바라보는 신들...사실 나는 태어날때부터 웃지 않았다. 웃음이란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내 앞에서 그 어떤 신이 재미있는 얘기를 한다고 해도 난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오늘 나는 웃었다. 그녀때문에... 루나...웃기지 않은 말이었지만 내 손을 잡은 그녀의 손이 너무나 따뜻했다. 그 따뜻함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고 말하면 다른 놈들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 맞겠지?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1 6030 11 루나는 수련중... - 1 라엘의 말을 듣고 나서 곧바로 나는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다. 빨리 모험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러나 이건 아니었다.... “벌써 지친겁니까? 모험을 하려거든 우선은 검술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검술 배우기도 전에 체력훈련 만으로 이렇게 힘들어 하시는데 어떻게 모험을 하시려 합니까?” 그렇다. 난 벌써 지쳤다. 방금 이 말을 한놈은 레이였다. 내가 배우기를 열망하자 카스가 검술에는 레이를 마법에는 라엘을 마지막으로 아무리 신이라도 신력을 자유롭게 못쓰면 신족 이름을 반납해야 한다는 협박 아닌 협박때문에 아틴에게 신력을 자유자제로 쓸수 있게 배우고 있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나는 지쳐가고만 있었다. 이건 거의 다 레이 때문이다. 요놈의 검술 수련만 했다 하면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려서 마법같은 수련을 할때는 거의 죽음 수준에 놓였다. 그래도 아틴이나 라엘은 나에게 상냥하게 잘해주는데 이놈의 레이 녀석은 완전히 나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난 신 같았다. 하지만 내가 누구 인가? 의지에 신!! 루나가 아닌가? 검술이든 뭐든지 간에 정신력으로 버티어 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깡’으로... 그렇게 거의 반 죽을 정도로 수련을 하고 나서 내 거처로 가서 자고 나면 이상하게 온몸에 나있던 멍이라든지 정신적인 피로가 싹가셨다. 원래는 신들은 잠을 않자도 된다고, 하루종일 수련하라고 한 것을 거의 생때를 써 허락 받았다. 그때 내가 한 말은 내 자신이 해놓고도 어의가 없었다. “잠 자는 것은 내 취미생활이야? 고로 나는 잠을 자야 겠으니 못자게 하면 죽을줄 알아?” 아무튼 이런 저런 실랑이를 벌이며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가고 일년이 지나갔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체력도 좋아 져서 드디어 레이에게 본격적으로 검줄에 대한 지도를 받게 되었는데, 이게 웬일이라니? 무협지에서 본 것처럼 가부좌를 하고 내공을 쌓아야 한다나 어쩐다나! 자기가 잠시동안 볼일이 있어 들른 차원의 세계에서 배워와서 나한테 전수해 준다고 했다. 그리하여 6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러자 레이가 하는말 “루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돼요. 어차피 신들은 남는게 시간이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인간 세계로 가고 싶은걸 어떻하냐고? 하는 수 없이 열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끝내는 단전에 기를 쌓는법을 터득해서 그때부터 검술 강습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편 마법 시간에는 라엘의 수업을 받았다. “루나! 마법이란 마나라는 대 자연의 기를 느껴서 그것으로 불이라든지 물과 같은 것을 공격력을 담아 실현시키는 거이예요! 당신은 신이니까 마나를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당신은 신력과 더불어 마나를 자유로이 다룰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저도 그랬고요. 이제부터 제가 말하는 것을 따라 하십시오. 우선은 마나를 손에 모으싶시오. 아... 마나를 어떻게 모으냐고요? 간단하게 그냥 힘을 손에 모은다는 상 상을 하세요. 물론 익숙해지면 아무 생각없이 하실 수 있을겁니다. 신이라서요.” 라엘의 기나긴 설명을 들으며 손에 힘을 모은다고 생각하자 손에 시원한 느낌이 들어 자세히 보니 무언가 손 위에 떠있었다. “으악!!!! 이게 뭐야? 나 해낸거야?” “아닙니다. 그 상태에서 당신이 만들고 싶은 이미지를 떠올리세요, 물 이라든지 불 아님 바람같은것을... 그리고 그것의 형태는 자신의 생각대로 하세요” 나는 그상태에서 판타지 소설에서 주 메뉴로 나오는 파이어 볼을 연상시켰다. 그러자 눈 앞에 붉게 타오르는 둥근 불을 보게되었다. 아마 이게 파이어 볼이 었나보다. 그러자 라엘이 내개 한마디 했다. “루나가 만든 것은 파이어 볼이었는데 마나양으로 보니 거의 4클레스 급 이었습니다. 마법은 흔히 9클레스까지 익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 즉 드래곤이라든지 신족은 더 고난위도의 마법을 익할수 있습니다. 드래곤들은 10클레스를 신족은 11클레스를 익힐 수 있습니다. 루나는 11클레스의 마법을 시전할 수 있지만 어떻게 어떤 마법이 있는지 모르니까......” 그 후로도 라엘의 입은 쉬지 않고 말을 했다. ‘나 같으면 목아파서 말도 못하겠다.’ 그러다가 6시간이 다 되자 라엘은 말을 멈추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수업이 끝났다는 신호나 다름 없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수업을 마치도록 하지요. 이제보니 조금 빨리 끝났는데 질문 있나요?” 그래서 나는 평소에 궁금하던 것을 물어봤다. “라엘은 나한테 마법을 가르쳐 주면서 어떻게 카스가 시킨일을 할수 있는거야? 시간이 없잖아. 레이두...아틴두..?” “그런 것이라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요즈음은 하도 조용해서 일이 없을뿐더러 만약 일이 있으면 다 하는 방법이 있죠.” “그게 뭔데?” “그건 바로 다른 환족들을 시키는 겁니다. 어차피 우리 세명에게 붙어 있는 환족들이 꽤 많거든요.” “그...그래...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이제보니 카스는 보스고, 레이는 행동파, 아틴은 두뇌파, 라엘은 비밀정보 수집 담당같아?” 그러자 평소에 미소만 보이던(물론 내 앞에서만! 다른 신족들 앞에서는 무표정이다)라엘이 경기를 일으키듯 놀랍다는 시선을 보이며 나에게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엥... 그럼 그게 정말이야? 난 그냥 찍어서 말한 것 뿐인데? 하는 행동을 봐봐! 카스는 여기 짱이고, 레이는 힘만 쓰게 생겼고, 아틴은 맨날 서류더미에 묻혀서 머리만 굴리고, 라엘은 검은 머리에다 검은 눈동자색이다 보니 어딘가 모르게 신비해보이고 은밀한 것 같거든?” “아아! 그러셨어요? 전 또...” “이제 질문 할 것 없으니까 난 이만 아틴한테 가볼께! 그럼 내일 보자고?” “네.. 오늘은 정말 수고하셨어요. 안녕히가세요.” “안녕” 이렇게 말하며 아틴의 집무실로 향했다. 오늘도 역시나 했더니 여전히 서류더미 비스무리한 것에 파묻혀 정신이 없어보였음에 내가 온 줄 알았는지 인사를 했다. “아아! 루나님 오셨네요?” “응! 그래... 그런데 아틴은 늘 똑같네?” “하하하 저야 뭐 늘 하는 일이다보니? 자 이제부터 수업을 시작 하죠.” 그리하여 몇 시간 후에 드디어 수업이 끝났다. 한마디로 말해서 권능의 언 즉 신언은 신이 가지고 있는 신력에 의해 좌우되는데 만약 하위급 신족들이 권능의 언을 하면 신력이 모자라서 잘 쓰지 못하고 고위 신족들 몇몇이 쓸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환계의 주신인 카스에 의해서 태어나는 바람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쓸 수 있다고 말해서 한번 해보았다. [분신] 이라고 말하자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것이 있어서 깜짝놀랐다. 역시 난 천재라니깐!(이게 천재하고 무슨 상관이야?) 나와 똑같은 존재가 서있자 괜히 기분이 않좋아졌다. 그래서 [사라져] 라고 말하자 곧바로 사라져버렸다. 이런 날 보며 아틴은 더 이상 배울게 없다고 단정지었는지 이제 더 이상은 수업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내 처소에 오면서 룰루랄라 하는 마음으로 와서 푹 잤다. “지금이게 뭐하는 겁니까? 검술을 완전히 터득하지도 못한 분이 벌써부터 이런 행동을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랬다. 난 신력을 사용 하는 법을 완전히 깨달아서 기분이 좋아 너무 푹 자는 바람에 지금 현재 레이한테 열라 혼나고 있었다. ‘야! 이놈아 그만하면 않되냐? 신 돌아가시겠네?’ 그 후로 몇시간의 잔 소리를 듣고 난 후에 겨우 검술을 배울 수 있었다. ‘옛날 성질 같았으면 한바탕 뒤집어 엎었는데? 진짜로 성질많이 죽었다. 레이 너 말야 검술 다 배우고 난 다음에 걸리면 죽었어?’ 열나게 레이를 욕을 하며 그 날의 수련은 끝났다. 다음은 라엘의 마법수업 시간이어서 또 레이같이 할까봐 비오는 날에 땀나게 달렸다. 인간이었을 때는 조금만 달려도 숨이 차서 거의 죽기 일보직전 이었는데 레이의 고난위도의 훈련과 검술 연습 때문에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도 아무 이상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달리다 어느덧 라엘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뛰어 오는 것을 보며 라엘이 궁금한 듯 물었다. “루나! 왜 이렇게 뛰어오는 것이죠?” 하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 라엘에게 차마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사실대로 말하자 라엘은 웃으며 자신의 수업시간엔 조금 늦어도 상관없다며 말했다. 아! 그리고 한마디 덫붙였는데... 뭐 이제부터는 자신이 나를 깨워 주겠다나 어쨌다나... 그런일에 신경쓰지 않았던 나이기에 알아서 하라고 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라엘의 마법 수업을 다 받고 얼른 집으로 가려고 하자 라엘이 카스가 찾는 다며 빨리 가보라고 해서 카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카스는 어머어마하게 화려한 의자에 몸을 뉘우며 나에게 말했다. “루나! 수업은 어때?” “아하, 수업말이지? 그냥 그럭저럭 받고 있어!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건데?” “으응...다름이 아니라 너 아르티엔의 수업은 다 끝냈다며? 그러니깐 이제부터 나한테 배워야지?” 나는 속으로 한참을 놀라며 조심 스럽게 물었다. “카스...무슨 수업인데 그래? 너 환계의 일로 바쁘지 않아? 마계와 신계의 평형을 이루려면은 무지 많이 바쁠텐데?” “그런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한 300년 동안은 잠잠했거든! 만약에 또 마계와 신계가 싸우면 이 몸이 나서면 끝나니까! 아! 맞아, 아까 말하던 것 마져 할게, 너가 받아야 하는 수업은 바로 ‘공부’ 야” “엥! 뭐라고? 공부라고라고라?” “응! 너 수업만 마치면 인간세계로 가서 모험을 할 것 이니까 인간에 대해서 얼마 만큼은 알아야 하지 않겠니?” “카스~~난 애초에 인간이었는데 인간에 대한 공부라니? 너 보다 훨씬 잘알아, 그러니깐 이런 수업은 않받아도 돼” 역시 내가 말하고 보니 잘 말한 것 같다. 사실이야 그렇지 않은가? 난 원래 인간이었으니까 신보다 인간을 더 잘알 것 아닌가? “루나 너가 무슨 오해를 한 것 같나 본데 넌 인간으로써 겨우 18년만 살아왔는데 인간에 대해 잘알것같니? 넌 인간이었어도 사회의 더러움에 때묻지 않은 상태였어! 고로 넌 나한테 수업을 받아야해.” “카스...나...한가지만 물어보자?” “뭔데?” “넌 왜 나에게 잘해주는 것이지? 지금은 신이어도 옛날엔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잖아? 그리고 신이 된 이후에도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는데 그 이유가 뭐야?” 순간 카스는 아무일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루나! 확실하게 넘어갈것이 하나 있는데? 넌 말이지, 넓은 의미에서 신족이지만 좁은 의미 그러니깐 이곳에서는 환신이라 말해야해! 마계에서 사는 신은 마신이라느니 하는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널 아무 이유없이 도와주는 것은 바로 내가 선택한 아이이기 때문이야?” “선택받은 아이? 왜 선택을 하는것이지? 그것도 다른 차원의 세계에 까지 와서?” “그거야 내 맘이지! 그리고 그 이유는 이미 앞전에 말한 것 같은데 벌써 다 까먹었냐? 그러니깐 더 이상 묻지마.” 그렇게 말을 한 후 약간의 쉬는 시간없이 인간에 대한 수업이 시작하였다. 인간에 대한 예절, 풍습,역사,지리 등등 많은 것을 거의 반 강제적으로 나의 뇌속에 꾸겨 넣었다. 아!! 그리고 덤으로 정령술까지 터득하게 되었다. 훗...후훗...오늘에 이르러서야 루나가 드디어 신력을 자유자제로 쓸수 있게 되었다는 말에 난 기뻐했다. 왜냐구? 이제부터 내가 공부를 시킬수 있으니깐!! 루나가 싫다고 해도 어쩔수 없지. 내가 결정한 일이니깐. 환계에서는 내 명을 거스리고도 살수 있는 신은 없으니깐!! 내가 예상한 대로 루나는 이 환계의 주신인 나 카스프록시아가 직접 교육을 시켜 준다는 말에 이쁜 얼굴을 구기고 반대를 하였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려 발버둥을 치는 루나가 너무 귀여워 보였다. 하지만 너는 내손안에 있지...푸하하하~~ 어찌보면 사악한 내 말에 루나는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곁에서 수업을 받고 있었다. 신이 되서 그런지 루나는 나의 지식을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쪽쪽 빨아 들였다. 문제는 관연 그걸 나중에 쓸수 있을까 였지만... 약간 불안한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배우면 정작 중요할 때 써 먹을수 있어야 하는데 루나는 약간 어리버리 하다못해 멍해 보였으니깐!! 그것도 공부할때만.... 어쩔수 없지....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것이니깐!!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1 5522 7 루나는 수련중... - 2 세월은 흘러흘러 어느덧 내가 신이 된지 5년이 되어갔다. 역시나 신이어서 그런지 내 몸에 아무 변화가 없었다. 얼굴도 그대로, 몸도 그대로...대체 왜 키는 않 크는 거야? 짜증나게시리~~(마법이나 신력으로 키우기에는 왠지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둠) “자 이제부터 전심전력으로 나에게 공격해! 만약 열 번이상 나에게 상처를 입히면 종강이다. 알았지?” “응! 알았어.” 5년이라는 세월속에 나와 알고 지내던 레이, 아틴, 그리고 라엘과 말을 트게되었다. 물론 내가 협박을 쬐금 했지만...뭐라고 했냐면 한마디로 말해서 다시는 않만난다고 했더니 그 말을 기다렸다는 식으로 반말 찍찍갈기더라구! 하는 수 없지 뭐...내가 먼저 뱉어낸 말이니깐... 난 샤인(신계의 주신 샤이니스)이 준 검 샤이닝을 뽑아 레이와 대련에 들어갔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난 단 한번도 레이에게 상처를 주지 못했다. 신들이야 상처가 나면 알아서 회복되니깐? 여차하면 마법이라든지 신력을 쓰면 되잖아. 아무튼 오늘도 나의 패배 인 것 같다. “헉헉헉...레이...넌 말이지...신이..아니라..괴물 같아? 무슨 놈의...체력이 그렇게...좋아?” “하하하~그거야 난 매일 열심히 누구처럼 안놀고, 수련을 하거든?” 그렇다. 난 라엘과 카스의 수업이 완전히 끝났기 때문에 검술 시간외에는 놀고 있었다. 아침에 잠자는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검술시간을 평소의 6시간 후로 허락을 받았지만 난 늦잠을 잘 수 없었다. 그건 바로 라엘 때문에... 5년 전에 자신이 나를 깨워 주겠다는 말을 했을때 그러던지 말던지 하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때 싫다고 말했어야 하는 건데... 그날 이후로 라엘은 내가 깨어있든 그러지 않든 매일 내집에 출근 도장을 찍어댔다. 그담엔 뭐하냐구? 난 말이지 한번 아침에 잠이깨면 더 이상은 잠을 못잔단 말씀이야! 검술 시간과 잠자는 그 이외의 시간은 라엘이나 아틴 아니면 카스와 산책을 하던지 아님 놀던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환신들을 만났다. 뭐하려고 만나냐고? 그냥... “치이잇! 내일은 꼭 이길거야? 두고 봐,” “두고보잔 신치고 무서운 신 없더라?” 하며 레이는 일이있다고 수련장에서 빠져 나갔다. 수련장에 있던 나는 오늘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짚어 보았다. ‘검강까지 만들어 대항을 했더니 한번도 못맞추잖아? 뭐가 잘못된거야? 도통 모르겠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변초에 관한 것이 생각났다. ‘레이가 공격만 하면 나는 검이 어디로 공격해 올것인가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인다. 이쪽으로 온다 싶으면 저쪽으로 오고 완전히 내 허를 찔러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변초를 운용하려면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예측해야 하는데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그럼 이때까지 레이는 내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공격을 했다는 말이잖아? 무얼보고 예측을 하는것이지! 근육의 움직임 아니면 검에 실린 힘에 의해서... 맞아 그거야!! 근육의 움직임을 빨리보고 판단하면 다음 동작을 알 수 있을꺼야? 그리고 검에 실린 힘의 방향을 느껴서... 그거야 그거...흐흐흐 레이 내일 두고 보자.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끝내 주겠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어었는데 어렴풋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엥! 아틴이잖아? 오늘은 왠일이래?’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나는 땀을 삐질 흐렸다. “루나 밥먹으러 가자.” “아틴 무슨밥, 밥은 않먹어도 되잖아?” 원래 신족들은 식사를 하지 않는다. 아! 물론 취미 생활중의 일부라거나 아님 친목을 도모하기위해 가끔씩은 하지만... “와 보면 알아! 자 어서 따라와?” 하면서 어느샌가 내곁에 다가와 손목을 잡고 끌고 갔다. 아마도 마법을 사용한 듯하다.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니... 그렇게 질질 끌려가다가 갑자기 아틴이 멈춰섰다. 그래서 난 어떻했냐고? 당연히 멈춰서 무슨일인가 하고 아틴 뒤에 숨어서 쳐다 봤지? 그런데 이게 웬일.. 거기엔 카스와 여러 환족들이 어느 한 나무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아틴 저게 뭐야?” “아 저거 말이지? 루나는 신이 된지 얼마 않되서 몰랐을꺼야? 저기 보이는 큰 나무 있지! 저 나무는 1000년에 한번 꽃이 피고 꽃이 떨어지자 마자 열매가 맺히거든. 그럼 우리는 그 열매를 먹는거야?” “왜 먹는건데?” “저 나무의 열매는 신성력이 많이 들어있어서 저걸 먹으면 신들은 더 많은 힘이 생기고 만약 인간들이 먹으면 죽은 사람도 살려 낼수 있는... 아! 저길 봐 발써 개화가 시작돼.” 엄청나게 크고 엄청나게 못생긴 나무에서 오색빛 영롱한 빛이 감도는 꽃이 피자 잠시후 꽃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주먹만한 은색 열매가 열렸다. 그러자 카스가 먼저 손을 뻗어 열매를 몇게 따더니 다른 환신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나무의 열매는 주신이 아닌 자가 따면 그 신들은 죽는다나 어쩐다나? 어찌했든 나도 그 열매를 들고 레이와 라엘 카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맛나게 잘 먹었다. 먹고나자 왠지 모르게 시원함이 내 몸속에서 폭발하듯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와우 신기하기도 해라? 무지 시원 상쾌하잖아?” 그러자 거기에 있던 모든 환신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 보았다. 카스도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항! 그게 말이지 저 과일을 먹으니까 괭장히 상쾌해 지더라구, 그러는 넌 아무 이상 없어?” 라고 말을 건낼때 갑자기 은색 빛이 온 몸에서 뿜어져나와 내 몸을 감쌌다. 그다음엔 어떻게 된냐고? 나도 잘 몰라!! 일어나보니 카스가 기쁜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루나! 5일 만에 일어났어! 아~그리고 축하해! 너한테 일어난 일을 우리의 창조신께 여쭈어 봤더니 그 어떤 신들도 널 죽이지 못한데? 은빛은 곧 창조신의 권능이 깃들어진 것이라고 창조신도 놀라더라구...그러니깐 너는 안심해도 돼.” “그랬냐?” “엥! 하나도 기쁘지 않아?” “왜 기뻐해야 하는데? 신족이 날 죽이지 뭇한다 하는 말은 다른 놈들한테 죽을 수 있다 이말 아냐?” “헤헤! 그게 또 그렇게 되나?” “카스!! 너말인데! 누가 너보고 약간 덜떨어진 신이라고 말 않하디?” 이 말을 함과 동시에 냅따 뛰었다. “루나~너 말이지 거기 안 서?” “미쳤냐! 너 한테 잡히면 열라 혼날텐데 왜 서냐? 얼른 도망가야지?” 하며 나는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 밖으로 나갔다. “치! 어떻게 그걸 알았지? 창조신께서 툭하면 하는 말인데...역시 여신의 육감이란 알아줘야겠구나? 여하튼 이제 루나가 모험을 하러 떠나는 시기가 얼마 않남았구나?” 진짜로 바부팅이같은 카스였다. 내가 밖으로 나오자 레이와 아틴, 그리고 라엘이 반겨주었다. “루나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너가 걱정되서 나왔어?” “호호호 당연한 것 아니겠어? 그런데 너 레이 말이지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라. 날 걱정한게 아니라 검술 대련 상대가 없어서 걱정했겠지? 안그래! 너 그동안 카스한테 혼나서 열받은 것 나한테 다 화풀이 했잖아?” 순간 레이의 안색은 허옇다 못해 푸르죽죽 해졌다. ‘엇! 찍어서 말해봤는데 사실이었나봐. 역시 내 감은 확실 하단 말씀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아틴과 라엘이 동시에 레이를 쳐다보며 한 마디씩 했다. “정말이야? 레이너드 정말로 그랬단 말이지?” “호오 레이너드! 니가 우리한테 맞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우리의 귀한 루나 한테 그렇게 대하다니...?” 그 말을 끝으로 환계의 한 쪽 구석에서 비명소리를 듣게 되었다. 신이 비명을 지르다니 놀라운 구경거리였다. 불쌍한 레이 니 무덤은 내가 양지바른 곳에 마련해둘께..........................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1 5405 9 루나는 수련중... - 3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5일전이었다. 우리의 식량이라고 불리우는 나무 이루린... 천년의 시간이 흐르자 다시 꽃이 피워졌고, 바로 열매가 열렸다. 그러자 카스프록시아님이 열매를 따서 우리에게 나누어 주었다. 나도 한번 그 열매를 따고 싶었지만 차마 딸수가 없었다. 어찌 된일인지 그 나무는 주신 이외의 신이 따면 그 신은 소멸되고 말았으니깐.. 이건 내가 창조된지 얼마 안돼어서 직접 본 경험이 있었으니깐!! 나와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그루지아 라는 환신이 있었는데, 나와 같이 창조된 신이었다. 항상 같이 놀고 교육 받았는데 어느날 이루릴이라는 나무에 대해 듣었는지 한번 시험삼아 만져보고 싶다는 말을 한것이었다. 물론 난 대대적으로 말렸지만 그 녀석은 고집이 무지 쎄서 내말은 듣지도 않았다. 그리고 운명의 날... 이루릴의 꽃이 지자 열매가 열렸고, 그루지아 녀석이 잽싸게 카스프록시아님이 따기도 전에 손을 댔다. 그리고.. 그리고... 은빛이 몸을 감싸고... 소멸되어 버렸다.... 그 후로 만년이 흘렀다. 그 녀석의 일이 다시금 생각이 났지만 고개를 휙휙 저으며 잊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드래곤이나 우리 신들은 망각을 하지 않은 존재... 잊으려 해도 잊어지지 않는다. 혹 잊고 싶은 일이 있으면 기억을 봉인시켜버리면 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봉인시켜버리면 그 녀석의 존재가 지워져 버리니깐... 카스프록시아님이 따주신 열매를 다 먹자 루나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와우 신기하기도 해라? 무지 시원 상쾌하잖아?” 뜬금없는 소리에 나와 그곳에 있던 환신은 루나를 쳐다보았다. 시원 상쾌? 이번이 몇번째 먹어보는 거지만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다. 그런데 루나는 어떻게 된일이지? “그게 무슨 말이야?” “아항! 그게 말이지 저 과일을 먹으니까 괭장히 상쾌해 지더라구, 그러는 넌 아무 이상 없어?” 카스프록시아님께서도 영문을 몰랐는지 물어보자 루나는 자신의 상태를 아주 쉽게 표현해주었다. 그리고 은빛으로 둘러쌓였다. 순간 난 그루지아 녀석이 생각이 났다. “루, 루나......루우우나아~!” 은빛으로 둘러쌓인 루나... 이대로 소멸되는건가? 열매를 따지 않고 그냥 먹기만 했는데? 안돼~내 친구를 두 번씩이나.... 안돼~창조신이시여 제발 루나를 데리고 가지 말아주세요... 속으로 생전 처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모두들 내가 무섭다고 접근도 하지 않았을때 루나는 나에게 웃어주었다. 그루지아 녀석처럼... 내 친구.... 한참 후 은빛은 사라졌고, 그곳에는 기절한 루나가 있었다. 난 재빨리 루나를 안아들었다. 보는 눈이 많이 있었지만 이런 나를 카스프록시아님이 이해한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난 창조신께 다녀올테니 루나를 침소에 옮겨라!” 루나의 일이 심상치 않음을 알았는지 카스프록시아님은 사라졌고, 난 루나를 카스프록시아님께서 머무시는 궁으로 옮겼다. 잠시후 카스프록시아님이 돌아왔다. 뭐가 그리좋은지 싱글벙글.... 그분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카스프록시아님께서 나의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걱정많이 했지? 그루지아처럼 돼지 않았으니 맘 편하게 있어라!” 언제나 아버지처럼 나를 다독여 주시는 카스프록시아님이 항상 고마웠다. 5일후 루나는 일어났다. 뭐가 그리 급한지 루나는 그분이 계신 곳에서 열심히 뛰어나왔다. 손간 눈물이 날뻔 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너무나 기뻐서.. “루나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너가 걱정되서 나왔어!” 난 이렇게 말할려고 한게 아닌데 어찌 된일인지 무뚝뚝하게 말이 나왔다. “호호호 당연한 것 아니겠어? 그런데 너 레이 말이지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해라. 날 걱정한게 아니라 검술 대련 상대가 없어서 걱정했겠지? 안그래! 너 그동안 카스한테 혼나서 열받은 것 나한테 다 화풀이 했잖아?” 내가 한 말뜻은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닌데..를 외쳤지만 머릿속에서만 말이 떠돌아 다녔지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난 아르티엔과 그라시엘에게 반 강제적으로 끌려가서 죽지 않을만큼 맞았다. “으아악~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없었다. 단지 날아오는 짱돌만이 존재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1 5597 8 루나는 수련중... - 4 다음날 날깨우러 온 라엘은 레이가 몸이 조금 아파서 검술 연습은 내일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세상에나 얼마나 두둘겨 맞았으면 신력으로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까? 암튼 나는 그날 하루 환계의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녔다. 환계를 다니면서 만나는 환족들은 내 얼굴도 못보고 인사만 해댔다. 아무래도 내가 유명인사가 되었나보다. 계속해서 인사만 받으니까 피곤해서 마법을 써서 집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 ‘역시 내 집이 좋다니깐! 물론 내가 짓지 않았지만?’ 그렇게 뒹굴뒹굴거리다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오늘은 레이와 검술 대련을 하는 날이니까, 정신 바짝차리고 열심히해야지! 전번의 나와 같이 생각한다면 레이 넌 분명히 나 한테 조금 맞을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수련장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서 레이는 검을 쓱쓱 갈고 있었다.(전설의 고향이냐??) “레이 나 왔어, 어서 시작하자?” 그러자 레이가 나를 쳐다보며 별일을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루나 네가 어쩐일이야! 전에는 그렇게 수업하기 싫어서 이리저리 튀더니만?” 순간 난 얼굴을 굳혔다. “어쭈구리! 레이 너 말 다했냐?” 하며 나는 샤이닝을 뽑아서 레이에게 달려갔다. 레이는 이런일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식으로 내 공격을 피했다. 한참을 그런 공방전 속에 나는 전번에 생각한 대로 레이의 근육과 검에 실린 힘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었다. 역시 난 천재라니깐? 레이의 공격 패턴을 안 후 그의 공격을 피하면서 이리저리 검으로 들쑤시고 있다가, 검에 기를 주입시켜 더욱더 날카로운 공격을 하였다. 이런 나를 보더니 레이는 놀랍다는 식으로 나를 보더니 그 놈도 더욱더 열라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나왔냐구? 당연히 나의 승리지... 물론 완전히 이긴 것이 아니라 약속대로 10대의 칼침을 놔서... 한마디로 말해서 기분 째졌다. 그동안 레이한테 당한게 얼마인지 기억도 않날지경이니 말이다. 왠지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풀고나니 기운이 쪼옥 빠지는 듯한 이 느낌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카스를 위시한 아틴과 라엘 및 약간 지위가 높다 한 환족들이 모여들었다. 나는 왜 요 놈들이 모여들었나 하고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카스가 말을 했다. “루나! 넌 이제 모든 수련을 끝 맞쳤다. 이제 모험을 떠날 것인가?” 얼레 요놈이 갑자기 무게잡고 나오내? 뭘 잘못 먹었나? “당근이지! 내가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러자 카스답지 않게 걱정하는 표정으로 다시 물어봤다. 생각을 다시 해보라는 식으로... “정말로 갈거야? 인간세계는 니가 생각하는 만큼 녹록하지 않다고? 그곳에서는 권모술수가 나돌아다니는 곳이야! 그냥 이곳 환계에서 나와 같이 있으면 안되겠니?” 참말로 별일 다보겠네! 그래도 환계의 주신이란 놈이 나한테 애원을 하다니... 뭐가 부족해서... 난 그냥 일개 신일 뿐인데? “카스! 니가 말안해도 나도 다 알아! 그러나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이미 인간이 아닐뿐더러 검술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었고 마법도 11크레스까지 익혔고, 에 ... 또 신력도 생각만 하면 쓸수 있을 만큼 단련됬으니까 인간 세계에서는 세계 최강이라고, 알았어?” “그래? 니 뜻이 그렇게 확고 하다면야 내가 말릴 수 없지! 니 신념대로 해라.” 라는 말만 마치고 그냥 획 돌아서 가버렸다. 별 싱거운 놈 다보겠군. 다음날 아침 라엘이 찾아와 또 나의 단 잠을 깨웠다. 아니 원래는 라엘이 들어오기도 전에 알았다. 검술과 마법의 연마 때문에 기의 흐름을 금방 알아차려서 왠만한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기척 정도는 식은죽 먹기로 알아낼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레이 그 녀석만 빼고 워낙에 은밀하게 다니는 놈이므로... “아! 라엘 왔네? 근데 무슨일이야! 얼굴색이 별로 않좋은 것 같은데?” “아니 별로...사실은 카스프록시아님이 널 불러서...” “흐음...그래 그럼 가 봐야지” 내 집을 나오면서 또 카스녀석이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나를 부르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모험을 떠나러 가야하니까 준비할 것도 무지 많은데... 설마 이놈이 여행 못가게 할려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카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카스의 궁전으로 가다가 환계의 세상을 다시 한번 보게되었다. 이 모든 것을 카스가 인간세계에 있던 것을 그대로 보고 만들었다니, 역시 그놈은 덜떨어진 신은 아닌 모양이다. 옛날 내가 살던 세계에서 보던것과 같은 하늘이 오늘따라 눈이 부셨다.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또다시 ‘모든걸 잃고 다른 곳으로 떨어져 살아야 하나’ 라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오한이 들었다. 가면서 계속 부들부들 떨고 이런 생각을 지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봤지만 헛수고 였다. 이런 나를 보더니 라엘이 내 손을 잡으며 까만 눈동자로 걱정할 것 없을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듯 했다. 마침내 카스가 있는곳에 다달았다. 내가 괜한 억지를 부려서 드디어 이곳에서 쫒겨 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카스도 많이 참았을 것이다. 이렇게 오만방자한 인간이 신이되서 한술 더떴으니 말이다. 다른 신족들 특히 카이나 샤인도 카스한테 존댓말을 하고 존중해줬는데 난 이름도 예칭으로 부르고 온갖 사고는 다치고 다녔으니 이제 질릴만도 할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 카스는 말을 했다. “루나! 이 것은 통신용 목걸이로 내가 특별히 만들었으니까 그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하고 파괴시킬수 없어, 그러니 모험을 하면서 어려운 상태에 있거나 나를 아님 다른 누구를 보고 싶으면 그 목걸이를 손으로 잡고 내 이름을 속으로 부르면 내 모습이 너한테 나타날거야! 여기까지 내가 모험을 떠나는 너한테 할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그러니 제발 모험을 끝내고 무사히 돌아와죠, 몇 년 아니 몇백년이라고 기다릴께? 그러니까 제발 건강하게만 돌아와죠! 알았지?” 그때 난 카스를 보며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랬다. 이곳에서 다시 부활했을때 유일하게 날 믿고 날 키워준(?) 그런 카스를 난 방금 그를 신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안 카스 내가 널 오해 했나봐.’ 이런 생각을 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루 흘러내렸다. 그러자 카스와 그 외의 환신들이 놀라서 어영부영 소란 스러워졌다. 카스는 손을 한번 휘 저어서 궁내를 조용히 시키고 말했다. “루나! 왜 그래 무슨일 있어? 무슨일이야 내가 다 해결해 줄께?” 하는 말에 왠지 모를 따스함에 눈물을 멈추고 좀전에 생각한 것을 말하자 카스는 그냥 피식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나서 나를 그냥 한번 꼭 껴안아 주었다. “걱정하지마! 난 너를 손에 넣기 위해 너의 모든 것을 앗아갔는데 내가 너를 버릴 것 같아? 난 그냥 니가 행복해 하는 모습만 보면 돼! 그래서 니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줬잖아? 내가 무언가를 해줄때 마다 너의 행복해 하는 미소를 보며 얼마나 행복해 했는데, 그동안 살아오면서 이렇게 즐겁고 활기에 찬 환계는 보지 못했거든! 모두다 너의 미소를 보며 이렇게 신으로써 영원히 너의 웃음을 볼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러니까 다시는 그런 생각하지마? 만약 했다가 들키면 나한테 혼난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환한 미소를 지었고 모든 환신들이 나를 보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카.스. 내가 그동안 이 환계의 장.난.감이었다는 거야 뭐야?” 그러자 카스는 얼른 내 몸에서 손을 풀며 짖궂게 웃으며 말했다. “루나, 그걸 이제야 알았다니...역시 둔.탱.이구나?” 그말을 듣자마자 난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도망가면서 웃는 이유는 또 뭐지? 역시 난 카스가 말한대로 둔탱인가봐? 그렇게 해서 내 방까지 내 친구들(레이, 아틴, 라엘)의 전송을 받으며 다시 돌아왔다. 모험은 내일 떠나기로 했으니까 준비할게 너무 많았다. 옷이랑 간단한 세면도구,침낭,금화에서부터 일일이 챙겼다. 뭐 일일이 다 챙긴건 아니구 전에 내가 탄생하던 날에 신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주고간 선물들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으므로 (마법 주머니에 안넣은 것이 꽤 되었다) 그 중에서 필요한것들을 간단하게 추려 내서 카이(마계의 주신인 카이드란)가 준 마법 주머니에 죄다 들이 부었다. 신기하게도 그 많은 것들이 들어가도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무한정 둘어갔으며 주머니 속에서 원하는 물건만 생각을 하면 저절로 손에 잡히었다. 그렇게 짐들과 실랑이(?)를 다 끝마치고 잠을 자려는데 도통 잠이 들지 않았다. 아마도 내일 모험을 떠난 다는 것에 신경이 쓰여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들자 몸이 조금 피곤하면 잠이 오겠지 하며 샤이닝을 들고 집밖으로 나갔다. 원래는 마법을 할려고 했는데 그러면 모든 환족들에게 비상이 걸릴까봐 조용히 검술을 펼쳤다. 아니 펼칠려고 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이 소리가 나의 뇌에 직통으로 들려왔다. 그래서 주위를 한번 쓱 둘러봤는데 아무 이상이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이 근처에서 나는 소리는 내가 다 포착 할수 있는데? 아무리 봐도 신언(신들이 쓰는 언어로 그들의 자유의지 즉 간단하게 말해서 신들이 의지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마법과 비슷한건데 마법은 마나를 이용하지만 이것은 순수한 신력만 이용한다. 즉 미운상대가 있어서 돌이 되어라 라고 하면 돌이 되거나 내가 다른 놈들한테 몰래 이야기 하고 싶으면 그 상대를 떠올리며 속으로 말하면 상대망에게만 들리는 것으로(전음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좋은것이다!!) 은 아닌 것 같고, 대체 뭐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 다시 한번 내 머릿속에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당신의 손에 들린 샤이닝의 자아입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저를 들고 있는 당신은 누구 입니까?’ 이 목소리를 들으며 약간 벙쩌있었지만 내가 누구인가? 바로 판타지 소설 메니아 아니였던가! 이 모든걸 짐작한 나는 약간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은 아이리스 다.’ 그러자 샤이닝의 자아인가 뭐시긴가 하는것이 말했다 ‘아이리스님은 어디에 속하신 분이죠?’ ‘나? 난 환계의 주신인 카스프록시아가 만든 신, 그의 권능을 이어받은자, 그리고 너는 신계의 주신인 샤이니스가 내게 선물로 주었다.’ ‘그렇습니까? 전 샤이닝의 자아 즉 샤이니스님의 힘을 빌어 태어난 검으로 당신은 저의 주인이 되기에 합당한 분이므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주인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봐! 갑자기 무슨 말이지? 그 동안 잠잠 하더니만 갑자기 왜 주인 운운 하는 것이지?’ 그러자 샤이닝은 잠시동안 뜸을 들이다음에 말을 했다. ‘저를 가지고 계신 분이 약하다면 저는 신검으로써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그냥 명검에 속하지만 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의 손에 들어간다면 전 그 분을 주인으로 삼고 그 분의 명에 따르도록 만들어졌으니깐요.’ ‘오호~~그러니깐 그동안 내가 너를 완전히 다룰 수 없어 주인으로 모시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거냐?’ ‘내 그렇습니다. 주인님’ ‘그래 그럼 너의 능력은 어디 까지냐?’ ‘전 샤이니스님의 권능으로 태어나 그어떤 신검 보다도 강합니다. 그리고 이성을 가지고 있어 생각을 할수 있고 주인님의 위험도 감지할 수 있으며 다양한 마법도 구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많은 능력이 있습니다만 지금 말하기엔 벅차므로 천천히 주인님의 질문에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오호~그래? 너만 있으면 여행하는 동안에 심심하지는 않겠군? 좋아 널 내 애검으로 삼겠다.’ 그런 말을 하자 샤이닝이 기분이 좋았는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언제라도 저를 불러주시길...’ 하며 말소리가 멈추었다. 아무래도 난 횡제한 것 같다. 그냥 휘두르기만 하는 검인줄 알았더만 이런 신비한 일이 벌어지다니, 다른 신들한텐 말하지 말아야겠다. 괜히 말했다가 군침흘릴라, 특히 레이 고녀석이... 그놈은 검을 수집하는 놈이어서 내가 검에 대해 말하면 달라들것이다. 자기도 검이 많으면서... 왠만한 보검에서 마검 그리고 샤이닝과 비슷하지만 수준 떨어지는 검까지 다양하게 가지고 있었으니까? 한참을 그렇게 서 있자 왠지 모를 피곤함으로 잠이와서 집에 들어가 푸욱 잤다. 이게 이 곳에서 자는 마지막 잠이나까? “루나! 루나! 일어나, 벌써 날이 밝았단 말이야? 그러니깐 제발 눈 좀 떠?” ‘이게 무슨 소리지? 우씨! 더럽게 시끄럽네! 이런 생각을 하며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떠 앞을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검은색으로 도배를 해 놓은 듯한 생각이 들어서 다시 눈을 감았다. 순간 아주 서늘한 바람이 내 몸을 관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자 눈이 번쩍 뜨였다. 그 곳에는 검은색으로 도배를 해 놓은 듯한 모습을 한 라엘이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루나! 늦잠을 자다니! 내가 여러번 깨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신나게 자도 되는 거야?” 나는 라엘의 눈째림 공격을 무시하며 당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라엘! 오늘 따라 왜그래? 평소에도 이랬는데?” 그러자 라엘은 어처구니 없는 얼굴을 하며 뭐라고 말하려다 무엇이 생각났는지 표정을 부드럽게 고치며 말했다. “루나! 카스프록시아님이 부르셔? 한참을 깨웠는데 니가 안 일어나서 지각이야? 그리고 모험가서는 이것 보다 더 부지런해야 하는데 이래선 분명히 카스프록시아님이 허락 않해주실지 몰라?” 라엘이 하는 소리를 들으며 난 빨리 달려가려다 마법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그러자 라엘도 뒤늦게 이동해 왔다. 그곳에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카스의 떨거지들이 모여있었다. 내가 모습을 나타내자 카스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루나! 오늘 널 이렇게 부른 것은 니가 여행을 떠나기전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거 어제 말한 통신용 목걸이 너한테 주려고...” 이 말을 하며 나한테 와서 내 목에 걸어주며 말했다. “이거 괭장히 비싼거거든 그러니까 간수 잘해라? 넌 덜렁대서 문제야! 아 마지막으로 한가지 내가 충고 한개만 할께? 너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구한테 되도록이면 웃지마! 알았지?” 하며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난 후 난 레이랑 아틴이랑 라엘과 그 외의 많은 환신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역시 한놈 한놈씩 붙들여 인사하는 것은 진짜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생각났다. ‘휴우 역시 힘들어! 이거 여행 가기도 전에 탈진해 쓰러지겠구만?’ 이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갑자기 불쑥 레이가 오더니만 다짜고짜 나를 안는게 아닌가? “야! 레이 너 왜이래 빨리 이거 풀지 못해?” “루나 그동안 힘들었지! 미안 하지만 니가 이렇게 성장한걸 보니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어서 이렇게 기쁜 마음을 표현한 것 뿐이니까 오늘 하루만 봐 줘라.” 하며 끌어안다가 떨어져 나갔다. 그러자 아틴과 라엘도 나를 가르쳐 줬다는 명분으로 한번씩 포옹을 했다. 이제 드디어 떠나는 건가? 하는 생각에 빨리 이동을 하려는 순간 카스가 붙잡았다. “루나! 너 설마 그런 모습으로 갈려는 것은 아니지?” “당연한 것 아니겠어.” 라고 말하자 카스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야! 이 바부팅아, 그렇게도 자각이 없냐? 니가 그 모습으로 가면 넌 당장에 사람들에게 길거리의 원숭이 신세가 된단말이야” “아 참!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럼 어떻게... 아 맞아 모습을 변형 시키면되지? 어떻게 할까? 음 우선은 머리색과 눈색이 엄청 튀니까 다른색으로 할까?” 라고 말은 했지만 당장에 어떻게 변신을 해야할지 당황스러워서 주위를 쓰윽 둘러보자 라엘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색과 아틴의 푸르죽죽한 색깔이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마법을 이용해서 변신을했다. 그러자 검은빛의 머리카락과 녹색눈을 가진 미소녀로 확 바뀌었다. 물론 얼굴은 안 고쳤다. 얼굴을 변형시키고자 했으나 당장에 생각이 않나서 말이지... 이제 나는 진짜로 여행을 떠나게 된것이다. 마법진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마법진을 발동시키려는데 카스 이놈이 또 한번 나를 붙잡았다. 아니 아주 힘차게도 안아들더니만 내 귀에만 들리게 말했다. “루나! 몸 조심해서 다녀와야해! 만약에... 만약에 말이지... 아니야 됐어! 그냥 아무생각 없이 즐거운 모험을 즐기고 와! 전번에 말했지! 언제라도 기다린다고...?” 왠지 카스의 말을 듣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한마디 해 줬다.정성을 다해서 “카스 걱정마! 내가 누구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업무에나 신경써?” 이 말을 남기고 인간세계로 이동했다. 루나가 남기고 간 자리 그것은 너무나 컸다. 루나가 가버리자 모든 환신들이 아쉬운 듯 루나가 간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가 다들 돌아갔다. 카스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있다가 라엘에게 한마디 했다. “그라시엘! 나 환계의 주신 카스프록시아의 이름으로 명을 내린다. 넌 지금 즉시 인간계로 들어가 그곳의 상황에 대해 보고 느낀바를 내가 말해 주기 바란다.” 그 말을 듣자 라엘은 조금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환계의 주신 카스프록시아님의 명을 받아 이 그라시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금 당장 인간계로 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라시엘 또 한가지 개인적인 임무를 주겠다. 지금 내려간 루나가 늦잠을 자지 못하도록 해야 할것이며 너무 해픈 웃음을 못하게 감시해라?” 조금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던 라엘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이들에게 한번밖에 보여주지 않았던 미소를 떠올리며(루나한테는 해프게 웃는다) 금방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인간계로... 그러자 뒤에 있던 레이나 아틴이 반발하며 카스에게 대들었다. “카스프록시아님 왜 우리는 안 보내주고 그라시엘만 보내 주신겁니까?” 하고 레이가 묻자 아틴도 덩달아서 “맞습니다. 왜 그리하셨는지 해명해 주십시오?” 하고 말을 하는데 카스는 어디에서 뉘집 똥개 우는 소리가 들리는 식으로 이들을 무시하다가 계속해서 떠들어대자 한마디 아니 조금 긴 말을 했다. “그라시엘은 정보수집을 하기위해 인간세계에 많이 나가봤으니까 인간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서 루나에게 많은 도움을 줄수 있을뿐더러 너희들처럼 다른 여신한테 한 눈 팔지 않으니까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시키면 루나 이외의 여자 인간들한테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며 또 그동안 루나의 잠을 깨워주러 몇 년간 다녔으니까 루나에 대해 너희들 보다 잘 알것아니냐? 마지막으로 루나가 인간이었을때 살았던 곳의 인간들은 그라시엘같이 검은색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 너희들과 같이 가는 것 보다 더 심적으로 안전하고 오빠같이 생각할 수 있어서 편할 것 아니냐?” 좀 긴 말을 해서 레이와 아틴을 꿀먹은 벙어리를 만드는데 성공한 카스는 회심의 미소를 짓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되돌아와서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에 루나에게 해를 끼치는 놈이 있다면 내가 그들을 멸족시켜 버릴것이다. 루나는 내가 선택한 아이! 우리 환계에게 없어서는 않되는 존재이기에... 그리고... 그녀를 닮은 아이.. 그녀의 영혼을 담고 있는..후우~’ 이말은 사실 아까 루나를 안으며 할려다 속으로 꼽씹은 말이었다. 루나가 알면 즐거운 여행을 하지 못하니까? ‘이제 루나가 여길 떠나면 무슨 재미로 살지?’ 다른 환신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는 루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앞으로는 못보니깐!! 인사를 다 나눈 루나는 갈 채비를 하였고, 난 말없이 손만 흔들어 주려고 하였는데.... 무뚝뚝의 대명사인 레이너드 녀석이 갑자기 루나를 껴안았다. ‘흐으윽...부럽군!!’ 마지막 작별의 인사를 하는 레이너드 녀석... 니가 하면 나도 한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그라시엘 녀석도 루나를 한번씩 안아주었다. 이제 진짜로 루나는 환계를 떠나가 버렸다. 정말이지 썰렁해진 궁안에서 남은 카스프록시아님과, 나, 그리고 레이너드, 그라시엘 녀석이 버팅기고 있을때 카스프록시아님의 엄명이 떨어졌다. 그라시엘에게 루나를 지키라는 엄명이.... 그러자 그라시엘은 좋아라 하며 곧바로 떠나버렸다. “카스프록시아님 왜 우리는 안 보내주고 그라시엘만 보내 주신겁니까?” 레이너드도 그라시엘이 간게 불만인지 볼을 툭 붉히며 크스프록시아님께 대들었다. 그에 뒤질세라 나도 한마디 하였다. “맞습니다. 왜 그리하셨는지 해명해 주십시오?” 기분이 무지무지 나뻐져서 큰 소리로 말했더니 카스프록시아님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셨다. “그라시엘은 정보수집을 하기위해 인간세계에 많이 나가봤으니까 인간에 대해 많이 알고 있어서 루나에게 많은 도움을 줄수 있을뿐더러 너희들처럼 다른 여신한테 한 눈 팔지 않으니까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시키면 루나 이외의 여자 인간들한테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며 또 그동안 루나의 잠을 깨워주러 몇 년간 다녔으니까 루나에 대해 너희들 보다 잘 알것아니냐? 마지막으로 루나가 인간이었을때 살았던 곳의 인간들은 그라시엘같이 검은색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지고 있어 너희들과 같이 가는 것 보다 더 심적으로 안전하고 오빠같이 생각할 수 있어서 편할 것 아니냐?” ‘겨,겨우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아닌 그라시엘을 보낸겁니까? 이런 말도 안돼는 일이?’ 심각한 상실감이 몰려왔다. 왜 하필이면 음흉하게 생긴 그라시엘 녀석을 보낸건지 맘에 들지 않았지만 한마디만 더 하면 소멸당할 것 같아서 침묵을 지켰다. ‘루나...부디 빨리 돌아와죠...우리의 영원한 여인이여~’ 오늘은 이만.......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5560 4 여행의 첫발을 디딘 루나 - 1 마법진으로 이동해 신이 된 후 처음으로 인간계에 발을 디딘 나는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드디어 꿈에도 소원하던 모험을 홀로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이것저것을 신기하게 쳐다 보았다. ‘푸른 하늘과 푸르른 풀잎과 나무들 정말이지 너무나 보고 싶었는데... 저기도 나무... 여기도 나무... 뒤에도...나무... 앞에도... 으악! 이거 어떻게 된거야? 완전히 숲속 한가운데 떨궈졌잖아! 카스 이놈의 자식! 다시 환계로 가면 주거쓰으...’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쩔수 없이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하기에 무작정 앞으로 갈려고 하는 순간에 마나의 파동이 내 뒤쪽에서 느껴졌다. 너무나 놀란 나는 샤이닝을 뽑아들고 뒤를 돌아 검을 날리려고 하는 순간 내 눈에 익은 인간이 아닌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레? 라엘이 여기 왠일이야! 무슨일 있어?” 하며 묻는 내 말에 라엘은 한번 싱긋 웃더니 말했다. “카스프록시아님의 명을 받들어 이곳에서 정보를 캐기위해 왔어.” “호오! 그래 그럼 일봐! 난 여행할 것이니까?” 이 말을 함과 동시에 검을 검집에 넣고 뒤돌아 가려고 했다. 그 순간 라엘이 하는 말에 놀라 휘청거렸다. “한가지 빠뜨리고 말 않한 것이 있는데 카스프록시아님께서 내리신 명령중 하나가 루나가 늦잠을 못자게 하는것이고, 또하나가 해픈 웃음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라이기에 원치 안겠지만 여행중에 계속 같이 다녀야 할 것 같은데?” 난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명을 내린 카스가 과연 어떻게 주신이 되어 환계를 다스리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않았다. 다시한번 카스를 씹으며 라엘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웃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한숨만 쉰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지만 다시 한번 라엘의 말을 듣고 쓰러질뻔 했다. “루나! 이곳의 길을 아는거야? 그렇게 용감하게도 앞으로 가니말야? 이곳은 앞이 아니라 뒤쪽으로 며칠을 가야 마을이 나오는 아주아주 커다란 숲이야.” “그,그랬냐? 그럼 라엘이 앞장서!” 이 말과 동시에 라엘은 마을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환계를 나올때만해도 정말이지 기뻐서 말이 다 않나왔는데 계속해서 나무들만 보니 서서히 질려가기 시작하고 발걸음도 무거워지기 시작했지만 라엘은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그동안 자신이 인간계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자 라엘의 수다도 멈추었다. 왜냐구? 노숙할 곳을 찾기위해... 알맞은 곳을 찾은 나와 라엘은 불을 피우고 나무열매로 배를 채웠다. 원래는 먹지 않아도 됐지만 이제 인간계니깐 인간과 똑같은 행동을 해야한다나 어쩐다나 하는 라엘의 말을 듣고 먹었다. 배가 차니까 잠이 오기 시작했기에 난 주변에 결계를 치고 잠을 자려고 했지만 라엘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다른 신족들 앞에서는 아무말도 않고 묻는 말에만 간단하다 못해 열마디를 넘지 않았는데 왜 내 앞에서는 여신 저리가라 말을하는거야? 대체...’ 이런 생각을 하다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들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라엘을 루나가 잠이든 것을 알아채자 다시 한번 웃으며 루나를 안아서 침낭이 있는곳으로 옮겨서 덮어 주었다. “잘자! 루나, 우리들의 영원한 햇살이여...” 어느덧 숲숙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고, 라엘은 루나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카스에게 받은 명령 때문이아니라 진정으로 루나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날이 밝아오자 라엘은 나를 깨웠다. 노숙때문인지 몰라도 나는 잠을 푹 자지 못해서 모닥불 앞에서도 라엘이 건네주는 열매를 먹으면서도 고개를 꾸벅꾸벅 거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는 얼굴을 재빠르게 들어올리고 라엘을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라엘! 저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데 한 번 가보자?” 그러자 라엘은 귀찮다는 식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나의 초롱초롱반짝이 버전에 넘어가 나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풀과 나무를 해치며 조금 걸어가자 그 곳에는 갑옷입은 놈과 까만 복면을 한 놈들끼리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라엘에게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라엘이 보기에 어떤 놈들이 강하고 약할 것 같아?” 라엘은 내 말에 주저없이 “내가 보기에는 서로 막상막하 인 것 같아서 쉽게 예측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난 그런 라엘의 말에 동의 하며 “저 갑옷입은 사람들은 오랜 기간동안 수련을 해서 근육이 있고 또한 노련함과 용맹함이 있지만 저기 복면 한 놈들을 보면 암살자 집단같이 몸은 날렵하고 가벼워서 신속한 공격을 할 수 있지만 갑옷 입은 놈들보다 지구력에서 밀려! 그리고 암살을 할때는 한 번에 끝냈어야하는데 저렇게 시간을 끌고 있으니 분명히 복면한 놈들이 지겠지만 갑옷입은 놈들도 만만찮게 당할 것 같은데? 게다가....소드 마스터가 있어...” 이런저런 횡설 수설한 내말을 듣더니만 라엘은 뭐가 그리 놀랐는지 나를 보고 입만 뻐끔거렸다. 한참만에 싸움은 끝났고 내 예상대로 복면한 놈들은 도망치거나 죽고 갑옷입은 놈들도 이기긴 했지만 많은 피해를 입었다. ‘음! 역시 내 예감은 정확해... 아니 레이가 가르쳐 주었다고 해야하나?’ 나와 라엘은 누가 죽고 산것에 대해 관심이 없었기에 그 자리에서 이런저런 말을 주고 받으며 서있었다. 그때였다. 숲속 한켠에서 남자와 여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합류했다. 그리고... “거기 있는 너희들은 누구지? 빨리 정체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나와 라엘은 소리가 난곳을 쳐다보았는데, 그곳에서는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를 가르키는 말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손가락으로 나와 라엘을 가르켰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럼 거기 너희말고 누가 있느냔 말이냐?” 갑옷입은 놈 아니 좀 인격적으로 말해서 사람이 말하고, 주위의 사람들도 모두 병기를 잡고 살기를 내 뿜었다. 그래서 난 한마디 했다. “우린 여행하는 사람인데...?” 그러자 그 사람들이 우리를 어리둥절하는 표정으로 쳐다 보다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거짓말 마라! 너흰 분명히 아까 우리를 공격하던 놈들과 한패가 분명하다.” “이봐! 우린 당신네들은 오늘처음 보고 아까 그놈들이랑 한패였으면 진작에 공격을 했지 이렇게 눈에 잘 보이는 장소에서 이야기 하겠어? 그리고 당신들이 뭔대 우리보고 누구냐고 묻는거야? 물어보는 사람이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는게 인지상정 아닌가?” 역시 내가 말해도 너무나 잘한 것 같았다. 어떤 놈이 먼저 정체를 밝히겠냐? 물어본 놈의 정체를 알아야 가르쳐줄까 말깐데?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난 정말로 말을 잘한 것 같은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정신을 차렸는지 안색을 바꾸고 다시 말했다. “나는 카옌 왕국의 붉은 기사단장인 맥 카인즈다. 너흰 누구냐?” 그래도 저기 있는 사람은 예절을 꽤 배운듯해 보였다. 왠만한 사람은 내 말을 듣고 공격을 했을텐데 말이다. 그런데 못마땅한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이봐! 아까 말했듯이 우린 여행자라고 말했을텐데! 난 말이지 한말 또 하는 수고로움은 싫거든?” “그런가? 그럼 여행자라는 증거가 어디 있나?” 당연히 나에게 그게 있을 리가 없지! 그래서 난 라엘을 바라봤다. 라엘은 이미 안배를 했다는 듯이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싸늘한 미소를 띄우며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맥인가 메기인가 하는 사람한테 가서 비추어 주었더니 안심하는 표정을 짓는게 아닌가? 대체 무엇이지! 혹시 다른나라의 인증서 뭐 그런 비스무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뒤로 라엘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이쿠! 이거 실례했군요. 이건 제국의 인증서니 확실한 신원 보장이 돼니깐요. 그런데 저기 에 있는 아름다운 아가씨는 누구인가요? 여기엔 그라시엘씨만 적혀있는데...?” “아! 전 말이죠 아이리...” 라고 말하는 순간 라엘이 내 말을 가로 막으며 전음을 사용해 말했다. ‘루나 혹시 본명을 말하려는건 아닐테지?’ ‘그럴려고 했는데...왜 안되는 거야’ ‘너의 본명을 부를수 있는 자는 신이외엔 어느 누구도 안돼?’ ‘왜?’ ‘안됀다면 안돼는지 알아 그리고 여기서 이렇게 있으면 의심 받을꺼니까 내가 하는데로 따라와?’ 라는 전언과 함께 맥이라는 기사한테 말하는 것을 들은 나는 졸도할뻔 했다. “여기 있는 아가씨는 루나라고 하고, 저의 약혼녀입니다.” 이게 무슨 신의 농간이란 말인가? 라엘은 신이니 진짜 농간을 피우고 있었다. 난 라엘을 눈을 크게 부릅뜨고 노려봤다. 그러자 라엘은 특유의 미소로 날 무시하고 거기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엘 너 나중에 두고보자! 치이! 치사한 인간 아니 신!’ 속으로 이렇게 말하며 겉으론 내색하지 않고 보통의 표정으로 라엘과 같이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숲속에서 나온 남자와 여자를 대면하게 되었다. 맥은 우리가 시키지 안았는데 우릴 100% 믿는지 소개를 시켜 주었다. “여기서 있는 분들은 카를로스 카옌님과 제이미 아이틴님이 되십니다. 그리고 저기 있는 사람은 그라시엘님과 루나님 이라고 하는데 서로 약혼을 한 사이라고 합니다.” 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재빨리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카옌이 성 이라면 분명히 왕족이고 저 여자는 성이 있는 걸로 보니 귀족일것이다. 그래서 난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 루나라고 하고 저기 있는 사람은 그라시엘이라고 합니다.” 내딴엔 예의 바르게 말했는데 그곳에 있는 붉은 기사단들과 그 외의 갑옷입은 사람 (내 예상엔 아무말도 안했지만 여자쪽 호위병인 것 같다)의 얼굴의 많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대체 왜 그러는 거지! 뭘 잘못 먹었나? 이런 생각을 했으때 그 외의 갑옷입은 사람쪽에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무릎은 꿇지 못할까? 감히 왕자 전하와 공녀님 앞에서 그게 무슨 발측한 행동인가?” 말을 듣고 나니 정말이지 열받았다. 일개 왕족 나부랭이 앞에서 신인 나한테 무릎을 꿇어라고 하다니말이다. 너무 화가 나서 한마디 해줬다. “이것봐! 난 카옌 왕국사람이 아닐뿐더러 내가 무릎을 꿇게 만드는 존재(카스와 창조신)는 이 세상에 단 2명뿐이란 말이야?” 하며 악을 질렀더니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벙쩌 있었고, 라엘 또한 놀랐는지 표정이 가히 아름답지 못했다. 말을 하고 나니 내가 한말이어도 참 이상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인간이 보기엔 내가 어떨 것 같아 보이겠는가? 완전히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겠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않되겠다 생각해서 말을 정정하려고 입을 다시 열었다. “저기 말이지 그게...내가 워낙에 영웅소설을 많이 보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헤헤헤...” 그렇게 말하자 그곳에 잇는 사람들이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사건은 흐지 부지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여기에 너무 오래 머물면 이상한 말을 할까봐 빨리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라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라엘! 우리 빨리가자. 난 이곳에 있기 거북하단 말이야?” “그래 빨리 우리길로 가자.” 이렇게 말하며 돌아서려는 우리를 기사단장이 가로막으며 말했다. “이곳은 몬스터들이 우굴대는 곳인데,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만한 실력이있다고 봅니다만 저희와 동행을 해주시겠습니까?” 갑자기 이게 웬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야 하는 표정을 짓자 다시 맥이 말했다. “지금 저희들은 바르실미르 왕국의 사절단으로 갔다 오다가 의문의 복면인들의 공격을 받고 여러 기사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부탁을 하건데 제발 저희와 동행을 해 주십시오.” 옛날 같았으면 호승심 때문에 같이 가자고 했을텐데 아쉽게도 난 판타지 소설을 모두 섭렵한 신으로 이 사람들을 따라가면 괜히 칼침을 받을 수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마디로 압축해서 말했다. “싫어요.” 맥은 여간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저희와 같이 동행을 하지면 거기에 따른 보상금을 주겠습니다.” 나 이것참...내가 싫어하는 짓거리를 다시 한번 했다. “이것봐요. 아까 말했듯이 난 두 번 말하는 것을 싫어한고 했을텐데요! 당신들을 따라가면 괜히 우리들만 칼침세례만 받을게 분명하다구요. 그리고 난 편안한 여행을 하기위해 왔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여행따윈 흥미 없어요. 또 한가지 나한텐 보석같은 것을 길가에 굴러다니는 자갈만큼이나 많으니까 관심 끄세요.” 하면서 난 내 갈길을 갔다. 그러자 라엘도 나를 따라 왔다. 이제야 떨거지들을 떨쳐버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때 또 다시 맥이 우리를 불러세웠다. “제발 부탁합니다. 만약 저희들과 동행을 하지 않으시겠다면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죽습니다. 저희들의 목숨은 괜찮으나 저기 계신 왕자 전하와 공녀님의 목숨은 카옌 왕국의 운명을 결정짓게 됍니다. 그러니 저희가 아닌 카옌 왕국민들을 위해 다시 한번 간청합니다.” ‘이 아저씨좀 보게나...꽤 세게 나오는데... 그냥 가자니 뒤에 남아있는 시선들 때문에 밥 먹다가 체할것이 분명해 그리고 내 명(?)에 못살지도... 그냥 동행을 하자니 그렇고~그래 그거야 그게 있구나?’ 난 생각이 들자마자 맥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동행을 해드리도록 하지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말을 듣고 좋아하던 맥과 그 외의 기사들은 뒤에 붙은 말 때문에 다시금 긴장을 했다. “그게 무슨 조건인지...?” “제가 말하는 조건은 단 2개 만약 이 중에 하나라도 안들어 주시겠다면 저흰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나 겠습니다. 제가 말하는 즉시 대답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맥은 왕자를 쳐다보았고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말해보십시오.” “조건의 첫째는 우리들이 무엇을 하건간에 간섭을 말라는 것이고, 둘째는 전 경어를 쓰는걸 아주 싫어해서 말인데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동행과 즉시 하대를 하게 해주세요! 물론 영원히...?” 내 말을 들은 맥과 그 일당은 꿀먹은 벙어리가 돼어버렸다. 물론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잠시도 기다리지 않고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처음 듣는 목소리가 내 귀를 강타햇다. 왜냐? 괭장한 미성이어서 말이지! 하는 수 없이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았다. “잠시만요! 당신들의 조건을 모두 들어주겠습니다.” 이제보니 왕자였군? 그냥 한말이었는데 들어주겠다니 동행해주는 수 밖에... 이런말을 하려던 순간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됍니다. 어찌 왕자 저하께 하대를 하시도록 허락하다니요? 저하께 하대를 하실수 있는분은 국왕 폐하 밖에 없습니다.” 이 말이 터짐과 함께 동의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기들이 하기싫다는데 내가 여기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나는 두말 않고 그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근데 또 내 발목을 붙잡는 소리가 들려오왔다. “나 카를로스 카옌은 카옌 왕자로써 명을 내리노니 지금 이순간부터 루나양이 나에게 하대를 할수 있도록 명하는 바이다. 이는 빛의 신 샤이니스님의 이름으로 지킬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기사들은 무릎을 꿇고 카옌 왕국과 샤이니스를 찬향하는 말을 했다. 이로써 난 이들과 동행을 시작했는데 다른 놈들은 나를 아주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이런것에 신경쓸 위인이 아니므로 다른 문제에 대해 라엘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라엘! 아까 맥한테 보여주던 제국 인증서는 뭐야?’ ‘그건 내가 인간세계에 있었을때 사용하던거야! 내가 제국에서 7년전쯤에서 큰일을 하고 받은 것이지?’ ‘그래! 그럼 아까 인간들이 샤이니스를 찬향하는 것 같던데, 샤이니스를 위한 신전도 있어?’ ‘당연하지! 너 말야 카스프록시아님 한테 인간세계에 대해 배운걸로 아는데, 어떻게 된거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기 수법을 썼지! 난 공부는 따분해서 싫어~ 그건 그렇고 샤인의 신전은 많이 있어?’ ‘물론이지! 각국에 다 있어! 또 헤로우스 라든지 아르테스등을 섬기는 나라도 있어.’ ‘흠~~그렇구나! 그럼 카스의 신전은...?’ ‘당연히 없지! 있을리있겠어? 카스프록시아님은 겉으로 드러나시는 분이 아니시라 지식층 이외에는 환계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어?’ ‘그래? 흠 아쉽네...카스의 신전이 있으면 정보를 팔아볼까했는데?’ ‘루나 쓸데 없는 생각말고 노숙할 준비나 해! 이제 해가 질것이니까!’ 이 말과 동시에 기사들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왕자한테 노숙을 할것이다고 말하고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땅한 장소를 봤는지 왕자와 공녀를 데리고 갔다. 나와 라엘도 뚤래뚤래 따라갔다. 그곳에 가보니 벌써 불을 피워놓고 사냥을 나간 듯 몇몇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난 그러던지 말던지 불가로 다가가 배낭속에 넣어둔 마법 주머니에서 몰래 최고급 육포를 꺼내 나무 꼬챙이에 끼워서 굽기 시작했다. 아! 물론 라엘 것도 챙겼지만... 한참 후에 않보였던 사람들이 돌아왔는데 그들은 빈 손이었다. 아무래도 사냥에 실패를 한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도 이 숲속에는 동물이 다른 곳 보다 훨씬 적은 듯 했다. 불가에서 육포를 구워서 먹던 나는 나를 보던 눈길을 무시할 수 없어 라엘에게 말했다. “라엘이 가서 먹을것 좀 구해와?” 그러자 라엘은 나에게 피식 웃어보이고 바람같이 사라졌다가 번개같이 나타났는데 어깨에는 큼직한 사슴한마리가 걸려있었다. “와우! 라엘 실력 끝내주는데... 앞으로 식사 당번은 라엘이 해?” 그 말을 들은 라엘은 시무룩해지더니 체념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 여러분들 제가 여기 사슴을 잡아왔으니 알아서들 드십시오.” 이 말과 함께 기사들은 기뻐하며 사슴의 가죽을 벗겨내고 내장을 도려낸 다음에 불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공녀가 사슴 다루는 것을 눈살을 찌뿌리면서 보다가 고기 익은 냄새를 맡고는 얼굴이 펴졌다. 물론 왕자도 마찬가지이지만... 한참을 그렇게 사슴을 작살내다가 뼈만 남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야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웃고 있었다. 그때 맥이 일어나서 나와 라엘이 있는 곳으로 오더니 라엘에게 말했다. “이렇게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이 숲속에서 몇날 몇일을 헤매느라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못해 거의 아사상태에 있었거든요? 다시 한번 왕국을 대신해서 감사합니다.” 이 말을 들으 라엘은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감사는 제가 아닌 루나에게 하십시오. 루나가 시킨일을 했을 뿐이니까요?” 그 말을 하고 나서 라엘은 내 얼굴을 쳐다봤다. “아아! 고마워 할 필요따윈없어, 어차피 왕국의 수도로 가면서 피차 얼굴 붉힐 필욘 없으니까?” 내가 말해도 여전히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말같았다. “루나님! 아까 저희들이 했던 행동을 모두 용서해 주세요? 당신이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으나 본심 아닌것 같으니까요?” 그 말을 듣고 나도 감정이 많이 풀려서 나도 모르게 한번 웃었는데 맥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맥! 왜 그래! 라엘 어떻게 좀 해봐?” 그러자 라엘은 나는 몰라요 하는 표정으로 오로지 불만 보고있었고, 시간이 지난 후 정신을 차린 맥은 내 미소가 아름다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5064 5 여행의 첫발을 디딘 루나 - 2 바르실미르 왕국에서 카옌 왕국으로 돌아오는 최 단기간 코스로 왕자님과 공녀님을 모시고 왕국으로 되돌아 가고 있었다. 출발할때는 비교적 평온했는데 이놈의 숲을 지나갈때부터 문제가 일어났다. 난데없이 비수가 쏟아졌고, 방심하다 피하지 못한 나의 부하들 몇몇이 죽어갔다. “누구냐? 정정당당히 모습을 드러내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지만 비수를 던진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다. 여러 기척이 났지만 위험한 순간이어서 왕자님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때 녀석들은 도망을 치고 말았다. 그리고 하루 간격으로 녀석들이 공격을 퍼부었다. 아마도 암살 길드에서 의뢰를 받고, 우리에게 덤비고 있는 듯 보였다. 몸 놀림이 날렵해서 쉽게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몇일동안 방어만 하다보니 내 부하들과 공녀의 호위병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었다. 암살을 시도하는 녀석들도 죽어나갔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의 리더쉽이 뛰어나서인지 많은 사상자는 나지 않았다. 누군지 몰라도 스카웃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왕자전하와 공녀님을 무사히 숨기고 그녀석들과 싸우고 있었다. 한참을 싸우다가 자신들의 불리함이 느껴졌는지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그 녀석들이 사라지만 최소한 오늘안에 공격은 하지 않으니까 약간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공격이 멈추자 왕자 전하와 공녀님이 타신 마차가 드러났다. 왕자님과 공녀님의 안전을 확인한후 들려오는 소리들... 모두들 듣지 못했는지 자신의 할일만 묵묵히 하고 있었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정신을 다른곳에 팔고 있었다니.... 나도 어지간히 나이가 든 모양이다. 소리가 나는곳으로 얼굴을 돌려보니 그리 멀지 않은곳에서 두명의 사람이 있었다. 처음엔 너무 아름다워서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저런 얼굴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카옌 왕국에서 보지 못했으니깐!! 꼭 신이 강림한 듯 하였다. 한동안 찍소리도 못하고 있던 난 용기를 내어 소리를 질렀다. “거기 있는 너희들은 누구지? 빨리 정체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큰소리로 말하자 그곳에 있던 조그만 여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자신과 그옆에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그럼 거기 너희말고 누가 있느냔 말이냐?” 다시 한번 큰소리를 내자 부하들과 공녀의 호위병들은 살기를 띠며 무기를 쥐고 긴장한채로 전방을 주시하였다. 그리고 잠시후에 들려오는 소리에 추춤하였다. “우린 여행하는 사람인데...?” 정말로 여행하는 사람인지 순진한 눈빛을 빛내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다른 놈들은 믿지 못한지 소리를 질렀고, 우린 곧 말로써 공격을 받았다. 순진한 눈빛을 지닌 소녀에게 난 하는수 없이 정체를 밝혔고, 모든 일의 발단은 그곳에서 이루어졌다. 뭔가 석연치 못한 두 남녀의 관계.. 하지만 제국 인증서로 하여금 풀어졌다. 제국 인증서는 황제가 직접 서명한 것으로 고위 귀족들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 즉 확실한 신분 증명서나 마찬가지 였다. 함부로 복사도 안돼니깐!! 두 남녀의 만남으로 우린 같은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한 소녀의 말투가 거슬렸는지 부하들과 그 외의 사람들은 불만의 눈빛을 보냈다. 왕자님에게 반말을 하니 어련할까!! 그래도 그들은 실력자들이었다. 이런 곳을 여행하기엔 그만큼 실력도 있어야 하니.. 끝내 난 그들을 수도까지 가는데 스카웃하였고, 그 증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몇일을 굶은 우리들은 탈진 상태! 오늘도 사냥 실패였다. 그런데 한쪽에서 욕포를 꺼내서 불에 굽고 있는 소녀!! 모두들 보는 눈이 곱지않았다. 그러자 소녀가 그라시엘이라는 남자에게 사냥을 갔다 오라고 하자 군말 안하고 사라진 인간!! 우리는 모두 고개를 저었다. 최우수 붉은 기사단도 사냥을 못했는데 그 남자가 할수 있을지... 하지만 우리의 고개를 절로 번쩍들어 올려졌다. 사냥에 성공을 한것이다. 그것도 아주 커다란 사슴이었다. 오랜만에 포식을 하게 된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그라시엘이라는 남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고, 그는 사양하며 소녀에게 공을 돌렸다. 앙증맞은 손으로 육포를 오물오물 거리는 모습이 내 딸로 삼고 싶어졌다. 그 소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자 소녀는 살포시 웃어주었다. ‘헉...저런 미소도 존재를 했단 말인가?’ 놀라웠다. 미소하나로 인간이란 존재를 유혹할수 있는 초강력 울트라 미소였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그 소녀는 내가 걱정되었는지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겨우 루나라고 불리우는 소녀의 미소에서 벗어난 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우리는 숲을 벗어날때까지 습격을 받지 않았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5127 4 여행의 첫발을 디딘 루나 - 3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난 거기에 있는 사람들과 친해졌다. 물론 왕자도! 근데 공녀만은 나한테 한겨울 눈보라만큼 쌀쌀하게 대했다. 그리고 길을 가는 동안 말을 듣어보니 공녀는 왕자와 아무 관련이 없고 단지 바르실미르 왕국의 왕자에게 초청을 받아서 갔다오는 길이라고 했다. 왕자와 친해져서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정면에 마을이 보였다. 우린 하던 말을 멈추고 마을로 뛰어 갔다. 마을은 꽤 큰곳 이었는데 모습이 꼭 중세시대로 거슬러올라간 것 같았다. 마을로 들어간 우리는 우선 여관을 잡고 쉬기로 했다. 난 여관에 오자마자 먼저 욕실로 들어가서 목욕을 했다.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한결 개운했다. 그리고나선 식당으로 가서 일행들과 나란히 읹아 식사를 했는데 그 곳 사람들이 우리쪽을 자꾸 힐끔힐끔 쳐다 보았다. 아무래도 기사들이 입고 있는 갑옷때문인 것 같았는데 이들은 여관에 와서도 갑옷을 벗지 않고 식사를 하였다. 난 무지무지 쉬고 싶었으므로 빨리먹고, 침실로 들어가 잠에 취했다. 달콜하게 자는데 내 팔에 걸리는게 있어서 깨어나보니 내 옆에 공녀가 있었다. ‘쳇 방을 따로 않잡았나? 이 인간이랑 있으면 피곤한데... 아차차 이제보니 인간계에 와서 카스한테 한번도 연락을 않했구나! 분명히 삐져있을꺼야?’ 난 생각을 한 즉시 카스가 선물해 준 목걸이를 손으로 잡고 카스를 불렀다. 그러자 보라색이 감도는 청색 머리카락이 눈에 띠었다. 그 다음은 알아서 생각하시길... 그날 난 카스한테 열라게 혼났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공녀는 내 옆에 없었다. ‘거! 참말로 더럽게 일찍도 일어나서 나갔네, 일어났으면 나를 깨워주면 어디에 덪나나?’ 속으로 투덜대며 않떠지는 눈을 억지로 뜨게 해서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엔 라엘과 그 외의 왕자와 공녀일파가 쭉둘러 앉아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순간 잠에서 덜깨서인지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는 순간 라엘이 마법으로 이동을 해서 나를 받아줌과 동시에 공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전부터 생각하기에 공녀는 라엘을 무지하게 좋아했는데 내가 그 걸림돌이 되니 못마땅하게 생각하다가 내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순간에 야릇한 미소를 보내다 라엘이 나서자 못내 아쉬웠던 것 같았다. “라엘! 좋은 아침, 빨리일어났네? 그리고 거기있는 내 일행들도 좋은 아침?” 난 라엘의 팔에 기댄 어정쩡한 모습으로 인사를 했고, 일행들도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러나 한사람은 아니 한 신은 거기에서 예외였나 보다. “루나! 괜찮은 거지? 그렇지?” 나 참! 갑자기 라엘이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지? 신 답지 못하게 시리... “라엘이 나를 붙잡아 줘서 괜찮은 것 같은데?” “아휴휴! 아무래도 않되겠어! 지금은 이른 시간이라 않깨웠는데 혼자서 일어나서 걸어오다가 이게 무슨 난리야? 다음부턴 내가 너를 늦잠을 못자게 하는것과 함께 계속 옆에 불어있어야지 이런 불상사가 않일어나지?” 난 사색이 된 얼굴로 한사코 말렸다. 절대로 안됀다며, 그러나 라엘도 결사 반대였으므로 또 내 방식대로 ‘니 마음대로 하세요’하고 한귀로 듣고 흘려 버렸다. 그런 우여곡절끝에 식탁에 도착한 나를 왕자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루나 잘잤어! 역시 루나는 하루에 한번 이상은 문제를 일으켜야 돼! 안그럼 왠지 루나가 아닌 것 같거든?” 난 왕자를 잠깐 흘겨 보면서 말했다. “카를(친해지면 무조건 예칭을 부르는 루나) 아까 그런일은 말이지 고의가 아니였어! 어느 누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싶어하겠어? 안그래? 그건 말이지 내가 수면 부족으로 그런 것 뿐이야?” 그러자 라엘이 나를 흘겨보며 말했다. “루나는 여기 도착하자마자 씻고, 식사하고, 잠만 퍼 잤는데 수면이 부족하다니 그게 무슨말이지?” 라엘의 물음에 난 사실대로 털어 놓았다. “그게 말이지... 어젯밤에 카스를 만나서 열라게 혼났거든! 난 정말이지 카스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니깐?” 이 말을 들은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아차차 이제 보니 우리 일행들은 카스를 모르니 어떻게 하지? 이런 잘하면 첩자로 오해받기 딱 알맞잖아!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지, 흐흐흐 역시 난 똑똑해.’ “치이! 하필이면 꿈속에서 까지 나타나 나를 괴롭히다니... 그것 때문에 잠잔 것 같지도 않단 말이야? 어휴 속상해! 카스! 넌 다음에 만나면 죽었어?” 내가 횡설수설한 말을 듣고 일행들의 얼굴색이 밝아지며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또 역시나 어두워지는 얼굴의 주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라엘... 한 고비를 넘겼다 하는 순간에 머릿속이 울렸다. ‘그게 정말이야 루나? 카스프록시아님한테 혼났다는 것 말이야?’ ‘당연하지! 그럼 내가 이 나이에 거짓말하리... 밤중에 잠이 잠깐 깨서 다시 잘려다가 카스가 생각이나서 연락했는데 그동안 연락을 않해줬다면서 몇 시간 동안 깨졌다구? 한번만 이런일일 생기면 당장에 내려오겠다는 걸 간신히 막았단 말이야’ ‘흠 그런일이...나두 저 일행들과 동행하면서 연락을 않했는데...나는 루나보다 더 깨질 것 같은데...’ ‘라엘!! 그냥 운명이라 생각해?’ 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나온 식사를 미소를 띄우며 먹기 시작했다. 식사가 끝나고 티 타임 시간에 난 일행들에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쫓기는 신세인데 그렇게 무거운 갑옷을 입고 빨리 튈 수 있겠어? 그리고 공녀도 그런 풍성한 드레스는 집에가서 입어도 늦지 않을테니 벗고 편한 여행복 차림으로 입어서 도망다니는게 좋을거야! 당신들도 갑옷을 벗고 가벼운 경장 차림으로 다녔으면 하는데 내 생각이 어때?” 나의 논리 정연한 말을 들은 일행들 특히 공녀는 니가 뭔데 간섭하는 것이냐며 삿대질과 더불어 일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힘든 욕을 했다. 이 말을 듣고 내가 참을 쏘냐? 그럼 천하의 루나가 아니지? 나도 더불어 한마디 했다. “그럼 너 혼자 가.” 내 말을 끝으로 주변이 아주 조용해 졌다. 기사들은 내 의견에 동의하며 갑옷을 다른곳에 맡겨두었고, 공녀는 자기 호위 기사들과 사라져서 여행복을 사가지고 왔다. 난 그동안 뭐했냐고?... 마을 관광을 나섰는데 영 별볼일 없어서 그냥 침대에서 잠잤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일 떠나기로 한 일행은 각자 자기 방으로 걸어가서 잠을 잤다. 물론 나도 아까 자긴 했지만 내일을 생각해 자두기로 했다. 공녀와는 아무말도 안한채.. 잠시후 공녀가 일어나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처음에는 그냥 볼일 보러갔겠지 했는데 시간이 흘러도 계속돌아오지 않는것이었다. ‘그 공녀가...혹시... 만국 공통의 병인 변비에 걸린게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은 안오고 심심해진 나는 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둘러보다 여관의 뒤뜰에서 사람의 기가 잡혀서 그곳으로 아무도 모르게 슬쩍 가보았다. 가서 보니 그곳엔 공녀와 라엘이 서로를 바라보며 서있는게 아닌가? ‘호오! 이런 곳에서 사랑의 밀회를?..... 놀랍군 천하의 왕 카리스마 라엘이 인간여자한테 빠지다니...역시 사랑이란 위대한...으잉! 이게 무슨 소리지?’ “공녀님! 당신은 절 사랑한다 해도 전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런 여행도 하기 싫었지만 루나의 뜻에 따라 왔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라시엘님의 입에선 항상 루나의 이름을 달고 사시는군요. 당신에게 루나는 어떤 존재이지요? 다른 사람들 특히 내 앞에선 항상 무표정한 얼굴을 하면서 루나앞에서는 왜 웃는거지요? 루나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에요? 제가 루나보다 못 생겨서요?” “누구 앞에서 어떤 모습을 하던지간에 그건 제 마음입니다. 아 그리고 루나가 나에게 어떤 존재냐고 물으셨지요? 루난 바로 제 삶의 의미가 되는... 바라만보면 행복해지는... 조금만 잘못 손대면 곧 깨어질 것 같은 존재! 그래서 계속해서 보호하고 이렇게... 하하하...이런! 요즈음 제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는지 모르겠군요? 그럼 저는 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하며 휙 돌아서려는 라엘을 뒤에서 끌어앉은 공녀는 울면서 말했다. “흐흑...한가지만, 한가지만 더! 흐흑......물어 볼께요. 당신은 루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나요? 목숨을 버릴수 있을만큼?” “공녀님! 왜 제가 당신에게 이런말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 말을 듣고 저를 단념하실수 있게된다면 말해드리지요. 전 루나를 사랑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루나를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루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웃어본적 없는 저를 웃음짓게 만들었지요. 제가 섬기는 주군앞에서 머리조차들지 못하는데 회의 중에 갑자기 뛰어들어와... 주군의 예칭을 만들어 부르며 반말 찍찍갈기며 협박을하고 생때를 쓰던 당당한 모습과 한편으론 설득하러왔다가 오히려 설득당해 어벙벙한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지요? 그리고 한가지 더 루나는강합니다. 루나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고 싶은 맘은 굴뚝 같지만 그러지 못한게 아쉽군요?” 이렇게 긴 말을 내뱉은 라엘은 공녀의 손을 빼고 그대로 들어가버리고 공녀는 그대로 동상이 되버렸다. ‘이야야~~라엘 말 솜씨가 제법인데... 어떻게 그 긴말을 한 순간에 만들어 냈을까? 나중에 라엘한테 화술이라도 배워둬야 겠다. 그런데 끝에 남긴말이 영 맘에 않드는데? 라엘...나중에 나랑한번 진지한 대화를 해봐야 겠어?’ 이 생각을 끝으로 나는 돌아갔다. 라엘이 한 진실어린 말들을 그냥 공녀를 설득시키기 위한 화술로 치부해버린채... 이 마을에 머문지 이틀째 되던 아침... 라엘은 나를 침대에서 끌어내려서 안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때 내 상태가 비몽사몽이어서 현실을 직시할 수 없었다. 만약 이 사실을 알았으면 진작에 걸어왔지? 여전히 자고 있는 나를 안은 라엘은 일행의 열렬한 박수 세례를 받으며 의자로 와 앉았다. 나를 간난아기 안듯이해서... 한참만에 쑥덕거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보니 갑자기 일행들이 보이고 식탁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난 그것을 꿈으로 생각하고 다시 자려는데 라엘이 내 귀에 대고 말했다. “루나! 이건 꿈이 아니야, 그러니까 일어나! 뭐 나야 이 상태가 좋지만 말이야?” 이 소리를 들은 나는 번개 같이 일어나서 의자에 앉았다. 일행들은 아쉬운지 얼굴에 기운이 빠져 나가버린 듯했고, 공녀는 어젯밤 일 때문인지 몰라도 안색이 하얗게 탈색되다시피 했다. 난 하품을 하며 라엘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지금부터 카옌국의 수도로 갈려면 말을 타고 빨리가야 할것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곳에서 말을 사서 타고 이동을 했으면 하는데 어떻습니까?” 라엘의 말에 일행들은 찬성을 했지만 나는 결사반대를 했다. “안돼! 난 한번도 말을 타 본적이 없단 말이야?” 나의 절규를 들은 라엘은 다 방법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 했지만 그 방법이... 이 방법일 줄이야? 꿈에도 생각못했다. “라엘! 왜 내가 너와 한 말을 타야하는 것이지?” 이 말에 라엘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고 난 더 이상 할말이 없어져 버렸다. “그야 당연히 루나가 말을 못타니까 그러지! 언제 적이 쳐들어 올지 모르는데 한가하게 말타는 것을 배우기엔 무리잖아? 그리고 나 아니면 또 다른 누구와 타고 싶었던 거야?” 내가 말을 말아야지! 라엘의 말빨엔 나도 한 수 접고 들어가니... 이런 나를 보는 일행들의 얼굴은 웃음기가 묻어 나왔다. 라엘의 말대로는 여기서 수도까지는 보름이 걸린다 했다. 어서가서 다시는 저놈의(왕자와 공녀일파) 상판때기 좀 않봤으면 하는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기 전에 전방에서 고도로 숙련된 인간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모두 여기서 멈춰?” 내가 갑자기 멈추라고 하자 일행들은 우선 멈추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기사단장인 맥이 나에게 말했다. “아니! 루나 갑자기 왜 멈추라고 했지? 혹시 볼일보러 갈려고...?” 이런 말을 하는 맥을 무시하고 전방을 쳐다보며 외쳤다. 약간의 기를 실어서... “거기 앞 나무와 풀사이에 숨은놈들 빨랑 나와! 난 지금 기분이 아주 않좋으니까? 셋 샐때 까지 나오는게 신상에 이로울꺼야? 하나...둘...” 둘까지 말하자 전번 숲속에서 본듯한 검은 복면한 놈들의 우루루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우두머리 정도 되는 놈이 한 발짝 앞으로 나오더니 말했다. “너희들 어떻게 우리가 숨어있는걸 알았지? 젠장할 이 곳을 지나갈 때 단번에 쓸어버릴려고 했는데 실패 했군! 뭐 그래도 너희들이 여기서 죽는건 기정 사실이니까?” 저 녀석은 뭔 말을 저렇게 싸가지가 뚝뚝흘러 나오게 말하는 거지? 하지만 목소리는 꽤 미성인 듯 하였다. 그때 카를이 큰 소리로 외쳤다. “너히들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우리를 이렇게 뒤쫓고 있는거냐?” 그러자 복면 한 놈이 비웃으며 카를에게 말했다. “이봐! 그건말이지 지옥에서 물어봐라.”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이 바로 이런 케이스의 인간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나섰다. “얌마 우린 장난하는게 아니야? 왜 왕자일행을 건드리는 거냐고? 누구한테 의뢰 받았나? 보아하니 암살 길드에서 나온 듯 한 것 같은데... 혹시 왕자와 관계된 인물이 의뢰했나? 이럴땐 나라를 노리는 놈들 즉 공작쯤 되는 인물이거나 아님 왕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놈들이 한건데 말이야? 혹시 내가 말 실수 했나?” 내가 횡설스설한 말을 듣고 얼굴이 가려져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눈빛이 흔들리는게 내 눈에 포착되었다. “와우! 빙고!!!! 내 말이 맞나보네? 그렇지 복면 한 아저씨?” 내 대단한 추리력에 암살범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거기 땅꼬마! 너의 말은 잘들었다. 뭐 어차피 지옥에 가는 선물로 치고 말해주지! 네 말대로 왕자와 관계된 인물이 의뢰를 했지! 그러니깐 곱게 죽어줘야 겠어?” 복면인의 말을 들은 일행들은 경악했다. 이때 또 내가 한마디 해줬다. 일행들이 굳어있는 상태로 있었음므로... “이봐! 난 땅꼬마가 아니다. 그리고 너흰 실수했다. 암살범들은 기척을 죽여 소리 소문없이 깨끗하게 죽였어야 하는데 너희들은 지금 앞에 나와서 싸움을 걸고 있다. 전면전에서는 숙련된 기사들을 상대로 이길수 없는 법! 그리고 절대로 의뢰인에 대한 힌트따윈 주지 말았어야했다. 왜냐하면 우린 절대로 죽지 않거든... 암살자들은 자기보다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일을 물리고 조용히 쉬고 있어야 하는건데 쯧쯧쯧 안됐네?” 이 말을 하고 나서 말에서 내렸다. 문제는 말이 너무 커서 나 혼자 내리기가 벅차다는 것 한가지만 빼고... 물론 여기서 라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땅에 착지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암살인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나도 거기에 맞대응했지만..................................!!!!!!!!. “자아 모두 싸울 준비해! 카를과 공녀는 가운데 놓고(?) 호위병들과 기사들 절반이 삥 둘러서 보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검을 뽑고 앞으로 전진해. 라엘은 여기 남아서... 아니 같이 나가서 싸운다. 이의 있는 사람...?” 내가 한바탕 말하고 나자 내 일행들은 나를 왕자의 보호막 안에 집어넣을려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한소리 했지... “이봐 지금 중요한건 내 안전이 아닌 왕자와 공녀야! 그러니깐 난 상관 말고 싸워! 이거 오랜만에 몸풀게 생겼군?” 일행들은 어의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 봤지만 곧 전방을 보았다. 암살범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난 샤이닝을 뽑아들었다. 엄청난 휘광이 번쩍였다. 역시 신검이라 할만하군... ‘샤이닝 잘 부탁해.’ ‘걱정마세요.주인님.’ 전면에 엄청난 스피드로 몰려오는 암살법들에게 비릿한 시선을 주고 기사들이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아까 내게 땅꼬마라고 말한 놈을 찾아 샤이닝을 움켜쥐고 서서히 움직였다. 그때 내 앞에 있는 적들이 검을 들고 공격을 하는게 아닌가? 난 간단하게 막고 빠른 스피드로 그들을 단 한 순간에 양분했다. 이런 나를 보며 죽는이는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곳에서는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법... 치열한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었고 라엘은 간단한 마법을 시전해 적들을 하나씩 죽이고 있었다. 나도 라엘에게 뒤질세라 열라게 헤치고 다니며 우리편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 놈들이 걸리면 단숨에 죽여버렸다. 한 순간에 승기를 잡은 일행들은 거의 암살범들을 도살해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자기 아까 나한테 땅꼬마라고 말한 놈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에 갑자기 싸움은 멈추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5120 5 루나 부하가 생기다 - 1 “우린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니 나와 일대일 대결을 하자! 그래서 내가 이기면 이들을 살려주고 너희들이 이기면 우릴 죽여라.” ‘맨 처음에는 재수탱이가 하나도 없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부하들을 아끼는 인물이었군, 대장이 저렇게 까지 말했으니 부하들을 분명히 죽기 살기로 덤빌것이다. 뭐 어차피 셋이지만 다들 소드 마스터급.... 숫자상으로 유리하겠지만 우리편의 희생이 많이 일어날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저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 주어야 겠군.’ 이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내 말을 막아버리는 이가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라엘이었다. “좋습니다. 당신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겠습니다. 허나 우리도 조건이 있습니다. 그대들이 이기면 여기서 풀어주겠지만 지면 복면을 벗고 우리의 아니 루나를 주군으로 모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루나에게 많은걸 얻을 것입니다. 물론 길드에서도 탈퇴해야겠지만 말입니다. 혼자서는 탈퇴를 못하시겠지만 제가 당신들을 도와드리죠.” ‘저런 망할 저건 내 대사인데... 할것이 없어서 내 대사를 가로채냐? 그런데 어떻게 길드에서 탈퇴할수있게 하는거지?’ 라엘의 말을 듣고 암살범들은 자기들이 쑥덕거리며 의논을 했다. 그러다가 대장 암살범이 말하기를 “우리가 졌을 경우 어떻게 길드에서 빼준다는 말인가?” 그러자 라엘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지금 당장 당신들의 길드 본부로 가서 당신들의 이름을 빼주지요. 뭐 믿지못하면 그냥 여기서 전멸을 당하든가 말입니다. 당신은 부하들을 많이 아끼는 것 같던데...” “좋소. 당신들의 말대로 하리다. 그럼 이번 결투에는 아까 말했듯이 내가 나올테니 그 쪽에서는 누가 나오겠는가?” 암살범의 대장이 말하자 우리쪽에서 술렁거렸다. 왜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냐고? 하는 수 없이 조금전 내가 생각한 것을 말하자 모두 내 말에 수긍을 했다. 문제는 이제부터 누가 나가냐가 문제인데 기사들이 서로 자기가 나서겠다고 하는 바람에 잠시 회의가 마비되었다. 그래서 내가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지원하자 시끄러웠던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모두들 나를 한심하게 쳐다 보았다. 이런 싸우는 곳에서 힘도 없어보이는 아가씨가 끼어든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이 사람들이 그럼 내가 벌인 활약상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잖아? 치이!! 감정 상해...’ “이봐! 지금까지 어떻게 수월하게 적들에게 뒷공격을 받지 않고 공격할 수 있었던거지? 한번 생각해봐.” 화가 나서 소리를 빽 지르자 가만히 보고만 있던 맥이 나섰다. “그래. 이제 생각해 보니 이상하군. 다수의 적과 싸우다 보면 으레 뒤에서도 공격을 당해 죽기 쉽상인데 지금껏 너무나 깔끔하게 해치웠어. 그렇담...그라시엘님께서 도와 주신것인가요?” 너무나 어의가 없어진 나는 졸도하기 직전까지 갔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나는 라엘의 목소리를 들었다. “물론 저도 도와 드렸지만 전 단지 앞에 나와 있는 적들만 공격했을 뿐 뒤에 있는 적은 루나가 헤치웠습니다. 정신없이 싸우다 보지 못했나 본데 저기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시지요.” 라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맥이 소리를 질렀다. “쟌! 그라시엘님의 말씀이 정말인가?” 그러자 뒤쪽에서 왕자와 공녀를 보호하던 인간들 중 하나가 말했다. (인원이 많은 관계로 아직도 이름을 완전히 외우지 못함) “정말입니다. 저희들 모두는 보았습니다. 루나의 활약상을...아직도 믿겨지지 않는군요.” 한 인간이 말하자 나머지 인간들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맥의 순식간에 얼굴이 펴지면서 나를 보더니 말했다. “루나! 정말 고마워! 네 말 안 믿은거 용서해 주는거지?” 하며 말하는 맥의 면상을 한방 갈겨주고 싶었지만 어떻게 웃는 얼굴을 칠수 있겠는가? 그래서 한가지 조건을 달았다. “좋아 용서해 줄게!!! 단 한가지! 난 저 암살범 두목을 내 수하로 부리고 싶은데... 그래서 말이지 이 싸움은 내가 나갈께! 알았지! 허락한걸로 알께?” 이 말과 동시에 라엘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러자 암살 길드에서 나온 인간이 소리를 질렀다. “마법사가 없어졌다. 분명히 우리의 헛점을 노리고 공격해 올 것이다?” 하며 모두 공격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에게 내가 한마디 던졌다. “이봐들 걱정하지마! 라엘은 너희 길드 본부로 갔을테니까, 그러니 자 이제부터 승부를 내보는게 어떨까? 깜장 복면 아저씨?” 내 말에 동요를 일으키며 복면인이 말했다. “좋아! 너의 실력은 아까 잘 보았다.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훌륭한 솜씨를 가졌더구나! 나로서도 너의 무예를 견식하고 싶어했다. 그럼 이제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호오! 이제보니 저 인간도 한 말빨 하잖아? 암살범 주제에 대단하군’ 난 미소를 지으며 샤이닝을 뽑아들었다. “이봐 꼬마! 훌륭한 검을 가졌구나! 허나 능력이 안된 인간이 엄청난 물건을 가지면 재앙이 오니 그 검은 팔거나 없애는게 좋을 것이다.” “이봐 난 꼬마가 아니라 루나 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다. 그리고 이검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가지고 싶어서 가진게 아니라 선물로 받았거든 그리고 샤이닝도 나를 허락했구 말이야? 그러니 이제부터 잡소리 치우고 한판 벌여보는게 어때?” 그 말과 동시에 난 검을 앞으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상대도 검을 들여 올리더니 검에 하얀 기류가 생성 되는게 아닌가? “흐음.....검기인가? 오랜만에 싸울만한 상대를 찾았군. 그럼 나도 간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도 샤이닝에 검기를 형성한 다음에 달려갔다. 복면인과 나의 검이 격돌했다. 순간 쇼크 웨이브가 생성되었고 주변의 돌들이 날아갔다. 한번 겨루어보고 이 인간을 내 수하로 데리고 있고 싶어졌다.(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검에 기를많이 주입시켜 그를 공격했다. 레이 한테 배운 보법을 이용해 복면인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몸을 구부려 한바퀴 회전해서 놈의 뒤쪽에 착지해 샤이닝을 목에 댔다. “아무래도 내 승리인 것 같군! 그렇지 않은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복면인의 목에 더욱더 샤이닝을 들이대었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은 듯이 꼼짝 않고 있었고 나를 쳐다보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경악스러움이 배어나왔다. 그때 라엘이 나타나더니 그 복면인에게 무언가를 보여줬고 복면인은 눈물을 흘리며 검을 손에서 떨어뜨리며 복면을 벗고 나에게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제 이름은 카리스... 정말이지 길드에서 빼주신 점에 대해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저의 주군이시여...” 이말과 동시에 뒤쪽에 서있던 카리스의 부하들도 그와 똑같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제 이름은 세이 입니다. 주군을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저의 이름은 후리오 입니다. 주군의 실력과 약속을 지킴에 탄복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계속해서 일어나지 않았다. 라엘을 쳐다보자 ‘니가 알아서 해라’ 라는 듯이 피식 웃었다. 나는 무릎을 꿇으며 검을 떨어뜨린 카리스에게 가서 그의 검을 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카리스, 후리오 그리고 세이... 남자는 태어나서 꼭 세 번 운다. 태어날 때 한번, 자식이 태어났을때 한번, 마지막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때 한번 운다.(근데 이말이 맞나?) 그러니 울음을 멈추어라. 그리고 무사는 검을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무사가 검을 떨어뜨릴시에는 바로 무사로써의 생명이 끝나거나 죽음에 이르렀을때이니 명심하도록...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마... 너희들이 그렇게 계속 무릎을 꿇고 있으면 내가 심히 불편하다. 그러니 어서 일어나도록 해라. 안그럼 검 대 검으로 훈련을 시켜주마?” 이 말과 동시에 그들은 눈물을 멈추었고 감동의 도가니 탕에 빠져 들었다. “카리스 외 두명은 주군의 설교에 감복했습니다. 진정으로 주군을 모심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래그래! 너희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든지 상관을 하지 않겠는데...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안으련?” 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카리스외 두명은 벌떡일어났다. 자세히 보니 키도 크고, 생각보다 어려보이고, 라엘보다는 못하지만 대단한 미남들이었다. “자 이제 빨리 가자고.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으니까? 그리고 여기 있는 녀석들 처리한다음에 너희들 말 끌고 와서 나를 따르도록...” 시체를 처리하라는 말을한 다음 내가 타고왔던 말에게 다가와서 훌쩍 뛰어서 탔다. 잠시 처리를 하는 동안에 일행들은 말에 올라탔고, 모든일이 종료됨과 동시에 앞으로 전진했다. 아무말도 하지 않은체...............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궁금한 것은 빨리 물어봐서 해결을 봐야하는 성미이기에 라엘에게 물어봤다. “라엘! 나 궁금한게 여러개 있는데 그 중에서 몇 개만 물어볼께? 우선은 암살 길드가 어디있는지 어떻게 알았으며 또 어떻게 탈퇴 시킨거야?” 라엘은 내 말을 듣더니 피식 웃고는 검지 손가락을 삐쭉 내밀더니 흔들면서 말했다. “후훗...그건 비밀이야! 사업상 가르쳐줄 수 없어.” “쳇!!! 치사한 라엘... 아차 그러고 보니 카리스, 세이, 그리고 후리오는 괜찮아! 혹시나 길드에서 보복을 하면 어떻게 해?” 내 말을 듣고 카리스외 두명도 라엘과 같이 웃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할것이 못됩니다. 그들은 저희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까요. 작업상 항상 복면을 쓰고 다녀야 하기때문에...” 그럼 걱정 한개는 덜었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에 나에게 카를이 대표로 나에게 말했다. “루나! 아까 너의 실력을 보니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라있는 것 같고, 또 그라시엘님의 공간 이동의 실력을 보니 최소한 7클레스 마스터인 것 같은데 대체 어떻게 된거야? 어린 나이에...” 카를의 말에 나는 딱 잘라 말했다. “너희도 죽어라 칼만 잡고 살아봐! 어떻게 되는지 말야? 그리고 라엘도 나와 마찬가지야.” 내 말을 듣고 일행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난 여기서 더 할말이 없었다. 어떻게 환계의 주신의 오른팔인 레이너드에게 배웠다고 말을 하겠는가? 그 후로 일행들이 나를 보는 시선을 어느때보다 존경스러움이 배어있었다. 몇시간이나 말을 타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어느덧 마을에 다달아 있었다. 그 시간 나는 라엘에게 기대서 자고있었으므로! 한마디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흔들리는 말위에서 자다니... 내가 한참을 자고 있을때 라엘이 깨웠다. “루나! 아침이야! 일어나?” 난 그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난 균형을 잃고 말에서 떨어지는(소드 마스터나 된 신이 기껏해서 말에서 떨어지다니?) 그 순간에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막 땅 바닥으로 추락하려는 순간에 극적으로 세이가 날 받았다. 세이의 손에 닿는 충격으로 한 순간 정신을 차린 나는 라엘을 빤히 쳐다보았다. 일행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그럼 그렇지! 우리의 루나가 하루에 한번씩은 꼭 사고를 치고 다니지?” 맥의 말에 일행들은 말위에서 배꼽이 빠져라 웃어재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난 샤이닝을 뽑아 비웃으며 말했다. “한번만 더 웃으면 진정한 소드 마스터의 실력을 보여주지! 내 실력을 보고 싶은 사람은 다시 웃어봐?” 이 말을 끝으로 정적이 돌았다. 난 흐믓한 얼굴을 한 채 이런일이 벌어지게 한 라엘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그런 나를 본 라엘은 땀을 삐질삐질 흘린쳐 시선을 하늘에 두고 있었다. 한참 후 내 화가 풀어지자 일행들은 얼른 여관을 잡고 식사를 했다. “세이! 아까는 고마웠어, 후후후”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일을 했을 뿐입니다. 오히려 저희들이 주군을 모시기에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그 정도면 아주 훌륭해 여기있는 누구누구 보다 말이지?????” 난 말을 하며 주위를 쓰윽 둘러봤다. 내 시선이 간 곳에는 어김없이 일행들의 어깨가 들썩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카리스 너도 소드 마스터인 것 같은데 길드에는 소드 마스터가 얼마나 있는거야?” 한참을 생각해 보던 카리스는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확실하게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한 열명정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흠 알았어. 길드내에 실력자들이 꽤 있나보네... 그런데 너희들 정도의 실력이면 어디를 가던지간에 기사단장 정도는 거저 먹을 것 같은데 왜 그런 음침한 길드에 속해 있었던 거지?” 내 말을 듣은 부하들은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다. 그런다고 내가 그만 말하라는 그런 위인이 아니었으므로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사실 저희들은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을 적에 너무 가난하여 먹을것이 없어 굶어 죽기 일보직전 이었습니다. 그때 생각난 것이 바로 암살 길드였습니다. 훈련을 열심히 하면 굶지는 않기에... 물론 훈련을 받다가 죽는이가 부지기수 였지만 저희는 목숨을 걸고 했습니다. 그러다 지옥같은 훈련이 끝나고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소드 마스터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길드 규정상 한번 몸담으면 빠져 나갈수가 없기에 이 일에 끼어들었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이젠 길드에서 탈퇴해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어디든 갈수있으니까 말이야, 나하고 헤어지고 나면 왕국같은데 귀속해서 일하면 곧 좋은 성과가 있을꺼야? 그러다가 여자도 만나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다 보면 행복한 삶을 살수 있을꺼야? 이건 내 예감인데 확실해! 내 예감(신감)은 정확하니깐! 그때가서 나를 모른척만 않해주면 되는데 어때 할수 있겠어?” 나의 기나긴 말을 듣던 부하들은 맨 끝말을 듣고 놀랐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자 정신을 차렸는지 카리스가 대표로 말했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흰 죽을때까지 주군을 섬깁니다. 다시는 이런 말은 꺼내지 마십시오?” “호오 대단한데! 보통 다른 사람같으면 좋아했을텐데? 좋아 이건 주군으로써 명령이다. 난 얼마간만 여행을 하니깐 내가 돌아가면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해라. 안 그러면 여기서 주종의 관계를 파기한다.” 내가 강하게 밀어붙이자 부하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끄덕이던 나는 갑자기 심심해 졌다. 그때 내 머릿속에 한자기 생각이 지나쳤다. 난 웃으며 내 부하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 내가 위험에 빠지면 구해줘야 하는데 나보다 약해서야 내가 너희들을 구해주는 꼴이되잖아! 그러니깐 이제부터 최소한 나와 동률을 이루어야 한다 이 말이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겠지?” 이 말을 듣고 부하들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래도 그 중에서 두목이라고 카리스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 말씀은 혹시 저희보고 수련을 하라는 말인가요?” “후후! 맞아, 역시 눈치 하난 빠르네! 너희들은 이제부터 하루도 않빠지고 수련을 해야해. 하지만 너희들 혼자서 해봤자! 오랜기간이 흐른 후에야 성과가 나타나지?” 카리스외 두명은 내가 한말을 듣고 이해를 못했는지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좋아! 간단하게 말하지! 내가 너희들을 가르쳐 주겠다. 그러면 성과가 빨리 나타날것이다. 이것에 대해 이의 있나? 없으면 여관 뒤쪽의 공터로 나를 따르라.” 오랜만에 골목대장 놀이를 하는 식으로 말하고 뒤뜰로 갔다. 한참을 갸웃거리던 부하들은 내 말을 듣고 표정이 밝아 졌다. 어느 누구가 가르쳐 준다는데 얼굴을 찌푸리고 있겠는가? 그것도 자신의 상관이 손수 지도해 주겠다는데... 공터로 나온 나는 발에 내공을 보낸후 발 도장을 찍고 있었다. 똑같은 것을 세 개씩이나! 내가 하는 짓을 보던 부하들은 놀랍다는 식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맨 땅에다 발 도장을 찍고 다니니 말이다. (어디서 무지 많이 본듯한 행동을!!! 역시나 판타지 소설을 많이본 결과가???) “먼저! 한가지 질문을 하지? 이게 무엇으로 보인가?” “제 생각으로는 그냥 발자국인 것 같은데요?” 하고 후리오가 말했다. “쯧쯧쯧! 어렇게 머리가 않돌아가서야? 내가 힌트를 주지, 카리스와의 마지막 결투에서 무엇을 봤는지 설명해봐.” 내 말을 듣자 카리스가 그래도 자기와 직접 맞붙어서 더 잘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검기를 만들자 주군께서도 검기를 만들었고 한번 격돌이 있은 후 다시한번 어우러졌을때 검과 검끼리 맞 붙으려는 찰라에 갑자기 몸이 한바퀴 돌더니 순식간에 제 목에... 헉...이제야 감이 잡히는 군요. 저 것은 혹시 보법이 아닌가요?” 카리스의 말에 난 빙긋이 웃고 말했다. “맞다! 저건 보법이다. 기사들은 보법을 경시하지만 보법만큼 유용한건 어디에도 없다. 보법을 도망치는 수단으로 생각하겠지만 보법도 또 하나의 공격 수단이다. 아까 내가 했던 것 처럼말이다. 이제 내 말 뜻을 이해 한거냐?” 내 말을 듣고는 부하들은 기뻐서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감사하다는 듯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감사합니다. 주군.. 저희들의 무지몽매한 머리를 깨우쳐 주셔서, 주군의 기대에 못미칠까 두렵군요?” “카리스~ 사탕발린 말을 사양이야! 그리고 어서 일어서, 난 무릎 꿇는 모습따윈 보기 싫으니까! 너무 좋아하지 말라구! 일주일씩 시험을 봐서 성적이 않좋으면 벌줄꺼니까 열심히 해보라구” “네 알겠습니다” 난 대답을 듣고는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내 뒤에서는 나직하게 말소리가 들렸는데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우린 주군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는데 주군은 우릴 위해 이런것까지 해주셨다. 앞으로 우리는 주군을 모심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 알겠지” “당연하죠! 두목” “그럼! 그렇고 말고! 두말하면 잔소리” 이런 소리를 뒤로 한 채 방으로 올라 갔다. 진짜로 할일이 없어진 나는 전에 카스한테 열라게 혼났던 것을 상기하며 목걸이를 잡고 드러누웠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카스의 모습이 보였다. ‘카스! 오늘 무슨일 있었어! 얼굴색이 무지 않좋아 보이는데?’ 로 시작해서 간단한 안부를 물은 다음에 오늘 있었던일에 대해 보고 했다. 내가 말을 하자 카스는 웃으며 뒤로 벌러덩 뒤집어졌다. 나한테 부하가 생겼다고 하니 부하들의 고생이 심할것이라는 악담까지 서슴치 않았다. 어느덧 밤이 깊어지자 카스와 이야기 하는 것도 귀찮아진 나는 ‘바이바이’를 외치며 통신을 끊어버렸다. ‘아우!! 피곤해 빨랑 자야지! 카스땜에 시간 낭비했어?’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751 6 루나 부하가 생기다 - 2 “우리가 만약에 목표물을 놓친다면 오늘부터 우리 목숨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명심하도록!” 아직 어린 나이지만 난 이들을 이끌어 나갔다. 길드의 규칙상 실력이 우선시 되었기에 내가 이들이 대장이 된것이다. 물론 내 밑에는 세이 나 후리오도 실력이 대단했지만 내가 약간 한수 위여서 대장이라 불리워지고 있다. “지금부터 매복을 한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즉각 기습을 하도록!!” 내가 말을 하자 부하들은 아무말도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즉각 옆에 있는 풀숲이나 나무, 바위뒤에 몸을 숨겼다. 그동안 우린 너무나 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리고 작전도 여러번 실패를 하였다. 길드내에서 실패란 죽음과 직결 되어있지만 우리를 아직까지 죽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쪽에 실력자들이 다수 몰려있어서 죽이기 아까워서 그럴것이다. 이런 저런 잡생각을 떨치고 있을때 내 눈에 목표물이 포착되었다. 멀리 있었으므로 기습하기에 좋지 않아서 가까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내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는데 맨 앞에서 말을 타고 있는 조그만 소녀가 큰소리로 외쳤기 때문이다. “거기 앞 나무와 풀사이에 숨은놈들 빨랑 나와! 난 지금 기분이 아주 않좋으니까? 셋 샐때 까지 나오는게 신상에 이로울꺼야? 하나...둘...” 제대로 숨었는데도 아쉽게 들켰다. 그것도 조그만 소녀에게..... 하는수 없이 우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상대가 우리가 숨은지 알고 있는데 굳이 가만히 있으면 우리쪽이 더 불리할 것 같아서였다. “너희들 어떻게 우리가 숨어있는걸 알았지? 젠장할 이 곳을 지나갈 때 단번에 쓸어버릴려고 했는데 실패 했군! 뭐 그래도 너희들이 여기서 죽는건 기정 사실이니까?” 싸늘하게 말을 마친 난 다른놈의 개입으로 잠시 공격자세를 풀었다. 정제가 뭐냐니? 그걸 가르쳐주면 우린 앞으로 뭘 먹고 살아라고!! 하지만 우리들을 자세히도 파악한 소녀가 말에 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얌마! 우린 장난하는게 아니야? 왜 왕자일행을 건드리는 거냐고? 누구한테 의뢰 받았나? 보아하니 암살 길드에서 나온 듯 한 것 같은데... 혹시 왕자와 관계된 인물이 의뢰했나? 이럴땐 나라를 노리는 놈들 즉 공작쯤 되는 인물이거나 아님 왕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놈들이 한건데 말이야? 혹시 내가 말 실수 했나?”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한순간 그 소녀가 신기하게 보였다. “와우! 빙고!!!! 내 말이 맞나보네? 그렇지 복면 한 아저씨?” ‘앗!! 내가 동요한게 보였단 말인가? 이럴수가... 일개 꼬맹이에게 보이다니.... 뭐라 할말이 없군.’ “거기 땅꼬마! 너의 말은 잘들었다. 뭐 어차피 지옥에 가는 선물로 치고 말해주지! 네 말대로 왕자와 관계된 인물이 의뢰를 했지! 그러니깐 곱게 죽어줘야 겠어?” 나의 말을 들은 왕자 일행들은 경악했다. 그러자 또 조그만 소녀가 한마디 하였다. 저 소녀가 말을 하면 그리 좋지 않은데.... “이봐! 난 땅꼬마가 아니다. 그리고 너흰 실수했다. 암살범들은 기척을 죽여 소리 소문없이 깨끗하게 죽였어야 하는데 너희들은 지금 앞에 나와서 싸움을 걸고 있다. 전면전에서는 숙련된 기사들을 상대로 이길수 없는 법! 그리고 절대로 의뢰인에 대한 힌트따윈 주지 말았어야했다. 왜냐하면 우린 절대로 죽지 않거든... 암살자들은 자기보다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일을 물리고 조용히 쉬고 있어야 하는건데 쯧쯧쯧 안됐네?” 난 한동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소녀의 말이 백번 맞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알려서는 안돼는일을 한순간 동요한 것으로 사실을 토로해버린것이다. 만약에 이일을 성공으로 마친 다음에도 우린 징계를 받을게 뻔했다. 소녀는 말에서 버둥대며 내려왔고, (이 모습이 귀엽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일일이 지시를 하였다. 그런 모습을 계속 볼수 없기에 우린 공격에 들어갔다. 공격을 할때는 모든 감정을 없애야 하므로 측은한 마음도 들지 않았다. 상처를 입어가며 죽어가는 놈들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곧 미소를 거두어야만 하였다. 한소녀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 특기인 뒷북치기를 할라고 하면 소녀가 나타나서 조용히 죽여버려서 우리의 목표물들은 너무도 쉽게 내 부하들을 도살해 나가도 있었다.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우린 죽는다 라는 생각이 들자 공격을 멈추고 일정거리를 둔채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난 하고 싶지 않은 말을 꺼냈다. 정말로 하고 싶지 않은말을..... “우린 어차피 이곳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러니 나와 일대일 대결을 하자! 그래서 내가 이기면 이들을 살려주고 너희들이 이기면 우릴 죽여라.”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을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는 한번 해봐야 하기에 말이라도 해본것인데 뜻밖에 상대쪽에서 허락을 한것이다. 찝찌름하게 그쪽에서도 조건을 제시했지만... 조건 제시후 마법사가 사라지자 우린 곧 경계를 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상대편에서는 쪼그만 소녀가 나왔다. 지금에서야 보게 되었는데 소녀가 잡고 있는 검은 평범한 검이 아닌 듯 보였다. 저건 분명히 자아가 있는 희귀한 보검이 분명하였다. 저런 검을 들고 있다는건 검으로부터 주인임을 허락받았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곧 실력자라는것을... 아까도 보았지만 소녀의 움직임은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었다. 몇마디하고 난 다음 긴장을 풀고 공격을 하였다. 내가 검기를 만들자 소녀도 검기를 만들어 대응하였다. 몇 번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난 어이가 없을정도로 형편없이 지고 말았다. 내가 지자 마법사가 홀연히 나타나서 종이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길드에서 사용한 종이였는데 종이에는 우리들의 탈퇴함이 적혀있었다. 드디어 그 지긋지긋한 길드에서 탈퇴된것이다. 너무나 좋아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그 동안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루나 라고 불리워지는 한 소녀를 주군으로 모시게 되었다. 어쩌면 그게 더 잘된 일인지 모른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것 보다...... 소녀를 주군으로 모시고 나서 우린 너무 기뻐했다. 우리에게 정말이지 밝은 미소를 보이며 친히 가르쳐주시기도 하였다. 물론 못하면 조그만 벌이 뒤따랐지만.... 너무 행복해서 요즘 나와 세이, 후리오는 웃으며 살고 있다. 잠깐 잠이 들었다고 생각하던 시점에 무엇인가가 내 볼을 스쳐 내려갔다. ‘으윽 이게 뭐야? 벌레인가? 여관에 벌레가 있다니... 별로 좋은 여관이 아니군? 그런데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벌레라고... 흐음... 벌레라... 뭐시라 벌레라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그리곤 손으로 얼른 벌레를 털어버리기 위해 볼을 거칠게 쓰다듬었다. 그런데 있어야 하는 벌레는 없고 누군가의 손이 잡히는게 아닌가? 깜짝놀라 정면을 쳐다보니 아니나다를까 문제의 라엘이 있었다. “라엘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나한테 한대 맞고 싶냐?” 그런 나를 유심히 쳐다보며 라엘이 입을 열었다. “루나! 지금 아침인데 안일어나서 깨우러 온거야! 아무리 불러도 안일어나서 그냥 한번 볼을 쓰다듬었더니 역시나 효과 만점이군?” “라엘, 너어...레이하고 아틴한테 꼰질러버린다. 여차하면 카스한테 확 불어버리는 수가 있어?” 난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나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런 나를 보고 라엘은 웬지 모를 섭섭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법! 내가 또 계단에서 굴러떨어질수도 있으니 얼른 뒤따라 나왔다. 기지개를 신나게 하던 나는 오늘도 역시나 계단에 진입하자마자 굴러떨어지고 있었고, 라엘은 몸을 이동시켜 떨어지기 직전의 나를 받아들 수 있었다. “오늘도 열심히... 근데 뭘보고 있어! 이런것도 한두 번이 아닌데!” 나는 일행들을 쳐다보며 인사를 했고 일행들은 역시나 루나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낄수 있었을 것이다. 식탁에 앉자 점원으로 보이는 소년이 쪼르르 달려왔다. “오늘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 말에 난 기다렷다는 듯이 “아침이니까 간단하게 먹는게 좋겠군. 쌀밥하고 김치에다가 얼큰한 된장국에 반찬은 알아서 가져와?” 내 말을 들은 일행들과 점원은 정신이 나간 듯 한참을 가만히 서있다가 그래도 직업정신이 투철한 점원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손님 저희 여관에서 처음 들어보는 메뉴인데요?” “흐음 그래! 그럼 간단하게 배 채울수 있는걸로 갔다줘?” 점원은 내가 한 말을 듣고 간단하게 목례를 한 다음 식당 쪽으로 갔다. 그때부터 일행들은 하나 둘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루나! 니가 말한 요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거야? 아님 지어서 말한 거야?” 맥은 힘이 쭉 빠지는 소리를 냈다. “당연히 있지!” “하지만 나도 궁궐에서 웬만한 사람들의 먹어보지도 못한 요리들을 수도없이 먹어봤는데 루나가 말한 요리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어?” 카를도 맥이 빠진다는 식으로 말했다. ‘당연하지! 이건 내가 인간이었으때 먹어본건데... 더군다나 차원이 다른 세계이니 어련하겠어? 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추궁 당하니까 빨리 다른 걸로 넘겨야겠다.’ 난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카리스외 두명을 쳐다보며 말했다. “카리스!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못 물어봤는데 말이야! 길드에 의뢰한 사람이 누구이지?”(진짜로 빨리도 묻는다?) 내가 한마디 하자 요리에 관한 상상을 하던 일행들은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카리스를 쳐다보았다. “주군께서 부탁하시니 말할 수 밖에 없군요? 사실 의뢰를 한 사람은 카옌 왕국의 제 2왕자 입니다.” 이 말을 듣자 카를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냐? 난 믿을 수 없어. 세이츠는 나와 가장 절친한 형제였는데...” “하지만 정말입니다. 세이츠님께서 직접 의뢰를 했기 때문에 알수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왕실의 문장이 찍힌 반지까지 내 밀었으니까요” 카리스가 여기까지 말하고 더 이상 말을 할수 없었다. 그 이유는 아침 식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우리들은 얼른 먹고 여행 준비를 서둘렀다. 난 오늘도 역시나 라엘과 같은 말을 타게 되었다. 아까 카리스가 한 말 때문인지 분위기는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 한참을 가던 중에 먼저 세이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저어! 주군...무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질문을 해도 될까요?” 그 말에 축 처진 분위기에서 탈피하고 싶어서 승낙했다. “물론! 단 나를 주군이라고 부르지마! 그렇게 부르면 모르는 사람들이 다 쳐다보니까, 차라리 그냥 간편하게 루나라고 불러.” 내 말에 세이는 더욱더 황송한다는 듯이 질문을 했다. “루나님! 말을 같이 타고 계신분은 루나님과 어떤 사이인지...?” “아하! 라엘말이지! 라엘은 내 친구(째릿:라엘의 눈빛... 흠칫:라엘의 눈빛에 쫀 나 )같은...약....혼자..라고나 할까?” 난 라엘의 무서운 눈빛 공격을 받으며 나도 모르게 전에 꾸며진 스토리대로 말했다. 물론 여기서 사실대로 말하면 일행들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테니까? 내가 여기까지 말하자 또 한놈이 궁금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럼 루나님! 어떻게 해서 그라시엘님과 만나게 되었나요?” 점점 심도 있게 파고드는 후리오를 보고 이놈을 나중에 어떻게 요리를 할까 고민을 했다. “그건 말이지! 한마디로 운명적으로(닭살이 돋기 시작함) 만났지!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보니 생전 처음보는 인간이(?) 있는거야! 뭐, 처음에는 무시하고 그냥 내가 아는 놈들하고 이것저것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라엘이 뛰어든거지! 그때 처음 만났어! 그렇지 라엘?” 하며 라엘의 배를 팔꿈치로 툭툭쳤다. 그러자 라엘의 입이 벌어지며 내 말을 이어갔는데 난 말위에서 균형을 잃고 떨어질뻔 한 것을 라엘이 부축해 줬다. “맞습니다. 그때 그분의 방에서 여러 가지 업무차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갑자기 루나가 아무 허락없이 들어와서 우리도 절대 충성을 받치는 존재에게 빨리 내 보내달라고 협박아닌 협박을 했지요. 그것도 반말을 찍찍 갈기면서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그러다가 그분께서 위험하다고 허락을 해주지 않으시자 발끈하며 다시 대들려는 순간 제가 멈추게 했지요, 그때 제가 한말을 듣고 협박하던 당당함은 어디로가고 벙벙해하던 모습에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소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그후로 루나가 다른 동료에게 늦잠을 잤다고 혼난 이야기를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루나를 깨우고 있지요. 한 침대에서 잘때는 금방 깨울수 있었는데 요즘은 여건이 않돼서 깨우는 시간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조금 흠이지만? 어때요! 이정도면 충분하나요” 난 라엘의 말을 듣고 급하게 말할려고 했다. “라엘! 뭐가 어떻게 되어...” 순간 라엘은 내 입을 틀어 막으며 카리스와 일행들을 둘러보며 질문 있냐고 물어봤다. 아까의 침묵은 어디로 날아가버렸는지 일행들은 나와 라엘을 쳐다보며 의미 심장한 웃움을 지으며 말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한 방을 쓰게 하는건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군?” 맥은 나를 쳐다보며 피식 웃었지만 그 반대로 더욱 싸늘해지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인간은 바로 공녀였다. 아까와는 달리 공녀는 거의 울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런 공녀는 저리 내버려두고 카를이 질문을 했다. “근데 그라시엘님! 당신이 말한 그 분은 대체 누구인가요?” 라엘은 그때서야 내 입에서 손을 치우고 말했다. “글쎄요...함부로 말할수 없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이 이렇게 자신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이기에..... 하지만 루나의 한마디에 헤벌쭉해지니... 한마디로 말해서 그분께서 화가 나셨을때는 루나를 방패로 삼으면 딱이다 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었던 곳에서는 루나는 귀염둥이였으니까? 원래는 이런 여행도 안보내 주실려고 했는데 루나가 그분께서 내신 숙제 비스므리한 것을 다 해결했기에 이렇게 보내주신겁니다. 그것도 저를 딸려서 말이죠..” 라엘의 기나긴 설명을 듣고 일행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엘이 말한대로면 난 대단한 신분의 인간쯤으로 생각하기 마련인데 하는 짓은 평민 저리가라 할 정도니 말이다. 역시나 내 예상을 뛰어넘지 못하고 공녀의 호위 기사중 한명이 물었다. “그럼, 루나는 괭장한 신분의 아가씨라도 되는것입니까?” 이 말에 라엘은 그에게 알아서 생각하라고 했다. 내가 신이라고는 죽었다 깨어나도 밝힐수 없으니 말이다, 자기도 신이니까? 때마침 카리스가 라엘에게 또 질문을 했다. “저 근데 말이죠! 루나님에게 내셨던 시험은 어느것이었습니까?” 카리스가 말하자 그래도 내 부하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흐음! 루나의 지금 현재 실력이 소드 마스터인것도 아까 말한 한가지 시험이지요. 그분께서는 안전한 여행을 하게하기위한 즉 여행을 못하게 하기위해 검술을 연마하게 했지요! 그런데 상상외로 실력이 장난아니게 늘어서 지금처럼 여행을 하고 있는겁니다. 루나가 본 나머지 시험들은 천천히 알게 될겁니다.” 라엘의 친절한 말에 카리스외 두명은 나를 더욱더 존경어린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 일행들도... 어느덧 날은 또 저물어가고 마을이 없는 까닭에 노숙을 하게 되었다. 커다란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나뭇 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운다음 라엘은 사냥을 하러 갔고 난 잠잘 준비를 해 놓았다. 라엘이 커다란 사슴을 잡아왔고 기사들은 알아서 손질하기 시작해서 불에 다 굽더니 작은 단검으로 조금씩 잘라서 나뉘주었다. 난 그 고기를 한 입 씹으며 밤 하늘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한 숨 지으며 말했다. “휴우! 또 하루가 간것인가? 내가 얼마동안 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을까?” 내가 작게 뇌까린 말을 듣은 부하들과 라엘은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라엘이 나에게 다가와 앉으며 말했다. “루나! 무슨일 있니? 왜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는거야? 걱정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줄수 없니? 그 분한테만 말하지 말고 나한테도 말해줄수 없을까?” 라엘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라엘을 보며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라엘! 너답지 않게 왜 그래? 그리고 내가 무슨말을 한거야? 난 하나도 생각이 않나는데 말이야?” 하긴 내가 아무생각없이 내 뱉은 말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아무튼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내 부하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라! 아직까지 뭘 멍하게 보는거야? 훈련 안할꺼야?” 이 말과 함께 카리스외 두명은 일어나서 어제 가르쳐 준데로 보법을 밟고 있었고 기사들은 저게 요즘 새로 나온 춤인가하는 표정으로 바라만 보았다. 이런 그들을 쳐다보며 난 침낭에 몸을 눕히고 잠에 빠져들었다. 이제보니 툭 하면 자는 나! 과연 오늘도 여전히 취미생활을 열심히 즐기고 있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735 7 화해 - 1 오늘은 왠지 모르게 내 자신이 잠자고 있으면서 많이 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내 고막을 울리는 소리가 있었으니... “루나! 일어나, 아침이야. 밥 먹어야지?” 라엘이 외치는 소리를 듣고 천천히 일어났다. 일어나서 보니 일행들은 벌써 일어나서 어제 먹다 남은 고기를 불에 뎁히고 있었다. “언제 루나가 일찍일어나는 것을 볼수 있을까?” 하며 초장부터 카를이 내 염장을 지르고 있었다. 이에 나는 카를에게 친절하게 말해줬다. “걱정마 카를! 니가 죽었다 깨어나도 보지 못할것이니까?” 내 말을 들은 카를은 나를 향해 씨익 웃었고, 거기에 보답하기위해 나두 카를에게 씨익 하고 웃었더니 카를의 얼굴은 더욱 밝아졌다. ‘저놈이 아침부터 뭘 잘못먹었나?’ 이런 생각을 하며 카를의 시선을 무시한채 공녀의 옆에 앉았다. 왜냐구?... 나를 위한 빈자리가 공녀옆 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나를 보며 공녀는 눈에 쌍심지를 켰다. ‘어쭈! 이게 나를 노려보네? 보면 어쩔건데?’ 속으로 공녀를 열라게 씹으며 불가로 시선을 돌렸다. 구운 고기를 나눠 먹으며 우린 앞으로 어떻게 이 고난을 헤쳐나갈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은 그래도 통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서 서로 말을 했지만 나와 공녀는 서로 앙숙 비스므리한 것이 되었으므로 난 이야기 나눌 상대를 찾지 못하고 심심함을 느껴야만 했다. “라엘! 우리 이제 얼마큼만 가면 왕국의 수도에 도착하는거야?”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꼬며 말을하는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꺼야! 말을 타고 전속력으로 달려왔으니 말이야! 아, 그리고 한나절 정도만 가면 카옌 왕국의 제 2의 도시라고 말하는 샤이니라는 곳이 있어! 우린 거기서 하룻밤 자고 막바로 수도인 카프로스로 갈 예정이야” “흐음 그래! 그럼 지금 당장 샤이니라는 도시로 가자. 이런데서 괜히 시간낭비 하지 말고?” 이 말을 끝으로 난 말이 묶인 곳으로 가서 올라탔다. 이런 나를 보던 일행들은 그때부터 어영부영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짐을 챙기고 다시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라엘과 같이 말을 타고, 한나절 가량 가다보니 라엘이 말한 것처럼 큰 도시가 나왔다. 그 도시를 보자마자 왠지 빛이 흘러나오는 듯했다. ‘라엘 이 도시말이야! 혹시 샤인의 이름을 따서 만든거야?’ 내가 전한 전음에 라엘은 답해줬다. ‘맞아! 카옌 왕국민의 절반 가량은 샤이니스님은 모시거든! 그래서 이렇게 그의 이름을 딴 도시를 세우고 샤이니스님을 비롯한 신계의 많은 신들을 모시는 신전을 많이 지었어! 그덕분에 순례하는 사람들이 꼭한번씩은 들르는 곳이 되었고, 관광하러 온 인간들도 꽤 되서 괭장히 부유한 도시가 된거야!’ ‘그래? 그럼 라엘은 이곳을 한번이라도 들른적 있어?’ ‘당연히 들른적은 있어! 그런데 그것은 왜 물어보는 거지?’ ‘루나는 저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 즉 관광하고 싶으니까 안내해 줄꺼지?’ 나의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을 보고는 라엘은 할말을 잃어버린듯 하였다. 애초에는 귀찮아서 싫다고 말할려고 했다가 나의 눈을 보고는 도저히 거절을 할 수가 없어서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라엘을 보며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라엘은 초롱이 버전에 너무 약하다니까?’ 하지만 나는 몰랐다. 다른 여자가 그리했으면 라엘은 생각도 안해보고 거절했을것이라는 것을 ... 라엘의 약점을 파악한 나는 자신이 지금 도시로 들어왔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다. 한참후에 왠지 모를 빛에 감싸이는 듯한 착각이 들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도시안에 들어가 있었고 그런 나를 보며 라엘은 웃으며 말했다. “루나! 이제는 눈을 뜨면서 자는 방법을 터득했니?” 이 말을 들은 일행들은 말에게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재끼며 웃었다. 물론 나의 충성스런 부하들은 웃지 안았지만... ‘으잉...근데 왜 이 녀석들이 고개를 숙이고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지... 이 것들이 말이지... 내가 창피한 일을 당하면 와서 감싸줘야지 같이 웃어? 후후! 오늘부터 특훈이다.’ 우린 제법 꽤 비쌀 것 같은 여관으로 가서 방을 잡고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몰려가서 간단하게 먹고 욕실로 가서 깨끗하게 씻었다. “와우! 씻고 나니까 기분 캡이다.” 라고 말을 하며 라엘을 찾아 돌아다녔다. 복도 저 끝에서 카를이 오는 것을 본 나는 카를에게 라엘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고 카를은 라엘이 식당에 있다고 말하며 자기가 갈 곳으로 갔다. ‘저녀석 기분이 않좋은가? 요즘에 왜 라엘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뭐 씹는것처럼... 아! 맞아 빨리 라엘이 있는 곳으로 가야지.’ 하며 나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과연 그곳에는 라엘이 있었다. 그리고 한 명의 불청객도... “라엘! 여기 있었네? 아! 공녀도 여기있었구나? 그런데 얼굴이 왜 이래? 창백한게 말이지 꼭 병걸린 사람처럼 말이야?” 내가 그래도 약간의 걱정섞인 말을 공녀에게 하자 공녀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외쳤다. “이게 모두 너때문이야! 너만 없었으면...흐윽... 너만 없었으면....널 반드시...흐윽...” 공녀는 울부짓으면서 나에게 뭔지 모를 말만 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 공녀를 보며 한 동안 이상하게 생각하며 라엘에게 물었다. “라엘! 공녀가 왜 저렇게 된거야? 너와 얘기하던 것 같던데 무슨 얘기 한거야! 글구 왜 내가 거기에 들어간거지?” 내가 라엘을 추궁하자 라엘은 한마디로 내 입을 봉해버렸다. “인간의 추한 감정이야! 사랑이라는 감정 아래 숨어있는 증오말이야! 그건 그렇고 여긴 왠 일이지?” 그런 라엘을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라엘! 니가 나한테 샤이니 관광 시켜준다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빨리 안내해줘,” 이 말을 끝으로 난 라엘을 데리고 나가려는 순간 카리스외 두명이 보였다. 난 이들을 보며 왕자와 공녀를 지키라고 말하고 라엘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자, 라엘 이제부터 빨리 안내해줘!” 이런 나를 보더니 라엘은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내 옆에 서며 말했다. “루나! 저기 분수대 보이지? 저기가 샤이니스님이 이 도시를 건설하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만드셨다는 분수대야! 저 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 받는 곳이야” “근데...라엘! 저거를 샤인이 만들었다고? 거짓말! 샤인의 권능이 전혀 느껴지지 안잖아?” 내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하자 라엘은 웃으며 말했다. “맞아. 저 분수대는 샤이니스님이 만든게 아니야! 그저 인간들이 만들어 놓고 그렇게 부르는 거지” 라엘의 말을 들으며 어느덧 분수대 가까이 가게 되었다. 그 분수대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어마어마하게 컸다. 분수대를 올려다보다가 뒤통수가 따가워지는 것을 느끼며 돌아보니 많은 연인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쑥덕거렸다. “라엘! 우리가 뭐 잘못한거야? 왜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며 소곤거리는거야?” 그 말에 라엘은 피식 웃고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왜 말을 않하냐고 물으려는 찰나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우리를 동물원의 원숭이보듯이 쳐다보는게 아닌가? “라엘! 우리 빨리 다른데로 가자.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이상한 것 같아?” 이말을 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순간 한 남자가 튀어나와 나한테 말을 했다. “저어! 한가지만 묻겠는데 혹시 당신에게 연인이 있습니까?” 그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어이없어 하다가 난 없다고 말했고, 그 남자는 다짜고짜 자기와 사귀어 달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더구나 그놈외에 다른 인간들까지 합세해서 말이다... 난 이런 귀찮은 일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한마디 했고 그 말을 들은 놈들은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섰다. “저한테는 연인은 없지만 보호자(?)가 있거든요?” 역시 내가 생각해도 말을 잘한 것 같다라고 자화자찬하며 라엘을 찾으려고 고개를 돌린 순간 라엘도 한떼의 여자들로부터 프로포즈를 받고 있는게 아닌가? 이에 정의심이 불타오른 나는 라엘을 구해야겠다고 다짐했고, 라엘 곁으로 가서 빨리 이곳을 떠나자고 말했다. 그러자 그 곱던 여자들의 인상이 더러워지며 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봐! 꼬마야~~니 오빠는 우리가 잘 데리고 있을테니까 어서 엄마젖이나 더 먹고 오렴” 이 말에 발끈한 나는 라엘을 흘겨보았다. 이런 나를 보던 라엘은 마법으로 바람을 일으켜 여자들이 사정권 밖으로 나가떨어지자 한마디 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라엘은 자기 말을 다한 듯이 내 손목을 잡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무작정 가기만하던 라엘에게 말을 했다. “라엘!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그런말을 하며 쳐다보자 라엘은 나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어봤다. “루나! 분수대에서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아무 느낌 없는거야?” “라엘! 그건 또 무슨말이야? 너 장난치는거 뻔히 보이는데, 그런걸 믿으라고? 너한테 당한게 얼마나 많은데? 그까지껏에 또 당할 내가 아니지! 그것보다 다음은 어디야?” 내 말을 들은 라엘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휴우우~그래, 그래야 루나지! 이 둔탱이...다음은 시간도 별로 남지 않은 것 같으니까 간단하게 샤이니스님의 신전에 가자”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런 라엘을 바라보다 길을 잃을세라 라엘의 옷자락을 붙잡고 따라갔다. 한참을 걷다보니 규모가 상당히 큰 석재 건물이 나타났다. “와우~~~ 어마하게 크다! 어떻게 저런 커다란 건물을 돌로 만들었을까?” 정말이지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건물을 약 500년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완성할때까지 200년이 걸렸습니다.” 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나보다는 한뼘정도 크고, 라엘보다는 한뼘정도 작은 인간이 서있었다. 난 아까 설명해 준거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전 루나라고 여기에 관광차 들렀습니다” 하고 자세히 쳐다보자 왠만한 신족 저리가라는 외모와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는 금발의 남자가 온통 하얀색으로 도배를 한 것 같은 옷을 입고 서있었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그 남자도 자기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샤이니스님의 영원한 종인 마카엘이라고 합니다” “아!! 신관이구나? 저쪽에 있는 남자는 그라시엘이라고 하는데, 미카엘은 이곳 신전에서 살고 있나보죠?” 내말을 듣고는 미카엘은 머리를 끄덕였다. “아하! 그러세요? 우린 신전을 구경하기위해 와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루나를 바라보며 미카엘은 속으로 놀라워 했다. 거의 모든 인간들이 자기 이름만 들어도 무릎을 꿇었으며 설사 자신을 몰랐다고는 하나 자신의 얼굴을 보면 황홀해하는데 루나는 오히려 보통 사람을 보듯이 무덤덤한 것이 아닌가? 이에 미카엘은 루나에 대한 호기심으로 루나와 라엘을 따라갔다.(어차피 할일이 있었으므로) 그런 사실을 모르는 나와 라엘은 신전에 들어서서 라엘의 안내를 받아 예배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쩍이고 있었고 맨 앞의 정면에는 샤인의 동상이 세워졌는데, 그것을 보고 나는 깜짝놀랐다. ‘와! 어떻게 샤인의 모습을 그대로 만들어 낼수 있었을까? 혹시 샤인이 만들어서 저기에 붙여둔 것 아닐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라엘은 정면을 주시한체 말했다. “아니야! 샤이니스님을 모시는 신관들 중에 그녀를 볼수 있는 사람이 있어! 샤이니스님이 현신을 할때는 아주 드물지만 그것을 본 신관들이 그림을 그려서 조각가들에게 부탁해서 만든거야” 그 말을 듣고는 다시 한번 앞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진짜로 살아 움직이는 듯햇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좌중이 조용해 졌다. 왜 이렇게 조용해 졌는지 둘러보다 우리의 옆으로 무언가가 지나가서 그곳을 보자 아까 미카엘이라는 신관이 저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게 아닌가? ‘라엘! 저 인간 유명한거야?’ ‘당연하지! 미카엘은 현재 샤이니스님을 모시는 인간중에 12대사제중 하나로 교황의 바로 밑에있는데 그의 말 한마디면 한 나라의 국왕이 바뀔수도 있어?’ ‘정말이야! 와우! 국왕까지 교체시킬수 있다니... 혹시 그거 말이지 신탁이니 뭐니 해서 말이야?’ ‘맞았어! 신의 신탁을 듣는 것은 한정된 신관들만 할 수 있어! 거기다 샤이니스님 신탁을 들을수 있는 신관들 중 요즘은 미카엘만 들을 수 있다고 하거든? 그러니까 거짓으로 신탁을 받았다고 말하고 국왕을 짤라버리면 그것으로 끝이지?’ ‘아!! 그런데 말이야! 미카엘이 말하는 것이 무슨 말이야?’ ‘그건 샤이니스님을 찬향하는 말이야.’ ‘그래? 그렇담 더 들을 필요는 없겠네?’ 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미카엘이 샤인을 찬향하는 말이 끝났다. 다음 순간 갑자기 내 애검인 샤이닝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게 아닌가? ‘샤이닝! 왜 그래?’ 내가 샤이닝에게 말하자 샤이닝이 왠지 기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샤이니스님의 힘이 저를 빛나게 하고 있어요.’ ‘그러냐? 그럼 그 빛좀 꺼줘! 모든 인간들의 시선이 집중되었잖아???’ 내가 이렇게 말하자 샤이닝은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주인님을 난처하게 만들었군요?’ ‘알았으면 어여 빛 좀 죽여라.’ 하며 강압적으로 말하자 샤이닝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던 빛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빨리 밖으로 나가고 싶었으나 한떼의 무리들에 의해서 못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나서 미카엘이 우리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저, 아까 만나뵜던 분들이군요! 루나양! 당신의 검을 보고 싶은데 보여주실수 있죠?” 하는 말에 난 딱잘라서 말했다. “싫어요! 왜 내가 당신에게 검을 보여줘야 하나요?” 내가 그렇게 강경하게 나올줄은 생각도 못한 미카엘은 난처한 빛을 내었고 주변의 인물들을 모두들 경악해 있었다. 한낯 인간이 샤이니스님을 모시는 12대사제중에 한명에게 반기를 들다니 하는 생각이었음을 난 알수가 있었다. 내가 거기까지 말하고 나가려는 순간에 샤인을 모시는 성기사들이 검을 빼들고 위협을 하며 말했다. “미카엘님을 모욕하다니 용서할수 없다” 하며 공격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또 한마디했지! “샤이니스님께서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 주었나요! 아무 잘못없는 이에게 나가지 말라하며 신을 모욕한것도 아닌 그냥 한 인간에게 싫다는 부정을 했기에 다짜고짜 모욕을 했다고 말을 하며 검을 빼들다니! 그러는 당신들이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만큼이나 어리석군요? 그리고 이건 내 물건 즉 나한테 소유권이 있으므로 함부로 손을 댄다거나 하면 즉시 절도죄로 신고하겠어요! 이 도시의 수비대가 아니 샤이니스님에게... 아 그리고 아까 빛이 났던 것은 여기있는 라엘이 장난으로 마법을 검에 걸어서 그리된 것이니 신경쓸게 못됩니다. 그럼 저희는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가야겠군요” 하며 나가려고 하자 이들은 더욱더 얼굴이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러자 이 사태를 수습하고자 미카엘이 나섰다. “여러분들! 루나양이 말했듯이 우리가 샤이니스님께 경배를 하러온 분들에게 이렇게 대하는건 샤이니스님의 교리에 어긋나는 겁니다. 그러니 검을 치우시고 대화를 할까합니다.” 이렇게 말하자 성기사들을 검을 검집에 넣고 우리들 주변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갔다. 그곳은 정원이었는지 꽃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정원하고 라엘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미카엘이 할일을 끝내고 나왔다. 그러자 성기사들은 우리들 곁을 떠나 미카엘의 뒤쪽에 포진해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는 상태로 서 있었다. “자! 미카엘, 우린 아무 잘못없으니까 빨랑 우리를 보내줘! 아님 무력도 불사하겠어?”(내 맘에 안들면 곧바로 반말이 나온다) 라고 말하자 미카엘은 그런 나를 보며 미소를 흘렸다. 그리고 말했다. “아까 성기사들이 당신들에게 검을 들이댄 것은 제가 사과 할께요! 그리고 제 말을 하나만 들어주시면 숙소로 갈수 있게 해줄께요?” “그래? 그럼 어서 말해, 난 아주 긴 것을 싫어하거든?” 내가 속전속결로 밀어붙이자 미카엘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검을 보여줘요! 결코 가져간다는 것은 아니니까요?” “안돼” “왜 그러시죠?” “싫으니까” 라고 말을 하자 라엘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이지 어린애들이 놀 듯이 말하는 군! 루나 난 여기에 더 있기 싫으니까 그냥 검을 보여줘! 만약이라도 저 검은 그 누구도 가져가지 못하니까?” 그런 라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안돼! 이 검은 샤이니스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거야? 그런데 보여주면 어떻게 하라고?’ ‘걱정마! 설사 알아낸다 해도, 우리를 대접해 줄껄! 샤이니스님의 권능으로 만들어진 검을 지니고 있는 자는 샤이니스님과 진배없으니까?’ ‘정말이지? 만약에 무슨일이 나면 라엘이 다 책임지는거야?’ 라고 말하며 마지못해 샤이닝을 보여주었다. 샤이닝을 본 미카엘은 손을 대며 무슨 주문 비스므리한 것을 외치자 샤이닝에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고, 잠시후 그 빛은 사라졌다. “역시나! 이 검은 샤이니스님의 권능이 깃들어져있었어?” 혼자 중얼중얼 말을 하는 미카엘을 바라보며 검을 검집에 넣고 서둘러 나가려고 했다. 그때 미카엘이 소리쳤다. “어떻게 샤이니스님의 권능이 깃든 검을 어디서 구했지요?” “내 생일 선물로 받았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 난 니가 원하는 데로 해줬으니 이만 가볼까 한다. 설마 남자가 한입가지고 두말 하는건 아닐테지? 라엘 그만 가자.” 하고 얼른밖으로 가려고 하자 한 성기사가 막으며 말했다. “그 검은 우리에게 넘겨라! 그러면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테니? 그 검만 있으면 샤이니스님의 교단을 더욱더 확장 시킬수 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짜증이 밀려왓다. “이봐! 확실하게 말해! 이 검을 샤이니스의 교단이 아닌 네가 가지고 싶겠지 안 그런가?” 내가 이렇게 친절하게 말하자 그 성기사는 얼굴을 붉히며 검을 뽑아들고 말했다. “너희들을 죽이고 그 검을 샤이니스님의 품안으로 돌려주면 나의 죄는 깨끗이 없어진다. 그러니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검을 넘겨라.” 정말이지 짜증이 팍나는 말이었다. 그래서 미카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미카엘이 나 한테 말했다. 검만 보여주면 갈수 있게 해준다고! 아까 너희들이 말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내가 미카엘의 말에 부정을 하자 너희들은 미카엘을 모욕했다고 검을 들이댔다. 그런데 이번엔 미카엘이 보내주겠다고 하는 말에 너희들이 부정을 한 것은 곧 미카엘을 모욕하는것이다. 그러니 우리들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게 길을 열어주는게 어떤가? 아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 검은 샤이니스님의 권능이 깃들여졌다. 그러니 아무리 그를섬긴다 해도 함부로 손댈수 없는 것은 너희들이 더욱 잘 알것이다. 그런 검을 난 아무렇지 않게 잡고 있음은 무엇을 뜻하는가? 바로 샤이니스님이 인정을 해주었다는 뜻이다. 고로 너희들보다 난 지위가 높다라고 생각하면 될것이다. 내 말은 여기까지...그러니 내 길을 막지 말기 바란다.” 어마어마한 긴 설명을 늘어뜨리며 난 길을 서둘렀다. 하지만 이 인간들은 요지 부동이었다. 그래서 다시한번 미카엘을 쳐다보다 시선을 하늘로 돌리는게 아닌가? 이런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인간들이...라고 생각이미치자 한마디 외쳤다. “샤인! 어떻게 좀 해봐?” 라고 말하자 샤인이 갑자기 현신하더니 내게 말했다. “미안해요! 루나님 이들은 나를 받드는 인간이 아닌 그저 사리사욕을 채우기위해 내 밑에 있었던 인간 입니다. 루나님을 괴롭히다니 도저히 참을수 없군요! 아, 그라시엘님도 와 있었군요? 당신들의 여행을 망쳐놨으니 벌을 내리기로 하죠.” 하며 시선을 미카엘로 돌리며 말했다. “나의 영원한 종인 미카엘이여! 이 인간은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여지껏 살아왔으니 알아서 벌을 내리도록..” 샤인이 여기까지 말을 하자 미카엘은 무릎을 꿇고 아직도 홀란스러운가 정신이 없는 듯 보이더니 정성을 다해 말했다. 그러자 뒤에 있던 나머지 성기사들도 무릎을 꿇고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샤인이 우리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사라진 후 미카엘과 그의 똘만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우리에게 물었다. “어떻게 샤이니스님을 아시는 거죠?” 이 말에 난 친절하게 말해줬다. “아! 그건말이지? 샤인이 인간계로 놀러왔을때 우리가 도와준 것이 있어서 그러니까 신경끄고 이 일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입단속 하라고?” 말하고 라엘의 마법으로 숙소로 되돌아왔다. 우리가 도착하자 일행들은 놀라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그래도 그 중에서 정신을 빨리차린 카리스가 말을 했다. “루나님! 그라시엘님! 어떻게 갑자기 나타날 수 있었나요?” 카리스의 물음에 난 간단하게 말했다. “라엘의 마법으로! 그런데 공간이동 마법을 처음 보는거야? 왜 이렇게 놀라는 건데? 나 참 촌스러워서 같아 다닐수 있겠어?” 이렇게 말하고 보니 간단한 말이 아닌 듯했다. 그때 내가 이곳에 내려와 제일로 싫어하게 된 인간인 제이미 공녀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처음에는 라엘에게 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듯 나에게 다가와 있는 힘껏 빰을 치는게 아닌가? 원래는 피할수 있었는데 너무나 갑자기 당하는 일이라 경황이 없었다. “아얏! 아파!” 한 순간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러자 라엘은 정신을 차렸는지 나에게 다가와 얼굴을 만져주었고 내 부하들은 내 뒤쪽에 대기하고 있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일행 모두는 경악해 있었다. 난 연신 아파오는 볼을 쓰다듬고 있는 라엘을 쳐다봤는데 평소에 내가 알던 라엘이 아닌 듯 상당히 창백해 있었다. 저건 틀림없이 엄청 화가 났을때의 모습이었다. 만약 라엘이 정말로 화를 내고 있다면 이 여관은 한 순간에 제가 됨을 알고 내가 먼저 말을 하기로 했는데 라엘이 먼저 선수를 쳤다. “제이미 공녀! 이게 무슨 짓인가요? 지금껏 당신을 지켜준 댓가치고는 어마어마하군요?” 라엘의 강경한 모습에 기가 죽었는지 공녀는 뒷걸음치더니 안정이 되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루나 때문에 당신의 마음을 얻을수가 없었어요! 루나만 없었으면 그라시엘님은 분명히 저와 같이 있었을 것인데?” 그런 공녀를 쳐다보며 라엘은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공녀를 쳐다보며 내 볼에 치유마법을 걸어주며 말했다. “천만에요! 만약 루나가 없었으면 난 당신을 만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애초에 듣지 않았나요? 루나를 보호하는 명분으로 난 이 여행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숲속에서 싸우고 있을때 루나가 가자고 했기에 만날 수 있었고 루나가 동행을 허락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너무나 큰 착각에 빠져 있군요.” 그런 라엘을 보다가 갑자기 시선이 옮기더니 나에게 말을 하는게 아닌가? “너 때문에 내가 비참해졌어! 너 때문에...” 공녀의 말을 듣고는 은근슬쩍 화가 나서 앞으로 나가서 공녀의 빰을 쳤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보니 자신의 권력으로 모든걸 이루고 살다가 라엘이 니 말에 동의 하지 않으니까 이젠 폭력까지 쓰다니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군.” 내가 이렇게 말하자 공녀는 더욱더 악에 받혀 말했다. “너 때문에 비참해졌어! 그라시엘님을 사랑하는데 ... 너 때문에 비참해졌다구?” 이말에 난 뚜껑이 확 열려버렸다. “너 비참한 기분을 느껴보지도 못한 것이 겨우 한번 실연당했다고 그런말을 하는거니? 진짜로 비참한 기분이 무언줄알아? 자신이 사랑했던, 자신을 사랑하던 이들에게서 잊혀져버리는 비참한 기분을 아냔 말이야? 모든이들에게서 잊혀져버리는 그런 기분을... 그래도 넌 행복한거야? 지금 여기 있는 이들에게 너는 어떤 모습으로라도 머릿속에 남아있을테니까? 그리고 널 제일로 싫어하는 내 기억에도 남아있겠지?” 내 말을 듣고 공녀는 얼이 빠졌는지 가만히 멍하게 서있었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이지 화를 내지 않겠다고 내 마음속으로 약속을 했는데 그 말이 깨어져 버린것이다. 난 다시 한번 참담한 기분을 느낀채 휘청거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루나가 방으로 들어가면서 방문을 닫는 소리에 모두들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일행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다. 루나에게 가슴 아픈 과거가 있을 줄이야! 큰 소리치던 공녀는 오히려 루나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 가장 놀란이는 단연 라엘일 것이다. 라엘도 루나에게 이런 과거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언제나 활가차게 지내던 루나이기에 행복하게 살았을것이라고 짐작만 했을뿐.......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라엘은 얼른 루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루나는 전번에 공녀와 같이 잔 후로는 언제나 혼자 방을 잡고 자기에 더욱더 걱정이되었다. 방으로 들어간 라엘은 눈 깜짝할새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결계를 치고 창가에서 기대어 눈은 감고 있는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런 라엘에게 쌀쌀하게 말했다. “여긴 뭐하러 왔어? 나 지금 혼자 있고 싶으니까 나가줘! 부탁이야.” 나의 말에 라엘은 오히려 더욱더 가까이 다가왔다. “너! 내 말 않들려? 빨리 나가” 라는 말까지 했는데 라엘이 나가지 않았기에 난 얼굴을 돌렸다. 그 순간 나는 라엘의 얼굴을 볼수 있었는데, 라엘은 내가 한번도 보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루나!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어, 참으면 정신 건강에 않좋으니까?” 그 말에 난 지금껏 지켜오던 마이 페이스가 허물어져 버렸다. “으앙! 라엘, 아아앙...안 울려고 했는데. 흐흑흑 ... 너 때문이야”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울어버렸고, 그런 나를 라엘은 포근히 감싸주었다. 아무말도 하지 안은채... 한참을 울던 루나는 라엘의 품속에서 울다가 지쳤는지 잠에빠져 들었고, 라엘은 루나가 일어나면 머리가 아플 것을 예상하고 치유마법과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깨끗하게 하기위해 클리어 마법을 했다. 그리고 잠든 루나의 모습을 본 라엘은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했다. “이제부터 루나에게 그 누구도 상처를 주지 못하게 할것이다. 그가 설혹 카스프록시아님이라도... 하기야 그분이 그렇게는 하지 않으시겠지! 나보다 더했으며 더했지 덜하지는 않으시니까?” 그런 말을 하며 루나를 안고 침대로 걸어가 눕혔다. 그리고 루나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더욱더 진한 미소를 지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512 5 화해 - 2 처음 본 순간부터 난 그에게 반해버렸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미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그저 동생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약혼녀 였다. 미웠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그를 빼어간 그녀가 미웠다. 그리고 카옌 왕국의 권력 핵심에 있는 공작의 딸인 나에게, 또 그분에게, 모든 이들에게 반말을 하는 그녀가 더 미웠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도 루나를 미워했었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그녀의 곁으로 끌어당겨져 있었다. 모든 것이 그녀 중심으로 돌고 있는 듯 하였다. 숲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마을에 들렀다. 많이 지친 상태라 모두들 골아떨어져 버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루나를 같은 여자라고 2인용 방에 자게 하였다. 공녀인 나와 평민인 루나와 같이 잔다는 것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몸은 많이 피곤했지만 그녀와 같이있기 싫어서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갔는데 그곳엔 내가 사랑하는 분이 계셨다. “이곳엔 왠일이십니까?” 나만을 위해 말해주는 소리에 난 이제까지의 피곤이 다 날라가 버렸다. “잠이 오지 않아서....”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는 내게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다. 루나앞에서는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웃으면서 내 앞에서는 항상 무표정이셨다. 그의 얼굴을 보며 난 난생처음 고백을 하였다. 고백을 하고 나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그는 한번의 생각도 해보지 않고 단번에 거절을 하였다. “공녀님! 당신은 절 사랑한다 해도 전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런 여행도 하기 싫었지만 루나의 뜻에 따라 왔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라시엘님의 입에선 항상 루나의 이름을 달고 사시는군요. 당신에게 루나는 어떤 존재이지요? 다른 사람들 특히 내 앞에선 항상 무표정한 얼굴을 하면서 루나앞에서는 왜 웃는거지요? 루나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에요? 제가 루나보다 못 생겨서요?” “누구 앞에서 어떤 모습을 하던지간에 그건 제 마음입니다. 아 그리고 루나가 나에게 어떤 존재냐고 물으셨지요? 루난 바로 제 삶의 의미가 되는... 바라만보면 행복해지는... 조금만 잘못 손대면 곧 깨어질 것 같은 존재! 그래서 계속해서 보호하고 이렇게... 하하하... 이런! 요즈음 제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졌는지 모르겠군요? 그럼 저는 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하며 휙 돌아서는 그분이 너무 야속했다. 그래서 난 내 신분도 돌보지 않은채 그를 뒤에서 붙잡고 울면서 물어보았다. “흐흑...한가지만, 한가지만 더! 흐흑......물어 볼께요. 당신은 루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나요? 목숨을 버릴수 있을만큼?” “공녀님! 왜 제가 당신에게 이런말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 말을 듣고 저를 단념하실수 있게된다면 말해드리지요. 전 루나를 사랑합니다. 그 누구보다도...루나를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루나는 태어나서 한번도 웃어본적 없는 저를 웃음짓게 만들었지요. 제가 섬기는 주군앞에서 머리조차들지 못하는데 회의 중에 갑자기 뛰어들어와... 주군의 예칭을 만들어 부르며 반말 찍찍갈기며 협박을하고 생때를 쓰던 당당한 모습과 한편으론 설득하러왔다가 오히려 설득당해 어벙벙한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지요? 그리고 한가지 더 루나는 강합니다. 루나를 위해서 목숨을 버리고 싶은 맘은 굴뚝 같지만 그러지 못한게 아쉽군요?” 루나에 대한 사랑만을 고수하는 그는 내게 잡힌 허리를 단번에 풀며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너무 슬퍼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정신이 들어보니 방안이었다. 침대에선 내가 미워하다 못해 죽이고 싶은 루나가 뒹굴뒹굴 거리며 잘만 자고 있었다. 달빛에 하얀 얼굴이 비춰지자 빛이 나는듯한 착각을 일으켰지만 난 그녀의 얼굴을 한대 때리고 싶다는 충동에 성큼성큼 다가갔다. 손을 위로 올리려는 찰나 그녀의 감긴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잠꼬대 비슷한걸 했는데 누군가를 많이 그리워하는듯한 그런 꿈을 꾼 듯 하였다. 루나의 눈물에 잠시 멈칫했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내자신이 너무 미웠다. 우리가 처음으로 들린 마을을 떠날 때 난 루나를 다시보게 되었다. 바람만 불면 쓰러질것같은 몸이었는데... 세상에나 소드 마스터 였다니... 믿기지가 않았지만 그럴수록 그녀에 대한 악감정만 더 깊어만 갔다. 샤이니에 갔을때는 더 심했다. 두 번째 고백을 했을때도 그라시엘님은 거절을 하였다. 그리고 거절의 말을 듣자마자 루나가 뛰어나와서 그분을 데리고 나가버렸다. 한참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갑자기 모습을 들어냈다. 감히 내가 사랑하는 님을 혼자서 독차지 하다니.... 순간 화가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버렸다. 소리가 크게 났고, 루나는 한번의 비명을 지르고, 영문을 모르겠다는식으로 날 멀뚱히 쳐다보자 그라시엘님께서 루나의 볼을 쓰다듬어 주셨다. “제이미 공녀! 이게 무슨 짓인가요? 지금껏 당신을 지켜준 댓가치고는 어마어마하군요?” 그 분께서 화가 많이 나셨는지 큰 소리로 나에게 소리를 쳤다. 순간 움찔한 난 뒷걸음을 치다가 하나도 꿀릴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나 때문에 당신의 마음을 얻을수가 없었어요! 루나만 없었으면 그라시엘님은 분명히 저와 같이 있었을 것인데?”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자는 심정으로 말을 하자 그분께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루나의 부어 오른 뺨에 치유 마법을 걸어주셨다. “천만에요! 만약 루나가 없었으면 난 당신을 만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애초에 듣지 않았나요? 루나를 보호하는 명분으로 난 이 여행에 끼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숲속에서 싸우고 있을때 루나가 가자고 했기에 만날 수 있었고 루나가 동행을 허락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너무나 큰 착각에 빠져 있군요.” 여전히 그녀를 감싸는 말에 난 오히려 그분보다 루나가 더 미워졌다. 그래서 시선을 여전히 뚱해있는 그녀에게 옮겼다. “너 때문에 내가 비참해졌어! 너 때문에...” 그말을 하자 그녀는 그라시엘님의 품에서 벗어나서 내게 다가오더니 뺨을 때렸다. 이제껏 이런 모욕을 당한적이 없어서 너무 놀라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을때 그녀의 어눌린 소리가 들렸다. “이제보니 자신의 권력으로 모든걸 이루고 살다가 라엘이 니 말에 동의 하지 않으니까 이젠 폭력까지 쓰다니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군.”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용서할수 없었다. “너 때문에 비참해졌어! 그라시엘님을 사랑하는데 ... 너 때문에 비참해졌다구?” 이말에 그녀의 붉어졌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며 입을 열었다. “너 비참한 기분을 느껴보지도 못한 것이 겨우 한번 실연당했다고 그런말을 하는거니? 진짜로 비참한 기분이 무언줄알아? 자신이 사랑했던, 자신을 사랑하던 이들에게서 잊혀져버리는 비참한 기분을 아냔 말이야? 모든이들에게서 잊혀져버리는 그런 기분을... 그래도 넌 행복한거야? 지금 여기 있는 이들에게 너는 어떤 모습으로라도 머릿속에 남아있을테니까? 그리고 널 제일로 싫어하는 내 기억에도 남아있겠지?” 그녀의 말을 듣으며 난 한마디도 할수 없었다. 하고 싶었지만 할말을 찾을수 없었다.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그녀, 그녀를 창백한 얼굴을 하고 따라가는 그라시엘님....... 언제나 헤헤 거리면서 반말을 하는 버릇이 없는 루나...에게 그렇게 커다란 상처가 있을 줄은 몰랐다. 자신이 아는 사람으로부터 잊혀져 버렸다니...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난 자살했을수도....있었을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오히려 그 슬픔을 잊어버리기 위해 더 명랑한 모습을 하며 다닌것이다. 어쩌다가 웃는 모습을 보면 같은 여자라도 반해버릴 것 같이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운 웃음속에는 슬픔이 묻어나온 것은 내 착각이 아닌 듯 하였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그녀...이젠 그분을 가로챘다고 해도 난 루나를 미워할수 없었다. 오히려 더 내 마음이 아플뿐이었다. 이제 난 어떻게 해야하지? 나로 인해 마음의 상처가 드러난 루나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그 빚을 갚을수 있는거지?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군!! 다음날 아침은 괭장히 소란 스러웠다. 물론 루나는 자고있어서 잘 몰랐지만... “샤이니스님의 축복이 있기를... 그런데 미카엘님께서 이런 누추한 곳을 왠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여관의 주인은 미카엘에게 경어를 쓰며 물었고, 미카엘은 루나의 인상 착의를 말하며 그를 만나기위해 왔다고 했고, 주인은 그를 루나의 일행들에게 데리고 갔다. “저기 있는 사람들이 미카엘님께서 찾으싲던 분의 일행들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쏜살 같이 빠져 나갔다. 미카엘은 일행들을 둘러보고 걸어가서 물었다. “저! 실례합니다만 혹시 이곳에 루나님이 계시는지요?” 일행들은 소리가 나는 쪽을 보더니 모두가 벙쩌있었다. 12대사제 중의 한명인 미카엘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던 일해들은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샤이니스를 찬향하기 시작했다. 그말이 끝나자 미카엘은 일행들을 쳐다봤는데 놀랍게도 카옌왕국의 태자와 공녀 그리고 기사단일 줄이야... 놀란 마음에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묻자, 카를이 먼저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에 더욱더 루나를 만나고 싶어진 미카엘은 루나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고 일행들은 루나의 이야기가 나오자 침울해지며 지금 자고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미카엘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그의 방이 어디있냐고 물었고 일행들은 제발 루나를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점점 참을 수 없는 인내가 그를 시험하기 시작했지만 대사제가 그만한 일로 화를 낼수도 없는일이고 아직 자고 있는 숙녀의 방에 난입한다는 것은 않될말이었으므로 기다리다가 문득 자신이 어제 보았던 검은 머리의 청년이 없다는 것을 느낀 그는 일행들에게 라엘의 행방을 물었다. “혹시 루나님과 같이 다니던 검은 머리의 청년은 여기에 없습니까?” 그 말에 맥이 일행들을 대표해서 대신 말해줬다. “그 분께서는 지금 루나와 같은 방에 계십니다.” 맥의 말에 미카엘은 뒤통수를 한방 얻어 맞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어떻게 숙녀가 외간 남자와 같은 방을 쓴단말인가? 그때 카를이 말했다. “미카엘님!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십시오! 그라시엘님은 루나의 방에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안으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신지...” 미카엘이 뒷말을 흐리자 카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라시엘님과 루나는 약혼한 사이입니다. 그리고 어제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현재 그라시엘님께서 같이 계신 것 뿐입니다.” 이 말에 미카엘은 깜짝 놀랐다. 보기에 괜장히 어려보이는데 벌써 약혼을 했다니... 미카엘이 경악하고 있을때 다른 한쪽에서도 경악을 하고 있었다. “꺄악, 이게 뭔일이야? 라엘 너 빨리 않일어날래?” 나의 커다란 외침에 라엘은 눈을 떴다. 오늘은 라엘이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나보다 더 늦게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자신이 루나 방에서 자고 있다니? 어제 루나를 눕히고 갈려고 했는데, 혼자 두기 뭐해서 옆에 앉아 이었는데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같은 침대에서 루나를 안고 있는게 아닌가? “라엘! 너 빨리 손 안 풀어?” 나의 말에 라엘은 빨리 손을 풀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봤다. “루나! 이건 말이지 사고야!!! 너두 알지? 내가 이런 일은 벌이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야?” “시끄러워! 으앙...남자와 같은 침대에서 자다니... 아아앙...이건 있을수 없는 일이야!... 같은 침대를 쓸수 있는 것은 바로 결혼한 그러니까 내 낭군님 뿐이라고...으아아앙.. 라엘이 책임져! 아아앙...” 하고 계속 나는 울어재꼈다. 내가 한 말을 듣고 라엘은 오히려 기쁘다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그래! 알았어, 내가 이제부터 루나를 책임 질께?” 그 말에 순간 어벙해진 나는 라엘을 쳐다보며 말했다. “라엘, 뻥치지마! 너 또 나 놀리는 건지 누가 모를줄 알아! 어서 현실적인 대비책을 말해보란 말이야?” “그런게 있을리 없잖아, 그래서 내가 너를 책임지겠다는데, 그게 잘못된거야?” 라엘의 말에 난 더욱더 어이가 없었다. “니가 날를 책임지겠다니, 어떻게 책임질건데?” 내가 한말을 듣더니 라엘은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당연히 루나랑 같이 알콩달콜 살면되는 것 아니겠어?” “싫어! 확 카스나 그 외의 똘만이들한테 꼰질러버릴수가 있으니 절대로 이 일은 알려지지 않도록 해! 그럼 내가 특별히 넘어가 주지.” 나의 말에 라엘의 얼굴을 창백해졌다. 만약 카스나 그 외의 똘만이들한테 이 사실이 알려지면 분명히 뼈도 못추린다는 것을 이미 많이 경험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처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어 루나는 내가 싫은거야?” “응, 싫어...맨날 놀리기만하고, 사람들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들고...” “하지만 그렇게해야만 니가 다른 인간들하고 사이좋게 지낼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안배한 것인데...” “그 그랬어? 진작에 말하지? 난 또 라엘이 나를 싫어해서 짖꿎은 장난을 하는 줄 알았는데...하지만 네 장난은 도가 지나치지 않아? 그리고 신답지 않게 거짓말도 많이 하고, 전에 내가 카스한테 반말하면서 대드는 모습이 어쨌다고...?” “루나! 그건 사실이야! 널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난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데?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일거야! 그러니까 니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 선물도 많이 주고 하는 것 아니겠어? “에이, 몰라 니 맘대로해! 난 머리 복잡한건 딱 질색이니까?” 그 말을 하며 나가려는 난 침대에서 일어나자 마자 앞으로 몸이 쏠렸다. 순간 라엘은 나를 안더니 자신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난 자신의 위에 포개어 넘어졌다. “루나! 왜 그래? 무슨일 있어?” 라엘의 정면을 보자 왠지 모를 긴장감이 서렸다. “아...아니! 그게 말이지! 갑자기 손이랑 다리에서 힘이 탁 풀려버려서 말이지. 걱정하지마! 내가 인간이었을때도 잠자고 일어나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었으니까?” 내 말에 다시 웃으며 말했다. “일어날 수 있겠어?” “못하겠어! 어떻게 하지?” “걱정하지마! 내가 식당까지 안고 가줄께.” 라엘의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나를 안고 방문을 나섰다. “라엘! 아래로 가는 동안에 좀 잘게?”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잠의 세계로 빠져 버렸다. 이런 루나를 보며 라엘은 피식 웃고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는데, 그곳에서는 뜻밖의 인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루나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다가 계단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그곳을 바라보니 그라시엘이 루나를 안고서 내려오고 있는게 아닌가? 이 모습을 본 미카엘은 얼굴을 붉혔지만 나머지 루나의 일행들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라시엘님, 루나가 또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나요?” “아닙니다. 루나가 갑자기 팔 다리에 힘이 없다며 쓰러지는 것을 겨우 받아내어 아래로 오고 있는 동안에 다시 잠들어 버린것입니다.” 라엘의 말에 일행들은 피식 웃으며 또다시 한마디씩 했다. “역시! 루나야, 몇 달에 한번 넘어지기도 힘든데, 꼬박꼬박 하루도 안빠지고 넘어지는 위기에 쳐하다니 말이야?” “저~그런데 루나님은 괜찮은 것이겠죠! 팔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면서요?” “아아! 그건 걱정할것이 못됩니다. 루나에게서는 그냥 한번씩 잔병치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니까요.” 루나를 걱정하는 카리스의 말에 라엘은 걱정하지 말라며 말했다. 그리고 루나를 쳐다보다가 앞을 보니 별로 반갑지 않는 인물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미카엘! 이 곳은 왠일입니까?” 라엘의 말에 미카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샤이니스님의 축복을... 전 루나님과 그라시엘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미카엘의 말을 들으며 라엘은 루나를 안은채 위자에 앉으며 말했다. “무슨일로....”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그 할 이야기란 것이 무엇입니까? 혹시 또 루나의 검을 노리는 것입니까? 정말이지 신전의 신관들과 성기사들은 썩을때로 썩었군요?” 그 말에 일행들은 표정이 어두졌고, 미카엘이 오면서 같이온 성기사들도 표정이 그리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미카엘만은 그 미소를 그대로 고수하고는 라엘의 말에 답했다. “어찌 그런일을 하겠습니까? 전 다만 루나님과 그라시엘님의 여행 동지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흥!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요? 그리고 여행 동지라니? 제가 그것을 허락하리라 생각하십니까?” “물론 아니지요! 듣자 하니 여러번 기습을 받았다 하던데... 그것도 세이츠 왕자님께 말이죠? 하지만 저와 같이 동행을 하시게 되면 여기있는 카를로스 태자 전하의 입지가 더욱 굳어져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왕위 계승은 쉽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 왕국은 국왕께서 지병이 악화되어 승하 하시게 되기 일보직전이라는데, 지금 태자 전하께서는 여기있고, 세이츠 왕자님은 수도에 있으니...” 미카엘의 기나긴 설명을 늘어놓는 동안에 나는 겨우 잠에서 깨어나서 미카엘에게 말했다. “싫어! 갈려면 너 혼자가! 그리고 또 한가지... 난 네 상판때기도 보기 싫으니까 어서 신전으로 돌아가버려?” 이 정도면 왠만한 인간들은 뚜껑이 열렸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은 계속웃으며 말했다. “제가 가면 여기있는 태자 전하의 왕위계승이 더욱 쉬워지는데요?” “카를이 그냥 왕자가 아니구 태자였어?” 이 말을 하며 얼굴을 돌려 카를을 보자 그는 머리를 숙여버렸다. “아항! 그럼 우릴 속였다고 생각해도 무방하겠지? 맥!” 나의 말에 맥도 고개를 푸욱 숙였다. “아참! 그리고 우린 어차피 이 일행들의 수도 입성할때가지만 같이가기로 했고, 카를이 왕이되든 말든 상관없으니까 미카엘 너의 협박은 안 들은 것으로 하겠어.” 내 말에 미카엘은 조금 놀랍다는 식으로 말했다. “아니! 친우이신 태자 전하께서 왕이 되시면 루나님에게 이로울텐데요?” “전혀 상관없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난 수도까지 가고 나서 다른 곳으로 갈거니까 신경끄고 어서 가보라니간 그러네?” “왜 그렇게 저와의 동행을 싫어합니까?” 미카엘의 질문에 뻔한 걸 왜 묻냐는 식으로 말했다. “그 이유는 니가 더 잘알잖아! 어제일 때문에 감정 상해서 싫어! 사람의말도(?) 개떡 취급하는 너희들은 신탁도 개떡 취급하겠지! 안 그래? 어떤 신을 섬기든지 말이야? 그 중심은 인간을 위해 돌아가는데 너흰 한 인간의 소리를 묵사발로 만들었어! 난 그런 너희들의 이중성이 싫어! 겉으로는 엄청 착해빠지고 속은 능구렁이 몇 마리가 똬리를 틀고있는 너희들을 말이야?” 하기도 싫은 말을 해서 그런지 목이 말라 앞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그의 시선을 외면 한 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그런지 미카엘은 잠시후에 다시 보자는 말과 함께 여관을 나갔다. 그런 모습을 보던 일행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성화를 부렸다. “이게 무슨짓이야! 미카엘님이 같이 가겠다는 행운을 발로차도 유분수지?” “시끄러워! 너희들도 입 다물고있어! 우릴 속인 주제에... 미카엘과 동행하고 싶다면 가서 사정해봐? 물론 우린 이후에 따로 길을 가겠지만! 그리고 미카엘이 동행하고자하는 이유는 너희를 도와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라엘을 따라오겠다는 말이야!” 이 말을 남기고 일행들은 침묵에 잠겼고 난 나대로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뭔지 모를 어색함이 몸을 감싸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그 이유를 알아냈다. 내가 라엘의 품에 안겨 있었다니? 거기다가 그걸 모른채 미카엘과 말싸움까지... 이런저런일에 신경을 쓰다보면 먹지 못하는 법. 난 다른 의자에 앉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라엘! 수도까지 몇일 걸리지?” 내 말에 라엘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아주 아주 조금 남았어! 말로 쉬지 않고 달리면 2-3일내에 도착할거야!” “그래! 그거 듣던중 반가운 말이군! 거기까지 갔다가 다른 왕국으로 가자고?” 말을 하며 라엘을 쳐다보자 라엘은 웃기만 했다. “야! 너희들 안 먹을꺼야? 지금 이순간에도 먹지 못해 영양실조라든가 아님 죽어나가는 이들이 부지기수인데 너희들은 이 음식을 남기겠다는 것인가? 이제 왕이 될 인간이 백성들의 고달품을 모른채 할거야? 빨리 먹어, 이런 음식도 못먹어본채 죽는 이들도 있으니 감사히 먹으라고......” 나의 기나긴 설명을 들으며 일행들은 감탄에 마지 않으채 먹기 시작했다. 그 시대에는 여자들은 그저 집안일만 하면 될뿐더러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귀족집인의 여식들은 그저 신부수업만 받고, 다른 곳으로 정략결혼의 도구로 이용될뿐 이었다. 그런데 이 소드 마스터이기는 하지만 여자인 루나가 제왕들이 보는법한 책의 내용중 한 일부분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행들은 그녀가 신분을 숨긴채 여행하는 왕족쯤으로 여겼다. “카를 너가 태자라며?” “응! 맞아” “그럼 왕이 되겠네?” “그럴지도...” “그럼 한가지 충고하지! 니가 왕이 되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라!(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기억이....) 너도 알다시피 국민이 있기에 나라가 있고, 국민이 있기에 왕이 있다. 왕이란 그저 국민들을 억압하는 사람이 아닌 그들을 보호해주고 아껴주어야 한다. 물론 너무 아껴주고 보호해주는 것은 그들의 자만심을 키우기만 한다. 그러니 그것은 네가 알아서하고, 이런 한가지만 말해주려거 했는데, 너무 길어져 버렸군. 너희 나라도 귀족들이 많이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세습제이겠지! 그들의 세습제는 인정하되 절대로 능력없는 이들이 판을 치지 않토록하고 능력만 있으면 국민들중에 뽑아서 그에게 걸맞는 작위를 주고 그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 세상에는 능력이 있으나 신분 때문에 그들의 꿈을 펴보지 못한채 지는 꽃들이 많거든. 내가 아는 세상에서는(판타지 소설에서 본 세상) 귀족이라도 능력이 없으면 그 가문은 서서히 잊혀져 버려! 그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지! 그래서 그들은 엄청난 수련을 계속해서 하고 또 열심히 공부를 해서 자기 집안을 이끈다. 그러니 능력이 없으면서 국민들의 고혈만 빼먹는 귀족들은 가차없이 떨쳐버리는게 좋을거야?” 내가 생각해도 지금껏 말해본 것 중에 제일로 긴 설명을 한 것 같았다. 힘들긴 했지만 이것으로 카를이 왕이 되어서 현명하게 나라를 다스린다면 더 바랄것이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일행들을 쳐다보니 모두가 벙쩌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난 윗층으로 올라갔다. 왜 냐구? 이제 가야되니깐 짐 쌀려고...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470 6 화해 - 3 루나가 나가버린 식당의 일행들에게 한가닥의 찬바람이 불어와서 그들의 정신을 깨웠다. 모두들 루나의 설명에 감탄을 하고 있었다. “나도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루나가 깨우쳐주는 구나! 이제부터 왕이 되면 루나의 충고대로 나라를 다스려야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언제나 사고뭉치인줄로만 알았지, 이런 고귀한 말을 태자 전하께 말해주다니! 이건 틀림없이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는 선물이 아닐까요?” 그 들의 말에 라엘은 혼자 속으로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 그에게 공녀가 질문을 했다. “그라시엘님! 혹시 루나는 신분을 숨기고 여행을 떠난 공주가 아닌가요?” 공녀가 말을 하자 모두들 자신에게로 시선이 쏠리는 것을 느낀 라엘은 간단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그런 말들을 할 수 있었던건가요?” 이 말에 라엘은 역시 간단하게 말했다. “루나의 능력이겠지요.” 라엘의 일행들로부터 질문 공세가 시작할 무렵 나는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지금 뭐하는 거야! 얼른 짐 않챙겨?” 나의 말에 일행들은 허둥지둥 일어나 어기적 거리며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가냐? 오냐? 오늘내로 올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일행들을 쏜살같이 위로 올라가 짐을 챙겨 위로 올라갔고 라엘은 자신을 도와준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라엘! 아침에 밥 잘못 먹었어? 왜 그렇게 미소짓는거야?” 나의 말에 라엘을 멋쩍은 듯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 하고 이 때에 일행들은 모두 내려와 있었다. 그때 공녀가 나가려는 나를 잡고 말했다. “루나! 어제일은 정말이지 미안해! 용서해 줄거지?” 공녀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제 무슨일 있었어? 난 기억이 않나는데 말이지.” 이 말에 공녀는 웃으며 나의 손을 잡고 화해를 했고, 나 역시 그 동안에 공녀를 못살게 군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리고 공녀의 한마디... “루나! 어디가서든 함부로 웃지 않는게 좋을꺼야! 특히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이런 이상한 말을 하고 나서 공녀는 밖을 나갔고, 나는 한참을 생각한 후에 무슨 말이지 몰라서 머리를 긁적이며 라엘등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당연한 듯이 라엘의 말에 타고 출발을 했다. 샤이니를 조금 지나치자 앞에 어떤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기척이 들렸다. “모두 멈춰! 거기 앞에 있는 놈은 뭐야? 정체를 밝혀라, 안 그럼 오늘 기분도 꿀꿀한데 싹 쓸어버리는 수가 있어?” 내가 거기까지 말하자 일행들은 모두 검을 뽑아들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앞에서 나온 인물은 꽤나 낯이 익은 놈이었다. “야! 보기싫은 상판때기를 이제야 않봐서 후련하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왜 여기에 있지?” 꽤 거친 말을 했는데도 여전히 보기싫은 상판때기는 웃으며 말했다. “아까 저희들을 동행으로 삼아주시지 안겠다고 하셔서 따라가려고 있는겁니다. 따라가는 것은 동행이 아니니 신경쓰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십시오” 보기싫은 상판때기의 말을 듣고 그래 너 맘대로해라 하는 식으로 그냥 지나쳐 말을 몰았다. 그러자 그 인간이 또 내 뒤통수에다 대고 말을 하는게 아닌가? “이야! 이거 너무한데요? 아무리 제가 미워도 그렇지 말도 않하고 지나치시다니요?” “시끄러! 한번만 말하면 니 신성력을 없애버리는 수가 있어?” 난 협박아닌 협박을 하고 계속해서 갔다. 역시나 내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뒤쪽에서는 조용해졌다. 일행들이 나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한번 패닉 상태가 되어버렸기 때문일것이다. 어떻게 인간이 신관의 신력을 없애버릴 수 있겠는가? 나는 그 말을 하고 잠시동안 생각해 봤는데 일행들이 들으면 오해의 소지가 다분히 있을 것이라 사료 되어 다시 말을 바꾸었다. “내가 특별히 샤이니스님에게 기도를 올려서 니 상판때기 좀 않보이는 곳으로 치우라고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구.” 나의 말발에 일행들은 패닉 상태에서 빠져나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 보기싫은 상판때기 즉 미카엘과 성기사들을 바라보았다. 미카엘은 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루나님께서 진짜로 샤이니스님께 기도를 한다면 저는 여기에 있을 수 없을 테니까요.” 미카엘의 말에 일행들은 그가 나의 말에 장난을 치고 있는줄 알았지만 실제로 그럴꺼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뭐 기도는 고사하고 그냥 이름만 부르면 끝이겠지만... “야! 보기싫은 상판때기 질문하나 하지! 왜 우릴 따라오는 것이지?” 이 말에 미카엘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이름은 보기싫은 상판때기가 아닌 미카엘 입니다. 그리고 따라오는 이유는 그냥 호기심이라고 해 두지요” “그래! 그럼 어제 있었던 일은 입단속을 잘 시켯겠지? 거기 있는 성기사도...” “물론입니다. 누구의 부탁이라고 거절을 하겠습니까? 그 소문이 나면 저나 여기 있는 성기사들도 괴로워질께 뻔하니까요.” 미카엘의 말을 듣고는 아무말도 않은채 앞 만 바라보았다. 미카엘과 이야기하다가는 입만 아플께 뻔하니까? 좀 늦은 아침에 출발했기 때문에(나의 늦잠으로) 원래의 계획보다는 상당히 뒤쳐져 있어서 일행들은 더욱더 속력을 내었다. 라엘의 말로는 이 근처에는 마을이 없다고 했으므로 오늘은 또 노숙을 해야만 했다. 모르는 인간들은 노숙이 재미있겠다고 말하겠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게 아니었다. 밤중엔 추워서 덜덜 떨어야 했고, 음식도 자기가 직접해야하고, 또 일어날땐 온몸이 않아픈 곳이 없다. 조금씩 움직일려고 하면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난다. 생각보단 낭만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 책에서는 노숙만큼이나 재미있는 일도 없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놈들을 싸잡아서 구뎅이에 집어넣어보고 싶어해진다. “자아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가야겠군요!” 라엘의 말에 일행들과 보기싫은 상판때기 일행은 모두 말에서 내려서 모두 자기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나뭇가지를 모아서 불을 피우고 라엘과 몇몇은 사냥을 하러 가고, 나와 공녀는 아침의 일이 있은 후로 꽤 친해져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 말을 실감하면서’ 그런데 미카엘 일행들은 태양이 지는 곳으로 무릎을 꿇더니 기도를 올리는게 아닌가? 드럽게 할일도 없는 놈들이었다. 잠시후 사냥갔던 일행들이 돌아왔고, 오늘도 어김없이 성공해서, 식사준비 팀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어느덧 고기는 모닥불에 완전히 익어 구수한 냄새를 풍기어 인간들의 코를 자극하게 만들었다. 맥이 단검으로 고기를 잘라서 일행들에게 돌렸고, 일행들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냥물을 작살내고는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라엘은 그저 가만히 하늘만 쳐다보았고, 카를은 깊은 사색에 잠겼고, 맥과 그의 똘만이들은 검을 손질했으며, 미카엘 일행은기도를 한놈도 있고, 검을 손질하는 놈도 있고, 각양각색 이었고, 공녀는 그저 불만 쬐고, 또 나의 똘만이들은 보법을 완전히 마스터해서 이제는 정신집중 훈련을 가르쳐서 거기에 집중했고, 난 나대로 카스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 카스와 그저그런 이야길하는 것도 질려서 ‘바이바이’라는 말을 남기고 눈을 떴다. 여전히 할일이 없어진 나는 샤이닝과 대화를 시도했다. ‘샤이닝, 너 말이지! 언제 만들어졌냐?’ ‘전 그러니까? 한 300년정도에서부터 계속 만들어져서 주인님께서 태어나신날 저도 완전히 태어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저와 주인님은 같이 태어나신거에요.’ ‘그래, 근데 검을 하나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는것 같은데?’ ‘그건, 신검은 만들기 어려워요. 그리고 거기다 만든 신의 권능을 부여하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하겠지요.’ ‘신검은 신만 말들 수 있다라는 말이군. 카스도 만들 수 있을까?’ ‘물론이지요. 그분께서 검을 만드시면 세상 어느검도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겠지요.’ ‘헤헤헤, 나중에 카스한테 부탁해야겠군.’ ‘안돼요.’ ‘왜?’ ‘나중에 저는 쓸모없다며 버릴것이잖아요! 검사는 더욱더 뛰어난 검을 지니기 원하니...?’ ‘걱정마라! 내가 미쳣냐? 샤인의 권능이 깃든 널 함부로 대하게... 아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갑자기 잠이오니 잠이나 자야겠다. 샤이닝~~바이바이’ 를 외치며 샤이닝의 대답도 듣지 않은채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어제 난 여신이 강림한줄 알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여신이..... 그리고 옆에는 아주 잘생기신 남자분이 계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 보니 분명히 같이 여행을 하는 동료일것이다. “와우~~~ 어마하게 크다! 어떻게 저런 커다란 건물을 돌로 만들었을까?” 듣는 이로부터 기분이 좋게 만들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감동 그 자체였다. “저 건물을 약 500년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완성할때까지 200년이 걸렸습니다.”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그녀와 그 남자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면에서 보니 내가 모시는 샤이니스님보다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전 루나라고 여기에 관광차 들렀습니다.” 상큼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는 내가 소개를 했는데 왜 너는 아무말도 하지 않냐? 하는 식으로 쳐다보는 듯 하였다. “안녕하세요. 전 샤이니스님의 영원한 종인 마카엘이라고 합니다.” “아!! 신관이구나? 저쪽에 있는 남자는 그라시엘이라고 하는데, 미카엘은 이곳 신전에서 살고 있나보죠?” 루나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에게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하! 그러세요? 우린 신전을 구경하기위해 와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면서 그냥 뒤돌아선 여신의 아름다움을 지닌 루나양 ‘후훗... 보통 사람들은 날 보고 먼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내 정체를 몰라서 그러는걸까? 하지만 과연 이곳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건 그렇고 정말로 흥미로운 사람들이야!!! 음...이제 예배 시간이 되어가는 것 같으니 나도 몸을 움직여야 겠군!’ 샤이니스님의 종인 난 12대사제중 한명. 어릴적부터 신전에서 자라온 난 견습 사제를 거쳐 정식 사제가 되었고, 열심히 기도를 올리던 중 샤이니스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후로 난 고위 사제가 되었고, 최연소 대사제가 되는 행운을 낚아챈 인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그들 뒤를 따라가게 된 난 도중에 나를 호위하는 성기사들과 같이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예배당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내가 들어서자마자 조용해졌다. 그리고 루나와 그라시엘이라 이름을 밝힌 사람은 나를 잠시 보다가 못본척 하였다. 생각할수록 신비한 인간이랄까? 하하하...이정도면 내 정체를 알수 있을텐데...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내겐 할일이 있으니깐!! 정신 집중을 해서 샤이니스님께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순간 신성력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보니 루나양의 검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다. 환상인줄 알았는데 그걸 나 혼자만 본게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보았다. “저, 아까 만나뵜던 분들이군요! 루나양! 당신의 검을 보고 싶은데 보여주실수 있죠?” 조심스럽게 말을 붙이자 그녀는 딱잘라 말했다. “싫어요! 왜 내가 당신에게 검을 보여줘야 하나요?” 순간 당혹해했지만 난 다시 말을 붙여볼려고 하는데 성기사들에 의해 막혀버렸다. 왠만한 인간이라면 성기사의 말에 끔뻑 죽을텐데 루나는 엄청난 말빨로 그들을 굴복시켜버렸다. 그리고 그뒤의 그라시엘이라 하는 남자는 오히려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상황이 악화되어 가자 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원으로 먼저 그들을 보냈고, 난 예배 드리던 것을 마저 하고 뒤따라 갔다. 그곳의 분위기는 썰렁하다못해 서리가 내린 듯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할까? “자! 미카엘, 우린 아무 잘못없으니까 빨랑 우리를 보내줘! 아님 무력도 불사하겠어?” 루나양의 입에서 반말이 나왔지만 난 개의치 않고 내 호기심을 자극한 검을 보고 싶었다. “아까 성기사들이 당신에게 검을 들이댄 것은 제가 사과 할께요! 그리고 제 말을 하나만 들어주시면 숙소로 갈수 있게 해줄께요?” “그래? 그럼 어서 말해, 난 아주 긴 것을 싫어하거든?” 그녀와의 실랑이를 펼치던 중 흥미롭게 쳐다만 보던 그라시엘이란 남자가 따분해 졌는지 우리에게 톡 쏘아붙여 줬다. 그리고 루나와 눈빛으로 뭐라 말하는 듯 하더니만 검을 내게 보여줬다. 검을 본 순간 난 그곳에 약간의 신성력을 쏟아내자 검이 그것을 빨아들여버렸다. 이로써 난 알수 있었다. 이검이 샤이니스님과 관련이 있다는것을.... 샤이니스님께서 부여하신 신성력을 빨아들인다는 것은 중대한 사건이니깐!! 이 검만 있으면 이 대륙의 모든 권력을 거머쥘수 있는 사람이 될테니..... 즉 샤이니스님과 같이 대접을 받을수 있으니까!! “역시나! 이 검은 샤이니스님의 권능이 깃들어져있었어?” 혼잣말을 하고 있을때 검을 돌려받은 루나양은 검집에 채웠다. 아니 이제부터 루나님이라 불러야 하나? 샤이니스님의 권능이 담긴 검을 가지고 있으니 그분과 분명 연관이 있을테니..... “어떻게 샤이니스님의 권능이 깃든 검을 어디서 구했지요?” “내 생일 선물로 받았을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럼 난 니가 원하는 데로 해줬으니 이만 가볼까 한다. 설마 남자가 한입가지고 두말 하는건 아닐테지? 라엘 그만 가자.” 내 질문이 귀찮았는지 그대로 몸을 돌리는 루나님과 그라시엘님... 하지만 탐욕에 물든 한 성기사에 의해 길이 막혀버렸다. ‘요즘 성기사는 어떤 기준으로 뽑았는지.. 어떻게 저런자를 성기사로 뽑았지? 이번에 성기사를 뽑은 사람들에게 징계를 내려야겠군!!’ 성기사와의 설전에서 또 승리를 거둔 루나님!! 하지만 그 성기사는 이제 말빨로 되지 않으니깐 이젠 뭐라고 해야하지? 속된 말로 몸으로 부딪힌다고 해야하나? 내가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검을 뽑다니... 성기사들도 썩을데로 썩었군... 그때 또 한말빨을 발휘하는 루나님은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왔지만 지금의 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그 눈빛을 보지못했다. “샤인! 어떻게 좀 해봐?”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루나님!! 생각을 하느라 한순간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 난 대체 샤인이 누군가 하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난 너무 놀라서 자동적으로 무릎이 꿇렸다. “미안해요! 루나님 이들은 나를 받드는 인간이 아닌 그저 사리사욕을 채우기위해 내 밑에 있었던 인간 입니다. 루나님을 괴롭히다니 도저히 참을수 없군요! 아, 그라시엘님도 와 있었군요? 당신들의 여행을 망쳐놨으니 벌을 내리기로 하죠.” 샤인이 샤이니스님을 가리키는 말일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항상 목소리만 듣어왔지 직접 현신한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오늘에서야 그런 영광을 얻을수 있었다. “나의 영원한 종인 미카엘이여! 이 인간은 자신의 목적만을 위해 여지껏 살아왔으니 알아서 벌을 내리도록..” 짧디 짧은 말씀이었지만 그 말속에 숨겨져 있는 권능에 난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 샤이니스님이 신계로 돌아가신 것을 확인한 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샤이니스님을 어떻게 아냐는 질문에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고는 입단속을 시킨 루나님은 마법으로 사라져버렸다. 루나님이 사라진 후 난 탐욕에 물든 성기사를 그 자리에서 파직 시켰다. “루나님이 어디에 묵으신지 빨리 찾아라!” 옆에 있는 성기사에게 명령을 내리고 신전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성기사들의 정보를 종합해서 한 고급스런 여관에 묵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자 난 지체하지 않고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만나는 사람에게 축복을 해주느라 조금 힘들었지만 꿋꿋이 참고 여관내로 들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뜻밖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카옌 왕국의 태자와 공녀, 게다가 기사단까지....루나님의 일행들은 참 화려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곳엔 루나님이 계시지 않았다. 알아본바로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다는것뿐... 게다가 약혼자인 그라시엘님과 함께.... 한참을 기다린후 그분들을 만나뵐수 있었다. 나의 용건은 단 한가지..... 루나님이 가지고 계신 검을 어떤 경로로 소유하게 되었는지 밝혀내는것... 그래서 동행의 의사를 밝혔는데... 단번에 거절당했다. 그리고 루나님에게 보기싫은 상판때기만 말을 듣었다. 하지만 기분이 나빠지지않는걸로 봐서 악의없는 말인 듯 보였다. 끝내 거절을 하는 바람에 난 최후의 수단을 썼다. 바로 기다렸다가 같이 가는것.... 후후후!! 하지만 그것도 금방 들통이 났다. 루나님의 귀와 눈을 속일수 없었는지 우리가 숨어 있는 장소를 알아맞히는 바람에.... 우여곡절끝에 동행 비스므리한 것을 허락 받았고, 같이 여행을 하고 있었다. 짹 짹 짹 ‘이놈의 땅에는 새도 드럽게 많네?’ 이런 말이 머릿속에서 울린 즉시 눈을 떴다. 그리고 벌떡일어나 국민체조를 해서 몸을 푼다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나를 보는 일행들의 눈이 심상치 않게 빛나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왜 루나의 가면을 쓰고 있는거지?” 맥의 말에 순간 얼떨떨해진 나는 맥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루나는 이제껏 스스로 한번도 일어나본적이 없는데... 빨리 정체를 밝혀라?” 난 그런 맥을 보며 손을 들어 목 앞에 올리고 쓰윽 긋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맥! 이참에 죽고 싶어서 안달났어? 내가 일찍 일어나면 뭐가 어때서 그래? 한번쯤은 일상 규칙을 깨보는 것도 신선해서 그냥 일어났는데 뭐가 불만스러운거야? 확 열받치면 그대로 세상구경 다하는 줄알아?” 협박조로 말하자 맥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루나가 확실하군. 그 거칠은 말투를 들어보니 말이야? 안 그런가! 자네들은...” 하며 자신의 똘만이들에게 질문을 하는게 아닌가? 그리고 질문에 답을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나 못참아! 야, 카리스외 두명! 빨랑 저놈들 작살내버려?” 열받쳐서 하는 말을 내 똘만이들은 씹고만 있었다. “치! 그래 그래, 조금이라도 마음 너그러운 내가 참지! 화를 내면 육체건강과 정신건강에 않좋으니까?” 마지못해 말을 하고는 샤이닝을 뽑아서 앞을 향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일행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루나! 약간 놀렸기로서니 검을 뽑다니? 아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참는다고 했잖아?” 카를의 말에 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야! 난 그냥 검을 손질하려고 빼낸거 뿐야? 쳇,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그말이 꼭 이짝이구만! 그런데 라엘은 어디있는거야?”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안심을 하던 일행들은 라엘의 행방을 묻자 산책하러 다른곳을 둘러보러 갔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샤이닝을 쳐다보던 나에게 보기싫은 상판때기가 곁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루나님 사실대로 말씀해보십시오! 그 검을 어떻게 소유하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난 그말에 대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샤이닝을 집어넣으며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은 끈덕지게 물어봤다. 초장부터 열이뻗혀있던 나는 미카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자꾸 귀찮게 굴래?” “귀찮게 구는게 아니라 그저 어떻게 소유하게 되었는지 묻고싶은 것 뿐입니다.” “이건 샤인이 준 선물이야! 정 못미더우면 샤인한테 물어봐.” 꽥꽥지르는 소리 때문에 라엘이 갑자기 달려왔고 일행들도 시선을 돌려 이곳을 쳐다봤다. 그리고 미카엘을 호위하러 온 성기사들도 마찬가지로... “루나! 무슨이이야? 갑자기 소리를 지르다니?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까지는 큰소리를 안냈잖아?” 라엘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냥! 보기싫은 상판때기가 자꾸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바람에...샤이닝에 대해 물어보니까 말이야?” 그 말을 듣던 라엘은 안색을 굳히고 미카엘에게 말했다. “이 검을 루나가 말한대로 선물을 받은겁니다. 그러니 더 이상 루나를 귀찮게 하지 마십시오. 보아하니 이 검 때문에 동행을 하자고 말한 것 같은데...” 라엘의 한 말빨에 미카엘은 묵묵무답으로 시선을 떨쳤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카를의 일행이 혼란스럽다는 얼굴을 하며 물었다. “미카엘님! 대체 저 검이 무엇이길래 그러십니까?” 카를이 묻자 미카엘은 그저 씨익 웃으며 말을 하지 않았다. ‘으이그! 지겨워! 무슨 즐거운 여행이 이래? 차라리 환계에 있었으면 귀찮지는 않지???’ 이런 생각에 젖어 있을 무렵 공녀가 내옆에 서더니만 마카엘에게 한마디 하는게 아닌가? “미카엘님! 무엇때문인지는 몰라도 더 이상 우리 루나를 핍박하지 마십시오. 어찌 성직에 몸담고 계시면서 레이디에게 그런 말을 하시는건지 정말로 이해가 가지않군요.” 공녀는 이말을 하고 미카엘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나를 끌고 자신이 있었던 곳으로 가버렸다. 그런 공녀의 모습을 본 일행들은 믿겨지지 않은 듯이 계속 공녀를 쳐다봤다. 지금까지 서로 원수대하듯 하더니... 그런일에 신경쓸 여력이 없는 내 똘만이들은 불에 어제 먹다만 고기를 굽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전투 상태에서 대치한던 이들은 먹을 것 앞에 다시 화해모드로 돌변했다. ‘역시 인간이란! 나도 한때 인간이었지만, 이해가 가지 않아?’ 속으로 생각을 하며 야영하던곳을 치우고 다시 말에 올라타 카프로스로 출발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이들과의 동행이 끝나니 얼마나 기쁜가?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무르익고 있었다. 몇일을 죽어라 달렸더니 저 멀리에 있는 카프로스가 보였다. 지금까지 거쳐본 도시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물론 거쳐온 도시가 별로 없었지만.......말이다. 규모가 상당히 컸고 사람들도 많아 활기차보인다고 할까? 생명력이 강하게 느껴지는 따스한 정이 있는 도시인 듯 하였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561 5 카프로스에 입성 - 1 ‘그런데 저곳의 이름이 카프로스라고 했지, 왠지 내가 아는 놈의 이름하고 상당히 유사해 보이네! 카프로스... 라엘 저 도시 이름이 카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 같지 않아?’ 갑작스런 나의 전음에 라엘은 놀라면서 말했다. ‘맞아! 도시 이름은 카스프록시아님의 이름에서 따 온거야.’ “그래? 그렇구나! 그럼 라엘은 카프로스에 가본적 있어?” “물론” 이 말을 끝으로 일행은 수도안으로 진입을 했다. 수도로 갈 때 경비병들이 막아섰지만 우리에게는 든든한 빽(카를과 제이미,미카엘)이 있어서 인사까지 받으며 들어올수 있었다. 한 나라의 수도라서 그런지 뭐가 달라도 달라보였다. 전에 간 샤이니보다 활발해보였다. 카프로스에 진입을 하자 마자 난 일행들에게 내 실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어리둥절해 하는 일행들을 위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원래는 여기 오자마자 그냥 뜰려고 했는데 도시를 둘러보고 싶거든? 그러기위해서는 웬지 카를의 빽이 필요해서 말이지, 그만큼의 대가를 해 주겠다 이 말이지! 내 말 알아듣겠지!” “그러니까 니가 이 도시에 있는 동안 네 힘을 약간 쓰고, 또 내가 필요할때는 언제든지 날 도와 주겠다는 말이야?” 카를의 약간 벙쩌있는 말투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카를은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고맙다라는 말만 연달아 하기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말하더니 곧 궁전에 가 보아야 한다고 서둘러 갔다. 카를 일행이 갈 때 위험한 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라엘을 붙여 주었다. (라엘은 그냥 맥의 말위에 올라탐) 그렇게 카를 일파와 미카엘 일파가 궁으로 가자 제이미 일파와 나와 똘만이들만 남게 되었다. “제이미! 난 이곳에서 여관을 잡을테니까 말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제이미는 내 말 고삐를 움켜 쥐더니만 그대로 말을 타고 달려가는게 아닌가? 아직도 난 승마술을 배우지 못해서 그대로 말을 껴안고 눈을 꼭감으며 말했다. “야~~ 너~ 이게~~ 무슨~~ 짓이야~~! 빨리~~ 멈춰~~~?” 한참을 그렇게 달려가더니만 내 말이 통했는지 멈춰섰다. “제이미! 이게 무슨...” 여기가지 말하고 할 말을 잃어버렸다. 지금 내 앞에는 어마어마하고 으리으리한 집 이라고 말하기 어색한 궁전 쩌리가라 할정도의 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루나! 양해 없이 그렇게 말을 끌고 온거 미안해! 내가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면 분명히 여관에서 잘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이대로 우리집으로 끌고 온거야.” 제이미의 말에 난 고개만 끄덕이고만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본 제이미는 나를 툭쳐서 정신을 들게 한 다음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표정을 하고서는 나를 끌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으로 들어갔어도 본채가 나올때까지 한참을 가야만 했다. “제이미! 너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곳에서 사는 구나? 근데 왠지 쓸쓸해 보여!” 내 말에 공녀는 멋쩍은 표정을 하고 서는 말을 했다. “지금까지 이 성에 방문한 사람들은 많았어도 너 같은 말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그래! 모두들 이 성의 겉모습만 보고는 멋지다고 말은 하지만 이 성의 본질을 알아챈 사람은 너 하나뿐이야! 니 말대로 여긴 겉보기엔 이래도 괭장히 쓸쓸한 곳이지! 그 이유는 바로 이 곳의 안주인이 안계시기 때문일꺼야?” 제이미의 말에 루나는 그저 덤덤하게 반응을 하였다. “그래? 그래서 그렇구나! 하지만 이제부턴 쓸쓸해 보이지는 않을꺼야! 왜냐구? 그건 바로 내가 여기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지!” 이 말을 하며 웃어보이는 나를 보고는 제이미도 따라 웃었다. 이런 저런 말을 하는 동안에 그들을 벌써 안채에 다다랐다. 그곳에서는 아까 성안에 들어오기 전에 공녀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이 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루루 물려나와 환영의 인사를 해대기 시작했다. “어서오십시오! 제이미 공녀님” “어서오세요.” 란 말이 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본채의 길다란 복도가 끝날때까지 울려퍼지고 있었다. “제이미!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너무 시끄럽잖아!” 내 말에 제이미는 빙그레 웃고는 한마디 했다. “원래는 이렇게 까지 안하는데 내가 이 나라가 아닌 머나먼 바르실미르 왕국에 갔다와서 그러나봐! 아참~그리고 말이지! 이제 우리 아버님을 만나야 하거든?” “그러냐? 그럼 나한테 그냥 방 한개만 줘! 쉬고 있을테니?” “그 말이 아니라! 너도 같이 만나야 한다 이 말이지? 그리고 네 부하들도...” 난 한참 동안 머리를 굴리다가 내 똘만이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것을 실감을 하고는 뒤를 보았는데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은신술을 쓴 것인지 아주 미세한 다른 사람들은 들을수 없는 소리가 양 옆에서 들려왔다. “너희들 그만 모습을 드러내라! 숨은다고 못찾을 줄 아냐?” 내가 말을 하자 카리스외 두명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은 경악에 휩싸였지만 나와 제이미는 이미 면역이 되어있어서 아무 일 없다는 식으로 걷기만 했다. “제이미! 그런데 말이지! 왜 내가 너희 아버님을 만나야 하는 거야?” “그야 내 제 1호 친구니까? 그리고 나도 질문이 있는데 왜 너의 실력을 숨겨야 하지?” 내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을 하며 이상하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 “그건 말이지! 내가 한 실력한다라는 말이 들려봐? 그럼 나쁜 놈들이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안을꺼야! 그러니까 숨기고 적의 동태를 살피는 뭐 그런것이지! 그리고 주인공은 항상 나중에 진정한 실력을 보이잖아(?)!! 아아.. 그런다고 걱정하지마! 니가 위험하며 처음이든 중간이든 실력행사를 하면 되니까?” 루나의 엄청나게 기나긴 말을 듣고는 속으로 웃었다. 역시 친구 하나는 잘 골랐다고... 그 생각을 할 무렵 어느덧 이 집주인이 기거하는 곳에 오게 되었다. 제이미가 뭐라 말하기전에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들어오너라.” 그 말을 듣고는 항상 이러했다는 식으로 제이미는 방안으로 들어갔고 나와 내 똘만이들도 따라 들어갔다. “수고했다. 제이미! 그런데 손님이 오신 모양이구나?” 제이미가 들어오고 나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들어온 나와 똘만이들을 늦게서야 알아챘는지 나중에 물어보았다. “아버님! 여기있는 소녀는 이름이 루나라고 하며 바르실미르 왕국에서 돌아오는 동안에 만난 여행동료이자 제 친구이고, 뒤에 계신 분들은 루나의 부하입니다.” 제이미의 소개가 끝나자 난 재빨리 인사를 하며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이미의 친구인 루나라고 합니다.” 내 말이 끝나자 똘만이들도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는 놀라며 말했다. “허허허! 제이미가 친구를 사귈 줄이야? 그리고 루나양의 부하들이란 분들도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구려?” 라는 말을 듣고 나도 한 마디 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공작님이야 말로 한 실력하게 보이는데요?” 내 한마디에 공작이 눈에 잠시동안 이채가 서리더니 사라졌다. 물론 한 시력하는 내가 그걸 놓칠리 없지! “루나양! 그렇지 않다네! 내가 어찌 그럴리 있겠는가? 그러고보니 이제 도착했으면 피곤할테니 쉬는게 좋겠군. 알렌! 이분들은 제이미의 친구분이니 편하게 모시게.” 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공작의 말을 듣고는 알렌이라는 중년의 아저씨가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갔다. 이 모습을 본 제이미도 아버님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갔다. 딸과 그의 친구등이 나간 곳을 쳐다보던 공작은 빙그레 웃으며 작게 말했다. “대단하군! 지금까지 친구를 사귀지 않던 애가 친구를 데려오다니? 그리고 루나양의 부하들도 소드 마스터급이었어! 정말이지 제이미는 대단한 친구를 사귀었군! 루나양은 자신의 부하들이 소드 마스터여서 내 실력을 알아본건가? 한 순간에 놀랐어!” 이 말을 하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는 루나의 부하들까지의 실력은 파악했지만 루나의 실력은 파악하지 못했다. 어찌 자신보다 뛰어난 이들의 실력을 알아챌 수 있겠는가? 공작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나는 욕탕에 들어 앉아 있었다. 노숙으로 찌든 몸을 따뜻한 물로 씻어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공작이 소드 마스터이다니? 내 실력을 알아본건 아니겠지? 아! 맞다. 레이가 자신보다 뛰어난 이들의 실력은 알아볼 수 없다고 했었지? 그럼 그건 걱정없고...이제 뭘하지? 그냥 자자!!’ 욕실에서 나온 나는 새옷으로 갈아입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을 했고, 그 상태로 잠이 들었다. 조금잤다고 생각이 들 쯤에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루나! 아침이야, 일어나.” 라엘이 안깨우니 이제 제이미가 나를 깨웠다. “뭐야! 벌써 아침이야?” 나의 투덜거린 말을 듣고는 제이미는 나를 욕실로 밀어넣고 문을 닫고 말했다. “루나! 다 씻기 전까지 문 안 열어준다?” 하는수 없이 씻고는 제이미에게 말했다. “제이미! 나 다 씻었으니까 빨랑 문 열어줘.” 내 말이 들렸는지 제이미는 다 씻은 나를 또 화장대 앞을 끌고 가더니 거기에 앉히고는 말했다. “흐음 어디보자! 이정도면 화장 안해도 되겠군! 긴 속눈썹에 올망졸망한 눈, 하얗고 뽀송뽀송한 피부, 오독한 콧날, 도톰한 붉은 입술, 매끄러운 턱... 쳇 나보다 더 이쁘잖아? 루나가 오기전엔 나도 한 미모했는데! 니가 오니까 내 얼굴이 죽잖아? 왜 이리 어디 한군데 빠지는 데가 없는거야?” 제이미의 장난어린 투덜거림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화장은 하지 않아도 돼니까 우선은 머리를 빗자.” 하며 제이미가 내 머리를 빗어주는 것이 아닌가? 난 그런 제이미를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채 물었다. “제이미, 어디 아파? 왜 안하던 짓을 하는거야?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면 죽는다던데?” 내 말을 들은 제이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난 말이지! 여 동생을 갖고 싶었어! 그래서 여 동생이 있으면 꼭 이렇게 해 주고 싶었거든! 그래서 너를 이제부터 친구이자 동생으로 여길꺼야?” “이봐,이봐, 난 말이지, 언니는 필요없거든? 그리고 이런건 원래 하인들이 하는 것 아니야? 귀하디 귀한 공녀가 내 머릴 직접 빗어주다니... 이거 황송한데?” “괜찮아! 지금 하인들한테는 못들어오게 해서 문 밖에 대기 하고 있을꺼야? 자 이쯤 하면 머리는 다 빗었고, 이제 옷을 입어야지?” 하며 밖을 향해 말했다. “들어와” 그 말이 불러오는 파장은 엄청나게 컸다. 하인들 수십명이 옷이며 장신구, 신발 할 것 없이 괭장히 많은 물건들을 들고 왔다. 제이미는 그것들 중에 나에게 맞는 옷과 그 외의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고르더니 하인들을 물리고 나에게 입히기 시작했다. “제이미! 난 말이지, 이렇게 펑퍼짐한 드레스는 싫어! 검을 찰때가 없잖아, 그리고 이 삐딱 구두는 더욱더 사양이야! 옛날에 이거 신다가 죽는줄 알았단 말이야! 발에 물집 잡히고 멍들고 잘 못걷고 넘어지면 많이 다치 고....” 줄줄줄 끝도 없이 내 뱉어지는 나의 불만 사항을 듣던 제이미는 웃으며 말했다. “옷은 어쩔 수 없지만 너를 위해 특별히 가죽신으로 교채해왔어! 그러니까 더 이상의 불만은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며 괭장히 사악하게 말했다. 그런 제이미를 보며 나는 겁에 질린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제이미가 골라준 옷이며 그 외의 것을 착용한 나의 모습은 한마디로 왠만한 공주 저리가라는 식으로 보였다. 은색의 드레스에 투명한 다이아몬드가 여러개 박힌 목걸이, 푸른 에메랄드가 금실에 매 달린 핀을 찌르고 특별 주문한 가죽신을 신은 채 제이미에게 끌려갔다. “제이미, 왜 아침부터 이렇게 멋을 내고 가는건데?” 내 의문스러운 말에 제이미는 “응! 정오쯤에 왕실에서 태자 전하의 무사 귀환에 대한 파티가 있어서 너를 데려가려고?” “에엑!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어떻게 그런곳에 간다고 그러는거야? 그리고 난 귀족도 아닌데 말이야?” “걱정하지마! 넌 내 친구여서 거기 갈 자격쯤은 충분히 기졌어. 그리고 또 한가지 너한테도 초대장이 왔거든! 태자 전하의 친구라는 명분으로... 아! 한가지 또 빼 먹은게 있는데, 오늘 파티에서 귀족 작위의 수여식이 있어서 꼭 가야해?” 나는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 “귀족 작위 수여식? 그게 파티에 가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나의 줄기찬 질문에 혀를 내두르고는 말했다. “가보면 알아! 빨리 내려가서 아침 먹어야지! 오늘은 어제 니가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거니까 인사를 해야지?” 하며 내가 다시 물어볼새라 초특급 스피드로 나를 끌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제이미 말대로 내가 보지 못한 이들이 있었고, 공작과 내 똘만이들도 잘 차려입고 앉아있었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서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루나양! 오늘도 여전히 팔팔해 보이는군?” 공작이 먼저 말을 건내자 난 방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야, 뭐, 언제나 팔팔한 것 빼면 시체지요.” 라고 말을 하자 식당안이 웃음바다로 뒤덮였다. “루나님! 잘 자셨습니까? 오늘은 계단에서 무사하시군요.” 카리스의 인사를 받던 나는 세이의 말을 듣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세이! 너 오늘부터 특별 보너스 훈련 받고 잡냐?” 내 협박어린 말에 세이는 머리를 가로저으며 말을 정정했다. 그러는 도중 내가 모르던 이들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루나양! 전 제이미의 오빠인 브라운 이라고 합니다.” 제이미의 오빠인 부라운은 그 이름 그대로 머리색이 갈색이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루나라고 합니다.” 내가 여기 까지 말하자 나보다는 약간 커보이고, 인상이 부드럽게 보이는 다른 사내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시안 이라고 하고 제이미 누님의 동생입니다. 그러니까 저한테는 말을 놓아도 됩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들은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 난 루나라고 해.” 그런데 왜 내 인사를 받고, 저렇게 얼굴이 빨개지는거지? 어디가 아픈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제이미가 한마디 했다. “루나! 내가 함부로 웃지 말라고 했잖아? 시안 정신차려?” 이 말에 시안은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자리로 갔고 우리는 아침 식사를 했다. 즐겁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한던 중 브라운이 내게 질문을 했다. “루나양! 실례의 말이지만 현재 몇 살이지요?” 그 말에 난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18살인데요?” 내가 나이를 말하자 그는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18살이라면 한창 좋은 때네요.” 여기까지 말하자 제이미가 브라운에게 톡 쏘아보며 말했다. “오빠! 작업걸 사람이 없어서 이제 루나에게 까지 마수를 뻗히는 거야? 루나만은 절대 않돼! 루난 내 유일한 친구니까?” 제이미의 강경한 말에 브라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제이미가 이렇게 까지 강하게 나오다니? 이제껏 이런 일이 있었어도 꿈쩍 안더니... 정말이지 놀라운 발전을 했구나?” 하는 말에 제이미는 듣는 척도 안하고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저어! 그런데 말이죠? 브라운씨의 나이는 얼마나 돼죠?” 내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 이쪽으로 몰렸다. “아! 제 나이 말입니까? 전 23살입니다. 그리고 이름끝에 씨는 붙이지 않아도고 말을 놓는게 어때요? 말을 놓으면 서로 말하기 편할테니?” 브라운은 이 말을 하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제이미를 보고 다시 한번 나를 쳐다보았다. “23살이라! 대단해! 어디 기사단장인가요? 젊은 나이에 벌써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서다니! 집안 내력인가 보죠?” 내 말에 식당안은 조용해졌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거죠?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다시한번 말을 하자 그제서야 조용한 분위기가 아닌 신중한 분위기로 돌변하며 내게 공작이 물었다. “루나양! 그걸 어떻게 아셨나?” “아하! 그 건말이죠! 감으로 찍었어요!” 그러자 다시 한번 공작이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루나양! 다시 한번 묻겠는데 어떻게 알 수 있었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걸 느낀 제이미는 얼른 말하려 했지만 난 그녀를 만류하며 공작에게 말했다. “브라운의 몸에서 커다란 기운이 있는 걸 느꼈어요! 제 부하들이 한 실력한다는 것은 공작님이 아시겠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전 지금 검술을 할 수 없지만 이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더 자세히 알수 있어요! 더 궁금한 것이 있나요?” 내 말에 공작은 그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식사가 시작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티 타임이 돼어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고 있는데 제이미의 동생인 시안이 내게 말을 했다. “저! 이까 검술은 하지 못하지만 (내가 어제 그런 애기 했냐? 단지 지금 못한다고 했지!) 이론은 잘 안다고 하셨는데...” 여기까지 말할 때 나는 약간 짜증이 나서 물었다. “시안! 지금 나이가 몇이지?” 내 갑작스런 질문에 시안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18살인데...” “18살이면 나하고 똑같잖아! 잠깐 그러면 제이미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말인가? 아! 그건 그렇고 나이도 똑같으니 존대가 아니라 말 놓아! 그리고 물어 볼 것 있으면 빨리 말해?” 내가 일사천리로 말하자 여전히 어리둥절해 있던 시안은 다시 물었다. “나 말이지! 갑자기 검술이 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시안의 단도 직입적인 말에 잠시 시간을 두며 말했다. “잘” “응! 뭐라고” “잘” “뭐라고?” “잘하면 돼! 열심히! 그렇게 연습은 안하고 남에게 물어보며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깨우쳐 하는 것이 나중에 실력이 팍팍 늘지? 그렇지? 브라운?” 루나의 말에 브라운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 말에 약간 힘이 빠진 시안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티 타임이 끝나고 얼른 내방으로 올라왔다. 샤이닝을 가져가긴 해야하는데 넣어갈때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궁극의 11클레스의 마법을 시전해 이공간을 만들어 언제든지 내가 필요할 때 샤이닝은 가져올수 있도록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가면을 만들어 뒤집어 얼굴을 가렸다. 난 시장통의 원숭이꼴은 되기 싫으니까? 여기까지 준비하고 마차를 타기위해 밖으로 나갔다. 그 곳에는 이미 공작의 가족들과 내 똘만이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난 내가 늦은걸 알고 열라게 뛰어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사람들은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서려있었다. “루나! 이게 뭐야? 빨리 가면 안벗어?” 제이미의 협박에 난 무시를 했다. 이에 또 다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루나! 왜 가면을 쓴거지?” 브라운의 정감어린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말했다. 아 물론 브라운한테 반했다라든가 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으응! 내가 본 얼굴로 가면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난 구경꺼리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 말에 브라운은 이해가 간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불만인 사람이 있었는데... “루나, 니가 그렇게 가면 사람들이 더 쳐다봐! 태자 전하의 친구분으로 가는 사람이 이렇게 보통의 평범한 인물이면..” “그래? 그럼 시험삼아 가보면 돼잖아?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내 말에 제이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두손 두발 들었다는 식으로 더 이상은 내 얼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와 제이미, 그리고 브라운과 카리스가 동석을 했고, 공작과 시안, 나머지 내 똘만이들이 같은 마차를 타고 궁전으로 가기 시작했다. 제이미네 성에서 벗어나니 처음 보던 것들이 아주 많이 있었다. 그래서 창문을 살짝 열고 열심히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이런 나를 보며 마차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웃었다. “루나! 이런곳은 처음이야?” 브라운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당연하지! 난 이제껏 이런 도시는 처음이야.” “그래? 그럼 내가 여러 곳을 설명해 줄께?” 하며 손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열라게 설명을 하고 난 혀를 내 두르며 듣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보니 궁전이 보였다. 제이미네 성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와우! 크다. 그리고 무지 예뻐!” 그런 나를 쳐다보며 브라운은 내 볼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루나! 진짜 귀엽다. 얼굴을 가리고 있어도... 이 참에 나한테 시집와라.” 이 말에 난 정신이 확 들었고 제이미와 카리스는 경악을 했다. “브라운! 난 말이지...그래...제이미가 말해라! 내가 말해봤자 입만 아프니?” 바톤 터치를 당한 제이미에게 브라운의 시선이 느껴졌다. 이에 제이미는 피식 웃으며 않됬다는 식으로 말했다. “오빠, 안됐지만 루나는 이미 임자있는 몸이야, 그러니까 넘 볼 사람을 넘봐?” 제이미의 따끔한 말에 못 믿겠다는 식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루나! 어린 나이에 벌써 혼인 한거야?” “이야! 벌써 다왔네? 어서 내리자고.” 이 말을 남기며 난 마차에서 내렸다. 공작일가와 내 똘만이들은 미리 내려와 있었고, 제이미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웃고 있었고, 브라운은 벌레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마차에서 내리자 안내원들이 몰려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438 4 카프로스에 입성 - 2 “어서오십시오! 에르메스 아이틴 공작 각하! 그리고 일행분들” 라고 말을 하며 돌아서더니 파티장으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나는 또 볼거리가 생겨서 주위를 휙휙 둘러봤고, 그런 모습을 본 공작일가는 웃음만 짓고 있었다. 조금 걸어가자 커다란 문이 눈에 보였다. 그때 안내원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곳이 오늘의 행사가 있는 곳입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며 공작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러났다. 문 가까이 가자 그 곳을 지키던 기사들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에르메스 공작 각하! 오옷~~이런 우리의 기사 단장님과 어여쁘신 제이미 공녀님께서도 오셨군요! 그런데 공녀님 옆에 계신 아가씨와 뒤쪽의 세분은 누구이십니까?” 기사의 말에 제이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있는 아가씨가 저와 태자 전하의 친구분으로 오늘 초대 받은 손님이시고 뒤쪽의 분은 옆의 아가씨의 호위병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이런 몰라뵙군요!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전 루나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제까지 여기에 서 있어야 하나요?” 나의 질문에 기사는 헛기침을 하더니만 문을 열면서 안에 보고했다. “아이틴 공작 각하 가족분들과 태자 전하의 친구분들 입니다.” 우렁찬 말에 파티장 안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공작이란 역시 대단한 지위이구나를 다시 한번 꼽씹으며 제이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시선들이 쏠린 가운데 나의 너무나도 좋은 청력에 한 소리가 들렸다. 아니 여러 소리가 들렸다. “어머! 태자 전하의 친구분 이라기에 예쁜 줄 알았는데, 이거 완전히 호박이잖아?” “그러게! 하지만 뒤에 서있는 남자분들은 핸썸하게 생겼는데? 말이라도 걸어볼까?” “여전히 브라운님은 잘 생기셨어! 그런데 옆에 붙어있는 저 못생긴 꼬마는 뭐야?” 하는 별 영양가 없는 얘기만 배 터지게 듣고만 있었다. 제이미의 말대로 이 모습도 눈에 너무 튀었나보다. 앞에 가던 공작은 다른 귀족들과 애기를 했고, 브라운과 시안은 여자들한테 둘러싸였으며 제이미는 남자들한테 둘러싸이기 일보직전 이었다. “루나! 봐, 내 말이 맞았지? 우리 어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나하자.” “아니 됐어! 나 혼자 어디 조용한데나 찾아 볼께! 그리고 카리스, 세이, 후리오!” “네! 루나님” “난 조용한 곳에가서 머리 좀 식힐테니 너희들은 이곳에서 제이미를 지켜라! 난 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니까.” 하는 말에 카리스 외 두명은 명을 실행하러 제이미 옆에 붙었고 난 조용한 곳을 찾아 이리저리 떠돌던 중 커텐에 가려진 발코니에 도착하게 되었다. 역시나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왕궁의 정원이 한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머리 속의 시끄러운 잡음을 날려버리기 위해 눈을 감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있었는데 뒤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검은색 나비모양의 가면을 쓴 한 중년의 귀족이 서 있었다. “이런! 놀라셨나봅니다! 레이디, 이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전 나이도 어리니 존대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나의 아주아주 친절한 말에 그 귀족은 가면을 벗고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왜 레이디는 이 곳에 있는거죠?” 난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시끄러운건 싫으니까요!” 그런 내 말에 그 귀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파티를 싫어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제 개인적으로는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파티를 보면 생각나는게 있어서요?” “혹시 그게 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레이디?” 난 한참을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은 들어본적이 없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의 입장에서 들으면 괭장히 언짢을 건데 괜찮겠어요?” 나의 말에 그 귀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말을 하지요! 단 제 말을 듣고 화내시지 말기를... ” 라고 말을 하며 숨을 고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유리병의 아름다운 술은 일만 국민의 피요. 은 쟁반의 맛있는 음식은 일만 국민의 기름이라. 촛불의 눈물이 떨어질때 국민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높더라.” 내가 멋대로 고친 말을 하며 나도 놀라고 있을때 그 귀족을 더욱 놀라고 있었다. “저기요! 입에 파리가 알을 깔 것 같은데요?” 라는 말에 귀족은 벌어진 입을 다물고는 빙그레 웃더니 그대로 파티장으로 들어가버렸다. ‘이것참, 또 일낸 것 아닐까?’ 나도 모르게 제이미에게 않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안절부절 하고 있을때 한 소리가 귀에 꽂혔다. “국왕폐하와 태자전하,왕자님과 공주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카엘님 드옵니다.” ‘왠만한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였군! 그런데 라엘은 어떻게 된거지? 연락도 안하다니?’ 커텐을 살짝 젖히고 보니 앞에 기둥이 있어서 왕은 보지 못했지만 왕의 가족들은 한눈에 볼수 있었다. 완전히 미남 미녀들만 수두룩하게 모여있는게 아닌가? 어디가도 알아볼수 있게끔 말이다. 얼굴을 약간 내밀고 보니 뒤쪽에 미카엘이랑 라엘의 모습이 보였다. ‘엥! 저게 어찌된 일이야?’ 내 말대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라엘의 옆에 그럭저럭 괜찮하게 생긴 (나의 관점에서...다른 사람의 눈에서는 여신이 현신 한걸로 보임)공주가 찰싹 붙어 있는게 아닌가? ‘저게 뭐 하는 짓이지? 라엘이 배신을 때리다니!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픈거지? 이건 혹시 질투? 아니지 아니야, 질투라니, 말도 안돼, 어차피 나나 라엘이나 별 감정 없었는데...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인 것 일것이다. 그래, 과민 반응, 더구나 난 더 이상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신이 된 이후로 다짐했잖아?(언제?) 어차피 잊혀져 버릴것이니까! 라엘이 드디어 맘에 든 여자를 고른 모양이군?’ 나는 혼자 북치고 장구를 치며 다시 발코니로 가서 발코니의 기둥에 비스듬히 머리를 맞대고는 눈을 감았다. 더 이상의 생각도 하기 싫다는 듯이... 한편 안에서는 화기애애한 모드가 풍기고 있었다. 국왕이 자리에 앉자 무릎을 끓고 있던 귀족들이 일어서며 국왕한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라엘은 공주가 옆에 붙어 있어서 떼어내고 루나를 찾으러 가고 싶었으나 맘 대로 돼지 않았다. 지금 현재 루나의 위치도 깜깜 무소식 이었다. 약간의 신력이라도 루나가 내뿜었더라면 찾기 쉬울것인데 루난 신력을 전부 봉인 해버렸기 때문이다. 미카엘은 그 나름대로 주위를 둘러보며 미소만 짓고 있었다. “자아! 오늘은 태자가 바르실미르 왕국에서 무사히 귀환한 것을 축하하러 이렇게 파티를 열었으니 즐겁게 놀다가 가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태자를 목숨걸고 지킨 분들에게 작위를 수여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은 이미 귀족회를 거쳤으니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시작 하지요.” 라는 말과 함께 왕의 수행원이 큰 소리로 외쳤다. “그라시엘군과 루나양은 빨리 국왕폐하의 앞에 와서 예를 취하라.” 그 소리에 라엘은 드디어 공주로부터 떨어져 국왕의 앞에 걸어갔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생겼는데 그건 바로 루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이미는 빨리 이곳저곳을 둘러봤고 브라운과 시안도 이곳저곳을 뒤지고 다녔다. 그런데 카리스외 두 명은 그저 제이미만 따라 다닌게 아닌가? 이에 격분한 제이미는 그들에게 말했다. “어서 루나를 찾지 않고 뭐하는 거예요?” 그 말에 카리스가 대표로 말했다. “루나님께서는 공녀를 지켜주라고 했습니다. 저흰 주군의 다른 명이 있을때까지 공녀를 지켜야 합니다.” 한참을 어이없어 하던 공녀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라엘도 루나를 찾으러 가고 싶었으나 미카엘이 잡고 말렸다. “지금 국왕폐하의 앞에서 자리를 뜬다면 항명죄 입니다.” 그 소리에 라엘은 어쩌지 못해 고개만 이리저리로 돌리고 루나만 찾고 있었다. 귀족들 사이에도 웅성거렸다. “아무리 태자 전하의 친구라도 너무하는군!” “그러게 말이야! 한번 보니 별볼일 없어 보이더니?” 이런저런 수군거림에 국왕은 빙그레 웃더니 카를로스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무래도 내가 아까 만난 레이디 인 것 같은데 네가 가서 모셔와야 겠구나.” 국왕의 말에 칼를로스는 담담한 얼굴을 한 채 물었다. “아바마마께서 또 가면을 쓰시고 미리 돌아다녔나 보군요? 그런데 루나가 어디있습니까?” 그 말에 국왕은 다른 사람들한테 안들리게 말을 했고 카를로스는 빙그레 웃으며 좌석에서 일어나서 발코니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태자의 모습에 의아해 했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지는 않았다. 다만 태자의 행동만 바라볼뿐... 발코니의 커텐을 젖힌 카를로스는 까만머리의 소녀를 볼수 있었다. 기쁜 마음에 달려가보니 얼굴이 틀렸다. 잘못 찾았나하며 두리번 거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곳에는 단 한명뿐이었다. 그래서 확인을 위해 루나를 불렀다. “루나.”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살짝 눈을 뜨고 뒤쪽을 바라보았다. “어라! 이게 누구야? 카를 아니야? 너 그 옷입으니까 훤하게 생겼다.” 이 말을 끝으로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나를 보며 카를로스는 피식 웃고는 나의 손목을 잡고 안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야! 카를 이게 무슨 짓이야? 빨랑 손 안놔?” 여전히 아무말도 안하는 카를을 보며 나는 커텐이 젖혀지는 순간에 약간 크게 말을 했다. “카를! 빨랑 손 놓으만 말이야? 카를, 내 말이 안들리...” 여기까지 말하고는 나는 그대로 석고상이 되버렸다. 많은 귀족들이 경악하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왕족들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나의 모습을 본 공작가 일행은 그때서야 한숨을 쉬었고, 라엘은 카를한테 끌려나오고 있는 나한테 뛰어왔다. “루나! 이게 무슨 짓이야? 더구나 이건 또 뭐야?” 하며 나의 얼굴 즉 가면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라엘! 이건 니가 상관할바가 아니야!” 나의 차가운 말에 라엘은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하고는 물었다. “루나! 뭘 잘못먹었니?” “쓸데 없는 소리하지마! 난 지금 이 곳을 떠날테니까? 칫! 이게 뭐야? 난 그저 파티라고 해서, 제이미가 끌고 오는 바람에 등 떠밀려 왔는데...별로 재미없어! 시끄럽기만 하고, 내 미학에 어긋나?” 하며 카를에게 잡혀있던 손을 뿌리치며 문을 향해 갔다. 아니 가려고 했다. “루나님! 어디 가십니까? 내가 당신에 대해 말을 해도 될까요?”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미카엘을 쳐다봤다. 보면 볼수록 화가 치미는 얼굴(나의 관점에서만)을 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는 미카엘에게 말했다. “야! 보기싫은 상판때기를 또 어디에 들이미는거야? 그리고 뭐 나에 대해 뭘 말할건데? 설마 샤인의 약속을 벌써 잊어버리는 건가?” 내 말에 미카엘은 갑자기 홀쭉해지며 배시시 웃기만 했다. 그런 모습을 본 귀족들은 다시 한번 경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때 라엘이 나를 붙잡고 물었다. ‘루나 갑자기 왜 그래?’ ‘뭐가?’ ‘아니다! 아니야! 너 계속 여행하고 싶지? 그럼 나하는데로 따라해! 안 그럼 국물도 없다?’ 라엘의 반 협박어린 말에 그저 입만 삐죽이 내 밀고는 라엘이 끌고 가는데로 끌려갔다. “죄송합니다. 국왕폐하! 루나가 워낙에 장난을 좋아해서 이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그 말에 경악에 휩싸인 귀족들은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정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아니네! 뭐 그럴수도 있지! 그런데 내가 태자에게 들었던 루나양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아! 그건 루나가 가면을 썼기 때문입니다.” 하고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얼굴에 손을 뻗더니 가면을 훌러덩 벗겨버리는게 아닌가? “라엘! 이게 무슨 짓이야?” 하며 좌중을 한번 쓸어보니 완전히 맛이 가 있었다. 그리고 정면을 쳐다 보았다. ‘엥! 저 아저씨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 하며 계속 뚫어지게 쳐다봤다. “허허허! 루나양, 계속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부끄러워 지는...” “아하! 생각났다. 아까 그 귀족 아저씨?” “이런 들키고 말았군! 좀 전의 루나양의 고견은 아주 잘 들었소! 그럼 계속 식을 시작하지?” 하며 수행원을 쳐다 봤다.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앞으로 돌려 말했다. “그라시엘군과 루나양은 국왕폐하께 예를 갖추시오.” 저게 무슨 말이지 하는 하며 멀뚱히 있었는데 라엘의 전음이 있어서 가르쳐 준데로 한 쪽 무릎을 꿇고 오른 손을 심장부근에 대었다. 그때 왕이 커다란 검을 들더니만 (엥! 왜 저기에서 달의 여신 아르테스의 기운이 느껴지지?) 머리와 어깨를 톡톡 치더니만 말을 했다. “나 카옌왕국의 국왕인 로렌스 카옌이 명한다. 이들은 태자 일행이 곤경에 빠졌을때 목숨을 걸고 지켜주었으며 여기까지 데리고 와 주었다. 이에 난 그라시엘과 루나에게 각자 크레이딘과 어클리어스 라는 성을 내리고 각기 후작에 봉하는 바이다.” 라는 말과 함께 작위 수여식이 끝났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반발이 심했다. “국왕폐하 한낱 하찮은 평민들에게 그런 어마어마한 직위를 주시다니요! 말도 안됩니다.” “그렇습니다. 너무나 후한 대가 입니다.” 이에 국왕은 듣고만 있더니 한 말 했다. “그대들은 태자의 목숨이 어디 걸어다니는 개의 목숨으로 여기는가? 이 나라를 이끌어갈 태자의 목숨을 살려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말은 않했지만 그라시엘군은 아니 크레이딘 후작은 현재 7클레스 마스터이며 옆에 계신 후작인 루나는 여기에 오는 동안에 태자에게 진정한 국왕의 가르침을 주었으며, 어클리어스 후작은 나에게 잊지 못할, 어디서도 듣지 못할, 그런 황금보다도 더 귀중한 충고를 해 주었다. 그래도 그대들은 반대를 할텐가?” 국왕의 호통 소리에 모든 귀족은 하던 말을 슬그머니 집어 넣었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라시엘에게 걸리면 죽는다는 것을 직감 적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사이로 난 국왕에게 한 소리 했다. “저기요! 국왕 폐하! 전 후작 같은건 싫거든요? 그러니까 이거 다시 물려주면 않되나요?” 나의 말에 파티장이 싸하게 가라앉았다. “왜 그러지! 루나! 혹시 후작이라는 직책이 맘에 안드는가?” “저어! 그게 아니고요. 전 한군데 오래 버티고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전 이제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데... 귀족 작위를 가지면 한 나라에 평생 봉사해야 하잖아요.” “허허허! 이런 어클리어스 후작과 같이 있으며 정말이지 심심하지는 않겠군! 괜찮네! 어디 여행을 가든 난 상관하지 안겠네, 단지 이건 조그만 보답일 뿐이지. 만약 이 직위를 가지고 여행을 한다면 더 편해질꺼야! 대륙의 5개의 왕국이 서로 동맹을 맺었기 때문에 그 곳에서도 후작이라는 권력을 휘두들 수 있을 껄세! 그러면 관문을 통과 할때도 쉬울테니 말일세! 그리고 제국으로 여행을 다닐때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네.” “아하! 그렇구나? 그럼 고맙게 받을께요. 그런데 이건 또 뭐죠?” 이 말에 국왕의 옆에 있던 카를이 대신 말해 줬다. “아! 그건! 어클리어스 가문의 표식이야! 어때 괜찮아?” “으응! 이뻐! 은색의 아이리스 꽃이라니 말이야. 은색의 아이리스?” 하며 라엘을 쳐다 보았다. 라엘은 무슨 일이 있었냐며 그저 천장만 쳐다보기만 했다.이런 일이 있고 나서 흥겨운 파티가 시작 되었다. 내가 아이틴 공작일가에 다가가자 기쁜 표정의 제이미가 앞서 말했다. “루나! 축하해, 아, 이제는 어클리어스 후작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상관 없어! 그냥 루나라고 불러줘.” “루나양! 아닌 어클리어스 후작 축하하네.” “공작님도 참! 그냥 루나라고 불러줘요! 그래야 제 맘이 편하니까 말이죠.” 공작의 일가의 축하를 받으며 내 똘만이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곳에 미약하지만 살기가 느껴지니 공녀에게서 한시도 눈을 떼지 말아라.” 내 말에 똘만이들을 그저 고개만 숙였다. “어이! 루나양, 이 곳으로 와 보게나.” 하며 아이틴 공작이 나를 불렀다. 공작곁으로 가며 공작에게 물었다. “왜 그래요?” “소개하고픈 사람들이 있어서 말이지!” 하며 정면에 서있던 몇몇의 인물들이 그때서야 보이는 나였다. “자자! 어서들 인사하게나! 이쪽은 아까 후작이 된 루나양 이고 이쪽은 나와 동문수학하던 루이 베르나르도 공작이고 그 옆은 아들인 멕스웰군. 또 옆의 금발의 사람은 로이드 그랑드르 후작이네, 또 저기 붉은 머리의 멋진 미남자는 카인 가르시미르 백작이야. 어때 멋있지 않은가?”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오고 가서 정신이 없는 나는 대충 인사를 하면서 가르시미르 백작을 소개할 때 고개를 들고는 자세히 쳐다봤다. 언젠가 느껴본적이 있는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루나 라고 합니다. 앞으로 여기 있을 동안 신세를 많이 지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웃자 그들도 기쁜 듯 말했다. “천만의 말이네, 어클리어스 후작이라면 우린 언제난 환영일세! 그렇지 않은가?” 하고 베르나르도 공작이 주면의 귀족들에게 묻자 서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그렇게 이야기로만 시간을 떼우던 나는 피곤함을 느끼고 양해를 구한 뒤 빠져나가려고 했다. 여러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가는 도중에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라엘과 이렌드 카옌이라는 공주가 서로 입을 맞추는게 아닌가? 그러다가 라엘이 나를 보았는지 그대로 굳어버렸고, 공주는 나를 향해 비웃음을 던지고 있었다. ‘이런! 정말이지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군. 빨리 빠져나가야지 않돼겠...어 가 아니라 지금 이곳에는 살기가 강하게 느껴지는데 빨리 제이미를 찾아야 겠군.’ 이런 생각이 미치자 제이미를 찾아 가던 길을 되돌아 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415 4 카프로스에 입성 - 3 ‘이런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렸군. 어떻게 하지? 분명히 화를 낼텐데...’ 얼떨결에 키스신을 연출할 때 하필이면 이곳으로 루나가 오고 있었다. 그리고는 정면으로 마주치며 보고 말았던 것이다. 화가 나서 이단 옆날라차기를 할줄 알았던 루나는... 그대로 뒤 돌아가버렸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채!! 이걸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뒤 돌아가는 루나는 보는 나는 공주에게서 떨어져 루나에게로 달려가서 팔을 잡고 걸음을 멈추게 했다. “루나! 이건 말이지, 오해야, 공주가 그냥 다짜고짜 키스한거란 말이야.” “그래서 어쨌다고? 난 지금 제이미를 찾아야해. 이곳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단 말이야? 그건 그렇고 오늘 내일 한다던 국왕은 왜 저렇게 팔팔한거야?” “그건! 카를로스가 하도 애원하기에...” “알았어! 그러니까 신력으로 고쳐줬구나! 알았으니까 이만 얘기 해도 돼겠지?” 하며 제이미를 찾아 달려가는 루나에게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나왔다. 그런 그를 쳐다보던 공주는 내 옆에 붙어 말했다. “저 여자와 당신이 무슨 관계가 있지요? 왜 내가 당신에게 키스한 것을 변명하나요?” “이건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요! 공주님, 그리고 그녀는 제 약혼녀입니다. 그럼 그녀를 찾아 이만 가보아야 겠습니다.” 하며 돌아서는 나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흥! 능력도 없는 여자가 잡은 남자치고는 훌륭하군! 하지만 난 공주라는 지위가 있으니 그의 마음을 돌려세울수 있어.” 역시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공주였다. 한참을 헤메던 나는 남자들에게 휩싸여 있는 제이미를 찾게 되었다. 빨리 제이미에게 가고 싶으나 많은 남자들을 헤치고 가야하는 나는 걱정에 싸였지만 그것은 금방 해결되었다. 내가 다가서자 저절로 제이미에게 갈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제이미에게 뛰어서 간 나는 다급하게 제이미를 불렀다. “제이미!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야 겠어! 심상치 않은 기운이 퍼져 있어?”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제이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야 돼! 나를 따라와.” 하며 제이미의 손을 잡고 빠져나가려고 했을때 라엘과 가르시미르 백작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와서 이유도 묻지 않으채 길을 터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어쩌랴! 이미 일은 벌어지기 시작했다. 빨리 가기위해 한 가운데로 온 우리는 아니 제이미는 그대로 몸이 굳어져 버렸다. 깜짝놀란 우리들은 그대로 놀라서 서있었다. 자세히 보니 파티장의 모든 이들은 그대로 석고상처럼 동작을 멈추고 있는게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인가 하여 움직이고 싶었지만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함부로 움직였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조금 있자, 우리가 가고자 했던 통로에서 머법사로 보이는 늙은 할아버지와 소드 마스터급으로 보이는 아저씨 여러명이 우루루 몰려왔다. 그 모습을 보던 국왕은 그 마법사한테 외쳤다. “오오! 다크! 어서 우리를 풀어주게?” 이 말에 다크라고 불려진 마법사는 비웃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국왕폐하!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이 일을 꾸몄거든요! 흐흐흐~” 하며 보기싫은 상판때기보다 더 보기싫게 웃어재끼는게 아닌가? “그게 무슨 말인가? 다크! 그럼 태자 일행을 핍박하던 사람도 자네가...” “물론입니다. 왜냐하면 이 왕궁에 있는 사람은 제가 편하게 죽일수 있었는데 태자는 밖에 있어서 함부로 죽일수 없기에... 아! 세이츠님의 왕실의 문장이 찍힌 반지를 슬쩍해서 암살길드에 의뢰했는데 일이 뜻밖에도 엉뚱하게 흘러가버렸군요.” 그 말을 들은 파티장의 사람들은 안색이 시푸르죽죽 해졌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십시오. 이곳에는 제가 특별히 만든 마법이 퍼져있으니깐요! 보통 인간들을 묶어둘수 있는 마법을요! 제가 이것을 만들어 내느라 얼마나 고생을 한줄 아십니까? 하하하~~ 움직일수 있는 이들은 소드 마스터이거나 6클레스의 마법사가 아니면 그에 해당하는 신력을 가진 인간들만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자아! 그러니 움직일 수 있는 분들은 움직이십시오. 그래야 제이미 공녀의 목숨이 붙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다크가 한 소리 하자 그 옆에 있던 음흉한 웃음을 짓던 중년인이 제이미의 목에 검을 들이밀었다. 그 모습을 보자 국왕은 할말을 잃었고 나머지 실력을 지닌 자들은 서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적에 비해 너무나도 터무니 없을 정도로 적었다. 상대는 무려 열다섯명이었는데 우리편에는 라엘과 내 똘만이 셋, 그리고 브라운과 이제까지 않보이던 맥, 그리고 미카엘이 서서히 거리를 좁히며 제이미곁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아아! 잠깐만! 이런 우리편이 너무 많내요! 이렇게 되면 너무 심심한 게임이 되겠는데...” 선처를 해주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나쁜놈의 시키!! “다크! 그대가 어떻게 이럴수 있는가? 궁중마법사면서...” 이 말에 다크는 여전히 보기싫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이틴 공작! 당신은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었는데! 왜 움직이지 않지? 혹시 딸이 죽는 모습을 보고싶어서 그러나?” 다크의 말에 공작은 이를 갈며 한 실력하는 우리편이 몰려 있는곳으로 갔다. 한마디로 말하면 나와 제이미,가르시미르 백작이 가운데 있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꼴이 된것이다. “공작님! 제 말이 맞았군요! 근데 왜 발 뺌한거예요?”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순간 우리편은 말을 잃어버렸다. 어떻게 이런 중요한 순간에 사적인 이야기를 하다니 말이다. “루나양, 지금은 그런 말을 나눌때가 아닌듯하군!” 그도 그럴것이 또 한명의 아저씨가 나와 백작의 목에 검을 들이대고 시끄럽게 하면 죽인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상황을 즐기듯이 바라보았고 백작 역시 나와 같은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이놈은 내가 예상한대로...’ 여기까지 생각했을때 국왕이 말했다. “그대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런 국왕을 쳐다보며 다크가 말했다. “난 왕이 되고싶다.” 정말이지 꿈도 적은 늙은이의 한 마디였다. “넌 어떻게 해서 그런 실력자들을 한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는가?” “그건 말이지! 난 오래전부터 왕좌를 꿈꾸고 있었다. 그래서 좋은 실력을 가진 인간을 모아서 훈련시킨 것이다.” 이 말을 함과 동시에 제이미의 목에 검을 대었다. 어느새 제이미의 목에는 빨간 핏줄기가 생겼다. ‘어쭈! 저놈이 제이미에게 상처를 줘? 넌 나중에 죽었어?’ “자아! 공녀와 여기있는 모든 이들이 죽이고 싶지 않다면 내 가 말한대로 해라. 난 너무 시시하게 왕좌를 얻는 것은 싫다. 그래서 당신들과 대결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말에 우리편은 어쩔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크팀에서 한명이 나와서 푸르딩딩한 검을 꺼내 들며 말했다. “자아! 나와 싸우고 싶어하는 놈은 나와라?” “그럼 제가 나가도록 하지요.” 하며 라엘이 먼저 나갔다. 마치 기선 제압을 하겠다는 식으로... 라엘이 앞으로 나가자 마자 그 놈은 달려와서 라엘을 그었다. 하지만 그리 호락호락하게 달할 라엘이 아니기에 공간 이동을 한 다음 중력을 높여서 그놈의 행동을 굼뜨게 만든 다음 여러개의 파이어 애로우를 만들어 공격을 하자 속수무책으로 맞아서 피떡이 돼버렸다. “호오! 한번에 두가지의 마법을 하다니! 보통의 인간은 아니군?” 하며 백작이 작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저놈이 인간으로 보이냐?’ 라고 쏘아주려다가 다음 대결이 벌어져서 계속 쳐다보기만 했다. 내 똘만이들은 훈련덕에 적들을 쉽게 이길수 있었는데 문제는 바로 나머지 일행들이었다. 브라운은 이제 겨우 소드마스터의 초입의 경지라 싸우는 모습이 영 불안해 보였다. 한 순간에 브라운의 옆구리를 파고든 음흉한 사내는 그대로 그어버릴려고 했었다. “브라운! 왼발에 무게 중심을 놓고 오른쪽으로 회전하면서 검으로 그어버려.” 내 말에 브라운은 왼발을 중심축으로 삼고 돌며서 상대의 검을 피하면서 자신의 검으로 그어버렸다. “고마워! 루나!” 하며 배시시 웃으며 말했지만 내 뒤쪽에서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꽂혔다. “이런! 그저 쓸모없는 아인줄 알았더니만 한 가닥 하잖아? 어때 나하고 시합을 해보는게?” 음흉하기 그지 없는 아저씨가 묻자 난 주저없이 말했다. “저기! 전 그저 검술에대해 이론만 알거든요! 여기 봐요! 손에 굳은 살도 없잖아요.” 하며 손바닥을 보여줬다. 손대면 금방 생채기가 날것만 같은 손바닥을 바라보며 나와 시합을 하자고 생때를 쓰기 시작했다. “이 아저씨야! 난 검을 잡아 본 적 없다니까? 정 싸우고 싶으면 옆에 있는 백작이랑 싸우면 될 것 아니야?” 하며 백작에게 바톤을 쥐어 주었고 그런 나를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말했다. “이거 실망인데요! 어클리어스 후작! 아무리 연약한 여자일지라도 그렇게 책임을 저한테 떠 맡기시다니요?” “뭐가 실망인데! 내가 보기엔 백작이 이곳에서 그 누구보다 더 강할 것 같은데...내 말이 틀렸나?” 나와 백작이 실랑이를 벌이자 다크가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런! 내부 분열이군! 그럼 내가 한가지 조건을 제시하지! 어클리어스 후작과 가르시미르 백작이 우리 일행들과 싸워 이기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한명 풀어주지! 말도 안된다는 표정은 짓지말기를 아이틴 공작! 현재 이곳에서는 그대들과 내 일행을 뺀 나머지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후작은 자신의 목에 검을 겨눈자에게 손을 보여줬고 백작은 후작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로 이들은 최소한 소드 마스터급이거나 아니면 6클레스 이상의 마법사라는 것이다. 내 말이 틀리나? 어클리어스 후작, 가르시미르 백작?” 열라게 설명을 하고 있던 다크를 보던 나는 멈춰있는 상태를 풀어서 몸의 근육을 풀며 말했다. “역시 마법사라서 눈치하난 죽이는군!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했는데? 아 그리고 공작님외 여러분 그런 눈으로 저를 쳐다보지 마세요. 부담되니까! 이 일을 끝내고 말해줄께요.” 하며 순간적으로 몸을 빼서 제이미를 끌고 우리편이 있는 곳으로 왔다. 물론 백작도 ... “미카엘! 어서 제이미의 상처를 치료해줘!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을 움직이게는 못하는거야?” 내가 다그치며 말하자 미카엘은 그저 머리를 조용히 내 저으며 말했다. “너무 많은 수여서 한꺼번에는 힘듭니다. 단지 한번에 한 두사람씩은 가능해도...” “쳇, 그럼 마법으로는...” “최소한 7클레스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그래? 그럼 그문제는 해결된 것 같군! 라엘과 백작이 알아서 해결봐! 아니? 시간이 없으니까 지금 당장.” “어클리어스 후작! 난 마법사가 아닙니다. 그저 검을 쓰는...” 여기서 백작의 말이 멈추었다. 내가 한마디 했걸랑! 다른 놈들하테 안들리게.. “가르시미르 백작, 아니 레드 드래곤씨, 너 아직까지 유희를 계속하고 싶으면 빨랑 내 말대로해! 안그럼 확 엎어버릴수가 있어?” 내 협박에 가르시미르는 놀랍다는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어마어마한 마나가 가르시미르 몸속에서 방출 되었다. 라엘은 그 모습을 보더니 어떨떨해 하면서 순식간에 사람들을 원상복구 시킨 다음에 재빨리 한곳으로 그러니까 우리의 뒤쪽으로 옮겼다. “라엘! 빨리 결계를 쳐!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나머지 사람들도 결계안으로 들어가! 백작도 그 몸으로 힘을 내서 힘들테니 빨리 결계안으로 들어가 있어! 여긴 내가 알아서 해결할테니.” 이 말과 동시에 결계가 생겨 다크팀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가 나 혼자만 결계 밖에 있자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작! 혼자서 우릴 이길 수 있을까? 어차피 왕좌는 물건너갔으니 너라도 해치워야 겠다.” 그 말에 뒤에 있던 국왕이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했다. “후작!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오.” “아닙니다. 국왕 폐하! 저런 녀석들은 루나의 식후 간식거리도 안됩니다.” 라고 라엘이 부연 설명을 했고, 내 실력을 아는 사람들을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주군! 저들을 박살내버립시오!” “루나님! 저희들에게 진정한 실력을 보여 주십시오.” “주군! 파이팅” 나의 똘만이들의 응원속에 난 한마디했다. “시끄러! 정신 사나워서 집중이 않돼잖아! 너희들 오늘 특별 훈련이다.” 라고 말을 하자 효과가 있었는지 잠잠해졌다. 그때 “루나 그냥 확 그어버려.” 라고 제이미가 한 마디 했다. “제이미! 니 목에 상처낸 놈은 확실하게 끝내 줄께.” 하며 전방을 주시 했다. “자아 덤벼보라고! 이제껏 몸을 풀수 없어서 굳어가고 있었는데... 한꺼번에 덤벼, 잡소리 집어치우고, 아! 다큰가 뭐시긴가 하는 너도 덤벼라.” 나의 이말에 놈들은 살기를 내뿜으며 검을 들고 돌격하기 시작했고 다크는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본 나는 제이미가 준 이쁜드레스를 무릎위까지 찢었고 다시 양 옆을 찢어서 활동하기 편하게 했다. 그리고는 이 공간에 놓아둔 샤이닝은 불렀다. “샤이닝! 지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라.” 라고 말하자 앞쪽의 공간이 뒤틀리며 샤이닝이 내 손에 떨어졌다. 그런 나를 보며 더욱 경악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가르시미르 일명 레드 드래곤과 미카엘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채 샤이닝을 쥔 나는 검집에서 샤이닝을 뽑으면서 벌써 한놈을 저 세상으로 보내보렸다. 엄청난 발도술에 한순간 기선이 제압된 그들을 죽이는 것은 식은죽 먹기였다. 보법을 밟으며 재 빠른 몸놀림으로 검을 피하고 상대의 검로를 파악해 막은 다음 샤이닝으로 푹 찔렀다. 그렇게 죽어나간 놈이 벌써 아홉명째. 이제 남은 놈은 아까 제이미의 목에 상처를 낸 놈과 미처 주문도 못 외운 마법사만이 피비린내나는 곳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들은 내게 뭐라고 말할려고 했지만 난 그들의 말을 듣지도 않으채 샤이닝에 기를 집중시켜 더욱더 날카로운 검기를 만들어서 제이미의 말대로 확 그어버렸다. 다크는 공간이동을 하려고 폼을 잡더니 끝내는 공간이동을 해버렸다. 내가 그런 놈을 그냥 가만히 나둘쏘냐? 샤이닝이 어떤 검인데 그깟 놈하나 죽이지 못할까? 라고 생각하며 다크가 사라진 공간에다가 샤이닝으로 그어버리자 공간이 갈라지면서 어벙한 상태의 다크가 몸을 드러내었다. 그런 그를 보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은 다음 그냥 팍 쑤셔 넣었다. 그렇게 해서 그 일은 일단락 지어졌고, 라엘이 결계를 풀자마자 한 무리의 인간들이 쏟아져 나왔다. “루나! 괜찮은거니?” “루나님! 역시 대단해요.” “루나! 니가 이겼어.” 등등의 말을 듣긴 했지만 지금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나 많이 흘러나오는 피와 그 향기때문에...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아무 이상없었는데 유독 오늘만은 참기 힘들었다. 그 동안 아무일이 일어나지 않은게 신기하기만 하였다. “피 냄새가 이렇게 지독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이 말을 끝으로 나는 쓰러져 버렸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396 3 카프로스에 입성 - 4 그런 루나를 보더니 가르시미르가 루나를 들어올렸고, 라엘은 샤이닝을 쥐고, 미카엘은 신성력을 써서 루나를 회복하게 했지만 헛수고 였다. 그상태로 루나는 왕궁에서 귀빈들이 자는 숙소로 안내되어 그곳에 눕혔고, 국왕과 귀족들은 빨리 이사태를 수습하고자 일을 하고 있었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나요?” 그 말에 라엘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루나는 지금 기절을 해서 이틀간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루나를 보는 이들은 침울함이 서린 얼굴로 그저 무덤덤하게 보고만 있었다. “이제 아이틴 공작일가와 마카엘 및 루나의 부하들은 돌아갔는데(카리스등을 공작이 데리고 갔다.) 왜 가르시미르 백작을 아직도 여기에 남아 있는건가요?” “전 한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어서 여기 있는겁니다.” 백작의 말에 라엘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루나는 모르는 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니 그만 돌아가시오. 루나가 깨어나면 연락을 할테니...?” 그 말에 가르시미르는 한숨을 쉬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자신이 드래곤인 것을 알아챘는지 그걸 물어보고 싶어했겠지? 당연히 알 수밖에 없지! 루나는 환계에서 드래곤 로드를 만나본적이 있어서 드래곤의 기운을 쉽게 느낄수 있으니! 그나저나 왜 이렇게 깨어나지 않는거지? 뭐가 잘못 됐나? 이걸 카스프록시아님과 레이너드, 아르티엔한테 말했다간 죽을 수도 있으니 어떻게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다보니 이렌드 공주가 삐죽이 들여다 보고 있었다. “여긴 어쩐일로 오셨습니까? 공주님” “아바마마께서 크레이딘 후작을 부르셔서... 빨리 오라고 했단 말이야.” 공주의 말에 라엘은 루나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고는 나갔다. 라엘이 나갔는지 확인을 한 공주는 루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흥! 니가 어떻게 해서 그라시엘 후작을 잡아놓은지는 모르겠지만 난 포기하지 않아! 그리고 난 지금 나갈꺼야! 너 따윌 보살피고 싶은 맘은 없으니까!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혼자 깨어난면 과연 무슨 생각이 들까? 분명 서러워하며 울겠지? 그럼 나 가고 난 다음에 부디 깨어나길 바라며...호호호호” 혼자말을 주저리주저리 내 뱉고는 방문을 ‘쾅’ 소리가 나도록 닫아버렸다. 잠시후 공주의 말이 사실이 되었는지 루나는 부스스 눈을 뜨기 시작했다. 초점이 잡히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눈을 깜빡이던 나는 겨우 눈을 뜨고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라고 하면 대답해줄 사람이 없으니 조용하겠군.” 조용히 말을 내 뱉고는 현재의 내 모습을 보고는 안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완전히 머리카락이 떡 됐잖아! 몸도 간질거리고! 대체 지금이 언제인거야? 그건 그렇고 욕실이 어디있지?” 하며 침대에서 일어나서 융단이 깔린 바닥에 발을 대고 걸어가려다가 그대로 바닥하고 키스하고 말았다. “치이! 왜 또 다리에 힘이 빠진거야? 흐 흐흑...레이는 왜 피냄새가 역겨운지 말도 않해주고, 아아아앙... 처음에도 두 번째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엉엉엉...레이 미워....흐흑 .... 만나면...혼내...줄꺼야...아아아앙.... 레이...미워...아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통곡소리를 내며 겨우 몸을 가눈 나는 모든 문을 열어보고는 옆에 있던 옷을 들고 욕실로 기어들어갔다. 한참후 욕실에서 나온 나는 아까 무지막지하게 울어대던 내가 아니었다. 누군지 몰라도 누군가가 놓고간 새옷을 입고 웃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제 나 혼자니까! 뭘할까...라고 말하신다면 당연히 시내구경 아니겠어? 그나저나 이 모습으로 가면 날 알아보는 놈들한테 딱 걸리기 쉬운데...어떻게 한다? ...그렇지 그런 방법이 있었어...흐흐흐”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혼자 말하고 혼자 웃는...누가 보면 미쳤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재현하던 나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한 쪽손을 머리에다 그리고 망토 비스므리한 것을 찾아 얼굴을 가리고는 생각했다. 망토로 가리고 얼굴을 바꾸면 그 누구도 볼수 없을테니까!! 설사 라엘이 마법을 시전해서 본다고 해도 얼굴만은 볼수 없게 한것이다. ‘우선은 모습을 바꾸는게 좋을꺼야! 어떻게 바꾼다? 머리색은...갈색이 좋겠군, 그리고 눈은 청색이면 돼고, 얼굴은 예전에 내가 인간이었을때의 그 귀여운(?)모습으로 바꾸면... 누구도 날 알아보지 못할꺼야!’ 내가 이런 생각을 하자 곧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완전히 모습이 바뀌자 망토로 얼굴을 그대로 가린채 레이가 가르쳐준 경신술을 발휘하여 빛같은 속도로 창문을 뛰어넘어 잽싸게 빠져나갔다. 멈추지 않고 뛰어가던 나는(다른 사람한테는 보이지 않을 정도임) 사람들이 많이 밀집한곳으로 가서 멈추고는 둘러봤다. 마침 그곳과 가까이에는 공동 화장실이 눈에 띄였다. 화장실로 뛰어가서 또 다시 머리색을 금색으로 바꾸고 망토를 어깨에 걸치고는 유유히 나와서 길을 걸어다녔다. 이 곳에 온지 처음으로 혼자 다니게 된 나는 들떠서 이곳저곳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몇일이 지났는지는 확실하게 알수 없었지만 브라운의 말을 듣은 것 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여러군데를 돌아다니다가 목이 말라서 식당을 찾으러 갈 때 길의 한귀퉁이에 노천 카페가 있어서 서둘러 그늘진 곳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직원이 메뉴를 들고 나왔다. “무엇을 드시겟습니까? 손님” 그 말을 듣고 조금 생각해보던 나는 말했다. “음...사과쥬스 한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하고는 안으로 들어간(뭐, 들어가 봤자 밖에서 속이 환히 보이지만)직원은 곧 사과쥬스를 가지고 왔다. “맛있게 드세요, 손님” “네에~”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난 쥬스를 마셨다. 한 모금의 쥬스로 목이 타오는 갈증을 해소한 나는 쥬스를 마시면서 길을 오가는 행인들을 보며 왠지 모를 행복감을 느끼던 나와는 달리 한쪽에서는 공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대체 어크리어스 후작이 어디로 증발을 한것이란 말이요?” 하는 국왕의 말에 루나의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라엘이 국왕을 만나서 아는 인물들이 병문안을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들어왔는데 침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나라를 지켜낸... 그 누구보다도 많은 공을 세운 루나가 행방불명이기에 어느때보다도 국왕의 노여움은 컸다. “밖의 경비병은 무얼 했느냐? 후작이 나가는것도 몰랐다니?” “그만 고정하십시오!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국왕의 역정에 자신도 모르게 나선 라엘은 마법을 시전했다. “대지의 기억” 이라고 외치자 자신이 방을 빠져나간 순간부터 영화보듯이 화면과 말 소리가 들렸다. 국왕과 카를로스는 이렌드 공주의 말을 듣고 어찌할바 몰라했다. 한참후 루나가 깨어나서 한발 내딛어서 바닥에 키스하는 장면과 레이를 부르며 우는 모습을 보고는 라엘의 심장이 아려왔다. “저어! 그런데 레이란 분은 누구이지요?” 열심히 정면만 보고있던 라엘은 푸른기사 단장인 브라운의 말을 듣고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그는 내 친구이자 루나의 친구입니다. 그리고 레이라 부를수 있는자는 루나 혼자뿐이니 다시는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마십시오.” 라엘의 말에 괜히 물어봤다는 표정을 짓고는 계속해서 루나의 모습만 바라봤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부터이다. 한참을 즐거운 표정을 하며 중얼거리던 루나가 얼굴을 가리더니 그대로 모습을 바꿔버렸던 것이었다. 어느누구도 이 순간에는 놀라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라엘도 루나가 이렇게까지 하고 나갔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기에 놀라움은 더더욱 커졌다. 모습을 바꾼 루나는 문이 아닌 창문을 통해 그대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빠져나가 더 이상은 볼수가 없었다. 한참을 패닉 상태에 있던 가르시미르가 라엘에게 물었다. “어클리어스 후작이 마법도 사용할 줄은 몰랐군요!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소한 5클레스 이상이어야 하는데.... 설마 마검사일줄이야?” 그런 벙쩌있는 백작을 보고는 라엘은 그저 묵묵히 있었다. 그런 라엘은 보던 국왕은 명을 내렸다. “이제부터 갈색머리 여자아이를 찾아 대려오너라! 어느누구도 망론하고...데려...” 여기까지 말을 하던 국왕은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국왕폐하! 그건 안될 말입니다. 갈색머리 여자아이를 모두 데려오라니요? 그럼 민심이 않좋아집니다.” 여기까지 말을 하고 끊는 라엘을 보고는 국왕은 말했다. “그럼 대체 후작을 어떻게 찾는단 말이요?” 그 말에 라엘은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며 말했다. “루나가 제발로 들어오기 전에는 찾을 수 없을 겁니다. 루나가 그렇게 허술하게 도망가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루나가 무슨 일을 한번 시작하면 아무도 모르게 즉 도둑이라면 완전 범죄형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분명히 루나는 잽싸게 달려가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데로 가서 상점이나 아님 다른 사람들이 볼수 없는 곳으로 가서 다시한번 모습을 바꾸었을겁니다. 그동안 루나가 해온 행동을 많이 보아온 사람이라면 그런것쯤은 쉽게 알수 있습니다. 그래서 찾을수 없다고 말씀드린겁니다.” 라엘의 말이 일리가 있는지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올때까지 기다린단 말이요? 그냥 이 도시를 떠나버렸다면 어떻하겠소?” “그건 걱정 마십시오. 루난 절대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아니 올 수밖에 없습니다. 루나가 검을 두고 갔기에...” 라엘은 루나가 남기고 간 샤이닝을 바라보았다. “그깟 검을 찾으러 다시 온단 말이요?” 그말에 라엘은 피식 웃으며 말을 하려고 하자 루나가 싫어하던 놈이 말을 가로채버렸다. “폐하! 루나님은 꼭 다시 옵니다. 루나님의 검은 보통 검이 아니니까요.” 미카엘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있었다. “루나님의 검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검입니다. 목숨보다 더 소중한... 여기 있는 여러분들도 이틀전에 보았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마지막 공간이동을 한 다크를 검으로 공간을 갈라버리고 죽여버린 것을요.” 여기까지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을 가르는 검은 자신들도 본 적이 없었기에... 공간을 가를 수 있는 검이 있다는 소리도 듣어본적이 없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검보다도 뛰어나다고 확정지을수 있었다. 그 어떤 신검보다도!! “하지만 후작을 찾아야 한다는 점은 변함없네! 아까 보니 여기에 있던 새옷을 입고 간 것을 보았을때, 분명히 가슴 부분에 은색 아이리스가 새겨져 있었네, 그러니 그걸 단서로 잡고 근위 기사를 뺀 나머지 붉은, 푸른, 검은, 은의 기사단을 풀어 찾도록 하라.” 국왕의 지엄하고도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명령에 거기에 있던 기사단장들은 조금 망설이다가 맥과 브라운이 먼저 응하니 나머지 단장들도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궁안을 저벅거리며 가던 중 맥이 한마디 했다. “역시나였어, 아무리 후작이 되었어도 루나는 루나군.” 그 말에 다른 기사단장들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말입니까?” 연장자인 맥에게 브라운은 존대를 하며 물었다. “우리와 같이 동행을 할때부터 하루에 한가지씩 일을 벌였지! 그 중에서 제일 많았던 것이 바로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기였는데 실제로 본적은 없어! 계단에서 삐끄덕거림과 함께 그라시엘님이 공간이동을 해서 잡아 주었기 때문이지! 그리고 또 한가지가 맨날 늦잠자는거야! 하루도 빠짐없이 깨우지 않으면 절대로 안일어나지. 어쩌다가 한번씩 빨리 일어나면 그게 오히려 어색해보일수가 없었지! 한번은 너 정말 루나 맞어? 하다가 루나가 검을 손질할려구 꺼냈을때 제풀에 덜컥 겁이 나서 혼난적이 있었지!” 여기까지 말을 하고는 그 동안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나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이 무얼 뜻하는지 알아챈 브라운도 같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루나가 저희집에 있을때 제이미가 데려온다고 말하는것이 그 말이었군요?” 맞장구 치며 웃고는 다시 잠잠해졌다. “이봐! 나루스, 에드워드.” 검은 기사단장과 은의 기사단장은 자신을 부르는 맥을 바라보았다. “만약에 말이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우리들보다 먼저 찾아낼 시에는 루나 말대로 해주게, 안 그러면 루나가 화를 내거든, 특히 하대를 하더라도 화를 내지 말게! 아니지, 이제 루나가 후작이 되었으니 문제 없겠군.” 맥의 말에 나루스와 에드워드는 무슨 소리냐고 말했다. 그러자 맥은 루나와 처음 만났을때의 일을 아주 자세하게도 말해주었다. 그런 말을 하고 있다가 어느새 자신의 맡고 있던 기사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을 보고는 국왕의 명을 전하고 궁밖으로 나가서 서둘러 찾기 시작했다. 기사들이 자신을 찾아 돌아다닌다는 생각을 못한 나는(설마 생각했다 해도) 자신이 하던 일에 슬슬 지겨워지게 되었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나는 슬슬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려고 생각하던 중 아주 불쾌한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이봐! 꼬마 아가씨! 우리들은 이 자리에 앉고 싶어서 그러는데 나가 줄수 없을까?” 하는 말에 루나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그들은 어디 용병쯤으로 보였는데 근육덩어리 한명과 라엘과 비슷한 몸을한 한명, 무지 빼빼하게 마른 마법사 비스므리한 인간과 비웃음을 짓는 갈색으로 몸이 탄 여자 인간 이렇게 해서 도합 네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런 그들을 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아있던 쥬스를 원샷 한 다음에 직원에게 은화 한개를 날리고는 말했다. “그러세요. 방금 나가려고 했는데 잘됏군요! 그럼 안녕히..” 라고 말을 하고는 빨리 그 자리를 일어서며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이렇게도...어마어마하게...내가 생각해도 착하게 말을 하고 가던 나를 그 들이 무지하게 비웃고 있었다. “후훗! 역시 꼬맹이잖아?”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하는 소리에 쫄아서 가버리다니.” “그래도 부자인가봐! 아까 봤어? 은화를 날리던거.” 이런저런 소리를 한던 그들을 무시한채 그대로 길을 가고 있었다. 옛날같았으면 벌써 한방 먹였는데, 아무래도 내 성질이 많이 죽었나 보다. 다시한번 어디를 갈까 하는 생각에 고민에 빠져있던 나는 내 눈에 무지 낯익은 모습을 한 인간이 보였다. ‘엥! 저 인간은 브라이튼 남작의 여식인 피리아 잖아. 어딜 가는거지?’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383 4 루나! 친구가 생기다 - 1 난 몰래 피리아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피리아가 들어간 건물을 보니 왠만한 집보다 큰 저택 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은신술을 펼쳐 저택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피리아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쯤하면 날 알아볼 인간들이 없기에 은신술을 풀고 당당하게 많이 놓여있는 좌석에 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무료하게 앉아있자 앞에서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회자 비스므리하게 생긴 인간이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여기 모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그 보답으로 빨리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경매품을 보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건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니? 놀라움에 경을 쳤다. 하기야 판타지 소설책을 읽다보면 노예 시장 같은데는 꼭 들르는 필수 코스인데 뭐...라는 생각을 가지고 흥미롭게 바라만 보았다. 처음에 어린 아이들부터 시작해서 중년의 미부까지 다양하기 그지 없었다. 경매장에 끌려온 이들은 모두다 생기를 잃은 그런 눈을 하고는 그저 멍하게만 앞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슬슬 재미가 없어진 나는 다른 곳을 물색하러 의자에서 몸을 떼었을때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왔다. “자아!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 보시고 결정하십시오.” 라는 말에 뭐 마지막이니 끝까지 봐주자라는 식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경매대에 오른 인간을 아니 저건 인간이 아니었다. 말로만 듣던 엘프였다. 녹색의 머리칼에 녹색눈, 창백한 피부와 늘씬한 키, 뾰족한 귀, 인간들은 그런 엘프를 보고는 눈이 풀어져 버렸다. “구경 소감이 어떠십니까? 이런 물건은 잘 나오지 않는 상품중의 상품, 어서 부르시지 않으면 후회합니다.” 사화자의 말이 끝나자 마자 인간들이 너도 나도 손을 들며 돈을 부르기 시작했다. “500골드” 한쪽에서 이런 말이 터지자 다른쪽에서 질세라 “600골드” “700골드” “1000골드” 라는 말이 나오자 장내는 급속도로 식기 시작하였다. 나도 누가 이렇게 높은 가격을 불렀는지 주위를 둘러보자 무지막지하게 뚱뚱하게 생긴 중년의 아저씨였다. 세상에다 목이 어디있으며 허리 경계선은 어디있단 말이더냐? 한마디로 말해서 굴러다니는 드럼통 이었다. 그런 모습을 엘프도 보았는지 아까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욱더 찌푸러져 있었다. “자아! 1000골드외 다른 분은 없으십니까? 그럼 저분에게 넘어갑니다.” 라는 말과 함께 다른 쪽에서 소리가 들렸다. “1100골드” ‘오호! 이제보니 피리아잖아? 어지간히도 맘에 들었나보네! 그렇게 큰 돈을 쓰면 남작한테 혼날수도 있을텐데...흐흐흐’ 이런 생각을 하던 도중에 또 드럼통이 외쳤다. “1200골드” ‘꽤 세계나가는데? 원래 엘프란 그만한 가치가 있는건가?’ “1300골드” ‘피리아도 대단하지! 하지만 넌 나를 처음본 순간에 아무도 않들리게 말했지! 그런 소리를 듣고도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 조금 있으면 너의 참담하게 구겨진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이 사실이니 만큼 내가 모습을 숨기고 파티장에 들어섰을 때 피리아가 호박이라고 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때 돈은 차츰 불어나고 있었다. “1800골드” “네! 저기 몸집이 좋으신 분께서 1800골드라고 하셨습니다. 저쪽에 있는 아가씨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회자의 말에 피리아는 약간 생각을 해보더니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이 많았는지 아님 저 엘프가 무지하게 가지고 싶었는지 다시 한번 돈을 올려불렀다. “2000골드” 피리아가 200골드나 올려부르자 사화자는 다시 드럼통을 쳐다보았고, 그 드럼통은 생각을 해보더니 흰 손수건을 흔들기만 했다. 그 모습을 초조하게 바라보던 피리아는 웃고 있었다. “몸집이 좋으신 분께서 포기를 하시어서 이 엘프는 저 아가씨에게...” 거기까지 말하고는 말이 끊겼다. 왜냐구 내가 말했기 때문이지. “2500골드” 내가 갑자기 돈을 불려 말하자 피리아의 얼굴은 파랗게 질리기 시작하였다. “아! 저기에 계신 금발의 아가씨께서 2500골드를 부르셨습니다. 자! 아가씨 어떻게 하겠습니까?” 라고 피리아에게 물어왔다. 피리아는 나를 한참동안이나 흘겨보더니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저쪽에 계신 아가씨께서 경매를 포기하셔서 2500골드에 금발의 귀여운 아가씨에게 넘어갑니다.” 드디어 경매가 끝이 났다.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 나가고 경매에서 노예들을 구입한 사람들만 있었다. 그들은 그때서야 돈 계산을 하고 노예를 데려갔다. “아가씨! 2500골드를 주어야만 저 엘프를 데려갈수 있습니다.” 노예상의 말에 난 주머니에서 돈이 아닌 보석을 꺼냈다. 모두가 진품이기에 그들은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난 그 보석들중 엄지 손톱만한 루비와 사파이어, 에메랄드, 진주 이렇게 네 개를 꺼내 건네주었다. 원석이 아닌 드워프들의 세공품이기에 그 가치가 하나에 몇백골드와 바꿀수 있을만큼 진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보석을 주고는 내가 산 엘프를 쳐다보았다. 그 엘프는 내 눈을 피하며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이봐! 난 이녀석을 데려갈 하인을 불러오지 않았으니까 빨랑 팔목하고 발목에 걸친 쇠고랑 풀어.” 노예상을 쳐다보며 말하자 보석만 쳐다보다가 퍼뜩 정신이 들어서 내게 가까이 와서 말했다. “안됩니다.아가씨! 저 엘프가 도망치면 어떻게 하실려고 그러십니까?” “도망치면 잡으면 될꺼아냐? 그러니까 어서 풀어.” 내 반 협박어린 말에 노예상은 열쇠로 쇠고랑을 풀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엘프는 뭐가 궁금한지 머리를 갸웃거렸다. “이봐! 엘프, 빨랑 따라와! 안그럼 거기에다 놓고 갈테니?” 내말에 엘프는 나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저택에서 벗어나자 난 엘프에게 물었다. “야! 엘프, 너 어디서 왔냐?” 엘프는 심히 불쾌하다는 식의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내 이름은 엘프가 아니다. 그건 종족 이름이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이름을 안가르쳐 줬잖아. 아! 그리고 보니 내 이름도 안가르쳐 주었지? 내 이름은 루나 라고 해. 니 이름은 뭐냐?” 나의 엄청나게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말에 엘프는 잠시 동안 생각한 다음에 말했다. “내 이름은 가브리엘 이다.” “기브리엘 이라고? 이름이 너무 길잖아? 이제부터 가브 라고 부를께! 그런데 어디서 왔어?” 내가 이름을 줄여서 불렀음에도 그 엘프는 그려러니 하는 얼굴로 말했다. “파이넬 왕국의 커다란 숲이란 곳에서 살았다.” “커다란 숲? 거 참말로...그 작명센스는 내가 배우고 싶군? 그나저나 넌 어떻게 해서 노예로 팔리게 되었지?” 엘프 입장에선 무자비하게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는 이 작은 인간을 쳐다보며 말했다. “모험을 하려고 숲에서 빠져나와 노숙을 하며 잤는데, 일어나보니 손목과 발목에 쇠고랑이 채워져 있었다.” 참으로 어이없이 잡힌 엘프를 보고 할 말을 잃었던 난 다시 물어봤다. “이젠! 어떻게 할거지? 난 잠시동안 놀다가 다시 들어갈건데.” 내 말에 엘프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얼굴을 하고는 계속 나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넌 앞으로 어떻게 할것이냐? 이 말이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그럼 나에게 선택권을 맡긴다는 뜻이냐?” “물론” 그런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고는 말했다. “니가 나를 샀는데...?” “그래서 내가 너를 노예로 부려주길 원하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아니지만 어쨌다고?” “우리 엘프족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상대방이 죽을때까지 따라다니며 보답을 해야한다라는 말이있어! 아니 꼭 그렇게 해야해.” “그러니까 니 말은 내가 죽을때까지 따라다니며 은혜를 갚는다라는 말인데! 만약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널 샀다면 이렇게 말을 했을까?” 내 말에 엘프는 생각도 안해보고 말했다. “아니다. 그들은 날 여러모로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그러나 너만은 나를 풀어준다고 하였다. 그래서 이제부터 난 너를 따라 다닌다.” ‘치이! 엘프 주제에 못하는 말이없네? 하지만 난 너보다 빨리 죽지않는데 어떻하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그냥 무작정 걷기만 했다. “야! 가브! 너 말이지, 머리카락으로 귀 좀 가려라! 안그럼 인간들의 눈총을 받으니까?” 하는 말에 가브는 순순히 머리카락으로 귀를 숨켰다. 그 순간에 나와 가브리엘 옆으로 은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지나치고 있었다. 서로 아무것도 모른채... “이제보니 벌써 정오잖아? 가브, 너 배고프지 않냐?” 그 말에 가브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 소심하기 이를때없는 가브의 손목을 잡고 식당을 물색하던 중 고급스러워보이는 곳이 눈에 띄여서 그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마자 점원이 나와서 인사를 하며 창가의 탁자로 안내를 했다. 안내를 받으며 의자에 털석 주저앉은 나는 오늘의 요리를 가져오라고 했고, 가브를 위해 특별히 야채와 과일을 주문했다. 그러고는 할 일이 없어진 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무슨 놈의 기사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는거지? 얼레 저긴 갑옷이 약간 다른걸 보니 가사단장 쯤 되겠군.” 나는 좀 특이한 검은색 갑옷을 입은 놈을 보며 보며 말했다. 기사들이 온 도시를 뒤적거리고 있는 동안에 나와 가브는 편안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브 한가지 물어볼것이 있는데! 엘프이면 마법이라든지 정령술 아님 검술을 잘한다던데 넌 어떤걸 잘해?” 나의 난데 없는 질문에 가브는 과일 먹기를 중단하고 말했다. “엘프는 원래 자연 친화력이 있어서 정령술은 기본으로 해. 그리고 난 치유마법과 약간의 궁술과 검술을 할줄알아! 여행을 할려고 익혔기 때문에...” 그 말에 나는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커다란 숲인가 뭐시긴가 하는 숲에 엘프들이 많아?” “당연하지! 다른곳에도 엘프들이 살고 있다 해도, 내가 살던곳이 훨씬 많아.” 난 가브의 말을 듣고 다시 식사를 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식당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잠시후에는 더욱더 시끄러워졌다. “이봐! 우린 식사를 하러 왔다.” “아이구 손님! 죄송하지만 지금 식당안에 빈자리가 없습니다.” 점원의 절절한 말에 그 놈들은 다시 말을 했다. “그럼 빈자리를 만드면 될 것 아니야?” 그러자 점원이 아닌 주인이 튀어 나와서 사정을 했다. “치이! 드럽게 시끄럽네.” 하며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노천 카페에서 나에게 꼬마라고 말하던 놈들이었다. 그 쪽에서도 날 보았는지 전에 본 비웃음을 띄우고는 주인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가 빈 자리를 만들지.” 하며 말하는 그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여자가 내쪽을 걸어오기 시작했고, 주인과 점원은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고 그저 벌벌 떨기만 했다. 난 그런 그들을 모른척 한 채 그저 먹는데만 집중했다. “아까 만난 꼬마 아가씨 아냐? 이런! 그새 동료가 생겼네?” 하며 물어보는 그 싸가지 여자의 말을 무시한채 그저 ‘뉘집 상가집 개가 짖나’하는 식으로 먹기만 했다. 내가 자기의 말에 무시를 하자 슬슬 열이 받히기 시작하는지 큰소리로 말했다. “야! 꼬마! 너 사람말 무시하는거니? 호박 같이 생긴게 돈 좀 있다고 뻐기는 거야? 뭐라고 말 좀 해봐, 이X아?” ‘어쭈 저게 이제 욕까지 하네!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거야 뭐야?’ “지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거지?” 원래는 내가 해야 할 말을 가브가 나서며 말을 했다. 난 그런 그를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저 보고만 있었다. “호호호! 잘생긴 오빠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난 그저 저 재수없게 생긴 꼬마에게 말하는 거예요! 그러니 상관하지 말고 계속 식사 하세요. 야! 꼬마 내 말이 않들리는거야?” 여기까지 말하자 뒤에 서있던 세 놈이 다가오며 말했다. “이봐! 롤리, 너무하는거 아냐? 그래도 여잔데? 어떻게 남자 대하는 거랑 여자 대하는 거랑 180도로 변하냐?” “그러게 말이야! 그냥 우리 할말만 하면 돼 잖아?” “그럼 그럼” 셋은 아주 죽이 잘 맞는지 느글느글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만, 칼, 다인 너희들은 가만히 있어! 내가 해결할테니! 야~꼬마 내 말 않들리냐? 귀를 좀 뚫어 줄까?” 아무래도 나를 엄청나게 몰아넣고 있는 듯이 괭장히 즐거운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귀는 정상이니 할 말이 있으면 빨리 하고 사라져라! 난 해야 할일이 있으니.” 나의 엄청난 반말에 그 여자는 어이없어하고, 뒤쪽의 남자들은 피식 웃기만 했다. 한참을 어이없어하던 여자는 정신을 차렸는지 다시 한번 큰소리로 말했다. “야! 이X아! 보아하니 귀족은 아니고 평민인 주제에 용병인 우리한테 게기는거냐?” 하며 내 멱살을 잡고 말했다. “언제 평민의 신분이 하락하고, 그 자리를 용병이 차지했지?” 내 말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며 손을 위로 올려 빰을 때리려고 하는 찰나에 가브가 그 여자의 손목을 잡고 말했다. “보자보자하니 너무 하는군! 이렇게 연약한 소녀에게 어떻게 폭력을 쓰는 건가?” ‘어이 가브! 난 연약하지 않은데?’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이 말을 하며 웃음거리로 전락하니 그저 무덤덤하게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머나! 다 큰 남자가 숙녀의 손목을 잡다니요. 그렇게 제가 좋은가요?” 하는 말에 뒤에 서 있던 남자들은 헛구역질을 하는 시늉을 했고, 가브는 놀랐는지 얼른 손을 놓아 버렸다. 그런 가브를 보면서 한 마디 했다. “아잉! 오빠는 나중에 상대 할게! 지금은 이X부터 없애고...” 라는 말과 함께 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내 목에 갖다 대 었다. “자~이제! 이 롤리님의 말을 않들은 댓가를 치러야지?” 하며 더더욱 검을 목 가까이에 대기 시작했고 가브는 옆에 있던 장식용 검을 잡고 위협을 했다. 그러자 또 뒤에 있던 두명은 각각 무기를 꺼내들고 또 한 명은 캐스팅을 하면서 가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한번 쳐다보고 롤리라는 여자한테 한마디 했다. “어이가 없군! 너희들이 그러고도 용병이라 할 수 있는가? 선량한 국민에게 칼을 겨누고 이 왕국에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아 참! 중요한 것 한가지! 지금 무슨일인지 모르겠지만 왕실의 기사들이 수도를 들쑤시고 다니던데 지금 소란이 벌어지면 너희들한테 별로 좋은 영향이 아닐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내 말을 곱곱히 꼽씹던 녀석들은 비릿한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괜찮다. 우리들을 봐주시는 분이 계시거든.” “그게 누군데?” 내가 반말로 말하자(물론 아까침부터 그랬지만) 불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분은 네가 함부로 부를수 있는 분이 아니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군데?” 나의 끊임없는 질문에 뒤에 있는 남자들 중에 마법사가 말했다. “그분은 브라이튼 남작님이시다. 우린 현재 그 분께 고용되어있지.” ‘겨우 남작 나부랭이(?) 이름 말하면서 시간 한번 끝내주게 질질 끄는군! 아! 아니 이런, 이제보니 아까 그 피리아의 아버지.... 대체 무슨일이길래 용병을 고용한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머리가 아파지자 얼굴을 심하게 구기고는 말했다. “무엇 때문에 너희들을 고용한 거지?”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그 들은 개 기름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말했다. “우린 이제부터 피리아 아가씨의 호위병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면 그 누구도 우릴 함부로 대할 수 없지?” “꼬마! 그건 그렇고, 이젠 우리들의 일이 뭔지 알았으면 얼른 자리를 뜨는게 좋지 않겠어? 우린 지금 매우 배가 고프다구! 그리고 여기있는 아가씨가 너를 꽤 많이 싫어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그 말이 끝나자 난 가브에게 물었다. “야! 먹을 것 다 먹었지? 그럼 가자고, 다른데로...놀 시간이 부족하니 빨리 나가자?” 하며 가브의 손목을 끌고 돈 계산하러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롤리인가 몰리인가 하는 여자가 우릴 붙잡으며 말했다. “이봐! 꼬마. 이 오빠는 두고 혼자 가야지? 그러면 그냥 가게 해 주지.” 그 말에 가브는 더 이상 말을 듣기 싫은지 반대편만 쳐다보고는 말했다. “루나! 빨리 나가자, 이런 곳에 더 이상 있기 싫어!” 가브가 한 마디 하자 그 여자는 더욱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 오빠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데! 만약에 이 꼬맹이의 안전을 생각해서라도 남는게 어때요?” 난 시간 끄는게 딱 질색이라 이런 말을 듣고 한마디 했다. “이봐! 시커먼스 여자! 내 친구가 싫다 잖아! 그러니 여기엔 신경끄고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들이나 신경쓰시지! 셋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하는데, 안 그런가? 정령 만족을 못한다면 남창이라도 찾아가! 물론 그럴때엔 에이즈에 걸릴 가망성이 높겠지만 싱싱하고 파릇파릇한 놈을 찾으면 괜찮을 꺼야! 그런 우린 바빠서 이만 실례할께.” 그들은 이말을 듣고 서로가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며 고함을 질렀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는데, 꼬맹이 너의 버릇을 고쳐주마.” “꼬맹이인 주제에 못하는 말이 없군.” “내일이면 뒷골목에 버려져 있을것이다.” “중얼중얼” 세명의 악담을 들으며 다른 한놈의 말을 듣자 나는 안색을 굳히고 가브에게 말했다. “마법이다. 피햇.”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364 4 루나! 친구가 생기다 - 2 이 말에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바닥에 엎드렸고, 나와 가브가 있는곳에 파이어 볼이 날아왔다. 나와 가브는 다행히 피할수 있었지만 벽은 피할수 없어서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먼지가 피어오르고 식당안은 난장판이 되어 주인은 울상만 짓고 있었다. 뻥 뚫린 구멍으로 사람들은 멀찍이서 구경만 했다. “콜록 콜록! 가브 괜찮아?” 내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안부를 묻자 가까운 곳에서 소리가 들렸다. “난 괜찮아!” 먼지가 걷히자 파이어 볼에 맞은 곳을 정말로 볼만했다. 뻥 뚫린 벽하며 식기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떤채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계속 엎드려 있는 이들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난 뻥 뚫린 벽을 통해서 밖으로 나왔다. “가브! 뭐해, 빨리 나와! 나 안기다리고 먼저 간다?” 하며 걸음을 옮기자 가브는 먼지를 털어내며 나를 쫒아 나왔다. 그런데 이런 우리들의 멀고도 바쁜 길을 가로막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 들은 바로 개기름 4남매. “어이! 어디가는 거야! 이정도로 도망가면 심심하잖아?” “무서워서 도망가는 꼴이라니. 아까 반말하던 기백은 다 어디로 갔지?” “좀전엔 피할수 있었지만 이젠 피 할수 없다. 만약에 너희들이 피하면 이곳 사람들이 다치거든...” “아! 그리고 이곳에 있는 상가들도 많이 부서질꺼야!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우리에게 무릎을 꿇고 빌어라. 그럼 용서해 줄 수도 있어.” 개기름 4남매의 말을 듣자 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나를 본 놈들은 드디어 내가 실성을 했다고 판단했는지 더욱더 개기름을 짜내고 있었다. “이봐! 난 도망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말이 심하군! 지금 너희들은 방금 카옌 왕국의 국민들을 인질로 잡고 나와 협상하는 그런 자세인데 그건 바로 이 나라에 반역을 하겠다는 말로 들리는군.” 나의 논리정연한(?) 말에 그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다시금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 “흐흐흐!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이냐? 우리에게는 그분이 계신다. 그러니 이번일은 무마해 주실것이다.” 난 그말에 다시한번 내 고견을 말했다. “하지만 이번일은 무마하지 못할것이다. 너희들이 한 말을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었거든! 귀족 한명이 여기있는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아. 옛 말에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 라는 말이 있거들랑.” 그 말을 하자마자 그들은 다자고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는 아까 일이 있은 후로 그저 담담하게 지켜보고 나머지 개기름 3남매가 검을 뽑고는 달려 들었다. 마침 장식용검을 잡고 있었던 가브가 그들을 막으며 나에게 말했다. “루나! 어서 도망쳐!” 가브의 말에 난 그저 가만히 있으며 말했다. “가브! 정령술은 어따 두고 않쓰는거야? 난 그거 구경하고 싶단 말이야.” 나의 한가한 말에 가브는 약간의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저기에 있는 마법사가 캐스팅을 하고 있는거 않보여?” 가브의 말에 마법사를 쳐다보니 나에게 비릿한 시선을 보이며 캐스팅을 하고 있는게 보였다. 난 재빨리 왼쪽 허리에 손을 뻗었다. “어라라! 샤이닝이 어디로 갔지? 아참!! 안가지고 왔지.” 아침에 그저 빨리 나오고 싶다는 생각에 깜빡하고 샤이닝을 챙기지 않고 나온것이다. 그냥 실드를 쳐서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러기 싫어서 주변을 둘러보자 내 발옆에 길다란 나뭇가지가 굴러다닌 것을(이건 또 어디서 나왔지?) 본 나는 얼른 그걸 집어들었다. 그 모습은 본 이들은 모두가 안색이 창백해지고 가브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세명을 상대하며 그저 고개만 가로 저었다. “매직 미사일” 마법사의 캐스팅이 끝났는지 미사일이 나 한테 5발 정도가 쏘아졌다. ‘치이! 겨우 5개라니? 나를 뭘로 보고 이따위 어린애 장난을 하는거야?’ 쏘아져 들어오는 매직 미사일을 보법을 밟으며 가볍게 피하면서 나뭇가지에 기를 불어넣어 어떤 검보다도 더욱더 단단하고 날카롭게 만든 다음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토록 일일이 다 쳐내었다. 그리고 곧바로 귀찮은 마법사 녀석에게 달려가서 나뭇가지로 뒷통수를 살짝(?)때려서 기절을 시킨 다음에 남은 개기름 3남매를 바라보았다. “가브! 여긴 처리했으니까 거긴 너가 알아서 해결해!” 내가 가브에게 소리치자 가브와 개기름 3남매는 놀라워하는 기색이 보였다. “오! 루나도 이제보니 한 실력하는구나?” ‘바부팅이! 이제야 알아봤냐?’ 따분하게 그들이 하는 것을 쳐다보자 그 여자가 소리치며 나한테 뛰어들어왔다. “감히! 다인을 죽이다니 용서할수 없다.” 어뚱한 소리를 하던 롤리인가 뭐시긴가 하는 여자를 바라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바부팅이! 이놈은 죽은게 아니라 그냥 기절한거야. 죽은거하고 산거하고 구분도 못하면서 어떻게 용병을 할수 있었지?” 가슴에 대못을 박는 소리를 하자 그 여자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식의 얼굴을 하고는 열라게 달려들며 공격을 했다. 그런 그녀의 공격을 받으며 요리조리 피하며 미소를 달았고, 그런 나를 보는 그 여자는 더욱 악에 받히는지 살수를 쓰고 있었다. 한참의 공방전에 가브쪽에서는 벌써 한명이 상처를 입고 쓸어져 있었다. 계속하다가는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그냥 끝내버릴려고 했는데 한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그 곳에서 싸우는 자는 멈춰라.”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피리아와 브라운과 청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우루루 몰려왔으며 다른쪽에서는 다른 색의 갑옷을 입은 자들이 몰려왔다. ‘이런! 브라운이 잖아? 어서 여길 피해...아니지! 지금 모습을 바꿨으니까 못 알아볼꺼야.’ 그들을 쳐다보며 가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브라운 단장님! 저들은 저를 호위하는 자인데 지금 이들에게 핍박을 받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제 호위병들은 아무 잘못 없어요.” 하며 가브를 쳐다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알고는 이 모든 일을 피리아가 꾸몄을 것이라는 것을 지례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다른 기사들까지 몰려온거지? 혹시 피리아가 불러온게...?’ “그대들은 누구인데 왜 브라이튼가 피리아양의 호위병을 핍박하는것인가?” 브라운의 말에 난 당당하게 말했다. “저흰 그냥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들어와 자리가 없자 갑자기 우릴 핍박하며 빨리 나가라고 하지 않았겠습니까? 더구나 우리에게 매우 모욕적인 언사를 했으며 여기 있는 사람들을 인질로 만약 우리가 자신들의 공격을 피하게 되면 이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니 무릎을 꿇고 빌라고 말했습니다. 저와 제 친구에게 무례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카옌 왕국민을 인질로 잡고 협상을 벌이려는 점은 반역을 꾀하는 무리들과 무엇이 틀립니까? 그부분을 참작해 주실길 바랍니다.” 내가 생각해도 어마어마 하게 술술 풀리는 말빨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게 정말인가?” 다른 색의 갑옷을 입은 사람이 묻자 얼른 말하려고 폼을 잡을 쯤 개기름 남매가 나서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들이 먼저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개기름 남매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헉! 이런 말도 않되는 일이...정말이지 말세로다 말세야.” 그 말을 듣고 이렇게 중얼거릴때 브라운이 물었다. “저들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는데 너흰 어떻게 하겠는가?” 그 말에 가브가 먼저 대답했다. “저희들도 무고를 주장합니다. 그리고 저들이 한일은 여기있는 모든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남작의 권력을 등에 업고 저지르는 행위.. 심히 불쾌합니다.” 가브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던 브라운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갈피가 잡히지 않자 그 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힘만 센줄알았더니...제법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잖아.’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브라운과 그 외의 인물들이 소곤소곤 쏙딱쏙딱 거리고 있었다. “가브! 안다쳤어?” “나야 좀 다쳤지만 마법을 쓰면 다 나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나저나 너 대단하더라? 나뭇가지 한개 들고 검을 막다니! 신기해.” “다 나의 잘남아니겠어?” 가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판결이 났는지 우리쪽을 보며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이 말했다.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본 결과 이 일은 다 너희들 책임으로 밝혀졌다. 에릭, 오거스트! 저들을 연행해 가라! 우린 다시 일을 시작한다.” 그의 호명에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 둘이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저 사람들은 지금 브라이튼 남작의 핍박을 받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 분명해.’ 여기까지 생각하자 열이 받힌 나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난 당신들이 피해가지 않도록 공격을 막았는데 당신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는 겁니까? 만약 나와 여기있는 가브가 귀족이었다면... 아니 이건 집어치우고, 남작의 권력이 이렇게 많이 작용할 줄이야 정말이지 생각도 못했군요?” 그들은 내 말에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개기름 중 기절한 놈을 뺀 나머지 3남매가 비릿하게 웃었다. “잠깐만요! 기사님들, 저기있는 녹색머리 남자는 아무 잘못이 없답니다. 다 저 여자가 꾸민 일이예요! 저 남자는 인간이 아닌 엘프예요. 그러니 인간들의 법을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피리아의 말에 기사들은 잠시 패닉상태에 빠져들었다. 저 남자가 엘프라니... 이 곳에서 엘프를 보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을 차린 은색의 갑옷을 입은 기사가 말했다. “엘프이면 인간들의 법에 따르지 않아도 되니 풀어드려야 겠군.” 하며 가브는 두고 나만 잡아가려고 했다. “이게 무슨짓입니까? 그녀는 제 친구입니다. 우린 잘못한게 없습니다. 브러시아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자 기사들은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고 허둥지둥 할 뿐이었다. 엘프가 자신이 섬기는 신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맹세를 한다는 말을 그게 곧 거짓이 아닌 진실이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난감하군! 사람들은 이들이 범인이라고 하고, 엘프분은 아니라고 하고, 또 우리는 맡은 일이 있어서 바쁜데 어떻게 한다?” 기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 갑자기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바람이 불어왔다. 여기까지 괜찮았는데 문제는 바로 이 다음에 발생했다. 바람이 불면서 내 몸을 덮고 있던 망토가 약간 젖혀지게 되었는데 은실로 수 놓아진 것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하고 빛이 났기 때문이다. 이걸 본 나는 그때서야 문장이 새겨진 옷을 입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망토를 여몇는데 이걸 본 기사가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저! 실례하지만 레이디! 망토를 약간만 젖혀보겠습니까? 다른 뜻은 없고 그저 확인할것이 한가지 있어서 말입니다.” 그 기사의 말에 모두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무슨 일이냐는 듯이 묻는 듯했다. ‘이런! 들켰나? 이러면 안되는데...어떻게 한다?’ “호호호! 왜 그러시나요. 기사님?” 나의 가식적인 웃음에 기사는 약간 안심을 했는지 다시 물었다. “방금 바람이 불어와서 레이디의 망토가 젖혀지며 은빛이 나서 한번 물어본겁니다. 실례를 했다면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말하자 다른 기사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 몰렸다. “아! 은색? 그건 제가 은으로 만든 브로치를 하고 있어서 그럴꺼예요. 그러니 안심하시고 다시 돌아가시는게 어떨지...”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려고 했을때 갑자기 가브가 같이 가자고 망토를 잡아 당기는 바람에 망토가 훌러덩 벗겨져 버렸다. ‘이런 낭패가 있나? 그래도 그냥 시침때고 가면 모를꺼야? 나를 찾아다녔다는 보장이 없잖아?’ 나만의 생각에 잠길려고 했을때 기사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각하를 뵙습니다.” ‘헉! 이게 무슨 개 같은 소리를 하는 거지?’ “저! 사람을 잘 못 본게 아닌지요? 제가 어찌 후작이 되겠습니까?” 하고 돌아섰을때 마침 맥이 나를 향해 오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재수 없는 인간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딱 걸렸네!” 한 숨을 쉬며 난 브라운에게 물었다. “브라운 아이틴, 푸른 기사단장에게 묻겠다. 아까 있었던일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내 말을 듣고는 브라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후작 각하께서는 무죄입니다. 오히려 저들이 유죄이지요! 그리고 푸른 기사들은 들어라. 방금 후작 각하께 죄가 있다고 한 자들을 모두 연행하라. 그들은 죄를 짓지 않은 각하께 죄를 뒤집어 씌워 곤란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피리아양도 같이 가셔야 겠습니다. 피리아양의 잘못이 제일 큰 것 같으니?” 그 말을 들은 이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고, 특히 개기름 남매의 얼굴은 볼만했다. “브라운! 국민들에게는 죄가 없소. 단지 남작의 핍박에서 벗어나고자 그랬을뿐. 그러니 국민들의 연행은 두고 오히려 브라이튼 남작을 연행해야 할것이요! 얼마나 사람들을 못살게 굴었으면 바른 말도 못하게 되어버렸을지 생각해 보시오 . 마지막으로 자식 교육을 정말로 잘시켜서 궁전에 초대한다고 하시요. 내 말은 이게 끝이요.” 기나긴 말이 끝나자 국민들은 환호를 질렀고 피리아 일파는 더욱더 하얗게 질려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너희들은 모두 저기 있는 사람들을 연행해 가라. 그리고 각하께서도 빨리 궁으로 가셔야 겠습니다. 지금 각하께서 나가시고 발칵 뒤집혀져 있거든요.” “에엥! 브라운, 나 조금만 더 놀다가 가면 안될까? 아직 안가 본데가 수두룩뻑짝 한데...” “안됩니다. 그리고 우선은 그 모습부터 고치시지요” “알았어 그렇게 하면 될거아냐? 그리고 니가 언제부터 존대를 했다고 그러냐? 닭살 돋히니까 평소에 하던대로 해.” 하며 난 평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가브는 어리둥절해 하며 그대로 얼어버렸다. “가브! 왜 그래! 충격먹었어? 정신 않차리면 이대로 두고 그냥 간다?” 역시 이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루나가 귀족이었어? 그리고 이 모습이 진짜? 장난 아니게 이쁘잖아.” “가브~~엘프주제에 못하는 말이 없어! 브라운!! 이 엘프는 나랑 친구니까 정중하게 모시라구.” “물론” 이제 이대로 궁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현실에 가슴이 답답해 오고 있었다. “루나! 아니 후작 각하께서 없어지신 바람에...” “나도 알고 있으니 그만 해! 맥” 그렇게 난 가브를 데리고 브라운과 맥 그리고 다른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궁으로 발을 옮겼다. “브라운! 너하고 같이 가는 사람들 이름이 뭐야?” 나의 갑작스런 질문에 부라운은 빙긋이 웃고는 말했다. “루나! 왜? 흥미있어? 여기 은색 갑옷을 입은 사람은 에드워드 다니엘. 그리고 검은 갑옷의 사나이는 나루스 맨채스터야! 모두 자작이라구.” 브라운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그들은 나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봐! 단장님들! 난 이런 허례허식은 싫어하니까 편하게 대하라구.” 내 말에 그들은 어려워하면서 그럴수는 없다고 말하자 난 힘으로 눌러버렸다. “이건 말이지, 높은 작위를 가진 귀족으로써 명령이다. 공적인 자리가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는 모두 하대를 하도록.” 내 말에 그들은 그저 어쩔 수 없이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하하하.... 이렇게 황당한 일은 내가 엘프들의 역사상 처음 당하는것일것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올 정도였다. 장로님들과 아버님께 겨우 여행을 다녀오라는 허락을 받고, 숲을 나간지 하루도 못돼서... 잡히고 말았다. 노예상에게...인간이 아닌 엘프라는 이유만으로 난 많은 인간들의 눈요기거리가 되었다. 팔리고, 팔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중에 난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과 자괴감에 빠져들었지만 스스로 죽지도 못했다. 발목과 손목에는 마나를 제압하는 커다란 쇠사슬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으니깐... 그렇게 점점 삶에 대한 짐착을 버리고 있을때 난 또 경매물이 되어 있었다. 경매물이 된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비싼 옷이 입혀져 있었다. 그걸 본 나는 곧 팔려나가리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나와 같이 있던 많은 인간들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나중엔 나혼자 남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난 경매장에 인간들에게 이끌려서 들어가게 되었다. 나를 보며 환호를 지르는 인간들.... 귀가 멍멍해질정도였다. 곧 경매가 시작되었고, 인간들은 서로 높은 가격을 외쳤다. 가격이 올라갈수록 경매에 참여하는 인간들이 줄어들더니 한 여자 인간과, 보기에도 구역질이 날것 같은 남자 인간이 남았다. 경쟁적으로 외치는 그들의 모습...정말로 보기 싫었다. 종족은 다르지만 같은 생명체인데 어떻게... 나에게 이런 모욕을 줄수 있지?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었다. 경매는 여자 인간이 이긴 듯 남자인간이 하얀 손수건을 흔들었다. 나를 보며 미소를 짓는 그 여자 인간은 잠시후 구겨져 버렸다. 금발을 한 여자 인간이 더 높은 가격을 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인간은 나를 쳐다보지는 않고 오로지 울상을 한 여자 인간만 보았다. 돈을 내며 노예들을 데리고 갈 때 그 금발의 여자인간은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보석으로 나를 완전히 사버렸다. 사는 동시에 내 자유를 억압하는 손목과 발목에 채워진 것들을 풀어내는 그녀... 탐욕의 눈빛이 아닌 슬픔에 젖은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처구니 없는 그녀는 나에게 몇가지 물어보더니 내갈길을 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난 당장 갈곳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 엘프족에게 내려오는 말에 은혜를 입었으면, 평생을 따라다니며 지켜줘야만 하였다. 또 한가지.... 그녀가 원하기만 하면 결혼을 할수도 있었다. 물론 내 앞에 있는 루나라는 소녀는 절대로 그런 마음이 없을 것 같으니 내가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금방 사라지게 만들어 버린 사건이 터졌다. 인상이 좋아보이지 않는 남자와 여자에게 둘러쌓인 루나는 한 말빨로 그들을 뭉게고, 끝내는 싸움에서 이겨버리는 쾌거를 이룩해버렸다. 그것도 얍실한 나뭇가지 하나로..... 더 놀라운건 귀족이라는것이다. 그녀가 무단 외출했다고 궁안이 뒤집어져 버릴정도로 매우....음 뭐랄까? 소중한 인간? 아니 아니..그건 어감이 영 않좋고.... 귀중한 인간? 음...이게 좋겠군.. 귀중한 인간...게다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 루나는.... 나를 한눈에 뿅가게 만들정도로 아름다웠다. 엘프 마을에서 아름다운 엘프들만 보고 자란 내 눈에서 확실하게 아름다운 것은 이런것이다를 확인시켜주는 듯 하였다. 다른 인간들과 호탕하게 말하고, 웃는 루나가 부러워졌다. 나에겐 그런 친구가 없었으니깐.... 뭐 힘으로 눌러버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귀여우니깐.... 카옌 왕국의 왕궁은 가히 할말을 잃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곳에서 루나가 살고 있단다. 내실로 들어갔을때는 눈이 돌아가고 말았지만.........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301 5 루나! 친구가 생기다 - 3 그러다가 어느덧 진짜로 빠르게 궁에 도착하게 되버렸다. 정말이지 조금만 더 놀다가 가고 싶었는데... 내실로 안내되어 들어가자 국왕의 가족과 라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그저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어클리어스 후작! 피곤 할테니 오늘은 이만 가서 쉬도록...” 국왕의 말에 난 고개를 숙이고는 가브는 내 똘만이들에게 맡겨 놓은채 방안으로 다이빙 했다. 그대로 잠드려는 순간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라엘이 나왔다. “라엘, 무슨일 이야? 난 지금 피곤하니까 이만 나가줄래?” 엄청나게 무뚝뚝한 말을 들은 라엘은 나에게 다가오더니 급기야는 내 뺨을 때렸다. “꺄악! 라엘, 무슨 짓이야! 아프잖아?” 내 말에 라엘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는 말했다. “니가..니가...갑자기 없어져서...얼마나 걱정한지 알아?... 갈려면 미리 말이라도 하고 가야 할 것 아냐!” 얼굴이 창백해진 라엘은 수전증에 걸린 인간 마냥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도 더듬거리렸다. 평소의 라엘 트레이드 마크가 없어진듯.... “야! 라엘 니가 무슨 내 보호자라도 되는거야? 그리고 누가 너보고 내 걱정해 달래? 그런 감정 낭비따윈 하지 말라구! 오늘일은 그냥 넘어가 줄테니 빨랑 나가버려, 혼자 있고 싶으니까.” 맞아서 열이 받히는 바람에 엄청나게 싸가지 없는 말을 라엘에게 퍼부었다. 그래도 라엘은 가지 않고 계속 서 있었다. “라엘! 빨랑 나가! 난 지금 기분이 매우....” 말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라엘이 나를 안아버리자 순간적으로 당황해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게 무슨 짓이야? 빨리 안떨어져?” 소리를 지르며 밀쳐내려고 했지만 남자여서 그런지 완력이 나보다 더 강해서 말을 듣지 않았다. “루나! 넌 우리들의 보물이다. 그러니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거야! 때린 것은 미안해, 하지만 알아둬, 내가 널 얼마나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그 말을 마치고 팔을 풀더니만 이마에 키스를 하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라엘! 너 거기 안서 어디에다 입을 맞추는거야? 걸리면 너 죽었어~” 역시나 나는 감정 결핍증 인 것 같다. 라엘의 갑작스런 일을 뒤로 하고 나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한참을 꿈나라에서 해매고 있을때 갑자기 한 소리가 들려왔다. “루나, 안 일어나면 이대로 식당으로 안고 간다?” 그 소리가 뇌에 전달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봤다. 침대 옆에는 어제와는 달리 환하게 웃고 있는 라엘이 서 있었다. 난 그런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는 말도 하지 않은채 세수를 하고는 그대로 아래로 내려갔다. 어느 누가 자신을 때린 놈을 보고 방긋방듯 웃으며 대할까? 그런 인간들은 필히 하얀 집으로 데려가야 할것이다. 무시하는 나를 보던 라엘은 시무룩하게 물었다. “루나, 어제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는거야?” “당연한걸 왜 물어? 어제일 생각하면 감정 상하니까 더 이상 말하지마.” 무뚝뚝함이 떨어지는 말에 라엘은 그저 어찌 할바를 몰라 안절부절하며 어떻게 하면 내가 화를 풀까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듯 하였다. “앙! 가브, 좋은 아침~어제 잘 잤어?” 식당으로 가는길 모퉁이에 어제 친구가 된 엘프가 보였다. “그럭저럭, 루난?” “나? 아주 않좋았어.” 하며 가브와 걸어가는 내 모습에 질투심이 느껴졌는지 라엘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저 엘프하고는 어떤 사이야?” 그 말에 물으나 마나한 애기를 한다는 식으로 나는 말했다. “친구” “어떻게 만났는데?” 그 말에 가브가 대신 설명해 줬다. “그러니까 어제 어쩌고 저쩌고 어영부영하다가 만났습니다.” 가브의 말에 라엘은 안색을 굳히고 나에게 물었다. “저 엘프를 구해 줬다구? 그래서 친구로 지내는 것이고?” “당연한 애길 왜 물어?” 내 말에 가브는 전음을 했다. ‘바보야! 너 엘프에 대해 아는게 뭐야?’ 그런 말을 하는 라엘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알만큼 알아! 근데 왜 물어보는거지?’ 내 말에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으며 라엘은 말했다. ‘이 바보야! 엘프족을 구해 줬을 시에는 동성일 경우에는 그 자가 죽을때까지 계속 지켜줘야 하고 이성일 경우에는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한쪽귀로 라엘의 말을 흘려 듣던 난 폭탄같이 충격적인 말을 듣었지만 워낙에 강심장이라 꿋꿋이 버티어 내며 말했다. ‘아아! 결혼, 난 또 뭐라고? 뭐라고 했어! 지금 결혼이라고? 하지만 가브는 그냥 평생 무료 봉사라고 말했는데?’ ‘구해주자 마자 자신하고 결혼해 달라고 하는 놈이 어디있냐? 계속 상대방의 주위를 맴돌면서 자신을 각인 시킨 다음에 청혼하는 거지.’ ‘그랬어? 하지만 난 여행을 끝마치면 어차피 환계로 갈거니까 문제 없잖아! 그러니까 더 이상 이 일로 왈가왈부 하지 마.’ 내 말에 꿀먹은 벙어리가 된 라엘은 그저 나와 가브의 뒤쪽에서 천천히 따라 왔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훌륭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오옷! 좋았어! 빨리 먹고 산책 해야지.” 하며 엄청난 스피드로 입 속에다 들이 붓기 시작 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수저를 들고 스프를 떠먹고 있을때 나는 벌써 다 먹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있었다. “음식이 좀 느끼하군. 이럴땐 고추장에다 비벼먹으면 끝내주는데! 그건 그렇고, 카리스, 후리오,세이 훈련은 계속하고 있겠지? 만약 빼 먹으면 죽음이다.” 자기 할말만 하고는 돌아서는 나를 보는 똘만이들의 이마엔 식은 땀이 주루룩 흘렀다. 내가 식당을 나가자 가브가 그 뒤를 따라 갔고, 그런 엘프를 라엘은 그저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어언 한달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지만 작가의 상상력 부족으로 땜빵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근위대를 뺀 나머지 색깔을 지닌 기사단들이 훈련하는데 가서 한번씩 뺑이 돌리고, 고난위도의 훈련(?)을 시켰으며 명상하는 법등 다양한 것을 가르쳐주었다. 훗..기사단을 뺑이 돌릴땐 어느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중에는 나머지 단장녀석들에게도 해줄려고 했는데... 알아서 다 튀어버리니...입맛만 다시고,,, ) 오늘도 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나는 왕실 정원을 돌아다니며 이 꽃, 저 꽃을 바라보며 말했다. “산속에 있는 야생화란 야생화는 죄다 옮겨 심어 놓았군. 식물이란 자고로 지신의 자리에 있어야 더욱더 영롱한 빛을 내는데....하지만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군” 걸어가다가 바위에 걸터앉아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 앞을 쳐다보았다. “에엥! 가브, 식사는 다 한거야? 왜 이렇게 빨리 나온거야? 혹시 화장실 찾으려고...” “아니! 난 그냥 사면이 벽으로 막힌곳은 싫으니까!” “아하! 엘프는 자연 친화적이라 그런곳은 싫어하나 보지? 하지만 여기 있을 동안에는 참아야 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 보았다. “가브! 왜 그렇게 멀뚱멀뚱 서있는거야? 혹시 나 한테 할 말이라도 있는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냥.” “가브 이제보니 너 나이가 몇 살이야?” “243살” 가브의 나이를 들은 나는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다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이야! 많이도 먹었구나! 하지만 뭐 하이 엘프족이니 앞으로 살 날은 몇천년은 남았군.” 그런 나를 벙쩌있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루나, 어떻게 내가 하이 엘프족인지 알았지?” 다음 순간 내가 한 말에 가브리엘은 비틀거렸다. “그건 말이지. 그냥 찍어본거야! 이상하게도 내가 찍으면 백발백중으로 잘 맞거든?” 내가 해야할 말을 다 한 나는 가브를 세워둔채 발길 닿는곳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가다보니 장난아니게 커다란 나무를 볼 수 있었다. 만화에서나 나옴직한 버섯모양으로 늘어진 가지와 늘씬하게 잘 빠진 한 마디로 말해서 끝내 주었다. 나는 약간 따가운 햇빛을 피해 나무 밑으로 걸어갔다. 시원한 그늘과 바람이 나의 이마를 스쳐지나가자 왠지모를 그리움이 느껴지며 털썩 주저앉으며 나중에는 땅위로 튀어 나온 나무 뿌리를 베게삼아 추욱 늘어지며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그때 한쪽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붉은 머리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잠자는 한 인간의 곁에 가서 앉으며 혼자말을 중얼거렸다. “이런! 지금까지 사람들과 어울려다녀서 혼자가 될 때까지 기다렸는데 잠이 들어버렸을 줄이야! 이러면 못 물어보잖아?” 붉은 머리의 청년 즉 가르시미르 백작은 한숨을 짓고는 루나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처음 볼때는 그저 미녀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루나에게 계속 끌리는 자신을 보며 이러면 않된다고 다짐을 했건만 눈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점점 루나의 자태에 빠져든 가르시미르는 얼굴에 흘러내린 검은 머리를 치워주었다. 그런데도 루나는 잠에서 깨지 안고 계속 자기만 했다. 가짜로 잠이 들었으면 심장 고동소리에 기복이 있었을 텐데, 여전히 고른 숨을 쉬는 루나를 바라보며 가르시미르는 피식 웃었다. “이런! 내가 지금 무슨짓을 한 거지? 한 순간에 정신이 빠져나가 버리다니! 이제껏 많은 유희를 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군!” 자신도 믿겨지지 안는다는 식으로 말하고는 여전히 루나에게 시선을 떨어뜨리지 안았다. 오후의 햇살이 더욱더 기승을 부릴 쯤에 나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손으로 눈을 비비고 두 손을 위로 쭉 피며 “아우! 잘잤다. 힘도 없는데 그냥 이대로 더 잘까?” 하며 다시 눕는 나를 매우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쳐다보던 가르시미르는 잠이 들면 물어보지 못하기에 손을 뻗어 자는 것을 방해하며 말했다. “후작! 잠깐 저와 이야기 할수 있습니까?” 그말에 나는 소리가 난 쪽으로 누운채 고개만 돌렸다. “어라라! 가르시미르 백작이 여긴 왠 일이야?” 매우 궁금하다는 시선으로 가르시미르를 쳐다보자 그는 헛 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사실은 여쭈어 볼것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그게 뭔데?” 나의 질문에 가르시미르는 주위를 둘러보고 고개를 숙여 최대한 작게 말했다. “전번에 적들이 파티장으로 난입을 하였을때...” 말을 하는 그를 쳐다보며 나는 지겹다는 식으로 말했다. “백작! 서론 빼고, 본론으로 가.” “그럼 말하겠습니다. 그때 제가 어떻게 드래곤이라는 것을 아셨습니까?” 백작의 말을 들어본 나는 대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생각을 했다. 사실대로 드래곤 로드를 만나봐서 그와 비슷한 기운을 느꼈다고는 말은 못하겠고, 아까 가브한테 써먹은 말은 씨알도 안먹힐 것 같으니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하는수 없이 말한다는 식으로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건 말이지! 그때 백작의 표정을 보았는데 칼이 바로 목 가까이에 대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유만만한 얼굴을 하며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시선을 던지고....에..또... 라엘이 마법을 쓸데 그의 마법을 보며 감탄했잖아! 검술만 할 줄 안다면서... 그리고 결정적인건 머리카락이 인간들한테는 잘 나오지 않는 선명한 붉은색, 이것을 보고 눈치 깠지! 전에 책에서 본 드래곤들이 유희를 할때의 모습과 행동거지 등등을 적어논 것을 봤기 때문이지.” 그말을 들은 가르시미르는 얼떨떨해 하며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듯 하였다. 나의 말을 엄청나게 줄여 말하면 찍었다라고 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헤헤헤~ ‘저번에는 파이넬 왕국에서 놀았으니 이번엔 카옌 왕국쪽에서 놀아보는것도 괜찮은 것 같군.’ 내가 유희를 다닐때면 미리 미리 장소를 정해서 가기 때문에 쉽게 발걸음을 카옌 왕국쪽으로 돌릴수 있었다. 공간 이동을 할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유희의 재미가 떨어지니 직접 걸어서, 그리고 마시장이 나오면 말을 타고 곧장 카프로스로 향했다. 안와본 동안 인간들이 더 모여든 듯 보였다. 도시도 더 커졌고.... 오긴 왔으나 할일이 없는 난 여관을 잡아놓고 전전긍긍해 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을때, 엄청 삐까뻔쩍한 마차 한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별 관심없던 난 그냥 지나칠려고 했지만 순간 마차를 향해 달려드는 인간들을 볼수 있었다. 완전 무장을 한 인간들이.... 마부는 그대로 죽어버렸고, 안에 있는 사람이 곧 죽게 생겼을때 할일없는 난 도와주기로 마음을 먹고,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하여 움직였더니 무장을 한 놈들은 죽거나 사라져버렸다. 그후로 2년이란 세월이 지났을때 난 웅장한 저택의 정원에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주인님~주인님~왕궁에서 초대장이 왔습니다. 필히 참석하라는 전언과 함께요!” 갈색 머리를 한 중년의 사내... 즉 내 저택의 집사는 그 말을 하고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그래? 그럼 가지!” 라는 말이 떨어지자 준비할게 많다며 혼자 바빠서 이리저러 뛰어다녔다. 왕궁의 파티에 초대될 정도인 난 지금 백작이란 귀족이었다. 그때 그 화려한 마차가 왕가의 마차였고, 마차안에 있던 사람은 바로 왕이었던 것이다. 고로 난 왕을 구한 영웅이 되었고, 작위를 받고, 유유히 살고 있었던 것이다. 집사의 손에 이끌려 정식 제복을 입은 난 4륜 마차를 타고 왕궁으로 갔다. 언제나 북적이는 귀족 인간들... 관심이 없던 난 잠시 다른곳에 갔다가 다시 왔을때 작위 수여식이 이미 끝난 상태였다. 새로이 귀족이 된 검은머리 소녀와 청년.... 그것도 후작이란 작위가 붙어졌다. 잠시후 아이틴 공작이 나에게 후작이 된 소녀를 소개시켜주었다. 그 소녀는 나를 보며 살짝 웃음지었다. 그런 웃음...어디서 많이 본 듯 했지만 지금의 난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아이틴 공작과 아는 사이... 그리고 친하게 지내야 하는 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깐!! 한참 후 후작은 제이미 공녀를 데리고 달리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가지 못한 것이 안스러워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사건이 발단이 일어났다. 한 왕실 마법사의 반란... 오랜만에 화끈한 재미가 더 해질 것 같아서 가만히 인질이 된 것처럼 서있었다. 그라시엘이라 불리는 인간은 7클레스 마스터.. 그리고 소녀의 부하들은 소드 마스터,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는데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다.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이 봉인 마법속에서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는것.... 그리고 나에게 대신 싸우라는것.... 또 싸우기를 거부하는 나의 정체를 파악한것...... 더 놀라운 것은 나머지 일당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렸고, 공간 이동을 한 마법사까지 죽여버리고, 기절을 한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쓰러지는 루나를 난 재빨리 안아들었다. 그러자 미카엘이라는 12대사제중 한 인간이 신성력을 썻지만 소용이 없는 듯.... 여전히 창백한 안색을 한 그녀에게 귀빈실이 내려졌고, 그곳에 눕히고 깨어날때까지 기다리다가 그라시엘 크레이딘 후작의 축객령에 빠져나와야만하였다. 축객령이 떨어진지 몇 시간후 난 국왕 폐하와 같이 병문안이라는 핑계로 다시 들어올수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텅빈 침대뿐...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대지의 기억” 그라시엘의 마법에 하나의 영상이 보였다. 훌쩍이며 우는 모습과 활짝 웃는 모습.... 모습을 바꾸는 마법까지!! “어클리어스 후작이 마법도 사용할 줄은 몰랐군요! 모습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소한 5클레스 이상이어야 하는데....설마 마검사일줄이야?” 내 말에 장내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국왕은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을 찾기 위해 대대적으로 기사단을 보내었다. 나도 만나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내정체를 알아냈냐는 말을 아무나 있는곳에서 물어볼수 없었기에 그녀가 혼자있게 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시간은 다가왔다. 언제나 그녀가 있는곳을 지켜보다가 혼자있는 것을 알게되 난 지체없이 이동을 하였지만 그곳에는 이미 잠든 후작의 모습밖에 볼수 없었다. 흑발을 날리며 그늘에서 사근사근 자고 있는 후작의 모습에 점점 빨려들고 있을때, 잠에서 깼는지 기지개를 폈다. 그 손간을 놓치지 않기위해 말을 걸어보려고 하자 어이없게 또 다시 눕는데....허허허....자려는 그녀를 억지로 깨워서 난 내 궁금증을 꼭 해결하려는 듯이 쏘아보며 물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말에 그녀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하였다. “그건 말이지! 그때 백작의 표정을 보았는데 칼이 바로 목 가까이에 대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유만만한 얼굴을 하며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보는 듯한 시선을 던지고....에..또... 라엘이 마법을 쓸데 그의 마법을 보며 감탄했잖아! 검술만 할 줄 안다면서... 그리고 결정적인건 머리카락이 인간들한테는 잘 나오지 않는 선명한 붉은색, 이것을 보고 눈치 깠지! 전에 책에서 본 드래곤들이 유희를 할때의 모습과 행동거지 등등을 적어 놓은 것을 봤기 때문이지.” 후작의 말을 듣은 난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 ‘대체 언놈이 그딴 글을 써놓은거얏?’ 하지만 대답할리 만무했기에.... 속으로 화를 삭이고 있었다. 이제껏 내가 유희를 다니면서 동족이 아닌 다른 자들한테는 들켜 본일이 없었기 때문에 매우 자존심이 상했다. 하찮은 인간의(?) 도발에 넘어간 케이스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이일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던 중 내 정체를 알고 있는자는 루나밖에(?) 없으니 루나를 죽이고 나서 흔적을 지운 다음에 상쾌한 마음으로 유희를 계속할려고 은연 중에 마나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이런 행동을 취하며 루나의 얼굴을 보니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난만한 얼굴을 하며 나를 쳐다보며 빙그레 웃는게 아닌가? 그 모습에 모으던 마나가 흐트러지고 나도 모르게 그 웃음에 중독이 된채 그대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금방 잠이드는 루나의 모습을 보고 씨익 웃으며 사라져 버렸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230 4 루나! 친구가 생기다 - 4 점심밥도 먹지 안은채 자던 나는 출출함이 느껴져 잠에서 깨려고 할때 인기척이 느껴져 그대로 깨지 안은채 있었다. “이런! 루나, 이런 곳에서 자면 감기 걸리는데... 어쩔수 없지. 내가 봉사하는수 밖에?” ‘이런! 이거 카를이잖아? 왜 여기에...맞아... 카를은 태자니까 아무데나 갈수 있지! 지금 깨면 무지 무안해 할텐데 이대로 있어?’ 하며 계속 잠이 들어있는 자세를 취했다. 나의 놀라운 능력 즉 잠자면서 생각한 것이 가능해서 카를에게 들키지 안았다. ‘어..어...어어어.... 이거 갑자기 공중으로 붕 뜨는 기분이? 혹시 이거 나를 안고 가는거 아냐?’ 나의 생각이 맞았는지 공중에서 움직이는 느낌이 났다. 나는 또 ‘될대로 되라는 식’ 으로 그저 잠든척 했다. 한참을 걸어가더니 갑자기 움직임이 멈추었다.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지금 눈을 뜰 수 없는 처지라 그대로 청력을 돋운채 뭘하는지 알아봤다. “아! 그라시엘 크레이딘 후작, 마침 잘 만났어요. 어클리어스 후작이 나무 그늘 아래서 잠이 들었기에 옮기던 중이었거든요.” “그러셨습니까? 그럼 저를 따라 오시죠, 어제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그런 실례를 범하게 되었군요. 죄송합니다.” “아니 왜 후작이 죄송하다는 겁니까? 이건 제가 자진해서 하는 일이데...” 카를의 말에 라엘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그저 길 안내만 하고 있었다. 태자도 내 방으로 가는 길은 훤히 알고 있는데 말이다. 갑자기 멈춰서는 느낌과 함께 문여는 소리가 귀를 강타했다. ‘벌써 다 왔나보네, 이들이 나가면 빨리 일어나서 식당으로 달려가야지~’ 나를 침대에 눕히고는 태자와 라엘은 인사를 나누며 태자가 밖으로 나갔고 라엘 혼자만 남았다. “루나의 곁에는 항상 남자들 뿐이군. 어쩔수 없는 일인가? 오늘은 이쯤해두고 어서 환계에 연락을 해야겠군, 그 동안 연락을 못했으니!!” 라엘은 그 말을 하고는 막바로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거울 비슷한게 튀어나오며 세 인물이 드러났다. “카스프록시아님께 그라시엘이 인사 올립니다.” 라엘의 인사를 받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던 한 인물이 말했다. “그라시엘! 맡은 바 임무는 확실하게 하고 있겠지?” 약간 근엄한 목소리를 듣고는 고개를 숙인채 말했다. “물론 입니다. 현재 마계와 신계 모두가 루나가 태어난 이후 모든 분쟁이 종식 되었습니다. 이는 앞으로 환계에서 카스프록시아님과 쌍벽을 이룰 루나에게 흠잡히지 안으려고 조용히 지내는 듯 합니다. 그래서 루나가 원하는데로 해주는게 아닙니까? 전번에도 루나가 샤이니스님을 부르자 인간들 앞에서 현신해 해결해 주시더군요. 아무리 카스프록시아님께서 다녀가셔라 말을 해도 질질 끄시던 분이 말 한마디에...” 라엘의 기나긴 말을 듣고는 카스프록시아가 흐믓한 듯 말했다.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어? 어느 누가 루나에게 해를 입힌단 말이냐? 만약 그게 마계와 신계의 주신이라 할 지라도 소멸내지는 봉인 시켜버리면 끝이니까! 그나저나 루나는 어디있지? 요즘엔 통 연락을 하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는데?” 그 말에 양 옆에 있던 놈들도 한마디씩 했다. “맞아! 루나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불안했는데 어디 있지?” “루나에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세명이 닦달하는 말에 그저 땀을 삐질 흘리더니 뒤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침대에 자고 있습니다. 도시 구경을 하고 난 뒤라 피곤해서 잠만 자고 있습니다.” 하며 자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비춰주고 있었다. 평안하게 자고 있는 모습을 보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때 레이너드의 말이 들려왔다. “그런데 왜 자네가 루나의 방에 있는거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른건...?” 뒷말을 흐리며 추궁하는듯한 말에 아르티엔도 눈을 번쩍이며 그라시엘을 주시 했다. “무슨 소리? 아무일도 없었네. 그저 루나가 아무데서나 자고 있길래 데리고 와서 침대에 눕히고 급하게 연락을 한 것 뿐이네! 카스프록시아님께서도 아무말 안하시는데 자네들 너무하는군..” 변명아닌 변명을 해대는 그라시엘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더니 한마디 했다. “이 기회에 너희들도 인간계에 가서 놀아보고 싶지 안냐? 루나하고? 일만 열심히 한다면 내려갈수 있도록 허락해 주지!” 레이너드와 아르티엔에게 말을 하자 그 들은 표정이 밝아지며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카스프록시아는 그들의 가슴을 ‘콕콕’ 찌르는 말을 했다. “그럼 여기 붙어있지 말고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서 일 안해? 일 안하면 다시는 루나 얼굴 못볼 줄 알아!!” 협박어린 말에 그 둘을 후다닥 뛰어나갔다. 그리고는 그라시엘을 쳐다보고는 말했다. “앞으로도 루나를 잘 보살펴라! 나중에 저 녀석들을 보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때까지 열심히 일하게, 아니 내가 직접가도 되겠군. 요즘은 신계와 마계가 조용하니 일도 없고... 물론 못 갈수도 있지만.” 이 말을 끝으로 통신이 끈겨져 버렸다. 그라시엘은 카스프록시아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제발 그 말이 그냥 한번 해본 소리이길... 빌며 그대로 방을 나왔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나는 슬쩍 눈을 뜨고 혹시 모를 인물이 있을까 하며 이리저리 쳐다보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벌떡 일어났다. ‘후훗, 그들이 내려오면 볼만 하겠는걸? 재미있을 것 같아.’ 욕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씻고 할일 없어서 그저 창밖만 무심하게 바라만 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모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만족할 수 있는 모험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귀족이 되고, 친구도 사귀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문짝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매우 절도 있는 노크소리에 궁안의 시녀로 생각하고는 무심결에 들어오라고 하였다. 그 예상이 빗나가지 안았는지 여러 시녀들이 줄을 서서 뭔가를 들고 있었다. “그대들은 여기에 무슨 일로 왔지?” 짤막한 루나의 말에 노련한 중년의 시녀가 대답했다. “국왕 폐하께서 저녁 만찬에 초대해주셨기에 저희들은 후작 각하를 꾸며주기 위해 이렇게 왔습니다.” 자기 할말을 다 끝마친 시녀는 내 말도 기다리지 안은채 나를 질질 끌고 이옷 저옷, 하며 꼭 인형 옷입히듯이 해댔다. “이봐! 정신 사나우니까(전라도 사투리이다. 뜻은 알아서 해석하시길) 웬만하면 그만 끝내는게 어때? 이건 시간 낭비라고~~” 나의 말에 그저 피식 웃어보인 그 시녀는 여러 옷중에서 개나리색 옷을 입혀주었다. 근데 문제가 뭐냐면 엄청난 노출이 된, 가슴이 팍 파이고 소매마저 없는 여름이면 엄청나게 시원하겠다는 생각이 들 그런 옷을 입히며 말했다. “어머나! 후작 각하께서는 정말이지 어느 드레스를 입더라도 아름답군요. 꾸미는 보람이 있어요.” “저기 말이지! 이건 너무 노출이 심한 것 아니야? 그러니 다른 드레스로 바꾸는게 어때?” 내 말에 시녀는 그저 웃으며 나를 화장대에 앉혔다. 한참을 어떤 화장이 좋을까 생각하던 화장 담당 시녀는 한 숨을 푹 쉬며 내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후작 각하, 화장을 하면 오히려 각하의 얼굴을 죽일 것 같아서 못하겠습니다. 이 점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왠 보석 상자를 들고 있는 시녀가 와서는 이것저것 걸쳐보고는 진주 목걸이와 월광석으로 만들어진 귀엽고 앙증맞은 머리핀, 그리고 청색의 싸파이어가 촘촘하게 박힌 백금으로 만들어진 팔찌를 채웠다. 할일을 다한듯 뒤로 물러서서 아까 그 중년의 시녀 말이 나오길 기다리듯 했다. “대단해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은 난생 처음이예요. 정말이지 치장을 한 보람을 느끼게 만드는군요. 그럼 이제 만찬에 가셔야 지요? 방문 앞에서 각하를 기다리던 손님이 있으니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중년의 시녀는 자신의 일이 끝났다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시녀들이 나가자 낯익은 얼굴을 한 이가 방문 틈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거기서 뭐하는거야? 가브, 들어올려면 들어오고 나가려면 나가!” 하는 소리에 가브는 문을 열고 나에게 다가 왔다. “이야야~~루나. 정말이지 언제나 아름답군, 빨리 내려가자. 나도 만찬에 초대 받았거든. 그들이 엘프에 관한 궁굼증에서 그랬을 테지만...” “그래? 그럼 가지” 방문을 열고 가브와 밖으로 나가자 내 똘만이들이 기립해 있었다. 내가 지나가자 뒤를 호위하듯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걸어갔다. “카리스, 후리오, 세이... 너희들도 만찬에 초대 받은거야?” 뜬금없는 내 질문에 카리스가 대표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카리스의 말에 고개만 끄덕이고 앞으로 걸어갔다. ‘왕과의 만찬이라? 뭔가 푸짐한게 나오겠지! 그건 그렇고 거기에 보기 싫은 얼굴이 있는데 안가면 안되나?’ 이런 생각을 골똘히 하며 계속 전진했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라엘이 마중을 나온 듯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라엘 여기서 뭐하는거지? 왔으면 들어갈 것이지! 궁상맞게 뭐하는 짓이야?” 내 퉁명스런 말에 그저 미소만 지은채 내 옆에 붙었다. 왼쪽에는 라엘, 오른쪽에는 가브, 샌드위치군. 만찬의 장소로 가보니 왕과 그 일가는 이미 도착한 듯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그 외의 인물들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로 인사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조금 늦은 것 같군요.” 라엘이 먼저 미안하다는 듯이 말하자 국왕은 그저 허허허 웃고는 괜찮다고 말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우리도 자리 찾아 앉았는데 묘하게도 공주옆에 라엘의 자리가 있었고 난 세이츠 왕자의 옆자리 였고, 다른 일행들은 알아서 앉았다. 그렇게 자리를 잡자 식사가 도착하기 시작했다. 음식들을 쳐다보며 이것을 언제 먹어볼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품위를 유지하며 잽싸게 먹어가기 시작한 나에게 왕이 말을 했다. “어클리어스 후작. 자네가 밖에 나가서 벌인 일은 잘 해결 되었다네.” “아아! 브라이튼 남작가에 대한 말씀이요? 다행이군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일을 처리해 주시다니!! 이것은 카옌 왕국의 흥복입니다.” 라고 말하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접시에 놓인 스테이크 비스므리한 것을 잘라가고 있을때 다시 한번 소리가 들렸다. “난 후작이 소드 마스터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마법까지 쓰는 마검사일줄을 꿈에도 몰랐다네!” “당연하지요. 왠만하면 마법을 잘 쓰지 안는지라 보통 사람은 잘 모르지요.” 그런 말을 하고 빙그레 웃으며 손으로는 고기를 썰어가고 있었다. 이제 먹으려고 마악 고기를 입으로 가져가려던 순간 앞에서는 아주 느끼한 대사들이 쏟이졌다. “크레이딘 후작님, 여전히 아름답네요(?).” 공주는 그런 말을 하고도 괜찮은지 나를 보고 비웃음을 짓고는 다시 라엘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난 그들이 그러던지 말던지 계속 먹기만 했다. 그러다가 식사가 다 끝나고 티 타임 시간이 되어서 차를 홀짝이며 마셨다. “어클리어스 후작!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이제 국왕이 말을 걸지 않자 옆에 있던 세이츠라는 왕자가 질문을 했다. “궁금한 것이 무엇이지요? 세이츠 왕자님” 그 말이 나오길 가다렸다는 식으로 왕자는 내게 물었다. “실례지만 후작의 능력은 대체 어디 까지 입니까? 전에 적들을 물리치던 솜씨를 봐서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글쎄요. 그건 저로서도 확실히 모르겠군요!” 하는 애매모호한 말을 한 나를 보며 한숨을 쉬고는 다시 물어봤다. “그럼 대체 후작은 어디서 검술과 마법을 배웠습니까?” ‘헤에! 진짜로 궁금한건 여기 있었군. 왜! 내가 누구한테 배웠다고 하면 너도 달려가서 배우려고?’ “마법은 아시다시피 라엘에게 배웠고, 검술은 밝힐 수 없습니다. 그가 어디에 가서든지 이름을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 그 말에 왕자는 실망스러운지 도리도리를 했다. 그런 모습에 난 흐뭇한 미소를 지우며 마시던 차를 원샷하며 국왕에게 말했다. “저어! 국왕 폐하, 한가지 청이있습니다.” 나의 갑작스런 말에 국왕은 궁금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게 무엇인가? 후작의 청이라면 내 뭐든지 들어주겠네.” “저는 이제 곧 여행을 떠나게 될것입니다. 그러니 제 부하들을 그저 잘 거둬주십사 하고 부탁드리고 십습니다.” 라는 말에 내 똘만이들은 얼굴이 누렇게 뜨며 말했다. “안됩니다. 저희들은 루나님을 모시며 살것입니다.” “맞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루나님의 곁에서 떠나지 안을 것입니다.” “저희가 무얼 잘못했습니까? 당장에 고치겠습니다.” 세명이서 동시에 말하자 머릿속이 뒤죽박죽 혼란스러워져서 꽥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 너희들은 잘못한건 아무것도 없다. 이제 너희들은 가정을 꾸려야 할 나이다. 그러니 한곳에 정착해서 살아야하지 안겠느냐? 그러니 너희들은 여기에 남아라. 너흰 어린시절을 너무 처절하게 살아왔다. 이제는 자유를 얻었으니 그것을 만끽하며 살아라. 그것이 주군으로써 내리는 명이다. 그러니 따라라.” 내 말에 그들은 한참을 정신을 잃은 듯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때 국왕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저들은 유능한 인재여서 나조차 반할정도인데 왜 저들을 때어버릴려고 하는것인가?” “아까 말하지 안았습니까? 저처럼 사는 것 보다는 한곳에 정착해 가족이라는 품에 둘러싸여 그것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폐하. 저들은 매우 실력이 뛰어난 자이니 폐하께서도 허락하시리라 믿습니다.” “좋네. 저들이 허락만 한다면 내가 실력에 맞는 대우를 해주겠네.” 국왕의 말을 듣고 난 그 세명을 데리고 밖으로 데리고 나간 후 다시 들어와서 내 똘만이들이 허락을 했다고 했다. 그 말에 국왕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꺼번에 실력있는 3명이 들어왔으니 않좋아하는 인간이 있겠는가? “저 그런데! 저들이 한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그 조건은 저의 가문 문장을 자신들이 하고 다닐 수 있도록...” “들어주겠네. 가신들이 자신이 섬기는 주인의 가문 문장을 하고 다닌 것은 당연한것이라네. 그리고 후작이 영~권력하고는 멀리 사려고 하니 내가 수도에 저택을 선물하겠네.꽤 맘에 들꺼야!!” 왕의 말에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카리스 외 두명, 다 들었지?” 그 말을 끝으로 난 그 장소를 빠져 나왔다. 그러자 내 똘만이들이 따라나오며 말했다. “정말이지요? 꼭 다시 돌아온다는 말씀이...” “다시 돌아온다. 10년이 지나후 라든지 20년이 지난후 라든지 꼭 다시 돌아온다. 그때까지만 살아있어라! 마침 수도에 내 저택을 선물하겠다고 했으니 그 곳에서 날 기다려라. 물론 내가 올때까지 실력을 늘려라. 그리고 날 따라와라. 한가지 가르쳐 줄것이 있으니! 이것은 절대로 다른 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서는 안된다. 단 너희들의 친 혈육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은 허락하겠다.” 하며 그들을 이끌고 내방에 돌아온 후 방에 결계를 치고 전에 내가 레이에게 칼침을 놓을 수 있었던 변초에 대해 설명해 주고는 한번 시범을 보였다. 그들은 이것을 하나도 잊지 않으려는지 눈을 왕방울만하게 뜨고 쳐다봤다. 가르침이 끝나자 그들은 아쉬워하며 밖으로 나갔다. “야호! 내일 떠난다. 우후후후~~ 이런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가? 세상아~내가 간다. 잠시만 기다려다오! 그런데 샤이닝이 어디 있는거지?” 내 신물이던 샤이닝의 존재가 내 방에서 느껴지지 않자 서둘러 샤이닝과의 교감을 시도했다. ‘샤이닝! 너의 주인으로써 명한다. 지금 어디 있는건가?’ 잠시후 아주 미약하게 샤이닝의 소리가 잠혔다. ‘주이님. 절 내버려 두고 어디 가셨다 오셨어요? 얼마나 기다렷는지 알아요? 주인님, 미워요.’ ‘너 언제부터 그렇게 수다쟁이가 된거지? 맨 처음에는 다소곳해서 새색시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가면 갈수록 아줌마같이 변한단 말이야!!’ ‘몰라요! 제가 있는곳은 안가르쳐 줄꺼예요.’ ‘그래? 그럼 니 맘대로 해라! 난 카스한테 가서 좋은 놈으로 새로 만들어 주라고...’ ‘안돼요! 주인님 제가 잘못했어요. 저는 지금 그라시엘님의 방에 있어요.’ 샤이닝의 말을 듣고는 라엘의 방에 찾아가려고 방문을 열고 걸음도 당당히 걸어가려다 말고 멈춰섰다. 불행히도 라엘의 방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기에 샤이닝의 기운을 쫓아 오른족으로 걸어갔다. 그런 다음엔 위쪽의 계단을 타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 가다가 한가운데의 방에서 샤이닝의 강렬한 기운이 느껴져 라엘에게 양해도 구하지 안고 방문을 ‘뻥’차고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간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안쪽의 상황이 가히 좋지 안았다. 아니 눈요기로는 취상급이라고 해야하나? 내가 다급하게 들어가자 맨 처음 보인 것은 이렌드 공주와 라엘간의 또 다른 키스 장면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맨 날 이래~~ 그들은 문이 열리고 내가 보이자 괭장히 당황한 듯한 모습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아하하하하! 죄송해요. 노크도 안고 들어와서.... 난 샤이닝만 가져가면 되니 하던 것 마져 해요.”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하고는 라엘과 공주 뒤에 있는 샤이닝에게 손을 뻗자 샤이닝이 손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내가 흥을 깨버렸나봐? 그래도 열심히 힘내서 하세요.” 한참을 그렇게 패닉 상태에 놓여있다가 내가 하는 마지막 말에 정신을 차리고 얼른 말렸다. “루나! 오해하지마. 이건 불가항력이였어!” “야! 너어~왜 하는 일마다 초를 치고 있는거야?” 그런 그들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 빙그레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불가항력 좋아하시네. 신이면서 할말이 없으니까 이젠 그런 고전적인 말을 하는거냐? 역시 청춘이란 좋은것이야..’ 그러면서 다시 갔던길을 되돌아가려고 했는데 내 머리로는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안아서 공간 이동을 해버렸다. 샤이닝을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다시 들여다보고 하며 키스를 했다. 아까 낮잠을 잤던 까닭에 잠이 들지 않자 방안을 서성이며 뭐 좋은일 없나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그래도 머릿속에서 떠오르지 않자 괜히 짜증이난 나는 옆에 있던 베게를 허공으로 날려버렸는데 하필이면 공간 이동을 해 오던 라엘이 정면으로 맞아버렸다. “하하하! 라엘 미안해. 왜 베게가 그리로 날아갔는지!! 다치진 안았지?” 오자마자 베게로 한방먹은 라엘은 내가 무지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열심히 변명을 늘여놓았다. 라엘이 방안에 있는데 공주가 들어와서 이야기하자고 하는 바람에 얘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공주가 옆으로 다가가와서 물어보자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던 순간 입술 박치기를 했다나 어쨌다나? 그런 변명은 이미 마스터 했기 때문에 그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어쨌는데? 내가 뭐라고 했어? 왜 도둑놈이 제 발저린다는 듯이 해명을 하는건데?” 난 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라엘은 여전히 몸이 굳어버린채 꼼짝도 안했다. 밖으로 나간 것 까지는 좋았는데 할일이 없는 나는 가브의 방으로 직행했다.(앗!! 라엘방은 모르면서 어떻게 가브 방은 알수 있지???) 내가 방에 들어가자 가브는 기쁜 듯이 맞이해주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238 4 야시장에서 생긴 일 - 1 “가브! 나 심심하데...뭐 재미있는일 없을까?” 정말로 심심하다는 듯이 말하자 가브는 조금 생각해 보다가 얼굴이 밝아지며 말했다. “도시로 나가서 구경을 해보는게 어때? 도시의 야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던데? 이까 내게 옷을 가져다준 시녀가 말하더라.” “오호! 그래? 그런 결정했어! 빨리 나가야지.” 하며 몸을 돌려 나가려던 나를 가브가 붙잡았다. “루나 그대로 나가면 감기 걸리니까 이거 걸치고 같이 나가자! 혼자 놀면 심심하잖아?” 곰곰이 생각해 본 나는 그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종이에다 야시장 구경하고 온다는 글을 남기고 가브랑 궁전을 빠져 나갔다. 가브의 말대로 야시장에는 없는게 없었다. 게다가 사람까지 많아서 정말이지 좋았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나는 거기서 뜻밖에도 나루스와 에드워드를 만났다.(오늘의 당직은 브라운~) “와우! 나루스, 에드워드 여긴 어쩐 일이야?” 내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그들도 공식적인 신분을 떠난 인사를 했다. “우린 그냥 구경하러 나왔어! 이렇게 시간이 남을 때 한번씩 돌아다니거든.” “맞아!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이 일어나.” 그들의 말을 듣고 난 더욱더 호기심이 생겨서 그들과 동행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했고, 즐거이 다녔다. “자아! 여길 보세요. 이런 애완 동물을 사가시는 분께는 큰행운이 있을 겁니다. 자아! 와서 보십시오. 숙녀분들의 선물용으로 아주 좋답니다. 그러니 구경하세요~~” 라는 말이 들리자 난 세명을 끌고 그곳으로 갔다. 상인의 말대로 정말이지 귀엽고 깜찍한 애완동물이 아주 많았다. “와! 귀여버라. 깜찍하기도 하지~”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고 일행들은 그런 내 모습에 실실 웃으며 말했다. “루나! 그건 니가 들어야 하는 말인 것 같은데?” 나루스의 말을 난 한쪽귀로 흘려버리고 계속 쳐다봤다. 그 중에서 아주 견고하게 생긴 철창에 하양 동물이 들어가 있었다. 다른 동물들은 밖에 내 놓고 있으면서 그 동물만은 갇혀 있었기 때문에 상인에게 물어봤다. “아저씨, 왜 이 동물은 철창에 갇혀 있는거죠?” 의문스러운 질문에 그 상인은 흥쾌히 말했다. “아! 레이디, 이 동물은 괭장히 사나워서 가두어 놓았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을 물어버리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이렇게 했습니다. 그저 장식용으로 말이죠. 한번은 어떤 숙녀분이 사가고 싶다고 한 남자분을 졸라서 겨우 샀는데 글쎄 이놈이 그 사람을 물어버리지 안습니까? 그 후로는 이런 신세 이지요.” 신세가 참으로 딱한 동물이었다. 그래서 나도 사고 싶은데 물까봐 그대로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놈도 나를 물끄러미 쳐다 봤다. 세상의 고통을 다 가지고 있는 듯한 눈으로............ ‘나참! 동물 주제에 무슨 눈이 저러냐?’ “아저씨! 나 이 동물 살래요! 다치든 말든 파세요.” 라는 말에 내 일행들은 걱정인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 “안돼! 저 상인의 말을 못 들었어?” “저 동물을 사가지고 네 얼굴 할퀴면 어쩌려고 그래?” “루나! 차라리 다른걸 골라. 그럼 내가 사줄게!” 세명이서 말하자 귀청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조용히 해! 시끄럽잖아. 다치더라도 라엘이나 미카엘한테 가서 치료하면 되는데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은거야?” 당당하게 외친 나는 그 들의 말을 묶어버린 후 상인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 동물 이름이 뭐예요??” “저 동물을 판 시꺼먼스 한 사람이 레기야크라고 하더군요.” “아아! 그러세요? 얼마에 파실거예요?” 내 말에 상인은 짐짓 놀라는 식으로 물었다. “레이디! 정말 사실겁니까? 그럼 5 골드만 주세요. 사실 더 많이 받아야 정상이지만 저 놈 때문에 장사를 망친게 한두번이 아니여서 싼값에 드리는것입니다.” 난 그 말을 들으며 평소에도 아주 잘 차고 다니는 주머니에서 5 골드를 빼서 상인에게 주었고, 상인은 조심스럽게 그 동물을 철창째로 넘겼다. 난 넘겨받자 마자 철창을 열어서 레기야크에게 손을 내 밀었다. 레기야크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내 눈을 보고 손바닥으로 걸어와서 척 하니 앉았다. 그런 레기야크를 쳐다보던 일행과 상인은 놀랍다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이런! 이제야 주인을 찾았군요!” 하는 상인의 말을 듣고 난 레기야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이제부터 네 이름은 블랑슈 다. 그리고 내 이름은 루나야~잘 부탁해. 블랑슈?” 윤기가 번지르르 흐르는 털을 가진 블랑슈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블랑슈를 계속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다니기 불편해서 어깨에 올려 놓은 다음 얼떨떨해 하는 일행들을 이끌고 다른 장소로 갔다. “이야! 루나, 대단해, 어떻게 사나운 동물을 이렇게 온순하게 만들다니?” “호호호! 그거야 내 재주가 비상해서 그러는 것 아니겠어?” 내 말을 들은 일행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나 배고픈데, 어디 맛있는 음식하는데 없어?” 나루스와 에드워드를 쳐다보며 라엘에게 했던 초롱이 버전으로 물어보자 그들은 웃으며 포장마차 비스므리 한곳으로 데려갔다. “여긴 우리가 자주 가던 곳이야! 음식맛이 끝내줘. 그렇지 에드워드?” “물론이야.” 난 그들의 말을 믿고 가브와 같이 그들을 따라 갔다. 고기를 고치에다 끼워서 양념을 양념을하고 불에다 구운 고기 꼬치를 보자 입안에서 군침이 돌았다. “맛있겠다. 먹자. 먹어~~” 하며 일행과 같이 고기 꼬치를 작살냈다. “이야! 루나의 식욕이 이 정도 일줄이야?” 난 에드워드의 말을 듣고는 한번만 더 말하면 혼난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에드워드는 그 눈빛을 알아챘는지 조용해 졌다. “가브! 미안해. 이제보니 넌 고기를 못먹잖아? 미안. 쏘~~오~~리” 내 말에 가브는 그저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자기는 배가 고프지 안다나... 가브의 말을 뒤로하고 걸음도 당당히 앞으로 갔다. 돈 계산을 다 하고 나루스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벌써 이틀 용돈을 다 써버렸잖아!!” 그 말에 난 뒤돌아 보며 에드워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에드워드! 혹시 나루스는 공처가? 용돈도 타서 쓸 만큼?” 내가 물어보자 에드워드는 나루스르 쳐다보며 말했다. “역시 루나야! 어떻게 빨리 알아챗지? 저 녀석은 말이지 우리 기사단에서도 소문난 공처가라구.” “야! 에드워드 그만 안해?” 나루스의 외침에 우린 그저 웃으며 걸어갔다. 우리의 웃음뒤로 벌레씹는 듯한 표정을 한 나루스는 달려와서 일행과 합류했다. 같이 웃고 떠들면서 정말이지 많이 친해진 우리는 어깨 동무를 하며서 (물론 난 키가 작은 관계로 그냥 팔만 잡았다.) 길 한복판을 전세낸 듯이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고 있을때 우리의 앞으로 어떤 인간이 스쳐지나가며 벽에 ‘꽝’하고 박았다. 아직 사고 회로가 정상이 되지 안은 우리는 그저 어깨동무를 하며 그대로 얼어 붙어있었다. “야! 이놈아,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려면 제대로 힘이나 키우고 와라. 힘도 없는 것이 까불고 있어.” 내 생각으로는 지금 쓰러진 놈은 착한놈이고 방금 말한 놈은 나~아쁜 놈이라는 결론이 도촐되었다. 쓰러진 사람이 그 말을 듣고는 비실비실하게 일어서며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서 그 레이디를 놓아 주어라!” ‘호오! 꽤 깡이 있잖아?’ 그 말을 끝으로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악 살려줘요. 저 사람을 살려줘요.” 주변에있던 사람들은 곧 이게 무슨일인가 하고 달려왔고, 그들은 그 상태에서 말도 못하고 굳어버렸다. “저...저놈은 이곳 암흑가의 대장인 후라이다. 모두 뒤로 물러서!” ‘후..후..후라이? 이름 한번 죽여주네.’ 사람들이 말한 후라이라는 내가 봤을때 인상이 드럽게 생겼었다. 얼굴은 술에 취했는지 아님 햇빛에 익었는지 붉었고, 매부리 코에 숯껌댕이 눈썹, 입술은 핫도그만 했다. “아이리쉬?” 에드워드는 이렇게 말하고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아무래도 후라이의 부하들한테 당하기 일보직전인 여자의 이름인 듯 했다. “에드! 저 여자 아는 사람이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내 말에 동의를 한 다음에 나루스 쪽을 힐끔 쳐다봤다. 평소 왕~침착하기로 유명한 나루스는 어마어마하게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무지하게 화가 나있는 듯이... “저기 말이지, 혹시나 하는 말인데! 아이리쉬라는 여자가 나루스의 부인?” 설마설마하는 마음에 말을 뱉어놓고, 에드워드를 쳐다보자 그는 설마가 사람잡는다라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듯이 맞다는 긍정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놈~~어서 아이리쉬를 놔주어라!” 나루스의 엄청난 큰 소리에 후라이와 그 똘만이들은 깜짝 놀라며 아까 쬐매 깡이 있던 사내를 패던 것을 멈추고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흥미롭다는 얼굴로 말했다. “이 여자를 아는 인간이냐? 그럼 그냥 가, 이 녀석처럼 안때릴 테니까~” 후라이의 말에 그 똘만이들은 웃어재꼈고 나루스의 표정은 분노 게이지가 이미 눈을 통과해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그들을 죽여버릴 것 같이 느껴졌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군?’ “지금 그 말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하며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순간 후라이파는 순간 흠칫 거리다가 이내 얼굴에 비웃음을 띄고 말했다. “니가 더 이상 다가오면 이 여자를 죽여버리겠다. 하지만 이 여자를 풀어줄 용의가 있다.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가랑이 사이로 들어간다면 말이다.” 어처구니 없는 말을 들은 나루스는 검을 쥔손을 부르르 떨더니만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안돼요! 나루스, 이들이 원한대로 해서 내가 당하지않더라도 난 당신을 다시는 보지 안을거예요. 전 명예를 사랑하는 당신을 좋아했...까악~” 아이리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후라이 똘만이들이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역시 계집들이란 말이 많아서.... 자아! 어때 빨리 결정해라. 조금이라도 늦으면 여자의 목숨은 없다.” 꽤 강하게 나오는 후라이를 보며 어쩔수 없다는 식으로 무릎을 꿇으려 하고 있었다. “안돼네! 나루스, 어찌 저 인간만도 못하는 놈들에게 무릎을 꿇으려 하는건가?” 에드워드의 말에 다시 무릎을 세우고는 말했다. “그럼 어떻게 아이리쉬를 구할수 있겠는가?” 강경하게 나오는 나루스의 말에 에드워드는 한숨을 쉬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루나! 니가 아이리쉬 좀 구해 와야겠는데 해 줄수 있지? 나루스의 부인이니까! 전에 궁전을 빠져나올때 보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를 내던데...친구를 버리진 안겠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안을 정도의 소리로 말하는 그를 보며 난 한숨을 쉬었다. “에드! 저 여자 구하면~무조건 내 부탁 들어주기다? 영원히~알았지?” 내 장난어린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말을 들었는지 나루스도 말했다. “루나가 원하는 것은 내가 죽더라도 내 자손대대로 들어줄께! 그러니 제발 아이리쉬만은 데리고 와죠.” 나루스의 말에 난 씨익 웃었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최대의 경신술을 펼쳐서 아이리쉬를 잡고 있는 놈들한테 다가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어..떻게 이런 일이?” 후라이 똘만이가 말하는 소리와 함께 난 아이리쉬를 끌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브에게 치유마법을 부탁함과 동시에 난 다시 한번 씨익 웃고는 나루스와 에드워드에게 소리쳤다. “이봐! 뭐하고 있는거야? 내가 이만큼 했으면 너희들이 쓸어버려야지! 안 그래?” 그 소리가 들렸는지 그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 후라이와 똘만이들을 쳐부수고 있었다. 난 그 모습을 땅바닥에 주저 앉아 구경을 하고 있었다. “가브! 저기 널부러져 있는 남자 좀 치료해라. 아이리쉬는 내가 보고 있을테니.” 여전히 앞을 보고 말하는 내 앞에 아이리쉬를 내려놓고 남자에게 갔다. ‘이야! 끝내주게 재미있잖아? 내가 나서는 것보다 구경하는게 더 좋군. 역시 우리 선조들의 말은 하나도 안틀렸다니깐. 불구경 하는거 하고 싸움 구경하는 것이 재미 있다더니...’ “나루스! 뒤 쪽에 한놈이 온다.” 막 앞쪽의 후라이파 둘을 헤치운 그는 내 소리가 들리자 바로 뒤쪽에다 검을 쑤셔박았다. 앞을 보고 그대로 검만 뒤로 틀어서 들이밀자 뒤쪽의 놈은 무기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그대로 뻗어버렸다. “얌마! 이래서야 어디 소드 마스터라고 하겠냐? 뒤쪽에 있는 놈의 기척도 못읽으면서...” 순간 후라이와 그 똘만이들은 팔을 아래로 내리면고는 사시나무 떨 듯이 부르르 떨기만 했다. 정작 싸우던 놈들은 입을 열지 못하고 주변의 사람들이 그들을 대신하여 말했다. “소...소...드 마스터라면 이 나라에 단지 6명뿐인데?” “그...그렇다면 저 두사람은?” “맞아! 저 얼굴은 전에 국왕 폐하께서 행렬을 하실때 기사대 앞에 서 있던....” “검은 기사와 은의 기사단장이다. 그리고 저기 앉아있는 소녀는 전 왕실마법사인 다크와 그의 부하들로부터 국왕 폐하를 지킨...” “난 알아! 저번에 브라이튼 남작 사건으로 연행갈뻔한 시민을 풀어주신 분이다.” “나도 거기에 있었어! 저 분들은 에드워드 다니엘 자작님과 나루스 맨채스터 자작님과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각하시다.” 이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후라이와 그 똘만이들은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에드워드는 가만히 서 있었다. “죄...죄송합니다. 저희가 세분을 몰라뵙고...” 처음의 기백과는 달리 엄청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후라이를 보고 나루스는 검을 올려세우며 말했다. “변명은 필요없다. 감히 내 부인에게 손을 대다니... 그 벌로 모두 죽여버리겠다.” 라는 말고 함께 무릎을 꿇은 후라이에게 검을 내려쳤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므로 에드워드는 말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이제 목이 없는 후라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그들은 곧 눈을 감아버렸다. 뭐, 귀족 능멸죄는 즉결 참수니까! 약간의 시간을 두고 눈을 뜬 그들에게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다. 그 후라이의 목 바로 위쪽에서 나루스의 검이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검에 막혀서... “루나! 이게 무슨짓이야? 빨리 치워.” 나루스의 말을 듣고 난 한쪽 손으로 귀를 후비며 말했다. “싫어! 나루스 너 바보 아니냐? 전에 내가 알던 나루스로 돌아와라. 여기서 니가 후라이를 죽이든 말든 더 이상 상관하지 안겠는데 한마디만 들어라. 후라이의 목을 쳐봤자 니 검에 더러운 피만 묻는다는 것을...” 이 말과 함께 난 샤이닝을 치우고 그가 결정을 하도록 두었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는 검을 집어넣고 이 사건으로 몰려온 수도 경비병에게 후라이와 똘만이들의 신상을 인계하였다. “고맙다. 루나!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안으마!” “그럼, 잊으면 안돼지! 이미 너와 에드의 약속을 들었는걸? 그러니 앞으로 내가 해주란 대로 다 해줘?” 앙증맞게 말하는 나를 바라보며 그들은 피식 웃고는 아이리쉬의 곁으로 갔다. 아까 가브의 치료 덕분인지 많이 안정이 된 그녀는 우리가 다가오자 방그레 웃으며 맞이했다. “고마워요. 나루스, 에드워드, 그리고 가브님과 후작 각하” 왠지 모르게 아이리쉬의 모습에서 옛날의 엄마가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웃었다. “괜찮은거야? 아이리쉬! 어디 다친덴 없어?” 나루스의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지 얼굴이 펴지며 다행이다는 말을 연발했다. “저기 있는 남자는 어떻게 할거지?” 지금껏 별말이 없던 가브의 말에 쓰러져 정신을 잃은 남자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뭐 어떨게 하기는! 저 남자도 맨채스터 부인의 은인이니 당연히 집으로 데리고 가서 쉬게 하는게 좋을 것 같은데? 어차피 외상은 가브가 치료했으니 정신만 차리면 될 거야.” 내 말에 일행들은 끄덕이며 에드워드가 남자를 엎고 가는 것으로 낙찰을 보고 우린 나루스의 안내로 집으로 향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083 6 야시장에서 생긴 일 - 2 시장에서 약간 떨어져 있었기에 걸어가는데 시간이 많이 소모되가고 있음을 직감한 나는 이런 시간이 아까워 아이리쉬에게 말을 걸었다. “맨채스터 부인!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는데 어찌 해서 야 시장을 갔는지요? 하인을 시키면 돼잖아요.” 갑작스럽게 물어오는 말에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머! 경어를 쓰시다니요! 그냥 편하게 아이리쉬라고 하세요. 제 생명의 은인인데..” 그 말에 내가 더 깜짝 놀랐다. 귀족 여자들은 괭장히 예절을 따진다고 들었는데 아이리쉬는 그저 평민의 여자와 같이 활달했기 때문이었다. “헤헤! 그럼 아이리쉬 아니 아리라고 해도 되지? 난 이름 긴건 딱 질색이니까.” 여기까지 말하자 아이리쉬는 더욱더 빛나는 웃음을 머금고 끄덕였다. “시장엔 왜 간거야! 아리?” “으...음...심심해서 갔다가 아까 그 후라인지 푸라인지 하는 놈을 만나서 이렇게 됐어요.” 그 말에 난 더더욱 황당해졌다. 아무리 활달하기로서니 호위병도 없이 혼자 나돌아 다니다니? “아이리쉬! 한번만 이런일 있으면 알아서 해?” 아까 아리가 한 말을 들었는지 약간 무뚝뚝한 투로 말을 했다. 그런 말을 하는 나루스는 안중에도 안둔다는 뜻으로 혀를 쏘옥 내미는 모습에 나루스는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었다. “근데 루나님! 어깨에 있는 동물은 뭐여요?” 아리의 말에 이제껏 있었는지도 몰랐던 블랑슈가 생각이 났다. “아하! 앤 내 애완 동물인 블랑슈라고 해. 착한 녀석이지. 이쁘지?” 블랑슈를 자랑하자 아리가 만지고 싶다는 얼굴을 하고 손을 내 밀었다. 그러자 순하게 가만히 있던 블랑슈가 으르렁거리고 발톱을 세우고 위협을 했다. “아리! 블랑슈를 만질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러니 실망하는 표정은 짓지마. 나중에 돈벌어서 나루스한테 사주라고 해.” 블랑슈를 못 만져서 추욱쳐진 아리는 뒤에 이어진 말을 듣고는 더욱 쓰러져가는 포즈를 취했다. “평생을 가도 그런일은 없을 꺼예요. 제 남편의 월급이 쥐꼬리 만해서...” 나루스를 슬금슬금 쳐다보며 말을 하던 아리는 나루스가 내뿜는 어둠의 오라를 보고 말을 멈추었다. 그때 마침 에드워드가 말했다. “루나, 가브 저기가 나루스네 집이야.” 그 말과 함께 정면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모두 멈춰! 앞에 무언가 있다.” 내가 하려던 말을 가브가 나꿔쳐서 말을 했다. 귀가 큰게 다 이유가 있군. 가브가 여기까지 말하자 일행은 더욱더 속도를 내서 앞으로 갔다. “걱정하지마! 저들은 분명히 아이리쉬의 호위병이니까! 분명히 아이리쉬를 찾고 있을꺼야?” 나루스의 말대로 가벼운 경장 차림의 사내들이 나타나서 나루스와 아이리쉬의 앞에 무릎을꿇었다. “죄송합니다. 임무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저희들을...” 호위병들의 나발대는 말에 나루스는 약간 차가운 투로 말했다. “괜찮다. 이건 너희들 잘못이 아니라 아이리쉬의 잘못이다. 그러니 뒤쪽의 말은 안듣는걸로 하겠다. 그리고 어서 일어나서 다니엘 자작등에 업힌 남자를 데리고 와라. 아이리쉬의 은인이니 정중히 모셔라.” 그 말에 호위병은 감동을 받은듯한 눈을 하고 에드워드의 등에 업혀 있던 남자를 업었다. ‘치잇! 저 모습을 보니 내 똘만이들이 생각나는 군.’ 아무말도 하지 안고 그저 나루스의 안내로 집에 들어갔다. 문 앞엔 나이가 지긋한 집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많이 늦으셨습니다. 주인님, 마님, 이런 다니엘 자작님께서도 왕림을 해주셨군요. 뒤쪽의 이름모를 분들까지? 오늘은 기쁜 날이군요. 주인님께서 이렇게 많은 손님을 데리고 오시다니?” 집사의 말에 나루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기 업혀 들어온 사람은 아이리쉬를 도와준 분이니 좋은 방으로 안내를 하고 우리에게 다과상이라도 차려오게.” 많이 부드러워진 말에 집사는 알았다는 말을 하고 하녀에게 뭐라고 속닥거렸다. 응접실로 안내된 우린 그저 고풍스런 가풍에 놀라움을 내비치고 있었다. 이럴때 아까 남자를 업고 있었던 아이리쉬의 호위병이 들어와 그녀의 뒤쪽에 서있었다. 그리고 집사와 하인들이 과일과 차를 가지고 들어와서 탁자에 내려놓고는 뒷걸음질로 빠져나갔다. 물론 집사는 문 옆에 서있었지만. “이야! 나루스네 집 꽤 좋네? 의외인데? 난 또 나루스가 부인한테 용돈을 타서 쓴다는 말에 찢어지게 가난하게 산 줄 알았는데...?” 내 한마디에 일행들은 차를 마시다가 모두 쏟아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였다. “푸하하하! 역시 루나는 재미있다니까? 아무리 나루스가 돈을 타서 쓰는 불상한 인생이라도 귀족인데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겠어?” 에드워드의 말에 나루스와 아이리쉬가 발끈 하며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돼는 소리.”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더니 이럴때 써먹는가 보다. 일어서서 하는 말까지 똑같잖아? “이봐! 그렇게 밀어붙이지마. 궁지에 몰리면 물어버릴수 있으니까?” 과일을 베어 먹으며 말하는 가브를 보고는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르려다가 내가 한말에 잠잠 해졌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그 말이 이 쪽 상황을 빗대어 말하고 있는건가?” 둘은 조용해 졌지만 둘은 시끄럽게 웃어댔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하라고. 자고 있는 사람들이 다 깨겠군” 나루스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웃던 에드워드와 가브는 웃음을 겨우 멈추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난 먹을건 먹어야 한다는 식으로 그들이 웃던지 화내던지 그저 한마디식만 던져주고 먹기에 바빳다. “루나~천천히 먹어라! 누가 안뺏아 먹으니까!” “그러냐?” 에드워드의 말에 그저 약간의 대꾸를 한 나는 순간 입맛이 떨어져 먹는걸 중단했다. 그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인간들에게 말했다. “나루스~~나 말이지~아니다.....아니야.....” 하다가 말을 중지하자 더욱더 궁금해진 나루스는 나를 채근하며 물어봤다. 그래서 말을했지~ “궁금한게 있는데! 결혼했으면 당연히 아기가 있겠지? 나~아가 보고 싶어~” 라는 말에 나루스와 아이리쉬는 얼굴을 붉힌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 뒤에 서있던 호위병들이 나에게 싸가지없게 시리 말했다. “주인님과 마님을 더 이상 괴롭히면 용서하지 않겠다. 감히 평민 주제에 여기까지 오면 감사할줄 알아야지 오히려 웃음꺼리로 만들다니.” 호위병의 말에 주변에 있던 하인들은 나를 죽일 것 같은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런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는지 나루스와 아이리쉬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모습에 난 단지 불쾌하기 그지없는 방해꾼에 불과 했음을 알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루스, 아리, 난 간다. 재미가 없어졌어. 잡지마라. 내가 한 말은 무조건 다 들어준다고 했지?” 난 쇼파에 앉아 있던 가브의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며 나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안은지 호위병과 하인들 일부가 길을 막아서고 있었다. “감히 어디서 이런 무례한 짓을 하고 그냥 가려느냐? 어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 말도 안되는 소리를 듣고 난 뒤돌아서며 말했다. “나루스! 이들의 교육 좀 잘 시켜라! 더 이상은 불쾌해서 여기에 못 있겠다!” 그러자 나루스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인가? 그녀는 나와 아이리쉬 친우다. 감히 어디서 그런 망발을 함부로 해대는가?” 자신의 주인의 말에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평민입니다. 그런데 어디서 이런 하극상을...” “시끄럽다. 어째서 루나가 평민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하극상은 여기 있는 우리들이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정령 몰라서 말하는것이냐? 너희는 지금 당장에 루나에게 죽어도 할말이 없다.” 나루스의 말에 그제서야 무언가 심상치 안다는 것을 파악한 그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하며 물었다. “그럼 여기있는 소녀는 누굽니까?” “너희들은 소문도 듣지 못했느냐? 여기 있는 분은 태자 전하의 일행으로 왔으며 국왕폐하를 지키신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각하시다.” 그 말을 듣자마자 호위병들과 하인들은 안색이 허옇다 못해 퍼렇게 바뀌면서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는 말만 연신 해댔다. 정말이지 밥맛 떨어지는 녀석들... “나루스! 저들을 모두 밖으로 보내버려. 어디 주인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일개 호위병이 말을 걸고 나서다니....이런 하극상이 또 어디에 있니?” 내가 신경질적으로 말하자 나루스는 살인이 안났다는것에 안심을 하고 그들을 모두 물렸다. 그러나 식어내린 분위기는 어느 누구도 올리지 못했다 “루나! 정말로 미안해.” “괜찮아! 내가 이런일 한두번(딱 한번 이었음) 당해보는것도 아니고, 이젠 면역이 되서 아무렇지도 안아.” “그래도..” “야! 괜찮다는데 이럴래? 나 그냥 확 가버린다?” 큰소리가 나자 그제서야 조용해진 응접실을 둘러보며 아까 하던 말을 마저 했다. “나루스, 아리! 아까 말하던거 마저 할께! 아가는 어디에 있어?” 분위기에 상관없는 말이 튀어나오자 나루스와 아리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기 말이지! 아직 아기는 없어.” “왜?” 엄청나게 눈을 반짝거리며 순진한 표정을 지은채 물어보는 나를 보고 그들은 어찌 할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럼 결혼한지 얼마나 됐어?” 다른 질문이 들어오자 다시 얼굴을 피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 “ 2년 정도.” “그럼 몇 살때 만난건데?” 내가 나루스와 아리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자 그들은 질문에 답을 하느라 에드워드와 가브는 이야기를 듣느라 그 날 밤을 꼬박 세웠다. “아~우~잠을 못자서 피곤해. 그런데 너무 늦은 것 같으니 빨리 가봐야 겠다. 그럼 나중에 봐~” 내 말만 마치고 난 가브와 같이 집을 나섰다. 어제와는 달리 호위병들은 오만방자에서 존경이 느껴지는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나만의 착각 일 수도 있겠지만. 오랜만에 당직에서 벗어난 우리 즉 에드와 나는 야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명목은 바로 야간 순찰 비스므리한것이지만 진짜는 바로 구경이었다. 야시장은 없는게 없기에 질리지 않았다. 한번씩 당직에서 벗어날쯤이면 나와 에드는 언제나 야시장을 구경하곤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에드와 같이 경장차림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갑옷을 입고 있으면 사람들이 멀리 떨어져서 걸어가기 때문에 그냥 가문 문장이 없는 옷을 입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그저 우리가 검사줄알고, 멀리 하지 않았다. 어쩌면 평민들과 같이 숨을 쉬고 생활하고 싶어서 이겠지만.... 에드 이 녀석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밤 늦게 돌아다녀도 돼지만 난 집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빨리 구경하고, 돌아가고 싶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다. 막 돌아가고 싶어질때 내가 아는 누군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가출 비스므리한 것을 해서 수도안을 발칵 뒤집어 엎은 후로 언제나 맞대온 얼굴이 보였다. (기사들의 훈련장에 들어와서 훈련이란 명목으로 항상 기사들을 굴려버린다. 하지만 어찌된일인지 실력은 점점 향상되어 가고 있으니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와우! 나루스, 에드워드 여긴 어쩐 일이야?” 신분에 얽메이지 않고 항상 같은 시선으로 우리를 대하는 루나.. “우린 그냥 구경하러 나왔어! 이렇게 시간이 남을 때 한번씩 돌아다니거든.” “맞아! 이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재미있는 일도 많이 일어나.” 루나를 만나서 어쩔수 없이 더 돌아다녀야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루나와 가브리엘이란 엘프에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는 재미도 쏠쏠했기에 심심함을 느낄 사이가 없었다. 기웃기웃 거리며 구경하면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즉각 물어보는 루나는 애완 동물을 사는곳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알록달록한 색을 지닌 귀여운 애완동물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아리에게 사주면 좋아할려나? 후훗.’ 상인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던 루나는 철창에 갇혀있는 한 동물을 눈여겨 보는 듯 하더니 다짜고짜 달랜다. 상인이 말리는데... 우린 반대의 의견을 내놓았지만 어쩐일인지 우리의 말을 묵살하고 끝내는 사버렸다. ‘고집은 아리보다 더 심하군.’ 귀엽지만 언제 공격을 할지 모르는 그 동물은 루나의 한마디에 주인으로 인식했는지 가만히 있기만 하였다. 신기하기도 하지.... 블랑슈라 이름 붙인 동물을 사서 인지 기분이 좋아졌는지 아니면 돌아다니느라 힘들어서 그런지 배가 고프다고 어린애처럼 칭얼대는 루나.. 그리고 묵묵히 따라다니는 가브리엘.. 꼬치집에서 열라게 먹고, 가브리엘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루나나 유심히 쳐다보며 배고프지 않다고 하는 가브리엘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걸 신경쓸데가 아니다. 치사한 에드 녀석이 루나와 가브리엘을 데리고, 먼저 나가는 수법을 쓰는 바람에 난 세명이 먹은 값을 지불하고 있었다. 이게 어떤 돈인데~~~~~~··· “이런! 벌써 이틀 용돈을 다 써버렸잖아.” 돈 주머니가 가벼워져감에 내 절규는 비참하게 울렸다. “에드워드! 혹시 나루스는 공처가? 용돈도 타서 쓸 만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슬쩍 찔러보는 말에 일일이 대답하는 그녀석이 이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역시 루나야~ 어떻게 빨리 알아챗지? 저 녀석은 말이지 우리 기사단에서도 소문난 공처가라구.” “야! 에드워드 그만 안해?” 언제나 이런일이 있었기에 우린 두 남녀와 같이 다니다보니 더 친해졌고, 어깨동무까지 하며 우리들 세상이나 된 냥으로 길 한복판을 차지하며 돌아다녔다. 열심히 웃으며 다니던 우리들 바로 앞으로 정체불명의 무엇인가가 지나쳐갔다. 지나쳐간 것은 한 피칠을 한 남자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서 그 레이디를 놓아 주어라!” 남자의 말을 미루어 볼때 분명 누군가를 보호하려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라고 생각한 난 저런 녀석이야 말로 진정한 기사도 정신을 알고 있다고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가 한 비명 소리를 듣고 사색이 되었다. “꺄아악 살려줘요. 저 사람을 살려줘요.” 평소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처음엔 비슷한 목소린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 그녀였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인근 사람들이 물러나며 뭐라고 한거 같은데 뭐라고 한지 잘 들리지 않았다. 에드도 그녀를 알아보았는지 안색이 창백해져 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루나와 가브리엘뿐....... “이놈~~어서 아이리쉬를 놔주어라!” 나도 모르게 흥분이 돼서 큰 소리가 나와버렸다. 참을려고 했는데 참을수가 없었다. 이세상에서 내가 제일로 사랑하는 그녀가 잡혀 있는것이다. “이 여자를 아는 인간이냐? 그럼 그냥 가, 이 녀석처럼 안때릴 테니까.” 어이가 없어서 아무말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지만 지금의 난 그 어느때보다도 급박했다. “지금 그 말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왠만하면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그 녀석들의 말을 듣고, 난 검을 뽑아들었다. 순간 움찔하던 그들은 그녀를 붙잡고 협박을 가해왔다. 무릎을 꿇고, 기어가라!!! 그녀만 없었으면 저 녀석들을 다 쓸어버렸을텐데..... 울부짓는 그녀의 모습에 난 ‘이래서는 안돼’하고 생각했지만, 생각과는 달리 몸은 이미 반이상 구부러져있었다. “안돼요! 나루스, 이들이 원한대로 해서 내가 당하지않더라도 난 당신을 다시는 보지 안을거예요. 전 명예를 사랑하는 당신을 좋아했...까악~” 나를 선택함으로써 얻은 명예란것에 집착하는 그녀를 보며 어찌할바를 몰랐지만, 느글거리며 웃는 녀석들의 말대로 하지 않으면 그녀가 다칠수도 있으므로 난 이를 꽈악 깨물고,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어릴적부터 친구였던 에드의 말에 난 주춤했다. “그럼 어떻게 아이리쉬를 구할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소드 마스터여도 지금의 나와 에드는 섯불리 움질일수 없었다. 인질인 그녀가 잡혀 있었으므로.... “루나! 니가 아이리쉬 좀 구해 와야겠는데 해 줄수 있지? 나루스의 부인이니까! 전에 궁전을 빠져나올때 보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를 내던데...친구를 버리진 안겠지?” 에드의 말을 듣은 난 이제야 우리 편중에 가장 든든한(?) 루나가 있었다는 것을 깜빡했었다. 대지의 기억이란 마법에서 루나가 밖으로 나간 것을 목격했으니까..... 그걸 사용하면 아리를 쉽게 빼올수 있을것이다. 에드의 애원에 섞인 말에 루나는 약간 생각한 듯 하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귀엽게도 소원을 들어주라는것이다. 다급한 김에 나와 에드는 무조건 들어주겠다는 말을 했고, 그말을 접수한 루나는 내눈으로 따라잡을수없는 속도로 그놈들의 면상에 뛰어가 아리를 빼왔다. 다른 인간들은 너무 놀래서 헛숨을 들이켰다. 아리의 신상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가브리엘이 치유해주는 것을 보고 한숨 놓을수 있었다. 그리고 유쾌상쾌한 루나의 말에 우린 검을 빼들고 그녀에게 모욕을 준 녀석들에게 칼침을 놓아주었다. 너무 열중한 나머지 뒤에서 튀어나온 녀석을 알지 못했을때 다행히 루나가 알려주었기에 해결할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들의 신상이 알려졌지만....... 기절한 남자와 아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던중 루나는 어떻게 아리의 애칭을 알아냈는지 부르고 있었다. 집에서는 더 황당한 일이 있었지만 루나의 신분을 알고부터 녀석들은 경외에 찬눈빛으로 대하고 있었다. 루나 어클리어스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때문인가? 나의 친구여~ 나보다 더 높은 작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외모만 아니면 평민으로 보여질정도의 행동을 하는 나의 친구여.. 그내는 아는가? 내가 그리고 그녀와 카옌 왕국에 있는 사람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것을....... 나루스네 집에서 나오자마자 열심히 달려서 겨우 방에 도착할수 있었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하기위해 내려가려고 하자 마침 라엘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초쵀해진 얼굴로 쳐다보았다. “라엘! 안녕? 얼굴이 많이 안좋아 보이네? 무슨 일 있어?” 나의 가증스런 질문에 라엘은 째려보며 말했다. “루나! 왜 나가서 지금 들어오는거지?” 그런 질문을 한 라엘의 얼굴을 더욱더 구겨지게 만드는 말을 했다. “난 라엘이 공주랑 더 은밀한 밤을 보내도록 나가서 놀다가 이제 들어왔는데 내가 뭐 잘못했어?” 얼굴이 심상치 않게 구겨지는 라엘을 두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도 어김없이 얼굴이 구겨진 인간들이 있었으니 그 들의 이름은 바로 카리스 와 세이 그리고 후리오. “너그들 말이지. 아침부터 그렇게 찡그리고 있으면 내가 밥을 못먹으니 알아서 해?”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얼굴을 억지로 펴며 미소를 지으려던 그들을 보며 그저 담담하게 음식 분쇄작업에만 전념했기에 블랑슈가 식탁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먹는 줄 몰랐다. 내것만 안 건들이면 되니까... “이야~루나님! 식사 좀 천천히 하세요. 그러다가 체하겠네!” ‘으윽, 저 녀석은 언제 들어왔지?’ “미카엘! 넌 왕하고 식사하는거 아니었어? 거기다가 성기사까지 떨어뜨려 놓고 여긴 왠 일이야?” 식사중에 말하는 시간이 아까워 그 말을 하고는 다시 나이프와 포크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루나님께서 오늘 떠나신다기에 한번 얼굴이나 뵈려고요! 사실은 저도 신왕께서 부르셔서 다른곳에 가야하기 때문에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왔어요.” 미카엘의 말에 난 눈을 껌벅이며 물었다. “신왕이 뭐야?” 순간 식탁에 둘러앉은 놈들의 주변에 서리가 내리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로 썰렁해졌다. “하하하! 신왕이란 우리 교단에 몸답고 있는 사람들의 왕이라고 생각하면 제일 빠르게 이해할수 있을 겁니다.”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말하는 미카엘을 보며 다시 한번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 신왕이란 작자가 어디 있는 건데?” 다시 한번 주변은 엄청난 회오리가 지나간듯이 썰렁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루나님! 농담이 심하군요. 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신왕께서는 코에다르 왕국을 다스린답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십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어? 다음번에 너를 만나지 않기 위해 피해가야할 곳이 어딘가 하고 생각하다가 묻는 것 뿐이야! 여행을 다닐때 코에다르는 빼고 가야겠군!” 이 말에 미카엘은 그저 실실 웃으며 작별 인사를 하고 식당에서 나갔다. 미카엘과 이야기를 하다가 식사를 끝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자 블랑슈가 쪼르르 따라와 머리 위에 올라타고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식으로 난 방으로 올라가 내 짐이라고 할것까지 없는 간소한 것들을 챙기고, 편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는지 거기엔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서있었다. “후작! 좋은 여행이 되기 바라네.” 국왕으로 시작해서 끝이 없는 인사를 받으며 기진맥진 해진 나는 가브에게 이론적으로 나마 배운 승마를 하기 위해 말위로 올라갔다. “주군! 꼭 돌아오셔야 합니다.” “루나! 돌아와야 해! 기다릴께!” 똘만이들과 제이미의 인사에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카리스, 후리오, 세이, 모두 내가 가르쳐 준데로 정진하거라. 난 반드시 돌아온다. 몇십년이 지날지라도... 내가 돌아왔을때 한놈이라도 죽으면 알아서 해라. 영혼이라도 가만두지 안을것이다. 전에 말했지? 죽을땐 내 앞에서 죽으라고. 제이미...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여~잘살아야 해. 니가 그리워 질거야! 맥도.. 브라운도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나루스, 에드워드, 약속한거 안잊어먹었지? 아리한테도 안부 전해줘! 그리고 꼬~옥 아기 낳아서 잘 키워.” 난 이것 말고도 기나긴 인삿말을 했지만 너무 지루해 할 것 같아서 알아서 생략해 버렸다. 인사를 마치고 라엘과 가브를 데리고 터벅터벅 길을 떠났다. “주군~~반드시~~돌아와야 해~~~~~~ 요” 똘만이들의 마지막말을 들으며 난 뒤 돌아보지 안은채 그저 손을 귀가에 올려 주먹을 꽈악 쥐었다. 후에 그 포즈가 떠날때 하는 포즈로 자리잡았다나 어쨌다나!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220 5 루나! 다른곳으로 출발 - 1 카프로스를 나온 후에 난 한가지 걱정에 휩싸였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제일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도 안은채 무조건 떠나온 것이다. “라엘!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라엘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생각에 빠져 들었다. “그래! 가브의 고향에 가보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 “뭐어! 내 고향에?” 별것 아닌말에 호들갑을 떠는 가브는 내버려 두고 라엘을 쳐다보았다. 초롱이 공격이다. 받아라. ‘루나! 진정으로 하는 말이야?’ 라엘의 전음에 알딸딸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내가 말했지! 엘프를 구해줬을 때는 이성일 경우 결혼을 해야한다고~문제는 그 결혼을 고향에 가서 하거든! 그러니까 가브리엘이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거야!’ ‘그래서 뭐가 어쨌다고 그러는 거야? 난 그저 가브의 고향인 커다란 숲에 가보고 싶어서 그런 것 뿐이야! 그러니 괜한 상상은 하지 안는게 신상에 좋을꺼야? 어차피 가브도 나하고 혼인하자고 말도 안한 상태이니 말이야?’ 라엘의 걱정스런 말에 난 이 말을 하고 그대로 KO 시켜버렸다. KO당한 라엘이 깊은 생각에 빠졌을 때 뜻밖의 인물이 뛰어 나왔다. “어라라라! 가르시미르 백작이 여긴 왠일이지?” 내가 대표로 말을 했고, 라엘은 궁금하다는 식의 얼굴을 지었으며 가브는 몸을 떨고 있었다. “하하하, 저도 더~넓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어서 어클리어스 후작의 파티에 끼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가르시미르의 어이없는 말에 가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르시미르! 드래곤이면서 무슨 세상을 더 구경하고 싶다고 말하는 거야? 이제 막 성룡이 된 드래곤도 아니면서....” 정곡을 찌르는 말에 가르시미르는 그저 식은땀만 삐질 삐질 흘리고만 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안되겠어! 봐! 내 친구인 가브가 이렇게 떨고 있잖아!!” 사실이 사실이니 만큼 지금 가브는 한겨울에 속옷만 입고 쫒겨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이 떨고 있었다. “이봐! 엘프, 난 너희 종족하고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다. 자꾸 그러면 숲에 불을 질러버릴수 있으니 조심해라.” 이 말고 동시에 가브는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몸을 빳빳이 세우고 가르시미르는 보지 안은채 그저 정면을 쳐다보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피식 웃던 가르시미르는 어떠냐는 식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놈, 진짜 드래곤 맞아? 어림잡아 3000살은 넘어보인는 웜급인 것 같은데...혹시 저능아?’ “좋아! 허락하도록 하지. 앞으로 편하게 루나라고 불러. 나도 백작을 간단하게 미르라고 부를께! 문제 있어? 미르~” “아무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어디로 갈건지...” 미르의 질문에 내가 정한 목표를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전 저번에 유희를 하면서 근처에 가본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따라 오시면 될거예요.” 하면서 자기가 앞장을 서기 시작했다. 그러던지 말던지 난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 가브에게 말을 걸며 괜찮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저기 그런데 말이죠! 루나의 머리위에 올라가 있는 레기야크는 어디서 구했나요?” “아아! 블랑슈! 어제 야 시장에서 샀어! 문제라도 있는거야?” 블랑슈를 쓰다으며 미르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레기야크는 마계의 마수왕입니다. 그런 레기야크가 이런 인간 세계에 있다는 것이 뭔가 찝찝해서요.” 미르의 말을 듣은 나는 놀라워하며 물었다. “레기야크가 마계의 마수왕? 그럼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으며 또 힘은 얼마 만큼이지?” “지금 저 레기야크는 아직 다 크지 안은 어린아이라고 할수 있지요. 거기다가 힘은 왠만한 마을을 파괴시켜버릴 만큼 어마어마하지요. 그런데 그 레기야크가 그렇게 가만히 있는걸 보니 당신을 주인으로 정했나 봅니다. 이거 정말이지 행운인데요.” 난 놀라워하며 말하는 미르를 그냥 쳐다보며 말했다. “파이넬 왕국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거지? 혹시 멀어?” 뜸금없이 질문을 하는 나를 보며 그저 입을 열었다. “카옌 왕국의 인접국이므로 다른곳보다 가깝지만 길다란 산맥이란곳을 건너야합니다. 돌아서 가면 되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이 오래 지체돼요” 정말이지 이곳 지명 센스는 엉망이었다. 커다란 숲에 이어서 길다란 산맥이라니? 심각하게 말을 하는(왜 심각한지 모름) 미르를 내버려 두고 다른 타겟을 물색하던 중에 내 옆에서 붙어 말을 타던 라엘이 보였기에 말을 붙여보았다. “라엘! 이렌드 공주는 어떻게 하고 혼자 온거야? 난 또 같이 올 줄 알았는데?” 가증스럽기 그지없는 얼굴로 물어보는 나를 보며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고는 말했다. “따라붙기에 그냥 마법으로 잠재웠어.” ‘치이! 이렇게 되면 더 이상 말을 못 붙이잖아..’ 속으로 투덜투덜거리며 가던길을 갔다. 마을이 나타나면 여관을 잡고, 마을이 없으면 그냥 아무데나 철푸덕 주저앉아 노숙을 했다. 그런 고달프고 재미없는 길을 한달 가량 가다보니 이름대로 진짜로 길다란 산맥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이지 보는 눈이 지겨울 정도로 기~ㄹ~었다. 우린 그렇게 말을 타고 산맥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마을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산맥으로 들어가기 위해 쉬었다가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파이넬 왕국간의 무역이 빈번해지자 무역 도시로 성장을 한듯(내 눈에는 그렇게 보임) 보였다. 파이넬 왕국 상인들이 넘쳐나는지 이색적인 옷이 눈을 끌었다. 옷이 생김새는 알아서 상상을 하시길~ “이햐~꽤 크잖아? 거리가 시장을 방불쾌하는구만.” 나도 모르게 나온 소리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어째 미르의 안색이 안좋은 듯이 보였다. “미르! 여행을 하는 동안 피곤했나 보구나? 안색이 안좋은걸 보니, 어서 여관이나 찾으러 가자.” 그러나 여전히 미르의 안색은 가히 산송장이라고 할만큼 안좋았다. 그래도 드래곤인데 뭐가 저래 허약한지.... 여관을 찾기위해 두리번 거리다가 한 인물이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 뿌리를 박은 듯 움직이지 안는 그에게 한마디 했다. “야~미르~오냐? 오늘안에 올 수 있지?” 그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쫄래쫄래 따라왔다. 뭔가 있긴 있는데 감을 잡지 못햇기에 미르의 일은 접어두고 여관을 찾다가 가브가 소리쳤다. “루나, 그라시엘님, 가르시미르님! 저기 여관이 있는데...” 가브의 말에 그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자 꽤 고급스런 여관이 아니 호텔 비스므리한 것이 눈에 띄였다. “오케이! 자 제군들은 나를 따르라~~” 하며 쌩하고 말을 몰고 가는 나를 일행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오케이’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그렇게 쳐다보다가 나의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여관으로 돌진했다. “야! 너희들 오늘안으로 올 수 있지?” 여관앞에 말을 세우자 점원들이 부랴부랴 달려나와 말고삐를 받고 다른 인간이 안내를 했다. “어서오십시오. 저희 바람의 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친절하게 말을한 인간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가 장난이 아니었다. 벽에는 온통 미술품으로 도배를 했고, 바닥엔 대리석이 깔려있었다. 카운터로 간 난 이름을 적고 1인실과 3인실을 주라고 하고는 열쇠를 받아 3인실 열쇠를 라엘에게 던져주고 내 방으로 뛰어올라갔다. 방안은 궁전보다는 못했지만 왠만한 고위 귀족집 같아 보였다. 오랜 노숙으로 찌든 몸을 이끌고 욕실로 가서 뜨거운 물을 틀어 욕조에 채우고는 그대로 잠수했다. 목욕다운 목욕을 해본지가 생각이 나지 안을정도였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피곤함에 스르륵 잠이들었다. 그러다가 주위가 차가워서 눈을 뜨자 퉁퉁불은 몸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런! 대체 얼마동안 잤기에 물이 식었지? 라엘들이 기다릴텐데...” 그 생각이 들자 난 얼른 몸을 일으켜 물기를 수건으로 닦은 다음에 마법 주머니에 쑤셔 박아 놓았던 옷중 하나를 꺼내어 입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내 예상대로 일행들은 식탁에 앉아 팔짱을 하고는 서로 눈싸움을 하듯 쳐다만 보았다. “내가 쬐께 늦었지? 그럼 이제 식사를하자고.” 나의 가증스런 말에 일행은 째려보며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웨이터가 오자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음식을 시키기에 바빳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음식을 주문 시킨후에도 여전히 난 째림을 당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봐들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부끄럽잖아? 그리고 내가 늦고 싶어서 늦은게 아니라 어찌저찌 하다가 이렇게 되었단 말이야..” 변명을 들으며 일행들은 그제서야 얼굴을 풀며 재잘재잘 거렸다. ‘저것들 남자 맞아?’ 식탁에 나온 음식을 여전히 남김없이 먹은 난 존재감이 없는 블랑슈를 빼놓았다는 것을 생각한 난 다시 음식을 시켜 블랑슈에게 먹였다. “궁금한게 있는데... 길다란 숲을 빠져나갈려면 얼마나 걸리지?” “넉넉잡아 5일정도면 갈수 있습니다. 오고가는 인간들이 많으니 꽤 큰 길이 뚫려있거든요.” 아까는 거의 산송장같았던 미르가 말했다. 그런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블랑슈의 식사가 끝나자 그냥 자리를 떴다. 내 취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이제는 라엘 없이도 아침일찍 일어난 나는 (사실은 아침에 블랑슈가 다가와서 울부짓는 것이 아니라 초특급 필살기 보드라운 털로 코를 간질거린다.) 창밖을 내려다 보았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거리에는 인간들이 득실거렸다. 그들의 모습을 한동안 구경하다가 내 어깨에 닿는 손에 깜짝놀라 뒤를 돌아봤다. “뭐야! 라엘...놀랐잖아! 올려면 신기척(?)이라도 내고 오지...” 내 앙알거리는 말에 그는 그저 피식웃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 아까 내가 밖에서 이름을 불렀는데 아무 말이 없어서 들어와본거야.” “여긴 왠일이지?” 다시 창밖을 내려다보며 하는 말에 라엘은 못마땅하다는 투로 말했다. “빨리 여길 뜨자고! 그래야 산맥을 빠져나갈 것 아니야?” 그의 말에 일리가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서 식당으로 내려왔다. 블랑슈를 데리고... 한참 왁자지껄한 식사 시간에 내가 들어오자 다른 일행들은 눈이 휘둥그레 지며 날 쳐다보았다. 난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안았기에 가브와 미르가 앉아있는 식탁으로 걸어갔다. “좋은 아침! 미르, 가브.” “그래! 좋은 아침이야.” “잘잤습니까? 루나!” 서로 인사를 건내고는 웨이터에게 주문을 한 후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의외로 이 세남자들은 말이 많았다. 특히 미르는 유희를 다녀서인지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많았다. 언제나 이야기의 주도권은 미르가 쥐고 있다가 라엘이나 가브가 맞장구치다가 자신이 겪은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서 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거기.. 보아하니 산맥을 넘으려고 온것같은데 우리와 동행을 하지 안겠소?”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배불뚝이 상인 비스므리한 인간들과 용병으로 보이는 인간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쳐다봤다. ‘으윽! 개기름 남매하고 견줄수 있겠군.’ 이런 생각을 하자 웃음이 스며 나왔다. 나한테 된통 당한 놈들..... 하지만 나의 이런 모습에 상인들은 다른 생각을 한것인지 쓰잘떼기 없는 말을 했다. “아가씨가 웃는 것으로 보니 우리가 동행을 하기로 결정이 난 것 같군.” 그 말에 우린 같잖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저씨들~난 말이지 그런뜻으로 웃는게 아니니까헛물키지 말라구!” 내 싸가지 없는 말에 그들은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던지 말던지 난 마침 나온 따끈따끈한 음식을 하나씩 먹어가기 시작했다. 블랑슈는 어제일 이후로는 알아서 테이블로 내려와 내 음식을 조금씩 먹었다. 내 모습에 그들은 자신을 모욕한걸로 착각했는지 큰소리로 말했다. “왠만큼 이뻐서 귀여워 해줬더니(언제?) 기어오르려고 하다 니! 용서하지 안겠다.” 별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말하고는 용병중 한놈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봐, 배불뚝이 아저씨~ 산맥엔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데 하나라도 머릿수가 부족하면 안되잖아? 그러니까 이런 소모적인 일은 하지 말라구. 괜히 경비병이라도 오면 당신이 골치아파지니까! 만약 경비병이 오는 사태까지가면 당신을 용서하지 안을꺼랍니다.” 얄미운 소리에 그들을 더욱더 도발을 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얼굴로 용광로를 만들어도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가 얼마나 잘났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에 있는 이 용병들은 용병계에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더글라스와 그의 일행들이다. 그러니 좋게 말할 때 용서를 빌어라. 너희들이 귀족이어도 이분들은 사정을 가리지 안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꼭 내가 가는곳에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난다. 카옌왕국의 길거리에서 그리고 야시장과 나루스네 집에서도... 한순간 기분이 나빠진 난 그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난 말이지! 용병이 아니라서 그들의 이름을 모른다. 알 필요도 없고 말이지..그러니까 여기서 그만 하자고... 슬슬 기분이 나빠지니까!” 여기까지 말하면 왠만한 인간들은 ‘아 저기에 있는 파티는 꽤하는 실력자가 있어서 저렇게 큰 소리를 치는거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있는 꽉막힌 상인들은 노발대발했다. 그중에서 특히 배불뚝이 상인이... “더글라스! 돈을 더 줄테니 저기있는 소녀와 남자들 버릇을 가르쳐주십시오.” 기껏해야 용병인데 얼마나 유명하기에 존대를 하는거지? 궁금함을 못이긴 난 미르에게 귀속말로 말했다. “미르! 저기있는 용병들 유명해?” “맞습니다. 더글라스와 그 일행들의 소문은 익히 들었는데 그들이 일을 맡으면 못하는 일이 없답니다. 심지어는 드래곤까지 상대할수 있다는 그런 유언비어가 나돌정도로요.” 미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앞을 쳐다봤다. 이제껏 봐온 용병들과는 달리 깨끗한 얼굴과 단정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갑옷도 입지 안고... 얼굴이 깨끗하다는 소린 실력자란 말이다. 으레 용병들은 많은 전쟁과 의뢰를 하기에 칼들고 싸우길 반복한데 상처가 없다고 하면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물론 나와 내 일행(가브는 약간 제외하고)에게 쨉도 안되지만 말이다. 상인의 말에 더글라스라는 용병은 망설이다가 일어서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미안하지만 우리 의뢰인이 너희들과 싸우길 원한다. 그러니 싸워야 하겠지만 난 이런일로 피를 묻히기 싫으니 용서를 빌어라.” 절도있는 말에 난 호감이 갔다. 다른놈들 같으면 칼들고 덤볏을 텐데... “이봐! 더글라스라고 했던가? 잘못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너의 의뢰인이 잘못했다. 그러니 용서를 빌어도 그가 빌어야 한다고 생각지 안는가?” 미르의 말빨에 한참을 주춤거리더니 상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상인은 무조건 혼내주라고 말을 했다. “미안하지만 너희들하고 싸워야 겠으니 검을 잡아라. 나 혼자 상대해 줄테니.” 자신의 동료는 그대로 두고 혼자 상대한다는 말에 약간 놀라웠다. 우리를 무시한건지 일행을 쓸데없는 일에 끌어들이지 않기위해선지... “더글라스! 겨우 용병이면서 대단한데~ 소드 마스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너의 동료들도 만만치 않군. 하지만 덤빌려거든 혼자가 아닌 전부가 덤벼야 할것이다.” 그는 놀라워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숨기고 있던 실력을 들키기라도 한 것 처럼.... “레이디! 어떻게 내 실력을 꽤뚫어 봤지? 이제껏 아무도 알지 못했는데..” 심상치않게 놀라는 그를위 해 난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그냥 찍었어.” 생각보다 짧은 말이 나오자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난 일을 수행해야 한다.” 이 말을 하고 그는 시커먼스한 검을 뽑아들고 일행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먹기에만 전념하던 일행은 아무렇지도 안는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가브와 미르는 검을 빼들었고, 라엘은 마법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들의 한 실력하는 모습을 보자 더글라스의 일행은 서로 검을 뽑아들고 상인의 앞으로 나오며 우리를 살벌하게 바라보았다. 마악 더글라스와 미르가 싸우고 있을때 난 구경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냥 이렇게 구경만하기에 미안해서 응원도 해줬다. “플레이 플레이 미르~이겨라. 우리 편. 지면 국물도 없다! 설마하니 미르가 인간한테 지겠어? 라엘도 한방먹여 뒤에 있는 놈들에게~가브 파이팅!!” 느닷없는 소리가 들려오자 내 일행들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 모든일의 주범이 뒤에 빠져서 구경이나 하면서 쓸잘떼기 없는 소리나 해대니..... 미르와 더글라스가 붙자 쇼크 웨이브가 생겼다. 그래서 난 기로 몸을 보호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엉망진창~~~~ 식당에 있었던 인간들은 서로 밖으로 빠져나갔고 직원과 주인은 어찌힐바 몰라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그 들을 위해 난 라엘에게 한가지 부탁을 했다. “라엘~~한방 쏴.” 이 소리가 들리자 마자 라엘은 파이어 볼을 던졌다. 콰 콰 쾅 ‘오옷! 음향 좋다.’ 서로 싸우기에 열심인 그들은 웬지 모를 웃음이 베어나왔다. 강한 상대를 만나 검을 섞어보는것처럼..... 즐겁게 눈요기를 하고 있을때 불청객들이 쳐들어 왔다. “모두 멈춰라! 우린 드라나(도시 이름임)의 기사들이다.” 기사들의 소리가 들렸는지 곧 싸움은 멈추었다. 그리고는 기사들을 쳐다봤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이곳에서 싸움을 일으켰는가? 이 일로 시장님께서 진노하셨다. 빨리 이질직고 하렸다.” 대담하게 나오는 말에 뒤에서 구경만 하던 상인들 중 배불뚝이가 나서서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 약간의 와전을 해서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듣은 기사는 우리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아무잘못도 없는 상인에게 시비를 걸어 이 싸움을 일으켰다. 그러니 너희들을 연행해 가야 겠다.” 어이없는 소리에 난 한마디 했다. “기사님들! 왜 한쪽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결정을 하는 겁니까? 동서고금을 통틀어도 이런일은 없습니다. 자고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이야기도 진술서에 포함이 되어야하는 것을 진정 모르셔서 하는 겁니까? 혹~시 이 상인들과 친분이 있어서 그런겁니까?” 술술 잘돌아가는 내 혀에 감사를 느끼며 기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상인들도, 마지막으로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일행들도.... “아~죄송합니다. 레이디! 잠깐 제 친구가 착각을 했군요. 그럼 레이디께서 상황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다른 기사가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물어오자 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말해 주었다. “그러니까 말이죠! 어떻게 되었냐 면요. 어쩌고 저쩌고 어영부영하다가 이렇게 되었어요.” 침착한 내 말에 그 기사는 심각하게 생각을 하고 같이 온 기사들과 의견을 나누는 듯 했다. “야! 문딩이 자슥들 같으니라고! 전혀 도움이 안되잖아! 빨랑 안뛰어와?” 이 일에 나도 약간(?) 잘못했지만 직접적으로 잘못한 일행들을 불러모아 꾸짓고 있었다. 그 시각 기사들은 의견을 하나로 모았는지 우리에게 다가와 한명씩 팔을 잡고 끌고 가려고 했다. ‘이런! 이런짓이 또 한번 반복되다니! 이건 분명히 신의 농간 아니 카스의 농간일거야? 이렇게 되면 상인들의 기뻐하는 표정은 안봐도 뻔하군.’ 팔을 잡힌 상태에서 고개를 획 돌려서 상인들을 쳐다보자 비웃음이 서린 얼굴로 서있었다. 그리고 용병들은 뭔가 섭섭하다는 식으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루나! 이거 어째 전번하고 같은 스토리 아니냐?” 가브의 말에 난 동조했다. “맞아! 이놈의 작가가 쓸 말이 없으니까 이렇게 한가지 사건을 우려먹는것 같은데? 우선은 이런 상태를 벗어나야 겠지!” 가브에게 살짝 웃음을 지어주고는 미르를 쳐다보았다. 제일 일을 많이 일으킨 원흉인 너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그런 내 눈빛을 보았는지 그는 짐짓 큰 소리로 말했다. “이 팔을 놓아라. 감히 어디를 만지는 것이냐? 난 카옌 왕국의 카인 가르시미르 백작이다.” 여기까지 일이 진행되자 모두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우리를 보내며 잘됐다는 식으로 쳐다보던 상인들은 뭐 씹는듯한 표정이 되었다. 제일로 많이 당황한건 바로 우리를 잡아가고 있었던 기사들이었다. “당신이 진정 가르시미르 백작님이라면 증거를 보여주시오.” 아까 나에게 말하던 친절하게 생긴 기사가 물었다. 이에 미르는 가문의 문장 (생긴대로 논다고하더니 이제보니 문장이 레드 드래곤이었다) 과 백작임을 증명하는 목걸이를 내밀었다. 이 것을 본 기사들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가르시미르 백작님! 사건을 다시 해결하겠습니다” 역시나 귀족이란 정말이지 편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귀족과 평민과의 격차가 심했기에 귀족이 평민에게 헤코지를 해도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런데 저들은 대들고 싸우기까지 했으니 즉참이었다. 실실 웃으며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난 널부러져 있던 의자를 세워서 앉았다. 그 모습을 본 가르시미르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내 얼굴에 그려져있던 웃음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나에게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 여기엔 나보다 더 높으신 분이 있으니까~” 하면서 나와 옆에 붙어있는 라엘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의아해진 기사들은 미르를 쳐다보았다. “당신들도 들었을것이다. 이분들이 바로 그 유~명한 그라시엘 크레이딘 후작 각하와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각하시다.” 유명하다는 것을 길게 늘여 빼며 말하는 미르를 가증스럽다는 눈빛로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후작 각하를 몰라뵌점 용서해주십시오. 저들의 죄를 물어 처리하겠습니다.” 우리가 귀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마자 죄가 상인들에게 둘러씌워지다니 정말이지 이상하기 그지없는 세상이지만 나한텐 피해가 가지 안으니 더 이상의 생각은 하지 안기로 했다. 나와 라엘에 대한 소문을 들었는지 상인들은 무뤂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난 그들을 보지도 안은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돈 계산은 일행들에게 맡기고 (한놈은 신이고 한놈은 드래곤이니까) 말을 끌고 탔다. “야!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나와.여긴 정떨어져서 있기 싫으니까!” 내 호령에 일행들은 어기적어기적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줄이 묶인 상인과 그들을 쳐다보는 용병들 아니 자세히 보니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일행들이 말을 타자 난 블랑슈를 품에 집어넣고 말을 몰았다. 더 이상의 귀찮은 일에 말려들기 싫으므로....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017 4 루나! 다른곳으로 출발 - 2 시덥잖은 몬스터로부터 상인단의 보호라는 명목으로 나와 내 친구들은 상인들을 보호해주면서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상인들이 꽤 부유한 인간인지 우린 고급 여관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오랜 여행으로 인해 지친 몸을 편하게 쉴수 있어서 좋았지만 그다음날에 일어난 일덕분에..... 어김없이 아침에 일어나 식당에 내려와 상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맞은편에는 왠 잘생긴 미남둘이 테이블에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하였다. “재수없게도 잘생겼군!!” 배불뚝이 상인은(궂이 이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없으니 귀닮아 듣지 않아서 잘 모름) 녹색 머리 청년과 붉은 색 머리의 청년이 맘에 들지 않은지 그들이 들리지 않게 조그만 소리로 작게 말했다. 배불뚝이 상인이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그들이 앉은 자리에 긴 검은 머리를 한 청년과 소녀가 같이 윗층에서 내려와 합석을 하였다. 그들도 두 청년과 마찬가지, 아니 더 미모를 뿜어댔다. 30년 평생 그런 아름다움은 처음이었다. 식사 도중에 눈이 저절로 그쪽으로 향한 것 비단 나뿐이 아니었다.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미인들이 있는 테이블쪽으로 몰려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일이 흔히 있다는 듯이 무시하며 식사를 시키고는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이! 거기.. 보아하니 산맥을 넘으려고 온것같은데 우리와 동행을 하지 안겠소?” 하얀 동물을 어깨에 올린 소녀가 맘에 들었는지 배불뚝이 상인이 친한척 말을 걸어왔다. 그러자 소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면 난 ‘너와 같이 가기 싫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는걸 알수 있었지만 배불뚝이 상인은 그 모습을 보고 허락한줄 알고 좋아라 했다. 물론 잘생긴 청년들로부터 때어 놓기 위해서이지만.... 컴플렉스인가? “아저씨들~난 말이지 그런뜻으로 웃는게 아니니까 헛물키지 말라구?” 작은 입술을 달싹 거리면서 하는 말치고 꽤 거칠은 말에 상인은 기분이 나쁜지 화를 내었다. 별로 화를 낼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잘생긴걸 선천적으로 싫어한지 시비를 먼저 거는 상인... 아마도 우리에게 싸움을 하라고 시키겠지? 내 생각이 들어맞았는지 나를 돌아보더니 나가서 싸우랜다. 어이가 없어서리.... 하지만 그들은 우리들의 고용주이었으므로 대충은 그들의 명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표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잘생긴 집단이 있는 테이블쪽으로 걸어갔다. 떨어진곳에서 봤을때도 잘생겼는데 가까이서 보니 환상적이었다. “미안하지만 우리 의뢰인이 너희들과 싸우길 원한다. 그러니 싸워야 하겠지만 난 이런일로 피를 묻히기 싫으니 용서를 빌어라.” 저런 얼굴을 하고 여행을 하는 것이라면 왠 만한 실력으로 안됀다는 것을 알수 있었기에 난 그들과 최대한 싸우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며 정중하게 물었다. “이봐! 더글라스라고 했던가? 잘못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너의 의뢰인이 잘못했다. 그러니 용서를 빌어도 그가 빌어야 한다고 생각지 안는가?” 붉은 머리의 말빨에 한순간 할말이 없어진 난 이제 어떻게 하지 하는 뜻으로 상인쪽을 바라보자 이젠 배불뚝이 상인 뿐만 아니라 주변에있는 상인들도 들고 일어서서 싸우라고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너희들하고 싸워야 겠으니 검을 잡아라. 나 혼자 상대해 줄테니.” 의뢰인의 말을 듣어야지 돈을 벌수 있으므로 난 울며 겨자 먹기로 맘에 없는 소리를 했다. “더글라스! 겨우 용병이면서 대단한데? 소드 마스터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니! 너의 동료들도 만만치 않군. 하지만 덤빌려거든 혼자가 아닌 전부가 덤벼야 할것이다.” 조그만 소녀에 의해서 난 헛바람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내 실력을 알아보다니... 그것도 숨기고 있었는데.... 내 실력을 알아보았다는 것은 곧 나보다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뜻하니깐... 마른 침을 삼키고, 흑발의 소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아냈냐고? 그리고 들려오는 대답에 난 어이가 없었다. 찍었다니..찍었다니.. 어떻게 찍어서 실력을 제대로 측정할수 있느냔 말이얏.. “하지만 난 일을 수행해야 한다.” 다른놈이 들었으면 정말로 터프한 말로 들리겠지만 그런 말을 하는 나는 속이 타서 죽을것만 같았다. 말을 내뱉었으면 행동이 따르는법.. 반사적으로 검을 빼어들고, 그들과 싸우게 되었다. 내 동료들도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나서서 방어진을 치기 시작하였다. “플레이 플레이 미르~이겨라. 우리 편. 지면 국물도 없다! 설마하니 미르가 인간한테 지겠어? 라엘도 한방먹여 뒤에 있는 놈들에게~가브 파이팅!!” 생전 처음 듣어보는 응원에 상대편도 적응이 돼지 않았는지 잠시 주춤거렸지만 곧 자세를 잡았고, 난 붉은 머리 남자와 붙게 되었다. 예상대로 그는 녹록한 상대가 아니었다. 검기가 서려 있는 새하얀 검신을 보고 나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싸움을 멈추고 싶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게 해 주지 않았다. 흑발의 남자는 마법사였나 마법을 난사했고, 붉은 머리 남자와 붙으면서 생긴 쇼크 웨이브로 주변은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모두 멈춰라! 우린 드라나(도시 이름임)의 기사들이다.” 나를 살수 있게 해준 그 기사들에게 속으로 감사의 말을 한 다음 난 검을 집어넣었다. 기사들은 우선 싸움이 일어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물어보았고, 상인들중 배불뚝이 상인이 일어나서 그들에게 설명을 하였다. 하지만 상대가 잘못한걸로 와전하여 말하자, 다혈질로 보이는 기사는 대뜸 상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연행해가려 하였다. 난 말리고 싶어서 입을 열려고 하였지만 그보다 먼저 말빨 쎈 소녀가 나서서 말을 함으로써 잠잠히 있었다. “아~죄송합니다. 레이디! 잠깐 제 친구가 착각을 했군요. 그럼 레이디께서 상황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역시 말빨이 잘 들었는지 이번엔 인상이 좋은 기사가 나서서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또 다시 말빨이 쎈 소녀가 자세하게 어느것도 빼놓지 않고 지금까지 있었던 상황에 대해 토 하나 달지 않고 말했다. 게다가 덤으로 일행들을 불러모으더니만 꾸짖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이 누구 때문에 일어났는데... 그 모습을 보며 기사들은 상의를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상인들 쪽으로 불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다혈질 사내가 바로 배불뚝이 상인과 친구 사이라는것이다. 분명 다혈질 기사는 소녀의 일행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울것이고, 다른 기사들이 토를 달지 못하게 친인척까지 동원할것이 분명하였다. 하필이면 그 친인척이 드라나의 시장일줄은 그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것이다. 내 예상이 대충 맞았는지 상의를 다 한 기사들은 소녀의 일행들을 끌고 가려하였다. 소녀는 기사들에게 팔을 붙잡힌채 억울하다는식으로 상인을 쳐다보았고, 상인들은 약간의 비웃음이 서려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루나! 이거 어째 전번하고 같은 스토리 아니냐?” 다른 사람들은 못 들었겠지만 나와 동료들은 분명 들을수 있었다. 붙잡혀 가는 도중에 저렇게 태평한 얼굴을 하고, 장난스레 말을 하는 녹색 머리의 사내가 하는 말을.... 녹색 머리의 사내가 한 말을 듣었는지 루나 라 칭해진 소녀는 작게 소곤거리면서 붉은 머리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그 얼굴에 서린 미소를 보며 곧 큰일이 나겠구나 하고 생각했고, 나를 오랜 세월동안 용병계에 살아남게 해준 예감은 여지없이 맞았다. “이 팔을 놓아라. 감히 어디를 만지는 것이냐? 난 카옌 왕국의 카인 가르시미르 백작이다.” 기사들에게 잡힌 팔을 뿌리치며 사납게 째려보며 하는 말에 주위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버렸다. 당연히 그러겠지... 귀족 능멸죄는 즉각 참수이다. 그리고 드라나의 기사들이라 해도 고위 귀족을 함부로 할수 없었다. 왜냐구? 이곳 시장의 작위가 자작이니까!! 게다가 지금 이름을 듣어보니 몇 년전에 암살자로부터 왕을 지켜내어 백작이 된 사람이었다. 고로 권력도 있고, 능력도 있는 그런 부류의 귀족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과 한번이라도 검을 섞어 본 것을 행운이라 여겨야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기사들은 쉼호흡을 하고, 이 사건이 일어나게 한 다혈질의 기사에게 무언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 다혈질의 기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게 있자 인간성 좋게 보이는 기사가 예를 갖추며 물었다. “당신이 진정 가르시미르 백작님이라면 증거를 보여주시오.”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품에서 무엇인가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가르시미르가의 문장이었다. 핏빛의 레드 드래곤이 세겨져 있는.... 주위는 더 싸늘하게 가라앉아버렸다. 귀족일행을 건드린 상인들은 얼굴이 창백하게 되었다. 백작의 한 마디면 이곳에 있는 상인들은 최고 참수이고, 기사들은 징계를 먹을게 분명하였으니까!! 우린 그냥 의뢰인의 명에 따른 것 뿐이니까 별 다른 혐의가 없겠지만... “죄송합니다. 가르시미르 백작님! 사건을 다시 해결하겠습니다” 백작의 작위를 가진 귀족이 얼마나 높은 분인지 새삼스레 깨닫은 기사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모든 죄를 상인에게 몰고 가기 위해 사과의 말을 하였다. 사과의 말을 듣고 있는 백작의 얼굴엔 장난스런 표정이 들어나면서 의자를 세워서 편하게 앉아서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소녀를 보며 말했다. “나에게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 여기엔 나보다 더 높으신 분이 있으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이곳에 가르시미르 백작보다 더 높은 분이 있다니?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바로 백작이어서 기사들은 어리둥절해하며 가르시미르 백작의 시선이 꽂힌곳으로 눈을 돌렸다. 나도 기사들과 같이 보았지만 그곳에는 흑발을 기른 소녀와 사내가 있을뿐 아무것도 없었다. 혹시 저들도 귀족이라도 되는건가? “당신들도 들었을것이다. 이분들이 바로 그 유~명한 그라시엘 크레이딘 후작 각하와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각하시다.” 백작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싸늘하게 만들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얼려버렸다. 세상에나.... 나도 그 이름이라면 알고 있었다. 태자 전하의 친우이면서 7클레스 마스터인 그라시엘 크레이딘 후작, 또 왕실 마법사의 반란으로부터 파티장에 있던 왕과, 그 외의 귀족들을 보호해준.... 소드 마스터들을 한꺼번에 저 세상으로 가게 만들고, 덤으로 마법사까지 세상하직하게 만든 조그만 여신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그들을 모르면 카옌왕국에서 첩자로 오인받을수 있을정도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름만... “죄송합니다. 후작 각하를 몰라뵌점 용서해주십시오. 저들의 죄를 물어 처리하겠습니다.” 후작이란 작위의 위력을 실감하는 장면이었다. 상인들은 언제 비웃음을 지었냐는 듯이 후작과 백작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지만 그들은 요지 부동이었다. 특히나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의 눈동자는 매우 차갑게 빛나고 있었으며 그들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밖으로 나간 그분들은 우리를 한번 휙 돌아 보고 말을 타고 가버리셨다. 더 빨리 따라가고 싶었지만 우리들고 약간의 대질 심문을 받고 있었으므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언제나 볼수 있을런지... 내 생이 끝나기 전에 보고 싶은데... 그 분들은... 차갑도록 슬픈 눈을 가지신 어클리어스 후작 각하... 먼 훗날에 절 알아볼까요? 그저 평범(?)한 용병인 저 더글라스와 친구을..................... 그곳을 떠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말을 몰며 산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아까 나를 약올리던 기백은 다 어디로 갔는지 미르는 안색이 어제 보았던 것보다 심해졌다. “미르! 무슨일 있는거야? 뭔지 말해! 우리 사이에 더 이상 감추지 말고~~” 걱정스런 투로 물어보자 그는 그저 고개를 휙휙 돌렸다. 미르의 얼굴이 어찌됐든 간에 해가 저물어버리자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말들을 매어둔채 그저 편하게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라엘은 카스와 연락을 하기 위해선지 자리를 떴고, 나머지 미르와 가브는 피워둔 불만 뒤적거렸다. 내 일행이 이런 상황에 있을때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한 놈이 있었다. “흐흠! 자~알~잤다. 오랜만에 일어나보니 몸이 뻑쩍지근 하군!” 이 말을 하며 육중한 몸을 일으켜 체조를 시작했다. 한참을 몸을 풀더니 갑작스런 기운에 하던짓을 멈추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호오! 이게 뭐야! 오랜만에 일어났더니 인간들이 내 영역에 들어왔잖아? 그런데 대단하군! 이 기운들.... 7클래스 마스터, 소드 마스터에 엘프라... 그리고 허허...나와 같은 종족도 있군. 필시 유희를 나온것이겠지? 그럼 나도 잠에서 일어나서 할 것도 없는데 저들 파티에 끼어볼까? 할일도 없는데 말이야.” 혼잣말을 하던 그는 육중한 몸을 변형시켜 인간의 형채로 바꾸고 루나파가 있는곳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라엘! 먹을것좀 구해와!” 이제껏 카스와 연락을 하면서 진을 빼고 온 라엘에게 한마디 던진 말에 비뜰거렸다. “루나! 조금 쉬었다가 가면 안될까?” 여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들의 무리에 섞이기 위해 나가려고 품을 잡고 있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브! 뭔가 느껴지지 안아? 미르와 라엘은? 분명히 누가 우릴 지켜보고 있어...바로 저기에서?” 하며 손으로 커다란 나무를 가르키는 소녀를 쳐다보며 라엘이란 사내는 그저 피식웃고, 가브라는 녹색 머리 청년은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었지만 미르라 불리워지고 있는듯한 놈의 안색은 푸르죽죽하게 변해있었다. “야! 너 거기서 나와! 빨랑 나오란 말이야! 난 누가 몰래보면 기분 나쁘단 말이야!” 일방적인 말에 나는 나무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머리칼에 푸른 눈동자의 섹쉬한 미남으로...... 그리고 엄청나게 꽃발이 흩날리는 영상을 만들어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블루 라고 하는데 저와 같이 동행해 주시겠습니까? 아! 이런 저기에....” 여기까지 말하고 나무뒤에서 굳었던 것처럼 멈칫했다. 나와서 보니 자신과 같은 드래곤인 가르시미르가 있어서 그를 친구라고 빌미삼아 같이 여행이나 하려고 했는데 뜻밖의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이햐~~ 블루 드래곤이잖아! 본채로 되돌아간 모습을 보여주면 안될까? 나 본채의 모습을 한 블루 드래곤을 보고 싶은데..” 하며 뛰어나와 매달리는 루나를 보며 라엘은 환계에 있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013 5 루나! 다른곳으로 출발 - 3 레이와 검술 대련을 하고 힘들었는지 자신의 수업시간에 연신 졸던 루나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을때 갑자기 일어서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루나는 창밖을 가리키며 나에게 물었다. “라엘! 저거 공룡이지?” 그 말과 함께 잔상도 남기지 안고 자신이 가리킨곳으로 가버렸다.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다가 루나가 가르킨 곳을 쳐다보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그는 바로 드래곤들의 제왕인 드래곤 로드였다. 왠만한 신들은 안중에도 두지 안는 그였다. 이곳에서도 카스프록시아님 이외에는 머리도 숙이지 안고 그저 하대의 말만 하는 거만하기 그지없는 (한마디로 말하면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녀석이었다) 그에게 달려가는 루나를 보고 급히 이동을 했다. 하지만 이미 늦은 듯 루나는 벌써 로드의 얼굴 부분까지 날아가서 마주보고 있었다. “꺄~아~악 귀여버라~~” 이 순간 그곳에 있던 신들은 식은땀을 삐질 흘렸고, 로드의 얼굴에는 떨어지면 호수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어이가 없어진 로드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렸는데 루나는 한술 더떠서 그에게 철푸덕 붙으며 부비적거렸다. “이야! 귀여버라~~비늘도 끝내주내?” 부비적 부비적~ 로드는 은색에 빛의 반사각에 따라 아름다운색이 나는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 난 그런 루나를 보며 얼른 말리려고 가다가 카스프록시아님에게 잡혔다. “그냥 두고 보자! 과연 거만하기 그지없는 녀석이 어떻게 되는지 구경이나 해라.” 하면서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붙잡힌 나는 안절부절하며 그저 앞만 바라보았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안기를 빌며.... 한참을 어이없어 한던 로드는 정신을 차리고 처음보는 루나를 쳐다보았다. 자세히 보니 미로 따지면 모든이들이 한수 접고 들어갈정도 였고, 거기다가 카스프록시아님의 권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눈을 보고 피식 웃고 말았다. 순간 그는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였다. 그러자 루나가 로드의 목에 매달린채 찐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이런! 아무리 제가 좋아도 이렇게까지 하면...”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그를 빤히 쳐다보며 팔을 풀며 말했다. “치이! 난 커다란 모습이 좋단 말이야!” 빨리 커져라 하며 생때를 쓰며 잡아당기자 로드는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카스프록시아님를 쳐다봤다. 처음으로 로드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자 웬지 모를 흐뭇함이 느껴질때 도움을 바라는 눈빛에 카스프록시아님이 이동을 하며 루나를 때어 내었다. “루나! 그렇게 달라붙으면 아이비스크가 당황하잖아!” 자신을 때어내며 말하는 그분을 보며 루나는 심통맞는 표정으로 말했다. “카스! 이거 안놔? 카스~놔줘라? 응응” 귀여운 표정으로 말하는 루나를 쳐다보며 어쩔수 없다는 얼굴로 로드를 쳐다봤다. “그러기에 내가 인간의 모습으로 오라고 하지 안았느냐?” 카스프록시아님의 말이 끝나자 곧바로 머리를 숙이고 본채로 되돌아갔다. 이런 모습에 더욱더 기뻐하며 철썩 붙은 루나는 말할 것도 없고, 로드의 행동에 놀란 환신들은 경악에 차있었다. 카스프록시아님의 말이외는 듣지도 안았는데 루나의 말을 듣었으므로... 거기다가 저 웃는 모습을 보니 뭔가 잘못먹은게 틀림없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몇일 후에 일어났다. 카스프록시아님에게 일에 대한 보고를 하자마자 루나와 착 달라붙어 놀았던 것이다.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로드는 정말이지 루나와 잘 어울렸다. 같은 빛이나는 머리색에 눈빛을 지닌자여서 그런지 루나는 언제나 웃음을 달고 다녔다. 물론 로드도 잘 알고 있었다. 평소에 루나가 웃더라도 눈속에서는 음영이 드리워져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자신과 같이 있으면 눈마저 웃는... 진정으로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로드는 일년에 한번씩 오면서 몇일간 루나와 놀아주었던 것이다. 아마도 후에는 어떻게 상황이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나자 라엘은 웃음을 지으며 루나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제가 어떻게 드래곤인줄 알았죠?” 얼어있던 블루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다. “아앙! 그건 가르시미르한테 물어보고 빨리 본채로 돌아가봐~~ 보고 싶단 말이야? 아! 그래...미르도 원래대로 돌아가봐! 레드랑 블루랑 변한걸 보고 싶단말이야~~” 그날밤 커다란 산맥을 건너다가 노숙을 하던 이들은 벌벌 떨며 잠을 자지 못했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의 드래곤이 휘젓고 다녔기 때문이다. 후에 이것이 드래곤들이 대판 싸웠다라고 와전되어 카옌 왕국과 파이넬 왕국에 퍼져서 드래곤 슬레이어를 꿈꾸는 이들이 몰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게 되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난 라엘은 깊게 잠든 3남 1녀를 보고 웃었다. 루나의 초롱이 버전에 넘어가버린 두 마리의 드래곤은 장난감 신세로 전락되었다. 본채로 돌아가서 루나가 원하는데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한번씩 안아주고 하는등 하룻밤 동안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한 인간에게(?) 휘둘리는 두 마리의 드래곤을 신기하게 쳐다보느라 늦게 잠이 들어서 평소에 일찍 깨는 그는 여전히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마리의 레기야크는 초특급 필살기인 간지러움도 타지 안고 자는 루나의 곁에서 얼정거리기만 했다. 그들의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모두 기상~~~늦게 일어나면 밥없다~~~~” 그 소리가 다 끝나기도 전에 3남 1녀는 빨딱 일어났다. “라엘! 밥줘! 나 일찍 일어났어.” 일어나자 마자 하는 내 말이 웃긴지 라엘은 그저 피식 거렸다. “그런데 루나는 왜 드래곤들을 좋아하는 거지?” 어제 합류한 블루가 날 쳐다보며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내가 어릴적에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하고 똑같아서! 물론 크기는 다르지만~” 세상에나 그래도 다른 이들은 무서워서 가까이도 오지 못하는 드래곤인데 아무리 작아도 그렇지 갖고 놀았다니..... 내 말에 두 마리의 드래곤은 얼어붙었다. 그들이 얼어붙든 말든 관심이 없던 난 라엘을 빤히 쳐다보았다. “라엘! 밥 안줘?” 갑작스런 질문에 라엘은 잠시동안 머리 회전을 한 다음에 말했다. “그게 말이지...루나...사실은....안일어나기에 한번 소리쳐 본거야!” 그 소리에 내 뒤쪽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들의 살기를 재우기 위해 라엘에게 사냥과 요리를 하라고 명령했고, 난 블랑슈의 보드라운 털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한참 후 라엘은 사냥을 해가지고 와서 손질을 한 다음 미리 피워두었던 불에 구웠다. 지글지글지글 툭툭 고기가 꼬챙이에 끼워져서 기름이 끓다가 한두 방울씩 떨어져내렸다. “라엘! 가브가 먹을 것은?” 고기 굽기에 열중이던 그는 화들짝 놀라며 깜빡 잊어먹었다 고 한다. 인간도 아닌 신이 잊어먹기나 하고 뭐하는 짓인지! “괜찮아 루나! 내가 가서 찾아오면 되니까!” 하며 숲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역시나 숲의 종족 아니랄까봐 숲속에서 완전히 동화되는 모습에 멍하니 쳐다보았다. ‘멋있다.’ “블루는 이제 어떻게 할거야? 우린 말이 있는데 블루는 없잖아! 그냥 말로 변해서 갈래? 아님 그냥 나하고 같이 탈래?” 머리를 굴리는 듯한 블루는 화사하기 그지 없는 미소를 지으며 나하고 같이가기로 했다. 그세 고기가 다 익어 난 전에 선물 받았던 (내가 태어나던 날에 받은 것중에 하나) 단검을 빼서 약간 잘라먹으며 궁금한 것을 말했다. “미르는 블루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열심히 먹는데 열중하던 미르는 내 질문에 컥컥 거렸다. “이런! 고기가 기도로 들어갔나봐! 어떻게 하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는 나를 쳐다보고 갈비를 잡고 뜯고 있는 블루를 한차례식 쳐다보고 머리를 푸욱 수그렸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제가 블루님이랑 알게 된 사연은......” 너무나 길어서 작가의 임의대로 삭제를 했다. 짧게 말해서 막 성년식을 치르고 유희를 하던 미르는 이곳 커다란 산맥을 지나다가 블루를 만났는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가 드래곤이란 것을 짐작도 하지 못하고 시비를 걸어오기에 화가 뻗혀서 싸우다가 인간의 모습으로 이길수 없자 홧김에 본채로 변신하여 브레스를 뿜었다가 같이 변신한 이 망할( 미르의 말을 인용) 드래곤에게 호되게 당했다고 했다. 그 후로 거의 블루의 밥이 되다시피 하다가 미르의 부모 드래곤이 와서 블루를 개패듯이 패고 (이때 미르는 무지하게 웃고 있었고 블루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데리고 갔다고 한다. 다시는 이곳을 오지 안으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어쩔수 없이 왔다고 했다. “그러니까 미르가 블루보다 힘이 약하다는 소리네? 그럼 블루는 나이가 몇살이야?” 옛 생각을 하던 블루는 내 질문에 한동안 계산을 했다. “가르시미르가 여기 왔을때 2013살 이었으니까 그때부터 지금까지 3040년이 지났으니까 한 5053살이 되었을 꺼야.” 블루가 5053살이라고 했으니까 미르는 3540살이 되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헤헤! 블루는 이제 곧 에이션트급 드래곤이 되겠네? 그런데 넘 늙었다. 난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모습을 보고 청년층일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늙어가기 시작하는 드래곤 일줄이야야!” 탄성을 내지르던 나를 보고 블루는 얼굴을 구겼다. 그래도 하는수 없는거 아니겠어? 늙은걸 늙었다고 말하지 젊었다고 말하리? 고기를 한점 먹고 블랑슈에게 잘라주던 난 가브가 소리소문도 없이 내 옆에 앉은 것을 보고 놀랐다. “야! 가브...아무리 여기가 니 안방이라고 기척이나 내고 다녀라! 깜짝 놀랐잖아?” 내 말을 유심히 듣던 녀석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루나 넌 니가 원하는 지역의 기척까지 알수 있으면서 왜 그러는거야?” 저 녀석이 뭘 잘못먹었기에 그런 말을 함부로 하는거지? 혹시 독초라든가 머리가 확 돌아버리는 풀을 먹기라도 했나? 내가 말하면 그냥 속아 넘어가주지! 그랬다. 이제껏 기척이 없이 누가 들어와서 놀랐다는 표현은 그저 연기를 한 것 뿐이다. 언제든지 내 사정권안에 들어오면 누가 들어왔다라는 것을 알아챌수 있었지만 너무 완벽하면 재미가 없기 때문에 놀라는척했다. 단 잠잘때는 느끼지 못했다. 어쩌다가 한번 정도? “가브~~왜 그~래~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거야?” 철판에 미스릴을 도금하고 물어보는 날 보고 가브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댔다. “루~나! 그러니까 지금까지 내가 니 방에 들어가서 니가 놀랐다는 표현을 한 것을 그저 연기에 불과한거네?” 라엘의 엄청나게 싸늘한 미소를 보고 식은땀이 이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하하! 라엘 그런게 아니라 내가 잠깐 딴 짓을 하고 있을때는 알아채지 못해..음...음...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잠잘때하고 잠시 생각에 빠져 들었을 때...” 열나게 변명을 하는 나를 미심적게 보던 라엘은 피식거렸다. ‘그래! 너 잘났다. 임마’ 아침식사를 다 한 난 신 한명, 엘프 한명, 드래곤 두 마리, 레기야크 한 마리를 데리고 산맥 깊숙이 들어갔다. 드래곤 두 마리와 레기야크가 있어서인지 몬스터들 터럭하나 발견할수 없었다. 심심하면 드래곤 피어를 약간씩 은근하게 피어대던 두 마리의 드래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씩 살기를 피우며 으르렁 대던 내 블랑슈도...................... 이제껏 생각해보니 모험을 하면서 흔하디 흔한 몬스터 한미리도 보지 못한점이 미심적었다. 아마 이건 라엘의 짓이 분명했지만 다~아~나를 위해한 일인 것 같으므로 이 문제는 접어두기로 했다. 길다란 산맥을 넘도록 심심할까봐 염려했던 난 엄청나게 웃으면서 갔다. 두 마리의 드래곤들의 설전을 듣다보면 정말이지 뒤로 까무러쳐질 정도였다. 가브는 이미 웃다가 실신해서 말등 위에 엎드려 있었다. 정말이지 저 두 마리의 드래곤들을 보면 이제껏 로드를 보며 쌓아온 그들의 명성이 한 순간 날라가 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블루님! 이제껏 잘 자다가 왜 나타나셨어요? 그냥 계속 잘것이지....” 미르의 말에 블루는 발끈해서 마법을 구현시키고 있다가 또 날아오는 미르의 말에 흐트려져버렸다. “제 부모님께서 보고 싶으시다고 하던데 같이 가시지 안으시겠어요?” 아무래도 블루는 미르의 부모한테 죽어라 당했나 보다. 저렇게 자존심 센 놈이 한 수 접어주니! 그럼 블루는 부모가 없는건가? 그 들의 설전에 난 한마디 던졌다. “블루! 블루는 부모가 없는거야?” 둘이 정신없이 싸우다가 순간 멈칫했다. “맞아! 내 부모는 내가 헤츨링때 수명을 다하셨다. 그래서 난 다른 분께서 키워 주셨다.” 아무렇지도 안다는 듯이 나를 돌아보며 말하는 블루의 눈에 어둠이 드리워져 있었다. 자세히 보지 못하면 알지 못할 정도로.... 나와 같은 처지의 블루를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같이 타고 있었음) 그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블루도 나와 같구나! 나도 부모가 없어.그래서 다른 분에게 키워졌어. 그리고 이렇게 모험을 하고 다니는거구! 블루야,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내 말에 블루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허리를 놓고 뒤에서 재잘거렸다. 뭐라구 말했냐면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섞어서 짬뽕을 시켜버렸으므로 생각이 나지 안았다. 갑작스럽게 변한 나와 블루를 보는 일행들은 그저 묵묵히 가기만 했다. 이제서야 루나와 블루에게 부모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두 남녀가 웃으며 말을 하고 있었어도 그들은 그 웃음속에서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블루! 그러니까 말이야? 라엘이...” “하하하! 정말이야? 그라시엘이 그리고 다른 인간들이....” 인간세계에서 있었던 일을 떠벌이던 루나는 블루가 유희를 하면서 겪었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꺄하하하” “푸하하하” 이렇게 웃다가 어느덧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남녀를 두고 다른 일행은 노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에 남겨두었던 고기를 다시 뎁히고 라엘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아까부터 이야기하고 있던 루나는 더 이상 이야기가 없어서 블루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때 급하게 달려온 라엘은 카스가 부른다는 말을 했다. “루나! 그 분께서 부르셔서 빨리 가봐야 겠어!” “갑자기 왜 부르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급하게 오라고 해서....” “그럼! 잘가.” 잡고 늘어질 줄 알았던 루나가 갑자기 이렇게 말하니 약간 서운하게 생각이 든 라엘... 하지만 등이 따뜻해 졌다. 뒤에서 라엘의 등을 안은 루나는 그동안 고마웠다고 말했고, 그 말에 감동한 라엘은 그 자리에서 환계로 이동했다. 그곳에 있다간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몰랐기에... 이로써 다시 한명이 줄어들었다. 환계로 돌아간 라엘이 언제 올 줄 몰랐기에, 아마도 늦었으면 늦었지 빨리는 오지 안을것이라고 직감한 루나는 다시 원위치하고 잠을 잤다. “자아~이 말은 이제 블루가 타. 라엘은 아주 오래 있다가 올거니까! 알았지?” 그 말과 함께 산맥의 끝자락에 도달한 난 드럽게도 늦게오는 그들을 채근했다. “오냐? 오늘안에 올 수 있지? 늦게 오면 죽는다.” 내 말에 들렸는지 일행들은 잽싸게 달려왔다. 그들이 달려오는 동안에 난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아름답다고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풍경.... 언제나 나와 같이 할 것 같았던 내 고향의 풍경을 보는 듯 했다. 한동안 말이 없이 그 자세로 있는 나를 보고 블루가 말을 걸어왔다. “루나! 정말 훌륭하지? 나도 이런 풍경을 보고 내 레어를 이 산맥에 만든거야.” 앞을 쳐다보며 말하는 블루를 보았다. 뭔가 그리워 하는 듯한 그 눈빛은 또 하나의 나를 보는 듯했다. “블루의 부모님과 같이 와봤나봐?” 찍어서 대충 말한 난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우와! 어떻게 알았어? 넌 정말이지 나와 잘 통한다. 이참에 나랑 결혼할 생각은 없냐? 종족이 다르더라도....” “싫어! 난 나이많은 인간이든지 드래곤이든지 싫어.” 그 말에 블루는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블루의 모습을 보고 나도 속력을 내어 달려갔다. “야호~~미르, 가브 빨랑 안오고 뭐하냐? 진짜로 재미있어!” 풍경에 정신을 뺏긴 그들은 소리가 들려와 정신을 차리고 저먼치 앞에 가고 있는 두 인영을 보고 외쳤다. “야! 치사하다. 먼저 가기가 어디 있냐?” “가르시미르님 말이 맞아. 치사하다. 루나. 블루님” 잽싸게 달려갔지만 먼저 간 블루를 따라잡지 못해 그 멋있는 풍경의 한곳을 차지하고 있는 도시의 성문에 두 번째로 도착하였다. 그리고 미르와 가브도 내 뒤로 나란히 들어왔다. “음하하하! 내가 일등이다.” “야! 블루, 말이야 바른말을 해야지 치사하게 먼저 갔으면서!” 진것에 약간 흥분한 난 소리를 쪼매 크게 말했다. “루나! 너도 만만치 안아! 자기도 먼저 가놓고... 나하고 가브리엘이 따라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 어쭈! 저게 언제부터 나한테 반발을 했지?’ 미르의 말에 가브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박력을 내 뿜으며 말하는 그를 보고 얼른 이 사태를 마무리 짓자는 식으로 두리번 거렸다. “야! 빨리 가자. 그러다가 밤 셀라.” 하며 성문으로 바로 말을 달렸다. 여전히 투덜이는 미르를 두고 블루랑 가브도 따라오자 미르도 못마땅하다는 식의 눈빛을 보이며 움직였다. “잠깐 멈추시오! 신원을 확인하여야 한다.” 경비병인듯한 그 남자뒤로 세명이 험악하게 생긴 헐버트라는 무식하게 크기만 한 무기를 쥐고 있었다. “전번에는 이런 것은 하지 안고 그냥 지나갈수 있었는데 새삼스레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미르가 전번에 와봤다는 식으로 말하자 그 남자는 이곳에 도둑놈들이 판을 쳐서 신원이 확실한 사람들만 들여보내 준다고 했다. 나와 미르는 괜찮지만 이제 막 유희를 나온 블루랑 어이없이 잡혀서 노예 신세에서 풀려난지 얼마안된 가브에게 그런 것이있을리 만무하다. (이제보니 가브는 카옌 왕국의 국왕이 직접써준 통행증이 있으므로 안심이지만 블루가 문제 였다.) 먼저 가브가 통행증을 제시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인상을 펴고 말했다. “카옌 왕국의 국왕 폐하께서 친필로 된 통행증이군요. 이정도면 더 이상은 보지 안아도 될 것 갔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가브리엘님. 가르엔에 잘 오셨습니다.” 무뚝뚝하기 그지 없는 인간에게 갑자기 존대를 받고 보니 가브 쪼매 놀랐나보다. 이 일을 계기로 그냥 휙 넘어가기 위해 난 이렇게 말했다. “호호호! 저희들은 국왕 폐하의 통행증이 있는 가브리엘과 친구랍니다. 그러니 저희들도 보내 주세요. 그렇지? 미르~블루~” 내가 부르는 소리에 그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들은 제 친구랍니다. 그러니 안으로 들여 보내 주세요” 가브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안된다고 했다. 친구라도 질 나쁜 친구가 있을 수 있다나 어쨌다나....... “아니 그럼 국왕 폐하의 친필로 된 통행증을 가진 가브리엘과 친구인 우리를 그렇게 몰아낸다는 것은 그것은 곧 가브리엘을 몰아낸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러니 조용히 통행을 하게 해 주시지요? 우린 카옌 왕국에 있을때 부터 친구였으니까!” 이렇게 까지 말했는데 여전히 안된다고 해서 미르에게 알아서 하라고 시켰다. 내가 나서도 되지만 주인공은 맨 나중에 나서므로...... 홍.홍.홍. 미르는 내 말뜻을 알았는지 곧 드라나에서 한것처럼 귀족임을 증명하는 목걸이를 내 밀었다. 그 효과는 백점 만점중에 백점이었다. “카옌 왕국의 백작님이셨군요. 그럼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백작님의 친구 이신 것 같으니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2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3967 5 루나! 축제에 나가다 - 1 그리하여 우리는 수월하게 들어올수 있었다. 도시 밖은 진풍경이었는데 이곳은 약간 질이 떨어지는 듯 보였다. 그래도 뭐 일반 도시보다는 치안이 잘 되있는 것 같았다. “블루! 이곳은 니 레어하고 가까우니 많이 와봤겠지! 그러니 여관이라도 추천해봐! 맘에 안들면 알지?” 나의 협박에 블루는 식은땀을 흘리며 실실 웃고는 한쪽을 가르켰다. 이제보니 꽤 커다란 여관이 아닌 무슨 궁전 비스므리하게 컸다. “이야! 엄청나게 크다. 근데 여기 묵을려면 돈 꽤나 들겠는데? 맞다 맞아! 어차피 드래곤이 두 마리씩이나 있는데 돈이 없겠어? 안그래~블루~~미르~~” 이 말을 풀이해보면 니 둘이 알아서 돈을 내라는 뜻이다. 내가 말을 하기전부터 눈치를 깠는지 나를 흘기며 쳐다보았다. 난 이들의 눈빛 공격에 맞아 죽기 싫었으므로 얼른 궁전 비스므리한 여관으로 쏘~옥 들어갔다. 한참을 어이없이 쳐다보더니 하는수 없다는걸 깨닫고는 따라 들어갔다. 전에 드라나에 갔던 바람의 쉼턴가 뭔가 하는 여관하고 꽤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었다. 난 일행들이 알아서 하도록 가만히 있으며 뚤래뚤래 구경을 하였다. 창문은 모자이크로 하고 천장은 마법등을 매달아 항상 환하게 켜놓았다. “루나~방 잡았으니까 빨리 방에 들어가서 짐 정리하고 식당으로 내려와! 전처럼 늦게 오면 알지?” 미르의 말고 안되는 협박에 그저 실없이 웃고는 열쇠를 받아서 방으로 올라갔다. 그런 담에 짐 정리할것이 없으니까 막바로 욕탕으로 들어갔다. 전처럼 잠이 들지 안기위해 얼른 몸만 담갔다가 빠져나왔다. “아휴~물에서 나오니까 좀 춥잖아! 얼른 옷이나 입고 내려가야지! 늦게 가면 삘건 드래곤한테 걸려서 잔소리를 듣을수 있으니까!!” 빨랑빨랑 옷을 입고는 열쇠를 채우고 열라게 뛰어 나갔다. (이럴려면 왜 목욕을 하는지?) 다행히 늦지 안았는지 블루가 보였다. 블루가 앉은 테이블로 가서 척하니 앉아서 물어보았다. “미르하고 가브는?” “아직.” “호오! 그~으~래? 이것들이 내가 전에 늦게 나와서 쥐 잡아먹을 것처럼 굴더니 이제 이것들이 늦는다 이말이지? 열 셀동안 안나오면 반 죽었쓰~~” 하며 카운트 다운을 세기 시작한 날 블루는 어이없이 쳐다보다가 그러려니 하고 그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이 될까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거꾸로 10부터 세어가다가 마지막 1이라고 말하려는 찰나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두 녀석이 뛰어나왔다. “쩝쩝, 아깝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재미있었을 텐데?” 영문을 모른 그들은 그저 블루만 쳐다보았다. “야! 너희들 나보고 빨리 내려오라고 했으면서 오히려 너희가 늦게 내려와? 그러고도 니네들이 드래곤하고 하이 엘프라고(아주 작게 말함) 할 수 있냐? 이런 치사한 것들 같으니라고.” 나의 무시무시한 살기를 받으며 그들은 자리에 앉으며 휘파람만 불고 있었다. ‘으휴~이 자식들...옛날 같았으면 너희들 다 혼내주었는데...성질 많이 죽었군.’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지 저희들끼리 희희낙락하며 웃고 있는 그들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왜냐고? 당연한 것 아니겠어? 식사가 나왔는데 싸울수 없잖아.... “니들말이지 음식이 나와서 참는거 알지? 다 먹고 보자고.” 그들에게 협박을 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존재감이 없는 블랑슈는 머리에서 내려와 내 음식을 축내고 있었다. 허락도 없이 먹는 블랑슈를 쳐다보자 그 조그만 동물은(?) 배를 까뒤집고 재롱을 부리고 있었다. 하는수 없이 용서 해줬지만.... “저거 진짜 마수의 왕인 레기야크 맞아? 인간한테(?) 재롱이나 부리고...” 미르의 말에 블랑슈는 하던짓을 그만두고 털을 세우며 으르렁 거렸다. “야! 미르, 한번만 그딴 말 하면 혼날줄 알아.” ‘얌마! 내가 어떻게 인간같이 보이냐? 난 이래뵈도 신이란말이야! 이제껏 내가 보여준 실력을 다 어디로 까먹은거야?’ 찌릿하며 미르를 쳐다보자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직감했는지 아무말도 안고 음식만 먹고 있었다. 미르를 보고 블랑슈는 만족을 했는지 하던짓을 마저 했다. 천천히 ‘꼭꼭’ 소스에 발라진 고기를 씹고 있었다. 그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한무리의 인간들이 큰소리르 내며 쳐들어왔다. “이봐! 지배인, 우리는 이곳에서 묵고 싶은데 방이 있나?” “죄송합니다만 손님! 저희 여관은 이미 다 찼습니다. 그러니 다른 곳으로 가십시오.” 목소리 큰 남자가 하는 말에 조그만 체격을 가진 지배인은 박력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배인!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렇게 대하느냐? 우린 하이타이 자작님의 호위병이다. 현재 자작님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계시니 방을 만들도록 해라. 자작님께서는 기다리시는 것을 매우 싫어하니 말이다.” 그 말에 지배인은 아까의 박력은 어디갔는지 떨면서 말했다. “정말...이신가요? 왕국에서 검술로 유명하신 검은 머리칼을 가지시고 준수하게 생기셨다는 하이타이 자작님께서 밖에서 기다리신다는 말씀이?” 지배인의 쪼그마한 목소리를 듣고 비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릴때 밖에서 건장한 검은 머리의 사내와 뒤에 시종인 듯한 남자 한명이 들어왔다. ‘호호호! 하이타이? 저 검은 머리를 하이타이로 감으면 어떻게 될까? 아무튼 이놈의 세계의 작명 센스는 알아줘야 겠군. 하이타이라....그거 넣고 빨래하면 엄청나게 깨끗해지는데....’ 난 음식을 먹으면서 그들이 하는 짓거리를 구경하다가 주변을 둘러보자 아무래도 구경하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닌 듯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과 두 마리의 두래곤, 그리고 엘프가 쳐다보고 있었다. 그냥 보기에는 좀 아까워서 (고기는 이미 블랑슈가 다 작살냈으므로) 과일을 포크로 찍어 야금야금 씹으며 돌아가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그레이! 아직 방을 잡지 못했느냐?” 검은 머리 사내의 묵직한 말에 식당안은 정적이 흘렀다. 그만큼 저 사내가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하고는 상관이 없지만.... “죄송합니다. 자작님. 현재 이곳은 다 찼습니다. 꽃 축제를 보기 위해서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왔기에....” ‘꽃 축제? 왠 꽃....?’ 뒷말을 흐리며 지배인은 검은 머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아마도 그의 심중을 파악하려는 듯이.......... “이미 다른곳은 인원이 다 차고 여기가 마지막인걸로 알고 왔건만..... 혹시 이곳에 방을 많이 잡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아나?” ‘아하! 그러니까 검은 머리는 방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놈에게 방을 내주라고 협박을 하던지 아님 같이 쓰자고 할 것 같은데?’ 쪼매 생각을 하고 있다가 지배인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런 시선을 싫은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 웬 금발머리의 사내가 안에서 이곳으로 왔다. 그러자 지배인이 머리를 숙이는게 아닌가? 저 금발 머리가 주인이라도 된다는 듯이.. “제가 이곳의 주인인 블론드 라고 합니다. 하이타이 자작님께서 무슨 일이신지요?” 라고 말을 하자 검은 머리가 그레이 라고 부른 놈이 상황 설명을 하면서 지배인에게 째림을 주는 것을 잊지 안았다. “아아!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한번 양해를 구해보도록 하지요! 그런데 방이 몇 개나 필요하신지요?” 금발 머리가 자신을 꼿꼿하게 쳐다보며 말하는 것이 신기한지 쳐다보다가 3인실로 1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니됩니다. 주인님! 어찌하여 저희들과 같은 방에서 주무시려고 합니까? 이보게 주인, 2인실과 1인실 두개로 주시게나.” ‘어쭈~저놈이 방이 없다는 것을 안들었던가? 현재 방을 같이 쓰게 되어 다른 파티에 양해를 구해야 하는 판에....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죄송합니다. 현재 방이 없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까? 다른 분께서 방을 양보하시지 안으면 잘 수 가 없다는 것을요? 그런데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시면 없었던 걸로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저 금발 머리는 깡으로 밀어붙이려고 그런지 큰 소리로 식당안에 있는 자들이 모두 들을수 있도록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레이! 이 무슨 소리인가? 이곳 주인의 말을 듣지 못했나? 어서 사과를 해라.” 검은 머리의 말에 큰 목소리의 사내는 어쩔수 없이 사과를 한다는 얼굴을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미안하오. 이놈이 원래 이런놈이 아닌데 오늘은 좀 흥분을 했으니 주인장이 용서를 하시구려. 그건 그렇고 방 문제는 어떻게 하실 거요?” 금발 머리는 그 소리를 듣고 지배인을 불러 뭐라고 속닥속닥 거리면서 우리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잘생긴 얼굴을 도욱더 잘 보이려는듯이(혹시 미남계?) 웃으며 우리가 있는곳으로 걸어왔다. “죄송합니다. 손님! 현재 이곳에서 방을 많이 사용하시는 분이 손님들이라서요. 모든 이야기는 이미 듣으셨을 걸로 아시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작님께 방을 양보하신다는 것을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하시고....” 참기름을 먹은양 말을 거침없이 하는 주인의 말을 내가 제지 했다. “아아! 잠깐 그 입 좀 다물어 주실래요? 미르~~이 곳에서 방을 몇 개 잡았지?” 주인의 말을 듣다가 내가 제지하고서 갑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하자 약간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하듯이 말을 했다. “그러니까 루나꺼하고 가브리엘꺼 그리고 내 방하고 블루님꺼 이렇게 4개 잡았어. 특실로...얼마나 비싼는데! 남는 것이 그거라서 그냥 한꺼번에 잡았는데 무슨 일있어?” 겉으로 비싸게 주고 방을 잡았다고 투덜거리는 삘건 드래곤을 보고 한숨이 터져나왔다. “그렇게 많이 잡으면 민패야! 그러니 알아서 뭉쳐라.” 내 말에 그들은 모두 경악에 휩싸였다. “안돼! 난 말이지(어쭈! 이넘이 내가 하는 말투를?) 블루님이랑 같이 자기 싫어.” 미르의 말에 블루도 공격을 했다. “나도 싫다 임마. 미쳤냐? 내가 니놈하고 같이 자게?” 그 둘의 논쟁을 가만히 듣던 가브도 한마디 던졌다. “저 역시도 싫습니다. 두분중 한분이라도 저하고 같은 방을 사용하신다면 전 잠을 자지 못할겁니다. 루나도 내 사정 알지?” 그렇다. 잠깐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두 마리의 드래곤은 서로 원수 지간이고, 엘프는 선천적으로 그린 드래곤 이외의 드래곤은 싫어하니...(그럼 전엔 어떻게 지낸거야?) “죄송합니다. 이래서는 힘들겠군요. 그러니 다른 분들에게 양해를 하시고 방을 같이 쓰게 하십시오. 그럼 우린 다 먹었으니 자리를 뜰까하는데 비켜주시겠나요?” 이놈들의 말싸움을 보며 내가 하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비켜주려다가 정신이 들었는지 간절한 얼굴을 하며 다시 말했다. “안됩니다. 지금 이곳에 방을 잡고 계신 분들은 모두 방 하나씩 밖에 잡지 안았으니까 어쩔수 없습니다. 제발 친구분들을 화해시키켜주십시오. 하이타이 자작님께 방을 내주신다는 것은 곧 그 분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답니다. 그러니 제발...” 여전히 잘 굴러가는 혀를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봐! 주인! 이 친구들이 하기 싫다잖아! 그럼 내가 이놈들하고 같이 자기라도 해야 한다는말이야? 생각지 안던 말이 나오자 주인은 당황하며 떠듬떠듬 말했다. “아...아니...저어...그게 아니라..전..단지...........” 바보같이 잘생긴 얼굴을 하고 당황하는 얼굴을 지으며 어찌할바를 몰라하던 그를 보며 속으로 웃으며 다음은 어떻게 될까 하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거기있는 남자 셋하고 여자 하나! 좋게 말할 때 방을 양보해라. 그러면 아까 있었던 일은 자작님께서 용서를 해주실것이다.” 목소리 큰 사내가 우리에게 말하자 서로 티격태격 싸우던 놈들이 그쪽을 바라보았다. 어이없다는 식으로..... 저놈들이 저렇게 나가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패싸움.... 그걸 막기위해 난 이 한몸 희생하기로 결정했다. “아까 그레이라고 했던가? 우린 너희에게 잘못한게 없다. 그런데 뭘 용서한다는 말이냐?” 자고로 난 높임말에는 높임말을(?) 하대에는 하대로 맞서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쪽에서는 오히려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만들었고 주변 테이블에 앉아있던 놈들은 모두 경악으로 물들었는데 단 한놈... 저기있는 하이타인가 슈퍼타인가 하는 검은 놈이 날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며 쳐다보았다. 난 저런 표정을 지은 놈이 제일 싫은데...!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안던 그레이 대신 검은 머리 뒤쪽에 있던 시종 비스므리 한놈이 입을 열었다. “레이디! 이분은 파이넬 왕국에 다섯분밖에 안계신 소드 마스터 중 한분이십니다. 그러니 이분께 직접적으로 무례를 저지르지 안았어도 방을 주지 안겠다 한 것은 간접적으로 무례를 범하신겁니다. 그러니 일행을 잘 다독여 방을 한개만 주십시오! 방 값은 저희가 부담하겠습니다.” 이제보니 시종이 아닌 문사처럼 혀가 잘굴러갔다. 눈은 하늘을 찌를것처럼 쭈욱 올라가고 코는 매부리 코에 입술은 아주 얇은 모사꾼 즉 이간질을 잘하게 생겼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언제나 책을(무협지나 역사 소설) 보면 저런 타입의 인물이 한번도 안빠지고 나오므로... “거기 검은 머리 뒤에서 알짱거리며 서있으신 분! 아무리 그래도 사람의(?)감정은 어쩔수 없답니다. 그러니 다른 분에게 잘 굴러가는 그 혀로 설득을 하시는게 더 빠를것이라고 생각되옵니다만... 아마 여기 계신 분들은 당신이 양보하란 말이 떨어지자마자 짐 싸들고 나가실분이 많으니까요?” 나도 그 삐죽이 못지 않게 어쩌려고 잘 돌아가는 혀로 대답을 하자 뭐 잘못먹은 것처럼 얼굴이 가히 좋지 않았다. 그리고나서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하자 그레이란 목소리만 큰 놈이 나서며 말했다. “이..이...하찮은 평민 주제에 감히 왕국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우리 주인님에게 그런 모욕을 주다니 용서할수 없다. 그런대다 하시온 남작님께 해대는 말은....” 격정을 못이긴 듯 얼굴이 붉어지며 하던 말을 중단했다. “그래서? 내 혀라도 뽑아버릴 생각이야? 하지만 어쩌지? 내 일행들이 가만히 두지 안을텐데...” 놀리듯한 말에 곧바로 반응을 보이며 옆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흥! 그리 안해도 말하려고 했는데 니가 대신 말해줘서 고맙구나! 선물로 너의 혀를 뽑아가겠다.” 그레이의 무지막지한 말을 듣으며 살짝 비웃음을 지은 다음 뒤 돌아서 미르에게 다가가 귀에다가 속삭였다. “미르~니가 한일이니 알아서 해결해라! 만약 여기서 내 신분을 알리면 ‘으드득’ 알지? 아까 늦게 온건 용서 해줄게!” 협박어린 말에 미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보며 난 주변 정리를 하기 위해서 손뼉을 세 번쳤다. 짝 짝 짝 “자아! 여기에서 이럴것이 아니라 다른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죠. 여기서 칼 들고 싸우면 여관이 부서지니... 아까 블론드라고 했지요? 이렇게 큰 여관이니 공터 하나쯤은 있겠지요? 안내하세요. 다른 분들께서는 알아서 식사를 하도록 하세요. 우루루 몰려다니면 시끄러우니까요.” 공터가 없으면 슬퍼할 것 같은 내 표정을 보며 내 일행과 검은 머리일행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식당안에서는 그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안았다. 함부로 보러오면 혼낼 것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와우! 꽤 크잖아? 자아~그럼 여기는 미르, 그리고 저쪽 끝에는 목소리만 큰 아저씨가 서. 그리고 대결을 하는거지! 만약에 우리 일행을 이길수 만 있다면 방을 양보하겠다. 어때 좋은 제안 아닌가?” 먼저 주도권을 잡고자 내가 검은 머리에게 말하자 그 놈은 잠시 생각해보고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끄덕였다. “그럼 참관인은 블론드가 맡고, 그리고 블루랑 가브는 미르를 응원해!” 미르의 불행을 지켜보며 기뻐하던 블루는 뜬금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반항했다. “싫어! 내가 왜 저놈 응원을 해줘야 하는건데? 차라리 저기 목소리 큰 놈을 응원하겠다.” “저도 블루님의 응원은 싫습니다. 그러니 자중하시지요.” 저놈의 설전이 계속되면 시합이고 나발이고 되는게 없으므로 그들의 말을 중단시키며 얼른 싸우라고 부추겼다. 하는수 없이 싸우게 된 미르는 저기 덩치만 큰 녀석을 빨리 해결하고 잠을 자고 싶은건지 점점 진지해지며 검을 뽑아들었다. “미르~화이팅..잘해! 지면 알지? 호호호....그럼 시작하지요.” 진지함을 잡던 미르는 위태롭게 쓰러질뻔했다. 그리고 내 말에 블론드는 시합을 시작하는 소리를 냈다. 빠르게 달려오며 치는 그레이를 보며 검은 머리는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이 이기기라도 한것처럼... 그건 아마 자신의 부하를 믿는다는 것을 뜻할것이다. 공방전이 계속 될 수록 그 미소는 점점 진해졌다. 그런 그 모습을 곱게 봐줄 내가 아니므로 난 미르에게 소리쳤다. “미르~지면 알지? 나 잠오니까 그만 놀고 빨리 끝내! 안그럼 나한테 죽는다? 열 셀동안 끝내.” 그 말에 미르는 지금껏 감춰온 힘을 개방하며 (물론 그동안 쌓아온 기 라고 할수 있다.)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순간 검은 머리의 미소는 없어지고 싸늘하기 그지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나~두우울~세앳~네앳~다서엇~여서엇~이일곱~여어덟~아아홉~여....” 막 열을 말하려고 할때 싸움은 끝이 났다. 먼지가 걷히며 그레이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미르는 내게 승리의 V를 만들며 벙실거리며 웃고있었다. “호호호! 저희가 이겼군요. 그럼 약속은 약속이니 저희는 가보도록 하지요. 블루 가브 가자. 미르도 빨리 검을 회수하고 와! 가서 자자...” 남자셋과 품속에 잠이 든 블랑슈를 데리고 가려고 할때 검은 머리가 내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아직 내가 남아있소. 그레이는 먼길에 피곤해서 저러는 것이니 이겼다고 할수 없소.” 난 그런 그에게 비웃음을 뿌리며 말했다. “이봐! 검은 머리! 우린 정정 당당한 시합에서 이겼다. 그리고 우리도 피곤한건 매한가지야! 너희보다 멀었으면 멀었지 가까운곳에서 온 사람(?)들이 아니니까. 거기다가 우린 아직 휴식도 취하지 안았으니 똑같은 조건에서 싸운게 아닌가? 이곳 귀족은 한입가지고 두말을 한가? 정말이지 실망스럽기 그지없군.” 기~인 말을 하고 잠시 숨돌릴틈에 하시온 남작인가 뭔가하는 작자가 나섰다. “우린 지금 이 여관밖에 남지 안아서 그런 말을 한것이요! 레이디도 우리와 같은 처지가 되었다면 저런 말을 했을 것이요.” 난 그말에 헛웃음을 하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저흰 자작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것이요. 왜냐하면 이렇게 당하지 안기때문이죠. 정말이지 너무 피곤하군요. 그럼 저흰 이만 실례.” 하고 블론드가 앞장서서 안내를 하려고 할때 마나의 파동이 느껴졌다. “블루, 실드쳐.” 라는 말에 블루는 투명하고 견고하기 이를때 없는 실드를 만들어 불덩이로부터 방어를 했다. “너무하는군!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해서 목숨까지 노리는거냐?” 블루의 기세에 남작은 움찔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이곳에 마법사가 있었는지 모르고 한짓이리라.... “이런! 정말이지 이 곳 귀족은 어떤 기준으로 뽑는지 정말 궁금하군. 감히 어디다가 파이어볼을 난사하느냐? 정령 죽고 싶어서 그러는것이냐? 그럼 너의 소원대로 해주지! 블루, 알아서 처리해라.” 자신의 실력을 보여 줄때가 되자 어린아이같이 기뻐하며 남작이 만들어낸 파이어볼보다 더욱더 큰 것을 만들어 날렸다. 그러자 남작은 급히 실드를 치며 막으려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는지 그대로 눈을 감고 하직인사를 올리는듯 가만히 서 있기만했다. 퍼엉하고 터져할 파이어볼의 폭발음이 나오지 않자 돌아보니 검은 머리가 한자루의 검을 들고 남작의 앞에 서있었다. “검기로군! 검기로 파이어볼을 소멸시킨거야! 그건 그렇고 빨리 가자.” 하며 셋을 이끌고 나가려고 했다. “잠깐 기다리시오. 우리 일행이 잘못했소. 그러니....” 정말이지 난 이렇게 질질 시간끄는 것을 싫어하므로 한마디 했다. “야! 미르랑 가브랑 그냥 같이 자! 시간이 너무 많이 지채됐어! 더 이상 토다는 것은 용서하지 안겠다.” 짜증이 버럭버럭 난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뒤 돌아보지 걸음을 옮겼다. “루나! 탁월한 생각이야.” 블루가 뒤 따라오며 한마디 하자 미르와 가브는 얼굴이 구겨졌다. 하지만 블루의 살기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어설프게 웃고 있었다. “고맙소. 레이디. 그런데 왜 우리에게 방을...”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난 한마디 해주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 눈빛! 부하를 생각하는 그 눈빛 때문이에요.”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3860 5 루나! 축제에 나가다 - 2 방으로 들어온 난 침대로 다이빙을 하며 그대로 잠이 들었다. 오늘일을 모두 잊으려는 듯이... 여행을 떠나면서 싫다는 똘만이들을 억지로 때어내며 그냥 돌아서 버린 나.... 언젠간 돌아온다는 기약없는 약속을 하고 돌아선 나를 그들은 믿고 있었다. 보고 싶어진다. 잘 있을까? 지금쯤 뭘하고 있을까? 내가 가르쳐준 검술을 연마할까? 아님 여자를 꼬시고 있을까? 국왕이 준 저택에서 잠이 들었을까? 나도 안가봤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엣취” 곤하게 자던 난 코가 간지러워서 재채기를 하고는 눈을 떴다. 언제나 아침에 라엘 대신에 깨워주던 블랑슈.. 오늘도 어김없이 꼬리를 흔들며 배를 뒤집어 까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블랑슈의 행동에 부흥하기위해 손가락으로 배를 만져주었다. 녀석은 괭장히 기쁘다는 눈을 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처음 만날때는 슬픈눈을 가지고 있던 녀석이 이제 한없이 맑고 투명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으차! 블랑슈 씻으러 가자.” 블랑슈를 안고 욕탕을 가서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같이 욕조로 들어가서 비누로 씻었다. “이야! 이게 누구야? 우리 블랑슈 맞아? 너무 잘생겨서 아닌 것 같은데?” 욕탕에서 나와서 물기를 닦아내던 나는 블랑슈의 하얗게 빛나는 털을 보고 감탄을 하였다. “블랑슈! 우리 아침 먹으러 가자.” 라고 하자 블랑슈는 내 어깨로 올라와서 빨리 가라고 말하는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꺄아~귀여워! 블랑슈 나하고 언제까지나 같이 살자?” 그러자 블랑슈는 말을 알아듣는 듯이 내 볼을 혀로 핥았다. 식당으로 들어가자 즐거운 표정의 드래곤 한 마리와 안색이 그리 좋지 못한 그래곤 한 마리와 엘프가 있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야! 루나.” “별로 좋은 아침이 아니야.” “나두.” 나의 한마디에 블루는 반갑게 인사를 했고, 미르와 가브는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너희들 무슨 일있어? 안색이 가히 좋지 안다?” 얼굴을 굳힌 그들을 보며 내가 한마디 하자 모두 나에게 책임을 돌렸다. 내가 같은 방을 쓰라고 해서 잠을 못잤다나 어쨌다나... “너희들 바보 아냐? 아무리 자존심이 세도 그렇지! 우린 한 동료야. 그런데 겨우 한방에서 잔다고 얼굴이 그러냐? 전에 같은 방 썼을 때는 어떻게 했어?” “그거야 그때는 크레이딘 후작이 있었으니까!” 미르의 변명에 가브도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결론인즉 라엘이 있어서..즉 벽하나두고 있어도 괜찮았단다.... 뭔 말인지...라엘의 존재 자체 때문에 그냥 자다가 이번엔 그가 없어서 둘이 묶이기 싫어한다나!! “그으래? 너희들 잘났다. 그러고도 한 동료라고 같이 여행을 하냐? 당장에 찢어지는게 어때? 그럼 맘 편히 잘수 있을텐데?” 아침부터 별 쓰잘떼기 없는 일로 기분이 상한 난 큰 소리로 말했고 미르와 가브는 잘못했다며 다시는 그러지 안겠다고 서약서까지 썼다. 서약서를 보며 난 미소를 지으며 블루가 미리 시켜놓은 음식을 작살내고 있었다. “언젠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난데없는 소리에 이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돌아보자 검은 머리랑 남작이랑 그레이라고 하는 녀석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고 있었다. “이봐요! 난 이런거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니까 고개를 드세요.” 라는 말에 그들은 머리를 세우며 우리를 다시 한번 쳐다보고 있었다. “저어! 실례합니다만 합석을 해도 될까요?” 자작이 머리를 숙이고 오자 나는 그저 아무 느낌 없이 그러라고 했다. 내 말이 튀어나오기가 무섭게 남작은 블루에게 그레이는 미르에게 달라붙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걸고 있었다. 아마도 어제 자신보다 강자임을 알았기에 친해지려고 하는 수작 같았다. 그래! 이것까지는 좋은데 왜 하필이면 이 검은 머리 녀석이 내 옆에 앉냐고~~ “제 이름은 필라르 하이타이라고 합니다만 여러분들의 성함은 어떻게 되지요?” ‘저놈은 분명히 우리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그러는거겠지? 그럼 이름만 말해주지..성은 말하지 않고...’ “저쪽에 푸른 머리는 블루라고 하고, 그옆의 붉은 머리는 카인 이라고 하고, 녹색머리는 가브리엘 전 루나라고 해요. 마지막으로 이 녀석은 블랑슈라고 하지요.” 하 면서 나와 일행들을 모두 간단하게 소개 시켜줬다. “그런데 여긴 어쩐일로 오셨는지요?” 하시온 남작이 블루를 쳐다보며 질문을 하자 블루는 나를 쳐다보았다. “우린 여행을 하던 중입니다.” 내가 대신 대답을 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지 말던지.... “죄송합니다만 레이디 루나! 블랑슈라고 하는 녀석을 제가 잠시 볼수 있을까요?” 마법사라서 블랑슈를 금방 알아보는지 내개 보일 것을 요구하자 난 그 말을 잘라버렸다. “거기서는 보이지 않나요? 이런 하시온 남작께서 눈이 않좋으시군요. 그런데 이를 어쩌죠? 블랑슈는 저 외의 인간들한테는 가기 싫어하거든요.” “허허허! 그렇습니까? 그럼 어쩔수 없지요! 그냥 제가 어디서 많이 듣던 동물하고 닮아서 말이죠.” 너스레를 떨며 넘어가는 그를 보며 그저 먹을것에만 열중했다. 그러다가 일행들보다 빨리 먹게 된 난 블랑슈가 빨리 먹기만을 기다렸다. “레이디 루나께서는 식사를 빨리 하시군요. 혹시 오늘 시작하는 꽃 축제를 보고 싶어서 그러신가요?” 하이타인지 슈퍼타이의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일행들한테 빨리 먹으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순간 일행들은 먹는 속도가 빨라지며 1분도 안되어 음식을 작살 내었다. “호호호! 저희들은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갈테니 나머지 분들은 알아서 하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드래곤과 엘프를 끌고 여관을 나왔다. 거리는 온통 꽃으로 도배를 해놓았다. 어제와는 무지 다른 양상을 띄고 있었다. “가브! 커다란 숲에도 이런 꽃들이 있어?” 거리를 휘저으며 말하는 나를 보며 가브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지만 했다. 꽃이 징그럽게 보일정도로 많았으므로.... 그때 사람들이 한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자 달려가는 사람중에 한 놈을 붙잡고 물어봤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뛰어가는 거죠?” 달려가던 엑스트라 1은 우리를 보지도 안고 앞만보고 말했다. “지금 가르엔 시장님이 꽃 축제를 시작하기 위해 연단에 서시는데 그분의 딸인 엘리사 아가씨께서 나오셔서 그리로 가고 있습니다.” 엑스트라의 말에 난 호기심을 가득히 앉고 일행을 끌고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장이 말을 하고 있는 듯이 소리가 들리고 엘리사에 대한 미모를 칭찬하는 소리에 궁금했지만 키가 큰 인간들이 앞에 서있었기에 보이지 않았다. “진짜 한 인물 하는데? 여기 있는 누구누구보다 훨 났다.” 그말은 날 칭하는 듯 한데? 환계의 최고 여신에 속하는 나보다 더 예쁘다고.......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옆에 있응 가브에게 매달렸다. 가브는 내 초롱이 공격에 목마를 태워줬다. ‘어디 어디 있어? 아! 저기 있구나? 뭐야, 난 또 얼마나 이쁜지 알았더만 별로잖아? 아무리 내가 지금 변장을(길다란 산맥을 들어서면서 얼굴을 바꾸었다. 그래서 블루는 내 본 모습을 못 봤음)하고 있다고 그렇지! 그런 말들을 함부로 해?’ “가브랑 미르는 엘리사가 나보다 이쁘다고 생각해?” 확신을 가지고 물어보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니~루나가 훠~얼~씬 아름다워.” 라는 말에 블루도 한마디 빼놓지 않고 말했다. “콩깍지가 씌였군.” 블루의 말을 씹고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오늘 꽃 여왕 선발 대회에 엘리사 아가씨가 나온데!” “그래? 그럼 우리 보러가자! 분명히 아가씨가 여왕이 될 거야.” “출전자은 아가씨 들러리만 서겠다.” 등등 무조건 엘리사를 칭찬하는 말만 해댔다. 그래서 나도 엘리사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구경하러 가리라가 아니라 출전하기로.... 드레스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라고 했으니까 선물 받은 것을 입고가기로 마음먹었다. 가브에게 내려달라고 말하고 다시 청력을 높이며 이야기를 듣자 꽃 여왕 선발대회를 2시간 후쯤에 한다는 정보를 입수 할수 있었다. “루나! 설마하니 참가하려고 하는건 아니겠지? 저 여자가 있는한 그냥 포기하고 구경이나 해라.” 여전히 날 모욕하는 블루의 발언을 씹으며 참가하기 위해 일행들 몰래 등록을 한 다음에 여관으로 돌아왔다. 자작 일행들이 안보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나간 듯이 보였다. ‘자아! 그럼 난 여기서 두시간 동안 삐대면 되잖아? 아니지 드레스를 입어야지? 어떤걸로 입지? 이것 아니면 저것?’ 긴들한테 선물받은 것 중에 드레스가 많이 있었으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골랐는데 어찌하여 흰색 아니면 은색밖에 없었다. 신들은 흰색과 은색만 좋아하나보다라고 멋대로 생각을 한 다음에 그냥 마음 가는데로 집어서 입었다. 흰색의 풍성한 치맛자락에 하려한 레이스가 목까지 감아 올라와서 살이 드러나지 않았다. 드레스를 입고 나자 또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장신구들이었다. 마법 주머니에서 장신구란 장신구는 죄다 꺼내놓고 어떤 것이 좋을까하고 고르다가 문득 모습을 바꾸지 안았다는 것이 생각나자 카옌 왕국에서 있었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보석들을 이러저리 뒹굴리면서 어떤걸 할까 고민을 하다 그냥 자그만 다이아몬드와 자수정이 촘촘히 박힌 목에 딱 맞는 목걸이와 에매랄드가 박힌 백금으로 만들어진 핀을 양쪽에 꼽고, 팔목까지 오는 긴 흰색 장갑을 끼고, 그 위에 토파즈가 수 놓아진 것처럼 만들어진 은으로 만들어진 팔찌를 선택하였다. ‘이정도면 문제 없겠지? 제이미가 굳이 화장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까.... 얼레레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러가버렸잖아! 이런 그냥 걸어가기는 그렇고 공간 이동을 해야겠는데 어떻게 하지? 사람들이 많아서 하면 시선 집중인데? 맞아! 그 근처에 골목이 하나있었지? 그리로 가자.’ “블랑슈! 넌 그냥 가만히 여기 있어! 만약에 나와서 내눈에 띄면 밥없다.” 블랑슈에게 협박을 가하고는 공간이동을 했다. 다행히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난 재빨리 행사장으로 직행하여 (고속 이동으로) 참가자 대기실에 들어섰다. 의외로 여자들이 꽤나 많이 있었는데 서로 시선을 주지 않으면서 긴장을 했는지 그저 땅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자아! 이제부터 꽃 축제의 하이라이트 꽃 여왕 선발 대회를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앞으로 나와 주세요.” 라는 말이 나오자 바닥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자 나와 시선이 마주친 여자들은 경악을 하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난 그런 그녀들은 상관하지 않은채 다른 여자들과 섞여서 대회장으로 나갔다. 한명씩 여자들이 나가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러다가 엘리사가 나가자 환호성은 더욱더 커졌다. 몇몇이 내 앞에서 빠져나가자 그때서야 좁은 통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난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낼수 있었다. 순간 그 많던 환호성이 줄어들다 못해 없어져 버렸다. ‘이런! 내가 뭘 잘못했나?’ 요런 생각을 하며 줄줄이 서있는 여자들 옆에 나란히 섰다. 고개를들어 앞을 바라보자 적막감만 돌던 대회장은 어마어마한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때서야 옆에 있던 (여자들이라고 하니 이상하니 그냥 소녀라고 하겠음) 소녀들이 나를 보고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엘리사만은 나를 쳐다보지 않고 그냥 앞만 봤지만... 나도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가브하고 미르랑 블루가 눈에 띄었다. 가브와 미르도 나를 알아보았는지 한참동안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블루는 가브와 미르한테 아는 사이냐고 묻고 있었다. “오늘 꽃 여왕 참가자들은 모두 나오셨군요? 그럼 자기 소개를 해주시겠습니까?” 사회자의 말에 소녀들은 얼굴을 붉히며 약간 떠듬 거리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엘리사 차례가 돌아오자 그녀는 앞전의 여자들과는 달리 기똥차게 소개를 했다. “제 이름은 엘리사 가르엔으로 현재 이곳의 시장님이신 고르고 가르엔 남작의 딸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소개하는걸 보니 완전히 집안 내력을 들먹여 심사위원들한테 잘 보이려 하는 수작 같았다. 난 그저 고개만 숙인채 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져 있을때 사회자의 말이 들려왔다. “검은 머리 아가씨! 소개를 해주셔야죠?” 드디어 내 차례인가? 뭘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과는 달리 입에서는 말이 술술 잘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아이리스라고 합니다. 절 태어나시게 하신 분이 저에게 아이리스 꽃같다고 붙여주신 이름이예요. 나이는 현재 18세, 취미는 독서이고, 성격은 뭐라고 할까? 음...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디로 튀어버릴지 제 자신도 종잡을 수 없거든요! 아무튼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한숨 돌리고 앞에 있는 심사위원들의 얼굴을 보니 모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스~이것으로 심사위원들이 약간 넘어왔군! 엥? 그런데 저게 누구야? 저..저..깜장 머리는...흐에엑....하이타이잖아? 거기다가 하시온 남작도? 저 작자들이 수련이나 할것이지 왜 심사위원으로 있냐고요?’ 절규하고 있는 나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잘 보일걸........ 소녀들의 소개가 끝이 나자 사회자가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자! 포로리양은 제일 잘하는것이 뭐지요?” 라는 등등의 질문을 만들어 내서 소녀들을 당혹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난 이미 내 경쟁자를 엘리사로 정했기네 다른 소녀들에게서 관심을 땠다. “카르엔의 제일의 미녀이신 엘리사양은 제일 잘하는게 뭔가요?” “제가 잘하는 것은 검술입니다. 어렸을때부터 연습을 해서 웬만한 병사들은 이길수 있거든요.” 참으로 당찬 말에 사회자는 눈을 뚱그렇게 뜨며 말했다. “그럼 저기 심사위원으로 계신 하이타이 자작님을 이길수 있으신가요?” “아니요! 어떻게 소드 마스터이신 자작님을 이길수 있겠습니까? 다만 시범은 보여드릴수 있습니다. 검을 가지고 계신 분 중에 혹시 빌려줄 수 있나요?” 엘리사의 말에 검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서로 자신의 검을 빌려주겠다고 해서 대회장이 시끄러워졌지만 단 한놈의 말에 조용해졌다. “내가 빌려주지.” 하이타이 아니 슈퍼타이는(마음대로 이름을 바꿔 부르는 나!! 왜냐구? 내 맘) 자신의 검을 사회자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저놈! 엘리사를 좋아하는건가?’ 슈퍼타이의 검을 들고 한참을 그 자세로 있더니 검을 검집에서 빼어들었다. 푸른날이 서서 내눈을 자극했다. ‘슈퍼타이 좋은 검을 가지고 있구나.’ 엘리사는 서서히 검을 빼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어릴때부터 연습을 했다고 하더니 시범을 보이는 것이 여~영 서툴러보였다. (나의 관점에서) 검을 잡는것은 그런대로 배웠구나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보법이랑 검이 따로 놀고 있었다. 거기다가 검로가 눈에 보이고, 다음 공격은 쉽게 파악이 될 정도로 약았다. 그런대도 사람들의 눈엔 놀라움이 서려있었다. 한참을 검을 휘두리던 엘리사는 가쁜 숨을 쉬며 검을 사회자에게 돌려줬다. 사회자 또한 놀랐는지 눈만 크게 뜨고 다음 진행을 하지 않았다. “이봐! 사회자! 빨리 진행 해야지 안겠나?” 슈퍼타이의 말에 정신이 든 사회자는 검을 자작에게 돌려주고 다시 하던 것을 하고 있었다. 엘리사의 놀라운 능력에 사람들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두고봐라! 난 더욱더 많이 갈채를받게 될테니? “아이리스양은 잘하시는게 뭔가요? 뭔가 특별난게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까 내가 쬐께 자기소개를 잘해서 사회자가 관심을 가지고 물어보는 말에 난 당당하게 말했다. “아아! 잘하는거요? 저도 엘리사양처럼 검을 다룰줄 안답니다. 전 엘리사양같이 어릴적부터 배운게 아니라 5년전부터 배운것이라 약간 서툴지만 그런대로 모양새는 갖출수 있답니다.” 하며 엘리사를 쳐다보자 시선이 마주쳤다. 자신과 똑같이 검술 시범을 보이겠다니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날 죽일 듯이 쳐다봤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넌 나보다 못하단다! 블루 너도 자알 봐두어야 할것이다. 나중에 여관에 가서 두고보자고...흐흐흐!’ “이런! 아이리스양이 검술을 하신다고 하는데 이번에도 자작님께서 검을 빌려주셔야겠군요” 사회자의 말에 슈퍼타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빌려주었다. 사회자의 손에 들린검을 들여다 보며 슈퍼타이를 쳐다보자 약간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제보니 내 손을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실크 장갑을 끼고 검을 잡으려고 하다니 라는 표정으로.... 슈퍼타이를 보고 열이 받혀서 오른손에 긴 장갑과 팔찌를 빼서 사회자에게 맡겼더니 그는 더욱더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렇다. 검을 잡아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그들의 손바닥은 굳은살이 박혔다는 것을.... 하지만 난 다치면 그냥 나아버리는 특이 체질이라 손에 굳은 살이 있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손은 기로 보호를 하니 굳은살이 있을리 없지!! “이런! 아이리스양은 검술을 하지 못할 것 같으니 검을 다시 돌려 주시지요. 괜히 엘리사양에 대한 경쟁심으로 그러는 것 같으니....” 슈퍼타이의 말에 엘리사도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난 열이 받혀서 사회자가 그에게 검을 돌려주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검을 빼앗아 들었다. 순간 몸에서 전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시기에 신과 같은 파장을 내시는 겁니까?’ 이런 이제보니 이 놈은 마계에서 만들어진 마검이 분명했다. 신검이라면 샤이닝을 소지하고 다녔으므로 금방 파장을 눈치 챌수 있었으므로..... ‘난 아이리스라고 한다. 현재 환계의 주신인 카스프록시아의 권능으로 태어난 신이다.’ ‘아! 그랬군요. 어쩐지 저를 소유하고 계신 주인님보다 강한 힘을 가지고 계셨군요.’ ‘그렇다. 카이드란은...아니...넌 누가 만들었느냐?’ ‘전 죽음의 마신인 데스 나이트님의 권능으로 태어난 셰도우 라고 합니다. 제 주인님이 되어주십시오.’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난 화들짝 놀라 말했다. ‘아니다. 넌 하이타이한테 있어라. 난 샤이니스가 준 샤이닝이 있으니까? 그리고 나에 대해 절대 말해주지 말라.’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셰도우의 말이 끊기자 난 셰도우를 겁집에서 뽑았다. 바로 발검술....검을 겁집에서 뽑음과 동시에 적들을 죽일수 있는...... 셰도우를 완전히 뽑은 난 레이에게 배운 검술을 시작했다. 하나같이 매끄럽게 동작이 끝어짐이 없는 그런 검술을 검사들은 이른바 검무라고 한다. 얼마동안 검무를 하다가 장내가 조용해진 것을 알고 멈추고 다시 셰도우를 검집에 넣어 사회자에게 돌려주었다. 저런저런 벙쩌있는 얼굴이라니? 에게게~~슈퍼타이도 놀랐는지 아까의 비웃음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안았다. “사회자 아저씨? 진행을 안할건가요?” 내 말에 사회자는 얼굴을 풀었다. “아이리스양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강하기까지 하군요.” 라고 말을 하고는 검을 다시 자작한테 주었다. 장갑과 팔찌를 끼우면서 나도 슈퍼타이한테 한마디 말했다. “하이타이 자작님! 셰도우을 빌려주신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슈퍼타이는 그 말에 경악에 빠지며 검을 받아들었다. 검의 이름을 알아냈다는 뜻은 자신과 동률이거나 더 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러저러해서 꽃 여왕 선발대회는 마지막 여왕을 발표하는 시간만 남았다. 심사위원들끼리 수군거리며 특히 슈퍼타이는 나를 한번씩 힐끔거렸다. 아무래도 내가 약간 열받아서 저지른 실수(?) 때문일것이다. 그런던지 말던지 결과가 어찌됐든 난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탈출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올해의 꽃 여왕을 발표하겠습니다.” ‘아니야! 그러면 안돼!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할까? 아니 화장실 같은데라도 들어가서 여관으로 공간이동을 하는게.... 근데 저 인간이 뭐라고 하는거야?’ 사람들이 시선이 나한테로 쏟아지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사회자가 나한테 왠 꽃 다발을 선물로 주고 시장이 나한테 상금을 수여 했다. 아무래도 내가 여왕을 먹은 것 같은데? 그래! 여기까지는 좋다. 이제 난 빨리 가야하니까! 신데렐라 처럼...근데 왜 저놈의 슈퍼타이가 내 옆에 서 있는거야? “올해의 꽃의 여왕의 최대 상품은 바로 여기 계신 필라르 하이타이 자작님이십니다. 모두 두 분의 결혼에 축하드려주십시오” ‘엥!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다가 변비걸리는 소리냐? 왜 내가 저놈하고 결혼을 해야 하냐고오~~~’ “사회자님! 저어 죄송하지만 이거 없던걸로 하면 안될까요?” 그 말에 장내는 엄청 싸늘해졌다. 세상에나 꽃 여왕이 된것도 모자라 왕국내에서 5뿐인 소드 마스터에다가 드럽게 잘나가는 집안에 킹카인 자작과의 혼약이 싫다니? “아이리스양! 왜 그러십니까? 이렇게 잘생기신 자작님과 혼약을 하시는데 왜 없는걸로 하겠다고 하시죠?” 궁금어린 사회자의 말에 난 그냥 입에서 나오는대로 말했다. “사실은 저기..꽃 여왕이 되고 싶지도 않고 그냥 한번 참여한 것 뿐이고요! 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없단 말이에요! 결혼하면 난 잡혀살아야 하는데 전 한군데 오래 버티고 있기 힘들거든요! 거기다가 가봐야 할곳, 만나야할 사람이 많아서요! 하.하.하. 그럼 전 실례... 여왕은 그냥 엘리사양이 하세요.” 라고 말하고 빨리 빠져나갈려고 뛰었다. ‘젠장할!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야? 상품이 뭔지만 알았으면 이런 꼴은 안당할텐데..’ 열라게 달려서 으슥한 골목에 몸을 숨긴 난 공간이동을 하려고 하다가 기척이 들려서 돌아봤다. ‘이런 재수 옴붙었군.’ “이름이 아이리스라고 했던가요? 왜 나를 싫다고 했지요?” ‘이거 알려고 그렇게 빨리 쫓아왔냐?’ “아까 말했잖아요! 자신이 거부당했다는 것이 믿기지 안아서 왔나요? 그럼 확실하게 말할께요! 전 당신이 싫습니다.” 이 정도면 알아서 떨어져 나가겠지 라고 하는 생각은 물 거품이 되었다. “레이디 아이리스! 그렇게는 안됩니다. 당신이 이렇게 빠져 나가면 제 가문의 체면이 떨어집니다. 전 왕명으로 왔습니다. 꽃 여왕과 결혼하라는 명에 따라서...” “그래서 저와 혼인을 하지 못하면 멸족이라도 당하나요? 그냥 도망갔다고 하면 되잖아요! 게다가 왠 하찮은 도시의 꽃의 여왕과 결혼을 하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마세요!” “사실 이곳의 시장은 폐하와 오랜 친구이십니다. 그래서 엘리사양이 뽑히리라 생각하고 절 이곳을 보내신겁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겨서 당신이 뽑힌것이지요.” 이야기가 길어짐에 따라 난 짜증을 냈다. “싫다고 했잖아요. 전 상품이(?) 자작님인줄은 생각도 안했어요. 만약에 상품이 뭔지 알았다면 전 참가 안했습니다. 그러니 가던길 가게 그냥 가세요.” “안됩니다. 만약 엘리사와 결혼을 할바에는 그냥 길가던 여자를 붙잡고 결혼을 하는게 나을 정도요. 엘리사는 이미 사교계에 이름이 아주 널리 퍼졌지요. 나쁜 이야기로...만약 결혼을 하면 저의 가문은 점점 몰락할건 뻔할 일입니다.” 정말이지 이놈의 하이타인지 슈퍼타이의 끈질김에 탄복을 보내고 싶었지만 내가 처한 상황이라 그리 좋지 못했다. “아~그럼 길가던 아무 여자나 잡고 결혼하세요!” 라고 말하고 빠져 나가려고 슈퍼타이를 지나 다른곳으로 갈려고 할때 이놈이 또 말썽을 부렸다. “안됩니다. 전 당신이 처음 나오자마자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러니 제발!!”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하세요. 아까 검을 빌려줄때의 그 비웃음은 뭐였나요? 그것도 사랑인가요? 더 할말이 없으면 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코너를 돌자마자 공간이동을 했다. 루나가 코너를 돌자 자작도 따라 갔는데 순식간에 없어진 루나를 찾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아이리스! 정말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까 있었던 일은 그저 당신이 검에 다칠까봐 연기를 한거였는데... 비웃으면 검을 않 잡을까봐서 그랬는데.......”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3758 4 루나! 축제에 나가다 - 3 철거머리 슈퍼타이를 떨치고 내 방으로 온 난 얼른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모습을 바꾸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제 생각해보니 점심을 거른 것 같았다. “블랑슈! 밥 먹으러 가자. 바바바바밥~” 신나게 식당으로 내려가서 식사를 주문한 다음 블랑슈의 재롱 잔치를 보고 있었다. 어찌나 귀여운지 다른 테이블의 여자들도 쳐다볼 정도였다. 블랑슈의 재롱에 시간 간줄 몰랐던 난 식사가 나오자 포크와 나이프를 잡고 천천히 헤치우기 시작했다. “블랑슈! 그건 내거야! 니껀 저기에 있잖아!” 내 음식에 손을 대다가 들킨 불랑슈는 꼬리를 말고는 설레설레 흔들며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기어가서 자신의 것을 먹었다. 식사를 끝내고 차의 맛과 향을 음미하며 마실 때 일행들이 들어왔다. “어이! 여기야. 왜 이렇게 늦었어?” 능청스레 묻는 나를 보며 미르와 가브는 피식 웃으며 내가 있는 곳으로 왔지만 한 마리의 드래곤은 넋이 빠져 있었다. “미르! 블루 상태가 쪼매 안좋네? 드래곤 고기라도 먹었어?” 내 말에 미르는 알면서 왜 묻냐는 식으로 말했다. “아까 꽃 여왕 선발 대회에서 뽑힌 아이리스라는 소녀를 본 이후로 이래! 아무래도 푸욱 빠진 것 같은데? 루.나.!” 내 이름에 악센트를 넣으며 다시 한번 블루를 쳐다보았다. “에이~그런거 였어? 난 또 뭐라고....그런데 블루?” 여전히 벙쩌 있다가 내가 말을 건내자 그때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너 말이야! 어제는 나하고 결혼하자는 말까지 꺼냈으면서 벌써 아이리스라는 소녀한테 빠져든거야?” “그, 그건말이지... 너도 와 봤으면 알 수 있었을 꺼야! 정말이지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를... 어제한 결혼 얘긴 없었던 걸로 하자.” “그~으~래? 그럼야 난 좋지. 그럼 우리랑 헤어져야 겠다. 그 소녀를 찾으러 다녀야 하니까?” “하지만 그 소녀는 사라져 버렸어! 그러니까 너희들과 계속 여행을 하면서 찾아다닐꺼야!” 이쯤에서 블루를 떨어뜨려 놓으려고 했는데 실패로 돌아가 버렸다. “그건 그렇고 말이지! 우린 내일 떠나야 하는데 먹을 것이 없잖아. 전에는 라엘이 사냥을 했는데 이제부터 숲속은 없고 평야가 펼쳐져 있으니까 사냥거리가 별로 없을 거란 말야! 그래서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내가 열라게 설명하고 있을때 가브가 말을 끊고 자신이 말을 했다. “시장 다녀오자는 말이지?” “당근이쥐! 그럼 우리 모두 나가서 도시 구경겸 시장으로 돌진하자고.... 마지막으로 가브야! 너 한번만 내 말 끊으면 그땐 죽음이다.” 이 말을 남기며 돌아서서 걸어가는 내 뒤 쪽에서 가브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두 마리의 드래곤은 웃고 있었다. “빨랑 안와! 확 나혼자 가버릴수 있어?” 협박을 하자 웃음 소리는 금방 멈추었고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걷고 있다가 중요한 사실을 한가지 잃어버린 것이 생각났다. “야! 느그들 말야......혹시 시장이 어딘지 알아?” 난 뒤를 돌아보지 안았지만 일행들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아까 어떤 인간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계속 쭉 가면 나온데!” 블루의 말을 듣고 가던길을 계속 재촉했다. 과연 블루의 말대로 거대한 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배가 고프면 사먹고 필요한 도구와 음식물을 사 날랐다. 내 일행들이 한 인물하는 사람이라(?) 뭘 살때마다 덤으로 많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거기에 끼여서 여자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싼 값에 덤 까지 얻는게 어디냐는 식으로 위로를 하면서 겨우 다 살수 있었다. 많은 짐들을 블루와 미르, 그리고 가브가 가쁜히 들으며 여관으로 돌아왔다. 나야 뭐 힘이 없는(?) 소녀이므로 그냥 맨 손으로 왔다갔다 했지만...... “이제 살건 다샀으니까 음식물에는 보존 마법을 걸고 나머지 용품은 니들이 알아서 챙겨라! 혹시 못한다고는 하지 않겠지? 물론 요리도 너희들이 해야돼! 내가 하고 싶은걸 먹고 싶다면 한 희생을 할수 있지만 너희들이 더 희생될수 있으니까 말이지? 홍.홍.홍." 할말을 다 끝마친 난 내방으로 들어가 침대위로 다이빙을 한 상태로 잠이 들었다. 조금 잤나 싶을때 누군가가 다가온다는 것을 느낀 나는 슬며시 샤이닝을 내 쪽으로 끌어당긴 다음에 언제든지 검을 뽑을 수 있게 준비를 하고서 자는척 했다. “루나! 일어나, 저녁 먹어야지!” 가브의 말에 벌떡 일어나며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야 임마! 식사 시간이면 빨랑 깨울것이지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야 깨우는거야?” 이런 말을 두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라는 말을 하곤 한다. 가브의 잔소리가 시작되기 전에 그의 입을 묶어두고 블랑슈를 데리고 방을 빠져나갔다. 식당에 진입할 무렵 3층에서는 어마어마한 폭음이 들려왔다. “루나~네가 이럴수 있어? 오히려 혼나야하는 인간은(?) 너인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는 거야?” 식당에 내려온 나는 일행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왜 가브리엘은 없고 너 혼자만 내려왔냐?”“좀 있으면 내려올거야! 그런데 미르가 가브 걱정까지 할줄은 몰랐는걸? 혹시 가브한테 반했냐?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든데......” 내 대답에 미르는 오거 씹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도 나의 승리다. 미르의 얼굴이 엄청 볼품없어졌을때 가브가 조용하면서도 잽싸게 달려나왔다. 그리고 나한테 한 소리하려다가 다른 일행이 보이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얼굴을 고치고는 블루의 옆에 앉았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도 합석을 해도 될까요?” 깜장 머리의 똘만이로 보이는 하시온 남작이 묻자 난 고개를 저으려고 했는데 그것보다 더 빨리 대답하는 놈 때문에 내뜻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괜찮습니다. 그런데 자작님은 안색이 나쁘시군요! 무슨일 있습니까?” 미르의 걱정어린 말에 그들은 한숨을 푹 쉬고는 자리에 앉아서 나와 슈퍼타이사이에 일어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식사는 나오고 난 이미 다 알고 있으므로 그저 음식 먹기만 바빴다. “아아! 그러셨군요! 그럼 이제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그 소녀가 꽃의 여왕을 하기 싫다는 말에 엘리사양한테 돌아갔으니 그녀와 결혼을 해야 합니까?” 시침을 때고 말하는 가브는 궁금하다는 식으로 묻자 자작 일행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결혼하면 되잖아요! 어차피 아이리스라는 소녀도 거절을 했는데..... 그녀의 진심도 헤아려줘야 하는게 아닐까요? 사랑하지도 안는 사람과 결혼이라니 그건 생각하기도 싫을 겁니다. 아무리 귀족 생활을 하고 싶다하나 그녀는 답답함이 싫어서 그럴꺼니 그 소녀에 대해 잊어주시는게 한때나마 사랑하던 소녀에 대한 예의 일겁니다.” 식사를 다 하고(다른 놈들은 이제 스프를 떠먹고 있었다) 차를 마시며 내가 한 소리하자 그들은 말을 잃어버린 듯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아무래도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는 식으로.... 문제가 일어났다고 직감하는 순간에 미르의 구원이 들어왔다. “루나! 나 이제 그만 먹고 싶으니까 말이지... 우리 한번만 대련을 해보면 않될까? 물론 기를 사용하지 안는다는 조건으로....” 갑작스레 이야기의 흐름이 딴대로 세자 딴 놈들은 다시 벙쩌 있었다. 내가 검을 다룰줄 모른다고 생각하는듯............ “좋아! 그럼 우린 나갈테니 알아서 식사를 하도록 하세요! 우리가 돌아올때까지 자리를 떠나면 한 차례의 이변이 벌어질겁니다. 호호호.” 한마디를 던지고 나서 미르를 데리고 공터로 갔다. 그런데 이때 뜻하지 안는 일이 일어났는데 그건 바로 이 인간들이 루나의 말을 듣지 안았다는 점에 있다. 루나의 모습이 사라지자 일행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했는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루나의 진정한 실력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에 몰래 구경을 하기위해 일어난것이다. 서로 일어난 것을 알자 그들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공터로 가기전에 루나에게 들키지 안기위해 기척을 죽이는 마법을 블루가 시전하여 당당하게 걸어갔다. 검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그들은 벌써 대련을 시작하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하고 풀숲에 숨어서 쳐다보기 시작했다. 챙 챙 챙 챙강....채에엥 검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두 사람은(?) 쉴세 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한점의 군더더기 없이 이어지는 검들의 춤에 몰래보고 있던 일행들은 서로 놀라고 있는 중인데 그 중에서 한 인간은 더욱 놀라고 있었다. “미르, 대단한데?”“너야말로! 난 몇백년동안 수련을 했는데 너와 동률을 이루고 있으니까 오히려 니가 더 잘하는거야.” 비행기를 태워주는 미르의 말에 난 씨익 웃으며 힘을 끌어모아 샤이닝을 휘둘렀다. 보통검이라면 벌써 부러졌을 텐데 미르의 검은 날도 빠지지 안았다. “루나! 니가 사용하고 있는 검은 혹시 샤이니스님과 관련이 있니? 전에 미카엘이 하는 소리를 잠깐 들은 것이 생각이 나는데..?” “맞아!” “그걸 어떻게 해서 구했지?” 미르의 말에 난 전번에 미카엘에게 해줬던 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열라게 대련하고 있는 사이에 말했다. “그렇군! 좋겠다. 루나는..” “야! 미르, 우리 쪼매 쉬자!” 자신의 말을 자르고 쉬자는 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르! 니 검 드래곤 본 이야? 너의 부모가 만들어준?” 귓속말로 물어오자 미르는 순간 흠칫하면서 맞다고 말했다. “나 궁금한게 있는데....혹시 니 부모의 이름이 어떻게 돼?” “엄마는 미르나이 고, 아빠는....” “가르시아” “맞아! 그런데 니가 어떻게 그걸알고 있는거지? 인간이면서..” 내가 자신의 아빠 이름을 말하자 미르는 맞다는 말을 하고 놀라면서 되물었다. 미르의 대답에는 말을 못하고 난 그저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다. “푸하하하하..나 좀...하하하..살려줘..하하하하하하하하” 끝도 없이 뒤로 발라당 넘어지며 웃고 있는 나를 미르는 어쩔줄 몰라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전에 로드가 가끔씩 놀러오면서 한번씩은 드래곤들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는데 거기에 미르의 엄마, 아빠가 있었기 때문이다. 헤츨링 이었을때의 가르시아를 보고 성룡인 미르나이가 찜해서 결혼을 해버렸다는, 짧게 줄여서 키워서 잡아먹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태어난 드래곤이 바로 미르가 된것이다. 한참을 벌러덩 구르며 웃다가 기력을 다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앉았다. “루나! 왜 그러는거야? 말해줘.” 자꾸만 채근하는 미르를 쳐다보면 다시 웃음이 나올까봐 하늘만 쳐다보았다. “몰라도 돼! 알고 싶으면 네 부모한테 가서 물어보면 될거 아니야? 아님 레드 드래곤족의 수장한테 물어보던지, 정 입이 안떨어지면 드래곤 로드한테 가서 물어봐라!” 애매모호한 말을 하고 깜깜한 밤 하늘을 쳐다 보았다. 옆에서는 미르가 얼굴에 맞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르, 저기 있는 별들한테도 이름이 있을까?” 머리를 굴리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나의 말에 끄덕였다. “좋겠다. 별들은...... 이름이 있다면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날테니..... 하지만 난 이제 곧 그들의 뇌리에서 지워지겠지? 더 이상 날 기다려 주지 않는 그런........” “루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기억에서 지워지다니! 니가? 아니야... 너만은 내가 기억해 줄게... 그리고 내 후손들한테도 들려줄께.... 참 당당하고 드래곤 무서운줄 모르는 인간이었다고......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마.. 비록 인간이어서 삶이 짧지만 그만큼 열심히 살면 되잖아? 지금 처럼..” 미르가 엄청나게 긴 말을 하고도 대답을 하지 않자 그는 등을 맞대고 앉아있던 나를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스르륵 쓰러져버렸다. “루우나~일어나! 오랜만에 폼잡고 말하는데 그것도 못 참고 자냐? 빨랑 안일어나?” 엄청난 고함에도 일어나자 않자 그제서야 루나가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미르는 쓰러져있던 루나를 앉아있던 상태에서 살짝 들어올려 코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주 고른 숨을 쉬면서 자고 있는 루나가 전번처럼 그렇게 귀여워 보일수가 없었다. 전에는 이보다 훨씬 아름다웠으나 이 모습도 한 귀여움을 했기에....... “우웅! 따뜻해.... 카스야 가지마...가면.......맥주...라고 놀려줄....꺼야! ....그리고.....엄마도.....가면 안돼.......나 혼자...너무...힘들어.....” 자신를 꼬옥 안으며 잠꼬대를 해대는 루나를 보고 그는 할 말을 잃었다. 전번에도 들었지만 루나에게 부모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이 났던것이다. 그런데 카스는 또 누구지.... 루나를 들어올리며 여전히 팔을 풀지 안고 입을 벌려 말을 하는 루나를 보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히잉! 가지마.......날...버리지마.....가슴이..무너지...같.....가지...” 말을 끝까지 잇지도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루나의 모습을 보고 그는 꼬옥 안고 여관 안으로 걸어갔다. [루나! 내가 널 지켜줄게...내가 죽을때까지.....] 루나와 미르가 사라지자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경악에 차있었다. 세상에나 만상에나 어떻게 저럴수가 있는가? 검술은 그렇다 치고 뒤에 일어난 일은 도통..... 잊어버리려 해도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다. 비록 루나의 잠꼬대라는 것을 알았지만 미르가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그전 대화는 멀리 있어서 듣지 못함. 미르가 루나한테 일어나라고 큰 소리를 쳐서 그때서야 루나가 잠자는 것을 알수 있었음) 슈퍼타이로 빨래한것보다 하이타이 자작은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고, 블루도 그 자세 그대로 굳어있었다. 나머지 일행도 마찬가지인 듯 그들이 들어가고 없었지만 움직이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이타이 자작은 루나의 검술을 보고 그가 아까 아이리스라고 확신을 했고, 블루는 미르의 마지막 말에 충격을 받았다. 아무도 듣지 못했지만 그 만은 그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드래곤족이 용언으로 하는 약속은 꼬옥 지켜야 된다. 그것이 목숨을 위협할지라도... 그런데 방금 미르가 용언으로 루나를 지키겠다고 말했기에 그는 미르가 얼마나 루나를 좋아하는지 깨달을수 있었다. 한참의 정적속에 블루가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줄알고 잠자리로 가시지요.” 한마디를 하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를 보고야 정신을 차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들어간 후에 단 한 사람만이 남아있었다. “그녀였어! 그 검술을 할 사람은...... 아까 모습이 진짜인가? 아님 지금 모습이.....” 서로가 잠못들고 있는 사이에 잠을 잘자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루나와 미르였다. 루나를 방안으로 들고 와서 내려놓고 입맛을(?)다시고 자신의 방으로 되돌아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3772 4 루나! 축제에 나가다 - 4 “루나! 일어나! 아침이야.....밥 먹자.” 하는 소리가 잠결에 들리자 눈이 확 떠 졌다. 눈을 뜨고 밥이 어디있는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미르와 잠자고 있는 블랑슈가 보였다. “미르~장난쳤지?” 흘겨보며 하는 소리에 미르는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실실거리며 웃기만 했다. 영문을 모른 난 그저 세수만 하고 블랑슈를 찬물에 홱 던져서 깨운 다음에 식당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도시를 나가는 날이므로 더 열심히 먹을 생각으로 가득차있다가 한 무리의 일행이 보였다. “안녕! 좋은 아침.” 먼저 내가 인사를 하자 블루가 살짝 웃으며 인사를 했는데 어째 다른 인간들과 엘프는 얼굴만 붉히고 머뭇거렸다. “가브~아침부터 왜 그래? 뭐 잘못먹었어?” “아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잠시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가...” “그런거야? 난 또 뭐라고.....” 이 말을 끝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진 음식물들을 하나 둘씩 먹기 시작했다. “블랑슈! 그건 내가 찜해둔거야! 먹지마..” 여전히 식사 시간에 블랑슈와 실갱이를 하며 먹는 나를보며 조금씩 웃으며 나중에는 큰소리로 웃기시작했다. 그리곤 생각했다. 어제있었던 일은 말하지 않기로......왠지 이런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었기에.......... “가르시미르~빨리와! 안그럼 루나가 다 먹어버리니까!” 이제야 식당으로 들어오는 미르를 보고 블루는 큰 소리로 외쳤다. 거기까지 좋았는데 블루가 나한테 말하는 소리를 듣고 한바터면 체할뻔 했다. “루나! 어제 생각했는데 난 그 아이리스라고 한 인간보다 여전히 니가 더 좋더라~ 그러니까 이참에 나한테 와라! 그럼 평생 호강하며 살게 해줄께~~” 하며 미르를 슬쩍 쳐다보았다. “블루! 너 오늘 아침에 한번 인생 끝나고 싶냐? 전에 내가 말했지! 난 나이든 놈하고는 절대로 결혼하기 싫다고... 거기에 너도 포함되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라... 이 놈의 나라에서는 왠 정략 결혼이 흔한지...... 그래서 귀족 여자들은 그저 팔려가서 남자의 욕구와 아이를 낳아주는 도구로 전략하게 된거야! 그 남자가 무슨 짓을 해도 그저 꾹 참고..난 말이지..이것까지 용서할수 있는데 상대편 남자가 나이 많은건 절대 사양이야! 젊은 여자와 곧 죽어나갈 것 같은 노인이 결혼을 한다? 그리고 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죽어버린 그를 위해 집안을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것도 못하고 그저 아이만 키우고... 그나마 아이라도 있으면 다행이지..없으면 그 집안에서 쓸쓸히 세월을 보내다가 죽던지 아님 다시 정략 결혼이라는 도구로 팔려가지! 제이미만은 사랑하는 젊은 사람을 만나서 살았으면 좋으련만..... 이런 내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지? 블루와 결혼하기 싫다고 했다가 정략 결혼으로 가버렸잖아? 치! 그 시간에 밥이나 먹을걸 괜한 에너지 낭비를 했잖아!” 쓰잘데기 없는 기나긴 설명을 하고 다시 블랑슈와 실갱이를 하며 밥을 먹는 나를 보며 일행은 벙쩌있었다. “루나! 제이미는 걱정하지 안아도 돼! 그녀는 누구보다 더 강하잖아?” 열심히 식사를 하고 있다가 미르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야! 미르, 블루, 가브, 뭐하고 있어? 빨랑 안먹을래? 늦게 먹으면 두고 간다?” 차를 마시며 한가롭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식사를 하지도 안고 나만 쳐다보는게 아닌가? “어머나! 식사 안하시는거예요? 식사를 남기면 나중에 지옥에 가서 그 동안 남긴 것을 먹는 형벌을 받는다는데?” 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주변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행들도 허겁지겁먹기 시작했다. 차까지 다 마신 난 밖으로 나가며 한 마디를 던졌다. “너희들끼리 알아서 계산하고 나와.” 이른 아침에 말을 끌고 나오자 괜히 기분이 좋아진 나는 빨리 일행이 나오길 기다리며 도시를 빠져나가자마자 경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 위에 올라타자 마침 일행들이 줄줄이 나왔다. 그 중에서 제일로 늦게 나온 블루를 빤히 쳐다보았다. 블루도 내 시선을 읽었는지 씨익 웃며 말했다. “루나~내가 그렇게 좋아도 그렇지 계속 쳐다보면 부끄럽잖아앙~~.” 그 한마디에 미르와 가브는 말에 올라타려던 그 자세로 굳어버렸다. 난 식은땀을 손으로 흠치며 당치도 않다는 식으로 말했다. “바부팅아! 좋아서 그러는게 아냐! 빨리 좌측 3시 방향에 묻은 소스 안닦을래? 싫음 말구?” 내 말에 가브와 미르는 말에 올라탔고 블루는 옷자락으로 입술을 쓰윽 닦았다. “자아! 모두 나를 따르라! 늦게 오면 두고 간다아~~.” 도시안에서 천천히 가다가 도시를 벗어나자마자 열라게 뛰어가면서 외쳤다. “루우나~~그 쪽이 아니야~나를 따라와.” 그 말에 난 달려가던 반대쪽으로 몸을 돌렸고, 일행은 모두 뒤로 까뒤집으며 웃었다. 난 그 모습에 열 받혀서 속력을 가하며 달렸다. 내가 빨리 오는 것을 보고 놈들은 열라게 뛰어가고 있었다. “모두 조심해라. 루나한테 걸리면 세상 하직하니까?” “푸하하하하하” “크큭큭큭큭” “니네 딱 걸렸어! 잡히면 주우것어~” 그렇게 하여 하루종일 경주가 시작되었다. 내가 승마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그들과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채 그 상태를 유지하며 말이 지쳤을땐 회복 마법을 걸어줘 그들이 설때까지 계속 달렸다. 한편 그들을 쫒고 있는 한 무리의 인간들이 있었으니 그 이름으로 하여 슈퍼타이와 그 똘만이들.... 식사 시간에 약간 시간이 걸려서 빠르게 뛰며 찾으려 했지만 이미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한숨을 몰아쉬며 파이넬 왕국의 수도인 파이스티로 길을 잡았다. 어처구니 없는 국왕 폐하의 명에 따라 난 오늘 가르엔에 오게 되었다. 왕국에 5명밖에 없는 소드 마스터인 내게 그런 명을 내리다니... 하지만 난 이미 폐하께 기사로써 약속을 했으므로 지키기 위해 가고 있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며 본연의 임무를 맡아 행하고 있는 도중 폐하께서 부르시는 전언에 급히 갔더니 하는 말씀이..... “가르엔에 꽃의 여왕을 아내로 삼아라!” 간단하고 황당하기 그지 없는 말이었지만 국왕 폐하의 명이었으므로 난 그 명을 들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다. 다른 이들은 이런 나를 보고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뼛속까지 기사이자 귀족이니까... 폐하께서 그런 명령을 내린 이유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내 가문 세력이 커지니까 그것을 막기 위한 임시 조취임을.... 분명 꽃의 여왕으로는 가르엔 시장의 딸인 레이디 엘리사가 될것이 뻔했다. 그녀는 그곳의 미녀로 통하고 있으니깐.. 얼굴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수 없을 정도로 예뻤지만 문제는 성격에서 삐꺼덕 거렸다. 검술을 배운 그녀는 사교장에서 자신에게 약간의 시비를 거는 귀족 영애들을 모두 피를 보게 만들어 버렸지만 국왕 폐하의 친구의 딸이란 명분으로 별탈없이 마무리 되어버렸다. 그런데 내가 그런 그녀와 결혼을 해야 하다니.. 처음으로 가르엔에 와봤는데 축제 기간이라 거의 모든 여관들이 꽉꽉 들어차있었다. 여차하면 시장의 저택에 가도 돼지만 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허름한 곳에서부터 호화로운 여관들을 모두 뒤졌지만 남는 방이 하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딸랑 남은 여관... 만약에 이곳에도 방이 없다고 한다면 사정을 하던지 아니면 그냥 노숙을 할 예정이었다. 먼저 그레이를 보내 여관 사정에 대해 알아보게 한다음 하시온 남작과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안의 사정을 보아하니 남는 방이 하나도 없는 듯 했다. “그레이! 아직 방을 잡지 못했느냐?” 그냥 한번 해본말에 일층 식당안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식어가버렸다. “죄송합니다. 자작님. 현재 이곳은 다 찼습니다. 꽃 축제를 보기 위해서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왔기에....” 이럴줄 알았으면 빨리 올껄...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상황....어쩔수 없었다. “이미 다른곳은 인원이 다 차고 여기가 마지막인걸로 알고 왔건만..... 혹시 이곳에 방을 많이 잡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아나?”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방을 같이 써야할 것 같았다. 내 한마디면 이곳에서 통용될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때 마침 금발을 한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행색을 보아하니 이 여관의 주인인 듯 하였다. “제가 이곳의 주인인 블론드 라고 합니다. 하이타이 자작님께서 무슨 일이신지요?” 블론드의 말이 끝나자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레이가 여차저차 어영부영 열심히 설명을 하기 시작하여서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 끝낼수 있었다. “아아!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한번 양해를 구해보도록 하지요! 그런데 방이 몇 개나 필요하신지요?” 일행들의 편안한 숙면을 위해서는 방이 세 개정도 있어야겠지만 지금 우린 얻어 써야 하는 주제기에 방 하나를 원했지만 그레이 녀석은 체면 때문에 그런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을 하는걸 한마디로 뭉게고, 사과를 시켰다. 잠시후 블론드는 지배인과 속닥속닥 거리더니 한 테이블쪽으로 상업용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죄송합니다. 손님! 현재 이곳에서 방을 많이 사용하시는 분이 손님들이라서요. 모든 이야기는 이미 듣으셨을 걸로 아시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작님께 방을 양보하신다는 것을 커다란 영광으로 생각하시고....” 우리를 위해 열심히 설명하며 설득을 하는 중에 한 작은 소녀의 제지에 말을 멈추게 된 블론드...그때 난 처음으로 그녀를 보게 되었다. “아아! 잠깐 그 입 좀 다물어 주실래요? 미르~~이 곳에서 방을 몇 개 잡았지?” 귀족집 여식이라면 할수 없는 말을 하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말톤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작은 소녀의 말에 한 테이블에 앉아있던 붉은 머리 사내가 입을 열며 하는 말에 난 깜짝 놀랐다. 이런 고급스런 여관에서 방을 잡았을때, 그것두 특실로 한개도 아니고 두개도 아니고 네 개나 잡았다는 것은 돈이 웬만큼 있어도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필시 저들은 타국의 귀족이거나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귀족중 하나일것이다. 아니면 돈 많은 상인이든지... 하지만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다. 방을 많이 잡았단 말에 한숨을 쉰 그녀는 알아서 뭉치라고 하자 일행들이 서로 도리도리를 하였다. 정말 같은 일행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정도로... 일이 이렇게 까지 진행이 되자 그녀는 일행들을 달래는 것을 포기하고, 일어나 버렸다. “안됩니다. 지금 이곳에 방을 잡고 계신 분들은 모두 방 하나씩 밖에 잡지 안았으니까 어쩔수 없습니다. 제발 친구분들을 화해시키켜주십시오. 하이타이 자작님께 방을 내주신다는 것은 곧 그 분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답니다. 그러니 제발...” 결사 반대를 하는 여관 주인.... “이봐! 주인! 이 친구들이 하기 싫다잖아! 그럼 내가 이놈들하고 같이 자기라도 해야 한다는말이야? 내가 듣어도 당황스런 얘기에 블론드도 예외는 아닌지 얼굴을 붉히고 떠듬떠듬 말을 하였다. “아...아니...저어...그게 아니라..전..단지...........” 고개를 푹 숙이며 하는 말에 그레이가 참지 못하고 땍땍 대자 이젠 하시온 남작까지 거들어서 그녀와 그녀 일행을 채근했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 매달린 미소..... 다른 사람이 보면 필시 한방에 넉다운 당하겠지만 난 왠지 그 미소가 신경쓰였다. 신경쓰인 이유는 곧 바로 밝혀졌다. 1 : 1 대결을 해서 이기면 방 하나를 주기로 하는것... 상대는 미르라 불리워지는 붉은 머리 사내와 그레이...그레이는 내 호위병이자 내가 특별히 봐온 녀석이기에 정식 기사들도 그레이한텐 큰 소리를 치지 못했다. 심판은 제 3자인 블론드가 보고, 둘은 나란히 마주보며 검을 빼어서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잠시후 처음 듣어본듯한 응원 소리와 함께 다시 그녀의 일행이 분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춤하던 붉은 머리 사내... 그리고 빠른 몸놀림을 보이는 그레이.. 누가 보더라도 이번 대결은 그레이가 이기리라 생각했으리라..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와 일행은 체념을 했나 아니면 관심이 없나 그저 바라보기만 하였다. 점점 밀리는 붉은 머리 사내를 몰아 넣던 그레이.. 완벽한 승리를 거두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난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이정도면 방을 주겠지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이 약간 풀려있었고, 하품을 하였다. 그리곤 한마디 했다. “미르~지면 알지? 나 잠오니까 그만 놀고 빨리 끝내! 안그럼 나한테 죽는다? 열 셀동안 끝내.” 그 말에 붉은 머리 사내는 굼뜬 행동이 아닌 그레이를 뛰어넘는 몸놀림을 보이며 이제껏 숨겨온 힘을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그레이는 점점 밀리기 시작하였다. “하나~두우울~세앳~네앳~다서엇~여서엇~이일곱~여어덟~아아홉~여...” 열을 다 세기도 전에 그레이의 목에는 검이 대어져 있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그레이도 믿기지 않은 듯 멍하니 가만히 서있었다. 상태가 않좋아 보이는 그녀석을 위해 더욱더 방이 필요하게 된 난 그녀에게 매달렸다. 구차한 변명까지 늘여놓으며 하지만 생각해보지도 않고 단번에 싫다고 말하는 그녀.... 그러자 하시온 남작이 마법을 시전하였다. 말리고 싶었으니 이미 늦어버렸다. 불덩이가 가기도 전에 어떠한 막에 의해 막혀서 소멸되었다. 즉 그쪽에도 마법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렇게 여유만만하게 있었던가?... 화가난 그녀는 마법사에게 하시온을 공격하는 것을 허락하자 그 남자는 기뻐하는듯한 모습으로 남작이 만든 것보다 더 커보이는 불덩이를 만들어 방어막을 칠사이도 없이 공격하자 하시온은 채념을 한 듯 가만히 서있었다. 그런 그를 그냥 그대로 둘수 없어서 난 검으로 쳐내버렸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방을 주었다. ‘부하를 생각하는 눈빛이라.....처음 듣어보는듯하군.’ 머리를 굴리던중 여전히 벙쩌있는 남작과 그레이를 데리고 그들이 비워둔 방으로 가서 몸을 뉘웠다. 내일은 더 많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깐.... 아침에 일어나 식당에 가서 그녀의 일행들과 같이 식사를 한 다음 난 내 반려가 뽑히는 대회장으로 들어갔다. 많은 심사위원들이 이미 와있었나 자리는 단 두자리를 제외하고는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배정된 자리로 가서 그곳에 있던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한 다음 고통의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내 반려가 될 사람을 보게 되었다. 흑단 머리를 길게 늘여뜨린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 아이리스라 밝힌 그녀는 말솜씨가 제법인지 다른 심사위원들도 흐믓해 하는 듯 하였다. 아이리스....그녀를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그녀가 생각이 났다. 루나라는...루나.... 장기자랑 시간에 엘리사는 익히 알고 있듯이 검술을 펼쳤고,(엉성했지만) 아이리스 또한 검술을 한다고 말을 하였다. 말리고 싶었으나 어쩔수 없어서 난 살짝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 비웃음... 그러면 그녀는 하지 않으리라... 괜히 엘리사에 대한 반감 때문에 하는거라면 일찍 포기하는게 좋을 듯 했다. 그녀가 다치는 것은 싫으니깐... 하지만 나의 이런 행동은 더 않좋은 방향으로 뻗혀가고 있었다. 사회자로부터 검을 뺏은그녀...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는 최고의 발도술.... 그런건 아무나 하지 못하는것이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검무... 나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너무 아름다웠다. 너무나... 검무가 끝난 그녀는 사회자에게 검을 주었고, 사회자는 잠시 주춤하더니 나에게 검을 가져다 주었다. 그 직후 들리는 말.......... “하이타이 자작님! 셰도우을 빌려주신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깜짝 놀랐다. 내 검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곧 나와 동률이거나 더높은 경지에 있다는 소리니까!! 마검 셰도우는 아무에게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그녀에게 이름을 밝혔다는 것은 중대 사건중 하나였다.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끝났고, 예상대로 아이리스가 꽃의 여왕으로 뽑혔다. 이젠 그녀가 내 반려...라고 생각하며 그녀 곁으로 다가갔고, 사회자의 말을 경청하던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져만 갔다. 나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그녀는 꽃의 여왕 자리를 싫다고 하며 뛰쳐나가버렸다. 뒤따라 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붙잡고 말했다. 내 진실한 마음을.... 하지만 뚝 잘라 거절하고, 코너를 돌자마자 사라져버렸다. 허무한 마음을 안고, 한참만에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에는 루나와 그녀의 일행들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도 합석을 해도 될까요?” 사교성이 좋은 하시온 남작은 당당하게 그들이있는 테이블로 다가가서 말했다. “물론 괜찮습니다. 그런데 자작님은 안색이 나쁘시군요! 무슨일 있습니까?” 걱정어린 붉은 머리 사내의 말에 그러니까 미르라 칭해지는 남자의 말에 나와 하시온 그리고 그레이는 이제껏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말을 하자 모든 이들이 진지하게 듣었고, 단 한명(루나)과 한 마리(블랑슈)는 무신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혼이란 말에 너무 과민방응을 보이는 그녀는 어째서인지 나와 아이리스 사이에 일어난일을 알고 있는 듯 한 말을 하였다. 순간 난 그녀가 혹시 아이리스가 아닐까 하며 바라보다가 지금의 얼굴과 매치가 되지 않아서 포기하였지만 하시온과 그레이는 끈덕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루나! 나 이제 그만 먹고 싶으니까 말이지... 우리 한번만 대련을 해보면 안될까? 물론 기를 사용하지 안는다는 조건으로....” 뜻하지 않는 말 소리에 우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저 조그만 루나와 겨루다니?? 그것도 검술로.... 말도 않돼는 일이다. 난 그냥 미르라 칭해지는 자의 농담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농담은 곧 진담으로 바뀌어 버렸다. “좋아! 그럼 우린 나갈테니 알아서 식사를 하도록 하세요! 우리가 돌아올때까지 자리를 떠나면 한 차례의 이변이 벌어질겁니다. 호호호.” 다른 이들의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미리 경고성말을 하고 공터로 향하는 그녀... 믿을수 없었다. 그것 보다도 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맘에 걸렸다. 기를 사용할수 있는자는 곧 소드 마스터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비록 검을 차고 있었지만 화려해서 그냥 뭐랄까??? 호신용인줄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듯 하였다. 미르라는 남자와 대결하는 것을 보고 싶었지만 미리 짱 박아 놓은 말이 있었기에 잠시 주춤거리다가 그녀의 일행중 마법사의 말에 가까스로 공터로 몰래 접근할수 있었다. 아주 몰래.... 기척을 죽인채 우리들은 검소리가 난무한곳으로 이동을 하였고, 잠시후 난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우리가 온줄 모르고 칼부림을 하던 그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거리가 멀어서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그녀... 잠이 든 듯 하였다. 잠이 든 그녀를 안고서 뭐라고 한마디 던진 다음 여관안으로 들어간 그들.... 난 알수 있었다... 그녀가 사용한 검술... 좀전에 아이리스란 소녀의 검무.... 똑같았다. 내 눈은 틀림없었다. 고로 둘은 동일 인물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녀였어! 그 검술을 할 사람은......아까 모습이 진짜인가? 아님 지금 모습이.....” 한밤중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난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창문 사이로 비추는 햇살에 감겨진 눈을 뜰수 있었다. 창문을 열어보니 태양은 벌써 높게 떠올라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난 식당으로 내려가보았다. 내가 아는이는 아무도없었다. 그래서 카운터로 가서 물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느냐고.... 점원이 하는 말에 난 세상이 빙그르 도는줄 알았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다니... 그것도 조금 전에.... 정신을 차린 난 일행들을 깨우고, 준비를 한 다음 말을 타고 달렸다. 그녀를 한번더 보고 싶었기에.... 하지만 그녀를 난 보지 못했다. 아쉬운 맘을 뒤로 하고 다시는 오고싶지 않은 가르엔을 떠나며 난 좋은것과 나쁜 것을 얻을수 있었다. 좋은 것은 정식으로 꽃의 여왕으로 뽑히지 않은 엘리사와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것이고, 나쁜것은....그녀를 볼수 없다는것이다...... 그후 몇 개월후 우린 재회를 할수 있었지만 내겐 너무나 높은 그녀였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3895 5 커다란 숲에 도착 - 1 헥헥...헥...치사한 것들...그러고도 친구냐?” “난 이제껏 헉...헉...헉...너를...친구라고 여긴적...없어!!” “뭐라고? 블루...헥헥헥...좀 있다가 보자.” 해가 저물어 겨우 어느 평지에서 말을 멈추게 한 우리는 그 후로도 계속 입으로 싸웠다. 식사를 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어처구니 없는 놈들 때문에 3일거리를 하루에 돌파한 말은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말거품을 물고................ “자아! 식사하세요.” 라는 말에 한참동안 그칠줄 몰랐던 입이 순간적으로 다물어졌다. 나와 블루 그리고 미르가 설전을 벌이고 있을때 이 놈은 따로 떨어져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기 고향에 다와가니까 펄펄 살아가지고는....... 가브의 말에 난 블루와 미르를 던져놓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블랑슈는 가브가 식사 준비하는 시간에 이미 몰래 먹었는지 아무대나 쓰러져 자고 있었다. 그런 블랑슈를 집게와 엄지 손가락으로 들어서 뒤로 ‘획’ 던졌다. ‘퍼석’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으르릉 거리는 소리가 없는걸로 봐서는 그냥 자고있는 듯했다.(주인을 딱 닮았구만) 미리 준비해둔 포크와 스푼을 들고 음식을 하나씩 먹어보았다. “흐음! 그런대로 먹을 만 하군! 단지 한가지 흠이 있다면 후추하고 소금을 좀 많이 넣은 것 같아. 앞으로 주의하도록.” 음식평이 끝난 다음 스푼으로 스프를 떠먹고 이것저것을 포크로 찍어 먹으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가브가 칼 솜씨를 자랑하려는지 아님 우리를 먹지 못하게 하려는지 재료를 너무 얇게 그리고 조그마하게 썰어서 도저히 포크로는 찍어 먹을 수가 없었다. 아쉬운 듯이 한숨을 쉬는 소리가 양쪽에서 들려왔다. 난 주변을 둘러봐서 조그만 나뭇가지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서 두쪽으로 댕강 부러뜨린 다음에 젓가락 대용으로 사용하였다. 맛있게도 열심히 집어먹는 나를 보고는 미르와 블루도 따라 했는데 그게 어디 하루 이틀 연습해서 된단말인가? 그들이 집어먹지 못하자 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천천히 먹고 있는데 블루가 여기에 억하심정이 있는지 냄비를 발로 차버렸다. “흥! 나도 못먹으니까 너도 못먹어야지? 혼자만 먹으면 우정이 갈라지니까?” “야! 이 자식들아~아까는 친구도 아니라면서 갑자기 우정은 어디서 나타난거야? 너 죽고 싶어~~” 음식을 쏟아버린것에 대한 울분으로 블루와 싸우자 미르와 가브는 흥미롭게 식후 간식거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것들아 눈 안돌려? 어딜 쳐다봐?” 이건 분명히 내가 할 소린데 블루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나와 블루는 서로를 쥐잡아 먹듯이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자자.” 이 말을 동시에 하고는 각자 자리에 돌아가서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블루는 마법서를 보고있었고, 난 그저 밤 하늘만 쳐다보았다. 날이 맑은지 별이 오늘따라 더욱 밝게 보였다. 별을 보면서 자려다가 한 순간 멀리서 기척이 들려왔다. “모두 조심해라! 누가 온다.” 내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말하자 일행은 서로 자신의 일을 하는 듯 하면서 언제든지 공격을 할 수 있게 준비했다. “루나! 니가 말 안해도 충분히 알수 있으니까 괜히 먼저 나서지 마라! 우리 드래곤을 너무 깔보는듯한 태도가 맘에 안들어! 인간인 주제에.....” 블루의 뇌까리는 소리를 듣고 난 피식 웃고 무표정의 얼굴로 되돌아갔다. 환계에 있을땐 카스가 그만좀 웃으라고 해서 웃음을 자제했지만 인간계에 와서는 헤프게 흘리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 나도 웃음을 그만 자제할때가 되었다고 느꼈기에 전의 모습으로 변했다. 거의 항상 웃다가 블루의 말에 얼굴을 굳히는 나를 보고 미르와 가브는 살인적인 눈빛으로 블루를 쳐다보았다. 이에 블루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려 했으나 이미 누군가가 아주 가까운곳에 집입했기에 말을 하지 못했다. 부스럭 부스럭.. 평야 지역이기에 그들의 모습을 볼수 있었으나 달을 등지고 있어서 얼굴 윤곽을 볼수 없었다. 한가지 알아낸 사실은 몬스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몬스터면 여기에 꾸물거릴 이유가 없기에 (미르와 블루가 응근히 드래곤 피어를 남발하고 다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한 우린 하던일 (블루는 마법책을 읽고, 미르는 불을 쬐고 있고 가브는 설거지(정령을 이용하여 물을 구덩이에 모아두고), 그리고 난 잠을 자는 척이 아니라 실제로 잠)을 계속하며 그들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을 했다. 발자국 소리로 미루어 보아 한 실력하는 인간들임에 틀림 없었다. 이렇게 가까이 접근했음에도 소리가 엄청 작게 들렸으니까....... “실례하겠습니다. 저희들은 여행을 하고 있는데 우연하게 불을 보고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 젊은 사람의 목소리에 나를 뺀 일행들은 소리의 발원지를 쳐다보았다. 나야 뭐 굳이 보지 않아도 알수 있으니깐.. (어떻게??그건 재주라고 해두지) 그곳에는 두명의 남자와 두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고 쳐다보기만 하자 아까 말하던 젊은 남자가 다시 한번 말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도 이곳에서 쉴 수 있을까요?”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말하자 블루가 환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남자 두명과 여자 두명은 살았다는 식의 웃음을 짓고 각각 불 가까이에 앉아서 가브가 준 육포를 씹으며 자기 소개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전 파이넬 왕국 사람인 샤를 이라고 합니다. 현재 여행 중 이지요. 이렇게 저희를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는 샤를의 일행은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했다. “제 이름은 마리 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마법사이고, 샤를과 같이 여행을 하는 중입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나오미 라고 하며 검사입니다.” “내 이름은 칼 이라고 한다. 도와 줘서 고맙다.” 그들 일행의 소개가 끝나자 블루가 대표로 우릴 소개했다. “제 이름 블루라고 하고 마법사입니다. 그리고 저기에 있는 빨강 머리 청년은 카인이라고 하며 조쪽의 녹색머리 청년은 가브리엘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짝에서 자고 있는 소녀는 루나 라고 합니다. 오랜 여행에 피로가 누적되어 잠이 깊게 들었으니 양해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만난 이들은 밤이 세는 줄 모르고 계속 여행담을 털어놓고 있었다. 나오미라는 여자와 마리는 계속 우리쪽 남자들을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라엘이 없는 빈 자리를 가브와 미르가 지켜주듯이 내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블랑슈도 언제 깨어나서 내 곁에 왔는지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내 품으로 들어와서 잤다. 그렇게 난 편하게 잠을 자고 나도 모르게 일찍 일어났다.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자 여자둘과 남자들은 아무대나 자리를 잡고 자고 있었다. “루나! 일찍 일어났구나!” 아직 초점이 잡히지 안는 눈으로 소리가 난곳을 바라보았다. 빨간색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미르인 것 같았다. “미르가 불침번 선 거야?” 눈을 깜빡거리자 어느덧 초점은 재대로 잡혔고 앞에는 환하게 웃는 미르가 있었다. 그러나 예전같으면 웃으며 말을 했을법 했지만 난 여전히 어제 마지막으로 보여주던 얼굴을 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아침부터 뭐 잘못 먹었냐? 왜 그렇게 웃고 다니는거야?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또 뭐야?” 내가 싸늘하게 말하자 어제 화가 안풀렸다고 생각했는지 미르는 더욱더 환하게 웃으며 어제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난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할말이 없어서 그냥 질문해 본 것이었다. “그래? 그럼 난 말 좀 타고 올께!” 이 말을 남기고 난 내 말에 회복 주문을 걸고는 그대로 뒤돌아보지 안은채 말을 타고 갔다. 루나가 말을 타고 멀리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버리자 사람들도 하나 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어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며 밤을 지세운 뒤라 그들은 서로 쳐다보며 아침 인사를 나누고 여자와 가브리엘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르시미르! 루나는 어디있지? 왜 보이지 안는거야?” 아침부터 늦잠꾸러기인 루나가 보이지 않자 괜스레 걱정이된 블루는 어제 불침번을 선 가르시미르에게 다그쳐 물었다. “루나는 말을 타고 좀 돌아본다고 하고 갔습니다.” 그 말에 가브리엘는 안도를 했지만 블루는 여전히 불안한 듯이 물었다. “그렇담 니가 가지 못하게 막았어야지! 루나가 어디로 튀어 버릴 줄 도 모르는데!” 블루의 말에 가르시미르도 그제서야 상황 판단이 되었다. 충분히 루나는 그들을 두고 다른곳으로 갈 수 있었으므로... 그래서 추적 마법을 걸려고 했지만 어제 함류한 인간들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다가 마리 라고 하는 마법사한테 마법을 할수 있다는 것을 틀킬수 있었으므로..... 그런 그들의 걱정과는 달리 루나는 지평선 너머로 해가 뜨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서늘한 아침 바람을 가르고 달려오자 그녀를 반긴 것은 일출이었다. 약간 높은 언덕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들어내는 태양.... 한동안 일출에 정신을 뺀긴 나는 정신을 차렸다. “이런! 너무 멀리까지 나왔군! 그냥 이대로 튀어버릴까?” 하면서 다른곳으로 가려다가 아침에 보여준 미르의 미소가 자꾸만 걸리어 돌아가기로 했다. “정 같은걸 느끼면 안되는데...다 끊어버려야 하는데....” 난 빨리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말을 빨리 달렸다. 한참을 달려가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일행들이 보였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일행들과 내 사이가 가까워지자 그들도 내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움직임이 서서히 멈춰졌다. “뭐하는거지? 아침 준비는 다 한거야? 가브?” 전처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말을 걸어올줄 알았던 블루와 가브는 벙쩌있었는지 말을 하지 못했고 미르는 씁쓸하게 웃고만 있었다. “루나! 좀 늦었어! 이제 아침 준비 할테니까 기다려!” 미르는 이 말을 하고 가브와 블루에게 눈치를 준 다음 내가 말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아까 미르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어젯밤에 찾아든 여행객들 이라면서요? 제 이름은 루나 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이름은 알고 있으니 소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약간 예쁘장한 얼굴로 싸늘하게 말하는 나를 보고 2남 2녀도 놀란 듯이 서 있었다. 한 마디로 너희에 대해 알것이 없으니 아침 이후로 따로 떨어져서 가자는 말이었다. “이봐! 루나 라고 했나? 상당히 버릇이 없어 보이는군. 내가 어젯밤에 자네 일행에게 신세진 것이 있어서 참겠지만 더 이상의 모욕은 참지 않겠네!” 칼이라는 사람이 말 하자 여자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샤를 이라는 사람은 그러면 안된다고 서로 화해 할 것을 주장했다. “당신 말하는 것을 보니 파이넬 왕국의 귀족이로군! 귀족이면 귀족답게.......흡” 쏘아붙이려고 하자 블루가 내 입을 틀어 막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루나가 워낙에 낯을 가리고 모르는 사람한테는 말을 함부로 하는 스타일이라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춰주십시오. 칼 님” 블루의 예의바른 말에 칼은 잠시 멈칫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블루는 내 입에서 손을 치우고 나에게 말했다. “루나! 어제일 때문이라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화 좀 풀어라! 응..응.. 니가 하라는대로 다 할게! 제발 좀 화 풀어라!” 드래곤이 자존심도 버린채 나에게 사과를 했지만 난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말했다. “니가 뭘 잘못했는데? 이건 그냥 평소의 내 모습이니까 신경쓰지 안아도 돼! 그동안 내가 해온 행동은 모두 잊어! 더 이상 어제의 루나는 존재하지 않아! 지금까지 내 꾸며진 모습을 본 것 뿐이니까?” 싸늘하게 한 마디 하고 불가에 가서 앉았다. 드디어 꾸민 모습이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그동안 환계에서부터 모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며진 모습을 하고 다니다가 어제부터 본 모습을 찾게 되었다. 예전 인간이었을때 처럼........ (말을 언제나 나긋나긋하게 해도 웃지 않았다. 웃을일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후후후) 내 말에 더욱더 놀란 블루는 아에 진드기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용서를 구하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오로지 불만 응시했다가 품에서 꼼지락거리면서 블랑슈가 어깨로 올라왔다. 난 블랑슈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블랑슈! 이제 너에게 자유를 주마! 그러니 여기서 니 맘대로 가렴... 자유라 하더라도 날 따라 오지는 말아라!” 언제나 블랑슈에게는 장난스레 말을 하던 내가 싸늘하게 말하자 블루와 미르, 그리고 가브는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블랑슈에게 그렇게 말하고 뒤로 던져버렸다. 그러자 블랑슈는 다시 내 머리위로 올라왔다. 갑자기 블랑슈마저 귀찮아진 난 버럭 소리를 지르고 던져버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심을 잡지 못했는지 털썩 쓰러져서 하얀 털에 피가 스며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다가오려고 노력했다. 아무래도...내 눈속에 스며든 음영을 보아서......? 자신과 똑같은 처지라서 더욱더 나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짓을 보다못한 마리 라는 마법사가 나에게 한소리 하며 블랑슈에게 다가갔다. “루나양! 이게 무슨 짓입니까? 더 이상 이 동물에게 해를 끼친다면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블랑슈에게 다가간 그녀는 치유를 하기 위해 주문을 외우자 블랑슈는 으르렁 거리며 그녀로부터 멀리 떨어졌다. “마리라고 했나? 동물에게 해를 끼친 내가 잘못한건가? 그 녀석은 내가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어! 그리고 니가 말하는 소리를 듣어보니 블랑슈보다 내가 더 하찮은 인간으로 보여지기에 방금 그 말을 한것인가? 너와 같은 인간인 내가 그런 소리를 들으면 너희들은 잘나고 깨끗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그런 소리를 한 넌 더욱더 나쁘다.” 내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그녀를 자극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아니에요! 난 당신 같이 동물을 학대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나하고 당신이란 인간하고 비교하지 말아요! 기분이 나쁘단 말이예요. 난 최소한 동물은 학대하지 않아요.” “허어! 그래? 그럼 어제 뭘 먹었지? 그건 바로 고기겠지.. 그 고기는 어디서 나왔는가? 우리가 샀다. 그럼 사기 전에는 어디서 키워져서 살이 쪄있는 소 이겠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먹여서 살을 찌운다음에 도살을 해서 우리에게 왔겠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상처받은 그 소를 먹는 넌 무엇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똑 쏘아 붙인 내 말에 마리는 그저 머뭇거리며 뭐라고 말하려다가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그녀의 일행들은 모두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샤를 이라는 인간이 말했다. “루나양은 정말이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잘 주시는 군요! 어서 사과하세요! 아무리 어제 우릴 구해준 분들과 일행이라고 해도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조용하던 인간이 화가나면 무섭다는 얘기를 들어봤는데 정말인 것 같았다. 아까만 해도 실실 웃던 그는 얼굴에 웃음을 지우고 나를 살벌하게 쳐다보았다. 아마도 저 여자가 자신의 애인이라도 되는듯이......... “정말이지 밥맛 떨어지는 인간들이군! 입은 삐툴어졌어도 말을 바로 하랬어. 내가 저들의 일행이 아니라 저들이 내 일행이다. 그리고 도와줬으면 슬며시 사라져야지 왜 진드기처럼 늘어붙어 있는거지? 혹시 무슨 문제라도 발생해서 우리가 도와주리라 생각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에게 위험한 일을 떠 맡기려는 것인가?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블랑슈에게 어떻게 대하든 당신들하고는 상관없는데 왜 괜히 나서는거지? 혹시 나하고 저들과의 불화를 만들어 나를 쫒아내려는 수작인가? 그래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나 혼자 떠날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환영해주지!” 기나긴 설명을 하고는 난 말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블랑슈가 말 다리밑으로 기어와서 달라붙었다. 못가게 하려는 듯이.... 일행들도 정신을 차리고 나를 잡으려고 했다. “루나! 내가 잘못했어! 어제 그말 그냥 장난으로 해 본거야.” “루나! 가지마, 우리랑 여행하기로 했잖아? 아님 다시 니 부하들이 있는곳으로 되돌아 갈거야?” “니가 가면 난 죽을때까지 따라다닐꺼야! 널 좋아하니까!!” 정말이지 눈물없이 보지 못할 장면이 계속 연출되고 있었다. 이 참에 빨리 정을 떨치고 가려고 했는데 이놈들 때문에 난 다리가 잡혀버렸다. “왜! 그러지..왜 그러는거야? 난 이제껏 너희들을 부려먹기만 했어... 그러니까 제발 좀 놔.” 내가 말을 해도 그들은 거의 억지로 날 말 위에서 내려 놓았다. “왜! 왜에 귀찮게 하는거야?” 이번에도 말이 씹힐 각오를 하며 그냥 한번 했봤다. “루나! 난 널 잘 알고 있어! 우리하고 정을 끓으려고 그러는건 줄...” 미르의 말에 난 속내를 들키자 뜨끔해졌다. “하하하하하하! 웃기는군! 정말이지 웃겨...하하하...” 그냥 그 말에 반응하지 않기위해 웃었는데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거침없이.... 울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자 아주 따뜻하게 블루가 꼬옥 끌어당기며 그저 전에 라엘처럼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안아줬다. “난....허헝...울고 싶지....안았는데..............어어엉......... 이건 ..흐흐흑...내...흑...모습이.....어어어엉....................아니야.” 난 계속 블루의 품속에서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들었다. 루나가 가슴아퍼하며 울자 미르와 가브도 어찌할바 몰라하다가 잠이 들자 가까이 가서 회복 마법을 걸어주었다. 블랑슈도 눈물이 그렁거리며 루나품으로 들어가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이 흐르자 머리가 깨어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아우! 아포라! 누구 없냐? 없겠지....내가 그렇게 심하게......으윽...장난아니게 아프잖아? 전번에 운 후로 안울겠다고 다짐했는데.......치잇.....” 혼자말을 하고 있을때 머리가 시원해지며 통증이 사라졌다. 초점을 맞추고 눈을 떠보니 주변에는 일행들이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루나! 잘잤어?” 이구동성 아니 삼구동성으로 나온 말에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이제껏 일어난 일을 생각해 보다가 다시 그들을 쳐다보았다. “후훗, 잘잤어! 그런데 여긴 아까 그곳인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아오자 일행은 서로 기뻐하며 한번씩 꼬옥 안아줬다. “이런! 꼬마 아가씨께서 일어나신 것 같군!” 아마도 이 목소리는 칼 이라는 아저씨의 것 같았다. “정말이지 부럽군. 나도 저런 꽃 미남들한테 안겨 봤으면.....” “바랄 걸 바래.” “맞아.” 어제 함류한 일행이 한마디씩 하자 난 가브의 도움을 받아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까는 정말이지 폐가 많았습니다. 그냥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 한 소리로 치부해 주십시오.” 내가 한마디 하자 그 일행들은 그저 웃기만 했다. “정말이지 아까는 제가 완패를 당했어요! 제가 설전에서 질줄이야.....” 마리는 내게 다가와서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러게! 나도 마리가 말에서 질줄은 꿈에도 상상을 안해봤는데 대단했어!” 두 여자는 내게 다가와서 친한 듯이 말을 걸어왔고 어느덧 많이 친해진 덕분에 말을 놓게 되었다. “가브! 나 배고파! 먹을 것 줘! 그리고 블루는 블랑슈 좀 치료해 주고 미르는 갈 준비 해!” 내가 지시하자 모든일이 일사천리로 시작되어 마무리 되었다. 가브가 차려준 식사를 하며 블루가 치료해줘서 완전히 다 나은 블랑슈는 내 주변을 배회하다가 한 눈을 판 사이에 내 음식을 슬쩍하였다. “야! 이놈아! 이건 내거야~~딴데서 알아봐!” 식사 시간에 블랑슈와 실랑이가 오가자 거기에 있던 모든 이들은 서로 웃었다. 그들이 그러던지 말던지 식사를 다 한 난 그들과 이별의 인사를 하고 서로 다른곳으로 떠났다. “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가브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니가 어떻게 알아?” “이제까지 내가 찍은 것은 99.999%는 맞았잖아! 그러니까 내 말을 믿어.” 이 말에 어이없다는 식으로 쳐다보고는 가브가 앞장서서 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살던 곳이니까 자신이 더욱더 잘 알겠지...........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3792 4 커다란 숲에 도착 - 2 여전히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는 난 말을 혹사시키면서 까지 열심히 달렸다. 왜냐구?? 뒤에 한 인간이 쫒아오니까!! 눈에 독기를 품고서, 한번 놀렸다고 저렇게까지 달려올줄은 몰랐다. 덤으로 가브리엘과 가르시미르도 나와 같이 놀린죄로 같이 달리고 있었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그러다가 3일 거리를 주파해버렸다. 천천히 돌아보며 갈려구 했는데. “헥헥...헥...치사한 것들...그러고도 친구냐?” “난 이제껏 헉...헉...헉...너를...친구라고 여긴적...없어.” “뭐라고? 블루...헥헥헥...좀 있다가 보자!” 지친 상태에서도 난 루나를 놀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말 한마디에 얼굴이 바뀌어서 놀리면 놀릴수록 재미있었으니깐!! 하지만 그런것도 가브리엘의 한마디에 깨져버렸다. 아무리 드래곤인 나라고 해도 인간의 몸으로 있는한은 뭔가를 먹어줘야 했기에 일행들은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음식을 잽싸게 먹었다. 늦게 먹으면 내게 돌아올 몫이 적어지니까! 열심히 먹다가 엄청 잘게 채썰어진 음식앞에 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어찌나 가늘게 썰었는지 포크로 집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짓는 루나, 그녀는 나뭇가지를 두 동강내어 손가락 사이에 끼어서 움직이며 맛난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하였다. 많이 많이 집어 먹는 그녀를 보며 가르시미르와 나도 따라 해봤지만 도저히 되지 않았다. 이런 우리들을 보며 씨익 웃은 그녀는 이젠 우리를 약올릴려고 그런지 맛을 음미하며 먹으려는지 천천히 식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이런걸 계속 두고 볼 내가 아니기에 난 그녀가 먹고 있는 음식을 엎어버렸다. 엎어진 음식앞에서 망연자실하게 앉아있는 그녀. “흥! 나도 못먹으니까 너도 못먹어야지? 혼자만 먹으면 우정이 갈라지니까.” “야! 이 자식들아~ 아까는 친구도 아니라면서 갑자기 우정은 어디서 나타난거야? 너 죽고 싶어~~” 음식을 쏟아버린것에 대한 울분때문인지 루나는 어느때보다 사납게 나에게 덤벼들었다. 한낱 인간 주제에 드래곤인 나에게 덤비다니, 세상 말세다 말세야!! “이것들아 눈 안돌려? 어딜 쳐다봐?” 설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를 가르시미르와 가브리엘은 편하게 앉아서 관람을 하고 있었기에 내가 한마디 해주었다. “이제 그만하고 자자.” 점점 날이 어두워지자 난 약간의 피곤함이 몰려와서 자자고 말하자 어째서인지 그녀도 똑같은 말을 하게 되었다. 이구동성으로.... 우린 그 말을 한후 각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 난 마법책을 보고, 루나는 팔을 괴고 별을 보며 잠이 들려는지 눈이 점점 감겨가고, 가르시미르는 불만 쑤시고 있었고, 가브리엘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마법책에 열중을 하고 있을 무렵 뭔가가 기척을 내며 우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난 일행들에게 말을 해주기 위해 입을 벌였다가 다시 다물었다. “모두 조심해라! 누가 온다.” 내가 할말을 먼저 선수친 루나를 난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그동안 생각했던게 튀어나와버렸다. 하지않을려고 했는데. “루나! 니가 말 안해도 충분히 알수 있으니까 괜히 먼저 나서지 마라! 우리 드래곤을 너무 깔보는듯한 태도가 맘에 안들어! 인간인 주제에.....” 계속 말을 이어가려던 난 헤실헤실 웃는 루나의 얼굴이 무표정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말을 멈추었다. 아무 감정이 드러나있지 않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은 위험했다. 저런 사람은 언제든지 자살을 할수 있는 가망성이 높다는 것을, 가슴에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것을 유희를 하며 쌓아온 경험으로 알수 있었다. 언제나 웃는 모습인 루난 내 한마디에 무감정의 얼굴을 한 채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난 가르시미르와 가브리엘의 엄청난 눈빛 공격을 받게 되었다. ‘이럴려고 한 말이 아닌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담을수 없었다. 난 이 결과를 낳게 만든 그들이 미웠다.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들이. “실례하겠습니다. 저희들은 여행을 하고 있는데 우연하게 불을 보고 이렇게 염치 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한 인간을 필두로 그 뒤에 한명의 남자와 두명의 여자가 서있었다. 지금 루나가 잠이 들었으니 여기 대빵은 나인 관계로 내가 아무말 하지 않자, 가르시미르와 가브리엘도 가만히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도 이곳에서 쉴 수 있을까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자 젊은 남자 인간이 나와 일행들에게 다시 물어왔다 커다란 식은땀을 흘리면서. 성질상 그냥 여기서 저 인간들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렇다면 내가 유희나온 보람이 없었으므로 그들을 맞아들이고 서로 자기 소개를 시켜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을 감고 잠을자는 루나... 자신의 원한다면 지금 이 상황을 다 알고 있을텐데, 아무래도 마지막으로 본 얼굴이 맘에 걸렸다. 그런 나의 마음과는 달리 내 얼굴은 새로 함유한 인간들과 같이 얘기를 하며 화기애애 하고 있었다. 새벽녘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하나둘 쓰러져 자기 시작하면서 난 가르시미르에게 불침번을 명령하고 눈을 감았다. 잠시후 왠 말발굽 소리가 들렸지만 계속 무시하고 자다가 아침햇살에 눈을 뜨게 되었다. 짧은 잠에서 깨어난 난 먼저 루나를 찾아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그런데 가르시미르! 루나는 어디있지? 왜 보이지 안는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 말에 가르시미르는 그냥 말타고 주변을 둘러보러 갔다가 태평한 소리나 하고 있었다. 바보같으니라고, 루나는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두고 가버릴수도 있단말이야~~하고 외치는 말에 그제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은 가르시미르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때마침 잠자던 엘프하나하고, 인간들이 모두 일어났다. 가브리엘은 일어나자마자 루나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고, 정령들을 불러 찾아보게 하는둥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왠 일인지 그 정령마저 루나를 찾지 못했다. 이유를 물어보는 즉 자신보다 더 높은 정령과 계약을 맺었을때 그 정령에 의해 보호를 받기에 그 밑에 있는 정령은 알수 없을수도 있고, 아니면 루나가 멀리 떠나버렸을때(공간이동이라든지!!)였다. 이 둘다 신빙성이 있는 말이기에 당황하며 어수선해져만 갔다. 주변을 정리하고, 어쩔줄 몰라하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때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존재에게 눈을 돌리니 루나가 보였다. 붉은 말을 탄 루나. “뭐하는거지? 아침 준비는 다 한거야? 가브?” 어제처럼 방긋방긋 웃으며 말을 할줄 알았는데 루나는 아무감정이 들어가있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내가 어제 너무나 큰 실수를 저지른거 같아서 미안했다. “루나! 좀 늦었어! 이제 아침 준비 할테니까 기다려.” 루나의 기분이 풀기위해 능청스레 말한 가르시미르는 우리에게 살짝 눈짓을 하고, 말에서 내리는 루나를 도와주었다. 왠지 저 얼굴 일 낼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차라리 화를 내버리면 좋으련만, 어제 함유한 일행에게 간단히 말하고, 뒤로 빠지려는 루나는 일을 낸 듯이 소규모의 말싸움이 시작되었다. 이 일에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지고 있었으므로, 잠시 인간에게 사과의 말을 하고 루나에게 매달렸다. “루나! 어제일 때문이라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화 좀 풀어라! 응? 응? 니가 하라는대로 다 할게! 제발 좀 화 풀어라!” 이쯤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웃는 얼굴로 이제까지 장난이었어 하고 말이 나올 것 같았지만 그와 비슷한 말을 찾아볼수 없는 말을 들었다. “니가 뭘 잘못했는데? 이건 그냥 평소의 내 모습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동안 내가 해온 행동은 모두 잊어! 더 이상 어제의 루나는 존재하지 않아! 지금까지 내 꾸며진 모습을 본 것 뿐이니까.” 이건 아무래도 도가 지나친 듯 보였다. 루나 하는 말한다미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녀를 저렇게 만든건 나이니까. 게다가 블랑슈까지 떠나라며 멀리 던지는 행위또한 있어서는 않돼었다. 루나가 얼마나 블랑슈를 이뻐하며 사랑했는데, 계속 들러붙는 블랑슈를 던져서 피까지 나게 한 루나의 눈은 무언가에게 받은 상처가 나있었다. 결코 전번에 말한 단순하게 부모님이 없다고 받은 상처가 아닐것이다. 다른 이유가 있을것이다. 하지만 일행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때 마침 동물 애호가인듯한 마리라는 마법사의 말에 루나는 상처받은듯한 눈을 거두고 무감정의 눈빛으로 말을 하였다. 서로 어마어마한 설전을 벌이던중 마리가 먼저 울음을 터트리는 바람에 루나가 승리하게 되었다. 또 그 마법사가 울자 남자 친구인듯한 샤를이 나서서 루나와 싸웠지만 또 완패를 당했다. 역시 말빨은 그 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경지에 오른 인간이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기분이 더 상했는지 루나는 말위로 올라타 멀리 가버리려고 하였다. “루나! 내가 잘못했어! 어제 그말 그냥 장난으로 해 본거야.” “루나! 가지마, 우리랑 여행하기로 했잖아! 아님 다시 니 부하들이 있는곳으로 되돌아 갈거야?” “니가 가면 난 죽을때까지 따라다닐꺼야! 널 좋아하니까!” 우리셋은 일제히 루나에게 달려가서 억지로 끌어 내리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를 잃는다면 내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드래곤의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다 버려버렸다. “왜! 그러지? 왜 그러는거야? 난 이제껏 너희들을 부려먹기만 했어, 그러니까 제발 좀 놔.” 땅위로 무사히 내려진 루나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우리를 훑어 보았다. “왜! 왜에 귀찮게 하는거야?” 루나의 질문에 난 할말이 없었다. 내가 어떻게 그말을 할수 있겠어!! “루나! 난 널 잘 알고 있어! 우리하고 정을 끓으려고 그러는건 줄...” 눈치하나는 기차게 잘 보는 가르시미르 이럴땐 저런게 부럽군. “하하하하하하! 웃기는군! 정말이지 웃겨, 하하하” 웃으며...웃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루나 그동안 얼마나 얼마나 자신의 마음에 담을 쌓고 지냈으면 저렇게 입술은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떨어질까! 루나의 눈물이 떨어질때마다 내 가슴도 아파왔다. 이런 경우는 600년전에 한번있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살아왔을 루나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주었다. 아!!! 이때 두 녀석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지만 여기서 힘이 제일로 쎈 내가 그런다는데 누가 함부로 말하겠어?? 열심히 울던 루나는 내 품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마법으로 깨끗하게 해주고, 치유마법을 걸어주어 일어났을때 머리가 아픈 것을 방지했다. 한참후 루나는 일어났고, 다시금 우리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 감격이란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였다. 셋이서 서로 돌아가며 루나를 안아주며 그 따스함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나서 루나는 인간 특유의 친근감으로 칼 일행들에게 사과의 말을 하였고,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커다란 숲을 향해 뛰어나갔다. 웃으면서.... 평야 지대에서 노속을 한지 어언 5일 드디어 말 그대로 커다란 숲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적도 없어서 사람의 손이 타지 않았는지 숲속으로 한치도 갈 수 없을 만큼 빽빽하게 나무와 넝쿨이 얽히고 섥혀있었다. “이런 어떻게 하지?” “간단해!” “미르~만약에 마법이라든지 브래스를 쏜다면 충분하다는 소리면 너 나한테 죽는다.” 내 말이 맞았는지 미르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떻게 여길 들어가나 하고 고민을 하고 있을때 가브가 앞으로 나서며 뭐라고 말을 했다. “까흐 니나라토 파가따 코빠 만오사시또오또 라싯가 파칮다.” 라고 말하자 숲에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음침하게 빛하나 들어오지도 않을 것 같던 나무와 넝쿨이 저절로 옆으로 휘어져서 말이 들어갈수 있을 정도의 길이 생겼다. “대체 가브리엘이 뭐라고 외친거지?” 어리둥절해하는 블루를 위해 내가 특별히 설명을 해 줬다. “이! 바부팅아! 드래곤이면서 그것도 모르냐? 엘프어로 말한거잖아! 그대들의 친구인 가브리엘이 부탁하노니 저와 친구들이 들어갈수 있게 길을 열어 주십시오! 라는 뜻 아냐?” 블루에게 톡 쏘아붙이고 앞으로 가려다가 가브가 나한테 한마디 했다. “루나! 니가 어떻게 엘프어를 알수 있지?” 그 말에 평소에 잘하던 한 마디를 했다. “그냥 찍어봤는데 맞았나보네! 이젠 서술형까지 가능하다니 대단해졌군.” 찍어봤다는 말에 일행들은 식은땀을 닦으며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사실이 사실이니만큼 난 엘프어를 할 줄 안다. 원래는 알지 못했는데 문딩이 같은 엘프의 신이라나 하는 놈 때문에 알게 되었다. 처음 엘프의 신이라기에 여신인 줄 알았는데 남신이었다니. 충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검술을 훈련하고 더 이상 할일 이 없는 난 나무그늘에 누워서 자고 있다가 이놈의 엘프신이라는 브러시아를 만나게 되었다. 잘자던 나를 깨우더니 맘에 든다고 친구하잔말을 하고 그대로 톡끼더니 다음에도 또 그다음에도 와서 엘프어를 가르쳐준다며 귀찮게 굴었다. 싫다고 했지만 나를 쫄쫄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말하자 저절로 알게 되버린것이었다. 심지어는 잠자고 있을때도 몰래 들어와서 최면을 걸 듯 귀속에다 대고 말했으므로. 그놈의 엘프신은 그냥 신계에나 짱 박혀있을 것이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 따따부따 말하다가 내가 엘프어를 마스터하자 그 다음에는 방문이 뜸해지며 내가 여행을 떠나오자 만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자 재미있어져 피식 웃으며 앞을 바라봤다. 이상하게도 횡하니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야! 이놈들아! 치사하게 너그들끼리 토껴? 전방 50미터 정도에 가고 있는 놈들 나한테 다 죽었어!” 숲속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말을 몰아 앞으로 달려가서 겨우 따라 잡을 수 있었다. “루나! 우린 니가 따라 온줄 알고 그냥 온거야! 그러니까 화 풀어라.” 전에 내가 한번 화가 나서 한 행동을 생각하고는 알아서 기고있는 두 마리의 드래곤과 한 엘프를 보고 그러려니 하면서 계속 숲에 나있는 길을 따라 갔다. “가브! 얼마만큼 가면 되는거야? 이젠 나무만 봐도 지겨워.” 투정어린 말에 가브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곧 나와! 잠시만 기다려!” 그 말에 한마디 쏘아주려다가 말았다. 가브의 말대로 엘프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난 미르와 블루에게 다가가서 드래곤의 기운을 완전히 없애라고 말하고 다시 가브와 같이 나란히 갔다. 마을은 저기 있는데 사방에서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입자를 막기 위해 망을 보고 있던 놈들같았는데 한 순간에 멈춰섰다. 아니 앞에 나와서 가브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가브리엘님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여러 엘프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가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그저 가던길을 묵묵히 가기 시작했고 인사하던 놈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마을로 들어가자 모두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더니 가브가 지나가자 고개를 들고는 우리들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걸로 보아 이들에게 가브는 꽤 높은 신분을 지닌 엘프이고 우린 그의 손님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었다. 커다란 나무로 지어진 집앞에서 멈추고는 말에서 내리자 그때를 같이하여 문이 열리고 장년으로 보이는 남자엘프하고 소녀로 보이는 여자엘프, 그리고 여러명의 늙은 엘프가 나왔다. “아버님!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마도 장년으로 보이는 엘프에게 하는 말인 듯 그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님들도 평안 하신지요?” “예! 저희들한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서로 안부를 주고 받던 엘프들은 그제서야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챘는지 경계의 눈빛을 보였다. “아버님! 이분들은 제가 어려움에 빠졌을때 도와주신 분입니다. 그러기에 이렇게 모셔온겁니다.” 가브의 말에 경계의 눈빛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제 아들이 폐를 많이 끼쳤군요!” “아닙니다. 폐를 끼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가브의 아빠 말에 블루가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 그리고는 서로 자기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가브의 아빠는 이름이 그라니아 이고 하이 엘프족의 족장이며 여러명의 장로들의 이름은 빼기로 하겠다. (숫자가 너무 많다보니)그리고 홍일점으로 남자들 사이에 끼여 있던 여자는 엘프족의 뛰어난 무녀로 브러시아의 예언을 받고 그들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인물이라나? 그래서 높은 신분으로 대우 받는다고 했다. “무녀님! 브러시아님으로부터 이름을 수여받으셨는지요?” ‘엥! 그게 무슨말? 브러시아님한테 이름을 직접 받는다고?’ “예 가브리엘님께서 여행을 가시고 얼마 지나지 안아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뭐지요?”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자신이 좋아하는 한 여신의 이름을 따서 아리스 라고 지어주셨습니다.” ‘자 잠깐! 자신이 좋아하던 여신의 이름을 따서 아리스라고? 내 본명이 아이리스니까 아리스라고 하면 딱 한글자 빼고 똑 같잖아! 이놈의 브러시아! 이건 작명이 아니라 완전히 저작권 침해잖아! 하고 많은 이름 중에 내 이름이냐고~만나면 죽어쓰으~~’ 이런 내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에서 재미있는게 없자 난 하품이 세어 나왔다. 손님을 맞이하고도 그대로 세워두다니, 하품을 하던 나를 보고 가브는 나와 미르 그리고 블루에게 마을 안내를 했다. 인간들이 사는 곳이 아닌지라 별로 재미있는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가지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건 바로 가브를 좋아하는 한 엘프로부터 시작되었다. 구경을 하다가 재미가 없어지자 일행은 숙소로 안내되어 들어거려고 할때 한 예쁘장한 엘프가 뛰어나와 가브를 꼭 끌어 안았다. 그러면서 나를 쳐다보며 한 말이 “니가 우리 가브리엘님을 구해줬어?” “그렇다면?” 엘프는 가브의 품에서 떨어져나와 내 앞에 서며 말했다. “내 이름은 엘레리 야!” “얼레리? 이름한번 괴상하군.” “얼레리가 아니라 엘레리 라니까.” 난 그 소녀 엘프의 반응이 생각대로 나오자 계속해서 놀려먹었고, 엘레리는 울면서 가브에게 매달렸다. “가브리엘님! 저 여자를 혼내 주세요! 흑흑흑!” 이 모습에 가브는 억지로 몸을 빼며 엘레리한테 물었다. “엘레리! 너 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대했냐? 전엔 그냥 뒤에 서서 보기만 했잖아.” “그, 그거야! 그때는 라이벌이 없어졌지만 이제는 라이벌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행동한건데...히이잉. 미워! 가브리엘님도 저 여자도~!” 그 말을 끝으로 마을로 사라져버렸다. 한참을 어이없게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안내된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침대가 3개가 있었고 모두가 3인용이었다. 딱 가브를 뺀 우리를 위한 공간이듯이 여기까지 안내를 한 가브는 다시 장로들을 보러 간다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난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침대 하나를 골라서 다이빙하며 입을 열고 잠들었다. “식사 시간에 깨워! 블랑슈도.” 그들은 이제 나의 행동에 면역이 된건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였다. 왜냐하면 그들도 잠을 잤걸랑.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밖으로 나왔더니 언제 모여들었는지 모를 많은 엘프들이 한마디씩 수군거렸다. 마침 밖으로 나온 블루와 미르, 내가 듣지 못하도록 엘프어를 썼지만. 그러다가 가브와 그라니아, 아리스, 그리고 장로들이 줄줄이 오면서 엘프어로 말했다. 그들의 말을 종합해 보자면 인간들은 여기에 와서도 않되고 존재해서도 않된다고, 죽이자고 하는 말에 가브가 열심히 변호를 하면서 않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하게 나오자 가브는 나와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했고 이에 모든 엘프들은 경악에 차있었다. 물론 난 아무것도 못듣는다는 식으로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밖이 소란 스러웠는지 미르와 블루도 잠에서 깨서 내 뒤에 서있었다. 괭장한 환영 파티는 못해줄망정 죽이자는 말이 나오다니 어이가없어라! 게다가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자 더욱더 죽여서 가브리엘님을 인간의 마수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자 난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 ]안은 엘프어 임 [치사하기가 인간 저리가라 할 하이 엘프족들아!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어서 할말이 없다.] 내가 엘프어로 말을 하자 모두 조용해 졌다. 설마 인간인 내가 엘프어를 할 줄은 몰랐기에..... 더구나 엘프어를 알고 있다는 말은 내가 엘프와 괭장히 친하다는 식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물론 가브하고 친하지만!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그저 하이 엘프족의 생활이 어떠한가를 보기 위해 온것인데,망할 야! 거기 아리스라고 했던가? 지금 니가 믿는 신한테 물어봐라. 뭐라고 말하는지!] 갑작스레 지명을 받은 아리스는 어떨결에 무릎을 꿇고 중얼거렸다. 그랬더니 갑자기 환한 빛이 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브러시아가 나의 존재를 눈치채고 현신한 것이리라. 이렇게까지 바라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브러시아에 의해 마법은 금제 당했고, 또 엘프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기에 이런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빛이 더욱더 커지더니 환한 빛속에서 한 엘프의 형상을 한 놈이 튀어나왔다. 나와 두 마리의 드래곤을 제외한 모든 엘프들은 무릎을 꿇고 떨고 있었다. 살아생전 보지도 못하는 자신들만의 신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엘프의 신인 브러시아님께 경배를........] 족장이 대표로 말하자 브러시아는 그 말을 듣은척도 않고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루나!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서 미안해. 근데 뒤쪽에 있는 드래곤 두 마리는 또 뭐냐?] 그 말에 거기에 있던 모든 엘프들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브러시아뿐만 아니라 가브리엘의 동료로 온 인간중에 두명이 드래곤일 줄이야? 그들은 계속 그들을 죽이자고 말하고 있었고 또 난 엘프어를 할 줄 알기에 (내가 두 마리의 드래곤에게 꼰지르면 커다란 숲은 당장에 지도상에서 사라져 버릴것이기에, 비록 공격 마법이 금제당했지만 드래곤이란 존재가 그리 녹록하지 않기때문이다. 여차하면 본체로 돌아가서 사뿐히(?) 즈려밟으면 그것으로 끝이니까!) 그들은 얼굴을 거의 땅바닥에 갖다 대었다. [아아! 별거아니야. 내가 여행한다는 것을 못들은건 아니겠지? 그냥 여행 동료야!!] [하지만 그냥 동료로는 보이지 않는걸? 널 짝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브러시아! 쓰잘데기 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어떻게 해결할거야? 난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다고!] [내가 지켜보고 있을테니 알아서 해결하도록.] 브러시아의 말에 난 미소를 지으며 엘프들을 한차례 쓰윽 쳐다보았다. “자아! 엘프족들이여! 그대들의 신인 브러시아의 말을 잘 들었을 것이다. 그대들을 어떻게 해 주길 원하는가?” 약간 힘을 실어 말하자 그들은 더욱더 떨며 살려달라는 말을 하며 울고 있었다. 그때 그들을 대표로 가브가 한마디 했다. “루나! 내가 대표로 벌을 받겠다. 그러니 이들은 용서해줘! 모두 널 모르고 한 짓이니!” [호오~이놈 봐라? 감히 나의 친구인 루나에게 반말을 하다니, 그럼 너하고 나는 동률이잖아?] 말도 안돼는 트집을 잡힌 가브는 존대를 써가면서 나에게 다시 말했다. 하지만 난 가브에게 벌을 내리지 않았다. 처음엔 괘심해서 벌을 주려고 했지만 가브의 눈에서 또다시 하이타이와 같은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용서해 줄테니 그만 일어나라! 너희들은 가브덕에 목숨 건진줄 알아라.] 그 말과 함께 엘프족은 모두 일어났다. 그리곤 나와 브러시아를 한번씩 쳐다보았다. [여기 있는 이 소녀는 나의 친구인 루나 다. 그러니 앞으로 명하노니 루나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브러시아! 아쉽게도 내 모습을 어떻게 구분 하지?] 내 주특기가 모습바꾸긴데 그들이 내 모습을 알아볼리 없었다. 그렇다고 엘프족 도움을 받자고 이 모습으로 계속 지내는건 내 성격에 맞지 않았다. [그건 걱정하지마! 이렇게 여기다가 내가 새겨준 글씨가 있으면 알아볼것이다.] 자신의 말을 하면서 내 손목을 잡고 약간의 신력을 쓰자 이상야리꾸리한 그림이 새겨졌다. [브러시아! 이 망할 녀석아! 손목에다 쓰면 어떻게 해! 보이잖아가 아니라 사라지잖아! 이거 혹시 엘프들만 보이도록 만든것?] 질문을 하자 브러시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아무래도 저기 있는 두 마리 드래곤의 기억을 지워 줬으면 하는데!] 내 말에 브러시아는 두말않고 신언으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일어난일에 대한 것을 지워버렸다. 감쪽 같이. [루나! 나한테 시집오면] [죽기싫으면 빨랑 꺼져! 육두문자 나오기 전에!] 내가 강경하게 나오자 브러시아는 하는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내게 다가오더니 이마에 입술 도장을 찍고 도망가버렸다. [브러시아! 이 따샤! 만나면 딱 걸렸어! 한번만 내 눈에 띄면 주우거쓰으~~] 한참을 노발대발하던 난 두 마리의 드래곤이 깨어나려고 하자 난 엘프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할것.] 짧게 말하자 그 들은 처음 보던것과는 달리 예의 바르게도 행동을 하며 나를 브러시아 모시듯 했다. 점점 기분이 않좋아진 난 깨어난 두 마리의 두래곤과 함께 말을 끌고 숲 밖으로 나가버렸다. 언제는 죽일 듯이 쳐다보다가 이젠 존경과 두려움이 겹쳐진 그들의 눈빛이 맘에 들지 않았기에! 가브를 빼 놓고 밖으로 나간 우리는 한동안 무얼할까 생각하다가 블루가 파이스티에서 무투회가 열흘 후에 있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공간 이동으로 전에 머물렀던 그 평원으로 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3888 4 커다란 숲에 도착 - 3 몇 달동안 고생을 하면서 나는 루나,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을 모시고, 고향인 커다란 숲으로 올수 있게 되었다. 숲에 도착하자 많이 보아왔던것들이 나를 반겼다. 고향의 냄새라고 해야하나? 그동안 모르고 지내왔었는데, 인간에 의해 노예로 팔려갈 때 얼마나 갈망하였는가? 우거진 숲은 그 누구의 손길을 거부하듯 울창하다 못해 길도 없었다. 이곳은 절대적인 우리 하이 엘프족의 공간이기에 드래곤이라해도 절대로 무단 침입을 할수 없게 되어있었다. 이 모든게 브러시아님 덕택이었다. 쿵당쿵당 뛰는 심장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우리들이 지나갈수 있을 길을 만들기 위해 숲의 정령들에게 고했다. “까흐 니나라토 파가따 코빠 만오사시또오또 라싯가 파칮다.” 내 말이 끝나자 한치앞도 바라볼수 없을 정도였던 수풀이 갈라지면서 말을 탄 우리들이 충분히 지나갈만큼의 공간이 생겼다. “대체 가브리엘이 뭐라고 외친거지?” 후훗~긍지높은 드래곤족이라도 앨프어를 하지 못한 듯 반문하는 블루님. 하긴 그린 드래곤도 아닌데 어떻게 엘프어를 알겠어? 그린 드래곤들은 한번씩 엘프로써 유희를 할려고 배우기는 하지만 완벽하게 마스터하지는 못하는게 바로 엘프어인것을. “이! 바부팅아! 드래곤이면서 그것도 모르냐? 엘프어로 말한거잖아! 그대들의 친구인 가브리엘이 부탁하노니 저와 친구들이 들어갈수 있게 길을 열어 주십시오! 라는 뜻 아냐?” 잠시 우리 종족의 언어에 대해 우쭐해 하고 있을때 루나의 목소리에 난 깜짝 놀랐다. 이럴수가! 인간인 루나가 엘프어를 해석하다니,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있어서도 않돼고, 놀란 마음을 가다듬고 난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루나에게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고, 루나는 그녀만의 영원한 멘트로 내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찍었다’라니... 그 말을 한 루나는 뭔가 회상을 한 듯 맑고 투명한 눈을 잠시 감듯하였고, 그 모습을 보지못한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이 저 앞에 가고 있어서 하는수 없이 그분들에게 길을 안내하기 위해 앞장섰다. 우선은 루나보다는 저 분들 비위맞추는게 이숲을 보전하는 방법이니까. “야! 이놈들아! 치사하게 너그들끼리 토껴? 전방 50미터 정도에 가고 있는 놈들 나한테 다 죽었어!” 이 소리가 왜 안나오나 했어.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깨어난 루나는 우리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 곧장 뛰어왔다. “루나! 우린 니가 따라 온줄 알고 그냥 온거야! 그러니까 화 풀어라.” 씩씩 거리면서 다가오는 루나! 왠지 느낌이 오싹했다. 루나가 화내면....다시는 그런 모습따윈 보기 싫었다. 아무 감정이 없는 그런 얼굴과 눈동자, 무언가 포기해버린 듯 한 자포자기한 느낌과 섬뜩한 말로 표현할수 없는 심장... 그래서 나와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은 루나앞에서 알아서 기었다. 왠지 엘프와 드래곤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지만 어쩔수 없잖아!! 루나가 화를 내는 것 보다 100배나 나은것이니까. “가브! 얼마만큼 가면 되는거야? 이젠 나무만 봐도 지겨워.” 짜증이 얼굴에 묻어나는 루나, 그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입술을 쭈욱 내밀고 도리도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내 동생으로 삼았으면 하는 자그마한 소망이 생긴다. 비록 마법사에다가 소드 마스터여서 내 능력을 훨씬 웃돌아서 약간씩 쫄긴 하지만 루나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면 재미있었다. 그래서 블루님이나 가르시미르님이 루나를 놀리는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하게 루나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놀린다. 덕분에 나도 루나에게 혼나지 않고 그 구경을 할수 있는거지만.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은 항상 루나를 놀리다가 나중에 루나에게 살짝씩 이쁨을 받으니까 난 행복한 편이다. 이쁨 받는게 뭐냐고? 묻지마라. 다친다. 항상 루나에게 이쁨을 받고 난 후의 그분들의 모습은 항상 처참했으니까. “이제 곧 나와! 잠시만 기다려!” 내 말을 듣은 루나는 약간 꽁한 듯이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조금만 가면 마을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니까. 루나를 아버님과 장로님들께 소개를 시킬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분명히 반겨주실것이다. 나를 구해준 그리고 나의 일행들까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을때 내 예민한 귀에 무엇인가가 스치듯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잠시후 그 무엇인가는 모습을 들어냈다. “가브리엘님의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족장과 장로의 명령에 이곳, 우리들의 마을에 혹시나 있을 침입자들을 막기위해 방어진을 치고 있다가 내가 온 것을 알고 마중을 나온 듯 하였다. 그런 그들에게 난 고개만 살짝 끄덕여주고 마을로 일행들을 데리고 지나쳐왔다.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약간의 목례를 하자 그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 갔다. 마을로 들어가자 모두가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인사를 하면서 고개를 들고는 루나와 블루님 그리고 가르시미르님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엘프들의 마을에 처음으로 인간이란 존재가(?) 들어왔기에 그럴것이다. 언제나 내가 봐왔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다시는 못볼줄 알았는데! 이게 다 루나 덕분인가? 난 항상 그래왔듯이 커다란 문이 있는 건물 앞으로 다가갔고,때를 같이하여, 아버님과 여러 장로님들 그리고 아직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무녀님이 나오셨다. “아버님! 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부드러워진 말로 인사를 하자 아버지의 얼굴엔 살짝 미소가 앉아있었다. “장로님들도 평안 하신지요?” “예! 저희들한텐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서로 안부를 주고 받던 중 주변에 있는 분들이 모두 일행들을 경계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난 친근하게 말을 꺼냈다. 괜히 루나 성질과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의 성질을 건드려서 좋은게 나올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버님! 이분들은 제가 어려움에 빠졌을때 도와주신 분입니다. 그러기에 이렇게 모셔온겁니다.” 내 말에 경계의 눈빛은 어느정도 사라졌지만 여전히 뭔가 불만인 듯이 쳐다보았다. “제 아들이 폐를 많이 끼쳤군요!” “아닙니다. 폐를 끼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예의상 아버지가 한 말에 블루님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하지만 난 그 미소가 더 무서웠다. 그리고는 각자 자기 소개를 함으로써 어느정도 경계가 풀리기만 바랬다. “무녀님! 브러시아님으로부터 이름을 수여받으셨는지요?” 내가 이곳을 떠날때까지 231살이 되신 무녀님은 아직도 이름이없었다. 엘프들 사이에서는 특별히 무녀로 키워진 엘프는 부모가 아닌 브러시아님께서 직접 이름을 하사하시므로 그 이름을 지닌 무녀는 브러시아님께 인정을 받음과 동시에 신분이 상승하였다. “예! 가브리엘님께서 여행을 가시고 얼마 지나지 안아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름이 뭐지요?”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자신이 좋아하는 한 여신의 이름을 따서 아리스 라고 지어주셨습니다.” 아리스 라는 말이 귀속을 통과하는 동시에 몇주전에 가르엔이란 도시에서 루나가 가명으로 아이리스라고 한게 불현듯 생각이 났지만 어쩌다가 우연이 겹친 것으로 여겼다. 두리번 거리고 있는 루나가 여신? 믿을 수 없는 얘기다. 물론 루나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봐서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하겠지만 저 모습은 여신의 모습과 달라보였다. 브러시아님이 현신하셔서 루나보고 여신이라 하면 모를까!! 이런 생각을 하며 그동안 밀린 얘기를 하고 있다가 하품을 하는 루나를 보게 되었다. 손님 대접에 소홀히 한듯해서 난 루나와 블루님 가르시미르님께 마을을 소개 시키기 위해 아버님에게 약간의 시간을 얻어 그들을 데리고 안내를 하였다. 엘프의 마을이 그저 그런 시골집 비스므리하기에 루나는 지루함이 묻어나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얼른 빈집으로 발을 옮기려 할때 금발을 한 자그만한 엘프가 나를 끌어 앉았다. 어이가 없어서리~빨리 떼어내고 싶었지만 워낙에 꽉 안고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때 루나를 보며 말을 걸었다. “니가 우리 가브리엘님을 구해줬어?” “그렇다면?” 간단하게 묻는 물에 간단하게 대답을 하자 조그만 소녀 엘프는 내 품에서 빠져나와서 나와 루나의 사이에 끼었다. “내 이름은 엘레리 야!” “얼레리? 이름한번 괴상하군.” “얼레리가 아니라 엘레리 라니까?” 짖궂은 루나의 눈빛을 보고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차차! 이름을 듣어보니 알만한 인물이었다. 엘레리! 귀여운 외모로 남자 엘프들을 꽉 잡은 엘프. 하지만 어찌된일인지 내 앞에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쭈뼛쭈뼛 거리다가 후다닥 달아나는 엘프였다. 몇 년동안 바꺝 세상에 있어서 내 기억력이 많이 감퇴가 된 듯 하였다. 노예 신세가 되어서 팔리는 과정중 루나의 손에(?) 들어가기 전까지 벌써 많은 세월이 지나가 버린것이다. “가브리엘님! 저 여자를 혼내 주세요! 흑흑흑!” “엘레리! 너 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대했냐? 전엔 그냥 뒤에 서서 보기만 했잖아?” “그, 그거야! 그때는 라이벌이 없어졌지만 이제는 라이벌이 생겼잖아요! 그래서 적극적으로 행동한건데, 히이잉~미워! 가브리엘님도 저 여자도~!” 여전히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엘레리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어서 잠시 굳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빈집으로 안내를 하였다. 아마도 우리가 마을 구경을 하고 있을때 아버님이 시켰는지 침대 세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들을 그곳에 밀어넣고 난 아직 못다한 말이 있기에 아버님과 장로님들을 보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갔다. 아까 처음에 본 커다란 문이 있는 건물. 그곳은 아버님과 장로님 그리고 무녀님이 회의를 하는 장소였다. 난 오랜만에 보게 된 아버님을 볼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 달려서 회의장으로 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나를 반겨주던 표정이 아닌 심각하게 굳은 얼굴들이 보였다. “아버님, 장로님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이런 느낌은 싫었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아마 루나와 같이 여행을 하면서 자유분방함아 몸에 배였는지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나를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다. “너는 어찌하여 그들을 데리고 왔는냐?” 왠지 나를 책망하고 있는 듯한 말투 아니 그것보다 그들은 루나와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을 가르킨건가?? “제가 아까 말한걸로 아는데, 못들으셨습니까? 다시한번.....” “시끄럽다. 넌 인간이란 존재를 모른단 말이냐? 그들이 널 그냥 도와준지 아느냐? 분명 무슨 흑심이 있어서 그런것이다. 그런데 넌 그런 존재를 아무 의심없이 이곳으로 데리고 오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게냐?” “맞습니다. 인간이란 탐욕에 눈이 먼 존재, 가브리엘님의 일행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이곳에 오면 않돼는 존재입니다.” 인간이라면 무조건 나쁘게 생각하는 아버님과 장로님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무녀님에게 난 루나등을 변호하는 말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제 생명의 은인에게 어찌 이렇게 대한단 말입니까? 만약 그들이 없었다면 전 이곳을 밟지도 못하고 죽음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어찌 그런 말을 하실수 있겠습니까?” 웃음이 가득한 슬픈 눈동자를 지닌 루나가 흑심을 품어서 날 구해줬다구? 그런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애초에 루나는 나에게 걸린 마나를 제압한 도구를 풀어줌과 동시에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 곧 떠나라고 했다. 그런 루나가 나에게 흑심을? 말도 않돼! “가브리엘님! 인간이란 존재는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순한 눈을 하고 같은 동료를 죽이는 짓을 일삼는 존재란 말입니다. 필시 그들은 가브리엘님을 꼬드겨서 이곳으로 와서 방향을 확인하고 다시 숨겨져 있던 동료들에게 말을 해서 필시 커다란 숲을 공격해서 착하고 순결한 엘프들을 잡아갈게 뻔합니다.” 저들과 말씨름을 했다간 그 페이스에 말려들어갈 것 같았다. 왠 말빨이 그리도 쎈지! 늙은 생강이 맵다는 말은 괜히 생긴게 아닌 듯 하였다. 그렇지만 루나도 말빨이 쎈데? 그럼 루나가 늙어? 그건 아니지~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않돼지! 어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그렇지 않다니깐요! 혹시라도 루나라는 소녀의 눈빛을 본적이 있습니까? 그 맑도록 시린 눈동자를 지닌 루나를요! 확실히 말해서 루나가 절 구해줬습니다. 노예로 팔리고 있을때 말입니다.” 노예라는 단어가 나오자 순간 장내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버렸다. 그리고 아버님과 장로님들은 눈이 크게 뜨여지면서 아버버버~를 연발하고 있었고, 아리스님은 그저 가만히 장내를 주시하고만 있었다. “그 슬픈 눈동자를 가신 루나는 제게 말했습니다. 자유를 주겠노라고.... 하지만 전 그말을 거절하고 평생 지겨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왜냐고요? 루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슬픈 눈동자는 곧 허물어져버릴 것 만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슬픈 눈동자는 제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잊지 말아주세요’ 라고요! 그래서 루나가 싫다고 했어도 제가 동료가 됀것입니다. 알겠습니까?” 너무나 많은 말을 해서 그런지 목이 컬컬해 앞에 놓은 나무로 만든 컵에 받아져있는 아침 이슬을 꿀꺽꿀꺽 삼켰다. 이런땐 새삼 루나가 존경스러웠다. 루나의 그 위대한 말빨! 아주 긴 장문을 말하면서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는듯한 행동, 나만해도 겨우 몇마디하고 힘든데 나보다 더 긴 말을 하는 루나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다시는 루나와 블루님 가르시미르님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예란 말까지 한게 다행인 것 같았다. 아직까지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걸 보니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들어가 버렸다. “뭐라? 하이 엘프인 니가 노예가 되었다고? 인간들이 끌고 다니면서 온갖 잡일을 시키고 성적 노리개가 되는 그런 노예를 말하는것이냐?” 엘프답지 않게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신 아버님은 침까지 튀기면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백년 고목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을 양 손바닥으로 소리도 경쾌하게 때리셨다. 순간 오히려 놀란 난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 다음 족장님이 되실 가브리엘님이 노예로 팔려가셨다니! 그 일행들을 용서하면 않될 것 같습니다.” 언제는 용서할려고 했었나 뭐? 아니지 지금은 그럴 말을 할때가 아니지! 그런데 왜 루나에게 뭐라고 하는거야? 오히려 루나는 날 구해줬다고 몇 번이나 열변을 토했건만 지금까지 내 말이 씹힌거야? “아니라니깐요! 그리고 루나가 절 사들인건 맞습니다만 그녀는 절 풀어주었습니다. 오히려 용서를 해서는 않돼는 인간은 날 판 인간 아닙니까? 왜 루나 일행들에게 죄가 뒤집어지는거죠?” 무슨일이 있어도 이 일이 크게 번지면 않돼었기에 나도 아버님같이 벌떡 일어나서 100년 고목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꽤 아프더군! 왜 아버님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쳤는지 알수 있었다. 주먹보다는 손바닥이 덜 아프고 효과음도 크게 나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씨름끝에 아버님과 장로님들은 내가 인간에게 물이 들었다면서 그들을 끌어내어 죽이려 하였다. 하지만 그건 절대로 않돼는 말이었다. 어떻게루나를? 그리고 드래곤인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을?? 절대 불가능이었다. 그분들이 화나면 이곳이 어떻게 될게 뻔한데 그분들을 건들인다는 말은 절대로 않돼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이 드래곤이시니 제발 참으세요 했다간 더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 그분들은 정체를 숨기고 유희를 다니시는 분들이니 밝혀지는 즉시 우리들은 그 커다란 드래곤의 발에 사뿐히 즈려밟히고 말것이다. 밖으로 나가시는 분들을 붙잡고 설득을 하고 있었지만 워낙에 강경하신 분들이라 내가 뭐라 말을 해도 꿈쩍하지 않으시고 루나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가 가면서 나눈 말을 듣었는지 마을에 살고 있던 엘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숙소가 가까워지자 난 마음이 급하게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의 정체를 밝히기로 체념할 때 숙소의 문앞에는 루나가 나와서 나와 주변에 있는 엘프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제껏 엘프어를 쓰며 말을 하고 있으므로 루나는 듣지 못했을것이다. 만약에 엘프어를 알고 있었다면 분명히 이렇게 말을 했을것이다. ‘치사하다. 치사.......헉스...’ [치사하기가 인간 저리가라 할 하이 엘프족들아!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 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어서 할말이 없다.] 루나가...루나가 엘프어를? 말도 안돼. 그럼 아까 한말이 허언이 아니었단 말야? 단순히 찍은게 아니라 원래 알고 있었던?? 하지만 난 그녀에게 엘프어를 가르친적이 없는데... 엘프어를 배운다는것도 1~2년에 걸쳐해도 기본도 못하는데, 검술과 마법을 배우면서 엘프어를 배울수는 없는거잖아! 이건 분명히 내가 잘못 듣은것일것이야! 아무렴 그렇고 말고...가 아니라 사실이군.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그저 하이 엘프족의 생활이 어떠한가를 보기 위해 온것인데, 망할 야! 거기 아리스라고 했던가? 지금 니가 믿는 신한테 물어봐라. 뭐라고 말하는지!] 루나의 카리스마에 눌린 아리스 무녀님은 얼떨결에 무릎을 꿇고 브러시아님을 찬향하는 노래를 불렀다. 찬향하는 노래를 부르자 하얀 빛들이 모여들면서 하나의 인간상을....아니 엘프상이 만들어 졌다. 나뭇잎보다 더 푸른 머리카락을 다리까지 기르고, 보는 엘프로 하여금 신비함에 빠져들게 할수 있는 눈빛을 지닌 분! 브러시아님이었다. 브러시아님이 현신을 하시자 우리 엘프들은 어찌할바 몰라하다가 너도나도 무릎을 꿇었다. [엘프의 신인 브러시아님께 경배를........] 아버님께서 약간 당황해 하시며 아니지! 많이 당황을 하시며 겨우 입을 열었을 무렵 브러시아님은 아버님을 무시하고 루나에게 다갔다. 브러시아님도 루나의 미모에 넘어갔나? 게다가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도 놀랐는지 완전히 굳어버렸네! 저런 모습은 일생에 한번도 보지못하는 진귀한 것인데. [루나!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서 미안해! 근데 뒤쪽에 있는 드래곤 두 마리는 또 뭐냐?] 브러시아님이 한마디 툭 던진것에 나를 제외한 모든 엘프들은 사시나무 떨 듯이 부르르떨고만 있었다. 설마하니 내 일행중에 드래곤이 두분이나 계실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난 루나와 브러시아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고 더 놀라고 있었다. 말투를 들어보면 친한 친구 사이인 것 같았기에. 그리고 브러시아님의 깊은 눈동자가 루나를 보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볼수 있었다. 친구 사이인줄 알았는데 어찌보면 브러시아님이 루나를 짝사랑하는 듯하였다. 그러니까 뒤에 있는 미남 드래곤이신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을 못마땅한 눈빛으로 보시잖아! 어쩌다가 루나는 샤이니스님에 이어 브러시아님까지 알고 있는건지!! 물어보면 말을 않해주는건 당연하겠지? 혹시나 루나가 정말 여신이라도 된다는것인가? 하지만 영 매치가 안돼는군. 사근사근하며서 기품이 느껴져야하는 여신이 얼빵하면서도 덤벙거리는 루나면 이세상 모든 인간이 다 여신이겠다. 물론 모습을 보면 왠만한 여신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지만 말이다. [아아! 별거아니야! 내가 여행한다는 것을 못들은건 아니겠지? 그냥 여행 동료야!!] [하지만 그냥 동료로는 보이지 안는걸? 널 짝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브러시아! 쓰잘데기 없는 말은 집어치우고 어떻게 해결할거야? 난 마음이 너그럽지 못하다고?] [내가 지켜보고 있을테니 알아서 해결하도록.] 우리 엘프들이 처벌에 대한 것을 브러시아님께 허락을 받은 루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웃으며 말을 하였다. “자아! 엘프족들이여! 그대들의 신인 브러시아의 말을 잘 들었을 것이다. 그대들을 어떻게 해 주길 원하는가?” 루나의 말에 아까있었던 박력은 다 어디로 갔는지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죽이자고 할때는 언제고, 저런 이중성을 루나는 제일 싫어하는데. 브러시아님께서 알아서 막아주실 가망이 없어보이는군. 우리 엘프들이 어찌되었든 상관이 없다는것인가? 브러시아님! 루나만 바라보지 말고 저희좀 보세요. 라고 속으로 말을 해보았지만 브러시아님은 내 절규와는 상관없이 루나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루나는 여전히 싸늘한 눈빛으로 웃으며 우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루나라면 필시 여기 있는 일족들을 몰살하고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을것이 분명하였다. 이건 다 그동안 같이 여행을 하면서 터득한 생활의 지혜(?)이다. “루나! 내가 대표로 벌을 받겠다. 그러니 이들은 용서해줘! 모두 널 모르고 한 짓이니!” [호오! 이놈 봐라? 감히 나의 친구인 루나에게 반말을 하다니, 그럼 너하고 나는 동률이잖아!] 내 말이면 어느정도 들어줄는 루나이기에 난 마음을 독하게 먹고, 루나에게 나를 대신 처벌하라고 말을 하였지만 중간에 브러시아님의 말씀을 듣고 난 경어를 썼다. 브러시아님의 말씀이 옳은것일것이다. 브러시아님의 친구라면 우리에게는 브러시아님과 진배없을테니까. 그런 존재에게 하대를 했으니 지금 죽인다고 해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우리 일족이 벌을 받는다는 것은 기정사실. 체념한 눈으로 얼굴을 들어올려 루나를 바라보았다. 좀전만 해도 싸늘한 눈빛을 빛내던 루나의 눈에는 알수 없는 깊은 슬픔이 자리잡고 있었다. [모두들 용서해 줄테니 그만 일어나라! 너희들은 가브덕에 목숨 건진줄 알아라.] 루나의 말이 떨어지자 울부짖던 엘프들은 벌떡 일어나서 황송하다는 듯이 굽신거리면서 루나와 브러시아님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이 소녀는 나의 친구인 루나 다. 그러니 앞으로 명하노니 루나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지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브러시아! 아쉽게도 내 모습을 어떻게 구분 할지?] 루나의 말이 맞다. 루나는 모습을 바꾸는 것을 식후 간식을 먹을 정도로 많이 바꾸기 때문에 헤어지고 나서 다시 만난다면 필시 모르고 지나갈 정도였다. 또 그런 인간들을 일일이 기억하는 루나가 아니었다. [그건 걱정하지마! 이렇게 여기다가 내가 새겨준 글씨가 있으면 알아볼것이다.] 브러시아님이 말씀을 하고 루나의 가느라단 팔목을 잡자 신성함이 어린빛이 쏟아졌고, 그 빛이 사라짐과 함께 엘프들의 신 브러시아님의 문장이 세겨졌다. 브러시아님의 문장이 있으면 우린 그 문장앞에서 복종을 해야만 한다. 설혹 그 자가 우리들보고 당장 죽어라고 명해도 우린 찍 소리도 못하고 자결을 해야만 하는 절대적인것이었다. 그런데 그 문장을 루나의 팔목에 새겨넣으시고 우리 엘프들만이 볼수 있도록 해놓으셨다. 루나에게 브러시아님의 문장을 준다는건 즉 브러시아님이 루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을! 그리고 브러시아님의 문장을 지닌 첫 번째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여기 있는 엘프들은 알것이다. [브러시아! 이 망할 녀석아! 손목에다 쓰면 어떻게 해! 보이잖아가 아니라 사라지잖아? 이거 혹시 엘프들만 보이도록 만든것?] 질문을 하는 루나를 보며 브러시아님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살짝 위아래로 움직이셨다. [야! 아무래도 저기 있는 두 마리 드래곤의 기억을 지워 줬으면 하는데!] 브러시아님을 보고 루나는 뒤에 할말을 잃고 얼빵하게 서 계신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을 가리키며 기억을 지워달라고 하자 브러시아님은 쾌히 대답하며 신언으로 기억을 지워버리셨고, 그와 동시에 전혀 신답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다. [루나! 나한테 시집오면....] [죽기싫으면 빨랑 꺼져! 육두문자 나오기 전에!] 애정결핍증이 있는 루나는 브러시아님을 무슨 벌레보듯이 보며 약간의 살기를 내뿜었지만 브러시아님은 이미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게 루나의 앞에 걸어가더니만 하얀 이마에 키스를 하셨다. 이 순간만은 브러시아님이 부러웠다. 기습을 성공한 브러시아님은 그 즉시 신계로 돌아가셨다. 난 보았다. 막 사라지기 전의 브러시아님을 기쁨과 뭔지 모를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루나를 바라보며 사라진는것을... [브러시아! 이 따샤! 만나면 딱 걸렸어! 한번만 내 눈에 띄면 주우거쓰으~~] 기습을 당한 것이 루나는 한동안 이곳저곳에 화풀이를 하다가 깨어나려는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을 보며 우리들에게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있었던 일은 비밀로 할것.] 브러시아님의 문장을 지녀서 그분과 동등한 자격이 주어진 루나에게 어느 누가 말대답을 하겠는가? 브러시아님이 하신 행동을 보고 그들은 루나에게 살갑게 대했다. 그리고 잠시 내가 아버님과 대화를 하기 위해 회의장에 가서 이제껏 일어난일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며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가지 못했다. 마을을 방어하던 엘프가 달려와 무릎을 꿇더니 “루나님과 드래곤님께서 숲밖으로 나가셨습니다.” 란 말이 들리자 난 벌떡 일어났다. 그모습을 보시던 아버님은 내게 작게 말하셨다. “그분은 브러시아님의 반려...이시다. 그러니 잘 모셔야 한다.” 뜻밖의 말에 난 잠시 주춤했지만 곧 밖으로 나가서 말을 타고 마을을 떠났다. 브러시아님의 반려이든 어찌되었든 난 약속을 지켜야만 하였다. 루나의 생이 끝나는 날까지 그녀를 옆에서 지켜주어야했기에! 숲밖으로 나온 난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들이 떠났다는 말을 듣고 빨리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모습도 볼수없었다. 바람의 정령인 실프를 불러서 물어보았지만 공간이동을 해서 가버렸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자신의 임무를 다 한 정령은 사라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을 하였다. 이대로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기는 싫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루나들을 찾으러 갈수는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루나는 큰 도시를 좋아한다는것을. 아마도 큰 도시로 갔을거란 생각이 들었기에! 루나에게 꼭 지켜준다는 말을 했기에 그 말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위해 열라게 달리기 시작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3986 4 루나! 무투대회나가다... - 1 공간 이동을 한 우리들은 수도로 걸음을 재촉했다. 열흘이 남았지만 최소한 이틀전에 가서 선수로 등록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마을이 나와도 그냥 쉬지 않고 계속해서 노숙을 하며 지낸지 7일 만에 수도로 보이는 도시가 나왔다. 항구 도시로 푸른 바닷물이 넘실대고 갈매기 비스므리한 새가 날아다니고 커다란 배가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고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났다. 해풍을 맞으며 우린 도시안으로 쉽사리 집입해서(신분검사한 것이 귀찮아서 공간이동을 했음)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이름이 뱃 노래 라든가? 여관 안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무투회가 열리는 날이 멀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호승심에 이끌려 너도 나도 찾아왔기에 여기 저기에 울끈이 불끈이들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와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었다. “방 2개가 필요한데 있는가?” “아예! 마침 딱 2개가 남았습니다. 여기 열쇠를 받으시고 3층에 303호와 304호 입니다. 계산은 후불이고 조금 후에 점심 식사가 나오니 식당으로 나오십시오!” 우린 열쇠를 받아들고 방으로 기어들어가 욕실에서 목욕을 했다. 일주일간 안씻었더니 몸이 장난아니게 더러워져있었기 때문이다. 물을 두 번씩이나 버리고 나서 겨우 씻는 것을 멈추고 옷을 입고는 블랑슈도 물에 빠뜨려 씻겨 주었다. 시커멓던 털이 하얗게 되자 블랑슈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고개를 까닥이고 있었다. “블랑슈~식당으로 가자.” 라고 말하자 블랑슈는 내 어깨 위로 올라왔다. 블랑슈를 데리고 옆방에 있는 미르와 블루를 데리고 식당으로 내려가자 한참 시끌벅짝하던 소리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아까와는 다른 우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것이다. (미르하고 블루) 그러던지 말던지 우린 테이블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었다. “그러니까 미르랑 블루는 안 나간다고? 왜?” “싫으니까!” 두 마리의 드래곤은 언제 입을 맞추었는지 같이 대답했다. 그들도 이건 뜻밖인지 서로 쳐다보다가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다시 얼굴을 획 돌려버렸다. “이런! 사이좋게 지내셔야지 왜 그렇게 서로 잡아 먹을 것처럼 얼굴을 붉히시는지?” 어김없이 꽃미남인 미르와 블루에게 말을 건네는 근육질의 여자가 눈에 보였다. 전에는 싹싹하던 인간들이 대쉬했었는데 무투회를 개최하다보지 수련을 쌓은 인간들이 대쉬하는 듯 했다. “너 와는 상관 없는 일이다. 귀 찮으니 꺼져라.” 정말로 귀찮았는지 평소의 말투가 아닌 ‘나 화났소’ 하는 투로 말하는 블루를 보고 여자는 입맛을 다시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생긴것과는 달리 싸늘하게 한마디 하자 나머지 여자들도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렇게 여자들의 시선에 따가움을 느끼던 중에 음식이 나오자 난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했다. “블랑슈~~저어리로 가.” 이놈은 학습능력이 없는지 언제나 내 식사를 넘봤다. 그 모습에 엄청나게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던 블루가 피식 웃어버렸다. “야! 블랑슈! 주인말도 안듣냐? 어쭈 이제 개기는 짓까지 서슴없이 하냐?” “푸하하하” 미르도 웃지 않는데 혼자만 짜빠지게 웃는 블루를 쳐다보고 말했다. “블루! 너 갑자기 왜 그래? 니 음식에 뭐 잘못들어갔냐? 미르는 아무렇지도 않잖아!” “가르시미르는 이제 니가 뭘하든 면역이 됐으니까 그렇지만 난 아직까지 이것 만은 면역이 되지 않아서 말이지.” “너 잘났다.” 이 말을 끝으로 블랑슈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먹어치웠다. 미르와 블루가 아직 절반도 못 먹었을때 난 다 먹고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루나! 잠깐 이쪽으로 와봐.” “왜?” 미르가 식사를 하다가 내게 말을 걸자 난 얼떨결에 그가 하라는 대로 몸을 약간 움직였다. 그러자 미르도 가까이 다가왔고, 손으로 얼굴에 묻어있는 빵 조각이라도 떼어내려는 듯이 하려다가 순간 블루가 장난스럽게 미르를 밀어버리자 앞으로 몸이 쓸리며 그대로 내 이마하고 미르의 이미가 부딪혔다. 그 다음부터는 필름이 끊겨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기절을 했던 난 해가 중천이 됐을때 겨우 깨어날 수 있었다. 아직도 어제 일 때문에 정신이 없는 난 멍하니 있었다. 박치기 한번 당하고 기절씩이나 하다니.... 이건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무투회가 생각이 나서 벌떡 일어나 옆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미르와 블루가 서로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그들은 바라보고 있던 시선을 옮겨 날 봤다. “루나! 어제일은 정말로 미안해.” 블루가 날 보자마자 한 말을 듣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어쩌겠는가? 악의 없는 장난인데.... “무투회 선수 등록은?” “우리가 미리 다 했어! 넌 내일 아침 늦게 시합이 있으니 편안하게 늦잠자고 일어나도 될 거야.” 그말을 듣고 난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잠에 취해버렸다. 한잠 거하게 자고 있다가 뭔가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일어났다. “루나 일어나! 내가 어제 잘못 말한 것이 있었는데 선수들은 무조건 시합이 빠르던지 늦던지 대기실에 있어야 된데! 늦으면 대기실 문이 폐쇠된다고 하더라! 아 그리고 번호는 230번이야!!” 망할 블루의 말에 난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이 일어나 블루가 미리 준비해둔 물로 세수하고 머리 빗고 간단하게 토스트 비스므리한 것을 한입 베었을때 블루와 미르가 공간 이동으로 시합장 바로 앞까지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한 다음 살짝 내려주고 손 목을 끌고 다른곳으로 달렸갔다. 미르와 블루가 달려간곳은 막다른 길이었는데 마침 문이 닫히고 있어서 나를 거기로 던져버렸다. “니들 시합끝나고 보자!” 완전히 닫힌 문에다가 소리를 지르다가 먹다만 것을 계속 먹었다. 그리고 통로를 따라 걸어가니 넓은 홀이 나오고 많은 의자가 있었고 사람들의 각자 앉아있었다. 나도 뭐가 뭔지는 몰랐지만 사람들이 하는데로 그냥 앉았다. 그래야 튀지 않기 때문에 “그러니까 다시한번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름을 말하면 저쪽 통로를 따라 시합장으로 걸어나가시면 됩니다. 시합중에 상대방이 장외로 떨어뜨리거나 항복을 하면 즉시 검을 멈추어야 합니다. 또 절대로 살인만은 안됩니다. 그점 명심하시고 시합에 임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그 아저씨는 다른곳으로 나갔다. 잠시 시간이 흐르자 시합자에서 선수들을 호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공간 이동하기 전에 내가 230번이라고 했으니까 한참 남았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꾸물거리던 내게 어디서 쪼매 들어본 목소리가 들렸다. “마리~괜찮을 꺼야! 그러니까 걱정하지마!” “맞아! 우리들도 같이 출전하는데....”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샤를과 마리 그리고 나오미 일것이다. 전 같으면 예전에 일어나서 인사를 했겠지만 겨우 토스트 비스므리한 것으로 식사를 때웠는데 불 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기 싫어서 그저 고개를 속이고 잠으로 자는 듯이 있었다. 한참을 그자세로 있자 몸이 찌뿌득해진 것 같아서 몸을 풀려고 할때 안에서 호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121번 샤를 클라이드씨와 122번 아나스라씨 나와 주십시오.” 이말이 들리자 샤를은 마리와 나오미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으로 말하고 시합장으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의 상대인 아나스라라고 하는 덩치 큰 남자도 갔는데 이번 시합은 뻔할 뻔자로 샤를이 이길것이다. 샤를은 소드 마스터가 되지는 못했지만 조금만 더 수련하면 가망성이 있었고 아나스라 는 그저 힘만 키운 무식하기 그지 없는 공격을 하기에 샤를에게 이길 가망성은 없었다. 내 예상이 맞았는지 승자의 이름에 샤를의 이름이 들려왔다. ‘그나저나 샤를 녀석! 성이 있는걸 보니 귀족이군! 나머지 인간도 귀족인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또 내가 아는 사람이 호명 되었다. “나오미씨와 로빈씨는 시합장으로 와 주십시오.” 그 말에 나오미는 마리를 진정시키고 시합장으로 나갔다. 나오미의 몸 동작은 유연하고 민첩한데 반해 로빈이라는 사람은 약간 둔했다. 이번 시합은 나오미의 승리가 분명하므로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식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나오미의 승리로 그의 일행은 들떠 있었고 마리도 힘을 얻은 듯 했다. 여전히 한 자세로 앉아있다가 몸을 틀려고 했을때 마리의 이름이 호명되어 시합장으로 나갔다. ‘겨우 4클래스 마법사인가? 어린 나이에 대단한 경지에 올랐지만 방금 나간 상대에게 질것이 뻔하다. 주문을 외울세도 없이 공격당할테니까.’ 마리의 명복을 빌어주며 내 자신의 명복도 빌었다. 도저히 배가 고파서 더 이상 생각할 여력도 없었기에...... 배 고파............ 이런저런 시합이 계속 되다가 내 차례가 되어서 벌떡일어나서 시합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껏 자신들의 앞에 있던 사람이 나인 줄 몰랐던 그들은 내가 일어서자 곁으로 다가 오며 말했다. “이런! 루나였구나? 잘 싸워!” 난 그들의 말에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시합장으로 걸어갔다. 시합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가득 매웠다. 그리고 로얄석에는 왕과 왕비 그리고 그 자식들과 각종 영양가 없게 생긴 귀족들로 매꿔져있었다. 난 그런 그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미르와 블루의 기운을 추적해 가운데 자리에 앉아있는것까지 알아낸 난 손을 들어 흔들었다. 먼곳에서 자신들을 찾을 줄 몰랐다는 듯이 그들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자아! 루나양, 이제 시합을 해야하니 여기에 신경을 쓰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재수 없게도 어제 블루에게 수작을 걸다가 혼나서 뒤돌아선 여자였다. 그 여자는 나를 향해 비릿하게 쳐다보다가 사회자가 시합개시라는 말과 함께 검을 빼들고 공격을 했다. 난 그 공격을 괭장히 힘들게 막아내는 듯한 연기를 하며 (괜히 빨리 이기면 시선 집중이 된다) 땀을 비오듯이 쏟았다. 그러자 그 여자는 더 힘을 얻었는지 빠른 속도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이봐! 꼬마... 어떻게 그런 꽃 미남들을 녹여서 같은 일행으로 만들었지?” 한참 잘 싸우다가 들려오는 소리에 난 비릿하게 웃으며 검을 살짝 흘려보내며 말했다. “알것없어! 이 멍청아” 그 말에 발끈하며 앞으로 나서려고 하다가 자신의 목 바로 앞을 겨누고 있는 검을 보고 이를 갈다가 항복을 했다. 이로써 평범하게 1승을 하게된 나는 대기실로 내려갔다. 다시 자리에 털썩 앉으려다가 샤를과 나오미가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하자 나도 그에 응해서 하는수 없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마리는 상대 선수를 공격하지도 못하고 졌다는 말을 들을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는 거야?” “으응! 그건 이것에서 알아서 줘! 우린 또 오후에 시합을 하게 돼.” “그렇구나! 근데 우승 상품은 뭐야?” 내 질문에 그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도 모르고 시합에 참가한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어? 그러니 빨리 말해줘.” “알았어 말해줄께! 우승한 사람에게 백작의 작위를 내리고 특별 제작한 검을 받게 돼. 평민들로써는 정말이지 꿈 꾸는 자리지! 만약 이것이 싫다하면 상금으로 2000골드를 받아! 그런데 어느 누가 작위를 마다 하겠어? 아직도 우승자 중에 작위를 버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들의 말을 듣고 난 2000골드만 가져가기로 결정을 하고 같이 점심을 먹었다. 얼마만에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지 감동의 눈물이 나올뻔 했다. 그렇게 먹고 또 먹고 한 3번쯤 왔다갔다하며 3인분을 해치운 다음에야 예전의 기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오후의 시합에서도 아까와 비슷하게 힘겹게 싸우는 듯한 모습을 가장하여 겨우 이기는 듯 연기를 펼치고 나오미와 샤를에게 이별을 고하고 미르와 블루랑 같이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루나! 왜 시합에서 고전하는듯한 모습을 한거야? 너 같았으면 간단하게 이길수 있었을 텐데.” “아앙! 그건 말이지! 너무 쉽게 이기면 눈에 띄잖아?” 어이없는 말에 두 녀석은 뻥쩌있어서 나와 블랑슈는 남은 음식들을 아주 맛나게 시식할수 있었다. 낮에 두녀석이나 상대를 했더니 피곤해서 씻지도 못하고 잠의 마수에 빠져들었다. 아침에는 블랑슈의 활약에 일찍 일어나 씻고 식당으로 내려가 미르와 블루랑 같이 식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선수 대기실로 들어갔다. 먼저 왔는지 샤를과 나오미는 내가 들어오자 인사를 했다. 나도 인사를 했지만..... 오늘의 일정을 보니 또 두놈을 골로 보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자 머리가 지끈 거렸다. “애들아 나 갔다올께!” 하며 샤를이 먼저 나갔다가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왔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식으로 사람이 어제 많이 줄어서 그런지 차례가 금방금방 다가 왔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갔다올게.” 하며 나간 나오미도 간단하게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웃음을 머금고. 나오미가 시합장에서 나오자 마자 막바로 내 이름이 불려졌다. “천천히 올게.” 란 말을 외치고 시합장에 들어섰다. 그리고 상대방을 보니 이런 마법사였다. 그것도 5클래스 마스터. 마법사를 상대하려면 그가 주문을 외우기 전에 공격하든지 아님 마법을 검으로베면서 방어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하면 이제껏 연기한게 들통 나버리기에 고민에 빠졌다. 고민에 빠져있다가 사회자가 소리치자 그때서야 시작된 것을 알고 미리 몸을 피했다. 예상대로 내가 있던 곳에 시커먼스한 연기가 피어올라 왔다. 아마도 화염 계열의 마법을 쓴 듯이 보였다. 난 마법사가 마법을 난사하자 그냥 살짝 살짝 움직여 그자의 공격을 피했고 많은 마법의 시전으로 마나 고갈이 나타나 제풀에 꺽여버렸다. 생각했던것보다 쉽게 이기자 헛 웃음이 나왔다. 대기실로 걸어가서 아그들한테 소식을 전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후의 시합은 상대방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기권하는 바람에 저절로 내일 시합에도 나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샤를은 약간 다쳤지만 그런대로 통과 했는데 나오미는 장외 패를 당했다. 항상 당당하던 모습을 보이던 나오미는 처음으로 내가 보는 앞에서 펑펑 울어댔다. 달래주다가 어처구니 없는 약속을 하나했는데 그 놈하고 시합을 하게 되면 자신하고 똑같이 장외 패를 당하게 해주라나 어쩌라나! 울음을 그치지 않던 나오미는 내가 약속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웃었다. 그들과 헤어지고 다시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하며 다시 새 아침을 맞았다. 몸을 씻고 블랑슈와 싸우며 겨우 식사를 하고 대기실로 갔다. 왠만한 떨거지들은 다 떨어졌는지 이제 기도가 제법있는 사람들만 있었다. “어이! 루나~여기야!” “알았어! 지금 간다.” 샤를이 부르는 소리에 응답을 하고 의자에 가서 털썩 앉았다. “어때 오늘은? 이길수 있겠어?” “나도 잘 모르겠어! 열심히 하면 되겠지.” 샤를의 말에 난 대충 얼버무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여자 한사람에 나머지는 다 남자들 뿐이었다. 그리고 샤를이 불려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패한듯이......... 그는 그고 나는 나이므로 난 어떻게 또 이 난제를 해쳐 나갈것인가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밖으로 나갔다. 전 보다는 더 큰 함성 소리에 고막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징하게도 질럿쌌네! 목 청 터지겠다.’ 시합중에 여전히 딴 생각하는 것을 버리지 못한 듯 또다시 기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엇! 이 사람 장난아니네? 어떻게 하지? 그래 그것이 있었지?’ 난 속으로 웃으며 점점 대회장으로 측면으로 슬그머니 피하면서 다가갔다. 예상대로 그 남자는 내 쪽으로 빠르게 접근 했고 검을 쑤셔넣으려고 할때 재빨리 보법을 써서 그 남자의 뒤로 돌아가서 발으로 ‘뻥’ 차버렸다. 여전히 내가 할때마다 어이없게 지는 인간들을 보며 그들은 한번씩 웃었다. 워낙에 재미있게 하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가 나오미가 말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안도의 숨을 내 쉬었다. 오후에는 샤를이 없었으므로 나 혼자 식사를 해치우고 다시 시합장으로 첫 타자로 보내졌다. 아까와는 달리 이 인간의 기도는 소드 마스터급이었으므로 조심을 가하며 신중하게 검을 섞었는데 한가지 약점을 발견할수 있었다. 그런 바로 변칙술에는 약하다는 것! 이 남자는 기사로써 수업만 받았나? 그 검로가 훤히 다 보였다. 그래서 난 내 똘만이들에게 가르쳐주었던 변초를 이용해 여저히 어이없게 이기며 돌아왔다. “루나! 내일은 준 결승하고 결승전이니까 아까 같이 힘 안들이고 이길수 없어.” “맞아! 그러니 생각좀 하면서 공격을 해라! 우리는 니가 공격을 할때마다 얼마나 드래곤 하트가 쫄아지는지 아냐?” 블루와 미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여관에 들어서자 많이 보던 인물들이 우리가 평소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곳에 자리를 잡고 손짓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친히 걸어갔는데 중간에 한 여자 땜에 그 자리에 멈춰섰다. “루나! 잘했어! 그때 얼마나 통쾌 하던지 정말이지 십년 먹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했다니까?” 갑자기 나를 덥썩 안고 하는 말에 난 얼어붙었다. “저어기 나오미~난 말이지 여자가 아닌 남자의 포옹을 느끼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보면 변태라고 오해할라?” 그말에 나오미는 얼굴을 붉히고 떨어져서 내 손을 잡고 의자에 앉혔다. “블루랑 미르는 뭐해? 빨랑 와! 그런데 칼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할일이 좀 많아서 시합장도 가지 못했는데 샤를의 말을 듣고 이렇게 부랴부랴 달려왔단다.” “헤헤~칼 아저씨~” “왜 그러니 루나?” “제가 그러면 칭찬이라도 해줄까봐 그러시는건 아니겠죠? 생긴 것 답게 위엄을 갖추세요.” 내말에 환하게 웃던 칼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렇게 모인거야?” 원래는 우리끼리 그냥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수면을 취하려고 했는데 뜻 밖의 인물이 기다리는 바람에 어긋나 버려서 물어보았다. “그냥 축하해 주려고 왔어! 앞으로 떨어지더라도 실망하지 말라고!” 샤를의 말에 거기에 있던 인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한가지 늘었어.” 블랑슈와 같이 존재감이 없던 마리가 갑작스레 입을 열었다. 그녀의 일행들도 몰랐던 일이라는 듯이 마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올해부터 국왕 폐하께서 우승자가 남자일 경우는 공주님과 그리고 여자일 경우에는 왕자님과 결혼을 시켜준대.” “뭐라고? 그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마리의 말에 내가 할 소리를 블루와 미르가 먼저 해버렸다. 드래곤이라서 그런지 여전히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야 이 잡것들아!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왜 니들이 끼어드는건데? 그건 그렇고 마리! 그말이 사실이야? 아니겠지! 설마하니 말야?” 내 말에 블루와 미르는 조용해졌고 마리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이런 세상에나 그냥 우승해서 상금만 타갈려고 했는데 이젠 짐덩어리까지(?) 준다니? 말도 안돼~ “그 말이 정말이냐? 아니겠지 마리?” 나오미도 사실을 인정하지 안으려는지 계속해서 마리를 채근했다. “국왕 폐하와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살짝 들었는데 신중하게 말씀하시더라! 이 나라에는 인재가 없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인재를 끌어 모으고 싶다고 하시면서....” 아마도 한 권력자의 집안인 듯한 마리의 말에 나오미는 절규를 했다. “이런 망할~안돼. 내 인생이 무너지는 구나!” 혼자 시부렁거리다가 급기야는 미쳤는지 눈이 붉게 충혈된채 나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는 손을 들어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말했다. “루나! 무조건 이겨라! 지면 내가 용서 안 할 줄알아! 지면 내가 지옥까지 쫒아가줄테다! 알았지? 그러니 제발 우승해라! 우승.우승.” 나오미가 어깨를 심각하게 흔들어대자 머리가 같이 흔들리는 바람에 골이 ‘띵’ 하고 울려서 나도 모르게 알았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정말로 우승할 수 있겠어? 넌 이제껏 운으로 이겨왔다고 사람들이 애기하던데?” 칼이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심각하게 말했다. “엥!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나오미가 어깨를 흔들어 대는 바람에 머리까지 흔들려서 그냥 알았다고 했는데... 저도 우승할 자신도 없고 우승해서 짐덩어리를 맡고 싶지는 않다고요.” 내 말에 나오미가 불끈하며 다시 흔들어대려고 했지만 중간에 미르가 나오미와 내 사이에 앉는 바람에 무산되어 입맛을 다시고 있는 것을 보았다. “정말이지 대단하군! 그래도 일국의 왕자한테 짐덩어리라고 말하다니. 다른 여자같았으면 좋아서 달려들었을 텐데.” “이봐! 샤를, 난 말이지 다른 여자가 아닌 나야! 그리고 난 여행을 하던 중이어서 한곳에 정착할수 없다는 것을 알잖아? 이젠 조용하게 기권하는 것만 남았군!” 말 그대로 조용하게 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내가 기권하리라는 것을 생각을 못했던지 벙쩌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소화가 잘되서 많이 먹었다. 블랑슈도 먹을 것이 많아서 그런지 내 음식은 넘보지 않고 일행들의 음식을 시식하기 시작했다. 식사를 다하고 차를 마시고 있을때 나오미가 먼저 정신을 차렸는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안돼! 기권은 안돼! 기권하지말고 그냥 싸워라! 만약에 니가 우승하면 뭐 가능성도 없지만 하기만 하면 네가 해달라는 것을 평생동안 다 해줄께! 그러니 제발 내 말좀 들어줘!” 말도 안되는 생떼를 쓰기 시작한 나오미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말하는 짓이 꼭 자신이 공주여서 우승자에게 팔려가기 싫다는 말을 하는 듯 애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오미! 그게 무슨 말이야?” “맞아!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야.” 마리와 샤를이 한마디씩 거들자 이젠 확실하게 나오미가 공주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걸 알자마자 왠지 나오미가 내가 말하는 것을 다 해줄 것 같아서 갑자기 재미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 나오미~니가 원하는대로 이겨주지! 단 약속은 약속이니 내가 원하는 것을 평생동안 해주길 바래~~” 느글느글하게 말하는 나를 보고 나오미도 잘못되가는 것을 느꼈지만 자신이 뱉은 말이니 자신이 책임을 져야하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이것으로 약속은 성립되었어! 그럼 난 내일을 위해 잠이나 잘려니까 알아서 이야기를 하든 놀든 가던지 알아서 해~” 이 말을 남기고 3층으로 올라가서 씻고 잠을 자기위해 침대로 쓰러졌다. 한편 아래층에서는 “정말로 루나가 이길수 있을까요?” 샤를의 물음에 블루와 가르시미르는 그저 담담하게 웃고만 있었다. 자신들이 선택한(언제 또 선택당한거지?) 인간이기에 그들은 루나가 이길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불안하군. 이제껏 루나는 힘겹게 싸우면서 운이 좋아서 이길수 있었는데.” 나오미의 말에 그의 일행들은(아마도 주종관계인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가 이겨도 져도 그들로써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루나가 진것보다 이긴 것이 더 이익이기에 그들은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찻잔만 바라보았다. “루나는 이길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심려하지 마십시오. 만약이라도 루나가 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테니.” 블루의 무조건 믿는듯한 말에 그저 아무말도 않고 식은 차만 홀짝였다. “정말로 루나가 운으로 이겼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사람들눈에만 그렇게 보이도록 루나가 연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루나의 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겁니다. 단지 인간들을 가지고 놀았다라는 표현을 썼을 겁니다.” 가르시미르의 어마어마한 말에 나오미파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껏 운으로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연기라니..... “그걸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칼의 날카로운 지적에 블루는 자신이 직접 목격한 상황을 생중계하듯이 말하려다가 내일 가서 보면 알것이라는 말을 한 채 윗층으로 올라갔다. 블루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자 그 눈빛은 가르시미르를 향해 돌아갔다. 가르시미르는 사람들의 눈빛에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제가 말하는것보다 직접 보십시오! 실수로 이긴 것이 아닌 진짜로 이긴 것을..... 잘 보셔야 할겁니다. 보통 사람들 눈으로 보시면 않되니까요! 물론 내일도 실수를 가장한 승부를 할지 아니면 진짜로 승부를 할지는 저도 알수가 없군요! 그럼 저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묘한말을 하고 윗층으로 올라가는 가르시미르를 보다가 다시 식은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서로 다시 쳐다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의 길로 갔다. 결전의 아침이 되자 미르와 블루는 자신의 일인양 일찍 일어나서 루나가 자고 있는 방에 무단침입했다. 그리곤 이렇게 외쳤다. “루나~식사해.” 오랜시간동안 같이 있어본 결과 나를 깨우기 위해서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들은 이후로 계속 써먹었다.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 나는 눈을 번쩍뜨고는 그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밥 줘!” 아직 잠이 덜깬 상태에서 어벙벙하게 말을 하자 그들은 피식웃고는 내 이마에 돌아가면서 입맞춤을 했다. 순간 나는 벌떡일어나 소리를 질렀다. “이것들아! 죽고 싶냐?” 큰 소리를 지르며 일어나는 나를 보고 그들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흠! 이 방법이 확실하군. 앞으로 루나를 깨우려면 이걸로 하면 되겠어.” “맞습니다. 역시 직접 실험을 해보니 효과만점인 것을 확인할수 있었습니다.” 하도 어이없는 소리에 난 벙쩌있었다. 이것들이 내 잠을 깨우기위해 이런짓을 서슴없이 하다니! 벙쩌있다가는 그들이 다시 키스를 할 것 같아서 얼른 정신을 차렸다. “블루하고 미르, 한번만 이런일이 일어나면 죽는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욕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옷을 차려입은 다음에 블랑슈를 데리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블루와 미르가 미리 내려가 주문을 했는지 따끈따끈한 음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들을 보자 난 달려가서 손에 스푼과 포크를 들고 먹었다. 여전히 먹을때 주변을 신경쓰지 않는 나이기에 인간들이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먹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그대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를 누루고있다는 것을 알고 음식을 씹으면서 고개를 들었다. 보기에도 재수없게 생긴 인간이었다. 살은 시커먼스하고 코는 납작아고 입술은 매우 얇은 그런 남자가~아니라 여자가 보였다. “쩝쩝...무슨 일이지? 쩝쩝” 먹으면서 말하자 그 여자는 그 못생긴 얼굴을 찡그리면서 짜증이 난다는 식으로 말했다. “니가 이번에 준결승에 올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도 준결승에 올랐는데 같이 싸우자는 말을 하기 위해 왔다. 애.송.이. 꼬.마.야~ 나하고 싸울때는 운이라는 것은 없을 줄 알아라.” 자기말만 하고 자신의 일행들이 있는 테이블로 가버린 그녀는 일행들과 같이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나도 한가지 답례를 해주었다. 입에 음식이 들어있어서 말은 못하고 손을 주먹쥔 다음에 가운데 손가락으로 천장을 찌르는 시늉을 하고 먹는데 열중했다. “자아! 이제 다 먹었으니까 빨리 가자.” 미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에 이끌려 시합장으로 걸어갔다. 전에는 대기실에 있다가 이름을 부르면 나갔는데 준결승자들과 결승자들은 시합장에 특별히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상대편이 싸우는 모습을 사람들과 같이 볼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대기실로 가다가 시합장이 있는곳으로 일행들과 같이 갔다. 그곳에는 의자가 4개가 있었는데 나에게 한소리 하던 못생긴 여자와 이름 모를 남자 둘이 미리 와서 앉아있었다. 지금까지는 신경쓰지 않고있었는데 거기 있는 인간들은 모두 소드 마스터급 인간인 것 같았다.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용병들인 것 같이........ “난 여기 앉아 있을 테니까 너희들도 자리로 가서 앉아.” 내 말에 블루와 미르는 자신의 자리로 걸어갔다. “이런~~애.송.이. 꼬.맹.이. 늦었구나! 힘도 없으면서 남자 둘이 데리고 다니기 힘들어서 그렇게 늦었니?” 여전히 밥맛없게 구는 그 여자에게 아까 못했던 말을 했다. “못.생.긴 여.자.야! 자신의 주.제.는 알고 있어야지! 쪼금 힘이 세다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면 엄마한테 혼난다는 말은 듣지 못했니?” 자신의 말에 아무말도 못했던 내가 가슴을 찌르는 말을 하자 그 여자는 얼굴이 더욱더 시커먼스하게 변하면서 말했다. “이익 애송이! 정말로 죽고 싶어서............” 여기까지 말하고 아쉽게도 말이 끊겼다. 로얄석에 국왕과 가족이 그리고 여전히 영양가 없게 생긴 귀족들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로얄석이 정면으로 보이므로 난 그들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냐 볼려고 하다가 사회자의 말에 그냥 신경을 꺼버렸다. “국왕폐하께서 드셨습니다. 그러니 출전자들은 모두 예를 갖추십시오” 그 말에 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서 카옌 왕국에서 하던것처럼 하고 일어나서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내가 뭘 잘못했기에 국왕과 귀족들은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그래서 나도 주변에 있는 인물들이 하던짓을 보고 경악했다. 알고보니 내가 한 예는 카옌 왕국에서만 하는걸로 되어있었던지 모두 반대편 손을 들어 반대편에 손을 대고 있었다. “호.호.호. 제가 실수를 했나봐요! 배우지 못한 무지렁이가 한 실수로 여기시고 용서하십시오!” 기름을 바른 듯이 잘 말하는 내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 앉은 난 두 남자가 싸우는 것을 보다가 로얄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나오미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왕 옆에 앉아 있었고 마리는 어떤 할아버지 옆에 그리고 샤를은 금발의 중년인의 옆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용병인 줄 알았던 칼이 앉아 있는걸 보고 귀족이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치열하고 박터지는 승부가 계속될때 또 한 인물이 로얄석에 들어섰지만 이미 나는 싸움하는 곳에 신경을 빼앗겼으므로 그가 자신을 보면서 웃고 있는것을보지 못했다. 여전히 승부를 가리지 못한 그들은 이젠 검기까지 날리며 서로 죽일 듯이 쳐다봤다. 검기를 사용하면 관중들이 다칠수 있었는데 방어막을 쳤는지 관중석에 부딪히기 전에 소멸해 버렸다. 큰 덩치의 사람은 힘있게 검을 휘둘러 날씬한 사람의 옆구리로 파고 들자 날씬한 놈은 번쩍 뛰어 올라 검을 들어 아래로 그었고 덩치는 빗나가던 검을 다시 얼굴가까이 들어서 떨어지는 검을 막았다. 흥미진진한 경기에 관중들은 환호를 질렀지만 똑같은 행동이 계속되자 슬슬 지루해진 난 스르륵 잠이 들었다. 잠깐 잠을 자고 있다가 누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눈을 떳다. 알고보니 이미 승부는 났고 내 차례가 되었는데 난 졸고 있어서 그 소리에 빨리 반응하지 못해 계속 부르고 있었던 모양으로 내가 시합장에 올라가자 로얄석에 앉아있던 귀족 몇몇은 비웃음을 머금고 내려다 봤다. “이런! 하도 지겨워서 잠자다가 늦었네? 미안해! 못생긴 여자.” 도발을 유도하는 내 말에 그녀는 검을 뽑으려는 자세 그대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아무도 없었으면 벌써 검을 뽑아서 덤벼들었겠지만 보는 눈이 많은 관계로 속으로 화를 삭히는 중인 것 같았다. “이제 준결승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루나양과 모니카양 모두 준비를 하십시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다른 인간이 호각을 불렀다. 이것이 시작 신호인 듯 그 모니카라는 여자는 처음부터 검기를 쓰기 시작했다. 몸놀림으로 봐서 대단하지만 내 똘만이들만도 못했다. 검기가 맻힌 검을 나에게 휘두르자 그때서야 움직였다. 간발의 차이로 검이 닿지 못하자 모니카는 더욱 눈에 핏발을 세우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검술로 봐서는 이것저것 아무거나 막 배운 듯 무지막지 했다. 검도 뽑지 않고 요리조리 피해다니자 모니카는 일신의 힘을 검에 불어 넣고 마지막 공격을 시도 했다. 이때만은 뺀질이같이 도망다닐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정면을 향해 가만히 서있었다. 그녀의 검은 더욱더 푸른 검기가 치솟았고, 그걸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호성까지 지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쥐새끼 같은 꼬마야!” 내가 보기에는 피라미만도 못미쳤지만 다른이들이 보면 놀라울 검기를 만들어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달려오며 휘둘렀다.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난 검이 바로 지척에 도달해서 눈부신(라이트를 사용함) 빛이 나서 사람들이 눈을 감을때 재빨리 샤이닝을 뽑아서 약간의 기를 주입시켜 쳐내고 다시 집어넣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사람들은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빛이 폭사되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모니카의 검이 박살이 났고, 나는 여전히 가만히 그 자리에 뿌리를 박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오미파 일행들도 놀라고 있었다. 블루와 미르의 말에 두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다가 한순간에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놀라는데 본인은 한참을 박살난 검을 보다가 그대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날뛰려다가 일신의 힘을 검기를 만드는데 다 써버려서 쓰러져버렸다. 병사들이 모니카를 데리고 나가고 난 천천히 의자로 가서 앉았다. “헤죽! 여전히 난 운이 좋군! 바보같이 검에 힘을 많이 집어넣어서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게 만들다니.” 내가 한짓이 아니라는 듯으로 말하고 시합이 끝났으므로 제공된 식사를 먹기 시작하였다. 일부에서는 내가 운이 좋아서 이겼다고 말하고 일부에서는 내가 이상한 요술을 썼다고 말했지만 난 그런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조금 후에 결승전이 있어서 그때를 대비해 열심히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이들보다 빨리 먹고 로얄석을 바라보자 마침 나오미파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손을 흔들어주자 그들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서로 바라보았다. 직접적으로 이야기할수 없었기에...........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앉아 잠을 잤다. “공주마마! 저기 있는 소녀를 아십니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았던 귀족들이 나오미파 사람들에게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희들은 여행중에 저 소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았지요! 우리의 신분을 가르쳐주지도 았았는데 저렇게 순수하게 손까지 흔들어 주다니 기쁘군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자신을 속였다고 한마디쯤 해주거나 우리에게 달라 붙었을 텐데.” 나오미의 말에 모여들었던 귀족들은 얼굴을 붉히고 자리에 앉았다. 그들 모두 권력을 잡기 위해 공주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까는 어떻게 된거지?” 나오미의 물음에 마리와 샤를 그리고 칼은 고개를 살레살레 저었다. 한순간 시선을 놓친다음에 일어난 일이 아직도 믿기지 않은 듯이. 한 잠 자고나자 시합이 이제 곧 시작이 되는지 국왕과 그 일행들이 로얄석에 모여들었다. “이봐! 루나라고 했나? 나하고 시합을 할때는 검을 뽑아서 해라! 그게 상대방에 대한 예의 니까.” 아마도 결승전 상대인 듯 한 인간이 내 옆에 앉아서 말한 듯 했다. “알았어요! 그런데 아저씨 이름이 뭐야?” 내 말에 그 남자는 굳었다가 해동이 됐는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이제껏 뭐하고 있다가 못 들었냐? 내 이름은 프라인 이다.” “프라인 아저씨 만나서 반가워요! 그리고 저는 제 시합이 아닐때는 자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왠지 아저씨가 맘에 드네요! 제가 한 실력을 발휘해서 아저씨를 쓰러뜨릴께요.” 그러자 프라인은 여전히 굳은 얼굴을 하고 말했다. “실력을 발휘한다는 말을 기쁘다만 난 아저씨가 아냐! 어딜 봐서 내가 아저씨란 말야? 난 이제 27살 밖에 안먹었어! 그러니 오빠라고 해, 아님 이름을 부르던가?” “치이! 알았어요. 이름을 부르면 되잖아요!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것을 모르세요?” 나의 일침에 프라인은 얼어붙었다. 그 모습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다가 사회자의 말에 곧 해동되는 프라인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재미있었는데......... 시합장에 나와서 서로 바라보고 있다가 호각 소리 들려왔다. 가만히 서있자 프라인도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공격할줄 알았는데. “프라인! 뭐하고 있어요! 사내가 검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찔러야 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나요?” 약간의 기을 섞어서 말했기에 구석구석 다 들렸는지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 왜 자신들까지 소리가 들렸는지 모른체. 검을 뽑아든채 가만히 있던 프라인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루나! 아까 내가 한말을 못들었니? 검을 뽑아라.” ‘아하! 그것 때문이었군! 난 또 뭐라고!’ 프라인의 말에 난 샤이닝을 뽑아서 정면을 향해 세웠다. 그러자 프라인은 웃으면서 검을 휘저으며 달려들었다. 그냥 올줄 알았는데 휘저으며 오자 난 프라인이 한 실력을 한다는 것을 느끼고 검을 쳐내면서 공격다운 공격을 해댔다. 처음을 내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자 관중석을 싸늘하게 식고, 눈 만 반짝이며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오미파 일행과 또 한 명의 귀족이. “이런! 장난이 아니군! 왜 이런 실력을 숨기고 있었지?” 방어를 하면서 말하는 그에게 난 짧게 말했다. “심심해서.” 순간 프라인은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내가 펼친 것은 그냥 여기저기 쑤시기 공격인데 그걸 다 막아야 하기에 프라인은 더욱더 방어하는데 신중을 기하기 시작했다. 방어를 하다가 한가지 약점이 보이자 그 곳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만들어 놓은 함정으로 검이 그곳을 들어가는 순간 난 주저앉다시피 하여 검을 피하고 그대로 검을 위로 쑤셔 넣었다. 프라인은 자신이 걸린 줄 깨닫고 집어넣다가 재빨리 회수해서 아래에서 찔러오는 검을 막았지만 아쉽게도 완전히 막은게 아닌지 어깨에 혈흔이 생겼다. 그것을 보고 난 잠시 공격을 멈추고 프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다쳤네요.” “이정도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이제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은 없냐?” 프라인의 말에 난 피식 웃고 샤이닝을 올렸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이 프라인은 검기를 만들어 빠른 속도롤 나에게 달려왔다. 이것이 마지막 공격같이 보였기에 검사에 대한 예를 하기위해 검기를 만들었지만 다른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약간의 환영 마법을 샤이닝에 걸어두고 프라인에게 달려갔다. 다른 사람들은 검기를 그냥 검으로 맞서려는 나를 어이없게 생각하겠지만 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도약해서 프라인과 스쳐 지나갔다. 잠시 조용한 가운데 프라인의 검이 두 동강 나버렸다. 그리고 나에게 미소를 보인뒤 그대로 쓰러졌다. 검사로써 훌륭한 예를 표했기에. 프라인이 쓰러진 것을 보고 그제서야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던지 말던지 난 밖으로 나가려다가 일련의 병사들한테 잡혔다. “레이디께서는 국왕 폐하께서 여시는 무도회에 나가셔야 합니다. 그러니 저희와 같이 동행을 해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마차에 태워져 궁전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2 4097 12 다시 만난 친구들 - 1 “이봐! 여관에 내 동료들이 있는데 그들이 내가 사라진 것을 보면 심기가 불편해서 뭔짓을 할지 나도 모르거든? 그러니까.......” 내 곁에서 치장을 하고 있던 시녀는 웃으면서 내 말을 끊고 말했다. “무투회 우승자이신 동료분을 저희들이 함부로 하겠습니까? 지금쯤 그분들을 모시러 병사들이 가셨을 겁니다. 그러니 무도회에 가시면 만나뵐수 있으니 지금은 조용히 있으십시오!” 일개 시녀의 말에 난 찍 소리도 못내고 그대로 앉아있었다. 가만히 있는 나를 보고 시녀는 만족스럽다는 눈빛을 하고 이것저것을 걸치고 뭐하고 하면서 내 찐을 다 빼버렸다. 그리하여 난 우여곡절 끝에 자줏빛 드레스에 금발의 머리를 틀어 올려서 비녀 비스므리한 것을 여러개 꼿고 목과 팔에는 보석이 박히지 않은 그저 평범하게 보이는 백금 목걸이와 은으로 된 팔찌를 찼다. 그리고 여전히 적응이 않되는 하히힐을 신고 무도회장으로 나갔다. 무도회장에는 또 커다란 문이 있었는데 아마도 내가 카옌 왕국에 있었을 때처럼 하는 듯이 내 이름을 말하고 문을 열어줬다. 무도회장은 얼마나 돈을 쳐발랐는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들어서자 귀족들이 유심하게 쳐다보며 이것저것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쓰잘떼기 없는 말이었으므로( 생각보다 못생겼다에서 시작해서......) 블루와 미르를 찾았다. 한 무더기의 여자들 틈에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블루와 두리번 거리는 미르가 눈에 들어왔다. ‘어쭈구리~~저것들이 내가 왔으면 맞을 준비도 않하고 놀기만 하다니....’ 미르와 블루에게 걸어간 난 그 많은 여자들 틈을 밀치고 겨우 들어가서 블루의 정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참을 다른 여자와 이야기하던 블루는 나를 보고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여자들은 거들떠도 안보고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루우나~언제 온거야? 니가 없어서 찾고 있었는데.” “블루야! 너 죽고 싶지? 언제 뭘 찾아? 여자들하고 이야기만 하고 있다가 내가 보이니까 그런 말을 지어서 하다니?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해라!” 그 말을 끝으로 의자가 놓은곳에 가서 살포시 앉았다. 예전에는 그냥 철푸덕 앉았겠지만 전에 제이미한테 된통 혼난 다음에 귀족의 생활을 약간 배운 것을 여기서 써먹은 것이다. 그러자 미르가 내 옆에 앉으며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르 무슨일 있어? 왜 그렇게 보는거야? 얼굴 닳아지겠다.” “난 말이지! 루나가 본래의 모습을 하고 드레스입은 것이 더 좋은데! 그렇게는 않되겠지?” “당연한걸 뭘 물어? 피곤하니까 되도록이면 말시키지 마! 말할 힘도 별로 없으니까.” 그 말에 미르는 입을 다물고 내 옆에 그냥 앉아있었다. 다른 귀족가의 여식들이 다가와서 말을 시켰지만 미르는 그저 아무말도 하지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와 미르를 둘러싼 여자들 틈으로 블루가 들어와서 말하는 것을 듣고 난 그대로 무도회장을 빠져나가고 싶어졌다. “루나! 카옌 왕국에서 특별 사절단이 왔데! 올해의 무투회 우승자에게 카옌 왕국에서도 선물을 주기위해 .... 원래는 이런일이 없었는데 올해는 뭐가 특별나다는지 하면서.... 자신의 나라가 누군가의 충고를 듣고 그대로 실현하여 강대해지자 여러나라에 손을 뻗혀 인재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왔나봐! 파이넬 왕국에서도 특별히 반대할 입장이 아니니까 그들을 이 무도회에 초대 했데. 그런데 아직 누가 왔는지는 왕족들 빼고는 아무도 몰라.” 자신의 설명을 듣고 나와 미르의 안색이 않좋아지는 것을 눈치 채고는 다시 말을 하지 않았다. “젠장할~~나 갈래!” 하면서 블루와 미르를 두고 여자들의 육탄공세를 뚫고 문이 있는곳으로 가려다가 한 인물에 의해서 막혀버렸다. “루나양 아니십니까? 오랜만에 보는군요.” 고개를 들어 자세히 보니 깜장 머리를 한 하이타이 자작이 인사를 해왔다. 그런데 왜 좌중은 침묵하는지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이타이 녀석은 자신이 친하다고 생각하는 몇몇인물 외에는 인사를 않한다나? “자작님을 뵙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자 하이타이 녀석이 할말이 있는지 입을 열려고 할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작님!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실례할께요.” 고개를 숙인 후 난 재빨리 문쪽으로 달려가다시피 했는데 어떤 놈이 내 팔을 잡고 놓지 않았다. “왜그러십니까? 루나양! 혹시 제가 무슨 실례를 저질렀는지요.” 오늘따라 유난히 말이 많은 하이타이를 보고 난 큰 소리로 말하려다 블루와 미르가 달려와서 떼어냈기에 참았다. “하이타이 자작님! 안녕하셨는지요.” 블루와 미르의 인사에 자작은 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나를 쳐다봤다. 그러던지 말던지 난 걸음을 재촉해서 빠져나가려다가 갑자기 문이 열리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국왕폐하와 카옌 왕국의 사절단 드십니다.” 그 말에 귀족들은 전부 고개를 숙였기에 나도 따라서 숙였다. 국왕이 자리에 앉자 그제서야 고개를 들수 있었다. “젠장할! 이제 밖에 못나가잖아.” 이런 말을 꼽씹으며 하이타이 녀석을 쏘아보았다. 녀석은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못듣은채 국왕의 말을 듣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모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내 옆에 서계신 분들은 카옌 왕국의 태자와 태자비께서 친히 오셨습니다. 그러니 인사를 하십시오.” 그 말을 듣고 난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던 태자와 태자비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태자라고 하면 카를을 말하는 것인데 언제 결혼했는지 옆에는 화려한 복장을 한 여자가 있었다. 꽤 많이 낯이 익은 ‘허거걱! 제이미? 그럼 카를이랑 결혼 한거야? 그리고 저 뒤에는 호위로 브라운이 온건가?’ 다행히도 난 나오미파 일행들에 의해서 다른곳으로 끌려갔다. “루나! 정말 축하해!” “맞아! 난 루나가 이길줄은 생각도 못했어.”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듣고 있자 카를등의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하하하! 뭐 기본이지. 그런데 나오미는 공주이면서 나한테 와서 말해도 되는거야?” “아,아니! 지금 인사하고 있으니까 그때까지만 시간이 나! 그런데 넌 내가 공주라는 것을 알고도 그렇게 반말을 하냐?” 농담어린 말에 난 전에 약속을 들먹였다. 그리곤 여전히 웃고있는 나오미를 보았다. “그런데 샤를! 칼 아저씨는 어디있어?” 이상하게 그 일파에서 칼 이 없었기에 물어보자 샤를은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르켰다. 국왕의 바로 뒤 “그럼 칼 아저씨가 국왕 근위대에서 한 힘하는 사람이었어? 근위대는 국왕이 가는곳 말고 다른곳은 않간다고 했는데 어째서 전에 너희들과 같이 있었지?” “하하하하하!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거니? 그냥 그러려니 해라.” 마리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마리가 하이타이 녀석의 이야기를 했다. “루나! 아까 보니 하이타이 자작님과 이야기 하는 것 같던데 친한 사이야?” 그 말에 그 일행은 서로 궁금하다는 얼굴을 하고 나를 쳐다 보았다. “전에 가르엔에서 한번 만난적이 있어.” “하지만 자작은 한번 만났다고 해서 그렇게 친하게 굴지 않은데...” “그거야 그 사람 맘이지.” 마리의 말을 막고 난 블루와 미르가 어디 있는지 찾다가 블랑슈 생각이 났다. ‘흐흐흐 지금쯤 여관에서 퍼져있겠지?’ 나가기전에 블랑슈가 계속 따라붙자 미르가 슬립을 걸어서 풀기전에 계속 잠만 자는 신세에 빠진 블랑슈가 생각이 나서 혼자 소리없이 웃었다. “루나양! 잠시 저와 이야기를 하시겠습니까?” 하면서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를 하이타이가 나오미파 일행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납치 비스므리한짓을 했다. “이게 무슨짓입니까? 자작님?” 어느 한군데로 끌려오자 내가 대뜸 소리를 지르자 하이타이 녀석은 앞뒤 않보고 내게 질문을 했다. “카르엔에서 당신이 카인이라는 분과 대련을 할때 보니 꽃의 여왕으로 뽑힌 아이리스양과 같은 검술을 쓰고 계시더군요! 대체 당신은 누구입니까?” 하이타이 녀석의 일침에 난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어찌할바 몰라하다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했다. “호호호! 아마도 그 꽃의 여왕으로 뽑힌 소녀는 제 친척일겁니다. 그러니 똑같을 수 밖에 없지요.” 믿던지 말던지 난 그 말을 하고 아그들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놈의 하이타이 녀석이 다시 내 팔을 붙잡고 물었다. “정말이십니까? 정말로 아이리스라는 소녀가 당신과 친척이라는 것이?” “정말이라니까요! 그러니 이제 좀 놔주시지요! 다른 분들께서 쳐다보고 있으니?” 내 말에 하이타이 녀석은 다른 귀족의 시선에 팔을 놓고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다시 물으려고 할때 국왕이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올해의 우승자인 루나양은 내 앞에 서라.” 그 말에 난 하이타이로부터 해방되어 국왕의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루나 긴장할 것 없으니까 신중하게 해.” 블루의 말에 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미르는 전에 내가 한 짓을 알기에 그저 담담하게 쳐다 보았다. 국왕의 앞에 간 난 예를 취했다. 웬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국왕 앞이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카를등한테 들키지 말아야 하기에.......이름을 바꿀걸........ “올해의 무투회 우승자인 루나는 선택하라! 원로원의 회의 결과 올해의 우승자에게 왕자와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 그러니 셋중에 선택하라. 왕자와 결혼을 할것인가? 백작의 작위와 검을 받을 것인가? 그것도 아님 상금을 받을 것인가?” 위엄있는 말에 난 고개를 약간 쳐들어서 그 왕자라고 하는 녀석의 얼굴을 봤다. 얼굴은 잘생겼는데 몸이 영 허약하게 생겨서 맘에 들지 않았다. 뭐 나야 원래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전 그냥 상금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과 동시에 무도회장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내가 왕자와 결혼이라도 할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 위엄있게 말하던 국왕은 목소리가 약간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인가? 후회하지 안겠는가?” “물론입니다. 저에게 후회란 없습니다.” 간결하게 말하자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다 잡은 봉을 놓치다니 하는 소리...... “좋다! 너의 뜻대로 2000골드를 주겠다.” “감사합니다. 폐하” 만족스런 대답을 듣고 몸을 일으키다가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카인 가르시미르 백작이 아니시오? 정말이지 반갑군요.” 폴리모프를 하지않고 돌아다니다가 끝내는 카를에게 말 그대로 딱 걸려버렸다. 미르는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는 것을 느끼고 당황하다가 얼른 카를 앞에 서서 예를 갖추었다. “신 카인 가르시미르가 태자 전하와 태자비께 인사 드립니다.” 미르가 예를 갖추자 카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사실은 신의 여행 동료가 올해의 우승자가 되어서 같이 온겁니다.” 하면서 나를 쓰윽 쳐다봤다. 그러자 카를도 나를 쓰윽 쳐다봤다. “아니! 미르가 백작이었다니? 블루 너도 알고 있었니?” 나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미르는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간에 내가 만난 인물들은 하나같이 신분을 속이는군! 블루 너도 속이는거 있으면 빨랑 불어.” 여전히 아무 감정없이 해대는 내 말에 블루는 잡아때며 말했다. “가르시미르 백작의 동료가 우승자일줄은 꿈에도 몰랐구려! 정말로 좋은 동료를 두었군요!” 카를의 말에 미르는 그저 ‘예’라는 말만 연발했다. 그러다가 다시 내 심장을 콕찌르는 소리가 카를이 있는 근처에서 들렸다. “샤, 샤....샤이닝?” 난 소리의 발원지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으리라 생각했던 제이미는 내게 다가오며 검을 가르켰다. “저 검을 어떻게 소지하고 있는지?” 제이미의 질문에 모든 시선이 다시 내게 떨어지고 있었다. 미르와 대화중이던 카를은 검을 쳐다보았고 호휘를 하고 있던 브라운은 그의 임무도 잊은채 내게 눈깜짝 할사이에 다가왔다. “이검을 어디서 구했지요?” “하하하! 그게 어떤 아름다운 여인이 이 검은 이제 필요 없다고 줬는데요! 검은 머리를 한 남자와 같이 다니면서....” 식은땀을 흘리며 말하고 있자 브라운을 헤치고 제이미가 다가와 나를 꼬옥 안았다. “거짓말 하지마! 샤이닝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내가 아는 루나밖에 없어! 그러니 넌 분명히 내가 아는 루나가 분명해! 니가 아무리 모습을 바꿨다고 해도 날 속일수는 없어! 그러니 제발 원래대로 돌아와줘 루나? 응? 제발...흑흑...본래데로 돌아와줘. 흐흐흐흑...얼마나 보고 싶었는줄 알아? 카리스들도 니가 없다고 생기가 없어졌단 말야! 흐흑” 무도회장 안에 있던 인물들은 이게 무슨일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일국의 태자비가 한 미천한 소녀를 붙들고 울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이야! 정말 루나 맞아? 가르시미르 백작 어서 대답하시오.” 나를 불러도 대답이 없자 앞에 있던 미르에게 카를은 호통을 쳤다. 그러자 미르도 어찌할바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나만 바라보았다. “저어기~그게 말이죠! 어떻게 된일이라면 말이죠. 에라 모르겠다. 그래 나 루나 맞다. 이제 어쩔래! 제이미 빨랑 떨어져! 난 변태소리 듣기 싫으니까.” 그 말에 더욱더 경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반말한것도 모자라 이름을 부르고 명령을 내리다니. “대체 이게 어찌 된일인가요?” 그 중에서도 정신을 차린 하이타이 녀석이 물어왔다. 그러나 그 질문을 받은 제이미는 그저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질문에 대답은 않하고 다른 말만 했다. “원래대로 돌아와! 빨리 원상복구 하란 말이야.” 그 말은 내가 예전의 모습으로 바꾸길 원하는 듯이 말했다. 아까는 울었으면서 갑자기 울음을 그치다니 대단하군. “빨리 바꾸는게 어때 루나?” 이제 브라운까지 제이미를 거들자 힘이 솟는지 눈을 쓰윽 닦으며 태자비에 걸맞지 않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자 이제 카를까지 나섯다. “루나! 제이미 말내로 해줘! 부탁이다. 제이미는 니가 떠나자 나를 붙잡고 얼마나 울던지 넌 모를거야!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맺어졌지만!” 카를의 말에 난 한숨을 쉬었다. 타국에서 이게 뭔 짓거린지....... “알았어! 원래대로 돌아오면 되잖아! 근데 내가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오면 파장이 클텐데...폴리모프” 하면서 주문을 외워 본래의 모습인 검은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녀로 변신했다. 그러자 또 주위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저 평범하게 생긴 소녀가 경국지색으로 변하다니... 하이타이의 눈은 거의 두 배로 커졌다. “국왕 폐하! 저희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이런 말을 한 카를은 파이넬 국왕의 말은 듣지 않은채 나를 쳐다봤다.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은 내 앞에 무릎을 꿇으라! 카옌 왕국의 국왕 폐하의 명을 대신 전하겠다.” 이제껏 비실비실 거리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한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나를 어떻게 만날줄 알고 국왕이 명을 전했는지 알수 없지만! “루나 어클리어스가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정말이지 닭살 돋는 말을 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것도 하나의 놀이아니겠어?? “나 카옌 왕국의 국왕이 명한다. 그대는 나와 많은 귀족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또 그대의 충고에 따라 정치를 펼치자 왕국은 더욱 번창했노라. 이에 난 그대에게 공작의 작위를 수여하노니 사양하지 말지어다.” 카를은 검으로 나를 톡톡치더니 공작임을 가르키는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루나! 이제 끝났으니 일어나라! 아바마마께서 한마디 더 하셨는데, 전처럼 작위를 거절하지 말라, 그리고 좋은 여행을 하라고 했다.” 카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마리의 드래곤이 나서서 말했다. “야! 루나. 속이고 있었던 것은 너잖아? 그러면서 나를 추궁해? 치사하다.” 블루의 말에 난 피식 웃고 카를등을 쳐다보았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 카를과 제이미가 결혼할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그리고 브라운이 호위를 하기 위해 왔는데 어째 호위의 기본 자세가 않잡힌 것 같아~ 나중에 따로 훈련을 시켜줄까? 그나저나 푸른 붉은 검은 은의 기사들은 잘 있지? 그들처럼 훈련을 시키면.....” 내 말에 창백해진 브라운은 잽싸게 카를뒤에 섰다. 카옌 왕국에 있을때 내가 시키는 훈련을 보고 있던 녀석이니까. “루나는 언제난 그대로 인 것 같아! 그렇지요? 전하.” “하하하! 당연한 것 묻고 있군요.” “야! 이따식들아! 내가 잠시 가만히 있는다고 씹고 있냐? 카를 그리고 제이미 나중에 보자꾸나!” 이 말을 남기고 가려는 나를 제이미가 붙잡았다. “가지마! 제발! 니가 여행을 하기위해 오래 머물수 없다는 것은 잘알아! 그러니 몇일만이라고 같이 있자.” 제이미의 말에 난 그대로 굳어졌다. “그래! 몇일 동안은 상관없겠지만 지금 여기서는 좀 불편하군?” 하면서 카를에게 째림을 주자 카를은 아직도 굳어있는 국왕한테 피곤해서 먼저 실례한다고 말하고 내 일행을 데리고 나왔다. 아!! 그러기전에 나도 한마디 해주었다. “이 모든일은 비밀입니다. 알았죠? 전 제 신상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906 7 다시 만난 친구들 - 2 그들이 그런 말들을 주고 받은지 알지 못한 채 나는 제이미와 그 외의 인물들은 만나 계속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는 끝이 없어서 날이 세도록 계속 되다가 내가 먼저 넉 다운되어버렸다. 쬐께 잤다고 생각했을 때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그리고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밥 먹어.” 벌떡 일어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밥은 티끌도 보이지 않고 웬 인간들만 꾸물거리고 있었다. “자! 봐요! 태자비 마마! 루나를 깨울 때는 이 방법이 훨씬 좋답니다. 완전히 깨우길 원할 때는 간단하게 입술 도장을.....” “아하! 그렇군요. 고마워요. 블루님! 이제껏 루나를 깨우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말로 표현을 하지 못할 정도였는데.” 제이미와 블루의 대화를 듣고 난 열이 뻗혔다. “이것들이 지금 뭐라고 했어? 그러니까 한번 실험하려고 그런 짓을 한거야? 잡히면 딱 죽었어.” 이 말을 하고 일어나서 그들을 쫒았다. 그러다가 한 인물의 등장으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국왕 폐하께서 식사를 같이 하시자고 전하셨습니다.” 시종의 말에 난 헤벌쭉 해졌다. “밥이다. 밥 먹으러 가자.” “잠깐! 루나! 그 모습을 하고 가려는 건 아니겠지?” 제이미는 달려가려는 나를 보고 머리를 잡고 블루를 밖으로 보낸 다음 씻기고 치장을 해주었다. 시녀들은 자신이 할일을 태자비가 하자 어찌할바 몰랐지만 표정을 감춘 채 태연하게 있었다. 한참 후에 난 광대같이 꾸미고 제이미와 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식당에는 많은 인물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어서 오시오. 우리도 방금 왔소이다.”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는듯한 국왕에게 머리를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소리 없는 식사가 시작되었다. 자리 배치를 누가 했는지 정말이지 맘에 들지 않았다. 왜 하필이면 샤를하고 하이타이 중간자리인지, 자리가 불편한 난 소리 없이 재빠르게 먹고 나가려고 사람들이 보기에 기품 있게 먹는 듯이 하며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이런! 아이리스양! 천천히 먹으세요. 급하게 먹으면 체한답니다.” 그 말을 듣고 정말로 체할 뻔한 나는 하이타이를 쳐다보았다. “괜찮습니다. 하이타이 자작님! 저 먹는데 신경 쓰지 마시고 자작님 먹는데 신경을 쓰세요. 그리고 전 아이리스가 아닌 루나랍니다.” 자작에게 톡 쏘아붙이고는 고기를 잘라서 한입 베어 먹었다. “정말이지 루나양이 카옌 왕국의 귀족일 줄은 몰랐구려.” 국왕의 말에 난 싫다는 표정을 하고 카를을 쳐다보았다. 카를은 내 눈빛을 보고 그 뜻을 알아챘는지 자신이 대신 말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질문을 하면 대신 카를이 말해주었다. 그렇게 편하게 먹고 있는데 또 다른데서 질문이 들어왔다. “루나! 이것도 좀 먹어.” 사귄지 얼마 안됀 친구 마리는 내게 새우가 든 접시를 내게 넘겨주었다. “헤에~고마워! 마리도 많이 먹어. 샤를도, 나오미도!” 많이 먹으라는 말에 내가 호명한 친구들은 방실방실 웃어주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새우를 한 마리 집어서 입에 넣었다. 새우 특유의 향과 맛이 입안에 가득 채워졌다. “왜 나한텐 아무 말도 안해 주는 거야? 나 삐질래.” 전혀 태자비 같지 않은 말에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잘못 들은 거라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 “그,그래. 너도 많이 먹어.” 더듬거리며 하는 말에 제이미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활짝 웃으며 음식을 먹었다. 그런 대로 제대로 된 음식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며 기분이 좋아서 배시시 웃었다. “기분이 좋아?” 퍼런 머리를 뒤로 넘기며 블루는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응! 너무 좋아. 그 녀석들도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 그 녀석들.....” 다른 이들은 그 녀석들이라고 하면 모르겠지만 카옌 왕국에 있던 녀석들은 대충 안다는 식의 눈빛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 그들은 아주 잘 지내고 있어. 아바마마께서 너에게 선물한 저택에서 너를 아주 많이 보고 싶어 하더라. 사실은 이곳을 오고 싶어 했는데 내가 말렸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너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고 그러는 것 같아서, 영원히 볼 수 없으면 차라리 포기하고 수련이나 하는 게 좋을 듯해서, 그런데 널 만났으니 할말이 없지.” 기나긴 말을 한 카를은 차를 마셨다. “그런데 국왕 폐하는 내가 여기 있는 줄 어떻게 알았어?” 어제 내게 준 공작의 작위. “아하~그거? 간단해!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까 외국에 나가는 귀족들에게 하나씩 나눠줬거든. 만나면 주라고, 이젠 너에게 목걸이가 돌아갔으니 나머지 32개의 목걸이는 폐기처분이 되지. 하나도 남김없이.” 어이없는 말에 난 한동안 말을 잃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세상에나! 외국에 나가는 귀족들에게 공작 작위를 나타나는 목걸이를 주다니, 그리고 나를 만나면 주라니. 갑자기 머릿속으로 용량 초과가 된 생각으로 뒤죽박죽되자 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래도 일국의 공작씩이나 됐는데 그냥 나가면 뒤가 찝찝할 것 같아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안의 정체된 공기보다는 활발하게 돌아다니면 새롭게 바뀌는 공기를 들이마시며 정원이 있을법한 곳으로 걸어갔다. 카옌 왕국에 있었던 정원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이곳에 있는 정원은 어찌된 게 다 이쁜거야? 이거 유지하려면 돈도 장난 아니게 많이 깨지겠는걸? “미르~여긴 어쩐 일이야?” 천천히 걸어오던 그를 쳐다보며 묻자 그는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가만히 앉아있기 싫어서 너 따라왔어.” 미르는 말을 하면서 내 옆에 나란히 섰다. “미르! 부탁한다. 정 따위도 주지마라. 난 언젠간 떠난다. 네가 오지 못할 곳으로...그러니 정을 주면 니가 힘들 것이다.” 라엘이 가버린 후에 유난히 내 곁을 지켜 준 미르를 보며 난 싸늘하게 말했다. “루나! 난 네게 정을 준 게 아니라 사랑을 하니 걱정하지 마.”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을 하는 미르를 그냥 쳐다보았다. “야! 그게 그거잖아. 죽고 잡냐? 어디를 뽀사줄까? 엄청 지저분하게 맞고 죽을래? 아님 약간 지저분하게 케찹뿌리며 죽게 동맥을 잘라줄까? 간단하게 드래곤 하트에 칼침 한방 먹여줄까?” 내 말에 미르는 그냥 피식 웃고만 있었다. “미르! 내손에 안 죽더라도 넌 다른 놈들한테 죽을 것이다. 영혼도 소멸되니까 더 이상의 접근은 허락하지 않겠어.” “루나! 니가 말하는 그 다른 놈이란 누구를 이야기 하는 것이지?” 평소에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한 미르가 진지하게 물어오자 난 잠시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말했다. “너보다 더욱 위대한 존재! 가만히 있어도 그 위엄에 서있지 못하는....보통 인간은 그를 가리켜 신이라고 한다.” “헤헤! 루나 장난이 너무 심하구나. 인간인 니가 어떻게 신을 알고 있다고 하는 거지? 물론 샤이니스님과 약간 안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런데 불청객이 나타난 것 같군. 음~기운으로는 아마 하이타이 자작일 것 같은데?” “누군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였는지 몰랐군. 이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딴 데 가봐.” 이 녀석을 확실하게 보내기 위해서 약간의 살기를 쬐께 뿌려댔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째려보지 말라구.” 말이 끝나는 순간 이미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정원만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발자국 소리가 들리며 하이타이 자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리스 양께서 여기 계셨을 줄은 몰랐군요.” 평소의 슈퍼타이답지 않게 약간 나사가 덜 풀린 것 같이 말하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여전히 앞만 보고 말했다. “필라르 하이타이 자작! 아까도 말했듯이 난 아이리스가 아니라 루나 어클리어스요. 아이리스라는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자는 단 8명밖에(카스.카이.샤인.아틴.레이.라엘.로드.브러시아) 없음을 염두에 두어 주시는 게 좋을 것이요. 그리고 여기 온 것을 모르고 온 게 아니라 이미 내 행방을 알고 온 것이 아닌지요?” 날카롭게 질문을 하자 그 녀석은 아마도 찔린 듯이(현재 앞만 보고 있어서 뭘하는지 모른다.) 아무소리 없다가 뜬금없는 말을 했다. “아이리스 아니 루나 어클리어스 공작! 난 당신을 정말로 진실로 사랑합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말인가요?” 그 녀석이 예측 못한 질문을 해서 그런지 또 그 녀석은 뜸을 들였다. “저..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싫은데.” 어렵게 꺼낸 말을 한마디로 뭉개버리자 왠지 모를 통쾌함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왜 싫으십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전 계속 여행을 할 겁니다. 그러나 당신과 결혼을 하면 여행을 하지 못하게 되지요.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당신이 저를 사랑한 다해도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제 대답이니 다시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는 게 정신과 육체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난 이 말을 하고 뒤돌아서서 배정된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녀석을 막 스치고 지나갈 때 고개 숙인 그 녀석의 얼굴을 보니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미안하다. 내가 만약에 인간이었다면 어쩌면 너와 같이 살수도 있었겠지만....인간여자로써 본 넌 확실히 훌륭하다. 내가 아니더라도 너한테 목매는 여자는 많을 것이니까 그중에서 맘 착한 여자 골라서 행복하게 살아라. 속으로 잡생각을 하면서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자 걸어가는 것이 귀찮아서 방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방에 아무도 없길 바랬건만 퍼런 머리를 가진 놈이 뒷짐을 진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여기엔 왜왔냐? 난 어제 잠을 못자서 피곤하니 할말 있으면 빨랑하고가.” 지겹다는 식으로 질문을 했건만 이 녀석은 어떻게 생겨 먹은 게(잘생겼다. 인간의 관점에서) 딴 소리만 주저리 읊어댔다. “이햐~~루나가 마법까지 하니까 더욱더 좋아지는데?” 블루의 말에 이마에 튀어나온 빠직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고 화를 삭이고 다시 한번 말을 했더니 이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너 여기에 언제까지 있을 거야? 난 빨리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데!! 그리고 블랑슈는 저기 구석에 있으니 알아서 깨우던지 말든지 해.” 그랬다. 그 녀석은 이렇게 말하고 자기 방으로 그대로 공간이동으로 해버린것이다. “야! 이 자식아~니 할만 만 하고 가냐? 니가 여기 대빵이야? 여기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임마.” 아무도 없는 공간에다가 큰 소리를 쳤더니만 약간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쬐금 큰 소리 덕분에 블랑슈가 일어나버렸다. 며칠 만에 깨어나더니만 이 녀석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픽’ 쓰러졌다. “블랑슈~너 정말로 마수의 왕 레기야크 맞냐? 널 보면 가끔씩 헷갈린다니까.” 여전히 가물거리는 눈을 뜨고 쳐다보는 블랑슈를 보고 재미가 없어진 난 침대로 가서 그냥 잤다. 자려고 하다가 목에 뭔가가 손에 잡혀서 귀찮지만 눈을 뜨고 확인했다. 어제 카를이 준 목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카스가 준 통신용 목걸이였다. “뜨아아악~나 이제 죽었다. 얼마나 연락을 안했지? 몇 달이 지난 것 같은데. 카스야! 한번만 봐주라.” 혼잣말을 지껄인 후 난 통신을 시도했다. 예상대로 카스의 이마에는 빠직이가 세 개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 “아이리스~(카스가 화낼 때 이 이름을 부른다) 너 연락 언제 했니? 나~정말이지 아이리스를 보고 싶었는데~아이리스는 날 보기 싫었나봐?” 안 부르던 이름을 부르고 말을 길게 잡아 뺀 것으로 보아 카스를 만났다면 그 자리에서 인생 끝났을 것이다.(전에도 다른 신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소멸시킨 것을 보았음....무서운 놈.) “호호호! 카스도 차암~요즘 무지 바빠서 연락할 새도 없었어~~에이~~~카스 삐졌어? 설마하니 환계의 주신이 이깟 일에 삐지겠어? 안 그래? 카스~~♡♡♡" 엄청나게 닭살스러운 말과 함께 하트를 뿌려대자 카스의 빠직이가 없어졌다. “흠흠! 환계의 주신인 카스프록시아가 삐지다니? 말도 안돼는 소리.” 화가 가라앉은 것 같아서 난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줬다. 얼마나 나불거렸던지 입이 아플 지경이었다. “카아스~~그런데 라엘은 왜 데려간 거야?” 여행담을 하던 내가 갑작스레 질문을 하자 카스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으으응! 할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젠 그라시엘의 도움 없이도 혼자 여행할 수 있게 해주려고 오라고 한거야. 그런데 루나는 대단한걸? 벌써 드래곤 두 마리랑 친해지고 말야. 이젠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호오! 그랬던 거였구나? 그럼 이제 카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연락 안 해도 되겠네?” 귀찮은 건 딱 싫은 난(연락하는 것조차 귀잖아 함) 카스에게 이제 연락 안 한단 식으로 말을 하자 카스의 눈에서 기광이 비치는듯해 졌다. “루우나~만약에 연락 안하면 내가 직접 내려간다. 아니 아르티엔이랄지 레이너드를 보내 버린다?” 저 자식이 진짜 환계의 주신이란 말인가? 어찌 저렇게 협박을 잘하는 것인가? 하기야 그동안 신계 하고 마계에 어련히 협박했겠어. “카스도~내가 언제 연락 안한다고 했어? 앞으로 자주 한다고 했지.” 카스에게 엄청난 아부를 해대며 닭살이 몸에 튀어나온 것을 억지로 참으며 통신을 하다가 말하는 것도 지쳐서 카스한테 ‘안녕’ 이라고 말하고 끊어버렸다. 휴우~~이제야 살겠다. 하도 말을 많이 해서 입이 너무 아프잖아? 그냥 자야겠다. 혹시나 누가 들어와서 말 시키면 곤란하니까. 통신을 하며 지친 입을 쉬게 해주기 위해 침대로 뛰어 올라가서 그대로 잠들었다. * * * * * * * * * * * * * * * 루나가 잠든 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 한 무리의 인간들이 무단 침입을 했다. “엥! 자고 있잖아? 이걸 깨워 말어?” “안돼! 잠잘 때 깨우면 기분이 안 좋을 거야. 아까 태자비 마마께서 하신 말씀 못 들었어? 루나는 잠 깨울 때 제일 싫어한다고 했잖아.” 두 여인네들은 한참을 서 있다가 그냥 발길을 돌렸다. 어찌 하리요~~한번 잠들면 누가 깨우지 전에는 안 일어 나는데.( 전에 몇 번 혼자 힘으로 일어난 전적이 있음) * * * * * * * * * * * * * * * 아침부터 내리 자기만 하던 난 점심쯤에야 겨우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카스와 이야기 한 후유증이 남아있는지 지금까지 아팠다. “우씨! 내가 그놈하고 다시는 그렇게 길게 말하나 봐라. 오늘은 말하는 것을 자제해야 겠다.” 아픈 입을 다문 채 밖을 올려다보니 하늘 한가운데 걸려있었다. 아마도 점심이려니 생각을 하고 밖에 대기하고 있던 하녀에게 간단하게 챙겨서 방으로 가져오라고 말하고 블랑슈를 이리저리 굴리며 놀았다. 그것도 지겨운 난 블랑슈를 침대에 쇼파에 던져 놓고 방안에 놓인 책장으로 가서 읽을만한 것 몇 개를 꺼내서 쇼파에 앉아 다리를 테이블에 올리고( 조폭 자세?) 책을 펴서 읽었다. 그냥 손에 잡힌 데로 꺼내서 왔는데 펴보니 지리책인 듯 지도만 잔뜩 그려져 있었다. 5개 왕국과 제일로 큰 한 개의 제국이 있었다. 그리고 바다를 건너 또 다른 대륙이 있었다. 이름하여 가이나스 대륙으로 이곳 아이나스 대륙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으며 특히 상업 국가로 알려진 디노라 왕국과 가깝다고 써있었다. 호오~~카스한테 배운 그대로잖아? 그럼 이번 여행코스는 파이넬 왕국에서 바르실미르 왕국, 몰트 제국을 거쳐서 갔다가 코에다르 왕국에 (전에 미카엘한테 안 간다고 했으면서 그걸 그세 까먹은 루나 아니 작가) 얼굴만 들이 밀었다가 디노라 왕국에서 잠깐 놀다가 배타고 가이나스 대륙에 가면 되겠군. 가이나스 대륙에도 3개의 국가(로이하가, 나이로아, 세론) 가 있으니 심심하진 않겠지? 좋았어! 그럼 이걸로 낙찰이다. 여행계획을 세우며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고 있을 때 방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공작 각하! 점심을 가지고 왔습니다.” “들어와서 테이블에 두고 나가거라.” 엄청 싸가지 없는 말을 듣고 시녀는 방으로 들어와 테이블에 두고 고개를 숙이며 그 자세로 밖으로 나갔다. 시녀가 나가자마자 난 블랑슈와 한판 전쟁을 하며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싹싹 긁어 먹었다. “이봐! 밖에 아무나 들어와서 식기를 가지고 가거라.” 잠시 후 다른 시녀가 와서 차를 가져와서 놓고는 식기를 가지고 나갔다. 가져온 차를 불어가면서 천천히 마셨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이 입에 감돌았다. 아우~녹차가 그립다. 여기서는 구할 수 없겠지? 난 한번 피식 웃고는 눈을 감고 옛일을 회상했다. 인간이었을 때 나를 낳아주신 아빠와 엄마. 대학을 가지 않고 군대가서 재대하고 회사에 다니며 가끔씩 용돈을 주는 큰 오빠. 하루도 빠짐없이 귀찮게 굴던 철없는 인간이었던 작은 오빠. 내가 차갑게 굴어도 언제나 나를 따르던 친구들, 갈수만 있다면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난 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제 그곳에서는 그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그들의 머릿속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이기에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플 테니까. 순간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이 ‘또르르르’ 굴러 떨어져서 차 속에 다이빙 했다. “우씨! 이 차 왜 이렇게 짠 거야? 왜 이렇게 그립냐구? 다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는데, 역시 한때 인간이어서 나 스스로와의 약속을 깨버린걸까? 우습군. 우스워. 크흐흐흐흑” 차를 들고 약간 훌쩍이다가 울음을 그치고 내 어깨에 올라와서 흐르는 눈물을 핥고 있는 블랑슈를 쳐다보았다. “후후! 짜식, 그래도 나한텐 너밖에 없다 라고 말할 줄 알았지? 이 짜식이 이젠 먹을 것이 없으니까 이것까지 핥아 먹냐?”(여러모로 불쌍한 블랑슈~) 내 소리에 뻥찐 얼굴의 블랑슈를 보다가 고개를 샬레샬레 흔들고 이미 식어버린 차를 원샷 한 다음에 내려놓고 여전히 입이 아픈 관계로 책만 뚫어지게 보면서 취미생활을 시작했다. 약간의 취미 생활을 즐긴 다음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약간의 취미가 아니라 특기가 아닐까 싶다. 저녁때가 되었는지 창밖에 오가는 인간들은 경비병 이외에는 거의 없었다. 잠시 후 여자의 기척이 들리더니 누군가 내 허락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루우나~뭐하고 있는 거야? 우리 이야기 하면서 놀자~” 왠지 먹을 것으로 나를 유혹하려는지 그녀의 손에는 먹을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져 있었다. “제이미! 태자비 체통 좀 지켜라. 누가 보면 평민집 딸이라고 여기겠다.” 내 말에 제이미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가까이 와서 읽던 책을 뺏어서 휙 던지며 ‘나 화났다’ 라는 표정을 지었다. “치이이! 알았다 알았어. 무슨 얘기 할 건데? 빨리 말해. 안 그러면 난 그냥 잔다?” 잔다라는 말에 제이미는 뚱한 표정을 풀고, 아까 못했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물론 나는 먹는데 집중을 했기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은 관계로 일방적으로 제이미 혼자 따불따불거리고 있었다. 어느 귀족 부인이 어쨌네 저쨌네, 누가 임신을 했네, 카리스 등이 내게 하사된 저택을 지키며 일을 하고 있다라는 말을 했다. “제이미! 아까 미쳐 못 들었는데 누가 아이를 가졌다고?” 우물우물 먹으면서 처음으로 질문을 하자 제이미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글쎄 말이야! 맨체스터 부인이 아기를 가졌대. 전에 니가 방문한 뒤로 약간 충격을 먹어서 노력했나보던데?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면 니 이름으로 할 거라고 했어.” 제이미의 말에 난 약간의 충격을 먹으며 말했다. “뭐어! 아리가 임신을 했다고? 거기다가 내 이름을 따서 한다고? 만약에 남자아이면 어떻게 할려고?” “그건 맨체스터가의 일이니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그건 그래! 그렇지만 누구 이름을 함부로 갖다 넣는 거야? 이름값 받아야지 안 되겠어.” 아리의 일을 계기로 입을 말을 많이 하자 그녀도 쉬지 않고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몇 날 며칠이 눈 깜짝 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카를과 제이미는 급작스럽게 귀국일이 앞당겨져 우리보다 먼저 출발하게 되었다. 가기 전에 제이미가 안 가겠다고 약간의 때를 써서 하는 수 없이 내가 협박을 해서(때를 쓰면 다시는 카옌 왕국에 안 간다고 했음) 순순히 카를과 브라운한테 끌려갔다. 가기 전에 한 가지 당부의 말을 했다. 이곳에서 나를 봤다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괜히 말했다가 카리스들이 올수 있으므로. 그들이 그렇게 가버리고 심심해져서 정원을 둘러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급하게 뛰어오기 시작했다. “고..공작 각하! 지금 성문 밖에서 누군가가 각하를 찾아왔다고 무작정 들어올려다가 약간의 트러블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니 각하께서 가셔서 확인해야 겠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난 약간의 흥미를 느끼며 정원을 빠져나오다가 다시 숨 돌리고 있는 경비병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이봐! 성문이 어디에 있지?” 그 말에 경비병은 숨을 들이쉬며 뛰면서 안내를 했다. 이놈의 궁이 드럽게 큰 관계로 많이 뛰어왔건만 성문은 보일 가망성이 없었다. 정말이지 짜증나는 일이 아니기에 난 뛰어가고 있는 경비병을 불러 세웠다. “잠깐 서 봐! 이렇게 뛰어가다가 해지겠다. 그러니 니가 성문의 이미지를 생각해. 그러면 니 기억대로 마법으로 갈 거니까.” 경비병은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난 마법으로 경비병이 떠올린 이미지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눈 한번 감을 시간에 도착한 난 앞에 널브러져 있는 부상병들과 아직도 싸우고 있는 경비병과 기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모두 동작 그마안~” 큰 소리에 경비병과 기사들은 싸움을 멈추고 나를 한번씩 쳐다보고는 현장에서 물러나면서 전방을 주시했다. 약 20미터정도 떨어진 곳에는 피칠을 한 녹색머리의 남자가 서있었다. 그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뛰어오며 약 3미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넌 누구기에 나를 찾으며 난동을 부린 거지?” 도저히 신원 파악이 안 되는 그를 보며 물어보는 말에 그는 힘이 없는 소리로 말했다. “루나님! 접니다. 가브리엘!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위해 왔습니다.” 생각도 못한 가브의 출현에 약간 놀라워하며 난 그에게 물었다. “난 더 이상 엘프와의 대면은 싫다. 그러니 내가 먼저 너를 내친 것이니 그만 숲으로 돌아가라.” 내말에 그는 계속 그 자세를 고수하며 내가 자신이 한말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대로 있겠다는 말에 난 하는 수 없이 가브의 동행을 허락했다. 단 여전같이 행동을 한다는 전제하에서...그때서야 그는 일어서며 씨익 웃었다. “루나! 탁월한 선택이야.” “그러냐? 난 찝찝하다. 너 가출했지?” 그 말에 가브는 약간 눈을 끄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브야~너 다시 가면 안 될까? 난 엘프들한테 치이기 싫단 말야. 분명히 너를 찾으러 누군가 올거 아냐?” 가브는 말을 들으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거라고 얼버무렸다. “그건 그렇고 말이다 이거 어떻게 처리할래? 니가 한일이니까 알아서 해라.” 그제서야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 판단이 되었는지 물의 정령을 불러 몸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부상병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료를 하기 위해 다가가니 그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서로 사양하기 시작했다. “아아! 걱정하지 말라구. 그는 내 친구니까 안심해. 설마하니 엘프가 사람을 함부로 죽이겠어?” 공작인 내 말에 그들은 다시 한번 눈을 들어 가브를 올려다보았다.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엘프가 자신들을 때려놓고 치료해주는 병 주고 약주는 것을 해대는 것을 보며 그들은 안심하며 치료를 받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치료가 끝났는지 가브는 땀을 옷자락으로 닦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너무나 많은 인원을 치료하다보니 체력과 마나가 소모되는지 안색이 창백해져있었다. “가브! 이제부터 마법을 쓸 거니까 놀라지 말도록.” 그 말을 하고 곧바로 내 방으로 이동을 해버렸다. 성문에서 내방까지 얼마나 먼데 어떻게 지친 가브를 데리고 걸어올 수 있겠는가? 가브를 데리고 온 나는 내 침대에 가브를 눕히고 미르와 블루를 찾아 나섰다. 그들에게 가브가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블루의 방으로 들어가자 두 마리의 드래곤이 무슨 역적모의를 한지 지네들끼리만 쑥덕거리고 있었다. “너희들 뭐하냐? 쥐새끼 같이 한쪽 구석때기에서 뭐하는 짓이야?” 그제서야 내가 온 것을 알아챘는지 그들은 식은땀을 주르르 흘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행 계획 짜고 있었어.” “맞아! 우리는 여행계획을 짜고 있었어.” 퍼런색과 뻘건 색의 꼬리 달린 도마뱀의 말을 듣고 난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으래~하긴 이제 나와 떨어져서 여행을 해야 할 테니 둘이서 쑥덕거리고 있었구나? 그건 그렇고 방금 가브가 이곳에 도착했거든. 그래서 내 침대에 눕혀놓고 왔다는 말을 전하러 왔으니 하던 거 마저 해.” 내 말에 그들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반문하려다가 가브가 내 침대에 누워있다는 말에 심각한 표정을 만들며 나에게 말하려고 할 때 난 내 방으로 공간 이동을 해버린 뒤였다. 내 방에 돌아온 난 가브의 얼굴을 한번 들여다 본 다음에 그의 귀에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을 걸어두고 쇼파에 앉았다. 잠시 후 두 마리의 드래곤은 내 방으로 이동해 왔다. 그들은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가브를 보고 다시 나를 보면서 물었다. “루나 아까는 그냥 우리 둘이 여행계획 짠 거야. 니가 여행 계획 짜려면 머리 아플까봐서.” “그래! 우리가 짠거 한번 들어볼래?” 삘겋고 퍼런 도마뱀의 말을 듣고 난 그들이 기나긴 말을 하기 전에 잘라버렸다. “걱정하지 마. 나도 이미 생각해 둔 게 있거든. 그러니까 너희들이 짠 계획은 알아서 해.” 나의 압도적인 말에 그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엘프 녀석은 또 왜 온 거야?” 블루의 말에 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전에 약속한 것이 있는데 그걸 지키지 위해 다시 왔데.” 미르는 말을 듣고 심각하게 말했다. “그래? 무슨 약속을 했는데?” “그건 말이지? 날 계속 지켜주기로 했거든.”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을 하며 말을 해주자 그들의 얼굴은 굳어졌다. “엘프는 우리와 같이 한번 약속하면 죽을 때까지 지키는 녀석들인데 아마도 니가 죽을 때까지 따라 다닐 거야.” “그러던지 말든지, 그런데 이만 가봐야 하지 않겠어? 할 얘기도 다 한 것 같은데 말이야.” 축객령을 내리자 그들은 가브를 왠지 부럽다는 식으로 한번씩 쳐다보고는 자신들 방으로 이동했다. 그제야 난 블랑슈를 품에 안고 보던 책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간지 얼마 안돼 다시 한 무리의 인간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3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722 7 잠깐의 휴가 - 1 "지금은 잠 안자네?” 마리의 애교스런 말에 난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뭐 맨날 자냐?”(시시때때로 자지!! 흠흠) 비록 마법을 걸어두었지만 가브가 깰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근데 여긴 왜 왔냐?” “그냥 궁금해서 그런데 저기에 계신 분이 진짜로 엘프인거야?” 갑작스레 쳐들어온 녀석들에게 질문을 하자 내가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내가 한 질문보다는 가브에게 관심을 표하는 샤를의 질문에 녀석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에도 한번 봤으면서 못 느낀 거야? 바부팅이들~” 한순간에 바부팅이가 된 샤를은 얼굴을 붉히고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는 귀를 가리고 있었잖아. 그런데 이렇게 가까이 엘프를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루나하고 다니면 눈요기는 많이 할 것 같아.” 뜻 모를 말을 하는 나오미는 가브가 자고 있는 침대 가까이 다가가며 꼭 인형을 감상하듯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상하다. 엘프들은 청력이 매우 발달했다고 했는데,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그게 그렇게도 궁금했는지 날 바라보며 어서 대답해 라는 시선으로 물었다. “내가 마법으로 소리를 차단시켰어. 피곤해서 자고 있는데 옆에서 소리 나서 깨면 얼마나 짜증이 나겠어? 그래서 이 몸이 솔선수범했지.” 나의 위대함에 대해 열심히 찬양을 하고 있을 때 마리가 내 팔을 잡아끌었다. “여긴 가브리엘님이 주무시니까 우리 다른 곳으로 가서 놀자. 니 애완동물도 데리고 와도 돼.” 이 인간이 웬일이라니~하고 생각하며 난 방안을 점검하고 그들을 따라 처음 가보는 곳으로 갔다. “우와~이런 곳도 있었어?” 세상에나 궁 안에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나 맑고 투명해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정도의 1급수의 물이 흐르고 자그만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때? 멋있지? 여긴 우리들만의 공간이야. 나하고, 나오미, 그리고 샤를이 자주 모여서 잡담을 하는 장소야. 더우면 발을 물에 담그면~~생각도 하기 전에 시원해져. 헤에~” 열심히 냇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을 때 나와 그 외의 녀석들은 냇물 바로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로 모여들었다. “야! 저거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야?” 