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불완전하면서도 어느새 완전을 추구 하고 있고 육체의 나약함 속에서도 어느새 무리라는 틀을 만들어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강자의 종족으로 군림하기 시작했다. 창조주조차 그들의 신비한 내력에 흠취되어 더욱더 인간을 자신의 품 으로 인도하기 시작했고 창조주의 품에서 어느새 우월감에 도취된 인간들은 하나 둘씩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처음의 맑고 순수하던 인간들은 점차 범람하는 파도처럼 검은 욕망 에 이끌려 이성의 절제가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고 강한자에 이끌려 약자를 핍박하고 자신들을 거둬준 신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이에 난 창조주의 아들로서 그의 명령을 받아 인간들에게 공포로서 존 재하게 될 드래크로니므이스라는 나의 이름과 비슷한 '드래곤'이라는 생 명체를 창조했다. 하지만...내가 처음으로 생명체란 것을 창조시기엔 연륜이 부족했던 것 이었을까... 나의 손에 태어난 생명체는 인간들에게 공포로서 존재하게될 절대존재가 아닌 애완동물로서 자리매김 할만한 아주 귀여운 아이가 태어났다. 아직 신으로서 각성한 지 얼마되지 못했던 내게서 처음으로 세상의 눈부신 빛을 알게해준... 내가 처음으로 창조한...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사 랑한 최초의 생명체...그 존재는 나의 아들이자 딸이었고 나의 삶이자 사 랑 그 자체였으며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연인이었다. 그 동글동글하고 50크로(1크로=1cm)도 안되는 연한 분홍빛이 느껴지는 털복숭이의 작은 몸체는 주위의 나와 같은 신들조차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찔하게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였다. 비록 나의 손에의해 태어난 생명체지만 누군가 내가 사랑하고 나의 삶이 자 연인인 엘테미아를 다시 창조하라고 하면 수억만년이 걸려도 내 앞 에 있는 작고 귀여운 아이를 창조해 내지 못하리란 것을 장담할 수 있었다. 내가 창조한 최초의 생명체이자 최초의 드래곤 엘테미아... 그 동글동글한 황금빛 눈으로 나를 바라봐줄때 난 신으로서 절제해야 할 감정이란 것을 그때만큼은 도저히 절제할 수 없었다. 언제나 원했다...그녀를...그녀의 곁에서 행복해하며 같이 웃고 생활하기를... 그렇게 인간의 세월로 치면 꽤나 오랜 시간의 세월이 흐른 후... 엘테미아는 내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그녀의 힘은 점점더 거대해 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내가 그녀를 일깨우기 위한 신계의 비보를 엘테미아 의 심장에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아니면 안되었다...그것이 아니면... 드래곤 하트...또다른 이름은...그것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난 엘테미아에게 드래곤 하트라는 이름이 개정된 신계의 비보를 선물했다. 대륙에 퍼진 자연의 살아 숨쉬는 에너지인 순수한 마나를 무한정으로 유통,가 공시켜 주는 신계의 비보... 그녀를 깨우기 위해 드래곤 하트를 불어 넣어준 후 엘테미아는 언제부터인가 내가 관장하는 에너지의 균형에 또하나의 거대한 힘을 창출함으로서 막대 한 균형붕괴를 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함께 있고 싶었는데...아무런 슬픔도 고통도 없이 둘만의 낙원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꽃피우고 싶었는데...어느샌가 엘테미아의 막대한 에너지에 붕괴되기 시작한 차원을 관장하기 위해 나는 나의 온 신력을 쏟아 부었고 나의 신력은 점차 고갈되어 밑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던것 같다...엘테미아가 점점더 나를 멀리하기 시작한 것이... 그때 엘테미아는 그저 자신의 후손을 잇기 위한 준비라며 넘어갔지만...난 그때 그녀의 말을 깊이 생각해볼 겨를도 없었기에 대충 넘어갔었다....그 후...그때 의 나의 선택과 무관심이 신으로서 모든 의무와 권리를 버리면서까지 죽고싶 을 만큼 후회하게 될 재앙의 서막이란 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난 나이자 엘테미아였고 엘테미아는 엘테미아이자 나였다. 우린 서로의 영 혼을 공유하고 있었고 내가 엘테미아의 모든것을 느낄 수 있듯 엘테미아 역 시 내가 자신탓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처음으로 신으로서 각성된 후 내 황금빛 눈동자에서 눈 물이 흘렀던 날...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작고 사랑스런 엘테미아를 찾기 위해 난 나의 차원 계를 온통 헤집고 다녔고 끝내 그녀를 찾았을 땐 스스로 드래곤 하트를 자 신의 몸에서 떼어내어 자연에게...아니, 나에게 환원시키고 스스로 차원의 틈 으로 녹아들어가 자기소멸을 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 차원의 틈으로 이미 몸의 절반이 들어가 버린 엘테미아를 보며 구슬같 은 눈물을 흘리고 피를 토하는 외침으로 그녀를 향해 간절히 외쳤다. 제발...나의 곁을 떠나지 말아달라고...조금만 더 기다리면...'그'와 함께 방 법을 강구하겠다고...섣부른 판단으로 나의 심장이 되어버린 그녀를 잃게 하지 말아달라고... 허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인간의 형상으로 폴리모프한 채 나와 같은 구슬같은 눈물을 훔치며 생긋 웃고는 아름다운 다홍빛 입술로 구슬 픈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울지...말아...드래크로...드래크로는 말야...언제까지나...언제까지나 행복 해야해...난 잠시 여행을 가는거야...이곳은 너무 질려서 말야...헤헷...] [........] [그리고...] [........] [사랑해...안녕...] 난 나역시 그녀 못지 않게...아니 그녀보다 더욱더 그녀를 사랑한다고 외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린 그녀를 보며 바보같이 땅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어느새 나의 손에는 엘테미아가 남겨버리고 간 작은 황금빛 보 석이 구슬픈 빛을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시간은 그렇게 계속 흘러갔다. 엘테미아가 스스로 차원의 틈으로 떠나간지 어느덧 10만년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스스로 자기혐오와 분노,증오,초초,자괴감으로 살고있었다. 하지만 잊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던 엘테미아의 후손을 창조하는 일을... 최초의 드래곤인 엘테미아는 고룡이 되어도 본체가 70크로(1크로=1cm)도 안되는 작은 크기에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런 생명체였지만 그녀의 후손들은 나의 분노를...허탈을...초조를...혐오를...후회를...추억에 대한 허무함을...그리고 잔잔한 기쁨을...그렇게 나의 막대한 감정이 주입되어 7빛깔로 나누어진 엘테미아의 후손들이 탄생되었고 신들조차도 장담할 수 없었던 엘테미아의 드래곤하트를 그녀가 내 곁을 떠난 그 순간부터 계속 연구 하여 나의 손에 만들어진 엘테미아의 황금빛 드래곤하트의 샘플에 의해 그녀의 후손들은 생명을 유지하게 되었다. 그들의 본체는 엘테미아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직경 300헤론(1헤론=1m)크 기의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생명체로 재 탄생되었고 인간들은 지상 최 강의 마법생명체인 '드래곤'을 전설로 떠받드며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드래곤로드 헬트레이더스의 드래곤 창조신 '드래크로니므이스와의 면담'중에서 발췌- 이슈테리아 대륙에는 생동감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숲... '태초의 숲'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국가정도의 면적을 자랑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숲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구름마저 덮지 못하고 천공을 향해 높이 솟은 거대한 산이 존재했다. 바람조차 불지 않던 산의 정상에서 갑자기 시각조차 잃게만들 눈부신 빛 무리가 황금빛 보석을 기점으로 서서히 비산하기 시작했다.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 듯 점차 황금빛 보석을 기점으로 퍼져 나가던 빛무리들은 이내 하나의 사람형태를 자아내기 시작했고 그 속에 서는 자조적이고 슬픈 목소리가 나직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이야...엘테미아...너무...오래 기다리게 한건 아닐지 모르겠다. 그래서 미안해...그리고...지금부터 딱 1700년만 기다려줄래...? 그러다 면...널 꼭 찾아낼 거야...내 영혼이 사라지지 않는 한 너의 영혼도 사라 지지 않아...모든 준비는...1700년 후에 끝나...그러니 조금만 참아줘... 네가 어디에서 그 무엇으로 존재한다 해도...널 운명으로 불러들일께..." 찬란한 빛무리속에서 듣기만 해도 눈물이 일것 같은 슬픈 목소리가 쓸쓸하게 울려 퍼진후 태초의 숲 전체를 가득 메울만한 거대한 원형의 황금빛무리가 수 만 수억갈래로 흩어지며 하늘을 찢어발기고 대기를 뚫고 지나쳐 또다른 차원의 어디론가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드디어 1699년이 흘러가고 있었다. 운명의 현혹(01) 난 가끔 이런생각을 한다. 난 어디서..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별로 복잡한 것을 생각하기 싫어하는 나조차도 가끔 이런생각을 하는 이유는 다른사 람들과는 다른 나의 신체조건때문이다. 내 이름은 장린...현재 공주여자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나는 혼혈아다. 물론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셨지만 그 외에 뭔가 꺼려하시는 어머 니때문에 난 나의 출생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뭐...알아서 슬픈 내용이라 면 애초부터 듣고 싶지도 않다. 괜히 이상한 소릴 들어 이 즐거운 세상을 괴로 워하며 바보같이 눈물로 지내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 주위로는 온통 흑발의 건강미가 넘치는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난 그들과는 달리 금발의 머릴 지니고 있다. 분명히 한국인과 외국인간 의 사랑사이에서 금발의 유전이 나올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난 괜히 모른 척했다. 난 머리를 기르기 귀찮아서 지금은 남자처럼 조금 짧게 기르고 있기에 다른 아이들이 볼때 내 머리가 보이쉬 하게 보이는 모양인지 여자애들이 나만 보 면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하곤 한다. 뭐...그게 싫은건 아니지만... 난 아버지가 없다. 이 부분도 어머니께서는 제대로 말씀해주시지 않으셨지만 역시 이도 알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막자란 얘는 아니다. 무언가 모자란 만큼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난 더욱더 명랑하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한 소녀로 살아왔다. 가끔...아주 가끔은 마치 나 자신이 내가 아닌것 처럼 행동할때도 있지만...바로 지금 이런생각을 하고 있을때가 그렇다... 평소같으면 예쁜 아이들과 귀여운 꼬마들만 있다면 사죽을 못쓰며 덤벙대는 나 지만 지금과 같이 나의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릴때는 마음이 왠지 착 가라앉는다... 무언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와 날 자꾸 어두운 나로 가두어버리려 한다. 아!... 이제야 내 눈이 푸른 눈동자로 돌아가려 하나보다...내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릴때는 오감외에 또다른 감각이 생겨난 것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지금 그 감각은 점차 사라져가고 있음에 난 감았던 눈을 뜬다. 푸른눈으로 돌아왔을때의 나는 내가 생각해도 덤벙대고 순진한 아이가 되어버 린다. 놀랄때는 흐에엑~거리며 바보같이 놀라고 우엥거리며 전형적인 새침떼 기 소녀가 되는것이다...푸른눈동자가 되면...내가 바라고 원하는 나의 모습 그 대로... " 선배님~~~♡" "........" 하하... 나도 모르게 부활동시간이 끝났군...모두들 예상했겠지만 지금 나는 양궁부 부장이야. 나의 화려한 활쏨씨에 반한 후배들이 몰려오는 구나...전에도 말했지만 난 범인들보다 굉장히 좋은 시력을 갖고 있어서 양궁대회란 대회는 거의 휩쓸고 다니는 실정이야...그리고 조금만 있으면 자랑스런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도 출전할 예정이구...헤헷...괜히 내 자랑 하는것 같네...아무튼 이런저런 이유와 머리스타일까지도 남자처럼 짧은 컷트머리라 여학교에선 내 인기가 좀 있는 편이야. 어느새 귀여운 나의 후배들한테 또 둘러 쌓였군..헤헷....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생각해도 어깨 너비로 사선과 직각으로 서고 윗몸을 바르게 하여 양어깨의 힘을 빼고 얼굴은 바로 정면을 향한 후 화살끼우기는 활시위에 화살을 끼우고 얼굴은 표적 방향으로, 아래턱을 내밀지 말고 호흡을 조절하면서 표적을 바라보는 내모습이 상당히 멋지단 말야~ 그리고 활시위를 노면서 공기를 가르는 '패애앵~'소리와 함께 과녁 정 중앙에 꽂히는 신기의 솜씨... 꿈 많은 사춘기 소녀들이 반할만 하지 않아? 뭐? 전혀 아니라고? 흐응...너무해... 이제 부활동시간도 끝났으니 주위에 몰려있는 애들의 처리과정을 거친 다음 귀가 만이 남았구나... 우선 화사한 미소어택으로 한방먹여야 겠지... "헤헷...고마워 애들아~~♡" "흡" "끅" "아아~앙~!" 흠...역시 여기저기 숨넘어가는 소리 들리는군...하지만 어쩌겠어 편안히 교실로 가려면 약간의 정신어택으로 길을 뚫은 다음 날렵한 몸놀림으로 '내일 다시보자~' 라고 쿨하게 외친다음 멋진 앞머리를 휘날리며 잽싸게 돌아 완벽한 뒷모습을 타오르는 석양과 함께 연출하려면 어쩔수 없다구 하하하...하...아...이,이런...갑자기.. 왜...또... "........" 또 다시 이런 기분이다...문득 즐겁다가도 무언가 슬픈 기분이 나도 모르는 사이 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들어온다. 왜지...난...항상 명랑하고 순진하며 밝은 소녀이고 싶어...언제까지나...그런데 왜...계속 어두운 나로 만드는거야... 평소보다 더욱더 심하게 밀려오는 아련한 슬픔에 난 그만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린채 두 팔로 양어깨를 감싸며 차가워진 몸을 떨고 있었다. 주위에서 놀란 나 의 후배들의 비명성이 들려왔지만 육체적인 고통조차 느껴질 정도로 내 가슴을 찢 어놓는 아릿한 슬픔이 밀려와 아무것도 들을수도 볼 수도 없었다. "싫....어...." 사라져줘...다시 밝은 나로 돌아가고 싶어...제발... 끝없이 속으로 되내이고 있었지만 들려오는 것은 슬픈 침묵뿐이었다. 그때였다. 너무나 고독하고 가슴속 깊은 곳을 아리는 듯한 깊은 슬픔에 괴로워하고 있을때 고여있는 물웅덩이로 떨어지는 한방울의 청초한 물방울처럼 슬프고 지친 내 영혼을 깨우는 듯한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물 닦아..." -두근...- 어느새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채 난 이상하게 두근거리는 심장을 뒤로하며 고개를 올려 나에게 분홍손수건을 건네는 조그만 아이를 바라 보았다. 너무나 귀여운아이... 평소의 푸른 눈동자를 지닌 나였다면 당장 달려가 안아들고 비비적거릴만 한 아찔할 정도로 귀여운 아이였지만 지금은 눈앞의 귀여운 여자아이 덕에 더욱더 밀려드는 슬픔뿐이었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지금처럼 강렬히 느껴지는 슬픔은 없었다. 무얼까... 눈앞의 이 아이를 보자 더욱더 확연해진 가슴속의 깊은슬픔은... 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넌...도대체 누구지...?" 그러나 내 앞에 있는 조그만 아이는 조용히 웃기만 할 뿐이었다. 그 미소가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억에는 없지만 분명 내 몸은 반응하고 있었다. 누구지...이아이는... 도대체 이 슬픔의 정체는 뭘까...? 눈앞의 이 이아가 왠지 나의 슬픔을 더욱더 불러들이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다...넌 도대체 누구야...그녀를 보면 더욱더 괴로우면서도...난 고개를 뗄수 없었다. 그때 오직 나만이 들을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눈앞의 귀여운 아이는 말하고 있었다. "오랫동안....계속...기다려 왔어요..." ".......!?" 알아들을 수 없는 그녀의 말에 난 어느새 깊은 슬픔을 담은 눈물을 조 용히 흘리고 있었다. 운명의 현혹(02) 처음에는 몰랐지만 예림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아이와 만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만 보면 계속해서 나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린 채 내기 싫 어하는 또다른 내가 되어버렸지만 마치 마약중독자처럼 그녀를 보지 않는 다면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에 계속 그녀를 보아야 했다. 그리고 언 젠가부터 그녀를 보아도 나의 눈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리지 않게 되었고 푸른눈의 나로 보았던 예림이는 너무나 귀여워서 일요일인 오 늘도 함께 교회를 갔다가 시내로 놀러나온 것이다. 요즘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심하게 예림이와 붙어 있는 것 같다... 비록 예림이는 중1이지만 초등학교 3,4학년쯤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에 동생과 언니로 착각할수도 있겠지만 난 왠지 그녀가 동생같아서 좋 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무얼까...밤새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굉장히 오랜만에 만난 연인...? 뭐...이상한 소설같은 내용에 나조차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던 지난밤 이 생각난다. 난 그동안 꽤 괜찮은 외모의 소유자였기에 솔로인 나를보며 안타까워하 는 후배들의 등살에 못이겨 몇 번 다른 남학생들과 소개팅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에도 그저 바보같이 실실거리기만 했을뿐 별로 두근거리는 감정따윈 들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예림이만 보면 묘한 설레임이 일어난 다. 헛...혹시 난 금단의 길에 접어든 것 아닐까? 아,아냣!!...암튼...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아닐꺼야 하하... 아직도 예림이와의 만남에서 기억에 남는것은 그녀와 학교의 운동장에 서 처음만났을때 내게 했던 말...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요.」 그말에 난 진한 슬픔과 동시에 묘한 행복감을 느꼈었지... "어라?" 나 혼자만의 생각을 마치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예림이가 없었다. 지금은 파란불의 신호를 받아 나와 예림이는 시내 도로의 한복판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중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예림이가 횡단보도 중 간 지점에서 지갑을 떨어뜨렸는지 허리를 굽힌 채 지갑을 줍고 있는 모습 이 눈에 들어왔다. 음...너무 혼자만의 생각에 몰두해버린 모양이다. 함께 걷던 예림이조차 놓칠 정도로...에구구... 현재 우리가 건너고 있는 도로는 4차선 도로라 대충 횡단 보도의 길이 가 10미터 정도 됐는데 반대편 인도의 신호등을 보니 파란불이 깜빡깜 빡거리고 있었다. 나는 노파심에 예림이에게 소리쳤다. "예림아 빨리와~~!" "응~~~!" 후훗...목소리도 이제 들어보니 귀엽기도 하지...허리까지 길른 그녀의 긴 웨이브머리가 너무나 귀엽다. 똘망똘망한 눈동자와 귀엽게 솟은 코.. 그리고 앵두같은 새초롬한 입술이 세상 그 어떤 누구보다 귀여울것 같 아...아우웃~~귀여워~~~♡ 아무튼 나의 외침에 귀엽게 응답한 예림이가 허리를 세우고 나에게 달려올려 할때 반대편 도로에서 경찰차들의 싸이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깜짝놀란 나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마치 포뮬러경기를 연상케 하는 속도로 사거리에서 우회전으로 핸드브레이크를 이용해 아슬아슬하게 드리프트를 해 오는 검정 스포츠 카를 발견할수 있었다. " 안돼~~~!!!" 나의 심장은 굉장한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하게 달려들던 검정색 스포츠카는 경적을 시끄럽게 울려대며 아직도 파란불인 횡 단보도를 무서운 속도로 지나치려 하고 있었고 운동신경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예림이는 꼼짝도 못한채 얼어붙어서 위험천만한 이 순간을 멍하니 방관하고 있었다. 예림이와 검정색 스포츠카의 거리 6m...나와 예림이의 거리 5m... 이건 초등학생이라도 나의 다리보단 2륜구동의 스포츠카가 훨씬 빠르다는 걸 안보고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달렸다. 무언가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나의 온몸을 휘젓고 있었다. 마치... 기나긴 세월을 통해 겨우 만난 연인이 다시 내곁을 떠날 것 같은 불길함...마치 이것이 없으면 살수 없을 것 같은 나약함...찰나의 시간이었지만 그 어느순간 보다 길게 느껴졌다. 갑자기 사물이 느 려지고 주위의 색이 바래지면서 나와 예림이만이 주위에 생동감있 게 비쳐졌다. 그렇다! 예림이다. 난 예림이를 잃고 싶지 않다...예림이를 보면 처음과는 달리 요즘 은 슬픈감정 대신에 행복한 감정이 내 가슴에 녹아내리고 기분이 좋아 지고 또 사랑스럽다. 그리고 싫지 않은 두근거림까지도... 생전 처음느껴보는 생소한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무 튼 내 가슴속에 각인된 예림이가 내 눈앞에서 다시 사라진다면 난 도저히 못견딜 것 같았다. 나의 이런 생각과 함께 주위에 있던 사람들조차 경악할 만큼 폭발적 으로 반응하는 다리근육에 나조차도 놀랄 만큼 쏜살같이 앞으로, 예림 이쪽으로 달려 나갔다. 거리 4m....3m....2m....1m....모든 사물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느껴졌지만 난 알수 있었다. 지금 이순간 예림이를 안고서는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검정스포츠카를 피할수 없다. 예림이를 밀자...우선 예림이를 밀고 나서 나의 운동신경에 모든걸 걸어보자!. 생각을 마쳤을땐 이미 나의 두 팔은 예림이를 힘껏 밀쳐내고 있었 다. 그리고 살아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충격이 나의 옆구리 를 통해 전신으로 퍼졌다. 시야가...빨갛다...빨간 물방울이 나의 시 야에 비친다...그런데...그때 나의 시야에 예림이가 보였다. 두눈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웃어?...' 그랬다. 예림이는 웃고 있었다. 너무나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하하... 나도 모르게 그 행복한 미소에 화답하듯 같이 웃어주었다. 어째서 일까...? 굉장히 고통스런 순간에도 무언가 안락한 기분마저 들 게하는 예림이의 미소에 난 가슴속을 가득 메우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때 였다. 예림이의 눈동자가 나와 같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주위의 건물들과 경악하고 있는 사람들...자동차...가로수...신호등...모든 주위 풍경이 하얀 도화지에 검정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났다. 그럼과 동시에 시간이 멈춰 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 무렵 예림이는 앙 증맞은 두 팔을 벌려 허공에 동그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헤헤...귀여워...' 죽는 순간에도 예림이의 모습이 마치 아기 천사같아 보였다. 이런... 나 여기서 죽으면 안돼...절대 안돼...예림이라는 이유의 삶에 대한 집착이 생겨날 때 예림이의 주위로 동그란 황금색 원이 수십개가 생겨났고 그 동그란 원안에서 알수없는 문자와 기하학적으로 이 루어진 도형 수십 수백개가 동시에 찬란한 빛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원진들이 예림이에 의해 만들어졌고 그 원진들은 갑자기 내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치 어머니가 나를 감싸안듯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점점 더 의식이 흐려질때쯤 마지막 발악으로 예림이를 쳐다보았다. 나를 향해 그 앙증맞은 두 팔을 벌리고는 너무나 아름다운...세상에 서 가장 행복한 듯 미소짓고 있는 천사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앵두빛 의 도톰한 입술이 열리는 것으로 나의 의식은 유선이 들어오지 않은 텔레비전처럼 노이즈 현상과 더불어 점점더 흐려졌다. 의식을 잃기전 마지막 전신의 힘을 짜내어 예림이에게 다가갔다 한발짝..두발짝...드디어 내눈앞에 사랑스런 아기천사가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힘들게 두팔을 뻗어 예림이를 안고는 천천히 나의 얼 굴을 예림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느꼇다. 에림이의 눈물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밀크쉐이크 같은 입술을...조금만더...조금만더...이대로 계속 예 림이의 입술을 느끼고 싶었지만 끊어지려는 의식은 나도 막을수 없었다. 그리고 보았다 두뺨에 가벼운 홍조와 행복해 보이는 예림이의 모습을...그 리고 이 세계에서 건내는 마지막 말을... ' 먼저가서...기다릴께...사랑해...엘테미아...' ' 부우우우웅~~~~~' "......" 내이름은 이석기...제길...그동안 불법으로 위조신용카드를 만들어 막대한 돈을 챙기고 있었다. 허나 짭새새끼들에게 그만 뒤를 밟혀 나와 내 동료를 잡으려 한다...그동안 벌이가 짭잘해서 BMW를 산지 얼마 안됐는 데...씨버럴...빨리 해외로 떠야 했는데...그래서 현재 경찰들의 추척을 뒤로 하고 내 친구와 함께 도로를 쏜살같이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사거리에서 영 화처럼 멋지게 드리프트를 이용해 우회전 한 다음 횡단보도를 지났다...그때 한참 바빠 돌아가시겠는데 옆에 친구새끼가 말을 걸어온다. " 어이 석기야. 횡단보도에 누가 있지 않았냐? " 이런 긴박한 순간에 뭔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릴 해대는 거야!! 난 그래서 친 구새끼에게 짜증을 부렸다. "몰라~~! 있긴 누가 있어~~병신아! 뒤에 짭새새끼들이나 따돌릴 생각이나 해!!" "아,알았어...이상하네...분명 두 소녀가 있었던거 같은데..." 석기의 친구는 의혹의 표정이 가득한채 백미러로 보이는 아무도 없는 횡단보 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음날 월요일 오후 4:30- 내 이름은 최진경. 올해 공주여자중학교 2학년인 새침떼기 소녀다. 이제 5분 만 있으면 특별부활동시간이 끝난다. " 야~~진경아 어디가?" 뒤에서 나의 절친한 친구 혜진이가 날 부르고 있다. 어래? 나 어디가냐고 당연 히... "......운동장에 양궁부실로...." "양궁부? 거긴왜? " 왜?......라니...그렇고 보니 내가 양궁부에 왜가지...? 왜 갑자기 머릿속이 뿌연 안개처럼 희미해져 기억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린...? 그래 장린...린이란 사람을 보러가는 건가? 아닌가?그런건가?....아..머리 아파... 난 그냥 막연히 떠오르는 이름을 혜진이에게 알려주었다. "장...린...선배를 보러.....?" 이말을 하자 내 친구 혜진이는 검지손까락으로 턱을 받치며 어리둥절한 표정 을 짓는다. "양궁부에 장린이란 사람이 있어? 너도 알다시피 내가 양궁부 1년째 생활하고 있지만 그런 사람은 없어. 너 오늘따라 이상하다?" 그런가...이상한가? 하긴 정말로 이상하다 장린이란 사람을 만나러 간다...장린 이란 사람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만나러 간다니...오늘 확실히 이상한 나다. 하지만 뭘까... 매일 해오던 일은 빼먹은 듯한 알 수 없는 허전함과 아쉬움은... 신비의 대륙#01 짙은 녹음이 울창한 숲에 한명의 소녀가 누워 있었다. 길다란 은발을 풀 어헤치고 하얀 우유빛 살결이 두드러지는 아름나운 나신의 소녀였다. 한동안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소녀의 오른손가락이 갑자기꿈틀거리더니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면서 서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방금 깨어나서 맑은 정신상태가 아닌듯 몽롱히 풀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여긴...어디...?" 새하얀 손으로 눈을 비비며 천천히 그 소녀는 일어섰다. "우웅.....도대체 어떻게 된거야...예림이는 어디갔지?..." 그렇다. 그 은발의 소녀는 올해로 16세가 된 장린이었다. 장린은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살피다가 문득 온몸의 허전함을 느끼고는 자신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을 깨닫고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다시 주저앉았다. "꺄~악!" 내이름은 장린...올해 16세가 된 소녀이다...어떻게 된거지? 난 분명 예림이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다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에 의식을 잃었던것 까진 기억이 난다. 마지막에 예림이의 알수없는 미소...그리고 먼저가서 기다리겠다는 말...나를 엘 테미아라고 부른것까지 어폄풋이 기억이 났다. "...알수 없어...여긴 어디야~" 갑자기 알수없는 곳에 혼자 있게 되자 불안해진 나였다. 하지만 무얼까?...언제 나 느껴지던 아련한 슬픔이 이곳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보는 생소 한 세계에 불안하긴 했지만 이제는 언제나 명랑하고 순진한 소녀로 존재할수 있 음에 불안한 상황속에서도 한줌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얼래?" 조금씩 현실을 직시하던 나는 내 주위로 은빛의 가는 실들이 주변에 널려 있 음을 보고 의아해 하며 은빛 실들을 한움큼 집고 잡아당겼다. "아얏!!??" 어,,,어라???왜 이 은빛 실들을 잡아 당겼는데 내 머리끝에서 느낌이 오는거지? 서,,설마... 난 천천히 은빛 실들을 따라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황당하게도 그 은빛실들의 출발점이 바로 내 머리인 것을 알수 있었다. '이...이게 뭐,뭐야?' 황당했다. 내머리는 이렇게 길지도 않을뿐더러 금발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허 리까지 내려오는 은빛으로 빛나는 긴 생머리의 은발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자 세히 보니 예전 내 피부도 그리 황색빛 피부는 아닐지라도 지금처럼 새하얀 피 부까지는 아니었다. 난 떨리는 손으로 내 얼굴을 더듬어 보았다...느낌상 예전 16년 동안 보아온 내 얼굴이 아니라는걸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거야~ ...여긴 또 어디야~~! 예림아~~~" 좀전의 평온은 온데간데 없고 나는 예림이를 부르며 오랫동안 숲속에서 절규했다. 이슈테리아 대륙의 동북부에 존재하는 '태초의 숲'의 한가운데 거대한 산맥이 존재했다. 산맥 자체가 거대하고 태초의 숲인것을 감안해 인간들은 이 거대한 산맥을 '태초의 산맥'이라 명명했다. 태초의 숲은 그 주위로 거대한 마나장이 퍼져있고 각종 결계등이 굉장히 많이 설 치되어 있다. 결계등으로 인하여 인간들은 그곳에 엄청난 태고의 유물이나 보물따위가 뭍혀 있거나 던젼등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호기심에 연륜이 많은 모험가나 용병, 한나라의 군대까지 이 태초의 숲을 점령하기 위해 숲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자주 있었다. 그러나 태초의 숲에 발을 디딘 사람을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올수 없는 숲따 위는 아니었다. 다만 숲의 이름처럼 한번 들어간 사람은 기억을 모두 잃게 되는 불가사의한 체험을 한 후 다시 나오게 되는 것이었다. 숲의 이름처럼 숲에 발을 디딘 사람 들은 모두 태초로 돌아가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 여론이었 다. 이 여론이 기정사실로 인정되어 대륙에 널리 퍼진후로 인간들의 발길은 점차 줄어들면서 1000년이 지난 지금 인간들이 정해논 금지로 지정되어 왠만한 간 큰 사람들이 아니면 숲 근처에 오지 않았다. 가끔 굉장히 고통스런 일을 당하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사람들이 자신 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오는 것말고는 말이다. 태초의숲... 숲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태초의 산맥...그 산맥의 가운데 거대 한 동굴이 존재했다. 거대한 동굴은 어림잡아 400헤론(1헤론=1m)이나 되어 보였고 그 동굴주위에 는 수많은 결계와 부비트랩등이 설치되어있었다. 그 동굴안에는 마법등으로 어 두운 실내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벽면에는 수많은 무기와 보석들로 치장되 어 있었다. 그 공간은 인간이란 너무나 작은 존재가 존재하기조차 무색할정도로 거대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공간에서 하나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느꼇나? 내 6000년간 이렇게 맑은 드래곤피어는 처음 느껴 보는군..." "어" "그렇군..." "그래" "응" "......" "......" 대략 지름이 3,4헤론(1헤론=1m)정도 되는 원탁에 가지각색의 머리칼을 소유하고 있는 7명의 사람들이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를 가진 20대 초반의 굉장한 카리스마를 지 닌 사내가 조용히 감고있던 눈을 천천히 뜨며 원탁에 앉아 있는 모두를 둘 러 보며 말했다. "로드...이게...우리들의...어머니...아니, 시조라고? " 붉은 머리 사내에게 로드라 불린 백금발의 아름다운 머리를 늘어뜨린 소녀는 분홍빛 입술을 천천히 열며 말했다. "응...과연 창조주의 예언대로야...1700년전에 창조주님께서 자취를 감추시기 전 이렇게 말했지" [너희들의 태초를 볼 것이다.] "아...나도 분명히 기억해. 지금의 이 피어...너무나도 맑고 아름다워...너무 나 친숙하게 느껴져...다헬론 위치파악은 됬나?" 녹색머리의 커다란 귀를 소유한 아름다운 청년이 다헬론이라 불린 하얀머리 의 중년의 사내에게 물었고 다헬론은 하얀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니...대충 대륙의 로슈레인 왕국과 휴벤트 제국 사이라는 것밖에... 피어가 워낙 생소한 느낌이고 그 주위에 이상한 파장이 느껴져 정확하지 않아..." 다헬론의 부정적인 말에 모두의 표정에 어둠이 내리 깔리기 시작했다. 이에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심산인지 붉은머리칼의 사내는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향해 말했다. "후훗...그나저나....우리들의 시조라면 대략 수백만년전에 사셨던 분이잖아? 그 러담 시조할머니의 얼굴에 주름살도 수백만개가 아닐까 하하하하하" "말안해도 알고 있어..." "재미없어..." "........" 붉은 머리칼의 사내 즉 가드레일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쉰 백금발의 로드라고 불리우는 소녀는 모두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입술을 열었다.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해. 어서..만나고 싶어...전 드래곤들에게 2만년만에 비 상계엄령을 내린다고 전해주고 어서 그분을 찾으라고 전해" "그렇도록 하지."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엘테미아님..." 신비의 대륙(2) 내가 패닉상태에서 깨어난건 나의 외관이 바뀐 것을 알고 난 후 몇십분이 지나 서였다. 솔직히 약간의 붉은 빛이 도는 이 은발...아무리 내 머리칼이라지만 상 당히 아름답다. 군데군데 울창한 나무사이를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빛을 받아 머리칼에 쐬이면 상당히 아름다운 은빛물결이 넘실거린다. 아직 아무것도 입지 못한 나는 주저앉았던 내 몸을 다시 일으키고 주위를 살 피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적한 숲이라서 주위에 나말고는 다른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았다. 이 대로 이곳에 계속 머물수는 없기에 나는 천천히 길이 있는 방향으로 걷기 시 작했다. 새하얀 손으로 나의 치부를 가린 채 한참동안 걷고 있을 때 근처에 대략 6m 정도 되는 큰 물웅덩이가 내 눈에 비쳐졌다. 순간 나의 외관에 호기심이 생겨 그 물웅덩이에 다가가 허리를 굽어 앉고는 살짝 엎드려 내 얼굴을 그 물웅덩 이에 비춰 보았다. "흐음......." 