아직까지 우리가 이곳에 이동한지 모르고 냇물만 보고 열띤 설명을 하는 마리를 보며 녀석들에게 물어보았다. “음~아마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끝난 다음에 알 수 있을 거야.” 나오미의 말이 끝나자 마침 자신의 말을 다한 마리가 자신의 뒤를 보며 헤실 웃다가 우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며 나무 밑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잽싸게 뛰어왔다. “너희들~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너무해! 미워잉~” 마리의 말에 난 왕 소름이 돋아서 팔을 문지르고 있었지만 나오미와 샤를은 이미 면역이 됐는지 번뜩이는 마리의 시선에 딴 짓을 하였다. “그만해! 마리, 위대한 마법사가 되실 분이 그런 말투를 쓰면 앞날이 걱정되는걸?” 한술 더 뜨는 내 말에 마리는 머리를 푹 숙였다. “우후후훗~역시 루나의 말빨에 천하의 마리도 어쩔 수 없구나.” “풋, 맞는 말이야.” 넷이서 뭉쳐서 열심히 놀다가 어느덧 밤이 되어버렸다. 칠흑과도 같은 밤하늘에 떠있는 자그만 별과 달.... 어둠이 아무리 크고도 진해도 반짝이는 작은 별빛 하나를 덮을 수 없는 노릇 세상이 험하다고 하지 말지어다. 그대들에겐 어둠에 물들지 않는 자그마한 마음이 있으니까! 그대들이 아무리 그 마음마저 물들었다고 믿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당신이 어떤 일을 하든 지켜줄것이다. 비록 어둠에 물들었어도 그 빛만 차단시킬 뿐....밝음 자체를 없앨 수 없으니..... 나도 모르게 작게 뇌까린 말에 주변은 싸늘하게 가라앉아있었다. 내가 또 무슨짓을....내가 미쳐요~저놈의 달하고 별만 보면 꼭 하기 싫은 짓을 하게 되는 내 자신이 싫어~ * * * * * * * * * * * * * * * 만난지 얼마 안돼 우리들의 친구가 된 소녀가 있었다. 맑은 눈망울에 슬픔을 가득 앉고 있는 소녀를 보기만 해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 였다. 그러니 같이 다니는 일행들은 오죽이나 하겠는가? 초절정 꽃미남들은 루나의 한마디면 무엇이든 다 해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우리의 눈에는 팔불출로 보이지는 않는다. 나또한 우리들도 그녀에게 그렇게 해주고 싶으니까! 무투회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힘도 없어서 곧 쓰러질 것 같은 소녀가 검을 들고 당당히 서있었다. 그 모습에 왠지 기품과 위엄이 서려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 였지만 나 혼자 느낀 것이 아닌 듯 첫 예선전을 끝내고 궁으로 들어왔을 때 샤를과 마리도 똑같이 말했다. 다음날도 루나는 아방한 모습으로 어이없이 이기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다른 이들은 루나가 운으로 승리했다고 생각했고, 나또한 그렇게 생각하였다. 검을 잡은 지 10년이 넘은 나도 힘겹게 상대를 물리치는데, 루나가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예선전을 할 때 루나가 하는 말 ‘천천히 올게’ 그 말 그대로 루나는 아주 천천히 왔다. 나중에 듣고 보니 마법사가 마법을 너무 많이 쓴 바람에 제풀에 쓰러졌다는 것을...루나는 그때까지 피하다가 천천히 들어온 것이다. 오후엔 루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기권을 해서 미리 여관에 돌아간 듯 하였다. 처음에 나간 샤를은 약간의 상처를 입고 안으로 들어와 신관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진짜였다. 어쭙잖은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었다. 진짜배기만 남아있으니까!! 마음을 굳건히 먹은 난 이름이 호명되자 심호흡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결과는 장외패. 코너로 몰린 난 상대가 내 다리를 공격해서 순간적으로 뒤로 빼다가 어이없이 떨어진 것이다. 너무 억울했다. 억울한 나머지 난 루나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까지 하지 않으면 내가 내 성질에 못 이겨 꼭 무슨 일이라도 벌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루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꼭 안아주었다. 여자에게 안기기 싫어하는 루나가 나를 안아준 것이다. 나보다 작은 루나의 품에 안긴 난 처음으로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붉어진 눈시울을 한 나를 보며 루나는 셀죽하니 웃었다. 그리고 난 루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나를 이긴 녀석을 똑같이 해달라고...내 말을 들은 루난 그렇게 해주겠다고 하며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를 본 나는 불안함과 굳건한 믿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날 난 마리와 같이 관중석에 숨어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 후 샤를이 나왔지만 실력과 경험차에 의해서 패하고 말았다. 샤를이 저렇게 지니 갑자기 루나가 불안해졌다. 그 몸으로 어찌 이길 수 있을지. 다시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루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아방한 모습, 도저히 신뢰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검을 뽑지도 않고 유연함과 스피드 있는 몸동작으로 검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측면으로 밀리고 있었다. 측면으로 밀리자 그놈의 자식은 내게 했던 것처럼 루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이건 보나마나 질것이라 생각하고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세상에나! 저건 분명히 보법이 분명하였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어떤 사람이 한번 시범을 보인 적이 있었다. 단지 검술이 뛰어나서 내게 가르쳐주다가 모함을 받아 죽은 나의 단 하나뿐인 사부님, 사부님이 경비대에 잡혀가기 전에 내게 보여준 것이 바로 보법이었다. 시범을 보이고 나서 가르쳐주려는 찰나 나쁜 녀석들이 데리고 가버렸다. 그다음엔 보지 못했다. 보법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그런데 루나가 하고 있었다. 사부님이 하던 것과 비슷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달라보였다. 하기야~사부님도 보법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으니까. 다른 인간들이 보면 그냥 단순한 발동작으로 치부하겠지만 내 눈엔 보법으로 보였다. 보법으로 그 녀석의 뒤로 돌아간 루나는, 허허~어이없게도 그녀석의 등짝을 발로 뻥 차버렸다. 싱겁게 끝났다고 뭐라고 하는 인간들이 있었지만 난 루나를 다시 보게 되었다. 단순히 보법을 할줄 알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오후가 되었다. 처음 타자로 루나가 앞으로 걸어 들어왔다. 루나가 걸어오자 사람들 눈에는 흥미와 재미로 가득 찼다. 그리고 함성을 질렀다. 아마도 루나는 파이스티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되게 될 것이다. 무투회 역사상 재미있는 검사로. 상대의 기사가, 흠~천둥의 기사 단장이었다. 안됐군 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번에 나와 대련을 했지만 실력차로 깨끗이 진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나도 단장의 모습을 보고 약간 긴장을 한 듯 신중하게 검을 뽑아들었다. 처음엔 대련 비슷하게 서로 검을 섞다가 갑자기 날카로워지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루나의 실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마리와 난 두 눈을 크게 뜨고 대회장을 내려다보았다. 막상막하의 실력을 가진 두 명! 좋은 눈요깃거리 였다. 확실히 루나의 느린 듯 하면서도 빠르게 짓이기고 나가는 검술! 갑자기 루나의 검이 왼쪽으로 나가기 시작하자 단장은 심장을 보호하기 위해 검으로 방어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왼쪽으로 가던 검은 단장의 목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것을 운이라고 해야 하나? 실력이라 여겨야 하나? 대회가 끝나자 난 간단한 평복으로 갈아입고 샤를과 마리, 그리고 칼과 같이 루나가 머물고 있는 여관으로 걸어갔다. 여관에 들어가자 루나와 그 일행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에 앉자 루나가 우리를 향해 돌아보았다. 씽긋 웃으며 눈인사를 하는 루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자 루나는 토도 달지 않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런 루나의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루나를 안았다. 그리고 서로 정답게 웃으며 얘기를 하다가 칼 라이얼드 후작의 포커메이스가 무너져 내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후 마리의 말에 난 뒤로 까무라칠뻔 하였다. 세상에나! 그런 일이 있었으면 먼저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줄 것이지. “올해부터 국왕 폐하께서 우승자가 남자일 경우는 공주님과 그리고 여자일 경우에는 왕자님과 결혼을 시켜준대.” “뭐라고? 그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왠지 이건 나 아니면 루나가 해야 할 소리인 듯한데 어찌된 게 저 두 분이 경기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슬슬 루나의 눈빛이 안 좋아지고 있었다. “야 이 잡것들아! 그건 내가 할 소리야. 왜 니들이 끼어드는 건데? 그건 그렇고 마리! 그 말이 사실이야? 아니겠지. 설마하니 말야?” 믿기지 않는다고 다시 묻는 루나! 지금의 내 심정도 다시 묻고 싶었다. 하지만 루나가 먼저 물어보았으니까 조금 있다가 물어봐야지. 안 그랬다간 블루님이나 카인님처럼 당할 수도 있으니. “그 말이 정말이냐? 아니겠지 마리?” 이건 분명히 뭔가 잘못되었어. 암 그렇고 말고, 마리가 잘못 들은 게 분명하다구. “국왕 폐하와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이야기를 나도 모르게 살짝 들었는데 신중하게 말씀하시더라. 이 나라에는 인재가 없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인재를 끌어 모으고 싶다고 하시면서.” 그 말을 듣고 난 절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망할, 안돼~내 인생이 무너지는 구나.” 내 인생이 이렇게 무너지면 안돼~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인간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루나~이제 이 소녀만이 내 하나뿐인 기대주였다. “루나! 무조건 이겨라. 지면 내가 용서 안할 줄 알아. 지면 내가 지옥까지 쫓아가 줄 테다! 알았지? 그러니 제발 우승해라. 우승. 우승.” 옆에 있는 죄로 난 루나의 어깨를 잡고 앞뒤로 흔들어대자 루나는 눈이 핑그르르 돌아가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정말로 우승할 수 있겠어? 넌 이제껏 운으로 이겨왔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던데.” 칼 라이얼드 후작이 묵직한 소리로 말했다. “엥!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나오미가 어깨를 흔들어 대는 바람에 머리까지 흔들려서 그냥 알았다고 했는데, 저도 우승할 자신도 없고 우승해서 짐덩어리를 맡고 싶지는 않다고요.” 어..어떻게...그런 말을! 그래도 일국의 왕자인데, 결혼만 하면 인생 빵빵하게 살수 있는데, 왕자를 짐덩이 취급을 하다니, 그런 그렇고 내 인생이 달린 문제이므로 내가 다시 루나를 잡고 흔들려고 하자 카인님이 가로막아버렸다. “정말이지 대단하군. 그래도 일국의 왕자한테 짐덩어리라고 말하다니. 다른 여자 같았으면 좋아서 달려들었을 텐데.” “이봐! 샤를, 난 말이지 다른 여자가 아닌 나야. 그리고 난 여행을 하던 중이어서 한곳에 정착할 수 없다는 것을 알잖아? 이젠 조용하게 기권하는 것만 남았군.” 준결승에 오른 것도 축하할일인데 짐덩이를(?) 맡기 싫다고 기권을 하려하다니...이참에 루나의 뇌구조를 알아보고 싶었지만 참기로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수단을 쓰기로 하였다. 무조건 원하는 것을 해주겠다고, 지금은 후에 닥칠 일보다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씨를 꺼야만 했기에 약속을 하고 말았다. 이거 어찌된 게 내가 공주란 걸 밝히고 다니는 것 같아. 흐뭇해진 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 올라가버렸다. 루나가 올라간 다음 서로 말을 나누다가 이해 못할 말만 하고 다시 돌아와야만 하였다. 시녀장한테 걸리면 죽음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니까. 잽싸게 돌아온 난 잠을 잤다가 다음날 일어날 수 있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637 5 잠깐의 휴가 - 2 “나오미~어서 가자.” 분명 지금쯤 시녀들에게 둘러싸여서 치장된 다음 의자에 앉아있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내가 데리러 왔다. 내 예상이 맞았는지 나오미는 화사하게 꾸며진 얼굴로 흔들의자에 앉아있었다. “너무 늦은 거 아냐?” “아냐!! 늦다니? 어서 가자. 이제 곧 준결승하고 결승전 하잖아. 루나가 대결하는 것을 봐야지.” 루나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나오미는 흔들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심해! 치마 구겨지면 시녀장한테 잔소리 듣잖아.” 일어나면서 살짝 구겨진 치맛단을 펴주면서 나오미를 올려다보았다. 그냥 이대로 있어도 이쁜데, 검만 잡지 않는다면 보통 공주님처럼 살다 갈 텐데....어렸을 적부터 검술을 하겠다면 때를 쓰던 나오미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였다. 나도 그 당시엔 할아버지에게 마법을 배우다가 알게 된 소녀였다. 처음엔 그냥 보통 귀족 영애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왕족이라고 하는 말에 깜작 놀랐지만 이미 반말이 익숙한데 경어를 쓰기엔 어색하여 그냥 반말로 대하였고, 나오미도 허락해 주었다. 나오미가 검술을 하면서 샤를과 알게 되었다. 우리보다 2살 많은 녀석....언제나 방실방실 웃으며 화를 낼 줄 모르다가 한번 화가 나면 꼭지가 돌아버린다는 무서운 인간이었지만 우리에겐 항상 따스하게 대하였다. “마리! 뭐하고 있어? 빨리 가자고 한 사람이 누군데.” 옛일을 회상하다가 나도 모르게 멍하게 있었던 것 같다. “아, 알았어. 빨리 갈게.” 달려서 저 앞에 걸어가고 있는 나오미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나오미와 같이 가다가 샤를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 셋은 사이좋게 말을 나누며 대회장으로 향했다. 대회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난 궁중 마법사이신 할아버지 옆에 나오미는 국왕폐하 옆에 그리고 샤를은 클라이드 백작 곁으로 가서 옆에 섰다. “엇! 저기 루나 다.” 나도 모르게 손으로 우리 정면 아래쪽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있는 루나가 보이자 소리를 질렀다. “어라? 정말이네. 여기서 보니 감회가 새로운데?” 샤를도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저 아래에서 다른 여자와 말을 나누고 있는 듯한 루나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한지는 모르겠지만 심각한 것 같았다. 안 좋은 오라가 풀풀 날리고 있는 듯 하였으니. “국왕폐하께서 드셨습니다. 그러니 출전자들은 모두 예를 갖추십시오.” 사회자의 말에 루나와 그 여자는 대화를 중단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저건? 국왕 폐하께 예를 갖추는 방식이 틀렸다. 루나가 하고 있는 건 분명 카옌 왕국에서 하던 방식인데? 내 생각과 같은지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루나에게 시선집중을 하고 있었다. “호.호.호. 제가 실수를 했나봐요. 배우지 못한 무지렁이가 한 실수로 여기시고 용서하십시오.” 역시나 이럴 때도 루나의 말빨은 먹혀들었다. 만약에 잘못하면 국왕 모독죄로 잡혀 들어가거나 첩자로 오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오미와 샤를 그리고 라이얼드 후작님을 보니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듯 보였다. 루나는 아까 대화를 나누던 여자와 두 번째로 싸우는지 먼저 다른 남자들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어제와는 달리 박진감 넘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되어 손을 꼬옥 쥐었다. 마침 그때 사교계에 잘 안다니신다는 필라르 하이타이 자작님이 뒤늦게 도착을 하셨다. ‘어? 그런데 이상하다. 왜 아래쪽을 보고 웃고 계시는 거지? 하이타이 자작님이 웃고 있는 건 처음 보는 건데 저런 것은 나오미하고 샤를에게 얘기해주면 놀라워하겠지.’ 우선은 지금 당장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저기 아래에 벌어지고 있는 대결이 중요한 것이므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려는 찰나 이미 끝나있었다. 중요한 순간을 볼 수 없어서 약간 실망을 했지만 뭐 루나가 싸우니까 열심히 응원을 해주어야겠다. 속으로.... “루나양과 모니카양은 앞으로 나와주십시요.” 드디어 루나가 시합에 나오는 건가? 근데 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거지? 사회자가 몇 번을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는 루나, 불안하다. 혹시나? 하고 샤를과 나오미 그리고 라이얼드 후작님은 살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으이그~~이런 중요한 순간에 잠이나 자구. 이 잠팅이!’ 마지막으로 거의 악을 지르자 그때서야 루나가 스르륵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일어나자마자 루나는 시합 상대에게 뭐라고 하였지만 워낙에 작게 한 말이라 잘 들리지 않았다. 근데 시합 상대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지 얼굴이 붉어지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듯 한 모습이었다. “이제 준결승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루나양과 모니카양 모두 준비를 하십시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곳에 있던 인간이 호각 불렀다. 역시 준결승이라 그런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아보였다. 루나가 불안해 보였다. 상대가 소드 마스터....영 희망이 없어보였다. 망신살이 뻗히며 질 것 같았지만 검기가 맺힌 검을 루나는 고양이보다 더 빠르게 피하고 있었다. 이른바 얍삽하게 흠...이건 루나에게 안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면 뺀질이?? 이건 어감이 안 좋군. 더욱더 강해지는 검기, 심상치 않았다. 저런 거에 맞으면 인생 끝장이다. 그런데 루나는 뭘 믿고, 검도 빼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모니카라는 여자는 인정사정없이 가냘픈 루나에게 공격을 하였다. 흑~불쌍해. 저렇게 피해다니는 것도 얼마나 힘들까? 루나의 명복을 빌어주고 있을 때 모니카의 검기는 더욱도 커져만 갔다. ‘헛!!! 마지막 공격인가? 저거 맞으면 안돼.’ 내 생각과는 달리 루나는 이젠 포기를 했는지 피하지도 않고 정면을 보고 헤죽이고 있었다. 검기가 맺힌 검이 루나의 몸을 관통하려 할 때 순간적으로 빛이 폭사되었다. 눈이 자동적으로 감김을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순간 난 아까보다 더 중요한 장면인 듯한 것을 놓쳐버렸다. 나를 제외한 다른 인간들도 마찬가지 인 듯 하였다. 눈을 떴을 땐 이미 상황은 종료. 아까 그 장소에 가만히 헤죽이며 서 있는 루나와 검이 부서진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니카. 루나가 이긴 것이다. 루나가 결승에 오른 것이다. “헤죽! 여전히 난 운이 좋군. 바보같이 검에 힘을 많이 집어넣어서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게 만들다니.” 아~그러면 그렇지. 여전히 루나는 운이 좋은 것인가? 다른 이들도 우리와 같이 인정을 하는 듯 하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게 아닌 듯 보이셨다. “호오~놀랍구나.” 옆에서 할아버지가 루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할아버지 뭐가 놀라운데요?” 어렸을 적부터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손에 키워진 난 누구보다도 할아버지 말이라면 팥 심으면 콩이 난다고 해도 믿었다. “넌 느끼지 못했느냐? 쯧쯧~아직 그런 경지에 오르지 못한 모양이구나.” 혀를 차시던 할아버지는 나를 위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방금 반짝이는 거 봤지?” 묻는 말에 난 고개를 상하로 움직였다. “그건 바로 너도 알고 있는 라이트 마법이다.” “에? 말도 안돼요. 그렇담 제가 못 알아 볼 리 없잖아요.” 1클래스 마법인 라이트를 모르는 마법사가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럼 난 마법사도 아니게? “후훗!! 잘 들어보아라. 아까 그건 분명히 라이트 였다. 다른 이들의 눈엔 그저 빛이 폭사된 것으로 보이고, 넌 마나 파장을 느끼지 못했지만 난 오랜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마나장을 느끼지 못하게 마나의 파장을 제한한 것이다. 그래서 하급마법사는 알아 볼 수 없었지만 나처럼 6클래스는 그걸 미약하게나마 알 수 있는 것이다. 대단하구나. 저런 아이는 필시 우리나라에 필요한 인재다.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더라도 스카웃을 해야 하겠지. 마검사....드래곤이외에 마검사가 있을 줄은 몰랐구나.” 그로 인해 난 루나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내려봤을 때는 루나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전설의 마검사가 나타난 것이다. 전설의 마검사. 천재라 할지라도 마법과 검술을 동시에 할 수 없다. 한 가지도 대성하기 힘든데 둘 다 배우려했다간 스프도 스튜도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루나는 이 세상 최고의 천재? 란 공식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참 후 헤실헤실 웃으며 대회장으로 들어서는 루나가 보였다. 아마 식사를 하고 온 듯 하다. 저렇게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때마침 루나가 이쪽을 쳐다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기분 좋은 미소를 보자 나와 나오미 그리고 샤를도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국왕폐하의 뒤쪽에 묵묵히 서있던 라이얼드 후작님도 손을 살짝 올려 흔들어 주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공주마마! 저기 있는 소녀를 아십니까?” 끼리끼리 뭉쳐 다니던 우리들이 한 소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목격한 귀족들이 우리 중에 제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나오미에게 물어왔다. “저희들은 여행 중에 저 소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받았지요. 우리의 신분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순수하게 손까지 흔들어 주다니 기쁘군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자신을 속였다고 한마디쯤 해주거나 우리에게 달라붙었을 텐데.” 루나의 말빨에 영향을 받은 듯 나오미의 매끄러운 말에 귀족들은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회피하였다. “그런데 아까는 어떻게 된 거지?” 나오미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대답할 뻔 했지만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건 나와 할아버지만의 비밀이니까. 갈쳐주기 싫어서 도리도리를 하였다. 이로써 난 루나의 비밀을 하나 알고 있게 되었다. 우리들은 식사를 하러 가지 않았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혼자 심심해할 루나를 바라보았지만 전혀 심심할 것 같지 않았다. 그사이를 못 참아 쿠우우울~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뭐.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국왕폐하와 왕족들 그리고 여타의 귀족들이 몰려들어왔다. 아래로 내려가 깨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관뒀다. 알아서 깨어났으니까. 일어난 루나는 또 다시 상대편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하였다. 그리고 루나는 말로써 1승을 먹고 들어갔다. 상대편 아저씨의 상태를 보니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나양과 프라인 군은 시합이 시작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소리가 들리자 호각소리가 들렸고, 바야흐로 손에 땀이 주르륵 흐르게 하는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어째 대결은 안하고 둘이 가만히 있었다. 뭘 잘못 먹었나? “프라인! 뭐하고 있어요. 사내가 검을 뽑았으면 호박이라도 찔러야 된다는 말을 듣지 못했나요?” 이번엔 웬일로 자그맣게 말한 것이 우리에게도 들렸다. 어째 서지? 이건 나중에 밝혀졌는데 말을 하면서 약간의 기를 섞으면 작은 목소리도 구석구석 들린단다. 그리고 심하면 고통을 느낀다고, 더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소드 마스터가 말해주었다. “루나! 아까 내가 한말을 못 들었니? 검을 뽑아라.” ‘앗!! 이번에도 들린다. 들려~’ 프라인 아저씨의 말에 루나는 자신의 왼쪽 허리에 매어져 있는 검을 뽑았다. 뽀사시 하니~이쁘구~음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느껴졌다. 주변에 있는 귀족들은 벌써부터 루나의 검에 눈이 뿅가버렸다. 탐욕의 눈이, 쯧쯧~그러다가 루나한테 맞아죽지. 검을 뽑아든 루나는 이제야 검술 시합다운 시합을 했다. 루나의 몸놀림, 너무 멋졌다. 만약에 루나가 남자였다면 난 아마 루나를 죽어라고 아 다녔을 정도로 멋있었다. 그동안 왜 그렇게 시합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시합에 푹 빠져 있던 나오미와 샤를 그리고 라이얼드 후작님 외에 모든 귀족들과 평민들이 집중을 하고 보았다. “이런! 장난이 아니군. 왜 이런 실력을 숨기고 있었지?” ‘앗! 그건 내가 물어보려고 했는데?’ “심심해서.” 루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합을 보고 듣던 인간들은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손수건으로 닦기에 바빴다. 시합 중이던 프라인 아저씨도 식은땀을 흘리며 방어하기에 급급해 보였다. 루나의 현란한 몸놀림, 나에겐 이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기사들한테 물어보니 황홀했단다. 급소만을 골라 공격하는 법, 그런 건 안법도 중요한데 대결 도중에 움직이는 상대의 급소가 어디 있는지 골라내어 군더더기 없이 쓰으윽 그어 버리는 위험하고 대결하기엔 영 껄끄러운 존재라는 것이다. 공격만 하다가 웬일인지 공격을 받은 루나는 앉아서 피하고 검을 위로 쭈욱 긋자 프라인 아저씨의 어깨에 피가 났다. 어깨에 피가 난 시점과 동시에 둘은 대결하는 것을 잠시 멈추는 듯 하였다. “이런! 다쳤네요.” “이정도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이제 본격적으로 해볼 생각은 없냐?” 진지모드로 돌입한 프라인 아저씨의 말에 루나는 웃으며 검을 들어올렸다. 이제까지 순수한 검술로만 상대를 하다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합을 하려는지 아저씨가 검기를 만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둘은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고, 스쳐 지나가버렸다. ‘우웅! 어떻게 해. 검기도 만들지 않은 루나가 다치면.....헉스~일 터졌다.’ 루나가 이긴 것이다. 프라인 아저씨의 검은 두 쪽이 났고, 쓰러졌다. 그러므로 루나가 이긴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호오~더욱더 흥미가 가는 아이 군. 일루젼을 쓰다니, 대단해. 분명 검기를 숨기기 위해 펼친 거지만 순간적으로 일루젼을 할 수 있는 마법사가 어디에 있을까? 게다가 그냥 단순한 마검사 일줄 알았는데, 최소 5클래스에 소드 마스터 라. 입맛 당기는군. 하지만 저 아이가 싫다면 보낼 수밖에. 그냥 보내긴 아깝지만 저 아인 오래 머물 것 같지 않구나.” 할아버지의 기나긴 설명에 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뜰 수밖에 없었다고 하면 돼나? 나도 이제 4클래스인데 루나 넌 대체 능력이 어디까지인거얏?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781 9 잠깐의 휴가 - 3 아버님을 따라서 난 파티장에 갈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출입을 잘 하지 않지만 나오미와 마리가 나가면 한번씩 얼굴을 들이밀까 말까 한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군말 없이 간 것이다. 루나를 위한 파티니까. 아까 있었던 시합을 상기시키면 내 심장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멋진 시합은 난생처음이었다. 아버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지만 놀라는 기색이 영력하셨다. 파티장에 도착해보니 저 멀리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이 보이셨고, 나오미와 마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먼저 아버님과 떨어진 다음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께 인사를 한 다음 나오미와 마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나오미는 국왕폐하와 같이 와야 정석이지만 성격상 고정관념 타파를 외치고 있으므로 귀족들과 같이 들어온 것이다. “아까 시합 어땠어?” 하고 묻는 말에 두 여인들 왈 “환상적이었어.” 나오미와 마리의 말이 맞다. 환상적이었지!! “그런데 아직 도착 안했나봐.” 마리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니 루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의 수다를 들어주며 시간을 때우다가 마침 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무투회 우승자인 루나양 드십니다.” 라는 말과 루나가 들어섰다. 왠지 그녀에겐 드레스가 아닌 바지가 어울렸지만 그런 대로 괜찮아보였다. 루나는 우리가 보이지 않았는지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이 계신 곳으로 먼저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던 중 루나와 가르시미르님의 안색이 안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루나가 벌떡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왜들 왜 저럴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 중에 필라르 하이타이 자작이 루나에게 인사를 걸었다. “저런~역사적인 일이 일어나다니? 믿을 수 없어.” 나오미의 말에 나와 마리도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이타이 자작은 능력은 좋은데 어찌된 게 사교계엔 눈꼽 만큼도 안 오셨다. 그래서 아는 귀족들이 몇 명으로 한정되어서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있을 뿐이지 친하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런 자작님이 루나에게 인사를 한 것이다. 인사를 하고 받고, 밖으로 가려는 루나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기념비적인 사건을 연출하자 주변에 있던 귀족들은 얼어붙어버렸다. 나도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이후로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보았다. 뭔가 아주 굉장히 급해 보이는 루나! 그런 루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 자작..그들의 사이에 끼어서 의무적으로 인사를 하며 살짝 떼어놓는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 떨어지자마자 다시 밖으로 나가려다가 국왕 폐하와 카옌 왕국의 사절단이 들어오는 바람에 얼른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나는 루나.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애감이 들었다. 사절단으로 오신 카옌 왕국의 태자마마와 태자비마마께 인사를 드리는 귀족들...그 틈에 우린 루나를 잡아끌었다. 그리곤 하이타이자작과 무슨 관계냐고 추궁하자 간단하게 가르엔에서 한번 만났다고 하는 루나를 채가는 자작....아마 루나를 좋아하나 보다. 하지만 루나의 표정엔 ‘난 너 싫어’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뭐라 뭐라 얘기를 하다가 국왕폐하께 부르시는 말에 얼른 톡낀 루나는 예의바르게 폐하의 앞에 나갔다. 그리고 나는 까무라지는 줄 알았다. 우승한 댓가로 세가지중에 고르라고 했을 때 왕자와 결혼을 하든지 아니면 귀족이 될지 알았는데 기껏 해서 상금만 받겠다니? 나오미와 마리도 어이가 없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까무러치는 일은 터지고 말았다. 가르시미르님이 바로 카옌 왕국의 백작님이라는 것과 루나의 검을 가리키며 묻는 태자비 마마! 그리고 호위대장으로 온 브라운 아이틴 님의 발언과 함께 태자비마마의 육탄 돌격! 평민인 루나에게 태자비마마가 안긴 것이다. 루나는 여자가 자기에게 안기는 거 싫어하는데, 그리고 안긴 것 까지는 좋은데 펑펑 울고 있었다. 그리웠던 님을 찾은 듯이....추궁을 당하는 가르시미르백작님은 당황하여 어찌할바 모르자 루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주 신선한 충격으로 뒤로 넘어지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저어기~그게 말이죠. 어떻게 된 일이라면 말이죠. 에라 모르겠다. 그래 나 루나 맞다. 이제 어쩔래? 제이미 빨랑 떨어져. 난 변태소리 듣기 싫으니까.” 헉스~일국의 태자비마마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루나는 반말을 찍찍 갈기도 이름까지 부르고 있었다. 대체 왜 루나에게 들러붙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 잠시 후 사실은 밝혀졌다. 원상복구를 외치던 그들의 함성에 힘입어 루나는 말 그대로 원상복구를 하였다. 검은 머리에 녹색 눈을 한 여인으로...검을 들고 마법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하지만 거기에 더 붙여져서 공작으로 단숨에 올라가 버렸다. 인생사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니만 그 말이 맞는 듯 하였다. 그냥 평범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후작도 아닌 공작일 줄이야. 그것도 여행을 다니는..... 그들이 나간 다음 주위는 더 썰렁해져만 갔다. 몇 마디 말을 하고 나온 나오미의 뒤를 따라 마리와 같이 걸어갔다. 나오미의 독백....맞는 말이다. 그 말이....언제나 지켜주고 싶은 눈동자. 며칠동안 열심히 태자비마마와 놀고 있어서 우린 곁에도 다가가지도 못했는데 떠나가 버리셨다. 안가겠다고 때를 쓰던 마마에게 루나는 따끔한 말을 하고 돌려보냈다. 점점 멀어지는 마차를 보는 루나의 눈빛....반쯤 감긴 눈에는 슬픔이 고여 있었다. 우선은 건들지 말자는 결론이 나온 우린 루나가 원상태가 되기를 기다리다가 뜻밖의 일을 전해 들었다. “엘프가 나타나서 루나 어클리어스 공작을 찾고 있습니다.” 기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린 성문으로 달려갔고, 성문의 상황은 이미 종료가 되 있었어서 루나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찾아갔다. 그곳엔 정말로 엘프가 있었다. 인간들이 사는 곳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엘프가 루나의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는데....헉스..가브리엘님이었다. 신기한 듯 가브리엘님을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는 나오미! 못 말리는 말괄량이 공주님이었다. “여긴 가브리엘님이 주무시니까 우리 다른 곳으로 가서 놀자. 니 애완동물도 데리고 와도 돼.” 루나의 수심에 잠긴 눈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마리가 먼저 나선 것 같았다.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그런지 루나는 연신 두리번거렸다. “우와~이런 곳도 있었어?” 마리 덕에 루나는 엄청 놀라고 있었다. 아까까지의 수심 있는 눈동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때? 멋있지? 여긴 우리들만의 공간이야. 나하고, 나오미, 그리고 샤를이 자주 모여서 잡담을 하는 장소야. 더우면 발을 물에 담그면~~생각도 하기 전에 시원해져. 헤에~” 조잘조잘 거리면서 말을 하는 마리! 저 말이 끝나기만을 듣고 있으려면 고달파지므로 우린 나무 그늘이 있는 곳으로 찾아들어갔다. “야! 저거 언제까지 계속되는 거야?” 쉬지도 않고 냇물만 보고 혼자 말을 하는 마리를 보고 루나는 얼굴을 살짝 구기며 물었다. “음...아마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끝난 다음에 알 수 있을 거야.” 내말이 떨이지기도 무섭게 마리는 방긋방긋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 정도의 설명이면 어때? 하고 묻는 듯 했지만 그에 부응할 인간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들을 찾아낸 마리는 뛰어왔다. “너희들~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너무해. 미워잉~” 우린 이미 이런 일에 면역이 되어있었지만 루나는 아직 면역이 되지 않은 상태라 팔을 문지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소름이 돋은 듯 하였다. “그만해! 마리, 위대한 마법사가 되실 분이 그런 말투를 쓰면, 앞날이 걱정되는걸?” 루나의 말빨에 고개를 숙이는 마리. “우후후훗~역시 루나의 말빨에 천하의 마리도 어쩔 수 없구나.” “풋, 맞는 말이야.” 그렇게 우리들은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다보니 까만 밤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늦게 유쾌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는 처음이었다. 기분이 좋은 난 이 어두운 밤을 이용해 나오미와 마리, 그리고 루나를 어떻게 골려줄까 생각하다가 곧 관두었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루나의 눈이 어둠으로 물 들으면서 부터.....그리고 슬픈 시를 듣고.....희망어린 시었지만 루나가 읊자 왠지 슬픔이 가득 차 있는 듯 하였다. 처음 들어보는 시! 루나가 지은 것 같았다. 슬픔에 젖어드는 루나를 구하기 위해 이 한 몸 희생하기로 결정하고 입을 열었다. “이렇게 따분하게 있지 말고 파이스티 구경하자.” 구경가자는 말이 나오자 루나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정말? 정말? 정말이지? 그렇지?” 믿기지 않는 듯 루나는 계속해서 물어봤다.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바지차림이니까 이대로 왕궁을 빠져나가자고.....가 아니라 일단은 그 모습 좀 가려야 하니까 특히 루나는 로브를 입는 게 좋을 것 같아.” * * * * * * * * * * * * * * * “우와~저건 뭐야? 저건? 저건도 어떻게 만들어진 거야?” 왕궁 탈출을 감행한 우리들은 이곳저곳 배회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투회 출전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돌아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있냐고? 당연히 녀석들에게 묻고 있지. 흠! 내 질문이 너무 방대한지 설명을 하고 있는 녀석들은 돌아가면서 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루나~배고프지 않아? 우리 저녁 안 먹었잖아. 먹으러 가자.” 왠지 입을 쉴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그러는 것 같은데, 흠흠~내가 참아주기로 하지. “응~ 배고파! 나오미~여기서 제일로 맛있는 식당이 어디야?” 순순히 묻는 말에 나오미는 ‘따라와’ 하고는 자신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저기야! 어때?” 삼층 건물, 맛있는 식당. 헐~그런다고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식당으로 가자고 맛있는 식당을 물어봤더니만 정말로 맛있는 식당이란 간판을 달고 있는 곳으로 올 줄이야!! 허어~근데 맛있을까? 멀뚱멀뚱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보니 내가 제일키가 작군. 그나마 만만한 게 마리인데 이 인간도 나보다 4센티미터는 커보였다. “저긴 우리들도 한번씩 가보는데 생각보다 맛있어.” 호언장담을 하는 샤를을 믿고, 식당 안으로 쳐들어 가보았다. 맛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어른 애 할 것 없이 종류별로 수두룩한 인간들이 모여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손님!” 점원은 접대용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하였다. 흠! 1층은 가득 찼으니 2층이나 3층으로 안내를 할 듯 하였다. “손님들~1층과 2층은 가득 찼으니 3층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란 말에 우리의 물주 나오미는 고개를 살짝 위아래로 움직였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기분이 좋아졌는지 점원은 더 방실거리면서 3층으로 올라갔다. “마리, 왜 3층엔 사람이 없는 거야?” 점원이 안 들리게 살짝 마리에게 물어보았다. 3층으로 안내된 것을 보면 필시 인간들이 많이 없을 것이다. “응. 3층은 좀 비싸거든. 그래서 그래!” 돈 때문이라는 것을 안 나는 별 감흥 없이 3층으로 따라 들어갔다. 3층은 전체적으로 밝아보였다. 비싸서 그런지 디스플레이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아래층은 테이블이 40개 정도 있는데 이곳엔 10개만 덩그러니 있었고, 그중 3개만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손님들~이쪽으로 앉으십시오.” 우리에게 전망이 좋을 듯한 창가 쪽으로 안내하고, 의자에 앉자 메뉴를 보여주었다. “나오미가 알아서 시켜.” 이곳에서 한번도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내가 어떻게 주문을 하겠는가? 많이 와본 놈들한테 맡겨야지, 나오미는 그동안 와본 솜씨를 이용하여 이것저것 많이 시키기 시작하였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주문을 다 한 나오미는 차분히 가라앉아있었다. “그런데 말이지. 저기 있는 거 뭐야?” 창문 바로 옆에 앉아있었던 관계로 창 밖이 모두 보였다. “아! 저거? 저건 파이넬 왕국의 초대 국왕 폐하께서 만드셨다는 탑이야. 멋지지?” 생긴 건 꼭 프랑스 에펠탑같이 생겨가지고 마법등을 달았는지 빛이 나서 전체적인 탑의 모형을 볼 수 있었다. “응! 멋있어. 근데 저건 왜 만든 거야?” 저렇게 높은걸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겠는가? 나 같으면 차라리 그 돈으로 놀고먹지!! “저건 초대 국왕 폐하의 왕비 전하를 위해 만드신 거야. 왕비 마마께서 갑자기 시름시름 앓게 되었을 때 신탁이 내려졌나봐. 탑을 만들어라고, 그래서 국민들에게 사정을 해서 많은 세금을 걷어서 저 탑을 만들었데. 그 덕에 왕비마마는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고...아~얼마나 멋진 러브 스토리인지~아직까지 내 가슴이 콩당콩당 뛰는 듯......” 탑을 보며 연신 말을 하고 있는 마리는 멈출 줄 몰랐다. 그런 마리에게 우린 시선을 외면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의 마리의 말은 계속 쭈우욱~이어지다가 다행히 식사가 나오는 바람에 멈추어졌다. 음~환상적이군.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앗싸~ 보기엔 그냥 스테이크로 보였는데 고기를 약간 잘라 먹어보니, 향긋한 브라운소스와 어우러진 스테이크, 샤또블랑인가? 미디움 웰던으로 익힌(미디움과 웰던의 중간) 고기는 미디움을 먹을 때의 시뻘건 핏물 비스 무리한 육즙도 많이 나오고, 웰던으로 먹었을 때의 영양소 파괴와 딱딱한 감이 있는....그런 고기를 장점만 있게 만든 것 같이 보였다. 만약에 지금 블랑슈가 있었다면, 흠! 끔찍하군. 정식으로 된 코스인지 하나의 음식을 다 먹으면 곧바로 다른 음식이 서브되었다. 느끼하지도, 그렇다고 자극적이지도 않는 이 집의 음식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서브된 일명 아이스크림이라 불렸지만 내가 보기엔 빙수같이 보였다. 얼음을 곱게 갈아서 단맛이 나는 사과 시럽을 뿌리고, 과일로 도배를 한 과일 빙수였던 것이다. 팥만 있었으면 딱 좋았겠지만 여기서 더 이상 욕심을 부리면 안 되니까 참기로 하였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야 하니까.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낸 파이스티를 쭈욱 둘러보고, 되돌아오는 길이었다. 마법등으로 된 가로등이 있었기에 왕궁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둡지 않고, 오히려 대낮과 같이 밝았다. 빵빵하게 부른 배를 ‘팡팡’ 두들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어땠니?” 음...이 도시에 대한 감상을 말하라는 건가? “무지무지 좋았어. 그리구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랑 이렇게 돌아다니니 힘든 줄도 모르겠는걸? 헤에~” 만족감이 가득한 미소를 지어주자 샤를과 나오미, 그리고 마리도 덩달아 웃어주었다. 그렇게 웃으며 걸어갈 때 우리의 맞은편에서 누군가 어슬렁어슬렁 오고 있었다. 우리는 4명 그쪽은 1명이니까 알아서 비켜 주리라 생각하고 그냥 상관하지 않고 걸었다. 하지만 상관을 했어야 할 것을 이란 말이 절로 튀어나올 정도였다. “어떤 놈이야?” 가장자리에 서있던 마리와 그 남자가 부딪힌 것이다. 마리도 우리와 대화를 나누느라 미처 그 남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나요?” 잠시 기우뚱한 몸을 샤를 덕에 고쳐 잡을 수 있었던 마리는 자신과 부딪힌 남자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뭐야 이거? 너 때문에 내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지?” 그 흥이란 게 대체 무엇을 가리킨 것인지 짐작하지 못한 마리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오호라~이제 보니 얼굴이 꽤 반반하게 생겼잖아? 오늘밤 나하고 같이 놀아볼 생각은....으으윽.” 그 남자의 말이 내 신경을 꽤 많이 거슬렀는데 다행히 그 입을 다물게 해주는 이가 있었다. “감히 어디에다 수작을 부리는 건가? 지금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해줄 테니 사라져라.” 전형적인 귀족의 말투로 말하는 샤를, 마리를 좋아하나봐. “시,시끄러워! 그러는 너는 감히 어디에다 발길질을 하는 거지?” 재수 없는 말을 하는 그 남자는 마법등을 등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확실한 얼굴은 볼 수 없었지만 난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 갈색의 짧은 머리칼에 푸른 눈을 한 장난기 서린 표정, 꽤 미남축에 끼는 얼굴과 키를 가진 놈이었다. 그렇다면 그 장난에 내가 장단을 맞춰줘야겠지? “시끄럽군. 여긴 당신 혼자 있는 곳이 아닙니다. 고성을 지르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니 자중을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만.” 무게 있는 말로 정중하게 소리를 가다듬고 말하자 그 남자는 얼굴에 비웃음이 서려있었다. “이제 보니 남자 한명에 여자가 셋이군. 그림이 안 되는데, 셋 중에 하나를 나에게 양보하는 게 어떤가? 그러면 지금 있었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 내 심복들이 쫒아오면 너희들도 피곤할 테니 말야.” 샤를의 말을 본떠서 말하는 그 남자는 한술 더 떠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하려는 얍삽한 개인주의성향을 띄고 있는 놈인 것 같았다. 힘으로 안 되니 이젠 권력의 힘으로 눌러버리려는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놈들 중에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족속들이었다. “못하는 말이 없군.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않나와. 좋게 말할 때 꺼져라.” 나오미도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큰소리로 말하고는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니가 이 나라의 공주라도 되나보지? 기분 나쁜 명령조, 맘에 들지 않아.” 자신이 한말이 사실이란 것을 알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씨익 웃으며 말을 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누군가가 달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달려온 인간들은 그 남자 앞에서 부복을 하였다. “찾고 있었습니다. 어디 편찮으신 곳이라도 있습니까?” 돈 많은 부잣집 도령인가 달려온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잠시 바람 좀 쐬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들과 약간의 말다툼이 일어나 내 정강이가 걷어차인 것 외엔 괜찮다.” 싸가지에 스튜를 끓일 수 있는 남자의 말에 달려온 경장차림을 한 인간들이 우리를 쓰윽 쳐다보았다. “감히 귀하신 분께 발길질을 하다니, 죽여 버리겠다.”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검을 뽑아든 인간들은 우리를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멈춰라! 난 너희들에게 검을 뽑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약한 레이디에게 검을 뽑는다는 것은 기사도에 어긋나니 멈춰라.” 아까의 그 싸가지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소리를 해대는 남자였다. “그래도 주인님의 몸에 상처를....” “닥쳐라!” 단 한마디로 여러 명을 꿀리게 만드는 카리스마. 하지만 그 여러 명의 남자들은 검은 거두었지만 여전히 우리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가끔 살기를 내뿜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괜한 일이 벌어졌군요. 레이디 죄송합니다.” 아까까지의 장난기 서린 얼굴이 아닌 위엄어린 얼굴을 하고 마리에게 사과를 하였다. 얼떨결에 받게 된 사과에 마리는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제 다리를 걷어차신 분! 이 빚은 언젠가 갚아드리죠.” 샤를에게 선전포고를 한 그 남자는 유유히 사라져가려는지 몸을 돌렸다. “그 다리 걷어차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왜 굳이 그런 행동을 하셨나요?” 내가 포커메이스를 유지한 채 뒤돌아선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제 장난기 어린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맞은 거죠. 맞아도 싸죠. 하지만 절 다치게 한 사람들은 언젠가 그 만한 댓가를 치르죠. 후후후~” 멋있게 사라지려는지 그 남자는 끝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피하지 않았죠?” 약간 비꼬는 듯한 말에 그 남자는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피할 수 있었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전 그냥 글이나 읽을 수 있는 놈에 불과한데.” 어처구니없는 얘기는 그만하라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여기까지 와서 발뺌을 하시려는 건가요? 그렇다면 애초에 우리들에게 부딪히지를 말던가? 당신의 부하들도 한 실력하게 생겼는데, 그들이 따르는 당신이 그저 글만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도 어떻게 장담을 하죠?” 구구절절하지 않은 긴 말에 그 남자는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장난기 서린 얼굴을 지었다. “저들은 저희 가문 대대로 가문 성을 이어받은 자에게 절대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니 레이디께서는 신경을 끄시는 게 좋을 듯 하군요. 더 많은 것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약간의 협박성이 있는 말투에 내가 꿀릴 것은 하나도 없으니 나도 큰소리로 말하고 왕궁이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잠이 오니까 가서 자야지 원~~ “요즘은 아무리 실력을 숨기는 게 당연시 되고 있지만 이번엔 안됐네요. 내 눈에 걸렸으니 말이예요. 그럼 전 잠이 와서 친구들을 데리고 먼저 가겠습니다.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소드 마스터여~” 소드 마스터란 말이 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주변의 상황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나오미와 샤를, 그리고 마리는 그 사실을 몰랐는지 그게 정말이야? 하고 묻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고, 당사자인 그 이름 모를 남자의 눈은 휘둥그레 뜨고 입만 열어놓은 것 빼고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게 아니라 그의 부하들로 보이는 작자들이 움찔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그걸 어떻게.....상함이라도....?” 자신의 비밀을 밝혀지는게 놀라웠는지 그 남자는 더듬거리며 겨우 말을 하며 나의 이름을 물어왔지만 미쳤냐? 제정신으로 가르쳐주게? “뭐하고 있어? 나 잠 오니까 빨리 가자고.” 얼음이 된 것처럼 강직이 되어있던 녀석들은 내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어기적어기적 걸어 들어왔다. “왜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는 거죠?” 좀 전까지만 해도 반말을 찍찍 갈기던 인간이 존대를 하자 뭔가 언밸런스 해보였다. “당신도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잖아요.” 다른 놈이 밝히기 전에 난 절대로 먼저 밝히는 주의는 아니라서 난 그대로 가려했다. “제 이름은 체르아 입니다. 레이디, 체르아 리안드리아.” 자신의 이름을 밝혔으니 얼른 내 이름을 밝히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체르아를 쳐다보았다. “꼭 알려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이만 가 보려 합니다. 그럼 이만....” 사람을 상대로 그것도 험하게(?) 장난을 치는 부류의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난 얼렁뚱땅 지나쳐버렸다. “혹시? 아닙니다. 보아하니 귀족인 것 같은데, 내일 왕궁에서 볼 수 있을까요?” 기대에 찬 말에 난 택도 없는 소리라고 말하려다가 시선을 돌려 왕궁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오랜만에 돌아다녀서 그런지 몸이 많이 피곤하였다. 그리고 체르아라 불리우는 남자의 장난으로 더 피곤해져있었다. 녀석들과 헤어져 내 처소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여전히 잠만 퍼 자고 있는 엘프가 눈에 띄었다. 예전이었으면 발로 냅따 차서 굴려버렸겠지만 많이 지쳐있는 녀석을 매정하게 그럴 수는 없어서 내가 희생하기로 마음을 먹고 쇼파에서 자기로 하였다. 쇼파도 그럭저럭 안락하고 푹신푹신 해서 자기에 딱 알맞았다.(내가 누워있는 것 하고 쇼파의 견적이 똑같음) * * * * * * * * * * * * * * * “지,지금이 몇 시지?” 잠깐 동안 루나의 방에서 잔다는 것이 깊게 잠이 들어버렸는지 새벽녘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가 침대를 차지하고 잤으면 루나는 어디에서 자는 거지?’ 넓디넓은 침대를 다 차지하고 잔 나는 벌떡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의 원 주인인 루나는 블랑슈를 안고 쇼파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임을 짐작한 나는 루나를 안아서 침대에 눕혔다. 워낙 곤하게 자고 있었던 지라 안아 들었을 때도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은 더 심한 듯 하였다. 침대에 눕혀서 이불을 덥혀준 나는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아직 해는 뜨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밝아보였다. 바깥이 밝아서 그런지 잠을 자고 있는 루나의 얼굴이 자세히 보였다. 원래 우리 종족이 오감이 뛰어나서 더 잘 볼 수 있지만 말이다. 피곤한지 루나는 한번의 움직임도 없이 블랑슈를 꼭 껴안고 고른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잡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에 약간 도톰한 붉은 입술이 튀어보였다. 저 붉은 입술로 여러 사람을 작살내는 현장을 많이 목격한 나. 한낱 인간인 루나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내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지 나를 구해주어서 란 이유는 저버린 지 오래되었다. 곁에 있으면 언제나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느낌을 주며 있는 듯 없는 듯 한 존재감, 게다가 브러시아님의 문장을 지닌 인간. 갑작스레 떠난 루나를 찾기 위해 난 무조건 큰 도시로 가기로 결정하고 달렸다. 루나의 성격상 큰 도시에 머물면 몇 주일 동안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파이스티로 길을 잡았다. 파이넬 왕국의 제일 큰 도시이자 수도, 분명 그곳엔 안 가고 못 배길 것이라 여겼기에 난 달리고 또 달리고 계속 달렸다. 며칠을 못 먹고, 마시지 못했지만 물의 정령을 불러 몸을 씻고, 수분을 섭취했고, 땅의 정령이라든지 바람의 정령을 불러서 각종 과일을 따오게 하여 허기를 면하며 겨우 수도로 입성할 수 있었다. 성문 앞으로 가기 전에 내 모습이 장난 아니게 꾀죄죄한 것을 느끼고 운디네를 불러서 간단하게 씻고, 카옌 왕국에서 받아온 인증서를 내밀었더니 자동 통과가 되었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는데 이 넓고 크으은~도시에서 작은 소녀 한명을 찾기란 하늘에 별 따기 보단 쉽지만 어려운 건 사실이었다. 도둑길드나 용병 길드에 의뢰를 하고 싶어도 지금 당장 내가 가진 돈이 없어서 불가능하였다. 이리저리 배회를 하다가 옆으로 지나친 화려한 옷을 입은 인간들의 말을 듣고 왕궁으로 뛰어갔다. 내 생애 그렇게 빨리 뛴 적은 없을 것이다. “국왕폐하께서 입막음을 하셨는데 글쎄 검은 머리와 녹안의 소녀가 궁에 머물고 있다고 하더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보면 절대로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하더군.” “그랬나? 난 듣지 못했어. 하지만 그런 소리를 했다가 항명죄로 걸리면 어쩌려고 얘기를 하는가? 그냥 못 들은 것처럼 있을 것이지.” 검은 머리와 녹안을 가진 소녀! 분명히 루나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런 특이한 머릿빛을 지닌 소녀는 없을 테니까. 왕궁에서 한바탕 일을 벌인 게 분명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인간 즉 귀족들이 알고 있으니 왕궁에 들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난 단숨에 왕궁으로 달렸다. 얼마쯤 달렸을까? 숨이 차오를 쯤에 왕궁의 정문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심호흡을 하고 숨을 고른 나는 루나를 만날 것을 청했지만 묵살 당했다. 한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인간인 주제에 감히 나 하이엘프의 말을 무시하다니, 예전 같았으면 그냥 넘어가겠지만 루나와 관련된 일이므로 난 대대적인 공격을 시작하였다. 완력에서는 약간 뒤지지만 엘프 특유의 스피드와 유연함을 따를 인간은 그리 많지 않으므로 나에게 완패를 당하다가 한명이 몰래 빠져나갔다. 그냥 잡으려다가 잘하면 이 사실이 알려져서 루나가 달려올 줄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못 본 채 하고 앞에서 칼질을 해대는 기사들에게 칼침을 놓아주었다. ‘이놈의 인간이 빠져나갈 때가 언젠데 왜 이렇게 아무 변화도 없는 거야?’ 슬슬 체력의 한계가 오기 시작하자 난 다급하기 시작하였다. 잘만 하면 이곳에서 개죽음을 당할 것 같았지만 다행히 내가 죽지 않기 원했는지 마나의 파장이 일어나며 두 명의 인간이 내 눈에 보였다. 그중 한 놈은 못 보던 인간이고, 마지막으로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로 보고 싶어 하던 루나가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두 동작 그마안~” 훗~역시 루나였다. 목소리로 기선 제압을 하는 것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난 루나 앞으로 걸어가서 무릎을 꿇었다. 한때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브러시아님의 문장을 지닌 소녀. 그분의 인정을 받은.... “넌 누구 길래 나를 찾으며 난동을 부린 거지?” 아무리 몇 주 동안 보지 못했다 치더라도 그세 나를 잊어 먹을 수 있는지 한순간에 기운이 빠져나가버렸다. “루나님! 접니다. 가브리엘!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위해 왔습니다.” 익숙지 않은 존대를 하자 루나는 싫어하는 얼굴을 하는 듯 하였다. “난 더 이상 엘프와의 대면은 싫다. 그러니 내가 먼저 너를 내친 것이니 그만 숲으로 돌아가라.” 커다란 숲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기분이 아직도 안 풀렸는지 루나는 나 조차도 보기 싫어하는 듯 하였다. 하지만 난 루나와 여행하면서 배운 것을 여기서 실천하고 있었다. 못하겠으니 배 째라고, 그랬더니 순순히 허락해주었다. 전제 조건이 붙었지만 그 정도는 식은 스프 먹기니까!! 예전의 루나로 되돌아 온듯해서 난 기분이 좋아 씨익 웃으며 말했다. “루나! 탁월한 선택이야.” “그러냐? 난 찝찝하다. 너 가출했지?” 가출이라? 아버님이 가라고 했으니 가출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왔다고 하면 심심해 할 테니 우선은 가출했다고 말했다. “가브야~너 다시 가면 안 될까? 난 엘프들한테 치이기 싫단 말야. 분명히 너를 찾으러 누군가 올 거 아냐?” 루나를 따라온 것을 알고 있으므로 커다란 숲에서 아무도 안 올 것이다. 이건 확실하다. 브러시아님 이름 한방이면 엘프계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니까. “그건 그렇고 말이다 이거 어떻게 처리할래? 니가 한일이니까 알아서 해라.”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준 루나의 눈빛을 보며 그동안 내가 일으킨 일에 대해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잽싸게 물의 정령을 불러 몸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부상병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치료를 하기 위해 다가가니 그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서로 사양하기 시작했다. “아아! 걱정하지 말라구. 그는 내 친구니까 안심해. 설마하니 엘프가 사람을 함부로 죽이겠어?” 엘프라는 말에 나한테 맞아 쓰러진 인간들은 눈이 휘둥그레 떠졌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치료를 받았다. 한꺼번에 체력과 마력을 너무 많이 소비한난 현기증이 일어나는 듯 하였다. 이런 나를 보며 루나는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는 날 자신의 방으로 옮겨서 침대에 눕혀주었다. 사양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 코가 석자니까. 너무너무 달콤한 잠을 잔 나는 빙긋이 웃으며 루나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을까? 아침 햇살이 창문 틈을 비집고 루나의 감긴 눈이 있는 곳으로 내려쬐기 시작하였다. 살짝 가려주려고 할 때 루나의 눈이 조금씩 떠져가더니 햇살이 담긴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런! 가브!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는 거지?” “으응! 내가 일어나보니 니가 쇼파에서 자 길래 그냥 옮긴 거야.” 내 말을 들은 루나는 욕실로 향했다. 루나가 욕실로 들어가자 순간 엄청난 마나의 파장이 일어났다. 그리고 푸른 머리와 붉은 머리를 한 분이 모습을 드러내셨다. “오랜만이군.” “좀더 쉬지 그러나?” 예전 같았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도 나하고 같이 여행을 하는 동료가 되었다. 유희를 나온 것이겠지만. “아닙니다. 충분히 쉬었습니다. 블루님 가르시미르님!”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인사를 나누며 잡담을 하고 있을 때 욕실에서 문이 열리더니 루나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아직도 물기가 마르지 않아서 검은 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졌지만 루나는 관계치 않았다. * * * * * * * * * * * * * * * “니들이 여긴 웬일이야?” 머리를 말리고 가고 싶었지만 왠지 저 셋만 두기에 불안해서 그냥 나와 봤는데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한번 와봤어. 오랜만에 가브리엘 얼굴이나 볼려구.”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하지 왜 그냥 하는지. “거짓말. 혹시 몸이 근질거리는 거 아냐? 여행하고 싶지? 그렇지?” 추궁하는 말에 두 마리의 드래곤은 식은땀을 흘리며 베실베실 웃었다. “마, 맞아! 다른 곳에 한번가보고 싶어서 그래.”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미르가 이실직고 하였다. “마침 나도 며칠 후에 떠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럼 그때 같이 가기로 하자. 어차피 너희들한테 남은 것은 돈하고 시간밖에 없잖아.” 수건으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부비면서 셋을 바라보았다. 마침 그때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지면서 문이 열렸다. “루우나~아침 식사 하자.” 역시나 내 속을 알아주는 이는 친구밖에 없다더니, 마침 배가 고팠는데 나오미가 알아서 찾아왔다. “알았어! 금방 갈게. 근데 노크는 어디다 삶아 먹고 무단 침입을 하는 거야?” 살짝 째려봐주자 나오미는 입술을 쭈욱 내밀고 못 들은 척 하였다. “헉헉..이럴 줄 알았어. 먼저 달려가기가 어디 있어?” 또 다른 인물의 등장으로 인해 잠시 대화가 끊겼다. “니가 너무 늦게 와서 그러잖아? 역시 마법사는 체력이 약하다니깐.” 마리와 같이 티격퇴격하고 있는 동안 난 열심히 머리를 말리고 욕실에 수건을 걸어두었다. “이제 그만 하면 될 듯한데, 그마아아안~시끄러워서 소화불량 걸리겠다.” 나오미와 마리의 말싸움을 중지시킨 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아침식사가 기다리는 곳으로 안내하도록!” 왠지 주객전도가 된 듯한 말이었지만 나오미와 마리는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었다. 내가 머물고 있는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는 날 반겨주는 식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도 정원에서.... “루나! 저기에 앉아! 그리고 가브리엘님은 여기, 가르시미르님은 저기, 블루님은.........” 열심히 자리 배치를 하던 나오미, 언제 식사를 할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블랑슈는 여기에 앉아.” 내 애완동물까지 신경을 써주는 이들, 친구란 다 저런 것일까? 다른 이들의 일에까지 섬세하게 신경을 써주는. 나오미가 말한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며 열심히 식사를 하였다. 울긋불긋한 다색 꽃들이 있고,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햇볕을 피하며 식사를 하던 중 뜻밖의 소식이라고 할 것도 없는 소식을 들었다. “너하고 파이스티 돌아다니다가 왕궁에서 헤어지고 나서 아바마마를 뵈었는데, 글쎄 우리 왕궁에 어제 디노라 왕국의 2왕자하고 3왕자가 왔데. 근데, 글쎄 2왕자가 나한테 처, 청혼을 했다지 뭐야. 아마도 정략결혼을 해야 할 것 같아. 내가 디노라 왕국으로 감으로써 사이가 더 좋아지게 될 테니, 비록 못 올수도 있지만.....” 드디어 내 주변에서 정략결혼이라는 사슬로 묶이게 된 나오미를 쳐다보았다. 아침부터 쾌활하게 방실방실 웃으며 마리와 싸우더니만 슬픈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억지로 포장을 한 것이다. 정략결혼으로 인해 나오미는 자신의 인생을 희생당할 것이다. 그래도 그 왕자를 사랑하면 괜찮겠지만, 어찌 한번도 보지 못한 타국의 왕자를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 나 같았으면 벌써 톡끼고 없을 것이다. 미쳤냐? 생면부지인 놈하고 결혼하게? 그럴 바엔 가출을 하는 게 낫지. 슬픈 표정을 한 나오미에게 난 뭐라고 할말이 없었다. 축하한다는 말을 해줄 수도 위로의 말을 해줄수도 없었다. 단지 바라만 볼 수 있을 뿐. “걱정하지 마. 니가 아무리 먼 곳으로 간다고 해도 우리들의 우정은 영원히 변치 않잖아.” 마리의 말에 나오미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듯싶더니 푸른 눈에서 맑은 눈물이 떨어져 테이블을 적셨다. “언제부터 내가 아는 나오미가 이렇게 약해빠졌지? 아직 결정된 사항이 아니잖아. 니가 만나서 나 이놈하고 결혼하기 싫어요! 하고 말하면 되잖아.” 씽긋 웃으며 내가 말하자 나오미는 벌떡 일어났다. “그래~그러 방법이 있었지? 그랬으면 됐을걸 괜히 걱정했잖아. 그럼 나갔다 올게.” 내가 제시해준 해결방안을 듣고 나오미는 식사도 하지 않고 쏜살같이 빠져나가 버렸다. “나,나오미 같이 가~루나는 천천히 식사해.” 마리도 같이 뛰어나가 버리고 원래의 멤버만이 음식만 덩그러니 놓인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흠흠~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고. 너 어제 뭐했어? 아까 공주 말을 들어보니, 수도 구경을 나갔다고?” 나오미가 사라진 곳을 쳐다보던 난 블루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이실직고를 하였다. “으,응....나갔어.” 더듬거리면서 하는 말에 이번엔 미르가 나서며 말했다. “왜 우리들에게 말 안 해줬어? 가브리엘이야 잠자고 있었으니 넘어갈 수 있지만 왜 우리한텐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냐고? 그러고도 일행이냐? 혼자 개인플레이나 하고.” 따끔한 말을 하는 미르와 블루에게 난 할말이 없었다. 어떻게 깜빡 잊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럴 땐 아무 말 안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인걸. 계속 추궁하는 말이 들렸지만 난 열심히 무시하며 식사를 하였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454 7 다시 만난 그녀석 - 1 “내가 아바마마께 그렇게 말했더니 아바마마께서 오늘 열릴 무도회에서 보고 결정하래.” 식사를 다 끝낸 다음 내방으로 들어와서 할일 없이 멍하니 천창만 보고 있을 때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나오미와 마리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서 하는 소리였다. “그래? 그럼 아직 기회는 있다는 소리네? 잘해봐.” 한소리하고 뒤돌아 누운 나를 향해 나오미와 마리의 섬뜩한 웃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말소리에 절망하고 말았다. “뇨호호호~너 혼자 빠질려구? 나도 무도회는 싫어하거든, 그러니 친구인 너도 같이 가야지 안 그래?” “나오미 혼자서 상석에 앉아 가만히 있기만 해서 심심한데 루나랑 같이 가야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가야지. 오호호호홋~안 가면 니 신상명세서 불어버린다.” 나오미보다 마리가 더 사악해 보이기 그지 없었다. 그러고도 니네들이 친구냐? 하는 말이 쏙 들어가는 사건이 터졌으니 바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많은 시녀들이 어마어마한 것들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드레스에서 시작해서 장신구, 구두 등등등.....정신을 차릴 사이도 없이 난 그들의 광대가 되어야만 하는 처지에 빠졌다. 치장만 하는데 무려 4시간이란 경이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역시나 검은 머리에 확 튈 수 있는 흰색 드레스에 검은 흑요석이 박힌 목걸이, 푸른빛이 나는 블루스타라 일컬어지는 루비로 만들어진 화려한 팔찌와 노란 사파이어가 박힌 머리핀을 찔렀다. 나를 치장시키고 있는 동안 마리와 나오미도 내 곁에서 같이 치장을 하였다. 무서운 것들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옆에서 감시하듯이 사이드에 앉아있다니. 점심도 굶다시피 한 난 배속에서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을 무시하였다. 원래 신들은 먹지 않아도 살수 있으니까. “이렇게 차려놓으니 더 이쁜데, 그렇지 않니?” 마리의 사악한 말에 나오미도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진작에 이렇게 꾸미고 다니지. 물론 꾸미지 않아도 따라붙은 남자들은 많겠지만, 여태껏 가브리엘님이랑 블루님, 가르시미르님이 덮치지 않은 게 용하다니깐.” 저, 저것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니들 말 다했어?” 큰 소리를 내자 이놈의 여편네들은 깔깔깔 웃으며 나 잡아봐라 하는 듯이 뛰어나갔다. “걸리면 죽음 이얏.” 이번에야 말로 작살을 내자는 마음으로 방문을 열고 마리와 나오미를 잡으러 뛰어나갈려다가 천천히 걸어갔다. 아쉽게도 지금 구두를 신고 있었기 때문이다. 뾰족 구두, 일명 하이힐...한걸음 옮길 때마다 뼈마디에서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며 그 고통이 머리끝까지 관통을 하는 듯 하였다. 그래서 이런 구두를 신고 뛰어가는 여편네들이 한편으로 경외의 대상이 되었다. “치장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린 거야?” 나를 기다리느라 잔뜩 짜증이란 블루는 내가 보이자마자 다가와서 말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이게 내 책임도 아닌데 왜 신경질을 내는 거야?” 발이 아파서 움직이기도 싫은데 블루의 짜증나는 목소리에 나도 짜증이 났다. “자자~이러지 말고 무도회장으로 가자고요. 루나도 가자. 내가 에스코트 해줄게.” 블루와 나 사이에서 지지직거리는 전기를 헤치고 미르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더 이상 블루와 싸우고 싶지 않았기에 미르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마워. 가브도 고마워. 항상 내 곁에 있어줘서.” 그 말을 하고 미르의 손을 잡고 무도회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블루 특유의 삐침표가 새겨져 있었지만 난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아파오는 발에만 신경을 썼다. 마나를 흘러 보내 발을 보호하니 어느 정도 좋아졌지만. “어서 오십시요.” 날 알아보는 기사가 무도회장의 문을 열며 말했다. “공주마마의 친구 분들이십니다.” 이 들은 내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은 것은 내가 말하지 말라고 국왕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나를 알아봄에도 함부로 말하지 않았고 그저 인사정도만 하였다. 그리고 나를 모르는 이들도 꽤 많았으므로! 열린 문틈으로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함께 노래가 들려왔다. 나와 따식이들이 무도회장으로 들어서자 날 알아보는 이들은 간단히 목례를 하였고, 나도 가볍게 목례를 하며 걸어 들어왔다. “아이리.....아니 루나양! 여기서 뵐 줄은 몰랐군요.” 씁쓸한 미소를 짓는 하이타이 자작이었다. 그 동안 통 안보이더니만 이곳에서 볼 줄은 나도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즐거운 무도회가 되길.” 가까이 있으면 왠지 미안하다는 마음밖에 들지 않았으므로 그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내가 보통의 아무 능력도 없는 인간이었다면 과연 필라르 하이타이 자작이 내게 이렇게까지 했을까? 후훗~그건 절대 아니다. 단지 내 모습과 실력에 반했을 뿐이다. 내 일행이라 불리는 따식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분이 안 좋아진 난 약하게 한숨을 쉬고 샤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많은 귀족 영애들이 모여 있었지만 내가 다가가자 알아서 길이 뚫렸다. “루나가 이런 곳까지 올 줄은 몰랐는걸? 어쩌다가 이 모양으로 온 거야?” 내 모습을 위아래로 쳐다본 녀석의 말에 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오미하고 마리 때문이야.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빠져나올 수가 있어야지. 넌 웬일이냐? 이런 곳에 원래 잘 나오지 않잖아.” 녀석이 집안에서만 콕 박혀 있다시피 한 것을 잘 안 난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빨리 말 안하면 마리한테 말한다 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마리한테 끌려나왔어. 아버지가 마리 하면 끔뻑 죽으시거든.” 한숨을 쉬는 샤를에게 다가가서 토닥거려주자 많은 귀족 영애들의 질투어린 눈동자가 반겼지만 날 아는 영애들은 슬슬 뒤로 피하고 있었다. “그렇게 있을 거야?” 난데없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무도회에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무도회란 자고로 춤을 추기 위한 모임이잖아. 그러니까 춤을 춰야지. 안 그래?” 약간 이나마 화가 풀린 블루의 말에 완전히 화를 풀어주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 “춤? 그래 추긴 춰야지.” 힘없이 말을 하자마자 블루가 기다렸다는 식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제게 선곡을 출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블루답지 않은 말투에 난 피식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그러면 또 삐질 것 같아서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블루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짧은 대답을 끝으로 블루는 내 손을 잡고 일어서며 홀의 중앙으로 나를 끌고 갔다. 한손을 마주 잡고 내 손을 어깨위로 올리고 자신의 손을 내 허리에 댄 블루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스텝을 밟았다. 힘차면서도 부드럽게! 블루의 리드에 따라가던 나는 나도 모르게 어떠한 소리를 내뱉게 되었다. “이야~멋있다.” 약간 높은 음악소리로 인해 내 말소리가 묻혀버린 결과로 블루는 머리를 숙여 내 귓가에 입을 대고 말했다. 순간 얼굴이 살짝 화끈 거렸지만 본래대로 되돌렸다. “미안! 못 들었거든. 다시 한번만 말해볼래?” 진지하게 물어보는데 차마 아까 말한 것을 할 수 없어서 블루의 귓가에 살짝쿵 말해주었다. “으,응? 춤 잘 춘다고.” 어색하게 웃으며 겨우 말하는 나를 보고 블루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그래? 아까 말한 것 하고 어감이 다른데, 멋있다 라고 말 한거 아냐?” 이, 이 녀석이 내가 한말을 다 듣고 있었으면서 시침 떼고 물어보다니, 나쁜 따식이. “다 들었던 거야? 그러면서 다시 물어보다닛, 미워!” 입술을 쭈욱 내밀자 블루는 웃기 만하였다. 어느덧 아름다운 음악이 끊기고 블루와 난 일행이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이제 내 차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겠지?” 겨우 이 짓에서 풀려나나 했더니, 결국 난 미르와 가브, 덤으로 샤를과 춤을 춤으로써 나를 모르는 모든 영애들의 공적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잠시 쉴 겸 의자에 앉아있던 내게 검은 머리를 한 자작이 다가왔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다시는 이런 부탁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저와.....” “춤을 추자는 말인가요?” 자작의 말을 끊고 내가 말하자 자작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곤 나를 홀 쪽으로 안내하고는 녀석들과 춤을 췄던 형태로 포즈를 잡고는 몸을 움직였다. “미안합니다.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지만 첫사랑에 대한 집념이라 생각하십시오.” 첫 번째 실연을 당해서 그런지 하이타이 자작은 담담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내가 차버렸지만.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군요.” 카스가 만들어낸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들, 하지만 내 안의 난 예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는 곳을 그리워하며. 나와 자작은 서로 같이 슬픔에 젖은 채, 슬픔의 춤을 끝냈고, 그 자리에서 헤어졌다. 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그리고 자작은 퇴장해버렸다. 한참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블루가 다가왔다. “정말로 저 인간을 사랑한거야?” 의문형으로 물어오는 말에 난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니야.” 두 번의 부정을 했음에도 블루는 확실한 답변을 듣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왜 너의 눈동자가 슬퍼하는 거야?” 처음 들어보는 말에 난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위해 주변에 있던 거울에 얼굴을 비추었다. 거울 속에 비추어져 있던 내 모습은 아름다웠다. 검은 머리에 녹색의 눈, 카스 때문에 가지게 된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항상 웃고 있었지만 웃음 뒤에 가려진 슬픔의 눈동자를 난 볼 수 있었다. 눈물은 없었지만 곧 울 것만 같았다. “풋~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자작을 사랑할 리가 없잖아. 단지 예전의 일이 생각이 났을 뿐이야.” 거짓웃음을 짓는 내게 가브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가만히 안아주었다. “너 혼자만의 아픔인양 다 짊어 지려하지 마. 그 짐을 우리에게 나눠줄 수는 없니?” 속 깊은 말에 난 한바터면 울 뻔 했다. 하지만 꿋꿋하게 참으며 가브의 품속에서 떨어져 나왔다. “미쳤냐? 나만이 공유하고 있는 것을 너희들하고 나누게? 난 누가 뭐래도 이대로가 좋아.” 씨익 웃어주며 말하자 일행들은 왠지 모를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러지 물어보려 했지만 문이 열리면서 들리는 소리에 묻혀버릴 듯해서 나중에 물어보기로 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국왕 폐하와 태자 전하와 왕자 전하, 공주 전하와 디노라 왕국의 2왕자 전하이시옵니다.” 무도회장으로 들어서는 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기사가 안쓰러웠다. 저걸 다 외우려면 얼마나 머리가 좋아야할까. 갑자기 풋 하며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참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타의 귀족들은 기사가 한 마지막 말에 놀란 듯 하였다. 아무런 통고도 없이 타국의 왕자가 왔으니 당연한 행동일 것이다. 그들이 파이넬 왕국의 수도로 신분을 숨기고 오는 동안에 수비의 경계가 깨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테니 곧 많은 인간들이 징계를 먹을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문제는 일단 저기 있는 귀족들의 일이고 내 일이 아닌 관계로 난 슬슬 자리를 피하기 시작하였다. 나오미에게 걸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끔찍하기 때문이다. 전번에는 말은 안했지만 난 생전 처음 여자와 춤을 추게 되었다. 그것도 이 나라의 공주라는 녀석하고....얼마나 당황을 했는지! 안 추겠다고 뻗대고 있던 날 무지막지한 완력으로 거의 삼복더위에 뭐 끌고 가듯이 날 홀 중앙으로 끌고 가서 내 허리에 한손을 대고, 춤을 추는데 죽을 맛이었다. 그것도 난 이번이 처음이었다. 춤을 추는 것이 말이다. 예전에 제이미의 성화에 못 이겨 배우긴 했지만 절대로 춤 비스 무리한 것도 춰보지 않았는데 생애 첫 곡을 여자와 추게 된 것이다. 반강제적으로 말이다. 나오미가 남자 역을 그리고 내가 여자 역을 맡고 추는데 나오미는 남자와 여자의 춤을 모두 소화했는지 남자 춤을 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많은 남자들보다 더 잘 추었다. 생각해보라! 드레스를 입은 두 명의 여자가 같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보고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단 한가지뿐이겠지만 차마 내 입으로 말하기엔 뭐시기 했기에 하지 않기로 하겠다. 그런 일이 있는 후로 그 어떤 모임에도 나가지 않던 난 오늘 딱 걸린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숨으려고 한 것이다. 그런 나를 잘 아는 샤를은 나를 향해 잘 보이지 않는 발코니 쪽을 가리켰다. 사람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곳으로 보아 아무도 없다고 판단한 난 샤를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내주며 아무도 모르게 발코니로 숨어들었다. 저녁이라서 그런지 아직 붉은 노을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잠시 후 태양과 같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세상의 모든 것을 붉은 빛으로 마지막으로 감싸주면서..... 전 라다나 청어람에서 연재하는 블랑슈님이 아닙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409 4 다시 만난 그녀석 - 2 오늘 저녁은 정말로 기대가 된다. 루나가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나오는 것이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리 시녀들에게 통보를 받은 난 멋진 의상을 한껏 차려입고 가르시미르와 가브리엘과 같이 루나를 기다렸건만 나타나지 않았다. 1시간이 흘러도 2시간이 흘러도 옷자락 하나 볼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이젠 얼마나 기다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을 때 하얀색의 드레스를 입은 루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뒤에서 후광이 번쩍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뒤쪽에 있는 거울이 햇빛에 반사가 되어서 그렇다고 생각을 하고, 두 녀석과 함께 루나에게 다가갔다. “치장하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린 거야?” 헉...내가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와버렸다. 비록 루나를 기다리느라 쬐금 짜증이 났지만 내가 원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단지 예뻐 보인다는 말만이 머릿속에서 빙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이게 내 책임도 아닌데 왜 신경질을 내는 거야?” 나에게 괜히 짜증을 내는 루나가 야속하기만 하였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자자~이러지 말고 무도회장으로 가자고요. 루나도 가자. 내가 에스코트 해줄게.” 루나와 한참 눈싸움을 하고 있는 도중 가르시미르 녀석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가로채버렸다. 얍삽한 녀석. “고마워! 가브도 고마워! 항상 내 곁에 있어줘서.” 저,저 말은 내가 듣고 싶었는데, 내 이름을 빼고 말한 것을 보니 정말로 내게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리고 날 의식하지 않은 채 두 녀석들과 먼저 걸어가는 모습에 난 뾰로퉁해졌지만 이 위대한 블루 일족의 블루 스타님이 그깟 일에 화를 낼 수 없어서 묵묵히 루나의 뒷모습만 바라본 채 걸어갔다. 무도회장에 들어서도 여전히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만나기 껄끄러워하는 필라르 하이타이 자작을 만나서 간단히 인사만 하고 샤를 녀석이 있는 곳으로 가서 시시껄렁한 말만 할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얘기만 하는 루나를 보며 슬슬 내 인내심에 한계가 다가왔다. 그리고 초조해졌다. 내가 먼저 선곡을 추어야 하니까. “그렇게 있을 거야?” 약간의 무게감 없는 소리에 루나가 내가 있는 뒤를 돌아보았다. “무도회에 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무도회란 자고로 춤을 추기 위한 모임이잖아. 그러니까 춤을 춰야지. 안 그래?” 내 부연 설명에 루나는 살짝 웃어주었다. 헉~심장 멈추는 줄 알았다. “춤? 그래 추긴 춰야지.” 루나가 춤을 추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마도 내가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그걸 풀어주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을 내가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난 기뻤다. 비록 진심은 아니어도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이니까! “제게 선곡을 출수 있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무릎을 꿇고 한 손을 내밀고 난 신사답게 정중하게 말했다. 정중하게....제발 그녀가 내 청을 받아주길 원하면서. “네!” 긴 말이 아니라 단 한마디였지만 난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누렸다. 웃으며 난 루나의 손을 잡고 중앙 홀로 걸어갔다. 중앙 홀로 들어간 난 처음으로 루나와 춤을 출수 있었다. 그동안 기회는 많았지만 의자에만 앉아있었기에 말을 붙이기 뭐해서 다른 여자들하고 춤을 췄기 때문이다. 내가 허리에 손을 대자 루나가 살짝 움찔거렸지만 그건 아마도 내가 첫 춤 상대 였기에 그랬으리라 생각이 되었기에 더욱도 기뻤다. 유희를 다니는 동안 쌓아온 내 춤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스텝을 밟고 있을 때 루나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멋있다.” 음악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내 청력에는 루나의 미성이 흘러들어왔다. 비록 자그마한 소리였지만 난 그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어서 루나의 귀에 입을 대고 물었다. “미안! 못 들었거든. 다시 한번만 말해볼래?” 귓가에 입을 가져가서 그런지 루나는 얼굴에 약간의 홍조를 띄다가 평소의 얼굴로 되돌아 왔다. “으,응? 춤 잘 춘다고.” 당당하게 웃던 루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하는 게 꽤 귀여워 보였다. “그래? 아까 말한 것 하고 어감이 다른데, 멋있다 라고 말한 거 아냐?” 다시 한번 귓가에 대고 말하자 루나는 씩씩대며 내게 말했다. “다 들었던 거야? 그러면서 다시 물어보다닛, 미워!” 훗~토라지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었지만 많은 인간들이 보는 앞이라서 참고 있었다. 음악이 끝나자 난 루나와 함께 녀석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갔고, 다음엔 설명을 안 해도 잘 알듯이 녀석들과 함께 한곡씩 춤을 추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러워 보이던지. 이제 루나가 쉴 것 같아서 음료수를 가져오고 있을 때 자작이란 녀석이 루나에게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단박에 달려가서 때려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 모습으로 소드 마스터를 이기기엔 약간의 힘이 들기에, 그리고 루나가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니까. 잠시 얘기를 하던 중 루나와 같이 홀로 걸어가는 모습에 춤을 추기위해 가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춤을 추는 도중에 말을 하더니, 자작과 루나가 슬퍼하는 눈동자로....춤이 끝나자 루나는 우리가 있는 쪽으로 자작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정말로 저 인간을 사랑한거야?” 쉬고 있는 루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아니! 아니야.” 부정을 하는 루나의 말에 난 더욱더 조바심이 났다. 억지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너의 눈동자가 슬퍼하는 거야?” 내 말에 루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리곤 잠시 생각을 하는듯한 모습으로 가만히 있다가 그 슬픈 눈으로 웃어버렸다. 그 모습이 더 안쓰럽게 보였다. “풋~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자작을 사랑할 리가 없잖아. 단지 예전의 일이 생각이 났을 뿐이야.” 슬픈 눈으로 웃고 있는 루나. 그 모습을 만들게 한 내가 미웠다. 내 자신이.... “너 혼자만의 아픔인양 다 짊어 지려하지 마. 그 짐을 우리에게 나눠줄 수는 없니?” 엘프여서 그런지 감수성이 풍부한 가브리엘이 루나를 다독여주었다. 저건 내가 하고픈 것이었는데, 하지만 이번만은 참기로 하였다. “미쳤냐? 나만이 공유하고 있는 것을 너희들하고 나누게? 난 누가 뭐래도 이대로가 좋아.” 나름대로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루나를 바라보다가 기사가 아뢰는 말에 루나의 안색이 보기 안쓰러워질 정도로 변해버렸다. 전에 나오미와 같이 춤을 춘 후로 충격이 컸는지 파티장이나 무도회장에서는 나오미의 눈에 띄지 않게 노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그런 노력이 가상한지 샤를이 한쪽을 눈으로 가리키며 들어가라는 눈빛을 보내자 루나는 살며시 웃으며 그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이곳에 남아서 나오미에게 루나의 행방을 말해주어야 하기에 가만히 있었다. 설마하니 내가 루나가 있는 곳을 말하겠어? 열심히 따돌리는 게 내 임무인데. * * * * * * * * * * * * * * * 사라져가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다 다리가 아파서 발코니에 마련되어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털썩 앉았다. 겨우 다리가 쉴만하니 안에서 꽤 많이 소란스러워졌다. 호기심이 몰려와서 커텐을 살짝 젖히고 안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난 보았다. 나오미가 경기를 일으키는 듯한 모습을,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면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오미의 손가락을 떨게 한 원인이 누구인지 살펴보기 위해 머리를 더욱 내밀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 난 또 보았다. 어제 날 피곤하게 만든 인간을. 헉~저 남자가 여긴 웬일이래? 체르아 리안드리아 라고 불러주라는 인간이 바로 나오미의 손을 부들부들 떨게 만든 원흉이었던 것이다. “다, 당신이 여긴 웬일이죠?” 충격을 받은 듯 더듬거리며 나오미가 말을 하자 그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순간 나도 약간의 충격을 먹었지만 말이다. “후훗! 조금 늦게 오는 바람에 소개를 못했군요. 제가 바로 디노라 왕국의 제 3왕자입니다. 나오미 공주님! 그리고 이곳에는 어제 보던 분들이 계시군요. 단지 한 여인만 안보이고.” 여전히 장난기 어린 눈동자로 말하는 그 놈에게 나오미는 어떤 말도 못하고 가만히 아니 심하게 떨면서 서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제정신을 차렸는지 평소의 안색으로 바꾼 나오미. “그렇군요. 어젠 정말 실례했어요! 그럼 즐겁게 흥~을 돋우며 놀고 가세요.” 어제 일에 감정이 많이 쌓인 듯 나오미는 흥이 란 말을 길게 늘이면서 말하자 그 망할 3왕자란 녀석은 미소만 지었다. 제 딴엔 상큼한 미소라고 여기겠지만(귀족 영애들이 현기증이 일어나는지 이마를 꾹꾹 누르거나 몇몇은 이미 실려 나갔다) 내 입장에선 마가린이 뚝뚝 떨어지는 듯한 착각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서는 제대로 숨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인기척이 많이 느껴졌다. 어제 있던 그 살기를 마구마구 피워대던 인간들이 왕자를 보호하려고 몰래 잠입을 한 듯 하였지만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으랴? 나만 안 건들면 돼지. 의자에 다시 앉은 난 테이블에 팔을 포개고 머리를 묻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자꾸 이놈의 시키들이 신경이 쓰였다. 숨어있으려면 움직이지나 말던지 왜 움직여서 내 귀를 자극하느냐는 말이얏! 벌떡 일어나서 니네 다나왓! 나한테 딱 걸렸어. 하고 손가락으로 집어내고 싶지만 이젠 움직이는 것 자체가 싫은지라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였다. 짜증나는 녀석들. 어느 정도 녀석들이 움직이지 않자 난 드디어 편안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맘 편하게~어차피 무도회가 끝나면 나 데리러 올 놈들이 있으니까. 팔을 베고 있으니 따스한 기운이 얼굴로 올라와서 기분이 한참 좋았다. 그런 기분을 가진 채 스르륵 잠을 잤다. 그리고 깼다. 어떤 놈의 인간이 발코니 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자기엔 어디선가 느껴 본 듯한 기운을 가진 인간, 체르아 리안드리아! 그 망할 3왕자였다. 지금 일어나기엔 그렇고 안 일어나자니 그렇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왕자가 접근하였다. “이런 곳에 계실 줄은 몰랐군요! 아무리 로브를 쓰고 있다고 해도 내 느낌은 정확하니까. 음....잠이 드신 건가?” 그래. 나 잠자고 있으니 제발 좀 나가라. 내 마음속의 외침과는 달리 아예 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하지? 깨울 수도 없고, 안 깨울 수도 없고, 고민되네.” 야! 이놈의 자슥아! 고민할 필요 없이 제발 좀 나가라니까! 그게 더 빨라. 애가 타는 나와는 달리 왕자는 평화롭게 있는 듯 하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앞으로 쏠린 내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 올렸다. “이렇게 진한 검은 머리칼은 처음이야. 은색의 머리칼과 맞먹을 정도로 희귀한 머리 빛을 지닌....” 따따부따 말을 하는 녀석의 입을 막기 위해 난 기회는 이때 다를 외치고 누군가 나를 만져서 억지로 눈을 뜬다는 식으로 깨어나는 척하였다. “으.....음.....아! 누구.....?” 천천히 머리를 올리고 손으로 눈을 비빈 난 아직도 내 머리칼을 잡고 있는 녀석의 모습만 바라보았다. “아! 실례했습니다. 무례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날 보던 녀석은 순간 목석이 된 듯 굳어버렸다. 그런데 얼굴은 왜 붉어지는 거야? “아뇨! 괜찮습니다만 머리카락은 놓아주시는 게 어떠실지?” 아직까지 굳어진 채 내 머리카락을 한 움큼이나 쥐고 있던 녀석은 얼굴을 더 붉히며 슬며시 놓아주었다. 왕자가 손대느라 약간 헝클어진 머리칼을 잠시 정돈한 다음 서있기만 한 왕자에게 말했다. “자리에 앉으시지 그러세요.” 이왕 잠이 깨버린 마당에 난 그냥 이야기나 하다가 처소로 돌아와 잠이나 자려고 하였다. “아~네! 그래야죠.” 겨우 말을 하며 왕자는 내 맞은편에 위치한 의자에 앉았다. “참으로 아름다우시군요. 훗~제가 이렇게 떨어보긴 처음이에요.” 예전의 모습은 어디로 갔느뇨! 아까의 모습과는 달리 이젠 바람둥이 기질이 보이는 듯 날 향해 미소 지으며 닭살스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고 있었다. 차라리 아까의 얼떨떨해 보인 모습이 100배 나았는데. “풋~~그래요? 고마워요. 체르아 리안드리아님!” 난 절대로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 몰라 하는 식으로 왕자라는 명칭을 빼고 어제 알려준 이름을 말했다. “리안드리아님이라뇨. 그냥 체르아라고 불러주세요.” 이놈은 순수 100퍼센트의 농도를 가진 플레이 보이란 공식이 성립됨과 동시에 난 싱긋이 웃어주었다. “아니요. 어떻게 그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어요! 그냥 리안드리아님이라고......” 이런 망할 녀석이 내 말을 끊고 무작정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하는 듯 고개를 숙여주었다. “체르아님은 여기 웬일이세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괜히 할 이야기가 없어서 꺼내 본 것이었다. “그냥 이라고 하면 안 믿겠죠? 형을 따라서 왔어요. 형이 이곳에서 신부감을 고른다고 해서 얼떨결에 따라왔죠.” 장난기 어린 얼굴을 한 왕자는 물론 본명은 잘 모르겠지만 체르아의 눈을 보자 나를 보는 듯 하였다. 눈에 음영이 드리워져있었다. 아마도 슬픈 일을 숨기려는 듯이 억지로 웃고 지낸 듯 보였다. 나도 그런 케이스중의 하나이지만 동병상련이랄까? 웃고 있는 눈동자 속에는 눈물이 고여서 응고가 된 듯 하였다. 오랫동안 저런 모습으로 살아와서 그런가 이 모습이 더 잘 어울려 보였다. “그랬군요. 전 이만 나갈까 합니다만?” 체르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의자에서 일어나자 녀석도 나와 같이 일어났다. “그전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왜 그 말이 않나오나 하고 했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난 고개를 갸웃뚱 거렸다. “실은 어제,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어떻게 제가 소드 마스터인줄 알았죠? 이건 극비인데! 그 누구도 모르는...” 어서 설명을 해달라는 눈빛으로 묻는 체르아에게 또 ‘찍었다’ 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진지하게 물어오잖아. “그럼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제 부하들 중에 소드 마스터가 있어서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곳에는 없지만 오랫동안 지내면서 특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쯤하면 만족할 대답이라 여기고 난 무도회장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커텐을 열어 제치려할 때 체르아가 내 손을 잡아버리는 바람에 커텐은 그저 바람에 살랑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 가지 물어보죠. 그 부하 분들이 어디계시죠?” 부하들을 만나면 대련을 하려는지 아니면 뭘 물어보려는지 체르아는 날 내려다보며 물었다. “글쎄요. 후훗~확실한건 이곳에 없습니다. 보고 싶은데 제가 그들을 버렸거든요. 그들도 자신 만의 삶을 살아야 하는 기회를 줘야하니, 떨어지기 싫다는 녀석들을 제가 반강제적으로 떨어뜨려두고 왔습니다. 그러니 더는 묻지 말아주세요.” 말이야 맞지 않은가! 부하 녀석들이 소드 마스터인 것도 사실이고, 카옌 왕국에 떨어뜨리고 여행을 온 건도, 가정을 가지라는 말을 한갓도 사실이니까. “그러셨군요. 그럼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단 저와 춤을 추시겠습니까?”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어찌 승낙을 하리요 마는 이번만은 특별히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좋아요. 단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조건을 제시하자 체르아는 안색이 약간 안 좋아진 듯 하지만 그런 대로 원상복구가 되었다. “글쎄요~그렇게 될까요?” 뭔 말인지 모를 말을 한 체르아와 같이 발코니에서 홀로 들어가자 많은 이들의 눈이 찔러 들어왔다. 내가 왕자하고 춤을 춘다는 게 놀라운 사실인가? 나오미도, 마리도, 샤를도, 춤을 추다가 멍하니 나와 체르아만 바라보다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어색한 포즈를 잡으며 스텝을 밟고 있을 때 체르아의 형인 2왕자가 나오미와 같이 춤을 추면서 우리 쪽으로 접근하며 물었다. “니가 처음으로 춤을 추다니 기뻐해야겠구나. 체르아 디노라!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레이디를 모셔왔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인연이 되길 바라마.” 진정으로 체르아를 걱정해주는 듯한 말투로 말하고 다른 쪽으로 사라졌고, 나오미는 나에게 미소를 날렸다. “제가 왕자여서 놀랐습니까? 고의로 속이려고 한건 아닙니다.” 한동안 나오미만 바라보다가 체르아가 말을 시키는 바람에 녀석을 올려다보았다. “아니라고 하면 진실이 아니겠죠. 맞아요. 좀 놀랐습니다.” 상투적인 말을 하며 어서 이 춤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전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체르아 디노라 왕자 전하!” 음악이 멈추자마자 난 드레스를 두 손으로 다소곳이 잡은 다음 살짝 숙여서 인사를 하고 체르아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밖으로 빠져나왔다. 어차피 무도회장에 오래 머물고 싶은 생각 따윈 한 적도 없으니. 내 처소로 무사히 찾아들어온 난 치렁치렁한 드레스며 장신구들을 다 몸에서 떼어내고 침대에서 놀고 있는 블랑슈를 껴안고 잠이 들었다. 춤을 꽤 과하게 추어서 무지 피곤하단 말얏.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232 5 (외전) 체르아의 슬픈 과거 - 1 “이런 녀석을 뭣 하러 데려왔어?” “그래요. 이딴 녀석은 필요 없어. 더러운 자식!” “어서 나가. 안 나가면 내가 강제로 쫓아낼 거야.” 어린 소년은 너무나 무서워서 울먹이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굳은 채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 막 5살이 지났을까 한 소년이 입은 옷은 화려했지만 이곳저곳에 흙이 묻어 있었고 눈에는 맑은 눈물이 가득차있고, 입술은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나도,나도 이런 곳에 있고 싶어서 온 게 아니란 말이야.’ 속으로 이렇게 외쳤으니 말이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나오기도 전에 얼어버릴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마하고 할아버지 할머니하고 셋이서 오순도순 놀고 있었는데 빛나는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날 엄마하고 강제로 떨어뜨려 놓았다. 나만,나만....홀로 떨어진 채 난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집으로 보내졌다. 처음엔 이쁜옷도 주고, 맛있는 음식도 줘서 좋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난 엄마의 곁이 그리워졌다. 아무 이유 없이 나보다 더 큰 형아 들하고 누나들이 날 때리고 놀리고, 참기 힘들었다. 나가고 싶어서 무작정 뛰다가 기사 아저씨에게 붙잡혀서 난 머리에 이쁜 관을 쓴 아저씨를 보게 되었다. 무서워 보이는 얼굴을 한 아저씨는 나에게 걸어왔다. 순간 움찔한 난 뒷걸음치다가 날 잡아온 아저씨와 부딪혀서 도망도 못가고 떨기만 하였다. 이쁜 관을 쓴 아저씨는 내 앞으로 걸어오더니 허리를 숙여서 날 안아주었다. “미안하구나. 미안해! 그동안 널 너무 내버려 뒀구나. 내가 니 아버지란다.” 나에게 아버지가 있었다니,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엄마한테도 들어보지도 못한....하지만 그 아버지란 분의 품은 너무나 따뜻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엄마 품보다는 못했지만 강인한 무엇인가가 있는 듯 하였다. “아,아...버지?” 더듬거리며 겨우 말을 한 나에게 아버지란 분은 내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었다. “그래! 아버지란다. 앞으로 네 이름은 체르아 디노라 이다. 잘 기억해 두거라.” 이로써 난 두개의 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부터 날 때리고 놀리던 형아 들하고 누나들은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다. 무시했을 뿐. 3년이 지났을 무렵 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알고자 한건 아니다. 단지 걸어가다가 우연찮게 들은 것이다. 형아 들이 말하는 것을. 울 엄마가 몰락해가는 귀족 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아버지는 엄마를 사랑했다는 것을, 내가 그 사랑의 결정체라는 것을. 울컥한 마음에 난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집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아버지는 날 보며 반가운 표정을 지으셨지만 난 그 표정을 단번에 바꿔놓았다. “왜 내 엄마를 버렸어요? 왜요? 그리고 왜 절 데려오셨어요?” 씩씩거리며 말하자 아버지는 얼굴을 굳히고는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내게 뺨을 때리셨다. “난 니 엄마를 버린 게 아니다. 니 엄마가 내 곁을 떠나갔을 뿐.” 단 두 마디를 하신 아버지는 날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다시 서류검토를 하셨다. 한점의 감정도 표출하지도 않으신 채. 아려오는 뺨을 부여잡고 뛰었다. 어딘지 모를 곳으로 뛰었다. 궁전 안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았으므로 멈추었을 때는 눈에 들어오는 배경이 보던 것이 아닌 낯선 곳이었다. 나무도 많이 우거지고, 다른 사람들이 오가지 않은 듯 발자국도 없었고, 풀만 무성하게 나있었다. 순간 아픈 뺨보다 덜컥 겁이 나서 뒤로 뛰기 시작하였다. 속으로 엄마를 외치면서. “넌 누구냐?” 뒤쪽에서 날 부르는 듯한 소리에 난 뛰다가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며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칼에 검은 수염을 한 아저씨가 커다란 검을 들고 서있었다. “벙어리냐? 말도 안하고.” 엄마가 고이 키워주신 이 몸을 벙어리라 매도한 아저씨에게 난 큰소리를 질렀다. “난 벙어리 아니야. 그러는 아저씬 여기 왜 있는 거야?” 대뜸 반말을 하자 그 아저씨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왕자냐?” 영문을 모를 질문에 난 가만히 서있었다. “성이 디노라냐?” 내가 왕자라는 것을 물으면서 반말로 하는 그 아저씨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맞아! 그러는 아저씨는?” 아저씨도 반말로 나가니까 나도 반말로 나갔다. “나? 나는 위이이~대하신 그렉 로저스 다!” 란 말이 나옴과 동시에 난 비아냥거리는 말을 했다. “거짓말! 그렉 로저스는 소드 마스터면서 살아있는 신화라고 일컬어지는데 아저씨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아니야! 내 이름 맞아.” 그렇게 그렉 아저씨와 난 옥신각신하면서 서로 친하게 되었고, 짜가 그렉 로저스 아저씨에게 검술을 배웠다. 그 솜씨는 짜가가 아닌지 대단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난 검술에 매료되어 실력이 부쩍부쩍 늘어만 갔다. 후에 난 그렉 아저씨가 진짜로 살아있는 신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 이른 시간에 검술을 배우러 나온 난 아버지와 그렉 아저씨가 한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그렉 아저씨를 붙잡고, 부탁한 것이 왕손 중에 검술을 가르쳐주라는 것이었고, 거기에 내가 발탁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떠난다는 것까지.... 난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는 듯이 태평하게 지냈고, 어느 날 아저씨는 간다 만다 말 한마디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 잘 살아라는 한 줄의 편지를 남긴 채. 그렉 아저씨가 떠나고 난 방황하기 시작했다. 내 정신적 지주가 사라져버렸으니 아버지, 아니 이제 나이를 먹었으니 아바마마라고 불러야 하나? 그분께 불려가서 많이 혼나고 그랬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궁 밖으로 빠져나온 난 무작정 술집에 들어가 술을 주문해 마셨다. 마시고 또 마시고 하지만 취하진 않았다. 술병 채 들이붓고 있는데 누군가 내 술병을 나꿔챘다. 화가 나서 일어서려다가 술병을 쥔 손의 주인을 보고 얌전히 앉아버렸다. “아바마마께 혼난 걸로 부족한거니? 왜 그러는 거지? 나에게 말해줄 수 없니?” 쳇! 둘째 형이었다. 다른 형제들이 날 때리고 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째형은 날 감싸줬다. 원래는 형이 셋째였는데 둘째형이 어이없게 독살 되어버려서 이젠 둘째형이 돼 버린 것이다. 왕가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알 필요 없습니다.” 고개를 돌려버린 날 보던 형은 내 얼굴을 바로잡고 물었다. “그렇게 너 혼자 상처받은 얼굴은 하지 마라. 너 말고도 상처받은 사람은 많이 있으니까. 이 세상 어느 누가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겠니? 심지어는 부자로 잘살고 세상만사 편하게 사는 인간들도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 넌 유독 혼자만 상처받은 듯 행동하는구나. 나또한 어렸을 적부터 상처를 받았다. 니가 아직 왕궁에 오지 않았을 때부터 어머니께서 후궁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난 천대시 되었다. 날 낳아주신 어머니가 저기 계시는데 난 왕비마마에게 어마마마라고 불러야 했고, 얼굴도 들지 못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후궁 전에서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일주일후에 발견이 되었단 말이다. 이 아들이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돌아가시는 어머니 곁을 지킬 수 없었다.” 둘째 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울음이 쏟아져 내렸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에서 눈물이 넘쳐서 떨어지고 있었다. 둘째형의 이야기가 끝나자 난 울면서 형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하게 말했다. 그 후로 난 방황하는 시기를 무사히 넘겼고, 아바마마께서 하사하신 심복들을 만나보고 힘으로 그들을 꺾음으로써 주군으로 모셔졌다. 몇 년을 그렇게 살았나? 어느 날 아바마마는 둘째형에게 결혼할 것을 권했다. 이제 24살이니 결혼을 할만도 했지만 형은 고집을 피우다가 아바마마의 황소고집에 꺾이고, 파이넬 왕국으로 길을 떠났다. 그런 형을 내가 옆에서 보좌했다. 파이넬 왕국에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은 채 몰래 스릴 있는 여행을 하며 파이스티에 도착하였다. 파이스티에 간 우린 왕궁으로 들어가서 오랜만에 편한 휴식을 취할수 있음과 동시에 재미있는 놀이가 있을 것 같아서 국왕에게 청혼을 넣고 있는 형을 두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밖으로 나왔다. 상쾌한 밤 공기를 들이 마시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내 앞에서 1남 3녀가 다가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한 여자는 로브를 써서 잘 모르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선남선녀였다. 슬슬 장난기가 동한 난 가장자리에 걷고 있는 여자와 고의로 부딫혔다. “어떤 놈이야?” 그리고 먼저 선수를 친 난 과연 어떤 행동이 나올까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어차피 난 마법등을 등지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으니까. “아!!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나요?” 이곳이나 저곳이나 다 똑같았다. 부딪히고 나서 하는 말이란~재미없게 시리~ “뭐야 이거? 너 때문에 내 흥이 다 깨져버렸잖아.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지?” 살짝 웃으며 제발 재미있는 말이 나오기만을 바랬지만 모두 꿀 먹은 벙어리마냥 나만 멀뚱멀뚱 쳐다만 보았다. 그렇게 본다고 해서 내가 보이는 건 아니겠지만. “오호라~이제 보니 얼굴이 꽤 반반하게 생겼잖아? 오늘밤 나하고 같이 놀아볼 생각은......으으윽.” 내가 한동안 방황을 할 때 써먹던 말을 하자 나와 부딪힌 여자의 남자 친구인 듯한 놈이 내 다리를 걷어찼다. 순간적이었지만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뭔가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일부러 맞아주었는데 꽤 아팠다. “감히 어디에다 수작을 부리는 건가? 지금 있었던 일은 없었던 걸로 해줄 테니 사라져라.” 아마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귀족인 듯이 꺼지라는 투로 말했다. “시,시끄러워! 그러는 너는 감히 어디에다 발길질을 하는 거지?” 다리가 아픈 건 이젠 없어졌지만 아무리 내가 왕자라는 것을 몰랐어도 그렇지. 귀족 주제에 내게 훈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찌하리~다 내 재미를 위해서면 그 어떤 것도 희생 못할 내가 아니지. “시끄럽군. 여긴 당신 혼자 있는 곳이 아닙니다. 고성을 지르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니 자중을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만.” 그리고 처음으로 로브를 입은 소녀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엄마와 비슷한 목소리를 지닌 것이다. 감히 내 엄마와 비슷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니, 순간 난 비릿하게 웃었다. 생각하지 않기로 한 엄마가 생각났으니. “이제 보니 남자 한명에 여자가 셋이군. 그림이 안돼 는데, 셋 중에 하나를 나에게 양보하는 게 어떤가? 그러면 지금 있었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 내 심복들이 쫒아오면 너희들도 피곤할 테니 말야.” 이렇게 말을 함으로써 나도 귀족이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 하는 식의 투로 말을 하였다. “못하는 말이 없군.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와. 좋게 말할 때 꺼져라.” 한 성깔해 보이는 여자가 나에게 큰소리를 내며 눈을 부라리며 올려다보았다. “니가 이 나라의 공주라도 되나보지? 기분 나쁜 명령조, 맘에 들지 않아.” ‘흥이다. 니가 공주면 난 왕자다.’ 속으로 생각하며 있자니 무언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튀,튀고 싶었지만 달려오는 놈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빠져나가는 것도 장난이 아닌 듯 보였다. 한 몇 초 정도 지나자 많이 보던 놈들이 내 앞에서 부복을 하였다. “찾고 있었습니다. 어디 편찮으신 곳이라도 있습니까?” 재미있게 놀려고 이 녀석들을 따돌리고 나왔는데 딱 걸렸군. “잠시 바람 좀 쐬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들과 약간의 말다툼이 일어나 내 정강이가 걷어차인 것 외엔 괜찮다.” 이 말을 하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며 슬며시 포를 저미는 듯이 말하자 내 부하 놈들은 금방 살기를 풍겼다. “감히 귀하신 분께 발길질을 하다니 죽여 버리겠다.” 그리고는 생각도 못할 사이에 검을 뽑아들었다. 이곳은 디노라 왕국이 아니라 내가 함부로 사람을 죽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놈들이 검을 빼들다니. “멈춰라! 난 너희들에게 검을 뽑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약한 레이디에게 검을 뽑는다는 것은 기사도에 어긋나니 멈춰라.” 내 명령에는 죽더라도 따르는 녀석들이 내말에 토를 달고 있었다. 정신이 헤이 헤진 녀석들, 특별 훈련을 받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주인님의 몸에 상처를....” “닥쳐라.” 재미있게 놀고 싶었는데 녀석들 때문에 난 다른 놀이감을 찾으러 가봐야 할 것 같았다. 에휴~아까운 것.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괜한 일이 벌어졌군요. 레이디 죄송합니다.” 잠시나마 내 장난감인 사람들에게 난 진심으로 사과를 하였다. 우선은 잘못했으니까. “그리고 제 다리를 걷어차신 분!! 이 빚은 언젠가 갚아드리죠.” 훗~난 맞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고로 내 장난이었다 해도 내 몸에 상처를 낸 사람들을 가만히 둔 적은 없었다. 할말을 다한 난 뒤돌아 다른 곳으로 가려했지만 그리운 목소리가 날 붙잡았다. “그 다리 걷어차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왜 굳이 그런 행동을 하셨나요?” 엄마가 나에게 한 말인 듯 한 착각이 한순간 일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제 장난기 어린 행동이었습니다. 그래서 맞은 거죠. 맞아도 싸죠. 하지만 절 다치게 한 사람들은 언젠가 그 만한 댓가를 치르죠. 후후후.” 맞는 말이다. 장난!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왜 피하지 않았죠?” 계속 되는 질문에 짜증이 날만도 했지만 목소리 때문에 참았다. 그리고 난 로브의 여자에게 변명의 말을 하였다.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피할 수 있었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전 그냥 글이나 읽을 수 있는 놈에 불과한데.” 다른 곳으로 얼른 가야 또 놀 수 있는데, 아무리 엄마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해도 그것을 계속 듣고 싶지는 않았다. 잊혀졌던 존재가 다시 생각이 나니까. “여기까지 와서 발뺌을 하시려는 건가요? 그렇다면 애초에 우리들에게 부딪히지를 말던가. 당신의 부하들도 한 실력하게 생겼는데, 그들이 따르는 당신이 그저 글만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도 어떻게 장담을 하죠?” 애리하게 찔러오는 말에 난 순간 멈칫했다가 잘 돌아가는 머리로 지어서 말했다. 일명 임기응변이랄까? “저들은 저희 가문 대대로 가문 성을 이어받은 자에게 절대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니 레이디께서는 신경을 끄시는 게 좋을 듯 하군요. 더 많은 것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발 이제는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식으로 약간의 협박을 담아서 말했더니 충격적인 소리를 듣게 되었다. “요즘은 아무리 실력을 숨기는 게 당연시 되고 있지만 이번엔 안됐네요! 내 눈에 걸렸으니 말 이예요. 그럼 전 잠이 와서 친구들을 데리고 먼저 가겠습니다. 손가락을 꼽을수 있을 정도의 소드 마스터여~” 그런 기밀을 요하는 것을 한순간에 어떻게 파악을 할 수 있었는지 상황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다른 이들도 날 몰라봤는데 유독 로브를 뒤집어 쓴 소녀만이 알고 있었다. 숨기고 있었는데,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버렸다. “그,그걸 어떻게.....상함이라도?”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에 소녀는 무시하고 같은 일행들에게 가자고 채근을 하였다. “뭐하고 있어? 나 잠 오니까 빨리 가자고.” 로브의 소녀가 그곳의 대장 격인가 다른 사람들이 다 그녀의 말에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왜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는 거죠?” 이왕 물어본 것 확실하게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당신도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았잖아요.” 로브 소녀의 말을 들어보니 그도 그럴 듯 하였다. 여인이 어찌해서 먼저 이름을 밝힐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내 본명을 가르쳐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잠시 어물쩡거리자 소녀는 가려는지 발을 움직여서 정말로 오랜만에 예전의 이름을 내뱉었다. 무의식적으로 “제 이름은 체르아 입니다. 레이디, 체르아 리안드리아.” 하지만 내 이름을 가르쳐주었는데 그녀는 발뺌을 하고 걸어가고 있었다. “꼭 알려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이만 가보려 합니다. 그럼 이만.”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보는 눈이 있는 관계로 난 말로써 붙잡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혹시? 아닙니다. 보아하니 귀족인 것 같은데 내일 왕궁에서 볼 수 있을까요?”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은 그녀는 일행들과 그렇게 사라졌고,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난 그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쯤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왕궁으로 돌아와 얼굴을 보이지 않은 로브의 소녀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날을 꼬박 세고 아침이 되고 낮이 되어도 잠을 자지 못하다가 한순간에 잠이 든 난 형님이 깨우고 있었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결국은 무도회에 늦어버리고 말았다. 날 버려두고 먼저 가버리다닛! 대충 제복을 입고 안내원을 따라 무도회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어제 보았던 사람들을, 그쪽에서도 날 알아보았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인을 보니 상석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옷을 입고, 어제 말이 씨가 되었다. 공주라니~그것도 파이넬 왕국의 하나뿐인 공주. “다, 당신이 여긴 웬일이죠?” 월담을 한 공주치고 그 박력은 다 어디로 갔는지 떨면서 말하는 게 웃겼다. “후훗! 조금 늦게 오는 바람에 소개를 못했군요. 제가 바로 디노라 왕국의 제 3왕자입니다. 나오미 공주님! 그리고 이곳에는 어제 보던 분들이 계시군요. 단지 한 여인만 안보이고.” 다른 이들은 찾을 수 있었지만 유독 로브를 입은 소녀만이 보이지 않았다.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그녀에게서만 나는 그 독특한 향기로 찾을 수 있지만(바람둥이들은 다 이렇다.)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여러 귀족 영애들이 춤을 신청하는 바람에 난 눈을 질끈 감고 ‘몸이 안 좋아서’ 라는 평범한 멘트를 한 채 구석진 발코니로 아무도 안보이게 움직였다. 드디어 혼자 조용하게 쉴 수 있겠구나 한 생각에 맘 편히 들어가 보니 이미 그곳엔 자리를 편 여인이 있었다. “이런 곳에 계실 줄은 몰랐군요. 아무리 로브를 쓰고 있다고 해도 내 느낌은 정확하니까. 음~잠이 드신 건가?” 엎어져 있는 여인의 몸에서 나는 향기로부터 난 어제 로브를 뒤집어 쓴 그녀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확신을 하면 무엇 하리~~깨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답한 김에 그녀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이럴 땐 어떻게 하지? 깨울 수도 없고, 안 깨울 수도 없고, 고민되네.” 열심히 고민을 하는 동안 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머리칼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나도 모르게 일어나서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만져보았다. 매끄러운 게 기름을 발라놓은 듯 했다. “이렇게 진한 검은 머리칼은 처음이야. 은색의 머리칼과 맞먹을 정도로 희귀한 머리 빛을 지닌.......” 검은 머리를 지닌 그녀! 갑자기 내 말동무이자 스승이었던 그렉이 생각이 났다. 비록 짧은 머리였지만, 언제나 빛이 나는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그는 항상 자신의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 개라도 빠질까 노심초사하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으.....음.....아! 누구?” 머리칼을 만지고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천천히 감긴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에메랄드보다 더 맑은 눈동자가 점점 커질 때 한순간 매혹 당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얼굴을 들었을 때의 백옥보다 하얀 얼굴을 한 그녀는 완벽한 대리석 조각보다 더 완벽해 보였다. “아! 실례했습니다. 무례를 저질러서 죄송합니다.”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보는 그녀,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아뇨! 괜찮습니다만 머리카락은 놓아주시는 게 어떠실지?” 이제 보니 아직까지 난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날 빤히 쳐다보았나 보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녀의 눈동자와 마주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머리칼을 놓아준 다음 우린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대화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잊혀져 버린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5살 때로 다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때까지 내 잊혀진 이름을 부르는 이가 3명이나 있었으니까! 그녀에게 내 이름을 말할 때 왜 잊혀진 이름이 생각이 나면서 가르쳐주었는지 모른다. 단지 그냥 본명을 말하기 싫어서 보다 엄마의 목소리를 지닌 그녀에게서 그 이름을 불려지기 원해서일 것이다. 얘기를 하는 동안 난 그 맑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눈을 계속 바라볼 수 있었다. 사람은 자고로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의 눈을 보고 하니까. 아무 근심 걱정 없는 그런 귀족 영애쯤으로 여겼는데 그게 아닌 듯 하였다. 나와 같은 아픔을 지닌 그녀. 에메랄드가 녹아버릴 것 같은 아픔이 느껴졌다. 특히 부하들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내색은 하지 않지만 웃는 모습이 더 슬퍼 보일정도였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그런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 난 용기를 내서 춤을 신청하였다.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춤을 배운 이후로 난 여자들과 춤을 춘 적은 없었다. 추기 싫었다. 언제나 눈웃음치는 여자들이 미웠다. 저런 웃음을 팔고 결혼을 하는 그녀들이 싫었다. 그래서 춤 신청이 들어오면 내 쪽에서 먼저 피하거나 아니면 그 장소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은? “좋아요. 단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너와 난 인연이 아니다 라는 뜻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난 홀로 나갔다. 그런 나를 보는 귀족 영애들의 눈이 심상치 않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사양하던 놈이 홀로 나왔으니, 그것도 여자를 끌고. 음악이 시작되자 나와 그녀는 스텝을 밟았고, 점점 형과 나오미 공주가 우리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니가 처음으로 춤을 추다니 기뻐해야겠구나. 체르아 디노라!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레이디를 모셔왔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인연이 되길 바라마.” 진정으로 해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내 정체를 숨기고 있었는데, 내 정체를 알아버린 그녀는 과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아까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제가 왕자여서 놀랐습니까? 고의로 속이려고 한건 아닙니다.” 내가 말을 하자 그녀는 서서히 얼굴을 올려서 날 바라보며 붉은 체리빛 입술을 열었다. “아니라고 하면 진실이 아니겠죠. 맞아요! 좀 놀랐습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약간의 표정이라도 있었으면 그녀의 말을 믿겠지만, 그런 얼굴로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무표정 무감정을 지닌 말을 하고 음악이 끝나자 그녀는 “전 이만 물러가겠나이다. 체르아 디노라 왕자 전하!” 내가 불려지기를 원하는 이름이 아닌 정식 이름을 부르고 내가 잡을 사이도 없이 내 앞에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리고 난 그 후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20년이 흘러도.... 엄마 대신으로 그녀를 보고 있단 것 부터가 잘못되었던 거지만 그녀는 정확히 말하면 한순간 꿈처럼 사라져버렸다. 그 누구도 그녀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물어보면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그녀와 같이 다녔던 친구들에게도 물었지만 모른단다. 그런 사람은 있지도 않다고, 그렇다면 내가 본 그녀는 무엇이란 말인가? 아직도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느껴지는 내 손은....녹아내리는 듯한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본 내 눈은....다시는 볼 수 없는 인연.....그래서 그녀에게 더 집착한지도 모른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466 7 출발 - 1 천지가 개벽하는 일이 일어났으니, 내가 빨리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그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블랑슈 좋은 아침 이라고 하기엔 뭐하고, 좋은 새벽이라고 하기엔 영 아니지. 그래그래~쌀랑한 새벽.” 블랑슈에게 새벽 인사를 한 나는 천천히 일어나고는 때 빼고 광을 냈다. 언제 나처럼 새 옷으로 갈아입은 난 (더러운 옷은 간단하게 정령들한테 빨아달라고 하면 된다.) 걸음도 당당하게 세 따식이들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것으로 봐서 골아 떨어진게 분명한 녀석들을 위해 스페셜 효과음을 준비했다. 쿠다다당 콰당 간단하게 문짝을 발로 걷어 차 버린 것이다. 내 발에 맞은 문짝이 벽에 부딪히면서 엄청난 소리를 만들어냄으로써 녀석들은 잽싸게 공격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쯧쯧쯧~~늦었어. 그렇게 늦게 공격해봤자 이미 황천길이야.” 혀를 차며 말하자 녀석들은 한숨을 쉬며 검을 천천히 검집에 집어넣고, 마법 구현을 중단시켰다. “깜짝 놀랐잖아. 누구 심장 떨어지게 할일 있냐?” 창백해진 얼굴을 들이밀며 대표로 말하는 블루 녀석. 쯧쯧~~ “시꺼! 드래곤이면서 겨우 이런거 가지고 호들갑씩이나 떨고.” 약간의 비웃음을 동반한 말에 블루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삐짐 모드로 들어갈 채비를 하는 듯 하였다. “그런데 여기 온 목적이 뭐야?” 그래도 차분하기로 유명한(?) 하이~엘프인 가브는 정신을 가다듬고 내게 물어보았다. “아아~별거 아니고, 짐 싸라고, 지금 나가자고. 너희들도 여기에 계속 있는 거 싫어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여기까지 왕림한거 아니겠어? 지금 아니면 가기 싫어질 것 같으니까 얼렁얼렁 후딱후딱 짐싸.” 여행가잔 말에 말에 녀석들은 공격행태를 갖추는 시간보다 더 잽싸게 짐을 꾸리고 있었다. “그럼 계속 하고 있어. 난 만나볼 놈들이 있으니 잠깐만 갔다 올게. 그전에 짐 못 싸면...후후~알지?” 협박 비스 무리한 것을 해놓고 난 나오미 방으로 워프 했다. 전에 한번 가본 적이 있어서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는 짓은 선머슴인데 공주라는 딱지 때문에 나오미의 방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여기저기 금딱지 은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가끔 보석도 한두 개 박혀서 새벽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나오미,나오미~아직도 안 일어났냐? 일어나봐.” 직접 몸을 흔들어 깨움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제 무도회에서 디노라 왕국의 2왕자하고 땡강땡강 춤을 추더니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진짜로 안 일어 날 거야?” 이불을 확 젖히자 나오미의 눈이 3분의 1쯤 열렸다. “루나야? 여긴?” 목소리가 잠겨서 굵직한 소리를 하는 나오미에게 난 여행을 떠나겠노라고 통보를 했다. 그러자 이 인간이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여행? 잘 갔다 와. 올 때 내 선물 꼭 사와. 쿠우우~” 이불을 다시 뒤집어쓰면서 잠이든 녀석을 패대기 할 수도 없고, 한숨을 쉬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였다. 한번 갔다가 딱 붙잡힐 뻔한 곳인데 이번엔 위험을 감수하고 가는 길이었다. 놀다가 마리의 집에 가게 됐는데, 마리 할아버지한테 붙잡혀서 망명할 생각은 없냐 에서 시작해서 별의별 얘기를 듣다가 나오미가 나를 찾아오는 바람에 겨우 살아난 곳이었다. 마법사의 집안이라서 그런지 고서들이 쉽사리 눈에 뜨였다. 마리의 방에도 마찬가지로 마법서로 도배되었지만, 맨날 놀면서 마법 수련은 언제 하는지. “마~아~리~이~~일어나봐.” 역시나 이 인간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 마법사란 인간들은 일찍 일어나서 수련을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마법사 꼬랑지가 붙은 이 인간은 구제불능인 듯 보였다. “안 일어나? 어쭈~많이 컸네?” 비아냥 거리는 말에 마리가 부스스 일어났다. 머리는 산발에 눈이 반쯤 감긴 채로. “무슨 일이야?” 그래도 아까 나오미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아보였다. “으,응! 나 여행 갈려고, 너희들 찾아 다녔어. 니네 집 마지막으로 들린 거야. 샤를한테는 안부 전해주고.” “알았어!” 간단한 대답을 하고 다시 눕는 마리. 우째 내 친구란 작자들은 친구가 여행 간다고 하면 붙잡아줄 생각도 안하는 거야얏~ 아무튼 이것으로 작별의 인사를 끝내고 마리 할아버지한테 들키기 전에 되돌아 왔다. “아! 이제 왔어? 짐 쌌어. 가자.” 미르가 먼저 쪼르르 달려와서 내게 보고를 하고 짐을 어깨에 둘러맸다. “그럼 출발하자. 마지막으로 이것만 쓰고.” 종이에 펜으로 글씨를 휘갈겨 쓰고 마구간으로 향했다. 마구간에는 내 착하고 순한 로즈가 당당하게 서있었다. 귀여운 것. “나가자!” 새벽 공기를 마시며 우린 또다시 여행을 시작하였다. 아무도 모를 그런 여행을.... * * * * * * * * * * * * * * * “으샤~으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편 난 시녀들이 가져다준 물로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상하지? 이제껏 꿈속에서 루나의 모습을 본적은 없는데, 오늘은 왜 나온 거지? 그것도 여행 간다고 하다니.” 아침에 꾼 꿈이 영 꺼림칙해서 난 루나가 기거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아직 식사 전이지만 분명히 루나는 밥먹자 라는 말을 좋아하니까 같이 먹자고 하면 헤실 거리면서 나를 따라올 것은 당연한일이니.....루나의 방으로 가던 도중에 마리를 만날 수 있었다. 마리는 따로 집이 있지만 언제나 왕궁에 출근 도장을 착실하게 찍고 있어서 어디를 가든 하루에 한번씩은 마주칠 수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리를 만나서 루나의 방으로 걸어갔다. “나오미! 나 오늘 이상한 꿈꿨다.” 평소에 꿈 이야기는 쥐뿔만큼도 안하던 애가 갑자기 꿈 이야기를 하니 호기심이 일어서 물어보았다. “꿈? 무슨 꿈?”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마리는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짧았지만. “글쎄 오늘 꿈에서 루나가 나온거 있지? 그리고 여행을 간다는 거야. 샤를한테 안부 전해달라고 하고, 그냥 나만 바라보고 있는 거 있지?” 마리의 꿈 이야기를 들으며 내 꿈과 비슷하다는 것이 왠지 마음에 걸려서 난 체력이 약한 마리를 내버려둔 채 달리기 시작했다. 제발 내 불길한 생각이 틀리기만을 바라면서. 문 앞에 도착한 난 노크도 하지 않고 박차고 들어갔다. 그러면 으레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노크 좀 하고 다녀.” 란 말소리가 들려야겠지만 오늘은 들리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비워져있던 방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 조용하였다. “루나,루나? 어디 있어? 루나?” 루나의 방안을 이곳저곳 뒤지면서 찾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루나의 루 자도 보지 못했다. “헉,헉,헉....나만...두고..먼저 가기가.....왜 그래?” 뒤늦게 나타난 마리는 아직 루나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지 날 책망한 듯 가만히 서있었다. “루,루나가....사라져버렸어..흐흑~꿈이...아니었나봐. 꿈이....아니었어...흑....여행 간다는...루나한테....선물이나 사오라고 하고, 으~으아아앙~~” 한순간 나온 눈물은 봄물이 터지듯 그칠 줄을 몰랐다. 너무나 소중한 내 친구가 가버린 것이다. 잠자고 있을 때 억지로 깨우면 그냥 일어날 것을....그래서 루나에게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그래야 하는데, 아니면 가지 말라고 바지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그럴 기회마저 오지 않았다. 내가 루나를 내쫓아버린 것 같았다. “정말? 아니지? 그렇지? 아니라고 말해줘. 제발....우에에엥” 마리도 나와 같이 바닥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마리를 말빨로 굴복시킨 루나에게 정을 느꼈기에 저럴 것이다. 외동딸로 지내다가 루나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루나는 그녀에게 스치듯 다가와서 스치듯이 가버린 것이다. 바람같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서. “루우나~흑” 그렇게 난 마리와 같이 얼싸안고 울었다. 근처를 지나가던 시녀들이 우리를 보고 달래려 했지만 우린 그럴수록 목소리를 높였다. 끝내는 아바마마와 궁정 마법사인 마리 할아버지, 샤를과 칼 라이얼드 후작까지 오는 상황에 이르렀다. “어찌된 일이냐? 이유를 알아야하지 않겠니?” 상황 설명 좀 해달라는 아바마마께 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울기에 바빴는데 대꾸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리야~할아버지가 새로운 마법서 사줄게 울지 마렴.” 예전 같았으면 마리도 그 말을 듣고 뚝 그쳤겠지만 이번엔 어림도 없는 듯 하였다. “혹시 루나가 사라진 거야?” 샤를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우린 잠시 눈물을 멈추고 끄덕거린 다음 다시 부여잡고 울었다. “하아~나한텐 한마디 상의도 없이 나갔단 말이야? 너무하는군.” 샤를은 섭섭한지 이마에 손을 얹고 테이블이 있는 의자에 털썩 쓰러지듯이 앉았는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이게 뭐야?” 우느라 슬슬 머리가 아파온 마리와 난 잠깐 울음을 멈추고 그것의 정체를 밝혀라 는 듯이 샤를을 쳐다보았다. “편지 같군.” 무뚝뚝한 칼 라이얼드 후작은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위에 있는 하얀 종이를 집어 올렸다. 너희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쯤 난 벌써 녀석들과 같이 파이스티를 벗어나 있을 거야. 아침에 작별 인사를 했는데 받아주는 인간이 없어서 너무 슬펐어.(이 대목에서 나와 마리는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나오미는 너무해. 여행간 다니까 오면서 선물사오라고 하고, 미워잉~그리고 마리는 샤를한테 말했니? 내가 작별의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샤를한테 말해달라고 했잖아.(샤를의 강력한 눈빛에 마리는 쫄아버렸다.) 너희들 내 성격 잘 알지? 한곳에 정착해서 살지 못한다는 것을....그래서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도... 언젠간 정착해야겠지만 이곳은 아니라고 봐. 그래서 다른곳 좀 돌아보려고 해. 마지막으로 웃는 너희들의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내가 너무 일찍 떠나버려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건 기약하지 못할 것 같아. 이제껏 나와 만나서 헤어진 사람들에게도 확실한 약속 따윈 하지 않았으니까. 했다 해도 내가 그것을 지킬지 의문이 들어. 미안, 미안해! 진작에 떠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엇! 이런 왠지 편지에 두서가 없어지는 것 같은걸. 하지만 이건 만큼은 약속할 수 있어. 너희들이 먼 훗날에도 살아있다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후후~너무 기간이 긴가?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을 법한 칼 아저씨 몸 건강하게 잘 있으세요. 중년의 아저씨들은 몸이 중요하잖아요. 누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아저씨들은 남는 게 몸 하나밖에 없대요. 녀석들이 빨리 나오라고 재촉해서 그만 가봐야 겠어. 마지막으로.... 나의 친구들이여~사랑한다. 영원히!! 내가 찾아왔을 때 몰라보면...흑...슬퍼할 거야. 그냥 가버릴 거야. 이건 협박이니까 내 모습을 잊어버리지 말라구. 날 잊어버리면 나도 너희들을 잊어 버릴 꺼얏. 추신: 절대로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 것. 그리고 샤를하고 마리!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먼 훗날에 어떻게 됐는지 보자고. 나오미는 디노라 왕자하고 천 생연분인 것 같이 아주 멋졌어! 춤추는 모습이...잘돼 길 빌게. ---당신 안에 깃든 신께 경배를--- 루나가 남긴 편지를 다 읽은 칼 라이얼드 후작은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아니 방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얼음처럼 굳은 듯. “후우~역시 어클리어스 공작이군. 어떻게 내가 이 편지를 읽으리라 생각한거지? 대단해.” 편지에 대한 감상을 끝낸 후작은 내게 편지를 내밀었다. “이 편지는 공주님께서 보관하시는 게 좋을 듯 하군요.” 소중하게 접어서 내게 건네준 편지를 두 손으로 꼭 잡았다. “훌쩍...훌....쩍...이...편지는...훌쩍...내 보물이야!! 흑!” 내가 하고픈 말을 다하고 난 그 자리에서 기절을 하고 말았다. 생전에 한번도 안 해본 기절을 하다니 기적이었다. 그날은 온 왕궁이 시끄러웠다. 내가 쓰러졌다고 하니까 의사를 부르고, 썩어빠진 귀족들도 들락날락거리고, 그리고 그분도 왔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창백한 안색으로 날 맞아주시는 그분, 디노라 왕자님이 계셨다. ‘루나!! 니 말대로....넌 대단해. 내 영원한 친구여~언제까지 기다릴 거야. 니가 싫다고 해도 널 맞을 수 있는 마음은 남겨 놓을게. 나와 너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오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그만큼 더 간절해지잖아.’ “이렇게 오래 바람을 쐬고 있으면 몸이 안 좋으니 어서 안으로 들어오시오.” 언제나 날 따스하게 바라보면서 날 향해 미소를 짓는 그분을 따라 난 베란다에서 안으로 들어왔지만 그녀는 이런 날 알아볼까?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날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친구를 생각하는 것이오?” “네! 그녀는 제게 진정한 친구였으니깐요.” “누군지 가르쳐주지도 않는 그 친구를 보고 싶군요.” 지금의 내 남편은 루나를 보고 싶어 한다. 언제나 내가 기다리고 있는 그 친구를....하지만 난 남편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루나가 편지에 써놓았으니깐.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구. 지금 그녀의 편지는 내 보물 상자 한가운데 있다. 이젠 세월에 찌들어 누렇게 때가 낀 그녀의 편지는 천만금을 가지고 와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니까. 그것 때문에 내가 힘든 일이 있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니까. ‘제발 빨리 돌아 와죠. 너무 보고 싶어. 널 보면 꼭 안아버릴 것 같은데 그땐 봐줄 거지? 그렇지?’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495 5 루나의 광대한 소원 - 1 마을이 나타나면 여관에서 자고 말을 이 없으면 그냥 노숙으로 하며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물론 모습도 많이 바꾸었지만...오늘도 어김없이 마을이 없는 관계로(지도상에서) 노숙을 하기 위해서 되도록이면 더 멀리 가기위해 기를 쓰며 말을 몰았다. 탄탄대로를 달리다가 큰 산이 우리 앞을 가로 막았다. 그냥 건너가자니 너무 으스스하고 돌아서 가자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생각에 잠겼다. “자! 여기서 산을 그냥 건너가자는데 찬성하는 놈(?) 손들고 반대하는 놈은(?) 그냥 손 내리고 있어.” 다수결의 원칙이 떠올려서 즉결 투표를 한 결과 퍼런 도마뱀 한 마리하고 엘프가 찬성을 했고 삘건 도마뱀은 반대를 했다. “그럼! 산을 넘어가자는 데에 손을 많이(?) 들었으니 저 산을 건너가자고.” 그 말을 남기고 말을 몰아 산으로 들어갔다. 산은 인간의 손이 많이 탄 듯이 길이 뻥하니 뚫려있었다. “이햐~꼭 커다란 산맥같이 길 한번 잘 닦였네. 그런데 여기 산 이름이 뭐야?”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내가 질문을 하자 블루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루나야~정말이지 산 이름을 빨리도 물어본다? 이 산 이름은 ‘높은 산’ 이라고 해.” 높은 산? 정말이지 요놈의 세상에서 누가 작명을 했는지 그 상판때기가 보고 싶어지는 구만. “그으래? 높은 산 이라면 이름 그대로 높을 태니 며칠 안에 넘기 힘들겠다. 그런데 어째 길바닥에 찍혀있는 발자국을 보니 한두 명이 지나간 것 같지 않는데? 꼭 무슨 전쟁하듯이 발자국이 수두룩하게 찍혀있어. 그것도 깊이.....무슨 일이지? 아마도 상인 집단은 아닌 것 같은데.” 내 말을 듣고 일행들은 한번씩 땅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머리를 흔들었다. 아무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발자국이 찍힌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며칠 후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가브의 한 마디에 땅 바닥을 자세히 보니 선명하기가 탁본으로 떠낸 것 보다 선명했다. “그런 것 같은데, 그나저나 우리도 빨리 길을 서두르자. 이러다가 밤 되겠다.” 이런저런 말을 한지 별로 안 된 것 같았는데 산 속이라서 그런지 벌써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크~은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나뭇가지를 주워 다가 파이어 볼을 한방 먹여서 불을 피운 다음에 전에 사둔 것을 꺼내서 조금씩 먹었다. 그리고 두 마리의 도마뱀이 한번씩 드래곤 피어를 날려서 주변의 동물과 몬스터들의 침입을 막았다. 정말이지 난 이 세계에 와서 몬스터의 몬 자도 보지 못했다. 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 놈들이 결사반대를 하는 바람에 터럭하나도 못 보게 되었다. 오크가 진짜로 돼지 비스 무리하게 생겼는지 아니면 오거는 큰 덩치에 힘만 쎈 무식돌이인지, 트롤이 재생력이 끝내주게 좋은지 실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따따시한 불을 쬐다보니 하품이 나왔다. “아아합~~~나 피곤해서 먼저 잘려니까 알아서 불침번 서던지 그냥 자던지 해라.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고.” 한 마디를 하고 말이 끝나는 순간에 펼쳐진 침낭에 들어가 잠을 잤다. 그들도 불침번을 서기 싫었는지 결계를 치고 잠의 나락에 빠져 들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 후유증으로 난 아직도 눈이 자꾸 감겼지만 ‘깡’으로 버티고 앉아있었다. 더 자려고 했는데 문딩이 같은 자식들이 깨웠기 때문이다. “루우나~저기에 산딸기 있다. 내가 먼저 가서 먹어야지, 이런 가르시미르가 먼저 가네?” 블루의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산딸기는 코빼기도 안보이고 먼저 갔다던 미르는 불만 쬐고 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주변 상황을 인식한 난 블루를 살기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블루야~산딸기 어디 있어? 미르는 저기에 앉아있는데, 요즘 산딸기는 불속에 있나보지? 움직이기 싫으니 니가 가서 따올래?” 얼굴을 구기며 하는 말을 그냥 밥 먹자라는 말로 넘겨버려다. 망할 도마뱀! 나중에 로드한테 꼰질러버릴테다. 복수를 다짐한 난 가브가 준 과일을 약간 먹고 눈이 감기자 다시 한번 자려다가 망할 블루의 소리에 억지로 일어났다. “루나야~안 일어나면 그냥 두고 간다.” 블루의 협박에 일어나서 말을 타고 가며 그 도중에 말 등에 엎드려 잠을 자기 위해 가브에게 말 좀 잘 봐달라는 말을 남기고 앞으로 쓰러졌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잠이 들었기 때문에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약간이나마 들을 수 있었다. “대단한데. 언제 이렇게 자는 법을 터득했지?”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이지 루나의 잠자는 것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솜씨에 혀가 내둘러질 정도라니까요.” “그러게 왜 블루님이 장난을 쳐서 루나를 이렇게 만든 것입니까? 그렇게 일찍 안 깨웠으면 이런 일은 없지 않잖습니까?” 이,이런 썩을 도마뱀아~진짜로 로드한테 이를 거야? 그리고 가브는 브러시아한테 잘 말해주지.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필름이 끊긴 관계로 그 다음 말은 듣지 못했다. 한낮에 비추는 따사로운 햇살이 아닌 푹푹 찌는 뙤약볕에 등짝이 뜨거워서 하는 수 없이 일어났다. “무슨놈의 날씨가 이래? 여름이여도 이 정도는 아니겠다.” 인정사정없이 내려쬐는 햇살에 그늘로만 이동을 했다. 그늘로만 이동하다가 길 바로 옆에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이 보였다. “야~우리 저기에 있다가 가자. 응!응!응! 좋지? 빨리 가자.” 초롱이 버전으로 밀고 나가서 허락을 받고 계곡물이 흐르는 곳으로 갔다. 투명하게 맑은 물이 바위 사이를 헤치고 졸졸 흐르는 것을 보자 물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시원함이 느껴졌다. 계곡의 바위에 털썩 주저앉은 다음에 신발을 벗고 바지를 허벅지 있는 데까지 올린 다음에 발을 집어넣었다. “와우우우~엄청나게 시원하다. 기분 깹빵이다. 야호~” 차가운 물이 발을 스치며 지나가자 장난 아니었다. “이런 날엔 그저 수박 한 덩어리 가져와서 깨먹고 고스돕을 치면 죽이는데....가 아니고 낚시를 하면 그만인데. 여기 물은 너무 깨끗해서 물고기가 살지 않는군! 용존 산소량이 너무 높아서? (오옷! 내가 웬일 이야? 이런 어려운 말을 쓰고?) 아무튼 조오타아~” 발을 물에 담그고 대짜로 뻗어서 자려고 할 때 갑자기 얼굴이 엄청 차가워졌다. 깜짝 놀라서 눈을 떠보니 문제의 아새끼들이 히죽 거렸다. 몸을 천천히 일으키면서 젓은 옷과 머리를 쥐어짜면서 살벌하게 웃었다. 그러자 지레 겁먹은 자식들이 서서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루,루나야! 얼굴을 안 씻고 눕길래 씻어 줄려고 그런 거야. 그렇지 가브리엘? 가르시미르?” “다,당연한 말입니다. 우리는 그냥 순수하게 얼굴만 물이 닿게 하려고 했어.” “마,맞아! 그러다가 잘못해서 물이 옷에까지 튀게 된 거야.” 세 놈의 따식이들의 말을 듣고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흐흐흐흐! 그런 것은 내가 알아서 하려니 하고 말아야지. 진실로 말하면 그냥 너희 셋이 가만히 있기에 무료해서 장난친 거지? 언제는 드래곤이 어쩌내 엘프가 어쩌내 하면서 견원지간이었으면서 이젠 합심을 해서 나를 공격해? 너희도 당해봐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으로 물을 차올려 따식이들에게 물이 튀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물을 뒤집어 쓴 따식이들은 서로 헤죽거리다가 물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 편을 가르지 않은채 그냥 눈에 보이는 놈이 있으면 물을 튀겨서 맞게 했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우리는 즐겁게 피하면서(?) 물을 뿌리면서 놀았다. 그러다가 한 인간의 등장으로 물 놀이가 멈추었다. “이햐~정말로 잘노는데?” 말 소리가 들리자마자 하던 행동 그대로 굳어서 발원지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금발머리에 퍼런 눈을 그냥 그럭저럭 생긴(한마디로 잘생긴! 내 눈은 보통을 훨씬 뛰어넘어 높다.) 남자가 서있었다. 키는 180센티가 될정도였는데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너는 누구냐?” 머리의 물기를 쥐어짜며 블루가 물어보았다. “난 그냥 여행자. 어쩌다가 이 산에 대해 소문을 듣고 그냥 한번 와봤어.” 저 놈이 처음보는 사람(?)한테 반말을 찍찍 깔기네? “그 소문이 뭔지 알 수 있을까?” 그 말을 하고는 일행들과 같이 물에서 나와 몸을 말렸다. “소문으론 여기에 살고 있는 그린 드래곤을 잡는다고 하던데? 그래서 구경하러 온 거야.” 그 말에 나와 가브는 경악을 했다. 어떤 간 큰놈이기에 드래곤을 잡는다고 한단 말인가? 그런데 정작 당사자 비스 무리한 미르와 블루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옷만 말리고 있었다. “야~니네 동족이 죽을 팔자에 있는데 안도와 줄 거야?”(그 놈한테 안 들리게 특별히 작게 말함) “우리 동족은 헤츨링때까지 보호를 받지 성룡이 되어서 죽으면 그 놈이 힘이 없어서 죽은 걸로 쳐서 그 놈만 욕 얻어먹어. 그러니 우린 그가 어떻게 되는지 상관 안 해.” 블루의 말에 미르는 고개만 끄덕였다. 정말이지 이놈의 꼬리 달린 도마뱀들은 인정이 없다는 것을 상기한 다음 아까 그 놈한테 물어봤다. “그런데 왜 그린 드래곤을 죽이려고 하지? 드래곤 슬레이어의 명예를 얻기 위해서 아님 다른 이유 때문에?” 내 질문에 그 놈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 성룡이 된지 얼마 안 된 그린 드래곤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잡으려고 한거지. 물론 드래곤 슬레이어의 명예도 있지만 드래곤을 죽이면 부수입이 꽤 되거든, 드래곤 하트랄지 아니면 드래곤 스케일, 드래곤 본은 마법 도구를 만드는데 쓰이니까 그런 거야.” 그 말을 듣고 부수입 대목에서 두 마리의 드래곤을 쓰윽 쳐다보자 몸을 움찔거렸다. 신경질나면 이 놈들을 그냥 죽여서 팔아 말어? “그럼 아무 죄도 없는 드래곤을 죽인다는 소리네? 불쌍하다. 거기다가 성룡이 된지 얼마 안 되었으면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데......죽이려면 나이 많은 것들이나 죽일 것이지. 물론 힘이 세겠지만.” 내 말에 두 마리의 드래곤은 식은땀을 흘렸지만 특히나 블루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손으로 짜서 다시 닦고 있었다. “아까 그 발자국이 모두 드래곤을 죽이려고 온 사람들의 발자국인가? 그 발자국을 따라가 보면 드래곤 꼬랑지라도 볼 수 있겠군. 좋았어~이번 목표는 그린 드래곤 구경하는 거다. 알았지? 설마 안 간다고는 하지 않겠지?” 일행들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보고 다시 시선을 돌려서 그 녀석을 쳐다보았다. “이봐! 어차피 같은 목표가 생긴 것 같은데 서로 통성명정도 해두는 것이 어때?” 그제서야 그 녀석은 이름을 말하지 않는 것을 알아챘는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필라르, 직업은 그냥 검사라고 해 두지.” 애매모호한 대답에 나도 똑같이 말했다. “내 이름은 루나, 여행자라고 봐도 무방하지.” 내 뒤를 이어서 두 마리의 드래곤과 엘프가 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블루라고 한다. 마법사다.” “난 가르시미르라고 하며 검사다.” “난 가브리엘이며 약간의 검술과 정령을 다룬다.” 우리의 화려한 소개에(?) 그 녀석은 악수를 청해왔다. “만나서 반가워! 루나, 가브리엘, 가르시미르, 블루.” 난 악수를 하며 그 녀석에게 질문을 하나 했다. “그런데 니 이름 본명이냐?” 뜬금없는 질문에 그 녀석은 식은땀을 한 방울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알고 있는 놈 하고 이름이 똑같기에 물어 본거야. 그러니 긴장하지 말라구.” “그,그러냐? 하긴 이름 똑같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어.” 악수를 끝마치고 서서히 출출함이 느껴지자 그곳에 자리를 펴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블랑슈야! 난 먹을 것이 쪼까밖에 없으니 블루한테 가서 주라고 해라.” 뭐 먹을 때마다 옆에 들러붙어서 으르렁거리기에 그 말을 하고 블루한테 띵겨버렸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하얀 물체를 받은 블루는 나에게 눈치를 주면서 블랑슈에게 음식을 먹였다. 맛있게도 점심을 아작 낸 우리들은 그린 드래곤을 구경하기 위해 발자국을 쫓아갔다. 그러다가 날이 저물자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불을 피우고 일행들은 저녁을 먹었고 난 안 먹고 그냥 잤다. 왜냐구?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말이지. 아침 햇살이 내 눈을 찌르자 귀찮아서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블루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일어나라고 말하려다 굳은 얼굴이었다. “블루야~그 얼굴 좀 치워주지 않으련? 어찌 하는 짓이 코찔찔이 어린애 수준이냐? 이젠 업그레이드 할 때도 되지 않았니?”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한 소리를 하자 블루는 그대로 굳어버려서 방망이로 북어 패듯이 두들겨 줘야 겠다는 갸륵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블루가 얼른 붉어진 얼굴을 치우며 헛기침을 했다. “깨우려고 하다가 갑자기 눈을 떠서 놀란 것뿐이야.” “호오~그러셔~그런데 얼굴은 왜 빨간 건데? 혹시 불에서 너무 가까운데서 자서 화상 입은 거야? 그럼 알아서 치료해. 그리고 밥 줘.” 오늘은 블루를 한판승으로 이긴 탓에 기분이 좋아져서 어제 안 먹은 것하고 합쳐서 먹었다. “루나는 진짜 많이 먹는구나. 보통 여자애들은 남자 앞에서 포크로 깨작깨작 거리며 조금 먹고 남기는데.” 필라르의 말에 한마디해주고 싶었지만 입안에 음식물이 가득 들어있기 때문에 얼른 씹어서 삼키고 입을 열었다. “꿀꺼덕! 후우~필라르! 난 보통 여자애가 아니라 루나라는 여자라고, 그러니 그런 애들하고 틀린 건 당연한 것 아니겠어? 거기다가 여행을 하다보면 식사를 못 먹을 때가 허다 한대 남기고 자시고가 어디 있어. 시간이 있으면 무조건 먹는 거지.” 나의 명연설에 필라르는 그냥 피식거렸다. 그가 그러던지 말든지 아침을 다 먹은 난 짐을 챙겨서 말에 묶은 다음에 출발 준비를 했다. 그러자 일행들은 서둘러 식사를 끝마치고 침낭을 개고 정령을 불러서 설거지를 하는 둥 순식간에 준비를 하고 말에 올라탔다. 그리하여 우리는 발자국을 따라서 움직이다가 발자국이 옆 수풀로 자취를 감추었다. 수풀이 장난 아니게 있어서 말을 다른 곳에 결계를 치고 매어두고는 발자국을 찾아 삼만리를 떠났다. 발자국을 찾다가 어느 한순간에 놓쳐버리자 허탈해 지다가 순간 마나 파장이 오른쪽에서 느껴졌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402 5 루나의 광대한 소원 - 2 블루야, 너도 느꼈지?” 내 말에 블루는 오른쪽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마나 파장이 커졌고 바람에 피 냄새가 실려 왔다. 훗~이제야 알겠군. 확 트인 공간에서와 밀폐된 공간에서의 피 냄새가 틀리다는 것을.....트인 공간에서는 자연이 그 냄새를 약하게 만들지만 밀폐된 공간은 냄새를 오히려 진하게 만들지. 바람이 없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놈들은 질식사할 것같이.....후훗~그래서 내가 첫 번째도 아무 이상 없었는데, 진한 피 냄새를 맡은 두 번째엔 기절한건가? 하지만 난 신인데. “이러언~여럿 당한 것 같은데.” 필라르가 피 냄새를 맡았는지 미소를 지우며 말했다. 가면 갈수록 아까보다 피 냄새는 진해졌고 특수 효과까지 끝내주었다. “크아악” “켁” 오만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더 걸어가자 넓은 공터 비스 무리한 것이 나타났고 인간들의 시체가 이곳저곳에 널려있었으며 피가 냇물을 만들어 낮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크아아아앙~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한 50미터가량 크기를 지닌 그린 드래곤이 아직도 많은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이햐~대단한데? 직접 드래곤을 본건 처음이야.” 눈을 둥그렇게 뜨며 그린 드래곤을 쳐다보며 말을 하는 필라르를 보다가 미르와 블루를 쳐다보았는데 그들은 안색이 심히 좋지 않았다. 안 볼 때는 죽어도 싸다는 말을 했는데 직접 보니 연민이 느껴지는 듯 두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무 뒤에 숨어서 한참을 구경하고 있다가 갑작스런 어마어마한 마나의 파장을 느끼고 드래곤을 쳐다보니 입안에 무엇인가 뭉쳐지는 것이 포착되었다. “이런! 피해라. 포이즌 브레스다.” 내 말을 들은 순간 가브가 정령을 불러내어 필라르와 미르를 그리고 블루는 나를 잡은 채 위로 날아 올라갔다. 과연 드래곤 말답게 그린 드래곤 입에서 검은색 구름 비스 무리한 것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검은색 구름 비스 무리한 것이 걷히자 구름 사정권에 있는 인간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과연 포이즌 브레스군. 전에 로드한테 들었을 때 그린 드래곤이 내뿜는 브레스는 생명체만 죽인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나보다. 인간들은 죽고 나무는 가만히 있었으니까. 가까이서 보니까 감동의 물결이 출렁거린다. 나중에 미르나 블루한테 브레스 한방만 쏴 바라고 해야지. 브레스를 쏘고 나자 그린 드래곤은 지쳤는지 숨소리가 거칠어 졌다. 그러자 살아남은 인간들은 더욱더 기가 살아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많은 무기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는지 여기저기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어이구! 나 같으면 마법을 써서 도망가겠다.” 눈살을 찌푸리며 필라르가 말하자 우리는 그저 그러려니 하고 앞만 바라보았다. “바부팅아! 너도 저 상황이 돼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허둥지둥 거릴걸? 그런데 뭔 놈의 사람들이 저렇게 많지? 언뜻 보기에 용병같이 생긴 사람도 보이고 기사로 보이는 인간들이 많이 있는데.” “높은 산에서 제일로 가까운 곳에 영지가 있는 로베로 백작가에서 보낸 거야.” “아항~그랬어~그 백작 돈도 많다. 저렇게 많은 인원을 보내다니 말이야.” 말이 끝나자 그린 드래곤이 꼬랑지를 들어올리고는 좌우로 휘둘렀다. 꼬랑지에 많은 사람들은 그대로 날라가서 피떡이 되었다. “저 드래곤 한 깡 하는데? 맘에 들었어.” 그 말을 하며 여전히 앞만 바라봤다. 이런 격전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깜박거리지도 않고 주시했다. 아직도 많이 살아있는 인간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린 드래곤을 밀어붙이자 브레스를 쏘고 많은 마법을 난사해서 급격히 마나와 체력이 떨어지자 비틀거렸다. “하찮은 인간들아 내가 죽더라도 너희 모두를 죽여 버리겠다.” 큰 소리로 외치던 그린 드래곤은 다시 브레스를 발사하려다가 힘이 딸리는 것을 느꼈는지 멈추고는 마법을 썼다. “프로미넌스” 마법에 의해 사정권내에 있는 모든 것이 불의 대지로 바꿔졌다. 프로미넌스는 파이어 필드의 윗 단계의 마법으로 넓은 지역을 공격할 때 파워가 떨어진 것을 보안한 것이다. “저거 그린 드래곤 맞아? 그린 드래곤은 숲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완전히 파괴시키는구먼.” 여전히 나불대는 필라르에게 눈치를 주며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마법에 의해 완전히 죽은 줄로 만 알았던 인간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저기 있는 인간들이 진짜군. 모두 소드 마스터급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어린 드래곤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거야. 툭하면 검기를 날리는데 어떻게 하겠어? 무기를 날리면 비늘로 웬만한 것 막겠지만 검기로 공격하면 막을 수 있어도 계속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 “윈드 브리드” 순간적으로 마법을 시전 하여 가까이에 있던 인간들을 쓸어버리자 다시 기어 올라오며 주변에 널려있던 무기를 던지고 난리가 아니었다. “인간의 정신력이란 알아줄만 하군.” 블루의 말에 난 동의를 하며 그린 드래곤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무슨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고 있었기에.....쯧쯧 불쌍한 것. “히이잉~나 저 그린 드래곤 갖고 싶다.” 그냥 무심결에 한 말을 네 따식이들이 들었는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나 나를 붙잡고 있던 블루는 나를 놓칠 뻔 했다. “루나야 넌 왜 그렇게 드래곤들을 좋아하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드래곤을 가지고 싶다는 말이 나오냐? 드래곤이 장난감이냐?” 블루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난 드래곤이 좋은걸? 옛날에도 많이 봤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인간이면서 너처럼 드래곤 매니아 처음 봤다.” 미르의 말을 들으며 난 그들을 더욱 경악하게 하는 말을 해버렸다. “난 소원은 이 다음에 그린, 실버, 레드, 블루, 블랙, 골드 드래곤을 가지는 거야. 색깔별로 있으면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 안 들어? 안 들면 말고.” 여전히 뻥쩌있는 그들은 보지도 않은채 그린 드래곤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린 드래곤은 이제 마지막 힘까지 다 써버렸는지 피만 질질 흘리면서 땅 바닥하고 딥 키스를 했다. 드래곤이 쓰러지자 살아남은 인간들은 천천히 다가갔다. “엥~벌서 쓰러졌잖아? 나 저 드래곤 가지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은근슬쩍 블루의 눈치를 보면서 말하자 블루는 아직 어린 드래곤을 쳐다만 보았다. 그런 블루의 귀를 잡아당겨 말했다. “블루야 필라르 좀 잠자게 해주라.” 여전히 그린 드래곤만 바라보고 있다가 내 말에 별 뜻 없이 필라르를 순식간에 잠재웠다. “크으윽! 내가........하찮은........인...간..따위...에게 쓰러...지다....니....” 쓰러져도 할말 다하는 그린 드래곤에게 인간들이 다가와서 검을 쳐들었다. 아마도 단숨에 죽여 버릴 생각인지 심장이 있는 부근을 내려치고 있었다. 검이 심장 부근에 떨어지자 그린 드래곤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이 눈을 감았다. 그런데 죽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흘러도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기에 눈을 떠 보니 누군가가 검으로 막 파고들기 시작하는 검을 검으로 막아버린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그 누군가가 바로 ‘나’ 이다. “이게 무슨 짓이냐? 어서 꺼져라.” 다수의 인간 소리가 들렸지만 난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검을 막으며 기진맥진한 드래곤에게 물어보았다. “이봐! 그린 드래곤! 만약에 니가 나한테 충성을 맹세한다면 살려줄 용의가 있는데 어떻게 할래?” 그 말에 드래곤은 엄청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싫다.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니, 차라리 죽겠다.” “오호~그으래? 그럼 죽어.” 간단하게 말 하고 샤이닝을 빼버렸다. “이봐! 아저씨들 이 녀석이 죽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안을 거니까 알아서 해.” 그리고 몸을 돌려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는데 거기에 있던 인간들의 눈동자가 이상하게 변했다. “흐흐흐~감히 우리에게 맞서다니? 넌 여기서 죽어줘야 겠다.” “드래곤을 죽이는 것을 보고 분명히 다른 사람에게 말할 테니, 그럼 우리 몫이 줄어들거든.” 순수하게 맑아야 하는 눈동자엔 붉은 광기가 서려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도저히 인간으로 보여지지 않을 정도로 바뀌어져 있었다. 탐욕으로 물든 눈동자를 가진 이들은 이세상에 살아야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많은 인간들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어도 남을 인간이니까. “드래곤아~충성을 안 할래? 그럼 난 이만 가볼게.” 하지만 나와 관계없는 인간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만일 그린 드래곤이 내게 충성을 맹세하면 죽여버릴것이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드래곤도 날 거부하니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어진 난 공간 이동으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블루야~정말로 도와주지 않을 거야?” 블루를 떠보기 위해 다시 한번 물어보자 말없이 앞만 보았다. “이,인간아~어딜 간 거냐? 사,살려줘~” 그린 드래곤을 포 떠버리려고 하자 그제서야 죽음의 공포가 느껴졌는지 처절하게 외치며 눈을 감았다. 그 소리에 난 피식 웃으며 다시 공간 이동을 해서 드래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호호호~아저씨들 이젠 앤 내꺼니까 다른데 가봐.” 내게 드래곤이 충성을 맹세했으니 내것을 건드리는 인간들을 싹 쓸어버릴 작정으로 검을 뽑자 그들은 실룩실룩 웃으며 충혈 된 눈을 번뜩이며 검기를 만들었다. 검기를 맻힌 검을 바라보던 그들의 입가엔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이성의 상실! 신과 드래곤을 뺀 만류영장이라 불리워지는 인간만이 지닌 이성을 상실했다는 것은 저들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것이다. 몬스터들보다 못한 녀석들이 내 결론이다. “이이잉~연약한 소녀에게 검기를 쓰면 안 된다고 엄마한테 못 들었나봐.” 이판사판 공사판이라도 되라는 식으로 광기어린 눈을 번뜩이면서 그들은 내게 서시히 다가왔다. “인간아! 너 죽을 작정했냐? 빨리 죽여 버려.” “알았으니까 시끄러워.” 그린 드래곤의 말을 들으며 어떻게 하면 이 녀석들을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샤 디스트” 검으로 싸우는 것보다 더 효율적으로 느껴져서 난 마법을 시전 했다. 주문 없이 실행시킨 마법에 내가 쳐다보고 있던 인간들은 한 순간에 먼지로 화해버렸다. 보통 인간이 이런 마법을 시전 하려면 최소한 중상을 입게 된다. 고난위도의 마법이니까! 그리구 난 신이니까 다치지는 않는다. 게다가 아무도 모르게 내 의지를 보태서 마법을 시전 했다.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놈들까지 먼지로 만들어 라고. “히이잉~이러면 소문이 나지 않잖아? 야! 너희들 빨랑 내려와.” 공중에서 둥둥 떠 있던 놈들은 공간 이동을 해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어떻게 그런 마법을.......?” 내가 한 마법이 한가닥 해서 인지 미르는 눈만 크게 뜬 채 물어보았다. 그래서 난 주먹 쥔 손에서 검지를 빼서 좌우로 흔들었다. “사업상(?) 비밀이야! 그건 그렇고 빨리 이 녀석 좀 치료해.”(나도 할 수 있지만 귀찮으니까!)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미르는 본채로 돌아가서(인간의 모습으로는 힘이 딸려서 완전히 치료하기 힘들다고 본채로 변신!) 마법을 썼다. “리커버리” 하얀빛이 그린 드래곤을 덮었고 잠시 후 하얀 것이 없어지며 완전히 나은 상태로 되돌아왔다. “이야야야~멋있다. 미르야 고마워.” 미르는 그린 드래곤을 치료해주고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레드 일족의 도움을 받을 줄이야.” 완전히 회복했는지 목소리에 힘이 담겨있었다. “나한테 쓸 말이 아니다. 그 말은 루나에게 하도록. 루나 말에 따라 널 치료해줬으니 이젠 아까 니가 말했듯이 넌 루나에게 평생 충성을 맹세했으니, 그리고 폴리모르 좀 해라. 고개 들고 쳐다보기가 힘들다.” 그 말을 들은 그린 드래곤은 인간으로 변신했다. 키는 170센티 정도에 녹색 머리에 녹색 눈 그리고 불륨있는 몸매를 가진 남자가 아닌 여자의 모습으로. 어째~누굴 닮은 것 갈은데......아틴? “안녕! 내 이름은 루나! 아까 널 살려줬으니 이젠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 설마 발뺌하지는 안겠지? 여기엔 증인이 무려 세 명이나 있다고, 하이 엘프에다가 뻘건 드래곤 한 마리에 퍼런 드래곤 한 마리.” 첫 말을 듣고 그 놈(?)은 눈을 부라리며 노려보다가 끝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블루를 쳐다보자 블루는 머쓱한지 소개를 했다. “전에 한번 만나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소개는 빼도록!” 블루의 말에 그린 드래곤은 황송한 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블루스타님께서 이곳을 지나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서로 잘 안다는 식으로 말하며 바라보고 있는 그들에게 난 한마디 했다. “야~이 잡것들아~왜 내 말은 안 듣는 거야? 특히 푸런 드래곤! 너 내말 씹냐? 약속은 약속이다. 그러니 넌 나를 마스터로 모셔라.” 푸런 여자 드래곤을 노려보며 말하자 그 푸런 드래곤은 블루와 미르에게 뭐라고 말했다. “왜! 저런 하찮은 인간과 같이 다니시며 존재를 드러내셨습니까?” 여전히 말을 씹는 푸런 드래곤에게 블루가 일침을 놓았다. “루나는 우리가 인정한 인간이다. 그리고 너도 말한 것처럼 루나를 주인으로 모시도록 해라.” “약속은 약속이다. 그러니 약속을 지켜라. 우린 약속을 어기는 인간이 아닌 위대한 드래곤이다.” 이어서 한 미르의 말에 푸런 드래곤은 안색을 굳혔지만 블루의 말에 나에게 머리를 숙였다. “제 이름은 그리디아라고 합니다. 당신을 제 마스터로 인정합니다. 당신이 죽.을.때까지!” 죽는다는 말을 강조하며 말하는 푸런 드래곤을 보고 씨익 웃었다. 걱정하지 말아라~니가 먼저 죽을 테니. “만나서 반가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이름은 루나야.” 우여곡절 끝에 확실하게 내 이름을 각인시키고, 그리디아의 레어로 자리를 옮겼다. “그건 그렇고 아까 그 마법을 하려면 최소한 6클래스 이상이어야 하고 넓은 범위의 인간들을 죽이려면 7클래스 이상의 마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한거야?” 아까 멋있게 보이려고 한 마법을 계속 물어보는 미르를 보며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미르야~묻지 마. 다쳐!” 한 마디로 침묵을 이끄는데 성공한 난 레어를 둘러보았다. “이제 그 리디아는 레어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거야? 그대로 있으면 인간들이 떼로 몰려들 텐데.”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인간들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생각을 하면 아직도 치가 떨립니다.” 아까와는 달리 공손하게 말하는 그리디아(정신이 없어서 내가 한 마법을 보지 못했다가 미르의 수다 덕에 알게 된 그리디아는 내가 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이렇게 말한다.)를 보며 끄덕였다. “그럼 저희와 같이 여행을 하시면서 둘러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작가의 침묵에 의해 묻힐 뻔한 가브는 가까스로 매장당하는 것을 피하며 그리디아에게 물었다. 예전같았으면 벌벌 떨고 있어야 정상인데 이젠 블루와 미르 때문에 면역이 된듯하다.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짧고 간결하게 말하고는 입을 닫아 버리자 조용해 졌다. 평소에 잠잘 때만 빼고 조용한 것을 싫어한 난 그 분위기를 타게 하기위해 말을 했다. “그리디아는 내가 아는 놈을 닮았어. 물론 남자지만!”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놈들은 관심을 가지며 귀를 기울이는 것을 느꼈다. 내가 관심가진 인간이 없었으므로. “그게 누구지? 말해봐~” 그리디아가 말하기 전에 블루가 먼저 말을 했다. “헤헤헤~말해 줄 수가 없어. 단 너희들을 만나기 전에 오랫동안 같이 있었다는 것은 말해 줄 수 있어.” 그러자 그들은 다시 풀이 죽어서 쳐지고는 탁자만 바라보았다. 아니면 잠이 든 필라르를 쳐다보던지? 정말이지 재미없어서 자려다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이 나서 그들에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아~오늘은 그리디아를 만난 즐거운 날이니까 서로 돌아가면서 노래 부르자! 설마 싫다는 것은 아니겠지? 그동안 많이 돌아다녀봤으니까 아는 노래도 많을 거 아냐? 드래곤은 한번 들으면 잊어먹지 않는다면서? 그러니 제일 많이 삘삘거리 면서 돌아다닌 블루부터 해.” 그 말이 파장이 컸는지 안에 있는 놈들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저어~루나님! 전 유희를 다닌 지 일년도 채 안되는데요.” “헤헤헤! 걱정 마~가브도 여행 다닌 지 얼마 안 되니까.” 그리디아의 간절한 눈빛을 묵살하면서 블루를 쳐다보았다. 한동안 난색을 표하던 블루는 가사가 생각이 났는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난 그대를 처음 볼 때 사랑을 느꼈어요. 메마른 내 가슴에 생명의 물을 뿌려주어서 사랑이란 꽃이 폈어요. 그대는 왜 이렇게 사랑이라는 꽃만을 심어주고는 사랑이라는 씨를 받아가지 않나요. 그대 없으면 꽃이 시들어요. 그대여 돌아와 주세요. 그대는 저의 청을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가슴이 아려와요. 너무 아려와서 꽃이 흔들려요 떠나지 마세요~ 떠나지 마세요~ 그대 떠나면 사랑이라는 꽃이 죽는답니다. 그리고 제 가슴은 다시 새까맣게 타서 메마른 땅 보다 굳어버린답니다. 웬 서정시인 듯한 것을 낭송하며 끝을 맺고 잘했다는 칭찬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블루야 아까 내가 즐거운 날이라고 하지 않았니? 그런데 이렇게 슬픈 듯한 음색을 지닌 노래를 불러서 분위기가 다 깨졌잖아. 내가 노래 할 테니 확실하게 배워라.” 자신 있게 말하며 난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이제 부를 테니 자~아~알 듣기를 바래! 제목은 ‘아빠와 쇠몽둥이’ 다.”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손에는 쇠몽둥이를 사가지고 오셨어요..음음 한 대 맞고 울었어요 두 대 맞고 멍들었어요 세 대 맞고 기절했어요 네 대 맞고 뻗었어요..음음 밤새 꿈나라에 아기 코끼리가 말라죽었고 크레파스 병정들은 나뭇잎에 깔려 죽었죠..음음 “크크큭” “푸하하하하하” 그리디아는 마스터가 하는 노래라고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하면서 얼굴이 빨개졌고 나머지 세 따식이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자자자~이제 어떻게 노래하는지 알았지? 그럼 이제부터 미르가 불러.” 그렇게 우리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하루를 보냈다. 확실히 말하면 난 그리디아가 자주 애용하는 침대에 뻗어서 잤고 따식이와 그리디아만 놀았다. 품안에서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던 무엇인가가 꼼지락거리는 바람에 겨우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봤다. 세 마리 드래곤과 하이 엘프 한명은 아무데나 쓰러져서 자고 있으며 음식 쓰레기와 식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기상~기사아앙~늦게 일어나면 국물도 없다.” 큰 소리를 내자 그제서야 부스스 일어나며 아침 인사를 해대기 시작했다. “안녕~루나!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은 무슨 놈의 좋은 아침? 눈에 눈꼽이나 떼고 말햇.” 웬만한 인간은 이 말을 들으면 얼굴을 붉히고 뒤돌아서 확인을 했겠지만 이 놈의 드래곤은 손으로 눈을 부비적거렸다. “아무것도 없잖아.” “그럼 있었으면 좋겠냐? 그리고 그리디아 야~” 인사를 주고 받으며 주변을 치우던 그리디아는 귀를 쫑긋 세웠다. “야~치사하게 나 자고 난 뒤에 음식을 먹어? 죽고 잡냐?” “후후후! 전 또 뭐라고, 치우고 식사 준비할게요.” 그 말로 내 화를 잠식시킨 그리디아는 마법으로 주변을 깨끗이 치우고는 아침상을 차렸다. “이햐야야야~리디(조금만 친해지면 금방 애칭을 부르는 나) 음식 솜씨 죽이는데? 이제부터 니가 밥순이 해라.” 처음 말에 좋아했다가 뒷말에 얼굴이 구겨졌다. “리디야~너가 마스터 말을 거역할 거야?” 가증스러운 얼굴로 묻자 리디는 설레설레 흔들었다. “블루야~이제 필라르 깨워라. 이정도 잤으면 지겨워서 더 못자겠다.” 그제서야 아직도 필라르를 깨우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한 퍼런 따식이는 마법을 해제시켰다. 그러자 필라르는 멍한 상태로 일어났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342 4 루나의 광대한 소원 - 3 '으라차찻~아함 잘 잤다. 그런데 내가 언제 잠이 들었지!’ 잠에서 깨어난 내 눈에는 많은 인원이 보였지만 내가 알고 있던 놈들이라서 경계를 하지는 않았다. 녀석들과 만난지는 별로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많은 일이 벌어졌다. 제국에서 어릴 적부터 여행을 시작한 난 이곳저곳을 떠돌며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몸을 단련시켰다. 그러다가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다. 여행을 하는 동안 으레 있었던 동료들도 모두 날 떠나가 버렸다. 어릴 적엔 너무 약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커서는 내가 너무 강해서 레벨이 맞지 않는다는 시시껄렁한 이유를 대며... 왜인지 모르겠지만 녀석들과 만난 것을 시초로 영상들이 빠르게 지나쳐갔다. 조그만 마을에서 그린 드래곤을 잡는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부터 높은 산에 올라가다가 우연히 물소리와 웃음소리를 들은 게 녀석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3남 1녀가 계곡에서 물을 뿌리며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 나한테도 저런 날이 있었나 하는 반문에 없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듯 했다. 샤프하고, 온화하고 터프한 미남들 사이에 둘러싸인 귀여운 소녀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듯 보였지만 웃고 있었다. 나도 저들 사이에 낄 수만 있다면. “이햐~정말로 잘 노는데?” 보고만 있던 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물놀이를 즐기던 녀석들은 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너는 누구냐?” 날 경계하는 듯한 하늘색 머리의 소유자. “난 그냥 여행자! 어쩌다가 이 산에 대해 소문을 듣고 그냥 한번 와봤어.” 친근하게 느껴져서 그런가 예의 존대가 아닌 반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녀석들은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그 소문이 뭔지 알 수 있을까?” 이 파티의 대빵인가? 하늘색 머리의 소유자, 이름을 모르니 어쩔 수 없지. “소문으론 여기에 살고 있는 그린 드래곤을 잡는다고 하던데, 그래서 구경하러 온 거야.” 내 말이 튀어나오자 금발에 적안을 한 소녀와 역시 금발에 녹안의 청년이 놀란 듯 보였지만 하늘색 머리에 짙은 청안의 청년과 분홍머리에 짙은 적안을 가진 청년은 옆집개가 짖는다는 식으로 놀라는 표정하나도 볼 수 없었다. 금발의 소녀가 내 말을 듣고 하나도 놀라고 있지 않는 녀석들에게 뭐라고 했지만 워낙에 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린 드래곤을 죽이려고 하지? 드래곤 슬레이어의 명예를 얻기 위해서 아님 다른 이유 때문에?” 호기심이 많은 소녀는 내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곳에 성룡이 된지 얼마 안 된 그린 드래곤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잡으려고 한거지. 물론 드래곤 슬레이어의 명예도 있지만 드래곤을 죽이면 부수입이 꽤 되거든~드래곤 하트랄지 아니면 드래곤 스케일, 드래곤 본은 마법 도구를 만드는데 쓰이니까 그런 거야.” 드래곤의 또 다른 가치에 대해 말을 하자 소녀는 두 청년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후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론은 그린 드래곤을 구경 가자는 것이었다. 당연히 난 찬성을 했지. 이런 파티에 낀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을 아니까. 누가 신원 보증도 안 된 인간을 끼워 줄 것인가. 그렇게 서서히 말을 하면서 난 어느 정도 그들에게 이름을 알려주었고, 그들도 이름을 가르쳐주었다. 하나밖에 없는 소녀의 이름이 루나. 하늘색 미남은 블루, 분홍빛 미남은 가르시미르, 금발의 온화한 미남은 가브리엘. 모닥불을 피우고 하루 노숙을 한 다음 식사 시간에 전혀 레이디 같지 않은 루나의 행동을 보고 재미가 있었다. 정말 재미있어. 어떻게 저렇게 먹을 수 있지? 그동안 나와 동료로 있었던 여자들은 저렇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루나의 말을 들으면 맞는 말이다. “꿀꺼덕!!!후우~필라르! 난 보통 여자애가 아니라 루나라는 여자라고, 그러니 그런 애들하고 틀린 건 당연한 것 아니겠어? 거기다가 여행을 하다보면 식사를 못 먹을 때가 허다 한대 남기고 자시고가 어디 있어? 시간이 있으면 무조건 먹는 거지.” 출발 준비를 단 1분도 안되어 끝내는 그들은 수준급이었다. 이런 일이 항상 있었다는 듯이. 발자국만 따라 움직이기를 어언~~생각이 안 난다. 단지 내 배꼽시계가 울리지는 않았다는 것을 봐서는 아직 오전 중일 것이다. 풀숲에 가려진 발자국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루나의 한소리에 그쪽으로 행로를 바꾸어 소리가 나지 않게 접근했다. 접근하면 할수록 진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냄새뿐만 아니라 우리 쪽이 아닌 정면에 들려오는 소리 또한 귀를 자극했다. 인간들의 비명 소리와 그린 드래곤의 절규가 공터 안을 가득 메꾸고 있었다. 내가 생전 처음 본 그린드래곤은 역시 아직 어린가 크기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인간들의 사냥물로 찍혔겠지만. 그린 드래곤의 모습을 구경하던 난 입에서 시커먼 연기 같은 것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을 봄과 동시에 옆에 있는 놈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런! 피해라. 포이즌 브레스다.” 눈치 빼면 시체인 마법사의 증가를 보여준 블루는 루나를 그리고 가브리엘은 나와 가르시미르에게 바람의 정령을 하나씩 딸려주었다. 처음보는 바람의 정령에 난 말을 잃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에 정령이란 존재를 말로만 들어왔지 실제로 눈으로 확인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제 보니 녀석들과 같이 있은 후로 처음 보고 들은 것들로 가득차있었다. 밑도 끝도 없는 생각을 하느라 난 포이즌 브레스가 쏘아지는 멋진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장면을 못 보다니. 브레스의 영향으로 아까 떼거지로 있던 인간들은 많이 사라진 듯 보였지만 아직도 있긴 있었다. 그것도 실력자들로. 실력자들에 의해 상처를 입은 그린 드래곤은 이곳저곳에서 피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보고 있는 내가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어이구! 나 같으면 마법을 써서 도망가겠다.” 그 말을 한건 난 후회한다. 또 처음 들어보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바부팅아! 너도 저 상황이 돼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허둥지둥 거릴걸? 그런데 뭔 놈의 사람들이 저렇게 많지? 언뜻 보기에 용병같이 생긴 사람도 보이고 기사로 보이는 인간들이 많이 있는데?” 바보라니, 바보라닛~어쩌면 저 조그만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우선은 내가 이 파티에 끼어든 상태니 숙이고 들어가는 게 좋아 보이겠지!! 그러기 위해선 루나가 물어본 말에 성심성의껏 답을 해야지. “높은 산에서 제일로 가까운 곳에 영지가 있는 로베로 백작가에서 보낸 거야.” “아항~그랬어~그 백작 돈도 많다. 저렇게 많은 인원을 보내다니 말이야.” 루나가 물어본 말에 대답을 한 나는 드래곤의 무지막지한 꼬랑지가 이쪽저쪽으로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쪽저쪽으로 날아가는 인간들도. 여전히 상황의 진전이 없을 때 드래곤은 맘을 먹고 마법을 시전한 듯 보였다.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와서 처음엔 파이어 브레스인줄 알았다가 그 브레스는 레드 드래곤만이 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낸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또 이놈의 입이 주동이 되어 내 대뇌와의 교신을 끊은 채 나불대고 있었다. “저거 그린 드래곤 맞아? 그린 드래곤은 숲을 사랑한다고 했는데 완전히 파괴시키는구먼.” 마법에 의해 숲은 파괴되었고, 나무들은 시커먼스한 숯땡이가 되어 뒹굴고 있었지만 여전히 죽지 않은 인간들이 남아 있었다. 생명력 질긴 녀석들. 싸움의 현장에 정신이 팔린 난 옆에서 뭐시라 뭐시라 했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리만은 내 고막을 진동시켰음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히이잉~나 저 그린 드래곤 갖고 싶다.” 그 소리를 들은 우리 들은 할말을 잃어버렸다. 오죽이나 놀랐으면 정령들도 움찔하겠는가. 저 덩치 크고, 힘 세고,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드래곤을 갖고 싶다니? 드래곤의 노예로 되는 것이 더 빠를 듯 보였다. 루나의 말에 충격을 받았던 우리들 중에서 충격에서 빨리 벗어난 블루는 진지하게 루나에게 물어보았다. “루나야~넌 왜 그렇게 드래곤들을 좋아하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드래곤을 가지고 싶다는 말이 나오냐? 드래곤이 장난감이냐?” 진지한 루나의 말. 어디서 드래곤을 많이 봤다는 거지? 드래곤이 나 드래곤이요~하고 돌아다닐 일은 없고. “난 드래곤이 좋은걸? 옛날에도 많이 봤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인간이면서 너처럼 드래곤 매니아 처음 봤다.” 가르시미르가 나서서 말했지만 오히려 우린 더 경악할 소리만 듣게 되었다. “난 소원은 이 다음에 그린, 실버, 레드, 블루, 블랙, 골드 드래곤을 가지는 거야. 색깔별로 있으면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 안 들어? 안 들면 말고.”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난 갑자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다만 깨어나서 지금이 아침이라는 것만 기억할 수 있었다. 아직 눈이 풀린 상태에서 내가 아는 놈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가다가 내 뒤통수를 가격하는 느낌을 받으며 또다시 난 왜 쓰러진지 이유도 모르고 눈을 감았다. * * * * * * * * * * * * * * * “어라라! 저 녀석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리디야~뒤통수 한대만 때려라.” 말을 하기가 무섭게 리디는 필라르 뒤로 이동하여 오른 손을 들어 소리도 경쾌하게 때리자 다시 앞으로 쓰러지며 기절해버렸다. “이런 이런~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다. 그냥 놔둬. 알아서 일어나겠지. 그건 그렇고 저 인간이 깨어나면 블루와 미르 그리고 가브의 정체는 비밀로 해라. 아직 안 밝혔거든? 밝힐 생각도 없었지만.” 내 말을 이해했다는 식으로 리디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곁에 앉아 식사를 했다. 블랑슈는 음식이 많은 관계로 여기저기 껄떡거리며 먹고 있었다. “아아함~잘 잤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잠시 기절했던 필라르는 일어나면서 생소한 주변을 둘러보고는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안심했는지 안색이 밝아졌다. “야~치사하게 너희들끼리만 먹냐? 나도 좀 끼자.” 우리가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다가 처음보는 인물이 있는 것을 보면서 인사를 했다. “안녕!(여전히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녀석) 난 필라르라고 하는데 이곳이 너의 집인가 보구나? 재워줘서 고마워.” 필라르의 싸가지 없는 인사에 발끈 하려다가 내가 옆에 있는 것을 느끼고 화를 참으며 묵묵히 식사만 했다. 리디에게 무시당한 필라르는 어깨를 한번 치켜세우더니 남은 자리에 앉아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참 만에 겨우 음식을 작살낸 난 쉬기 위해 좀 떨어져있는 리디의 침대에 앉아서 블랑슈를 이리 던지고 저리 던지는 놀이를 했다. 소화가 될 쯤에서 일행들도 식사를 끝냈는지 자리를 물렸고 리디가 주인이라는 미명아래 치웠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지? 내 이름은 아까 말해 줬는데 왜 말을 해주지 않지?” 좀 전에 무시당한 것이 기억에 남았는지 치우고 내 곁에 앉아있는 리디에게 말했다. 리디는 필라르를 상대는 하지 않고 오직 나만 바라보았다.(이것도 내 허락 받아야 하나?) “너무하잖아. 이름 물어본 게 무슨 죄라고?” 계속무시하자 열이 받쳤는지 큰 소리로 말하자 시끄러워진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제 가자.” 그 말을 하고는 그리디아의 레어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일행들도 내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루나! 그런데 어제 그 덜떨어진 그린 드래곤은 어떻게 됐어? 사람들한테 잡혔어? 꼬치구이 신세가 됐어? 말해줘.” 필라르의 말에 리디의 안색은 시뻘게졌다. “그린 드래곤은 인간한테 잡힌 게 맞아.” “그래? 누가 잡았는데? 기사 아니면 용병?” 계속 되는 질문에 난 계속 답변을 해줬다. “나” “응? 뭐라고? 다시 말해봐?” “나 라고.”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자 필라르는 내 이마에 손을 얻고는 말했다. “열은 없는데? 오늘 아침 식사를 잘못했구나.” 필라르의 말에 약간 화가 난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이 바부팅아~내가 잡았다니까. 그리고 니가 말한 덜떨어진 드래곤이 바로 니 옆에 있잖아.” 그제서야 의문의 여인인 리디를 쳐다보았고 리디의 살기어린 눈빛에 상황 판단이 됐는지 안색이 창백해졌다. “서,설마 하니....아니겠지?” 떨면서 겨우 말하고는 현실 도피를 하고 싶은 필라르에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하찮은 인간이여! 내가 어제의 그린 드래곤이다. 아까한 말을 다시 해보도록?” 리디의 말에 창백하다 못해 시퍼렇게 질린 필라르는 땀을 삐질 삐질 흘렸다. “리디! 이제 그만둬! 필라르가 너를 알아봤겠니? 하찮은 인간이 위대한 너를 알아볼 리 없잖아. 그러니까 그 일은 접어 두라구.” 내 말에 상황이 진정되고 리디는 내 옆에서 떨어지지 (언제는 죽일 듯이 봤으면서 이젠 한시도 안 떨어진다. 어떻게 이런 일이?)않은채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우리는 공간이동으로 말이 있는 곳까지 쉽게 왔다. “리디야~니 레어에 결계도 치지 않았잖아?” “상관없습니다. 제가 떠나면 자동으로 결계가 생기거든요.” 리디의 말을 들으며 앞으로의 일을 열심히 고민을 했다. “필라르! 이젠 싸움을 다 봤으니 여기서 헤어져야 할 것 같다. 그럼 잘가라~” 그 말을 하고는 말에 올라탄 난 리디가 뒤에 타자 그대로 말을 몰아 앞으로 가려고 했다. “잠깐만 혹시 너희들 어디로 여행을 가니? 바르실미르 왕국으로 간다면 나하고 같이 가자. 나도 그쪽으로 가거든.” “그러던지.” 필라르의 말에 짧게 말하고는 일행들을 데리고 높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말로 어떻게 산을 타냐고 물으신다면 작가에게 물어보시길. “야! 루나~천천히 가. 너무 빨리 가면 못 따라 가잖아.” 하는 말마다 반말이 입에 밴 놈처럼 찍찍 깔기며 하는 그에게 한 마디 해주려다가 리디가 나서는 바람에 묵묵히 가기만 했다. “무엄하다. 나 그린 드래곤 그리디아의 마스터이신 분 루나님에게 하대를 하다니? 그건 곧 나를 없임 여기는 일이다.” 리디가 언제 브러시아하고 만났나? 어째 말하는 폼이 비스무리 한데? 기가 살아서 빨빨거리던 말을 하던 중에 리디에게 걸려서 고양이 앞에서 쥐새끼 꼴이 된 필라르는 고개만 푹 숙였다. 함부로 드래곤 앞에서 대들 수 없으므로, 필라르가 조용해진 틈에 열심히 가서 노숙할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루나님 어디서 가르시미르님과 블루님을 만났습니까?” 여태껏 내 파티를 궁금하게 생각되었던지(누구라도 궁금하겠지~인간(?)이면서 드래곤들과 같이 다니니까) 내 옆에 철썩 붙어서 초롱초롱거리는 눈으로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미르는 카옌 왕국에서 만났고, 블루는 길다란 산맥에서 만났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자 한동안 잠잠해있었던 필라르가 살아났는지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넌 카옌 왕국에서 온 거야? 그렇다면 거기서 어클리어스 후작을 봤겠네?(아직 내가 공작의 작위를 받은지 모른다. 고로 파이넬 왕국에 있었던 일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다는 결론) 어떻게 생겼든? 소문으로는 신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던데.” 필라르의 말에 리디도 눈을 초롱거리며 말해달라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어쭈~내 앞에서 내 얘기를 해? 하긴 지금의 모습은 그냥 보통 여자보다 쬐금 이쁜 수준이니까. 그렇다! 나는 파이스티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누군가 알아볼 것 같아서 모습을 바꾸었다. 어떻게? 긴 금발에 빨간 눈 정도만 알아두면 됨. 아!!그리고 카를이 미르를 알아보자 그들도 머리색을 바꿈. 블루는 하늘색, 미르는 분홍색, 가브는 금발 “나도 몰라. 한번도 보지 못했거든.” 기대에 부풀어서 한 질문에 요로코롬 대답을 하자 실망한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는 것이지?” 가브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필라르한테 질문을 했다. 질문을 받은 필라르는 약간 뜸을 들이며 얼굴을 살짝 붉힌 채(보기도 자세히도 봤네?) 쑥스럽다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만나면 청혼하려고.....” 엉뚱하고 황당한 말에 리디와 나를 뺀 나머지 따식이들이 배꼽을 잡고 뒤로 넘어가버렸다. “푸흐흐흐흐~~~” “하하하하” “큭크크크! 이봐 크큭 그런 생각은 크큭 안하는 게 커험~좋아.” 한참동안 웃으며 발광을 하던 중에 미르가 겨우 웃음을 참고 입을 열어서 말하자 필라르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상태가 되었다. “커험험. 어클리어스 후작은 이쁘긴 이쁜데 성질이 여~~영 아니거든. 나도 멀리서 한번 봤는데 성질이 안 좋더라구. 말 한번 잘못하면 그 순간 세상 하직이야.” 나를 앞에 두고 나를 엄청나게 씹어대자 가브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블루는 재미있다는 식으로 상황만 지켜보았고 필라르와 리디는 그저 그런 갑다하고 관심을 끊어버렸다. “호호호호호~미르야~잠시 동안 나하고 진.지.한. 대.화.를 해보지 않으련~?” 살벌하게 쳐다보자 미르는 하늘만 쳐다보았다. “하늘이 정말로 밝군.” 그 말을 하고 자신이 말실수를 한 것을 느끼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르~지금은 밤이란다. 밥까지 먹어놓고 딴 소리를 하다니, 빨랑 나 좀 따라와 보렴~우리 재미있게 이야기 좀 해보자~♡♡” 미르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냥 삼복이 가까운 시점에 개 끌고 가듯이 나무가 울창한 곳으로 던져 놓고 바람의 중급 정령인 실라페를 소환하여(나는 원래 신이므로 정령술은 배우지 않아도 기본으로 할 수 있음이 아니라 카스한테 인간 교육을 받으면서 덤으로 배움) 나와 미르가 있는 곳을 둥글게 싸서 소리가 나가지 않도록 만들었다. “삘건 드래곤아~아까 하던 말 다시 리플레이 해주지 않으련?” 붉은 눈을 더욱 붉게 만들며 말을 하자 미르의 붉은 눈은 허옇게 변색이 되어버렸다. “루,루나 아까 한 말은 그 녀석이 너 한테 접근 못하게 하려고 한 말이야. 그런데 이젠 정령까지 부르다니. 대체 능력이 어디까지...그걸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하하” 연속적이지 않고 끊으며 다른 데로 화제를 돌리며 말하는 미르를 쳐다보며 나도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래~웃으면서 죽는 것도 좋겠지.” 퍽 퍼버벅~빠직~~퍽~쿵~(드래곤이 인간(?)한테 맞는 격타음) * * * * * * * * * * * * * * * 안에서는 열심히 울리던 음악이(?) 밖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기다림이 지루해진 일행들은(블루하고 가브를 빼고) 찾아보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디아, 필라르 그냥 앉아 있어! 둘이 밀회를(?) 즐기나 본데 시간을 줘야지 않겠어?” 장난기어린 얼굴을 하며 말하는 블루는 한번 보고는 그리디아와 필라르는 다시 앉았다. “가브리엘! 가르시미르가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명복을 빌 뿐이죠.” 이젠 서로 죽이 잘 맞는 그들은 어리둥절해 있는 그리디아와 필라르를 외면한 채 웃기만하고 있었다. * * * * * * * * * * * * * * * “미르야~한번만 그따위 식으로 말하면 용생 끝나는 날로 알고 무덤이나 파놓고 기다려라. 실라페! 그만 돌아가거라.” 실라페는 내 말을 듣고 인사를 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그리고 미르는 여전히 자신이 왜 두들겨 맞고 만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동공이 풀려있었다.(드래곤이 인간(?)한테 맞았으니 오죽이야 할까?) 얼굴에 온통 시퍼렇게 멍들어서 쓰러져 있는 미르는 뒤로 한 채 난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루나~왜 그렇게 늦은 거야? 가르시미르랑 있는 게 그렇게 좋아?” 나를 보자 달려들며 말하는 블루를 쓰윽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블루야 너도 나랑 진지한 대화를 해볼래? 미르만 만나서 기분인 나빴구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를 따라올 의향 있니?” 그 말에 블루는 실실 뒤로 물러서며 설레설레 흔들기만 했다. “아,아니야. 그냥 한번 해본 말인데, 그냥 가르시미르만 이뻐해.” 빈약하게 생긴 가브 뒤에 숨으며 식은땀을 흘리는 블루의 모습에 그리디아는 뻥쩌있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먼지투성이의 머리칼을 날리며 부스스한 미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멍든 것이 없어진 것을 보니 아마도 치료를 한듯하다. “이런~루나와의 밀회가 너무 과격했나보네.” 그렇지 않아도 나한테 맞아서 화난 것을 어디다가 풀까 고민하던 중에 필라르의 말을 듣고 살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몸을 날렸다. 그날 밤 한 인간의 처절한 비명소리를 자장가로 여기며 잠이 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4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312 5 루나의 광대한 소원 - 4 “음냐..냐냐냐....시,시끄러워.....누구......이런!” 언제나 똑같은 생활의 반복을 하던 난 오늘따라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꿈을 꾸고 있었는데 수많은 기척들이 내 청력을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한번쯤은 그냥 봐주려고 했는데 그 기척들이 내 집으로 향해있었고, 내가 약간이나마 걸어놓은 결계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꿈을 방해받은 난 본채로 폴리모프하여 레어입구로 갔다. 레어 입구에서 본 그놈들은...... 모두다 상급자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떼거지지로....기사와 용병, 그리고 간간히 마법사도 보였다. “너희들은 누구냐?” 고막을 자극할 정도의 큰 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아무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붉게 충혈 된 두 눈 속에 스며든 광기만이 보일뿐이었다. 내 모습을 본 녀석들은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위험을 직감한 난 우선순위에 올라있는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시전 했다. “에어 블레이드” 바람의 칼날을 수십 개 만들어서 각자 마법사들에게 날아가도록 하였다. 공격당함을 안 마법사 녀석들은 실드를 쳤지만 제아무리 클래스가 높다하더라도 내 마법을 막을 수는 없어서 그 자리에서 직격당해 죽음을 면치 못했다. 신이라면 모를까 내가 본채로 있는 상태에서 시전한 마법은 한낱 인간들이 막을 수는 없는 것, 다만 피할 수는 있지만.... 한순간에 마법사의 죽음을 맞이한 놈들은 약간 술렁거리더니만 족히 4백 명은 넘을 숫자로 밀고 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놈들로부터 공격을 받으리라 상상도 못한 난 우물쭈물하다가 선공을 놓쳐버렸다. 검기로 한방 먹었지만 그것으로는 내 비늘을 뚫을 수 없었다. 많이 맞으면 모를까! 정신을 차린 난 팔과 꼬리를 휘저어 녀석들을 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간간히 마법도 썼다. 내 팔과 꼬리에 맞은 놈들은 피 케잌이 되었고, 마법에 맞은 놈들은 그 자리에서 소멸되었다. 극심한 파리 때를 연상케 하는 녀석들은 그렇게 많이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공격하였다. 공격과 방어를 하느라 슬슬 지쳐만 가던 난 큰 결심을 하고 주위의 마나를 모아모아서 그린 드래곤의 주무기인 포이즌 브레스를 쏘았다. 브레스 한방이면 해결될 줄 알고 한시름 놓았는데, 아직도 죽지 않은 녀석들이 있었다. 그것도 소드 마스터 급들로만 이루어진.....한방 더 쏘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지만 난 아직 어려서 브레스를 한방 쏘고 나면 기진맥진해져서 그럴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천년만 더 살았다면 이런 녀석들은 거들떠도 안볼 텐데. 브레스 속에 살아남은 소드 마스터들은 내게 검기를 일으킨 검으로 공격하기도 하고 검기 자체를 날리기도 하였다. 그렇게 많은 공격을 받으며 내 강철보다 강한 비늘은 뚫렸고, 뚫린 곳에 있는 살갗은 상처를 입고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엄청난 육체적 고통에 휩싸인 난 휘청휘청 거리다 쓰러졌다. 단지 아파서 쓰러진 건만은 아니다. 마법과 브레스를 쏘느라 이미 내 마나가 고갈되어있었기에. 쓰러진 내게 더러운 인간들이 접근했다. 그리고 내 심장이 있는 곳에 검으로 찌르려는지 높게 들어올렸다. 드디어 이 한 많은 세상을 등질 수 있음에 기뻐해야 하나? 아니면 엄마가 남겨주신 이 몸이 사라져 간다는 것에 아픔을 느껴야하나? 고통스러울 것만 같은 시간이 지난 듯 했지만 고통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왜이지?’ 죽음에 체념했던 난 슬쩍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내 심장을 찌르려던 검을 막은 금발의 소녀를.... ‘저 소녀도 욕망으로 인해서 날 못 죽이게 하는 건가? 하긴 자신이 날 죽이면 드래곤 슬레이어로 이름을 날릴 테니.’ 하지만 내 생각이 헛다리를 짚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이봐! 그린 드래곤! 만약에 니가 나한테 충성을 맹세한다면 살려줄 용의가 있는데 어떻게 할래?” 뜬금없는 소리에 난 전혀 맘에 없는 소리를 했다. “싫다.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니 차라리 죽겠다.” “오호~그으래? 그럼 죽어.” 한번만 더 생각해볼 사이도 없는 듯 소녀는 내 몸을 놈들에게 넘기려는 듯 얘기를 했다. “이봐! 아저씨들 이 녀석이 죽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안을 거니까 알아서 해.” 하지만 그 놈들은 광기어린 눈으로 소녀에게 공격 의사를 밝히고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드래곤아~충성을 안 할래?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어라라라~내 말도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리다니....난 저딴 놈은 싫어~~ “이,인간아~어딜 간거냐? 사,살려줘~” 자존심에 금이 팍팍 가는 말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엄마가 주신 이 몸이 죽어버리면 슬퍼할 것 같으니까. 단지 그 이유 때문에 난 떠나버린 소녀가 들을 정도의 소리로 외쳤다. 처절하게. 내 처절한 소리를 들었는지 금발의 소녀가 나타나서 한 말이. “호호호~아저씨들 이젠 앤 내꺼니까 다른데 가봐.” 그 말을 들은 난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패닉에서 깨어났을 땐 내 몸은 이미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레드일족과 블루 일족을 만나서...다 큰 드래곤이 인간들에게 공격받아서 죽음직전까지 간 것을 본 그들은 날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부끄러웠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레드 일족의 도움을 받을 줄이야.” 개인플레이를 하는 드래곤인 우리들은 아무리 동족이 위험에 빠져있어도 절대 도와주지 않았다. 단 혈연관계라면 죽음을 불사하고 도와주겠지만. “나한테 쓸 말이 아니다. 그 말은 루나에게 하도록. 루나 말에 따라 널 치료해줬으니 이젠 아까 니가 말했듯이 넌 루나에게 평생 충성을 맹세했으니, 그리고 폴리모르 좀 해라. 고개 들고 쳐다보기가 힘들다.” 레드 일족의 말을 듣고 난 아직도 본채로 있다는 것을 깨닫고 즉시 인간형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했다. “안녕! 내 이름은 루나! 아까 널 살려줬으니 이젠 약속을 지켰으면 한다. 설마 발뺌하지는 안겠지? 여기엔 증인이 무려 세 명이나 있다고, 하이 엘프에다가 뻘건 드래곤 한 마리에 퍼런 드래곤 한 마리.” 자신의 이름을 루나 라고 밝힌 소녀의 말에 난 불끈했지만 그녀의 끝말에 난 놀랐다. 이곳에 또 있었다고? 그리고 그분은 내가 아는 분이었다. 전에 성룡식때 한번 모습을 뵌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블루 일족의 최연소 수장이 되신 분! “전에 한번 만나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소개는 빼도록!” 드래곤은 망각을 모르는 존재. 그래서인지 날 한번 보고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그분께 난 감사의 말을 드렸다. “블루스타님께서 이곳을 지나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드래곤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검술을 쪼금 할 수 있는 소녀가 건방지게 말을 했다. “야~이 잡것들아~왜 내 말은 안 듣는 거야? 특히 푸런 드래곤! 너 내말 씹냐? 약속은 약속이다. 그러니 넌 나를 마스터로 모셔라.” 그런 그녀를 보고 난 블루스타님과 레드 일족의 그분께 여쭈어보았다. “왜! 저런 하찮은 인간과 같이 다니시며 존재를 드러내셨습니까?” 차라리 말을 하지 말 것을.... “루나는 우리가 인정한 인간이다. 그리고 너도 말한 것처럼 루나를 주인으로 모시도록 해라.” “약속은 약속이다. 그러니 약속을 지켜라! 우린 약속을 어기는 인간이 아닌 위대한 드래곤이다.” 그분께서 말씀하신 데로 우린 약속의 종족이라 일컬어지는 위대한 종족. 고로 난 그 소녀에게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제 이름은 그리디아 라고 합니다. 당신을 제 마스터로 인정합니다. 당신이 죽.을.때까지!” 내 말을 들은 소녀! 씨익 웃는 게 영 불안해 보였다. 잘못 걸린 듯. “만나서 반가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이름은 루나야.” 잊어버리면 섭섭해 하는 표정을 지은 소녀의 말을 들으며 난 장소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도저히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배경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아까 그 마법을 하려면 최소한 6클래스 이상이어야 하고 넓은 범위의 인간들을 죽이려면 7클래스 이상이어야 하는데 어떻게 한거야?” 가르시미르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난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놀랐다. 언제 마법을 쓴 거지? 잠깐 패닉상태에 있었을 때 썼나? 그, 그리고 6클래스에서 7클래스? 방대한 말을 들은 난 다시 한번 놀랐다. 인간이면서 그 정도의 실력자를 난 아직 본적이 없다. 물론 유희를 가지 않아서 그렇지만 인간의 몸으로 검술과 마법 둘을 해내기엔 무지 벅차기 때문에....고로 천재? 하지만 하는 말투를 보면 천재하고는 거리가 먼 듯한데. “미르야~묻지 마. 다쳐!” 저렇게 말하니까 실력자들만이 가지는 신비성이 없어보였다. 그저 오가다 만난 사람이라고 하면 더 어울리겠지만. “이제 그리디아는 레어를 바꿔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거야? 그대로 있으면 인간들이 떼로 몰려들 텐데.”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인간들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생각을 하면 아직도 치가 떨립니다.” 난 실력주의다. 고로 루나님 같은 분은 환영한다. 실력이 있어야 죽지 않으니까. 그 때처럼 죽지 않을 테니까.....바보같이 당하지는 않을 테니. “그럼 저희와 같이 여행을 하시면서 둘러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 뒤에서 나오는 소리, 하이 엘프족이다. 난 그린 일족이어서 엘프와는 친하게 지낸다. 비록 엘프를 잘 못 봐서 그렇지만 이제 보니 루나님의 일행들은 모두 실력파였다. 두 분의 드래곤과 한명의 하이 엘프족 그리고 기절한 놈이 있었지만 그 놈도 실력이 있는 듯 보였다.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그렇게 우린 안으로 들어가서 짧은 이야기를 하고 조용해져버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루나님이 희생을 하셨다. 세상에나!! 저런 노래가 존재했다니, 블루님이 부르시는 노래를 한바탕 뒤엎어 버리시는데 차마 웃을 수는 없고, 안 웃자니 미칠 것 같아서 손으로 입을 막고 겨우 겨우 참았다. 한참 분위기가 좋아지자 우린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렀고, 사이가 매우 좋아졌다. 다음 날 아침 우린 길을 떠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런데 어제 기절해있던 녀석은 아주 가관이었다. “루나! 그런데 어제 그 덜떨어진 그린 드래곤은 어떻게 됐어? 사람들한테 잡혔어? 꼬치구이 신세가 됐어? 말해줘.” 저,저런 고얀......하지만 루나님 앞이라서 내가 참는다. 루나님께서 열심히 설명하신데 이 녀석은 그 고귀하신(?) 말씀을 믿지 않으며 옥체에 손을 대는 만행을.....앞으로 루나님을 만질 수 있는 건 나뿐이야(?)!! “이 바부팅아~내가 잡았다니까. 그리고 니가 말한 덜떨어진 드래곤이 바로 니 옆에 있잖아.” 저, 저 녀석이 어디에다 삿대질을. “서,설마 하니.....아니겠지?” 설마가 맞다 이놈아!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이 녀석을 오늘 제삿날 만들어줄까? “하찮은 인간이여! 내가 어제의 그린 드래곤이다. 아까한 말을 다시 해보도록?” 내 위엄 있는 말에 인간은 아무 말도 못하고 창백하게 질린 채 땀만 빼고 있었다. 내가 찜찔방이냐? 너 오늘날 빛 구경 다한 줄 알아라. 맘 잡은 난 마법을 구현하려고 할 때 루나님 말씀에 순종하기로 하였다. “리디! 이제 그만둬. 필라르가 너를 알아봤겠니? 하찮은 인간이 위대한 너를 알아볼 리 없잖아? 그러니까 그 일은 접어 두라구.” 맞는 말씀! 저 따위 인간이 날 알아본다는 자체가 짜증나니까~루나님 옆에 붙어서 난 그분들의 마법에 의해 공간 이동을 하였다. 떨구고 가려던 인간이 죽자 사자 따라와서 기분이 약간 좋지 않았지만.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노숙이란 것을 하기에 앞서 장소를 물색하고 우린 편히 쉬려하였다. 그런데 이놈의 필라르 인가? 하는 인간의 말에 편안함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그런 인간이 존재하고 있었나? 카옌 왕국의 사람이 전 대륙에 퍼졌다면 유명한 사람이겠다. 필라르의 말처럼 이쁜 후작처럼 루나님도 이뻤으면, 너무 많은걸 바란 건가? 후후후~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는 것이지?” 후작에 대해 물어보던 필라르가 수상해보였던지 엘프인 가브리엘이 되물었다. 그러자 필라르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 뜸을 들였다. 저 인간한테도 저런 반응이 있었군. “만나면 청혼하려고.....” 청혼이라면, 결혼을 한다는 말? 그런데 왜 루나님을 뺀 나머지 분들이 웃고 계시지? 이상하네. 잠시 후 웃음을 겨우 멈춘 가르시미르님이 필라르한테 아주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커험험. 어클리어스 후작은 이쁘긴 이쁜데 성질이 여~~영 아니거든. 나도 멀리서 한번 봤는데 성질이 안 좋더라구. 말 한번 잘못하면 그 순간 세상 하직이야.” 아하~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웃으신 건가? 하지만 그렇게 웃을 일이 못된다고 생각하는데, 필시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을 것 같은데.’ “호호호호호~미르야~잠시 동안 나하고 진.지.한. 대.화.를 해보지 않으련~?” 이상하다. 루나님께서 저렇게 살기를 내뿜으시다니, 이상해!! 왜 그러지? 그 후작하고 관련 있으신가? “하늘이 정말로 밝군.” 풋~가르시미르님이 실수를 하셨다. 실수를~밤인데 하늘이 밝을 리는 없잖아! “미르~지금은 밤이란다. 밥까지 먹어놓고 딴 소리를 하다니, 빨랑 나 좀 따라와 보렴~우리 재미있게 이야기 좀 해보자~ ” 인간이신 루나님은 가르시미르님을 헤츨링 먹이로 줄 오크를 끌고 가듯이 산 한켠으로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괜히 불안한데. 한참을 기다렸지만 루나님과 가르시미르님이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느낀 난 몸을 일으켰다. 근데 이 인간은 왜 나하고 같이 일어난 거야? 기분 나쁘게. “그리디아, 필라르 그냥 앉아 있어! 둘이 밀회를 즐기나 본데 시간을 줘야지 않겠어?” 블루스타님의 말이 사실일까? 밀회? 하지만 불안한걸!! 루나님이 위험해 보인단 말이야. “가브리엘! 가르시미르가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명복을 빌 뿐이죠.” 저게 뭔 소리? 가르시미르님이 어떻게 됐을 것 갔냐니? 오히려 루나님이 어떻게 되었을 것이냐고 물어보는 게 정상아냐? 그리고 저 엘프가 하는 말은 또 뭔 소리? 명복? 그런 것은 죽을 놈한테 빌어 주는거 아니었어? 인간 세계에 안나가는 동안 말이 또 바뀌었나? 부스럭 부스럭 저 멀리서 루나님이 오고 계셨다. “루나~왜 그렇게 늦은 거야? 가르시미르랑 있는 게 그렇게 좋아?” 금발을 휘날리며 나타나신 루나님께 뛰어가서 미소를 지으셨다. 루나님을 좋아하시는 걸까? 하지만 블루님은 유희 중.....언제나 인간이란 드래곤의 유희상대, 유희가 끝나면 덩그러니 남는 존재. 그렇게 되면 루나님이 슬퍼하시는데 내,내가 루나님을 지켜드려야지. 슬픔을 당하지 않게. “블루야 너도 나랑 진지한 대화를 해볼래? 미르만 만나서 기분인 나빴구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나를 따라올 의향 있니?” 유희 중이신 블루님....루나님의 말을 들으면 오히려 좋아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뒤로 빼시는 거지? 뭔가 큰일이 있나? “아,아니야. 그냥 한번 해본 말인데, 그냥 가르시미르만 이뻐해.” 나는 보았다. 에이션트급에 다다른 블루님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가브리엘 뒤로 숨으며 식은땀을 쫙쫙 빼시면서 겨우 말하는 것을. 그 정도로 루나님 파워가 쎄시나? 드래곤도 꼼짝 못할 말빨을 지닌 루나님이 갑자기 자랑스러워진다. * * * * * * * * * * * * * * * “에엣취~에~~취” 한동안 잠잠했던 블랑슈의 초특급 필살기에 당한 난 재채기와 함께 일어났다. 일어나보자 불씨는 꺼져있었고 리디는 나를 안고 자고 있었으며( 그린 드래곤은 벼어연태?) 가브는 나무위에서 블루는 나무 그루터기에 뻗어있었고, 미르는 저쪽 풀숲에 그리고 필라르는 퉁퉁 부은 얼굴을 한 채 미르와 멀리 떨어진 길 가상에 널브러져 있었다. “전워언~기이~~사~앙~~~~바~아~압~줘~어~” 오늘도 어김없이 따식이들과 따순이를 깨운 난 짐을 챙긴 채 음식이 차려지기를 기다렸다. “쩝쩝~어제...쩝쩝....어떻게 된 거야? 쩝~~” 먹으면서 블루에게 시선을 돌려 말하자 블루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니가 잠이 든 다음에, 어쩌고저쩌고 어찌저찌 해서 어영부영~하게 됐어.” “아하~그러니까 그렇게 됐구나? 너희들 한번만 더 싸우면 가루도 없다.” 다시는 싸움을 못하게 못을 박은 채 미르와 필라르를 보자 안색이 심히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똥색이 되어있었다. “뭐야? 너희들 어제 피곤해서 덜 싸운 것 오늘 마저 하기로 했냐?” “아니.”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그들을 더욱 수상하게 보면서 묵묵히 식사를 마저 끝낸 후 말에 올라탔다. “그럼 출발한다. 늦으면 떼어놓고 갈 테니까 알아서 해.” 담편은 외전과 같이 올립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391 5 루나 착한일 하다 - 1 그렇게 또다시 여행이 시작되었다. 몇 날 며칠을 고생하며 산을 타던 우리는 겨우겨우 우여곡절 끝에 바르실미르 왕국에 발을 들이밀 수 있게 되었다.(높은 산이 파이넬과 바르실미르의 국경선임) “후아아~겨우 탈출했다아.” “그러게, 난 거기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높은 산을 탈출한 것 까지는 좋은데 앞에는 그저 평원만 펼쳐져 있었다. “이러어언~마을이 없잖아? 어떻게 하지?” 노숙을 해야만 하는 것이냐는 표정으로 미르와 블루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유희를 다녀봤으므로 알 것 아니냐는 식으로. 그런데 예상외로 질문에 답을 한 것은 필라르였다. “여기서 쭈우욱 반나절 가량 가다보면 무라다 라는 도시가 나와. 파이넬 왕국과 전쟁 통에 도시가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거든. 몇 백 년 전에는 여기가 도시였는데....하지만 지금은 파이넬 왕국과 사이가 좋아져서 서로 교역을 하니까.” 그냥 위치만 가르쳐주면 될 것 같고 부연 설명까지 해대는 그를 보며 질문을 하자 그는 어색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필라르~너 바르실미르 사람이냐? 설마 아니 다고 잡아 때진 않겠지?” “으으응? 아냐. 그냥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다 보니...” 그의 말에 난 회심의 미소를 띠며 못을 박았다. “그러던지 말든지 이제부터 니가 바르실미르 왕국의 가이드가 되어줘야 겠어? 설마하니 싫다고는 하지 않겠지?” 리디를 돌아보며 말을 하자 필라르는 승낙을 하였다. 그리고는 자기가 앞장섰다. “그런데 이젠 어떻게 하지? 도시에 들어가려면 검문을 할 텐데, 전에 써먹던 방법이 통할까, 미르야?” 걱정스러운 물음에 그는 아주 간단하게 끄덕였다. “호호호~그럼 검문은 미르가 알아서 해. 난 신경 안 쓸 테니까.” 만약에 내 신분까지 들먹이는 일이 있으면 넌 죽었어 하는 속뜻을 품은 말에 미르는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필라르의 말대로 반나절 정도만 말을 타고 가자 도시가 눈에 보였다. 문제의 검문이 있었을 때는 필라르의 종이딱지 한 장으로 해결되었다. “필라르! 그 종이 뭐야?” 도시 안으로 진입한 난 필라르에게 질문을 하자 그는 피식 웃으며 대답을 했다. “이건 제국 인증서인데 이걸 가지고 있으면 아이나스 대륙 아무데나 갈수 있고 그 동행자까지 검문 없이 통행할 수 있어.” “호오~그래?(이제 보니 라엘이 가지고 있던 것하고 똑같잖아?) 그럼 그 종이는 어디서 났어?” 한번 묻고 끝낼 줄 알았는데 두 번째 질문이 들어오자 필라르는 한번 뜸을 들이고 리디의 눈치를 살핀 다음에 입을 열었다. “이것은 아는 사람이 줬어 라고 하면 믿지 않겠지? 우리 아빠가 한 권력하는 사람이라 얻을 수 있었어.” 필라르가 어렵게 꺼낸 얘기를 듣고 고개만 끄덕이고 여관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아! 저기 여관이 있다. ‘무라다 최고의 여관’ 이라고 써있는데?” 미르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자 그곳에는 약간 큼직한 여관이 보였다. “좋아. 오늘은 여기서 쉬다가 내일 출발하자! 어차피 이 도시도 별 볼일 없어 보이니까.” 큰 소리 한방 찍 깔기고는 여관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행들도 이 도시가 그동안 다녀본 도시와 비스 무리하므로 내 명에 따랐다. “주인장! 여기 2인실로 3개 주세요.” “아예~알겠습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요.” 주인의 말에 따라 그를 따라 위층으로 따라갔다. “어떠십니까? 맘에 드시는지요?” 그는 방문을 열어놓고 우리의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듯이 싱글벙글 거렸다. 방안에는 깔끔하게 생긴 침대 두개와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써~어~렁 하기 그지없는 방이었지만 깨끗했기에 고개만 까닥거리고는 서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와 리디가 한방, 블루와 미르가 한방, 가브와 필라르가 한방을 차지했다. “손님들~저녁 식사는 아래로 내려오셔서 드십시오. 식사 시간은 이제 조금 후면 되겠군요. 방값에 식사는 별도입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전에 한 가지 더! 식사 시간이 되면 부르러 오겠습니다.” 친절하기 그지없는 주인아저씨는 머리까지 숙이면서 여전히 웃으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식사 시간까지 자유 시간이 이니까 알아서들 지지든지 볶던지 마음대로 해. 그럼 난 리디하고 좀 씻을 테니까 나중에 보자고.”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리디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새 옷을 꺼낸 다음 공중목욕탕으로 직행했다. 웬만큼 고급 여관이 아니면 방에 딸린 개인 욕실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가 묵은곳은 고급여관이나 최고급이었으니까 공중 목욕탕이 있어도 그냥 개인 욕실에서 씼었지만. “리디야, 여기다가 옷을 두고 이렇게 잠그면 돼. 너도 따라서 해 보렴.” 다정다감하게 친근하게 말하자 리디는 배움의 자세를 가지고 내가 하던 데로 따라서 했다. 인간 세계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리디. “이햐햐~리디야! 대단해. 한번 보고 따라서 하다니, 그럼 수건을 가지고 탕으로 들어가자. 따라 와.” 칭찬을 해주자 리디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웃으면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 였다. “리디야, 여기 뜨뜻한 물에 앉아서 몸을 씻는 거야. 너두 유희를 다녀봤으니까 알겠지?” 물이 가득 채워진 곳으로 발을 들이밀어 온도를 측정한 다음에 풍덩 들어갔다. 리디도 내가 들어가자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고는 내 옆에 앉았다. 목욕탕 안에는 사람이 없었던 관계로 엄청 썰렁했다. 아니 여전히 존재감이 없는 블랑슈가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게 탕속으로 들어와서 요란스럽게 수영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만 빼고. “루나님! 전 유희를 다녀보긴 했는데 그 기간이 몇 달 안 되어 모르는 게 많아요.” “그건 왜? 미르랑 블루 말을 들어보면 드래곤들은 하는 일이 자는 거 아니면 놀러 다니는 것이라고 하던데?” 아무것도 아닌 말에 리디는 곧 우울한 표정을 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사실은 제가 유희 도중에 유희를 다니셨던 엄마가 본채로 돌아가서 싸우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어요. 엄마를 돌아가시게 만든 인간을 찾아서 죽이려고 했지만 실마리도 잡지 못해서 제가 살고 있던 레어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인간을 상종도 안하고 죽을 때까지 살려고 했는데 전번의 그 인간들이 다짜고짜 쳐들어와서.......그 덕분에 루나님도 만나게 되었지만요.” 그런 이야기를 아무 흔들림 없이 하는 리디의 눈을 보자 그 눈동자는 짙은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다. 왜 내 주변에는 엄마, 아빠가 없는 녀석들만 즐비한지. “괜찮아. 이제부터 내가 널 지켜줄게. 내가 이래 보여도 한 실력하거든, 그것은 세 따식이들이 증명할 수 있어. 그러니까 말이지! 음~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봐. 에이~나도 이런 말 해 본적이 없어서 뭘 말해야 할지모르겠다. 그리고 나도 그리고 이 녀석도 엄마 아빠가 없어. 그러니 앞으로는 편하게 대해. 알았지?” 뭐라고 하는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은채 내 뱉은 말이라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리디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자 훌륭한(?) 말을 했나보다고 단정 짓고는 나도 씨익 웃었다. “루나님! 앞으로 루나님을 진심으로 섬길 겁니다. 그대가 생명을 다하더라도 후손을 지켜 줄 겁니다. 이것은 약속이 아닌 맹약으로 말하는 겁니다.” 얘가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고개만 끄덕 였다. “걱정 마. 난 너보다 늦게 죽으니까. 그러니까 니가 헤츨링을 낳으면 내가 와서 돌봐줄게. 영원히~어때? 이게 더 좋지? 그렇지?” 리디는 내가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웃기만 했다. 진짜로 하는 소리인데. “리디야 너무 오래 있으면 피부가 쭈글쭈글 거리니까 일어나자.” 일어나서 옷을 둔 곳으로 가서 새 옷을 꺼내 입었다. 블랑슈도 따라 나와 털에 묻은 물기를 온몸을 흔들면서 털어냈다. “그런데 왜 손이 쭈글거리는거죠?” 그것이 궁금했는지 리니는 손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건 말이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아마도 수압 때문일 거야. 물에서 누르는 압력, 그 비스 무리한거 있잖아. 아하하하하~” 내가 아주 어렵게 말을 꺼내자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포옥 안았다. “루나님은 모르는 게 없나 봐요. 전 너무 좋아요.” “그,그러냐? 그건 그렇고 좀 풀지 않으련, 어째 폼이 안 좋다?” 그제야 리디는 얼굴을 붉히고 손을 풀고는 옷을 입고 나를 따라왔다. 오랜만에 씻고 나오자 기분이 좋아진 난 콧노래를 부르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방안에는 웬 인간들이 둥지를 틀고 침대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도 나와 리디가 들어오자 놀랐는지 눈을 둥그렇게 뜨고 있었다. “저어! 죄송하지만 이 방은 우리가 잡았는데요. 혹시 방을 잘못 찾아 오신 게 아닌가요?” 약간 깔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들은 서로 쳐다보며 지들끼리 묻기 시작했다. “야! 너 이방 맞다며?” “정말이야. 이방이 맞아.”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셋이서 서로 티격퇴격 거리자 서있기 불편한 난 아주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묵으시는 방의 호실이 어떤 건지요? 여긴 3호실인데요? 그렇지 않니? 리디~” 리디는 저 인간들이 맘에 들지 않는 양 인상을 굳히며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레이디! 5호실인데 잘못 들어왔군요.”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문은 꼭 잠그고 다니세요.” 인상 좋게 생긴 아저씨가 사과를 하며 일어서자 나머지 두 남자들고 말을 하고 일어서서 나와 리디를 쓰윽 쳐다보면서 밖으로 나갔다. 약간 어지럽혀진 시트를 펴면서 리디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는지 투덜거렸다. “저런 멍청한 인간들은 처음 봐요. 기분이 나빠요. 남의 침실로 들어와서...” 투덜거림이 계속되자 듣기 싫어진 난 리디의 입을 막았다. “리디야 그렇지만 우리도 잘못했어. 잠그고 갔다면 그들은 이곳에 들어오지 못했을 테니까. 저쪽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너도 인정하겠지? 그리고 저들은 우리에게 사과를 했으니 이제 우리도 그들을 용서해 주어야 한단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싸움이 나니까 난 싸움이 일어난 건 정말로 싫거든.” 나를 제외한 인간들을 싫어한 리디의 표정엔 내가 보지 않을때 좀전에 이곳에 무단침입을 했던 인간을 죽이려는 살기가 눈속에 비춰지는 것을 보고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싸움을 싫어한다고 하자 리디의 눈은 다시 맑고 투명한 눈망울이 자리잡으며 헬쑥하게 웃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잠시동안 아무 대화가 오가지 않자 무료함을 느껴서 창밖을 내려다보며 인간들의 삶을 구경하고 있을때 밖에서 큼직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저녁시간입니다. 늦으면 식사를 다른 곳에서 해야 하시니 내려오세요.” 여관 주인이 밖에서 식사하라고 소리를 치고는 다시 가버렸는지 조용해졌다. “저녁 시간이니까 내려가자. 밥 먹는 시간~행복한 시간~~” 흥얼거리며 방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가자 네 따식이들이 먼저 자리를 틀고 앉아 있었다. “진짜 빨리도 나왔구나. 혹시 미리 나와 있었냐?” 리디와 같이 내려와 자리에 착석하며 묻자 그들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기다리고 고대하던 음식들이 한상 가득히 푸짐하게도 올라왔다. “와우~~많다. 블랑슈야 너도 맘 놓고 먹어라.” 그 말과 함께 블랑슈는 품에서 튀어나와 이리저리 헤집으며 먹기 시작했다. “리디, 많이 먹어야 튼튼해 진단다. 그러니 너도 많이 먹어. 배탈만 안 나게.” 열심히 먹기 시작하자 일행들도 질수 없다는 식으로 음식을 장난 아니게 빨리 먹어치웠다. 허겁지겁 먹은 결과 테이블위는 개판이 되어 있었다. 접시들은 온갖 소스들이 합쳐져서 거무튀튀하거나 화려하게 물들어 있었으며 테이블보는 음식들이 떨어져서 더러워졌다. 식사가 끝나자 점원들이 달려와 기겁을 하며 접시를 치우고 테이블보는 걷어내어 새 테이블보를 깔아 놓고는 고풍스런 찻잔과 주전자를 내려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끄으으윽~~잘 먹었다. 블랑슈! 이 바부팅아 입 주변에 다 묻었잖아? 이리와.” 블랑슈를 끌어안고 냅킨으로 입주변의 털을 쓱쓱 닦았다. 깨끗해진 블랑슈는 내 머리에 올라와서 가만히 앉았다. 차분히 있는 블랑슈에게 신경 끄고 주전자에서 차를 따라서 마셨다. “루나님! 우리 밖에 나가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몸을 살살 비비꼬는 리디를 보며 일행들은 마시던 차를 다시 내뿜었고 필라르는 사래가 걸렸는지 컥컥댔다. “루나가 오늘 하루는 조용히 지내다가 내일 떠나기로 말했는데 그리디아 너는 듣지 못했느냐?” 밖에 나갈 때는 일행들 모두를 데리고 나가는 습성을 지닌 나를 쳐다보고는 리디를 살벌하게 노려보면서 블루가 입을 뗐다. 만일 내가 나가게 되면 피곤에 쩔어 있는 자신들도 덤으로 끌려가야하는 운명임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하,하지만...전 이런 마을도 처음인걸요? 그래서 제가 실수 했나봐요. 루나님이 싫어하시는데......” 실망한 듯한 리디와는 달리 세 따식이들은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그렇다고 따식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 볼 내가 아니었기에 짐짓 리디를 생각하는 척 하며 말했다. “너희들도 들었지? 리디는 제대로 놀아 본적이 없었기에 그런 말을 한거야. 아직 많은 것을 알지 못한 리디에게 듣고 보면서 산교육을 가르쳐야 할 너희들이(미르하고 블루) 그렇게 말하면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되지 않니? 그러니 결론을 말하자면 오늘 다 같이 외출한다는 말이다. 이의 있는 놈은 내가 특.별.히 이.뻐.해줄께?” 내 말에 리디는 환하게 웃으면서 눈물을 글썽거렸고 미르와 블루는 벌레 씹은 표정을 했으며 가브는 이럴 줄 알았다는 식으로 무덤덤히 있었고 필라르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었다. “먹을 것도 다 먹었으니 지금 나가자. 혹시 아냐? 야시장이라도 열릴지?” 즐거워하는 리디와 울상을 하고 있는 네 따식이들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기분이 좋아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내 예상대로 이곳에서도 야시장이 열렸는지 거리가 대낮처럼 환했고 많은 인파가 있었다. “이햐햐~이렇게 많은 인간들을 본건 처음이에요.” 모든 게 신기하다는 식으로 이것저것 만지고 듣고 보는 리디를 보며 피식 웃었다. 갓 세상을 나온 아기같이 구는 게 왠지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 따식이들은 따분했는지 찡그리고 있어서 뒤를 돌아보며 씨익 웃자 그들도 억지로 얼굴을 펴며 어색하게 웃었다. “리디야 나를 꼭 잡고 다녀야해. 그러다가 길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사람들이 많았기에 리디는 쓸려 다니지 않기 위해 내 옷자락을 힘 있게 꼬옥 쥐면서 씨익 웃었다.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옷자락이 잡혀있었기에 나도 뛰어다녀야 했음. 그리고 내가 뛰어다니자 네 따식이들도 뛰어다닌 것은 당연한일!)물어보며 까르르 웃기만 했다. “루나님~저거 검이죠? 엄청 크다아~” 무기점 앞에 멈춰선 리디는 이무기(?) 저무기 손으로 만져보며 처음 본다는 식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헤헤헤~모두 다 좋은 물건입니다. 사시면 후회하시지 않을 겁니다.” 아부성 발언을 하며 무기점 주인이 리디에게 진열되어 있는 무기들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리디는 그 말에 혹해서 사고 싶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리디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명색이 드래곤인데 돈도 없냐?” 그 말에 리디는 침울해지는 표정을 하며 추욱 쳐졌다. “알았다. 알았어. 내가 사줄게.” 내가 허락하자 언제 침울해졌냐는 식으로 웃으며 주인에게 이것저것 질문하고 얇은 검 한 자루를 내 앞에 보였다. 난 그 검을 쥐어보고는 샤이닝에게 물었다. ‘샤이닝, 이 검 어떻게 생각하니? 난 별론데.’ 오랜만에 등장하는 샤이닝은 떨리는지 살짝 시간을 끌고는 말했다. ‘저도 별로예요. 저런 검은 루나님이 이 글에서는 말 안했지만 뒤에서 몰래 얘기하는 식으로 껌 값도 안됀 다고요.’ 샤이닝의 대답으로 확신을 갖고 주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겨우 이따위 검을 진열장에 늘여놓고 파는가? 리디, 가자! 더 이상 볼 가치가 없는 검이다.” 반짝 빛나는 검을 들고 아쉬운듯 울상이 된 리디를 끌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자 무기점 주인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죄송합니다. 안에는 더 좋은 검이 있으니 들어가시지요. 정말입니다.” 주인이 말하자 리디는 애원의 눈빛을 보내며 나만 쳐다보았다.(저거 드래곤 맞아?) “좋소! 단 좋은 검이 없을시에는 알아서 하시오.” 식은땀을 흘리며 주인은 우리를 안으로 인도했다. 밤중이라 안이 컴컴하자 주인이 촛불을 찾아서 부싯돌로 불을 붙이려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블루에게 눈치를 줬다. “라이트” 안이 환해지자 주인은 약간 놀랐는지 아까운 초를 떨어뜨리고 뒷걸음 쳤다. 라이트 덕분에 안이 확실하게 보이자 리디는 이것저것 만져보며 아직도 얼떨떨해 있는 주인에게 묻기 시작했다. 안에서는 리디가 어디로 튈 염려가 없으므로 단독 행동을 하게 해놓고 나도 나름대로 검을 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탱이에 처박혀진 검이 보였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뿌옇게 먼지가 앉아서 심히 보기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가만히 그 검을 보고 있자 뭔지 모를 느낌이 스며들어 구석탱이에 있는 그 검을 들어보았다. 들어올리자 먼지가 아래로 흩어지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구! 손님! 그 검은 손대지 마십시오. 저희집안의 가보입니다.” 주인의 말에 난 코웃음을 치며 말하려고 했는데 누가 나대신 말해버렸다. “가보를 이런 곳에 처박아두나?” 어디선가 듣던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아까 그 무단침입 3인방이었다. “아하! 저희 방에 무단침입하신 분이시군요.” 그 말에 필라르를 뺀 나머지 일행이 살기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들도 머쓱해졌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서있기만 했다. “레이디! 아까 사과를 드렸지 않았습니까?” 인상 좋은 아저씨가 땀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말했다. “호호!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나요? 그건 그렇고 아까 이 아저씨 말 들었겠죠? 이유를 말해주세요.” 아저씨라는 말에 얼굴이 뭐 먹는듯하게 면하자 주변에 있던 남자들이 웃었다. “저 검은 제 조상 분께서 수집하신 겁니다. 그런데 아무도 이 검을 뽑지 못하자 아무 쓸모없어진 검을 버리려다가 아무래도 이상하게 여기신 그분께서 가보로 지정하시고 만약에 이검을 뽑을 수만 있으면 그냥 주시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자 호기심이 동했는지 그 남자 세 명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런~아저씨들께서 한번 뽑아보고 싶어 하시는 것 같군요. 그럼 뽑아보세요.” 검을 던져주며 이젠 두 남자까지 싸잡아서 아저씨라고 부르자 그들은 인상을 팍 구겼다. “그럼 제가 한번 뽑아보죠.” 인상 좋은 아저씨가 한번 힘을 주자 검집에서 아까 덜 떨어진 먼지만 날릴 뿐 아무 변화가 없자 두 남자도 검을 건네받아 얼굴이 뻘게지도록 힘을 주었지만 실패를 했다. “너희들도 한번 뽑아봐라.” 검을 뽑는데 실패한 아저씨에게 검을 건네받아서 네 따식이들한테 실험을 시켜보았는데 그 들도 어쩌지 못했다. “리디~너도 한번 해보렴.” 빼려고 하다가 내 눈빛에 리디는 마지못해 받아들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지만 뽑히지 않았다. “이상한데? 마법으로 봉인된 건 아닌데.” 블루의 말에 일행들도 모두 찬성하는지 끄덕거리다가 이젠 나를 쳐다보았다. “루나~이젠 니 차례다. 한번 힘써 보라고.” 미르의 느끼한 소리를 듣고 리디에게 건네받은 검을 들여다보다가 약간 힘을 주며 검 자루를 쥐며 뽑았다. 쓰스스스스슷 안 뽑아지리라 여겼던 검이 힘없이 뽑아져 올라왔다. 무기점에 있었던 놈들은 입을 쩌억 벌리며 눈만 동그랗게 뜨고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지 말든지 난 그 검에 약간의 기를 주입하자 생겨야할 검기가 생기지 않아서 놀라던 중에 이번엔 마나를 불어 넣어 봤는데 결과는 같았다. 마지막으로 한번 신력을 아주 쬐께 넣어보자 빛을 내기 시작했다. 빛이 나면서 나를 감싸 안으며 모든 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한 나신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당신은 누구기에 그 검을 뽑을 수 있었죠?” 처음 본 사람한테 대뜸 물어본 말에 무사하는듯한 느낌을 받아 약간 기분이 상한 난 그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기에 이렇게 나타나셨죠?” 퉁명스럽게 말하자 그 여자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해줘야 하는데, 제 이름은 베로니카라고 합니다. 원래는 신이었지만 태어나자마자 얼마 안 되어 이곳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당신을 저의 주인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러던지 말든지, 그런데 왜 갇혔는데? 빠져 나올 방법은 없어?” 어차피 나를 주인이라 칭해도 되냐고 물었으니 굳이 경어를 쓸 필요를 느끼지 못한 난 반말로 막나갔다. 이 검에 봉인된 사정을 물어보자 베로니카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눈동자엔 투명한 이슬빛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사실 저는 샤이니스님에게 무례하게 굴어서 그 벌로 갇히게 되었습니다. 저를 빼줄 방법은 있는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이검은 마법결계가 아니라 신력으로 된 결계이기에...한마디로 말하면 신이 아니면 절대로 깰 수 없습니다.” 아하~그래서 블루가 알아채지 못했구나?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길게 끌며 말하는 베로니카를 보고 난 짧게 말했다. 내가 이래뵈도 신인데 그깟 결계를 깨지 못할까? 당연히 깨고도 남지. “간단하잖아.” 그러면서 이곳이 아닌 높은 산으로 자리를 옮겨서, 결계를 치고. “샤이니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결계여~~나! 카스프록시아님의 권능으로 태어나 그 분의 힘을 이어받은 자의 명에 따를지어다. 결계 해제” 오랜만에 있는 폼 없는 폼 잡으며 말하자 순간 강대한 힘이 몰아치며 나를 감쌌다. 엄청난 신력이 한 순간에 발생하자 어마어마한 빛이 뿜어져 나와서 검을 감쌌다. 그리고 그 검은 산산이 분해 되어 형체조차 없어지게 되었다.(만약에 이곳에 다른 놈들이 있었으면 흔적도 없이 죽었다) “헥헥헥!!젠장할~~오랜만에 헥헥...힘을...썻더니...죽겠군.” 빛이 사라지고 나자 그 곳에는 아까 그 베로니카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저의 주인님이시여! 이젠 저는 당신을 따를 겁니다.” 과도한 힘을 쓰고 나서 약간 핑그르 하던 차에 그 말을 듣고 더 핑그르 거렸다. 그러자 베로니카가 다가와 신력을 쏟아 부었다. 정신을 차린 난 베로니카의 모습에 경악을 했다. “야~너 당장 옷 입어~” 아직도 나신의 모습이기에 마법 주머니에서 아무거나 빼서 입히고 말했다. 저게 어디서 몸매 자랑할일 있나. “니가 인간세상에서 돌아다니면 일나겠다? 그러니 이제 신계로 돌아가라.” 내 옷 치수와 베로니카의 몸이 서로 안맞는 관계로 의지로 옷을 늘려 주었다. 늘려준 옷을 입은 베로니카를 흐믓하게 쳐다보다가 원래 있던 집으로 가라고 했더니. “제가 어찌 주인님을 두고 신계로 갈수 있단 말입니까? 거기다 전 그곳에서 추방당해서 갈 때가 없는데.” “그으래~그럼 내가 한군데 주선해(?) 줄 테니 그곳에 가라.” 인심 아니 신심을 후하게 쓰는 듯 말하고는 돌아서서 카스를 불러내어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며 베로니카를 그 곳에 두게 하고 싶다고 말하자 카스는 쾌히 승낙했다. “베로니카! 넌 환계에 가있어라. 난 인간세상에서 놀다가 갈 거니까 기다릴 거지?” 갈 곳이 생긴 베로니카는 울며 나를 붙잡고 고맙다는 말만 하고 갈 생각을 안 하자 그냥 약간 힘을 써서 환계로 보내버렸다. ------------------------------ 외전 ------------------------------------------- “샤이니스니이이임~저 베로니카예요~!!” 샤이니스님의 권능으로 태어난 난 샤이니스님의 주변에서 놀았어요. 그런 날 샤이니스님은 따스하게 바라만 보아주셨지만 그것만으로 난 행복 그 자체였죠. 모든 신들에게는 속성이 있었지만 음....예를 들어 태양이랄지 달이랄지, 또 기쁨이랄지 등등의 속성이 있었지만 난 아무 속성도 가지지 않고 태어났기에 할일이 없었어요. 그날도 여느 때처럼 마찬가지로 놀고 있었죠. 신이면서 놀다니~등등의 말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의 난 할일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심심해서. 그런데 갑자기 샤이니스님이 나타나셨어요. 내 앞에! 너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갔어요. 달려가고 있었는데 샤이니스님의 옆에는 검은 머리를 한 처음 본 신이 서계셨어요. 샤이니스님 만큼이나 아름다운 남신이 있었다니. “베로니카 이곳엔 오지 말아라.” 단호한 말씀에 난 달려가는 그 자세로 얼어붙어버렸죠. 한번도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기 때문이었죠. 날 오지 말라 하시면서 샤이니스님은 그 남신과 많은 이야기를 하시는 듯 했죠. 날 두고.....내 샤이니스님을 빼앗겨버린 듯 하였어요. 순간 나도 모르게 욱 해서 신의 권능으로 물을 만들어내서 그분에게 뿌려 버렸 드랬죠. 물론 물에 맞지는 않았지만요. 그런데 전 처음 보았어요. 샤이니스님이 화를 내시는 것을요. 무언가 단단히 틀어졌다는 것을 느꼈을 땐 전 이미 침묵의 방에 갇혀있게 되었어요. 침묵의 방이란 인간들이 말하는 감옥과 비슷한데 모든 능력이 속박당하죠. 며칠동안 전 침묵의 방에서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있었더랬어요. 가끔씩 다녀간 제 친구에게 어마어마한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샤이니스님과 같이 이야기를 하던 분이 바로 마계의 주신인 카이드란님이라는 것을....그리고 저 때문에 신 마 전쟁이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을요. 제가 한 행동이 마계를 무시했다고 생각하셔서 전쟁을 일으켰데요. 마침 무슨 일이 생겨서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계셨는데 제가 물을 끼얹어 버렸으니. 제 친구에게 그런 말을 들은 직후 전 샤이니스님에 의해 모든 힘을 속박 당한 채 검에 봉인이 되어버렸어요. 봉인...신력에 의한 봉인을, 그 봉인을 풀려면 신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풀 수 없어요. 그리고 전 인간계로 떨어졌어요. 많은 이들의 손이 거쳐 갔지만 절대로 검을 뽑을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요. 처음엔 무작정 얼마 후면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세월이 가면 갈수록 전 그 일말의 희망을 버려버렸어요. 점점 저에 대한 것에 대해 잊어가고 있을 때 어떤 이에 의해서 검이 뽑혀버렸답니다. 너무 놀랐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하지만 검만 뽑는다고 다 해결될 일이 아니었어요. 가장 큰 신력 결계를 파괴시켜야 완전히 해방될 수 있으니. 검을 뽑은 자그마한 소녀를 보았어요. 모습을 감추고 있었지만 너무너무 예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 볼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전 속성을 부여받지 못했지만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죠. 샤이니스님보다 더 아름다웠다고 하면 신에게 벌을 받으려나? “당신은 누구기에 그 검을 뽑을 수 있었죠?” 자그마한 소녀는 날 보며 약간 기분이 안 좋은 투로 말을 했어요. “그러는 당신은 누구기에 이렇게 나타나셨죠?” 이제 보니 먼저 물어보기 전에 소개를 했어야 했는데 오랜만에 세상구경을 해서 깜빡 잊고 까먹었지 뭐예요~ “죄송합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해줘야 하는데! 제 이름은 베로니카라고 합니다. 원래는 신이었지만 태어나자마자 이곳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당신을 저의 주인이라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러던지 말든지, 그런데 왜 갇혔는데? 빠져 나올 방법은 없어?” 이렇게 소개를 하고 주인으로 모시겠다고 하면 좋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소녀의 아니 이제부터 주인님이라고 해야 하나? 그분께서는 별 관심이 없다는 투로 말했어요. 비록 절 완전히 해방시켜주지 못하더라도 검으로써 그분을 돕고 싶어서 주인님이라 불렀드랬죠. “사실 저는 샤이니스님에게 무례하게 굴어서 그 벌로 갇히게 되었습니다. 저를 빼줄 방법은 있는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이검은 마법결계가 아니라 신력으로 된 결계이기에...한마디로 말하면 신이 아니면 절대로 깰 수 없습니다.” “간단하잖아.” 엥? 그게 무슨 말이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루나님이 신이란 말인가? 하지만 난 루나님 같은 신은 본적이 없는데,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분이 내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는데, 혹 새로 태어나신 분인가? 하지만 샤이니스님의 권능이 느껴지지 않는데. 오랫동안 머리를 쓰지 않아서인지 잘 돌아가지 않다가 갑자기 배경 화면이 바꿔져 있었어요. 무슨 숲 속 같기도 한데...처음 와본...하기야 제가 어디 돌아다녀 본데가 있어야죠. “샤이니스의 힘으로 이루어진 결계여~~나! 카스프록시아님의 권능으로 태어나 그 분의 힘을 이어받은 자의 명에 따를지어다. 결계 해제” 카,카스프록시아님? 그, 그렇다면 주인님은 환신? 카스프록시아님을 뵌 적은 없지만 소문으론 들은 적이 있었어요. 제 친구가 샤이니스님을 따라 환계에 갔을 때 봤었데요. 아름다움의 극치를...보라색과 푸른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다리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머리칼과 보고만 있으면 빠지고 싶은 욕망이 이는 바다색 눈동자, 새하얀 얼굴엔 오똑한 코와 붉디붉은 입술이 있어서 한순간 사랑하고픈 주신이셨대요. 주인님이 권능의 언으로 말하자 엄청난 권능이 발휘하면서 새하얀 빛이 터져 나오고 전 드디어 봉인이 풀려 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저의 주인님이시여! 이젠 저는 당신을 따를 겁니다.” 힘들어하시는 주인님 앞에서 전 무릎을 꿇고 맹세를 했어요. 그런데 주인님이 서서히 쓰러지시는 거 있죠? 갑자기 과도한 힘을 쓰셔서. 안돼~주인님이 돌아가시면 절 누굴 의지하고 살아란 말 이예요? 안돼요~ 안돼를 외치며 전 주인님께 신력을 쏟아 부었어요. 봉인이 풀리자마자 제 본래의 힘이 되돌아 와서 그나마 주인님의 기력을 되찾게 만들 수 있었어요. 그런데 기력을 되찾으신 주인님의 눈이 왠지 모르게 크게 떠졌어요. 그리고.... “야~너 당장 옷 입어~” 이제 보니 전 옷을 입고 있지 않은 상태였어요.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서 저도 모르게 옷을 깜빡했어요. 애초에 봉인될 때부터 옷을 입지 않았지만은 혹 이상한 상상을 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렇죠? 내 착하신 주인님은 제가 의지로 옷을 만들면 되는데 직접 옷을 저에게 입혀주셨어요. 음~주인님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한~설마하니 또 이상한 상상을? 그럼 미워할 거예요. 이 옷은 제가 두고두고 가지고 있을 거예요. 주인님이 주신 첫 번째 선물이니까요. “니가 인간세상에서 돌아다니면 일나겠다? 그러니 이제 신계로 돌아가라.” 차가운 듯한 주인님의 말에 전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울먹이며 말했어요. “제가 어찌 주인님을 두고 신계로 갈수 있단 말입니까? 거기다 전 그곳에서 추방당해서 갈 때가 없는데.” “그으래~그럼 내가 한군데 주선해 줄 테니 그곳에 가라.” 말이야 바른 말이지요. 신계에서 추방당하다시피 했는데 다시 그곳으로 갈수 없는 노릇인데 주인님은 저보고 가라고 하시고, 주인님아 미워~할려다가 주선해주신다는 말에 눈물을 꾹 참았어요. 눈물을 참고 다시 주인님을 보는데 누구와 얘기를 하는 듯....앗! 환계의 주신이신 카스프록시아님이시다. 말로 들었지만 실제로 보긴 처음이에요. 뭐라고 속닥속닥 하시더니 카스프록시아님이 절 바라보며 살짝 웃어주셨어요. 어찌나 아름답던지. “베로니카! 넌 환계에 가있어라. 난 인간세상에서 놀다가 갈거니 까 기다릴 거지?” 흑~주인님 감사해요. 천신인 제가 환계에 있게 해주시고, 저에게 이렇게 자상하게 대해주신 분은 아마 주인님 뿐일 거예요. “주인님~고마워요. 넘 고마워서 눈물이 나요. 고마워요.” 옷을 붙잡고 울자 주인님은 스스로의 힘을 써서 절 환계로 보내버렸어요. 그리고 전 지금 환계에서 주인님을 기다리며 지내고 있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카스프록시아님도 보고, 또 레이너드님과 아르티엔님, 그리고 주인님을 보호하시다가 일 때문에 돌아오신 그라시엘님도요. 주인님 빨리 오실꺼죠? 전 지금 주인님께서 지내시던 집에서 살고 있어요. 주인님의 본명이신 아이리스 꽃을 키우면서요. 꽃잎이 옆으로 펴져서 떨어질 것 같으면서도 안 떨어지는게 주인님을 보는 것 같아요. 주인님의 눈은 슬프도록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올 것 같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잖아요. 진정으로 흘리고 싶은 눈물이..... 외전 이짧아서 여기에 같이 올립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273 4 루나 착한일 하다 - 2 다시 결계를 없애고 무기점에 되돌아갔다. 무기점에서는 내게 일어났던 일이 눈 깜짝할 새에 일어났으므로(내가 약간 장난을 쳤다) 어디 갔다 온지 모르고 있었다. “이런~검이 뽀싸져 버렸어. 역시나 고물 검 이었어. 헤헤헤~어차피 뽑을 수만 있으면 공짜로 준다고 했으니 상관은 없겠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검이 들려졌던 내 손만 바라보다가 내 말에 주인은 화들짝 놀라서 고개만 끄덕였다. 여전히 놀라고만 있던 주변을 환기시키기 위해 손을 짝짝 쳤다. “이봐 이봐! 뭘 그렇게 보고 있어? 고물검이 뽀사진 거 처음 봐? 난 이미 여러 번 봤다구(?) 그나저나 검이 뽀사졌으니 리디한테 다른 검을 사줘야 겠군.” 검을 사준다는 말에 정신을 차린 리디는 초롱초롱 쳐다보며 눈을 때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워~어~낙에 눈이 높아서 맘에 드는 검이 보이지 않았다. ‘샤이닝, 여기 있는 검 중에서 그런 대로 나은 것 좀 골라봐라.’ 검은 검이 봐야 한다고 샤이닝은 많은 검중에서 쉽게 골라낼 수 있었다. ‘주인님! 저기 검은 색으로 도배된 검 바로 우측에 있는 검이요. 그 검에서 예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저보다는 한참 못하지만요~호호호호’ 샤이닝의 말대로 우측에 있는 검을 들어서 뽑아보았다. 눈이 부실정도의 새하얀 검신이 드러났다. 정말이지 검사라면 평생에 한번이라도 만져보기를 원하는 그런 검이었다. 보고 있다가 갑자기 머리를 관통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검은 틀림없이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검이란 것을 알아채고는 말을 못하게 했다. 리디가 어느 정도 검을 다룰 줄 안다면 필시 샤이닝처럼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였다. “호호호~이거 정말 탐날 정도인데? 리디야, 이검 어떠니? 좋니?” 리디도 뽑혀진 검에 마음이 사로잡혔는지 말은 못하고 머리만 끄덕끄덕 거렸다. “그럼 이걸로 낙찰 이다. 주인장! 가격이 어떻게 되죠?” 주인은 한참을 머리를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 검은 300골드는 주셔야 합니다. 손님은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검이 가격을 부르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이봐 주인장! 그 검을 우리가 사도 괜찮겠나?” 싸가지 없이 어디다가 침을 발라놓으려고 하는 거야? 먼저 집은 사람이 임자다. 감탄의 눈빛으로 내가 잡고 있던 검을 빼앗으려고 한 것을 막고는 말했다. “이 검은 내가 먼저 찜했으니 다른 검이나 알아보도록! 당신들은 검을 고르는 능력이 떨어지는가? 그렇지 않고서야 남이 먼저 집은 검에 침을 흘리는 짓을 하지?” 차가움이 쌩쌩 묻어나는 말에 3인방은 놀라워하던 얼굴이 심히 못 먹을 것을 먹은 것처럼 변했다. “주인장 이건 내가 먼저 찜했으니 계산을 하도록 하죠. 만약에 이들과 흥정을 붙여서 더 높은 가격에 팔아먹을 생각을 하면 우리 일행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협박을 하자 주인은 그럴 생각이었는지 웃던 얼굴에서 식은땀이 삐질 삐질 나고 있었다. 내 말에 허언이 아님을 느꼈는지(아까 블루가 마법사라는 것을 봤으니까) 끄덕였다. 주인의 모습을 보다가 주머니에서 300골드를(전에 아무도 몰래 보석상에 가서 보석을 팔아 꼼쳐둔 돈) 집어서 넘겼다. “아이고~감사합니다. 손님은 봉 아니 검 잡으신 겁니다. 그럼 더 구경을 하십시오.” 큰 돈이 굴러 떨어지자 기분이 좋아진 주인의 싱글벙글 예의 웃음을 띠며 더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을 곁들였다. 나머지 놈들이 설명을 듣고 있든지 말든지 난 내가 산 검을 리디에게 주었다. “리디야! 이젠 이 검의 주인은 너다.” 한참을 바라만 보다가 그때서야 실감이 났는지 활짝 웃었다. “정말로 저를 주시는 건가요? 정말로?” 사실 확인을 하는 것처럼 리디는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팔짝팔짝 뛰었다. “리디야~~그만 좀 뛰어라. 무기점이 무너지겠다. 그리고 그 검은 내손에서 니 가 건네받자마자 너의 것이다. 그러니 검 이름을 지어야 하지 않겠니?” 공간이 좁다는 것을 느끼고는 리디는 뛰는 것을 멈추고 머리를 흔들흔들 거리면서 생각에 잠겼다. “이 검은 루나님이 사주신 것이니까 이름을 루나 라고 지으면 안 되겠죠? 갑자기 생각을 하려니까 생각이 않나요. 대신 지어주세요.” 이름 짓는 것을 나한테 떠맡기고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흠으음~이카로스 라고 하면 어떨까? 태양을 향해 나는 새 라는 뜻으로.......” 뭐라고 한마디쯤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 말이 없자 이름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다른 것으로 지으려고 했는데 말없이 가만히 있던 리디는 나를 꼬옥 안으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저 너무 감동했어요. 저를 위해 검 이름을 지어주시다니요~” 나를 꼬옥 안고는 또다시 팔짝팔짝 뛰자 머리가 울려왔다. 오바이트 할 것 같아서 억지로 리디를 때어냈다. “리디야, 검만 사줬다고 기뻐할 일은 아니다. 널 보니 검술은 한번도 해보지 못한 티가 좔좔 흐르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훈련을 받도록 해라. 아마 미르가 지도해 줄 거야.” 검을 고르고 있던 미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네 따식이들도 볼일을 다 봤는지 무기점을 나왔다. “그럼 다른 곳으로 가볼까?” 그냥 한번 해본 말에 리디는 또 내 옷자락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피곤에 쩐 모습으로 여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럼 여기서 찢어지고 아침에 보자.” 그 말에 네 따식이들은 환호를 했고 리디는 뭔가 아쉽다는 식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리디야 일찍 자야 내일도 나가지.” 내 말만 하고는 침대로 다이빙을 했다. 블랑슈가 있는 곳으로 먼저 떨어져 쥐포가 될 줄 알았는데 용케도 살아남았는지 속에서 꾸물꾸물 거렸다. “루나님! 잘 자세요.” 리디의 말을 끝으로 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일어나세요. 아침 이예요. 식사 시간이 됐다고 여관 주인이 말하고 갔어요.” 식사라는 말에 난 퍼뜩 깨어났다. 찬란한 햇살이 비추는 아침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밖에는 비만 주르륵 내리고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를 싫어하는 나는 오만상을 찌푸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루나! 여기야. 그런데 얼굴이 안 좋네?” 먼저 나와 있는 가브는 내 얼굴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내가 싫어하는 날씨라서 그런 거야. 이런 날에 짜증이 나면 나조차도 주체를 못하는데, 오늘 하루는 조심해야 겠군.” 내 말을 들은 가브와 리디는 친절하게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행동을 했다. 잠시 후 식사가 나왔고 아직도 세 따식이들이 나오지 않는 관계로 블랑슈와 싸우지 않고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후후~이런 먼저 나와 있었네? 앗~루나! 먼저 먹기가 어디 있어? 그렇지 않아?” 블루의 말에 두 따식이가 맞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자 가브와 리디는 내 얼굴을 살피며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대었다. 그때서야 뭔가 일이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리디아! 무슨 일이기에?” 귓속말로 리디에게 묻자 리디도 귓속말로 아까 내가 한 말을 다시 들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 말을 다른 놈들한테 알려주었다. 이놈들아! 다 들린다. 식사를 마치고 여전히 표정을 굳히면서 차를 마셨다. 한가롭게 내리는 빗줄기를 감상하며 마시고 있자 한쪽 구석탱이에서 우리가 있는 테이블로 오는 자들이 있었다. “이런!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폐가 많았습니다.” 어제의 그 3인방은 돌아가면서 인사를 했다. 일행들도 천천히 나를 살피며 인사를 했다. “레이디께서는 오늘 기분이 안 좋은가 보죠? 안색이 안 좋은데요.” 많이 봤다는 식으로 친근하게 구는 갈색 머리 사내가 내게 말을 걸자 일행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하하하! 루나는 지금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 양해 바랍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며 3인방에게 제발 신경 꺼달라고 투로 말했다. 그들은 그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내게 말을 걸었다. “제가 기분을 좋게 하는 방법을 아는데 가르쳐드릴까요?” 검은 머리 사내가 말을 하자 이번엔 리디가 나서며 입을 열었다. 아니 입을 열기 전에 난 차를 들고 일어나며 계단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그 갈색머리 사내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제가 생각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계셨군요? 그럼 같이 올라가시지요.” 그 말에 난 우뚝서며 살기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난 지금 그 누구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으니 할 말이 있으면 제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시죠. 그리고 아까 들은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더 이상 볼 것이 없다는 식으로 난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서는 문을 잠근 다음에 창가에 의자를 끄집어 당겨 앉아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뜨거운 차를 천천히 마시며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만 하염없이 보았다. 난 왜 이렇게 비 오는 날엔 감상적이 돼 버리지? 혹시 인간이었을 때....그때 취미가 내리는 비를 보며 잠을 자는 것 이었는데, 비 만 오면 옛날이 기억이 나니까. 흙냄새를 풍기며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다가 그 속에서 뛰어다니는 한 남자 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뭐가 그렇게 바쁜지 흙탕물이 튀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비 오는 날에 아니 지금 비가 오니까 그 말은 빼고 그냥 먼지가 나도록 달렸다. 흥미가 생긴 난 그 소년을 유심히 쳐다보다가 덩치 큰 아저씨들이 뒤따라 뛰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뭔 일이지? 혹시 저 소년이 도둑인가? 아니겠지! 도둑질도 사람이 많을 때 해야 성공률이 높은데(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지금은 개미 한 마리도 다니지 않고, 거기다가 입은 옷을 보니까 고급이잖아? 저 소년이 왜 쫒기고 있지? 할일도 없는데 나가볼까? 여기까지 결심한 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원드실드. 플라이” 바람의 방어막을 치고 (비 맞는 것을 싫어하는 관계로) 플라이로 공중을 날으며 창문 밖으로 나갔다. “인비지빌리티” 내 모습을 보지 못하게 주문을 외우고는 그 소년과 덩치 큰 아저씨들이 사라진 골목으로 날아갔다. 어두컴컴하기 그지없는 곳에서 괴기영화를 찍는 듯이 괴상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정말로 영화에서 많이 듣던 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 꼬맹아! 넌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그러니 어서 그걸 내 놓아라. 그럼 니 목숨만은 살려주마.” “빨리 내놓아라. 우린 바쁘신 몸이다. 그것만 주면 니 가족들은 헤치지 않으마.” 두 덩치의 말에 소년은 숙였던 머리를 들어올렸다. 호호~꽤 귀엽잖아? 크면 여자들이 열쇠 들고(?) 쫓아다니겠는데? 소년에 대한 감상을 끝내고 돌아가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저,정말로...제...가족들을....살려주시는 건가요?” 비에 너무 많이 맞은 듯이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소년의 모습을 보고는 덩치는 입 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 밀었다. 그러자 소년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뒤져 붉은 보석 비스 무리한 것을 꺼냈다.(왠지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그러나 여전히 꼬옥 쥐고는 덩치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주면...살려주는 거죠?” 손에 쥔 채 확인하려는 듯이 덩치에게 묻자 덩치는 귀찮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것만 레드 문 만 주면 살려주겠다.” 그 말에 안심을 한 듯이 한숨을 쉬며 레드 문이라는 붉은 보석을 덩치에게 건네주었다. 보석을 받아든 덩치는 씨익 웃으며 조그만 단검을 꺼내들었다. “사,살려 주신다고 했잖아요?” 단검을 쥔 덩치를 쳐다보며 울상을 하고는 소년은 벌벌 떨었다. “하하하하! 그것을 믿다니 정말이지 바보 같군.” “맞아! 여기서는 그 누구도 방해할 사람이 없다. 그러니 죽어줘야 겠구나. 제드 무라다.” 그 말과 함께 단검을 찔러갔다. 소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죽었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검에 찔렸을 때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아서(이거 어째 리디한테 써먹던 수법이 아냐?) 감았던 눈을 떠보니 자신에게 다가오던 단검이 목 바로 위에서 다른 이물질에 의해 막혀버렸다. “너,넌 누구냐?” 소년을 죽이고 빨리 내빼려다가 일이 틀어지자 덩치는 말을 더듬었다. 아마도 놀랐을 꺼다.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나서 검을 막았으니. “그러는 아저씨는 누구기에 힘없는 소년을 핍박하는 거지?” 존대를 할만한 인간이 아니었으므로 처음부터 하대를 해댔다. 그러자 그 두 덩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레이디~뭔가 잘못 아셨나 본데 우린 그냥 소년의 버릇을 가르치려고 그런 것이야. 그렇지 않아?” “맞아. 그냥 버릇을 가르치려고 겁을 준거야.” 서로 죽이 잘 맞는 그 덩치는 슬슬 공격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흥! 두 번만 버릇 가르치다가 사람 죽이겠군.” 말이 떨어지는 순간 덩치는 검을 빼들며 내게 공격을 했다. 양 쪽에서 합공을 하자(어떻게 좁은 골목에서? - 여긴 꽤 넓은 골목이라고 주장하는 작가) 난 살짝 몸을 틀어 검이 가슴과 등으로 비켜가게 한 다음에 양 손에 쥐고 있던 이물질 즉 나무 몽둥이로 팔을 쳐서 검을 떨어뜨리게 한 다음에 팔을 부여잡고 머리를 숙이자 순간적으로 뒤통수를 후련하게 갈겼다. 단 두 방으로 덩치를 물리치고 덜덜 떨던 소년에게 다가갔다. “안녕! 난 루나라고 한단다. 니 이름이 제드라고 했지? 만나서 반가운데 우선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쓰러뜨린 덩치에게 가서 아까 제드가 뺏겼던 레드 문을 찾아서 건네주었다. 제드는 그 보석을 품에 넣은 다음 나를 부여잡고 울었다. “어엉! 루나...누나..어어엉..가족들이...잡혀서...어어엉” 아이를 한번도 달래본 일이 없었던 난 제드에게 울지 말라고 당부를 하고 천천히 걸어서(물론 윈드 실드는 없애지 않음) 여관에 들어섰다. 비에 젖은 제드를 안고 들어오자 아직까지 테이블에 앉아서 3인방과 수다를 떨고 있던 네 따식이와 한 따순이가 달려들었다. “루나! 이게 어찌된 일이야?” “그 아이는 또 누구지?” “어서 들어와” “언제 나가셨어요?” “혹시 그 소년이 니 애기냐?” 오빠와 블루, 가브, 리디의 정신없이 쏟아지던 질문 중에서 끝에 질문을 한 필라르는 세 따식이와 한 따순이의 눈빛 공격에 쫄아서 입을 다물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위에서 하도록 하지.” 짧게 말을 내 뱉고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잠긴 문을 열고 온통 젖은 제드의 옷을 벗기고 수건으로 몸을 닦은 후 내가 입고 다니던 여행복중의 하나를 꺼내서 입혀서 침대에 눕힐 무렵 다섯 무리가 갑자기 들어서며 시끌뻑짝 거렸다. “아아~잠깐 한꺼번에 많은 질문이 들어오면 말을 못하니까 내가 아는 데로 이야기 하도록 하지.” 엄청난 소음 공해를 한방에 잠재우고 방에 들어와서 한일과 그 뒤에 있었던 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했다.(물론 마법을 썼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아직 필라르는 모르고 있었으니까) “제드의 말을 빌리자면 레드 문을 노린 어떤 마법사가 쳐들어와서 저택에 있던 가족들을 잡아서 인질로 협상을 하고 있다나 봐. 그러다가 이것을 들고 도망쳤고, 블루는 이게 뭔지 알겠어?” 아직도 공포가 가시시 않는 듯 덜덜 떨고 있는 제드를 안심시킨 뒤 제드에게 받은 레드 문을 건네주었다. 블루는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런 것이 자작가에 있었던 거지? 이건 보석이 아니라 드래곤 하트야. 그것도 꽤 질이 좋은 건데?”(저거 진짜로 드래곤 맞아?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드래곤이 드래곤 심장을 보고 질을 판단하다니) 제드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아는 데로 이야기하기를 어떤 사람이 이것을 들고 은혜에 보답한다고 말을 하고 준 선물이라고 했다. “블루! 제드를 회복시키고 무라다 자작의 저택에 쳐들어간다...가 아니라 몰래 들어가자.” 말을 들은 블루는 마법으로 제드를 회복시켰고, 걸어가기에 귀찮아서 제드에게 저택 중에 으슥한 곳을 떠올리게 한 후 결계를 친 후 공간 이동을 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295 4 루나 착한일 하다 - 3 “아우~이게 뭐야? 이런 것도 있었나?” 온통 잡동사니로 넘치는 방에 도착을 하자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가 났다. “여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이예요. 아무도 안 들어오거든요.” 제드는 그 말을 하고는 방문을 살짝 열고는 손짓으로 우리를 불렀다. 여기의 지리는 제드가 잘 아니까 우리는 제드에게 안내를 부탁하고 뒤꿈치를 들고 쫑쫑거리며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따라갔다. “제드! 그 마법사가 어디에 있지? 나머지 사람들은?” 최소한 몇 명의 인간이라도 복도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던지 아니면 엄폐물 같은 곳이나 코너 쪽에 숨어 있는 인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놈의 복도는 어찌된 게 찬바람만 쌩쌩 불어서 두리번거리는 제드의 어깨를 살짝 만져주어서 시선이 내게 돌아오게 한 다음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착한 사람처럼 꾸민 다음에 우리 가족들을 한꺼번에 사로잡고 인질로 삼아서 자기 부하로 하여금 방에 몰아서 가두었어요. 저희 가족은 지금 3층 방에 잡혀있어요. 하인들하고 기사하고 병사들은 지하에 감옥대신 만들어 놓은 방에 있어요. 모두 감시당하고 있어요. 어떻게 가죠?” 제드의 말을 들어보니 먼저 이 집주인을 인질로 삼아 나머지 사람들을 협박해서 한곳에 몰아넣은 것 같다. 아직도 부들거림이 가시지 않는 제드의 걱정을 없애기 위해 가브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바람의 중급 정령인 실라페를 불러서 우리의 기척을 죽였다. 그리고 우선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보자는 식으로 지하로 가기로 했다. 지하로 통하는 길이 아쉽게도 건물 안에 없는 관계로 우리는 다시 밖으로 나와야만 했지만 썰렁한 저택에서 어느 누구도 우릴 막지 않았다. 막을 인물이 없었다고 하면 돼나? 본채를 나와서 벽에 딱 달라붙어서 왼쪽으로 뒷꿈치를 들고 위를 신경 쓰면서 지하실로 연결이 된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제드의 가족들을 방에 가두었다고 했으니 필시 그들은 3층 건물에 있는 방중의 하나에서 창문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경계를 할 수 있으므로 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벽에 딱 달라붙어서 이동한 것이다. 잔디를 밟으며 소리를 최대한 줄이며 가던 우리 옆에 우중충한 건물이 하나 눈에 보였다. 제드에게 그 건물을 가리키며 바라보자 끄덕이는 걸로 보아 우중충한 건물이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는 것을 확신한 우리들은 즉시 달려서 건물 안쪽으로 숨어들어갔다. 시커먼스한 오라를 마구마구 뿜어내는 지하를 내려다보자 기분이 안 좋아졌다. 물론 여기 오는 그 순간부터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어서 별로 좋지 않았지만은... 일단 여기까지 오는데 성공한 우리는 일제히 제드를 돌아보았다. 이곳의 지리를 우리가 알 길이 없으니 제드가 앞장서서 길을 가르쳐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시선을 일일이 답하듯이 쳐다본 제드는 결심을 굳혔는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하나 밟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횃불을 켜놓아서 그런지 일단은 조금 환했다. 밖에 비가 오는 후유증인지 아니면 원래 습도가 높아서인지 거무스름한 돌 천장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져 내렸다.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이 내 콧등을 건드리고 입술로 흘러 턱을 타고 아래로 떨어졌지만 물방울의 흔적을 지울 생각도 못한 채 앞으로 조심스럽게 전진해야만 했다. 차가운 암흑색 돌계단을 한 칸씩 밟으며 최대한으로 청력을 높이고 있을 때 바로 앞에서 거칠어진 호흡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앞장서서 안내를 하고 있던 제드의 숨소리였다. 긴장해서인지 아니면 습도가 높아서 호흡 곤란인지 심장박동이 빨라져서 거친 숨소리가 났다. “제드, 괜찮을 거야. 그러니 심호흡을 해서 호흡을 가다듬은 게 좋겠구나.” 걸어가고 있는 제드의 귓가에 속삭여 주자 제드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살짝 상하로 움직였다. 그것을 신호로 잠시 일행들은 돌계단에서 멈춰 섰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후우읍~~푸우우~~”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는 심호흡을 한 제드는 곧 떨림을 멈추었고, 숨소리 또한 차분해졌다. 붉게 상기된 얼굴을 한 제드의 볼을 식혀주려는지 천장에서 한 방울의 물이 떨어져서 볼 주변의 튀겼다. 차가운 물이 떨어지자 잠시 흠칫했던 제드는 겨우 물방울 때문에 겁을 먹은 것이 부끄러웠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제드를 보며 일행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들은 곧 제드를 둘러싸고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번씩 제드가 움푹 파인 돌계단에 고인 물을 밟아서 약간이 소리가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가는 중 마침내 계단 10개 정도를 남겨두고 두 개의 구불거리는 길이 아가리를 딱하니 벌리고 우릴 마중 나와 있는 듯 했다. 둘 중에 어느 길로 가느냐 결정을 해야 할 때에 제드가 손가락으로 오른쪽에 있는 길을 가리켰다. 말로 해서 가르쳐주어도 되는데 굳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아하니 사람들이 갇힌 곳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곳임을 직감했다. 계단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난 제드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기 전에 왼쪽의 통로를 하번 쓱 봤지만 오른쪽 통로와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나중에 안 사실인데 왼쪽 통로로 가면 술 저장 창고가 있다고 한다. 왼쪽 통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구불구불거리는 오른쪽 길로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밀고는 계단에서 걸어왔던 것 보다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두 사람이 겨우 나란히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통로는 매우 좁았다. 좁아터진 통로를 걸어가다 보니 답답해서 옆에 있는 돌 벽이랄지 그 외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검으로 한번씩 그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지만 초신적인 인내심으로 묵묵히 참으며 내색을 하지 않고 걸어갔다. 드문드문 횃불이 있었던 까닭에 그렇게 밝지만은 않은 통로의 저 끝에는 매우 밝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암흑 속에 찌들어 있는 이들이라면 환호성과 함께 뛰어갈만 했지만 우린 그와 반대로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빛이 새어나오는 곳에 근접한 일행들에게 눈짓과 바디 랭귀지로 움직이지 말라고 하고 벽에 몸을 최대한 찰싹 붙어서 고개를 살짝 빼고는 주변을 살폈다. 좁은 통로와는 달리 웬만한 방 하나만한 공간이 보였고, 단단히 닫힌 철문과 그 철문을 지키는 두 명의 인간이 보였다. 한명은 덩치가 크고 검을 가지고 있는 걸로 보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검사인 것 같고, 나머지 한 사람은 칙칙한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주위에 마나가 돌아다니는 걸로 보아 4클래스급 마법사로 보였다. 대충 상황을 이해한 난 올 때처럼 조심스럽게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내가 천천히 다가가자 상황이 어떠하냐는 듯이 쳐다보자 난 잠시 한숨을 쉬며 일행들의 귀를 한곳으로 모으고는 최대한 작게 소곤거렸다. “철문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덩치만 있는 검사하고, 마법사가 있어.”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녀석들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을 하였다. 자칫 잘못하면 덩치 있는 검사가 덩치와 힘으로 한꺼번에 우리를 막고 있을 경우 마법사가 메시지 마법으로 제드 부모님을 인질로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엔 그 녀석이 직접 공간 이동을 해서 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 중위급 마법사지만 근거리 공간 마법정도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법사 처리 문제를 두고 골똘히 생각하다가 한 가지 생각이 나서 고개를 들었다가 블루하고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내 눈과 마주친 블루는 씨익 웃더니만 고개를 상하로 움직였다. 마치 내 속마음을 읽은 것처럼. 마법사는 마법사가 상대하는 게 제일로 간편하기 때문이다. 마법사의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같은 직업을 가진 인간들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표면적으로 마법사라 돼있는 블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낸 것이다. 이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 난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해 다시 일행들의 귀를 모으고 소곤거렸다. “좋아! 그럼 블루는 마법사를 맡고, 미르가 저 덩치를 친다. 필라르는 제드를 보호한다. 가브는 계속 정령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리고 리디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말이 떨어지자 리디는 뒤에 물러나 검술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어제 사준 이카로스를 빼들고 눈을 번뜩이면서 이를 악 다물었다. 리디의 행동이 시발점이 되어 블루는 순식간에 공간 이동을 했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미르 오빠가 덩치에게 뛰어갔다. 덩치는 미르 오빠의 공격을 조건 반사로 간신히 막고는 마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 눈빛은 블루의 등장으로 마법사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덩치와 마법사 사이로 공간 이동을 한 블루는 순식간에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라이트닝 볼트” 너무 갑작스런 상황에 마법사가 넋을 잃고 있다가 블루가 시전한 마법을 보고 기겁하며 급히 실드를 쳤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실드란 말이 나오기도 전에 마법사는 라이트닝 볼트에 맞아서 시꺼멓게 그을려 저세상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죽자 원군이 사라진 덩치는 미르 오빠와의 대결에서 오른쪽 어깨를 내어주는 바람에 상처를 입고 검을 떨어뜨렸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오빠는 녀석의 목에 살짝 검집을 넣어주어서 상황 종료가 되어 버렸다. 격렬할 것 같던 싸움이 간단하게 끝이 나자 두 인간의 시신은 블루가 마법으로 공간 이동을 시켜버렸다. 목적지가 없는 곳으로 이동시켜버리면 그 인간의 시신들은 분자화되서 공기 중에 떠돌게 된다. 간간한 시신 처리에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철문의 안쪽에서 여러 사람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제드! 저 문을 어떻게 열지?” 필라르에 의해서 눈이 가리워졌던 제드는 내 질문에 필라르의 커다란 손을 치우고 눈을 빼꼼히 내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문은 마법사만 열수 있다고 했어요. 마나로 결계를 쳤기 때문에!! 전에 문을 여는 것을 보았을 때 두 세 명의 마법사가 달라붙어서 겨우 열었어요. 아니면 소드 마스터가 있어야 해요.” 저 철문의 자물쇠가 대체 뭘로 만들어졌기에 마법사와 소드 마스터들이 동원되어야 하나 하고 거무칙칙한 자물쇠를 손을 뻗어 자세히 살펴보니 보통의 금속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처음엔 거무스름한 색이라서 잘 몰랐는데 겉에 묻어 있는 검은색 떼들을 벗겨내니 보랏빛으로 빛이 나고 있었다. 신의 금속이라 불리워지는 미스릴과 맞먹을 정도로 희귀해서 비싼 것은 둘째로 치고, 장난 아니게 단단해서 함부로 제련조차 할 수 없는 그 귀하디 귀한 오리하르콘이 일개 지하실 감옥 자물쇠로 사용되고 있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물쇠를 들어보니 아래쪽에 구멍이 나있었다. 일반 열쇠 모야의 구멍이 아니라 꼭 수박에 칼을 찔러 넣었다가 뺀 자국 같았다. 아마도 이 구멍 안으로 마나 나 검기가 서린 검을 집어넣으면 안에서 반응해서 자물쇠가 풀리는 원리인 것 같았다. 자물쇠에 대한 이해가 끝나갈 무렵 난 시선을 돌려서 일행들을 쳐다보았는데 녀석들은 모두 다 날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일행들의 따스한 시선을 외면하면서 제드 뒤에 서 있는 필라르를 바라보았다. “필라르~드디어 일다운 일을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자~저 문의 자물쇠에 검을 쑤셔 박아라.” 자물쇠 구멍을 보여주며 하는 말에 필라르는 그 말이 무슨 말이냐는 식으로 나만 쳐다보기만 할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필라르야~니가 소드 마스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지금에 와서 빼면 감정 상하니까 알아서 해결햇.” 실력을 한번에 파악한 나를 보고 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검을 뽑아 기를 주입시켜 검기를 만든 다음에 자물쇠 구멍에 쑤셔 넣자 자물쇠에 기가 전달되어 자동으로 해체되었다. 자물쇠가 열어진 것을 보고는 제드를 그쪽으로 밀어서 다가가게 했다. “제드! 어서 문을 열어보렴.” 다정하게 말을 하자 제드는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작은 손으로 문고리를 열었다. 끾끼끼이이익 오랫동안 쓰지 않았는지 무지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잠시 후 완전히 활짝 열려지자 안의 모습이 드러났다. 첫 줄에는 기사들이 두 번째는 병사가 그리고 그 뒤로 하인들이 있었다. 문이 열리고 제드가 보이자 첫줄에 앉아있던 기사들이 벌떡 일어나며 제드에게 인사를 하고 사람들의 환호로 시끌뻑짝하게 되었다. “도련님! 저희를 구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제드 도련님” 별별 말이 오가고 있을 때 내가 입을 열었다. “조용히 좀 하세요. 만약에 여기서 시끄럽게 굴면 위쪽에서 감시하고 있던 사람들 귀를 자극하게 될 테니까.” 그때서야 우리를 봤는지 제드에게 설명을 바라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여기 계신 분들은 나와 여기 있는 사람들을 구해준 은인이야.” 제드의 말에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존경스러움이 베인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여기 있는 누나는 내가 나쁜 놈들한테 쫓겨 죽기 일보 직전일 때 도우주신 루나 누나이고 뒤쪽에 계신 분은 블루 형, 가브리엘 형, 그리디아 누나, 가르시미르 형, 필라르 형 이야.” 소개를 하자 우리는 모두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루나 누나~여기 계신 분이 케이루스 아저씨야! 그리고 그 뒤로................중략..........(사람이 너무 많은 관계로)...........이야.” “안녕하세요. 천천히 인사를 나누고 싶은데 아직도 위쪽에 일이 있어서 우린 가봐야 겠군요.” 아직 이 집 주인을 구하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노닥거릴 수 없어서 제드를 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는 바람에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저희도 따라 가겠습니다. 저흰 주군을 지키지 못하고 갇혔습니다. 그러니 저희도 갈수 있게 해주십시오.” 내가 뒤를 돌아보자 어깨에서 손을 뗀 아저씨는 꼭 제드의 가족을 구하고 말리라는 신념어린 얼굴로 말했다. 이렇게까지 간청하는데 케이루스 아저씨라는 분을 안 데리고 가면 몇몇 기사들을 모아 개인행동을 할 것 같아서 일행들만 데리고 갈려는 생각은 단념하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렇다면 두세 명만 따라 오세요. 너무 많으면 걸리적거리고 또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케이루스는 내 말에 얼른 두 명을 뽑아서 우리 뒤를 따라 왔다. 그리고 우리는 제드의 뒤를 따라갔다. 아무래도 제드가 처음이자 마지막 탈출자니까 가족들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 잘 것이기 때문이다. 모른다면 하는 수 없이 방문을 일일이 열어보며 검사를 하던지 청력을 높여서 인간들의 기척을 알아내서 쳐들어가야 하겠지만. 어둠 속에서 횃불에 의지한 어두컴컴한 지하를 나오니 아직도 밖에서는 비가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걸음 소리를 빗소리가 묻어주자 우린 잠시 안심을 하고 지하실로 올 때처럼 벽에 붙어서 건물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문이 열려 있었기에 별다른 저지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와는 정 반대로 고풍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건물 안엔 조각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지만 삭막했다. 안에 아무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기척을 최대한 죽이면서 제드의 걸음 소리가 들리기에 케이루스 아저씨가 등에 들쳐 업고는 제드의 손가락만을 따라 걸어들어 갔다. 인질들을 구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웬일인지 손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려서 가는 도중에 바지에 아무도 눈치 못 채게 닦았다. 괜히 이런 것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긴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붉은색 융단이 깔려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다른 기사들을 보니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으며 이마엔 땀들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맺혀 있는 땀을 닦아 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인질들을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쪽에서 잘못하면 인질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이라 그런지 복도 안은 촛불을 켜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희미한 음영을 나타냈다. 습기도 많이 차 있어서 몸이 끈적거리면서 옷이 달라붙었다. 불쾌지수가 점점 올라가고 있을 무렵 잠깐 한숨을 쉬고 걸음을 멈추자 내 뒤에 따라오고 있는 이들의 걸음도 자연 멈추게 되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내 바로 뒤에 있던 기사 중 한명이 날 의아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잠깐 긴장을 풀어야 할 것 같아서요. 특히 기사님들....긴장을 하셔서 식은땀 흘리는 거 봐요. 게다가 숨소리까지 긴장한 것의 증거라도 남기려는 듯이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진단 말입니다. 필시 제드 부모님을 잡아 두고 있는 사람들은 상급의 사람일 텐데 그 정도의 동요를 보이면 금방 알아챌 수 있으니 유념하시고 여기서 잠시만 쉬었다 가지요.” 다른 인간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서는 적들은 제드 부모님을 붙잡고 있는 그 주변에 밀집해 있을게 분명하다. 제드네 가족들을 잡아서 인질로 협박을 해서 집안에 있는 사람들을 감옥 안에 쳐넣은게 분명하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안전함이 느껴졌는지 잠시 편히 앉았다. “누나누나! 저기야! 저기에 우리 가족이 갇혔어.” 잠시 편히 쉬고 있다가 제드의 목소리에 잠시 놀랐다. 이 정도로 가까이 있을지 몰랐던 것이다. 순간 다시 긴장하는 기사들을 두고 난 제드가 가리키고 있는 곳으로 가서 코너 쪽에 몸을 숨기고 빼꼼히 내다보았다. 커다란 방문 앞에는 두 덩치가 지키고 있었고 방안엔 6명의 기가 잡혔다. 대충 몇 명인지 파악하고는 다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제드! 방에 누가 잡혀 있지?” “우우웅~그러니까 아버지 하고 어머니..그리고 누나가 잡혀 있어.” 그렇다면 방안에 세 명의 침입자가 있다는 결론이 나오자 빨리 행동계시를 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방문 앞에 있는 인간을 소리 소문 없이 죽일 실력 있는 자?” 선착순을 받자 아무도 손드는 이가 없었다. 만약에 밖에서 조금이라도 소리가 들리면 방안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은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아~어떻게 한다? 무작정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행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걱정을 하고 있다가 미르와 블루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명령을 하려다가 의외의 인물이 지원을 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소리의 발원지를 보니 케이루스 아저씨가 있는 곳이었다. “좋아요. 아저씨가 저 둘을 한꺼번에 골로 보내거나 기절을 시킨다면 블루가 순간 공간 이동을 시켜서 기척을 죽일 수 있어요. 단지 마나의 파동이 느껴 질 텐데.....가브가 실라이온을 불러내어서 정령장으로 마나 파장을 없애 주어야겠는데 할 수 있겠어? 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겠어?” “물론 할 수 있어.” 가브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케이루스 아저씨는 재빨리 기척을 죽이고 달려가서 검으로 그들의 죽이려다가 검 등으로 목 뒷부분을 가격해서 기절을 시켜서 쓰러지려는 찰나에 실라이온이 소환되어서 정령장을 만들었고, 블루가 공간 이동을 시켰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뤄졌다. “아차차~그냥 간단하게 정령보고 받쳐 들고 오라고 하면 될 것을 괜히 마법까지 쓰게 했네!” 그 말에 일행들은 뒤로 벌러덩 넘어갔고 영문을 모른 제드만 인상을 쓰고 방문이 있는 곳만 쳐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한다? 그냥 쳐들어가버려? 아니면 공간 이동을 해서.....?” 일행들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다음 일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공간 이동을 한다고 해도 내 머릿속에 방안의 배경이 잡혀야 하는데 한번도 안 가본 곳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물론 제드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으로 갈수 있지만 그 경우엔 제드와 같이 들어가야 하기에 그만큼 위험 부담이 가기에 그 방법은 제외시키기로 하다가 순간적으로 하나의 생각이 내 머릿속을 관통했다. “그런데 식사는 어떻게 하지? 누가 가져다주나?” 기절한 놈 중 한 놈을 급히 깨워서 친절하게 물어보았다. 목에다 검을 들이밀고. “저 그게...이곳 하녀 중 한명을 시켜서 가지고 들어가게 합니다.” 벌벌 떨며 말하는 덩치에게 수면을 취하게 만든 다음 기사 중 한명에게 그 하녀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잠시 후 하녀는 기사한테 끌려 왔다. 생긴 건 지금의 나하고 삐까삐까하게 생겼는데 문제는 머리색과 눈 색이 달랐다. “음식은 니가 직접 만들어서 주니?” 하녀는 겁에 질렸는지 안색이 창백해져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만들어서 그것을 가지고 가면 저보고 먼저 먹어보라고 말한 다음에 먹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그때서야 먹어요.” “흐음~그렇다면 독은 안 되겠군. 그렇다면 하는 수 없이 내가 들어가는 수밖에 없군.” 그 말에 세 따식이와 한 따순이를 뺀 나머지 필라르와 케이루스가 말렸다. “힘도 없으면서 어떻게 할 수 있니? 그냥 쳐들어가자.” “저희도 도련님과 저희의 은인을 사지로 걸어가게 할 수 없습니다.” 열변을 토하는 그들을 뒤로 한 채 그 하녀가 음식을 만든걸 들고(마침 점심때였음) 블루에게 부탁해서 하녀와 똑같은 모습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하녀의 이름과 안에 들어가서 하는 일에 대해 자세히 묻고 기절한 놈 중 깨워서 소리를 지르게 했다. 목에 검을 들이대고........ “구린 님! 식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이름에서부터 구린 냄새가 나는 듯 하군. “들어오라.” 컬컬한 목소리가 들리자 깨운 놈이 문을 열어주자 난 방안으로 음식을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회심의 미소를 한방 보여주고 난 다음에 “식사 왔습니다.” 들어간 방안은 참으로 아담하고 섬세하게 꾸며진 침실이었다. 의자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중년 부부와 내 나이또래 되어 보이는 소녀가 앉아서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구리구리한 사내가 세 명이 버티고 서있었다. 두 명은 약간 젊은데 비해 한명은 팍 쉰 할아버지 였다. 그들을 뚫어지게 보려다가 들킬 것 같아서 대략 거리를 계산한 다음 테이블에 음식을 놓았다. “먹어 보거라.” 팍 쉰 할아버지의 말에 난 접시에 있는 음식을 조금씩 덜어서 먹었다. 평소라면 그냥 입에 대고 들이 부었는데 조금씩 먹으려니 감질 맛나서 몸이 안달하는 것 같았다. 모든 음식을 조금씩 먹고 포크를 놓자 그제서야 안심한 듯 다가와서 먹기 시작했다. “넌 저들에게 음식을 먹여라. 안 죽어야 인질로 쓸 수 있으니, 하하하” 컬컬한 중년인의 말을 듣고 음식을 들고 중년 부부에게 다가 갔다. “난 먹지 않겠다. 빨리 들고 사라져라.” 이것이 시중까지 들어주니까! 아니지 나를 하녀로 보고 있으니까 봐주지. 쌍으로 해대는 말을 들었는지 팍 쉰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먹어야 당신 아들을 볼 수 있어. 지금쯤 잡아서 죽이던지 끌고 오던지 하겠군.” 그 말에 열이 받쳤는지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닥쳐라! 감히 무라다 가문을 건드리고 살아남으리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우리가 멸족당하더라도 왕궁에서 사람을 보내 너희들을 참살할 것이다.” 대단한 자신감이 배인 말에 세 명의 남자는 웃기에 바빴다. “푸헬헬헬!! 왕궁에서 사람이 오기도 전에 우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그리고 여기서 우리의 모습을 본 인물은 너희하고 저기 있는 하녀밖에 없으니 죽이고 가면 증거 인멸이다.” 나를 가리키며 말을 해대자 약간 손봐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쬐금 참고 있었다. 두 명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 한명은 나중에 먹으려는 듯이 감시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서 먹이지 않고 뭘하는 게냐? 만약에 저들이 먹지 않으면 너를 죽여 버리겠다.” 죽이겠다는 협박에 난 일부러 겁을 먹은척하고 음식을 집은 포크를 입에 들이댔다. 그들은 처음엔 먹지 않겠다고 했다가 나를 죽이겠다는 말에 살리려는 듯이 조금씩 먹었다. 그리고 소녀에게 다가가서 음식을 먹였다. “푸하하하~하찮은 하녀에게 받아먹는 식사가 어떠하더냐?” 계속 속을 긁는 말을 해대자 그냥 묵비권을 행사하려는 듯이 그냥 입 다물고 있었다. “이젠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진 모양이지? 휴젠! 저 하녀를 본보기로 죽여 버려라.” 그 말에 감시하고 있던 사내가 나를 쳐다보며 검을 뺐다. “이게 무슨짓인가? 저 하녀는 아무 잘못도 없다. 그러니 죽이지 말아라.” 자작의 말에 구린 할아범은 비웃음의 극치를 보여주며 계속 죽이라고 했다. “꺄아아악~~~~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뭐든지 다할게요!! 흑흑흑흑.” 니가 비웃음의 극치를 보여주면 나도 연기의 극치를 보여주면서 자지러지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구린 할아범은 나를 빙긋이 쳐다보며(우웩) 입을 열었다. “좋다. 살려주지. 단 니가 직접 자작을 죽여라! 그러면 이곳에서 나갈 수 있게 해주지.” 그리곤 단검을 하나 던져 주었다. “어,어떻게 제가 자작님을.....흑흑흑....못해요....차라리 죽여주세요...흑흑” 나 자신 조차 놀라고 있는 연기에 그들도 속았는지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 자작을 죽이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을 모두 죽이겠다.” 이것들을 그냥 지금 죽여 말어? 속으로 이럴까 저럴까 하다가 눈물을 뚝 그치고 단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 자작 부부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니가 감히 우리에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살려준 은혜를 이렇게 갚으려 하느냐?” 부인의 말에 난 무표정으로 밀어붙이며 검을 목에 들이댔다. “죄송합니다. 만약 제가 주인님을 죽이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 것이고 또한 죽이더라도 분명히 저들은 주인을 배신했다는 명목 아래 죽일 것입니다. 조금이라도 오래 살려면 이런 방법밖에 없습니다.” “호호~그걸 어떻게 알았지? 그냥 죽이긴 아까운 머리군.” 그리고 난 검으로 자작의 목을 찔렀다. 아주 조금, 피도 안 났다. “까아아아악~안돼~~아버지~~~” 소녀와 부인은 울부짖기 시작했고 3인방은 더욱더 웃었다. “쓸모없는 아이다. 한번에 죽이지 못하다니 그냥 죽여라.” 구린 할아범의 말에 휴젠 이라는 인간이 이미 뽑힌 검으로 나를 내리쳤다. “꺄아아아........라고 할줄 알았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시늉을 하자 그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순간 난 오랜만에 보법을 밟으며 휴젠의 뒤로 돌아가서 단검을 목에 힘껏 쑤셔 박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바부팅이들~이젠 목 씻고 기다려라. 루나님이 나가신다.” “저년을 당장에 잡아라. 휴젠이 방심해서 죽었다.” 방심은 무슨 얼어 죽을 방심...내 실력인데!! 덩치가 검을 들고 마법사는 캐스팅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할~~샤이닝 지금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라.” 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이 공간에 두었던 샤이닝을 부르자 샤이닝이 내 부름에 응해서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면서 화려한 모습을 내보였다. 샤이닝을 잡자마자 난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이며 달려오는 덩치의 공격을 공중에 살짝 떠서 피하고 그대로 검을 내려 쳤다. 순간 시간차 공격을 하려는지 마법이 난사해 오시기 시작했다. “아이스 애로우” 날카로운 얼음 화살은 나와 자작 식구들을 향해 쇄도해 왔다. “내가 이런 것에 당할 것 같냐?” 큰소리를 땅땅 치고는 얼음 화살을 재빨리 쳐냈다. 그러자 또 구린 할아범이 캐스팅을 시작하자 난 검에 기를 주입시켜 검기를 날렸다. 캐스팅을 하던 구린 할아범은 마법을 시전하기도 전에 그대로 몸이 반 토막이 되어 날아갔다. “에스~좋았어.” 샤이닝을 다시 이 공간에 집어넣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자작 부부와 소녀를 쳐다보았다. “헤헤헤헤~~지금 있었던 일은 비밀 이예요. 알았죠?” 싱긋 웃으며 말하자 그들은 자신들 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간 것을 보고 넋을 잃었는지 아니면 내 신위에 넋을 잃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풀어 드릴게요.” 덩치가 가지고 있던 검을 빼서 밧줄을 잘라서 그들을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줬다. 오랫동안 묶여 있어서 그런지 손목이나 팔에 불그스름한 자국이 보였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뭐라 감사의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자작은 머리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고 부인은 아까의 실수에 대한 사과를 했고 그 소녀는 나하고 친구하잖다? “아까 말했듯이 내가 했다고 말하지 말아요. 알았죠? 그럼 저는 화를 낼 겁니다.” 확실하게 못을 박아두고 난 소리를 쳤다. “야~~들어와~~확실하게 정리됐어.” 그 말에 밖에 있던 많은 수의 인원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주인님, 마님, 아가씨 괜찮습니까?” 케이루스 아저씨가 기사를 대표해 말하자 자작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이리로 와. 원상복구 해줄게.” 블루는 나를 잡아당기고 하녀의 모습에서 해방시켜줬다. “잘했어~~역시 우리의 루나라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본래 모습이 예쁘군.” 말하며 기습 적으로 이마에 키스를 한 블루는 웃기에 여념이 없었다. “너 이 자식~~잡히면 아작을 낼껴.” “루나님! 참으세요. 루나님의 무사하셔서 그러시는 것이니까요. 아까 비명소리가 들렸을 때는 얼마나 심장이 철렁거렸는지, 블루님이 뛰쳐나가려는 것을 저희들이 막은 거예요. 그러니 오늘만은 그냥 두세요.” 블루에게 세뇌를 당했는지 그를 변호해 주는 리디를 의심스럽게 쳐다봤다. “자자~이러지 마시고 우리 모두 연회를 열어 마음껏 축하합시다.” 자작의 말에 내가 제일 먼저 동의를 했다. “당연한 말씀을!!" 그리고는 블랑슈를 미르에게 받아들었다. “누나는 진짜로 우리의 영웅이야. 난 누나를 잊지 않을 거야.” 부모와 친 누나가 멀쩡하게 자신의 품으로 돌아오자 어눌했던 모습은 없어지고 활짝 핀 해바라기 같은 모습만 남아있었다. “그러렴~제드! 나를 잊으면 나중에 혼내 줄 거다?” 밉살스럽지 않은 협박에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찾았다. 마침 비가 개여서 찬란한 햇살이 도시 가득히 비추고 있었다. 한참 후 우린 무라다 저택에서 성대한 연회에 초대되어 배터지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님~~방안에 있던 사람들을 어떻게 죽이셨습니까?” 케이루스의 집요한 질문에 자작은 잠시 나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방안에 있었던 일은 모두 함구를 했기에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이 꼴랑 4명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햐햐햐~맛 죽인다. 아저씨 여기 음식이 모자라요.” 이것저것 무작정 포크로 집어서 개인 접시에 덜어서 먹던 중 내 앞에 있는 커다란 트레이에 담긴 음식이 없어지자 가까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인 즉 아저씨에게 말하자 그 아저씨는 곧 주방으로 들어가서 트레이에 음식을 가득 가지고 와서 한손으로 빈 트레이를 들고, 그 자리에 새 트레이를 내려놓으며 날 향해 씨익 웃었다. “고맙습니다. 루나님은 우리의 영웅입니다.” “하하하~그 말은 이미 제드한테 들었어요. 그러니 더 이상 그런 말하지 마세요. 낯 간지럽단 말이 예요.” 그 날 하루는 너무나 즐겁게 지나갔다. “히이잉~정말 가는 거야? 안가면 안돼?” 여관에서 출발하려는 내 말을 붙잡고 생떼를 쓰는 제드를 보며 무지 난감해하고 있었다. 제드가 붙잡는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지나가는 인간들이 다 한번씩은 쳐다보며 아니 빙 둘러 앉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드야~~이 누나는 여행을 떠나는 중 이라 멈출 수 가 없단다.” 그 말에 제드는 펑펑 울어대기 시작했다. “싫어..아아앙..가지마...시이로...가지마...흐아아앙” 제드가 이제는 대놓고 우는 바람에 일행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나쁜 놈들~~도와주면 드래곤 하트가 뽀사지냐? 아님 어디에 덧나냐? 치사하기가 카스 저리가라 할 정도잖아? “제드야! 이러면 안 된다. 루나님이 여행을 하시는데 방해를 해서야 되겠니?” 무라다 자작이 제드를 반 강제적으로 때 놓으며 우리에게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자 아버지 품안에 잡혀있어서 나를 잡지 못하는 판국이 되자 제드는 도시가 날아갈 정도로 크게 울었다. 저렇게 울어대는 제드를 두고 가기엔 내 마음이 너무나 가녀려서(개뿔이?) 한마디 했다. “제드야! 누나는 꼭 다시 이곳을 들릴 것이다. 그러니 그만 울렴.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10년이든 20년이든 니가 죽지 않고 있으면 돌아올게.” 달래려고 하는 말에 제드는 우는 것을 멈추었다. “흐흐끅..정말...흐끅..이야?” “물론! 제드가 열심히 검술을 연마해서(제드는 검술을 싫어해서 검을 잡지도 않음) 훌륭한 사람이 되면 찾아온다니까.” 말을 하고 난 말에서 내려서 제드 가까이 갔다. 제드는 무라다 자작의 품에서 나와서 내게 달려와 철푸덕 안겼다. 그런 제드를 들어올리면서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제드야~이 모습은 사실 본 모습이 아니란다. 그러니 내가 본 모습을 살짝 너한테만 보여줄게~그러니 울지 말고 이 모습을 하고 루나 내지는 아이리스라고 한 여인을 보게 된다면 나로 알고 반겨줘야 해. 그때는 제드가 너무 커버려서 내가 못 알아보거든~” 그리고 난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신언으로 그들의 시간을 멈추게 하고 루나 어클리어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제드는 그 모습에 벙~~쩌 있었고 난 다시 신언을 지우며 본래대로 되돌렸다. “이것이 마지막 내 선물이란다. 그러니 잘 있으렴~” 말에 올라타자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제드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누나! 꼭 다시 와야 해. 10년이든 20년이든 기다릴게.” 환하게 웃는 제드를 뒤로 한 채 길을 떠났다. “대체 어떻게 그 꼬마를 구슬렸어?” 궁금했는지 미르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시끄러워 이 따샤~울고 있는 제드를 나한테만 맡겨놓고는, 그러니 너희들은 그것을 물을 자격이 되지 못하니까 앞이나 보고 가.” 미르를 혼내주고 또 그런 질문을 하면 혼내주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 아쉽게 난 입맛만 다셨다. “이제 저 쪽 길로 쭈~욱 가면....그러니까 한 2일 정도만 가면 조그만 마을이 나와.” 맨 앞에서 충실히 우리의 가이드를 해주는 필라르는 바람에 금발을 날리며 말했다. “그러냐? 그럼 또 노숙해야 되잖아~~~~????” 공허한 하늘에 울려 퍼지는 내 목소리 였다. 정말이지 노숙은 지긋지긋 하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166 4 루나 착한일 하다 - 4 달려야 해! 달려야, 난 여기서 죽을 수 없어!! 비 오는 날에 난 두 명의 아저씨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처음 이들은 우리 집에 착한 사람으로 가장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며칠 후에 본성이 드러났다. 그들의 원하는 것은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레드 문’이었다. 이건 우리 가문에 빚을 진 사람이 고맙다고 준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이 보석을 노리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단지 난 잡혀 들어가는 가족들 품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것을, 지금 달리고 있다는 것을. 숨이 차서 너무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아저씨들은 날 계속 쫓아왔다. 골목길에서 날 못 잡을 거 같아서 난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로 뛰고 뛰어서 왔건만 맞은편이 막다른 길이었다. 어쩌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날 쫓아온 아저씨들이 웃으며 다가왔다. “흐흐흐! 꼬맹아! 넌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그러니 어서 그걸 내 놓아라. 그럼 니 목숨만은 살려주마.” “빨리 내놓아라! 우린 바쁘신 몸이다. 그것만 주면 니 가족들은 헤치지 않으마.” 아저씨들의 무서운 말을 들으며 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저,정말로...제...가족들을....살려주시는 건가요?” 난 아저씨들의 말을 믿으며 품에서 레드 문을 꺼냈다. 하지만 아직 주지는 않았다. 확답을 받아야 했으니까. “정말로 주면...살려주는 거죠?” 제발 살려준다고 말 해주세요!! “그것만 레드 문 만 주면 살려주겠다.” 내 바램을 들었는지 아저씨는 확답을 해주었고, 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레드 문을 건네주었다. 이제 우리 가족은 살수 있는것.......이 아닌 듯 하다. 저거 뾰족한 건 칼? “사,살려 주신다고 했잖아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이제껏 난 약속을 지켰는데 아저씨들은 약속을 안 지켰다. “하하하하! 그것을 믿다니 정말이지 바보 같군.” “맞아! 여기서는 그 누구도 방해할 사람이 없다. 그러니 죽어줘야 겠구나! 제드 무라다.” 조그만 칼이 나와 가까워졌을 때 난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곳에서 가족도 보지 못하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억울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으면 가족들 품에서 도망 나오지 않는 건데, 그렇게 되면 최소한 같이 죽을 수 있는 건데....예전에 어떤 사람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죽음이란 무엇이냐고 그랬더니 그 사람은 죽음이란 고통 뒤에 아픔이 없어진다는 알 듯 모를 듯 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제 난 칼에 찔려서 아플 것이다. 아파도 소리 지르면 안 된다. 난 이 무라다 도시의 시장인 무라다 자작의 아들 제드 무라다 다. 귀족으로써 죽어도 품위 있게 죽어야 한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들었으므로 난 이를 꽉 깨물었다. 고통에 대비해서. 어라라라~근데 왜 아프지 않는 건지? 난 감았던 눈을 살짝 실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칼이 내 목 바로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칼을 막고 있는 나무 몽둥이도. “너,넌 누구냐?” 날 죽이려는 아저씨는 당황했는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는 아저씨는 누구기에 힘없는 소년을 핍박하는 거지?” 난생 처음 보는 누나가.....이 누나가 칼을 막고 있었다. “레이디~뭔가 잘못 아셨나 본데 우린 그냥 소년의 버릇을 가르치려고 그런 것이야. 그렇지 않아?” “맞아. 그냥 버릇을 가르치려고 겁을 준거야.” 말도 안돼! 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목이 잠겨있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흥! 두 번만 버릇 가르치다가 사람 죽이겠군.” 이햐~저 누나 말 무지 잘한다. 나도 나중에 배우고 싶어!! 앗! 누나 조심......안 해도 되겠다. 두 아저씨가 가녀린 누나를 같이 공격했는데 누나가 교묘하게 피하고 아저씨들에게 나무 몽둥이로 때려 버린 것이다. 이때 어찌나 내 맘에 시원하던지 다시는 이런 느낌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안녕! 난 루나라고 한단다. 니 이름이 제드라고 했지? 만나서 반가운데 우선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루나 라고 말하는 누나의 따뜻한 말에 난 누나 품에 안겨서 울어버렸다. 귀족은 울면 안 된다고 했는데. “어엉! 루나...누나..어어엉..가족들이...잡혀서...어어엉” 울고 있는 나를 루나 누나가 안고는 걸어갔다. 근데 이상하게 비에 맞지 않았다. 루나 누나는 나를 여관으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누나가 살고 있나 보다. 누나가 여관에 들어가니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달려왔다. “루나! 이게 어찌된 일이야?” “그 아이는 또 누구지?” “어서 들어와” “언제 나가셨어요?” “혹시 그 소년이 니 애기냐?” 그곳에는 누나의 안부와 날 괴이하게 보는 형과 누나 그리고 이상한 말을 하는 금발 머리의 형도 있었다. “질문에 대한 답은 위에서 하도록 하지.” 카리스마 있는 대답에 그곳에 있던 형들과 누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루나 누나를 따라왔다. 방에 올라온 누나는 언제나 엄마가 해주셨던 것처럼 비에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수건으로 내 몸을 닦아준 다음 누나의 옷으로 보이는 옷을 꺼내서 입혀주었다. 물론 나한텐 무지 컸지만....옷까지 입혀준 누나는 날 침대에 눕혀주었다. 그때 많은 형들과 누나가 방으로 쳐들어왔다. 시끄러워. “아아~잠깐 한꺼번에 많은 질문이 들어오면 말을 못하니까 내가 아는 데로 이야기 하도록 하지.” 루나 누나는 나를 만나게 된 경위를 모두다 말해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음~아저씨들을 혼내주었다는 것은 교묘하게 빼먹고 말했지만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러겠지 하고 넘어갔다. “제드의 말을 빌리자면 레드 문을 노린 어떤 마법사가 쳐들어와서 저택에 있던 가족들을 잡아서 인질로 협상을 하고 있다나 봐. 그러다가 이것을 들고 도망쳤고......블루는 이게 뭔지 알겠어?” 레드 문을 달라는 누나의 청을 받아 들여 난 붉은 보석을 누나에게 주었고, 누나는 다시 하늘색 머리를 한 형에게 주었다. “어떻게 이런 것이 자작가에 있었던 거지? 이건 보석이 아니라 드래곤 하트야. 그것도 꽤 질이 좋은 건데?” 레드 드래곤? 그럼 저게 심장이란 말이야? “저기요. 그건 그냥 어떤 사람이 저희 가문에 은혜를 갚기 위해 선물로 준건데요.” 레드 문에 대한 출처를 밝히고 나서 난 가만히 있었다. “블루! 제드를 회복시키고 무라다 자작의 저택에 쳐들어간다...가 아니라 몰래 들어가자.” 이,이상하다. 블루 형이 뭐라고 말하니까 하얀 빛이 나와서 나를 감싸더니 힘이 다시 생겼다. 그리고 난 루나 누나의 말대로 집에서 아무도 안 오는 곳을 생각했더니 곧바로 그 곳으로 이동이 되어있었다. 신기하다. “아우~이게 뭐야? 이런 것도 있었나?” 걸리적거리는 것이 많아서 인지 루나 누나의 얼굴은 싫다는 기색이 역력하게 나타났다. “여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이예요. 아무도 안 들어오거든요.” 사실은 이곳은 방이라고 하기엔 뭐하고 그냥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곳은 잘 오지 않아서 내 아지트로 쓰고 있었다. 이곳은 즉 이 집안은 내 손바닥 안이었으므로 누나와 일행들을 안내했다. “제드! 그 마법사가 어디에 있지? 나머지 사람들은?” 나머지 사람들이라 함은 내 가족들과 아저씨와 아줌마들을 가리키는 말? “착한 사람처럼 꾸민 다음에 우리 가족들을 한꺼번에 사로잡고 인질로 삼아서 자기 부하로 하여금 방에 몰아서 가두었어요. 저희 가족은 지금 3층 방에 잡혀있어요. 하인들하고 기사하고 병사들은 지하에 감옥대신 만들어 놓은 방에 있어요. 모두 감시당하고 있어요. 어떻게 가죠?” 걱정이 되었다. 이곳에 있는 아저씨들은 다 튼튼하게 생겼는데 이곳에 있는 형들은 다 뭐랄까 비리비리하게 생겼다고 하면 될까? 그때 가브리엘 형이....이햐~저건 뭐야? 하고 묻고 싶었지만 우선은 사람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으므로 지하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와서 비를 맞으며 지하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건물로 슬금슬금 들어왔다. 어두컴컴한 지하에서 간간히 있는 횃불의 빛에 의지해서 천천히 내려갔다. 간혹 손에 돌 벽이 만져져서 한번씩 흠칫했지만 괜찮았다. 지하의 돌 벽은 너무나 차가웠기 때문이다. 다시는 내려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이미니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한참을 그렇게 내려갔을까?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며,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한번씩 호흡을 할 때마다 텁텁한 공기들이 콧속으로 들어와서 내 몸 안을 휘젓고 다니다가 심장을 압박하는 그런 이질적인 느낌에 괴로웠지만 누나들과 형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드, 괜찮을 거야. 그러니 심호흡을 해서 호흡을 가다듬은 게 좋겠구나.” 내 귓가에 스며드는 따스한 기운이 담긴 말에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내색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 상태를 알고 해결책을 알려준 루나 누나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낸 다음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읍~~푸우우~~” 팔을 벌려서 몇 번을 반복하며 들이 마시고 내쉬는 과정을 하자 점차 이질적인 느낌은 사라졌고, 호흡도 예전처럼 정상을 찾게 되었다. 진작에 이렇게 할 것을 괜히 내가 처한 상황을 알려주면 누나들과 형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서 안했는데... 잠시 누나들과 형들을 믿지 못한 날 벌하려는 듯 천장에서 차가운 물방울이 내 얼굴로 떨어졌다. 날 벌하는 차가운 물방울에 정신을 바로 차리고 날 믿어주는 이들을 믿지 못하는 건 바보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로 인해 지체됐던 시간을 아끼려는지 루나 누나의 눈신호에 날 감싸고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내가 물이 고인 곳을 밟아서 약간씩 소리가 나서 나 때문에 일이 그르칠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누나들과 형들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는 듯 오로지 계단을 내려가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앞에 계단은 끝이 나고 두개의 입구가 누나들과 형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듯 눈을 찡그리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감옥으로 쓰이고 있는 입구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오른쪽 입구는 감옥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입구는 와인이나 브랜드 등등 각종 술을 보관하고 있는 술 창고였다. 이런 일만 없었으면 누나들과 형들을 왼쪽 입구로 안내해서 술들을 보여주는 건데.. 잡생각을 털어버린 난 오른쪽 입구로 누나와 형들과 같이 들어갔다. 어둑어둑한 통로와는 반대로 저 끝에는 환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점점 그 쪽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누나들과 형들은 긴장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그 전부터 아무 말도 없었지만 말이다. 빛이 새어나오는 곳과 가까이 다가갔을 때 루나 누나가 다른 누나와 형들을 쏘아보며 처음 보는 듯한 손짓을 하자 누나와 형들이 겁을 먹은 듯 가만히 서 있었고, 루나 누나만 빛이 나는 통로 끝 쪽으로 다가가서 동정을 살피는 듯 했다. 약간의 떨림의 시간이 흐르자 루나 누나가 소리가 나지 않게 우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철문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덩치만 있는 검사하고, 마법사가 있어.” 모든 이들의 귀를 하나로 모으고 최대한 작게 하는 소리에 잘 못들을 뻔 했지만 검사와 마법사란 단어가 내 귓속에 들어왔다. 아마도 감옥을 지키는 나쁜 아저씨들이 검사와 마법사 인가보다. 루나 누나의 말을 들은 다른 누나와 형들은 그 나쁜 아저씨들을 어떻게 혼을 내줄까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듯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던 루나 누나가 나쁜 아저씨들을 혼내줄 방법을 떠올렸는지 순간적으로 고개를 쳐들었고, 그와 동시에 블루 형의 눈과 마주치며 뭔가 이야기를 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쳐다만 보기를 10초 정도 흘렀을까? “좋아! 그럼 블루는 마법사를 맡고, 미르가 저 덩치를 친다. 필라르는 제드를 보호한다. 가브는 계속 정령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리고 리디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도록.” 아무래도 루나 누나와 블루 형은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상대인가 보다. 그러니까 누나가 저렇게 말해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으니... 누나의 명령을 받은 그리디아 누나가 뒤쪽으로 빠지다 가르시미르 형이 앞으로 뛰어가서 검을 들고 있는 나쁜 아저씨를 상대하고 있을 때 내 옆에 있는 블루 형의 모습이 사라졌다. 정신없이 싸움을 하고 있는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모든 게 느릿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을 부인하고 싶었다. 누군가 죽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한 난 마법사라 칭해지는 나쁜 아저씨가 죽는 것을 보고, 이일이 빨리 끝나서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수 있기만을 기다리는 아이가 될 수 없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뒤 늦게 필라르 형이 눈을 가리는 바람에 가르시미르 형이랑 싸우는 나쁜 아저씨가 죽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싸움이 끝이 났는지 더 이상 검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제드! 저 문을 어떻게 열지?” 싸움이 끝나자 루나 누나가 내게 자물쇠를 어떻게 여냐고 물어 보는 소리에 내 눈을 가리고 있던 필라르 형의 손을 치우고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나쁜 아저씨들이 없었다. 죽었으면 그 시신이라도 있어야 마땅하거늘, 하지만 그걸 물어볼 수 있는 군번이 아니므로 난 누나의 질문에 답해줬다. “그 문은 마법사만 열수 있다고 했어요. 마나로 결계를 쳤기 때문에!! 전에 문을 여는 것을 보았을 때 두 세 명의 마법사가 달라붙어서 겨우 열었어요. 아니면 소드 마스터가 있어야 해요.” 내 설명을 들은 루나 누나는 자물쇠를 자세히 바라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만져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기야 다른 자물쇠라면 열쇠만 꽂아 넣으면 끝인데 이 자물쇠는 마법사와 소드 마스터의 힘이 있어야 열리니 당연한 고민인 듯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물쇠를 보고 고민을 하고 있는 루나 누나를 다른 누나와 형들이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쳐다봤다. 한참을 그렇게 자물쇠만 쳐다만 보던 루나 누나는 자물쇠에서 시선을 돌려 다른 누나와 형들의 시선을 싸그리 무시하고는 오로지 내 뒤에 있는 필라르 형 만을 바라보았다. “필라르~드디어 일다운 일을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자~저 문의 자물쇠에 검을 쑤셔 박아라.” 누나의 말에 모든 시선이 필라르 형에게 집중되었지만 형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루나 누나를 쳐다보았다. “필라르야~니가 소드 마스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인데 지금에 와서 빼면 감정 상하니까 알아서 해결햇.” 혀,형이 소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는 흔하지 않는데, 가까이서 소드 마스터를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나의 명령을 받은 필라르 형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냐는 시선을 누나에게 보내면서 검을 뽑아 들었다. 새하얀 검신을 타고 흐르는 빛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는 이미 자물쇠는 열려져 있는 상태였다. 자물쇠가 열려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루나 누나가 내 등을 떠밀며 문을 열어라고 했다. 아마도 갇혀 있는 사람들이 누나들과 형들 같이 타지인들을 보고 경계하는 것보다 나를 먼저 봄으로써 안심시키라는 뜻인 것 같았다. 끾끼끼이이익 문고리를 잡고 힘껏 밀어내자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난 그곳에서 날 알아봐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도련님! 저희를 구해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제드 도련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소리를 들어서 난 정신이 멍해졌다. “조용히 좀 하세요. 만약에 여기서 시끄럽게 굴면 위쪽에서 감시하고 있던 사람들 귀를 자극하게 될 테니까.” 루나 누나의 한마디에 감옥 안은 조용해졌다. 누나를 적으로 알면 안돼는데, 그래! 소개! 소개를 안했구나. “여기 계신 분들은 나와 여기 있는 사람들을 구해준 은인이야.” 난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루나 누나와 일행들을 천천히 소개시켜주었다. “여기 있는 누나는 내가 나쁜 놈들한테 쫓겨 죽기 일보 직전일 때 도와주신 루나 누나이고 뒤쪽에 계신 분은 블루 형, 가브리엘 형, 그리디아 누나, 가르시미르 형, 필라르 형 이야.” 소개가 끝나자 감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였다. “루나 누나~여기 계신 분이 케이루스 아저씨야. 그리고 그 뒤로.........중략...........이야.” 난 또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을 루나 누나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안녕하세요. 천천히 인사를 나누고 싶은데 아직도 위쪽에 일이 있어서 우린 가봐야 겠군요.” 기사아저씨들과 저택에서 일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을 봐서 기쁨에 들떠서 아직 가족들을 구출하지 못한 것을 한순간이나마 잊고 있었는데 다행히 누나 덕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한 가지 일을 처리한 루나 누나는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뒤돌아 가려고 할 때 케이루스 아저씨의 큰 손이 누나의 어깨를 꽉 잡았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저희도 따라 가겠습니다. 저흰 주군을 지키지 못하고 갇혔습니다. 그러니 저희도 갈수 있게 해주십시오.” 케이루스 아저씨 덕에 걸음을 멈춘 누나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체념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다면 두세 명만 따라 오세요. 너무 많으면 걸리적거리고 또 여기 있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니까요.” 케이루스 아저씨의 동행을 허락한 누나는 어서 데리고 갈 아저씨들을 뽑으라는 식으로 쳐다보았고, 이에 아저씨는 누나에게 허락받은 두세 명을 뽑기 위해 기사 아저씨들이 서 있는 곳을 유심히 보시다가 마르스 아저씨랑 그린 아저씨를 뽑고는 모두들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 기사 아저씨들이 다 뽑히자 루나 누나는 문을 통해 감옥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간 루나 누나는 우리들이 다 나오자 서둘러 어둑한 통로를 향해 걸어가는 것을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 차가운 물방울들이 간간히 떨어지는 계단을 올라오자 지하하고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밖엔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우린 달려가지는 못하고, 여기 왔을 때처럼 벽에 찰싹 달라붙어서 문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면서 빗방울에 옷이 조금 젓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일일이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문이 열려져 있었기에 문을 열 수고를 던 우리들은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오자 우리를 반긴 것은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들뿐이었다. 예전엔 활기찼는데.....너무도 텅 비어버렸다. 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나에게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건물 안이 너무도 넓다고 생각이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내 가족들이 갇혀있는 곳은 3층에 있는 아버지, 어머니의 방....그곳까지 무사히 갈수 있을까? 날 업은 케이루스 아저씨의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옆에 있는 기사 아저씨들도 이마와 얼굴에 비를 맞고 왔다고 하면 믿을 정도로 많은 양의 땀을 흘리고 있으면서도 닦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내 집을 이렇게 도둑같이 들어오는데 느낌이 이상야릇하였다. 삼층으로 올라가는 내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가면 내 가족들이 잡혀 있는 곳임을 안 난 손을 들고 입을 열다가 다시 꾹 다물었다. 루나 누나가 많이 긴장한 기사 아저씨들에게 따끔한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잠시 쉬고 있는데 내가 못 쉬게 입을 열면 안 되니까 잠시 시간을 두고 말을 했다. “누나누나! 저기야! 저기에 우리 가족이 갇혔어.” 저곳에 내 가족들이 붙잡혀 있었다. 저 코너에서 돌면 나오는 방이었다. 내 말을 들은 루나 누나는 코너 근처에 슬금슬금 다가가서 그곳의 동태를 살피더니만 다시 돌아와서 내게 물었다. “제드! 방에 누가 잡혀 있지?” 그러고 보니 아직 내 가족들을 말하지 않는 게 생각이 났다. “우우웅~그러니까 아버지 하고 어머니, 그리고 누나가 잡혀 있어.” 내 말을 들은 루나 누나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방문 앞에 있는 인간을 소리 소문 없이 죽일 실력 있는 자?”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는 가운데 누나의 푸념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의 푸념 소리에 나도 한숨을 푹 쉬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를 구할 수 없잖아. “하아~어떻게 한다? 무작정 갈수도 없는 노릇이고....” 망설이는 듯한 루나 누나는 누나의 일행들을 쓰윽 쳐다보고 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앗! 케이루스 아저씨가...아저씨 저 감동했어요. “좋아요! 아저씨가 저 둘을 한꺼번에 골로 보내거나 기절을 시킨다면 블루가 순간 공간 이동을 시켜서 기척을 죽일 수 있어요. 단지 마나의 파동이 느껴 질 텐데.....가브가 실라이온을 불러내어서 정령장으로 마나 파장을 없애 주어야겠는데 할 수 있겠어? 상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겠어?” “물론 할 수 있어.” 정령? 또 볼 수 있는 건가? 아까는 중급이었는데 이번엔 상급정령이라고? 아차차차~지금은 그런걸 신기해할 때가 아니잖아. 우리 가족들의 안전이 우선순위니까! 케이루스 아저씨가 나아~쁜 아저씨들을 기절 시키자 가브리엘 형이 상급 정령을 불러냈고, 다음엔 블루 형이 나쁜 아저씨들을 내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켰다. “아차차~그냥 간단하게 정령보고 받쳐 들고 오라고 하면 될 것을 괜히 마법까지 쓰게 했네!” 루나 누나가 한 말을 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뒤로 벌러덩 넘어가는 게 심상치 않았다. 속닥속닥 뭐라고 하는 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루나 누나는 우리 집에서 하녀 중 한명의 모습으로 모습을 바꿔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간 시간이 꽤 흐른 거 같은데 깜깜 무소식이었다. 혹시 루나 누나마저 다치면 어떻게 해~한참을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렸나? “꺄아아악~~~~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뭐든지 다할게요!! 흑흑흑흑” 루나 누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일이 틀어졌다고 느꼈을 때 옆에 있는 블루 형이 뛰어나가려는 것을 가르시미르 형이랑 필라르 형 그리고 가브리엘 형이 막았다. “블루님! 루나를 못 믿으십니까? 겨우 저 정도로 루나가 쓰러지리라 생각하십니까?” 가르시미르형의 차분한 말에 블루 형은 달려가려는 힘을 빼고 다시 자리로 되돌아와서 앉았다. 블루 형은 루나 누나를 좋아하나보다. “꺄아아아.......................” 두 번째 비명소리가 들리자 이번엔 확실하게........잘 된 거 같았다. 그러니 저런 소리가 들렸지. “야~~들어와~~확실하게 정리됐어.” 누나의 말에 그곳에 있던 사람들은 방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리고 우린 평소의 생활을 찾게 되었고, 루나 누나는 우리들의 영웅이 되었다. 그렇게 즐거운 하루가 지나갔다. 그 하루 뒤엔. “히이잉~정말 가는 거야? 안가면 안돼?” 루나 누나가 떠나가려 했다. 다행히 내가 먼저 와있었기에 망정이지 찾아와보지 않았다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을 것이다. “제드야~~이 누나는 여행을 떠나는 중 이라 멈출 수 가 없단다.” 내가 가지 말라고 때를 써도 루나 누나는 거절을 했다. 슬퍼 라. “싫어...아아앙..가지마...시이로...가지마...흐아아앙” 또 울어버렸다. 귀족은 울면 안 된다고 했는데,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으로 우는 거야. “제드야! 이러면 안 된다. 루나님이 여행을 하시는데 방해를 해서야 되겠니?” 누나를 못 가게 막던 날 아버지께서 끌어당겨서 잡지 못하게 했다. 안돼는데, 이렇게 될 바엔 귀족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난 누나만 있으면 되는데....더 크게 울어버렸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제드야! 누나는 꼭 다시 이곳을 들릴 것이다. 그러니 그만 울렴.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10년이든 20년이든 니가 죽지 않고 있으면 돌아올게.” 내가 우는 게 안쓰러웠는지 누나는 하나의 약속을 했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겠노라고. “흐흐끅..정말...흐끅..이야?” “물론! 제드가 열심히 검술을 연마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찾아온다니까.” 윽~그건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건데, 검술을 하면 온몸이 다 아파서 수업안하고 빠져나갔는데, 누나가 점점 가까이 다가옴에 난 누나 품에 안겼다. 따뜻해~나를 꼭 안아준 누나는 아무도 안 들리게 비밀 이야기를 하듯이 내 귓가에 속삭였다. “제드야~이 모습은 사실 본 모습이 아니란다. 그러니 내가 본 모습을 살짝 너한테만 보여줄게~그러니 울지 말고 이 모습을 하고 루나 내지는 아이리스라고 한 여인을 보게 된다면 나로 알고 반겨줘야 해. 그때는 제드가 너무 커버려서 내가 못 알아보거든~” 그 소리를 들은 후 난 할말을 잊어버렸다. 세상에서 제일로 예쁜 어머니보다 더 예쁜 얼굴을 한 루나 누나. “이것이 마지막 내 선물이란다. 그러니 잘 있으렴~” 누나의 말에 난 퍼뜩 정신을 차리고 떠나가는 누나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지 않으면 누나가 그 예쁜 얼굴을 다시는 안보여 줄 것 같아서. “누나! 꼭 다시 와야 해. 10년이든 20년이든 기다릴게.” 그렇게 누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난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선언을 했다. “난 이제부터 검술 연습을 할 거야. 그리고....” 내가 이 말을 하자 내 가족들과 기사 아저씨 그리고 시민들이 한껏 웃으며 날 바라봐주었다. 하지만 뒷말에......넘어가버렸다. “루나 누나하고 결혼할 거야. 13년 정도는 극복할 수 있어!”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371 4 새 친구 집에서 - 1 그렇게 무라다 도시에서 떠난 지 어언 한달 남짓.......스토리가 떠오르지 않은 작가 임의대로 한달이라고 붙임. 사실 1년이라고 하려다가 인생무상이라는 것을 깨닫고는(이거하고 그거하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한달이라고 함. “저어기~보이는 곳이 바로 바르실미르의 수도인 바르미르 야! 어때? 멋있지?” 필라르의 말대로 꽤 화려한 도시였다. 일국의 수도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북적북적 거렸고... 수도 안으로 진입할 때는 필라르를 앞에 내세우고 자동 통과했다. “자아~언제나 마찬가지지만 여관이나 먼저 찾아. 난 쉬고 싶단 말이야~” 그 말에 일행들은 두리번거렸다. 마침 내 눈에 커다란 집이 눈에 띄었다. “저기 있어.” 내가 바라보고 있던 집을 가브가 손으로 가리켰다. “따샤! 나도 봤어. 자~~모두 저 여관으로 진격~~” 사람이 많이 돌아다니는 관계로 우리는 서행을 하며 겨우 당도할 수 있었다. 말은 점원에게 맡겨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했던 대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특실로 2인실 방 3개 주세요.” 꼬리 달린 도마뱀이 세 마리나 있는 관계로 돈을 펑펑 씀. 물론 그중 푸런 드래곤은(그리디아) 땡전 한 푼 없음. 그 말을 하자 주인인 것 같은 인간은 입이 헤~벌어졌다. “저 소년을 따라 가십시오. 그리고 이건 방 열쇠입니다. 식사는 아무 때나 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인의 말을 들으며 흰색으로 쫙 빼입은 소년을 따라 올라갔다. 소년은 우리가 묵을 방을 가르쳐주고 아래로 내려갔다. “자! 이건 우리꺼 두개는 알아서 해.” 열쇠를 던져주며 리디와 같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저 이런데는 처음 와 봐요.” 화려함으로 도배를 한 방을 보고 리디는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난 이런 방들은 많이 봐 온 관계로 욕실을 찾아서 먼저 씻었다. 물기를 닦고 나오자 리디는 여전히 방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리디야, 이제 그만 보고 씻지 않으련~난 더러운 건 딱 싫은데.” 말을 듣고는 리디는 구경하는 것을 멈추고 재빨리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흐음~슬슬 출출해 지는군. 내려가서 뭐라도 먹어야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블랑슈를 어깨에 올리고는 리디가 다 씻자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오늘의 특별 요리로 두개 주세요.” 점원에게 주문을 하고 정면에 앉아 있는 리디를 쳐다보았다. “리디야! 그만 봐라. 닳겠다. 이제 이것 보다 더 화려한곳을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니? 제발 좀 자중해라.” 식당에 들어와서 리디의 몸은 의자에 앉아있되 눈은 사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레이디~~합석을 해도 될까요?” 그 소리가 아마도 내 옆에서 들리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는바 우리에게 하는 소리일 것이라는 것을 알아챈 난 입을 열었다.(생긴 것도 별로이면서!! 내 주변엔 꽃 미남으로 도배를 하고 있어서 웬만한 미남은 상대하지 않음) “싫습니다. 저흰 일행이 아닌 다른 사람과는 합석을 하지 않습니다.” 딱 잘라 말하자 그 남자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 레이디께 한말이 아니라 저쪽 녹색 머리를 하신 분께 말하는 거였습니다만?” 자신의 말을 다 한 사내는 리디를 쳐다봤다. 왠지 자존심이 상했지만 약간 참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짜증 수치가 점점 올라가다가 폭발하는 수준에서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말이 나왔다. “야! 니가 뭔데 우리 루나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러고도 살아남으리라고 생각한건 아니겠지?” 엄청 싸가지 없는 말에 그 남자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더라도 당신의 손에 죽고 싶군요.” 남자의 말에 리디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언제 가져온지 모른 이카로스를 빼서 위협을 했다.(그동안 미르한테 혼나고 깨지면서 열나게 배움) “빨리 가라.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죽이겠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때 마침 식당 안으로 네 따식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지금 뭐하는 거야? 그것도 루나 앞에서?” “그러게, 죽고 싶어서 환장했냐? 그리디아 어서 검을 회수해라.” “어서 검을 거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리디아님~~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참고로 블루 미르 가브 필라르의 순서였다. 네 따식이 등장으로 리디는 사내를 위협하던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지만 쏘아보는 눈빛 만은 변하지 않았다. “어서 루나님께 범한 무례를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용서해도 뒤쪽에 있는 사람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딱딱한 말을 내뱉을때 따식 이들은 알아서 자리를 찾아들어가서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루나! 무슨 일 있어? 왜 차분하던 그리디아가 흥분한거야?” 따식이들의 대장인 블루가 묻자 리디가 상황 설명을 해주었다. 이 일로 하여금 다시 리디의 인간을 싫어 하는 증세가 도질 듯 싶다. “메야~~너 죽고 싶냐?” 리디의 상황 설명을 다 듣고 사극을 하는듯한 미르를 보고 난 그 남자에게 말했다. “당신의 사과는 필요 없으니 지금 당장 이곳을 나가줬으면 하는군요. 그렇지 않으면 이들이 당신을 칼집 낼 수도 있으니 말 이예요.” 따식이들의 등장에 그러잖아도 놀라고 있던 남자는 내 말에 열나게 도망쳤다. 그 남자가 도망치자 우린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 따식이들은 늦게 나온 관계로 조금 늦게 먹음. “그럼 오늘은 피곤하니까 내일부터 돌아다니자.” 리디가 나가자고 조를까봐 미리 못 박고는 안으로 들어가서 열심히 취미생활을 즐겼다. 그렇게 열 두 시간을 넘게 자고나자 정말로 상쾌하기 그지없었다.(다른 인간들이었으면 온몸에 힘이 쭉쭉 빠지고 머리가 멍해서 움직이지도 못하거나 허리가 아팠을 것이다.) “아함~~~잘 잤다. 어! 리디는 벌써 일어났네? 좋은 아침이야~” 미리 일어난 리디는 내 앞에 세숫물을 대령해놓고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그런 리디의 정성을 생각해서 사양하지 않고 씻고는 수건을 건네 받아 물기를 닦았다. “그럼 우리 밥 먹으로 가자~~랄라라라랄라라~~” 콧노래를 부르며 아래로 내려가자 따식이들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식사하고 구경 가기다? 알았지?” 일행들의 말은 듣지도 않고 내 맘대로 정하고 나서 미리 나온 아침 식사를 맛있게도 냠냠 했다. “필라르 이제부터 가이드로써 확실하게 진가를 발휘해봐. 설마 바르미르는 한번도 안와 봐서 지리를 잘 몰라 라는 말은 하지 않겠지?” 아직도 피곤함이 가시지 않는듯한 얼굴에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 필라르에게 구경하는데 안내하라고 했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리디의 반짝이는 눈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그래서 지금 영원한 우리의 가이드인 필라르를 앞에 세우고 수도 구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옆에는 리디가 뒤엔 세 따식이들이 버티고 서있어서 수작 걸려는 인간들은 보이지 않았다. “저기는 바로 헤로우스님의 신전이야. 멋지지?” 황금빛으로 도배를 한 신전 앞에 서서 필라르는 침을 튀기며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여기가 태양신의 신전이라는 말이군. 그럼 달의 여신 아르테스의 신전은 옆에 있는 은색으로 번쩍거리는 건물이야?” 오랜만에 아는척하는 내 말에 필라르는 맞다고 하며 부연 설명을 열심히 했지만 내가 알아야 할 사항이 아니므로 한귀로 듣고 흘려버렸다. “루나님 우리 저기 들어가봐요. 그리디아는 저기 들어가 보고 싶어요.” 리디의 간절한 소망에 신전을 들어가기로 결정을 하고 여전히 필라르를 정면에 세운 채 신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신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기를 맡겨 놓고 가십시오.” 정문을 지키고 있는 성기사는 금색의 갑옷을 입고 입에 미소를 머금고 친절하게도 말해줬다. “엥? 전에 샤이니에서 샤이니스님의 신전에 들어갈 때는 그냥 들어갔는데?” 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성기사 아저씨에게 순진무구한 미소를(?) 지으며 약간 토라진 것처럼 말을 했다. “아마도 그때는 미카엘님이 그곳에 방문하셨을 때 일겁니다. 대사제님께서 방문하셨을 때는 무기를 소유 할 수 있습니다. 대사제님께서 계실 때는 무기를 들고 설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그때만은 예외지요. 그런데 요즘은 대사제님들이 계실 때도 무기는 소유하지 못하게 신왕께서 명을 내리셔서.....아무튼 무기는 맡겨놓고 가십시오.” 기나긴 설명을 하는 성기사가 안쓰러워 필라르와 리디, 그리고 미르를 쳐다보았다. “너희들 여기 계신 성기사 아저씨한테 무기 맡겨. 안 그러면 신전에 안 들어간다?” 그 말에 먼저 리디가 솔선수범하여 이카로스를 맡기고 나머지 따식이들도 맡겼다. “그럼 성기사 아저씨~열심히 경비 서세요.” 아주 다정하게 말하고 들어가려고 할 때 성기사가 갑옷이 무거워서인지 쓰러지려고 한건 아마 내가 잘못 본 것일 것이다. 안으로 들어오자 여러 건물이 여기저기 띄엄띄엄 있었고 건물을 잇는 길은 모두 다 하얀 대리석으로 깔려 있었으며 대리석이 깔리지 않는 곳은 아름다운 꽃과 나무, 그리고 동상들이 즐비하게 서있었다. “저기가 예배를 드리는 곳이야.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한 개의 건물이지. 나머지 건물에는 외부인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어.” 우린 필라르의 말을 들으며 정면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는 많은 인간들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지 뭐라고 씨부렁거렸다. “헤로우스님의 축복이 있으시길...전 헤로우스님의 종인 아르 라고 합니다. 여긴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예배당 문짝 옆에서 한 신관인 듯한 남자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흰 예배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하는 필라르의 말에 신관은 기쁜 듯이 목소리에 활기가 서려있었다. “그러십니까? 그럼 저를 따라 오십시오.” 아르 라고 불리는 신관을 따라 한쪽 구석탱이로 안내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원하지도 않은 기도를 하게 되었다. “이런! 이게 무슨 꼴이야? 다 너 때문이야.” 네 명의 따사로운(?) 시선을 받은 필라르는 그저 아무것도 못 느낀다는 듯이 눈을 감고 씨부렁거렸다. 젠장할~~확 뒤집어 말어? 진짜로 성질 많이 죽었다. 기도 올리는 척하며 온갖 잡생각에 온갖 욕을 해대며 시간을 죽이고 있자 예배가 다 끝났는지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필라르 문딩이야~~너 때문에 괜히 시간만 죽였잖아? 좋게 그냥 구경하러 왔다고 하면 될 것을 가지고 괜히 잘난 채 하느라 우리까지 맘에 없는 기도하느라 죽는 줄 알았잖아?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주~우~거~쓰~~~” 따식이와 따순이를 대표로 약간의 협박을 하자 필라르는 아르테스 신전에 가자는 말을 하며 내 말을 씹었다. “성기사 아저씨~아까 맡겨둔 물건 찾으러 왔어요~” 정문을 지키던 성기사는 나의 코맹맹이 소리를 듣고 어색하게 웃으며 무기를 돌려주었다. “그럼 아르테스님의 신전으로 가자.” * * * * * * * * * * * * * * * 성기사 생활 10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말에 난 움찔의 정도를 지나 쓰러질뻔 했다. 모든 이들이 날 성기사로 추대하며 받들면서 한마디씩 인사를 했는데 어찌된 게..... “잠깐 기다리십시오. 신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기를 맡겨 놓고 가십시오.” 키 작은 꼬마 숙녀를 위시한 여러 명이 헤로우스님의 신전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다 나보다 나이가 적어 보였지만 우선은 언제나 그렇듯이 경어를 썼다. 젊은 인간들이 어찌된 게 너도나도 검을 가지고 있는 건지...여행자인가? “엥? 전에 샤이니에서 샤이니스님의 신전에 들어갈 때는 그냥 들어갔는데?” 귀여운 소녀는 앙 토라진 모습으로 나에게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귀여운 것 같으니라고....나도 저런 딸이 하나 있었으면....’ “아마도 그때는 미카엘님이 그곳에 방문하셨을 때 일겁니다. 대사제님께서 방문하셨을 때는 무기를 소유 할 수 있습니다. 대사제님께서 계실 때는 무기를 들고 설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그때만은 예외지요. 그런데 요즘은 대사제님들이 계실 때도 무기는 소유하지 못하게 신왕께서 명을 내리셔서.....아무튼 무기는 맡겨놓고 가십시오.” 예전엔 무기를 소지하고 가도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미카엘님이 샤이니스님의 신탁을 받은 후로 신왕께서 명을 내려 모든 신전에 무기 휴대를 금하고 있었다. 내 설명을 들은 꼬마숙녀는 일행들에게 훈계를 하듯이 말하고 있었다. 아니 협박이라고 해야 하나? “너희들 여기 계신 성기사 아저씨한테 무기 맡겨. 안 그러면 신전에 안 들어간다?” 아저씨...아저씨......아저씨!!!!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가 녹색머리를 한 소녀가 내게 검을 맡긴 것을 시작으로 그곳에 있던 녀석들은 검을 꺼내서 내게 맡겼다. “그럼 성기사 아저씨~열심히 경비 서세요.” 순간 난 휘청거리고 다리를 붙잡지 못해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아저씨라닛....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오늘에서야 듣게 되었다. 아저씨....충격이 너무나 커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그 소녀의 일행들이 밖으로 나왔다. “성기사 아저씨~아까 맡겨둔 물건 찾으러 왔어요~” 저 목소리만 아니었으면 따끔하게 혼냈을 텐데.....자신들의 무기를 되찾아 아르테스님의 신전으로 들어가는 소녀의 일행들......그곳에 있는 성기사도 약간의 충격을 먹을 게 당연하다. 슬픈 눈을 가진 꼬마 숙녀.....그렇게 울고 싶어 하는 눈을 하고 밝은 목소리를 내면 다른 사람이 대신 울고 싶어 해진단다. 헤로우스님의 이름으로 너의 눈의 슬픔에서 벗어나길 빌 마! 아저씨라고 안하면 더 좋을 텐데...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244 6 새 친구 집에서 - 2 무기를 받고 위풍당당 옆에 붙어있는 아르테스 신전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도 무기 소지가 금지되어 있어서 은색 갑옷을 입은 성기사한테 맡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헤로우스님의 신전은 왠지 모르게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이곳에는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요.” 두리번거리며 할말은 다하는 리디를 보고 나도 한마디 해줬다. “우리 언제 시간나면 여름 피서지로 여기 올까? 먹을 것하고 돗자리만 가지고 가면 딱 좋겠지?” “그래요. 헤헤~~시원하게 음료수도 원샷하고 간식도 먹고~” 리디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필라르의 말은 듣지 않은 채 따라갔다. 가던 도중에 흰옷에 은색 실로 수 놓아진 옷을 입은 한 무녀를 만났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목소리마저 성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필라르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아르테스님께 기....” 필라르가 다시 한번 아까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내가 먼저 무마시켰다. “호호호! 저흰 아르테스 신전에 그저 관광차 들렀습니다.” 내 말을 들은 그 무녀는 상냥하게 웃으며 예배당을 가리키며 저곳만 볼수 있다는 말을 한 채 갈 길로 갔다. “필라르~오늘날 죽고 싶냐? 다행히 루나가 나섰기에 망정이지 또 한번 기도할 뻔 했잖아.” 블루의 살기가 쬐금 들어간 말에 그는 식은땀을 약간 흘리며 앞장서 걸었다. 예배당 안에는 헤로우스 신전과 마찬가지로 많은 인간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정면을 바라보자 전에 미카엘이 입었던 옷 비스 무리한 것을 걸친 덩치 큰 아저씨가 뭐라고 씨부렁거렸지만 흥미가 없는 난 그냥 한번 쓰윽 보고 일행들을 데리고 나와 버렸다. 역시 신전에는 볼거리가 없다는 만국공통의 생각을 하며 다시 밖으로 나갔다. “루나! 아까 그 사람이 입고 있던 옷...혹시 미카엘님이랑 비슷하다고 생각되지 않니?” 미르는 좀 전의 일을 회상하듯이 입을 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마도 대 사제 중에 한 명이겠지.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점심 식사시간이 되는데 식당이나 찾아봐.” 위장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필라르에게 째림을 주자 필라르는 알아서 안내를 했다. “저기가 여기서는 그래도 비싸고 맛있기로 유명한 식당이야. 나도 한번 가봤는데 눈 돌아가게 비싸고 맛있었어.” 설명을 하며 호화롭기 그지없는 식당으로 우리를 끌고 갔다. 우리가 식당 안에 들어서자 점원이 알아서 쪼르르 왔다. “손님들! 식사 시간이라 일층은 이미 자리가 다 찼으니 이층으로 가심이 어떠한지요?” 아직 일층이 다 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비싼 데로 안내하자 우리에게는 빵빵한 물주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일층은 무지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층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손님들 저쪽 창가에 자리가 있으니 앉으시지요.” 점원의 말에 우리들은 창가 바로 옆에 있는 전망 좋은 테이블에 앉았다. “저희가게에서 특별히 엄선된 재료를 가지고.....................” 쉴 새 없이 나오는 말에 경의를 표하며 점원의 입을 막았다. “필라르~알아서 주문해!” 그리고는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왕창 돌아다니고 상점 주인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상술을 동원해 길 가던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따스한 정오의 햇살을 받으며 졸음이 오는 것을 초인내적으로 참으며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주문하신 식사가 나왔습니다.” 소리가 들림과 동시 여러 점원이 요리가 담긴 접시를 날라 한상 푸짐하게 차려놓고 내려갔다. “그럼 이제부터 식사를 하도록 하지.”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고는 한입 먹어보았다. “오옷~~획기적인 맛이다. 필라르!! 오랜만에 맘에 드는 일을 하는구나.” 그 말에 필라르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소화를 시키며 먹기 시작했다. 음식이 너무 많은 관계로 누가 먹어도 모자라지 않았으니까. “후와~~이제야 살 것 같다.” 겨우 식사를 끝마친 난 일행들을 둘러보며 말을 했다. 아직도 따식이와 따순이는 덜먹었는지 오물오물 거렸다. 마침내 따식이와 따순이가 다 먹자 접시들이 치워지고 차를 들고 왔다. “우왝! 무슨 차 맛이 이래?” “정말이지 정떨어지는 군.” “그러게요. 풀냄새가 나요.” “...............” 먼저 차를 마신 퍼렇고 삘겋고, 푸런 드래곤들이 한마디씩 했고 가브는 그저 묵묵히 차를 마셨다. 대체 무슨 맛이기에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직접 임상실험을 하기 위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우익~~” 내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차 맛이 형편없지?” “난 괜찮은데요.” “맞아!” 세 마리의 드래곤의 삼구동성에 한 엘프와 인간이 말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흐흑~이건 내가 그리워하던 차야. 이름이 뭐지? 혹시 녹차 아냐?” 경험 많은 필라르를 쳐다보며 말하자 필라르는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어? 그 차는 바르실미르 왕국에서만 판매되는 건데 아주 비싸서 상류층에서도 힘들게 구할 수 있다고 하던데...” 필라르의 말에 난 감동했다. 드디어 내가 인간이었을 적에 자주 마시던 그 차를 맛보게 된 것이다. “좋았어! 블루~넌 이 찻잎을 식당에서 사라. 내가 마실 테니, 아아~그렇게 쳐다보지 마! 녹차가 얼마나 인체에 좋은지 너희들은 모르는구나? 녹차는 말이지 비타민C가 풍부하게 들어있고 다이옥신을 배설해 주는..........아주 좋은 차야.” 장황한 설명을 하고나자 목이 컬컬해진 난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럼! 블루야! 맡은바 일은 확실하게 하고 오도록~” 블루에게 녹차 잎을 사게 하는 것과 동시에 점심 값을 덤으로 붙여주었다. “이햐~~너 차 마실 줄 아는구나?” 필라르의 탄성에 난 그저 어깨를 으쓱 거렸다. “당연한 것 아니겠어?” 녹차를 아주 쬐금씩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렇게 생각했다. 제발 여기서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세요~꼭 수도로 오면 한두 개씩 일이 터졌으니까. 그렇게 빌고 있을 때 블루는 찻잎보따리를 들고 우리한테 왔다. “그럼 이만 나가보자. 더 쉬고 싶은 사람 없지?” 차를 원샷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로 내려갔다. “루나~똥개 훈련시키냐? 진작에 내려왔으면 내가 안 올라갔어도 됐잖아.” 블루의 말도 안돼는 트집은 한 구석에 집어넣고 다시 식당을 나갔다. “필라르 이젠 어디로 갈 거지?” 기대에 부푼 난 필라르를 다정스럽게 쳐다보았다. 필라르는 그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이 손가락으로 한 군데를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내 시선도 그곳으로 돌아갔다. “저기엔 사람들이 다니는 큰 공원이 있어. 가면 엄청난 분수대도 있고 나무하고 의자도 쫘~아아악~깔려있어. 그리고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필라르의 말에 리디가 나를 애원하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럼 그리로 가자. 왠지 잠이 올 것 같은데?” 나의 한마디에 의해 내 떨거지들은 무조건적으로 따랐다. “에~그러니까 저기는......또 요긴.....저 짝에 있는 것은.......이 짝에는....조오~쪽에는.....그리고 여기는........!!!!!” 필라르의 엄청난 설명을 들으며 머리에 쥐가 내리는 듯한 고통이 일었지만 그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우리들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오로지 앞만 보고 있었다. 문딩이 같은 놈! 그렇게 말하면 지겹지도 않으냐? 입 아파서 말도 못하겠다. 이런 내 생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입을 나불나불 거렸다. “마지막으로 저기 한 가운데 있는 분수대가 바로 이 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 더운 날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밀리는지 잘못하면 압사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웬일로 사람이 별로 없네?” 이제껏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 곳 바르미르의 날씨는 여름 날씨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처음에 필라르가 분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미어터질 줄 알았는데 우째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 주변엔 사람들이 많이 있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저~~어~기 사람이 있는데?” 미르의 손가락을 따라가 보니 진짜로 사람이 있었다. 분수대에 가리워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말해서 여러 명이 아닌 따~알~랑 2명 뿐이었다. 남녀 한 쌍.....분수대 곁엔 아주아주 많은 벤치가 놓여있었지만 우째 인간들이 그저 ‘쉭 쉭’ 피해가므로 장난 아니게 썰렁해진 것을 방지하기위해 일행을 끌고 걸어갔다. “이야~정말이지 장난 아니게 시원하잖아. 그렇지 않니?” 필라르의 나불거리는 입을 한대 뭉겨버리고 싶었지만 꾸우욱 참으며 물에 손을 집어넣어보았다. “앗!! 차거......가 아니라 그저 시원한 정도잖아?” 손을 물에서 꺼내며 옆에 있는 블루의 옷에 쓱쓱 닦았다. “루나야야앙~~뭐하는 짓이지? 옆에 하고 많은 놈들 놔 두고 하필이면 나냐?” “그거야 가까이 있으니까. 게다가 블루의 옷이 물하고 친하게 생겼잖아. 안 그래?” 물기를 싹 닦아낸 난 블루의 눈빛공격을 피하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상하다. 왜 사람들이 시원한 이곳은 오지 않고 멀리 떨어진 벤치에 앉았지? 더구나 저 눈빛은 뭐야? 기분 나쁘게 시리.” 이상하게도 인간들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자리를 잡고 우리를 눈을 크게 부릅뜨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저희들 때문일 겁니다.” 나오라는 질문이 다른 곳에서 나왔다. 바로 분수대 곁에 있는 인간들 중 남자의 말....분수대가 컸고, 우린 그 인간들과는 반대쪽에 앉아있었으므로 얼굴은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가브는 물속에 손을 집어넣은 채 반대편을 향해 말했다. “저희들이 꽤 한 가문하는 사람들이라 저들이 피하는 겁니다.” 어느 가문의 도령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의바른 말에 ‘된 놈이다’ 라고 생각했다. “겨우 그 정도 때문에 피하다니.....피해의식이 있어서 그러나? 미르야~뭐하는 거야? 블랑슈 가지고 장난하지 마. 리디는 어디에 찰싹 붙는 거야? 떨어져. 덥단 말이야. 블루는 인상 좀 펴라, 아까 한 일 때문에 아직까지 삐진 건 아니겠지? 야! 필라르, 어디다가 발을 담그려는 거야? 환경 오염시키지 말고 제발 가만히 있어라.” 차분한 가브를 뺀 일행들의 행동에 일일이 신경을 쬐금 쓰느라 머리가 아파왔다. “대단하시군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우리 곁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는데...” 여전히 일행들을 따끔하게 혼내주고 있다가 그 남자의 말에 약간의 시간을 내서 말했다. “우린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블랑슈~물속에 던져버리기 전에 빨랑 원 위치. 블루야! 겨우 그까짓일 때문에 위~이~~대한 존재가 삐져서야 되겠어? 미르랑 필라르는 내가 나중에 이뻐해 줄게. 그러니까 가만히 좀 있어. 이것들이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냐? 이참에 확 나 혼자 톡낄 수 있어?” 한참을 소란 피우던 따식이와 따순이는 순간 조용해 졌다. 마지막 말에 약효가 나타났는지! “대단한 분이시군요.”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팍 돌리고 말했다. “고마워요. 그런데 누구세요? 이름이라도 알고 말하는게 어떤가요?” 분수가 여전히 뿜어져 나왔기에 반대편은 물에 가리워져 보이지 않았다. 단지 기다란 갈색 머리와 은발의 사람이라는 것밖에......... “호호호! 이제 보니 자기소개를 하지 않은 것 같군요. 제 이름은 세르아 카바야사 라고 하고 제 옆에 계신 남자 분은 라이너 플라시도 라고 하지요.” 친절하게도 성까지 가르쳐준 여자에게 나도 친절하게 말했다. “제 이름은 루나 라고 하고요, 분홍색 머리는 카인, 하늘색 머리는 블루, 녹색은 그리디아, 그리고 금발은 가브리엘, 마지막으로 우리의 일행 겸 가이드인 필라르하고 해요.” 일일이 누구인지 설명하기 싫어서 간단하게 머리색으로 나누어서 이름을 밝혔다. “저희가 그쪽으로 갈까요? 아님 루나 일행들께서 이쪽으로 올 건가요?” 날씨가 더운 관계로 움직이기 싫은 나는 그쪽에서 오라고 말하고는 블랑슈를 물속에다 집어넣어서 물고문을 하고 있었다. 감히 내 앞에서 미르한테 달라붙은 죄였다. “루나양은 좀 과격하군요?” 어느새 돌아왔는지 그들은 내 앞에서 일행들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말을 안 들은 죄라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블랑슈를 물에서 꺼내서 돌 위에 올려놓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환상의 커플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선남선녀라고나 할까? 은발의 사내와 갈색머리를 위로 틀어 올린 여인. “그런데 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지요?” 아까부터 많이 궁금해 하다가 그들이 나타나자 대뜸 물어보았다. “그 이유는 저희집안이 좀 힘이 있어서 그런 겁니다.” 라이너라는 남자의 말이 맞는지 곧 한 무리의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라이너 도련님! 이곳에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얼마나 찾았는지 아십니까? 아니 이런 세르아 카바야시님께서도 계셨군요? 미처 몰라뵌 점 용서하십시오.” 기사의 말을 들어보니 방금 라이너의 말이 맞는 듯 했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지요. 그런데 무슨 일로 라이너를 찾았는지요?” 라이너가 할말을 대신한 세르아의 말에 기사는 굉장히 친했는지 친절하게도 가르쳐주었다. “지금 저택에서 플라시도 후작 각하께서 찾으십니다. 왕궁에서 바스라의 몬스터들을 처리하는데 그리로 가라는 명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 말에 세르아는 얼굴이 하얗게 탈색이 되서 부들부들 떨었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왜 하필이면 라이너가 가야합니까? 정말이지 믿지 못할 일이군요.” 약간 소리를 죽여서 주변의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한 말에 기사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세르아....분명히 이 계획은 프란시스 공작이 벌린 일 일것이다. 우리 집안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까 숙청을 하려고 나를 그리로 보내라고 했겠지.” 으레 그런 말을 들으면 화를 내거나 침울해 있거나 가기 싫다고 어디에 하소연이라고 해야 할 텐데 라이너는 짐작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담담하기만 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참말로 질문한번 빨리도 하네. 그제서야 우리가 보이는지 그들은 의심의 눈을 하고 쳐다보며 라이너에게 물었다. “오늘 만난 친구들이다.” 엄청 짧은 말에 기사는 웬일이지 의심을 풀고 친절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전 라이너 도련님의 호위를 하고 있는 프로스 볼크라인 이라고 합니다.” 친절하게 인사를 하는 그에게 나도 아까와 같이 친절하게 소개를 시킨 후 한마디 덧붙였다. “볼크라인 아저씨는 라이너 씨를 엄청 신뢰 하나 봐요? 보통 사람 같으면 계속 의혹의 눈을 가지고 뚫어져라 쳐다보던지 아님 관심을 끊었을 텐데...” 그 말에 그 일대는 웃음의 도가니탕이 되었다. 대체 내가 뭘 또 잘못 말했나 생각을 해봐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띠이이~왜 그렇게 웃는 거야? 감정 상하게 시리!” 한참을 웃다가 말하는 꼴이란....볼크라인보고 아저씨라고 말한 최초의 사람이라나? “그런데 루나양과 일행 분께서는 어디 따로 가실 곳이 있나요?” 세르아의 말에 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어차피 이 곳만 보고 또 여행을 가려고 했으니까. “와우~그럼 잘됐다. 같이 라이너의 집에 가자.”(이게 언제 또 반말로 바꿨지?) “내가 반말로 해서 기분이 상했나요?” 연속으로 물어보는 말에 이놈의 따식이와 따순이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나만 보는 바람에 내가 대신 말을 했다. “아니~괜찮아. 어차피 나도 높임말을 쓰는 체질이 아니거든. 그럼 이번에 진짜로 친구하는게 어때? 좋은 생각이지?" 나의 말에 세르아는 환하게 웃으며 끄덕였다. “그럼 우리도 말을 트기로 하지.” 라이너의 말에 우리 일행은 얼른 동의 했다.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드래곤과 엘프, 그리고 처음 만남부터 반말을 찍찍 깔기는 놈이 있었기에..... “그럼 빨리 가자. 뭘 그렇게 꾸물거리는 거야?” 앞장서며 길을 가는 라이너를 길잡이 삼아 난 일행들과 천천히 걸어갔다. “루나! 그 하얀 애완동물 이름이 뭐야?” 내 머리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블랑슈가 귀여웠는지 아까부터 눈여겨보더니 친하게 지내자는 말과 함께 질문을 했다. “앤 블랑슈라고 해. 전에 내가 상인한테 샀거든. 그런데 나 이외는 콱 물거든, 그러니까 가가이 가지 않는 게 좋아.”(물론 우리 일행들과는 어느 정도 사이가 좋아져서 아무렇지도 않다) 물어버린다는 말에 실망을 했는지 입이 한 뼘이나 튀어나왔다. “루나양 조심하세요. 이곳은 길이 그리 좋지 못하거.....” 플라시도 저택에 가기위해서 지름길로 가는데 길이 쪼매 안 좋아서 자갈이 굴러다니고 나무뿌리가 땅위로 튀어 나와 있었는데 세르아가 묻는 바람에 미처 아래를 보지 못했기에 나무뿌리에 걸려버렸다. 넘어지려는 찰나에 공중제비라도 돌아서 착지하면 얼마나 멋있겠는가? 그러나 나의 뜻은 곧 저버리고 말았다. “조심하면서 다녀라. 조심성이 없어서야 누가 데리고 가겠어?” 넘어지려고 몸이 앞으로 쏠릴 때 아쉽게도 미르가 내 허리를 붙잡고 말을 한 것이다. “걱정하지 마렴. 나 데리고 가려고 줄서는 놈이 많으니까 빨리 손이나 풀지 그래?” 말하는 도중에 그때까지 손을 풀지 않고 있었기에 약간의 응징을 가하고 몸을 뺐다. “라이너~아직 멀었어? 다리 아픈데.” “조금만 가면 되거든. 그러니까 참아.” 그 말을 끝으로 앞만 보고 갔다. 무뚝뚝한 놈. “루나는 여행을 다닌다면서 조금 걸어가는데 다리가 아파?” 세르아의 돌발 질문에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말을 타고 다니거든. 거기다가 이제껏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이 쌓인 거야.” 일행과 세르아와 이야기를 하다가 앞을 바라보자 큰 저택이 보였다. 예전 같으면 이미 탄성이라도 질렀을 법했지만 워낙에 큰 성에서 들락날락 거렸고 제이미네 집도 가봐서 이젠 면역이 되어있는 상태였지만 한 따순이는 아직 면역이 되지 않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탄성만 질러댔다. “이야~~엄청 크다. 그쵸! 루나님?” 입을 벌리고 다물 줄 모르는 리디에게 난 친절하게 말을 했다. “리디야! 입 다물어라. 턱 관절 빠질라. 겨우 이정도로 놀라서야 왕궁에라도 가면 입이 찢어져 출혈 과다로 사망하겠구나?” 이 말에 리디는 입을 다물고 얼굴을 붉힌 체 내 뒤에 숨었다. 숨어봤자 나보다 키가 큰 관계로 얼굴은 다 보였지만. “루나님은 이런 곳에 많이 가봤나봐요?” 볼크라인 아저씨는 의미심장한 얼굴을 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래서 나도 아저씨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가보지는 못했어도 보기야 수두룩 뻑짝하게 질리게 봤죠. 그렇지? 아그들아?” 질문의 답을 일행들에게 돌리고 나 몰라라 했다. “그런데 왠지 활기차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데?” 저택의 정문에서 경비병들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라이너를 맞고 있었다. “저쪽에 있는 사람들은 내 친구이다.” 그 말에 경비병은 의심 없이 오히려 잘 놀다가라고(?) 말까지 해주며 손을 흔들어 주기까지 하는 황당함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어때? 루나! 굉장하지? 우리 집도 이 정도까지는 안 되는데, 플라시도 후작가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많이 와 봤을 법 했을 세르아는 감탄의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언제 봐도 질리지 않다나? (저택이 먹을 것이냐?) “도련님! 그럼 저는 할일을 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세르아 아가씨와 루나님의 일행 분들도 잘 있다 가세요.” 예의바른 볼크라인 아저씨에게 난 손을 흔들어주었다. “볼크라인 아저씨도 잘 가세요.” 순간 아저씨는 계단에서 헛발질을 해서 앞으로 꼬꾸라지는 창피를 당하려는 때에 운동 신경으로 극복을 했고 주의의 기사와 그 외의 인물들은 그저 눈만 껌뻑껌뻑 거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난 실수 한 적이 없는데 말이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222 4 새 친구 집에서 - 3 “그러지 말고 모두 안으로 들어오라구.” 라이너의 말에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는 볼크라인 아저씨의 구경을 그만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루나님~정말이지 환상적 이예요.” 아까도 주의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리디야! 목뼈 부러지겠다. 그만 좀 두리번거리렴.” 그제서야 자중을 하며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눈만은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러는 리디를 보다가 굽이굽이 돌아 어느 한곳에 멈춰 섰다. “아버님! 돌아왔습니다.” 이 목소리를 들으면 정 떨어지는건 시간 문제인 라이너의 굵직한 허스키 목소리가 안으로 울려 퍼졌다. “들어오너라.” 중년의 목소리가 들리며 문이 저절로 열렸다가 아니라 안에서 하인이 열어줬다. “안녕하세요. 플라시도 후작 각하! 세르아 카바야사 가 인사드립니다.” 이중인격이라도 되는지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닌 그저 약간의 장난기가 다분히 섞인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치마를 양손으로 잡고 무릎을 약간 굽혀서 머리를 숙였다. “이런 세르아가 왔구나. 미처 몰랐구나! 그런데 뒤쪽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 언제나 뒷전인 우리를 알아봤는지 라이너를 바라보았다. “저들은 여행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저와 세르아와 친구의 맹세를(언제? 한 기억이 없는데?)한 친구들입니다.” 정중한 라이너의 말에 우리들은 각자 소개를 하며 머리를 약간 숙여서 인사를 했다. “반갑네! 난 알프레드 플라시도 라고 한다네. 라이너가 세르아 외에 친구를 사귀다니, 놀라운 일이군. 언제나 혼자서 다니던 아이인데...이참에 잘 부탁하네.” 옆집 아저씨 같은 얼굴과 목소리로 말하자 괜히 기분이 좋아진 난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후작 각하! 오히려 저희가 폐를 끼치는건 아닌지 걱정스러운데요?” 그렇게 나와 후작은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니가 칼리 산으로 가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프란시스 공작의 입김이 작용했다하더라도 어명은 어명이다. 그러니 4일 후에 출정 준비를 하도록 하여라. 그 동안 수련을 하며 조금이라도 안 다치게 말이다.” 약간 침울한 얼굴로 한 어눌린 목소리에 라이너는 굳은 얼굴을 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다치지 않습니다. 만약에 그 정도의 실력이 없었다면 제가 먼저 명에 굴복하고 도망 다니던지 아니면 뒤로 빼겠지요. 아 참! 친구들이 피곤할 텐데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버지한테 인사를 하고 방을 안내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후작 각하! 조금 있다가 봐요.” 그 말을 하고 라이너를 따라 갔다. 저택을 돌아 돌아 위층의 방으로 가서 차례대로 배정해줬다. “고마워! 라이너...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지.” 엄청나게 좋은 방에서 잠시나마 지내게 되어 고마움에 대한 인사를 하자 라이너는 피식 웃고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하고는 나머지 일행들에게 방을 보여주며 두 시간 후에 식사가 있으니 데리러 온다는 말을 하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라이너가 골라준 방에 들어가 폭신폭신한 침대에 대짜로 뻗어 자려다가 곧 식사시간이 라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다른 따식이와 따순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보자 터어엉~비어있었다. 마지막 방을 열어보고 없으면 내 방에 들어와서 쉬려고 마음을 먹고 발로 뻐어엉~~차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너희들 거기서 뭐하는 거야? 나 혼자 빼놓고 역적모의라도 했냐? 아님 맛있는거 숨겨두고 먹고 있는 거야?” 난입을 한 나를 보며 따식이와 따순이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뭔가 있어? “루나! 사실은 내가 이들을 끌고 와서 그동안 니가 어떤 모험을 했는지 들어보려고 모은 거였어. 그런데 한마디도 안하더라?” 그제서야 따식이와 따순이 사이에 끼어있는 세르아를 볼수 있었다. “세르아가 한 말이 맞아.” “세르아가 한 말이 맞아요.” 사구동성과 혼자 소리를 질러대는 인간들을(?) 보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호오~그러셔? 그러면 먼저 나한테 보고를 했어야지. 블루하고 미르는 여관으로 가서 우리의 짐과 말을 끌고 와. 그리고 세르아! 그것은 나한테 물었어야지 않니?” 의심의 눈초리를 하고는 째려보자 세르아는 땀을 삐질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는 어떤 여행을 했어?” 그제서야 제대로 물어보자 짧게 말해주었다. “비밀이야.” 그러자 세르아는 이미 내가 할말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무변화가 없었다. “어서 가지 못해? 식사 시간 전까지 시간을 주겠어. 그 전까지 못 오면 식사는 땡이다.” 방안에서만 맴돌던 두 따식이는 달려 나갔다. “루나아~가르쳐주라. 난 모험담이 듣고 싶단 말이야?” 따식이가 나가자 옷을 잡고 매달리는 세르아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그냥 리디를 만나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을 말해주었다. 물론 무라다 사건은 말하지 않았지만. “정말이야? 정말? 나도 모험을 하고 싶은데 에~~이제까지 바르미르를 벗어나지 못했단 말이야! 아버님께서 절대로 밖에 나가지 못하게 금족령을 내린 것이 16살 이후로 풀려서 사교장에 몇 번 가본 것 빼고는......” 정말이지 활동 범위가 좁은 세르아에게 난 한마디 해주었다. “세르아! 그건 네 아버님이 예쁜 니가 돌아다니다가 몹쓸 인간들한테 걸려들까 봐 그런 거야. 그리고 집 떠나면 고생길이 훤하단다. 나도 맨 처음엔 엄청 힘들었어. 이것도 면역이 되어서 그럭저럭 견디는 것일 뿐이야. 그러니 그런 동경 따윈 하지 마. 너의 신분을 생각해야지. 일반 국민들이 니 얘기를 들으면 배 부르는 소리를 한다고 욕을 할 것이다.” 그냥 집에 짱 박혀 있으라는 소리에 세르아는 침울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새장 안에 있는 새가 밖에 나가면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맞아! 루나 말을 따르도록 해. 괜히 때려치우고 여행을 한다고 한다면 너뿐만 아니라 너와 같이 파티를 이루어 가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지니까! 힘없는 널 지키려하다가 죽으면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테니까.” 필라르의 말에 이젠 거의 울상이 되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그때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서 좌중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내가 나타나서 분위기를 깬건 아닌지 모르겠네. 세르아! 뭐하고 있니? 어서 집에 갈 준비를 하여라! 후작 각하께는 이미 말을 해두었으니.....그리고 세르아 친구라고 했었나? 너희들이 한 말은 다 맞는 말이다. 그러니 딴 생각일랑은 하지 말고 어서 집으로 가자꾸나.” 아마도 세르아의 아버지인양 세르아의 손목을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안녕히 가세요! 세르아 아버님” 막 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그냥 보내기 뭐해서 이별의 인사말을 하자 세르아의 아버지는 뒤돌아보고는 웃으며 한마디 하고 가버렸다. “잘 있게나, 루나양과 일행 분들.” 후작한테 내 이름을 들었나 보다. “치이~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왜 내 이름이 루나의 일행으로 전략해 버렸지?”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투덜거리는 필라르.....그러나 곧 한 인물의 개입으로 입을 다물게 되었다. “시끄럽다. 나도 가만히 있는데 감히 누가 나서느냐?” 나의 다크호스인 리디의 말에 필라르는 ‘찍’ 소리도 못 내고 쇼파에 주저앉았다. “그나저나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이 조금 늦으시는 것 같은데?” 언제 무지 친해졌는지(예전에도 그런 낌새가 보였지만) 여관에서 늦게 오는 블루와 미르를 걱정하며 가브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가브야~언제 블루하고 미르하고 친해졌냐? 전에는 한쪽 구석에 조용히 박혀있더니만?” 일침을 쏘자 가브는 내말을 씹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로 늦네요. 마법으로 갔다 오면 벌써 왔을 것을...” 따식이가 걱정되는지 내 귀에 대고 소곤소곤 말하는 리디는 필라르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아직까지 우리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음) “걱정하지 마. 그 놈들이 보통 놈이 아니잖아.” 그 말을 끝으로 난 약간 피곤함이 느껴져 쇼파에 털썩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시리도록 맑고, 구름 한점 없는 그런 하늘.....그리고 하얀 솜사탕 한 뭉텅이.....엥 솜사탕 한 뭉텅이?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자 문제의 솜사탕은 리디의 마법에 의해 나와 하늘의 중간 거점에 둥둥 떠 있었다. “리디~~블랑슈 내려놔.” 공중에 떠있는 블랑슈는 울기 일보직전인 것처럼 눈이 촉촉이 젖어 있었다. “블랑슈가 자꾸 제게 달라붙어서 귀찮게 구는 바람에....죄송합니다.” 블랑슈를 내려놓으며 내게 머리를 조아리는 리디를 보며 말했다. “리디! 그럴 필요는 없어. 그러니 그런 행동은 하지 마. 내가 불편하니까. 전에도 너 같은 인간이(?) 있었지만 내가 따로 떼어놓고 왔거든. 니가 그런 행동을 하면 자꾸 그들이 생각나니까 하지마. 알았지?” 그 말에 리디는 내 맘을 알겠다는 식으로 자기가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었다. “야! 울어야 할 사람은(?) 나인데 니가 울면 어떻게 해?” “죄송해요. 하지만 루나님께서 우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제가 우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앞으로 루나님께서 눈물 흘리게 만드는 놈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자기 맘대로 말하고 결정하는 리디를 보며 그러려니 하고 눈을 감았다. 왜냐구? 잠이 오니까. “루나! 잠자다가 식사 못하면 어떻게 할려구 그러는 거야?” 눈 감은지 몇 초도 되지 않아 가브의 소리가 들려오자 눈을 게슴츠레 뜨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냥 눈이 시려워서 감은 것뿐이니까.”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다시 눈을 감으면 의심을 할까봐서 그냥 뚱그렇게 뜨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필라르의 말에 고요한 침묵 속에 묻혀있던 분위기가 ‘빠싹’ 하니 깨져버렸다. “몰라! 그냥 맘 가는대로 가면 되는 거야. 이제껏 그렇게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그 말을 끝으로 대답은 이어지지 않았다. 마침 하인이 들어와서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를 했기 때문이다. “저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식당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플라시도 후작각하의 식구분들이 계시니 각별히 예의에 신경을 쓰도록 하십시오.” 하인의 정중한 말에 약간 기분이 상했지만 먹을 것이 있다는 사실에 모든 걸 극복하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게나. 루나양, 그리디아양, 가브리엘군, 필라르군.” 후작이 먼저 인사를 해오자 나도 고개를 숙여서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해주셨는데 불미스럽게도 저희가 조금 늦은 것 같군요.” 형식적인 인사를 하고 못 보던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라이너의 친구라고 들었답니다. 저는 이 저택의 안주인인 이자벨 플라시도 라고 해요.” 옆집 아주머니 인상을 풍기는 느낌에 또 다시 기분이 좋아진 난 헤죽 웃으며 말했다. “루나 라고 합니다. 플라시도 후작 부인!”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자 또다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물이 튀어나와서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너의 형인 아스펠 플라시도 라고 합니다. 제 동생인 라이너를 잘 부탁드립니다.” 라이너의 형이어서 그런지 닮은꼴인 그를 보고 나도 그냥 한마디 하고 자리에 풀썩 앉으려다가 아직 주인이 앉지 않는 점을 가만해서 의자 뒤에 서있었다. “얼레레! 너희들 언제 왔냐?” 일행들이 걱정하던 두 따식이는 우리보다 먼저 와서 라이너의 가족들에 가리워져 있다가 지금에서야 발견을 하게 되었다. “방금 왔어.” 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죽이 잘 맞는 두 마리 드래곤은 똑같이 대답을 하고는 약간 기분이 상한 듯 둘이 째림을 주고받더니 시선을 돌려버렸다. “자아! 그럼 식사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후작의 말에 피곤에 찌든 발을 쉴 수 있다는 일념으로 사뿐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하인들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천천히 골고루 먹었다. 블랑슈의 자리는 이미 마련이 되어있었으므로 우리 둘은 싸우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며 소화를 시킬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먹었다. “그런데 루나양과 일행들은 어디 출신인가?” 아무생각 없이 먹다가 후작의 질문에 목에 음식이 걸려버렸다. “컥컥..” “루나양 괜찮은가?” 눈물까지 흘리며 컥컥거리기를 어언 1분 겨우 숨을 고르게 쉴 수 있게 되자 후작을 쳐다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와 카인 그리고 블루는 카옌 왕국출신이고, 그리디아와 가브리엘은 파이넬 왕국 출신이고, 필라르는 모르겠는데요? 그나저나 필라르~어디서 왔냐? 설마하니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사는 나그네에게 집이 어디있겠냐 라고 하는 변명은 씨알도 안 먹히니까 이실직고 해봐?” 도망갈 구멍을 완전히 막고 희미하게 웃으며 필라르를 바라보았다. “저어~난 제국 출신이데...” 이제야 필라르가 제국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참 다양한 출신의 파티로군. 그런데 요즘 카옌 왕국의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는데.....지금은 없는 어클리어스 후작이라는 소녀의 공이 크다고 들었는데 그대들은 그 분을 본적이 있나?”(카를과 나오미에게 나를 만난걸 비밀로 하라고 해서 아직까지 내가 공작이 된 것은 알지 못함. 의외로 입이 무겁다. 전에도 필라르와 이야기 할 때 써먹은 내용 같은데???) “글쎄요. 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카인은 봤다고 했는데요?” 내가 할말을 필라르가 가로채서 했다. 그리고 필라르의 말에 따라 시선이 카인 즉 미르에게 집중되었다. “후작님은 아주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성격도 온화한....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셨고, 실력도 굉장한 분이셨지요. 물론 먼발치에서 바라봤지만....”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말하는 미르에게 난 다른 인간들이 보이지 않게 주먹을 말아 쥐고 있었다. 다시 한번 잘못 말하면 죽는다는 식으로...흐흐흐 “대단하군! 그런 인재가 우리 왕국에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카옌 왕국의 복이로다.” 본인을 앞에 두고 칭찬을 하자 괜히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완벽한 가면을 쓰고 있었으므로 겉으론 보이진 않았다. “그렇죠! 같은 여자로써 정말이지 존경에 마지않는 사람이죠. 호호호” 이렇게 말하는 나를 세 따식이들이 가소롭다는 식으로 쳐다보았지만 목 근처에 손을 대고 쓰윽 긋는 시늉을 하자 헛기침만 해댔다. “그나저나 라이너가 어떻게 친구를 사귈 수 있었는지 궁금하구려.” 이번엔 후작 부인이 나를 향해 물었다. “먼저 세르아가 다리를 놓았죠. 더워서 분수대를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고 둘만 있더라구요. 자리가 많이 있는 관계로 반대편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세르아가 말을 걸어와서 어쩌고저쩌고 어영부영 하다가 그렇게 되었어요.” 엄청 긴 이야기를 짧게 마무리하고 식사하는데 열중했다. “그런데 왜 라이너와 세르아를 사람들이 피해서 가지요?” 별 쓰잘떼기 없는 말을 하는 필라르를 내버려두고 귀만 열어 놓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바르실미르 왕국은 신분차가 다른 왕국보다 더 심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잘못보이기라도 하면 삼족이 멸하니 쉬쉬하고 다닙니다.” 귀족의 맘에 안 들면 3족이 멸하다니 믿을 수 없는 얘기를 아무 감정 없이 하는 라이너의 형을 보고 나도 아무 감정 없이 물어봤다. 아니구나. 약간 격한 말이 나왔구나. “3족을 멸하는 것은 너무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만 누가 그런 법을 만들었죠?” 별걸 다 물어보는 나를 보며 아스펠은 후작을 힐끔 쳐다보고 말을 했다. “그건 프란시스 공작이 만들었습니다. 그래야 귀족의 위신이 올라간다는 명분 아래....” “그래요? 국민들을 그렇게 짓밟으면 안 되는데, 잡초는 밟히면 밟힐수록 더욱 질기고 굳세게 위로 뻗어 올라오죠. 하물며 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그렇게 하면 앞날은 보나마나 뻔하죠. 분명히 민란이 일어날 겁니다. 작고 작은 불씨들이 한곳에 모여서 큰 불이 일어나 국가 전체를 뒤엎어 버리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그래서 심하면 왕까지 바뀌는.....” “루나! 그런 건 식사 시간에 말하지 마.” 라이너가 오랜만에 한다는 소리가 저 말이니 정이 뚝뚝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 다. 생기기는 그럭저럭 생겼는데 말하는 것이 영~~아니 었다. 사람 기피증에 걸린것도 같고. 그 말에 분위기가 심각하게 내려앉아 말도 못하고 식사만 했다. 아니 난 이미 식사를 끝내고 차를 마시고 있었다. “와우! 녹차잖아?” 약간의 고소함과 풋풋한 향내가 입안을 깨끗이 행구고 목으로 넘어갔다. “어머! 루나양은 차를 마시는 법을 아나 보지?” 후작 부인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동지를 만나니 기뻐요. 우리집 사람들도 녹차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마시거든요. 그래도 오늘은 특별히 라이너의 친구가 온다고 해서 내왔는데 맘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녹차 매니아 만난 듯한 기분에 그저 씨익 웃었다. “녹차는 다섯 가지 맛이 나지요. 그중에 진정으로 녹차를 마실 줄 아는 사람은 마지막 맛인 단맛을 느낄 수 있지요.” 여기까지 말하자 주위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모두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고 후작 부인은 눈을 초롱초롱 뜨고 나만 바라보았다. 더 이야기 해주라는 식으로....... “녹차는 사람 몸에 아주 좋아요. 다른 차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녹차는 사람 몸에 들어가서 1시간가량 머물면서 해로운 물질을 가지고 몸 밖으로 나오지요. 그리고 녹차는 비타민C라고 불리는게 풍부히 들어있어서 피부 미용에도 좋고 감기예방에 효과가 있으며 괴혈병을 막아주죠. 차 속에는 탄닌산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뇨작용을 도와주지만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리고 피를 맑게 해주어 정신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우려낸 찻잎을 음식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아님 세숫물에 넣어서 다시 한번 우려낸 다음에 세수를 하면 피부의 기름기를 제거해서 깨끗한 피부와 노화를 방지해주죠. 나머지 찌꺼기는 화초에다 주면 아주 잘 자라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아~주~좋은 기호품이라고 할 수 있죠. 아! 그리고 한 가지! 녹차를 너무 오래 우려내면 아까 말한 탄닌이 많이 나와서 쓴맛을 낸답니다. 그러니 약 1~2분 가량 우린다음에 건져내면 최상의 맛을 지난 차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이제 아셨죠?” 녹차에 대한 설명을 아주 많이 하고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젠 아주 입도 뻐끔거리지도 않고 벌리고만 있었다. “어,어떻게 그렇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죠? 대단해요. 이런 소녀가 우리 라이너의 친구라니! 볼수록 맘에 들어요. 아예 우리 집에 사는 건 어때요?” 갑작스럽게 식어버린 분위기를 뚫고 후작 부인이 나에게 대쉬를 해왔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전 모험을 하러 가야하기 때문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그 마음 만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매우, 아주 예의 바른 말을 하자 몸에 닭살이 돋아나서 대패를 찾고 싶었다. “부인의 말대로 정말로 대단하군. 보통 소녀와는 달라. 정말이지 며느리로 삼고 싶어.” 언제나 인기가 많은 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인기인으로서의 의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하.하.하 죄송하지만 전 아직 혼인을 할 맘이 없는데요. 이를 어쩌죠?” 그 말을 끝으로 난 식당안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방으로 올라왔다. 생각을 해봐도 오늘은 엄청 피곤한 날이었다. 생각도 못한 친구도 사귀고 또 그놈의 친구가 귀족이어서 저택까지 와서 쉴 수 있다니 말이다. 오늘 일어난 일을 한번 꼽씹은 다음에 평소에는 잘렸지만(작가가 쓰기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카스와 연락을 하고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149 6 새 친구 집에서 - 4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드디어...드디어... 라이너에게 세르아이외의 친구가 생기다니.....정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릴 때부터 얼음 같은 차가운 성격 때문에 친구란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붙임성 있는 세르아만 라이너 곁에 붙어 있었지만. “그렇습니다. 방금 저택 안으로 들어와서 쉬고 계십니다.” 다시 한번 확인을 한 난 그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서 내려가려고 하다가 남편이 온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루나양 일행을 만나러 가려고 한것이요? 그렇담 저녁에 보구려. 어차피 식사를 해야 하니까, 제발 좀 자중하시구려.” 남편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철딱서니 없는 행동을 하고 있었는지 하인들이 날 놀란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호호호~너희들은 그만 나가보거라.” 눈빛이 심상치 않은 하인들을 밖으로 내몰고 난 남편과 같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며 저녁 시간이 오길 기다리느라 좀이 쑤셨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시간은 흘러 흘러 저녁 시간이 되었다. 하녀들의 도움으로 한껏 치장을 한 다음 식당으로 내려갔다. “어머님!! 여긴 블루와 카인이라고 합니다.” 블루와 카인이라 불리워진 녀석들이 아들의 친구인 듯....오호~황홀해라~~!! 내 잘난 아들들보다 더 잘생겼다니 보는 눈이 있구나. 아들아!! 잘생긴 블루와 카인이란 청년하고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려오고 있었다. “어서 오게나. 루나양, 그리디아양, 가브리엘군, 필라르군.” 남편이 먼저 인사를 하는 거 보니 저들도 분명히 라이너의 친구라는 결론이 나왔다. 얘가 웬일이지? 이렇게 많은 친구를 사귀다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해주셨는데 불미스럽게도 저희가 조금 늦은 것 같군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게 만든 청아한 소리를 지닌 소녀를 바라보았다. 가정교육을 잘 받았는지 예의바른 소녀인 것 같았다. “라이너의 친구라고 들었답니다. 저는 이 저택의 안주인인 이자벨 플라시도 라고 해요.” 이집의 안주인 체면으로 먼저 인사하자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귀여운 것 같으니라구. 딸로 삼고 싶다.’ “루나 라고 합니다. 플라시도 후작 부인!” 루나양의 인사가 끝나자 큰 아들이 인사를 하고 간단하나마 잠시 헤어져있던 일행들과 인사를 한 루나양과 일행들은 남편이 하는 말에 조용히 앉았다. “자아! 그럼 식사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가볍게 앉은 루나양! 아무리 잘생긴 청년들로 도배되었다 하더라도 내 눈엔 루나라는 소녀밖에 보이지 않았다. 먹는 것도 어쩜 저렇게 복스럽게 먹을까! 귀족 영애들은 편식을 많이 하지만 루나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잘 먹으니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를 정도였다. “그런데 루나양과 일행들은 어디 출신인가?” ‘잘 먹던 애한테 질문을 하면 어떻게 해요.’ “컥컥..” “루나양 괜찮은가?” 먹다가 질문을 받아서 순간적으로 음식이 잘 못 넘어갔나 컥컥대는 루나양이 걱정되었다. 눈물까지 흘리는거 보니 제대로 걸린 듯......고통스럽겠군. “저와 카인 그리고 블루는 카옌 왕국출신이고, 그리디아와 가브리엘은 파이넬 왕국 출신이고, 필라르는 모르겠는데요? 그나저나 필라르~어디서 왔냐? 설마하니 바람과 구름을 벗 삼아 사는 나그네에게 집이 어디있겠냐 라고 하는 변명은 씨알도 안 먹히니까 이실직고 해봐?” 남편의 질문 덕에 루나양과 나머지 아이들이 어디 사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같은 일행이면서 아직까지 모르던 필라르군에게 하는 말을 보니 도망갈 길을 완전히 막아놓고 어여 말하라는 식으로...풋~귀여워! “저어~난 제국 출신인데...” 어쩔 수 없이 말한다는 투로 말하고 빨리 입을 다문 필라르군도 귀여워 보였다. 모두 다 신선한 반응이랄까? 내 아들 녀석은 다 무뚝뚝함이 하늘을 찔러서 키우는 보람이 없었다. 특히나 라이너 녀석은 극심했다. “참 다양한 출신의 파티로군. 그런데 요즘 카옌 왕국의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는데.....지금은 없는 어클리어스 후작이라는 소녀의 공이 크다고 들었는데 그대들은 그 분을 본적이 있나?” “글쎄요. 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카인은 봤다고 했는데요?” 필라르군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카인군에게 쏠렸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카옌 왕국의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은 모든 여인들의 우상이었던 것이다. 힘없는 여자로 취급받는 우리 여인들에게 그녀는 단숨에 후작이라는 지휘까지 올라간 것은 충격이었다. 그것도 한나라의 일등 공신으로, 듣자 하니 왕실 마법사가 반란을 꾀했다가 후작에게 걸려 죽었다 한다. 파티장에서....그녀가 후작이 된 것을 못마땅해 하는 무리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일로 하여금 모두의 입이 다물어짐과 동시에 아부의 대상이 되었지만 함부로 만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에 신비감이 더해져서 신으로 추대될 정도였다 한다. 마음도 선량하고 능력도 있고, 그리고 머무는 동안 국왕폐하와 태자 전하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조언이 어떤 것 인줄은 아무도 모른다. “후작님은 아주 아름다운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성격도 온화한....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셨고, 실력도 굉장한 분이셨지요. 물론 먼발치에서 바라봤지만....” 한번만이라도 실물을 보면 좋으련만 그런데 카인군 이마에 흐르는 저건 뭐지? 안이 너무 덥나? 서늘해서 딱 좋은데 웬 땀을 저렇게 흘리지? “대단하군! 그런 인재가 우리 왕국에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카옌 왕국의 복이로다.” 아! 나도 맞장구를 쳐주고 싶었지만 자고로 여인들은 경거망동을 하면 안 되는 법인데! “그렇죠! 같은 여자로써 정말이지 존경에 마지않는 사람이죠. 호호호” 보통의 여인들과는 거리가 먼 듯한 루나양은 자신의 말을 마치고 카인군과 블루군 가브리엘 군을 보며 턱에 있는 땀을 닦는 듯 했다. “그나저나 라이너가 어떻게 친구를 사귈 수 있었는지 궁금하구려.”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이제껏 아무 말 없이 식사만 한 아들 녀석을 끌어들이기 위해 난 목소리를 가다듬고 루나양에게 물었다. “먼저 세르아가 다리를 놓았죠. 더워서 분수대를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고 둘만 있더라구요. 자리가 많이 있는 관계로 반대편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세르아가 말을 걸어와서 어쩌고저쩌고 어영부영 하다가 그렇게 되었어요.” 어,어쩜 저렇게 작고 도톰한 입술사이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지. “그런데 왜 라이너와 세르아를 사람들이 피해서 가지요?” 금발을 지닌 필라르군의 질문에 첫째 아들인 아스펠이 대답을 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바르실미르 왕국은 신분차가 다른 왕국보다 더 심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잘못보이기라도 하면 삼족이 멸하니 쉬쉬하고 다닙니다.” “3족을 멸하는 것은 너무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만 누가 그런 법을 만들었죠?” 대담한 발언을 하는 루나양! 그런 루나양을 보던 아스펠은 남편을 한번 힐끔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프란시스 공작이 만들었습니다. 그래야 귀족의 위신이 올라간다는 명분 아래....” “그래요? 국민들을 그렇게 짓밟으면 안 되는데, 잡초는 밟히면 밟힐수록 더욱 질기고 굳세게 위로 뻗어 올라오죠. 하물며 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그렇게 하면 앞날은 보나마나 뻔하죠. 분명히 민란이 일어날 겁니다. 작고 작은 불씨들이 한곳에 모여서 큰 불이 일어나 국가 전체를 뒤엎어 버리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그래서 심하면 왕까지 바뀌는............” 어, 어쩜 저런 말을! 여인들의 머릿속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것인데, 말빨도 끝내주고, 루나양의 한 말을 경청하고 있는데 쌀쌀맞은 목소리 때문에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루나! 그런 건 식사 시간에 말하지 마.” 저,저놈은 내 아들도 아냐. 루나양이 식사를 끝내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자 난 하녀에게 차를 대접하라고 하였다. 특별한 손님이니 특별한 차로 준비를....따끈따끈한 차를 한 모금 마시던 루나양!! 맛이 괜찮을는지, 저건 잘 안 마시는 건데. “와우! 녹차잖아?” 바르실미르사람이 아닌 카옌 왕국 출신의 루나가 어떻게 알 수....식당에서 마셨나? 하지만 식당에서도 비싸서 잘 서브를 하지 않는 건데. “어머! 루나양은 차를 마시는 법을 아나 보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 레이더망을 절대로 뚫지 못하지!! 내 단순한 질문에 루나양이 앙증맞은 입술을 열며 말했다. “오랜만에 동지를 만나니 기뻐요. 우리 집사람들도 녹차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마시거든요. 그래도 오늘은 특별히 라이너의 친구가 온다고 해서 내왔는데 맘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저,저런 미소는 넘 귀여워!! 남자들이 저런 미소를 본다면 줄을 서겠군. “녹차는 다섯 가지 맛이 나지요. 그중에 진정으로 녹차를 마실 줄 아는 사람은 마지막 맛인 단맛을 느낄 수 있지요.” 루나양의 말을 들은 난 경악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오랫동안 녹차를 마셔온 사람들도 녹차의 진정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없는 그저 차니까 마신다 라는 식으로 마시고 있었는데....넘 멋져~ 연강을 하는 루나양의 말에 난 홀딱 빠지고 말았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쩜 저렇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는지, 루나양이 말한 것은 차에 관한 책에서도 나오지 않은 귀중한 말이었다. 그런 귀한 말을 들을 수 있는 내가 행운녀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하면 말 다했나? “어,어떻게 그렇게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죠? 대단해요. 이런 소녀가 우리 라이너의 친구라니! 볼수록 맘에 들어요. 아예 우리 집에 사는 건 어때요?” 집에서 같이 살고 싶어서 떨어지지 않은 입을 열어 겨우 말한 날 보더니 루나양은 화끈하게 웃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전 모험을 하러 가야하기 때문에 오래 머물 수가 없답니다. 하지만 그 마음 만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내 말을 거절했을 때 약간의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그 마음 만큼은 감사히 받겠습니다’라고 말할 땐 기분이 풀려버렸다. 나도 나중에 거절의사를 할 땐 써먹을게 생겼으니 상대방의 마음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 말이었다. “부인의 말대로 정말로 대단하군. 보통 소녀와는 달라. 정말이지 며느리로 삼고 싶어.” 이젠 남편까지 루나양이 탐이 나는지 아예 며느릿감으로 찍어버리는 말을 해버렸다. 난 딸로 삼고 싶은데 아무리 내 아들이지만 저런 녀석들한테 루나양을 보낼 수 없어~ “하.하.하 죄송하지만 전 아직 혼인을 할 맘이 없는데요. 이를 어쩌죠?” 소녀답지 않게 화통하게 웃으며 마음 상하지 않는 선에서 거절을 하는 루나양!! 고단수 였다. 나중에 저런 화법을 배워야지. 루나양과 더 같이 있고 싶었지만 이미 식사를 끝냈기에 피곤하다고 말하고 올라가 버렸다. * * * * * * * * * * * * * * * “끼에에에엑...키에엑” 눈을 붙인지 얼마 않되 괴상한 소리에 눈을 떠보니 허옇고 두리 뭉실한 꼬랑지가 내 코를 간지럽혔다. 그래도 눈을 안 뜨니까 이젠 음공까지(?) 사용한 듯 계속해서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 일어났으니까 이제 그만 질러라. 그나저나 리디는 어디 있는데 나를 깨우러 오지 않지? 평소 때면 진작에 깨우러 왔을 텐데....” 리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약간 걱정이 되어서 얼른 씻고 옷을 갈아입고는 대충 갈만한곳을 꼽아보았지만 이 저택의 지리를 모르는 이상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었다. “윈드 보이스” 리디의 소리를 감지하기 위해서 특별히 마법을 시전 했다. 저택의 공간을 범위로 잡고 귀를 기울이자 3시 방향에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하~미르하고 수련을 하나보다. 심심한데 가볼까?” 하며 나가려다가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아무 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서 땅에 착지를 했다. 그리고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택이 넓은 관계로 꽤 많이 걸어가야만 하는 수고를 했다. 가까이 갈수록 검의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것으로 봐서 제대로 찾은 것 같았다. 그냥 가도 되겠지만 갑자기 들어가면 부끄러워할까봐(?) 나무 뒤에 숨어서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많은 남자들과 여자 한명이 부대끼며 서로 검을 놀리고 있는 것이 여러 인간이 한꺼번에 수련장을 찾아서 대련을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는 리디가 미르의 지도 하에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땀을 찔찔 흘리며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안쓰러워 바람을 불러 몰래 땀을 식혀주었다. 그리고 나서 그 많은 남자들을 둘러보자 필라르와 가브, 라이너도 보였는데 각자 알아서 수련을 하고 있는 것처럼 혼자서 검을 휘둘렀다. “이야~~루나님! 언제 오셨어요? 리디가 가려고 했는데 먼저 일어나셨네요?” 한눈을 파는 사이에 리디가 나무 뒤에 있는 나를 보았는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러자 몇몇 인간들을 뺀 인간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내리 꽂혔다. 순간적으로 당황한 난 나무 뒤에서 삐쭉삐쭉 거리며 나와서 배시시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래! 안녕. 연습을 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하며 잽싸게 달려서 리디와 미르가 있는 곳으로 갔다. “좋은 아침이야. 그런데 웬일로 빨리 일어난 거야?” 초장부터 염장을 지르는 미르의 말을 무시하고 필라르와 가브가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필라르~가브~ 열심이네. 무슨 일 있어? 평소답지 않는걸?” 열나게 검을 휘두르던 필라르와 가브는 그제서야 내가 왔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행동을 멈추고 살짝 웃었다. “그냥 요즘에 몸이 굳은 것 같아서 말이지. 그러는 너야말로 여긴 왜왔어?” “그냥 와봤어. 워낙에 심심해야지.” 필라르, 가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게 꽂히는 시선이 느껴져서 그곳을 쳐다보았다. “라이너! 좋은 아침이야. 검을 휘두르는 것을 봐서는 웬만한 기사는 저리가라 할 정도인 것 같은데? 아~볼크라인 아저씨도 안녕하세요.” 라이너와 인사를 하다가 옆에 볼크라인 아저씨가 보이자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하자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주위를 쓰윽 들러보았다. 싸늘해진 연무장 한쪽 구석에서 화산이 폭발하듯이 웃음이 나오자 그곳에 있던 모든 인간들이 배를 잡고 뒤엉켜 웃고 넘어지고 실신에 이르는 사고를 저질렀다. “크큭 하하하하” “푸하하하하 아저씨래! 아저씨” 볼크라인 아저씨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어찌할 줄 몰라서 엉거주춤하면서 소리를 질러서 웃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줬다. “여기서 웃으면 나와 대련을 하고 싶은 걸로 간주하겠다.” 이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뚝 멈추고는 나에게 원 없이 웃게 해줬다고 오히려 칭찬을 해줬다. “아저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빛으로 묻자 볼크라인 아저씨는 여전히 땀만 삐질 흘렸고 옆에서 라이너가 대신 말을 해줬다. “볼크라인은 바르실미르 왕국이 내분이 일어났을 때 국왕을 위해 검을 들고 많은 반란자들과 싸웠어. 그때 많은 반란자들을 죽여서 피를 뒤집어쓴 채 기절을 한 걸로 유명하지. 그 후로는 아무도 볼크라인한테 함부로 말을 못했어. 특히 아저씨라는 말은 더욱더 못했지. 어느 누가 국왕의 은인한테 그런 말을 하겠어? 그런데 니가 그 유명한 볼크라인의 얼굴에 약간의 색깔을 칠한 것이지. 이건 내 자서전에도 꼭 써야할 것 같은데.” 우스갯소리를 내며 말하는 라이너는 볼크라인을 한번 쓰윽 쳐다보았다. “이햐햐~정말로 대단하다. 볼크라인 아저씨는 그런데 국왕의 은인이라면 귀족일 텐데 왜 라이너네 가신이 된 거예요?” 초롱초롱한 눈을 갈아서 반짝이게 만들고 묻자 라이너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이미 볼크라인은 우리 집안에 주종의 관계를 맺고 있었으니까 국왕 폐하께서 작위를 준다고 했어도 거절한거야.” 그 말에 난 더 감동을 해서 이젠 뻔쩍뻔쩍 빛을 뿌리는 눈으로 볼크라인을 쳐다보았다. “존경스러워요. 볼크라인 아저씨처럼 신의를 지키는 사람은 별로 없는, 정말로 훌륭해요.” 계속 쳐다보며 말을 하자 아저씨는 쑥스럽다는 식으로 얼굴을 붉히고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뭐! 별로 존경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어머나 사양까지 하는 마음은 더욱더 하해와 같은데요. 그런데 아저씨는 결혼 했나요?” 그냥 한번 물어보는 말에 볼크라인 아저씬 웃기만 했다. “아하! 하셨구나. 그럼 애가 몇이나 있고 이름은 뭐예요? 부인은 이뻐요? 아님 착해요?” 전에 나루스와 아리를 엄청 곤욕스럽게 만든 말을 쏟아내자 아저씨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겨우 입을 열어 말했다. “제 부인은 아주 착하고 이쁩니다. 나와는 한 5살 차이가 날거예요. 그리고 애들은 두 명인데 사내아이와 여자 아이로...나이는 7살 6살인데 너무 귀여워요. 이름은 폴 과 하스 라고 지었답니다. 루나 아가씨” 라이너의 친구라는 명목아래 아직까지 높임말을 하는 볼크라인 아저씨를 보고 하대를 하라고 해도 막무가내 였으므로 알아서 하라고 하고는 다시 리디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미르! 리디의 상태는 어때?” 열심히 리디를 가르치고 있던 미르는 얼굴만 돌린 채 말을 했다. “아직 멀었어. 하지만 진도가 꽤 빨라서 몇 년 만 갈고 닦으면 최고의 검객이 될 거야.” 희망적인 미르의 말에 흐뭇해진 난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잡고 씨름을 하는 리디를 보고 씨익 웃었다. 그리곤 한 마디해주는 것을 잊진 않았다. “리디야~~발이 너무 벌어졌어. 그리고 어깨와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갔어.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해야지~~미르는 도대체 뭘 가르친 거야?” 리디의 엉성한 폼을 보고는 미르에게 째림을 주자 미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궁색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처음에 이렇게 연습을 했다나 어쨌다나? “후우~정말이지.....미르한테 맡긴 내가 잘못이다. 잘못이야! 앞으론 내가 알고 있는 데로 가르쳐 줄 테니까 알아서 해. 물론 미르가 교관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는 것만 빼고는.” 리디의 엉망인 자세를 고쳐주기 위해 난 접시 세 개를 준비했다.(언제? 이게 바로 작가의 한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발은 어깨 넓이로 벌이고...그래 그렇게. 그 다음에 45도 각도로 구부리고, 팔을 앞으로 나란히 올려서 쭈욱 펴고 손도 펴라. 맞아. 그렇게 계속 유지해.” 그러면서 난 리디의 펴진 손위와 머리에 접시를 올렸다. “만약 접시 떨어지면 나한테 혼난다. 아니 미르한테 혼난다. 그렇게 하면 하체의 힘이 강화되고 팔 힘이 늘어. 그리고 균형감각 또한 월등히 높아지지. 그러니까 매일 그렇게 검을 휘두르기 전에 30분 가량 해라.” 맨 처음 내가 가르쳐준다는 말에 좋아했다가 나중에 자신의 처지를 보고 울상을 지었다. “루나님! 이거 안하면 안 될까요? 전 이거 힘들어서.....아니 할게요.” 안한다고 생떼를 부리려고 하다가 나의 살벌한 눈빛에 쫀 리디는 말을 바꾸었다. “그래그래! 그래야 리디지. 그 까짓것 하나 못하면 어디 (작게) 드래곤이라고 하겠어?” 드래곤 하트를 건드리는 말에 리디는 얼굴을 굳히고 비장한 각오를 한 듯 보였다. “그럼 미르가 알아서 하면 될 것이고......아! 그런데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어요? 계속 보면 쑥스럽잖아요?” 리디를 지도하고 나서 좀 쉬려는 요량으로 곁에 있는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는데 어째 주변에서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루나! 너 검술을 할줄 아는 거야?” 한참의 침묵 만에 라이너가 먼저 말을 했다. “아니! 난 검술을 한 적은 없어. 자! 보라구! 내 손에 굳은살이 하나도 없는 것을 말이야. 그저 난 검술에 대한 이론만 알뿐이야. 내 주변에 검술 하는 놈들이 꽤 많거든~” 약간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다가 내 손바닥을 보고는 의심을 풀었다. 그리고 뭐 내 주변에 검술 하는 놈이 바로 옆에 있으니 할말이 없겠지만? “리디야! 만약에 니가 접시를 깨뜨리지 않으면 오늘 시내 구경 가자. 리디는 구경 다니는거 좋아하지? 모르는거 있으면 내가 가르쳐줄게. 그런다고 지금 고개를 끄덕이지 말렴. 그러다가 접시 깨질라.” 약간의 금제를 걸어두고 훈련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처음 시킬 때는 그래도 약간 싫어하는 티가 났는데 구경 가자는 말에 확 달라졌다. 지금은 아침식사 시간입니다. “루나양! 어제는 편안히 잤었나요?” 유난히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후작 부인에게 대답을 하려다가 문딩이 같은 따식이 땜에 말을 하지 못했다. “루나는 어디 가서도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잘 잔답니다. 노숙을 해도 마찬가지구요. 제대로 일어난 적이 없어요. 꼭 우리 일행 중에 한명이 깨워야 한답니다.” 이렇게 나를 비방하는 블루의 말에 난 새침해지면서 톡 쏘려다가 그것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블루님! 그래도 루나님은 빨리 일어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일생동안 루나님 잠을 깨워 드릴 테니 앞으로 그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 말아요.” 엄청 큰 소리로 말하는 리디에게 약간 쫀 블루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무슨 일 있었냐는 식으로 현실 도피를 했다. “그런데 루나양이 검술의 이론에 대하여 안다고 라이너에게 들었네만.....” 말꼬리를 살짝 흐리며 나를 쳐다보는 후작에게 나도 똑같이 대답을 하였다. “라이너가 말을 했나보죠? 전 그냥 주변에 검술을 많이 한 사람들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던 것 뿐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봐왔거든요. 그리고 또 카인이나 가브, 그리고 필라르가 한 솜씨를.......” 그리고는 잽싸게 먹었다. 또 질문이 들어오면 먹지 못하고 대답을 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리디아양은 왜 검술을 배우는 것이지?” 질문의 상대가 리디에게 돌려지자 리디는 하나도 당황하지 않고 간단하게 말함으로써 그들의 입을 막아버렸다. “루나님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조용하게 식사가 시작되었다. “그럼 저는 다 먹었으므로 이만 실례를 하겠습니다. 리디는 다 먹었으면 나를 따라 오너라.” 후작 부부에게 인사를 하고 아직 식사를 덜 끝낸 리디를 데리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루나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빨리 나온 이유가 뭐예요?” 정원을 가로질러 아직 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리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당연한 것 아니겠어? 떨거지들이 꼬이면 확실하게 못 놀잖아. 블루랑 미르의 표정을 보지 못했니? 니가 어디 나가자고 하면 그 뭐랄까? 벌레 씹는 듯한 얼굴을.” “그게 무슨 뜻이야?” 어느새 떨거지들이 따라 붙었는가 바로 뒤에서 씩씩거리고 서있었다. 네 따식이와 그리고 친구라는 명분아래 딸려 들어온 라이너까지....!!! “말 그대로의 뜻이야.” 짧게 말하고는 라이너를 앞세워 시내로 들어갔다. 이곳의 지리는 아무래도 필라르보다는 라이너가 훨씬 잘 알 테니까. “뭐 특별나고 재미있는 것은 없어?” 한번도 라이너에게 말을 걸지 않은 리디가 웬일로 물론 목적이 있었지만 먼저 말을 걸었다. “특별한 행사가 없으니까 재미있는 것은 없을 거야.” 무뚝뚝함이 철철 넘쳐흐르는 말에 리디는 실망을 느끼고 푹 숙여버렸다. “할일도 없으니까 상점에라도 들어가서 여행에 필요한 물품이나 사러가자. 라이너! 빨랑 앞장서서 안내해.” 우린 이곳저곳 들르며 상점에서 음식과 생활필수품을 사들였다. 그리고 따식이들은 손에 하나둘 짐을 들고 있었다. 연약한 여자들은 짐을 못 든다는 내 말에 따라서 “벌써 점심시간이잖아. 우리 어디서 간단하게 식사나 하지.” 정말이지 웬일로 먼저 말을 꺼낸 라이너의 말에 찬성을 하고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그리고 거기서 실컷 먹고 약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에 라이너의 집으로 향했다. “용병들이 장난 아니게 많다. 혹시 몬스터 퇴치작업에 동원 된 거야?” 우락부락한 인간들이 길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맞아! 저들은 국왕이 샀거든. 그러니까 따라가는 건 당연한 것 아니겠어? 그리고 여기서는 보이지 않지만 각 영지에서 몇 명씩 차출되어서 기사들이 궁에서 머물고 있어.” 라이너의 말에 동의를 하며 저택으로 갔다. “너희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어제 아버지한테 끌려간 세르아가 죽지 않고 다시 돌아와있었다. “너 함부로 나다니면 혼나지 않아?” 걱정스러워서 한 마디 건네자 당연한걸 묻는다는 식으로 말을 하였다. “당연히 혼나지. 몰래 나왔으니까.” 그 말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에 올라와버렸다. 세르아랑 있으면 머리가 아파왔으므로.. “이젠 이것만 넣으면 만사 오케이 다.” 사가지고 온 물건을 정리하여 짐속에 꾸겨 넣으며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에 세르아는 또 아버지한테 끌려가는 비운을 맞이 하였다. 그렇게 아무할일 없는 3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079 4 새 친구 집에서 - 5 “라이너~노오올자~” 다 큰 아가씨가 뭐하는 짓인지, 초장부터 우리 집에 무단 침입한 세르아는 큰 소리로 내게 말했다. “난 놀지 않아.” 간단하게 말하면 통하는 그런 말 이지만 세르아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 그럼 우리 산책 나가자.” 논다는 말이나 산책이란 말이나 그게 그거지만 세르아는 틀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플라시도 후작가의 차남으로 태어난 난 어쩔 수 없이 세르아의 말에 따랐다. 그렇지 않으면 어떠한 후환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생각도 하기 싫었다. 낮잠 자고 있을 때 머리카락을 뽑는다든지, 수련화 끈을 느슨하게 해서 검술을 하고 있는 도중에 넘어지게 만든다든지 아주아주 많았다. 손으로 꼽을수 없을 만큼. “넘 덥다~우리 공원에 가자.” 자기 혼자 말하고 자기 혼자 행동하는...하지만 세르아는 내겐 하나밖에 없는 친구였으므로 참았다. 만약에 그녀마저 없어지면 나 혼자 남게 될 테니. “저기가 좋겠다. 우우웅~근데 사람들이 넘 많네.”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 분수대에 마련되어 있는 의자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차있었다. 울상을 짓는 세르아. 다른 사람한테 양해를 구하기 위해 다가가기도 전에 많던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주었다. 기뻐해야 하는 건가 슬퍼해야 하는 건가 감을 못 잡겠다. 평민들과 귀족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이들은 나와 세르아가 귀족인줄알고 피해 버린 것이다. 그런 것은 내가 어쩔 수 없기에 우린 터~엉 빈 의자에 앉았고 세르아의 수다를 들어주고 있었다. 지겨웠지만.... 우리 외에 드디어 사람이 왔는지 말소리가 들렸다. “마지막으로 저기 한 가운데 있는 분수대가 바로 이 공원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곳이지. 더운 날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밀리는지 잘못하면 압사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웬일로 사람이 별로 없네?” 훗~그건 우리때문인데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저~~어~기 사람이 있는데?”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닌 누군가가 나와 세르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가리킨 듯 했다. 그렇담 이제 또 알아서 피해주는건가? “이야~정말이지 장난 아니게 시원하잖아. 그렇지 않니?” 하지만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가 있는 반대편에 둥지를 틀어 버린 것이다. 우리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가? 외부인 이라면 가능할지도....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가관이었다. 나와 세르아 그리고 누군가 모를 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게. “앗!! 차거......가 아니라 그저 시원한 정도잖아?” 소녀의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옆에서 잡담을 하던 세르아도 말을 멈추고 그들이 하는 말을 듣는 듯 하였다. “루나야야앙~~뭐하는 짓이지? 옆에 하고 많은 놈들 놔두고 하필이면 나냐?” “그거야 가까이 있으니까. 게다가 블루의 옷이 물하고 친하게 생겼잖아. 안 그래?” 청년과 소녀의 말을 종합해보면 아마도 분수 물에 넣었던 손을 빼서 물기를 청년의 옷에 닦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상하다. 왜 사람들이 시원한 이곳은 오지 않고 멀리 떨어진 벤치에 앉았지? 더구나 저 눈빛은 뭐야? 기분 나쁘게 시리.” 자신들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게 보였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은 것 같이 들렸다. “그건 아마도 저희들 때문일 겁니다.” 원래 말을 잘 하지 않는 나이지만 왠지 소녀의 말에 대답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을 했다. 아니 말을 하고자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놈의 머리보다 입이 먼저 반응했다고 생각하면 될까? “그게 무슨 말인가요?” 녹색의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듯한 소리! 남자이면서 저런 미성을 낼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희들이 꽤 한 가문하는 사람들이라 저들이 피하는 겁니다.” 오늘따라 말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내가 하루 동안 하는 말보다 더 많음 직한 소리가 한꺼번에 울렸다. “겨우 그 정도 때문에 피하다니......피해의식이 있어서 그러나? 미르야~~뭐하는 거야? 블랑슈 가지고 장난하지 마. 리디는 어디에 찰싹 붙는 거야? 떨어져. 덥단 말이야. 블루는 인상 좀 펴라, 아까 한 일 때문에 아직까지 삐진 건 아니겠지? 야! 필라르, 어디다가 발을 담그려는 거야? 환경 오염시키지 말고 제발 가만히 있어라.” 일행들에게 꾸짖는 말을 하고는 잠시 한숨을 쉬는 소녀! 일행을 인솔하는 대장?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비록 분수에 가려져 있었지만 다른 일행들보다 키가 작아보였기 때문이다. 그 파티에서 제일 작다고 할까? “대단하시군요. 다른 사람들 같으면 우리 곁으로 올 생각을 하지 않는데...” 우리들 앞에서 과연 어느 누가 저렇게 까지 소리를 지르며 말을 할까. “우린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블랑슈~물속에 던져버리기 전에 빨랑 원 위치. 블루야! 겨우 그까짓일 때문에 위~이~~대한 존재가 삐져서야 되겠어? 미르랑 필라르는 내가 나중에 이뻐해줄게. 그러니까 가만히 좀 있어. 이것들이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냐? 이참에 확 나 혼자 톡낄 수 있어.” 저 파티에서 소녀는 중요한 존재인가 보다. 도망간다는 말에 일행들이 모두 가만히 있으니까. “대단한 분이시군요.” 세르아 역시 저 소녀의 파티가 맘에 들었나 입을 열었다. 세르아도 말이 많아 보이지만 맘에 들지 않는 사람한테는 말도 걸지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도가 심하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수다쟁이 저리 가라할 정도였다. “고마워요. 그런데 누구세요? 이름이라도 알고 말하는 게 어떤가요?” 한마디의 말에 우린 자기소개를 하였고, 덤으로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소녀의 이름이 루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볼크라인이 아저씨로 전락되어가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내 생애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은 없을 것이다. 물론 볼크라인이 아저씨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단한 루나였다. 저녁시간엔 더 대단해 보였다. 그 말빨, 죽음이었다. 그런 말빨은 몇 년을 배운다 해도 따라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밑에 깔려 있는 지식은 방대한 양이었다. 소녀의 입에서. “그래요? 국민들을 그렇게 짓밟으면 안 되는데 잡초는 밟히면 밟힐수록 더욱 질기고 굳세게 위로 뻗어 올라오죠. 하물며 이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을 그렇게 하면 앞날은 보나마나 뻔하죠. 분명히 민란이 일어날 겁니다. 작고 작은 불씨들이 한곳에 모여서 큰 불이 일어나 국가 전체를 뒤엎어 버리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그래서 심하면 왕까지 바뀌는............” 저런 말이 나올 수는 없었다. 절대로...내가 아는 한은....그런데 내 상식을 뒤엎어 버리는 루나! 과연 루나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져만 갔다. 저 조그만 입술에서 나오는 소리를 믿을 수 없었다. 루나의 말을 계속 듣다가는 프란시스 공작이 심어놓은 놈들이 듣고 일러바칠까봐 난 중간에 말을 못하게 막았다. 시무룩해진 루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프란시스 공작한테 걸려서 당하느니 말을 않는 게 좋으니까. “와우! 녹차잖아!” 저, 저건 어찌 알았을까? 녹차는 우리 왕국에서만 생산되고 또 고가이기에 고위귀족이 아니면 입도 못 대는데, 더구나 저 녹차를 누가 좋아하리! 풀냄새 나서 있어도 안 먹는다. 그런데 고위 귀족만이 마시는 녹차의 정체를 한번 마셔보고 아는 루나의 입에서는 고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저,저런 말을 머릿속에 기억해두어야 겠다. 귀중한 말이다. 귀중한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내가 자서전을 만들면 꼭 루나가 한말을 써넣어야겠다. 하지만 내 놀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바로 그 다음날. “이야~~루나님! 언제 오셨어요? 리디가 가려고 했는데 먼저 일어나셨네요?” 그리디아 덕분에 알 수 있었다. 루나가 온 것을...이토록 정신이 헤이 해졌다니, 이 상태로 몬스터 토벌 전에 나갔다면 필시 피를 흘렸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었다. 손을 흔들며 나온 루나는 자신의 일행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라이너! 좋은 아침이야. 검을 휘두르는 것을 봐서는 웬만한 기사는 저리가라 할 정도인 것 같은데? 아~~볼크라인 아저씨도 안녕하세요.” 이제야 내가 보였단 말인가? 그건 그렇고 난 보았다. 한순간 싸늘해진 연무장을 그리고 봇물 터지듯 나오는 웃음소리까지!! 저렇게 큰 웃음소리는 처음 들어보았다. 한두 명도 아닌 연무장안에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뒤로 넘어지면서 웃는 것을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한참을 웃던 기사와 병사들에게 볼크라인은 위엄 있는 목소리를 내서 진정을 시켰지만 여전히 루나 앞에서는 범 앞의 하룻강아지 신세였다. 불쌍한 볼크라인을 위해 내가 구구절절이 설명을 했건만...원래 이정도 말하면 다 놀래서 말을 하지 못할 정도 아닌가? 근데 어째 나도 반짝이는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꼭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모습이......이건 어차피 내 생각이지만 그렇게 볼크라인을 휘두르고 있던 루나. 하대를 하라는 말을 듣고도 여전히 처음의 모습으로 대하는 볼크라인, 루나! 어제 말을 들어보면 필시 귀족일 거라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평민인 듯 아리송했다. “미르! 리디의 상태는 어때?” 볼크라인에게 볼일이 끝났는지 루나는 자신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가서 살짝쿵 이야기를 하는 듯 했지만 곧 벌어진 일에 입만 벌어졌다. “리디야~~발이 너무 벌어졌어. 그리고 어깨와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갔어.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해야지~~미르는 도대체 뭘 가르친 거야?” 그리디아의 검술을 연마하던 것을 보면 물론 초보티가 영력하게 났지만 처음 본 인간들은 우와~하고 입맛 내두를 것이다. 근데 루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이다. 세세한 것까지! 발이 많이 벌어졌다는 것은 눈치 챘지만 그 나머지 것들은 알 수 없었는데 루나는 어떻게 알아낸 거지? “후우~정말이지 미르한테 맡긴 내가 잘못이다. 잘못이야. 앞으론 내가 알고 있는 데로 가르쳐 줄 테니까 알아서 해. 물론 미르가 교관인건 변함없는 사실이라는 것만 빼고는.” 푸념을 하던 루나는 어디선가 접시 세 개를 급조해서 그리디아에게 올려주었다. “발은 어깨 넓이로 벌이고, 그래 그렇게! 그 다음에 45도 각도로 구부리고 팔을 앞으로 나란히 올려서 쭈욱 펴고 손도 펴라. 맞아. 그렇게 계속 유지해.” “만약 접시 떨어지면 나한테 혼난다. 아니 미르한테 혼난다. 그렇게 하면 하체의 힘이 강화되고 팔 힘이 늘어. 그리고 균형감각 또한 월등히 높아지지. 그러니까 매일 그렇게 검을 휘두르기 전에 30분 가량 해라.” 내 생전에 저런 수련법은 또 처음 들어 본다. 루나하고 같이 있으면 언제나 처음보고 듣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다른 기사와 병사들도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게다가 볼크라인까지 눈을 초롱초롱(?)뜨고는 하나도 빠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단순히 이론에 대해 안다고 한 루나! 하지만 믿지 못할 일이다. 아무리 이론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는 못한다. 이론을 알고 있으면 곧 실전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루나의 손바닥엔 굳은살 한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 정말로 이론만 알고 있는 건가? 아침 수련이 끝나자 난 아버님께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아버님의 그 반짝이는 눈빛, 미안해~루나. “그런데 루나양이 검술의 이론에 대하여 잘 안다고 하더군.” 역시나 아버님은 루나에게 물어보았다. 검술에 대해, 그럼 내가 말한 것이 들통이 나는데! 아니 벌써 알아챘군. 눈치하난 죽이는군! “라이너가 말을 했나보죠? 전 그냥 주변에 검술을 많이 한 사람들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던 것 뿐이에요. 태어날 때부터 봐왔거든요. 그리고 또 카인이나 가브, 그리고 필라르가 한 솜씨를.......” 루나의 답변을 들은 아버님은 이제 그리디아에게 시선을 돌려 물어보셨다. “그런데 그리디아양은 왜 검술을 배우는 것이지?” 당연히 편안한 여행을 하러 라고 말하겠지....가 아니군! “루나님을 지키기 위해서.” 너무나 조용해진 식사 시간! 연약한 레이디를 지켜야한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왠지 루나는 강해보였다. 왠지. 식사가 끝나자 밖으로 휘리릭 나가자 나도 다른 녀석들과 같이 나가서 루나와 그리디아와 같이 시내구경 겸 물품을 사는데 따라다니느라 진땀을 뺐다. 여행용 물품을 바리바리 들고 저택에 도착하자! “너희들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초롱초롱 눈빛을 보내며 세르아가 서있었다. “너 함부로 나다니면 혼나지 않아?” 루나의 말에 세르아의 말!! “당연히 혼나지. 몰래 나왔으니까.” 단 한마디를 듣고 루나는 더 이상 들을 필요성을 못 느꼈나 그대로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이로써 난 세르아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어야 만하는 운명에 빠졌다. 물론 이야기는 일방적으로 세르아가 하지만 듣고 있는 것 만으로도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는건 어쩔수 없었다. 누가 저 주절주절 쉴 새 없이 떠들어내는 세르아의 입 좀 다물게 했으면 하는 자그만 소망이 있었는데 그 소망은 곧 이루어졌다. 카바야사 백작이 와서 데리고 갔기에 겨우 한숨 놓을 수 있었다. 3일 동안 몬스터들과 대결을 하기 위해 열심히 수련을 하며 땀을 뺐지만 유일하게 땀을 안 빼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루나였다. 아침마다 연무장에 출근을 한 루나는 나무 그늘 아래에 팔짜 좋게 퍼질러 누워서 따가운 햇살에 땀을 흘리며 수련하는 그리디아에게 열심히 주저리주저리 말을 해댔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여간 아니꼬울 수가 없었다. 누군 이렇게 힘들게 검술 훈련을 하고 있는데 누군 편하게 누워서 그늘에서 물이나 마시고....하지만 봐줬다. 루나가 그리디아에게 한 소리는 우리들도 들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서 자세를 많이 교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루나가 검술 이론에 대한 책을 냈다면 벌써 동이 나고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루나는 놀고 있는 듯 하면서도 그 머릿속에는 우리가 범접하지 못할 정도의 지식이 쌓여져 있었다. 루나의 말을 다시 아로새기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 출정하기로 된 시간이 되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5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153 4 모험다운 모험이란? - 1 라이너가 출정하기로 된 마지막 아침 식사시간은 엄청 썰렁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슨 축제 분위기랄까? 가는 사람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것이라고 한다. “그래! 그동안 열심히 갈고 닦았느냐?” 후작의 말에 라이너는 웃음을 띠었다. “그런데 이젠 루나양과 일행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식사 중에 튀어나온 말에 당연한걸 묻냐는 식으로 고개를 쳐들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도 라이너 따라 갈 건데요.” 그 말의 충격의 파장이 꽤 컸나? 분위기가 살얼음 위를 걸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게 정말인가요? 루나양은 여행자이기는 하지만 약하지 않습니까? 그런 곳에 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려구.” 아스펠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난 간단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주위에 한 실력하는 인간들이(?) 꽤 많이 있잖아요.” “하지만 싸우다 보면 지켜주지 못 할 때가 있는데.” 후작 부인의 말에 난 또 간단하게 말했다. “그때가 되면 그때 생각해 보도록 하죠.”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는 식으로 일행들을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일행들은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 것 아닌가?” 옆집 아저씨 같은 후작의 말에 블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할 것이 못됩니다. 우리가 루나를 지킬 테니까요.” “맞아요! 이제껏 모험을 하면서 어려운 일도 많이 있었지만 모두 헤쳐 나갔는걸요.” “두 분의 말씀이 맞아요. 그 정도의 배짱도 없었으면 애초에 나오지도 안았을 겁니다.” “높은 산에서 만났을 때 두려움이 없는 모습을 보고 한 눈에 파악을 했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이라는 것을....그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블루, 미르, 가브가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있는데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인간이 내 기분에 거슬리는 언동에 의해 모든 일행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당사자인 필라르는 그제서야 자신이 한 말을 깨닫고는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다. “너 다시 말해봐. 루나님이 뭐가 어째고 저쨌다고? 죽고 싶어서 환장 했냐?” 내가 흥분을 해야 정석인데 옆에서 리디가 먼저 살기를 뿌리며 필라르를 쳐다보았다. 이에 필라르는 얼굴이 심히 보기 안쓰러워질 정도로 창백해 있었다. “리디야! 식사 시간이다. 그러니 소리를 내는 것은 자중하도록! 그리고 필라르는 리디 기분에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도록 신경 좀 쓰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먼저 이뻐해줄테니까.” 살신성인의 맘으로 리디와 설전을 끝맺게 하는 방법으로 마지막 말을 하자 이젠 아예 푸르죽죽해졌다. 전에 미르가 당한걸 상기한 탓이리라! “그럼 이걸로 우린 라이너를 따라갈 테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이제 보니 니가 부 사령관이라면서? 그럼 사령관은 누구야?” 혼자 낙찰을 본 난 라이너를 쳐다보며 묻자 라이너는 약간 얼굴을 붉히고(아마도 뭘 잘못 먹었나보다. 고추라도 먹었나? 하기야 여긴 고추가 없지!!!) 입을 열었다. “사령관은 프란시스 공작의 아들인 토레이 프란시스 야.” “아하! 그러니까 그 사회의 악인 프란시스 공작이 미리 손을 써둔 모양이네. 그럼 실력은 어느 정도지? 사령관이라면 최소한 소드 마스터는 못돼도 익스퍼트 상급은 되나?” 사령관의 자질을 묻는 말에 라이너는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럼 한마디로 아버지 빽으로 들어간 놈이잖아? 능력 없는 인간이 사령관이 되면 밑에 있는 부하들은 다 죽어나가는 데!! 꼭 그런 놈이 위험에 처하면 먼저 도망가더라고.” 말을 마치고 나서 난 마저 식사를 끝냈다. “전 다 먹었으므로 미리 가서 준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너희들도 빨리 준비를 하도록, 블랑슈는 알아서 데리고 와.” 일행들에게 말을 한 다음에 올라가서 짐이라고 한껏도 없는 마법 주머니와 샤이닝을 한번 꺼내서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이 공간에 집어넣고는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 긴 시간이 흐른 건 아니지만 모두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국왕폐하께 출정식을 하시므로 광장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너희들도 같이 가자. 내 친구라고 특별히 말하면 약간 편하게 갈수 있을 거야.” 친절하기 그지없는 말투에 난 만족을 하며 블루가 끌고 온 내 말에 올라탔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플라시도 후작각하 내외분과 아스펠님. 마지막으로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 그렇게 인사를 끝낸 다음 라이너를 따라 나왔다. 광장에 접어들수록 어마어마한 인원이 집중되어있었다. “잘못하다가는 압사하겠다.” 가브의 말에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고는 라이너의 옆에 섰다. “부 사령관님! 빨리 저쪽으로 가시지요. 이제 출정식이 시작될 겁니다.” 라이너를 잘 알고 있는듯한 기사가 다가와 가르쳐주었다. “여기 있는 사람은 내 친구들이니 다른 곳에 좀 데리고 가있도록 하시오. 그럼 난 이만.” 기사에게 우리를 맡기고 혼자서 어디로 뺑소니를 쳤다. “부 사령관님의 친구 분들은 저를 따라 오십시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사람이 약간 적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저들은 용병인데 출정식이 있을 때까지만 같이 계세요. 저도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예의가 툭툭 흘러나오는 투로 말하고는 라이너가 간곳으로 달려갔다. 용병들과 부대끼며 졸리는 눈을 엄청난 인내심으로 버티고 있을 때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고 주의는 조용해 졌다. 그리고 출정식이 시작됨을 알리는 선언이 시작되었고 국왕이 모습을 드러내고 뭐라고 시부렁거리며 라이너와 뒷모습만 보이는 사령관이라는 인간한테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에 아르테스 신전에서 본 대사제가 축복을 내려주었다. 바르미르를 퍼레이드 비스 무리한 행진을 하고는 그 상태로 빠져나갔다. 그제서야 말을 몰아 라이너의 옆에 다가갈 수 있었다. “휴우~이젠 얼마큼 가야해?” 용병들 틈을 빠져나와 한숨을 돌리고 라이너에게 물었다. “한 열흘정도는 가야할 거야.” 앞을 주시하며 말하는 그를 보고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라이너 말을 들었지? 그럼 그 동안은 몸 사리고 잘 있으라구.” 라이너의 친구라는 명분아래 다른 용병과 병사들과는 달리 편하게 갈 줄 알았더니만 완전히 풀밭에서 자고 이슬을 맞는 신세가 되었다. “저놈도 우리와 같이 해야 하지 않아? 왜 사령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런 짓거리를 해야 하는데? 그리구 넌 부사령관이면서 낡아빠진 천막하나 없냐?” 사령관 천막을 가리키고 씩씩거리며 라이너에게 묻자 그냥 피식거리기만 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나도 조용하기만 했지만 6일째가 되던 날 일이 터졌다. “설마 저 녀석이 사령관은 아니겠지?” 일행들도 나와 같은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동안 얼굴을 드러내지 않더니만 갑자기 보이는 얼굴에 우리 일행은 경악을 하고 있었다. “맞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라이너는 우리 일행만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표정이 제각각 이었으니까! “무슨 일 있는가? 부 사령관. 왜 뒤쳐지는...?” 사령관이라는 작자도 라이너에게 말을 하다가 우리를 봤는지 입만 벌리고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쪽은 제 친구들입니다만 무슨 일이 있는지요?”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표정의 라이너는 우리와 그 사령관이라는 작자를 돌아가면서 쳐다보았다. “어째서 너희들이 여기 있는 거지?” 그 사령관이라는 작자의 말에 나도 맞대응을 했다. “그러는 너는 왜 여기에 있는거지? 설마 사령관은 아니겠지. 아무렴~니가 사령관이면 개나 소나 다 사령관 해 먹겠다. 우리 일행한테 쫄아서 도망간 주제에, 이 몬스터 처벌군도 이젠 몰락의 길을 걷겠군. 비겁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인간이 사령관이니까.” 엄청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그 인간은 얼굴을 붉혔다. 그렇다. 저 인간은 나에게 모욕을 주고 리디에게 수작을 펴려고 했다가 따식이들의 등장으로 도망간 그 인간이었던 것이었다. 또 그 인간이 다시 말을 할줄 알았는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옆에 있던 어떤 마법사가 나서서 말을 했다. “무엄하다. 아무리 부 사령관님 친구라고 해도 사령관님에게 행패를 부린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씌우며 말하는 그 마법사한테 비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행패라! 내가 언제 행패를 부렸지?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어. 오히려 행패를 부린 쪽은 그 쪽이야. 나한테 모욕을 주고 리디에게 더러운 손을 뻗었으니까. 증인을 불러다 주라고 하면 친히 불러 줄 수도 있고 본인도 있으니 여기서 재판이라도 할 것인가?” 논리정연하기 그지없는 말에 그 마법사는 입을 다물고 사실이냐는 뜻으로 토레이를 즉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사,사실이 아니다.” 귀청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큰 소리에 모든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짧고 간결한 말에 토레이는 얼굴을 붉히고 검을 뽑아들었다. “더 이상 나를 모욕하면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협박어린 말에 난 싸늘하게 웃었다. “무엄하다. 감히 루나님 앞에서 검을 뽑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리디의 말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일행들도 모두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검기를 형성시켰다. 우리는 이런 놈들이니 함부로 행동을 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뜻으로! 검기를 보자 토레이 일행은 모두 경악을 하고 있었다. “자자! 이제 그만 두시죠. 여긴 전쟁터나 마찬가지인데 싸우면 사기가 많이 떨어지니까 그만 하시고 주변을 좀 둘러보심이 어떠합니까? 루나도.” 라이너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자 궁금 또는 반짝이는 시선이 쏟아져 들어온 것을 보게 되었다. 나야 물론 옛날 꼰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흠흠! 이번일은 그냥 넘어가겠다만 더 이상의 무례를 범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마음은 그게 아닌 듯 싶었다. “루나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자. 여기 있으면 눈만 버리니까.” 미르의 말에 웬일로 옳은 소리를 한다는 식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뭐 뭐하는 짓이야?” 쑥스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그냥~귀여워서, 호호호호” 할 말을 잃은 미르는 그대로 두고 가려다가 나 발목을 아니 말 발목을 붙잡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했는데 루나님이었군요! 여기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요.”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보자 웬 삐까뻔쩍하게 잘 닦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보였다. “너희들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난 말이지 사람 기억하는 것이 쬠 딸려서 잘 모르겠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아서 약간 인상을 쓰고 있자 일행들은 나를 한심하다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저 사람은 무라다 자작의 기사들이잖아. 몰라? 전에 방문 앞에 있던 두 덩치를 한번에 기절시킨 케이루스씨와 나머지 기사들을 말이야.” 그제서야 머리 한구석에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아하~그렇군. 케이루스 아저씨외 여러분들~만나서 반가워요.” 내가 생각해도 약간 큰 목소리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시선 집중을 했다. 그리고 그 토레이라는 밥맛인 따식이도. “너 저기 계신 케이루스님을 아시는 거야?” 웬만해서 표정 변화가 없던 녀석이 오늘따라 심하게 바꾸어졌다. “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거든.” 가브의 말에 라이너는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라이너의 표정 변화가 재미있어서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그곳을 쳐다보았다. “루나님, 정말이지 너무하는군요. 오랜만에 만났기로서니 벌써 잊어먹으시다니요. 도련님께서 아시면 울고불고 하셨을걸요.” 일행들과 인사를 다 나누었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하하! 뭐 만나는 사람이 한 두명이어야지요. 그런데 자작님과 그 식구 분은 안녕하신가요? 제드는 요즘 어때요?” 그 말에 케이루스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잘 계십니다. 루나님께서 너무 빨리 떠나셔서 주인님과 마님 그리고 아가씨께서 섭섭해 하시는 것만 빼고는 아! 그리고 도련님도 잘 계십니다. 루나님 말씀대로 검술연습을 아주 열심히 하신답니다.” 케이루스의 말에 흐뭇해진 난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지막에 덧붙여서 들려오는 말에 낙마를 할 뻔 했다. “도련님께서 말씀하시길 나중에 크면 루나님과 결혼을 한다고 선언까지 했는데요.” 삐질 삐질 “호호호~뭐 어린애가 못할 말이 없으니까요. 괜찮아요.” 애써 안심을 하고는 다시 말을 나누었다. “그런데 어떻게 만나셨는지요?” 밥맛인 토레이가 케이루스를 쳐다보고는 우리와는 달리 친절하게 질문을 했다. “아! 그건 말이지요. 그러니까 때는 몇 달 전 사건이지요. 주인님께서는 어떤 손님을....어쩌고저쩌고 해서 어영부영하다가...........됐습니다.” 엄청나게 긴 이야기를 목이 아프지도 않은가 쉴 새 없이 침 까지 튀기며 말을 했다. “그,그렇군요.” 케이루스의 말에 미심쩍은지 우리를 쓰윽 쳐다보았다. “그런데 케이루스는 누군데 이렇게 사령관 나으리까지 아는 척을 하실까?” 약간 빈정대는 투로 말하자 라이너가 말하길 볼크라인 아저씨같이 국왕의 은인이라나 뭐라나?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대체 그때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전에 대답을 안 해주자 지금에 와서 끈덕지게 물어보았다. “자작님과 부인 그리고 아가씨께서 말을 하지 않았나보죠?” 갸웃거리며 말하자 케이루스는 그렇다고 말을 했다. “헤에~말하기 싫어요. 딴 데 가서 알아봐요.” 이 말에 케이루스는 실망을 했는지 식은땀을 닦고 있었다. “그 방안에 있던 사람은 루나님과 주인님과 마님 그리고 아가씨뿐인데 누구한테 물어보죠?” 의문의 눈초리로 묻는 아저씨! 하지만 다시는 그런 질문을 하지 못하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구린 할아범이나 그 아저씨들한테 물어봐요. 그럼 만사 오케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씨익 웃었다. “루나님은 말씀하시기 싫어하시니 그만 물어보십시요. 그게 은인을 대하는 태도이니.” 리디의 말에 케이루스는 마지못해 동의를 했다. “그럼 이제 해가 지고 있으니 잠잘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요?” 해는 벌써 서녘으로 지고 있는데 이 놈의 문딩이 같은 인간들은 이야기하기에 여념이 없다가 내가 하는 말에 상황파악을 하고 자리를 물색했다. “아함~~난 그냥 잘려니까 알아서 먹든지 말든지 뭘 하던지 마음대로 해.” 자리를 잡자마자 털썩 주저앉으며 누워서 잠을 잤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063 5 모험다운 모험이란? - 2 라이너가 출정하기로 된 마지막 아침 식사시간은 엄청 썰렁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무슨 축제 분위기랄까? 가는 사람이 안심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한것이라고 한다. “그래! 그동안 열심히 갈고 닦았느냐?” 후작의 말에 라이너는 웃음을 띠었다. “그런데 이젠 루나양과 일행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식사 중에 튀어나온 말에 당연한걸 묻냐는 식으로 고개를 쳐들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도 라이너 따라 갈 건데요.” 그 말의 충격의 파장이 꽤 컸나? 분위기가 살얼음 위를 걸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게 정말인가요? 루나양은 여행자이기는 하지만 약하지 않습니까? 그런 곳에 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려구.” 아스펠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난 간단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주위에 한 실력하는 인간들이(?) 꽤 많이 있잖아요.” “하지만 싸우다 보면 지켜주지 못 할 때가 있는데.” 후작 부인의 말에 난 또 간단하게 말했다. “그때가 되면 그때 생각해 보도록 하죠.”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는 식으로 일행들을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 일행들은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 것 아닌가?” 옆집 아저씨 같은 후작의 말에 블루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걱정할 것이 못됩니다. 우리가 루나를 지킬 테니까요.” “맞아요! 이제껏 모험을 하면서 어려운 일도 많이 있었지만 모두 헤쳐 나갔는걸요.” “두 분의 말씀이 맞아요. 그 정도의 배짱도 없었으면 애초에 나오지도 안았을 겁니다.” “높은 산에서 만났을 때 두려움이 없는 모습을 보고 한 눈에 파악을 했죠.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인간이라는 것을....그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블루, 미르, 가브가 논리정연하게 말하고 있는데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할 인간이 내 기분에 거슬리는 언동에 의해 모든 일행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그리고 당사자인 필라르는 그제서야 자신이 한 말을 깨닫고는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다. “너 다시 말해봐. 루나님이 뭐가 어째고 저쨌다고? 죽고 싶어서 환장 했냐?” 내가 흥분을 해야 정석인데 옆에서 리디가 먼저 살기를 뿌리며 필라르를 쳐다보았다. 이에 필라르는 얼굴이 심히 보기 안쓰러워질 정도로 창백해 있었다. “리디야! 식사 시간이다. 그러니 소리를 내는 것은 자중하도록! 그리고 필라르는 리디 기분에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도록 신경 좀 쓰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먼저 이뻐해줄테니까.” 살신성인의 맘으로 리디와 설전을 끝맺게 하는 방법으로 마지막 말을 하자 이젠 아예 푸르죽죽해졌다. 전에 미르가 당한걸 상기한 탓이리라! “그럼 이걸로 우린 라이너를 따라갈 테니까 앞으로 잘 부탁해! 이제 보니 니가 부 사령관이라면서? 그럼 사령관은 누구야?” 혼자 낙찰을 본 난 라이너를 쳐다보며 묻자 라이너는 약간 얼굴을 붉히고(아마도 뭘 잘못 먹었나보다. 고추라도 먹었나? 하기야 여긴 고추가 없지!!!) 입을 열었다. “사령관은 프란시스 공작의 아들인 토레이 프란시스 야.” “아하! 그러니까 그 사회의 악인 프란시스 공작이 미리 손을 써둔 모양이네. 그럼 실력은 어느 정도지? 사령관이라면 최소한 소드 마스터는 못돼도 익스퍼트 상급은 되나?” 사령관의 자질을 묻는 말에 라이너는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럼 한마디로 아버지 빽으로 들어간 놈이잖아? 능력 없는 인간이 사령관이 되면 밑에 있는 부하들은 다 죽어나가는 데!! 꼭 그런 놈이 위험에 처하면 먼저 도망가더라고.” 말을 마치고 나서 난 마저 식사를 끝냈다. “전 다 먹었으므로 미리 가서 준비를 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 너희들도 빨리 준비를 하도록, 블랑슈는 알아서 데리고 와.” 일행들에게 말을 한 다음에 올라가서 짐이라고 한껏도 없는 마법 주머니와 샤이닝을 한번 꺼내서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이 공간에 집어넣고는 밖으로 나와 있었다. 그리 긴 시간이 흐른 건 아니지만 모두가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국왕폐하께 출정식을 하시므로 광장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너희들도 같이 가자. 내 친구라고 특별히 말하면 약간 편하게 갈수 있을 거야.” 친절하기 그지없는 말투에 난 만족을 하며 블루가 끌고 온 내 말에 올라탔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플라시도 후작각하 내외분과 아스펠님. 마지막으로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 그렇게 인사를 끝낸 다음 라이너를 따라 나왔다. 광장에 접어들수록 어마어마한 인원이 집중되어있었다. “잘못하다가는 압사하겠다.” 가브의 말에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고는 라이너의 옆에 섰다. “부 사령관님! 빨리 저쪽으로 가시지요. 이제 출정식이 시작될 겁니다.” 라이너를 잘 알고 있는듯한 기사가 다가와 가르쳐주었다. “여기 있는 사람은 내 친구들이니 다른 곳에 좀 데리고 가있도록 하시오. 그럼 난 이만.” 기사에게 우리를 맡기고 혼자서 어디로 뺑소니를 쳤다. “부 사령관님의 친구 분들은 저를 따라 오십시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사람이 약간 적은 곳으로 데리고 갔다. “저들은 용병인데 출정식이 있을 때까지만 같이 계세요. 저도 그만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예의가 툭툭 흘러나오는 투로 말하고는 라이너가 간곳으로 달려갔다. 용병들과 부대끼며 졸리는 눈을 엄청난 인내심으로 버티고 있을 때 뿔피리 소리가 들려오고 주의는 조용해 졌다. 그리고 출정식이 시작됨을 알리는 선언이 시작되었고 국왕이 모습을 드러내고 뭐라고 시부렁거리며 라이너와 뒷모습만 보이는 사령관이라는 인간한테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에 아르테스 신전에서 본 대사제가 축복을 내려주었다. 바르미르를 퍼레이드 비스 무리한 행진을 하고는 그 상태로 빠져나갔다. 그제서야 말을 몰아 라이너의 옆에 다가갈 수 있었다. “휴우~이젠 얼마큼 가야해?” 용병들 틈을 빠져나와 한숨을 돌리고 라이너에게 물었다. “한 열흘정도는 가야할 거야.” 앞을 주시하며 말하는 그를 보고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라이너 말을 들었지? 그럼 그 동안은 몸 사리고 잘 있으라구.” 라이너의 친구라는 명분아래 다른 용병과 병사들과는 달리 편하게 갈 줄 알았더니만 완전히 풀밭에서 자고 이슬을 맞는 신세가 되었다. “저놈도 우리와 같이 해야 하지 않아? 왜 사령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런 짓거리를 해야 하는데? 그리구 넌 부사령관이면서 낡아빠진 천막하나 없냐?” 사령관 천막을 가리키고 씩씩거리며 라이너에게 묻자 그냥 피식거리기만 했다. 그렇게 5일이 지나도 조용하기만 했지만 6일째가 되던 날 일이 터졌다. “설마 저 녀석이 사령관은 아니겠지?” 일행들도 나와 같은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동안 얼굴을 드러내지 않더니만 갑자기 보이는 얼굴에 우리 일행은 경악을 하고 있었다. “맞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라이너는 우리 일행만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표정이 제각각 이었으니까! “무슨 일 있는가? 부 사령관. 왜 뒤쳐지는...?” 사령관이라는 작자도 라이너에게 말을 하다가 우리를 봤는지 입만 벌리고 쳐다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쪽은 제 친구들입니다만 무슨 일이 있는지요?”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표정의 라이너는 우리와 그 사령관이라는 작자를 돌아가면서 쳐다보았다. “어째서 너희들이 여기 있는 거지?” 그 사령관이라는 작자의 말에 나도 맞대응을 했다. “그러는 너는 왜 여기에 있는거지? 설마 사령관은 아니겠지. 아무렴~니가 사령관이면 개나 소나 다 사령관 해 먹겠다. 우리 일행한테 쫄아서 도망간 주제에, 이 몬스터 처벌군도 이젠 몰락의 길을 걷겠군. 비겁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인간이 사령관이니까.” 엄청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그 인간은 얼굴을 붉혔다. 그렇다. 저 인간은 나에게 모욕을 주고 리디에게 수작을 펴려고 했다가 따식이들의 등장으로 도망간 그 인간이었던 것이었다. 또 그 인간이 다시 말을 할줄 알았는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대신 옆에 있던 어떤 마법사가 나서서 말을 했다. “무엄하다. 아무리 부 사령관님 친구라고 해도 사령관님에게 행패를 부린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말도 안 되는 어거지를 씌우며 말하는 그 마법사한테 비웃음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행패라! 내가 언제 행패를 부렸지?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어. 오히려 행패를 부린 쪽은 그 쪽이야. 나한테 모욕을 주고 리디에게 더러운 손을 뻗었으니까. 증인을 불러다 주라고 하면 친히 불러 줄 수도 있고 본인도 있으니 여기서 재판이라도 할 것인가?” 논리정연하기 그지없는 말에 그 마법사는 입을 다물고 사실이냐는 뜻으로 토레이를 즉 사령관을 쳐다보았다. “사,사실이 아니다.” 귀청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큰 소리에 모든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짧고 간결한 말에 토레이는 얼굴을 붉히고 검을 뽑아들었다. “더 이상 나를 모욕하면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협박어린 말에 난 싸늘하게 웃었다. “무엄하다. 감히 루나님 앞에서 검을 뽑다니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리디의 말에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고 일행들도 모두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검기를 형성시켰다. 우리는 이런 놈들이니 함부로 행동을 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뜻으로! 검기를 보자 토레이 일행은 모두 경악을 하고 있었다. “자자! 이제 그만 두시죠. 여긴 전쟁터나 마찬가지인데 싸우면 사기가 많이 떨어지니까 그만 하시고 주변을 좀 둘러보심이 어떠합니까? 루나도.” 라이너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자 궁금 또는 반짝이는 시선이 쏟아져 들어온 것을 보게 되었다. 나야 물론 옛날 꼰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흠흠! 이번일은 그냥 넘어가겠다만 더 이상의 무례를 범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마음은 그게 아닌 듯 싶었다. “루나 이제 그만 하고 돌아가자. 여기 있으면 눈만 버리니까.” 미르의 말에 웬일로 옳은 소리를 한다는 식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뭐 뭐하는 짓이야?” 쑥스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그냥~귀여워서, 호호호호” 할 말을 잃은 미르는 그대로 두고 가려다가 나 발목을 아니 말 발목을 붙잡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했는데 루나님이었군요! 여기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요.”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보자 웬 삐까뻔쩍하게 잘 닦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보였다. “너희들 저 사람이 누군지 알아? 난 말이지 사람 기억하는 것이 쬠 딸려서 잘 모르겠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아서 약간 인상을 쓰고 있자 일행들은 나를 한심하다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저 사람은 무라다 자작의 기사들이잖아. 몰라? 전에 방문 앞에 있던 두 덩치를 한번에 기절시킨 케이루스씨와 나머지 기사들을 말이야.” 그제서야 머리 한구석에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아하~그렇군. 케이루스 아저씨외 여러분들~만나서 반가워요.” 내가 생각해도 약간 큰 목소리에 사람들은 다시 한번 시선 집중을 했다. 그리고 그 토레이라는 밥맛인 따식이도. “너 저기 계신 케이루스님을 아시는 거야?” 웬만해서 표정 변화가 없던 녀석이 오늘따라 심하게 바꾸어졌다. “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거든.” 가브의 말에 라이너는 의심스럽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라이너의 표정 변화가 재미있어서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그곳을 쳐다보았다. “루나님, 정말이지 너무하는군요. 오랜만에 만났기로서니 벌써 잊어먹으시다니요. 도련님께서 아시면 울고불고 하셨을걸요.” 일행들과 인사를 다 나누었는지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하하하! 뭐 만나는 사람이 한 두명이어야지요. 그런데 자작님과 그 식구 분은 안녕하신가요? 제드는 요즘 어때요?” 그 말에 케이루스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잘 계십니다. 루나님께서 너무 빨리 떠나셔서 주인님과 마님 그리고 아가씨께서 섭섭해 하시는 것만 빼고는 아! 그리고 도련님도 잘 계십니다. 루나님 말씀대로 검술연습을 아주 열심히 하신답니다.” 케이루스의 말에 흐뭇해진 난 고개를 끄덕이다가 마지막에 덧붙여서 들려오는 말에 낙마를 할 뻔 했다. “도련님께서 말씀하시길 나중에 크면 루나님과 결혼을 한다고 선언까지 했는데요.” 삐질 삐질 “호호호~뭐 어린애가 못할 말이 없으니까요. 괜찮아요.” 애써 안심을 하고는 다시 말을 나누었다. “그런데 어떻게 만나셨는지요?” 밥맛인 토레이가 케이루스를 쳐다보고는 우리와는 달리 친절하게 질문을 했다. “아! 그건 말이지요. 그러니까 때는 몇 달 전 사건이지요. 주인님께서는 어떤 손님을....어쩌고저쩌고 해서 어영부영하다가...........됐습니다.” 엄청나게 긴 이야기를 목이 아프지도 않은가 쉴 새 없이 침 까지 튀기며 말을 했다. “그,그렇군요.” 케이루스의 말에 미심쩍은지 우리를 쓰윽 쳐다보았다. “그런데 케이루스는 누군데 이렇게 사령관 나으리까지 아는 척을 하실까?” 약간 빈정대는 투로 말하자 라이너가 말하길 볼크라인 아저씨같이 국왕의 은인이라나 뭐라나?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대체 그때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전에 대답을 안 해주자 지금에 와서 끈덕지게 물어보았다. “자작님과 부인 그리고 아가씨께서 말을 하지 않았나보죠?” 갸웃거리며 말하자 케이루스는 그렇다고 말을 했다. “헤에~말하기 싫어요. 딴 데 가서 알아봐요.” 이 말에 케이루스는 실망을 했는지 식은땀을 닦고 있었다. “그 방안에 있던 사람은 루나님과 주인님과 마님 그리고 아가씨뿐인데 누구한테 물어보죠?” 의문의 눈초리로 묻는 아저씨! 하지만 다시는 그런 질문을 하지 못하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구린 할아범이나 그 아저씨들한테 물어봐요. 그럼 만사 오케이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씨익 웃었다. “루나님은 말씀하시기 싫어하시니 그만 물어보십시요. 그게 은인을 대하는 태도이니.” 리디의 말에 케이루스는 마지못해 동의를 했다. “그럼 이제 해가 지고 있으니 잠잘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요?” 해는 벌써 서녘으로 지고 있는데 이 놈의 문딩이 같은 인간들은 이야기하기에 여념이 없다가 내가 하는 말에 상황파악을 하고 자리를 물색했다. “아함~~난 그냥 잘려니까 알아서 먹든지 말든지 뭘 하던지 마음대로 해.” 자리를 잡자마자 털썩 주저앉으며 누워서 잠을 잤다. 실패했다. 루나님은 잔다는 말과 함께 그대로 땅바닥에 누워서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루나님의 품으로 억지로 끼어들어가는 블랑슈 이 놈도 불쌍해보였다. “훗~루나는 항상 저렇다니깐. 잘 때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아서..쯧쯧!” 가르시미르님은 아무데나 굴러다니면서 주무시는 루나님을 따뜻한 모포로 둘둘 말아(?) 불가로 안아서 오셨다. 한 쌍의 백조를 보는듯한 모습에 마르스 녀석은 음! 묵묵히 가만히 있군!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039 6 모험다운 모험이란? - 3 한참을 잤을까 떠들썩하는 소리에 눈을 약간 떠보았다. 아직 새벽인지 아직 날이 완전히 밝지 않았다. “몬스터다.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 소리에 몬스터 퇴치하러 온 인간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너무 빨리 들이 닥쳤으므로. 아마도 순찰을 나갔던 인간들이 몬스터의 괴성을 듣고 달려 나와 연락을 한 듯 싶다. 내 귀엔 그 괴성들이 크게 들렸으니깐. 한참 잘 자다가 몬스터들이 온다는 소리에 한때나마 여유로웠던 인간들은 한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제야 모험다운 모험을 할 수 있겠군.” 이왕 눈을 뜬 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몸을 점검했다. “모두 당황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함부로 움직이면 모두 죽는다. 자중하도록.” 우렁찬 소리에 사람들은 일제히 그 자리에서 동작 그만을 했다. 전쟁터에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각자 갑옷을 입고 잠이 들기 때문에 갑옷도 못 입고 허둥대지는 않았다. “용병들은 우측을! 그리고 왕실의 군대는 중앙, 기사들은 좌측을 마지막으로 병사들과 보조 인력들은 모두 후방으로 움직인다. 동작 실시” 사령관이 할일을 라이너가 재빨리 해치웠다. 그리고 토레이는 막사에서 그제서야 얼굴을 빼꼼히 내 밀고는 무장을 한 채 몸을 사리는 듯이 뒤쪽으로 빠졌다. “그럼 부 사령관의 말을 잘 듣고 실행하도록.” 토레이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사령관이라는 인간이 저렇게 빠져서야. “거봐! 내 말이 맞잖아.”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쁜 라이너의 곁에서 한 마디를 건네고 주위에 있던 나뭇가지 하나를 들었다. “루나! 내 뒤에 있어. 그럼 안전하니까.” 나를 걱정하듯이 말을 하는 라이너의 뒷모습을 보고 씨익 웃었다. “고마워! 그런데 그럴 필요는 없어.” 내 주변에는 벌써 일행들이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모두들 무기를 꺼내라. 그리고 움직이지 말아라.” 라이너의 소리에 사람들을 일제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인간들의 귀에도 들릴 정도의 괴상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키에엑” “쿠워워워” 등등의 소리 블랑슈는 내 품에서 빠져나와 머리위에 턱하니 앉고는 상황을 주시했다. 잠시 후 온갖 잡스러운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더욱더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명령을 내리는 라이너는 상관하지 않고 주변만 살펴보았다. “정말로 오크는 돼지 비스 무리하게 생겼네. 이햐~저건 트롤이다. 그리고 오거까지? 웨어 울프가 왼쪽에서 나오잖아? 하늘에서는 비늘이 딱딱하기로 소문난 와이번은 없잖아. 치이~시시해. 한꺼번에 너무 많이 봐서 질리잖아.” 나 혼자만의 독백이 끝날 쯤에 사람들은 몬스터와 붙어서 싸우기 시작했다. 방패로 몬스터들의 무기와 날카로운 손톱등을 간신히 막으면서 간간히 공격을 했지만 여의치가 않은지 부상자가 속속 발생하였다. “너희들도 좀 도와줘라. 난 괜찮으니까.” 그 말에 리디를 뺀 나머지 따식이는 사방팔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배고 찌르고 난리굿을 하고 있었다. 블루 녀석은 제 세상을 만난 듯 한번에 여러 마법을 발동시켜서 주변에 몰려드는 몬스터들에게 난사를 하자 맞아서 나가떨어졌다. 나머지 녀석들은 뭐 검술에 한 일가견을 해서 그런지 검을 빼서 자신 앞으로 오는 녀석들을 한번에 고통 없이 죽여 버렸다. 간단하게 목을 잘라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엘프라서 그런지 근력이 따라주지 않은지 한번에 녀석들의 몸을 베지 못한 가브가 트롤이라는 녀석과 싸우고 있었지만 치명상을 입어서 엄청난 재생력을 가진 녀석이라서 금방 상처가 아물어 버렸다. 힘에 부치는지 잠깐 뒤로 빠지려고 하던 녀석은 뒤쪽에 나뒹구는 심장이 찔러서 죽은 오크 녀석에게 걸려서 넘어졌고, 그 녀석을 향해 트롤이 무기를 내려치자 눈을 질끈 감는게 보였다. 아차 한순간에 도와주려고 나섰다가 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무기를 내려찍던 트롤 녀석의 머리는 이미 옆으로 떨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가브는 미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가브가 다치치 않아서 잠시 한숨을 쉬고 있을때 누군가가 내 옆에 있는 것을 느낀 난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려보았다. “리디는 안가니? 난 괜찮은데, 블랑슈가 있어서 걱정 없어.” 마수의 왕인 블랑슈가 있었으므로 몬스터들은 내 주변엔 오지도 않았다. 블랑슈의 살기를 느끼는 곳부터 슬슬 돌아서 다른 곳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루나님은 저의 마스터입니다. 그러니 전 마스터의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짧게 말하고 이카로스를 빼고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내 주변엔 몬스터의 터럭하나 보이지 않았다. 싸움이 중반에 이르자 많은 몬스터떼들이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것처럼 썰물이 빠지듯 후퇴를 했고, 그 자리를 시신들과 부상병들이 메꾸고 있었다. 뭘까? 처음엔 그저 처음 보는 몬스터들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앞섰는데, 인간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니 내 생각이 잘못 돼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살기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인간들을 보니 뭔지 모르게 울컥하고 올라오는 듯 느껴졌다. “부상자는 안쪽으로 안 다친 사람은 주변을 경계하라.” 전투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그리고 온통 피범벅을 한 채 돌아온 일행들에게 난 한마디씩 했다. “그딴 몬스터들 죽이면서 피까지 묻히고 잘 하는 짓이다. 블루하고 가브는 가서 사람들 좀 치료해줘. 미르와 필라르는 알아서 쉬어.” 내 명의 떨어지자 일행은 알아서 찢어져서 자기 할일을 했다. 몬스터들의 시체 더미 속에서 굼틀거리는 것을 보고 시체를 수습하는 인간들은 힘겹게 빼와서 가브와 블루가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배가 갈라져 내장이 흘러내리고, 머리를 몬스터들의 도끼에 찍혀서 뇌수가 주르륵 흘리는 시신...근육이 파열되고 실핏줄이 드러나서 신음하는 인간....살점이 떨어져 나가서 하얀 뼈가 보일정도로 중상을 입은 사람들.... 난 그저 몬스터들과 인간 싸움이라고만 생각했지 그 뒤처리까지 생각을 안 한 것이 오산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제기랄... 팔이 잘려서, 다리가 잘려서 아우성을 지르는 인간들에겐 군의관들이 소독을 해주고는 진통제를 먹여줬다. 마약 계통의 몰핀 비슷한 거라고 할까?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인간들은 몰핀을 먹고 풀어진 눈으로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단지 얼굴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의미 없이 사라져갔다. 숨을 거둔 이들은 한데 모아서 길가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서 합동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한명씩 일일이 장례를 하기엔 인력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죽지 않은 인간들의 얼굴엔 어제와 같은 밝은 미소 따윈 찾아 볼 수 없었다. 특히 부상을 당해 붕대를 감고 있는 인간들의 얼굴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그려져 있었다. 전쟁터에서는 부상병들은 곧 쓸모없는 소모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 대열에서 다치지 않은 병사들의 방패막이로 사용될 가망성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라이너는 가차 없이 돌려보내버렸다. 바르미르로 돌려보낸 것이다. 그들을 일일이 챙겨주면서 다니기엔 너무나 많은 인력과 자원의 손실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일전을 치룬 탓에 병사들은 기운이 쪽 빠져버렸는지 힘없이 걷고 있었다. 아침도 먹지 못한 채...자신의 동료들의 죽어나간 곳에서, 몬스터들의 시신이 산을 쌓는 곳에서 한시도 있지 못했기에 급히 행장을 꾸려서 바스라로 가는데 한걸음 다가간 것이다. 격전장에서 좀 떨어진 곳까지 행군을 한 다음 그곳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시작했다. 평화로운 곳에서만 살다가 갑작스레 몬스터라는 것들과 싸움을 해서인지 아직도 눈이 정상으로 오지 않은 이들이 많이 있었다. 심지어는 스푼을 든 손가락마저 덜덜 떨면서 스푼 안에 들어 있던 스프가 쏟아지기도 하고, 자신의 친 혈육이 죽었는지 식사를 할 생각도 않고 멍하게 하늘을 쳐다본다든지 소리는 나지 않지만 울고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 였다. “뭣들 하는 건가? 식사를 해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확률이 더 커진다.” 라이너의 큰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약간 이나마 수습했는지 느릿하지만 천천히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 전에 있었던 생각을 했는지 내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전투 경험이 이제 처음인 듯한 병사가 토해버렸다. 먹은 것도 없으면서 그나마 먹은 것을 토해내며 위액까지 토해내는지 푸른 물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괜찮을 거예요.” 이물질을 입 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병사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거려주면서 약간의 의지를 써서 위를 진정시켜주었다. 한번 토하고 나면 진을 빼는데 위액까지 나올 정도로 심하게 토한 병사는 파리해진 얼굴로 내게 감사의 미소를 지어주었지만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기억에 그는 상처를 받은 듯 싶다. “그저....좀 더 빨리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시면 마음은 조금 편해질 겁니다.” 여기까지 말한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으므로 나무에 기대서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제까지 웃고 떠들면서 행군하던 병사들이 눈에 띠게 많이 줄어있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누구보다도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루나가 이 정도는 기본 아니야?” 입에 미소를 달고 말을 하는 블루 녀석. 날 풀어주려고 그런 듯 싶지만 쉽게 풀어지지 않았다. 안이한 생각을 하는 내 머리엔 좀 전에 있었던 상황이 영화를 보듯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고통에 괴로워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인간도 있었다. 자신의 친구가 보는 앞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강하면서도 나약한 존재. “모두 일어서라. 바스라로 향한다.” 라이너의 한 마디에 다시 행장을 꾸려서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이동을 하였다. 다리가 풀렸는지 주저앉기를 몇 번 반복하면서 겨우 동료의 어깨를 의지해 일어나는 인간들을 보니 씁쓸해 졌다. 지금은 신이 되었지만 몇 년 전에는 나도 그냥 보통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고요한 행군은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갈쯤에 멈추었다. 취사병들이 저녁을 마련할 때 죽은 동료의 노동력이 부족한지 다른 병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겨우 힘든 식사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루나님, 식사 가져왔어요.” 내게 나무로 만들어진 그릇에 허연 스프를 내민 리디를 한번 보고 받아들었다. 스프를 떠먹으려고 스프를 마시려고 할 때 순간 허연 스프가 붉은 피로 보였다. 너무 놀란 난 스프가 담긴 나무 그릇을 놓쳤고, 돌에 부딪히자 큰 소리가 나고 스프는 사방으로 떨어져 마른 흙바닥을 적시자 주변에 있는 일행들은 화들짝 놀라서 날 멍하게 바라만 보았다. “이런..”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여기서 내가 헛구역질을 하게 되면 많은 병사들은 물론이며 기사들까지 동요를 하게 되므로 난 길 옆에 있는 나무가 우거진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나무뿌리에 걸려서 넘어질 뻔 한 적도 있었고, 가시가 달린 넝쿨에 긁혀서 상처도 났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도 없다고 안심하는 지점까지 온 난 주저앉으면서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욱...우욱..” 밖으로 넘어오는 것은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았다. 몇 분 동안 헛구역질을 하고 나자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눈물을 삼키면서 난 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나무 사이를 스치던 바람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식혀주며 말렸지만 난 여전히 눈이 풀린 상태에서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였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차라리 그게 더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몸은 신이었지만 정신은 아직 불완전한 나이기에 보통 어린 소녀가 시신을 보고 기겁하는 거나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내가 인간을 죽일 때는 느끼지 못한 그 무엇인가가 나를 계속 괴롭히는 듯 하였다. 많은 사람들을 죽여 왔지만 그땐 내가 죽이는 인간들을 모두다 목석으로 여겨서 실제로 그렇게 보이도록 내 눈에 환영을 걸어두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호기심에 몬스터들을 보기 위해 눈에 환영을 걸지 않아서 살이 갈라지고 뼈가 끊어져서 튀겨나가는 모습을 아주 리얼하게 본 탓이다. 난 신이다. 환신....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고지순한 신...난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인간의 감정 따윈 없어져 버린 지 오래야. 인간의 자아 따윈 가지고 있지 않아. 제발 날 괴롭히지 말아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난 눈을 질끈 감았다. 눈동자 위에 머물고 있던 뜨거운 눈물이 이미 차갑게 식어서 내 볼을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 가파오던 심장이 진정해 지는 듯 할 때 내 귀엔 나뭇잎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미세한 소리였지만 내 귀엔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아주 작은 동물이 이쪽으로 접근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야생 토끼나 날다가 지친 새 정도의 무게가 실린 발자국 소리였다. “끼에엥....냥 냥 냥....할짝.” 블랑슈 녀석이었다. 저 울음소리 하며 내 볼을 할짝이는 것을 보니 이 녀석은 틀림없이 블랑슈 녀석이다. 내 뒤를 쫒아온 듯 싶다. 그런 장면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 녀석을 안고 치열한 식사 쟁탈전을 한 다음 난로 대용으로 안고 편히 잠이 들었을 테지만.... “난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어.” 내 볼을 할짝여서 간지러워 신경이 쓰이자 녀석에게 힘 빠진 목소리로 말하고 한숨을 쉬며 손에 힘을 줘서 나무에 기대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죽음이란 것을 경외시하면 안됀 다는 것을......되도록이면 화가 나더라도 그 무슨 일이 있어서 검을 꺼내들었어도 절대로 죽음만은 안됀 다는 것을 이번기회에 뼈저리게 느꼈다. 가족 앞에서 친구 앞에서 친척이나 이웃 앞에서 검을 꺼내서 스스로 자결하거나 아니면 대신 편안한 나락으로 빠져들어 갈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 한사람만의 죽음이라면 모를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은 그 상처를 안고 영원히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망각이라는 축복받은 것이 있더라도 강하게 각인된 것만은 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드래곤이랄지 신이란 존재는 그런 경험이 많이 있으니까 망각이란 것이 없다 해도 견뎌낼 수 있다. 그리고 또한 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강한 존재만이 견딜 수 있는 것을 인간이란 존재가 견딜 리 만무하다. 한평생을 괴로워하면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그리고 끝내는 죽음이란 극단적인 것까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꼭 죽는 인간은 없다. 오히려 그 기회를 빌미로 힘차게 살수도 있으니까...그런 인간은 정신력이 강하다. 하지만 그런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각인된 그 기억만은 잊을 수 없다. 잠시 동안의 생각을 떨치고 난 다리에 힘을 줘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까 최면을 건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젠 제법 괜찮아 진 듯 하다. 블랑슈 녀석을 어깨에 올린 다음 난 얼굴이나 팔에 나있는 상처들을 치유하고는 다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좀 전에 꽤 많이 들어왔나 한참을 걸어가야만 하는 수고를 하고 있었지만 신경질이랄지 짜증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나무를 헤치면서 걸어가며 조금씩 조금씩 안정을 취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의 얼굴을 하기 위해 난 잠시 동안 숨을 가다듬은 다음에 천천히 앞쪽으로 걸어갔다. 예전보다는 조용했지만 그래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내가 뛰쳐나온 장소인 듯 싶다. 우거진 나무 가지들을 하나씩 하나씩 치우다가 마지막 나무 가지를 치우자 시야가 확보됨과 동시에 직통으로 소리가 들렸다. “너 식사도 안하고 뭐하는 짓이냐?” 겨우 안정을 취하고 온 나에게 꼭 저런 말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지만 뭐 저들은 내 사정을 모르니 별것 아니라는 듯 본래 앉아 있었던 장소로 가서 철푸덕 앉았다. 땅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살갗을 파고들자 시원한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뭘봐? 볼일 보러 가는 것도 허락 맡아야 돼?” 단 한마디뿐이었지만 주변은 남극에 있는 펭귄이 얼어 죽은 듯 싸늘해짐과 동시에 얼굴엔 붉은 기운들이 드러났다.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되잖아.” 날 꾸짖는 듯한 가브의 얼굴에도 불그스름해져서 보기 좋았다.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는데?” “저,저기...그러니까....” 말을 더듬거리면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가브의 얼굴은 붉은 홍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빨개져서는 내게 시선을 거두어 버리고는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 녀석에게 시선을 돌린 난 점점 사그라지어가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붉은 노을을 만들면서 점점 존재감이 없어지는.....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042 6 모험다운 모험이란? - 4 그렇게 며칠을 똑같이 반복하는 동안에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 동안 있었던 전투 덕에 살아 남은 인간들은 강해졌으며 눈에도 광기가 살짝 스며들어 있는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 눈물을 뿌리지 않는 강인한 전사로 만들어져 버렸다. 슬픔을 눈물이 아닌 가슴으로 삭이는... 나 역시 더 이상은 잔인한 것을 보며 헛구역질을 하는 것을 멈추었다. 완전히 걸린 자기 최면 때문인가 아니면 그런 장면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죽으면 죽고 살면 사는갑다란 식으로 생각이 들었다. 전투는 인간의 인성을 바꾼다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목적지의 주변에는 큰 전투를 치른 것처럼 죽은 몬스터들이 산을 이루고 있었고 푸르딩딩하고 붉그스름한 액체가 냇물을 이루고는 낮은 지역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상황을 보니 정말로 다급한 듯 싶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몬스터들과 간간히 같이 끼어서 죽어있는 인간들의 시신도 치우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할 정도니 말이다. 부패한 몬스터들과 인간들의 시신의 악취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뱃속에서 무엇인가가 올라오려고 차비를 하려고 하자 난 악취를 맡지 않으려고 간단하게 내 주변의 공기를 정화시켜버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인간들은 눈살을 찌푸리거나 비위가 약한 인간일 경우는 오바이트를~ 그,그래도 저 죽어있는 놈들보단 깨끗(?)하였다. 몬스터들의 시체를 밟으면서 행군을 하였다. 잠깐 걸어가자 우린 곧 바스라 성으로 접근 할 수 있었다. 목적지인 바스라의 성은 문을 활짝 열고 몬스터 퇴치군을 맞아들였다. “어서 오십시오! 전 바스라 성주인 바스라 남작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토레이와 라이너에게 인사를 했다. “전 토레이 프란시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은 라이너 플라시도 입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주제에 목에 힘을 팍팍 주고 남작을 쳐다보았다. 남작은 그들의 성을 듣고 신분을 짐작하고는 더욱더 극진히 대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퇴치군은 남작의 뒤를 따라 가면서 그곳 사람들의 환호성에 귀가 먹을 지경이었다. 그 성은 너무나 많은 공격을 받아서 곧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것 같았다. 피난을 가고 싶지만 언제 어디서 몬스터들이 나타날 줄 모르니까 그대로 죽치고 목숨을 걸고 사수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러던 찰나에 퇴치군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는데 안 기쁘다면 그 녀석은 정신과 감정을 받아보라고 친히 경고를 해주고 싶다. 자신의 넓은 주택의 주변엔 많은 천막이 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용병들의 숙식소 인 듯 용병들이 많이 진을 치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안에 떨궈두고 토레이와 라이너 그리고 케이루스외 실력 있는 기사들과 용병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이와 제국 인증서를 가지고 있으며 소드 마스터인 필라르 등을 데리고 안으로 사라졌다. “쳇! 겨우 이런 꼴을 당하려고 목숨 걸고 여기까지 온 거야? 높으신 분들만 사람취급하고 우린 완전히 찬밥 신세잖아.” 언제나 내가 할말을 먼저 선수를 치는 블루를 쳐다보았다. 블루의 말에 모두가 동의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우린 이제부터 따로 행동을 하자.” 남작의 태도에 약간 감정이 상한 난 일행들에게 그렇게 선포를 하고 라이너에게 말하려고 들어가려다가 본채의 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에게 저지를 받자 열이 뻗히고 심히 폭발하기 직전의 상태가 되었다. “그냥 가자. 우린 있으나 마나니까.” 그렇게 말하고 내가 아는 무라다의 기사들에게 간다는 말을 던져놓고 일행들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 여관 잡자.” 블루의 말에 동의를 하고 좋은 여관이 보이자 곧 바로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을 잡은 후에 목욕을 하며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고 있었다. “헤헤헤에~~역시나 목욕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 룰루랄랄랄라라라~노래를 하며 목욕을 끝내고는 식당으로 내려가자 일행들이 먼저 와있었는지 앉아있었다. “나 말이야 할 말이 있는데.......” 하며 전에 내가 생각을 했던 말을 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반응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두요.” “맞아.” 그렇게 따식이들과 따순이의 생각이 일치를 했다. 그런 그들을 쳐다보며 미리 나온 식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이제껏 상황을 종합해보면 공격하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일사정렬하게 빠져나갔어. 치고 빠지는 수법을 보면 필시 누군가가 명령을 내린 것일 거야. 그럼 너흰 몬스터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놈들은 누구일 것 같아? 내 생각엔 딱 한 놈뿐인데.” 일행들을 떠보자 그들도 미리 생각을 했는지 끄덕였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지 않았을 때 말씀하셨는데 이 근처에 레드 드래곤의 레어가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리디의 말에 더욱더 심지가 굳어졌다. 천하의 무섭기로 유명한 몬스터들을 다룰 수 있는 자는 바로 드래곤밖에 없었다. 그것도 레드 드래곤이라면 할말 다 했지 뭐! “이 근처에 살고 있는 드래곤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 그 말을 하고 좌중을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 결과 미르와 블루의 눈동자가 바람 앞에 등불 같이 흔들리고 있었다. “알고 있는 놈은 빨리 불어봐.” 미르와 블루를 집중적으로 쳐다보며 말을 하자 그들도 마지못해 털어놓았다. “사실은 여기서 좀 떨어진 곳에 가르시미르의 부모님 중에 한 분이 살고 있다는것 밖에 몰라.” 그런 엄청난 사실에 모두 몸을 굳히고는 미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 저기 사실은 여기서 좀 가까운 칼리 산 이라는 곳에 내 어머니께서 살고 계셔.” 그 말에 우린 떠진 눈을 더욱더 크게 뜨고 뚫어지게 미르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 미르를 떼어놓고 나머지 일행은 머리를 맞댔다. “너흰 어떻게 생각하냐?” 내 말에 가브가 먼저 말을 했다. “이런 짓을 할 드래곤은 가르시미르님의 어머님밖에 없는 것 같은데.” “맞아. 그 분 성질이 얼마나 드러운데 이까짓 일을 못할 것 같아?” 미르의 부모님에게 쌓인 게 많아서인지 할말 못할 말을 가리지 않고 해댔다. “저도 두 분의 말에 찬성이에요. 제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칼리 산에 살고 있는 드래곤은 성질이 드럽고 장난하기 좋아하니까 장난이라도 칼리 산 가까이에 가지 말라고 했어요.” 당사자 비스 무리한 미르를 떼어놓고 우리끼리 뭉쳐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야! 어머니께서 그런 일을 하실 분이 아니야.” 절규를 하는 미르에게 일말을 동정도 주지 않고 말했다. “좋아. 그럼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아보면 될 거 아냐! 또 몬스터들이 쳐들어와서 도망칠 때 따라가면 되잖아. 몰래~” 내 말에 진상규명을 한다는 미르의 찬성에 우린 다음에 몬스터들의 침공이 있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때 서너 명의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혹시 당신들이 루나님과 그 일행 분들이신가요?” 굵직한 목소리에 난 아무생각 없이 끄덕였다. “아까 남작님께서 하신 실수는 죄송하다고 빨리 저택으로 돌아오시라는 명을 받아서 왔습니다.” 뒤에 서 있는 기사의 말에 난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뭘 실수하신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이미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이런 말을 또다시 하게 하면 감정이 상하니까 그만 돌아가십시오.” 차갑기 그지없는 말에 기사들은 말을 잃고 머뭇거리다가 돌아갔다. “루나님! 왜 돌아가지 않는 거죠? 거긴 여기보다 더 좋을 텐데...” 정말로 아무 건덕지도 모르는 리디에게 난 한마디 했다. “날 처음에 원하지 않는 곳은 가지 않아. 너 같으면 처음엔 뭐 보듯이 하고 나중에서야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친절하게 굴면 좋겠니? 난 그런 게 싫어. 사람이라면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져야하는 법!” “아하! 그렇구나~” 이제야 이해가 가는지 웃으며 내 말을 다시 꼽씹으려는 듯이 되뇌고 있었다. “너희들은 다음에 몬스터들이 언제 쳐들어올 것 같아? 내 생각엔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우린 의견을 서로 교환하며 이야기를 했다. 다음 식사 시간이 되고 또 그 식사를 먹고 다시 차를 마실 때까지 아니 누가 다시 오기 전까지!! 아까와는 달리 꽤 많은 인원이 들어왔다. 천천히 차를 마시며 향을 음미하며 오랜만에 많은 이야기를 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을 때 여서 괜히 기분이 좋지 않아졌다. “루나아아~여기서 뭐하는 거야? 거기다 너희들까지? 혹시 삐진 거 아냐?”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한다는 말이 이 말이니 진짜로 한때나마 같은 일행인가 싶을 정도였다. “우리 삐진 거 맞는데 무슨 일 있어? 아무 일 없으면 다시 가줄래? 저기 있는 사람들이랑 말이지. 우린 지금 무지 심각한 이야기를 하며 오랜만에 기분 좋게 즐기고 있었는데 좋을 리 있겠어?” 이 놈이 여전히 내가 하고픈 말을 먼저 하는 바람에 그저 돌아가는 상황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그랬냐?” 블루의 말에 한방을 먹은 필라르는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러지 말고 저희와 같이 가시지요. 좀 전에는 제가 잘못을 했으니까요.” 남작의 말에 우리들은 콧방귀를 꼈다. “너희들이 그러면 남작님이 더 미안해지시잖아. 그러니까 우리들이랑 같이 가자. 여기보다 훨씬 좋으니까. 그리고 남의 눈치는 보지 않아도 돼. 나머지 병력에도 특별히 좋은 시설을 갖추어서 주었으니까.” 우리를 달래려는 무심함의 극치인 라이너가 웬일로 말하는 것을 보고 가브가 말했다. “우린 너희들이 미안해라고 나온 것이 아니니 볼일이나 보러 가봐. 어차피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라 그저 따라온 것이니까.” 가브의 일침에 라이너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저 따라온거....맞다. 몬스터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서 라이너를 따라온 나 이다. 그 덕에 전쟁이란 어떤것인지 똑똑히 보고 배운 나 이다. 우리가 나서면 인간들이 많이 죽지는 안겠지만...... “루나님! 제발 저희와 같이 가시죠. 루나님께서 여기 계시면 저희들이 불편해 집니다.” 당사자인 남작의 지원병으로 케이루스까지 데리고 나타나다니. “우린 가지 않습니다. 어차피 남작은 진정으로 우리가 가기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라이너와 케이루스를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일 테니까요. 게다가 우리 쪽에 실력자가 많이 있어서 탐이 난 것뿐이니 난 아니 우린 가지 않아요. 이제부터 개인행동을 할 테니, 필라르는 그냥 저들과 같이 싸우도록 해. 어차피 우리의 길 안내를 목적으로 일행이 되었으니까.” 가슴을 후벼 파는 얘기를 하자 남작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정곡을 찌른 것 같다. “루나님 얘기 못 들었어요? 루나님은 한번한 말을 두 번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 텐데요? 그래서 우리가 앞서서 말을 했는데 끝내는 루나님의 입을 열게 했군요. 더 이상 말하면 제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필라르! 저들을 데리고 나가라. 그러지 않으면 루나님이 말리셔도 일을 저질러 버릴 줄 모르니까!” 리디의 협박에 영원한 밥인 필라르는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고 나머지 놈들을 데리고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필라르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은 듯 나가는 그 순간까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필라르 녀석은 알고 있었다. 드래곤 앞에서 말을 거역하면 인생이 쫑 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그럼 저녁도 먹고 했으니 알아서 자도록 하지.” 블랑슈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서 노곤한 여행에 지친 몸을 침대로 다이빙해서 그대로 잠이 들었다. 푸근푸근한 침대 시트에 얼굴을 부비면서.... “그러니까 감시병 얘기로는 또 다시 몬스터들이 온다고?” 아침에 일어나자 받은 소식에 난 급히 옷을 입고 블랑슈를 머리에 올려놓고 리디를 따라 식당으로 내려갔다. “루나! 그럼 어제 생각했던 데로 일을 하기로 하는 거 찬성하지?” 블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침 식사를 먹었다. “그런데 잘 할 수 있을까?” 가브는 몬스터 때들을 따라간다고 해서 약간 긴장을 했는지 몸이 뻣뻣해져 있었다. “걱정하지 마. 어차피 우리에게 드래곤이 3마리나 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 일개 몬스터들한테 우리가 다치게 방치하면 그게 어디 드래곤이라고 명함이라도 내밀겠어?” 가브의 어깨를 툭툭 치며 세 마리의 드래곤을 한번씩 쳐다보자 두 따식이는 식은땀을 닦고 있었고 리디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옆에 찰싹 붙어 있었다. “이만 출발하자. 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니 벌써 한바탕 붙은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성곽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산보를 하듯이 걸어갔다. 성안의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싸우지 못하는 사람은 돌을 주워 나르고 피투성이의 부상병을 치료하는 행위를 했다. “저기에 필라르가 있는데요. 저쪽에는 라이너가 있고...” 리디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자 열심히 싸우는 그들의 모습이 보였다. “구경은 이만 하고 가자.” 미르의 말에 동의를 하며 계단을 타고 올라서 싸우는 현장에 파고 들어갔다. 열기가 후끈하는 싸움의 현장에서 인간들은 죽지 않으려고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필라르! 싸울 만 하냐?” 안면에 두꺼운 강철로 만든 가면을 쓰고 다시 미스릴로 도금을 한 내 얼굴을 보고 칼침을 놓는 가운데 말을 했다. “니가 보기엔 이게 놀이로 보이냐? 빨리 도와줘.” 애원하는 필라르는 앞에서 와이번한테 검기를 날리고 있었다. “뭐~~잘싸우는구만~” 영원한 밥인 필라르는 리디의 말에 싸우는 도중에 식은땀 한 방울을 흘렸다. 그렇게 우린 구경을 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 약을 올리고 있었다. 너무나 긴장을 하면 평소의 실력을 낼수 없으므로 한마디 건냄으로써 긴장을 약간이나마 풀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물론 싸우고 있는데 말을 시키면 그 인간은 인간도 아니므로 특별히 아직 몬스터들이 달라들지 않는 곳에 가서 잠시나마 말을 건네는 것 뿐이다. “아! 몬스터들이 도망간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한숨을 쉬고 털썩 주저앉았다. 필라르도 기의 남발로 기진맥진해져서 검을 세워서 짚으며 겨우 서 있었다. “헉헉..헉...너희가...그러고도...일행이냐?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하다가 리디의 눈 빛 공격에 입을 다물었다. “너무하는 거 아냐? 그래도 친군데, 약이나 올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자 안정을 취한 라이너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럼 내가 나가서 싸우리? 아님 나를 지키는 이 녀석들이 나가서 싸우리? 이 녀석들이 나가서 싸우면 난 죽으라는 소리네?” 삐딱한 말을 하고 세 따식이와 따순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때! 준비 됐지? 그럼 가볼까?” 내 말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들이 물러가기 전에 사람들에게 말을 건내면서 열심히 추적 마법을 걸어두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을것이다. “가도록 하지.” 블루는 그 말을 하고 미르를 데리고 날아갔다.(우선 여기 스토리상 미르는 검사라고 말을 했기에) 그리고 난 리디가 맡고 가브는 혼자 알아서 날아올랐다. “다녀올 테니까 알아서 하라구.” 필라르에게 날아오르며 말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블루를 따라 갔다. “대체 무슨 일을 하려고 저러는 거지?” 필라르와 라이너가 뭔짓을 하든지 말든지 우린 추적 마법이 걸린 몬스터들이 있는곳으로 향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218 5 엄마란 존재 - 1 “정말로 가르시미르의 어머니가 저지른 일일까? 몬스터들이 간 곳이 칼리 산이니까.” 머리를 굴리며 열심히 생각하던 중에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했는지 손바닥에 주먹을 치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가르시미르는 이곳을 한번이라도 가봤을 거니까 공간 이동을 할 수 있을 거 아냐?” 블루의 말에 나도 그제서야 생각을 하고는 미르를 쳐다보았다. “워프” 이 놈이 사전에 말도 않고 그대로 공간이동을 해버려서 약간 놀랐다. “야! 이놈아!~ 말 좀 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하던 말을 마저 하지 못했다. 있어야할 나무와 꽃과 풀 등이 있어야 할 그곳에 이물질들이(몬스터들)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싸우러 가지 않은 놈들인 것 같았다. 우리가 추적 마법을 걸어둔 녀석들은 지금 이곳으로 오는 중인가 조금씩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는 듯 했다. “여긴 어디지?” 가브의 말에 미르는 아주 짧게 말했다. “어머니의 레어 앞!” 그 말의 충격은 어찌나 컸던지 가브가 추락사 할 뻔했다. 문제의 그 드래곤 앞마당에 와있었기에! “이곳이 미르나이님의(미르의 엄마 이름) 레어 앞이니 우리가 한 말이 맞나보군! 그 분께서 장난을 치고 있었어.” 예전에는 미르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부르르 떨던 놈이 나하고 같이 다니다 보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걱정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웬 놈이냐?” 한 동굴 안에서 허스키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르가 펼친 마법의 파장과 우리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소리를 쳤다. “저예요. 엄마!” 어쭈 이젠 어머니 앞에서 엄마라고 하잖아? 저거 혹시 마마보이 아냐? 아니지 마마 드래곤이 맞겠군. 하지만 부럽군. 후훗~ 미르의 말에 붉은 머리의 미녀가 쏜살같이 뛰어 나와서 미르를 덥석 안고는 말했다. “어디 갔었니. 아들아! 이 엄마가 엄청 기다렸잖아. 그러다가 심심해서 이렇게 놀기까지 했는데, 니가 없어서 무지 심심했어. 전에 블루스타하고의 일이 있은 후로는 이 엄마 옆에만 있겠다고 말하고는 어느새 유희를 나가다니! 섭섭하다. 그런데 여기에 너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기운이 느껴지네?” 한 순간 사건의 전모를 밝힌 미르나이는 그제서야 우리의 존재를 눈치 깟는지 마법을 실현시키려고 한지 마나의 파장이 느껴졌다. “엄마! 저들은 제 친구....” 미르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미르나이는 드래곤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려는지 살벌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니 친구가 저기에 있는 블루스타냐? 아님 옆에 있는 하이 엘프를 가리키는 것이냐? 저기에 있는 그린 드래곤? 흠흠~뭐 저 녀석이라면 친구라고 할 수 있겠군. 그리고 드래곤 옆에 있는 여자 인간이냐?” 날카로운 미르나이의 소리에 미르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실실 웃었다. “오래간만입니다. 미르나이님! 그동안 별고 없었는지요?” 가식적인 블루의 인사에 미르나이는 얼굴을 굳히고 입을 열었다. “너만 안 만났으면 별고 없다. 그나저나 블루스타 그대가 여긴 웬일이지? 혹시 전처럼 내 아들을 부려먹은 건 아니겠지?” 살벌해지는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미르는 진땀을 빼며 화해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엄마는! 블루스타님은 그런 적 없어요. 그냥 어쩌다가 만나서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것뿐이예요.” 미르의 말에 굳어져 있던 안면을 풀고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여행을 다니는 것 치고 꽤 다양한 종족이 모였구나. 더구나 드래곤이 3마리씩이나 끼어있다니 엘프를 제외한 저 여자애는 왜 놀라지 않지? 어차피 엘프는 우리 드래곤 종족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겠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잖아!” 아마도 내가 자기를 보고 놀라지 않은 것을 보고 말하는 듯 했다. 꼭 내가 놀라는 듯이 연기하는 것을 보고 싶은가? 하지만 귀찮아서 싫다. “엄마! 루나는 이미 우리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 말에 더욱더 놀랍다는 식으로 미르에게 말을 했다. “드래곤이 유희를 다닐 때 종족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을 잊은 거야?” “아니. 루나는 나를 척 보자마자 드래곤이라고 말했는걸요?” 약간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는지 뻥쩌있다가 내게 다가와 꼭 상품의 질을 판단하듯이 쳐다보았다.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었군. 완벽해! 내 이목을 속일 수 있다니!” 에이션트급에 속하는 드래곤의 이목을 속을 수 있다는 것은 곧 나는 마법을 잘 한다는 말이 나온다. “더 이상의 접근은 하지 마십시오.” 리디는 점점 가까워 지는 미르나이와 나 사이를 가로 막으면서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제딴엔 날 지키기 위해서 나선거지만 얼굴색이 파리해져 있어서 오히려 나보다 리디가 더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 “겨우 성룡이 된지 얼마 안 된 녀석이 감히 내 앞을 가로 막는 것이냐? 겨우 인간 때문에?” 빈정대는 미르나이의 말에 리디도 역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약간 말하기 귀찮다는 식으로 말했다. “루나님은 저의 마스터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위해를 가하면 제가 죽더라도 당신과 싸울 겁니다.” 필사의 결심을 한 듯이 나를 막고 미르나이에게 말 대답을 했다. 간덩이가 부은게 확실해. 아니면 나에 대한 충성심으로? “호오~이 여자애가 너의 마스터라면 그 정도의 재능이 있다는 뜻이겠지? 하기야 얼굴을 바꾸는 실력을 보니 한 실력하게 생겼군.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이면서 인간의 특유의 기가 미약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뭐지?” 역시나 에이션트급이라서 그런지 금방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듯이 말을 했다. 늙은 생강이 더 맵다고 하더니...옛 선조의 말씀은 하나도 틀린 말이 없었다. “호호호! 어릴 때부터 인간 같지 않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그 얘기가 나오지 않게 차단하려고 했다. 하지만 차단하기도 전에 미르나이는 나에게 관심을 끄고 그냥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그런데 아들아~~이곳은 웬일로 왔니?” 정말이지 빨리도 물어보는 말에 미르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엄마가 하고 있는 놀이는 그만 둬요요. 몬스터들과 인간들이 죽은 것이 지저분하게 내가 가는 길에 널렸잖아요.” “어마나~그랬구나! 알았어. 이제 그만 놀께. 대신 내가 심심하니까 니가 있어야해.” 미르나이는 그렇게 말하고 몬스터들을 알아서 보냈다. 그러자 미르나이의 레어 앞에 죽치고 앉아있던 몬스터들은 흩어져버렸다. 이렇게 간단하게 몬스터 일이 사라져 버릴줄은....아마도 이 광경을 라이너 녀석이 봤다면 땅을 치고 통곡을 했을것이다. 몬스터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아침 이슬 보다 의미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엄마! 전 유희중이라는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곳이 박혀 있으라니! 차라리 아빠하고 노세요.” 드,드래곤이란 자고로 개인플레이를 하는 생물인데 미르나이와 미르를 보아하니 꼭 그런 종족이 아니라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정말이지 할일 드럽게 없는 레드 드래곤을 보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까 하고 지켜보았다. 이 두 모자 드래곤을 보는것도 그렇게 심심하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가르시아는 지금 드래곤 로드한테 가고 없어. 로드도 심심했나봐!” 그 말을 끝으로 미르나이는 미르를 쳐다보았다. 빨리 결정을 하라는 식으로. “엄마! 제가 지금 유희중이라, 게다가 동료까지 있는데.......” 우리에게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보내왔지만 블루는 그 눈빛을 무참히 깨버렸다. “어차피 우리끼리 여행을 하면 되니까 가르시미르는 미르나이님께서 맡아주십시오.” 블루의 말에 미르나이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웃음을 지었다. “싫어요. 이 여행의 리더는 루나니까 그녀가 정해야지요.” 여전히 생대를 쓰는 미르를 보고 미르나이는 나를 표독스럽게 쏘아보았다. 승낙을 하면 곧 죽일 것 같이. “어차피 일행도 많으니까 미르는 그냥 엄마하고 놀아~우리끼리 여행을 갈 테니까!” 내 말에 미르는 깊은 상념에 젖은 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그럼 그렇게 된 걸로 결정을 하고 우린 그만 가보죠.” 가브의 말에 난 동의를 하며 미르를 떨구고 리디와 블루를 데리고 이동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싫어. 안돼. 누구 마음대로 너희들끼리 가는 건데?” “니 엄마 맘대로...” 떼를 쓰는 미르에게 한마디 해주고는 다시 뒤돌아섰다. “루나~안돼! 난 이미 용언으로 널 지켜 준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하고 영원히 같이 붙어 다녀야 해.” 미르의 말에 약간 사고회로가 정지되어서 잠시 멈칫거렸다. 용언? 용언이라면 절대로 어겨서는 안돼는 금지의 맹약. “뭔 소리? 난 듣지도 못했는데? 미르야! 이젠 치매 증세까지 나타나다니, 아무래도 엄마하고 같이 있으면서 요양이라도 해야겠다.” 내가 그 말을 믿지 않자 미르는 전에 있었던 가르엔의 일을 말해주었다. 대련 도중에 쉬면서 이야기 나누다가 내가 자는 사이에 그가 말했다나 어쨌다나? “그랬어? 난 모르는 사실이야. 증인이나 증거 있어? 없음 잔말 말고 그냥 여기에서 푹 눌러 쉬어.” 약간 싸늘하게 말하는 도중에 미르나이의 표정을 보니 가히 아름답지 못했다. “아들아! 그 말이 사실이냐?” 헤실 거리며 미르를 대하더니만 이젠 180도로 바뀌어서 얼어붙어 있었다. 레드 드래곤이 얼어 붙은 것은 처음본다. 불같이 시뻘게 질 줄 알았는데. “그래요. 네 사실입니다. 로드의 앞에서 맹세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그냥 주저앉아서 쳐다보았다. 서서 구경하는 것 보다는 편하잖아. 게다가 왠지 나하고 관련이 있는 것 같으니까 그나마 보고 있는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벌써 다른데로 갔을테지만. “그러니까 정말로 저런 하찮은 인간을 지켜주겠다고 약속을! 그것도 용언으로 했단 말이더냐? 정령 니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일을....어이가 없구나.” 흥분을 심하게 했는지 말까지 더듬거리는 증상에다가 수전증까지 걸렸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침은 튀기지 않았다. “엄마가 믿던지 안 믿던지 사실입니다. 전 거짓을 고하진 안습니다.” 용감무쌍하게도 미르나이에게 대들며 배 째라는 식으로 말했다. 하긴 그런 말도 자식이니까 할 수 있는거겠지. 만일 다른 놈이 그말을 했다면 벌써 세상 하직했겠지. 부모가 어찌 자신의 아들을 죽일 수 있겠는가! “왜 하필이면 저런 별로 특별나게 하지 못할 것 같은 물론 마법을 쬐금 한다마는 이쁘지도 않은 저 인간에게 용언으로 약속을 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소리냐?” 괜한 불똥이 나에게 튀기려는지 나를 아주 죽일것 같이 쳐다보았다. 그래서 나도 마주 봐 주었다. 대화를 할땐 언제나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해야하니 말이다. “루나는 지금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엄마가 보면 같은 여자라도 충분히 반할정도입니다. 그리고 마법도 마법이지만 검술 또한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여인입니다.” 나를 칭찬하는 말에 웬일이라는 식으로 미르를 쳐다보았다. 그때 뜻하지 않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루나님께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고요? (아까 미르나이가 한말을 어디다가 까먹고 뒷북을 치는 거지?) 그럼 지금의 얼굴은 가짜? 리디는 루나님의 모습을 보고 싶은데.....보여주세요~~♡, 루나님~~♡♡” 드래곤답지 않게 닭살스러운 말을 하고는 두 손을 맞잡고는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건 절대로 내가 가르쳐준게 아니다. 저건 나만의 전매특허란 말이다. 분명 나도 모르게 어디서 연마를 한듯? “싫어. 그렇게 쳐다보지마. 닭살돋으니까. 보지 말라니깐. 그래 그래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냐? 단 어디 가서 소문내면 용생 끝나는 날로 알아라.” 그렇게 말을 하고 손을 얼굴에 가져다가 붙일랑 말랑하는 포즈를 잡고 주문을 시부렁시부렁 외웠다. “폴리모프”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옌 왕국에 있을 때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어차피 이 모습도 마법으로 폴리모프한 거지만 아무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건 궁극의 11클래스 창조의 마법으로 검은색의 머리칼과 녹안을 만들어 버렸으니...해제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마법을 풀고 나서 난 아주 황당한 상황에 부딪히게 되었다. 내 눈에는 리디가 나를 안으려는 듯한 포즈를 한 것이 보였다. 기겁해서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그보다 앞서서. “끼야야약~~귀여워라!!” 미르나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나를 꼬옥 안았다. 그래! 그래도 여기까진 아주 괜찮은 편에 속했다. “귀여워라!! 이쁘다...예뻐!! 내 딸 해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컥” 세 마리의 드래곤과 한명의 엘프는 커다란 식은땀을 흘리며 휘청거리다 못해 개 거품을 아니 도마뱀 거품을 물고 뒤로 나자빠져버렸다. “안돼요.” 내가 이렇게 말하려고 할 때 삘건 머리의 미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왜?” 자신의 엄마의 말에 도끼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인간인 루나를 자식으로 삼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도 아들이 좋아하는 여인인데.” 뒷 말을 흐리며 미르나이의 눈치를 슬쩍 살펴보았다. 미르나이도 그 말에 약간 놀라는 듯이 보였으나 얼굴을 원래로 돌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 표정은 내가 잘하는건데....사악한 표정! “그랬니? 그럼 더 잘됐구나. 난 또 아들이 루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했는데, 좋아하니 동생으로써 좋아할 수 있겠구나. 어차피 지켜주기로 했으면 가족으로 지켜주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데 말이다.” 말도 안 되는 미르나이의 말에 미르는 뻥쩌있었다. “이봐요! 당사자인 나를 빼고 둘이서 뭐하는 짓이에요? 여기서 확실하게 말하는데 전 누구의 딸이 된다는 생각도 없었고 또 누구의 동생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단 말이예요. 그러니까 아까 한말은 그냥..” 열변을 토하고 있던 도중에 한 인물에 의해 막혀버렸다. 부비적 부비적 미르나이는 이제 이쁘다고 껴안고 부비적거렸다. “이런! 말하는 것을 보니 엄마가 없나보구나? 엄마가 있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말에 톡 쏘아주었다. “엄마란 내게 필요 없는 존재, 잊혀져버린 존재, 그로인해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낭비는 금물, 이제 됐나요?” 엄청 살벌한 말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인물들은 얼어붙은 것처럼 그대로 굳어서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나만 쳐다보았다. 그들을 보며 난 입 꼬리를 올리고 웃었다.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이지 마음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도 생각하지 못한 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바로~ “이럴 줄 알았다니까! 모정을 모르고 자랐구나?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엄마 해준다니까! 어이구~우리 이쁜 루나~~이제 엄마라고 해보렴?” 끝도 없는 말을 해대는 미르나이를 보고 쳐다보자 화사하게 웃어주었다. 그러나 미르나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힘을 주어 안아주었다. “흐,흐흐흑...다시는 안 울려고, 했는데...어어어엉....이런 것은 싫어...아아아앙......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져 버렸어. 그래서...어어어엉....다시는, 정을 주고...허어엉...상처받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했는데.....아아아아아앙” 생각에도 없는 말을 쏟아내고는 미르나이의 품에 안겨서 서럽게 울면서 잠들어 버렸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141 6 엄마란 존재 - 2 “에효~하나있는 아들은 어디로 톡끼고, 남편이란 놈은(?) 로드한테 가버리고, 나 혼자 무슨 재미로 있나? 그래! 그런 방법이 있구나. 지금부터 열심히 놀아볼까?” 오랜만에 유희를 다녀와서 레어를 둘러봤는데 내가 알만한 놈들은(?) 다 어디로 가고 나 혼자 덩그러니 있었다. 아들 녀석의 레어에도 가봤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고 그저 결계만 쳐져 있었다. 점점 심심함을 느낀 난 웬만하면 이렇게 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재미를 위해서 많은 인간들과 몬스터들이 희생을 할 수밖에, 캬캬캬캬~~ 몬스터들을 단시간에 끌어 모은 것에 성공한 난 그들로 하여금 내 레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둥지를 틀고 바스라 라고 명해진 성을 공격하였다.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은 바스라 성을 공격했지만 실패를 하였다. “쳇! 어느새 인간이란 놈들이 이렇게 강해졌나? 하지만 소모전에선 이길 수 없겠지.” 바스라 성안의 물품들이 모두 동이 날 때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심지어는 야간 기습까지 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효과는 있었는지 성을 지키는 인간들은 생기를 잃어갔고, 성안의 비축물이 없었는지 점점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이냐?” 바스라 성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감시 역으로 보낸 바람의 정령의 말을 듣고 있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 많은 수의 인간들이 바스라 로 오고 있습니다.” 하고 사라진 바람의 정령!! 바스라성의 지원병인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지원병이었다. “잘 놀고 있는데 어떤 놈의 인간들이 지원병을 보낸 거야? 짜증나게 시리! 내가 바스라성만 무너뜨리고 곧장 수도를 공격하던지 해야지. 원~” 많은 인간들이 들이닥치면 이 놈의 몬스터들은 금방 죽을 가망성이 높았기에 난 그들을 정신적으로 시달리게 아직 성에 도착하지 않은 그들에게 공격을 시켰다. 이것도 여전히 소모전이었다. 계속 싸웠다간 몬스터들이 다 전멸해버릴수 있으니깐! 근데 돌아오는 녀석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지원병이 강하다는 소리? “하지만 아무리 지원병이 몰려도 나 레드 일족의 미르나이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 것이다. 뇨호호호호호~” 레어에 앉아서 난 앞으로 어떻게 공격을 할 것인지 계획을 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계획의 결론은. “일단 한번 크게 부딪혀보고 진짜 실력을 판가름 한 다음 다시 계획을 세우자.” 소모전이 아닌 대판 싸우자고 결론을 내린 난 몬스터들에게 명을 내렸다. 바스라 성을 공격하라고. 그리고 난 잠시 낮잠을 잤다. 인간들이 죽던지 몬스터들이 죽던지 나에겐 아무런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니까. 단지 나에겐 하나의 놀이 뿐이니까. 그렇게 한 몇 시간을 레어에서 자고 있었나? 마나의 파장이 느껴져서 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몇몇의 실력 있는 녀석들이 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는 친근한 기운을 가진 놈도 있었다. 뭐라고 시부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난 싸그리 무시하고, 흠흠!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웬 놈이냐?” 커다란 소리에 내가 그리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예요. 엄마!” 엄마? 엄마라, 엄마라 부를 수 있는 놈은?? 아들? 내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온 것이다. 흑~얼마나 그리웠던지, 어릴 적부터 몸이 유난히 허약해 내가 몸에 좋다는 것은 다 구해다가 먹이고 때때로 훈련을 시키면서 단련시킨 내 외동아들이 돌아온 것이다. 다른 놈들은 자식새끼들이 유희를 나가던지 죽던지 헤츨링 시절만 끝나면 관심을 거둬버렸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귀중한 내 새끼니까! 얼마나 귀여운데~ 유희 나갔다가 블루스타란 놈한테 걸려서 혼나고 있는 것을 나와 가르시아가 가서 데리고 온 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유희를 마치고 돌아온 듯 한 목소리에 잽싸게 뛰어나가서 가르시미르를 꼬옥 안아주었다. “어디 갔었니. 아들아! 이 엄마가 엄청 기다렸잖아. 그러다가 심심해서 이렇게 놀기까지 했는데. 니가 없어서 무지 심심했어. 전에 블루스타하고의 일이 있은 후로는 이 엄마 옆에만 있겠다고 말하고는 어느새 유희를 나가다니! 섭섭하다. 그런데 여기에 너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기운이 느껴지네?” 아들을 꼬옥 안고 있다가 미처 주변에 다른 녀석들이 있다는 것을 늦게 발견하였다. 이곳에서 내 아들하고 남편을 제외하고 내 허락을 받지 않고 내 영역에 들어온 녀석들을 다 적들로 간주하고 난 마나를 끌어 모았다. “엄마! 저들은 제 친구.....” 어이가 없어. 어떻게 저들이 친구가 될 수 있느냐고, 손으로 일일이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니 친구가 저기에 있는 블루스타냐? 아님 옆에 있는 하이 엘프를 가리키는 것이냐? 저기에 있는 그린 드래곤? 흠흠~뭐 저 녀석이라면 친구라고 할 수 있겠군. 그리고 드래곤 옆에 있는 여자 인간이냐?” 묻는 말에 대답은 안하고 왜 실실 웃는거얏! 대답을 해. 대답을. “오래간만입니다. 미르나이님! 그동안 별고 없었는지요?” 난 저런 놈의 대답을 기다린 게 아니란 말이얏! “너만 안 만났으면 별고 없다. 그나저나 블루스타 그대가 여긴 웬일이지? 혹시 전처럼 내 아들을 부려먹은 건 아니겠지?” 예전에 내 아들을 부려먹던 녀석이 지금 내 앞에 덩그러니 서있었다. 오늘은 보는 눈이 많아서 그나마 가만히 있는 거지 안 그랬으면 반 죽여 놨을 것이다. “엄마는! 블루스타님은 그런 적 없어. 그냥 어쩌다가 만나서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것 뿐이야.” 아들의 말을 들어보니, 어쩌다가 유희를 다니면서 긁어 모아진 떨거지(?)들 같았다. “여행을 다니는 것 치고 꽤 다양한 종족이 모였구나. 더구나 드래곤이 3마리씩이나 끼어있다니 엘프를 제외한 저 여자애는 왜 놀라지 않지? 어차피 엘프는 우리 드래곤 종족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겠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잖아!” 다들 가만히 있다고 쳐도 저 여자 인간만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야 했는데, 충격은 커녕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관찰을 하는 듯 한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다. 평범하게 생긴 주제에! 째려보다가 아들이 하는 말에, 잠시 놀라서 할말을 잊어버렸다. 어떻게 인간 주제에 우리 위대한 드래곤족을 알아볼 수 있단 말인가?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혹여라도 드래곤 자신이 종족을 밝혔다고 하면 모를까 첫 만남에서 알 수 있다는 건 뭔가 내가 모른 내막이 있을게 확실하였다. 여전히 초롱초롱 거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아니~아들을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를 하느라 한 가지 눈치 채지 못한 게 있었다. 상체 쪽에서 마나의 특유 파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잠시 정신이 헤이 해졌다고 해도 내 눈을 속일 정도라면 인간 중에서는 대단한 마법의 소유자일 것이다. 어린 나이에 대성을 했군.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었군. 완벽해! 내 이목을 속일 수 있다니!” 과연 저 감춰진 얼굴 뒤엔 어떤 얼굴이 있을까 하고 다가가자 버릇없는 그린 일족이 나와 인간 소녀 앞을 가로막으며 당당하게 외쳤다. “더 이상의 접근은 하지 마십시오.” 기,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겨우 성룡이 된지 얼마 안된 녀석이 감히 내 앞을 가로 막는 것이냐? 겨우 인간 때문에?” 일족은 틀려도 엄연히 저 놈도 우리와 같은 드래곤인데 나이도 어린것이 에이션트급인 내 앞에서 개기다닛 용서할 수 없었다. 그것도 하찮은 인간을 위해서! “루나님은 저의 마스터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위해를 가하면 제가 죽더라도 당신과 싸울 겁니다.” 쩝! 뭐 마스터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 마스터를 지키는 게 드래곤의 운명인 것을. “호오~이 여자애가 너의 마스터라면 그 정도의 재능이 있다는 뜻이겠지? 하기야 얼굴을 바꾸는 실력을 보니 한 실력하게 생겼군.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이면서 인간의 특유의 기가 미약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뭐지?” 이제껏 많은 유희를 다녀봤지만 내 앞에 있는 인간 여자가 내뿜는 인간의 특유한 기 같이 미약한 것은 누구도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힘을 봉인 시켜놨다면 할말이 없지만 마법 조금 한다고 봉인의 주문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호호! 어릴 때부터 인간 같지 않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어요.” 인간 소녀의 말이 들렸지만 난 무시했다. 지금 저 인간 여자 아이하고 말할 시간이 없지! 나에겐 아들가 있으니. “그런데 아들아~~이곳은 웬일로 왔니?” 이번엔 완전히 나하고 놀게 만들 심산으로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놈의 아들은 내 말에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회피하며 나중엔 일행들까지 끌어들이는 재치를 발휘했지만 어느 누구도 내 눈빛에 쫄아서 아들을 두고 가기로 결정 하였다. 역시 내 눈빛은 대단한 것이었어! 하지만 차라리 안 들을 뻔했으면 좋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귀를 깨끗하게 씻어야겠다. 저런 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귓속에 꽤나 지저분한 것들이 많이 쌓여 있는 듯(?) “루나~안돼. 난 이미 용언으로 널 지켜준다고 약속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하고 영원히 같이 붙어 다녀야 해.” 봐! 이건 분명히 아들이 잘못한 소리일 거야. 그러니 저 일행들도 ‘뭔 소리?’ 하잖아. “뭔 소리? 난 듣지도 못했는데? 미르야! 이젠 치매증세까지 나타나다니, 아무래도 엄마하고 같이 있으면서 요양이라도 해야겠다!” 저 인간 여자애 맘에 들었다. 엄마하고 같이 요양을(?) 뭔가 어감이 안 좋았지만 그래도 내 뜻에 따르고 있으니! 근데 아들놈이 또 뭐라고 하는 거야? 그냥 가만히 있지. “그랬어? 난 모르는 사실이야. 증인이나 증거 있어? 없음 잔말 말고 그냥 여기에서 푹 눌러 쉬어.” 아들이 하는 말에 별 관심을 표하지 않는 인간 여자에게 경의를 표하며 난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이건 중대사이다. 고로 물어보아야 한다. “아들아! 그 말이 사실이냐?” 드래곤은 약속의 종족. 용언으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자아의 붕괴로 고통스러워 하면서 죽는다. 그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친인척이 한순간에 죽여 주는 것일뿐 해결방도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위험한 짓을 아들이 했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듯 하였다. “그래요. 네 사실입니다. 로드의 앞에서 맹세 할 수 있습니다.” 어,어찌 저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가, 아들을 잘못 키운 거야! “그러니까 정말로 저런 하찮은 인간을 지켜주겠다고 약속을, 그것도 용언으로 했단 말이더냐? 정령 니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일을, 어이가 없구나.” 어이가 없어! 어이가~그럴 수는 없는 거다. 저런 인간 여자애 때문에 내 아들이 파멸의 길로 들어설 것 같아서 머릿속이 복잡하였다. 거짓을 고하지 않는다라! 그래 넌 드래곤이니까 거짓말은 하지 않지. “왜 하필이면 저런 별로 특별나게 하지 못할 것 같은 물론 마법을 쬐금 한다마는 이쁘지도 않은 저 인간에게 용언으로 약속을 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소리냐?” 난 저런 인간 때문에 내 혈육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예전에 나의 어머니가 그랬듯이! “루나는 지금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엄마가 보면 같은 여자라도 충분히 반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마법도 마법이지만 검술 또한 이미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여인입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난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닌...소드 마스터? 저렇게 허약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소드 마스터에?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그리고 저 그린 일족의 말도 믿을 수 없어~저거 진짜 드래곤 맞아? 어쩜 인간한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면서!! 인간 여자아이도 그린 일족의 말에 닭살이 돋는지 두 손으로 팔을 부비다가 끝내는 허락을 해버리고 폴리모프를 했는데!! 이럴수가~ “끼야야약~~귀여워라!!” 이제껏 드래곤이 폴리모프한 모습을 보기도 하고 인간 세계의 미남 미녀란 것들을 많이 봐왔지만 이번엔 특별했다. 블랙 드래곤보다 더 깊이가 있는 검은 머리카락하며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맑고 투명하면서도 음영이 드리워져있는 녹안! 그리고 대리석을 깍아 놓은 것보다 더 하얗고 잡티하나 없는 얼굴에 갸름한 곡선 시원스레 뻗은 오똑한 코에 적당한 아미! 버들가지 같은 눈썹, 바람만 불면 하늘하늘 춤을 출정도로 긴 속눈썹하며 둥그스름한 이마~내 이상형이었다. 그래서 드래곤의 체통이고 나발이고 소녀를 끌어 안아 버렸다. 앞으로 헤츨링을 낳으면 이런 여자애였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는데 그 소망이 이루어진 듯 하였다. 왜냐구?? “귀여워라!! 이쁘다...예뻐!! 내 딸 해라.” 꼭 배 아파 알을 낳으라는 법은 없다. 양녀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비록 인간이라 그 수명이 짧지만 마법사에 소드 마스터니까 보통 인간들보다는 약간이나마 젊음을 유지하면서 더 살수 있으니까! 이젠 루나라고 했던가? 루나는 내 딸이닷. 루나가 부정을 한다고 해도 내 딸이야. 용언으로 말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녀석들이 헛바람을 들이키면서 뒤로 넘어갔지만 난 루나를 안은 팔을 풀지 않았다. 얼마나 조그맣고 귀여운데~ “안돼요.” 아니 또 왜 아들놈이 태클을 걸어오는 거야? 앤 내거니까(?) 뺏길 수 없어! “왜?”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어떻게 인간인 루나를 자식으로 삼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도 아들이 좋아하는 여인인데.” 조,좋아하는 여인이라!! 그래! 좋아하니까 용언으로 약속을 했겠지. 그렇담 꼭 여인으로 좋아해서 지켜주라는 법은 없잖아? 점점 난 사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 갔다. “그랬니? 그럼 더 잘됐구나. 난 또 아들이 루나를 싫어하면 어쩌나 했는데, 좋아하니 동생으로써 좋아할 수 있겠구나. 어차피 지켜주기로 했으면 가족으로 지켜주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데 말이다.” 아들도 내 말빨에 걸려 넘어가고 말았다. “이봐요! 당사자인 나를 빼고 둘이서 뭐하는 짓이에요? 여기서 확실하게 말하는데 전 누구의 딸이 된다는 생각도 없었고 또 누구의 동생이 될 생각은 전혀 없었단 말이예요. 그러니까 아까 한말은 그냥.........”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상큼하고도 묘하게 박력있게 말하는 루나는 역시나 귀여웠다. 그래서 꼬옥 안고는 부비부비를 하였다. 살에 닿는 촉감도 너무 부드러웠다. 그리고 인간이라서 그런지 특유의 따스함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말하는 것을 보니 엄마가 없나보구나? 엄마가 있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텐데....” 더 짙게 드리워진 음영으로 맑은 녹색의 눈이 어두워져만 갔다. “엄마란 내게 필요 없는 존재, 잊혀져버린 존재, 그로인해 기쁨과 슬픔의 감정을 낭비는 금물, 이제 됐나요?” 아,아니 어떻게 저런 말을...아무리 자신을 버린 엄마여도 인간이라면 으레 엄마라는 존재를 찾으러 여행을 다니면서까지 그 존재를 확인하려 한다. 근데 루나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내 생각을 뒤엎어 버렸다.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으면 애가 저렇게 되어버렸을꼬!! 슬며시 입 꼬리를 올리면서 웃는데 너무 슬프게 웃고 있었다. “이럴 줄 알았다니까! 모정을 모르고 자랐구나?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엄마 해준다니까! 어이구~우리 이쁜 루나~~이제 엄마라고 해보렴?” 슬프게 미소 짓는 루나가 안 되어 보여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안아주었다. 그랬더니 내 품안에서 작은 흐느낌 소리가 들리더니 나중에는 큰 소리로 울었다. 자신의 한을 다 씻어내려는 듯이! “흐,흐흐흑...다시는 안 울려고, 했는데...어어어엉....이런 것은 싫어...아아아앙......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져 버렸어. 그래서...어어어엉....다시는, 정을 주고...허어엉...상처받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했는데.....아아아아아앙” 지워졌다니? 그런 있을 수 없는 일이, 그렇다면 루나는 아주 어릴 적에 부모와 생이별하고 성장한 상태에서 만났는데 그들이 기억을 하지 못했나? 하지만 다시는 정을 주고 상처받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라는 말은 곧 부모란 존재와 오랫동안 생활을 했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누가 왜 루나의 부모의 기억에서 루나의 기억을 없애 버린 거지? 기억을 없앨 수 있는 자는 드래곤이나 신밖에 없는데. 내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루나는 붉게 퉁퉁 분 눈을 감고 내 품안에서 색색거리면서 잠이 들었다. “루나는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구나. 어쩐지 가르시미르가 엄마라고 말하는 순간 눈빛이 흔들리더니만, 그래서 함부로 마음을 열지 않고 그저 방관적인 자세를 취한 것 같구나.” 어른이라는 이점을 살려서 먼저 말하고는 나머지 드래곤과 엘프를 쳐다보았다. “맞습니다. 어쩐지 상대에게 말하는 것은 다정다감하더라도 왠지 눈빛만은 웃고 있지 않고 그저 음영을 드리운 채 바라만 보았죠.” 블루스타의 말에 녀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하고 같이 다니는 아이들을 쓸쓸한 눈으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는 것을 보았어요. 아마도 말을 싫다고 했어도 속마음은 반대 일거예요. 그러니까 이제부턴 미르나이님이 루나님의 엄마가 되는 건 기정사실일 것입니다.” 그리디아의 말에 모두 동의를 하고, 잠들어 있는 루나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있으면 루나가 아플 텐데 괜찮을까요?” 하이엘프치고 우리들 앞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을 보니 드래곤들하고 같이 다녀서 그런지 겁을 내지 않았다. 다른 엘프면 내가 다가오기도 전에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갔던지 무릎을 꿇고 빌고 있을 텐데! “물론 안 되지. 힐링” 내가 인간으로 폴리모프하고 유희를 나간 적이 많이 있었고 또 울다가 잠든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깨어날 때 머리가 깨지듯이 아팠다.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루나를 살짝 치유해주었다. [루나를 나 미르나이의 딸로 내 생이 다하더라도 인정하노라~] 용언이었다. 내가 난생처음으로 용언으로 약속을 한것이다. 내 모습을 본 녀석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지 쩌억 벌리고 있었다. 용언으로 하는 약속따윈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루나가 사라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딸을 맞아들인 기념으로 모두 내 레어로 들어가도록 하지, 설마하니 내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녀석들이 떠나버리면 내 딸이 된 루나도 떠나버릴 것 같아서 그 녀석들을 레어로 들어오게 하였다. 잠들어있는 루나는 편한 꿈이라도 꾸는지 입가에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렇게 맘에 든 인간은 처음이었다. 아니 딸은 처음이었다. 유희를 다니면서 인간과 결혼해서 자식들을 많이 낳아 봤지만 그들을 내 자식으로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오로지 내 자식은 가르시미르 한 놈 뿐이었는데 루나의 변한 모습을 보고 놀랐다. 아름답고 능력이 있어서 딸로 삼은 건 아니다. 루나의 눈빛이 날 끌어당기고 있었다. 슬프면서도 웃고 있는 눈빛이.....잘못 손대면 곧 소멸해버릴 것 같은 눈빛이 자신을 구원해달라고 절규를 하는 듯 하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안으며 딸이 되어달라고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난 용언으로 말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루나는 앞으로 내 딸이니까, 배 아파서 난 딸이 아니지만 이젠 완전한 내 딸이니까 그 누구도 루나에게 해코지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미르나이의 딸을 어느 누가 건드린단 말인가! 근데 저 녀석들은 뭐하는지 물먹은 솜 마냥 꼼지락거리고 있는 거야? “늦게 오면 꼬치구이를 만들어버린다.” 내가 한 말의 위력을 새삼 확인 할 수 있었다. 말이 튀어 나오자마자 녀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르시미르를 헤츨링 시절 비행 연습을 시킨다며 공중에서 그냥 놓아 버렸을 때의 죽자 사자 날개를 파닥거리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레어로 뛰어 들어갔다. 레어로 들어온 난 루나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아있는 녀석들에게 친히 차까지 내오며 마시라고 권하며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소상하게 물어보았다. “아들 외에 세 명은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상세하게 말해봐. 최소한 딸이 어떤 모험을 했으며 성격이 어떤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야!” 명령조로 말하자 아들 녀석도 그렇고, 아무도 말하려 들지 않았다. “그런 것은 본인한테 물어보는 것이 어떨지요?” 저놈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감히 내 말에 거역을 해? 그렇담 내 필살기를 쓰지! 웃으면서 적을 죽이는 기술. “블루스타, 다시 한번 말해봐라” 웃으면서 살기를 내뿜자 블루스타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식은땀만 닦으며 어색하게 웃기만 하였다. 그래서 다시 입을 벌려서 이번엔 이놈을 아작 낼려고 하다가 아들의 말에 가만히 있었다. “엄마! 루나는 누가 자신이 한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싫어해요. 전에 한 인간이 떼를 쓰며 말해달라고 해서 아주 약간 맛배기로 말하려다가 들켜서 죽지 않을 정도로 혼났어요.”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게 싫은 건가?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어! “그래? 그래도 간단하게나마 알고 있어야 하잖아.” 하지만 내 물음에 답해주는 녀석들이 없기에 한번씩 쓰윽 쳐다보니 눈길이 닿는 녀석들 마다 어깨를 들썩이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 보였나?? “엄마도 좀 전까지 유희를 했으니까 한 가지만 말해줄게요. 루나가 바로 어클리어스 라고 하는 소녀예요.” 이번에도 아들이 말을 하였다. 그런데 내 귀에 누구라고 들리는 거지? 루나,루나 어클리어스 라고? 아주 짧은 대답에 나는 입을 벌리고 어찌할 줄 몰랐다. 내가 유희를 다니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어봤던 그 소녀의 이름이 아들의 입에서 튀어나올 줄을 몰랐다. “정말이야? 그렇다면 루나가 마법과 검술 실력에서는 상대를 찾지 못할 정도고 지혜 또한 신의 경지여서 따라올자가 없다는....정말로 그 루나가 저기 있는 루나야?” 믿겨지지 않았다. 내 딸이 그렇게 유명하고 훌륭한 인간인 줄은....그저 마법 조금에 소드 마스터인줄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대륙적으로 유명할 줄은 몰랐다. “정말이예요. 내가 카옌 왕국의 귀족으로 있으면서 바로 옆에서 봤으니까요.” “맞습니다. 저도 카옌 왕국에 있을 때부터 루나를 봐왔으니까 알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같이 있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세 녀석들의 말에 난 그제서야 현실감에 젖어들었다. 역시 내 딸내미 자격이 있었던 것이었어~점점 더 맘에 들어~!! “헤엥~그럼 나만 몰랐단 말이예요? 너무해요. 그런 것쯤은 가르쳐줄 수도 있잖아요. 아까서야 루나님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는데....” 그리디아도 루나에 대해 모르고 있었나 투덜거리고 있었다. 루나가 얼마나 여행 얘기를 꺼내기 싫었으면 마스터라 부르고 있는 녀석조차 모르고 있었다니. “역시 내 눈은 정확하다니까. 저런 딸을 어디서 얻을 수 있겠어? 안 그러냐 아들아?” 확인 차 가르시미르에게 은근슬쩍 물어보았다. 루나에 대해 물어보는 거지만 그 숨겨진 뜻은 이제 루나와 가족이라는 것이 내포되어 있었다. 저 녀석이 비록 루나를 사랑했다지만 이젠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는 엄연한 가족이거늘 가족 이상의 사랑은 불필요하다. 루나에겐 이성으로써의 사랑이 아니라 따스한 가족의 사랑이 필요하니깐! 내 의도를 알아차렸는지 가르시미르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189 6 엄마란 존재 - 3 왠지 이곳엔 오기 싫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성으로 사랑하고 있는 루나를 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불상사를 엄마가 벌여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용언으로 말했기에 물리지도 못한다. 밤이 깊어서 그런지 초승달이 별들과 섞여서 빛을 내고 있었다. 저 별들을 보니 가르엔에서 루나와 대련을 하며 나누던 얘기가 불현듯 생각이 났다. “미르, 저기 있는 별들한테도 이름이 있을까?” 아무 생각 없이 끄덕이는 날 보며 루나의 찬란한 금발과 루비빛 눈동자는 어둠에 젖어들었다. “좋겠다. 별들은......이름이 있다면 언제까지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날 테니, 하지만 난 이제 곧 그들의 뇌리에서 지워지겠지? 더 이상 날 기다려 주지 않는 그런........” “루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기억에서 지워지다니! 니가? 아니야! 너만은 내가 기억해 줄게. 그리고 내 후손들한테도 들려줄게. 참 당당하고 드래곤 무서운 줄 모르는 인간이었다고,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비록 인간이어서 삶이 짧지만 그만큼 열심히 살면 되잖아? 지금처럼.” 자신이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루나! 그래서 날 동료로 인정해주고 같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인간과는 달리 드래곤들이란 망각을 모르는 존재! 즉 영원히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만큼 다른 이들은 기억력이 좋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곤욕이었다. 슬픔을, 그리고 고통을 내 자신이 싫어하는 기억조차 고스란히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으니깐! 망각을 모르는 존재에 의해 자신이 죽어도 영원히 남겨지고 싶어하는 루나의 눈빛은 슬픔이 너무 짙어 어둠에 물들어있었다. 필시 무슨 일인가 있었을 텐데 루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 일은 생각도 하지 않으려는 듯이 발버둥을 치는 듯 했다. 기억해준다고, 기억해 준다고 했는데,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이 날 테지만 루나가 마침 잠에 빠져들어서 아무 말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옛 생각이 나니 감상에 빠져드는군. 차라리 예전이 더 나았나?’ 하지만 어느 것이 나와 루나를 위해서 더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현실 문제를 끄집어내었다. 루나와 나의 복잡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 “엄마는 한번 고집을 부리시면 아빠도 말리시지 못하는데, 그러면 내가 루나를 포기해야 하는가? 후우~이럴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데! 이제부터 내가 루나의 오빠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될 바엔 지금의 상황을 즐기면 되는 것 아니겠어? 그 콧대 높은 루나의 오빠가 되었는데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자고로 드래곤들이란 비관적으로 생각을 하면 안돼는 법~낙천적인 사고를 지닌 난 이 모든 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많이 생각해봤자 나만 손해니까! 안으로 들어가니 난장판이었다. 음식물들은 여기저기 널렸고 또 드래곤들과 엘프는 아무 데나 자리 잡고 푹 퍼져있었다. 이걸 다 어떻게 치울까 하며 고민을 하다가 나도 깨끗한 곳 아무 곳이나 자리를 잡고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모든 게 다 잘 이루어질 거야!’ 꼼지락 꼼지락 간질간질 들썩들썩 어제는 존재감이 없었던 블랑슈는 어떻게 살았는지(내 품에서 자고 있었으므로~그나저나 어제 미르나이가 안았을 때는 어떻게 했지?) 꼼지락거리면서 잠을 깨우고 있었다. “아함~~잘 잤다. 그나저나 이건 웬 꼴이라니?” 전에 리디의 레어에 있었던 상황과 전혀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 연출되어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리디가 아닌 미르나이가 누워서 자고 있었다. “모두 기사아아아앙~~” 엄청나게 큰 소리로 말하자 바닥에서 쓰러져서 자고 있던 놈들이 하나 둘씩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미르나이가 일어나서 내 이마에 키스를 하고 아침 인사를 했다. “잘 잤니 루나야? 배고프지? 내가 아침준비 해줄게.” 함부로 내 이마에 입술 도장을 찍는 미르나이에게 뭐라고 한 마디 해주려다가 아침 준비란 말이 나오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놈들은 모두 미르나이를 부러운 듯한 시선을 교환했다. 잠시 후 미르나이가 다른 쪽 통로로 사라지자 미르가 다가와서 폭 안으며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이건 오빠로써 해 주는 아침 인사야. 좋은 아침이다. 동생아!” 미르의 말에 순간 경직해 버렸다. 저 따식이가 방금 뭐라고 했는지 믿겨지지 않았다. “방금 뭐라고 했어? 오빠라고라고라?” 뻥찐 모습에 미르는 웃으며 끄덕였다. “당연한 것 아니겠니? 넌 내 엄마의 딸이 되었으니 내가 오빠가 되는 건 인지상정! 나이도 한참이나 많은 내가 니 동생 하리?”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진짜로 굳어버렸다. 내가 언제 허락을 했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내가 언제 미르나이씨를 엄마라고 했어?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순간 미르나이는 맛있게 보이는 음식들을 마법으로 공중에 띄운 채 들고 왔다. “자아! 어서 먹으렴. 딸아~빨리 먹지 않으면 이 녀석들이 먼저 먹으니 어서 오렴.” 미르나이의 먹을 것이란 말에 후딱 뛰어가서 의자에 앉아서 이것저것 먹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저녁을 먹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차! 방금 미르나이씨가 나에게 딸이라고 하며 음식 먹으러 오라는 말에 왔잖아? 그럼 내가 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된 거잖아? 이렇게 될 바엔 될 대로 되라지. 낙천적인 생각을 하고 포크와 나이프를 놀렸다. 그러다가 접시에 놓인 마지막 새우튀김을 집으려고 찍는 순간 어떤 놈의 포크가 같이 찍었다. 그 포크의 주인을 알아보려고 얼굴을 들자 미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동생아! 이건 나한테 양보하렴.” 다정하게 말하는 미르의 말에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는 못해. 어차피 누구는 드래곤이라서 오래 살면서 이것보다 더 많이 아니 더 좋은 것을 먹을 수 있겠지만 난 생명이 유한해서(?) 여기 있는 새우튀김을 먹지 못하면 다시는 일생을 통틀어 먹지 못하는데 포기하시지.” 단지 새우튀김을 먹으려는 욕심에 한 말에 미르는 순간 멈칫거리며 포크를 뺐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블랑슈도 건드리지 않는데 하물며 오빠라는 드래곤이 아니 유희를 다니니까 인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내가 먹는 것에 건들면 신상에 좋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새우튀김을 먹었다. 이런 나를 보더니 나머지 따식이들과 따순이 그리고 자칭 내 엄마라고 우기는 미르나이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먹던 것을 모두 나한테 맡기고 하는 말이? “그래! 루나야 이것이나마 많이 먹으렴.” 블루의 말에 나머지 따식이와 따순이는 끄덕였다. 그리고 또 한 소리가 들려서 체할 뻔했다. “엄마가 해준 것이 그렇게나 먹고 싶었구나? 그렇다면 내가 평생 동안 따라다니면서 먹을 것을 만들어주마.” “컥...켁켁...” 먹던 것이 기도로 들어가서 복구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 괜찮으니까...” 미르나이를 떨구고 가려고 입을 열었을 때 들려오는 한 마디에 입을 뻥끗도 하지 못했다. “모정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니 내가 다 책임을 지마. 어쩌면 이렇게 엄마가 없이 반듯하게 컸을까? 내 딸이라서 자랑스러워.” 미르나이를 보는 순간 미르를 떨구고 가려다가 오히려 엄마라고 우기는 인물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이런 말을 두고 흔히 혹 때러 갔다가 혹 붙이고 왔다는 말을 쓴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소화를 시킬 겸 휴식을 취하며 밖으로 나왔다. “블랑슈야~~재롱 좀 부려봐!” 심심해서 한 말에 블랑슈는 머리에서 내려와 온갖 포즈를 취하며 배꼽을 잡게 만들었다. “참 이상한 레기야크 구나. 주인의 말에 무조건적인 반응을 보이다니.” 언제 내 곁에 왔는지 미르나이는 앉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몰랐는데.” 상대는 엄연히 레드 드래곤 중에서도 성질이 드럽기로 유명했으므로 성질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하며 말했다. “딸아~너무 하는구나? 아직까지 존대를 하다니! 자~따라 해보렴~엄마” 미르나이의 말에 한참을 그녀를 쳐다보았다. “엄마라고 해보라니까? 엄마..엄마..” 아장아장 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말을 가르칠 때 쓰는 말을 하듯이 나와 눈을 마주하며 간절하게 엄마라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예전의 진짜 엄마가 하던 말인 것 같아서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어,엄마?” 쉬울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아서 떠듬떠듬 거렸다. 그 소리에 미르나이는 카스 보다 활짝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 “그래! 바로 그거야. 이젠 넌 영원히 내 딸이다. 누가 뭐래두.” 미르나이의 말에 코끝이 약간 시큰거렸다. “그럼 우리 집으로 들어가 볼까?” 하며 나를 끌고 레어로 들어갔다. 안에는 일행들이 이리저리 퍼져있었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걸어다니지도 않고 굴러다녔다. “루나야~이제 어디로 갈거니?” 내가 갈 여행 경로가 궁금했던지 의자에 앉히고 천천히 물어봤다. “우선은 바스라로 갔다가 수도를 경유해서 제국으로 들어 갈 건데요.” 아직 미 확정적인 말에 미르나이 아니 이젠 엄마가 된 드래곤이 씨익 웃었다. “그러니? 그럼 이번에 딸을 따라서 또 한번 여행이나 갈볼까?” 그 말의 파장이 어마어마하게 컸는지 퍼져있던 미르가 벌떡 일어났다. “안돼~~엄마하고 같이 다니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불허니까.” 그의 말에 오히려 난 더 호기심이 동했다. “흐으음~그렇단 말이지? 그럼 같이 가죠. 엄.마.” 내 말에 안에 있던 놈들은 정신이 들었는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엄마는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이 엄마는 루나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거니까 안심하렴. 그럼 여행 준비를 해야겠으니 기다리렴.” 이젠 내가 완전히 인정한 엄마는 여러 군데로 뚫린 통로 중 하나를 선택해서 걸어갔다. “그나저나 모습을 바꿔야 하지 않니? 그 모습으로 가면 안 될 테니까.” 블루의 말에 나는 얼른 전에 다니던 모습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미르나이님을 엄마라고 했으니 사람들한테 엄마라고 소개를 해야 하는데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 어떡할 거야?” 가브의 말에 생각을 해보니 지금의 모습은 하나도 닮지 않았다. 미르는 그래도 친 자식이라서 완전히 판박인 것 같이 닮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의 모습과 똑같이변할 수는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냥 머리색만 붉게 만들었다. “어때! 어 정도면 봐줄 만 하지?” 기다란 붉은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에 일행들은 끄덕였다. “우리 동생은 어떤 모습을 하더라도 모두 어울리는구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이젠 나를 동생이라고 완전히 인정을 했는지 미르는 나에게 상큼한 미소를 날렸다. 아까 까지만 해도 뚱해 있었는데.. “그런 소리하지 않아도 다 아니까 그만 하는 건 어떠냐고 생각 하냐?” 엄마의 밥인 블루는 아직 배 밖으로 나온 간을 수습하지 않았는지 미르에게 아니 오빠에게 엄청 싸가지 없는 발언을 했지만 모두 무시해버렸다. 한참을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마나의 파장이 느껴져서 그곳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곳에서는 붉은 머리의 여인인 엄마라고 지칭되는 드래곤이 서있었다. “좀 준비할 것이 많아서 늦었다. 그럼 떠나도록 하지.” 내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자 난 블루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워프한 곳으로 되돌아가자고. “워프” 그 소리가 끝남에 칼리 산으로 가기 전에 이동한곳이 보였다. “그럼 이곳에서부터 날아가도록 하죠!” 오빠의 말에 모두 찬성을 했고 날아올랐다. 오빠는 가브가 그리고 난 엄마와 리디가 붙잡아 주었다. “엄마~여기 있는 드래곤과 엘프를 뺀 나머지는 내 본 얼굴하고 실력은 모르니까 엄마도 모른 척 해야 돼. 알았지?” 웃으면서 엄마에게 한 소리하자 엄마는 걱정 말라는 식으로 웃었다. 그리고 한참을 날아갔다. 전방에는 커다란 도시가 아니 커다란 성이라고 일컬어도 맞아죽지 않을 바스라가 보였다. “성곽에서 멈춰서 걸어가자.” 내 말에 동의를 하고 힘껏 날았다. 바스라에 가까이 갈수록 성곽에서 수비를 하고 있던 병사들이 놀라서 입을 벌리고 우리들을 반기고 있었다. 그 중에는 우리가 아는 인물이 몇몇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빨리 오지 않고 뭘 그렇게 꾸물거리는 거야? 내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여전히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소리를 해대는 소리에 엄마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엄마! 원래 저 녀석은 저러니까 신경 쓰지마. 우리 가이드걸랑.” 그 소리에 얼굴을 피고 나를 바라보았다. “뭐! 딸이 시키니까 그렇게 할게.” 화를 가라앉히는데 성공을 하고 천천히 내려 왔다. “어디 갔다 온 거야?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근데 루나 머리색이 바뀌었네? 그 옆에 있는 분은....?” 한꺼번에 많은걸 물어보자 순간적으로 회로가 정지하는 사고가 생겼지만 알아서 그 말을 끊어주는 일행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리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도록 하지.” 리디의 말에 찍 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우리가 묵고 있는 여관으로 직행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서 식사를 주문하고 필라르는 궁금하다는 것이 많으니 빨리 얘기해달라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그럼 천천히 내가 말 할 거니까 끼여들지 말고 들어라.” 필라르의 주특기인 끼여들기를 못하게 대못을 박고 아주 천천히 말을 했다. “먼저 우리가 간 곳은 칼리 산이야. 그리고 내 머리색은 원래 이런 색이야. 마지막으로 너 말이지. 내 옆에 계신 분께 관심 끄길 바란다.” 별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 옆에 앉아있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하기야 어디 가서 흔히 볼 수 없는 미인이며 머리색도 확 튀잖아! “옆에 있는 분은 바로 내 엄마다.” 미르의 아니 오빠의 폭탄선언에 필라르는 눈만 끔뻑끔뻑 거리며 움직일 줄 몰라 했다. 나이를 많이 봐야 이제 20대 중반이나 후반으로 보이니 필라르의 심정은 이해가 갔다. “믿을 수 없어...아니 믿기 싫어.”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고 넘어지려는 순간 가브가 잡아주어서 의자에서 추락사하는 것은 면하게 되었다. 겨우 중심을 잡은 필라르를 기어코 추락사를 가져오게 할 말을 난 서슴없이 했다. “미르의 아니 오빠의 말이 맞아. 여기 있는 분은 나의 엄마이자 미르오빠의 엄마야. 이제껏 특별한 여행을 해보고 싶어서 숨기고 있었어.” 나의 별것 아닌 말에 필라르는 눈에 생기를 잃어버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슬로우 비디오를 보듯이 쓰러지다가 빨딱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전 루나와 카인의 친구인 필라르라고 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필라르가 하던 짓거리를 심심풀이 땅콩 식으로 쳐다보다가 제대로 된 말을 하자 엄마는 신기하다는 식으로 필라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인간이군. 여행 다니는 동안 심심하지 않겠어. 그런대 본래 하던 행동인가? 꽤 많이 해 본 것 같군. 그나저나 나도 이번 여행을 같이 다니기로 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두고 보겠네.” 엄마의 말에 필라르는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나고 주문한 음식이 들어오자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살벌하게 말했다. “블랑슈야~만약에 이번에도 내 것에 손대면 아예 포를 떠 버리려니까 알아서 하렴.” 미리 블랑슈에게 겁을 준 다음에 엄마한테 넘겨버렸다. 블랑슈도 엄마가 쎄다는 것을 느꼈는지 얌전히 앞에 놓인 것만 먹었다. 오랜만에 블랑슈의 공격을 받지 않고 먹을 수 있었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루나님! 입술에 소스가 쬐금 묻었어요.” 리디는 냅킨을 들고서 내 입술을 닦아주었다. 그렇게 평온하게 차를 마시다가 한 명의 인간 때문에 조용한 시간을 글러먹게 생겨버렸다. “루나, 니가 왔다는 것을 보고 받고 왔어.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뜨거운 차를 후후 불면서 겨우겨우 마시다가 라이너의 소리에 순간 손이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원치 않는 뜨~~으~거~운 차가 입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입안에 뜨거운 것이 갑자기 들어와서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가 엄마가 마법을 걸어줘서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마나를 직접 차가운 속성으로 바꿔서 내 입에 대자 입안에 있던 찻물이 식어버렸다. 식은 차를 꿀꺼덕 마셨지만 입안이 화상을 당하는 것은 막지 못했다. “애비비비~라이너 땜에 입에 화상 입었어. 아퍼라~” 그 말에 라이너는 당황해서 나한테 달려왔고 엄마는 그를 제지하고 나를 치료해 줬다. “힐링” 따스한 기운이 입안으로 들어와서 화상을 입은 곳이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이제 괜찮니?” 걱정스레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에 얼굴을 살짝 붉히고 끄덕였다. “그나저나 여긴 웬일이지? 난 수도로 갈 줄 알았는데?” 블루의 음성에 라이너는 블루를 쳐다보며 말했다. “언제 몬스터들이 쳐들어올 줄 모르니까 이대로 있는 거야. 그러는 너희야말로 어디를 갔다 온 거지? 그리고 옆에 계신 레이디는 누구?” 필라르의 질문과 별반 다르지 않는 말에 우리의 시선은 필라르에게 가서 꽂혔다. 얘기하기 귀찮으니까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아마도 나하고 같이 다니다 보니 내가 하던 짓이 감염된 듯하다. “그리니까 말이지...........(중략)............그렇게 됐어.” 우리가 한 얘기를 엄청 길게 늘여서 말하는 필라르는 내버려두고 라이너를 바라보았다. 필라르가 하는 말을 듣는 도중에 얼굴이 수십 번도 더 바뀌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붉은 머리의 여인이 미르오빠와 내 엄마라는 말에 경악을 했지만 귀족답게 얼굴을 원상복구하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우린 내일 떠날 건데 넌 어떻게 할래? 아하~아까 남는다고 했지? 몬스터들은 더 이상 공격해 오지 않을 텐데 우리랑 같이 가는 건 어때? 어차피 우리도 수도로 갔다가 다른 곳을 들려 보려고 하거든.” 나의 계획에 라이너는 반대를 하는지 토를 달았다. “니가 어떻게 몬스터들이 공격을 하지 않을지 알고 있는 거지?” 순간 찔끔한 난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칼리 산으로 가던 도중 몬스터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한군데 모여 있다가 사방으로 흩어지더라고!” 그 말에 라이너는 나를 의심쩍게 쳐다보았다. “아무리 친구 라지만 기사가 숙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우리의 다크호스인 엄마의 말에 라이너는 머리를 살짝 숙이며 사과를 했다. 자 따식이 사과는 나한테 해야 하는데 왜 엄마한테 하는 거야? 혹시 무슨 흑심을 품은 거 아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또다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루나님! 이곳에 있다는 보고를 받고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엇! 머리색이......?” 케이루스를 위시한 수많은 빵빵한 인간들이 들어와서 여관은 미어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오늘 날을 잡았구만. 루나는 인기가 많아서 피곤하겠다.” 빈정거리는 블루의 말에 엄마가 씨익 웃으며 쳐다보자 시선을 천장으로 돌리고 휘파람만 불고 있었다. “이후의 이야기는 필라르와 라이너가 할 테니 전 이만 피곤해서 실례를.” 양해를 구하고 방으로 올라와서 잠을 잤다. 그리고. “딸아아아~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침은 먹어야 하지 않겠니? 저녁도 안 먹고 자더니만!” 엄마의 말이 잠결에 들려오자 지금이 저녁이 아니라 아침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천천히 눈을 떴다. “루나 나의 딸아~잘 잤니?” 엄마는 이렇게 말하고는 볼에 입맞춤을 하고 욕실로 들어갔다. 인간이었을 적...어렸을 때도 엄마는 항상 나를 깨워주고 뽀뽀를 해주고 식사를 차려주었는데...신이 돼서는 드래곤한테..... 어렸을 적의 기억을 떠올리며 얼굴을 들었다. “루나님! 늦으셨네요? 어서 씻어야죠.” 리디는 내가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고는 세숫물을 미리 떠놓았는지 수건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고마워! 리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세수를 하고 수건을 건네 받아 얼굴과 손에 묻어 있는 물기를 닦았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새침한 미소를 지으며 물을 버리고 자신도 단장을 하기 시작했다. 단장이라고 해봤자 머리 빗는데 고작이지만.....나도 오랜만에 리디와 같이 앉아서 빗으로 머리를 빗었다. “우띠이이~길어서 빗는 것도 불편하잖아! 확 잘라버려?” 자그마하게 말한 것을 누가 들었는지 누군가 재빨리 달려 왔다. “안돼~~내가 빗어 줄 테니 그런 끔찍한 말은 하지 말렴.” 엄마는 긴 머리가 좋은지 빗을 들고 빗어주었다. “나한테 딸이 있었으면 꼭 이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푸는구나.” 엄마의 말에 난 씨익 웃으며 “그럼 낳으면 되잖아요.” 가증스러운 내 말에 엄마는 빗질을 순간 멈추는 듯 하더니만 다시 빗질을 하면서 웃음기 뭍은 소리로 말했다. “후후~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잘못해서 또 아들이 태어나면 어떻게 할려구.” 엄마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입 꼬리를 올리며 “그러면 딸이 태어날 때가지 낳으면 돼는 거 아냐? 물론 쬐금 힘이 들겠지만.” 빗질을 끝내고 엄마가 가지고 있던 장신구로 치장시키려다 마지막 말에 들고 있던 것을 떨어뜨리는 불상사를 저지르지 않고 무덤덤하게 웃었다. “나도 할 수만 있으면 그러고 싶지만 그렇게 계속 낳으면 키우기도 힘들고 용구밀도가 높아져서 그럴 수가 없단다. 난 우리 드래곤들의 미래를 위해서 둘째부터는 낳지 않기로 한거야. 호호호” 머리에다가 엄청 삐까뻔쩍한 핀을 찔러주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런~늦었다. 지금쯤이면 식사가 나왔을 텐데........빨리 가자.” 목에도 번쩍이는 목걸이를 걸어주고 내 동의도 구하지 않고 주문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식당으로 이동을 해버린 우릴 주변에서 마법이 신기했는지 계속 쳐다보았다. “엄마~다음부턴 조심하세요.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요.” 그제야 시선집중이 된 것을 알았는지 엄마는 천천히 둘러보았다. “일일이 신경을 쓰다보면 머리가 아프니 그냥 무지한 인간들이 쳐다본다고 생각하렴.” 귀속에다 이렇게 말하고는 나를 끌고 일행들이 잡아놓은 자리에 앉았다. 어쩜 그렇게 시간을 딱 맞추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식사가 나왔다. 저녁도 굶은 관계로 무지 배가 고팠던 난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좀 천천히 먹으렴! 그렇게 먹다가 체하겠다.” 미르오빠의 충고에 난 입에 있는 음식들을 모두 식도로 넘기고는 씨이이익 웃으며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또 누군가가 내 말을 가로 채버렸다. “걱정하지 마. 이젠 니가 루나 오빠라고 일일이 챙기냐? 루나가 저렇게 먹고 체하는 거 한번이라도 보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진다.” 내가 할말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모욕적인 발언에 발끈 화가 나서 한 소리 하려다가 그것마저 누가 먼저 말해버렸다. “그런 말을 하고 루나한테 살아남을 수 있으십니까?” 가브의 한 마디가 불러오는 파장이 컸는지 블루는 그제야 실수를 직감하고 나를 쳐다보았다. 나의 시뻘개진 얼굴을 보고 블루는 이름 그대로 퍼렇게 돼버렸다. “블루님! 명복을 빌어요.” 리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난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집어 던졌다. “허거거걱~뭐 하는 짓이야? 아,아니지.....너 방금 뭐했었냐?” 내가 포크를 던진걸 보긴 했는데 어디로 증발해버린 포크를 두리번거리면서 찾다가 나의 새 포크를 보고(언제나 휴대하고 있던 포크를 꺼내듬) 안 던졌다고 생각을 했는지 식기 시작하는 스프를 홀짝였다. “대단하구나. 앞으로 늑대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뜬금없는 말을 하는 엄마의 말에 블루는 엄마를 한번 쳐다보고 그 시선이 가는.....자신의 뒤쪽 즉 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약간의 틈새가 보였다. 그리고 그 틈새 안에서 무언가 빛에 받아 번쩍였다. 안 돌아가는 머리를 열심히 굴리던 블루는 그것이 내가 본래 쥐고 있던 포크 1인 것을 알아차리고는 모른 척 먹던 것을 먹고 있었다. “블루야~앞으로 그따위 말을 한번만 더 하면 본체로 돌아가기 전에 내 손에 저승길로 갈 줄 알아라~” 엄청 친근하게 하는 말에 블루는 땀을 찔끔찔끔 흘리며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그럼 천천히 식사를 하도록, 누가 또 오잖아!”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하자 모두 나보고 미쳤다고 말하려다가 리디와 엄마의 눈치를 보고 입다물고 있었다. 잠시 후~~ “니 말을 듣고 조사를 해보자 몬스터들의 집합소인 칼리 산은 아무 것도 없는 그냥 보통 있을 법한 몬스터 몇 마리만 보였어. 그래서 비상 소집을 하고 회의를 한끝에 우리도 오늘 떠나기로 했어!” 내 말이 끝난 후 약간의 시간을 두고 라이너가 들어와 우리에게 보고를 하고 같이 가자는 바람에 얼떨결에 따라가기로 했다. “에휴휴휴휴~~따분하다못해 돌아가시겠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160 6 혼자만의 휴가 - 1 라이너를 따라서 바르실미르 수도로 돌아온 지 어언 이틀. 현재 난 라이너네 집에서 무위도식을 하며 뒹굴 거리고 있었다. 블루는 마법 서적을 보기 열심이고, 미르 오빠와 리디, 가브, 필라르는 검술 연습을 그리고 엄마는 후작 부인하고 수다를 떨고, 라이너는 할일이 있다며 밖으로 나갔다. 고로 할일 없는 나 혼자 남았다라는.....이 아니라 블랑슈도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하지만 지금 블랑슈는 낮잠을 아니 아침잠 겸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 혼자 그냥 나가볼까? 그래~누가 내 갈 길을 막겠느냐? 호호호호 결정했다. 가자. 쇠뿔도 당김에 빼라고 했으니까!” 내 생각을 스스로 합리화시킨 다음에 방문을 박차고 복도로 나왔다. 이리저리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겨우 계단을 내려와서 본채의 열린 문으로 나왔다. “루나 아가씨! 어디 가십니까?” 라이너와 친구라는 이유 하에 이곳의 하인들은 나를 아가씨라고 칭했다. “놀라구요. 나 혼자 놀려니까 알더라도 따라오지 말라고 해주세요.” 검은 제복을 입고 물어보는 말에 대답을 하고 걸음도 당당히....가 아니라 달려서 대문을 지나서 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밖의 공기는 안하고는 차원이 틀리구나!” 크게 심호흡을 하고 슬슬 시내로 걸어갔다. 전번과는 달리 유달리 활기가 넘쳐흘렀다. 아마도 몬스터 토벌작전에서 그런대로 성공적이어서 그런가보다. 이 거리 저 거리 등등을 돌아다니며 약간 발을 쉬어주기 위해 노천카페 비스 무리한 곳으로 가서 포도 쥬스를 시키고 카옌 왕국에서처럼 길가는 인간들을 구경했다.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달리기도 하고, 걸어가고, 웃고 울고.........희로애락이 뒤섞인............. 주문한 쥬스를 홀짝이면서 이젠 어디로 가나하고 머리를 굴렸다. 이러 굴리다 저리 굴리다 하다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래! 그냥 걸어 다녀 보는 거지 뭐! 내가 가는 곳이 곧 길 아니겠어?” 쥬스를 원샷 한 다음에 은화를 꺼내서(무지 많이 냄. 잔돈이 없는 관계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다시 길을 나섰다. “보석 사세요~~아름답고 이쁜 장신구 사세요~~지금 안사면 후회합니다.” 상점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을 그곳으로 옮겼다. 장신구를 파는 곳이라서 그런지 여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잠깐만요. 실례할게요~~잠시만...” 나의 작은 몸을 최대한 이용해서 작은 틈으로 겨우 겨우 몸을 구겨 넣으며 앞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햐아아아~~이쁘다.” 여자들이 많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는지 엄청나게 이쁜 장신구들이 옹기종기 진열이 되어서 자신들이 잘난 듯 빛을 내며 뽐내는 듯 했다. “여기 있는 물건들은 모두 진품입니다. 드워프들의 작품이죠.” 상인은 엄청난 상술을 발휘해서 입에서 침이 튀기도록 설명을 하고 있었다. 상인의 설명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여인들은 어떤걸 살까하고 두리번거렸다. 온통 뻔쩍뻔쩍해서 정신이 없을 정도였지만 눈을 끔벅끔벅 거리면서 하나하나 자세히 봤다. “아저씨~~저거는 뭐로 만들었어요?” 물론 알고 있었지만 예의상 물어본 것이었다.. “아가씨! 그건 백금에 루비를 촘촘히 끼워 만든 팔찌랍니다. 드워프들이 직접 세공을 해서 깔끔하고 화려합니다.” 상인의 말을 들으며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나도 보석을 좋아해서 로드한테(드래곤은 모두 보석을 좋아해서 진품과 짜가를 골라낼 수 있음) 보석 감정하는 법을 미리 배워둬서 그곳에 있는 것들이 모두 진품이라는 것을 꿰뚫고 있었다. “그럼 저기에 있는 목걸이는요?” 한 가운데에 있는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보며 묻자. “저 목걸이는 파이넬에서 생산된 특품의 에메랄드를 세공해서 만든 겁니다. 은 목걸이에 끼워 넣은 것인데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물건입죠.” 여러 사람들이 물어보는 중에도 용케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는 상인이 대단해 보였다. “그럼 팔찌하고 목걸이 값이 어떻게 해요?” “아예~팔찌는 1000골드이고, 목걸이는 700골드입니다.” 눈이 돌아가게 비싼 가격에 여자들은 헛물을 들이켰다. 비싸긴 해도 세공술과 보석의 질을 놓고만 판단한다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나에게 얼마만큼의 돈이 있나하고 생각을 하다가 가방에서(조그만 주머니에서 많은 것이 나오면 의심을 하니까 가방에 주머니를 넣어두고 쓸 일이 있으면 가방을 열고 뒤지는 척하며 주머니 속에다 손을 집어넣음) 우선 잡히는 데로 꺼내봤다. “음~~그러니까! 100골드짜리가 15개가 있고....10골드짜리가 15개....1골드가...음....50개.......흐음~~이 정도면 됐나요?” 조그만 가방에서 무수히 많은 돈이 쏟아지자 상인은 놀라면서 얼른 정신을 차리고 일일이 세어보고 있었다. “모두 1700골드 입니다. 이제부터 이 팔찌와 목걸이의 주인은 아가씨입니다.” 그러면서 상인은 오랜만에 봉 잡았다는 식으로 나를 보며 서비스로 팔찌와 목걸이를 채워줬다. “많이 파세요~~”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사자 기분이 좋아져서 인사를 했다. “아가씨도 안녕히 가세요. 앞으로 아가씨는 우리 가게의 주요 고객으로 제 머릿속에 등록 되었어요~~필요한 게 있으면 오세요. 싼값에 모실게요.” 여자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뒤로 하고 웃으며 길을 걸어가다가 누가 훔쳐 가면 안 되니까 마법을 걸었다. 장신구가 나한테서 1미터 이상 떨어지면 전기를 일으켜서 기절시켜버릴 정도의 마법과 언제 어디서든 추적이 가능한 것 까지 꼼꼼하게 걸어두었다. 물론 잠시 후엔 풀어버릴 것이지만. “이제 무얼 한다? 할일도 없으니 그냥 라이너네 집에라도 갈까? 우선은 배가 고프니 식당에 들어가서 요기라도 한 다음에 생각해야지.” 눈을 돌리다가 2층으로 된 세련되어 보이는 식당이 눈에 들어와 더 이상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요. 손님” 깔끔한 푸른색과 검정색이 적절하게 섞인 화려한 옷을 입은 점원은 나를 슬쩍 쳐다보더니만 2층으로 안내를 했다. 내가 한 장신구 때문에 부자로 생각을 했나보다. 사실이 사실이니 만큼 아까 산 것 말고도 엄마가 직접 꾸며준 보석으로 치장된 장신구가 덜레덜레 매달려 있어서 걸어 다니는 보석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잘하는 정식 코스로 주세요.” 음식을 주문하고 옆에 있는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아까 그 보석 상점은 아직도 사람들로 초만원이었다. 옷 파는 가게, 차를 파는 가게, 무기점, 갖가지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손님! 식사가 나왔습니다.” 점원의 말에 창에서 시선을 떼고 푸짐하게 나온 식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애피타이저로 나온 에그 스터프드를 한 조각 먹은 다음 버터와 우유, 야생의 송이버섯 향이 적절하게 섞여서 향을 맡는 이들이면 누구나 침을 떨어뜨릴 것 같은 담백한 송이버섯 스프를 먹고, 비프스테이크를 잘라서 시식해 보았다. “와우~엄청 연하다. 육질이 연하게 칼등으로 잘 다졌고, 고기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와인을 넣어서 날려버렸군.” 음식 평을 하면서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소화를 시키면서 먹었다. 식사하는데 1시간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이 들었다. “휴우우~배 불러라~” 식사를 끝내고 천천히 차를 마셨다. 뜨거운 차를 호호 불어가면서 한 방울이라도 떨어질세라 조심하며 마셨다. “녹차는 언제 마셔도 좋아.” 혼자 신이 난 나는 마시고 또 마시고 해서 한 주전자를 비워 버린 후에 자리를 떴다. “모두 4골드가 되겠습니다.” 1층으로 내려오자 능글맞은 아저씨가 나를 보며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4골드면 웬만한 중산층 가족이 한달 생활비로 쓸 수 있을 만큼의 많은 돈이었지만 나한텐 있으나 마나한 돈이므로 주인을 보며 씨익 웃고 4골드를 쥐어 주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다음에도 찾아 주세요.” 주인의 배웅을 뒤로 하고 천천히 나왔다. 어느새 해는 중천에 걸렸고 한낮의 더위로 땀이 삐질 삐질 흘렸을 법하지만 난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었기에 땀은커녕 쥐어짜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나도 모르게 한낮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땀이니까 그것을 생각하면 의지대로 땀이 나오지만 지금은 내가 땀이 나오지 않게 컨트롤을 하고 있기에 나오지 않았다. “이제 뭘 하지? 진짜로 할 것도 없는데, 그런데 저긴 뭐하는 곳이지? 사람들이 많이 있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볼까?”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있다가 한꺼번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대체 뭐 길래? 많은 인원이 과다 집중 되어서 들어갈 틈이 없자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비집고 들어가서 본 광경이란 바로~돈 놓고 돈 먹기 였다. 텔레비전에서 많이 본 광경에 난 호기심을 느끼고 주의 깊게 쳐다보았다. 붉은 나무로 만든 조그만 통 3개를 번갈아서 섞으며 하나의 구슬이 있는 곳을 맞추면 2배로 주고 못 맞추면 땡전 한 푼도 없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게임이었다. “자아~~거세요~한번에 대박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한 장한이 이렇게 말하고 열심히 조그만 통을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섞다가 멈췄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두 군데에 은화를 걸었다. 걸린 액수를 보고 장한은 씨익 웃으며 돈이 걸린 쪽의 통을 뒤집어 보았다. 아쉽게도 그곳에는 구슬이 없었고 돈이 걸리지 않는 통에 구슬이 있었다. “아쉽게 됐네요.” 통을 열심히 섞으며 장한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씨~돈 만 날렸네! 이제 마누라한테 바가지 긁힐 일만 남았군.” 돈을 잃은 아저씨는 부인에게 혼 날 생각에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나도 벌써 은화 2개나 잃었다구. 우리 가족 일주일 생활분인데.” 이제야 잘못을 뉘우친 듯했지만 여전히 눈은 통을 섞고 있는 장한한테 박혀있었다. 장한은 열심히 통을 섞다가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걸 사람이 있으면 빨리 걸라는 식으로. 난 그 모습에 부응하기 위해서 바지 주머니에서 10골드를 꺼내서 가운데 있는 통 앞에 던졌다. 그러자 주위는 시끌뻑짝하다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모두가 금화가 나오리라고 생각하지 못하다가 번쩍거리는 금화를 보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아가씨! 여기에다 건게 확실한가요?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하라고요.” 장한의 말에 난 씨익 웃었다. 한참동안 섞고 있을 때 열심히 보고 있었기에 내가 건 곳이 틀림없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소드 마스터의 눈이 어디 보통 눈이겠는가? “전 여기에 걸었으니 열어보죠.” 장한은 도리도리하더니 내가 걸었던 곳의 통을 아주 천천히 열었다. 공중에 뜬 통 안에는 구슬이 있어야겠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어쩌죠? 아가씨 안됐네요.” 장한은 10골드를 집으며 말은 미안하다는 투로 했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난 돈을 잃고 가만히 있을 위인이 되지 못했음을 그 인간은 직시하고 있어야만 했다. 금화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 인간의 팔을 잡고 털었다. 넋을 잃고 있던 그 장한은 내가 팔을 털자 당황하다는 식으로 쳐다보며 뭐라고 말하려다가 소매에서 구슬이 떨어져 나온 것을 보고 기겁했다. “솜씨는 훌륭하지만 내 눈엔 못 당하지! 감히 나를 속이려 하다니, 하지만 내가 건 돈에 2배를 주면 용서하도록 하지.” 살벌하게 웃으며 입을 열자 장한은 부들부들 떨었다. 왜냐구? 나 말고 여러 사람이 죽일 듯이 쳐다봤으니까. “어,어떻게 알았죠?” 아직도 자신이 한 짓이 간파당한걸 믿지 못한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난 그 모습에 냉소를 쳤다. “흥~내 눈에서 벗어난 건 이제껏 아무것도 없어. 당신이 섞고 있을 때도 난 한눈에 알아봤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슬이 있는 통을 당신이 보는 쪽으로 먼저 열며 구슬이 있으면 사람들 눈에 안 띄게 통으로 빠르게 구슬을 밀어내어 소매로 떨어뜨리고 빈 통을 열면서 재빨리 떨어뜨린 것을 봤지! 그럼 궁금증은 모두 풀어진 걸로 알고 돈을 되돌려 주었으면 좋겠군.” 나답지 않게 엄청 긴 부연 설명을 하고 내가 건 10골드를 뺐고 나머지를 주라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은화 10개가 1골드이니 은화 100개를 주어야 했다. “죄,죄송하지만....지금....돈이...얼마 없어요!” 하면서 지금까지 모은 것을 긁어모아 내 앞에 내 놓았다. 척보니 대략 은화 67개 정도 였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너도 나도 주워가려고 끼어들었지만 그걸 허용할 내가 아니었기에 그들을 제지하고 싸늘하게 말했다. “아까 들어보니 당신은 은화 2개 그리고 당신은 1개.....” 엄청난 기억력에 의지하여 돈을 잃었던 인간들의 뒷말을 들은 난 잃은 돈을 세어서 주고 나자 30개 정도가 남았다. 돈을 받은 인간은 돌아가고 없었기에 그 인간하고 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허무해 보이는 눈을 하며 멍하게 바라보는 남자를 계속 쳐다보았다. 하는 짓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멍한 눈동자 안에는 투명하고 맑은 빛이 감돌고 있는 것을 보니 그 누구보다도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 “구슬을 숨기는 것을 보니 한 실력하게 생겼군! 그 돈으로 장사나 하도록.” 사기 치려는 인간한테 그 말을 하고 남은 돈을 쓸어서 가죽으로 만든 보따리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그 인간은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아! 그러니까 남은 돈으로 열심히 살라고. 술집에 가서 탕진하지 말고 장사를 해서 가족을 부양하라구! 요즘 내가 보니 향신료 값이 여기는 싼데 카옌 왕국에서는 금값이더군. 그걸 명심하도록. 즉 중계 무역을 하라고...음...무역이라~이건 좀 스케일이 크군.” 중계 상인을 하라고 하고는 목적지 없이 걸어갈려다가 누가 내 발목을 잡는 바람에 멈춰야 했다. “왜,왜 제게 그런 것을 가르쳐 주신 겁니까?” 어벙벙하던 모습에서 생기가 도는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냥! 그러니 발을 좀 놓으면 안 되겠나?” 그제서야 그 인간은 내 발목을 풀고 무릎을 꿇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전 카나몬 케일리아! 몰락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방탕하게 살다가 끝내는 이런 짓을 해서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후에 꼭 보답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이름을 가르쳐주십시오.” 카나몬이라는 인간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루나! 보답할 필욘 없다. 어차피 이건 내 참 모습이 아니니까!” 그 말이 놀라웠던지 가만히 있다가 먼지를 털며 일어서서 나에게 무언가 하나를 내 밀었다. “이건 저희 가문이 융성하던 시절에 만든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을 보석에 새겨 넣은 보석입니다. 아무리 방탕하고 가난하게 살았다고는 하나 이것만큼은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걸 루나님이 가지십시오. 당신의 조언으로 오늘에서야 전 새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니 저에겐 필요 없습니다. 보답이라고 생각하시고 가져가주세요. 후에 만약에 제가 성공했을 때 그 보석의 주인을 무조건 섬길 것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한 카나몬은 그대로 뒤돌아서 뛰어갔다. “이봐아아아아~~난 이런 거 필요 없어~~가지고 가~~” 라고 외쳤지만 이미 카나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쩝. 하는 수 없군. 그나저나 비쌀 것 같은데, 오팔에 새겨진 이름모를 풀이라! 다음에 만나면 돌려주지.” 혼잣말을 하며 카나몬이 사라진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047 6 혼자만의 휴가 - 2 “여보 그러면 안 돼요. 제발 다시 생각해주세요!” 내 바지를 끌어안고 주저 않은 아내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날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난 그런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다리에 힘을 주어 그녀를 떨어뜨렸다. “그럼 어떻게 해서 먹고 살 거지?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나 물려받은 돈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 가족들을 어떻게 부양하느냐 말이야? 그렇다고 이제 태어난 딸을 죽일 수는 없잖아.” 한쪽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딸의 우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 울음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단 한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건 바로 죽음! 넓은 집안이지만 그곳에 있을법한 가구나 생활용품들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다 팔아서 근근이 생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구 등을 팔아서 근근이 생활했지만 이젠 식량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아내는 젖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먹지 못해서 빼빼 말랐고 나 또한 겉만 허우대같이 생겼지만 속은 고통에 찌들어있었고, 딸은 배고픔에 울다가 지치면 잠이 들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젠 마지막 수단을 쓸 수밖에! 아내의 결혼반지를 빼서 난 뒤도 안 돌아보고 보석상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내에겐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먹고 살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아내가 이깟 반지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니다. 바로 내가 할 행동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보석상에서 아내의 반지를 팔아서 은화 30개를 받았다. 그리고 난 그나마 있는 손재주를 펼치기 위해 나무 그늘 안으로 들어가 판을 벌렸다. 돈 놓고 돈 먹기라는 아주 간단하면서 스릴 만점인 게임이라고 해야 하나? 비록 몰락했지만 여타의 귀족들이 이런 나를 보면 곧 죽여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귀족가의 명성에 흠이 잡힐 수 있으니 말이다. 잡생각을 떨쳐버린 다음 판을 벌이자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들을 교묘한 속임수로 속이면서 한꺼번에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었다. 저들에겐 안됀 일이지만 현재의 나로서는 어느 누구에게 동정을 주는 형편이 못되었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그동안 굶지도 않았을 것을 괜히 집안에 있는 가구들만 팔았군.’ 슬슬 돈 버는 재미에 빠져들 무렵 붉은 머리를 길게 기르고 보석으로 치장을 한 소녀가 빼꼼히 앞으로 나왔다. 저 소녀가 걸치고 있는 보석 하나만 팔더라도 몇 년간을 거저 놀고먹어도 될 만큼 비싸보였다. ‘귀족인가? 큭큭...부모 잘 만나서 좋겠군!’ 아버지 때부터 몰락해 내가 가문을 이어 받을 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왜 몰락했는지는 모른다. 단지 할아버지께서 계셨을땐 어느 누구도 건들 일수 없는 대단한 가문이었다는 것을.....그리고 아버지가 정계에 나가면서부터 몰락이 시작되었다는 것만이 내가 아는 진실이었다. 그 다음의 진실은 내가 보기를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난 짧은 단편적인 것들만이 알뿐이었다. 뭐 알고 싶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왠지 저 보석으로 치장한 소녀를 보니 울컥했지만 참았다. 부모 잘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 소녀의 죄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내가 하는 것을 반짝거리는 눈으로 열심히 쳐다보더니 급기야는 시끄럽던 인간들의 소리를 재워 버릴 수 있는 막강한 것을 꺼냈다. 반짝 반짝이는 금으로 된 돈을, 그것도 10골드짜리였다. 저것만 있으면 몇 달 생활은 거저 할 수 있는데 소녀는 아무 생각 없이 빼어서 자신이 선택한 통에 던졌다. “아가씨! 여기에다 건게 확실한가요?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하라구요.” 확인 차 난 씨익 웃으며 물었다. 방금 소녀가 10골드를 건 곳은 바로 구슬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으레 이렇게 물으면 인간 심리상 동요를 하며 다른 곳으로 바꾸고 후회를 한다. 하지만 그 소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전 여기에 걸었으니 열어보죠.” 이번 판만 어떻게든 버텨내면 난 이만 자리를 뜰 것이다. 저 소녀의 뚫어지는 듯한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쫀 것은 절대로 아니다. 이제 벌만큼 벌었으니까! 조심스레 통을 여는 척하면서 난 재빨리 통으로 구슬을 부딪치게 해서 넓은 소매안쪽으로 집어넣었다. 이 모든 건 순식간에 일어났기에 아무도 모를 것이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완전히 열었다. 구슬은 이미 내 소매 안쪽에 고이 간직해져 있으니 있을 리 만무했다. “이런~어쩌죠? 아가씨 안됐네요.” 예의상 애써 안 되었다는 투로 말하고는 난 기쁨에 얼룩진 얼굴로 10골드를 집었다. 처음이었다. 이렇게 큰돈을 번 것은! 10골드를 아끼고 아끼면 몇 년은 그런데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딸아이도 배고픔에 울지 않아도 될 것이고 아내도 굶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난데없이 붉은 머리의 소녀는 내 팔을 잡고 흔들었다. 순간 정신이 퍼뜩 든 난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물은 흘러가버린 후였다. 넓은 소매안쪽에서는 구슬이 하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솜씨는 훌륭하지만 내 눈엔 못 당하지! 감히 나를 속이려 하다니, 하지만 내가 건 돈에 2배를 주면 용서하도록 하지.” 소녀의 뒤쪽에서 날 죽일 듯이 째려보고 있는 사람들도 무서웠지만 싸늘한 눈초리로 말하는 소녀가 더 무서웠다. 돈 없는 인간한테 그런 큰 돈을 바라면 어쩌라고! “어,어떻게 알았죠?” 내 수법을 간파 당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저 조그만 소녀가 내 수법을 간파할 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귀족가의 여식인줄로만 알고 있는데 이것을 볼 줄 안다면 필시 실력자일 것이 분명하였다. “흥~내 눈에서 벗어난 건 아무것도 없어. 당신이 섞고 있을 때도 난 한눈에 알아봤지. 그리고 마지막 구슬이 있는 통을 당신이 보는 쪽으로 먼저 열며 구슬이 있으면 사람들 눈에 안 띄게 통으로 빠르게 구슬을 밀어내어 소매로 떨어뜨리고 빈 통을 열면서 재빨리 떨어뜨린 것을 봤지! 그럼 궁금증은 모두 풀어진 걸로 알고 돈을 되돌려 주었으면 좋겠군.” 역시나 보통의 귀족 여식이 아닌 실력자였던 것이었다. 완전히 잘못 걸린 것이다. 아내가 가지 말라고 했을 때 가지 말걸 하는 후회가 생겼지만 이미 일은 벌어지고 난 후였다. 소녀가 10골드를 걸었으니 난 20골드를 주어야만 하지만 돈이 없었다. “죄,죄송하지만....지금....돈이...얼마 없어요!” 간신히 말하고는 지금까지 모은 돈을 소녀의 앞에 대령하였다. 30개를 제외한 모든 돈은 내가 이겨서 얻은 돈인데, 하지만 소녀에게 줄 돈은 턱없이 부족하였다. 10골드와 덤으로 은화를 꺼내자 이곳에 있던 모든 인간들은 돈에 환장해서 너도나도 주워가려고 벌 떼처럼 모여들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붉은 머리 소녀가 제지하면서 일일이 손해를 본 돈들을 나눠주었다. 역시 보통 실력자가 아닌 듯 싶었다.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자 정확하게 은화 30개가 남았다. 내 아내의 반지를 판돈이 남았다. 그리고 나와 소녀도 남았다. “구슬을 숨기는 것을 보니 한 실력하게 생겼군! 그 돈으로 장사나 하도록.” 암담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난 고개를 떨구었다. 돈도 없고 필시 난 감옥에 가게 될 것이다. 그럼 내 딸과 아내는 어떻게 되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내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고개를 들어보니 그 붉은 머리 소녀였다. 붉은 머리 소녀는 은화가 담긴 가죽 보따리를 내게 내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에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아! 그러니까 남은 돈으로 열심히 살라고. 술집에 가서 탕진하지 말고 장사를 해서 가족을 부양하라구! 요즘 내가 보니 향신료 값이 여기는 싼데 카옌 왕국에서는 금값이더군. 그걸 명심하도록. 즉 중계 무역을 하라고...음...무역이라~이건 좀 스케일이 크군.” 상인?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집안에 있는 물건을 팔아서 상인의 길을 걸었으면 실패해도 여한이 없었을 것을, 왜 난 몰락한 귀족가문이라는 허울을 뒤집어 쓴 채 일도 안하고 살았지? 지금껏 내가 살아온 것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면서 내게 그런 말을 해준 소녀가 너무 고마웠다. “왜,왜 제게 그런 것을 가르쳐 주신 겁니까?” 뒤 돌아서 가는 소녀의 다리를 잡고 물어보았다. 왜 도와주는지! 꼭 알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냥! 그러니 발을 좀 놓으면 안 되겠나?” 그,그냥 이라는 말에 식은땀이 흘렀다. 너무 무관심해 보였기 때문이었지만 그 무관심 뒤엔 관심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듯 하였다. 붉은 머리 소녀의 다리를 놓은 난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이건 귀족들이 자신이 섬기는 이들과 주종 관계를 맺을 때의 자세이다. 곧 난 이 소녀를 내 주군으로 모실 것이다. 그녀가 싫다고 해도! “고맙습니다. 전 카나몬 케일리아로써 몰락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방탕하게 살다가 끝내는 이런 짓을 해서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었습니다. 후에 꼭 보답을 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이름을 가르쳐주십시오.” 바람과 같이 사라질 것 같은 소녀....아니 주군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내 이름은 루나! 보답할 필욘 없다. 어차피 이건 내 참 모습이 아니니까!” 이름을 알아내는 덴 성공했지만, 참모습이 아니라는 말에 난 깜짝 놀랐다. 그럼 모습을 숨기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 실제의 모습을 모르니 나중에 만나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어보여서 난 내 옷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놓았던 것을 주군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제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을 보석에 새겨 넣은 보석입니다. 아무리 방탕하고 가난하게 살았다고는 하나 이것만큼은 팔지 않고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걸 루나님이 가지십시오. 당신의 조언으로 오늘에서야 전 새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니 저에겐 필요 없습니다. 보답이라고 생각하시고 가져가주세요. 후에 만약에 제가 성공했을 때 그 보석의 주인을 무조건 섬길 것입니다.” 이 말을 하면 그 보석을 받지 않을 것 같아서 말만 하고 얼른 뛰었다. “이봐아아아아~~난 이런 거 필요 없어~~가지고 가~~” 주군의 천사 같은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못 들은 척 뛰었다. 성공하면 주군을 찾겠노라고 다짐을 하면서!! 그렇게 열심히 뛰어서 바르미르의 외곽에 떨어져 있는 집으로 들어갔다. 허울만 좋아 보이는 3층 집에는 울다 지쳐 잠이 든 딸과 근심어린 눈동자로 딸을 보살피는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은 하셨나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내는 눈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몰락했지만 엄연한 귀족인 내가 그 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이었으니깐! “루시아! 울지 마. 울면 나도 아프다고. 그리로 난 앞으로 해야 할일 있어.” 앞으로 해야 할일이 있다는 말에 아내 루시아는 눈물을 거두고 날 바라보았다. 그래서 좀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자 루시아의 얼굴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비록 소녀를 주군으로 모셨지만 그 분께서 해주신 말에 따르겠단 말이군요. 그럼 제가 전적으로 도와 드릴게요.” 내게 할일이 생기자 아내도 덩달아 기뻐해줘서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우선 사업 구상을 하려면 은화 30개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만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은화 30개로는 할 수 있는 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그 정도의 은화이면 바르미르 시장 안에서 조그맣고 허름한 점포를 빌려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희망에 주군이 담아주신 보따리에 있는 은화를 쫘르르르 쏟아 부었다. “앗!” 나와 아내는 둘이서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색으로 빛나고 있는 은화 속에는 알록달록한 무언가가 많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이럴수가.....” 할말을 잃어버렸다. 은화 속에 섞여 있는 알록달록한 것의 정체는 바로 보석이었다. 아름다운 보석! 그것도 원석이 아닌 세공이 된 보석이었다. “여,여보...우린 그 분에게 커다란 은혜가 생겼어요. 꼭 갚아야 하겠는데...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흐흐흐흑~” 그동안 가난에 찌든 귀족으로 살아서 보석을 보고 감정에 복 받혀 루시아는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좀 전에 은화를 주머니에 쓸어 넣어주며 중계 무역이라고 말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머니에 보석들을 넣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중계 무역이란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루시아! 울지 마. 이제 힘을 내서 주군의 뜻에 따라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없잖아.” 아내를 진정시킨 다음에 보석을 일일이 구분해 놓고 다음 작전을 아내와 의견을 나누면서 세웠다. 그 결과는 주군이 말한 중계 무역 쪽으로 나왔다. 주군이 주신 힌트가 나를 끌어 당겼기 때문이다. 한 왕국에선 많이 생산이 되어 남아도는 물건이 있지만 다른 왕국에선 그것이 부족해서 그 값이 몇 배로 뛰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중계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큰 돈을 만져볼 수 있지만 그 만큼 큰 위험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계 장사를 하려면 큰 돈이 필요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저당 잡히고 빌린 돈을 벌어온 돈으로 메우는 짓도 많이 발생하기도 하고, 이곳저곳에서 상단을 공격하는 산적들이랄지 흑심을 품은 인간들과 아니면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다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는 왕국은 국가끼리의 무역을 하지 않고 단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때그때 중계상에게 사들이고 있는 형편이었다. 예전에 서로 친한 국가끼리 서로의 물건을 팔기 위해 가다가 모두 죽고 물건을 뺏긴 사태가 일어났다. 나중에 그 일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고, 결과가 나왔을 때 모든 이들은 그저 자신들의 운명만 탓하고 있었다. 무역을 하기 위해 떠난 이들이 서로 만나서 거래를 하고 있는 도중 그 주변을 걸어가던 폴리모프한 드래곤이 짐 속에 있는 보석을 보고 흑심을 품고, 거래하고 있는 이들을 모두 죽이고 물건을 강탈해 사라진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은 진짜로 있었던 사실이다. 그 당시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산속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사냥꾼이 본체로 돌아온 드래곤이 날아간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은 이들의 사인 또한 제대로 반항 한 번 못하고 마법에 의해 죽은 걸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 후로는 왕국들은 무역을 하는 것을 중단했기에 중계 상인들이 급부상했지만 말이다. 잠시 생각을 하고 있던 난 다시 잡생각을 떨치고 어떤 중계 무역을 할지 생각해 보았다. 우선은 이런 쪽으로 아무 공부도 하지 않은 내가 갑자기 생각하기엔 무리가 따랐지만 그분이 말해주었던 향신료 무역을 먼저 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보석을 판돈으로 마법사를 고용하고, 워프 게이트 만들어서 바닷가에서 생산이 된 해산물을 내륙 쪽에 존재하고 있는 이곳 바르실미르 왕국과 타 왕국의 도시에 팔 생각이다. 내륙 지방에 있는 곳에서는 싱싱한 해산물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산물을 먹는 다고 하더라도 염장 처리된 것들이기에 그 본래의 맛을 느끼기엔 많이 부족했다. 한참 신이 나서 생각을 하고 있다가 어깨에 루시아의 앙상하게 마른 손의 온기가 느껴져서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여보! 우리 성공하면 루나 라는 그분을 어떻게 찾죠?” 무역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루시아의 말을 들은 난 아쉬움의 한숨을 쉬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아직 성공을 하지 않았지만 그분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가 문제였다. 그 모습이 참모습이 아니라고 했으니, 그리고 내가 준 보석을 보여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생각이 났다. 그분의 모습 중에 진실 된 모습이.... “아니, 찾을 수 있어. 그분을 보면 확실하게 찾을 수 있어. 주군의 눈동자를 보면 찾을 수 있을 거야. 기쁨 뒤에 숨겨진 슬픔을 지닌 눈동자를 보면 찾을 수 있어!”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078 6 혼자만의 휴가 - 3 카나몬의 사기행각을 파헤치느라 피로해진 눈을 껌뻑거리며 대로를 걸어갔다. “붉은 머리 아가씨~~” 누군가 계속 붉은 머리를 찾았지만 설마 나 인줄은 짐작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난 이제껏 검은 머리나 금발에 익숙해져있어서 지금도 둘 중에 하나로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아가씨!” 카나몬의 일을 생각하다가 누군가 내 어깨를 툭 치는 바람에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헉헉거리는 갈색 머리의 주근깨 소녀가 서 있었다. “허허헉...얼마나...불렀는데...못 알아들을...수가...헉헉...있죠?” 그 소녀의 말을 못 알아들은 난 그 소녀가 숨을 고를 때까지 가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나한테는 남는 게 시간이니까! “저한텐 할머니 한분이 계신데 할머니께서 아가씨를 급히 불러오라고 했어요.” 갈색머리의 소녀 얘기를 듣고 그게 뭔 말인지 몰라서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그러니까 제 할머니는 점술가인데 방금 지나간 아가씨한테 알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고 해서....죄송해요! 하지만 저를 따라오세요. 아마 점은 공짜로 봐줄 거여요. 할머니께서 불러 세운 사람한테는 공짜로 봐줬거든요.” 자기 할말만 하고 내 팔을 잡고 어느 으슥한 상가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소녀의 할머니인 듯한 백발이 성성하고 등이 굽은 조그만 인간이 검은 방석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나와 소녀가 다가가자 할머니는 우리의 존재를 느꼈는지 자글자글한 주름이 내려앉은 눈꺼풀을 열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바랜 듯한 초록색의 눈동자가 내 눈을 직시하자 순간 섬찟함이 느껴졌지만 애써 태연한척하며 시선을 맞받아 쳤다. 자신의 시선을 되받아 치는게 흥미로웠는지 할머니의 주름잡힌 입술 꼬리가 오른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여기에 앉아 보시게나.” 섬찟한 눈동자와는 달리 온화한 목소리에 노인 경로사상이 뇌에 박힌 난 할머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가리키는 곳에 앉아서 정면을 쳐다보았다. “이름이 뭐지?” 할머니의 질문에 난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루나라고 합니다.” “직업은?” “여행가” 그렇게 맞선을 보는 듯이 물어보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을 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곳 사람이 아니군. 모습을 보니 마법으로 고쳤군. 거기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그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드래곤이라고 하기에는 특유의 기운이 느껴지지도 않고....혹시? 흡” 할머니 혼자 시부렁거리다가 갑자기 무슨 물이 담겨있는 항아리 같은 곳에 손을 올려놓고 1시간동안 주문 같은 것을 외웠다. 그러다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아마도 주문 외우는 것이 힘들었나 보다. 1시간동안 씨부렁 거렸으니 기력이 다 떨어졌으리라~ “컥” “할머니 괜찮아요?” 갈색 머리의 소녀는 할머니가 밖으로 보내서 안에는 나하고 할머니밖에 없는 상황인데 숨넘어가는 소리에 괜히 죽기라도 하면 내가 의심을 받을까봐 조마조마했다. “당신의,당신의 정체는 뭔가요? 인간이든 드래곤이든지 이 곳에서는 자신이 한 과거가 보이거나 본 모습이 보이는데 당신은 하나도 보이지 않군요. 사실을 말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혹시 신 이십니까?” 아까와는 달리 엄청 공손해진 할머니를 잠시 동안 가만히 쳐다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어 말했다. “맞는데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에 그 할머니는 아예 숨이 넘어가기 일보직전인 것 같았다. 뒤로 넘어가던 할머니는 자세를 잡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는 두 손을 단정히 잡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인간이면서 감히 신의 영역에 침범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용서하시옵소서! 저는 죽여도 돼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제 손녀만은 살려주세요.” 할머니의 말대로 내 진실 된 모습을 보려고 하는 것은 신에 대한 도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낱 인간인 주제에 신중에서도 환신에 속하는 나를 바라보려한 것은 곧 환계에 대한 침범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나 또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싫어하니!” 그 말에 할머니는 안심을 했다는 듯이 얼굴을 들었다. 자신은 상관않고 오로지 손녀만을 걱정하는 할머니의 자글자글한 주름속에는 그동안 살아온 연륜과 따스함이 담겨있었다. “단! 지금 있었던 일에 대한 비밀을 지켜주어야 해요. 만약에 발설하기라도 하면....알죠?” 협박어린 말에 할머니의 바랜 초록색 동공이 커지며 안색이 납빛으로 되면서 내 앞에서 굽실거렸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어두운 곳을 뒤로 하고 밝은 바깥세상으로 탈출을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최대한 친절하게 나를 길까지 배웅해 주었다. 정말로 웃기는 세상이군! 신에 대한 영역 침범이라.... 별 시덥잖은 하나의 짧은 사건 때문에 쓴 웃음을 짓고는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점술쟁이 할머니의 집에서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나 해는 서쪽 하늘로 갈려고 폼을 잡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한 3시 정도나? 아직도 시간은 많이 남았군.” 해를 보고 시간을 가늠한 다음에 전에 못 봤던 곳을 여러 곳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나 혼자만의 휴가를 보내서 그런지 조용했다. 안 그랬으면 벌써 시끄러웠겠지만, 뚤레뚤레 돌아다니다 해를 보니 서쪽으로 거의 기울어 질랑 말랑 했다. “아차차차! 늦었다. 빨리 가야지!” 저녁노을이 생기자 마음이 다급해진 난 라이너네 집으로 냅다 뛰었다. 그러다가 한 순간에 길을 잃어버린 비운의 소녀가 된 난 길가는 엑스트라를 붙잡고 물어봐야 하는 신세에 놓였다. “저기요! 혹시 플라시도 저택에 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니까 저쪽 길로 가다기 휙 꺾어서 이리도 돌고 저쪽으로 돌고......가면 돼.” 복잡한 설명을 들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다시 길을 까먹은 나는 길가에서 꽃을 파는 소녀에게 물어봤다. 난 왜 다른 것은 다 잊어버리지 않는데 사람에 관한거랑 방향에 관한 것은 아주 잘도 까먹었다. 아마도 인간이었을적에 나타났던 현상이 없어지지 않고 날 따라온 듯 하다. “저 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나와요.” 나보다 한참이나 어리면서 벌써부터 생계수단에 뛰어든 소녀를 바라보았다. 청초한 푸른 눈을 지닌 소녀는 짧고 단정한 금발을 빛바랜 붉은 리본으로 머리띠처럼 질끈 묶어서 일할 때 머리카락이 내려와서 방해하지 않토록 한 듯 하다. “저기에 있는 꽃 이름이 아이리스 맞지?” 난 소녀의 오빠인 듯이 보이는 소년이 막 진열해 놓은 꽃을 바라보았다. “네! 맞아요. 정말로 이쁘죠!” 꽃을 보며 자랑스러워하는 소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지만 소녀의 미소 만큼은 절대로 야위지 않았다. “저 꽃을 사고 싶은데 얼마나 하지?” 꽃을 산다는 말에 소녀는 바구니에 꽂혀 있는 필 듯 말 듯한 꽃들보다 더 아름답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리스를 제대로 보는 분이 계셨군요. 한 송이에 동전 1개예요.” 약간 수줍어하며 말하는 어린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참 착하구나. 어린 나이에....난 아이리스 한 송이가 아니라 한 다발이 필요한데!” 많이 필요하다는 소리에 소녀는 흔하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배실배실 웃었다. “웅~~그러니까 한 묶음에 100개니까....은화 1개...1실버요.” 한참 만에 계산을 끝낸 소녀에게서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는 아이리스 한 묶음을 받아들었다. “자! 돈은 여기 있어.” 아이리스 한다발을 받아드니 도통 앞이 보이지 않아서 꽃들이 상하지 않게 땅에 살짝 내려놓고는 주머니를 뒤져서 1골드짜리 금화 하나를 꺼내 주었다. “저...꽃값은 1실버인데요. 이렇게 많은 돈은....” 큰 돈을 받자 괜히 불안해지는지 나를 빼꼼히 바라보았다. “괜찮아. 나는 이제껏 이렇게 이쁜 아이리스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걸, 거기다 플라시도 저택을 가르쳐준 댓가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얼굴에 그려진 미소를 본 값이라고 하면 돼.” 금화를 조그만 손에 꼭 쥐어주자 소녀는 두 손으로 쥐고는 눈물을 흘렸다. “왜,왜 우니? 혹시 뭐가 잘못됐니?” 물어보는 말에도 대답하지 않고 우는 소녀 대신에 오빠인 소년이 말을 했다. “사실은 꽃을 팔아서 많은 돈을 벌진 못해요. 하루에 20송이를 팔면 많이 팔았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하루 종일 팔아도 먹고 살기 힘들어요. 그리고 아빠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엄마는 아파서 누워계세요. 의사한테 갈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돈이 없어서.....하지만 누나가 준 돈으로 엄마의 병을 치료할 수 있어요.” 눈물을 머금은 푸른색 눈동자로 환하게 웃는 소년을 보고 나도 따라서 웃어 주었다. “잘됐구나. 엄마의 병이 나으면 뭘 할꺼니?” “흐흐끅...계속..끅....꽃....끅끅...장사를...할거예요.” 울다가 겨우 눈물을 멈추고 말하는 소녀를 보고 하얀 손수건으로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아주었다. “누나! 이리로 와보세요.” 소녀의 얼굴을 닦고 난 다음 이 손수건을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을 하던 중 소년이 내 손목을 잡고 이끄는 데로 가서 무릎을 살짝 굽히고 바라보자 소년은 하얀 장미를 내 머리에 꽂아 주었다. “이건 우리들의 선물이에요. 헤헤헤” “고맙구나! 너희들에게 언제나 행운이 가득하길 빌게.” 진정으로 고마워하면서 난 그들에게 행운을 빌어주며 투명한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려는 소년의 손에 소녀의 얼굴을 닦던 손수건을 쥐어 주었다. 겨우 금화 한개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년과 소녀, 부자인 인간들은 이런 돈따윈 거들떠도 안보는데 그런 거들떠도 안보는 이 돈이 사람을 구하고 한 가정에 행복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 울음을 멈추고 손을 흔들며 수줍게 웃는 소년과 소녀를 뒤로한 채 한 다발의 아이리스를 들고 라이너네 집으로 뛰었다. “휴우~겨우 다왔네.” 꽃 파는 소녀가 가르쳐준 곳으로 왔더니 약 100미터 전방에 저택이 보였다. 다행히 아직 완전히 해가지지 않았기에 느긋하게 걸어갔다. 라이너네 집에 가까이 다가가자 저택의 정문을 지키는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고 문을 열어주었다. “어딜 갔다 오셨습니까?” 친근하게 웃으며 물어보는 말에. “놀러 갔다 왔어요. 자~이건 선물이에요.” 하며 아이리스 한 송이를 빼서 주었다. “아이쿠~살아생전 선물을 받아보는군요. 고맙습니다.” 경비 아저씨를 비롯해서 저택 안으로 들어가면서 보이는 사람에게 한 송이씩 주었다. 그들은 처음엔 당황하는 빛을 띠다가 선물이라는 말에 웃으며 지나갔다. 본채의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로비에 내 눈에 익히 많이 본 인물들이 쭈~우~욱 쇼파에 둘러앉아 있었다. 문소리가 꽤 크게 났는지 그들은 모두 나를 돌아보았다. “루나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블루의 첫 말을 시작으로 끝도 없는 질문 공세에 꽃을 쥐어주며 입을 막아버렸다. “자아아~이건 엄마꺼, 오빠꺼, 리디꺼, 블루꺼.....” 안에 있는 인물들에게 나누어주다 보니 꽃이 다 사라졌다. 꽃을 파는 소녀의 미소가 그들에게도 전염이 되었는지 아이리스를 받아든 이들은 부끄럽고 수줍어 하는 미소가 입술 끝에 걸려 있었다. “그나저나 루나양은 어디를 갔다 왔나?” 아이리스를 들고 있다가 탁자에 조용히 내려놓고 앉아 있는 플라시도 후작의 말에 난 아까 말했던 대로 말했다. “놀러요.” 그 간단한 말에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은 듯이 서있었다. “헤헤헤~혼자 갔다 오니 더 재미있던데요. 다음부턴 혼자 갈려고요.” 그 말에 엄마와 리디가 와서 나를 질질 끌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루나야~어떻게 혼자있는게 좋아도 그렇지 나를 빼놓고 밖에 나가다니....그러면 이 엄마는 무지 섭섭하단다.” 방에 데리고 가서 설교를 하려는 듯이 나를 침대에 앉혀놓고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리디를 방문 앞에 세워두었다. “엄마는 후작 부인하고 얘기하고 있고, 나머지 애들도 다른 일하고, 나만 떨어져 있다가 심심해서 나갔는데!” 나의 변명에 엄마는 샐쭉하게 쳐다보았다. 엄마의 얼굴을 한번 쳐다 본 다음에 마법을 해제하고 팔찌를 벗어서 엄마의 손목에 끼웠다. 그러자 엄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거? 팔찌는 내가 아까 엄마 주려고 산거야. 엄마하고 어울릴 것 같아서.....맘에 안들어?” 팔찌를 채워줬음에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만 쳐다보자 뭐가 잘못됐는지 하나씩 짚어보았지만 혼자 놀러간 것 빼고는 양호한 편 이었다. 멍하니 쳐다보는 시선에 나도 아무말도 않하고 엄마를 지그시 올려 보았다. 순간..... “훗훗~엄마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생전 처음으로 자식한테 받아보는 구나. 너무 감격해서 말이 않나와. 딸아~~고맙구나.” 엄마는 목이 매이는지 겨우 말하고는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엄마 그거 이쁘지? 내가 신경써서 고른건데.” “그러엄~내가 가지고 있는 것 보다 훨씬 이뻐. 이 세상에 어느것 보다 훨씬~~” 살며시 팔을 푸는 엄마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있었다. 그런 엄마의 얼굴을 내가 계속 쳐다보자 엄마는 얼굴을 씻는다는 핑계를 대고 공간 이동으로 엄마 방에 있는 욕실로 사라져버렸다. “리디도 안으로 들어와라!” 밖에서 문지기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던 리디는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루나님 왜 그러세요?” 밖에서 아무것도 듣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한 채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 리디에게도 목걸이를 풀어서 걸어주었다. “이,이게...뭐예요?” 당황했는지 더듬거리며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는 리디에게 난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보면 모르냐? 목걸이잖아. 목.걸.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리디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 목걸이는 내가 놀다가 너 생각나서 특.별.히 사온거야! 리디한테는 보석류가 하나도 없잖아? 그래서 선물로 준거니까 잘 간직.....” 여기까지 말하고 있을 때 리디의 육탄 공세에 말문이 막혔다. 어찌나 세게 안아서 한순간 숨이 멋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손으로 밀쳐 낼려고 했지만 리디가 알아서 떨어지는 바람에 밀어 내려고 했던 두 손은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다. “고마워요~정말로.” 리디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내가 뭐 잘못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지극히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말했는데!” 리디가 나간 것을 보다가 허공에 멈춰져 있던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고는 왼쪽 귀에 꽂혀 있는 백장미를 붉은 장미로 하나 가득 꽂혀있는 꽃병에 슬쩍 꽂고, 블랑슈를 데리고 욕실로 가서 때 빼고 광내서 옷을 갈아입고 블랑슈를 수건을 닦아주었다. “야! 이 문딩아~~아무데나 털지 마.” 블랑슈는 털에 묻은 물기를 없애려는 듯이 몸을 부르르 털며 물방울을 사방으로 튀기고 있었다. 그 덕에 갈아 입은 푸른색 옷에 물방울들이 튀겨서 땡땡이 무늬가 만들어졌다. 똑 똑 똑 세 번의 노크에 블랑슈의 꼬리를 잡은 채로 시선을 문쪽을 돌렸다. “들어오세요.” 노크까지 한 사람을 밖에 세워두기 뭐해서 소리를 냈다. 그러자 조심스레 문이 열리더니 머리에 하얀 두건을 쓴 하녀가 사뿐사뿐 걸어들어왔다. “루나 아가씨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자신의 할말을 다한 하녀는 사뿐사뿐 걸어들어온것과 마찬가지로 사뿐사뿐 뒷걸음질 치며 밖으로 나가서 다시 문을 조심스레 닫았다. 하녀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던 난 문득 저런 걸음걸이를 한번 연습해 볼까 하는 심정에 꼬리를 잡고 있던 블랑슈를 쇼파로 날려버린 다음에 두 손을 달걀을 쥔 듯 주먹을 쥐고 바지선에 맞춰 늘어뜨린 다음에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거울앞으로 천천히 걸어갔지만 거울에 비쳐진 모습은 꼭 암흑계의 보스가 팔자걸음을 걸으며 거만한 듯 허리를 세우고, 누구를 때리려는 듯이 주먹을 쥔것처럼 보였다. 사뿐사뿐한 걸음걸이가 이미 물건너감을 안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갑자기 미쳤나? 위킹연습을 하고 있게.....에라 모르겠다. 밥이나 먹으러 가야지.” 다시는 워킹연습을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함과 동시에 쇼파에 편히 누워서 내가 하는 짓거리를 흥미있는 눈동자로 보고 있는 블랑슈를 한대 때리고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 안에는 모든 이들은 이미 둘러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기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나와 블랑슈가 꼴찌로 온 것 같았다. 망할 워킹연습만 안했으면 다른 사람들이 올 시간에 도착했을 텐데. “제가 쬐금 늦었네요.” 미안함이 담긴 웃음을 달고 내 지정좌석으로 가서 앉았다. 내가 자리에 앉자 하인들이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다. “동생아~~쬐금 늦은 게 아니라 많이 늦은 것이다.” 라고 미르 오빠가 내 말을 정정하자 인상을 쓰고 슬쩍 쳐다보았다. “원래 여인들은 조금씩 늦으니까 그 일로 토를 달지 말아라.” 씨익 웃으며 엄마가 말하자 오빠는 어색하게 웃으며 스프를 떠먹었다. 한참동안의 즐거운 식사 시간이 지나고 티타임 시간에는 어김없이 녹차를 마셨다. “루나양! 정말로 계속 머물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거예요?” 우리들이 내일 떠난다고 말을 하자 후작부인이 뭐가 그리 아쉬운지 자꾸 날 잡으려고 안달을 하는 듯 했다. “전 여행을 다니는 여행가여서 한 군데에 오래 머물지 못해요. 그러니 양해해 주세요.” 거절의 말이 나오자 부인은 아쉬운 한숨을 쉬었다. “이제 어디로 갈 거지?” 식사 시간에도 말을 하지 않던 라이너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우선은 제국 쪽으로 가 볼 생각이야.” 대답을 해주자 라이너는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아무 말고 하지 않았다. “루나양! 정말로 떠날 텐가?” 라이너의 침묵에 이번엔 후작이 내게 물었다. “네! 정말로 떠날 겁니다. 이제 엄마도 만났으니 새로운 모험을 감행해 볼 생각이에요.” 후작에게 말을 하면서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말 했을까? 밀고 당기는 말씨름에 점점 피로함을 느끼며 급기야는 입속에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벌려졌다. 왼손으로 크게 벌려진 입을 가리고는 오른손을 천장을 향해 쭉 폈다. “하아암~~피곤해서 저는 이만 올라가 볼게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다녀서인지 무지 피곤한 관계로 충혈 된 눈을 껌뻑거리며 티타임을 즐기고 있던 사람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방으로 올라가서 단잠에 빠져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6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083 5 혼자만의 휴가 - 4 대체 어디로 가서 아직도 안보이시는 거지?? 지금 플라시도 저택에서는 중대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안건은 바로 루나님의 가출(?) 놀러간다는 말 한마디 던져놓고 나가신 후로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움직이고 있었지만 루나님의 행방은 묘연했다. 아침에 수련을 하고 오후에 몸을 씻고 편히 쉬고 있는데 미르나이님이 비명 비스 무리한 것을 하며 내방으로 냅따 뛰어오셨다. “그리디아! 루나 못 봤니?” 하이 소프라노 톤에 잠시 정신이 나갔던 난 정신을 차리고 루나 못 봤니 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루나님이 여기에 안 계신다는 말인가?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뛰어나가는 미르나이님을 따라 나도 뛰어나갔다. 내 하나뿐인 마스터가 사라졌다는데 방금 목욕하고 다시 땀내는것 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결국은 저택을 통째로 뒤졌지만 루나님의 그림자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플라시도가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후작 이라는 인간의 가족과 상의를 하던 중 어떤 하인이 아침에 환하게 웃으며 놀러간다고 뛰어나가시는 모습을 본게 마지막이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놀러가셨다구? 날 빼놓고? 흑~미워할꺼얏!’ 미워해도 그 대상이 있어야 하는 법! 하지만 그 대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기사들을 풀어서 찾도록 해야겠습니다.” 플라시도 후작은 그 말을 하며 미르나이님을 쳐다보았다. 내 생각이 어떠하냐고 하는 듯이!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르나이님도 진정으로 걱정되시는지 안절부절못하시다가 후작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럼 볼크라인! 기사대를 출동......” 출동시키라는 말을 하려는 찰나에 누군가가 회의장으로 쓰이고 있는 로비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붉은 머리가 넘실거리는 그 분의 팔에는 보랏빛 아이리스가 가득 들려 있었고, 그 아이리스만큼이나 해맑은 미소를 짓고 계셔서 차마 뭐라고 꾸중을 내리지 못하는 미르나이님을 볼 수 있었다. “루나 어디 갔다 오는 거야?” 블루님이 질문을 했지만 루나님의 특유의 미소로 질문 공세를 막고 보랏빛 아이리스를 한 송이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이라고 주었다. “자아아~이건 엄마꺼, 오빠꺼, 리디꺼, 블루꺼.....” 아이리스가 다 사라지자 루나님은 뭐가 그리 만족스러운지 활짝 웃고 계셨다. “그나저나 루나양은 어디를 갔다 왔나?” 긴장이 풀린 후작의 말에 루나님이 하신 말씀은 가관이었다. “놀러요.” 짧은 말 한마디에 로비에 있던 인간들과 드래곤 그리고 엘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말이다. “헤헤헤~혼자 갔다 오니 더 재미있던데요! 다음부턴 혼자 갈려고요.” 그,그런 말을 하시는 이유는.....그렇다면 나하고 같이 놀러갔을땐 재미가 없었나? 난 재미있었는데! 루나님의 말씀을 듣던 미르나이님이 벌떡 일어나며 내게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기에 나도 벌떡 일어나서 미르나이님과 각각 루나님의 팔을 하나씩 잡고 윗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그리디아! 넌 여기에 서서 다른 놈들의 침입에 방지해라!” 뭔가 중요한 말을 할 것 같이 미르나이님은 굳은 얼굴로 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연장자의 명령엔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젊은 드래곤으로써의 의무에 난 방문을 지키며 꿋꿋이 서있었다. “리디도 안으로 들어와라!”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 루나님의 말씀이 들려서 난 안으로 들어갔다. “루나님 왜 그러세요?” 루나님과 같이 계셨던 미르나이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아까 생긴 마나의 파장으로 보아 공간 이동을 하신게 분명하다.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루나님을 가만히 바라보자 루나님은 처음 보는 목걸이를 풀어서 내 목에 걸어주셨다. “이,이게...뭐예요?” 목에 걸린 이 묵직한 무게감으로 미루어 보아 필시 목걸이였다. “보면 모르냐? 목걸이잖아. 목.걸.이!” 전 지금 그런 거 물어본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 목걸이의 정체를 밝혀주세요. 설마하니 개목걸이는 아니겠죠? 하긴 개 목걸이가 은에다가 보석이 박혀져 있을리 만무하지만은..... “그 목걸이는 내가 놀다가 너 생각나서 특.별.히 사온거야! 리디한테는 보석류가 하나도 없잖아? 그래서 선물로 준거니까 잘 간직.....” 선물이라는 말에 난 기쁨에 들떠서 루나님이 말하고 있는 도중에 꼬옥 안아주었다. 중간에 말 끊기는걸 싫어하시는 루나님이지만 이번만은 봐주시리라 믿는다. “고마워요~정말로.” 눈물이 앞을 가려서 난 짧은 말을 하고 루나님 방 밖으로 뛰어서 내 방으로 직행했다. 창가에 위치한 침대에 앉아서 난 루나님이 걸어주신 목걸이를 풀어서 가만히 보았다. 아름답게 빛이 나고 있는 은에 내 머리칼 색과 똑같은 아름답게 세공이 된 에메랄드가 박혀있었다. 은과 에메랄드가 조화되어 있어서 척 보기에도 고급으로 보였다. 그런 귀중한 것을 루나님께서 내게 선물로 주신 것이다. 엄마에게 받은 이후로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감격에 감격을 하며 난 눈물이 떨어지는걸 간신히 막으면서 이제는 검게 물들어 별들이 떠올라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리디~행복하게 잘 살고 있니?’ 하늘의 아름다운 별이 되어버린 엄마가 날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하는 것 처럼 머릿속이 울리는 듯 하였다. “네! 엄마, 전 행복하게 살아요. 그러니 안심하세요!” 별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 별은 더 환하게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시선을 거둔 난 루나님이 주신 목걸이에 온갖 마법을 심어놓았다.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되니깐! 훗~미르나이님이 루나님의 방에 안 계신게 이해가 갔다. 필시 미르나이님도 루나님한테 선물을 받고 눈물이 나오는 것을 꼬옥 참고 공간 이동을 해버리신것 일거야! “그리디아 아가씨! 저녁 식사 시간입니다.” 라이너네 하인의 말에 난 침대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 손으로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면서........ * * * * * * * “그 동안 잘 있었니 루즈?” 카옌 왕국에서부터 계속 타온 말의 털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원래 나한테는 말이 없었는데 여행가기 전에 국왕이 선물로 말을 주었던 것이다. 왕실의 마굿간에 있던 말이라서 그런지 명마 중에서도 명마였다. 붉은색의 털이 전신을 쫘악 뒤덮은....삼국지에 나온 적토마와 비슷했다. 털 손질이 깔끔하게 되어서인지 붉은빛 윤기가 좌르르르 돌았다. 붉은 비단도 루즈옆에 가면 색이 바래 보일 정도로 멋진 놈이었다. “좋은 말을 가졌구나? 부러운데.” 라이너는 나와 말을 번갈아 보았다. “그치!그치! 선물로 받은 거야.” 루즈를 바라보며 갈기를 만져주자 기분이 좋은지 투레질을 했다. “누구한테 받았는데?” 말을 꼼꼼히 살피며 쓰다듬고 있을때 라이너가 내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말옆에서 큰 소리를 치면 말이 놀라서 뒷발치기를 해서 뒤에 있는 녀석은 최하 눈탱이가 밤탱이 되고 최고 즉사할 가망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건 비밀이야!” 라이너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며 루즈를 끌고 마굿간을 나왔다. 마굿간에서 일행들이 있는곳까지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기에 가는 동안 라이너네 집과 정원을 한번씩 훑어 보았다. 한가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길을 가고 있자니 한곳에 정착해 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아직 난 가보지 못한곳이 많이 있으므로 그런 생각을 떨쳐버렸다. 하지만 두 대륙을 다 여행하고 나면 나도 한곳에 정착할것이다. 환계가 아닌 인간계에서 일생을 보낼것이다. 물론 카스와 그 외의 신들이 반대를 할테지만 내 고집을 꺽지는 못할것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거야?” 내 팔을 툭치며 깨우는 라이너의 말에 난 그냥 씨익 웃어 주었다. “세르아한테 안부 전해줘. 인사 못하고 간다고.” 전에 카바야사 백작에게 끌려간 후로는 얼굴 한번 보지도 못했다. 아마도 백작가에서 세르아에게 금족령을 내려서 호시탐탐 감시하고 있을게 안봐도 뻔했다. 그래도 바르미르에 와서 사귄 친구인데 이렇게 작별의 인사 한마디 없이 가기엔 마음 한구석이 캥겨서 세르아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한것이다. 내가 직접 백작가를 찾아가서 말을 해도 되지만 세르아에게 붙잡힐 확률이 99.9% 일것이기에 가지 않은 것이다. 괜히 눈물이 글썽거리는 토끼 눈으로 날 보며 가지 말라고 붙잡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알았어. 세르아에게 전해줄게, 아니 직접 가서 말해줄게.” “고마워.” 라이너도 내 심정을 이해하는지 씁쓸한 미소를 지은채 승낙 해줬다. 그런 라이너의 얼굴을 보고 나도 쓴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려버렸다. 계속 보면 정들어서 이곳을 떠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시선을 돌린 그곳에선 초록 나뭇잎에 아직 남아 있는 이슬들이 막 동이 터오는 햇살에 반짝이면서 마지막 빛을 발하며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채 서서히 사라져버렸다. 이슬들이 사라지는 광경을 보고있다가 어느덧 내 발길은 일행들이 보이는 곳까지 다달았다. 나의 유일한 일행들은 이미 준비가 완료됐는지 후작가의 사람들하고 작별의 인사를 하고 있었다. “루나~왜 이렇게 늦은 거야?” 블루의 말에 그저 피식 웃고는 루즈를 데리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사람들과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인사를 한 다음 루즈의 등위로 올라간 난 한번 씨익 웃어주고는 뒤도 안돌아 보고 저택밖을 향해 뛰었다. 그런데 왠지 이렇게 가기엔 뭔가 섭섭하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대뇌와는 상관없이 입이 나불대기 시작했다. “볼크라인 아저씨~토끼 같은 자식들 잘 키우세요~~” 정문을 나서며 큰소리로 말하자 그 곳의 사람들은 웃으며 어쩔 줄을 몰라 했고 심지어는 후작까지 손으로 입을 막고 얼굴을 붉혔다. “그럼 제국으로 출바아알~” 앞장을 서서 바르실미르 왕국의 수도를 나서며 힘차게 말을 몰았다. * * * * * * * “루나양과 일행분들이 가니까 저택이 허전하네요.” “그러게 말이오. 이럴 줄 알았으면 딸이라도 낳는 건데.” 후작 부부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담소를 나누고는 썰렁해진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아스펠, 라이너 너희들은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냐?” 쇼파에 앉아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며 후작 부인이 묻자 아스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로 본명이 루나가 맞을까요?” 뜬금없는 소리에 후작 부부는 어리둥절해서 아들들을 쳐다보았다. “사실은 제가 좀 전에 루나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루나의 말을 보게 되었습니다.” 후작은 라이너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어떤 잡털도 허용하지 않은 붉은 털로 전신을 감싸고 있는 흔히 볼 수 없는 명마였기에..... “루나의 말에는 카옌 왕국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라이너의 말에 방안에 있던 인물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라이너의 입만 바라보았다. “카옌 왕국의 문장이 귀에 조그맣게 새겨져 있더군요. 그건 곧 왕실의 말이라는 뜻입니다. 누가 함부로 국왕 소유의 말을 타고 다닐 수 있을까요?” 아들의 말에 후작 부인이 입을 열었다. “국왕의 직계 혈족이나 아니면 국가에 헌신한 사람이라면 선물로 받을 수 있겠지. 혹시?” 그제서야 감이 잡히는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면 루나양이 바로 카옌 왕국의 후작이란 말이더냐? 아니 며칠 전 카옌 왕국에서 후작의 작위를 올렸다고 연락이 들어왔으니 공작이란 말이더냐?” 후작의 말에 라이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하지만 어클리어스 후작 아니 공작은 머리가 검은색이며 녹색의 눈을 지닌 천상의 아름다움을 가진 소녀라고 소문이 나있지 않았니?” 후작 부인은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이 조금전에 떠나간 루나를 떠올리며 아스펠을 바라보았다. “어머님! 공작은 마법을 할 수 있으니 모습쯤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몬스터 토벌 작전을 할 때에도 아무 감정이 배여 있지 않은채 바라보는 눈빛, 게다가 귀족마저 압도하는 기운......” 곰곰이 들어본 결과 아스펠과 라이너의 말이 맞는 듯 했다. “그러나 공작은 두 명의 남자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중에 한명은 엘프라고 했다. 그런데 루나양의 일행은 인원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엘프는 보지 못했다. 더구나 어머니와 오빠까지 있지 않더냐?” 후작의 말을 들어보니 그 말도 맞는 듯했다. 그래서 저택안의 사람들은 갈팡질팡 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심증은 있지만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말에 카옌 왕국의 문장이 새겨져 있고, 이름이 루나 라고 하더라도 꼭 그 말을 타고 다니는 소녀가 루나 어클리어스라는 법은 없었다. 왕국의 문장이 새겨진 말을 타고 다니는 자들은 왕국와 깊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그 사람들의 혈족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나라는 이름도 몇 년 전까지 잘 쓰지 않는 이름, 아니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름 정도는 마음대로 바꿀수 있는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고귀한 달의 여신인 아르테스님이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으로 몇 년전에 신탁에서 밝혀진 이름.....루나 그날 이후로 루나라는 이름의 열풍이 불어서 너도나도 루나 내지는 루이나 등등 그와 비슷한 이름이 많아지는 실정이었다.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루나 문제가 사그라지자 라이너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와 쇼파에 반쯤 누우며 눈을 감았다. “비록 루나가 공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 전에 카옌 왕국에서 온 사람에게 들은 말중에 공작은....슬픈 눈동자를 지녔다고 했으니까. 틀림없어. 시리도록 슬픈 눈동자를 지닌 루나. 언제나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슬픔으로 가득차있는 눈동자를 자세히 본 이들이라면 모두 알 수 있을지도....”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184 6 먼가 있을것만 같은 예감 - 1 “이것들아 빨랑 오지 못해? 굼벵이를 먹었나? 굴러 와도 그것보다 더 빨리 오겠다.” 수도를 벗어나서 북쪽으로 길을 재촉했다. 바르실미르 왕국이 대륙의 중앙에 있는 관계로....제국을 가면 뭔가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시끄러~가면 될 거 아냐? 괜히 신경질이야.” 블루는 이 말을 끝남과 동시에 엄마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루나! 천천히 가도 되는데 서두르는 거야?” 가브의 친근한 말에 나도 친근하게 말했다. 자고로 루나 신조 1장이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즉 함무라비 법전에서 복수법을 그래도 옮겨놨기 때문이다. 신분법은 제외하고. “왠지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 말이지.” 그 말에 일행들은 멍해졌다. 겨우 확실한 정보가 아닌 예감 하나로만 채근하며 말들이 기절하기 일보직전으로 올 때까지 달려왔기 때문이다. “딸아~~너무 무모한거 아니니?” “엄마두~~그런 말을 하면 루나는 슬퍼져~히잉~~하나밖에 없는 엄마가 딸 말을 믿지 못하다니.....실망했어요.” 있는 아양 없는 아양을 떨며 엄마한테 코맹맹이 소리를 내도 허용이 되지 않자 강압적인 수단으로 경어를 썼다. 내가 경어를 썼다는 것은 바로 ‘나 화났소’ 라고 광고하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어떤 말에도 꿈쩍하지 않다가 마지막 단어에 엄마는 얼굴을 피며 주위를 둘러봤다. “만약에 이중에 루나 말에 토 다는 놈은 내손에 아작 난다!!! 특히 블루스타 넌 블랙리스트에 올려놨으니 조심해라.” 그 말의 파장에 주위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사그라들어 버렸다. 그리고 블루는 영원히 엄마의 밥이 되어 찍 소리 아니 드래곤의 포효소리도 못 냈다. “루나야! 그 예감이 대체 뭐냐?” 불처럼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얼굴이 가리워진 미르 오빠가 묵묵히 있다가 물어 보았다. “몰라. 단지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 재미있을 것 같아!! 헤헤헤” “재미있겠네요.” “그렇지?” 다른 이들을 제외하고 리디와 난 재미가 붙어서 제국에 들어가면 뭘 할까하고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도중에 필라르의 인상이 왠지 이상하게 보였다. 길다란 산맥에 가기 직전의 미르오빠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할 정도였다. “필라르, 무슨 걱정 있어? 집에 가는 게 그렇게 싫어?”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말에 필라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쓴 웃음만 지었다. “가기 싫어하는 구나? 그렇게 가기 싫으면 좀 전에 헤어지지....” 여운을 남기며 뒷말을 흐리자 필라르 왈 “싫어! 난 죽더라도 너희들하고 같이 갈 거야. 니 말대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거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필라르의 말에 이놈은 진짜 우리의 여행 동료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때의 오빠하고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정말로 괜찮은 거야? 혹시 돈 빌리고 안 갚았어? 아니면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어? 전에 너 같이 행동한 사람이(?) 있어서 물어봤는데 아무 일도 없다고 했으면서 막상 닥치고 보니 보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더라구. 물론 대판 싸우지 않았지만, 만약에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해서 그런 거라면 여기에 돈 많은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걱정하지 마. 이자는 안받고 빌려줄 수 있으니까.” 미르오빠를 슬쩍 쳐다보며 내 딴엔 필라르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하는 말을 했는데 그게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는지 간간히 보이는 미소마저 없어져 버렸다. “우띠이이~그래! 니 맘대로 해라.” 악의 없는 투정을 하고 필라르에게 떨어져서 엄마한테 찰싹 달라붙었다. 가까이 가서 본 엄마의 팔에는 붉은색으로 빛이 나는 무언가가 내 눈을 자극했다. “엇? 그 팔찌는.....” 엄마의 손목에는 내가 익히 알고 있는 팔찌가 끼워져 있었다. “이건 내 딸이 처음으로 선물해 준건데 어찌 다른 곳에 둘 수 있겠니? 내 보물 1호로 정했어. 내가 죽더라도 이것만은 가지고 갈 것이다. 죽어서도 딸의 채취를 느끼고 싶은걸!” 아마도 내가 인간이라서(?) 드래곤인 자신보다 먼저 죽으니 내가 죽더라도 그 팔찌를 나로 여기고 계속 착용하고 다닐 것이라는 말로 들렸다. “헤헤~엄마두 차~암~그것 보다 더 좋은 게 있는데.”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는 내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루나님! 루나님~저도요~저도요~” 자신도 엄마와 같은 뜻이라고 알리려는 듯이 나를 붙잡고 반짝반짝 빛나다 못해 폭사해 버릴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했다. “그래그래~리디도 엄마하고 같다고?” 내가 자신의 뜻을 알아주자 기쁜 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렇게 나와 두 여자는 뭉쳐서 재미없는 네 따식이는 내버려두고 재잘거렸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지만 현재 접시는 깨지지 않았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식자재 및 모든 물건에는 특별히 에이션트급에 있는 엄마가 마법을 걸어줬으니, 단지 네 따식이들의 얼굴색이 가히 이쁘지 않다는 것만 빼고. “루나~많이 먹어야 키가 크지. 그러니 한입만 더 먹자!” 주변에 마을이 없는 관계로 노숙을 하고 있었다. 난 원래 노숙을 할 때는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식사를 잘하지 않는다. 원래 먹지 않고 잘 살지만. “싫어!! 먹기 싫어.” 현재 나와 엄마는 처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먹지 않으려는 나와 어떻게 해서든 한입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 이리저리 잘 피해 다녔지만 결국에는 복병에 의해 난 음식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거 놔~~” “안돼.” “놔줘.” “싫어.” “놔 주세요~~미르 오라버니.” 엄마의 스푼 공세를 피하다가 내 뒤에서 딴청을 피우는 오빠한테 붙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엄마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물에 고기를 몰듯이 천천히 그릇에 담긴 스프를 스푼으로 떠서 들고 왔다. “딸아~안 먹으면 키가 안 커요~그렇게 비쩍 말라서는 결혼도 못한단다.” “전 결혼 따윈 관심 없어요. 그러니 제바아알~~읍” 두 팔을 미르오빠한테 붙들린 관계로 입속에 들어오는 스푼의 공격을 무방비 상태에서 받고 말았다. “시로오오오~읍......안 먹어~~읍, 오~노~읍” 말하는 족족 스푼이 입에 틀어 박혀 불가항력적으로 음식을 삼켰다. 말을 안 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안 먹어도 됐었는데 그때에 왜 생각을 못했는지 당하고 나서 생각나는 건 또 뭐난 말이야. 마지막 한 스푼을 입에 쑤셔 박은 엄마는 큰일이라도 했는지 이마를 훔쳤다. “이렇게 먹을 거면서 왜 그렇게 투정을 부렸니?” 식기를 가브에게 맡기고는 울상을 짓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먹기 싫은걸. 입맛 없단 말야. 내가 아는 어떤 놈이 먹기 싫을 땐 먹지 말라고 했어! 괜히 먹기 싫은데 먹으면 독이 된다고 했는데. 히이잉~엄마 미워, 미르 오빠는 더 미워.” 성격이 변했을까? 과격하고 언제나 내 중심적으로 살아오던 내가 이제 새 엄마 덕에 완전히 변해버린 것 같았다. 다른 때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데 왠지 엄마 앞에서는 인간이었을 적에 못해왔던 것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친 엄마에게 못했던 것을 다 새엄마에게 함으로써 조금이나 친 엄마에게 미안함을 없애려는 것일지도....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투박하고 갈라져서 손톱사이에 까만 기름때가 묻은 손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졌다. 잠시 동안 엄마의 잘빠진 얼굴을 보며 멍하니 있자 엄마의 눈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이에게 하나의 등불같이 보여 희망을 안겨주는 듯 반짝반짝 붉게 빛나며 웃음 짓고 있었다. “엄마 말 잘 들어야 나중에 큰 사람이 되지.” “그딴거 필요 없어!” 난 이미 카옌 왕국의 공작이란 말이야. “그래그래 우리 딸은 그런 거 필요 없지. 그저 이렇게 건강하게 있으면 되니까.” 왠지 비꼬는 듯한 말투에 난 블랑슈를 껴안고 팩 토라져서 아무데나 누워서 눈을 감았다. “그렇다고 삐지기는, 잠자더라도 따뜻하게 자야지.” 엄마는 뭔지 모를 즐거움이 묻어나는 말을 하고는 나한테 담요를 덮어주었다. 모두가 고요히 타오르는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을 때........ “정말로 아무 일도 없는 거냐?” 질문을 받은 쪽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를 걱정시키는 것은 용납해도 동생에게 걱정시키는 것은 용납 못해!!” 또다시 다른 이에게 질문 받은 쪽은 피식 웃기만 했다. “우리는 이제껏 무늬만 동료였구나.” 잠잠한 말에 세 번째로 질문을 받은 쪽에서 얼굴의 변화가 있었다. “그런 거 아니야. 단지.....” 여인네들이 잠들어 있을 때 네 따식이들은 사나이 대 사나이로 말을 하고 있었다. “단지, 뭐?” 삼구동성에 숙였던 얼굴을 들었다. 불가에 있어서 인지 얼굴이 잘 익은 홍시를 연상케 했다. “단지,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어.” 겨우 입을 뗀 인물을 쳐다보며 셋이서 시선을 교환하고 다시 물어보았다. “그 만나고 싶지 않는 사람을 우리에게 말해줄 수 없는 거야?” 푸른 머리를 길게 기른 이의 말에 입이 순간접착제에 붙었는지 말을 하지 않고 끄덕이고만 있었다. “그럼 물어보지 않겠어! 그런데 그 이유는 알 수 있을까? 궁금하거든.” 호기심이 강한 표정을 한 적색 머리의 인간이 희미하게 웃으며 물어보았다. “글쎄?” 나는 말하기 싫으니 알아서 생각하라는 뜻이 담긴 짧은 말에 세 인영은 한숨을 쉬었다. “혹시 무슨 원수진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금발을 낮게 부는 바람에 내 맡긴 이의 물음에 그저 어깨만 으쓱해보였다. “아하~그랬구나? 소드 마스터인 니가 원수진 사람이라. 혹시 너보다 더 강한 사람이냐?” 다시 퍼런 머리가 물어오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애꿎은 모닥불만 부지깽이로 뒤적이고 있었다. “쳇! 겨우 그것 때문이었냐?” 얄미울 정도로 말하는 적색 머리에게 눈을 치켜떴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식으로. “걱정하지 마! 우린 네 동료이자 친구잖아? 그러니까 니가 필요로 할 때 도와줄게.” 그 말에 질문만 받는 놈은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었다. “야 임마! 겨우 그딴 것 때문에 그렇게 사람(?) 애간장을 태웠냐?” 세 따식들이 있는 곳에서 나온 소리인줄알고 그들을 쳐다봤는데 그들은 다른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놈들이, 물론 여기서 오빠는 제외이다. 바라보고 있는 이는 바로 ‘나’ 그 이름도 유명한 루나 님이시다 이거 아니겠어? 잠자다가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신경에 거슬려서 잠을 깬 난 그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모두가 다 걱정해주는데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이 세상의 아픔을 다 짊어지고 있는 듯이 자포자기한 눈을 보고 난 괜히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났다. “맞아요! 루나님 말대로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우리들의 잠을 방해하다니.” 내가 큰 소리를 냈는지 아니면 원래 잠을 자지 않았는지 엄마와 리디는 잠에서 깨서는 담요를 한쪽에 던져버리고 불가로 몰려들었다. “너희들이 한 말을 모두 다 들었다. 물론 듣기 싫었지만 계속 귀를 자극해서, 흠흠...그렇게 쳐다보지 말아라. 특히 블루 스타!! 한번만 그런 눈으로 보면 편히 못 죽는다.” 우리의 대빵인 엄마의 말에 시선이 모두 모닥불로 모였다. “걱정하지 마~우리가 다아~해결해 줄게. 우리에게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구.” 그런 말을 하면서 리디를 쳐다보았다. 리디도 내가 보고 있는걸 알았는지 필라르의 용기를 북돋아 주려는 의도로 말을 했다. “넌 이제껏 나를 빼놓고 생각했나보지? 아무리 어려도 난 드래곤이다. 드.래.곤!! 루나님이 널 도와주기로 맘을 먹었으니 내가 도와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니?” 리디의 말에 정말로 생각을 못했는지 그제서야 손바닥에 주먹을 쳤다. “그렇구나! 그리디아님만 있어 준다면 하지만 그래도 해결하지 못.....” 드래곤이 도와주겠다고 했음에도 뭔가 걸렸는지 다시 침울해지며 말을 흐렸다. “너! 부모와의 마찰이나 무관심으로 가출이라도 나왔냐? 왜 그래?” 내 말에 필라르의 어깨가 아주 미세했지만 움찔거리는 것을 보아 집안 문제인 것 같았지만 모두에게 말하지 않았다. 집안일은 가족 구성원이 해결을 해야지 괜히 제 3자가 끼면 복잡해지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걱정 따윈 하지 말라구~” 그렇게 밤새워 필라르를 올리고 치켜세워줬더니 얼굴색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 외의 인물들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모두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드래곤하고 엘프는 그런 대로 좋았지만 난 최악이었다. 내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해서! “나 잠잘 테니까 알아서 햇.” 아침을 겨우 먹고 말을 타고 제국으로 가는 길에 난 말갈기를 붙잡고 잠을 잤다. “루나 일어나! 마을 이다.” 미르오빠의 말에 난 퍼뜩 정신을 차렸다. 마을이 있다면 여관이 있고 여관이 있다면 방이 있고 방이 있으면 잠을 잘 수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점령하고 있을 때 이미 우리는 마을에 도착해서 여관을 잡고 있었다. 여전히 멍하니 가만히 서 있다가 엄마가 방 열쇠를 주자 난 재빨리 올라가서 방문을 열고 씻은 담에 블랑슈는 내버려두고 잠만 잤다. 깨끗하고 폭신폭신한 침대에 누워서 그런지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잠을 잔지 얼마나 됐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를 흔드는 바람에 부스스 눈을 떴다. “아함~뭔 일이야!” 손을 위로 올리고 기지개를 펴는 나를 보고 리디가 말하기를! “루나님! 지금은 아침이라고요. 아무리 점심하고 저녁은 안 드셨지만 오늘 떠나니까 식사는 하셔야죠.” “허거거걱~진짜로 아침이야? 거짓말 아냐?” 리디의 말에 너무 놀라서 잠이 저만치나 달아나버렸다. 정오쯤에 도착해서 잠을 자기 시작했으니까 거의 그러니까....계산을 못하겠다. 아무튼 어마어마한 시간을 잠자는 걸로 때운 것이다. “저희 드래곤족은 절대로 거짓말은 하지 않아요.” 못 믿겠다는 표정을 하며 물어보자 리디는 새초롬해진 표정을 하고 세숫물을 대령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세수를 마친 다음에 블랑슈를 데리고 아래로 내려갔다. 어제 잠이 쏟아지는 것을 겨우 막으며 방에만 들어갔는데 지금 보니 여관이 보통 같지 않게 쬐금 화려했다. “루나야 너무 잠만 자는 거 아니냐?” 엄마의 말을 시작으로 일행들은 모두 테이블에 앉아서 나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이래야 진짜로 루나 같다니까. 언제는 안 그랬나?” 보통 때의 필라르로 돌아왔는지 나에게 한 말 때문에 다른 이들의 시선을 모두 감수하고 있었다. “식사는 언제 해?” 지금 나한테 제일 중요한건 바로 식사였다. 두 끼니를 굶었더니만 뱃가죽이 등가죽에 붙어버린 관계로 필라르의 말을 무시해버리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곧 나올...아니 지금 나오는군.” 가브가 말하고 있을 때 점원이 음식이 담긴 그릇을 한상 가득 차렸다. 노란 레몬이 그려진 하얀 접시에는 잘 익혀진 스테이크가 김을 모락모락 내면서 먹어달라는 듯이 손짓하고 있었다. 노란 레몬이라! 혹시 저거...사람들 심리를 이용한거? 레몬은 신맛을 내니까 보기만 해도 침샘이 자극해서 침이 고이게 만들어 먹기 싫었던 음식도 먹을 수 있게 하는 상술인가? 잠시 헛생각을 하고 있던 난 머리를 흔들며 냅킨을 다리에 펼쳐 놓고 왼손에는 포크를, 오른손엔 나이프를 들고 중무장한 채 스테이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공격개시를 알리는 듯이 블랑슈 녀석이 테이블로 뛰어올랐고, 그와 동시에 내 포크는 스테이크를 쿡 찔렀고, 확인 사살을 하듯 나이프로 도막을 내며 갈색으로 빛이 나는 물에 폭 담갔다가 꺼내서 입안으로 가져가 꼭꼭 씹어서 침과 함께 목구멍으로 넘겨버렸다. 이 모든 사항을 간단명료하게 말하자만 포크로 스테이크를 찍고, 나이프로 잘라서 브라운 소리를 묻혀서 잘 먹었다는 말이다. “끄으윽~잘 먹었다.” 코스 요리로 나오지 않아서 한꺼번에 테이블에 차려져 있었지만 그중에서 후식으로 보이는 과일 요구르트를 떠먹고는 트림을 하며 냅킨으로 입술을 닦았다. “얼마 먹지도 않으면서 벌써 포만감이 드는 거니? 뭐 어차피 식사를 했으니까 그럼 이만 가도록 하자.” 아직 소화를 시키지 않는 상태이지만 블루의 말에 동의를 하고 나의 애마인 루즈를 탔다. 엄마가 돈 계산을 했는지 나중에 나와서 뒤를 쫒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제 국경선이라도 넘겠어? 약간의 편법을 쓰는 게 어때?” 나의 미소어린 일행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마아~내 말을 씹었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엄마의 부릅뜬 눈을 보고 일행들은 말 옆구리를 살짝 때려주어서 속력을 냈다. 전에 가르엔에서 나를 피해 도망가던 때와 같이, 그렇게 여러 날을 오직 달리는 것에만 집중을 해다. 육체적인 피로는 엄마와 블루의 마법으로 없앨 수 있었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어쩔 수 없었는지 일행들의 눈이 약간씩 풀린 것 같아보였다. 그래서 오직 정상정인 눈을 가진 인물은 나 밖에 없었다. 나야 원래 신이니까 육체적인 상처나 정신적인 피로감 외에 모든 것을 알아서 풀려버리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의지가 원한다면 말이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251 5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1 “왜 우린 이런데 너만 팔팔하지? 우리 몰래 약이라도 먹냐?” 썩은 동태 눈깔을 하고 나를 바라보는 필라르에게 다가서 머리를 한대 콩하고 약간의 응징을 가하자 한순간이나마 눈동자가 번뜩하며 빛을 내더니 다시 원상복구 돼버렸다. 이거 계속 때려줘야 되나? “나야 뭐 잠만 제대로 잘 수 있으면 뭔들 견디지 못하리오. 호호호” 필라르는 내말을 열심히 씹고 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물거렸다. “이제 하루만 가면 아니 쬠만 가면 국경이 나올 거야.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내가 아무리 이렇게 보여도 길은 제대로 알고 있단 말이야.” 정신을 약간씩 수습하면서 정면을 바라본 필라르는 씨익 웃었다. 필라르의 말대로 얼마안가 국경선이 보였다. 다른 왕국의 국경선을 보면 대개 산이랄지 강을 사이로 하는데 여긴 평원한가운데 보초병들이 서있었다. 두 국가의 보초들이! “저기 검문소로 가서 질문에 답만 하면 돼, 그리고 종이를 주면서 뭘 쓰라고 하는데 그냥 쓰면 돼!” 필라르의 말을 들으며 어느덧 국경선에 아주~가까이 접근을 하게 되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험상궂은 인상하고는 달리 기분 좋은 말을 하는 경비병에게 엄마가 나서서 말을 했다. “저흰 제국으로 가려고 합니다.” 경비병은 우리 일행을 유심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우선 말에서 내려서 저를 따라오십시오.” 뭔가 아쉽다는 듯한 시선을 거두고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 경비병은 한 오래된 건물로 우리들을 안내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듯한 검붉은 색으로 변한 나무로 된 문을 열자 오른쪽으로 복도가 있고, 바로 맞은편엔 돌로 만들어진 회색빛 계단이 보였다. 경비병이 돌계단을 올라가자 우리도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간 경비병은 정면으로 나있는 복도를 걷다가 마지막 문이 있는 곳에서 잠시 서더니 노크를 하고 안으로 우리들을 몰아넣고는 방안을 향해 간단한 목례를 올리고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경비병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다시 방안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그곳엔 덩치 좋은 아저씨와 비쩍 마른 아저씨, 험악하게 생긴 아저씨 외에 기타 등등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도 검문소에서도 쬐금 직급이 높은 사람과 우리와 같이 제국으로 넘어가기 위해 미리 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제국엔 무슨 일로 가시려고 하는 것입니까?” 우리들의 한 미모한 것을 보고 아마 귀족이라고 생각했는지(아님 말구) 쬐금 직급이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덩치 좋은 아저씨가 높임말을 쓰며 물어왔다. “여행 중입니다.” 일행들의 대빵인 엄마가 말을 하자 그 아저씨가 아니 다른 아저씨가 다른 것을 물어봤다. 출신이 어디고, 등등을...꼭 시장에 내놓은 물건들을 품평하기 위해 몰린 사람들같이 눈을 크게 뜨고 보면서 질문하는것에 대답하는 것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게 맘에 들지 않았지만 어찌하겠는가?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다른 무리의 인간들도 똑같은 일을 당하고 있는데. “그럼 여기에 자신이 말한 것을 써주십시오.” 질문할게 더 이상 없었는지 A4용지의 크기의 종이 쪼가리를 각자에게 주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아저씨의 말을 잘 듣고 이름이며 출신이랄지를 써 내려갔다. 다 쓴 종이를 일행들과 함께 아저씨에게 주자 그 아저씨는 한번씩 쓰윽 읽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몰트 제국을 찾아오신 것에 환영합니다. 즐거운 여행이 되길 빌겠습니다.” 직급 높은 아저씨들의 배웅을 받으며 우린 드디어 제국 안에 발을 들이밀 수 있었다. 국경선이 있는 곳에는 으레 마을이 있으므로 정신없이 뛰어서 여관을 잡고 식사도 거른 채 잠만 내리 퍼 자기 시작했다. 한달이 걸릴 거리를 단 2주 만에 격파하느라 피곤에 쩔어있었거든! “아후후후~~잘 잤다.”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서 일어나서 앉았다. 내 옆에는 아직도 잠만 자고 있는 두 여인네들이 있었다. 드래곤도 정신력이 상당히 약한가 보다. 그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욕실로 걸어가서 그동안 씻지 못한 때들을 시간이 많은 관계로 충분히 불린 다음에 씻었다. 머리도 열심히 빨고, 머리카락이 워낙에 길어서 실은 자르고 싶었지만 엄마의 부라리는 눈을 보고 절대로 손대지 않기로 마음먹을 정도였다. 깨끗이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갈아입어봤자 여행복이지만, 두 여인네들이 여~어~엉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나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다가 블랑슈가 따라오는 바람에 둘이 내려갔다. 보통 때라면 네 따식이들이 먼저 내려와서 테이블을 점령하고 있어야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은 듯이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잠만 자나보다 하고 생각을 마무리한 난 비어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뭘 드시겠습니까?” 직업정신이 투철한 점원은 내가 위자에 앉자 쪼르르~달려와서 나에게 주문할 것을 권했다. “간단하게 아무거나 가져와요.” 내말이 끝남과 동시에 점원은 내게 인사를 하고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아침을 먹게 되었다. “블랑슈야~내가 덜어 줄 테니 내거에 침 뱉으면 가죽을 벗겨버린다?” 자신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고 있음에도 내 음식을 슬쩍 슬쩍 쳐다보는 행위에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협박을 해두고 내 몫의 음식을 먹었다. 많은 일행들과 다녀서 항상 뭘 먹을 때면 시끄럽게 굴어서 싫었는데 그들이 없어서 혼자 먹으니 밥맛이 없었다. 물론 블랑슈가 있었지만 블랑슈는 말을 하지 못하잖아!! 밥맛이 없다고 해서 남기면 돈이 아까우니까 억지로 먹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도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그로인해 난 너무 심심해져서 블랑슈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하다가 그것도 실증이 나서 눈싸움만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점점 시시해진 난 한숨을 쉬었다. “심심하다. 심심....전에 바르미르에 있었던 것처럼 밖에 나갈까?” 혼잣말을 하고 블랑슈를 어깨에 올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찬란한 아침 햇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그리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국경선 근처여서 그런지 타국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내게는 흥미를 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취미생활이나 할걸. 괜히 나왔나?” 어깨위에 있는 블랑슈를 두 손으로 안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주변은 왁자지껄했지만 난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블랑슈~할일도 없으니 우리 그냥 가자.” 하고 뒤 돌아섰을 때 뭔가에 그대로 박아서 쓰러져 버리는(원래는 안 쓰러지려고 했는데 여기서 안 쓰러지면 보통 소녀로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털썩 쓰러졌다) 일이 발생했다. “아야야야~아퍼라.” 괜히 쓰러졌다. 뼈까지 상한 건 아니겠지? 딥따 아프다.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쓰러지게 만든 것이(?) 뭔지 쳐다보았다. “어이쿠! 레이디, 어디 다치지 않았습니까?” 날 쓰러지게 만든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그것도 예전의 내 부하만큼이나 힘을 가진 기사. 그 사람은 엉덩방아를 찧은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밀어진 손을 보며 그 손을 잡지 않으면 그 사람이 무안해 할 것 같아서 손을 잡고 일어났다. “다치지는 않았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웬일로 친절하게 사과의 말을 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내 말을 끊고 자신이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앞을 보지 않고 다녀서 그렇습니다. 그나저나 정말로 괜찮으신 겁니까? 레이디?” 내 행색을 보면 그냥 일반 평민으로 보여서(지금은 엄마가 꾸며주지 않아서 그냥 맨 몸이다) 지나칠 테지만 앞에 있는 사람은 내게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기사님께서 계속 그러시면 오히려 제가 미안해집니다.” 그제서야 기사는 말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진짜로 다친 곳이 없는지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려는 듯이. “기사님께서 걱정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인걸요!” 처음 보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게 말을 놓지 않은 그에게 약간의 호감이 갔지만 나에겐 중대한 일이(취미생활을 즐기는 것!) 있기에 기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약간 걸었더니 스스로 피곤하다고 자기 최면을 걸고 윗층의 방으로 올라가서 아직까지 퍼져 자고 있는 여인네들 틈으로 파고들어 깊은 잠에 빠졌다. “우우웅~쬠만 더 잘래. 히잉~” 누가 계속 나를 깨우려는 시도를 해서 하는 수 없이 일어났다.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하루 내내 자는 거니? 저녁은 먹고 자야지.” 언제 일어났는지 엄마와 리디는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고 치장을 하고 있었다. 해봤자 머리를 빗는 거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보석들을 주렁주렁 매다는 일이지만. “내가 언제 하루 종일 잤어? 난 엄연히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도 하고 산책도 갔다 온걸? 믿지 못하면 점원한테 물어봐. 아님 블랑슈에게 물어보던지!” 블랑슈는 여전히 내 품에서 자고 있었으므로 물어보지 못하고 있었다. 뭐 깨어 있어봤자 말을 못하니 무용지물이지만. “그래그래! 우리 딸은 아침에 일어났어.” 억지로 믿어준다는 투의 말에 난 입이 한 뼘이나 나왔다. “루나님! 그러면 얼굴이 미워져요!” 엄마의 지원사격을 하는 리디의 말에 난 심술이 났다. “쳇쳇...” 엄마와 리디는 침대에서 나를 끌어내려서 아래층으로 끌고 갔다. 아래층에는 네 따식이들이 테이블을 하나 점령하고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잘 잤니?” 내려온 두 여인데들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 보였는지 미르 오빠가 나를 끌어다 의자에 앉히며 말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뚱해있던 난 오빠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고 그냥 입만 튀어 나온 채 테이블에만 시선을 두었다. “앗! 누가 내 귀한 동생을 이렇게 만들었지? 엄마가 그랬어? 아니면 그리디아가 그랬니?”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지 호들갑을 떠는 오빠를 보고 이럴 땐 웃어야겠지만 그런 것에 내가 웃을 위인이 되지 않으므로 관심을 껐다. “사실은 말이다............이렇게 됐어.” 가만히 있는 나를 대신해 엄마가 사정을 설명했다. 그제서야 본래의 침착한 오빠로 되돌아와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너만은 내가 믿어줄게. 그러니 화를 풀렴.” 그래도 화를 풀지 않고 있을 때 아침의 점원이 다가오자 주문을 하기 시작했다. “아침엔 아가씨 혼자 드셨는데 저녁은 일행 분들이랑 같이 드시는군요. 그런데 아침에 나가셨는데 언제 들어왔나 보죠?” 나에게 아는 체하며 말을 하는 점원에게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점원이 주방으로 들어갔을 때 드디어 일이 터졌다. “루나! 미,미안하다. 니 말을 믿지 못해서...” “죄송해요. 계속 루나님께서 그렇게 계시면 저 울어버릴거예요.” 두 여인네들은 여전히 뚱해 있는 나를 보고 살살 어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쳇쳇! 사람도 아닌 드래곤들이 내가 한 말을 믿지 못하다니....내가 인간이라서 그런 거야? 인간이 아니었으면 믿었을 거야! 나 앞으로 혼자 갈 거야.” 물론 이 말은 여자들을 꼬시고 있는 필라르는 듣지 못했다. 이제껏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은근슬쩍 여자들이 많이 있는 곳엔 필라르가 항상 끼어 있었다. 내 폭탄선언에 일행들 모두 엄마하고 리디에게 째림을 주는걸 잊지 않고 달려들어 달래기 시작했다. 내가 한번 한다면 진짜로 하는 성격이니까. “우리 루나를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러게 말야~루나는 항상 우리하고 다니기로 했는데.” “루나가 어디를 가든 나는 따라갈 거다. 애초에 그렇게 맹세했으니.” 오빠와 블루, 가브가 만들어낸 시끄러운 소음 공해 때문에 얼굴이 절로 찌푸려졌다. 이건 비행기가 이,착륙할때 나는 엔진 소음보다 더 강력했기에....점점 찌푸려져만 가는 내 얼굴을 보고 일행들은 더 크게 떠들며 말을 했다. “시끄러~머리가 울리잖아. 앞으로 시끄럽게 하면 죽는다.” 내 의사를 당당히 밝히고 조그만 손으로 주먹을 쥐고 테이블 위를 살짝 두들겼더니 소음들이 싸그리 없어졌다. “훗훗~이제야 살겠군. 앞으로 내 말을 안 믿으면 정말로 혼자 여행할 거다.” 협박성이 짙은 발언에 일행들은 일제히 머리를 끄덕 끄덕 거렸다. “정말로 미안하구나. 이제부터 확실하게 딸의 말을 믿어줄게. 사과 받아주는 거지?” 엄마가 진실성이 담긴 말을 하고나서 두 여편네들이 들러붙는 바람에 좀 떼어놓느라고 사과를 받아주고 나온 식사를 푸짐하게 먹었다. 배가 든든하게 차자 마을의 야경을 구경할 겸 바람을 쐴 겸해서 나가려다가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한다는 소리에 방에 틀어박혀서 잠만 잤다. “우와와와와~시원하다.” 여관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지 않은 채 새벽녘에 출발을 하였다. 그때까지 잠을 덜 깬 난 바깥의 싸늘한 바람에 잠이 확 깨버렸다.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해야 하나? “루나! 그러다가 감기 들겠다. 이거나 걸쳐.” 천천히 말을 몰고 가던 나에게 가브가 녹색 망토를 가방에서 꺼내서 내게 걸쳐 주었다. “헤헤~고마워. 그나저나 망토 색이 왜 이래? 녹색이라니? 혹시 이거 니 거냐?” 따뜻하게 내 어깨를 감싼 망토를 보며 가브에게 묻자 가브는 당연한걸 왜 묻냐는 식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누가 푸르른 자연의 정령이라 일컬어지는 엘프 아니랄까봐 망토 색깔이 녹색이라니. “암튼 간에 진짜로 고마워.” 가브의 마음이 담겨있는 망토를 여미고는 진심을 담은 말을 가브에게 건네고는 빨리 말을 몰았다. 몰트 제국의 수도인 에어라이 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기 때문이다. “뭔 놈의 땅덩이가 이렇게 커~확 반쯤 부셔버릴까보다.” 몇 날 며칠을 지나 몇 주간을 계속 달렸건만 수도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다는 실망스런 필라르의 말에 짜증이 났다. “루나님! 제가 나중에 쪼금만 더 크면 제국을 반쯤 날려버릴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나에게 칭찬을 바라는 듯한 리디의 말에 필라르는 식은땀만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으휴~~내가 말을 말아야지. 리디야! 그런다고 제국을 날려버리려는 생각은 접어라. 만약에 니가 그딴 짓하면 사람들이 너를 잡으려고 몰려들걸? 전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그냥 조용히 살아라.” 나의 진심어린 충고에 리디는 자신이 높은 산에서 당한 일을 생각하는지 대답도 없이 얼굴을 구기고 있었다. 하기야 그때 충격 많이 먹었을 것이다. 지고지순한 존재라 일컬어지는 드래곤이 동물 취급당하는 인간들에게 다구리를 당했으니, 그 심정 이해가 갔다. “그나저나 저긴 어디지?” 평원에 있는 조그만 도시가 다가감에 따라 점점 커지더니만 웬만한 도시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규모가 큰 도시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그런 도시에 대해 묻는 블루에게 드래곤이면서 지명하나 외우지 못했냐고 내가 타박을 하자 블루는 자신이 동면을 하는 동안에 마을이 생겼다가 없어지고, 이름이 바뀐다는 꽤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냥 도시 이름 까먹었다고 할 것이지 자존심 세우기는! “이 도시는 로즈라는 도시야. 장미가 아주 많이 생산되어 이름이 이렇게 붙여졌지!! 꽃을 생산해서 팔기 때문에 수입이 짭짤하다고 들었어.” 필라르의 설명에 블루는 알았다는 듯이 끄덕였다. 여기에 들어오기 전부터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을 따라 퍼져있었고, 또 도시에 진입하자 꽃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가르엔의 꽃 축제할 때보다 더 많은 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라르는 진짜로 모르는 게 없다. 생각해봐. 높은 산에서부터 지금까지 물어본 우리의 말에 확신을 가지고 말한 것을, 너 정말로 여행가 맞냐? 단순한 여행가는 아닌 읍...” 이제껏 생각했던 것을 쏟아내고 있던 난 필라르가 입을 막아버리는 공격을 허용하면서 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난 태어나면서부터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래! 하지만 이제 이렇게 훌륭한 동료들을 둬서 기뻐. 하하하” 필라르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미르 오빠의 입이 열렸다. “그거까지는 좋은데 루나 입에서 손이나 치우시지 그래?” 그제서야 아직도 자신이 내 입을 막고 있다는 자각이 들었는지 얼른 손을 치웠다. “팻팻. 우~짜라. 너 손은 씻고 다니냐?” 겨우 필라르의 손에서 풀려난 난 입술을 오른쪽 손으로 쓱쓱 닦은 다음 쏘아보며 하는 말에 필라르는 씨익하고 사악한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나 이제껏 안 씻었는데. 어떻게 알았어? 일년에 한번쯤은 씻나?” 필라르의 사악하기 그지없는 말에 나도 사악한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하도록 하지.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는 인간이 어떻게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었어? 동작을 보니 기사들의 몸놀림에 여행을 하면서 쌓여온 몸놀림이 섞인 것 같은데, 더구나 제국 인증서까지 가지고 있으면 말 다한 거 아냐?” 아까까지만 해도 사악한 웃음을 띠던 필라르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하늘만 쳐다보면서 휘파람만 불고 있었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라. 니 출생 신분을 밝히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 이렇게 말하고 다시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말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 억지로 붙잡고 물고 늘어지는 취미 따윈 가지지 않았으니까. “루나님~우리 밖에 나가 봐요.” 로즈에 들어와서 편하게 한 며칠 쉬기로 작정을 했기에 그 동안 구경 못하고 지나쳐온 마을들을 손가락만 빨며 쳐다만 보던 리디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가 블루에게 퇴짜를 맞았다. “그리디아! 지금은 저녁이니 내일이나 보러 가는 게 좋을 거야!! 생각해봐. 루나는 지금도 잘 생각밖에 없을걸?” “네에.” 블루의 말에 리디는 풀이 죽은 모습을 하고 축 쳐져 버렸다. 이상하게도 필라르와 가브를 뺀 나머지 일행들에게 존대를 하는 리디를 언제나 유심히 쳐다보는 필라르. 리디가 나와 내 가족에게 존대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블루에게까지 존대를 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만 우물쭈물하며 물어보지는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괜히 물어봤다가 다시 아까와 같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면 할말이 없으니까 가만히 있는 듯 하였다. 필라르가 질문하면 나도 질문하려고 했는데. “그럼 여기서 해산하고 내일 아침에 식당에서 보자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독방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여관에 들어와서 방을 구하려고 할 때 내가 나 혼자 잘 거라고 독방을 주라고 해서 엄마가 반대를 했지만 나도 어린애가 아니라는 소리를 하며 입을 삐쭉이 내 밀었기에 엄마는 1인실과 2인실 세 개를 잡아서 열쇠를 주었다. 그래서 지금 난 혼자서 편안하게 침대를 독차지하고 몸을 대짜로 편 다음에 하품을 한 차례하고 잠이 들었다. 담에 뵈여 오늘은 이만... 그리구 주말에 뵈여 이 소설을 읽는 분들 감기 조심하시구여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3 3331 9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2 한참을 편하게 자고 있을 때 방에서 살기가 느껴지자 내 몸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반응을 보인 탓에 잠드는 척을 하면서 누군지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일행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기에 타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우씨~이러면 나 혼자 자는 건 오늘부로 끝이잖아. 다음부터는 엄마하고 자야하는데, 저놈은 대체 누구야? 걸리면 반 죽었어. 서서히 다가오는 기운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이 공간에 두었던 샤이닝을 이불속에서 잠버릇을 하는 것처럼 행동한 다음에 꺼내서 손에 들었다. ‘안녕하세요. 주인님’ ‘전혀 안녕하시지 못하다. 누가 내 방에 침입했거든.’ ‘그러네요. 하지만 별 볼일 없어 보이는데요.’ ‘나도 알아.’ 오랜만에 만난 샤이닝과 인사 겸 말을 하고 다가오는 것에 집중을 했다. 순간 그 다가오던 것이 빠르게 내게 쏘아져 왔고 난 눈을 번쩍 뜬 다음에 몸을 침대 아래로 굴려서 칼침을 피했다. “라이트” 껌껌한 밤이었기에 상대에게 직접적인 공격보다 라이트를 만들어내서 순간적으로 눈이 멀게 해서 공격의 속도를 늦추었다. 갑자기 밝아진 환경 탓에 복면을 쓴 침입자는 눈을 감았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신법을 발휘하여 곁에 다가간 다음 샤이닝을 그 침입자의 목에 겨누었다. “여기 온 목적이 뭐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묻자 아직까지 상황 판단이 안 된 침입자는 어벙벙해 있기에 샤이닝을 더 가까이 대서 목에 약간의 생채기를 내자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는지 몸이 굳는 듯 했다. “다시 묻지 않겠다. 목적은?” 북풍이 몰아치는 듯한 목소리를 내며 침입자에게 다시 한번 묻자 그제서야 침입자는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내,내 동생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왔다.” 처음엔 말을 더듬으며 말하더니만 끝에는 당당하게 말하는 약간 애때면서 허스키한 목소리에 그 복면의 침입자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넌 어디서 살지?” 동생에 대해 묻지 않고 침입자에게 어디 사냐고 묻자 얼떨떨하게 말했다. “로즈” 짧게 말하고 죽을 각오를 했는지 아무런 반항을 하지 않았다. “그럼 동생의 무슨 원수를 갚으러 왔지?” 이 대목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정면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내 동생을 다치게 하고 그냥 간 것.” 살기어린 눈을 치켜뜨며 그 침입자는 나를 죽일 듯이 쳐다봤다. 그렇다고 내가 죽는 건 아니지만 괜한 수고를 하고 있었다. 좋게 눈 깔고 있으면 될 텐데. “그럼 잘못 왔군. 난 여기를 도착한지 몇 시간 안됐다. 식사만 하고 잠자고 있었는걸!” 하지만 그 침입자는 믿지 않는다는 듯이 나를 씹어죽일 것 같이 쳐다보기만 했다. “아씨~난 니 동생 얼굴도 보지 못 봤다니까. 왜 사람 말을 못 믿는 건데? 그나저나 니 동생이 여자냐 남자냐?” 엉뚱한걸 물어본 다음에 그 침입자의 복면을 벗겼다. 복면안의 얼굴은 아주 평범에서 약간 호감이 가는 얼굴을 하고 있는 20살이 채 되지 않은 앳땐 소년이었다. “정말로 여기 온 이후로 밖에 안나갔다니깐. 그럼 한 가지만 묻자. 니 동생을 다치게 한 범인의 얼굴을 본적 있어?” 내 질문에 그 소년을 잠시 뜸을 들더니만 입을 열었다. “봤어. 대낮에 일어난 일이니까. 대로에서 돌아다니며 꽃을 팔고 있던 내 여동생에게 길을 막고 있다고 말을 타고 있던 그 여자는 동생을 밀쳐버리고 사라져버렸어. 동생은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깨져서 정신을 잃고 있어. 내 착한 동생이 다쳤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너무 놀라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어. 흐흐흑” 아주아주 서럽게 우는 소년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약간 뿌옇게 보일 정도로 눈앞에 장애가 생겼지만 곧 원상복구하고 열심히 울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내가 여기서 울면 자신의 동생을 다치게 한 범인이 자신에게 동정의 눈물을 흘린다고 결코 좋은 말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문제로 울고 싶은 마음 따위도 없었다. 하염없이 울고 있는 녀석을 보는 것도 점점 지겨워진 난 샤이닝을 이 공간으로 보내버리고 의자를 당겨서 편하게 앉았다. 어차피 이 녀석은 굳이 샤이닝이 있어야 상대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맨손으로도 제압 가능하기에 샤이닝을 보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샤이닝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아줌마 같은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도 돌려보내는 것에 큰 몫을 했지만. 한참을 목 놓아 울던 녀석은 우는 것을 멈추고 검은 옷의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어떻게 일개 꽃을 파는 소녀의 오빠인 녀석이 검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나중에서야 알 수 있었다. 녀석이 대장간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검을 완전히 집어넣은 녀석은 내가 자신보다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반항해봤자 손해 본다는 결론을 내렸는지 얌전하게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 어떻게 생겼길래 나를 죽이려고 했어?” 울어서 눈이 붉어진 녀석에게 난 순진하게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듯한 얼굴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러니까 얼굴이 하얗고, 머리는 붉은 색이었어. 키는 한 나와 만만하게 생겼을 뿐더러 녹색 눈을 가진....헉” 울어서 목이 잠긴 소년은 자신이 가진 동생을 죽인 여자의 모습을 설명하며 나를 보다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키가 자신만 했다고 했는데 아쉽게도 난 15살 정도의 어린 소녀의 키였고 붉은 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취미가 모습 바꾸기잖아!) “미,미안해. 내가 널 죽일 뻔 했어. 정말로 미안해. 그 여자가 이 여관으로 들어갔다는 사람들 말만 듣고, 진짜로 미안해.” 엄청 당황한 소년은 나에게 두 손을 들고 손이 발이 될 정도로 짠하게 싹싹 빌었다. 하지만 빌고 있는 그 순간에도 녀석의 눈빛은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빛나고 있었다. 아직도 범인을 찾아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그런데 진짜로 니 동생을 다치게 한 여자가 여기로 들어온 거 맞아?” “으,으응! 맞아. 인상착의가 똑같은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옆집 아저씨가 봤거든.” 소년의 얘기를 들으며 뭔가 특별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기분이 좋아진 난 헤죽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 여자가 몇 호실에 있는데?” 친근하게 물어보자 소년은 안심을 했는지 내가 묻는 말에 열심히 대답을 했다. “음~306호실” 306호실이면 내 방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래? 내 방이 303호 실인데.” 자신이 잘못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소년은 안색을 원래대로 하고 물었다. “정말이야? 여기가 303호? 그렇다면 없어진 줄 알았던 그 여자가 여기하고 가까운 방에 있는 거네? 다행이다. 난 옆집 아저씨가 잘못 본 걸로 여겼는데, 동생의 원수를 갚을 수 있겠어.” 혼자 중얼 거면서 그냥 내 방을 나가려고 할 때 난 그 소년을 잡았다. “야~심심하데 나도 데리고 가주라. 설마하니 내 잠을 깨워놓고 모르는 척 할려고 하는 것 아니겠지? 울컥하면 내 일행들에게 말할 수 있어. 어때? 결정했니? 나도 한 실력 하니까 방해는 하지 않을게.” 데리고 가달라는 말에 싫다고 말하려다 중간쯤의 말에 승낙을 했다. 그리고 자신을 제압한 실력을 가졌으니 짐은 되지 않으리라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좋아” 소년은 그렇게 말하고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야? 이름은 알고 있어야 부르지.” 내가 묻자 소년은 멋쩍은 듯이 서 있다가 이름을 말해주었다. “내 이름은 스파크, 스파크라고 해. 그리고 부모님은 안 계셔. 동생만 하나야. 지금은 머리가 다쳐서 혼수상태에 빠진 하스가 집에 있어.” 스파크의 말에 갑자기 볼크라인 아저씨의 딸 이름이 하스라는 것이 생각이 나서 꼭 도와주기로 했다. “내 이름은 루나 라고 해. 잘 부탁해.” 스파크와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복도로 나와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여관 직원이나 손님들이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는 관계로 복도는 암흑으로 뒤덮여 앞 뒤 사물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순수한 검은색이었으므로 묘하게 내 마음을 가라앉혀주었다. 혹시라도 있을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최대한 청력을 높이고 내 방으로부터 세 번째 방으로 살금살금 접근했다. 이때까지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스파크가 306호실 문고리로 손이 가는 것을 내 손을 잡고 저지를 하며 도리도리를 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막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스파크에게 기다리라고 말하고 모습을 감추기 위해 언제 준비했는지 작가도 보지 못한 복면을 뒤집어썼다. 여차하면 방안에서 내 모습을 본 인간의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만이지만 귀찮아서. “그런대 너 아냐? 306호부터 1인실이 아니라는 것을.....” 여관에 대해 상세하게 꾀고 있는 사실 중 한 가지를 알려주자 그때서야 그걸 알았는지 주춤거렸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너도 일반 사람치고 한 실력 하던걸? 그러니 네 실력을 믿어.”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에 스파크는 눈에 생기를 되찾고 문고리를 잡고 슬그머니 열었다. 이 여자가 대담한지 정신이 없는 건지 문을 잠그지 않은 관계로 편법을 쓰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을 소리가 나지 않게 여는데 성공한 우리는 조심조심 침대가 있을 만한 곳으로 다가갔다. 순간 침대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두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우리의 방문을 눈치 챘는지 아주 조심스럽게 웬만큼 단련된 사람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기척을 내며 무언가를 집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스파크는 그걸 모르고 앞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눈에 불을 키며 다가가고 있는 스파크의 어깨를 붙잡았다. 순간 스파크는 어깨를 움찔하더니만 나인 줄 알고 뒤를 돌아보며 왜 잡냐는 식의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난 스파크에게 이미 이곳에 있는 사람이 우리가 들어온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을 귓속에 속삭였다. 그 말을 들은 스파크는 벌레를 씹는 표정을 지은 듯이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차피 들켰으니 화끈하게 나가자고 말하려고 할 때 싸늘한 무언인가가 재빠르게 우리 쪽으로 쏘아졌다. 나에게 돌아서 있던 스파크는 그것을 못 봤는지 여전히 날 응시하며 서있었다. 그런 녀석을 보고 난 그 자세로 서서 조금만 있으면 황천길로 갈 것임을 느끼고 녀석의 목털미를 잡고 옆으로 굴려버렸다. 쿵(스파크가 넘어지는 소리) 쉬익(무언가 지나가는 소리) 두 화음이 절묘하게 내 귀를 강타하고 있었다. “누구냐?” 그들도 우리를 기습하려다가(?) 실패했다는 것을 알아챘는지 째지는 소리를 지르고 다른 놈은 촛불에 불을 밝혔다. 방안이 밝자 내 옆에는 스파크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났고, 녀석의 동생을 다치게 한 주범인 것 같은 붉은 머리의 여자는 속옷을 걸친 채 검을 빼어들고 있었으며 촛불을 밝힌 듯한 또 한명의 남자는 단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쿠우~이거 좋은 시간을 방해해서 미안한데 묻는 말에 답을 해주면 갈수도 있고 또 그 답변에 따라 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말해.” 그렇게 말하고 스파크에게 말하라는 눈치를 주고 난 옆에 놓은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돌 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묻겠다. 낮에 어떤 작은 소녀를 밀치고 간적이 있느냐?” 한 박력을 띈 목소리로 단검을 들고 있는 남자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스파크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을 한 여자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런 적이 있었지. 겨우 일개 평민인 주제에 내 길을 막았으니 그 정도로 그만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지 않겠어?” 듣는 내가 진짜로 저 여자는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다고 생각할 정도의 말투였으니 스파크는 오죽이나 할까? 내가 생각했던 데로 스파크는 눈빛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앞에는 자신보다 높은 계급의 여자였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감히 여기에 무단침입을 하고 협박을 하려드느냐?” 얌전히 있을 줄로만 알았던 남자가 단검을 더 바짝 잡아들고 스파크와 나를 번갈아 가며 물었다. “무슨 변태 쇼 할일 있어? 빨리 옷이나 입지 그래. 보는 내 눈이 썩을 것 같으니.” 붉은 머리 여자와 같이 있던 남자는 현재 팬티 같은 것 딸랑 한 장만 몸에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에 그 남자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더니만 자신이 속옷 하나밖에 입지 않았다는 것을 보더니 얼른 옆에 두었던 가운을 입었다. “그런데 이름이 뭐지? 귀족이면 당연히 성이 있겠지. 평민들에게 하는 말 꼬락서니를 보니 높은 계층인 것 같은데?” 은근히 뜸을 들이며 이름을 가르쳐 달라고 하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그들은 자신의 이름이 유명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잘 들어둬라. 난 알퐁스 레이캬비크라고 하고 여자 분은 세비아 스파이스 라고 한다.” 그 이름을 듣고 뭔가 알았다는 듯이 체념하는 스파크와는 달리 나는 우쭐해 있는 그들의 기분을 넉다운 시켰다. “뭐야? 성이 틀리잖아. 난 또 부부인줄 알았는데....혹시 불장난?”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깜빡거리며 말하자 그들은 꿀 먹은 벙어리같이 말을 하지 못했다. “귀족사회에선 뭐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니까 그건 빼고 빨리 소녀를 다치게 했으니 거기에 따른 환자의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인 치료비를 배상해야지. 그렇기 싫으면 혼수상태에 놓인 소녀를 살려내던지.” 빨랑빨랑 일을 해결하고 싶어서 귀족이라는 그 남자와 여자에게 말했다. 나의 논리정연한 말을 듣고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바라보았다. “우린 아까 말했듯이 그런 것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남고 남는 게 바로 평민들이니까.” 별로 설득력 없는 말을 하며 여자가 고소를 머금었다. “이렇게 되면 하는 수 없지. 실력행사를 하는 수 밖에!! 스파크는 여자를 맡아.”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여자는 검을 들고 스파크를 공격했고 남자는 단도를 던졌다. 스파크가 그런대로 잘 싸우자 나도 내 것에(?) 힘을 다하기 위해 의자를 부러뜨리고 파편을 잡고 막았다. 그러다가 그것도 귀찮아진 난 의자의 파편들에 약간의 기를 주입시켜 던졌다. 한 참후...... “평민도 인간이고 귀족도 인간이다. 고로 인간은 평등하다. 물론 실력 면에서는 차등을 두는 건 당연하지. 하지만 너희는 실력도 개떡이고 말 또한 막나가고 예의도 배우지 않은 무지렁이와 같은 평민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하나에 인간, 둘에 평등을 외친다. 실시” 귀족이라고 뻐기며 나에게 대들다가 현재 그들은 내 앞에서 알아서 기고 있었다. “하나” “인간” “둘” “평등” “귀찮다. 자동” “인간 평등, 인간 평등.......” 스파크와 나에게 제압당한 여자와 남자는 무릎이 꿀린 상태에서도 개기다가 나의 고문법 제 1조에 의거한 엎드려 뻗혀를 하고 있었다. 여자도 검술을 약간 배웠는지 스파크와 비등하게 싸우다가 체력에서 뒤져 검을 놓쳤고, 남자는 내가 던진 의자의 파편들에 의해 입고 있던 가운이 맞는 바람에 벽에 ‘턱’ 하니 날아가 강력본드를 붙인 것 같이 움직이지 못했다. 꼭 다트 판을 보는 것처럼....한참을 열심히 구호를 외치던 여자가 먼저 지쳤는지 쓰러졌다. 그리고 뒤이어 남자도 쓰러졌다. 가픈 숨을 몰아쉬고 있는 그들에게 약간의 쉬는 시간을 주고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소녀를 치료할 수 있지? 그러니까 다치게 했을 거야.” 이젠 보상은 필요 없으니 무조건 치료하라는 말에 그들은 도리도리를 하려다가 내 올라가는 입 꼬리를 보며 재빨리 끄덕였다. “좋아! 그럼 안내해.” 아직도 상황에 적응이 안 된 스파크는 귀족이라는 작자들이 나에게 엄청난 육체적인 고문을 당한 것을 보고 웃음을 짓다가 안내하라는 말에 방문을 나섰다. “아직도 멀었냐?” 스파크가 앞장을 서고 두 남녀가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내가 뒤에 서서 걷고 있었다. “이제 다 와가니까 보채지 좀 마라.” 내 얼굴을 구기는데 한몫한 스파크는 변두리를 돌아 돌아 미로 같은 길을 따라 뒷골목을 걸어가고 있었다. 큰 길은 꽃들로 만발한데 이곳은 쓰레기와 오물이 만발했다. 엄청난 고약한 악취에 두 남녀는 코를 막고 눈을 찌푸리며 묵묵히 걸어갔다. 더구나 아직 밤이었기에 주변이 컴컴해서 잘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들은 뭉클뭉클한 그 무엇이라 설명하기 어려운것들을 밟고 가야만 했다. 난 굳이 그런것들을 밟지 않았지만. “다 왔어. 여기야! 누추하지만 들어와.” 한쪽 구석에 있는 문도 아닌 그저 판자때기를 세워둔 곳 같은 곳을 가리키며 문 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판자를 걷어냈다. 바깥의 엄청난 환경과는 달리 안은 좁지만 그럭저럭 깨끗했다. 그리고 한쪽 바닥에는 하얀 붕대를 머리에 싸맨 작은 소녀가 누워있었는데 피가 붕대에 스며들어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내 동생이야. 정말로 착한....예전 같으면 뛰어나와서 반겼을 테지만 지금은....” 조심스럽게 동생의 이마를 한번 만져주면서 귀족 남녀를 바라보았다. 니들이 이렇게 했으니 책임을 지라는 식으로. “우린 검을 다룰 줄 알지 치료는 못해. 미안하다.” 콧대 높기로 소문난 귀족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와서 스파크는 약간 놀랐지만 지금은 계속 놀라고만 있지 못했다. 소녀가 혼수상태에서 헛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엄마를 연신 외치는 동생을 곁에 두고도 어찌할 줄 모르는 그에게 알퐁스라는 남자가 금화를 꺼내서 주었다. “미안하다. 세비아가 한 일이지만 내가 사과를 하마. 지금 세비아도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그 돈이면 의사나 마법사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평민들의 삶을 보며 진정 참회를 하는지 알퐁스 레이캬비크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세비아도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그런다고 하스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니 일어나십시오.” 스파크가 일어나길 권하니 그들도 천천히 일어나서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는듯했다. “우리가 아는 마법사가 있지만 지금 수도에 있어서.....” 세비아는 하스의 피로 물든 머리를 만지며 울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흐흐흑” 울고 있는 세비아에게 그 애인인 듯한 알퐁스가 어깨를 잡아주었다. “이봐 그렇게 울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돼? 그래도 아까보단 낫군. 허영으로 똘똘 뭉친 귀족에서 잠시나마 평민의 생활상을 보니 많은 것을 배웠겠지?” 내 말에 귀족 남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스파크와 너희들에게 선물한가지씩 주지. 너희들한테 주는 선물은 죄책감이 않을게 되는 것, 그리고 스파크에게 주는 선물은 가장 고귀한 것.” 그들은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이해하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해 있었다. “비켜 봐. 언제까지 청승떨며 있을래? 그런다고 하스가 깨어나니? 빨랑 비켜.” 하스 곁에 가만히 앉아있는 스파크를 한쪽으로 밀어붙이자 약간 화가 났는지 발끈하려는 기미가 보였다. “헛소리까지 하니 상태가 심히 안 좋군. 어떻게 한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가지 생각이 나서 곧 실천에 옮겼다. “하이 힐링” 치료마법인 힐링보다 한 차원 강화된 마법인데 이것을 시전하려면 최소한 5클래스 급의 마법사만이 할 수 있었다. 약간 마나가 많이 들지만 그 효과는 만점이다. 전에 내가 아틴이 놀리자 칼침한방 놔주고 이것을 하자 순식간에 상처가 치유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주지 않아도 자기가 알아서 치유하겠지만 내 양심상 해준 것뿐이다. 하얀빛이 하스의 머리로 계속 스며들어갔다. 정말로 심각하게 다쳤는지 내 마나를 무지 잡아먹고 있어서 그만두고 싶었지만 이미 내가 말했으므로 할 수밖에 없었다.(으윽~거의 모든 능력을 봉인시켰는데, 봉인된 상태에서 마법을 쓰니 죽을 맛이군!) 그리고 볼크라인 아저씨네 딸의 이름과 똑같다는 것이 많이 작용했다. “너,너 뭐하고 있어? 얼른 손 안 때?” 하얀빛이 하스의 머리로 스며들어가자 마법을 처음 본 스파크는 내게 달려와서 말리려고 하다가 알퐁스와 세비아에 저지되어서 울상만 지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가 그들의 말에 온순해졌다. “지금 마법을 시전하고 있는 거야. 니 동생을 치료하고 있는데 건드리면 스프도 스튜도 안 된다고! 그러니까 자중해. 저 분이 하고 있는 마법은 마나가 많이 소모되어서 잘못하면 자신의 생명력까지 잡아먹는데 네가 계속 시끄럽게 굴면 정신 집중이 안돼서 니 동생뿐만 아니라 저 분도 위험해.” 알퐁스의 말에 스파크는 놀랍다는 눈빛을 하고 아까한거에 대한 사과를 하려는지 말을 열려고 하다가 세비아가 손바닥으로 입을 막아서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한참 후 하얀빛이 스며드는 것이 점점 멈추었고 마침내 완전히 스며들었다. 마나의 소모가 많은 마법을 쓰고도 멀쩡하면 마법에 대한 지식이 있는 두 남녀가 의심할 것 같아서 하스의 붕대를 풀고 상처를 본 다음에 기절한 척 했다. “루나~괜찮아? 루나아아아~” 쓰러진 나를 자신의 동생 옆에 눕히고 동생을 살펴보았다. 출혈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는데 지금은 출혈도 없을뿐더러 조그만 흉터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끔히 치유가 되었기에 스파크는 하스를 붙잡고 울고 있다가 자신을 도와준 날 쳐다보나 시선이 느껴졌다. “이야~~대단한데? 이름이 루나 라고 했던가? 복면을 써서 얼굴을 보지 못하지만 호감이 가는 분인데. 전에 한 마법사가 하이 힐링이라는 마법을 하다가 자신도 환자와 같이 죽는걸 봤는데.....완벽해. 저런 분이 왕실에 있으면 좋을 건데.” “그러게!! 타인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려고 하는 것, 정말 감동적이야.” 알퐁스와 세비아가 찬탄을 하고 있을 쯤에 스파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스! 정신이 드니?” 하스가 눈을 떴나 스파크는 호들갑스럽게 굴었다. “오빠.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왜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고 있어?” 자신을 부여잡고 좋아라하는 스파크에게 말하자 스파크는 입을 열었다. “너 낮에 있었던 일이 생각 않나니?” 스파크의 질문에 하스는 기억을 더듬어 가는 듯이 끊어지는 말을 했다. “그러니까 꽃 팔러 나갔다가 한 여자한테 밀쳐졌고, 다음에 생각이 안나.” 여기까지 말하자 스파크는 그 뒷얘기를 동생에게 말해주었다. “그럼 옆에 복면을 하고 누워있는 언니가 내 은인이야?” 하스의 말에 스파크는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원치 않는 것이 행해진 것을 묵묵히 참고 있어야 했다. 하스가 내 복면을 벗겼기에...... “우와~이쁜 언니다. 이렇게 이쁜 언니는 처음 봐.” 내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자신의 얼굴도 만져보는 듯 했다. “같은 여자인 제가 반할 것 같은데요.” 세비아는 웃음기가 있는 소리로 말했고 알퐁스도 동의를 했다. “미인에다가 마검사이다니, 대단한데.” 여전히 내 칭찬을 해대는 통에 내가 일어날 기회를 뺏겨버렸다. 그렇게 눈감고 있는 척 하다가 눈에 한줄기의 뭔가가 쏘아지는 것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아침인지 어두운 뒷골목에 한줌의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다가 갑자기 햇빛이 보이자 찡그리면서 초점을 맞추자 나를 보고 있는 2남 2녀를 볼 수 있었다. “뭘 그렇게 보는 거지? 그리고 복면이 벗겨졌잖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는 식으로 말하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게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큰 소리를 내자 그들은 몸을 들썩이며 멍하던 눈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너 밝은 곳에서 보니 엄청 이쁘다.” 스파크가 약간 얼굴을 붉히고 말하자 난 대수롭지 않은 듯이 ‘그러냐?’ 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에 묻은 먼지들을 손으로 일일이 털어냈다. 한번 털 때마다 먼지들이 사방으로 날렸다. “언니 언니~” 완전히 먼지를 털어낸 내 옷자락을 잡으며 말하는 소녀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보자 소녀는 약간 머뭇거리며 말했다. “언니가 날 살려줬다는 것 다 들었어요.” “그래서?” 날 붙잡으며 말하는 소녀를 빤히 쳐다보며 묻자 소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빠하고 결혼해서 나하고 같이 살자.” 그 한마디에 난 약간의 충격을 먹고 벙어리가 됐으니 안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은 보지 안 해도 뻔했다. 모두들 먼지가 입으로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입을 벌리며 눈을 크게 뜨고는 그대로 굳어버렸으니까. “난 여행을 하고 있어서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없어. 미안하구나.” 하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하스는 울상을 지으며 마지못해 끄덕였다. “그럼 저희가 스카웃해도 사양하실 겁니까?” 내게 약간의 고통을 맞본 후로 존대를 하는 그들에게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지금이 몇 시 정도?” 조그만 창으로 스며든 햇빛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묻자 스파크 왈 “창문 틈으로 햇빛이 비치니까 한 9시쯤일 것 같은데.” 대수롭지 않게 하는 말에 난 무너지기 시작했다. “뭐라고오? 9시? 으아아악~~난 죽었다.” 스파크의 집 대문 역할을 하던 판자를 걷어차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안에 있던 인간들은 모두 뭔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지만 그때 판자가 없어진 틈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그들에게 난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나 봤다고 아는 체 하지 마. 그리고 어디서 보던지 모른척해. 알았지? 그래야 내가 살수 있거든.” 그들은 내가 주먹을 약간 꼬나 쥐고 말하자 영문을 모른 채 끄덕이고만 있는 듯 했지만 지금 내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서 그들의 행동을 보고 밖으로 나와서 여관으로 뛰려다가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길을 헤맬 것 같아서. “워프” 아무도 안 볼 때 간단하게 마법을 써서 내가 자던 방으로 이동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한 나에게 하얀 무언가가 내게 달려든 것을 보고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8 2937 5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3 “블랑슈?? 너 뭐하는 짓거리냐? 언제 왔니?” “1시간 전쯤에.” 블랑슈에게 물어보는 말에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리자 의아해진 난 블랑슈를 들여다보았다. 혼자 자겠다는 고집을 부리고 덤으로 블랑슈까지 엄마와 리디에게 맡겼는데 그 블랑슈가 내 방에 있고, 또 말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처음엔 그저 어리둥절해 했지만 시간이 쬐금 흐른 후에야 방안의 배경은 무지 화려했지만 퍼트려져 있는 기운이 살벌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헉! 내 얼굴에 뭐 묻었어.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는 건데? 너무 일찍 일어나서 산책 좀 하고 온다는 것이 쬠 늦었지? 미안해. 그나저나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고픈데 내려가도록 하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뺑소니를 치는 나를 보고 일행들도 따라왔다. “우리가 왜 루나 방에 갔었지?” “그거야 루나가 늦게 일어나서 깨우러 간 것을 몰랐어요. 