그 물웅덩이 주변이 약간 어둡고 잔잔히 흐르는 바람을 타고 작은 파동이 끊 임없이 생겨나 자세히 내 얼굴을 볼수는 없었지만 대략 괜찮게 생긴 얼굴과 내 눈이 황금색 눈동자라는 걸 어렴풋이 확인 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체격은 어깨로 보아 예전보다 약간 더 왜소해 진것도 같았다 일어서 서 땅과의 거리를 보니 예전 내 모습은 165cm를 가뿐히 넘겼었다. 여자치고는 훤칠한 키였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160도 안되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우...갑자기 의식을 잃고 깨어나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드는 숲에 와있질 안나, 내 모습이 완전히 바뀌어있질 안나...뭐...전보다도 훨 씬 예쁘게 생긴 것 같지만... 하지만...난 처음 깨어났을 때부터 인정하기 어려웠던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젠 정말 혼자인가봐...' 알 수 없는 곳에 이젠 엄마도...친구들도...모두 없는 곳에 홀로 존재하게 되었 다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한방울의 눈물이 내 볼을 타고 또르륵하고 흘러 내렸다. 갑자기 침울한 분위기를 타서 그런지 그 자리에서 내 무릎에 얼굴을 뭍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그런데 언제인지 모르지만 고개를 무릎에 묻고 있던 나의 시야에 뭔가 반짝이는 물체가 내눈에 들어왔다. 난 숙였던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주위의 식물들은 내가 16년간 한국에서 볼 수 없던 것들로 구성되었었다. 물론 우리나라식물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그 외 대륙의 신기한 식물들도 있겠지만 지 금 내가 보고 있는 숲은 나의 상상을 넘어선 신비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작은 날개를 가지고 이리저리 빛을 뿌리며 귀엽게 생긴 잠자리같은 것들이 내 눈길을 끌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손을 내어 보니 녀석들은 작은 쉼 터라도 찾은 듯 내 손에 얹혀 재롱을 부리기도 했다. 손을 얼굴쪽으로 대어 자 세히 보니 작은 그 빛무리들의 외형이 인간형상이란걸 알수 있었다. 작은 몸의 등에는 네 쌍의 투명하고도 빛이 나는 날개가 위 아래로 파닥거릴때마다 빛의 가루가 이리저리 아름답게 흩날리고 있었다. '히야...예쁘다' 난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마 볼엔 작은 홍조를 띄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 작은 요정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왜냐구? 난 귀여운 것을 보곤 잠시 이성 을 잃게 되니까..헤헤... 하지만 애석하게도 부비부비 할순 없었다. 내가 무자비하게 그런 애정행각을 벌이게 되면 이 요정들은 한줌의 먼지가 될 것 같았기에... 이렇게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물 웅덩이에서 작은 파문이 일더니 손바닥만한 소녀형상의 물방울이 생겨났다. "에에엣???" 난 깜짝놀라 그 자리에서 다시 주저앉았고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요정들은 잠시 나의 주위로 이리저리 날다가 내가 싫지 않은지 다시 나에게로 몰려들었다. 난 내 하얀손을 들어 잠시 내 눈을 비비적거리고는 다시 물웅덩이를 주시했다. 잘못 본 환상인줄 알았지만 내가 본 것은 청순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작은 소녀형상의 물방울이었다. "헤에~자세히 보니 너무 귀엽다..." 그렇다. 그 소녀형상의 물방울은 너무 귀여웠다 내가 그 귀여운 모습을 더 가 까이에서 보기위해 손을 뻗자 마치 이순간을 기다려왔듯 작은 물방울들을 살짝 튀기며 내손에 올라탔다. 자세히 보니 역시 너무 귀여웠다. 신비스런 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작은 물의 요정은 그 모습이 투명하고 인간이 지을수 없을 것 같은 청순한 미소를 보내 오고 있었다. 그 청순한 미소에 화답하듯 나도 그 물의 요정에게 살짝 미소를 보내자 그 물의 요정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나의 얼굴에 다가와 부비부비를 하는게 아닌 가? 나 역시 잠시 멍해있다가 같은 취미를 가진 요정에게 진한 동료애(?)를 느 끼며 숭고한 취미를 함께 나누었다. 이렇게 취미를 나누고 있을 때 내 주위로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걸 느꼈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었지만 그 바람은 너무나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마치 내가 혼자임을 상기하고 울적했던 기분들을 모두 바람에 실어 날려 버리기라도 하라는 듯이... 가만히 앉아서 주위의 빛의 요정들과 물의 요정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있을 때 다시 내 눈엔 연한 녹색의 내 팔뚝한만 생기발랄한 소녀가 등장하자 나는 좀전의 빛의 요정이나 물이 요정이 등장했을 때보다 더더욱 놀랐다. 왜냐면 빛과 물의 요정과는 달리 사이즈가 빅사이즈였기 때문이었다. 손바닥만한 요정들을 보다가 지금 나타난 팔뚝만한 요정을 보니 그 생김새가 더욱 뚜렷해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내게 선사해주고 있었다. 이제 빛의 요정과 물의 요정을 만날때처럼 약간의 위화감이 생겨나질 않았다. 의사소통은 할수 없었지만 난 이 존재들이 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고 친근한 존재로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수 있었다. 지금 내앞에 있는 이 연한 녹색의 요정은 주변에 녹색의 동글동글한 나뭇잎같이 생긴 것들이 이 녹색요정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신비스럽기보단 친근하고 재미있는 느낌의 새침떼기 소녀형상을 하고 있었다. 잠시 그상태로 시간이 지 나자 이 녹색요정은 내 주위의 빛의 요정이나 내 얼굴에서 아직도 고상한취미(?) 를 즐기고 있는 물의 요정을 보곤 약간 뾰로통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내가슴 에 얼굴을 묻고는 부비부비하는게 아닌가!!!?......부비부비하는 부위가 약간 비 밀스런 곳이고 맨살이었기 때문에 약간의 흥분과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스쳐 지났지만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살짝 들어올린 귀여운 얼굴에 나는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연한녹색의 요정 주위로 시원한 바람이 부는걸로 보아 이요정은 바람의 요정인 것 같았다. 한참동안을 주위의 귀여운 요정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부스럭' 어라 잘못들었나? 어디서 자연에 의한 숲의 속삭임이 아닌 인위적으로 생긴 숲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인 것을 알수 있었다. 그렇고 보니 상당히 내 귀가 밝아졌군. 대략 20m 전방에 있는 것 같은데 말야. '부스럭....부스럭!' 숲속의 풀들이 스치는 소리는 점점더 잦아졌다. 아무래도 동물인 것 같은데 예민 해진 청각을 이용해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정체불명의 동물이 이족보행의 동물이 라는걸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전해오는 이 기분은 뭘까...? 무언가 위화감이 들고 날 위협할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전신에 휩싸이고 있었다. 이 알 수 없는 기류가 나의 전신을 휩싸이는 듯 하자 내 주위의 요정들은 갑자 기 혼란스런 움직임을 보이며 어디론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 잠시 허탈해진 나는 이 알 수 없는 기분나쁜 기운을 내뿜고 있는 존재에게 괜시리 짜증과 분노 의 감정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기분나쁜 그 존재가 수풀사이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의 분노는 조그만 모래알갱이 만큼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나의 몸은 꼼짝도 할수 없이 얼 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그 흉측한 모습의 괴물들을 보고 깜짝 놀라 소리쳤다. 신비의 대륙(3) "돼!...돼지???!" 그렇다!! 수풀사이로 모습을 드러낸건 돼지머리를 하고선 날이 빠진 칼이나 도 끼등을 가지고 취익~취익 거리는 녹색피부의 돼지머리 인간들이었다. 몸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입가엔 더러운 타액이 흐르고 있었으며 노란 눈에서는 생생한 피를 갈구하는 광기가 번뜩였다. 그 돼지인간무리들은 대충 5~6마리정도 돼 보였는데 그중 덩치 큰 돼지머리 가 췩~취익 거리며 나의 앞으로 나왔다. "dljfsljld?dlkjflsjflj!!!! lkjlflsfjdiflksjdfjsldfj" 역시...돼지머리언어는 내가 알아듣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도 분위기를 봐서 나에게 좋게 흘러갈 것 같은 그들 의 대화가 절대 아님을 알수 있었다.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봐서 괴물이 아닌 약간의 지성을 갖춘 무리들이라 나는 순간 기원했다.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고 싶다고...내가 나의 소망을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자 마자 갑자기 나의 심장부 근에서 알수없는 포근한 움직임이 느껴짐과 동시에 나의 주위로 번쩍이는 황 금빛무리가 나의 머리를 향해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 황금빛무리가 돼지들에게는 그리 좋은 빛은 아닌 모양인지 그들은 잠시 대 화를 멈추고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나의 주위로 돌던 황금빛무리는 이내 내 머리속으로 서서히 사라졌고 내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에게 들어온 지식이 아닌 내 머릿속 어딘가에 잠들어있던 방대한 양의 지식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라도 시작한 것처럼 잠시 머리가 복잡해 졌지만 그 복잡함도 짧은 시간 안에 안정을 되찾았다. 이렇게 내가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을 때 다시 돼지머리들은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취,취익~저 인간 예쁘다. 나 인간 많이 봐왔다! 저런 인간 못봤다.! 그,그런데 마법사같다. 취익~어떻게 할꺼냐? 취익~" "취익~취익~ 아,아깝지만 취익~우리의 따스한 손길로 취,취익~ 주겨주자~ !취익!" "그,그게 좋겠다...취,취익~!그,근데 그냥 취익~ 죽이기는 아깝다...취,취익~" "......그, 그런가 3호... 잠시라도 취익~ 인간암컷에게 취익~ 극락을 맛보여주 고자 하는 취익~ 너의 그 따뜻한 취,취익~ 마음에 감동했다.~ 취익~ 3호 마 음대로 한다. " .....황당한 종족이군...어쨋든 난 알 수 없는 빛이 내몸을 감싸고 지나간 간 후 부터 기분나쁜 돼지머리들의 언어를 알수 있었고 그 언어가 내가 떨어진 신비 한 대륙의 대륙공통어 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살아생전 처음보는 기이한 느낌이 드는 숲이었고 지금 이숲이 내가살던 지구가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무얼까...? 가슴속에 자리하던 불안감과 홀로 존재하는 허전함의 저편에서는 이 대륙에 대한 묘한 친근감과 그 리움같은 감정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었다. 휴~아무튼 신비한 대륙에서 처음본 인간 비스무래한 것들이 이런 괴물같은 녀석 들이라니...설마 대륙 밖에는 이런녀석들이 판치는 세상은 아니겠지...불길해... 흐엥...갑자기 울고싶어... 스스로 암울한 생각을 하던 나를 무시하고 돼지머리들은 일제히 검이나 도끼 등을 꼬나쥐고 서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우욱...' 상당히 거부감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온다...으...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군...저 돼지들 근육이 장난아니네?...저런 칼이나 도끼등으로 맞으면 아 플거야...흐에...어떡하지... ? 이렇게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그중 재수없게 생긴 돼지들중에서도 더 재수없게 생긴 돼지 한 마리가 재빠른 속도로 나에게 다가왔다. "에에??" 뒤에는 물웅덩이가 있어서 마땅히 도망갈 곳도 없었다. 이런...어떻게 해~~~ 나도 모르게 안절부절하고 있는데 그 재수없고 얍삽하고 능글맞고 더티하 게 생긴 돼지녀석이 순간 내 얼굴앞으로 다가왔다. 에엣!!!가까이에서 보니 더 재수없다!!! 싫어!!~~~ 전신을 찌를듯한 소름을 못이겨 눈앞에 있는 돼지머리녀석을 내 가녀린 주 먹 한방에 한 10미터쯤 날아가 버렸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담고 그 돼지 에게 주먹을 뻗었다. 퍽~~~~~!!!! 꾸에에에엑~~~~!" 돼지다운 비명을 지르며 내가 뻗은 그 주먹에 돼지녀석은 한10m 뒤에 있는 나무 속에 쳐박혔는데 그 힘이 줄지 않고 계속 떠밀려 3번째 나무가 부서저서야 돼지머 리는 땅에 착지할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나는 물론이고 저 앞에 돼지들조차 지금 이 상황을 믿지 못하는 듯 입을 쩌억 벌리고 경악하고 있었다. 우와~~~내 힘 장난아니다... 이것도 외관이 바뀐것과 상관이 있는건가? 아무튼 이상한곳에 떨어져 내 모습도 바뀌어 버리고 엄청난 힘도 얻은 것 같다. 좋아~ 기죽을꺼 없엇!!! "후후후후후...." 나는 내가 생각해도 음산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감에 충만한 듯 그 돼지녀석들 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갔다. 녀석들도 알 수 없는 나의 기운에 위화감을 느꼈는지 한발짝씩 뒤로 물러섰다. "후후후후...나의 따스한 손길을 기대하라구...♡" "꾸..꾸르르륵!!!" 별 희안한 비명도 다있네?...암튼 이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을 믿는 난 돼지들에게 다가갔다. 전 세계에 있는 나 장린은 그리 요조숙녀가 아닌 소녀라서 나름대로 운동신경이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지금 이 돼지들을 손봐주고 있었다. 쉽게 말해 원샷 원킬이었다...하하...이것들 혹시 생긴것만 멀쩡하고 속은 헐은 것이 아닌가 할정 도로 쉽게 나가 떨어졌다. 그렇게 의기양양,용기백배를 만끽하고 있을 때 갑작스런 엄청난 고통이 등쪽에서 엄습해왔다. 퍽! "꺅!!" 엄청난 고통에 얼굴을 찡그리고는 뒤를 훽! 돌아봤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새로운 돼지머리가 쥐도새도 모르게 다가와 무식한 주먹으로 내 옆구리를 후 려쳐버린 것이다. 이전 세계에서 느낄수 없었던 생소한 느낌.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몸도 축 늘어져 전신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고 주먹조차 제대로 쥘 수도 없었다. 아까 의 용기는 온데간데 없고 남아있는건 눈앞에 보이는 생소한 생명체에 대한 무력한 자신과 시간이 갈수록 자신은 죽음에게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는 확실 하고도 섬뜩한 느낌뿐이었다. 퍽! 다시 옆구리에 엄청난 고통이 전해지고 다시 퍽! 소리와 함께 복부에 엄청난 타격이 전해졌다. 순간 나는 울컥하고 검은 피를 쏟아냈다. 점점 흐려지는 의 식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내 황금빛 눈동자에는 어느새 눈물이 어려있었다. 그렇게 점점 의식이 흐려질 때 돼지머리의 뒷 쪽에서 또다시 수풀이 흔들거리 는게 보였다. 뭐야...다른 돼지들인가...이상한 세계에 떨어져서 이게뭐야...이런...괴물들이 있는 곳에 살고 싶지않아...엄마도 없어...친구들도 없어...아무도 없어...난 ...외톨이야... 점점더 흐려지는 의식속에서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림이...' 먼저가서 기다리겠다는 말... 그래...난 아직...죽으면 안되는데...하지만 지금 이 엄청난 고통앞에 나의 의지는 너무나 미약했다. 그렇게 내가 의식을 잃기 찰 나의 순간이었다. 쓰러지는 나의 시야사이로 마치 한국인을 보는 듯한 검은머릴 소유한 남자가 어렴풋이 보이자 알수 없는 향수에 그만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난 의식을 잃었다. 신비의대륙(4) 태초의 숲을 양단하고 있는 거대한 태초의 산맥에는 그 크기를 인간이 감당하지 못할 거대한 동굴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절대 존재할수 없는 가지가지 머리색상들의 인간과 유사인종들이 원탁에 모여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눈부신 백금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침중한 분위기 속에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방금 느꼈어?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꺼름칙한 기분이 드는건 처음이야..." 무언가 괴로운 표정으로 고운이마를 찡그리며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백금발의 아름다운 소녀는 그 무엇 때문에 괴롭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동안 다시 침묵에 싸였지만 그때 백금발 소녀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타오르는 붉은 머리의 사 내가 하얀머리의 하얀 콧수염을 멋들어지게 길른 중년의 사내에게 눈길을 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다헬론...왜 엘테미아님의 기운을 느낄수 있는데 그 정확한 위치를 알수 없는거지? 설마 광폭의 붉은 폭염이라 불리우는 나조차도 너무나 안타깝고 그분의 공포가 내 가 슴을 미어놓는군...하하...설마... 내가 공포심을 느낄 날이 올 줄이야..." 자신을 붉은폭염의 가드레일이라 밝힌 청년은 약간 안색이 파리해져 있었고 질 문을 받은 다헬론 역시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의 특유의 수염을 꼬는 버 릇은 여전한 듯 멋들어지게 길른 콧수염을 베베 꼬면서 좌중에 있는 일곱명의 인간 및 유사인종에게 말했다. "솔직히 엘테미아님은 내가 이제껏 살아오는 동안 인간이나 몬스터, 유사인종, 마족,천족,환족, 심지어 드래곤에게서조차 느낄 수 없었던 생소한 기운이야. 엘 테미아님의 기운이 워낙 맑아서 그 기운이 자연과의 친밀도가 너무 높아. 주 위로 퍼지면서 뭐랄 까...엘테미아님의 기운 그 자체가 자연의 기운이랄까? 아 무튼 그런 이유도 있고... 솔직히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잖아? 우리들은...그분의 이름만 알뿐 어떤 드래곤인지...아니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가드레일의 말처 럼 그분의 얼굴에 주름살이 수백만개인지...아님 평범한 노인의 형상인지...그저 지금은 그분이 좀더 자연과 멀어져 인간의 도시에나 다른 자연과 떨어진 곳에서 그분의 피어나 지금처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폭출을 하실 때 그 기운을 감지 하고 바로 공간을 열어 달려가야 하는 형편이야..." 다헬론의 부정적인 의견에 모두들 어두운 분위기가 한층더 어두워졌다. 완전히 그 탁자에 엎드린 백금발의 소녀는 조그만 소리로 중얼거렸다. "문제는...그것 뿐만이 아니지...안그래?" 백금발의 소녀의 말에 모두들 움찔하며 어떤사람을 탁자를 쾅하고 내려 치는가 하면 고운 눈을 살짝 닫든지 탁자에 팔꿈치를 기대고 이마에 손을 얹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그중 흑발과 흑안의 눈동자를 가진 전사타입의 사내가 모두를 대표해 말을 열었다. " 그렇군..." "그래..." "그럴꺼야..."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침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조금 전에 알 수 없는 공포심이 자신의 가슴을 흔들어놓고 알 수 없는 공포와 안타까움,슬픔, 외로움등 생전 체험한적이 없는 생소한 느낌 때문에 구슬같은 눈물을 또르르륵 하고 계속 흘러내리고 있는 은발의 10살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소녀가 고개 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무슨 문젠데?" 은발의 조그만 소녀가 묻자 모두의 얼굴이 팍 구겨지며 그중 빨간머리의 미청년, 가드레일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바보드래곤!!!" "동감" "그렇군..." "그래..." "우에에에엥~~~뭐야! 나만 빼놓구~ 로오오오드~~~뭐야~?뭐야~~?! 흑 후에엥~!" 모두들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은발의 조그만 소녀는 그중 백금발의 아름다운 소녀 즉 로드라 불리우는 소녀가 가장 만만해 보였는 지 자꾸 로드의 어깨에 매달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마구 비비면서 어리 광을 피웠다. "휴~.........에셀리드민...총명하고 아름다운 은빛일족은 이러는거 아냐...뚝!" 로드의 말에 에셀리드민이라 불린 조그만 소녀는 울음을 억지로 참는 듯 후욱~하는 숨을 크게 들이키면서 통통한 두손으로 양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 휴...에셀리드민? 너 지금 기분이 어때? " " 지금 기분? 뭔가 괴로워서 못 참겠어...무언가 안타깝고...슬프고...아무튼 알 수 없는 기분이야..." 모두들 자신들의 생각을 되새김이라도 하듯 로드와 에셀리드민의 대화를 경청했다. 그리고는 로드는 자신의 손으로 에셀리드민의 조그만 머리를 쓰 다듬고는 천천히 말했다. "그래...에셀리드민의 할머니인 그분의 기분이 우리에게 와 닿는거야...왜 그런지 모르지만 너무나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지...지금 그분의 안타까움... 공포...슬픔...괴로움...우린 그 괴로움의 이유도 모른채 그분의 이 감정을 고 스란히 받고 있는거야...우린...엘테미아 그분을 소중히 생각하고있고 우린 그 분과 연결되어 있는가봐...지금은 그분의 이 감정을 고룡들만 느끼고 있겠지 만 점점더 그분의 이런 슬픈감정이 증폭되어 전 드래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 면 어떻게 되겠니? 에셀리드민?..." 로드의 말에 에셀리드민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그렇다면!!......" 에셀리드민의 당황스런 외침에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초록머리의 귀가 삐족한 엘프가 말을 이었다. "그래...아직 우리처럼 마인드컨트롤 능력이 부족한 어린 드래곤들과 그 밖의 광 폭한 홍염의 일족인 레드일족과 암흑의 일족, 암흑의 일족만 하더라도 그분의 이런 안타까운 감정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면 이 이슈테리아 대륙은...아마 하루도 못지나 서 파멸이다." 자신의 생각이 맞아떨어진 듯 에셀리드민은 자리에서 벌떡일어나더니 외쳤다. "그,그러다면 방법은?!!!" " 글쎄...궁극적인 방법은 현재 불안정한 엘테미아님이 자신이 드래곤이란걸 자각 하고 각성하는것과 현재의 최선의 방법은 폭동이 일어나기 전에 우리 고룡들이 아직 어린드래곤들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대륙 전 드래곤을 이 태초의 숲으로 비 상소집해야 하는게 급선무지..." "하지만...자기잘난줄만 알고 남이 자신을 터치하는걸 극히 싫어하는 우리일족이...그렇게 쉽게 모여들까?" 다헬론이라 불린 하얀머리의 중년의 사내가 나직히 말하자 모두들 머리가 아 픈지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거나 이마에 손을 얹고는 다시 침묵에 빠졌다. 그중에서 로드라 불리우는 백금발의 소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며 모두에게 말 했다. "그렇군...시간이 촉박하다! 한시라도 빨리 엘테미아님의 신변을 확보하는것과 전 드래곤을 비상소집해야해! 다헬론! ,엑시드옥션! 페트리샤! ,티제이븐! 너희 들은 전 드래곤의 비상소집을! 나머지 나 로드와 가드레일!, 그리고 에셀리드 민은 엘테미아님의 신변을 확보한다! 시간이 없어 모두 서둘러! 그리고 내일 이시각 중간결과를 서로 보고하기로 하지!" 로드의 명령에 모두들 이의가 없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얀 빛무리를 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곤 그 거대한 공간에는 어두운 침묵만이 싸늘히 존재 했다. 여신(1) 꿈을...꾸는건가? 지금의 나는... 현재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전 세계의 내모습을 하고 있는 조그만 소녀...길지않은 금발의 머리칼과 조막만한 손... 그래...아마 난 6살때부터 울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슬픈 감정따위로 쓸 데없는 회한과 자괴감으로 이 재미있는 세상을 씁쓸하게 보내고 싶지 않았기에... 슬픈 소설이나 영화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드라마에서 남녀나 아님 부모자식 간에 꺼이꺼이 하면서 눈물을 질질짜는걸 보면 괜시리 짜증이나서 채널을 코미디 채널로 전환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아버지가 없는 나도 이렇게 당당한데 뭐가 그리 슬픈건지... 그렇게 성장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 가슴에 슬픔이란 감정은 사라져만 갔다. 아니, 가슴 저 깊숙한곳에 나만의 금지(禁地)처럼 뭍어놓았다...그런데...지금 이 감정은 뭔가...슬픈건가? 외로운건가? 이상한 세계에 혼자 존재하게 되었단 걸 깨달으면서 난 지금껏 쌓아온 그 무언가가 무너져 내린 것 같다. 지금껏 묻어논 내 슬픈 감정 들이 한꺼번에 넘쳐버려서 나를 거센 슬픔의 파도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차라리...이대로 모든게 끝나버렸으면...그때였다. "......님.....님?" 뭐지? 무언가 내 팔을 흔들고 있다는 느낌이 내 머릿속으로 전달되어 온다. "....신님~!....님!!!" 거참...시끄럽군...난 쉬고 싶다고!! 쳇!!...점점 더 또렷해지는 의식사이로 현재 내 팔을 잡고 흔들고 있는 것이 어린아이의 손이란 것을 지난 16년간의 노련 한(?)경험으로 알수 있었다. 쳇!! 봐서 안귀엽기만 해봐라. 난 날 흔들고 있는 녀석의 얼굴에 따라 달라질 가혹한 체벌을 속으로 구상하면서 왼쪽눈을 슬쩍 떳다.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떠서 그런지 처음에는 사물이 흐릿하게 투영됐지만 모든 사물을 확실히 분간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리고 사물이 확인되는 순간 난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헉!!!" 날 흔들고 있던 생물은 초록머리의 윤기가 흐르는 머릴 하고 큼지막한 눈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하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약 7~8세 정도 되보이는 이 꼬 마는 사내아이인지 머리가 그리 길지 않았다. 머리에는 그리 크지 않은 기이한 문자가 새겨진 종교단체에서 교황이 쓰는 모자같 은 걸 쓰고 목에는 하얀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 좋은 천으로 보이지 는 않지만 나름대로 깔끔한 천으로 발목까지 내려오는 옷을 두르고 있었다. 가슴부분에 또 문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모자에 있는것과 같은 기이하지만 한편으론 아름다운 무늬가 푸른빛 실로 정성스럽게 수놓아져 있었다. 어깨부터 복숭아뼈까지 내려오는 새 하얀 옷을 걸친 이 귀여운 꼬마 주위로 빨주노초파남보 가지가지 머리색상의 꼬마들은 초록머리의 귀여운 꼬마와 쌍벽을 이루는 하이레벨을 상휘하는 귀여운 생물들이 주위에 널려있었다. 적어도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매일 검은색 머리 내지는 갈색머리의 귀여운 아이들만 보아오다가 이렇게 다양한 풀컬러의 아이들을 보니 갑자기 삶의 의욕이 넘려흘렀다. 후후...나의 환경과 내 모습...모두가 바뀌었지만 내 버릇만은 바뀌지 않은 것 같아... 난 씁쓸한 생각에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 와~~~여신님이 깨어났다!!" "꺄아~~정말이야~저 황금색 눈동자좀봐 어마~어마!!" 내가 눈을 뜬게 그렇게 신기한지 내앞의 귀여운 아이들은 나의 슬픔으로부터의 귀환을 환영하는 것 같았다. 처음 눈을 떠서 이런 귀여운 아이들을 보게 된 것 은 이곳이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리 나쁜곳 같지는 않게 여겨졌다. 갑자기 어두 웠던 마음이 한결 후련해진 나는 아까의 쓴웃음을 뒤로하고 봄의 꽃밭에 만개한 꽃마냥 활짝 웃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안이 썰렁해졌다. 아이들은 큰눈을 더 크게 뜨고는 입을 살짝 벌 린 채 멍하게 서있었다. 아니!!이것들이 내가 웃어주면 뭔가 화답을 해야하는거 아냐!!? 난 스스로 내 웃는 모습이 조그만 아이들에게 위화감을 줄 정도인가를 심각하게 고찰하고 있을 때 아이들의 뒤쪽에 있는 석조로 된 문이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열렸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어선 인물은 내앞에 멍하게 서있는 꼬마들과 크기만 다를뿐 같은 옷과 모자를 쓰고 있는 50살은 족히 먹은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였다. 할아버지는 연륜이 지긋한 푸근한 미소를 보내오며 내게 말했다. "이거...하루만에 여신님이 깨어나셨군요? 허허..." 여신님이라니...갑자기 웬 여신타령? 난 웃음 하나로 아이들을 얼려버릴만큼 무서운 마녀가 되었단 말야!!!누구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거야!!!라고 해줄수도 있 지만 워낙 인상이 좋은 할아버리라 차마 그런 말은 못하고 난처한 웃음으로 공손 히 대답했다. "여,여신이라뇨? 말도 안돼요...하하...아!...그리고 전 숲속에서 이상한 괴물들을 만 났었는데 어떻게..." 그렇다!! 나는 숲속에서 그 돼지녀석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는 정신을 잃어서 100%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는데 깨어나보니 귀여운것들이 바글거리는 천국같은 곳에 와있는 것이다. 혹시..진짜 천국인가? 그렇게 혼자서 과거를 떠올리고 결과 를 도출하려할 때 그 인자한 인상의 할아버지는 허허거리며 말을 이었다. "허허 여신이라 함은 자네의 외형이 이곳 루린셔브링여신님과 비슷하기 때문이지. 아니...꼭집어 비슷하기보단 아이들이 보기엔 아름다운 루린서브링여신님과 필적할 아름다움을 지닌 자네를 보고 그렇게 부르는 것일지도 모르겠군...허허..." "루린서브링? "허허 그렇다네 여긴 루린서브링님을 모시는 신전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이지..." 신전이라니...확실히 여긴 내가 알던 세계는 아닌듯하군...그건 그렇고 보육원이라면 여기 아이들은... 내가 아이들을 둘러보면서 약간 착잡한 눈빛을 보내자 할아버지는 다시 웃으며 말했다. " 그렇다네...여기 모든 아이들은 어리석은 전쟁의 결과라고 보면 옳겠지...우린 전쟁 때문에 부모를 여윈 아이들을 모아 루린서브링님을 모시는 자유사제로 등극하고는 아이들과 함께 여신님을 모시며 살고 있다네." "그렇...군요..." 부모들을 잃은 아이라...이 조그맣고 귀여운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님이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셨는지 제데로나 알까? 후훗...난 어머니라도 계셨지...내가 이 아이들보다 행복한건가? 하지만 지금은 나도 혼자야...아무도 없어...너희들과 똑같아...후훗...좋아! 녀석들!! 동병상련의 기분으로 확실히 서비스 해주지. 난 내가 누워있던 침대에서 그대로 내 앞에 있는 초록머리의 귀여운 아이를 두손으로 번쩍 들어올리고는 무릎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래도 커졌던 눈이 더 크게 떠지면서 얼굴까지 확~하고 붉게 물든 것이 아닌가... 우씨~~그렇게 기분이 나쁘냐? 흐흑...예전의 내 모습이라면 적어도 이런반응은 안나오는데.. 스스로 자괴감에 빠지려 하는 찰나 갑자기 주위의 거세게 변동하는 기운을 알아차린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니 주위 아이들이 모두 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에엑~?!" 모두들 마녀를 퇴치하려는 용사놀이를 할 작정인지 무작정 내개 달려들었다. 우에에에?? 그렇다고 이렇게 나올 것까지야!!....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나도!!!" "내가 먼저야!! 루빈 넌 저리 비켜!!" "저, 저기 나도..." "여신님은 오늘부터 내 신부야! 모두 건들지마!!!" "시끄러!! 여자라고 무시하지마! 여신님!!나도 안아줘잉~~~!" 반전된 상황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아이들의 러브어택을 고스란히 받고 있을 때 할 아버지의 허허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다시 할아버지 뒤쪽에 있던 석조로 된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나서 들어온 사람은 검은머리를 어깨까지 길른 제법 귀티가 나는 미청년이었는데 굳은 눈매가 제법 강직하면서도 우아하게 생긴 그는 여기 있는 사제복이 아닌 평범한 여행자 복을 걸치고 나를 보고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제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두어번 젓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왠지 검은 머리가 한국을 떠올리게해 이유모를 친근함까지 느끼게 되었다. 그를 본 할아버지는 '여어~케인군 어서오시게나~' 라며 외치고는 내쪽을 보고 소개라도 시킬마냥 그 청년을 한손으로 가리키고는 내게 말했다. "이 청년은 케인군이지 자네를 그 돼지같은 오크무리들로부터 구해온 사람이 바로 이청년이야." "네?" "........" 여신(2) 이곳 신비한 대륙에 떨어져 루린서브링여신을 모시는 신전의 보육원에서 생활 한지 일주일을 넘어서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생활하면서 느낀점은 뭐랄까... 소년소녀&노인 짧게 생각하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이곳은 로슈레인왕국과 휴벤트 제국사이에 끼어있는 상업중심의 필란트공국이라고 한다. 로슈레인왕국과 휴벤트 제국사이에 공국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필란트 지브린대공의 뛰어난 상술과 언변으로 100년동안 이어온 로슈레인왕국과 휴벤트 제국의 전운을 서 로간의 무역을 통해 안정화시키고 로슈레인과 휴벤트도 자기 국경지역이 서로 맞닿는 것을 꺼려하는 입장이라 둘의 나라사이에 있는 필란트 공국은 두 나라 간의 중개역할과 상업무역으로 인한 재미를 쏠쏠히 챙기고 있는 풍요로운 나 라였다. 그 필란트공국의 수도에서 약 120트론(1트론=1km)정도 떨어진 한적한 시골에 세워진 보육원이 바로 루린서브링여신의 신전이었다. 워낙의 시골이고 주위의 마을이라곤 여기서 4일이나 걸어서야 작은 마을 세리빈이 나온다. 그러니 당 연히 젊은이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서서히 그 존재자체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하긴...나라도 젊은이들의 낭만과 청춘을 이런 산골짜기에서 허비하기에는 문 제가 있지만 난 조금 특별하다. 왜냐구? 후훗...지금도 난 귀여운 양(?...)녀석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한 마리의 늑대거든 후훗~ " 린누나~여기서 뭐해? " 음...여기는 신전에서 약갼 떨어진 이곳 숲의 정경이 한곳에 보이는 언덕이다. 그리고 뒤에는 초록귀염둥이가 나에게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다. 초록귀염둥이는 자신의 이름을 세빈이라고 했다. " 세빈이네? 무슨일이야? 이 누나는 너네들 빨랫거리 하느라 팔이 다 빠질지경 이라구~" "헤헤...내가 그럴줄 알구 이,이거...가져왔어..." 쑥쓰러운 듯 볼이 빨갛게 물들인 초록귀염둥이 세빈은 자신에 손에 들린 빨간 주스를 쏟지 않게 온신경을 집중하면서 이곳으로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는 중 이었다. 후훗...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난 재빠르게 일어나 한걸음에 세빈에게 다가가서 주스를 잽싸게 가로채 벌컥벌컥 마셧다. 처음에 이런 행동을 보곤 녀석은 어린애답지 않게 여자는 조용하고 한모금씩 조숙하게 어쩌구 저쩌구를 지껄이더니 지금은 내게 꽁깍지가 씌였는지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호호호...귀여운 것... " 세빈~! 이제 점심먹어야지 우리 같이 내려가자~!" "응~!" 세빈과 함께 언덕을 내려가서 신전의 앞마당에 위치한 어린 자유사제들을 위해 나이가 든 노인사제들이 힘써 조립한 듯 약간은 허술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아 기자기한 놀이터가 있었다. 이곳에서도 미끄럼틀이 존재했고 시소도 있었다. 그리고 구름다리라든가 그네등 아이들은 신전의 놀이터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다. 