엄마?” “그래서 루나가 방에 없다는 것을 알고 기다리기로 했었습니다. 미르나이님” “맞아요! 계속 기다려도 루나님께서 안 들어오셔서 혼내주자고 했잖아요.” “그런데 마침 루나가 들어왔고......” “배고프다고 나가는 바람에 따라가는 것입니다. 루나 어머님” “그런데 우리가 왜 딸을 따라가는지 이해 가니?” 내가 나가자 같이 나오면서 엄마와 오빠 그리고 블루, 리디, 가브, 필라르가 하는 얘기를 들으며 난 속으로 씨익 웃었다. 그들이 내게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도록 내가 선수를 쳐서 말하고 당당히 식당으로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말하는 것을 허용했다면 아마 난 그 자리에서 6명의 말을 돌아가면서 들으며 가만히 속죄하는 양 같이 온순하게 있어야만 하는 엄청난 고문을 당하기 때문이다. “앗! 저기 자리가 있다.” 그들은 아직도 나를 따라온 것을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내가 소리를 지르자 현실로 와서 내가 앉은 곳으로부터 삥~~둘러앉았다. 그리고 어제 미리 주문해 두었던 식사가 나오기만 기다렸다. “여기서 내가 중대 발표를 하나 하지.” 둘러 앉아 있는 일행들의 시선이 다 내게 모이도록 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나 지금부터 이름 바꿀래.” “뭐어?” 내 한마디에 따라오는 육구동성에 검지 손가락으로 두 귀를 막고 고막이 다치지 않게 예방조치를 취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야? 난 흔한 이름은 싫다구. 그러니까 이름 바꿀래.”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나만 응시하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그러니까....웅~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엄마 딸이 된 기념으로 엄마가 지어줘. 앞으로 그 이름으로 할래.”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멍하니 있다가 이름을 지어달라는 말에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했다. “이제 보니 내가 루나에게 아니 딸에게 선물을 주지 않았구나? 그럼 내 딸이 된 선물로 이름을 미스티...그래!! 미스티 라고 하는거 어때? 흔하지 않는 이름이잖아? 나한테 딸이 생기면 꼭 지어주고 싶었거든.” 이름만 말하면 될 거 가지고 엄청 길게 늘여서 말하며 엄마는 나를 보석 상자를 안 듯이 꼭 안아주었다. “미스티” “네!! 엄마” 그렇게 우린 똑같은 말만 되풀이 했고 나머지 따식이와 따순이는 질린 듯이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마침 식사가 도착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와 엄마는 계속 지그시 바라보며 그짓을 했을지도.... “그런데 에어라이까지 얼마나 걸려? 냠냠 쩝쩝!”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는데 오늘은 왠 일로 약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 일행들을 보며 여전히 먹고 삼키는 작업을 하는 도중에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4일” 필라르와 엄마 그리고 오빠와 블루가 같이 소리를 냈다. “엥? 4일 씩이나 걸려? 난 하루 거리인줄 알았는데 그동안 열심히 와서 근처에 있는줄 알았는데, 이놈의 제국은 왜 이렇게 넓은 겨~~” 머리를 쥐어뜯는 동안에도 내 입에는 먹을 것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왔던 길을 생각해 보면 짧은 거리 아니니? 에어라이에는 볼거리가 많으니 그 정도 수고쯤은 당연하지.” 엄청 많이 알고 있다는 티를 팍팍 내며 엄마가 씨익 웃으며 허리를 뻣뻣이 세웠다. “그곳에는 진짜 볼거리가 많으니 너도 가보면 놀랄걸?” 나는 이미 가보았다네 하는 듯한 투로 말하는 블루가 스프를 한입 삼켰다. “엄마와 블루님의 말에 내가 보증을 서지.” 과일을 한입 베어 물며 미르 오빠가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리 볼거리가 많다고 하지만 난....별로 가고 싶지 않군.” 이제 평소의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필라르의 목소리는 진짜로 가기 싫은데 너희들 때문에 억지로 끌려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럼 난 외출을 아,아니 기다릴게. 그러니까 천천히 먹어.” 나 혼자 놀러가려다가 일행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일어나려다가 엉거주춤 다시 앉아서 할일 없이 손가락으로 테이블만 ‘탁탁’ 두드리고만 있고만 있었다. 그것도 하기 싫어진 난 손을 뒤로 넘겨 깍지를 낀채 뒷통수에 대고 등받이 의자에 기대앉아 천장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뭔 놈의 식사를 그렇게 늦게 하는 거야? 짜증 나~늦게 나와서 다른 거 못 보면 책임질 거야?” 일행들은 내가 다시 앉자 천천히 아~~주~~천천히 먹으며 덤으로 차까지 한잔씩 마시며 약 3시간을 잡아먹어서 지금은 12시...그러니까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버렸지만 난 점심을 포기하고 일행들과 같이 밖으로 나오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너무 그러지 마. 빨리 먹은 니가 죄지, 누가 그렇게 빨리 먹으래? 다른 사람 같았으면 진작 체했을 거야.” 살살 달래려는지 아니면 약을 올리려는지 분간이 가지 않는 말을 하며 필라르는 여기저기 안내를 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일행 중에 필라르를 제외하고도 이곳을 알고 있는 드래곤이 세 마리가 있었지만 그들은 그저 필라르만 쫒아가고 있었다. “저기가 꽃의 공원이라고 할 수 있지. 저기를 봐. 이쁘지?” 필라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나무도 풀도 모두 꽃을 피우고 있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이 한 몸 희생하며 기쁜(?) 마음으로 추천해 주고 싶을 정도로 징~~하게 많았다. “이햐~진짜로 많다. 이렇게 많은 꽃들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혼자 신이난 리디는 이리저리 폴짝폴짝 뛰며 꽃의 꿀을 마시러 다니는 나비를 쫒아 다니기도 하고, 알록달록 예쁜 꽃들의 향기를 맡으며 좋아했다. “저거 진짜 드래곤 맞을까?” 내 말에 일행들은 혀를 내 둘렀고 리디는 내 말에 꽃의 향기를 맡기 위해 취했던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굳었다가 몸을 꼿꼿이 세우며 필라르를 보고 말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다른곳을 안내해라.” 나하고 다닌 티를 내듯이 안면몰수하고 철을 몇 번 담금질해서 빼낸 반질반질 거리는 철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하는 리디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그동안 루나 아니 미스티하고 다녀서 옮은 것 같은데? 드래곤 망신 다 시키고 있군.” 블루의 말에 엄마와 오빠가 도끼눈을 뜨고 바라봤고 가브는 한 쪽에서 조용히 끄덕이고 있었다. 허나 내가 누군가? 리디를 저렇게 만든 원조 중에 원조! 블루의 시선을 무시하고 리디와 같이 필라르를 따라 갔다. “저거는 여기에 있는 꽃나무 중에 제일로 나이를 많이 먹은 나무로 파바로아 라고 하지. 아마 이곳 아니 대륙에서도 이런 파바로아는 없을 거야.” 우리의 정면이 있는 파바로아 나무의 둘레가 장난이 아니었다. 수십 명의 장정들이 와서 두 팔을 벌리고 잡으면 겨우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무지 컸다. 아니 둘레만 컸다. 높이는 둘레에 비해 별로 크지 않았다. 높이가 4~5미터 정도로 옆으로만 퍼질대로 퍼진 나무의 비만이란 이런것임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는 듯한 나무였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들은 것 같군요. 이 세상에서 제일 큰 파바로아는 바로 제국의 로즈시에 있는 파바로아 라는 것을.” 역시 엘프라서 이런 쪽으로는 잘 돌아가는지 아는 것도 많았다. 나이가 한 1500살 이라는 둥, 꽃은 백년에 한번 핀다는 둥의 얘기를 하는 엘프를 보는 필라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그래? 백년에 한번씩 피면 재수 없으면 일생동안 보지도 못하겠네. 근데 언제 피는 거야? 몇 년 전에 폈어?” 이곳 사정에 밝은 필라르를 쳐다보며 말하자 뭔가 계산을 하는 듯이 손가락을 하나씩 하나씩 폈다가 오므리는 동작을 반복하더니 마침내 계산이 끝났는지 입을 열었다. “음...약 138년이 되었어. 그전까지만 해도 폈는데 이상하게도 38년 전부터 꽃이 피지 않았어. 물론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신께서 노하셔서 그랬대. 인간의 더러움을 보고 화가 나셔서 꽃이 피지 않았다고 했어. 한편으론 이 나무가 수명을 다해서 곧 죽는다는 설이 있었고...” 필라르의 말을 듣고 나도 곰곰이 생각을 해봤지만 인간세계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없었으므로 가만히 있었다. 여전히 파바로아 나무의 규모만 넋놓고 보고 있는 일행들을 두고 오후의 햇살을 피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파바로아 나무의 뿌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가 누군가의 놀라는 소리에 퍼뜩 눈을 떴다. “엥? 이게 어찌된 일이지? 어떻게........” 잠깐 눈을 감는 순간에 파바로아 나무가 꽃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꽃눈이 생겨서 활짝 피어 있었다. 꽃잎은 전체적으로 은빛이 서려있는 다섯장인데 각각 그 색이 틀리게 보였다. 퍼플 실버, 바이올렛 실버, 엘로우 실버, 블루 실버, 그린 실버를 지닌 오색빛의 꽃들이 하나씩 피어나서 근처 있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옮기지도 못하고 그대로 얼어붙은 듯이 서있기만 했다. 그리고 일행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이 입만 벌리고 있었다. “진짜로 이쁘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피었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백년에 한번씩 피는 꽃인데,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꽃이므로 계속 쳐다보았다. 한꺼번에 피었던 파바로아의 오색 꽃은 필 때처럼 한꺼번에 낙화하기 시작했다. 모든 인간들은 나무의 사정권 밖에 있었고 일행들 또한 사정권 밖에 있었으므로(내가 약간 쉬고 있을 때 다른 곳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 혼자 꽃비를 맞고 있었다. “예쁘다. 꼭 아이비(드래곤 로드의 애칭! 본 이름은 아이비스크) 머리카락을 보는거 같아.” 누구도 들리지 않게 작게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꽃잎에 시선을 두었다. 한순간에 피었다가 한순간에 지는 파바로아!! 신비해보였다. 그리고 꽃잎 속에 묻혀 있는 나도 신비해 보였는지 꽃이 낙화하고 나서도 일행들과 그 외의 사람들은 계속 나를 쳐다보았다. 낙화한 꽃이 쥐도 새도 모르게 다 사라졌지만 놀랍게도 내 머리와 옷에 묻어 있는 꽃잎들은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내 머리칼이 예전의 것 같이 빛이 나고 있었다.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있던 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일어나서 묻어있던 꽃잎을 탈탈 털었다. 내 머리에서 떨어진 꽃잎들은 땅에 닿자 한순간에 이슬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미스티이이이~~” 내 이름을 부르며 일행들이 다가 왔다. “왜? 왜 그래?” 내게 다가온 엄마와 오빠를 제외한 놈들은 가만히 있었고 제외하지 않은 드래곤은 내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아무 이상은 없는데.....” “그렇죠? 이상하네, 파바로아 꽃은 개화해서 떨어지면서 무언가에 닿게 되면 그대로 사라지는데 왜 미스티한테만은 그러지 않았죠?” 엄마와 오빠의 말을 듣고 오히려 내가 궁금했다. 떨어지면 사라지는데 왜 나한테 떨어진 꽃잎들은 사라지지 않았는지, 아직도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은 꽃잎을 블루가 떼어내자 사라져 버렸다. “이상하네!! 내가 만지면 아무 이상 없는데.” 내 몸에 붙어있는 꽃잎을 두 손가락으로 들어올리자 사라져야 할 꽃잎은 더 밝은 빛을 내며 존재하고 있었다. “헉!!” 그 모습을 보고 필라르 혼자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꼼짝 않고 있었다. “왜 그러냐? 뭐 잘못 먹었냐?” 숨넘어가는 필라르를 한번 흘겨 보고 나서 신기한 파바로아 꽃잎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게 한 다음에 내가 특별히 마련해 둔 이 공간으로 보냈다.(넘 이쁘니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이공간은 바닥이란 개념이 없었으니까 떨어져서 없어지는 불상사는 없었다. 파바로아 꽃잎을 어느 정도 챙긴 다음에 필라르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나한테도 하나 주면 안 될까? 파바로아 꽃잎을 특별히 보관할 수 있는 상자가 나한테 있거든, 내가 만지면 사라지니까 니가 하나만 집어줘.” 언제 준비한지 모를 거무튀튀한 조그만 상자를 내미는 필라르를 외면할 수 없어서 바지에 묻어있는 꽃잎 대여섯 장을 집어서 상자 안에 넣어 주었다. 그러자 필라르는 그것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두 손으로 꼬옥 껴안았다. 이상한 놈? “그럼 가던 길을 가도록 하지.” 파바로아 꽃잎 사건으로 아무도 움직이려 하지 않아서 내가 앞장을 서서 걸어갔다. “미스티, 길은 아니?” 오빠의 질문에 난 코웃음을 치고 말했다. “흥! 당연히 모르지 알 것 같아? 안내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당당하게 말하는 나를 보고 아까 블루가 한 말을 상기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옆에 섰다. “우선 해가 저물고 있으니 여관으로 들어가자.” 여관이 있는 쪽으로 길을 잡고 가는 오빠를 보고 그것도 안내하는 거냐는 식으로 쳐다보자 헛기침을 하면서 시선을 회피해버렸다. “흠흠!! 우선은 정신 못 차리는 우리의 가이드를 모셔야 할 것 같은데?” 블루의 말에 그제서야 뒤쪽을 쳐다보자 필라르는 상자를 안고 가만히 서있었다. 그리고 가브가 블루의 눈짓에 필라르의 이쁘디 이쁜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려서 둘러매고 우리의 뒤를 따라왔다.(저거 진짜로 엘프 맞아? 혹시 무늬만 엘프?)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9 2925 4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4 바르실미르 왕국에서 제국으로 뛰어가고 있다. 초스피드로~내 생전 이렇게 빨리 뛰어보기는 처음이었다. 단지 루나가 제국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그 한마디에 왜 내가 이렇게 혹사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난 제국엔 가기 싫은데!! 가기 싫다는 표정이 들어났나 일행들이 달려들면서 물어보았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 루나말대로 빚을 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그곳에 가면 누군가에게 잡혀서 다시는 여행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런 것이다. 국경을 무사히 넘고 마을에서 조금 쉰 다음 다시 말을 타고 달렸다. 모두들 눈빛이 살짝 맛이 간 듯 했지만 우리의 잠팅이 루나만은 멀쩡했다. 몸은 피곤에 쩔어있는 듯한데 눈빛만은 번쩍번쩍 거리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기 때문이다. “뭔 놈의 땅덩이가 이렇게 커~확 반쯤 부셔버릴까보다.” 넓은 영토를 가진 제국이니까 당연히 수도로 갈려면 아직도 멀었지. 그리고 누가 제국을 부셔 버릴 수 있겠어? 하고 말하려는 순간!! “루나님~제가 나중에 쪼금만 더 크면 제국을 반쯤 날려 버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디아님이라면 충분히 가망성이 있었다. 지금은 아직 어린 드래곤이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세지니까 후에 진짜로 부셔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루나의 허락이 있어야 하겠지만. “으휴~~내가 말을 말아야지. 리디야! 그런다고 제국을 날려버리려는 생각은 접어라. 만약에 니가 그딴 짓 하면 사람들이 너를 잡으려고 몰려들걸? 전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그냥 조용히 살아라.” 내 생각대로 루나는 그리디아님을 혼냈다. 마스터가 하지 말라는데 안해야지 괜히 했다가 루나한테 혼날 가망성이 다분히 많이 있으니까.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잠시 후 노숙으로 찌들어있는 우리 앞에 커다란 도시가 우뚝 서있었다. “이 도시는 로즈라는 도시야. 장미가 아주 많이 생산되어 이름이 이렇게 붙여졌지. 꽃을 생산해서 팔기 때문에 수입이 짭짤하다고 들었어.” 예전에 몇 번 가본 곳이므로 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여행을 다녔으니 아이나스 대륙에서 안 가본 곳은 손으로 꼽으라면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필라르는 진짜로 모르는 게 없다. 생각해봐. 높은 산에서부터 지금까지 물어본 우리의 말에 확신을 가지고 말한 것을, 너 정말로 여행가 맞냐? 단순한 여행가는 아닌 읍...” 한번씩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루나의 질문에 난 그녀의 입술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헛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하하, 난 태어나면서부터 돌아다녀서 그래~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래! 하지만 이제 이렇게 훌륭한 동료들을 두어 기뻐. 하하하” 지어서 하는 말은 내 주 특기가 아니니(물론 어릴 적부터 여행을 했다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들어도 약간이 아니라 많이 어색해 보였다. 진작에 화술이라도 배워둘것을... “그거까지는 좋은데 루나 입에서 손이나 치우시지 그래?” 시스터 콤플렉스 덩어리인 카인의 말에 난 루나의 입에서 손을 치웠다. 카인의 저런 눈빛은 무서우니까. 특히 자신의 동생인 루나와 관계된 일이라면 눈에 불을 킨다.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많이 보아온 난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 전에 행동한 것이다. “팻팻. 우~짜라. 너 손은 씻고 다니냐?” 침을 뱉으면서 입술을 소매 자락으로 쓰윽 닦고는 입을 쭈욱 내밀고 하는 말에 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이제껏 안 씻었는데. 어떻게 알았어? 일년에 한번쯤은 씻나?” 이 말을 들으면 다시 이와 똑같은 형식의 질문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른 방향의 질문이 들어왔다. “그건 그렇고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하도록 하지. 불우한 시절을 보냈다는 인간이 어떻게 소드 마스터가 될 수 있었어? 동작을 보니 기사들의 몸놀림에 여행을 하면서 쌓여온 몸놀림이 섞인 것 같은데, 더구나 제국 인증서까지 가지고 있으면 말 다한 거 아냐?” 루나의 사악한 미소와 질문에 걸려들면 안 되니 난 억지로 못들은 척하며 휘파람만 불었다. 루나가 말하고 있는 동안에 루나의 입을 손으로 막아 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으나 참았다. 카인 녀석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라. 니 출생 신분을 밝히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까.” 다행이다! 큰 문제는 넘어갔다. 어찌 보면 꼬치꼬치 캐묻는 보통 여자들과는 달리 루나는 맺고 끊음이 분명한 남자같이 행동을 하였다. 카인과 너무 오래 다녀서 물이 들었나? “루나님~우리 밖에 나가 봐요.” 다른 사람한테는 엄청 쌀쌀하게 대하면서도 루나의 앞에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블랑슈 같았다. 그 모습이 귀여웠지만 내가 이 말을 하면 난 아마도 지금쯤이면 하늘나라에서 헤엄을 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디아! 지금은 저녁이니 내일이나 보러 가는게 좋을 거야. 생각해봐. 루나는 지금도 잘 생각밖에 없을걸?” “네에.” 다른 사람 앞에서 쌀쌀하다는 건 취소한다. 일행들 중에 나와 가브리엘을 제외한 모든 이들에게는 엄청 공손하게 행동한다. 왜 그러지? 그린 드래곤이신 그리디아님이 꿀릴게 뭐가 있어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루나와 카인 그리고 미르나이님께 공손하게 구는 건 이해한다. 마스터인 루나의 가족이니까! 근데 왜 블루에게 저렇게 대하는지 이해불능이다. 그리고 왜 또 가브리엘에게는 평어를 쓰는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나도 더는 물으면 안 되기 때문에 관뒀다. 루나가 나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지 않았으니 이쪽에서도 가만히 찌그러져 있는 게 상책이니까. “그럼 여기서 해산하고 내일 아침에 식당에서 보자고.” 루나의 말을 끝으로 난 블루와 같은 침실을 사용하게 되었다. 저 푸른빛을 머금은 머리카락은 언제 봐도 신기하였다. 일반인들에겐 잘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색이었다. 물론 아예 안 나타 난다는 건 아니다. 간혹 나타난다. 그리고 블루 드래곤이란 종족도 유희를 다닐 때는 푸른 머리카락을 한다. 하지만 블루가 블루 드래곤이란 생각은 이미 저쪽에다 쳐박아 둔지 오래이다. 항상 루나와 미르나이님 앞에서는 알아서 기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블루는 마법사니까 머리카락 색은 자기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거잖아. 나만의 생각에 잠기다가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 햇살에 의해 눈을 뜬 난 깨끗이 씻은 후 아직도 자고 있는 블루를 깨우고 옆방으로 건너갔다. 카인 녀석과 가브리엘은 이미 일어나서 나만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 오늘도 일찍 일어났네?” 여행을 하는 동안 가브리엘이 늦잠 자는 꼴을 보지 못했다. 항상 일찍 일어나서 일행들을 깨우는 게 그 녀석의 몫이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나도 일찍 일어나서 녀석들을 깨우려고 했더니만 실패하고 말았다. “일찍 일어나서 불만 있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호감을 일으킬 수 있도록 만드는 목소리에 난 피식 웃으며 설레설레 저었다. 그렇게 세 녀석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여기에......루나가 없잖아? 대체 어디로 간 거야?” 미르나이님에 의해 방문의 한쪽이 폭싹 가라앉아버렸다. “그,그게 무슨 말인가요?” 블루의 말에 미르나이님은 고개를 홱 돌리고 말했다. 참고로 미르나이님은 항상 루나를 노리고 있는 듯한 블루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까.....이러저러해서.....없다 이거지.” 긴 설명을 들은 우리는 루나가 머물고 있던 침실로 가보았다. 아직까지 움크리며 자고 있어야 하는 루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어지럽혀진 침대 시트만이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것만을 유추 할 수 있게 해주었을 뿐이다. “루나님이 우릴 두고 혼자 떠나 버린 건 아니겠죠?” 울먹이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그리디아님의 말에 카인이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혼자 떠나진 않았다. 분명히! 여기엔 나와 엄마가 계시는데 왜 떠나리라 생각하느냐? 단지 어디 나간 거겠지.” 그리디아님을 안심시킨 후 우린 루나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블랑슈 녀석은 루나가 없으니까 불안한지 미르나이님의 품안에서 자꾸 벗어나려다가 한번씩 째림을 주면 잠잠해졌다. 잠시 후~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하자 블랑슈가 뛰어나갔고 곧 루나가 블랑슈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이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들의 무수히 많은 입을 간단히 막아버린 루나는 곧장 식당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진 우린 식당 안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관계로 큰 소리를 치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걸어가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였다. ‘자, 잠깐....아까 공간의 일그러짐 후에 루나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그거 혹시 공간 이동이라는 마법 아냐? 그럼 루나가 마법을 할줄 아나?’ 궁금한점을 물어보려고 입을 뻥끗하는 순간 갑자기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는 바람에 난 질문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녀를 다시 만나는 그 순간까지!! 미르나이님이 지어주신 이름! 미.스.티 신비감이 깃들어져 있어서 루나와 잘 맞는 듯 하였다. 하지만 우린 아무도 없는 상황에선 루나라고 불렀다. 루나라는 이름이 흔하다고 하지만 그 이름은 전혀 흔하지 않았다. 단지 루나 어클리어스 라는 소녀덕에 유명해졌지만. 식사를 빨리 마친 루나는 아직 식사가 끝나지 않는 우리를 기다리느라 온갖 짜증이란 짜증은 다 부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리요~먼저 먹은 사람이 죄지. 식사가 끝나자마자 루나의 채근에 일어나서 로즈시를 안내해줬다. 아직도 볼 것이 많았지만 식사가 늦게 끝난 이유로 다 돌아보지는 못했다. “저기가 꽃의 공원이라고 할 수 있지. 저기를 봐. 이쁘지?” 아직 가지는 않았지만 그 저택과 이 꽃의 공원은 로즈시에서 관광코스로 베스트 중에 베스트로 꼽히고 있었다. “이햐~진짜로 많다. 이렇게 많은 꽃들은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먼저 반응을 보인 사람이 아니라 드래곤은 그리디아님이셨다. 높은 산에서만 처박혀(?) 살아서 그런지 촌티가 좌르르르 흘렀지만 차마 입 밖으로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난 아직 창창한 나이에 하늘 나라에 신고식 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저거 진짜 드래곤 맞을까?” 내 머릿속에서만 나돌아 다니고 있는 말을 루나가 대신 말하자 다른 일행들은 혀를 내둘렀고, 그리디아님은 데이지 꽃 향기를 맡으며 그 자리에서 잠시 굳은 듯 가만히 계시다가 몸을 빳빳히 세우고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뭘 하고 있는 거지? 다른 곳을 안내해라.” 그래! 이중에서 그리디아님한테 제일로 만만한게 나밖에 없겠지. 얼굴에 드래곤 비늘로 감싸고 있는 거 보니(이제 보니 원래 그리디아님은 드래곤이니까 얼굴이 비늘로 감싸져 있지.) 딱 루나하고 많이 다닌 티를 낸다니깐. 차마 그런 말을 또 하지 못하고 그냥 그리디아님의 길 안내를 하고 있는 동안 뒤쪽에서 아주 속 시원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떡하지? 그동안 루나 아니 미스티하고 다녀서 옮은 것 같은데? 드래곤 망신 다 시키고 있군.” 그 다음 상황은 뒤를 쳐다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뻔했다. 분명 카인하고 미르나이님의 앞에서 쫄아 아무 말도 못하는 블루를 금방 상상할 수 있었다. “저거는 여기에 있는 꽃나무 중에 제일로 나이를 많이 먹은 나무로 파바로아 라고 하지. 아마 이곳 아니 대륙에서도 이런 파바로아는 없을 거야.” 어느새 그리디아님의 옆에 다가온 루나에게 난 친절하게 저 앞에 있는 파바로아라는 커다란 나무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들은 것 같군요.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는 바로 제국의 로즈에 있는 파바로아 라는 것을.” 대체 가브리엘이 살던 마을이 어디 길래 파바로아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거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가브리엘 녀석은 파바로아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다 끝냈는지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제껏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거지만 어떻게 보면 한없이 부드러운 듯 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차가움이 묻어 나와서 상대하기 어려운 녀석인 것 같았다. 꼭 어쩌다보면 하는말투나 행동이 인간과는 약간 이질적으로 느껴졌지만. “그래? 백년에 한번씩 피면 재수 없으면 일생동안 보지도 못하겠네? 근데 언제 피는 거야? 몇 년 전에 폈어?” 가브리엘 녀석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던 중 내게 질문을 던지고 나를 초롱이는 눈동자로 쳐다보는 루나를 보고 하는 수 없이 비상수단으로 손가락을 꺼내서 일일이 계산을 했다. 얼마나 힘든지 직접해보지 않는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음...약 138년이 되었어. 그전까지만 해도 폈는데 이상하게도 38년 전부터 꽃이 피지 않았어! 물론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신께서 노하셔서 그랬대. 인간의 더러움을 보고 화가 나셔서 꽃이 피지 않았다고 했어. 한편으론 이 나무가 수명을 다해서 곧 죽는다는 설이 있었고...” 내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는 동안에 루나는 파바로아 나무 그늘로 가더니만 뿌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 저 행동을 보아 분명히 내 말을 열심히 먹고 있다는 결론이 유도되어 나왔다. 따끔하게 뭐라고 하려고 루나에게 다가가는 찰나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 생애에 이것을 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138년 동안 피지 않던 파바로아 나무의 꽃이 루나가 뿌리에 기대자마자 개화를 한 것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이 광경을 봤는지 비명을 지르던지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 그 비명에 루나가 감은 눈을 떴다. “엥? 이게 어찌된 일이지? 어떻게........” 루나도 놀랐는지 눈을 땡그랗게 뜨고 파바로아 나무의 꽃이 개화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바로 아래에서! “진짜로 이쁘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피었지?” 의문을 표출하는 루나! 하지만 그 해답을 갈쳐줄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38년 전에 폈어야 할 꽃이 지금 핀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데 어느 누가 말해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지금 개화한 오색 찬연한 파바로아 꽃을 보기에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백년에 한번 피는 꽃은 138년 만에 피고 곧 그 자취를 감추려는 듯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가 꽃비를 내리게 만들었다. 그 꽃비를 루나는 바로 아래에 있는 관계로 싸그리 맞고 있었다. 혼자 꽃비를 죄다 맞은 루나의 머리카락은 오색빛 파바로아 꽃잎에 묻혀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원래의 머리빛이 그런 색인 것 같이 아주 잘 어울렸다. 꽃잎에 정신이 팔렸던 루나는 벌떡 일어나서 꽃잎을 탈탈 털어서 땅에 떨구었....털어? 그렇다면 앗!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분명 파바로아 꽃잎은 생물이나 무생물이든 닿는 순간에 이슬같이 사라져버리는 특별한 꽃인데 지금 루나의 몸과 머리카락엔 아주 많은 파바로아 꽃잎이 붙어서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미스티이이이~~” 놀란 건 나뿐이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도 놀랐는지 루나의 새 이름인 미스티를 부르며 뛰어갔다. “왜? 왜 그래?” 우리가 뛰어가자 놀란 듯한 루나는 의문형의 말을 하고는 가만히 우리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명분으로 미르나이님과 카인이 루나의 몸을 만지면서 상태를 점검하는 듯 하였다. “아무 이상은 없는데.....” “그렇죠? 이상하네, 파바로아 꽃은 개화해서 떨어지면서 무언가에 닿게 되면 그대로 사라지는데 왜 미스티한테만은 그러지 않았죠?” 두 모자의 말을 들었는지 루나가 더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때 블루가 루나에게 다가가 옷에 붙어 있는 파바로아 꽃잎을 떼자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는 듯 한 방울의 이슬로 사라져버렸다. “이상하네. 내가 만지면 아무 이상 없는데.” 루나도 신기한지 자신의 옷에 붙어있는 꽃잎을 집었는데 본래의 모양을 갖춘 채 그대로의 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는 듯 했다. “헉!!” 순간 난 헛바람을 들이켰다. 어릴 적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아버지께서 여행을 하면서 혹 파바로아 꽃잎을 받아올 수만 있으면 가지고 오라는 말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특별히 마법으로 만든 상자를 건네주면서!) 그러면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말까지 해주셨기 때문이다. 파바로아 꽃잎....돌아가신 어머니는 예전에 한 숲 속에서 파바로아 꽃이 개화한 것을 보시고 그 꽃에 매혹돼 파바로아 꽃을 다시 보길 원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안타까운 한숨만 내쉬면서 파바로아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준 게 생각이 났다.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파바로아 꽃잎을 아무렇지 않게 잡고 있는 루나를 보니 은근히 부러웠다. “왜 그러냐? 뭐 잘못 먹었냐?” 내 행동이 눈에 많이 띄었는지 루나는 내게 말을 걸었다. 근데 왜 하필이면 좋은 말은 다 놔두고 저런 말을 하느냐 말이야. 하지만 이번만은 내가 참아야지. “아,아니! 그냥. 그런데 나한테도 하나 주면 안 될까? 파바로아 꽃잎을 특별히 보관할 수 있는 상자가 나한테 있거든. 내가 만지면 사라지니까 니가 하나만 집어줘.” 부탁할게 있었기 때문이다. 말을 함과 동시에 아버지께서 주신 마법으로 만들어진 상자를 루나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루나는 아무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옷에 붙어있는 파바로아 꽃잎을 몇 장 떼어서 상자에 넣어주었다. 상자 속에 파바로아 꽃잎이 들어가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자 난 너무 기뻤다. 아버지께서 소원을 들어주신다고 한 것보다 어머니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파바로아 꽃을 계속 보시길 소망하시던 어머니의 한을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미 돌아가셨지만 난 이 상자를 어머니의 무덤가에 묻어 줄 것이다. 그럼 어머니께서 파바로아 꽃을 불수 있으니까. “하지만 난 그곳을 가기 싫은데 어떡하지? 아버지를 만나기 싫어. 여행을 못하게 할꺼니까.” 양자택일을 하고 있는 도중에 난 중간에 필름이 날아가는 기이한 현상을 겪게 되었다. 그리고 깨어나 보니 아침이었다. 왜 지금이 아침어야 하는지 녀석들한테 물어봐야지.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9 2911 6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5 “오늘은 진짜 이상한 일만 일어났네, 헤헤헤~” 오오~~하늘이여~~어찌 저런 놈이(?) 환계의 주신이라 할 수 있습니까? 방에 들어와서 카스한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스파크네 일이랄지 파바로아 나무에 대해 이야기 해줬는데 얼굴의 표정이 서너 살짜리 아이만 짓는 특유의 짓궂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그렇지. 그런데 안 피던 파바로아 꽃이 왜 피었는지 알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그 파바로아 나무의 꽃은 아름다워서 신의 꽃이라고 말을 할 정도이지만 알고 보면 마계가 원산지야. 카이드란의 취미가 특이한 화초를 만들어내서 가꾸고, 아니면 인간세계에 몰래가서 산속에 심어 놓아서 인간들이 채취해서 키울 수 있게 하는 거야.” 오늘은 정말로 여러 가지로 놀라고 있었다. 신의 꽃이라 불리워질 정도로 아름다운 파바로아 꽃이 마계가 원산지라는 것보다 마계의 주신인 카이의 비밀스러운 취미가 화초 가꾸기기와 화초들을 생산해서 인간계에 퍼뜨리는 것이었다니....내가 이런 말을 다른 신들이나 다른 종족에게 하면 미친 신이라고 할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든지 말든지 카스는 혼자서 계속 떠들어 댔다. “카이드란 녀석이 아마 니가 거기 간줄 알고 꽃을 피게 했나봐. 헤헤~의외로 널 좋아하고, 순진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라니깐. 게다가 말이야.....” “잠깐 거기까지.” 밑도 끝도 없이 이야기하려는 카스의 말을 중도에 끊고 그를 지그시 쳐다보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왜 내가 말을 하는데 중간에 끊냐는 식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날 유심히 바라보았다. “다시 말해봐. 어떻게 카이가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지 말을 빨리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괜히 머리카락을 쓸어서 넘기며 헛기침만 하는 녀석을 보며 난 이마에 튀어나온 빠직이 한 개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빨랑 안 불어? 좋게 말할 때 불어. 안 그러면 나 거기 안 간다.” 협박 아닌 협박이 카스한테 통했는지 쭈삣쭈삣 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그,그러니까 니가 여행 갈 때 내가 신계와 마계에 가서 말을 했거든. 루나가 떠났다고, 그리고 니가 전에 샤이니스와 브러시아를 불렀잖아. 루나가 도움을 청하면 모두 도와주라고 했어. 게다가 넌 신계와 마계의 주신이 준 선물이 있으니 금방 알아챌 수 있어. 그 파장은 신들만 알 수 있거든. 샤,샤이닝은 지금 가지고 있지 않나보구나. 하하하 그렇게 쳐다보지 마. 이제 보니 브러시아의 증표도 가지고 있어서 엘프들한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그렇게 보면 무서워.” 우물우물 거리며 앞뒤가 맞지 않는 열변을 토해내는 녀석이 일계의 주신이란 작자가 맞는지 심히 고민에 고민을 해야 할 만큼 얼빵해 보였다. 게다가 자신의 창조물이라고 할 수 있는 나를 보며 무서움을 느끼다니, 어이가 없어서 한참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우선 따질 것은 따지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본래의 정신 상태로 돌아와 질문을 했다. “그러니까 말했다 이거네? 내가 말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무수히 많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절대로 나에 대해 밝히면 죽음 이얏! 하고 말했건만 저 녀석은 내 말을 아주 맛있게 씹어 드신 게 분명하다. 아니 씹어서 소화를 시켜 버린게 확실하다. 셀 수 있을 만큼 나오는 빠직이들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누르며 카스를 째려보자 카스는 흰색 손수건으로 이마에서 솟아올라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내 시선을 마주하지 않은 채 어색하게 웃고 있다가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 것 같은 얼굴을 하며 날 향해 열어질 것 같지 않던 입술이 열렸다. “그,그게 헤헤헤 앗! 이제 보니 할일이 쌓였는데 그만 연락 끊을게.” 통신 역사상 내가 먼저 끊었으면 끊었지 카스가 끊은 적은 없었다. 예상외로 내가 무서웠나보다. 그냥 한번 째려봐 준거하고 감정이 없는 톤으로 말한 것 밖에 없었는데....이런 일은 꼭 기억했다가 자서전에 써 넣어야 겠다. ‘어쩐지 뭔가 구렸는데, 딱 걸렸다 임마.’ 환계로 돌아가면 으스러지도록 카스와 놀아보자는(?) 생각을 하고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구김이 없는 침대위에 올라가서 분홍색 수실로 장미가 수놓아진 하얀 이불을 덮고는 눈꺼풀을 닫았다. 장미향을 머금은 폭신폭신한 매트리스와 이불은 덮은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아무래도 하우스 키핑 아줌마들이 신경을 좀 쓰신듯하다. 하우스 키핑 아줌마들에게 고마움을 표함과 동시에 수면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갔다. “아하하함~장난 아니게 잠 오네. 이번 여행 끝나면 잠이나 늘어지게 퍼 자야지. 이젠 식사하는 것도 지겨워.” 리디에게 식당으로 끌려가는 중에 독백을 하며 입을 벌리고 하품을 했다. 주먹 하나쯤은 기본으로 들락날락 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던 중에 리디의 찌릿 하는 시선을 마주함과 동시에 입을 다물고는 입안에서 나가야 할 차례에 있는 공기들을 삼켜야만 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오늘도 여전히 늦었어.” 식당으로 내려온 나에게 초장부터 한다는 소리기 저런 것이라니 맘에 안 들어. 저놈의 시퍼런 가죽을 벗겨서 팔아 버릴까보다. “시꺼! 그런 말 한번만 더하면 심장이 무슨색인지 해부한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거리는 블루 녀석, 필시 뭔가 잘못 먹은게 분명하다. 아니면 늙으면 걸리는 만국공통의 질병인 노망....어감이 안 좋다. 치매에 걸렸다는 게 내 두 번째 결론이다. “블루는 아침부터 뭘 잘못 먹었어? 미스티 말 듣고 좋아하니 말이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필라르가 묻자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다. “블루와 같은 종족의 심장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친 인척이나 배우자밖에 없어.” 엄마의 말에 뭔 소리가 뭔 소린지 하나도 해석을 하지 못한 내 머리에 뭔가가 흘러들어왔다. ‘우리 드래곤은 죽을 때 같은 종족이 있는 곳에서 죽는단다. 다른 일족을 끼어들지 못하지. 하지만 예외가 있는데 그건 바로 자신과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뿐이야. 배우자가 다른 일족이라 할지라도 임종은 볼 수 있게 해주지. 드래곤은 죽으면 드래곤 하트만 남기는데 그건 배우자가 가지게 된단다. 그리고 세습을 하지. 아까 니가 말한 것을 아마 블루는 결혼하자는 소리로 들은 것 같구나.’ 일장설명에 할말을 잃었던 난 “아까 한말은 취소할래. 블루야 앞으로 그런 발언은 하지 않을게.” 내 말을 들은 순간 블루의 싱글벙글 미소는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길이 없었고, 머리만 푹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가브와 필라르는 영문을 모른다는 듯이 갑자기 변한 블루만 쳐다봤고 나머지 드래곤은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 “식사가 나왔으니 먹지.” 엄마의 말이 떨어지자 각자 식사하는데 열중을 했다. 하지만 난 그리 먹고 싶지 않았기에 깨작깨작 거렸다. “오늘 무슨 일 있니? 입맛이 없어?” 미르 오빠의 걱정스런 물음에 난 배시시 웃었다. “그냥, 이제부터 많이 안 먹을래. 먹기 싫어.” “헉” 보통 있을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각종 종족들은 헛바람을 들이쉬는 동시에 여섯 개의 입술이 제각각 다른 형태를 띠며 벌려지는 것을 목격한 난 기겁을 했다. “잠까아안~천천히 한명씩 물어봐. 단! 영양가 없는 얘기하면 나한테 죽는다는 것을 유념하고 질문하도록.” 여섯 개의 질문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내가 제명에 못산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겪어왔던 일이므로 난 그 입들을 다물게 만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이 식당 안은 여섯 명의 목소리로 가득 메워져서 지금 우리 곁에서 식사하고 있는 이들의 소화불량을 초래하기에 착한 일을 한 것이다. “그럼 내가 엄마니까 질문을 하지. 왜 먹기 싫지?” “지겨워서.” 쬐금 긴 말에 한마디로 대답을 하고 더 할 얘기 있으면 하라는 식으로 둘러보았다. “아무리 지겹다고 해도 먹지 않으면 배고프잖아.” “이젠 안 고파.” 오빠의 물음에 간단하게 대답한 난 또 있냐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왜 갑자기 안고프다는 거지? 뭘 먹기라도 했냐?” “원래부터 소식 주의자였어(?). 그동안 조금 과식을 해서 다시 원래로 돌아가기로 하거니까 걱정은 하지 마.” 가브의 걱정어린 말투에 피식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 이상 질문이 없는 걸로 알고 난 먼저 일어날게.” 원래 식사량의 10분의 1도 먹지 않은 채 위로 유유히 올라갔다. “앞으로 계속 여행을 할 건데 인간의 음식을 먹으면 버릇이 드니 자제해야지. 환계에 가서도 인간의 음식을 바랄 수는 없잖아. 식사량을 줄이다가 어느 순간엔가 먹지 않아야지. 마약도 아닌데 중독성이 있단 말야. 먹으면 또 먹고 싶어지는...내가 식탐이 있었나? 여행을 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놀러 다녔는데.” 아무도 없는 빈 방안에서 혼잣말을 지껄인 다음에 오늘은 뭘 할까 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깐 넌 여기를 무려 3번씩이나 와봤단 말이야?” 일행들이 식사를 끝내서 나도 같이 끌려나오게 되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왜 필라르는 모르는 게 없을까 하는 질문에 한 대답이 저렇다. 저놈의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걸어서 여행이라도 했나? 안가본데가 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리디와 나의 질문에 척척 대답할 수 있겠는가. 드래곤도 아니면서! “미스티, 저기가 꽃을 키우는 곳이야. 이쁘지? 탐스럽게 핀 꽃을 잘라서 사람들한테 파는 거야.” 뭔 일로 아는 체 하는 미르 오빠의 말을 들으며 정면을 쳐다보았다. 수많은 꽃들이 종류별로 심어져서 꽃봉오리가 맺혀 있었다. 완전하게 개화하지 않은 꽃들을 일일이 손에 가위를 들고 하나씩 조심스럽게 줄기를 잘라서 어린애들을 안을 때보다 더 조심스럽게 왼쪽 팔 안에 차곡차곡 쌓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일해서 땀을 흘리는 자가 아름답다는 말은 정답이었다. 구슬땀을 흘리면서 꽃잎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보듬어서 꽃이 종류별로 나눠진 곳으로 가지고 가서는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넘겨주었다. 넘겨받은 꽃들 중에 상품가치가 없는 것을 골라내어 한쪽에 밀어두고 나머지 꽃들은 즉시 100개씩 묶어서 종이로 포장을 하고는 종류별로 나눴다. 다시 나누어진 꽃들은 마차가 와서 다른 곳으로 실어갔다. 일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고 있던 중 꽃밭 속에서 진흙이 군데군데 묻어서 더러워진 금발이었지만 햇빛이 더럽혀지지 않은 머리칼에서 따스한 빛이 나는 꼬마가 내게 쪼르르 달려오더니만 자그만 물망초를 한 송이를 안겨주고는 맑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꽃밭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순간 얼이 빠져서 멍하니 물망초를 바라보다가 꽃밭 속으로 들어간 꼬마를 보기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며 미소를 짓고 있던 아줌마 옆에서 활짝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녀석을 볼 수 있었다. 그 미소와 물망초에 대해 답례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어 흔들며 웃어 주며 뒤돌아 섰다. “뭐해? 안내 안 해?” 꼬마를 향해 의문을 표출하고 있는 듯한 필라르를 툭 치며 하는 말에 녀석은 꽃밭 속에서 자신의 엄마인 듯한 사람과 같이 꽃을 자르고 있는 꼬마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알았어. 그럼 다른 곳에 가보도록 하지. 날 따라와.” 필라르를 따라가며 자른 지 얼마 안 되어 줄기 끝에서 물이 나오고 있는 물망초를 바라보았다. 꽃이 개화하기 전에는 복숭아색이지만 개화를 하고 나면 코발트빛으로 바뀌는 물망초.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꽃을 꺾다가 급류에 휘말려 가는 청년이 강가에 있는 여인에게 꽃을 던지며 하는 말, [forget me not] 나를 잊지 말아요. 물망초에 얽힌 말을 되새기던 난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을 보는 듯해서 착찹해져 갔지만 선물로 준 것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귓가에 꽂았다. 귀에 꽂고는 물망초를 들었던 손으로 필라르의 어깨를 잡았다.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기에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입이 벌어졌다. “이 세상에 은색의 아이리스가 있을까?” 질문에 그게 뭔 말이냐는 식으로 바라만 보다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식으로 필라르를 뺀 나머지 일행들은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내가 많이 다녀봤지만 은색의 아이리스는 본적이 없구나.” “맞아! 나도 본적도 들은 적도 없었어.” 여기에서 제일로 나이가 많은 엄마와 식물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가브의 말에 난 시무룩해졌다. ‘쳇, 그럼 내 가문 문장이 가상의 것이야? 이번 기회에 마계나 한 번 들러서 카이한테 부탁이나 해볼까?’ 엄청 사악한 생각을 하며 바닥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와 부딪혔다. 그리고는 전에 일어났던 일처럼 쓰러지는 연기를 했지만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땅에 엉덩이가 닿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이 생각이 났지만 불가항력으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눈을 질끈 감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아픔이 없었다. 한참 만에 살짝 실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내 귀를 강타하는 한 소리!! “제발 앞 좀 보고 다녀라. 이제 보니 너도 꽤 무겁구나?” 엉덩이가 땅바닥에 착지하기 전에 뒤에 있던 블루가 나를 잡았던 것이었다. 만약에 잡아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면 고맙다고 말을 했겠지만 뒷끝이 안 좋은 블루의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시끄러워 임마.” 블루의 손을 뿌리치고는 나를 넘어지게 한 원흉을 바라보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두 남녀가 보였다. 두 남녀? “루,루.....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시지 않으셨습니까?” 내 이름을 말하려고 하는 순간 난 일행들에게 자주 써먹는 주먹 쥐고 무언으로 협박하기를 하자 그제서야 알퐁스가 나를 아는 체 하지 말라는 것이 생각이 났는지 타인에게 말을 하듯이 했지만 그 어투가 어색하기 그지없어서 눈치 빠른 인간들이라면 나와 그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어렵사리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 눈치마저 채지 못하도록 잽싸게 무덤덤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다행히 뒤쪽의 시퍼런 놈이 붙잡아 주어서 다치지 않았습니다.” 내 말을 들은 두 남녀는 안도의 숨을 쉬는 듯 했고 블루는 뒤에서 움찔거렸다. “너 방금 뭐라고....아니...말 잘했어.” 엄청 큰 소리로 내게 말하려는 블루 앞에서 엄마가 한번 꼴아 봐주자 땀을 흘리며 맘에 없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세비아와 알퐁스가 뭐라고 하기 전에 의례 하는 인사를 자리를 떴다. 그래야만 내가 살기에, 괜히 같이 있다가 나에 대한 소리를 하면 내가 어제 한 일이 들통이 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입을 열면서 말을 하려는 찰나에 그들 곁을 지나치며 목에 손으로 쓰윽 긋는 행동에 알퐁스와 세비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열려졌던 입을 다시 닫았다.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서둘러 가냐?” 일행들의 공통된 질문을 먼저 한 필라르는 내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내일 떠나고 싶어서, 그 이상의 이유는 없어. 설마하니 내일 떠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겠지? 반대하는 사람은 남아. 나 혼자서도 갈 테니깐.” 내 잘못을 감추기 위해 맘에 없는 말을 내 뱉고는 나의 트레이드마크인 무표정을 지었다. 나의 무표정은 협박보다 잘 먹혔으니까! “그,그럼. 누가 내 딸이 하는 말을 거역하겠어. 당연히 가야지.” 엄마의 찬성으로 내일 떠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힘없는 자들은 뒤에서도 수군거리지도 못했다. 드래곤의 청력은 무지 좋아서 전에 필라르가 나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엄마한테 들켜서 죽지 않을 만큼 맞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별 볼일 없는 광경을 보고 다시 여관으로 들어왔다. 방으로 올라가서 푸근한 물에 씻고 블랑슈의 털을 다 뽑듯이 빡빡 문질러 깨끗이 씻겨서 창이 있는 곳에 올려 두었다. 털에 묻은 물기를 닦기 싫어서 자연적으로 말라 라고 한 조취였다. 한참을 평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리디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뭐하는 짓이냐? 죄졌냐? 왜 갑자기 안하던 짓을 하는 거야?” 보통 때라면 노크를 하고 들어왔던지 아니면 그것마저 생략하고 그냥 쳐들어 왔을 텐데 문을 열어서 날 바라보다가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문을 닫고 뒤로 숨는 것을 보고 더욱더 의심스럽게 생각을 한 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저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전과는 달리 문을 열고 당당하게 들어왔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루나님 아니 미스티님! 할 이야기가 있어요.” 굳은 각오가 서린 리디의 말을 듣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빨리 그 할 이야기가 뭔지 불어라는 식으로. “저,저기요. 지금은 밖에 안나갈 건가요? 전 밖에 나가서 아직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싶어요. 아까 필라르하고 블루님한테 들었는데 여기...그러니까 로즈라는 도시의 시장인 쥴리앙 레이캬비크 백작이라는 인간의 저택이 도시의 명물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까지 말한 리디는 입을 꾹 다물고는 나만을 주시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 입술을 주시하며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기대에 찬 눈빛을 묵살해버리는 그런 매정한 마스터가 아닌 관계로 리디의 견문을 넓히는 겸 구경을 할 겸으로 허락을 해주었다. “그러니까 같이 가자는 말이야? 그래 같이 가주지. 그런데 아까 내가 말을 잘 못 들었는데 누구의 저택이라고 했니?” 같이 가자는 말에 좋아하던 리디는 내가 물어보자 활짝 웃으며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는 쉽게 입을 열었다. “쥴리앙 레이캬비크 백작이요.” “허거걱” 리디의 말을 듣고 너무 놀라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레이캬비크, 레이캬비크.....알퐁스 레이캬비크.....혹시 가족?” 내 앞에 리디가 있다는 것을 깜빡 잊고 내 생각에만 몰두 했다. “잘못 건드렸다. 이거 오늘내로 떠나야.....응? 뭘 그렇게 보니? 아,아니야. 내가 약속을 깰 것 같니? 넌 대체 마스터를 뭘로 보고 그러는 거야?” 당장에라도 짐 싸서 가고 싶었지만 리디가 내가 혼잣말하는 것을 듣고 마는 어마어마한 사태를 가져왔다. 우선 가겠다고 하고서 안 간다는 말을 하면 리디가 두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것같이 나를 간절하게 쳐다보았다. 차라리 왜 허락을 했다가 취소를 하냐고 화를 내면은 내가 가지고 있는 마스터의 권한으로 의견을 뭉개면서 나가버리면 되는데 저렇게 나오면 뒤가 껄쩍지근하니 안 좋아서 마음에 없는 말을 하고 외출 준비를 했다. “그럼 우리끼리만 가는 거지?” 그나마 가기 싫은 곳에 혹시나 누가 따라오면 복잡해질 것 같아서 리디를 쳐다보며 확실한 대답을 얻기 위해 입을 열기만 바랬다. “네! 아까 미스티님 가족 분들과 블루님 그리고 가브리엘하고 필라르는 가기 싫다고 했어요. 같이 가자고 했는데도 피곤하다고, 걸어 다니기 싫다고 딱 잡아 땠어요.” 싱글벙글 웃으며 외출 준비를 마친 리디는 팔짱을 끼고 있는 내 팔에 손을 집어넣으며 블랑슈가 내게 달라붙지 못하도록 째림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리디에게 팔이 잡힌 난 어쩔 수 없이 여관 밖으로 나가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테이블 하나를 전세내고 있는 일행들이 우리들을 유심히 보며 슬슬 엉덩이를 땔려는지 앉은키가 약간씩 커졌다. 밖으로 나오는 도중에 누가 따라 붙으면 짜증이 날 것 같아서 난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처음엔 아주 작은 목소리로,(드래곤들과 엘프만 들리게)그리고 나중의 말은 약간 크게(한 인간이 들을 수 있도록)말을 했다. “설마하니 드래곤이 자기가 한말을 어기겠어? 남아일언중천금 이라고 했으니 우리의 갈 길을 누가 막으리오.” 큰 소리를 땅땅 치며 리디와 밖으로 나갔을 때 우리의 뒤만 바라보고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드래곤들은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했으므로 드래곤들은 따라오지 못했으며 엘프와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우리가 나가자 입맛을 쩝쩝 다시며 다시 들어가야 하는 신세로 전략하게 되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9 2877 4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6 “그러니까 지금 길도 모르고 무조건 나온 거야? 가자고 했으면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지.” 밖으로 나왔으되 그 놈의 저택이 어디에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없어 리디에게 길 안내하라고 했더니만 쭈뼛쭈뼛 거리더니 마침내는 길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길가는 엑스트라한테 물어 봐야만 하는 신세에 놓였다. “그러니까 말이죠. 어쩌고저쩌고.....가면 됩니다요.” 엑스트라는 우리에게 꽤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우리를 한 번 더 쳐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저런 놈이 뒤돌아보고 있을 때 정면에 전봇대라도 있었으면 볼만했을 텐데.... “빨랑 와! 그러다가 해 질라.” 조심스럽게 뒤쪽에서 내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면서 눈에 안 띄게 쫒아오는 리디에게 한 마디 하자 얼른 뛰어 왔다. 키도 큰 것이 뒤에 숨는다고 안보일 것 같은지, 우째 생각하는 것하고 행동하는 것이 초등학생보다 더 심각하다니까! “헤헤~이제 조금만 가면 나오겠네요.” 오라는 말에 화가 풀린 줄 알고 리디는 연신 웃으면서 내 얼굴을 살폈다. “뭘 그렇게 보냐?” “미스티님의 아름다운 얼굴이요.” 닭살스런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는 리디를 대단하다는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언덕을 올라가고 있는 녀석의 얼굴이 점점 이상하게 변해갔다. 얼굴 표정이 심상치 않은 리디에게 시선을 돌려 정면을 쳐다보았다. 정면엔 그저 오르막길이었던 언덕길이 없어지고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듯했다. 언덕길의 윗부분에 다가옴에 따라 리디의 입술 꼬리가 양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대체 앞에 무엇이 있길레 그러는지 난 리디 보다 앞서서 먼저 언덕길 윗부분으로 올라가봤다. 그리고는 경악을 해야만 했다. “와~~” 리디가 왜 미소를 짓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보다 키가 큰 리디는 굳이 언덕길 위에 올라오지 않아도 미리 보고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앞에 보이는 저택은 꽃으로 지어진 것처럼 건물전채가 꽃으로 뒤덮여 있었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여러 종류의 꽃으로 도배를 한 저택은 마당도 붉은 장미꽃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다. 동화 속 그림에서만 봤던 집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저택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도 모두 노란색 넝쿨 장미로 감싸여 있었다. 꽃의 저택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꽃들의 향연 잔치에 매혹되어만 갔다. “너무 예뻐요. 나도 저런 집이 있었으면.” 담장에 있는 노란 넝쿨 장미 한 송이에 파묻혀 향기를 맡고 있는 리디는 꿈속에서 날아다니는 듯한 몽롱한 어투로 말하며 눈을 감았다. 지나가던 꿀벌 한 마리가 리디가 잡고 있던 노란 넝쿨 장미 속으로 들어가려다가 다시 눈을 뜬 리디의 모습에 기겁해서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점점 붉어지는 노을에 의해 불그스름해진 노란 장미에서 손을 뗀 리디는 지는 해를 아쉽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감수성이 풍부하다 못해 아예 포화상태에 이르러 터져버릴 듯한 리디에게 잠시 동안 생각했던 것을 말했다. “리디야, 보기에는 좋아보여도 실상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생각해보렴. 저런 꽃으로 둘러싸인 집안에는 온통 벌레로 들끓을 것이며 관리비도 장난 아니게 들잖아. 게다가 꽃이 피었을 땐 좋지, 낙화할 때 그 엄청난 꽃잎으로 만들어진 쓰레기를 치우려면 얼마나 고생을 하겠니? 제때제때 치워주지 않으면 꽃잎이 썩어서 냄새가 가히 좋지 않단다. 그런데도 저 집이 좋게만 보이니?” 꽃으로 만들어진 듯한 저택에 대한 비리를(?)낱낱이 파헤친 나의 말에 리디도 마지못해 동의하는 듯 했다. 그리고 또 한 인간도. “하하하! 정말로 똘똘한 레이디구만. 어떻게 저택에 담긴 비사를 알 수 있었지?” 리디는 저택에만 정신이 팔려서 그제서야 알아챘는지 놀라는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고 난 내가 말하고 있는 순간부터 누군가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침착하게 뒤로 돌아섰다. 뒤에는 한 인상 좋은 중년의 아저씨가 ‘떡’ 하니 서있었다. 아마도 귀족인 듯이 옷이 엄청 화려했다. “저기, 아저씨는 누구세요?” 순진한 얼굴을 하고 헤실 거리며 돌아보며 말하자 그 아저씨도 얼굴에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가메이 라고 한다네, 레이디의 이름은 어떻게 되나?”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우리의 이름을 물어보자 나도 친절하게 대답을 했다. “제 이름은 미스티라고 하며 뒤쪽의 소녀는 그리디아 라고 합니다.” 소개를 하며 살짝 고개를 숙이자 리디도 나를 따라 했다. “아저씨는 누구신데 여기 있는 거죠? 저희들은 그냥 구경하러 왔는데.....”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식의 시선으로 올려다보자 가메이 라는 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나도 미스티 양과 그리디아 양과 같은 목적으로 왔다네.” 그 말을 하고 저택을 바라보았다. 뭔가 있는 듯한 그런 표정을 지은 가메이 아저씨. “뭐하는 거죠?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면 저택이 닳아 없어지겠네요. 그만 보는 것이 저택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겠죠?” 꽤 심각한 투로 말하고 여전히 얼이 빠져있는 리디를 데리고 가려고 했다. 어차피 저택을 봤으니 리디가 말한 목표는 달성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저택만 구경하자고 했으니까. 그리고 늦으면 또 엄마와 오빠, 그 외의 일행들에게 이런 게 원조 잔소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잠깐만 기다려보시게나. 내가 저택의 주인을 좀 아는데 안에라도 들어가는 게 어떤가?” 아저씨의 말에 난 생각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문제의 리디가 나를 간절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미스티니이임~~저는 저쪽에 있는 저택에 들어가 보고 싶은데 안 돼나요? 히이이잉~가보고 싶은데....” 내 팔을 잡고 앞뒤로 흔드는 리디를 보고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래서는 안돼 는데 저놈의 눈만 보면 입이 대뇌의 명령을 거부했다. “리디가 원한다면, 좋아. 가도록 하자. 단 1시간 뿐이다.” 내 허락이 떨어지자 좋아서 방방 뛰려는 것을 겨우 말리고 아저씨에게 시선을 보냈다. 내 따뜻한 시선에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험험! 그럼 나를 따라오게나.” 헛기침을 하며 말하는 아저씨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 들어갔다. 물론 가려면 경비병의 신원조예가 있어야겠지만 아저씨 말대로 집 주인과 잘 아는 사이인지 막지 않고 들여보내주었다. 멀리 담장 너머에서 본 것과는 달리 안은 천국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밖에서 맡은 향기와 안에서 맡은 향기는 근본적으로 틀렸다. 어찌나 진하게 풍기던지 잘만하면 옷에 향이 베어들 것만 같을 정도였다. 자연적인 향수로 쓰면 그만일 듯....그리고 손질은 또 어찌나 잘해놨는지 시든 꽃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손질은 잘했는데요. 그런데 정원사가 갑자기 불쌍해지는군. 이렇게 넓은 곳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확인절차를 거쳐서 싱싱하지 않은 꽃을 따내야 하다니, 몸도 몸이지만 눈도 좋아야겠는걸?” 붉은 장미로 이루어진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곳을 지나치고 있으며 꽃들을 일일이 하나씩 주의 깊게 살펴본 결과였다. 심지어는 노랗게 된 잎사귀 하나 없는 새파란 색의 잎사귀가 저녁 바람에 살짝 나부끼는 모습을 보며 감상평을 하자 안내를 하면서 그냥 앞이나 볼 것이지 가메이 아저씨가 내가 한말을 다 들었는지 웃으며 물어보았다. “하하하!! 미스티양, 어떻게 그걸 알아냈나?” 그냥 공간 이동이나 아니면 공중을 날아올라서 지나가면 갈 수 있겠지만 걸어서는 지나가기가 힘들었다. 특히나 나와 같은 초짜일 경우엔 이곳을 손상시키지 않고 지나가려면 반나절 동안 궁시렁 거리면서 겨우 탈출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대 눈 돌아가게 어지러운 이 미로로 된 장미울타리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안내하고 있는 아저씨가 좀 이상해 보였다. 뭐랄까! 엄청 많이 와본 경험 때문에 한번에 길을 찾아 갈수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리 이 저택의 주인과 친구라지만 맨날 들락날락 하는 것도 아닌데 정확하게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아저씨가 수상했지만 지금은 뭐라고 할 단계가 아니었으므로 그냥 덮어 두기로 했다. “여기저기를 봐도 시든 꽃이 하나도 없잖아요. 거기다가 이렇게 꽃이 달렸을 법한 가지가 잘려나간 것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죠.” 내가 가리킨 곳에는 자른 지 얼마돼지 않았는지 아직도 자른 부위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커허허험~미스티양은 눈이 좋군. 그나저나 이젠 금방 저택에 갈수 있을 것 같은데.” 미로로 이루어진 낮은 울타리를 빠져나오니 노란 후리지아와 보랏빛의 아이리스의 향기가 우리를 맞아 주고 있었다. “이햐햐~저기에 루..아니 미스티님이 좋아하시는 꽃이 있네요.” 리디는 아이리스 꽃을 가리키며 나를 바라보았다. 전에 라이너네 집에 아이리스 꽃을 들고 간 것을 시작으로 내가 무지 좋아하는 꽃이라고 낙찰을 봤나 길가다가도 야생 아이리스가 있으면 멈추고는 끊어왔다. 물론 그러다가 자연보호를 외치는 나한테 쬐금 깨지기는 했지만. “미스티양이 아이리스를 좋아할 줄은 몰랐구려. 그러면 그리디아양은 무슨 꽃을 좋아하는 건가?” 가메이 아저씨의 말에 리디는 잠시 생각을 하는지 말을 하지 않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난 미스티님이 좋아하시는 것은 무조건 다 좋아해요.” 원래는 반말이 정석이지만 내가 아저씨한테 존대를 하자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리디의 말에 표정은 그대로 있었지만 눈이 웃는 듯이 보였다. “그,그랬었나?” 그렇게 아저씨와 얘기를 하다가 저택의 정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놈의 저택이 넓은 관계로 한참을 걸어 들어와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도처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있노라면 저택으로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게 느껴졌다. 저택의 정문은 손님을 맞으려는 듯이 활짝 열려있었다. 그리고 많은 하인들이 두 줄로 쫘악 서있는 것이 모세의 기적을 보는듯했다. 그 많은 하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고 난 꽤 담담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쥴리앙 레이캬비크 백작님!” 가메이 아니 이젠 백작이라고 해야겠군. 그 인간이 지나가는 곳에 있는 하인들은 머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했다. 나야 전에 제이미네 집에서 봤기에 면역이 되어있었지만 리디는 미처 면역이 될 시간이 없어서 그 소리에 감염이 되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인간들이 하는 짓거리만 보고 백작을 아니 내가 이끄는 데로 따라 왔다. 하인들의 인사를 다 받고 응접실 비스 무리한 곳으로 안내를 했다. 그리고 한다는 말이? “아니! 미스티양은 놀라지 않았는가?” 어처구니가 팍팍 없는 말에 나도 거기에 응수해주었다. “놀라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나저나 가메이 아저씨가 아니 쥴리앙 레이캬비크 백작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거짓말을 했다는 것밖에 느끼는 것은 없습니다.” 약간 말을 실실 꼬며 말하는 나를 보며 백작은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아~그러지 말게. 난 미스티 양을 보자마자 옛 친구를 보는듯했지. 그 친구가 내 저택을 보고 한다는 소리가 미스티양이 한소리와 똑같았거든. 게다가 저택으로 오는 동안에 한 얘기들도 모두 똑같았다네. 그래서 난 친구가 다시 환생해서 돌아온 지 알았다네.” 백작 아저씨의 말을 듣고 어찌나 그렇게 딱 들어맞았는지 모르겠지만 약간 침울한 얼굴을 한 아저씨를 보고 그 옛 친구라는 양반이 죽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자신 보다 먼저 죽은 친구를 회상하는 듯한 레이캬비크 백작은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노을 진 하늘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실망하기에는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차라리 잠시 동안이지만 제가 백작님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미 화살은 떠났다. 그런데 이상하게 떠나간 화살에 정면으로 꽂힌 레이캬비크 아저씨는 회상모드에서 탈출해서 입 꼬리가 양 옆으로 벌어지면서 심지어는 눈웃음까지 짓고 있었다. ‘저 아저씨가 혹시 실성이라도 한거 아냐? 괜히 잘못 건드렸다. 여차하면 리디 데리고 공간이동이라도 해야겠어.’ 열심히 도망갈 루트를 찾고 있을 때 들려오는 소리에 생각하는 것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게 있었군. 앞으로 잘 부탁하네. 내 영원한 친구 미스티~” 그 말에 난 아저씨가 진짜 실성한 것으로 느끼고 도망가려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아저씨가 갑자기 내 어깨를 누르며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며 말을 했기 때문이라면 이유가 될 것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힘이 어찌나 강한지 나중에 봐서 멍 안 들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미스티? 이런 이름을 불러보는 것도 오랜만이군. 친구를 이렇게 무안하게 해도 되는 건가?” 난데없는 말에 나도 아저씨의 장단을 맞춰주기 위해 씽긋 웃으며 말했다. “그,그랬던가? 쥬....쥬..리.....만나서....바,반가워...헤헤~” 뒷통수에 주먹만한 식은땀을 흘리며 엄청 말을 더듬거리면서 겨우 말을 할 수 있었다. 예전엔 나이 많은 인간들한테 반말하는 것이 일상생활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어서 하대를 한다는 것이 쬐금 꺼림직 했다. 신의 생활에서 벗어나 인간 생활에 적응을 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예전에 내가 살고 있던 곳이 동방예의지국이어서 그런지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자연스레 경어가 쏟아져 나왔다. “아니~~어떻게 내 애칭까지, 정말로 미스티 자네를 만난 것을 행운이군. 우린 이제부터 남자와 여자 사이가 아닌 친구사이니 마음을 탁 풀어놓고 얘기하세나.” 내 또래의 친구들은 조금 있었지만 이렇게 나이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어색하다 못해 왕 어거지 식으로 사귀는 것이 말이다. 카옌 왕국의 붉은 기사단의 단장인 맥 하고는 약간의 사정이 틀리지만 말이야. “그렇도록 하지. 그나저나 여긴 너무 써얼렁 하군.” 주변을 둘러보며 말하자 쥴리앙은 뭔 말인지 알았다는 식의 눈을 했다. “험험! 밖에 아무도 없느냐?”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밖에 대기하고 있던 하인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허리를 굽히고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내 친우의 입맛에 맞을 것 같은 간단한 것들을 가지고 와라.” 하인은 그 말을 듣고 약간 놀란듯했지만 고도로 수련이 되었는지 안색이 변하지 않았다. 그저 눈빛만 흔들리고 있었다는 것만 빼놓고, 생각을 해보라~어찌 저렇게 어린 친구가...더구나 오늘 처음 봤는데 친구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인은 다시 밖으로 나갔고 안에는 쥴리앙과 리디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인물만 남겨졌다. “역시나 친구라서 말이 잘 통하는군. 그나저나 가족들은 없는 건가?” ‘아~역시나 나한텐 하대가 어울리는 것이었어~말이 너무 잘나오잖아.’ 정말이지 말이 착착 잘 통하자 기분이 좋아진 난 그의 가족에 대해 물어보았다. 좀 전에도 그렇지만 최소한 집 주인이 왔으면 으레 안주인이라든지 아니면 그의 자식들이라도 마중을 나오던지 이곳에서 접대를 해야 옳겠지만 이곳은 썰렁하다 못해 한기까지 들 정도였다. “예쁜 부인이 있었지. 하지만 오래전에 죽었어. 무슨 일인지 몰라도 엄청난 상처를 입고 돌아온 그녀를 위해 마법사를 초청해서 치유했는데 그 마법사까지 죽어버렸지. 그리고 그녀가 남긴 유일한 보물이 있는데 장난꾸러기지. 그 장난꾸러기도 이젠 다 컸는데 검술은 하지 않은 채 백수처럼 지내고 있네. 안타까운 일이지.” 안타까운 현실이 싫은지 쥴리앙은 가만히 하늘만 쳐다보았다. ‘설마하니 그 녀석은 아니겠지? 그냥 친척쯤 될 거야! 아무렴 그렇고 말고.’ “미스티님~이야기가 너무 길어지신 거 아니에요? 아까 말한 시간은 이미 지나갔는데.” 쥴리앙의 비사를 듣고 침울해져있는데 이것과는 상관없는 이야기가 툭 튀어나왔다. “조금만 더 있다 가자꾸나! 마음에 딱 맞는 친구를 사귀었는데, 그렇게 볼 것 없다. 진정한 친구는 나이를 가리지 않으니까.” 나중에 가자는 말에 리디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너무 늦게 들어가면 나도 물론이지만 리디 또한 무사하지 못한 것이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리디의 죄가 약간 가벼워진 것도 사실이다. 이미 해는 서쪽으로 사라져 붉은 노을도 서쪽 하늘 끝에 살짝 걸려 있었지만 밖에는 이미 어둠에 휩싸여서 밝은 불빛이 없다면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나저나 자네는 그리디아 양과 무슨 사이인가?” 마법등 덕에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이야기를 하는 도중 리디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났는지 눈을 슬쩍 뜨며 질문을 했다. “미스티님이 제 마스....” “그냥 주종관계 비스 무리한거라고 생각하면 될 걸세.” 마스터라고 하면 리디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으므로 입을 벌리고 말하는 리디에게 약간의 눈치를 준 다음에 손으로 입을 막은 다음 말을 내가 이어받았다. 리디가 드래곤이라지만 눈치가 약간 느린 관계로 2차 방어를 한 것이다. “그랬었나? 역시나 보통 평민은 아닌 것 같은데?” 의문형으로 말하는 그는 말을 해달라는 식으로 바라봤지만 마침 하인이 먹을 것을 가지고 왔기에 이야기가 잠시 중단이 되었다. “미스티님~이거 맛있어요! 먹어보세요~자아~아~하세요.” 포크로 과일을 집어서 내 입가에 대는 리디에게 약간 눈을 흘긴 다음에 받아서 입에 몰아넣었다. 언제쯤 제대로 된 드래곤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이번 모험이 끝나는 그 시점부터 리디를 훈련 시켜야 할 텐데... “맛있죠? 맛있죠? 그쵸?” 아직 씹지도 않았는데 어찌 맛을 알랴마는 잽싸게 씹어서 삼켰다. 향긋한 메론 과즙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기 직전에 냅킨으로 사전예방을 했다. 사각사각 씹히는 맛은 없었지만 멜론이 워낙에 부드러워서 자연스레 목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맛도 단맛이지만 로즈 시에서 먹어본 멜론의 향은 그 어떤 곳보다 진해서 가까이 가지도 전에 향기가 풍길 정도였다. 잠시 동안 멜론맛을 음미하던 난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자 리디가 나한테 찰싹 달라붙어서 눈을 숫돌에 갈았는지 그 어떤 때보다도 반짝반짝 거리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래그래, 맛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하는 말에 리디는 씨익 웃으며 다시 나한테 주려는지 아니면 자신이 먹으려는지 포크로 과일을 찍으려고 한때 날 보는 또 다른 시선에 응하기 위해서 정면을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보는 거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아닐세. 그냥 그리디아양이 하는 것을 보고....” 내게 먹을 것을 직접 주는 리디를 보고, 또 부인을 생각하는 듯한 말을 할 것 같아서 얼른 말을 다른 곳으로 바꾸었다. “쥴리~언제 이곳에 왔지? 선조 대대로 살고 있는 건가?” “맞아! 국왕 폐하께서 아버님께 하사한 영지라네. 그땐 황량하기만 했던 저택이었는데.” 우째 말만 하면 부인이 이야기가 튀어나오려고 하는지..... “그럼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는 거야?” “많이 있었지. 내가 어렸을 때 전 국왕 폐하께서 승하 하셨을 때 의무적으로 에어라이에 가봤지. 그리고 요즘에도 가끔씩 수도로 올라가서 한 해 동안 일어난 일과 걷어 들인 세금징수와 그 외에 대한 일을 하고 오지. 어쩌다가 귀족 회의에도 나가고....” 귀족이란 할일이 드럽게 없는 줄 알았더니만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은지 하루 반나절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 같았다. 다른 귀족들을 보면 놀고 먹고 하기에 바쁠 것 같았는데, 귀족이라는 직급에 따르는 일이 엄청났다. 거저 놀고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난 아직도 다물어지지 않는 입술에서 술술 말을 하는 쥴리앙에게 약간의 째림을 주었다. “알았으니까 그 얘기는 그만 하지.” 내 째림의 효과가 나타났는지 쥴리앙은 알아서 귀족이란 이런 일 저런 일 등등을 했다는 말을 잠시 멈추고는 대화를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참~이제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로군! 식당으로 가지.” 그의 말대로 식사 시간인지 인간생활에 적응해가는 내 배가 약간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러도록 하지. 리디! 한눈 팔지 말고 똑바로 따라와.” 언제나 신기한 것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리디를 잘 알기에 미리 경고를 하고 따라 나섰다. 귀족의 저택은 언제 봐도 넓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카옌 왕국의 국왕이 내게 준 저택은 어느 정도인지 상상 불가였지만 대충은 2층 건물에 조그만 정원이 딸린 곳이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너무 크면 저택을 유지할 비용과 인력 등등이 짜증날 정도로 많이 들고, 너무 적으면 왠지 왜소해 보여서 적당한 크기의 저택이 좋기 때문이다. 2층 정도면 카리스와 세이, 후리오의 가족들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세 가족이 쓸려면 너무 좁나? 그렇다면 3층 건물에 태어난 얘들이 뛰어 놀 수 있을 정도의 약간 널찍한 정원이 있는 곳이 좋을 것 같다. 쥴리앙의 집을 보며 열심히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내 소유의 저택에 대해 상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가는 발걸음에 브레이크를 걸어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09 3090 8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7 “주인님!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달려 왔습니다.” 쥴리앙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한 쪽 손을 심장에 대고 절도 있게 허리를 살짝 구부린 아저씨들이 보였다. “훈련에 대한 성과는 있었느냐?” “넷” 옆집 아저씨같이 인자한 미소를 지은 쥴리앙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나와 리디를 바라보고 다시 쥴리앙을 올려다보았다. “저분들은 내 친우 이다.” 처음엔 못 믿은 눈치였다가 쥴리앙의 살벌한 기운을 느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인사를 했다.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전 레이캬비크 가의 호위대 대장을 맡고 있는 어니스 케러웨이라고 합니다.” 짧다고 말 할 수 있는 인사를 한 어니스라는 아저씨는 나와 리디를 쳐다보며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니 이름을 밝히라고 하는 듯 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미스티라고 하며 제 옆에 있는 소녀는 그리디아라고 합니다.” 짧은 인사를 마치고 나머지 떨거지는 다른 데로 보내고 세 명이 네 명으로 불어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 안에는 우리가 이미 올 줄 알았는지 금방 한 듯한 따끈따끈한 음식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네 명인데 의자가 다섯 개가 있어서 약간 의아했지만 그런 문제는 접어두고 아무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은연중에 풍기는 기운을 봐서는 검술이 한 단계 상승을 했나보구나.” 나와 리디가 앉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우리를 믿는지 로즈 시에 대한 여러 중요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까 하다 만 이야기를 하는지 검술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주인님과 도련님을 확실하게 모시기 위해 한 훈련이 성과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겸손에 겸손을 떠는 어니스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냥 일개 호위대의 대장 치고는 실력이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는 아니지만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았다. “미스티님~옛날처럼 팍팍 떠먹으세요. 아침부터 식사도 조금만 하시고, 그러면 모두 걱정한단 말이예요! 리디를 생각해서도 조금만 더 많이 드세요.” 내 옆에서 온갖 아양을 떠는 리디를 보며 씨익 웃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기분이 좋아졌는지 벙실벙실 웃었다. “주인님의 친우 분이신 미스티님과 그리디아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쥴리앙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리디 때문에 말이 막혔는지 나와 리디에게 질문을 했다. “난 카옌 왕국에서 왔고 리디는 파이넬 왕국에서 왔는데!” 아까 높임말을 하다가 식당으로 걸어오는 도중에 어니스가 말을 낮추라는 말에 열심히 노력 중이었다. 아니 굉장히 빨리 적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뭘 하고 있지?” 이제 생각해봐도 만난지 얼마 안 된 친구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고 느꼈는지 쥴리앙이 손에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에 살짝 놓으며 본격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여행” “일행들도 있는가?” “물론! 마법사, 검사, 정령사! 골고루~” “실력은?” “최상급” 짧은 질문에 짧은 대답을 하며 이야기를 했다. “여행의 목적은?” “자신의 수련” 계속될 것 같은 대화가 갑자기 끊겼다. “주인님의 친우 분이셨던 그 분을 닮았군요.” 어니스의 말에 난 뭔 말이냐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그 분이라 하면 필시 어니스보다는 신분이 높을 것이고, 잘 아는 사이라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쥴리앙의 친구라는 그 분이란 인간을 이곳에서 한번도 보지 못했으니 궁금함에 더해져갔다. 이제 보니 저택을 보고 내가 한 감상평을 들은 쥴리앙이 꼭 자신의 친구랑 닮았다고 한 적이 있었다. 자세히 말해달라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어니스는 씨익 웃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께서도 짧게 말하셨거든요. 비록 그분보다 어리시지만 예전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얼마 만에 식당 안이 훈훈해졌는지, 그동안 주인님께서는 혼자 식사를 하셨기에....” “쓸데없는 소리.” 쥴리앙이 어니스에게 말하는 순간 식당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 거냐?” 어슬렁어슬렁 들어오던 그 남자는 쥴리앙의 말을 들었는지 잠시 멈칫거리더니만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남겨진 의자에 앉았다. “오늘은 조금 늦으셨군요. 도련님!” 어니스의 따뜻한 인사말에 그저 고개만 숙인 남자는 쥴리앙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물론 난 남의 가족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신조이므로 상관하지 않고, 건성으로 한번 쓱 훑어보고는 앞에 놓인 음식을 아주 천천히 꼭꼭 씹으면서 이야기만 슬쩍슬쩍 들었다. “오늘은 친구네 집에 갔다가 오느라 늦었습니다.” “구차한 변명은 필요 없다.” 아까의 화기애애한 어투는 어디로 갔는지 아들인 듯한 남자에게 무지 살벌한 어투로 딱 잘라서 말했다. “정말입니다. 저에게 요즘 새로 사귄 친구가 있어서 그 집에 들렀다 오느라 늦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부자가 싸우게 될 것 같았다. 상관하지 않고 있으려고 했지만 점점 목소리가 커져만 갔기에 난 음식을 꼭꼭 씹으면서 삼키며 어니스를 바라봤는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어니스도 말리고 싶었지만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었으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내가 바라보자 말려주라는 간절한 시선을 보내왔다. “아씨~시끄러워서 식사를 못하겠잖아.” 먼저 말하려고 음식을 삼키고 입을 벌리는 순간 리디가 기분이 나빠졌는지 두 부자를 바라보며 짜증을 냈다. 짜증어린 목소리가 싸우고 있는 부자의 시선을 끌었는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는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은채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넌 누구지?” 쥴리앙과 싸우면서 우리를 보지 못했다가 리디의 소리를 듣고 우리를 보았는지 의문형의 말이 나왔지만 이미 리디가 싸움의 밸런스를 끊어 놨기에 상관하지 않고 다시 음식에 전념하려고 포크로 고기를 푹 찌르는 순간 반대편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헉” 숨넘어가는 소리에 리디의 미모에 넋이 나가서 그런지 알고 대체 어떤 정신 나간 녀석인지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서 포크에 꽂혀 있는 고기를 아쉽다는 식으로 쳐다보면서 얼굴을 들어서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허걱” 그리하여 식당 안에는 썰렁한 존재들만이 서로 영문을 모른 채 시선만 주고받고 있었다.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러는 너야말로 여긴 웬일이지?” 대답은 하지 않은 채 질문만하다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그가 먼저 말을 했다. “여기가 제집인데요.” “여긴 내 친구 집인데!” 나와 그 녀석은 조용히 말을 잇지 않고 쥴리앙을 바라보았다. “커험험! 막 들어온 녀석이 바로 내 아들인 알퐁스 레이캬비크 라고 하네. 그리고 니가 대화를 나누고 계신 분은 나와 오늘 사귄 미스티 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정신회로가 깜빡깜빡 거리며 작동이 멈추려고 할 때 약간의 충격이 느껴져서 깨어날 수 있었다.(기계가 말을 듣지 않을 때는 쬐금 때려주면 작동될 때가 간혹 있으니 실험해 보는 것도 좋다. 단 너무 심하게 때리면 오히려 고장이 심하게 나니 그 점은 주의하기 바람) “미스티님 저 인간을 아세요?” 나이프로 알퐁스를 가리키며 내 팔을 잡고 흔들며 하는 말에 정신을 차리고 끄덕 였다. “알퐁스! 넌 미스티를 언제 봤느냐?” 아버지의 말에 알퐁스는 내 얼굴을 한번 본 다음에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오늘 봤어요. 아침에 저하고 부딪혀서 넘어지..........아부지이이~~” 아들의 말을 중간쯤 듣고 끝마무리까지 다 지었는지 완전히 듣지 않고 알퐁스를 삼복에 개 패듯이 패려는지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아들이라지만 어찌 내 친구에게 그런 실수를 했느냐?” ‘앗! 쥴리앙이 너무 오버하는데? 이럴 때 말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죽을 수 있겠군.’ 쥴리앙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알퐁스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니스가 있든지 말든지 그는 의자에서 내려와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아버지! 끝까지 들어보셔야지요. 루나 아니 미스티님은 넘어지려고....악~” 아들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의자 뒤편에 고이 모셔둔 몽둥이 같은 것을 들고 나왔다. 일명 사랑의 몽둥이라고 나 할까나? 언제나 이런 일이 있었다는 듯이 쥴리앙이 몽둥이를 들고 나오는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들고 나온 손때가 묻은 몽둥이를 높이 들어서 알퐁스를 사정없이 내려치려는 순간 어니스는 끔찍하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려버렸고 리디는 어벙벙하게 보고만 있었다. ‘리디! 니가 알아서 막아봐! 오빠에게 배운 실력을 한번 보겠다.’ 전음을 날리자 리디는 검집에서 이카로스를 빼서 몽둥이를 대각선으로 잘라버렸다. 절단면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깨끗해서 이제 서서히 검술에서 두각이 드러나고 있음을 짐작했다. 난 아직도 이카로스와 잘려진 몽둥이를 멍하게 쳐다보며 자신이 한 짓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리디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다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세 남자가 있어서 친히 설명을 해주었다. “쥴리~사람 말은 끝까지 들었어야지. 알퐁스는 나와 부딪혔어. 하지만 난 넘어지지 않았어! 그러니 그 잘려진 몽둥이는 그만 난로 속에 버리는 게 어떨까 하고 생각하는데. 뭐 하기 싫으면 말고.” 여전히 여유롭게 식사를 하며 말하는 나를 보고 쥴리앙은 허탈해져서 몽둥이를 멀리 던져버렸다.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뭘 하고 있느냐? 어서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도록 해라. 그나저나 그리디아 양의 검술이 대단하군.” 쥴리앙이 자리에 앉자 사건이 결말이 되었고 아직까지 검을 쥐고 있던 리디는 그 말을 듣고 멋쩍어 하며 검을 집어넣고는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별 것 아닙니다. 미스티님은 저 보다.....호호호...일행들은 모두 저보다 뛰어난 분들로 이루어졌지요.” 내 말을 하려다가 나의 번뜩이는 눈을 보고 리디는 급히 일행들의 이야기로 커버를 했다. 나와 여행을 많이 다녀서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괜한 일에 내 실력을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실력 행사를 했다가는 꼼짝없이 인재의 필요성을 느끼는 여러 왕국의 표적으로 전락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 지금처럼 여행 다니는 것도 힘들어 지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 뻔한 일을 막기 위해 공작이라는 것도 숨기며 성문을 통과 할 때마다 필라르의 제국 인증서를 우려먹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그리디아양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네 일행들을 만나보고 싶군. 그리디아양의 실력이 저 정도니 일행들은 더 실력이 좋을 거 아닌가?” “그렇습니다. 저도 만나 뵙고 싶습니다.” 강자는 강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쥴리앙과 어니스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은 좀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럼 먹던 것을 마저 먹도록 하지.” 소량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셨다. 특별히 하인에게 뜨거운 물이 담긴 조그만 주전자를 가져오라고 해서 테이블 위에 올려서 약간 식힌 다음에 바르실미르에서 블루가 구입한 녹차 잎을 넣고는 우려냈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린 다음 하얀 사기로 된 컵에 조심스럽게 따랐다. 쪼르르르 주전자에서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흘러나온 녹색을 띈 찻물은 향을 내뿜으며 하얀 컵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차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 물을 약간 식혔지만 아직도 뜨거운 기운을 담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라와 공중으로 사라져갔다. 따끈한 차가 담긴 컵을 두 손으로 살포시 잡고는 입으로 ‘후후’ 불어가며 한 모금씩 마시자 입안과 뱃속의 느끼함이 싹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혹시 그 차는 바르실미르 안에서만 유통된다는 녹차 가 아닌가?” 유식한 머리를 굴리며 말하는 쥴리앙을 보고 여전히 컵을 꼭 쥔 채 끄덕였다. “어찌 그런 귀한 것을........혹시 카옌 왕국 출신이 아니라 바르실미르 귀족이 아닌가?” 쥴리앙의 말을 들은 두 남자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전번에 말했듯이 녹차는 가격이 장난 아니게 비싸서 함부로 마실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 아무리 갑부집이어도 어쩔 때 한번씩 마시는 차 이다. 그런데 내가 소지하고 다니며 물에 우려내서 마시는 것을 보고 귀족이라고 생각을 했나보다. “미안하지만 내가 그 왕국을 걸쳐온 것을 사실이지만 귀족은 아니야. 단지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많았기에 구입했지. 그리고 일행들 또한 나보다 부자인 놈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걸어 다니는 돈 보따리들이 많다고 조용히 말하며 이제는 따뜻해진 차를 마셨다. “뭘 그렇게 보나?” 세 명의 남자는 내가 녹차를 우려내서 따라 마시는 순간부터 계속 쳐다보았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내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보는 6개의 눈동자를 외면하고 싶었지만 외면하면 할수록 그 눈동자에서 나오는 반짝이는 빛들은 사그라들지 않고 더 번쩍거리고 있었다. “아씨~알았어! 그러니 그만 좀 봐.” 그들이 녹차를 마셔보길 원한다는 것을 느끼고 하인에게 뜨거운 물을 시켜서 찻잎을 넣어서 우린 다음에 따라주었다. 더불어 주의사항도 빠뜨리지 않고 말했다. “녹차라는 차를 다른 차로 알면 안돼!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새콤달콤한 차가 아니야. 약간의 쓴맛을 지녔고 맛은 처음 먹어 본 사람이면 마시다가 다시 내뱉을 정도니 알아서 마시라구. 마지막으로 나를 원망하지 말기를!” 이렇게까지 경고를 했는데도 그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한 모금씩 홀짝였다. 그리고 그 반응은 내 일행들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게 내가 경고했잖아!” 차마 비싼 차를 뱉을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그들은 울상을 지으며 꿀꺽 하며 삼켰다. “이거 가짜 아니야? 아니, 가짜가 아닙니까?” 반말을 하는 순간 쥴리앙의 눈과 마주친 알퐁스는 존대로 바꾸어 말했다. “바부팅이! 이건 진짜란 말이야!! 정 못 믿겠으면 내걸 먹어보면 알거 아냐?” 내 경고를 무시해서 생긴 일 때문에 괜히 진품인 녹차를 가짜 녹차로 둔갑시키려는 알퐁스의 찻잔에 내가 마시던 것을 조금 따라주었다. 내가 마시던 차를 다른 누구에게 준적이 없기에 리디가 커다란 눈을 말뚱말뚱 뜨고는 알퐁스 찻잔에 따라진 녹차만 바라보았다. 아니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알퐁스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며 컵에 담긴 차를 경건하게 눈까지 감고는 마셨지만 표정이 아까 본 것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내 말을 믿으라니까! 쯧쯧.” 혀를 차며 내 말을 듣지 않던 사람들에게 한번씩 째림을 주고는 알퐁스에게 따라주고 남은 녹차를 한번에 마셔버렸다. “그럼 내일 이곳을 떠난다는 말인가?” “당연한 것을 또 묻는군.” 식사를 끝내고 다과시간을 가지며 여유롭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인물은 나를 포함한 네 명. 그리고 우리를 보는 수많은 눈구녕들. 하인들은 귀족들의 시중을 들기 위해, 그리고 귀족의 신변이 안녕하길 바라는 호위병들이 몇 명씩 있었다. 그 중에는 어니스도 있었다. “여기에 계속 머무실 생각은 없나요?” “없어! 난 여행자니까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아.” 알퐁스의 물음에 딱 잘라서 말했다.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것은 내 천성인가 웬만한 도시에 조금 오래 버팅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부터 온몸이 근질거려서 다음날에 미련 없이 그 도시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물론 카옌 왕국의 수도인 카프로스에서는 좀 오래 머물렀지만! “미스티님. 저기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지금 일행들이 걱정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어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미스티님은 걱정 없겠지만 전 맞아 죽어요.” 나가자고 한 드래곤이 누군데 벌써부터 들어갈 일을 생각하고 있는지... “걱정하지 마. 어차피 그들은 우리와 나오길 싫어했으니 조금 늦게 들어가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 만약에 핍박하면 내가 따끔하게 혼내줄게. 쬐금만 이야기할게! 됐지?” 안색이 살짝 안 좋은 리디를 안심시키고 끊어진 이야기를 했다. “정말로 떠날 건가?” 이들은 내가 떠나는 것이 주된 관심사인가 그것만 집중적으로 물어보았다. 집중적으로 물어보는 것에 집중적으로 대답을 하다가 쥴리앙의 옆에 앉아 있는 알퐁스는 꼭 뭐 마려운 강아지 인 것같이 안절부절못하다가 나를 보며 뭔가 입을 뻥긋거리다가도 내 시선과 마주치면 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 괴이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이미 다른 여자랑 여관에서 하룻밤 묵었는데 나한테 사랑 고백할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을 하지 않으니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내가 답답해서 돌아가실 것 같았다. “알퐁스 할말 있으면 빨리해. 나도 그렇게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으니까.” “저,저기...그래! 말할게요. 사실은.....” 여전히 미적미적 거리며 말을 하지 않자 쥴리앙도 궁금하다는 식으로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머뭇거리느냐? 할말 있으면 어서 하지 않고” 아버지의 채근에 알퐁스는 마침내 줄줄이 말을 내 뱉으려는 폼을 잡고 있다가 다른 인물이 개입하는 바람에 그 자세로 굳어져 있다가 다시 풀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소설을 사랑 하는 사람들 몸 조심하구 건강하세여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0 2701 6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8 “사실은 제 딸이 매우 아픕니다. 유명한 의사들을 모셔왔지만 아이는 병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 말은 사실 제가 먼저 해야 옳겠지만 일개 호위병의 대장인 제가 말을 올린다는 것은 무례를 범하기 때문에 도련님께 부탁을 드린 것입니다. 아까 일행 분 중에 마법사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니스의 말에 쥴리앙은 그 사실을 몰랐다는 듯이 어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수하의 가정 사에 너무 깊게 관여해도 안 되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모를 경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최소한 부하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보고 적절하게 도움을 준다면 그에 대한 충성심은 더 올라가지만 그러지 못할 땐 부하들 사기만 떨어뜨리게 된다. 그런 중요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쥴리앙은 아직도 멍하니 내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제발을 외치는 어니스를 바라보았다. 여러 사람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어니스는 내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을 것처럼 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눈빛도 점점 진지해져만 갔다. “제발 저희 대장님의 따님을 살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방안에 있던 호위병들까지 부탁하는 바람에 난처하게 되어 버렸다. 저렇게 한꺼번에 부탁을 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호위병들은 이미 어니스의 속사정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귀찮아서 그냥 돌아서버릴까 했지만 호위병들까지 부탁하는 바람에 확실하게 도와주자고 생각을 하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내 자신이 무지 자랑스러워서 입이 살짝 옆으로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훗훗~내 친구인 호위대장인데 어찌 일개 호위병의 대장일수 있겠는가? 너무 자신을 비하시키는군! 나도 너무 갑작스런 말에 약간 놀랄 뿐이라네.” 내가 말했어도 진정으로 감동의 도가니탕으로 끌고 갈 수 있을 정도 였는지 주변에 있던 인간들이 날 보는 시선이 확 달라져 있었다. “정말로 해주겠는가? 정말로?” 치사하게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인간으로 여겼는지 쥴리앙은 간절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다가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초조와 긴장 속에 파묻혀 있는 어니스 쪽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흐뭇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것이 떠나는 마지막 내 선물이라고 해 두지. 그럼 앞장서야지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 것인가? 딸내미가 죽어가고 있다며?” 내가 허락한 것이 믿기지 않은지 어니스는 가만히 있다가 주변의 밝은 미소를 보고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내 호통에 쬐금 찔끔거리며 급히 앞장섰다. “일행 분들의 여관이 어디야?” 저택을 빠져가고 있을 때 쥴리앙이 하는 말에 난 한 마디로 단축해서 말했다. “몰라!” 그 말의 파장은 저택안의 모든 것들을 싸늘하게 얼려버리는데 기여를 했다. “그렇게 심한 농담을...하하하하....” “쥴리...정말로 모르는데, 넌 아니?” 이제껏 난 여관의 이름을 제대로 안적은 별로 없었다. 여관에서 나와 길을 잃었다고 생각이 들면 그냥 공간 이동을 하면 되니까 굳이 알 필요가 없어서 생각해 두지 않았다가 갑작스레 여관의 위치를 물어보는 쥴리앙의 말에 당황은 하지 않았지만 충격을 먹은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약간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리디에게 물어본 것이다. 리디는 분명 드래곤이니까 여관 간판을 한번이라도 봤으면 잊어먹지 않고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리디는 망각을 하지 못하는 드래곤이니까!! “그러니까 이름이 블랑 로즈라고 한 것 같았는데요.” “헉” 리디의 말에 내가 알고 있는 세 남자 외에 하인 몇몇과 호위병은 숨넘어가는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지? 뭘 잘못 먹었어?” 아무것도 알지 못한 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물론 알퐁스가 놀라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불법 침입범이었던 내가 머물고 있던 곳이 자신이 세비아와 잠깐 자고 있던 곳과 똑같았으니까) 나머지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여관이 귀곡 산장도 아닌데 그들이 보여준 반응은 아방함을 넘어서 경악을 하고 있었다. “그 여관은 로즈...아니 제국 내에서도 유명해서 귀족들은 꼭 한번은 가보는 곳이지. 시설도 좋고 다 좋은데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거야! 나도 한번 가봤는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더군. 웬만한 귀족들은 다른 여관에서 머물지. 그런데 돈 많은 일행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보지?” “당연한걸 묻고 있군.” 어둠에 묻혀서 검붉은 빛을 내며 저녁 이슬에 꽃잎을 축이고 있는 장미들의 미로를 지나오며 쥴리앙의 설명에 사람들이 경악해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엄청난 가격대로 인해서 귀족들도 눈물을 머금고 지나가야 하는 현실에 쥴리앙은 원통해하고 있지만 난 블랑로즈라는 여관에 대해 별 감흥이 없었다. 그 여관보다 더 좋고, 화려함의 극치로 치장된 왕궁에서 아예 살다 시피해서 이미 면역이 된 듯 하다. 검붉게 물든 장미의 미로를 빠져나오다가 무심결에 올린 손에 장미들의 이슬이 묻었다. 저녁 이슬에 촉촉해진 장미 꽃잎들은 아스라이 떠있는 보름달빛에 영롱한 보석이 된 듯 아름답게 빛이 나고 있었다. 꼭 보석의 향연을 보는 듯 심취해 있다가 미로를 빠져나오자 머리를 제 정돈해서 어니스를 따라갔는데 어째 가는 길이 아까 쥴리앙의 저택을 보기 위해 나와 리디가 고생해서 온 길을 되돌아가는 듯 했다. “어니스의 집이 여관이 있는 쪽이었어?” 언덕으로 올라가려고 발걸음을 부지런히 옮기던 어니스는 내 질문에 멈춰서 뒤돌아서며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그게 무슨...마법사 일행 분들을 모시러......” 정말이지 구제불능의 어니스 였다. “내가 미쳤다고 일행들에게 떠벌리나? 지금 이런 것 한다고 맞아 죽지 않으면 다행이지.” 늦게 돌아갈 것이 뻔해서 다굴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만약에 일행들에게 내가 이러이러한 일 때문에 늦었어 하는 거랑 늦게 들어온 걸로도 모자라서 도와주라고 하면 잘 했다고 칭찬은커녕 둘이 놀러갔다가 귀찮은 일을 떠맡아 왔다고 방안에 가둬서 3박 4일간 잔소리를 들을게 뻔했다. 하지만 이런 내 사정을 모르는 어니스는 의아한 시선이 곧 불신과 더불어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시선으로 바뀌면서 한탄스런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그렇다면 약속을 취소한다는 것입니까?” 주변의 인물들이 아까는 곧 도와줄 것처럼 굴더니 갑자기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며 나를 쳐다보았지만 알퐁스만은 아무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녀석은 이미 내가 며칠 전에 한 일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장난 안하니까 빨리 어니스 집으로 안내햇.” 실망한 표정을 지은 어니스는 처음의 빠른 걸음과는 달리 어기적어기적 거리며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많은 저택들이 자리 잡고 있는 집중에 유독 붉은 벽돌로 지은 집에서 죽음의 향기가 짙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 다가가면 갈수록 죽음의 향기가 진해져서 그쪽은 외면하고 갈려고 했는데 어니스의 발걸음이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다가 마침내 붉은 벽돌집의 탁한 갈색빛 문을 열고 우리를 안내했다. 죽음의 향기만 나오지 않는다면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안은 엉망이었다. 한바탕 부부 싸움을 하고 난 다음의 모습이랄까? 아니 꼭 귀곡 산장을 연상케 했다. 깨어진 창문에서 불어온 바람이 하얀 커텐을 흔들고는 거실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을 한바탕 뒤흔들고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바닥에는 먼지들이 쌓여서 걸을 때마다 발자국이 찍혔고 쇼파와 테이블, 그 외의 가구들이 있어야 할 곳에는 원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달빛이 깨어진 창문으로 스며들어 거실 안을 비추고 있는 을씨년스런 모습에 어니스가 쥐었던 두 주먹은 부르르 떨렸다. “제 딸은 윗층에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일행 분들을...크흐흑....아이는 아파서 누워있고 아내는 생활고를 이기기 위해 잡일을 하러 다닙니다. 그래서 지금은 돌아와 있지 않습니다. 큭큭! 주인님 죄송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어니스는 눈물을 흘리자 쥴리앙이 다가가서 어니스의 커다란 등을 투박한 손으로 토닥거려주자 울음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어니스를 토닥여 주고 있는 쥴리앙의 심정 또한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받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그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부하가 이런 집에서 살고 있는 것 하며 집안사정을 몰라서 그동안 도와주지 못해 이런 일이 생겼을 것이라 하며 자책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 쥴리앙의 눈에서 맑은 무엇인가가 점점 커져서 눈 전체를 덮으려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삐꺼덕 삐꺼덕 어니스를 다독여주고 있는 쥴리앙의 모습을 보다가 오랫동안 문을 여닫지 않았을 때 생기는 소음에 우리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조금 초췌해졌지만 여전히 기품이 넘쳐흐르는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중년의 여인이 서있었다. 중년은 여인은 어스름 비춰지는 달빛에 눈을 살짝 찌푸리고는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누구....여보?” 어니스가 훈련을 가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인지 그들은 눈으로 존재를 확인하고 달려가서 서로 껴안았다. 그리고 포옹을 풀며 우리들에게 소개를 했다. “여긴 제 부인입니다. 그리고 저기에 계신 분들은 레이캬비크 백작님과..................이야.” 우리들의 이름을 일일이 소개하자 어니스의 부인은 낡은 회색빛 치마를 양손으로 잡고 살짝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올렸다. “죄송합니다. 손님이 왔으니 대접을 해야겠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아픈 딸을 둔 어머니 치고 마음은 굳건한 것 같았다. “미안하네. 자네 집안이 이렇게 됐을 줄이야. 진작에 알았으면 조치를 했을 것을...” 자신의 부하에 대해 너무 몰랐던 쥴리앙은 이제서야 어니스에게 사과를 했고 어니스는 어니스대로 머리를 숙이면서 묵묵히 서있기만 했다. 자신을 챙겨주지 않은 쥴리앙이 원망스러워서 그런지 아니면 쥴리앙의 말에 감격해서 나오려는 눈물을 참으려는 행동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조용한 거실에서는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부인이 촛불에 불을 밝히려고 부싯돌을 부딪치는 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있었다. 잠시 후 부싯돌 소리마저도 나지 않자 오로지 달빛에 의지해 밝혀졌던 거실은 하나의 두 개의 촛불로 인해서 대낮처럼 환해진 듯 했다. 환해진 거실 안은 좀 전보다 상태가 심각해 보였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니스와 부인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에서 미약한 숨소리가 들리는구나! 한번 가보자꾸나” 쥴리앙과 어니스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 나와 리디는 이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걸어가서 그 미약한 숨소리가 들리는 문을 열었다. 밤이라 그런지 방안은 무지 컴컴했다. 그래도 1층은 촛불이라도 켜 놓아서 그런대로 밝았지만 이곳은 창문마저 닫혀있어서 완전히 어둠에 먹혀버린 공간인 것처럼 느껴졌다. “라이트” 리디가 어두운 방안을 보다 못해 시동어를 외치자 하얀 구슬 같은 것이 손에서 생성되어 공중으로 올라가서 방안을 비추었다. 조그만 방안의 한쪽 구석의 침대에는 하얗다못해 창백해진 소녀가 뼈와 가죽만 남은 채 곧 끊어질 것 같은 숨을 몰아쉬며 잠들어 있었다. 어쩌면 눈을 뜰 수 있는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떤 거 같니? 내가 보기엔 너무 심하구나.” “제가 보기에도 매우 안 좋아 보이는데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소녀가 누워있는 침대에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더 안 좋아 보였다. 살아있는 미라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 소녀가 미라가 아니라는 증거는 단지 조금씩 움직이는 가슴의 기복뿐이었다. 눈 주위에도 검은 기미가 껴있었고, 앙증맞은 입술은 갈라져서 피가 조금씩 나오다가 굳었는지 주변이 검붉게 굳어 있었다. 조금만 손을 대면 곧 깨져버릴 것 같은 느낌에 손으로 만지지도 못하고 보기만 했다.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음~우선은 영양실조에다가, 수면 부족에다가, 병에 걸린 것 같아. 면역체가 약해져 있을 때 병원균의 침입을 받아서 미처 항체를 만들지 못해서 생긴 병 같은걸!! 흐음~빨리 치료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잔뜩 먹였으면 간단하게 해결될 것을 시간만 질질 끌다가 이 지경으로 만든 것 같아. 되도록 이면 빨리 회복을 시켜야 할......엇!” 앙상 마른 소녀의 병에 대한 진단을 하고 회복을 시키기 위해 손을 가슴에 올려놨다. 그런데, 그런데...움직여야 할 심장이 움직이지 않았다. 좀 전까지 힘들게 숨을 몰아쉬고 있던 콧속으로도 한 가닥의 공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지 않았다. 창백해진 피부는 청색으로 변해만가고, 영양부족으로 갈라져 있던 입술은 파랗다 못해 검게 물들어 갔다.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어떻게 하면 될까? 어떻게.......” 내가 살리고자 한 소녀가 내 앞에서 죽어버리자 한 순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헛소리만 중얼 거렸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기에 당황스러웠다. “미스티님~미스티님! 정신을 차리세요.” 리디가 큰 소리를 냈지만 난 눈만 감고 있었다. 아마도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라면 정확할 것이다. 한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방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좁은 방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렸다. “뭐가 어떻게 된 일.....엇! 메이, 메이~” 자신의 딸의 이름이 메이였는지 어니스는 메이 곁으로 다가와서 손을 잡자마자 자지러진 얼굴을 하며 이미 죽어버린 딸 이름만 되뇌이고 있었고, 어니스의 부인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소녀를 안고 울고 있었다. ‘내가 저렇게 죽으면 울어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날 잊어버린 내 가족들이? 아니면 내가 살았던 환계의 신들...? 그것도 아니면 지금 같이 다니고 있는 일행들이 진정으로 울어줄까?’ 잠시 후 정신을 차린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은 소녀가 가여워서 인지 어니스와 부인을 뺀 방안에 들어온 인간들은 얼굴이 침울해져서 곧 울 것 같았다. 알퐁스의 두 눈은 이미 붉게 충혈 되어서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지만 닦을 생각도 못하고는 소녀만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귀족의 편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이처럼 죽은 사람들을 처음 봤기에 약간의 충격을 느꼈을 수도 있다. “메이! 아가 아빠가 왔는데 눈 좀 떠보렴. 아빠가 놀러도 같이 가주고 맛있는 것도 사줄게. 메이가 해달라는 것은 다 해줄게. 아가, 그러니 아빠라고 불러보렴.” 자신의 딸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는지 메이의 이름을 연신 부르면서 평소에 메이가 해달라고 했던 것이었는지 찐한 슬픔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이미 죽어버린 소녀의 갈라진 입술은 벌어질지 몰랐다. 메이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불러도 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린 것을 알았는지 어니스는 울부짖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어니스를 보고 쥴리앙이 다가와서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방안에 지금에서야 들어와서 소녀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알퐁스가 내게 물었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살피고 치료를 하려고 했는데....죽어버렸어.” 인간이었던 난 소녀의 죽음을 방관한 것처럼 느껴져서 죄책감이 들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가고 없었다. 그냥 치료를 할 것을..... “당신이 죽인 겁니다. 당신이 동료분만 데리고 왔어도 내 딸이 이렇게 죽는 일은 없었을 거야 컥컥컥.....메이가 당신 때문에 죽었어. 너 때문에.” 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나한테 뒤집어씌우려는 듯한 그를 쥴리앙과 그 외의 인물들이 막으려고 했지만 역부족인 듯 그는 검을 빼들고 내 앞으로 달려들었다. “무엄하다. 이게 무슨 짓인가?” 어니스가 공격을 하자 엄포를 놓던 리디는 아직 숙련되지 않는 검을 들며 공격을 막았다. “너희들만 아니었으면...커흐흐흑.....딸이 죽지 않았어.” 리디에 의해 공격이 막히자 그는 더 열에 받혀서 날 뛰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풀려는지 집요하게 날 공격해 왔지만 리디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막아섰다. “어니스 멈추게. 미스티가 자네 딸을 죽이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니지 않은가! 멈추게.” 쥴리앙의 간곡한 부탁에도 어니스는 이미 감정에 의해 이성을 먹혀버렸는지 오로지 붉게 충혈 된 눈으로 검을 앞으로 뻗을 뿐이었다. “딸을 죽음으로 몬 것을 너야! 딸은 이미 영양실조 걸린 상태에서 병에 걸렸어. 만약에 조기에 치료했으면 금방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넌 딸을 그냥 방치했어. 이미 병이 골수까지 파고들었을 때 의사를 데리고 오면 뭐하냐고. 이건 미스티님이 니 딸을 보고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니 딸의 죽음을 받아들여라. 괜히 딴 사람한테 시비 걸지 말라구. 딸이 죽어서 화가 나서 화풀이 상대로 미스티님을 지목했다면 낭패를 당할 것이다.” 싸우는 도중에 어찌나 입에 참기름을 바른 듯이 잘 나가던지 난 리디의 말빨에 칭찬을 해주고 싶어졌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팽팽하게 공격과 방어를 하던 중 리디는 점점 수세에 몰리게 되었다. 공간이 좁은데서 싸울 때는 경험이 많은 자가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리디는 이제 검술을 연마한 것이 몇 년이 되지 않았기에 몸에 하나 둘씩 작은 상처들이 생기고 있었다. 상처로 인해 리디가 입고 있던 흰색의 옷이 붉은 물감으로 군데군데 칠한 듯이 물들어가고 있었다. 붉은 피로 도배가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디는 날 보호하려는 일념으로 내가 공격을 받지 않도록 끈질기게 방어를 했다. 방어를 하던 중 어니스의 허를 찌르는 공격이 들어오자 리디는 당황하면서 검을 휘두르려다가 그것마저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행동을 멈춘 채 자신의 몸을 내 방패로 삼으려는지 어니스의 날카롭게 벼려진 검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 멈춰.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리디의 위험을 보고 난 목소리에 약간의 기를 섞어서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게 말했다. 그래야 어니스가 정신을 차릴 것 같아서.... 내 예상이 맞았는지 리디의 가슴 한복판을 찔러오던 어니스의 검은 움찔하더니 그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내가...대체 무슨 일을....” 한순간 감정이 앞서서 저지른 행동이 믿겨지지 않았는지 중얼중얼 거렸고 방안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은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면서 위로의 말을 했다. “어차피 태어난 것은 무릇 죽게 되어있네. 자네의 딸은 그저 시간만 앞당겨서 먼저 하늘로 가버린 것이니까 그렇게 자책하지 말게.” 어니스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하는 쥴리앙의 말을 한쪽 구석에 앉아서 듣다가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성공할지 못할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일이 이렇게 돼 버린 이상 이판사판 공사판이다. 라엘이 가르쳐준 것을 해보는 거야. 어차피 본전치기 아니 내가 쬐금 손해인가? 지금 봉인해둔 힘을 풀 수 없으니 그냥 밀고 나가봐야지! 설마 죽기야 하겠어?’ 이윤을 따지던 난 생각을 굳히고 큰 소리로 말했다. “방안에 있는 분들은 모두 밖으로 나가 주십시오! 저기에 있는 메이라는 소녀를 두고.” 이에 인간들은 그게 뭔 소리냐는 식으로 쳐다보았지만 난 거기에 대해 해명을 하지 않았다. 해명하고 자시고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나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계시겠습니까? 설마하니 제가 시신을 가지고 장난이라도 칠 것 같습니까? 그러니 잠시만 나가 주십시오! 쥴리앙 내 말대로 해 주게.” 아무리 간곡히 말을 해도 지나가는 똥개가 짖는 것처럼 치부해 버린 채 죽은 소녀를 안고 울고 있는 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스티가 한 말을 듣지 못했는가? 어서 밖으로 나가게.” “모두 밖으로 나가십시오.” 레이캬비크 부자가 나서서 밖으로 향하면서 모든 이들은 나에게 의문의 시선을 보냈지만 싸그리 무시하자 갸웃거리면서 나갔다. 마지막으로 어니스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고 울다가 기절한 부인을 데리고 나갔다. 이제 방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나하고 리디 그리고 죽은 소녀. “리디 너에게 마스터로써 처음으로 명령을 내리겠다. 밖으로 나가서 다른 이들이 못 들어오게 막아라. 만약에 만약에...아니다. 그럼 나가봐라.” 첫 명령을 들은 리디는 얼굴을 굳히고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머리를 숙인 채 뒤돌아섰다. 리디는 이미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알고 있는 듯 했지만 굳이 말리지 않았다. 내 신념이 강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녀석은 침통한 표정을 지은 채 밖으로 나가서 문을 닫았다. “아니 그리디아 양까지 밖으로 나오셨나? 미스티가 무슨 일을 하려고...” “난 미스티님의 명령에 따라서 이곳에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을 테니 들어가려는 생각을 꿈도 꾸지 마십시오! 진정으로 말을 듣지 않는 다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쥴리앙의 질문에 집안에 있는 리디는 싸늘한 어투로 건물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 들릴 수 있도록 말을 하고는 문 앞을 지키고 있는지 문 밖에서 불안전한 기운이 느껴졌다. ‘훗...리디가 제법 하는데?’ 비록 안에 있었지만 바깥의 소리가 들려오자 방음을 철저히 해야 하는 방임을 인식하고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었다. 라이트가 공중에 둥둥 떠 있어서 오히려 더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차분해진 눈으로 메이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돼야 하는데, 만약에 안됐단 봐라. 환계에 돌아가는 날에 라엘을 삼복에 된장 바른 녀석들처럼 만들어 버릴 거야.’ 잠을 자고 있는 듯이 침대에 반듯하게 눕혀져 있는 소녀를 내려다보다가 이미 멈춰있는 심장 부근에 있던 옷을 찢어내고는 오른손을 가져가서 대었다. 죽은 지 얼마 안됀 것을 반영하듯이 아직까지는 따뜻했다. “리버스 큐어” 마법을 시전하자 손에서 하얀 오러가 나와서 소녀의 심장으로 회오리치듯이 계속 빨려 들어갔다. ‘크흐흑....젠장할...마나가 장난 아니게 많이도 빨려 들어가네. 만약에 내가 신이 아니었으면 이런 것은 꿈도 못 꾸었을 거야. 신이란 것도 꽤나 편리하군. 보통 마법사 같았으면 일생에 한번밖에 못하지만 난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 그나저나 마나가 너무 많이 빨려가서 힘들잖아! 봉인이나 풀고 할 것을!’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최고의 백 마법으로 위에 말을 했듯이 일생에 한번밖에 쓰지 못하는 마법으로 절대로 남에게 사용하지 않는 마법이다. 7클래스급 이상의 마법사만이 겨우 시전 할 수 있는 건데 만약에 어설픈 마법사가 시전을 하려고 하면 시전사가 죽어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 위험성이 많은 마법이지만 지금의 나한테는 약간 버거울 뿐 그 이상의 충격은 주지 않는다. 만일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분이 죽었다면 난 언제나 사용할 것이다. 이것이 아닌 내 의지를 잃는다 해도 난 신력을 사용할 것이다. 신에게 의지란 그 어떤 것보다 고귀한 존재! 하지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분은 그 의지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분....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7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1 2771 4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9 한편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은!! “지금이 몇 시인데 안 들어오는 거얏!” 화가 머리끝가지 치밀어 오른 미르나이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면서 쿵쾅거리며 방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엄마! 미스티가 약한 아이도 아닌데 그만 좀 자중을....아니 그냥 하던 거 마저 하세요.” “니가 그러고도 오빠냐? 동생이 안 들어오면 걱정을 하지는 못하는 것은 고사하고 지금 뭐라고 짓거리는 거야?” 애꿎은 미르나이의 화풀이에 딱 걸린 가르시미르는 땀만 흘리고 바깥 풍경만 바라보았다. “혹시 술집 같은 데라도...윽”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가 미르나이의 치켜뜬 눈동자를 보고 더 이상의 위험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블루는 자신의 손을 희생하자는 생각을 하며 사태 파악을 못하고 나불거리는 필라르의 입을 막기 위해 뒷통수를 살짝 아주 살짝 가격했더니 앞으로 넘어져서 움직이지 않은 것을 보고,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발끝으로 툭툭 쳤다. 하지만 필라르는 앞으로 볼썽사납게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지 않았고, 그것을 본 블루는 미르나이의 분노를 받지 않는 것에 대해 예의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엎어져 있는 필라르를 손수 침대에 눕혀주는 수고를 했다. 필라르와 블루의 행동을 무심결에 보던 가브리엘의 멍한 눈동자에 전구 하나가 왔다 갔다 하더니 엘프의 습성대로 아주 조용하게 입을 열고 말했다. “그리디아님은 드래곤이니 드래곤들끼리 찾지 못하나요?” 조용하게 입을 열었는데 열려진 입속에서 큰 소리가 나와서 방안에 있던 세 마리의 드래곤들의 미간에는 살짝 주름이 잡혀있었지만 그 주름은 곧 없어지고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다하고! 미처 그것을 깜빡했구나. 리디가 드래곤이니 이 세상 어디에 있든지 녀석의 기운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을!!” 기분이 좋아진 미르나이는 가브리엘을 껴안고 좋아라 했고, 유부녀이자 성질 드러운 레드 드래곤 미르나이에게 안긴 가브리엘의 표정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 딱해서 가브리엘의 앞에 놓여 있는 꽃병에서 꽃들을 뽑아버리고 그 안에 동전이라도 넣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디아의 기운이 여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느껴지는 군요! 어서 가보죠.” 그리디아의 기운을 잡는데 성공한 블루의 말에 미르나이는 안고 있던 가브리엘에게서 떨어져 나와 잠시 맡고 있던 블랑슈 녀석을 잠재워서 필라르 옆에 던져버리고는 어서 가자고 재촉을 했다. 자신이 직접 마법을 써도 돼지만 미르나이가 누구인가? 바로 루나의 새엄마!! 귀찮은 건 딱 싫은 관계로 앞에 있는 두 마리 드래곤에게 황홀한 미소를 날리며(블루와 가르시미르가 보기에는 살기가 피어오르다 못해 응고되어 주변에 툭툭 떨어질 정도로 살벌한 미소였다.) 기특한 생각을 해낸 가브리엘에게 마법을 시전 하니 가까이 오라고 검지로 제스처를 취하자 가브리엘은 삐쭉거리며 미르나이 옆에 섰다. 미르나이의 눈짓에 마법을 시전하게 될 대상이 된 가브는 자신의 몸속에 있던 마나를 개방하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엄청난 마나 파장이 느껴지는데요?” 자연의 종족인 엘프인 가브리엘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마나의 파장은 강력했는데 주변에 있는 세 마리의 드래곤이 그걸 못 느끼면 드래곤이라는 명함을 반납하고 레어에 틀어 박혀서 돌바닥이나 긁고 있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중에는 바닥이나 긁고 있어야 하는 한심한 드래곤이 없어서 인지 좀 전까지의 환한 미소는 다 어디로 가버리고 살짝 굳어진 얼굴로 가브리엘이 한 말에 고개만 끄덕이거나 묵묵히 파장의 진원지가 될 것 같은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마나의 파장이 가장 큰 곳이 그리디아가 있는 곳?” “그렇다면 미스티가 위험한거 아닐까요?” 세 마리의 드래곤이 그리디아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곳에서 강한 마나의 파장이 느껴졌기에 위험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딸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여자의 육감으로써 알게 된 미르나이의 말에 아까까지 칭찬을 받았던 가브리엘이 조심스럽게 한마디를 꺼냈지만 미르나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끄덕이면서 블루를 쏘아보았다. 어차피 마나까지 개방을 했으니 자신이 한 것보다 더 빨리 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르나이의 눈빛에 쫀 블루는 급하게 시동어를 외치며 그리디아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공간 이동을 하려면 우선은 그곳을 한번이라도 가봤어야 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엔 자신이 원하는 인물에서 풍기는 기운으로만 따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그럴 경우엔 더 많은 마나가 소모 되므로 신중하게 시전 해야만 한다. 그리디아의 기운을 따라 공간 이동을 하고 난 다음 주변을 바라보고는 일행들은 아연실색을 하였다. 운동장처럼 넓은 거실 안에는 축구라도 하려는지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어야만 하는 가구 및 물건들이 없었고, 먼지로 뒤덮여 있었고, 어둠으로 싸여있는 이곳에는 창문 틈으로 세어 들어오는 달빛과 벽에 꽂혀 있는 촛대에 올려진 단 두개의 촛불에 의해서 앞을 구분할 수 있었다. 주변을 살펴본 일행들은 어마어마한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위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들 눈에 보이는 것은 2층 복도에서 아무렇게나 앉아서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 인간들과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근원지로 보이는 방 앞을 지키는 피투성이의 옷을 입고 눈동자엔 하나 가득 담겨져 있는 눈물이 아스라이 떨어질 것만 같은 그리디아뿐이었다. “어째서 니가 그곳에 있는 것이냐?” 이중에서 대빵인 미르나이는 이층에 서있는 초췌한 그리디아를 보며 불만 섞인 어투로 집안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그리디아에게 묻자 그녀는 창백해진 안색을 드러낸 채 말을 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일이냐면은......(중략).......된 겁니다. 미스티님이 명령에....” 울먹거리는 그리디아의 말에 루나의 사정을 들은 일행들은 안색이 푸르죽죽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뭐라고? 미스티가 그럼....”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전 된 마법을 중단시키면....미스티가.....안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루나가 있는 방안을 투시하려는지 미르나이는 커다란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며 안면 근육을 부들부들 떨면서 하고자 한 말을 다 못한 채 서있기만 했다. 그런 미르나이의 말에 가브리엘, 가르시미르가 막자고 했지만 블루는 시전 되고 있는 마법을 막으면 지금 마법을 하고 있는 당사자가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으므로 도리도리를 해버렸다. 이미 시전 된 마법은 터닝 시키거나 소멸할 수 있었지만 지금 같은 리버스 큐어의 경우엔 계속해서 생명력이 응축된 마나를 집어 넣어줘야 하기에 막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미르나이를 의장으로 추대하고는 네 명 이서 이런 저런 상의를 했다. “대체 어느 분들이시기에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신 겁니까?” 맷집이 있을 것 같은 중년의 남자가 묻자 상의하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 듯이 네 명이 한꺼번에 쏘아보았다. 네 쌍의 살기어린 눈동자에 중년의 남자는 약간 쫀 듯이 있다가 다기 용기를 내듯이 헛기침을 하고 물었다. “이곳은 제 가신의 집인데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그런 것은 너희들이 알 필요 없다.” 아주아주 싸가지가 철철 넘치도록 얘기하는 미르나이를 보고 안색이 안 좋아 졌지만 상중인 집에서 큰 소리를 하기에 소란을 일으킬 것 같아서 점잖게 말했다. “지금 여긴 상중이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뭐하는 거요?” 네 명의 안하무인의 사람들은 맷집이 좋을 것 같은 남자와 그 남자를 따라 내려온 사내들을 내버려 둔 채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멈춰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으아아악~” 싸가지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주인을 무시하고 가자 화가 난 호위병이 앞에 나서서 막자 가르시미르는 잔뜩 짜증이 난 표정으로 호위병의 팔을 잡고 오른쪽으로 힘을 주어 던져버리자 연약과 비실의 상징인 여인네들보다 더 심각하게 던져져서는 벽에 쳐 박혀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여긴 상중입니다. 그러니....” 알퐁스는 호기 있게 덤비려다가 갑자기 환해지는 무엇에 눈을 감았다. “라이트” 촛불을 켰음에도 무지 어두운 관계로 눈이 지치지 않게 블루가 마법으로 안을 밝게 했다. 블루가 마법을 하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운 듯이 쳐다보다가 어니스가 대표로 말을 했다. “마법사시군요! 이층에는 제 딸이 잠들어 있으니.....” 아까와는 달리 많이 침착해진 어니스가 정중하게 말하며 앞에서 막았지만은 그들은 막무가내 였다. “감히 말을 무시하느냐?” 좀 전에 자신이 저지를 실수로 인해서 수그러들었던 화가 솟구치자 검을 빼서 위협을 했지만 어찌된 일이지 그들은 검 따위에 시선조차도 보내지 않고는 오로지 위쪽만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더 열이 받친 어니스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제일로 앞에 서서 호위병을 벽으로 날려버린 붉은 머리의 사내에게 경고성으로 팔 하나만 자를 생각을 함과 동시에 왼팔 부분으로 검으로 찔러 들어갔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 정도의 깊이로 찔렀으니 필시 살을 꿰뚫은 느낌이랄지 아니면 고통으로 신음하는 남자가 보였어야 하지만 오히려 왼팔을 그대로 늘어뜨린 남자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어서 자세히 자신의 검을 보니....반 토막으로 잘려져서 붉은 머리 사내의 왼팔 소매에 막혀 있었다. “실력도 없는 것이 어디서 검을 빼드느냐?” 순식간에 검을 빼서 검기를 만들어 자신의 검을 반 토막으로 만드는데 공헌한 가르시미르의 호통에 얼이 빠졌는지 어니스는 움직일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정을 돌보지 않고 열심히 수련을 해서 딸까지 잃은 댓가로 얻은 자신의 검술이 이처럼 허망하게 깨져버렸다. 더구나 상대편 남자가 검으로 자신의 검을 무 자르듯이 자른 광경도 보지 못한 것이다. “말리지 않을 테니 누군지 알려주십시오.” 어니스이 검이 한순간 물거품이 된 것을 보고는 말리면 죽음이 기다리는 것을 느낀 쥴리앙이 정중하게 물어오자 미르나이는 화가 난 것을 꾹 참고 말을 했다. “저기 방안에 죽어있는 소녀와 같이 있는 소녀가 바로 내 딸이다.” 그 말에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일행들이 실력은 좋다고 들었지만 설마하니 고 레벨의 마법사와 소드 마스터가 있을 줄이야. “지금 내 딸은.....아니다. 딸이 무사하면 그때 가서 말을 하지. 그리디아! 미스티가 안 나온 지 얼마나 됐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미르나이와 그리디아의 대화를 들은 두 드래곤은 아까보다 안색이 안 좋아 졌다. “큰일이군! 어쩌면 좋단 말인가!” “만약에 동생이 어떻게 되면 나도 가만히 있지는....” 마법을 오랫동안 시전하고 있다는 것은 마나 사용량이 많다는 뜻이고 잘못하면 미숙한 시전자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스티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면 따라야지. 그나저나 너희들은 누구지?” 딸에 대한 걱정만 하다가 눈을 신경 쓰이게 만드는 여러 인간들이 보이자 그들의 대빵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소개가 늦었군요! 전 오늘 미스티를 친구로 사귄 로즈의 시장인 쥴리앙 레이캬비크라고 하며 저기에 있는 놈은 제 아들이고,..........입니다.” 조심조심 정중하게 말하는 그에게 미르나이는 환상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내 딸 미스티의 친구라고? 놀랍군. 내 이름은 미르나이, 저쪽에 있는 분홍색 머리를 한 놈은 내 아들이자 미스티의 오빠인 카인이고, 저기 하늘색 머리는 블루라고 하며, 금발의 청년은 가브리엘, 두 놈은 미스티의 친구이지. 한 놈도 있는데 그 놈은 지금 자고 있어서 우리만 왔지.” 조금 전의 흥분 상태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미르나이는 자칭 루나의 친구라고 하는 쥴리앙 레이캬비크라는 남자에게 아들과 떨거지들을 소개시켜서 분란이 일어나지 않게 미연에 방어했다. 자신들의 정체를 몰랐을 땐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을 했지만 자세한 소개와 더불어 그들은 어둠에서 빛나는 한 개의 등불을 보는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소개를 하는 미르나이의 모습에 블루는 왼쪽 안면근육이 뭉쳐지는지 손으로 문지른 다음 소리를 빼액 질렀다. “지금 그런 게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미스티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는데 한가하게 그런 소리나 하다니, 진짜로 미스티의 어머니가 맞습니까?” 언제나 미르나이의 앞에서 기가 죽어 살던 블루가 그동안 쌓인 게 많았는지 눈을 왕방울만 하게 하고는 쏘아붙였다. 그 모습을 본 미르나이는 하극상을 일으키는 블루의 모습에 미간이 꿈틀거렸지만 한 인물의 개입으로 한번 흘겨보고는 다시 미스티가 있는 방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르나이님 블루님 조용히 하십시오! 정신 집중이 안 되면 미스티가 위험해 지는 것을 몰라서 하는 행동입니까?” 루나와 같이 다녀서인지 드래곤들을 이제 아스팔트위에 떨어진 껌 딱지로만 보고 싶어 하는 가브리엘의 말에 주위는 조용해 졌다. * * * * * * * * * * * * * * * ‘으이구~시끄러워서 집중이 잘 안되잖아! 나가면 반쯤 패대기를.....흐읍’ 일행들이 온 것은 마나 파장으로 이미 알고 있던 나는 그들의 말다툼에 진절머리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가브리엘의 말에 조용해져서 소녀에게 마나를 퍼부었다. 처음에는 많은 양의 마나가 쭉쭉 빠져나가더니 이제는 아주 적은 양이 스며들고 있었다. ‘이제 다 된 것인가?’ 마나가 더 이상은 스며들지 않자 오른손을 거두고, 왼손으로 소녀의 심장 부근을 눌러보자 미약하지만 조금씩 뛰고 있었다. 조금씩 뛰다가 곧 박동이 빨라져서 정상으로 되돌아 왔다. “성공이다.” 의자에서 일어나 걱정을 하고 있는 일행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버스 큐어를 시전 하느라 많은 양의 마나가 빠져나가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비틀비틀 거리며 겨우 꼭 닫힌 문에 다다른 난 있는 힘껏 발로 찼다. 발로 차자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며 방문이 시원스럽게 열렸다. 열린 방문으로 걸어 나오려고 하는 중 앞에는 흰색 셔츠에 적갈색빛 땡땡이가 그려져 있는 듯한 리디가 쓰러져 있었다. “헉...리디가 문 앞에 있는 것을 깜빡했어.” 문 앞을 지키고 있다가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차버리자 리디가 앞으로 쓰러진 것이었다. 많이 다치진 않은 것 같았지만 이마에서 피가 스며들어있었다. “미스티님 괜찮으세요?” 이마에 떨어지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일어나서 내 몸을 살피고 있었다. 피 닦고 천천히 물어봐도 되는데 리디는 자신의 상처를 돌보지 않았다. 하얀 이마를 적시던 붉은 피는 점점 아래로 내려와서 리디의 녹색 눈동자 속으로 스며들어서 괴기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괜찮니?” “어디 아프지 않아?” 피가 터진 리디의 이마를 옷소매로 닦고 있는데 아래쪽에서 다급하게 소리를 지르는 엄마와 오빠의 말에 피식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일행들의 걱정스런 시선을 없애주기 위해 걸음을 성큼성큼 옮겨서 계단으로 내려가려다가 서서히 계단이 내 눈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난 계단하고 키스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저 각진 계단에서 키스하는 그 순간 ‘축 사망’ 이기 때문이다. “미스티이이~” 계단과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난 몸을 가누려고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계단이 날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오늘날 착한일하고 죽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취미생활 덜 즐기고 많이 구경하고 놀 것을.’ 영원한 취미생활 모드로 돌입하려는 나를 누군가가 공간 이동을 해서 붙잡은 거 같았다. 감겨지려는 눈을 억지로 뜨고 바라보자 언제나 나를 못살게 굴던 블루가 보였다. “정신 차려...정신” 나를 흔들며 말하는 블루의 덕에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 블루를 흘겨보며 한마디 하고 기절해버렸다. "시꺼"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1 2782 4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10 너무도 화창한 날씨!! 오늘도 어김없이 그녀석이 생각이 난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 녀석은 나의 아주 특별한 친구였다. 한참 저택에서 연회를 벌이고 있는 도중 무뚝뚝함의 극치를 보이던 녀석은 날 암살하려는 암살범이 날린 화살을 나 대신 맞고 걱정하지 말라는 얼굴로 내 앞에 쓰러졌다. 친구가 쓰러지자마자 난 눈에 불을 켜고 검정색 차림을 한 암살범 녀석들에게 달려 들어갔다.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 감히 상처를 준 녀석들을 당장에 씹어 죽이고 싶었지만 내 실력이 그리 좋지 않은 관계로 호위대장인 어니스와 호위병들과 합심해서 싸웠지만 녀석들은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총공격을 하는 듯 하다가 뒤로 내빼버렸다. 암살범들이 도망가는 것을 막지 못하고 허망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기침을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쿨럭...쿠...허억...” 친구 녀석이 다쳐서 눈이 뒤집혀 암살범들과 싸우느라 미쳐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화살에 작은 상처를 입은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녀석은 검붉은 피를 토하며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피가 바닥에 깔린 하얀 융단에 스며드는 것을 보며 녀석에게 달려가서 상태를 살폈는데 최악이었다. 오른쪽 가슴을 화살이 관통해 버린 것이다. 다행히 심장에 맞지 않아서 즉사는 면했지만 폐가 뚫려서 살아날 가망이 없어보였다. 당장 마법사라도 있었으면 닦달을 해서라도 마법을 쓰게 할 텐데 연회에 온 사람 중에는 마법사가 없었다. 오히려 암살범 때문에 겁을 먹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작자들만 널려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는지 녀석은 팔이 부들부들 떨렸고, 그것을 본 난 막 태어난 아이를 다루듯이 조심해서 일으켜주었다. “내가..무슨 짓을 해서든지...널 살려낼 거야.”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방울방울 맺혀 있어서 시야가 흐려졌지만 눈을 한번 감았다 떠서 눈물을 아래로 흘려버렸다. 눈물이 떨어져서 녀석의 얼굴로 떨어졌지만 녀석은 그런 것에 상관하지 않고 피가 묻은 왼손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언제나 무뚝뚝해서 정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았던 얼굴에서는 환하지만 슬픈 미소가 걸려있었다. “미,미안해....니가...아끼는...쿨럭...융단이...더러워져서....” “지금 그게 문제냐? 넌 살아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희망을 버리지 마.” “바..보...난..이미..늦...었어...” 검붉은 피를 토하며 힘겹게 말하더니 죽어가던 녀석이 어디서 이런 힘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내 옷깃을 힘 있게 잡고는 씨익 웃어주었다. “내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야 해.” “야....!” 죽음 직전에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불사르던 녀석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고, 끝내는 고개를 떨구어 버렸다. “야! 이 자식아~최소한 내 말은 듣고 가야지! 죽으면.....쿡...크큭! 안돼~”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5년이 지난 난 친구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 꼬인 것들이란 다 아부만 하는 날파리들뿐! 녀석의 무덤가에 직접 키운 꽃들을 올려두고 내려다보이는 레이캬비크가의 저택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뭐 그만큼 유지비며 남들이 알지 못하는 비사들이 많이 있지만 모든 이들은 그저 겉모습에만 황홀해했다. “와~~” 봐라! 저 앞에 있는 소녀들도 탄성을 지르지 않는가! “너무 예뻐요. 나도 저런 집이 있었으면.” 모두들 레이캬비크가의 저택을 보면 저런 소리를 한다. 하지만 내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그 녀석은 감수성이라고는 제로인 말을 했을 뿐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리디야~보기에는 좋아보여도 실상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생각해보렴. 저런 꽃으로 둘러싸인 집안에는 온통 벌레로 들끓을 것이며 관리비도 장난 아니게 들잖아. 게다가 꽃이 피었을 땐 좋지! 낙화할 때 그 엄청난 꽃잎으로 만들어진 쓰레기를 치우려면 얼마나 고생을 하겠니? 제때제때 치워주지 않으면 꽃잎이 썩어서 냄새가 가히 좋지 않단다. 그런데도 저 집이 좋게만 보이니?” 한 조그만 붉은 머리의 소녀가 하는 말은 예전에 그 놈을 상상케 했다. 다른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는데 유독 그놈만은 저렇게 말한 것....근데 저 소녀가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었지? “하하하! 정말로 똘똘한 레이디구만. 어떻게 저택에 담긴 비사를 알 수 있었지?” 그 친구를 생각나게 해주어서 기분이 좋은 난 붉은 머리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내 기척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녹색머리 소녀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고, 붉은 머리 소녀는 이미 나는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아주 천천히 여유만만하게 뒤를 돌았다. “저기, 아저씨는 누구세요?” 붉은 머리 소녀가 물으며 웃자 그 녀석의 미소가 떠올랐다. 환하면서도 슬픈 미소를 저 소녀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말투까지 똑같은지 그 녀석이 환생 한줄 알았다. 환생해봤자 5살이겠지만..... “내 이름은 가메이 라고 한다네, 레이디의 이름은 어떻게 되나?” 집안 교육을 잘 받았는지 소녀는 예의바른 목소리로 말을 하며 고개를 살짝 숙여서 인사를 해왔다. “제 이름은 미스티라고 하며 뒤쪽의 소녀는 그리디아 라고 합니다.” 미스티 라는 이름이라! 오랜만에 그 녀석이 이름이 생각이 나게 하였다. 그 녀석이라 불리워지는 녀석의 본명이 미스티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여자이름 같다고 부르지 못하게 하였지만 난 아주 줄기차게 불렀지만 지난 5년간은 미스티라는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다. 내 앞에 서 있는 미스티 라는 소녀는 내게 한마디 톡 쏘아줬지만 기분이 좋아진 난 미스티라는 소녀와 그리디아라는 소녀를 집안으로 초대했다. 그때까지 내 신분을 몰랐지만! “어서 오십시오! 쥴리앙 레이캬비크 백작님!” 집안에 들어서자 하인들이 줄줄이 나와 인사를 하였다. 괜히 내 신분을 속인 것 같아 미스티양과 그리디아양에게 미안했지만 나중에는 전혀 미안하지가 않았다. “아니! 미스티양은 놀라지 않았는가?” 내가 백작이라는 것을 듣고도 태평한 얼굴로 나를 마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라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나저나 가메이 아저씨가 아니 쥴리앙 레이캬비크 백작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거짓말을 했다는 것밖에 느끼는 것은 없습니다.” 정말이지 태어나고 나서 오늘처럼 놀라보긴 처음이었다. 어쩜 미스티 그 녀석과 똑같은지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 놀라고 있었다. 미스티의 혼이 소녀의 몸에 빙의한 것처럼 여겨 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아아~그러지 말게. 난 미스티양을 보자마자 옛 친구를 보는듯했지. 그 친구가 내 저택을 보고 한다는 소리가 미스티양이 한 소리와 똑같았거든. 게다가 저택으로 오는 동안에 한 얘기들도 모두 똑같았다네. 그래서 난 친구가 다시 환생해서 돌아온지 알았다네.” 그 녀석에 대해 나도 모르게 미스티양에게 말을 했는데 점점 슬퍼지는 말투는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그때 내가 화살에 맞았으면 녀석은 지금쯤 이곳저곳 들쑤시면서 여행을 하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실망하기에는 너무 이른 거 아닌가요? 차라리 잠시 동안이지만 제가 백작님의 친구가 되어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 녀석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미스티양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강타했다. ‘친구? 친구라....그 녀석을 닮은 친구...좋아! 이젠 그 녀석처럼 잃고 싶지 않아!’ 침울해하던 분위기는 다 사그라지고 앞에서 초롱초롱 눈빛을 반짝이면서 날 올려다보는 미스티가 있었다. 그 녀석도 저랬으면 얼마나 귀여웠을까! “그래! 그게 있었군. 앞으로 잘 부탁하네. 내 영원한 친구 미스티~” 자신이 말 해놓고 승낙을 하는 내 말에 아방해진 미스티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굴리고 있었다. 저런 행동은 미스티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는 것이었다. 그 후부터 난 미스티라는 소녀와 친구가 되었다. 짧은 만남 속에 예전의 녀석과 너무나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더욱 기분이 좋아진 난 저녁식사까지 초대를 하였다. “그러도록 하지. 리디! 한눈 팔지 말고 똑바로 따라왓.” 미스티 앞에서는 언제나 드래곤 앞에 인간처럼 행동을 하는 그리디아양이 신기해보였다. 루나하고 주종의 관계를 맺었으니 그런가? 하지만 도가 너무 심했다. “주인님!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달려 왔습니다.” 식당으로 내려가는 길에 어니스와 기사들이 달려 나와서 인사를 하였다. 항상 밝은 얼굴을 하던 어니스는 요즘 얼굴이 안 좋아보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훈련에 대한 성과는 있었느냐?” “넷” 내 친구가 죽은 이후로 난 실력 위주의 기사들을 뽑았고, 그에 따라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그들은 나의 또 다른 친구니까 죽기 원치 않기 때문이다. 잠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녀석들이 나와 미스티를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고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분들은 내 친우 이다.” 친우라는 것이 미스티를 가리키는듯한 시선에 난 살짝 눈을 치켜떴다.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전 레이캬비크 가의 호위대 대장을 맡고 있는 어니스 케러웨이 라고 합니다.” 그렇게 녀석들과 친구를 소개시키게 한 다음 어니스와 같이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사를 하면서 난 어니스와 로즈 시에 대한 것을 의논하면서 훈련에 대한 성과 같은 것을 물어보았다. 어니스는 무력뿐만 아니라 지식도 상당했기에 내 보좌관으로써의 손색이 없었다. “미스티님~옛날처럼 팍팍 떠먹으세요. 아침부터 식사도 조금만 하시고, 그러면 모두 걱정한단 말이예요! 리디를 생각해서도 조금만 더 많이 드세요.” 어니스와 대화를 하다보니 미스티를 빼놓은 게 생각이 났다. “주인님의 친우 분이신 미스티님과 그리디아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날카로운 어니스의 질문에 난 미스티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저 질문은 만난 그 순간에 했었어야 했는데 그 녀석이 살아 돌아온 듯해서 너무 기쁜 나머지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난 카옌 왕국에서 왔고 리디는 파이넬 왕국에서 왔는데!” 미스티의 출신국을 알게 된 난 그 외의 질문을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뭘 하고 있지?” 로즈시를 돌아다니면서 이 붉은 머리를 가진 미스티를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내며 간단한 질문을 하였다. “여행” “일행들도 있는가?” “물론! 마법사, 검사, 정령사! 골고루~” 역시나 그 녀석과 똑같았다. 짧은 질문에 짧게 말하는 대답! 전에 한번 왜 그렇게 대답 하냐고 물어보니 단지 귀찮다는 이유 하나뿐이었다. “실력은?” “최상급” 최상급의 일행과 같이 여행을 다니면 아무래도 여행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괜히 어쭙잖은 녀석들과 같이 다니다가 봉변당하는 것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들은 더더욱! “여행의 목적은?” “자신의 수련” 말이 자신의 수련이지 그냥 한곳에 있기 싫어서 일 것 같았다. 그녀석도 그렇거니와 미스티도 딴청을 피우면서 말하는 것을 보니 확실한 듯 하였다. “주인님의 친우 분이셨던 그 분을 닮았군요.” 어니스도 예전에 그 녀석이 생각이 났는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였다. “그분께서도 짧게 말하셨거든요! 비록 그분보다 어리시지만 예전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얼마 만에 식당 안이 훈훈해졌는지, 그동안 주인님께서는 혼자 식사를 하셨기에....” “쓸데없는 소리.” 그런 비사는 말하지 않아도 되건만 역시 어니스는 보좌관이지만 눈치가 없었다. 따끔하게 나중에 혼내리라 생각하고 있을 때 식당의 문이 열리고 막돼먹은 녀석 하나가 굴러 들어와 앉았다. 이름하여 내 하나뿐인 말썽쟁이 알퐁스 레이캬비크!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녀석이 내 말은 아주 잘도 씹어서 소화를 시키는 못된 녀석이었다.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는 거냐?” 이번에도 아무 말도 않고 내말을 다시 한번 씹었다. 아들놈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저 녀석을 그냥 아작을 냈을 텐데 가문의 대를 이어야하는 녀석이 하나뿐이라 아쉬울 따름이었다. “오늘은 친구네 집에 갔다가 오느라 늦었습니다.” “구차한 변명은 필요 없다.” 언제나 말을 해도 똑같은 변명이었다. 늦게 들어오면 친구 집에 갔다가 늦은 거라는 말을 그 누가 믿겠는가! 친구가 있어야지 믿지. 친구도 없는 녀석이....그러면서 항상 손은 다쳐서 들어온다. 이유를 물어보아도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가만히 있는 녀석이 미워 보일 수 없었다. “아씨~시끄러워서 식사를 못하겠잖아.” 미스티 앞에선 가만히 있다가 다른 이들에겐 엄청난 위암갑을 풍겨내는 그리디아양 때문에 알퐁스가 고개를 들어 그리디아양과 미스티를 쳐다보았다. “넌 누구지?” 저 물음에 대답을 해주려다가!!! “헉” 아들 녀석의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미스티가 얼굴을 살짝 들면서 쳐다보았다. “허걱” 둘 다 놀란 듯 가만히 있으면서 꼭 노려보는 듯한 현상을 만들었다.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러는 너야말로 여긴 웬일이지?” 알퐁스 녀석과 미스티가 서로 아는 사이인가? “여기가 제집인데요.” “여긴 내 친구 집인데.” 저렇게 말했다간 언제 말이 끝날지 알 수 없으므로 내가 그들을 소개시켜주기로 하였다. “커험험! 막 들어온 녀석이 바로 내 아들인 알퐁스 레이캬비크 라고 하네. 그리고 니가 대화를 나누고 계신 분은 나와 오늘 사귄 미스티 라고 한다.” 각자 소개를 시켜주자 아주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러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알퐁스 녀석의 말을 듣고 대충이나마 짐작을 할 수 있었다. 미스티와 부딪혀서 미스티가 넘어졌다는 것을! 아버지의 친구와 부딪힌 것도 불경죄인데 넘어뜨리다니! 용서할 수 없어서 평소에 녀석을 자주 주물러 주던 매끄러운 몽둥이를 꺼내들었다. 녀석도 이것을 보니 기겁을 하고 벌벌 떨었지만 중간에 그리디아양이 무 썰 듯이 깨끗하게 썰어버려서 두 쪽이 되어 미스티의 충고를 받고 난로 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내 애몽둥이를 한번에 절단한 실력을 가진 그리디아양의 실력을 보니 여행을 다닐 때 아무런 하자가 없는 듯 하였다.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난 그리디아양을 떠보았다. 그러자 그리디아양은 아무생각도 안하고 말을 내뱉으려다가 미스티의 번뜩이는 눈을 보고 말을 교묘하게 바꾸어서 말했다. “별 것 아닙니다. 미스티님은 저 보다.....호호호...일행들은 모두 저보다 뛰어난 분들로 이루어졌지요.” 모두다 그리디아양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일행들이라면 필시 미스티의 말이 사실일 것이다. 아까 최상급이라고 했으니! 강자들이 이곳에 있어서 만나보고 싶었지만 미스티의 싫어 라는 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근데 지금 미스티가 우리고 있는 녹색의 차가...혹시? “혹시 그 차는 바르실미르 안에서만 유통된다는 녹차 가 아닌가?” 전에 바르실미르 왕국을 들릴 일이 있어서 갔었는데 저런 차를 마시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외부인에겐 절대로 맛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미스티의 긍정적인 끄덕임을 보고 놀랐다. “어찌 그런 귀한 것을........혹시 카옌 왕국 출신이 아니라 바르실미르 귀족이 아닌가?” 저런 차를 그것도 미스티가 가지고 있다는 말은 곧 미스티가 그곳의 귀족이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미스티는 딱 잘라 말했다. “미안하지만 내가 그 왕국을 걸쳐온 것을 사실이지만 귀족은 아니야. 단지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많았기에 구입했지. 그리고 일행들 또한 나보다 부자인 놈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자신의 말을 마친 미스티가 뚫어지게 쳐다보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말했다. “뭘 그렇게 보나?”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보니 어니스와 알퐁스 녀석도 미스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도 바르실미르의 녹차를 알고 있을 터! “아씨~알았어! 그러니 그만 좀 봐.” 얼굴을 살짝 찡그린 미스티는 하인에게 뜨거운 물을 가지고 오라고 해서 찻잎을 넣어 우린 다음에 찻잔에 따라주면서 주의점을 말해주었다. “녹차라는 차를 다른 차로 알면 안돼!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새콤달콤한 차가 아니야. 약간의 쓴맛을 지녔고 맛은 처음 먹어 본 사람이면 마시다가 다시 내뱉을 정도니 알아서 마시라구. 마지막으로 나를 원망하지 말기를!” 미스티가 뭐라고 했지만 난 그것을 싸그리 무시하고 마셨다. 근데 이거 영 맛이 아니었다. 왜 내가 바르실미르에 갔을 때 이 차를 내주지 않았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녀석들도 차 맛이 영 아닌지 얼굴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그러게 내가 경고했잖아!” 미스티의 경고를 무시한 우리들의 잘못이었다. 왜 이런 비싸기 그지없는 차 맛이 떨떠름하면서도 풀냄새와 쌉싸름한 뭔지 모를 것들이 잔뜩 섞인 예술적인(?) 맛인지는 만든 사람들만이 알겠지! 차를 마시고 식사를 끝낸 우리들은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동안 계속 뭔지 모르게 미적거리는 알퐁스 녀석을 보더니 미스티는 채근하였다. “저,저기...그래! 말할게요. 사실은.....” 사내자식이 할말이 있으면 어서 할 것이지 저 녀석의 태도는 나도 맘에 들지 않았다. “뭘 그렇게 머뭇거리느냐? 할말 있으면 어서 하지 않고” 내 말에 녀석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더니 입을 뻥끗하려는 찰나에 어니스의 개입으로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사실은 제 딸이 매우 아픕니다. 유명한 의사들을 모셔왔지만 아이는 병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 말은 사실 제가 먼저 해야 옳겠지만 일개 호위병의 대장인 제가 말을 올린다는 것은 무례를 범하기 때문에 도련님께 부탁을 드린 것입니다. 아까 일행분 중에 마법사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니스의 말에 난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까지도 미스티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까지 알고 있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 “훗훗~내 친구인 호위대장인데 어찌 일개 호위병의 대장일수 있겠는가? 너무 자신을 비하시키는군! 나도 너무 갑작스런 말에 약간 놀랄 뿐이라네.” 환하게 웃으며 승낙을 하자 꼭 내 자신이 어니스인양 기분이 좋아졌다. 미스티의 승낙을 받자마자 우리들은 곧장 저택을 나와서 잠깐의 실랑이를 펼치고 있었다. 자신이 머무르는 여관도 모르는 미스티하고 여관의 이름을 말하는 그리디아양의 말에 화들짝 놀라 한동안 정신이 없다가 그곳으로 옮기려 할 때 다시 미스티가 걸어오는 태클에 어니스의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데 알퐁스 저 녀석은 왜 실실 웃는 거지? 여관의 반대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던 중 저택가에 자리를 잡고 있는 2층집이 나타났다. 겉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난장판이었다. 이것저것이 깨져있고 있어야 할 가구들은 보이지 않고 최악이었다. “제 딸은 윗층에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일행 분들을...크흐흑....아이는 아파서 누워있고 아내는 생활고를 이기기 위해 잡일을 하러 다닙니다. 그래서 지금은 돌아와 있지 않습니다. 큭큭! 주인님 죄송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감정이 격해있는 어니스는 겨우겨우 쥐어짜는 듯이 말하다가 내게 기대어 울었다. 진작에 내게 말했으면 딸이 나았을 거고 이런 삶은 살지 않아도 됐을 것을...... 한동안 울고 있는 어니스를 달래려다가 삐꺽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한 초췌한 여자가 서있었다. 어니스의 부인인 그녀는 예전의 아름다움이 많이 없어진 채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니스는 곧 울음을 멈추고 우리들을 자신의 부인한테 소개를 시켜주었다. “죄송합니다. 손님이 왔으니 대접을 해야겠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그 말을 들으니 내가 더 미안해져갔다. “미안하네. 자네 집안이 이렇게 됐을 줄이야. 진작에 알았으면 조치를 했을 것을...”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미스티와 그리디아양은 윗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과 행동을 같이 하기 위해 천천히 올라갔다. 환한 방안으로 들어가 보니 미스티와 그리디아양이 침울한 기색으로 서있었고,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만 아이는 이미 죽어있었다. 심장의 기복이 없자 어니스의 부인은 이미 죽어버린 딸을 붙들고 서럽게 울었다. 얼마나 슬프던지 할말이 없었다. “메이! 아가 아빠가 왔는데 눈 좀 떠보렴. 아빠가 놀러도 같이 가주고 맛있는 것도 사줄게. 메이가 해달라는 것은 다 해줄게. 아가 그러니 아빠라고 불러보렴.” 죽은 소녀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외치더니 바닥에 주저앉은 어니스의 어깨를 다독여주었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었으니!!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다독여 주자 어니스는 울음을 멈추고 일어나서는 미스티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병에 걸렸는지 살피고 치료를 하려고 했는데, 이미 죽어버렸어.” 미스티의 잘못이 아닌데 괜히 자신 앞에서 죽어서 그런지 슬픈 눈동자가 내 눈에 틀어박혔다. “당신이 죽인 겁니다. 당신이 동료분만 데리고 왔어도 내 딸이 이렇게 죽는 일은 없었을 거야 컥컥컥.....메이가 당신 때문에 죽었어. 너 때문에.” 감정이 너무 격해진 어니스는 잘못 없는 미스티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면서 검을 빼들고 미스티에게 달려들었다. 말렸지만 이미 검을 든 그 녀석을 말릴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무기를 든 인간과 없는 인간의 차이점이랄까! “무엄하다. 이게 무슨 짓인가?” 그리디아양이 공격을 막았지만 역부족인 듯 밀리고 있었다. 말렸지만 계속 칼부림을 하는 녀석을 어떻게 말릴지 고민이 되었다. 이러다간 오늘 사귄 하나밖에 없는 미스티를 또 잃게 될까 두려워졌다. 그리디아양의 해명을 했지만 여전히 검은 거두지 않았다. “모두 멈춰.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미스티의 목소리엔 커다란 힘이 담겨져 있는 듯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하던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니스도 정신이 들었는지 검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때 또 다시 어니스가 격해지지 않게 난 어니스의 곁으로 다가가서 “어차피 태어난 것은 무릇 죽게 되어있네. 자네의 딸은 그저 시간만 앞당겨서 먼저 하늘로 가버린 것이니까 그렇게 자책하지 말게.” 하지만 그 말로는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녀석이 죽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동안 서있던 미스티는 방안에서 죽은 소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나가기를 권했고 그 믿음의 눈동자를 보고 난 후 그리디아양을 뺀 모든 이들과 같이 밖으로 나갔다. 우리가 나온 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그리디아양이 머리를 숙인 채 밖으로 나왔다. . “아니 그리디아양까지 밖으로 나오셨나? 미스티가 무슨 일을 하려고...” “난 미스티님의 명령에 따라서 이곳에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을 테니 들어가려는 생각을 꿈도 꾸지 마십시오! 진정으로 말을 듣지 않는 다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디아양의 말은 그 한마디뿐이었다. 그 다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우리를 집요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나 진짜로 방안으로 들어가면 진짜로 죽여 버릴 듯한 슬픈 눈동자로!! 한참이 흘렀지만 여전히 미스티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에 비해 그리디아양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져만 갔다. 필시 안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들어가지 못하니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밑에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각양각색의 네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그리디아양에게 질문을 했다. “어째서 니가 그곳에 있는 것이냐?” 반말을 하는 것을 보아하니 분명히 미스티가 말한 일행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일이냐 면은......(중략).......된 겁니다. 미스티님이 명령에....” 안색이 창백한 그리디아양은 아주 자세하게 그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에 따라 말을 들은 사람들은 안색이 안 좋아져갔다. “뭐라고? 미스티가 그럼....”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전된 마법을 중단시키면…….미스티가…….안돼.” 분명 저들은 미스티가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으니 저런 말을 하는 게 분명하였다. “대체 어느 분들이시기에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신 겁니까?” 이미 미스티의 일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확실하게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으니 물어보았다. 그런데 저 4쌍의 눈동자가 눈에 불을 밝히고 쳐다보니 흠칫하였다. “이곳은 제 가신의 집인데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그런 것은 너희들이 알 필요 없다.” 아주아주 험한 말을 하는 그들은 안색이 더 안 좋아졌다. “지금 여긴 상중이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뭐하는 거요?” 난 분명히 설명을 했건만 네 명의 남여는 내말을 싸그리 씹어버리고 위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그러자 충성심이 깊은 한 녀석이 나서면서 말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벽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었다. “이게 무슨짓입니까? 여긴 상중입니다. 그러니....” 알퐁스 녀석이 용기 있게 나섰다마는 마법 때문에 말이 끊겨버렸다. “라이트” 시동어가 외쳐지자 밝은 공 같은 것이 마법사의 손에서 떠올라 공중으로 올라갔다. “마법사시군요! 이층에는 제 딸이 잠들어 있으니.....” 격해진 감정을 사그라졌는지 어니스가 고개를 숙이고 말을 했건만 알퐁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씹어버렸다. “감히 말을 무시하느냐?” 이에 화가 난 어니스가 검을 빼어 들어서 붉은 머리 사내의 왼팔을 공격했다. 근처에서 보고 있던 내 눈에도 붉은 머리 사내의 팔이 잘려져 나갈 정도로 위력이 강했는데 어찌된 게 검이 중간쯤 사내의 옷자락에 파묻힌 것 같았는데 피와 살이 튀기지 않아서 자세히 보니....경악할 정도였다. 어니스의 애검이 절반으로 절단돼어 있었던 것이다. “실력도 없는 것이 어디서 검을 빼드느냐?” 오만방자한 말이었지만 꾹 참았다. 저 검에 서린 것을 보면 필시 검기라 일컬어지는 것! 즉 소드 마스터라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말리지 않을 테니 누군지 알려주십시오.” 이젠 어쩔 수 없었다. 이곳에서 그 누가 저기 있는 소드 마스터와 마법사를 맡겠는가? 내 말에 붉은 머리를 기른 여인이 꽤 격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방안에 죽어있는 소녀와 같이 있는 소녀가 바로 내 딸이다.” 라는 말에 나를 위시한 사람들은 놀라서 가만히 굳어버렸다. 미스티의 말이 허언이 아닌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실력은 최상급 이상이었다. “지금 내 딸은.....아니다. 딸이 무사하면 그때 가서 말을 하지. 그리디아! 미스티가 안 나온 지 얼마나 됐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대화들! 우리들이 낄 자리는 쥐뿔만큼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먼저 우리들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았기에 다행히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내 신분을 밝혔는데도 말은 놀랐다고 하고 표정은 그대로인거지? 미스티는 필시 가족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거야! 소개를 하고도 열심히 말싸움을 벌이던 분들은 가브리엘이라는 청년의 말에 끝이 났다. “미르나이님 블루님 조용히 하십시오! 정신 집중이 안 되면 미스티가 위험해 지는 것을 몰라서 하는 행동입니까?” 조용하던 가운데 나는 가브리엘이라는 청년의 말을 상기하였다. 정신 집중을 하지 않으면 미스티가 위험하다는 것은 곧 미스티가 마법사란 결론이 나왔다. 죽음에서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마법을 썼다가 죽는 이도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내 아내가 죽어가고 있을 때 5클래스 마스터라는 마법사를 데리고 와서 엄청난 돈을 쥐어주면서 회복시키라고 했더니 확실히 살릴 수 있다고 말하던 그 마법사는 ‘하이 힐링’ 이라는 마법을 시전 하다가 죽어버렸다. 그런데 지금 미스티는 이미 죽어버린 소녀를 상대로 마법을 시전하고 있으니 일행들이 이렇게 안절부절못한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걱정에 걱정을 하고 있을 때 뻑 누군가가 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함께 그리디아양은 앞으로 쓰러져서 이마를 박아버렸고 문을 걷어찬 인간인 미스티는 창백해진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헉...리디가 문 앞에 있는 것을 깜빡했어.” 앞에 쓰러져서 이마를 박아 피가 흐르는 가운데 그리디아양은 미스티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미스티님 괜찮으세요?” 그 한마디에 미스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이는 고개를 따라 내 마음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어니스는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글썽글썽 거렸다. 미스티가 살아 돌아왔으니 필시 마법은 성공을 했을 것이다. 고로 딸이 살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괜찮니?” “어디 아프지 않아?” 자신의 일행들의 걱정어린 말에 살짝 미소를 지어주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는지 계단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계단이 시작하는 곳에서 미스티의 몸은 앞으로 쏠리기 시작하였다. “미스티이이~” 비명을 지르면서 푸른 머리의 청년이 순간적으로 공간 이동을 해서 쓰러지는 미스티를 안아들었다. “정신차려...정신” 당황한 듯한 그는 미스티에게 큰 소리로 말하자 잠깐 감겼던 눈이 떠지면서 미스티는 단 한마디를 남겼다. “시꺼” 그리고 기절해버렸다. 미스티가 기절을 하자 미스티의 엄마라고 하던 미르나이님은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리자 카인군이 받아들었고, 그리디아양은 주저앉으며 울고불고, 가브리엘군은 경악하면서 자신의 일족을 데리고 오겠노라고 뛰어가는 것을 블루군이 말로써 행동을 저지시켜버렸다. 엉망이 된 일행들을 위해 특별히 내 집으로 초대를 하였고, 걸어갈 시간이 없다는 블루군의 말에 곧바로 공간 이동을 하였고, 한밤중에 의사를 찾으러 기사들을 출동시켰지만 미스티의 상태는 안 좋아보였다. 기절 상태에서 풀려난 미르나이님이 직접 진찰을 해보시겠다고 하면서 미스티의 가느다란 팔목을 잡고 가만히 있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왜그러세요?” 화들짝 놀란 미스티의 일행들은 미르나이님의 말씀만을 기다렸다. “본래가지고 있던 마나까지 써버려서 살아나기 힘든데 다행히 내가 마나를 살짝 채워줬으니 괜찮아. 문제는 너무나 많은 마나의 낭비로 스스로 일어나기 힘들어. 시일은 한달이야! 그 동안 요양을 해야 돼! 마나로 치료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마나가 한줌도 없는 미스티의 몸이 견디지 못할게 뻔해! 이건 내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스스로 치유해야 돼! 어쩔 수 없어.” 미르나이님의 진찰이 끝나자 그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마침 의사가 당도했다는 말을 듣고 미스티를 진찰하게 했다. “아니~환자의 몸이 이게 뭡니까? 생기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왜 이렇게 방치를 한겁니까?” 등등의~ 갖은 질타를 받고 있었다. 의사가 간단히 진료를 하고 나가자 미르나이님을 제외한 모든 이들은 방에서 나갔다. 미르나이님이 한사코 딸을 간호하겠다고 하니 말릴 수 없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1 2852 5 로즈에서 생긴 황당한일들 - 11 조용해진 공간에 혼자 누워있는 듯한 난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정신이 들었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이게 얼마 만에 느껴보는....뭐랄까! 나만의 시간이라고 할까? 방해 받고 싶지 않은 난 가만히 있었다. 몸이 따뜻한 걸로 보아 이불이 덮여져 있는 것 같았다. 눈을 감아도 밝은 게 비치는 것 같으니 아마도 낮인 것 같다. 그리고 아스라이 아이리스 꽃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무언가 내 손을 간질이고 있었지만 귀찮아진 난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 잠을 자지 않고 그대로 있었더니만 몸이 간질간질 거리며 들썩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성질상 가만히 있기는 역시나 무리인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약간의 심호흡을 하고 눈을 천천히 떴다. 아직 초점이 잡히지 않아서 확실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초점이 잡혀서 자세하게 보였다. 여관에 있던 내방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어딘지 모르는 곳에 누워 있는 게 약간 꺼림칙해서 서서히 상체를 일으켰다. ‘칫! 겨우 리버스 큐어 하나 쓰고 기절씩이나 하다니, 나 정말로 신 맞을까? 카스한테 말하면 분명히 비웃음을 살 거야. 마법을 쓰지 않다가 오랜만에 써서 그런가? 에라 모르겠다. 그나저나 여기에 어디야? 처음 보는 곳.......은 아니군.’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봐서는 분명히 쥴리앙의 저택이었다. 장미꽃으로 이루어진 미로와 꽃 담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우선 어딘지 알고 나자 안도감이 들어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블랑슈~언제 온 거야?” 리디와 같이 둘이 오기위해 블랑슈는 엄마에게 맡기고 왔는데 내가 자고 있던 침대위에서 손가락을 핥고 있었기 때문이다. “귀여운 것, 그런데 이 사람이 누구......엥!! 엄마잖아?” 내 엄마인 미르나이는 의자에 앉아서 침대에 팔을 괴고 잠이 들어있었는지 내가 일어난 것을 모르는 듯 했다. ‘훗훗~난 정말로 사랑받는 존재 인가?’ 이불을 젖히고 바닥으로 내려와서 신발을 신고 엄마를 마나로 들어올려서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씌워주었다. 나를 간호하느라 너무 피곤했었는지 마나의 파장을 느끼지 못했나 깨어나지 않았다. “며칠간이나 누워 있었지?” 욕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몸을 담그고 씻으며 혼잣말을 했다. 오늘이 언제인지 감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몸에 비누를 묻히고 물로 씻어서 깨끗이 하고 블랑슈를 내려다 봤다. “크르릉.....크르릉” 애가 뭘 잘못 먹었는지 계속 작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여기엔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왜 그런지 몰라서 계속 바라보자 간격을 두며 두 번씩 소리를 내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틀간이나 누워있었단 말이야?” 반신반의 하는 기분으로 물어보자 블랑슈는 알아들었는지 끄덕였다. “헉! 이틀간이나? 겨우 그딴 마법 하나 쓰고 이틀간이나, 믿을 수 없어. 몇 시간도 아니고 이틀이.....” 욕조에서 나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옷을 꺼내서 입고 머리를 빗으며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의 예쁜 소녀가 바라보고 있었다. 옛날엔 이렇게 생긴 사람을 보았을까? 인간이었을 때. 피식 웃고는 빗을 내려다 놓고 침대로 가서 자고 있는 엄마의 이마에 입맞춤을 해 준 다음에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나오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이놈의 귀족들의 집 구조는 무지 특이해서 길을 찾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었다. “표지판이라도 걸어 두지는 어디로 가야하나? 우선은 계단을 찾아서 무조건 밑으로 내려가는 게 상책이겠지? 아니! 그런 거 보다 드래곤들의 기운을 찾아 가는 게 낫겠는걸? 흐흐흐 이제껏 그걸 생각 못했네. 그렇다면 세 마리의 드래곤이 어디 있나~음! 아래쪽에 있군. 아무리 기운을 숨겨봐야 내 손안에 있다네. 로드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는데 보통 드래곤이야 금방 알 수 있지.” 옛날에 로드가 놀러와서 내 등 뒤에서 놀래켜줄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당하고 딸꾹질을 하던 것을 보면 드래곤들의 놀림감이 될게 뻔했다. 어쩌면 다른 드래곤들이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을 거라며 부인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로드와 얽힌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 도중에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왼쪽으로 걸어가다가 두 번째 커다란 문이 있는 곳에서 기운이 보통 드래곤이 느끼기에는 아주 약하게 내가 느끼기에는 무지 강하게 나고 있었다. 문 앞에 다가간 난 잠시 심호흡을 하고 문을 서서히 열었다. 말소리가 들리다가 끊기는 것을 보니 누군가 문을 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 같았다. 문을 쬐금만 열고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 안을 들여다보자 안에 있던 인물들의 시선과 부딪혔다. “엥? 몰래 오려고 했는데.” 그들이 모두 내가 왔다는 것을 알아채자 김이 팍 샌 난 문을 완전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뭐 잘못 먹었어?” 내말에 여전히 말을 하지 않고 쳐다보다가 누군가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일행들에게 물어보았다. “근데 필라르는 어디에다 땡겨두고 온 거야?” 유독 그 싸가지가 철철 넘치는 놈이 없자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그때 마침 정신이 들었는지 오빠가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꼬옥 안아주었다. “이이익~이게 뭐하는 짓이......” 오빠를 밀어내려고 하자 완력에서 딸린 난 품에 파묻혀서 말을 하려다가 가만히 있었다. “내가, 우리가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왜 그딴 마법을 쓴 거야? 그 마법이 얼마나 위험한건데. 의사가 와서 말하기를 어떻게 환자의 몸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얼마나 혼난 지 알아? 기운이 완전히 빠진....처음에 니가 죽어버린 줄 알고 걱정한줄 아니? 엄마가 너무 놀라서 생전 처음으로 기절한 것도 알아? 그리디아는 자리에서 쓰러져서 울기만 하고, 가브리엘은 일족들을 데려와서 고친다고 난리치는 것을 블루님이 겨우 막고, 앞으로 그런 마법을 쓰지 마. 내 하나뿐인 동생을 잃고 싶지 않단 말야.” 오빠는 그렇게 말하고 약간 흐느끼는 것 같았다. 팔을 풀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다음에 내 몸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혹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인 것 같이.... “헤헤헷! 걱정했어? 나야 뭐 워낙에 강하니까 그런 마법 쓰고 괜찮은데.” 안심시킨 다음에 리디를 쳐다봤는데 내가 살아 돌아온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바라보다가 졸도하듯이 쓰러지는 것을 블루가 잡아주어서 쇼파에 눕혀 주었다. “너 그렇게 우리를 걱정시킬래?” 가브가 천천히 다가와서 망토를 걸쳐주며 말했다. “누가 걱정해 주랬냐? 난 그저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시행한거야. 그런데 난 안 죽었는데 왜 우는 것 같은 얼굴을 한 거야?” 그 말에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시선을 교환했다. “바보야, 당연하거 아냐? 미르나이님이 진찰을 해봤는데 넌 한 달 동안 안전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고, 물론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을 몰랐지만.” 여전히 나에게 싸가지로 스프 끓이는 말을 해대는 블루를 외면한 채 리디에게 다가갔다. “무슨 놈의 애가 이렇게 약한 거야?” 쇼파에 기대고 있는 리디의 이마를 쓸어 넘겨주며 다시 그 싸가지가 철철 넘치는 블루를 보며 말했다. “필라르는 어딨어?” 아까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아서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이제 보니 내가 이틀 전에 하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서 뒷통수를 살짝 어루만져준 후 이후로 본적이...그렇다면 아직까지 여관에서 안 깨어났나?” 남의 얘기를 하듯이 말하는 난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일행이라는 놈이 기절시킨 것도 모자라 안 데려 왔다는 거야? 빨랑 데려와! 이 바부팅아.” 소리를 쬐금 높여서 말하자 블루는 식은땀을 흘리며 미르 오빠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미르 오빠는 가브를 쳐다보았고, 가브는 자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자신의 시선을 받아낼 인물이 없다는 것을 한탄한 후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밖으로 나갔다. “쯧쯧, 잘 한다?” 혀를 차며 두 드래곤을 바라보자 아무것도 몰라요 의 시선을 하고 난데없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런데 가브한테 돈은 있는 거야?” 그제서야 엘프가 돈이 없다는 것을 생각했는지 블루의 시선을 받은 오빠가 밖으로 나갔다. “그나저나 어떻게 빨리 깨어난 거야? 최소한 몇 주간은 못 깨어나고 깨어났다 하더라도 몇 달을 요양해야 하는데.” 내가 예상외로 빨리 깨어나자 궁금하다는 식으로 물어보았다. “나도 몰라!” 째림을 주고 블랑슈를 쓰다듬었다. “느,늦게나마 인사드립니다.”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뒤쪽을 바라보자 어니스가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처음에 무례를 저질렀던 것을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딸을 살려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어니스의 말을 듣고 말의 핵심을 알아낸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메이라고 했나요? 그 소녀는 지금 어떻게 되었지요?” 다정하게 물어보자 어니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리를 숙인 채 대답을 했다. “어제 깨어나서 먹을 것도 먹고, 일행 분께서 곧 건강해 질것이라 말했습니다.” 내가 생명을 살렸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더 밝게 웃으며 허리를 숙이고 있는 어니스를 일으켜주었다. “미스티이이~그렇게 웃지 마~주변을 둘러 좀 봐라.” 블루의 정색에 주변을 둘러보자 인간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나만 보고 있었다. “뭘 보는 거야? 나한테 죽고 싶어?” 약간의 협박이 통했는지 그들은 애꿎은 헛기침만 했다. “미스티 자네가 마법사일 줄은 몰랐어. 그 정도면 왕실 마법사를 해도 될 정도인데 왜 정착을 하지 않나?” 친구라는 이점을 살리며 쥴리앙이 먼저 물어보자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전에 말했잖아! 여행 중이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을 하지. 방금 가브하고 오빠가 한 일행을 데리러 가는 거 봤지? 그 놈은 내가 그냥 평범한 소녀라고 알고 있으니까! 알았지?” 내 말뜻이 통했는지 블루와 리디를 뺀 모두가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내가 말이지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고픈데 먹을 것도 안주냐?” 그 말에 쥴리앙은 하인을 시켜서 식사를 가져오도록 했다. “블루~맞고 싶냐? 뭘 그렇게 보는 건데? 내 얼굴에 뭐가 묻었냐?” 여전히 식사를 천천히 쪼금씩 쪼금씩 먹고 차를 마시는 나를 빤히 쳐다보자 한 소리를 했다. “그,그냥...니가 죽을 줄로만 알았거든. 그런데 살아오자 신기해서, 뭐 우리가 있으니 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보지 마.” 말을 얼버무리며 겨우 말하는 블루가 한 순간에 귀여워 보였다. 다 큰 놈이 부끄럼이나 타고....날 걱정해준 블루에게 한 가지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블루야~이리로 와봐.” 내가 평소답지 않게 무지 다정하게 말하자 뭔가 잘못되어 간다고 생각했는지 몸을 뒤로 빼며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뭐,뭘? 그냥 여기에 있으면 안 될까?” “멀리 있으면 안돼 는데, 뭐 블루가 사양을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실망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식사를 다 끝낸 후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에 오빠와 가브가 필라르를 데리고 왔다. “너희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나만 빼놓고, 내가 나가지도 못하고 얼마나 걱정한줄 알아? 치사한 것.........흡” 나와 블루를 보자 한다는 소리에 얼굴이 쬐금 찌푸려졌지만 사실이 사실이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빠 이리로 와봐.” 필라르는 하던 소리마저 하라는 식으로 그대로 두고 오빠를 가까이 오게 한 다음 손을 올려서 얼굴을 가까이 끌어내린 다음에 이마에 입술 도장을 찍어버렸다. 순간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지만 상관하지 않고 가브에게도 똑같이 해주었다. “헤헤~선물이야~그 동안 걱정했지? 날 걱정해 준 것에 대한 선물. 이것밖에 못해주어서 미안! 그럼 난 산책 겸 정원에 나가볼게.” 오빠와 가브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미스티~~왜 나만 빼고~~나도 해줘~” 블루의 무지막지한 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가버린 후라 미련 없이 난 밖으로 나갔다. 정원에는 노란 후리지아와 보랏빛 아이리스가 펴 있었다. “헤~이쁘다.” 이쁜것도 이쁜데 향기는 죽여줬다. 두 가지 향기가 섞여 있음에도 따로 향기가 났다. 꽃밭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이 여기 있는 꽃보다 아름다웠다. “정말로 이쁜데, 미련을 주면 안 되니까 계속 보고 있으면 안 되겠지? 후훗!” 하늘에서 시선을 거두고 저택을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저택을 두리번 거려봤자 보이는 것은 온통 꽃뿐이니 이젠 꽃을 봐도 걸어가다가 한번씩 열 받을 때 발로 차고 다니는 짱돌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꽃구경만 실컷 하다 들어가야 하는 순간 저~멀리 한쪽 구석에 맑은 물이 있는 연못이 보였다. 앙증맞은 맑고, 얕은 연못에는 물풀이랑 물고기가 있었다.(여기까지 걸어오는데 무려 10분이나 소모했다.) “잡아먹어봤자 먹잘 것도 없겠다.” 물고기는 피라미만 해서 무지 작았다. 색색 깔의 물고기들은 내가 손가락으로 한번 휘저어주자 짱돌과 물풀 사이로 숨어서 내 손가락의 동태를 살피는 듯 움직이지 않다가 서서히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검지에 모여든 이름 모를 물고기들은 주둥이로 한번씩 툭툭 쳐보더니 움직이지 않는 내 손가락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았는지 다시 좀 전처럼 자기네들끼리 술래잡기를 하며 유유히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그런 물고기를 열심히 쳐다보던 중 갑자기 자그마한 연못위로 하나의 그림이 비취어졌다. “엄마...일어났어? 더 자지는 왜 나왔어?” 검지를 물속에서 빼서 옷에다 잘 닦은 다음 최대한 혼나지 않게 코맹맹이 소리를 하며(내가 인간이었을 때 위험한 일을 하면 언제나 매밖에 돌아오는 것이 없음을 직감했다. 거기다가 지금의 엄마는 그 성질 드럽기로 유명한 레드 일족이므로 맞으면 인생 하직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웃으며 엄마의 팔을 흔들어 대며 물었다. 엄마는 나를 보자 손을 올렸다. ‘헛! 난 죽었다.’ 이왕 맞는 거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한참을 기다렸어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고 그저 따뜻함만이 가득했다. 의아해서 눈을 뜨자 엄마는 나를 안고 울고 있었다. “너어...흐흑...다시 그런 짓하면....혼날 줄 알아......흑...아니 혼내지는 않으려니까...그냥 내 곁에 있어라.” 엄마인 미르나이가 나를 따라오면서 그냥 단지 유희의 대상을 나로 잡고 그저 겉으로만 엄마 행세를 한줄 알았다. 유희도중에 얻은 자식은 그저 꿈속의 자식! 그러니까 있으나 마나한 그저 그런 자식이었다. 현실의 자식은 자신이 드래곤으로 돌아와서 낳은 자식이므로....그런데 유희 중에 딸로 삼은 나를 위해 울어주고 있었다. 이 울음도 그냥 유희의 한 가지라고 생각했지만 따뜻한 눈물이 내 얼굴을 적셨다. 그 눈물로 하여금 난 엄마의 진짜 자식이나 마찬가지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엄마의 등을 토닥토닥 만져주었다. “흑....” 토닥여주자 눈물을 거두며 내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고 따스하게 웃어주며 방으로 공간 이동을 한 엄마가 오늘따라 예뻐 보였다. “야! 블루, 보고 있지 말고 나왓!” 엄마가 나를 안고 우는 도중에 온 블루는 연못과 가까운 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 뒤에 숨어서 기척을 숨기고 있었다. “어,어떻게 알았니?” 멋쩍은 듯 말을 하고 실실거리면서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뭔 일이냐?” “그,그냥 와봤어. 아직 회복이 덜 된 거 같아서....” 말을 더듬으며 말하는 블루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저택으로 발을 옮겼다. “이렇게 돌아다닌 거 보며 모르냐? 건강하다 못해 힘이 넘친다. 아! 그리고 계단에서 넘어질 때 잡아준거 고맙다.” 블루를 지나치며 말하고는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뭐, 별로 그럴 거 까지야. 그런데 정말로 괜찮아?” 나를 따라오면서 말하는 블루에게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그리고 일정이 늦어졌으니 내일 떠나는 걸로 하고 니가 말해. 난 들어가서 쉴려니까.” 귀찮은 일을 블루에게 떠맡기고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걸어가는 도중 아직도 회복이 되지 않았는지 걷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이틀씩이나 혼수상태에 있었다가 갑자기 몸을 움직여서 그런지 언제나 뛰놀아도 아픈지 몰랐던 다리가 기름칠을 하지 않은 듯 뻑뻑해져만 갔다. “너무 멀리 왔나? 다리가 아플려고 하는데 그냥 마법을 써?” 어차피 이곳에서 내가 마법사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데 굳이 쉬쉬하며 자제할 이유가 없으므로 난 마법을 써서 편히 내 방으로 기어들어가기로 결심을 했다. “워...왜?” 시동어를 말하려다가 블루가 말리는 바람에 그만두고 그를 바라보았다. “너 당분간은 마법 금지야! 그러니까 안돼.”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한다는 식으로 보자 블루는 내 앞에 서서 무릎을 굽히며 말했다. “등에 업혀라! 내가 데리고 가줄게.” 얼굴이 붉혀지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블루를 보며 무안해지지 않게 팔을 목에 두르고 블루에게 업혔다. “이햐~~승용감 죽이는데? 근데 그냥 간단하게 마법을 쓰면 될 것을 왜 이런 고생을 하는 거지?” 블루의 넓은 등에 업혀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내 맘이야! 어차피 내일 간다며! 마법으로 이동하면 이 풍경을 다 못 볼거 아냐? 그러니까 천천히 가면서 구경하라고.” 블루의 가상한 생각에 흐뭇해진 난 찰싹 달라붙었다. “고마워. 그런데 나 안 무거워? 전에 무겁다고 했잖아?” “아니, 전에 그냥 거짓말을 한거야.” 그 말에 난 주변을 둘러보며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드래곤은 거짓말하면 용언을 못 쓴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이제 용언을 못하는 거야?” 점점 얼굴이 붉어진 블루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얼굴색을 정상으로 돌려놓은 후에 말을 했다. “용언으로 한 말이 아니니까.” “호오~그렇다면 용언이 아닌 그냥 말로 하면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거야?” “뭐, 그렇다는 거지.” 드래곤에 대해 한 가지 사실을 안 나는 무조건 거짓말을 하면 안됀 다는 로드를 한번쯤 방문해서 놀아주어야 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원사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든 꽃을 잘라 내거나 가지를 치는 것이 보였다. ‘정원사가 한둘이 아니잖아? 하기야 이렇게 큰 정원을 한두 명이 관리하기는 벅차겠지. 아함~잠이 오네.’ 작게 하품을 한 다음에 블루의 등에 기대서 눈을 깜빡거렸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정원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도 정원이 점점 작아보였다. “루…….미스티 다 왔어. 미스티?” 저택에 다와 가자 블루는 나에게 말했지만 이미 잠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나를 끌고 나오기에는 역부족인 듯이 피식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라라~왜 블루님의 등에 있는 거지? 어디 다친 거야?” 가브가 내게 질문을 했지만 내 입이 열어질리 만무했다. 막 수면의 옷자락을 잡고 있던 난 입 여는 것도 귀찮았다. “지금 잠들어서...뭘 그렇게 보고 있어? 빨리 방으로 안내햇.” 엄마 없는 곳에서 대빵인 블루의 말에 서둘러 방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더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하하함~~잘 잤다.” 기지개를 쭈욱 펴며 침대에서 일어나서 어제 뭔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가봤다. 많은 일이 있었고, 블루한테 업혀서 잠이 들었다는 것을 생각한 난 벌떡 일어나서 창에 쳐진 커튼을 열어젖혔다. 아직 새벽인지라 밖은 어두컴컴했다. “잘 잤니?” 내 어깨로 쪼르르 올라온 블랑슈를 쓰다듬어 주고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 떠나니까 되도록 빨리 가는 게 좋겠지?” 문을 열고 나가려다가 문이 저절로 열리자 잠시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미스티님 일어나셔서 식사를 하시라는 주인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안내하라.” 쥴리앙의 친구라는 빽으로 하녀에게 간단하게 말을 하고 그를 따라 갔다. 아직 아침이 되려면 시간이 훨씬 많이 남았지만 어떻게 벌써 식사를 준비했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안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화기애애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서 오시게나.” 쥴리앙의 인사를 시작으로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한마디씩 했고 나도 따라서 한마디씩 했다. “오늘 떠난다니 무지 섭섭하군. 좀 더 있지 그러나?” 플라시도 후작같이 붙잡으려는 쥴리앙에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 식사를 했다. “그나저나 내가 없었을 때 뭔 일이 일어난 거야? 대답 좀 해봐.” 우리가 왜 여기에 있으며 백작의 귀빈으로 모셔지는지 감을 잡지 못한 필라르는 일행들을 둘러보며 입이 열리기만을 바랬지만 열리지 않자 이번에는 쥴리앙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내가 한말이 있어서 꾹 다물고 있었다. “시꺼 임마! 딴 소리하지 말고 식사나 해. 늦게 하면 그냥 남겨 두고 간다.” 필라르가 식사를 하도록 해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한 다음에 로즈에서 먹는 마지막 아침을 천천히 먹었다. “그럼 안녕히.” “잘 가게나.” “무사히 여행이 끝나길 빌겠습니다.” 백작가의 사람들과 짧은 이별의 인사를 하면서 말을 몰고 저택 밖으로 빠져나갔다. “잠시만 멈추세요~멈춰요~~” 등 뒤쪽에서 소리가 들리자 말을 멈추게 하고 바라보았다.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오는데 자세히 보니 어니스 였다. “무슨 일로...?” 말을 몰고 오는 그에게 묻자 어니스는 잠시 숨을 고른 후에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이걸...제 딸을 살려주신 것에 대한 보답입니다.” 어니스가 꺼낸 것을 언뜻 보자 이쁘고 앙증맞은 손수건이 있었다. “제 아내가 직접 수를 놓은 손수건입니다. 제발 받아 주십시오. 더 좋은 것을 드리고 싶으나 아무리 집을 뒤져도 없어서....미스티님이 기절하시고 난 후에 아내가 만든 겁니다.” 어니스의 설명을 듣고 손수건을 바라보았다. 이쁜 수실로 보랏빛 아이리스가 여러 송이 수놓아 져있었다. 그리고 한쪽 귀퉁이엔 뭐라고 써져있었지만 접혀있어서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받도록 할게. 너무 이뻐. 이것에 대한 보답을 해야겠지?” 주고받는 관계가 확실한 난 주머니를 뒤져서 각이 선명하게 살아난 듯한 느낌을 주는 듯이 세공이 된 에메랄드를 꺼냈다. “이걸 받아.” “안됩니다. 전 못 받습니다. 거두어 주세요.” 보석을 보자마자 어니스는 기겁을 하며 손을 휘저었다. “이것을 받지 않으면 손수건을 받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받으세요.” 존대를 하자 어니스는 잠시 주춤거리며 한사코 사양을 하자 내 한마디에 순순히 받았다. “에메랄드를 팔아서 메이가 건강해지도록 이것저것 사먹이세요. 물론 너무 많이 먹이지 말고요! 살이 많이 찌면 성인병이 걸리거든요. 그럼 이건 고맙게 받을게요.” 손수건과 에메랄드를 바꾸고는 말을 달렸다. “고맙습니다. 이 은혜.......” 너무 멀어져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손수건이 너무 이쁘다. 근데 뭐라고 써져 있는 거지?” 달리는 말위에서 접혀진 손수건을 펴서 보았다. 완전히 펴보니 어니스의 부인 솜씨가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완전히 수놓기 고수였다. 하얀 손수건에 수놓인 보랏빛 아이리스에 간간히 은실이 지나가면서 아침햇살에 이슬이 맺힌 듯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쪽 귀퉁이에는 아이리스와는 다르게 초보자가 한 듯 비뚤비뚤 거리는 조그만 보라색 글씨가 수놓아져 있었다. [행복하세요. 메이가 매일 기도할게요.] 마음이 훈훈해지는 글귀에 미소를 짓고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1 3176 11 에어라이에 입성 - 1 해가 서쪽의 뉘엿뉘엿 가고 있을 때 로즈시에서 에어라이는 그리 멀지 않는 거리에 있으므로 곧 당도할 수 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난 노숙할 준비를 했다. 타닥타닥 붉게 타오르는 불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았다. “근데 여기는 원래 이래? 아무것도 없고.” 나무 한그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썰렁하기 그지없는 평원이었다. 단지 있는 것이라고는 무성한 풀들이었다. 그 풀들도 생명이 다했는지 바삭하게 말라서 불이 아주 잘 옮겨 붙었다. “원래 이래!” 필라르의 간단한 말에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아깝네, 흙은 좋은데, 이런 곳을 개간하면 많은 소득이 있을 텐데. 밀을 심던지 아니면 나무라도 심으면 딱 좋을 텐데. 쩝 아까워 아까워!” “어쩔 수 없지. 사람이 없는걸?” “그럼 이주시키면 되잖아. 그리고 소득 작물에 대해 약간의 세금만 매겨도 떼돈 벌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날을 가도 가도 아무것도 심어져있지 않는 넓은 평원에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사람들을 이주시켜서 농사를 짓게 한다거나 나무를 심으면 얻을 수 있는 해택이 꽤 많을 것 같았다. 물론 필라르의 말대로 사람들이 없어서 못한다고는 하지만 빈민층에게 약간의 돈을 쥐어주면서 이곳에 집을 짓고, 씨앗으로 쓰일 밀을 주면 그들은 죽지 않기 위해 땅을 개간하고 심을 것이다. 게다가 첫 번째 수확부터 작황이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2~3년간 세금면제의 해택을 주면 너도나도 몰려들게 뻔하다. 그러면 그럴수록 개간할 수 있는 땅은 늘어나고 심을 수 있는 밭작물도 늘어나니 황금의 풍요로움을 간직하게 될 것이며 더불어 다량의 세금도 걷어 들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정책이었다. 빈 땅을 안 놀려서 좋고, 실업자 수도 줄어들어서 좋고, 세금을 많이 걷어 들일 수 있어서 좋고! 이제 보니 일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게 말대로 쉬운 줄 아냐?” “근데 니가 왜 이렇게 열을 내면서 말하는데? 뭔가 캥기는게 있어?” 필라르답지 않게 따따부따 말하는 것을 듣고 그냥 말해본건데 진짜로 캥기는게 있는지 몸을 움찔거렸다. 그 다음부터 건드려 봤지만 별 변화가 없어서 시시해진 난 일찌감치 자리 펴고 누웠다. “오늘 불침번은 누가 할 거야?” 앵앵거리며 필라르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듯 해서 무시해버렸다. “정말로 반나절 거리만 남았어?”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서둘러 말을 타고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응! 이제 조금만 가면 돼! 그동안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한데?” 예전의 일을 회상하는 듯 미소를 지으며 앞을 바라보는 블루는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에어라이에 한번이라도 가본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즐거운 마음으로 말을 몰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로 바람이 흘러가며 리디의 머리칼을 살짝 만져주었다. “헉! 저게 에어라이?” 언덕위에서 바라보는 제국의 수도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다른 왕국의 수도는 조족지혈 즉 새 발의 피쯤으로 여겨질 정도로 컸다. “무지 크지? 그만큼 구경거리도 많아.” 엄마는 말위에서 한번 기지개를 편 다음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한 무리의 이름 모를 새들이 질서 정연하게 에어라이를 지나 유유히 사라졌다. “인구가 얼마나 살고 있는데?” “한 100만 정도!” 필라르의 말에 100만의 인구가 에어라이에 우글거리는 것을 상상하자 몸이 오싹 해졌다. 100만이라 하면 웬만한 대도시하고는 쨉도 안될 정도로 컸다. 게다가 제국의 수도에 사람이 100만이나 살고 있다면 다른 중소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다 합치면?? 장난 아니었다. 그만큼 제국의 국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뼛속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전쟁 한번 터지면 제국은 머릿수로 밀고 들어가도 이길 수 있을 정도였다. 전쟁에서는 잘 훈련된 병사와 지휘관 그리고 무기만 있으면 돼지만 그것들 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머릿수였다. 죽여도 꾸역꾸역 몰려드는 사람들과 싸우면 지쳐서 나가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가도록 하는 게 어떨지?” 여전히 앞만 보고 딴 생각을 하느라 떠날 줄 모르던 우리가 답답하게 여겨졌는지 필라르가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했다. “가도록 하자.” 엄마의 명이 떨어지자 말을 몰아서 성문으로 갔다. 예외 없이 짐 검사를 하고 신분증을 보이라는 말에 필라르를 써먹고 유유히 안으로 들어왔다. 멀리에서 보던 것 보다 안에서 본 도시는 뭐랄까? 집도 많고, 사람도 많고.....무조건 많았다. “여관이나 잡자.” 오빠의 말에 동의하고 한번 가보았다던 여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역시나 드래곤이라서 돈이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많았는지 무지 비싸 보이는 여관으로 끌고 들어갔다. 장미의 이슬이라는 고혹적인 간판을 달고 있는 여관을 들어가자마자 장미향이 풍겼다. 이 꽃병 저 꽃병 할 것 없이 모두 장미가 꽂혀져 있었으며 디스플레이용으로도 색색 깔의 장미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3인실 하나하고 2인실 두개를 주시오.” 장미향에 굴복하지 않은 오빠의 말에 주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열쇠를 주며 안내를 했다. “이층에는 1인실이 있고, 삼층에는 2인실이, 4층에는 3인실이 있습니다.” 실실거리며 말하는 주인은 방을 안내해주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우선은 간단하게 씻고 식당으로 모이자.” 엄마의 말에 우리들은 찍찍 찢어져서 각자의 일을 했다. “나 다 씻었으니까 다음은 리디가 씻어.” 방에 들어가서 윗대가리부터 돌아가면서 욕실에 들어가서 씻었다. “블랑슈도 같이 씻겨줘.” 하면서 침대에 널브러져있는 블랑슈를 던져서 리디에게 주고 나는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진짜로 사람들이 우글우글 거리는구먼. 꼭 개미집을 파헤친 것 같다.” 에어라이에 대한 평가를 내린 다음 잠깐 침대에 누워서 카스에게 연락을 하고 거울 앞으로 가서 머리를 빗고 엄마가 단장 해주는 데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근데 엄마는 여기에 몇 번이나 와봤어?” “흐음~글쎄다! 한 5번 정도 왔나? 얼마 전에도 잠깐 왔다가 간적이 있지.” “와서 뭐했는데?” “관광도 하고 놀고, 심심해서 그냥 온 적도 있어. 여기엔 사람이 많아서 심심하지 않거든!” 엄마가 한 말엔 나도 동감한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진절머리가 날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랄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줬다고 해야 하나? 생명력이 넘쳤기 때문이다. “흐음~그렇구나! 그러면 여기 지리는 어느 정도 꿰뚫고 있겠네?” “당연한 말을....그나저나 가만히 좀 있어라. 계속 움직이니까 핀을 못 꽂잖아.” 한군데 진득하니 앉아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나한테는 곤욕이었다. 그래서 잠시 들썩거리다가 엄마한테 한 소리 듣고 가만히 앉았다. “이제 다 됐다. 어휴~누굴 닮아서 이리도 예쁠까?” 내 얼굴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말을 했다. 그래봤자 내가 엄마를 닮았다고 하기엔 피 한 방울 안 섞였고, 안 닮았다고 하기엔 풍기는 분위기가 서로 죽이 잘 맞았다. 한마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은 생활! 무조건 맘 가는 데로 살고 있으니까. “미르나이님, 미스티님, 다 씻었으니까 이제 아래로 내려가요.” 욕실에서 머리까지 다 말렸나 찰랑거리는 머리를 내려뜨리고 웃으며 말했다. 덤으로 리디의 오른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블랑슈 녀석도 깨끗해진 털을 가진 애완용 동물로 변신했는데 녀석의 주둥이 부분이 살짝 위로 곡선을 그리듯이 보였다. 설마하니 블랑슈가 웃을 수 있겠는가? 내 눈이 잠깐 착시 현상을 일으킨 게 분명하다. “그러자꾸나.” 목이 뻐근한지 잠시 목운동을 하던 엄마가 말 하고 밖으로 나가고 나서 블랑슈가 내 어깨에 착석하자 방을 나갔다. 방을 나가서 아래로 내려가자 남자들은 이미 다 씻었는지 좀 전의 꼬질꼬질한 모습에서 꽃들로 환생을 하고는 실실 웃고 있었다. “뭐가 재미있어서 웃는 거야?” 약간의 핀잔을 주며 말하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런데 우리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사람들이 한번씩 다 쳐다보잖아요.” 이런 것에 아직 면역이 되지 않은 리디는 언제나 그랬듯이 불쾌하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사람마다 째림을 주었다. “저희 일행들이 워낙에 눈에 띄니까 그렇지요.” 필라르의 말에 리디는 사람들에게 째림 주는 것을 멈추고 필라르를 째려보며 말했다. “우리 일행이 뭐가 눈에 띈다는 거지?” 리디의 째림에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 일행 중에 미남 미녀가 아닌 사람이 있습니까? 그러니 다 쳐다보는 것이지요.” 째림을 주는 눈에 굴복하지 않고 말하는 필라르를 바라보다가 등 뒤뿐만 아니라 사방이 따가워서 가만히 있질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 같았다. 리디의 목소리가 좀 컸기에 식당 안에 있는 모든 눈들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는 다 시킨 거야?” “물론이지.” 블루의 말을 들으며 나도 주위를 한번씩 둘러보았다. 남자들은 남자를 여자는 여자에게 질투어린 시선까지 함께 보내고 있었다. 지질이도 할일 없는 인간들 같으니라고. 할일 없으면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나 쳐다보며 식사할 것이지 왼손에는 나이프를 오른쪽 손에 포크를 들고 힘겹게 고개를 틀어 바라보고 있는 그들에게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이거 빨리 먹고 방으로 들어가야지 안 되겠는걸.” 철판을 깔고 다니던 필라르도 정도가 심했는지 한 마디하고 막 나온 따끈따끈한 음식을 먹었다. “오늘은 그냥 편하게 쉬고 내일부터 돌아다니자.” 내가 한 말에 동의한 일행은 식사가 끝나자 각자 헤어져서 방으로 올라갔다. 원래는 식사를 다하고 티타임 시간을 가져야겠지만 식당 안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쳐다보고 있는 인간들 때문에 빨리 일어난 것이다. “루나님~~(아무도 없을 때는 본 이름을 불러도 된다고 했음) 그냥 밖에 나가면 안 될까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밖에 나가자고 졸라대는 리디에게 엄마의 따끔한 말을 듣고 조용해졌다. “시끄럽다. 로즈에서 있었던 일이 벌어지면 니가 책임질래?” 내가 기절한 사건을 엄청 우려내서 마시는 엄마의 말에 리디는 풀이 죽어서 블랑슈의 배를 간지럼을 먹이고 있었다. 만일 이곳이 그냥 흙바닥이었으면 땅 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엄마! 그건 내가 벌인 일이지 리디 잘못이 아니잖아요! 같은 동족끼리 감싸줘야 하지 않아요? 리디는 부모도 없는데.” 눈물이 안나오는 관계로 뒤돌아서서 어깨를 움찔거리며 오른 손을 얼굴쪽으로 가져가서 손수 침으로 눈물자국을 만들고는 왼손으로 허벅지를 살짝 꼬집으니 아파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때는 이때 다를 외치고는 흐느끼는 것을 멈추는 듯 정면을 바라보며 리디의 용서를 구하자 엄마는 못 이긴척하며 리디에게 사과를 하고 침대에 올라가서 누웠다. “주전자에 있는 물 좀 뜨겁게 끓여봐라.” 꼬집은 허벅지를 열심히 부비는 나를 감동에 사로잡힌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리디의 시선을 외면해버리고는 일을 시켰다. 내 말을 들은 리디는 물이 담긴 작은 주전자에 뜨겁게 달군 마나를 움직여서 물을 끓였다. 주전자에다 녹차 잎을 넣고 우러날 때까지 잠시 기다리다가 찻잎을 꺼내고 컵에 따라서 마셨다. “너는 안마시냐? 아직도 풀 냄새 난다고 싫어하니?” “아니에요! 마실거에요! 전 긍지 높은 그린 일족인데 어찌 이깟 차 하나 마시지 못하겠어요?” 나 혼자 마시기 그래서 리디를 떠 본건데 의외로 드래곤이 긍지 어쩌고 저쩌고를 찾으며 마시겠다고 해서 컵에 조금 따라줬다. 드래곤 망신시키는 녀석이 바로 앞에 있는 자신임을 자각하지 못한 듯 하다. “먹기 싫으면 억지로 먹지 마! 괜히 먹다가 탈날라.” “아니에요! 전보다는 그런 대로 먹을 만 해요.” 차를 조금씩 후후 불어서 살짝 인상을 쓰며 마시는 리디를 보고 나도 한입 마셨다. 언제 마셔도 질리지 않았지만 일행 중에 나하고 두 따식이만(필라르와 가브) 마셔서 찻잎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제국의 수도라서 그런지 사람이 무지 많아요. 전 이런 곳은 한번도 와 본적이 없어요.” 차를 마시며 의자를 창가로 끌어다가 앉으며 말했다. “니가 언제 이런 곳에 와봤겠냐? 바르미르에 갔을 때도 놀라 놓고는,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관광하니까 조바심 낼 것 없어! 넌 남는 게 시간이니 다음에 또 와도 되잖아.” 의자에서 일어나 창틀에 걸터앉아 밖을 내려다보며 말하자 리디는 시무룩하게 앉아서 애꿎은 컵만 검지로 튕기고 있었다. “내가 말 잘못했냐? 왜 그래?” “전 다음엔 여기 안 올 거예요! 루나님 없이 무슨 재미로 와요? 루나님이 하늘나라로 가시면 전 레어에 틀어박혀서 밖에 안 나올 거예요.”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인데도 왠지 웃음이 나왔다. 리디뿐만 아니라 일행 전원이 내가 인간인줄알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불어올 파장이 큰지라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실대로 말해도 제대로 믿어줄지도 의문이었지만. “이젠 혼자서 자유로워지려고 나 죽는 것까지 미리 생각해뒀냐? 기특하다만 난 안 죽어! 나중에 내가 또 여행을 가게 되면 그때 너도 데리고 갈 테니 걱정하지 마.” 그 말에 리디는 시무룩에서 해방이 됐는지 끄덕였다. “다음에 여행 하실 때도 저를 데리고 간다는 말! 약속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인간이란 약속 어기기를 밥 먹듯이 하는데 내 말을 믿을 수 있어?” 리디는 내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는 듯이 있다가 이내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루나님은 제 마스터이시니까 약속을 지킬 거예요! 아니 지키실 겁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루나님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와 6클래스급 마법사이시니 보통 인간보다 오래 사실 거 잖아요.” 리디의 말을 듣고 보니 소드 마스터나 고 레벨의 마법사는 수명이 평범한 인간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 경지를 넘으면 더 이상의 노화가 진행되지 않는, 늙은 몸이 젊은 몸으로 변하는 반로환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레이에게 들은 기억이 났지만 나한테는 해당사항이 아니므로 그 동안 평범한 인간으로써의 삶을 살고 몰래 죽은 척 연기를 하고 환계로 돌아가려고 했었다. “그,그래 내가 누군데 빨리 죽겠니. 그래도 죽는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잖아.” “아니에요!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리디는 갑자기 무엇인가 생각이 났는지 얼굴을 번쩍 들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드래곤의 하트를 같이 공유하면 그 드래곤이 죽기 전에는 안 죽는 그런 거는 아니겠지?” “제가 말하려는 것이 그거였는데요.” “난 싫어! 그냥 순리대로 살래.” “왜요?” “싫다는 게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아! 싫으면 싫은 거야.” ‘미쳤냐?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내가 드래곤의 심장을 공유하면 나도 죽는데.’ 억지 논리로 리디의 입을 막고 이미 식어버린 차를 원샷 했다. “역시 루나님은 보통 인간이랑 틀리네요!” 자기 맘대로 결론을 내린 리디는 의자에서 일어나서 침대로 가 누웠고 나도 따라 누우며 말했다. “나 깨우면 용생 하직한다.” 편안하게 대자로 누워서 블랑슈를 옆에 눕히고 잠에 빠져들었다. “우우웅....지금이 언제지?” 저녁도 먹지 않고 잔 관계로 빨리 일어날 수 있었다. “이제 해 뜨잖아! 그럼 새벽? 많이도 잤네.” 쭉쭉이를 한 다음에 천천히 일어나 간단하게 씻은 다음 뭘 할까 생각하다가 밖에 나가서 놀다 늦게 들어오면 변명할 구실도 없으니까 그냥 창밖만 내다보았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오가지 않았다. 상점의 주인들은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일찍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분주히 하고 있었다. 비싼 여관 근처여서 상점도 다 비싼 물건만 취급하는 듯이 물건들이 삐까뻔쩍 했다. “심심해. 심심해. 딴 놈이 이렇게 말하면 소금이라도 찍어먹으라고 말 할 텐데, 이제 보니 여긴 소금 값이 금값이지? 그렇다면 열나게 땀내고 핥아먹으라고 하면 너무 엽기적이군.” 혼잣말로 중얼중얼 거리며 다시 밖을 보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쬐금밖에 보이지 않았고 지나가는 변견은(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이름은 똥개라고 하지요.) 더더욱 없었다. “어차피 심심한데 한번 나가?” 여기까지 결심을 하고 나가려 했지만 나중에 돌아올 후한이 두려워 참았다. 예전에도 말을 한 적이 있겠지만 돌아가면서 하는 잔소리를 듣다 보면 인격파탄을 아니 신격파탄을 불러올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휴우우~뭘 할까? 뭘 하지? 블랑슈는 뭘 하고 싶니? 하기야 너는 먹는 것밖에 관심이 있겠냐?” 내가 일어나기 전에 미리 일어나있던 블랑슈를 보며 말을 했지만 그 놈이 어떻게 말을 할 수 있겠어? 사람은 많고 건물도 많지만 내가 갈 곳은 없네. 심.심.해. 심심함을 연발하던 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방안을 왔다 갔다 했다. “루나야! 신경 쓰이니 가만히 좀 있어.” 부스스 일어난 엄마는 그 소리를 하고 다시 누웠다. 히잉~심심한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확 튀어? 그러다가 걸리면 나 혼자만 묵사발이 되는데.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론이 내려지지 않자 다시 의자에 풀썩 앉았다. 진짜 진짜로 할일이 없던 난 마법 주머니에서 손톱만한 보석을 5개 꺼내서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로드가 올 때마다 한 상자씩 주고 간 것과 내가 신으로써 태어날 때 신들이 선물로 주고 간 것이 섞여 있었다. 다섯 개의 알록달록한 보석을 손에 쥔 다음에 탁자에 던져서 그중에 하나를 잡아서 던져 아래에 있는 보석을 집어서 다시 받는 일명 공기놀이를 했다. 보석을 던질 때마다 아침햇살에 반사가 되어 투명하고 아름답게 빛이 나서 눈을 어지럽혔다. 하지만 이것도 둘이서 하는 것이 좋지 혼자하면 지루하다 못해 공기 돌을 던져 버릴 수가 있으니 알아서 자제를 하고 집어넣었다. 혹시나 아무데나 던져서 가구나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못 찾으면 나만 손해니까. 가구와 침대를 하나로 묶지 않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엄연히 가구와 침대는 다른 법!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 말이 엄청 많이 써먹힌 관계로 입 다물고 있을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는 내 신세를 한탄하고 있을 때 엄마와 리디가 눈을 떴다. “웬일로 빨리 일어나셨네요. 그럼 저 먼저 씻으러 갈게요.” 일어나자마자 리디가 한 말에 약간 마음이 상했지만 어쩌리요~사실인 것을. “일찍 일어났으면 머리라도 빗어야지 그게 뭐니?” 머리에 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서 어떻게 됐는지 관심이 없었지만 엄마는 내 팔을 잡고 거울이 있는 곳에 앉혀두고 머리를 빗어주었다. “이것이 좋을까? 아니야. 저것이 더 좋을 것 같은데, 뭔가 부족해 보여. 넌 뭐가 좋으니?” 머리를 다 빗긴 엄마는 장신구를 여러 개 꺼내 놓고 이것저것 고르다가 헷갈리는지 나한테 선택을 하라고 했다. “아무거나 하지 뭘 그렇게 고민을......나,난 이게 좋아! 헤헤~” 보석에 관심이 없는 난 그런 걸로 고민을 하는 엄마에게 아무거나 고르라는 말을 하다가 눈이 번뜩이는 것을 보고 생명의 위험을 느낀 주둥이와 손이 얼른 가까이에 있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발 좀 이런 것에 신경 좀 써라. 어떻게 된 여자애가 다 좋아하는 보석을 그저 돌보듯 하니...쯧쯧~다른 인간들이 보면 별종이라고 하겠다.” 한 소리를 하고 엄마는 내가 가리킨 사파이어로 된 세트를 내 몸에 치장해주었다. 사파이어 머리핀에, 목걸이, 팔지, 반지 등으로 도배를 시켜놓고 만족했는지 빙그레 웃었다. 처음에는 귀걸이까지 끼우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난 귀를 뚫지 않았기에 착용을 하지 않다가 엄마가 귀에 구멍을 뚫으려고 할 때 도망을 친 것을 보고 귀걸이 소리는 뺐다. “그러면 난 씻을 테니 잠깐만 기다리거라.” 리디 다음 타자로 엄마가 들어가고 리디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털 털면서 내 곁으로 다가왔다. “루나님도 씻으신지 얼마 안 되었네요? 머리가 아직도 많이 축축해요.” 내 머리를 만지며 배시시 웃은 리디는 정령을 불러서 머리를 살짝 말리고 의자에 앉아서 천천히 머리를 빗었다. 녹색빛 머리칼은 꼭 나뭇잎이 이슬을 머금은 듯이 창가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한참을 말없이 자기 할일을 하고 있다가 엄마가 다 씻자 우리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좀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식당에 많이 없어서 테이블이 드문드문 남아있었으므로 아무거나 골라잡고 앉았다. “이놈들이 오늘은 많이 늦네?” 주위를 둘러보고는 엄마가 자리를 잡고 안으며 말했다. 따식이들이 먼저 내려와 자리를 잡아야 했으나 아무도 없는 관계로 따식이들것까지 미리 식사 주문을 시켰다. “여기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 어디야?” 이곳에 뭐가 있는지 잘 몰라서 혹시 일행들과 떨어져서(사람들에 밀려서 미아가 되었다고 뻥 치며 혼자 돌아다니려고!) 다닐 때 땅만 파고 있을 수 없으므로 간단하게 물어보았다. “글쎄다. 우선은 신들의 신전을 들 수 있겠고, 에어라이 한 가운데 국가에 공을 세운 인간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곳도 명물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에...또 뭐랄까! 몰트 제국의 왕궁이 멋있지. 다른 왕궁보다 화려하다고 할까? 내가 예전에 유희를 다닐 때 한번 가본 적이 있어서 잘 안단다. 맛있는 음식점이라는 간판을 걸고 장사를 하는 가게도 명물이지! 맛이 죽여주거든~값이 비싸긴 하지만! 그리고 도시 안에 숲이 있단다. 그 숲에 의자나 간단하게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것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좋은 공원이라고 할 수 있지." 이곳에도 맛있는 음식점이 제일 좋은가보다. 파이넬 왕국에도 가게가 있었는데. 무지막지한 곳을 소개하는 엄마의 말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지만 어쩌겠는가 말을 꺼낸 내가 잘못이지. “일찍 나오셨네요. 미스티도 그리디아도 잘 잤니?” 우리에게 첫 아침 인사를 한 블루는 작당을 했는지 오빠와 가브, 필라르와 같이 내려왔다. 아무래도 혼자서 세 여인네들의 다굴 잔소리를 듣느니 단체로 잔소리를 듣는 게 강도가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너희들도 잘 잤니?” 하지만 우리 일행의 대빵인 엄마의 잔소리와는 전혀 거리가 먼말에 네 남자는 웃으며 그렇다고 말하고 자리에 착석했다. “오늘부터 며칠간 에어라이 탐험을 시작하려니까 반대하는 놈들은 내 손에 아작 날줄 알아? 어라? 대답이 없네.” 약간의 협박성이 짙은 말에 남자들은 식은땀을 훔치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비가와도 나갈려니까 식사를 든든하게 먹으라고, 적게 먹고 가다가 배가 고프다느니 하면 내가 특별 서비스로 예뻐해 줄게.” 계속되는 말에 왕방울만한 식은땀을 떨어뜨리며 씨익 웃었다. “식전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냐? 먹기나 해라.” 블루의 말에 모두가 동의한다는 얼굴을 했지만 내 살벌한 눈빛에 쫄아서 허공만 쳐다보았다. “그럼 먹지.” 천천히 스푼을 들고 기름기를 쪼옥 뺀 스프를 떠먹었다. “얼레? 미스티님의 스프는 기름이 없네요.” 내 것과 자신의 것을 비교하며 다른 일행의 것도 한번씩 쳐다보았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아까 점원한테 버터를 좀 뺀 걸로 해달라고 했거든. 난 기름이 많은 건 싫어!! 느~끼한거를 먹으면 위에서 거부반응을 보이거든. 물론 그동안은 참고 먹었지만 이제부터 담백한 걸로 먹을 거야. 기름기가 많이 있는 것을 먹으면 살이 찌거든 뚱.뚱.하게.” 설명을 들은 리디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끄덕 거렸다. “저도 그렇다면 앞으로 미스티님처럼 먹을래요. 미스티님은 제 마스터니깐 제가 따라가는 건 당연하겠죠.”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를 펼치는 그녀를 보고 그저 그러려니 하고 먹던 것을 중단할 수 없으므로 조금씩 먹었다. “여전히 적게 먹네? 무슨 일 있냐?” 평소의 내 식사량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은 나를 유심히 쳐다봤다. “전번에 말해줬잖아? 뭐 들었어? 난 재방송 안하니까 알아서 생각해.” 냅킨으로 입술 주변을 쓱쓱 닦고는 블랑슈의 입가의 털을 닦아주었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관광을 가도록 하지.” 식사가 끝나는 시점에 약속이나 한 듯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주아주 여러 곳을 뒤지고 다녔다. 필라르가 신전에 들어가 보자는 말을 꺼내고 엄마를 뺀 나머지 일행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 맞은 것만 빼고는 괜찮았다. “진짜 진짜로 그 머시기냐! 맛있는 음식점의 음식은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판타스틱 했다고 할까? 그리고 밖에서만 구경한 태양의 신전도 다른 곳에 있는 신전보다 더 크고 이뻤어. 내일은 그 공원인가 뭔가 하는데 하고 동상이 있는 데를 가자고 했으니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가 되어야지.” 하루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먹고 하는 새에 날이 저무는 바람에 여관에 들어와서 뜨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풀면서 혼잣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뭐가 좋아요?” 욕실에 편안히 앉아서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리디가 물어보았다. “으응~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기분도 좋고 피로가 풀리니까. 난 어렸을 때 기분이 안 좋으면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거든. 아니면 목욕을 하던지.” 내 오묘한 말을 듣고 갸웃거리더니 자신도 바지를 걷고 내 옆에 앉아서 발을 물에 담갔다. “이햐아아~따뜻해. 정말로 기분이 좋아지는데요?” “헤헤~그렇지? 하지만 너무 오래 담그지는 마! 이제 잠자야지.” 발을 건져서 수건으로 닦고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엄마! 잘 자.” “으음...딸도 잘 자라.” 이미 잠들어있던 엄마는 잠결에 밤 인사를 하고 이불을 끌어다 덮었다. “리디는 그만하고 어여 와서 자.” 아직까지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리디에게 잠자라고 말하고 잠이 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6 2911 5 나는 너의 과거를 알고있다 - 1 “오늘은 어떤 걸로 할까? 룰루랄라~” 오늘도 어김없이 난 엄마의 장난감신세에 놓여있었다. “난 저거 자수정이 이쁜데! 엄마는 어때?” 엄마의 핀잔을 듣기 전에 미리 말을 했다. 여자들의 잔소리, 그것만은 사양이다. 어제에 이어 또 관심 없는 듯 행동하면 불 보듯 뻔한 잔소리 공격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 엄마도 저것이 마음에 드는구나. 역시~누구 딸이랄까 봐 이렇게 보는 눈이 높을까?” ‘치이~관심 좀 가지라고 말할 때는 언제고?’ 자수정으로 낙찰을 본 엄마는 이리저리 꽂고 걸고 끼워주었다. 자수정으로 완전 도배가 끝난 다음에야 엄마는 만족하는 듯 생글생글 웃었다. 자수정에 햇살이 비춰지자 신비한 보랏빛으로 물들어 가는 듯 보는 이들로 하여금 찬탄을 금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엄마는 이렇게 많은 것을 어떻게 얻었어?” 자수정으로 치장을 해주고도 엄마의 손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여러 개의 보석들이 쥐어져 있었다. “엄마의 엄마가 준 것도 있고 유희 다니면서 얻은 것도 있고, 아니면 인간들을 약간 협박해서(?) 받은 것도 있지! 너도 줄까?” 그 말에 살래살래 저었다. “난 필요 없어!” 바닥에 굴러다니는 게 보석인데 또 받았다간 처치 곤란이 될 것 같으므로 사양을 한 것이다. 보석으로 도배가 끝나자 난 어김없이 엄마와 리디이 손에 이끌려 식당으로 가야만 했다. “오늘도 여전히 사람이 많군.” 처음 이곳을 온 사람은 관광은 고사하고 사람 구경만 하다갈 정도로 무지 복잡스러웠다. 사람 구경을 하던 중 우연히 나온 말에 필라르가 날 돌아보았다. “잘 따라오라고, 잘못하면 미아가 되니까.” 필라르의 경고성이 섞인 말을 듣고 엄마의 소매를 꼬옥 붙잡았고 리디는 내 소매를 잡았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공원이라고 한곳에는 사람은 많았다. 다른 곳보다는 적었지만 내 눈에는 많게만 보였다. “우선 저기에서 쉬도록 하자.” 엄마가 가리킨 의자를 보고 얼른 달려가서 앉았다. 의자 세 개에 각자 알아서 앉고 한숨을 돌렸다. “잘못하다간 압사할 것 같아.” “그러게요!” 리디와 같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한가로움을 만끽했다. “여기에만 있다간 하루해가 지나가겠다! 다음 목적지로 가자.” 쬐금 쉬자 오빠가 벌떡 일어나서 의자에 앉아있는 이 아니라 리디의 다리를 베고 누워있는 내 손을 잡아당겨서 일으켰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잡아당기지 마. 팔 떨어질 것 같잖아!” “그 정도로 팔이 떨어지면 세상 모든 여자는 팔이 없겠다.” 나를 놀리는 오빠의 말을 듣고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모두가 앞으로 걸어갔으므로 졸래졸래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조금만 가면 동상이 있는 곳에 가게 되는데 역대 황제부터 해서 개국 공신이랄지 훌륭한 업적을 남긴 일을 한 사람들을 볼 수 있지! 살아생전 똑같이 만들었으니까.” 필라르의 설명을 들으며 공원이 끝나는 곳에 다다랐을 때 시컴시컴한 것이 보였다. “모두 청동으로 만들어서.......” 시부렁시부렁 말하는 필라르의 설명을 다 듣다가는 머리가 아플 것 같아서 애써 외면을 하고 동상을 바라보았다. “동상의 앞에는 그 사람이 누구이며 업적들이 적혀있어.” 블루의 말에 잘 생긴 동상을 보고 안내문 비스 무리한 것을 보았다. [내 이름은 비스마르 몰트 로 제국의 초대 황제이다. 많은 이들의 신임을 얻은 난...............(중략)...............제국을 세우게 되었다.] 이로써 쬐금 잘생긴 사람이 제국의 초대 황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미없어! 내가 이런걸 알아봤자 어디다가 써먹어? 시시해.” 쭈우욱 서있는 동상들을 슬쩍 보면서 안내문도 보고 하는 짓을 반복하다가 맨 마지막에 있는 동상 앞에서 돌땡이가 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설마, 설마하니 아니겠지? 아닐 거야. 하하하~그렇고 말고.” 믿기지 않은 현실을 믿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려고 할 때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누구하고 닮았네? 누굴까? 누구였지? 누구....혹시?” 블루도 믿기지 않은 듯이 굳어버렸다. “뭔데 그렇게 서 있는 거야?” 아직도 저 쪽에서 천천히 구경하는 두 여인네와 그 두 여인네를 안내하는 한 남자를 뺀 나머지 두 남자가 다가오자 나와 블루가 동상을 손으로 가리켰다. “동상인데 뭐가 잘못되었다고....엥?”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미스티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오빠와 가브가 내 의견을 물어오자 손을 내리고 잠시 동안 머리를 식히고 말했다. “닮긴 닮았지, 근데 너무 많이 닮았어가 아니라 진짜 그 놈(?)이 잖아!” 마침내 동상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은 난 안내문을 보고 결론을 내렸다. “어째서 그가 있는 거지?” “나도 모르니까 글씨 보면 되잖아.” 그 안내문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내 이름은 그라시엘 아르마나 라고 하며 제국의 후작에 봉해져 있다. 원래는 귀족이 아닌 암살 길드의 두목으로 어떤 사람을 암살하라는 의뢰를 받고 내가 직접 일을 하기 위해 나갔다. 처음엔 그저 귀족인줄 알았지만 암살하기 직전에 그 분이 황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록 암살 길드의 두목으로 있다 하지만 난 제국 민으로 있으므로 황제를 암살하라는 의뢰를 무시했다. 그 결과 길드는 의뢰인의 보복 조취에 의해 드러나게 되었고 많은 이들에게 쫓기게 되었다. 하지만 황제는 그런 나를 거두어 주었다. 그리고 내란의 주동 인물을 척살함에 후작으로 봉해졌지만 영지는 받지 않았다. 단지 영지에서 걷어지는 세금을 제국 민들에게 나눠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황제의 목숨을 살려준 댓가로 난 길드에서 탈퇴해서 잠시나마 귀족의 생활을 하고 여행을 떠났다.] 방대한 양의 내용을 듣고 난 조금 이해를 하게 되었다. 처음 카를 일행과 부딪혔을 때 내보인 제국 인증서와 암살 길드내의 카리스 등을 빼올 때도 간단하게 한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나 그 놈이었군! 숨길게 따로 있지. 나한테 말을 안 해줬단 말이지? 넌 다음에 만나면 반 죽었어.” 사악한 웃음을 짓고는 다시 한번 동상을 쳐다보았다. 살아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만들었다고 하던데 정말인지 똑같았다. 무표정한 녀석! 조금만 미소를 지었다면 여자들이 열쇠 들고 줄을 섰을 텐데. “그나저나 놀라운데! 내가 보기에는 그라시엘은 드래곤이 아닌데도 우째 하는 것마다 드래곤이 유희 다니는 것처럼 하지?” 당연한거 아니겠냐? 그 놈은 신인데, 그놈은 신으로써 유희를 다니는 것이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나도 유희라고 할 수 있나? “그냥 그러려니 해.” 오빠의 말에 이렇게 대꾸하고 어느덧 우리 쪽으로 온 필라르와 두 여인네가 보였다. “뭐가 잘못됐어? 왜 그라시엘님의 동상만 보고 있어? 물론 그라시엘님이 잘생겨서 미스티가 보고 있는 것은 이해하는데 너희들까지 보기에는 좀 그렇지 않아?” 쓰잘떼기 없는 말을 해서 또 다시 블루에게 뒤통수를 살짝 어루만져 주었지만 전처럼 기절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제는 필라르 녀석의 뒷통수를 만져주는 손에 강도까지 조절할 정도로 달인이 된 듯 하다. “그라시엘님은 우리 제국 내에서 모르면 간첩으로 오해 받는다고. 얼마나 유명한데, 그러니까 한 10년 전이었지(으악~카옌 왕국에서 여까지 오는데 3년이 지난거야?)!! 내가 어렸을 때라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했지만 정말로 멋있는 분이었어. 마법을 할 때마다 빛이 난다고 해야 할까?” 회상에 잠김 듯한 필라르는 멍하니 동상만 보고 있었다. “니 나이가 몇 살인데 그래?”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필라르에게 내가 질문을 하자 라엘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나이를 발설했다. “23살!” 이라고 말하고 자신도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그런 필라르를 보며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23살....!” “호오~필라르 나이가 23살 이란 말이야? 난 25살인데 그럼 내가 형인가?” 블루의 가증스러운 말에 필라르는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대처했다. “옛말에 자신의 나이보다 2배이면 부모를 모시듯이 하고 10살이 많으면 형제같이, 그리고 5살 차이가 나면 친구같이 라는 말을 듣지 못했어?” 이 세계에도 그런 말이 있었는지 필라르는 사자소학에 있던 말을 하고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런 필라르를 보고 블루는 질렸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근데 그라시엘 아르마나 라는 후작이 마법을 한 것을 봤다는데 도대체 어디서 봤냐? 귀족이니까 아니지 황제의 목숨을 살려줬으니까 궁에 살았을 건데 어떻게 마법을 한 것을 봤다고 그러는 거야? 설마하니 후작이 거리에서 다른 놈하고 싸운 것을 멀리서 봤다는 말은 아니겠지?” 추궁을 하는듯한 나의 심도 있는 말에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헤에~어떻게 알았냐?” 그 말에 한숨을 쉬고 다시 한번 동상을 쳐다보았다. “다른 사람한테는 관심도 가지지 않더니만 유독 그라시엘님의 동상만 쳐다보는 거야? 설마 반하기라도 한거야?” “바부팅이~아니야! 단지 내가 아는 놈하고 닮아서 보고 있는 것뿐이야!” 말을 하면서 필라르의 머리를 한대 쥐어 주고는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스티이~내가 동네북이냐? 왜 나만 때려?” 뒤에 오면서 하는 말에 “니가 제일로 만만해 보여서.” “헉!” 순간 필라르가 잠시 멈춰 섰지만 상관하지 않고 걸어갔다. “그런데 이쪽으로 가면 뭐가 있어요?” 갸웃거리며 말을 하는 리디는 나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당연히....모르지. 그러는 넌 아냐?” 손을 올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한숨을 쉬고는 나한테 삐져있는 필라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내가 마음에 안 든다 해도 어찌 드래곤인 리디의 신경을 거스를 수 있겠는가? “이쪽으로 가면 그냥 그런 곳이 나옵니다. 하하하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리디에게 말을 하며 쫀쫀하게 그깟 일로 화가 나서 나를 아니꼽게 바라보다가 딱 걸린 필라르는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으며 안절부절 했다. “필라르가 땀을 많이 흘리니 어디 시원한 곳으로, 이제 보니 그곳이 있었군! 자리가 있어야 할 텐데.” 혼잣말을 하고 왼쪽으로 가는 블루를 의문에 쌓인 눈으로 보다가 그냥 이끄는 데로 따라갔다. 물어보기 귀찮아서 말이지. 넓디넓은 곳을 한참동안 가서 어느 한군데에 멈춰선 블루를 보다가 약간 앞에 나가서 정면을 보았다. “와우~~멋있다. 이쁘다. 또 뭐라고 해야 하지?” 내 앞에는 지하수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번잡한 도시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는 주변에는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게 의자가 많이 준비해져 있었으며 나무가 심어져서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식힐 수 있게끔 만들어져 보기에 좋았다. 또한 햇빛에 반사된 물방울들은 무지갯빛을 내고 있어서 보는 눈이 즐거워졌다. “나도 한번 와봤지만 언제와도 질리지 않는 곳이야.” 오빠는 이렇게 말하고 비어있는 기다란 의자에 턱 하니 앉았다. 그래서 나도 따라서 앉았지만 말이다. 미세한 물방울들이 바람에 날아와 내 뺨을 간지럽혔다. “시원하다. 도시 한가운데 용천수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곳을 떠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후훗~정말로 시원해. 다른 곳에 있는 분수보다도.” 카스와의 약속에 따라 난 이번 여행이 끝나면 환계로 되돌아 가야한다. 문제는 내가 과연 다시 인간계로 올수 있나 였다. 카스를 보고 있자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은 식이었다. 그러면 난 카리스등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데! “쳇! 그런 말은 하지 마. 다시 올수 있어! 니가 오기 싫다고 해도 내가 데려올 거니까.”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하는 미르오빠를 보며 한숨을 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럼! 우리가 누구야? 우린 그 이름도 유명한 아름다운 여행객이라고. 한번 헤어지더라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어! 그러니까 그런 말은 쓰레기통에나 집어넣어 버려.” 화가 풀렸는지 필라르가 내 옆에 자연스럽게 앉으면서 말을 했다. “아쭈구리~미스티님의 이야기가 쓰레기란 말야? 이번에 내가 손수 땅파줄게 알아서 들어갈래?” 무시무시한 리디의 협박에 필라르는 다시금 식은땀을 흘렸다. 리디는 또 어디서 그런 화술을 배웠는지 놀라울 뿐이었다. 땅 파줄려니까 알아서 들어가라니! 완전히 무덤 파줄게 자진해서 들어가는 게 광명 찾는다는 뜻으로 들렸다. 삽질한다는 말을 직역하는 리디! 훌륭하다. 여행기간이 길어지니 그동안 스쳐지나간 인간들에게 이것저것 듣고 따라한 듯 하다. “그나저나 배가 고파오는데 여기서 도시락이나 까먹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엄마의 말에 의자에서 내려와서 잔디가 깔린 곳으로 이동을 한 다음 언제 싸왔는지 기억도 안난 도시락이 열려지기만 기다렸다. “기대하고 고대하시라~특제 엄마표 도시락~” 엄청난 선전 문구를 남발하던 엄마의 가방에서 여러 층으로 쌓인 도시락을 꺼내서 주변에 늘여놓았다. “꼭 소풍 나온 기분이다.” 어릴 적에 엄마가 싸준 김밥과 과자 외에 온갖 군것질거리를 바리바리 싸서 열심히 놀다가 점심시간에 신문지를 깔아놓고 먹을 때의 그 감동이 물밀 듯이 다가왔다. 여러 종류의 도시락에 난 포크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종류별로 하나씩 집어먹어보았다. “맛도 끝내준다. 근데 이거 엄마가 만든 거야?” 입술에 묻은 빵가루를 떼어주시면서 엄마는 방글방글 웃었다. “당연하지~한밤중에 몰래 여관 주방에 들어가서 만들었어! 우리 딸 먹이려고~맛있어?” 그 말에 난 환하게 웃으며 끄덕끄덕 였다. “이런? 전에도 누누이 말하지 않았니? 그렇게 웃지 말라고, 우리가 아닌 다른 인간들한테 웃지 말렴! 너한테 반할라~물론 여기에 있는 따식이들 앞에서도 자제 좀 하고, 흠흠...뭘 그렇게 보고 있지? 오늘날 여럿 초상내줄까?” 살벌한 눈빛으로 따식이들을 쳐다보자 그들은 언제 엄마를 쳐다봤느냐는 식으로 먹는 것에 열중했다. “이것은 가브리엘 거다. 그러니 딴 놈들이 손대면 죽는다?” 엘프란 존재를 하찮게 여기던 드래곤인 엄마가 가브가 먹을 과일과 채소로 이루어진 도시락을 꺼내서 주었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지만 언제 들었는지 가브에게 나를 호위하는 목적으로 같이 다닌다고 말해서 더 친절하게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의 딸을 보호해준다는데 싫어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쩝쩝....와삭와삭....근데 다음은...냠냠..어디야?” “다 먹고 좀 말해라. 다음은 아직 안정했어.” 입속에 음식물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말하자 블루는 얼굴을 찡그리고 대답을 했다. 그 찡그린 얼굴을 보자 왠지 식욕이 달아나버려서 더는 먹을 수 없었다. “더 먹지 왜 그래? 오랜만에 잘 먹더니만.” 가브가 과일을 찍은 포크를 내 앞에 들이밀었다. 제발 먹어달라는 간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나 만의 착각인가?) 덥석 물어서 과일을 먹었다. “쩝쩝...고마워...꿀꺼어덕~그냥 먹기 싫어서.” 가브가 준 과일은 먹고는 잔디위에 누웠다. 바로 옆에 나무가 있었기에 그늘이 져있어서 햇빛이 침범하지 못하고 발끝에서만 왔다 갔다 했다. 낮잠을 자려고 누운 것은 아닌데 눈꺼풀이 점점 덮어지면서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깨우면 신경질 내겠지요?” 귓가에 모기가 날아다니는 것 같이 엥엥 거리는 소리가 들려 짜증이 났지만 참았다. 운명이려니 하고... “시끄럿! 얼라리요? 여긴 어디메뇨?” 하지만 내가 참을 인 자를 무려 세 번씩이나 새겼음에도 불구하고 엥엥 거리자 홧김에 눈을 팍 뜨고 상체를 일으켜서 엥엥거리는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엄마하고 리디가 조심스럽게 다소곳하니 앉아있었다. 다 좋은데 문제가 하나 발생한 것이 신경에 거슬렸다. 난 분명히 잔디에 누워서 잠시 눈을 감은 것 뿐인데 일어나보니 시퍼런 잔디는 다 어디로 가고 새하얀 것으로 도배를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언제 여관에 왔지? 공간 이동이라고 한거야?” 기지개를 쭉 펴면서 아직 상황 판단이 되지 않은지라 두 여인네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니? 어떻게 잔디에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니? 우린 그것도 모르고 도시락 챙겨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다가 니가 안 움직여서 가까이 와봤더니 아주 편안히 잠을 잘도 자고 있더구나? 덕분에 다른 곳은 가보지도 못하고 가르시미르가 널 업고 왔잖아.” 엄청난 타박에 생각해보니 완전히 내 잘못이라는 것이 티가 나는지라 난 헤죽헤죽 웃으며 말했다. “에이~엄마도~차아암~~이미 여러 번 와 봐 놓고는! 겨우 그깟 일로 삐진 거야? 엄마나 리디나 모두 드래곤이니까 언제든지 여기에 올수 있잖아? 오늘만 날인가?” 잘못을 덮기 위해 여러 아부성 짙은 말을 하며 엄마와 리디를 달랬다. 그 효과가 나타났는지 엄마는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고 리디는 어차피 내가 마스터니깐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배 고프지 않니? 저녁때도 훨씬 지났는데.” 달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한건 알았는데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지 않은 관계로 밤이 되었는지 미처 알지 못했다. “괜찮은데! 걱정하지 마. 그럼 난 이만 잘게. 아하함~내일봐요.” 잠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난 또 잠을 잤다. 취미생활에 푸욱 빠져있었기에 질리지 않았다. “에휴휴휴~다리 아파라!” 전번에 내가 잠을 자서 관광을 못한 것까지 덤으로 여러 곳을 한꺼번에 다닌 탓에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우리가 여기에 머물지 벌써 2주가 되어가는군.” 식당 한켠에 자리를 잡은 우리는 그 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 우리 빨리 여길 뜨자.” 에어라이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필라르는 이곳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하는 말마다 다른 곳으로 가자고 말했고 우리는 그 말을 맛있게도 씹어 주었다. “너 정말로 이곳에 있는 사람한테 돈 빌리고 안 갚았냐? 왜 안절부절 못하냐?” 의문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한숨만 쉬고 먼 산만 바라보았다. “진짜인 것 같네요.” 필라르의 상태를 진단한 리디는 나를 보며 말했다.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다. 돈 떼어먹고 도망쳤다면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다 갚아줄게.” 돈이 빵빵하게 많은 블루가 한숨만 쉬고 있는 필라르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자 어색한 미소로 답하듯이 가만히 있었다. “우씨~그렇게 걱정이 되면 그냥 혼자 가면 될 거 아냐? 우린 하던 거 마저 할 테니.” 식사를 마치고 여유롭게 차 한 잔의 시간을 가지며 아직도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필라르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쬐금 크게 말을 했다. “그,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 혼자 간데? 난 너희들이랑 같이 다닐 거야.” 당황하다는 표정을 지은 필라르를 보며 난 강경하게 말했다. “니 맘대로 해라. 단 내가 여기에 있고 싶으니까 넌 돌아다니던지 말든지 해.” 그 말을 남기고 난 차를 원샷 한 다음에 걸음도 당당하게 윗층으로 올라갔다. * * * * * * * * * * * * * * *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설마하니 천하의 필라르가 루나가 한말에 쫀 것은 아니겠지? 루나 성격에 미적거리는 니가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니 앞으로 알아서 행동하라고.” “그,그럴까? 후우~” 가르시미르의 말에 윗층으로 올라가고 있는 루나의 뒷모습에서 시선을 떼고 차를 마셨다. “설마하니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루나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진지하게 물어온 블루의 질문에 필라르는 어물쩡거리며 말을 하지 못했다. “정말로 관심이 있는 거야? 그렇다면 지금부터 관심 끊어라! 루나는 내 거니까.” 먼저 침 발라 놓은 놈이 임자라는 식으로 말을 한 블루는 의자에 앉아있는 모든 이의 시선을 한꺼번에 받게 되었다. “말도 안돼는 소리! 누가 너 따위한테 딸을 준대? 절대로 그럴 일은 없으니까 신경 꺼!” 미르나이의 말에 블루는 자신이 한 말을 생각해내고 얼굴을 붉혔다. “아시다시피 루나는 물건이 아니니까 그녀의 마음에 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랜 침묵을 깨고 말하는 가브리엘의 말에 두 모자와 하인으로 전락한 여인이 찬성을 했지만 두 따식이는 불만이 있는 얼굴로 가브리엘을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보는 거죠? 블루님? 필라르? 내가 생각해도 가브리엘의 말이 맞는 것 같은데, 루나님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이랑 맺어져야 한다고요.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어떻게 루나님을 물건 다루듯이 하는 거죠?” 표독스러운 얼굴을 한 그리디아의 말에 두 따식이는 휘파람을 불며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장이 예쁘기도 하지.” “내가 생각해도 그렇군!” 이야기의 주제를 이탈한 말을 하며 두 따식이들은 그들만의 세계로 빠져들려는 찰나에 리더 격인 미르나이의 말에 자리를 일어났다. “벌써 한밤중이 됐으니 그만 자도록.” 말 한마디에 식당 안은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조용한 공간의 한구석을 메우던 녀석들 중 일명 루나에게 따식이라 불리워지는 인물이라 하기엔 좀 뭐한 녀석들은 곧장 윗층으로 올라갔고, 정말로 정적에 싸인 식당이 돼버렸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6 2768 4 나는 너의 과거를 알고있다 - 2 “그게 뭔 말이야? 나 몰래 역적모의라도 하는 거야?”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졸리운 듯한 어투로 한 질문을 받은 두 여인네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하던 말은 마무리를 해야지 왜 나만 보는 거야? 나하고 관련된 말이야?” 블랑슈를 떼어내면서 물어보자 두 여인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말이지 어찌나 우리 딸이 이쁜지 한번이라도 본 녀석은 널 좋아하게 되니 걱정이 되어서 말이다.” “맞아요! 어제도 블루님과 필라르가 그것 땜에 설전을 벌였다니깐요. 물론 아주 잠깐 동안이었지만요.” 두 말을 듣고 아직 상황판단이 되지 않은 난 간단하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뭐 결론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약간 뜸을 들이며 미적거리며 말을 하는 엄마의 태도에 쬐금 짜증이 난 나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일루전이라도 시전해서 못생긴 여자로 만들면 간단하잖아.” 그 말의 파장이 컸는지 두 여인네는 내게 달려들며 말했다. “그런 말도 안돼는 소리는 하지 마세요.” “원래의 모습에서 약간 반감된 미모 때문에 내가 얼마나 아쉬워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거니? 니 목적 때문에 지금은 이런 보통의 미인보다도 쬐금 더 이쁜 미인이지만 그전의 모습은 가히 천상적이었는데! 그런 짓은 내가 용납 못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말을 하며 황당해하는 리디와 엄마를 보고 난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은 끝난 거 아냐? 어차피 못생긴 얼굴을 한 것을 싫어하니 이렇게 다니는 수밖에 없잖아?” 나 혼자 결론을 내리고 욕실로 향했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시간이나 죽이고 있다니 역시 드래곤들이란!” 몸에 있는 물기를 닦고 머리의 물기는 대충 닦아내고는 다음 드래곤들에게 인수 인개를 하고 덤으로 블랑슈도 안겨주었다. “오늘은 무슨 장신구야?” “오늘의 보석은 아쿠아 마린 이란다! 이쁘지?” 아쿠아 마린이라는 보석으로 이루어진 장신구 세트를 꺼내놓으며 보여주고 이곳저곳에 채워주었다. 보석의 이름답게 아쿠아 마린은 바다빛깔의 색을 한 아름다운 보석이었다. 계속 보고 있으면 그대로 바다에 대한 향수를 느끼며 그대로 빠져들 듯한.....이제 보니 꼭 카스의 눈동자 같았다. “날씨도 죽여주는데,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아직 안가본데를 가보자고.” 식당에 앉아서 하는 말에 일행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시선을 보냈다. “우린 어제부로 에어라이에 있는 곳을 다 돌아봤잖아. 그런데 또 볼게 뭐가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여전히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필라르의 질문에 난 친절하게 대답을 했다. “무슨 소리? 생각해봐!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한군데 있잖아. 이렇게나 힌트를 줬는데 알아맞히지 못하는 거야? 그렇다면 말해주지. 오늘 가볼 곳은 이곳 몰트제국의 황궁이란 말씀이야! 물론 안까지 들여다본다는 것은 아니라 주변 산책정도를 하자는 말이지. 특별히 반대할 인물은 없겠지?” 처음 황궁이란 말이 나오자 리디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나를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보다가 그냥 겉만 보러 가자는 말에 끄덕였다. “내가 이곳 귀족도 왕족도 아닌데 어떻게 거길 들어갈 생각을 하겠어? 단지 멀리서 보기에 엄청 커 보여서 가까이서 보면 얼마나 클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보자는 말이었어.” 멀리서 아~주 멀리서 본 황궁은 내 인상에 팍팍 올 정도로 무지 크고 무지 화려했다. 그래서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그럼 오늘은 거기로 가기로 하고 2~3일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에 이곳을 뜨기로 하지.” 엄마의 결론에 어느 누가 토를 달지 않았기에 찬성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침 식사를 하던 난 문득 내가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이 생각이 나자 갑자기 씁쓸해지는 기분에 쓴 웃음을 지었다. ‘오늘이 며칠이지? 이곳 아이나스 대륙은 추운 겨울이 없으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환계에 있을 때나 이곳에 여행을 왔을 때나, 내 생일은 추운 겨울이어서 따뜻하기만 한 이곳에서는 깜빡 잊어버렸어.’ 잠시 생각을 하느라 중단을 한 식사를 하기위해 쓴 웃음을 지우고 애초에 예상을 하고 먹던 거보다 더 적게 먹었다. “무슨 일이 있니? 얼굴색이 안 좋구나?” 옆에 앉아있었던 까닭에 내가 하던 표정을 보고 미르 오빠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으,응? 뭐라고?” 잡생각을(?) 하고 있어서 오빠의 말을 완전히 듣지 못해서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오빠는 첫 번째 질문과 똑같은 질문을 했고, 일행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렸다. “아하~그거?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서 하하하! 뭘 그렇게 보는 건데? 부끄럽게 시리~”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게 뭐 길래 쓴 웃음을 지은 건데?” 저놈의 엘프가 눈 좋은 거 자랑할일 있나 꼭 집어서 쓴웃음을 지은 건 어떻게 알았는지 추궁을 해왔다. “그건 말이지 사실대로 말하면 오늘이 내 생일이야!” 내 말에 주위는 써어렁~하다못해 한 겨울에 얼어붙은 논바닥을 보는 듯 했다. 잠시 후. “진작에 말하지 왜 지금 말하는 거야?”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일행들의 엄청난 타박에 오히려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약간의 용기를 내어서 말했다. “그러기에 내가 방금 생각이 났다고 했잖아! 그리고 우리 일행 중에 여행하면서 생일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걸! 그러는 여기 있으신 모든 분들의 생일을 언제인지 무지 궁금하니 대답 해주실 수 있겠죠?” 상황을 역전시킨 난 득의에 찬 미소를 지으며 씨익 웃다가 필라르의 한 마디에 미소가 사라져버렸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 설마하니 미르나이님하고 가르시미르의 생일까지 묻는 건 아니겠지?” 그런 문제는 그냥 넘어가도 될 건데 이놈의 인간은 우째 내 마음을 이리도 몰라주는지. “무,물론 알지! 그나저나 오늘은 내 생일인데 이렇게 타박해도 되는 거야? 오늘만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오늘만은 조용히~알겠지?” 생일이라는 장점으로 밀어붙이고 식사를 아주 조용히 끝내고 조용히 나왔다. 생일이니 모두 내가 해 달라는데로 해주는데 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그렇게 큰 거 바라는 것도 아니고 간단하게 입 좀 다물고 있으라고 했더니 식사 내내 침묵이 유지되고 있는 도중에 필라르를 뺀 나머지 일행들은 서로 전음을 주고받으며 나불대고 있었지만 나에겐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 않으니 덮어두기로 했다. “황궁이 저기였지?” 저~멀리 눈꼽만큼 보이는 건물을 가리키며 말하자 리디와 가브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끄덕였다. 그들의 반응을 보고 길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을 하고 걸어갔다. 걸어가다가 뭔가가 내 눈에 뜨여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엇! 저기에 뭐가 있기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거지? 설마하니 돈 놓고 돈 먹는 그런 싸구려 같은 것은 아니겠지?” 하며 난 블루를 쓰윽 쳐다보았다. 블루도 내 시선에서 포함되어있는 생각을 읽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힘겹게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갔다가 나온 블루는 갑갑했는지 심호흡을 하고는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설명을 했다. “저기 사람들이 몰린 곳이 그러니까 간단하게 무슨 게임 비스 무리한거야! 참가비로 1골드를 내고 하는 건데 상품으로 걸린 게 보석이야! 꽤 특이한 보석! 투명한 다이아몬드 속에 붉은 꽃잎이 한 장 들어있었어. 아마도 마법사가 만든 것 같아. 그것도 엄청난 수준을 가진...게임은 간단한데 가서보면 그리 간단하기 않더라고! 한번 가서 보는 게 듣는 것 보다 좋을 거야.” 설명을 하다가 끝까지 말해주지 않자 직접 부딪혀보자는 식으로 성큼성큼 북적되는 곳에 다가가자 일행들 모두가 경호를 하듯이 나를 둘러쌌다. 북적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돌파하며 갈까하며 머리를 굴렸는데 괜히 헛수고를 한 듯이 우리를 한번씩 본 사람들은 길을 열어주었다. 꼭 모세의 기적을 본 듯이 쫘악 두 쪽으로 갈라졌다. 그들이 내어준 길로 가면서 보석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았다. ‘흠...보석에 꽃잎이라~모든 것들은 다 마나를 통과시키니깐 고위 마법사가 보석에 꽃잎을 워프(공간 이동) 시킨 거겠지? 아무리 빈틈없는 보석이랄 지라도 꽃잎이 분자화 되어서 들어갔는데 지가 무슨 수로 막아! 그나저나 나도 한번 해볼까? 에이~~귀찮다. 그깟 보석 널리고 널렸는데...’ 다른 인간이 들었으면 발랑 뒤집어져 기절을 할 생각을 하며 게임이라고 칭하는 곳으로 다가갔다. 과연 그곳에는 블루가 말한 꽃잎이 들어있는 다이아몬드가 한 가운데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게임이라는 것은 바로!! 나뭇가지로 두개로 제한 시간 내에 콩을 집어서 주어진 통에 담는 그런 아주~쉬운 게임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우째 저런 것이 게임으로 변질되었지? 반찬을 집어먹는 신성한 젓가락으로 게임을 하다니, 그나저난 여기 있는 인간들은 한번도 젓가락을 집어본적도 없나? 왜 이리 못하는 거야? 참가비가 아깝군.’ 그곳에 있는 인간들은 보석에 혹 해서 돈을 주고 참가했는데 하는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두개의 나뭇가지를 한손에 하나씩 들고 우여곡절 끝에 겨우 하나씩 집어서 통에 집어넣으니 나 같은 인간은 아니 신들은 복창이 터져죽을 것 같았다. 유심히 그들이 하는 짓을 보다가 내 주변에서 한 놈이 뛰어가서 1골드를 내고 하는 짓을 보았다. ‘으이구~~답답해! 필라르 저거 바보 아냐? 못할 거면 아예 하지도 말 것이지 돈만 날리게 시리! 저 보석이 가지고 싶어서 그러나? 그렀다면 내가 직접 나서서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겠군.’ 제한 시간 그러니까 주최자인 사람이 60을 셀 때까지 통에 40개의 콩을 집어넣어야만 보석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럼 내가 나가지.” 보석을 갖는데 실패한 필라르의 축 쳐진 어깨를 툭툭 쳐주고 게임을 하기 위해 다가갔다. “여기는 꼬마 사절이다! 그러니 냉큼 돌아가라.”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대머리 인간의 면상을 속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며 난 비릿하게 웃으며 1골드를 꺼내서 그들에게 던졌다. 돈이 날아오자 그제서 손님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콩과 그 외의 물건을 내 앞에 내려놓았다. “꼬마 아니 아가씨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으니 시작하게!” 다시 한번 대머리 아저씨의 말에 난 대꾸를 하며 나뭇가지를 한손으로 집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대머리 아저씨 걱정이나 하시지 그래? 괜히 얻어맞지나 말구.” 난 뒤를 쓰윽 돌아보았고 그 대머리도 뒤쪽의 일행들의 살기어린 시선에 식은땀을 흘리며 게임 시작의 종을 울렸다. 예고도 없이 시작을 하자 어이없다는 식으로 쳐다보다가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나뭇가지 즉 젓가락으로 콩을 집었다. 처음엔 그들은 내가 한손에 그것을 쥐자 머리를 저었지만 간단하게 집어서 통에 넣자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이런~시간이 별로 없잖아?” 벌써 30을 세어가고 있었는데 아직 2개 밖에 집어넣지 못하자 대머리 아저씨 일행들은 다행이라는 얼굴을 하자 난 그들의 그런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아서 젓가락을 비스듬히 각도를 낮춰서 한번에 3~4개씩 간단간단하게 집어넣었다. 그래서 대머리 아저씨가 60을 다 세기 전에 콩을 모두 통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이봐요~뭘 그렇게 보는 거죠? 난 아저씨가 쳐다보는 건 불쾌하니 빨리 보석이나 줘요.” 헤실헤실 웃으며 손을 내밀자 그 대머리 일당들은 뻥쩌있었다. “어떻게...이런 일이....” 말을 잇지 못하는 대머리 아저씨가 불쌍해서 한 마디 해줬다. “세상에는 믿겨지지 않은 일이 한번씩 일어나죠! 그러니 빨랑 내놔욧.” 보석을 줄 생각을 하지 않자 화가 섞인 말을 하자 대머리는 아쉽다는 얼굴을 하며 보석을 넘겨주었다. “흐음~진품이군!” 진품임을 확인한 나는 그 다이아몬드를 필라르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필라르는 당황했는지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이거 가지라고! 너 이거 가지고 싶어서 게임한 거 아냐? 선물로 주는 거니까 가져.” 받지 않으려는 필라르의 손을 잡고 쫘악 펴서 보석을 쥐어주고 떨어졌다. “사,사실은...너 주려고 한거였는데.” 보석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겨우 말을 하는 필라르를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니가 그 보석을 받아 주는 게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그 말에 필라르는 감동을 했는지 보석을 두 손으로 꼬옥 잡았다. “고마워! 이건 영원히 내가 간직할게! 정말로 고마워.” “그러면 그거 팔아먹으려고 했냐?” 재미있으라는 말에 일행들은 모두 활짝 웃었다. “가던 길을 가도록 하지.” 기운이 났는지 필라르가 앞장을 서자 천천히 따라갔다. 황궁이 워낙에 멀리 떨어져있는 까닭에 한참을 걸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도심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므로 천천히 걸어갔다. 많은 인파 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 알아서 비켜주어서, 그런데 여기에서 눈이 삐었는지 우리를 보고도 계속 달려오는 것이 있었다. 말이라서 못 봤나? 마부는 봤을 텐데....쩝! “비켜라! 비켜라! 스나이퍼 남작님이 가시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을 과속 주행을 하면서 외치는 소리에 길가는 사람들이 양 옆으로 비켜섰다. 우리는 원래 청력과 시력이 좋으므로 보통 인간들보다 먼저 듣고 미리 옆으로 물러서 있었다. 말발굽에 쥐포 되기 싫으니까! “저 마차 뒤로 기사들이 떼거리로 따라오네? 무슨 일이지?” 일개 남작의 마차의 뒤에는 한 30명 정도의 기사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도 뭐가 그리도 급한지 장난 아니게 말을 몰았다. “앗! 저걸 어째?” 흔히 판타지나 무협지를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작가가 쓸 이야기가 없자 도용하는 짓을 서슴치 않고 행했다. 지금 길 한복판에는 한 여자 아이가 굴러가는 공을 잡으러 뛰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차는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아이의 엄마인 듯한 사람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비명만 지르고 있었다. 난 내 눈으로 봤다. 말발굽에 막 밟히려는 여자아이를 잽싸게 채가는 필라르의 모습을....역시 소드 마스터라서 그런지 몸 놀림하나는 죽여줬다. 원래는 내가 가려고 했는데 필라르의 움직임을 보고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워어~워~어떤 자식이야?” 마부는 날뛰는 말을 겨우 진정시키고 신경질적으로 필라르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도 소란스러운 것이냐?” 중후한 목소리가 마차 안에서 들려오자 마부는 굽신거리면서 말을 했다. “주인님! 글쎄 말이 가는 대로에서 한 놈이 막아서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습니다. 곧 조취를 할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작을 뒤로 한 채 호언장담을 하던 마부는 좌석에서 내려와서 필라르를 꼴아보았다. 그 시선을 무시하며 여자 아이를 엄마의 품으로 보내준 필라르를 보고 얼굴이 빨갛게 익은 홍시보다 더 빨게 지더니만 콧속에서 연기가 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변했다. “감히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냐?” 고래고래 지르는 소리에 필라르는 그제서야 마부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부 따위가 언제 같은 평민에게 감히 라는 말을 썼지? 내가 없는 동안 많이 변했군.” 맞는 말을 하는 필라르를 쳐다보던 마부는 더 화가 뻗히는지 주먹을 쥐고는 목표를 향해 날렸다. 그 정도의 거리에서 주먹을 날렸으니 필시 뭔가가 부딪히는 감촉이 있어야 했지만 필라르는 이미 피한 상태! 마부는 허공을 내려침과 동시에 필라르가 뒷통수를 살짝 어루만져주었다. 아마도 평소에 우리들에게 얻어터진 것이 주원인이었는지 하고 많은 곳 중에서 뒷통수를 정확하게 가격한 것이다. “으아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아쉽다는 식으로 입맛을 다신 필라르는 무슨 일이 일어났냐는 얼굴을 한 채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이햐~필라르 멋있는데? 대단했어! 보통 인간들이라면 주먹에 작렬했을 텐데, 순간적으로 공중으로 날아올라 뒤로 착지해서 한방먹이는 것을 보니 왠지 내 마음도 시원해.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처리할 거야?” 새초롬한 눈을 한 채 필라르의 뒤쪽을 쳐다보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마부가 정신을 차렸는지 지원병을 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나서야 겠군! 남작은 그냥 있으시오.” 마차 뒤에 3열 횡대로 서있던 기사 중에 대빵으로 보이는 인간의 말에 30명이나 돼는 인간들이 말에서 내려 필라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이런~~제국의 기사라는 사람이 한사람을 떼거리로 핍박을 하다니! 여행하면서 이런 진풍경을 소문이라도 낼까? 아마 내 말을 들으면 한번씩 이곳을 들릴 것 같은데, 저런 모습은 어디서나 보는 흔한 게 아니니까! 그러면 에어라이를 방문하는 인간이 많아지니까 상업과 관광업이 발전하겠지? 황궁의 재정도 튼튼해지고~” 엄청나게 빙빙 둘러서 말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본질은 너희들은 기사 도 아니다 라는 말이다. 나의 논리 정연한 연설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동의를 하자 기사들도 주변을 살피더니만 대장 격으로 보이는 인간이 한 기사한테 눈치를 주자 그 기사가 검을 빼들고 나왔다. “제국의 귀족 행렬을 멈추게 해서 입궁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했으므로.....(중략)...........널 처벌하겠다.” 자신이 검을 빼어든 정당성을 설명하기위해 나보다 더 긴 연설을 하고는 필라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근데 무슨 일이 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다니는 대로에서 말을 빨리 몰았지? 그런 건 제국의 법에 걸리는 거 아닌가? 비상시를 제외하고 가속을 내면 강등 당한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겠죠?” 저놈이 어떻게 제국의 법에 대해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야기를 하자 기사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원상 복구시켰다. “오늘은 엄연히 비상이 걸린 날이다. 세분의 황자 전하께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날이....아무튼 그런 줄 알아라.” 나라의 극비인 것 같은 것을 말하는 듯 하다가 기사의 대빵이 한번 부라려보자 재빨리 말을 얼버무렸다. “그렇게 급하시면 이런 자질구레한 에너지 낭비 할일은 하지 않고 그냥 가면 되잖아요. 그리고 저 놈은 그냥 마차로부터 길 가던 어린 아이를 구한 것 밖에 없는데 그리도 핍박을 한단 말입니까? 어린 생명을 구한 게 뭐가 잘못되었다고 일반 국민을 죄인 취급하다니요. 저 어린 것이 말발굽에 짓밟혀서 죽는 꼴을 보는 게 낫다는 말입니까? 만약 그런 것이 몰트 제국의 법이라면 정말로 실망입니다.”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평소에 묵혀두었던 혀에 침을 발라서 잘 돌아가게 만들어 여러 사람의 공감대를 형성시켰다. “옳소!” “맞는 말씀” “요즘 귀족들 횡포가 심해졌어.” “저 사람은 죄가 없다.” 등등...등등...기타 등등...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6 2960 11 나는 너의 과거를 알고있다 - 3 사람들의 말을 다 들었냐는 식으로 얼굴을 약간 치켜세우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를 구한 건 잘한 일이다. 허나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기사의 손에 검이 뽑히면 어떠한 이유가 있더라도 상대와 싸워야 한다.” 기사의 대빵은 그렇게 말하고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아하~그러니까 기사가 검을 뽑으면 호박이라도 찔러야 된다는 말인가요? 그걸 보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개 풀 뜯어먹는 소리하다가 영양실조 걸린다고....어쨌든 니가 일으킨 일이니 니가 알아서 해결해라.” 기사들을 비꼬면서 말을 하며 필라르가 싸우든 대화를 나누든 하라고 말을 하고 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왜냐고? 싸움 구경하는데 서있으면 뒤에 있는 사람한테 피해가 가고....음...제일 중요한건 앉아서 보는 게 힘이 안 드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전심전력으로 대결하기를....” 필라르는 기사에게 말을 하고 검을 빼어들며 내가 평소에 보던 그런 얼빵한 모습이 아닌 감정이 묻어나지 않은 정떨어진 얼굴을 하고 지그시 노려보기 시작했다. 승부를 겨룰 때는 말이 필요 없다고 한 말이 사실인 듯 그들은 서로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 말도 없이 심심해서 하품이 나오려고 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더니 순간 기사가 먼저 움직이면서 검으로 필라르의 오른쪽 어깨를 노리고 공격을 해왔다. 오른쪽 어깨만 다치게 한다면 오른손잡이인 필라르는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한듯했다. 그러나 필라르도 여행으로 잔뼈가 굵은 소드 마스터! 그까짓 공격쯤이야! 공격을 받은 즉시 검으로 막지 않고 그냥 피하면서 오른쪽 어깨를 공격하느라 기사의 아래쪽에 허점이 들어나자 뒤로 물러서서 검으로 직선코스로 찔러 들어갔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칼침이라도 한방 맞았겠지만 제국의 기사들도 녹록하지 않은지 뒤쪽으로 몸을 빼면서 검으로 맞받아 쳤다. 챙 챙 쨍강~~ 청명하고 아름다운 검 소리를 들으며 지루해서 잠이 쏟아질 것 같은 상황을 모면하며 구경하기가 영~내 성격에 맞지 않아서 한참 열을 올리면서 놀고 있는 필라르한테 소리쳤다. “너무 지루하다! 빨랑 끝내.” 검을 섞으면서 자신도 너무 길게 끌고 가는 것을 느꼈는지 검기를 만들어서 간단하게 기사의 검을 두 동강으로 만들어버렸다. “헉! 소,소드 마스터?” 부러진 검과 필라르를 번갈아 바라보며 믿겨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뻥쩌있었다. “제국 내에도 손으로 꼽을 정도인 소드 마스터라니?” “놀라운데?” 나와 같이 땅바닥에 앉아서 관전을 하고 있던 인간들이 한소리 한소리 해대자 소란스러워졌다. 그런 그들의 소란스러움을 한방에 날려주는 고마운 소리가 들렸다. “여행자께서 소드 마스터일 줄은 몰랐구려! 넌 그만 들어가 봐라. 저 분은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진을 치고 잔뜩 노려보고 있는 기사들을 물리고 대빵인 기사 아저씨가 나섰다. “제 이름은 미노스 베스티아 라고 합니다. 그저 별 볼일 없는 기사단장이지요.” 자기소개를 마친 베스티아 기사단장은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햇빛에 반사된 검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후후~피를 많이 먹은 검이잖아? 실력이 만만치 않겠어.’ 내 감상평이 끝나자 그들은 탐색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여진 별 쓸모없는 짓은 생략하고 본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역시나 실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듯이 아까와는 달리 스피드부터가 확연히 틀렸다. 보통 인간의 시력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공격을 하다가도 낮잠을 자고 뿌듯하게 기지개를 펴듯이 한없이 느렸다가 하는 공격이 왔다 갔다 했다. 검기를 사용하지 않은 그들은 순수 검술로만 대결을 하려는 듯 투지가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는지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동시에 떨어져 나왔다. “후훗! 대단한 솜씨군요!” “기사님도 만만치 않군요.” 서로 진심을 담은 칭찬을 한 다음 검을 다시 들어올렸다. “이제부터는 장난이 아닐 겁니다.”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서로 말을 나눈 다음 약속이라도 한 듯이 검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격돌을 했다. 샤 샤삭 ..스읏......... 검이 부딪힐 때 나를 소리라고 믿을 수 없는 소리가 들리며 공격이 왔다 갔다 했다. 검기를 사용했음에도 승부가 나지 않자 검기를 없애고 장기전으로 가려는 듯이 검이 부딪히는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다.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소드 마스터의 실력자인 필라르의 검술은 나무랄 때 없이 훌륭했지만 같은 소드 마스터인 중년의 베스티아 기사단장의 경험을 따라올 수 없었던 관계로 점점 수세로 몰리기 시작했다. 공격과 방어가 반반씩 오가던 공격이 기사단장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되돌아섰고 필라르는 막기에 급급한 나머지 허점투성이가 되어있었다. 공격을 간간히 막아서던 필라르는 아랫부분으로 찔러오는 검을 막기 위해 검을 아래로 내렸지만 아깝게 그건 단장의 허초였다. 아랫부분을 찌를 것 같이 움직이던 베스티아 기사단장 아저씨는 검로를 위쪽으로 돌려서 필라르의 목을 찔러왔다. 검이 아래쪽이 있던 필라르는 늦어서 막을 수 없음을 직감하고 상체를 뒤로 살짝 제꼈다. 뒤로 제끼자 원래 목이 있었던 부분에 검이 들어왔다. 순간의 판단으로 살아날 수 있었지만 완전히 다 피할 수 없었던 관계로 목에 조그만 생채기가 생겼다. 그리고 필라르의 것으로 추정되는 목걸이가 우연이라고 하기엔 누군가의 농간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내 앞에 떨어졌다. 목은 무사했지만 검 끝이 스치는 바람에 걸고 있던 것이 끊어졌는지 은으로 된 목걸이는 깨끗하게 절단되어 있었다. 필라르도 자신의 목걸이가 날아간 것을 알고 불안한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자 난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라 목걸이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필라르~~니 목걸이는 내가 접수했으니 걱정하지 말고 계속 싸워! 근데 이거 진짜 이쁘다. 오팔로 된 메달이 인상적인데? 근데 여기에 새겨져있는 것은 뭐야? 무슨 새 같은데, 독수리? 아니면 전설의 피닉스?........엥?” 목걸이를 들여다보며 말하다 얼굴을 들자 주변은 아주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으로 싸늘해졌는지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둘의 싸움은 멈춰있었다. 난 영문을 모르고 필라르를 쳐다봤고 필라르는 낭패했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고 나한테 저벅저벅 다가와 목걸이를 거칠게 채갔다. “아얏! 이게 무슨짓이......헛!” 아픈 손을 주무르며 똑 쏘아보며 앙칼지게 말하고 있는 순간 난 주변 인간들의 행동에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일이?’ 그곳에 있던 인간들은 심지어는 기사들까지 무릎을 꿇으며 머리를 조아리며 죽을죄를 지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차 안에 있던 중후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스나이퍼라는 남작이라는 아저씨가 나와서 무릎을 꿇고 조아렸다. “황자 전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이들은 죄가 없으니 저를 처벌하여 주십시오.” 뭔가 믿음직한 빽이 있었는지 남작은 살신성인이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전까지 풀리지 않은 얼굴을 하던 필라르는 남작의 말을 듣고 그에게 다가가 몸을 일으켜주며 말했다. “외삼촌! 당치도 않습니다. 어찌하여 외삼촌께 죄가 있겠습니까? 죄는 저한테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어나라! 일어나지 않으면 제국의 2황자인 필라르 몰트의 이름으로 죄를 묻겠다.” 좀 전까지의 어벙함은 어디로 가고 냉철한 이성을 지닌 필라르가 되어있었다. 그의 반 협박에 무릎을 꿇고 있던 인간들은 황송하다는 얼굴로 천천히 일어났다. “황자 전하 만세” 자신들이 지었던 죄를 사하여 주는 그가 고마웠던지(평민이 귀족도 아닌 왕족이 싸우고 있는 것을 묵과하고 구경하고 있다는 것 만해도 그들은 사형이었다. 하물며 필라르는 황족이었으니 오죽할까)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불렀다. “후훗! 감히 우릴 속이다니!” 리디는 기광이 번뜩이는 눈으로 필라르를 쳐다보았지만 그는 여러 사람에게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만 가자.”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얼굴을 한 엄마의 말에 필라르를 뺀 나머지가 움직였다. 주변에는 많은 인간들이 있었던 관계로 빠져나가는 것도 여의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마법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인간들의 틈새를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예전에는 알아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지만 지금은 인간들이 황자에게만 관심을 가졌기에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자칫하면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에어라이의 미아가 될 수 있는 가망성이 다분히 있었으므로 난 기를 쓰며 일행들을 따라 인파를 헤치며 겨우 가고 있었다. 순간! “어라~어디 가는 거야? 치사하게 나만 빼고 가는 거야?” 아까의 냉철함이 철철 넘치는 모습은 어디로 가고 어벙한 모습을 한 필라르는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난 지금의 모습이 꾸며진 모습이라는 것을 잘 아는지라 그가 오기 전에 손을 들어 제지를 했다. “멈춰! 그리고 그곳에서 이곳까지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마!” 냉기가 풀풀 풍기는 싸늘한 말로 생글거리며 다가오던 그를 멈추게 하였다. “왜? 왜 그러는 거야?” 아무것도 몰라요를 외치는 그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차마 많은 인간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연출하지 못했다. 자신들의 황제의 아들인 필라르를 때렸다가는 내가 더 불리하기 때문이었다. “시끄럽다. 미스티님의 말씀에 이의를 제기하다니!” 빙산을 갈아서 만든 팥빙수를 먹고 왔는지 나보다 더 많은 냉기를 풍기는 리디의 말에 필라르는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우린 너를 진정한 친구로 여겼다.” “하지만 그건 우리들만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달았지.” “심각하게 걱정까지 해줬더니만.” 블루와 오빠, 그리고 가브의 말에 억울하다는 얼굴을 한 필라르가 입을 열기 전에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린 우리 갈 길로 갈 테니 넌 니 갈 길로 가라.” 한때나마 나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필라르에게 약간의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뒷통수를 얻어맞자 기분이 좋지 않았는지 째려보며 말했다. “미르나이님! 저도 진정으로 이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창백해진 안색으로 변명의 말을 하는 그가 더욱더 가증스럽게 느껴진 난 한마디를 던졌다. “멈춰! 혹시라도 황제의 명을 받고 여행이라도 하면서 심신 훈련이나 민생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또는 형제를 모두 모험이라는 판에 던져놓고 그중에 훌륭히 성장한 자식에게 황위를 물려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명을 어기지 못해 갔다가 돌아오면 권력 다툼에 끼여서 사느니 차라리 여행이나 하며 마음 편한 생활을 하려고 한다는 말을 씨알도 먹히지 않으니까 다른 말을 해봐!” 큰소리로 말하며 그를 쳐다보자 그냥 찍어서 한말이 사실인지 가만히 있었다. “그렇다면 우린 그저 너의 장남감이었구나! 혼자 다니다 심심해지니까 잘 돌아다니던 우리를 꼬여내서.....” 내가 여기까지 말하자 그는 얼굴을 붉히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야! 아냐! 난 이제껏 너희들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 없어! 단지 같이 여행을 하는 동료로 생각하고 있었어....헙” 자신이 말을 해놓고 입을 다무는 것을 보았다. 방금 필라르의 말을 따르자면 난 단지 너희들을 여행 동료라고 생각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즉 너희와 이제껏 여행을 하면서 나눈 말이나 지었던 표정들 모두가 가식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여행을 같이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 있을 적마다 정신적인 교류가 있어야 하기에 가족보다 더 친근하기에 이보다 더 친할 수가 없다. 여행자인 우린 이미 친구이상의 친근감이 있어서 그저 같이 여행이나 하는 동료라고 말을 하지 않는다! 영혼이 같이 묶인 존재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필라르는 그저 여행 동료라고 말을 했다. 우리들은 전부 그 녀석을 가족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그런고로! “이 순간부터 우리와 너와의 인연은 끝이다. 그럼 다시는 보지 않기를 빌며.....황자님! 만수무강하시옵소서.” 머리를 숙이며 가식적인 인사를 한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관이 있던 곳으로 걸어갔다. “미스티님! 그렇다고 그런 정중한 인사를 하다니요? 저 같았으면 그냥~” 주먹을 쥐며 필라르한테 걸어가던 리디를 블루가 중간에 차단하며 끌고 오기 시작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우리들의 마음이? 아니면 저 거짓투성이의 황자가?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린 그냥 미르나이님의 말에 따라 갈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평소엔 헤죽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 듯한 이 드래곤은 날뛰는 리디를 진정시키며 주옥같은 말을 했다. “맞는 말 이예요! 그럼 가지.” 아직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가브를 끌고 오빠가 뒤따르기 시작했다. “역시나 인간에 대해 잘 모르겠어.” 혼자 독백을 하며 질질 끌려오던 가브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원래 인간이란 족속이 다 그런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그러니 가브리엘은 저 인간에게 너무 연연해하지 말아라.” 엄마의 말에 필라르란 존재가 저 인간으로 바뀌었다. 이젠 우린 우리가 알고 있는 필라르라는 인물을 모른다. 그저 왔다가 사라진 어벙벙한 필라르만 알 뿐이었다. 여관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의자에 앉아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리곤 생각을 했다. 높은 산에서 만나 즐겁게 여행을 하던 시절을....필라르가 오기 싫다고 할 때 오지 말 것을....그랬으면 오늘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을, 내가 생떼만 쓰지 않았더라면......후회막심이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져 버렸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혼자 욕실로 들어갔던 엄마는 다 씻었는지 나왔다. “뭐 잘못 드셨어요?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예전 같으면 블루가 이 말을 남기고 벌써 날아가겠지만 예상외로 엄마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에 폭탄선언을 했다. “정말?”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보세요.” “사실입니까?” “안녕히 가십시오.” 가르시아가 레어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여기서 헤어지자고 말하는 엄마에게 나와 오빠 가브, 리디, 블루의 순으로 말을 했다. 그리고 블루는 한 시간 동안 끙끙대며 무릎 꿇고 손을 들고 있어야만 하는 신세에 처했다. 그래도 블루는 그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했다. 우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소가 식당이 아니라 따식이들의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발언을 식당 안에서 했다면 안 봐도 뻔하지. “가르시아가 돌아왔으니 가봐야 겠구나!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연하의 남편을 데리고 있는 엄마는 호들갑을 떨며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버릴 것이면서 여기까지 왜 왔어? 이젠 나 따위의 인간은 필요 없는 거야? 이제껏 필라르처럼 장난감으로 여겼어? 엄마의 남편 대신에? 그래서 그렇게 잘 해주었던 거야?” 울음 섞인 소리를 내는 나에게 엄마는 웃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훗! 그랬는데!! 그걸 이제 알았니? 쯧쯧...불쌍하게 시리~이게 니 운명이니 어쩌겠니?” 이 말에 방안에 있던 인물들은 모두 경악을 체험했고 블루는 손을 스르르 내리며 엄마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후후후~~그랬어! 그랬었어! 내가 너무 과분한 욕심을 부렸어. 나 따위한테는 엄마라는 존재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 주제넘게 드래곤한테 엄마라고 했으니....할말이 없네! 하하하” 가슴에서 느껴지는 아련한 통증에 실없이 웃었다. 오늘 필라르와 엄마라는 존재를 잃은 나는 피식 웃고는 내가 잤던 방안으로 공간이동을 해버리고는 사방에 결계를 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한 다음에 블랑슈를 꼬옥 안고 의자에 앉아 바깥을 내려다보았다. 모두가 웃고 살아가고 있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방금 엄마의 말을 듣고 봉인이 풀려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곧바로 이동한 것이다. 만약 그곳에서 봉인이 풀리면 그곳에 있던 드래곤과 엘프는 최하가 사망이고 최상이 영혼의 파멸이었기 때문이었다. 격분을 하면 이성이 상실됨과 동시에 신력과 그 외의 마나와 기의 봉인이 다 풀려버리기 때문에 그 파장으로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버린다. (봉인을 해두고 싶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날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 대충은 소드 마스터를 약간 상위하고 7클래스정도의 마나를 남겨두고 모두 봉인시켜버린 상태였다. 더 원한다면 보통 인간처럼 모든 능력을 봉인하고 살아갈 수도 있다.) 아무 표정도 떠올라 있지 않은 내 모습이 유리창에 보였다. 티끌만큼의 감정이 묻어나있지 않은 얼굴을 보자 유리창을 깨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깰 수가 없었다. 깨면 돈 물어줘야 하니까! 이상하게 변해가는 내 성격! 원래 내 성격은 단순무식이었는데 이렇게 섬세할줄은 몰랐다. 나는...일행들과 어울리면서 변해만 갔다. 웃고, 울고....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엄마가 간다고 했으면 ‘어! 그래? 잘가.’ 라고 말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인간들에게 있는 정이란게 그렇게 무서울줄은 몰랐다. 정! 그렇다 나에게 들러붙어 있던 일행들 모두에게 정이 생긴것이다. 그래서 엄마가 떠난다고 할때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창문에 비춰져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씩 웃어보이기도 하고 눈꼬리를 올려보았지만 눈속에 스며들어 있는 감정이 맘에 들지 않아서 주먹이 날라갔지만 중도에 멈췄다. 유리창에 보이는 내 모습때문이 아니라 단지 돈 때문에 그런것이다. 그런데 한 참후에 돈 물어줄 일이 생겨버렸다. 아깝게 시리~ * * * * * * * * * * * * * * * 한편 따식이들의 방안에선 “아앗! 어떻게 하지? 그냥 장난으로 해본 소린데...” 그 소리를 듣고 안에 있던 드래곤과 엘프는 거품 물고 뒤로 넘어져버렸다. “그게 사실입니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블루는 눈을 부라리며 미르나이를 쳐다보며 큰 소리를 내었다. “당연하지! 그럼 내가 어떻게 얻은 딸에게 그렇게 말하겠어? 그냥 재미있으라고 한 소린데 어쩌지?” “엄마 혹시 바보야? 그러지 않고는 어떻게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맞아요! 요즘 들어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오늘부터 루나의 웃음을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비관 자살이라도 안하면 다행이고...” 가브리엘의 말이 불러오는 파장에 서둘러 루나가 있는 방안으로 공간 이동을 하려고 시도를 해봤지만 마법이 먹히지 않았다. “방안에 결계를 쳐놓은 것 같은데, 어쩌지?” 머리를 긁적이는 블루에게 가르시미르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어쩌긴 뭐가 어째요! 그냥 가면 돼지.” 그 말에 방안에 있던 인물들은 서둘러 루나가 간 방문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려고 하였다가 문이 열리지 않자 무턱대고 온갖 괴상한 짓거리를 하면서 열려고 했지만 도무지 열리지 않았다. “이 문에도 결계가 쳐져 있다. 강화 마법에 사일런스 마법까지! 게다가 웬만한 마법은 튕겨 내버릴 수 있는 기능까지....” 미르나이의 말에 문을 여느라 녹초가 된 세 따식이는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진작에 갈쳐주면 어디가 덧나요?” 무서운 목소리 공격에 미르나이는 헛기침을 했다. “니들은 나이 헛으로 먹었냐? 특히 너하고 너! 드래곤이면서 이 정도는 파악할 수 있잖아.” 상황역전에도 두 드래곤은 여전히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 어떻게 하지요?”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그리디아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연장자인 미르나이는 곰곰이 생각을 하는 듯 눈을 감았다가 번쩍 떴다. “이 방안에 쳐진 마법 결계는 인간으로 변신한 우리가 뚫기가 힘들다! 혹 폴리모프라도 한다면 모를까! 하지만 지금은 그것도 여의치 않으니 서로 힘을 모을 수 밖에....그러니 저 문에 한꺼번에 마력을 집중해라!” 그 말에 일행들은 신중한 얼굴을 하고 마나를 끌어 모았다. 최상의 마나가 모이고 모이자 커다란 무엇인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문 쪽으로 빠르게 움직여 부딪혔다. 콰콰쾅 엄청난 마력탄은 문과 정면으로 부딪히며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문이 부서지면서 먼지가 일었고 그 먼지가 걷히자 편히 의자에 앉아서 바깥을 보고 있는 루나가 보였다. * * * * * * * * * * * * * * * 한참을 평온한 모습으로 밖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한순간에 마나가 압축된 듯한 느낌이 드는 동시에 문짝이 날아가 버렸다. “모두 나한테 이별을 고하려고 온 거야? 그렇다면 받아 줄 테니 가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난 이미 그들이 여기 온 이유를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게 아냐! 루나~아깐 내가 잠시 장난을 친 거야! 그 인간하고 헤어지고 나니까 니 얼굴이 안 좋아 보이더라고! 그래서 그냥 웃어보자고 한 소리였어.”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나한테 다가왔다. 그리곤 내 어깨를 짚어서 자신이 있는 쪽으로 끌어당겼다. “루나! 많이 화났구나? 미안 미안! 헤헤~~우리 루나 착하기도 하지.” 온갖 아부성이 짙은 말을 하는 엄마는 보며 난 활짝 웃었다. “나도 그냥 장난해본거야! 어때? 나 연기력 끝내주지?” 순간 방안에 들어왔던 인물들은 흠칫거렸다. 이 모습을 보여주면 그냥 안심하고 나갈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웃은 것이었다. 그들이 나가는 순간 난 환계로 돌아가서 다시는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건 나만의 생각이 되어버렸는지 그들은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음에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나봐! 어떻게 할 거예요? 미르나이님! 당신의 그 실없는 소리에 루나가 완전히 맛이 갔잖아요.” 울고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오히려 난 그 상식을 깨뜨리며 웃고 있어서 블루는 내가 미친 걸로 착각을 하고 신경질을 부렸다. “시꺼! 이것이 이젠 멀쩡한 인간을(?) 실성한 인간으로 만들어? 죽고 싶어?” 이 말을 한 난 걸음도 당당히 블루에게 걸어가서 내가 알고 있는 기술을 모두에게 선보이며 쓰러져 있는 블루를 보며 녀석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때려서 기분이 풀린 것이 아니라 다시 다른 일행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나눌수 있는 계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뒤돌아 가버릴 것 같았던 일행들이 블루 구타사건으로 다시 나를 보기 시작했다. “블루하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신 분은 내가 특별나게 이뻐해주지요! 그러니 손 들어봐요.” 그들은 모두 손을 뒤로 숨긴 채 도리도리를 했다. 모두가 블루의 참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드래곤이라서 죽지는 않겠지만 맞으면서 낸 엄청난 괴성에 몸부림! 괴기적이었다. “그럼 난 잘려니까 이후에 일어났던 일은 엄마가 책임져.” 부서져있는 방문을 보고 말을 하자 엄마는 머리를 상하로 재빨리 끄덕였다. “그리고 이 녀석도 해결해.”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블루를 발끝으로 툭툭 차며 말하자 오빠와 가브는 겁을 먹은 듯이 어색하게 웃으며 들춰 맸다. 블루가 가브의 어깨에 들려지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를 흐뭇한 기분에 좀 전의 안 좋은 기분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후훗! 내가 새디스트였나? 그나저나 역시 못 말리는 일행들이야!’ 일이 해결되었다는 한숨을 쉬고 혼자서 도리도리를 하다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멈추게 되었다. “넌 누가 뭐래도 나 미르나이가 낳은 딸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앞으로 그딴 생각을 하지 말아라!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무서운 생각은 하지 말아라!” 나를 품에 안고 일장연설을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인간이었을 때의 엄마가 그러는 것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가는 것은 변함이 없다! 내가 없어도 넌 충분히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잖아! 그러니 엄마가 떠나는 것을 허락해주겠니?” 한없이 자상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 내 딸이지! 앞으로 어떤 드래곤이나 인간들이 괴롭히면 나한테 찾아와라. 언제나 대 환영을 해줄 테니.” 그렇게 말하고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예전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바람같이 사라졌다. 너무도 쉽게 떠나버린 엄마. 과연 다시 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 순간에도 생리적인 현상이 날 괴롭혔다. “난 잘 거니까 깨우면 죽음이다.” 경고성 짙은 말을 하고 침대로 가서 누웠고 나머지 따식이와 따순이는 기절한 블루와 망가진 문짝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어쩌다가 저런 놈들을 만났지? 이것이 인연인가? 도저히 미워할 수 없잖아.’ 스르륵 잠이 든 내 귓속에는 꽤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부우웅~뜨는 기분이 들었지만 무시하고 꿈나라로 직행했다. 오늘은여기 까지 이 소설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감사하구여 전 시간상 주말 금,토,일 이 삼일 정도 올릴수 있어여 글구여 3일동안 하루에 3~4편정도 올릴예정이구여 전 감기가 걸렸는데 여러분은 어떠세여 감기 조심하세여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852 4 황궁에서의 생활 - 1 “까하하하~간지러워! 그만 그만! 블랑슈~” 코를 간질이는 것에 면역이 되었던 난 블랑슈의 두 번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일어났다. 겨드랑이를 꼬리털로 간질이는 것은 도저히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블랑슈의 장난으로 저녁도 먹지 않고 자고 있던 난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눈을 비비며 누워서 정신을 차리던 난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여관의 천장이 아니었다. 비록 그 여관이 쬐금 비싸서 어느 정도 화려했지만 내가 있는 곳의 천장은 화려함의 도가 지나쳤다. 크리스탈로 이루어진 샹들리에가 아침햇살에 오색 빛으로 빛나고 있었으며 티끌을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백색의 천장에는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딱 보니 샤인하고 카이가 싸우는 신마전쟁의 장면이 실감나게(?) 묘사된 그림이었다. 아름다운 지태로 도도히 서있는 샤인과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괴물같이 그려진 카이~(불쌍한 놈!) 벽화에 정신이 쏠려 있다가 우선 이곳이 어딘지 알아야겠다는 일념에 일어나기 싫어하는 몸을 격려하며 겨우겨우 부스스 일어났다. 내 곁에는 언제나 리디가 있었는데 그 얼빵한 리디도 보이지 않았다. 오빠도 블루도 가브도......아름다운 하얀 실크에 금실로 수놓아진 커텐을 젖혀서 밖을 바라보자 힘이 주르르 빠져서 커텐을 잡으며 스르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려갔다. “세상에나....이건 말도 안돼!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 밖을 보자 엄청 화려 삐까뻔쩍한 건물들도 있었고 향기가 퍼질 듯이 꽃으로 가득한 정원 들어차 있었다. 그렇다면 여긴 황궁? 이란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난 분명히 여관방에서 잠을 자고 있어야 했는데 깨어난 곳이 황궁이라니! 블랑슈가 내가 여기에 오도록 일을 저지르지 않은 것을 보니(내가 알지 못하는 인간이 내 몸에 손대려하면 짖고 물어뜯어서 말리는 것만으로도 진땀을 흘린다) 분명히 내가 아는 놈들의 소행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었다. “간단하게 일행들의 기를 포착해서 가던지 마법을 쓰면 만사 오케이 아니겠어? 근데 방밖에 있는 두 사람은 누구지?” 이곳 상황을 파악하느라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집중하자 쉽게 두 인물이 밖에 그것도 방문 양쪽으로 서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존재를 눈치 채자마자 난 카이가 준 주머니에서 옷을 꺼내서 입고 블랑슈를 어깨에 올린 다음 방문을 향해 걸었다. 방이 쬠 넓은 관계로 시간이 걸렸지만 문에 도착한 난 있는 힘껏이 아니라 살짝 방문을 걷어찼다. 팍! 소리를 내면서 검은색의 문짝은 내게 아가리를 열면서 흰색으로 도배된 벽이 보였다. “누구냐?” 갑옷을 입은 아저씨들이 문이 열림과 동시에 옆에서 튀어나와 왼쪽 허리에 오른손을 두고는 방안과 나를 동시에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는 아저씨는 누구야?” 내 말에 갑작스레 문이 열려서 안색이 약간 창백해진 아저씨들은 나를 자세히 보더니 입을 열었다. “황자님의 친구 분이셨군요! 이렇게 과격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넉살좋은 기사 아저씨는 능글맞게 말하고 웃음으로 넘겼다. “난 지금 웃을 기분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내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하든지 아니면 계속 서 있던지 양자택일을 하세요.” 신경질적인 말을 내 뱉으며 두 기사 아저씨를 올려다보았다. 두 기사는 뭔가 의견을 교환하듯이 시선을 보낸 다음에 능글이 기사가 말했다. “물론 그래야겠죠! 저를 따라오십시오.” 능글이 기사는 안내를 하려는 듯이 앞장섰고 무덤덤한 기사는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아마 내가 깨어난 것을 어떤 놈한테 보고하기 위해서 겠지만! “그런데 어떻게 해서 저희 황자님과 같이 여행을 하시게 되었습니까?” 능글이 기사는 안내를 하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런 것은 그 놈한테 물어봐요.” 싸늘하게 말하자 능글이 기사는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안내를 했다. 가는 도중에 블랑슈 녀석이 자꾸 내 품에서 벗어나서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 노랑나비를 잡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것을 머리에 꿀밤하나를 먹여서 진정시켰다. 건물 곳곳에 창문이 있어서 그곳으로 나비가 들어왔나 보다. “그런데 어째서 나하고 일행들 방이 멀리 떨어진 거죠?” 몇 분쯤 걸어가고 있었지만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몇 층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계단을 따라 내려오더니 하얀 복도 끝에 비춰지는 햇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하하! 제가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단지 전 명령을 받고 이행하는 것입니다.” 은근슬쩍 넘어가는 능글이 기사는 여전히 실실 웃으며 건물을 나가서 계속 안내를 했다. 일행들이 있는 방은 다른 건물인 듯했다. 건물 밖으로 나가자 아침햇살이 한꺼번에 비쳐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이슬을 머금어 화사한 빛을 내며 유혹을 하듯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저기가 일행 분들이 계신 곳입니다. 참 멋있는 곳이 아닙니까? 제국의 황궁은 언제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답니다.” 능글이 기사가 가리키는 곳을 보자 황금색도 아닌 누런 똥색과 꽃분홍색으로 반반씩 도배를 한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칫! 저게 뭐야? 모여라 꿈동산도 아니고, 건물색이 꼭 유치원 저리가라 할 정도잖아? 누가 칠했는지 색깔 감각은 죽여주는군.” 내 감상평을 들은 능글이 기사는 다시 식은땀을 대롱대롱 매달고는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걸어갔다. 아침 일찍 일어난 영향 때문에 난 하품과 기지개를 동반하며 따라갔다. 가는 길에 많은 사람은 없었지만 간간히 남자와 여자가 보였다. 남자는 기사인 듯 갑옷을 걸치고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여자는 시녀인 듯이 바쁘게 움직였다. 모여라 꿈동산으로 들어가자 왠지 느낌이 따뜻했다. 벽에 칠한 색깔 때문인가? “이곳입니다!” 능글이 기사가 선 곳을 보니 그곳에도 방문에 두 명의 기사가 포진하여 있었다. “어이~로이! 그 동안 잘 있었지?” “물론이지! 자네들은 어떤가?” 저 능글이 기사 이름이 로이 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지만 나한텐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빨리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저기 있는 레이디는 누구신가?” 인사를 하다가 뒤쪽에 있던 내가 보였는지 미소를 보내며 방문을 지키던 한 인간이 물었다. “이분이 황자님의 일행분 중에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분이라고 황자 전하께서 말씀을 하시더라고! 이분께서는 방안에 계신 분들을 만나고 싶어 하시네.” 로이 라는 능글이 기사의 말에 이해를 했는지 끄덕이며 문을 열어주었다. 열어진 방문을 통해 본 풍경에 기가 막혀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쩌다가 저렇게까지 망가졌는지. 그래도 가브는 쇼파에서 얌전히 자고 있어서 그나마 양호했지만 나머지 놈들은 그렇지 못했다. 퍼런 놈은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는지 발만 하나 침대에 올리고 바닥에서 골아 떨어졌고, 삘건 놈이 아니라 오빠라고 불리우는 드래곤은 물고기 헤엄치는 양 침대에서 거꾸로 자고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이중에서 홍일점이라 불리워야 하는 여자형상의 드래곤은 바닥에 자고 있는 것도 모자라 벽에 딱 붙어서 잠꼬대를 하는지 실실 웃으며 부비신공을 펼치고 있었다. 이 모습을 기사들도 봤는지 차마 웃지는 못했지만 어깨가 들썩였다. “전원 기사아앙~안 일어 난 놈은 죽는닷.” 큰 목소리로 악을 바락바락 쓰자 일행들은 부스스 일어났다. “아하암~여긴 웬일이야?” 오빠는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서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물었다. “그러는 오라버니는 여기에 웬일이십니까?” 토라질 대로 토라진 난 말을 꼬아 꼬아 비꼬아 말했다. “당연히 필라르가....하하하!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죠?” 자신의 말실수를 감추기 위해 얼른 블루에게 책임전가를 시킬 요량으로 말을 돌렸다. “물론! 아무것도 아냐! 그렇지 않느냐? 가브리엘?” 쇼파에 앉아있던 가브는 책임이 자신 쪽으로 오자 그는 덤덤히 말했다. “맞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러지 않아요? 그리디아님?” 진실만을 말하는 엘프는 이젠 많이 오염이 되었는지 거짓을 서슴없이 하며 말을 리디에게 돌렸다. “그래요! 미스티님! 헤헤헤~그냥 필라르가 우리를 데리러 마차에 기사까지 불러서 그냥 왔어요.” 그래도 사실을 말하는 이가 있었으니 우리의 순진 빵 리디는 마스터의 앞에서 거짓을 고할 수 없다고 말하며 세 따식이의 따사로운 눈빛에 굳건히 견디어 내고 있었다. “호오~그래서? 간단히 말하면 필라르가 와라고 해서 온 거다 이거네? 그리고 난 다른 쪽으로 인수가 되어서 떨어졌다? 내가 물건이야? 자고 있으면 깨워서라도 사정을 말했어야지! 그리고 힘도 있는 놈들이 나를 생면부지인 놈들한테 뺏겨(?) 죽을래?” 현재 리디와 오빠를 제외한 가브와 블루는 한쪽에서 기마자세를 하며 땀을 찍찍 흘리고 있었다. 처음엔 왜 가르시미르는 시키지 않냐 는 질문에 난 그 질문을 사뿐히 즈려 밟았다. “그럼 내가 오빠에게 벌을 세우리? 그런 우애는 어디에 있다는 소린 못 들었어! 남매간에 우애를 깨려하다니, 넌 더 죽어봐라.” 하면서 난 기마자세에 있던 블루에게 주변에 있던 장식용 접시를 들고 와서 손과 어깨 머리에 올렸다. “만약에 하나라도 깨지면 나 살고 너 죽는 날이니까 명심해.” 불씨가 있는 화로에 기름을 부은 말을 한 블루는 잘못했다고 빌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으니. “우으~짜증나! 거기에 계신 분들은 뭘 그렇게 보시나요? 이놈들이 하는거 해보고 싶으신 분은 계속 봐도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딱딱하게 굳어진 말을 듣고 세 기사는 얼른 문을 닫았다. 한참동안 열이 나서 주체를 못하던 난 가까스로 열을 식히고 벌을 받고 있는 따식이들을 보았다. “이제 그만 하도록! 그리고 만약에 이런 일이 한번이라도 일어나면....후훗 알지?” 벌에서 풀려난 두 따식이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팔 다리를 연신 주무르면서 머리만 끄덕였다. 똑.똑.똑 절도 있게 방문을 세 번 두드린 소리가 들렸다. 말하기 귀찮아진 난 오빠에게 눈치를 주자 알아보았는지 말을 했다. “누구십니까?” 물어보는 말에 문이 열리며 꽤 고급스런 옷감으로 만들어진 심플한 디자인의 옷을 입은 반백의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전 황궁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알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황궁을 관리한다는 사람의 입에서는 내 기분이 상한 말이 좔좔 잘도 나왔다. “그러니까 저희가 그 연회에 나가야 된다는 말씀입니까?” 잘못 들었는지 다시 물어보는 말에 그 관리자 남자는 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물론입니다. 가기 싫으셔도 가셔야 합니다. 이번 조금 후에 주최되는 연회는 세분 황자 전하께서 무사히 여행에서 돌아오시는 것을 축하는 것과 그 일행 분들을 소개하는 것도 있으니까요! 이건 황제 폐하의 명이십니다. 그러니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 리디를 한번씩 보고는 뒤로 물러나며 밖으로 나갔다. “그래서 우릴 데려온 건가?” “그런거 같은데.” 방금 나간 남자의 말에 필라르가 왜 우릴 이곳까지 데리고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처음엔 그저 그동안 여행을 같이 했던 동료였던 관계로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데려온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건 의무적이라는 말이네요. 의무적으로 여행을 같이한 동료를 소개시켜야 한다는 것이 황제라는 작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말일까요?” 오랜만에 어벙한 모습에서 탈피한 리디의 날카로운 지적에 우리 모두는 동의를 했다. “니 말이 맞을 것이다. 최소 여행을 하려면 웬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아마 인재 등용을 위해 그런 것 같은데? 아니면 말고.” 내 잠정적인 결론에 그들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린 그 연회라는 것을 나가야 하나?” 가브는 갸웃거리면서 말을 했다. “가긴 가야겠지! 그래도 한때나마 친구라고 믿고 있던 놈이었으니, 나중에 뒷통수를 쬐금 때렸지만.” 아까보다는 풀어진 얼굴을 하고 오빠는 밖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무조건 가는 거야! 가서 할일 없으면 음식이라도 먹지.” 엄마가 빠진 이 여행단의 리더가 된 내 말에 그들은 실실 웃었다. “그러면 그렇지! 전번부터 먹지 않던데 다 오늘을 위한거야? 그동안 조금씩 먹었으니 못 먹었던 만큼 먹겠네?” 화가 치밀어 오르는 내 얼굴을 보지 못했는지 블루는 도가 지나쳐가는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으드득! 다시 말해봐! 뭐가 어쩌고 저째?” 이빨 가는 소리에 블루는 움찔거리면서 잘못되어간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손을 휘휘 저으면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미스티! 농담이었어. 농담!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농담이라니깐! 전에 미르나이님의 말씀 못 들었어? 노,농담을 진담으로 들으니 큰일이라고, 제발 진정해!” 블루의 말에 어제한 엄마의 말이 생각이 났다. 재미있자고 농담으로 건넨 말에 내가 상처받고 방에 쳐박혀 있던 일이 생각이 났기에 참고 있었다. “너어~만약에 엄마가 그런 말 안했으면 국물도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무,물론이지! 앞으론 그런 농담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겨우 말하는 블루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여서 더 협박하지 않고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블랑슈를 내려놓고 이불을 끄집어서 덮었다. “미스티! 또 자려고?” 멀뚱히 서서 내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가브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아니지! 아침인데 자겠어? 일어난 지가 언젠데, 난 그저 쬐금 추워서 덮은 것 뿐이야! 정말이야!” 이런 말을 하는 나를 가브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블루는 나에게 또 한마디 하려다가 오빠에게 입이 막히는 신세가 되었다. 똑.똑.똑 아까와 마찬가지로 세 번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이번에도 말은 하지 않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리고 그 중에 대빵인 듯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조금 있으면 시작할 연회에 나가셔야 하므로 명을 받고 치장을 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 말을 하자마자 사람들은 여자와 남자로 찍 찢어놓고 우린 옆방으로 옮겨와서 또 한번의 광대 짓거리를 당해야만 했다. 이미 여러 번 겪었던 일이었으므로 면역이 되어 있었지만 리디는 정신이 하나도 없는 듯이 멍해져서 그들이 시키는 데로 하고 있었다. 옷을 고르고 골라서 겨우 입고 화장을 하려고 할 때 내가 먼저 싫다고 해서 리디와 함께 넘어갔다. 화장을 하면 답답해서 세수를 하고픈 욕구가 들기 때문이다. “리디야! 잘 어울리는구나.” “미스티님도 마찬가지예요!” 난 붉은색의 드레스가 리디는 녹색의 드레스가 입혀져 있었다. “이런 거 하나도 반갑지 않아! 갑갑해서 싫어! 엄마가 있을 땐 그래도 머리만 손질해줘서 살만했는데 이건 너무도 싫어! 짜증이 나서 지금이라도 쫘악쫘악 찢어버리고 싶은 생각을 한쪽에 집어넣느라고 바쁘다.” 신세한탄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이미 다른 따식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가 한 인물해서인지 멋있어 보였다. “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오.” 자기 할말만 하고 가는 처음 보는 기사를 따라 초장부터 광대 짓을 하러 갔다. 삐딱 구두를 신어서 걸을 때마다 엄청난 고통에 얼굴을 찌푸리며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연회장을 원망했다. 무슨 놈의 연회가 밤이 아니라 아침에 하는거얏! 잠시 걸음을 멈추어서 심호흡을 하며 다시 아픈 발을 움직였다. 딱딱한 구두에 부드러운 살이 접촉하자 곧 빨갛게 변하면서 물집이 잡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발이 아픈 거니? 내가 부축해주마.” 평소엔 미덥지 못하던 오빠의 말에 난 기분이 좋아져서 끄덕였다. 오빠의 부축을 받자 겨우 살 것 같았다. “저곳이 연회장소입니다.” 무뚝뚝함이 좔좔 흐르는 기사는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황궁이라서 그런지 연회장이라고 한 건물은 장난이 아니었다. 온갖 비싸디 비싼 것들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벽에 보석들을 다다닥 붙여놓았다. 저거 떼어 가서 팔면 부자 되겠군. 입맛을 다시며 벽을 바라보았다. 여러 빛깔의 보석들은 햇살에 저마다 다른 빛을 내고 있었다. 건물에 다다르자 커다란 문을 지키는 여러 명의 기사들이 보였다. “이분들은 필라르 황자 전하의 친구 분이십니다.”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에게 말을 하고 그 무뚝뚝한 기사는 우리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다음에 왔던 길로 사라졌다. “필라르 황자 전하의 친구 분 드셨습니다.” 큰 소리로 외치며 커다란 문을 열었다. 안에서는 벌써 연회가 시작되었는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오빠의 부축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소란스러웠던 것들이 필름이 끊기듯이 사라졌다. 심지어는 음악마저 끊겼다. 안으로 들어선 우리들을 한번씩 보며 입만 뻐끔뻐끔 거릴 뿐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신 차린 인간이 있었던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하하하 어서와! 많이 기다렸다고.”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배실배실 웃으며 말하는 필라르를 한방 먹이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은지라 참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이옵니까? 황자 전하?” 깍듯한 높임말을 한 나를 보며 한숨을 쉬고 말했다. “저기에 있는 분들은 형님과 동생의 일행분과 후작과 공작들이야.” 친절하게 설명하는 그를 째려보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누구 맘대로 우릴 이곳까지 부른 거지? 아니 납치하다시피 한거지?” 이미 알고 있지만 다시 물어보는 오빠의 말에 필라르는 식은땀을 흘렸다. “지금은 그런 말은 하지 말고 이리로 와!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우리를 줄줄이 끌고 한가운데로 걸어간 필라르는 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 “아바마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제가 여행을 다닐 때 같이 다녔던 친구들입니다.” 웃음기 섞인 말이 사라지고 대신에 엄격함이 묻어나는 말을 하는 필라르를 올려다보았다. “오호~필라르의 친구는 모두 얼굴로 사귄 것이냐? 대단하구나!” 우리들을 한번씩 쳐다보며 짓궂게 웃던 노년기에 접어든 황제는 다른 이들을 불렀다. “하이젠과 파스칼은 이리로 오너라.”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는 목소리에 한쪽 구석에 있던 사람이 이리로 왔다. “여기 있는 놈은 내 첫째 자식인 하이젠이라고 하고 저기 있는 놈은 셋째인 파스칼이라고 한다네! 하이젠, 파스칼 인사하거라! 필라르의 친구들이다.” 황제의 위엄에 맞지 않은 말을 하며 껄껄 웃으며 소개를 시켜주었다. 난 아픈 발에만 신경을 쓰다가 인사를 하고 얼굴을 들어 처음으로 그들을 볼 수 있었다. “헛!” “앗!” 너무 놀라서 뒤로 한걸음 물러서서 그 황자를 쳐다보았다. “이런~이곳에서 볼 줄은 꿈에도 몰랐는걸요. 다시 만나서 정말로 기쁩니다. 레이디” “저,저도 이하 동문입니다. 하이젠 황자 전하.” 서로 아는 척을 하자 주변에서는 ‘이게 무슨 일이지?’ 흥미롭다는 시선을 교환하며 나와 하이젠 황자를 바라보았다. “서로 아는 사이더냐?” 궁금함이 물씬 풍기는 얼굴을 하고 물어보자 하이젠 황자는 우리가 잠시 만났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제국의 변방의 마을에서 내가 부딪혀서 넘어진 것에서 부터...쫘악~~ “허허허 그런 일이 있었구나! 참으로 놀랍구나!” 나도 놀랐는데 말을 들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놀라지 말라는 법이 없지. “이제 보니 뭐하는 것이냐! 왜 음악이 멈추었지?” 황제가 조용한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자 멈추어져있던 음악이 다시 들려왔다. “그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게나.” 이렇게 말하며 황제는 우리에게 자리를 비켜주며 제일 윗좌석에 앉아서 모든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하이젠과 파스칼은 각자의 여행 친구들에게 이끌려서 다른 곳으로 파묻혔다.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가도록 하자.” 자기 말만 한 필라르는 또 우리들을 줄줄이 엮어서 다른 이들의 눈이 없는 베란다로 끌고 갔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세더니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 속여서 미안해! 하지만 속이고 싶어서 속인건 아냐! 진짜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하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일국의 황자라는 자식이 우리에게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만약에 이런 꼴을 다른 누가 보면 큰일이므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런다고 우리가 완전히 용서한다는 그런 얼토당토 않는 생각을 하지 마! 단지 한때나마 같이 지냈던 우정을 생각했기 때문이야.” “물론이지! 하지만 너희도 나에게 속이는 게 있잖아! 내가 보기에는 평범한 여행자는 아닌 것 같은데....” 어느새 기가 살아서 펄펄 뛰어오르는 필라르는 점점 내 머리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래! 우리도 속이고 있는 게 있지! 하지만 그것만은 말해줄 수 없어. 너희 제국이 멸망당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속 편할 거야.” 사실대로 말을 하며 오빠는 리디를 슬쩍 쳐다보자 그 뜻이 무엇인지 알았는지 필라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연회를 저녁이나 밤에 안하고 아침에 하는 거지?” 뜬금없는 질문에 필라르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리디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건 말이죠! 제국의 풍습입니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저도 거기까지밖에 몰라요.”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필라르를 보고 리디는 피식 웃었다. “훗! 역시 예전의 그 필라르군!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것을 보니.” “에에~물론이죠! 그런데 방금 뭐라고 그랬죠?” 리디의 말을 완전히 듣지 않고 동의를 하는 행동을 보고 우리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푸훗~마,맞아. 리디의 말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리디의 말에 동의를 해주자 리디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강아지처럼 굴었다. “징그러우니 조금 떨어져라!” 내 옆에 찰싹 붙어오는 리디를 떼어 놓으며 뭔가 할말이 있는지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다시 작은 한숨을 쉬고 있는 필라르를 보았다. “할말 있으면 하도록 해.” 사람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가브의 말에 뭔가 말하려고 결심을 세운 듯 했지만 곧 그 결심이 무너지는 사태를 초래했다. “전하!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시종의 말에 그는 한숨을 쉬며 굴비 엮듯이 우리까지 같이 줄줄이 끌고 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749 5 황궁에서의 생활 - 2 “내가 할말을 너희들이 다 알고 있겠지?” 세 황자와 친구들을 불러다 놓고는(물론 아직까지 소수의 고위급 귀족들이 우리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식들에게 한다는 소리가 바로 저거 였다.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려 홍두깨에 얻어맞고 다시 기절하는 소리란 말인가? 나와 일행들은 황제의 말에 이해가 안돼 도리도리를 했지만 황자들은 무슨 뜻인지 아는가 얼굴이 싱글벙글거리며 활짝 웃고 있었지만 필라르는 속앓이를 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이젠부터 말해보라.” 서있는 순서대로 물어보자(하이젠 파스칼 필라르 순서였다) 하이젠은 얼굴에 약간의 홍조를 띄우며 일행 중에 갈색머리의 여자를 데리고 왔다. “제 평생의 반려는 여기 있습니다.” 하이젠의 말에 그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잠깐...뭐라고? 여자? 그렇다면 일행 중에서 부인을 뽑는다는 말이야? 이게 무슨 생닭을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빼서 닭털 뽑는 소리야? 황제는 그 갈색머리의 여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쁘게 생겼구나! 마법을 조금 한다지?” 그 말에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는 화들짝 놀라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놀랄 것은 없다! 너희들이 황궁에 와서 한일을 모두가 보고 있었으니까.” 그제서야 여자는 황송해서 머리를 숙이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하하하! 하이젠의 반려는 부끄럼을 많이 타는 구나! 파스칼?” 하이젠에서 파스칼로 바톤 터치가 되자 파스칼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얼굴로 한 여인을 데리고 왔다. 군살이 하나도 없는 최상의 몸을 가지고 있는 그 여자는 척 봐도 검술을 한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소드 익스퍼트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파스칼의 반려는 건강함이 넘치는 구나! 첫째보다 부끄럼도 안타고, 여장부의 기질을 타고 났구나.” “아니옵니다. 폐하! 어찌 제가 그런 말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전 그저 천성이....” 가면 갈수록 말이 작아지더니 끝말이 아예 들리지 않았다. 여장부의 기질은커녕 서빙하고 있는 시녀들이 도란도란 나누는 말소리보다 더 작았다. “첫째도 셋째도 마음에 드는 구나! 필라르?” 필라르의 차례가 되자 그는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침을 한번 꼴깍 삼킨 다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바마마! 전 아직 반려를 찾지 못했습니다.” 짧은 그 말에 웃고 있던 황제는 얼굴 근육이 약간 굳어진듯했다. “넌 이 나라의 법을 모르느냐? 여행을 다니면서 반려를 찾아라 는 소리를! 왜 아직도 찾지 못하였느냐?” “저,저기 그게 마음에 드는 여인이 없어서요.” 기가 죽어서 겨우 말한 필라르는 얼굴을 들어 황제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저기에 있는 레이디 중에 하나를 골라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에 널 쫒아내겠다 라고 말하면 좋아할 것이니 다시는 황궁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 황제의 말에 사색이 된 필라르는 나와 리디를 쳐다보았다. 황제의 뒷통수 때리는 말에 잠시 얼이 나가있었지만 곧 나도 정신을 차리고는 녀석을 향해 주먹을 쥔 손을 살짝 아무도 안보이게 내밀자 그것을 본 필라르는 한숨을 쉬며 리디를 보다가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황제에게 말했다. “아바마마! 반려란 평생을 함께하는 저의 반쪽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사랑하지도 않은 여인과 결혼을 하라니요? 전 그런 건 절대로 못합니다.” 반려를 맞아들이지 않으면 다시는 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찌할 수 없어서 포기를 하는 필라르와 황제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필라르의 얼굴은 거의 죽을상이었고, 황제의 싱글벙글거리던 얼굴엔 미소가 사라지고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것을 보니 조금 화가 난 듯 하다. “그렇게는 못한다! 골라라.” 기가 빵빵하게 들어있는 목소리를 들으며 필라르는 다시금 우리에게 시선을 주었다. 자신을 구해달라는 얼굴을 하면서.... “황제 폐하! 저희들도 필라르와(우선 친구라는 이점을 살려서 이름을 부르고 있다) 결혼을 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 필라르의 말대로 저흰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친구 관계입니다. 그러니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사극에서 많이 들을 법한 소리를 하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많은 사람과 황제는 내가 쓰는 언어 때문인지 아니면 필라르라는 봉을 발로 차버려서 그런지 놀랍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다시 평소의 얼굴로 바꾸고 말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네. 그러니 둘 중에 한명이 이놈하고 결혼을 해야 나머지 일행들이 편안해 질것이네” 황제의 협박성 발언에 나와 리디는 의미심장하게 필라르를 쳐다보았다. 빨리 결정하라는 식으로...하지만 필라르가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단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녀석을 보고 있자니 뒷통수라도 시원스럽게 갈겨서 속이나마 풀고 싶었지만 보는 눈알들이 많은 관계로 꾹 참고 잠시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후훗~하는 수 없군.” 내 말이 떨어지자 필라르는 얼굴을 펴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른 귀족들과 그 외의 사람들이 그러면 그렇지 라는 얼굴을 한 채 나를 바라보았다. “니가 결혼해라.” 내 폭탄성 발언에 여럿 뒤로 넘어갔다. “싫어욧! 전 죽어도 못해욧! 미스티님이 하세요.” 리디에게 바톤을 쥐어주자 내게 다시 쥐어주었다. “그으래? 언제 이렇게 많이 컸지? 이젠 대들기까지 하고...쯧쯧~말세로다.” 혀를 차며 리디를 보자 리디도 이번만은 못한다는 신념이 철철 넘치는 눈을 하고 나의 따사로운 시선을 회피하며 입술을 한 뼘이나 내밀었다. “어쭈구리? 이젠 보기도 싫다 이거냐?”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왜 눈을 다른 데로 돌리는 거지?” 웃음기가 묻어있는 소리로 말하자 리디는 얼굴을 돌려 흔들리는 눈동자로 내 눈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리디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할지라도 내가 불리한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리디라는 드래곤을 필라르의 반려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난 회유책이 통하지 않아서 강압적으로 나갔다. “명령이다! 필라르하고 결혼햇.” “으윽....명령이라지만.....” 명령을 어기겠다고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하는 리디는 얼굴을 붉혔다. “그럼 필라르하고 결혼한 것으로 낙찰을 보고....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리디에게서 시선을 떼어 짐덩이를 완전히 넘겨 홀가분한 마음으로 필라르를 바라보았다. 이젠 내가 할일을 다 했으니 당연히 필라르의 결정이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시선을 받은 필라르는 황제에게 혼날 때보다 사색이 되어 입만 벌리고 있었다. 아마도 리디가 드래곤이다 보니 어안이 벙벙해져 있어서 그럴 것이다. 녀석의 반응에 이해를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갑자기 뒤쪽에서 철푸덕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서 급히 몸을 돌렸다. “흐흑...싫어요....명령을...흑...안들을 수도...허엉...없고...어엉...들을 수도 없고...아아앙...어떻게 해.” 주저앉아서 손톱이 손바닥 살에 맞물려있을 정도로 꽉 쥐며 붉어진 두 눈에서는 투명한 무엇인가가 흘러나오면서 어눌린 목소리가 내 귓속을 파고들었다. 리디의 울음을 처음 본 난 엄청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세 따식이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냈지만 묵살 당했다. “리,리디야! 그런다고 울거 까지는 없잖아. 착하지 뚜우욱! 미안 미안! 미안해! 앞으로 그런 걸로 명령하지 않을게. 천하의 리디가 이런 걸로 울어서야 어디 위신이라도 서겠어?” 이런저런 말로 달래며 우여곡절 끝에 리디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데 성공을 하였다. 붉어진 눈자위에는 아직도 눈물들이 방울방울 맺혀서 보는 이로 하여금 손수건 들고 쫒아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군요. 일행들이 무사하지 못한 상황이라도 다 알아서 뚫고 올 것이니 알아서 하십시오.” 황제에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말하고 리디를 일으켰다. 아무리 제국에서 군대를 총동원하더라도 우리들이 그것을 못 빠져나갈리 없었다. 여차하면 공간 이동 마법인 워프도 있었고, 드래곤들까지 즐비한데 살려달라고 굽실거리거나 억지 결혼을 할 이유가 없었다. “이제 보니 필라르 일행에 대해서는 안 것이 하나도 없구나! 자세히 소개를 시켜주지 않으련?” 리디가 우는 바람에 분위기가 아이스 링크장에 온 것같이 되자 황제가 미안했는지 필라르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다면 소개를 하도록 하죠.” 가슴을 쫘악 편 필라르는 우리들을 한명씩 바라보며 소개를 하였다. “먼저 저기 푸른 머릿빛을 한 미남은 이름이 블루이고 마법사 입니다. 그리고 금발의 미남은 가브리엘이라 하며 정령 검사 이옵니다. 미스티의 뒤쪽에 서있는 붉은 머리의 미남은(예전에 머리색을 원래대로 바꾸었음) 미스티와는 친 남매지간인 카인이라 하며 검사입니다. 마지막으로 두 여자분 들은 미스티와 그리디아....라고 합니다.” 자세한 설명을 하며 필라르는 마지막에 리디에게 ‘님’ 자를 차마 붙이지 못하고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황자인 자신이 현재 평범을 가장한 리디에게 ‘님’자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이곳 사람들에게 통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한 행동이었으리라. “모두가 훌륭하구나! 그런데 이상하구나. 여행 중에 능력 없는 여인이 둘이나 되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여행을 하면서 실력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데...” 제멋대로 우린 능력 없는 여자로 탈바꿈되었고 주변 인간들에게 비웃음을 사게 되었다. 실력도 없으면 그냥 집구석이나 처박혀 있을 것이지 이곳까지 와서 얼굴을 판다는 식으로...이 말을 듣고 참을 리디가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울던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지극히 냉정한 모습을 한 리디로 변신해 있었다. “감히 누구에게 그 따위 망발을 하느냐! 진정 죽고 싶은.....” 살기를 풀풀 날리며 말하자 드래곤의 살기에 직방으로 맞은 여타의 귀족들과 다른 황자의 일행들은 하나씩 주저앉았다. 그 사태가 되도록 미쳐 덩달아 흥분되어있었던 난 리디를 말리기 위해 입을 막았다. “뭐 하고 있어! 도와줘.” 세 따식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그들은 달려와서 리디를 잡아끌었다. “그리디아! 그런 말로 흥분을 해서야 어찌 우리와 같이 다닐 수 있겠느냐?” “정신차려라!” “이러면 미스티가 싫어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십니까?” 오빠와 블루의 한마디 한마디에 반항을 하던 리디는 가브의 말에 진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무시당하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미스티님이 무시당하는 것은 못 참아욧!” 얼음 같은 기운이 서린 말에 황제는 자신의 실언에 사과를 했다. 황제가 일반 사람에게 사과를 할 리 없었지만 리디가 내는 살기는 감히 인간의 상태를 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그냥 넘어갔군요! 하는 수 없이 밝히겠습니다. 그래도 되죠?” 의견을 묻자 리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개 여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리디가 연회장에서 이런 소동을 피운 것을 알면 다른 누군가가 결투를 신청하거나 해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일! 그런 일을 미연에 막기 위해 필라르는 큰 결심을 했고, 그 결심에 리디가 허락을 하자 녀석은 옆에 있는 사람들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한숨을 쉬고는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말을 하면 불러오는 파장이 크므로 말을 안 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군요! 저분의 진정한 정체를......그리다아님은....사실은.....그린 드래곤입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필라르의 말이 다 끝나지 않았지만 쓰려졌다가 일어난 인간들은 다시 쓰러졌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 “위대하신 분을 뵙습니다.”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를 시작으로 해서 죽지 않기 위해 온갖 아부를 털어놓았다. “아직 제 얘기는 안 끝났습니다.” 끝마무리를 못한 필라르가 외치자 그들은 무릎을 꿇은 채 필라르를 올려다보았다. “그리디아님의 옆에 있는 미스티는 바로 그리다아님의 마스터입니다.” 별로 중대할 것 같지 않은 말하자 뒤로 넘어지는 사람이 부지기수 였다. “그 말이 정말이더냐?” 넘어가지 않은 황제가 사실의 진위를 묻자 필라르는 끄덕였다. “이 세계에서 두 번째 드래곤 마스터를 보다니 죽어도 여한이 없군.” 나를 내려다보며 하는 말에 리디의 일침을 받고 실없이 웃기만 했다. “그렇다면 진짜 죽여주지.”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이 되자 나와 일행들은 그들이 마련한 의자에 편히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상석에서! 드래곤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누가 감히 말대답을 하리요. “뭐라고요? 다시 한번만 말씀해주실래요?” 난 귓구멍을 후벼 파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이제 하이젠과 파스칼의 결혼식이 있을 겁니다. 그래서 부탁 드리온데 그때까지 계셔 주십시오! 제국의 황제로써 부탁드립니다.” 내가 드래곤 마스터라는 것을 안 후로 무지 깍듯하게 대하였다. “뭐 그렇게 부탁을 하신다면야 며칠간 머물러 주죠.” “하.하.하 미스티양도 농담을 잘하시는군요. 귀족도 아닌 황족의 결혼식입니다. 며칠간의 준비로 올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시면서, 시간을 아무리 짧게 잡아도 한달정도 걸립니다. 그것도 필라르가 결혼을 하지 않아서 줄어든 것입니다.” 황제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을 했다. 하기야~내가 있던 곳에서도 결혼하려면 혼수용품 마련하고, 예물 마련하고...등등의 일 때문에 몇 개월 후에 결혼 날짜 잡아두고 천천히 결혼 준비를 했었군. 이거 아무래도 황자들 결혼 준비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은 따 놓은 당상이군. “우선 일행들의 의견을 물은 다음에 결정을 하죠.” 나 혼자 결정할 수 없었기에 옆에서 식사를 하며 모든 것에 무관심을 표하는 일행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까 한 말 들었지? 어떻게 할래? 너희들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지.” 식사를 하던 중 내가 물어보자 그들은 잠시 식사를 중지하고 골똘히 생각을 하는 듯 와인을 입안에 머금고는 목구멍 안으로 흘려보냈다. 아직 연회가 끝나지 않은 관계로 많은 인간들이 있어서 우리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흐음~어쩌지? 난 어떻게 하든지 관심 없으니까 니가 알아서 해.” 무신경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블루의 말에 이어 가브가 말을 했다. “이하동문! 미스티 네가 결정해! 나야 어차피 너를 따라다니는 입장이니까.” 다시 포크를 놀리며 그 많은 음식들 중에서 과일만 골라먹고 있었다. “사랑하는 동생아~니가 이곳의 대장격이니까 니 말에 따르마! 이 오라버니는 좀 쉬고 싶구나.” 처음으로 황궁에 들어왔으니 여기서 푹 쉬고 싶다는 말을 돌려서 말하고 있는 오빠의 가증스러움에 치를 떨다가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는 리디를 쳐다보았다. “헤에~미스티님 맘대로 하세요! 전 무조건 미스티님이 하자는 데로 따를 테니깐요.” 식사 중에 근엄한 얼굴이 내 말에 촐랑거리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시 근엄한 얼굴을 하며 자신을 놀라는 듯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는 인간들을 마구 쏘아보고 있었다. “흠흠!! 그렇다면 여기에 남도록 하죠! 그동안 잘 부탁드립니다.” 내 입에서 승낙의 말이 떨어지자 황제는 내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드래곤 마스터인 나와 리디가 있으면 타국의 사신들이 왔을 때 거드름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리에게 남을 것을 부탁한 것 같았다. 엥? 타국의 사신? 그래....황족이 결혼을 한다는데 분명히 축하 사절단을 보낼 텐데, 그렇다면? 오! 마이 갓~ “혹시 타국에서도 축하하기 위해 오시는 건가요?” 아직도 잡혀있는 손을 천천히 빼고 황제에게 물었다. “당연한 것을 물으십니다. 하하하! 그들이 도착을 하면 제가 소개를 시켜드리죠.” 지금 내 상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황제는 좋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불나불 거리고 있었다. “호호호!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워~어~낙에 귀족들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이죠. 결혼식 당일 날만 빼고 은둔 생활을 하도록 하죠! 호호호” 잘못하면 세 왕국의 인간들한테 딱 걸리는 수가 있으므로 그렇게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나 그냥 갈래요 라고 말하겠지만 이미 내가 승낙을 했으므로 이정도도 많이 참은 것이었다. “흠...그러시겠다면 어쩔 수 없죠! 네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옮겨드리겠습니다.” 황제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만든 필라르에게 눈을 흘겼다. 모든 이들이 대화를 듣고 있었고 쳐다보고 있었기에 필라르도 내 싸늘한 시선을 보고 손수건을 찾기 위해 뒤적거리다가 포크를 떨어뜨리는 불상사를 초래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저도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들어주시겠습니까?” 이제껏 이렇다할 부탁을 하지 않았던 내 입에서 부탁이라는 말이 나오자 황제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다름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우리들을 그냥 비밀로 부쳐주었으면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특.히. 나하고 리디의 사이를 입 다물어 주었으면 해서요! 시끄러운 것을 딱 질색이라! 들어주실 수 있죠?” 내 말을 들은 황제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하는 것을 보아 분명히 타국의 사신들이 몰려오면 동네방네 소문을 내려고 했던 것 같았다. 겉보기엔 그저 그런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 드래곤 마스터라고 하면 얼마나 놀랄 것이며 우러러볼 것인가? 하지만 그런 것을 내가 차단시켜주길 원하니 그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승낙을 하였다. 바로 옆에 드래곤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노려보고 있는데 도리도리를 하면 어떻게 될지 잘 아는 황제의 현명한 선택이었다. “우웅~심심해! 심심!” 은둔 생활하는데 적격이라는 곳의 건물로 옮겨주었는데 문제는 너무 써~얼~렁 했다는 것이었다. 처음 볼 때는 그런대로 쓸만한 건물과 아름답고 세련된 정원이 있어서 그런대로 조용하고 기품 있는 곳이라고 좋아했었는데 며칠이 지나고 보니 무료하기 그지없었다. 블루는 황실 서고에 가서(원래는 갈수 없었으나 나와 리디의 빽에 들어갈 수 있었다.) 마법서를 뒤적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며 오빠와 가브, 그리고 리디는 마법 수련은 할 수 없었으므로 검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심심함을 참을 수 없어 황궁밖에 나가고 싶었으나 문제는 이미 볼짱을 다 봤다는데 있었다. 2주 동안 맨날 돌아다녔으니 안본 것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나마 하루에 한번씩 필라르가 들러주어서 약간의 무료함을 덜 수 있었다. “미스티~뭐하는 거야?” 오늘도 어김없이 필라르는 시동을 대동한 채 내가 있는 정원으로 걸어 들어왔다. “뭘 하긴? 보면 몰라? 일광욕하고 있잖아!” 정원에 있는 널찍한 바위에 누워 있다가 필라르가 들어오는 바람에 앉아있었다. “대체 매일 하는 일이 뭐야? 올 때마다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군.” 시동이 같이 있어서 그런지 어리버리한 모습이 아닌 이성을 갖춘 그~은 엄한 얼굴을 하며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는 넌 여기에서 지지리 할일도 없냐? 하루에 한번씩 여기에 들르는 이유는 또 뭐야?” 자신이 한말에 자신이 당한 필라르는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렸으며 시동은 그 모습을 보고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건네 줬다. “하하하 나야 뭐! 니가 심심해할까 봐 여기로 온 거지!” 땀을 닦으며 필라르는 시선을 돌렸다. “그 시간이 있으면 검술이나 하지 그래? 우째 하는 짓이 얼빵이 저리가라고 하는지. 너 진짜로 황자 맞아? 아무리 봐도 길 가던 평범한 사람 같단 말이야.” 나의 일침에 필라르는 수건을 손으로 짜서 다시 땀을 닦았다. “난 정말로 황자 맞은데! 그러지 않느냐?” 유일하게 자신의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시동에게 물어보자 시동은 한동안 꾸물거리며 말을 하지 못하였다. “무언은 곧 긍정이라는 말이 있잖아. 하하하 그렇게 쳐다보지 마! 여기에 온 이유는 며칠동안 여기에 있었으니 심심할 것 같아서 황궁 구경을 시켜주려고 그런 건데 싫어?” 오랜만에 들어보는 돌아다니자는 말에 난 승낙을 하였다. 몸이 근질 근질거려서 오늘 중으로 황궁 대탐험을 하기 위해 나서려고 했는데 알아서 필라르가 안내해주겠다는데 내가 거절하면 그건 신도 아니다. 필라르가 내 옆에서 안내해주는데 아무리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나에게 딴지를 걸지 않을 것이며 이곳은 통행금지니 다른 곳으로 가라느니 라는 말을 하지 않을게 분명하며 더불어 길 잊어먹을 걱정안하고 구경할 수 있기에 난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신발 좀 바꿔 신고 나올게.” 밖에 필라르를 내버려 두고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와서 방에 들어가 시녀가 신겨 준 삐딱 구두를 벗고는 편한 가죽 신발로 갈아 신었다. 아팠던 발의 고통이 한순간 사라지자 기분이 더 좋아진 난 할일 없이 돌아다니는 블랑슈를 데리고 나왔다. “그럼 빨랑 안내해! 설마하니 길을 몰라 하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살짝 째려보는 눈빛에 필라르는 천부당만부당하다는 듯이 걸어갔다. “저긴 역대 황제들의 신위를 모셔 둔 곳이야! 직계황족 이외에는 들어가지 못해!”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종묘라고 불리우는 곳을 가리키며 이것저것 부연 설명을 곁들였지만 귓속까지 전달이 되지 않았다. “저긴 황비들의 거처야! 지금은 돌아가셔서 안이 비었지만 언젠가는 안주인이 나타나겠지.” 황비궁을 가리키며 말하는 필라르의 씁쓸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저긴 후궁들의 거처야! 화려하기가 어느 궁 못지않아! 금남의 궁이라고 해야 하나? 나도 들어가 본적이 없어! 저 궁을 지키고 있는 경비대도 다 여자로 구성되어 있지.” 건물 하나하나가 딱 붙여져 있는 게 아니라 띄엄띄엄 있어서 걸어가는 것도 시간이 걸렸다. “여긴 제국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궁이야. 귀족들이 언제나 드나들 수 있게 해뒀지! 저쪽에 있는 푸른색의 궁은 황태자와 황태자비의 궁이지! 그리고 그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늘색 궁이 내가 기거하고 곳이야. 형님과 동생의 거처는 내 궁의 양쪽에 있어.” 필라르의 설명을 들으며 이제껏 몰랐던 궁들의 용도와 거처인 들을 알 수 있었지만 나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사항들이 아니었다. “지금 우리 앞에 있는 탑 비스 무리한 것은 비운의 탑이야. 지금 저긴 아무도 없지만 간악한 황비나 황족의 여인들을 가두어 두는 곳이지. 살아서 들어가면 죽어서 나오는 무시무시한 곳이야.” 비운의 탑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영화 스크림을 연상하게 하는 괴상한 얼굴 표정을 짓는 필라르, 저거 진짜 황자 맞아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필라르! 배가 고프다고 생각되지 않냐?” 아직도 설명하기에 바쁜 필라르의 옷자락을 붙잡고 물어보자 그는 피식 웃으며 시동에게 뭐라고 지시해 달려가게 만든 다음에 자신이 거처하는 곳으로 안내했다. 외벽이 하늘색이어서 무지 시원해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자 더 시원했다. 여름철에 피서 오면 딱 좋을 것 같이.....통풍과 환기가 잘 되어있어서 기분 나쁜 냄새는 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따스함이 담긴 처음 맡아보는 향기가 내 코를 자극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잠시 야릇한 향기에 정신을 팔고 있던 나를 뒤쪽에 두고는 다른 곳으로 들어갔다가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다시 나와서 방금 들어갔던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와아~이게 뭐야?” 필라르가 나를 끌고 간곳은 식당이었는데 둘만 앉을 수 있는 식탁에 온갖 음식이 ‘나 먹어봐라’ 하고 유혹하는 듯 했다. “뭐긴! 다 내 작품 아니겠어? 감탄만하지 말고 이리 와.”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로 끌고 와서 의자에 앉힌 다음 자신은 내 반대쪽에 앉았다. “근데 뭘 이렇게 많이도 준비했냐? 먹다가 남으면 낭비 아냐?” 포크로 이것저것 들쑤시는 나를 보며 필라르는 식은땀을 흘렸다. “괜찮아! 남은 음식들은 다 알아서 없어지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먹기나 해라.” 절도 있게 나이프로 고기를 써는 그를 보고 한마디 했다. “보통 때처럼 해라! 도저히 적응이 안돼.” “내 맘이야! 너나 많이 먹지 그러냐? 그러다가 굶어죽겠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음식을 보고 먹지도 않고 질려버린 듯 깨짝깨짝 먹었다. “시꺼! 먹기나 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차를 홀짝홀짝 마셨다. “그런데 말이지! 저기에 있는 투박한 건물은 뭐야? 설마하니 감옥은 아니겠지?” 다른 건물은 다 오색찬란했는데 유난히 멀리 떨어져있는 건물은 그냥 보통의 벽돌로 지은 것처럼 건물색이 칙칙했다. “저기는 기사들의 훈련 장소야. 기사들은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일부러 저렇게 건물을 만든 거야.” “그으래? 너 차 다 마셨지? 그럼 저리로 안내해! 어떻게 훈련하는 거 보고 싶어.” 필라르의 대답도 듣지 않고 차를 원샷한 다음에 밖으로 나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718 5 루나...싸움을 붙이다 - 1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나가는 거야? 어련히 안내해 줄 텐데....” 둘만의 시간이 어긋나버려서 약간 짜증이 난다는 얼굴을 했지만 내가 지그시 바라봐주자 헛웃음을 하며 기사들의 훈련장으로 안내를 했다. “저 건물은 아주 유서 깊은 곳이야. 초대 황제께서 지으셨거든! 그래서 저기에서 훈련하는 기사들도 보람차게 훈련을 하지. 물론 다른 귀족들이 와서 한번씩 검술 연습을 하지만 그것은 어~쩌~얼~대 한번씩 가뭄에 콩 나듯이 들리지!” 가슴을 쫙 편 필라르는 건물에 가기 전에 아주 자랑스럽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런 필라르와는 달리 난 예전에 뺑뺑이 돌던 카옌 왕국의 기사들이 생각이 났다. 처음에 내가 누군지 몰라서 싸가지 없게 굴다가 신분을 알고 고분고분 거리면서 나한테 덤비다가 엄청 깨져서 다음부터 특훈이라는 명분으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기분이 나쁠 때면 한번씩 들러서 대련을 핑계로 열심히 분풀이를 했었다. 쿡쿡...아직도 열심히 하고 있나? 푸훗~~내가 가기 전에 이미 단장들에게 몇까지 고문을 전수해줬는데 잘 써먹고 있겠지? 실실 웃으면서 어느덧 건물 앞에 도착했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방불케 하는 그 건물의 입구는 때깔 좋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눈을 부라리며 지키고 있었다. “황자전하! 어인 일이십니까?” 부라리던 눈을 부드럽게 한 기사가 필라르에게 물었다. “요즘 기사들이 어떻게 훈련을 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 왔다.” 사무적인 말에 기사는 허리를 숙이면서 들어가라고 했다. 그래서 덤으로 나도 따라 들어갔다. 복도 비스 무리한 것을 지나치니 천장이 뻥 뚫린 실내라고 볼 수 없는 곳이 들어났다. 챙 챙깡 채에에에에엥~~ 검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무차별적으로 들리는 그곳에는 수많은 기사들이 풀 플레이트라는 공격할 때와 도망칠 때는 무겁고 방어에는 눈꼽 만큼만 도움을 주는 갑옷을 입고 대련을 하고 있었다. 요 며칠동안 들어보지 못한 검소리가 들리자 상쾌해 졌다. 여행할 때부터 꾸준히 오빠와 필라르가 연습이라는 명목아래 치고 박고 부딪혔기에. “전하 여기엔 웬일이십니까?” 필라르를 알아본 한명의 기사의 말에 검소리가 쟁쟁하던 곳은 침묵의 도가니탕으로 변하였다. “그냥 간단하게 둘러보기 위해 왔으니 하던 훈련을 마저 하도록 하게나!” 그 말에 기사들은 가볍게 목례를 올리고 다시 검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레이디는 누구십니까?” 아직 연습을 하지 않던 기사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황제에게 절대로 정체를 밝히지 말라는 말에 연회장에 없었던 이들은 나와 리디의 관계를 모르고 있었다. “내 여행 일행 중에 한분이시다.” “아! 그러셨습니까? 제 이름은 아렌 아인버그 라고 합니다. 레이디의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왠지 능글이 기사인 로이를 닮은 듯한 금발의 기사는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내밀었다. 저거 혹시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그 장면은 아니겠지? 섬찟하며 설마 하는 심정으로 오른손을 슬며시 내밀었다. 그러자 그 기사는 내손을 자신의 입술로 가져가서 살짝 키스를 했다. 역시나 우리 선조들의 말씀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이번엔 설마 하는 마음 때문에 손에 키스 당했다. “미스티 라고 합니다. 아인버그 기사님!” 이름을 밝히자 훈련 중이었던 기사들이 갑자기 하던 짓을 멈추고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아렌~벌써 작업이냐?” “너무 빠른 거 아냐?” “전하의 친구 분을...크윽! 레이디 어서 저런 놈의 마수에서 피하십시오.” 예상대로 능글이 기사 2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아렌 아인버그 라는 기사를 향해 저런 소리들이 나오지. “뭣들 하는 건가? 훈련이나 하시게.” 필라르의 따끔한 말에 기사들은 웃음을 삼키며 검을 들어 훈련을 하고 있었지만 할 마음이 없었던 까닭인지 하는 둥 마는 둥 우리 쪽만 슬쩍슬쩍 바라봤다. “필라르! 훈련을 제대로 안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해? 조치를 취해야지.” 귓속말을 하자 필라르는 알고 있었다는 얼굴을 하고 뭐라고 큰 소리로 외치려고 하다가 한 인물의 개입으로 꿀꺽 삼켜야만 했다. “지금 뭐하는 짓이냐? 그게 훈련이냐? 지금부터 이곳을 100바퀴 돈다. 실시!” 걸걸한 목소리에 기사들은 사색이 되다 시피해서 4열로 정렬을 한 다음에 돌았다. “죄송합니다. 전하! 이런 꼴을 보여드려서...” 언제 한번 들어 본 듯한 목소리에 뒤돌아보니 며칠 전에 만난 별 볼일 없는 기사 단장이라 소개한 미노스 베스티아라는 기사 단장이었다. “아~그때 같이 계셨던 레이디군요! 일행 분들이 차갑게 말을 하고 돌아가서 황자 전하께서 얼마나 울었는지 아십니까? 다행히 화를 푸셨나 보군요.” 기사 단장의 말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필라르를 쳐다보았다. 찔러도 피는 커녕 어벙벙하게 웃고 있을 것 같은 녀석이 울다니 그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너 진짜 울었냐? 하는 짓을 보면 도저히 그럴 인간으론 보이지 않는데?” 갸웃거리며 하는 말에 필라르는 얼굴을 붉히며 단장에게 바락바락 대들었다. “내,내가 언제 울었다는 것이지요? 난 절대로 울지 않았어요.” 머리끝에서 연기가 보이는 듯했지만 기사 단장의 말에 그 연기는 사그라졌다. “일행 분들이 돌아서서 가시자 눈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무엇이었습니까? 저 말고 유령의 기사단이 이미 다 보았는데, 심지어는 그곳에 있던 사람들까지.” “그래 나 울었어요! 이젠 됐어요?” 기사들 앞에서 무게를 잡고 있던 필라르는 단장의 말에 한 순간 어린애가 돼 버렸다. “허허허! 장난이 너무 심했나보군요. 앞으로 그런 장난하지 않을 테니 화내지 마십시오.” 듣기 좋은 웃음을 지으며 필라르를 달랬지만 녀석의 얼굴은 여전히 붉은 기운이 사그라지지 않고 진하게 남아 있었다. “전 화내지 않았습니다. 안 그래?” 갑자기 물어보는 말에 난 어리둥절했지만 “그래 화 안냈어! 우리 필라르가 누군데 그 까짓것에 화를 내겠어?” 내 말에 필라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맞아’를 내 뱉으며 씨익 웃었다.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군요.” 라는 말에 난 발끈해서 톡 쏘아붙였다. “누가 어울리는 한 쌍이예요? 우린 그냥 친구입니다. 친.구!” 친구라는 말을 강조하며 침을 튀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힘껏 하는 말에 단장은 웃음으로 넘겨버렸다. “근데 어찌하여 이런 곳까지 왔습니까?” 필라르가 아닌 내게 묻는 말에 난 간단하게 말했다. “심심해서요.” 간단하기 그지없는 말에 그 아저씨는 마침 준비한 손수건이 없었는지 식은땀을 손으로 닦으며 실없이 웃기만 하였다. “미노스 베스티아 단장님은 이곳에 있는 기사들의 단장인가요?” “그렇습니다. 레이디” “체력이 보통 기사보다 좋네요!” 순간 베스티아 단장의 눈에서 따사로운 빛이 나를 찔러왔지만 난 애써 무시하며 뒤돌아서서 훈련장을 돌고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험험!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거친 숨 한번 토하지 않고 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다 아는 사실 아닌가요? 보통은 저 정도 달리면 죽겠다고 난리던데,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세요.” 기사들을 뺑뺑이 돌린 경험이 많은 내가 저 정도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난 그저 아는 사실만을 말했는데 단장은 뭔가 석연치 않는 눈으로 보다가 내 일침에 헛기침만하고 달리고 있는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멈추어라! 시간이 다 되었다. 훈련 끝이다.” 아마 다른 기사단과 시간대를 정해서 하는 모양인가 그의 뒤쪽에는 경장차림의 기사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여전하군! 부하들을 뺑이 돌리는 실력은....앗!! 전하께서 오셨습니까? 미처 알아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흰 머리가 드문드문 난 한 아저씨는 베스티아 단장에게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필라르가 보이자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괜찮아요. 그나저나 제가 여행을 갔다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대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데, 이름이 뭐지요?” 이럴 땐 으레 부끄럼을 타며 말해야겠지만 이놈의 따식이는 당연하다는 듯이 얼굴에 오리할콘으로 도금을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흰머리의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인간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제국의 제1기사단인 황혼의 기사단장으로 마노 그래니온 이라고 합니다. 전하!” 기사단 이름 그대로 그곳에 속해있는 기사들은 미남들로 빼꼭했다. 처음에 황혼의 기사단이라 해서 늙어가는 기사들인지 알았는데 노을 진 황혼같이 그들의 모습은 보통 기사들보다 미남들이었다. 훈련장을 돌고 있던 유령 기사단과는 하늘과 땅 이라 할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되면서 힘이 넘치는 미인을 보고 있는 듯 했다. “흥! 누가 제1의 기사단이라는 거야? 자고로 유령 기사단이 최고지. 안 그렇습니까? 전하?” “택도 없는 소리! 황혼의 기사단이 최고지! 유령 같은 놈들보다 이렇게 미남들로 이루어진....어쭈~해보겠다는 거야?” 기사 단장끼리 동년배인가 반말을 주고받더니 기어이 무기가 뽑혀들어졌다. 자기네들끼리 있을 때야 아무문제 없었겠지만 지금 이곳에는 나를 제외하고도 필라르라는 황자라는 녀석과 유령 기사단과 황혼의 기사단이 있단 말씀! 전시 상태도 아니고, 암습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필라르 앞에서 무기를 빼드는 것은 그 녀석을 무시하는 행위이기에 난 필라르가 어떻게 대처 할지 기대하고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추태인가? 여기에 아름다운 레이디도 계시는데, 어서 무기를 집어넣으시오.” 약간 얼굴을 찌푸릴 줄 알았더니만 그게 아니라 오히려 흥미롭다는 얼굴을 하고 말하는 필라르의 정신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해부해보고 싶었지만 역시나 보는 눈이 많은 관계로 꾹 참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어이쿠! 이거이거 계속 실수만 하는군요. 전하와 같이 계시는 것을 보아 친구 분이시군요. 전 마노 그래니온 이라고 합니다. 부르실 때는 편안하게 마노라고 불러주십시요.” 아까 아렌보다 더 심각한 능글이 기사보다 더 능글거리다 못해 옆으로 넘칠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아마도 황궁에는 능글이 기사가 꼭 한명씩 포함이 되어 있는 듯 했다. “제 이름은 미스티 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마노 기사 단장의 인사를 받고 다음에 일어날 일에 대해 생각을 해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이도 드신 두 분께서 이 무슨 짓인가요? 그냥 두 기사단이 최고라고 하세요.” 해결책도 아닌 해결책에 두 기사단장은 분통을 터트리며 열변을 토해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치도 않습니다.” “맞습니다. 하늘에 태양이 둘 일수 없듯이 최고도 둘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요?” 유령의 기사단장과 황혼의 기사단장의 말에 짜증이 났는지 필라르의 높은 언성에 그들은 잠시 주춤거렸지만 내가 해결책을 내놓음으로써 해결되었다. “간단하게 맞짱 일명 대련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단장님들끼리 하면 기사들 전체의 실력을 판가름할 수 없으니 4명 정도의 기사들을 뽑아서 대결을 하고 마지막으로 단장님들이 대결을 해서 화려한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것은? 이긴 기사단이 제 1의 기사단이 되는 것이고, 지는 기사단은 제 2의 기사단...어때요? 맘에 안 들어요? 그렇다면 하던 짓 마저 하세요.”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뒤로 물러나 사태를 관망하였다. “레이디 미스티양의 고견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노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도 마찬가지네! 그렇다면 심판은 전하와 레이디 미스티양이 보아주십시오.” 미노스 기사 단장의 말에 난 승낙을 하고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두개의 의자 중에 하나에 앉았다. “그렇다면 출전 기사들을 뽑아주세요!” 의자에 편히 앉아서 공짜로 구경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자 그것을 마음껏 누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필라르보다 먼저 말을 꺼내서 그들이 쑥덕거리며 출전인 들을 뽑게 만들었다. “뽑으셨습니까? 그렇다면 출전 기사들은 앞으로 나와 주세요.” 제국의 황자인 필라르가 해야 할 말이었지만 이놈의 인간은 입에 딱풀을 붙였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수고스럽게도 내가 말을 했지만! 나와 필라르가 앉아있는 곳을 중심으로 양쪽에는 각기 황혼의 기사단과 유령 기사단이 자리 잡고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응원소리가 높아만 갔지만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 난 시합에 집중을 할 수 없으니까 줄이라고 하였고 곧 썰렁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먼저 출전할 기사들은 다섯 보 앞으로 나와서 서로 인사를 하십시오.” 심판인 내 말에 다섯 명중 한명이 나와서 서로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유령 기사단인 아렌 아인버그 라고 합니다.” “황혼의 기사단의 타이렌 플라인 이라고 합니다.” 서로 상견례를 가진 다음에 손을 들어올렸다. “시작” 유심히 쳐다보던 필라르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검을 뽑아들어 탐색전을 가지는 듯이 쉽게 공격을 하지 않고 훈련장을 빙빙 돌기며 눈싸움을 했다. “뭘 하는 거냐? 또 돌고 싶냐? 빨리 못해?” “그딴 녀석이 뭐라고 거창하게 탐색을 하냐? 그냥 공격해.” 두 기사단장의 말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경쾌한 검의 소리를 들으며 싸우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아~이럴 때 오징어라도 있었으면...쩝~’ 오징어를 그리워하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을 때 양쪽 기사단은 손에 식은땀을 흘리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크게 뜨고 관전을 하였다. 시합이 점점 길게 늘어지자 한쪽으로 승부가 나는 듯했다. “훗! 역시 체력에서 딸린 황혼의 기사단이 불리하네, 그렇다면 아렌 아인버그의 승리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장기전으로 갈수록 유령 기사단이 더 유리하지.” 나와 필라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렌의 승리로 결정이 되었다. “핫핫핫! 감히 어디서 까불고 있는 게냐! 지금이라도 양보하시지?” “겨우 한번 이긴 것 가지고 자만하지마라! 아직도 싸울 기사는 많이 있으니까.” 몸으로 싸우기보다 말싸움이 좋은지 그들은 다음 출전 기사를 호명하지 않은 채 침을 튀기며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두 번째 출전자 앞으로. 빨리 않나오면 기권 처리하겠습니다.” 짤막한 말에 그들은 언제 말싸움을 했냐는 식으로 다음 출전자를 물색해서 내보냈다. 그렇게 4번의 대결이 끝났는데 2 : 2 로 무승부였다. “어쩔 수 없이 단장님들이 나서야 겠군요! 두 분 앞으로 나오셔서 소개를 하세요.” 지고 들어온 기사들을 분풀이 상대로 쥐어박고 있던 그들은 내 말에 뭐 씹는 것같이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령 기사단장인 미노스 베스티아 라고 한다.” “황혼의 기사단장인 마노 그래니언 이라고 한다.” 시합 시작을 알리기도 전에 그들은 서로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탐색전도 뭣도 없이 무작정 공격을 하였다. 20합 정도의 공격이 오갔지만 누가 승리할지 예상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막상막하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검로를 어찌나 그렇게 잘 아는지 공격을 하면 아주 잘 막았다. 지금까지는 공격과 방어가 반반씩 오갔다. “이제 슬슬 지겨워 지는군.” “나도 동감이다. 그렇다면 실력행사로 나가도록 하지.” 그 말을 곧 소드 마스터라 불리우는 인간들의 특기를 보여준다는 말이었으므로 양쪽 기사단은 눈을 초롱초롱 뜨고 바라보았다. “흐음~내가 보기엔 황혼의 기사 단장인 마노 씨가 더 유리할 것 같군! 넌 어떻게 생각하냐?” “그,글쎄? 난 그저 승부를 못 낼 것 같은데.” 내 질문에 필라르는 어물쩡 넘어가며 승부에 집착하는 두 인간을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험에서 미노스 기사 단장이 뒤져. 너도 같은 소드 마스터였으면서 진 이유가 바로 경험의 차이 때문이지.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걸 어느 순간에 적재적소에 쓰느냐는 바로 경험에서부터 비롯되는 거야! 내 예상대로 될 테니까 잘 봐서 배우라고.” 검기를 일으키며 충돌하는 그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몸에 쌓인 기의 양을 보더라도 마노 기사 단장이 훨씬 많았으니! 파 파팡..팡팡... 쇼크 웨이브 덕분에 먼지바람이 일어나서 주위를 쓸어버려서 지금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단지 난 그들의 기를 포착하여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만 파악할 수 있었다. “마노 씨의 승리! 이로써 제국 제 1의 기사단은 황혼의 기사단이 된 것을 비공식적으로 선포하겠습니다.” 아직 먼지가 걷히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그런 말을 하자 황혼의 기사단은 좋아했지만 유령의 기사단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식으로 어이없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그 어이없는 얼굴은 하나씩 붉어져 갔다. 먼지가 금방 가라앉자 보이는 광경에 두 기사단의 행동은 차이가 났다. “어,어떻게 저럴 수가...믿을 수 없어.” 유령 기사단의 말에 그들은 넋을 잃고 보기만 했다. 현재 두 기사 단장의 포즈는 완벽하게 승자를 알려주었다. 마노 기사 단장은 손을 기로 보호하면서 미노스 기사 단장의 검을 잡고, 오른손에 들린 검으로 목에 겨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네 언제 그런 기술까지 익혔지?” “난 자네처럼 부하들 뺑뺑이 돌리는 시간에 연습을 하고 또 했지.” 엄청 비꼬는 말에 미노스 기사 단장은 힘없이 검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렇게 자책하지 말라구! 자네는 지금도 훌륭하니까. 나보다 나이도 어리잖아. 그러니 충분히 나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야.” 마노 기사단장의 말에 미노스 기사 단장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손을 마노 기사 단장이 잡음으로써 화해가 되었다. “이런 이런~함부로 검을 떨어뜨려서야 되겠습니까? 검사의 손에서 검을 떨어뜨린다는 뜻은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만?” 손을 잡고 호탕하게 웃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서 떨어진 검을 주워서 미노스 기사 단장에게 건네주었다. “후훗! 레이디 미스티양 덕분에 승부도 겨루고 화해도 했으니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먼지에 가려져서 아무도 승부를 가늠하지 못했을 때 어떻게 마노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까?” 눈을 번쩍번쩍 빛내며 물어보는 말에 어떻게 말해야만 이 사태를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굴렸지만 그 해답은 생각도 못한데서 튀어나왔다. “제 친구니 당연히 그 정도는 금방 알 수 있답니다. 설마하니 제가 데리고 온 친군데 그저 그런 레이디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필라르의 뜻밖의 말에 두 기사 단장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쳐다보았다. “루나는 검을 잡아보지는 못했지만 검술 이론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 확실하게 알고 있죠! 그 이유는 직접 들어보시길....” 이놈아! 말을 해주려면 끝까지 말을 해야지 왜 하다 말아? 두 기사 단장의 뜨거운 눈빛을 한눈에 받은 난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험험! 제가 어릴 때부터 본 것이 바로 검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옆에서 수련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았으니까 쉽게 배울 수 있었죠! 제 오라버니만 해도 필라르와 막상막하니 아니지...더 뛰어나지요~(이때 필라르를 한번 째려봐줌)...아무튼 그렇게 해서 쉽게 알 수 있었죠. 이렇게 설명하면 다 알아들으셨을 줄 아는데 더 궁금한 거 있으세요?” 제발 더 질문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둘을 쳐다보자 그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다음 질문을 하였다. “그렇다면 레이디는 왜 검술을 배우지 않았나요?” 왜 이 질문이 않나오나 했어. 이럴 때는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면 꼬투리를 잡히니까 금방 말을 하였다. “저희 가문에서는 절대로 여자가 검을 잡아서는 안됀 다는 유지가 있었거든요!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저도 처음엔 검술을 하고 싶어 했지만 어릴 때 무지 몸이 약해서 집밖 출입도 못할 처지여서 호호호!” 몸이 약하다는 말을 할 때 필라르가 뒤쪽으로 돌아서서 구역질하는 시늉을 하자 영원한 샌드백인 뒷통수를 시원하게 한대 갈긴 다음에 웃음으로 넘어가자 거기에 있던 모든 이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지금 일어난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지 하늘만 쳐다보았다. “하하하! 역시나 전하의 친구 분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군요. 그렇다면 저희 기사단의 훈련하는 것을 보고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미노스 기사 단장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그 일을 하기엔 너무 귀찮았다. 기사들이 한둘이 아니라 30명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난 하릴없이 빈둥빈둥 노는 신세였기에 허락을 하였다. “그렇다면 당장에 지도 부탁합니다. 저 혼자 하기에는 벅차거든요.” 아무래도 혼자하기 귀찮았을법한 말을 하며 나한테 절반의 일을 떠맡기는 미노스 기사 단장을 살짝 째려봐주며 내일부터 시작하자는 말을 하고 그곳을 떠나왔다. “휴우~어쩐지 딱 걸려든 거 같아! 그냥 방콕에 놀러 다니는 것이 더 나았을 텐데.”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으니 어쩔 수 없지.” 돌아오는 길에 한 푸념을 들었는지 필라르가 대꾸하여주었다. 당시에는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허락을 한 내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승낙을 하고나서 후회하는 내 인생도 참 딱했다. 그렇다고 여아일언중만금인데 지금 돌아가서 하기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럼 이제 다 왔으니 여기서 헤어지지. 아 참! 한 가지 말을 안했네. 잠시 귀 좀 빌려줘.” 필라르의 귀에 속닥속닥 거렸고, 다음에 만나자는 말을 하고 찢어졌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8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729 4 귀찮은 장난감을 맡다. - 1 “미스티님! 어디 갔다가 오셨어요? 얼마나 걱정한지 아세요?” 건물에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뚜벅뚜벅 걸어오는 리디의 어마어마한 잔소리에 귀를 막고 대꾸를 하였다. “심심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이제 됐냐? 한번만 더 말하면 죽는다?” 협박으로 리디의 입을 꽁꽁 묶어두고 리디의 어마어마한 잔소리를 들었던지 블루와 가브, 오빠가 건물 밖으로 나와 있었다. “아까 한말 들었지? 그럼 난 피곤하니 여기서 바이바이 하자고. 식사는 안 해도 되니까 나 빼고 알아서 먹어!”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고 아~주 쬐금 피곤한 난 침대로 몸을 끌고 그대로 다이빙을 했다. “블랑슈야~안 깔려 죽었으리라 믿는다.” 블랑슈에게 한 마디 하고 다음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왜 따라오고 그래? 그냥 하던 곳에서 계속 하지, 부담된단 말이야! 에휴~나 몰라! 알아서 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 모두가 내가 가는 곳으로 출퇴근한다고 점심시간까지 졸라서 하는 수 없이 허락을 했다. 물론 블루는 자기 가고 싶은 곳으로 갔지만. “에..그러니까...저기였던가? 아냐...저기로 돌아갔던 것 같았는데, 아차차차...이제 보니 이미 지나갔잖아. 뭘 그렇게 보시나? 따라온다는 인물들이 누군데 길 좀 잃어버린 것 가지고 노려보면 내 심기가 좋지 않잖아.” 어제는 필라르의 안내를 받아 쉽게 갈 수 있었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 찾아가려니 얽히고설킨 길 때문에 엄청 헷갈렸다. 이 길이 그길 같고, 그 길이 이길 같아서 머릿속이 엉망진창 되는 것을 간신히 막는 무엇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이야~~겨우 찾았군!” 저 멀리 칙칙한 색깔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소뿔도 단김에 빼라고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근처에서 숨 좀 돌린 다음 안으로 걸어갔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기사는 나를 기억하는지 인사가지 하며 들어가라고 하였다. “제가 좀 늦었죠! 웬일로 필라르도 빨리 나왔네, 내가 말 한거 준비했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수련을 하고 있는 유령 기사단과 필라르와 시동이 보였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죠! 우선은 기사 여러분들의 힘과 균형성, 유연성을 봐야 하니까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그리고 오빠하고 리디, 가브는 알아서 훈련하도록.” 세 명을 따로 떼어낸 후 필라르가 만들어온 물건 앞에 서게 하였다. “이건 무엇입니까? 레이디 미스티?” 기다란 가는 통나무를 받침대 위로 뜨게 만든 일명 평균대였다. 그것도 바람만 불면 줏대 없이 움직이는... “저건 기사님들의 균형 감각을 키우기 위해 필라르가 특.별.히 만든 겁니다. 그러니 우선을 저거부터 하도록 하죠.” 저런 걸로 훈련을 하느니 차라리 검 휘두르기를 하겠다는 생각을 없애기 위해 필라르가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여서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지우게 만들었다. “미스티양의 훈련 방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내가 가르치도록 할 테니 알아서들 와라.” 미노스 기사 단장의 말에 한 반수 정도가 빠져나가버렸다. “나간 사람은 나간 사람이고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이니 훈련을 하도록 하죠. 방식은 제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십시오.” 앞에 놓은 평균대로 올라서서 한발을 통나무 위로 올린 다음에 움직이지 않게 고정을 시킨 다음에 재빨리 뛰어서 반대편에 도착을 하였다. “이걸 끝내면 다음 훈련 코스인 유연성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자고로 제대로 된 검술을 하려면 힘도 중요하지만 체력과 유연성, 균형이 좋아야 합니다. 그러니 제 말에 따라 주십시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말을 잘했다고 생각하며 기사들에게 평균대를 하게 하였다. 기사들은 이런 훈련을 처음 했는지 몇 발짝 뛰지도 못하고 아래도 떨어졌다. 그래도 간혹 균형이 잡힌 기사는 거의 반쯤을 건너갔다. “이렇게 균형이 없어서야 검술을 하는 도중에 헛발이라고 짚으면 죽겠군요! 좁은 곳에서 싸우려면 이 정도는 필수 코스이니 유념하십시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것만 한다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앞으로 매일 검술을 하기 전에 이것부터 먼저 하십시오. 저기 리디가 하는 거 보이시죠? 저렇게 하면 하체의 힘과 팔의 힘, 그리고 균형이 잡히게 되고 지구력도 좋아지죠! 매일 30분씩 하세요.” 리디가 취하고 있는 기마 자세를 가리키며 말하자 그들은 그나마 쉽게 생각했는지 비웃음을 지었지만 잠시 후엔 일그러졌다. “그 접시는 필라르가 특.별.히 왕실 창고에서 가져온 것이니 깨지면 배상을 하셔야함과 동시에 그 자세를 30분 연장합니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얼굴이 붉어졌지만 차마 손을 내릴 수가 없었다. 본래 손과 머리위에 올려져 있는 접시는 일반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보통 접시였지만 약간의 뻥을 섞어서 절대로 깰 수 없게 만들었다. 접시를 깬 틈을 타서 약간이라도 쉬려는 기사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와우~그래도 기사님들은 매일 훈련을 해서 그런지 잘 버티네요? 내일도 어김없이 해야 하는 거 아시죠? 그럼 평균대 앞으로 정렬하세요! 만약에 떨어지면 전 마음이 아프답니다. 떨어지면, 떨어지면...특별 훈련이 기다리고 있으니 한번 해보고 싶으신 분은 떨어져보세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가증스럽게 걱정된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기사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단 이틀 만에 마스터하다니, 그럼 재미거리가 줄어드는데.” “네?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으니 본전을 뽑아야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굴리고 있는데 예상외로 너무 잘하고 있어서 혼잣말을 했더니 옆에 있던 아렌이 들었는지 물어보았다. “아무것도...그럼 다음은 유연성입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기마자세와 더불어 오자마자 미리 해두세요. 몸이 굳어있으면 검술을 펼치기에 안 좋거든요! 알았죠? 그럼 제가 하는 대로 잘 보고 따라 하세요.” 시범을 보이기 위해 난 15명의 기사들 앞으로 걸어갔다. “우선은 팔을 쭉펴서 옆으로.....다음에 발을 딱 붙이고 손바닥이 땅에 닿게...다리를 쫙 일자로 벌여서...몸을 뒤로 구부리고...아셨죠? 이것을 못하면 그냥 기사직을 사퇴하고 처자식과 더불어 농사나 지으며 사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 말을 듣자 그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식으로 내가 보인 동작을 하나씩 따라했지만 몸이 굳어있어서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기사들이야 유연성보다는 체력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기에 유연성이 많이 부족했다. “검술을 하려면 몸을 풀어야 합니다. 유연성을 높임과 동시에 몸을 풀어주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이것입니다. 그러니 꼭! 꼬~옥 하십시오. 정 안 되면 근무시간이나 아니면 집에 돌아가셔서 한번씩 연습을 하세요. 그리고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 매일 100미터 달리기를 할 테니 이것도 연습하세요.” 낑낑대며 일어나는 그들에게 한마디해주고 헤어졌다. 그리고 3일후~~ “기본적인 것이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검술 연마를 하도록 하죠. 우선 제 앞에서 검을 수평 베기와 수직 베기, 그리고 대각선 베기를 해보세요.” 15명의 인원은 일자로 쭉 서서 내가 지나갈 때마다 검을 휘둘렀다. “흐음~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어. 힘을 빼도록, 스캇은 훈련을 빠짐없이 해서 몸 상태가 최적인데? 검은 그렇게 잡는 게 아냐! 이렇게...그렇지! 발은 더 넓히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힘 사용을 최대로 줄여! 장기전으로 들어갈 때 팔에 힘이 빠지면 죽는 것밖에 안 남았다는 거 알지? 균형이 잘 잡혔어. 다리에 힘 너무 주지 마.”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한명 한명 지도를 해보다보니 어느새 내 입에서는 반말이 되어서 나왔고 그들은 나를 사범님이라고 불렀다. “보법이 엉망이잖아? 싸울 때 죽고 싶어? 좀더 자연스럽게, 미쉘~장난친 대가로 대가리 박어! 제롬은 친구 따라 에어라이 간다는 말 몰라? 뭘 멀뚱멀뚱 보고 있어? 따라서 해야지.” “사범님 한번만 봐주세요!” 이구동성으로 말하며 최대한 짠하게 얼굴을 만드는 그들에게 난 한마디를 했다. “그럼 기마자세로 1시간.” “머리 박겠습니다.” 이렇게 귀엽고 깜찍 연약한 소녀가 직접 가르쳐주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떠들던 두 녀석들에게 벌을 세운 다음에 다시 일일이 지도를 해주었다. “말을 그렇게 했는데도....너무 힘을 주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 말 하면서 난 지휘용으로 들고 있던 검으로 제라르가 잡고 휘두르던 검을 쳤다. 내 예상대로 제라르의 검은 주인의 손에서 멀리 멀리 떨어져 손이 닿기를 거부해버렸다. “어,어떻게 이런 일이...” 검이 없어진 손을 망연자실하게 들여다보고 있던 제라르는 그대로 굳어 있었다. “사범님은 검술 못하신다고 하셨잖아요?” 제라르의 옆에 있던 피스의 말을 들은 나도 깜짝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쬐금 화가 나서 검을 한번 툭 친 것이다. “뭘 하나! 검사의 손에서 검이 떨어진다는 것이 뭘 의미한다는 것을 모르는가? 어서 가서 주워 와서 다시 연습하도록.” 최대한 변화 없는 표정으로 말하고 피스의 말을 맛있게 씹었지만 제 2의 피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멋있던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어?” 문딩이 같은 놈!! 그냥 하던 거나 할 것이지. 평균대를 만들어왔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계속해서 출근 도장을 찍으며 혼자서 알아서 수련을 하고 있었던 필라르가 그 장면을 봤는지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오빠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해봤어. 왜? 떫어?” “하지만 난 카인이 그런 검술을 하는 것을 못 봤는데? 여행도중에 간간히 대련을 했어도 그런 것을 못 봤어.” 기어이 알아야겠다는 일념의 눈으로 쳐다보자 난 한마디로 그것을 간단하게 씹었다. “간간히 해서 그렇지 매일하면 이런걸 해!”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하고 다시 기사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방금 제라르의 검이 날아간 것을 봤겠지? 그것도 연약한 내 검이 한번 툭 치니까! 그러니 앞으로 팔과 어깨에 힘을 빼도록!” 연약하다는 말을 하자 뒤에 있던 미르 오빠와 가브는 헛기침을 했고 리디는 존경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기사들을 가르친 지 어언 2주가 되어갔다. 그리고 오늘은~ “미노스 단장님의 15명과 미스티 사범님의 15명의 대련이 있겠습니다. 한명씩 앞으로 나와주십시요.” 그렇다. 오늘은 유령 기사단끼리 맞짱 뜨는 날이었다. 내 훈련법과 단장의 훈련법의 성과를 알기 위해 친히 시합을 하자는 제의를 받아들여서 시합 계시를 알리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덤으로 필라르가 하이젠 황자를 끌고 왔고, 유령 기사단과 안면을 트고 있는 황혼의 기사단이 구경을 하기 위해 자신들의 훈련 시간까지 빌려주기 까지 하였다. “아렌! 내가 알려준 거 하나도 안 잊어 먹었지? 만약에 지면...후후~알아서 해!” 첫 번째 타자로 출전한 아렌에게 엄청난 협박 비스 무리한 말을 하자 아렌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가 누굽니까? 제가 지면 저희 가문에서 호적을 빼버리겠으니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전혀 걱정하지 않은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위로를 하는 아렌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앞으로 밀었다. “시작.” 하이젠 황자의 말에 상대편은 아직 검을 뽑은 채 탐색전을 하려는지 아렌을 커다란 눈으로 야리고 있을 때 내가 쬐금 가르쳐준 신법을 이용하여 아렌은 재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며 잽싸게 뛰어가서 검을 빼서 목에 갖다 대었다. (실제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목검을 이용하고 있음) “아렌 승.” 아주아주 간단하기 그지없는 승부에 내가 가르친 기사들을 뺀 나머지 인간들은 놀라서 혀를 빼고 있었고 아렌의 상대 기사는 왜 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굳어있었다. “아렌! 잘 했어. 나중에 상 줄게.” 진심어린 내 말을 들은 아렌은 검집에 검을 집어넣고 승리자의 웃음을 지으며 우리 진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사범님! 감사합니다. 진짜로요~” 내 손을 붙잡고 좋아서 펄펄 뛰는 아렌을 진정시키고 다음 출전자를 대기 시켰다. “제라르! 잘 할 수 있겠지? 그때의 기분을 느낀다면 이번엔 분명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한방에 나가떨어진 검을 망연자실하게 쳐다본 기분을 느껴서 더 발전했으니 분명 이길 것이라고 난 장담했다. “넷! 꼭 이기고 돌아오겠습니다.” 군기가 팍팍 든 제라르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 가운데로 걸어갔다. “시작.” 하이젠 황자의 소리가 들리자 이번에 어이없이 질수 없다 를 외치는 상대편 기사는 재빨리 검을 뽑아서 빠른 공격에 대비를 했지만 똑같은 수법을 두 번씩이나 쓸 우리가 아니었으므로 천천히 다가섰고 대련이라 불리우는 것이 시작되었다. “흠~상대 기사....긴장을 했는지 힘이 많이 들어갔군.”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눈이 좋으니까 보여.” 승리를 했기에 마음을 푹 놓은 아렌은 내 말을 듣고 갸웃거리며 생각하다가 곧 시합장을 쳐다보았다. “제라르 승.” 아렌이 눈을 돌리자마자 이미 시합은 끝나 있었다. 내가 말하는 순간에 제라르는 자신이 당한 것을 그대로 상대편에 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검을 쳐서 날려버리는 통쾌한 사건이었다. “제.제가 이겼나요? 진짜로 이겼나요?” 자신의 승리가 아직도 믿기지 않은지 우리 진영으로 돌아와서 연신 물어보았다. “맞아! 이겼어! 아직도 못 믿겠다면 확실하게 믿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데 보여줄까?” 나의 진지함과 가증스러움이 동시에 배인 눈을 보고 제라르는 도리도리를 하며 반짝반짝 작은 별 포즈인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흔들었다. 그것을 본 나는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고, 앞에 있던 제라르는 시합도 끝났는데 식은땀을 흘리며 옆에서 수건을 가지고 서있던 제롬의 손에서 수건을 낚아채 닦기에 바빴다. “다음 출전자 준비 하고, 여기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배운 것은 써먹어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라는 것이다. 알겠나?” “넷! 알겠습니다.” 15명의 기사들의 함성에 천막이 날아가 버릴 정도였다. “그럼 피스...이겨라.” 내 한마디에 용기 충전한 피스는 걸음도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붙었다. 상대편 기사도 만만치 않았는지 피스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잘한다~그렇지! 하데스~날려버려.” 상대편의 출전자 이름을 듣자 우리 진영이 소란스러워 졌다. “하데스가 나왔어.” “졌군.” “그래.” 여러 기사가 하는 말을 듣고 궁금한 난 그들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지다니?” “그게 말이죠! 하데스는 유령 기사단 중에서도 소문이 났거든요. 검술이 일품이어서.” 바카스의 말을 듣고 난 다시 한번 싸우고 있는 상대를 바라보았다. 조금만 건들면 툭 터질 것만 같은 갈색으로 그을린 근육하며 검을 휘두를 때마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일리 있는 말이군. 하지만 이번에도 우리가 이겼군. 몸이 너무 뻣뻣해.’ 열나게 싸우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피스는 땀을 많이 흘리고 있었지만 그런 것이야 이미 기마 자세 및 다양한 벌을 받으면서 흘린 땀에 비하면 태평양과 세상에서 제일 크다는 호수인 카스피해 만큼의 차이가 나므로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훗! 나를 상대로 여기까지 버티다니, 대단한데.” 도발성이 짙은 하데스의 말에 피스는 말하는 것도 힘든지 이를 악 물고 검으로 받아 치고 있었다. “황자 전하의 친구라지만 레이디한테 배우니까 하는 행동도 여자처럼 되었나? 부끄러워서 말이 않나오게?” 멀리서 들리는 말에(다른 인간들한테는 들리지 않았겠지만~내가 누구인가? 개미 소리도 듣고 싶으면 들을 수 있는 나였다.) 다혈질인 난 확 나가서 판을 뒤집고 저놈의 혀에다 칼집을 내고 싶었지만 역시나 보는 눈이 많은 관계로 꾹 참고 보기만 했다. “역시나 여자가 되어버렸군.” 하데스의 싸가지 없는 말에 피스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하였다. “이번 공격으로 널 쓰러뜨리겠다.” 큰 소리로 말하며 이길 것을 다짐한 하데스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쥐고 피스의 배를 향해 찔렀다. 가까운데서 구경하고 있는 이들은 무시무시한 힘이 실린 검에 피스가 나가떨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떴지만 상황은 반대로 전개되어있었다. “하하하~내가 이겼군! 미안하네! 이거 미안해서 어쩐다지?” 비웃음을 진득하게 흘리는 피스를 보고 하데스는 얼굴을 붉혔다. 한방으로 승리를 하려고 했는데 피스는 그만 그만.... 다리를 양쪽으로 찌~이익 벌리고 배 쪽으로 들어오는 검을 피하고, 자신의 검을 들어올려서 심장 부근을 찔렀기 때문이다. 하데스의 검은 피스의 머리칼 몇 개만 건드렸고 피스는 하데스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그런 위치였다. “피스 승.” 승리를 한 피스는 돌아가는 하데스를 불렀다. “이봐! 아까 한말에 대해 할말이 없나?” 명백하게 사과를 원하는 피스의 말에 하데스는 뭐 씹는 표정을 지은 채 돌아서버렸다. “거기 멈춰! 피스의 말을 무시하고 가다니! 그게 기사도 라고 생각하는가? 어서 나와 피스에게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나도 어떻게 돌아가던지 상관하지 않을 테니.” 돌아서는 하데스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말을 하고는 난 내 뒤쪽에 기립하고 있는 세 마리의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그들도 하데스의 말을 들었는지 목에 핏대를 세우고 노려보고 있었다. “레이디 미스티! 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전 한 마디밖에 안했는데요.” 시침을 뚝 때며 하는 말에 가증스러움이 느껴져서 난 쬐금 긴 한마디를 했다. 아니 두 마디라고 해야 하나? “한마디 치고 엄청 길더군. 훗! 나를 상대로 여기까지 버티다니, 대단한데? 황자 전하의 친구라지만 레이디한테 배우니까 하는 행동도 여자처럼 되었나? 부끄러워서 말이 않나오게? 역시나 여자가 되어버렸군! 역시나 한마디 치고 너무 길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의 큰 소리가 훈련장에 퍼지자 그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당사자인 하데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그것을 어떻게....” “난 보통 인간들보다 귀가 좋거든? 그럼 사과하도록! 나한테는 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적으로 모욕을 받은 피스에게 하도록! 시간 끌지 말고!” 딱 부러진 말에 그는 피스에게 고개 숙여 사과를 함으로써 그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데르 승.” “프로스 승.” ................................................................................................................................................. 우여곡절 끝에 우린 완승을 거두게 되었다. “앞으로는 미스티양이 하던 대로 해야겠군요! 하하하 놀랐습니다. 설마하니 단기간에 이렇게까지 실력을 올리다니요.” 진정으로 감탄을 하며 반짝반짝 거리를 시선으로 나를 보는 미노스 단장에게 겸양의 말을 하고 빠져나가려 했지만 점점 빠져나가기 힘들게 되었다. “이왕 해주시는 김에 이놈들까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한테도 방법을 좀 인수인계 좀...하하하!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하하하!” 가증스러움이 하늘을 찌르고 우주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미노스 단장은 아예 훈련 일체를 나한테 맡겨버린다는 어마어마한 말을 했다. “호호호! 제가 시간이 없어서....” “에이~무슨 말이야 그게? 넌 남는데 시간이잖아?” 다된 밥에 재를 뿌리는 필라르에게 눈치를 준 리디가 알아서 팼고 난 하는 수 없이 유령 기사단을 맡아야만 하는 신세에 놓여버렸다. “흠흠!! 염치 불구한 말이지만 흠흠! 황혼의 기사단 좀....같이 하면 안 될까요? 허락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젠 아예 두개 기사단을 나에게 맡기려는 음모에 부딪힌 난 한숨을 쉬고 말했다. 이 사람들 진짜로 기사 단장이 맞는지 의심이 갔다. 자신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기사단을 나에게 맡기려 하다다니 어이가 없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도리도리를 하며 말했다. “좋아요! 그렇다면 유령 기사단과 황혼의 기사단 둘을 맡죠! 그런데 이거 황제 폐하께서 허락을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점을 교묘히 노린 난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못하니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그 표정은 사정없이 구겨졌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스티님! 아무리 아바마마라도 미스티님의 말은 모두 들어주실 테니까요. 게다가 실력이 월등히 높아졌으니 아예 따로 자리를 하나 만들어주신다는 말까지 할 겁니다. 하하하” 뒤쪽에 가만히 서있던 하이젠 황자 때문에 일을 그르친 난 앞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만 하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고 있었다. 그 형에 그 동생이라고 아주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것 같다. 왜 하필이면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이젠 황자를 데리고 와서는 나를 물먹이려고 작정을 한 필라르에게 째림을 주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고 있을 때 아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말씀하시는데 죄송하지만 사범님! 제가 이겼다고 선물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언제 주실 거예요?”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708 4 고상한곳으로 안내?? - 1 달콤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처럼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피우고 있는 아렌의 얼굴에 점점 다가가던 나는 20Cm를 남겨둔 시점에서 씽긋 웃어주자 아렌의 얼굴은 곧 붉어지고 주변에 있는 이들은 휘파람을 남발하고 있었다. “아렌~” “네!” 무엇인가 홀린 듯한 말투를 하며 날 보는 아렌을 보며 다시 한번 씨익 웃어주었다. “사실은 말이야.” “......” 잠시 말을 끊고 아렌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맑은 투명한 청록색 눈을 직시하며 점점 아렌의 얼굴로 돌진을 하자 녀석은 꿈이라도 꾸는 듯 눈을 감고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내 쪽으로 얼굴을 수그렸다. 점점 다가오는 아렌을 향해 손을 뻗어서 햇살에 반짝이는 금발을 잡고 끌어당겨서..... 이마를 콩하고 찍었다. 이마에 약간의 충격을 받은 아렌은 화들짝 놀라서 대번에 눈을 부릅뜨고는 나를 바라보았고, 이에 응하기 위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은 아렌 혼자에게만 한 말이 아니라 전부에게 줄 생각이었는데, 유령의 기사단 모두 오늘 시간이 어떻게 되나요? 비밀 임무라도 있어요?” 방실방실 웃으며 보기에는 책임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령 기사단의 모든 행동권을 쥐고 있는 미노스 단장에게 물어보자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며 아무것도 없다 라는 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약속이라도 했나요?” “아닙니다.” 서른 명의 유령 기사단의 커다란 목소리가 내 귓가를 뒤흔들었다. 한동안 진동을 하는 고막을 진정시킨 난 그들과 일일이 시선을 마주치며 무게를 잡으며 도열해 있는 기사단의 앞에 있는 단상에서 뚜벅뚜벅 걷다가 한가운데서 멈추고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오른손으로 쓸어 뒤쪽으로 넘기며 그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 동안 열심히 치고 박고 싸웠으니 몸을 풀어야겠죠? 지고 이긴 건 상관없이 말입니다.....” 뒷말을 살짝 흐려 여운을 띄워주자 유령 기사단은 그 뜻을 알겠다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여기 있는 기사들을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고상한 곳을 아는 기사는 앞장서세요. 아차차차~그전에 씻고 다른 평복을 갈아입으세요! 앞으로 1시간 후! 이곳으로 집합입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해산” 고상한 곳이라는 말을 들음과 동시에 기쁨에 들뜬 그들은 내 말에 환하게 웃으며 큰 소리로 대답을 하고 해산이라는 말에 목례를 하고 황궁에 있는 간이 숙소로 총알보다 더 빠르게 이동을 하였다. “역시 카옌 왕국에서 했던 것을...” “엥! 그게 무슨?” “아,아닙니다. 그냥 혼잣말을 했습니다.” 흩어지는 기사들의 모습을 본 오빠는 내가 카옌 왕국에서 했던 것을 많이 알고 있어서 그때의 일을 회상을 하는지 중얼중얼 거리다가 미노스 단장에게 들켜서 대충 얼버무렸지만 단장의 따사로운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오빠에게 난 구원의 손길을 뻗혀야만 했다. 내 주특기인 말을 해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기 작전! 성공했다. 내 말이 들림과 동시에 미노스의 시선은 화려 무쌍한 옷을 입고 있는 이들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분과(필라르와 하이젠) 황혼의 기사단은 왜 가만히 있습니까? 제자리로 가셔야죠?” 친절하게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제 갈 길을 가라는 말에 하이젠 황자가 먼저 말을 하였다. “흠흠! 저기,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도 따라가고 싶습니다.” “나두~” 두 형제의 말에 난 인상을 찌푸렸다. 기사단만 끌고 조용히 나가려고 했는데 이 세상의 모든 일들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 황자가 간곡히 따라가고자 하는 말에 하는 수 없이 허락을 했다. 자기들끼리만 안 데리고 가면 또 무슨 깽판을 놓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황자의 한 마디에 이곳 기사단은 무조건 기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서로 언발런스 하면서도 쿵짝이 잘 맞는 형제를 보면서 차마 겉으로는 내색을 못하고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설마하니 그런 화려 무쌍한 옷을 입고?” “아,아니요! 빨리 갔다 오겠습니다.” 난 돈 많은 귀족이요~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도둑들을 벌떼 같이 끌어 모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어찌 에어라이의 거리를 거느릴 수 있겠어 하는 표정으로 말하자 하이젠 황자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어벙벙하게 서있는 필라르를 데리고 황자 궁이 있는 쪽으로 쏜살같이 뛰어가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럼 나머지 무리는?” 유령 기사단과 황자들이 사라졌으니 이제는 텅 비어야 하는 훈련장에는 유령 기사단과 그의 대빵인 마노 기사 단장이 서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씨익 웃으며 쳐다보자 마노 기사 단장이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은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말했다. “어차피 이제 저희기사단을 가르칠 것인데 안면을 트고 지내는 것이...하하하...또...” “그러니까 같이 가시겠다 이 말인가요? 또 돈이 없어서 그 동안 회식을 하지 못했으니 라는 말은 하지 않겠죠?” 은근슬쩍 황혼의 기사단의 물주를 나에게 넘어가려는 마노 단장에게 묻자 그는 허허허 웃기만 하였다. 뻔뻔함의 9단의 모습! 능구렁이 몇 마리가 마노 단장의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을게 분명하다. “마노 기사 단장님!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하지마세요. 어차피 다 데리고 가려고 했으니까. 옷도 흐흠~평복을 입었으니 다른 기사들과 황자가 오면 출발하도록 하죠.” “야호!” “미스티님 멋쟁이!” “단장님보다 좋아요!” 내 말이 떨어지자마자 황혼의 기사단이 환호를 하며 소리쳤다. 잠시 후 평복으로 갈아입은 유령의 기사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모두 돌아왔고 늘여터진 황자들을 기다리다 목이 빠질 찰나에 달려와서 한번의 째림을 주고 용서하였다. 만약에 안 달려오고 늦장부리며 걸어왔으면 반 죽여버릴려고 했다는 말을 하자 하이젠과 필라르는 형제의 우애를 다지는 듯 서로 흘린 식은땀들을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 그들의 우애를 다지는 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면서 유령의 기사단 중에서 제일로 뺀돌이 같이 생긴 푸른 머리의 사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스카이! 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갈 수 있는 고상한 곳으로 안내하는 막중한 임무를 줄 터이니 부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 “하하하하! 저에게 그런 막중한 임무를 쥐어 주셔서 어깨가 무지 무겁습니다. 하지만 사범님의 말씀을 감사히 받들겠습니다.” 너스레를 떨며 스카이는 대 인원의 앞에 서서 길을 안내했다. 경비병의 눈치도 보지 않고 황궁을 빠져나와(신분 보증 수표인 황자 둘과 유령과 황혼의 기사단들이 떼로 있으니까) 넓은 대로를 걸어가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황궁이 있는 쪽에서 떼거지로 걸어오는데 안보는 인간이 있으면 더 이상할 것이다. “이봐, 스카이! 아직 멀었나? 사람들의 눈빛에 타들어갈 것 같은걸?” 주변을 둘러보는 하이젠 황자의 말에 스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만 가면 됩니다. 제가 아~주 물 좋은 곳으로 안내를 하도록 하죠. 그러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아!! 저기 보이는군요! 이 정도의 대인원은 수용하고도 남을 정도로 크니 염려 붙들어 놓으십시오.” 많이 가봐서 무지 잘 안다는 식으로 말하며 ‘넓은 술집’이라는 간판을 내 건 곳에서 멈춰선 다음에 우리에게 길을 비켜주었다. 대빵들이 먼저 가라는 식으로..... “그럼 제가 먼저 들어가겠으니 따라 들어오십시오.” 하이젠 황자에게 말을 한 다음 난 술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술집의 간판이 말해주는 듯이 안은 엄청 넓었다. 눈짐작으로는 대충 100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장사가 시원찮은지 안에는 10여명의 인간들밖에 없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뒤에 있던 약 70여명의 인원들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한순간에 썰렁하던 술집 안은 곧 왁자지껄해졌다. “자자~~모두 조용하시고, 음! 친목을 다지기 위해 우선은 반반씩 섞어서 앉아주세요. 마노 씨, 미노스 씨!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습니다.” 우선은 신분이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이름으로 불렀다. 그게 시발점이 되어 난 모든 인간들의 이름을 부르게 되었다. 심지어는 하이젠 황자까지.....내 말을 이해했는지 두 기사 단장은 자신의 기사단을 몇 명씩 쪼개서 같이 앉게 마련을 하였고 대빵의 자리는 따로 마련을 하였다. “저,저기 주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한꺼번에 많은 손님들이 들이닥쳐서 정신이 없었는지 아직까지 묻지 않고 알딸딸해하던 주인아줌마가 말을 꺼냈다. 주인아줌마의 주문이라는 말에 모든 이들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언제 나와 리디가 하는 초롱초롱 반짝이 버전을 연마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음! 우선은 술 창고에 있는 맥주를 모두 꺼내와 주세요. 그리고 간단한 안주도 만들어 주시고요.” “네? 아,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주문을 받고 아줌마가 일을 처리하기 위해 주방 쪽으로 들어가자 술집 안에서는 함성소리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와아~사범님 멋쟁이~” “역시 우리 사범님은 통이 크셔.” “고마워요~” 많고 많은 말이 오가는 가운데 술집 점원들이 자신의 몸의 절반을 차지할 것 같은 커다란 술통을 하나둘씩 가지고 나왔다. 몇 개인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각 테이블마다 한 통씩 놓였다. “각자 컵을 하나씩 돌려주세요! 안에서는 요리를 하고 있겠죠?” “물론입니다. 손님! 진짜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 인원의 손님이 들어왔다는 것을 이제야 믿게 되었는지 주인아줌마는 맥주 통이 테이블에 놓이는 것을 보고는 엄청 환하게 웃으며 주방 쪽으로 들어가서 점원들과 함께 맥주 컵을 겹쳐서 들고는 한 명당 한 개씩 돌려졌으며 계산 착오로 몇 개의 컵을 더 들고 온 아줌마는 여전히 싱글벙글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주방장을 닦달한 아줌마 덕에 안주가 테이블에 그득하게 쌓여서 보기에도 참지 못할 정도가 된 기사들의 눈동자를 보며 피식 웃으며 벌떡 일어났다. “컵이 돌려졌다. 뭐하나? 맥주 안 따르고? 마시기 싫은가?” “아닙니다.” 아직까지 맥주 통을 열지 않고 기다리는 기사들에게 맥주를 마시라고 하자 그들은 언제 망설였냐는 식으로 맥주 통을 하나씩 텄다. 그리고 시큼한 향이 나는 갈색의 맥주를 맥주잔에 거품이 올라오도록 가득 따랐다. “모두 잔을 위로 올리고~제국을 위해~건배!” “제국을 위해 건배!” 잔을 높이 치켜든 그들은 내가 한말을 따라 하며 건배를 하였다. “저기에 아직도 맥주가 많이 남아있다. 저걸 다 마시지 못하면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말아라!” “네에~” 한순간 술집 안이 엄청 시끄러워지며 두 기사단의 기사들은 모두 서로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맥주를 마시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말이죠! 어째 미스티양이 하는 행동을 하면 한두 번 해보는 솜씨가 아닌 것 같던데...” 대빵들의 자리에 마련된 곳에 앉아서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미노스 단장의 말에 잠시 당황하였다. “뭐, 제가 워낙에 잘난 맛에 살다 보니까. 호호호~뭘 그렇게 뚫어지게 보시는 것입니까? 오늘의 물주는 엄연히 저입니다. 혹시 저 대신 물주를 하시고 싶어서?” 사악한 미소를 걸치며 말을 하자 미노스 단장은 입을 조개처럼 다물었다. 언제든 말을 하면 물주란 것을 넘겨 줄 수 있는데 미노스 단장이 입을 다무는 바람에 넘기지 못했다. “저 녀석에게 그만한 돈이 있을 리 없잖아요?” 여전히 그 라이벌 의식에서 풀리지 않았는지 마노 단장이 한마디 툭 쏘아 붙이려 하자 한 인간이 말렸다. “이렇게 좋은날 싸우시려고 하십니까? 저번에 화해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잘못 들었나요? 두 분께서 계속 그러시면 황자인 제 마음이 무지 아픕니다.” 진짜로 가슴이 아프다는 얼굴을 하고 한숨을 쉬자 두 기사 단장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서로 안 싸우겠다고 하이젠 황자 앞에서 각서까지 써버렸다. “미스티! 너 출혈이 심한 거 아냐? 평소에는 돈 안 썼잖아? 그 동안 여행하면서 쓴 경비는 대부분 블루하고 미르나이님이 내셨잖아. 뭐 간간히 카인이 내기도 했지만.” 필라르의 말에 그 자리에서 내게 돈이 없는 빈털이 라는 것을 공개하려는 듯이 사악한 미소를 진득하니 짓고 있었다. 그러자 당장에 두 기사단장은 이 사태를 어찌하면 좋을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듯 하였다. “걱정 마셔! 나한테는 주체 못할 정도로 많으니까!! 설마하니 이번에 블루에게 뒤집어씌우겠어?(맥주를 마시던 블루는 사래가 걸렸다.) 아니면 만난 그 순간부터 동전 한닢 안낸 너한테 뒤집어씌우겠냐?” 씨익 웃으며 최대한 상냥하게 말하자 필라르의 얼굴이 굳어져만 갔다. 사실이 사실이니 만큼 높은 산에서부터 같이 여행을 하면서 필라르 녀석이 돈 내는 것을 구경하지 못했다. 모든 생활비는 엄마와 오빠, 블루가 냈으며 필라르의 돈 주머니로 의심되는 속주머니에서도 구릿빛 동전 하나 보인 적이 없었다. 철저하게 필라르는 거지였던 것이다. 단지 돈을 가지고 있는 숙주를 잘 가지고 있어 지금껏 돈 걱정 없이 여행을 한 것인데, 여행을 하며 들린 곳 마다 웬만한 비싼 곳들을 녀석이 꿰고 있는 것이 조금 의심스럽지만 지금에 와서 따지기에는 귀찮아서 관두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자신의 형의 말에 필라르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였다. 혼자 있으면 어떻게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수 있었지만 이곳에는 너무도 많은 증인과 증거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제국의 황자라는 녀석이 무위도식을 했냐? 잘한다! 잘해?” 눈을 살짝 치켜뜨면서 영원한 우리들의 샌드백인 필라르의 뒷통수를 한대 살짝 때려줬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몇 마디 했을 텐데 워낙에 보는 눈이 많은 관계로 찍 소리도 못하고 맥주만 들이마시기만 하였다. 사이가 좋은 형제를 바라보며 나도 한잔 마시려다 오빠의 제지로 음주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설마하니 너도 마시려는 건 아니겠지? 좋게 가브리엘이랑 그리디아랑 같이 쥬스나 마셔라! 만약에 니가 술 마시고 주정이라도 부리면 여기 있는 인원이 모두 덤벼도 말리지 못 할 테니까! 그렇죠? 블루님?” “당연하지! 그냥 쥬스 마셔라! 미스티! 그게 우릴 돕는 것이다.” 언제는 원수 쳐다보듯 하더니만 어느 샌가 아주 쿵짝이 잘 맞은 두 드래곤을 보며 혀를 삐쭉이 내밀었다. “싫어! 난 미성년자가 아니라구!” 최후의 발악을 하는 내 발언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뿐히 즈려 밟은 말이 예상외의 곳에서 터져 나왔다. “나도 그리디아님도 너 보다 나이가 많은데 쥬스를 마시니까 너도 마셔.” 이런 망할 엘프 좀 보시게나? 하지만 난 반발을 하지 못했다. 약간의 억지가 섞인 것 같았지만 가브의 말이 사실이니까! 치사하게 나이로 밀고 나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이 많은 것도 자랑인 냥 말하는 녀석의 입을 뭉개고 싶었지만 브러시아를 생각하며 참을 인 자 한 개를 가슴에 새기며 가브 녀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푸하하하! 안됐다. 돈은 니가 내고 우리가 생색을 내니! 음~오늘따라 맥주 맛이 기가 막힌데? 아주 시원해서 뱃속까지 뚫리는 기분이야!” 약을 올리려는지 아까와는 달리 한대 갈겨버리고 싶을 정도로 웃으며 하는 필라르의 말을 무시하고 쥬스만 홀짝였다. 얼빵한 필라르에게 놀림을 당해서 아주 기분이 드러울 때 가게 안으로 몇 명의 인간이 들어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677 4 고상한곳으로 안내?? - 2 “사람이 너무 많군!” “간단하게 하지....가 아니라 저기에 아름다운 레이디가 계시는군요!” 기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자리를 빼고는 테이블이 두세 개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그전에 온 인간도 있어서 생각보다 앉을 자리가 적음) 그것도 구석에.... 백색의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또 버릇이 발동했군! 아무튼 저 녀석은 어쩔 수 없다니깐?” 두 인간이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나머지 8명의 인간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들어왔다. “내 취미 생활이니 상관하지 말라구!” 그 말에 9명의 인간들은 혀를 내두르고 한 테이블로 가서 말을 했다. “이봐! 우리가 이 자리에 앉았으면 하는데 좀 비켜줘.” 지금 기사들은 각자 다른 옷을 입고 있었고 돌아다니며 말을 하지 않았기에 아마도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만이 같은 동료인줄 알고 말을 하는 인간인 듯 하였다. 그리고 한참 기분 좋을 때 반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기사들이 아니었다. 그것도 자리가 있음에도 비켜달라고 하는 말에!! 하지만 우선은 우리들이 가만히 있었으므로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끊고 말하는 녀석들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우락부락한 게 그저 평범에서 약간 벗어난 용병으로 보였다. 그리고........ “이런 술집에 아름다운 레이디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렌 저리가라 할 정도로 능글거리는 말에 리디는 인상을 찌푸리고 어떻게 요리할지 골라라 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레이디들께서 내성적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 말을 하고 로브의 인간은 로브와 연결된 모자를 벗었다. 보통 여자 같으면 한순간에 뻑 갈 미모였지만 나하고 리디의 눈이 어디 보통 눈이겠는가? 차라리 같이 앉아있는 일행들의 얼굴이 더 이뻐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그 인간은 자신의 얼굴을 팔아서 우리를 반하게 만들려는 수작을 피려고 했지만 나와 리디는 무시하고 쥬스만 마셨다. “너무들 하십니다. 레이디~이렇게까지 물었는데 아무 말도 해주시지 않으시다니요?” 계속 징그럽게 묻자 난 한마디로 그를 넉다운 시켜버렸다. 아니 좀 길었나? “여기 있는 여자 분은 저기 붉은 머리의 청년이 남편이고 전 옆에 앉아있는 분과 결혼을 하였답니다.” 생글생글 웃으며 가브의 팔을 잡아 팔짱을 끼우고는 화사하게 신혼인 티를 내려는 효과를 보이기 머리를 어깨에 기대며 로브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나도 웬만해서는 이런 닭살스런 모습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능글거리는 녀석들에겐 이런 것이 직빵이라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그런 내 생각이 맞았는지 능글이 녀석의 얼굴은 누렇게 뜨면서 청국장을 연상케 했다. “그,그러셨습니까? 제가 잠시 실례를....그럼” 내가 지목한 오빠와 가브의 얼굴을 한 차례 쳐다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뺑소니를 치는 모습이 재미있어서 웃었다. “푸훗~” “미스티, 그렇게 웃을 상황이 아닌 것 같은데? 저길 좀 봐. 그리고 그 팔 좀 풀면 안돼냐? 보고 있기가 민망하다.” 웃으면서 블루의 말을 듣고 팔을 풀기는커녕 더 꼭 잡고는 현장을 바라보았다. 오호~잘만 하면 한순간에 불붙겠네? 테이블에 앉아있는 기사들과 외부인과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불꽃이 튀는 것 같은 환각까지 보일정도였다. “여긴 우리가 먼저 앉았으니 당신들은 저쪽 자리로 앉는 게 좋을 것이다.” 침착하게 되도록이면 화를 삭이는 미쉘의 모습에 감탄을 보내며 계속 바라보았다. “감히 어디서 저런 것들이 들어왔는지 모르겠군.” 혼잣말을 하는 마노 씨의 말에 같은 좌석에 앉아있던 우리들은 머리를 위 아래로 흔들었다. 한 테이블 당 대충은 5~6명씩 앉아있어서 굴러들어온 돌들이 머릿수를 믿고 까부는 것 같았다. 바보 같으니라고 그 테이블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편이라는 것을 빨리 인식을 해야지! 모르면 무서울 게 없다는 우리 선조들의 말을 굴러들어온 돌들은 그대로 행하고 있었다. “좋게 말하겠다. 여긴 우리가 먼저 앉았으니 남은 좌석에 가서 앉아라.” 딱딱하게 굳은 황혼의 기사 중의 한명의 소리에 그 10인방은 얼굴을 찌푸렸다. “여긴 너희가 산 곳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 자리에 앉을 권리가 우리에게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시비조로 물어오는 말에 기사들은 울그락 불그락 하였지만 간신히 꾹 참는 듯 하였다. 기사의 덕목중 하나가 걸어오는 시비에 일일이 붙으면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인내가 있었기에 참고 있었다. “흠~보아하니 검 좀 만진 티가 나는군! 누가 가르쳤기에 이 모양이 되었지?” “푸하하하” “하하하하” 그들의 대빵인 듯한 인간이 테이블에 앉아 있는 기사들을 비꼬자 쫄따구들이 배를 잡고 대굴대굴 거렸다. “듣자듣자 하니 너무 심하군! 실력도 없는 녀석이 감히 사범님에게 모욕을 주다니..”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황혼의 기사 두 명과 유령 기사인 미쉘과 피스, 보스턴은 눈에 힘을 주고 10인방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미쉘뿐만 아니라 전체의 기사단이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바라보았다. “저,저녀석이 방금 뭐라고 했지? 사범니이임? 내가 그 동안 가르친 건 어디 가서 까먹고, 하하하~뭘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그냥 계속 보기나 하시죠.” 지금 싸우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놓였는데 미노스 단장의 말에 우리들이 따사롭게 지그시 바라봐주자 알아서 입을 다물어 주었다. “누가 가르쳤지? 그 사범이란 상판때기 좀 봤으면 하는군. 보나마나 별 볼일 없겠지만?” “내가 가르쳤다. 겨우 소드 익스퍼트 중급정도 밖에 안 된 녀석들의 입이 험하군.” 내 욕을 무지무지 해대는 통에 성질이 발동되어서 참을 인자를 세 개를 새겨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지 못하고 입이 먼저 나불거렸던 것이다. 참으려고 했건만 기어이 내 성질 건드렸으니 저 녀석들은 본래의 모습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어,어떻게 그걸...?”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는지 치아의 충치까지 보일정도였다. “입은 다무는 게 어때? 옆에 있는 사람 질식사하기 전에.” 이번엔 내가 그들을 공격했다. 말로! 그 공격법에 새로 들어온 대빵 같은 수염을 기른 인간은 입을 다물고 나를 째려봤다. 그리고 곁에 앉아있던 기사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얼굴을 붉혔다. “더는 용서하지 않겠다. 감히 용병 길드 내에서도 유명한 압둘라를 모욕하다니...” 화가 났는지 그 남자는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너무 많이 떨었나 수염까지 같이 떨렸다. “아,압둘라?” “맞다. 우리는 그 유명한 압둘라 용병단이다.” 내가 잠시 말을 주춤거리자 그는 내가 놀라서 그런 것을 착각을 했는지 얼굴에 비웃음을 띠고 말했다. “압둘라 래! 압둘라~~푸하하하~하고 많은 이름 가운데 압둘라가 뭐야? 하하하! 시간 탐험대에서 나온 그 뚱땡이 압둘라? 푸하하하하” 너무 재미있어서 심하게 웃었더니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야! 괜찮냐? 그런데 시간 탐험대는 뭐야?” 처음 들어보는 말에 알려달라는 얼굴을 한 블루에게 난 평소에 쌓인 게 많아서 완전 무시하고 그 압둘라 용병들을 쳐다보았다. “아! 미안! 내가 많이 웃었지? 하지만 어쩌겠어? 이름이 웃기는걸. 그런데 난 그 용병단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쩌지? 혹시 아는 사람 있어?” 나는 원래 이곳 사람이 아닐뿐더러 온지 얼마 안돼서 설마 이 압둘라 라고 불리는 용병단이 유명한지 주의를 둘러보며 물어보자 모두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리를 모욕한 댓가는 반드시 치르게 해주겠다.” 수염을 부르르 떨며 그는 검을 뽑아들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가게 주인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점원에게 뭐라고 하자 점원이 급하게 밖으로 나간 것을 보아 수도 경비대에게 알리기 위한 것 같았다. “거기가 10명이니까 여기서도 10명이 나가는 게 좋겠지? 다구리로 치고 싶지만 우리한테도 명예가 있어서 말이지~! 누구 나가서 열심히 땀흘려보고 싶은 사람? 이기면 브랜디가....어라라?” 살기만 뿌리며 귀찮다는 듯이 손도 꿈쩍하지 않던 기사들이 브랜디라는 말이 나오자 전원이 손을 드는 사태가 벌어져버렸다. “헉! 어떻게 이런 일이?” 한쪽 구석에 있던 다른 일행들을 뺀 전원이 손을 들었다는 것은 모두가 한편이라는 말이 나오므로 압둘라들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내가 애초에 열명이라고 했기에 원래의 안색으로 돌려놓고 우리를 바라보았다. “흠! 나도 몸을 풀고 싶지만, 흠흠...안되겠지?” 미노스 단장은 브랜디가 마시고 싶어졌는지 나를 연신 힐끔힐끔 거리며 제발 자신을 뽑아주기를 간절하게 비는 것처럼 보았으나 난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어!! 미스티님? 저도 안 될까요?” 하이젠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헉! 부자면서 브랜디는 뭐 하려고? 황궁에 쌓이고 쌓인 게 그건데. 돈 많이 가진 놈들이 더 무섭다는 것을 실감하고는 하이젠 황자의 눈길을 싸그리 무시해버렸다. “하하하~사회적인 신분을 생각하셔야죠. 그러니 필라르와 미노스 씨, 마노 씨는 가만히 앉아있으면 무지 감사하겠습니다. 부하들 생각을 하셔야죠. 그럼 제가 지명한 사람은 일어나 주세요. 흠!! 미쉘 그리고 아렌.....저기에 계신 분들(황혼의 기사는 이름을 잘 모름이 아니라 완전히 모른다.) 하데스 자네도 나가보겠는가?” 하데스는 뜻밖에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나에게 지은 죄가 있어서 쭈뼛쭈뼛 거리며 미적거렸다. “안할 거야? 하아~~V.S.O.P 급 브랜디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구나!” Very Superior Old Pale의 약자인 V.S.O.P 급의 브랜디 즉 10년 이상 숙성된 브랜디라는 말에 그때까지 호명을 받지 못한 기사들은 뽑아달라는 시선을 나에게 보내왔다. 포도주 즉 와인을 증류기를 이용하여 3~4번 증류를 하는데 원래 알콜이 12%에서 증류를 함에 80~90%가 된다. 그런데 누가 이렇게 높은 도수의 술을 마시겠는가? 마시다가 입안이 데이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속이 다 타버릴텐데....증류를 한 브랜디를 물로 희석시켜서 알콜 도수를 40%대로 낮추므로 브랜디의 맛은 물맛으로 좌우 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브랜디를 10년 이상 숙성시킨 것이므로 돈께나 들여야 구입을 할 수 있다. 병에 담아버린 브랜디가 아무리 오랜 기간동안 있었다 하더라도 이미 오크나무 통에서 벗어나면 숙성이 되지 않으므로 년도수를 쳐주지 않는다. 판타지 계나 소설들을 보면 몇 백 년 된 브랜디가 나오는데 물론 몇 대를 거쳐서 오크 통에 넣어두면 만들 수 있지만 오크 통에서 빼내어 지금까지 병에 담은 상태에서의 년도까지 합쳐서 몇 백 년 된 브랜디라고 불리워지는 것은 모순이다. 어마어마한 노동력과 정신력이 필요로 하는 브랜디의 공정을 잘 아는 녀석이라면 분명 지원 할 것이다. “하겠습니다.” 브랜디의 파워가 대단했는지 하데스도 금방 승낙을 하였다. “저어~그게....아깐 죄송했습니다.” 기사답지 않게 수줍어하며 사과를 하자 나도 씨익 웃으며 사과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좀 전에 피스에게 한 말은 녀석을 도발시키기 위해 한 말이지 진심이 담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명을 누구로 한다나? 누가 좋을까? 누가? 흐음....리디?” 아직까지 쥬스만 마시고 있던 리디는 갑작스런 호명에 놀란 토끼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리디!! 이카로스를 보고 싶구나.” 그 간결한 말에 포함된 뜻을 헤아린 리디는 마시던 쥬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얼굴을 굳히고 일어섰다. “이걸로 모두 10명을 뽑았으니 장소를 만들어라.” 출전 기사들을 제외한 모든 기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과 의자를 한쪽 구석으로 가져가서 한 가운데 커다란 빈 공간을 만들고는 한쪽에 질서 정연하게 섰다. “여기 있는 자는 비록 허술하지만 언제나 적에게는 최선을 다 한다는 말을 잊지 말고 배운 데로 싸워라. 이건 대련이 아니라 진검을 사용하는 것을.....” 기사들 곁으로 걸어온 나는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입을 열고 말을 하다가 뒷말을 흐리며 씨익 웃자 호명된 기사들도 씨익 웃었다. “누가 허술 하다는 거냐? 우린 최고의 용병단이다.” 목에 힘을 팍팍 주고 말하는 압둘라 용병단을 보고 난 살짝 비웃음을 지으며 메롱 하고 혀를 빼서 놀리고 싶었지만 나도 엄연히 제국의 기사단의 사범이라는 이름이 있는지라 함부로 장난을 치지 못하고 대신 행동으로 보여서 저들의 콧대를 사뿐히 즈려밟아서 순대국에 넣어버리고 싶어 기사들 한사람 한사람씩 눈을 마주치며 물어보았다. “그럼 식후 간식을 만들 사람은 나오도록.” “제가 만들고 오겠습니다.” 신임을 받으려는지 하데스는 굵직한 목소리로 말하고 내가 허락을 하기도 전에 앞으로 저벅저벅 나갔다. “시간을 얼마 줄까?” “1분이면 충분, 아니 너무 길군요! 아무튼 그전까지 끝내겠습니다.” 여전히 심판은 하이젠과 주인이 보기로 했다. 원래 주인이 발뺌하려고 했지만 용병단이 가게를 부셔버리겠다고 협박을 하자 마지못해 허락을 하였다. 심판은 자고로 당사자가 아닌 제 3자가 보아야 페어플레이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럼 첫 번째 상대는 나와라.” 하이젠도 그들에게 쌓인 게 많은지 반말이 나왔다. “난 압둘라 용병단의 토마스 다.” 별로 잘 생기지도 않은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는 그를 보고 입맛이 저 멀리 이민을 가버렸다. “시합개시!” 시합이라 불리우는 싸움의 시작 소리가 들리자 둘은 검을 빼들고 공격을 하였다. 하지만 기사들이 어디 놀고먹기만 하겠는가? 맨날 치고 박고 싸우고 다치는 인간들인데 어쩌다가 일이 있을 때만 치고 박고 싸우는 용병들과 싸우면 당연히 승부는 쉽게 결정이 된다는 것을..... 첫 시합을 아주 뭉개버린 하데스는 큰 덩치에 맞지 않게 살포시 웃으며 주변의 동료와 맥주를 들이켰다. 그렇게 맥주를 들이키는 인간이 점점 늘자 용병은 불안해졌는지 그들만의 홍일점을 내 보냈다. “소개 따윈 필요 없다. 어서 시작 하지.” 첫 대면부터 상대편에서 반말을 찍찍 갈기자 기분이 엄청 나빠진 리디는 나를 바라보며 이걸 어떻게 요리를 할지 주문하라는 표정을 지었다. “알아서 해라! 단 죽이지는 마라.” 내 말을 듣는 리디는 스르릉 소리를 내며 이카로스를 뽑아들고 정면을 쳐다보았을 때 아직 하이젠과 주인의 시합개시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용병단의 여자가 먼저 공격을 해왔다. 선수를 빼앗긴 리디는 당황한 듯 스텝이 엉켜서 곧 쓰러질 것 같았다.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하며 겨우 상대편 여자의 공격을 막고 있는 듯한 모습에 기사들은 큰 소리로 말했다. “헉! 반칙이다. 반칙” “반칙은 무슨 반칙! 입 다물고 있어.” 우리 쪽에서 반칙임을 외치자 용병단의 인물들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리디~나한테 먼저 죽고 잡냐? 사람을 가지고 놀아도 분수가 있지! 너무 심하다고 생각되지 않니?” 가증스런 웃음 짓고 하는 말에 리디도 씨익 웃었고 기사단의 인물들은 힘겹게 싸우고 있는 리디가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마음 편히 관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스티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한 마디 외친 리디는 본격적으로 하려는지 엉킨 스텝부터 바로 잡고 그 여자에게 돌격을 감행하였다. 서로 붙었다 떨어지자 승패는 쉽게 나버렸다. 리디의 옷이 쬐금 잘라진 거에 비해 그 여자의 얼굴에는 핏방울이 맺혀있었다. “이러~어~언! 그래도 여자의 생명은 얼굴인데 상처를 내다니, 짓궂기도 해라.” 얼굴에 맺힌 피를 닦으며 내 얘기를 들었는지 곧 검을 들고 달려오려다가 바라보는 많은 눈들을 의식하고는 나를 살벌하게 쏘아보며 씩씩거리기만 하였다. “마지막으로 뭐 할 필요 없이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지만 아렌 나와라.” 하이젠 황자의 말에 아렌이 나왔고 용병단에서는 능글거리는 하얀 로브의 마법사가 나왔다. 겨우 4클래스잖아? 적에 대한 탐색을 끝낸 난 안심했다는 얼굴을 하고 아렌을 바라보자 공중에서 서로 눈빛이 마주쳤다. ‘어떻게 할까요?’ ‘속도로 끝내버려.’ 이런 뜻을 지닌 눈빛이 왔다 갔다 했고 아렌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시작이란 말이 나오자마자 마법사가 캐스팅할 시간을 주지 않고 아까 훈련 성과를 보이기 위해 대련해서 이긴 방법을 이용해서 간단하게 끝내 버렸다.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려고 입을 여는 그 순간 아렌의 검이 마법사의 입에서 1Cm떨어진 곳에서 멈추며 조명발을 받아서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마법사는 겁을 먹고 그대로 얼어서 부들부들 떠는 것 조차 잊었다가 아렌이 씨익 웃으며 검을 치우자 그제서야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에 주저앉아서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그런 마법사를 보며 아렌은 뒤돌아서서 내게 다가왔다. “하하하! 이겼습니다. 사범님~브랜디는 주시는 건가요?” 어리버리 흰색 로브의 마법사보다 브랜디에만 관심을 보이는 아렌을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며 도리도리를 했다. “인정할 수 없어!! 분명히 사술을 쓴 거야! 이 못된.....이이고~기사님들!” 압둘라 용병단의 대장쯤으로 보이는 수염을 기른 남자가 길길이 날뛰다가 점원의 신고가 접수되었는지 수도 경비대의 경비병들과 기사 몇몇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얼른 반색하며 그들을 맞았다. “아! 글쎄 저 놈들이 우리에게........헉” 자신들은 무죄라는 말을 꺼내려다가 우리 쪽으로 다가온 기사들이 허리를 숙이는 것을 본 압둘라 용병단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하이젠 황자 전하와 필라르 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단장님들도 계셨군요? 이런? 황자 전하의 친구 분 아니십니까? 요즘 유령 기사단을 맡아 훈련시킨다는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그들의 등장으로 일은 아주 술술 풀려버렸다. 술집 안에 있던 우리 일행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눈도 오지 않은 훈훈한 날씨인데 오들오들 떨면서 변명할 말조차 잃어버린 듯 멍하니 우리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저들은 우리를 모욕했다. 이거 하나만으로 참수형에 처할 수 있겠지만 간단하게 감옥에 가둬두고 나중에 심문을 하겠다. 나머지 사람들은 일어나시오! 우리 때문에 폐가 많았죠?” 많은 인간들 앞에서 우리들 중 형식적인 대빵인 하이젠 황자의 말에 압둘라 일당은 수도 경비대와 기사들에게 삼복더위에 개 끌려가듯이 끌려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689 4 고상한곳으로 안내?? - 3 “하아~이젠 파리 떼가 나가버렸군! 뭐하나? 아하!! 맥주 마시기 싫은가 보지?” 궁극의 가증스러움이 묻어나는 눈으로 바라보자 그들은 끌려가는 압둘라 용병단에서 눈을 떼고 아까 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엄청 떠들고 돌아다니며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인아줌마한테 가서 물었다. “V.S.O.P 급 브랜디 10병 주세요! 설마하니 없진 않겠죠?” “에? 에에~무,물론 입죠! 곧 가지고 오겠습니다.” 우리의 신분 비스 무리한 것을 알고는 주인은 더 친절하고 살갑게 말하며 술 창고로 들어가서 브랜디 10병을 가져다주고는 카운터로 돌아가 쭈뼛쭈뼛 거리며 우리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의 주인아줌마를 보며 난 방글방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처,천만예요! 오히려 제가 더 고맙습니다.” 허리를 숙이며 말하는 주인아줌마를 보다가 시합장이라 불리워졌던 공터를 다시 그럭저럭 원상복구라고 불리워질 정도로 치우고 다른 기사들과 섞여서 놀고 있는 출전자들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자아~~브랜디가 왔어요! 신선하고 갓 나온 시원한 브랜디가 왔어요! 출전자들은 앞으로 섯.” “넵!” 브랜디라는 위명에 걸맞게 그들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줄로 서서 대답을 하며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고, 압둘라 용병단과 대결하지 아니한 기사들은 입맛을 다시며 한숨을 쉬는 대신에 브랜디를 받게 될 기사들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기사들에게 브랜디가 들리는 그 순간 기습을 해서 뺏던가 같이 마시게 할 심산인 듯 하다. “선물이다. 집안 대대로 가보로 물려주길 바란다 라는 말을 하지 않을 테니 마음대로 해라.” 헤벌쭉 입이 벌어져서 침이 떨어질 것 같은 얼굴을 한채 일렬로 서있는 기사들에게 한 병씩 돌렸다. “리디 넌 여기서 제외다. 그 이유는 알겠지?” 아까 내가 맥주를 못 마시게 되었을 때 지원사격을 해주지 않은 댓가였다. “네에, 전 그딴거 필요 없어요!” 관심 없는 척 말했지만 내 말에 서운함을 느꼈는지 팔을 축 늘어뜨리고는 좀 전에 홀짝이던 쥬스 컵만 건들이고 있었다. “그리디아님! 제가 나중에 더 좋은 브랜디를 가져다 드리지요.” 드래곤의 비위를 맞추려는지 하이젠 황자가 리디의 귀에다가 속닥속닥 거리자 얼굴이 펴졌다가 다시 암울해졌다. “난 미스티님이 주신 것만 받아! 다른 건 필요 없어.” 작게 말하고는 리디는 한숨을 쉬며 쥬스를 마셨다. “에휴휴휴~하는 수 없구나! 엣따! 가져라!” 그런 리디의 모습을 보자 괜시리 가슴 한구석이 찔린 나는 남은 한 병을 넘겨주자 리디는 언제 축쳐졌냐는 듯이 배시시 웃었다. “이건 제가 평생 안 먹고 물려 줄 거예요!” 술병을 잡고는 부비적거리는 리디의 병적인 말에 혀를 내 둘렀다. 병 속에 담겨 있는 브랜디를 그것도 겨우 10년 이상밖에 안된 것을 어디다가 쓸려고 자손에게 물려준다는 말인가? 오크 통에 들어있는 것은 자신이 남은 일생동안 숙성시켜서 마실 수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몇 백년된 브랜디는 그나마 소장가치라도 있지 일반 술집에서 파는 이 브랜디는 빈티지도 안 좋고 돈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마실 수 있는 것들이었다. 여기서 빈티지란 포도의 수확연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포도가 어느 해에 풍년을 거둬서 좋고, 어느 해는 포도가 흉작이라서 별로 좋지 않을 때가 있다. 그것을 표시하여 좋은 포도를 수확한 해에 만들어진 와인은 빈티지가 안 좋은 것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으며 브랜디 또한 어떤 포도를 쓴 와인으로 증류를 했는지에 따라 가격대가 차이가 난다. 그런 질이 좀 떨어지는 브랜디가 뭐가 좋은지 아직까지 병을 껴안고 부비부비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는 리디를 보며 머리가 절로 좌우로 움직였다. “니 맘대로 해라! 누가 뭐라고 하디?” 브랜디 문제는 이제 해결되었으니 편하게 의자에 앉아서 하릴없이 쥬스만 마셨다. 따식이들은 뭐가 그렇게 할 이야기도 많은지 입을 다물지 않았고 나머지 인간들도 이야기를 하느라 떠들썩하였다. “끄으응...머리 아파!”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하는 말을 들었는지 블루가 물어왔다. “너 술 마셨냐?” 퍼억! 몸 전체를 만져주어서 푸른 팬더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친구인 관계로 눈탱이 한쪽만 푸른 물을 들여서 사이비 짜가 팬더를 만들었다. “이 문딩아! 내가 술 마시는 거 봤냐? 이게 이젠 헛소리까지 하냐? 내 손에 아작 나고 싶냐?” 술도 못 마시게 했으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음주를 한 것처럼 물어본 말에 쬠 화가 나서 살짝 손봐주고 하는 말에 블루는 푸르스름한 눈탱이에 살짝 마법으로 치유하고는 식은땀을 흘리며 도리도리를 하였다. “저어....사범님이라 부르기에는 나이 들어 보이시니 미스티님이라 불러도 되죠?” 블루를 계속 쏘아보고 있을 때 생판 처음 본 얼굴을 한 기사가 이곳으로 걸어오더니만 다짜고짜 물어보는 말에 마음대로 하라고 하였다. “전 황혼의 기사단의 누아르 프리미엄 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저어...그러니까....분위기가 살고 있어도 뭔가 부족하다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노래라도 하란 말이야?” “헉! 그걸 어떻게...” 또 찍어서 한말이 맞아들었는지 누아르 라는 기사는 얼굴에 놀랍다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알았으니 자리로 돌아가도록.” 손으로 휙휙 젓자 그는 목례를 하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자아! 모두 주목” 큰 소리로 말하자 술통에 빠져서 마시다시피한 기사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격리된 채 놀면 재미없잖아?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끼리라든지 아니면 같은 기사단끼리 노는 모습은 별로 보기 좋지 않으니 이 기회에 친목을 다지는 게 좋을 듯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만약 찬성을 한다면 이것을 먼저 제의한 누아르의 노래 솜씨를 듣는 게 좋겠지?” “물론입니다.” 모든 기사들의 호응에 누아르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노래를 불렀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내 앞에 무릎을 꿇지어다.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는 나는 한 여인을 사랑하는 사람 그 여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고 세상 앞에서는 한없이 커진다네 언제나 내겐 커다란 존재인 여인 세상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여인 모든 것들에 고한다. 나로 하여금 그녀를 사랑함에 시험하지 말지어다. 나는 그녀를 사랑해요! 내 사랑을 받아주세요~ 빠르고 경쾌한 노래가 끝나자 돌아가면서 이어갔고, 끝내는 대빵들의 테이블까지 패스가 되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첫 타자였다. “패스!” 단 두 음절에 식당 안에 있던 인간들은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따졌지만 난 그들의 입을 묶어버렸다. “돈 내는 사람 맘이야! 아님 니들이 낼래?” 돈이란 엄청난 물건 앞에서 그들은 알아서 기었다. “나도 패스!” 리디가 그렇게 말하자 또 반발을 하려고 하였지만 하이젠 황자가 알아서 해결해버렸다. 드래곤의 비위를 잘못 맞추면 제국이 망하지는 않겠지만 피해가 막심하니까!! 리디가 페스를 하자 바로 옆에 있는 블루가 노래를 부르려고 일어났다. “흐흐흐~너 또 그따위 노래 부르면.....알지?” 리디와 처음 만나서 흥겹게 노래를 불렀을 때 블루가 부르는 노래 때문에 식어버린 분위기가 생각이 났다. 물론 블루가 노래를 못 부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구~” 헤실헤실 웃으며 목을 가다듬고 하는 노래에 나는 그를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언제는 나를 반겨주는 그녀의 미소 언제나 나를 위해주는 그녀의 품속 언제나 나를 보아주는 그녀의 눈동자 언제나 나만을 위해 존재해 주던 그녀를 저는 왜 아무 감정을 느낄 수 없을 까요? 언제나 따뜻한 미소가 걸린 그녀를 보며 저는 왜 웃어 줄 수 없었을까요? 머나먼 여행을 준비하는 그녀를 향해 저는 왜 싸늘한 눈빛으로 일관했을까요? 여행을 떠나는 그녀의 내밀어진 손을 보며 저는 왜 잡아주지 않았을까요? 나를 향해 처음으로 짓는 슬픈 미소를 한 그녀를 보며 이제껏 느낄 수 없는 뜨거운 것이 제 몸을 잠식해 갑니다. 그녀의 눈물어린 눈동자를 보았을 땐 그 눈동자에 입맞춤을 해주고 싶은 이 감정은 무엇이죠? 당신에게 묻고 싶었지만 당신은 너무도 먼 곳으로 가버렸어요. 이 감정은 무엇일까요? 가슴 아프면서도 따뜻한 이것은... 아마도....사랑이라 불리워지는 건가요? 그런 건가요? 이제는 영원히 당신을 제 옆에 두고 사랑하고 싶은데 당신은 제게서 너무 멀리 갔군요.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전 당신이 절 사랑했던 만큼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슬픈 이별이 없는 그 날까지....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하이 테크닉을 요하는 슬픈 감정이 스며들어 있는 노래를 마친 블루가 조용히 자리에 착석하자 싸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가히 보기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이래서 녀석에게 노래를 부르기 전에 주의를 줬는데 블루는 내가 주는 주의를 아주 맛있게 씹어서 소화시키는 것도 모자라 배설까지 해 버린 것이다. 블루 덕에 식어버린 분위기를 또 어떻게 띄울까 하고 고민하던 중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진 주변을 둘러보는 블루에게 회심의 미소를 보이며! “이 문딩아! 너 때문에 분위기가 식어버렸잖아.” 멱살을 잡고 흔들자 블루는 사실을 인정하고 두 손으로 싹싹 빌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는지 안에 있던 기사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그렇다. 바로 내가 이런 반응을 얻기 위해 블루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하는 수 없지 않은가. 자신이 벌여놓은 일이니 알아서 수습을 못하고 어벙벙하게 있는 녀석을 공양물로 분위기를 띄울 수 밖에! 블루를 제물 삼은 일이 끝나자 다시 주변은 왁자지껄해졌고, 그 분위기에 휩쓸린 기사 단장들과 황자들의 노래 타임을 시작했다.(오빠와 가브는 화장실에 가서 변비에 걸렸나 노래 타임이 끝나고 나서 돌아옴) 노래를 못 부른다고 생떼를 쓰는 미노스 단장에게 억지로 물주라는 것을 전가시키려 하자 벌쭘히 일어나서 목을 가다듬으며 하는 노래에 주변에 있는 우리들과 기사들은 귀를 손으로 막아야만 했다. 그 덕에 마노 단장이 미노스 단장에게 딴지를 걸자 하이젠 황자가 쓴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각서를 보여주며 말렸다. 각서의 위력으로 미노스 단장은 의자에 앉아서 다음 노래를 부를 마노 단장에게 한시도 빼놓지 않고 시선을 보냈다. 미노스 단장의 따사로운 시선에 힙 입어 마노 단장은 마이크 테스트도 필요 없는지 목도 가다듬지 않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건 노래 수준이 아니라 소음의 수준이었다. 어쩜 원수로 여기고 있는 두 사람이 노래 부르는 것이 똑같은지 할말을 잃은 그 순간이었다. 마노 단장의 노래가 끝나자 미노스 단장이 벌떡 일어나서 손을 앞으로 뻗어서 혹시 싸움이라도 하는지 알고 잔뜩 긴장을 했는데 갑자기 황당한 행동을 한것이다. 손을 뻗어서 멱살이라도 잡을 줄 알았는데 두 손으로 마노 단장을 꽉 안아버린 것이다. 한 순간 말을 잃은 우리들은 멍하니 그 해괴한 장면을 보고만 있어야 했다. “마노! 정말로 노래를 잘 부르는구나.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알 수 있었다니 난 정말 행운아야.” “미노스! 너도 만만치 않았다. 나와 같은 노래를 구사할줄 알다니...너야말로 진정한 사나이다.” 두 명의 말소리에 우리는 그대로 멍하니 보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굳어버렸다. 어쩜 소음 수준의 노래를 부르는 자신들이 서로 노래를 잘 불렀다고 칭찬을 하니 말이다. 언제는 그것도 노래라며 딴지를 걸더니만 말이다. 나중에 미노스 단장에게 딴지를 걸었던 마노 단장에게 그 일에 대한 해명을 부탁하니! “미노스가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홧김에 해본 말이었습니다. 같은 남자로써 너무 부러웠거든요.” 그 대답에 차라리 안 들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다는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마노 단장과 미노스 단장의 노래 타임이 끝나자 하이젠 황자와 필라르의 순서가 되었다. 기사들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서로 노래를 안 부르려고 빼다가 리디의 독기어린 눈빛에 언제 안 부르겠다고 했냐는 듯이 벌떡 일어나서 둘이서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는데 왜 안 부르려고 뒤로 빼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조금만 다듬고 옆에 악기 하나만 있었으면 완전히 음유시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너무도 감미로운 노래였다. 노래 삼매경에 빠져있다가 끝나자 자리에 있던 모든 기사들이 박수를 치고 앵콜을 불렀지만 하이젠 황자와 필라르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떨구고 자리에 앉아서 차가운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으며 두 단장들은 좀 전에 자신들이 노래를 한 것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노래 타임이 끝나고 밤이 깊었으므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직도 술독에서 헤매고 있는 기시들이 있었지만 우선은 돈 계산을 해야 했으므로 내가 먼저 일어난 것이다. “전부 다해서 얼마?” 지금까지 마신 맥주 값과 브랜디 값, 그리고 좀 전에 있었던 소동으로 인해 약간 긁힌 바닥의(?) 손해배상에 대한 것들을 한참이나 계산하던 주인아줌마는 계산이 끝났는지 엄숙하게 선언을 하듯이 계산서를 내밀면서 말했다. “전부해서 10골드가 되겠습니다.” 눈이 핑핑 돌아가게 많이 나오자 주변에서 기사들을 추스르고 있는 대빵들이 놀라서 이곳을 쳐다보았다. “흠! 10골드 라....10골드....” 액수를 되짚으면서 주머니를 뒤졌지만 아쉽게도 5골드밖에 나오지 않았다. 전에 엄마와 리디에게 선물을 살기위해 돈을 다 써버린것이다. “설마하니 돈이 없는 거 아니겠지?” 내 어깨를 붙잡고 필라르가 전혀 걱정스럽지 않다는 얼굴로 물었다. “부족한데.....” “그렇게 적은 돈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뭘 그렇게 믿고 큰 소리쳤냐? 우리 물먹이려고 작정을 했냐?” 큰 소리로 말하자 술집 안이 쩌렁쩌렁 울려서 술을 마시고 있던 기사들도 고개를 돌려 이곳을 바라보았다. 물주로 온 인간에게 돈이 없으면 그들의 주머니라도 털어야 하니 말이다. “돈은 없지만 다른 게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구.” “설마하니 나를 팔아먹지는 않겠지?” 과장된 말을 하는 필라르의 얼굴을 자그마한 오른쪽 주먹으로 지그시 눌러준 다음에 말을 하였다. “미쳤냐? 너 팔아봤자 별로 안 나와! 넌 그냥 팔지도 못하고 덤으로 줘야하는데 내가 너를 팔겠냐? 난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해.” “너 말이면 다냐? 그래도 황자인데!” “시꺼! 돈 안 낼 거면서 말도 많네!”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따따부따 시끄럽기만 한 필라르의 입을 돈이라는 아주 위대한 것으로 막아버리고는 카이가 선물로 준 주머니를 뒤졌다. “에이! 진작에 돈으로 바꿀걸.” 후회어린 말을 하며 난 손에 잡히는 딱딱한 것을 꺼냈다. 딱딱한 그 무엇인가는 밖으로 나오자 찬란한 조명 발을 받아서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이 새어나오는 보랏빛이 주변을 밝혔다. “허거거걱~” 보석을 봐서 그런지 아니면 취해서 그런지 기사들이 모두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간혹 안 넘어가고 멍하니 이쪽을 보는 기사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내가 꺼낸 것은 그저 평범한 보석이 아닌 이름도 유명한 자수정이었다. 이곳에는 자수정 광맥이 없어서 자수정이 매우 귀하기 때문에 귀족들도 겨우 장신구에 하나씩 달고 다니기 때문이다. 물론 나한테는 채이고 채인 게 보석이지만.... “이거면 아마 하나에 500은 받을 거야!” 자수정 감정을 끝낸 나는 미련 없이 주인에게 던져주자 주인은 나와 자수정을 커다랗게 뜬 눈으로 번갈아 야리면서 아무 말 없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맥주 값하고 브랜디값, 그리고 부서진 곳에 대한 손해배상 이라고 해도 너무 많나? 흐음~~어떻게 한다? 그렇지! 앞으로 남은 돈으로 황혼의 기사단과 유령 기사단이 먹고 놀면 되겠군. 주인아줌마! 내말 잘 들었지요? 그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이 두 기사단이 먹고 마시는 돈으로 환산해도 되죠?” 내가 준 자수정에 넋이 나가있었던지 그 아줌마는 말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게 있었다. “아줌마! 내말 들려요?” “드,들었습니다. 아가씨 말대로 앞으로 490골드만큼 두 기사단의 기사 분들이 먹고 마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예쁘게 세공된 자수정만 바라보는 아줌마를 뒤로 하고 몸을 다 추스른 기사들을 끌고 밖으로 나왔다. 전 인원이 밖으로 나온 것이 확인되자 난 다시 술집 안에 물건을 두고 왔다고 하며 다시 들어왔다. “저어 무슨 일로 다시 오셨습니까?” 설마하니 내가 준 보석을 다시 받아 갈려고 생각했는지 보는 이로 하여금 황홀하게 세공된 자수정을 두 손으로 꼬옥 쥐면서 날 내려다보았다. “볼일이 있어서요.” 간단하게 말하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리자 단단한 게 몇 개가 내 손에 잡혔다. 난 손에 잡힌 것을 아무거나 몇 개 꺼내자 주인은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한 가지 질문하나 하죠! 혹 손해 배상비나 브랜디 값을 뺀 나머지 술값은 얼마지요?” 뜬금없이 물어보는 질문에 주인은 보석에 혹해서 한동안 가만히 있더니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지 몇 초 지나지 않아 입이 열렸다. “6골드입니다.” “6골드라고? 흠....그렇담 이것을 줄 테니 향후 몇 십 년 동안 두 기사단이 한달에 두 번씩 모임을 가질 때 쓸 돈을 미리 선불했다고 생각하기 바래요. 단! 제가 이것들을 현금으로 환산된 금액을 알고 있으니 떼어먹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내 할말을 마치고 나서 아름답게 빛이 나는 보석 몇 개를 길가에 발에 채 이는 짱돌을 주워서 던지듯이 주인에게 던져 주고는 밖으로 나와 버렸다. 난 나에겐 잘 해준 사람한텐 배로 잘해주고 나한테 해를 끼친 인간한텐 그대로 해서 이자까지 아끼지 않고 붙여주기 때문이다. 이 모든 행동은 모두 나를 잘 따라주는 이들에 대한 댓가였다. “너 의외로 부자구나! 그런 보석을 함부로 술값으로 내다니.” 밖으로 나오자마자 필라르는 나를 다시 봤다는 얼굴을 하고 말을 함과 동시에 모두들 나를 바라보았다. “뭘 또 그렀게까지야! 험험! 주점에 맡겨놓은 돈은 많으니 한달에 두 번씩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두 기사단들끼리 만나서 쓰도록! 한달에 두 번씩! 하루도 빠짐없이 다니면 돈이 바닥이 나거든. 그리고 후배들 생각을 해야지. 한 사람을 뽑아서 그날 쓴 돈을 매겨서 얼마 남았나 추산해 보는 것도 괜찮겠군! 주인이 돈을 불리지 않게 말이지.” “넵!” 60명의 기사단은 그날부터 내 명령에 복종을 했고, 두 기사 단장은 찬밥신세가 되어버리는 아주 안타까운 일이 시작되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741 5 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고문 - 1 “뭘 하나? 그것도 지금 하는 거 라고 하고 있는 건가? 엎드려 뻗혀.” 점심을 먹고 나서 난 불러오는 배를 부여잡고 의자에 편히 앉아서 내 특유의 훈련을 시켰다. 이미 그 훈련을 받은바 있는 15명의 기사는 자신이 잘 안다는 듯이 뽐내며 같이 훈련에 참여해서 교관 노릇을 하며 조금씩 가르치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그 15명을 제외한 45명의 기사들은 일렬로 쭉 늘어서서 흙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는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걸 지금 하는 거라고 하는 것입니까?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맛있게 씹어 드셨습니까?” 얼굴을 굳힌 채 가라앉은 소리로 말하자 45명의 기사들은 엎드려있는 상태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아닙니다.” 피어오르는 먼지들을 한번에 들이마시며 우렁찬 목소리를 내며 오른쪽 다리를 들고서 박고 있는 그들을 보며 아직도 기운이 있다고 판단을 하고 더 똑바로 못한다고 구박을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첫 번째 박고 있는 기사를 발로 툭 건드리자 인간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며 45명의 기사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옆으로 쓰러졌다가 일어나서 이미 이런 일을 많이 당해봐서 학습효과가 남아 있어 그런지 다시 박았다. “이야~앞으로 이런 것은 써먹어야 겠어! 역시 배울게 너무 많다니깐.” “맞아 맞아!” 유령 기사단장인 미노스 씨와 황혼의 기사단장인 마노씨는 고상한 곳에서 한번 놀더니만 그때부터는 죽이 잘 맞아서는 둘이서 쏙닥쏙닥 거리면서 첫날에 훈련하고 있는 것을 옆에 서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더니 하루가 지나고 나자 이젠 필기도구를 챙겨 와서 훈련 방식과 벌을 주는 방법에 대해 적고 있었다. 특히 벌을 주는 장면은 그림까지 그려가며 참고까지 덧붙이며 더 보여줄 것은 없냐는 식으로 쳐다보는 그들을 45명의 기사들은 이빨을 갈고 있었다. “모두 일어난다. 실시!” “실시!” 한명이 넘어지자 인간 도미노처럼 차례차례 넘어졌다가 다시 박는 기사들을 일으켰다. “토마스, 웰런, 제롬, 지금 조금 더 배웠다고 어디 가서 딴짓거리야? 셋 앞으로 뛰어와!” 45명의 기사들이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고생하고 있을 때 이미 배운바 있는 15명중에서 키득키득 거리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내 눈에 그런 짓이 곱게 보일 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아직 조용히 있는 15명을 대표의 본보기로 세 녀석을 뽑은 것이다. 본보기의 효과는 곧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지므로 한번에 강하게 시키는 게 키포인트이다. 한창 잡담에 열을 올리고 있던 세 녀석들은 내 말에 토도 달지 않고 뛰어나왔다. 자신의 잘못을 이미 직감한듯하다. 자신들의 잘못을 알면서 한 녀석들은 매우 내 심기를 거스른다. 몰라서 했으면 충고라도 줬지만 녀석들은 알고 있으면서 시행을 하지 않는 것! 그 죄가 심히 중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해라.” 내 말에 셋은 어깨동무를 하고 과연 이제까지 받았던 벌이 아닌 다른 벌이 있을지 기대까지 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그들을 향해 씨익 웃어주자 세 녀석을 뺀 나머지 기사들이 벌을 받아서 땀이 나는지 아니면 식은땀이 나서 그런지 손으로 이마를 훔쳤다. “하나에 잡담하며 앉았다가 둘에 금지하며 일어선다. 실시. 하나!” “잡담.” “둘!” “금지.” 처음엔 아주 천천히 불러서 그들은 앉았다 일어섰다 하면서 즐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생글생글 이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하는 표정은 곧 아주 괴로운 표정으로 변했다. 숫자 세는 것을 빠르게 하자 얼굴에 땀이 하나둘씩 맺히기 시작하였으며 얼굴이 붉어지며 숨결에 거칠어졌다. 그런 녀석들에게 일일이 구호를 맞춰주다가 입이 아플 것 같아서, 아니 확실히 말하자만 숫자 세는 것도 귀찮아서! “자동!” “잡담 금지, 잡담 금지............................” 이걸 해보신 분은 그 고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걷기도 힘들 정도로 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는 것을! 게다가 옆에 있는 사람들과 행동을 딱딱 맞추어야 하니 그 고생은 배가 된다. 만일 옆 사람이나 자신이 엇박자를 내면 옆에 있는 사람이 그 사람까지 같이 끌고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므로 완전히 죽을 맛이며 끌려 다니는 그 사람도 나름대로 지옥까지 같다온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앉았다 일어서는 그들을 보며 내가 시켰지만 약간 측은한 감정이 스며들어서 그만 둘까 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잡았다. 본보기의 위력을 보이기 위해서! 아마도 벌이 끝나면 저 녀석들은 걷지도 못하고 집까지 기어가야 할 게 뻔하며 다음날 엄청난 근육통으로 일어나는 것 조차 힘들어 하루 빠져야 하고, 그에 대한 댓가로 하루분 일당이 없어진다는 것이 내 마음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는데, 벌을 받고 있는 세 녀석들을 보며 또 두 단장들은 눈빛을 초롱초롱 빛을 내며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진짜로 저 두 기사 단장을 보면 과연 여기에 모인 기사들의 단장인지 의심이 갈 정도이며 훈련을 받고 있는 기사들에게 측은한 감정이 들 정도였다. “여러분들도 저렇게 되고 싶지 않으면 열심히 하십시오.” “넵!” 벌을 받고 있는 셋을 안타깝게 쳐다보다가 자기 코가 석자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연민의 눈동자를 지우고 꼭 훈련을 통과해야겠다는 다짐의 눈을 하며 날 바라보았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이 제국을 이끌어갈 인재들입니다. 지금의 이 훈련은 자신 수양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받는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대들이 있기에 부모 형제와 처자식이 안심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나라가 평안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해산!” “감사합니다.” 훈련을 더 시키고 싶었지만 곧 다른 기사단들이 들이닥치기에 미리 훈련을 끝내버렸다. 다른 기사들과 맞부딪혀서 괜히 시비를 걸 수도 있는 노릇이고 아니면 나만의 훈련 방식이 밖으로 유출될 수도 있는 법이기에 아쉬운 입맛을 다셨다. “셋은 일어나라!” 벌을 받다가 제 풀에 지쳐버린 그들은 두 손으로 땅바닥을 짚으면서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세우며 겨우 일어났다. “그대들이 잡담을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지금 훈련을 받고 있는 기사들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내 할말을 다 끝낸 나는 그들을 뒤로 하고 유유히 훈련장의 입구로 걸어갔다. 다른 놈들은 죽어라 고생하면서 훈련을 받고 있는데 자기들은 이미 이런 거는 해 봤으니까 안 해도 된다는 망상을 가지고 옆에서 편하게 서서 쏙닥쏙닥 거리면 훈련 받고 있는 녀석들이 얼마나 짜증나겠는가? 자칫 잘못하면 더러워서 이딴 훈련 안한다고 이탈해버릴 가망성이 약간 있기에 본보기로 그들에게 벌을 준 것이다. 찌부등한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뒤쪽에서 인기척이 나지 안길래 슬쩍 뒤돌아보니 세 녀석들은 내가 돌아서자마자 자리에 누워버려서 일어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대짜로 뻗어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모른 척 하고 훈련장 밖으로 나가서 주변을 두리번거린 다음에 메시지 마법으로 도서실에서 박혀 떨어져 나올 줄 모르던 블루를 불렀다. “바쁜데 무슨 일이야?” 자신의 공부를 방해한 나에게 눈을 부라리며 퉁명스럽게 말한 블루를 보며 속에서 무엇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겨우 식히고 있었다. 불렀을 때 오기 싫다고 하고 도서실에 있으면 될 것이지 나와서 저렇게 신경질을 내야 하는지 이해불가능이다. 노친네들은 늙어 가면 갈수록 더 어린애 같아진다더니 그게 맞는 말인거 같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바닥을 발로 짓이기면서 입술을 한자나 삐죽이 내밀고 있으니 말이다. 블루 녀석의 퇴화적인 행동을 면밀히 분석하고 싶었지만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다른 기사단들이 들이 닥칠게 뻔하므로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고 말했다.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으,응? 부탁?” 여행하는 동안 내가 부탁을 하는 것을 보지 못한 블루는 내가 부탁할 것이 있다는 것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 손가락중 제일로 가는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파며 나온 내용물을 확인하듯이 손가락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런 블루를 보며 역시나 속에서 뜨거운 것이 끓다가 넘쳐버릴 것 같았지만 뚜껑을 조금 열고는 김을 빠져나가게 하고는 여기까지 부른 목적을 이야기 했다. “저기 안에 있는 녀석들 있잖아. 회복시켜줘! 내가 해도 되겠지만 난 엄연히 마법을 쓰지 못한 인간이라 알고 있으니 너한테 부탁하는 것이다. 해주겠지?” “물론 해줄게! 누구 부탁인데 거절을 하겠어? 해줄게.” 아까는 퉁명스럽게 말하며 짜증을 내더니만 갑자기 뭘 잘못 먹었는지 블루는 싱글벙글 웃으며 어기적거리며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는지 서로 부축을 하며 천천히 걸어오는 그들에게 다가서서 마법으로 회복을 시켜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훈련장을 몰래 들여다보다가 다시 밖으로 나왔다. “왜 저희들에게 귀한 마법을.....” 마법으로 인해서 회복이 된 세 녀석 중에서 대표로 토마스가 말을 했다. 마법이란 아주 고귀한 것이므로 함부로 사용을 하지 않는다. 그 만큼 마법사의 수도 적고 말이다. 그런 적은 수의 마법사들이 뭐가 아쉬워서 자신하고 아무 상관관계가 없는 이들에게 치료를 해주겠는가? 돈이나 보물이라도 받으면 몰라도. “단지 누구의 부탁을 받았을 뿐이다.” 얼굴은 웃으면서 말투가 딱딱하게 나오는 블루를 쳐다본 세 기사는 갸웃거렸다. “그 녀석이 부탁을 하는 건 처음이라 너희들을 회복 시켜준 것이다.” “저기, 그런데 그녀석이란 분이 누굽니까?” 가운데 끼어있던 제롬이란 녀석이 물어보았다. “미스티!” “헉!” 내 이름을 들은 그들은 갑작스레 숨을 들이마셨다. 나를 그녀석이라 불러서 나중에 그 사실이 알려져 다시 한번 벌을 받게 될까봐 그런지 아니면 내가 블루 녀석을 시켜서 몸을 회복시켜주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의 반응은 파격적이었다. “회복은 다시켰으니 난 이만 가보겠다.” 잘생긴 얼굴로 딱딱하기 그지없는 말을 하며 되돌아서 나가는 블루를 보며 토마스, 웰런, 제롬은 눈에 눈물이 크렁크렁 맺히며 울먹이는 소리를 냈다. “미스티님이...우리 때문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어.” “당연한 말을 하고 있군.” 밖에 나가있던 난 청력을 증폭시켜 그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다. 에휴~이러면 안 되는데, 왜 난 인간의 정이란 게 남아 있는지....그냥 모른척하고 가도 됐을 것을....저들의 기억 속에 나란 존재가 너무 깊게 파고들어서 제국을 떠날 때 무슨 불상사가 일어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이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인간들이란 자신에게서 떠나간 이들을 금방 잊고 잘만 잘던데...괜한 걱정을 한듯하다. 저들은 내가 제국을 떠나고 나서 몇 년 만 지나면 아니면 몇 개월만 지나도 잊고 살아갈 텐데! 하지만..하지만..난 그 몇 개월 동안이라도 몇 시간이라도 그들이 나를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자그마한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만의 생각을 하며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인기척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보았다. “나 기다리고 있었어? 이거 기쁜데?” 아까의 딱딱하던 말투는 훈풍이 불어오는 듯 따스하게 내 볼을 간지럽힌 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꿔져있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놈아! 택도 없는 소리하지 마! 단지 그냥 생각 좀 하느라 지체한거뿐이니까.” 필요한 말만 하고 돌아서는 내 옆으로 쪼르르 따라온 블루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옆에만 있었다. 아니 아무 말은 했군. “그런데 나머지 녀석들은 어디 있어?” 나머지 녀석들을 지칭하는 것은 분명히 두 드래곤과 한 엘프, 그리고 한 인간을 가리키는 말일 것임을 느낀 난 사실대로 말했다. “옆에서 하도 시끄럽게 굴어서 쫒아냈어! 아마 다른데서 놀고 있을 거야!! 아하함~” 기사들을 가르치느라 조금 피곤을 느낀 난 슬슬 잠이 와서 두 팔을 하늘로 올리고 기지개를 펴자 어깨뼈 부분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시원한 바람을 콧속으로 들이마시며 우선은 내가 살고 있는 건물까지 제정신으로 가기 위해 잠을 깨우기 시작했다. “후후~이렇게까지 열심일 줄은 몰랐는걸, 귀찮다고 할 때는 언제고?”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블루의 입을 막아버리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단지 내 자취를 남기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왔다갔다는 그 자취 말이야! 특별한....그들의 뇌리에 자리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자취.....어차피 난 계속 여기에 있는 게 아니잖아. 처음엔 그저 혼자 여행하고 놀고 싶어졌는데 내가 지나치는 곳에서 나를 기억하지 못하면 너무 내 자신이 초라해질 것 같아서, 영원히 오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란 존재가 여기에서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며 나를 생각하는 그들이 있었으면 해서 말이지. 하하하하~내가 무슨 말을 했지? 방금한말은 잊어버려! 그저 실없는 소리라고 생각해!” 전에도 이런 비슷한 말을 오빠에게 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단지 내가 잠이 들려는 순간에 말해서 오빠에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진 못하지만 말이다! “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다니면서 일을 일으켰어? 그런 거야?” 길 잘가는 내 양어깨를 붙잡고 흔드는 바람에 머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덤으로 속까지 울렁거리기 시작하면서 얼굴이 열로 붉어졌다. “소,손 좀 놔줘! 오바이트 할 것 같아!” 블루의 두 팔을 잡고 말하자 녀석은 곧 흔드는 것을 멈추었지만 아직도 손은 어깨에 올려져 있어서 언제 또 흔들게 될지 불안했다. “뭘 그렇게 보냐? 쑥스럽게 시리~” 평소엔 이렇게 말하면 블루는 못 볼 것을 봤다는 얼굴을 하고 먼저 뛰어나가 버렸거나 뒤돌아서서 임신한 여자들이 입덧을 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이고 ‘우웩’했을 것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이번만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고 녀석 답지 않게 침울해져가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블루답지 못하게 감정 잡는 거야? 넌 말이지...엇”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눈에 바람이 들어와서 시린 눈을 잠시 감았을 때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져서 감고 있던 눈을 확 떴지만 정면에 보이는 것은 부드러운 옷자락뿐이었다. “뭐,뭐하는거야? 어서 안 풀어? 역시 너 오늘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드래곤 고기라도 먹었냐? 아니지. 먹었던지 안 먹었던지 안 풀어?” 한순간에 블루의 품속에 파묻혀서 고래고래 악이라도 쓰고 싶었지만 지나가는 인간들이 볼까봐서 작게 속삭여서 내 말이 들리지 않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너 계속 그러면 나 화낸다? 팔 좀 풀어라.” 완력에서 밀린 난 블루의 품안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협박을 했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았는지 녀석의 팔은 더욱더 조여졌다. “.......줄께” 내말만 하다가 자그맣게 들려오는 블루의 소리를 놓친 난 다시 물어보았다. “응? 뭐라구?” “내가, 내가 기억해 줄게. 그러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마.” 아하! 맞아. 예전에 잠깐 가르엔에서 오빠도 분명 저렇게 말한 것 같았는데, 아닌가? 잠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오빠의 말을 들었는데 소리가 내 귀까지 전달이 되지 않았기에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에 블루 녀석이 한 말은 내 고막을 진동시키더니만 심장도 충격을 먹었는지 살짝씩 두근거렸다. “아,알았으니까 우선은 이거 좀 풀어주면 안돼? 숨을 못 쉬겠다.” 겨우겨우 블루의 품에서 벗어난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너 때문에 질식사 할 뻔 했잖아?” 톡 쏘아붙이는 나를 보며 블루는 그저 잔잔하게 웃기만 할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열은 없는 것 같은데, 진짜로 드래곤 고기라도 먹었냐?” 멍하게 실실 웃고 있는 블루의 이마를 짚어보고 열이 없음을 알아챈 나는 그 녀석이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치부해버렸다. “미스티...아니 루나!! 다리 아프지 않아?” 훈련시키는 내내 의자에 앉아있어서 다리는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심리적인 것이 작용했는지 블루가 물어오자 갑자기 다리가 저리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흐음, 생각해보니 저리는거 같아! 근데 그건 왜 물어?” 내 말에 블루는 말은 하지 않고 내 앞에 가서 앉았다. 그리곤 등을 보인 채 팔을 벌렸다. “업어주려구? 그럴 필요 없지만 뭐~블루가 업어준다는데 거부하면 무지 당황할 것 같으니까 업혀주지!” 어쩔 수 없이 업혀주는 것이라 하며 빙그레 웃고 있는 블루의 넓은 등에 업혔다. “전에도 업어 줬을 때 내가 이런 말을 했었나? 네 등은 너무 따뜻해서 마음이 편안해져!” “아니!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 단지 잠만 잤을 뿐. 그럼 내 등이 따뜻해서 잠이 들었던 거야?” 블루가 물어보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고막을 어떤 것이 자극하는 것 같았지만 대뇌에서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해버리라고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 * * * * * * * * * * * * * * “너 또 자냐? 내가 못살아~” 그렇게 큰 소리는 쳤지만 싫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웃음이 더 진해진 것만 빼고는... “루나...너는 진짜 바보야. 우리는 널 잊지 않아. 잊고 싶어도 못 잊는 종족인걸! 아무리 내가 유희를 다니더라도.” 등에 업힌 루나의 자는 모습을 살짝 고개를 돌려 본 블루는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너란 녀석은 정말이지 이상해. 언제나 활달해보여도 그 내면에는 여린 마음이 있어서 한번씩 상처를 받으면 자신도 자각하지 못한 채 그 성격이 나온단 말이야. 본래 인간들이란 상처를 받으면 상처받지 않은 듯 더 반항적인 성격이 나오는데....내가 보아온 인간들 중에 루나 너 같은 인간은 아마도 없을 거야.” 한동안 중얼중얼 거리던 블루는 다시 한번 꿈쩍도 않고 자신의 등에 업혀 고요히 자는 루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핏빛처럼 붉은 루나의 머리카락은 해가 지기 시작하는 작은 노을을 만들 듯이 빛이 나며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감정은 무엇일까? 누군가의 옆에서 떠나기 싫은..... 이런 감정은 두 번째로 느껴보는건데! 잡아주지 않으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너의 눈동자가 보기 싫어서 언제나 너를 놀려서 그 시선의 의미를 다른 것으로 바꿔버리는 나를 미워하지 않길 바래.” 블루의 작게 뇌까린 말은 등에 업혀 있는 루나의 머리카락을 어지럽히던 살랑거리는 바람에 실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들의 미래를 향해 의미 없이 사라져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715 5 친구.. 그리고 흔적을 남기기 위한 그림 - 1 “후아아암~~잘 잤다! 엥? 저녁인가? 날이 어둑어둑 하는 것 보니까 저녁인가 보다. 생각한거 치고는 일찍 일어났네? 아침에나 일어날 줄 알았는데......엥?” 잘 안 떠지는 눈을 부비면서 혼잣말을 하던 중 오른쪽을 바라보니 리디가 창가에 서서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허옇게 치켜뜬 눈을 한 채 내 침대 곁으로 천천히 다가온 리디의 도톰한 붉은 입술이 벌려지며 내 귀를 강타했다. “지금이 무슨 저녁이에요? 아침이란 말이에요! 아침! 저녁에 블루님 등에 업힌 채 잠만 주무시더니만 이젠.....으휴~말을 말아야지!” 이제는 대드는 것은 기본으로 먹고 가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인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필라르 때문에 연회에 불려나가서 자신과 결혼하라고 할 때부터 개기는 것 같더니만 요즘엔 대놓고 대들면서 한쪽 눈을 찡그리며 흘겨보는 것은 옵션으로 딸려 나왔다. “찔찔 울 때는 언제고? 너 많이 컸다? 잘하면 이젠 나 같은 것은 필요 없겠는데?” 조금 삐져서 볼이 퉁퉁 부은 채 말을 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서늘한 감촉을 지닌 무엇인가가 내 목을 붙잡고는 끌어안았다. 점점 가해지는 팔의 압력에 이제 조금만 더 세게 끌어안으면 그대로 세상 하직해야 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죽지 않을 정도의 압력에서 멈추어졌다. “아니에요! 저한테는 루나님이 계셔야 해요! 전 루나님만 아니었으면 지금 여기에 있지도 못했을걸요. 아마도 엄마를 만나고 있을 줄도 모르고......” 괜한 말을 꺼내서 분위기를 죽인 나는 목에 둘려진 리디의 팔을 쓰다듬으면서 달랬다. 흐느끼는 듯 부들부들 떨리는 팔을 따라 내 몸 전체에 전율이 일어났다. 기온이 낮은 아침 덕에 차가워진 리디의 팔은 내 살갗과 닿는 부분이 따뜻해져만 갔다. 그 따뜻함이 온몸으로 퍼지기를 속으로 빌고 있을 때 창문에서는 붉은 무엇인가가 위로 올라가며 아직 어두컴컴한 실내를 환히 비추어주었다. 햇살 덕에 고개를 돌리자 리디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언제 침울했냐는 듯이 배시시 웃으며 내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는 부비적거렸다. 이 모습을 본 블랑슈 녀석이 잠에서 깬지 얼마 안돼서 해롱해롱 거리는 상태로 내 어깨로 기어 올라와 얼굴에 부비신공을 펼치자 아직 차가움이 느껴지던 볼에는 따뜻한 감촉의 보들보들한 하얀 털로 인해 기분이 좋아졌다. 두 녀석의 부비신공에 시녀들을 불러서 식당으로 가지 못하니 방안에서 식사를 가지고 오라고 해서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음미하며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정원에서 빈둥빈둥 거리다가 여느 때처럼 필라르와 한바탕 설전을 벌인 다음에 점심을 먹고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두 분 단장님들께서 교육을 시키세요! 기본적인 훈련은 끝이 났으니까 말이죠! 그 외의 훈련은 비슷하다는 것을 잘 아시죠?” 샤론스톤의 원초적 본능이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의자에 앉아서 짧은 다리를 꼬고는 팔걸이에 팔을 얹어 손으로 얼굴을 받혀서 필기도구를 들고 서 있는 단장들을 올려다보았다. 담배만 있었으면 완벽함을 갖추었는데 아쉽게도 이곳 세상에는 담배란 존재가 없었다. “미스티양! 우린 아직도 배울게 너무 많은데 지금 그만 두면 어떻게 하나?” “맞아. 그러니 계속 많은 지도 편달을 부탁하네.” 훈련을 시킨 것도 하루 이틀이지 몇 주를 하다보니 점점 지겨워져갔기에 마노 단장과 미노스 단장의 말에 딱 잘라서 거부를 하였다. 괜히 하루만 하루만 더 하다가 훈련시키는 일이 언제 끝날지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두 기사단장은 자신의 할일을 내게 맡기고 아무것도 안한 자기들끼리 제국에서 준 월급을 받을게 아닌가! 이 일은 묵과할 수 없는 사실! 현재 내가 아무리 황제가 쉬라고 한 건물에서 놀고먹고 하지만 엄연히 훈련을 시키고 있으니 할 만큼 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말이 훈련이지 사실은 그것에 병행되는 벌에 관심을 두며 계속 내게 일을 시키려고 한 것이다. “단장님들! 입을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고 하였습니다. 사실이 사실이니 만큼 지금 단장님들은 훈련 방식도 익히고 있지만 제일로 많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바로 궁극의 ‘벌’이 아닙니까? 그렇게 기사들을 벌주는 것을 좋아해서야! 쯧쯧~이번 기회에 잘 배워뒀다가 전매특허라도 내시려고 하시는 건가요? 아쉽게도 이건 제겁니다. 하지만 기사단장님께서 필요하시다 하시면 언제라도‘훈련’이란 이름 아래 자행되는‘벌’을 줄 수 있게 해주겠습니다.” 내 말에 두 기사 단장은 서로 두 손을 맞잡고 펄쩍펄쩍 뛰었다. 로열티라도 받아내고 싶었지만 궁색함을 자랑하는 기사 단장에서 뜯어낼 것 이 없었기에 선심 쓰듯이 그냥 물려준 것이다. “나이 좀 생각하시지요! 부하들이 독기어린 눈을 뜨고 보는 것이 안보이십니까?” 기사 단장들은 뛰는 것을 멈추고 좌우로 갈라져서 휴식을 취하면서 내 이야기를 듣고 기쁨에 젖어있는 그들의 모습을 따사롭게 쳐다보는 것을 느끼자 서로 헛기침을 한 다음에 유령과 황혼의 기사단을 둘로 나누어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훈련하는 것을 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자니 잠이 와서 하품이 나왔다. “아함~~” 기지개를 펴며 한손으로 커다랗게 벌어진 입을 막고 하품을 늘어지게 하자 눈물이 조금씩 삐져나왔다. 하품을 하다가 눈물샘을 건들인 것 같다. 눈동자 안에서 눈물이 몇 방울 분량이 고이자 넘쳐서 얼굴을 따라 점점 흘러내려가는 것을 느끼고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닦아내었다. 아직도 새것임을 자랑하는 그 손수건에는 아이리스가 수놓아 져있으며 삐뚤거리지만 눈앞의 불보다 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글이 내 눈동자에 새겨졌다. 한참을 손수건에 새겨진 글씨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훈련을 하며 생긴 먼지가 바람을 타고 이곳으로 오자 얼른 주머니에 다시 접어서 넣었다. 바탕이 하얀색이라서 금방 더러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 열심히 굴리고 있는 단장들과 굴림을 당하고 있는 기사들을 보며 이곳에서 내가 할일이 없음을 알고 잠이나 잘 심산으로 슬슬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훈련장 입구에서 어떤 소리들이 들려왔다. “여기는 체질에 안 맞다니깐요!” “시끄럽다. 잔말 말고 그냥 기사들을 보고 훈련을 해라!” “도련님! 주인님 말씀에 따르세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던 목소리에 난 일어나려고 하던 그 자세로 굳어서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마침 난 그들의 정면에 있었지만 다행히 의자의 등받이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고 어떻게 해서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갈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며 머리를 빼꼼히 내밀고는 그들을 몰래 바라보았다. “레이캬비크 백작님 아니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들을 알아봤는지 두 기사 단장은 훈련을 잠시 멈추고 인사를 하였다. “황제 폐하께 가보셨는지요?” “당연히 먼저 뵙고 왔지요! 허허허~단장님들도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제 아들 녀석에게 뭔가 가르치려고 왔습니다.” 그의 말에 두 단장은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내 쪽을 쳐다보았다. 그냥 훈련이나 시킬 것이지 왜 여기를 보는거얏! 확 열 받히면 벌 받게 하는 거에 로열티를 지불하라고 해버릴까 보다. “저기 의자에 앉아계신 레이디는 요즘 저희 기사단을 가르치고 계신 분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시지요!” 마노 단장의 말에 얼른 빼꼼히 내밀던 머리를 집어넣고는 심호흡을 하고는 눈을 꾹 감았다. 그리고 조용한 주변의 사정에 의해 세 사람의 발자국이 이쪽으로 옮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냥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고 볼일이나 볼 것이지 이곳까지 굳이 에너지 낭비하면서 왜 오냐는 말이다. 점점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난 마음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궁극의 마법인 공간 이동‘워프’!! 그걸 시전하면 이곳에 있는 세 사람이 날 볼 가망성은 제로이다.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잡고 난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는 주문을 외우려고 입을 벌렸다. “전 쥴리앙 레이캬비크 라고 합니다. 성함이 어떻게.......헛” 마법으로 공간 이동을 하려고 주문을 외워서 워 자라는 말까지 꺼낸 내 앞에 와서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려던 그는 그제서야 내 얼굴을 봤는지 헛바람을 급하게 들이키자 그의 아들과 호위대장이 이곳으로 달려왔지만 그들의 반응도 쥴리앙의 반응을 그대로 따라 벳기고 있었다. “아버님! 무슨 일이시기에 그렇게 놀라시.....헛!” “주인님, 도련님 왜 그러십.......헛!” 내 얼굴을 보고 하는 그들의 행동에 난 피식 웃었다. 누가 같은 집에서 사는 사람들 아니랄까봐 말하는 거며 놀라는 것이 똑 닮아 떨어졌다. “아니! 미스티 양을 잘 아십니까?” 좀 특별나게 하는 그들의 행동을 괴이 적게 여긴 마노 단장의 말에 쥴리앙은 제 정신이 드는지 얼굴을 활짝 펴고 말했다. “자네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네!” “하하하! 나도 몰랐는데 쥴리앙이 알 리 없잖아. 그나저나 여긴 웬일인가?” 마노 단장은 자신의 말을 씹고 첫 대면부터 툭 까놓고 반말로 말을 하는 우리를 더욱더 괴이하게 쳐다보았다. “웬일은~~ 황자 전하의 결혼식이 있어서 미리 로즈에서 올라온 거야! 그러는 자네는 여긴 웬일인가?” “웬일은~~필라르라고 기억하지?” 필라르 녀석에 대해 묻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금발의 청년을 생각해냈는지 웃으며 끄덕였다. 레이캬비크 저택에서 그렇게 많은 활약을 하지 않은 유일한 녀석으로 내가 녀석이 없다는 것을 생각해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뒷통수를 맞은 후유증으로 여관에서 달콤한 수면을 취하고 있을지도 모르던 그 녀석! 깨어나서 돈 한 푼 없어서 분명 여관에서 무위도식한 협의로 일을 하고 있어야 할지도 모르던 그녀석의 구세주인 나였다. 물론 이 말을 필라르가 없는 곳에서 쥴리앙과 함께 담소를 나누면서 무의식적으로 말이 나와서 알고 있을 것이다. 필라르에 대해 생각을 한 쥴리앙은 돈 한 푼 없어서 일행에 빈대 붙어서 가이드란 명목으로 무위도식한 그녀석하고 내가 황궁에 있는 게 무슨 상관관계냐고 묻는 말에 난 목소리를 가다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놈이 황자여서 머물고 있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자 그들은 경악을 하면서 몸이 굳어버렸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기야 나 같아도 놀랐을 것이다. 그 얼빵이 필라르가 황자라니!! “말도 안 되네. 차라리 블루 군이나 카인군, 가브리엘군이 황자라면 믿을 수 있겠네.” “나도 이하 동문이야.” 왠지 귀족 티가 좔좔 흐르고 있고 고풍스러우며 곁에 함부로 다가서지 못할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는 다른 일행들이 황자라면 쥴리앙은 두말 않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얼빵하게 있다가 한번씩 우리들의 샌드백이 되어주던 필라르 녀석이 황자라는 말에 다른 사람들이 부인을 할 정도로 녀석은 황자하고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한 것이다. 돈 하나 없이 무위도식하고, 입에서 나오는 말투 등등을 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행자 일 것이다. 아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행자는 아니다. 여행자 주제에 동전 하나 가지고 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레이캬비크 백작님과 미스티양이 어떤 관계에 이신지....?” 첫 대면부터 말을 놓고 여자들 수다와 맞먹을 파워를 지닌 말이 오가고 있자 알퐁스와 어니스는 필라르 사건에 대한 진상을 알고 나서 아직도 굳어있었다. 그런 우리들을 아주 유심히 살펴본 미노스 단장은 좀 전에 마노 단장의 말처럼 씹힐 것을 예상하는 듯 듣던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목소리를 낮추어서 궁금한 점을 질문하였다. 미노스 단장의 말을 이번에도 가볍게 씹어버리고 싶었지만 초롱초롱 반짝반짝 빛나는 눈동자로 나와 쥴리앙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느낀 난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친구.” 어쩌다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쥴리앙과 같은 억양 같은 속도로 똑같은 말이 튀어나와 주변에 있는 기사들과 단장들의 고막을 뒤흔들었는지 헛바람만 들이키며 아무 말도 못한 체 눈만 부라리며 나와 쥴리앙만 번갈아 보기에 바빴다. 그런 반응이 흥미로워서 샐쭉하니 웃으며 바라보고 있을 때 알퐁스 녀석이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손바닥을 주먹으로 때리며 단장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아까 두 단장님이 하신 말씀이 뭐였죠? 미스티님이 기사단을 가르치고 있다니요?” 자신이 제대로 들었나 확인을 하려는지 알퐁스는 단장에게 물어보았다. “아~그거 말이군. 미스티가 검술 이론에 대해서는 엄청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폐하의 허락을 얻어서 잠시 동안 맡아서 가르치고 있지!!” “그,그랬군요!” 알퐁스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도 해줄 이야기가 없었으므로 그 시선을 회피했다. 저들은 내가 마법사로 알고 있는데 카인 오빠가 아닌 검에 검 자고 모르고 있을 것 같은 내가 기사들을 가르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다. 마법사가 검에 대해 뭘 알겠는가? 기껏해야 자신에게 해로운 것들을 베고 찌르고, 때로는 숲 속에 들어갈 때 울창한 나무들을 베어내거나 음식을 할 때 부엌용 칼이 없으면 검으로 대용하는 그런 정도밖에 모를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스티는 마법.....사 하고, 검사분과 같이 다니는데 굳이 이런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 아냐?” 쥴리앙이 아무 생각 없이 내가 마법사라는 것을 밝힐 뻔 했을 때 한번 째려봐주자 기사들은 내가 마법사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알아서 말을 돌려서 말했다. “남는 게 시간이니까! 어차피 난 황자의 결혼식이 끝나는 대로 떠나려고 했거든. 물론 황제 폐하의 허락은 받아놨지만! 그런데 여기 온 본래의 목적은 잊어버린 거야? 계속해서 어물쩡거릴 거야?” 여기 오기 싫다는 알퐁스를 끌고 와서 전혀 딴 짓을 하고 있는 쥴리앙에게 약간의 핀잔을 주자 그는 헛기침을 하고 알퐁스와 어니스를 바라보았다. “도련님! 자세 잡고 기본적으로...알죠?” 어니스의 말에 알퐁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자리에서 검을 뽑아서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수직 베기와 수평 베기, 대각선 베기 등을 반복하는 것으로 봐서는 하루에 해야 할 할당량이 정해진 듯 했다. “미스티님! 늦게나마 인사드립니다.” 알퐁스의 자세를 한번 보고는 나에게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였다. “그 동안 잘 있었나?” “물론이죠! 미스티님 덕분에 집안에 활기로 가득 찼습니다.” 행복에 겨워하는 어니스의 얼굴을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다시는 그 행복을 뺏기지 않으려고 굳은 심지를 지닌 두 눈동자가 보였다. “메이는? 부인은?” 가족의 안부를 물어보자 그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건강합니다. 이젠 너무 건강해져서 메이는 밖에서 아이들과 같이 뛰어다닌답니다. 그리고 제 와이프는 집안에서 음식을 만들며 저와 메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흠흠! 뭘 그렇게 귀를 쫑긋거리고 듣고 계십니까?” 모든 인간들이 훈련은 내팽개치고 내 질문에 답하고 있는 어니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기에 어니스는 잠시 말을 끊고 주변을 둘러보며 그들을 잠시 째려봐줬다. 하지만 기사들은 어니스의 째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쪽을 쳐다보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어 하는 얼굴로 서 있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야? 오늘은 특별히 훈련장을 돌도록 하지!” 내 말에 60명의 기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나에가 많은 시련을 겪은 그들에게 훈련장 도는 것쯤이야 식은 스프 먹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쉬운 벌을 주고자함은 절대 아니었기에~!! “모두 5열 정렬하고, 달리는 것은 너무 쉽겠지? 귀를 손으로 잡고 쪼그려 앉은 채 뜀뛰기를 한다. 실시!”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데로 말하자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벌로 준다고 생각을 했는지 얼굴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아마도 토끼뜀을 하면서 훈련장을 돌아본 적이 없는 듯 했다. “좋았어! 그 상태로 훈련장을 30바퀴만 돌도록! 마노 단장님과 미노스 단장님이 숫자를 세도록 하세요. 훈련장 도는 횟수를 세라고 했지 필기를 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벌이 적용되자 마노 단장과 미노스 단장은 재빨리 오른손에는 펜을 왼손에는 종이를 들고는 그림을 곁들이며 서로 의논을 나누고 필기를 하기 시작했다. “알았네! 이것만 적고 세겠네. 미스티양.” 필기를 다 했는지 마노 단장과 미노스 단장은 기사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훈련장을 한바퀴 한바퀴 도는 것을 일일이 체크하였다. “으음! 덥군.” 원래는 소드 마스터여서 이딴 더위는 느끼지 않을 테지만 힘을 약간 더 봉인시켜 놓아서 더위를 느낀 것이다. 햇볕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썼지만 약간 더운 것은 감수 하여만 하였다. 얼굴에 한줄기 땀이 흐르자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뒤적여서 좀 전에 눈물을 닦던 손수건을 찾아 땀을 닦았다. “그걸 아직도 가지고 계십니까?” 영문을 모를 질문에 이해가 가지 않아서 가만히 있다가 어니스의 시선을 쫒아서 눈을 옮기자 내 손에 들고 있는 손수건에 멈춰져 있었다. 여전히 흰색을 자랑하던 정성이 듬뿍 담긴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손수건! “아하~이거? 누가 준건데 함부로 버리거나 훼손시키겠어? 이런 손수건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거잖아.” “저로선 무한한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아참!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별로 영광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데 란 말을 해주기도 전에 어니스는 쥴리앙에게 말하고 훈련장을 나갔다. 그리고 한참 만에 돌아온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심호흡을 하다가 진정이 됐는지 평온한 얼굴을 하고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보시다시피 손수건입니다.” 어니스가 내민 손수건을 받아들고는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미스티님이 떠나시고 주신 보석으로 집안을 다시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사벨라가 천을 사다가 매일매일 손수건을 만들었습니다. 만약에 미스티님이 다시 돌아오시면 꼭 드리겠다고요! 자신은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이것으로나마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만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언제나 전 이사벨라가 만든 손수건을 소지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언젠가 미스티님을 만나면 드릴려구요!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엄청 긴 일장연설을 한 어니스는 씨익 웃으면서 뒤돌아서서 알퐁스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었다. “어니스! 부인께 고맙다는 내 말을 꼭 전해죠! 이런 따스한 선물은 별로 받은 적이 없어서....전에는 급하게 떠나느라 느낄 틈이 없었는데 너무나 감동적이야. 그렇게 해줄 거지?” 내 말에 어니스는 알퐁스의 자세 교정을 해주며 돌아보지 않은 채 말을 하였다. “물론 전하겠습니다. 미스티님이 황궁에서 두 기사단을 가르치는 훌륭한 분이시라는 것을 요! 그리고 아직도 집에는 손수건이 산더미처럼 쌓였으니 언제고 와서 가지고 가셔야 합니다. 알겠죠?” “응. 그렇게 할께! 그나저나 알퐁스는 검술을 배운 것도 좋은데 내가 보기엔 비도술을 배우면 정말로 좋을 텐데, 전번에 보니 한 실력하더라구!” 그 말에 쥴리앙과 어니스가 동시에 쳐다보았다. 화잔등 만하게 커진 눈동자는 더 이상 커지면 찢어질 것 같이 위태로워 보였고, 알퐁스 녀석은 내가 그 사실을 말하자 검을 내려뜨리고는 머리만 긁적이며 쥴리앙과 어니스를 뻘쭘히 바라보았다. 괜한 이야기를 꺼내서 알퐁스를 난처하게 만드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비도술을 배우는 거 자체가 잘못된 점이 하나도 없기에 이번 기회에 쥴리앙과 어니스에게 녀석의 손속이 빠른 비도술을 알리기 위해 힘 써야할 듯 하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알퐁스는 그런 것은 배우지도 못했는데?” “맞습니다. 도련님은 비도술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어이없어 하는 말을 들은 난 곧 꼬리를 감추게 만들어 주었다. “어이! 이제 그만 돌고 가지고 있는 단검이나 하나 던져 줘봐!” 훈련장을 토끼뜀으로 돌면서 지칠 대로 지친 기사들은 알퐁스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낸 다음에 일제히 단검을 빼어들었다. “몇 개만 줘봐!” 너무나 많은 단검들이 햇살에 반짝반짝 거리자 그들에게 몇 개만 달라고 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손에서는 단검들이 사라질지 몰랐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내가 일어나서 빛을 뿜어내고 있는 60개의 단검 중에서 그런 대로 잘 만들었다고 보이는 것을 뽑아서 알퐁스에게 주었다. “설마하니 억지로 못하는 척 하는 건 아니겠지? 기대하고 있겠어.” 단검을 건네주면서 난 알퐁스의 귀에 살짝 귓속말을 했다. 자신이 비도술을 한다는 것을 영원히 비밀로 붙이면 내가 괜히 말을 꺼내서 창피함을 당하기에 일부러 못하면 내손에 먼저 아작 난다는 뜻이 지닌 말을 하자 알퐁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상하로 움직였다. 그런 알퐁스의 노력이 가상해서 씨익 웃어주며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떨어져 나왔다. “과녁은 저기 보이지? 벽에 새겨진 이상야릇한 그림을 맞추는 거야!” 훈련장 벽 한쪽을 검지로 가리켰다. 다른 데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우째 그곳은 상형문자 같은 것이 그려져 있어서 이유를 물어보니 모두 다 모른다는 대답밖에 없었다. 단검을 만지작거리면서 나직하게 한숨을 쉰 알퐁스는 눈을 번쩍 뜨고는 과녁이라 칭해진 것을 바라보며 단검을 던졌다. 손에 들고 있는 6개의 단검을 순식간에 던져버린 알퐁스를 보다가 과녁을 보자 모두가 한곳에 박혀있었다. “어,어떻게 이런....일이?” 자식이 한일을 믿지 못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착하기로 유명한 쥴리앙이 말을 더듬었다. 언제나 사고뭉치, 버릇없는 녀석, 검술 훈련도 안받는 바보 녀석의 대명사로 알퐁스를 뽑을 정도였는데 자식 녀석이 전혀 딴 방향으로 소질을 가지고 있었기에 놀랐을 것이다. 거기다가 훈련장의 벽은 말 그래도 돌로 만들어진 것이다. 나무도 아닌 돌로 만들어진 벽에 단검을 박히게 한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훈련을 남몰래 했는지 알 수 있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증거였다. “와아~~”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은 한참을 멍하게 벽에 박혀 있는 6개의 단검을 보더니 곧 탄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저 혼자서 취미삼아 익힌 것입니다.” 짤막한 대답에 쥴리앙과 어니스는 기가 막히는지 벙쩌있었다. “알퐁스는 이런 쪽으로 나가면 성공하겠는걸? 대단했어!” 자리에 뿌리를 박은 듯이 움직이지 않은 알퐁스에게 다가가서 잘했다고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레이캬비크 가는 뭔가 달라도 확실하게 다르군요! 아드님이 검술을 못한다고 타박을 하셨는데 알고 보니 비도술의 달인이라는 것을.......저도 놀랍군요! 저런 것은 처음 봤거든요.” 미노스 단장이 알퐁스를 칭찬해주자 어찌됐든 간에 기분이 좋아진 쥴리앙은 미소를 지었다. 자기 자식을 보고 다른 사람이 칭찬하는데 안 좋게 여길 부모가 있겠는가? 흐뭇해하고 있는 쥴리앙을 보니 내 자신도 기분이 좋아져서 살짝 웃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어니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미스티님은 도련님이 비도술을 잘하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생각도 못한 질문을 받은 나는 물론이고 알퐁스도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로즈시에서 일어난 일을 함부로 발설할 수 있겠는가? 나야 괜찮지만 알퐁스는 그러지 못했다. 결혼도 안 한 놈이 여자와 같은 침실에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말을 했다가는 지금 당장 쥴리앙이 알퐁스를 때려죽이려고 옆에 있는 기사들의 검들을 뺏어서 달려들게 뻔했다. “로즈시의 여관에서 그만 내 방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잘못 들어왔더라고! 그때 갑자기 단검이 날아 들어와서 좀 놀랐지만...아무튼 간에 그런 일이 있어서 알고 있었어!” 중요한 부분을 전부 빼고는 나름대로 사실을 모방한 말을 하자 그들은 믿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규명을 하지 못했다. 당사자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어떻게 사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자꾸 말해달라고 보채는 듯한 그들의 시선에 그 어떤 협박과 달콤한 감언이설이 날 현혹시키려 해도 절대로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입을 열었다가는 곧 알퐁스의 축 사망이기에!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보자고!” 점점 시간을 끌어봤자 좋을 일이 없기에 난 기울어져 가는 해를 보며 한마디 해서 훈련을 끝냈고 쥴리앙과 알퐁스, 어니스를 대동한 채 내가 머물고 있는 건물로 왔다. 나를 따라오는 길에 왜 이쪽 길로 가냐는 말에 내가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건물이 이쪽 방향에 있다고 말하며 그들을 끌고 왔다. 헤매지 않고 한번에 찾아온 건물을 보며 쥴리앙은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오늘은 정말로 놀라는 일의 연속이군! 자네는 어떻게 저 건물에서 지내고 있는 거지?” 조용하기 그지없는 건물에 사연이 담겨있었는지 그는 나를 주시하였다. “그냥 황제 폐하께 조용한곳에서 있고 싶다고 했더니 이 건물에서 지내라고 했어!” 사실만을 말한 내 말에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하였다. “여긴 바로 전 전대의 황비마마의 처소였어. 그러니까 지금의 황제 폐하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지! 여긴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이거든! 전 황제 폐하께서 황비마마께서 돌아가시자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한곳이야. 그러다가 전대 황비마마께서 조용한곳을 좋아하셔서 특별히 이곳으로 처소를 옮긴 거야. 그런데 자네가 여기 있으니까 이상하게 여길 수 밖에 없지! 안 그래?” 쥴리앙의 말을 듣고 보니, 이상한 것 같았으나 거의 공짜로 살고 있다시피 하는데 뭐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이 건물 전채를 빌려서 쓰고 있는데. 쥴리앙의 설명에 그저 고개만 끄덕거리며 건물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모두 나와 봐! 누가 왔는지 보라구.”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고래고래 소리를 쳤더니 효과가 있었는지 수련을 하고 돌아온 일행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누구십니까? 어서 오세요!” 블루가 먼저 인사를 하자 서로 돌아가면서 인사를 하고, 약간의 담소를 나눈 다음에 쥴리앙과 알퐁스, 어니스는 자신들이 배정된 곳으로 돌아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2730 7 친구.. 그리고 흔적을 남기기 위한 그림 - 2 “오늘은 수련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내가 하자는 데로 하자! 응? 그럴 거지?”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난데없이 들이닥친 필라르의 입에서 나온 첫 소리였다. 녀석의 영문 모를 말에 잠시 식사를 중단하고 일행들을 한번씩 보고는 다시 녀석을 향해 의문의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뭘 할 건데? 난 누구 때문에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구!” 내가 기사단을 가르치게 만든 원흉인 필라르를 째려보며 말하자 필라르는 미리 준비해둔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았다. 준비성 철저한 놈! 언제부터인가 몰라도 꼬질꼬질해 보이던 녀석이 갑자기 안가지고 다니던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면서 땀을 닦았다. “그,그건 내가 미리 말해뒀으니까 안 가도 될 거야!” 되도록이면 짠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는 필라르의 서선에 도리도리를 했다. 저런 표정 지은다고 내가 넘어갈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얼빵한 녀석에게 짠한 표정은 어울리지 않으니까! 좀 불쌍해 보이는 면상을 지닌 녀석이 짠한 얼굴을 하면 나도 모르게 끄덕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무얼 할 건데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언제나 한쪽 구석에서 조용하게 행동하며 남의 눈에 띄기를 절대로 싫어하는 엘프가 아닌 언제나 한가운데서 사방을 내려찍듯이 웃음을 날리며 황궁에 있는 여러 레이디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가브가 탐스러워 손대기만 하면 톡 터져버릴 것 같은 딸기를 한입에 넣어버리고 필라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글쎄 나와 보면 안다니깐! 그건 그렇고 우선 레이디들과 신사분들은 아름답게 치장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필라르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해하는 순간 나와 리디는 아침도 다 먹지 못하고 시녀들에게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어느새 준비했는지 드레스며 장신구들을 늘여놓고는 리디와 나를 치장시켜주었다. 붉은색 머리칼을 가진 나에게 머리칼을 튀어 보이게 하려는지 새하얀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가 입혀졌다. 목걸이 역시 백금에 다이아몬드가 주렁주렁 달려서 목을 살짝 감쌌고, 머리 장식은 백 진주를 써서 자연스럽게 긴 머리칼로 내려뜨려지는 것을 썼고, 특수 효과를 내려는지 비싸디 비싼 진주를 가루 낸 것을 머리칼에 뿌렸으며 하얀 프릴이 달려서 귀여움을 돋보여주게 하는 장갑이 끼워졌으며 그 장갑 위로는 푸른빛을 머금은 사파이어가 두 줄로 엮어진 팔찌를 꼈다. 그 옆에서 치장을 받고 있는 리디까지 정신을 쓸 여력이 없었다. 어찌나 정신이 복잡하던지 내 신세한탄하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한참 만에 겨우 빠져나와서 필라르를 죽을 듯이 쳐다보며 별일 아니면 세상 하직 시켜줄려는 마음을 가지고 따라갔다. “우띠이~이게 뭐하는 짓이야? 따분해! 차라리 기사들이라도 가르치는 게 따분하지는 않는데...” 끌고 온 곳은 우리가 머물고 있는 건물의 정원이었다. 여기까지는 무지 좋았다. 그런데 정원에는 이미 많은 인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떠한 물건을 들고서! “아직도 멀었어요?” 짜증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말에 질문을 받은 사람은 움찔거렸으나 절대로 손가락만은 항상 똑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아,아직 멀었습니다. 참으십시오!” 한 자세를 취한 채 오래있으려니 온몸이 뻐근하고 심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내가 앉아 있는 곳에는 해가 점점 위로 떠오르면서 내리쬐고 있어 나무 그늘이 점점 짧아지면서 사라져버리자 불쾌지수가 80을 넘어서 90을 향해 치솟아갔다. 뜨거운 대낮에 피부미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자외선에 적나라하니 노출이 되어 더 기분이 팍 상했다. “그림 그리는데 움직이면 안돼는 거 몰라?” 그렇다. 우린 지금 그림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정원에 모은 인간들은 모두 황궁의 화가들이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묻자 백색의 정복에 붉은 실로 피닉스가 수놓아진 소매가 살짝 바람에 날리면서 입을 열며 필라르가 말하기를.... “여행 동료들과 의무적으로 그림을 그려야해! 그래야만 영원히 잊혀지지 않으니까!” 그 말에 난 잊혀지지 않으려고 쾌히 허락을 하였지만 그건 무지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간절히 느낄 수 있었다. 살짝 미소 짓는 표정을 한 채 계속 있으려니 안면 근육이 경직되어서 몇 시간 동안 맛사지라도 받아야 할 것 같았으며 손가락 위로 이상야리꾸리한 색을 한 풀벌레가 지나가고 있었지만 떨쳐버리지도 못한 채 눈동자만 굴리고 있는 수준이었다. 다행히 독이 없는 풀벌레였는지 내게 해를 입히지 않고 조용히 제 갈 길을 가기에 바빠서 꿈틀꿈틀 거리면서 필라르 쪽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놈을 보고 회심의 미소를 짓다가 오른쪽에 있는 화가에게서 얼굴 표정이 틀려졌다며 한 소리 듣고 나서야 원래의 얼굴로 되돌렸다. 그림을 그릴 때의 표정으로 되돌린 사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들을 보면서 필라르에게 물었다. “한 장만 그리면 되는데 여러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거야?” 정면을 아니 약간 사선을 보는 듯이 보려고 노력하면서 바위에 앉아서 바로 뒤에 앉아있는 필라르에게 물었다. 그러자 필라르는 자신의 옷에 기어오르고 있는 야리꾸리한 색의 풀벌레를 어떻게 처치해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호위병으로 온 병사에게 눈짓을 해서 벌레를 치워버리는 쾌거를 이룩하고 개운한 표정으로 답변을 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그린 것 하나 하고, 에! 또, 각자의 초상화라고 하면 되겠냐? 그러니깐 사람이 많이 있는 거지. 한마디로 말하면 한 사람당 그림이 두장이 그려진다고 생각하면 될 거야!” 필라르의 말을 듣고 모두들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린 포즈를 잡고 있는 나를 중심으로 삥 둘러앉아서 인내를 기르고 있었다. 하필이면 내가 한 가운데 앉아 있고, 오른쪽에는 오빠가 왼쪽에는 리디, 뒤에는 필라르, 앞에는 블루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방이 꽉 막힌 듯한 배치에 가슴마저 답답해옴이 느껴졌다. 후줄근해진 날씨도 한몫 거들었지만! “지금 점심시간인데...쩝” 하늘빛 드레스를 입고서 입맛을 다시는 리디! 황궁에서 나오는 식사가 일품인지라 리디가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맛도 맛이지만 시각적으로 엄청 화려함을 자랑하는 요리들이었다. 과일과 야채로 조각을 해서 화려한 꽃 모양의 가니쉬로 나와서 특히나 가브가 좋아했다. 요리들에 대해 생각을 하다보니 점점 입안에 침이 고여 가기 시작하면서 흘러넘치기 일보직전에 가까스로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 내 행동을 곁눈질로 본 오빠가 눈빛으로 인정사정없이 찌르면서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가 움직이면 다시 그려야 하니까.” 붉은 제복 비스 무리한 것을 입고 꼼짝 말라는 오빠의 말에 한숨을 쉬며 다시 트레이드마크를 짓기 위해 살짝 웃었다. 고역이다 고역! 차라리 높은 산을 혼자서 죽어라 올라가도 이것보다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엉덩이가 들썩들썩! 어깨도 뻐근하고, 눈도 시려워 심히 몸 상태가 최악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림이 그려지면 정말 인상적일 것 같지 않아?” 뜬금없는 필라르의 말에 싸늘한 눈초리로 흘겨보고 있었지만 멍하니 정면을 보고 있는 녀석은 내 눈빛을 보지 못했지만 묵묵히 앞에 앉아있는 블루가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개뿔이...” 퉁명스런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블루 녀석도 그림을 그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 이유는 우리는 전부 바위에 올라가서 편하게 앉아 있었지만 블루는 바위 앞에 떡하니 서있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니 신경이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지. 냉기가 풀풀 풍기는 블루의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고 있자 그나마 이야기하면서 짜증나는 생각을 잊고 있었는데 그것마저 못하니 더 죽을 맛이었다. 그래서 한숨을 쉬며 필라르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림 그리는 것은 하이젠이나 파스칼 황자 친구들도 하는 거야?” “물론이지! 그들도 아마 다른 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을 거야! 우린 다행히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하게 되어 행운이지만.” 이곳을 선전하고는 조용해졌다. 아직 황궁의 모든 곳을 둘러보지 못한 나는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귀족 가에 흔히 있을 것 같은 정원보다 조금 더 꽃과 나무들이 있다는 것 뿐!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지금 이 정원은 적당한 화려함과 순수함이 내제되어 있어서 황궁 내에서도 명소로 손꼽힌다는 것이었다. 지나친 화려함은 마음을 자극하지 못하고 지나친 순수함은 오히려 촌스러워 보이지만 적당하게 화려함과 순수함이 섞인 이곳은 은연중에 사람들이 마음을 끌어들여서 편하게 안정시켜주었다. “이제 조금만 더 그리면 되니깐 참으십시오!” 잠시 눈을 굴려 정원을 보고 있을 때 앞에 앉아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에게 듣던 중 반가운 소리를 듣고 기쁨에 더 찐한 미소를 지었다. 물감으로 채색을 하고 있는 걸로 보아 정말로 그림은 거의 다 그려진 듯 싶었다. 한참을 잘 그리다가 오묘한 얼굴표정을 한 채 난색을 표하던 화가가 갑자기 영감이라도 얻은 듯 탄성을 지르며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십분 후! 이젠 몇 시간 지났는지 시간관념이 없어졌다. 단지 해가 서쪽으로 약간 기울어지기 시작한 것을 보아서 점심이 훨씬 지났다는 것 밖에 알 수 없었다. 계속 앉아 있느라고 굳어져있던 근육들과 뼈들을 풀고 있는 사이에 그림을 다 그린 화가들은 도구들을 챙겨서 바람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목 근육을 푸느라 한바퀴 돌리고 나니 정면에는 썰렁한 공터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 그림이 잘 그려졌는지 한번 보고 싶었는데 정말로 아쉬웠다. 몇 시간동안 공을 들인 건데 왜 그림을 안보여주고 그대로 톡껴버렸는지...나중에 필라르의 말을 들어보니 처음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해서 나중에 더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리기 때문에 완성작이 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이곳 화가들이 특성이란다. “그럼 이젠 열심히 놀아볼까? 아니지. 결혼이 이제 일주일 정도 남았잖아! 그럼 다른 곳에서 음! 그러니까....사신들도 와있어?” 그림 그리는 것이 끝나고 늦은 점심을 먹으며 필라르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와있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신들도 있지만, 그런데 그건 왜 물어?” “몰라도 돼.” 묻지 말라는 투로 말하자 필라르는 다시 먹기 시작하였다. 이럴 줄 알았어! 황제가 남아달라고 했을 때 그냥 톡끼는 건데, 잘 하면 날 알아보는 인간들이 오면 어떻게 해. 특히 카옌 왕국은 더욱더 안 되는데. 다른 왕국에서는 내 자취가 희마하게나마 남았겠지만 카옌 왕국에서 온 사신들이라면 필시 나를 알아볼 가망성이 높았다. 내가 카옌 왕국에서 오래 머문 것도 한몫하지만 워낙에 일을 많이 저질러 놔서 궁 안에서 나를 모르면 간첩으로 오인 받아 지하 감옥에 갇혔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아니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이름모를 푸른 기사단의 기사 중 한명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온갖 잡생각을 하며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끝냈다. 자신의 할일을 다 끝낸 필라르를 강제적으로 돌려보낸 다음 대책 강구에 나섰다. “아까 필라르가 한 말을 들었겠지? 어차피 약속을 했으니 결혼식엔 참석을 해야 해! 참석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각국에서 사신들이 들이닥친다는 것에 문제가 있어. 우릴 알아보는 인간들이 있으면 안 된다는 거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말을 내 뱉고는 잠시 숨을 쉬는 시간을 가졌다. “왜 안 되는데?”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블루의 뒷통수를 살짝 쥐어 박아준 다음에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우린 지금 필라르의 친구로서 여기 있는데 만약에 가브가 엘프라는 것 하고, 아님 나와 오빠가 카옌 왕국의 귀족이라는 것이 밝혀져 봐! 어떻게 되겠어?” 한심하다는 듯이 째려보자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럼 모습을 살짝 바꿔야 한다는 거야?”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가브의 말에 난 끄덕였다. “바꿔야지. 지금 우리의 모습을 알고 있는 인간들이 많이 있으니까 특히 오빠는 많이 바꿔야 해! 파이넬 왕국에서 오빠가 먼저 들킨 바람에 나도 덩달아 들켰잖아! 그리고 음~이것저것 말할 필요 없이 일루젼을...아니지...분명히 그곳에는 마법사도 많이 올 것 같으니깐 그건 안 되겠고, 그냥 바꾸자.” 일루젼은 낮은 클래스의 마법사들도 할 수 있으므로 웬만한 마법사들이 알아볼 수 있겠지만 높은 클래스를 필요로 하는 폴리모프를 하면 전혀 알아볼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보다 낮은 경지에 있는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어도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을 못 알아보듯이! 그래서 일루젼 보다 폴리모프가 낫다고 말함과 동시에 전체 동의를 얻어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결정했다. “난 눈만 금색으로 만들면 되고, 오빠하고 블루는 서로 머리색을 바꿔! 지금 드래곤들 자존심 따지게 생겼어? 내 말대로 해! 그리고 리디는 머리를 약간 옅은 초록색으로 하고, 가브는....가브도 눈 색만 바꾸면 될 거 같아! 이 사실을 필라르한테 말해줘야 겠지? 그래야만 가는 곳 마다 검문을 피할 수 있으니까!” 결정이 내려지자 자신의 처소로 간 필라르를 다시 불러와서 모습을 이렇게 바꾼다고 말하고는 필라르가 있는 상태에서 블루와 리디가 자신의 모습을 바꾼 다음에 우리들도 바꿔줬다. 겉으로 들어난 마법사니깐! “왜 그렇게 바꾸는 건데?” 필라르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무시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괜히 한소리 한소리 해주다 보면 언젠가는 밑천이 드러나게 될 것이며 끝내는 내가 누구였는지 밝혀질게 뻔하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하는 말 중에 힌트를 얻어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는 녀석이 바로 필라르이다. 겉으로는 얼빵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녀석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내가 아직도 파악하지 못할 만큼 자기 자신을 감추는데 능통한 녀석이기에 대답을 회피한 것이다. 내가 대답을 해주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 질문은 다른 일행들에게 넘어갈 것이고 그 질문들은 리디가 알아서 고이고이 씹어줄게 분명하다. “이햐아아~미스티님!! 너무 멋져요~” 금색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기사들이 한마디씩 했지만 난 꼭꼭 씹고는 훈련을 시켰다. 내 기분을 띄워주어서 어떻게든 막강 훈련을 받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꼭 누렁이가 배를 발라당 보이고 쓰다듬어 달라는 듯이 같이 보였지만 애써 그런 행동들을 외면한 채 훈련을 시키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왜 눈의 색을 바꾼 것이지? 미스티양?” 좀 전부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마노 단장이 물었다. “개인적인 사정! 더 이상 묻지 마세요.” 지금쯤이면 내 일행들의 바뀌어진 모습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하고 있을 것이다. “훈련 안 시키고 뭐하는 겁니까? 그렇게 시간이 남아돌아요? 결혼식이 시작되면 사방팔방으로 바쁠 텐데....호위도 해야 하고, 암습에도 준비해야하고, 안내도 해야 하고, 다른 기사단이랑 눈싸움도 해야 하고(?), 할일이 산더미처럼 쌓였군요. 난 편안히 구경만 하면 되는데~” 두 단장들의 심기를 찌르는 말을 하자 눈에 불을 키고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훈련이라고 해봤자 내가 보기엔 완전히 고문 수준이었지만 내가 가르쳐주었으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열심히 굴러다니고 있는 기사들을 보며 기지개를 폈다. “이젠 6일 남았군! 6일후엔, 후우~과연 편안히 갈수 있을까?” 땀 빼며 열심히 굴러다니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6일이 지나면 저들과의 만남은 기억에만 존재하게 될 테니깐! 그 기억이 얼마동안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기억 속에 잠시나마 나란 존재를 집어넣고 싶어졌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난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을 먹고 훈련장으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훈련장에 와서 도열해 있는 그들을 보며 생글생글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제 하루 남았다. 결혼식은 이틀 후지만 내일부터 손님들 때문에 바빠질 테니깐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 짧은 연설을 끝내고 의자에 앉았다. “기마 자세로 30분! 그 다음엔 스트레칭을 하시고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가겠습니다.” 60명의 기사들은 쭉 늘어서서 기마 자세를 취했고 나와 두 단장은 접시를 올려주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해야 한다. 하체의 근력과 복근, 팔 근육의 힘이 커지니까. 지구력도 상승한다. 그 자세를 취하면서 인내하는 법을 배워라! 화가 난다고 해서 쉽게 검이 뽑혀지면 안 된다. 누군가 자신을 화나게 하면 머릿속으로 참아야 한다를 3번 외쳐라! 그렇게 해서 참아지면 그냥 무시하고, 그래도 화가 안 풀리면 검을 뽑아서 결투를 해라!” “넵!” 내가 한말에 감동을 받았는지 안받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큰소리로 외쳤다. 저들도 과연 내가 직접 시키는 훈련이 마지막이란 것을 알고 있을까? 의례 있어 왔던 자그마한 투덜거리는 소리가 없어지고 오로지 고요한 훈련장에는 땀방울들이 떨어지는 소리들로 내 귀를 가득 채웠다. “그럼 이제 스트레칭을 하세요!” 기마 자세를 취하던 중 내 말에 그들은 내가 가르쳐준 것을 착실히 했다. 다리 붙여서 손바닥이 땅에 닿게 하는 것과 다리 벌려서 상체를 숙여 바닥에 가슴이 닿게 하는 것 등 고난위도의 스트레칭을 그들은 이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얼굴도 붉히지 않은 채 시행하고 있었다. “와우~처음보다 엄청 좋아졌군! 피스는 여기 있는 기사들 중에서 단연 압권이군! 훌륭해!” 전번에 하데스를 유연성으로 누른 피스를 칭찬하자 그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헤벌쭉 해졌다. “너무 하십니다. 저희도 칭찬해주세요! 피스만 칭찬해주시고...” 황혼의 기사단인 레이크가 엥 토라지는 소리를 하자 모든 기사들이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에 이리저리 구르면서 웃었다. “레이크~아직도 손바닥 전체가 땅 바닥에 안 닿잖아? 그 동안 뭐했어? 다른 동료들을 한번 봐봐! 다들 다리를 붙인 자세에서 손바닥이 바닥에 닿잖아!” 다른 기사들을 일일이 가리키면서 훈련의 성과가 미비하게 나타나는 레이크의 뒤쪽으로 돌아가 엎드려져서 훤히 보이는 등판을 사정없이 눌렀다. “으아아아악~” 레이크의 커다란 비명 소리가 훈련장에 가득해지자 그와 비슷하게 웃음소리도 커졌다. “땅바닥에 손이 닿았군! 그 자세로 10분 연장.” 명령이 떨어지자 그는 얼굴을 사정없이 구겼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붉어진 얼굴사이로 땀들이 줄기차게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자신이 훈련을 게을리 해서 그리된 것이니 반박도 못하고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여 꾹 참고 손바닥을 땅에 붙이고는 이를 악 물고는 눈을 감아버렸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웃고 있는 동료들에게 시끄러워 라는 소리도 못 내고 콧김만 뿜어냈다. “여자 꼬실 시간이 있으면 훈련을 하세요! 그럼 알아서 여자들이 따를 테니, 훌륭한 기사님들을 누가 싫다고 할까? 그러니 훈련을 해서 나라에 공을 세워.” 존대와 하대를 적절히 섞어 하는 말에 레이크의 표정이 풀렸다. 여자 뒷꽁무니 따라 다니면서 훈련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다른 기사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여자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다른 이들은 거의 결혼을 했지만 레이크만은 노총각 신세를 못 면해서 기사들에게 놀림감 신세가 되어 훌륭한 사람이 되면 여자들이 줄을 잇는다는 어디서나 흔히 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마음이 풀리는 것으로 보아 평소에 그것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나 보다. “이제 본격적으로 하죠.” 스트레칭을 끝낸 다음에 검을 휘두르며 훈련을 하였다. “발 움직임이 너무 둔해! 빨리 빨리!! 스타인 스플라다! 팔에 힘 빼! 다리는 좀더 벌리고, 아렌! 속도가 많이 떨어졌어! 차코~그럴 때는 무릎을 약간 굽혀! 그렇지! 그렇게 하면 돼!” 내게 받는 마지막 훈련인지 그들은 모른 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때 훈련장 안으로 누군가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마노 그래니온 단장님, 미노스 베스티아 단장니이이임~” 왕의 근위대의 한 기사인 것 같은 인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잠시 동안 뜸을 들이고 있을 때 나도 잠시 쉬기 위해 미리 마련해둔 의자에 털썩 앉고는 물을 마시며 귀를 열고 뛰어온 기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기에 급하게 뛰어오나?” 예전부터 안면이 있는 사이인 것 같이 단장들이 말을 툭 까놓고 말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물을 한 모금 마셨다가 내 뿜을 뻔 하였다. “저,저기 그,그러니깐!” “우리가 온 게 그렇게 당황스러운가요? 이미 황제 폐하의 어명도 받아서 이렇게 제국의 훈련장을 구경하러 왔습니다.” 어디서 아~주 많이 들어 본 듯한 목소리에 물이 순간적으로 기도로 들어가 버렸다. “컥...케케케켁...켁” “미스티님! 괜찮으세요?” 훈련이 중단되었기에 내 곁으로 온 미쉘이 등을 두들겨 주었다. 기도로 들어간 물들을 뿜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 괴로움에 말도 잘하지 못할 정도였다. “켁켁...안 괜찮...켁켁켁....아...켁켁!” 나의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옌 왕국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갑옷을 보니 붉은 기사단에서 호위로 오셨군요. 그런데 옆에 계신 두 분은 누구신지~~?” 연신 컥컥대면서 난 의자 등받이에 가려진 이점을 살려서 몸을 더 구부려 보이지 않게 하면서 소리를 들었다. “전 바르실미르 왕국에서 온 라이너 플라시도 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노스 베스티아 단장님, 마노 그래니온 단장님!” “전 파이넬 왕국의 칼 라이얼드 라고 합니다.” 아아~이젠 내가 만나본 인간들이 떼거지로 몰려왔구나! 이를 어째? 다른 인간들은 그렇다 쳐도 왜 파이넬 왕국의 근위대인 칼 아저씨가 온 거야? 신의 농간인지 내가 지나쳐온 왕국에서....그것도 한번씩 인연을 가진 인간들이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황혼의 기사단과 유령 기사단은 따로 훈련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한번이라도 와봤는지, 이야기를 들었는지, 맥의 말에 두 단장들은 나를 보고 배시시 웃었다. 그 웃음을 보고 난 팔을 들어서 X 표시를 하였다. 절대로 알리지 말라구! 하지만 단장들은 내 제스처를 뭉겨버렸다. “그러니까 말이죠! 그게 어찌된 사정이라면................(생략)...................되었죠! 그래서 폐하의 윤허를 받아 의자에 앉아 계신 미스티 양이 직접 가르치고 있습니다.” 절대로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이라서 하지 말라고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더니만 그들은 나에 대한 말을 하고 있었다. 왜 이곳에는 내 말을 씹는 인간들이 많은지! 특히나 마노 단장과 미노스 단장은 내 말을 꽤나 많이 씹은 화려한 경력이 있다. 전에 고상한곳으로 놀러간 다음부터 기사들에게 찬밥신세가 된 이후부터 라고 말할 수 있다. ‘이거 어떻게 빠져 나가냐? 어떻게~~아무도 안보면 공간 이동이라도 할 수 있으련만....잠깐! 아무도 안보면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다? 그래~그거야!!’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단장들과 맥, 그리고 라이너와 칼 아저씨는 대화를 나누는데 여념이 없었으며 내 등을 다독여 주었던 미쉘 마저 이방인을 쳐다보니라 정신이 없었다. ‘예스~좋았어!!’ 주변의 눈치를 살피던 난 조용하게 한곳을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들리지 않게 아주 아주 작게 입을 열었다. “워프” 순식간에 난 내가 묵고 있던 건물의 정원에 이동을 할 수 있었다. “후훗~뒷일은 뭐 단장님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가 없어졌다고 무슨 일이야 일어나겠어?” 맥과 라이너, 칼 덕분에 난 훈련을 빨리 끝낼 수 있어서 쉬는 시간이 많아 졌다. “뭐! 다른 왕국 사람 앞에서 훈련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깐 그저 이야기만 할 거야! 아무렴! 그렇고 말고, 훈련 방식은 군사 기밀인걸~그럼 이 문제는 넘어가고 난 이제 뭘 하느냐는 것이 남았군! 뭘 하지? 뭘 해? 그냥 잠이나 자? 싫은데. 뭘 하지?” 내가 한 훈련은 이미 카옌 왕국에서 써먹던 것이라서 만일 제국에서 그 훈련방식으로 훈련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필시 맥이 따지고 들게 분명하다. 허나 훈련 방식은 군사 기밀에 붙여진다. 다른 국가들이 자신들 나라의 훈련방식으로 훈련을 해서 군사력이나 힘이 맞먹어지면 곤란하기에 서로 훈련하는 방식이 틀렸다. 잠시 그들에게 들킬까 노심초사하던 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정원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어가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얀 침대위에는 보호색으로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채지 않게 하려는지 블랑슈 녀석이 대짜로 뻗어 있었다. “블랑슈야~뭘 했으면 좋겠냐?” 훈련을 시키는 동안에 방해가 될 거 같아서 방안에 가두어 두었다. 이 녀석을 데리고 다니다보면 시도 때도 없이 내 곁을 떠나서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니기에 골치가 아파서 극약처방으로 가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지 잘 한 짓 같다. 만일 녀석이 오늘 훈련장에 있었다면....분명 그들이 블랑슈를 알아봄과 동시에 주인인 나를 알아보는 것은 인시상정!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아직도 눈을 굴리면서 대짜로 뻗어있는 녀석을 번쩍 들어올렸다. “하기야~너한테 말한 내가 잘못이다. 뭘 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블랑슈를 어깨에 올려놓고 이제부터 무엇을 할까 하고 잠시 곰곰이 생각을 하였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17 3150 18 결혼식과 불꽃놀이?? - 1 “심심하다. 책이나 읽을까? 책,책,책.....엥? 여긴 책 종류가 별로 없네. 거의가 로맨스 소설이잖아? 전대 황비는 이런 장르를 좋아했나보지? 황궁 도서관이나 가볼까? 근데 거긴 또 어디에 있다니? 아차차차~블루가 거기에 있으니 기운을 더듬어 가면 되겠군!” 그동안 기사들 훈련시키느라 방안에서 잠시도 쉴 틈이 없어서(물론 오전에는 산책하느라 시간이 없었다.) 아직까지 방안을 자세하게 둘러보지 않았다. 내게 상관없는 것들에는 신경을 꺼버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오후의 휴식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방안 한 귀퉁이에 있는 책장으로 가서 책을 꺼냈는데 하나같이 사랑타령을 하는 시시한 책밖에 없었다. 이미 옛날부터 이런 로맨스 종류의 책에는 신물이 나서 이왕 책을 보기로 작정한거 도서실로 가기로 작정을 했지만 문제는 필라르에게 도서실을 한번도 안내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중얼중얼 거리면서 이 일을 어떻게 해결을 할꼬 생각을 하다가 매일 도서실에서 박혀서 공부하는데 열중인 놈이 생각이 났기에 녀석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정신 집중을 했다. “오케이~잡혔다.” 블루의 기운을 탐지해내자 난 기운이 강렬하게 나오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그렇게 걸어가자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는 처음 보는 건물이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저긴가 보군!” 건물 입구에는 경비 아저씨들이 다가오는 내 앞에서 들고 있던 창으로 가로막으며 말할 가치도 없으니 어서 나가라는 눈빛으로 나를 따스하게 째려보았지만 나는 그 눈빛으로 담요를 만들어 덮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기에 오히려 강렬한 눈으로 날 쳐다보던 경비병들이 어이없어 하며 눈빛으로 제지가 되지 않으니 이제는 힘으로 하려는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가 블랑슈가 으르렁거리는 바람에 손을 내리며 도리도리를 한 채 입을 열었다. “꼬맹아! 이곳은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란다. 그러니 혼내기 전에 다른 곳으로 가서 놀거라.” 아무리 어려보이기로서니 꼬맹이라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내 나이가 20살이 넘었는데 꼬맹이라니! 경비병의 발언은 내 가슴속에 사정없이 쑤셔 박혀서 혈흔을 남기고 있었다. “저 꼬맹이 아닌데요! 저도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어요. 그러니 도서관에 갈래요.”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하는 내 모습을 보던 경비병중 한명이 피식 새어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는 황가의 자손들이거나 귀족들만 오는 곳이란다. 그런데 네 아빠의 이름이 뭐니?” 경비병이 순간적으로 아빠라는 단어를 꺼내자 머릿속에 아빠란 존재가 뭔지 스쳐지나갔다. 오랫동안 생각도 못한 아빠란 존재가 이제야 생각이 나서 내 자신이 좀 한심스러웠다. “아빠는 없어요.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셨는걸요.” 돌아가시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곳 세상에서는 나만의 아빠는 없었다. 다른 곳의 인간계에 있지만 아빠나 나의 모든 것들을 이루고 있던 가족들은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으니 죽은 거나 다름없다. “그렇구나! 그런데 어쩌지? 나도 너를 들여보내고 싶지만 황족이나 귀족이 아니면 함부로 보내면 안돼 거든! 높은 사람의 허락이 있어야 한단다.” 아빠가 없다는 말에 나를 측은히 여겼는지 좀 전의 과격한 말투에서 약간 침울한 듯한 어투를 하며 나를 살살 달래며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는 그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비록 아빠가 없지만 난 엄연히 카옌 왕국의 자칭 대들보이자 타칭 문제 일으키는데 는 천부적인 소질을 지니고 있는 공작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카옌 왕국의 공작 이예요! 란 말을 했다가는 몰매를 맞던지 정신병자 취급을 해서 언덕위의 하얀 집으로 보내버릴지도 모르는 일!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생각 하던 중 마침 필요할 때는 약에 쓸려고 할 때마다 없던 녀석이 내 눈에 정확하게 꽂혔다. “야! 필라르~” 간단하기 그지없는 네 글자에 경비병들은 경악을 하며 뒤쪽을 보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런 경비병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 난 정면에 보이는 한 인간에게 뛰어갔다. “미스티가 여긴 어쩐 일이야?”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는지 녀석은 나를 무지 신기하다는 얼굴로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그런 것을 내가 그대로 넘어갈 위인이 아니므로 뒷통수를 아주 살짝 쓰다듬어 주자 뒤쪽에 있던 두 명의 경비병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어제 알콜중독자라도 된 듯 온몸이 사시나무 떨 듯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내가 못 올 때라도 왔냐? 그러는 넌 여긴 웬일이냐? 공부할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쓰다듬어진 뒷통수에 왼손을 가져다 대어 문지르던 필라르는 나를 쏘아보았지만 이에 방어의 최선책은 공격이라는 것을 되새기며 녀석을 오히려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제껏 여행을 하면서 필라르의 손에 글씨가 적어진 종이 한 장 들려있는 것을 보지 못한 난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꼴아보자 녀석은 식은땀을 흘렸다. “나,난 공부하러 왔어! 정말이야! 여기 봐!” 자신의 말을 합리화 시키려는지 필라르가 큰 목소리를 내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어떤 인간이 책을 한 아름 들고 있었다. 책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들고 있는 인간을 새삼 대단하게 보며 한편으로는 짠했다. 책이 얇은 신문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필라르의 뒤쪽에 있는 시종은 아무 말도 않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겨우 책 무게를 감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너 잘났다. 아까 여긴 어쩐 일이냐고 물었지? 책 보러왔어! 불만 있어?” “아,아니!” 살짝 째려보며 볼일 다 본 넌 내가 책 읽을 때 방해할 것 같으니까 그만 돌아가라는 충고가 담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렇게 보지 마!” 따사로운 내 시선을 회피하며 시종이 있는 곳으로 손을 내밀었다. 아마도 손수건을 달라는 제스처 인 것 같은데 지금 책을 겨우 들고 있는 시종이 손수건을 줄리 만무하다. 아니 오히려 필라르가 안보일 것이다. 산더미처럼 들린 책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자신의 손에 쥐어지는 게 없는 것을 느낀 녀석이 뒤를 돌아보았다가 시종의 상태를 보고 헛기침을 하며 주머니를 뒤적여 네모반듯하게 접힌 흰색의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았다. “책도 다 골랐으니 이젠 처소에 가서 읽는 일만 남았겠구나. 잘 가라! 책들고 있는 사람 힘들겠다! 어서어서 가 주는 게 도와주는 것 같아.” 아직도 어정쩡하게 서 있는 녀석을 빨리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 밀어버렸다. 그러자 마지못해 필라르가 손을 들어 흔들고는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가자 뒤에서 책을 힘겹게 들고 있는 시종이 나를 향해 감사의 미소를 힘겹게 지은 채 옆으로 지나쳤다. “그럼 난 내 갈 길로~우선은 내 모든 것을 봉인해둘까?” 필라르를 보내고 난 강하게 풍기는 블루의 기운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갔다. 블루가 내가 왔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게 겉으로 드러난 마나와 기를 봉인하였다. 서고의 문짝에는 마법이 시전 되어 있어서 발로 뻥 찼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나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간 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찾아오긴 잘 찾아와서 사람들이 책을 볼 수 있도록 마련해둔 많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곳의 한 가운데 블루가 있었고, 이름모를 인간 몇몇이 블루의 곁에 알짱거렸다. 척 보니 여자와 마법사였다. 여자와 마법사들의 많은 질문이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블루는 책만 들여다보았다. 오옷~의지의 드래곤이라고 해야 하나? 파이넬 왕국의 파티에서는 여자들 꼬시느라 정신이 없더니만(?) 앞에 책이 있으니까 태도가 틀려졌어! 내가 가봤자 알아보지 못하겠지? 그냥 책이나 골라서 읽어야 겠군! 블루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책이 겹겹이 끼워져 있는 책장으로 걸어갔다. 바닥에도 마법이 걸려져있어서 걸어가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초특급 도서관!! 좋은데? 뛰어다녀도 아무 소리도 안 나겠지?’ 푸른 풀들이 깔린 들판에서 청초한 푸른 들꽃을 귓가에 꽂고 랄라라 하며 뛰고 싶었으나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므로 난 자중을 하고 책장을 뒤졌다. ‘뭘 읽지? 흐음~마법서적? 에이~그딴거 읽어봤자 머리만 아프니까 그냥 지리 서적 아니면 역사 서적을 봐야 겠군!’ 블랑슈를 머리에 올려두고 찌뿌등한 팔을 올려서 기지개를 편 다음에 눈을 돌려서 책을 가려보았다. ‘여긴 문학, 저긴 과학, 마법.....으~짜증나! 황궁의 도서관 아니랄까봐 더럽게 넓네!’ 많은 책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며 책을 읽기도 전에 질려버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몇 분을 그렇게 책장 사이사이를 돌아다녔다. 안내 표지판이라도 붙여 놨으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고 원하는 책의 종류가 있는 곳으로 갈수 있겠지만 이놈의 도서관에서는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찾으려면 우선 어떤 종류의 책인지 책장마다 가서 한권씩 빼서 제목을 보고는 아니면 다시 집어넣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에 처음 오는 이들에게 책 읽을 맛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옆구리에 제목이라도 써놓으면 뺄 필요가 없었지만 이곳 책은 표지에 제목이 써져 있기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게 하였다. 아무래도 황제에게 손해배상 청구서를 하나 작성해서 들이밀어야 앞으로 책 제목을 표지가 아니라 옆에 쓸 수 있게 만들 것 같다. ‘이거다! 어거~’ 수많은 책들을 빼서 제목을 본 다음 다른 책장으로 가서 그런 짓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마침내 그 많은 책 중에 내가 원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두세 권의 책을 꺼내서 어디서 책을 꺼냈는지 기억을 한 다음에 햇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걸터앉아 책을 넘겼다. 내가 고른 책에는 각국의 역사가 실려 있었다. 전에 대충이나마 카스한테 배워서 그러지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1시간 만에 독파하고 지리책을 봤다. ‘흐음~정말로 기나긴 여정이었군! 앞으로도 그만큼의 시간이 흐르겠지?’ 내가 이제껏 거쳐 온 곳을 표시해보자 장난 아니었다. 카옌 왕국과 바르실미르 왕국사이에 있는 숲에서부터 시작해서 샤이니를 지나쳐 카프로스, 기다란 산맥에서 라엘을 떠나보내고 블루를 만나서 가르엔에서 축제에 나갔다가 하이타이 자작을 만나고...셀 수 없는 곳을 거치며 셀 수 없는 사람을 만나서 인연을 맺으면서 이곳까지 왔다. ‘여행을 시작한지 몇 년이 훌쩍 지나버렸어. 시간한번 빨리도 가는군! 여행이라..내가 왜 여행을 하고 싶다고 카스에게 말했을까? 그냥 그곳에서 안주하며 살아도 될 것을 뭐가 두려워서 빠져나왔지? 쿡!’ 약간의 한숨을 내쉰 다음에 다시 지리책을 들여다보았다. 지금까지 거쳐온 곳을 지나서 이제는 어디로 갈지 보기 위해서다. 이곳 에어라이를 벗어나서 다음으로 갈 곳은! ‘앞으로 갈 곳이 코에다르 왕국이군. 그곳은 신을 섬기는 인간이 정치를 한다고 했지? 제정 일치국가겠군. 이곳의 인간들은 모두 신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니 가는 곳마다 신 타령이겠군! 지겨워! 사이비 종교나 없으면 다행이고, 쿡쿡쿡~’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책을 보고 있다가 딴 데로 샌 난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눈을 뚱그렇게 뜨고 고개를 올렸다.(학교에 딴 짓하다가 선생님들한테 무지 많이 걸려본 나였기에~) “제가 놀래켰나요? 미안해요!” 난생 처음 보는 남자 인간이 내 앞에서 꽤 고급스런 옷을 입고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 나를 상냥하게 바라보았다. “아니요! 혼자 생각을 하고 있다가.....” 책을 덮으며 그 남자를 다시 쳐다보았다. 이 세계는 왜 이렇게 생긴 인간들만 즐비한건지 못생기면 명함도 못 내밀정도였다. 적갈색 머리칼이 햇빛에 닿으면서 붉게 타오를 것 같았고, 살짝 갈색으로 그을린 피부가 호리호리해 보이는 체격을 숨겨주었으며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마가 대장부의 기상을 나타내는 듯 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코와 붉은 기운이 감도는 입술을 보면 여성들이 키스해주고 싶어서 달려들 것 같았다. 그렇게 잠깐 동안 얼굴을 검사하던 난 순간 이 남자가 누군지 모른다는 점에 질문을 했다. “그런데 누구죠?” “아! 제가 소개를 하지 않았군요? 이런 실례가!! 전 미스트 라고 합니다. 이번 황자 전하의 결혼식 파티에서 정식으로 사교계에 입문하게 되지요!” 성을 뺀 이름만 말하는 것으로 보아 내가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배려해준 것 같았다. 딱히 이쁜 드레스를 입은 것도 아니고 보석으로 장식을 한 차림이 아니라 그저 평민쯤으로 보이려나? 아니면 궁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인간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하! 그러세요? 전 미스티 라고 해요! 이름이 비슷하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이름이 거의 똑같아서 그런지 친근감이 들었다. 미스티와 미스트! 왠지 친 남매지간의 이름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적갈색의 머리칼의 미스트와 붉은색의 머리칼을 지닌 나! 길거리에 가다가 아무 엑스트라를 붙잡고 어떤 사이냐고 물어보면은 남매지간이라 말할 정도로 엇비슷하고 내가 동안이니 충분히 그런 시선은 받고도 남을 것이다. “미스티 라고요?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네요!” 잘 생각이 나지 않은 듯이 기억을 끄집어내려 하고 있었다. “생각이 나지 않으면 중요한 게 아니니 억지로 생각해내려 하지 마세요. 머리 아파지니까요.” “어쩌면 레이디 미스티양은 그리도 심오한 것을 잘 알고 계십니까? 놀랍군요!” 별걸 다 놀라는 미스트라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저 씽긋 웃어주었다. 왜냐하면 더 이상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입에서 튀어나온 대로 말했을 뿐이예요! 하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어머머머~미스트 가보로네?” 블루에게 열심히 말을 걸던 여자 인간 중에 갈색 머리를 한 여자가 분홍빛 부채를 쫙 펴서 입을 가린 채 말을 하자 모든 여자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했다. 저런 지긋한 시선들을 피하고 싶었지만 시선의 원인이 되는 인간이 이곳에 있기에 나도 덤으로 같이 받았다. “인기가 많으시군요?” “하하하! 그런가요?” 자신은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무해요! 미스트님! 저희가 말을 걸었을 때는 아무 말고 해주시지 않으셨으면서 저런 평민에게 말을 건네다니욧!” 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는지 금발 머리의 여자의 말에 나를 표독스럽게 쳐다보았다. 그게 내 책임이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여기선 힘없는 여자로 설정 되어있었으므로 그저 입 다물고 덮었던 책을 다시 펴서 신경 끄고 쳐다보았다. 저런 여자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으로 매우 안 좋다. 한마디 하면 말도 안돼는 이유를 10가지 이상 말하는 이들이 바로 저 엉덩이에 뿔난 못된 암소들이라 불려지기를 원하는 몇몇 귀족영애들이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시나보죠? 이런 책은 여자들은 잘 보지 않은 건데....” “호호호! 그러나요? 하지만 전 이런 책을 좋아한답니다!” 독서하는데 방해하지 말라는 시선을 주고 다시 눈을 내리 깔았다. 잠시 동안 잠잠해질 만 했는데 다시 웅성거렸다. “여기로 오시지 왜 그곳에 계시는 거예요? 이쪽에서 편안히 독서를 하세요!” 독서에 심취해 있다가 어떤 여인의 소리가 들리자 난 옆을 바라보았다. 미스트라는 남자가 어디에 있기에 왜 이곳을 향한 소리가 들린 지 주변을 둘러보기 위함이다. ‘허거걱! 이 남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하고많은 자리 두고?’ 등이 따뜻해지게 햇볕이 들어오는 넓은 창가에 앉아있는 내 옆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고, 덤으로 고개를 돌린 내 눈하고 마주쳤다. 그러자 미스트라는 남자는 씨익 웃어주었다. 그와 동시에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어! 미스트씨?” “왜 그러나요?” 내가 이름으로 부르자 그는 뭔가 기대 섞인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저기에 계신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시는 게 저를 도와주시는 것 같은데......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말 하면서 난 여자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정도로 송곳으로 콕콕 쪼듯이 째려봤다. 지압요법으로 몸을 풀어주는데 만점을 받아 마땅할 눈빛이었지만 독서를 하고 있는 지금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제가 레이디를 귀찮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미안한 듯 말하던 그는 오히려 여자들의 소리에 더 신경을 쓰지 않고 독서만 하고 있었다. 이 인간아! 내가 말 한건 가만히 있어달라는 소리가 아니라 여자들이 있는 쪽으로 가달라는 소리였어~~! 속으로 외쳤지만 그게 전달될 리 없어서 난 한숨을 푹 내쉬고 여전히 책만 읽고 있는 두 남정네를 바라보았다. 블루나 미스트 중에서 한명만 일어서도 잠잠해 질 텐데. “야! 나 좀 보자!” 블랑슈님 허락받고 퍼옵니다 그리고 블랑슈님이 올린데까지 다올렸습니다 이제부터 연재속도 느려집니다 그래도 여러분들 사랑해주세여 이소설을 사랑하시는 분들 ★ⓛⓐⓓⓘⓐⓝⓔ★님 전 블랑슈님이 아닙니다 블랑슈님 허락을 받고 소설을 올립니다 아라님, 무극천녀님, 아퀴나스님, 민주주의님, 엘윈님, ⓓ하늘비ⓑ님, 장윤아님, kisua님 그리고 이소설을 사랑하시는 모두분들 건강하세요......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23 2686 4 결혼식과 불꽃놀이?? - 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떨떨 책만 보고 있었는데 아까 먼저 말한 갈색 머리가 내 앞에서 소리쳤다. 저것이 어디서 큰 소리를 치는지 과연 머리가 있는 여자인지 궁금했다. 도서관은 엄연히 조용해야 하건만! “왜 그러시죠?” 그냥 볼기짝 한대 쳐주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르면서 그 여자를 쳐다보다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괜히 봤다. 갈색머리 여자의 얼굴을 보니 한대 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얼굴에 허옇게 분칠을 하다못해 손톱으로 긁으면 골이 파일 정도였으며, 코는 인정사정없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 기고만장해 보였다. 게다가 쭉 찢어진 눈은 양옆으로 치켜 올라갔으며 갈색 눈 밑에는 까만 점이 두꺼운 분칠을 뚫고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시죠? 미스트님 앞이라고 해서 기고만장해 있구나?”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려고 하는 그 여자에게 난 정중하게 말하였다. “저기요! 여긴 도서관인데요?” “그래서?” 이쯤 말하면 알아들어야 했는데 이 여자는 석두인지 되물었다. 역시 머리 나쁜 것들은 한번 말해줘야 할 것을 두 번 말해서 이해를 하도록 해야 하니까 짜증이 난다. 도서관이란 곳에서는 상식적으로 정숙해야 함을 모르고 계속 크게 떠들면서 내 말에 토를 다는 여자에게 난 이제껏 죽였던 말소리를 약간 높였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야 하잖아요! 그래야 당신이 미스트님이라 불리는 이분이 편안히 독서를 할 수 있죠!” 그제서야 그 여자는 아주 잠시 동안 잠잠해졌다. 잠잠해짐을 기회로 책에 정신집중을 하고 앞으로 갈 곳을 머릿속으로 표시를 하기 위해 열심히 외웠다. “뭐...뭐라?” “레이디 카산드라! 제가 간청 드리니 조용히 해주시겠습니까?” 내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채 삿대질을 하는 여자! 카산드라에게 책에서 눈을 뗀 미스트가 한 마디를 하자 그 여자는 황홀하다는 얼굴을 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저런 벨도 없는 여자 같으니라고! 나중에 정신 수양을 좀 쌓게 만들어 주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하기 싫다. “미스트님께서 처음으로 제게 말을 걸어주셨군요. 고마워요! 하지만 전 이 꼬마가 맘에 들지 않아요.” 신경 끄고 조용히 책을 읽는데 여념이 없는 내 성질을 조금씩 건드렸다. 어디 할말이 없어서 나한테 꼬마라고 말을 한단 말인가? 키도 나하고 별로 차이도 나지 않는 인간들이! 내 성질을 건드린 댓가로 지불한 것은 바로 정신요법이다. “레이디로써 품위를 지키시죠! 당신혼자 욕먹는 것은 괜찮지만 당신이 채신없이 행동하면 가문까지 욕먹는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나보죠?” 툭 쏘아 말을 하자 어느 정도 체증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런 나를 카산드라 라는 여자는 입을 다물지 못하며 어이없이 쳐다봤고 미스트는 놀랍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마침 미스트가 책을 다 읽었는지 책장에 꽂기 위해 자리를 뜨자 블루에게 묶여 있던 마법사를 제외한 여자들이 내 쪽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감히 평민 주제에 어디서 망발이냐?” “맞아! 평민 주제에 대들다니!” “버릇을 단단히 고쳐줘야 겠어!” 그 말을 들은 나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말로는 도저히 통하지 않는 여자들이었다. 저런 여자들한테는 따끔한 맴매가 보약인데, 이곳에서 힘을 봉인해서 쓰지 못함이 한스러웠다. 그렇다고 갑자기 풀면 블루 녀석이 놀라서 나를 보며 어떻게 했냐며 추궁할게 뻔하니 말이다. “이봐요!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한 소녀를 상대로 여럿이 덤비다니, 쯧쯧 할말 다 했으면 그만 가보시던지 책을 읽으세요!” 최대한 살기를 누르고 여자들을 무시한 채 지리책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가야 할 곳을 미리 짚어보기 위해 손가락으로 지도위에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시키고 있을 때 그 여자들은 내가 읽던 책을 뺏었다. “뭐하는 짓입니까?” 얼굴을 찌푸리고 어서 달라는 식으로 말하였다. 저 여자들을 상대로 존대를 쓴다는 것 조차 왠지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 석두 같은 여인네들 중에 누구하나 내 신분을 알리 없으니 조용히 넘어가기 위해 존대를 한 것이다. 한번만 더 찌르면 머리채를 싸잡아서 쥐불놀이를 하듯이 빙빙 돌리고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참았다. 카옌 왕국에서는 내 앞에서 귀족 영애들이 우러러보며 미소를 짓고 존경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는데 이곳에서는 예의를 가르치지 않았나 싸가지가 없었다. “뭐하는 짓이긴? 책 못 보게 하는 짓이지! 안 그러니?” “맞아요!” 카산드라 라는 여자가 무리 중에 대빵인지 그가 하는 말에 다른 귀족 영애들이 존대로 대답을 하였다. 자기들이 무슨 칠공주파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그래도 칠공주파는 싸움이라도 잘했지 저런 여자들은 슬쩍 밀어뜨려도 뼈가 약해서 금방 뽀각뽀각 뽀사질게 분명하다. 힘도 머리도 없는 인간들이 권력의 단맛에 물들어 물불을 가리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에너지 낭비를 하는 소모적인 일은 하기 싫은 관계로 내가 피하기로 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드러워서 피하지! “레이디께서 조신하지 못하게 시리~뭐! 그 책이 필요 했나요? 그럼 전 다른 책을 읽도록 하죠! 지리책은 그거 말고도 많이 있으니깐!” 짜증이 피어올라왔지만 간신히 누르고 창가에서 일어나서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책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누구 마음대로 움직이는 거야?” 금발 머리는 내가 가는 것을 몸으로 막고 나를 거만하게 바라보았다. “제 마음대로 갑니다. 그러니 비켜주십시요!” 째려보며 말하자 금발 머리는 화가 났는지 손을 올렸다. 저거 여자들이 뺨 때릴 때 하는 준비 운동이었지 아마? 올려졌던 손이 아래로 하강하자 힘을 봉인한 난 막을 길이 없어서 피하는 걸로 타결을 보고 뒷걸음질 쳤지만 뭔가에 걸려서 넘어졌다. 그리고 왼쪽 발을 쬐금 삐끗하였다. ‘이게 뭐여? 그냥 삐죽이 튀어나온...아무 필요도 없는 나무토막을 여기에 둔거야!’ 속으로 절규를 했지만 이왕 넘어진 거 일어나려고하는 순간 오른쪽 눈 위가 불에 데인 것 처럼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아얏!” 순간적으로 비명을 지르자 약간 크게 들렸는지 블루에게 붙어서 소란스럽게 굴던 마법사들은 말을 끊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아무 관심 없이 오로지 책만 읽고 있던 블루까지..... 고통으로 인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앞을 바라보자 내게 뺏은 책에 붉은색 물감으로 살짝 채색이 된 채 떨어져 있었다. “레이디 미스티! 괜찮습니까?” 책장에서 책을 고르고 있던 미스트가 먼저 달려왔다. “안.괜.찮.아.요!” 책 모서리에 맞는다는 곳이 바로 오른쪽 눈 바로 위쪽이었기에 한쪽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입으로 무언가 비집고 들어와서 찝찔한 게 느껴졌다. 피였다. 인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처음으로 피를 흘려 본 것이었다. “우리에게 말대답 한 죄다.” 피를 흘리고 있는 나를 보고 죄책감이 들지 않는지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카산드라가 꼴좋다 라고 말하는 듯이 보였다. “후훗! 이곳에 있는 귀족들은 모두 썩었군! 집안 단속하나 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정치를 한다고 설쳐대는지....” 한쪽 입술 꼬리를 올리면서 그녀들을 바라보자 움찔하고는 뒤로 한발자국 물러났다. 피가 흘러내려서 내 붉은 눈을 적신 후 입술을 따라 입안으로 살짝 넘어온 피 외에는 턱 아래로 흘러서 바닥위에 수십 송이의 붉은 혈화를 만들어냈다. “레이디! 우선 말은 그만 하시고, 이걸로 피를 닦으십시오!” 출혈이 점점 많아지는 나를 보며 새하얀 손수건을 내밀었지만 난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것들을 지금 당장 아작을 내고 싶었지만 이성을 차리고 앞으로 어떻게 저년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로 가득 차서 머릿속에 더 이상의 말들이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다. “크르르르릉........크크릉........컹컹” 책을 읽을 때 방해될까봐 품속에 집어넣고 있어서 잠을 자던 블랑슈가 튀어 나와서 여자들을 행해 짖어댔다. 블랑슈 녀석도 폼을 잡으려는지 축 늘어져서 습기를 머금은 것 같던 털들이 일제히 꼿꼿이 서면서 검은색 맑은 눈동자에 서서히 붉은 기운이 맺히기 시작했다. “블랑슈! 멈춰라!” 이제껏 내가 다친 적을 한번도 보지 못했던 블루는 얼굴에 살기를 띄우고 다가오며 여자들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블랑슈를 말렸다. “많이 다쳤구나! 만약에 이런 모습을 미르나이님이 보셨으면 제국을 완전히 멸망시켜 버렸을 것이다. 감히 귀한 미스티에게 상처를 내다니! 진정으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여자들 앞에서 헤실헤실 웃어댔던 블루는 얼굴을 굳히고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주었다. 아직도 입안으로 들어온 찝찌름한 피의 향을 느끼고 있을 때 엄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블루 말마따나 필시 제국을 날려버렸을지도 모른다.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일수 있겠지만 엄마가 레드 일족의 수장이니 레드 드래곤들을 다 몰고 올수도 있는 노릇! “괜찮아! 엄마가 보지 않았으니깐!” 블루로 인해서 살기를 누그러뜨린 난 입을 열고 말을 하였다. “이런 인간들이 뭐가 좋아서 또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건 그렇게 너 몸이 왜이래? 힘이 없어! 봉인이라도 시킨 거야?” 블루의 추궁하는 말에 난 그저 웃기만 하였다. 내가 다친데는 미스트가 원인이 되었지만 나 또한 잘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힘을 봉인시켜 몰래 도서관에 들어가서 블루를 놀려주고 싶었는데 열심히 공부하는 녀석의 모습을 보고 포기하고 나 또한 원래의 목적으로 되돌아와 책을 읽은 것이다. 힘만 봉인시키지 않았으면 이런 여자들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내 자신이 참으로 바보 같아 보였다. “우선은 치료를 먼저 하는 게 좋을 듯 한데요. 의사를 불러올까요?” 미스트가 아직까지 옆에서 손수건을 쥔 채 나와 블루를 바라보았다. “의사 따윈 필요 없습니다.” 미스트의 말에 정중하게 거절한 블루는 나를 다치게 한 여자들을 하나씩 훑어보고는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에휴휴~이게 뭐야? 여행하는 동안에 생채기하나 생기지 않게 애지중지 하며 왔는데.” 한숨을 쉰 블루는 마법으로 상처가 난 곳을 치료해주었다. “블랑슈~이리와!” 블루덕분에 물어뜯지는 못하고 여자들에게 살기를 내뿜고 있는 블랑슈에게 손을 내밀자 블랑슈는 멈칫하더니 손을 타고 어깨에 올라탔다. 어깨로 올라온 블랑슈는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여자들을 향해 으르렁거리면서 째려보았다. “진짜 괜찮습니까?” 마법으로 상처를 치유한 게 못 미더운지 물어보았다. “괜찮아요! 블루의 마법 실력은 일류니까 이 정도는 기본이죠!” 미스트씨에게 대답을 하고 난 후 여자들을 쓰윽 쳐다보았다. 좀 전의 거만함은 어디로 가버리고 사색이 된 채 부들부들 떨고 만 있었다. 내가 다친 것을 보고 블루가 한말을 들은 효과이다. 우리들이 제국을 어떻게 해볼 수는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블루가 한말을 자세히 새겨들으면 그만큼의 권력이 있다는 걸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에 또 보자구요!” 씨익 웃으며 여자들에게 말을 한 다음에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주저앉았다. 왼쪽 발목에 통증이 와서 걷는 게 무리였다. 좀 전에 넘어지면서 발목을 삐끗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발목이 나가버렸다. “왜 그래?” 근심어린 목소리로 물어온 블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발을 조금 삐끗한 것 같은데?” 내 말에 또다시 한숨을 쉰 블루는 나를 째려봤다. “그런걸 말할 때는 웃는 게 아니라 울어야 하는 거 아냐? 그리고 발목 삔 것을 마법으로 못 고쳐! 내가 하기엔 좀 그렇고, 니가 직접 하지 못할 것 같으니 가르시미르에게 부탁을 해야겠군! 그나저나 이거 일행들에게 어떻게 말할 거야? 발을 잘못 디뎌서 삐었다는 말은 씨알도 안 먹힐 것 같은데....” 이제 생각해보니 진짜 그런 것 같았다. 최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내가 발을 삔다는 것은 상식상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변명하지 못할 내가 아니지~ “제가 할 수 있는데, 어긋난 뼈를 맞출 수 있어요!” 미스트는 그렇게 말하고 블루와 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으로 인해 내가 다친 걸로 알고 약간의 책임을 느끼는지 자신이 내 어긋난 뼈를 맞춰준다고 말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내 몸을 모르는 사람에게 덥석 맡길 수는 없는 법이다. 여행 동료라면 몰라도 겨우 이름 하나 알고 있는 그에게 맡기기에는 꺼림칙했다. “사양할게요. 처음 본 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좀 그러잖아요? 그냥 오빠에게 해 달라고 하면 돼요.” 그의 말을 사양한 다음 블루를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을 하고 바라보았다. 발목이 완전히 어긋났는데 걸을 수 있을리 만무하다. 고로 블루에게 엎어달라는 시선을 보낸 것이다. “알았다! 알았어!” 내 초롱이 눈빛을 읽었는지 나를 안아서 일어났다. “엥? 난 업어달라는 뜻이었는데?” “이거나 그거나 넌 힘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똑같은 거 아냐?” 업은 거하고 안은 거하고 똑같은 건가? 하긴 블루말대로 난 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은 맞네! “그런가? 그래도 이건 뭔가 오해를 살만한 행동인데?” “잔말 말고 그냥 내가 하는 데로만 가만히 있어라!” 나를 번쩍 안은 블루는 도서관의 문짝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걷는 그를 보며 나는 머리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마법으로 가는 거 아냐?” “여기서 마법을 했다간 저기에 있는 사람들한테 치여 죽을 것이다.” 내게 치유 마법을 걸어주는 그 순간부터 마법사들의 눈빛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눈 윗부분이 찢어져 심한 출혈을 보이고 있는 내 상처를 한번에 치유한 것은 최소 중위급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만일 고위 마법을 사용하는 공간 이동 주문을 외워 빠져나가면 그날부로 블루는 조용한 생활을 때려치워야만 할 것이다. 마법사란 인간이 체력은 약해도 한번 하고자 한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악착같이 해내고야 마는 인간이니 블루 녀석에게 들러붙어서 마법을 가르쳐달라고 할 게 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블루는 쫒아 다녀야 할 것이고 블루는 건물 안에 있으니까 내가 편히 쉬고 있을 때도 방해가 될게 뻔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난 블루의 의견에 찬성을 했다. “마음대로 해라. 니 말대로 내가 힘든 게 아니니까! 아차차~미스트씨 나중에 봐요. 그리고 떼거지로 모여 있는 아가씨들도 나중에 보죠! 불꽃놀이가 아름답게 느껴질 겁니다.” 영문을 모를 말을 하고 사악하게 웃는 나를 보며 카산드라외 떨거지들은 움찔 거렸다. “나중에 뵙죠! 레이디 미스티.” 미스트의 인사를 끝으로 도서관을 나왔다. “레이디 카산드라!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그러고도 귀족가의 영애라고 할 수 있습니까?” 내가 나가자 내 청력을 자극하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들었다. 왜 이리 청력 하나는 끝내주게 좋은지 듣기 싫어도 고스란히 귓속으로 빨려들어 왔다. “어,어차피 하찮은 평민 아닙니까? 그런 그 꼬맹이가 뭘 할 수 있습니까? 호호호!!” 내가 안보이자 기고만장한해서 성질을 긁는 그 여자에게 달려가서 책 모서리로 찍어버리고 싶었지만 발이 삐어있고 지금 블루에게 안겨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참았다. “미스티양이 하찮은 평민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황실 도서관에 올수 있겠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진짜로 평민이라면 황궁 곁에도 못 올 것은 뻔하고 설마 들어왔다 해도 경비대에 붙잡혔을 겁니다. 그러나 미스티양은 당당하게 들어와서 보통의 레이디들이 보지도 않는 사회관련 도서를 읽고 있었다는 것을....그리고 방금 나가신 분이 마법사라는 것을 아셨겠죠? 황궁 마법사들이 저렇게 침을 흘리며 줄줄이 사탕으로 꿰어 있을 정도면 엄청난 실력자라 생각하면 될 겁니다. 진짜로 미스티양의 말대로 불꽃놀이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를 변호하는 말을 한 미스트는 그 다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오는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흥! 아무리 꼬맹이의 친구가 마법사라해도 우릴 어쩌진 못할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후훗~그 마법사가 드래곤인데? 불꽃놀이나 구경해야겠군. 후후후 “뭘 그렇게 실실 웃냐? 다친 게 그렇게도 기분이 좋냐?” 염장을 박박 긁는 소리를 하는 블루를 바라보았다. “상관 말고 가기나 하셔!” 살짝 째려봐주고는 그 여자들이 있는 도서관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블랑슈를 블루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진짜로 심심했나보지? 이젠 안하던 짓까지 하니!! 힘을 봉인하는 것은 또 누구한테 배운거얏? 그러니깐 다친 거잖아. 그 자리에서 한바탕 엎었어야 했는데, 아직도 화가 나! 어째서 그런 하찮은 인간 여자한테 비웃음이나 사고, 깨진거얏?”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나인데 오히려 블루가 오버를 하였다. “남자가 쫀쫀하게 뭐라고 말하는 거야? 이미 지나간 일을 들추어서 어떻게 하겠다고? 걱정하지 마셔! 내가 다 알아서 하려니깐!” 우리들이 묵고 있는 건물로 가는 내내 엄청난 설교를 들음과 동시에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하는 곤역을 치렀다. 여자들의 잔소리가 최고 어떤 것보다 무서운지 알았는데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는 남자의 잔소리는 그보다 더 지나칠 정도였다. 가만히 있는 놈이 화를 내면 무섭다더니 평소에 약간의 소리만 하던 녀석의 잔소리는 내 머리를 울릴 정도였다. “이게 뭐야? 누가 이렇게 만든 거야?” 블루보다 한수 더 했으면 했지 못하지 않는 오빠의 고함에 두 귀를 손으로 막았다. “잔말 말고 뼈나 맞춰죠! 내가 하고 싶지만 자신의 뼈를 맞춘다는 것이 어딘가 꺼림칙해서 오빠한테 부탁하는 건데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어떡해?” 리디를 가르치고 온 오빠가 침대에 앉아서 왜 불렀냐는 듯이 말하려다가 내 퉁퉁 부은 발목을 보더니 하는 말에 고막이 쟁쟁하였다. 고막이 안 터진 게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아,알았어! 내가 해줄게! 좀 아프더라도 참아!”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오빠의 손이 발목에 닿자 약간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많이 아프니?” 움찔거리는 게 손에 느껴졌는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별로! 빨랑 해!” 손만 댄 채 아무것도 하지 않자 내가 재촉을 하였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고, 아픈 것도 빨리 아파서 나아버리는게 낫다. 괜히 어물쩡거리면서 아프다고 조금만 더 있다가 하면서 애원하면 오히려 고통을 당하는 것은 나이기에 순간의 고통을 참기로 한 것이다. 퉁퉁 부은 왼쪽 발목을 잡은 채 내 눈을 보던 오빠는 내 뜻을 읽었는지 두 손으로 발과 발목을 잡고‘맞춘다’라는 말이나‘이제 아플 것이니까 참아라’라는 말 한마디 하지 않은 채 무지막지하게 어긋난 뼈를 사정없이 맞췄다. 우두둑 우득 “읍” 어긋난 뼈가 맞추지 위해 발을 돌리자 뼈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고통이 밀려왔다. 밀려오는 고통에 오빠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자 입고 있던 청색 옷이 구겨짐이 심해짐에 따라 이마에서도 식은땀이 솟아올라 볼을 따라 흘러내려갔다. “이제 다됐어! 많이 아팠지?” 퉁퉁 부은 발에서 손을 떼고 나를 바라봤다. “괜찮아! 그런 고통을 이기지도 못했으면 지금 여기에 있지도 못했을 테니깐!! 흠~진짜로 안 아픈데?”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면서 오빠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빼고는 삐끗한 발을 바닥에 내딛자 조금 전까지 아파서 힘을 주지 못한 왼쪽 발목에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누가 이렇게 한거야?” 걷는 연습을 하고 있을 때 다른 드래곤은 다 가만히 있는데 쇼파에 조용하게 찌그러져 있던 가브의 말에 블루를 제외한 드래곤이 나에게 해답을 요구하는 듯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오다가 나뭇가지에 걸려서, 하하하~그렇게 보지 마!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잖아.” 변명의 말에 가브는 갸웃하더니 한마디 했다.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 들어보셨습니까?” 세 마리의 드래곤들에게 묻자 그들도 도리도리를 하였다. 하기야 니들이 언제 내 조상님이 하신 말을 들었을까? 그럴 가망성은 1%도 불가능하니.... “처음 들었으면 머리에 새겨뒀다가 나중에 써먹으면 되잖아!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잘못을 감추기 위해 강압적으로 말하고 모두 나가라는 포즈로 손을 휘휘 저었다. 그들과 계속 이야기 하다가는 내가 오늘 도서관에서 여자들 때문에 다쳤다는 소리가 나올 가망성이 높기 때문에 빨리 쫒아 내려고 한 것이다. “저녁은 먹기 싫다고 했으니 아침에 보자꾸나!” 오빠의 말에 나머지 따식이와 따순이가 밖으로 나갔다. 방안에 있던 드래곤과 엘프가 사라지자 한순간 적막감이 들었다. 침대에 앉아 있던 난 그 자세로 철푸덕 뒤로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휴우~다행이다! 안 들켜서...그렇지? 블랑슈?” 오늘 대활약 비스 무리한 것을 할 뻔한 블랑슈는 침대에 대짜로 뻗어서는 앞발로 얼굴을 부벼서 털을 고르고 있었다. “나도 잠이나 자야겠다! 모레 있을 불꽃놀이가 기대되는군! 후후후” 피식 웃으며 사악하게 말을 하고는 침대에 기어 올라가서 이불을 덮고, 블랑슈를 꼬옥 안으며 꿈나라로 직행하였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23 2658 6 결혼식과 불꽃놀이?? - 3 “그만 일어나라!!” 몸이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자 너무 기분이 좋아서 더 포근해진 마음으로 깊은 꿈의 나락으로 빠져들려고 할 찰나에 순간 어마어마한 한기가 내 몸을 잠식해버리자 너무 놀라서 숨을 들이키며 벌떡 일어났다. “오, 오빠...무슨 일이야?” 숨을 가다듬으며 내가 덮고 자던 이불을 오른손에 들고 빤히 쳐다보는 오빠를 보며 물었는데 오빠는 내 대답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은 상태에서 뒤로 돌아섰다. 오늘따라 이상한 오빠의 상태에 의문을 가지며 팔에 차가운 기운 때문에 닭살이 돋아서 슬쩍 문지르기 위해 손을 들어서 팔에 댓을때 무엇인가가 손가락사이에 걸렸다. 자세히 보니 원피스 형식의 잠옷의 끈이 오빠가 강제로 이불을 뺏는 바람에 같이 내려갔는지 오른쪽 어깨에 아스라이 걸려있는 것을 보고 뒤돌아 선 것 같다. 급하게 잠옷의 끈을 어깨위로 올리고 의자에 걸쳐놓은 하얀 가운을 입자 따스한 기운이 차가운 기운에 노출되어 닭살이 돋쳤던 곳에 잠식해 들어갔다. 따스한 기운이 온 몸에 돌자 난 오빠 앞으로 걸어가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오늘은 나 쉬는 날인데 왜 깨우는 거야?” 이미 잠을 다 깨버려서 초롱거리는 눈동자로 물어보자 왠지 얼굴이 살짝 붉힌 듯한 오빠는 자신이 들고 있던 이불을 침대로 던져버리고 자신이 온 목적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다. “지금 밖에 재단사들이 몰려왔어. 내일 입을 옷을 지금 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 치수를 쟀어. 우리들은 이미 다 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너만 하면 돼! 그러니깐 세수하고 와! 난 밖에 나가 있을 테니깐.” 욕실로 반강제적으로 밀어 넣으며 방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물이 담겨있는 욕조를 보고 한숨을 쉬고 세수를 하였다. 오늘은 할일이 없는 날이라 늦잠자려고 마음먹었는데 내 생각대로 되지 않자 괜히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잠을 깨버린 상태인데 더 자고 싶어도 몇 시간을 꾸물꾸물 거려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을 테니 일찌감치 머릿속을 정리하고 욕조에 몸을 담구었다. “으읏~~따뜻하다.” 따뜻한 물속에서 몸에 있는 모든 이물질들을 털어버린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는 어느새 시녀가 다녀갔는지 새 옷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는 평소에도 그랬던 것처럼 입고 거울을 보기 위해 욕실을 나가려고 하다가 뭔가 거치적거렸다. 꼼지락거리며 발가락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밑을 내려다보자 하얀 솜뭉치가 부비신공을 펼치고 있었다. 오빠가 이불을 걷으면서 깨울 때 녀석도 잠에서 깼는지 초롱초롱한 맑은 눈빛으로 날 보며 발목에 연신 부비부비를 하는 녀석을 들어올렸다. “이 녀석아! 눈꼽이나 좀 떼고 부비부비를 해라!” 너무 깊게 잠들어서 그런지 별로 한 것도 없으면서 피곤해서 그런지 녀석의 두 눈에는 자그마한 눈꼽이 끼어있었다. 내가 친히 그 눈꼽을 떼어 줄 수는 있었지만 기습적으로 나오는 하품을 한 후 녀석을 물이 받아져있는 욕조 안으로 던져버렸다. 비록 내가 욕조 물을 아주 약간 오염을 시켰지만 뭐 알아서 즐겁게 헤엄을 치면서 눈꼽을 스스로 떼기 위해 노력하는 블랑슈 녀석이 대견해보였다. 블랑슈가 스스로의 일을 자기 자신이 하기엔 얼마나 많은 무리가 따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비록 내가 녀석을 지켜보고 있을 때 한 두 번씩 물속에 잠수했다가 다시 떠오르기는 했지만 별 걱정은 하지 않았다. 설마하니 녀석이 잠수하는 게 아니라 욕조 물에 빠져서 죽을 둥 살 둥 하며 헤엄치지 않으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빨빨거리며 헤엄치고 있는 녀석을 보다가 거울 앞으로 의자를 끌어다 앉아서 머리를 빗었다. 아직도 붉은 머리카락이 아침 햇살에 타오를 듯이 거울에 보였다. 머리 빗기를 끝내고는 욕조 안에서 이제 잠수 놀이를 즐기고 있는 녀석을 꺼내서 몇 번 때찌를 해주자 입에서 물이 조금씩 나오면서 감겨있던 눈이 조금씩 뜨였다. “야! 너 또 자고 있었냐? 물속에서도 자는 법을 터득했구나? 존경스러워!” 물에 잔뜩 젖은 털을 보드라운 수건으로 털어서 말리고는 하얀 털을 빗어주니 방안에 있는 하얀 벽지가 누렇게 보일 정도로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새하얀 털이 빛이 나고 있었다. 블랑슈 가죽을 벗겨서 팔면 과연 얼마나 나올까 하고 고민을 하던 중 갑작스레 방밖에서 여러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미스티님! 팔을 벌려주세요!” 재단사라 불리워지는 여자들이 우르르 들어와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통에 정신이 저 멀리 사라져버렸으며 언제나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던 녀석도 침대에 철푸덕 누워서는 내 꼬락서니를 낱낱이 보고 있었다. “이거 혹시 드레스 만들려고 그러는 건가요?” 팔을 올리고는 재단사중에서 대빵으로 보이는 여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연하죠! 레이디께서 드레스를 입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어깨를 으슥 올리며 자연스럽게 말하는 그 여자를 보며 난 더 이상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지 않게 하였다. “난 드레스가 싫으니깐 다른 걸로 해줘요!” “네...네에?” 열심히 치수를 재던 중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하다가 놀랐는지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드레스는 입기 싫으니깐 다른 걸로 만들어 달라고요. 그거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서 찢어버리고 싶은 욕구가 밀려오니깐 치마말고 다른 걸로 만들어 줘요.” 지금의 나도 치마 비슷한 것은 입지 않은 채 편한 바지를 입고 있었다. 황궁생활 둘째 날부터 필라르의 명인지 황제의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녀 몇몇이 와서 시중을 들어주겠다며 청소며 음식이며 갖은 일을 하며 옷을 챙겨주었는데 더 이상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였다. 반경 1미터정도 옆으로 퍼진 드레스에 울긋불긋 온갖 비싸디 비싼 보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서 한번 걸을 때마다 보석이 떨이지지 않았나 노심초사 지나간 길도 다시 보며 다녀야 했기에 심히 정신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었다. 그런 정신적인 고통을 며칠동안 겪으면서 시녀에게 반 협박을 해서 그 다음부터는 바지로 입을 수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기사들을 훈련시킨다는 명분이 있었기에 고분고분하니 바지를 가져다주거나 하릴없이 놀고 있을 때는 간단한 치마를 가져다주었다. 옛일에 대해 회상을 하고 있을 때 재단사중에서 팔을 재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됩니다. 레이디께서 드레스를 입지 않는다니요! 그건 절대로 상식 밖의 일입니다.” “뭐가 상식이고 그딴거 누가 만들었는데? 꼭 상식대로 살아란 법은 없어! 때로는 상식에 어긋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지.”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됩니다. 제가 두 눈을 뜨고 있는 한 절대로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됩니다.” 똥고집에 쇠고집 옹고집! 소 힘줄을 삶아 먹었나 고래 힘줄을 먹었나 고집이 무지 질기고 셌다. 겨우 드레스 만드는데 목숨까지 걸다니! 드레스 만드는 게 자신의 평생 직업이라지만 남이 하기 싫다고 하면 투철한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여‘아! 에~그렇게 만들도록 하겠습니다.’하고 물러날 것이지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며 더 이상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신념이 담긴 눈을 하고 있었다. 성냥개비를 가까이 대면 불꽃이 타오를 것 같은 눈빛에 다른 재단사들은 치수 재는 것을 멈추고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며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나와 재단사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여인만 번갈아 보았다. “진짜로 정령 안 된단 말인가?” “네! 진짜로 정령 안됩니다.” 말을 만들어내서 하기 싫었나 내가 하는 말에 뒷말만 교묘히 반대어를 섞어서 한 말에 나도 지지 않으려는 듯 그녀를 부릅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난 여기 필라르 친구로 왔는데 진짜로 말 안들을 꺼야?” “아무리 필라르 전하의 친구 분이시지만 제 말대로 해야 합니다.” “정말인가?” “네!” 짜증지수 80을 향해 올라가면서 내 얼굴이 점점 화끈하게 달아오른 듯 옆에 있는 거울을 보니 볼에 약간의 홍조가 생겼다. 굳이 화장할 때 볼에 분홍빛 분칠을 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생긴 홍조를 보며 난 씨익 웃었다. 평범한 인간이면서 나를 달아오르게 만들다니! “그렇다면 필라르를 불러오는 수 밖에!” “네...그러...네?” 내 팔을 감고 있는 그녀의 줄자를 내 팽개치며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방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누군가가 내 몸을 붙잡아서 브레이크를 거는 바람에 뜻대로 일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으니까 이젠 필라르 전하의 힘을 빌려 뜻을 이루려 하십니까?” 재단사치고는 엄청 당찬 그녀를 다시 한번 보았다. 중년의 여인으로 새침하게 약간 올라간 푸른 눈동자에는 그 어떤 일에도 굴복하지 않을 거라는 뜻이 담겨 있었으며 붉게 칠한 입술은 앙다물어 굳을 결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정말로 귀찮게 하네. 이런데서 시간 끌기 싫다고! 좋게 말할 때 그냥 드레스는 포기하시지!” “안됩니다.” 이왕이면 잘 보아주려고 했지만 그 어떤 거에도 끊어질지 모르는 고집을 어떻게 끊을까 하고 약간 고민을 하였다. 옛날 성질 나오기 전에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가지고 장난감처럼 만들어 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한참을 생각하던 난 그나마 안전한 방법이 생각이 났다. “필라르의 힘을 이용하려 한다고? 그럼 내 힘을 사용하지! 그렇게 간단한 것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잖아. 난 바보인가?” 씨익 웃으며 난 왼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동자도 왼쪽으로 이동을 했지만 별다른 게 없어서 그런지 다시 내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도 내가 별수가 없으니 별짓을 한다고 느꼈는지 가소롭다는 시선으로 날 내려봤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난 당당하게 외쳤다. “샤이닝!” 그 말에 왼손에는 공간의 일그러짐이 나타나며 고색창연한 검집에 꽂힌 하나의 보검이 들려졌다. 오랜만에 보는 샤이닝에 절로 미소가 나왔으며 그것을 본 재단사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며 손가락으로 샤이닝을 가리키면서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 비싸게 보여서 그런가 보다. “내가 힘을 사용하면 말이지 꼭 피를 봐야 하거든! 그래서 필라르를 부르려고 한거야! 하지만 당신이 피를 머금기를 원했으니 어쩔 수 없어.” 오른손을 들어 왼손에 들려 있는 샤이닝의 검병을 잡고 뽑아 올렸다. 아침햇살에 투명한 빛을 뿜어내는 샤이닝의 검신에는 힘이 담겨 있는 듯한 환상도 보일 정도로 번쩍거렸다. ‘주인님! 바보~왜 이제서야 저를 꺼내는 거예요!’ 이제는 수다의 달인인 아줌마가 되어버린 샤이닝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재단사를 향해 올리자 그녀는 더욱더 뒤로 물러났다. 나도 웬만하면 이런 걸로 협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만은 내가 하고픈 일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고 싶었다. 언제나 다른 사람들 생각에 아니면 그들을 도와주기 위해 내가 뜻하는 것은 제대로 한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물론 언제 또 헤죽하며 풀어져 버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치마 따위는 입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왜 치마를 안 입으려고 하는지 알아?” 싸늘하게 내뱉는 말에 재단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도리도리를 했다. “그건 말이야! 입고 있으면 속이 비어있는 듯 기분이 안 좋고, 또 밟고 넘어지면 그게 무슨 창피야? 게다가 폭넓은 치마를 만들 옷감으로 보통의 옷 2개는 만들 정도로 낭비야! 그래서 싫어. 알아듣겠어?” 검을 치켜들며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재단사 목옆에 샤이닝을 갖다대며 하는 말에 그녀는 오들오들 떨면서 고개를 상하로 움직였다. “뭐야? 말을 못해? 목을 뚫으면 시원해서 말을 잘할까?” 여전히 주둥이를 나불대고 있는 샤이닝을 들어서 재단사의 목 앞에 세우자 그녀는 창백해진 안색을 한 채 다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굳어서 안 떨어지는 입술을 겨우 때며 말했다. “아, 아니요..미, 미스티..님이..원..하는 대로..하. 할게요.” 무력 앞에 무릎을 꿇은 재단사의 말에 다른 재단사들도 내 시선이 훑고 지나갈 때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회피해버렸다. “진작에 그랬으면 이렇게 까지는 안 그랬잖아요! 여기에서 있었던 일은 비밀 이예요. 알았죠?” 언제 싸늘하게 말했냐는 듯이 생글거리면서 조잘거리고 있는 샤이닝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고는 이 공간으로 돌려보낸 나를 보며 그들은 과연 좀 전에 협박하던 인물하고 동일 인물인지 헷갈리는 듯이 어안이 벙벙해져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난 속으로 브이를 그리며 헤죽거렸다. “뭘 하고 있어요? 치수 안 잴 거예요?” 사뿐 사뿐히 걸음을 옮겨서 원래 있던 자리로 이동한 나를 보며 재단사들은 얼떨떨해하며 다시 치수를 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싸늘한 눈빛을 한 몸에 받았던 재단사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줄자를 잡고는 겨우겨우 치수를 재며 옆에 있던 여인에게 아직도 불편한 입을 열어서 말하자 옆에 있던 여인은 펜을 들고 종이에 옮겨 적었다. “이,이제 다...돼..됐..습니다..” 줄자와 그 외의 도구들을 챙기며 내게 고개를 숙인 재단사는 내가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뺑소니를 쳤다. 드레스가 아닌 다른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더니만 화장실이 급했나 보다. 재단사들이 빠져나가고 텅 빈 방에서 아직도 나 홀로 침대위에서 뒹구르고 있는 블랑슈 녀석을 데리고 놀까 하다 앞에 놓인 거울을 보았다. “맞아!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거울을 유심히 보던 난 한 가지가 생각이 나서 일행들이 모여 있는 정원으로 들어갔다. “재단사들은 이미 간 거야?” 일광욕을 하며 바위에 걸터앉아있는 가브가 나를 발견하고 물었다.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내 말을 잘 듣길 바래!” 방금 전에 생각난 것들에 대해 그들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일행 중 제일 먼저 오빠가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니깐 우리들이 만났던 인간들이 지금 이곳에 있단 말이야?” “응! 내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한 사실이니까 100퍼센트 확실해. 그러니깐 그들이 눈치 채지 않게 조심해서 행동하자 이거지. 모습을 바꿨다고 해도 알아볼 수가 있으니까!” 신중하게 말하고는 그들의 행동거지를 똑바로 하라고 말을 하고 그날의 일과를 마치려고 하다가 한 가지가 생각이 났다. 쇠뿔도 당김에 빼라는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난 황궁 밖으로 담치기를 할까 하고 고민을 하며 담장에 우두커니 서 있을 때 마침 유령 기사단과 황혼의 기사단들을 끌고 고상한곳으로 가면서 보았던 경비병이 날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 경비병을 향해 뭐라 할말이 없는 관계로 씨익 웃어주자 그 경비병도 말없이 씨익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이곳에는 어쩐 일이지요? 미스티님!” “헉! 어떻게 내 이름을?” 절대로 훈련장의 담을 넘지 않던 내 이름이 경비병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놀랐다. 훈련을 받는 기사들과 단장님들! 그리고 황자와 몇몇 고위귀족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는 내 이름을 알고 부르니 놀랄 수밖에! 게다가 내 얼굴은 또 언제 팔렸단 말인가? “아! 그건 전번에 기사단들을 몰고 가는 분 중에 조그마한 여성분이 계셔서 나중에 기사님들에게 물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 사심 없이 순수한 웃음을 지으며 날 내려다보는 경비병을 향해 나도 활짝 웃어주었다. 역시 인기인들은 피곤하단 말씀이다. 나를 알아보는 한명의 사람을 위해 이미지 관리상 웃어 준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어쩐 일인가요?” 다시 물어보는 경비병의 말에 나도 이제는 마음 편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뭐 어차피 내 정체를 일부나마 알고 있는데 설마하니 못나가게 막지 않을 테니까. “그게 말 이예요! 나가서 놀려고요.” “아..예! 그러셨군요. 원래 그 나이 때면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지요! 경비대장님께 허락을 받고 오겠습니다.” 친절한 경비병은 경비 대장이 있는 곳으로 발을 옮겼고 나는 나 나름대로 경비병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이곳에 계속 있어봤자 심심하니까 경비병의 뒤를 쫓아간 것이다. 걸음을 옮김과 함께 저 멀리 있던 황궁으로 통하는 정문이 가까워졌고, 경비병의 모습도 점점 크게 보였다. 은색의 갑옷을 입은 남자에게 사정이야기를 하는 경비병의 모습을 보니 지금 열심히 나에 대해 설명을 함과 동시에 사정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천천히 다가오는 내 모습을 쓰윽 쳐다보던 경비대장은 나에게 헐레벌떡 뛰어오며 머리를 숙였다. “어, 얼래? 왜 그러세요?” 기사가 그것도 내가 모르는 기사가 머리를 숙이다니 말도 안 된다. 기사가 머리를 숙이는 자는 바로 자신에게 믿음을 주는 주군 앞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머리를 숙이는 것은 곧 바로 앞에 있는 이에게 목숨을 허락하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미스티님의 존명은 이미 황궁 안에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제 동생 아렌을 가르쳐주시는 분인데 제가 무언들 못하겠습니까.” 내 이름이 훈련장 담 밖을 넘어서 황궁 안에 널리 퍼진 것은 고사하고 뒷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렌이 동생이라니 그럼 경비대장은 아렌의 형이란 말인가? 그 은근슬쩍 능글이 아렌의 형이라면 그 형에 그 아우라는 말에 맞게 능글거려야겠지만 아렌의 형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황제의 명에 따르겠다는 굳은 신념이 담긴 눈동자에는 추호의 빈틈도 없었다. “아! 아렌의 형님이셨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웃음으로 받아넘기며 하는 말에 아렌의 형은 잘 웃지 않은지 어색하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황궁을 나가시겠다면서요? 왜 그런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어라? 분명히 경비병이 말했을 텐데 다시 묻는 심보는 또 뭔지? “나들이 좀 하려고요!” 짤막한 내 대답을 아렌의 형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스티님이 나가신다. 문을 열어라.” 그 한마디에 절대로 열릴 것 같지 않던 육중한 문이 스르르 열렸다. “아! 고마워요! 그럼 제가 좀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실례할게요.” 아렌 형의 손을 마주잡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는 활짝 열려진 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나만의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많은 인파들을 헤치며 길치와 방향치의 설움을 극복이라도 한 듯이 열심히 움직였다. 반나절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황궁으로 오게 된 나는 다른 일행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침대위로 다이빙을 했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마음만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지 기뻤다. “내일을 위하여~~우헤헤헤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9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23 2707 6 결혼식과 불꽃놀이?? - 4 “너 옷 잘못 입었냐? 그게 뭐야?” 고풍스러움을 자아내는 백색의 옷자락에는 금실과 은실로 수가 놓여졌으며 팔락팔락 바람에 나부기는 청색 망토는 시원스러움을 더해주는 아주 편안한 옷이었다. 그리고 아주아주 발이 편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백색 부츠 형식의 신발을 신고는 걸음을 똑바로 옮기며 재잘재잘 거리는 새들의 소리를 듣다가 나를 본 블루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해 주었다. “뭐가 뭐냐? 척 보면 모르냐? 옷이잖아? 특별히 주문한 옷!”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말을 해대는 블루의 입을 막았다. 덤으로 블루와 비슷한 질문이 들어오지 않도록 성심성의껏 덧붙여서 말까지 해주었다. “왜 이런 옷으로 입었냐고 물으신다면 단연코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지! 너도 치마한번 입어봐! 거기다가 하이힐까지 신으면 기분 죽여줄걸? 그래서 이렇게 입은 거니까 잔말하지 마. 한번만 더 말하면 나 혼자 확 튀어버릴 수 있어.” 협박으로 일행들의 입을 막고는 우리들을 결혼식이 열리는 궁으로 안내하러 온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결혼식이 열릴 궁의 이름만 알려주면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서 가도 돼지만 웬일인지 황제가 우리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인가 사람들을 보내왔다고 시녀로부터 전갈을 받았기 때문이다. 걸어가는 내내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가고 있는 도중에 리디가 갑자기 내 옆으로 걸어오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전 루나님께서 어떤 옷을 입어도 이쁘게 보여요!”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선지 어쩐진 모르겠지만 리디가 오랜만에 옳은 말을 하자 손으로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덕분에 잘 정돈한 녹색의 머리칼이 약간 흐트러졌지만 리디는 기분이 좋은지 연신 미소만 지었다. “근데 너 어째서 옷만 덩그러니 입고 있냐? 장신구는 하나도 안하고?” 리디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나도 씨익 웃어주고 있을 때 갑자기 블루의 말에 그게 뭔말이냐는 식으로 내 몸을 둘러보았다. 팔과 목 주위는 너무도 깨끗한 흰색 천만 보일뿐 알록달록 반짝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걸 보고 옷만 입고 나온 것을 알고 난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렸다. “귀찮아서! 장신구 무게가 장난이 아니잖아? 덜렁덜렁 달고 다니는 것도 지쳤어!” 깜빡 잊어먹었다고 하면 블루에게 두고두고 씹힐 것이 뻔하므로 말을 돌려서 했다. 시녀들이 억지로 옷을 입혀준다고 해서 결사반대를 하며 내 쫓은 후 나 홀로 옷을 갈아입고 나오다가 그만 장신구들을 착용하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잠깐 이리 와봐!” 내 손목을 잡아당기며 잠시 걸음을 멈추던 오빠의 왼손에 무언인가가 생겨났다. ‘흐음~마법이군! 자신의 레어에 있는 물건을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신기하네?’ 오빠의 손에는 번쩍 하는 빛과 함께 큼지막한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물이야!” 손목을 잡던 손을 놓고는 두 손으로 목걸이를 쥔 오빠는 큼지막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는 보석덩어리를 고개를 숙여서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서 목에 걸어주었다. 두 줄로 된 백금 목걸이는 순결한 천사들의 슬픈 눈물이 굳은 듯이 물방울 모양의 다이아몬드들이 2Cm간격으로 주렁주렁 매달렸으며 한 가운데는 그와는 반대로 푸른 사파이어가 섬세하게 세공되어 달려있었다. 푸른 사파이어의 빛나는 화려함과 동시에 은빛 투명한 다이아몬드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순수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천사들의 눈물 이라는 목걸이란다. 마음에 드니?” 나와 목걸이를 동시에 보며 오빠가 목걸이의 이름에 대해 알려줬다. 목걸이에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장인이 만든 최고의 제품이라는 것은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마음에 드는데 너무 눈에 튀는 거 아냐?” 목에 걸린 목걸이를 손으로 잡고 눈에 가까이 대보니 목걸이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하나 빼서 팔면 웬만한 집 한 채를 살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어떤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은 순수한 투명함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매혹시킬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없는 거 보단 낫잖아. 그래야 인간들이 전처럼 무시하진 못하지.” 내 머리카락을 흩트려놓으며 하는 오빠의 말에 그제 카산드라 일파한테 깨진 것을 생각하는지 블루는 얼굴을 찌푸렸다. “흠~목걸이만 하기엔 뭔가 허전해.” 잔뜩 찌푸린 얼굴을 풀더니만 오빠와 같은 마법을 시전 하자 오른손에 푸른 오러가 나오더니 어떤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오묘한 빛을 내는 푸른 보석이 한가운데 박힌 써클릿! 묘하게 오빠가 준 목걸이의 푸른 사파이어보다 더 푸르고 시린 빛이 투과되었다. “이건 너만을 위해 내가 직접 준거니깐 잊어먹으면 안된다! 알았지?” 평소 덤벙대는 내 행동을 눈여겨 본 블루는 그 말을 하고 푸른 보석이 박힌 써클릿을 이마에 끼워주었다. 이마에 써클릿이 끼워지자 앞쪽이 묵직해지며 벗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지만 장신구에서 나온 기운 때문에 오른손을 들어 푸른 보석이 있는 부근을 쓱쓱 만져보았다. “써클릿이 끼워지니까 차가운 느낌이 드는데? 열날 때 끼고 있으면 시원하겠다. 근데 이거 뭐야? 척보니 보통 보석은 아닌 것 같은데? 전에 무라다에 있을 때 느낀 기운과 비슷해 차가운 성질이라는 것만 빼고.....혹시 이거 블루 드래곤의 심장이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마에 끼워진 써클릿을 만져보며 쳐다보자 블루는 머리를 상하로 움직였다. “그건 내 아버지의 하트야. 내가 특별히 직접 만들었지. 나 혼자만 두고 수명을 다 해버린 바보 같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천상천하 유아독존형의 드래곤인 블루가 점점 슬픔에 빠져드는 기미가 보이자 어떻게 위로를 해줄까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몸으로 실천하였다. “우리가 있잖아? 걱정하지 마. 넌 혼자가 아니야!” 꼬옥 안아주며 등을 토닥거렸다. 블루의 널찍한 등을 두 팔 안에 다 안을 수 없었지만 그런대로 두를 수는 있었다. “그래. 난 혼자가 아니야.” 환하게 웃는 블루를 보고서 그제서야 마음이 놓인 난 속으로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누군가 나를 뒤로 잡아 뺐다. “루나~다 큰 아가씨가 어디에 함부로 안기는거얏? 앞으로 내 허락 하에 안겨! 알았지?” 억지가 다분히 섞인 오빠의 말에 난 입을 길게 쭈욱 뺐다. 시스터 콤플렉스가 분명하다. “잘났어!!” 팔뚝 굵다는 말을 하려고 할 때 건물 밖에서 노크 소리도 없이 불청객이라 말할 수 있는 인간이 뛰어 들어왔다. “노크는 어디에 삶아먹고 그냥 들어오냐?” 전혀 엘프답지 못한 말을 하고 필라르를 바라보는 가브!! “하하하~우리 사이에 노크가 가로막을 수는 없잖아? 게다가 방문도 아닌데 웬 노크? 아무튼 너희들하고 함께 갈려고 왔어! 나를 따라와!” 화려한 색으로 도배를 한 옷을 입고 한쪽엔 검을 찬 필라르는 깔끔하게 뒤돌아서서 앞장섰다. 그리고 뒤에는 4명의 기사가 호위하고 있었다. 아마도 황제가 보내준다고 안내하는 사람이 필라르외 4명의 기사인 것 같다. “쩝. 무기점에나 들러서 검이나 살걸. 아쉽다.” 녀석들이 왼쪽에 검을 차고 있는 것을 보니 샤이닝의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걸 가지고 결혼식장에 들어가는 순간 어떻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아는지라 꺼내지 못했다. 전에 이미 제이미에게 들킨 경력이 있는데 또 샤이닝을 들고 갔다가는 나를 알아보는 이들이 부지기수로 많아져서 톡끼지도 못하고 결혼식장에서 큰 사건이 터질 수도 있었다. 이른바 ‘카옌 왕국의 공작! 루나 어클리어스, 필라르 황자의 친구로 위장한 채 결혼식장으로 난입!’이라든지 그 외에 많이 있었지만 머리가 아픈 관계로 도리도리를 해버렸다. 한마디로 압축해서 들키면 그날로 여행이고 뭐고 끝장이 나는 것이다. 얼굴 팔려서 여행도 제대로 하지 못할게 뻔하다. 비록 모습을 바꾼다고는 하지만 파티를 이루고 있는 녀석들의 구성인원만 봐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이들이 수두룩하게 널렸기 때문이다. “검도 쓰지 못하면서 무슨 검이야? 이론만 아는 녀석이!” 검에 대한 생각이 간절할 때 필라르의 싸가지에 법말아 먹는 말을 괘심하게 여겨서 약간의 힘을 썼다. “앗! 미스티이~아무리 만만하게 보였어도 그렇지 이젠 버젓이 황자라는 직위가 있는데 뒤통수를 때리다니, 너무 하는 거 아냐?” 눈에 뵈는 게 없는지 아니면 호위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창피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지 나한테 대들었다. “시끄럽다. 어디다가 말대꾸냐? 오냐오냐 해주니깐 이젠 아예 기어올라 올려구 그러냐?” 내 방패역인 리디의 말에 필라르는 딴청을 피웠고 주변의 기사들은 영문을 몰라 하는 눈치였다. 제국에서 랭킹 10위권 안에 드는 녀석이 일개 여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있었지만 차마 이유를 물어보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미스티에게도 호신용으로 검을 가지고 있어야 겠지?” 웬일로 이쁜 소리를 하던 블루는 아까 쓰던 방법을 이용해 검과 검대를 소환했다. 허리에 검대를 채워주는 블루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데, 이거 미스릴이냐?” 블루가 검대를 채워주고 있을 때 내 손에 들린 검병에 푸른 보석이 박혀 있는 멋들어진 검을 한번 쑤욱 뽑아보았다. 챠라라랑 맑은 공명음을 내는 듯한 검은 하얀 검집에서 뽑혀 나왔다. 이가 한군데도 나가지 않은 늘씬하고 톡치면 금방 부러질 것 같은 검 날은 햇살에 투명한 빛을 반사시켰다. 멍하니 검신을 만져보며 자세히 살피고 있을 때! “딩동댕~정답!” 내 허리에 검대를 채워주자 허리를 펴고 하는 말에 일행을 뺀 나머지 인간들은 눈을 부릅뜨고 미스릴로 만들어진 검을 바라보았다. 강도로만 따지면 오리하르콘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 금속으로 목걸이나 반지로도 사용되지만 요즘엔 금귀속의 역할대신 검이나 각종 무기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무기란 곧 목숨이나 마찬가지기에 차라리 귀금속 대용으로 있는 미스릴이 있다면 당장에 녹여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에 코팅을 시켜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검은 순수 100%의 미스릴로 만들어진 귀한 것이었다. “오늘은 귀한 선물을 두개씩이나 받았네? 진짜로 고마워!” 검을 왼쪽 허리에 차고는 걸어가는 모습을 기사들이 부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미스릴로 검 날을 코팅이라도 된 검은 엄청난 가격으로 팔리지만 지금 내가 블루에게 선물을 받은 검은 가격으로 매기지 못할 만큼 어마한 것이다. “호신용 검 치고는 언발런스 하지 않아?” 내 검이 부러운지 어울리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필라르의 말을 소화가 잘되게 꼭꼭 씹고는 다른 질문을 하였다. “질문이 있는데 말이지. 왜 귀하디귀한 황손들이 여행을 떠나는 거야?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 의미심장한 얼굴로 물어보자 필라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꿍꿍이는 무슨....여행을 다니면서 마음의 수련을 쌓고, 여러 사람들이 인간사를 돌아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거야! 의무적으로,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친구들을 나중에 황궁으로 데리고 오지. 그것은 너희들도 다 알겠지? 인재 등용! 여행이란 어려움 속에서 살아남은 진짜 인재들이지. 그리고 마음에 맞는 여인이 있다면 결혼상대로 정해.” 필라르가 왜 여행을 다녔는지 대강 알 수 있었다. 물론 필라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을 나도 생각 한 적이 있다. “왜 하필이면 귀족가의 여식이 아니라 여행 중에 만난 여인이야? 외척들의 세력을 견제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러는 거야?” 반려로 맞을 여인들은 황궁 안에 널리고 널렸다. 귀족들의 영예들 하며, 여차하면 다른 왕국에 있는 공주들이나 귀족의 여인네들도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자신과 같이 여행을 하던 여인들 중에 뽑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서로를 의지하며 동고동락을 했으니 충분히 영적으로 맺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 가지고는 뭔가 부족해 보여서 물어본 것이다. 심도 있게 파고드는 내 말에 필라르와 네 명의 기사들은 움찔거렸다. “사실대로 말하면 맞아! 전에 외척들 깽판에 나라가 무너질 뻔 했거든!” 그의 말을 듣고 일행들은 이해했다는 얼굴을 했다. 세력 있는 외척들이 자신의 딸을 미끼로 깽판을 부리면 어쩔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전혀 기반이 없는 여인들을 반려로 맞이한다면 그럴 가망성이 거의 없었다. 여행을 하는 여인네들의 집안이 좋겠는가? 아니올시다. 집안 빵빵하면 그곳에서 놀고먹으며 신부수업 받아서 부모님이 짝지어준 사람과 같이 살면 그만인데 굳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짓을 할리 없다. 참으로 특이하게 반려를 맞아들이는 황실의 결혼 풍습도 어느 정도는 귀족의 세력을 견제함과 동시에 왕권강화와 관련이 있는 듯 싶었다. “그런데 얼마만큼 가야하지?” 심도 있게 생각하고 있을 때 걷는 게 귀찮았는지 오빠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물어보았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만 가면 돼.” 뭐가 그리 좋은지 필라르는 웃음을 지으며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야! 멋있지?” 우리들의 앞에는 아주 커다랗고 화려한 건물이 있었고, 지붕이 돔 형식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창은 셀로판지를 붙여놓은 듯 색색 깔로 화려했다. 벽의 색도 아주 연한 흰빛으로 결혼식을 하는 이들에게 앞날을 밝혀주라는 의미가 담긴 듯 하다. 그리고 덤으로 아주 많은 인간들이 있었다. 황실의 경사라서 그런지 지방에서부터 귀족들의 몰려오는 바람에 한번 치이면 죽음일 것 같았다. “저거 어떻게 뚫고 가지?” 많은 인파를 뚫고 가는 것이 못마땅한지 가브는 필라르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게 되겠지!! 전에 우리들이 여행할 때를 생각해봐!” 속편한 필라르의 말에 가브는 그제서야 알았다는 얼굴을 하고 담담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예상대로 우리가 다가가자 알아서 길이 만들어져서 건물 안으로 쉽게 진입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필라르를 알아보는 이들이 다수 섞여서 편히 지나가라고 길을 만들어 주는 이들도 있었지만! “못 보았던 인간들이 많이 있네. 연회라는 명목으로 우릴 불러들였을 땐 상위 귀족들만 있어서 그랬나?” “당연하지! 제국에 널리고 널린 게 귀족인데, 오늘은 한꺼번에 와서 건물이 미여 터질 거야! 우리한테는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필라르의 말마따나 넓은 땅덩이를 가진 제국은 웬만한 왕국 저리가라 할 정도로 귀족들이 많았다. 그러니 안으로 들어왔어도 여전히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보고 있는 이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만들었지만 가운데 통로에 깔린 하얀 실크 융단을 보니 속이 가라앉는 것 같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곳에는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았다. 아마 하얀 실크가 깔린 가운데 통로는 신랑 신부들이 첫발을 디디는 곳이기에 밟지 않는 것 같다. “조금만 있으면 결혼식이 시작해!” 붐비는 인간들이 만들어준 또 다른 통로를 걸어오며 지정좌석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필라르가 황자라서 아니면 드래곤이 있어서 인지 몰라도 상석에 우리들이 자리가 있었다. 상석에 앉으니 밑에 있는 사람들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미스티님과 그리디아님께서 참석을 해주셔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편히 앉아서 아직도 웅성웅성거리며 있는 인간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말하는 황제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가 눈에 익은 사람이 보여서 일어났다. “잠시만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힘이 있는 황제에게 양해의 말을 구하자 황제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하고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어이~쥴리앙, 알퐁스, 어니스~” 내가 간곳에는 그들이 서있었다. “며칠 만에 보는군!” 반갑게 인사를 하며 며칠동안 못 만나서 그동안 밀렸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미스티님~”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나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유령의 기사단과 황혼의 기사단이 들어오면서 엄청난 인파를 가르며 길을 트고 있었다. “이틀 전에 왜 아무한테 말도 안하고 몰래 빠져나가셨어요?” 길을 뚫는데 성공한 기사단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하게 하는 공헌을 하고 있는 그들을 빨리 떨구려고 대충 얼버무렸다. “사,사정이 있어서....그런데 경계 근무는 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반문을 하자 가사들은 그제서야 알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곳을 떠날 줄 모르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너도나도 입술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본 난 하는 수 없이 괴성을 지르고야 말았다. “뭐 하고 있는거얏? 단장님에게 혼나고 싶어? 아니면 지금 여기서 뺑뺑이 돌래? 빨리 빨리 근무햇!” “네! 알겠습니다.” 내 말을 무조건적으로 듣는 기사들은 방금 도착한 단장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입구부터 안쪽까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섰다. 그리고 기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나를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바라보았다. 그런 따사로운 시선을 일일이 맞받아치면서 쥴리앙들에게 ‘나 갈게’ 라는 말을 하고, 상석에 기어들어가서 앉았다. “레이캬비크 백작과는 아는 사이셨습니까?” 내가 쥴리앙과 만난 것을 보았는지 황제가 물어보았다. “네! 쥴리앙과는 친구사이입니다.” 단지 친구라는 말에 황제는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에 누군가 황제 곁에 다가가서 속삭이자 황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하이젠 황자와 파스칼 황자의 결혼식이 있겠습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23 3139 18 결혼식과 불꽃놀이?? - 5 황제의 말에 소란스럽던 식장은 조용해졌고, 코에다르 왕국에서 특별 초빙된 대 사제가 황제의 앞에 나서서 예를 갖췄고, 돌아서서 결혼식을 진행하였다. 바닥에 깔린 하얀 비단으로 만들어진 융단을 밟으며 결혼식장에 들어서는 신랑 신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주례를 하는 대사제의 말이 지겨웠지만 기쁨의 웃음꽃이 피어있는 그들의 얼굴에는 전혀 지루함이 묻어나있지 않았다. 화려한 주례가 끝나자 각국의 사절단들이 예물을 가지고 와서 신랑 신부에게 건네주는 시간을 가졌다. “저희 카옌 왕국에서 제국의 경사스러움을 같이 나누기 위해 이렇게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루이 베르나르도 공작!” 신랑 신부를 대표로 하이젠 황자가 입을 열어 밝은 미소를 띠며 고마움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난 정반대로 무지 초초해하고 있었다. 왕궁에서 제이미의 아버지인 아이틴 공작에게 소개를 받은 즉 만나본 인간이었기에 제발 들키지 않기만을 바랬다. 초조 긴장의 도가니에 파묻힌 나는 사절단으로 온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루이 베르나르도 공작이 뒤로 물러서자 이번에는 라이너의 칼 아저씨가 천천히 허리를 숙이며 예물 등을 주며 인사를 하였다. 웬만큼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빠져나갔다고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드는 그 순간 은발에 가려진 초록색 눈과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하필이면 말은 드럽게 없어도 눈치는 웬만한 여인네들보다 빠른 라이너와 시선이 교환된 것이다. 이때 괜히 시선을 회피해버리거나 어색한 미소 등을 지으면 탈로날 수 있으니 난 라이너를 보며 왜 빤히 보냐는 식으로 쳐다보자 오히려 라이너 쪽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주위를 살피더니 그대로 뒤로 물러났다. 바르실미르 왕국의 사절단으로 온 사람들이 뒤로 물러나자 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비록 바르실미르에서는 내 진정한 신분을 모르겠지만 본명하나만은 알고 있다. 이곳에서 ‘루나’라는 이름을 꺼내는 순간 시선 집중! 그리고 덤으로 나를 한번이라도 본 인간들이라면 금방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숨도 잠시! 곧 파이넬 왕국의 사절단이 앞으로 나오며 보석 상자들을 건네며 인사를 했는데 자세히 보니 내 친구들은 아니지만 무투회에서 우승을 한 후 열린 파티에서 제이미에 의해 신분이 낱낱이 밝혀질 때 그곳에 있던 사람이었다. 그도 나를 잠시 갸웃거리며 쳐다보더니 미심쩍은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모두 물러나고서야 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휴우~겨우 넘어갔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전에 연회에서 한번이라도 눈을 마주친 상급 귀족들이 하나씩 나오더니만 결혼 축하 인사를 하였다. 그들의 행동을 보니 제국은 철저한 신분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후작 아래급 귀족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기만 했다. 하기야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고위 귀족들도 왕궁에 비하면 많은 편이었다. 일반 왕국에서는 공작급 작위를 지닌 이가 겨우3~4명이고, 후작급들은 10명 내외인데 비해 이곳은...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한계를 넘어버렸다. 숫자에 약한 난 도리도리를 해버리고 의자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쏟아져 오는 졸음을 쫒기 위해 고생을 하고 있었다. “미스티님과 그리디아님도 한 말씀 해주십시오!” 황제의 뜬금없는 말에 등받이에서 몸이 튀어 오르며 잠이 확 깨버렸다. 잠이 깬 나는 멍하니 리디를 바라보고 있자 내 옆 의자에 앉아 있던 리디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황제에게 무시무시한 눈빛만 보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약간 쫀 황제는 내게 애원의 시선을 보내왔다. “저기...할 말이 없는데.....” 말을 얼버무리며 황제를 바라보자 황제는 주변의 인간들이 듣지 못하게 모기만한 소리를 내었다. “부탁드립니다. 전설의 드래곤 마스터의 말씀을 듣는다면 하이젠과 파스칼 부부에게는 영광일겁니다.” 진짜로 할말이 없어서 뒤로 빼려고 했는데 상급의 귀족들의 인사를 다 받은 하이젠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미스티님의 말씀을 듣고 싶군요! 해주시겠지요? 결혼 선물로 여기겠습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가니 황자가 한 말을 들은 인간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몰렸다. 그중에는 각국의 사절단들과 카산드라 일파가 있었고, 미스트 등도 있었다. ‘으으윽...진짜로 할말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온갖 인상을 쓰고 싶었지만, 결혼식장에서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없었으므로 타들어가는 속과는 달리 겉으로 살짝 미소를 지으며, 결혼을 한 부부에게 다가서며 속으로 곰곰이 생각하였다. “흠흠! 황자 전하의 말씀에 미천한 소녀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우선 할말이 없어서 간단하게 운을 띄우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필라르의 친구로 왔다지만 나를 모르는 인간들 눈에는 평민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귀족의 작위를 가지고 있지만 황자들의 결혼식에서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는데 내가 말을 하니 소란스러워진 것이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상급 귀족들은 나와 리디의 정체를 잘 아는지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떤 말을 할 것인가만 기대하고 있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운을 띄웠으니 뭔가 말을 해야겠는데 그게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을 하고 싶어도 보는 이가 많아서 속으로 애가 탔다. 그렇다고 이제 못한다고 내뺄 수도 없었기에 난 숨을 크게 한번 들이키고는 입을 열었다. “뜻밖의 제의라 생각해둔 말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픈 말이란....산보다 높게, 바다보다 넓게, 하늘보다 푸르게, 달보다 온화하게, 해보다 눈부시게 살라고 말하고 싶군요! 간단하게 뜻풀이를 하자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라는 말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급조된 내 말이 끝나자 하이젠 황자와 파스칼 황자 부부는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고, 어떤 이들은 내가 한말을 떠올리기를 하는 듯이 천장을 바라보며 되뇌고 있었다. “이것으로 결혼식을 마칩니다.” 급조 허접한 내 말이 끝나고 나서 대사제의 말에 모두 환호성을 질렀고, 결혼을 한 부부와 황제, 그리고 필라르가 베란다로 걸음을 옮겼고 우리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 갔다. 베란다로 가자 그곳에서는 결혼을 축하하는 국민들이 황궁 주변에 밀집해 있는 모습을 한눈에 보였다. 황제가 결혼식이 마쳐졌다는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커다란 환호성이 들렸다. ‘이제 시작이다. 하나~두우우울~세에엣!!’ 속으로 숫자 세기가 끝나자 엄지와 검지를 맞부딪혀서 소리를 내자 네 군데서 불길이 일었다. 거센 불이 일어나서 주변까지 태워버릴 기세였지만 운 좋게 정확하게 네 군데만 불길이 일어나서 주변으로 퍼지지 않았다. “환상적인 불꽃놀이군!” 불길이 일어나는 곳을 바라보자 결혼식에 정신을 뺀 인간들이 정신을 수습하고, 여기저기서 혼란스러워졌다. “신께서도 이 결혼식을 축하하시는지 이렇게 이쁜 불꽃놀이를 선사해주시는가 봅니다.” 가증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불꽃놀이가 시작되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황제도 당황한 듯 했지만 미소로써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런가 봅니다. 허허허~하필이면 저택을 불꽃놀이의 재료로 쓰시다니...” 결혼식을 국민들을 선포하는 것을 끝으로 베란다에서 나와서 결혼한 부부와 사절단을 뺀 나머지 인간들은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해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황제의 말에 모두들 도리도리를 하였다. 한군데도 아니고 네 군데에서 일어났으니깐! 그리고 불이 붙은 저택의 주인들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출동해 물을 뿌리고 있겠지만,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전 그 이유를 알아요!” 뜬금없는 여자의 소리에 그곳에 있는 사람은 한 여인에게 시선을 집중하였다. “니가 뭘 안다고 그러느냐?” 첫 번째로 말을 한 여자는 카산드라고, 두 번째로 말하는 인간은 카산드라의 아버지인 것 같았다. “알아요! 알고말고요!” 악에 바친 소리를 하며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왜 그런 눈빛으로 나를 보는지 알고 있지만 난 씨익 웃으며 넘겨버렸다. 자기가 나를 봐서 어쩌겠다고....힘도 없으면서 권력만 믿고 내 앞에서 까불던 인간이면서 말이다. “카산드라 양이 무얼 알지?” 황제의 입이 떨어지자 카산드라는 진정을 하고 나를 쳐다보던 시선을 내리깔고는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그제 미스티 양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오늘 있을 불꽃놀이를 기대하라고 하더군요.” 그녀의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렸다. 아무래도 내가 그제 그 말을 한 것이 화근인 것 같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불꽃놀이나 즐길 것을! “증인도 있습니다. 여기 있는 레이디들과 미스트 가보로네 근위 기사님과 또 황궁의 마법사 분들입니다.” 증인까지 들고 꾀나 세게 나오자 증인이라 불리는 인간들이 모두 그곳에 있었기에 황제가 일일이 물어보았다. 그들은 만장일치로 내가 그런 말을 했다가 시인하였고, 내가 했다는 것이 탄로 나려고 할 순간 이었다. “하지만 미스티님은 마법을 하지 못합니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나를 변호하는 유령과 황혼의 기사단들이 보였다. 내가 욕을 보면 두 기사단의 명예도 땅에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직접 훈련시킨 이가 감옥에 간다면 그들도 치욕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를 바라보는 시선 중에 쥴리앙과 알퐁스, 어니스는 내가 마법을 할 수 있는지 알기에 담담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담담한 눈빛에는 믿음이란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 “맞습니다. 미스티는 마법을 못합니다.” 기사단의 말에 이어 필라르가 말을 하자 의문투성이의 얼굴을 하고 카산드라를 쳐다보았다. “마법을 거저 할 수 있는 줄 아십니까? 어이가 없군요. 한번에 네 군데에서 마법을 펼쳐서 불을 낼 수 있으리란 허무맹랑한 생각은 버리시지요.” 한껏 비웃음이 가득 찬 얼굴로 말을 하자 카산드라는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꼭 나를 잡아서 그에 대한 댓가를 받아내고 말리라는 저주 섞인 눈빛이 깃들어져 있었다. 눈빛으로만 저주를 보내면 뭐하겠는가 직접 실현을 못시키는 것을! “미스티양이 마법을 못하신다 하더라고 일행 분은 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여러 사람이 날 도와주자 그녀는 더욱 표독스런 얼굴을 하며 이젠 갈 때까지 갔는지 블루를 끌어들이며 말하자 블루는 못 볼 것을 봤다는 얼굴을 하고 팍 찌푸렸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했던가? 미스트 라는 인간이 오기 전에는 블루에게 붙어서 웃으며 온갖 페로몬을 뿌리고 다녔으면서 점점 자신의 입지가 사라지자 한때나마 좋아하던 놈을 방패로 들이미니 말이다. “시끄럽다. 감히 어디서 그런 말을 짓거리는 것이냐? 미스티의 얼굴에 생채기 낸 것도 모자라 그런 누명을 씌우다니? 너희가 먼저 잘못한건은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이 알 것이다.” 카산드라를 궁지로 몰며 하는 블루의 말에 일행들의 두 눈에서는 불똥이 튀었다. 그때 비록 생채기 난 것은 블루의 마법 덕으로 걸리지 않았지만 발목을 삔 것은 오빠에게 직접 부탁했으니 알고 있는 일이다. 고로 내 일행들은 생채기 났다는 말이 곧 발목을 삐게 만든 거라 생각한 것 같다. “맞습니다. 제가 책을 고르고 있을 때 카산드라양이 다른 레이디들과 합심해서 미스티 양을 때리려 하다가 뒤로 피하다가 넘어졌죠.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던 미스티양의 눈 윗부분에 책을 던졌죠. 그것도 모서리로!” 아까까지만 해도 거의 나 몰라라 하고는 나를 궁지 비슷하게 몰고 갈 말 비슷한 것을 한 미스트의 허를 찌르는 말에 카산드라의 상황은 더욱더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몰랐지만 내가 황자의 결혼식장에 와서 그들에게 덕담도 해주고 현재 황제와 거의 비슷한 위치에 앉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 지위가 높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산드라는 자신의 저택에 불이 난 것을 보고는 증오에 불타오르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그런 사실을 망각한 채 입을 나불나불 댔던 것이다. 이런 카산드라의 상황을 보고 나는 이렇게 평가했다. 삽질하고 있네! 자신의 무덤을 자기가 삽을 들고 힘들게 파내려가 이제 그곳에 누워서 다른 사람이 흙을 덮어주면 완전한 무덤이 돼 버린다. 지금 이 상황이 그런 상황이다. 나를 파묻으려고 얼굴조차 함부로 들지 못하는 황제 앞에서 나를 꼰지르다가 오히려 자신이 주변인들에 의해 파묻혀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지 세력이 없는 게 그녀로써는 큰 타격이었다. 그녀와 같이 일을 저질렀던 여자들도 그녀 뒤에서 사색이 된 채 서있었고, 그녀의 아버지조차도 자신의 딸이 당하고 있었지만 나서지 못하고는 실정이다. 나와 리디의 정체를 알고 있기에 안색을 굳히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그 말이 정말인가? 그 말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며 필라르는 손잡이를 꽉 쥐었다. 그런 필라르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안하며 미스트는 고개를 숙임으로써 사실이라는 것을 암묵적으로 나타내주었다. “여행하면서도 생채기하나 나지 않았는데, 겨우 여자들 때문에 피가 났던 거야?” 귀족가의 여인들을 겨우 여자라고 깎아내렸지만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필라르보다 분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령 미스티 양께서 무슨 일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그런데....그런데 미스티양이 그런 일에 당했단 말인가? 너희들은 용서할 수 없다. 모두 감옥으로 끌어내라!” 직권 남용을 하는 황제의 말에 주변에 있던 기사들이 고개를 숙이고는 카산드라와 그녀의 뒤에 사색이 된 채 서있던 여인들에게 가기 시작하자 카산드라파 여자들과 가족으로 보이는 인간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하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 딸이 미스티님을 몰라 뵙고 저지른 일입니다. 그러니 한번만 용서하십시오!” 카산드라의 아버지로 보이는 이가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자 그녀의 추종세력인 여자들의 가족들도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도록 하죠!” 강압적으로 나가는 황제의 말에 난 태클을 걸었고, 황제는 오히려 고맙다는 얼굴을 하며 나 때문에 용서한다고 말하면서 그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지금의 내 심정이로는 저들에게 나와 똑같이 발목을 삐게 한 다음에 얼굴에 블루가 선물한 미스릴 검으로 쭉 그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용서받지 못할 일을 해도 그녀들을 위해 저렇게 죽음을 불사하고 무릎을 꿇고 사정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자 잠시 동안 생각하지 않기로 한 그들이 생각이 났다.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잊어버려야 하는데 그들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잊어야 하는데 제발 잊혀지기만을 바라며 울부짖으며 용서를 구하고 있는 그녀들을 용서한 것이다. 나는 못하지만 그녀들에게 따뜻한 가족이라는 품에서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대리만족이라 할 수 있을지도!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진 그녀들이 부러워졌다. 사건이 일단락 됐으니 그녀들은 가족들의 품에서 따뜻함을 느끼며 자신이 한일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왔는지 후회를 하면서 울다 지쳐 잠이 들것이다. 내가 비록 그녀들의 저택을 결혼식 선물용 불쏘시게 로 사용했지만 영지에 또 다른 저택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면 되니까 그 문제는 페스. 가족들 품에서 내 예상보다 빨리 울음을 터트리는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하지만 전 용서 못해욧! 저것들은 아작을 내야 제 마음이 시원할 것 같단 말 이예요!” 갑자기 들려오는 말에 황제와 그 외의 인간 즉 상위 귀족들의 얼굴이 창백해져갔다. 지금 당장이라도 마법을 구현시키려는지 리디의 오른손에는 붉은 마나의 기운들이 넘실대고 있었기에 황궁의 마법사들은 급히 곳곳에 실드를 치고 있었지만 드래곤의 마법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는 듯 얼굴이 납빛이 되어 있었다. “리디! 참아라! 내가 그들을 용서했다. 그러니 넌 나서지 말아라! 오빠와 블루, 그리고 가브도 가만히 있잖아? 그러니 가만히 있어!” 내 말에는 필라르 결혼 사건 때만 빼면 거의 복종하던 리디는 너무도 격분했는지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런 리디를 가만히 두었다가는 당장에 헬 파이어 한방 날아갈 것 같아서 온몸을 던져 그녀를 막았지만 이곳에서는 나 혼자 막을 길이 없기에 일행들에게 일일이 도움을 청하는 시선을 보이자 오빠와 블루, 가브가 달려와서 흥분한 리디를 붙잡았다. “안되겠어! 빨리 이동을..블루 도와줘.” 이곳에서는 신분상 마법사로 알려져 있기에 블루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내 말뜻을 헤아린 블루는 곧 주문을 외웠고 우리는 결혼식장에서 곧바로 공간이동을 해서 머물고 있는 건물로 올수 있었다. 건물로 단체로 공간이동을 한 다음에 리디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있었다. “리디! 경거망동 하지 말아라.” “싫어요! 그들은 루나님을 상처 입혔어요. 그것 하나 만이라도 그들은 죽어 마땅해요.” 화를 내지 않는 나를 대신해서 화를 내려는지 리디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고 길길이 날뛰었다. 그런 리디를 올려다보며 도리도리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만! 그만해. 내가 용서했으니...당사자가 용서했으면 돼는 거야.” 오랜만에 큰 소리를 빽 쓰자 당장에 건물 밖으로 달려 나가려던 리디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리디에게는 큰 소리를 친 적이 없었기에 많이 놀란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이젠 그들 때문에 저한테 화를 내시는 거예요? 루나님 미워요!” 커다란 녹색 눈동자에 녹색 빛이 투영된 눈물이 맺힌 그녀를 보며 웬만하면 이런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하고 싶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나도 그녀들에게 벌을 주고 싶었어. 하지만 그녀들에게 있는 가족들을 보니 무지 부럽더라. 나도 저런 가족들이 있었는데...하고 말이야. 자신들의 딸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려고 하는 그들을 보며 진정한 가족이란 저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했지. 지금의 난 가족들이 없어서 따스함을 배우지 못하고 있지만 그녀들은 가족들의 품에서 따스함을 배워서 다른 이에게 나눠줬으면 하고 말이야. 참으로 허무맹랑한 생각이지만 지금의 난 그녀들이 진짜로...매우...부러워...부러운데 그것들을 뺐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그것도 너무 부러워..그들을 죽여 버리고 뺐고 싶을 정도로...” 점점 침울해져 가는 내 자신을 느끼고 난 앉아 있던 쇼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밖을 내려다보았다. 괜한 말을 꺼낸 것 같다.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 한 내가 더 바보지만! 내가 한 말의 타격으로 방안은 완전히 빙산에서 허연 백곰들이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것처럼 썰렁해져 버렸다. 더 이상 내가 이곳에 있다가는 더 썰렁하게 만들 것 같아서 자리를 피하기 위해 내방으로 건너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을 때 뒤에서 별안간 침묵한 공기를 들썩이는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거. 자자~우리 언제나 처럼 즐겁게 대화를 나누자고.”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는지 블루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흠칫한 난 그 자리를 빨리 떠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블루 녀석이 걸어 나가려고 폼을 잡던 내 팔을 먼저 잡아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 어떻게 네 곳에 불을 냈냐? 그거 하려면 마나를 조절하는데 어마어마한 정신력이 소모되는데, 너 어제 잠깐 외출한 다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왔잖아?” 마법을 걸어서 시한폭탄처럼 내가 계산해두고 했기에 결혼식이 막 끝날 때 터지게 만들었던 것이다. 인간 마법사는 블루의 말대로 정신력의 소모가 극심하므로 그런 마법을 할 엄두고 내지 못하고 단 몇몇 할짓 없는 드래곤이 장난삼아 한다. 물론 그 마법을 시전한 드래곤은 레어에 처박혀서 잠시 동안 쉬지만! “비밀이야! 묻지 마! 다쳐! 그런데 내가 나갔다 온 거는 어떻게 아냐?” 한마디로 블루를 깔아뭉개고, 질문을 했다. 블루의 말을 들으면 저 녀석은 분명 내가 어제 나간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밖에 나간다는 말을 일행들에게 하지 않았기에 녀석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너도 묻지 마. 다쳐!” 쓰읍~할 게 없어서 내 대사를 따라하다니! 치사한 놈이다. 언젠가는 저 녀석의 스토커적인 기질을 내가 만천하에 공포하고 말리라. 부리부리하게 눈을 뜨고 쳐다보자 블루는 느글느글한 얼굴로 맞받아쳤다. 블루의 느글느글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문뜩 기분이 이상해짐을 느꼈다. ‘어라....나 좀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다운됐는데 언제 이렇게 되었지?’ 기분이 너무 저조하게 되서 내방에 들어가 잠이라도 자려고 했는데 지금은 평소의 그대로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이마에 손을 올리고 잠시 동안 생각을 하고 있자 블루 녀석이 다가와서 씨익 웃어주고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이곳을 나갔다. 이 모든 게 저 퍼런 드래곤 때문인 것 같은데 이거 고마워해야 하나 아니면 계속 미워해야 하나!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29 2627 8 (외전) 미스트 가보로네 - 1 일년에 몇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휴가를 어떻게 때울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나와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워낙에 임무에만 충실했던 나에겐 친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근위기사대에 뽑힌 위대한 업적 아닌 업적을 만들었지만 그만큼 우러러보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나와 진실 된 친분을 나눌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꼬여드는 파리들뿐! 근위기사대의 단장님께서 한번씩 외출 아닌 외출을 나가시면 그때마다 우리들이 직접 황제 폐하를 곁에서 모시는데 어찌나 힘이 들던지 단장님의 위대함이 절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단장님의 입에서 이틀간이라는 달콤한 휴가라는 단어가 떨어졌건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라도 만들어 놓을 것을...쯧쯧!” 한숨을 푹푹 쉬며 하는 수없이 다른 사람의 눈에 제일로 안 띄는 곳! 즉 황실 소유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모든 지식의 산실인 이 도서관은 아이나스 대륙에서 제일 방대한 양의 도서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도서관 바닥에는 마법이 걸려있어 달려가도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휴가를 책으로만 때울 생각에 몸서리가 쳤지만 이 기회에 검술과 관련된 책을 봄으로써 실력 향상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도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서관 입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얼굴 도장과 함께 신분증을 제시함으로써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처음 보인다는 게 붉은 머리를 한 청년의 주변에 있는 마법사들과 귀족 영애들이었다. 도서관에 왔으면 저 청년처럼 책이나 읽을 것이지 오히려 방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한 족속들! 문을 닫고 천천히 검술 관련 서적이 꽂혀있는 곳으로 갔다. 그들은 아직도 내가 온 것을 모르는지 붉은 머리의 청년을 둘러싸고 있었다. 열심히 주변에서 조잘거리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은 붉은 머리의 청년에게 경의를 표하며 책을 일일이 빼보았다. 그냥 책장에 서서 제목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아쉽게도 이곳의 책은 일일이 꺼내서 제목을 볼 수밖에 없었다. 소드 마스터의 지름길, 초보 검술사를 위한 지침서, 검술 이론, 각 왕국의 검술 특징, 검술의 실체, 이렇게 하면 나도 소드 마스터, 내가 지은 책만 읽으면 그대는 소드 마스터가 될 것이요, 등등의 아주 많은 책이 즐비하게 있었다. 그중에서 난 검술 이론이란 책을 빼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곳의 반대편에 자리를 잡으려다가 한번씩 들렀을 때 내가 애용하는 창가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자리엔 누군가가 점거하고 있었다. 붉은 머리를 길게 기른 소녀는 창가에 앉아 책을 보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로맨스 소설이나 유머를 다룬 소설을 읽는 듯이 웃고 있어서 난 소녀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내 한마디에 붉은 머리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올려다보았다. 이제 보니 눈이 태양을 닮은 황금빛이었다. 게다가 놀란 표정이라니, 귀여운 강아지를 보는 듯 하였다. “내가 놀래켰나요? 미안해요!” 여전히 내가 한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소녀는 자신이 보고 있는 책을 덮었다. 순간 덮은 책의 제목이 내 눈에 보였다. 각국의 지리 란 책이었다. 그런 책을 읽은 소녀가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곳에 오는 레이디는 거의 없을 뿐 아니라.....물론 저기 있는 머리 빈 귀족 영애들도 있지만, 설사 온다고 해도 로맨스 소설 등을 보기 때문이다. “아니요! 혼자 생각을 하고 있다가.....”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소녀에게서는 기분이 좋게 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누구죠?” 이제 보니 소개를 하지 않아서 소녀는 내가 누군지 모르는 듯 해서 난 아주 내 이름을 말해주며 아주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서 말했다. 그런 말에 소녀는 단 한 점의 의심 없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와 비슷한 이름을 지닌 소녀는 보통 여자처럼 느껴지지 않고 왠지 모르게 기품과 위엄을 가지고 있는 듯했으며 오랜 친구 같은 분위기가 들었다. 어릴 적에 사귄 친구처럼 느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많은 남자들을 봐도 느껴지지 않던 것이 미스티라는 붉은 머리 소녀는 봄으로써 느껴진다는 게 생소할 따름이었다. 간단히 이야기를 하면서 웃는 소녀를 보고 나도 웃어주었다. 그 미소엔 왠지 답해주는 미소가 필요할 것만 같아서이다. “어머머머~미스트 가보로네?” 붉은 머리의 청년에 둘러쌌다가 고개를 돌려 날 보았는지 누군가가 날 아는체해서 붉은 머리 소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쳐다보았다. 내 이름을 부른 여자는 카산드라, 후작가의 여식으로 재력과 권력을 이용해 일 벌이기가 주특기였다. 그런 카산드라에게는 많은 귀족 영애들이 따라다니며 그녀의 단물을 쪽쪽 빨아먹고 있었지만 둔한지 그걸 느끼지 못하는 듯 하였다. 언제나 그녀 곁에는 많은 귀족 영애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같이 있었고, 그녀의 한마디에 모든 귀족 영애들이 이쪽을 바라보는 상황으로 번져버렸다. “인기가 많으시군요?” “하하하! 그런가요?” 저런 귀족 영애들 따위에게는 별 관심 없이 예의상 한마디 해주는 그녀에게 호감이 가서 미소를 지어주었다. “너무해요! 미스트님! 저희가 말을 걸었을 때는 아무 말고 해주시지 않으셨으면서 저런 평민에게 말을 건네다니욧!” 이번에는 자작가의 영애인 디아 양이 뭐라고 했지만 난 여전히 무시를 하였다. 저런 골 빈 여자들과 대화를 나눠봤자 나만 손해니까! 그리고 미스티양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해서 인지 관심 끄고 덮었던 책을 펴서 독서를 하였다. “책을 좋아하시나보죠? 이런 책은 여자들은 잘 보지 않은 건데.” “호호호! 그러나요? 하지만 전 이런 책을 좋아한답니다!” 여전히 신비에 둘러싸여있는 미스티양은 내 질문에 간단히 대답을 하고 다시 책을 보기에 난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검술 이론 책을 펴며 그녀 곁 창가에 앉았지만 그녀는 이미 독서 삼매경에 빠졌는지 내가 옆에 앉은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하였다. “여기로 오시지 왜 그곳에 계시는 거예요? 이쪽에서 편안히 독서를 하세요!” 도서관에 있던 귀족 영애 중 한명이 내게 자신이 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그곳에 앉기를 원하는 듯 했지만 난 그 제의를 거절하듯이 아무 말도 해주지 않고 있다가 미스티양이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책을 보던 중 황금빛 눈동자를 내게 돌렸다. 바로 옆에 앉아있는 내게 놀라운 듯 시선을 보냈지만 그 시선에 난 미소로 답해주었다. 미소를 지어보이자 많은 귀족 영애들은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저어! 미스트씨?” “왜 그러나요?” 처음으로 그 작고 도톰한 붉은 입술에서 내 이름이 나오자 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저기에 계신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가시는 게 저를 도와주시는 것 같은데......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나 때문에 은근히 독서를 못하고 있으니 저 쪽으로 가서 책을 읽으면 고마워할 것 같은 말투에 난! “이런~제가 레이디를 귀찮게 했군요? 죄송합니다.” 내가 웃지 않으면 별 탈이 없을 것이라 여기고 미스티 양에게 사과의 말을 하고 독서를 하였다. 아주 조용한 가운데 독서를 원했지만 내 생각대로 되지 않은지 귀족 영애들이 미스티 양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그런 귀족 영애들에게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그녀들의 입을 다물게 하였다. 그 잠깐 입을 다무는 순간에도 책으로 눈이 내려가는 장면! 역시 사람들은 책을 보는 모습이 제일로 아름다웠다. 그런 그녀의 독서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귀족 영애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해준 다음에 속독으로 책을 다 읽은 난 책장에 책을 꽂기 위해 자리를 떴다. 열심히 다음 책을 보기 위해 고르고 있을 때 비명 소리가 들린 듯하여 책 고르는 것을 포기하고 창가 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아까보다 더 많은 귀족 영애들과 쓰러져 있는 미스티양이 보였다. 눈 윗부분에서 피가 흘러 얼굴선을 따라 턱까지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앞에는 떨어져 있는 책 모서리 부분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레이디 미스티! 괜찮습니까?” 피를 많이 흘리는 미스티 양에게 급히 달려갔다. “안.괜.찮.아.요!”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꽤나 담담하게 반응하는 그녀는 흐르는 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앞에 있는 귀족 영애들을 째랴보고 있었다. 그런 시선에도 귀족 영애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쳐다보면서 시답잖은 말을 하였다. “후훗! 이곳에 있는 귀족들은 모두 썩었군! 집안 단속하나 하지도 못하면서 어찌 정치를 한다고 설쳐대는지....” 귀족이라 함은 나도 일컫는 말이겠지만 그녀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썩을 때로 썩은 귀족들과 그 권력을 믿고 날뛰는 자손들. 생전 처음 보는 살벌한 미소에 영애들은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영애들이 뒤로 물러서자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기고 내가 들어갈 틈이 만들어져 얼른 피가 흐르는 미스티 양에게 다가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내가 닦아줘도 하지만 처음 보는 레이디를 닦아 준다는 건 예의에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레이디! 우선 말은 그만 하시고, 이걸로 피를 닦으십시오!” 손수건을 건넸지만 여전히 받지 않고 앞만 바라보는 그녀의 가슴에서 갑자기 하얀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짖기 시작하였다. 자세히 보니 일반 강아지인 듯 하였지만 자세히 보니 그건 보통 강아지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동물이었다. 그 동물의 울부짖음에도 은근히 살기가 섞어 있었고 검은 눈동자가 조금씩 붉은 기운이 서리는 것을 보니 보통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블랑슈! 멈춰라!” 새하얀 동물 이름이 블랑슈였는지 책에 열중하고 있던 붉은 머리의 청년은 살기를 띄우면서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멈추라는 말에 가만히 있었다. “많이 다쳤구나! 만약에 이런 모습을 미르나이님이 보셨으면 제국을 완전히 멸망시켜 버렸을 것이다. 감히 귀한 미스티에게 상처를 내다니! 진정으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붉은 머리 청년은 미스티 양을 이미 알고 있는지 그녀 곁에 가며 심기가 불편함을 풀풀 날리는 말을 하며 손수건을 꺼내서 피를 닦아 주었다. 그런데 대체 미스티양의 어머니가 누구기에 제국을 날려버린다는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제국의 그 어떤 권력 높은 가문이라고 해도 제국을 날려 버릴 수는 없다 또한 미스티양이 알려져 있지 않은 왕가의 자손이라 할지라도, 5개 왕국이 연합을 펼친다 해도 제국을 한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는 노릇인데 그런 말을 붉은 머리 청년은 사실인냥 말하고 있었다. “괜찮아! 엄마가 보지 않았으니깐!” 붉은 머리 청년의 말에 전혀 뜻 모를 말을 하는 그녀를 치료할 생각은 하지 않고 걱정되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푸른 머리 청년을 보다가 의사를 불러오자는 말에 미스티양은 날 올려다보며 걱정하지 말라는 시선을 하며 말했다. “의사 따윈 필요 없습니다.” 왜 란 말이 나오려고 하였지만 그 붉은 머리 청년이 마법사인지 상처가 난 곳을 금방 아물게 해버렸다. 다치면서까지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로 근처에 자신과 친한 친구가 있다는 믿음 때문인 듯 하였다. 블랑슈라는 동물을 자신의 어깨가 있는 곳으로 가게 한 다음 상처가 아문 그녀에게 말을 했다. “진짜 괜찮습니까?” 피가 많이 났으므로 왠지 그 정도의 미약한 마법이 못미더웠다. “괜찮아요! 블루의 마법 실력은 일류니까 이 정도는 기본이죠!” 자신의 친구를 믿어주는 마음......오늘은 많이 배우는 듯 하였다. 발목이 삐어서 걷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정중하게 맞춰주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웃으면서 사양하고는 푸른 머리 청년에게 안겨서 밖으로 나갔다. 아름다운 연인들을 보는 착각을 일으켰다. 그 아름다운 소녀와 청년이 빠져나가자 귀족 영애들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한 소녀를 다치게 해놓고는 어찌 저렇게 평소와 같은 말을 하는지 난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레이디 카산드라!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그러고도 귀족가의 영애라고 할 수 있습니까?” 처음으로 난 영애들에게 화를 냈다. 언제나 화려한 미소로 답만 해주고 한마디도....아니! 아까 했었군! 아무튼 그런 내가 자신들에게 화를 내며 말하자 그녀는 흠칫거리면서 오히려 당당하다는 듯 말했다. “어,어차피 하찮은 평민 아닙니까? 그런 그 꼬맹이가 뭘 할 수 있습니까? 호호호!!” 부채로 입가를 가리면서 웃고 있는 그녀를 정말로 남자였다면 한 대 치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지만 참았다. “미스티양이 하찮은 평민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황실 도서관에 올수 있겠습니까? 생각해 보십시오! 진짜로 평민이라면 황궁 곁에도 못 올 것은 뻔하고 설마 들어왔다 해도 경비대에 붙잡혔을 겁니다. 그러나 미스티양은 당당하게 들어와서 보통의 레이디들이 보지도 않는 사회관련 도서를 읽고 있었다는 것을....그리고 방금 나가신 분이 마법사라는 것을 아셨겠죠? 황궁 마법사들이 저렇게 침을 흘리며 줄줄이 사탕으로 꿰어 있을 정도면 엄청난 실력자라 생각하면 될 겁니다. 진짜로 미스티양의 말대로 불꽃놀이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미스티양이 다친 게 왜 이리 마음에 걸리는지 그녀를 다치게 한 귀족 영애들에게 그 동안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겸사겸사 화풀이를 하고 밖으로 나왔지만 붉은 머리 청년에게 안겨가는 미스티양은 볼 수 없었다. 황자 전하들의 결혼식 당일! 이틀간의 꿈같은 휴가를 도서관에서만 보낸 난 갑옷이 아닌 제복을 입고 검을 소지한 채 결혼식장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갑옷을 입어야겠지만 지금은 그냥 귀족의 신분을 가리키는 제복만 입은 채 눈에 튀지 않게 황제 폐하를 몰래 경호하고 있었다. 항상 황제 폐하의 옥체를 내 시선에 두고 멀리서 경호를 하고 있었다. 직접 내가 뛰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와 같은 근위대 녀석들이 내 신호를 받고 뛰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황제 폐하를 경호하고 있을 때 내 눈엔 이번에 결혼을 하지 않은 필라르 황자 전하가 사람들이 만들어준 길을 따라 황제폐하 곁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엔......붉은 머리의 미스티 양과 일행으로 보이는 남여가 뒤따르고 있었다. 미스티양이 맞는 것 같은데 몸에서 풍겨오는 분위기가 틀려보였다. 게다가 그녀의 금빛 눈망울은 휘양 찬란하게 빛을 내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좌중을 압도하는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 했다. 지금까지 황자 전하의 친구 분이어도 언제나 중간쯤 자리를 잡고 앉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황족이 앉는 자리인 상석에 앉았다. 미리 자리가 준비되어 있는 듯 앉은 그들은 황제 폐하와 아주 친하게 인사를 한 다음 미스티양은 그 자리를 떠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한 마디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의 난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단지 눈만 그녀를 향해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많은 인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간 그녀는 로즈시의 시장인 쥴리앙 레이캬비크 백작과 아주 친하듯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번엔 유령 기사단과 황혼의 기사단이 뭐라고 한 듯 했지만 워낙에 시끄러워서 뭐라고 한지 잘 들리지 않았다. 할 얘기를 다 했는지 다시 상석에 앉은 그녀는 황자 전하들의 결혼식을 구경하고 있었다. 결혼식의 막바지가 되자 황제 폐하를 위시한 고위급 귀족들이 덕담을 해주었는데 어찌된 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었다. “미스티님과 그리디아님도 한 말씀 해주십시요!” 미스티 양과 그 옆에 있는 녹색 머리 소녀에게 경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황제 폐하를 당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고위 귀족들...이해가 가지 않았다. 황제 폐하의 말씀에 녹색 머리 소녀는 미스티 양을 쳐다보고 있었고, 미스티양은 난처한 듯 머뭇거렸다. “저기...할 말이 없는데.....” 그런 그녀에게 황제 폐하는 아주 작게 뭐라고 말씀하셨는데 뭐라고 하신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미스티양의 얼굴색이 약간 바뀌었다. 얼굴색이 바뀐 미스티 양을 하이젠 황자 전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을 하였다. “미스티님의 말씀을 듣고 싶군요! 해주시겠지요? 결혼 선물로 여기겠습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경어를 쓰셨다. 한 나라의 황제 폐하와 황자 전하께서 경어를 쓸 정도면 필시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미스티 양에게 있을 것 같지만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그녀는 다정하게 서 계시는 황자 전하 부부 곁으로 가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흠흠! 황자 전하의 말씀에 미천한 소녀가 한마디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소란스러웠던 주변이 정리되듯이 아주 조용하게 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한 듯 올려다보고 있었다. “뜻밖의 제의라 생각해둔 말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하고픈 말이란....산보다 높게, 바다보다 넓게, 하늘보다 푸르게, 달보다 온화하게, 해보다 눈부시게 살라고 말하고 싶군요! 간단하게 뜻풀이를 하자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라는 말입니다.” 뜻밖의 제의라고는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미리 준비해둔 듯 전혀 당황스럽다는 투가 묻어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은 꼭 신전의 사제들이 하는 말인 듯 신성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산을 닮은 높은 기상, 바다보다 넓은 마음, 하늘보다 푸른 청렴함, 달보다 온화함과 같이 어두운 음지를 지켜주는것, 해의 눈부심같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비출 정도로 살아라는 말을 함축적으로 말한 그녀가 너무도 멋있어 보였다.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결혼식이 마쳐졌다. 결혼식이 끝나자 베란다로 나가서 국민들에게 결혼식을 선포함과 동시에 정확하게 네 군데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붉은 불기둥이 도서실에서 미스티 양에게 모욕을 준 귀족 영애들의 저택에서 일어났다. 밝은 대낮에도 붉은색이 뚜렷하게 나타날 정도로 엄청난 화력으로 저택들이 타들어가고 있었지만 별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 “환상적인 불꽃놀이군!” 미스티 양의 말을 들어보니 이틀 전에 말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아름다운 불꽃놀이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그들을 약간 혼내주겠다는 말로 들었는데 실제로 저택으로 불꽃놀이를 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신께서도 이 결혼식을 축하하시는지 이렇게 이쁜 불꽃놀이를 선사해주시는가 봅니다.” 전혀 당황스럽지 않다는 얼굴로 말하는 그녀에게 황제 폐하는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그런가 봅니다. 허허허~하필이면 저택을 불꽃놀이의 재료로 쓰시다니...” 불꽃놀이에 의해 황제 폐하와 많은 귀족들은 진상 파악을 위해 한 자리에 모여서 대책을 의논하고 있었다. 불꽃놀이에 대해 영문을 모르는 황제 폐하의 질문에 오만한 카산드라양이 입을 열었다. 알고 있으면 자신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입을 여는 그녀를 알 수 없었다. 입을 여는 카산드라 양을 말리기 위해 카이시 후작은 저택에서 화재가 일어났지만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 카이시 후작의 말에 카산드라양은 미스티 양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가증스럽게도 전에 있었던 미스티양의 말을 인용해 말을 하며 나와 황궁의 마법사들까지 증인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난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고로 미스티양이 그 말을 했다고 시인을 하였다. 이제 미스티 양에 대한 처벌만이 남아 있을 때 묵묵히 경비를 서고 있는 유령의 기사단과 황혼의 기사단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미스티님은 마법을 하지 못합니다.” 미스티양이 두 기사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곧 알 수 있게 되었다. 확실하게 생각되지는 않지만 몇 주 전에 황제 폐하께 간청을 드리는 황자 전하들과 기사 단장님이 말한 즉! 미스티양이 훈련시킨 기사단이 친선 대련에서 압승을 거두었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즉시 황제 폐하는 미스티 양께 즉시 명예 기사단장이란 직위를 주었다. 그 말이 지금에서야 생각이 났다! 어쩐지 처음으로 미스티양의 이름을 들을 때 낯설지 않다고 느낀 것이 설명이 된 듯 하였다. “맞습니다. 미스티는 마법을 못합니다.” 두 기사단에 이어 오랫동안 같이 여행을 해온 필라르 황자 전하까지 미스티양이 마법을 하지 못한다고 지원 사격이 가해졌다. “마법을 거저 할 수 있는 줄 아십니까? 어이가 없군요. 한번에 네 군데에서 마법을 펼쳐서 불을 낼 수 있으리란 허무맹랑한 생각은 버리시지요.” 마법에 대해 말을 하고 있는 미스티양이 카산드라양을 향해 한껏 비웃음을 보냈다. 그런 비웃음을 보던 카산드라양은 부들부들 떨면서 미스티양을 죽일 듯이 쏘아보았다. “미스티양이 마법을 못하신다 하더라고 일행 분은 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카산드라양은 그 말을 하고는 붉은 머리를 한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틀 전에 미스티양을 치유시킨 마법사인 붉은 머리 청년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는 카산드라를 쳐다보며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시끄럽다. 감히 어디서 그런 말을 짓거리는 것이냐? 미스티의 얼굴에 생채기 낸 것도 모자라 그런 누명을 씌우다니? 너희가 먼저 잘못한건은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이 알 것이다.” 붉은 머리 청년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눈에서는 곧 불이 타오르는 듯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미스티양은 일행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인 듯 하다. 기껏 해서 조금 다쳤다는 말에 눈에 불을 키고 카산드라양을 바라보니 말이다. “맞습니다. 제가 책을 고르고 있을 때 카산드라양이 다른 레이디들과 합심해서 미스티 양을 때리려 하다가 뒤로 피하다가 넘어졌죠. 그리고 몸을 일으키려던 미스티양의 눈 윗부분에 책을 던졌죠. 그것도 모서리로!” 난 아까 말했다. 사실만을 말한다고...그래서 난 그 붉은 머리 청년의 하는 말에 사실대로 고한 것 뿐이다. 내 말이 가져오는 파장이 어마어마한지 친구이신 황자 전하뿐만 아니라 황제 폐하께서도 노 하셔서 카산드라와 같이 다니는 귀족 영애들까지 감옥행을 명령하셨다. 그러자 카이시 후작을 비롯한 감옥행을 가게 되는 귀족들까지 두 손이 발이 될 정도로 빌고 있었다. 자식 잘못 키운 죄로...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도록 하죠!”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미스티양은 용서를 하였다. 무언가 그리워하는 듯한 슬픈 눈빛으로 보는 사람마다 가슴이 시릴 정도였다. 미스티양의 말에 상황은 일단락이 된 듯 하였지만 곧 옆에 있는 그리디아양이라는 녹색 머리 여인이 화를 내며 말을 하였다. “하지만 전 용서 못해욧! 저것들은 아작을 내야 제 마음이 시원할 것 같단 말이예요!” 신경질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며 하는 말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만 갔다. 대체 저 여인에게 무슨 힘 지녔기에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에 있는 고위 귀족들은 시퍼렇게 변해만 갔다. “리디! 참아라! 내가 그들을 용서했다. 그러니 넌 나서지 말아라! 오빠와 블루, 그리고 가브도 가만히 있잖아? 그러니 가만히 있어!” 그리디아양을 미스티양이 잡았지만 역부족인 듯 주변에 있는 인물들에게 도움을 청하자 세 명의 청년이 일어나서 그리디아양의 몸을 잡아서 결박시켜버렸다. 하지만 그것도 역부족인 듯 미스티양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가 붉은 머리 청년에게 도움을 청했다. “안되겠어! 빨리 이동을..블루 도와줘.” 머리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름을 가진 블루라는 청년은 미스티양의 말을 듣고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자 그곳에는 텅 빈 자리만이 있을 뿐이었다. 한순간에 마법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도 자시 혼자가 아니라 일행들까지 데리고 공간 이동을 시키자 주변에 있던 마법사들이 해 벌쭉해지면서 웃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황자 전하의 친구 분이니 언제든 황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안 나는 곧 틈나는 데로 황궁을 살폈지만 그들을 볼 수는 없었다. 떠돌아다니는 풍문으로는 그들은 황자 전하께 편지를 남기고 아주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인지 그 후로는 볼 수가 없었다. 기분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따스하게 때로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눈빛을 지닌 그녀를....... 그리고 난 약간의 휴가를 받아서 다시 도서관으로 갔다. 도서관은 예전이나 마찬가지였다는데 다만 그녀만이 없을 뿐이었다. 검술 관련 서적이 있는 쪽으로 가려다가 난 생물 관련 서적에 눈을 돌렸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동물이 신기하고 또 나도 한 마리 가져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녀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완동물 쪽의 서적을 뒤져봤으나 블랑슈 비슷한 강아지들은 있어도 똑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난 닥치는 대로 책을 빼서 읽다가 블랑슈와 똑 닮은 동물의 그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몬스터 백과사전에서...... 종족 명 : 레기야크 수명 : 드래곤과 맞먹을 정도임 레벨 : 특 1급 지능 : 인간보다 더 발달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 서식지 : 마계에서 삶 특징 : 외모와는 걸맞지 않을 정도로 포악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레기야크가 화나면 마을 정도는 기본으로 몰살됨. 하지만 자신이 인정한 주인 앞에서는 언제나 어리광을 부린다. 외모 : 보통 때는 하얀 애완동물처럼 생겼으나 화가 나면 몸집이 커진다. 이때 마수왕이라 불리워지는 왕족 순수 혈통이면 눈이 붉어지고, 보통 레기야크일 경우엔 검은 눈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보통 레기야크라 할지라도 그 힘은 측정 불가능하다. 성격 : 매우 포악함. 마계의 마수왕으로 불리워질 정도이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주인한테 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주인이 화를 내면 온갖 짓을 해서라도 풀어준다. 단, 주인이 위험에 처하면 자신의 죽음을 불사하고 적에게 덤빈다. 주의점 : 레기야크는 인간계에 없지만 혹시라도 있을시 에는 화를 돋구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주인이 있는 경우라면 주인을 해하지 않는 게 국가 신상에 좋을 것이다. 지능이 뛰어난 레기야크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인을 해한 자를 죽이는 건 물론이며 해한 자의 각인된 피 냄새를 맡고 단 한 방울의 피를 가지고 있는 혈족까지 몰살시켜버리는 잔인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2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29 2805 6 괴짜 드래곤이야기 - 1 “이제 여길 떠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오늘도 어김없이 블루와 실랑이를 하고 있을 때 침묵의 인물인 가브의 말에 난 심도 있게 그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서 드래곤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전에 황제가 나보고 두 번째 드래곤 마스터라고 했잖아? 그럼 첫 번째 드래곤 마스터는 누구야?” “그건 왜 묻지?” 내 말에 토를 다는 오빠를 잠시 째려봐주다가 아쉬운 건 나이기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궁금하니까 그렇지? 잔말 말고, 말 좀 해봐!” 초보 드래곤인 리디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얼굴로 나만 바라보았다. “흠!! 생각났다.” 블루의 말에 방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가르시미르도 기억할 거야! 실버 일족 중에 괴짜가 있다는 것을...바로 그 괴짜 실버드래곤이 인간을 마스터로 모시고 있지! 워낙에 괴짜라서 다른 일족이 하지 않은 일은 자신이 한번씩 해보는 녀석이라고 할 수 있지. 나이는 대략 가르시미르랑 비슷할 거야.” “아닙니다. 제가 더 나이가 많아요. 그리고 저랑 그 실버랑 비교하지 마십시오. 무지 기분 나쁘니깐!” 볼이 퉁퉁 부은 오빠는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실버라는 단어가 튀어나올 때마다 살짝씩 인상을 구겼다. 대체 그 실버 드래곤이 어쨌기에 오빠가 저렇게 싫다는 오라를 피우며 침묵의 도가니에 빠졌는지 궁금해졌다. 게다가 실버드래곤 이야기를 하던 블루마저도 얼굴을 살짝씩 찌푸렸다. 저 두 드래곤과 실버 드래곤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사적인 일까지 물어본다는 것은 좀 사생활 침해 같아서 묻지 않고 넘어가려고 했다. 실버 드래곤에 대한 이야기가 고요한 정적 속에 묻히기 직전에 미르 오빠가 손을 들어 푸른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이제 보니 천년 전에 그녀석이랑 맞짱 떴었지? 쯧쯧...” 오빠의 말을 듣고 나서 약간의 시간이 흘러 실버일족이랑 오빠와의 어떤 비사가 있었는지 기억을 한 블루는 혀를 찼다. 블루의 모습을 본 오빠는 뭐 씹는 표정으로 으르릉 거리는 것 같이 울분을 토해내는 것 같이 볼에 살짝 붉은 기운이 돌았다. “그 녀석이 먼저 잘못했다고요. 왜 하필이면 내가 유희 중 일때 떨거지로 따라온 놈이 말할 때마다 대들어서 한대 쥐어 박아줬더니만 본채로 돌아가서 브레스를 쏘잖아요. 그래서 화가 나서 저도 맞짱 떴죠!! 실버일족이 전체 드래곤 중에서 강하다고 하지만 육지에서는 제가 강하죠! 그래서 전 그 녀석을 살포시 즈려밟아 주었고, 그 사건이 알려져서 부모님까지 일어서서 레드일족과 실버일족의 대대적인 싸움이 일어나려다가 로드께서 나서서 일을 해결했잖아요.” 그 사건은 절대로 내 잘못이 아니다 라고 블루에게 해명하는 오빠가 안쓰러워 보였다. 그런다고 침까지 튀기며 말할 것은 또 뭐람. 실버 드래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아무래도 특제 우산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보니 저도 기억해요! 어머니께서 한번씩 일족들에 대한 말을 해주셨는데 그 실버 드래곤은 한번도 빠진 적이 없었어요!” 초보 드래곤인 리디도 무언가 안다는 시선으로 드래곤들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인 리디까지 알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실버 드래곤이 꽤 유명세를 날렸나보다. “실버일족에 그런 괴짜가 태어날 줄 누가 알았겠어? 헤츨링 주제에 가출을 하지 않나? 물속 레어에 살면서 물고기는 안 먹고, 꼭 육지의 헤츨링이 먹는 몬스터나 먹고!! 그 녀석에 대한 말을 하려면 하루 이틀이 모자랄 정도지!” 실버 드래곤의 말을 하면서 블루는 살짝 살짝 웃었다. 즐거워서 웃는 게 아니라 어이가 없어서 표정관리를 잘 못하는 것 같았다. 눈에는 짜증스러움이 한껏 묻어나면서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그런데 그 실버 드래곤 이름이 뭐고, 마스터라는 인간은 누구야?”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으면서 설명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다 못해 내가 나서서 질문을 하였다. “이름은 네프티스 라고 하고, 그 놈의 마스터는 코에다르 왕국 사람이라는 것을 들었어!” 블루가 말해준 실버 드래곤의 이름을 듣고 난 머리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이름이 어째 여자 같은데? 근데 왜 그놈이라고 말해?” 내 질문에 오빠는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준 다음에 설명을 해줬다. “이름만 여자고, 그 녀석은 수컷이야! 수컷 드래곤! 네프티스의 어머니는 암컷 드래곤이 태어나길 바랬는데 알 깨고 나온 것이 바로 그 놈이었거든! 너무 실망한 나머지 이름이라도 여자같이 지은거야!” “아하~그렇구나? 그럼 그 마스터라는 인간은 누구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드래곤이 마스터로 모실정도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인간이어야 하잖아?” 자존심으로 말하면 우주를 뚫고 다른 차원계로 넘어갈 것 같은 드래곤인 그가 마스터를 모시고 있다는 게 의아했다. 더구나 오빠보다 나이가 조금 적다고 했으니까 웜급에 이르는 드래곤이 뭐가 아쉬워서 인간을 마스터로 두겠는가? 리디는 얼빵하고 드래곤 망신시키는데 일등공신이어서 내가 데리고 다니며 잠깐씩 교육을 시켜주지만! 평소보다도 무지무지 웜급 드래곤의 마스터가 누군지 매우 궁금해졌다. 과연 얼마나 능력 있는 사람이면 실버 드래곤을 구워삶아서 마스터로 모셔졌는지, 웬만한 소드 마스터나 고위급 마법사도 그들을 길들이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면 신계나 마계에서 유희 나온 놈 중에 한 놈 일려나? 하지만 신족이나 마족이 자신들의 적이라 할만한 드래곤을 휘어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드래곤들은 신마 전쟁 때 중립을 지키며 그들을 도와주는 못할망정 오히려 마족과 신족들의 뒷통수를 쳤으니. 정말이지 네프티스라는 실버 드래곤의 마스터가 무지 궁금하다. 어떤 인물인지 한번 보고 싶을 정도로! 그런 내 간절한 눈빛을 보았는지 블루는 무언가 결심한 눈을 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프티스의 마스터는 바로....물의 대사제야!” “말도 안돼요!” 침착하기로 유명한 가브가 먼저 소리를 지르고 일어섰다. 하지만 가브의 침착함이 무너져가는 것을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궁지 높은 드래곤이 신을 모시는 사제랑 도저히 맞지 않아요! 드래곤들은 신족도 무시하잖아요. 하하하~~물론 여기계신 분들은 아니지만요.” 자신이 하고 있는 말 중에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얼른 말을 바꾸는 가브였다. 하지만 버럭 소리를 질러서 그 말이 세 마리 드래곤의 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체 고스란히 다 들어간 관계로 가브는 알아서 찌그러져 있었다. “나도 찬성! 아무리 괴짜라지만 너무하는 것 같아. 뭐 자기 취미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한 놈이잖아?” 한쪽 구석에서 세 마리의 드래곤의 시선을 받으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가브의 말에 내가 지원사격을 하자 그는 슬슬 일어나며 나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니까 괴짜지? 달리 괴짜겠냐? 물에서는 몰라도 육지에서 레드일족인 가르시미르를 건드린 것 부터가 말이 안 된 다고!” 네프티스는 이래도 괴짜고 저래도 괴짜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말은 거기서 멈추었다. “우린 어차피 코에다르 왕국에 갈 거잖아. 그렇다면 한번은 부딪히겠네?” 앞으로 갈 여행지를 되짚어 보며 아무 뜻 없이 한 말에 리디를 제외한 두 드래곤은 안색을 굳혔다. 쯧쯧...나이도 많이 먹었으면 나이 값을 할 것이지 기껏 자기들 보다 어린 실버 드래곤 한 마리 때문에 안색을 굳히는 그들이 참으로 약아보였다.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 “맞아! 그냥 넘어가자! 그 녀석이랑 붙으면 피곤하다구! 그래서 그 녀석이 사제를 마스터로 인정했을 때 모든 유희중인 드래곤들은 코에다르 왕국을 제외하고 다닐 정도라구!” 내 옷자락을 붙잡고 싫어 싫어를 외치는 블루와 오빠의 말을 열심히 씹고는 그곳으로 가기로 결정을 하였다. 이미 내린 결정을 번복하기는 싫었으며 또 한 가지 이유는 그 실버드래곤의 마스터라는 사람을 한번 보고 싶었다. 물의 신전의 대사제라고 했으니 코에다르왕국 중심부에서 살 텐데 그들을 보려면 어쩔 수 없이 그 왕국을 경유해서 다른곳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결정한 일이잖아. 그리고 내가 전에 코에다르 왕국에 들른다는 말을 하였을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 처음에 내가 가고자 한 여행 경로에 찬성을 했으니 잔말 말라는 간단명료한 말로 두 드래곤의 의견을 묵살시키고 하품을 하였다. “아하하함~근데 그 네프티스라는 실버 드래곤은 오빠하고 한바탕 싸웠다고 했잖아? 그럼 너하고는 안 싸웠냐?” 하품을 하는 내 손을 긁적거리는 블랑슈를 한번 눌러서 쥐포로 들어 준 다음에 기지개를 폈다. 블랑슈 때문에 손을 올릴 타이밍이 늦어져서 그런 거다. 다시 부풀어 오르는 블랑슈의 놀라운 회생능력을 보며 묻는 말에 블루는 얼토당토 않는 말을 하지 말라며 딱 잘라 땠다. “그 녀석하고는 만난적은 그냥 성룡식때 만난 게 고작이야! 성룡식때 난동을 부린걸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이가 갈려! 만약에 그곳에 로드하고 고룡들만 없었으면 발로 뭉개 버릴려고 했는데...쩝...지금 생각해보니깐 그냥 시선에 상관하지 않고 뭉개버릴걸.” “맞아요! 그 녀석은 드래곤족의 수치이죠! 저도 그때 확 날려버리려다가 그 녀석의 엄마가 있어서 참았어요. 마침 제 엄마가 동면을 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로드가 살고 있던 곳이 박살났을걸요?” 두 드래곤의 말을 듣다보니 그 난동이란 게 뭔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아서 물으려고 할 때 고맙게도 내 입이 쉴 수 있게 가브가 대신 말을 하였다. “그런데 그 난동이란 게 뭐죠?” 드래곤들의 비사에 흥미가 느껴졌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어보자 블루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를 갈며 말했다. “글쎄 그놈이 성룡식을 치르는 로드 궁에 가서....에휴~~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가르시미르 니가 말해라.” 오빠에게 바톤 터치를 하자 오빠는 얼굴을 구기고 말했다. “나도 그 녀석의 성룡식 하는 곳에 갔었지. 엄마가 동면하는 바람에 대신 갔다고 하면 될까? 아무튼 그녀석이 성룡식을 거의 마쳤고, 마지막 중요한 것이 남아 있을 때 그 녀석이 후우~~하는 말이 뿌드득....만약에 여기 있는 드래곤들이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 성룡식이고 나발이고 하지 않는다는 말에 그곳에 있는 드래곤들은 뒤로 넘어졌지. 그 녀석의 엄마도 엄청 당황해 하다가 정신을 수습하고 말렸지만 도통 말을 들어먹어야지. 깽판을 놓자 그 녀석의 엄마인 슈리니아가 우리들한테 메시지 마법으로 선물을 달라고 했어. 나중에 자기가 다 갚아준다고 말했지. 하는 수 없이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선물이란 명목을 지닌 물건들을 가져다주었고, 그 녀석은 무사히....뿌드드득....성룡식을 마쳤어. 나하고 잠깐 유희 다닐 때 한말이 글쎄 그때 받은 것으로 유희 자금으로 쓸려고 그랬다나? 그래서 뒷통수를 한대 쥐어박았어. 그다음일은 아까 말 한데로....”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네프티스의 일화를 듣고,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하하하 나 같았으면 그 녀석 싹수를 가르치기 위해 성룡식을 해주지 않았을 텐데.” 오빠인 미르가 당한 일에 괜히 내가 화가 나서 소리치자 블루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게 쉽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 문제는 로드가 실버 일족이라는 것도 있고, 또 한 가지가 바로 실버일족은 종족수가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 턱없이 적거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성룡식을 치르게 한거지. 아마도 그 녀석은 그걸 노리고 간땡이를 배 밖으로 내놓고 말한 건지도 몰라.” 몸서리가 쳐진다는 듯이 블루는 몸을 부르르 떨며 겨우 말했다. “근데 네프티스가 물의 사제를 마스터로 모셨다고 했잖아? 그럼 지금 뭐하고 있어?” 제일로 궁금한 점이 바로 이거였다. 질문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만 엇갈렸지만! 궁금했다. 리디는 나하고 여행 중인데 그 실버일족은 뭐 하는지~~ “들려오는 풍문에는....음.....신전에 틀어박혀서.....” 쉽게 말을 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블루의 말에 답답함을 느낀 난 그의 말을 끊고 말했다. “마스터를 지키고 있어?”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 물론 마스터를 모시고 있는 건 사실이야! 문제는 다른데 있어! 이것도 말 못하겠다. 니가 말해라.” 이번에도 네프티스에 관한 이야기를 오빠에게 바톤 터치를 하고 이마에 한손을 얹고는 쇼파에 주저앉았다. “그 녀석은....그러니까 물의 신전에서 몸과 마음을 닦고 있다고 들었어. 즉 신께 매일 기도를 드리며 생활하고 있어.” 간결한 말에 그 두 드래곤을 뺀 나머지는 뒤로 넘어갔다. “하하하 드래곤이 신께 기도를 해? 이젠 말도 안나온다..허허허~” 나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블루의 맞은편 쇼파에 주저앉았다. 물의 대사제를 마스터로 모시는 것도 모자라서 신께 기도를 하다니...정말 놀랠 노 자였다. 잠깐! 물의 신전의 대사제라니까 물의 여신 아쿠아를 받들고 있는 거잖아. 온화하면서도 알 듯 모를 듯한 눈빛을 지녔으며 수줍음을 잘 타서 잘 모르는 신들하고는 이야기를 못하고 뻘쭘히 앉아 있는 아쿠아. 샤이니스와 그 외의 몇몇 신들과 이야기할 뿐 언제나 입을 다물고 살짝 미소만 짓고 있어서 속을 알 수 없었다. 열길 사람 속은 알아도 한길 물속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절로 들것같이 정말이지 말을 아꼈다. 처음 나와 만났을 때도 아무 말도 않고 고개만 끄덕이다가 내가 말도 안하고 사람 아니 환신 무시 하냐고 버럭버럭 대들었더니만 그때서야 겨우 한말이 기억이 났다. ‘아니요.’ 그 단 한 마디가 윤활제가 되어 아쿠아가 한번씩 놀러오면 같이 나가서 놀 정도로 친하게 된 여신이다. 아쿠아의 묘한 매력에 대해 비교분석을 하려고 할 때 때늦은 가브가 확인사살이라도 해야 할 것처럼 되물었다. “그 얘기 정말인가요?” 두 드래곤들에게서 사실 확인을 한 가브는 실없이 웃기만 하였다. “그래도 코에다르 왕국에 갈건가요?” 그 놈의 실버 드래곤이 무서웠는지 아니면 가다가 괜히 실버한테 걸리기 싫었는지 가기 싫다는 얼굴을 하고 조심스럽게 내게 리디가 물어보았다. “한번 결심한일이니 가야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데, 어쩌면 영원히 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꼭 갈 거야! 설령 신이 있다고 해도 갈건 데 그깟 실버일족 때문에 돌아간다는 것은 내 미학에 어긋나!” 강력한 주장에 일행들은 모두 넘어갔다. 아니 어쩌면 내가 인간(?)이라서 이번이 마지막 일거라고 생각했기에 승낙했을 것이다. 지금의 난 신이 아닌 인간이었고(드래곤들의 유희 비스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인간은 드래곤이나 엘프보다 수명이 짧아도 너무 짧으니까. “그럼 그렇게 낙찰하고, 이제 이곳을 떠나야겠지? 언제가지?” 이곳을 언제 어떻게 빠져나가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었기에 실버일족의 생각은 땡겨 버린 채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나누고 있었다. “그냥 지금 가는 건 어때?” 블루의 간단한 말에 찬성을 하고 싶어졌지만 지금의 난 내가 알고 있던 인간들한테 작별도 나누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떠나는 것은 내일로 미루기로 하였다. “작별 인사를 하고 와야지!” 이왕 인사를 하는 거 빨리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하며 일행들한테 짐을 챙기라는 말을 하고, 블랑슈를 데리고 나왔다. 그들이 갈만한곳을 뒤지려고 할 때 인기척이 들려서 뒤를 돌아보았다. “얼레~가브? 니가 여긴 웬일이냐? 짐 안 싸도 돼?” 손을 휘저으면서 얼른 가서 짐 싸라는 휘황찬란한 제스처를 알아듣지 못했는지 가브는 더 가까이 내게 다가왔다. “이틀 전에 다쳤다면서? 너하고 처음 만났을 때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잖아. 그리고 두 번째로 한 약속도.” “그래서 사과라도 하고 싶어서 온 거야? 그건 불가항력이었다구! 넌 그곳에 없었잖아. 게다가 도서관에 있는 블루도 어쩌지 못한 일이야! 그러니 자책하지 마!” 가브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자 그는 내 손목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인간과 드래곤들에게는 보이진 않지만 엘프족에게는 보이는 브러시아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브러시아한테는 이르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블랑슈의 보드라운 털을 쓸어 넘기며 안심하라는 투로 말했다. 내가 다친 것을 브러시아에게 꼰지르면 곁에 호위 비스 무리한 것 같이 붙여진 가브가 벌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일이다. 아마도 가브는 그것을 걱정해서 내게 온 것 같다. “미안...앞으로 이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단호하게 말하는 가브의 말뜻을 난 곧 알아챌 수 있었다. 이쪽으로 가도 저쪽으로 가도 계속 따라붙었다. 호위라는 명목 아래! 처음 귀찮아서 떼어버리려고 했지만 막무가내여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는 내가 알던 인간들을 찾아갔다. “앗!! 잠까아아안~스톱!! 멈춰어어어~” 저기 달려가는 어떤 인물이 나와 알고 지냈다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뛰면서 말했다. “얼레? 방에서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긴 웬일이야?” 제국에서 백작이라는 인간이 이렇게 뛰어다닐 정도로 바쁠 줄은 몰랐다. “뭘 하는데 뛰어다니는 거야?” “아~그거? 좀 전에 신이 내린 불꽃놀이에 대한 진상파악 및 복구가 시급해서, 그런데 이상하게 저택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한명도 죽지 않은 거야. 진짜로 이상하지? 그건 그렇고 지금 바쁜데 좀 있다가 얘기하면 안 될까?” 카산드라 일 때문에 괜한 사람들까지 죽이고 싶지 않아서 내가 그 저택 안에 최면 마법을 펼쳐놓아서 불이 일어나기 전에 사람들에게 저택을 나가라는 명령어를 내렸기에 그들은 불의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다. 복수의 일념으로 내가 한 장난 때문에 괜한 사람이 고통 받는다는 생각을 안 해봤기 때문에 지금 열심히 뛰고 있는 쥴리앙에게 미안한 감정만 들었다. “그냥! 심심해서 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작별인사라도 미리 해두려고, 언제 갈지 모르거든!” 별 대수롭지 않을 것 같은 말에 쥴리앙은 언제 바빴냐는 듯이 걸음을 멈추고 나와 가브를 바라보았다. “정말 가는 거야? 진짜?” “진짜로 저희들은 떠납니다. 빠른 시일 내로...” 나 대신에 하는 가브의 말을 듣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다시는 못 보는 거야? 그러는 거야?” 쥴리앙의 떨리는 음성에 난 어깨를 들썩였다. 이미 한말 또 다시 말하리? “그냥 여기에 있으면 안돼? 넌 여기에서 기사들을 가르치면 되잖아. 아니면 나랑 같이 로즈에서 살면 인될까?” 내 팔을 붙잡으면서 애절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난 부담스러워졌다. “후훗! 쥴리앙!!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이 있기에 재회가 있어! 그리고 재회 뒤엔...후우~아무튼 알겠지?” 내 말뜻을 알아들은 쥴리앙은 미소를 지으며 내 팔에서 손을 때어냈다. 손을 땐 쥴리앙은 주먹을 쥐면서 내게 내밀었다. 그걸 본 난 결투를 신청하는 줄 알았지만 주먹을 쥔 손에 힘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보고 나도 조그만 손으로 주먹을 쥐며 그의 주먹에 맞댔다.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다시 만날 그날을 위해!” 쥴리앙의 말을 따라하면서 나도 웃어주었다. 그리고 절대로 다른 사람한테 알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였다. 특히 귀족들 및 황족들에게. 그들이 알면 아마도 대대적으로 송별회니 뭐니 하며 잔치를 할게 뻔할 뻔자! 그래서 조용히 나가고자 하는 내 미학에 어긋나므로 알려지지 않기를 원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필라르에게까지! 아까보다 천천히 뛰어 가면서 한번씩 내 얼굴을 뒤돌아보며 머뭇거리는 쥴리앙의 등을 바라보며 좀 전에 못한 말을 되씹었다. “재회 뒤에는....또 다른 이별이 있겠지.” 씁쓸해진 기분을 안고, 그나마 친분이 있던 기사단을 만나려고 하였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근무 중이었다. 그래서 하릴없이 빈둥거리며 담소를 나누고 있던 두 단장을 만나서 작별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뒤돌아서는 순간 나를 부르기에 그래도 한 달 동안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 아쉬워서 부른지 알았더니만, 하는 소리가 훈련이란 이름아래 행해지고 있는 ‘벌’ 에 관한 자료를 더 넘겨달라고 하는 말을 하였다. 두 단장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내가 묵고 있던 건물로 되돌아 왔다. “짐은 다 쌌어! 이젠 내일 가는 것만 남은 거야?” 입구에 기대서서 삐딱한 자세로 말하는 블루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그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3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1-29 2994 10 제국 탈출 - 1 “아하함~너무 빨리 가는 거 아냐?” 밀려오는 하품에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오른쪽 손으로 말고삐를 쥔 채 내 앞을 달려가는 일행들에게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귀찮게 파리들이 몰리면 안 된다고 빨리 가자는 인간이 누구였는데?” 요즘에 나에게 계속 삐딱하게 말하는 블루의 행동이 괘심하게 생각이 되어 블루 옆에 가서 블루가 타고 다니는 말 배때기를 발로 아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우에에엑~너 뭐하는 짓이야?” 배에 약간의 간지러움이(?) 느껴졌는지 블루의 말은 요동을 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다가 한번씩 발짝을 하듯이 펄쩍 펄쩍 뛰어다녔다. 한참을 뛰어다니다가 힘이 빠졌는지 제풀에 지친 말을 끌고 온 블루는 나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그냥 경고지만 후에 또 나한테 삐딱하게 굴면 드래곤 구이를 해주지! 이건 내가 약속할 수 있어!” 협박성 발언에 블루는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조용해졌다. “여긴 아무도 없으니깐 루나님이라고 해도 되죠? 그런데 이번엔 필라르를 왜 데려오지 않았어요?” 자신의 밥인 필라르가 없어서인지 서운함이 들었는지 리디는 나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 녀석은 의무적인 여행을 다 돌아다녔는데 여길 끼겠냐? 그리고 설사 끼고 싶다고 해도 내가 사양하겠어! 그 녀석이 있으면 분란해지거든!” 그 동안 그 녀석이란 여행을 같이 다니면서 조용히 넘어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 매일 시끄럽고 때로는 그것을 못 견뎌서 아니면 우리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한번씩 뒷통수를 가격하는 것이 귀찮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길로 가면 코에다르 왕국이 나오는 건 확실해?” 에어라이를 몰래 빠져나와서 드넓은 벌판을 달리니 방향감각이 사라진 난 그래도 오랫동안 장수하면서 많이 돌아다닌 두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확실해! 코에다르 왕국에 가본 적이 있으니깐! 한 500년쯤 되었나?” 라는 오빠의 말에 점점 불신감이 생겼지만 어찌하겠는가? 지리책에 있는 지명 이름은 잘 외우지만 실질적인 곳으로 쓰지를 못하는 내 자신이 미울 따름이지. 코에다르 왕국으로 가기 위해서 우리들은 더욱더 박차를 가하였다. * * * * * * * * * * * * * * * “미스티이이~나 왔어!! 문 열고 들어간다!” 루나가 묵고 있는 건물에 들어서서 다른 놈들의 방에는 얼씬도 하지 않고 무작정 그녀가 있던 방에 노크 몇 번하고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들어갔다. 방에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단지 그곳에는 붉은 머리의 소녀가 있지 않단 점만 빼고, 뭔가 불길하게 느껴진 필라르는 곧장 다른 방문도 열어보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인간과(?) 드래곤은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그는 자신만 빼놓고 놀러갔다고 생각하고는 무작정 루나가 지내던 방에 들어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곳에 들어오는 이는 청소를 하기 위해 들어온 시녀뿐이었다. 너무나 늦은 시각까지 들어오지 않자 불안해진 필라르는 마굿간으로 달려갔고, 그곳엔 일행들이 타고 다녔던 말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한 마리도.............. 당황한 필라르는 마굿간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저녁의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때려오자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싸늘하게 식은 눈물 한줄기도..... “나아쁜 녀석들...나만 빼놓고...가버리다니....가더라도 한마디만 해주고 가지....이건 너무하잖아. 그러고도 니들이 친구냐? 진짜 너무하잖아.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르는데.....작별의 말도 하지 않고....다음에 만나면....만나게 된다면....흐흐흐~꼭 안아줄 거야!” 눈동자 위에서 식어버린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그들이 갔을 것만 같은 방향을 향해 외쳤다. 나쁜 친구들인 그들은 내게 단 한 줄의 편지도 쓰지 않은 채 소리 소문 없이 증발해 버린 것이다. “으휴~이걸 어떻게 처리한다. 미스티와 그리디아님, 나머지 녀석들이 증발해 버린 것을 아바마마께 보고를 올리면 필시 즉각 수배령을 내릴 텐데....며칠 후에 말해야지....하핫! 너희들은 정말로 좋은 친구를 둔거야...씨이....나쁜....녀석들...” 말 한마디 하고 가면 어디에 덧난다고 미리 언질도 주지 않고 떠난 그들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가버린 친구들을 다시 불러들일 수는 없는 법! 친구인 정을 생각해서 며칠동안 그들이 사라진 것을 묵인해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그 다음부터 빠져나가는 것은 녀석들 몫이지만! 혹시 아나....아바마마께서 그냥 웃으며 넘어갈지... 아무튼 내일부터 바쁠 것 같은 예감이 들것 같다. 공간 이동을 하는 블루의 모습을 보면서 침을 흘리고 있는 황궁 마법사들 단속하랴 미스티가 가르치고 있는 유령과 황혼의 기사단들도 단속 대상이기 때문이다. 절대로 며칠동안은 미스티와 다른 녀석들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이게 친구로서 마지막 의리를 지키는 것이다. 비록 다른 사람이 이미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절대로 내 친구들이 가는 여행길을 막을 수는 없다. 절대로... 뒤돌아서서 가는 난 이미 기울어 진지 한참이 지난 해를 바라보았다. “쓰읍~너희들 다음에 만나면....때찌 해줄 거야. 정말이야. 정말로...혼내주고....안아줄 거야. 바보~떠난다고 말하면 내가 잡을 줄 아냐? 웃으면서 보내줬을 텐데! 너희들은 정말로 바보야..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스티...아니 루나는 잠팅이!” * * * * * * * * * * * * * * * “에..에..에,에취~에취~쿨쩍!” 노숙을 하고 있을 때 아무렇지도 않던 코가 간지럽더니만 재채기와 콧물이 나왔다. 손수건으로 대충 콧물을 닦아서 가브에게 건네주었다. 코 묻은 손수건을 본 가브는 처음에는 기겁을 했지만 내가 손수건을 준 이유를 알아냈는지 한번 나를 쏘아보고는 운디네를 불러서 깨끗하게 빤 다음에 불가에 널어 말렸다. “날이 너무 추워서 그런가 보다. 불가에 더 가까이 와!” 내게 따뜻한 스프를 건네며 불을 많이 쬘 수 있도록 가까이 끌어다 앉힌 오빠는 옆에 앉아서 수저로 스프를 떠먹었다. “이건 추워서 그런 거 아냐! 좋게 말할 때 자수해서 광명 찾지 그래? 말해! 누구야?” 밑도 끝도 없을 것 같은 말에 일행들은 멀뚱히 쳐다만 보았다. “누가 내 욕을 했어? 그러니까 재채기를 한거잖아. 오빠하고 리디가 그럴 일은 없고, 가브를 용의자에서 제외시키면 한 놈이 남는군!” 지그시 붉은 머리의 청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얼토당토 않는 말 하지 말고 먹기나 해!” 째려보는 블루를 제일 많이 의심스러웠지만 증거가 없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하였다. 넓은 벌판을 며칠동안의 강행군으로 돌파한 우리는 드디어 산에 둘러싸인 마을을 볼 수 있었다. 너무나 기뻐한 우리는 먼저 여관을 잡고 목욕을 한 후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였다. “그러니까 그곳에 가려면 강을 건너야 한다는 거야?” 책에서 봤지만 조그만 물줄기가 그려져 있어서 냇물 정도로만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나 강이라는 표현을 쓰는 두 마리의 드래곤을 보고 있었다. “그래! 코에다르 왕국으로 가려면 가즈 강을 건너야 해! 이틀정도 타고 가면 도착할 수 있을 거야!” 푸른 머리를 한 오빠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 내용을 다시 물었다. “한 시간도, 두 시간도 아닌 이틀? 강이 그렇게 넓어?” 생각도 못한 문제에 봉착한 난 그들을 보며 묻자 그들은 끄덕끄덕 였다. 뭔놈의 강이 그렇게나 넓단 말인가? 완전히 바다수준이었다. “후우~난 배 타는 거 싫은데.” 예전에 한번 재미로 배를 탔다가 배멀미를 한걸 생각하면 끔찍하였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면서 속에서는 온갖 것들이 죄다 올라오다 못해 위액까지 올라온 사태! 배타면서 배의 난간을 붙잡으며 다른 곳으로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한 발자국만 떼어도 곧 난간이 내 마음의 안식처인 냥 곧바로 달려가서 붙잡으면서 바다를 향해 오바이트 하던 것은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아니면 코에다르 왕국은 안 가고 그냥 디노라 왕국으로 가던지.” 코에다르 왕국에 가자고 해놓고는 은근히 가기 싫어서 왕국 이야기만 나오면 나만 보면서 넘어가자는 말만 하였다. 코에다르 왕국에 있는 실버 드래곤이 얼마나 엽기적이었으면.... 하지만 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던 말든 호기심에 더 가고 싶어졌다. “내가 그까짓 배를 못 타겠어? 안 그래? 리디?” “물론이죠! 배를 무서워하실 분이 아니라는 것을 전 알고 있죠.” 역시나 나의 든든한 빽인 리디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그곳엔 언제쯤 도착하죠?” 지금은 배를 타느냐 못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 바로 배를 탈수 있는 도시에 언제쯤 도착하는 것이었는데 가브의 적절한 질문에 블루는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내 예상으로는 한~~열흘? 아니면 그 이상일수도 있고.” 확실한 기한을 잡지 못하며 대충 말하는 것을 보니 진짜로 가기 싫어서 인지 아니면 그곳에 간지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은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난 꼭 코에다르 왕국을 가고 말리라. “그럼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아침에 떠나기로 하자! 난 식사를 다 했으니 그동안 못잔 잠이나 퍼질러 잘 거니깐!” 한 마디로 말해 깨우면 세상 하직한다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바꾸어서 한 말에 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끄덕였다. 그리고 덤으로 블랑슈도 맡겼다. 블랑슈 녀석이 잠에서 깨서 할일이 없으면 괜히 코를 간질이면서 깨워버리는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기에 잠자기에 앞서 녀석을 맡긴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다. “아하함~잘 잤다.” 숙면을 취해서 그런지 아침 일찍 떠나는 말을 타고 길을 서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몇 시간을 잤는데 피곤하면 넌 인간도 아냐.” 내 성질을 건드리는 발언을 한 블루의 말의 배를 살포시 찍어주었다. 그러자 블루의 말이 약간 경기를 일으킨 듯 흠칫거렸지만 이미 이런 일은 내게 많이 당해서 면역이 됐는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래! 난 인간 아니다.” 사실을 말했는데 일행들은 내가 이런 말을 할줄 알았다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진짜로 인간 아닌데...” 약간의 용기를 내어 한말에 일행들은 실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래 그래~너 인간 아니야! 누가 널 인간이라고 생각하겠냐? 드래곤 마스터에다가 엄마도 드래곤이고, 오빠로 삼은 놈이 드래곤이니까! 게다가 이 든든한 친구도 드래곤이잖아. 그리고 보디가드 겸으로 따라다니는 놈은 엘프....아무리 생각해도 일반 여행객은 아닌 것 같아!” 그런걸 지금 생각한 블루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 다음에 블루의 말 엉덩이의 털을 하나 뽑아주었더니 말이 알아서 내 기분에 맞추어주는 행동을 해보였다. “루나~아무리 재밌는 장난감이라고 해도 너무 심하게 다루면 부서지니까 조심해야지!” 한마디로 블루를 장난감으로 만들어버린 오빠의 말에 블루는 얼굴을 퍼렇게 만들며 손에는 마법구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걸 보고는 오빠는 있는 힘껏 달렸고, 한방 먹이려는 블루도 달리는 바람에 애꿎은 우리도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오빠와 블루를 잃어버리면 나와 리디, 가브는 길 잃은 고아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루즈의 배를 살짝 차서 속도를 가하였다. “바보같이 그게 무슨짓이야? 그렇게 하려면 빠져!” 퍼렇고, 삘건 드래곤을 앞에다 세워놓고 일장 훈계를 하고 있었다. “일행들은 하나도 생각해주지도 않고 그렇게 달려가면 애들이 어떻게 되겠어?” 씩씩거리면서 손으로 한쪽 구석에 뻗어있는 리디와 가브를 가리켰다. 그리고 아무렇게나 팽개쳐진 거품을 물고 쓰러져있는 말들도... “그거야 저 녀석들이 약해서 그런 거고, 근데 넌 아무렇지도 않아?” “시꺼! 죽기 싫으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내가 말을 하고 있는데 싸가지에 밥 말아 먹은 블루가 신성한 말을 끊고 말하자 꿀밤을 때리며 말했다. “아씨~나도 이젠 몰라! 알아서 해! 내일까지 리디하고 가브가 못 일어나면 알아서 햇. 이번에는 오빠라고 해서 안 봐줘!” 그 말을 끝으로 난 침낭으로 들어가 누워버렸고, 두 마리의 드래곤은 치유 마법을 쓰느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처음 오빠의 도발에 넘어가서 빨리 뛴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도 안내자를 잃어버리지 않게 뛰어간 것도...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화가 난 블루는 마법을 난사했고 오빠는 실드를 쳐서 막아냈다. 마법으로 인해 뒤따르던 우리는 길이 이리저리 푹푹 패여서 그것을 피해서 가느라 애를 먹었고, 마법의 파편물들이 불똥처럼 튀어서 각자가 실드를 쳐서 막아냈다. 그런데 말을 조련하고 실드를 치기엔 육체와 정신적인 밸런스가 맞지 않아서 쉽게 지쳐버렸다. 말을 탈 때는 몸이 흔들거리는 것은 기본인데 거기다가 이리저리 안전한곳으로 말을 모느라 육체의 피로가 왔고, 그 와중에 마법을 쓰려고 하니 정신력이 빨리 고갈되어서 해가 저물 무렵에는 가브가 먼저 거품을 물고 있는 말 등위에서 땅바닥으로 쓰러져버렸다. 덕분에 싸움은 중단이 되었고, 가브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가던 중에 리디가 쓰러졌다. 성룡이 된지 얼마 안 된 리디는 어린 드래곤들은 이것이 한계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로인해 오빠와 블루는 나에게 혼이 났던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리디와 가브 그리고 말들은 건강을 되찾았다. 드래곤들의 치유 마법은 정말 탁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일은 오빠의 사과로 풀렸고, 우린 평소대로(?) 가즈 강을 건너서 코에다르 왕국에 가기 위해 리버스 시티로 달렸다. 며칠간의 고생을 한 보람이 있었는지 저 멀리 도시가 보였다. “저기에 들어가려면 검문을 해야 하나?” 으레 큰 도시에 들어가려면 검문소가 있는 것은 당연하였다. 근데 우리의 안내자겸 빈대 였던 필라르가 없어서 난감해졌다. 가브는 카옌 왕국의 인증서가 있으니 쉽게 진입할 수 있겠지만 우린 틀렸다. 귀족이라는 것을 밝히면 그만이지만 우리의 신분이 노출되면 그 파장이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누구겠는가? 바로 환계의 주신 카스와도 말로 맞짱 뜨는 신인데 이까짓 일을 해결 못하면 신도 아니지. 흐흐흐~그냥 공간 이동을 해서 가자는 오빠의 의견이 있었지만 500년 동안 도시 안은 많이 변해 있을게 뻔한데 함부로 마법을 썼다간 시선 집중이 된다는 말로 묵살시켰다. “그러고 있지 말고 따라와! 뭘 망설여? 그러고도 드래곤이야?” 은연중에 비웃음이 들어간 말에 세 마리의 드래곤의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검문소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찍 소리도 못하였다. “너...그거 언제 챙겼냐?”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4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2-08 2735 11 제국 탈출 - 2 현재 내 손에 쥐어져있는 그다지 크지 않고 별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지 않은 종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다 실수했다. 별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붉은색의 피닉스가 날개를 펴고 활공을 하는듯한 모습이 마법으로 새겨져 있었다. 물이나 그 외의 다른 것들 때문에 지워지지 않게 특별히 생산 주문된 종이였다. “옛날꼰날에~~” 씨익 웃으며 종이를 누가 가지고 튈까봐서 얼른 주머니 안에 푹 찔러 넣었다. “루나님~리디는 무지무지 알고 싶어요! 가르쳐주세요.” 드래곤답지 않게 닭살스런 말을 남발하는 리디의 말에 온몸에 닭살이 돋친 난 대패를 찾았지만 아쉽게 이곳에 대패가 없는 관계로 손으로 부스스 떨면서 문질러서 닭살을 집어넣었다. “전에 내가 기사단을 훈련시킬 때 황제한테 가서 인증서를 받아왔지! 훈련시킨 값으로, 설마하니 내가 공짜로 하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공짜로 일하는 것은 내 신조에 어긋난다. 그런 연유로 난 기사단을 훈련시킬 수 있게 허락이 떨어진 그날에 황제에게 달려가서 절대로 하기 싫다고 말하고 뒤돌아서려 하자 뒤에서 나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능력이 닿는 것까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에 나는 생글거리면서 제국 인증서를 줄 것을 요구했다. 라엘과 필라르가 들고 다니던 제국 인증서가 있으니까 무지 무지 편하게 여행을 했기에 그것을 요구한 것이다. 문제는 쉽게 나올 것 같지 않던 인증서가 황제의 손에 벌써 잡혀 있었다는 것만 빼고! 아마도 내가 그걸 노리고 있는 것을 언제 알았는지 미소 지으며 내놓은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다 알다시피 기사들을 훈련시켰다. 댓가를 받았으니 그 만큼 일을 해주어야 하니까. 잠시 동안 옛 생각에 잡혀 있던 내가 생글생글 웃으니까 리디를 뺀 나머지 녀석들이 뒤돌아서 헛구역질을 하였다. 내 딴엔 환하게 웃은 건데 나중에 녀석들에게 듣기로는 가증스러움이 하늘을 찌를 듯한 웃음이었다고 한다. “아쭈구리~그동안 좀 잠잠하게 살았더니 이젠 기가 살아서 막 올라오네? 이번 기회에 이뻐해줄까?” 다정하기 그지없는 말에 따식이들은 부들부들 떨면서 도리도리를 하였다. 내가 예전에 미르 오빠를 한번 이뻐해 준 그 다음부터 저런 현상이 찾아오고는 했다. 역시 본보기가 최고라니깐! “그럼 우선은 여관이나 찾자! 항구 도시라고 하더니만 선착장에 배가 많다!! 커다란 배에서 조그만 배까지, 다양한데.” 여관에 들르기 전에 이놈의 세상의 배는 어떻게 생겼는지 둘러보려고 선착장에 왔는데 배는 예전의 중세 시대의 배와 비스 무리하였다. 여러 겹의 나무로 덧대어 만든 튼튼한 배는 만들어진지 오래되었는지 까뭇까뭇 거렸다. 여러 개의 돛에는 거친 풍랑에도 찢겨지지 않을 것 같은 질긴 천으로 만들어졌으며 포문도 있는 군용범선에서부터 여객선, 일반 어선까지 다양한 배가 정박하고 있었다. 배의 웅장한 모습을 열심히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 나를 태운 루즈를 끌고 가면서 혀를 찼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신경쓸데가 없었다. 내가 정신을 살짝 빼놓은 상태에서 일행들이 알아서 배표를 예매했기에 어떤 배인지 알 수 없었다. 배표를 예매하자마자 길가는 행인을 붙잡고 여관의 위치를 물어본 다음에 여관을 찾아서 약간 헤매다가 정면에 보이는 ‘솜털 같은 쉼터’라는 유치찬란한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여관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는 며칠동안 강행군을 해서 그런지 피곤한 몸을 뉘우기 위해 블랑슈의 식사를 리디에게 맡긴 후 다른 녀석들 보다 먼저 의자에서 일어나 윗층으로 걸어갔다. 방 번호와 열쇠의 번호를 대조해보던 난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야만 했다. 방을 잡을 때 주인의 말을 잘 듣고 있어야했지만 블랑슈 녀석이 하도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녀서 미처 듣지 못했기에 지금처럼 생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음...여기구나.” 3층에서 열쇠의 번호와 똑같은 번호가 씌어진 방문을 보고는 난 지체 없이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알싸한 나무향이 수면제와 같이 나를 잠의 나락으로 인도를 하는 듯 점점 눈이 감겨옴을 느낀 난 침대로 기어 올라가 그대로 퍼져버렸다. “으으으응~잘 잤다!!” 일찍 잠이든 관계로 예상치 않게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아직도 퍼질러 자고 있는 리디와 블랑슈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창문 틈으로 비치는 햇살을 정면으로 맞아서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커튼을 열어젖혔다. 한동안 너무나 강렬한 빛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가 눈이 빛에 익숙해지자 크게 뜨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머,멋있다....황홀해!” 바다같이 끝이 보이지 않는 가즈 강 위로 눈부신 햇빛이 부서져서 내린 듯한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군!” 그저 보통 평범한 여관으로 들어가려다가 돈 많은 드래곤이 두 마리씩이나 있는데 굳이 돈을 아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난 길 가던 엑스트라를 붙잡고 제일로 비싼 여관이 어디냐고 물어봐서 들어왔는데, 오늘에서야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가 갔다. 저런 풍경은 평생에 한번가도 보지 못할 것이니깐! 가즈 강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난 약간 서늘한 강바람이 들어와 살갗을 어루만져서 차가움이 몸을 감싸며 피부가 제색을 잃어갔지만 그 자리를 고수하고 있었다. “에취~~추워! 누가 문을 열어 놓은 거야?” 싸늘한 아침 강바람에 재채기를 한 리디는 자신의 잠을 깨운 원흉을 찾으려는 듯이 살벌하게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나의 한 마디에 그 살벌하던 눈빛은 어디로 가고 아방한 눈으로 바뀌어 버렸다. “내가 열었다.” “그, 그랬군요! 호호호~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실수를 했나봐요!” 내 앞에서는 드래곤 앞의 헤츨링처럼 구는 리디에게 손짓을 해서 내 곁에 오게 한 다음에 창문을 열고보고 있던 것들을 보여주었더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지 내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먼저 씻으라고 했는데.....하는 수 없이 내가 첫째 타자로 씻고 블랑슈를 욕조에 잠수시킨 다음에 비누를 부벼서 거품을 내어 털을 하얗게 만들어주었다. 블랑슈까지 다 씻기고 천천히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리디는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불러도 아무 말도 하지 않기에 하는 수 없이 필라르에게 써 먹던 수법을 약간 동원하자 그제서야 나를 돌아보았다. “아무리 멋있다고 해도 그렇지, 가서 씻어!” 뒷통수를 살짝 가격하면서 하는 말에 리디는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맞았던 곳을 긁적거리며 씨익 웃고는 욕실로 사라졌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가기 전에 엄마가 준 약간의 보석을 대충 걸고는 욕실에서 나오는 리디를 데리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좋은 아침!” 삼구동성으로 하는 말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식사는 이미 주문했어!” 가브의 말에 머리를 상하로 움직여준 다음에 할일 없는 난 턱을 괴고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많은 인간들이 오고가며 울고 웃고 하는 것들을 천천히 눈에 새기고 있었다. “미스티~식사 나왔으니까 그만 보고 먹어!” 멍하니 밖을 보고 있다가 블루의 소리에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깔끔한 갈색의 제복을 입은 점원이 주문한 식사를 하나둘씩 가져와서는 테이블에 한상 가득 채워주고는 뒤로 물러섰다. 이곳은 코스 요리가 아닌 듯 한번에 많은 요리가 나 먹어봐라 하고 냄새로 유혹을 하고 있었다. “뭔 놈의 음식을 이따위로 많이 시킨 거야?” 불만스러운 얼굴을 하며 테이블을 보고 말했다. 