내가 놀이터에 등장하자 역시 주위의 기운이 변동하는걸 느꼈다. 아이들이 나를 발견하더니 눈에 불을 키고는 내쪽으로 러브어택을 남발하는게 아닌가..허헛... 이거 인기있어도 피곤하구만...에엑?...내가 웬 할애비말투를....다 그 50살 먹으 신 인자한 인상의 할아버지 사제님 때문이다. 이름이 휴스틴이라고 했던가? 앞으 로 자중..자중... 그렇게 애들에게 둘러쌓여 나는 내가 이전세계에서 알고 있는 동화이야기를 아이 들에게 해주곤했다. "그래서 백설공주는.....(중략) 왕자님의 키스로 깨어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여자아이들은 양볼에 두손을 얹고 홍조를 띄며 '어마 어마'를 외치며 눈물을 글썽였고 남자아이들도 왠지 기사에 대한 동경이 생긴 듯 레이 디에 대한 비장함이 어려있었다. 후훗...그런데 갑자기 나의 앞쪽에 있던 한 남 자아이가 내 뒤쪽을 가리키고는 '앗!!! 케인형이다!!!' 라고 외치자 나의 주위에 있던 아이들은 ' 와아아아아앙~~~' 하며 외치고는 모두 내 뒤에있는 케인자식(?) 에게로 빠져나갔다. 써어얼러어엉~~~ 제길...흑...또 졌다. 왠지 내 주위에 모든 장난감을 빼앗긴 기분이랄까? 암튼 저 케인이란 녀석이 아무리 내 생명의 은인이라지만 재수없는건 재수없다. 케인은 이곳에서 나와 유일하게 젊은층에 속하는 녀석이었다. 케인은 나처럼 이야기로 아이들을 끌어 모으는게 아닌 무식하게 한팔에 아이들을 대롱대롱 매달고는 가 끔 아이들은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하며 꼴사납고 무식하게 놀고 있었다. 흥~! 그러고는 꼭 내쪽을 보곤 승리의 미소를 한번 씨익 지어주곤 다시 아이들에게 둘 러쌓이고 하는게 하루 일과다...아유~웃! 얄미워 죽겠다. 칫!!..저녀석은 올해 22살 로 여기서 3년째 생활한다고 했다. 이곳에 오기전 무엇을 했는지 이곳의 고위사제인 인자한 할아버지 휴스틴도 모른 다고 했다. 저녀석은 내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다. 왜!!왜냐구!! 내가 처음 이곳에서 신기 한 재료들로 요리를 했을 때도 이건 오크도 못 먹는다 라며 내게 핀잔을 주고 진 짜로 숲에 들어가 배고픈 오크에게 주더니 오크들이 목을 부여잡고 '제,제길 독 이다!!!먹지마!!'를 외쳤다고 한다...(이녀석은 왠지 진지한 녀석이라 거짓말 같지 않았다...무식한 넘...오크들에게 죽을 뻔한 나에게 그런소리를 하다니...흑...여자의 섬세함을 눈꼽 만큼도 이해할 줄 모르는 녀석이다. 이때부터 케인은 재수없는 녀 석으로 나에게 찍혔다. 빨래할때도 힘있게 팍팍 못한다느니...그래서 어디 시집이 나 가겠냐는니...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케인을 향해 난 참다참다 못참아서 '그 럼 네녀석이 해봐!!!' 라고 외쳤지만 녀석은 전직이 의심될 정도로 만능이었다... 뭔 사내자식이 요리는 비룡보다 더 잘하고 빨래는 현대의 세탁기보다 더 하얗게 했다...흑...열받아서 회심의 일격을 날려 봤지만 녀석은 전투에도 빠듯한 듯 쉽 게 피해버렸다.(예전 오크한녀석을 때려눕힌 힘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 다...흑...흐에에잉...열받아...)아무튼 녀석은 모두에게 친절한 녀석으로 통하지만 나에게는 사사건건 시비다. 내가 자기한테 뭔 잘못이 있다고...혹시 이쪽세계에서 의 내얼굴은 남자들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인가? 그렇게 심미관이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누가 뭐라해도 녀석을 언젠가 콱콱 밟아 줄테다. "까르르르르르~~오빠 한번더~!" "나도~~!" "......." 아주 잘들 노는군..칫! 아아~ 잊혀진 존재여...그대 이름은 장린이라...아 쓸쓸해... 이렇게 혼자 상념에 빠지고 있을 때 갑자기 내 양손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전해 졌다. 왼손에는 초록귀염둥이 세빈이, 왼쪽에는 빨강귀염둥이 제리가 나를 이끌고 있 었다. 앞쪽에 케인과 그 배신자(?)들은 모두 한결같이 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빨리 밥먹으러 가요~~누나'를 외치고 있었다. 윽...저 배신자들이랑 이제 같이 안놀려고 했지만... 풀컬러 세트의 귀염둥이들을 보자 나의 결심은 봄에 눈이 녹듯 사르르 사라졌다. 이에 난 한번 피식 웃고는 아이들과 케인에게 다가가 '그래 가자~' 라고 힘차게 외친후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는 자상한 아줌마와 수다쟁이 아줌마등등 여럿 이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옆사람과 잡담을 하면서 즐겁게 점심준비를 하고 있 었고 할아버지들은 손바닥만한 나무를 깎아서 조각을 만들거나 두사람씩 짝지어 서 체스 비스무리한 것을 겨루고 있었다. 식당에 등장한 우리들을 보고는 모두들 따스한 웃음과 인사로 맞아 주었고 또 아 이들과 나는 그들과 같이 인사와 웃음으로 화답했다. 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록 이곳 사람들은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그 런 진짜 가족보다 더더욱 행복한 진짜 가족이 아닐까?...하는 생각...정말 이들은 행복해 보였고 나도 정말 행복했다. 이전세계의 어머니와 친구들을 억지로 묻어 버린 후유증이 재발되지 않을 정도로...난 이 행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랬다. 언젠 가 까마득한 오래전에 이런 소망을 빌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그상대 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난 나와 그 누구와의 행복의 영원을 바랬던 것 같지만... 그러나 뿌연 안개처럼 기억이 확실치 않아 대충 넘겨버렸다. 아무튼 영원하라~여신의 품안에서 행복한 가족들이여~후훗... 하지만 훗날...난 알게 되었다. 이것 역시 나에겐 이루어 질수 없는 허망한 소원 이라는 것을... 여신(3) 지금은 밤이다. 어둠의 여신이 하루라는 고된 시간을 보낸 모두에게 잠이란 선물 로 모두를 평안으로 인도하는 시간...하지만 난 왠지 오늘따라 잠이 오질 않는 다. 좀전에 먹은 티귤레란 차를 마신 것 때문인가? 흠...아무튼 난 침상에서 일어 나 잠옷바람 그대로 슬리퍼를 신고 조용히 신전밖으로 나왔다. 그렇고 보니 난 이 세계로 떨어져서 제대로 밤하늘의 별을 감상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적이 생기자 내 발걸음은 일사천리였다. 내가 자주 즐겨 찾는 신전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언덕으로 올라가 그대로 드러눕고는 밤하늘을 감상 했다. 수많은 아름다운 별이 찬란한 빛을 터트리며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난 문득 누운 상태에서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 수많은 별들중엔 지구가 있을려나...지금 쯤 어머니는 어떻게 하고 계실까...내가 있어도 외로우신 분이었는데...갑자기 내가 사라지니 얼마나 외로우실까...아버지도 곁을 떠나고...딸내미 하나 있는것도 소리소문없이 홀로 떠났으니...얼마나 외롭고 슬프실까... 어머니를 생각하자 그동안 애써 밝은 척했던 지난날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눈물 이 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난...다시 지구로 돌아가야 하는걸까...돌아가는 방법을 찾아서 여행을 해야하나...내가 이곳에 존재하면 언젠가 난 '장린'으로서 나를 잊게 되는건 아닐까...이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두려워졌다. 흐르는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그때였다. 내 뒤쪽으로 풀숲이 스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난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나 뒤를 바라보니 검은머리를 어깨까지 길른 재수없는 케인녀석이 오고 있었다. 녀석은 내곁으로 와서는 나를보고 있었다. 앗!! 눈물!! 그렇다. 난 울고 있었다. 아직도 볼에 촉촉한 기운이 남아있는걸 알고는 내가 울었다는 걸 케인녀석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휙~! 하고 돌아서서 조용히 눈물을 닦고는 퉁명스레 말했다. "네,네가 여긴 어쩐일이야?"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녀석에게 물었지만 녀석은 대답없이 내 옆자리에 턱하니 앉아 버렸다. 난 괜시리 무안해져 짜증나는 목소리로 녀석에게 외쳤다 "야! 허락없이 남의 옆자리에 앉지마!!!" 쓸데없는 투정이었다. 녀석은 정면을 바다보다 내쪽을 스윽~하고 바라보고는 무표정의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울었냐?" "윽!.....아,아냐!! 내 투명한 눈동자가 별빛에 비쳐서 영롱하게 빛나는 것일... ... 테지!!..." 음...내가 말해놓고 괜시리 무안해 지는군...칫!...녀석은 한순간 멍한 표정이 되었다가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가서는 다시 정면을 주시했다. 한동안 녀석과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까의 슬픔과 답답함이 아직도 내 가슴속에 있었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나가는 말투로 녀석에게 물었다. " 야! 넌말야...갑자기 잠에서 깨어나보니 나의 모습과 세상이 모두 바뀐 곳에서 홀로 떨어져 있다면...... 어떻게 하겠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원래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걸까?...아니면.....원래 존재하지 않았을 이곳에서 삶을 살아야 하는걸까..." 녀석의 표정을 보니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는 표정이었다. 으...내가 녀석에게 말한 것 자체가 바보지 바보!!! 난 잔뜩 삐진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거리고 있을 때 녀석이 입을 열었다. " 글쎄...그런일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쓸데없는 일로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왔을린 없다고 생각해. 그런 고민은 자신의 삶에 그리 좋은 영 향을 끼치지는 않을테니 잠시 묻어 두고 우선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 "찾아? 뭘?" 내가 묻자 녀석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정면을 보고있었다. 얼굴은 정면을 보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이곳에서 상당히 떨어진 그 어딘가의 무엇을 회상하고 있는 듯했다. 녀석의 대답을 듣는 것은 그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당연히 내가 나 자신을 인정하고 남이 나를 인정할수 있는곳. 모든 생물은 나 이외에 다른존재와 어울려 사는 것이 세상의 진리지. 그러니 분명 자신이 살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오는 황당한 일이 생겨났다면 무엇 때문에 자신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그 이유를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 그 이유를 찾게 된 다면 어쩌면 바로 자신이 떨어진 그 생소한 세계가 원래 자신이 존재해야할 진짜 자신의 고향인지도 모를 일이지...자신을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인연들과 함 께말야..." 난 반쯤 멍한 표정으로 살짝 입을 벌리고 케인녀석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래! 내가 여기로 오게 된건 무슨 이유가 틀림없이 있을꺼야!! 그걸 찾는거야!! 분명 내가 이곳으로 오기전 예림이가 날 기다린다고 했지...예림이를 찾아야 하는 것일까? 좋아! 아무튼 내가 이곳으로 오게된 이유를 찾아야 하는 것이구나!! 왜 이제껏 이런 생각을 못했지??아 ... 케인도 이런면이 있었군...쓸데가 있었구나 하 하하하... 장린아...너의 생활신조대로 무상&태평의 숭고한 정신으로 살자!!헤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문득 내가 케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 보고있는 것과 녀석도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그걸 깨닫자 난 얼굴을 잠시 붉히곤 애써 평정을 가장해 다시 정면을 쳐다보려 하는데 녀석의 손이 어느새 내 오른쪽 볼에 와 있단걸 알게 되었다. 아...갑자기 이녀석 왜,왜이래?.....꼭 무슨 사랑하는 연인 분위기...같잖아... 그때 녀석의 얼굴이 한층더 진지해지더니 내 볼을 쓰다듬고 있었고 난 왠지모르게 저항할 수 없는 따스한 감촉에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는 것처럼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그렇게 잠시동안 서로를 바라보다 녀석은 내 볼에 있던 엄지손을 내 눈가에 살짝 스쳐 눈물자국을 없애고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언덕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곳에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군...너답지 않아." "......." 흡!...16세 사춘기소녀의 심장을 두근두근거리게 하는 말을 녀석에게 듣게 되다 니... 에엑~말도안돼!!! 녀석의 말에 두근두근 하는 날 절대 용서할순 없닷!!! 아... 죽는순간까지 난 케인을 싫어하는 여자가 되고 싶다~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군... 그렇고 보니 녀석은 내게 익숙한 검은머리에 꽤 잘생겼네? 흠..그렇군...에엣?!! 무슨 세상이 망해버릴 상상을 하는거냐!! 이건 내가 허락못햇!!! 그렇게 이것저것 상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괜히 안절부절하고 있다 어느새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왠지 우울한 기운을 띈 아침의 안개와 함께... 그리고 난 그다음날 만날 수 있었다. 나와 케인, 그리고 또다른 젊은이을... 소유에 가려진 행복(1) 그렇게 쓸데없는 망상과 다짐으로 밤을 세우고는 난 내 침대로 좀비처럼 스물 스물 걸어와 풀썩 하고 쓰러져 바로 잠들었다. 창공의 여신이 내리는 축복에 의해 세상을 비추는 생명의 빛은 어느새 머리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신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린이 자주 찾는 작은 언덕위에 두명의 사내가 보였다. 한명의 사내는 평범한 여행자 복으로 검은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오고 허리에는 수 수한 검하나를 차고 있었다. 그 앞에 있는 사내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자와 비슷 한 얼굴에 그보다 약간 작았고 고급원단을 사용한 귀족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걸 치고는 군데군데 반짝이는 화려한 보석이 달려 있었다. 그의 허리에 차여있는 롱 소드는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들이 박혀 있어 누가 보아도 탄성을 지 를 만한 보검이 매달려 있었고 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 이름은 케인...성은...그냥 말하기 싫다. 난 19살까지 필란트 공국을 중심으 로 남쪽에 자리잡은 가이가스왕국의 수도에서 살고 있었다. 그곳에서 19년 동안 살아오면서 나는 주위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하나의 작은 인형에 불과 했다. 그 작고 힘없고 볼품없는 인형이 뭐가 그리좋은지...뭐가 그리 위대한지 마치 신 을 모시는 듯하는 인간들이 너무 싫고 짜증나 난 나의 모든 관절부분을 연결하 고 있던 실을 끊고 이곳으로 도망치듯 가이가스의 수도를 벗어난게 벌써 3년이다. 처음 몇 개월간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내가 가질 수 없었던 어린시절들의 순 수함을 지닌 꼬마아이들에게 이끌려 난 필란트 공국의 외딴 시골에 위치한 자애 의 여신 루린서브링을 모시는 신전의 보육원에서 정착하게 되었다. 여긴 전쟁으 로 인한 고아들이 모여들어 신전에서 그 아이들을 자유사제로 등용하고는 아이들 을 보살펴주는 일을 하는 곳이었는데 제법 어린나이지만 부모를 잃은 충격으로 인생을 비관하고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많을거라 예상했다. 그리곤 내 작은 힘이나마 내가 어릴적 가지지 못한 순수함을 찾아주고 싶다는 작 은 열망하나를 가지고 열심히 아이들을 보살폈다. 나의 노력과 주위 어르신들의 노력으로 점차 한명,한명씩 부모가 있는 평범한 어린아이들처럼 활발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순수해 지기까지 2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점차 아이들이 밝아지면서 새로 들어온 아이들을 기존의 아이들이 마음 의 상처를 치료해 주어 점차 아이들이 밝아지는 주기가 짧아졌다. 그러던 어느날...난 신전에서 멀지않은 숲속을 들어가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고기 요리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해 멧돼지를 사냥하러 들어갔다. 언제나 1시간 정도 숲을 살피고 있으면 한두마리정도 발견하여 어렵지 않게 잡아 다시 숲을 나가곤 했지만 오늘따라 간간히 보이던 멧돼지들도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더욱 숲속 깊숙이 들어갔다. 한참을 그렇게 찾아다녔지만 점점 해가 지고 밤이 되려고 해서 나는 할수없이 숲속을 나가야만 했다. 그때였다. 나의 예민한 청각에 지금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잡혔다. 지금 이곳은 신전에서 가까운 곳이라 혹시 신전의 사람일까? 하는 의문을 품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의 근원지 에 도착해 내 눈에 보인 것은 대여섯마리의 오크들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오크들이 한 사람을 몽둥이로 후려치고 있는 광경이었다. 몬스터주제에 감히 인 간을 죽이려하는 광경을 목격한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의 검을 뽑아들고 단칼에 녀석들을 베어갔다. 녀석들을 처리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천천히 검 에 묻은 피를 털어 버리곤 쓰러진 사람을 부축하기 위해 몸을 돌려 쓰러진 사람 에게로 달려갔다. 허나... 난 잠시 머리를 울리는 충격에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나의 시야에 비춰지는 한 소녀는 여지껏 한번도 본적이 없는 붉은빛이 감도는 길다란 은발이 풀밭사이로 흩어져 있었고 흩어진 은빛머리도 감히 에술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름다운 곡선 을 띄며 쓰러져 있는 여성을 중심으로 곱게 퍼져있었다. 쓰러진 여성의 얼굴을 보곤 난 검을 쥔 손에 힘이 빠져버렸다. 수도에 살면서도 나에게 아부해 오는 딸 을 가진 중년귀족 녀석들의 영애들도, 이쁘다 뭐다 하는 타국의 공주들도 많이 봐와서 어느정도 미의식이 타인보다 높다고 자부할 수 있었지만 내 눈앞에 보이 는 여자에게 결코 비할바가 아니었다. 가지런한 은빛의 머리과 눈썹 그리고 길 게 뻗은 속눈썹이 가지런히 눈을 덮고 있었고 아련히 솟은 미려한 곡선의 콧날 과 약간은 벌이진 분홍빛의 아름다운 입술...그리고 백옥같은 눈부신 나신...나신 을 쳐다보자 난 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곤 내 어깨에 걸쳐진 망토를 벗고 이 정체모를 여자를 감싸 안았다. 무게도 얼마 나가지 않았고 가까이에서 보니 아찔할 정도로 여인...아니 소녀의 모습은 눈부셨다. 망토로 감싸기 전 보았던 옆구리에 생긴 상처를 보곤 급히 정신을 차리고 신전으 로 데려갔다. 말뿐인 신전은 아니라서 사제들의 치유의 빛으로 치유하고 그녀는 그 다음날 깨어났다. 깨어난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는 주위의 어린아이들에 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곤 문을 열어 그녀의 방으로 들어가는 나를 보았고 우 리 둘은 잠시눈이 마주쳤다. 그녀은 두 눈은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저런 생소하고 신비 스런 눈은 생전 본적이 없던 나는 잠시 멍하게 있다 고개를 젖곤 제정신을 차렸 다. 외관만 보고는 신성한 느낌을 주는 소녀라 조용한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그녀 는 생기발랄한 왈가닥 소녀란걸 알게되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있으 면 마치 자기의 장난감을 빼앗듯 아이들을 가로채가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나에 게 한번 날려주고는 생전 듣지못한 아름다운 옛날동화를 아이들에게 예기해주곤 했는데 정말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손으로 상황설명까지 해주며 동화를 들려주는 그녀의 모습은 자애의 여신 루린서브링이 이 세상에 강림한 듯 보였다. 하지만 자애의 여신은 요리를 못하는걸까? 그녀의 요리는 극악을 치닫았고 나는 그 요리를 배고픈 오크들에게 먹여보았지만 녀석들조차 '이건 독이닷!'이란 황당 한 어구를 외치며 쓰러지기 일쑤였다. 머쓱해진 나는 그녀에게 핀잔을 주었고 그 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소리없이 뭐라구 중얼거리고는 내게서 아이들을 가로채 가는 일만이 자신이 유일하게 나를 이기는 일이라 생각한 듯 그녀는 아이들을 빼 앗긴 나를 보며 비웃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 비웃음조차 얼마나 귀여운 표정인지 그녀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나에겐 왠지모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녀석이 찾아 왔다. 언젠가는 오리라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줄 몰랐던 그는 내가 수도를 빠져 나오기 들고나온 그 '물건'을 돌려 받기 위함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난 그 걸 쉽게 내줄 생각따윈 없었다. 내앞의 단정하면서 어딘가 나를 닮은 사내... 나의 동생 현재 19살의 스타판 폴튼 가이가스가 나에게 애절한 표정으로 외쳤다. "형님!! 이제 태자를 증명하는 아쿠아블린을 저에게 주십쇼!!" 역시...나를 찾아온 목적은 이 목걸이였구나...스타판...그러나 아직이다. 아직 건네 줄순 없다. 그래서 난 일부로 차가운 표정으로 스타판에게 말했다. "이 아쿠아블린 없이 귀족들의 세력을 60%이상 2왕자인 너의 세력쪽으로 회유하는게 약속이었다. 너는 가이가스왕국의 귀족세력중 반 이상이 너에게 충성 을 맹세했느냐?" 나의 물음에 나의동생 스타판은 이마를 찡그리며 조금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그건...하,하지만!! 황태자의 표식! 아쿠아블린만 있으면 내쪽으로 더 많은 귀족들을 회유할 수 있다구요!! 아쿠아 블린만 있다면!!" "난 분명 말했다. 난 네가 나의 자리를 탐했을 때부터 나라에 관심이 없는 나보 단 네가 더 훌륭히 다스릴 것이라고...네가 너의 순수한 자력으로 귀족들의 반수 이상을 회유할 때 결정타를 먹일 이 아쿠아 블린을 너에게 선사하겠노라고...이 건 내가 할 수 있는 가이가스왕국을 위한 마지막 배려다. 지금쯤 폐하께서는 생 사를 넘나들고 계시겠지...이럴때야 말로 너의 총명한 지혜로 귀족들을 회유해 보 거라...너라면 할수 있다고 본다." "하,하지만!!......" 무언가를 외치려던 스타판은 갑자기 우리들 뒤쪽 숲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자 신의 말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 소리에 나와 나의 동생 스타판은 저 풀숲너머 를 주시했고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붉은 빛이 도는 찬란한 은발의 가히 여신이라 칭할만한 아름다운 소녀가 얼굴엔 물음표를 달고 이쪽을 쳐다보며 다가 오고 있었다. "어라라?? 케인아냐? 여기서 뭐해? 그리고 옆에 있는 그분은 누구야? 이곳에서 우리 이외에 젊은 사람을 보게되네 헤에....신기한데? " 햇살을 받은 눈부신 그녀의 은발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은빛의 광택을 이리저리 뿌리고 있었다. 그 현란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가이가스왕국의 국왕자리를 이을 나의동생 스타 판녀석도 그답지 않게 품위없이 입을 떡 벌리고 멍하니 린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난 나의 동생 스타판의 눈에 드리워진 그의 눈이 나의 황태자자리를 바라볼 때와 같은 강렬한 소유의 눈빛이 아름다운 린에게 머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소유에 가려진 행복(2) 오늘도 역시 따스한 해가 언제나처럼 루린서브링여신의 신전을 밝게 비쳐주고 있었다. 어제 케인과 그의 동생이라고 하는 스타판을 만나 오랜만에 젊은이(?) 들끼리 재미있게 이야기하다 스타판은 볼일이 있다며 그만 헤어지고 케인과 둘 만 남은 나는 왠지 어색해서 금방 신전으로 돌아왔다. "아...왠지 오늘따라 날씨가 더 푸르군...허허..." 내가 신전 앞뜰에서 어제일을 회상하고 있을 때 내앞에서 인자한 할아버지 휴 스틴이 미소짓고 있었다. 그렇고 보니 휴스틴할아버지의 무표정한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언제나 미소...또미소...저 미소는 평범한 미소로는 보이질 않 는다. 뭐랄까?...해탈의 경지를 깨우치기라도 하셨나? 딱히 휴스틴만 그런게 아니 라 이곳 신전의 어르신들은 모두들 휴스틴과 비슷한 미소를 지으신다. 뭐 보기 나쁜건 절대 아니지만... 할 일도 없고 심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해서 휴스틴의 옆자리에 풀썩하고 앉아 물었다. "휴스틴할아버지~할아버지는 어떻게 매일 웃을수 있어요? 인간답게 시무룩한 표정좀 지어 보라구요~" "껄껄껄~웃음은 신이 내려준 인간만의 축복이라더지 않느냐~껄껄~난 그 축 복을 한시라도 놓칠수 없다네~껄껄!" "뭐...나쁘진 안네요...훗...이유는...그뿐만이 아닌 듯 한데요? 할아버지...할아버지 말고 다른 분들도..." 내 말에 할아버지는 껄껄거리며 웃는걸 그만두고 다시 예의 인자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정면을 주시하는 그의 시야엔 무언가의 추억이 아려있는 것 같았다. "그래...이유라면 있지...나말고 여기 신전 노인들의 공통된 이유가..." "공통된 이유?" "뭐...쉽게 말하면 우린 미련이 없다...랄까? 허허..." "미련...이요? 미련...무언가의 갈망...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어찌보면 추잡하고 추악 하게 변질될 수도 있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인간들이 살 수 있고 또 발전할수 있는 근본적인 욕구가 아닐까...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욕구가 없는 데 행복할 수 있을까...? 혼자서 끙끙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다시 휴스틴할아버지의 말이 이어졌다. "우린 태어나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모두 마쳤다네...모두 죽음앞에 당당할수 있는거지. 미련이 없으니 앞날에 대한 걱정도 없다네...그저 평안하게 우리의 마지막을 안식의 여신의 인도를 기다리고 있을뿐이지... 이러니 얼굴을 찡그릴 레야 찡그릴수 없다네 허허..." 난 고개를 돌려 햇살이 비추는 휴스틴 할아버지의 옆모습을 보았다. 정말 미련 이라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모습...확실히 생동감은 없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고목같은 느낌이랄까?... 이렇게 휴스틴과 잡담을 나누다 내앞에 드리워진 인간형상의 그림자를 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흑발의 사내. 케인이 보였다. "케인?" 케인을 보자 휴스틴할아버지는 오늘따라 더 반가운 표정을 짓더니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호탕하게 외쳤다. "하하!! 오늘이 그날이군~! 케인군 부탁하네~그리고 린? 자네도 할 일이 없으면 따라가지 그래?" "네? 어딜요?" 오늘이 무슨 날이라도 되나? 뜬금없이 케인이 오고 할아버지는 나보고 저 재수없 는 .... 아...그 재수없는 감정이 쪼오오~금 얕아졌지만... 그래도 재수없는 케인 과 함께 어딜 가렌다...가긴 어딜가? "숲이다." 케인의 무미건조한 대답이 들렸다. "숲?" "어...오늘 세빈의 생일이지...그래서 저녁에 고기파티라도 할겸 숲으로 사냥하러 간다. 어르신들이 숲에 가는건 조금 벅찰테니 네가 심부를꾼해라." "뭐!뭐얏!!! 가녀린 여자에게 숲으로 네 녀석의 심부름을 하라곳!!!" "그래. 그럼 휴스틴이나 꼬마들을 데려갈까?" "우...그,그건...히잉..." "할말 없으면 그냥 따라와." 이렇게 해서 난 지금 케인과 함께 신전에서 약 30분정도 떨어진 숲속에서 멧 돼지나 토끼등을 사냥하고 있었다. 현재 내 손엔 토끼 두 마리가 들려 있었고 케인의 등엔 멧돼지 한 마리가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 "흠...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는군...지나가는 비라도 오려나?" 케인이 갑자기 흐려진 날씨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푸념조로 한마디했다. "그러네...하지만 적어도 멧돼지 한두마리 정도는 더 잡아야 하는거 아냐?" "흠...폭우라도 쏟아지면 골치 아플테니 그만 돌아가지." "에?? 봄에 무슨 폭우??그냥 좀더 있다가..." 내가 녀석의 말에 의의를 제기하자 녀석은 나를 빤히 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젖고는 내앞을 스쳐지나갔다. "이걸론 충분하다. 그리고..." 마지막말을 흐리고 고개를 돌려 케인이 나를보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지축을 울리는 커다란 굉음이 나와 케인의 고막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앙~~~~- "뭐,뭐지~?!" "꺅!~" 나와 케인은 동시에 놀라 주춤거렸다. 얼마나 큰 폭발이었는지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땅에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갑자기 어디선가 모를 한기가 내 전신을 감싸돌기 시작했다. 뭔가...불길해...뭐지..이 기분은...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케인은 멍하니 신전쪽을 주시했다. 나도 따라 신전쪽에 시선을 두니 신전쪽에서는 검고 쾌쾌한 연기가 하 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시,신전이!!!" 난 너무나 놀라 손가락을 신전쪽으로 치켜들며 외쳤다. 그리고 들고있던 짐승 들을 모두 땅바닥에 팽개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신전쪽으로 달려갔다. 한 5분정도 달려가니 내 숨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괴로웠지만 신전의 아이들과 어 르신들을 생각하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제발...무사해줘...모두들...제발...' 헉헉거리며 겨우 케인의 등을 쫓고 있을 때 갑자기 케인이 멈춰섰다. 난 지친 몸도 쉴 겸 따라 멈추어 서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케인을 주시하고 있을 때 케 인의 혼자서 낮게 읊조리는 욕을 들었다. "제길...기어코 네 녀석이...제길..." 알 수 없는 녀석을 들먹이며 욕을 하는 케인은 급히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은 빛의 줄에 금빛의 기하학적인 아름다운 문양으로 조각된 테를 중심으로 그 가운 데 푸른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를 목에서 풀기 시작했다. 그리곤 급히 그 목걸 이를 내 목에 걸어 주고는 지금껏 내게 보여주지 않았던 상냥한 표정으로 말했 다. "린...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할께...넌 지금 신전의 반대방향으로 달려가 이곳을 떠나. 내가 준 목걸이를 가지고...그리고...여기서 가까운 폴시안이라는 마을에서 기다려줄래? 만약...3일이 지나도 내가 오지 않는다면 이 목걸이를 가지고 나의 절친한 친우. 로슈레인 왕국의 황태자 리류나드,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인에게 전 해줘. 부탁이다." "무,무슨 소리야 케인!!!왜 갑자기!!...." 그러나 난 끝까지 말할수 없었다. 케인이 나를 향해 뻗은 손에서 금빛기류가 돌더니 저항할수 없는 잠의 기운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아....왠지 이대로는 안돼...제발...' 불길한 예감을 끝으로 나는 저할할 수 없는 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휴~...이자식...스타판...만약 신전사람들에게 무슨 해라도 끼쳤으면 절대 용서 하지 않겠다. 일루젼!,크리에이트 이미지!!" 케인은 린의 주위를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숲으로 보 이게 만들었다. 그리곤 주저없이 그 자리를 떠나 신전쪽으로 맹렬히 달려갔다. 소유에 가려진 행복(3) '여긴...' 지금 나는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있다. 하....기절상태에서 의식이 있을 수 있다니...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다...내속에서 끊임없이 외쳐대고 있는 하나의 의지... '일어나!!' 하나의 의지가 끊임없이 나를 괴롭힌다. 그냥 편히 있고 싶은데...만사가 나른다고 온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하고 부자연스러우며 무겁다. 하지만 나의 의지는 끊임없이 나에게 요구하고 있다. '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 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 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 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일어나!!' 나의 의지가 얼마의 시간동안 외쳤는지 모른다. 알 수 없는 시간을 뒤로하고 나는 나의 눈커플이 파르르 떨리며 어두웠던 시야에 잿빛 하늘이 보인다. "도대체 어떻게..." 잠시동안 정리되지 않는 머리가 어느 정도 맑게 깨어나 있을 때 나는 내안에 무언가가 불길하게 요동치고 있는 술렁임을 느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얘들아!!!" 얼마나 내가 기절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리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은듯했다. 케인이 나를 재우기전에도 회색빛 구름이 잔뜩 낀 우중충한 날씨였고 지금도 그 날씨는 변함이 없다. 약간 어둡기도 했지만 아직 해는 지지 않았다. 나의 최고속력으로 달려가면서 내 뺨과 팔, 다리등에 나뭇가지가 스쳐지나가 작은 상처가 계속에서 생기고 있었지만 나는 상관않고 계속 신전을 향해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계속에서 큰숨을 들여마셔도 가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할 정도 로 달렸을때...심장이 터질정도로 달렸을 때 저 나무 사이로 신전의 모습이 내 시 야에 들어온다. 언제나 햇빛을 받으면 새하얀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빛나던 루린서브링여신의 신 전은 현재 타오르는 불길과 함께 검은색의 그을림이 여기저기 보였고 언제나 아 이들이 자주 놀곤했던 놀이터는 부러진 나무파편만이 애처롭게 그를 대신하고 있 었다. 차마 돌려지지 않는 고개를 돌려 신전의 앞뜰에는............................. 시야가 뿌옇게 변한다. 내 눈에 비쳐지는 사물이 일렁인다...일렁이고...또 일렁인 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고 천천히 그곳에 가까이 가자...검게 변한 몇몇의 인 간모양을 하고 있는 딱딱한 물체가 보였다. -부스럭- 난 소리가 난쪽을 섬광과 같은 속도로 훽~ 하고 소리가 나도록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가슴에 단도가 박혀 있는 휴스틴이었다. 휴스틴을 보자마자 나는 무언가 가슴에서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저 인간은... 저인간은 지금 이순간까지도... " 이 바보야!! 넌 지금 이순간 웃음이 나와!!? 흑!..." 어르신이고 뭐고 없었다. 난 흥분상태에서 휴스틴이 있는쪽으로 빠르게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내팔에 휴스틴의 고개를 두르고 그를 일으키려 했으나 그는 손 을 내저었다.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난거에요?!! 예??아이들은!!!? 도대체 어떤 자식이!!..." "쿠,쿨럭!! 허허...이,이거 안 좋은 꼴을...보이는 구만.." 내상을 입었는지 휴스틴 할아버지는 입에서 검붉은 피를 왈칵 쏟아내었다. 바 보...고통스러울 텐데도 끊임없이 웃고 있다. " 이게 뭐에요!! 뭐가 세상에 미련이 없단 말이고 뭐가 세상에서 할 일을 다했 다는 거에요!! 네?! 일어나요! 일어나서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돌봐줘야 하 잖아요!!...어서...