온통 물에서 사는 것들이 서로 뽐내듯이 가지런히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붕어찜 같이 생긴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생선 튀김과 뮤니엘(Meuniere), 모르네이(Mornay) 비슷한 것들이 놓여져 있었다. “항구 도시에 왔으니 이런 것은 당연히 먹고 가야하지 않아? 설마하니 편식하는 것은 아니겠지?” 오빠의 따끔한 일격에 한 마디도 못하고 포크를 들어 그저 먹기만 하였다. 민물에서 살고 있어서 비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백해서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 부드러운 생선살들이 입안에서 부서지면서 온갖 향신료로 만든 소스가 퍼지자 입안 가득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육류의 육질과 흘러나오는 육즙의 맛은 느낄 수는 없었지만 생선도 생선 나름대로 고유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었다. “맛있다! 장난 아니잖아~” 포크로 이름 모를 하얀 소스에 버무려진 것 같이 생긴 것을 꼭 찍어서 입안에 넣었는데!! 이상하게도 생선으로만 만들어진 음식인줄 알았더니 닭고기가 들어있었던지 닭고기의 맛이 났다. “얼레? 닭고기도 넣은 건가?” 온통 생선으로 도배가 되어 있는 테이블에서 닭고기가 나오다니 이게 웬 말인가? “아! 손님! 그것은 치킨피쉬 라는 말을 줄여서 치피 라고 불리는 생선인데 닭고기 맛이 납니다.” 뒤로 물러나있던 점원이 다가와서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내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이름이 치피라니 이곳에는 괴상한 이름의 생선이 많이 있나보다. 특히 닭고기 맛이 나는 생선이 압권이다. 한입 우물거리면서 하얀 소스에 버무려진 치피를 바라보았다. ‘이제 보니 완전히 치킨 아라킹(Chicken a‘la King)에서 닭고기 대신 생선을 넣은 거잖아.’ 하얀 소스를 잘 뺀 것을 보니 이곳의 주방장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이트소스를 만들려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화이트 루(버터+밀가루)를 잘 만들어야 하는데 만일 루의 농도가 맞지 않거나 팬에 조금 달군다고 생각하면서 하면 색이 나게 되므로 화이트소스를 뺄 수 없게 된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 볼 수 있는 것을 보니 베테랑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게다가 우유와 피쉬 스톡을 집어넣어서 농도를 잘 맞추었으며 정향과 월계수 잎을 적당히 넣어 향이 살짝 감돌았다. 치피로 만들어진 요리를 먹다가 난 점원에서 메모지와 펜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글을 썼다. 내용은 주방장에게 맛있는 요리를 먹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그 외의 말을 적은 쪽지였다. 인간계에 내려와 이런 내용의 글은 처음 써본 관계로 좀 쑥스러웠지만 내 혀에 즐거움을 줬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감수하며 다 쓴 쪽지를 건네주었다. 테이블을 가득 채워진 접시들에서 음식물들이 조금 남았을 때 마침 방안에 두고 내려왔던 블랑슈 녀석이 어떻게 방문을 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식당으로 내려와서 마지막 남은 것들을 싹싹 핥아먹은 관계로 설거지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며 나중에는 찻잔을 뺀 나머지 것들은 사라져버렸다. “오늘 막바로 떠나는데 괜찮지?”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탠데 배를 타는 것을 싫어하는 나를 배려한 듯한 블루의 발언에 웬일이라는 얼굴을 하였다. 하지만 블루는 그런 내 눈을 보지 못했는지 투덜거리지 않았다. “괜찮아! 근데 몇 시쯤에 가는 거야?” 배표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정확한 시간을 알지 못하였기에 돈 많은 드래곤을 쳐다보았다. “점심 먹고 출발할 거야!” 블루의 말에 아직은 놀 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난 차를 원샷한 다음에 블랑슈를 방에 던지고 나서 리디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여자들끼리만 가려고 했는데 뒤에 떨거지들이 붙는 바람에 한숨을 쉬고는 여기저기를 구경하였다. 항구 도시는 처음 와봐서 신기한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돌아다니는 것이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리디도 나와 같은 신세인지라 오히려 나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저거 우리가 먹은 거죠?” 수산 시장에 들른 우리는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를 구경하다가 리디가 한쪽 구석을 가리키자 시선을 돌려서 바라보았다. “맞아! 분명히 저 물고기였어!”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했는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착각을 일으키는 리디는 나에게 철썩 붙었다. ‘으음...이거 혹시 쓰다듬어 주라고 하는 거야? 진짜 드래곤 맞을까?’ 내 생각이 적중했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헤실 거렸다. 그 모습을 본 두 드래곤과 엘프는 못 볼 것을 봤다는 얼굴로 도리도리를 하였다. 비린내가 펄펄 나는 수산 시장을 빠져나와서 잠시 코를 쉬게 한 다음에 가까운 노천카페로 이동해서 시원한 쥬스를 주문하였다. “우리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인간들이 자꾸 쳐다봐서 귀찮아요!” 전에 누누이 설명을 해주었더니만 리디는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얼굴을 하고 살짝 찌푸렸다. “이건 불가항력이야! 우리가 다 이렇게 생긴 게 죄라면 할 수 있지!” 나 대신에 말을 해주는 오빠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막 도착한 쥬스를 받아들었다. “저,저기 계산서 입니다.” 한참을 버벅 대면서 쥬스와 함께 계산서를 가져온 여자 점원은 시선을 어디다 둬야할지 모르겠는지 눈알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고맙습니다.” 가브의 말 한마디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돌아갔다. 그리고 뒤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 앞에 전봇대나 하다못해 나무 한그루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 바람에는 못 미쳤지만 힐끔힐끔 뒤돌아보다가 막 컵을 들어서 마시려고 폼을 잡던 손님하고 부딪혀서 컵 안에 있는 내용물들이 손님의 옷에 예쁜 색으로 물들게 한데에 공헌을 했다. 100회기념으로 인기투표 하겠습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5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2-12 2613 12 제국 탈출 - 3 “카옌 왕국에 있었을 때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번에 비슷한 쥬스를 마시니 감회가 새로운데? 그때는 나 혼자였지만 이번엔 여럿이니, 하지만 난 혼자 있는 게 더 좋아!” 쥬스를 한 모금 마시며 예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주변에 있던 자그마한 짱돌까지!! 그때 왕궁에서 빠져나와 혼자만의 한가로움을 만끽하면서 기사대들의 애를 태웠지만 절대로 후회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내 친구를 만날 수 있게 해줬으니까! 지금은 머리카락 색을 금색으로 바꿨지만 녹색 머리카락과 녹색의 눈을 한 내 친구 가브리엘! 처음 만났을 때의 반항기 어린 모습에서 어벙벙해진 모습으로 변한 것은 여전히 내 머릿속에 간직되어 있었다. “일행들을 앞에 두고 뭐 하는 거야? 그래서 지금이라도 혼자 여행하고 싶다는 말이야?” 불만이 툭툭 붉혀 나오는 블루의 가시 돋친 말에 난 피식 웃었다. “원래 내 계획은 나 혼자 여행하는 것이었어! 문제는 카옌 왕국에 가서부터 자꾸 꼬이고 꼬여서 이렇게 되었지만! 하지만 너희들과 오빠, 엄마를 만난 것 후회하지 않아. 후회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조차 내겐 사치니까.” 내가 한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벙벙하게 있었는데 일행들은 그 뜻을 자기 멋대로 해석했는지 우울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걱정하지 마! 니가 늙고 추해져도 우린 널 버리지 않으니까. 니가 죽어도 우리의 머릿속에는 너로 가득 차 있을 테니까.” 아마도 내가 인간이라서(?) 생이 다른 종족에 비해 짧아서 후회할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다고 자신들이 해석한 것 같았다. “별뜻도 없는 말인데 왜 그래?” 어깨를 한번 으쓱해준 다음에 쥬스를 마셨다. 붉은색 딸기 쥬스를 목 안으로 넘기자 속이 시원해졌다. 컵을 입술에서 떼자 한 방울의 붉은 딸기 쥬스가 내 입술에서부터 턱으로 가로질러가는 것을 느낀 난 얼른 손을 들어서 소매로 쓱싹하고 닦았다. “이럴 때면 으레 한 놈씩 나타나서 시비를 거는데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네.” “그러면 좋겠냐?” 심심하다 못해 지루함이 묻어나오는 내 말이 못마땅한지 블루가 톡 쏘아붙였다. “블루님은 왜 루나님만 가지고 그러세요? 언제는 살갑게 굴더니 또 오늘은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드래곤처럼....그러면 엉덩이에 뿔나요!” 리디도 블루의 행동이 보기 싫었는지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그리디아!! 루나하고 다니더니만 하트가 배 밖으로 나왔느냐?” 어린 드래곤이 늙어가고 있는 드래곤에게 핀잔을 주자 블루가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래곤의 세계에서는 하극상은 절대로 용납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리디같이 막 성룡이 된지 얼마 안 된 드래곤이 노년기로 접어 들어가는 드래곤인 블루에게 이같이 대답을 했으면 지금 당장 블루가 공격을 해도 다른 드래곤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맞아 죽어야만 한다. 물론 게으름에 빠진 드래곤들이 다른 드래곤이 싸운다고 오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하배족(하트가 배밖으로 나온 드래곤)인 리디의 무책임성 발언으로 인해서 주변의 기온이 급 하강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드래곤인 오빠는 그들의 사생활에 관심 없다는 듯이 그저 가만히 앉아서 먼 산만 바라보고 가브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그리 밝은 얼굴들이 아닌 것을 보고는 눈만 크게 뜨고 리디와 블루를 바라보았다. 일행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고는 또 이 한 몸이 희생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여기서 꼭 나이가 많다는 거 광고하고 다닐 거야? 오빠처럼 얌전하게 굴어봐! 그리고 가브도 조용히 있는데 에이션트급에 들어서는 누가 꽥꽥대서야 체면이 땅 밑으로 추락하는구나!!” 내 희생어린 말에 삘건 머리를 한 블루만 빼놓고 쿡쿡대고 있었다. 원래는 박장대소를 해야 옳겠지만 그래도 여기서는 제일로 힘 있는(?) 드래곤이니깐 앞에서 차마 웃지는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너어~나중에 좀 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갔는지 블루는 안색을 굳히고 나를 살벌하게 쏘아보았다. 그런 녀석의 반응을 보고 리디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난 생글생글 웃으며 맞받아쳤다. “나중에 보자는 놈 치고는 제대로 된 놈 못 봤어!” 리디로부터 완전히 신경을 끄게 만드는 소리에 또 한 놈을 뺀 나머지 일행은 어깨만 부르르 떨고 있었다. 심지어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손을 주먹 쥐어서 새하얗게 될 정도로 꼭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가브가 보였다. “저어~죄송하지만 합석 좀 하면 안 될까요?” 난데없는 소리에 말다툼 비슷한 것을 하고 있던 블루와 나, 그리고 웃음을 참기 위해 어깨만 부르르 떨고 있던 일행들은 소리의 출처가 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게 모두 바라보시면 제가 부끄러워지는데....합석해도 될까요?” 청수하게 생긴 한 금발의 남자의 출현에 그곳에 있던 우리와 주변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에 모여들었다. 여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예쁜 남자는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미성이었으며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금발의 머리카락 위로 무언가 뾰족이 튀어나와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에,엘프닷!” 누가 말했는지 그런 말을 시작으로 길 가던 인간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엘프들은 인간 사회에 모습을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일생동안 한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기서 엘프를 보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므로 모든 인간들의 사고 회로가 정지하는 사태를 가져왔다. 아~이건 이미 저번에 말했었군! “간땡이가 부은 엘프분이군요! 여행을 다니려면 최소한 귀라도 가리고 다니시지, 쯧쯧!” 침묵 속에서 오빠가 말을 하자 그 엘프는 멋쩍다는 얼굴을 했다. 지금까지 생각을 못한 것인지 지금에서야 허겁지겁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렸지만 그래도 귀가 있는 부분이 뾰족하게 솟아오른 것이 보였다. 마법으로 가릴 것이지! 엘프 남자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덩달아 엄청난 시선 집중이 된 우리들도 지금 상황이 그리 반가운 것이 되지 못했다. 말 한마디 건네고 뻘쭘히 서있는 엘프 남자를 향해 난 그만 가보라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면서 말했다. “왜 하필이면 우리 쪽으로 오셨죠? 여기엔 자리가 많이......이제 보니 없군요!” 우리들이 앉을 때만 해도 많은 좌석이 남아 있었는데 지금 둘러보니 한군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뭘 보고 계시는 겁니까? 엘프를 처음 보시는 겁니까? 촌스럽게 굴지 마시고 하던 일 마저 하십시오!” 짜증난다는 시선으로 블루가 주변을 둘러보자 길 가던 사람들은 화급히 사라졌고, 카페에 있던 인간들은 차를 묵묵히 마시면서 우리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저렇게 보다가 사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그렇게 멀뚱멀뚱 계시지 마시고 여기에 앉으세요!” 6인석이었던 좌석은 그 엘프의 등장으로 꽉 들어차게 되었다. 그래도 같은 엘프라고 살갑게 구는 가브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낸 다음 그 엘프는 천천히 앉았다. 물론 지금의 상황에서 새로 온 엘프가 가브를 알아 볼리 없었다. 귀는 블루가 마법으로 가려주었으면서 엘프 특유의 기운까지 갈무리시켰기 때문이다. “이름이 어떻게 되는 거죠? 그리고 어디서 오셨죠?” 가브가 궁금증이 어린 시선으로 물어보자 그 엘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 이름은 캬리프 이고, 가이나스 대륙에서 여행 차 왔다가 돌아가는 길입니다.” 캬리프 라는 엘프의 말에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머리만 상하로 움직였다. 굳이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기고 있는 엘프에게 말을 시킬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우리 일행도 아닌데 괜히 끼어들었다가 혹 하나 더 붙일 수 있었기에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세 마리의 드래곤은 미천하게 생각하고 있는 엘프에게 말을 건넨다는 것 조차 귀찮게 여기고 있을게 뻔했다. “여기까지 말했는데 아무런 소개도 해주시지 않을 겁니까? 제가 엘프이기 때문에 불편하신가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하는 말에 우리는 가브를 바라보았다. 같은 종족이니까 니가 알아서 해결을 봐라는 시선에 가브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입을 열었다. “제가 모습을 잠시 동안 바꿔서 모르셨군요. 하기야 블루님께서 제 모습과 기운까지 바꿔주셨으니 모르셔도 뭐라 하실 분은 없죠!” 꽤나 짧은 서론을 말하는 가브에게 캬리프는 이해가 가지 않은 듯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쳐다보았다. 모습을 바꾸는 것은 고 레벨의 마법사만이 가능하지만 기운까지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아직 인간들의 마법 수준으로는 멀었기 때문이다. 갸웃거리는 캬리프의 모습에 잘못하면 녀석들이 드래곤이라는 것을 들킬 가망성이 높아지자 난 가브에게 급히 전음을 날려서 다른 이야기를 꺼내도록 주문을 했다. 내 주문을 들은 가브는 자신이 한 말이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것임을 깨달고는 씨익 웃으며 캬리프를 바라보았다. “전 커다란 숲 에서 온 가브리엘이라고 합니다.” 가브의 말이 끝나자 그 엘프는 기쁨의 미소를 짓고는 옆에 앉아있던 가브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이곳에서 동족을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타향에서 같은 종족을 만나니 너무나 반가워서 말이 나오지 않는군요!” 말이 안나온다면서 어떻게 말하는지 모를 그 엘프는 찌이인~한 미소를 지었다. 반짝이는 눈빛으로 봐서 여행 중에 자신과 같은 종족을 이번에 처음만나는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있으면 두 손뿐만 아니라 아예 꼭 껴안아버릴 태세였다. “험험! 이 손 좀 놓아주시지요!” 아직도 기쁨에 정신이 없는 엘프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손을 빼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캬리프 라는 엘프에게 엘프어로 귓가에 속삭이자 정신을 못 차리던 엘프는 호들갑스런 동작을 멈추고 평상시대로 돌아왔다. 뭐라고 했는지 잘 안 들어서 모르겠지만 언뜻 들리는 소리에는 우리들의 능력을 약간이나마 가르쳐준 것 같았다. “엘프 분께서 같은 일행이셔서 그 흔하디흔한 놀랍다는 표정을 짓지 않으셨군요?” 미소를 지으며 점잖게 말하는 그에게 가브가 대신 말해주어서 일행들은 캬리프와 같이 수다를 떨 필요 없이 마시던 쥬스를 원샷 할 수 있었다. 캬리프라는 엘프 덕에 정신이 한쪽으로 쏠려서 잠시 동안 못 마셨던 쥬스는 더운 공기와 합해져서 미지근하게 된 채 입안으로 흘러들어갔다. “붉은 머리를 한 분은 블루님이시고, 푸른 머리를 하신 분은 가르시미르님, 그리고 녹색머리를 한 분은 그리디아님! 마지막으로 붉은 머리의 아가씨는 루....아니 미스티라고 합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인간같이 보이는 놈들에게 ‘님’ 자를 붙이자 의아하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가브는 그 시선을 무시하고 사과 쥬스를 마셨다. “이런~~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 뭐하고 있어? 빨랑 일어나!” 시간을 가늠해본 블루는 후다닥 남은 쥬스를 마시고 자리에게 벌떡 일어났다. 배를 타야할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알고 있던 우린 캬리프에게 인사를 하고 여관으로 들어와 짐을 꾸리고 블랑슈를 챙긴 다음에 말을 타기 위해 점원에게 말을 부탁했다. 여관 소유의 마굿간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멋대로 말을 꺼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싸구려 말 대신 비싼 말을 가져갈 수 있으니 말이다. 루즈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며 등에 올라타고 선착장으로 가려고 할 때 누군가가 급히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하얀색으로 도배를 한 옷을 입은 한 중년의 남자의 삐죽 솟은 하얀 모자가 보았다. “가시는 길에 이것 좀 드십시오.” 갑작스레 건네는 보따리를 쥔 나는 지금에서야 보는 남자를 유심히 보았다. 손에는 칼에 베인 상처들과 화상으로 인한 흉터들이 훈장인 냥 새겨져 있었으며 이제껏 하얀 옷이라 여겼던 하얀 천에는 울긋불긋 보일 듯 말 듯한 색들이 물들어있었다. “주방장님! 음식 주문 들어왔어요! 뭐하고 계세요~” 다급히 부르는 점원의 말에 하얀 옷을 입은 중년의 아저씨는 씨익 웃어주고는 날 바라보았다. “아가씨! 고마웠소. 그 쪽지는 영원히 잊지 못할 거요! 그리고 개선할 점도 알려줘서 더 고맙소. 그럼 언제 이곳에 올 기회가 오면 다시 한번 오시구려.” 햇빛을 보지 못했는지 하얗게 뜬 주방장 아저씨의 얼굴에는 깨끗한 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뭐..별로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아무튼 고마워요.” 머리를 긁적이면서 주방장 아저씨에게 받은 보따리를 옆에 있던 리디에게 건네주면서 온통 흉터 투성인 손을 잡아주었다. 거칠어진 두 손에는 생선을 많이 잡았던 탓인지 생선 비린내가 풍겨왔지만 오늘만은 향수 못지않게 향긋했다. “천만예요! 아저씨는 충분히 그런 말을 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아저씨의 요리는 먹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니 말이예요! 아! 전 이만 가봐야 겠어요. 아저씨도 이제 들어가 보셔야 죠. 그럼 안녕히~” 뒤쪽에서 자꾸 시간이 다되었다고 보채는 블루 때문에 난 주방장 아저씨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고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으로 가는 도중에 뒤를 돌아보니 주방장 아저씨는 여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내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거칠고 투박한 손을 흔드는 주방장 아저씨에게 나도 답례로 손을 흔들어 주고는 급히 선착장으로 갔다. “그런데 너 그 주방장한테 뭐라고 했기에 저런 거까지 얻었냐? 주방장 아저씨가 건네준 보따리를 가리키며 묻는 블루의 말에 난 씩 웃으며 말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정향과 월계수 잎 등 향신료들이 소스 안에 그대로 들어있더군요. 특히 정향 같은 향신료가 입안에 들어가서 깨무는 그 순간 입맛 버릴 수도 있으니 가늘고 고운체를 만들어서 향신료들이 소스 안에 들어가지 않게 걸러주면 더 좋을 겁니다. 어차피 소스 안에는 이미 향신료 특유의 향이 베어들었을 테니 말입니다. 라고 쪽지에 썼어. 그런걸 왜 물어봐?” 조그만 쪽지에 구겨 넣은 글귀들을 생각하면서 블루에게 읊었다. “아니다. 넌 어쩜 그렇게 먹을 것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가냐?” 욕인지 칭찬인지 감이 잡히지 않은 블루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내 옆으로 다가온 리디가 자그만 소리로 내게 말했다. “욕인데요.” 리디의입에서 나온 말에 난 다시 블루가 한 말을 되새겨보았다. 역시나 리디 말대로 욕이었다. 다른 것은 못하면서 먹는 쪽으로만 머리가 잘 돌아간다는 것은 엄연히 내게 욕인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블루가 타고 있는 말의 배를 사뿐히 걷어차 주고 싶었지만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관계로 참았다. 블루의 말이 날뛰면 괜한 사람들도 다칠 수 있으니 말이다. 겉으로 행동을 못하는 관계로 속으로 블루를 껌 씹듯이 씹은 다음에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으며 선착장으로 갔다. 선창작에 도착한 우리들은 블루의 안내로 한 배 앞으로 가게 되었다. 호화여객선인 듯 겉으로 봐도 무지 비싸보였다. 옆에 있는 다른 배들이 명함을 못 내밀 정도였으니 말이다.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호화 여객선에 오르기 전에 배표를 검사하는 곳으로 가서 블루가 구입한 배표를 보여줬더니 하얀 제복을 입은 선원들이 나타나서 우리들이 타고 왔던 말을 끌고 다른 곳으로 태웠고 우리는 갑판 위로 올라왔다. 갑판에서 축구라도 한판 벌려도 될 정도로 널찍했으며 선원들이 열심히 밀고 닦고 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이제 막 배를 타는 손님들로 시끌벅짝거렸다. 선실이 있음 직한 곳으로 내려가려하자 한 선원이 나타나서 배표를 내밀어라고 해서 살짝 보여줬더니 다른 선원이 와서 우리들을 선실로 안내를 했다. 안내해준 곳을 지나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지나치며 들어가자 어느 한곳에 이르러서는 사람들이 돌아다니지도 않고 엄청 썰렁한 곳이 나타났다. 바닥에 깔린 나무도 보통 나무가 아닌 비싼 목재들인지 반들반들 거려서 미끄럼을 타면 저 끝까지 갈 것 같았다. “이곳입니다. 그럼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빕니다.” 우리들에게 열쇠를 건넨 선원은 짧은 인사를 하고는 뒤로 돌아서 되돌아갔다. 되돌아가는 선원의 뒷모습을 보다가 손에 들린 2개의 열쇠 중 한 개를 오빠에게 건네주고 남은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목단향이 나는 선실에서는 그런대로 깔끔한 침대와 침구류가 한쪽에 있었으며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쇼파와 테이블이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하얀 색만 보았는데 선실 안에도 온통 하얀색 투성이였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6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2-15 2687 14 한밤에 울려 퍼지는 세레나데 - 1 선실에 들어선 리디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런 것에 별 감흥이 없어서 짐이라고 할 것까지 없는 블랑슈를 어깨에 올려서 선실 밖으로 나왔다. 출항이라는 선장의 커다란 목소리에 여객선이 리버스 시티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갑판 위로 나와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난간에 기대어 점점 작아지는 리버스 시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것으로 몰트 제국과도 안녕이군! 잘 있어라, 제국이여~잘 있어라...필라르..미안하다.” 필라르 녀석에게 약간의 언질이나 편지를 써두고 오지 않은 관계로 무지 섭섭했다. 분명 말도 안하고 갔다고 울고불고 난리는 치지 않겠지만 친한 친구가 떠나가 버렸다는 것 자체는 마음의 상처로 남을게 분명하다. 상처만은 주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떠난다는 말을 했다가는 계속 못가게 붙잡던지 아니면 자신도 끼워달라고 할게 분명하기에....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아무 말도 않고 온 것인데 자꾸 마음 한구석이 켕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제국이 한바탕 뒤집어질지 언정 데리고 올 것을 괜시리 후회가 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담으려면 못 담을 까만은 결정된 일을 번복하기 싫었다. 계속 멀어지는 제국의 영토를 보고 있다가는 필라르 생각이 날 것 같아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할 때 누군가 내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더니만 지금은 필라르한테 미안한거야?” 누군가 오고 있다는 것은 느꼈지만 그 누군가가 블루일 줄은 몰랐던 난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약간 어눌한 빛을 띄는 블루의 퍼런 눈동자에 난 언제 필라르의 생각을 하면서 궁상을 떨었냐는 식으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뭐야 이거? 블루였잖아? 난 또 누구라고!! 그런데 여긴 웬일이야?” 어깨에 올려진 블루의 하얀 손을 천천히 내리면서 물었다. “그냥 선실이 갑갑해서 올라온 거야!” 거짓말이라는 것이 풍긴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루는 서투른 거짓말을 했지만 난 그 말을 믿는다는 표정으로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면서 있어야 할 인간이라 칭하기엔 뭐하지만 우선은 이곳에서 인간으로 결정되어있는 드래곤과 엘프가 보이지 않아서 블루에게 물었다. “오빠하고 가브는?” “지금 짐 정리하고 있어!” 간단한 질문에 간단하게 말하는 블루를 살벌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넌 짐 정리 안 해? 혹시 오빠하고 가브에게다 떠넘긴 거 아니지? 그렇지?” “무,물론 이지. 하하하! 내가 그런 일까지 그 놈들에게 시키겠어?” 식은땀을 흘리면서 드래곤 주제에 거짓말을 물에 밥 말아 먹듯이 하는 블루를 싸그리 무시하며 다시 강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멀어지는 필라르를 생각하다 보니 언젠가는 나도 이곳을 떠날 때를 대비해야 하는 것을 느꼈다. 필라르처럼 남은 이들이 나 때문에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말이다. 물론 일행 중에서 내가 어느 사이에 없어졌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칠 수 있는 놈들이 얼마나 돼지는 모르겠지만! 쇳뿔도 당김에 빼라고 이왕 생각나는 김에 옆에 있는 블루에게 내가 뜻하는 것들을 말하기로 하면서 블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내 친구지? 그렇지?” 뜬금없는 말에 블루는 의아한 시선으로 나무로 만든 난간을 두 손으로 잡으면서 이제는 하나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은 리버스 시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무슨 문제 있어?” “응! 있어!” 문제 있다는 말에 블루는 화들짝 놀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았다. 어서 이유를 말하라는 듯이! “내가 한말을 다 들어줄 거지? 응?” 어린양을 부리는 것 같이 행동을 하는 나를 블루는 좀 전의 놀란 듯한 시선에서 따스한 시선으로 바뀌며 별것 아닌듯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내게 생글생글 웃었다. 하늘 위에 높이 떠 있는 태양보다도 밝은 미소를 짓는 블루는 대리석으로 조각을 해 놓은 것이 하얗고 투명한 손을 들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무엇이든 다 들어줄게! 이건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블루의 말에 약간의 안도를 한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떨어질 것 같지 않던 입술을 열며 말했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지. 내가 떠나겠다고 하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보내줄 수 있어?” 조심스럽게 물어보며 블루의 얼굴을 바라보자 블루는 이보다 더 눈을 크게 뜰 수 없다의 푯말을 내건 대회에서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눈을 뚱그렇게 뜨고 엄청 당황한 듯 난간을 잡던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잡으며 침이 튈 것 같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떠나겠다고 하면 보내주라니?” 완벽한 설명을 듣고 다시 물어본 말에 난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영원히 너희들 곁에 있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내 사생활도 있고, 머지않아 난 여길 떠나야 하는데 그때 너희들이 걸릴 것 같아서 그래! 그러니까 내가 보내달라고 하면 이유는 묻지 말고 보내줘! 부탁이야!” 간절한 부탁에 블루는 뚱그렇게 뜨던 눈을 원상복귀를 하고 말했다. “나, 난 널...보내줄 수 없어!” 흥분을 했는지 더듬거리며 단호히 거절하는 말에 난 한숨을 쉬었다. “날 보내주지 않으면 너희들만 상처입어!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내가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줘! 이 말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어! 오로지 너한테만 말하고 있는 거야!” 언젠가는 환계로 되돌아가야하는데 일행들이 있으니까 빠져나오기가 어려웠다. 혼자 돌아올 수 있었지만 내가 없어지고 나면 분명히 일행들은 조용히 찌그러져서 나를 회상한다거나 아니면 나를 찾는답시고 인간계를 한바탕 뒤집어 놓을 수 있었다. 내 예상엔 후자가 될 것임이 분명하니 이런 말을 함으로써 난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야하니까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라 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상처를 입던지 죽던지 상관없어! 난 널 보내줄 수 없어!” 간절한 말에 다시금 단호하게 말하는 블루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블루를 설득시켜야만 했다. 일행 중 연장자니까! 블루의 말이면 드래곤인 미르 오빠와 리디는 물론이며 엘프인 가브까지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에 순종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드래곤 사회에서는 연장자에 대한 예의로 무조건적인 태도를 취해야하며 힘없는 엘프는 당연히 드래곤의 말에 끔뻑 죽어야만 한다. 한 놈만 공략하면 난 앞으로 사라질 때 뒷일 걱정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사라질 수 있기에 블루가 허락을 하지 않는 다 하더라도 끈질기게 들러붙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간 나무 없다. 아니 열 번 브레스 날려 안 맞은 드래곤 없다. 물론 10번의 브레스를 하루 동안 쏠만한 드래곤이 없겠지만! “지금이라도 난 너희들 앞에서 사라질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너희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봐 그것이 걱정이 되서 그런 거야! 언제라도 난 떠날 수 있어! 하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한 것은 너희들이 나중에 벌릴 일이 상상이 되기 때문에 한거야! 보내줄 수 있지?” 내 딴엔 기나긴 설명을 하자 블루는 침울한 얼굴을 하다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상하로 움직였다. 아마도 내가 사라지면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 낼 수 있다는 안도감에 허락을 한 듯 하지만 잘못된 생각으로 결정을 내려서 언젠가는 자신의 결정에 후회를 하며 살아갈 것 같은 녀석이지만 내가 떠나면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간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눈치 빠른 드래곤이라면 내가 죽음을 당해서 그러는 걸로 생각을 할 테니 말이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내가 떠나면 뒷수습을 부탁해!!!” 믿음직한 블루에게 난 그의 목에 손을 걸쳐서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만든 다음 가볍게 입술에 뽀뽀를 해주었다. 내 자신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회하진 않았다. 후회란 내 인생에 아니 신생에 불필요 한거니까!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블루는 놀란 눈치를 보내더니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날 안아 주었다. “보내줄게! 하지만 떠나기 전에 나한테 미리 말해줘!” “알았어!” 선남선녀가 껴안고 뽀뽀하는 장면을 주변에 있던 인간들이 보고는 환호성을 지르자 난 그제서야 이곳에는 나와 블루만 있을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히며 블루의 귓가에 속삭였다. “다른 곳으로 가자!” 나를 안은 채 블루는 공간 이동을 함으로써 인간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다른 놈들의 시선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다. “왜 여기야? 죽고 싶어?” 친근하게 껴안은 상태로 이동한 곳이 바로 내가 묵는 곳의 바로 옆 선실이었다. 여섯 개의 눈깔이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묻는 상태가 되자 난 블루의 품에서 빠져나와 주먹을 꼬옥 쥐고는 위로 올렸다. “이건 말이지! 내가 난간에서 장난하다가 추락하는 것을 블루가 받아서 워프 한거야! 알았어?” 협박 어린 행동을 하며 하는 말에 여섯 개의 눈들은 주먹을 회피하며 휘파람만 불었다. 역시 요즘 풀어주니까 저런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 앞으로는 단단히 교육을 시켜야지. “그런데 왜 캬리프씨가 여기 있는 거죠?” 세 쌍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중 이질적인 놈이 있자 난 일행들을 보며 이유를 물었다. “블루님꺼 짐 정리 하다가(이 대목에서 블루는 식은땀을 흘리며 내 시선을 피했다.)좀 늦어졌거든! 밖에 나가서 바람 좀 쐬려고 갑판으로 나가는 도중에 캬리프씨를 만나게 되었어! 그래서 같이 이야기 하고 있는 중이고...” 가브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다시 한번 캬리프라는 엘프를 쳐다보았다. “여전히 귀는 가릴 생각을 안하는군요!” 금발의 머리칼 위로 삐죽한 귀가 솟아 나와서 보는 이의 눈을 자극하였다. 좀 전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으로 가렸었지만 머리가 앞으로 쏠린 바람에 뾰족한 귀가 튀어나와있었다. “지,지금 하려고 했습니다. 미스티양!” 버벅대며 엘프는 마법으로 귀를 가렸다. 진작에 할 것이지! 항상 한 박자 늦는 엘프인 듯 하다. 생긴 것은 멀쩡하게 생겨서 하는 짓이 몇 번씩 말을 해야 그때서야 말을 듣는 세살짜리 어린 아이 같았다. “진작에 할 것이지. 그나저나 블루~내 모습 좀 바꿔줘! 이 모습으로 밖으로 나가기 뭐하니깐!” 아까 있었던 돌발 상황으로 말미암아 나와 블루를 본 인간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또 한번 모습을 바꾸기로 감행하였다. 내 말에 블루는 좀 전의 일이 생각이 났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머리색을 하늘색으로 바꾸어주었다. 이 모습을 캬리프씨가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지만 우린 무시했다. 괜히 한마디라도 하면 집중적으로 파고 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따가운 시선이 나와 블루를 고슴도치로 만들고 있을 때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를 해야 할까 하고 고민을 하던 중 아직까지 나와 블루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 있던 엘프가 내 눈에 띄었다. 이야깃거리인 타깃이 결정되자 난 가차 없이 일행들을 돌아보며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뭔가 찔리는 이야기를 한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야기가 끊어질 일이 없잖아?” 시선 회피용 질문에 선실 안에 있었던 인물 중 미르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았으며 나머지 두 엘프들은 실실 웃기만 하였다. “뭐야? 뭔데 그래?” 일행들의 수상쩍은 행동에 블루도 호기심이 일었는지 어서 말하라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그,그게 말이지. 하하하! 미안해!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일에 대해 아주 아~주~쬐금 얘기 했어! 가르시미르님이 미스티에게 맞았다는 것하고...하하하!!” 어쩐지 내가 말하니깐 캬리프씨가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이지? 내 분노의 화살을 받은 한 엘프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렸지만 절대로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게 블루에게 특별히 소리 차단 마법을 시전 시켰다. 그리고 가브가 저런 말을 하게 내버려 둔 오빠에게도 벌을 주려고 하였지만 오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벌을 주지 않았다. 단지 약간의 설교를 하였을 뿐이었다. 가브와 오빠에게 혼을 내주고 있는 것을 캬리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선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선실로 들어오기 전에는 환하게 햇빛이 비추었지만 약간의 설교를 하고 나가니 어두컴컴해져 있었다는 것만 빼고....옆에 있는 선실이 나와 리디가 쓰고 있는 곳이었으므로 길은 잃어버리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리디와 블랑슈가 나란히 대짜로 뻗어 있었다. 식사도 하지 않고 말이다. 보통 때면 깨우겠지만 오늘은 특별히 더 자게 두었다. 나도 식사는 하지 않았지만 굳이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침대위로 올라가 이불을 끌어안았다. 강물 위라서 그런지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그런 대로 괜찮았다. 요람 속에 누웠을 때 가늘고 긴 손이 다가와 기분 좋게 흔들어 주면서 잠을 유도하는 느낌에 편하게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미스티니이이임~일어나세요! 아침이에요!” 일찍 일어난 리디는 잠에서 헤엄치고 있는 나를 깨워 일으켰다. “왜 이렇게 빨리 깨우는 거야? 난 아침 안 먹을 거니깐 더 잘래!” 눈도 뜨지 않은 채 뭐라고 말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은 비몽사몽인 상태로 다시 침대로 쓰러지는 나를 받은 리디는 닫힌 눈꺼풀을 억지로 뜨게 하고는 물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지금 일출이 시작되는데, 미스티님하고 같이 안 가면 안보는 이만 못하잖아요. 그러니까 같이 가서 봐요! 에? 미스티님 아니 루나님 제발~같이 안 가면 전 무지 슬퍼요!” 갑판 위로 올라가서 일출을 보자는 말을 빙빙 돌려서 말하는 소리를 듣고 하는 수 없이 일어나서 리디가 미리 준비해둔 세숫물에 얼굴과 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아직도 침대 한켠에 벌러덩 누워있는 블랑슈를 내가 씻던 세숫물 속에 잠수를 시켜서 간단하게 씻긴 다음에 수건으로 물을 털어주었다. 블랑슈까지 단장이 끝마쳐지자 잠시 동안 아침 운동 겸 몸을 풀다가 리디와 블랑슈를 데리고 갑판 위로 올랐다. 아직 컴컴했지만 다수의 인간들이 미리 올라와서 해가 뜰 방향을 유심히 바라보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 있었다. “블루님하고 가르시미르님이 말씀하시기를 배타고 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했어요!” 쓸데없는 것을 리디에게 가르쳐줘서 아침잠도 못 자게 한 블루와 오빠에게 약간의 징계를 하기로 마음먹고, 잠이 와서 고개를 꾸벅꾸벅 거리면서 기다렸다. 그러다가 인간들의 환호성이 들려서 눈을 살짝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헛...이럴 수가? 이거 꼭 바다에서 일출 광경을 보고 있는 거 같잖아.’ 강물위로 점점 떠오르는 해는 붉게 타오르며 물까지 태워가고 있는 듯 하였다. “이 광경은 언제 봐도 멋있어!” 언제 왔는지 블루와 오빠, 그리고 가브가 뒤에 서서 해돋이를 보고 있었다. “옷이 너무 얇잖아. 이거 걸쳐!” 언제나 내 건강을 생각해주는 가브는 자신이 하고 있는 망토를 벗어서 내 어깨에 둘러주었다. “훗! 고마워!” 가브의 온기가 담긴 두터운 망토를 살며시 앞으로 여며서 차가운 강바람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차가운 강바람이 점점 온기를 머금게 될 쯤에 태양은 벌써 강물 속에서 벗어나 점점 하늘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또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됨을 알리는 태양의 모습에 기지개를 펴며 가브가 준 망토를 벗어서 다시 건네주면서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뭐 하고 있어? 이제 일출도 끝났으니까 어서 식사 하러 가자!” 일출이 끝났음에도 멍하나 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녀석들을 위해 크게 말해서 정신을 깨워주며 선원에게 식당의 위치를 물어 천천히 걸어갔다. 어제 저녁에 식사를 하지 않은 관계로 식당의 위치가 어디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식당이라 내 걸어진 팻말을 보고 열려진 문으로 걸어가서 아무데나 앉으려고 했지만 이미 자리가 정해진 듯 사람들은 서로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싸우지 않고 조용조용하게 의자에 앉아서 식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여객선 식당에서 근무하는 인간이 다가와서 인사를 하며 배표를 보여 달라 요청을 해서 종이쪼가리 한 장을 꺼내서 보여줬더니 15도로 숙여졌던 머리가 순식간에 90도로 숙여졌다. 정중한 인사를 한 사람은 우리들을 식당 한쪽으로 안내를 하며 식사 할 곳을 가리켰다. 가리킨 곳으로 가서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있으려니 미리 와서 식사를 하고 있던 인간들이 우리를 부럽다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이 난 주변을 빙 둘러보다가 낯익은 얼굴이 낸 눈에 포착되자마자 행동계시를 했다. “캬리프씨~~같이 식사해요!” 끝과 끝을 달리는 거리에서 혼자서 식사를 하려고 의자에 앉는 캬리프를 본 내가 손을 흔들며 소리치자 캬리프씨는 멋쩍은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았다. “미스티가 초대하는 건데 거절하면 정말 섭섭해 할 겁니다.” 여전히 푸른 머리를 하고 있는 오빠가 다시 말하자 캬리프씨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우리 쪽으로 와서 남은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여기 계신 분의 식사는 우리가 계산할 테니 그렇게 아십시오. 그리고 또 한 가지! 2인분의 식사는 육류를 넣지 마십시오!” “네~알겠습니다.” 블루의 주문에 접객원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특별 주의사항을 꼼꼼히 팬으로 메모지에 적은 후 조리실로 급히 향했다. “같은 배를 타게 되었으면 진작에 말씀해주셨으면 좋지 않았습니까?” 꼬질꼬질한 자리에서 번쩍번쩍한 자리에 앉게 된 캬리프씨는 오빠의 말에 그저 웃기만 하였다. “우선 선실부터 바꾸세요. 어차피 특실은 많이 남은 것 같으니까요. 돈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희들이 다 부담할 테니!”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내 말에 캬리프씨는 정중하게 거절을 하였고, 나또한 정중하게 권했다. 그러기를 몇 수십 번.....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나의 트릭에 걸려든 캬리프씨는 어쩔 수 없이 특실에 머물게 되었다. “하세요!” “싫습니다.” “하라니깐요!” “싫다니깐요!” “하지 마세요!” “싫어요....제가 방금 뭐라고 했죠?” 간단하게 내 속임수에 넘어간 그는 한숨을 쉬며 허락하였다. 엘프도 고지식한 구석이 있어서 자신이 한말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지는 종족이었다. 그래서 내 속임수에 걸려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한 것이다. 물론 드래곤같이 용언으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용언을 쓰지 못하게 되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 그런 극단적인 상황은 오지 않지만 말이다. “크큭! 미스티의 말빨에 안 넘어간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블루의 웃음 섞인 말에 캬리프씨는 허허로운 웃음만 지었다. “식사 나왔습니다.” 일행들끼리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식사를 가지고 온 점원이 우리들의 말을 끊고는 스프가 담긴 접시를 각자 앞에 내려놓았다. 노르스름한 옥수수 스프의 김은 코의 점막을 무지막지하게 쑤셔댔다. 자꾸 먹어달라고 난리를 치는 옥수수 스프를 보며 난 세팅이 되어 있는 것 중에서 맨 끝에 있는 스푼을 들고 조심스럽게 떠먹었다. 떠먹는 도중에 블루가 잠시 밖에 나갔다가 왔는데 아마도 캬리프씨에 관한 문제 때문인 것 같았다. 스프 접시가 다 비워지자 스푼을 조심스럽게 접시 위에 올려놓자 점원이 쟁반을 가지고 와서 한번에 빈 접시를 싹 쓸어가고 다음 코스 요리가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식사를 하던 중 야채와 과일로 배를 채우고 있는 엘프 중에서 나중에 합류한 엘프를 보며 질문을 하였다. “그런데 캬리프씨는 그냥 캬리프라고 불러도 되죠? 캬리프는 얼마동안 여행했어요?” “한 40년은 되었을 겁니다.” 쇠고기 스테이크를 포크로 찍어서 나이프로 썰어 브라운소스에 묻혀서 입안에 넣으며 꼭꼭 씹어 먹다가 잠시 동안 입 운동을 하지 못하고 캬리프씨를 바라보았다. “엑? 그렇게 오래?” 믿겨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하자 그는 과일을 베어 물며 끄덕였다. 누가 엘프 아니랄까봐 인간이라면 꿈에도 꾸지 못할 정도의 기간동안 여행을 했다니 부러울 따름이었다. 나도 캬리프씨를 본 받아서 한 40년 동안 여행이나 해볼까 했지만 일행들 때문에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 40년을 여행하면서 그대로의 얼굴을 지녔으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아무리 보통 인간을 넘어서는 인간이라도 40년이라는 세월은 사람을 조금씩 늙게 만든다. 그런데 내가 반반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일행들이 나를 의심할 것이다. 의심하지 않게 얼굴을 조금씩 고쳐도 돼지만 그건 너무 귀찮았다. 더불어 내가 늙어가는 얼굴 따윈 보고 싶지 않다. 어느 누가 젋었을때 늙은 모습을 보고 싶어 하겠는가! 물론 조금 사이코틱한 녀석들은 보고 싶어 하겠지만 말이다. “여행 하는 동안 즐거운 일은 없었나요?” 같은 엘프이면서 커다란 숲에서 나오자마자 노예로 끌려 다니다 내 손에 구출되어 여행을 한지 얼마 안됀 가브가 눈을 초롱초롱 뜨면서 캬리프에게 질문을 하였다. 식사하는 중에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가브의 질문에 캬리프는 싫어하는 기색을 하지 즐겁게 여행이야기를 해주었으며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소화를 시켰다. 캬리프의 이야기에 심취한 나머지 누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나는 어깨에 이질적인 것이 닿는 불쾌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이쁜 아가씨~~우리랑 동석하지 않겠어?” 해적 두목같이 생긴 인간이 처음 본 신한테 냅따 반말을 하기에 나도 맞받아 주었다. “미쳤냐? 꺼져!” 상스런 소리가 나오자 그 해적 두목같이 생긴 놈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가 다시 풀고는 재수 없게 웃었다. 젠장할! 재수 없게 시리....먹고 있던 샐러드가 식도를 타고 다시 올라오려고 차비를 하는 것 같이 속이 거북해졌다. “앙탈은 그만 부리고 나랑 놀자니깐! 나 말고 저기에 많이 있으니.” 재수에 스프 말아 먹는 소리를 하면서 하나같이 험상궂게 생긴 인간들이 밀집해 있는 곳을 가리키자 그 특유의 밥맛 뚝뚝 떨어지는 미소를 지으며 나와 리디를 바라보았다. “나한테는 이미 일행이 있으니깐 딴 데 가서 알아봐! 괜히 찝쩍거리다가 맞지나 말고!” 보면 볼수록 며칠 전에 먹었던 게 넘어 올 것 같아서 빨리 떼어내고 편하게 식사를 하고 싶어서 일행들까지 들먹였다. 머리가 있는 녀석이라면 그냥 물러나겠지 라는 내 생각은 개기름 줄줄 흐르는 녀석의 말에 오산이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훗~~튕기는 것도 정도껏 하라고! 일행들도 보니 비리비리 하게 생겼는데? 그러니 우리하고 놀자니깐!” 끈덕지게 붙자 난 일행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오히려 일행들은 내가 어떻게 저 놈들을 혼내줄까 하는 기대감이 어린 눈으로 보기만 했다. 단지 캬리프만 안색을 굳히고 있었지만!! 전혀 도와줄 것 같지 않은 일행들을 흘겨보면서 왼손으로 검을 1Cm정도 뽑아서 마음에 안든 놈이 있을 시에는 왼손의 검지로 검을 튕겨서 오른손이 왼쪽 허리로 가는 시간을 줄이며 완벽한 발검술을 하기 좋은 자세로 변환시키고는 녀석에게 경고를 해주었다. “아씨~한번만 더 말 걸면 죽어!” 단 한번의 경고를 개 무시한 그 해적 두목 비스 무리한 놈에게 일침을 놓았다. 어깨를 잡은 손을 놓지 않자 화가 난 나는 블루가 선물해준 미스릴로 만들어진 검을 전광석화같이 뽑아서 그 녀석의 경동맥이 있는 부근을 살짝 찔렀다. 경동맥을 잘라놓지는 않았지만 피부를 뚫고 들어간 검 때문에 모세혈관이 파혈되어서 붉은 피가 새하얀 검신을 따라 흘러내려왔다. 그 모습을 본 해적 두목같이 생긴 녀석은 얼어서 뒤로 물러날 생각도 않고 그저 멍하게 검신을 타고 흘러내리는 자신의 피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색이 새파랗게 변한 녀석이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지 않자 난 검을 더 깊숙이 찌르려는 듯한 폼을 잡으며 방글방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계속 떠들래? 아님 한쪽 구석에 가서 쪼그려 앉을래?” “훕....쪼,쪼그려 아,앉아 있을게요!” 방글방글 웃으며 하는 말에 녀석은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목을 찌르고 있는 검으로부터 떨어지기 위해 뒷걸음질 하면서 더듬더듬 말을 하고는 언제 이곳에 왔냐는 듯이 자신의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바람과 같이 뛰어갔다. 뛰어간 녀석이 이쪽으로 시선을 주었다가 내 맑고 투명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고 한 겨울에 팬티 바람으로 쫓겨난 아이 마냥 새파랗게 굳어가지고는 부들부들 떨며 시선을 회피해버렸다. 물론 그 일행들도 내 맑은 눈빛과 마주치자 시선이 뒤로 돌아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식당안의 사람들도 내 쪽과 녀석이 있는 쪽의 테이블만 번갈아가며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별로 대단할 것 같지 않은 내 행동 때문에 계속 될 것 같던 썰렁함은 한 엘프로 인해서 깨져버렸다. “대단해요! 그런 발검술은 처음 보는데요?” 초롱초롱 해진 눈으로 날 내려다보는 캬리프는 내가 아까 한 행동에 대한 어떠한 말을 해주길 원하는 것 같았지만 난 씽긋 웃으며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 해주었고, 대신 일행들에게 살벌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미소에 일행들 중 블루를 선두로 차례대로 칭찬을 하기 시작했다. “이햐~~어느새 그 정도로 실력이 늘다니!” “역시 내 동생이야!” “미스티님 멋있어요!” “너 언제 검술 연습했어?”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하는 그들의 말장난에 놀아날 내가 아니기에 살벌한 미소를 진하게 피워댔다. “그러고도 일행이냐? 이걸로 인연 끊을까? 그리고 너 리디! 가브는 내 보디가드 아니었어? 오빠라고 하나 있으면서....블루 너하고는 이제 안 놀아! 일생에 도움이 안돼요! 도움이! 모두하고 다 안 놀 거야! 치사한 드래......인간들아!” 급하게 말을 하다보니 한바터면 극비의 일을 떠벌릴 뻔 했지만 곧 이성을 되찾았다. “앞으로 나한테 말 걸면 주우우거쓰~~” 주먹을 쥐어 보이면서 난 식사도중에 천천히 식당 문짝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다시 한번 째려봐준 다음에 뒤돌아서 걸어갔다. “히잉~어떻게! 이게 다 블루님 때문이에요! 왜 나서지 말라고 메시지 마법을 써가지고는...나 몰라이잉!” 블루를 원망하는 듯한 리디의 목소리가 내 귀를 찔렀지만 난 못 들었다는 듯이 그대로 나가버렸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7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2-18 2467 8 한밤에 울려 퍼지는 세레나데 - 2 “쿡쿡쿡!! 지금쯤 무지 당황하고 있겠지? 재밌어!” 갑판 위로 올라와서 강바람을 쐬고 있던 난 아까 일이 생각이 나서 잠시 웃었다. 블루가 일행들에게 메시지 마법을 쓴 것을 이미 눈치 챘지만 모른척했다.(마나의 파장이 느껴져서 그것을 읽은 것이다.) 그리고는 아까와 같이 큰 소리를 쳤지만! 좀 전에 큰 소리를 쳐서 그런지 그 동안 쌓여온 스트레스들이 한꺼번에 풀어진듯하였다. 여행을 하는 동안 즐거웠지만 즐거운 만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쌓인 것이다. 그리고 오늘 날 잡아서 스트레스를 푼 것이다. “나오는 것까지는 좋은데...흠....이 녀석은 왜 따라왔어?” 내 뒤를 졸래졸래 따라온 블랑슈는 옷을 타고 어깨에 올라서서 짓궂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는 듯 했다. “너도 재밌어?” 그냥 물어보는 말에 블랑슈는 자신의 머리로 내 볼을 부벼댔다. “그래도 나한테는 너 밖에 없구나!” 오랜만에 순종적으로 변한 블랑슈의 털을 쓰다듬어 준 다음에 한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푸른 강을 바라보았다. 몰트 제국과 코에다르왕국의 국경선인 가즈 강! 신의 강이라 불리워져서 전쟁이 한번도 일어나지 않아서 피를 머금지 않은 강이었다. 사람들은 신의 가호를 받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러지 않았다. 로드가 말하길 이 강의 밑바닥에는 실버 드래곤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어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전쟁 준비를 하려고하면 실버 드래곤이 자신의 집이나 다름없는 강이 더럽혀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법으로 폭풍을 일으켜서 절대로 출항을 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전쟁만 일어나려고 하면 이런 기이한 현상 때문에 신이 전쟁하는 것을 못마땅해서 분노를 해서 폭풍을 일으킨 것이라 여기고 있다. 멍하니 강만 바라보려니 실버 드래곤 한 마리를 이번기회에 한번 만나볼까 했다가 생각을 접었다. 괜시리 그 녀석까지 끼면 시끄러울 것 같아서 실버 드래곤의 생각을 버리고 뭘 할까 생각을 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근데 한일이 없구나! 심심해. 일행들은 내 화를 풀기 위해 지금 작전회의 중일 테고, 아함~~잠이 오는구나! 선실에 가서 잠이나 자고 올까?” 차가운 속성의 강바람을 그만 쐬고 내려가려고 할 때 누군가의 흐느끼는 울음소리에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한 남자가 칠칠치 못하게 시리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청승을 떨고 있었다.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울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냥 지나가기 뭐 해서 말을 걸어보았다. 내 딴엔 아주 친절하게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쪼그려 앉아서 질질 짜고 있는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블랑슈가 어깨에서 내려와 아저씨의 다리를 앞발로 슬슬 건드려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짜고 있는 아저씨를 멍하게 보고 있다가 내 귀에 아주 작은 소리가 포착되었다. “흐....가.....” 라는 말을 듣고 나에게 가라는 소리로 알고 난 미련을 버리고 갈려고 돌아설 때 아까보다는 좀 더 커진 말소리가 들려서 옮기려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가,가렛이...흐흐흑....” “엥?” “가렛이...어어엉....나 싫어한데...” 별 시덥잖은 말을 하고 다시 얼굴을 무릎 속에 파묻고 울기만 하는 한심한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가렛이라는 여자가 아저씨를 싫다고 해서 그렇게 청승맞게 울고 있는 거예요?” 울면서 겨우겨우 말하는 아저씨의 말에 부연 설명까지해서 들려주자 눈물을 훔치며 훌쩍거리면서 끄덕거렸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렸는지 눈은 붉게 충혈 되었고 눈 두덩이와 그 주변은 완전히 물에 불어버린 것처럼 떠져 있는 눈동자가 조그맣게 보일 정도였으며, 코에서는 콧물이라 불리는 것이 나오려고 준비 하는 중인 것 같이 보였다. 그런 아저씨의 모습을 본 난 단 한 줄의 말로 축약해주었다. “저도 아저씨 같은 사람은 싫어할 거 같아요!” 간단명료한 말에 아저씨는 다시 퉁퉁 부은 얼굴을 무릎 속에 파묻고는 울기 전초전의 소리인 ‘흐흑’ 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심한 아저씨의 모습에 블랑슈도 흥미를 잃었는지 옷자락을 타고 어깨로 올라와서 털들을 다듬으면서 내 볼을 한번 핥았다. 블랑슈의 침 때문에 옷자락으로 한번 쓰윽 닦고는 주먹을 쥐어 한방 먹여 준 다음에 아저씨를 향해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구석에 앉아서 질질 짜고만 있는 아저씨를 누가 좋아하겠어요? 여자라면 으레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그런 듬직한 남자를 좋아해요. 근데 아저씨는 오히려 그 반대잖아요. 여자 아이도 그렇게는 울지 않는다고요. 그러지 말고 아저씨는 저하고 약간의 상담을 해야겠네요. 빨랑 아저씨 방으로 안내하세요. 그럼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고, 더불어 결과도 좋은 쪽으로 만들 수 있을 수도 있으니깐요!” 기나긴 말을 한꺼번에 내뱉은 나는 잠시 숨을 들이키며 궁상떠는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어쩌다가 또 남을 도와주게 되는 상항이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쩌면 구석에 앉아서 울기 좋아하는 내 사촌을 닮아서 그럴지도....비록 그 사촌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훌쩍거리는 목소리로 겨우 전화를 해서 나를 불렀기에 그 장소로 가서 기다리는 도중! 나를 발견한 사촌이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눈물바람으로 횡당보도를 건너던 중 신호를 안 지킨 과속하는 차에 치여서 하늘나라로 가버려서...그럴지도....사촌이 하늘나라로 간 후에 난 이제껏 그녀가 왜 우는지 이유를 묻지 않았다는 것이 한으로 남아 있었다. 이유라도 알았으면 어떻게든지 같이 해결할수 있도록 노력을 해보았을텐데! 그런데 지금 내 앞에서 허우대가 멀쩡한 아저씨가 울고 있는 것을 보니 그게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는지도 모른다. 잠시 동안 하늘나라로 간 사촌을 떠올리다가 고개를 저어버리고 정면을 쳐다보았다. 정면에는 퉁퉁 부은 눈으로 우는 것을 멈추고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는 아저씨가 비취어졌다. “뭐 하고 있어요? 내 말이 안 들려요?” 우느라 찐을 다 뺏는지 궁상 아저씨는 비실비실 거리면서 겨우 일어났다. 하기야 그냥 앉아서 우는 것도 힘이 든데 쪼그려서 울었으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다리가 저려서 무릎을 완전히 펴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저,정말로...그럴 수 있을까?”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은 아저씨에게 그저 한번 웃어주고는 옆에서 살짝 부축해주었다. 역시나 쪼그려 앉아있었던 덕에 다리에 피가 돌지 않다가 갑자기 많은 양의 피가 돌자 아저씨가 다리를 절면서 위험하게 걸어가고 있는 것을 보며 부축해주며 아저씨가 묵고 있는 선실로 내려갔다. 선실로 들어오는데 성공한 난 아저씨의 팔을 놓고는 편하게 의자에 앉았고 아저씨는 간단하게 물로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씻고는 내 맞은편에 앉았다. “흐음~그러니까 아저씨하고 가렛이라는 여자 분이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는데, 여자 분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고요?” “그렇다니까!! 나하고 있을 때 가렛은 거짓말을 한 적은 없어! 내 앞에서 그러니까 며칠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을 짝사랑 하고 있다고 그랬어! 나중에 꼭 사랑한다고 말한다고, 마음이 아주 여린 그 남자를 감싸주고 싶다고 했단 말이야!” 대충 이름을 피터라고 밝힌 아저씨는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내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저씨의 짐이 있는 선실이 특실은 아니지만 1등실 이라는 것을 알아본 나는 아저씨에게 한 돈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잘 도와주기로 했다. 물론 그전에도 도와주기로 했지만 왠지 목표물이 있을 때 도와주는 게 더 값어치가 나간다고 생각하는 게 내 이론이다. 그렇다고 발에 걸리고 치인 것이 돈과 보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아저씨에게 붙어서 재산을 내놓으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그럼 가렛이라는 여자 분이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본적이 있나요?” 신세타령을 하고만 있는 아저씨를 똑바로 바라보며 묻자 아저씨는 도리도리를 했다. “그런데 아저씨 집이 어디기에 배를 타고 있어요?” “나? 제국 출신이야! 단지 가렛이 원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 코에다르 사람이어서 그런지 나하고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가는 중이야!” 한심한 소리를 하는 아저씨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피터 아저씨는 벨도 없어요? 그런 데를 따라가게?” “하,하지만 가렛이 하는 부탁인걸.” 가렛에 대한 열렬한 신앙심에 깊숙이 빠져든 아저씨를 보며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그냥 나 너 좋아하니 결혼하자! 라고 하면 안돼요?” “가렛은 그런 거 원하지 않아! 분위기 있는 곳에서 청혼을 받아들이길 원한다고, 어렸을 적에 말했어! 따스하게 감싸주고 보살펴 줄 수 있는 남자와 살겠다고, 그러니깐 난 안돼!” 내 눈에 보이는 아저씨는 인간의 관점에서는 쬐금 봐줄 수 있을 만큼 생겼고, 아까 찔찔 짜는 것을 보면 어수룩해 보여 누군가 보살펴 주어야 하는 그런 남자였다. 누군가 보살펴야 한다고?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난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하고 가렛이라는 여자 분이 맺어지게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잡아보실래요? 댓가가 조금 있지만은요.” 승리감이 넘쳐흐르는 내 목소리를 듣고 아저씨는 어리둥절해 있다가 뒤이어진 나의 부연설명에 얼굴이 점점 펴져갔다. 설명이 완전히 끝날 쯤에는 아저씨가 내 옷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바람에 떼어내느라 약간의 고생을 하였다. “정말로 그래 줄 수 있어? 그렇게 해 준다면 니가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 근데 이름이 뭐지?” 바보, 어수룩, 궁상떠는 아저씨는 이제껏 대화를 나눈 내 이름을 모른다는 말로 물어왔다. 아저씨가 이름을 말할 때 통성명을 안 한 내 잘못도 약간 끼어 있었지만! “미스티라고 해요! 그럼 전 작전 개시 하러 갈 테니 아저씨도 만반의 준비를 해 두라고요!” 이름을 밝힌 나는 아저씨의 방에서 나와 잠시 복도에서 서성거렸다. 잠시 후 예쁘장한 여자가 다소곳이 아저씨의 선실로 들어갔다. 그 예쁘장한 여자가 아마도 가렛일 것이다. 아저씨가 알려준 가렛의 인상착의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가렛의 모습을 완전히 각인 시킨 난 잽싸게 특실로 달려갔다. “미스티...아니 루나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내가 벌인 일은 확실하게 끝내자는 신념으로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리디는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 사과를 하려다가 내가 바쁜 것을 보고 말을 하지 못하고,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말을 걸었다. “좀 있으면 알게 될 거야!” 퉁명스럽게 쏘아붙인 말에 리디는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서 궁상을 떨고 있었지만 지금은 일일이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기에 무시하며 하던 일을 하였다. “뭐 하고 있는 거야?” 리디가 하던 말을 어느새 우르르 몰려온 드래곤과 엘프가 물어봤지만 난 계속 무시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바쁘다!! 바뻐!” 바쁘다를 연발하며 난 내 자신을 꾸미려고 할 때 이질적인 것들이 몰려 있어서 잠시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하프, 하프 좀 구해와! 그리고 나 옷 갈아입으려고 하는 데 그렇게 있을 거야?” 째려보며 말하자 그들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난 주머니에서 예쁘고, 귀여운 프리티~~스타일의 옷을 꺼냈다. 치마는 무릎 아래로 살짝 내려왔고, 소매는 팔꿈치 까지, 치맛단과 소매 끝에는 레이스가 달려있는, 게다가 허리 뒤쪽에는 커다란 하얀 리본이 달린 완전 공주판 치마를 입었다. 이건 절대로 내가 산게 아니다. 이런 거를 돈 주고 사면 내가 인간이..아니 신이 아니다. 프리티 스타일의 옷은 엄연히 내가 태어난 날 신들이 몰려와서 준 선물 중에 하나이니깐! “꺄아아악~~귀여워! 궈여워~” 내가 옷을 다 입자 언제 구석에 쪼그려 앉았다는 식으로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달려와 안겨 붙으며 볼을 부비적부비적 거렸다. 순식간에 조여 오는 리디의 힘에 난 두 손으로 밀치며 외쳤다. “답답해! 좀 비켜!” 나 아직 아침에 났던 화가 안 풀렸어 라는 식으로 냉기가 풀풀 날리는 소리를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디는 여전히 부비적부비적 거렸다. “한대 맞고 떨어질래? 안 맞고 떨어질래?” 협박성 발언에 리디는 그제서야 내가 진짜로 화나면 어떤 놈이든지 자근자근 밟아버린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부비적거리는 것을 멈추고 침대에 앉았다. “너무 귀여워서...헤~죄송해요!” 아직도 반짝반짝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것을 잊지 않았는지 계속 쳐다보았다. 그런 눈빛을 받으며 난 담담하게 다음 치장으로 넘어갔다. 블루가 준 써클릿을 착용하고 손목에는 투명한 빛이 발하는 월광석을 박은 가느다란 팔찌를 네 개씩 끼었다. 그리고 발목에도 손목에 있던 것과 비슷한 발찌를 끼고, 목에는 가죽으로 된 줄에 한 가운데 다이아몬드를 딸랑 하나 붙여놓은 목걸이를 착용했다. 내 가느다란 목에 딱 맞은 사이즈를 지닌 목걸이를 준 꿈의 여신인 드리미에게 감사의 한마디를 속으로 남겼다. 마지막으로는 내 머리칼에 펄 가루를 뿌려서 신비감이 더하게 만들었다. 대충 치장을 다 끝내자 어느덧 황혼이 지는 저녁이 되어있었다. “너 뭐하고 있어? 빨랑 옆방으로 가서 준비하라고 한 하프나 가지고 와! 그리고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내가 명령을 내리자 화가 풀린 줄 알고 벙실거리며 옆방으로 가서 하프를 가져다주었다. 하프를 바라보며 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전에 음악의 신 뮤즈에게 배운 적은 있는데 어떤 곡을 연주해야 할지 난감하였다. 그렇게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저녁도 먹지 않았는데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변은 벌써 어둠으로 둘러 싸였지만 리디가 마법을 써서 밝게 하는 바람에 시간관념이 없어졌다가 밖을 쳐다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아이씨~~어떻게 해? 에라 모르겠다. 재주껏 해야지. 리디는 별 구경하기 싫어?” 명백한 축객 령에 리디는 별구경을 하러 선실을 나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8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2-20 2586 16 한밤에 울려 퍼지는 세레나데 - 3 “너무나 아름다워! 피터!” “그,그렇지? 이쁘지?”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답게 차려 입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남녀 뒤에는 도마뱀과 엘프가 서 있으면서 열심히 대패질을 하고 있었다. “저기...가렛?” “응. 왜 그래?” 머뭇거리는 궁상떨던 피터는 심호흡을 하고 가렛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나와....영원히 저 별빛을 보지 않을래?” 덜덜 떨며 한 말치고는 약간의 유치한 말을 한 피터는 가렛의 얼굴을 살폈다. “뭐,뭐라구?” 겨우 용기를 얻어서 한 말인데 가렛이 다시 물어보자 그나마 얻은 용기마저 사그라진 피터는 한숨을 쉬며 그냥 자리에 털썩 앉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을 때 였다. 밤에 부는 강바람치고는 훈훈한 바람이 불며 어디선가 향기로운 아이리스 향이 그들의 코끝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는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들어왔다. 띠리링 띠링 띵띵~~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하얀색으로 도배를 한 소녀가 배의 난간에 앉아서 하프를 걸쳐놓고 조금만 손가락으로 시범삼아 현을 튕기고 있었다. “헉스~미스티?” 하늘색 머리카락 위에는 달빛이 부서진 듯 반짝이면서 강바람에 얼굴이 가려져 있다가 바람이 잠잠해지자 하늘빛 머리카락이 잔잔한 물결을 이루는 듯이 사뿐히 내려앉으며 우윳빛 투명한 피부를 가진 미스티가 보였던 까닭에 일행들은 놀라서 헛바람만 들이키고만 있었다. 이제껏 같이 여행을 하면서 저렇게 진지한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사하고라도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리디아를 처음 만났을 때 우스꽝스런 노래를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그 후로는 미스티가 노래를 한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말렸기에 두 번째 노래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하프를 연주하는 미스티에게 끌리면서도 약간의 배신감이 드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여 있다가 점점 그들의 몸을 감겨오는 음률에 귀와 심장을 내맡기고 있었다. 그런 일행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듯 애초부터 감겨져서 뜨여질 것 같지 않던 눈꺼풀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미스티는 조그만 손으로 달빛을 머금은 현 위를 바닷물이 모래사장에 들어와서 다시 조용히 뒤로 물러서는 듯이 조심스럽게 누비고 다녔다. 조용히 현 위를 누비는 가운데 미스티의 열릴 것 같지 않게 앙 다문 분홍빛 루비를 머금은 입술이 벌려지며 노랫소리가 뱃전을 가득 메워가고 있었다. 나 어쩌면 천사와 손잡았나 봐요. 그대의 마음이 날마다 날 유리처럼 빛나게 투명하게 그대의 손길이 내 여린 맘을 스쳐 지나갈 때 나는 느끼죠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대를 위해 기도 하죠. 이루어 주소서 첫 번째 내 소원은 나 없는 곳에서 아프지 말아요. 언제라도 그대 지켜줄께요. 건강해요 나의 사랑 오! 내 모든 것 모두 주어도 아쉬운 마음 그대는 알까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대를 위해서 기도 하죠. 이루어 주소서 두 번째 내 소원은 우리 힘들어도 속이지 말아요. 혹시라도 우리 어쩔 수 없을 땐 착한 거짓말만 해요. 마지막으로 빌어요. 지금 잡은 두 손 놓지 않을게요. 먼 훗날 우리 눈감게 되는 날 한 날 한 시 되기를 약속해요. 이승환의 세 가지 소원--- 나는 노래하는 중간에 살짝 눈을 뜨면서 피터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으이그으으~이렇게 판까지 차려줬으면 고백이라도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냐? 나만 멍하게 쳐다보면 어쩌라고~~’ 나의 마음속에서 들리는 절규의 소리가 들렸는지 피터 아저씨는 노래만 듣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가렛을 바라보았다. 마지막 구절이 시작할 때 쯤 피터 아저씨가 가렛의 두 손을 잡고 가슴 부근까지 올렸다. “나와 결혼해 주지 않겠니?” 예전의 피터 아저씨가 맞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굳은 결심이 담긴 말을 한 순간 토해내면서 승낙의 말이 들리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듯 가렛의 두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나,나를 위해서 이렇게 까지...미안!” 감동을 받은 듯이 말하다가 끝에 미안이라는 소리가 들리자 피터 아저씨의 안색이 강물보다 푸르게 변하면서 휘청휘청 거렸다. 조금만 더 강도 높은 이야기가 나오면 곧 쓰러질 것 같았지만 가브가 뒤쪽에 서있었던 관계로 그의 가슴에 기대다시피해서 겨우 중심을 잡았다. “미안! 내가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내가 따스하게 안고 싶어 했던 사람은 바로 너 였어! 내가 옆에 있어주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아서, 너에게 은근히 말했는데 넌 내 마음을 몰라주니 야속해서 코에다르 왕국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어! 미안.” 이로써 두 사람이 마음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었고 나의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끝이 나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하프를 타던 난 빌려온 하프가 망가질까봐 조심스럽게 아래에 내려놓고는 난간에 걸터앉았던 난 천천히 내려섰다. 신비함을 추구하려고 신발을 신지 않았던 관계로 맨발의 청춘이 된 난 강바람에 살짝 놀란 발을 손으로 어루만져줘서 본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오게 하며 아직도 감동어린 시선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결혼식을 올리죠!” 나의 말에 기쁨에 주체를 못했던 한 쌍의 커플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식으로 아직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의 시선이 닿자 난 방금 생각이 난 것들을 요약해서 말해주었다. “결혼식을 꼭 신전에서만 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속전속결! 제가 주례를 볼 테니 추억에 남는 결혼식을 해보지 않겠어요? 맘에 들지 않으면 코에다르 왕국에 가서 다시 결혼식 하면 되잖아요.” 꼭 신관이 주례를 보는 신전에서만 결혼을 하라는 법은 없었다. 단지 신전에서 결혼식을 해야만 그 신의 축복을 받는다고 인간들 사상에 뿌리박혀 있을 뿐이다. 신전에서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니까 제물을 바친다는 뜻으로 돈을 내야하고 등등의 각종 제물 명목으로 가난한 사람은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돈이 필요하므로 그곳에서 결혼식을 하는 사람은 귀족이나 돈 많은 부유층만이 가능하다. 물론 돈 없는 평민들도 요즘엔 신전에서 결혼식을 할 수 있지만 여전히 돈이 많이 드는 관계로 두 남녀가 결혼을 할 때 주변에 살고 있는 이웃이나 친척들이 축의금 명목으로 돈을 걷어서 신전에 내놓는다. 돈 많이 드는 신전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 보다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므로 내 의견에 피터 아저씨와 가렛은 강바람에 싸늘하게 식은 얼굴에 홍조를 그리면서 승낙을 하였다. “그럼 두 분은 제 앞으로 오세요! 그리고 리디가 가렛양의 들러리를, 블루와 가브가 피터 아저씨의 들러리를 서도록!”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시작되었다. 별 구경을 하러 나온 사람들 모두는 결혼식 하객이 되어버렸고, 장식을 위해 가져다 놓은 꽃은 신부의 부케로 변신하였으며, 귀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레이스로 만들어진 커다란 손수건을 빌려서 면사포 대용으로 신부의 얼굴에 씌워줬고, 같은 배를 탄 기념으로 음유 시인들은 잔잔하게 악기를 타면서 노래를 불렀다. 그런 우리들 옆에 일정한 간격을 두며 같이 가고 있는 여객선의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유심히 쳐다보았다.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준비가 되자 면사포 대용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가렛의 한손을 잡은 피터아저씨가 내 앞에 서서 별보다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며 리디와 블루, 가브가 그들의 들러리를 서주고 있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집중에 난 주변이 잘 정돈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여기서 주례를 보게 되어서 무한한 기쁨으로 여기고 아주아주 짧고 간단하게 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잠시 목을 가다듬자 음유 시인들이 하프를 튕기며 열심히 하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아마도 좀 전에 내가 했던 노래를 들었던 모양이었다. 응원 어린 눈빛에 나도 그들을 향해 씨익 웃어주자 하프의 음률과 목소리는 더욱더 감미로워졌다. “지금 여기에 서 있는 두 남녀는 같은 마을에서 같이 놀며 사랑을 싹 틔웠습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서로의 감정을 알게 되었고, 여기서 결혼식을 하려 합니다. 반대하시는 분 있으십니까?” 정중하게 물어보자 하객으로 있는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도리도리를 하였다. 그리고 덤으로 붙들려온 여객선의 선장님도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도리도리를 하였다. 여객선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말에 말도 안돼는 소리를 한다며 갑판위로 뛰어오다가 주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그대로 굳었다가 우리들에게 잡혀서 결혼식 증인이 되고 말았다. 물론 기쁜 마음으로~여객선에서 결혼식을 한 것은 생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더 좋아했다. “피터군은 앞으로 가렛 양을 신부로 맞아들여 검은 머리가....아니 갈색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겠습니까?” 보통 결혼식장에서 나오는 멘트로 말하자 그들은 처음 접해보는지 알딸딸하다는 얼굴을 했지만 속뜻을 파악했는지 미소만 짓고 있다가 대답을 안 한다는 내 핀잔에 피터 아저씨는 얼굴을 붉히며 안 떨어질 것 같은 입술을 점점 크게 벌렸다. “넵!” 기분이 좋아진 피터아저씨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배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외쳤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신랑이 너무 마음에 든다며 웃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렛양은 피터군을 신랑으로 맞아들여 푸른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 하겠습니까?” “네!” 가렛은 여자답게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들릴 똥 말똥하게 말했다. “이로써 피터군 과 가렛양이 하나가 되었음을 환계의 주신 카스프록시아님께 맹세하시겠습니까?” ‘앗...이게 아닌데...이런~’ 내가 말해 놓고 내가 놀랐다. 여기 있는 인간들은 환계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데 내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말이 튀어 나왔으니 웅성거리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세 드래곤들의 어이없어 하는 얼굴도...하지만 결혼식의 단꿈에 빠져들어 있던 피터 아저씨와 가렛은 상관하지 않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하였다. “이로써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그럼 신랑과 신부는 예물 교환식을 하세요.” 이왕 엎질러진 물 빨리빨리 결혼식을 속행했다. 환계에 대한 말을 최대한 빨리 잊기만을 바라며 결혼식을 진행했는데 다행히 내가 했던 말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결혼식만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들의 반응을 보며 난 피터 아저씨에게 미리 눈치를 주면서 예물 교환식을 서둘렀다. 그러자 아저씨는 아까 작전을 짰던 대로 백금으로 만들어진 링에 강물 빛 사파이어가 박힌 반지 두개를 서둘러 꺼냈다. 예전부터 준비해놓고는 너무 부끄러워서 끼워줄 수 없어서 지금까지 주머니 속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던 반지가 서서히 달빛에 푸르게 빛을 내며 밖으로 나왔다. 아름답게 빛나는 반지 중 자그마한 반지를 자신이 가지고 큰 반지를 가렛의 손에 쥐어주고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반지를 가렛의 통통한 손에 끼워주었고, 가렛은 피터 아저씨의 굵은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예물 교환식이 다 끝나자 다음엔 뭐냐는 식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흠흠~피터씨는 부인에게 키,키스하세요!” 원래는 대본에 없던 구절인데 서양의 결혼식에서 흔히 있는 일이었으므로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말하자 피터 아저씨는 엄청 고마워하는 미소를 내게 지어주면서 보일 듯 말 듯 가렛의 얼굴을 가리고 잇던 면사포를 살짝 걷고, 키스를 하였다. [눈] 두 입술이 하나로 겹치자 하늘에선 하얀 무언가가 하나 둘 그러다가 무수히 많이 떨어졌다. “신께서도 이 결혼식을 축하하시나 봅니다. 호호호!” 사실 이건 내가 만들어낸 결혼식 마지막 이벤트 이었다. 하얀 것은 바로 눈 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눈은 매우 차가우므로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를 가지고 있게 내가 특별 주문 생산한 것이었다. 인간계에 와서 처음으로 권능의 언으로 눈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마법을 아는 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았고, 어린 아이들은 눈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결혼식을 하고 있던 피터 아저씨와 가렛도 눈이 오는 것을 보고 놀랐는지 서로를 잡고 있던 손 중 하나를 풀어서 하얀 눈을 만지기 위해 내밀었다. 내밀어진 손바닥 위에는 자그마한 솜뭉치 같은 눈이 하나 떨어졌지만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쌓이기 시작했다. 새하얀 눈보다 더 아름답게 미소를 짓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하염없이 내리고 있는 눈을 바라보며 외쳤다. [멈춰] 아무도 안 들리게 말하자 갑판 위를 하얗게 도배를 한 눈은 멈추었고, 쌓여있던 눈은 사라져버렸다. 한참을 멍하게 눈이 오는 것을 바라보던 사람 중 한명이 두 손을 맞잡고 무릎을 꿇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오오~신의 은총이여~” 신 예찬론자들은 아니 일행을 뺀 결혼식을 보고 있던 사람들과 옆에 나란히 가고 있는 여객선에서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바닥에 엎드려서 중얼거렸다. 그들이 그러고 있을 때 나는 조심스럽게 선실로 내려와서 옷을 갈아입으려는 순간 예의도 없는 따식이 따순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09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2-24 2213 6 한밤에 울려 퍼지는 세레나데 - 4 “어떻게 우리한테 상의도 없이.....” 좀 전에 내가 한 이벤트가 못마땅한지 블루는 눈을 샐쭉하게 뜨고 물었다. “시끄러! 좀 전에 눈도 안 깜빡거리고 바라본 놈이!” 나의 공격에 블루는 일순 말이 없어졌다. 하프를 연주할 때부터 결혼식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블루와 오빠, 가브, 리디는 눈도 껌뻑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내가 시키는 대로 따라서 하기만 했다. 그래놓고는 지금 따지고 드는 저 더러운 성격은 또 무어란 말인가! “미스티님~너무너무 멋있었어요!” 나의 광신도인 리디는 치마를 입고 있는 날 유심히 바라보면서 영원히 이 모습을 각인시키려는 듯이 나를 중심으로 한바퀴 돌고 있었다. 블랑슈 녀석도 지금의 내 모습이 좋은지 나쁜지 깽깽거리지도 않고 나만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입술 주변에 허옇고 투명한 것이 한방울 툭 떨어졌다. 저거 혹시 침이겠지? 어이없는 난 블랑슈의 머리를 한대 콕 박아 준 다음에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주며 째려보자 녀석도 자신의 추태를 느꼈는지 내 어깨로 올라와서는 잘못을 빌려는 듯 내 얼굴에 부비부비를 했다. “그건 그렇고, 한 가지만 묻자. 어떻게 환계의 주신 카스프록시아님을 아는 거지?” “아? 그거? 내가 왜 모르겠어. 지난 5년 동안 같이 살.....흠흠! 5년 전에 한 고서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곳에 써있더군! 그래서 난 카스프록시아님의 열렬한 신자가(?) 되기로 했어! 뭐가 잘못됐어? 오빠?” 무의식적으로 그동안 내가 카스와 5년 동안 동고동락을 하면서 같이 살았다는 말을 할뻔 하다가 블랑슈가 혀로 볼을 핥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대충 말을 얼버무렸다. 가슴이 철렁한 사건이다. 괜히 결혼식때 카스를 들먹여서 내가 마음고생을 해야 하다니...그것도 그렇고 어찌보면 미르오빠도 한 예리함을 가지고 있어서 위험인물로 찍히기 일보직전이었다. 다른 녀석들은 그것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있는데 물어보다니 기억력이 무지 좋은가 보다. “그,그랬니? 난 또 뭐라고~~하하하~그럼 그렇지! 내 동생이 어떻게 카스프록시아님을 잘 알겠어? 그분은 로드도 함부로 만날 수도 없는데.” 겨우 믿어주는 말에 난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가슴을 천천히 내려쓸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이제 옷 갈아입게 밖으로 나가려는 말을 할 쯤! 똑 똑 똑 세 번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이 선실의 절반을 쓰고 있는 리디가 나를 대신하여 물었다. “캬리프 입니다. 옆방에 갔더니 아무도 안 계셔서 혹시나 하고 와봤습니다.” 누구누구와는 달리 예의바르게 말하고는 안에서 문을 여는 것을 허락할 때까지 기다리는지 문고리를 잡고 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들어오세요!” 방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말한 가브를 쏘아봤지만 ‘돈은 니가 안냈잖아?’ 라는 시선이 비쳐졌기에 아무 말 안하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치사한 엘프 같으니라고! 자기도 돈은 이제껏 한번도 안냈으면서 생색내기는…….넌 엘프도 아니야. 속으로 가브를 열심히 씹어서 자근자근 밟고 있을 때 선실의 문이 점점 열리면서 캬리프 씨가 완전히 보였다. 그쪽에서도 우리가 완전히 보이자 미소를 지으면서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아! 여기에 모두 계셨군요? 이제 내일이면 헤어지게 되는데 이별의 파티라도 하려고 이렇게 준비하고 왔습니다.”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선 캬리프의 손에는 이것저것 많이 들려있었다. 레드 와인과 안주가~~ “우린 생각도 못했는데 고마워요!” 레드 와인과 안주를 빨리 다가가서 받는 나를 일행들이 의미심장하게 쳐다봤지만 모두 무시하고 테이블에 하나씩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럼 자리에 앉을까요?” 의자가 부족해서 옆방에 가서 모두 끌어 모아 여섯 명이 앉을 수 있도록 한 다음 블루가 코르크 마개를 딴 다음 글라스에 각자 담아줬다. 여기서 내 글라스에 와인을 따르기를 멈칫하는 블루를 보고 싸늘하게 웃어주자 알아서 따라줬다. 애완동물 주제에 자기도 와인을 마셔보고 싶은지 자꾸 남은 와인이 들어있는 병을 건들이고 있는 블랑슈에게는 구운 고기를 입에 물려주자 알아서 조용해졌다. “그럼 새로운 모험을 위해 건배!” 기분 좋게 말하고 글라스를 위로 올리자 다섯 개의 글라스가 한꺼번에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글라스를 부딪치며 붉은빛 와인을 입에 넣으려고 한 찰나에 한 엘프가 글라스를 바닥에 떨어뜨려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투명한 와인글라스는 레드 와인 때문에 붉게 물들어 바닥에 산산이 부서져서 도저히 재생 불가능하게 보였다. “왜 그래요? 뭐가 잘못됐나요?” 와인글라스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그거 떨어뜨렸다고 혼나기라도 한두 안색이 푸르스름하게 변한 캬리프를 보며 블루가 동족상잔이라도 하려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캬리프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느 한곳을 바라보았다. 어느 한곳? ‘아이씨~왜 날 보는 거야? 내 얼굴에 뭐 묻었나?’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를 나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캬리프의 오른손을 들어 검지로 날 가리켰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 손목을 가리켰다. ‘허거걱~~이제껏 긴 소매 옷을 입어서 가렸는데, 저 놈들이 쳐들어오는 바람에...어쩌지?’ 이제껏 긴 소매 옷을 입어서 신경 쓰고 있지 않다가 피터 아저씨와 가렛의 결혼식 때문에 소매가 팔꿈치밖에 오지 않는 것을 입어서 손목에 있는 문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브,브러시아 님을 뵙습니다.” 떨고만 있을 때는 언제였냐는 듯이 캬리프는 나를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무,무슨 말인지. 브러시아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미스티 인데요?” 오리발 작전으로 밀어붙이는 나를 그저 바라보는 캬리프였다. “브러시아님의 문장을 지닌 분은 즉 브러시아님 자신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전해지는 설이 있습니다. 설마하니 이곳에서 브러시아님의 문장을 지닌 분을 보게 될 줄을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제껏 그 문장을 지닌 인간은 없었으니깐요!” 캬리프의 말에 가브를 뺀 나머지 일행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식으로 나와 캬리프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선에 일일이 답해줄 여력이 없었다. 오로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만 머릿속에 가득할 뿐이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일어나세요!” 정색을 하면서 말하자 캬리프씨는 순종적으로 천천히 일어났다. “아무리 미스티님이 잡아 땐다고 해도 모든 엘프족은 당신이 지니고 있는 브러시아님의 문장을 볼 수 있습니다. 옆에 계신 가브리엘님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자신의 눈은 잘못된 게 아니니 증인으로 또 다른 엘프인 가브를 세우는 치밀함을 자랑하였다. 모든 이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는 것을 느낀 가브는 나를 바라보며 어떻게 할까 라는 눈빛을 보내자 난 당연히 잡아 때라는 눈빛을 보냈다. “맞습니다. 정확하게 보셨군요! 미스티의 손목에 있는 것은 브러시아님께서 직접 새겨주셨습니다.” 어마어마한 파국을 맞이할 정도의 무게를 지닌 말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고는 나에게 ‘나 잘했지?’ 하고 말하는 듯 했다. 지금 이 순간 방안에 아무도 없었으면 저 녀석을 완전히 즈려 밟아 버렸을 텐데 아쉽게도 지금 상황이 상황인지라 쏘아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브러시아님이라면 엘프족의 신 아냐? 근데 왜 우리 미스티가 그의 문장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거지?” 이제껏 보기만 하다가 정신을 수습한 오빠가 묻자 가브가 내게 천천히 다가오더니 내 손을 들어 올렸다. “바로 이 손목에 브러시아님의 문장이 새겨져 있지요! 물론 다른 분들께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이 문장은 브러시아님과 엘프족만이 볼 수 있는 것이니깐요! 그래서 여지껏 나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였던 겁니다.” 가브의 설명을 들으며 내 손목을 바라본 일행들은 의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다시 가브를 보았다.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목에 있는 문장이 보이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말도 안돼! 미스티는 우리랑 같이 다니는 도중에 브러시아님을 만나본적이 없어! 그런데 문장이라니? 지금 그걸 우리보고 믿으라는 것이냐?” 드래곤 특유의 본성을 들어낸 블루를 보고도 가브는 내 손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난 적이 있습니다. 커다란 숲 속에서....단지 기억을 하시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가브리엘 우리에겐 망각이란 존재하지 않는데 거짓말을 계속 할 것인가?” 오빠까지 블루를 거들며 나서자 가브는 난처한 눈빛을 하고는 그곳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엘프족들이 우리들을 죽이기 위해 몰려들었다가 엘프어를 하는 나 때문에 굳어버렸으며 무녀의 기도에 깃든 성스러움으로 브러시아가 튀어나와서 내게 문장을 새겨주고는 그곳에 있던 자신들의 기억을 지워버렸다는것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그를 보며 난 눈을 감아버렸다. 정말로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들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를 어떻게 해결을 한단 말인가. “그, 그게 정말인가? 가브리엘의 말이 사실이니? 미스티?” 점점 위험 수준을 넘어가는 오빠의 질문에 난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드래곤들은 경악의 수준을 넘어서 완전히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상 같이 움직일 생각을 못하고 입만 쩌억 벌리고는 내 얼굴과 손목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말도 안돼....미스티가 브러시아님과 관계가 있다니, 샤이니스님과 더불어 이젠 브러시아님까지...” 왠지 모르게 부들부들 떨면서 나를 이상한 경외심과 더불어 공포감이 깃든 눈으로 보는 오빠를 보고는 ‘젠장’을 외치면서 내 팔을 잡고 있는 가브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는 체념의 한숨을 쉬면서 놀라서 굳어 있는 그들을 한번 쓰윽 둘러본 다음에 작업에 들어갔다. [이곳에 있었던 일은 모두 잊어버려라. 그리고 잠들어라.] 권능의 언 즉 신언은 이 세계를 지탱시키는 의지! 즉 그 의지에 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고로 내 의지에 따라 드래곤들과 엘프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서 곤한 잠에 빠져 있는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난 주먹을 쥐며 바락바락 외쳤다. “휴우~망할 브러시아 때문에 들킬 뻔 했잖아? 다음에 만나면 주우거쓰으~” 이 모든 책임을 문장을 새겨 넣은 브러시아에게 돌려버리고 난 후 치렁치렁 공주표 옷을 벗어버리고는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내일 그들이 일어난 그들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기억하지 못할것이다. 평소대로 원래대로 모든 것이 되돌아올 것이다. 그런데 난 무슨 자격으로 그들의 기억을 지워 버린 것인가. 단지 내가 가고자 하는 여행에 불필요한 사건이 터져서 기억을 지워 버린 것일까. 나에 대한 존재가 밝혀질 것 같아서 기억을 지운 것일까. 에휴~나도 모르겠다. 오늘 하루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벌어져서 지금은 쉬고 싶다. 더구나 오늘은 권능의 언 즉 신언을 남발하고 다녔더니 육체적인 피로보다도 정신적인 피로가 엄청 축척되었다. 권능의 언은 모든 세상을 지탱하는 의지.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은 신의 의지를 표출할 때는 그만큼 정신적인 타격이 크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대가가 따르는 법!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은 점점 나를 혼돈의 바닥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아하암~잠이 무지 많이 오네. 그럼 나도 한잠 때려야지!”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있는 따식이와 따순이는 내 버려두고 이제껏 조용하게 있다가 신언에 의해서 같이 잠 들어버린 블랑슈를 인형 대신 안고는 테이블 위의 촛대에 있는 촛불을 껐다. 촛불에 의지해 밝게 빛나던 선실 안은 교묘히 창문가로 보이는 편안하고 은은한 달빛을 받아들여서 앞이 안보리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서 침대로 가면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녀석들을 밟지 않았다. 밟아봤자 아무것도 모른 채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몸에 나있는 멍들에 대해 집중연구를 하겠지만! 침대로 무사히 간 난 조용히 누워서 이불을 덮고는 눈을 감았다. 블랑슈의 하얀 부들부들한 털을 어루만지면서 그대로 암흑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0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2-24 2504 15 한밤에 울려 퍼지는 세레나데 - 5 “후아아암~~잘 잤다! 그렇지? 블랑슈?” 웬일로 일찍 일어난(블랑슈의 간지럼 공격에 예상외로 빨리 일어났다)나는 눈을 비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커먼 촛농이 떨어진 촛대와 붉은빛이 스며든 채 깨어진 와인글라스, 블랑슈에게 물려준 구운 고기 꼬치 하나,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녀석들! “얼레? 아직도 안 일어났네? 굳이 깨우고 싶지도 않으니 우리끼리만 가서 식사나 하자!” 리디가 물을 준비하지 않은 관계로 대충 마법으로 찝찝한 기분을 날릴 정도로 깨끗하게 한 다음에 블랑슈를 데리고 식당으로 걸어갔다. 너무 이른 시간이서 그런지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어제 식사했던 테이블로 가서 앉아서 식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굳이 주문을 하지 않아도 오늘의 요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은 일행 분들이 안보이시네요?” 어제 우리에게 식사를 날라다주었던 사람이 나를 아는 체 하며 물어보는 바람에 나 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모두 피곤한가 늦잠을 자나 봐요!” 스푼을 들고 스프를 천천히 떠먹으면서 블랑슈의 몫을 미리 떼어놓아 내 쪽으로 오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한 난 소화를 시키면서 맛을 음미했다. 허연 감자 스프위에 뿌려진 파슬리 가루까지 완전히 다 먹은 다음에 메인 요리로 손을 댔다. 상등품으로 보이는 쇠고기로 만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잘라보았다. 절단면에서는 붉은색 육즙이 스며들 듯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것을 보아서 미디움으로 구웠나 보다. 레이어는 너무 안 익었고 웰던은 너무 딱딱한 관계로 스테이크의 묘미는 바로 미디움에 있었다. 영양소도 얼마 파괴되지 않고 부드러운 육질을 맛볼 수 있기에! 자신의 몫을 다 먹은 블랑슈는 내가 스테이크를 자르자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혀로 입 주위를 싹싹 쓸면서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른 것에는 욕심이 없으면서 먹을 거 특히나 고기에는 엄청난 욕심을 부리는 녀석에게 잘라진 스케이크를 포크로 찍어서 접시에 올려주자 언제 나를 봤냐는 식으로 안면몰수하고 스테이크와 한판 씨름을 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난 주인을 고기와 맞바꿀 것 같은 녀석을 향해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면서 스테이크를 맛보았다. 후추와 소금간이 제대로 배어들었고 소스의 맛도 최상으로 살린 요리에 오래 묵혀 두었던 짜증나던 일들까지 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미스티양! 미스티양!” 한참 스테이크의 맛을 음미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내 이름이 귓속을 파고들어서 소리의 근원지인 왼쪽을 보자 그곳에는 피터 아저씨와 가렛이 서서 내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앗! 궁상 아저씨군요? 안녕하세요! 이제 부인이라고 해야 하나요?”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와 포크 나이프를 들고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 블랑슈 녀석도 나를 따라나서려고 했으나 간단하게 스테이크 한 덩어리를 던져주어서 오지 못하게 했다. 저 녀석이 피터 아저씨에 테이블로 옮겨와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딸그락 딸깍 급히 접시를 옮겨서 테이블 위에 놓는 바람에 접시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퍼졌지만 어느 하나 나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식당 안에 사람도 별로 없었고 그들 또한 이미 나와 안면이 익은 상태였다. “미스티양~정말 어젠 고마워!” 의자에 털썩 앉자마자 아저씨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왼손을 잡으면서 침을 튀기며 말하는 바람에 난 남은 오른손으로 스테이크를 사수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난 국물(?)들어간 스테이크는 싫단 말이야! “별로~근데 첫날밤은 어땠어요?” 우선 스테이크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절대로 신혼부부에게 해서는 안 될! 그리고 신혼부부에게 하고 싶은 질문 1순위인 첫날밤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자 피터 아저씨는 내 손을 놓더니 얼굴이 벌게지면서 가렛 부인이랑 한번 쳐다보더니 헛기침을 했다. “험험...그런 건 묻는 게 아니라네. 허험!” 헛기침만 연발하며 얼굴을 살짝 하니 붉히는 아저씨는 가렛 부인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괜히 첫날밤 이야기를 꺼내서 주위가 서먹하게 돌아가자 아저씨 잎에서 튀어나온 국물로부터 사수한 스테이크를 썰어서 입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미스티양은 우리의 은인 이예요! 그러니까 저희가 무슨 소원이라도 이뤄 줄 테니 말 해봐요!” 미성의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자 난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찌이~인~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미소를 지으면 이쁘다고 하지만 일행들은 사악함의 극치를 치닫는 아주 무서운 미소라고도 한다. 말로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 미소로 사람의 심장에 구멍을 뚫어 버린다나 어쩐다나. “어려울 텐데 들어줄 수 있어요?” 방실방실 웃으며 말하자 피터 아저씨와 가렛 부인이 별로 어려운 소원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어서 말하라고 채근하였다. 그들의 바람대로 난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 중에 하나를 말했다. “전 보석 산을 가지고 싶어요!” 계속 싱글벙글거리던 아저씨와 부인은 내 소원에 한순간에 웃음꽃이 사라져버렸다. “그,그건 너무 어렵군! 다른 건 없어?” 언제는 무조건 들어준다고 했으면서 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딴청만 피우는 남편을 미소 지으며 쳐다보는 부인의 얼굴을 보고 절대로 악한 인간이 아니라는 판단이 선 나는 살짝 미소 지었다. “정말로 이뤄졌으면 하는 것이 있어요! 그건...두 분께서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의외의 말에 그들은 아방한 얼굴을 하고 바라보았다. “소원이 그거야?”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한 그들에게 난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설마하니 내가 에메랄드가 주렁주렁 걸린 나무나 사파이어가 자갈처럼 깔린 강물, 진주가 아름답게 빛나는 하얀 백사장을 달라고 할까! 난 엄연히 청렴한 생활을 사는 바른생활 신이란 말이야. 물론 그 말을 누가 믿어 줄지는 의문이지만. “미스티양은 욕심이 너무 없네요! 그 말대로 행복하게 살게요!” 깨소금이 진득하게 뿌려지는 상황이 되자 약간 질투가 난 나는 장난이라도 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다른 사람들의 등장으로 그만둬야만 하였다. “신의 축복을 받은 부부 군요!” “어머나~정말이에요!” 식당 안에는 세 명의 인물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흘러가지 많은 인간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서 피터 아저씨와 가렛 부인을 보며 축복의 말을 하자 이사람 저 사람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어진 그들의 곁을 살짝 떠나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니들 언제 왔냐?” 텅 비어야 할 아니 블랑슈 혼자 테이블 위에서 구르고 다녀야 할 상황이 벌어져야 정상이었지만 정작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던 블랑슈는 아래로 내려와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되었으며 블랑슈의 자리를 다른 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온지 얼마 안됐어! 근데 어제 우리가 그렇게 많이 마셨나? 마신 기억이 없는데 곯아떨어지다니....”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분명히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일어나보니 아침이더군요. 꼭 신의 농간 같아요!” 블루와 리디의 말을 들으며 난 식은땀을 한 방울 떨치고 자리에 앉았다. 이 모든 게 다 내가 만들어 놓은 상황이니까.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다. 그들이 내가 잠을 재웠다고...그리고 어젯밤에 있었던 기억의 일부분을 손댔다는 것은 모를 테니까. 미안한 마음에 난 추욱 늘어지면서 묵묵히 애꿎은 스테이크만 나이프로 작살내서 블랑슈의 접시에 덜어주었다. “언제쯤 코에다르 왕국에 도착할 수 있는 거야? 오늘이 이틀째잖아.” 분위기가 점점 다운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난 급히 말을 다른 방향으로 바꿔서 했다. 그래야 이 묵직한 분위기 속에서 빨리 탈출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다고 저 녀석들이 내 뜻대로 움직일 리 없지만 우선 질문을 받았으니까 대답을 해야겠지. “점심 전에 도착할 것 같아! 근데 진짜 정말로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까?” 여전히 가기 싫어하는 블루의 말을 차와 같이 마셔버렸다. 코에다르 왕국에 가서 블루와 그 실버드래곤이 만나는 것을 보고 싶단 말씀이야. 절대로 여행경로를 바꿀 리는 만무하지. 실버드래곤이 우리를 보고 나올지 안나올지 모르겠지만 호기심이 동하면 나올 것이다. 드래곤들은 호기심 하나는 신 저리 가라 할 정도니. “그렇다면 아침을 먹고 짐정리를 해야겠네요?” 당연한 것을 묻는 리디에게 간단하게 끄덕여 준 다음에 차를 원샷한 다음 식당을 나가서 갑판위에 서서 아침 햇살에 내 자신을 맡겼다. 따뜻하고 푸근한 엄마의 품 같았다. 엄마....엄마....하하하 내가 너무 감상적이 되어버렸나봐! 그래도 엄마가 보고 싶어! 태양과 눈싸움이라도 하듯이 똑바로 쳐다보았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은 날 안아주던 레드 드래곤 미르나이.....엄마 같았다. 인간이었을 적에도 엄마는 있었지만 그냥 날 돌봐주는 사람이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집이 가난해서 엄마와 아빠는 돈을 벌러 다니셨고, 오빠와 난 나이차이가 났기에 언제나 학교에서 돌아오면 텅 빈 집만이 날 반겨주었다. 그 어떤 따스한 느낌이 없는 어둠에 둘러싸인 집....어렸을 적에는 해가 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이 되면 으레 밖으로 뛰쳐나왔다. 벽으로 둘러싸인 집은 어둠이 빨리 밀려왔기에 차라리 밖이 더 밝았다. 그러다가 어둠에 익숙해져버린 난 밖으로 뛰쳐나오는 일은 하지 않았다. 죽을 둥 살 둥 돈을 벌어서 햇볕이 잘 드는 집을 지었지만 왠지 내겐 부자연스러웠다. 그래서 항상 다른 곳에 있다가 늦게 집에 들어간 적이 많았다. 활달해 보인 내 성격도 내가 만들어낸 가짜의 일부였다. 나도 내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확실하게 알지 못하니. “너 해 하고 원수 졌냐? 조금만 더 봤다가 뚫어지겠다.” 점점 침울해져만 가던 난 블루의 한 마디에 퍼뜩 깨어나게 되었다. 정말이지 요즘 들어 너무 감상적이 되어버렸다. 이런 내가 본래의 모습인가? “뭔 상관?” 짧게 대답을 하고 여전히 붉은 태양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은 태양을 보고 있으면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흔적마저 태워줄 것 같았다. 철저하게 각인된 흔적마저 말이다. “아까부터 계속 보니까 안색이 안 좋아 지던데 무슨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언제 왔는지 날 자세히도 관찰한 블루의 말에 난 아무 생각 없이 한마디 던지고 선실로 내려갔다. “내가 저 태양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한 거야.” 벙쩌있는 블루를 내버려 둔 채 자동문이라도 되는 듯이 선실문 앞에 서자 알아서 열린 문을 지나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선실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기는 녹색 머리를 길게 기른 그리디아. 어찌 보면 리디도 나보다 더 슬플 텐데 그 슬픔을 오히려 기쁨으로 승화를 시키는 것 같다. 그래봤자 기쁨 속에 감추어진 슬픔이 진득하게 묻어나왔지만…….나를 자신의 엄마 대신으로 보는 눈빛에 난 피식 웃었다. “얼마나 기다린 줄 아세요? 발자국 소리를 듣고 이렇게 문을 열어보니 루나님일 줄이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녀를 그저 한번 봐준 다음에 침대에 대짜로 뻗어있는 블랑슈를 한쪽으로 치우고(?) 누웠다. 편안한 느낌이 나를 가득 채우며 따스함이 온 몸으로 전달되었다. 리디가 이불을 덮어준 모양이다. 잠시 후 누군가 날 흔드는 느낌에 안 떠지는 눈꺼풀을 겨우 위로 올리고 정면을 바라보며 눈을 부볐다. “잠자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 너 하나일 거야!” 아직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동자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푸른 머리를 가죽 끈으로 질끈 묶은 한 남자가 눈에 아른거렸다. “여기까지 웬일이야?” 달콤한 잠을 깨운 오빠를 팰 수도 없는 노릇이므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른 녀석 같았으면 벌써 주먹 하나 날아갔을 텐데. 아쉽다. “잠을 깨워서 화가 났나 보구나?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해! 곧 코에다르 왕국에 도착하거든.” 등을 받쳐주어서 침대에 쉽게 앉을 수 있게 만들어준 오빠는 얼른 일어나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알았어! 일어나면 될 거 아냐.” 툴툴거리면서 침대에서 일어나서 간단하기 그지없는 짐을 챙기는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졌는지 오빠는 웃고 있었다. “그럼 밖으로 나가실까요~~레이디?” 웬일로 귀족들의 예법에 맞추어서 하는 오빠의 행동에 나도 따라서 해주었다. “저를 에스코트 해주겠다니!! 감사합니다.” 닭살 돋은 말을 하고 오빠의 내 밀어진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비록 바지를 입고 있다 해도 발걸음은 완전히 치마를 입고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팔자걸음을 하며 뚤레뚤레 돌아다녔지만 제이미의 태클에 붙잡혀서 왕실의 예절에 대한 지루한 설교와 더불어 약간 배웠었다. 이때는 완전히 죽을 맛이었다.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나에게 딱딱하고 재미없어서 숨이 탁탁 막히다 못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들을 억지로 주입시키려는 제이미의 암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월담도 하고 숨박꼭질도 했는데 어떤 방법을 동원했는지 금방 나를 찾아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이미가 그래도 공작가의 영애라서 그런지 주변에 부릴 수 있는 정보통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난 제이미의 눈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방에서 나를 보는 눈길이 있음을 미쳐 파악하지 못한 채 도망 나오기만 하면 끌려들어갔다. 한동안 카옌 왕국에서 지금은 카를로스와 깨소금이 쏟아지게 살고 있는 제이미를 생각하자 갑자기 되돌아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돌아가면 난 완전히 철창에 갇힌 블랑슈 신세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관계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정면을 바라보며 열심히 걸었다. 밖으로 나오자 기분 좋은 바람이 묶지 않은 머리카락을 날리게 하였다. 더불어 나와 오빠의 모습이 그렇게도 튀어 보이는지 나오는 순간부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런 일 많이 겪어본 난 그 사람들의 시선을 싸그리 무시해버렸다. “우와~~저기가 코에다르 왕국이야?” 저 멀리 도시가 보였다. 물론 다른 인간들의 보통 시력으로는 어림도 없었지만... “왠지 빛이 나는 거 같아! 신을 모시는 나라라서 그런가?” 내가 중얼중얼 거리며 혼잣말을 하는 소리를 오빠가 들었는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런 거 같은데? 나도 처음 가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너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아무 말 없이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탄성어린 말이 튀어나왔다. 백색 투명한 빛을 머금은 도시는 햇빛을 받아 사방으로 빛을 반사시키고 있었다. 산을 하나 깎아서 만들어 놓은 듯한 도시는 비탈진 곳에 계단식으로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층층이 지어진 건물들을 보다가 맨 윗부분에 지어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커다란 기둥이 세워진 파르테논 신전을 방불케할만한 신전 하나가 떡 하니 버팅기고 있었다. 푸른 바다 같은 강물과 하얀 빛깔의 건물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출항 준비를 마친 배들과 이제 들어서는 배들은 서로 평안한 항해가 되라는 식으로 반사경으로 서로 인사를 한 다음에 자신의 갈 길로 움직이기에 바빴다. 평온함에 섞여있는 부지런함! “언제 오셨어요?” 점점 다가오는 코에다르의 도시 구경을 하는데 정신이 쏠려 있던 난 리디의 물음에 퍼뜩 깨어나서 옆을 바라보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다는 눈신호인 미소를 짓고 있던 리디는 대답을 바라는 듯이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았다. “방금!” 아주 짧은 대답이었지만 리디는 뭐가 그리 좋은지 환하게 웃기만 하였다. 환하게 웃고 있는 리디의 뒤에는 블루와 가브가 포진하고 있었다. “조금만 있으면 도착하겠네요!” 리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닻이 내려졌고, 우린 코에다르 왕국에 첫발을...아니 확실하게 말하면 나와 리디, 가브가 첫발을 내밀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1 회] 글쓴이: 페이즈 2002-12-29 2362 11 그린 젬? 라이프 스톤? - 1 “성스러워 보여요!” 온통 하얗게 칠해진 건물....옥에 티도 없었다. 이건 완전한 언덕위의 하얀 집을 연상케 한다고 해야 하나? 바다 냄새가 베인 하얀 건물들은 항상 닦는지 까만 점 하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반짝반짝 빛을 내면서 우리들을 맞이했다. 자세히 보니 하얀 모래로 지어진 듯 잘게 부수어진 조개껍질들과 석영들의 조각들이 햇빛에 반사가 되어 성스러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전 머리가 도는 거 같은데요.” 하얀 건물과 하얀 도로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니 가브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는지 얼굴을 찡그렸다. 계속 멍하게 있으면 진짜로 일이 날 것 같이 안색이 건물의 색과 똑같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한 가지 색만 오래보면 정신병이 생긴다는 말이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니다. 고문을 할 때 제일 좋은 방법이 바로 한 가지 색으로 도배가 된 방에 쳐 넣으면 정신 착란이 일어나므로 입을 열게 되어있다. 그중에서도 붉은색이 압권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질 것이다.” 가브의 말을 듣고 블루는 항상 하던 톤으로 말을 하였다. 그런 그의 말이 고마운지 가브는 미소를 지었다. 여객선에서 사람들이 다 빠져나오자 북적북적 거렸다. 그나마 항구 도시라서 많은 인간들이 있었는데 거기에다가 짐을 더하니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저쪽으로 가시죠!” 언제 나타났는지 캬리프가 말하고 앞장서서 갔다. 사람이 적은 곳으로 안내한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다행이군요! 여러분을 보지 못하고 그냥 떠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우리와의 이별이 섭섭해서 한 말인지 알고 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별걸 다 걱정하는군요. 그나저나 우릴 이쪽으로 불러온 이유는 뭐예요?” 궁금 순위 1위의 것을 물어보자 캬리프는 안쪽 주머니를 뒤져서 녹색의 돌을 꺼냈다. 티끌만한 불순물이 섞여 있지 않은 녹색의 돌은 바닷가에서 파도에 의해 깨어져 다듬어진 둥글둥글하고 매끄러운 돌 같이 생겼으며 유선형으로 된 돌은 햇살을 받아 그대로 반사를 시켜서 녹색 무지개를 보는 듯 했다. 그저 어디서나 흔히 보는 돌멩이에 특이하게 녹색을 띄는 것이 아니라 산뜻한 투명함을 가지고 있어서 보석으로 보였다. 하기야 귀한 돌멩이는 모두다 보석이지만. “감사의 선물입니다. 받아 주십시요!” 오는 선물 안 막고, 가는 선물 막는 내게 내밀어진 보석을 덥석 집었다. 손으로 만져보니 진짜로 부들부들한 게 느낌이 좋았다. 크기도 내 작은 손에 가득 채워질 정도로 적당한 크기였다. 녹색 투명한 돌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면서 볼에 부벼보았다. 블랑슈가 하는 부비부비 어택보다 더 부드럽고 따스했다. “이렇게 귀한걸.....감사합니다.” 이 녹색 돌에 대한 것을 아는지 오빠가 사양 않고 말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브러시아님의 축복이 있기를!!” “브러시아님의 축복이 있기를..” “잘 가세요!” 캬리프가 떠나면 하는 말에 가브가 말하고 네 명이 동시에 하는 말에 캬리프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뒤도 안돌아보고 떠났다. 망할 브러시아의 축복은 무슨.... 브러시아 성격으로 봐서는 축복은 커녕 재앙만 있을 것이다. “근데 이게 뭔데 그래?” 손에 쥐어진 녹색 보석을 위로 들어올려서 태양에 비추어 보았지만 보통 보석 같은 것 빼고는 별 다른 건 없었다. 다만 자연의 기운이 느껴졌지만...엘프인 캬리프가 계속 들고 다녀서 그러나? “그건 바로 자연의 생명이 응축된 돌이야!” 감정이 들뜬 듯한 블루의 음성에 그렇게 대단한 돌이냐는 식의 눈빛을 보냈다. 그저 흔히 있는 보석들 보다 크기가 조금 더 크고 색깔 때문인지 청량함을 주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의 생명이 응축된 돌이라니, 이해불가능이다. 자연의 생명이 응축된 돌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계에 대해 가르쳐 준 모든 지식 속에서도 이 돌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넌 잘 모르겠지만 그건 인간들의 말로 그린 젬(Green gem) 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어! 아주 오래전에 한번 나타났다가 사라져버렸지.” 여기까지 말한 블루는 너무나 좋았는지 곧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것 같았다. “저도 그린 젬에 대해 들었어요. 자연의 위대한 생명이 응축된 돌....만년에 하나밖에 만들어지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요!” 오랜만에 아는 게 나왔는지 리디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아씨이~~똑바로 말 안햇?” 처음 듣는 이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라고 했더니만 자기네들끼리 뭐가 그리도 좋은지 북 치고 장구 치는 짓거리를 곱게 봐줄 내가 아니었기에 큰 소리로 외쳤다. “자연이라 하면 뭐가 생각이 나니?” 뜬금없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오빠만 바라보았다. 자연이 자연이지 뭘 더 바란단 말인가. “그 돌은 엘프나 드래곤에게 라이프 스톤이라고 전해지고 있어! 나도 옛날에 한번밖에 보지 못했지!” 라이프 스톤? 생명의 돌이라고? 잘 알지 못한 난 듣던 얘기나 마저 듣기로 하고 바닥에 앉았다. “라이프 스톤..자연...자연은 곧 엘프들을 일컫는다. 자연의 힘은 엘프들에게 생명의 원천이다. 곧 자연의 힘이 응축된 라이프 스톤은 이미 생명이 다한 종족에게 부활할 수 있는 특권을 주지! 자연 그자체인 엘프와 같은 수명을 부여 받는다고 할까? 그렇다고 특별히 죽어야만 하는걸 아냐! 살아있는 종족의 손에 들어갔을 경우 노화가 되지 않아! 엘프의 생명만큼.” 가브의 일장연설을 들은 난 내 손에 들려서 햇살에 반짝반짝 녹색의 빛을 내고 있는 보석이 이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 대 자연의 힘을 응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연의 힘은 곧 이 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신의 의지가 아닌 또 다른 자연 그 자체의 의지가 만들어낸 하나의 의지체로 매우 귀해서 한번 보기도 힘든 자연의 생명이 그대로 녹아 들어가 있었다. 고로 자연의 생명이 녹아들어간 자연의 의지체인 이 그린 젬이나 라이프 스톤이라 일컬어지는 것이 무지 좋다는 소리로 결론을 지었다. “팔면 비싸겠지?” 보통 인간이라면 좋아서 하늘이라도 뛰어오를 것처럼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겠지만 무덤덤하게 라이프 스톤이란 존재를 받아들이며 팔아버릴 생각을 한 날 일행들이 어이없는 듯이 쳐다보았다. “절대로 안돼!” 네 명이서 동시에 말하면서 라이프 스톤에 마법을 네 개의 마법을 걸었다. 추적 마법과 보존 마법, 일루젼과, 강화마법을 걸어주었다. 아무래도 보석이 아니라 자연의 힘이 응축된 것이었기에 영원히 보존하려고 자연의 정령이라 일컬어지는 거짓말과 각종 엘프답지 않은 언행을 하는 순도 100% 하이 엘프인 가브가 걸어주었고, 일행들의 방심을 틈타서 팔아버릴 위험이 있으므로 오빠가 추적 마법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리디가 일루젼을, 마지막으로 덜렁대는 날 많이 봐온 블루는 절대로 파손되지 않게 강화마법을 걸어주었다. 자연의 의지체인 그린 젬은 언제 어디서든지 주인이 자연에 반하는 일을 하게 되면 그대로 사라져버리거나 생명을 다한 주인의 몸에 스며들어 부활의 기회를 주기에 일행들은 나름대로 세심한 배려를 하는 듯이 이것저것 조금이라도 좋다고 생각하는 마법을 걸어주었다. “이것을 가지고 있어야만 니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는 태양을 오래 볼 수 있으니까 절대로 몸에서 떼 지마!” 아침에 무심코 한말이 걸렸는지 블루는 신신 당부를 하였고, 나머지 일행들도 협박을 하였다. ‘나한텐 필요 없는데....뭐 캬리프가 선물로 준거니까 간직해야 하겠지?’ 단순히 평범한 선물로 치부한 나는 라이프 스톤을 마법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일행은 한숨을 쉬면서 안심하는 듯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팔기만 하면 가만 안두겠다는 시선으로 다시 한번 쳐다보았지만 묵묵히 씹어주었다. “그런데 말은 언제 끌고 올 거야? 루즈를 못 본지 이틀이나 지났단 말이얏!” 라이프 스톤에 대한 일이 끝맺어지자 긴장감이 사라진 일행들의 뒷통수에 대고 말하자 그들은 그제서야 생각이 났는지 부리나케 여전히 사람이 붐비고 있는 사람들 틈을 피고 들면서....아니 확실하게 말하면 알아서 길을 터주었다고 해야 하나? 쫘악 뚫린 길을 달려가며 배로 뛰어가서 잠시 후에 말을 끌고 왔다. 말이 무사히 배에서 내리자 루즈의 상태를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흠~아주 건강하군!” 붉은 갈기를 휘날리는 루즈는 내 볼에 자신의 얼굴을 갔다대고 부비적거리면서 귀여운 짓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덩치가 큰 관계로 블랑슈의 재롱보다는 좀 질이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았지만! “역시나 똑똑한 말이야! 누구누구의 말 같지 않게...” 배를 타느라 스트레스가 쌓였던 말들은 땅바닥에 발을 대는 순간 난동을 부렸다. 그 날뛰는 말들 중에는 당연히 일행들의 말도 섞여 있었다. 앞발을 힘껏 들면서 한껏 울부짖는 말을 보면서 난 루즈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었다. “시끄러워!” 말을 달래며 날 째려본 블루는 강렬한 눈빛으로 말을 보자 제풀에 쫄아 버린 말은 얌전해지면서 땅바닥만 쳐다보았다. 블루의 눈빛 어택을 보던 오빠와 리디도 똑같은 방법으로 했더니만 블루의 말과 똑같은 현상을 나타냈다. 드래곤의 본질의 눈을 보고 쫄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가브가 마지막 남은 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뭐라고 쫑알쫑알 거리자 온순해지면서 제자리에 서서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 했다. 말들이 진정이 되자 여관이나 하나 잡아서 식사나 하자는 눈빛을 교환한 다음 말을 타고 가려고 할 때 누군가 날 애타게 찾는 소리가 들려서 잠시 멈추었다. “피터 아저씨?” 궁상떨면서 훌쩍거리던 아저씨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이제 한 여인을 책임져야만 하는 강인한 아저씨가 되어 있었다. 내 눈에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지만 가렛 부인이 그 부족한 점을 매꾸어 갈 것이기에 난 피식 웃었다. “미스티양~~얼마나 찾았는데...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저씨의 곁에는 가렛 부인도 뛰어 왔는지 심호흡을 하며 붉게 물든 홍조가 어린 얼굴로 서 있었다. 시간이 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피터 아저씨의 숨소리는 여전했기에 이미 정상으로 되돌아온 가렛부인이 대신 입을 열었다. “작별의 인사를 하려고 왔어요!” 차분한 그녀의 음성에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작별 인사를 하기위해 뛰어온 그들의 성의가 너무 고마웠다. 우린 그런 것도 생각 못하고 그저 우리 갈 길로 걸음을 옮기려 했는데! 양심에 대바늘이 찌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러셨군요. 우린 그것도 모른 체...죄송해요.” 말에서 내린 난 가렛 부인의 손을 잡으면서 사과를 했다. 그러자 부인은 내가 잡지 않은 왼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빙그레 웃으며 별거 아니라면서 오히려 자신들 때문에 우리들 가는 길이 늦어진 것 같다면서 사과를 했다. “그런데 이제 어디로 가실 것입니까?” 언제 말 위에서 내렸는지 웃고 있는 내 옆에서 가브가 정중하게 물어오자 자신의 들러리를 서주었던 것이 생각이 났는지 피터 아저씨는 환하게 웃으며 나머지 일행들을 쭉 둘러보면서 말했다. “이제 보니 우리들의 들러리를 서주었던 분들은 모두 미스티양의 일행분이셨군요. 일행 분들을 뽑을 때 얼굴로 뽑았나? 험험~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라 우린 몇 달 동안 여행을 하다가 다시 제국으로 돌아갈 것이네, 험험!” 우리들은 아무 말도 안했는데 혼자서 얼굴을 붉히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순진한 아저씨를 한번 씨익 웃으며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내가 잡고 있던 가렛 부인의 오른손과 아저씨의 왼손을 잡아서 하나로 포개어 주며 루즈의 등 위로 올라갔다. “이젠 정말로 헤어져야 하니 섭섭하군!” 티 없이 맑게 살아왔는지 아저씨의 얼굴에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게 드러났다. 말과 태도가 다른 인간이 아닌 정말로 섭섭함이 묻어난 얼굴을 본 난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이 세상에서 죽지 않고 있다면 언젠가 다시 만나 볼 수 있을 수도 있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푸른 머리를 날리는 오빠의 말에 아저씨와 아줌마(?)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만나면 이렇게 보내지는 않을 거야! 리버스 시티의 아시나 상점 즉 우리 집으로 와! 미스티양과 그 일행들은 언제나 대 환영이니까!” 싱글벙글 웃으며 하는 피터 아저씨의 말에 우린 알았노라고 말했다. 다음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꼭 만나고 싶었다. 어렵게 결혼에 성공한 부부를....그리고 순진하고 맑은 눈동자를 지닐 것 같은 그들의 자손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빌게!” 손을 흔들며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아저씨의 옆에서 가렛 부인이 팔을 꼭 붙잡고 손수건을 꺼냈다. 울먹이는 피터 아저씨와 가렛 부인에게 난 미소를 지으며 작별의 인사를 하였다. “그대 안에 깃든 신께 경배를!” 간단한 작별 인사말을 끝으로 그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이미 다른 여객선에서 내린 사람들로 우리가 있는 곳이 붐벼서 그들의 모습이 가려져버렸기 때문이다.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한 난 아쉬움이 서렸지만 곧장 여관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말머리를 틀었다. “그런데 말이지 아까 그대 안에 깃든 신께 경배를 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야?” 갸웃거리며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드래곤이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퍼렁 드래곤이 물었다. “좋은 뜻!” 정확한 대답을 안하고 그 대답이 나올지 알았다는 듯이 블루는 살짝 토라졌는지 먼저 앞장을 서서 갔다. 삐돌이 녀석!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2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1-03 2302 13 그린 젬? 라이프 스톤? - 2 이제 우리는 코에다르 왕국에 왔으니까 웬만한 곳은 다 가봐야 한다는 말이야!” “옳소~~지당하고 합당하신 말씀!” 여관에 들어가서 다시 낮잠을 자고 저녁에 식당에 둘러앉아서 이제 어떻게 할까 하는 논제에 내가 먼저 말을 꺼내자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리디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찬성을 표했지만 두 마리의 드래곤은 벌레 씹는 표정을 하였다. “그냥 지나가면 안 될까? 괜히 일 일으키지 말고.” “블루님의 말씀에 찬성합니다.” 괴짜 드래곤인 네프티스와 만나기 싫었는지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이제 2:2로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마지막 남은 타깃은 바로 가브, 가브의 한 마디에 우리의 일정이 결정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엘프족의 특성을 보여주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그에게 우리는 양쪽 패로 나뉘어져서 무언의 압박을 주었다. “저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그를 우리는 눈을 번쩍이는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우리들의 눈빛을 보던 가브는 헛기침을 하고는 여전히 여자파와 남자 파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그 모습이 짠하게 느껴졌는지 리디가 호의를 베풀 듯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주며 무언의 찬성표를 주라는 눈빛에 오빠와 블루가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면서 쨍알쨍알 거렸지만 우리들은 아무것도 못 들었다는 듯이 여전히 가브의 얼굴만 닳아지게 쳐다보았다. 우리들의 반짝이는 시선을 보던 가브는 드디어 결론을 내렸는지 숨을 한껏 들이마시고 입을 벌렸다. “전 미스티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그의 한마디에 나의 우세승으로 돌아갔다. “후후훗~~고마워! 가브~나중에 혼날 일이 있으면 한번은 봐줄게!” 관대한 말에 가브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식은땀을 한 방울 흘렸다. “가브리엘~이럴 줄 알고 우리에게 배신을 때린 거야?”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한 블루의 말에 가브는 태평한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내 편을 들어줬으니까 도와달라는 시선으로!!! “남자가 한입가지고 두 말할 거야? 니가 그러고도 블루족의 수장이 될 거라고? 일찌감치 꿈깨라!” 한마디로 블루를 KO시킨 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음식을 조금씩 먹으며 일행들을 둘러보았는데 가브를 뺀 나머지 드래곤들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블루의 이상 야리꾸리한 눈빛에 아무 말도 못하고 식사를 했다. 메시지 마법이라도 날렸으면 마나의 파장을 읽어서 알 수 라도 있는데 이번에는 무언의 눈빛이었기에 도저히 파악 불가능이었다. 그들의 알 수 없는 행동에 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천천히 식사를 하고는 남은 음식은 음식물 쓰레기 담당인 블랑슈가 알아서 처리해 주었기 때문에 내 접시는 항상 깨끗하였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친 난 블랑슈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으며 녹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이제 뭘 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결과는 오늘은 할일이 없다는 것이었으므로 식당을 나와서 방으로 올라왔다. 아무도 없는 썰렁한 방안이었지만 캬리프가 준 그린 젬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더니 시원함과 청량감이 방안을 가득 채워서 산림욕을 하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물론 간단한 설명을 받아서 알고 있지만! 내가 주인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어. 원래 주인만 알아내면 곧 너의 주인에게 건네줄게.” 만질 때마다 시원하고 따스한 기분이 든 부들부들거리는 이 보석은 알지 못하는 파장을 내면서 내 곁에서 멀어져 가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 자연의 의지로 만들어져서 인지 내 의지와 격돌할 때 만큼은 조용해졌다가 잠시 의지를 거두어들이면 거부감을 표시하는 듯 했다. 그래서 본 주인을 찾아 준다고 했더니만 캬리프가 막 내게 쥐어 줬을 때 받았던 느낌과 같이 조용해졌다. 본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이 녀석을 받으러 올 것이다. 피식 웃으며 난 그린 젬을 옷섶에 집어넣고는 침대로 다이빙을 했다. 푹신푹신한 느낌에 난 낮에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눈꺼풀이 닫혀져버렸다. 코에다르 왕국에서 첫 번째로 발을 디딘 이곳 베르겐은 항구 도시여서 그런지 아침부터 왁자지껄 했기에 누구 보다 빨리 눈을 뜰 수 있었다. 눈을 부비면서 창문을 열어보았다. 비린한 항구의 냄새가 실려 들어왔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출항과 입항을 하며 부산을 떠는 인간들을 내려다보다가 아직 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고는 욕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씻었다. 세수를 하며 머리카락에 묻은 물방울들이 바닥으로 하나 둘씩 떨어지는 것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손으로 쓸어 넘기고는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 “리디! 리디! 일어나야지.” 깊은 잠에 빠져든 듯한 리디는 내 손길에 선잠을 자듯이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신의 옆에 내가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끼며 침대 한켠을 돌아보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빨리 일어나셨네요. 제가 깨워드렸어야 했는데.” “피곤하면 그럴 수도 있지! 욕실에 가서 씻어. 그런 다음에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네!” 씩씩하게 대답을 한 리디는 침대에서 일어나서 욕실이 있는 곳으로 걸어들어 갔다. “잠깐! 이것도 같이!!” 아직도 이불에 둘둘 말려있는 곳에서 편하게 뻗어 있는 회색빛 솜뭉치 한 개를 리디에게 던지자 리디는 반사적으로 두 손으로 잡았다. 두 손에 잡힌 회색 솜뭉치를 보던 리디는 곧 정체를 파악하고는 씨익 웃으면서 검지와 엄지를 집게 모양으로 해서 잡은 다음에 욕실로 총총 걸음을 하며 사라졌다. 홀로 남게 된 방안에서 난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떠올려보았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도 겪으면서 친구들도 사귀었는데....오늘따라 그 녀석들이 무지 보고 싶었다. 언제라도 나를 따뜻하게 맞아줄 녀석들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잠시 후 이슬에 젖은 듯한 나뭇잎을 떠올리게 만드는 녹색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나왔으며 그녀의 손에는 회색빛 솜뭉치가 아닌 하얀 솜뭉치가 바둥바둥 거리며 벋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있었다. “수고 했어! 그럼 이제 가자.” 하얀 솜뭉치인 블랑슈를 받아 든 난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복도 내에는 왔다 갔다 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을 지나치며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좋은 아침!” 세 명의 남자의 말에 난 항상 그래왔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의자에 철푸덕 앉으며 블랑슈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별로 좋은 아침이 아냐!” 테이블 위에 놓인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며 갈증을 해소한 난 잠시 눈을 감았다. “이젠 앉아서도 자는 거니? 역시나 내 동생은 대단하다니깐!” 왠지 비꼬는 듯이 들리는 오빠의 발언에 난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엄마한테 꼰질러 버린다.” 그 말의 파장은 대단한지 주변을 싸그리 식혀버렸다. “사랑하는 동생아! 설마하니 그런 말을 엄마한테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다정을 가장한 오빠의 가증스러운 말에 나도 가증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설마가 드래곤 잡는다는 말 못 들었어?” 진짜로 꼰지른다는 뜻으로 말하는 줄 알고 오빠는 덜덜 떨며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일을 도맡아 하겠다는 말을 해서 일단은 용서해 주기로 하였다. 원래는 그냥 재미로 해본 말인데 말이다. 앞으로 자주 엄마를 애용하기로 마음먹고, 일행들이 식사하는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미스티님은 식사를 하지 않으실 거예요?” 내 몫의 식사를 하고 있는 블랑슈를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리디는 날 걱정하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인간은 한 끼 식사 안한다고 죽는 거 아니니까 먹던 거나 마저 먹어!” 차만 열심히 마셔대고 있는 난 의자에 편안히 기대어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 있니? 동생아?” 안하던 짓을 해서인지 일행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별로....그냥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봤어. 언제 또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해서, 휴우~~” “난 또 뭐라고? 넌 라이프 스톤을 가지고 있으니까 걱정 없어!” 인간으로 보이는 내가 그 라이프 스톤으로 인하여 엘프만큼 오래살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블루였다. 하지만 난 그 기대감에 호응을 해주지 않았다. 아직은 블루 녀석을 완전히 믿지 못하니까. 비록 지금은 내게 잘 해주고 있지만 언젠가는 녀석이 나를 배신할 수 있다는 생각을 여러 번 생각해 본적이 있다. 진실이 아닌 유희를 다니고 있는 드래곤이니까. “난 그딴거 필요 없어! 그냥 캬리프가 주는 선물이니까 받아둔 거뿐이야! 언제고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줘버릴......아니 그냥 가지고 있을게!” 무심결에 한 말에 일행들은 눈을 부라리며 살벌하게 째려보자 괜시리 찔린 난 말을 바꾸었다. 한 두 놈의 눈빛정도는 그냥 무시해 버릴 수 있는데 사방에서 찔러오는 눈빛은 언제 봐도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줬으면 해! 난 절대로 그 라이프 스톤을 쓰지 않을 거야!” 남들은 그 놈의 돌멩이가 없어서 눈에 형광등을 켜고 찾던지 아니면 아예 기억 상에서 지워진 귀하디귀한 것을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못 박으며 말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리하고 그렇게 오래있기 싫어서 그래? 엄마도 보고 싶지 않아?” 침울해 하는 오빠의 음색에 괜한 말을 했나싶어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생각 같아선 오래 살고 싶지만 그건 천륜을 거역하는 거야! 난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길 거야!” 신인 내가 그걸 어디에 쓰냐고! 영원히 불로불사하는 게 신인데 그깟 라이프 스톤이야 있으나 마나잖아! 게다가 이 녀석의 주인은 내가 아닌 다른 녀석이라고! 주인을 알아볼 수 있는 이지력이 있는 돌멩이를 주인이 아닌 내가 어떻게 쓸 수 있냐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는 않았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돌멩이를 내놓으라고 해서 자신들의 기운을 주입 시면서 억지로 따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러고도 남을 드래곤들이지. 돌멩이를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일행들과 한명씩 눈을 마주치며 예전부터 내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던 것들을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며 어제 결정한 것에 못을 박았다. “내가 전에 지도책을 보니 코에다르 왕국은 보통 왕국보다 규모가 훨씬 작더라고! 그리고 특이하게 나라 안에 따로 자치권이 분리가 된 공국이 하나 있고 말이야. 그래서 난 이 팀의 리더로써 결정했어! 천천히 둘러보자고.” 그 말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두 마리의 드래곤이 기절하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식사 하던 중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있던 그 자세로 굳어서는 ‘억’ 소리도 못내고 그대로 의자채로 뒤로 넘어지는 모습을 말이다. “쯧쯧~겨우 그깟 실버 드래곤 때문에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드래곤이 저런 추태를 부리다니.” “리디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않을래요.” 아마도 칭찬에 목말라하던 그녀였기에 얼른 칭찬해달라는 식으로 말하고 날 쳐다보았다. “그래! 그럼 그렇고 말고! 저런 드래곤을 닮으면 절대로 안 된다. 말 한번 잘했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리디는 베실베실거리며 웃었고, 이것을 보는 두 드래곤들의 눈동자에서는 스파크가 튀어서 테이블에 옮길 것 같았다. “베르겐에서 하루를 묵었으니 슬슬 떠날 차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 두 드래곤의 간절한 눈을 외면한 채 난 내 말만 하고 위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이곳 코에다르 왕국의 항구 도시인 베르겐! 무역선이나 여객선이 들락날락거리면서 점차 커진 도시였다. 하지만 여타의 항구도시와 비슷비슷하였기에 별 볼일 없어보였다. 그래서 이곳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너무 시끄러웠다. 짜증이 나게 말이다. 난 평소 조용한 것을 좋아했고, 약간 떠들썩 한 것도 봐줄만 했지만 이곳의 소음은 내 고막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에어라이에 있을 때는 그나마 고급 여관에 묵어서 낮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피곤한 몸을 조용하게 풀 수 있었지만 이곳의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지금 내가 묵고 있는 여관은 그래도 베르겐에서 고급 여관 급에 속해있었지만 방음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내가 마법으로 소리를 차단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나는 마나를 전부 봉인해 두었기에 풀고 싶지 않았다. 한마디로 축약하면 귀찮았다. 방에 들어온 나는 언제 따라왔는지 털을 고르고 있는 블랑슈를 가방에 집어 넣어놓고(아무래도 블랑슈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눈에 튀기 때문에 가방에 넣어두고 한번씩 꺼내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주었다.) 거울을 보고 대충 긴 머리를 빗었다. 찰랑거리는 하늘색 머리는 하늘이 물위에서 춤을 추는 듯이 늘어뜨려져 있었다. “헉~내가 내 모습에 반하다니, 이건 어차피 가짜잖아! 원래는 은색인데, 하하하~~그대로 다니면 너무 눈에 튀기 때문에.....” 이곳의 세상에는 은발은 어쩌다가 하나 볼 수 있을 정도로 희귀하고 난 본래의 은색에 각도 에 따라 다른 빛이 첨가되기에 본래의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면 끔찍했다. 옛 모습에 대해 회상을 하다가 난 머리카락을 빗는 것을 멈추고 의자에 앉았다. “리디!! 방문 앞에서 뭐하고 있어?” 방문 앞에서 어물쩡거리는 기척에 그냥 한번 찍어봤는데 진짜로 리디였는지 문을 빼꼼히 열고 얼굴을 쏘옥 내민 다음에 빙그레 웃으며 들어왔다. “방안에서 말소리가 들려서 전 또 누구하고 얘기하고 계신 줄 알고, 호호호!!” 안으로 들어온 리디는 주변을 쓰윽 돌아보며 침입자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듯 했다. 그래봤자 하얀 솜뭉치만이 내 곁에 있지만! “그랬니? 그건 내 혼잣말이니까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짐이나 챙기렴.” 말을 마친 나는 빗던 머리카락을 마저 빗기 위해 빗을 들었다. “에엑! 루나님~그런 건 저한테 시키세요!” 짐을 챙기던 리디는 내가 빗던 빗을 뺏어가서 자신이 직접 머리카락을 빗어주었다. 한번 빗고 지나간 머리카락을 리디의 손길이 닿았는지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루나님은 머릿결도 고우셔라! 드래곤인 제가 봐도 반할 것 같아요.” 머리를 다 빗었는지 리디는 빗을 내려두고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며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 가져가 부비부비를 하였다. 저 포즈는 원래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이란 밀어를 속삭일 때 하는 것 같은데. “어차피 이건 내 본 모습이 아닌걸! 블루가 만들어 준거잖아!” “헤에~그래도 칼리 산에서의 본 모습을 봤을 때도 반할 것 같았는걸요? 너무 검어서 푸른빛이 도는 머리색과 왠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깊은 초록색 눈동자, 정말로 그땐 환상적이었다고요” “훗~아예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설마하니 그때 그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엇! 말이 잘못 나왔다. 첫말은 그런대로 잘 나왔는데 뒷말이 문제성이 진한 말이었다. 제발 리디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기만을 빌며 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후딱 일어나서 짐을 챙기기 위해 걸어가려고 생각하던 중 리디의 질문에 난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엥? 그게 무슨 말이죠? 산에서 본 모습이 본모습이 아닌가요?” 초롱초롱 눈을 반짝이며 되묻는 리디를 보고 어떻게 답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며 짧게 생각했다. 괜히 길게 시간을 끌면 확실하게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그냥 한번 해본 말이야! 하도 모습을 바꾸어서 그런지 내 진짜 모습이 헷갈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까!” “흐음~그렇구나!! 하기야 루나님은 모습을 너무 자주 바꿔서 저도 헷갈린다니깐요. 호호호!” 순진하게 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버리는 리디가 어딘지 모르게 얼빵해 보였지만 아직 때 묻지 않은 그녀였기에 세속의 때가 묻지 않게 지켜줘야만 하였다. 내가 떠나고 없을 땐, 블루와 오빠가 알아서 돌봐주겠지 뭐!!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제 짐정리 다했으니 그만 일어나요!” 싱글벙글 웃으며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내 곁에 선 리디를 향해 살짝 웃어준 다음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엔 이미 여관비를 계산했는지 주인의 인사를 받기에 여념이 없는 따식이들이 보였다. “가자는 인간이 누군데 왜 이렇게 늦게 나온 거야?” 자신이 돈 계산한 것이 못마땅한지 씩씩거리는 밴댕이 소갈딱지 보다 더한 블루 드래곤의 곁을 지나가면서 그의 발등을 살포시 즈려 밟아 주었다. “아아악~뭐하는 짓이야?” 발등을 쓸며 도끼눈을 치켜뜬 블루에게 한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잘한 짓!” 그 짧은 한마디에 블루는 시근거렸지만 모두들 뒤돌아서서 어깨를 들썩이기 바빴다. “그럼 나 혼자 갈 테니깐 나중에 천천히 따라오던지 찢어져서 여행을 하던지 마음대로 해!” 여관의 점원이 미리 끌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에게서 고삐를 건네받으면서 루즈의 등위로 사뿐히 올라선 나는 천천히 도시 밖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린 젬? 라이프 스톤? 흠...무슨 일이 있어도 이 돌멩이의 비밀을 풀어야 겠어.’ 품안에 넣어둔 부들부들거리며 따스하기도 하고 청량함이 물씬 느끼게 해주는 돌멩이를 꺼내서 카이가 준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돌멩이의 정체를 풀 때까지 다시는 만지지 않을 작정이다. 이건 내 것이 아닌 다른 녀석의 것이니까.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3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1-07 2556 14 눈이 슬픈 그녀 - 1 “우에에엥~같이 가요!” 리디는 어린양을 하듯이 내 곁으로 다가와서 붙었다. 그리고 뒤로 따식이들이 알아서 쫒아왔다.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리디는 내가 하는 말에 간단하게 말했다. “헤에~미스티님이 없긴 왜 없어요? 이젠 라이프 스톤까지 얻었으니 저하고 오래 있을 수 있잖아요!” 엘프의 시간만큼 살수 있는 라이프 스톤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리디는 기쁜지 웃기만 하였다.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할 돌멩이다. 그런고로 절대로 쓰면 안 된다. 더구나 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 내가 속한 곳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나를 부모대리로 보는듯한 리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나도 모르겠다.” 미소를 짓고 있는 리디를 보다가 도리도리를 한 나는 베르겐을 벗어나 초원을 달렸다. 생기 어린 녹색빛 아름다운 풀들이 드넓게 펼쳐진 초원에는 아직도 이슬들이 햇빛에 사라지지 않았는지 녹색빛 투명함을 빛내며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약한 바람에 물결을 이뤄서 연하디 연한 깃털이 날리듯이 휘날리며 우리들이 밟고 지나가자 이슬들을 바람에 흩뿌려서 아파 눈물을 흘리는 듯한 장관을 연출했다. 그런 푸른 초원 위를 달리고 있는 루즈는 자신의 선조가 야생마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이 힘차게 뛰어다녔다. “저 녀석 왜 저래?” 저녁 무렵 아늑한 빛을 뿌려주는 달이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게 된 우리는 노숙 준비를 하고 불을 피웠다. 마른 풀들을 주워 모아 불쏘시개를 만들고 그 위에 오래전에 있었음직한 고사한 나무가 부서져 있는 것을 주워서 불이 붙은 불쏘시개 위에 올려두었더니 빠짝 말라서 그런지 연기가 나지 않고 잘 탔다. 불을 피우고 조금 쉬고 있자니 말들이 있는 쪽에서 소리가 들려서 혼잣말로 말했다. 꼭 마초를 잘못 먹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걸로 보였다. “아마도 기분이 좋아서 저러는 것이야! 이곳에는 초원이라 야생마나 갖가지 동물들이 많이 있거든!” 엘프라고 동식물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가브의 말에 난 끄덕였다. 이쪽으로는 엘프의 지식을 따라가는 자가 없으니까. “가브리엘 니가 말 안 해줘도 다 알아!” 오빠는 가브에게 말을 하고 손으로 주변을 가리켰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후라 잘 보이지 않았지만 여기저기서 움직이는 기척이 들렸다. 잠시 후 시력을 회복한 나는 씨익 웃었다. “따로 가서 사냥할 필요는 없겠는걸?” 불을 보고 우리 쪽으로 몰린 동물들은 죄다 초식 동물인 것 같았다. 이빨을 보아하니 송곳니와 그밖에 어금니들 턱관절이 발달되어 보이지 않으니 초식동물이다. 마침 식사 전이라 우린 알아서 기어들어오는 동물 중 초원에 사는 토끼 몇 마리를 잡아서 피가 나오지 않게 조심스럽게 가죽을 벗기고 내장을 꺼낸 다음 가브가 부른 물의 정령 운디네의 도움을 받아 깨끗하게 씻기고 커다란 나뭇가지로 꿰어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과 향신료를 뿌려서 구웠다. 그냥 먹기에는 노린내가 심하게 나므로 임시방편이었다. “얼핏 보니 초식 동물이군요! 초식 동물이 있다는 것은 곧 육식 동물이 있다는 것인데.” 말린 과일을 입에 물고 주변을 둘러본 가브는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곳엔 덩치가 산만한 동물이 우리 쪽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고 있었다. 생긴 건 호랑이 비슷하게 얼룩무늬가 있는데 이빨이 멧돼지같이 튀어나와 있었다. 게다가 눈은 달빛을 받아 섬칫하게 붉은 색으로 빛내며 우릴 쪽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뭘 그런 거 가지고 걱정하는 거야?”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한 블루의 모습에 마법으로 한방에 날려버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것 같았다. 말을 마친 블루는 내 쪽을 보고 있었기에. “식충이 동물도 밥값을 할 때가 온거 같은데.” 저놈이 가리킨 건 바로 블랑슈 였다. 그동안 음식만 축내고 제대로 할일도 없는 블랑슈는 애교만 배웠는지 내 앞에서 뒹굴뒹굴 거렸다. 그게 생선의 가시로 보였는지 오랜만에 밥값을 하라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블랑슈!! 가라!” 내 어깨에 올라서 있던 블랑슈를 손으로 콱하고 잡더니만 그 맹수가 있는 곳으로 살짝 던져주었다.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돌며 10점 만점 중에서 10점을 주고픈 착지를 한 블랑슈는 여유로운 눈빛을 하고 그 맹수를 쳐다보며 약간 으르렁거리자 덩치가 산만한 맹수는 개같이 깨깽 하고 뒷걸음치더니 사라져 버렸다. “역시나 블랑슈야! 어디 살고 있는 누구하고는 차원부터가 틀리다니깐!” 무슨 일이 있으면 뒤로 빼고 뭉기적거리며 일이 해결되면 그때서야 성큼성큼 다가오는 블루를 째려보며 말하자 블루는 헛기침을 하며 블랑슈에게 오늘 수고 했다며 커다란 고기를 던져 주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는 모양이네.” 빈정거리는 말에 이번엔 토라졌는지 ‘쳇쳇’ 소리만 냈다. 하지만 금방 화가 풀릴 것을 알기에 신경 쓰지는 않았다. 깊어가는 밤하늘 아래 마법으로 결계를 치고 편안하게 불가에 모여서 잠을 청했다. 하루 종일 이동해서 잠이 올법했지만 웬일인지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이 안 올 때는 무식하게 잠을 청하기보다는 난 감수성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 밤하늘에 수놓아진 별들을 멍하니 올려다보다가 때마침 유성하나가 떨어졌다. 기나긴 꼬리를 만들며 떨어지는 유성을 보고 난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날 기억해주는 이들에게 모두 행운이 깃들기를.....여러 색으로 빛나는 별들을 일일이 나누어서 세어보다가 한번 눈을 깜빡이려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우우웅~무지 시끄럽네.’ 달콤한 잠에 빠져든지 얼마 되지 않아서 주변이 떠들썩하였지만 신경 쓰지 않고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기분 좋은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흔들었다. 일어나기 싫었지만 연속적으로 흔드는 바람에 못이기는 척 하며 부스스 일어났다. “아아아아함~이른 새벽부터 뭐하는 짓이야?” 아직 날도 밝지 않았는데 괜시리 깨우는 일행들을 향해 째림을 주고 다시 자리에 누우려고 하였다. “하늘에 구름이 껴있어서 그렇지 원래대로라면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간이라구욧!” 누우려는 나를 잡아 앉혀서 하늘을 가리켰다. 리디의 말대로 하늘은 까만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서 한줌의 빛도 세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하늘의 상태를 보아하니 조금 있으면 비가 내릴 거야! 오랫동안....” 잽싸게 짐을 싸며 할말을 다한 블루는 먼저 말에 올라탔다. 나도 눈을 부빈 다음에 루즈에 올라타서 일행들과 같이 빗방울들을 막을 만 한곳을 찾아서 달려야만 하였다. 쏟아지는 비를 맞았다간 감기에 걸리기 쉬우니까!! “저기에 동굴이 있어!” 차가운 바람에 푸른 머리를 나부끼는 오빠의 손끝에 시선을 두자 그곳에는 커다란 동굴의 입구가 보였다. 마침 하늘에서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자 앞 뒤 생각 없이 무조건 동굴로 달려 들어갔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하늘에서는 소나기가 쏟아졌다. 큰 비를 맞지 않은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방금 들어온 동굴을 살펴보았다. “어라? 이곳에 우리보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있었군요.” 우리를 호기심이 섞인 눈으로 바라본 2명의 인간을 찾아낼 수 있었다. 확실히 말하면 2명의 인간과 2마리의 말이 있었다. 동굴안의 꽤 넓어서 우리들이 다 들어가도 얼마간의 공간이 남아있었다. “저희들도 비를 피해서 동굴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계시지 말고 앉으시지요!”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지닌 회색 머리카락을 지닌 아저씨의 말에 우리들은 고맙다는 말을 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도 선한 말에 우리도 경계심을 주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모르는 이들이 한번에 들어오면 으레 누구냐 라든지 아니면 말 한마디 안하고 그냥 검병을 잡고 경계 태세를 했어야 했지만 이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사심 없이 말을 했다. 게다가 왠지 어디선가 느껴 본 듯한 기운이 들었기에 그들이 이끄는 데로 차가운 돌바닥에 자리를 잡고 편하게 앉았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어디서 오셨나요? 저희들은 팔마스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만....” 회색 머리칼을 한 아저씨의 옆에 앉아있는 분홍머리의 청년의 말에 우선 행로를 정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다니고 있었으므로 할말이 없게 되었을 때 블루가 말했다. “그냥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여행자입니다.” 짧게 말하고 나자 대화가 끊겨서 무지 썰렁한 분위기가 되자 아니 원래부터 안이 썰렁했기에 몸에 닭살이 돋기 시작하였다. “에취~에취이이~” 순간적으로 나온 기침을 참지 못하고 하자 일행들이 허둥지둥 불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오빠가 주변에 있는 습한 나뭇가지를 모았고, 가브는 망토를 걸쳐주고, 블루는 마법으로 습한 나뭇가지를 말렸다. 습기를 가지고 있는 나무를 태우면 매캐한 연기가 동굴 안을 가득 채워서 숨을 잘 쉬지 못하게 될게 뻔하기에 바싹 말렸다. “파이어 볼.” 강도를 약하게 한 오빠의 파이어볼 한방에 주변은 밝아졌고,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파이어볼 한방으로 인해 확실하게 드러나는 두 인물의 얼굴엔 커다란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추우면 춥다고 말을 할 것이지, 이제 괜찮니?” 걱정스레 물어보는 오빠의 말에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걱정한다고 입을 쭈욱 내밀었다. “저희가 진작에 했어야 했는데, 그런데 식사는 하셨습니까? 저희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지금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면 같이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회색 머리카락을 한 아저씨의 말에 우리들은 전체 찬성을 하였다. 분홍머리 청년이 급히 냄비를 불 위에 금속 막대기로 지탱해서 걸자 아저씨가 있는 재료 없는 재료 집어넣으면서 스프를 끓였다. 멀거니 맛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스프를 받아든 난 스푼으로 떠서 한입 먹어보았다. “배고플 때 먹으니 더 맛있는 거 같아. 쩝쩝!” 어느 정도 입맛에 맞자 난 허겁지겁 먹으면서 한 그릇을 다 비우며 배고픔에서 벗어나 씨익 웃고 있을 때 회색 머리의 아저씨가 한 국자 퍼줄려고 하는 것을 말리고 블랑슈에게 스프를 먹였다. 식사가 끝나고 가브가 물의 정령으로 식기류를 씻으며 정리를 해서 그들에게 식기류를 전해주었다. 냄비며 국자 등은 저쪽 아저씨 것이기 때문이다. 저쪽아저씨? 하자 난 아직 소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동굴 안에 들어와서부터 통성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생각이 났는지 두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장 중요한걸 말하지 않았군요? 제 이름은 프리즈 라고 하고, 여기에 있는 녀석은 체로스 라고 하지요!” 거기까지 말하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려 하자 난 잠시 째림을 주었다. 그러자 프리즈 아저씨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체로스라 소개란 분홍머리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에 체로스씨가 살짝 미소 짓자 그제서야 프리즈 아저씨는 끄덕이고는 첨부내용을 말해주었다. “저와 체로스는 태양의 신인 헤로우스님의 신전의 성기사입니다.” 라고 말하며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뜻밖에 성기사란 직업을 가진 그들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첫 만남에서 어디선가 느껴 본적 있는 기운이 느껴졌다 했더니만 헤로우스 녀석의 성기사일 줄은....헤로우스와는 반대로 너무 미약하게 기운이 뿜어져 나와서 잠시 동안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자신들의 소개를 듣고 나서 이쪽에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멀뚱멀뚱 쳐다보자 그들은 나무작대기로 불속을 헤집으며 불길을 세게 만들었다. “제 이름은 미스티 라고 하며 아까 밝혔듯 여행자입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녹색머리의 아가씨와 금발의 남자는 그리디아와 가브리엘이라고 하며 제 보디가드라고 할 수 있고, 저와 똑같은 색의 머리칼을 한 분은 카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제 오빠랍니다. 그리고 삘건 머리를 한 놈은 블루라고 하는데 그냥 떨거지로 따라온 놈이라고 할 수 있죠.” 간단한 소개에 블루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땍땍거리려고 할 때 오빠가 블루의 입을 손으로 막았지만 블루는 눈으로 무언의 시위를 하였다. “하하하 미인으로만 구성된 파티군요! 그런데 일행 분들이 다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만?” 빨리 빨리 정체를 밝혀라 는 눈빛으로 프리즈 아저씨가 쳐다보자 난 피식 웃었다. 좀 전에 나와 마찬가지로 첨부내용을 더 밝히라는 신호 같아서 일행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저와 그리디아는 검술을 약간 할줄 알고, 가브리엘은 정령 검사, 오빠는 마검사, 블루는 마법사 예요!” 엄청 화려한 프로필에 프리즈 아저씨와 체로스씨는 눈이 휘둥그레 졌다. 하지만 어찌하리~~모두 사실인 것을~게다가 첨부내용은 엄연히 다 엄청난 축소 은폐를 시킨 것이다. 신 한명에 드래곤 세 마리, 엘프 한명이 있다고 말했다간 발칵 뒤집힐게 뻔하므로 간단하게 그들이 믿을 수 있도록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 “최강의 파티군요!” 식은땀을 한 방울 떨어뜨린 체로스씨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데 프리즈 아저씨~프리즈 아저씨라고 해도 되죠? 성기사이면서 왜 여기 있어요? 신전에 있지 않고?” 뭔가 중요한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에 프리즈아저씨 대신 체로스씨가 대신 대답해주었다. “팔마스에서 행사를 하는데 피아나에 있는 헤로우스님의 신전에서 저희가 대표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성기사라서 그런지 일일이 우리들이 묻는 말에 존대를 하자 하대를 하라고 말하며 번뜩이는 눈동자로 쳐다보자 더듬더듬 거리면서 적응을 하지 못하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팔마스에서 무슨 행사가 있나요? 프리즈 아저씨?” “두 달 후에 팔마스에서 2000년 전에 신께서 강림한 것을 기리기 위해 축제를 연단다.” 프리즈 아저씨의 말에 왠지 재미있을 것만 같은 예감에 눈이 반짝거리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오빠와 블루가 결사반대를 하려고 했지만 난 강력하게 무시해버렸다. “팔마스까지 가는데 두 달이나 걸려요?” 거리를 가늠하지 못한 내가 갸웃거리며 묻자 체로스씨가 대답해주었다. “한 달 정도면 갈수 있어! 미리 가서 이것저것 준비할게 산더미처럼 많으니까 지금 가는 거야!” “흠...그러면 저희는 천천히 가도록 해요. 미스티님!” 놀기를 좋아하는 리디가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을 내게 들이밀면서 간절하게 물어왔다. “그,그러자. 어차피 시간은 많이 남았으니깐!” 팔마스로 가는 것에 대한 허락과 더불어 천천히 가자는 것에 대해 허락이 떨어지자 리디는 환하게 웃으며 날 마구마구 껴안았다. 급하게 팔마스로 뛰어가면 필시 마을이나 그 밖의 곳을 지나칠 때도 놀지 못하고 말만 죽어라 몰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스티님~멋쟁이~~” “켁켁켁, 못 풀어?” 숨이 막힌 내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하자 리디는 내가 언제라도 마음을 바꿀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목에 감긴 손을 풀었다. “미스티~”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두 마리의 드래곤들의 시선을 여전히 무시하였다. 측은지심이 일어나서 리디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두 마리의 드래곤이 팔마스에 가지 말자 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 같아서 드래곤무시를 해버리고 블랑슈를 보며 얼른 말을 돌려야 겠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말을 했다. “블랑슈우우우~밖에 나가면 나한테 맞아 죽을 줄 알아.” 비가 오는 밖을 기웃거리는 블랑슈를 보고 그의 행동에 태클을 걸었다. 비와 진흙을 잔뜩 묻혀 들어와서 이곳에서 부들부들 떨면 그 이물질들이 동굴 안에 있던 모든 이에게 날아가므로 미리 방지하고자 녀석에게 경고를 줬다. “냥냥냥....앙....앙앙” 귀엽지도 않은 소리를 내며 블랑슈는 비 내리는 모습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결심이라도 한 듯 안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더니 내 옷 속으로 들어가서 얼굴만 삐쭉 내밀면서 혀로 자신의 얼굴에 축축이 묻은 습기들을 닦아내고 있었다. “참 귀여운 동물이군!” 프리즈아저씨는 블랑슈의 본 모습을 보지 못한 탓에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였다. 그에 일행들은 도리도리를 하였다. “근데 언제까지 비가 올 셈이지? 짜증나!! 기분이 안 좋아!” 비만 오면 우울해지는 나를 아는 탓에 일행들은 한숨만 쉬고 있었다. “비도 오고, 기분도 꿀꿀한데 잠이나 잘래!” 잠시 하품을 한 나는 일행들에게 미리 자니 양해를 바란다는 말을 하며 오빠의 무릎을 베게삼아 잠이 들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오빠의 무릎베게는 내게 너무도 편안함을 안겨주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4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1-17 1909 2 눈이 슬픈 그녀 - 2 일찍 일어난 탓인지 그냥 잠이 든 루나를 보고 떨거지들은 안심을 하였다. 언제나 비가 오는 날이면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그녀가 해달라는 것은 무조건 해주었으니깐! 하지만 루나가 왜 비가 오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를 아는 이는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환계에 있는 떨거지들도..... “휴유~다행이군! 여행을 다니면서 제대로 피로를 풀지 못해서......” 가르시미르는 자신의 무릎에 머리를 뉘우고 있는 동생이 안쓰러운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한때는 여인으로써 사랑했으며 지금은 동생으로써 사랑하는 가르시미르는 자신 곁에 있는 루나가 아직은 옆에 있기에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가식적으로 웃고 울던 자신을 변화시킨 동생!! 처음 카옌 왕국에 있을 때 자신의 실체를 한눈에 꿰뚫어 본 그녀에게 약간의 불안한 감정이 남아있었지만 루나가 자주 가서 잠을 청하는 나무에 두 번째로 갈 때 알아챌 수 있었다. 커다란 나무를 올려다보며 주변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며 지은 미소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지은 미소의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겉모습만 웃고 있을 뿐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푸른 눈동자를 지닌 소녀는(진짜 모습인지 알 길은 없지만!) 웃고 있을 때 자세히 보면 오히려 울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슬퍼보였다. 푸른 눈을 지닌 루나는 만인의 연인으로 통했지만 아무에게나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것을.....심지어는 여행상 약혼자라 한 그라시엘에게도 똑같이 대하였다. 그런 그녀가 점점 다른 드래곤과 엘프 그리고 인간을 만나면서 변하고 있었다. 웃는 모습이 슬퍼 보이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자신도 장담을 하지 못했다. “왜 미스티는 비가 오면 기분이 안 좋아질까요?” 숲의 정령이라 불리우는 가브리엘은 비로 인해 촉촉이 젖어드는 대지를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자고 있는 한 인간(?) 때문에 미소가 점점 사라져갔다. “그건 나도 궁금해!” 루나의 열혈 광신도인 그린 드래곤 그 리디아는 잠이 든 루나를 바라보며 눈을 땔 줄을 몰랐다. “나도 잘 몰라! 나보다 먼저 만난 넌 아냐?” “저도 잘....아마도 어릴 적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데.” 일행들의 질문에 가르시미르가 말을 얼버무리며 아무 말도 못하자 프리즈와 체로스는 남매이면서 그것도 모르냐며 따지는 듯한 눈빛을 하였지만 그 동생에 그 오빠라고, 씨익 웃으며 무시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은 내 동생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거나 한 인간이 있으면 아니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영혼까지 파괴 시켜 버릴 테니깐요! 제가 미스티한테 해줄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이니까요!” 하며 설사 블루님이라 해도 동생한테 못된 짓하면 알아서 하라는 눈빛에 블루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지킬 것이 있는 자는 그 어떤 생물보다 강하다고 하였다. “그 정도로 동생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동생 사랑이 대단하군!” 부럽다는 눈을 하면서 루나와 가르시미르를 쳐다보자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움찔거리며 자세를 바꾼 루나가 편하게 눕도록 하며 흘러내린 푸른 머리카락을 위로 쓸어 올렸다. 쓸어 올리는 손길에 루나는 잠을 자면서 그게 느껴졌는지 손으로 쳐대면서 웅얼거렸다. 잠꼬대를 귀엽게 하는 루나를 보며 가르시미르는 프리즈와 체로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제게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동생이니까요! 그리고 만약에 미스티 몸에 상처라도 생기면 이곳을 파괴 시켜버릴 정도로 사랑하는 분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러지 않을까 하는데요!” 가르시미르의 무시무시한 발언에 그들은 웃으면서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넘어갔다. 그 말이 진짜인지도 모르고.....밖에는 하염없이 비만 내리고, 널찍한 동굴 안에서는 루나 얘기가 끝나자 아무 말도 오가지 않고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였다. 비 내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고 있는 루나가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지마.....” 조용하던 동굴은 갑작스레 튀어나온 말에 시선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얌전히 웅얼거리면서 잘만 자던 루나가 잠꼬대 비스 무리한 것을 하였기 때문이다. 만약에 루나가 일어나면 놀릴 것이 생겨서 기분이 좋아진 블루는 다음에 이어진 말에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이 눈을 반쯤 감았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지마....왜....날...잊어버린 거야........난 잊지 않았는데....가지마....흐흐흑.....” 짧게 할말을 길게 늘여서 말하는 그녀를 보고 주위는 바늘이라도 떨어지면 소리가 날정도로 아주아주 조용해졌다. 눈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그리디아가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닦아 주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 왜 여관만 나타나면 되도록이면 혼자 자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일행들과 같이 자는 것이 귀찮다는 것보다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일 것임을 짐작한 일행들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언제나 루나를 놀려먹으며 그 낙으로 살아가는 블루의 기분은 더 참담하였다. 항상 웃으면서, 바늘로 찔러도 울지 않을 것만 같은 루나가 꿈을 꾸면서 울었다. 물론 미르나이를 만나서 두 번 정도 울었지만.....항상 슬픈 눈을 지닌 루나가 그 슬픔을 털어내려는 듯이 울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지금 할일이 없었다. 뭔가 하고 싶었지만 도움이 될만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 뻔하니깐!! 울고 있는 루나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이처럼 비참한 것은 약 5000년동안 살아오면서 한번 정도 있었다. 루나의 눈물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자신의 가슴도 덩달아 아픔을 겪어야만 하였다. 그런 아픔을 비단 블루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알고 있는 일행들도 같이 겪고 있었다. 한참을 울던 루나는 눈물을 멈추고 평온한 상태의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었다. “지금 있었던 일은 우리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발설하지 마세요!” 가브리엘의 말에 동굴 안에 있었던 이들은 모두 동의를 하였다. 일행들은 물론이거니와 프리즈와 체로스까지. “우우웅~내가 얼마동안 잔거야?” 잠에서 깨어난 나는 오빠의 무릎에서 머리를 떼어내어서 기지개를 쭉쭉 편 다음 시간을 계산해보았지만 지금은 비가 와서 날이 우중충했기에 시간을 어림잡을 수 없었다. “글쎄. 한 3시간 정도 잤나? 기분은 어떠니?” 잠을 자고 나니 당연히 기분이 좋은 건 기본 상식인데 이상하게도 물어보는 오빠의 말에 내가 잠을 자면서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 보았지만 잠자는 놈이 어떻게 생각을 하겠는가? 단지 꿈속에서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만 빼고. 혹시 내가 예전처럼 잠꼬대를 한건가? 지금쯤은 다 나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연히 기분 좋지! 오늘따라 이상하게 그런걸 묻고, 나한테 뭐 숨기는 거라도 있어?” 씨익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자 내 눈과 마주친 인물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다. 평소 때라면 분명히 이 시점에서 블루가 태클을 걸어올 건데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진짜 무슨 일 있었어? 내가 자면서 동굴 안을 한바탕 휘저은 거야?” 정말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묻자 블루가 뭘 그런 것을 물어보냐며 그 사건을 얼버무렸다. 주위에는 나뭇가지가 많이 있었으므로 난방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한곳에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셔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렸지만 보는 눈이 많은 관계로 참고 있었다. 내가 일어나서 한 얘기를 제외한 다른 얘기는 일체 꺼내지 않자 너무 심심해져서 품안에서 곯아떨어진 블랑슈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는 놀이를 하다가 그것도 지겨워져서 죽어라 쏟아지는 빗줄기만 바라보았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질 때마다 대지는 젖어 들어가서 조금씩 땅이 패여만 갔다. 똑같은 속도와 굵기를 가진 빗줄기들이 만들어낸 소리를 들으며 다리를 손으로 깍지를 끼워서 모은 다음 몸을 최대로 숙여서 찬 바람이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조취를 취하고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앉아 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침낭에 몸이 누워져 있었다. 아마도 일행들이 그렇게 한 것 같았다. 어제의 날씨에 대한 보상을 하려는 듯이 하늘엔 태양이 대지를 비추며 빛을 내었고, 비가 개인지 얼마 안됐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무지개가 그것도 쌍무지개가 하늘을 수놓았다. 이곳으로 와서 처음 본 무지개라 무지 신기했지만 저쪽 세계에서 본 무지개와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오랜 만에 보는 거라 기분이 좋아졌다. 빨주노초파남보! 보남파초노주빨! 아름다운 쌍무지개는 잡힐 듯 잡힐 듯 가까이 있으면서 가까이 다가가면 내 손길을 거부하듯 너무도 멀어져만 간 기억이 났다. 언덕위에 걸려 있는 무지개를 잡으려고 그곳에 올라갔지만 무지개는 벌써 다음 언덕위에 있었고, 그것을 본 나는 또 다시 다음 언덕으로 갔지만 무지개는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듯이 저 멀리 가버렸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악으로 깡으로 똘똘 뭉친 열혈여아!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하는 심보로 점점 멀어져 가는 무지개를 잡기 위해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걸어가다가 점점 사라지는 무지개를 망연자실 쳐다보다가 내가 와 있는 곳을 보고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은 기억이 났다. 처음 와 보는 곳이라서....다행히 부모님께서 실종신고를 내서 생전 처음으로 경찰 아저씨들 손에 이끌려 파출소로 들어가서 아저씨가 준 기다란 막대 사탕 하나를 빨아 먹을 때 엄마가 들어오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나를 뭐 패듯이 때려서 아직 많이 남은 막대 사탕이 바닥에 추락사하는 사건이 터져서 맞으면서도 안 울던 내가 막대사탕이 추락사함과 동시에 울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무지 당황해서 다시 커다란 사탕 하나를 쥐어준 경험이 있었다.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경찰 아저씨에게 받은 사탕을 보며 너무 기쁜 나머지 생글생글하게 웃었더니 엄마는 내가 고등학생이 된 다음에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보고 있자 그때 일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 때문에 애간장 다 녹아내려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을 때 경찰이 전화해서 파출소에 갔더니 집을 잃고도 그곳이 안방인 냥 편하게 앉아서 노란 사탕을 쪽쪽 빨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부아가 터져서 팼는데 울기는커녕 웃고 있어서 손을 쳐서 사탕이 떨어지게 만들었더니 어찌나 대성방곡을 하던지 경찰들에게 미안해지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경찰이 다시 사탕을 쥐어주자 웃는 모습이란 사악함의 극치를 보여서 한순간 악마가 네 몸속에 빙의한줄 알아서 무당한테 데려가려고 생각을 했다고 했다. 점점 뒷끝이 안 좋아지는 예전 생각에 도리도리를 하고는 옆을 바라보았다. “어마나!! 너무 이뻐요! 전에도 여러 번 봤지만 2개의 무지개가 한꺼번에 생긴 건 처음 봐요.” 꼭 무지개를 처음보고 호들갑을 떠는 것 같은 리디는 손뼉까지 치며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유아틱한 리디의 행동을 보며 저것이 혹시 날아서 무지개를 잡아 보고자 할 요량이었는지 마나의 유동이 생기는 것을 느끼며 막기 위해 손을 뻗다가 그만 두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면 좀 체신 좀 지켜라. 쯧쯧~하는 짓이 5살짜리 어린애 같아!” 리디를 무지무지 무시하는 말을 한 블루 앞에서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약자답게 나를 쳐다보았다. 혼내주라는 얼굴로. 리디의 얼굴을 본 나는 블루의 앞으로 나섰다. 나는야 항상 약자 편에 서서 정의를 위해 싸우는 신! 그의 이름은 루나!! 라고 말하고 멋지게 등장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참고 전할 말만 간결하게 했다. “리디를 혼내는 너도 똑같다. 똑같아! 그러는 넌 잘난 줄 아냐? 너도 어쩔 때는 3살 난 어린애 같으니깐 리디를 탓할 수 없어.” 블루에게 할말 다하고 오자 리디가 씨익 웃으며 나를 잡고 팔짝팔짝 뛰었지만 뒤통수에 그리 곱지 않은 따뜻하다 못해 따가운 시선에 멀리 있는 무지개만 보고 ‘리디야! 무지개 참 예쁘지.’ 하며 얼버무렸다. 그리고 내 발언에 의해 유아틱한 행동을 하는 걸로 완전히 낙인당한 블루에게 쏟아지는 프리즈와 체로스의 시선에 그는 헛기침만 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참 맑지?” 이 놈이 뭘 잘못 먹었는지 헛소리가 아닌 헛소리를 하는 블루에게는 그를 감싸줄 놈이 없었다. “비가 왔으니 하늘이 맑은 건 당연한거 아닌가요? 그런걸 새삼스레 말씀하시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간배족인 하이 엘프 가브는 말을 하며 블루의 얼굴을 살폈다. 푸르죽죽해지는 얼굴을 보고 가브는 즉시 말을 멈추었다. 조금만 더 말을 하면 곧 죽일 것 같은 위험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놀려먹더라도 절대로 폭발하지 않는 수준에서 놀려야지 이번에 가브가 한 행위는 거의 자살행위였으니 그를 도와주는 이는 아무도 없어라 하고 싶었지만! “날이 좋으니 우리는 이쯤에서 팔마스로 가봐야 할 것 같네!” 프리즈 아저씨의 말에 가브는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 구원의 손길에 가브는 프리즈 아저씨와 체로스에게 가서 잘 가라고 생글거리며 인사를 하였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뵐 수 있으면 뵙죠.” 작별 인사가 끝나자 급히 말을 몰고 가는 프리즈 아저씨와 체로스에게 손을 흔들며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자 그들은 손을 흔드는 것으로 답례를 했다. 점점 멀어지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 그들을 보며 난 루즈의 갈기를 쓰다듬어 주며 등위로 올라갔다. 진흙구덩이에서 놀다가 루즈 등위로 타는 나를 보며 이쪽으로 점프하는 블랑슈를 보면서 납작하게 엎드려 녀석의 어택을 피하자 반대편 진흙구덩이에 그대로 10점 만점 중에 10점을 주고 싶은 다이빙을 해버렸다. 그 모습을 본 가브는 급히 물의 정령을 불러 블랑슈를 깨끗이 씻겼다. 자칫 잘못했으면 완전히 진흙투성이가 된 채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녀석을 완전히 꼬치구이를 해버렸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가브가 나타나서 겨우 살아났는지 모른 블랑슈는 어깨위로 쪼르르 기어와서는 볼을 혀로 핥았다. “자! 그럼 우리도 떠나자.” 비가 와서 질퍽질퍽한 땅이었지만 루즈가 뛰어가기에는 아무방해도 하지 못했다. 예전에 무지개를 잡기 위해 걸어갔던 거와 마찬가지로 무지개가 있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말을 몰기 시작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5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1-17 2218 10 언제나 똑같은 멘트 - 1 프리즈 아저씨, 체로스씨와 헤어진 지 어언 반나절!! 지금 우리는 산속에 들어와 있었다. 블루와 오빠가 나이에 맞지 않은 장난을 하였기에 또다시 우리는 열나게 뛰어서 하루 분량의 길을 가버렸기에 커다란 나무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지쳐있는 가브는 정령을 시켜서 비로 인해 젖어있는 땅을 마르게 한 다음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자세로 음식 준비를 하였고 리디는 숨을 가다듬고 있었으며 두 남정네는 나의 무시무시한 눈길을 피하고만 있었다. “식사 준비 끝!!” 두 드래곤을 째려보고 있다가 갑작스레 들리는 소리에 난 접시와 숟가락을 들고 쪼르르 가브에게 달려갔다. 먼저 도착한 나는 블랑슈의 몫까지 챙겨서 천천히 먹으면서 소화를 시켰다. “후루룩~쩝쩝....꾸우우울꺽!! 그러니깐 내가 전에 경고했지?” 내 말을 무시한 댓가로 그들은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고문을 받고 있었다. 배고픈 놈 앞에다가 음식을 놓아두고 먹지 못하게 하는 궁극의 벌!! 두 남정네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잘 알고 있는지라 반항은 하지 않았지만 음식을 눈앞에 두고 먹지 못하니까 내게 구걸하다시피 했지만 난 절대로 봐주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그런 버릇을 고쳐야 하니깐. 침을 삼키기만 하던 그들을 보다가 사방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흠...왼쪽에 둘, 오른쪽에 둘....나무위에 셋....정면에 넷, 뒤에 하나, 합계 열둘.” 작게 뇌까린 소리에 일행들은 언제라도 공격할 수 있게 준비한 다음에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우리를 보고 있는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하였다. 물론 그들도 우리가 자신들이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고 여기겠지만....점점 다가오는 소리가 신경 쓰였지만 난 묵묵히 먹기에만 집중하였다. 그런 내 마음을 블랑슈가 아는지 으르렁거리지 않고 접시만 할짝였다.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렸을 수도 있지만. 부스럭 부스럭 이젠 아예 대놓고 소리를 낸 채 다가오고 있었다. 바보 같이 소리를 내면서 오려면 그냥 대놓고 올 것이지 슬금슬금 오는 건 또 뭐하는 짓인지. 그렇게 열두 명의 인간들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린 지 어언 10여분~짜증이 나서 먼저 한판 벌리려고 할 때 내 마음을 그들이 이해했는지(?) 모습을 드러냈다. “우헤헤헤~우린 이곳을 지키는 수호자들이다. 너희는 수호자인 우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왔으니깐......” 수염은 덥수룩하게 길러서 완전히 삼국지에서 나올법한 장비 저리가라 할 정도인 남자의 말을 끊었다. “통행세를 내라 이거 아냐? 가지고 있는 건 다 내놓아라!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하지만 반항하면 너희들의 목숨을 책임지지 못한다. 라고 말하려고 한거 아니야?”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자 산적들은 움찔거리며 아까 우리에게 말한 장비 같은 인간을 쳐다보았다. 아마도 그 인간이 저 무리 중에 우두머리쯤 된 것 같았다. “으잉? 그걸 어떻게 알았지?” 자신들만이 아는 것을 내가 말하자 잠시 당황한 듯 하였다. “산적 아저씨 바보 아냐? 그런 건 평범한 멘트라구! 말을 하려면 좀 센스 있게 지어서 말하든가! 우째 이 산적이나 저 산적이나 하는 말이 똑같아. 산적끼리 담합이라도 한거야?” 내가 여행하는 동안 산적은 지금 처음보지만 그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왜냐구? 판타지와 만화책을 보면 심심치 않게 나오는 멘트니까!! 여기서도 그 말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 내 말을 들은 산적은 얼굴을 찡그렸다. “신의 나라 라고 일컬어지는 곳에서 산적을 볼 줄을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걸?” 완전 준비한 가브는 검 손잡이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며 말을 하자 산적들은 콧방귀를 꼈다. “그런 건 너희들이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니 가진 거나 놓고 이곳을 떠나라!” “이야~두목님 말 한번 잘하네요?” “다시 봤어요.” “전에는 많이 버벅대더니!!” 두목의 말에 부하들이 하는 말에 난 기가 막혔다. 저거 완전히 콩가루 산적단 아니야? “시끄럽다.” 짐직 화가 난 듯한 두목의 말에 쫄따구들은 조용해지며 공격준비를 하였다. 허접하지만 날이 빠진 장검을 손에 들고 우리를 노려보는 산적 두목의 시선을 개무시하며 식기도구를 챙겼다. “보아하니 곱게 자란 귀족들 같은데 좋게 말할 때......” “나 이거 참!! 더럽게 시끄럽네.”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하려고 하던 산적 두목의 말에 블루가 이마를 꾹꾹 짚으며 말하자 산적 두목의 얼굴을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에잇~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쳐라!” 신경질이 난 두목의 말에 열한명이 무더기로 덤벼왔다. 땅에 있는 놈들은 도끼나 단검, 나무위에 있는 놈들은 활을 쏘았다. 그 결과!!!! “꼭 실력도 없는 녀석들이 까불어요. 손 높이 들엇!” 몸이라도 풀듯이 날라 다니던 일행들에게 상처 한번 내지 못하고 그대로 넉다운 시킨 우리들은 그들이 머물고 있는 산채로 가서 약간의 응징을 가하고 있었다. 산적 주제에 그 동안 턴 돈이 적었던지 교묘하게 숨겨진 산채는 보석이 아닌 동물들의 이빨이나 뼈 장식이 되어있었고 두목이 앉는 의자는 곰 가죽으로 싸서 푹신푹신 하였다. 현재 나는 곰 가죽으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서 산채에 있는 여자들이 만들어온 쥬스를 마시고 있었다. “그래도 체면이 있는데 한번만 봐주시면....에궁! 알아서 기죠.” 산적들의 아내들이 도열해 있는 곳에서 정면에 앉아 손을 위로 들고 있던 그들은 창피함을 느꼈는지 내 눈치를 슬슬 살폈다. “시끄러워! 한번만 그따위 소리하면 다.른.걸 시켜주지!” 다른 고문을 할 테니 좋게 말할 때 해라! 라는 뜻이 담긴 말을 하자 더욱더 손을 높이 치켜드는 산적들이었다. “미스티님! 저 배고파요.” 늦은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산적들과 한바탕하느라 배가 꺼졌는지 리디는 칭얼거렸다. “그래? 이봐 여자들, 리디가 배가 고프다고 하니, 우리들의 식사 좀 만들어와. 빨리! 늦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을 한 놈씩 목을 따버리지.” 살벌하게 웃으며 하는 말에 여자들은 겁에 질려서 부엌으로 보이는 곳으로 잽싸게 뛰어 들어갔다. “넌 협박하는데 천재라니깐! 이참에 그쪽으로 나가 보는 게 어때?” 이 상황에서 전혀 필요 없는 말을 지껄이는 블루에게 약간의 째림을 준 다음에 산적들을 내려다보았다. “아저씨들은 왜 산적이 되었지?” 아저씨라고 하면서 존대를 하지 않는 나를 상관하지 않는지 산적들은 너나없이 말했다. “사는데 힘들어서...요.” 반말을 하려다가 일행들의 눈빛 공격에 쫄아서 뒤에 어색하게 ‘요’ 자를 붙여서 말했다. “사는 게 힘들다니? 돈이 없어서 그런 거야?” 지레짐작으로 하는 말에 산적들은 머리를 상하로 움직였다. “뭐야? 겨우 그딴 이유였단 말이야?”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하자 산적들의 얼굴에 침울한 기색이 흘렀다. “저희는 산과 인접한 조그만 마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어느 때처럼 산에 올라가서 땔감을 구하고, 여자들은 버섯이나 약초를 캐고 있었을 때 였습니다. 갑자기 괴상한 비명 소리가 들리더군요.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을이 있는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언덕위에서 마을을 바라보니....엉망이었습니다. 아니 처참했다고 한 게 옳을까요?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이 떼거지로 몰려서 마을을 파괴하고 있었죠! 우리가 내려갈 때는 그 많던 몬스터들은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없어져버렸고요. 마을 안에는 많은 사람들은 죽어있었죠. 아침까지만 해도 인사를 하던 사람들이....그리고....저희들의...아이들도...밖에서 뛰어 놀던....아이들도....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죽어있었습니다. 그 후로 저희들은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을 장사지낸 다음에 이곳으로 와서 이 짓을 했어요!” 울먹거리며 아니 울면서 하는 얘기를 들으며 불쌍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찌되었든지 잘못한건 잘못한 것이었다. “몬스터들이 쳐들어 이유는?” 의미심장한 얼굴을 한 오빠의 물음에 그들은 손을 위로 치켜든 채 도리도리를 하였다. “마을이 몰살되었으면 조사단이 파견되었을 텐데?” 그래도 한 나라의 귀족이었던 지식이 있는 오빠의 질에 그들은 한숨을 쉬었다. “조사관은 커녕 한 사람도 온 적이 없었습니다.” 산적 아저씨의 말에 이건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우리들이라 해서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침울한 얘기는 중단시켰다. 나를 기다리는 저녁이 있었기에, 여자들이 차려준 저녁은 그럭저럭 먹을 만하였다. 포만감이 들 정도로 먹은 다음 아직도 벌을 서고 있는 산적들에게 외쳤다. “이제 자신들의 잘못을 잘 알았겠죠? 끄덕 끄덕 열심히 머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산적 아저씨들을 보면서 난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음식이 많이 남았으니 이리 와서 식사....” 밥 먹으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열두 명의 산적들이 너나할 것 없이 뛰어와서 우걱우걱 퍼먹었다. 우리가 먹다 남은 것이 꽤 많이 있었는데 그 많은 음식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싹쓸이를 하는 그들의 괴력에 혀를 내둘러야만 했다. “그러니까 미스티님하고 그리디아님은 검사, 카인님은 마검사, 가브리엘님은 정령 검사, 블루님은 마법사라는 말이예요?” 식사를 끝낸 우리들은 한곳에 모여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자 두목이라 불리워지는 허크의 질문에 대답을 하자 숨넘어가는 소리가 많이 들렸다. “아까는 너무 당황을 해서....생전 처음 마법과 정령을 봐서 물어봤었어요! 근데 그런 능력자분들이었다니, 그런데 미스티님은 싸우지 않으시던데?” 싸움이 일어날 당시 나는 땅위로 튀어 나온 나무뿌리에 걸터앉아 구경만 했다. “쌈박질 할 때 대빵이 나서는 거 봤어? 그러니깐 가만히 있었지!!” “하하하! 그러셨군요.” 내 말에 허크는 식은땀 한 방울을 훔치며 끄덕거렸다. 뭐 자신도 처음에 싸울 때 가만히 있다가 떨거지들이 당하자 나섰다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졌지만. “너어~어째 어감이 이상하다? 니 말뜻은 싸움 안 한 넌 대장이고 난 니 하수인이라는 거야?” 오랜만에 내 말에 태클을 거는 블루를 보고 그 녀석의 이마빡에 빠직이를 새겨 넣어줄 수 있는 말을 하였다. “설마~하수인이라니? 떨거지라면 모를까?” 사악하게 웃는 날 보고 블루는 이마를 꾹꾹 누르며 한숨만 쉬었다. “그래 너 잘났다! 난 모르겠으니 대장인 니가 알아서 해라!” 블루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아니 원래부터 내가 전권을 가지고 있었지. 아무튼 난 기세등등 해졌지만 블루가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하니 난 이제 여행하는데 돈 안낼 테니 니가 알아서 해라 하는 식으로 들렸다. 하지만 그따위 돈 따위로 내가 걱정하겠는가? 나도 돈이 빵빵하게 있을뿐더러 오빠는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 “이제 많이 어두워졌으니 잠이나 자지!” 휘영청 달이 한가운데 떠있는 것을 본 놈들은 각자 자신들의 처소로 돌아갔고 난 곰 가죽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잤다. “미스티 일어나!!! 일어나!”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들리고 나를 뒤흔드는 느낌에 부스스 일어나서 내 잠을 깨운 놈의 상판을 쳐다보아주었.....내 잠을 깨우신 오빠의 아리따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늦잠을 자는구나. 이래선 혼자 놀게 하지도 못하겠구나!! 항상 늦게 일어나니 내가 곁에서 깨워줘야지. 얼른 씻으렴!” “알았어!” 오빠의 걱정스런 말과 따스한 미소에 퉁명스레 말하며 리디가 준비한 세숫물에 간단하게 씻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었다. “미스티님! 산적들이 식사 준비를 했어요! 어서 가서 드세요.” 자신은 먹고 싶은데 이곳의 대빵인(?)내가 먹지 않자 모두들 차려진 음식 앞에서 군침만 흘리고 있었다. “미스티님 밤엔 안녕하셨습니까?” 허크는 앞에 놓인 음식을 보고 침을 좔좔 흘리면서 겉치레로 인사를 하였다. “밤엔 안녕했어! 그럼 식사를 시작하지!” 내 말이 무섭게 산적이란 인간들은 수북하게 놓인 음식을 작살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건지 오크들이 음식을 먹는 건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내면서 손으로 무자비하게 집어서 입안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모습은 다시는 보기 싫었다. 전쟁 같은 식사가 끝난 다음 한숨을 돌리고 산적들의 안내로 산채를 벗어나 우리가 원래 향하고자 하는 곳으로 갔다. “고마웠어! 그럼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지!” 방글방글 웃으며 작별의 인사를 건네자 그들은 얼굴을 붉히며 쭈뼛쭈뼛 거리면서 인사를 하였다. “그럼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이건 선물이야! 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야지.” 하면서 난 말을 달리면서 뒤로 파랑 주머니 하나를 던져주자 허크가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그 담엔 뒤를 돌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이 기뻐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 * * * * * * * * * * * * * * 자신들을 격파시킨 미스티님의 일행이 떠나갈 때 우린 좋아라 했다. 다시 우리의 생업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깐! 하지만 뒤돌아서 가는 미스티님의 한마디로 주머니에 있는 것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않겠습니다. 크흐흑.” 자신들이 대장으로 추대한 허크가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보고 울자 열한명의 산적은 허크 곁으로 가서 내용물을 보고 허크와 똑같은 모습을 하였다. 주머니 안에는 상당량의 보석이 들어있었다. 새 생활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산적질을 하면서 기사들에게 들킬까 전전긍긍 하고 있을 때 미스티라는 소녀는 자신들이 삶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 * * * * * * * * * * * * * * “저기 그런데 말야? 아까 던져준 주머니에 뭐가 들어있었어?” 아마도 내가 던져준 주머니에 있는 내용물이 궁금한가 블루가 내 옆으로 와서 붙으며 물어보았다. “헤헤~그건 말이지?” “그건 말이지? 뭐야?” 어지간히 궁금했는지 침을 꼴깍 삼키면서 물어보는 블루가 갑자기 귀여워 보였지만 그런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말하면 다시 삐지니깐!!! “비밀이야!” 주먹을 쥔 손가락에서 검지를 빼서 좌우로 흔들며 말하자 블루는 실망했는지 ‘쳇..쳇’ 소리만 연발하였다. 산적 아저씨들과 헤어지고 나서 산속이지만 평탄한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두 갈래로 나누어진 길이었지만 좀 넓은 길로 선택하였다. 표지판에는 넓은 길로 절대로 가면 안됀 다고 쓰여져 있었지만 군자는 대로 행 이다는 말을 상기하고 룰루랄라 즐겁게 말을 재촉하였다. 평탄한 길이지만 어쩐지 오랫동안 인적이 뜸했는지 나뭇잎이 많이 쌓여져 있었다. 푹푹 빠지는 느낌이 싫은지 루즈가 싫다는 투로 투레질만 하였다. 그렇게 인적이 끊긴 길을 한참이나 가자 어둑어둑 해질녘에 하나의 마을이 보였다. 아니 먼저 수많은 십자가들이 보였다. 어제 산적 아저씨가 말한 그 마을인 듯 하였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무덤들과 파괴된 마을...어쩐지 마음이 착잡하였다. “처참하군!” 엘프인 가브가 마을을 보고 한 첫 말이었다. 오랫동안 방치해두어서 마을이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저곳 부서진 집은 땅바닥에 쓰러져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산 아래라 그런지 바람도 세게 불었다. 꼭 귀곡 산장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 “많은 영혼들이 이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울고 있는 듯 해요!” 바람 소리가 귀신들이 등장할 때 내는 흐느낌 소리를 내는 듯해서 리디가 약간 겁을 먹고 내게 달라붙었다. “흐음....나도 이곳에 오래 머물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 마을은 존재해서는 안돼는 곳 같아!!” 산적아저씨와 그 부인들이 이 슬픔을 잊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한번씩 이곳에 와서 한숨을 쉴 것 같아서!!) 내 옆에 있는 드래곤을 쳐다보았다. “니가 그렇게 안 봐도 하려고 했어!” 퉁명스레 말하며 블루는 폴리모프를 풀고 본체로 되돌아갔다. 그리곤 블루 드래곤 특유의 전격 브레스를 내 뿜었다. 브레스가 훑고 지나간 곳은 귀곡 산장이라 부르고 싶었던 마을은 형체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이곳에 남아 있기 싫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 어느새 폴리모프를 했는지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블루는 단 한마디를 남기고 말을 몰고 마을이었을 법 한곳을 가로질러 저 멀리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멈추어서 한다는 소리가..... “나 잡으면 용치~~” 정말이지 드래곤에 대한 환상이 와르르 무너진다니깐!! “너 잡히면 죽어!” 하면서 난 속력을 가하여 그 녀석을 쫒아갔고 나머지 일행들도 뒤따라 왔다. 이름도 알지 못한 마을을 지나쳐와서 기나긴 길을 뛰다보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달이 휘영청 밝게 빛나고 있었기에 늦은 밤참을 먹고 쉬었다. 오늘 하루 동안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에 블루가 열심히 놀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 옆에 다가가 무릎을 베고 누워버렸다. * * * * * * * * * * * * * * *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같은 인간으로써 그런 얘기도 듣고 또 직접 목격했으니까!!” 오랜만에 폼을 잡고 말하는 블루에게 가르시미르는 가냘픈(?) 동생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말했다. “혹시 루나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게 정신없이 놀리신 겁니까?” 묻는 말에 블루는 그저 담담하게 웃기만 하였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루나를 놀린 것은 진심으로 하신 게 아니군요.” 전혀 엘프답지 않은 엘프인 가브리엘의 말에 허허롭게 웃기만 하였다. 살며시 미소 짓는 이들의 얼굴로 차가움 속에 따스함이 베어 나오는 달빛이 비추어주었다. 그리고 전 이소설 퍼오는것이기땜에 저에게 이소설 허락 퍼가두 돼냐고 묻지 마세요 청어람에가셔서 블랑슈님 허락받으세요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6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1-24 1709 5 괴짜 드래곤과 만남 - 1 “우에에엥~심심해!!” 산적 아저씨들과 헤어진 지 어언 한달하고도 보름!!!! 그동안 우리에게는 별다른 일이 없는 평화스런 여행이 계속 되었다. 그래서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다. 평화스러워도 너무 평화스러운 게 내 맘에 들지 않았다. 몬스터라 불리우는 것들도 블랑슈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이곳에 다가올 생각도 못하고 오히려 달아났다. 한 달 동안 돌아다니면서 이 마을 저 마을을 들렀는데 별다른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홧김에 보석들을 주렁주렁 달고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도둑이나 날치기들은 내 곁에 오지도 않았다. 이곳에는 도둑 길드라는 것 자체가 없는 듯 하였다. 과연 신의 나라라 일컬어질 법했지만 불만스러웠다. “오늘따라 우리 루나가 왜 이렇게 칭얼거릴까? 내가 키스해줄까?” 오옷~~쇼트닝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언제 칭얼거렸냐는 듯이 리디 옆에 붙었다. “천부당만부당 하신 말씀!! 앞으로 블루님은 루나님 반경 2미터 내로 오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도록 하죠.” 싱글벙글 웃으며 그런 잔인한 얘기를 하는 리디를 올려다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많이 컸군. 예전 같았으면 찍 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있을 텐데 요즘은 나를 닮아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연장자 드래곤에게 말대답하는 것을 보니 충분히 지적으로 성장한거 같았다. “그리디아, 많이 컸구나!” 블루도 나와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그 말을 내뱉고는 묵묵히 앞으로 갔다. “헤헷~~루나님도 들으셨죠? 블루스타님께서 저보고 많이 컸다고 하신 거요.” 아무래도 앞전에 한 생각은 내가 잘못한거 같았다. 저런 촐싹 맞은 행동을 보니 아직도 그대로 인 것 같았지만 ‘아니’라는 말을 하면 리디가 실망할 것 같아서 그저 웃어주기만 하였다. “팔마스가 보이는 구나! 그럼 천천히 가자!” 오빠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는 이제껏 코에다르 왕국에서 보아온 다른 아담 사이즈의 도시들과는 달리 커다란 규모의 도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름하여 팔마스 코에다르 왕국의 수도 보통 때 같았으면 빨리 달려갔겠지만 그곳에 가기 싫어하는 드래곤이 있어서 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가까이 보이는 팔마스에 5시간을 투자하여 들어갈 수 있었다. “오빠하고 블루 때문에 많이 늦었잖아. 배도 많이 고프고!!” 대낮에 도시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5시간을 투자한 덕에 저녁때쯤 도착을 하였기에 우린 주린 배를 잡고 여관을 찾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아쉽게도 웬만한 여관은 축제를 보러 온 인간들에 의해 가득가득 들어차있었다. “하는 수 없군! 대대적인 출혈을 감수할 수 밖에. 으흐흐~” 보통 여관은 다 찼고, 남은 것은 호텔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큰 여관밖에 없었다.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밀려있는 관계로 난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방 세 개를 잡는데 성공하였다. 1인실 둘 하고 3인실 하나!!! “그럼 좀 있다가 식사하자!” 약간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열쇠를 들고 나만의 보금자리로 들어가 버렸다. “에휴~아까운 내 돈!” 아무리 생각해봐도 큰 돈이 들어간다는 것에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자신들 때문에 이렇게 되었으므로 눈물을 머금고 두 드래곤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헤헤헤~이렇게 폭신폭신한 침대에서 언제 잤는지 기억이 까마득하군!! 기분 좋아라~” 깨끗하게 씻은 다음 깃털로 된 베게를 잡고 침대위에서 뒹굴뒹굴 거리고 있었다. 냥 냥 냥....께에엥~ 블랑슈도 기분이 좋은지 나와 같은 행동을 하면서 소리를 내었다. 아유~귀여운 것 같으니라고. 오늘은 특별히 맛있는 식사를 먹여주마.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블랑슈를 손으로 들어서 볼에 대로 부비부비를 하자 부드러운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미스티님~아래에 식사 준비가 끝났데요. 어서 가요!” 밖에서 소리를 지르는 리디의 말에 난 블랑슈와 사랑의 부비부비를 멈추고 헤실 거리는 얼굴로 식당으로 내려갔다. “오늘의 식사는? 오옷~궁극의 정식 코스 요리!!” 아직 내가 도착해 있지 않았지만 일행들이 앉아있어서 그런지 테이블에는 애피타이저가 서브되어 있었다. “부아그라!!” 애피타이저의 이름을 부르며 난 잽싸게 의자에 앉아서 앞에 놓인 음식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반짝이는 눈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떼어 먹었다. 거위 간에 갖은 양념과 비싼 송노 버섯을 집어넣어서 향이 죽여 줬다. “맛있니?” “당연 하지.” 오빠의 말에 대답을 해주고 블랑슈의 개인 접시에 몽땅 덜어주었다. 자고로 애피타이저는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약간만 먹는 게 좋으니까!! 많이 먹으면 메인 요리를 못 먹잖아. 애피타이저를 약간 먹고, 포크를 내리자 종업원이 접시를 치우고 스프를 가지고 왔다. “음! 감자 스프.” 감자로 만든 스프를 먹으며 역시 블랑슈의 접시에 나머지를 덜어주었다. “안심 스트로가노프.....먹을 만 하군!” 메인 요리가 나와서 나이프로 조금 잘라서 먹어보자 입맛에 맞았다. 향신료와 소스, 그리고 쇠고기 안심이 입안에서 씹히면서 환상적인 맛을 내고 있었다. “오늘은 웬일로 음식 평까지 아끼지 않고 하냐?” 언제나 먹을 때 말이 별로 없던 내가 떠벌떠벌 하자 블루가 요상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다. “남 이사 그러던지 말든지 신경 끄고 식사나해!” 혀를 쪽 내밀어 주고 다시 식사를 시작하였다. 조금씩 천천히 잘라 먹으면서 레드 와인과 곁들여 먹었다. 이때 일행들의 눈이 심상치 않게 빛이 났지만 난 왕무시하고 소믈리에(와인 감별사)가 추천하며 따라 준 와인을 마시며 입맛을 돋우고 있었다. 안심 스트로가노프 다음엔 새우튀김, 왈도프 샐러드, 갖가지 과일, 그리고 차가 서브되었다. “미스티님이 오랜만에 식사를 많이 하신 거 같아요!” 레드 와인을 마셔서 약간 발그스레진 얼굴을 한 채 불러온 배를 팡팡 두드리고 있는 나를 보고 리디가 한마디 하였다. “오늘은 왠지 배가 많이 고팠거든.” 그 누구 때문에 금방 1시간이면 올수 있는 거리를 다섯 시간 동안이나 걸음을 늦추었으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며, 두 드래곤들이 또 어디로 톡낄지도 모른다는 위험감에 감시를 하며 겨우 데리고 오느라 진이 다 빠져버린 관계로 식사를 많이 한 것이다.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해산하고 내일 모이자!” 차를 마시는 것을 마지막으로 난 오늘은 너무 늦어서 할일이 없음을 느끼고 일행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일행들도 내 생각과 동일했는지 무언의 긍정을 하고 각자 방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두 드래곤들에게는 특별히 도망가면 드래곤들도 아니라하며 협박 비스 무리한 것을 하였더니 잠잠해졌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쿠우우~” 방안으로 들어와 씻지도 못하고 커다란 침대에 다이빙을 한 후 그대로 잠이 들었다. 누군가가 내게 이불을 덮어주는 듯 따스함이 밀려왔지만 이미 감겨진 눈은 내 의지를 따르지 않고 그 다음날까지 감겼다. 다음날!! “그러니까 팔마스의 대표적인 것은 바로 신전이라는 거얏?” 이른 아침을 먹고 천천히 걸어 나오며 어디로 갈 거냐는 물음에 ‘신전’이라는 말뿐이었다. “여긴 신의 나라라고! 그러니까 신전에 가는 건 당연한거 아니겠어? 다른 곳에 비해 이곳에는 모든 신들을 모시는 신전이 밀집해있어!” 블루의 침 튀기는 일장 연설에 손수건으로 튀긴 침들을 일일이 닦아야만 했다. 코에다르 왕국의 수도에서 볼거리란 신전이란 공식이 성립함을 안타깝게 여긴 나였다. 신전은 이제 지긋지긋 하였다. 어디를 가든 신전이 없는 곳이 없었고 안 들어가 본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 까지 와서 또 가야하다니! 그것도 종류별로(?) “난 차라리 잠이나 잘란다. 가서 무엇 하리~” 왠지 재미없을 것 같은 구경이 계속 될 것 같아서 뒤돌아서려는 나를 리디가 잡아끌었다. “설마하니 신전밖에 없겠어요? 분명히 다른 곳도 있을 거예요!” 나와 같이 가고 싶은지 나의 길을 막은 리디는 다른 두 드래곤에게 눈치를 주었다. “신전 말고 다른 곳은 없어. 한군데가 있긴 있지만 들어갈 수 없지.” 뭔가 말하려다가 망설이는 블루에게 어여 말하라는 시선을 보냈다. “도시를 가로 지르는 강을 사이에 은빛 다리가 이어져 있는 코에다르 왕궁...하지만 그곳엔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 초대받지 못했으니깐!” “그래? 그럼 밖에서 구경하지 뭐! 안내해.” 길을 모르는 나는 오빠와 블루를 보며 명령조로 말했다. “그래....가자....” 걸리는 게 있는지 왠지 가기 싫다는 어조로 말한 오빠는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팔마스에는 커다란 강이 관통하고 있었기에 꼭 수상 도시같이 느껴졌다. 물론 이탈리아의 도시인 베네치아같이 옆집이나 앞집에 볼일이 있어 갈 때 배를 타고 가는 그런 수상도시는 아니지만은! 두 도시가 강을 사이에 두고 따로 존재하다가 다리가 놓여서 하나의 도시가 되었고, 강 한가운데 있는 섬에 궁전을 지었다고 한다. 꼭 부다페스트를 연상케 하는 듯 하였다. 그리고 두 도시를 이동하려면 배를 타고 가던지 아니면 궁전을 통해 갈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어떻게 궁전을 관통해서 이동하겠는가. 그래서 도시 양쪽에 강의 폭이 좁아지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다리를 만들어서 양 도시 간에 문물 교환이나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한단다. “저기 보이지? 저기가 왕궁이야!!” 보통 인간의 눈에는 자세히 보이지 않았겠지만 내 눈에는 충분히 크게 보였다. “아,아름다워.” 진짜로 이 말밖에 할말이 없었다. 강 한가운데에 있는 섬에 지어진 하얀색 궁전. 도시에서 기다란 은빛 다리가 하나 이어져 있었다. 궁전의 규모는 그리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진주 가루를 뿌려놓은 듯이 깨끗하고 빛이 나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푸른 강이 궁전이 있는 섬을 한바퀴 휘감겨 흐르는 듯 해서 은빛의 아치형 다리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궁전이 반짝거리는 거 같지? 그건 신의 축복 때문에 그런다고 하더구나!” 유식한척 하는 오빠의 말에 난 헤실헤실 웃었다. 신의 축복은 무슨!! 신들이 지지리 할일도 없어서 저런 거 할일 있나. 척 보면 보석은 차마 비싸서 못 박고, 석영쪼가리가 박혀 있어서 햇살에 반사되어 빛나는 걸로 보이는구먼. 그래도 가까이 가서 구경하고 심은 심정이었다. 저렇게 소담스러운 듯 하면서 주변의 풍경에 아름답게 빛을 발하는 듯 한 궁전은 제국의 커다랗고 화려한 궁전보다 자연스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저기에 갈수 없겠지? 과연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 “궁금함이 지나치면 해가 되니 그만 가자!” 내 혼자만의 독백을 들었는지 블루가 날 채근하였다. 대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채근을 하는지! “온지 얼마나 됐다고 가자는 거얏? 안 그래. 가브?” 내 한마디에 나와 블루 사이에 끼게 된 가브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저도 미스티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처음 보는 곳이라 눈에 새겨놓고 싶어서요. 하하하~그렇게 보지 마십시요!” 내 의견에 동의하는 가브를 블루는 살벌하게 쳐다보았지만 이미 저런 시선에 가브도 면역이 된 듯 아무렇지 않게 받아 넘기고 있었다. 역시나 넌 보통 엘프가 아니었던 거였어. “우리 그럼 블루만 남겨놓고 좀더 가까이 가보자!” 가기 싫다는 똥고집을 부리는 블루를 떼어놓고 나와 가브 그리고 리디가 가까이 다가갔다. 아무래도 오빠도 가기 싫은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대체 저 궁전과 무슨 원한이 있다고 쏘아보며 이를 가는지 모를 일이다. 자기 레어 보다 예뻐서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반대로 표현하고 있을지도. “우와~멀리서 본거하고 천지차이다!! 더 이뻐!” 감탄사를 연발하는 가브는 은빛 다리 곁으로 다가갔지만 그곳을 지키는 인간들에 의해 저지되었다. “이곳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무뚝뚝한 말에 가브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고 경비병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마침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와 가브의 머리카락이 날리면서 잠시 마법을 해제하고 있어서 드러난 귀를 보며 경비병들도 약간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분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돌아가십시오!” 처음 엘프를 보는 듯 그들의 어투에는 부자연스러움이 묻어나왔지만 그래도 인간이 아닌 그에게 정중하게 말을 했고 그것을 들은 가브는 한숨을 쉬며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지. 우리 이제 다른 곳으로 가자.” 못 들어간 것이 아쉬웠지만 우린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기 위해 오빠와 블루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거봐! 못 갈거 라고 했잖아! 그럼 다른 곳으로 가자!” 블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들 앞 공간이 일그러지며 한 인간이 나타났다. 갸름한 하얀 얼굴선에 붉은색의 눈동자, 약간 오똑한 코에 붉은 입술, 그리고 투명하리만치 빛이 나는 은발을 가진 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의 신관인 듯 푸른 신관 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신관은 마법도 익히나 보다. “호~여기엔 웬일들이십니까? 설마하니 절 보기위해 오신 건 아니겠지요?” 블루와 오빠를 아는 듯 그 신관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지만 그게 못마땅한지 오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7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1-24 1901 15 괴짜 드래곤과 만남 - 2 “너무 오랜만에 봐서 서먹해서 그런 건가요?” 여전히 웃으며 말하는 그 신관을 보며 오빠는 얼굴을 아까보다 더 찡그렸다. “이제 보니 그린 일족이 있었군요. 그리고 하이 엘프와 인간까지....유희중이신가 보죠? 그런데 파티의 구성원이 다양하군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에게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눈치 채게 해서 놀라워하는 얼굴을 보려는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괴짜가 달리 괴짜가 아닌가 보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가지고는 저런 행동을 하니 나도 한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었지만 참았다. 인내심을 기르기 위해서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지?” 날 계속 쳐다보자 오빠는 불쾌한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뭘 보긴요. 저기에 있는 레이디를 보고 있었죠!!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군요!” 자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그 신관의 말에 모두들 어이가 없는 가운데 블루가 대표로 말했다. “미스티는 오래전에 우리들을 알고 있는데 새삼스레 말할 필요가 없지 않나?” 오빠의 말투에 옮았는지 블루의 퉁명스런 말에 신관이 놀랍다는 얼굴을 하였다. “놀랍군요. 인간이면서 알고 있다니, 가르쳐주었나요?” 어째 생각하는 것이 그것밖에 안돼는지 그 신관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또 다시 참을 인 자를 그리면서 묵묵히 참고 있었다. 두 번만 참을 인 자를 그리게 되는 그날 저 드래곤은 이세계 드래곤이 아닌 저세계 드래곤으로 만들어 버릴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알고 있었죠. 실버 드래곤씨!” 오랜 침묵을 지키고 있던 내가 말을 하자 그 실버 드래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내가 자신을 실버 드래곤이라 지칭하니 놀란 모양이다. 자기가 나 드래곤이예요 하면서 티 내고 다녔으면서 놀라는 척 하기는. “정말 놀랍군요. 처음부터라~이제 보니 제 소개가 늦은 듯 하군요. 알다시피 전 실버 일족의 네프티스입니다. 레이디의 이름은?” “내 이름은 미스티, 그리고 여긴 당신이 알다시피 그린 일족의 그리디아, 하이 엘프의 가브리엘입니다.” 제국에 있을 때 한번 들은 적이 있는 엽기적인 드래곤인 듯하였다. 이름도 똑같고, 종족도 같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드래곤이면서 신관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하이 엘프족의 가브리엘이라고 합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한 가브가 뒤쪽으로 물러서자 리디가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실버일족의 연장자에게 그린 일족의 그리디아가 인사드립니다.” 나직하게 말하며 뒤로 물러서자 네프티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다시 우리 일행들을 유심히 쳐다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드래곤 셋에 인간과 엘프가 하나....언발런스 하군요!” “그런 건 니가 신경 쓸 필요 없다. 그만 가자!” 신경질이 난 듯한 투로 말하고 우리들을 끌고 뒤돌아서려는 오빠를 네프티스가 붙잡았다. 이에 오빠의 한쪽 눈썹이 올라가면서 안 놓으면 파이어 브래스를 날려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눈으로 네프티스를 바라봤지만 그는 상관없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오랜만에 본 일족인데 같이 궁에 가서 회포나 푸시죠!” “난 너와 그럴 시간이 없다. 너 혼자 풀어라!” 전에 싸운 전적이 있었던 터라 열심히 눈을 부라리며 잡힌 팔을 뿌리쳤다. “그러면 제가 섭섭합니다. 제 청을 들어주십시오! 일전의 일에 대한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전에 들은 엽기적인 녀석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속은 깊은지 아니면 여기서 오빠와 싸우면 자신이 모시고 있는 마스터가 다칠 수도 있어서 그런지 살갑게 대했다. “사과라면 여기서 받겠다.” 약간 마음이 풀어졌는지 오빠의 말투는 원래대로 되돌아 와 있었다. “그리디아 라고 했지? 궁전에 가서 일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데 가자꾸나! 블루님과 가르시미르님 그리고 가브리엘과 미스티양도요!” 리디에게 수작을 부리려는지 아니면 진정으로 하는 말인지 자꾸 가자고 꼬드기고 있자 리디는 당황스러운지 날 힐끔 쳐다보았다. 아마도 멀리서 구경한거 만으로도 모자랐는지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표정이 역력하게 묻어나와있었다. 나 쳐다보면 뭐가 나오길래 그리 쳐다보는것이냐. 부담스럽게. “저기....전 미스티님의 허락이 있어야 갈수 있어요!” 실버드래곤인 네프티스에게 힘겹게 말한 리디는 내 곁으로 다가와 섰다. “미스티양과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인가?” 그래도 꼴에 드래곤이라고 근엄하게 물어보자 리디가 약간 떨다가 마스터인 나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내 앞으로 나서며 당당하게 말했다. “미스티님은 제 마스터이십니다.” 당당하게 한 말에 네프티스는 호기심어린 눈동자로 날 쳐다보았다. “호오~나 말고 또 있을 줄이야!!! 놀랍군! 그래서 블루스타님과 가르시미르님을 알아 볼 수 있었나요?” 경어에 섞인 명령조의 말에 난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아무리 자기가 드래곤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엄연히 마스터를 모시며 유희중인 녀석인데 어디서 그런 말투를!! “미스티는 내 동생이다. 이건 유희가 아니다. 비록 미스티가 인간이어도 어머니에게 허락도 받아 놓았다. 아니 오히려 어머니께서 미스티를 딸로 삼았다. 그러니 미스티는 엄연히 말해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꽤 충격적인 얘기에 네프티스는 충격을 받았는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정신을 수습했는지 싱긋 웃으면서 우리를 둘러보았다. “그랬군요! 할 얘기가 많아 질 것 같으니 우선은 제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시죠! 워프” 우리들의 허락도 받지 않고 네프티스는 자기 마음대로 공간이동을 시켜버렸다. 이동한곳은 바로 그 녀석의 처소인 듯 보이는 물의 신전 안인 것 같았다. 궁전 안에 신전이 있을 줄이야!! “그럼 여기서 편하게 얘기하죠! 하하하 그렇게 째려보지 마십시요! 민망합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아는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상하다. 전에 오빠하고 블루에게 듣기로는 네프티스는 싸가지 만땅에 재수 없는 녀석, 보기만하면 한대 때리고 싶을 정도라고 했는데 의외로 그냥 넘어가네? 만나서 맞짱 뜰 줄 알았는데..쩝~ 은근히 드래곤들의 싸움하는 것을 보고 싶었는데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라서 입맛만 다셨다. “여긴 신전안의 네프티스님의 처소인가요?” 알고 물어보는 건지 모르고 물어보는 건지 분위기 타개를 위해 리디가 자기 한 몸 희생하며 물었다. “당연히 내 방이지! 어때? 괜찮지?” 주위를 쓰윽 둘러보며 네프티스가 말을 하자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얗다. 이렇게 하얀 방은 처음이었다. 하얀 벽에 하얀 커텐 하얀 침대, 하얀 가구 모든게 하얗게 보이는 그의 방을 보며 난 감상평을 아까지 않고 말해주었다. “개뿔이.....정신병원 같아!!” 작게 한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조용했던 관계로 그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들었는지 네프티스를 제외하고 모두들 어깨를 움찔거렸다. “험험....그나저나 이곳엔 웬일이십니까?” 내 말을 들은 네프티스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우리 중에서 제일로 나이가 많은 블루에게 질문을 하였다. 자기도 다 알고있는 사실을 물어본걸로 보아서 내가 한말에 연연해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여행 중이다.” 짤막한 대답에 다시 질문을 할 생각을 못하고 네프티스는 식은땀을 한 방울 흘렸다. 똑 똑 똑 때마침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네프티스가 조용히 들어오라고 말하자 밖에서 물의 사제복을 입은 금발의 여자가 들어왔다. “네프티스님! 아시리아님께서 곧 오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들은?” 들어 올 때 머리를 숙이고 들어와서 네프티스에게 건넬 말을 다 하고 나서 머리를 든 그녀의 눈에 낯선 이들의 모습이 보였는지 의문의 물음표를 만들어냈다. “저하고 안면이 있으신 분들이십니다.” 드래곤답지 않게 인간에게 싹싹하게 말하고 그만 나가보라는 손짓을 하자 금발의 여자는 허리를 숙이고 뒷걸음질로 밖으로 나갔다. “그나저나 그 사제복은 벗으면 안돼냐? 보기에 심히 심각하다?” 물빛 사제복을 입은 네프티스가 거슬렸는지 오빠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만방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자처하는 드래곤이 신을 섬기는 사제복을 입는 것을 보니 못마땅 했나 보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전 물의 대사제 아시리아님을 모시고 있음과 동시에 물의 신의 사제니까요!!!” 엽기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잠시 후 더 엽기적인 행각이 벌어졌다. 두다다다...두다다닥 퍽 누군가 밖에서 열심히 뛰어오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네프티스의 방 문짝이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푸른 머리를 한 누군가가 달려와서 네프티스에게 안겼다. “네프티스~오늘은 왜 예배에 안 나왔어? 응? 응?” 팔을 네프티스의 목에 걸고 절대로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풀어주겠다는 일념이 서린 투로 묻자 그 놈은 무지 당황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라는 눈빛을 그 여자에게 하자 그 여자는 네프티스에 의해 가려졌던 우리들이 보였는지 자연스럽게 팔을 풀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얌전한 모습으로 되돌아 온 듯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누구십니까?” 우린 이미 니가 시침을 떼도 볼 것 다 봤다는 시선으로 집중적으로 보자 좀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런 모습을 하던 얼굴에 약간의 홍조가 어려 있었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전 만약에 당신이 물의 대사제란 말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서요. 견습사제 정도인가요? 아시리아란 이름을 가진 분이 아니길 빌어요!! 만약에 그러면 제 입이 가려워서 가만히 못 있잖아요. 호호호!!!” 그냥 슬쩍 장난 식으로 한 말을 물의 대사제라 불리우는 촐싹이 아시리아는 얼굴을 붉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이 사태를 어떻게 해’ 하는 듯한 시선으로 네프티스만 바라보았다. “음....이분이 물의 대사제 아시리아님이 맞아요! 미스티양! 언제나 이런 것은 아니지만 한번씩 어쩌다 한번씩 이런 경향이 있지요. 흠흠...그러니 방금 봤던 것은 못 본 걸로 해줄 수 있죠?” 열심히 기나긴 설명을 하는 네프티스의 말을 난 단 네 글자로 줄여 주었다. “이중인격!” 그 말이 충격적이었는지 한 드래곤과 인간은 굳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는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이런 일을 그냥 넘어가려고 하면 무지 섭하죠!! 호호호~전 많은 건 바라지 않아요. 단지 궁전 안을 구경하고 싶은 것뿐 싫다고요? 하는 수 없죠. 밖에 나가서 근질거리는 입을 긁을 수 밖에....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아주 오래된 속담도 있다죠 아마? 아아~구경시켜준다고요? 이렇게 고마울 때가!! 이 은혜는 두고두고 잊을 테니 걱정 마시고 시간 때나 잡아서 구경시켜 주세요. 호호호!!!!” 나의 이 사악하기 그지없는 협박에 안 넘어가는 놈이 없듯이 한 마리의 드래곤과 한 인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을 보자 궁전 안을 둘러보고 싶어 하던 리디와 가브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저기, 그런데 여기 계신 분들은 누구?” 빨리도 물어보는 말에 네프티스가 말하기 싫어하는 우리 일행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저기 붉은 머리를 기르신 분은 블루님, 푸른 머리를 한 남,여는 가르시미르님과 미스티양, 두분 께서는 남매이지요. 그리고 그 보디가드 겸으로 따라온 가브리엘과 그리디아!! 모두 저하고는 안면이 약간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를 소개하는 것을 듣던 아시리아는 마지막에 네프티스가 안면이 있다는 말에 짐짓 놀랐는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드래곤인 그와 알고 있다는 뜻은 여기 있는 놈들이 드래곤일 가망성이 있다는 뜻이니깐! “아까 나가서 만난 분이십니다.” 굳이 신분을 밝히지 않으려는 의도로 네프티스가 말을 바꾸어서 하자 아시리아는 휘둥그레진 눈을 원상 복구시켰다. 다른 드래곤들이 유희를 할때는 절대로 타인에게는 밝혀서는 안된다. 그건 드래곤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는 규칙이기도 하고! 물론 아까는 네프티스가 같은 일행인 나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은근슬쩍 밝혔지만! “우리 네프티스는 모르는 사람하고는 말도 잘하지 않는데, 당신들이 맘에 들었나 봐요! 호호호! 저희 코에다르 왕국의 왕성에 있는 물의 신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넘 늦게 올려서 이소설 기다리신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8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2-09 1456 4 괴짜 드래곤과 만남 - 3 우,우리 네프티스? 우에엑 10년 전에 먹었던 것이 넘어오려고 한 것을 간신히 참고 어색하게 웃어주었다. “우선은 우리가 쉴 곳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데, 네프티스?” 살벌하게 굴 때는 언제고 이제 아시리아가 들어오니 그런 대로 풀린 얼굴과 말투로 네프티스에게 말하는 블루!!! 하지만 그 속뜻은 우리 이왕 온 김에 여기서 며칠동안 묵을 테니 쉴 곳을 안 가르쳐주면 여기 날려버린다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아아~당연히 그래야죠. 아시리아님! 들으셨죠? 저분들이 쉴 수 있는 방을 좀....되겠죠?” 그래도 명색이 물위에서는 최강이라 자처하는 실버 드래곤인데 자신의 마스터한테 골골대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물론 리디도 그렇지만! 리디는 아직 어린 드래곤이니까 귀엽기라도 하지. “절 따라오세요!! 네프티스의 친구라면 언제라도 환영한답니다. 호호호~" 긴 여운을 남기는 웃음소리를 내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좀 전에는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느라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이제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나보다 더 진한 푸른 머리를 허리까지 내려뜨리고 푸른색의 써클릿을 써서 한 기품이 서려 있었고, 눈동자도 푸른색이었으며 코는 약간 낮은 편이었지만 도톰한 붉은 입술이 모든 것을 커버해서 미인으로 보였다. “자~여기가 묵을 방이랍니다. 호호호!! 방안에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으니 괘념치 마세요! 다행히 침대가 5개가 있는 대형 방이 남아있어서....지금은 축제 기간이라 모든 신전에서 파견 나온 사제들로 붐비는데, 다행이라는 말밖에 할말이 없죠!” 방앞에 서서 설명을 하던 아시리아는 방문을 열어 비춰주었다. 방안은 온통 새하얗게 도배가 되어 있는 정신과 병동인 듯 보였다. 그중에 다행으로 여긴 것은 바로 초록색 물병에 붉은색 꽃이 꽂아져서 ‘나 정신병원 아님’이라고 써져 있는 듯 했다. “깨끗해서 좋군요!” 방안을 한번보고 나서 결론을 내린 가브의 한마디 였다. 거의 병적인 수준으로 깨끗해 보였다. “그렇죠? 가브리엘님은 왠지 인간이 아닌 듯해요! 호호호~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세요? 그냥 이런 방을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고 장난 좀 친 건데. 호호호” 전혀 장난 같지 않은 장난을 친 아시리아를 쳐다보는 우리에게 네프티스가 애도가 섞인 도리도리를 했다. “아시리아니이이임~아시리아니이이임~” 누군가 급박하게 아시리아를 찾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보통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았지만 내가 청력을 최대한 올려놔서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신전의 사제인지 의심스러웠다. 이제껏 겪은 사제들은 조용조용하고 사뿐거렸는데 물의 신전의 사제들은 누구를 닮았는지 목청과 달리는 소리가 가히 환상적이었다. 잠시 후 아시리아님을 외치던 물의 여사제가 어떻게 이곳에 우리들이 있는걸 알아냈는지 문을 벌컥 열고는 그녀를 향해 말을 했다. “아시리아 대사제님!! 누군가 찾고 있는데 혹시 오늘 약속이라도 있어요?” “엥? 저는 못 들었는데, 아차차차~오늘 신왕 주최 회의가 있었지? 네프티스의 친구 분들이 오셔서 저도 깜빡했네요. 그럼 나중에 봐요~” 방금 온 여 사제와 같이 또 다시 두다다다다~~뛰어나갔다.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에휴~” 자신이 모시고 있는 마스터의 행동에 이미 체념을 해버린 듯한 모습에 리디가 한걸음 다가가서 네프티스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그래도 이건 약과잖아요? 전 매일 미스티님 모닝 콜 이예요!! 게다가 미스티님은 꼭 마을 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일을 일으켜서.....에휴!!” “그리디아 너도 만만치 않구나! 마스터를 모시는 우리의 용생이지 않겠느냐? 그냥 운명이려니 받아들여라!”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끼며 서로 위로를 해주고 있는 그들에게 난 저주를 퍼부었다. “리딧! 뭐시라? 모닝콜? 내가 너보다 빨리 일어나서 깨워 준적도 있었잖아. 게다가 문제를 일으켜? 그게 내가 잘못해서 그랬냐? 사람들 때문에 일어났지. 그러는 넌? 마을 하나 나올 때마다 구경 가자고 조르는 넌? 좀 전에도 싫다는 사람 억지로 끌고 나온 이가 어디 사는 그린 드래곤이었더라?” 나의 강펀치에 리디의 어깨는 축졌다. “그래두. 전 구경 갈 때 미스티님이랑 가는데 더 좋은데 어떻게 해요.” 리디와 말싸움하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아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침대에 앉았다. “그런데 어찌해서 물의 대사제인 아시리아님을 마스터로 모셨습니까?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열나게 누군가와 싸우다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아시리아님이 구출해줘서란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죠?” 내 딴엔 그냥 방안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다. 찍어서 “마,맞는데요!! 혹시 미스티양은 독심술의 대가?” 어찌 그걸 맞추었냐는 식으로 묻자 오빠와 블루가 도리도리를 하였다. “미스티는 독심술의 독자도 몰라. 그냥 찍었을 거야! 확실하지! 그렇지?” 확신을 갖는 블루가 나에게 물어보자 난 머리를 상하로 움직였다. 나야 뭐 찍기의 도사니까. 할일 없으면 길바닥에 돗자리 깔고 점이나 볼까 하는 생각도 안 해본건 아니다. 언젠가 심심하면 한번 해봐야지. “거봐! 맞잖아!! 미스티는 나와 가르시미르가 드래곤이라는 것도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하이엘프인 가브리엘까지 찍어서 맞춘 전적이 있지! 아마 너에 대해 미리 말을 해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널 알아보았을걸? 미스티는 다른 건 몰라도 찍기 실력은 세계 최고거든.” 앞전의 말은 그런대로 들을 만 했다. 하지만 끝에 한말이 내 가슴을 살짝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아무 능력도 없는데 다행히 찍는 거만 최고다 라고 들렸기에. “블루~나중에 나하고 심도 있는 대화를 해보지 않을래? 참관인도 부를까?” 씨익 웃으며 하는 말에 블루의 안색은 푸르죽죽해졌다. 왜냐구? 옛날꼰날에 미르 오빠가 나에게 예쁨 받은 후의 모습을 본적이 있어 서지! 그때의 멋진 모습을 보고 블루와 가브가 경악을 하며 다시 보고 두려워하며 슬슬 피해다니던 그날이 그립구나. “미,미안하지만 사양하겠어! 오랜만에 일족을 만났으니 회포나 풀어야지. 안 그러나? 네프티스?” 나의 찐한 미소를 보며 식은땀을 흘리며 하는 블루의 말에 네프티스는 어리둥절해하였다. “물론 그래야죠. 그럼 준비해오겠습니다.” 회포를 풀 준비를 하러 네프티스가 뒤로 빠지자 난 날 잡았다는 듯이 방에 마법 결계를 치고 정령까지 불러서 블루와 열심히 놀았다. 그리고 블루가 노는 게 힘들었는지 쓰러지자 정령은 정령계로 보내고 마법을 해제시켰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보는군!! 기분 캡빵 좋아라~~” 기지개를 펴며 하는 말에 일행들은 되도록이면 내 눈에 안 띈 구석에 모여 앉았고, 블루는 쓰러진 채 마법으로 몸을 치유하고 있었다. “너,너무해! 그냥 한 말이었는데, 미스티 미워!” 5000년이 넘는 해를 살았다는 드래곤의 입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말에 일행들은 헛기침만 해댔다. 모든 물건들이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갔을 때 네프티스가 안으로 이것저것 가지고 들어왔다. “제가 준비해서 왔어요! 어서.....그런데 블루님께서 왜 그렇게.....?” 아직까지 쓰러진 채 일어날 줄 모르던 블루를 향해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블루님께서 너무 피곤하셨는지 그냥 바닥에 누워버렸어! 그렇지? 미스티?” “그럼 그럼!! 블루! 그만 일어나! 장난은 정도 것이라는 말 몰라? 안 그럼 심도 있는 대화...” 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블루는 벌떡 일어나 의자에 태연하게 앉았다. “장난한거니 그렇게 쳐다보지 말게나. 흠흠!” 멋쩍은 듯 헛기침을 한 블루는 더 이상 물어보면 나중에 화장실로 따라오라는 시선으로 쳐다보자 네프티스는 더 물어보고 싶은 말을 참는 듯 하였다. “여기에 모이시죠!” 블루가 앉은 의자 바로 옆 테이블에 과일과 야채, 그리고 와인글라스 6개와 한 병의 레드 와인이 놓았다. “엥? 신전에서도 술을 마시나요?” 자신의 먹이인(?) 과일과 야채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붉은 병을 보고 니가 그러고도 신을 모시는 드래곤(?)이냐는 시선으로 묻는 가브리엘. 역시 나와 같이 다닌 화려한 경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하하하~와인정도는 마셔도 상관없다네. 오히려 하루에 한잔정도 마시면 건강에 좋다구! 그러지 말고 의자를 당겨서 이쪽으로 오지 그러나?” 참으로 친절한 네프티스의 한마디에 가브는 빙그레 웃으며 앉았다. “그럼 제가 잔을 돌리지요!” 이곳의 주인 행사를 하려는지 네프티스가 코르크 마개를 딴 후 첫잔에 와인을 따라 밖에다 휙 버리고 일행들의 와인 글라스에 붉은색 와인을 따르기 시작했다. 이때 밖에다 첫잔을 버리는 이유는 코르크 마개를 딸 때 코르크 가루가 윗면에 둥둥 떠 있을 가망성이 있어서 첫잔은 따라서 절대로 마시지 않는것에 기인한다. “자,잠깐....혹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따르려는 건 아니겠지요?” 글라스에 좔좔 가득가득 쏟아 붓는 네프티스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서 와인을 따르는 것을 멈추게 하고 물어보았다. “그럴 생각인데요. 뭐가 잘못되었나요?” 자신은 지금까지 무지 잘하고 있는데 왜 태클을 거느냐는 시선으로 물었다. “와인 병의 밑바닥에는 포도 찌꺼기가 있으니 마지막 잔은 따르지 않을게 예의라구요! 혹시 전 옛날부터 이렇게 마셨는데요? 라는 말을 하지 않겠죠?” 심도 있게 물어보는 말에 네프티스는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았다. “혹시 지금까지 마시던 와인이 화이트 와인이었나요?” 끄덕끄덕 “휴우~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만드는 공정은 비슷한데 단지 공정의 순서가 바뀌었다가 할 수 있죠!! 레드는 발효한 다음 압축을 했으니 당연히 그곳엔 포도 찌꺼기가 있겠죠. 하지만 화이트는 압축 한마음 발효를 하니 첫 번째 단계에서 찌꺼기를 완전히 걸러낼수 있죠! 즉 껍질을 벗겨서 발효를 시킨다고 생각하면 될 거예요! 그러니 찌꺼기가 없어서 마지막 잔까지 마셔도 되구. 그리고 이 레드는 너무 차가워요! 레드를 마시려면 실온의 온도에서 마시면 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죠. 차갑게 마시는 것은 화이트가 적당하구요! 그런데 뭘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나의 일장연설이 끝나자 그런 것도 있었냐는 듯이 질문을 하는듯한 일행들의 눈빛에 난 아무것도 아니라는 시선을 보내고 와인글라스를 잡고 천천히 향을 맡고, 입게 한 모금 머금어 다시 한번 향을 느낀 다음 삼켰다. “와우~놀라운데요? 전 이제껏 그냥 술이니까 마신건데, 그런것까지 있을줄이야~다시 봤어요! 미르나이님의 안목이 뛰어나군요!” 호들갑을 떠는 네프티스를 진정시킨 오빠. “좀 가만히 있게나! 내 동생이 좀 잘났어야지. 그래서 어머니께서도 미스티를 한번 보시고 딸로 삼게 해달라고 졸랐을 정도니 어련하겠나? 그럼 와인이나 마시지!” 팔불출 오빠처럼 내 자랑을 한번 하니 기분이 더 좋아졌는지 헤죽헤죽 웃으며 와인을 마셨다. “치고 박고 싸울 때가 언젠데 헤실거리는거야? 역시 인간 만큼이나 드래곤들도 이해가 안 간다니깐!! 제국에 있을 때는....읍!! 짜~에비에비.” 웬수라고 말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가족같이 웃으며 말을 하는 오빠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한마디 하려다가 중도에 오빠의 손에 입이 가로막힌 덕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린 색만 틀리지 같은 드래곤이라구!! 드.래.곤! 어차피 전에 싸운 것은 네프티스가 사과를 했으니까 받아 줘야하지 않아? 그러니까 이제부터 친하게 지내자 이 말이지! 안 그런가 네프티스?” “오옷!! 가르시미르님께서 그런 넓은 마음을 가지고 계실 줄은 몰랐는걸요? 저의 사과를 받아주시다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블루스타님도요.” 이젠 아예 대놓고 어깨동무를 하고 웃고 있다니, 도저히 이해 불가능한 동물들(?)이었다. “둘이 나이도 엇비슷하니 죽이 잘 맞는군! 나도 끼어주지 않겠나?” 같은 드래곤인 블루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니 언제든지 환영이라 말하며 셋이서 잘 놀고 있었다. “설마하니 리디 너도 저기에 가려는 건 아니겠지?” 엉덩이가 근질거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리디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아하하하~제가 저길 왜 가요? 자리가 좀 불편해서 일어났어요.” 머리에 커다란 땀방울을 흘리며 하는 리디의 말에 도무지 신빙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보였다. “가브는 어때?” “난 싫어. 저기에 끼어 있다가 언제 비명횡사할줄 모른다구!” 과일만 깨작깨작 거리는 가브는 관심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내 친구는 너 밖에 없구나. 저런 드래곤들은 한 트럭 데리고 와도 사양이다!” 가브와 같이 과일을 깨작깨작 거리며 열심히 웃고 떠들고 있는 세 마리의 드래곤들의 행동만 쳐다보다가 눈이 조금씩 감기는 게 느껴졌다. 주위를 살펴보니 일행들은 여전히 자기가 하던 짓을 하고 있었다. 웅....왜 나 혼자만 잠이 온 거지? 비록 지금이 잠자기 좋은 날씨라고 하지만, 생리적인 현상을 거부하면 안 되겠지? 그것보다는 내 본연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감겨지는 눈꺼풀을 들어올리려 하지 않았기에 주변 사물들이 점점 작아지고 나중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 * * * * * * * * * * * * * * “앗!! 미스티, 미스티!!” 과일만 집어먹고 있던 옆에서 소외감이 들지 않게 말을 걸어주는 루나가 고마워서 웃으며‘고마워’라는 말을 하려고 불렀지만 들리는 것은 오로지 세 드래곤님들의 목소리뿐이었다. “이런대서 잠들면 감기 들어! 일어낫!”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거리는 훈풍에 루나는 등받이 의자에 몸을 기대로 그대로 잠이 들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약간 흔들었음에도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깊게도 잠이 들었군.’ 눈이 굳게 닫힌 루나의 눈은 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불편한 자세로 자면 몸이 안 좋아지므로 난 의자에서 자고 있는 루나를 안아들었다. 그리고 가까운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가브리엘! 미스티님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여전히 세 드래곤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던 또 한분의 그린 드래곤이신 그리디아님은 내가 침대로 루나를 옮기자 의아한 듯 쳐다보며 물었다. “잠이 든 것 같아요!” 짧게 대답하며 여전히 루나에게 시선을 돌려서 바라보았다. “그래? 히이잉~미스티님이 잠을 주무시면 난 누구하고 놀라구! 그렇다고 깨울 수는 없구.” 드래곤답지 않은 말투를 지니신 그리디아님은 루나의 드래곤이었다. 그래도 저건 많이 고쳐진 것이다. 예전에 정말이지 듣기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으니.....게다가 자신의 마스터인 루나를 지켜준다고 설치다가 오히려 지킴을 당하는 드래곤이랄까? 그런 모습이 귀여워 보였지만! 귀여워? 그 말을 내 뱉는 순간 나는 물론이고 커다란 숲에 살고 있는 하이 엘프들은 전멸이다. 라는 말을 명심하며 할일 없어진 난 루나가 누워있는 침대를 제외한 다른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19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2-09 1477 4 과거와 미래의 조각들 - 1 “어? 어라? 여긴 어디지?” 전혀 괴짜 드래곤 같지도 않은 네프티스와 만나서 와인 한잔하고 이야기하고 있다가 눈꺼풀이 닫힌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현재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온통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 공간인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존재 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오빠~~” 내가 아는 이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단지 어둠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불러도 오지 않는 그들에게 약간의 배신감이 들었지만 나 혼자로써 어쩔 수 없으니 무작정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기를 몇 시간? 아니 시간관념이 없어서인지 얼마동안 걸었는지도 기억에 남지 않았다. 걷고, 걷고....또 걷고....하다가 출구인 듯 보이는 환한 빛이 세어 나옴을 느끼며 그곳으로 열심히 달려갔다. 달려가서 본 것은 여러 가지 색깔의 문이었다.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갈까 고민을 하다가 몇 종류인지 모르는 문을 일일이 열어보기로 하고 좀 특이해 보인 문을 열기로 하였다. 한 가지 색을 띄는 다른 색의 문과는 달리 다색을 지닌 문이었다. 거침없이 손잡이를 돌리자 문은 힘없이 열렸다. “엥? 또 혼나고 있네? 쿡!” 안에 있는 배경은 나의 집이 있는 환계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내가 아는 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카스에게 세 명의 신은(라엘, 레이, 아틴)은 열심히 혼나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줄은 모르겠지만...그리고 저 멀리서 베로니카가 보였다. 내가 봉인에서 풀어주고 갈 곳이 없어서 환계로 올려 보낸 신족, 내 집 앞마당에 꽃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 그녀는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 거리고 있었다. 행복해하는 그들을 보며 슬며시 웃으며 문을 닫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붉은색 문을 열어보았다. 붉은색 문을 열자 자칭 내 엄마인 레드 드래곤이 보였고, 그 앞에는 오빠가 보였다. “하아하아~~하아~~엄마! 한번만....!” “안됏! 겨우 그 정도로 쓰러지면 내 아들도 아냐! 다시 한번!” 혹독한 수련을 하고 있는 듯 오빠는 다 쓰러져 가는 목소리로 애원을 했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이었던 엄마의 얼굴은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붉은 눈동자에는 믿음이라는 것이 들어있었다. “오빠! 열심히 해.” 응원의 말을 해주고 녹색 문을 열기도 전에 난 대충 보일 인물이 누굴지 생각이 들었다. “리디 아니면 가브겠지?”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는지 가브가 보였다. 커다란 숲에서 떠난 그는 잠을 자다가 기습당해 노예가 된 모습이었다. 가브가 해준 말이 다 사실이었어. 반은 믿고 반은 흘려버렸는데. 처참한 몰골을 하며 끌려 다닌 가브의 모습을 더 볼 수 없어서 문을 닫아버렸다. “그럼 이 파란문은 블루?” 하며 열자 커다란 블루 드래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커다란 드래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슬퍼서 우는 거지?” 하지만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단지 그녀석의 손에 들린 2개의 푸른 빛깔의 보석을 보았다. “저건...블루 드래곤 하트? 그렇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요지부동 울기만 한 블루는 어느 센가 인간형으로 폴리모프를 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모습이었다. “바보같이....너무하잖습니까? 왜 하필이면, 제 부모님을 모두 데려가신 겁니까? 신이시여....” 영상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잠시 후 다른 모습이 보였다. 은발에 검은색 눈동자를 한 여인과 같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녀석의 모습도 보게 되었다. 부모 잃은 녀석치고 환한 모습을 보자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지만 또 버림받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다시 늙어 죽어가는 그녀 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 까지. “여기서 그만 보는 게 좋겠지?” 혼잣말을 하며 다시 다른 문 쪽으로 다가갔다. 녹색문과는 달리 연둣빛을 내는 문을 열고 안의 상황을 들여다보았다. “꺄하하하~엄마!!!” 녹색 머리를 허리까지 기른 어린 리디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와 똑같이 생겼지만 단지 더 큰 여자가 보였다. 아마도 리디의 엄마 드래곤인 듯 보였다. “리디~그렇게 좋은 거니?” 따사로움이 녹아든 말에 리디는 계속 웃으며 헤실헤실 거렸다. 아니 그 보다 리디의 엄마란 존재가 내가 그리디아에게 지어준 애칭을 쓰고 있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랐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나 잘 맞물린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여기서도 내 찍기 신공이 발휘되어 그리디아의 이름을 그녀의 엄마가 부르던 애칭으로 불렀을지도. “응! 난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아~좋아~” 리디는 어린양을 부리면서 엄마의 가는 허리를 두 팔로 안고 팔짝팔짝 뛰었다. “그만 하렴. 우리 리디~이제 곧 있으면 성룡식을 하는 애가 이렇게 다녀서야 되겠니? 왜 하필이면 어린애 모습으로 다니는 거니?” 빙긋이 웃으며 하는 말에 리디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래야 엄마에게 어린양을 부릴 수 있잖아!! 난 성룡식을 한다고 해도 엄마하고 같이 살 거야~엄마가 쫒아낸다고 해도~~” “이런 이런.....언제까지 엄마하고 같이 지낼 순 없다는 걸 알 텐데?” “싫어~그래도 엄마하고 같이 살 거야.” 때를 쓰는 리디의 모습에 엄마인 듯 보이는 드래곤은 머리를 잘레잘레 흔들었다. 잠시 후 환한 배경과는 달리 붉은색으로 도배를 한 배경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죽어가는 한 녹색머리의 인간이 보였다. “앗! 리디 엄마?” 놀라서 달려가 치유를 해줄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크크큭! 죽어버려라!” 독설을 내 뱉으며 내가 보는 앞에서 금발을 가진 남자가 리디의 엄마에게 검을 쑤셔 박았다. 고통에 눈을 부릅뜬 그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 남자를 죽어라 쳐다보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붉은색 혈선이 생기면서 더럽혀진 턱을 따라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널....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널 죽여서 나의 것으로 만들 거야....하하하하!!” 반미치광이 남자는 기분이 좋은지 계속 괴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니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수면제에 당하지는 못하지~독이 아니어서 해독도 할 수 없잖아? 크하하하!!” 그녀는 억울한지 눈물만 흘리며 죽어가는 자신이 한탄스러운지 녹색의 눈동자는 붉어져 있었다. “내가....인간을.....너무 믿어버렸군......리디를....리디.....내.....사랑스런 딸을......혼자....남을 텐데....어떻게 하지......” 죽어가는 그는 아무도 들리지 않는 소리로 절규를 하였다. “내가, 내가 리디를 지켜 줄게요!! 걱정하시지 마시고 눈을 감으세요!” 죽어가는 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난 그녀를 향해 말을 하였다. 물론 들리지도 안겠지만...... “정말...이 십니까.......고귀한.....존재시여......당..신을...믿고......리디를.....부...디......” 리디의 엄마가 갑자기 내 쪽을 눈물어린 눈동자로 보면서 입술을 달싹거리며 미처 말도 끝마치지 못하고 그녀는 미소 지은 채 눈을 감았다. 어떻게 날 볼 수 있었지? 내 목소리를? 말도 안돼. 내 눈앞에서 차가운 땅에 얼굴을 대고 숨이 끊긴 그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쯤에 그 미치광이 남자는 그녀의 손에 들린 무언가를 빼었다. “너로 생각하며 가져가지. 하하하!!” 녹색 돌이 보였다. 녹색 돌? 라이프 스톤? 나한테 있는 건데. 그렇다면 본 소유자가 리디의 엄마였고, 다음 대에 물려받아야 하는 이는 리디였던 건가? 하지만 리디는 내게 아무 말도 안했는데. 점점 이해불가능모드로 들어가는 난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려서 얼마큼의 시간을 리디의 엄마 시신을 보면서 머리를 쥐어뜯었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후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녀의 모습과 흡사한 여자가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보니 리디였다. 어린아이 모습이 아닌 자신의 엄마와 비슷한 모습, 현재 자신의 모습을 한 리디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그녀를 보며 땅바닥에 철푸덕 무릎을 꿇었다. “어,엄마...엄마....흐흑..” 처참한 그녀의 시체를 리디가 끌어안고 울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동정심이 물씬 피어오르게 하는 장면에 난 애도의 한숨만 쉬었다. “엄마...바보 엄마....으아아앙~!” 목 놓아 울던 리디는 그녀의 미소 진 얼굴을 보고 울음을 멈추고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울어서 붉게 충혈된 눈동자 속에는 아직도 눈물의 잔재가 남아서 곧 떨어질 것 같이 방울방울 매달려 있었다. “이젠 맘 놓고 떠나도 돼. 엄마....엄마의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엄마의 모습은 내게 영원히 각인되어 있으니까.” 슬픈 미소를 지으며 하는 리디의 말이 끝나자 시신은 순간 소멸되어 버렸다. 아마도 영혼은 이미 하늘나라로 갔으니 자신의 몸이나마 딸을 보기 위해 마지막으로 남은 마나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나 보다. “으드드득....인간이란 종속들을 용서 못해. 다시는 보지도 않을 거야!” 다짐을 하던 리디의 모습이 사라졌다. 조용히 연둣빛 문을 닫고 잠시 리디의 엄마를 향해 묵념을 올렸다. 언제나 내게 재롱을 떨면서 웃는 리디가 숨기고 있는 과거를 들여다 본 것 같아서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 편치 않은 마음으로 나는 옆에 있던 은색의 문의 손잡이를 잡고 열었다. “저,저건....나? 오! 마이 갓!!” 은색빛 머리를 한 내 모습이었다. 내가 날 바라보는 그 느낌이란 오싹하였다. 그런데 저 아래에 있는 나는 울고 있었다. “아무리 그렇지만 울고 있는 건 너무한 거 아냐? 뚝 그쳐~” 카스가 내게 와서 짜증이 약간 피어오르는 듯한 투로 말했지만 난 계속 울었다. 저렇게 울다간 눈물샘이 말라버릴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내 옆에는 내가 알고 있는 녀석들이 보였다. 카스 뿐만 아니라 레이, 라엘, 아틴...그리고 베로니카.....모두들 옆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성거리기만 하였다. “그러 길래 왜 그 방으로 데리고 가신 겁니까?” 붉은 머리의 레이가 환계의 주신인 카스에게 따지듯이 물어보았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냐? 루나가 하도 애원을 해서 그렇지.” 풀이 죽은듯한 카스의 소리는 희미하게 들려왔다.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쩔 수....이미 지나간 일이니깐요!” 침착한 라엘의 말에 다시 침묵하게 되었지만 난 계속 울었다. “날...날...잊고...살아가고 있어.....내 가족들이.......흐아아아아아앙” 내 말이 현재의 내 가슴을 찢고 있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듣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눈물이 내 의지와는 반대로 나오고 있었다. 울고 있는 내 모습을 계속 보고 있으면 계속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뒤에는 나도 알고 있는 세 명의 모습이 보였다. 실을 잣는 클로토, 실의 길이를 재는 라케시스, 실을 자르는 아트로포스....운명의 세 여신이 나를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왜, 이 따위 영상을 보여주는거얏~싫엇!” 세 여신이 날 보고 있는 것 보다는 눈물이 났다는 것 자체가,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 것들이 생각났던 것 자체가 너무 싫어서 비명을 지르면서 흰빛이 새어나오는 문을 열고 달려갔다. 눈물로 얼룩진 내 눈에는 나를 쳐다보고 있는 오빠와 그 외의 녀석들이 보였다. 그리고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 * * * * * * * * * * * * * * “루,루나?” 지금은 한밤중이었다. 낮부터 내리 자기만 하는 동생을 위해 그는 친히 귀하신 몸을 움직여서 말과 블랑슈를 데리고 와서 침대에서 편하게 자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동생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동생이 자고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자신을 부르더니 또 일행들의 이름을 하나둘씩 불러대더니(이때 일행들은 모두 호명함과 동시에 일어나버렸다.) 잠시 잠잠해짐을 느끼고 잠꼬대를 한줄 알고, 무슨 꿈을 그리 심하게 꾸는지 들여다보았다. 하얗다 못해 푸른빛을 띠던 내 동생 루나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즐거운지 웃기도 하고, 뭐가 그리 슬픈지 침울해져 가고 있는 얼굴이 신기한지 일행들도 그와 같이 웃고, 침울해져 갔다. 그리고 갑자기 루나가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많은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옷을 적시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깨우기 위해 흔들었지만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내 동생이, 귀한 내 동생이 눈물을 흘렸다. “심각한 꿈인가봐요. 어떡해요?” 흔하지 않는 루나의 눈물을 보고 그리디아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 슬픈 꿈을 꾸고 있는가 보지.” 블루님은 루나의 애완동물인 블랑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찌 보면 루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어찌 보면 타인을 보듯이 하는 것에 적응이 안돼. 미스티를 유희 상대로 여긴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나의 눈빛을 느꼈는지 블루님은 왜 쳐다보냐는 듯이 맞대응했지만 곧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왜, 이 따위 영상을 보여주는거얏~싫엇!” 비명을 지른 루나는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다가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아무래도 상태가 심각해진 것 같아요. 요 며칠동안은 그런 꿈을 꾸지 않는 것 같았는데...” 루나의 보디가드를 자청하는 하이엘프 녀석을 보다가 다시 얼굴을 돌렸다. 그래도 전에는 꿈만 꾸면서 울었는데 이번엔 식은땀까지 주르륵 흘리고 있었으니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어요. 잠시만 나가 계세요. 제 말 안 들려요? 나가욧!” 뜬금없는 소리에 우린 그리디아를 보았다. 그리디아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우리에게 안 나가면 포이즌 브레스를 쏠 의향이 있다는 듯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우린 그리디아가 꺼낸 것을 보며 아무 말도 않고 방밖으로 나갔다. 물론 나가기 싫어하며 발톱을 세우는 블랑슈까지 덤으로 데리고 왔다. * * * * * * * * * * * * * * * “어쩌다가...불쌍하신 마스터! 제가 곧 갈아입혀 줄게요!” 식은땀으로 목욕을 하신 내 마스터이신 미스티님은 아니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 루나님으로 불러도 상관은 없겠군. 미르나이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있어도 난 루나 라는 이름이 더 좋았다. 왜냐고? 그건,그건 내 엄마....이..름....이었으니깐. 하하하 “우선 몸을 닦고, 그담엔 그 담엔, 옷을 갈아입히는 게 순서겠지?” 물수건으로 루나님의 몸을 닦고, 난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었다. “엄마도 내가 아팠을 때 이렇게 했을까? 왠지 슬퍼지네. 루나님이 아프면 내 가슴이 아파.” 고른 숨을 쉬며 자는 루나님은 식은땀을 흘리지 않았다. 평온한 잠을 잔 듯 하였다. “모두 들어오세요!” 문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세 남자에게 조용하게 외치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들어 왔다. “괜찮은 거지? 그렇지?” 그래도 명색이 루나님의 오빠인 가르시미르님이 먼저 루나님의 몸 상태를 점검하며 물어왔다. “제가 보기엔 아까보단 좋아진 것 같아요.” 좋아졌단 말에 가르시미르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모두 잠을 자도록.”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0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2-09 1781 11 물의 여신 아쿠아 - 1 “후아암~잘 잤다!! 얼레? 모두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내가 기지개를 펴고 눈을 뜨자 많이 보아왔던 얼굴들이 보였다. “해가 중천에 떴구만 지금까지 잔 넌 뭐냐?” 시비 투로 나오는 저 퍼런 드래곤을 어떻게 작살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괜찮니? 괜찮은 거지?” 걱정스러운 투로 물어오는 오빠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게 뭔 소리냐는 듯한 시선으로 물었다. “어제 장난이 아니었다니깐! 생각 않나?” 자신의 얼굴을 내게 쭉 내민 가브는 어제 있었던 비사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었다. 어제 악몽을 꾼 듯 소리를 지르고 식은땀을 흘리며 난리가 아니었다는 말과 더불어 리디가 내게 옷을 갈아입혀주었다는 소리까지. “아침이 되어도 깨어나지 않아서 아시리아님까지 불러 왔잖아!” 이제 보니 푸른 머리의 여자가 하나 끼어 있었던 것이 지금에야 봤다. 워낙에 키 큰 녀석들에 둘러싸이다시피 해서 그럭저럭 중간키를 유지하고 있는 아시리아가 그들의 근처에서 뻘줌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하하~안녕하세요, 아시리아님.” 아침 겸 낮 인사를 하자 아시리아는 빙긋이 웃어주었다. “미스티님은 몸이 많이 허약하신 듯 하군요. 하지만 과거에 묶여 사는 건 좋지 않으니 잊는 것도 좋을 듯 하군요.” 아시리아의 말을 듣고 난 뜨끔하였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저 웃어주기만 하였다. 대사제란 말이 허울이 아닌 듯 내 마음속에 숨겨두고 절대로 열어보고 싶지 않은 금단의 구역을 보는 듯 말하는 아시리아는 불안한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나를 향해 생긋 웃어주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신비하고 묘한 힘이 깃들여져 있는 것 같았다. “이제 점심시간도 되었으니 식사 하러 가죠!” 잠시 침묵의 상태에 있던 방안에서 서로 어색하게 웃고 있을 때 네프티스가 식사를 하자며 리디를 뺀 아시리아와 나머지 녀석들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나갔다. 아마도 리디의 마스터가 나이다 보니 나와 같이 나오라는 뜻인 듯 하다. 아니면 말고. “헤에~루나님. 배고프죠? 얼른 씻고 우리도 식사해요!” 기분이 좋은지 리디는 방실방실 웃으며 세숫물을 준비해서 내 앞에 대령하였다. 내 심리를 꿰뚫어보는 리디! 역시 나와 오랫동안 여행을 하다보니 눈빛만 봐도 통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너의 그런 눈빛은 정말 싫은데. 웃으면서 내가 아닌 다른 이를...정확하게는 자신의 엄마를 보는 것 같은 눈동자는 나로서는 고역이었다. “고마워.” 간단하게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 한 다음 몸을 움직이기 싫었던 아니 확실하게 말하면 온 몸에 기움이 없던 난 리디 덕에 욕실로 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세수를 하였고 옆에 붙어 있던 리디가 수건을 건네주자 물기를 닦아 내며, 미리 준비된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갈아입는 도중에 대체 가브가 말한테로 악몽을 꾼 후유증인 것 같은 현상이 나를 괴롭혔다. “제가 부축해 줄게요.” 침대 곁으로 다가온 리디가 내 팔을 붙잡고 일으켜주며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오후의 따가운 햇살이 내 눈을 자극했지만 그 따가움마저 나에게 기운을 북돋으라는 뜻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저기에서 식사를 하신다고 했거든요!” 혼자 신이 난 리디는 커다란 나무로 그늘이 진 곳으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에는 새하얀 테이블 위에 음식들이 있었고, 모두 다섯 명의 인원이 보였다. “왜 이렇게 꾸물.....기운이 없냐? 어제와는 많이 다르네?” 어제까지 팔팔하던 내가 리디에게 부축을 받으며오자 블루가 하던 말을 고치며 의외의 상황이라는 듯이 말했다. “상관 마.” 오빠가 빼준 의자에 앉으며 묵묵히 식사를 하였다. 신전이라서 그런지 모든 게 풀 반찬이었다. 절처럼 육식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것도 풀 저것도 풀~! 아주 오래전 나 같았으면 난 소가 아니야! 하면서 씩씩 거릴 테지만 그 동안 이것도 없어서 굶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물만 마시던 사람들이나 초근목피로 생을 연명하는 이들을 보았기에 이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길 정도였다. “차린 것이 없지만 많이 드세요!” 언제나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아시리아의 말에 나도 웃어주며 스푼을 들어 스프를 떠먹었다. “맛은 어떠세요?” 이건 내가 한 음식 이예요 하는 듯한 얼굴로 묻는 네프티스. “맛있어요! 느끼하지도 않고 담백한걸요? 전 느끼한 건 딱 질색이거든요.” 정말로 느끼하지 않고 내 입맛에 맞아서 칭찬의 말을 해주자 네프티스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제가 한 음식인데 고마워요!” 내가 찍는 것은 백발백중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난 스프를 깨끗이 비우고 과일을 먹었다. “그런데 아시리아님은 항상 이렇게 드세요? 다른 분들하고 식사를 하지 않나요?” 우리들 근처에 다른 사람은 없기에 어찌된 일인지 묻는 말에 아시리아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제가 여기 물의 신전의 대사제로 뽑힌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네프티스하고 만 식사했어요! 원래는 혼자 해야 하는데 네프티스는 특별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여러분들과 같이 식사를 하니 활기차서 기분이 좋네요. 그런데 미스티님의 애완동물은 잘 안 먹네요?” 야채스프 접시 앞에서 그저 깔짝깔짝 대는 블랑슈를 보며 아시리아가 물었다. “헤에~이 녀석이 원래 육식을 좋아해 서리....야! 편식하지 말고 먹어. 안 그럼 그거 뺏어버린다?” 협박성 발언에 블랑슈는 언제 깔짝깔짝 했냐는 듯이 잽싸게 스프를 핥아먹었다. 어쩔 수 없는 살기 위한 행동임을 모를 리 없었다. 녀석한테는 먹을 거 뺏는다는 말이 목 앞에 드리워진 검 날 보다 무섭고 효과적인 협박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 입이 좀 짧아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약간의 협박만(?) 하면 잘 먹거든요! 하하하!” 스프를 깨끗이 핥아먹는 블랑슈를 쓰다듬으며 하는 말에 아시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로 행복해보여요. 좋겠어요. 이런 분들과 같이 여행을 하신다니.....전 이제껏 신전에만 있어서 세상 물정을 잘 몰라요. 언제 한번 나가 본적이 있지만 절 우러러 볼뿐이었죠!” 씁쓸한 듯이 말하며 과일을 베어 무는 아시리아가 괜히 불쌍해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밖에 나가서 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사제 하나 옆에 끼고 길거리에 다니다보면 안 봐도 뻔한 상황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이에 한참을 침묵을 지키던 네프티스는 무언가 결심한 듯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부터 1시간 후에 대사제들끼리 모임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난 또 재밌는 놀거리를 말할 줄 알았더니 한다는 말이 저러니 아시리아도 참 딱한 인생이었다. 과일을 먹고 있던 아시리아는 네프티스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깜빡하고 있었어! 어떻게 해? 이제까지 준비도 안했는데. 나 몰라~~” 언제 씁쓸한 미소를 지었냐는 듯이 비명 비스 무리한 것을 지르면서 건물 쪽으로 잽싸게 사라져버렸다. 뛰어가는 것 하나만은 본받고 싶을 정도이다. “억지로 그런 거죠? 그렇죠?” 사과를 깨물면서 네프티스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하는 말에 그는 일어섰던 자리에 앉으며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말했다. “네! 맞습니다. 그런 모습은 아시리아님과 어울리지 않으니 빨리 없애 드리는 게 마스터를 모시고 있는 자의 도리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미스티님은 어떻게 그런 일을 잘 알고 있었습니까?” 오히려 되묻는 그에게 난 그저 미소로써 답해주고 와인을 마셨다. 시원한 포도향이 감도는 화이트 와인 한잔에 행복을 느끼면서 블랑슈 녀석이 절대로 먹지 못하게 막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리디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훗~그냥 찍어봤어요! 그럴려고 그랬죠? 미스티님?” 어찌나 나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는지 리디는 내가 할 대답을 미리하고는 날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아마도 나하고 너무 많이 다녀서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뚫어보는 듯 하였다. 게다가 앞에 ‘훗~’ 이란 웃음소리까지도... “그,그래. 맞아!” 어색하게 웃으며 옆에 앉아있는 리디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자 리디는 헤벌쭉 해졌다. “사이좋은 관계군요!” 왠지 모를 웃음을 지어보인 네프티스는 그저 묵묵히 아시리아가 사라진 건물 쪽만 바라보았다. 식사를 다 한 우린 아시리아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우리가 묵고 있는 건물 안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었다. 아시리아가 와야만 궁 안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안에 들어왔다고는 하지만 곳곳에 경비가 있어서 난 물의 신전 안에서만 돌아다닐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돌아다니려면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지만 난 내 신분이 밝혀지지 않게 하고 싶은 건 물론이며 신분증인 목걸이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그 자체가 신분증인 아시리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네프티스도 아시리아가 없으니 우리 쪽으로 와서 드래곤들이랑 엘프랑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내게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들은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좀 전에 점심을 먹은 정원으로 나가자 진한 바닷빛 머리칼을 한 여인이 바닷빛 눈을 하며 커다란 나무뿌리에 앉아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물에 동화되어 그래도 아스라이 사라질 것 같은 여인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푸르고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옷자락들이 선선히 부는 바람에 흩날리면서 아름다운 잔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부드러운 물빛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자 나도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서 나무뿌리에 앉으며 인사하였다. “안녕! 오랜 만이지? 아쿠아!” 아쿠아! 물의 여신. 그녀가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에 나타났다. 인간계에 무슨 일이 있나?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돌아다닌 경험으로 봐서는 전쟁 비슷한 것도 터지지 않았다. 그런데 아쿠아가 이곳까지 방문하다니 놀라울 일이다. 비록 이곳은 아쿠아를 섬기는 물의 신전의 본교지만! “네! 정말로 오랜 만이예요! 루나님” 짧은 인사를 하고는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푸른 하늘! 하얀 솜털 구름으로 만들어진 배 한척이 푸른색 물결에 실려 가듯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든 게 너무도 평화스러운 세상! 이 평화로움은 신의 강림으로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그만큼 신의 힘은 강대한 것이니까. 게다가 환계도 아닌 신계와 마계의 신 중 한명인 아쿠아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놀라울 일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기에....혹! 또다시 신계와 마계가 싸우는 것은 아닐지. 물론 그러기 전에 미리 카스가 심어 놓은 스파이라 불리는 환신들에 의해 발각되어 뒷덜미가 잡히겠지만! “이곳엔 웬일이지?” 하늘을 바라보며 묻자 그녀도 하늘을 쳐다보며 내게 말했다. “그냥 한번 와보고 싶어서 왔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루나님이 나오시더군요. 신으로써의 힘을 다 봉인하셨나보죠? 처음엔 몰랐었다고요!” 예전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다가 신력마저 숨기고 있으니 그녀로써는 날 알아보기 힘들었겠지만 내가 소지하고 있는 카이의 마법 주머니의 파장 때문에 안 것 같았다. 샤이닝은 이 공간에 두고 지금까지 부른 역사가 없으니. “여행하는데 걸림돌이 되니까!” 짧게 말을 하고 나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서 바람에 서서히 녹색의 잔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는 이름모를 나무 이파리만 쳐다보았다. 그때 갑자기 내 볼에 서늘하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담겨 있는 손이 닿았기에 무심결에 손을 쳐서 떨어뜨려내려 했지만 그러질 못했다. 그녀 때문에 서서히 돌려진 시선에 내 금빛 눈동자가 자리 잡고 있는 푸른빛의 눈을 정면으로 보았기에. 신비로운 너무도 깊어서 속을 들여다보지 못할 것 같은 심연의 눈물이 굳어진 듯한 아쿠아의 눈동자에는 한줄기 금빛의 햇살이 드리워져서 깊은 속이 들여다보일 것 같은 마력이 나를 잡아 끌어들이고 있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자신의 눈만 마주 보고 있는 나를 향해 물의 특유의 비린내가 아닌 물빛 향수를 뿌리는 듯한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주면서 서서히 닫혀진 붉은 입술을 열었다. “너무 힘들어하는 것 같군요. 인간으로써 살아왔던 시간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잊어버리세요! 아니면 제가 무례하지만 그 기억을 봉인시켜드릴까요?” 서늘한 감촉을 지닌 손과는 달리 아쿠아의 말은 사람의 맘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서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듯 하였다. “아니...그럴 필요 없어! 나 지금의 이 생활이 좋아! 내 기억을 봉인시켜버린다면 난 아마 미처 버릴지도 모르지! 갑자기 끊긴 필름을 생각하려고 애쓰는 내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어!” 비록 마음 깊은곳에 봉인해 두고 싶지만 그 봉인의 기억은 언제든지 내 스스로 꺼내어 볼 수 있지만 만일 봉인된 기억을 영원히 기억해 내지 못하면 끊어진 필름에 이것저것 끼워 맞추는 생활을 하며 궁금함에 미쳐버릴 것 같기에 사양을 했다. 뭔가 그리움이 아련히 묻어나오는 끊어진 필름은 나로 하여금 스스로 신으로써의 자격을 박탈해 버릴지도 모른다. 스스로 신으로써의 자격 박탈이라 함은 바로 자결. 곧 소멸이다. “루나님은 강하시니까 모든지 다 해내실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갈게요! 지금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빌게요!” 내 금빛 눈동자에 한 방울의 물을 튀겨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본 아쿠아는 싱긋 웃으면서 살포시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청량함이 깃든 아쿠아의 마음이 담긴 키스를 받은 신은 아마도 나 밖에 없을 것이다. 수줍음의 대표주자 신이라 일컬어지는 아쿠아는 서서히 푸른 물의 기운에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날 보았다는 시덥잖은 말은 하지 마!” 마지막으로 한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아쿠아는 푸른 물의 기운과 함께 언제 왔었냐는 듯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아쿠아가 앉아 있던 나무 뿌리위에도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단지 은은한 물빛 향만이 이곳을 감돌다가 바람에 동화가 되어 저 멀리 사라져버렸지만. 아쿠아가 사라진 곳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누군가가 접근하는 듯해서 그곳으로 바라보았다. 누군가가 두다다다닥 발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것을 보니 아시리아인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다른 발소리들도 들려왔다. 아주 미약하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아시리아를 위시한 네 마리의 드래곤과 하이 엘프 한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친 호흡을 하면서 아시리아는 뭔가 굉장히 기대를 하는듯한 얼굴을 하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런 아시리아를 보면서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왕궁 구경시켜주러 달려온 거예요?” 여전히 나무뿌리에 앉아있는 상태로 올려다보며 물어보자 아시리아는 내 물음에 대답도 해주지 않고 주변을 휙휙 둘러보다가 나에게 시선을 박으며 물었다. “혹시 여기에 푸른 머리칼과 눈빛을 한 여인을 보지 못했나요?” 아마도 아쿠아의 기운을 느껴서 대사제의 회의인가 뭔가가 끝나서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급하게 달려온 듯 싶었다. “풋~보지 못했는데요! 그 분이 누구 길래 이렇게 눈에 불을 키고 찾는 거죠?” 한손으로 입을 막으며 하는 말에 아시리아는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저기 머리카락이...풉!” 아쿠아가 사라진 후에 달려온 아시리아의 머리카락은 거의 까치집 수준이었다. 긴 머리카락이 얽히고 섥혀서 하늘을 향해 치솟는 듯 한 모습을 연상케 하였다. 너무 급하게 뛰어오다 보니 자신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서 붕 솟은 모습은 거울만 주면 볼 수 있을 듯! “꺄아아아아~나 몰라~” 내 말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보고는 다시 건물로 힘차게 뛰어갔다. 머리를 차분히 가라앉히기 위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뛰어가는 것으로 봐서는 또 다시 얽힌 머리카락이 다시 2차로 엉켜서 머리카락을 풀기 힘들 것이다. 몇 백 개의 머리카락이 수난을 당하며 땅바닥에 흩날릴 것임은 안 봐도 예상가능하다. “미스티! 이런 곳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이제 해가 넘어가는데, 추우니까 어서 들어가자!” 내 곁에 다가온 블루는 내 손목을 잡고는 일으키면서 잡아끌었다. 그런 모습을 네프티스가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지만 무시하였다. 아시리아나 쫒아가서 머리카락 정돈이나 해줄 것이지 아직도 이곳에 있다니. 마스터를 모시고 있는 드래곤으로서의 자격 미달! “난 안 추우니까 괜찮아!” 우리들이 묵는 방까지 끌고 온 블루는 그제서야 손목을 놓아주면서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주었다. 아쿠아의 손에 비해 더 크고 긴 블루의 따스한 기운이 담긴 손은 내게 차가운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차가운데 안 추워?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쇼파에 앉아 있어!” 블루가 감싼 손에서는 따스한 온기가 흘러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응!” 짧게 말하면서 난 블루가 말 한데로 쇼파에 앉았다. 그러자 그 뒤로 일행들이 속속들이 도착을 하였고 식사도 들어왔다. 여전히 아시리아는 우리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밤에 아쿠아에게 예배를 해야 한다며 네프티스와 자리에서 일어나고 견습 사제들이 와서 접시 등을 치웠다.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밤이 되자 난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드래곤과 엘프들 틈에서 빠져나와 나무뿌리에 앉았다. “훗~이것 때문에 번번이 신들한테 걸리는 거겠지?” 카이가 선물로 준 마법 주머니를 꺼냈다. 보통 주머니처럼 생겼는데 이것에는 마신 카이의 신력이 부여되어있어서 신들은 대부분 내 위치를 파악하거나 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마법 주머니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난 그것을 샤이닝이 있는 이 공간에 집어 넣어버렸다. 이로써 신들의 영향권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난 기지개를 폈다. 두 손을 깍지를 끼워 머리에 대고 나무에 기댔다. 편안한 자세로 밤하늘을 바라보자 슬픈 생각이 들것만 같았다. 흑요석보다 더 진한 밤하늘은 언제나 반짝였다. 물론 구름이 껴있으면 어두침침하지만!! 저 어둠도 자그마한 별들에 의해 반짝이는데 내 마음은 전혀 반짝이지 않았다. 반짝이지 않는 내 마음에 껴있는 모든 것들을 날려버리려는지 바람이 날 살짝 건드리며 미래를 알 수 없는 길로 떠나갔다. 내 곁에서 사라져가는 바람을 느끼다가 무언가가 내 품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얀 무엇인가가 달빛에 비추어져 반짝이듯 빛이 나는 듯 하였다. “블랑슈였구나! 언제나 존재감 없는 녀석인데 달빛을 받으니 빛이 나는걸?” 두 손으로 블랑슈를 잡고 들어올렸다. 어떤 잡털도 끼어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새하얀 털만 있는 블랑슈는 눈이 가려운지 앞발로 눈 부위를 부비부비 하였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이지 않는다면 감수성 제로에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는 이라 칭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귀여워~” 블랑슈를 품에 꼭 안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의 여신인 아르테스가 힘을 내라는 듯이 밝은 달빛을 내게 뿌려주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 아르테스의 성의를 더 잘 받아들이기 위해 나무뿌리에서 내려와 잔디에 드러누웠다. “응! 나 힘낼 거야! 고마워!”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말을 하였다. 그것에 보답하듯이 더 밝은 빛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아르테스의 웃는 모습이 달에 투영되는 듯 하다. 마음속으로 아르테스와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주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너 혼자 뭐라고 하는 거냐?” 달빛에 넋을 잃고 있다가 가까스로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온 듯해서 달에 시선을 거두고 내 앞을 바라보았다. “계속 얘기나 하고 있지는 여긴 웬일이야?” 오빠와 머리를 바꿔서 붉은 머리를 한 녀석은 다시 푸른 머리 빛으로 바꾸었는지 밤인데도 불구하고 불어오는 훈풍에 머리가 자연스레 날리고 있었다. “바람 쐬러 나왔어!” “그랬냐? 그럼 계속 바람이나 쐐!” 바람을 맞던 녀석은 아무 말도 없이 날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뭘 잘못 먹었나? 그리고 이 녀석은 왜 이렇게 발버둥을 치는 거지? 블랑슈 녀석은 내게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차마 발톱은 드러내지 못하고 낑낑대고 있었기에 팔을 풀어주자 건물 쪽으로 잽싸게 달려갔다. 저 녀석이 달려가는 이유는....먹을 것 밖에 없었다. 냄새도 잘 맡는 녀석!! 분명 지금쯤 방안에서는 야참을 먹고 있을 텐데 녀석은 그것을 알고 뛰어간 것이다. 주인인 나보다 음식이 더 좋다는 말이냐? 하고 물으면 필시 좋다고 말할 놈이 바로 블랑슈였다. 건물 쪽을 달려가는 블랑슈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녀석을 따라서 잽싸게 뛰어갔다. 블루 녀석이랑 같이 있어봤자 내가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테니. 옆에는 내 지원군도 없으니 내 상황이 불리하다. 그래서 블루가 혼자 남겨져 있든지 말든지 상관하지 않고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1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2-16 1417 6 블랑슈는 무서운놈? - 1 아함~잘 잤다!” 오랜만에 편한 숙면을 하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펴보자 오늘도 역시나 늦잠을 잤는지 일행들이 나만 흘끔흘끔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도 늦게 일어난 거 축하해주마.” 별로 축하 받을 일이 없는데 늦잠 잔거 가지고 칭찬을 해주는 블루에게 씩 웃어주었다. 초장부터 화를 내봤자 나만 손해니까.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때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어퍼컷을 한대만 날려주지 뭐. “오! 고마워. 이런 걸로 축하받기는 처음이네!” 블루의 말에 간단하게 응수를 해준 다음 욕실로 직행함과 동시에 리디가 욕실 문 앞을 지키는 듯 기척이 느껴졌다. 그러지 않아도 안 들어오는데. 욕조에 물을 받아서 몸을 담갔는데 그 시원함이란 말로 설명을 못할 정도였다. 내친김에 머리카락도 물에 담그고 감았는데 투명한 물에 담그어진 머리카락이 너울너울 거리면서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였다. 피부를 다치지 않게 하는 타월에 비누를 묻혀서 쓱쓱 문지른 다음 물로 헹구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낸 다음 머리카락을 부볐다. 이 공간에 두었던 마법 주머니에서 새 옷을 꺼내서 입은 다음 다시 주머니는 이 공간으로 집어 넣어버렸다. 딸깍 욕실 문을 열고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서는 일행들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뭘 봐?” 오랜만에 씻고 나온 내 모습을 봐서 그런지 아니면 또 내가 밤중에 무슨 일을 저질러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를 보는 눈빛들이 심상치 않았다. 저 감정복잡한 눈동자를 보니 머리가 절레절레 흔들어졌다. “귀여운 동생아~! 아유~귀여워라!”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는 오빠의 어투에 흠칫거리던 중 마법으로 순간 이동을 해 내 앞에 나타난 오빠가 나를 꼭 안고 부비부비를 하며 물기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올려주었다. 그래도 친 혈육은 아니더라도 오빠라는 존재자체 때문인지 뭔가 몰라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며 훈훈한 느낌이 들었다. “귀여운 동생님! 앞으로는 이 오빠하고 영원히 같이 다녀야 해!” 그때였다. 문이 벌컥 하면서 두 명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나를 안고 있는 오빠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 꼬리를 살짝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금지된 사랑이여~가르시미르님!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남매인데 그렇게 찐한 포즈를 취하시만 주변에 있는 분들이 괴롭답니다!” 여차하면 한곳에 몰아 놓고 비늘 조각을 하나하나씩 뜯어서 팔아버리고, 사시미로 회를 떠 드래곤 고기를 먹으면 장수 한다는 소문을 퍼뜨린 후 식당에 팔아넘기고, 드래곤 본은 육수를 끓일 때 쓰고, 나머지 드래곤 하트는 내가 쓱싹해버릴 음험한 생각을 하였다. 이제 보니 예전에 리디를 만나기 전 필라르에게 들은 이야기가 뇌리를 점령했다. 드래곤 한 마리 잡으면 이것저것 남길 것이 대처분 바겐세일을 해도 몇 대가 놀고 마셔도 될 만큼 부자가 되니 실로 구미당기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네프티스를 보는 내 눈동자가 점점 깊어질수록 당자사인 네프티스는 뚫어지게 쳐다보는 나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짓고 이에 오빠가 음험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내 머릿속을 뜯어다 봤는지 급히 저지를 했다. “동생에게 이정도의 스킨십도 안 된단 말이냐? 이 정도는 아주 기본에 속하는 것이라고.” 별로 큰 소리 칠게 못되는 것 같은데 오빠는 오히려 네프티스를 째려보면서 한번만 그딴 소리하면 이 세상 구경 다 한줄 알아라 하는 식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넌 내덕에 산 줄 알아라는 눈빛을 교환한 것을 슬쩍 보았다. “흠흠! 식사를 하셔야죠. 아침도 거르셨으니 점심을 드시고 왕궁 구경을 하시는 게 좋을 듯 하군요!” 식어버린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선지 아시리아는 잠시 분위기를 환기 시킨 다음 아주 반가운 소리를 하였기에 난 마다하지 않고 아시리아의 말에 따랐다. 어김없이 육류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식사에 블랑슈는 편식을 하였지만 접시를 뺏어버리려고 하자 나한테 살살 꼬면서 어린양을 부리는 닭살 돋는 몸짓에 다시 접시를 내려놓았더니만 홀짝이면서 잘만 먹었다. “대단해요! 처음 볼 땐 그냥 강아지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레기야크 더 군요!” 홀짝이면서 스프를 핥고 있던 블랑슈는 네프티스의 말을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지 먹는데 신경 쓰여서 못들은 척한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 블랑슈를 보면서 아시리아는 네프티스에게 자세한 정보를 알려달라는 식으로 말똥말똥 쳐다보았다. “아시리아님은 아마도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듣기는 하셨을 겁니다. 신마 전쟁 때 마신들이 천계의 신들과 싸울 때 데리고 있던 몬스터들을 풀어서 인간계를 유린하고 있을 때 앞장섰던 것! 들으셨죠?” 네프티스의 그리 길지 않는 설명을 들은 아시리아는 뭔가 곰곰이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앞장섰던 몬스터는 컸잖아! 하지만 블랑슈는 너무 작은걸?” 귀엽다는 식으로 쳐다보며 꼭 깨물어 주고 싶어 하는 듯한 눈빛에 네프티스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에휴~저 레기야크는 아직 덜 큰 상태이고 다 커서도 저런 모습입니다. 다만 레기야크가 화가 나면 몸집이 커지죠! 아주 커다랗게요. 성격도 포악해서 마계의 마수왕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지만 이렇게 얌전한 이유는 바로 주인인 미스티님이 계시기 때문이죠. 만일 미스티님이 지금 안계시면 이곳으로 파괴시켜 버릴 정도로 강하죠.” 네프티스의 설명에 난 하품이 절로 세어 나왔지만 꾹 참고 아시리아를 쳐다보았는데 안색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블랑슈 곁에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그랬구나. 어쩐지 내가 만지려고 할 때 으르렁거리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오호호호~” 블랑슈를 쓰다듬고 있는 날 덜덜 떠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음식을 먹고 있던 블랑슈를 들어서 아시리아에게 던져버렸다. 그러자 아시리아는 반사적으로 두 손으로 받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와 네프티스만을 바라보며 곧 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훗~우리 블랑슈는 내 명령이 없을 땐 공격하지 않다고요. 더구나 얼마나 순한데~그러니까 일행들이 건드려도 가만히 있죠!” 순하다는 말에 아시리아는 자신이 두 손으로 들고 있는 블랑슈를 바라보았다. 부비부비를 하고 있는 녀석이 맘에 들었는지 아시리아는 블랑슈를 꼭 껴안았다. “까아아아~귀여워~나도 한마리 있었으면~” 볼에 블랑슈를 부비면서 네프티스를 보는 시선에 네프티스는 하늘만 쳐다보았다. “레기야크를 구하려면 마계로 가야 할뿐만 아니라 싸움을 해서 겨우 잡을 수 있다고요. 이 녀석은 이유를 모르겠지만 인간계에 나왔고 미스티양을 만나서 주인으로 선택한거 라고요. 지금 그 눈빛은 저보고 마계에 가서 이것을 붙잡으라는 말입니까?” 불신감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자 아시리아는 얼굴을 상하로 움직였다. 이에 네프티스는 입안에 스프를 집어넣고 있던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참으로 어색한 포즈로 굳어버린 네프티스가 불쌍하게 여겨졌는지 옆에 앉아 있던 블루가 등을 쳐주자 스프가 입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정신을 차린 듯 스푼을 스프 그릇 위에 올려놓고는 한숨을 쉬며 블랑슈를 껴안고 부비고 있는 아시리아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잡기가 힘들뿐만 아니라 개체수도 얼마 없어서 마신들이나 마족들이 애지중지 하고 있는데 제가 가면 얼씨구나 하고 반기겠습니다? 혹 잡았다 하더라도 이 녀석이 주인으로 인정해야지 안 그러면 왕궁이 박살 날거에요! 게다가 신을 모시고 있는 사람이 마계의 몬스터를 애완용으로 들고 있다는 거 자체가 이상하지도 않아요?” 설교성이 있는 말투에 아시리아는 추욱 쳐져 버렸다. 하지만 어쩌리요~네프티스의 말이 사실인 것을! 게다가 드래곤이 어떻게 마계를 가겠는가? 마계를 갈려면 특별히 신들이 만든 게이트를 통해서만이 갈수 있는데 그 게이트는 바로 환계에 있었다. 고로 마계에서 신계 즉 천계로 갈려면 환계를 거쳐서 가야하고 신들도 마계로 가려면 똑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환계에 도착하면 카스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기에 그들간의 싸움은 거의 멈춰지고 있다가 이젠 없어진 것이다. 전에 무슨 이유 때문이지 몰라도 신마 전쟁을 일으켰지만 이젠 친하게 지낸다. “언제 구경시켜 줄거에요? 무지무지 가보고 싶다고요!” 아마도 이쯤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해 또 다시 내가 나서야 겠다는 일념으로 아시리아에게 물었다. 블랑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축 쳐진 아시리아는 내 말을 듣고 블랑슈를 안고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외쳤다. “제군들은 나를 따르시오.”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에 얼떨떨했지만 나야 반대할 사항이 아니므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일행들이 식사를 다 했는지 일어났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전히 밥맛없는 녀석인 블루는 아시리아를 보며 자신이 대빵인 듯 말을 하였다. 저 대사는 내거였는데! 의자에서 일어난 우린 그 상태로 아시리아를 따라 들어갔다. 물의 신전 밖으로 나오니 똑같은 건물이 여러 개가 내 눈에 뜨였다. 처음엔 가보고 싶어졌지만 아시리아 설명을 듣고 궁 안으로 발을 디밀었다. 저 똑같은 건물이 모두다 신전이었다니....이제 신전을 질려서 구경하기도 싫었다. 궁 안에 들어가기 전에 기사들이 막았지만 우리의 확실한 신분 보증표인 아시리아가 있었기에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다. 궁 안의 복도는 온갖 신들의 흉상이나 전신상등 조각으로 꾸며져 있었다. 어찌나 잘 만들었던지 실물을 보고 있는듯하였다. 그 중에 아쿠아 조각상이 날 보고 웃고 있다고 느낀 건 전날에 아쿠아를 본 후유증(?)때문 일 것이다. 조각상으로 도배된 복도를 지나자 안에는 작은 궁전이 있었다. 이중 궁전! 그 누구를 보고 있는 듯 하였다. “저기가 바로 신왕께서 계시는 곳입니다.” 한 가운데 있는 새하얀 잡티하나 붙어 있지 않는 아담사이즈의 건물을 가리켰는데 그 건물과 다른 건물은 신을 모시는 국가답게 신성력이 느껴지는 듯 하였다. 하얀색이라서 신성력이 느껴졌을지도. “미스티님, 꼭 언덕위의 하얀 집을 보는 것 같아요!” 조금 얌전해진 듯 한 리디의 한 마디에 안에 있던 녀석들은 차마 크게 웃지는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어깨만 들썩거렸다. 이에 아시리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는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기에 우리도 졸졸졸 따라갔다. “하늘빛 건물은 대사제들 전용 건물로써 저기서 회의를 하죠! 그 회의란 무엇이냐는 듯한 눈빛은 하지 마세요! 국가 기밀입니다.” 국가 기밀은 무슨 놈의 국가 기밀! 그냥 말하기 싫다고 할 것이지. 나와 약간 비슷한 케이스인 아시리아는 귀찮은 건 모두다 네프티스에게 떠맡기고 생활하는 듯 하였으며 말하기 귀찮아서 국가 기밀이라는 말로 얼버무려버렸다. “저곳에서 쉬도록 하죠!” 한동안 따따부따 열심히 설명을 하던 아시리아는 잠시 힘들었는지 한곳을 가리켰는데, 정자 비스 무리한곳의 주변에는 온갖 종류의 꽃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며 또 꽃들의 주변에는 물이 굽이쳐 흐르며 아주 미세한 물방울이 흩날리면서 햇빛에 반사가 되어 무지개가 생겨 있었다. 꽃들의 사이로 디딤돌이 놓여있어서 그곳을 밟고는 정자로 이동하였다. 그늘이 져서 시원했고, 꽃들의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너무 이뻐요!” 감동을 한 듯한 리디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렇죠? 역시나 그리디아님은 보시는 안목이 높으시군요. 여긴 제가 제일로 좋아하는 장소랍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여기서 쉬었다가곤 하죠!” 어느 센가 짝짝꿍이 맞아버린 리디와 아시리아는 딱 붙어서 웃음꽃을 피우면서 이야기를 하였다. “아하하암~잠 와!” 입을 손으로 가리며 크게 벌려지는 한 손으로 가리고는 나머지 한손으로는 하늘을 향해 쭈욱 뻗었다. “훗~미스티 입에서 잠 이라는 단어가 떠날 땐 없겠지?” 가증스런 블루의 말에 발로 나불거리는 주둥이를 사뿐히 즈려 밟고 싶었지만 힘 낭비하는걸 선천적으로 싫은 난 그 놈을 째려보면서 말했다. “아니 있을 거야! 영원한 안식에 들면 그런 말 따윈 나오지 않을 테니 걱정 붙들어 매셔.” 영원한 안식! 즉 죽음이라는 뜻과 직결되는 말에 안에 있던 녀석들은 예전과는 달리 싸늘한 기운이 감돌지 않았다. 그건 바로 내가 라이프 스톤을 지니고 있어서 그러겠지만! 라이프 스톤의 진정한 비밀을 풀고 리디에게 몰래 건네줘야 할 텐데 그게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 정자 바닥에 철푸덕 앉은 나는 나무 기둥에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후각이 민감해져서 꽃향기를 더 잘 맡을 수 있었다.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을 때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차피 신원 보증 수표인 아시리아가 있으니 잘 되리라 믿고 난 눈을 뜨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필시 저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가는데 아시리아를 보고도 이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의심스러웠다. 드디어 정자와 무지 가까워졌을 때! “아시리아님, 네프티스님 이곳에 무얼 하고 계시나요? 못 보던 분들도 많이 계시군요.” 흠...저 목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데 이놈의 머릿속에서는 생각하기를 거부하는군!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해보았지만 들어본 듯한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생각이 나지 않다는 건 곧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는 신념대로 난 그 자세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네! 모두다 제 친구 분이십니다.” 잔잔한 물이 쏟아지는 듯한 목소리를 내는 아시리아가 새삼스러웠지만 절대로 눈을 뜨지는 않았다. 괜히 눈뜨면 안 좋은 것을 볼 것만 같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언제나 내가 찍은 것은 백발백중이니까! “그렇군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고 갈 줄 알았죠? 신왕 폐하께서 부르시고 계십니다. 아시리아님도 절 따라오시지요.” 못 본 척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신왕이란 작자가 아시리아를 만나길 원해서 같이 가야하기 때문에 이곳으로 온 듯 하였다. “그렇습니까? 그럼 가지요.” 온화한 목소리를 지닌 그 누구와 아시리아는 자리를 뜬지 약간의 시간이 흘러서야 난 눈을 떴다. 강열한 빛에 의해 눈이 적응을 하지 못해 저절로 감기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저 멀리서 달이 떠오르기 시작하였기 때문이었다. “에휴~아예 대놓고 퍼질러 자는구나!” 한숨 섞인 말을 하는 가브를 지그시 노려봐주고는 천천히 일어났다. “흠흠! 이제 식사 시간인데 뭐하고 있어? 난 배고픈데!” 배고프다는 말에 떠나기 전에 정자에서 아시리아의 품에서 빠져나와 내 품으로 들어온 녀석이 고개만 삐쭉이 내밀고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블랑슈도 배가 고픈 모양이군요. 그럼 물의 신전으로 가시지요.” 아시리아가 없는 관계로 네프티스가 물의 신전까지 길 안내를 하였다. 어두컴컴할 줄 알았던 왕궁으로 가는 복도는 마법 등이 달려있어서 밝았으며 다른 신전들도 환했다. 마법과 신력은 하나로 합쳐질 수 없는 원수 사이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는 서로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 쓰고 있는 듯 하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곧 식사를 가지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를 방까지 안내한 네프티스는 잠시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는데 그의 뒤에는 견습 사제들이 식사를 가지고 들어왔다. 여전히 풀 반찬들이었지만 블랑슈는 이것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할짝이면서 열심히 먹었다. 그런 블랑슈의 입가를 닦아주면서 나도 천천히 스프를 먹고, 야채와 과일을 한입씩 베어 물었다. 맛은 없었지만 느끼한 음식들에 비해 훨씬 나았다. 조용한 식사가 끝나고 역시나 조용한 티타임이 지나간 다음에 난 다시 취미 생활을 즐겼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나? 신전 안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점점 떠들썩하였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2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2-16 1645 10 한건올리다? - 1 “네프티스~뭔 일 있어요? 왜 이렇게 시끄러운 거예요?” 눈이 점점 찌푸려지는 날 보다가 네프티스는 저 멀리서 두다다다다다~~두다다다닥 하며 뛰어오는 아시리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저 뛰어오는 장면은 언제봐도 아시리아가 물의 대사제란 것을 의심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코에다르 왕국의 축제가 시작되니 그럴 겁니다.” 물의 신전에 머물고 있어서 시간관념이 없어진 난 그제서야 전에 프리즈 아저씨와 체로스아저씨들이 한 얘기가 떠올랐다. 축제가 있어서 팔마스의 태양의 신인 헤로우스의 신전에 간다는 것을! 잘하면 만날 수 있을지도. “그랬구나! 난 깜빡했었는데...” 저 앞에서 열심히 뛰어오는 아시리아는 점점 모습이 커지더니만 이젠 바로 코앞에까지 뛰어와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에 나와 네프티스를 번갈아 보며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아시리아의 미소를 본 난 순간 흠칫 하며 뒤로 빼고 싶었지만 이미 소매를 네프티스에게 잡힌 후였다. 죽어도 같이 죽자는 일념이 서린 네프티스의 눈동자를 보면서 대체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문을 모를 정도였다. “호오~누가 좋을까?” 뭔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네프티스의 안색은 점점 바뀌더니만 뒷걸음질을 치면서 도리도리를 해댔다. 이에 소매가 잡힌 나까지 딸려들어가 두 걸음 정도 뒤로 가야만 했다. 그런 네프티스의 모습을 보고 필시 안좋은 일이라 여겨 나도 도리도리를 하였더니 아시리아는 더 음험한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는 네프티스를 끌고 와서 나와 나란히 세웠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누가 좋을까? 둘 다 좋은데 한 사람만 필요하니까 이왕이면 여자가 좋겠지?” 영문을 모를 말에 네프티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극락왕생을 비는 듯한 눈동자로 나를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대체 무슨 행동인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응?” 이유를 모르는 난 아시리아가 하는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하는 말에 네프티스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상하로 움직이면서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토닥거려 주었다. “축제를 할 땐 각 신전에서는 자신이 모시는 신들의 모습과 유사한 사람을 뽑아서 대리인으로 만들거든요. 신이 직접 강림하지는 않으시니까 인간들 중에 뽑아서 강림한 것처럼 하는 거예요. 우리들을 제외한 일반 국민이랄지 타국에서 온 사람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축제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신의 대리자로 뽑힌 사람들을 보러 온 사람도 꽤 있지요.” 꽤 긴 이야기를 들은 난 천천히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 음험하게 웃고 있는 아시리아가 위험인물로 낙인 된 순간 아시리아는 푸른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면서 입을 열었다. “전번에는 네프티스가 나갔는데 인기가 죽여줬거든요! 그래서 기부금도 많이 들어오고....” “잠깐!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하라는 거예요?” 열심히 설명을 하는 아시리아의 말을 끊고 난 재빨리 입을 열어서 물었다. “당연하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는 아시리아가 이렇게 위험해 보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대체 아쿠아가 무슨 생각으로 아시리아를 물의 대사제로 뽑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중에 신계에 가면 아쿠아에게 따져야겠다. “하지만 난 아쿠아님이랑은 눈꼽 만큼도 안닮았다구요.” 바닷빛 머리칼은 나도 지금 하늘색이니 흉내 낼 수 있다고 해도 바닷빛 눈동자와 서늘한 기운과 겹치면서도 온화한 말투는 흉내 낼 수가 없는 것이었다. 물론 모습은 마법으로 고치는 게 가능하지만 그 딴 일에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괜찮아요! 네프티스가 마법으로 고쳐 줄 겁니다.” 역시나 아시리아 뒤에는 네프티스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어서인지 당당하게 마법이란 말이 나왔다. “싫어요! 내가 왜 그딴 것을 해야 하지요? 오히려 나보다는 아시리아님이 더 닮은 거 아닌가요?” 물빛 청초한 푸른 머리카락과 바다빛깔로 빛나는 눈동자. 게다가 대사제 답게 고풍스런 어투라고 하면 안어울리겠지만 아시리아의 말투는 은근히 기품이 느껴졌다. 그런 아시리아가 아쿠아의 대리자로 딱 알맞아서 난 고개를 획 둘리면서 절대 사양을 하자 아쿠아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정을 하였다. “저도 나가고 싶지만 전 그때 그 대리인을 인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로 1인 2역을 할 수 없죠.” 물의 대사제란 인간이 어떻게 저럴수 있단 말인가? 눈엔 눈물 한 방울도 고여 있지 않으면서 울먹이는 소리를 내다니....오히려 가증스러워 보일 따름이었다. “전 싫어요. 그딴 일에 에너지 낭비하기 싫으니 다른 사람을 고르세요. 어차피 물의 신전 안엔 많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는 듯한 소리에 아시리아는 풀이 죽었는지 얼굴을 푹 숙였다. 하지만 그런 행동마저 가증스러워 보였다. “미스티님! 그냥 아시리아님 말을 따르세요. 그럼 제가 뭐든지 다 해드리겠습니다.” 자신의 마스터의 안스러움을 보자 자신이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예전에 당한 기억이 있어서 그리는 못하고 내게 한가지 약조를 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난 얼굴을 숙이고 애꿋은 땅만 짓이기고 있는 아시리아의 손을 덥석 잡으며 악수를 하였다. “잘 부탁해요! 아시리아님. 그리고 네프티스님은 말한 거 잊지 말아주세요! 알았죠? 아무리 설마가 헤츨링 잡는다고 하더라도 설마 네프티스님이 거짓말을 하겠어요? 아하하하~” 순간 아시리아의 표정은 밝아졌지만 그와 반대로 네프티스의 얼굴은 어두워만 갔다. 아시리아는 자신의 바램이 이루어져서 좋고, 네프티스는 당장에 우울해 하는 아시리아의 얼굴을 펴주려고 한 말에 나에게 당하고 만것이다. 자고로 난 공짜는 싫어 하는 법! 실버 드래곤인 네프티스가 친히 약속을 했는데 어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그 축젠가 뭐시긴가 하는 것은 아직 며칠 남았으니 가서 놀아도 되죠?” 축제가 시작하기 전까지 열심히 논다는 뜻이 함축된 말에 아시리아는 그러라고 끄덕여주었다. 어차피 축제 당일까지 할일이 없으니 말이다. 아시리아, 네프티스와 헤어져서는 난 방안으로 들어왔다. 방안엔 일행들이 무료함을 달래지 못해서 아무데나 널브러져 있었다. “심심해! 밖으로 놀러나가자.” 단 한마디뿐이었다. 그 단한마디로 인해서 지금 나는 약간의 모습을 바꾸고, 일행들과 같이 축제 분위기가 떠들썩한 팔마스로 나와서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식당에 들어가서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식당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통닭구이를 시켰는데 한 명당 한 마리씩 나왔고, 가브는 못 먹는 관계로 사과나 베어 먹고 있었다. 그리고 가브 몫의 통닭은 고기에 무서운 집념을 보이는 블랑슈가 작살을 내기 시작하였다. 무서운 놈! 먹을 것만 있으면 필시 주인도 버릴 놈이다. 고기 중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고기가 바로 닭고기인 관계로 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해서 기름이 쪼옥 빠진 통닭구이를 살짝 베어보니 갈색으로 익은 껍질 속엔 뽀얀 살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서 먹어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기에 그에 보답하기 위해 난 열심히 포크와 나이프를 놀렸다. 역시나 닭고기하면 장딴지 즉 닭다리였다. 너무 맛있어서 말을 잃어버렸다. 닭고기 한 마리를 작살내고 어느 정도 배가 부르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배를 탕탕 두드렸다. “맛있니? 적게 먹던 녀석이 갑자기 그렇게 먹으면 탈나니 이거 먹어.” 오빠는 날 쓰다듬어 주면서 갈색 병에 담긴 이상한 것을 내게 건넸다. 이 출처 불명의 병은 무슨 용도냐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오빠는 살짝 웃으면서 말해주었다. “그건 엄마가 만든 소화재야! 효과는 확실하니까 먹어.” 날 위해서 이렇게 귀한 소화제까지 아낌없이 내놓는 오빠의 바램에 부응하기 위해 소화제라 일컬어지고 있는 액체를 약간 입안으로 흘려보냈다. “읍~써!” 장난 아니게 쓴 약에 난 있는 인상 없는 인상을 쓰다가 리디가 집어주는 과일을 먹음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좋은 약일수록 입에 쓴 법이야.” 닭고기의 절반도 먹지 않은 블루는 날 쳐다보며 그런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냐는 듯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다. “너 잘났다 임마.” 블루가 하는 말을 듣다 보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르게 듣다보면 은근히 놀리는 듯한 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미스티님~우리 다른 데로 가요.” 식당 안에 있는 인간들이 시선이 이쪽으로 모아지고 있어서 리디의 신경을 거스르는지 나에게 나가자고 채근 거렸다. “잠깐만 기다려. 블랑슈 식사 덜 끝났잖아.” 가브 몫의 통닭구이를 다 먹고 나서 녀석은 이제 남은 통닭구이를 남김없이 먹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기가 고팠으면 저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블랑슈의 머리에 약간의 응징을 하였다. “내가 전에 누누이 말했지. 편식하면 쥐뿔도 없다고, 신전에 들어가서도 쭈뼛쭈뼛 거리면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내 협박성 발언에 블랑슈는 닭고기를 먹는 것을 멈추고는 나에게 달려와서 부비부비를 한 다음에 다시 먹던 것을 먹었다. 어이없던 상황에 난 가만히 있었고, 일행들은 웃고만 있었다. 저런 레기야크는 처음이라는 듯이! “이 녀석이 어디다가 기름을 닦는거얏!” 녀석이 부비부비를 하면서 내 옷과 얼굴에 통닭구이 기름이 묻어버린 것이다. 냅킨으로 우선 닦기는 했지만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얼굴은 아직도 기름이 묻어 있는 거 같이 미끌미끌 거렸고, 옷에서는 통닭구이 냄새가 배어버린 듯 향기롭게 풍기고 있었다. 블랑슈의 식사가 끝나자 오빠가 값을 치르고 구경을 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저거 이쁘다.” 돌아다니던 중 가브가 손으로 한켠을 가리키자 모두의 시선으로 그쪽으로 쏠렸다. 작은 장신구 가게였는데 올망졸망한 조개껍질로 엮어진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아마도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을 주워서 실로 엮었거나 산 것 같았다. “이거하고 저거하고, 그리고 저쪽에 있는 거, 저어어기 있는 거 몇 개씩 주세요!” 오랜만에 본 조개껍질 목걸이 몇 개를 사든 난 일행들에게 하나씩 걸어주었다. 비록 보석으로 만든 장신구를 하나씩 착용하고 있었어도 조개껍질 목걸이는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의 색을 빚어내고 있었다. “고마워!” 두 드래곤과 한 엘프 “고마워요!” 한 녹색 드래곤 “끼에엥” 있으나 마나한 레기야크 한 마리(이놈은 팔찌를 목에다 걸어주었다.) 조개껍질 목걸이를 하나씩 목에 걸고는 걸음도 당당하게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였다. 뭐 그렇다고 해도 뚜렷하게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저 가다가 신기한 게 있으면 잠시 멈추어서 구경하는 정도였다. 신전이란 곳은 더 이상 구경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에 필라르 녀석 때문에 당한 고통이 이미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어서 신전 곁에는 가기도 싫었다. 물론 지금은 왕궁 안에 있는 물의 신전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방값 안 들고, 밥값도 안 든다) 눌러 앉아 있었지만 다른 신전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축제가 점점 다가와서 인지 많은 인파가 팔마스로 몰렸기에 이곳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덕분에 이리 차이고, 저리 차이고,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열심히 차이던 중에 누군가가 나와 딱 소리가 날정도로 부딪혔지만 다행히 뒤쪽에 가브가 있어서 넘어지지는 않았다. 나와 부딪힌 인간을 보니 스무 살 초반이나 중반쯤 되어 보이는 군청색 머리에 검은 눈을 한 청년이었다. “죄송합니다.” 살짝 머리를 숙여서 사과의 말을 하고 날 피해 저 멀리 사라지는 청년 즉 그 녀석을 보고 난 입 꼬리를 살짝 올렸더니 날 보고 있는 일행들의 눈초리가 좋지 않았다. “별로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반했냐?” 여전히 블루의 말을 씹어서 소화를 시킨 다음에 난 주머니가 있을 법한 허리춤을 손으로 대어보았다. 전에 마법 주머니는 이 공간에 두고 다른 주머니를 샀는데 그 주머니가 없었던 것이다. “앗싸~한건 올렸어~”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3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2-21 1587 16 한건올리다? - 2 영문을 모르던 녀석들의 얼굴은 더욱더 굳어만 갔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며 제발 말해주세요 라고 시선을 보내는 리디에게 난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동안 무지 심심했는데 놀 거리가 생겼으니 그렇지. 방금 나하고 부딪힌 녀석이 내 주머니를 가지고 톡꼈단 말씀! 고로 난 이제부터 저 녀석을 추적하는 놀이를 하고 내 것을 되찾아 올 생각이야! 아~드디어 무료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그 녀석을 많이 이뻐해줄꺼야!” 씨익 웃자 리디와 블랑슈를 제외한 모든 녀석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언제나 휴대하고 있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아하니 내 주머니를 훔쳐 달아난 남자에게 향해 묵념을 하는 듯 했다. “흐흐흐~이일에 대한 것은 블랑슈 너의 코에 맡기겠다! 어서 쫓아.” 내 품에 있는 녀석을 땅바닥에 내려놓고는 그 녀석이 사라진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건만 녀석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녀석이 드디어 내 말에 거역을 한단 말인가? 기껏 통닭구이까지 먹여놨더니만! 최소한 밥값 아니 닭값은 해야지! “훗~레기야크는 개가 아니란다.” 사아알짝 웃으면서 내게 말한 오빠의 얼굴을 차마 때릴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그 얼굴을 바꿔놓자고 생각을 한 난 블랑슈의 눈동자와 눈을 맞추며 한 마디 하였다. “그 녀석을 찾아내면 고기를 사주지.”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은 많은 사람들을 헤치며 내 주머니를 가지고 톡낀 놈이 사라진 방향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 블랑슈를 보다가 나와 일행들도 곧 녀석을 따라서 뛰었다. 어떻게 많은 인간들이 있는 곳에서 뛰냐고 묻지 말아라! 뛰기도 전에 알아서 길이 만들어졌으니. 한참을 그렇게 뛰어갔을 때 블랑슈는 한 고급 여관 겸 술집으로 이용되고 있는 듯한 건물 앞에서 기다리다가 내가 다가가자 폴짝 뛰어서 내 머리위에 착지를 하였다. “그 녀석이 여기로 들어갔단 말이야?” “뀨우우~” 아양을 떨려는지 녀석은 한번도 내보지 않은 소리를 지르면서 어깨로 내려와 내 볼을 핥았다. “그럼 슬슬 작업에 들어가야 겠네요!” “여기 있는 일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먼저 신전에 돌아가 있어!” 리디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행들을 모두 돌려보내려 했는데 말을 듣지 않아서 좀 애를 먹었다. 여럿이서 떼로 몰려가서 일을 해결하기 보다는 나 혼자서 일을 해결하며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었기에 늦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겨우 돌려보냈다. 늦게 들어오면 혼난다는 말 한마디를 던진 블루와 오빠, 가브, 리디는 곧장 신전으로 걸어갔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친히 손까지 흔들어 주면서 배웅을 해주고는 금빛 여관이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의 문짝을 열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의 여관겸 술집을 하는 듯한 건물 안에서는 어디에서나 느낄수 있는 분위기가 풍겼지만 안에 들어차 있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인간들을 지그시 보면서 1층 식당가를 걸어다니며 눈을 굴렸지만 아까 내 주머니를 들고 톡낀 녀석이 보이지 않자 머리를 갸웃 거리면서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보았다. “손님~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내가 계속 주변만 맴돌면서 앉을 생각을 하지 않자 영업용 미소를 달고 있던 평범한 듯 하면서도 전혀 평범하지 않은 점원에게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방금 이쪽으로 들어온 군청색 머리칼에 검은 눈동자를 한 남자 분을 찾고 있습니다.” 미소지으며 여전히 두리번 거리면서 하는 말에 그 평범하지 않는 점원은 스마일을 지으며 침을 튀기지 않고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런 사람은 여기에 없습니다만 혹 잘못 알고 찾아왔는지요?” 거짓말을 할 대상한테 해야 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점원은 그 상대를 잘못 찍은 것이다. 우리 블랑슈 코가 얼마나 예민한데! 특히 음식 냄새는 까마득히 먼 곳에서도 맡을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후각을 자랑한다. 그런 블랑슈의 예쁜 까만코에 태클을 거는 말을 하는 아저씨를 위해 한마디 해주었다. “훗~그런가요? 만일 그런 사람이 여기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만약에 이곳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레이디가 제 목숨을 접수하십시오!” 보통은 저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당황하여 미안하다고 하며 건물로 나올 인간들이 10에 10명이겠지만 내가 그 딴말로 끄덕이나 하겠는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난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으니까. “전 사람 목숨가지고 장난 하지않아요. 그 말은 못 들은걸로 하지요. 블랑슈~그녀석이 어디 있는지 찾아! 찾으면 고기를 더 많이 사주마.” 역시나 블랑슈는 고기란 말에 평소에는 흐리멍텅해서 탁해 보이기까지 한 눈을 반짝이면서 내 어깨를 내려와 곧장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뛰어가서 잠시 멈춰 어여 따라오라는 앞발 신호에 생긋 웃어주면서 뛰어가기 시작하는 녀석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내 뒤를 평범하지 않은 여관 점원과 식당안에서 술과 식사를 하던 몇몇의 무리들이 같이 따라오는 것이 보였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여기구나! 고마워.” 별로 특별해 보이지 않은 방문 앞에 멈춰선 블랑슈는 이번에도 내 머리 쪽으로 훌쩍 올라가서 웅크리고 앉았다. 자신의 일은 다 했으니 어서 주머니 건을 해결하고 고기 먹여주라는 눈빛으로 머리위에서 부빗거리며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고 있었지만 이번만은 봐주기로 했다. “죄송하지만 여긴 다른 분들이 묵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가십지요! 더 이상의 무례는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난 감 잡았다. 블랑슈가 이곳에 멈춰서서 이곳에서 고기냄새가 풍겨서 그러나 하면서 긴가민가 했는데 이곳을 못 들어가게 강경하게 막는 평범하지 않는 점원의 말과 우리를 뒤따라온 몇몇의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을 보니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래! 이곳은 필시 도둑 길드일 거야~ 신의 왕국인 이곳에 도둑 길드는 없는 줄로만 알고 있었건만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흥분이 가득한 눈으로 난 씨익 웃었다. “훗~필시 이곳은 고급 여관이니 마스터 키 정도는 있겠죠? 그 키를 잠깐 빌릴 수 없을까요? 마스터키는 안에 있는 사람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문을 열수 있는 키니까 열수 있을 텐데요.” “레이디 그 문을 여는 순간 후회하실 겁니다.” 후회는 무슨 놈의 개뿔 같은 후회? 이 상황을 즐기기만 하면 돼는 것이니까! 더불어 내것을 다시 되찾아야하니까 난 꼭 이곳을 들어가야만 했다. “열기 싫다면 가만히 계십시요! 뭐 나중에 혼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 다 압니다. 그럼 제가 열도록 하죠.” 평범해 보이는 문에는 각종 마법이 걸려 있었지만 그 까짓것이 날 방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내가 잡고 있는 손잡이에도 라이트닝이 걸려 있었지만 내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런 날 보며 평범하지 않는 점원과 우락부락하게 생긴 남자들은 눈을 크게 뜨면서 얼이 나가 있는 듯 하였다. 손잡이를 잡고 돌려서 문을 열자 매끄럽게 문이 안쪽으로 열어지면서 순간 파이어 애로우가 날아들었지만 곧장 마나의 파동을 느껴서 실드를 쳐 간단하게 막아버렸다. 파이어 애로우의 영향으로 잠시 매캐한 연기가 났고, 조금 후 그 연기는 사라져버렸다. 연기가 사라져서 시야가 확보되자 안에는 1명의 여자와 4명의 남자가 날 뚫어지게 쳐다보며 가만히 쇼파에 앉아있었다. 대단한 기의 소유자와 마나의 소유자들로 구성된 인간들 중에는 내가 찾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야~너! 빨랑 가지고 톡낀 내 주머니 줘!” 5명의 눈동자가 문을 열고 들어 온 나만 가만히 쳐다보고 있어서 무지 무안해져 군청색 머리를 한 녀석들 쏘아보며 한쪽 손을 내밀었다. 그런 나를 보며 안에 있던 녀석들의 시선은 모두다 군청색 머리를 한 녀석에게 쏠리며 말했다. “바보군.” “에라이~넌 우리 동료도 아냐.” “어떻게 그런걸 들키냐?” “들킨 건 둘째 치고 어떻게 도망쳤기에 따라 오냐?” 저것들이 정녕 인간이란 말이더냐! 내 물건을 들고 톡낀 놈에게 다구리를 하고 있었다. 훔쳐서 다구리를 한게 아니라 훔친 것을 들키고 또 이곳까지 쫓아오게 만든 이유하에. “어쩌다가 실수할 수도 있는 거가지고, 그리고 너! 니 주머니 여기 있다.” 군청머리 녀석은 날 가리키면서 나한테 들고 톡낀 주머니를 내게 던졌다. 검은색 주머니를 한 손으로 나꿔챈 난 그 주머니에서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음을 알고 씨익 웃었다. 주머니안에 들어 있던 다량의 여행경비가 하나도 없었기에 허탈해하면서도 비웃음을 동반한 특유의 미소까지 곁들이며 입을 열었다. “주머니 안에 있던 물건을 어디다가 빼돌렸지?” 블랑슈가 어깨에 앉아있어서 인지 뻐근한 어깨를 손으로 살짝 주무르면서 다른 녀석은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쏘아보며 물었다. “그걸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거야? 그럼 안됐네. 지금 나한텐 없거든!” 그 말과 함께 평범하지 않는 점원과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제야 정신을 차린 모양이지. “점원 아저씨! 이를 어쩌죠. 목숨까지 걸면서 없다고 하던 인물이 이 방에 있네요.” 내 말에 아까의 당당함은 어디로 갔는지 평범하지 않은 점원은 얼굴을 붉히면서 4남 1녀를 쳐다보며 머리만 긁적거렸다. “그런 말까지 했는데 돌아가지 않았군! 대단한 레이디라고 해줄까?” 비웃음이 역력히 묻어있는 말을 한 방안에 있는 금발 머리 녀석에게 나도 한 마디 해주었다. “그냥 보통의 레이디가 아니라고 해주었으면 하는군! 그리고 너! 아까 나한테 파이어 애로우 쏜 인간. 나중에 요리해주지.” 보랏빛 머리칼을 하고 날 올려다보고 있는 녀석은 내말에 피식 웃고는 다시 무표정의 얼굴을 하였지만 그런 녀석의 반응에 옆에 있는 녀석들은 놀라는 듯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쳐다보았다.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지?”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녀석들의 시선에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싸늘하게 말하자 그 일행인 듯 보이는 녀석들은 시선을 다 돌려버렸다. 같은 팀의 분열인가? 하지만 분위기가 뭐 이래? 이래가지고는 재미는 커녕 지루한 분위기에 내 몸이 먼저 축 늘어져서 잠을 자고 싶을 정도였다. 내 물건 찾고 군청색 머리한 녀석을 혼내주려고 왔는데 그냥 물건만 찾고 가고 싶어 졌다. 재미있게 한판 놀려고 했더니만 기분만 이상하게 안좋게 만드는 4남 1녀를 돌아보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에이~귀찮아! 보라색 머리한 당신 요리 안하려니까 어서 나한테 가지고 간 물건 좀 줘! 여기서 시간 끌면 난 가서 잔소리 듣는단 말이야!” 속전속결로 나갔어야 했는데 그들의 잡담에 점점 시간이 지나감과 동시에 짜증이 난 것이다. 필시 일행들은 신전에서 내가 언제 오는가 하고 시간을 재고 있을게 뻔한데 그들의 예상보다 늦으면 잔소리 고문이 시작되니 말이다. “물건을 찾고 싶으면 이 녀석이랑 싸워서 이겨라! 그럼 주지.” 간단한 해결책을 내놓은 녀석의 말에 난 뛸 듯이 기뻤다. 얼른하고 내 것을 찾고 물의 신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잔소리 고문? 그것쯤이야 하신 분들에게 신경정신과 병동으로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훗~카시야스님 너무하는 제한을 하는 거 아닙니까? 저런 소녀쯤은 살짝만 건드려도 아마 죽어버릴껀데.” 군청 머리의 말에 카시야스 라고 불리워진 보라색 머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럼 싸울 장소로 이동하지.” 싸늘한 냉기가 풀풀 풀기는 말을 하고 녀석은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더니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그와 똑같이 워프 게이트에 섰고 곧 방안의 배경이 아니라 다른 건물로 들어선 듯 회색빛 건물 안에는 꼭 경기장을 보는 듯이 넓은 운동장이 있었고, 운동장 주변에는 많은 좌석이 있었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운동장에는 워프해온 나와 3남 1녀를 뺀 나머지 사람들이 검을 들고 수련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수련을 하고 있던 남자들은 4남 1녀를 보고는 인사를 하는 것을 보아 저 녀석들은 이곳에서 꽤 지위를 가지고 있는 듯 하였다. “카시야스님 다시 한번 생각해 주세요! 아무리 저 소녀가 검을 들고 있어도 그냥 호신용일 뿐일 겁니다. 전 저런 실력 없는 인간을 이겼다는 소리는 듣기 싫습니다.” 저녀석은 아까부터 지금까지 아주 날 능력 없는 소녀로 취급하고 있었지만 난 여전히 얼굴도 붉히지 않은 채 가만히 그들이 하는 짓을 바라보았다. “패트릭! 내 명에 굴복하는 것이냐?” 아까보다 더 싸늘한 말에 군청색 머리 즉 패트릭이라 불리워진 녀석은 뭐 씹는 표정을 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네! 그럼 하죠.” 패트릭의 말이 끝나자 우리 주변을 빙 둘러서 구경하고 있는 듯한 저 눈초리들이 싫었지만 묵묵히 있었다. “비록 호신용이라 할지라도 검을 뽑아라. 난 검을 뽑지 않은 상대는 쓰러뜨리기 싫으니.” 그러기에 왜 내 물건에 손을 대서 이렇게 귀찮을 일에 말려들게 하냐고 하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블랑슈를 일행들에게 갈수 있도록 해줘.” 아무래도 블랑슈를 몸에 달랑달랑 매달고는 도저히 싸움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카시야스라는 인간한테 말을 하자 그 인간은 잠시 뭘 생각하는 듯한 얼굴을 하다가 워프 게이트를 가리켰다. 그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난 블랑슈를 날려버렸고, 그곳에 착지한 블랑슈는 순식간에 내 눈에서 사라져버렸다. “일행들이라도 끌어 모으려고 그러는 거 겠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푸르딩딩한 검신을 자랑하는 검을 뽑으면서 패트릭은 날 바라보았다. 어서 검을 뽑으라는 듯이. 그 시선에 난 블루가 선물로 준 검을 바라보았다. 선물 받은 날과 코에다르 왕국에 올때 탄 배속에서를 제외하고는 뽑지 않은 검이었는데 기어이 뽑게 만든 녀석을 바라보며 난 비릿하게 웃었다. “소녀가 검을 뽑는 순간 시작이야.”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4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2-28 590 9 한건올리다? - 3 붉은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여자가 말하자 패트릭과 그 외의 인물들은 동의하는 듯 가만히 서있었다. 처음엔 일행들의 잔소리 때문에 빨리 물건을 찾고 나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몬스터 토벌전때의 일이 생각이 나서 싸우기가 싫어졌다. 그냥 그까짓 거 없어도 돼는 것인데!! 피 보기가 싫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주워 담기엔 너무 시간이 오래 흘러버렸다. 긴 한숨을 쉬고는 왼쪽으로 손을 움직여 검대에 달려있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날카로운 새하얀 예기가 서린 검에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다 매료가 된 듯 잠시 시간이 멈춘 듯이 그대로 굳어 있었다. “미스릴이군.” 굳어있던 자들 중에서 그레도 대빵으로 보이는 카시야스의 말에 사람들은 욕망의 불길이 치솟았지만 난 묵묵히 검을 들고 서 있었다. “휘이익~땡 잡았군. 제압하면 저 검은 내꺼야.” 검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미리 침을 흘리고 있는 패트릭을 모두 다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환신이면서 레이에게 지옥의 검술을 사사받았는데 저깟 인간한테 진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비록 소드 마스터 급이었지만 나에겐 조족지혈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4남 1녀도 대단한 실력을 지녔지만 내가 당할리 없었다. “흥~누구 맘대로 남의 물건에 더러운 시선을 두는 거지?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검을 패트릭에게 겨냥하고 말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비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곧 그 비웃음을 지은 채 세상 하직하게 만들어 줄 작정이다. 레이디 퍼스트란 아주 고상하고도 아리따운 말을 씹어 먹었는지 패트릭이 먼저 나에게 선공을 가하였다. 봐 주려고 그런지 아님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여겨서 빨리 끝내려는지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검이 내 어깨를 향해 짓이겨 들어오자 난 간단하게 검을 들어 쳐버렸다. 그러자 힘이 실려 있지 않는 검은 녀석에게서 너무나 먼 당신을 그리듯이 뒤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면서 자유낙하를 시작하였다. 예전 제국에 있을 때 생각이 나는군. 망연자실 자신의 검을 돌아보던 녀석은 기가 죽었는지 고개를 숙여버리고 나머지 인간들도 놀랐는지 비웃음은 어디로 가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이제 물건을 되돌려 주었으면 하는 자그만 소망이 있군.” 미스릴로 된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면 하는 말에 녀석은 가만히 있다가 내 물건을 나에게 정확하게 던졌다. 알록달록 오색찬란한 빛을 내 뿜고 있는 보석들과 약간의 금화가 내 손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일단 물건을 챙긴 난 주머니에 넣고는 곧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난 드디어 신전으로 갈수 있다는 희망과 물건을 되찾았다는 기쁨에 싱글벙글 웃었다. 웃으며 걸어가고 있을 때 누군가가 부딪혔다. 분명 내 앞쪽엔 아무도 없어서 방심하고 걸어갔더니만 어느 센가 카시야스가 공간 이동을 해서 내 앞을 가로막았던 것이다. 덤으로 코가 약간 빨개졌지만. “한 가지 묻지. 정체가 뭐지?” 빨개진 코를 살살 어루만지고 있을 때 녀석은 차갑고 딱딱하게 말했다. “정체? 그런걸 묻는 당신 정체는 뭐야? 아! 당신 정체 안 알아도 되니 길 좀 비켜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군. 비켜줘.” 내 말을 아주 잘도 씹었는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보라색 인간을 보다가 두 걸음 양보하며 옆으로 스쳐지나갔다. 앞으로 다섯 걸음정도면 충분히 워프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겠지만 이놈의 인간이 내 팔을 잡아 당겨서 뒤쪽으로 향하게 만들었기에 가지 못했다. “아씨이~이거 놔. 바쁘단 말이야.” 손을 뿌리치고 싶었지만 어찌나 세게 잡았던지 잡힌 팔이 아파오고 있었다. “한 가지만 더 묻지. 왜 모습을 숨긴 거지?” 내가 마법으로 얼굴과 머리색 등등을 모두 보통 볼 수 있는 소녀로 만들었는데 저 인간이 알아보았다는 것은 즉 5클래스급 이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 맘이야. 이거 놔.” 싸늘하게 말하고 뿌리쳤지만 정말로 아프게 꽉 잡는 바람에 울상이 지어졌다. “아프단 말이야. 놔.” 아프단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카시야스는 내 팔에서 손을 떼어놓았다. 팔이 해방되자 난 즉시 워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다시 그 문제의 방으로 오는 것을 성공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서성거리고 있는 블랑슈가 내게 뛰어왔다. “아직도 안 갔구나! 가자. 먹을거 사줄게.” 이왕 늦은거 확실하게 늦자 하고 블랑슈를 품에 안고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마나의 파장이 느껴져서 뒤를 돌아보았을 때 갑자기 아찔한 느낌을 받아서 눈을 감아버렸다. 아씨이~이거 마법이 풀린 거 같은데! 내가 5클래스 마법으로 모습을 바꾸었는데 그 보라색 머리칼을 한 카시야스가 이곳에 오는 동안에 주문을 완성했는지 날 보는 순간 디스펠 매직을 쓰는 바람에 풀리고 만 것이다. “놀랍군.” 이게 날 따라온 4남 1녀의 합동 말이었다. 지금의 난 푸른 머리칼과 황금빛 눈동자와 본래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드래곤이 바꿔준 모습은 인간이 풀 수 없으니까 검은 머리칼에 녹색의 눈이 돼지 않은 것이다. “그건 댁들 사정이고 난 이만 가봐야겠어!” 블랑슈에게 먹을 것을 사줘야 하는 의무와 일행들에게 돌아가서 잔소리를 들어야하는 의무가 있었기에 난 방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검사인가?” 여전히 차가운 기운을 내 뿜는 녀석들에게 난 아무 말도 해주지 않은 채 방밖으로 나와 1층으로 걸어가서 식당에 가서앉았다. “저어....무얼 드시겠습니까?” 아까의 평범하지 않은 점원 아저씨는 날 바라보며 갸웃거리다가 블랑슈를 보고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고기로 만들어진 음식을 가지고 와줬으면 좋겠군요.” 고기로 만든 음식을 시키자 평범하지 않은 점원 아저씨는 바람과 함께 주방 쪽으로 뛰어갔고, 식당 안에 있던 이들의 모든 시선이 이 쪽으로 향했지만 신경을 꺼버렸다. “블랑슈! 난 분명히 약속 지켰어! 그러니 거기 가서도 편식하면 안 된다는 거 잘 알지?” 필시 이 녀석은 여기서 고기를 몽땅 먹고 신전 가서는 음식을 낑낑대면서 안 먹을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녀석에게 못박아두는 말을 하고는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아~” 눈을 감고 의자 등받침에 기대서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건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지루하여서 눈을 뜨고 그냥 톡낄려고 할 때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내 눈엔 보라색으로 세상이 도배한 듯이 보였다. 깜짝 놀라서 얼굴을 뒤로 돌리니 4남 1녀가 내 뒤쪽에 있었던 것이다. “여기엔 웬일로....가 아니라 당신들이 경영하는 곳이군.” 나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 녀석들에게 다시 신경을 끄고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렸건만 나오라는 음식은 아니나오고,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또 다시 내 쪽으로 계속 쏠리고 있음을 느껴서 짜증이 났다. “당신들 덕에 짜증나는군. 뒤에 서서 뭐하는 짓이지?” 막 그런 말을 하고 있을 때 평범하지 않은 점은 아저씨가 고기로 만든 온갖 음식을 가지고 왔다. 그 모습을 보고 블랑슈의 눈에서는 레이저 광선이 나갈 듯이 번뜩번뜩 거렸고, 상차림이 끝나자마자 녀석은 음식에 달려들어서 이것저것 작살내고 있었다. “당신이 먹으려고 시킨 게 아닌 모양이군.” “신경 꺼.” 블랑슈 녀석이 빨리 저 음식들을 작살내도록 빌면서 뒤쪽에 있는 녀석들을 띠껍게 쳐다보았다. “안녕! 내 이름은 올리버! 그리고 여기 있는 애는 내 동생 올리비아, 그리고 너와 싸웠던 녀석은 패트릭, 검은 머리를 한 놈은 케이아스, 보랏빛 머리를 하신 분은 카시야스님이야. 만나서 반가워!” 좀 전에 날 비꼬는 듯한 말을 한 금발머리의 남자의 말에 난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 말을 한 진위를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묵묵히 보며 물을 마시는 날 보며 올리버라고 말한 녀석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매를 땀을 훔쳤다. 그러자 검은 머리 사내가 입을 열었다. “올리버가 이렇게 소개를 한 이유는 널 우리 길드에 가입시키고......” “쿨럭..컥..커컥...” 길드 가입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난 마시던 물이 기도로 들어가 버린 사태가 발생하여 인정사정없이 괴로웠다. 한참을 콜록거리면서 괴로워하고 있었건만 녀석들은 아무 말도 안하고 그저 생쇼를 하고 있는 날 바라만 보았다. “휴우~이제야 좀 살 것 같군. 나보고 길드에 가입하라고? 그것도 도둑 길드에?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난 사양이야.”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 블랑슈의 입가를 닦아줘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손수건으로 난 내 입가에 떨어지고 있는 물기와 더불어 옷에 묻은 물을 닦아 내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이번엔 붉은 머리 여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싫으니까. 그리구 난 여행 중이야! 한곳에 얽매이는 건 선천적으로 싫어해.” 어느 정도 대화를 하던 도중에 블랑슈가 식사가 다 끝났는지 날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 블랑슈를 안고는 좀 전에 물을 닦았던 냅킨으로 지저분한 입 주변을 닦아 주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하는 수 없군.” 보라색 머리칼을 한 카시야스의 싸늘한 말에 식당 안에 있던 인간들이 갑자기 무기를 들고 날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좀 전까지의 장난스런 표정과 말투를 고치고는 카시야스를 쳐다보았다. “미안하지만 우리들 얼굴을 본 이상 죽어줘야 겠어. 그게 우리 길드의 법칙! 그래서 널 죽이기 싫어서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려 한것이다.” 싸가지에 스프를 만들어 먹은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4남 1녀는 멀리서 구경하듯이 있었고, 식당안에 있던 나머지 인간들이 모두 나와 블랑슈에게 덤벼들었다. 순식간에 적으로 돌변한 인간들에게 우선적으로 식탁을 차서 검들을 막았다. 더 이상은 봐줄 필요가 없으므로.... 블랑슈도 블랑슈 나름대로 내 곁에 있으면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이 녀석은 고기 값을 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겠지만 아주아주 이뻐보였다. 식탁이 걸레가 된 순간 20명 정도 돼는 남자들이 너도나도 검이나 표창을 날리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쭙잖은 실력을 가진 그들을 향해 난 애도의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았고, 그 순간 앞쪽에 있던 녀석들 몇몇이 피를 뿌리며 뒤로 넘어졌다. “발검술이군.” 뒤쪽에서 패트릭의 말이 들렸지만 바쁜 관계로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검을 뽑은 이상 이제 피 보는 일만 남았으므로 난 내게 달려오는 그들을 향해 돌진하였다. “짜증나는 녀석들! 다 죽었어.”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의자를 밟고 공중제비를 해서 쏟아지는 표창으로부터 피함과 동시에 착지해서 원거리 공격을 하는 녀석들을 검으로 툭툭 치자 알아서 쓰러져 버렸다. 원거리 공격하는 녀석들이 쓰러지자 나머지 녀석들이 잠시 주춤거리다가 4남 1녀의 얼굴을 보고 돌진하였다. 무자비적으로 돌진하면서 내게 검을 들이대던 녀석들을 향해 보법을 밟아서 뒤쪽으로 간 다음 간단하게 무찌를 수 있었다. 근거리 공격하는 녀석들은 이제 합공을 하면서 다른 사람은 공격을 다른 놈들은 방어를 하였다. 가소롭기 그지없는 녀석들을 향해 비웃음을 지어주면서 난 미스릴 검의 장점을 살려 살짝 기를 주입시켜서 내게 공격하는 녀석들의 검을 아주아주 깨끗하게 잘라주었다. 미스릴 검은 보통 검보다 훨씬 단단하고 유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러지지 않아서 약간의 기만 넣어주면 보통 검들을 단번에 잘라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검기 따위를 만들지 않아도 되기에 간편한 검이었다. 자신들의 검이 잘려지자 망연자실해 있던 녀석들이 뒤로 빠지고 나머지 녀석들이 내게 덤볐지만 그 녀석들 역시나 잘려진 검을 보며 혼이 빠져나간 듯 있었다. 그런 녀석들에겐 어김없이 칼침을 선사해주었고, 간단하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20명 정도의 인간들이 쓰러지자 식당 안은 아주아주 조용해졌다. “아~통쾌하다~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끝내주네!” 두 팔을 들어 쭉쭉이를 한 다음 여전히 으르렁거리기만 한 블랑슈를 내버려두고 4남 1녀를 바라보았다. 그들 역시 멍해졌다가 카시야스가 먼저 정신을 차렸다. “보통 검사가 아니었군.” 하지만 그 말에 대답해줄 인간은 별로 없는 듯 썰렁하였다. “아하암~잠 온다. 블랑슈 이리와. 잘 곳으로 가자.” 오랜만에 몸 좀 풀었더니 하품이 세어 나와서 이제는 취미 생활을 하러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카시야스가 하는 말을 무시하고 블랑슈를 불렀다. 싸움도 전혀 도움도 안 되는 블랑슈였지만 그냥 떨구고 가기엔 무시 못 할 가격을(?) 지냈기에 부르자 쪼르르르 달려와서 어깨에 척 하니 앉았다. “잠깐! 설마하니 우리들을 잊은 건 아니겠지?” “응! 잊었는데. 굳이 알 필요 없잖아. 연약한 소녀 한명을 상대로 이런 시건방진 녀석들을 떼거지로 덤비게 한 녀석들을 알아봤자 무슨 소용 있겠어. 그 부하에 그 상관이라는 게 내 신조 야. 아하아아암~” 새어나오는 하품을 멈출 수 없어 난 입을 쩌어억 벌리려고 하려다가 한 손으로 가리고 입을 벌려서 하품을 하였다. 너무나 취미생활이 그리워져만 갔다. 케이오스란 녀석의 말을 지그시 뭉개주며 여관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기 전에 한 가지 빼먹은 일이 생각이 났다. “아차차차~깜빡했다.” 생각이 남과 동시에 행동하라는 신조에 따라서(난 신조가 셀 수 없이 무지 많다.) 카운터로 향하면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점원에게 말했다. “얼마예요?” “네...네?” “사람 말 못 알아 먹어요? 저기 저 음식 얼마냐구요?” 공짜로 먹는걸 좋아하지만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있는 난 블랑슈가 먹어 해치운 음식값을 지불하기 위해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으,음식 말입니까? 전부해서 10실버 입니다.” 10실버는 금화로 1골드와 똑같으므로 난 패트릭에게 뺏어온 물건들 중에서 금화 한 개를 꺼내서 점원의 손에 꼭 쥐어주었다. “난 분명히 음식값을 줬으니 저 널브러진 인간들 생계수당이랑 망가진 물건들은 당신들이 알아서 해.” 싸늘함을 풍기는 말을 하며 난 돌아서서 현관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지만 또 누군가가 방해를 해왔다. “우리를 물리치고 가. 그럼 가도록 허락하지.” 금발머리 올리버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상한 것을 꺼냈다. 실 같은데 날이 잔득 벼려진 사검인 것이다. 이 세계에서 저런 무기를 쓰는 인간을 볼 줄이야! “사검을 볼 줄은 몰랐는데? 꽤 다루기 힘든 걸로 싸우네. 혹 자기 무기에 당해본적 있어?” 앞으로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하는 말에 녀석은 동요를 했는지 사검이 약간씩 바람을 탄 것처럼 출렁거렸다. “이제껏 아무도 내 무기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잘 아는군!” 자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사검을 나에게 날렸다. 사검이란 것은 곧 실같이 가느다란 검이란 뜻으로 상대하기가 무지 까다로웠다. 연검은 그래도 싸울 만 하지만 저놈의 사검은 실같이 가느다래서 시력이 좋지 않으면 잘 분간이 가지 않으며 또 순식간에 목을 따 버릴 정도로 위험한 살상용 무기인 것이다. 그래서 저 사검은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건데 어찌된 일인지 올리버가 사용하고 있었다.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니 다른 것은 익히지 않고 오로지 사검만을 익힌 듯 하였다. 순식간에 내게 날아온 사검을 피했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해서 내 얼굴에 살짝 피가 맺혔고 그와 동시에 블랑슈의 맑은 눈동자가 붉게 변하며 앞으로 뛰어올라갔다. 전엔 블루가 막았지만 이번엔 미처 말할 사이도 없이 블랑슈는 올리버에게 뛰어갔다. 뛰어가는 도중에 블랑슈의 몸이 비정상적이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그저 털을 곤두세운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손바닥만한 것이 고양이 같이 커지더니 점점 일반 개의 크기로 커지더니 사자만큼이나 커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 입에서는 붉은 광채가 쏘아지는데 꼭 드래곤들이 하는 축소형 브레스를 보는 것 같았는데 그것에 맞은 녀석은 없었지만 건물이 뻥 하니 뚫려버렸다. “블랑슈 멈춰!” 폭주하던 블랑슈는 사납게 으르렁거리며 다시 녀석들에게 달려가다가 내가 태클을 걸자 조용해졌지만 여전히 독기어린 시선으로 올리버를 쳐다보았다. “마수의 왕인 레기야크?” 붉은 눈과 점점 커지는 몸, 그리고 마법을 할수 있는 생물은 단 하나! 마계에서 살고 있는 레기야크란 결론이 나온 듯 카시야스는 당황한 듯 하다가 다시 침착함을 찾았다. “어째서 마계에 살고 있는 생물이 이곳에 있는 거지?” 왠지 모르게 서글픈 눈빛을 한 카시야스는 나와 블랑슈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나도 몰라. 난 상인한테 이 녀석을 산 것 밖에 없어.” 아마도 카이가 이 모든 것을 안배해서 레기야크를 상인에게 팔았겠지. 우연히 내가 사기를 바라면서...전에 상인이 레기야크를 팔았던 인간의 인상착의를 알려줬을 때 꽤 뚫어 봤지만. 쓴 웃음을 집어 삼키면서 난 사자만큼이나 커져버린 블랑슈 곁으로 가서 녀석의 목털미를 쓰다듬어 주자 예전의 크기로 돌아가진 않았지만 붉어진 눈은 다시 맑은 검은색 눈망울이 되면서 내게 부비부비를 하였다. “그런가? 놀랍군. 저 녀석이 레기야크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안됐군. 올리버. 행운을 비네! 레기야크의 주인을 해한 것은 인간이든 드래곤이든 죽어도 물고 늘어지거든. 그리고 아까 쓴 힘은 본 힘의 10분의 1도 돼지 않는 거야.” 저런 것을 말해주면서 저 즐거워하는 듯한 얼굴을 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동료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오히려 나 몰라라 하는듯한 말투. 그리고 속에 숨겨진 슬픔 원망 등등이 뒤죽박죽 섞인 눈동자. “블랑슈 원래대로 돌아와라. 이건 내가 해결할 문제다.” 미스릴 검을 든 난 약간의 기를 주입시키고 올리버에게 돌진하였다. 순간 당황한 올리버는 사검을 달려들고 있는 내게 휘둘렀지만 난 보법을 밟으면서 간단하게 피하기도 하고 검으로 쳐버리는 등 공격을 피하면서 올리버 바로 앞까지 도착하고는 검을 들어올려 목에 갖다 대었다. 사검의 공격력은 알아주지만 근거리 공격력은 쥐뿔도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내가 이긴 것 같군. 그럼 나와 똑같은 영광의 상처를 주도록 하지.” 내 뺨에 새겨진 아주 얇은 붉은 핏줄기를 검으로 새겨넣어주려고 할 때 옆에서 파공음이 들리면서 화살 하나가 내 정수리를 타깃으로 잡고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는 왼손을 들어 올려 화살을 잡아냄으로써 막았다. “괜한 짓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깟 화살 따위로 날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올리비아. 니 오빠가 죽는 꼴을 보기 싫으면 한쪽 구석에 박혀있어.” 