어서 일어나서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져 줘요...그래야...그래야 어 르신들의 일이 끝나는 거잖아요...네?" 나의 외침에 휴스틴은 꺼져가는 눈빛을 바로잡으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허허...아이들은...이미...여신의 품으로 돌아갔다네...껄껄...너무나 착한..아이 들이라...여신께서 욕심을..부리신 모양이더군...허허허...쿠,쿨럭!" "휴,휴스틴!!" 휴스틴은 다시 검은피를 토하고 나를 잡고 있던 손이 천천이 힘이 풀리며 땅바 닥으로 쓰러졌다. 반쯤 감겨 흐릿한 눈동자를 덮고 있던 무거운 눈커플은 초점을 잃은 눈을 살며 시 덮어버렸고 휴스틴의 심장은 이미 마지막 두근거림을 끝으로 영원한 안식을 맞이하고 있었다. "휴스틴? 휴스틴?....자,장난하지 말고 일어나 봐요? 아이들은...케인은 어디서... 예? 대답좀 해보세요!?.....휴스틴!!!" 무언가 가슴속에서 끓어오른다...도대체 이들이 무슨죄가 있어 이런 변을 당한단 말인가! 전쟁에서 부모를 잃고 겨우 안정을 찾은 아이들...무슨 죄가 있어 다시 어른들의 검에의해 다시 아픔을 겪어야 한단 말인가! 왜!! 전쟁에서 부모를 잃은게 죄인가 ? 부모없는 아이들을 스스럼없에 대해주고 보살펴준게 죄인가? 왜~왜!! 이젠 앞 이 보이질 않은 정도의 눈물이 내 눈을......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턱에 고여있는 눈물이 하나,둘씩 휴스틴의 연 륜이 세겨진 푸석한 피부로 떨어져 또르르 대지로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꿈에서 깨어나...'뭐야? 개꿈이네...후훗...'이라고 꼭 외칠 수 있기를...그러면 옆에서 세빈과 제리와 아슈즈,유네스빈,세이아,자티양,프 로세인...모두들 내게 달라붙어 재롱을 떨고 또 동화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데... 언제나 황금색으로 빛나던 나의 눈동자는 시리디 시린 은빛의 눈동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은빛의 눈동자...그리고 온몸을 휘젓는 은빛의 기류가 나를 통해 세상에 방출되길 끊임없이 요동치며 갈망하고 있었다. 인정할 수 없 지만... '이 모든 것은 현실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잿빛하늘아래 필란트공국 작은시골의 신전에서 구슬프고 애처로운 드래곤 피어가 온 대륙을 향해 처절히 울리고 있었다. 같은 잿빛하늘아래 로슈레인의수도에 위치한 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황성에서 한남자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손에는 서류한장을 들고 부리나케 달려가고 있었다. 높이가 어른장정 3명을 세워야 될 정도로 높은 문앞에 다다른 남자는 노크도 없 이 문을 벌켝 열고 들이닥쳤다. "폐!폐하!!! 큰일이옵니다!!! 로슈레인의 외곽의 베블링영지가...베블링 영지가!!...." 로슈레인의 재무대신 피브리츠가 숨넘어갈 듯이 말하자 뭔가 불길함을 느낀 로슈레인의 케스텀국왕은 당황하지 않고 한나라의 재목답게 난리 를 치는 재무대신을 안정시키고 천천히 물었다. "무슨 일이신데 그러오?" "폐,폐하...베블링영지가...레드드레곤의 폭주로 하루사이에 지도에서 사라졌습 니다!!" 침착하게 사태의 보고를 듣던 국왕도 더 이상의 커질수 없는 하이톤으로 당황 하며 외쳤다 "뭐,뭣이?!" 같은 하늘, 같은 시각 휴벤트제국과 가이가스왕국의 국왕의 집무실에도 로슈레 인과 같은 드래곤의 폭주에 의해 영지가 지도에서 사라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건 이 가신들에 의해 보고되고 있었다. 전 드레곤 가이가스로 집결!(1) 현재의 태초의 숲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장이었다. 태초의 숲의 면적은 왠만한 제국못지않은 어마어마한 면적을 자랑하고 있었고 또 그 가운데엔 태초의 숲을 양단하는 거대한 산맥이 존재했다. -콰콰콰콰콰콰~~~- -쿠르르르르르르- -스스스슷.....- 태초의 산맥 상공에서 직경 320헤론(1헤론=1m)의 거대한 검은 존재가 포효하고 있었다. 그 거대한 존재는 커다란 숨을 한번 들이쉬더니 공포스런 아귀에서 모든것을 암흑으로 감싸 버리는 검은색 산성이 끊임없이 태초의 숲을 녹여버리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엘테미아~!! 너의 존재가 무엇이길래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거냐!!" 그 거대한 검은 존재는 누군가를 원망하는 듯 했다.다시한번 무시무시한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처절하고 공포스런 포효를 내지른 후 거대한 날개로 모든 물체 를 에일듯한 칼날같은 바람을 만들어내며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위용과 함께 다시 숨을 들이마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그 누구의 접촉도 허용할 수 없을 것 같던 거대한 검은존재 앞으로 눈 부신 금색기류가 마치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는 것처럼 천천히 가운데를 기점으로 퍼지더니 거대한 금빛 드래곤의 형상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그 금빛의 거대한 존재는 직경 300헤론정도 되어 보였다. 검은 존재보다 비슷한 크기의 존재는 자신의 몸을 한바퀴 돌리면서 원심력을 이용해 자신의 커다란 꼬 리로 그 검은 존재를 힘껏 내리쳤다. -쿠웅~!!- 거대한 몸에 비례해 지축을 찢어발기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검은 존재는 지상에 추락했다. 그리고 모든 존재의 영혼을 울리는 듯한 중저음의 음파가 태초의 숲에 곤두박질한 검은 존재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엑시드옥션!! 블랙일족의 수장이나 되면서 자신의 감정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거냐!!" "크르르르르....로드..." "휴...엑시드옥션...진정해라...지금 전 대륙에서 우리일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마 또 한번 엘테미아님의 감정폭출이 일어나게 될 경우 그때야말로 대륙의 소멸 이다. 지금은 우리 각 일족의 수장들부터 제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돼!" "크...하지만!..." " 그만해라 엑시드옥션! 한시라도 빨리 엘테미아님의 신변확보가 우선이다. 가드 레일! ,에셀리드민!,다헬론, 페트리샤!, 티제이븐! 모두 모여봐!" 로드라 불린 거대한 황금빛의 존재가 외치자 그의 주위로 5개의 빛이 생성되더 니 각각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띤 5명의 존재가 등장했다. 커다란 금빛존재도 그 들에게 맞추려는 듯 눈부신 빛과 함께 한 17살정도 되어 보이는 백금발의 아름 다운 소녀로 변했다. 그리고 그들의 밑에서 쓰러져있던 거대한 검은 존재도 환한빛과 함께 점점 작아 져 흑발의 차가우면서도 강직한 모습의 전사로 변했다. 그리곤 공간이동으로 모 두가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휴...짧게 말하지...사태가 심각해. 벌써 엘테미아님의 감정에 반응해 폭주한 드레 곤이 블랙일족 3기, 레드일족 4기, 블루, 골드일족1기...그린일족과 화이트일족은 아직이다. 지금 말한건 폭주한 드레곤들이고 아마 대부분 얼마전에 느껴졌던 엘테미아 님 의 엄청난 분노의 감정을 못이겨 꽤나 당황하고 있겠지...다헬론 엘테미아님의 위 치파악은?" 다헬론이라 불린 하얀머리의 하얀수염을 멋들어지게 길른 중년의 사내가 그리 좋지 않은 낯빛으로 말했다. "아...필란트 공국의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이름조차 없는 시골이 있지. 그곳 에 루린서브링님을 모시는 신전이 하나 있는데...그곳에 제일 유력해. 허나 내가 도착했을땐 누구의 소행인지 모르겠지만 신전은 대부분 불타 무너졌고 그곳에 있 던 사람들은 대부분 죽어있더군... 그곳에 엘테미아님이 존재했던건 확실해...그렇나 알수없어...분명 지금쯤 대자연 을 벗어나 도시 어딘가에 있을법도 한데 그 존재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그 어 떤 무언가가 인위적으로 엘테미아님의 기운을 감추기라도 하는 듯이 말야..." 다헬론의 말을 듣자 로드는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지더니 얼마안가 각 일족 의 수장들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나와 에셀리드민을 제외한 모두들...지금 폭주중인 드레곤들을 진정시키고 최대 한 한곳으로 모아줘...그래야 너희들의 피어도 제대로 먹힐테고...아무튼 힘든 일 이지만 모두 부탁한다. 나와 에셀리드민은 필란트공국으로 엘테미아님을 수색하 기로 할게. 시간이 없어 모두 서둘러!!!" 로드의 말이 끝나자 로드와 에셀리드민을 제외한 다섯 드레곤들은 눈부신 광영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지고 나머지 로드와 에셀리드민도 그들을 따라 어디론가 사라 졌다. 한편 막 숲을 빠져나온 듯 왕가의 문장이 새겨진 화려한 백색의 마차가 50명의 흑기사와 함께 먼지를 일으키며 가이가스의 수도쪽으로 맹렬히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차안에는 길다란 은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애처로이 누워있었다. 그 녀의 목에는 푸른빛으로 빛나는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가 걸려있었고 온몸이 밧 줄로 결박된 상태였다. 마차의 덜컹거림에 그 소녀는 잠에서 깬 듯 눈커플이 떨 리며 힘없이 들어올려졌다. * * * 우음......온몸이 나른하다...지금 난 작은 돌맹이 하나 쥘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 다. 깨어나자 마자 내가 할수 있었던건 고작 깊은 한숨과 한줌의 눈물을 흘리는 것 뿐... '미안해...얘들아...그리고 어르신들...케인..미안....' 현재 나는 두팔과 두발 모두 결박 당한채 은밀히 가이가스의 수도로 끌려가는 중 이었다. 가이가스는 필란트 공국에서 남쪽으로 계속 내려와 브람스란 강을 건너 면 바로 가이가스의 수도였다. 브람스강에서 말로 2일만 달린다면 가이가스의 수 도 펠브리튼이 나온다. '어쩌다...아니, 왜? 이렇게 됐을까..제발...누군가 도와줘...이런거...너무 싫어...' 한방울의 눈물과 함께 난 2시간전의 일을 회상했다. 이미 이세상사람이 아니게 된 휴스틴은 죽어서도 그 미소를 풀지 않았다. 그 미소를...이젠 다시 볼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내가 이 이상하고 신비한 대륙으로 건너와 처음으 로 사랑한 사람들...그리고 다시 혼자가 되버린 난 한없는 괴로움과 슬픔에 마치 날카로운 비수가 내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휴스틴...말해줘요...도대체 누가 무었 때문에 이런짓을...흑..." 편안한 미소로 누워있는 휴스틴에게 나는 들려오지 않을 질문을 하고 있을 때였 다. 그런데 갑자기 내 뒤쪽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 들려왔다. "후훗...누가 그랬나면 내가 그랬고 무엇 때문에 이런짓을 벌였나면 바로 너 때문 이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나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녀석을 바 라봤다. 내 뒤에는 어느새 다가왔는지 모를 전신을 검은 갑주로 뒤집어쓴 흑빛 기사들 이 100명쯤 도열해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내게 추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사내 가 보였다. 그사람은...기괴스럽게도 나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황당함과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을 안고 경악하듯 외쳤다. "너,너는.....!" "쿠쿡..." 전 드레곤 가이가스로 집결!(2)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의 악몽같은 현실을 내가 안겨준 장본인을 그리 오래 만나지도 안았고 또 이런 일을 할 이유가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의 친형을 해치면서 까지 이런 일을 해야하는 이유를... "도,도대체 어째서...케인은? 케인은 너의 형이잖아!!" 나의 외침에 녀석은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한발짝씩 내게 다가왔다. 점점 가까이 오는 녀석을 향해 주체할 수 없는 증오를 실어 쏘아보았지만 녀석은 그다 지 상관이 없는지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바로 내 앞까지 와서 한쪽 무릎을 꿇어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내 은빛 머리칼을 가져가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고는 향취를 느끼는 득 했고 비 록 머리칼에 신경이 없어 흔한 감촉조차 느낄 수 없었지만 왠지모를 소름과 오 한, 그리고 나의 증오가 녀석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뒤로 물러섰다. "이거 놔!! 너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짓을 벌였지? 여기있는 아이들과 어르신들!... 도데체 무슨 잘못이 있길래 이리 잔혹하게 생명을 짓밟아 놓는 거냐!!? 네가 뭔데!! 너희같은 개자식들 때문에 부모를 잃고 겨우 맘잡고 살아가는 아이들이었는데!... 세상의 모든걸 잃고 아이들만 바라보고 사는 어르신들이었는데!...너희들은... 도데체 왜!......" 난 계속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증오로 가득 차있던 내 가슴은 다시 통제할 수 없 는 슬픔으로 가득찼다. 잠시 증오로 막혔던 눈물이 슬픔의 둑을 넘어 또다시 흘 러내린다. 난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케인의 동생이라는 스타판...스타판... 내 절대 잊지 않으리라...녀석의 눈을 보니 알 수 없는 광기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그 눈에 맺혀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싫어...너무나 기분이 나쁘며 오싹 하다... 녀석은 굽혔던 다리를 펴고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역겨운 입 술을 열어 비릿한 음성을 나에게 토해낸다. "내가 누구냐고? 빌어먹을 백성새끼들 뒤치다꺼리나 하는 가이가스의 차기 국왕 이지 크크큭...널 처음본 순간 난 깨달았지...넌 내꺼일 수밖에 없다. 이 나라와 함께 넌 나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다. 크크큭...난 조용히 너만 불러 나의 왕궁으 로 데려가려 했는데...여기 꼬맹이들과 늙은이들이 제법 거센반항을 하잖아? 이 거 공무집행죄에다 황실모독죄까지 해서 나도 눈물을 머금고 즉참형을 행했을 뿐 이라고 크크큭... 어때? 나에게 잘보이면 가이가스의 왕비도 될 수 있다고~? 모든 권력과 부와 명 예를 한꺼번에 쟁취하는 거야! 어때 멋지지 않아? 크크큭...물론 넌 밤에 좀 고생 이 심할 테지만 말야...킥...나에게도...그리고 나의 손님들에게도 말야...큭큭..." "개자식!...죽여버리겠어......" 내가 전에 살던 한국이라는 나라의 죽음은 사고사(事故死)나 노사(老死), 아니면 병사(病死)가 대부분이었다. 특수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총이나 칼에 의해 죽 음을 당할 수도 있었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위와 같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대 부분이었다. 누군가의 명령하나로...그것을 아무 꺼리낌 없이 아이들과 어르신들 을 죽여버리는 이곳처럼 지옥같은 곳은 아니었다. 이처럼 슬픈 현실을 내가 안겨 주곤 실실 웃는 스타판이나...스타판 뒤에서 날 더러운 시선으로 꼬나보는 재수없 는 흑기사녀석들을 보며 난 생전 처음으로 살심(殺心)을 느꼈다. 무언가 올라온다...나의 뜨겁게 박동하는 심장에서 끊임없이 무언가 요동치고 무 형의 힘의 배출을 원한다. 무형의 힘이 갑자기 내 심장에서 단전쪽으로 소용돌이치듯 그 기운들이 은빛기류 가 되어 내 주위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나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스타판과 저 뒤의 흑기사들이 움찔거리며 동요하기 시작했지만... 후훗...늦었어...너희들...모두...... "너희들...모두...미워..." -콰콰콰콰콰콰콰- 손을 들어올려 내몸에 피어오르는 은빛기류는 나의 의지에 따라 내손으로 뭉쳐 졌다. 그리고 역시 나의 의지에 따라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되어 내앞에 더러 운 오물보다도 못한 녀석들을 날려버린다. "허어어억~!!!" "커헉!!" "크아아악!!" 갖가지 비명들과 함께 녀석들의 반은 나의 은빛기류에 이리저리 날라다니며 신전 이든 숲의 나무든 모두 쓰러져버린 아이들의 놀이터든 아무곳에 내팽개쳐 지고 있다. 이에 녀석들은 고통에 울부짖는 녀석들도 있었고 아예 기절한 녀석들도 있었다. 난 아직 16세의 소녀...살인에 익숙하지도 않고 또 바라지도 않는 나의 깊숙한 마음이 내 은빛기류에 전해져 내눈에 죽은 흑기사들은 보이지 않는다. 훗...너희들도 아프면서...너희들도 그렇게 살고 싶어 발악하면서...너흰 편하게 삶 을 영위할 가치가 없는 사람들...운좋게 마법사의 도움으로 은빛기류에 휘말리지 않은 스타판과 나머지 개자식들...사이좋게...사라지는 거야...너희들 모두 미운 사 람들이니까... 다시 은빛기류가 스타판을 향하자 녀석은 낭패의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이리저리 허둥거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제,제길!! 저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이런 산골의 신전에 처밖혀 있던거 야!!? 크아악!!!...이봐 스테이샨!? 뭔가 방법이?..." 스타판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은빛기류들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옆의 스테이샨이란 검은 로브를 걸친 마법사에게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스테이샨 역시 낭패의 기색이 완연한 얼굴로 이리저리 피하느라 바쁘기만 할뿐 스타판에게 뭐라 할 처 지가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콰- -쿠르르르르릉- 다시 나의 은빛기류에 의해 폭음이 이어졌고 내 주위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은 빛기류가 한층더 거세져 이제 지상으로부터 50크로(1크로=1cm)정도 떠올라 나 의 옷깃과 은빛머리칼이 요동치는 은빛기류에 맞춰 이리저리 나부끼고 있었다. * * * 흑기사와 스타판들은 비록 자신들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녀석이 칼날같은 은빛기류를 마구 쏴대고 있는 린이었지만 현재의 린의 모습은 자신들이 공격당하는 것조차도 잊을 만큼 은빛기류에 둘러싸인 채 너무나 차가워서 아름다운 그녀의 은발과 여신조차 고개를 떨굴 정도로 매혹적인 그녀의 얼굴과 가녀린 몸매에 홀리지 않은 인간은 몇몇 되지 않았다. 이에 스타판의 두눈에서 더욱더 강렬한 소유의 기운이 린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한쪽 구석에 조용히 실드를 형성하고 있던 스테이샨은 정신력이 강하고 늙은이에 속했기에 은빛기류에 둘러싸인 린의 아름다운 모습에 잠깐 넋을 잃었지만 그녀의 펄럭거리는 모습에 무언가를 발견한 듯 그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리곤 살짝 입꼬리가 위로 올라가며 잠시 후 스테이샨은 멍해있던 스타판의 귀에다 대고 속삭이며 그와 동시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한층더 강해진 은빛기류가 내 손에서 저녀석들에게로 쏟아지고 있다. 후훗...하늘 위에있는 나의 착한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모두 속이 원없이 승천할 수 있도록... 너희들을 그냥 두진 않겠어... 다시 손을 들어 이제야 말로 끝을 내기 위해 더많은 은빛기류들이 내손에 뭉쳐지 기 시작할 때였다. 갑자기 멍청히 서있던 스타판이 내 쪽으로 맹렬히 달려오며 스테이샨을 향해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스테이샨!! 지금이다!!!" 스타판의 외침에 스테이샨이라 불린 노마법사는 지금까지 축척해논 모든 마나덩 어리를 한손에 모아 나에게 쏘아 보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고 지금 달 려오고 있는 스타판에게 신경이 모두 쏠린 상태라 쾌속으로 쏘아진 마나덩어리 를 피할 겨를이 없었다. '이런!!!...' 낭패의 기색이 역력한 상황 속에서 난 멍하니 절망하고 있었고 거의 코앞까지 다 가온 마나덩어리는 무시무시한 속도와 기운으로 나를 덮치려 할때였다. 나는 스테이샨이 쏘아보낸 마나덩어리와의 충돌로 예상되는 충격과 고통에 미간 을 찡그리며 눈을 꼭 감으려 하는 찰나, 갑자기 나의 가슴에서 푸른빛의 기류가 생성되더니 그 푸른빛이 내게 쏘아진 스 테이샨의 마나덩어리를 모두 흡수하기라도 하는 양 쾌속의 마나덩어리가 내 목에 걸려 있는 아쿠아블린, 케인이 헤어지기 전에 건네준 이 푸른보석의 목걸이에게 로 모두 흡수되었다. 의외로 허망한 사태에 흑기사들은 동그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고 나도 안도 하는 한숨과 함께 다시 끓어오르는 분노로 나의 은빛기류들을 다시 쏘아 올리려 고 손을 들었다. 그리고... "이,이럴수가!....." 좀 전까지만 해도 무한의 힘처럼 느껴지던 나의 은빛기류가 지금은 아무리 내가 원하고 소망해도 나의 의지를 벗어나 전혀 요동하지 않았다. 안간힘을 써서 끌어 내려할때마다 이 푸른 목걸이가 환하게 빛날 뿐 나의 은빛기류는 모두 침묵했다. 나의 이런 당황하는 모습에 내게 달려오던 스타판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내게 달려들어 쾌속의 일격을 나의 명치에 찔러 넣었다. 아찔한 고통과 함께 나의 시야가 흔들리며 끝내 숨막히는 괴로움과 함께 내 맘 을 표현하기라도 한 듯한 우중충한 무채색의 하늘이 보였다. '애들아... 휴스틴,케인, 그리고 어르신들...미안...미안해...' 그렇게 난 용서받을 수 없는 용서를 갈구하며 의식을 잃어갔다. 전 드레곤 가이가스로 집결!(3)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 관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황성이 그 당당한 위용 을 뽐내고 있었다. 하늘에는 엊그제의 우중충한 날씨가 거짓말같이 눈부신 햇살 과 함께 지상의 모든 것을 비추고 있었다. 허나 이 따스한 햇살도 사물에 의해 가려진 그림자까지 비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황성의 후문쪽으로 은밀히 이어진 관도를 따라 황가의 문장이 화려하게 새겨진 6두마차가 4,50명의 흑기사들과 함께 황성으로 입궐하고 있었다. 황성에 입궐한 마차와 기사들은 맨 앞줄에서 대장인듯한 흑기사가 손을 저어 제스쳐를 취하자 나머지 흑기사들은 마차와 대장을 향해 경례를 붙이고 각각의 배치된 연무장으 로 뿔뿔히 흩어졌다. 기사들이 흩어지자 남은 흑기사들의 대장은 황가의 문장이 새겨진 마차의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열려진 문에선 검은 색 로브를 걸친 노마법사가 먼저 내렸고 그 다음은 검푸른 머리에 화려한 보석이 박힌 보검을 차고 있는 대략 19살정도 의 청년이 보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붉은빛의 은발과 이세상사람이 아닌 듯 한 청초하면서도 어딘가 신비스러운 소녀를 안고서 조심스레 내려오고 있었 다. 그 아름다운 여인...아니 소녀는 바로 린이었다. 린은 의식을 잃은 듯 원수같은 스타판에게 안겨 있는데도 반항한번 하지 못한 채 짙은 속눈썹의 아름 다운 눈커풀은 열려질줄 모르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검은색 로브의 노마법사 스테이샨은 린에게 걸은 슬립마법을 해제한 후 스타판에게 짧은 인사를 하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고 흑기사단장역 시 제 2왕자파답게 스타판에게 거수경례를 붙이고 절도있게 사라졌다. 드디어 둘밖에 남지 않은 스타판은 흥분이 되는지 연신 듣기싫은 기괴한 웃음을 날리며 린을 들쳐업고 황성 뒷뜰의 세워진 탑에 은밀히 이어진 통로를 통해 자신 의 거처인 제 2왕자궁, 로르트롬궁에 있는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자신이 황성에 오기전 흑기사단장에게 자신의 궁에 모든 시녀들과 인부들을 궁 밖으로 내보냈으니 자신을 방해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 * * 어두운 곳...이제서야 익숙해진 자신의 하얀손과 은빛의 머리칼...허나 지금은 이 공간이 너무도 어두워 자신의 손조차 보이지 않는 공간... '세빈,재린,아슈즈,유네스빈,세이아,자티양,프로세인...휴스틴...어르신들...그리고 케인... 내 사랑스런 아이들과 나의 가족같은 친절한 사람들을 잃었다. 충분히 수상할 법 도 한 나를 아무런 스스럼없이 대해주던 착한 사람들...이제는 그 사람들을 다시 는 볼수도, 만날수도 없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을까?...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정답은 명쾌하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마차가 멈추고 내가 누군가에게 안겨 어디론가 이동되 고 있다는 걸 알수 있었다. 이 소름끼치는 기분...알 수 없는 오한과 증오가 피어 나는 걸로 보아 날 안고 있는 자식은 스타판일 것 같다. 지금은 너무 힘들다...너 무나 지친 나의 몸과 마음에 다시 의식이 내 마음 깊숙한 곳으로 잠식되는 것을 느꼈다. -스윽....스윽....- "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의 시간이 지났을 때 나의 의식이 점점 선명 해지고 온몸의 신경도 예민해져 있을 때 난 알 수 없는 외부의 접촉으로 눈을 떳다. 의식이 들자 느껴진 건 부자연스러운 팔과 다리...내 팔목에는 투박한 모양 의 금빛팔찌가 차여있었다. 내 엉덩이에 느껴지는 폭신한 감촉으로 보아 여긴 침 대가 분명했다. 난 침대 왼쪽가에서 등에 커다란 쿠션을 베고 앉아 있는 형태였 고 나의 두팔은 팔찌가 차여진 손목부터 시작해 천장까지 이어진 밧줄에 묶여 두 손을 어깨보다 더 넓게 벌리고 손을 천장을 향해 들어올린 포즈였고 나의 다리 는 나의 치부가 훤히 보이도록 발목에 묶여진 밧줄이 양쪽 가에 솟아난 침대기둥 에 묶여져 여자에겐 가장 부끄럽고 치욕스런 포즈가 되있는 걸 알수 있었다. 난 깜짝놀라 이런 부끄러운 포즈를 어떻게든 제대로 잡아보려 했지만 투박하고 질 긴 밧줄에 의해 난 꼼짝도 할 수 없이 두손은 천장을 향해 들고 있었고 나의 두 다리는 양쪽으로 침대기둥에 묶여진 밧줄에 의해 활짝 벌리고 있었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은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양쪽 어깨에 리본형식으로 묶여진 속 이 비치는 잠옷형태의 원피스였고 속옷은 모두 벗겨 있었다. 그리고 아쿠아블린 ...내 목에는 아직도 아쿠아블린이 걸려 있었다. 어째서 그가 아쿠아블린을 내버 려두었는지 모르겠지만 케인이 내게 맡긴 아쿠아블린이 아직도 네게 있어 지금 이상황에서 유일하게 안심이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시...싫어..." 이런 치욕스런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가 본다면 난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더욱이 그 사람이 증오해 마다않는 스타판이라면...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침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음흉한 얼굴을 하 고 있는 스타판이 내앞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난 그런 스타판을 보자 발 작이라도 난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을 틀면서 외쳤다. "이 개자식!! 이거 당장 풀어 이자식아! 네가 그렇고도 인간이며 왕자란 말야?? " "후훗....입이 거칠군...재갈을 물려놀 걸 그랬나? 크큭..." 녀석은 나의 외침에 별 반응없이 비릿하게 웃어넘기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서서 히 내 얼굴에서 그 아래쪽으로 내려가다 나의 다리사이로 시선이 고정되고는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싫어...죽고싶어. 제발 그런 추잡하고 역겨운 눈으로 보지마...누구라도 도와줘... 제발...저런 녀석에게 내가 당하기라도 한다면 난 살아갈 수 없어...그냥 죽어버릴 꺼야!!... 난 최대한 다리를 오므리려 노력했으나 튼튼한 밧줄이 나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 았고 스타판은 점점 나에게 다가와 그 더러운 손으로 내 몸을 이곳저곳을 탐하 기 시작했다. 아...이 소름끼치는 기분...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난 알고 있었다. 꿈많은 사춘기 소녀라면 당연히 관심이 한번쯤 가는 이성과의 성관계...물론 난 꿈많은 소녀였기 때문에 나의 상상에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런 관계를 맺으면 상큼한 오랜지맛과 함께 황홀한 기분을 느낄거라고 한번쯤 소녀다운 상상 의 나래를 펼친적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도 아니고 나의 행복을 빼앗아간 증오스럽고 저주스런 남자다. 온몸이 끔찍한 독사 수천마리가 기어다니 는 기괴하고도 음침하고 끔찍스런 기분이었고 그의 손이 나의 흰 살결을 지나칠 때마다 온몸의 신경이 괴로움에 미쳐 울부짖고 있었다. 그 추악하고 더러운 손이 어느덧 나의 목 언저리에 머물고 있었다. 제발...누구라 도 좋아...이 순간을 넘길수 있도록 도와줘...제발...흑...차라리 죽어버릴까...? 그래 ...어차피 난 혼자잖아? 내가 지금 이세계에서 없어져봤자 슬퍼할 사람이 누가 있. 을까...? 아무도...아무... '먼저가서 기다릴께...사랑해 엘테미아...' 삶을 포기하려 할때 문득 어디선가 아련한 목소리가 나를 깨운다. 현재 스타판 에 의해 나의 감각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가슴에 울화가 터져 내 심장을 터트 리려 하고 있었고 먹은 것이 없지만 역겨운 기분에 자꾸 무언가가 식도를 타고 오르락거리고 있었다. 최악의 상태인 내 안에 울리는 하나의 감미로운 목소리... 왜...지금에서야... 이 신비의 대륙에 오기전 예림이가 내게 했던말...먼저가서 기다리겠다는말...난 예림이를 찾아야한다. 아직 죽을수 없다...하지만...지금 현재 모든 걸 버리고 죽고 싶다...제발...아무라도 좋아...도와줘...제발...도와줘...도와줘...... 혼자서 지금 이 최악의 상태를 잊어보려 노력하고 있을 때 내 목에서 걸린 목 걸이...케인이 내게 맡긴 아쿠아블린이 어느새 스타판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크크큭...케인형...정말 고마운 인간이야...죽어서도 동생을 위해 아쿠아블린을 너 에게 쥐어주다니...크큭...이 아쿠아블린이 뭔지 아나? 이 아쿠아블린은 아무것도 못하는 등신같은 왕족들을 위해 자신의 기척을 지워줌과 동시에 대량의 마나를 주입하면 이 목걸이 스스로 결계를 만들어 자신의 마나는 물론 외부의 마나에 의 한 마법공격도 무효화시키는 역할을 하지...자신도 마나를 쓰지 못하고 외부의 마 나에 의한 마법도 소멸시키는 왕족들을 위한 도구...크크큭...정말 아무것도 못하 는 등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황태자의 표식이랄까?" 녀석의 말에 난 깜짝놀라 외쳤다. "그,그러다면 그때 내 힘이 갑자기 사라진것도!!......" "크큭...머리가 좋군 그래! 맞았어 그때 스테이샨이 날린 마나덩어리를 아쿠아블 린이 흡수해서 네 주위로 결계가 발동한 거지...그래서 네 힘이 봉인당하고 넌 아 무힘도 쓸 수 없는 보통의 여자가 된거라구...크크큭!" 녀석은 정말 역겨운 미소를 지으며 내 목에 걸린 아쿠아블린을 거칠게 잡아당겼 다. 의외로 목걸이는 내 목에서 쉽게 풀려졌고 녀석은 잠시 목걸이를 주시하더 니 비릿하게 미소지으며 내게 말했다. "크큭...힘을 모으려고 쓸데없이 애쓰지는 말도록. 너의 팔에 차여진 팔찌는 마나 를 봉쇄하는 팔찌니까...크하하하!! 이 황태자의 표식! 아쿠아블린만 있다면 이제 내가 국왕이 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지 크하하하! 이 아쿠아블린도! 이 가이가스 란 왕국도!! 그리고 아름다운 네년도! 모두 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단 말이 다! 크하하하하하!" 녀석은 미친 듯이 광소를 터트리고 있었고 나는 녀석의 말에 힘을 모아보려 했지 만 역시 모아지지 않았다. 다시 절망의 눈물이 내 눈에서 볼을 타고 또르륵 흘려 내렸고 난 간절히 소망했다. '제발......누군가가 도와줘...제발...' 린은 그렇게 그 어딘가의 누구를 향해 확률없는 도움을 청했고 스타판은 모든 것을 자신이 쟁취한 사실에 도취되어 커다란 광소를 내뱉고 있었다. 허나...스타판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이가스의 황성주위엔 대자연도 존재하지 않았고 린의 기척을 지워버리던 아쿠아블린도 이미 그녀에게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그녀의 기운이...그녀이 간절하고도 슬픈 감정의 폭출이...이슈테리아 대륙 전체에 폭주하고 있는 전 드래곤들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크르르르..." 전 드레곤 가이가스로 집결!(4) 지금의 내겐 죽고싶다는 감정뿐이었다. 지금 이순간 증오해 마다않는 남자에게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고 싶었다. 죽음의 끝에서 예림이의 한마디가 나를 삶의 한구석으로 내보내려 하고 있지만 현재 내 눈앞에서 독사같은 음침한 눈으로 자신의 옷을 하나씩 끌르고 있는 스타판을 보니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증오 그리 고 삶에 대한 회한이 든다. '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 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 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 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도와줘!' 속으로 수천번을 수도없이 외쳐봤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 이세계에서 나의 존재를 알고 있던 유일한 사람들은 얼마전 내앞에서 새빨개진 눈으로 자신을 추 잡한 시선으로 보고있는 남자...스타판에 의해 모두 여신의 품으로 돌아가 버렸다 는걸... 지금껏 살면서 남자의 알몸은 처음보는 것인만큼 두근거릴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두려움과 증오뿐이다. 나를 무력하게 당하도록 만든 스타판과 지금상황에서 무기 력한 자신에 대한 증오뿐...나의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져간다...그는 옷을 다 벗 고 천천히 나에게 다가온다...그리고 손을 뻣어 내몸을 탐한다. 점점더 삶에서 멀 어져가는 난 내 살결에 닿는 그 꺼름칙하고 기괴한 느낌에 마지막 발악을 외친다. "저리가!! 싫어~~~!!!!" 이슈테리아 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가이가스왕국의 수도 펠브리튼의 황성에서 처연하고도 가련한 드래곤피어가 맑은 하늘에 청량하게 울려퍼진다. * * * 내이름은 티디엠...난 7살먹은 어린소녀다. 난 엄마와 함께 가이가스의 변두리 마 을인 로롱턴의 에메세른산 중턱에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언제나 엄마와 함 께 평화롭게 살고 있었고 지금도 어머니는 나를 위해 점심준비를 하고 계셨고 나 는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산속에 지어진 우리들의 오두막근처에서 약초를 캐고 있었다. 약초를 캐고있던 나는 태양으로 인해 환했던 주변이 거대한 그림자에 휩싸이자 놀란눈으로 태양을 가리고 있는 그 무엇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눈을 비 비며 한참을 태양을 가린 그 거대하고 붉은 존재를 보았다. 난생 처음으로 위대 한 존재를 보게된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약초를 뿌리치고 잽싸게 오두막으로 달려 가 스튜를 끓이고 계시던 엄마에게 외쳤다. " 엄마!~엄마~ 나 봤어요! 봤다구요!!" 나의 두서없는 말에 엄마는 잠시 의문의 표정을 짓다 다시금 부드러운 미소로 내 게 말하신다. "나의 사랑하는 티디엠 무엇을 보았지?" "엄마!! 나 드래곤님을 봤어요!! 엄청나게 커다란 붉은 드래곤님이라구요~" "풋~" 티디엠의 엄마인 로세이샴은 전설에나 나올법한 드래곤을 보았다는 딸의 말에 피 식 웃고는 귀여운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로세이샴의 귀여운 딸인 티디엠 은 자신의 말을 엄마가 믿어주지 안자 뾰로통한 표정으로 로세이샴을 올려다봤 다. 로세이샴은 알고있었다. 여기서 딸의 주장을 무시하면 어린 딸은 상처를 받 을 것이고 어린아이들은 꿈을 먹고 자란다는 말에 로세이샴은 딸의 머릴 쓰다듬 으며 말했다. "후훗...나도 살아생전 본적이 없는데 우리 티디엠은 굉장한 드래곤님을 보았구 나? 이거 엄마가 샘나는데? 근데 티디엠..." 티디엠의 어머니인 로세이샴은 환상과 현실의 차이를 다른쪽으로 우회시켜 딸에 게 가르치려 했으나 그녀의 말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사방이 밤이 된 듯 어둠 에 휩싸이고 나무로 지어진 오두막이 미세한 진동에 떨고 있었다. 로세이샴은 이 알 수 없는 사태에 불안감과 호기심을 느껴 딸아이를 품에 앉고 급히 밖으로 나와 하늘을 주시했다. "이...이럴수가..." 로세이샴은 방금 자신이 본 것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딸아이가 붉은색 드 래곤을 보았다는 말을 자신에게 할때만 해도 어린아이의 꿈에서나 나올법한 일 로 치부해 믿어주는 척 하면서 속으론 부정하고 있었다. 허나 자신이 올려다본 하늘에는 커다란 태양을 가리고 있는 육중한 몸과 거대하고 웅장한 두쌍의 날개 를 퍼덕이며 창공을 향해 날아가는 또 하나의 검은 드래곤이 보였던 것이다. 그 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채 몇분이 지나지 않자 또다시 창공을 가르는 공기의 파열음이 뒤쪽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푸른비늘을 가진 거대한 드래곤 과 그보다 약간 작아 보이는 드래곤은 햇빛을 받아 흰색의 비늘이 찬란하게 빛나 는 아름다운 드래곤이 다시 자신과 딸의 머리위로 자신들에게 날카로운 공기압 을 선사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드래곤들이 쏜살같이 날아간 방향을 보며 로세이샴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 그곳은 수도 펠브리튼쪽인데..." 휴벤트제국의 북부에 위치한 드레이크 백작가의 영지인 샤트락스는 발달된 항구 와 무역에 이로운 황금의 해로를 확보해 대륙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번창한 항구도시였다. 그러나 항구에서 일하는 어부들과 여행자들로 언제나 북적였던 샤 트락스는 오로지 뜨거운 불길만이 치솟고 있었고 샤트락스의 영지민들과 여행자 들은 갑작스레 쳐들어와 난동을 부리는 레드드래곤을 피하기 위해 피난을 가기 바빴다. 허나 모두가 떠나갈 때 자신의 영지를 버리고 갈수 없다며 자신의 저택 에 홀로 남은 드레이크가의 가주(家主) 드레이크 드 훼르텐백작은 자신의 저택 에 펼쳐진 정원이 현재 레드드래곤에 의해 무참히 밟혀지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 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이런 백작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레드드레곤 은 백작의 저택을 향해 갑자기 숨을 들이마쉬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동안 숨 을 들이 마쉬던 드래곤은 저택을 향해 아가리를 벌리고 그의 입주위가 환하게 빛 나기 시작했다. '이젠 끝이군...' 드레이크백작은 자신이 여지껏 다스려온 영지와 그간 함께했던 가족들...모두가 죽음직전에 떠올린다는 아련한 추억의 주마등을 겪었다. 이 위대하고 강력한 드 래곤앞에서 이제 기정사실이 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고 그 결정타가 드레곤의 아가리에서 뿜어질 찰나... 아무리 기다려도 온 대지를 녹여버릴 레드드래곤의 브레스가 자신을 덮치지 않 자 드레이크 백작은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곤 레드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레드드래곤은 들이마셨던 숨을 급하게 허공에 뿜어내고는 거대한 두 날개를 펼 쳐 들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정원에 수많은 공기의 칼날을 만들어내며 창공을 향 해 수백미터까지 올라간 레드드래곤은 태양빛보다 강렬한 빛을 사방으로 뿌리며 어디론가 공간이동 되어 사라졌다. 의외의 사태에 어리둥절하던 드레이크 백작은 멍하니 있다가 한마디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는...살아있는 건가......?" 이슈테리아 대륙의 남동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태초의 산맥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 을만큼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드래곤의 산맥'이 있었다. 현재 드래곤의 산 맥 주위에 넓게 펼쳐진 평원은 하늘을 더럽히는 검은 연기와 각종 폭발이 난무하 는 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변해있었다. 전 대륙에서 갑자기 자신을 덮쳐오는 감당치 못할 감정에 휩쓸려 이지를 잃고 폭 주하는 드래곤들을 막기 위해 다헬론,가드레일,페트리샤,액시드옥션,티제이븐은 각 일족의 수장의 의무로써 자신들의 연륜과 강력한 마법의 힘으로 폭주하는 드 래곤들을 철저하게 막아서고 있었다. 허나 처음엔 몇기의 드래곤들만이 폭주의 상태로 대륙을 파괴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드래곤의 수는 점점더 많 아졌고 자신들의 가슴속에 울리는 엘테미아의 슬픈음성이 더더욱 힘들게 했다. 아무리 강력한 고룡들이라 하더라도 겨우 다섯이서 수많은 일족들을 당해낼 수 없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 이런 미친새끼들아!! 지상 최강의 마법종족의 프라이드는 어따 내팽개치고 이따 위 개지랄을 떠는거냐?!" 폭주하는 드래곤들을 막아서면서 힘이 부치는지 이를 악물고 있던 액시드옥션은 마인드컨트롤도 제대로 못하는 일족을 향해 분노의 일갈을 퍼붓고 있었다. 허나 액시드옥션은 알고 있었다. 우리일족에게 쏟아지고 있는 이 감정들이 얼마나 거 부하기 힘든 생소한 감정인지를...자신조차 지금 엘테미아의 구슬픈 도움의 외침 에 모든것을 때려치고 그녀가 있는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허나 그는 알수 없 었다. 엘테미아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를...그리고 그의 심정은 다른 드래곤들 도 마찬가지 였다. "제길...엘테미아!!! 고작 늙은이 주제에...너의 존재가 무엇이길래!!........" 액시드옥션이 지금 이 모든 상황의 원흉인 엘테미아에게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였다.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옆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던 다른 일족의 수장들...가 드레일,페트리샤,티제이븐,다헬론...그리고 엘테미아의 감정에 못이긴 채 이지를 잃었던 폭주하는 드래곤들까지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드래곤들은 일제히 침 묵과 함께 발광하던 짓도...그 발광을 저지하는 일도...모두 멈춰버렸다. -스스스스스스스- 드래곤의 브레스와 각종 궁극마법등의 난무로 초록물결이 넘실거렸던 드넓은 평 원은 이미 황무지가 되버린 저주의 땅이 되어 있었다. 저주의 땅에 스산한 바람 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드래곤들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이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거대한 날개를 펴고 창공으로 떠올랐다. 일 족의 수장들도...폭주하던 드래곤들도...모두들 창공으로 떠올라 한마디의 말도 없 이 눈부신 하얀빛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지옥의 아수 라장을 방불케 했던 평원은 을씨년한 바람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전 드레곤 가이가스로 집결(5) 로드와 에셀리드민은 필란트공국의 산골짜기신전에서 느꼈던 엘테미아의 채취를 통해 기운을 정령들에게 각인시켜 필란트 공국의 수도를 중심으로 샅샅히 뒤지고 있었다. 어느 곳이든 바람이 가지 못하는곳이 없는 만큼 바람의 정령 실프가 엘테미아를 찾지 못할 리가 없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엘테미아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정령이 이틀동안 샅샅히 수색했지만 지금까지 못찾았다는 것은... '필란트 공국에 엘테미아님이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 허탈해진 로드와 에셀리드민은 자신들의 정령을 모두 불러들이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흐흑...엘테미아님은 어디계신거야~~우아아아앙" 10살정도의 은발의 소녀, 에셀리드민은 귀여운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는 로드에게 울고불며 투정부렸다. 로드도 자신이 예상한 필란트공국에서 엘테미아를 찾지 못하자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휴...한시라도 빨리 엘테미아님을 찾아야해...오늘 오후부터 시작된 엘테미아님의 감정이 범상치 않아... 터질듯한 두려움에 떨고있어...불쌍하신분...어떤 개자식이 감히 엘테미아님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건지..." -뿌드득- 17세정도로 되보이는 백금발의 아름다운소녀에게서 나올법하지 않은 분노의 이갈림소리가 아름다운 로드의 이빨을 통해 소리나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구슬프고도 아릿한 슬픔의 외침이...두려움에 떨고있는 외침이... 수천번이나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는 가련한 엘테미아의 외침이...자꾸 자신의 드래곤하트를 옭아매고 있었다. 엘테미아님이 위기에 처해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로드는 홧김에 자신의 브레스로 필란트공국을 날려버리고 싶었지만 지혜의 금빛종족의 수장이란 자리는 그냥얻은 자리가 아니었다. 좀전부터 에셀리드민은 계속 한방울씩 눈물을 떨구고 있었고 전 대륙에 있는 모든 드레곤들이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기분을 느낄거라고 로드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엘테미아님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공포를 느끼실때... 과연 로드는 자신이 그런 아픔을 겪고도 살아나갈 자신이 도저히 생기질 않았다. 이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닌 드레곤 전 종족의 사활이 달린 문제로 대두되었다. "아,안돼!!!!" 갑자기 에셀리드민이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소리쳤다. 로드는 에셀리드민이 갑자기 자신 앞에서 울며 소리쳤지만 그 이유를 로드는 묻지 않았다. 자신도...너무나 잘알고 있었기에... 오후부터 계속 들려온 엘테미아님의 아릿한 도움의 외침이 어느 한순간에 끊어졌다. 불안했고 또 불길했다. '제발...엘테미아님...무사히 계셔만 주세요...' 로드는 빌고 또 빌었다. 계속되던 외침이 들리지 않자 로드는 자신의 드래곤하트가 부서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과 오한이 자신의 온몸을 휘젓고 있었다. 로드는 느낄수 있었다. 엘테미아가 하나씩...하나씩 포기해 가고 있단걸...그녀의 삶도...꿈도...희망도...모두 버리고 있었다. 결국 포기의 끝은.... '죽음...' 로드는 생각하기조차 싫은 단어가 떠오르자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자신마저 포기하면 안된다. 지금 다른곳에서는 가드레일,다헬론,티제이븐,액시드옥션,페트리샤... 이들 모두 가슴에 슬픔을 앉고서도 자신의 일족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힘내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로드는 다시 머리를 재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필란트공국에서 엘테미아님을 실프가 찾지 못했다면...대략 예상되는 국가는 로슈레인...휴벤트...마지막으로 가이가스... 위치상으로 로슈레인이 가장 가깝고 또한 휴벤트도 그리 멀지않아...하지만...공국의 남쪽 끝에 있는 브람스강을 건넌다면...가이가스....' 로드는 시간도 촉박하고 오후부터 계속 들려오던 엘테미아의 도움을 요하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하는 수없이 여기서 에셀리드민과 갈라져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로드는 고개를 돌려 굵은 눈물을 구슬프게 뚝뚝흘리며 울고있는 에셀리드민에게 말했다. "에셀리드민!! 그렇게 울지 말고 넌 지금 당장 로슈레인으로 가! 난 휴벤트로 가서 엘테미아님을 찾아볼테니까! 시간이 없어! 에셀!..." 그렇나 로드는 에셀리드민의 이름전부를 부르지 못했다. 가슴속 깊은곳에서 다시금 들려오는 엘테미아의 목소리...끊어질 듯 아슬아슬한 한마디... [도와줘...제발...] 로드는 다시금 들려오는 엘테미아의 아릿한 목소리에 안도감과 함께 이 목소리가 마지막이 될거라는걸 어렴풋이 느낄수 있었다. 끊어질듯하면서 메말라버린 척박한 목소리...다시금 들을수 없을 것 같은 슬픈 메아리가 가슴속 깊은곳에서 계속 울려댄다... 로드는 결국 엘테미아의 구슬픈 목소리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로드와 에셀리드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부신 빛과 함께 그 몸이 점점더 거대해저 결국 대지를 뒤흔들정도의 거대한 드래곤으로 현신해버렸다. 가슴속 깊숙한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감을 이기지 못해 지금 이순간 무언가 방출하지 않으면 미칠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로드와 에셀리드민은 공포스런 아가리를 찢어질 듯이 벌리고는 깊숙이 숨을 들이 마시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숨을 토해내기만 하면 아마 대지는 그 끝을 알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에 생명들이 한순간에 소멸되고 필란트공국은 대륙의 지도에서 사라지게될 운명을 맞이하게 될것이다. 그렇게 로드와 에셀리드민이 가슴속에 뭍어두었던 요동치는 분노를 뿜어내려 할때였다. 로드의 빨갛게 충혈되었던 눈빛이 점차 재색깔을 찾기 시작했고 에셀리드민도 마찬가지 였다. '이...이건...!!' 가슴속 깊은곳에서 맑에 울려퍼지는 드래곤 피어...드래곤의 피어라면 위압감과 상대방을 정신을 압박하고 제압하는 공포의 음공(音功)이 떠오른다. 허나 지금 울려퍼지는 드래곤피어는 들끓는 모래사막에서 작은 오아시스처럼... 너무나도 맑은 대자연의 외침에 로드는 자신의 분노가 시원한 폭포수처럼 씻겨 내려감을 느낄수 있었다. 너무나도 확실한 느낌...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는 청아한 피어...하지만 여전히 엘테미아의 두려움에 의해 가슴속을 아리는듯한 피어...지금까지 안개속에 가려있던 엘테미아의 존재가 환한 태양아래에 분명한 존재가 되어버린 듯 그녀의 기운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진다. 로드와 에셀리드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마디를 외치며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공간이동 했다. "펠브리튼!!!" 전 드레곤 가이가스로 집결!(6)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에 자리잡고 있는 가이가스의 황성. 가이가스의 궁정마법사 스테이샨은 자신의 거처에서 이틀전 린 납치작전에 다녀온 후로 마나고갈로 인해 온몸에 피로가 몰리고 지쳐있는 상태였다. 한나라의 왕자가 겨우 계집하나 때문에 흑기사 100명을 이끌고 자신의 정당성을 위해 어린이들과 노인들을 살인멸구한 왕자를 스테이샨은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스타판왕자가 소유하길 원했던 그 은발머리의 여자는 자신이 왕자라도 1만대군을 몰고서 차지할 만한 초유의 미인이었다. 아직도 어려보였던 그녀가 이제 2,3살만 더먹으면 어떤 미녀가 될지 기대되기도 했다. "클클클...내가 20년만 젊었어도 스타판녀석을 제치고 차지했을 것을...크크큭" 듣기싫은 쇠긁는 웃음소리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헉!!뭐,뭐야!!" 자신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린을 상상하고 있던 노마법사 스테이샨은 갑자기 자신의 나라의 수도 펠브리튼에 응집되는 마나를 느끼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서클의 마나가 수도 주위로 몰리는 현상은 그리 특별한게 아니라고 치부할수 있겠지만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마나는 거대한 마나의 응집체였다. '최소 7서클 이상이다...누가 이런...헉!!!!!!' 마나의 근원지를 파악하려던 스테이샨은 현재 수도 주위에 응집되는 거대한 마나가 하나가 아니란 걸 깨달고는 대경실색했다. "하나...둘...넷...여섯...열....열다섯...스물...스물일곱 서른넷!!???...뭐,뭐야 무슨일이야?!" 수도주위로...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이가스의 황성 주위로 거대한 마나의 응집체가 계속해서 황성주위로 몰려들고 있었다. 심각한 사태라는걸 즉각 깨달은 스테이샨은 자신의 검은색로브를 허둥지둥 걸치고 노쇠한 몸을 이끌어 급하게 성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성의 밖으로 나와 황성의 주위를 쳐다본 스테이샨은 그 자리에서 벼락을 맞은 우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생동안 이처럼 놀란적이 없는지 주름살 투성이었던 눈가가 쫙 펴질정도로 눈을 부릅뜨고 경악했다. "이....이럴수가...하...하하....하하하하....." 마치 보지 못할것을 본 듯, 실성한 사람처럼 기괴한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의 거주하고 있는 인간들은 하나,둘씩 건물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1분전까지만해도 따스한 빛에 의해 화창했던 날씨가 일식(solar eclipse)도 아닌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에 인간들은 하나 둘 호기심에 건물 밖으로 나왔다. 수도에 제법 인기있는 여관인 '빛이 머무는 뜰'이라는 여관에서 7년동안 종업원 생활을 한 토마스는 주위가 거대한 그림자에 깔리자 여관의 손님들과 함께 호기심을 품고 여관밖으로 나왔다. 여관 밖에는 수도답게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들 자신들의 일을 내팽게 치고 일제히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늘에 뭐라도 있....' 토마스는 사람들을 따라 하늘로 고개를 올려 바라보았다. 언제나 번창한 수도의 번화가답게 수많은 사람들의 왕래로 시끌벅적했던 여관주위는 물론이고 수도의 어떤곳도 지금 이순간 숨소리 하나 제대로 내뱉을수 없었다. 토마스도 하늘을 본순간 숨을 멈추고 온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하늘을 응시하고 있는 가운데 어디선가 또랑또랑한 아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와~ 드래곤님이에요 엄마~" 인간의 80년 남짓 인생에 한번보기도 힘든 전설의 드래곤들을 지금 가이가스의 수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수십만년만에 처음으로 일어난 역사서에 기록될만한 장엄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었다. 하늘의 태양이...푸른 하늘이...마치 벌떼같이 몰려든 거대한 드래곤들에 의해...드래곤에 의한 일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쪽면만이 벽면으로 되어있고 삼면이 거대한 창문과 창문너머로 테라스로 이어지는 구조로 된 넓은 방에 벌거벗은 남자와 팔과 다리에 밧줄로 결박되어 있는 인간의 미모라고 상상하지 못할 아름다운 소녀가 침대에 묶여 있었다. 은발의 소녀의 눈은 이미 삶을 포기한듯한 생기가 없는 눈빛이었다. '역시...아무도 오지않아...훗...당연한...거겠지...이세상엔...나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아니 친구라 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걸... 더러운 녀석의 입술로 나의 몸이 더럽혀지느니...차라리...죽어버릴꺼야...잠깐의 고통이 있겠지만...평생 치욕의 삶을 사느니 차라리 ...후후훗....헤어진지 이틀만에 다시 보겠다 세빈...그리고 휴스틴 할아버지...' 밧줄에 의해 벌어진 자신의 하얀 다리 사이로 스타판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녀석의 손은 연신 내 다리와 내 몸을 이곳저곳 주무르고 있었다. 수 많은 벌레와 독사들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것 같은 괴로움이 계속된다...끝이다...나는 혀를 내밀어 이빨사이에 끼우고 마지막으로 이 세상을 나의 동공에 각인시키려는 듯 스타판의 너머에 있는 창문밖의 세상을 주시했다. 스타판의 혀가...나의 치부에 닿자마자 나는 두눈을 꼭 감고 있는 힘껏 혀를 깨물려고 할때였다. 순식간에 태양에 의해 환하던 스타판의 거처가 무언가에 의해 빛을 차단당했다. 삼면이 거대한 창문과 테라스로 이어진 구조를 가지고 있던 스타판의 침실은 순식간에 암흑에 휩싸였고 스타판과 나는 갑작스런 사태에 멍해있다가 스타판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뭐,뭐야? 무슨일이야?" 암흑...스타판의 침실은 이 단어 하나만으로 묘사가 충분해졌다. 일제히 빛이 차단되어 순식간에 주위사물을 구별할수 없을정도로 암흑에 휩쌓이자 녀석은 무언가 불안한지 부산하게 움직이며 '뭐야'를 외치고 있을때였다. -크르르르르르............- 사방이 암흑같은 어둠속에서 어디선가 분노하는 괴수의 으르렁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사방이 어두웠던 침실안에 무언가 빛이 보였다. 왼쪽의 창문부터 무언가 동그란 황금빛 구체가 생성되었다. 왼쪽 창문부터 생겨난 동그란 형태의 구체는 자세히 보니 성인의 몸통만한 커다란 구슬같았고 그 속엔 흡사 호랑이의 눈을 닯은 날카로운 동공이 그 황금빛구술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동그란 황금빛 구슬은 왼쪽의 창문부터 서서히 늘어갔다. 하나..둘...넷...여섯...열....왼쪽부터 하나씩 생겨난 황금빛 구슬는 이젠 3면의 창문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사방에 창문너머로 생겨난 황금빛의 동그란 구슬은 소위, 흉악하고 거대한 몬서터의 '눈' 같았다. 린의 예상이 맞았는지 그 동그란 황금빛 구슬은 가늘어졌다가 다시 동그래지고 구슬의 가운데 박힌 검은색의 위아래로 길쭉한 날카로운 동공은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다 어느 한지점에 가서 멈춰 버렸다. 짙은 암흑속의 넓은 방에서 3면의 창가에 살기로 번뜩이는 수많은 괴생명체의 눈이 모두 스타판에게로 쏘아졌다. 굉장히 커다란 눈을 소유하고 있는 괴생명체의 눈빛이 자신에게 향하자 스타판은 부릅떠진 경악의 눈을 어디로 시선을 둘지 몰랐고 그의 온몸은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고 있었다. 다리엔 힘이 풀렸는지 줄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인형처럼 툭 하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스타판이 주저앉자 마자 주위를 가득 메우던 황금색 눈들이 더욱더 짙은 살기를 내뱉으며 지축을 찢어발기는 포효소리와 함께 창문이 와장창하고 깨지기 시작했다. 전 드레곤 가이가스로 집결!(7) 내 이름은 액시드옥션...나도 꽤 많이 출연했는데 설마 날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지? 후훗...나로 짧게 말할 것 같으면 6532살의 에이션트급 블랙드래곤이다. 블랙일족의 수장이지. 현재나와 다헬론,페트리샤,티제이븐,가드레일은 엘테미아의 감정에 정신이 헷까닥 간녀석들을 뒤치다꺼리하고 있는중이다. 제길...천년전만 해도 X만했던 녀석들이 이제 눈에 뵈는게 없는지 입냄새나는 고약한 브레스를 감히 나와 나의 부하(?)녀석들에게 쏟아 붓고 있다. 이자식들...양치질좀 하구 다니지...으이구.. .하지만 녀석들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예전에 가드레일(레드일족 수장)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설마...공포를 관장하는 우리들에게 참을수 없는 공포를 앉겨주다니...지금도 믿을수 없어...언제나 타 생물들에게 공포를 주었으면 주었지, 우리들이 공포를 느끼게 될 날이 올지 몰랐다. ' 내이름은 다시말하지만 액시드옥션 세간에는 광폭하고 흉악하고 잔인한 세기의 마룡&광룡으로 불리고 있는 잔혹한 나 자신이... 지금은 너무나 슬픔에 눈물이라도 흘리고 싶은 심정이다.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엘테미아의 아릿한 외침...아...하지만 이런 슬픔을 천천히 느낄새도 없다. 사방이 궁극마법과 입냄새나는 브레스를 토해내고 있는 녀석들이 주위에 깔려있으니... 얼마나 싸웠을까...우리들은 광룡(狂龍)용처럼 마법과 브레스를 난무하고 있을 때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드래곤은 일순간에 멈춰섰다. 누구도 지금 이순간에 의문을 제시하지 않았다. 스스로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에...마지막으로 떨리는 가련한 엘테미아의 목소리...너무도 안타까워 슬퍼하는 일말고는 다른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 미궁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엘테미아의 기운이 그로부터 몇분후 기적같은 드래곤 피어와 함께 엘테미아의 자취를 들어냈다. 순간 동료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여기있는 드래곤 전부가 아무말없이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이동되어갔다. 우리들이 도착한 곳은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 정확히 말하자면 펠브리튼에 가운데에 떡 하니 버팅기고 있는 인간들의 황성! 그곳에서 엘테미아의 피어의 잔재가 느껴진다. 우리뒤로 수많은 드래곤들이 워프로 이동해 오거나 자신의 거대한 날개로 하늘을 활공하며 대단이 많은 드래곤들이 펠브리튼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허허...살면서 이렇게 때거지 같은 드래곤들은 처음보는군...아마 드래곤들도...또는 인간들도 역사의 한페이지에 당당하게 기록될게 틀림없다. 어쨌든 나는 이것저것 거침없이 황성으로 날아갔다. 엘테미아의 기운이 황궁중에서 본궁이 아닌 4층짜리 별궁에서 느껴졌다. 이미 나보다 먼저 도착한녀석들이 별궁의 얼굴을 들이밖은채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르르......- 녀석들은 정말 음산하게 크르르거리고 있었고 나는 한녀석을 재치고 엘테미아가 있는 별궁로 고개를 밖았다. 나의 드래곤아이에서 비춰진건 공포에 질린 기분나쁜 수컷인간이 발가벗고 덜덜 떨고 있는 광경이었다. 그 광경이 심히 기분을 더러워져 나도 모르게 이갈림소리와 낮은 크르르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기분나쁜 녀석을 넘어 커다란 침대가 보였고 그 침대에 여지껏 찾아해매던 우리들에게 이상한 감정을 집어넣은 장본인이 있었다. 나에게 이상한 감정을 집어넣은 엘테미아를 만나면 너의 존재가 도데체 뭔데! 네까짓게 얼마나 대단한 존재길래 우리같은 위대하고 강력한 지상 최강의 종족을 우롱하느냐고!! 우리들의 시조고 뭐고 다 필요 없다고! 이렇게 따지며 그동안에 골치썩었던 일을 생각하며 분풀이로 뺨이라도 한 대 올려 부쳐야 했겠지만 ...그럴려고 했는데...그랬는데...난 그럴수 없었다. 그림자가 잠식하고 있는 어두운 공간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은은한 붉은빛의 은발과 생기없는 두눈...모든걸 포기한 듯 가련한 자태와 힘없는 병약한 그 모습조차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또 신성스러웠다. 물론 인간이 제아무리 아름다워봤자 우리드래곤들의 잘빠진 비늘하나에 비할바가 아니었지만(;;) 엘테미아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아름다운 엘테미아를 납치를 하고,또 질긴 밧줄로 인해 엘테미아의 손목과 발목에 생긴 상처,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두려운 눈을 하고 있는 그녀를 보자 엘테미아를 감히 범하려한 보잘 것 없는 인간녀석에게 형용할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이에 난 순간 이성을 잃을뻔했다. 참을수 없는 분노에 나를 비롯한 별궁주위에 있던 드래곤들은 일제히 울부짖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우리들 드래곤이 울부짖자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에 있는 수많은 드래곤들이 일제히 고개를 처들어 하늘을 향해 막대한 양의 드래곤 피어를 내 뿜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막대한 양의 드래곤피어에 수도에 있던 모든 인간들은 일제히 머리와 가슴을 부여잡으며 신음과함께 하나 둘씩 괴로워 하며 주저앉았고 서서히 쇼크상태와 패닉상태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정신력이 약한 인간들은 기절하기도 했고 또 어떤 인간들은 귀와 눈에 피를 뿜으며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자해를 범하고 있는 인간들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들의 분노를 한몸에 받는 눈앞에 벌거벗은 인간녀석은 형용할수 없는 공포감에 기절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나의 친절한 배려로 녀석에게 스피릿 락(spirit lock)을 걸어주었다. 눈앞에 재수없는 인간수컷은 말그대로 기가 끊길정도의 고통에도 기절도 못하고 수만마리의 개미떼들이 자신의 뇌속을 헤집고 다니는 고통을 만끽하고 있었다. 녀석이 고통스러워 하건 말건 나는 이 거대한 몸으로 별궁안에 들어갈수 없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폴리모프를 시전했다. 환한 빛과 함께 내 모습은 거대했던 드래곤에서 점차 작아져 검은 흑발과 흑안의 인간남자로 변했다. 그리고는 깨어진 창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고통스러워 하는 녀석을 지나쳐 침대위에 가련히 묶여있는 엘테미아는 우리들의 피어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난 아무말없이 다가가 그녀를 압박하고 있던 밧줄을 용언(龍言)으로 풀었다. 풀자마자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밧줄이 힘을 잃자 그녀는 힘없이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고 나는 급히 그녀의 몸을 두 팔로 앉았다. "시...싫어!! 내몸에 손대지마!!...제...제발 나를 가만히 내,내버려둬!! ......" "......." 나의 손이 그녀를 부축하기 위해 그녀의 살결에 닿자 그녀는 발악하듯 나의 손길을 거부하며 심하게 몸부림쳤다. 그 모습은 상처입은 맹수같았고 두려움에 떨고있는 날개가 부러진 작은 새같았다. 그녀는 얼마나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지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떨고 있었고 '내 몸에 손대지마...제발..저리가...'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두려움에 두팔을 교차해 어깨를 감싸앉고 있었고 너무나 처량하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눈부신 속살이 비치는 옷을 보자 평소같은 나였다면 당장 달려들이 일을 벌여겠지만 나스스로 믿어지지 않게 그런 성욕은 전혀 들지 않았다...............................................제길...사실 조금은 맘이 있었다.... 그렇나 나는 내 어깨에 매여잇던 고급가죽의 부드러운 망토를 풀어 그녀의 전신을 망토로 감싸주었다. 마치 소설속에서 나오는 기사가 자신의 레이디에게 위기에서 구해주는 해피엔딩의 마지막 장면처럼 나에겐 낯뜨거운 일이었지만 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등에 내리꽃히는 질투의 시선을 무시하고 망토를 감싸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주위에 망토가 둘러지자 잠시 흠칫하더니 두려운 눈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아직도 흘릴 눈물이 남았는지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는 물망초같은 눈망울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었고 그녀는 입술이 아직도 새파랗게 변한체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무언가 불안해 하는 모습...두려워하는 모습...난 나 스스로 참을수 없는 보호본능에 그녀를 일으키고 나의 품으로 그녀를 감싸 안았다. "시!...싫!...." "......." 그녀는 나의 품을 거부하며 다시 부정의 반응을 보이려 했지만 난 두 팔에 더욱 힘을 줘서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생전 처음으로 여자에게 말해보는 낯뜨거운 말도 잊지 않았다. "괜찮아...우리들은 너의 아들이자 딸이니까 괜찮아...아무짓도 안해 걱정마...우린....." ".........." "......가족...이니까..." 두팔로 그녀를 안고있는 나는 그녀의 미세한 떨림이 점차 멎는 것을 느꼈고 나의 온몸으로 그녀의 희고 말랑말랑한 살결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말한 가족이란말에 거부의 몸부림이 멎더니 아직도 눈물이 고여있는 투명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들고 나를 올려다 보고 있었고 아까의 창백했던 인상과는 달리 두볼엔 발그스레한 홍조가 끼어 나의 시야를 자극한다. 미려하게 솟은 콧날 아래로 보이는 그녀의 도톰한 입술은 보랏빛을 띠고 있어 차갑게 보였다. 그 입술을 예전의 따뜻했던 분홍빛의 온기가 돌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는 나의 얼굴을 그녀의 얼굴로 다가선다....6000년 용생을 살아왔지만 이처럼 드래곤하트가 격렬하게 요동친적은 없었다. 그녀의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더니 차가웠던 은빛눈동자를 스스르 닫으며 한줄기의 눈물을 두볼로 내려 보낸다. 아름다운 곡선의 도톰한 보랏빛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있었고 두볼에는 더욱더 발그스레한 홍조와 함께 남성체로써 견디지 못할만큼 환상적인 자태가 나의 온 신경을 자극하고있다. 극악무도의 다크마스터, 블랙드래곤...액시드옥션이 한낱 여자와의 키스를 앞두고 두손이 떨리고 있었다. -퍽~!!!- "뭐!,....뭐야....?" 이제 가장중요한 순간을 앞둔 난 그녀의 입술 바로 앞에서 머리에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몸의 균형이 무너지며 눈앞에 차가운 바닥이 달려듬을 느꼈다. 의식을 잃기전 내 뒤에 모습을 드러낸건 이제 사춘기정도의 백금발의소녀와 쌍심지를 키고 있는 10살정도의 은발의 꼬맹이....제길....제기라아아아아아알~~~ 나는 6000년 용생에서 가장 큰 분노를 다시 체험하고 있었다. -털썩- "......" 전 드레곤 가이가스로 집결!(8) 이제 나는 모든걸 포기하고 혀를 이빨사이에 밀어넣은 뒤 이를 꽉 깨물어 자살을 시도하려 할때였다. 지축을 찢어발기는 괴성과 함께 스타판의 침실의 창문은 모두 와장창하고 깨지고 있었다. 그 괴성에 스타판은 괴로운지 눈과 귀와 코와 입에서 모두 시뻘건 피가 확!하고 분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후훗...왠지 속이 후련해진다. 그렇나 이런기분도 잠시... 검은 흑발의 흑안의 사내가 테라스를 통해서 이곳 침실로 걸어오고 있었다. 난 힘없이 그를 올려다 보았다. 그가 작게 입으로 중얼거리더니 나를 결박하고 있던 밧줄이 소리없이 풀렸다. 갑자기 나를 지탱하고 있던 밧줄들이 끊어지자 나는 앞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런 일에 균형을 잡지 못했던 나는 바닥에 넘어지려는 찰나 그 흑발의 사내의 손이 내 어깨를 잡으며 날 일으켜주었다. 아직 스타판이 나에게 행했던 공포스런 일이 몸에 배여있었고 또 모든 남자들은 다 똑같은 생물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스스로 놀랄만큼 강한 거부감에 그의 손을 세차게 뿌리치며 힘없이 소리쳤다. "시...싫어!! 내몸에 손대지마!!...제...제발 나를 가만히 내,내버려둬!! ......" 나는 다시 눈물을 떨구며 절망했다. '이런...스타판이 없어지니 다른사내가 나를 범하려 하는구나...' 난 다시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이젠 그런 소름끼치는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지 않다. 제발...날좀 가만히 내버려둬...남자들은 모두 위선자야... 상대방의 기분같은건 안중에도 없고 모두 힘으로만 해결하려해...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서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피로서 모든걸 해결하는 남자... 한국에선 적어도 이러지는 않았는데...이곳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죽는다...온몸이 다시 오들오들 떨려오기 시작한다. 눈앞에 있는 흑발의 사내에 대한 공포심이 나의 이성을 다시 잠식하고 있다. 그 사내는 점점 내앞에 다가옴에 따라 나의 심장박동도 점점 빨라지고 불안한 기운이 온몸을 엄습한다.. .차라리 전에 혀를 깨물고 죽었으면 지금 이 고통스런 순간도 느끼지 못했을텐데...죽는 다는건 쉬운게 아니다...죽기 힘든건 삶에 대한 미련때문이 아니라 죽는 순간의 고통 때문에 나는 두렵다. 춥다...무섭다...괴롭다...짧은 순간이었지만 행복했던 신전에서의 생활이 아련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천사같던 아이들과 신선같던 어르신들...그리고 무뚝뚝했지만 사람다웠던 케인...모두들 여신의 품에서 평안하게 지내고 있을까? 어쩌면 오늘 만나게될지도 몰라.. .한번도 죽음이란 것을 경험하지 못한 나는 미지의 생소한 세계에 대한 공포와 불안...하지만 난 안다...아마 눈앞에 있는 흑발의 사내는 스타판보다 강하다... 강한 사람은 모두 자기 멋대로다...약한자를 핍박하고 자유를 억제하며 모든 인권을 구속한다. 아마 스타판과 있을때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 내게 남은 선택은.. .한순간의 고통으로 죽어버리는 수밖에 없다. 나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미련을 한방울의 눈물에 담고 흘려보냈다. 그리고 다시 혀를 이빨사이에 밀어넣어 두눈을 꼭 감고 혀를 깨물려고 했다. 