올리비아에게 말을 하면서 난 올리버에게 영광의 상처를 만들어 주고 동시에 올리비아가 들고 있는 활을 검기를 날려서 가루를 만들어 버렸다. “이젠 날 가도록 해주겠나? 내가 무지 피곤해서 말이야.” 이렇게까지 말을 하면 가타부타 아무 말이나 해주면 얼마나 좋으련만 녀석들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가기엔 뒷통수 건강이 안 좋아 질 것 같았다. 에의 한숨을 쉬자 카시야스 녀석이 내게 다가오며 손을 내밀었다. 긴장한 난 그 녀석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런 공격 행동을 하지 않았다. 마법사인데 내민 손에는 마나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만 볼 건가?” 영문을 모르는 난 올리버의 목에 검을 댄 채 계속 쳐다보았다. “화해의 악수.” 짧은 말이었지만 카시야스 동료들은 다 알아들었는지 눈에 띄게 놀란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지 말든지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음을 느낀 난 카시야스의 길고 가는 손을 덥썩 잡았다. “화해! 됐지?” 잠깐 잡고는 난 카시야스의 손에서 내 손을 떼고는 다시 작아진 블랑슈는 안았지만 녀석은 여전히 올리버를 살벌하게 쏘아보았고, 올리버는 그 시선을 회피하였다. “그럼 난 이만 가보지.” 하면서 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여관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뒤도 안보고 나갔는데 카시야스 란 보라색 인간이 공간 이동을 해서 내게 보라색 돌이 박혀 있는 즉 자수정에 나비와 벌, 한가운데 꽃이 새겨진 이상한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아무런 마법적인 능력이 없는 걸로 봐서 화해의 선물로 준 걸로 알고 나도 내가 걸고 있던 조개껍질 목걸이를 건네주고는 뛰어갔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5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3-01 897 20 한건올리다? - 1 “이것 봐~오늘 횡재했어.” 하면서 녀석은 우리들 앞에서 자신이 훔친 물건을 보여줬는데 상상 이상이었다. “이거 다 고급이잖아!” 패트릭 녀석이 제대로 한건 올렸는지 화려한 보석을 탐욕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나머지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난 그 딴것엔 흥미가 없었다. 보석이 많아도 이미 지나버린 인생을 살수는 없으니까. 도둑 길드의 회의가 있어서 각국을 맡고 있는 녀석들을 소집한 날에 패트릭이 바르실미르에서 오면서 한건 했다는 말을 함으로써 회의가 무색해졌다. “시끄럽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 각국에서의 우리 길드의 성세에 대해 말해보도록.” 이에 제국의 길드 마스터인 올리버와 카옌 왕국의 길드 마스터 케이아스, 디노라 왕국의 길드 마스터인 올리비아, 바르실미르 왕국의 길드 마스터인 패트릭이 차례대로 보고를 하였고, 마지막으로 코에다르 왕국의 길드 마스터이자 도둑 길드 총 마스터인 내가 보고를 하였다. “요즘은 그저 그래. 그리고 모두다 루나 어클리어스 공작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 패트릭의 말마따나 루나 어클리어스 공작은 모든 대륙인들의 관심의 대상이므로 그녀에 대한 정보는 꽤 비싼 값에 팔려갔으므로 혈안 된 것도 이해가 갔다. 이곳도 공작에 대해 알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다녀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찌된게 카옌 왕국에서 후작이 되고 나서부터 깜깜 무소식이었다가 갑자기 파이넬 왕국에 다녀온 카를로스 카옌 태자가 그녀를 공작으로 봉했다고 선포함으로써 그녀가 파이넬 왕국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어디로 갔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디노라 왕국으로 갔는지 아니면 바르실미르 왕국으로 갔는지..... 한참을 그렇게 논의를 하고 있을 때 밖이 시끄러웠다. 처음엔 고성방가를 하는 인간으로 취급했지만 그게 아닌 듯 갑자기 허락도 맡지도 않았는데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난 파이어 애로우를 날렸다. 어차피 길드원이어도 누가 죽던지 상관이 없었으니까. 폭발음이 들리면서 뿌연 연기가 생성되었지만 그 상대는 쓰러지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미약한 마나가 느껴졌기에 필시 실드를 쳐서 막았을 것이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진 곳은 보통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소녀가 새침하게 서있었다 가 아니라 당당하게 들어오면서 패트릭에게 손을 벌리면서 말을 하였다. “야~너! 빨랑 가지고 톡낀 내 주머니 줘!” 소녀의 말에 우린 패트릭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모두들 한마디씩 하였다. “바보군.” “에라이~넌 우리 동료도 아냐.” “어떻게 그런걸 들키냐?” “들킨 건 둘째 치고 어떻게 도망쳤기에 따라 오냐?” 나를 위시한 올리버, 올리비아, 케이아스가 패트릭 녀석에게 톡 쏘아주었다. 도둑 길드의 철칙은 나비같이 내려앉아서 벌같이 나꿔챈다 인데 이 녀석은 들킨 것이다. 그것도 바르실미르 왕국의 길드 마스터란 녀석이 말이다. 이런 녀석 밑에 있는 부하들은 안 봐도 뻔했다. 이번기회에 물갈이를 대폭적으로 감행해야할 것 같았다. 우리들의 말을 한마디씩 먹은 녀석은 소녀에게 검은 주머니를 던져 주었고, 내용물이 빠진 주머니를 받은 소녀는 웃으며 패트릭에게 말을 걸었다. “주머니 안에 있던 물건을 어디다가 빼돌렸지?” 웃으면서 말하는 인간은 길드원이 피해야할 영순위 인물인데 저 소녀는 웃으면서 아주 한가롭게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필시 믿는 구석이 있어서 저렇게 말을 하든지 아니면.....더 이상은 생각도 하기 싫다. “그걸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거야? 그럼 안됐네. 지금 나한텐 없거든!” 이젠 거짓말까지 서슴치 않는 녀석의 말에 밖에 있던 녀석들이 떼거지로 들어왔지만 별 필요도 없는 녀석들이었다. 실력도 없는 녀석들, 단 점원으로 일하는 녀석만 그나마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점원 아저씨! 이를 어쩌죠. 목숨까지 걸면서 없다고 하던 인물이 이 방에 있네요.” 웬만한 레이디들 같으면 점원이 하는 말을 듣고 알아서 쫄아 되돌아가는 것이 상식인데 그 말을 듣고도 여기 나타난 이 여인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말까지 했는데 돌아가지 않았군! 대단한 레이디라고 해줄까?” 올리버 녀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자신의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의 그 미소를 지으면서 자그만 소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냥 보통의 레이디가 아니라고 해주었으면 하는군! 그리고 너! 아까 나한테 파이어 애로우 쏜 인간. 나중에 요리해주지.” 숫적으로 보나 뭘로 보나 우위에 서 있는 우리들을 보면서 당당하게 말하는 소녀. 그리고 내가 파이어 애로우를 시전한 것을 안 소녀는 날 요리해준다고 하였다. 훗~재밌는 일이 생긴 듯한데 왜 이 녀석들은 날 쳐다보고 있는 거지?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지?” 날 바라보고 있는 녀석들은 내 말을 듣고 순간 고개를 돌려버렸다. 싱거운 녀석들. “에이~귀찮아! 보라색 머리한 당신 요리 안하려니까 어서 나한테 가지고 간 물건 좀 줘! 여기서 시간 끌면 난 가서 잔소리 듣는단 말이야!” 왠지 모를 짜증이 묻어남과 동시에 다급함이 서린 얼굴을 한 소녀의 정체를 밝히고 싶었다. 그래서 패트릭이랑 대결할 것을 권하자 패트릭 녀석은 싫다는 표정이 역력하게 묻어나 있었다. 진짜로 길드 내에 물갈이를 서둘러야 할 것 같았다. 워프 게이트로 걸어가서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경기장으로 한순간에 이동을 하고 관전을 하였다. 의외로 하나도 침착한 소녀는 자신의 애완동물을 돌려보내고 뭔가 언발런스 해보였지만 왼쪽 허리부근에 있는 검을 뽑았다. “미스릴이군.” 미스릴이란 금속을 그것도 아주 소량을 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비싸디 비싼 미스릴로 검을 만든 것은 본적이 없었다. 미스릴의 가격은 대충 성 하나는 거뜬히 사고도 남을 정도인데 저 소녀는 미스릴로 만들어진 검을 들고 있는 것이다. 신의 금속이라 일컬어지는 미스릴을 제련하는 것도 힘들어서 인간이 아닌 드워프들이 제련을 하는데 보통 금속을 드워프들이 제련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데 저 검은 얼마나 비쌀 것인가? 그것을 알기에 주변에 있는 녀석들의 눈빛은 탐욕으로 젖어들어 있었다. “휘이익~땡 잡았군. 제압하면 저 검은 내꺼야.” 싸움을 할 때 이긴 녀석이 진 녀석의 물건 즉 전리품을 취할 수 있는 게 바로 길드의 법 중 하나인데 만약 패트릭이 저 소녀를 쓰러뜨리면 미스릴로 만든 검을 가질 수 있는 건 당연한 것이다. “흥~누구 맘대로 남의 물건에 더러운 시선을 두는 거지? 미안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주눅이 들지 않은 소녀는 패트릭에게 검을 고정시키고 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저렇게 말을 한 이유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호기로 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닌 듯 싶었다. 먼저 선공을 시작한 패트릭은 소녀의 어깨를 목표로 잡았는지 어깨 쪽으로 검을 찔렀고 그와 동시에 패트릭의 검은 그녀석의 손을 떠나서 뒤쪽으로 날아가 꽂혀버렸다. 아까까지의 자신만만한 표정은 다 어디로 가고 의기소침해있는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소녀가 자신의 물건을 돌려달라는 말에 녀석은 보석과 돈을 던지고 그것은 확인한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워프 게이트 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저 소녀의 정체를 파악해야할 의무가 있는 난 워프를 해서 소녀와 워프 게이트 사이로 이동을 하였는데 소녀는 그런 날 미처 피하지 못하고 가슴에 코를 박아서 만지작거렸다. “한 가지 묻지. 정체가 뭐지?” 드워프들이 만든 미스릴 검을 가지고 또 패트릭 녀석도 검술은 우리 쪽에서 대단하다고 정평이 나있는데 단 한 수만에 검을 날려버린 소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정체? 그런걸 묻는 당신 정체는 뭐야? 아! 당신 정체 안 알아도 되니 길 좀 비켜줬으면 하는 소망이 있군. 비켜줘.” 우리들이 못마땅한지 소녀는 큰 소리를 치고 비킬 생각을 하지 않는 내 옆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팔을 잡아 나꿔챘다. “아씨이~이거 놔. 바쁘단 말이야.” 팔을 뿌리치려고 노력하는 소녀의 모습을 자세히 보고 난 깜짝 놀랐다. 미약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얼굴과 머리카락부위에서 말이다. 그럼 필시 모습을 숨기고 있었단 말이 된다. “한 가지만 더 묻지. 왜 모습을 숨긴 거지?” 패트릭을 한 수만에 이기고 또 마법으로 모습을 숨기고, 검과 마법을 쓸수 있다는 것은 곧 마검사란 것인가? “내 맘이야. 이거 놔.” 아까의 장난스러움의 말투는 사라지고 지극히 사람들의 가슴을 얼려버릴 정도로 싸늘한 말을 하는 소녀. “아프단 말이야. 놔.” 소리를 꽥 지른 말에 난 소녀의 팔을 놓아주었다. 흥분을 한 바람에 소녀의 팔을 너무 세게 쥐고 있었는지 내 손이 하얗게 뼈가 보일정도였으니 잡혀있는 소녀는 얼마나 아팠겠는가. 내가 팔을 놓자 소녀는 워프 게이트 쪽으로 달려가서 이동을 하였고, 그런 소녀를 보며 디스펠 매직 주문을 외우면서 나머지 녀석들과 같이 워프 게이트를 통해 방으로 이동하였다. 방안으로 들어와 보니 애완동물을 껴안고 있는 소녀는 방심한 탓인지 우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다. 순간을 놓치지 않은 난 마법을 날렸고, 모습을 감추고 있던 소녀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듯 하였다. 푸른 물을 머금은 듯한 머리칼과 붉은 입술과 살짝만 만져도 붉어질 것 같은 하얀 살결, 적당히 올라온 코, 마지막으로 귀해 보이면서도 슬픔이 감도는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소녀. “놀랍군.” 나를 위시한 녀석들이 그렇게 말하자 소녀의 눈은 무감정을 드러냈다. “그건 댁들 사정이고 난 이만 가봐야겠어!” 하얀 동물을 데리고 떠나는 그녀를 향해 난 궁금한 것을 아니 이미 알고 있었지만 확인차원에서 질문을 하였다. “마검사인가?”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걸어가는 소녀를 보다가 한동안 굳은 채 이제껏 일어난 사실을 되새겨보았다. 저 실력을 가졌다면 우리의 동료로 맞아들이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오자 나와 녀석들은 소녀를 찾기 위해 나갔지만 찾을 필요도 없게 1층 식당에서 주문을 했는지 애완동물과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아~” 뭔가를 체념하는 듯한 한숨을 쉰 그녀는 우리를 보았는지 째려보았다. “여기엔 웬일로....가 아니라 당신들이 경영하는 곳이군.” 싸늘한 말투로 말하는 소녀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도 저렇게 싸늘하게 말하는데 어찌하여 이 녀석들은 대들고 달라드는지 연구해볼 대상이었다. “당신들 덕에 짜증나는군. 뒤에 서서 뭐하는 짓이지?” 우리들 덕에 식당 안에 있는 길드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서 인지 엄청 짜증이 난 얼굴을 하다가 점원이 식사를 가지고 오자 소녀는 곧 풀렸다. 그런데 자신이 먹으려고 한 것이 아닌지 하얀 털북숭이가 뛰어나가서 먹고 있었다. 저런 귀한 것을!! “당신이 먹으려고 시킨 게 아닌 모양이군.” “신경 꺼.” 좀 전에 있었던 일로 신경이 날카로워진 소녀는 째려보며 싸늘하게 말을 하였지만 올리버 녀석은 그에 굴하지 않고 웃으면서 소개를 했다. “안녕! 내 이름은 올리버! 그리고 여기 있는 애는 내 동생 올리비아, 그리고 너와 싸웠던 녀석은 패트릭, 검은 머리를 한 놈은 케이아스, 보랏빛 머리를 하신 분은 카시야스님이야. 만나서 반가워!” 우리들을 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만 마시고 있었다. 저 녀석들 미친 거 아냐? 하는 시선으로 보면서! “올리버가 이렇게 소개를 한 이유는 널 우리 길드에 가입시키고......” “쿨럭..컥..커컥...” 케이아스의 말에 소녀는 물을 마시다가 괴롭게 켁켁 거렸다. 가서 등이라도 두들겨 줬으면 했지만 보는 눈이 많은지라 묵묵히 쳐다만 보았다. “휴우~이제야 좀 살 것 같군. 나보고 길드에 가입하라고? 그것도 도둑 길드에?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난 사양이야.” 냅킨으로 여기저기 떨어진 물방울들을 닦으면서 소녀는 단한번의 제고해볼 가치도 없다는 듯이 거절을 하였다. 거절을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다. 이건 다 저 소녀의 운명이니까. “그런가? 그렇담 하는 수 없군.” 내 말에 식당 안에 있던 길드원들이 무기를 들고 소녀를 향해 이동을 하였다. 깜짝 놀란 듯한 소녀는 금빛 눈을 동그랗게 하고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미안하지만 우리들 얼굴을 본 이상 죽어줘야 겠어. 그게 우리 길드의 법칙! 그래서 널 죽이기 싫어서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려 한것이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우리는 싸움의 현장에서 물러났고, 소녀는 음식이 아니 이젠 뼈만 가득히 쌓여 있는 식탁을 발로 걷어차며 선공이 들어온 것을 막았다. 그리고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소녀는 검을 뽑았고, 그와 동시에 앞쪽에 있던 녀석들이 나가 떨어졌다. “발검술이군.” 패트릭이 그래도 검술에 대해 좀 안다고 말했지만 소녀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길드원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짜증나는 녀석들! 다 죽었어.” 아마도 저 짜증나는 녀석들 중엔 우리도 끼어있을 테지만 소녀는 우선 숫적으로 많은 녀석들을 제압하려는지 달려가면서 의자를 밟고 길드원 머리위로 공중제비를 한 다음 표창을 던지는 녀석들을 제압하고 검이나 도끼 그 외의 잡다한 무기를 들고 공격하는 녀석들의 공격을 무효화 시키면서 아예 무기를 잘라버렸다. 무기를 자를 수 있는 경우는 검기를 생성했을 때만 가능한데 소녀는 검기 비스 무리한 것을 만들지 않았다. 아마도 저 미스릴이란 금속의 이점 때문이리라 하고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 길드원들은 다 제압을 당해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통쾌하다~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끝내주네!” 저 많은 인원을 단시간에 제압을 하고도 저렇게 말한 소녀는 처음일 것이다. 우락부락한 녀석들을 제압하고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니...그렇담 어느 정도가 되어야 스트레스 해소용이 아니라 연습 상대용이 된단 말인가? “보통 검사가 아니었군.” 많은 인원을 단시간에 끝내버린 소녀는 내 말을 여전히 무시하면서 하품을 하면서 애완동물을 어깨에 앉혔다. “잠깐! 설마하니 우리들을 잊은 건 아니겠지?” “응! 잊었는데. 굳이 알 필요 없잖아. 연약한 소녀 한명을 상대로 이런 시건방진 녀석들을 떼거지로 덤비게 한 녀석들을 알아봤자 무슨 소용 있겠어. 그 부하에 그 상관이라는 게 내 신조 야. 아하아아암~” 훗~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소녀는 만났는데 그 부하에 그 상관이라는 게 내 신경에 거슬렸다. 그렇담 내가 저기 쓰러져 있는 녀석과 동류가 되는 것이니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태연하게 하품이나 하면서 뒤돌아섰다. “아차차차~깜빡했다.” 그 깜빡한 게 혹 우리를 가리킨 줄 알았건만 그게 아닌 듯 카운터에 있는 점원에게 가서 음식값을 물어본 다음 금화 1개를 손에 직접 쥐어주면서 싸늘하게 말하는 소녀. “난 분명히 음식값은 줬으니 저 널브러진 인간들 생계수당이랑 망가진 물건들은 당신들이 알아서 해.” 널브러진 인간들의 생계 수당이라 함은 죽었단 말이군 이 아니라 안 죽었군.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니 그냥 기절만 시킨듯하였다. 난 또 유가족 위로금을 주라고 할줄 알았더니만..... 이젠 우리들과 서로 얼굴 맞대기도 싫다는 듯이 걸어가는 소녀를 향해 올리버 녀석이 나섰다. “우리를 물리치고 가. 그럼 가도록 허락하지.” 소녀를 향해 말을 하고 자신의 주무기를 꺼내들었다. 처음 길드내의 랭킹을 정할 때 저 녀석이 가지고 있는 무기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였다. 생전 보지도 못한 무기를 들고 와서는 눈 깜짝 할 사이에 내 몸 이곳저곳을 피로 물들인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사검을 볼 줄은 몰랐는데? 꽤 다루기 힘든 걸로 싸우네. 혹 자기 무기에 당해본적 있어?” 그런데 저런 무기를 한번에 파악한 저 소녀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게다가 저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아하니 올리버가 불리해보였지만 사검의 특징적인 공격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던 녀석의 사검은 벌써 소녀의 얼굴로 향해 뻗어갔고, 소녀는 살짝 피했지만 얼굴에 혈흔이 남게 되었다. 자신의 공격이 성공으로 돌아가자 기쁨의 미소를 짓던 녀석의 얼굴은 곧 일그러졌다. 소녀의 어깨위에 올려져 있던 애완동물 녀석이 혈흔을 보자 으르렁거리면서 뛰어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다면 올리버 녀석은 그 애완동물을 한번에 죽여 버릴 수 있겠지만 그 하얀 동물은 몸집이 점점 커지면서 웬만한 사람보다 커지면서 올리버를 향해 마력탄을 쏘았고, 덤으로 우리까지 피해야만 하는 상황을 가져왔다 다행히 마력탄을 보고 피한 우린 아무런 부상을 입지 않았지만 여관 한 구석에서는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블랑슈 멈춰!” 그래도 주인의 말엔 순하게 들었지만 여전히 올리버를 쏘아보고 있었다. 잠깐.....주인의 명에 절대적이면서 주인에게 해가 가해지면 폭주를 하면서 몸집이 커지고 눈이 붉어지는 동물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 내엔 없는데.....혹 몬스터중이라면 모를까! 몬스터도 저 정도 하는 녀석은...헉! “마수의 왕인 레기야크?” 이제야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주인과 같이 있을 땐 온순하고 자그맣던 동물이 폭주하는 것! 레기야크밖에 없었다. “어째서 마계에 살고 있는 생물이 이곳에 있는 거지?” 마계에 살고 있는 것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또 누굴 해치우려고.....이미 난 부모님들이 돌아가셨다. 바로 마계에 살고 있는 녀석들 때문에! 단순한 동물인줄 알았던 것이 나중엔 아버지 어머니를 갈가리 찢는 것을 내 눈으로 목격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날 공격하려는 것을 어떤 마법사가 날 구해줬다. 단 한번에 그 동물을 죽이고 나서 그분께서는 그 동물이 마계에서도 사납기로 유명한 쿠우루 라는 것이라 말해주었다. 강력한 마법을 구사하신 그 분께서는 왜 이 녀석이 마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을 해주고는 찢겨진 부모님의 시신을 수습하여 묻어주셨다. 그때까지 울지 못하던 난 부모님의 무덤이 생기고 난 후에 맘 놓고 울 수 있었다. 그런 날 그분께서는 거둬주시고 마법을 가르쳐주며 사회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주시다가 어느 순간에 사라져버리셨다. 그때의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를 지닌 내 스승이자 부모이신 분은 다시는 볼 수 없었다. 단지 그분이 남긴 이 마법만이 내 삶에 유일한 것이었다. 괜히 저 레기야크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자 난 기분이 약간 나빠졌다. 그리고는 저 레기야크와 그 주인인 소녀를 바라보았다. “나도 몰라. 난 상인한테 이 녀석을 산 것 밖에 없어.” 그렇다면 어째서 저 성질 사나운 레기야크가 소녀를 주인으로 받아들였는지 이해가지 않았지만 소녀가 쓰다듬어 주자 붉어진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는 소녀를 향해 부비적거렸 다. “그런가? 놀랍군. 저 녀석이 레기야크일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안됐군. 올리버. 행운을 비네! 레기야크의 주인을 해한 것은 인간이든 드래곤이든 죽어도 물고 늘어지거든. 그리고 아까 쓴 힘은 본 힘의 10분의 1도 돼지 않는 거야.” 어차피 이 모든 일은 올리버가 벌인 일이니 그녀석이 해결을 해야만 한다. 그게 길드의 철칙중 하나! 레기야크덕분에 부모님을 잃은 슬픈 일과 스승님을 만난 기쁜 일이 동시에 교차하였다. “블랑슈 원래대로 돌아와라. 이건 내가 해결할 문제다.” 자신의 레기야크를 이용하지 않고 손수 힘으로 제압하려는 소녀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려고 했더니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빠른 스피드로 돌파하면서 사검을 간단하게 피하더니만 올리버를 제압한 것이다. 그리고 올리비아의 화살을 한손으로 잡아채고는 검기를 날려서 활을 부셔버리는 동시에 올리버에게 혈흔을 남겨주는 솜씨는 일류급이었다. 검기를 날리는 장면을 본 패트릭 녀석은 눈이 초롱초롱 해지면서 소녀를 보았다. 나중에 들어본 결과 검기를 만드는 것은 소드 마스터라면 다 할 수 있지만 검기를 만들어서 날리는 것은 소드 마스터중에서도 상급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저 어린나이에...대단한 성취력 이었다. “이젠 날 가도록 해주겠나? 내가 무지 피곤해서 말이야.” 한번에 녀석들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고 소녀의 실력을 알고는 손을 내밀었더니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렇게 멀뚱멀뚱 쳐다만 볼 건가?”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했지만 소녀는 여전히 올리버에게 검을 겨누고 날 바라보았다. 만약에 날 해할 짓을 하면 이 녀석을 가만두지 않을 것처럼. “화해의 악수.” 화해란 내 인생에 없는 단어였지만 소녀로 하여금 그 말이 나왔고 녀석들은 놀란 듯이 멍해져 있는 듯 하였다. 그러자 소녀는 작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붙잡았다. 소녀의 손에 있던 따스한 온기가 내 손을 타고 얼어붙어 있는 심장을 약간이나마 녹여주는 듯 훈훈하였다. “화해! 됐지?” 잠깐 손을 잡았지만 그 따스함은 내 심장을 계속 어루만져 주었다. 완전히 내 얼어붙어 있는 심장을 녹일 수는 없었지만 그로인해 점점 녹아지고 있었다. 화해란 단어를 말한 소녀의 눈을 바라보자 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되고 있는 듯 혼란스러웠지만 그 혼란스러운 눈 안쪽엔 슬픔이란 감정이 관망하는 듯 하였다. 화해의 악수를 한 소녀는 레기야크를 안았는데 레기야크는 여전히 무서운 집념을 보여주며 올리버를 싸늘하게 째려보았다. 한번 자신의 주인에게서 피를 냈으니 이미 각인이 되어 있으므로 녀석은 평생 올리버를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난 이만 가보지.” 자신의 말만 하고 뒤도 안돌아 보고 소녀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심지어는 이름도 가르쳐주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그 소녀는 모를 것이다. 나와 악수를 함과 동시에 길드원의 마스터가 되었다는 것을....그리고 녀석들도 소녀의 실력을 보고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길드원의 철칙 중엔 총 마스터가 먼저 악수를 건네면 그 사람은 그 다음부터 경계가 없는 길드 마스터가 된다는 것이다. 다른 마스터들은 자신의 구역이 있지만 그 사람은 없다. 단지 구역이 있는 마스터들과 동일시 돼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소녀는 모를 것이다. 이로써 첫 번째 피스 즉 평화를 상징하는(길드 마스터나 길드원들 끼리 분쟁의 소지가 있을 땐 중재자로써 분쟁을 조정한다.) 피스 길드 마스터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깜빡한 것이 있었다. 그 증표를 줬어야 했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는 바람에 주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할까 하고 궁리를 하던 중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 난 소녀의 기운이 느껴지자 그곳으로 이동을 하였고 피스 길드 마스터의 증표를 건네주었고, 소녀는 웃으면서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조개껍질로 된 목걸이를 내게 걸어주고는 잽싸게 뛰어갔다. 선물을 주고 받은 게 부끄러워서가 아니라는 것은 곧 알 수 있었다. “끄아아악~난 이제 죽었어~그 잔소리를 어떻게 감당하라고~” 저 멀리 뛰어가는 소녀가 하는 말이 들렸기 때문이다. “훗~”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6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3-26 235 2 아시리아(외전) - 1 “물의 여신 아쿠아님의 가호가 있기를.” 언제나 몸에 밴 새벽 기도를 올리고는 신전 밖으로 나가보았다. 어릴 적부터 여기서 살아온 난 부모님이 누군지도 모른다. 단지 나 혼자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뿐이다. 바깥세상을 동경한 나머지 몰래 신전 밖으로 나갔다가 고위 사제님께 혼난 적이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고위 사제님은 내가 신전 밖 풍경도 보지 못하게 다른 이들을 시켜 감시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짓을 당해야 하는지 모른다. 단지 내 출생에 비밀이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물의 신전에 흐르는 물줄기는 바깥에서부터 흘러 신전 밖 냄새를 풍기는 듯해서 난 이 수로를 따라 걷다가 힘들면 나무 아래에 쉬는 것을 좋아했다. 싸늘한 바람이 한차례 날 쓸고 가자 푸른 머리칼이 흩날렸다. 순간 움찔한 난 방으로 들어가려고 일어서며 다시 한번 큰 수로를 바라보았다. 푸른 물은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반짝 거렸다. “이쁘다. 은빛으로 반짝이니까....응? 은빛?” 뒤돌아선 난 다시 수로에 시선을 보내며 그 은빛의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기다란 은빛 머리를 기른 사람이 수로로 떠내려 오다가 아래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것이다. 깜짝 놀란 나는 나뭇가지에 걸린 그 은빛 머리칼의 사람을 있는 힘을 다해 끌어 올렸다. 코에 손을 대보자 아주 미약한 숨결이 느껴질 뿐 그것만 빼면 죽은 사람으로 쳐도 별 하자는 없을 듯 싶었다. 이 은발의 사람을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체온이 너무 내려갔으므로 난 그 사람을 업고 내 방까지 우여곡절 끝에 올수 있었다. 10살밖에 안됀 내가 다 큰 어른을 업으니 다리가 땅으로 꺼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업었을 때 그 여자 특유의 살이 닿은 느낌이 없는 걸로 보아 이 사람은 남자였다. 하지만 이미 구해주기로 맘먹었는데 던져놓고 올수가 없어서 질질 끌면서 끌고 왔다. 이 작은 소녀가 이렇게 큰 남자를 업는데 그 남자의 다리가 너무 길어서 바닥에 끌리는 건 누가 막을 수 없는 노릇이잖아. 겨우겨우 내 방에 도착한 난 그 남자를 침대에 내동댕이를 치고는 한숨을 돌렸다. 이 싸늘한 날씨에 땀나보긴 처음이었다. 한숨을 돌린 난 젖은 옷을 갈아입고 그 남자의 젖은 옷을 갈아입히려다가 차마 다 갈아입힐 수 없는 노릇이여서 윗옷만 갈아입히고는 내가 가지고 있는 신성력을 물을 퍼붓듯이 퍼부어 주자 아주 잘도 신성력을 잡아먹고 있었다. 어찌나 물과 친화력이 있던지 내 신성력은 곧 바닥을 드러내버렸다. 신성력을 다 써버린 난 빈혈이 일어나는 듯이 비틀거리면서 쇼파에 쓰러지다시피 하였고, 다음은 어떻게 됐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따스한 느낌이 날 감싸 안자 기분이 좋아진 난 눈을 뜨고 방안을 바라보았다. 방안엔 많은 이들의 사제님들이 날 걱정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렇게 많은 사제님들이 내 방안에 들어와 본 역사가 없었던지라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고, 물의 대사제님이신 아시리아님이 날 감싸주었다. “수고하였다. 니가 우리 신전을 살렸구나.” 처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살려준 그 남자가 바로 실버 드래곤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실버 드래곤 덕에 물의 가호를 더 많이 받게 되어 그 분께서는 날 감싸 안아준 것이다. 그리고 내가 기절한 사이에 그 실버 드래곤이 자신을 구해준 날 마스터로 인정했다는 것을 각국에 알려버린 것이다. 드래곤 마스터는 현 세계에서 아무도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로 인하여 물의 신전은 초만원 사태를 불러들여서 물의 신전의 교세가 다른 신전을 앞지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네프티스~난 밖에 나가고 싶어.” 아무도 바깥세상을 보여주지 않은 관계로 난 실버 드래곤인 네프티스에게 부탁을 하였고, 그는 곧 허락을 하고는 공간 이동이라는 마법으로 그토록 열망하던 곳에 갈수 있었다. 언제나 조용한 신전에서만 있다가 활기가 넘쳐흐르는 도시로 나오자 기분이 알딸딸했지만 곧 적응을 하였고 네프티스와 같이 신나게 놀 수 있었다. 그렇게 놀았을까? 네프티스가 사준 공이 한 골목으로 들어가 버려서 주우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골목 안엔 어두침침했을 뿐 아니라 이상한 사람들이 날 바라보고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사람들은 날 충혈된 눈으로 바라보며 시커먼 손으로 만지려고 하였지만 난 너무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골목 밖은 활기차고 좋은데 여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무시무시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겨우 골목 하나를 차이에 두고 이런 곳이 일을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 손길에 난 눈을 꼭 감아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땐 상황이 종료되었다. 네프티스가 나타나서 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린 것이다. “뭐,뭐하는거야? 저들도 사람인데 왜 죽이는 거야?” 눈물을 흘리면서 하는 말에 네프티스는 사람을 죽인 손으로 날 껴안아주면서 말했다. “왜 사람들이 널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줄 아십니까? 그건 바로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만 이 고위급 사제가 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리고는 네프티스는 마법으로 날 내방으로 옮겨주고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 미소가 그때는 왜 이렇게 슬퍼 보이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잠시동안 보이지 않던 네프티스가 돌아왔다. 이유는 묻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한바탕한 것 같았다. 입술은 끝으로 올라가서 한껏 기쁨을 표하는 네프티스의 모습이 불안해보였는데 그 이유를 곧 알게 되었다. 내게 손을 뻗히려는 인간들이 미워서 한 마을을 몰살시켜 버린 것을...우연히 네프티스의 일기장을 보다가 알아낸 것이다. 자신이 아닌 몬스터들의 손을 빌려서 산중에 있는 마을을 몰살시킨 것이다. 그 일은 곧 사람들 사이에 쉬쉬거리면서 알려졌고, 신왕께서도 묵인을 하셨다. 괜히 드래곤에게 따져봤자 이익이 없으니까. 그 날 이후로 또 네프티스가 인간들을 몰살시켜 버릴까봐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로 인해 나와는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죽어버렸으니까 무서웠다. 그 후 10년이 지나고 난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아쿠아님의 가호가 있었던지 그분의 목소리를 듣게 됨과 동시에 난 대사제가 된 것이다. 그 이전의 대사제인신 아시리아님은 내게 이름을 물려주고 조용히 물의 신전에서 여생을 보내시고 계셨다. 대사제란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난 하루하루가 너무 고됐지만 참았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 샤이니스님의 대사제인 미카엘님도 힘들다는 소리 한번 하지 않고 잘만 하는데 그보다 나이 많은 내가 투정을 부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위엄을 보여야할 대사제인 난 오히려 그들과 어울리고 즐기면서 생활을 했다. 그것만이 이 딱딱한 곳에서 살수 있는 마지막 길이었음을 터득하였기 때문이다. 너무나 과중한 업무를 하느라 요즘은 네프티스도 볼 시간이 없자 난 그 업무를 고위 사제들한테 떠넘기고는 예배에 나오지 않은 네프티스의 방으로 달려갔다. 앞으로 고지까지 5미터, 4미터, 3미터, 2미터, 1미터, 뻥~! 방문을 발로 차고 안을 보자 네프티스가 서 있었다. 그런 네프티스를 보면서 몸을 날려서 안겼다. “네프티스~오늘은 왜 예배에 않나왔어? 응? 응?” 유일하게 내 모든 것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친구 이상의 네프티스에게 난 어린양을 부렸다. 그런 날 한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평소의 행동이 나왔지만 네프티스의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듯해서 나도 눈을 굴려보자 안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추태 아닌 추태를 보인 난 슬그머니 네프티스를 안던 팔을 풀고는 살며시 입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미남 미녀가 아닌 사람은 없었다. 그중에서도 물의 신전의 최고의 미인으로 뽑히고 있는 내 미모가 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전 만약에 당신이 물의 대사제란 말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서요. 견습사제 정도인가요? 아시리아란 이름을 가진 분이 아니길 빌어요!! 만약에 그러면 제 입이 가려워서 가만히 못 있잖아요? 호호호!!!” 얌전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소녀가 무서워보였다. 푸른 머리칼과 금빛 눈을 반짝이면서 하는 말이 내 심장을 꽉 조이는 듯 했다. “음....이분이 물의 대사제 아시리아님이 맞아요! 미스티양! 언제나 이런 것은 아니지만 한번씩 어쩌다 한번씩 이런 경향이 있지요. 흠흠...그러니 방금 봤던 것은 못 본 걸로 해줄 수 있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나를 대신해서 네프티스가 대신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난 평생 동안 들어보지 못한 단어를 듣게 되었다. 역시 저 소녀는 내겐 천적이었어. “이중인격”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서 은근히 협박을 한 소녀가 미워야하겠지만 전혀 밉지 않은 이 감정은 말로 설명하지 못하였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내 동생 삼고 싶지만 이미 오빠가 있어서 참았다. 그 소녀의 일행에게 마지막 남은 방으로 안내하고 나자 언제나 날 가만히 두지 않는 사제들 덕에 난 또 뛰어야만 하였다. 뛰면서 난 생각했다. 이 조용한 분위기를 날려줄 새로운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다음날 낮엔 내가 그들을 식사에 초대하였다. 미남 미녀들로만 구성된 파티라서 그런지 눈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네프티스와 식사를 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자 기분이 좋아졌다. 조용한 식사보다는 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소화에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식사를 하다가 미스티양의 애완동물인 블랑슈가 내 눈에 띄었다. 순결한 하얀색의 털만 있는 그 동물은 진짜로 깨물어 주고 싶었다. 여행을 다니는 저들이 부럽다는 말을 꺼낼 때 네프티스의 말에 난 식사를 하던 도중에 뛰어가야만 하였다. “지금으로부터 1시간 후에 대사제들끼리 모임이 있다는 건 알고 계시겠죠?” 난 이래서 대사제가 싫은 거야! 내 자유시간이 눈꼽만큼 밖에 없으니 말이야~! “깜빡하고 있었어! 어떻게 해? 이제까지 준비도 안했는데. 나 몰라~~” 그동안 뜀박질 하는 실력은 제대로 닦아 놓았기 때문에 준비하고 대사제 회의실에 들어가는 것은 늦지 않았다. 어깨를 무겁게 하는 대사제들의 회의는 여느 때처럼 늦게 끝났고, 진을 다 빼버린 난 터벅터벅 거리면서 네프티스가 있을만한 곳으로 갔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네프티스는 그곳에서 미스티양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보였다. 나도 그들과 섞여서 이야기를 듣다가 익숙한 기운이 내 신경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순간 난 벌떡 일어나서 그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갔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달려가는 날 네프티스와 새로 온 사람들은 따라왔다. 그러던지 말든지 난 있는 힘껏 달렸고 그곳엔 미스티양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왕궁 구경시켜주러 달려온 거예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빛으로 날 보는 그녀를 애써 못 본척하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익숙한 기운은 미스티양에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혹시 여기에 푸른 머리칼과 눈빛을 한 여인을 보지 못했나요?” 푸른 머리칼과 눈빛을 한 분은 바로 아쿠아님이시다. 아쿠아님의 기운이 느껴져서 왔는데 미스티양 밖에 없으니 물어볼 수 밖에! “풋~보지 못했는데요! 그 분이 누구기에 이렇게 눈에 불을 키고 찾는 거죠?” 왠지 날 놀리려는 듯 웃으면서 하는 말이 심상치가 않았다. 전대의 아시리아님으로부터 이곳에서 아쿠아님이 계신 것을 본적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티 양을 추궁하기엔 증거가 불충분하였다. “저,저기 머리카락이...풉!” 미스티양의 말대로 난 자연스럽게 머리카락 쪽으로 손이 올라감과 동시에 또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야만 하였다. “꺄아아아아~나 몰라~”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면 할수 있는 날이 지나가면서 축제의 날이 다가왔다. 축제의 날엔 나와 같이 서있을 아쿠아님의 대리인을 뽑아야만 했는데 작년엔 네프티스가 폴리모프라는 마법을 해서 대리자로 억지로 끌고 간 기억이 났다. 올핸 누구로 할까 생각하고 있다가 네프티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미스티양이 눈에 보였다. 푸른 머리칼과 물기어린 눈동자! 아쿠아님을 생각나게 할 수 있는 기품 등등 훌륭한 몸가짐 등을 가지고 있는 그녀라면 필시 대리자로써 적격이었지만 네프티스도 빼놓지 않았다. 네프티스 덕에 작년엔 많은 기부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신전은 왕궁에서 지원금을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내는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이시기에 얼마나 많은 기부금을 받느냐에 따라 일년 예산을 짜고 다른 신전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의 대리자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둘 중에 하나를 물고 늘어지리라 생각했건만 네프티스가 먼저 손을 들어버렸다. 그리고는 미스티 양에게 모든 권리를 이양해버림과 동시에 이번엔 미스티양이 신의 대리자로 뽑혔다. 다른 고위 사제들과 같이 뽑아야 하지만 내 말에 누가 토를 달 수 있겠는가? 내가 하자고 하면 해야지! 미스티양이 대리자로 뽑히자 난 준비할 것들이 많아졌다. 옷이며 장신구 등등을 챙기다가 허전한 써클릿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허전한 써클릿에 보석을 끼우는데 만일 그 보석에서 빛이 나면 신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인간이라고 대대로 내려오는 말이 생각이 났지만 난 헛소리로 치부해버렸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까지 보석이 빛나는 것을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것저것을 챙기면서 대망의 축제일이 다가왔다. 난 미리 준비해둔 것을 미스티 양을 앉히고 천천히 하나하나 치장시켜주었다. 다른 이들이 해도 되지만 미스티 양만큼은 내손으로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네프티스는 옆에 있다가 미스티양의 금빛 눈을 푸른색으로 만들어 주었다. 예쁘다~!! 물빛 사파이어로 만들어진 주렁주렁 매달린 머리 장식을 달아주자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미스티양의 머리칼에 흡수가 된 듯 하면서도 햇빛에 반사가 되어 아름답게 빛이 났다. 모두다 푸른빛을 빛내고 있는 장신구들로 채워주면서 보석이 빠진 써클릿을 끼워주고는 물빛 드레스를 입혀주었는데 어찌나 아쿠아님을 닮았는지 직접 보지 않은 사람도 미스티양을 아쿠아님으로 알고 모실정도였다. 그런 미스티양을 보고 그리디아양이 안으려고 뛰어오다가 네프티스에게 걸려서 약간의 꾸중을 들음으로써 마무리되었다. “미스티양~날 따라와요.” 화려하게 꾸며진 미스티양을 데리고 대전으로 들어가니 우리들보다 먼저 온 대사제들과 대리자들이 많이 와 있었다. 성기사의 외침과 함께 천천히 들어서니 모두 다 놀란 듯 서있었다. 내 미모뿐만 아니라 미스티양의 외모는 인간이 아닌 신적이었기 때문이다. 신왕 폐하의 말씀을 들으면서 난 미스티양을 다시 한번 보았는데 저 감겨지는 눈은 혹! 잠자는 것? 모두 다 숙연한 분위기였기에 차마 입으로 말은 하지 못하고 미스티양을 뚝뚝 건드렸더니 감겨진 눈이 살짝 떠졌는데 햇빛을 받아서인지 빛이 났다. 아름다운 푸른색 눈이 황금빛으로 빛이 나는 것을 황홀하게 바라보다가 마침 신왕 폐하의 말씀이 끝이 났기에 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미스티양을 끌고 수레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미스티 양, 그만 자요.” 그때까지도 여전히 눈이 반쯤 감겨 있었기에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말하자 미스티양의 눈이 완전히 떠지는 것을 보고는 안심하였다. 말이 이끄는 수레를 타고 대신전까지 퍼레이드형식으로 가는데 그때까지 잠자고 있으면 안 되니까. “아시리아님! 올해에는 대리자분이 네프티스님이 아니시군요.” 대사제중에서 제일로 나이가 어린 샤이니스님의 대사제인 미카엘님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언제나 미소를 지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듣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진다. “네! 올해는 네프티스보다 더 아쿠아님과 닮은 분이 계셨기에 네프티스는 뺐답니다. 이번에 샤이니스님의 대리자분으로 뽑히신 분은 가히 아름답군요.” 미카엘님께 말을 하고는 샤이니스님의 대리자를 보았는데 아무리 봐도 아쿠아님의 대리자로 뽑힌 미스티양보다는 한 단계 아니 한참이나 아래에 있는 외모였다. 물론 다른 대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대리자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아무리 미카엘이 사람에게 자상하게 해준다고는 하지만 아무에게나 말을 걸지 않는데 웬일인지 미스티양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보기....가 아니라, 샤이니스님의 대사제이신 미카엘님께 인사드립니다. 미천한 소녀는 미스티라 하옵니다.” 미스티양도 무지 긴장을 했나 말이 헛 나올 뻔한 것 같았는데 언제나 하는 말투가 아닌 꾸며진 말투로 하는 것 같았는데 모르는 사람이어서 그런가 보다. “미스티님은 왠지 어디선가 만나 뵌 적이 있는 것 같이 낯설지가 않군요.” “그런가요? 호호호~제가 어찌 지체 높으신 미카엘님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말을 굉장히 부드럽게 말을 하는 듯 하지만 여자만의 육감으로 왠지 미스티양은 미카엘님을 껄끄럽게 생각하는지 내가 듣기엔 불안해보였다. “그런데 날 안 만났는데 어떻게 알아볼 수 있었나요?” “훗~그랬나요? 저 멀리서 미카엘님의 모습을 본적은 있죠. 제 얘긴 독대를 하지 않았다 이 말이었습니다.” 아까와는 달리 괜찮은 듯 했지만 여전히 안 좋은거 같아서 여러 말이 오가는 가운데 난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미스티양이 먼저 끊을 수가 없으니 내가 솔선수범한 것이다. “미스티양! 우린 저거타고 팔마스 중앙에 있는 대신전으로 가야해요.” 대화의 단절을 가져오자 미스티양은 아까보다 훨씬 밝게 웃으며 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그렇군요.” 미스티양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우리와 나머지 대사제들과 대리자들은 각 신전을 상징하는 것으로 꾸며진 수레에 올라탔고, 말들은 왕궁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신기하죠? 이 말들은 특별히 교육시킨 순한 말들이예요. 왕궁에서부터 대신전까지 이어진 길을 잘 알도록 끌고 다니다가 나중엔 마부가 없어도 스스로 대신전까지 갈 수 있도록 한거랍니다.” 궁금하다는 표정이 하나 가득한 얼굴로 있으면서 물어보지 않은 미스티양에게 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내 동생같이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우리 물의 신전의 돈 줄이었기 때문이다. 설명을 해주다가 어느덧 은빛 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미스티양은 넋을 빼놓고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처음 본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징후군 이므로 난 조용하게 내가 보고 느낀 점을 말해주었다. “미스티양~아름답지? 나도 처음엔 너무 아름다워서 넋을 잃어버렸을 정도였어요.” 여전히 정신이 나가있는 그녀를 향해 난 살짝 건드려서 정신을 깨우자 미스티양은 아주 밝게 웃어주면서 끄덕이는 것을 보아 난 당신의 설명을 듣고 있었어요 하는 듯 하였다. 아름다운 은빛 다리를 건너 본격적으로 팔마스 시내로 들어가자 많은 인파들이 모여 있었다. 말이 지나가는 길만 남겨 놓은 채 환호를 하고 있었는데 미스티양은 기분이 좋은지 손을 흔들어 주면서 미소를 짓자 그 환호성이 신계를 울려버릴 정도였다. “미스티양은 팬 서비스도 좋네요.” ‘그래! 저렇게 해야 우리 물의 신전에 기부금이 많이 들어올 수 있어! 미스티양을 바라보는 저 광신도적인 눈빛! 틀림없어. 이제 우리 물의 신전은 사람들한테 손을 벌리지 않고도 살수 있을 거야.’ 하지만 어찌 된 게 내가 한말이 기분이 나빴는지 그녀는 손을 내리고는 환한 미소가 아닌 잔잔한 미소를 지은 채 내게 물어보았다. 대신전이 아직 멀었냐고? 지금 내 심정은 이 길이 한 1킬로미터만 더 유지됐으면 하는데....그래야 우리의 대리자인 미스티양을 보고 기부금을 들고 올게 아닌가! 그동안 기부금이 적어서 다른 신전으로부터 뭍 잔소리와 거지 신전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었는데!! 그래도 작년엔 네프티스를 강제로 대리자를 시켜서 겨우 적자낸 것을 매꿀 수 있었는데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는 오지 않을 듯 싶었다. “이제 조그만 가면 돼요.” 간단하게 말을 해주고 나도 한 미모가 받혀주므로 웃어주면서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준 것을 미스티양은 다른 곳을 보고 있었기에 못 보았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봐야 그녀도 힘이 날 텐데. “풋~” 갑작스런 웃음소리에 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나를 보지 않고 신자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을 보아하니 재미있는 광경을 본 듯 싶었다. 신자 서비스를 하던 도중 아쉽게도 대신전이 나타나서 수레에서 내려 걸어가고 있을 때 블랑슈가 미스티양에게 찰싹 달라붙었지만 어깨에 올라감으로써 오히려 대리자로써의 신비감이 다 살아났는데 어째 미카엘님이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혹 블랑슈가 마계에서 살던 레기야크라는 것을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난 그 시선을 피하면서 대신전 안으로 걸어갔다. 대신전안에서는 잡담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신왕 폐하께서 입을 열었을 때에만 기도외의 말을 할 수 있었다. 대신전 안에는 12분의 신들의 조각상이 있었는데 난 미스티양을 아쿠아님의 조각상 바로 앞에 세워뒀는데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놀랐다. 어찌나 그렇게 닮았는지, 아니 오히려 미스티양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난 아쿠아님의 대리자인 미스티양 앞에서 무릎을 꿇고는 경건하게 기도를 올렸다. 기도에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앞에 서있는 그녀가 다리가 아프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화들짝 기도를 마친 난 다음 코스로 이동하기 위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분명히 내 손을 잡고 한 걸음 때자마자 앞쪽으로 쓰러지리라는 것을 잘 아는 나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그녀가 한걸음 내디딜 때 앞쪽에 힘을 주었는데, 이게 웬일? 평소 걷는 거랑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번에 기도를 너무 짧게 드려서 그러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그게 아닌 듯 다른 대리자들은 신음소리를 내며 쓰러져있었고, 대사제들은 언제나 이렇다는 듯이 신성력을 쓰면서 회복을 시키고 있었다. 이런 미스티양을 다른 사람들도 놀랍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무심하게 내 손을 잡고 이끄는 데로 걸어갔다. 성수 앞에 멈춰선 우린 다른 이들이 아직 회복하지 않았으므로 첫 타자로 아주아주 깨끗함을 간직한 성수의 의식을 할 수 있었다. 맨 나중으로 가면 갈수록 기분 나빠지는 것이 바로 이 의식이었다. 아무리 깨끗한 손으로 손을 씻고 머리에 뿌린다고 해도 많은 이들의 손이 거치는 것이므로 이 의식은 속전속결이 좋았다. 마지막에 성수 의식을 치르게 될 대사제와 대리자에게 애도의 기도를 올리고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다음 순서인 의식으로 접어들었다. 일명 보석의 의식! 신왕 폐하께서 대리자에게 각 신의 속성에 맞는 보석을 주면 대리자는 그 보석을 대사제에게 건네고, 대사제는 그 보석에 키스를 하고 (당신을 영원히 따르겠노라는 뜻이 담긴 행위이다.) 대리자의 써클릿에 끼우는 것이다. 예전에 미리 설명해 준대로 그녀는 신왕 폐하에게 보석을 받아서 내게 주었고 난 그 보석에 키스를 하고 그녀의 써클릿에 아쿠아 마린을 끼워주었다. 여기까진 별반 차이가 없었지만 그녀의 보석에서 갑자기 물빛이 어리더니 잠깐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그 광경을 나 혼자만 봤으면 잘못 본 걸로 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곳에서 성수의 의식을 치르고 있던 사람들과 아직도 회복돼지 않은 대리자들에게 신성력을 쓰고 있는 대사제들까지도 보고 만 것이다. “이,이럴수가....이런 일은 한번도 없었건만.” 너무나 놀란 신왕 폐하께서는 말이 잘 나오지 않으신지 더듬거리면서 말을 하였다. “아마도 미스티양이 물의 여신 아쿠아님의 맘에 들었나 봅니다.” 드디어 내 대에서 아쿠아님의 인정을 받은 인간을 본 것이다. 물빛이 어려졌던 써클릿을 낀 그녀는 이 사태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사실을 알게 되면 기뻐할게 분명하였다. 그렇게 먼저 의식을 한 우린 다른 대사제와 대리자들이 의식을 끝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신의 보석을 받은 대리자와 대사제는 이제 각자의 신전으로 돌아갈 지어다.” 따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다른 대사제들에게 약간의 눈총을 주고 있을 때 다행히 신왕 폐하의 말씀을 듣고는 난 미스티양을 데리고 궁 안에 있는 물의 신전이 아니라 팔마스에 있는 물의 신전으로 갔다. 궁 안의 물의 신전으로 가는 줄 알고 좋아하는 그녀는 도착지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곳이 아니자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멋있어 보였다. 그런 미스티양을 좋다고 따라 들어오는 저 개미군단 같은 신자 분들!! 또 다시 미스티양을 앞에 세워두고 기도를 하였고, 신자들도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오늘은 미스티양이 말 그대로 아쿠아님이나 마찬가지니까! 기도가 끝나고 기분이 안 좋은 듯 가만히 서있는 미스티양을 그대로 두고 난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내역을 보고는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아~~이 많은 기부금 좀 봐~네프티스가 할때보다 3배나 많아.” 드디어 적자 신전에서 흑자 신전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동안 다른 신전들에게 얼마나 많은 구박과 설움을 당했는지.....돈이 없는 부실한 신전이라는 이유로 엄연히 12신중에 한분이신 아쿠아님을 모시는 우리들은 따돌림 비스 무리한 것을 당하면서 살았는데 이젠 내가 그들을 따돌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걷힌 기부금만으로도 2년 예산을 짤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다른 신전에 낼 기부금이 이쪽으로 빨려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꺄아아아아~아마 우리 물의 신전이 제일로 많은 기부금이 들어왔을 거야! 다른 대사제들한테 자랑해야지~”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다가 갑자기 들이 닥친 네프티스가 뭐라고 하는 바람에 뛰는 것을 멈추었다. “아시리아님! 제발 체통 좀 지키세요. 미스티양이 보는 눈 좀 보세요.” ‘쳇! 미스티양이 날 어떻게 본다고 그러는 거야?’ 하면서 여전히 서있는 미스티양의 얼굴로 시선이 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 말이 나와 버렸다. “미안해요. 다시는 그렇지 않을 테니 제발 한심하다는 눈은 하지 마세요.” 한심지수 100%를 달리는 그녀의 눈은 날 뚫어지게 응시하며 이중인격이란 단어를 내뱉을 것만 같았다. “너무 멋져요~미스티님~계속 이렇게 하고 있어요.” 다행히 그리디아양이 미스티양을 끌어안아서 시선이 돌려졌지만 저 포즈~어째 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는 그리디아양을 한대 때렸다. “나 무지 피곤한데 어서 숙소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피곤....해..” 하루 종일 서 있어야만 했던 그녀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 난 그제서야 그녀의 안색을 살폈고, 그녀는 피곤하다는 말을 꺼낸 다음 쓰러지는 것을 가브리엘님이 안아 들어서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당황한 그녀의 일행들은 모두 쓰러진 그녀 쪽으로 달려갔고, 온갖 마법을 쏟아 붓더니만 나중엔 안도의 한숨을 쉬고 공간 이동으로 방안까지 편안하게 이동한 다음 그녀를 침대에 눕혀주었다. 창백한 안색이었음을 이제야 본 난 양심에 찔렸다. 신자들로부터 기부금이나 받아낼 요령으로 그녀를 팔아넘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작년엔 네프티스를 팔아넘겼지만 서리~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7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3-26 267 3 잠깐의 가출 - 1 온몸을 휘감고 있는 따스한 감촉과 은은한 물 향기가 느껴지는 아늑한 공간에 나 홀로 있는 기분 좋은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해 강제 취미생활 모드로 들어갈 무렵 갑자기 코가 간질거렸다. “에...에취, 에취이이~쿨쩍.” 재채기를 함과 동시에 난 눈이 떠졌고, 밝은 햇살에 눈을 다시 감아버렸다. 망할 블랑슈 녀석, 언젠가 꼬치구이를 만들어 버리고 말리라. 착하디착한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은 오똑한 내 코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댐으로써 원하지 않던 난 어쩔 수 없이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날 깨워서 기분이 좋은지 녀석은 꼬리를 흔들면서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내 품안으로 풀썩 안겨왔다. 귀여운 짓거리를 하는 녀석을 차마 내칠 수는 없는 노릇이여서 하는 수없이 뒷발을 잡고 흔들면서 경고를 하였다. “너 한번만 내 잠 깨우면 뜨거운 물에 넣어서 털을 뽑아낸 다음에 요리해버린다.” 그 말을 듣고 있는 블랑슈는 역시나 학습 능력이 없어서 인지 여전히 ‘냥냥냥’ 거리면서 발버둥을 치더니만 내 손에서 빠져나와 다시 내 품으로 안겨 들어왔다. 이런 녀석이 뭐가 인간보다 지능이 높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번만은 봐주기로 하였다. “어라~근데 왜 내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지? 리디라도 있어야 정상 아닌가?” 내 보디가드로 취직한 녀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을 떠나는 일은 없었는데(물론 내가 명령하면 다른 데로 가지만.) 이상하게 없었다. 다른 녀석들과 오빠까지 말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겨우 그딴 일에 신경을 쓰면 신경과민증으로 이미 오래전에 세상하직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들이 있든지 없던지 난 어김없이 욕실로 가서 몸을 씻어, 물기를 닦아낸 다음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신록이 어우러진 커다란 나무와 싱그러운 향기와 더불어 음식 냄새까지 났으며 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서는 식사 중이었다. “미스티, 일어났구나.” 날 먼저 알아본 오빠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와서 날 안아주었다. “너 자고 있는 동안에 잠시 허기진 배 채우려고 그런 건데 설마하니 오해하는 건 아니겠지?” 내 손을 끌어 잡고 식탁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며 오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난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침부터 블랑슈 때문에 강제로 일어났고, 또 나만 빼놓고 식사를 즐기는 인간과 엘프, 그리고 드래곤 4마리가 보기 싫었다. “훗~내 자린....없군.” 오빠를 따라 식사하는 곳으로 갔지만 내가 앉을 의자가 없었다. 이들은 언제든지 깨어날 소지를 다분히 지닌 날 제껴 놓고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해요. 미스티양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아시리아의 대대적인 사과 말에도 불구하고 내 기분은 좋아지지 않았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는데 겨우 그딴 사과를 하는 건데? “미스티님~여기 앉으세요.” 그래도 내가 마스터라고 식사하는 곳을 양보하는 리디였지만 오늘따라 그녀의 행동이 내 기분을 더 다운시켰다. 그리고 마지막 날 완전히 추락사 시켜버린 녀석도 있었다. “자! 내 다리위에 앉아서 식사해.” 저번에 있었던 일을 용서해준지 얼마나 됐다고 저런 낯짝 두꺼운 말을 하는 드래곤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앉을 자리가 없어서 극악조치를 취하는 그들이 내 눈엔 곱게 보일 리 없었다. “필.요.없.습.니.다. 전 오늘 동안은 개인플레이를 할 테니 이만 저한테 관.심. 끄시고 식사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빨리 일어나서 식사하시는 것을 방해해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한나절 동안 절 찾지 말아주셨으면 정말로 감사할 것 같아요.” 내 대뇌의 명령과는 달리 이놈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식사를 하고 있던 이들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듯 멍하니 있었다. “역시 인간들이란.....” 인간이란 말을 하고 도리도리를 하는 네프티스 “인간이라 죄송하군요. 저도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아시리아님도 인간입니다. 저에게 뭐라고 하시기 전에 미리 한번 생각해보고 말을 하는 게 좋을 듯 하군요.” 드래곤이라고 내세울게 뭐 있다고 인간 행세하고 있는 환신한테 감히 뭐라고 시부렁 거리는거얏 하고 쏘아붙이기 전에 이성이 감정을 앞질러서 다행히 그런 만행을 부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더욱더 기분이 나빠진 건 사실이다. 블랑슈를 품에 안은 채 난 다시 건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루나! 나랑 같이 가자.” 한순간 놀랐는지 오빠는 인간 세계에서의 내 본명을 부르며 날 잡았지만 난 그 손을 떨쳤다. “나 분명히 오늘 개인플레이 한다고 했어. 그러니 오늘 한나절만 봐죠. 지금 너무 기분이 안 좋아서 잘못하면 이곳을 다 부셔버릴 것 같아. 미안해! 워프.” 내 이름을 부르짖으며 달려오는 리디와 내가 마법을 하는 것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져있는 네프티스와 아시리아, 그리고 내가 한 행동에 놀라서 멍하니 있는 엘프와 드래곤이 내 눈에 들어왔지만 난 무시해버렸다. “휴우~근데 이거 오늘 어디서 놀다가지? 내가 한말이니까 한나절동안 죽치다가 가야할 것 같은데 막상 갈려고 하니 갈 때가 없군. 엄마한테나 갈까?” 팔마스 시내로 공간 이동을 한 나는 시간 때울게 없나 하고 돌아다니다 엄마란 말이 나왔지만 머리를 저어버렸다. 내가 칼리 산으로 가면 엄마는 이유를 물을게 뻔하고 이유를 말하면 아마도 이곳을 지도상에서 없애 버릴 수 있으므로 그곳은 제끼고 다시 머릴 굴려봤지만 역시나 생각나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물의 신전에 가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나절동안 날 찾지 말라고 했으니 그들은 날 찾지 않을 것이다. ‘아~몰라. 몰라!’ 도리도리를 하면서도 내 발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생각해보니 어제부터 오늘까지 먹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배가 고파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엄연히 이건 느낌뿐이니까 먹지 않아도 된다. 신인 내가 뭐가 아쉬워서 인간의 음식을 먹는단 말인가? 예전엔 그저 일행들의 의혹에 찬 눈을 피하기 위해 보통 여자들보다 많이 먹었고, 그들이 있을 땐 항상 식사를 하였지만(물론 나 혼자 돌아다닐 때도 먹기는 먹었다마는...)지금은 날 보아온 일행들이 없으니 굳이 식사는 하기 싫었다. 타박 타박 타박 힘이 없는 내 발에 신겨진 가죽 신발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걸어가는 것을 멈추었다. 사람들의 쉴 수 있도록 나무를 심어 놓고 의자를 만들어 놓은 듯한 인공적인 공원에서 난 내 눈에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올려 쪼그리고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고개를 파묻고는 그렇게 의자위에서 청승맞게 눈을 감았다. 블랑슈 녀석은 내 품에서 빠져나와 어깨 부근에 자리를 잡고 내 목 부근을 핥았지만 무시해버렸다. 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어느 누구도 내게 말을 걸어주는 이가 없었다. “미스티, 미스티 맞지?” 누군가 내 어깨를 흔들면서 물어보자 난 다리 사이로 파묻은 얼굴을 들어 올렸다. 어두운 암흑 속에서 떠돌던 눈이 빛을 대하자 눈이 부셔서 급하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보니 내 앞엔 붉은 머리의 여자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올리비아?” 전번에 나랑 대판 싸웠던 길드 대빵 중에 유일한 홍일점인 올리비아였다. “나랑 같이 가자.” 아무 이유도 묻지 않은 올리비아는 내 손을 잡고 내가 한바탕 쓸어놓은 그 여관으로 들어갔다. 난장판일줄 알았는데 블랑슈가 뚫어 놓은 구멍은 메꾸어져 있었고 내가 망쳐놓은 기물들이 새로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와 올리비아가 같이 들어가자 일층 식당 안에 있는 많은 인원들이 경악을 하면서 날 바라보는 듯 하다가 급히 허리를 숙이고 조폭 자세로 인사를 하듯 하였다. “올리비아님! 나머지 분들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의 그 평범하지 않은 아저씨는 올리비아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을 했고, 그 모습을 본 올리비아는 고개만 까딱하고는 날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여전히 손목을 잡고 윗층으로 데리고 갔다. 아니 삼복더위에 개 끌려가듯이 끌려갔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나왔으니까 문 열어.” 마법이 걸린 문을 걷어찰 수 없는 노릇인가 올리비아는 문에 대고 크게 소리를 치자 안쪽에선 이렇게 말하였다. “암호를 대라.” 목소리로 봐서는 패트릭 녀석이 분명했다. “암호는 무슨 얼어 죽을 암호. 빨랑 문 열어.” 아마도 암호가 ‘암호는 무슨 얼어 죽을 암호’ 인가 안쪽에서 문이 스르르 열렸고, 패트릭이 고개를 내밀었다가 올리비아에게 걷어채였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짜자자잔~누가 왔는지 한번 봐봐!” 먼저 안에 들어간 올리비아는 잡힌 손목에 힘을 주어서 반강제적으로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앗! 미스티~” 올리비아의 오빠인 올리버는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뛰어와서 날 폭싹 안았다. 너무 놀란 난 잠깐 사고회로가 정지되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녀석을 끌고 가는 것을 느끼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여긴 웬일이지?” 어제 봤을 땐 미소를 짓고 있었더니만 오늘은 여전히 냉기를 풀풀 풍기면서 하는 말에 난 이곳을 나가고 싶었지만 손목이 잡힌 상태라 뒤로 빼지도 못하고 있었다. “공원에서 앉아있는 것을 내가 데리고 왔어.” 다행히 청승맞게란 단어를 넣지 않은 올리비아에게 고마움의 눈인사를 하였다. 그런 내게 올리비아는 쇼파 곁으로 끌고 와서 철푸덕 앉혔다. “어제의 영광은 어디로 가고 오늘은 왜 이런 모습이지?” 말할 때마다 성질나게 하는 카시야스의 꼬락서니에 한방 날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묵묵히 앞만 바라보았다. “그럼 미스티를 제외하고 길드 내에 의뢰한 것부터 해결하도록 하지.” 눈에 가시로 여기는 녀석은 날 한번 곁눈질 하더니 다시 토의모드로 되돌아갔다. 뭐 나도 이런 토의 따윈 짜증인 나니까 관심도 없었지만 도저히 관심을 갖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주제 때문에 유심히 듣고만 있었다. “바르실미르 왕국과 디노라 왕국, 제국 쪽에서 루나 어클리어스 공작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어. 아무리 봐도 그들은 공작을 자신의 나라로 끌어들이려고 그러는 것 같지만 우린 그것하고는 상관없으므로 빨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털어놔.” 지지리 할일도 없는지 그놈의 왕국하고 제국에서 왜 내 신상명세서가지고 난리를 치는지 짜증이 났지만 뭐! 워낙에 내가 잘난 탓으로 책임을 돌려버렸다. “우선 외모가 긴 흑발에 녹안을 지닌 자그마한 소녀라는 것! 그리고 엘프친구가 있다고 들었어.” 올리비아가 첫빵으로 말하자 나머지 인간들은 할말을 잃고 가만히 있다가 패트릭 녀석이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의 경지를 지녔는지는 모르지만 마검사에다가 모습을 자주 바꾸고 다녀.” 그런 거야 이미 알려진 사실이니까 이런 녀석들이 모를 리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파이넬 왕국에 나타났다가 연기처럼 사라졌어. 그리고 떠도는 풍문으로는 파이스티에서 벌어진 무투회의 우승자라고 떠들고 있지.” 케이아스가 묵묵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가 더는 할말이 없는지 다물자 올리버는 할말이 없는지 패스를 해버렸고 마지막 타자인 카시야스를 바라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녀에게는 세 명의 소드 마스터급 부하가 카옌 왕국에 있으며 샤이닝이라는 검을 소지, 하얀 동물을 데리고 다녀서 여자들이 하얀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붐을 만들게 하였다. 이상!” 더는 들으나 마나한 대화를 들으며 난 하품이 새어나왔다. 많이 잤지만 어제의 피곤이 풀리지 않은 게 분명하였다. 내가 하품을 하자 4남 1녀는 날 바라보았다. 회의에 방해하지 말라는 듯이!! “치~그렇게 보지 말라구. 나도 공작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있어.” 내 자신인데 내가 모를 리 없잖아! 허나 4남1녀는 날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기껏 알아봤자 자신들이 아는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는 표정이 역력하게 묻어나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카옌 왕국이었을 당시 18살이니 지금은 21살이고, 키는 152센티미터에 엉덩이까지 닿는 긴 흑색머리칼, 깊은 녹색의 눈, 실력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서 소드 그랜저 마스터 초입단계 , 마법은 6클래스를 마스터 하였고 7클래스 유저, 하얀 애완동물은 카옌 왕국의 야시장에서 구입. 취미는 기사들 뺑이 돌리기, 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벌주기’고, 특기는 아무에게나 거침없이 쏘아붙이는 어마어마한 위력의 말빨! 한번 걸리면 살아남지 못할 정도. 모습을 숨기고 다니면서 온갖 악의 무리를 소탕하고 있으며, 카옌 왕국 내에 있는 기사들이 그녀를 모르면 간첩으로 잡혀 들어갈 정도임. 귀족들도 그녀에겐 잘해줌. 특히 지금의 태자비인 제이미 카옌과 태자인 카를로스 카옌은 절친한 친구. 붉은 기사단장인 맥 카인즈, 푸른 기사단장인 브라운 아이틴, 검은 기사단장인 나루스 맨체스터, 은의 기사단장인 에드워드 다니엘은 그녀의 친구이자 놀이 상대. 이것으로 루나 어클리어스 공작에 대한 설명 끝. 더 이상 묻지 마!” 너무나 많은 말을 숨 한번 쉬지 않고 말하자 숨이 찬 나는 심호흡을 하면서 다량의 산소를 공급하면서 겨우 규칙적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숨을 돌리는 동안에 어느 누구도 움직이는 이가 없었고, 내 얼굴이 뚫어질 정도로 바라만 보았다. “뭘 봐?” 띠꺼운 말에 녀석들은 정신을 차리고 초롱거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서로 안겨 들어왔다. “으아악~뭐하는 짓이야?” 카시야스를 뺀 나머지 녀석들이 안기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니 덕분에 오늘 돈 단단히 벌었어!” “역시 넌 친구야.” 등등의 말을 하며 달려드는 것을 올리비아가 하나씩 떼어놓고는 마지막으로 자기가 날 안았다. “한턱낼게.” 듣던 중 반가운 소리! 하며 말하려다가 차분하게 가라앉은 카시야스의 눈빛을 보고 저 녀석이 또 뭔 말을 해서 내 기분을 다운 시켜버릴지 궁금하였다. “미스티. 어떻게 그런 방대한 양의 정보를 알고 있지?” 당연히 내가 공작이니까 그렇지 하고 말하면 안 되니까 난 올리비아에게 안겨 있는 상태에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그야 당연히 내가 잠깐 공작의 여행 동료로 들어가 있었으니 알고 있지. 왜? 떫어?” 저 녀석 언젠가 확 뺑이 돌려버리라 생각을 하면서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었다. “대단하군.” 그 말이 끝이었다. 그리고는 내가 말한 내용은 일일이 적고는 비둘기 다리에 매어서 창문으로 날려 보내는 것을 보아하니 분명 다른 지부에 연락을 해서 각 국가에 배달됨과 동시에 돈을 받아오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근데 왠지 너 자신을 보고 있는 듯 하군.” 지나치는 말로 카시야스가 하는 말에 뜨끔한 난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고 그냥 담담히 미소만 지어주었다. 나하고는 그저 짧은 여행의 동료였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말이다. “미스티 이렇게 있지 말고 나하고 같이 길드 구경하러 가자.” 여관이나 차리고 위장영업을 하고 있는 이 길드에서 구경할 것이 어디있냐마는 그냥 끌려가 주었다. 그래도 이들과 있으면.....아침의 일은 생각나지 않으니까 그것만으로 안심을 하면서. “저거 어때 죽여주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그녀는 내게 무기 창고를 보여주었다. 설마하니 지하실에 이런 무기창고가 있을 줄은 꿈엔들 생각을 했을까!! 술이나 보관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술을 보관하고 있는 곳을 밀쳐보니 삐까뻔쩍하게 잘 닦아놓은 무기들이 무시무시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그래. 죽여준다.” 그냥 한대만 톡하고 내리치면 곧 부서질 것 같은 것들이 때깔만 죽여줬다. “이것보다 더 좋은것도 있어.” 신이 난 올리비아는 또 그곳을 지나쳐서 더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는데 그곳엔 그나마 좋은 것들이 있었다. “아까것보다 더 좋지?” “응! 좋아.” 그나마 이것들은 아까것보다 더 비싸보였고, 약간이나마 오리하프콘이랄지 미스릴이 소량씩 집어넣어진 걸어 다니는 돈 자루들이었다. “이건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구, 내가 전번에 만지려고 했다가 녀석들한테 얼마나 혼났는데! 특히 카시야스님한텐 하루 종일 그 싸늘함이 풍기는 어투로 잔소리를 듣는데 난 그때 얼어 죽는 줄 알았다니깐.” 그런 어마어마한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는 피식 웃는 그녀를 향해 나도 씨익 웃어주었다. 카시야스의 말을 듣다보면 정말로 냉기가 풍기는 듯한 현상을 겪는데 하루 종일 들었다면 빙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나 여기 재미없어. 다른 곳은 없는 거야?” 이딴 무기들은 블루가 준 미스릴 검에 뒷꿈치도 따라오지도 못하고 또 샤이닝에 비하면 쥐뿔도 없는 것들을 보니 별 감흥이 없었다. “하긴 너한텐 이거보다 더 좋은 무기가 있어서 그러겠구나. 나 따라와. 오늘은 길드원끼리 자리다툼을 하는 날이니까.” 자리다툼? 구경할 때 서로 밀치고 하는 그런 자리다툼하는 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날 끌고는 다시 윗층으로 올라가서 워프 게이트로 예전에 패트릭이랑 단 한순간 승부를 겨룬 그 경기장으로 이동하였다. 그곳엔 많은 인원들이 살기등등하게 주변을 꽉 채우고는 무기 점검을 하고 있었다. “우리 길드에선 실력 위주로 뽑거든. 그래서 1년에 한번씩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하고 붙을 수 있게 해뒀어. 물론 길드 마스터나 부 길드 마스터를 제외한 사람하고만 대결을 할 수 있게 해뒀지.” 올리비아의 말을 듣자 고개가 끄덕였다. 지위를 주려면 그에 따른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능력도 없는 것들이 판치고 있으면 밑에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은 필시 들고 일어날 것이 분명하니 그런 것들을 명확히 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길드 마스터나 부 길드 마스터와의 대결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호기에 넘친 인간들이 실력도 없으면서 무조건 한번 붙어보기 원해서 일을 벌릴 것 같아서 사전에 차단한 듯 싶다. “저기에 녀석들이 있어.” 내 완벽한 시력엔 저 앞에 즉 그러니까 경기장 한켠에 마련되어서 심판을 볼 듯이 앉아 있는 녀석들이 어찌나 잘 보이던지 이번엔 올리비아를 끌고 그곳으로 갔다. “늦게 왔어. 어서 앉아.” 저 싸늘한 말투를 고치면 어디에 덧이 난단 말인가? 그리고 하는 말마다 삐딱한 게 맘에 들지 않았지만 나야 뭐 손님 비스 무리한 걸로 왔는데 참을 수 밖에! 어차피 내 자리도 없을게 분명한데 난 이만 저 많은 길드원 사이에서 부대끼며 구경꾼으로써 자리다툼이나 하러가야겠다 생각하면서 뒤 돌아가려하자 카시야스가 내 팔을 붙잡았다. “니가 앞에 지나가면 방해되니까 얼른 앉아.” “치이~자리가 없잖아......가 아니라 있군. 앉으면 될 것 가지고 되게 꽥꽥거리네.” 자리가 없는 줄 알았더니만 내 자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얼음 땡이 카시야스 바로 옆자리! 난 필시 저 자리에 앉으면 얼어붙을 것 같아 사양했지만 나머지 녀석들도 사양을 하는 바람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일행들 녀석도 내 자리를 빼놓았는데 이곳과는 별개인 날 위해 의자까지 미리 준비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나중에 나오는 말을 듣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넌 이제 도둑 길드의 피스 길드 마스터. 니가 원하지 않던 원하던지 나와 악수를 하는 순간에 결정 났어. 그리고 내가 준 그 목걸이는 중재자임을 상징하는 것이지. 버리려고 하지 마. 꽤 비싼 것이니까.” 어이없는 소리에 목걸이를 잡아서 버려버리려 했더니만 비싸다는 말에 다시 손에서 놓았다.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가 이딴 도둑 길드의 뭐? 피스 길드 마스터? 놀라서 돌아가실 것 같았지만 뭐 꽤 높은 지위인 것 같으니 봐주기로 했다. 녀석의 자리 옆에 털썩 앉아서 난 정면에 보이는 쌈박질 하는 것만 보고 있었다. 재미는 쥐뿔도 없고, 시시했다. “아하함~” 뭐 제 딴엔 열심히 대결을 하고 있는데 내가 하는 하품 소리를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서 날 봤지만 그럼 어쩌라고 하는 시선으로 녀석을 꼴아 봐주었다. “아하하하암~~” 산소부족과 취미생활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자 나도 모르게 두 번째 하품이 나왔고, 대결을 하던 녀석 둘과 옆에 앉아 있는 녀석들! 그리고 경기장에 앉아있는 녀석들까지 날 바라보았다. “미스티! 왜 그래?” 하품만 하고 있는 날 보며 케이아스가 물어보았다. “심심해서, 그리고 어제 쌓은 피로가 덜 풀렸어.” 이젠 두 팔까지 쭈욱 올리면서 쭉쭉이까지 하는 나를 어이없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관심을 꺼버렸다. “이봐. 꼬마! 마스터님들의 친구여도 이런 실수는 저지르면 안 된다는 건 모르냐?” 대결을 하는데 흥이 깨져버린 녀석 중 하나가 싸가지에 밥 말아 먹은듯한 어투로 말하자 난 가만히 쳐다보았다. 할말이 있으면 더 하라는 듯이! “한주먹도 안돼는 녀석이 어른들 일하는데 신경 쓰이게 하면 마스터님들의 친구여도 봐주지 않을 것이다.” 아쭈~~길드 마스터들이 쫘악 앉아있는데 그런 말을 한다는 건 요놈들을 무시한다는 뜻으로 내 귀엔 들렸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정말로 확실하게 물갈이를 해야겠군.” 차갑게 내 뱉은 말을 대결하다가 중단한 녀석들은 듣지 못했지만 근처에 있던 나와 올리버, 올리비아, 패트릭, 케이아스는 들을 수 있었다. 뭐 나하고는 별 상관 없다지만 은~아니라 내가 이래봬도 뜻하지 않게 중재자인 피스 길드 마스터라는 지위에 있는데 날 모욕하는 것은 일반 길드 마스터 녀석들을 싸잡아서 모욕하는 거나 마찬가지! 분통이 터져서 검을 꺼내려는 패트릭의 손을 지그시 눌러서 검이 검집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막았다. 그러자 녀석은 왜 일에 방해하느냐는 시선으로 보았고 그런 녀석에게 난 도리도리를 해주었다. “이봐! 이름 모를 도둑 길드원. 날 모욕함은 나를 친구로 선택한 길드 마스터들을 똑같이 모욕을 준다는 건 설마하니 모르고 한말은 아니겠지? 이거이거, 완전히 기강이 흔들리는군! 일개 길드원이 마스터들을 싸잡아 모욕을 주다니.” 날 모욕함으로써 그게 길드 마스터들까지 모욕을 한다는 것을 이제야 느낀 사내는 움찔했다가 다시금 수염으로 뒤 덮인 입 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훗~난 실력도 보지 못한 길드 마스터들을 인정하지 않아.” 이로써 대대적인 전투태세에 돌입하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수염 덥수룩한 인간 덕에 주변은 혼란에 쌓였고, 호기 있는 녀석들은 은근히 그 사내를 응원하는 사태까지 가버렸다. “늦게 가입한 녀석 주제에 말이 많군.” 인상을 험악하게 쓰면서 올리비아가 한마디 하자 그 사내는 비릿하게 웃었다. “특히 난 널 인정 못한다. 여자 주제에 그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방법은 실력뿐만 아니라 도처에 널려있으니 말이야. 아하하하하~” 기고만장한 그 사내는 단도직입적으로 올리비아를 모욕하였고, 이에 올리비아는 자신의 주 무기인 활을 꺼내서 화살을 메겼다. “멈춰. 너의 그 고귀한 화살을 저 더러운 피를 묻힐 셈이야? 차라리 내가 나가지.” 흥분한 올리비아는 필시 활을 잘못 날릴게 뻔했다. 팔에 힘을 너무 많이 주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아 사내를 적중시킬 것이 아니라 뒤쪽에 있는 길드원을 맞춰 버릴 수 있으므로 말렸다. 그리고 난 내 검을 들고 앞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꼬맹이 애송이가 여긴 왜 나오는 거냐? 호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면 돌아가는 게 신상에 좋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밤에 상대해주지.” 수염 덥수룩한 녀석의 말에 난 흥분을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버렸다. 자기 딸 정도밖에 안됀 나를 가지고 하는 말 꼬락서니가 맘에 들지 않았다. “그 말 하다가 당하는 녀석 여럿 봤지. 좋아! 내가 지면 밤에 상대해주지. 단 지면 죽음이다.” 내 말에 수염 난 로리타 녀석은 자신의 무기인 검을 뽑았고, 난 블루가 선물해준 미스릴 검을 뽑았다. 얄팍하니 생겨서 한대만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았는지 로리타 녀석은 더 좋아라 하였다. “그럼 먼저 공격해라.” 먼저 선공을 양보해주자 로리타는 슬슬 내 쪽으로 다가오면서 검으로 내 검을 내려치려고 하였다. 밤에 상대하기 위해 몸은 성하게 만들고 싶어서 검을 떨어뜨리게 만들 녀석의 마음을 꿰뚫어본 난 입 꼬리를 올리고는 검을 옆으로 빼자 로리타의 검은 잠깐사이에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시간에 난 오른 다리를 들어 돌려차기를 하여 녀석의 왼쪽 뺨을 쳐버렸다. 순간 당한 녀석은 엉덩방아를 찧었고, 한바퀴 굴러서 다시 몸을 세운 녀석은 얼얼해진 뺨을 한손으로 갖다 대었다. “훗~이번엔 내가 봐줘서 그런 거니 다음번엔 어림도 없다.” 꼭 싸움도 못하는 녀석들이 하는 멘트를 꼭 집어낸 로리타에게 난 비웃음을 보내주면서 이번에 내가 먼저 선공을 하였다. 검을 들어서 정면으로 찔러오자 로리타는 자신의 검을 들어 막았지만 이건 전초전이었다. 녀석이 검을 막자 난 녀석의 검을 맞대고 찔러 들어가자 ‘쓰르르릉’ 아름다운 소리를 내면서 심장 쪽으로 흘려보냈고 놀란 녀석은 뒷걸음질을 치면서 검으로 내려쳤고, 오른쪽으로 내 검이 반탄력을 받아 쏠리자 다시 그 반탄력을 이용해 반바퀴 돌려서 배 쪽을 치고 들어갔다. 검이 뱃쪽으로 들어가자 이번엔 로리타가 다시금 내 검을 쳐서 방향을 돌려버렸다. “아~재미없어. 계속 이렇게 했다간 시간 낭비군. 이번엔 확실하게 보내줄게.” 검을 회수한 난 잠시 심호흡을 하고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비웃음을 짓고 있는 로리타 녀석에게 짓이겨 들어갔다. 보통 놈들의 눈에 살짝 보일 정도로 신법을 아주 약하게 발휘한 것이다. ‘루나 검법. 아무거나 찔러!’ 레이에게 전수받은 건데 이름이 없다고 해서 내가 아무렇게나 붙인 것이다. 일일이 한자어나 화려한 수식을 붙이기 귀찮았기 때문이다. 한번 검을 휘두름으로써 미세한 다발의 검기들이(물론 이건도 소드 마스터 상급 정도가 되어야 겨우 볼 수 있다.) 뿜어지면서 공격 대상에 박혀 산산 조각을 내버리는 무서운 검법인데, 여기서 펼치기엔 너무나 위력이 강맹했기에 다발의 검기들을 일일이 신경 써서 최대한 약하게 조절을 하였다. 그 결과!! “푸하하하하~” “아이고~나 죽네~” “냐하하하~” “큭크크큭~쿨럭~” 이렇게 됐다. 미세한 검기들은 로리타 녀석의 몸은 건드리지 않고 옷만 살짝 어루만져주고는 사라졌는데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 “마스터들을 놀린 댓가다. 목숨을 취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라.” 싸늘한 말투에 로리타 녀석은 신음소리만 낸 채 석고상이 된 듯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왜냐고? 아까 말했을 것이다. 검기들이 옷만 어루만져주고 사라졌다고....옷을 어루만져주어서 입고 있던 옷이 공중분해 되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입고 있는 팬티도 줄이 끊어져서 부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리타 녀석을 죽이진 않았지만 지금 저 녀석은 죽고 싶을 만큼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몸이 굳어 버린 것이다. 이것으로 내가 내린 벌은 이만 마치려다가 길드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또다시 하극상을 일으키면 그땐 죽음이다.” 외치면서 카시야스가 내게 준 나비와 벌, 꽃이 새겨진 자수정을 올려서 다 볼 수 있도록 해주자 광분하던 분위기가 침묵으로 바뀌었다. “그럼 다시 다음 대결을 시작해라.” 내 할일을 다 하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옆에 있는 녀석들이 날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니가 이런 일에 나설 줄은 몰랐는걸?” 올리버의 말에 난 어깨만 으쓱해주고는 대결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팬티만 부여잡고 있던 녀석은 이미 다른 길드원에게 인수인계가 된 듯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 요즘 쌓인 스트레스 좀 풀었어.” 어제 무보수 아르바이트로 하루 종일 서있었던 것 하며 오늘 아침 식사 시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짜증이 났는데 아까 있었던 일로 풀 수 있었다. “넌 싸움하면서 스트레스 푸냐?” 스포츠머리보다는 더 긴 흑발을 지닌 케이아스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여행하다가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일행들하고 대련을 하곤 했어.” 그 말에 옆에 있는 녀석들은 최대한 조용해지면서 앞에서 대결을 하고 있는 두 사내만 뚫어지게 쳐다만 보았다. 괜히 내 눈에 띄었다간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전락될 가망성이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은 모양이다. 짧다고 하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시간을 경기장에서 하품을 하면서 난 대결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화끈한 맛이 없고 질질 끄는....내 성격에 맞지 않는 싸움인 것이다. 연신 하품을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로리타 사내처럼 내게 따따부따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하품 소리만 나면 공포소리를 듣는 것처럼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것으로 대결은 끝이다. 1일년 후에 보자.” 짜증이 팍팍 나는 대결이 끝나자 난 블랑슈를 앉고 의자에서 일어나 워프 게이트 쪽으로 걸어갔다. “괜찮은 거냐? 아까부터 하품만 하던데, 피곤해서 그러는 거야?” 웬일로 어울리지 않은 말을 하는 카시야스에게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피곤했기 때문이다. 어제 하루 종일 서있었는데 그게 한잠 잔다고 풀려질 것이 아니었다. 물론 나야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으니 기를 끌어올려 온몸에 퍼트리면 풀리지만 귀찮아서 하지 않았다. 그럴 바엔 차라리 잠을 자는 게 100배는 낫기 때문이다. 워프 게이트로 다시 방안으로 이동한 난 쇼파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나 잠자려니까 깨우지 마. 깨우면 죽음 이얏.” 누워있는 날 내려다보는 녀석들에게 약간의 협박을 가한 다음에 난 마음 편히 기약 없는 꿈나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여러분 넘 늦게 퍼와서 죄송합니다 이소설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제 목: 얼떨결에 신이 된 소녀 [128 회] 글쓴이: 페이즈 2003-03-31 1133 15 잠깐의 가출 - 1 어제 무리를 한 미스티는 아직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곁엔 언제나 많은 인원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마리 작다고 하면 작은 동물도.... “그렇게만 계실 겁니까? 아직 깨어나시려면 멀었으니 우선 식사하세요.” 물의 대사제인 아시리아의 말에 가브리엘과 블루가 일어섰지만 여전히 두 드래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시리아님의 말이 맞아. 가르시미르, 그리디아 우선 먹고 돌봐. 돌보는 놈들이 튼튼해야지 식사도 못해서 빌빌 거려서야 되겠어?” 그 말에 여전히 묵묵히 있다가 블루의 호통 소리에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어서 일어나지 못해? 여기서 이야기하다가 깨어나기를 바란 거야?” 블루의 말에 가르시미르와 그리디아는 머뭇머뭇 거리면서 자리를 일어났고, 그들은 곧 아시리아와 네프티스가 마련한 장소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분명 미스티가 이런 것을 보면 좋아하지 않을 거라구요.” 볼멘소리를 하는 붉은 머리에서 푸른 머리칼로 바꾼 적이 있는 가르시미르의 말에 그리디아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미스티양은 마음이 넓으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 줄 거예요.” 야채스프를 스푼으로 떠먹고 있는 아시리아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이미 식사가 시작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이 먹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식사가 중반쯤 진행되었을 무렵 누군가의 눈길이 느껴졌다. 푸른 머리칼이 훈풍에 날리면서 무감정을 지닌 푸른 눈동자를 한 자그마한 소녀가 하얀 동물을 데리고 자신들이 있는 쪽을 빤히 쳐다보았다. “미스티, 일어났구나.”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동생이 예상외로 빨리 일어난 것을 보고 가르시미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이 서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꼬옥 안아주었다. “너 자고 있는 동안에 잠시 허기진 배 채우려고 그런 건데 설마하니 오해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웬일인지 자신의 오빠가 하는 말에도 미스티라 불리워진 소녀는 멍하니 있는 듯 아니면 감정이 없는 그런 눈빛만 보일뿐이었다. “훗~내 자린....없군.” 삭막하게 메마른 듯한 웃음을 지으며 미스티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없는 의자가 갑자기 생길 리가 없었다. “미안해요. 미스티양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몰랐어요.” 아쿠아를 모시는 대사제인 아시리아의 말에도 불구하고 미스티의 표정은 아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나빠진 듯 싶었다. “미스티님~여기 앉으세요.” 그녀를 마스터로 모시고 있는 그리디아는 자신이 식사하는 자리를 내 주었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오히려 일이 터질 것 같으니 이번엔 블루가 나섰다. “자! 내 다리위에 앉아서 식사해.” 그 말과 동시에 미스티의 눈은 무감정에서 싸늘하게 변해버렸다. 보는 대상의 영혼이 다 얼어붙어 버릴 정도로 싸늘하게 변한 그녀.... “필.요.없.습.니.다. 전 오늘 동안은 개인플레이를 할 테니 이만 저한테 관.심. 끄시고 식사하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빨리 일어나서 식사하시는 것을 방해해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한나절 동안 절 찾지 말아주셨으면 정말로 감사할 것 같아요.” 또 다시 커다란 숲 속에 가기 전에 있었던 일이 터진 듯한 느낌에 그녀의 일행들은 모두 초 긴장상태에 돌입을 하였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은 자신들의 실수에서 비롯되었으니까. “역시 인간들이란.....” 블루가 전번에 저런 말을 하고는 일행들이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데 이젠 네프티스까지 그들의 운명을 가지고 장난을 하듯 말을 꺼냈다. “인간이라 죄송하군요. 저도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아시리아님도 인간입니다. 저에게 뭐라고 하시기 전에 미리 한번 생각해보고 말을 하는 게 좋을 듯 하군요.” 말투마저 싸늘하게 얼어붙은 그녀는 네프티스에게 차가운 말 한마디 던져 놓은 채 자신이 있던 곳으로 걸어갔고 그녀를 향해 가르시미르가 달려가서 붙잡았다. “루나! 나랑 같이 가자.”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동생을 지켜야하는 오빠라는 자랑스런 임무가 있는 가르시미르는 차갑게 변한 동생을 잡고, 예전의 이름을 버릇처럼 불렀지만 이미 닫혀진 그녀의 마음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나 분명히 오늘 개인플레이 한다고 했어. 그러니 오늘 한나절만 봐죠. 지금 너무 기분이 안 좋아서 잘못하면 이곳을 다 부셔버릴 것 같아. 미안해! 워프.” 언제나 오빠라면 끔뻑 죽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들어주던 그녀는 이젠 가르시미르의 말을 무시하고는 마법으로 그들이 모르는 곳으로 가버렸다. “미스티니이이임~미스티니이이임~가지 마세요~” 그린 드래곤인 그리디아는 슬픈 눈을 한 미스티가 사라진 장소에서 판토마임을 하듯이 손을 들어서 붙잡으려는 시늉을 하다가 이네 털썩 주저앉아서 울어버렸다. 그리고 가브리엘과 블루는 일이 이렇게까지 악화될지 모르고 행동한 자신들을 자책하였고, 미스티가 마법을 이용해 사라져버리자 그녀의 능력을 파악하지 못한 아시리아와 네프티스는 놀라서 멍하게 있었다. 멍하게 있던 아시리아는 선약이 있어서 자리를 떴고, 남은 실버 드래곤인 네프티스에게 모든 잘못이 돌아갔다. “네프티스. 이게 무슨짓이냐? 분명 미스티는 어머니로부터 딸로 인정받았는데, 뭐? 이래서 인간이란? 그 말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데 이젠 너 때문에 미스티가 가버렸잖아. 이걸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 언제나 환하게 웃던 가르시미르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 버린 지금은 보고 있으면 오금이 저려버릴 정도로 무서웠다. 언제나 그 웃음은 미스티를 향하고 있었는데 이젠 그 존재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해맑은 웃음을 배워가던 눈이 너무나 슬퍼져 버린 것이다. 보고 있는 사람이 울어버릴 것 같이 말이다. “아무리 미스티양이 미르나이님께 딸로 인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인간임은 변함이 없습니다.” 싸가지 없게 일일이 대꾸를 하는 녀석을 날려버리려던 가르시미르는 블루가 나서는 바람에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렇다면 아까 미스티가 말했듯이 아시리아도 인간임은 변함이 없다. 겨우 신성력 쪼금 쓰는 인간에게 마스터를 허락한 넌 무엇이냐?” 종족간의 싸움으로 번질 뻔한 언행을 한 블루의 말에 우선 연장자의 말엔 복종을 해야만 한다는 원칙에 네프티스는 묵묵히 있다가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리디아가 인정한 그 인간도 마법을 조금 할 정도이지 않습니까?” 미스티가 한순간에 그 인간으로 다운되는 말에 가브리엘이 간을 배밖으로 내놓고 입을 열었다. “좀 전에 한말을 잘 못 들었나요? 잘못하면 이곳을 부셔버릴 것 같아 란 말은 그냥 흘려버리신 겁니까?” “훗~인간 주제에 이곳을 어찌 무너뜨린단 말이냐?” 인간이면 언제나 힘없는 존재여서 지켜줘야만 하는 인식이 머릿속에 콱 틀어박힌 네프티스의 말에 처량하게 울고 있던 그리디아가 울음을 멈추고 겨우 입을 열었다. “흑~그렇지 않아요. 미스티님이라면 가능해요. 어린 제가 소드 마스터들에게 당하고 있을 때 살려주셨어요. 전번에 아시리아에게 말을 듣기론 네프티스님께서 수로를 타고 흘러들어온 것을 그냥 신성력을 써서 살려주셨지만 그분은....그 많던 소드 마스터들을 한순간에 재로 만들어 버리셨습니다. 당신이 말하는 인간 주제에란 말은 아시리아나 어울립니다. 제 마스터를 모욕하지 마십시요. 지금 이 말은 당신의 마스터인 아시리아를 모욕하는 말이지만 전 충분히 모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겨우 신성력으로 추앙받는 그런 인간이 아닌 우리 미스티님은....항상 옳은 일을 하시면서 결코 그것으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숨기시는 분입니다. 한곳에 매여 사는 아시리아가 불쌍하다 하셨습니까? 전 오히려 그분이 불쌍합니다. 한곳에 정착을 하시지 못하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그분은 정을 주지 않죠. 그리고 항상 무언가 슬픈 꿈을 꾸시면서 눈물을 흘리시며 깨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슬픔을 감추는 그분은 연약해 보여도 소드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고, 마법도 6클래스 급을 지닌.....드래곤들보다 더 천재적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미스티님을 모욕하는 것은 나와 가르시미르님, 그리고 미르나이님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미스티랑 같이 다녔던 결과물이다. 무조건적인 충성심과 드래곤마저 입을 벌리지 못하게 하는 어마어마한 말빨! 그 말빨에 네프티스는 입만 벌이고 있었다. 하찮은 인간으로 그냥 얼굴이나 조금 이뻐서 미르나이님께 딸로 인정 받은 줄 알았는데 실력이 하늘을 찌를 듯 하였기 때문이다. 폴리모프하지 않은 자신으로써는 그녀를 이길 방법은 눈꼽 만큼도 없었다. “그,그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억지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이 있는 그에게 블루가 접근하면서 머릿속에다 심어주듯이 크게 말했다. “존재한다. 더불어 미스티는 정령까지 쓸 수 있다. 내가 전번에 당할 땐 상급까지 불러내더군.” 블루의 확정적인 말에 네프티스는 제정신이 아닌 듯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그런 존재를 화나게 했다는 것은 그가 모시고 있는 아시리아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혹 폴리모프해서 없애고 싶어도, 가르시미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이미 동생으로 인정했는데 자신의 동생에게 해를 가하는 그를 가만히 놔둘 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레드 일족은 육지에선 최상급의 실력을 지녔으므로 까딱 잘못하다간 자신이 죽어버리는 일도 생길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가 생각한 한 가지 결론은 무조건 미스티양에게 기어야만 한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미스티를 찾지 않을 건가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든 분위기속에서 가브리엘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찾아야지.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그녀는 멀리 달아나 버릴 테니까. 우리가 알 수 없는 곳으로!” 항상 어디로 사라져버릴 것 같은 미스티가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자 당황한 듯 하였지만 묵묵히 입 다물고 있던 블루는 터벅터벅 거리면서 건물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같이 가죠.” 어차피 미스티가 말한 시간은 한나절 고로 해가 지면 찾아 나설 것이다. 그전에 미리 휴식을 치하기 위해 네프티스를 뺀 나머지 드래곤과 엘프는 자리를 떠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그런 인간이 존재했었다니....놀랍군.” 푸념 비슷한 말을 하고는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있던 네프티스도 곧 공간이동을 해서 사라져버리자 한참 후에 견습 사제들이 와서 식탁과 의자 그리고 음식물 등등을 치우고는 자신이 할일을 찾아 떠났다. 커다란 나무 아래 돌출된 뿌리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듯하다가 푸른색을 지닌 바람이 한번 쓱 돌고 가자 그곳엔 푸른 빛이 바닥까지 끌리는 머리칼과 깊은 푸른 눈동자를 한 여인이 나타났다. 슬픈 눈으로 슬픈 미소를 지으며 자그만 한숨을 쉬던 그녀는 곧 푸른 바람이 다시 한번 불어오자 몸을 맡기듯 있다가 곧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 이제 찾으러 가요.” 차분하던 성격을 지녔던(?) 그리디아는 자신의 마스터가 가출 비스 무리한 것을 하자 방안을 서성거리면서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다가 마침내 노을과 같이 해가 쏘옥 숨어버리다 걸음을 멈추고는 일행들을 부리부리한 눈으로 보며 갈 것을 요구하였다. “그래. 가긴 가야하는데 미스티가 어디에 있는지 아냐?” 블루의 일침에 위풍당당하던 그리디아는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만. “당연히....모르죠.” 그녀의 말에 안에 앉아있던 남자들은 뒤로 뒤집어 질려다가 이방엔 자신들 뿐만 아니라 아시리아와 네프티스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겨우겨우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찾지?” 이젠 그리디아의 바톤 터치를 받은 가르시미르는 붉은 눈동자를 번뜩이면서 어서 생각해보라는 듯이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저,저기....남매들끼리는 뭔가 통한다고 들었는데, 가르시미르님과 미스티양은 그러지 않나요?” 미스티가 밖으로 뛰쳐나가게 한몫을 담당한 아시리아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이들과 같이 있다가 입을 뻥긋하다가 네프티스의 뒤에 숨었다.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찾으러 갔지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며 가르시미르와는 피를 나눈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디로 튀어버릴지 모르는 미스티가 블랑슈마저 데리고 갔으니 찾기 더 힘들겠군요.” 방안으로 어제의 훈훈한 바람은 어디로 가고 가슴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금발을 흩트려놓고는 다시 밖으로 빠져나갔다. 브러시아의 문장을 지닌 미스티의 슬픈 눈을 지키지 못함을 힐책하듯이 흐트러진 머리칼은 그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블랑슈라도 있었으면 찾을 가망성이 있는데, 막상 커다란 도시를 뒤지려하니 한숨이 나오는군.” 개과(?) 동물 비스 무리하게 생긴 마계의 순종 레기야크는 자신의 주인이 저 멀리 떨어진 외딴 섬에 이동을 했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녀석인데 그 녀석마저 미스티가 데려가 버렸으니 찾을 가망성이 보이지 않았다. 식충이도 필요할 땐 없다는 미스티의 신조를 다시금 씹는 블루였다. “저기요. 혹시 그곳에 가지 않았을까요?” 무언가 단서가 될만한 것을 말하려는 그리디아에게 좌중의 시선이 몰리자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 전번에 거기 있잖아요. 루..미스티님 지갑들고 톡낀데를 블랑슈가 찾아내고. 다음에 미스티님께서 자기 혼자 해결해 놓은 다고 해놓고 늦게 들어왔잖아요. 미스티님은 한번 일 저지른 놈이 있으면 아주 옭아 먹잖아요.” 다시 한번 미스티와 같이 다닌 증가를 발휘하는 그녀의 말에 좌중의 눈은 둥그렇게 떠져만 갔다. “맞아! 그럴 수도 있겠군. 어차피 종적을 찾을 수 없으니 우선은 그곳부터 가보자.” 자신의 동생을 찾을 수 있는 일말의 단서가 된 말을 듣자 가르시미르는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블루를 쏘아보았다. 우선은 겉 표면적으론 블루가 마법사로 설정이 되어 있는데 자신이 마법을 쓰면 아시리아가 이상하게 생각할 듯해서 이다. 그 눈빛을 알아챈 블루는 몇 일전 여관 문짝만 보고 온 곳을 생각하면서 아시리아와 네프티스를 뺀 전원과 같이 공간 이동을 하였다. “근데 왜 우리만 빼고 가는 거지?” “그건 아마 아시리아님이 밖에 돌아다녀봤자 좋을 일이 없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자신들만 쏙 빼고 간 그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새로운 대빵이 된 블루는 여관에 있는 그 평범하지 않는 점원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에 긴 푸른 머리와 푸른 눈을 한 소녀가 오지 않았습니까?” 진지하게 물어오는 푸른 물결의 사나이를 보던 평범하지 않은 점원은 도리도리를 하였다. “그런 분은 오늘 본적이 없습니다.” 표정이 변화도 없이 은근히 거짓말을 하는 그 평범하지 않은 점원을 노려보고 있을 때 가르시미르가 소리를 쳤다. “아니 이곳에 있습니다. 분명히! 윗층 이예요. 그 여자 분의 말대로 뭔가 통하는군요.” 회심의 미소를 짓던 가르시미르는 누가 뭐라고 외치기도 전에 윗층으로 달려갔고, 그런 녀석을 보고 일행들도 잽싸게 달려갔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며칠전의 울그락 불그락 하던 녀석과 평범하지 않은 점원도 따라 올라갔다. 가르시미르의 그 뭔가 통하다 는 것이 제대로 통했는지 평범한 점원은 막 문을 열려는 그를 막아섰다. “이곳은 이미 다른 분이 사용 중인 방입니다. 그러니 열면 안 됩니다.” 단호하게 막아서면서 울그락 불그락 하는 녀석들에게 눈신호를 보내자 그 녀석들은 미남 미녀로 구성된 파티를 바라보다가 얼떨결에 포위를 하였다. “이 딴것이 우리에게 통하리라 생각하는가?” 서슬이 파래진 그리디아는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는 녀석들을 일일이 쳐다보면서 콧웃음을 하며 손을 들어올렸다. “라이즈 인 더 에어” 그녀의 단 한마디에 거센 바람이 불어서 감싸고 있던 녀석들이 복도를 지나서 계단 쪽으로 날아가서 패대기쳐졌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평범하지 않은 점원은 눈을 뚱그렇게 떴다가 다시금 침착해지며 짧은 숏 소드를 빼 들어서 일행들을 위협하였지만 오히려 그 모습을 블루와 그 일행들은 콧웃음을 쳤다. “훗~겨우 그딴 실력으로 우릴 막을 셈인가? 소드 마스터도 안 된 녀석이 발악을 하는군.” 대빵으로 취임식을 마친 듯한 녀석의 말에 그 평범하지 않은 점원은 잠시 멈칫했고, 그 틈에 가르시미르는 문에 걸려있는 마법을 해제하고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마나 파장이 느껴져서 급히 실드를 쳐서 막았다. 푸르딩딩한 빛을 띤 아이스 애로우는 실드를 막고 산산 조각이 되어 바닥에 떨어지고는 물방울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누구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무단 침입한 놈이 누군데 안에 있는 사람한데 누구냐고 묻는 그 패기!(?) 칭찬해주고 싶다. 아이스 애로우 한방 해치우고는 안으로 블루와 그 일행들은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한 자그마한 소녀가 쇼파에서 얇은 이불을 덮고는 자고 있는 것을....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꽤 한 실력 하는 남자 넷과 여자 하나가 버팅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희들은 누구지?” 무단 침입한 녀석들에게 싸늘한 어투를 지닌 보라색 머리칼과 눈동자 색을 지닌 자가 물었다. “그러는 너희들은 누구지...하고 물을 상황은 아니군. 우리가 먼저 쳐들어 왔으니 사과하지. 우린 한사람만 데리고 가면 된다.” 지금 당장 자신의 동생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주변엔 한 실력 하는 녀석들이 있으므로 사과를 하고 미스티를 내놓을 것을 은연중에 말하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그 한사람이 누구지?” 진한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지닌 한 여자가 가르시미르를 보면서 설명하라는 식으로 물었다. “쇼파에 누워있는 소녀.” 가르시미르 대신 뒤에 있던 블루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해. 너희들 정체도 모르는데 어찌 저기에 있는 소녀를 데리고 가게 허락하겠는가?” 반말에서 하오체로 바뀌는 보라색으로 도배를 한 듯한 인간은 미스티를 감싸듯이 앞으로 나섰다. “난 미스티의 오빠다.” 그 한마디에 안에 있던 4남 1녀는 헛바람을 들이키면서 물었다. “증거가 없잖아요. 그리고 오빠란 사람이 동생이 혼자서 공원에서 쪼그려 앉아서 잠자게 할수 있어요? 제가 흔들어서 깨우니 깜빡거리는 눈에서는 반가움과 슬픔이 교차되는 눈빛을 하더군요.” 우선은 확실한 단서는 없지만 만약에 미스티의 오빠로 판명이 되면 그 실력은 필시 어마어마할 것을 알고 있음에 금발을 한 녀석은 경어를 쓰면서 말했다. “증거? 뭘 바라지?” 말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있지만, 지금 가르시미르와 그 일행들은 가슴이 찡 하게 아려왔다. 물의 신전을 나와서 갈곳이 없어 공원에서 처량하게 쪼그려 앉아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말 한마디로 그들은 충분히 벌을 받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조,좋아요. 그,그렇다면 미스티의 실력이 어디까지이면서 본 모습은 어떻게 생겼죠?” 가르시미르의 말에 당황한 금발의 청년은 가장 난이도 있는 문제에 가르시미르는 한탄을 하며 말했다. “그건 확실하게 알 수 없군. 미스티가 얼마만큼의 실력을 너희들에게 보였는지 알 수 없고, 모습을 어디까지 보여줬는지 말이야. 만약에 미스티가 본 실력을 발휘했다면 마검사. 그리고 뭐 여기서 만났을 테니 본모습은 푸른 머리칼에 금빛 눈이라고 해두지.” 확신에 차지 않는 듯한 말투에 안에 있는 4남 1녀는 전투태세에 돌입하였다. 피스 길드 마스터를 뺏겼다는 것은 곧 길드 자체의 존망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실력이 없었으면 마스터들이 피스 길드 마스터를 뺏겼냐 하면서 좀 전과 같은 하극상이 발생하면 곧 길드는 4분 5열 되는 것은 식은 스프 먹기이다. 하지만 전투태세를 하는 그들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듯이 좀 전에 시끄러운 대화로 인해 눈을 부비면서 일어난 미스티는 흐릿한 눈으로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눈이 적응이 되지 않았는지 연신 깜빡거리면서 묻는 말에 보라색 인간이라 칭해지는 카시야스가 말했다. “지금 니 오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무단 침입했다.” 무단침입이라는 말을 은연중에 넣으면서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 저기에 있는 녀석들 잘못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미스티~” 아까까지의 살벌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따뜻하게 미스티란 이름을 부르자 쇼파에 있던 미스티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두다다다닥~ 포옥~ 소리가 난 곳을 보다가 미스티는 품속에서 자고 있던 블랑슈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도 하지 않겠다는 듯이 뛰어가서 가르시미르의 품에 안겼다. 이에 이방의 주인들은 놀라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빠아~” 자신을 찾으러온 가르시미르에게 미스티는 어린양을 부리듯이 안겨들면서 부비부비를 하였다. 이로써 상황 반전이었다. 전투태세는 풀렸고,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미스티를 안고 있는 자를 경외의 대상으로 보고 있었다. 마검사의 오빠는 과연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 예측 불허이기 때문이다. “너 때문에 얼마나 걱정한지 알아? 갑자기 나가서 오빠하고 일행들이 얼마나 걱정한지 모르지?” “응!”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의 말에 그녀의 일행들은 뒤로 쓰러 질려다가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또 괜히 말했다간 가르시미르 품에 안긴 미스티의 밝은 미소가 슬픈 미소로 바뀌어 버릴 가망성이 99.9%이라는 것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그럼 미스티! 우리 이제 가야지. 저들에게 인사하거나.” 자상한 오빠의 표본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직접 실천하는 말에 미스티는 여전히 자신의 뒤쪽에서 벙쩌있는 녀석들에게 입을 열었다. “나 이제 갈래. 카시야스, 올리버, 올리비아, 케이아스 고마워! 그리고 문 뒤에 있는 점원 아저씨도요~” 헤죽거리던 그녀를 번쩍 들어 안은 가르시미르는 일행들과 같이 마법으로 공간 이동을 하였다. “노,놀랍군.” 얼음 땡이 같은 카시야스의 말에 방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 이예요. 저렇게 이쁜 사람들로만 파티는 처음이에요.” 그 말을 하고 올리비아는 방안에 있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창밖만 바라보았다. “역시 그 오빠에 그 동생인가? 아까 그 마법 실력과 검을 들고 있는 것을 보니 필시 검사, 즉 마검사란 단어가 다시금 떠오르는군.”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대상! 검과 마법은 상극, 검은 단거리 공격에 마법은 장거리 공격에 능하기 때문에 둘을 같이 배운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인간이 됨과 동시에 각국에서 부귀영화를 바리바리 싸들고 따라 나설게 분명하지만 그만큼 이루기 힘든 경지인 것이다. 하나만 평생을 파고들어도 대성하기 어려운데 두개를 배우기엔 시간이 없을뿐더러 자칫 잘못하면 스프도 소스도 되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 세기에 드래곤을 제외하고 마검사가 나타날 확률은 1명도 되지 않는데 지금 자시들 눈앞엔 두 명이나 존재했다가 사라졌다. “미스티가 드래곤일까?” 검은 머리를 북북 긁으면서 케이아스가 하는 말에 3남 1녀는 도리도리를 하였다. “그럴 가망성은 없어. 절대로~” 올리버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듯이 하는 말에 안에 있는 녀석들은 끄덕였다. 지금까지 해온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어벙벙한 모습과 헤죽거리는 얼굴을 보면 아니라는 결론은 쉽게 도출이 된다. 하지만 이들이 생각 못한 게 있었는데 바로 싸울 때의 냉철한 판단력과 표정이다. 비록 미스티가 드래곤은 아니지만은 말이다. 머리를 쥐어짜면서 마검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카시야스파 사람들과는 달리 일행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미스티와 같이 물의 신전에 도착하였다. 그리고는 절규를 했다. “미스티이이이이~그새 잠든 거야? 일어나~커억!” 공간 이동을 하는 짧은 사이에 잠든 미스티를 깨우려다가 너무나 많은 공기를 다량으로 내뱉어버려서 산소부족으로 ‘컥컥’ 거리는 가르시미르였다. “너무 좋아~”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과 둘러싸여서 식사를 하고 있는 난 불어오는 바람과 더불어 은은한 물 향이 기분 좋게 만들었다. “미스티! 그제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으니 많이 먹으렴.”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음식을 내게 내미는 오빠의 접시를 난 거절하였다. “아냐. 오빠두 먹어야지. 난 이것만 있으면 충분해. 그냥 오빠의 마음만 받을게.” 아침에 일어나자 날 둘러싸고, 있던 놈들은 하나같이 밝은 미소로 날 맞아주었다. 아주 밝은 미소로, 그리고는 어제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식사하는 곳으로 블루가 직접 에스코트를 해주었다. “미스티양 피곤하지 않은가요?” “아뇨!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잠을 많이 자고 일어났더니 기분이 상쾌한걸요.”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맘에 들지 않은 어투로 말하던 네프티스는 오늘 드래곤 고기를 먹었는지 나에게 굉장히 잘해주었다. 의자에 앉을 때도 직접 의자도 빼주어서 아시리아에게 질투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약간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끝마친 난 전번에 내 눈에 환상적으로 틀어박힌 은빛 다리를 건너보았다. “꺄아아아~너무 이뻐요.” 멀리서 봤었지만 가까이서는 처음 본 리디는 은빛 다리를 건너기 시작해서부터 다 건너는 그 순간까지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그런 리디를 보면서 한숨을 쉬면서 도리도리를 하는 가브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드래곤의 체면은 이미 바닥에 추락사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근데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한곳에 오래 정착한 적이 없다가 코에다르 왕국에 오래 머물고 있는 듯 싶었는지 가브는 내게 물어왔다. “글쎄, 확실하게 생각해 놓은 게 없어서 잘 모르겠어. 그런데 이 왕국은 이상하게 왕국 내 자치권을 획득한 공국이 하나 있더라구. 그곳에 한번 가볼까 해. 이곳과는 달리 그곳은 귀족 사회겠지!” 한순간에 다음 행로를 결정하고는 난 편안하게 일행들을 끌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간혹 이름 모를 아저씨들을 날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기에 나도 간단하게 목례를 해주었다. 아마도 그 도둑 길드에서 날 한번이라도 본적이 있는 사람인 듯 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다 큰 남자들이 나에게 인사를 할만한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카옌 왕국이라면 또 모를까. ‘그 녀석들이 보고 싶구나.’ 같이 데려가 달라며 매달리던 녀석들이 그리워졌다. 이래서 정을 주면 안됀 다고 했는데.... 인간의 쓸데없는 감정 따윈 버리려고 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들이 있음으로 해서 내가 인간으로 보이겠지만. “또 잠 자냐? 이번에는 아주 걸어 다니면서 자는구나.” 그 녀석들을 좀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더니 블루 녀석은 날 아주 잠팅이로 몰아붙이는 언어를 선택해서 자신의 파멸을 불러일으켰다. “으악! 뭐하는 짓이야?” “발 밟는 짓.” 괜히 내 성질을 건드려서 자신만 피 본 녀석은 쳇쳇 거리면서 내 시선을 회피했다. 저건 또 웬 새로운 삐짐 모드? “남자가 되가지고 여자들보다 더 잘 삐지냐? 리디도 잘 안 삐지는데.” 한순간에 리디보다 못한 드래곤이 되자 블루의 주변에는 검은 오라가 물씬물씬 풍기다가 오빠의 째림에 다시 원상복구 되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는지 리디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들려서 화가 났나보다. 그러던지 말든지 나하고는 아무 상관없다. 난 오로지 나와 관련 있는 일에만 신경 쓰니까. “근데 왜 이렇게 돌아다니기만 하는 거야?” 가브의 말을 들어보니 일정한 목적지도 정해놓지 않고 그냥 유유히 팔마스 시내만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고 딱히 갈 곳도 없었다. 구경거리는 다 떨어졌단 말씀. “몰라. 그러는 너희들은 왜 돌아다니는 건데.” 설마하니 날 따라 걸어오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암~그렇고 말고 “전 영원히 미스티님만 따라다녀요.” 리디의 첫말에 설마가 사실이 되었다. 그리고 무언중에 그 말에 찬성을 표하는 일행들의 시선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왜! 나만 따라다니냐고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면서 한숨을 쉬고는 걸음을 멈추다가 뒤돌아 갔다. “왜 가다가 안가는 거야?” 삐짐 모드에서 풀려난 블루는 날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신전으로 갈려고 가는 거야. 갈만한곳이 없잖아.” 그 한마디에 일행들도 날 따라 왔다. 어이없는 녀석들을 데리고 다시 궁 안에 있는 물의 신전으로 가던 중 우연히 헤로우스 신전 앞을 지나게 되었다. 한번도 걸어가 본적이 없는 길로 가보자는 리디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 가고 있는 도중에 신전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 신전 구경이라면 치가 떨리는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우린 그 사람이 지나온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앗! 여기서 보는군.” 어디선가 알 듯 모를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날 부른 게 아닌데 괜히 돌아봤다간 쪽팔림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이론이기에 묵묵히 길만 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미스티양, 그리디아양, 카인군, 블루군. 가브리엘군~멈춰!” 이번엔 확실하게 이름을 불러서 쪽팔리지 않으리라 믿고 일행들과 같이 뒤돌아보았다. 그곳엔 삐까뻔쩍한 갑옷을 입은 이 아니라 흰 천에 금실로 수가 놓아진 신전의 정복을 입고 왼쪽엔 검 하나가 채워져 있는 회색빛 머리칼을 불어오지도 않은 바람에 날리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누군가가 달려오고 있었다. “프리즈 아저씨.” 분명 저번에 비 때문에 동굴로 몸을 피했을 때 그곳에서 만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풍기는 헤로우스의 성기사인 프리즈 아저씨였다. “이제야 날 알아보는군. 아까 불렀는데 왜 못 들은척하고 그냥 간 거니?” 내 머리를 부비부비 해주시면서 변해버린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이마를 철썩 소리가 날정도로 쳤다. “이제 보니 물의 여신 아쿠아님의 대리자로 눈색깔만 바꾸고 간 거였어?” 연달아 물어보는 질문에 어떤걸 먼저 대답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아쉽게도 내가 입을 열 차례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까 불렀을 땐 다른 사람을 부른지 알고 그냥 간 거였어요.” 온화한 인상을 풍기는 가브의 말을 이어서 블루가 바톤 터치를 하였다. “네 맞습니다. 미스티가 물의 여신 아쿠아님의 대리자로 뽑혔죠. 눈 색은 그냥 마법으로 바꾸어 놓은 겁니다.” 저것들은 원래 내가 해야 옳은 것 같은데 어째 내 말들을 다 가로챈 듯 하였다.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지. 체로스 녀석도 너희들을 보면 기뻐할 거야.” 친절한 프리즈 아저씨는 나와 일행들의 등을 떠밀면서 못 들어가서 줄을 서고 있는 신자들 옆 공간으로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한동안 우릴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던 그 신자들은 흰색 옷에 금빛 실로 수놓아진 아주 지위 높을 법한 정복을 입은 사람이 우릴 떠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이 들어갈 차례만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프리즈 아저씨. 저곳엔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 아닌가요?” 일반 사람들은 신전 중에서 예배당을 뺀 나머지 건물엔 들어가지 못한다. 그런데 프리즈 아저씨는 웬 숲길로 우릴 데리고 가고 있었다. 따사로운 햇빛을 피할 수 있어서 좋긴 했지만 만일 다른 사제들한테 들키면 혼나기 때문이다.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뭐 비밀이라 할 곳이 아니니까.” 무사태평 프리즈 아저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당사자인 우린 그렇게 무사태평하게 있을 수 만은 없었다. “그래도 아저씨~사제들한테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확실한 해결책이 없으면 그곳엔 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지닌 채 난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덩달아 일행들의 걸음도 멈추게 되었고, 프리지 아저씨도 멈추고는 내 머리카락을 부비부비하며 입을 열었다. “내 친구라고 하면 되니까 괜찮아. 그리고 우리가 가는 곳은 건물이 아니니까 더더욱 괜찮지.” 자신만만한 프리즈 아저씨의 말에 난 기어코 아저씨 손에 이끌려 한 장소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챙~채쟁~퍽~ 경쾌하고도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성기사들 전용 연무장인 듯 다수의 기가 잡혔다.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끌려가다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고 증명을 하듯이 어마어마한 크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다고 할 수 없는 운동장에서 성기사들은 경장 차림으로 검을 섞고 있었다. 아~물론 프리즈아저씨처럼 정복을 입지는 않았다. 저 비싼 옷을 입고 땀을 흘리는 것은 신자들이 낸 기부금 낭비다. “어이~체로스~누가 왔는지 보라구.” 위풍당당한 프리즈 아저씨의 말에 대련을 하고 있던 모든 성기사들의 눈이 이쪽으로 향했고, 그중에서 분홍색 머리를 한 체로스는 고결하고도 순수한(?) 땀을 흘리면서 달려 나왔다. “앗! 여기서 볼 줄은 몰랐군요.” 프리즈 아저씨와는 달리 체로스는 우리와 나이가 거의 엇비슷했기에 우리에게 높임말을 썼다. 전번에 그렇게도 반말을 하라고 했건만 그때만 반말을 하고 오늘은 다시 높임말을 하는 체로스의 허리를 꼬집어 주며 입을 열었다. “반말, 반말! 높임말 하지 말고.” “으,응. 아,알았어.” 내가 꼬집은 곳을 살짝 어루만지면서도 표정은 웃으면서 더듬거리면서 말하는 게 웃겼다. “그런데 이곳엔 성기사분들이 수련하는 곳인가 보죠?” 저 뒷북치는 거 봐라! 성기사들이 경장차림으로 검으로 치고 박고 하면 척하면 알아볼 것을 확인 사살하듯이 다시 물어보는 저 녀석은 대체 뇌 구조가 어떻게 됐는지 해부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괜히 그랬다간 브러시아 녀석에게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맞네, 가브리엘군. 자네들도 여기서 몸이나 풀어 볼련가?” 은근슬쩍 우리하고 저기에 있는 성기사들 간에 대련을 시켜보려는 프리즈 아저씨의 말을 난 사뿐히 즈려밟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오빠가 나서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좋습니다.” 호쾌한 오빠의 말에 프리즈 아저씨는 크게 웃고는(목청이 내 눈으로 확인돼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가만히 서있는 성기사들을 불러 모았다. “자자~우선 소개를 하도록 하지.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에 만난 적이 있는데, 푸른 머리를 한 소녀는, 미스티양, 그리고 저기에 또 푸른 머리에 붉은 눈을 한 청년은 미스티양의 오빠로 카인군, 녹색머리 소녀는 그리디아양, 금발의 청년은 가브리엘군, 마지막으로 붉은 머리 청년은(심심하면 머리색 바꾸는 녀석이다.) 블루군이네. 그리고 여기 있는 성기사 놈들은........(중략)......이네.” 길고긴 소개를 해준 아저씨는 숨이 차지 않은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곳에서 물의 여신 아쿠아님의 대리자분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헤로우스님의 성기사 크로아 는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 중엔 저렇게 뺀질뺀질, 기름 좔좔 흐르는 말을 하는 사람이 꼭 한명은 끼어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지 크로아라는 녹색 머리를 질끈 묶은 성기사 한명이 내게 인사를 해왔다. “저도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크로아님.” 내가 한참이나 키가 작은 관계로 목이 부러질 정도로 올려다보았다. 대충 185Cm정도의 큰 키를 지닌 그저 그렇게 생긴 남자는 날 내려다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아까 프리즈님이 소개한 트리스 라고 합니다.” 등등의 각자 소개를 한 다음 잠시 나무그늘에 앉아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였지만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자~그럼 쉴 만큼 쉬었으니 몸을 풀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군.” 아마도 이곳의 대빵은 프리즈 아저씨인가 말 할때마다 다른 성기사들에게 반말은 기본적으로 제공을 하고, 명령조로 말한다. “그러죠. 너무 오래 쉬었나? 이거 몸이 굳어버렸어요.” 오래 쉬긴 뭐가 얼마나 오래 쉬었다고 몸이 굳기까지.....이제 겨우 30분정도 쉬어놓고는 시간관념 없는 성기사. “그럼 누가 먼저 나가겠나? 나? 난 심판을 해야지.” 오빠한테 당하기 싫으니까 내가 ‘아저씨는요?’ 하고 묻는 말에 은근슬쩍 빠져나가는 행동을 보면 이번이 처음은 아닌듯하였다. 하기야 전번에 이미 마검사라고 소개를 해줬는데 누가 검하고 마법에 난타당하고 싶겠는가? 그냥 가만히 구경하는 게 몸 보중하고 집에 돌아가는 방법임을 아저씬 이미 깨닫고 있었다. “제가 나가도록 하죠.” 키르슈라 밝힌 백금발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한 아주우우~~쬐금 잘생긴 성기사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 말을 하는 자신은 아마도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게 분명하였다. 이에 난 속으로 ‘굿바이~’라고 외치면서 햇빛이 가득 찬 연무장으로 걸어가는 두 청년 즉 오빠와 키르슈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걸 들고 서로 인사를 하고 시작하도록 하지.” 목검을 건네받은 후 이미 좀 전에 자기소개를 했으므로 다 알고 있어서 간단하게 목례 정도만 하고는 천천히 왼쪽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시작.” 프리즈 아저씨의 외침에 두 인영은 동시에 목검을 뽑아들고 탐색전을 하듯이 앞으로 뛰어가지 않고 옆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움직이면서 눈싸움을 하고 있었다. 과연 저 눈싸움의 끝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다가 키르슈가 먼저 선공을 시작하였다. 오빠의 그 자신만만한 미소에 긴장을 한 듯 키르슈가 검을 들어 얼굴쪽을 노리고 빠르게 찔러왔다.(앗! 얼굴은 오빠의 생명인데..) 물론 내 눈엔 슬로우 비디오를 보듯이 천천히 지나갔지만 말이다. 얼굴쪽으로 검이 찔러오자 오빠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움직여 쉽게 공격을 피하고, 자신의 검을 들어 잽싸게 심장 쪽을 파고들었다. 이에 키르슈는 검을 회수해서 심장을 찔러오는 검을 쳐내고, 오른쪽 어깨를 집중 공략하였다. 오른손잡이들은 오른쪽 어깨를 다치면 검을 들지 못하니 목숨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로 생각될 정도였다. 키르슈의 공격에 잠시 몸을 뒤로 빼서 공격권에서 멀어지더니 발을 놀려서 앞으로 치고 들어갔다. 한순간 기세를 잡은 오빠는 키르슈의 오른쪽 다리를 공격하였고, 방어하는 쪽은 급히 오른 다리를 뒤로 뺐지만 그건 오빠의 허초 였다. 오른쪽 다리를 공격하는 듯 하다가 급히 왼쪽 다리 쪽으로 검로를 바꿔서 탄탄하던 왼쪽 다리에 엄청난 충격을 주어 한쪽 다리에 고통을 호소하면서 뒤로 무릎을 꿇은 키르슈 덕에 오빤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휴우~대단하군요. 다치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리를 다쳐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키르슈의 팔을 목에 걸쳐서 부축하면서 걸어오며 말을 하였다.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빨리 질 줄은 몰랐습니다. 카인군이야 말로 대단하더군요.” 서로 칭찬하기에 바쁠 때 우리 쪽으로 다가온 키르슈의 몸 상태를 점검하던 체로스가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이틀 동안은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겠는걸. 다리에 타격이 꽤 심해.” 그 말을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키르슈는 절망의 표정이 아닌 오히려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보다 강자와 대련을 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낀 듯 한 모습에 난 블루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뭐 하냐? 치료해.” 내 짧은 말에 블루는 날 띠껍게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면서 키르슈에게 다가가 마법을 시전 하였다. “힐!” 하얀빛은 곧 키르슈의 다리로 스며들었고, 다 스며들자 키르슈는 뜀뛰기를 해도 얼굴이 전혀 일그러지지 않은 걸로 봐서 다 나은 듯 싶었다. “아~이제 보니 블루군 이 마법사란걸 말 안했군.” 아직도 연무장에 서있던 프리즈 아저씨가 하는 말소리가 이곳까지 들리자 키르슈는 블루에게 다가가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으며 주변의 성기사들은 술렁술렁 거렸다. 마법사가 좀 귀하다지만 이곳 코에다르 왕국은 신들을 중심으로 세워진 국가이므로 신성력을 쓰는 사제들보다 마법사란 존재가 다른 국가에 비해 가뭄에 콩나는 것보다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술렁거림을 뒤로 하고 우리 쪽으로 말했다. “이제 카인군을 제외하고 더 없는 거야? 아직도 성기사들은 많이 남아있다구.” 난 더 싸우는 것을 보고 싶으니 어서어서 출전자를 보내라는 가증스런 말에 난 가브를 유심히 쳐다보았고, 가브는 내 시선을 읽고 일어나서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저 녀석이 엘프라서 그런지 걸어가는 것 조차 자연과 동화되듯이 자연스러워보였다. “그럼 제가 가브리엘군과 대련을 하죠.” 벌떡 일어난 그 성기사 이름은.....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 헤로우스님의 성기사 포비안 은 가브리엘님에게 대련을 신청합니다.” 뭐, 내가 말 안 해도 자기다 다 알아서 부는구만. 일어난 포비안이라 말한 연무장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오빠와 키르슈가 대결을 하듯이 목검을 받고서 목례를 한 다음에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목검을 빼들었고, 포비안이 선공을 하였다. 이쯤 되면 공격받는 쪽은 무지 당황해야 하지만 가브는 이미 그런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는 듯이 손쉽게 공격을 피하였다. 누가 엘프가 아니라 할까봐 그 엄청난 유연성과 스피드에 혀를 내 두를 정도였다. 상체 쪽으로 공격만 들어오면 허리를 뒤로 90도 정도로 굽힌다든가 하체 쪽으로 공격이 들어오면 언제 그쪽으로 간 줄도 모르게 (내 눈엔 다 보였지만 서리~) 옆으로 피해서 오히려 역공을 펼쳤다. 공격을 하다가 역공을 당하면 미처 공격 자세에서 방어 자세를 취할 수 없기에 이때 자신의 취약점이 너무도 잘 보인다. 그 점을 간파한 가브는 오른쪽으로 피하면서 포비안의 사각지대인 오른쪽 뒷 어깨부분을 가격함으로써 순간 고통 때문에 포비안이 손에서 검을 놓쳐서 가브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럼 다음은 누가 나갈 텐가? 블루군이 나올 텐가?” 포비안의 타박상 부위를 치료하고 있는 블루는 이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냐는 듯이 무시를 하였다. 하긴 만약에 블루가 마법을 여기에다 퍼부으면 아마도 볼만 할 것이다. 이곳저곳 움푹패인 연무장을 다 매꾸려면 엄청난 노동력은 물론이며 기부금이 든다는데 헤로우스의 대사제는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은 리디! 니가 나가서 그동안 쌓았던 실력을 펼쳐라.” 여기에 성기사들은 줄줄이 사탕으로 많이 있는데 아무래도 우리 쪽이 부족하니 그냥 리디를 나가라고 한 것이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그것을 보고 싶어서이다. “네!” 짧게 대답을 하고 굳은 의지를 보이던 리디는 연무장 쪽으로 걸음도 당당하게 걸어갔고, 오히려 그 모습을 보고 프리즈 아저씨가 아연실색하였다. “그리디아양! 위험하지 않을까?” 자신은 빠지고 블루를 데리고 오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는지 리디는 두 눈에 쌍심지를 키고는 프리즈 아저씨를 째려보았다. “문제없어요.” 문제없다는 말에 프리즈 아저씨는 한숨을 쉬고 성기사 쪽을 한번 쓰윽 바라보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한명이 나왔다. “레이디와 겨루게 되어 영광입니다.” 갈색 빛으로 태운 살갗을 지닌 성기사 베른은 감색 머리를 흩날리면서 연무장 쪽으로 걸어갔다. 예를 취하면서 시작을 알리는 프리즈 아저씨의 말이 떨어지자 리디는 검을 뽑았는데, 베른은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레이디께서 먼저 선공을 하시죠.” 아마도 리디를 봐주기 위해서 첫 공격을 시도하라는 말에 리디가 그런걸 마다할 위인이 아니므로 검을 들고 앞으로 달려가서 가슴 쪽으로 공격을 하자 그제서야 베른이 검을 뽑고 리디의 검을 쳐냈다. “이이이잇~” 첫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리디는 잇소리를 내더니 입을 꽉 다물고 다시 검을 바로 세우고 왼쪽 팔을 공격하자 그마저 베른이 막아버렸다. 공격을 막은 베른이 리디가 잠시 공격에 성공하지 못해 헤이 해져 있는 사이 왼쪽 다리를 노리고 들어오자 리디는 가볍게 뒤로 두 발짝 물러나 피하더니 다시 스프링처럼 튕겨 오르면서 얼굴쪽을 가격하였는데 그것을 얼굴을 뒤로 제끼는 바람에 머리카락 몇 올만 건드리고는 말았다. 그렇게 격전에 격전이 계속 이어졌다. 검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리디가 성기사를 상대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많은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흐뭇해했다. 2년이라는 짧은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했으므로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한참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리디가 거의 2미터 정도를 뛰어 오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아래쪽을 공격하자 베른은 막지 않고 옆으로 슬쩍 비켜서 피했다. 비록 가벼운 리디였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가속과 검에 실린 힘 때문에 정면으로 받아치려면 베른도 무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옆으로 피한 베른은 땅에 착지한 리디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으므로 이 대련은 베른의 승리로 끝이 나버렸다. 한순간의 실수로 어이없이 지자 목검을 땅바닥에 던져버리고 내게 쪼르르 달려와서 덥썩 안겼다. “우에에엥~~제가 졌어요~아아앙~” 생전 처음으로 자신과 막상막하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튼 지자 분에 겨워서 울고 있는 듯 하였다. 그러자 오히려 베른이 미안해서 리디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이 녀석이 내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울어댔다. “리디. 그만 뚝! 난 여자 안는 거 싫어한다고 했을 텐데?” 약간 가라앉은 소리로 말하자 리디는 눈물을 멈추면서 내 품에서 떨어져 나왔지만 여전히 그놈의 눈물이 찔끔찔끔 떨어져 내렸다. “그만큼 했으면 잘 한거야. 오빠한테 얼마 배우지도 않았는데 베른님을 상대로 그 정도 했으면 많이 발전한거란다. 그러니 그만 울렴. 덕분에 너의 실력을 되새겨 볼 수 있었잖니! 그리고 이일을 계기로 해서 더 많은 훈련을 하면 필시 리디는 성공할 거야.” 리디의 입맛에만 맞는 이야기를 해주며 달래자 리디는 언제 울었냐는 듯이 배시시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뿔난다고 하던데....아~리디는 뭐 어차피 뿔이 났군. 드래곤이니까! 배시시 웃는 리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리디는 활짝 웃었다. “이것으로 대련은 그만 두어야 한가? 하긴 블루군은 마법사니까 자칫 잘못하면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군.” 이제야 마법사란 그런 존재라는 것을 눈치 챈 프리즈 아저씨는 아쉽다며 연신 입맛을 다시기만 하였다. “아니에요. 미스티님도 있잖아요.” 저,저것을 그냥 콱! 편하게 있고 싶어서 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는 날 이제 기운이 살아서 팔팔 날아다니는 프리즈 아저씨한테 날 추천했지만 아저씨는 도리도리를 하였다. 검술에 검자도 모르는 인간 취급을 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괜히 나섰다가 땀 빼기 싫으니까. “미스티님이 검을 가지고 있는 거 보면 몰라요? 그리고 전번에 검을 다룬다고 했었잖아요.” 너무 기를 살려놓은 결과물이었다. 차라리 그때 왜 졌냐고 따끔하게 꾸짖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러나 난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하늘만 쳐다보았다. “미스티양은 너무 허약해. 검술도 필시 호신용으로 조금 배웠을 건데 어찌 험난한 수련을 거친 성기사들과 대련을 시킬 수 있겠는가?” 드디어 내 바램대로 되어가고 있을 때 초치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리디 쪽은 아니고 붉은 머리를 손으로 꼬고 있는 블루였다. “훗~과연 그럴까요? 아마 우리 일행들 중에서 검술로 따라올 자가...웁” 따발총같이 말하는 블루 녀석의 입을 급히 막아버리고 난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검술로 따라올 자는 아주 많이 있다는 소리죠. 프리즈 아저씨 말이 맞아요. 그냥 호신용으로 익혔어요. 냐하하하하~” 겨우겨우 사태 수습을 하면서 블루에게 째림을 주고는 다시 막았던 입에서 손을 때자 녀석은 다시 빙그레 웃었다. 저 웃음이 왠지 불길해보여서 다시금 입을 막으려고 손을 뻗혔을 때 이미 그 자리에서 공간 이동을 해서 리디가 있는 곳으로 가버렸다. “못 다한 이야기 다시 하죠. 미스티 실력을 따라올 자는 일행 중에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즈 아저씨와 체로스외 성기사들은 못들은 것처럼 씹었다. 날 봐라. 어디가 검술 했다는 티가 나는가! 작은 키에 굳은살도 박히지 않은 손바닥, 그리고 어딘가 부실해 보이는(?) 몸집, 어디 한군데 미더운 구석대기가 없었다. “블루님의 말에 사실임을 제가 인정해드리죠.” 이젠 믿고 있던 오빠까지 나서자 성기사들은 팔불출 오빠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연신 도리도리를 하였다. 웬만하면 나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빠가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난 연무장으로 걸어갔다. “제 호신용 검술과 대련하실 분은 이곳으로 오십시요.” 싸늘하게 가라앉은 말에 성기사들은 피식피식 웃어댔다. 애들 장난하는 것쯤으로 생각했나 보다. “레이디 미스티! 제가 상대해드리죠.” 쇼트닝이 질질 흐르는 크로아가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걸어왔다. 아주아주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면서 말이다. 제 딴엔 황홀한 미소하고 생각하겠지만 나에겐 곤욕 그 자체였다. “크로아. 미스티양을 봐주면서 하게나.” 날 아래로 보든 듯한 투의 말에 난 프리즈 아저씨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 아래로 보는듯한 어투와는 달리 눈엔 걱정스러움이 맴돌고 있어서 다시 크로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전력을 다해주세요. 그래야만 절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내 진정어린 말에 크로아는 씨이익~웃으며 고개만 까닥까닥 거렸다. 내 말을 한쪽 귀로 흘려버린 듯 하다. 그런 그에게 난 한 가지 조건을 제안했다. “목검이 아닌 진검으로 상대하도록 하죠. 그게 스릴 있잖아요!” 목검으로 하면 다치더라도 타박상정도로 그치지만 진검 승부를 할 경우 잘못하면 목숨까지 걸어야 하므로 대련을 할 땐 다치지 않게 하려고 목검으로 수련을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기에 난 진검승부를 원했다. 목검으로 수련을 할 경우 어차피 다치지 않으니까 마음부터가 헤이해지지만 진검으로 하면 조그만 실수가 과다 출혈과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과 신중을 기한다. 이에 카옌 왕국에서도 난 목검을 모두 버리라고 하고 진검으로 대련을 하라고 하였으며 옆엔 신관이나 마법사를 항상 대기시켜 놓았으므로 그렇게 위험성을 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훈련을 맡고 있는 동안에 누구 하나도 죽은 이가 하나도 없었다. 다쳤다하면 신관과 마법사가 둘러싸는데 죽을 리 있겠는가!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훈련같이 라는 말을 실현시킨 것 뿐이다. “레이디, 잘못했다가 아름다운 몸에 상처라도 나시면 어쩌시려구요.” 그 말에 난 대답을 하지 않고 도리도리를 하였다. 더 이상의 말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걸 알았는지 크로아도 목검을 받아들이지 않고 서서히 자세를 잡고는 말했다. “먼저 공격하십시오.” 날 배려하는 듯한 말에 난 피식 웃었다. “그 말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 보군요.” 내 말을 끝으로 프리즈 아저씨의 시작 소리와 함께 크로아 쪽으로 내 딴엔 천천히 달려가면서 검을 뽑았는데 아쉽게도 크로아가 뒤로 고개를 젖히는 바람에 녹색 머리카락 몇 가닥만 땅바닥에 떨어졌고, 그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성기사들은 헛바람을 들이켰다. 만일 크로아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피하지 않았다면 머리카락은 고사하고 얼굴이 반쯤 갈라져 버렸을 것이다. “대단한 발검술.” 프리즈 아저씨의 말에 난 상관하지 않고 다음 공격을 시작하려고 하였는데 성기사들의 표정을 살피는 동안 자세를 갖춘 크로아는 아까의 웃음 짓던 얼굴이 아닌 굳은 얼굴이었다. 심장 쪽을 공격하는 내 검을 받아치려는 순간 난 검을 아래로 향하게 해서 크로아의 검을 피한 다음 아래쪽을 공격하자 검으로 맞받아 쳤다. 맞받아치는 탄력을 받은 내 검은 아래쪽으로 쏠렸고, 그 틈에 크로아는 내 가슴 쪽에 검을 휘둘렀다. 검이 가슴으로 들어오자 난 오른발을 중심으로 왼발을 돌려서 몸을 180도로 비틀어서 가슴을 스치는 검을 쳐내면서 아주 가볍게 크로아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었다. 싱겁게 끝난 대련 속에서 어떠한 잡음도 허락하지 않은 듯이 잠잠하더니 갑자기 함성이 들렸다. “우와와와와와~~” “미스티양~멋져요~” 등등의 갖가지소리가 들려와서 난 왼손을 들고 팬 서비스를 해주었다. “노,놀랍군. 어찌 그런 실력을 숨기고 있었는가?” 중년의 아저씨면 아저저씨 다운 정후한 멋이 서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 그나마 참겠는데 자기가 뭐 어린애인줄 알고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물어보자 난 순간 닭살이 올라왔다. “모,몰라요. 묻지 말아요.” 팔을 득득 긁으면서 난 몸을 떨어야만 하였다. 오싹하다. “레이디 미스티께 졌음을 시인하겠습니다.” 좀 전의 굳은 얼굴은 어디로 가고 다시금 펴진 얼굴엔 쇼트닝이 떨어지는 미소가 아닌 밝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아니요. 절 상대로 그 정도로 하신 것은 잘하신 겁니다.” 상냥하게 말하면서 악수를 청하자 크로아는 내 오른손을 잡고는 흔들더니만 잡아당겨서 손등에 키스를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많은걸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일깨워줬는지 감은 잡히지 않았지만 난 내 손등에 키스를 한 만행을 저지른 녀석을 한방 쳐주려다 성기사답지 않게 초롱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인간들이 많았으므로 참았다. “만일 제가 성기사가 아니라 평범한 기사였으면 영원히 저의 레이디로 모시고 싶으나 어쩔 수 없군요.” 아쉬움이 묻어나는 푸념조로 말하고는 키스를 한 내 오른손을 서서히 풀어주었다. 생각 같아선 옷에다 손등을 부비고 싶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프리즈 아저씨가 내 곁에 다가오더니 날 번쩍 올려서 목마를 태웠기 때문이다. “오늘의 승리의 여신을 위해~경배를~~” 목청도 짱짱한 프리즈 아저씨의 말에 성기사들은 왼손을 하늘로 쳐들고 외쳤다. “승리의 여신을 위해 경배를~” 성기사 정복을 입은 아저씨의 행위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뭐! 날 추앙하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가만히 있는 게 남는 건데~!! 한참동안 외치더니 날 내려주면서 내 머리카락을 부벼서 흩트려 놓았다. “이제 점심시간이니 우리랑 같이 식사나 하지.” 프리즈 아저씨의 무책임한 말은 언제나 알아줬으므로 그나마 믿음직스런 체로스를 쳐다보았다. “그래! 우리랑 같이 식사하며 이야기나 나누자. 어차피 우리 친구라고 하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식사까지 대접해줘.”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는지 체로스는 아주아주 정확 상세하게 같이 식사해도 돼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누구누구처럼 무작정 데리고 가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그럼 가요.” 날 언제 봤다고, 물론 아까 쫌 봤지만 친한척하는 크로아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에스코트 해주겠다는 식으로 바라보며 손을 내밀자 마음이 여린(?) 난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원래는 드레스를 입고 삐딱구두를 신고 도도하게 걸어가야 하겠지만 그냥 간편한 옷을 입고 있는 나에겐 영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뭐가 그리 좋은지 크로아는 미소를 지으며 식사하는 곳으로 날 이끌었고, 뒤쪽엔 성기사들과 일행들의 뒤따라오고 있었다. “식사하는 곳이 참 크군요.” 크로아의 안내를 받으며 간곳은 대형 급식소인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뿐만 아니라 에스코트를 받고 있는 나에게 모든 시선 집중 현상이 일어나버렸다. 윽~쪽 팔려~ “자~여기 앉으세요. 제가 가지고 올게요.” 여자인 나와 리디를 뺀 나머지 인간들과 드래곤, 엘프가 식사를 타기 위해서 저 앞으로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수의 눈들이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마도 크로아 때문인 듯 싶었다. 급식소 앞에서 손을 내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더 꼭 잡는 바람에 그 순간을 놓치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미스티님, 이곳엔 보통 인간들은 한명도 없는데요.” 리디의 말을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정말로 보통의 인간들이 없었다. 뭐 그렇다고 그렇게 뛰어난 건 아니고 약간이나마 신성력을 쓸 수 있는 사제들이나 성기사들뿐이었다. “그냥 신경 꺼.” 간단한 말 한마디에 인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던 리디는 그냥 정말로 신경 꺼버리고는 날 향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아침엔 보통 먹던 거 먹었는데 거기에 상한 야채라도 들어갔나? 쩝! 나도 모르겠다. “근데 블랑슈 데리고 있으면 신경 쓰이지 않아요?” 그 말을 듣고야 내가 블랑슈를 품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워낙에 착용감이(?) 좋았기 때문에 대련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있었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놈의 자식은 툭하면 내 옷깃 사이로 들어가 잠만 퍼질러 잔다. 그렇다고 앞에다 세워놓고 훈계만 하면 사람들이 날 뭐 보는 듯이 봐서 그냥 넘어가버렸지만. 여전히 퍼질러 자고 있는 녀석을 끄집어내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는지 어울리지도 않게 부비부비를 하면서 날 초롱초롱 반딱반딱 거리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인석아! 그만 좀 자. 해떨어지기 전에 자면 너 죽음이야.” 테이블 위를 돌아다니던 녀석을 잡아두고는 머리에 꿀밤을 한대 때리자 녀석은 내게 달려와서는 어깨로 올라와서 내 오른쪽 뺨을 핥았다. 그냥 강아지나 고양이었으면 얼마나 귀엽겠는가? 그러나 이놈은 절대 그런 부류하고는 같이 놓을 수 없는 녀석! 마수의 왕 레기야크가 이런 짓을 하니 아이러니했다. “미스티양 식사 가지고 왔는데 옆에 있는 동물은 뭔가요?” 내 품속에서만 안락하게 자고 있던 녀석을 처음 본 크로아는 내 앞에 식사를 내려놓으면서 블랑슈를 바라보았다. “아! 그놈은 미스티님의 애완동물 이예요.” 리디의 말에 연무장에 있던 성기사들이 다들 식판을 내려놓고 착석을 하자 식사를 시작하였고, 문딩이 같은 블랑슈는 자꾸 내 것을 탐냈다. 절대방어 사수를 하던 내 손놀림 속으로 녀석은 빈틈을 찾아내고 잽싸게 뛰어 들어와서는 스프 속에 퐁당 빠지고는 할짝거리면서 잘도 핥아먹었다. “내가 요놈 때문에 못살아~~” 식사를 망친 건 둘째치고라도 저 스프 속에서 헤엄치다시피 한 녀석을 씻겨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정령을 불러서 씻겨도 돼지만 보는 눈이 많아서 함부로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블랑슈 녀석이 또 일을 저질렀군. 내가 다시 식사 가지고 올게.” 웬일로 싹싹하게 행동하는 아저씨가 일어나자 난 그 하얀 옷을 잡고 끌어당겼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전 많이 안 먹잖아요.” 씨익 웃어주면서 하는 말에 아저씨는 다시 엉거주춤 앉고는 정말로 괜찮겠냐는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그런 아저씨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블랑슈는 식사를 끝냈고,(식판이 반짝반짝 윤이 날 정도였다.) 그런 녀석을 엄지와 검지로 꼬리를 잡고 화장실로 직행하였다. 화장실에서 정령이나 불러보려 하였지만 그곳에도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렸으므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물을 받아서 내 손으로 손수 씻겨 주었다. 자신의 죄를 아는지 모르는지 물놀이를 하는 줄 알고 녀석은 참방참방 거리면서 그 좁은 곳에서 수영을 하다시피 했고, 덕분에 금방 씻겨졌다. 스프가 물에 씻겨 내려가자 녀석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물방울을 사방 군데에 난사하였고, 주 목표가 나였는지 내 옷과 얼굴부분에 인정사정없이 튀겼다. “너,너어~나중에 보자.” 사제들이라 동물 애호가들이 많이 있는 듯 싶어서 이놈을 비 오는 날에 먼지 나듯이 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면 버릇만 더 나빠질 것 같았기 때문에 다음을 기약한 것이다. “레이디 많이 늦었군요.” “아! 요놈을 좀 씻기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크로아에게 제발 나한테 신경 좀 꺼죠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 스마일을 짓고 있는 얼굴로 그런 말을 하지 못한 난 안타깝게 여기며 블랑슈를 어깨에 올려두고는 다시 성기사들을 따라 연무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게 아니다. 다년간 검을 배워온 놈들이 왜 이리 부실하냐?” 프리즈 아저씨가 성기사들의 교관으로 왔는지 자세를 잡아주면서 따따부따 말하면서 한번씩 꾸짖고, 칭찬도 하는 짓을 나무 그늘에 편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일행 중에서 검술이 제일로 딸리는 리디도 그 훈련에 참가하고 있었다. 블루 녀석에게도 눈짓을 보냈지만 자신은 마법 하나만 있으면 되니깐 저런 것은 굳이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해서 포기해버렸다. “리디! 그럴 땐 다리를 더 굽혀서 위쪽에서 내려찍는 충격을 흡수해야 돼. 쯧쯧~팔목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 등등의 지적을 하면서 난 리디의 행동 하나하나에 태클을 걸었다. 물론 나무그늘 아래에서~ “어깨를 펴고, 다리가 너무 벌려졌어. 하아암~” 지도를 하다보니 예상치 못한 하품이 나오게 되었고, 이를 신호로 난 점점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려고 할쯤에 누군가가 내 등짝을 시원스럽게 갈기는 바람에 너무 놀라서 눈을 번쩍 뜨고는 내 등을 때린 손을 가진 붉은 머리 녀석을 째려보았다. “흠흠! 등에 파리가 앉아 있어서 그랬어.”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그런 말을 할 것이지 드래곤의 낯짝으로 거짓말을 하다니 역시 넌 드래곤이란 이름을 오래전에 반납했어야 했어. “너어~한번만 그렇게 나와 봐. 죽음 이얏.” 주먹을 말아 쥐고 위쪽으로 들어올리지 녀석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고, 난 달아난 잠에 대한 아쉬움으로 한숨만 쉬었다. “에이에이! 기분 안 좋아. 리디, 팔을 더 굽히고, 윽~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니깐.” 잠이 달아난 난 리디를 지도하였고, 나머지 녀석들은 흑~아예 자리를 펴버렸다. 블루, 가브 나빠. 오빠는 더 나빠! 쉴 새 없이 땀을 흘리던 리디의 하얀 얼굴위로 붉은 노을이 걸렸고, 그와 동시에 모든 수련은 멈추었다. “오늘 정말로 재미있었어요. 프리즈아저씨. 체로스, 크로아, 베른, 포비안........키르슈.”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우린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작별 인사를 하였다. “내일도 올 건가?” 미소 지으면서 하는 아저씨의 말에 나도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훗~언젠간 다시 만나 뵐 때가 있겠죠. 아주 먼 훗날에요. 그때 절 잊어버리시면 정말 미워할 것 같아요.” 기약 없는 이별이란 뜻을 지닌 말을 하자 프리즈 아저씨와 그 외의 성기사들은 아쉬움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만난지 얼만 안됐지만 그새 정이 들어 버린 것이다. “그래! 다시 만나면 내가 기억해주지.” 화통하게 말하는 아저씨의 뒤쪽에서도 큰 소리가 들려왔다. “승리의 여신은 영원히 각인될지어다.” 모두들 짜고 한 듯한 말에 난 살포시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며 작별의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 일행들과 합류했다. “그대안의 신께 경배를~”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헤로우스 신전에서 보내버린 관계로 잘못하면 물의 신전에서의 저녁 식사가 날아가게 생긴 판국이므로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곳으로 가서 공간 이동을 하였다. 역시나 마법이란 언제나 편리한 존재, 주문 하나만 외우면 금방 자기가 오고 싶은 곳으로 갈수 있잖아! 물론 이것도 중위급 마법사만이 가능하고 또 장거리 워프일 땐 고위급이어야 겠지만! 한순간에 물의 신전 앞마당 그러니까 식사를 하던 곳으로 공간 이동을 하자 마침 식사를 차리고 있었다. 이렇게 기막힌 타이밍! 끝내줬다. “좀 늦으셨군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는 실버 드래곤 네프티스 녀석! “그래서 불만이냐?” 이곳에 있는 드래곤 중에 연장자인 블루의 말에 네프티스는 잽싸게 도리도리를 하였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어찌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우리에게 일일이 자리 배정을 해주고는 아시리아가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녀가 곧 당도를 하자 스푼을 들고 스프를 떠먹었다. 부스럭 부스럭 우리가 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엔 절대로 아무도 접근을 하지 않는데 누군가 나뭇잎을 밟으면서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어서 내 신경을 자극했기에 잠시 먹는 것을 중단하고 고개를 들어 소리의 발원지를 바라보고 있자 아시리아를 뺀 나머지 녀석들도 그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점점 다가오던 녀석은 한명이 아니라 세 명 정도였으면서 꽤 엄청난 신성력의 소유자로 보아하니 대사제급과 고위 사제 두 명인 듯 싶었다. 육안으로 확인이 될 정도로 그들이 다가오자 난 급히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이 스프에 시선을 돌려 고개를 처박고 스프를 떠먹었다.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녀석을 본 것이다. 왜 하필이면 체하게 식사할 땐 오냔 말이야. “아~아시리아님께서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계셨을 줄은 몰랐군요.”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온 녀석은 맨 처음 아시리아에게 아는 체를 하였고, 그제서야 아시리아는 먹는 것을 중단하고 녀석을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미카엘님이셨군요. 이곳엔 웬일로 오셨습니까?” 이곳은 물의 신전의 앞마당, 저 녀석은 빛의 신전의 앞마당에 있어야 마땅하거늘.... “산책을 하다가 들렀습니다.” “그랬군요. 보아하니 식사를 안 하신 듯한데 저희들과 같이 식사를 하시지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사양이란 단어를 태어날 때부터 배우지 않은 녀석인지 아시리아가 예의상 한 말에 녀석은 덥석 하고 물었고, 네프티스가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자 곧 사제들이 몰려와서 의자와 식사를 준비해주고는 다시 사라졌다. “네프티스님께 수고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수고를 끼칠 일을 처음부터 하지 말던지 왜 이제 와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미카엘 녀석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간이란 존재니까. 빛의 사제 세 명이 합석한 테이블은 왠지 좁아보였지만 난 입도 뻥긋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는 식사만 하였다. 괜히 말했다간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아서, 식사의 막바지가 되자 지금쯤 일어서면 실례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서서히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어 내다가 다시 앉아버렸다. “아쿠아님의 대리자분이신 미스티님, 한 가지 질문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요?” 일어나려는 찰나에 딱 맞추어서 질문을 하는 바람에 난 얼떨결에 대답을 하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직 식사를 덜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래야 짧은 질문을 할 것이고, 또 빨리 나갈 수 있을 것이니까. “대신전에 갈 때 하얀 애완동물이 미스티님께 달려가서 어깨에 앉더군요. 그리고 지금 테이블위에 있는 애완동물과 똑같더군요.” 뺑이 돌리면서 하는 말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블랑슈를 쳐다보았다. 이 녀석이 뭘 어쨌기에 그러는지, 혹시 대신전에 동물 반입이 금지라서 그러나? 근데 왜 오빠하고 가브의 안색이 안 좋은지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다음 질문에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예전에 미스티님이 데리고 있던 동물과 똑같은 동물을 데리고 있는 분이 계셨지요. 아무리 봐도 3년 전에 보았던 동물과 똑같아서요.” 자칫 잘못하면 내 신분이 들통 날 것 같았다. 이제 보니 미카엘은 떠나기 전 식사 중에 쳐들어와서 블랑슈 녀석을 보았던 것이다. 어쩐지 이 녀석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건만. “그러나요? 하지만 이런 동물은 널리고 널렸어요. 애완동물을 파는 곳에 가시면 금방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개뿔이~마수의 왕 레기야크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마계에 가서 목숨을 건 난투를 하고 겨우 잡아오면 또 모를까. 그렇다고 앤 아무데서나 구할 수 없는 희귀종이예요! 하면 내 신분이 들킬 것 같아서 발에 채 이는 것이 이 놈이라 설명을 하였지만 영 못 믿는 눈치였다. “아함~잠이 오는군요. 먼저 실례할게요.” 아주 자연스럽게 하품을 하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자 미카엘의 눈빛이 더 반들거렸다. “훗~그분께서도 잠이 많으셨지요.” 그 한마디에 난 굳어버렸다. 이 녀석 스토커 아니야? 어떻게 내가 카옌 왕국에서 잠만 잔 것을 알지? “이런~제가 미스티님을 불편하게 해드렸군요. 하기야 그분은 엘프분이랑 같이 여행을 하고 있겠지만요.” 순간 가브 녀석의 어깨가 움찔거렸고, 그걸 놓치지 않은 미카엘은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나와 가브를 차례대로 훑어보았다. 무서운 놈! “그랬나요? 호호호호~저하고 잠시 독대를 하심이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그럼 저와 같이 빛의 신전으로 가시지요.” 독대를 청하고 나서 어디 먼 곳으로 데리고 가서 한바탕 패대기를 쳐버리려고 했건만 빛의 신전으로 간다는 말에 난 얼굴을 구기려다가 다른 사람이 의심할 것 같아서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꽤 힘든 일이더군. “그럼 저와 미스티님은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다. 아시리아님 네프티스님 감사합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살짝 목례를 한 녀석은 다른 빛의 신전의 고위 사제들과 같이 걸어갔고, 나도 그들을 따라 걸어갔다. 걸어가는 내내 아무 말도 없었지만 빛의 신전으로 들어간 후 난 녀석의 침실로(?) 안내되었다. “여기서야 편안히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마음 놓으세요.” “전 언제나 마음 놓고 있습니다.” 깨끗한 방안엔 더블 침대크기의 침대가 있었고, 커다란 창문엔 흰색 천에 푸른색 실로 수가 놓여진 커텐이 바람에 하늘거렸으며, 깔끔한 가구와 테이블과 쇼파, 의자 등등이 있었다. 남자 방치고는 너무나 깨끗했다. 하기야 사제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청소 하겠지만. 한쪽 구석에서 차를 타서 가지고온 미카엘은 내 앞에 엷은 노란빛을 띠는 차를 내놓았다.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상큼 떨떠름한 이름모를 차를 마시고 있을 때 마침내 미카엘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죠?” “그래. 오랜만이군.”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녀석에게 존대 따윈 하고 싶지 않아서 막말로 나가자 녀석은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웃고 있었다. 단 한마디씩 말을 한 다음 다시 썰렁한 분위기가 유지되다가 또 미카엘이 먼저 침묵을 깨고 물어보았다. “여긴 웬일이십니까?” “여행 중.” 이미 식어버린 찻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창가로 걸어갔다.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둠에 물들어 있었지만 달과 별들은 물들지 않고 오히려 밝은 빛을 내며 서로 자신을 뽐내고 있었다. 창가에 걸터앉은 난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은 미카엘 녀석을 바라보았다. “이젠 어떻게 할 거지?” 밑도 끝도 없는 말에 미카엘은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어떡하긴요? 그냥 지금처럼 지내면 되죠.” 내 신분을 밝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렸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른 것처럼.....지내는 것도 좋을 듯 하였다. “언제나 낙천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군.” “낙천적인 생각을 지녀야만 마음이 행복해진답니다.” 그 말을 하는 미카엘이 부러웠다. 비록 사제로써 보통 인간의 삶을 살지 못하지만 생각하는 자세가 부러웠다. 언제나 낙천적인 생각을 지녀야 마음이 행복해진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미카엘에게 듣자 또 다른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그런건 나도 알고 있어. 누가 모른데?” 미카엘에게 화를 내야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내 말투엔 화가 서려있었다. “네, 그럼요. 하지만 루나님은 행복해보이지 않는군요.” 많은 일행들과 같이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엄마도 생기고, 오빠도 생기고, 그리고 내 보디가드들도 생기고, 다른 사람들은 함부로 들어가 보지 못한 곳에 들어가서 세월아 내월아 하고 희희낙락하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이 무슨 김밥 옆구리에서 계란 지단 빠진 소리냔 말이야? “웃음 속에 서려있는 슬픔이 느껴지는군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샤이니에서 처음 보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그리고 그 눈엔 항상 눈물이 고여 있어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동요를 일으킬 만큼요.” “풋~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구. 난 이제까지 행복하게 살아왔어. 누구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오면서 살아왔는데 왜 내가 슬퍼한다고 하는 거지? 난 전혀 슬프지 않아.” 그들이 날 기억해준다면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돼! 그들이 날 기억해준다면 이깟 신도 포기할 수 있어. 내 모든 것들을 포기할 수 있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 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미카엘을 보면 내 자신이 왜 이렇게 초라해지는지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그 눈을 보고 있기 뭐해서 다시금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실도피는 좋지 않은 거랍니다.” 의자에서 일어난 미카엘은 내 곁으로 다가오면서 말을 하고는 창문 밖을 내려다보았다. “현실도피 따윈 나하고 어울리지 않아. 현실도피 따윈.” 어쩌면 미카엘 말대로 현실 도피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날 잊어버린 그들을 볼 용기가 없기에 그들을 잊어버리려고 여행을 떠나온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잊어버릴 수 없었다. 18년 동안 날 고이 길러주시고, 아껴주신 마음을....외로움을 잘 탄 날 위해 억지로 놀리는 오빠들, 그리고 초등학생이 되었을 땐 오빠들이 졸업할 때까지 내 손을 꼭 잡고 학교에 같이 갔던 그 손의 따스함! 커서는 반항기 다분한 날 야단치지도 않고 오히려 나 혼자 힘으로 이겨나가라는 듯이 응원을 해주는 듯한 말투와 내 모든 것을 만들어주신 분들! 날 잊어버렸지만 난 잊을 수 없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새엄마가 생겨도 오빠가 생겨도 이것만은 잊을 수가 없었다. 다른 건 잊으라고 하면 잊을 수 있겠는데 이것만은 잊을 수도 없었고, 잊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쿠아가 기억을 지워주겠다는 말에도 거절을 한 것이다. 만일 기억을 지워버린다면 그 따스함도 같이 지워져버리니까. “울고 싶으시다면 우십시요. 이곳에선 루나님이 울어도 볼 사람이 없으니깐 요. 물론 저를 제외하고는요.” 난 울고 싶지 않다. 이미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울면 다시는 울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내 눈은 점점 흐려져만 갔다. 그 흐려짐이 좋지 않아서 눈을 꼭 감자 뜨거운 두 줄기의 눈물이 내 볼을 타고 다리로 떨어져 내렸다. “미카엘...너 때문이야..흐윽~” 너 때문에 내 자의가 아닌 너 때문에 울고 있다는 투로 말하고는 난 울었다. 다행히 콧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앞이 뿌해서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그리고 날 감싸는 따스함이 감돌았다. “이렇게 울어서 편해진다면 얼마든지 우십시요. 제 옷을 손수건 삼아도 돼요.” 날 안아준 미카엘은 내 등을 다독였고, 그에 힘없어 난 미카엘의 깨끗한 정복에 눈물을 묻히며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른 지도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이제, 흐끅 다 울었어.” 녀석의 옷을 완전히 물바다로 만들어 버린 후에 난 눈물을 멈추고는 미안한 마음에 정령을 불러다가 말려주었다. “이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정령까지 부를 수 있으십니까?” 내가 정령을 부리는 모습을 처음 본 미카엘은 언제나 달고 있는 미소 대신에 놀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이래봬도 카옌 왕국의 공작이라고, 이런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야.” 울고 나니 상쾌해진 얼굴로 난 마법으로 눈물 자국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나중에 잠자고 나면 머리가 아플 것입니다. 큐어.” 기분 좋은 차가움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가 사라져버렸고, 더불어 붉게 충혈이 된 눈도 원상복구가 되었다. “고마워!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월담을 하듯이 창문을 뛰어 넘으려고 할 때 갑자기 미카엘이 내 옷을 잡는 바람에 멈춰 섰다. “왜? 무슨 일 있어? 샤인이 못살게 군거야?” 내 질문 다발을 받으면서 미카엘의 점점 미소가 사라져갔다. 정말로 샤인이 구박이라도 한가보다. “그게 아니라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요.” 별것도 아닌 거....가 아니군. 우선은 나하고 관련이 있는 거니까. 근데 그 문제 때문에 미카엘의 트레이드마크인 미소가 무너졌다니 이걸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미안하지만 이번엔 기한을 확실하게 잡을 수 없어. 어쩌면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지.” 그동안 싸가지 만땅에 보기 싫은 상판때기였지만 헤어지려니 여간 섭섭했다. “그럼 제 소원 한 가지만 들어주시겠습니까?” 문득 진지모드로 말하는 녀석의 시선에 뭔지 모를 불길함이 느껴졌지만 내 대뇌와는 상관없이 또 다시 발동이 걸린 이놈의 입술이 나불거리고 있었다. “그게 뭔데?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들어줄게.” 난 이 말을 하고 후회를 하였다. 흑! 내 말을 듣지 않고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은 입이 싫어~ “들어주실 수 있을 겁니다. 제 소원은 이거랍니다.” “응? 뭔데?...읍” 내게 다가온 미카엘 녀석은 내 입술을 덮쳐버렸다. 오 마이 갓~이번이 세 번째다. 블루 녀석에게 배위에서 살짝 뽀뽀한거하고 전번에 기습 공격에 당하고는 이젠 미카엘 녀석에게 당하다닛! 근데 샤인의 대사제란 녀석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욧! “이,이게 무슨 짓이야?” 미카엘의 입술이 내 입술위에서 떨어지자 난 얼굴을 붉히고는 되물었다. “소원이요. 이렇게 하면 루나님이 절 잊지 않으실 것 같아서요.” 녀석의 말을 듣고 난 잠깐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잊는다. 잊는다. 그렇다면 녀석도 나와 같이 잊혀지는 게 싫어서 이렇게까지 한 것인가? 하지만 이건 도가 지나친 거 아냐? “이런 짓 안 해도 넌 못 잊어. 싸가지 만땅 보기 싫은 상판때기! 됐어?” 저 말을 들으면 정상적인 사고 회로를 지닌 인간은 화를 내던지 오히려 삐질 텐데 미카엘 녀석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제껏 내 앞에서 지어왔던 미소보다 더 맑고 청명해보였다. “어감은 좋지 않지만 절 잊지 않으시겠군요. 감사합니다. 루나님은 절 샤이니스님의 대사제로 보시지 않고 유일하게 한 인간으로 봐주셨기에 당신의 기억에 남고 싶었습니다.” 나와 같은 아픔을 두려워하는 녀석에겐 왠지 모르게 동질감이 느껴졌다. 나도 지금의 일행들에게 한 능력하는 인간이 아니라 그냥 외로움을 잘 타는 아주 조그맣던 그런 소녀로 기억되기 바라기 때문이다. “나와 같군. 그럼 미카엘도 날 기억해 줄 거지? 만약에 나중에 라도 내가 생각이 나면 어떤 게 생각이 날 것 같아?” 카옌 왕국의 공작이면서 마검사에 정령을 다룰 줄 아는 인간이 아닌 다른 인간으로 보이고 싶었다. 비록 인간이 아닌 신이지만. “글쎄요? 하지만 이것만은 생각이 날 것 같아요. 기사들을 뺑이 돌리던 거요.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을 정도로 정말로 재미있었다니깐요. 그리고.........” 미카엘의 말을 듣는 도중에 난 뒤돌아서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 3층 높이지만 난 사뿐히 착지를 한 다음 창문에서 날 바라보고 있는 미카엘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가 물의 신전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슬프다 못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장이 아릴 것 같은 눈을 가진 소녀로 생각이 날 것 같아요.” 너무 늦었다. 또 필시 죽음의 잔소리가 날 기다리고 있다는 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미카엘이 말하고 있는 도중에 빠져나간 것이다. 시간이 지체된 연유로 난 경신술을 발휘하여 곧장 물의 신전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역시나 경신술은 좋은 것이었다. 벌써 물의 신전이 보이니 말이다. 그런데....내가 왜 이딴 짓을 한거지? 마법으로 가면 더 빨리 갈수 있을 것을. 이미 물은 엎질러진 것 확실하게 엎지르자는 생각으로 난 그냥 달렸다. 아까운 마나를 소비하기 싫으니까. 물의 신전에 도착한 난 잠시 한숨을 돌리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엔 거만하게 앉아 있는 블루와 안절부절 꼭 뭐 마려운 블랑슈 마냥 서성거리는 오빠와 가브, 리디, 그리고 블랑슈 녀석이 있었다. “그녀석이 너한테 해코지라도 한거야?” 내 모습이 보이자마자 오빤 내게 달려와서 내 몸을 살피면서 미카엘 녀석에 대해 물어보았다. 오빠도 카옌 왕국의 귀족이니 그 녀석과 내가 약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걱정스런 어투로 물어보았다. “헤~내가 그딴 녀석한테 해코지 당하겠어? 그냥 잠시 이야기만 하고 온 거야.” 그 말에 오빤 안심한 듯한 얼굴을 하고는 쇼파에 앉았지만 가브는 그렇지 않은 듯이 날 미심쩍게 쳐다보았다. “카옌 왕국에 있을 땐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잖아.” “그때하고 지금하고 같냐? 오랜만에 만나니까 반가운 마음밖에 안 들더라.” 한마디로 가브를 찍고, 가뿐하게 침대에 앉자 리디가 쪼르르 따라왔다. “근데 루나님! 샤이니스님의 대사제하고는 어떻게 아는 사이예요?” 반딱반딱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물어보자 난 흠칫해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오빠나 가브한테 물어봐. 나 피곤해.” 잠시 리디의 시선이 오빠와 가브에게 꽂힐 때 침대에 대짜로 뻗어버렸다. 그래야 리디가 나한테 더 이상 물어보지 않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는 잠들었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근데 말이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나와도 되는 건가?” 새벽빛을 받으면서 우린 또다시 그곳을 떠나왔다. 오래 지내던 곳에서 드디어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떠난다는 말을 하지 않고 와서 뭔가 찝찌름하였다. “괜찮아. 네프티스 녀석은 우리가 떠날 줄 알고 있을 테니까.” 블루의 말에 어느 정도 안심이 된 난 동이 터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붉게 물든 태양은 지상위의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 같이 이글이글거리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차가운 바람만 불고 있을 때 한줄기의 햇볕에 다시금 따스함이 묻어남에 감사했다. 내게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녀석에게. 팔마스에서 벗어난 우린 지금 공국으로 향하고 있다. 그곳은 코에다르 왕국과는 달리 사회가 귀족제일 것 같았다. 귀족들이 실권을 잡고 대공이 왕의 역할을 하면서 걷어 들인 세금 중에 일부를 코에다르 왕국에 상납을 함으로써 자치권을 가진 하나의 자그마한 소국! “근데 언제쯤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오랜만에 침묵을 깬 가브의 말에 블루는 잠시 생각을 한 듯 하며 천천히 입을 열며 말했다. “약 10일 정도만 이정도 속도로 간다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10일만 있으면 도착한다는 말에 왠지 내 머리에선 정지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곳엔 가지 말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정지 명령보단 호기심이 더 컸으므로 무시했고, 그것을 후회한다. “우리 저기서 쉬었다 가요.” 리디는 커다란 나무가 뻗어 있는 곳을 가리키면서 제발~하는듯한 포즈로 말하자 난 끄덕이고는 그곳에 잠시 쉬면서 아침을 해결하였다. 새벽에 나온 인간이 무슨 정신이 있어서 식사까지 챙겨먹고 올수 있겠는가? 그냥 굶고 왔지. 팔마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사둔게 있어서 그것으로 가브는 요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밥돌이! “식사 준비 끝.” 이란 말이 나오자 세 마리의 드래곤이 먼저 달려들었다. 치사한 드래곤 같으니라고! 그릇과 스푼을 쥐어든 녀석들은 가브가 어서 국자로 스프를 떠주기만을 기다렸고, 가브는 그런 드래곤들을 보면서 피식 웃으며 한 국자씩 떠서 그릇에 담아주었다. 따뜻한 온기를 지닌 스프를 먹으니 몸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블랑슈 녀석은 다시 한번 스프 냄비에 뛰어들려다가 가브가 먼저 팔을 올려서 막자 실패하고는 이제 내 것을 축내려하고 있었다. 이놈을 너무 버릇없이 놀게 해서 그런 거라며 혼자 생각을 하고는 스프 그릇을 내려주자 녀석은 맛있게 먹었다. “루나! 넌 식사 어떻게 할려구 블랑슈한테 주는 거야? 여기 남았으니까 먹어.” 하면서 가브가 냄비에서 다시 한 국자 퍼서 그릇에 담아 주었지만 난 도리도리를 하였다. “아니. 안 먹어도 돼. 먹기 싫어.” 날 위해 냄비에서 뜬 스프는 다시 블랑슈의 몫이 되었다. “너 그러다가 몸에 이상 생긴다. 그러니 어서 먹어.” 따끔한 오빠의 말에 난 그저 웃어주었다. 먹기 싫은데 억지로 먹으면 더 탈나잖아.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설거지가 끝나자 우린 다시 길을 떠났다. 팔마스에서 나온 지 반나절이 지나자 웬 숲이 떡하니 버팅기고 있었다. 평원에 웬 숲? 하면서 싹 태워버리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귀찮아서 사양했다. 이름모를 숲에 들어가자 나무들이 우거져서 햇빛이 가끔씩 실낱같이 들어왔다. 그 실낱같은 햇빛에 의지하면서 우린 간단하게 5시간 만에 빠져나왔다. 너무도 간단하게 말이다. “아~이제야 생각이 났어. 저긴 사람들이 잘 안 들어가는 숲인데 환상의 숲이라고 그랬어. 저 숲 속에선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것들이 현실처럼 보여진데. 그리고 그 환상을 따라 가는 인간들은 십중팔구 죽지. 앙상하게 말라서.” 블루의 말에 갑자기 오싹해졌다. 만일 내가 저기에서 인간이었을 적에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면.....난 그들을 따라갔을 것이다. 그게 죽음이라는 것도 모르고, 하지만 아쉽게도 저 숲을 통과하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단 한가지의 생각도 하지 않고 무심결에 나와버린것이다. 그럼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녀석들은 하나같이 아무 이상이 없는 걸로 보아 나처럼 생각 없이 나왔단 말인가? 후훗~한 가지 정의만 내려지는군. 골 빈 놈들! “우선 여기서 노숙을 하자. 어차피 해가 지고 있으니.” 오빠의 말에 따라 노숙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를 주워 와서 모으고, 침낭을 꺼내고, 식량에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꺼내자 가브가 나뭇가지에 마법으로 불을 지폈다. 타닥타닥 타타닥 나뭇가지가 불에 타올라 장단을 맞추면서 사그라지자 새로운 나뭇가지들을 집어넣고는 이것저것 요리를 하는 가브를 바라보았다. 불 곁에 있어서인지 녀석이 온통 붉게 보였다. 하얗던 얼굴도, 금발로 바꾼 머리칼도, 손에 들고 있는 국자까지 모든 게 붉게 물들어 있었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음식을 만들다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내게 미소 지으며 말을 하는 가브. “그냥, 왠지 이런 생활이 금방 깨져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내 눈에 각인시켜 둘려구.” 모든 이들은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내 말을 듣지 못했지만 가브는 피식거리면서 내게 막 만든 따끈따끈한 스프를 그릇에 약간 덜어서 가지고 왔다. “간 좀 봐죠.” 스푼으로 걸쭉한 스프를 한 수저 떠서 입에 넣고 있는 나를 보던 가브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걱정하지 마. 우린 이렇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영원히 같이 여행을 하자는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불길한 기운은 내 몸 전체를 잠식하고 있었다. “너무 달아. 소금 넣어.” 스프의 간을 봐주고는 다시 타들어가는 불길로 시선을 돌렸다. 항상 보던 붉은 빛이었건만 왠지 불길해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이제 사라지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뭐하는 거야? 먹을거 두고 기도 올 리냐?” 어느 센가 식사 준비가 끝나고 각자의 그릇에 가브가 스프를 덜어주자 다들 먹고 있는데 유독 나 혼자만 그릇을 가만히 둔 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내 눈 바로 앞에 스프 그릇을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먹을 거야.” 여전히 띠꺼운 말투로 블루 녀석에게 톡 쏘아주고는 한 수저씩 떠서 먹었는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의 그 단맛마저도 느껴지지 않았다. 꼭 물을 떠서 먹고 있는 듯 했다. “가브리엘! 너 스프를 어떻게 끓인 거야? 꼭 맹물 먹는 거 같잖아.” 훗~다행이다. 난 또 나 혼자 그렇게 느낀 줄 알았는데 리디가 한 말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듯 하다. “평소에 하던 대로 했는데, 오늘은 잘못 끓였나 보네요.” 하면서 날 지그시 봐주는 시선을 느꼈지만 스프를 먹으면서 무시해버렸다. 자고로 무시란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무’의 사투리 무시가 아니다. 다른 놈들이 내게 뭐라 뭐라 씨부렁 거릴 땐 이게 최고의 방법이다.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 그럼 그런 놈들은 제풀에 떨어져 나가고 난 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 얼마나 좋은 발상인가? “오늘따라 루나가 생각하는 게 많은가 보구나.” 채 반도 줄어들지 않은 스프 그릇을 보던 오빠는 내 옆으로 다가와서 살짝 안아주었다. 해가 진 후의 싸늘함이 가시는 따스함이 좋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게 알려주겠니?” 왼손에 들고 있는 스프 그릇을 블랑슈가 먹을 수 있도록 땅에 내려놓고는 날 안아주는 오빠의 눈을 바라보았다. “별 것 아니야. 피곤해서 그러는 거야.” 불길한 말을 꺼냈다간 오빤 당장에 여행을 중지시키고 분명히 엄마의 레어로 데려갈 것이 확실하다. 그럼 여기서 일행들은 찍찍 갈라지고 난 그들과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난 애써 태연한척 굴었다. “그렇구나. 피곤하니 어서 자야겠구나. 오랜만에 오빠 무릎 베고 자렴.” 그 말이 어찌나 따뜻하던지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꺼풀이 감겨가고 있었고, 리디는 내게 담요를 가져다 덮어주었다. “루나. 루나! 일어나야지.” 누군가 날 아주 조용히 부르면서 몸을 흔들어 대서 안 떨어지는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모든 세상이 다 뿌옇게 보였다. “아침이에요.” 내가 덮고 있던 담요를 확 제껴버리자 아침의 쌀쌀한 기운이 옷 사이를 파고들어서 살갗과 직접적으로 부딪히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하는 짓이야? 갑자기 담요를 가져가 버리고! 심장마비 걸린 줄 알았잖아.” 담요를 접고 있는 리디에게 살짝 찌푸린 채 말을 하자 리디는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소심하게 시리! “잘 잤니?” 여전히 날 따뜻하게 바라보는 오빠는 어제와 별다른 차이가 없이 앉아 있었다. 앉아있다니? 그렇다면? “나 때문에 잠 안 잔거야? 미안.” 내게 무릎을 내주고 어떻게 잘 수 있겠는가. 오빠는 그 자세로 밤을 지세운 것이다. “자는 루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부비부비를 해서 더 헝클어 놓았다. 하지만 그런 손길이 싫지는 않았다. 언제나 이런 생활이 영원하다면.... “눈꼽이나 떼라.” 띠껍게 말한 블루의 말대로 내가 눈꼽을 땔 위인이 아니었다. 난 엄연히 신인데 눈꼽 따위가 생길 리 만무하다. 블루 저 녀석은 필시 예전에 내가 그 비슷한 것을 써먹어서 이번에 나한테 써먹을 테지만 그런 것에 걸려들 내가 아니다. “너나 떼.” 아침부터 신경전을 벌리다가 가브의 그 식사 준비 끝이라는 말에 잠시 휴전을 가졌으며 리디는 내 머리를 빗겨주었고, 블랑슈는 여전히 내 몫의 스프를 할짝이고 있었다. “아하아암~” 기지개를 펴면서 몸을 쭉쭉 늘리고는 운디네를 불러서 더러워진 몸을 씻고, 다시 말 등에 올라탔다. “너 때문에 계속 지연되잖아.”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과민반응보다 심한 반응을 하는 블루 녀석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또 그런 이유를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나와 상관없는 일엔 무관심하니까. “왜 그러세요?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닌데!” 날 변호하는 리디. 하지만 어째 어감이 좋지 않았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닌데!’ 그렇다면 항상 내가 늦장을 부려서 출발이 지연됐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도 빨리 일어나서 일행들을 데리고 갈 때도 한두 번이 아니건만. 투닥투닥 거리면서 이틀정도를 가자 앞엔 그런 대로 모양새를 갖춘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간만에 나온 마을에 우린 과속을 했고, 금세 마을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자 그럼 내가 말 안 해도 알지?” 반짝반짝 초롱이 버전으로 말하는 내 말에 일행들은 사방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모였다. 모두들 도리도리를 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끄덕이는 녀석이 있었으니 우리의 하이 엘프 가브! “저쪽에 있어. 날 따라와.” 앞장을 선 가브를 졸래졸래 따라가자 저 앞엔 여관이란 간판이 붙여져 있었다. 이름하여 ‘샤프란 여관’ 웬 여관 이름을 샤프란으로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식사를 하는 도중에 알 수 있었다. 이 마을 이름이 샤프란이란 것을, 그리고 특산품도 샤프란이란 것을. 샤프란은 가을에 한 개의 구근에서 2~3개의 보랏빛 꽃을 피우는데, 수술은 노란색이고, 암술을 붉은색으로 끝이 세으로 갈라져있으며 꽃잎보다 길게 나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중에서 샤프란이란 향신료로 쓰이는 것으로 암술만을 채취한다. 1g의 샤프란은 암술이 약 500여개 정도가 되므로 곧 160개 이상의 구근에서 핀 꽃으로부터 따서 말린 것이다. 약간의 샤프란 을 얻기 위해서는 곧 어마어마한 양의 샤프란 암술이 필요로 한다. 곧 샤프란 = 금 이란 공식은 자연스럽게 성립이 된다. 음식에서는 소스에 많이 이용하는데 샤프란을 넣으면 노란색이 나온다. 약간 넣으면 엷은 노랑에서 많이 넣으면 진노랑으로 바뀔 정도로 색이 많이 난다. 그렇다고 많이 넣는다는 것은 한주먹씩 넣는 게 아니라 샤프란 몇 개를 손으로 잡아서 넣는 것이다. 색을 내기에 옷을 염색하는데도 한때는 사용되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지금은 다른 것으로 염색을 한다. 고가의 샤프란을 생산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아까 처음 마을을 보고 느낀 점. 그런 대로 모양을 갖춘 마을이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어디를 가나 웬만큼 큰 도시가 아니면 이 정도로 큰 건물이나 반짝이는 건물은 거의 없었다. 있어봤자 그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의 집이거나 공동으로 사용되는 곳일 뿐이다. 잠시 샤프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음식이 도착해서 하고 있던 생각을 접고 음식을 내려다보았다. 역시나 샤프란 소스가 곁들여진 스테이크였다. 온통 샤프란과 관련이 되어있는 듯한 이 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잠시 산책 겸 밖으로 나왔는데 어제 안보였던 것이 많이 있었다. 여기도 샤프란, 저기도 샤프란~온통 샤프란 투성이었다. 마을 주변을 뺑 돌듯이 심어져있는 보랏빛 샤프란(어젠 노숙에 지쳐있어서 그냥 보라색 꽃으로만 보고 마을로 들어갔었다.)에서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화분에 심어져있는 화초들도 샤프란 이었다. 샤프란 마을의 상징인 샤프란을 수확하러 가는 노동자의 거무스름하게 탄 얼굴엔 기쁨의 미소가 달려있었다. 비록 생산량은 적지만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에 수확하는 때엔 돈 꽤나 만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인간이었을 적에 아등바등 살기위해, 세남 매를 키우기 위해 맞벌이 부부셨던 나의 엄마와 아빠. 늦은 밤에 피곤에 찌든 채 들어오셔서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대로 이부자리가 깔려 있는 곳으로 간신히 옷만 갈아입고 잠이 드시고,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아침밥을 차려놓고, 세 개의 도시락을 싸놓으시고는 잠든 우리들의 모습만 보고 다시 일하러 나가신다. 그러기를 몇 년, 몸을 혹사시키면서 저축한 돈을 털어 새집도 장만하고, 조금 편한 일을 하시게 된 엄마와 아빤 여유를 갖게 되면서 다른 곳으로 놀러도 다니셨다. 인간이었을 적을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진짜로 모르는 길로 접어들어 버렸다. 원래 다 모르는 길이지만 생각에 잠겨 있어서 내가 지나온 길들을 체크해 놓지 않은 것이다. 우째 이런 일이~ 뭐 이미 닥친 일 나중에 생각하고 난 아직 하던 산책을 계속하고 있었다. 새벽에 너무 일찍 일어나버린 탓으로 차마 일행들을 깨우기가 그래서 내가 먼저 나와 버린 것이다. 처음 나왔을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다녔다. 새들이 지적이고, 집집마다 굴뚝에선 하얀 구름 같은 연기가 나와서 바람과 같이 동화되어 버리는 한적한 샤프란! 한두 마리씩 변견들도 돌아다녔지만 그건 빼도록 하자. 차라리 저런 변견들보다야 우리 블랑슈가 훨 낫지 않은가!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다. 아침엔 새가 지적 이는,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가난하더라도 언제나 웃음꽃이 피어나는 가족을 가지고 싶었다. 나만 좋다면 어디서든 남자하나 꿰차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지만 왠지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난 엄연히 지고지순한 신. 한낱 인간을 사랑하기엔 내가 상처를 받는다. 나 자신은 그대로 있지만 점점 늙어가는 남편들과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에 슬픔을 혼자 담아 살아가기엔 내 자아가 너무 여렸다. 필시 그렇게 된다면 내 자아는 붕괴가 돼 버릴 것이다. 난 죽고 싶어도 못 죽는데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아야하는 그 심정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이다. 그냥 환신이나 마신 천계에 있는 신 중에 하나를 꼬셔봐? 하려가 그냥 관두련다. 카스한테 걸리면 최하가 영혼 소멸일 것이다. 그 녀석은 날 좋아하니까 내가 결혼하려고 하면 결사반대를 외칠 것이 눈에 선했다. 어느새 태양은 떠올랐고, 그런 태양을 받으며 길 한복판에 떡하니 버팅기고 있기 뭐해서 한쪽 구석으로 옮겨갔다. 아직 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기에 앉을 대가 없어서 그냥 어느 집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서 물끄러미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짧은 삶이지만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들이 부러웠다. “후훗~” 괜한 웃음이 나왔지만 왜 나온 지 나도 모른다. 그냥 나왔을 뿐이다. 내 앞엔 세 살배기일 듯한 꼬맹이가 지나가고 있었고, 그 아이 뒤엔 엄마인 듯한 인간이 세 걸음정도 뒤에서 머리에 아침 이슬이 방울방울 달린 새파란 야채가 가득 든 바구니를 이고 걸어가고 있었다. 살짝 만져도 생채기가 날 듯한 아이는 자기 발을 자기가 밟고 넘어지려 하고, 그 모습을 본 여인은 사색이 돼서 바구니를 놓치려다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내가 일어나서 아이가 넘어지는 것을 잡아주었기에 녀석은 내 품에서 희희낙락하면서 내 머리카락을 잡고 있었다. “고마워요. 아가씨.”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것을 눈으로 확인한 여인은 내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왔다. “아니에요. 아이가 넘어지는 것을 보았다면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잡아주었을 거예요.” 아직까지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면서 놀고 있는 아이를 떼어놓고는 일어섰다. “그래도...” “전 이만 가볼 데가 있어서 먼저 갈게요. 아이 잘 키우세요. 꼬마야 안녕~” 야채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있어서 움직이지 못한 여인은 내게 감사의 미소를 짓고는 한손을 내려 아이의 자그마한 손을 꼬옥 쥐고는 나와는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터벅터벅 이면서 여관을 찾아 삼만리를 떠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뒤에서 소리를 쳤다. “비켜요. 말이 멈추지 않아요.”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듯한 사내는 미쳐서 날뛰는 말 등위에서 앞의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었다. 검고 맑은 눈동자여야 하는 말은 눈이 붉어져있었고, 입 주변에는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완전히 미친 것 같이! 광견병은 들어봤어도 광마병은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여기서 그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데서 희한하게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이 미쳤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말이 저런 증상은 바로 누군가가 버서크(광전사)를 시전 했을 때 나타난다. 그러지 않고서야 말이 저렇게 붉은 눈을 하면서 침을 질질 흘리며 날뛸 리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말위에 앉아 있는 그 녹색 머리칼의 사내도 보통은 아닌 듯 싶다. 날뛰는 말 등에서 그것도 말안장도 깔지 않았는데 떨어지지 않고 몸의 균형을 너무나 잘 맞추고 있었다. 게다가 마나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을 보아선 마법사가 분명하였다. 이런저런 별 쓰잘떼기 없는 생각에 잠겨있던 난 다른 사람들이 다 옆으로 비켜서서 텅 빈 듯한 길 한복판에서 말과 대적하게 되었다. “아가씨이~비켜요~” 넘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저두 시간이 없어서 잘 접속을 못해요 주말밖에 시간이 안돼는데 못올려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소설을 보시는 모든분들 행복하세요 다급한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는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길가로 피하면서 날 걱정하는 듯한 눈동자로 바라본 사람과 말발굽에 짓이겨질 것을 생각했는지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들도 태반이었다. “타임 스톱.” 궁극의 9클래스의 마법으로 잠시 동안 시간을 멈춰버리는 아주 무서운 마법으로 마나의 소모량이 장난 아님과 동시에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마법 Top10에서 1위를 차지 할 정도였다. 물론 이런 마법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내가 임의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시간을 멈추자 그 상태 그대로 모든 게 굳어져 있었다. 물론 이것도 내가 아주 교묘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자와 이곳에 있는 자들의 시간만 멈춘 것이다. 안 그랬다간 일행들이 닥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 얼굴 바로 앞에서 붉은 눈을 하고는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말의 눈동자는 구원을 원하는 듯이 눈물이 살짝 맺혀져 있었다. “컨셀레이션” 내 말과 함께 마법은 해제되었고 바로 앞에 있던 말도 날뛰는 것을 멈추고는 맑아진 눈동자를 한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흑색의 털이 전신을 덮은 흑마는 꽤 비싸보였다. 내 루즈랑 삐까삐까해 보일정도였다. 그 어떤 잡털도 허락하지 않은 듯 매끄러운 흑색의 털 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준마 중에서도 준마, 입에 있는 침만 닦아내면 보기 좋을 듯 하다. “다치지 않았습니까?” 말 등위에서 내려온 녹색머리 사내는 내게 말을 건넸다. 이놈의 미친 말하고, 어디라도 부딪혀야 다치던지 말든지 하지 자기 눈에도 엄연히 피한방울도 떨어지지 않는데 예의상 해온 말인 듯 싶다. “다치지는 않았어요. 다만..” “다만?” “말 침이 떨어졌어요. 망할!” 내 얼굴 바로 앞에서 멈추는 바람에 마법을 해제하자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의 침이 내 옷으로 뚝뚝 흘렀다. 아주 걸쭉한 엑기스가 흘러내림에 찝찝함도 배가 되었다. “그,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절 따라오셔서 간단하게 씻으세요.” 자신의 할말만 한 녹색머리 사내는 내가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검은 말의 말 등위에다 보쌈을 하듯이 날 태웠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마을 사람들의 눈동자엔 어떠한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여자아이가 납치하듯 말에 실려 가면 최소한 ‘꺄아아~납치야’ 내지는 ‘세상 말세다.’ 등등의 아주 많은 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척하고 지나가고 있었다. 진짜로 세상 말세였다. “이,이것봐요~” 열심히 고함을 쳤건만 그 녹색머리 남자는 들은 척도 않고, 말고삐를 잡고는 자신이 왔던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여러 번 소리를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없자 괜히 소리 지르느라 에너지 낭비를 한 난 가만히 축 늘어졌다. 약간 많은 마나가 흐르는 것을 보아하니 5클래스 정도인 것 같았다. 젊은 나이에 대성한 것 같았지만 아까 내가 시전한 마법은 알아채지 못한 듯 하다. 겨우 5클래스가 보이지도 않은 궁극의 마법인 타임스톱을 알아차릴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 이제 다 왔습니다.” 볼썽사납게 천으로 말리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보쌈하는 듯한 그 포즈로 말위에 태워졌던 난 그 말을 듣고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럭저럭 이 마을에서 쪼께 큰 건물이 나왔고, 경비병둘이 삼지창을 X자로 교차하게 들고는 눈을 부라리면서 정면을 바라보다가 이 마법사 인간이랑 눈이 마주치자 삼지창을 일자로 세워서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며 허리를 숙이더니 다시 X자로 창을 잡고는 경비근무에 여념이 없었다. 마당이 그리 크지 않은 관계로 한 30초정도 달리자 본채인 듯한 건물 앞에서 멈춘 녀석은 말에서 내려서 내가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덕분에 깜둥이 녀석은 자신이 떨어뜨린 침에 등짝을 흥건히 젖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282조로된 복수법으로 칭해지는 함무라비법전을 아주 착실하게 수행을 해온 내덕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흘린 침이 아니다. 깜둥이 녀석의 침이 내 옷에 묻었고, 다시 그 침이 자기 등에 묻었으니 내 잘못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저를 따라오세요.” 맘대로 날 끌고는 녹색 머리 녀석은 본채의 문을 열려고 하기도 전에 안에서 자동으로 열리면서 하얀 머리를 뒤로 올백으로 넘긴 할아버지가 허리를 숙였다. “주인님! 승마는 어땠습니까?” “그럭저럭....집사! 그나저나 이 레이디를 씻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게.” 주인님이라 칭해지는 녹색머리 사내의 말에 집사라 불리워지는 할아버지는 내 얼굴을 보더니 곧 소리쳤다. “아무도 없느냐?” 그 짧은 한마다에 여자 몇 명이 쫑쫑거리면서 나타나더니 녹색머리에게 머리를 숙이고는 내 앞으로 와서는 내 동의도 구하지 않고 날 잡아 끌었다. 역시나 이놈의 집안은 주인부터 해서 하인까지 막무가내파 인간들이었다. “레이디! 자 옷을 벗으세요.” 방으로 데리고 간 여자들은 내게 옷을 벗을 것을 주장하였다. 아무리 여자끼리라고는 하지만 난 리디와 엄마 앞에서만 옷을 벗고 씻은 경력이 있는 탓에 낯선 이들 앞에서 옷을 벗기가 껄끄러웠지만 또다시 반강제적으로 옷을 벗기기 시작하였다. 하기 싫다고 몸부림을 부렸지만 그럴수록 여인들은 내 옷을 옥수수껍질 벗기듯이 잘도 벗기고는 물을 받아놓은 욕조에 담근 다음에 비누로 이곳저곳을 쓱쓱 닦았다. “호호호~여자 분을 목욕시켜 본적은 까마득해.” “그러게요! 마님이 돌아가신 후엔 한번도 없었잖아요.” 자신들의 수다를 내가 듣고 있는지도 모르고 너무나 기뻐하는 듯한 얼굴을 하면서 내 몸 구석구석을 닦아 주었다. 그녀들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움찔거리면서 심지어는 닭살까지 돋아났지만 초신적인 인내력으로 참아내었다. “다 씻으셨으니 옷을 입으셔야죠.” 왠지 모르게 허무함이 베어있는 말투를 하고는 내게 옷 한 벌을 입혀주었다. 내 옷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맞았다. “어머나~주인님 어릴적 옷이 꼭 맞네요. 버리지 않기를 잘했어.” 그럭저럭 맞은 옷은 녹색머리 남자의 옷인 듯 싶었다. 하지만 왠지 새 옷을 보고 있는 듯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보존 마법이 걸려있었다. “고마워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씻는 것도 다 했으니 이놈의 집구석하고는 영원히 남남! 빠잇~을 외치며 나가려고 문을 열자 누군가가 바로 정면으로 보였다. 젠장할 엿됐다. “레이디! 다 씻으셨군요. 저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눌까요?” “그러죠.” 미소를 지으면서 하는 말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선조들의 속담을 떠올리면서 하는 수 없이 동의를 하고 녹색머리 녀석을 따라 책이 잔뜩 꽂혀있는 방안으로 안내된 것을 보니 서재인 듯 싶었다. 커다란 창밖으로는 대지위로 태양이 벌써 완전한 몸을 드러내고는 빛을 뿜어내고 있었기에 불을 밝히지 않아도 밝았다. 쇼파에 털썩 앉자 집사 할아버지가 찻잔과 차를 가지고는 한잔씩 따르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 잠깐의 침묵을 유지되고 있을 때 녹색 머리남자가 입을 열었다. “보아하니 이곳 사람은 아니군요.” “전 여행자입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녹색 머리 남자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린 그레이빛 눈동자를 지닌 그 사내도 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야기를 나눌게 뭐가 있죠?” 일행들이 깨어나서 날 찾아 나서기 전에 빨리 가야만 하는 의무를 짊어지고 있는 난 이런 시덥잖은 대화 따윈 달갑지 않았다. “제 말이 광분하게 날뛰다가 레이디 앞에....이제 보니 이름도 묻지 않았군요. 이름이 뭐죠?” 예의라고는 손톱의 때만큼도 없는 남자였다. 못생겼으면 그냥 지옥 구경을 시켜주는 건데! “미스티라고 하죠. 그러는 댁은 누구죠?” 이제 보니 나도 내 앞에 있는 남자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아까 예의 뭐라고 한말은 취소다. “제 이름은 클레어 라고 합니다. 미스티양. 아! 좀 전에 하던 말 이어서 하지요. 레이디 앞으로 달려간 말이 갑자기 온순해지는 그 현상이 궁금해서요.” 마법으로 했다고는 차마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이 건 버커서가 해제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마법사들의 특유의 호기심 때문에 아마도 날 죽어라고 따라다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마법사라는 것을 숨기고 있었지만 이미 옛날꼰날에 녀석의 실력을 간파 당했다.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가 클레어씨의 외침을 듣고 피하려고 하다가 말이 온순해지는 그 이유를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때는 얼마나 무서웠다구요. 눈은 벌겋게 생겼고, 침을 질질 흘리고 막 뛰어다니는데, 꼭 미친 것 같았어요.” 은연중에 말을 돌리는 나! 역시 난 천재였던 것이었어. 클레어씨의 질문에 대충 얼버무리면서 왜 깜둥이 미친것이냐고 묻는 듯이 오히려 따지는 듯은 아니지만 난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고 단지 그 말녀석이 해까닥 갔다는 듯이 오히려 그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흠흠!! 그건 저 때문에 그럴 겁니다.” 드디어 자신의 실수에 대해 말을 하는 클레어. “사실은 제가 마법사인데 그만 그 순딩이 녀석을 한번 다른 이미지로 만들어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마법으로 그렇게 만들어 버렸죠. 그러자 절 등에 태우고 아주 열심히 뛰어다니더군요. 말 등위에서 중심을 잡느라 정신이 없어서 마법을 해제할 시간도 없었고, 생각도 못했거든요.” “훗~그러니까 단순히 클레어님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다 이거네요? 그 깜둥이 녀석을 한번 이미지 변신을 해보려다가 아예 뒤집어 놓으셨군요.” 옛말에 언제나 싱글벙글 순딩이 그 자체인 놈이 화가 나면 평소 화내는 인간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은 깜둥이 녀석에게도 해당되는 듯 싶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버서크라는 것을 한번 해봤는데 진짜로 걸릴 줄은 몰랐거든요.” 마을을 뒤집어 놓은 것을 걱정은커녕 오히려 자신이 한 짓이 성공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놈을 한번 패대기치고 내가 이 녀석을 때렸어요 하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싶을 정도였다. “아~버서크라는 것이 뭔지 모르시죠. 제가 자세하게 가르쳐줄게요. 그건 한마디로 말해서 광전사 즉 미친X을 만드는 것이죠........” 나도 그런 건 이미 다 알고 있어~그러니 제발 그 입 좀 다물어줘~ “힘이 비정상적으로 세어지고 이지를 상실하게 되는.....” 누가 나 좀 살려줘! 이미 알고 있는 얘기 들으려니 깐 짜증지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가고 점점 엉덩이가 들썩거리면서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는 싸늘하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폭주할 것 같았다. “버서크의 증상은 좀 전에 보았던 그 녀석과 동일합니다.” “네 알았어요.” 클레어씨가 더 이상 버서크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미리 알았다는 말로 잠재우려 하였다. “마법사도 아닌데 이해가 빠르시군요.” 왠지 날 미심쩍게 보는 클레어씨. 나도 니 머리가 미심쩍어. 마을에서 한 행동 심히 미심쩍단 말이닷. “제가 원래 한 머리하거든요.” 천재적인 환신 루나. 본명은 아이리스~그 누가 나한테 덜떨어졌다느니 바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랬다간...후후~알지? “그, 그러셨군요.” “그렇죠.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좀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나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제가 이 마을을 지키는, 그러니까 수호자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이제야 알았다. 왜 이 녀석이 그딴 일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이 그냥 관망을 했는지! 이 녀석이 마을을 지켜주는데 괜히 와서 따따부따 말을 하면 다른 데로 튀어버리거나 해코지 할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일만 한 듯 하다. “아! 그러셨군요.” “네! 그렇습니다.” 잠시의 대화의 중단으로 집사 할아버지가 따르고 간 찻잔을 들어 입으러 가져가서 원샷 하려다 너무 식은 관계로 살짝 입가심용으로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날이 너무 밝아버렸다. 난 이제 가면 죽는다. 녀석들한테! “벌써 가시려고요? 아침 식사라도...” 클레어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 이미 서재의 문을 박차고 복도로 나와 아까 봐두었던 길을 따라 뛰어갔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을 나와 다시 복도를 뛰다시피 해 겨우 현관문까지 도착하였다. 굳건히 닫힌 커다란 나무문을 발로 박차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 인간은 이미 그곳에 와있었다. “생각보다 늦게 나오셨군요.” 내가 늦게 나온 게 아니라 니가 마법으로 온 거잖아 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 “오다가 잠시 길이 헷갈려서요.” 아침 바람에 클레어씨의 녹색의 머리칼이 나뭇잎이 노래를 하듯이 ‘사르륵’ 소리를 내면서 공중에 살짝 떴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여관으로 가야해.’ 마음을 굳건히 먹은 난 클레어씨를 지나쳐서 정문이 있는 곳으로 냅따 뛰었다. 그리고는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가시는 길은 아세요?” “당연히~모르죠. 초행길인데 알리 있겠어요.” 모른다는 것을 당연하게 말을 하는 내게 클레어씨는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서 소리를 내었다. “휘이익~” 커다란 휘파람소리에 아까 광마병에 걸린 아니 버커서에 걸린 깜둥이가 클레어씨에게 달려가서는 부비부비를 하였다. 저런 부비부비는 내 블랑슈가 훨 잘하는데. 자신의 깜둥이를 살펴보던 클레어씨는 마법사답지 않게 유연한 몸놀림으로 말을 타고는 내게 오더니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작별의 악수를 하라고 한줄 알고 그 손을 잡고 흔들려고 했는데 순간적으로 위로 끌어당겨졌다. 이것 역시 마법사답지 않은 괴력이었다. 위로 끌어 당겨진 난 클레어씨의 앞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디로 가시는지요. 제가 바래다 드리죠.” 듣던 중 반가운 말에 난 씽긋 미소를 날리며 입을 열었다. “샤프란 여관으로 가주세요.” 그 말에 클레어씨는 깜둥이의 배를 살짝 발로 치자 깜둥이는 천천히 정문이 있는 쪽으로 달렸고, 나중엔 가속이 붙었는지 머리가 휘날렸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럴 땐 오토바이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원한 바람이 내 머리칼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뭔지 모를 쾌감이 들었다. 오빠아아아~달려~~빠라빠라빠라밤~~ 예전에 한참 유행했었던 유머도 생각이 나구. 정문에 다다르자 X자로 교차되었던 삼지창이 열리자 깜둥이는 가속을 붙여서 마을 쪽으로 달렸다. “무섭지 않나요?” “무섭지 않은데요. 이런 일은 여행자에겐 흔히 있는 일이니깐 요.” 내가 보통 속빈, 골빈 레이디들처럼 아양과 내숭이나 떨면서 ‘아이~무서워~’하면서 자신의 가슴팍에 묻히면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말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서 클레어씨가 물어본 것 같았다. “후훗~그렇군요.” 잠깐 동안의 대화를 하는 사이에 깜둥이는 마을 안으로 진입했고, 그와 동시에 속력을 늦추었다. 주인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알아서 속력을 줄이다니, 루즈하고 맞먹는 지능을 가진 말인가?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됩니다.” 거의 다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난 이미 오래전부터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일행들의 잔소리=죽음 이라는 공식이 내 머릿속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클레어씨의 말대로 모퉁이를 돌자 샤프란 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여관이 보였다. 생전 처음 감정이 복 받혀서 여관 간판보고 눈물 흘릴 뻔했다. “고마워요.” 깜둥이가 멈추자 난 클레어씨가 내리기전에 미리 내려서 고맙다란 말 한마디 던져 놓고 여관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 안도의 한숨. 리디가 아직 일어나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른 클레어씨의 옷을 벗고는 내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침대 속으로 쏙 들어갔다. 이로써 난 완전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클레어씨만 일행들이 만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만사 오케이다. “루나님~일어나세요. 루나님~” 클레어씨를 만나고 여관에 들어와 잠깐 그냥 누워 있는 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일어났어.” 보통 때처럼 부스스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나니 오히려 리디가 놀란 듯 보였다. “루,루나님 맞으세요?” 반문을 하는 리디. 확실히 잠을 잘못 잔게 분명하다. “나? 맞는데. 그러는 넌 리디가 맞냐? 내가 알고 있는 리디는 그런 말 한번도 안했는데.” “당연히 맞아요. 흑~루나님 미워이잉~” 저렇게 말하고 욕실로 뛰어 들어가는 것을 보니 리디가 맞는 거 같다. 어느 드래곤이 저렇게 말하고 눈물바람으로 뛰어가겠는가? 욕실로 들어간 리디는 한참을 어이없게 쳐다보다가 좀 전에 클레어씨네 집에서 깜둥이 침 때문에 씻었으므로 화장대에 앉아서 푸른 머리카락을 빗었다. 내 머리칼 색이 아니었지만 왠지 자연스럽게 잘 어울렸다. 전에 아시리아에게 선물을 받은 물방울 모양으로 세공이 된 아쿠아 마린이 정 가운데 매달려 있는 머리 장식을 보다가 양쪽 끄트머리의 은줄을 잡고는 머리를 두르자 보석이 내 이마 한가운데로 내려뜨려졌다. “루나님. 뭐하고 계세요?” 욕실에서 몸을 씻고 머리카락에 묻은 물기를 닦고 있는 리디는 내게 다가왔다. “엇! 너,너무 멋있어요. 저 감동했어요.” 아직 물기가 덜 빠진 머리카락이 리디가 앉아있는 날 껴안자 얼굴과 등 쪽으로 쏠리며 한 방울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빗방울이 모이면 바다가 되듯이 그 물방울이 한 방울씩 계속 떨어지자 얼굴은 땀을 흘리듯이 물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가 하나둘씩 얼굴선을 따라 턱에 모여서 내 다리로 떨어졌고, 등짝은 말 안 해도 훤했다. 시원한 것을 보니 젖을 대로 젖은 듯싶다. 한참을 그렇게 껴안고 있던 리디는 내가 아무반응이 없자 스르륵 팔을 풀었고, 현재 내 몰골이 자신 때문에 생긴 줄 알고 뒤로 주춤거리면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루,루나님....이건 고의가 아니었어요.” 비록 내 몰골을 이렇게 만들었지만 굳이 혼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때 리디가 알아서 자진납세를 하고 있었다. “내가 널 혼내기라도 바라고 있는 거야?” 바닥에 떨어져있는 약간 젖은 하얀 손수건을 집어서는 리디에게 던져주자 그녀는 얼떨결에 받으며 눈만 크게 뜨고 있었다. “머리카락 물기 닦아.” 짧은 한 마디에 리디는 수건으로 물기 어린 머리카락을 부벼서 닦아 내었다. “루나님, 용서하시는 거죠? 헤헤~” 미소를 짓던 리디는 머리카락을 빗고는 날 바라보았다. “용서라고 할 것 가지야 없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식사 시간이야.” “네!” 젖은 옷은 정령을 불러서 아주 빠삭빠삭하게 말려버렸으므로 찝찝한 기분 따윈 들진 않았다. 복도로 나온 나와 리디, 그리고 블랑슈는 계단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식당을 휙 둘러보았다. 역시나.... 오빠와 블루, 가브가 먼저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세 미남자가 앉아 있으니 식당안의 모든 분위기가 죽어버린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이렇게 보는 것도 괜찮았다. 언제나 급하게 뛰어나오느라 이런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환상의 미남자들이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 곳으로 가서 간단하나마 아침 인사를 하고는 식사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식사 나왔습니다.” 여관의 점원이 음식을 나르고 다른 사람들한테 주문을 받기위해 다른 곳으로 갔다. 오늘의 메뉴는 언제나 비슷비슷한 별 볼일 없는 그런 메뉴였다.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서 접시 위에 놓은 고기를 몇 조각 썰어서 먹어보았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저 이건 고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음식을 맛 본 난 고기를 잘게 썰어서 블랑슈를 먹였다. “무슨 일 있니? 왜 식사를 안 하는 거야?” 내 정면에서 내가 식사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지 오빠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먹기 싫어서, 입맛이 없어.” “니가 웬일이냐? 그런대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바뀌면 죽는다는데....” 여전히 나이만 처먹은 블루의 말에 일행들은 너도나도 쏘아보았지만 5천 년이나 묵은 드래곤 스케일로 막아내고 있었다. “나 그냥 윗층에 있을 테니까 식사마저 해.” 식사하는 것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것도 곤욕이므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괜히 식사도 안하는 인간이 식사하고 있는 녀석들을 쳐다보면 식사를 못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 방으로 올라온 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침대로 무너져 내렸다. 침대위로 무너져 내린 난 새하얀 천장을 바라보았다.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지만. 한숨을 쉰 난 두 손을 들었다. 조그맣고 연약해서 손대면 부러져버릴 것 같은 손가락으로 난 내 눈을 가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의 세계,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과거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그것 때문에 아파하지 않게....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곳으로 가고 싶었다. 뜨거웠던 무엇인가가 서서히 식어서 볼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난 굳이 닦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귀찮기 보다는 그 눈물에 내 과거를 부여해서 떨궈버렸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끼이익 문 여는 소리를 보아하니 리디가 온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갑작스레 들어왔기에 눈물을 훔치기엔 너무나 늦었다. 그렇다고 붉어진 눈시울을 한 채 일어나서 리디에게 말을 걸기엔 보기 흉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중 리디가 내게 접근하였다. “앗! 어떡하지. 또.....루나님. 이제 그만 아파했으면....과거에 무슨 일이 있기에 꿈을 꾸시면서 이렇게 우는 것 일까? 드래곤인 주제에 마스터이진 루나님 조차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비참해. 뭐가 전지전능한 드래곤이야. 쳇! 마스터가 마음 아파하면서 울고 있는데 그 눈물을 닦아주는 것 밖에 해줄 수 있는게 없는데.” 괜히 나 때문에 자기 비하를 하고 있는 리디에게 미안했다. 자고 있지 않는데 자고 있는 걸로 알았는지 리디는 내 볼을 적신 것을 부드러운 수건으로 닦아 주면서 내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잡고는 아래로 내려주었다. 그리고는 푸근한 이불을 덮어 주면서 내 손을 들어 자신의 볼에 부볐다. “미안해요. 루나님. 당신에겐 항상 짐 밖에 되지 않으니, 정말로 미안해요.” 예민해진 내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무엇인가가 흘러서 손목까지 적시고 있었다. 나로 인해서 리디가 울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터진 일이니 그대로 잠이 든 척하였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단잠에 빠져들어 버렸다. 리디가 울고 있는데 취미 생활을 하는 나 자신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 따스한 무엇인가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빨리 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짐을 꾸려서 샤프란을 나오는데 무엇인가가 내 뒷통수를 자극하였다. 그래서 뒤돌아보며 잠시 루즈를 멈추니 블루가 대번에 짜증을 내면서 내게 말했다. 싸가지에 스프를 끓여 먹을 놈! 클레어(외전) 오늘도 샤프란의 안위를 생각하는 위이~대하고 저명하신 나는 저택에서 검은색 털을 가진 순딩이를 타고 마을을 순찰하기 위해 나섰다. 마을과 저택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있으므로 천천히 달렸다. 빨리 가고자 하나 순딩이란 녀석은 너무 굼떴기 때문에 이 정도 달리는 것도 최고 속력이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항상 이 모양 이 꼴!! 이젠 포기해 버렸다. 겉만 멋들어진 준마! 속은 느림보 거북이. 겉과 속이 다른 이 녀석은 필시 말과 거북이의 합성 키메라가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늘어터진 이 녀석을 어떻게 구워삶아 먹을까 하고 고민을 하던 중 한 개의 전구가 번뜩 켜지면서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버서크’ 궁극의 버서크라면 이 녀석이 당해내지는 못할 것이 당연, 여러 가지 생각을 한 난 버커서를 실행시키기 위해 마나를 끌어 모았다. 꽤 많은 마나 량을 필요로 하는 버서크를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5클래스급 마법사만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마검사이다. 마법은 5클래스 유저, 검술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께서 검사, 아버지께서 마법사인 관계로 어릴 적부터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수련을 시켰다. 일주일 동안 마법 수련을 하면 다음 일주일은 검술 훈련을, 이렇게 말이다. 고된 훈련을 하면서 처음엔 내 신세를 한탄하다가 철이 들면서 이 모든 게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고 수련에 박차를 가했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가 어중간 해졌다. 하지만 이 정도면 엄청난 성취력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아하하하~~ 비록 요즘 루나 어클리어스 후작 아니 공작에 대한 것이 내 고막을 살짝씩 간지럽혔지만 소문이란 언제나 부풀어 오르는 법. 나를 따라 오겠는가! 자신 만만한 포부를 지닌 난 우리의 순딩이에게 버서크를 걸었다. 하지만 버서크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가던 길을 묵묵히 가고 있어서 마법이 실패했다고 느낀 난 이마를 한 손으로 탁 쳤다. 이 위대한 클레어님의 마법을 벗어나는 순딩이는 과연 보통 말이 아닌 듯.... “으아아악~” 홀로 생각에 잠겨가고 있을 때 갑자기 순딩이가 날기 시작하였다. 오호~통재라~ 버서크가 좀 늦게 효과를 봤는지 입에서 흐르는 침이 내 옷에 풀을 칠하는 것처럼 아주 잘도 날아와 붙었고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속력으로 앞으로 달려갔다. 앞엔, 앞에는? “안돼~~마을 이얏~” 마을로 진입하는 녀석을 말려야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여유가 없었다. 귓가에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달리는데 이 상태에서 순딩이에게 떨어지면 이 세상과는 굿 바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녘이라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었다. “비켜요. 피해요~~” 샤프란을 수호하는 내가 오히려 샤프란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다. 그리고 괜한 사람들이 다치는 것도 싫었다. 다행히 높은 성량을 지닌 내 목소리에 길 가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순딩이에게 밟히지 않으려고 옆으로 물러섰다. 일사분란하게 옆으로 비키는 것을 보고 내 자신도 위험한 순간이었지만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 옆을 지나가면서 미안함을 담은 미소도 잊지 않고 보내주던 중 정면을 바라보자 아뿔싸~ 순딩이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푸른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서 있었다. 정신을 잃고 서 있었는지 내가 소리를 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바로 앞부분에 도달하자 푸른 머리 소녀는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돌리고 나와 순딩이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를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금안을 가진 소녀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광분하여 날뛰는 순딩이 녀석은 그 자리에서 부동의 자세를 고수하려는지 가만히 섰다. ‘앗! 어떻게 버서크가 풀렸지? 마법사가 아니면 풀 수 없는데, 게다가 이 마을에 유일하게 마법을 쓰는 내가 풀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앞에 있는 소녀가 마법사?’ 하지만 이런 나의 가정은 모두 머릿속에서 날려버렸다. 소녀가 마법을 펼치려면 정면에서 오고 있는 내 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치지 않았습니까?” 외관상 다치지는 않았지만 아무 말도 안하고 나와 순딩이를 말똥말똥 쳐다보는 것이 필시 정신적으로 충격을 먹은 게 분명하였다. “다치지는 않았어요. 다만..” “다만?” “말 침이 떨어졌어요. 망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해서 다행히 정신적 공황에서 헤어나나 싶었는데....숙녀의 입에서 남자들만이 특권으로 주어지는 저속한 단어가 나올지는 생각도 못했다. ‘망할’이란 단어를 내뱉은 소녀는 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래서 나도 소녀를 쳐다보았는데 소녀의 말대로 옷에 순딩이 침이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절 따라오셔서 간단하게 씻으세요.” 이 모든 건 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므로 내가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하다. 멀쑥하니 쳐다보는 소녀를 안전하게 태우고는 마을을 벗어나서 저택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이,이것봐요~” 수,순딩이가 뭘 잘못 먹었는지 아니면 버커서에 대한 후유증이 남아 있는지 맨 정신으로 달렸다. 오~이 기쁨을 무엇과 바꾸리오~ 바람과 같은 속도로 달리는 순딩이를 속으로 칭찬하느라 바쁠 때 무언가가 내 귓가를 때렸지만 무시해버렸다. 이곳에선 내게 말할 사람이 없으니까. 아니군. 이제 보니 순딩이 위엔 나 말고 푸른 머리 소녀가 있었지. 소녀가 나보다 작은 관계로 고개를 숙여서 보니 축 늘어져있는 게 상태가 안 좋아진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순딩이의 배를 살짝 쳐서 더 빨리 달리게 하였다. “아! 이제 다 왔습니다.” 저 앞에 내 집이 보이고 경비병들이 근무를 서느라 삼지창을 교차한 포즈로 잡고 있다가 날 보더니 길을 열어주어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정원을 가로질러 본관에 도착한 난 순딩이에게서 내려서 소녀를 잡고 내려주었다. 의외로 몸무게가 적게 나간 듯 팔에 무게감이 들리지 않았다. “저를 따라오세요.” 왠지 가기 싫다는 오라를 풍기고 있는 소녀를 끌고 문 앞으로 걸어가자 안에서 집사가 문을 열어주어서 내 수고를 덜어주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 날 친 자식 이상으로 돌봐주신 분이시다. 언제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내 조언자로써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고맙다는 말 한 마디 건네지도 못했다. “주인님! 승마는 어땠습니까?” “그럭저럭....집사! 그나저나 이 레이디를 씻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게.” 순딩이 침 때문에 인상을 쓰고 있는 소녀를 씻을 수 있게 집사에게 말하자 곧 하녀들이 와서 소녀를 끌고 사라지자 나도 내방으로 가서 욕실 문을 열고 물을 받은 다음에 씻었다. 버커서에 걸린 순딩이 침이 바람에 날려서 묻어서 소녀만큼이나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좀 전에 있었던 일이 스쳐지나갔다. 버커서에 걸린 순딩이가 풀려난 것 보다도 소녀의 눈동자가 생각이 났다. 보통 사람들한테 잘 나타나지 않는 금안을 지닌 소녀는 눈동자 색만큼 밝아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 슬퍼보였다.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그 눈빛으로 하여금 보는 사람들도 동화가 되어버릴 듯 하였다. 나 자신도 그 눈빛을 보고 순간 옛날이 일이 생각이 났다. 갑작스레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너무나 괴로워서 무덤가에서 몇날 며칠을 보내고 있을 때 집사가 손님이 왔다며 날 이끌고 저택으로 들어와서 거울 앞에 세웠을 때의 내 눈빛과 너무도 똑같았다. 하지만 소녀는 나의 그 눈빛보다도 더 슬퍼서 금빛의 투명한 눈물이 응고가 돼 버린 듯 하였다. “크흐흠, 흠.” 소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욕실 밖에서 집사의 헛기침 소리가 들리는 것을 봐서 필시 내 옷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만하고 나오라는 신호인 것 같았다. 간단하게 대충 씻은 난 수건으로 몸에 있는 물기를 닦고 밖으로 나가서 집사가 건네는 옷을 받아서 입었다. “레이디는 어디계시지?” “마님 방에 계십니다.” “그런가? 훗~” 죽은 어머니 방!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그 방에 한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가면 눈물이 나와 버릴 것 같아서이다. 울고 있으면 다 큰 녀석이 운다고 어머니의 환청이 들려서 꾸중을 들을까봐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소녀를 어머니 방으로 데리고 가다니....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무거워져만 가는 다리를 끌고 어머니 방으로 걸어갔다. 방문 앞까지 가는 것을 성공했지만 차마 열지는 못했다. 손잡이만 만지작거리며 다시 한번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안에서 문이 열리면서 소녀가 보였다. “레이디! 다 씻으셨군요. 저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눌까요?” “그러죠.” 어머니 방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므로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이곳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소녀는 흔쾌히 승낙을 하였지만 표정이 좋지 않았다. 어릴 적에 내가 입던 옷을 입은 소녀를 데리고는 집무를 보는 서재로 안내해서 들어갔다. 서재 안은 어느새 태양이 떴는지 햇빛이 환하게 머물고 있었다. 소녀에게 자리를 권하고는 내가 맞은편에 앉자 집사가 차를 가지고 와서 따르고는 밖으로 나갔다. 저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그 때부터 변함이 없었다. 잠시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내려놓고는 차를 홀짝이면서 마시는 소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보아하니 이곳 사람은 아니군요.” “전 여행자입니다.” 샤프란 사람들의 인상착의를 완전히 꿰뚫고 있는 내 눈에 처음 보는 소녀는 필시 이곳 마을과는 상관없는 사람일 것이다. 여행자라 소개를 한 소녀를 바라보며 왠지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듯 싶었다. 미쳐서 날뛰는 순딩이를 바라보는 그 담담한 눈빛을 보면 그 방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아무리 마법이 풀렸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대롱대롱 거리는 눈물을 흘려야 하는데 소녀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눌게 뭐가 있죠?” 무언가 급한 일이 있는 듯이 눈엔 다급함이 살짝 서렸다가 금세 사라졌다. “제 말이 광분하게 날뛰다가 레이디 앞에....이제 보니 이름도 묻지 않았군요. 이름이 뭐죠?” 레이디랄지 소녀라고 부르다가 어색해서 말을 하다가 생각을 해보니 이름을 모른다는 결론이 나와서 난 염치불구하고 이름을 물어보았다. “미스티라고 하죠. 그러는 댁은 누구죠?” “제 이름은 클레어라고 합니다. 미스티양. 아! 좀 전에 하던 말 이어서 하지요. 레이디 앞으로 달려간 말이 갑자기 온순해지는 그 현상이 궁금해서요.” 서로 통성명을 하고는 난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가 클레어씨의 외침을 듣고 피하려고 하다가 말이 온순해지는 그 이유를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그때는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눈은 벌겋게 생겼고, 침을 질질 흘리고 막 뛰어다니는데, 꼭 미친 것 같았어요.” 자신이 본 상황을 그대로 리플레이 해주는 실력을 지닌 미스티양은 이 상황을 빠져나가고 싶은지 내 시선을 은연중에 피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대화를 나눌 때 눈을 보면서 하는 법.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것은 난 당신과 말하기 싫어, 관심 없으니 꺼져 란 뜻이 담겨있다. “흠흠!! 그건 저 때문에 그럴 겁니다.” 은근히 내 잘못을 꼭 집어서 하는 말에 난 뜨끔하면서도 침착하게 포커 메이스를 유지하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실은 제가 마법사인데 그만 그 순딩이 녀석을 한번 다른 이미지로 만들어 버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마법으로 그렇게 만들어 버렸죠. 그러자 절 등에 태우고 아주 열심히 뛰어다니더군요. 말 등위에서 중심을 잡느라 정신이 없어서 마법을 해제할 시간도 없었고, 생각도 못했거든요.” “훗~그러니까 단순히 클레어님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놨다 이거네요? 그 깜둥이 녀석을 한번 이미지 변신을 해보려다가 아예 뒤집어 놓으셨군요.” 꼭 그렇게 집어서 말하지 않아도 되건만 은근슬쩍 내 잘못을 확대시켰다. 마을을 난장판으로 만들다니....난 그냥 사람들한테 비켜라는 말밖에 안했다. 음...이제 생각해보니까 마을에서 과일을 실은 수레를 넘어뜨리고 샤프란 밭을 가로질러서 꽃을 뭉개고, 팔려고 내놓은 빵들을 순딩이가 밟은 것은 생각이 나는군. 나중에 보상을 해줘야 겠어.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버서크라는 것을 한번 해봤는데 진짜로 걸릴 줄은 몰랐거든요.” 버서크를 써서 순딩이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설명을 했지만 미스티양이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마법사도 아닌데 마법 용어를 어떻게 알겠는가? 그냥 간단하게 파이어 볼이나 아이스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그런 하급 마법 정도는 일반 사람들한테 널리 퍼졌으니까 알 수 있겠지만은. “아~버서크라는 것이 뭔지 모르시죠. 제가 자세하게 가르쳐줄게요. 그건 한마디로 말해서 광전사 즉 미친X을 만드는 것이죠. 힘이 비정상적으로 세지고 이지를 상실하게 되는데, 버서크의 증상은 좀 전에 보았던 그 녀석과 동일합니다.” “네 알았어요.” 내가 마법 강의를 하고 있는 동안에 미스티양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더니만 끝나자 잽싸게 이해를 했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하지만 이런 고난위도의 마법은 듣는 것 만으로도 이해를 잘 못하는데... “마법사도 아닌데 이해가 빠르시군요.” “제가 원래 한 머리하거든요.” 하긴 머리가 좋으면 이해력이 뛰어나니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저 승리에 가득 찬 미소는 뭐지? 꼭 나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야 하는듯한 저 표정은? “그, 그러셨군요.” “그렇죠.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좀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나요?”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제가 이 마을을 지키는, 그러니까 수호자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아버지 때부터 샤프란에서 약간 떨어진 이곳에서 거주하면서 마을을 돌봐주셨다. 그 덕에 마을 사람들은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이것저것 가져다주시고, 덕분에 배부르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내 집 뒤엔 대량의 샤프란을 재배하고 있으니 이 만한 저택의 유지비를 벌고도 남을 정도였다. “아! 그러셨군요.” “네! 그렇습니다.” 짧은 대화를 하고는 더 이상 할말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서 정면만 바라보았다. 저 높이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눈빛을 지닌 미스티양은 차를 살짝 머금고는 내려놓았다. “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벌써 가시려고요? 아침 식사라도...” 아직 말이 끝나지 않았지만 진짜로 급했는지 미스티양은 서재를 나가버렸다. 그런데 길은 알려나 몰라. “워프” 오랜만에 공간 이동 마법을 하자 서재에서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렇게 약간 기다렸을까? 미스티양이 문을 열고 나왔다. “생각보다 늦게 나오셨군요.” “오다가 잠시 길이 헷갈려서요.” 이상하게 날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뭔가 결심을 한 듯 나를 지나쳐 뛰어갔다. “그런데 가시는 길은 아세요?” “당연히~모르죠. 초행길인데 알리 있겠어요.” 모르면 약간 부끄럼이라도 타면서 말을 하는 게 정석인데 미스티양은 당당하게 말하고는 날 바라보았다. 어차피 이곳과 마을은 약간 거리가 있으니 미스티양이 뛰어간다 하더라도 중간에 지쳐서 걸어갈게 뻔한 일이므로 난 순딩이를 불렀다. “휘이익~” 휘파람 소리만 들리면 무조건 나오는 녀석! 처음엔 내가 소리를 내자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역시 주인을 알아보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가 하인이 무심결에 휘파람 소리를 내자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주인 소리도 못 알아듣는 녀석. 그래서 하인들에게 휘파람 소리는 내지 말라고 명했다. 까만 털이 윤기가 돌아서 햇빛에 반사가 되어 번쩍번쩍 빛이 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마굿간 지기가 열심히 씻고 닦아 주었는지 아까의 그 더러움은 사라지고 오로지 어둠보다 더 어두운 빛을 발했다. 곁으로 다가온 순딩이를 올라타고는 미스티양에게 손을 내밀자 미스티양은 자신의 손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손을 잡았다. 여행자임에도 불구하고 하얀 피부의 살결을 지닌 미스티양은 손가락 역시 하얗고 조금만 잘못 잡으면 생채기가 날 것 같았다. 내 손에 잡힌 조그마한 손을 잡고는 위로 끌어당겨서 내 앞에 앉혔다. 역시나 무게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아서 약간의 힘밖에 쓰지 않았다. “어디로 가시는지요. 제가 바래다 드리죠.” “샤프란 여관으로 가주세요.” 샤프란 마을에서 고급으로 취급되는 여관에 투숙하는 미스티양은 돈도 많은가 보다. 순딩이는 나와 미스티양을 태운 채 달렸다. 아침 공기의 상쾌함이란 이루 말을 하지 못할 정도다. 정문을 통과한 녀석은 더 가속을 붙였다. “무섭지 않나요?” “무섭지 않은데요. 이런 일은 여행자에겐 흔히 있는 일이니깐요.” 일반 여행자가 아닌 듯 하지만 말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여행자의 표본이었다. “후훗~그렇군요.” 가속을 붙인 녀석 때문에 미스티양의 긴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살짝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간지러움과 함께 은은한 향기가 느껴졌다.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은은한 향기는 내 코를 스치고는 사라져버렸다. 달리고 있는 말 위가 아니었으면 흩날리고 있는 미스티양의 머리카락을 잡고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 물씬 들었지만 참았다. 미스티양은 여행자니까 분명히 이곳을 떠날 것이다. 그러니 정을 주어서는 안 되니까. 여행자에게 정을 줘봤자 나만 속앓이를 해야 하니. 마을로 집을 하자 순딩이가 알아서 속도를 늦추었다.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됩니다.”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나와 미스티양의 만남은 끝이 났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안지 모르는지 미스티양의 얼굴엔 눈부신 해보다 더 밝은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미소를 짓던 미스티양은 여관이 보이자마자 내가 내려주기도 전에 내려서 단 한마디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고마워요.” 그 단 한마디를 듣고 난 다시 순딩이와 함께 마을을 벗어나서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언덕으로 올라왔다. 언덕위의 푸르른 나무에 기대어서서 그렇게 내려다보았을까? 얼마동안 보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점심때는 지난 듯 싶다. 마을 출구 쪽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말을 타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 중에는 푸른 머리를 한 미스티양도 끼어 있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히이잉~” 불확실한 질문을 하자 순딩이가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를 내었다. “그래,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 그 언젠가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황금빛 눈동자에 밝음이 서려있으면 좋겠지. 그리워하고 슬퍼하는 눈동자보다....숨기고 있는 듯 하지만 내 눈에 그게 안 보일 리 없지. 그 슬픈 눈동자에 키스 해주고 싶을 만큼 슬픈 눈동자가....” 다시 그들을 찾았을 땐 저 멀리 먼지 구름밖에 보이지 않았다. 단시간에 빨리도 가버린 것이다. “다시 만나면 뭐라고 하지? 음....잘 지내셨나요? 그건 너무 식상하고, 그럼 보고 싶었어요? 아니면....기다렸어요? 당신의 순결한 눈동자를 지닌 아이리스향의 영혼이 올 때까지... 넘 오래 기달리셨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프리실라 샤프란에서 벗어난 우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달렸다. 식사 때가 되면 멈춰서 식사를 하고 식사 끝나면 달리고, 해가 지면 잠자고, 하는 생활을 반복하였다. 이따금씩 조그만 마을들이 보였지만 충분한 물자만 사고는 그냥 무시하고 달렸다. 웬일인지 블루 녀석은 가기 싫은 듯 한 기색이 영력했지만 달리는 속도는 어느 누구보다도 빨랐다. 그리워하는 무엇인가를 보기 위해서인 것 같이.... 빨라지는 블루의 말을 잡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녀석의 눈엔 음영이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동안 농축이 된 듯한 음영은 지워지지 않았다. “하아~피곤해.” 단 두 끼의 식사를 하면서 며칠동안 달려서 그런지 피로가 쌓여만 갔다. 가브는 식사 준비를 하면서 고개가 자꾸 앞으로 수그러져 갔지만 리디가 옆구리를 찔러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음식을 만들었다. 가브의 따뜻한 마음이 깃들어져 있는 식사를 하면서 고마움이 담긴 미소를 지어주었다. 식사가 끝나자 일행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침낭을 준비하고는 잘 준비를 하였다. 굳이 불침번을 하지 않아도 돼지만 블루가 먼저 자청을 했다. 그런 블루를 두고는 침낭 속으로 몸을 뉘우고는 드래곤을 한 마리씩 세었다. 몸이 너무나 노곤한 나머지 잠이 쉽게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골드 드래곤 한 마리, 실버 드래곤 한 마리, 레드 드래곤 한 마리...... 25 마리까지 세다가 그것마저 귀찮아져서 천천히 일어나서 불가에 다가가 앉았다. “잠탱이 루나가 웬일?” 붉게 타오르는 불을 보며 내게 시선을 주지도 않으며 물었다. “잠이 안와서.” 나 역시 블루 녀석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점점 뚜렷해지는 별빛만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진해져 갈수록 점점 밝아지는 별들은 서로 어둠에 지워지지 않으려고 자신의 생명을 발산하듯 했다. “뭐가 급해서 그렇게 빨리 가는 거야?” 별에서 블루에게 시선을 돌리며 하는 말에 블루는 잠시 동안 뜸을 들이는 듯 하면서 감았던 눈을 떴다. 푸른 눈엔 붉은 불이 서려있었다. “그냥, 그러면 안돼는 거야?” 가라앉은 목소리에 그냥은 아닌 듯 싶었다. 내 질문에 반문을 하는 녀석이 오늘따라 외로워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밤중에 혼자 불가에 앉아서 불이 꺼지지 않게 나뭇가지를 집어넣는 모습을 봐서 그런가? “훗~그런 건가? 몰랐어.” 나의 짧은 말에 다시금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풀벌레 소리가 간간히 소리를 내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을 때 블랑슈 녀석도 잠이 들지 않았는지 풀벌레의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서 앞발로 헤치기도 하며 놀고 있었다.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들어줄 수 있어?” 숙연해진 분위기에 잘 맞는 단어를 골라 말을 하는 날 블루는 갸웃거리며 바라보았다.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확신에 찬 대답을 하지 않는 녀석에게 난 잠시 한숨을 쉬며 숨을 가다듬고는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블루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기엔... “간단해. 어디를 가든지 날 잊어버리지 않는 것, 그리고 날 버리지 않는 것.” 꼭 프로포즈를 하는듯한 대사이기 때문이다. 단지 뼈대의 말에 미사여구만 붙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내 말을 들은 녀석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피식 웃었다. “넌 절대로 잊지 못해. 그리고 내가 왜 널 버리겠어? 난 널 버리지 않아. 난 루나하고 결혼할거니까.” 확고한 대답에 난 불과 같이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전에 키스 사건이 있은 후로는 계속 말을 하고 지내지만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로 풀어진 듯 하다. “결혼 좋아하시네! 다른 여자나 알아 봐.”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쥐뿔만큼도 없어서 난 블루의 말에 코웃음을 하며 원래 있던 침낭이 있는 곳으로 가서 눈꺼풀을 닫았다. 드래곤을 세지도 않고 달콤한 잠을 잘 수 있는 난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블랑슈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어제의 풀벌레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간혹 짓이겨진 초록 벌레들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뭐 잘못 먹었냐? 예상외로 일찍 일어났네.” 가브가 음식을 만들고 있는 곳으로 기어가서 간을 보고 있는데 초장부터 맘 상하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몰라. 그러는 넌 아냐?” 손에 들고 있던 국자에 담긴 스프를 한 모금 마시며 블루에게 물었다. 하지만 블루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당연한거 아닌가! 대답할 구석이 없으니 그러지. 간단하게 뜨거운 스프에 딱딱한 빵을 찢어져서 적셔먹으며 동이 터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을 몰아낸 태양은 밑에서 하늘 위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뭘 멀뚱멀뚱하니 보고 있니? 스프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내 옆에 있던 오빠는 날 툭 건드려서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 다음에 블랑슈에게 식사를 챙겨주었다. “응. 알았어.” 스프 그릇과 손에 들린 빵을 번갈아 보며 순식간에 입안으로 구겨 넣고는 스프를 쏟아 부었다. 한참을 오물오물 거리며 씹어서 넘기고는 불씨가 남아 있는 나무에 흙은 던졌다. 먼지가 일어나면서 붉은 기운이 담긴 나무에 착지를 한 흙들은 까만색으로 물들었다. “출발 하지.” 출발의 소리가 들려와서 난 애마인 루즈를 타고는 쪼르르 달려와서 점프를 하며 정확하게 왼쪽 어깨에 착지를 한 블랑슈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내 얼굴을 핥았다. 따각 따각 거리는 말 발굽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왔다. 블루의 침묵이 일행들의 침묵으로 번질지는 몰랐다. 그렇다면 블루가 우리의 분위기 메이커였나? “물 먹고 싶어. 물 줘.” 식량 담당이자 요리 담당인 가브에게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 빵과 스프를 한꺼번에 쏟아 부어서 먹으면서 물을 마시지 않은 게 문제인 듯 하다. “여기 있어.” 가브는 작은 수통을 가방에서 꺼내서 내게 내밀었다. 수통을 받은 난 마개를 열고는 공중에 들고 입으로 부었다. 나만 마시는 물이 아니니까. 맑고 투명한 하늘빛으로 물든 물은 내 입술을 적시며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야만 옳았다. 하지만 물은 입안으로 들어간 게 아니라 내 볼만 적시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아까운 물 가지고 장난하지 마.” 허스키한 블루의 말에 난 뾰로통해졌다. “장난한거 아니야. 목표를 잘못 맞추어서 그러는 거야.” 젖은 볼을 소매로 대충 닦아 내고는 물을 마셨다. 목안의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가 되자 난 수통을 마개로 닫고 입술을 적신 물을 혀로 훔치면서 가브에게 넘겨주었다. 물을 마시느라 맨 뒤로 처진 난 일행들을 따라가는 듯한 신세가 되었다. 이렇게 늦춰지면 멈출 줄 알았는데 블루 녀석이 앞에서 속도를 더 올려버리자 나도 그와 똑같은 속도로 뛰어야만 했다. 물론 루즈가 뛰어가고 있는 거지만. 뒤처진 난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일행들 전부의 뒷모습을! 그 동안 앞쪽에서만 달려서 블루와 오빠의 뒷모습만 보게 되었는데.... 모두들 긴 머리칼을 바람에 내 맡기고 달리고 있었다. 푸른 머리로 돌아온 블루와 붉은 머리의 오빠, 그리고 금발의 가브와 녹색 머리의 리디, 환상적이었다. 4색이 한번에 바람에 어우러진 모습은 돈을 주고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왠지 저들 사이로 끼어들지 못하는 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뭔지 모를 이질감이 들었다. 드래곤 세 마리와 엘프 한명 사이엔 내가 끼어들 틈이 없는 듯 보였다. 내가 신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인간의 자아를 지고 있어서 그런가? “루나, 뭐하고 있니? 어서 와.” 앞쪽에서 달리고 있던 오빠는 뒤를 바라보며 내게 말했다. 그리고는 그 벌어지지 않을 듯한 틈이 생기며 날 받아들이기 위해 넓혀졌다. “응. 알았어.” 대답을 한 난 그 틈이 다시 좁혀지기 전에 루즈의 옆구리를 살짝 발로 찼고, 이에 루즈는 멀어졌던 간격을 좁히면서 그 틈으로 들어갔다. “뭘 하고 있었던 거예요?” 내 곁으로 다가오며 묻는 리디! “잠깐 구경 좀 했어. 멋있던데!” “그 구경이 뭐예요?” “훗~글쎄, 이건 나만의 비밀이야.” 비밀이란 말에 리디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분명히 날 잊지 않을 거니까. 이들은 분명히 날 버리지 않을 것이니까. 공국이 어딘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우린 곧 숲에 들어섰다. 평지에 있는 숲은 그렇게 울창하지는 않았다. 그저 평범한 숲이었다. 숲에서 노숙을 하게 된 우리. 난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를 모아서 가브에게 건네주었고, 가브는 그 나뭇가지에 불을 붙여서 음식을 조리하고 나머지 일행들은 침낭을 빼들고 준비했다. “식사도 했으니까 이제 잠이나 잘까.” 언제 잠자는 것도 허락을 맡고 잤는지 블루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을 하고는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하기야 블루는 불침번을 서서 피곤하겠지. 블루는 곧 잠이 들었는지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녀석을 한번 바라보다가 난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 있어야할 별과 달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툭 툭 툭 조그만 물방울들이 내 얼굴을 치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워터 실드!” 비가 오는 것을 느꼈는지 오빠가 물로 된 방어막을 쳐서 빗방울들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침범하지 못했다. 한참을 자고 있었을까? 난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꺼져가려는 불가로 가서 나뭇가지를 넣어서 다시 살렸다.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모닥불처럼 빗방울도 더 거세져서 워터 실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따뜻한 모닥불 곁에 쪼그리고 앉은 난 팔로 무릎을 감싸고 턱을 갔다 데었다. 그리고는 비가 오는 광경을 구경하였다. 비록 한밤중이었지만 다행히 모닥불이 있어서 빗줄기들을 볼 수 있었다.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있는 녀석들은 한꺼번에 땅에 떨어지며 그 존재가 더 커졌다. 왜? 난 비 만 오면 이런 증상이? 감상적이 되어 버린다. 이러기 싫은데....민희란 이름을 가지고 있을 때 마당에 떨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우산 하나에 의지하고 앉아서 떨어지는 빗줄기들을 구경하곤 했다. 어릴 적부터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나를 집안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언제나 나 혼자 뿐이었으니까. 혼자서 비가 오는 중에 우산을 쓰고 앉아서 땅바닥에 떨어져서 사방으로 튀기는 비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것만은 남아 있다. 욱신거리는 심장. 누군가 떠나버린 사람 때문인가? 하지만 그 당시엔 날 떠난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아니면 땅바닥에 떨어져 그 생이 끝나는 빗방울 때문에 그런 걸까? 그것도 아니다. 비 들이 땅에 떨어져서 다시 큰 바다에서 만나서 하늘로 올라가는데 그보다 좋은 게 어디 있을까. 감상적이 되어버린 내 곁엔 블랑슈가 와서 내 볼을 핥았다. 따스한 기운이 담긴 녀석 때문이지 몰라도 점점 눈이 감겼다.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다리가 그 명령을 거부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 “......나...” 흐릿하지만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에 팔에 묻혀있던 얼굴을 살며시 들고 눈을 떴다. 뿌연 눈동자를 몇 번 부비자 곧 정상 시력으로 되돌아 왔다. “응? 왜?” 내 앞에서 오빠가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며 얼굴을 덮고 있던 머리칼을 올려주었다. “처량하게도 잔다. 그러면 누가 동전이라도 던져주냐?” 동이 터오는 아침 초장부터 꼭 시비조로 된 말을 하는 블루 녀석! 이번 기회에 혼내주려다가 참았다. 내 꼴이 꼭 불쌍하게 쪼그려 앉아서 눈앞에 있는 깡통만 바라보고 있는듯한 포즈여서 블루의 말을 인정해서 참은 것은 아니다. 단지 블루녀석의 눈빛이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점점 녀석의 눈빛은 무엇인가로 한겹 감싸서 방어를 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식사 시간!” 가브의 그 한 마디에 난 블랑슈를 깨워서 불가에 앉아서 일명 가브표 스프에 딱딱한 빵을 찍어먹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식사를 한 다음 불씨를 끄고 각자의 말등위로 올라타고는 우리의 목표인 공국을 향해 달렸다. 아무 생각없이 그렇게 달리고 있을때 약간은 싸늘한 기운을 지닌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훑고는 뒤로 흘러갔다. 싸늘한 기운에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려는 찰나! “도시가 보인다.” 청명한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오빠는 한쪽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고, 이에 시선을 옮겨서 그곳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앞에는 큰 도시가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저 멀리 보이는 도시에 유희를 다녔었는지 블루는 왠지 모를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보통 때라면 이것저것 물어봤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묻지 못했다. 가슴 아픈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아서. “그럼 활기차게 들어가 보자고!! 나를 따르라!” 떨떠름한 기분을 날려버리기 위해 루즈의 옆구리를 살짝 쳐주자 제비보다 더 빨리 내달렸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는 가까워지는 만큼 커졌다. “와우~장난 아니게 큰데?” 엘프라서 말을 잘 다루는 가브가 앞질러서 세치기를 하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근데....도시 이름이 뭐야?” 가긴 가는데 도시 이름도 모르고 가기엔 영 뭔가 찝찌름해서 앞에 가는 엘프에게 물어보았다. “정말로 몰라?” 살짝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물었다. “모르니까 물어보지.” 전속력으로 달리며 말 안하면 죽일듯한 시선으로 쳐다보자 엘프는 마지못해 말을 꺼냈다. “나도 몰라~블루님이나 가르시미르님께 물어보던지~~” 언제 봐도 전혀 엘프 같지 않은 가브에게 한소리 했다. “넌 엘프도 아냐!” 악을 빼액 지르자 가브는 뭐가 그리 좋은지 헤~거리며 입을 열었다. “맞아, 나 엘프 아냐!.....루나 니 앞에서는 엘프가 아니야.” 뒤에 뭐라고 중얼중얼 거린 것 같았는데 말 발굽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우리는 온 순서대로 차례차례 줄을 섰다. 우리 말고 이름 모를 도시에 온 인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한 시간차로 가브가 일등 내가 이등 나머지 세 드래곤은 나란히 삼등, 이렇게 다섯이 줄을 섰고, 또 뒤에는 다른 인간들이 줄을 섰다. 검문을 하느라 기다리고 있을 때 간혹 여인들의 비명소리 비스 무리한 것이 들렸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외면하였다. 몸수색을 할때 여자들도 예외는 아닌 듯 진뜩함이 가득 든 불쾌한 미소를 흘리며 여인들의 몸을 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치는 것이 이해가 갔다. 몸수색 짐수색 등등을 하느라 시간이 꽤 오래걸렸지만 어느덧 우리들의 차례가 돼었기에 나와 가브가 정면으로 나섰다. 그러자 수색을 하고 있던 경비병들은 입에서 침을 떨어질 정도로 다물어지지 않은 입을 겨우 다물고는 내게 다가와 다짜고짜 아무 설명도 없이 손을 뻗었지만 한발자국 뒤로 빼서 피한 다음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경비병의 면전에다가 두개의 종이를 내밀었다. 하나는 가브의 카옌 왕국의 왕이 써준 종이 딱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제국 인증서. 두장의 종이를 본 경비병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식으로 서 있다가 곧 머릿속이 정리가 돼었는지 커다랗게 떠진 눈을 축소시켰다. 한 장은 가브에게 주고 나머지 한 장은 내가 다시 짐속에 넣자 경비병들은 인심 좋은 인상을 쓰기 시작했지만 그리 예쁘지만은 않았다. 아무튼간에 우린 단 두장의 종이로 인해서 경비병의 인사까지 받으며 편안하게 입성할 수 있었다. 아! 덤으로 이 도시의 이름까지 알 수 있었다. 경비병들이 마지막으로 한말에.... “프리실라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라고 했으니깐!! 그런데 무슨 놈의 도시 이름이 여자 이름에서 따왔는지.....차라리 아이리스라고 하면 더 나을 텐데. 헤~ 안으로 들어온 우리는 깔끔하게 정돈된 도시 안을 둘러보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저쪽에 여관이 있어.” 눈이 좋은 가브의 말에 우리는 여관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꽤 고급스런 여관 이예요.” 이젠 어느 정도 면역이 되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지 않는 리디의 한마디였다. “어서 오십시요. 손님!” 문 앞에서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소년에게 우리의 말을 맡기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얼마동안 머물 예정이십니까?” 카운터를 보고 있는 여자가 블루와 오빠에게 물어보았다. 겉모습으로 보기엔 난 그저 보호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나 보다. “글쎄요....확실하게 정하진 않았습니다. 우선은 3인실 방 하나하고, 2인실 방을....미스티! 그리디아하고 잘 거지? 휴~1인실 방 두개 주세요!” 내가 씨익 웃으며 도리도리를 해서 방 3개를 잡은 우리는 여관의 안내자로 보이는 남자를 따라가 배정된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각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풀고 있을 때 나한텐 짐이라고 해봤자 하얀 동물밖에 없으니 그 시간에 떼 빼고 광을 내고 있었다.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거품 목욕을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였다. “휴우~~아무래도 전번에 동굴에서 내가 잠꼬대를 심하게 했나봐! 그러니까 방을 잡을 때마다 물어보지.” 한참을 생각하고 있다가 요즘은 아주 가끔씩 연락을 하고 있는 카스에게 연락을 하고 물로 몸을 씻어내고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갈아 입어봤자 셔츠에 바지 정도지만. 머리에 스며든 물기를 닦아내며 아직도 욕조에서 물놀이하느라 정신없는 블랑슈를 꺼내서 마법으로 말려주었다. 내 몸 닦는 것은 괜찮은데 블랑슈까지 닦기에 귀찮아서. 화장대 앞에선 나는 보석들을 늘여 놓고는 이것을 달까 아니면 저것을 달까 하다가 그냥 관두고 침대로 올라갔다가 리디에게 끌려갔다. “이제 점심시간인데 퍼질러 자려고 하면 어떡해요?” 리디의 질책을 들으며 아래층 식당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오늘의 정식 5인분 주세요!” 아직 내려오지 않은 따식이들것까지 시키고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으니까 따식이들도 막 음식이 나올 때 느긋하게 내려왔다. “우리 것까지 시켰구나? 고마워!” 의자에 앉으며 하는 가브의 말에 짜증이 난 것을 날려버리고 씨익 웃어주었다. “뭘 그렇게 살벌하게 웃고...하하하....앞으로 빨리 나오면 되잖아!” 의미 없는 웃음을 살벌한 웃음으로 만든 블루에게 이게 살벌한 웃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려고 다시 한번 웃어주려다가 그녀석의 얼굴을 보고 참았다.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좀전에 한 말에 무슨 의미가 있을 텐데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나중에 천천히 조사나 해봐야지...흐흐흐 여느 때처럼 소량의 식사를 한 다음 나머지는 블랑슈에게 맡기고 잠 잘려니까 방에 들어오면 죽음이라고 미리 말해두고 위로 올라갔다. “흠...마법으로 이동하면 분명히 일행들한테 걸릴 텐데......그냥 뛰어 내려가기엔 너무 높아. 혼자면 내려가겠는데 보는 눈이 많으니깐 식사가 끝나서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러기엔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아. 에라 모르겠다. 마법이 안 된다면 신력을 쓰면 되지 뭐! 여기에 신전이 있어봤자 나를 잡아내겠어? 난 엄연히 환계에 살고 있는 신이니까 충분히 가능할 거야. 그럼 그러고 말고!”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면서 결론을 이끌어낸 나는 방문을 잠그고 좀 전에 여관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슬쩍 봐둔 골목으로 이동해버렸다. [이동] 신의 언어 즉 의지만으로 발동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것은 아주 편한 것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생각한 곳으로 이동한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아무도 본 사람이 없나 살펴보았지만 내 주변에는 아무 기척도 아니 숨소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천천히 골목을 대로변으로 나갔다. 한산하다고 말하기엔 사람이 있었고, 북적거린다고 말하기엔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그런 대로 활기가 넘쳐나는 도시였다. 도시에 대한 평을 끝내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낮에 열리는 상설 시장에도 가보고, 공원 비스 무리하게 조성된 곳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걸어 다녔다. “엥? 저건 뭐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우연히 발견하기 보다가 발견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크기를 지닌 동상이 보였다. 크기는 한 3미터 정도? 긴 머리를 휘날리는 듯한 여자의 동상이었다. 보통의 도시라면 신들의 동상을 세워 뒀을 텐데.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이 동상의 주인공은 누구지? “저 분은 이 도시를 건설하신 프리실라님 이시란다.” 내가 한말을 들었는지 옆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프리실라? 이 도시 이름이 프리실라 아니었나요?” 갸웃거리며 묻는 말에 할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맞단다. 저분의 이름을 따서 도시 이름을 프리실라 라고 지었지.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한 600년 전에 말이다.” 나를 자신의 손녀라 생각하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세히도 가르쳐주셨다. “프리실라님은 코에다르 왕국의 신왕의 딸 즉 공주님이셨지! 하지만 그때 당시에 신왕에게는 자식들이 많이 있으셨지! 그래서 그 권력다툼에서 빠지기 위해 여행을 하셨지. 그때 당시 몇몇 호위 기사들과 여행을 하시다가 점점 일행이 늘어났단다. 그 일행 중에는 검사도 있었고 정령술사, 마법사도 있었지. 그 중에 프리실라님은 마법사를 좋아하셨지. 그 마법사 이름이 뭐였더라?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이어서 나도 잘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여하튼 공주님은 이곳으로 오게 되었지. 이곳으로 오게 되면서 단 네 명이던 일행이 어느덧 20명이 넘어가게 되었단다. 이곳에 와서 공주님은 한곳에 정착을 하고 싶어졌지. 자신의 일행들과 함께!! 텐트를 치고 주변에 있는 나무와 돌을 구해서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 되었고, 주변에 떠돌아다니던 사람들까지 끼어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몇 년 만에 도시 다운 도시가 탄생하게 되었단다. 도시가 만들어지고 이곳 대장을 공주님께서 하시게 되었지. 대장이란 자고로 일이 많은 법!!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 중에 그분께서 사랑하시던 마법사가 떠나고 싶다고 말했지! 그리고 같이 가자는 말도....하지만 공주님은 가지 않으셨어. 왜냐고? 사랑하는 사람도 중요했지만 자신에게 이런 중책을 맡긴 사람들의 믿음을 배반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그 마법사는 막무가내였어. 공주님을 볼 때마다 같이 가자고 졸랐어. 그때마다 공주님은 그 마법사와 같이 가고 싶었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의 이곳을 버릴 수가 없었단다. 마침 일행 중에는 공주님을 사모하는 사람이 있었단다. 한마디로 말하면 삼각관계라고 할 수 있지. 공주에게 같이 떠나자고 말하는 마법사가 있었다면 그 남자는 공주님에게 결혼해달라고 했지. 과중한 업무에다가 두 남자의 말에 점점 스트레스가 쌓인 공주님은 어느 날 동시에 두 남자가 온걸 보고 결단을 내려야만 했지. 그 결단은 바로 마법사가 보는 앞에서 케사르라 불리는 남자하고 키스를 해버렸단다.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서....그 모습을 본 마법사는 씽긋 웃어주면서 행복하길 빈다고 말하고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지. 나중에 공주는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어버렸지. 하는 수 없이 케사르라 불리는 남자와 결혼을 했고, 아이도 낳았단다. 하지만 그 마법사를 잊지 못해서 사람들을 보내서 찾으라고 했지만 끝내는 찾을 수가 없었지.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녀의 임종이 다가왔을 때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왔었다고 하더구나. 공주님이 모든 사람들을 물리치고 그 로브의 남자와 단둘이 남았을 때 이런 말을 하였지. ‘사랑했어요! 지금도.....’ 그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로브의 모자를 젖혔지. 로브의 남자는 놀랍게도 그 마법사였어. 그것도 하나도 늙지 않은 젊었을 때의 모습을 하고 있는....그 모습을 보고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공주님은 눈을 감으셨고, 마법사는 돌아가신 공주님에게 작별의 키스를 하고 ‘난 널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프리실라!’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어.” 할아버지의 길고도 긴 러브 스토리 비스 무리한 것을 들으며 씨익 웃으며 물어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계세요? 그런 비사까지?” 핵심을 파고든 말에 할아버지는 잠시 흠칫하시더니만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꼬마 아가씨께서 너무 예리하구나. 보통 사람들은 그 말을 하면 눈물을 짜고 다른 얘기는 없냐고 물어보는데...그렇게 째려보지 말아라. 말해줄게! 내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면 내 조상님께서 하신 말씀이기 때문이다. 좀 전에 이야기하면서 말해줬잖아.” “아하~혹시 그 조상님이라는 분이 정령술사 였나요?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정령을 풀어서 몰래보는 스토커?” “흠흠!! 정령술사는 맞는데 스토커라니? 단지 그분께서도 공주님을 사모하셔서 벌인 일이야.” 헛기침을 하시면서 스토커는 절대로 부인하는 할아버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여관으로 길을 잡았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다가 해가 뉘엿뉘엿 지는 게 보였기에......돌아서서 가는 내 뒤쪽에서 할아버지가 큰소리로 말했다. “애야~아까 말한 마법사 이름이 생각났구나! 블루 라고 한단다. 블루~” 두 손을 들어서 주변의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말하는 할아버지에게 씽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런데 내가 왜 그 얘기를 했지? 잘 안하는 얘긴데....” 루나가 떠나고 난 자리에서 여전히 동상을 바라보고 한 할아버지의 한마디였다. “훗~그러니깐 그 비운의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이 블루였단 말이네. 이걸 발설해 말어?” 어떻게 하면 더 좋을까 하면서 고민을 하다가 탄탄한 무엇인가와 부딪히게 되었다. “앗!” 부딪히며 넘어지려는 나를 누군가가 내 허리를 잡아주어서 넘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 있는 꼴이 누군가에게 안긴 그런 야한 포즈를 만들어내었다. 원래 철면피여서 그런지 난 앞을 당당하게 바라보았다. 내 허리를 잡아주어서 넘어지지 않게 한 사람은 바로 남자였다. 남자.....새하얀 피부에 갸름한 얼굴! 오똑한 코 하며 핑크빛 입술과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검은색의 눈동자와 긴 은색의 머리카락, 차가운 이미지를 지닌 남자였다. 다른 놈이었으면 여자라고 할법했지만 내가 보기엔 완전히 남자였다. 신인 내가 남자하고 여자를 구분하지 못할까. 그런데 이 모습을 어디서 본 기억이.... “죄송합니다. 제가 딴 생각을 하느라....” 그 남자의 품에서(?) 떨어져나가면서 진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숙이고 사과를 하였다. 이렇게 사과를 하면 자신도 잘못했다느니 아니면 눈을 어디다가 두고 다니냐는 말이라도 나와야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숙였던 머리를 들어오려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순간 그 남자하고 눈이 마주쳤다. “저, 저기요.....혹시 말을 하지 못하세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만 빤히 보기에 갸웃거리면서 말하자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으시나요? 이를 어쩌지? 흠~신전이라도 가보세요. 제가 여긴 초행이라 잘 모르겠지만 다른 분에게 물으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거예요. 아차차차~~내가 한말이 들리지 않겠지? 그렇다면 음.....” 한참을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종이와 펜을 찾아서 아까 한말을 써주고는 그 남자가 볼 수 있도록 들어올려 주었다. 이렇게까지 했으면 어떠한 반응이라도 보여야 할 텐데 여전히 나만 빤히 보고 있었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기분 나쁜 미소도 지어 보인 것 같았다. “글도 모르시나? 그럼 어떻게 하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까?” 왠지 덤으로 떠맡게 된 이 남자를 어서 해결하고 여관으로 들어가야 했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저기에 있는 남자가 누구냐고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뭔지 모르겠지만 쉬쉬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여자들에게도 물어보니 그 남자를 보고 얼굴을 붉히고 도망만 갔다. ‘제발 말 좀 해달란 말이야?’ 내 맘속에 절규를 들었는지 수염을 기른 중년의 아저씨가 그 남자가 있는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너무 심하게 뛰어왔는지 숨을 잘 고르지 못하고 ‘헉!헉!’ 거리만 하였다. “저기 아저씨, 뛰어오느라 힘드시겠지만 혹시 이 남자 분을 아세요?” 하고 묻는 말에 중년의 아저씨는 머리를 상하로 움직였다. 이 남자에 대한 일이 빨리 끝낼 수 있는 희망감에 기쁨의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누군데요? 제가 오늘 이곳에 와서 잘 모르거든요.” 갸웃거리며 하는 말에 그 아저씨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식으로 쳐다보며 나에겐 시선도 안주고 그 남자에게 얼굴을 돌려 말했다. “케사르 도련님! 이곳에서 도대체 뭐하고 있는 겁니까? 지금 저택에서 총 비상 출동 령이 떨어져서 도련님을 찾아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아저씨가 톡 쏘아붙이자 드디어 그 남자의 입에서 말일 튀어나왔다. “그래서?” 차갑기 그지없는 말이었지만 난 배신감이 들었다. 내가 말을 걸었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자신의 가신인 듯한 남자에게 말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비천하게 보여서 그런 거야? 이거 자존심 상하는군. 이래 뵈도 일국의 공작인데...쳇 기분 나빠. 다시는 너하고 말하나 봐라. 환한 미소를 거둬들이며 무표정한 모습으로 되돌아 왔을 때 또 한소리가 들렸다. “그래서라뇨? 그래서라뇨? 그게 말이 됩니까? 케사르 프리실라님! 어서 프리실라 대공 전하께 가보세요. 지금 잔뜩 화가 나계시니깐 요. 저녁에 무도회가 열리는데 이렇게 밖에 계시면 어떻게 하나는 겁니까?” “답답해서 나왔다.” 기나긴 말을 하는 아저씨와는 달리 짧게 말을 하는 놈 ‘엥? 잠깐...케사르 프리실라? 그리고 대공? 그렇다면 이곳 프리실라는 코에다르 왕국의 공국인가? 어쩐지 도시치고는 크다고 했어. 그것보다 저놈 성이 프리실라 라고 했지? 그렇다면 프리실라 대공의 아들 고로 다음대의 대공이 될 놈이라는 건데 말하는 것하고 하는 행동을 보면 앞날이 걱정되는구나. 그건 그렇고 난 또 왜 여기 있냐? 어서 가야하는데.’ 한꺼번에 들어온 자료를 종합 검토한 다음에 여전히 말 많은 아저씨의 말을 정중히 끊으며 내가 드디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분..그러니까 프리실라 도.련.님.의 심복인 것 같은 아저씨가 오셔서 다행이네요. 프리실라 도.련.님! 제가 그렇게 비.천.해서 말을 걸었음에도 아무 말도 해주시지 않으신 겁니까? 실망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두 분께서 하신 말씀을 끊어서 죄.송.합.니.다.” 나의 트레이드마크인 무표정을 고수하며 뒤로 홱 돌아서서 발 닿는 곳으로 가버렸다. 그리고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가서 방으로 돌아왔다. * * * * * * * * * * * “도련님! 저 소녀는 누구 길래.....”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섬기는 분이 어느 한 소녀를 보고 살며시 웃고 있는 게 보였기에 물어보았다. “나도 잘 모른다.” 여전히 짧은 말을 하는 케사르 “그랬나요? 그건 그렇고 어서 가시지요!” 앞장서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케사르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그만 소녀가 사라진 곳만 바라보았다. “도련님!!! 뭐하시는 겁니까?” 악을 빽 지르자 그제서야 케사르의 눈이 돌려졌다. 그리고 한마디를 던지고 간 말에 중년의 아저씨는 경악을 하고 있을 틈이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만하는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좀 전에 있던 소녀를 찾아라! 그렇지 않으면 난 절대로 무도회에 가지 않을 것이다.” 한숨을 쉰 중년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아저씨는 기사들을 시켜서 푸른 머리에 금색의 눈을 한 자그마한 소녀를 찾아라 는 비상령을 내리고 자신도 뛰었다. * * * * * * * * * * * * * * “오랜만에 혼자 다녔더니 피곤해. 그건 그렇고 아까 그 케사르라고 하는 놈...기분 나빠. 다시는 안 만났으면 좋겠어!” 혼잣말을 하고 옆방에 있는 리디에게 갔다. “리~이~디~이~식당으로 내려가자.” 문을 열며 하는 말에 리디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내옆에 찰싹 붙었다. “미스티님! 잘 주무셨어요?” 벌꿀이 진득하게 묻어 나는 말이 저녁을 먹고 밖에 나가서 구경하자는 말로 들렸다. “아,아니...못 잤어. 악몽을 꿨거든!” 변명의 말에 리디는 침울해졌는지 추욱 쳐졌다. 왜 자기가 분위기 잡고 난리야?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테이블에 앉아서 일행들이 모이기만 기다렸다. 여전히 느긋하게 도착하는 일행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곳이 프리실라가 공국이야?” 신중하게 물어보자 오빠도 신중하게 답했다. “사람들은 편하게 그냥 도시라고 말하지만 이곳과 그 주변의 광대한 땅이 공국이지. 프리실라 도시를 건국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공국으로 높여지게 되었지. 아마 이 도시를 세운 사람이 코에다르 왕국의 공주라고 했다지 아마?” 오빠가 여기까지 말하고 있을 때 블루의 안색은 더 창백해져 갔다. ‘바보...어차피 600년 전에 있었던 일은 유희잖아. 그런데 왜 저러는 거야. 진심이었던 거야? 그 공주를 사랑한 게? 그렇다면 날 좋아한다고 말한 것은....유희였니? 이제 보니 니가 유희를 나왔다는 것을 깜빡 했구나. 미안해.’ 여러모로 배신감이 든 나는 기분이 나빠졌다. “뭐해? 식사 안 시켜?” 자신의 얘기를 듣고 퉁명스럽게 말한 나를 쳐다본 오빠는 웨이터를 불렀다. “간단한 걸로 5인분....”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한 무리의 기사들이 달려왔다. 그리곤 나를 정확하게 가리키면서 다가왔다. “너 뭔 짓했냐?” 가브가 물어봤지만 난 죄진 적이 한번도 없었으므로 도리도리를 하였다. 마침 2미터내로 들어선 기사 중에 나이를 좀 먹은듯한 인간이 입을 열었다. “저분을 뫼셔라!” “엥?” 에스코트를 해주려는지 내게 손을 내밀었지만 난 손 잡기를 거부하고 의자에서 일어나서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우리들만의 시간을 방해한 기사들 때문에 기분이 상했는지 오빠가 정중하게 물어보았다. “케사르 도련님의 명으로 왔습니다. 푸른 머리에 금빛 눈을 한 소녀를 모셔오라고 했기에 프리실라를 뒤지다가 레이디께서 이곳으로 들어간걸 봤다는 사람의 제보로 오게 되었습니다.” 절도 있는 말에 오빠는 ‘너 뭔 짓 저질렀냐?’ 하는 식으로 쳐다보았고 난 무조건 도리도리를 하였다. “죄송하지만 미스티가 가기 싫어하는군요! 그러니....” 가브의 말을 하고 있을 때 나에게 다짜고짜 다가와 내 팔을 잡고 끌고가려고 하였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질질 끌려가고 있는 도중에 난 소리를 질렀고, 그와 동시에 일행들 모두 전투태세로 들어가자 여관 안에 있던 사람들과 기사들은 흠칫거렸다. “레이디께서 가시지 않으시면 저희들은 모두 목이 잘립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제발 저희들과 같이 가주세요.” 애원조로 말하자 난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일행들과 같이 갈수 있게 한다면 생각해 보죠.” 내 말을 들은 기사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승낙을 하고 옆에 있는 기사에게 뭐라고 소곤거리자 그 기사는 잽싸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럼 저희들을 따라오시지요.” 밖으로 안내하자 따라 나가 보니 커다란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저기에 올라타십시오.” 우리의 말도 듣지 않은채 반 강제적으로 밀어 넣더니만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 케사르(여기에서 블루가 찡그렸다.) 라는 인간이 널 어떻게 알고......” 오빠의 질문에 더 깊은걸 물어보기 전에 말을 끊어버렸다. “좀 전에 여관 찾느라고 돌아다닐 때 봤겠지? 아~이 몸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르는구나!” 닭살 돋는 말에 리디와 블루를 뺀 나머지 뭐 나머지라고 해봤자 딸랑 두 명은 몸을 으스스 떨면서 대패로 밀고 있었다. 한참을 가더니 갑자기 마차가 멈추었다. 아마 목적지에 다 와서 그런 거 겠지? “다 왔습니다. 내리십시오.” 마차 문을 열면서 우리에게 내릴 것을 권하고 있었다. 마차 밖으로 나오자 “헛~무지 크다.” 리디가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한말이었다. 리디 말대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였다. 그래봤자 왕궁과 황궁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쩝 “여기부터는 저 시녀들을 따라가십시오.” 정중하게 말하고 나서 기사들은 말을 끌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남은 우리는 시녀들을 따라 한 건물로 들어갔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여기서 치장을 한다거나 하는 곳은 아니겠죠?” 이미 여러 차례 겪어본바 있는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제발 아니라는 대답이 나오기만을 바랬지만 헛수고 였다. “왜 아니겠습니까? 저희들은 프리실라 도련님의 명으로 여러분들을 꾸미기 위해 이곳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깔끔하고 뭔가가 있는 듯한 말투로 말하고는 각각의 방에 우리들을 찢어서 하나씩 집어넣고는 본격적으로 치장하는 것을 시작하였지만 시간이 빠듯한가 대충대충 하는 듯 하였다. “아름답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분은 처음입니다.”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하는 말에 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난 완전히 광대 같았다. 어깨까지 폭 패인 하늘색 드레스에 굽이 높은 구두,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머리카락에 진주로 된 줄을 머리에 고정시켜서 아래로 내려오게 하였고,(으아악~꼭 인어 공주 같아!!) 목에는 블루 사파이어가 박힌 목걸이..팔에는 흑요석을 가공한 것으로 보이는 팔찌를 채워주었다. 그 전에는 더 많은 장신구로 치장되어있었지만 내가 하지 않겠다고 생떼를 써서 겨우 이 정도에서 중단할 수 있었다. “밖으로 나가시면 안내하는 사람이 와 있을 겁니다.” 시녀에게서 드디어 해방될 수 있다는 말에 난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이번에도 내가 제일로 늦게 나왔는지 일행들과 안내하는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옷!! 옷이 날개라더니 멋진데?” 장난을 걸어오는 오빠! “옷이 날개라고 해도 옷걸이가 받혀줘야 되는 거 아닌가?” 우스개 소리에 한번씩 웃고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 그 건물을 나갔다. 마차를 탈 때부터 인상이 굳은 블루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표정에는 ‘저건 내가 만들었는데, 저기에서 누구하고 같이 있었는데....등등’이 나타난 듯 했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지만. “아까부터 블루님이 이상해요.” 뒤를 슬쩍 돌아보고는 내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냅둬!” 그렇게 우리의 짧은 대화가 끝나고 약간의 시끄러움이 나는 건물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 짜증나. 시끄러운 건 싫은데, 더구나 거의 모든 힘을 봉인해서 무지 힘들다구.’ 나의 아우성에 상관없이 안내하는 사람은 시끄러움에 극치를 달리는 곳으로 안내하였다. 커다란 문 앞에는 몇몇의 기사가 붙어서 지키고 있었는데 안내하는 사람은 우리를 힐끔 돌아보고 그 기사에게 속삭이자 기사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케사르 프리실라 도련님의 친구 분들입니다.” 우리의 이름을 모르는 관계로 나도 모르게 그 싸가지에 밥 말아 먹은 놈의 친구로 둔갑하여 무도회장에 들어서게 되었다. 한참 시끌뻑짝하던 무도회장은 써~얼~렁 해졌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갑작스레 썰렁해진 분위기에 리디는 무언가 잘못해서 그런 줄 알고 얼굴을 붉혔다. “아니...잘못한건 없어!” 머리에 열이 나는 것을 느끼고 조용한곳으로 가고 싶다는 바램이 들었다. 우리들은 그놈의 친구라는 것으로 불리워졌다는 점만으로 도마 위에 오른 생선 신세였다. 어떻게 하다보니 쭉쭉 찢어져서 각자가 많은 인간들에 파묻히고 말았다. 처음으로 나와 떨어져서 인간들에게 질문을 받게 된 리디는 멀리 떨어진 날 보고 도와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그곳으로 가진 못했다. 나도 리디와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그리고 원래 귀족이었던 오빠는 여자들의 입에서 ‘꺅꺅’ 소리가 나오게 만들 정도의 입담으로 대처하였고, 이젠 이 정도는 어느 정도 이골이 난 가브는 담담하게 있었다. 문제는 바로 퍼런 드래곤이었는데 들어오자마자 술만 들이켜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들이 접근하고 싶어도 가지 못하고 5미터 전방에 둘러싸여서 힐끔거리기에 바빴다. “저어...죄송하지만...동료들한테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수줍게 말하는 듯 띄엄띄엄 말하자 남자들은 길을 열어주었다. 열려진 길로 난 곧장 블루에게 다가가서 마시던 노란 위스키가 담긴 잔을 낚아챘다. “뭐 하는 짓이지?” 꼴에 드래곤이면서 술에 취한 듯 혀가 약간 꼬부라진 소리를 하였다. “그러는 넌 뭐 하는 짓이야? 아무리 이곳에 있는 술이 공짜라고 하지만 오자마자 술부터 들이키는 인간이 어디 있냐? 보는 사람 생각을 해줘야지.” 내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던 블루는 의자에 털썩 앉았다. “니가 상관할 바 아니잖아.” 퉁명스럽게 말하는 블루는 내가 알던 놈이 아닌 듯 하였다. ‘어쭈~이제 개기네?’ “우린 일행이니까 상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우린 초대를 받아서 왔어. 그럼 그 만큼 응해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전에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야! 인간처럼 연연해하지 말라고.” 톡 쏘아붙인 나는 술잔을 테이블 끝에 놓아두었다. 술을 못 먹게....술잔을 들고 있기 귀찮아서. “프리실라 대공 전하 내외분과 도련님 드시옵니다.” 팡파르가 터지듯 크게 외친 기사의 말에 모두 그쪽으로 관심을 쏟은 관계로 충분히 의심받을 말을 듣지 못하였다. “미스티님~블루님!” 리디 역시 모든 이의 관심이 저쪽으로 쏠려서 간신히 빠져나온 듯이 보였다. 그렇게 해서 모든 일행들이 블루가 앉아 있는 의자를 중심으로 모이게 되었다. “이렇게 모인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중략)........그럼 지금부터 무도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꽤 기나긴 말을 한 것 같았지만 그쪽에 신경을 끈 관계로 다 듣지는 못했다. “오늘 프리실라님의 첫 번째 춤 상대는 좋겠다.” 귀족 영애로 보이는 인간은 입술을 삐죽이 내밀며 말하고는 자신의 옷차림새를 다시 보는 듯 손으로 이곳저곳을 만지고 있었다. ‘헹~겨우 그깟 춤 상대가 뭐가 좋아서? 나 같으면 절대로 사양이다.’ 속으로 주저리주저리 하던 나는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오빠 나하고 춤출래?” 이왕 온 김에 화끈하게 놀다가 가자는 심산으로 말을 하자 오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로? 넌 춤추는 거 싫어하잖아.” “오늘만 특별히 추는 거야.” “하지만 첫 상대는 다른 사람과 하는 게 좋을 듯 싶은걸?” 웬일로 춤추자고 하는데 사양을 하고 내 뒤쪽으로 시선을 돌렸기에 나도 따라서 얼굴만 뒤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 싸가지 만땅이잖아? 이쪽에 춤추고 싶은 여자라도 있나?’ 물 좋은 여자라도 있나 하고 둘러보았지만 이쪽에는 나와 리디밖에 없었다. ‘리디하고 하겠지. 그런데 이놈의 얼굴은 왜 망가지기만 하는 거야?’ 케사르가 다가옴에 따라 블루의 안색은 더 안 좋아 졌다. 자신의 이름을 대변한 듯이 얼굴이 푸르딩딩해졌다. “그,그녀 하고 닮았군. 쿡쿡!”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혼잣말을 하게 된 블루,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얼굴을 돌린 나는 슬쩍 앞으로 그러니까 그 싸가지 만땅 자식하고 만나지 않게 걸어갔다. 하지만 내가 멀어져 가면 갈수록 그 녀석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어쩔 수 없이 벽과 등을 나란히 한 나에게 케사르 프리실라는 내게 한쪽 무릎을 굽혔다. “레이디....저 하고 선곡을 추시겠습니까?” 차가움이 묻어나는 말을 하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어쭈구리? 아까는 내가 묻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라도 분거야?’ “죄송하지만 프리실라님! 사양하......” 정중하게 거절할 생각으로 말했는데 이놈의 싸가지 만땅은 내말이 끝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내 팔을 잡고 무도회 정중앙으로 끌고 가버렸다. “뭘 하는 건가? 음악을~” 나와 자기 아들이 중앙으로 나오자 대공이라는 작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악사들에게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한숨을 쉬며 난 싸가지 만땅 녀석과 춤을 추어야만 하였다. 흰색 제복을 입은 싸가지 만땅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져 있는 듯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비웃음이 자리를 잡고 있는 듯 했다. “비천하기 그지없는 소녀에게 무도회에 초대해 주어서 무안한 영광으로 여기겠으니 여기서부터 찢어지도록 하죠.” 무표정을 고수하며 짜증난다는 투로 말을 하였다. “아직....춤이 다 끝나지 않았소.” ‘호오~그러면 춤만 다 추고 나면 끝난다는 말이지? 이렇게 좋을 수가.’ 속으로 기분이 좋아서 씨익 웃고 있으면서 여전히 겉모습은 딱딱하게 굳어있는 모습을 고수하였다. 발에 땀나게 뛰고 나니 첫 곡이 끝났다는 것을 느끼고 음악이 멈추자마자 잽싸게 케사르에게 잡힌 손을 뿌리치고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갈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모두 무도회를 즐기느라 아무도 없었다. 오빠도 가브도 여자들하고 춤을 추고 있었고, 리디는 전에 내가 틈틈이 가르친 것을 실천하기 위해 호남형으로 생긴 기사와 춤을 신청 받고 무도회장으로 이끌려 나가고 있었다. 남은 놈은 블루인데 이놈은 여전히 술만 묵묵히 마시고 있었다. “휴우~진정 내가 힘들어 할 때 도움이 되는 놈들은 없군.”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한 병의 브랜디와 브랜디 글라스를 들고 베란다로 나가 버렸다. 마침 베란다에는 의자 하나와 조그만 테이블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어서 이게 웬 떡이냐를 외치며 난 천천히 앉았다. 구두 때문에 혹사당하고 있는 발을 쉴 수 있게 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하였다. 온통 까만 세상에 보름달과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던지 눈물이 눈동자를 적셨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저런 밝고 예쁜 달이 뜨고 있겠지? 저 달도 별도 똑같은데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다른 곳에서 보고 있을 텐데...만날 수 없어.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왜 생각이 나는 거지? 잊어버리기로 했는데....내겐 이젠 필요 없잖아? 그래! 잊는 거야. 나를 잊어버린 그들을 이번엔 내가 잊어주는 거야. 그래야 피장파장 아니겠어? 잊어..잊어...” 열심히 자시 최면을 걸면서 손에 들고 있던 브랜디를 한 모금 마셨다. 입안에서 알싸한 포도 향과 더불어 달콤 쌉싸름한 맛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자 입에서 포도향이 진하게 베어져 나왔다. ‘흠....꽤 오래 숙성된 술인가? 여관에서 일행들 몰래 마시던 술보다 부드러우면서도 자꾸 땡기게 만드는데?’ 다시 한번 술잔에 담긴 붉은 브랜디를 한 모금 마시다가 갈증이 나는 것 같아서 원샷을 하였다. 이 정도의 술에 취하지는 않지만 기분이 나빠 있는 관계로 취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빈 그라스에 브랜디를 가득 따라서 원샷을 하고 다시 따라서 원샷을 하려고 입술에 글라스를 가까이 가지고 갔을 때 어떤 기분 나쁜 인간이 뺏어서 자신이 마셔버렸다. “술이 너무 과한 거 같은데.” 내 앞에는 얼음보다 더 차가운 시선을 가진 녀석이 자신의 자리를 뺏긴 것에 대해 시위를 하듯이 거만하게 브랜디를 마시며 서 있었다. “천만예요. 이 정도 가지고.....그런데 고귀하신 도련님께서 이곳은 웬일이십니까? 혹시나 이곳이 도련님의 지정 좌석이었나요? 죄송하군요. 비천하기 그지없는 소녀가 의자에 앉아서 더럽혔으니...이만 자리를 뜰까합니다. 설마하니 이것까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건 아니겠죠?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곳에 더 있기 싫으니까요.”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맘에 없는 말이 주저리주저리 잘만 나왔다. 의자에서 막 일어서려고 할 때 술기운에 비틀거리자 케사르가 어느새 다가왔는지 날 받혀주었다. ‘몸놀림으로 봐서 소드 마스터 경지에 다다른 것 같군!’ 나름대로 어린 나이에 훌륭한 경지에 들어선 싸가지 만땅의 재능이 놀라웠다. “고맙습니다. 그럼 전 이만....” 받혀져 있는 손을 뿌리치고 몸을 돌려서 나가려고 할 때 뒤에서 내 오른 손목을 잡아챘다. “아까 말했지요? 자리를 뜨는 것에까지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고? 여긴 내 영역이니 허락을 받아야 하오. 그래서 난 레이디가 이곳을 떠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생각이요.” 내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어서 그런지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기에 얼굴을 찌푸렸다. 굳이 앞에 있는 녀석에게 예쁨 받으려고 행동하는 건 아니니까. “이 손 놔요. 전 갈 겁니다. 고귀하신 도련님이 뭐라고 해도 이 나라가 명망 한다 해도 갈 겁니다.” 인상을 찌푸리며 하는 말에 내 손목을 잡은 손을 끌어당겨서 나까지 옵션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난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난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모습을 보느라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랑 따윈 믿지 않는 내가 당신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십시오.” 이제껏 하오체로 말하던 싸가지 만땅은 경어를 쓰기 시작하였다. “전 사랑을 믿지 않아요. 그리고 전 당신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이성으로써 사랑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절 당신의 잣대로 재지 마십시오. 커다란 권력을 잡을 수 있는 프리실라님과 결혼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고자 하는 그런 여자로 보지 마세요.” 하고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완력에서 딸린 나는 헛수고만 하였다. “난 이제껏 프리실라의 권력 다툼의 가운데 있으면서 어릴 적부터 사랑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그리고 냉정하고 잔혹하게 살아갔습니다. 조그만 잘못을 해도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죽여 버렸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만난 후로 전 바뀌었습니다.” “이거 놓으세요.” 고집은 누구를 닮았는지 놓아라 해도 안 놓던 놈이 내가 마침 몸을 뒤로 빼며 놓으라고 하자 놓아 버렸다. 그래서 난 관성의 법칙에 따라 쓰러졌다. 아니 쓰러지려고 할 때 그 싸가지 만땅이 어느새 내 뒤로 왔는지 쓰러지기 전에 한쪽 팔로 등이 걸쳐지게 하여 난 비스듬히 서있었다. 비스듬히 서 있게 된 까닭으로 내 얼굴은 뒤로 젖혀져서 그 놈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달빛을 받아서 그런지 은빛의 머리카락은 은은하게 빛을 내었고, 붉은 입술은 점점 커지기만 하였다. 커져? 점점 다가오는 키스의 급습에 난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러자 차갑고 물컹한 것이 내 볼에 느껴졌다. 기분이 나빠진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미스티~미스티~어디 있니?” 언제나 사랑스럽지 마지않은 이곳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의 오빠가 날 간절하게 찾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답하기 위해서 어정쩡한 자세로 케사르 녀석에게 잡혀 있었지만 소리를 질렀다. “오빠~나 여기 있어~” 그 한마디에 케사르 녀석은 움찔하며 날 풀어주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던 나는 뒤돌아서 무도회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미스티 어디 있었던 거야?” “그냥 심심해서...이제 돌아가자.” 시스터 콤플렉스에 거린 것처럼 날 아주 위해주는 오빠의 목소리에 속으로 감사를 표하며 더 이상 있기 싫어진 이곳을 빠져나가버렸다. * * * * * * * * * * * * * * * 까만 밤하늘에 떠있는 밝은 빛을 내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이름도 못물어본 푸른 머리에 금빛 눈을 가진 그녀.....뭔가를 그리워하며 촉촉하게 우수에 젖은 눈동자. 처음 보는 눈동자에 마음이 끌렸다. 뭔지 모르게 보호본능을 일으키면서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싫어하는 듯한 눈동자. 모든 힘겨운 일을 당하며 살아남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차가운 응어리가 풀려버린 것을 느꼈다. 그 동안 여자에게 별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에게 아버지는 이번 무도회에서 첫 곡에 춤을 추는 여인과 결혼을 하라는 엄명이 떨어져버렸다. 평민이든 상관이 없다고 했지만 대공의 처소에 어느 평민이 얼씬거리겠는가? 귀족가의 여식들만 들락날락거리지. 답답함을 느낀 나는 아무도 몰래 밖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공국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아는지라 쉬쉬하고 지나갔다. 은색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한 사람은 바로 나 케사르 프리실라 밖에 없으니까. 그동안 잔혹하게 굴어온 탓에 나에게 말을 걸어온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가 저 앞쪽에서 멍하니 걸어오는 소녀를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보게 된 소녀. 내 앞으로 곧장 다가왔다. 이쯤 되면 나를 피해서 갈 것이라 믿었던 나는 소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걸어갔고 끝내는 부딪히게 되었다. 부딪히고 나서 힘없이 소녀가 넘어지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받쳐 들었다. 내 품에 안기게 된 소녀는 잠시 날 바라보다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내게 죄송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일은 보통 일상생활이었으므로 그저 담담하게 있었다.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더 당황한 듯한 소녀는 내가 말을 하지 않자 벙어리인줄 알고 종이에 글을 쓰고 보여줬다. 그녀의 엉뚱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처음으로 웃게 되었다. 여전히 갸웃거리던 그녀는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나에 대한 얘기는 해주지 않고 지나갔다. 아마도 내가 무서워서일 것이다. 그녀를 잠시 동안 더 보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했는데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집사가 뛰어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집사의 말을 들은 그녀는 나의 신분을 알고 놀라워 할줄 알았는데 자신에게 말을 하지 않은 이유가 비천한 여인이라서 대답할 가치도 못 느껴서 그런지 알고 나에게 화를 내며 돌아섰다. 돌아서는 그녀를 잡고 싶었지만 한순간에 행적을 놓치고 말자 화가 난 나는 집사에게 그녀가 없으면 무도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을 하고 처소로 되돌아 왔다. 처소로 돌아왔어도 여전히 맑으면서도 슬픈 미소를 지닌 그녀가 생각이 났다. 머릿속에서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 무도회 시간은 다와 가는데 소식이 없었다. 어차피 무도회는 나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침대에 가서 누우려는 나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져 왔다. 그녀를 찾았다는 것. 번개같이 무도회장으로 출발하였고 그곳에서 예쁘게 치장한 그녀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었다. 날 여전히 경계하는 그녀는 내가 다가가면 갈수록 더 멀어져만 갔다. 하지만 건물이란 것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벽이 있는 것이다. 뒷걸음질치던 그녀는 벽까지 가게 되었고 더 이상 뒷걸음질을 치지 못하고 나만 바라보았다. 멀뚱하니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난 처음으로 첫 곡을 신청하였고, 그녀는 싫다고 했지만 내가 강제적으로 조그마한 팔을 잡고 홀의 중앙으로 데리고 가서 춤을 추었지만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춤이 끝나고 나서 브랜디 한 병과 술잔을 가지고 내가 자주 애용하는 베란다로 나가는 그녀를 은밀하게 따라갔다. 의자에 앉아서 술잔에 술을 따라서 마시며 하는 독백....듣고 싶지 않았지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많이 그리워하는 그녀의 독백을 들었다. 눈물로 인해 눈이 투명하게 빛이 난 그녀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연속으로 술잔을 기울이던 그녀에게 다가가서 술잔을 뺏어서 내가 마셔버렸다. “술이 너무 과한 거 같은데.” 나의 걱정스런 물음에 그녀는 냉소를 치며 말하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하자 그녀를 잡아주었다. 그녀가 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지만 그녀는 내게서 멀어지려고만 하였다. 가지 못하게 손목을 잡고 계속된 실랑이를 벌리던 중 팔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뒤로 쓰러지려고 하였고 난 재빨리 뒤쪽으로 이동하여 그녀의 등을 한 팔로 받혀주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해주었지만 그녀의 얼굴이 뒤로 젖혀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뒤로 젖혀진 그녀...움직일 수 없는 그녀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입맞춤을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돌려버린 바람에 원래 입술이 있었던 하얀 볼에 진한 키스를 할 수밖에 없었다. “미스티~미스티~어디 있니?” 그녀에게서 입술을 떼었을 때 하나의 잡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난 거기에 관심을 끌려고 했지만 끌 수가 없었다. “오빠~나 여기 있어~” 나를 대할 때와는 다른 상큼한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말을 듣고 풀어줬다. 오빠라는 작자가 자신의 동생이 당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에게 달려들 것 같아서 풀어준 것은 아니다. 그냥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매혹되어 풀어준 것이다. 자유의 몸이 된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나에게서 멀어져갔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게 쳐다보고 있을 때 은밀한 기척이 느껴져서 정신을 차리고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프리실라님의 반려이십니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중성적인 목소리를 지닌 복면인! 언제나 나를 안 보이는 곳에서 지켜주는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단지 알고 있는 사실은 그 사람이 남자이며 내가 태어날 때 내 앞에서 충성을 맹세했다는 것만 언뜻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 외의 모든 사항은 기밀이었다. 나와 가족들을 뺀 그 누구도 청명한 가을 하늘을 연상케 하는 푸른 눈의 소유자인 사내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난 그러고 싶은데 그녀는 싫어하는걸? 쿡쿡!!” 짝사랑인 내 말을 들은 그는 다시 어둠 속으로 동화되어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원래 이곳에 없었던 것 처럼. “이젠 어떻게 하지?” 단단히 화가 난 그녀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어야 할 텐데 지금은 해줄 것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무도회장으로 들어간 나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측근의 말로는 일행들과 같이 나가버렸다는 것이었다. “후우~완전히 미운털이 박혀버렸군. 하지만 나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그냥 간 것은 나중에 벌을 내리도록 하지. 후후후~”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돼는 거였어!! 으아아악~” 여관으로 들어와서 내 방으로 들어온 다음 술 때문에 잠만 퍼질러 자고 난 다음 몸이 아팠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정신을 차려서 푸념만 하고 있었다. 내 자신에 대한....음...뭐랄까? 그런 일을 미연에 막지 못한 내가 한심하다고 느꼈다고 하면 되나? 정말로 싫어~~방에 결계를 쳐두고 악을 바락바락 지르며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어젠 무지 당황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끄아아악~” 다시 한번 커다란 비명을 지르고 나서 숨을 고르며 욕실로 들어가서 떼 빼고 광낸 다음에 나왔다. 화장대에 앉은 나는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별로 이쁘지도 안구만, 어차피 그녀석이 나에게 접근한 이유는 바로 이 얼굴 때문이었을 거야. 없애 버리겠어!’ 막 마법을 써서 얼굴을 못난이로 만들려고 할 때 누군가가 벌컥 쳐들어왔다. “엥? 오빠가 꼭두새벽부터 웬일이야?” 내가 물어보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방음 마법을 모두 해제시키고 내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마나가 느껴져서 한번 와봤어. 누군가 침입한줄 알고.....그럼 좀 있다가 보자!” 싱긋 웃으며 나가는 오빠를 보며 좀 전까지 몸부림을 쳤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방실방실 웃었다. 종족을 떠나서 날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오빠니까. “근데 오빠가 오기 전에 뭘 하려고 했지?” 순간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손을 올리긴 올렸는데 이 손의 용도를 금세 까먹은 나는 기지개를 펴며 졸리는 눈을 부볐다. 똑 똑 똑 내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난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말했다. “들어오세요.” 라고 말을 하기 전에 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 문틈으로 들어왔다. “니가 언제부터 노크를 하고 다녔냐? 안하던 짓 하면 엉덩이에 뿔나!” “그런 말이 어디 있어요? 그래도 점잖게 노크까지 하고 왔는데...” 드래곤이라 말해도 전혀 먹혀들 것 같지 않은 리디는 혀를 쏘옥 내밀고는 아양을 떨 듯이 말했다. “할말이라도 있니?” 귀여운 짓이 아닌 구여운 짓을 하며 초장부터 온 것을 보면 분명히 나에게 뭔가 부탁을 하기 위해 왔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헤헤~역시~다름 아니라 오늘 같이 나가자는 말을 하려고 왔어요. 꼭,꼭 같이 나가 주실 거죠?” 닭살스런 행동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하는 리디를 보며 한마디 했다. “싫어.” 더도 말도 덜고 말고 두음절의 소리가 들리자 리디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우우웅~싫어요. 전 루나님이랑 같이 나갈 거예요~히이잉!” 나이에 맞지 않은 행동을 하는 리디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리디는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나한테 그러는 것이니까. 나를 의지하고 싶어서 저러는 것이니까. 후후후...... “알았어! 갈게. 난 아침 안 먹으려니 깐 먹고 불러.” 라는 말이 나오자 리디는 아침밥을 먹고 빨리 나가고 싶은지 뛰어서 나갔다. “언제까지 저렇게 살려는지.” 숙취는 없었지만 술로 인해 몸이 피곤에 찌들고 감기가 들려는지 몸이 약간 으스스하고 열이 난 것 같은 나는 리디가 밥을 먹을 동안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루나니이이임~일어나세요.” 잠깐 눈을 감고 있는 다는 것이 잠이 들었는지 리디는 날 열심히 깨우고 있었다. “일어났으니까 그만 흔들엇.” 인정사정없이 흔드는 바람에 그나마 아픈 머리가 울려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을 때 리디는 날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반강제적으로 끌려가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길 한복판이었다. “아하함...쩝! 음....으스스하군.” 입을 크게 벌리고 늘어지게 하품을 한 다음 리디에게 붙잡힌 팔을 땠다. 얼마나 세게 쥐어져 있었는지 옷자락이 볼품없이 구겨져 있었다. 구겨진 옷을 쭉쭉 잡아 당겨서 어느 정도 반듯하게 편 다음 두리번거리는 리디의 뒷통수에 대고 말 했다. “근데 여긴 어디냐?” 열심히 구경만 하는 리디는 내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디~왜 너하고 나만 있는 거야?” 주변에 있어야 할 놈은(?) 없고 딸랑 나와 리디밖에 없었다.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아까 나올 때만해도 모두 곁에 있었는데.....진짜 없네.” 머리핀을 구경하던 리디는 내 물음에 그게 무슨 소리냐고 말하려다가 주변에 있어야할 남정네들이 없자 식은땀을 흘리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호호호~아마도 사람들이 많다보니 떨어졌나 봐요. 이렇게 된 거 우리끼리 재미있게 놀다가 여관으로 들어가요!” 남정네들이 없자 오히려 기쁜 듯이 말하고는 머리핀을 고르는데 열중을 하고 있었다. “이게 좋아요? 저게 좋아요?” 내게 두개의 머리핀을 보여주며 골라달라는 시선을 하고 물어본 리디.... “저게 좋은 거 같아.” 보지도 않고 말했지만 리디는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기에 여념이 없었다. “저 어울려요?” 전에 내가 준 돈으로 머리핀을 산 리디는 머리에 꽂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녹색의 머리카락에 꽂은 푸른색 머리핀은 햇살 아래 찬란하게 빛을 내 뿜고 있었다. “그,그래 어울린다.” 라는 말에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징그럽게 달라붙었다. 그때였다. “프리실라 광장에서 싸움이 붙었다. 가서 보자~” 엑스트라들이 우르르 몰려가면서 외치는 소리에 우리도 덩달아 따라갔다. 이미 많은 사람이 싸움을 보기 위해 모여들어있었으므로 우린 그것을 가려져도 보지 못하였다. ‘음? 이거 꽤 센 기운인데? 누군지 몰라도 이런데서 힘이나 낭비하다니...쯧쯧...’ 소드 마스터에 이른 이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바람에 나와 리디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렇게 비집고 들어가기를 어언 5분....꽤 두터운 인간 벽이 둘러져있어서 약간의 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 나오게 된 나는 만족을 하였다. 이 세상에서 제일로 재미있는 싸움 구경을 할 수 있으니깐. 하지만 그 만족은 곧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리디도 나와 같은 심정인지 눈만 둥그렇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오,오빠?” 붉은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싸우고 있는 사람은 바로 미르 오빠였다. 그리고 그 상대는 바로 싸가지 만땅, 재수에 밥 말아 먹은 놈인 케사르 프리실라 녀석이었다. 둘이 열심이 싸우고 있는 주변은 다른 일행들이 대치로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전에 한번 길바닥에서 프리실라 덕에 보았던 아저씨하고 또 다른 깜장색의 옷으로 쫙 빼입은 녀석과 가브, 블루가 대치를 이루고 조그만 움직임만 있으면 곧 싸울 듯이 뚫어지게 쳐다만 보았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아주 좋았지만 다음에 일어난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무심결에 오빠란 단어를 내뱉었는데 그걸 귀 좋은 오빠가 듣고 나에게 고개를 돌린 것이다. 검을 들고 싸우는 도중에....오빠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을 때 그 싸가지 만땅은 때를 놓치지 않고 검을 오빠의 뒤에 꽂아 넣었다. “가르시미르님~안돼요!” 리디가 이렇게 외쳤지만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검이 막 오빠의 등을 파고 드려는 순간이었으니깐! 오빠도 위험을 느꼈는지 잽싸게 방어를 해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단념을 하고 있는 순간 싸가지 만땅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쑤셔 넣었다. ..........티아앙......... 등에 검이 찔리는 소리와는 정 반대의 소리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이들은 눈을 뜨고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바라보았다. “휴우~다행이다.” 오빠의 등에 막 검을 쑤셔 넣으려는 케사르의 행동에 제지를 한건 바로 마법이었다. 다급한 김에 오빠가 실드를 친 것이다. 이에 그곳에 있던 싸가지에 밥 말아 먹은 녀석의 똘마니들이 눈만 끔뻑끔뻑 거렸다. 검술과 마법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마검사는 한 나라 안에서도 잘해야 한 두 명 정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오빠가 등을 찔리려던 찰나에 마법을 쓴 것이다. “괜찮은가?” 이곳에 와서부터 여전히 무뚝뚝함을 풍기고 있는 블루의 입에서 싸늘한 소리가 나왔다. “네. 괜찮은 거 같아요. 근데 미스티가 안 괜찮아 보이는데요.” 블루의 말에 대답을 한 오빠는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난 약간의 열로 얼굴이 상기되어있었고, 빈혈을 느끼고 있었다. 우선은 이렇게 사건이 일단락되었고, 오빠와 싸가지 만땅 녀석을 중심으로 진영이 짜졌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아픈 머리를 꾹꾹 누르며 겨우겨우 말을 잇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마도 너무 놀라서 그런지 알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의 철저한 보호자인 오빠가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너희들하고 헤어지고 나서 찾다가 우연히 이 사람하고 부딪혔지. 자세히 보니 어제 우리를 초대해 준 사람이더군. 그래서 사과의 말을 하고 어제 초대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하니까 이 사람이 갑자기 검을 빼고 달려들었어. 그 후의 상황은 니가 보는 바와 같아!!”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을 일으킨 케사르를 눈을 찌푸리고 쳐다보았다. “흠흠! 난 단지 강한 사람과 싸워보고 싶어서 그런 거 뿐입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강한 자는 강한 자를 알아본다는 말이 사실인 듯 그 녀석은 오빠를 알아보고 몸이 근질거리던 참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싸움을 걸었던 것이다. 일방적으로 “지금 자네의 말은 충분히 오해하고도 남을 듯 하네만!”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던 블루는 그 녀석에게는 따뜻한 말을 건넸다. 전에 자신의 입으로 말한 그녀와 닮아서 그런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레이디 아니 미스티양의 일행 분을 제가 미처 몰라 뵙고 생긴 일이니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러니 저희 집으로 오십시요.” 그 녀석의 발언에 주변에 있던 인간들은 눈만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떠벌리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인간관계가 안 좋았으면 저런 반응이 나올까나. “좋소이다.” 단번에 승낙을 하는 블루에게 난 차갑게 한마디 하였다. “난 가지 않을 테니 너나 가.” 일행이었던 우리에게 살벌하게 굴면서 이제 자신이 예전에 사랑했던 여인을 닮은 놈에게 살갑게 구는 녀석이 맘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또 저택에 가서 무슨 꼴을 당할지 알지 못하기에 뒤로 뺀 것이다. “어린양은 그만 부려!” “어린양? 어린양이라고? 난 그런 것 따윈 한적 없어.” 차갑게 가라앉은 눈을 하고 날 주시하고 있는 블루에게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 언제나 날 보며 웃던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찾아 볼 수 없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블루....이해할 수 없었다. 왜 변했는지. 지금 이 순간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지금도 하고 있잖아. 그리고 전에도 많이...언제나 나와 다른 녀석들에게 빌붙어서 말하는 꼬락서니란~아무튼 나와 녀석들은 갈 것이니 넌 알아서 해.” 나에게 이제껏 저런 폭탄선언을 한 적이 없는 블루를 다른 녀석들도 놀랬는지 눈만 끔벅거린 채 대답도 못하고 굳어져 버렸다. “그래. 알았어. 내가 어린양을 부렸다는 건 인정하겠어. 그런데 왜 다른 일행들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오빠나 가브, 리디는 케사르 프리실라의 저택에 간다는 말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는데 블루 녀석은 이미 허락이라도 받은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흥. 여기선 무조건 내 의견에 따라야 해. 죽고 싶지 않다면...그리고 종족간의 싸움이 나고 싶지 않으면!” 단순히 저택에 데리고 가려는 협박치고는 너무 무시무시했다. 물론 여기 있는 드래곤 중 블루가 가장 세다는 것은 인정한다. 오빠와 리디가 합공을 해도 이기지 못한다는 것에 손을 들고 싶으니까. 하지만 종족간의 싸움이라니.....그건 너무나 비약이 심했다. 엄마와 오빠 같은 드래곤은 제껴두고 나머지 드래곤은 모두 다 개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명령에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혹 로드나 각 일족의 수장이 아니고서는.... 자,잠깐 그렇다면? “블루 니가 블루 일족의?” 의심어린 눈으로 녀석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녀석의 조그만 행동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니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다면.” 싸늘한 어투로 말하는 블루의 말을 듣고 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일단 블루와 그 외의 일행들이 수장이라는 것을 숨겼다는 것 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내 앞에 떨어져 있었다. 블루가 블루 일족의 수장, 그리고 엄마는 레드 일족의 수장, 리디 엄마가 전 그린 일족의 수장이니까 후대 그린 일족을 이끌어 가야할 리디, 마지막으로 하이엘프 족장의 아들 가브. 오빠와 리디, 가브를 블루 녀석이 일족에게 명해서 공격하면? 아니면 직접 공격하게 되면 레드, 그린 일족 그리고 하이엘프들은 전력을 다해서 블루 일족을 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드래곤들의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오랜 세월을 살아가면 무료하게 지내던 다른 드래곤들도 재미로 전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즉 드래곤 사회 전채가 전쟁에 물들게 되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식으로 인간들이나 이종족들도 많이 죽어나가게 될 것이다. 그까짓 프리실라 저택으로 가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지 녀석은 엄청난 협박을 했고, 그 협박을 들은 오빠와 가브, 리디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무언의 시위를 하는 듯 했지만 블루의 매서운 눈빛이 한번씩 훑고 지나가자 모두들 눈을 깔고는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케사르 프리실라 라고 했던가? 루나는 조금 있다가 올 것이니 우선 안내를 해주는 게 어떤가?” 마검사인 오빠마저 쫄게 만든 블루의 말을 들은 케사르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나와 블루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미스티..아니 루나양은 나중에 사람을 보낼 테니 천천히 오십시오.” 나에게서 시선을 거둔 케사르는 블루의 옆에 서서 천천히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프리실라가의 사람들도 케사르 주변에 서서 경계어린 눈초리로 혹시나 있을 암살에 대비하려는지 엄중히 경비를 섰고, 오빠와 가브, 리디는 밤에 다시 오겠다는 전언을 남긴 채 내 눈에서 멀어져 갔다. 언제나 어깨를 마주하고 걷던 일행들이 내곁을 떠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믿던 일행들이 일행들이 지금 내 얼굴도 보지 않으며 뒤돌아가고 있었다. 예전에 말을 타고 가면서 뒤로 쳐져 일행들의 뒷 모습을 봤을때 느낀 것이 그대로 현실화 되어 가고 있는 듯 했다. 도저히 내가 들어갈 틈이 없는.... “하하...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온지 모른다. 단지 이렇게라도 웃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마에 손을 얹고 웃던 난 일행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가뿐 숨을 몰아쉬며 이마의 손을 심장쪽으로 가져갔다. 밥먹을때나 싸울때나 항상 같은 박동수를 유지하던 심장이 더 힘차게 뛰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 블루 녀석이 말할 때 심장이 욱씬 거렸을 것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아선 난 숙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좀전까지 아프게 움직이던 심장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가고 있었다. 가는 내내 일행들의 얼굴이 하나씩 하나씩 떠올랐지만 뒤돌아 가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블루의 얼굴이 떠올랐다. 처음 만날때부터 나를 향해 짓던 미소는 프리실라에게 가고 없었다. 케사르 프리실라와 블루가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 생각나며 예전 물의 신전에서 꾸었던 꿈을 회상했다. 은발과 흑안을 지닌 여자와 나란히 있던 블루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여인의 정체가 프리실라라는것도 깨달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 늦어버렸다. 나와 비슷한 눈을 가지고 있어서,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진짜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여겼는데 나만의 착각인 듯 하다. 내게 결혼하자고 말했던 것도, 내게 해준 모든 것도...블루에게 있어서는 진심이 아니었을 것이다. 한낱 유희거리 중 하나였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음을 이제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 녀석에게 버리지 말라고 잊지 말라고 말한 내 자신이 너무도 한심하고 비참했다. 그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던 난 어느덧 숙소에 도착해 있었다. 머리는 두통으로 깨어질 것 같았고 이마에선 불이 나는지 뜨거워져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겨우 침대 곁으로 다가간 난 그곳에 눕지도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바닥에 쓰러지며 침대 시트를 왼손으로 움켜쥐었는지 쓰러져 있던 나에게 시트가 점점 다가와 내 시야를 가리더니 차가운 느낌을 건네주었다. 환신인 내가 이렇게 아플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몸에 상처라도 있었으면 모를까 아무 상처도 없는 내가 아프다니 있을수 없는 일이지만 한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신들의 의지.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할수 있는 권능의 언!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있을때 버림을 받으면 이런 아픔을 느낄것이라도 내면에서 속삭였기에 표면적으로 아픔이 나타난 것 같았다. 신인 내가 겨우 그딴 녀석에게 버림을 받아서 아파해야 하다니 이건 완전히 신으로써 빵점이었다. 난 아프지 않아. 왜 그런 녀석 때문에 아파해야 하는데, 그럴수는 없어, 아파하지 않을거야. 절대로. 나 스스로 최면을 걸 듯이 말하며 마음을 가다듬으니 정신이 어느정도 맑아졌다. 정신이 맑아진 난 이제 따스함을 주는 침대 시트를 걷어내고 천천히 일어나서 루즈와 블랑슈를 의지로 내가 있는 방으로 옮겼다. 마굿간에 있던 루즈는 순간 환경이 바뀌어서 놀랬는지 울면서 앞발을 들다가 내가 보였는지 잠잠해졌고, 언제나 방에서 날 기다리던 블랑슈 녀석은 머리가 커졌는지 밖에 뛰쳐나가 놀다가 강제 소환 때문에 흙투성이의 모습으로 내 품에 뛰어 들어왔다. “이제 나에게 남은건 너희들 뿐이야. 날 떠나지 않을거지?” 내가 말한다고 녀석들이 들을리 만무하지만 그냥 한 번 해본 소리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내말을 이해했는지 다가와서 부비부비를 했다. 녀석들의 부비부비로부터 탈출한 난 곧 팬과 종이를 찾아 진지하게 글을 썼다. 이렇게 진지하게 글을 써보긴 처음이다. 너무 진지해서 그런지 편지지가 살짝씩 젖어버렸지만 글씨가 번지지 않았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첫 번째 글과 두 번째 글로 나눈 다음 봉투에 넣어서 친히 숫자를 메겨서 먼저 봐야 할것과 나중에 봐야 할 것을 구분해 놓았다. 뜨거워진 눈시울에 담겨져 있던 물방울들을 털어버리고 블랑슈와 루즈를 데리고 그곳에서 먼곳으로 이동했다. 엄마가 내 새엄마가 살고 있는 집이라고 하기엔 뭐 한곳이지만 첫 번째 방문과는 달리 지금은 전에 있던 이물질들이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선 새파란 새싹들이 움을 트고는 손을 벌리고 있는 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의 머리카락같이 붉은 노을이 세상을 붉게 물들여 갔다. 서서히 더 진해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뒤에서 두명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확실히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중 한 인기척은 매우 친숙했다. 서서히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노을보다 더 붉은 머리칼을 한 두명도 내가 갑자기 뒤돌아 보자 놀랐는지 고개를 치켜든채 입을 벌리고 있다가 그 중에서 붉은 머리 여인이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루나....루나 맞니?” 놀라서 그런지 아니면 까먹었는지 자신이 지어준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본래의 이름으로 말하는 엄마. “헤헷~맞아. 나 루나야.” 이번이, 이번이 마지막이 난 엄마에게 뛰어가서 안기며 웃어주었다. 아직까지 네프티스가 걸어준 마법이 풀리지 않았지만 엄마는 날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며 따뜻하게 껴안아 준것이다. “루나야 무슨일있니? 엄마한테 다 말해. 뭐든지 들어줄게.” 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는 엄마의 따스함이 엉긴 말에 뜨거워진 눈시울을 보이지 않으려고 바닥을 쳐다보았다. “별거 아냐. 부탁할게 있어서 왔어. 절대로 무슨일이 있어도 싸우지 마. 그리고 나 대신 리디를 부탁해. 마지막으로....사랑해요. 영원히.” 엄마의 이마에 딸로써 해주는 마지막 스킨쉽을 해주며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진짜로 무슨일이 있구나. 블루 녀석이 못되게 굴었니? 아니면 다른 누가 너에게 해코지 한거야?” 눈에 불을 키며 말하는 엄마로부터 한발자국 뒤로 옮겨갔다. “아무일도 아냐. 단지 내가 해준 말 들어줄수 있지?” 멀어져 가며 하는 말에 엄마는 근심어린 눈동자로 내게 다가왔다. “그래. 니 말대로 싸우지도 않고 그리디아를 맡아줄게.” 엄마의 허락에 안도의 함숨을 쉬며 루즈의 등위로 올라 타려고 말고삐를 잡기 위해 손을 뻗을때 다른 누군가가 루즈의 말고삐를 잡아챘다. 순간 허공을 잡은 난 말고삐를 쥔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선홍빛 머리카락에 피를 갈구하는듯한 붉은 눈동자와 피를 머금은듯한 붉은 입술을 가졌으면서 생긴 것 답지 않게 따스하고 온화한 미소를 뿌리는 미남자가 날 내려다 보았다. “네가 루나인가 보구나. 난 가르시아 라고 한단다.”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마친 가르시아라 밝힌 미남자를 계속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할말 있으면 더 하라는 식으로. “미르나이의 말과 똑같구나. 단지 모습만 바뀌었을뿐.” 모습을 바꿨는데 뭐가 엄마말처럼 똑같은지 그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뭘 그렇게 보는거야? 루나 얼굴 닳아지겠네.” 나와 가르시아라 밝힌 남자 사이에 들어온 엄마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정식적으로 소개하지. 여기 있는 소녀는 나의 딸 루나. 그리고 가르시아는 내 남편이자 가르시미르의 아빠야. 서로 인사해야지.” 가르시아라는 이름을 들었을때 이미 짐작했지만 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일부러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드에게 들은 드래곤들의 비사중의 최상위권을 다투는 주인공. “안녕하세요. 루나 라고 합니다. 가르시아님.” 내 엄마의 남편이자 오빠의 아빠이지만 나의 아빠는 아니었다. 그는 엄연한 레드 드래곤, 인간도 아닌 그가 날 딸로 맞아 들이고 싶지 않다고 해도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용언이 아닌 말로 딸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건 짐심이 아닌 그저 유희거리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난 더 이상 그들의 유희의 대상으로 남기 싫었다. “안녕. 너에 대한 이야기는 미르나이에게 많이 들었다.” 루즈의 말고삐에서 손을 땐 그는 내 이마에 내려온 푸른색 앞머리를 올렸다. 그리고는 휜히 들어난 이마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당황한 난 눈을 동그랗게 치켜 뜨고 엄마를 옆에 두고 내게 과감한 스킨쉽을 하는 가으시아와 가만히 있는 엄마를 번갈아 보았다. 이쯤이면 엄마가 화가 나서 가르시아의 머리채를 잡고 레어안으로 끌고 가서 패대기를 칠게 분명했지만 오히려 엄마는 밝게 웃고 있었다. “루나...나의 딸이 된 것을 축하하마.” 엄마와 작별 인사를 하러 왔는데 왔다가 괜히 인연 하나만 만들어 놓은 결과를 낳았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인연.....하지만 그들이 내게 다가온것이다. “하하핫! 그런 헛소리를 하신다고 재미있을 줄 아세요? 오히려 썰렁해요.” 왠지 이 곳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 난 루즈의 등위에 올라탔다. “엥? 내 딸이 되는거 싫어? 아니면 내가 싫은거야?” 드래곤의 위엄이 서린 얼굴로 저런 말을 내뱉으니 언발런스해보였다. “가르시아님이 싫지는 않아요.” “그럼 내가 아빠한다.” “말도 안돼는 소리.” “뭐가 말이 안돼? 싫지 않다는 것은 날 아빠로 인정한거 잖아.” “그게...” 천하의 말빨을 가진 내가 오늘날 왕창 깨져버렸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엄마와 같이 억지 9단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뜬금없이 아빠라니, 어이없어서 말이 다 안 나온다. 그게 그거하고 똑같냐고 한마디 톡 쏘아주려고 했지만 계속될 언쟁이 싫어서 말을 하지 않은것이다. 또 억지를 쓸게 뻔할 뻔자니까. 억지에는 내 말빨도 한수 접어 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에이, 몰라요. 몰라. 마음대로 하세요.” 인연 따위는 만들고 싶지 않았지만 이로써 또 하나의 인연을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애초에 전하고자 하는 말을 다 마친 난 천천히 루즈를 몰면서 그들과 멀어져 갔다. “그럼 안녕히...엄마...그리고 자칭 아빠.” 그 말과 동시에 난 잠시 다물었던 입을 벌렸다. “워프!” “잠깐~” 공간 이동을 하기 위해 마법을 시전하는 동시에 엄마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지만 한 번 발동된 마법은 지체없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장소로 날 보내버렸다. 다시 갈수는 있지만 가지 않았다. 그들을 다시 보면 붙잡힐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 잠깐만 여기서 쉬자.” 품안에 있던 블랑슈를 밖으로 꺼내놓고 루즈의 등에서 내려 바닥에 앉다가 그것마저 귀찮아진 난 바닥에 누워버렸다.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있던 노을이 사라지자 금장 어둠이 찾아왔다. 그리고 어둠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달과 별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어둡기에 저 하늘의 별들은 더욱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여전히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파이넬 왕국....가르엔에서 커다란 숲을 가는 중간 지점. 처음으로 그와 싸우고 토라졌던 그 장소였다. 그 장소에는 불타고 남은 몇 개의 나뭇가지만이 흩어져 있어서 여기서 누군가가 머물고 갔다는 흔적만 나타내고 있었다. “잘 지내고 있을거야. 그렇지?” 아무도 없었지만 난 허공을 향해 외쳤다.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원하면서.... 전혀 공주답지 않은 선머슴같은 나오미, 말괄량이 마법사 마리, 일편단심 기사 샤를, 언제나 묵묵히 일을 수행하는 중년의 칼 아저씨가 생각이 났다. “이제 가자. 여기서 떠나자.” 온화하고 차가운 별가루가 쏟아지고 있는 평원을 다시 한번 돌아본 난 블랑슈와 루즈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동] 신언이 발동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그곳, 신들이 살고 있는 영역으로 옮겨졌다. 나의 고향이라 일컬어지는 환계는 몇 년만에 돌아왔지만 전혀 변한게 없었다. 하지만 푸른 하늘이나 초록빛 나뭇잎, 그리고 살랑살랑 내 귓가를 간지럽히는 바람들이 너무 어색했다. 이제껏 많이 보아왔던 것들인데 자연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루나!” 주위 환경을 돌아보고 있을때 묘하게 마음을 끌어 들이는 따스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살랑이는 바람에 은은한 보랏빛이 나는 푸른 장발이 흩날리며 신비함을 더해주며 바닷빛 눈동자를 지닌 누군가가 날 바라보고 있었다. “카,카스...” 몇 년만에 실물을 접하게 된 나는 카스를 향해 뛰어갔다. 달려오는 날 안아준 카스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약간 떨리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 지냈지?” 요사이 연락을 못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에 카스의 말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왜 그동안 연락을 안한거야? 얼마나 기다린줄 알아?” 카스의 기다린 다는 말에 난 살짝 미소를 지었다. 버림을 받아도 상처를 받아도 나에겐 돌아갈곳이 있다는....날 반겨주는 이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카스의 품에 안긴 난 엄마의 품에 안긴것처럼 마음이 편해졌다. 이 품에서라면 난 영원히 잠들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맘을 알기라도 한 듯 날 안은 카스의 팔에는 힘이 들어가서 더 꼭 안아주었다. “카스...미안. 그리고 고마워.” “루,루나?” 따뜻한 카스의 품에서 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끝내자 점점 카스의 얼굴이 작아지기 시작하면서 보이지 않더니만 이젠 아에 소리까지 들리지 않았다. 카스가 날 부른 것 같은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대답을 해야 하는데.... 마지막 편지 “블루님 어떻게 루나에게 그런 말을 하실 수 있습니까?” 별빛을 머금은 호수가의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는 남녀는 한 푸른 색 머리를 한 남자에게 살벌한 얼굴을 하며 쳐다보았지만 정작 그 푸른 머리 남자는 그런 것에 상관없다는 듯 잔에 담긴 노란 위스키를 입안으로 넘기고는 아직도 반 이상 남아있는 잔을 호수에 던져버렸다. 호수에 위스키 잔이 떨어지자 약간의 파장이 생기며 안에 있던 위스키는 호수 물과 합쳐져 본래의 색을 잃고 정화되고 잔은 호수와 동화가 된 채 잠시 별빛을 머금고는 이내 아래로 잠겨갔다. “시끄럽군. 한번만 더 들으면 딱 100번째야.” 나뭇잎을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보다 더 싸늘한 어투에 푸른 머리 사내를 쳐다보던 사람들은 위축되기는 커녕 더 살기등등해졌다. “만약에...만약에 루나가 잘못되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 있는 모든 것들을 태워 버릴 것 같은 붉은 머리칼과 붉은 눈을 한 사내는 섬뜩한 눈빛으로 푸른 머리를 한 사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루나가 어린애야? 아니잖은가. 루나는 성인이야. 잘못되긴 뭐가 잘못되겠는가? 오히려 침대에서 곯아떨어져있을걸.” 미리 루나의 방에 다녀온 것처럼 말하는 푸른 머리 사내 즉 블루의 말에 어느 정도 기분을 풀었지만 아직 완전하게 푼 것은 아니다. 루나로부터 뒤돌아서기 전에 본 눈빛 때문에 절대로 기분을 풀 수 없었던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 이제 곧 사람들이 루나를 데려올 것이니까.” 태평한 듯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호수를 감상하며 하는 말에 다들 시선을 외면해버렸다. 해가 떨어지고 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루나가 그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충분히 바로 앞에 나타나서 ‘감히 날 빼놓고 혼자 가? 죽었어~’하며 달려들어야 마땅하거늘 루나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숙소에 있는 루나에게 조금 전에 전언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루나의 대답이 없었다. 그것 때문에 더 불안해진 가르시미르와 가브리엘, 그리디아는 블루를 채근했고, 이에 케사르 프리실라가 루나에게 사람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불안하단 말이예요. 정말로 불안해요. 이런 기분은 지금까지 두 번째예요. 첫 번째는....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그리고 오늘 느끼네요. 제발 루나님에게 아무 일도 없었으면...만일 무슨 일이 있으면 전 아마도 이곳에 계속 있지 못할 거예요.” 짙게 드리워진 녹색 머리칼이 나무 사이로 스치는 바람에 사라락 소리를 내며 휘날리고 있었지만 그리디아는 그런 머리칼을 단정하게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몸을 죄어 오는 불안감에 매서운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그리디아님 고정하세요. 루나는 분명히 올 거예요. 분명히...” 그리디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하는 가브리엘의 얼굴도 그리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자신이 한말에 확신이 가지 않는지 말을 하며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자연의 정령이라 일컬어지는 엘프! 싸늘한 바람이 슬픈 곡을 연주하듯이 귓가를 맴돌다 지나갔다. 바람이 일개 창조물을 위해 이런 슬픈 곡을 부르며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가브리엘은 불안해 하고 있었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기는 블루를 뺀 나머지 드래곤들과 마찬가지였다. 추스스 추스스 루나에 대해 한참 걱정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풀밭을 밟으며 오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모든 시선이 소리의 근원지로 몰렸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저 멀리서 은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오는 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손에는 두개의 봉투가 들려있었다. 급하게 뛰어오는 케사르를 반긴 일행들은 모두다 루나에 대한 안부를 물었지만 질문을 받은 케사르는 아무 말도 않고 편지만 보여주었다. 탁자위에 올려진 두개의 편지 봉투. 이상하게도 숫자가 메겨져 있었다. 첫 번째로 볼 것과 두 번째로 볼 것을 따로 나눈 듯 싶었다. 영문을 몰라 하던 일행들 중 성격 급한 가르시미르가 1번이라 적힌 편지 봉투를 들고 열려고 할 때 케사르가 입을 열었다. “루나양이 묵고 있다던 방안에는.....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흩트려져 있는 침대 시트와 테이블 위에 있는 그 편지 봉투만이 유일했습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들어온 것을 본적은 있지만 나간 것은 못 봤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루나양의 말까지 사라졌어요.” 케사르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가르시미르는 들고 있던 편지 봉투를 떨어뜨릴 뻔 했고, 그리디아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 한 것을 옆에 있던 가브리엘이 잡아 주어 겨우 추락사를 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 일컬어지는 블루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안색이 창백해져있었다. 소리 없는 당황스러움에 가르시미르는 들고 있는 편지 봉투를 열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읽어 내렸지만 읽을수록 목소리가 떨려왔다. 안녕! 언젠가는 이 글을 보리라는 생각에 팬을 잡고 오랜만에 편지를 쓰고 있어. 설마하니 내가 두 번째로 보라고 한 것을 이미 읽은 건 아니지? 안 봤다고 믿을게. 처음으로 사귄 내 친구 가브리엘.....고마워. 항상 내 건강을 걱정해줘서. 그리고 물심양면으로 날 걱정해주고, 도와준 가르시미르오빠도 고마워. 그리디아 블루...고마워. 뭐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들 고마워. 하지만 난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 그곳의 위치까진 묻지 말아줘. 나도 그곳이 어디쯤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니까. 날 찾으려고 대륙을 돌아다녀도 찾지도 못할 거니까 그냥 집에 돌아가. 이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내 마지막 소원 들어줄 거지? 그러리라 믿어. 그럼 짧은 편지는 이것으로 끝내고 두 번째로 재밌는 글을 보기 바래. 안녕.....내 기억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여... 가르시미르의 떨리는 목소리가 멈추자 바늘 하나라도 떨어지면 커다란 파문이 일어날 정도로 조용해졌다. 쌩쌩 불던 싸늘한 바람마저 멈춰버렸고, 고요히 떠 있는 달빛은 더 밝아졌다. 편지의 진위를 파악한 일행들과 케사르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멍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편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나 일행들이 말을 안 들으면 나 혼자 여행할거야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닌 듯 그녀는 정말로 떠나버린 것이다. 불길한 기운을 예감했던 그리디아는 편지를 읽던 내내 손톱을 깨물다가 살까지 같이 깨물었는지 가느다란 손을 따라서 흘러내린 선홍빛 피로 푸른 풀밭을 물들여 버렸다. 그리고 계속 쓰러지려는 그리디아를 붙잡았던 가브리엘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아직...하나가 남아 있으니까 그걸 읽어 보면...” 일이 이렇게 까지 갈지 몰랐던 블루는 여기에 모여 있는 녀석들보다 더 당황했는지 두 번째 편지를 잡으려고 떨리는 손을 뻗다가 중간에 멈춰버렸다. 편지를 꺼내서 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은 단지 연인 프리실라와 닮은 케사르 프리실라를 자세히 오랫동안 보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한말이 이런 파국을 맞이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프리실라에 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 위해 떨쳐버리기 위해 저택에 온 것인데 너무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것도...제가...읽겠습니다.” 편지 근처에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블루를 보며 가르시미르는 용기를 내어 두 번째 편지를 끄집어내었다. 앞전 편지보다 양이 많은지 꽤 긴 서술형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충 눈으로 훑어 본 가르시미르는 바람을 들이마시며 편지를 테이블에 떨어뜨리며 눈을 감고 의자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그 모습에 모두들 의아해하며 테이블에 떨어진 긴 서술형으로 된 편지로 시선을 모았다. 이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테니 끝까지 읽어주길 바래! 옛날 옛적 드래곤이 발톱사이에 담배를 끼고 피는 시절에 한 소녀가 살고 있었어. 그리고 그 소녀에겐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었어. 하지만 그 소녀는 가난하고, 언제나 반복되는 삶을 사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었데.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을 치던 소녀는 점점 성격도 변하게 되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친구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던 이들을 제외하고 모든 이들이 떠나가 버렸어. 이에 몸부림을 치는 것도 힘들어 할 정도로 지쳐서 생기를 잃어가서 편안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소녀의 자아는 이끌려 들어가고 있었어. 그런 자아를 가진 소녀는 자신도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언제나 자신이 만들어낸 허무맹랑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데. 그래서 판타지라는 환상적인 장르의 책을 좋아 했어. 그리고 그런 세상을 동경하면서 소원을 빌었는데 드디어 그 소원을 이루어 줄 사람이 온 거야. 하지만 그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에 댓가가 있었데. 소녀는 자신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것에 반신반의를 해서 당연히 그 댓가도 믿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 평범한 삶에 지친 소녀는 그냥 심심풀이 땅콩 오징어 식으로...아니 그냥 삶의 하나의 재미로 그 댓가에 대한 것도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무작정 허락을 했는데 진짜로 소원이 이루어 진거야.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그리고 그 소원이 이루어짐과 동시에 그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만 했대. 소원에 대한 댓가....뭔지 궁금하지? 나도 궁금해서 그 소녀에게 물었어. 그러자 소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조용히 있다가 눈을 감은 채 생각하게 있었던 때보다 더 조용하게 입을 열고 말했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잊혀져 버렸다고... 조용하게 말하던 소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생글생글 웃었어. 그렇게 철저하게 슬픔을 감춘 눈으로 웃던 소녀의 눈동자엔 다색 빛의 영롱한 물방울이 고였지만 끝내 떨어지지 않은 채 그대로 굳어 버렸어. 슬프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소녀를 위해 항상 다른 이들이 따뜻하게 보살펴주었지만 소녀의 미소와 눈동자는 더 어두워만 갔어.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루어진 일이니까 하소연 할 곳도 없었던 거야. 그리고 소녀는 결심했어. 거짓 미소를 짓던 자신을 보살펴주는 이들이 또 떠나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그리고 잊혀져 버린 아픔을 버리기 위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과감히 빠져나왔어. 그런 소녀에겐 곧 많은 이들이 따랐지만 그럴수록 소녀는 더 가슴아파했어. 이들도 언젠가는 자신을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에게 각인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했었어. 그런 결과 때문일까? 소녀는 곧 유명해져서 도저히 잊혀져 버릴래야 잊혀질 수 없게 되었지만 소녀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어. 왜냐고? 그건..... 언젠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 영원한 기억 따윈 없으니까. 괴로운 마음에 소녀는 편안하고 보장된 삶에서 다시 뛰쳐나와 여행을 했고, 점점 일행들이 늘어났지만 소녀의 슬픔을 걷히지 않았어. 아니 오히려 소녀의 눈동자는 차가운 슬픔이 더 깊어만 갔지. 소녀는 그 일행들 마저 믿지 못했던 거야. 그들에게서는 잊혀질 수도 있다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한 것이지 그들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소녀를 잊지 못할 텐데...정말 그 소녀는 바보 같지? 바보 같은 생각을 지닌 소녀는 그들을 돌아보았어. 언젠가는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될 일행들을 처음으로 천천히 보았어.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던 소녀는 일행 중 한 놈 아니 한명에게 말을 했어. 자신을 잊지 말라고, 자신을 버리지 말라고....그 말에 일행 중 한명은 입을 열고 말했어. 그러겠다고....다른 일행들을 제쳐놓고 그 한명에게서 자신의 미소를 찾고 싶었는지도 몰라. 그제서야 소녀의 미소는 밝아졌지만 그 밝던 미소는 얼마가지 못했어. 여행을 다닐 때보다 더 차갑게 식어갔지. 슬픈 눈동자로 웃음 짓는 일까지도 없어져 버렸어. 소녀의 일행들이 그 한명의 말에 의해 곁에서 떠나가 버렸기 때문이지. 떠나가는 일행들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이마에 손을 짚고는 어이없어 하는 얼굴로 헛웃음만 미친 듯이 했어. 주변에 오가는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소녀는 상관하지 않았어. 한참을 그렇게 웃던 소녀는 뜨거워진 이마에서 손을 내리고 웃음을 멈추며 뒤돌아섰어. 그리고는 자신이 묵고 있는 숙소로 향했어. 숙소로 향하는 소녀의 조그만 등은 그날따라 더 작아보였고, 기운이 하나도 없는지 두 팔을 제멋대로 늘어뜨리고는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가는 도중에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았어. 숙소에 도착한 소녀의 눈동자는 버림 받은 자에게서나 나타나는 상처받은 눈동자였어. 자신이 믿었던 자에게서 버림받은 소녀의 가슴은 이미 찢겨질 대로 찢겨져서 더 이상은 찢을 수 없을 정도였대. 바람에 날리는 실같이 찢겨진 가슴을 부여잡을 수 없던 소녀는 한순간 그곳에서 사라졌어. 전에 얘기해 줬던가? 왕자에게 버림받은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린 것을....몰랐다면 지금 알아서 다행이고! 소녀도 그 인어공주같이 그렇게 사라졌어.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 원래 존재하지 않은 사람같이 바람과 같이 사라졌어. 아마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겠지. 치유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녀는 그렇게 사라진 거야. 사랑하는 자들에게서 잊혀진 아픔을 잊어버리고자 여행을 온 소녀는 더 깊은 상처를 받고 사라졌어.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어때? 정말로 끝내주게 재미있는 이야기지? 나 지금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와서 편지지를 적셨어. 웬만해서는 웃다가 눈물을 잘 안 떨어뜨리는데 너무 웃어서 눈물샘을 건드렸나봐. 자꾸 흘러 내려. 하지만 다행히 글씨가 번지지는 않았잖아. 재밌는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못하겠다. 그럼...안녕히...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글에 블루는 주먹을 쥐고 테이블을 내려쳤고, 그리디아는 끝내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쥔 손에서는 붉은 선혈이 흘러내려 지나가는 바람에 혈향을 머금게 만들었으며, 케사르는 멍하니 편지만 바라볼 뿐이었다. 이보다 더 조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풀벌레 소리마저 끊겼을 때 난데없는 바람이 불어와 일행들 가운데에 놓여 있는 편지가 날려서 옆에 있는 호숫가로 떨어졌다. 잉크가 번지기 시작한 편지를 물이 점점 잠식해갈 쯤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이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리는 듯이 군데군데 푸른빛으로 물들어가는 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가 곧 사라졌다. 달에서 일어난 괴현상을 모르는 듯 일행들은 여전히 얼어 있다가 그중에서 붉은 머리 청년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더니 편지가 떨어진 호숫가로 걸음을 옮겼다. 보통 종이 같으면 벌써 물이 스며들어서 가라앉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눈앞에 보이는 편지는 살짝 물이 스며들어갔을 뿐 더 이상 잠기지 않았으며 잉크도 많이 번지지 않아서 본래의 내용을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차가운 호수의 물이 발에 잠기는 것도 상관하지 않은 가르시미르는 편지를 조심스럽게 건져내서 마법으로 말려서 곱게 접더니 품안에 집어넣었다. 은은한 달의 향이 넘실대며 호숫가를 스치는 어느 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