하지만 죽는다는건 역시 쉬운일이 아닌지라 온몸이 더욱더 떨려오고 있었고 눈을 꼭 감고 다시 죽음을 시도하려 했다. -사라락...- ".......?" 그렇게 죽음의 고통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죽음을 맞이하려 할때 내 주위로 부드럽고 따스한 무언가가 내 몸은 덮고 있었다. 감았던 눈을 뜨고 나를 감쌓고 있는 무언가를 보니 그건 흑색의 부드러운 가죽망토였다. 예상치 못했던 사태에 놀란 나는 망토가 어디서 났는지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흑발의 사내를 쳐다보았다. 흑발의 사내는 어느새 내 앞에 있었는데 스타판과 같은 가벼운 눈동자가 아닌 눈앞에 있는 흑발의 사내의 눈동자는 깊은 세월에 대한 연륜으로 마치 휴스틴 할아버지의 눈동자를 보는것과 같았다...끝을 알수 없는 깊은 바다같은 눈동자... "아..." 다시 눈물이 난다. 무언가 형용할수 없는 안도감이 나의 몸을 녹여주고 있었다. 난 다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나를 덮고 있던 망토를 두손으로 감싸쥐고 손에 힘을 주었다. 아직은 두려웠지만...다시 내가 위험하게 될지도 모르지만...불안했지만...지금 이순간은 그저 간접적으로나마 휴스틴의 눈동자를 볼수 있게 돼서 만족했다. 괴로울정도의 그리움에 몸을 떨었다. 보고싶다...너무 보고싶다...서로를 소중하게 여길줄 알았던 착한 사람들을... 그때였다. 무언가 강한힘이 나를 강제로 일으키고 나는 흑발의 사내의 품속으로 안겼버렸다. 너무 놀란 나는 다시금 떠오르는 스타판에 대한 공포에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을 쳤다. "시!...싫!...." 하지만 내가 몸부림을 칠수록 그는 더욱 꼭 껴안았다. 강제로 안겨진 것이지만...무언가 스타판에게 안겨 있을때와 달랐다. 그때 그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우리들은 너의 아들이자 딸이니까 괜찮아...아무짓도 안해 걱정마...우린....." ".........." "......가족...이니까..." 앞의 말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는 마지막말에 내가 그동안 너무나 갈망하고 소망했던 말을 내게 해주었다. '가족...이라고?..." 이젠 천천히 그의 품안에서 그를 느껴본다. 그의 품은 꽤 넓직해서 나의 몸을 모두 감싸 안고 있었다. 왠지...불안했던... 두려웠던 감정들이 사르르 녹아버릴 만큼 그의 품은 넓고 또 따뜻했다. 그의 손길은 다정하게 내 허리를 두르고 있었고 꼬집어 말한순 없지만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안도감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뒤로하고 나는 그의 품속에 뭍었던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깊은 바다같은 눈동자가 보였고 제법 날카로운 속눈썹이 있었다. 오똑 솟은 콧날과 강직하게 닫힌 멋진 입술을 가지고 있었기에 보통 사춘기 소녀들이 처음 본다면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멋진 남자였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의 마주침이었지만 그 순간이 내겐 일분...한시간... 끝없는 시간처럼 오랫동안 느껴졌고 이 두근거리는 가슴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를 보니 그의 얼굴이 천천히 나의 얼굴로 다가 오고 있었다. 두근두근거리며 뛰고 있던 나의 심장은 급격하게 쿵쾅쿵쾅거리기 시작했고 나의 뺨이 달아오르는걸 느꼈다.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그의 얼굴이 점점다가 오고 있었고 나는 이것이 꿈만던 소녀시절에 꿈꿔온 키스란걸 알게되었다. 아직 이성과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지만 비록..스타판에게 당할뻔했지만...그때와의 차이는 천차만별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귓가의 꿈결같은 포근한 그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것 같았고 그의 품안에서 좋은 사람향기가 내 코끝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전에 흘렸던 절망의 눈물이 아닌 긴장과 환희의 눈물을 볼으로 떨구며 나는 사르르 눈을 감았고 나의 눈물로 촉촉이 젖어있던 입술을 살짝벌렸다. 가슴은 더욱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고 그의 손길이 떨려옴이 내게 전해졌다. 이제 동전하나사이를 두고 나의 입술과 그의 입술이 간격을 더욱 좁히고 있을때였다. -퍼억!!- "뭐!,....뭐야....?" 내 이성과의 첫키스는 그렇게 허망하게 무산되어 버렸다. 그는 그의 뒤에있던 백금발의 아름다운 소녀에게 일격을 맞고 기절해 버렸다. 나는 황당하고 또 놀라워서 그녀를 보고있을 때 그녀는 흑발의 사내를 보며 험악하던 표정이 나를 보더니 180도 달라져 아름다운 미소를 보내오고 있었다. 가식적인 미소가 아닌 같은 여자가 봐도 화사한 미소를...그녀의 옆에는 한 10살정도 보이는 너무나 귀여운 은발의 조그만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보니 어느덧 긴장시켰던 가슴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 같았다. 불안했던 나는 격한 안도감으로 다시 눈이 뿌옇게 변했다. 지금 이공간에 나와 같은 여자가 있기에 안심이 돼서 일까...자제해 보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눈물이 나왔다.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다시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누군가가 나를 안고 있었다. 내 볼에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과 주변에 백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머리칼로 봐서 앞에 있었던 아름다운 소녀였던 것 같다. 그녀의 품은 좀전의 흑발의 사내때와는 달리 두근거림은 없었지만 다시 깨어나고 싶지 않은 포근한 공간이었다. 지금 이순간 나를 옭아매고 있던 모든 공포스런 상황이 종료됨에 나는 그녀의 품에서 오랬동안 흐느꼈다. 그리곤 그녀의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테미아...우리 같이 돌아가요...집으로..." 전 드래곤 가이가스로 집결!(9) 로드라고 불리우는 백금발의 소녀에게 안겨 한참을 울었다. 나의 눈물샘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울었지만 눈앞에 아름다운 로드는 싫은 내색하나 하지 않고 끝까지 가슴을 빌려주며 내 등을 토닥 여 주었다. 예쁜게 마음씨도 착하기도 하지... 그렇게 울고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문이 있던 주위는 온통 깨진 유리조각들이 널려있었고 테라스의 밖에는 비늘이 온통 빨 간색의 거대한 도마뱀들이 자신들의 커다란 황금빛눈을 굴리며 나와 로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 나는 엑! 하는 신음소리를 내며 깜짝 놀 랐다. 세상에...영화나 만화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괴물들을 실제 로 보니 작은 몸을 가진 내가 초라해 보일 정도로 나를 짓누르는 위압감과 경이로움에 난 잠시동안 얼이 빠져있었다. 처음 보았을때야 살아오면서 이렇게 거대한 도마뱀은 본적이 없으 니 당황했지만 자세히 보니 비늘하나하나가 투명하고 반짝반짝 하는게 꽤 예쁘게 보이기도 했다...나와 같이 테라스의 밖의 거대한 도마뱀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고 있던 로드는 그녀의 작은 하얀손 으로 이마를 짚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앞에있는 도마뱀들에 게 죽으려고(??) 비아냥 거렸다. "야이~바보들아~언제부터 화이트,블루,블랙,골드,그린드래곤들이 바보같은 레드일족이 되어 버렸다냐?" 로드의 말에 나는 커다란 도마뱀들을 자세히 보니 제각각 고유의 비늘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비늘이 빨갛게 물들어 있던 거였나?...아무튼 자신들에게 한입거리도 안될 로드의 말에 눈앞에 도마뱀들은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불따위를 내뿜으며 화를 내기 는커녕 테라스에서 주춤주춤 물러나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런 기묘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 때 나는 고개를 돌려 한쪽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토악질을 해대는 스타판을 바라보았다. 스타판은 온몸이 괴로운지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콧물 다 쏟아 내며 소리지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고통스러워 보이는 스타판은 기어이 참지 못하고 벽에다 머리를 세게 들이받기 시작했다. -퍽!!퍽!!- 한번씩 벽에 머리를 박을 때마다 벽에는 시빨간 혈흔자국이 생겼고 자신의 몸을 자해하다가 미친 듯이 별궁의 복도로 뛰쳐나가 버렸다. "......." 결국 모든 걸 억압하고 힘으로 얻으려한 왕자의 말로(末路)는 자 신이 사랑하는 육체의 고통에 견디지 못한 하나의 미치광이가 되어버렸다. 옆에서 로드가 그 광경을 보고 스타판을 쫓아가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잡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 었다. 충분히 지금 그의 모습만 봐도 불쌍하게 느껴졌다. ....사 실은 아까 그상황을 보니 오히려 스타판은 삶보다 죽음을 더 갈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내버려두면 알아서 저세상으 로 가겟지.....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로드의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스타판의 말로를 상상하고 있을 때 내 왼 손에서 무언가 부드러운 물체가 와닿았다. 이에 난 고개를 내려 왼쪽을 보니 내 허리까지 오는 조그만 은발의 귀여운 소녀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이런 초 귀여운 아이를 보고 버릇대로 부비부비를 했겠지만 지금은 이런 어린아이들을 보니 스타판에게 죽은 신전의 아이들이 떠올라 다시 기분이 침체된다. 내가 다시 시무룩해지자 은발의 귀여운 꼬마아이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최대한 귀여운 표정을 짓고 애교있게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 에~엘~테~미~이~아~~난 말야~ 아름다운 은빛종족의 수장 에셀리드민이야~은빛일족은 이 대륙엔 에셀리드민 혼자니까 내가 수장이야 헤헤헷...그런데 말야~ 날 부를 때 모두들 에.셀.리.드.민. 이렇게 다섯글자를 모두 불러야 하는데 말야~ 엘테미아는 예쁘니까 에셀린이라고 불러도 돼~ 그렇게 불러줄 거지??응?응?응?" "......" 다시 나의 이성이 잠식되면서 부비적거리는 버릇이 나오려는걸 혼신의 힘을 다해 꾹 참았다. 나를 엘테미아라고 부르는 귀여운 꼬마아이, 에셀리드민은 내 허리에 고개를 묻고 부비부비를 시작 했다. 아아...참을수 없는 기분... 그렇게 한참을 부비적거리던 에 셀리드민은 나와 같은 취미를 끝내고 허공에 동그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작고 앙증맞은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자 허공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원이 생성되었고 또 그안에 기하학적인 아름다 운 문자들이 생성되었다. 그러자 에셀리드민은 그 원진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찾는 듯 뒤적거리다가 끝내 못찾았는지 고개까지 원진안에 들이밀면서 찾기 시작했다. 끝내는 허리까지 원진안으 로 들어가 통통한 다리를 아둥바둥 거리며 기어코 찾아냈는지 다 시 원진안으로 몸을 빼기 시작했다. 에셀리드민의 앙증맞은 손에 들려있던건 가슴에 꽃봉오리가 달려있는 어깨끈이 달린 노란 브라 우스와 짙은 보라색의 치마였다. 둘이 서로 셋트인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두옷 모두다 고급천으로 만들어졌는지 한눈 에 봐도 비싼 티가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에엘테에미이아아~우리 이거 입으러 가자~난 말야~엘테미아가 말야~그런 예쁜 몸에 투박한 망토는 안어울린다고 생각해~! 그러 니까 우리 옷 갈아입으러 가자~ 응?응?" 손에 들고 있던 예쁜 옷을 내게 건네며 에셀리드민은 내손을 덥썩 잡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잡아끌더니 스타판의 침실과 이어져 있는 다른 방으로 나를 이끌었다. 에셀리드민에게 마냥 끌려 가면서도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이런 강한 힘을 소유할수 있는지 깜짝 놀라며 난 어느새 에셀리드민을 따라 다른방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그렇게 나와 에셀리드민이 다른방으로 옷을 갈아입으러 갔을 때 혼자남은 로드는 천천히 시선을 테라스밖의 하늘로 응시했다. 드 래곤의 굉장한 시력으로 저 1,2 트론(1트론=1km) 떨어진 곳까지 보던 로드는 문득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결국..."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이 무엇이길래 저런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건지 몰랐지만 그녀는 고운 이마를 내내 찡그리며 나와 에셀리드민이 나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을때였다. 창공에서 거대한 4마리의 드래곤들 이 로드가 있는 별궁의 앞뜰에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유려한 동 작으로 착지하고 곧바로 눈부신 빛과 함께 인간과 엘프의 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빨간머리의 장발의 사내 가드레일과 푸른머리의 웨이브로 틀어올린 머리가 아름다운 20대 중반의 여인 페트리샤, 초록머리를 길게 늘 어뜨리고 여자로 착각할정도로 고운선을 지닌 티제이븐, 젊었던 시절보다 오히려 중년의 하얀머리와 하얀수염이 멋있어 보이는 미 중년 다헬론, 스타판의 침실로 들어온 드래곤들은 각 일족들의 수 장이었다. 참고로 이들의 이름과 성격은 이로부터 몇 시간 후에 알게되었다. 아무튼 백금발의 아름다운 로드는 자신에게 온 수장들을 하나씩 둘 러보며 문득 한숨을 내쉰 후 귀찮다는 듯 나직히 물었다. "상황은?" 로드의 물음에 하얀머리의 멋진 중년 다헬론이 말했다. "80마리가 넘는 드래곤의 피어를 받은 인간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 지금 수도는 온통 미쳐버린 악귀의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어린 드래곤들도 인간녀석들 하는짓이 꼴같잖은지 여차하면 브 레스를 날릴 기세야. 인간녀석들...우리들의 피어로 뇌에 큰 타 격을 입었는지 자신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고 너 죽고 나 죽자야." "흠...귀찮게 됬군..." "하지만 방법이 없는건 아니지." 다헬론의 말에 모두들 의문을 제시하지 않고 그의 생각을 알기라도 하는 듯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그들의 옆쪽에서 방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옷을 모두 갈아입은 나와 에셀리드민이 그들 앞으로 나왔다. 우리가 그쪽으로 다가서자 여자인 로드와 페트리샤는 나를 보고 같 은 여자로서 헤~하는 감탄사를 내보이고 있었지만 남성체인 가드레일 과 다헬론, 항상 냉철하고 온화한 성격을 지닌 티제이븐까지 나를 보 고 그들답지 않은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다른 이들과 함께 멍해있던 가드레일이 나를 보며 얼빠진 목소리 로 물었다. "누,누구지?..." 나도 이때는 가드레일들과 마찬가지로 처음보는 사람들이 눈앞에 보이자 호기심과 약간의 경계심을 품고 있었고 얼마의 시간이 흐 르자 너나 할것없이 모두들 로드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모든이의 시선을 받은 로드는 피식하며 웃고는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엘테미아님 이쪽부터 저희들의 동료인 가드레일,페트리샤,티제이븐, 다헬론이에요. 그리고 저기 쓰러져 있는 호색한은 액시드옥션이라는 놈이구요." "아,안녕하세요...?" "아,안녕...하세요..." "......." "......."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이분은 우리들이 그렇게 찾아해매던 엘.테.미.아 님이시지." 로드의 설명에 냉철한 티제이븐만 제외하고 나머지 가드레일,다헬론,페 트리샤는 방정맞게 그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경악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고 가드레일이 얼굴에는 '난 저얼대! 못믿어!!!'라는 얼굴로 로드를 바라보며 외쳤다. "마,말도 안돼!! 엘테미아님은 우리들의 시조잖아!! 수만년전의 드래곤인 지라 난 폭삭 늙은 할망구를 연상하고 있었는데...이건 완전 영계!..." 가드레일은 뒷말을 모두 말할수 없었다. 명색이 광폭의 홍염일족, 레 드드래곤들의 수장인데 자신들의 시조라는 내앞에서 여자들이나 꼬실 때 쓰는 영계라는 말을 내뱉을 수 없었고 모두의 시선이 가드레일에게 로 쏠리며 그를 차가운 시선으로 꼬나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도 액시드옥션처럼 엘테미아, 즉 그들의 시조인 나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나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저 약 간 얼빠진 얼굴로 날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난 빨간머리의 바람둥이같이 생긴 남자가 16살밖에 먹지 않는 내게 감히 할망구라는 멋대가리없는 표현을 쓰자 난 입속에 바람을 잔뜩 부풀리고 화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며 외쳤다. "아니!! 거기 빨간머리의 바람둥이같이 생기신분!! 기껏 16살밖에 안된 소녀에게 할망구라니요!!" "뭬,뭬야? 바람둥이?? 이 조그만게!! 나처럼 대륙 제일의 미남자는 말야!! 나의 터질듯한 카리스마와 웅장하고 거대한 사랑을 여자 한명이서 감당할수 있을 것 같아?! 대륙의 모든 아리따운 여성들에게 나눠줘도 감당 못할 판이라고!! 아!! 괴롭다!!내 몸이 수만개로 늘려도 모자라!!으아~~~신이시여!! 왜 저를 이렇게 잘난 생명체로 이땅에 보내셨습니까~~저주한다 신이여~~!" -퍽! 퍼퍼퍽!!- 더이상 그의 꼴같잖은 행동을 보기 싫었는지 옆에서 로드와 티제이븐이 소리나지 않는 고단수 기술로 그를 사정없이 구 타하고 있었고 거의 왕자병말기에 이르른 가드레일의 발광을 옆에 제쳐두고 아직까지 냉철한 표정을 고수하고 있던 티제 이븐은 자신과 함게 구타를 하고 있는 로드를 보며 나직히 말했다.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밖의 상황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로드... 일초라도 빨리 해결하지 않는다면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은 수만명의 인간들과 함께 우리일족의 손에 의해 한줌의 재로 화할 것이다." 티제이븐의 말에 모두들 정신을 번쩍 차렸고 가드레일과 다헬론은 저쪽 침대구석에서 기절해 있는 액시드옥션을 사랑의 듬뿍 담긴 거센 발길질로 친히 깨우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이 수도 펠브리튼과 수만명의 인명이 달린 일이라는걸 알고 경악하던 나는 갑작스런 사태에 어쩔 줄 모르고 있다가 로 드를 보며 '설명해줘~'의 눈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나의 눈빛을 알아챈 로드는 그다지 위기의식이 없어 보이는 편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봄의 선율(1) "노래를...불러주세요." 상황에 맞지 않는 황당한 말을 내뱉으며 로드는 화사한 웃음과 함께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 후 로드의 일격에 기절해 있던 액시드옥션까지 깨어나자 우리들은 별궁을 나와서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수도의 거리를 둘러보았다. 여 기저기 시뻘건 피로 온몸을 떡칠하고 있는 사내들과 서로 머리끄덩이 를 잡고 싸우는 중년의 여인들 스스로 벽에 머리를 박으며 자해하고 있 는 정신나간 사람들과 검이 있는 여행자나 기사들은 닥치는 대로 검을 휘둘러 주위사람들을 무참히 살상하고 있었다. 이제껏 이런 지옥같은 아수라장을 영화에서도 본적이 없던 나는 순간 울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했다. "우욱!..." 에셀리드민만이 내 등을 토닥여 주고 있었고 나머지들은 이런장면을 많이 겪어본건지 아니면 워낙 강심장인 건지 태연자약했다. 자꾸 올라오는 헛구역질에 괴로워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에셀리드민이 나의 가슴에 조막만한 손을 얹고서 입으로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이내 에셀리드민의 손에서 눈부신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 다. 그 눈부신 빛은 허공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내 가슴속으로 스며 들었고 그 빛을 받게된 나는 거짓말처럼 울렁거리던 내 속이 드넓은 초원의 평온함처럼 안정을 되찾아 갔다. 에셀리드민이 내게 무얼 준건지 알수는 없었지만 에셀리드민 덕분에 울렁거림이 멎었다는걸 어렴풋이 알수 있었기에 난 감사의 말을 건넸 다. "고마워 에셀린..."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싱긋 웃으며 에셀리드민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렇자 에셀리드민은 내게 다가와 내게 엉겨붙으며 다시 애교조로 말했다. "나한테 고마운거야? 응?응?응? 그런거야? 그러다면 내볼에 키스~~~~응?" "......." 아...저 앙증맞은 몸짓하며 또랑또랑한 꾀꼬리같은 목소리하며 난 이 성을 잃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하고 있을때였다. -콩!- 에셀리드민의 머리에 티제이븐의 짧고 굵직한 알밤이 적중했다. 이에 에셀리드민은 머리가 아픈지 한쪽눈에 손톱만한 눈물을 그 렁그렁 매달곤 왕방울 같은 눈을 부라리며 티제이븐을 쏘아보 았다. 에셀리드민의 앙증맞은 눈빛공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싹~ 무시하면서 쿨가이답게 코웃음을 날린 후 고개를 내쪽으로 돌렸다. 그리곤 예의 무미건조한 가는 미성의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이 지옥을 한시라도 빨리 없애버릴려면 엘테미아님이 주저앉아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시작하지요." 티제이븐의 말에 전원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린다...으...그럼 더 부끄럽잖아...흐엥...할 수 없지... 지금 이순간 이 아수라장을 없 애기 위해 나의 힘이 필요하다니...예전엔 평화로웠을 도시가 지금은 잔혹한 피의 비가 내리고 있다. 주위에는 미친 듯이 파 괴와 살인을 일삼고 있는 광자들.......원래는 순박했을 사람들이 광인(狂人)이 되어 있었고 하늘과 땅에서 자리하고 있는 거대한 드래곤(큰 도마뱀이 드래곤이라고 로드가 가르쳐 주었다.) 은 흉악한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육중한 꼬리로 주위건물들과 인간들을 통채로 날려보내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꼬리가 원심력이 더해져 그에 맞은 인간들은 몸이 풍선처럼 터져나가기 시작했고 주위 건물들은 종이조각처럼 닿자마자 부서지기 시작했다. 여,역시 이건 지옥이야...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다면 아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전혀 망설일 필요도, 부끄러울 필요도 없어! 조금만 기다려 줘요...모두들... 난 마음을 다잡고 로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준비됐어 부탁해 로드." 로드는 나의 말에 에셀리드민처럼 손을 내 쪽에다 뻗고는 허공에 농구공만한 원의 모양을 수놓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녀린 하얀손 이 지나갈때마다 잔상을 남기듯 아름다운 청록색의 환한 빛이 그 녀의 손가락을 따라 반짝이며 하나의 원을 만들었다. 원이 완성되 자 마자 각각 다섯 개의 원이 더 생겨나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 했고 총 20개정도의 원이 사방으로 흩어지자 처음부터 내 앞에 있던 농구공만한 청록빛의 원에 20개의 동그란 문양이 다시 표 시되었고 작업을 마친 로드는 이내 손을 거두며 내게 말했다. "이쪽도 끝났습니다 엘테미아님. " 자...이제 시작이다! 조금만 기달려줘요. 모두!!...난 눈을 감고 환하게 빛나고 있는 원앞에 서서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 * 내 이름은 문트로...수도 펠브리튼의 빈민가에서 귀머거리 점술사 '문트로'란 이름을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난 유명하다. 오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눈부신태양이 대지에 환한 빛을 뿌려주고 있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방금 중년부인의 점을 쳐주고 복채를 두둑히 챙긴 나는 다음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화 창했던 날씨가 어두워지고 사방에는 살아생전에 단한 마리도 보기 힘들다는 공포의 드래곤들이 떼지어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태어나 서 처음보는 광경에 사람들은 우두커니 얼어서 그 장대한 광경을 보며 넋을 잃고 있었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자 저 황성쪽에서 거대한 기운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난 선천 적으로 소리를 들을수 없는 청각 장애자였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의 입모양을 보아서 황성쪽에서 드래곤이 단체로 포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황성에서 드래곤들이 포효한지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우리들의 머리위로 날고 있던 드래곤들도 저마다 창공을 활공하면서 일제히 수직상승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아가리를 찢어질 듯 벌리고는 또다시 엄청난 기운이 쏟아지고 있는 걸로 보아 이 수많은 드래곤들이 천축을 찢어발기는 거대한 포효 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드래곤들의 포효에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 와 가슴을 부여잡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집적적으로 드래곤의 포효를 듣진 못했지만 듣지 못해도 온몸을 휘젓고 갈길 정도로 거대한 기운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귀머거 리라 그 공포스런 소리를 듣지 못해 드래곤의 포효가 그저 생소한 기운으로 다가올 뿐 죽고싶을 정도의 공포로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주위의 사람들은 한동안 고통스러워하더니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자신의 머리칼을 쥐어뜯으 며 괴성을 지르는 사람들, 서로 죽이려는 듯한 격한 주먹다짐...칼을 든 검사나 여행자들은 일제히 햇빛에 반사되 번뜩이는 은빛의 검을 꼬나쥐고 은빛의 섬뜩한 검광과 함께 피의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난 귀머거리라 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의 표정과 입이 커 질대로 벌어지고 목에 핏대가 선 것으로 보아 사람들의 찢어지는 아우성과 고함을 내지르며 마치 지옥의 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서로 물고 뜯으며 살점이 이러저리 튀고 있었고 서로 상 대방의 피를 느끼며 미소짓고 있는 모습들이 전설에서나 나올법한 흉악하고 잔인한 마족의 모습같았다. 난 이제야 두려운 공포를 느 껴 나의 일터인 파란색움막 안으로 급히 들어와 구슬을 올려놓기 위해 자리한 탁자의 아래에 천을 뒤집어쓰고 기어 들어가서 천막 사이로 보이는 지옥의 아수라장을 두려움에 덜덜 떨며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살짝 벌어진 천막사이로 보이는 피가 튀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며 스스로 자신의 몸을 해하는 장면은 생전 처음보는 공포스런 광경이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피의비가 내리던 거리는 이제 피의 강으로 변했고 인간들은 더욱더 강한 상대를 찾아 헤매다 주위에 있던 지 상최강의 마법생명체인 드래곤들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주위에 널 브러져 있던 돌을 들어 어깨가 탈골될 때까지 거세게 던졌고 생전 처음들어 보는 갖가지 욕들이 드래곤들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말 사람들이 미쳤다. 이건 미쳐도 보통 미친게 아니다. 드래곤의 분노를 사면...그들의 숨결하나에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범람하며 도시가 재 로 화한다. 그것도 혼자의 드래곤으로 가능한 일일진데 지금 이곳 펠브리튼에는 육안에 보이는 드래곤들만 해도 무려 60마리가 넘게 있었다. 아마 황성쪽까지 합치면 도대체 몇 마리의 드래곤들이 펠브 리튼에 몰려온 걸까...?그들이 한꺼번에 브레스를 뿌린다면...빛과 함 께 대지의 먼지가 되는건 그야말로 순식간이리라... 드디어 참다참다 참지 못한 드래곤들이 육중한 발을 들어 인간들을 짓뭉개기 시작했고 뿔이 촘촘히 박혀 있는 거대한 꼬리를 자신의 몸 과 함께 한바퀴 회전하며 원심력을 이용한 꼬리가 대기를 가르는 파 공성과 함게 주위 건물들과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었다. 끝이다...모든게 끝이다...태어날때부터 아무소리도 들을수 없던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흥얼거리는 그 '노래'라는 것에 반해 꼭 나의 두귀 로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보는게 소원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심금 을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을 말이다. 태어나자 마자 내겐 소리의 축복이 없어서 그 아름다운 선율을 느낄 수가 없었지만 고위사제 에게 희망을 걸고 점성술을 터득해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신전에 기부하여 사제에게 치료를 받는게 나의 일대 소원이었다. -죽음...- -콰콰콰콰콰콰콰쾅- 주위에서 한 검은 드래곤이 자신의 육중한 몸을 한바퀴 돌려 거대한 꼬리로 사방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있었다. 천막사이로 뿌연 흙먼지와 사람 머리통만한 돌들이 사방에 비산하고 있었 다. 그순간...나는 보았다. 나에게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는 거대 한 돌덩이가 내 삶의 전부였던 움막을 날려버리고 그 뒤를 이 어 그보다 작은 돌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내 가슴으로 달려드는 것을... -퍽!!-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격한 고통에 입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진다. 온몸에 잔떨림으로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 고 격한 고통에 머리에는 사고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언제나 닥치는 대로 일하고...사람들의 말을 듣기 위해 언제나 사람의 입만보며 거리를 거닐었던 기억들...그리고 우연히 도서관에서 고위사제에 대한 이야기가....내 귀를 고쳐 아름다운 선율을 들을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의 삶의 목표가 생겼던 그 날의 기억이 머릿 속에 아련히 떠오른다. '끝인가...난...그동안 무엇을 위해...신은...정녕 잔인하시구나...' 난 움직일 힘이 하나도 없어 멍하니 누운 채로 하늘을 주시 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청록빛으로 빛나는 원이 내 머리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원은 내 머리위에서 잠시 멈춘후 더 밝은 빛을 내 뿜으며 그 원진 안으로 기하학적인 문양이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건 뭐하는 걸까...하긴...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 무슨일이 일어나든 그 무엇이 내게 무슨 상관이랴...? 난 죽어가고 있다. 내 삶의 목표였던...꿈이었던...희망이었던 내 귀로 아름다운 선율을 듣는 것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고개를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던 나는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 머리위에 떠있던 눈부신 원진은 이 자 리에 온지 몇분만에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순간...난 꺼져가던 의식이 강렬한 번개를 맞은 듯 생생해 지기 시작했다. 그것은....그것은.....지금 내 가슴속에 울려 퍼지 고 있는 것은.... '이것이...선율......?!' "이...럴...수...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선율은 사람의 목에서 나와 사람의 귀를 통해 느껴지는게 아니었던가...어떻게 가슴으로...어떻게 해서 가슴으로 느낄수가 있는 것일까?...내 가슴속에 울려퍼 지는 청아하고 아릿하면서 살아생전 처음 들어보는 감미로운 선율이 천천히...아주 천천히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랑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 中)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들려오는 노래였다. 난 이제껏 노래 라고는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가슴속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선율이었다...이건 마치...마치 봄을 노래하는 듯한 봄의 선율같은 노래였다. 순간의 착각이었을까? 이 아름다운 선율에 내 전신을 옭아매던 수많은 고통들이 봄에 눈이 녹듯 사르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이...이것이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며 울고 웃던 신비한 매력 을 지닌 노래라는 것이로구나...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노래... 처음 들어보는 높낮이가 다른 아름다운 가락들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고 그 속에 담긴 슬픈 멜로디가 나의 심성을 자 극한다. 태어나서...처음으로 들어보는 노래 소리에 나의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세상 최고의 아름다운 선율을 듣고있는 난 이 순간 나의 삶을 이루었다. 그리고 편안히 눈을 감는다... 봄의 선율(2) 현재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에는 사람들이 비명소리, 드래곤에 의해 파괴되는 건물들이 무너지는 소리에 굉장한 소음이 들리고 있었다. 그랬던 펠브리튼이 어느순간 고막을 울리던 소음속에서 하나의 감미로운 선율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려온 신비스런 선율에 거대한 꼬리와 육중한 다리로 파괴행각을 벌이던 수많은 드래곤들도...서로 검과 검을 맞대며 붉은 피를 찾던 광인들도... 주위에 널브러진 돌로 거대한 드래곤에게 던지던 사람들도...지금 이 공포스런 상황에 아무것도 못하고 구석진 곳에 숨어들어가 바들바들 떨고 있던 사람들도...모두들 자신들이 행하고 있던 파괴행각을 일제히 멈추고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오는 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감미롭고 아릿한 슬픈 선율은 하늘위에 청록빛을 발하고 있는 원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수도에 20개로 나뉘어진 이 원진은 로드가 시전한 음성증폭원진으로 수도 곳곳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지는 이곳에 상처입은 사람들이 점차 몰려들기 시작했다.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다른사람의 살점을 들고 있던 사람들 도... 복부에 타인의 검이 박혀있던 사람들도...한쪽다리가 몸에서 떨 어져 나가 선율이 들려오는 곳으로 기어가는 사람들도...이제 움직일 힘조차도 없는 사람들도 가만히 누워 두 눈을 감고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을 느끼고 있었다. -챙캉, 챙! 챙! 챙캉!- 손에 들고있던 갖가지 흉기들이 사람들의 손에서 떨어져나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수도 펠브리튼의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있던 사람들의 충혈된 두 눈은 어느새 새하얀 맑은 빛을 띠기 시작했고 두 눈에선 자신들도 눈치채지 못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나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 감미롭고 아름다운 선율에 심취해 있을 때 팔이 부러진 사람들은 뼈가 다시 붙었고 온몸 이 검상 에의해 생긴 상처에서는 뿜어져 나오던 피가 멈추고 새살이 돋고 있었다. 잘려나간 다리에는 뼈가 생성되고 신경이...근육이...살이 돋아났다. 하지만 형상을 분간할 수 없는 살조각이 되버린 사람들과 이미 숨이 끊어진 사람들까지 소생되지 않았다. 죽은 사람들의 추모는 이제 살아난 사람들의 몫이 된 것이다. 인간들의 꼴같잖은 도전에 너무 화가난 드래곤들은 건들기만해도 죽어버리는 인간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육하고 있었다. 파괴와 혼돈 의 본능을 지니고 있는 드래곤들은 자신의 본능에 충실해 거대한 궁극마법이나 브레스보다는 자신의 발로 인간들을 짓밟고 꼬리로 충격을 가해 터트리고 드래곤피어와 아이로 인간들을 미치게 만 들고 있었다. 그렇나 그 태초의 본능조차 현재 수도 펠브리튼의 곳곳에 흘러나오는 신비한 선율에 우두커니 멈추어선 채 수트론 (1트론=1km)까지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엄청난 시각으로 현재 황성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녀를 일제히 쳐다보고 있었다. 소녀의 이마에는 굵직한 땀방울들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두눈은 살며시 감은채 가슴엔 두손을 얹고 앞쪽에 위치한 원진앞에서 노 래를 부르고 있었다. 지상최강의 고등생명체들조차도 지금 이 신 비스런 선율에 온몸에 전율이 일고 있었다. 바람에 나부끼는 은빛 실들이 빛에 반사되 아름다운 은빛물결을 자아내고 있었고 약간은 창백한 인상이지만 그 모습조차 파괴와 혼돈을 주체하는 자신들에 게 보호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마력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드래곤들은 혼이 나간 듯 일제히 날개를 펴 아름다운 선율을 자아내는 은발의 소녀가 있는 곳으로 하나 둘씩 떠올라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 "......." 내이름은 티제이븐...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을 난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엘테 미아님을 황성에서 구하고 엘테미아님의 감정에 이끌려 수많은 드래곤들이 펠브리튼에 몰려들어와 그들의 분노의 피어로 인해 미친 인간들이 공포와 불안에 피를 부르는 악귀가 되어 버렸다. 어찌해서 엘테미아님의 피어에는 우리들의 피어의 궁극적 성질 즉, 공포심과 반대되는 성질인 균형과 평안,소생의 힘을 갖을 수 있었는지 난 도저히 알수 없었다. 모든 드래곤들은 파괴와 혼돈 의 중심에서 태어났지만...어찌하여 우리들의 시조는 우리들과 정 반대일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엘테미아님의 노래는 내 6000년 용생에 처음듣는 언어로 불려 지고 있었다. 이슈테리아 대륙에는 물론이고 다른 3개의 대륙 에서조차 듣지 못한 언어로 불려지고 있는 노래...슬픈 선율과 아릿한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감미로운 선율이 머리를 맑게 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한동안 노래를 부르다 엘테미아님에게서 강렬한 기운이 쏟아지 는걸 느꼈다. 하지만 주위에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노래를 부 르고 있는 엘테미아님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것 말고는....그 때였다. 에셀리드민이 '우와앗?'이란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 작 은 손으로 상처입은 사람들을 가르켰다. 그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린 나는 헛바람을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온몸에 상처 투성 이였던 사람들이 뼈가 붙고 신경이 다시 이어지고 근육이 다시 생성되며 새살이 돋아났다. 그것도 한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 라 내 시야에 비치는 아직 생명이 끊어지지 않은 모든 사람들 이 이런 기적같은 일의 중심에 서고 있었다. 아마도 내 시야에 비춰지는 인간들뿐만이 아닌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에 있는 모든사람들이 엘테미아님의 힘에 의해 뼈가 붙고 살이 돋아나고 있을 것이다. 하하...지금도 보고 있으면서 도저히 믿을수 없었다. 가장 자연에 근접한 우리 그린일족도 이런 방대한 양의 치유술을 시전하려면 적어도 그린일족 전체가 한꺼번에 마력을 방출하지 않는 한 이런 수많은 사람들의 심신을 일제히 치료할 순 없다...아니...정정한다. 이건 치료가 아니라 말 그대로 소생이었다. 지금까지 티제이븐이란 이름으로 6000년 가까이 살아왔지만 이렇게 아름다웠던 인간을...이렇게 대단한 드래곤을 본적이 없었다. 지금 저 아름다운 모습이...우리들의 창조신 드래크로 니므이스님이 사랑하셨던 모습이었을까? 너무나 사랑해서 떠 나보내야 했던 우리들의 시조...우리들의 시조는 그동안 어디서 무얼 했으며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1700년전 갑자기 사라진 우리들의 창조신 드래크로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아무말도 없이 사라진 드래크로님은 여전히 그 존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엘테미아님이 귀환했음에도 불구 하고... 저 멀리서 거대한 드래곤들이 하나 둘씩 황성의 공터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목소리만으로 파괴의 본능을 행하던 60기가 넘는 드래곤들의 피를 부르지 않고 단지 노래만으로 진정시킨건 실로 경이롭고 경악할 일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피어는 우리들 과는 반대되는 성질...우리들의 피어가 상대방을 공포로 압도하는 것이라면 그녀의 피어는 상대방의 어두움을 빛으로 환원시키는 대자연의 상쾌함...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하나둘씩 이곳에 몰려든 드래곤들은.... 세상에...저게 방금전까지 온갖 파괴를 일삼고 있던 드래곤의 눈 이라고 상상하지 못할만큼 부드러운 눈으로 엘테미아님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털썩- 노래를 마친 엘테미아님이 갑자기 창백했던 안색이 더욱더 하얘지면서 결국은 쓰러졌다. 지금까지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믿을 수 없었던 기적들은 이제야 비로소 끝을 내렸고 인간들 에겐 악몽과 같았던 펠브리튼은 그제야 평안을 되찾았다. 모 든 것은 인간들의 욕심이 초래한 일...비록 단 소수만의 잘못에 많은 인명피해가 뒤따랏지만 그들을 동정하고 싶지 않다. 도대 체 인간이 어떻게 마음을 먹으면 저런 고귀하신 분을 범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걸까? 물론 엘테미아님은 아름답고 또 사랑스 럽기까지 하다. 그러니 곁에 있고싶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 당연할 것이 지만 그렇게 슬프게 외치며 거부하는대도...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엘테미아님을 범하려 했던 인간들...아마 엘테미아 님의 신변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더라면 이슈테리아 대륙에 퍼져 있는 인간들은 씨는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멸족했으리라 장담 할수 있다. 엘테미아님이 쓰러짐으로 인해 정신을 차린 로드와 다른 수장 들도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 엘테미아님에게 체력회복을 걸 어주기 시작한다. 무한의 마력을 지니고 있는 드래곤들, 그것도 고룡들이 여섯이나 붙어서 시전해주고 있는데도 쉽게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의 마력이 엘테미아님의 드 래곤 하트를 경유해 가공되었는지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우리들이 걸어준 체력회복으로 겨우 눈을 뜬 엘테미아님은 로 드와 우리들을 보면서 천천히 일어나 로드가 시전했던 음성확 장 및 증폭효과를 내는 원진 앞으로 가서 한마디 말을 수도 사람들에게 전한다. "여러분...이제..끝났습니다......" 엘테미아님의 따뜻한 한마디에 공포에 질려서 발광을 하던 사람들...그녀의 감미로운 노래에 심취해 있던 사람들 모두가 환희의 눈물과 평안한 표정을 짓고 그 자리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제서야 원진앞에서 떨어진 그녀는 우리쪽을 보며 힘없이 웃고는 하나의 부탁을 해온다. "신전에...가고...싶어요..." "......" "......" * * * 필란트공국의 남부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산골의 루린서브링을 모시는 신전...내가 이 신비한 대륙에 떨어져 처음만난 아름다 웠던 사람들과 아이들... 신전에는 로드를 포함한 일족의 수장들 만이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드래곤들이 따라오겠노 라고 아우성을 펼쳤지만 에셀리드민과 가드레일,액시드옥션이 힘을 합쳐 그들을 물리치고 겨우 우리들만이 이곳에 도착했다. 신전은 3일전에 일어났던 참혹한 현상 그대로 이곳저곳에 불이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곳곳에 불에 타버린 시체들이 간혹 보이자 나는 또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끝내는 한줄기의 눈물을 흘렸다. 그때 로드가 자신의 가슴에 내얼굴을 묻어주곤 등을 토닥여준다...비록 넓은 가슴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폭신하 고 감미로운 살내음이 내속에 일렁이는 격한 감정을 부드럽게 감싸안고 있었다. 로드는 나를 안은 채 손을 신전쪽으로 뻗고는 '노움'이라고 나 직히 말했다. 그렇자 땅속에서 왠 난쟁이 노인들이 수십명이 나오더니 로드의 '부탁해'란 말에 땅을 파며 불에 탄 시체들을 가지런히 묻기 시작했다. 꽤 오랜 시간동안 로드의 품에서 운 나는 뒤에서 나를 부르는 에셀리드민에 의해 고개를 돌렸다. "엘테미아...잠시 가볼곳이 있어. 내가 말야~ 엘테미아를 위해 준비했어..." 잠시 뜻모를 말을 내뱉곤 에셀리드민은 그 예의 무식하게 강한 힘으로 나를 이끌기 시작했다. 에셀리드민에 의해 도착한 곳을 보니 나는 또다시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진다...내가 신전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 자주 찾아오던 언덕이었다. 숲의 아름다운 정경과 아담한 신전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져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 나만의 장소...... 언덕의 끝자락에는 하나의 무덤이 있었다. 고풍스럽게 멋들어진 십자가가 꽂혀 있었고 묘비에는 '엘테미아가 사랑했던 사람들' 이라고 쓰여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에셀리드민은 헤헤거리며 쑥스럽게 웃고 있는걸로 보아 에셀리드민이 나를위해 준비한게 틀림없었다. 비록 오늘 처음 만났지만 나에게 너무나 잘해준 에셀리드민...난 나보다 반은 작은 에셀리드민의 품에 안겨 펑펑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 에셀리드민은 내 고개 를 묘비쪽으로 돌리곤 조용히 말한다. 어느새 우리들 뒤에는 로드를 비롯한 용들이 모두 와있었다. 에셀리드민의 조용한 한마디... "뭐해? 어서 가봐야지?" 에셀리드민의 말에 나는 고인 눈물을 닦고 천천히 일어서서 묘비앞으로 갔다. 왠지 갑작스레 몰려든 먹구름에 가려 햇빛 이 들지 않는 대지와 그늘진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묘비가 서 글프게 느껴진다. 천천히 묘비앞으로 걸어갈때마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내게했던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와...여신이다.여신...] [다들 비켜~! 여신님은 이제 내 신부가 될꺼야!!] [싫어!! 나도 여신님과 함께...] [린누나...뭐해? 누나는 웃는모습이 가장 예쁘더라...헤헤...] [허허...우리는 세상에 미련이 없다네...생에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조용히 안식의 여신의 품을 기다릴 뿐이지...] [더이상...이 곳에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군...너 답지 않으 니까...] 난 묘비앞에서 울지 않으려고 계속 손으로 눈물을 훔쳤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멈춰지지 않았다. 그래서 난 최소한 이라도 얼굴에 미소를 드리우고 조용히 묘비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곤 물었다. "여신님이...잘해주시니?" "......" "자기 신부를 이렇게 내버려두고 어떻게 혼자 갈수 있는거니? 나쁜...세빈..." "......" "그리고 바보같은 케인..." 들려오지 않을 대답을 기다리는 슬픈 질문이었지만 난 그렇게 이별의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먹구름에 의해 가려진 빛줄기가 하나...둘씩 묘비를 비추고 있 는게 내 시야에 환히 비쳐지기 시작했다. "......그래...?" 다시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참고 또 참으며 끝내 난 웃었다. "후훗...거긴 좋은가 보내? 하지만 언젠가 다시만나자...그땐 내가 진짜로 네 신부가 되어 주지 후훗..." "......" "안돼~! 난 인정못해~!!!" 뒤에서 에셀리드민이 뭐가 그리 흥분한건지 분위기 파악못하고 소릴 지르고 있었다. 그 리하여 주위 드래곤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만 난 그제서야 두 둔을 감고 살풋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너무나 귀여운 에셀리드민... 청량한 느낌의 봄바람과 숲의 살랑거림이 내 울적한 마음을 어 루만져 주듯 포근하게 머물다 지나가고 있었고 마치 힘든 삶을 살고 다시 여신님의 품으로 돌아간 아이들이 나에게 해주는 마 지막 노래 같았다. 비록 이 세상에서 너무나 고달프고 괴로운 삶의 연속에서 마지 막조차 편히 눈감지 못한 신전사람들은 어딘가에 있을 여신님이 너무나 그들을 사랑한 나머지 그들에게 괴로운 죽음으로서 눈 부신 시작을 선물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난 절대로 너희들을 잊지 않을 테니까... 내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빛을 가리고 있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고 여신님이 내려주는 빛의 축복이 폐허가 돼버린 신전속에 싹트는 초록빛 새싹과 함께 우리들을 포근히 감싸안고 있었다. 가자! 드래고닉 캐슬(1) 묘비에서 로드가 선물해준 포도주는 대륙에 7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설의 펠카치오358년산을 묘비에 부어주고 모두와 함께 신전을 떠나왔다. 품에는 에셀리드민을 안고 있었고 에셀리드민은 내 가슴에 고개를 뭍고 잠을 자고 있었다. 신전에서 꽤 걸어온 우리들은 공간이동의 마법진에서 순식간에 필란트공국의 수도 트레뉴럴에 도착했다. 우리들이 순간이동된 곳은 주택가가 몰려있는 작은 골목길이어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길을 따라 얼마 안가니 사람들이 북적한 시장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아마 한적한 산골보다는 이런 북적한 곳에서 내 슬픈 기분을 희석하려는 로드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진다. "로드 이제 어디로 가는거야?" "이제부터 우리들은 드래고닉 캐슬로 가게 됩니다. 엘테미아님" "드래고닉 캐슬?" 왠지 이름만 들어도 드래곤들이 사는 것 같은 성의 이름이었다. 나는 재차 확인겸 로드에 물어봤고 로드는 잔잔한 웃음을 띄며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네 드래고닉 캐슬. 이슈테리아 대륙 모든 드래곤들의 총본부같은 곳이에요. 전 대륙에 퍼져있는 모든 드래곤들이 이 드래고닉캐슬에서 태어나고 또 성년식을 치룬답니다. 그리고 지상으로 자신의 레어를 만들어 독립할때까지 살수 있는 성이에요. 뭐...지상으로 독립하지 않고 그냥 드래고닉캐슬에서 살고 있는 드래곤들도 상당수 있구요. 그리고 드래곤들의 유희시에는 인간들중에도 강력한 인간들이 많아서 드래곤 하트를 갈취당할 위기에 처해있다면 드래고닉캐슬로 지원요청을 하게되면 드래곤 가디언이 지원을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드래곤들의 각종 행사나 연회등도 열리고 천계나 마계, 타대륙의 드래곤 또는 다른대륙들의 손님들을 접대하기도 하는 곳이에요. 연회같은게 열려도 몇천년간 눈코빼기도 안비치는 녀석들도 상당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반려를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드래고닉 캐슬이니 젊은 드래곤들이 상당히 많이 찾아와요." "호에~ 그렇구나...드래곤들도 성을 짓고 살고 있구나...거기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로드 바로 너라니...어떻게 이런 가냘픈 몸으로 로드자리를 할수 있는거지?" 로드는 내말에 기분이 좋은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호 거리며 웃기시작했다. "호호호호호...무식하고 힘만센 레드일족같은 드래곤만 아니라면 저처럼 지성과 미모를 갖춘 드래곤들도 모두 로드가 될 수 있는 거랍니다." 로드의 말에 레드일족인 가드레일의 이마엔 십자모양의 굵직한 혈관마크가 생겨났다. "뭐야? 무식하고 힘만센 레드일족만 아니라면 모두 로드가 될 수 있다고???너 지금 레드 일족을 무시하는거냐?!" 가드레일의 항변에 로드는 짐짓 딴짓을 하면서 무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가드레일은 로드의 가냘픈 어깨를 격하게 돌려세워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래도 로드는 별로 무서운 기색은 없었지만...... "그래...레드일족이 조금 흉폭하고 호전적이기는 하지...하!지!만! 말야! 다른건 다 참아도 블랙일족도 충분히 음흉하고 무식한녀석들인데!! 왜 자꾸 레드일족만 걸구 넘어지는거야!!" 이제 바톤은 액시드옥션쪽으로 넘어갔다. 액시드옥션 역시 가만히 가고있는데 가드레일이 자기일족을 걸고 넘어지자 격분한 나머지 둘사이에 십만볼트의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나 기세좋던 가드레일은 액시드옥션의 한마디에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말야! 드래고닉캐슬에 2000살 미만 처녀드래곤들의 할렘을 차린건 아마 레드일족에서 배출한 로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 안.그.래? 그래서 드래곤역사상 최초로 반란군이 조직되고 그 레드일족을 로드자리에서 끌어 내렸다지 아마? " "......" "......" 액시드옥션의 결정타에 가드레일은 그 잘생긴 얼굴이 삽시간에 불쌍하게 구겨지며 저쪽 구석진 쓰레기장근처에 쪼그려 앉아 이상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에구구...모두들 가드레일만 걸고 넘어지니 조금 불쌍하다...하긴...뿌린대로 거두는 것이겠지...힘내라고 가드레일! 불쌍한 가드레일에게 위로라도 해줘야 겠다. "가드레일~그래도 힘은 일곱일족중에서 가장 강하잖아! 매일 머리만 굴리며 이것저것 모략만 일삼는 머리좋은 드래곤보단 아무것도 안따지는 솔직하고 단순한 드래곤이 더 멋져 보일때도 있을 것 같아... 안그래?" 나의 위로에 용기백배했는지 침울했던 가드레일은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생기발랄한 두눈을 번쩍번쩍 거리며 다가와 갑자기 내 두손을 맞잡았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그렇죠! 우리일족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습니다! 엘테미아도 저를 원하신다면 대륙의 모든 여성체들이 매일 저의 사랑을 갈구하며 죽어가겠지만 저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저의 반려가!..." 그렇나 가드레일은 반려의 뒷말을 이을수 없었다. 어느새 내 품에서 잠이 깬 에셀리드민이 자신의 통통하고 귀여운 발로 가드레일의 면상을 짓뭉개고 있었다. "내 앞에서 소리치지마 이 무식한 용아! 어떻게 너처럼 무식하면 엘테미아같은 예쁜 얘가 너같은 용의 반려가 되는 지나가다 날벼락 맞는 상상을 할수 있니?" 갑자기 나선 에셀리드민의 말에 가드레일은 가드레일의 타오르는 불꽃같은 머리색과 비견될 정도로 시뻘겋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뭐,뭐야? 이런 1500살도 안된 쬐끄만 꼬맹이가!!! 네가 어른들의 세계를 알아!!? 건방진 꼬맹이는 매가 약이지!!" "어마!? 너 전 드래곤일족중에서 셋밖에 없는 우리 실버일족중의 하나인 나를 때리겠다는거야? 그런거야?? 때릴테면 때려봐!! 그랬단 드래고닉캐슬에 있는 용아저씨들한테 일러줄테니까!! 거긴 힘센 드래곤들도 많으니 넌 아마 쥐포가 될걸? 깔깔깔!!" "......" 하긴...이처럼 귀여운 아이가 전 일족중에서 셋밖에 없다면 누구라도 보호해주려고 애쓸 것이다. 음...너무 막 자란건가? 뭐..귀여우니까 그문제는 제쳐 두지...후훗.. 그때 로드도 이 싸움이 길어질 것은 대비한 것인지 이제 에셀리드민까지 합세한 싸움을 말리려는 듯 손뼉을 쳐서 일행들의 시선을 잡았다. " 이제 그만하고 캐슬로 가자구!" 로드의 말에 에셀리드민과 가드레일 액시드옥션은 서로 째려보기만 할뿐 별다른 언행을 삼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다헬론과 페트리샤 티제이븐이 난처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나는 에셀리드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관심을 돌려버렸다. 그렇자 로드는 나에게 생긋 미소를 보내며 조용히 눈을 감고 손을 머리위로 살며시 들기 시작했다. 그렇더니 이내 로드의 손에 끼워져 있던 푸른 반지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푸른 반지에서 쏟아진 빛이 허공으로 쏘아저 구름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지나가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 신기한 광경에 모두들 우두커니 하늘을 주시하고 있었고 나도 처음보는 신기한 광경이라 하늘을 뚫어져라 보고있었다. 반지에서 쏟아진 빛이 구름속으로 사라진지 채 1분도 안되어 어마어마한 크기의 마법진이 생겨났다. 하나의 문자가 대략 가이가스의 황성보다 더 커보이는 문자가 수백개가 그려진 끝이 안보이는 거대한 마법진은 파랬던 하늘을 순식간에 잠식했고 아주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빛이 나는 거대한 마법진이 회전하면서 뿌려대는 빛이 이제껏 보지못했던 장엄하고 진기한 광경이었고 나를 비롯한 시내에 있던 사람들 모두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에 입을 살짝 벌리고 감상하는 중이었다. 그때 한아이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와아~엄마 드래고닉 캐슬이에요!" 어라!! 어찌하여 저런 어린아이조차 드래고닉 캐슬을 알고 있는거지? 드래고닉캐슬은 드래곤들만의 비밀기지 같은곳이 아니었던가? 난 황당한 표정으로 로드를 보자 로드는 예의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설명해 주었다. "드래고닉 캐슬은 인간들에겐 꿈의 성이니까요. 모험가들이 궁극적으로 모험하기 원하는 일순위가 바로 드래고닉캐슬인 만큼 인간들의 전설에도 많이 등장했고 지금처럼 드래곤들이 드래고닉캐슬을 소환할때마다 많은 인간들이 봐왔을테니까요." "그렇구나......" 끝이 안보이는 거대한 마법진은 계속해서 천천히 회천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파란 하늘과는 달리 이질적인 공간이 생겨났다. 그리고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그 거대한 모습에 살짝 벌어졌던 입이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그 당당한 위용에 주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들 사이로 탄성이 쏟아지고 있었다. 드래고닉 캐슬의 바닥밖에 보이지 않는 위치였지만 캐슬의 바닥에는 기하학적인 기관들이 예술적으로 이어져 있었고 보기만 해도 환상적으로 빛나는 마법진들이 다색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때론 붉은 계열로 때론 파란계열로...노란계열로...계속 색이 바뀌어 가면서 빛나고 있는 마법진과 그 크기만 해도 필란트공국의 수도보다 더큰 풍차가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설마 저런 거대한 풍차가 저런속도로 회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에 떠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현대시대에 살고 있었던 나로서도 짐작하지 못할 과학력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인가? 나는 하도 궁금해서 다시 로드에게 물었다. "로드로드~저 거대한 풍차로 드래고닉캐슬이 떠있는거야?" 내 말에 로드는 살풋웃더니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아뇨. 저기 반짝거리는 마법진이 보이시죠? 그 마법진은 수만년전에 108드래곤들이 모여 영구적인 부력마법을 걸어놓은 마법진입니다. 그 드래곤들의 막대한 마력을 받은 저 마법진 덕분에 드래고닉 캐슬이 떠있을수 있는것이죠." "에? 영구적인 부력마법 걸어놓은 마법 때문에 떠있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저 거대한 풍차는 뭐야?" 내 질문에 로드는 묘한 웃음을 짓더니 약간 난처한 미소로 대답을 꺼려하고 잇을 때 내 품에 기대어 안겨있던 에셀리드민이 대답해 주었다. "저런게 있어야 폼나잖아? 환상적으로 빛나는 마법진과 그와 걸맞는 거대한 풍차! 어때 매력적이지?" "포...옴?" 하하....폼으로 달려 있단다...하긴..멋있긴 정말 멋있다. 반짝거리는 마법진의 빛에 반사되어 계속해서 변하는 빛의 색깔에 풍차도 같이 다색영롱하게 빛을 뿜어내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자 이제 가보도록 할까요? " 로드의 말에 고개를 돌린 나는 어느새 드래고닉캐슬로부터 쏘아져 내린 빛의 기둥이 우리들 앞에 와있는걸 볼수 있었다. 그 빛의 기둥안은 무지개빛의 둥근 원들이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끊임없이 대지에서부터 드래고닉캐슬까지 오르락거리고 있었다. 로드가 먼저 그 빛의 기둥안으로 들어갔고 다음은 다헬론,티제이븐,가드레일,페트리샤,액시드옥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에셀리드민이 빛의 기둥안으로 들어갔다. 기둥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몸이 붕~뜬 것 같은 기분과 동시에 빛의 장막이 거두어 지며 넓은 대전이 내 시야에 비치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안에서 한명의 사내가 음침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쇠를 긁는듯한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던 사내는 예상외로 단정한 이목구비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탐스러운 흑발을 하고 있는 사내였다. "크크크크...이번엔 놓쳤지만...다음에는 기필고 내가 너를 취하고 말 것이다. 크크큭..." 사내는 끝에 가선 미친 듯이 광소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사내가 웃고있을 때 뒤쪽에 위치해 있던 고급스런 문이 열리며 한명의 노마법사가 들어왔다. 그 노마법사는 스타판을 도와 린을 납치했던 흑마법사 스테이샨이었다. 스테이샨은 엘테미아의 소생의 노래에 간신이 목숨을 건진 스타판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전 드래곤에게 사랑받는 소녀를 취할수 있을 것 같은가? 한심한 왕자여...' 속으론 왕자를 무시하고 있었지만 권력이 딸리는 지라 공손히 스타판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엘테미아라 불리는 소녀의 일행들은 예상했던 대로 모두 드래곤이었으며 방금 필란트 공국의 수도에서 드래고닉 캐슬로 올라갔다고 정보원에 의한 정확한 보고입니다. 스타판 왕자님." 스테이샨의 보고에 스타판은 광소를 멈추고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꿈에서나 나올까 두려울만한 표정을 지으며 싸늘히 말했다. "훗...드래고닉 캐슬이라고? 거기로 도망가면 내가 못찾을줄 알았나보지? 크큭...기대하라고...반드시 너를 찾아내 취하고 말테다..." 스테이샨은 왕자의 황당한 발언에 '에라~이 미친새꺄~!!'라고 튀어나올뻔한 입을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았다. 드래고닉캐슬이 어떤곳인가...물론 드래곤들의 출입은 자유롭지만 적어도 드래고닉캐슬에 드래곤이 아닌 인간이 출입하려면 최소 공간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한 9클래스 궁극마법을 마스터할수 있어야 한다. 드래고닉캐슬은 공간의 저편에 드래곤들이 만들어낸 공간속에 존재하는 성이므로 드래곤들이 호출할때만 모습을 드러내는것뿐 잠시후면 다시 공간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다. 워낙 모험가들이나 여행자들의 꿈의 성이므로 전설로나마 인간에게 친숙한 것일뿐 외부의 무단침입은 절대 허용하지 않은 절대적인 요새이다. 드래고닉캐슬에 출입할때는 캐슬로터 워프게이트가 지상으로 쏘아져 내린다. 일명 빛의 기둥이라 불리는 캐슬의 출입문은 오로지 드래곤하트에만 반응한다. 인간이나 타 생물들이 아무리 빛의기둥에 가까이 가봤자 아무소용없는 것이다. 간혹가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드래곤으로부터 탈취한 드래곤 하트를 가지고 가면 될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바보들은 없을꺼라 본다. 아마 그걸 시행했다간 드래고닉캐슬로 들어가자 마자 캐슬에 있는 모든 용들의 사랑을 듬뿍(??)받게 되리라... 오늘따라 난 더욱 늙어지는 것 같다...앞으로 이런 병신같은 왕자를 옆에서 계속 보좌해야 하는걸까? 나는...... 가자! 드래고닉 캐슬!(2) 빛의 장막이 걷히자 내가 본 것은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된 거대한 기둥이 둥근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거대한 신전같은 곳이었다. 그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300헤론(이곳에선 1m가 1헤론으로 표시된다. 이건 신전에 있을 때 배웠다.)정도 크기의 드래곤 수백마리가 들어와 있더라도 한참을 남을 만한 끝도 보이지 않는 공간이 내 뒤로 쭈욱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앞쪽에는 거대한 드래곤 넷이 위풍당당하게 빛의 게이트를 지키고 있었다. 그중 레드드래곤 한 마리가 우리쪽으로 쿵쿵거리며 걸어오기 시작한다. 그리곤 로드를 바라보며 인사를 건넨다. "어서오십시오 로드. 일을 잘 마치시고 각 일족의 수장들과 돌아오셨군요." 그 레드드래곤은 천천히 일행들을 하나씩 쳐다보다가 이내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렇자 그 레드드래곤은 '어?'란 의문사와 함께 내쪽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아!... 아마도 내가 드래고닉 캐슬에서 처음보는 얼굴이라 놀란표정으로 경계하는 걸까? 그렇다면 내소개를 해야겠지? "안녕하세요? 수고하시네요. 하하...전 장린이라고 해요. 여기선 다른이름으로 엘테미아라고도 하구요..." "......" 윽...씹혔다...우엥...내가 자기소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있는 거대한 드래곤은 내게 꽃혀있는 시선을 거두지도 않고 아무말도 없이 나를 바라보고만 있다. 왠지 불안한걸...그때였다. 갑자기 눈앞이 눈부신 빛과함께 거대했던 레드드래곤이 점점 작아지면서 하나의 인간형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눈부신 빛이 거두어지며 나타난 인간은 가드레일과 비슷한 타오르는 붉은 장발의 모습이었지만 가드레일과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난 인사를 받지 못해 그 레드드래곤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그 드래곤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갑자기 내손을 맞잡고 자기가슴으로 끌어들이며 하는 말이... " 그대도 제가 맘에 들었나 보군요...이런...원판이 너무 잘놔나서...그대와 내가 서로 반려가 된다면 세상 모든 여자들이 저의 사랑을 갈망하며 죽어가겠지만 저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저의 반려가!..." -퍽- 어디서 들어보았던 느끼한 말을 내뱉는 레드드래곤은 역시 반려의 뒷말을 끝내 마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내 품에 안겨 있었던 에셀리드민이 작고 통통한 다리로 눈앞의 레드드래곤의 면상을 짓 뭉개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자 그 레드드래곤의 얼굴에는 조막만한 발자국모양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눈꼬리가 올라가며 화난 어조로 에셀리드민에게 소리쳤다. "이,이게 무슨짓이냐 에셀리드민!! 아무리 내가 잘나고 대륙 제일의 미청년이다 보니 인기가 있는건 당연하겠지만 넌 아직 어리다. 에셀리드민! 난 지금부로 결정했다고!! 내 눈앞에 있는 여성에게 대륙제일의 사랑을 모두 주기!...." -퍼억!!!- 이번엔 같은 레드일족인 가드레일과 에셀리드민이 어느새 내품에서 뛰어내리며 동시에 무서운 주먹을 앞의 레드드래곤에게 날렸다. 둘의 섬광같은 주먹을 면상으로 받아버린 정체불명의 레드드래곤은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는 지붕까지 날라가 하나의 별이 되며 퇴장해 버렸다. 난 하도 황당해서 멍하니 있자 가드레일이 흠 흠 거리며 헛기침을 뱉으며 말한다. "저자식...누가 보면 레드일족이 모두 저녀석처럼 파렴치한으로 보이겠군...거기다 왕자병 말기라니...도대체 누굴 닮은거야?" "......" 난 내 목까지 올라온 '가드레일 너랑 똑같아!!'라고 말해주고 싶은걸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참았다. 그러나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셀리드민의 말을 기점으로 모두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똑같군...가드레일..." "붕어빵..." "판박이..." "쌍둥이..." "......" 그렇자 당황한 가드레일이 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어이...모두들 그렇게 말하면 진짜로 내가 저런 파렴치한 자식과 똑같은줄 알겠다~ 너희들 장난이 심한데??하하!...재밌는 조크였어~" 가드레일의 힘없는 어눌한 어조로 애써 당당한척하자 다시 회심의 일격을 준비하려던 일행들로부터 가드레일을 구하기 위해 온 천사가 등장했다. "어서 오십시오 로드." 갑자기 거대한 문에서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걸어오고 있는 여성은 긴 푸른생머리를 엉덩이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는 차가운 이미지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와 눈빛은 정말 한겨울의 얼음같은 시리디시린 얼굴과 목소리였다. 그녀가 한마디한마디 할때마다 주위기온이 내려가는 착각을 들게 할정도로... 내가 그녀의 첫인상을 평가하고 있을 때 그녀는 로드앞에 서서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한 장씩 둘러보고 보고하기 시작했다. "현재 드래고닉캐슬에 있는 총 드래곤수는 96의 드래고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로드와 일족의 수장들이 출타하고 나서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는 없었습니다. 로드가 지시하신 일도 수월히 진행되고 있구요. 오늘 오전을 기점으로 천계,마계,명계의 군주급 비서들에게 명하신 초청장이 마법으로 발송되었고 로미도니아대륙의 웰스레이라 로드, 캐이셜럭스대륙의 에이메리 로드, 그리고 세리브슈란 대륙의 비드서스 로드에게 직접 초청장을 발부했습니다. 인간쪽에선 35대 방문자 와트슨 에슈토레스와 46대 방문자 케이토스 브렌 로슈레인의 아들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인이 일행들과함께 참석할 예정입니다. 아마 별다른 일이 없다면 식은 일주일 후에 거행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로드." "음...수고 했어 키슐로이...아!...내가 소개를 안했지? 자! 우리가 그렇게 생고생을 해가며 찾아낸 우리들의 시조! 엘테미아님이셔 인사해 키슐로이." 전혀 알아듣지 못할 보고였지만 초청장을 보내는 걸로봐서 무슨 연회같은게 열리나 보다. 그러다가 로드가 키슐로이라고 불린 차가운이미지의 여성에게 나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싸늘한 시선으로 로드를 바라보던 키슐로이의 푸른눈이 이젠 시선을 돌려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와...저런 시리딘시린 표정만 아니라면 정말 아름다울텐데...범접하기 힘든 표정을 짓고 있는 키슐로이를 보자 무언가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났다. 혼자서 키슐로이의 장,단점을 논하고 있을 때 문득 키슐로이를 바라보니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키슐로이의 푸른눈이 약간의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고있던 서류를 힘없이 바닥에 떨어뜨리며 포커페이스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어...어...키슐로이가 왜저러지?? 다른 일행들도 이렇게 표정이 드러나는 키슐로이를 본적이 없는지 눈을 크게뜨고 바라보는 중이었고 나도 덩달아 놀라서 키슐로이를 바라보았다. 그렇자 키슐로이는 약갼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고쳐쓰며 이내 로드에게 시전을 돌리고 말했다. "로드.....우리들의 시조라면 수백만년을 살아왔을텐데 저런 어린 소녀의 형상이라니요...정말 우리들의 시조이신 엘테미아님이십니까? 저 소녀가?" 에에엑~~~??? 이건 또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리?? 내가 수백만년을 살았다고? 하하...황당하네요!! 전 이래뵈도 올해 16살밖에 안된 꿈많은 사춘기 소녀인데.. .나는 다시 나에게 할머니 소리를 들을까 두려워 항변아닌 항변을 해야 했다. "저,저기...키슐로이? 전 이제 막 16살을 먹은 소녀인데...수백만년을 살았다니요...농담도 잘하셔라...하하...(;;)" 모두에게 일체 나에게 의심을 갖지 말라! 라는 오라를 펼치며 항변했지만 일행들의 표정에는 '아!...지금까지 그생각을 잊고 있었군!...' 이라는 혼란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난 그렇게 오래 살은 할머니가 아니야...우엥... "저,저기...나는..그렇게 오래 살지..." 그렇나 나는 더듬거리는 말을 끝내 다하지 못하고 바톤을 로드에게 넘겨줘야했다. 갑자기 자기결론을 내버린 로드를 기점으로 저마다 생각하는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흠...만약 쭈그렁탱이 할망구의 모습에서 지금 엘테미아님의 소녀의 형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꽤 많은양의 마나유동이 느껴져야 하는데 지금 엘테미아님에게서는 기본적인 마나유동 말고는 모든 마나는 침묵상태야. 신기하게도 저게 본래의 폴리모프한 형상이라는 거지. 아주 자연스러운 형상..." 로드의 논리적인 설명에 모든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어,어이...다들 날가지고 뭣들 하는거야....그때 하얀머리의 미(美)중년 다헬론이 로드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렇군...혹시 최초의 드래곤이니 만큼 영원히 늙지 않는 권능을 부여받은게 아닐까?" 다헬론의 말에 이제 가드레일이 덧붙인다. "호오~그럼 엘테미아님을 잡는 사람은 봉잡은 거로군!" "......" "......" 역시 레드일족은 어쩔수 없는 파렴치집단이야...모두들 내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싸늘한 시선이 가드레일에게 일제히 쏠리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다시 지들끼리 모여 나를 가지고 토론까지 하고 있었다. 아...제발 못알아 듣는 소리로 날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걸 누가 멈춰줘~흑...그때였다. 연신 차가운 표정으로 침묵하고 있던 키슐로이가 검지손가락으로 안경을 고쳐쓰고 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뵙겠습니다. 엘테미아님. 저는 블루일족출신의 로드보좌관을 맡고 있는 키슐로이 트라이렌싱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오옷...지금 답답한 상황을 해결해준 키슐로이가 갑자기 천사처럼 보이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어쨋듯 상황을 종결시킨 키슐로이에게 감동한 나는 약간 오버적인 인사를 건네었다. "응~! 키슐로이 나야말로 잘부탁해~!" 라고 말하며 키슐로이의 품에 와락 안겨버렸다. 그리고는 키슐로이의 두손을 맞잡으며 화사한 미소를 보내고는 다시 말했다. "키슐로이는 웃는다면 더 예뻐보일텐데...아쉽다...그치만 그건 자기 개성이니까...앞으로 친하게 지내줘 키슐로이." "......" 난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키슐로이를 바라봤다. 그렇자 키슐로이는 절대 웃지 않을 것 같던 얼굴이 약간의 홍조와 함께 어색하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오오오옷!! 역시 내눈은 정확했어!! 키슐로이가 웃으니 마치 새하얀 눈이 쌓인 벌판에 홀로 핀 아름다운 꽃처럼 약간 언벨런스하지만 묘하게 끌어당기는 마력적인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때 난 내 눈앞에서 무언가 붉은 형체가 재빠르게 스쳐지나가는걸 느꼈다. 그래서 앞을 보니 어느새 키슐로이의 두손을 맞잡은 가드레일이 진지한 눈빛을 하고서는 다시 느끼한 언어폭력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아~키슐로이...난 천신만고 끝에 결정했다. 너와 대륙제일의 카리스마를 지닌 내가 영혼으로 각인된 사이라는걸 세상 모든 여자들이 알게된다면 피를 토하고 절규하며 죽어가겠지만 나는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상관안겠다! 어때? 키슐로이! 나의 반려가!....." "......."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가드레일은 반려의 뒷말을 끝내지 못했다. 어느새 서류뭉치를 돌돌말아 시퍼런 검기를 만들어낸 키슐로이가 아까보다 더싸늘한 시선과 함께 3헤론(1헤론=1m)이나 되는 검기로 가드레일의 면상을 풀스윙으로 때린 것이다. 이에 강한 스파크가 난무하며 가드레일은 끝이 보이지 않는 대전의 뒤로 날라가며 퇴장했다. 가드레일이 잡았던 자신의 손을 자기옷에다 슥슥문질르며 기분나쁜 표정을 짓고 있던 키슐로이는 로드에게 짤막한 이별의 인사를 건네고 돌아섰다. 돌아서면서 그녀의 시선에 잠깐 내게 머물렀는데 그녀는 다시 내게 생긋미소를 보내준건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아니, 다른일행들도 흠칫하고 몸을 떨고 있는걸 보니 착각이 아닌 것 같다. 그러는 사이 키슐로이는 이내 또각또각소리를 내며 거대한 대전문을 지나 총총사라졌다. 얼마간 키슐로이가 사라진 문을 바라보앗을 때 다시 미중년 다헬론이 나를 보며 말했다. "엘테미아님은 아무래도 여성체,남성체를 불문하고 전 드래곤들에게 사랑받는 분이신 것 같군요." "그런거 같아. 지금이야 엘테미아님이 우리랑 같이 있었기 마련이지...아마 혼자계셨더라면 가드레일같은 파렴치,호색한,변태,느끼남에게 무슨일을 당할지도 몰라.. .이건 완전 늑대소굴의 양한마리 격이군..." 다헬론과 액시드옥션의 말도안되는 소리에 나는 반박하려 했지만 일행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하...말도안돼...전드래곤들을 늑대취급하다니... 가까이 있는 티제이븐만 봐도 그래...이제까지 함께 동행하면서 내게 쭉~ 무관심했다고...뭐...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일부러 다가갈 처지도 아니었고 말야... 그래서 난 모두에게 말했다. "어이~ 너무 비약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아...티제이븐을 봐. 아마 나랑 티제이븐 둘만 있어도 아무일도 안일어날걸? 그렇지 티제이븐?" 내말에 일행들 모두가 티제이븐에게로 시선이 쏠렸다. 역시 티제이븐! 모두의 시선을 받는데도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당당한 태도다. 팔짱을 끼며 서있던 티제이븐은 녹색머리의 엘프형상을 하고 있었는데 천천히 나를 바라보며 예의 무미건조한 미성의 목소리로 말했다. "위험합니다. 엘테미아님 행여나 그런생각 하지 마십시오. 만약에 그런상황이 벌어진다면 저도 엘테미아님을 원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부디 조심하시길..." "......" "......" "......" 우에에엥...믿었던 티제이븐마저...모두들 티제이븐의 황당한 발언에 입이 떡하니 벌어지고 있었다. 에라 난 몰라~ 난 분위기도 반전시킬겸 로드를 바라보며 그간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저,저기 로드? 아까 무슨 천계니,다른대륙이니...많은 곳에 초청장을 보내던데 드래고닉캐슬에서 무슨 큰 행사가 있나보지?" 로드는 내말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예의 귀여운 호호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싲작한다. "호호호호~ 그럼요~ 아주 중요한 행사지요~! 바로 엘테미아님의 귀환을 축하하는 환영회랍니다." "헤에~엘테미아란 드래곤 대단한가보네? 천계나 마계,명계의 군주들이랑 다른 대륙의 드래곤로드들까지 참석하는걸 보면 말야...엘테미아라...엘테미아...엘테미아라고??" 헉!....잠시 잊고 있었다...엘테미아는 바로 나잖아!!! 난 그렇게 혼자서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고 로드의 웃음소리와 저기 뒤에서 힘겹게 걸어오는 가드레일들을 뒤로 한 채 드래고닉캐슬에서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에셀리드민의 냉기어린 독백을 듣지 못한채... "키슐로이...위험하군..." 가자! 드래고닉 캐슬(3) -짹 짹,짹- 온통 아이보리색 바탕의 고풍스런 실내에서 화사한 아침햇살이 창문을 통해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하늘거리는 투명한 커튼이 불어오는 포근한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고 햇살과 함께 들어온 바람은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아름다운 은빛실들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으응..." 바람에 살랑거리는 은빛실들이 새하얀 볼에 닿자 간지러운 듯 대략 16세정도 먹어보이는 소녀는 하얀이불을 뒤척이며 은빛실들이 달콤한 잠에 방해가 되자 '으엥' 거리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그러다 이내 몇 번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곤 끝내 하트모양의 핑크빛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나 한손으로 반쯤 풀린 눈을 비비적 거렸다. 그렇다 반쯤 열린 창문에서 햇살과 함께 살랑거리는 커텐쪽으로 다가가 두손으로 커텐을 활짝 치자 약간 어두웠던 실내에 따스한 아침햇살이 방안을 가득채웠다. 그리곤 창문을 활짝 열어 불어오는 상쾌한 공기를 기지개와 함께 만끽하기 시작했다. "호에에에~캐슬의 아침도 보통 지상과 별다를 바 없네? 아니 오히려 더 멋져보이는걸?" 캐슬에 도착한지 이제 하룻밤이 지났다. 어제는 정말 16년 인생에 너무 힘든 날이어서 로드와 에셀리드민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이처럼 상쾌한 아침을 다시는 맞이하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내 키를 훌쩍 뛰어넘는 창가에서 고개를 돌려 내 침대에서 아직도 자고 있는 귀여운 아이들 봤다. 배게도 하트모양의 핑크빛칼라에 노란레이스가 달려있었고 그 베게에 고개를 옆으로 뉘어 조막만한 손을 꼼지락거리며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다. 에셀리드민의 은빛머리칼이 그녀의 뒤쪽으로 부산하게 흩어져 있었고 두 귀는 커다란 방울이 달린 고양이 귀모양이 양쪽으로 축 늘어진 모양새가 초 귀여웠다. 하늘색의 잠옷이 무척 잘어울렸고 에셀리드민은 완전 이불을 내팽개치고 통통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고 있었다. 그녀의 엉덩이를 보니 역시 귀여운 고양이 하얀색 꼬리가 복슬복슬하게 말려있었고 꼬리의 끝에는 빨간리본이 귀엽게 묶여 있었다. 에셀리드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게 귀여운 어린아이라는 걸 알고는 어제밤에 '변해라 변해라~ 초귀여운 묘인족의 에셀린~~~'이라는 멋진(?) 주문을 외치며 묘인족의 꼬마로 폴리모프했던 것이다. 덕분에 나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몇시간동안 이성을 잃어야 했다...침대를 보니...조금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침대가 하트모양으로된 괴이한 구조에다가 칼라도 핑크빛이라 야시시한 분위기의 방이었지만 어린 소녀의방이란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정겨운 방이었다. 천장에는 아름다운 문양이 조각되어있는 다색의 천장과 아담한 샹들리에가 메달려 있었고 여기저기 귀여운 인형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곳곳에는 아름다운 나무들의 줄기가 여지기저 설켜 있었지만 이파리가 귀여운 둥근 모양이라 주위 가구와 함께 자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예상하고 있겠지만 이방은 에셀리드민의 방이다. 원래 내가 머물 방은 따로 마련될 예정이었지만 에셀리드민의 발악적인 권유로 에셀리드민과 함께 자게 되었다. 나도 그리싫진 않았고 어제는 에셀리드민이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흔쾌히 허락했던 것이다. 침대를 지나치니 아담한 화장대가 보였다. 자연 그대로의 고급스런 나무를 아름다운 문양으로 양각되어 있는 거울과 함께 각종 장신구들과 화장품, 빗등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세면장이 있었는데 문을열고 들어가보니 에셀리드민을 보고 조각한듯한 석상은 10살짜리 꼬마가 귀엽에 앉아 있고 두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는 포즈로 조각된 석상이었다. 그 조막만한 두손에서는 투명한 구체가 둥둥 떠있었는데 내가 가서 손을 내미니 알아서 물이 쪼르르하고 떨어졌다. 나는 그물로 세안을 하려다 이 긴머리를 감아야 하는 생각에 걸치고 있던 하늘하늘한 레이스를 달고있는 잠옷을 벗고 아예 분수같은 구조로 된 세면장에 들어가 머리위에 떠있는 구체에 손을 내밀어 물이 쏟아지게 만들었다. 커다란 빨간 구체와 그옆에 점점 작아지는 구체들이 늘어져 있었고 반대편에는 그와 비슷한 형식으로 파란 구체가 있었다. 나는 빨간구체를 한 4개정도 손을 스쳐 밝히고 파란구체를 하나만 밝히자 샤워하기 딱좋은 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아침에 샤워를 하고나서 옷장을 열어 언제 갖다 놨는지 내게 딱 맞을법한 옷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드레스부터 시작해서 여행하기 딱 좋을 만한 간편한 브라우스와 치마까지 가지가지옷들이 있었다. 난 그중 깔끔하게 생긴 연두빛 브라우스와 그와 셋트로된 무릎까지 오는 고풍스런 문양이 새겨진 치마를 둘러 입고는 부드러운 붉은 양탄자가 끝없이 이어진 복도로 나왔다. 복도의 곳곳에는 푸른 빛을 발하는 마법진들이 20헤론(1헤론=1m)마다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 마법진안에 들어가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떠올리며 워프라고 외치면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되는 마법진이었다. 나는 그 마법진으로 들어가 속으로 로드의 집무실 이라고 생각하자 주위풍경이 갑자기 물렁거리며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멈추는 느낌이 드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이미 반짝이는 금빛보석들로 드래곤이 조각되어 있는 화려한 문앞에 있었다. 헤...여기가 바로 로드의 집무실? 나는 딱 사람크기의 허리쯤에 위치해있는 문에 달린 푸른구체에 손을 갖다 대었다. 손을 대자 그푸른 구체에서는 잠깐 빛이 깜빡깜빡 거리더니 이내 소리없이 화려하고 거대한 문이 스르륵 열리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벽에는 커다란 골드드래곤을 유화로 그린 멋진 그림이 늘어져 있었고 곳곳엔 멋진 칼과 방패등이 한쪽구석에 장식되고 있었다. 그리고 수풀이 우거진 복도를 조금 걷자 이내 커다란 실내와 높이가 대충 5,6헤론정도 되어 보이는 창문에 아침햇살을 받으며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로드가 보였다. "로드~~안녕? 잘잤어?" 내가 로드에게 다가가 아침인사를 하자 그제서야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내쪽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이내 화사한 미소와 함께 내게도 아침인사를 건넨다. "아...엘테미아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혹시 에셀리드민이 귀찮게 굴거나 하진 않았겟죠?" "후훗...아니 그런건 없었어~ 오히려 내가 에셀린을 귀찮게 했을지도 모르겟는걸??..." 가까이에서 보니 로드는 어제 입고 있던옷 그대로 입고 있었다. 눈가엔 약간의 기미가 낀것과 부스스한 백금발의 머리를 보니 아마도 밤을 샌 듯 보였다. "로드? 너 혹시 어젯밤 그대로 샌거야?" 내 질문에 로드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다시 호호거리며 웃었다. "호호호호호 이정도야 거뜬해요. 게다가 자리를 몇일 비운것도 있고 이제 6일후 거행되는 엘테미아님의 환영회도 성대하게 치러야죠 호호호호" 흐에...로드가 밤을 샌건 모두 나와 관련된 일이다. 왠지 미안해 지네...그건 그렇고 나를 위한 연회를 취소하면 안되나... 그런자리 한번도 가본적도 없고 어떻게 할줄도 모르는데...흐엥... 그래서 나는 로드에세 투정조로 말했다. "로드~그거...내 환영회라는거 말야...그거 안하면 안될까? 나하나 온 것 가지고 뭘 환영회씩이나 열고 그래? 그냥..." 그러나 난 말을 모두 잇지 못했다. 갑자기 로드가 들고 있던 서류를 꽉 움켜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돼욧!!"이라며 소리쳤기 때문이다. 갑자기 타오르는 로드의 기세에 눌린 나는 멍하니 로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초의 드래곤이신 엘테미아님을 보기위해 학수고대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으신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이미 마계의 일곱군주중 테리오르가님만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하시기로 했고 타대륙의 세명의 드래곤로드들도 모두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천계에서는 대천사장 미카엘님과 가브리엘님과 함께 빛의 천사들이 참석하기로 기별을 받았고 명계에서는 아직 확답을 듣진 못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인간쪽에선 최연소 소드마스터와 9서클 궁극마법을 마스터한 드래곤들도 인정하는 마검사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인이 참석하기로 했다구요~비록 35대 방문자 와트슨 에슈토레스는 행방이 묘연해서 초청장이 닿질 못한모양이지만 아마 드래고닉캐슬에 올 기회를 잃었다는걸 알게 된다면 땅을 치며 후회할 거에요~! 엘테미아님은 아마 전 차원계중에서 가장 아름다우실 거에요~ 그러니 꿇릴 것도 없고 당당히 기다려 주세요~~호호호호호" 길다란 말을 숨한번 안 흩트리고 말하는 로드는 호호호웃음소리를 끝으로 다시 힘없이 주저 앉았다. 그리곤 하얀 손으로 목뒤가 아픈지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아...왠지 피곤해 보이는 로드가 안되보인다. 드래곤의 나이로 보면 이제 막 성년에 들기 시작할 나이일텐데...난 로드의 피곤을 덜어주고 싶다고 속으로 간절히 염원했다. 그렇자 아니 내 가슴쪽에서 금빛기류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나타난 금빛기류를 보고는 깜짝놀라 나도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렇자 허공에 떠있는 금빛기류가 이내 로드의가슴속으로 빠르게 흡수되더니 로드의 전신을 잠깐 감싸고는 그대로 빛은 사라져 버렸다. 그렇자 약간 피로해 보였던 로드는 어느새 눈밑의 기미가 없어지고 다시 백금발의 아름다운 머릿결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와 로드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내 로드가 감탄조로 두손을 자기 가슴쪽으로 쥐고는 나를 보며 초롱초롱 눈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아~엘테미아님 고마워요! 어쩜 육체적 피로뿐만이 아닌 정신적 피로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풀 수 있는 마법을 구현할수 있는거죠? 저도 가르쳐줘요 엘테미아님~~!" 로드의 예쁜 아양에 난 모든걸 들어주고 싶었지만 마법이라니...난 마법따윈 하나도 모른다고...그냥 로드의 피곤을 덜어주고 싶다고 속으로 간절히 염원했을 뿐인데.. ..그래서 난 마음을 다잡고 로드에게 고백하기 시작했다. "저,저기 로드...나 말야...사실..말야..." "네? 엘테미아님?" "나 사실...마법이 뭔지 몰라." "......" "난 말야? 마법은 하나도 몰라...마법이 뭐야?" "......장난...하시는 거죠? 엘테미아님? 호호호...재밌다..." "자,장난 아냐...내가 마법을 알았다면 왜 스타판에게 잡혀갔겠어..." "......." "......" 갑자기 로드가 엄청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그러더니 내쪽으로 농구공만한 불덩어리를 만들더니 인정사정 볼 것도 없이 내쪽으로 던진다. 우아악! 로드~ 갑자기 왜그래??? 난 하도 깜짝 놀라 아무것도 할수 없이 두팔로 얼굴을 감싸고 그대로 주저 앉았다. 한참을 그렇게 눈을 꼬옥 감고 있었으나 불덩어리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로드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몇분이 지나자 이내 입을 열었다. "엘테미아님...고대의 창조신역사서에 따르면 엘테미아님은 어떤 계기로 인해 다른 차원의 틈으로 사라졌다고 기록되어 있죠. 그런데 어떻게 이슈테리아 대륙으로 다시 오게되었죠?" 로드의 뜻밖에 질문에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내가 살던 한국이란 곳과 내가 예림이를 통해서 여기까지 오게된일,일어나 보니 필란트 공국의 작은 숲이었다는 사실까지 전부 말해주었다. 나의 스토리가 끝나자 로드는 한손을 턱을 괴고는 짐짓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보고 말을 이었다. " 흠...그런세계가 존재하는지 저는 오늘 처음 알았네요. 나중에 드래고닉캐슬에 바퀴달린 자동차를 마법으로 만들어 내면 재밋겠는데요? 후훗...엘테미아님의 말대로라면 정말 수백만살먹은 드래곤이 아닌 겨우 16세의 소녀이네요? 그런데 갑자기 차원이동과 함께 새로운 육체를 얻고 지금 이순간까지 왔다는 예기지요? 흐음...그렇다면...차원이동으로 인한 마나의 고갈로 그동안의 기억을 모두 잃었거나 윤회의 법칙에 적용되 엘테미아의 영혼이 장린의 몸에 들어가 엘테미아의 운명을 씌었을 수도 있겠군요. 여러 가지 가설이 나올수 있겠지만...중요한건 현재 엘테미아님은 확실히 존재하고 계시고 엘테미아님은 과거에도...그리고 현재에도...앞으로도 존재할 가치있는 생명이라는 거죠" 로드의 말이 뭔지는 잘이해가 안갔지만 마지막말이 내가슴에 따뜻하게 다가왔다. 나는 괜시리 나오는 눈물 한방울을 손으로 훔치고는 로드에게 웃어주었다. "고마워...로드" "호호호호 뭘요~엘테미아님 마법은 정말 쉬워요. 인간들은 갖가지 수식과 엄청난 수련으로 마나를 축척해야 마법사다운 마법을 쓸수 있지만 우리 드래곤들은 마법생명체! 대자연의 마나가 저희들의 심장을 경유해 돌고 있기 때문에 마나걱정도 없고 의지만으로도 마법을 구사할수 있으니까요. 자 엘테미아님~머릿속에 좀전에 보앗던 불덩어리를 생각하시고 손으로 끌어올린다...라고 자신의 의지를 넣어보세요. 아마 그러면 어느새 엘테미아님의 손에는 아까 보았던 불덩어리가 활활 타오르고 있을꺼에요. 그 마법의 이름은 화이어볼! 자 해보세요 엘테미아님!" 난 로드의 말을 경청하며 내손에 좀전에 보았던 불덩어리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불덩어리가 내손위에 들려 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리고는 시간은 하염없이 지나갔다. 어느새 태양은 점심시간을 훌쩍 지났는지 모두의 머리위에서 드래고닉캐슬을 비추고 있었다. 드래고닉캐슬의 장대한 골드궁에서 소녀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좀더 정확히 들어가자 로드의 집무실에서 맑은 미성의 목소리가 흐에엥...거리며 울고 있었다. "로,로드...흑...난 왜 안되지?" 나의 질문에 로드도 난처한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로드와 함께 화이어볼이란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갖을 애를 쓰고 있었지만 나오는건 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식은땀뿐이었다. 가자! 드래고닉 캐슬!(4) 엘테미아가 화이어볼을 시전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할 무렵 천계에서는 드래고닉캐슬로부터 온 엘테미아의 귀환 환영회에 참여할 두 대천사가 그들의 창조주를 배알하기 위해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의 창조주는 오로지 빛으로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어디서나 느낄수 있지만 함부로 볼수 없는 존재였다. 대천사 미카엘도 몇백년전에 딱 한번 자신의 창조주...즉 아버지를 볼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찬란하고 매혹적이며 상상할수도 없는 마력적인 모습에 한동안 넋을 잃은 적이 있었다. 미카엘은 빛의궁에서 자신과 드래고닉캐슬로 가게될 가브리엘과 함께 자신들의 창조주를 배알하려 하고 있었다. 가운데 앞머리만이 이마를 살짝 가리고 있었고 나머지 머리는 뒤로 틀어올려 묶고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이 불어오는 바람에 금빛가루를 뿌리며 현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인간과 구별해서 확실히 다른 이목구비가 보였다. 신비한 금빛눈썹과 속눈썹, 깊이를 짐작할수 없게 만드는 녹색의 눈동자 그리고 하얀 백옥같은 피부와 하얀 피부와 대조되는 붉은 입술...딱 꼬집어 말할수 없는 여성같으면서 남성같은 중성적인 모습을 하고있는 미카엘은 옆에서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는 가브리엘을 보며 고운 이마가 살풋 찡그러뜨리고는 한마디 내뱉는다. "시끄러." 미카엘이 드디어 자신에게 한마디하자 감격스러운지 두손을 가슴에서 마주잡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가브리엘은 녹색머리의 스포츠형식의 머릴 하고 있었고 뒤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길다란 꽁지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미카엘이 중성적인 이미지라면 가브리엘은 쾌활한 청소년 같은, 누가 보더라도 친해지고 싶은 천사였다. " 오~미카엘. 네가 제발 나에게 다섯음절 이상 얘기해주는 걸 언젠가 꼭 듣고 말테야~! 그나저나 드래곤들에게 시조드래곤이 귀환했다지 아마? 그래서 빛의 궁으로 호출을 받을 걸테고 말야." "어..." "캬...최초의 드래곤이면 도대체 몇 살을 먹은거야? 에...어디보자...하나...백...십만...백만....엑!!!! 정확히 3,452,456살이군 허... 지상생명체가 이리 오래살수도 잇는건가? 하긴...천계의 계보에 보면 그때 드래크로니므이스님이 꽤나 애지중지했다고 적혀 있던데... 자기의 권능을 모조리 다 시조드레곤에게 부여했나보네? 헤헤...하지만 300백만살이면 이젠 다 쭈그렁탱이 할망구가 되었겠다. 지금와서 그녀의 귀환이 무슨소용이람...드래곤들 앉혀놓고 시시껄렁한 옛날이야기라도 해주려나?" "글쎄..." 가브리엘은 계속해서 미카엘의 관심을 끌어보려 했지만 미카엘은 자신의 아버지 이외에는 절대로 다섯음절 이상 내뱉은 적이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인 자신에게 조차도... 드디어 황금빛으로 투명하게 빛나는 숲을 지나 빛의 궁에 당도했다. 빛의 궁은 여전히 실체가 없는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오로라가 성의 형태를 띄고 있었고 빛의궁의 높이는 자신들의 날개로 날아서 3일정도 풀스피드로 날아야 성의 지붕이 보인다. 앞의 정문을 보니 문을 지키는 호위천사들이 자신들 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렇자 미카엘은 고개를 까딱하고 인사를 하는채 마는채 했고 가브리엘은 '오옷~ 오늘도 좋은하루~수고해~'란 정겨운 인사를 건네곤 빛의 궁으로 입궐했다. 궁에 들어가니 여전히 빛의 오오라로 된 넓은 대전이 보였고 그들은 대전의 입구에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렇자 그들의 바닥에서 빛의 오오라가 그들을 받치고 점점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 10분정도 올라갔을까? 그곳엔 투명한 금빛꽃들로 가득찬 천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숲이 나왔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거대한 탑이있었는데 탑 주위로 작은 행성같이 생긴 동그란 구체가 머리위에서 수천 수만개가 탑을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지구와,금성,목성등 각 행성들을 축소시킨 모양으로...그 탑앞에 와서 미카엘과 가브리엘은 한쪽다리를 굽혀 무릎을 꿇고는 자신의 창조주께 배알했다. "빛의 대천사장 미카엘,가브리엘 창조주를 뵙습니다." 그렇나 그들이 인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위 풍경이 달라지거나 기이한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탑을 중심으로 돌던 구체들은 변함없이 같은 속도로 계속 돌고 있었고, 빛의 숲은 산들거리는 바람에 잠깐잠깐 흔들거리기만 할뿐 별다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산들바람처럼 아련한 목소리가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마치 숲속에 들어가 당연히 들려오는 소리, 수풀이 바람에 부딪히는 숲의 속삭임처럼 숲이라면 당연히 들려오는 소리였지만 그들은 그것이 자신들의 창조주의 목소리란 것을 알았고 또 들을수도 있었다. "미카엘...그리고 가브리엘 둘다 오랜만이에요." 창조주께서 말하자 미카엘은 얼굴을 들어 살짝 미소를 보이곤 하늘을 주시했다. 좀전까지만 해도 가브리엘에게 보여줬던 냉기어린 표정은 찾을래야 찾아볼수 없을 정도로 화사하게 웃고 있는 미카엘을 보며 가브리엘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왠지 불쾌한듯한 표정을... 가브리엘은 저런 미카엘의 모습이 싫었다. 왠지 미카엘이 미카엘이 아닌 것 같은 이순간을...매사에 무슨일이 일어나도 무관심했고 또 무슨일이 일어나도 '네가해라.' 라고 하위천사들에게 명령만 내리고 자기시간을 갖는게 일쑤였다. 어떤일을 당해도 어떤 말을 들어도 그의 얼굴은 눈만 깜빡거릴뿐 입이나 코나 눈이나 그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는 ...마치 얼굴근육이 마비된 천사처럼 표정이 드러나는 일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이순간 창조주를 만날때를 제외하고는... 그는 지금 이순간만은 가슴속에 뭍어왔던 자신의 사랑을 상대방에게 고백하는 여린소녀의 표정으로 잔뜩 상기된 볼과 한없이 따스한 시선을 어디든 존재하시는 창조주께 내보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창조주도 미카엘에게 잘해주는건 아니었다. 창조주께서는 언제나 다른천사들과 미카엘을 구별짖지 않았다. 자신의 첫 번째 아들들이었던 차원을 관장하던 신들도...창조신을 모시는 천사들도... 심지어 하급천사들에게도 언제나 공(公)에대한 말만 하시고 사(私)적인 말은 전혀 하지 않는 분이셨다. 아무리 미카엘이 창조주를 사랑한다 하여도 창조주님께서 보시기엔 자신이 창조한 작은 흙먼지조차 미카엘과 같은 취급을 하시는 모습을 어찌보면 잔인하신 면도 있는 분이셨다. 그런 그를 옆에서 지켜볼때면 왠지 가슴이 아프다. 닿지않는 사랑을 지켜본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가...난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가장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가 닿지 못할 사랑에 슬퍼하고 있을 때 자신은 자신의 무력함만을 느끼고는 위로조차 해줄수 없다. 미카엘은...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마치 날개가 부러진 작은 새가 부러진 날개로 다른곳에 날아갈수 없는것처럼... 그의 날개를 치료해주고 멀리멀리 날려주고 싶었지만 가브리엘이란 자신은 그저 무력하기만 했다. 그때 자연의 속삭임처럼 창조주의 목소리가 가슴속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언제 드래고닉캐슬로 갈 것인가요?" 그렇자 미카엘은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대뜸 대답했다. "예! 아마도 급할 것도 없으니 연회가 열리는 전날에 캐슬로 갈까 생각중입니다. 그런데 창조주시여..." "무엇인가요? 대천사장 미카엘..." "드래곤들이 자신들의 드래곤하트를 반환하는 시기는 대략 1만년에서 1만5천년정도입니다. 허나 이슈테리아 대륙에 귀환했다는 그 시조드래곤은 나이가 무려 300백만살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창조주의 법칙에 어긋난 것이 아닌가요? 어떤 조치를 취해야..." 미카엘은 뒷말을 흐리고 있었지만 그의 뜻은 최초의 드래곤인 엘테미아의 드래곤 하트를 자연에 다시 환원시키자는 말이었다. 쉽게 말하면 3백만살이나 살은 드래곤을 이제 그 생명을 거둔다는 의미였다. 그렇나 언제나 무심한 어조로 말하던 창조주께서는 이번의 대답은 확실히 다른감정이 들어가 있는 어조로 답했다. 꼬집어 말할수 없지만 인간들이 말하던 정(情)이란 감정을 담아... 얼핏 들으면 전과 다름없는 목소리였지만 우리들은 수천년간 들어온 일관적인 목소리가 다른 감정을 싣고 있는 것을 눈치채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경악과 함께 미카엘을 보자 미카엘은 그동안 소망했던 첫사랑이 잔인하게 파괴되어 모든걸 잃은 가녀린 소녀처럼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한없이 떨리고 있었고 입술은 파리하게 변했다. 그런 그를 곁에서 지켜보는 나도 심장이 미어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엘테미아의 생계는 그대 대천사장 미카엘이 상관할 필요가 없는 문제입니다. 나의 아들 드래크로의 최초의 자식. 아...엘테미아를 못본지 벌써 300백만년이나 지났군요...후훗...그때는 정말 동글동글한게 귀여웠는데...지금 타차원계의 문제만 아니라면 당장 달려가보고 싶군요.. .대천사장 가브리엘? 그대가 엘테미아의 모습을 보고난후 내게 알려주지 않겠습니까?" 이젠 경악을 넘어서 나는 허탈해졌다. 마치 자신의 자식을 불르는 듯 다정한 창조주의 목소리에 미카엘의 날개는 힘없이 늘어져있었고 얼굴은 땅만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두손에는 생기가 빠져나갈 정도로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그의 초록눈에서는 깊디깊은 불안함에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가브리엘?" 아! 난 창조주 앞이라는 것도 잊은 채 미카엘에게만 정신이 쏠려있다보니 엄청 무례를 저지르고 있었다. 그래서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네,넷! 드래고닉캐슬로 가서 엘테미아의 모습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했다가 공유하겠습니다. 창조주시여..."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작은 구슬만한 새하얀 빛이 우리들앞에서 수십만개가 휘몰아치며 끝내는 하나의 검의 형상을 만들어 냈다. 그 검은 온통 새하얗게 빛나는 레이피어형상을 띄고 있었다. 검신과 검날이 모두 투명했고 그 검은 가는 검신에 투명하고 미려한 곡선이 아름다워 검날이 빛에 반사되 굴절되는 모습이 다각도로 쏟아지는 환상적으로 빛나고 있는 보검이었다. 검날의 끝자락에는 아름다운 대륙공용어의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엘테미아와 드래크로]라고...그때 다시 창조주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이건 드래크로와 내가 엘테미아에게 주는 선물이랍니다. 가브리엘,미카엘 그대들이 나와 드래크로의 영혼의 한조각, 샤넬오르가를 엘테미아에게 전해주세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대천사장 미카엘 그리고 가브리엘." 나는 두손으로 그검을 받쳐 잡았다. 그 후론 더 이상 창조주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미카엘을 보니 어느새 그의 두눈엔 황금빛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지금 이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차마 위로를 해주고 싶어도 해줄말이 없다. 난 창조주의 진실된 모습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미카엘을 위로할래야 어떻게 무슨 식으로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차마 다른곳을 바라보라는 말조차도... 그렇게 계속 한쪽무릎을 굽혀 앉아있는 미카엘을 난 억지로 일으켜 세워 빛의 궁을 빠져나왔다. 어느새 그의 눈은 한없이 냉기어린 시린눈빛으로 오직 엘테미아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사랑을 빼앗아간 철전치원수처럼... 그는 내 인사를 들었는지 듣지 못한건지 아무 말없이 자신의 궁으로 돌아가 버렸고 나도 할말이 없어서 나의 처소로 돌아왔다. 앞으로 5일후면 드래고닉 캐슬로 가는 건가...엘테미아라...미카엘에겐 괴로운 시간이 되겠군... 그러나 가브리엘은 모르고 있었다. 미카엘이 드래고닉캐슬에서 창조주 외에 처음으로 인연을 갖게 되리란걸... 다시 무대는 드래고닉캐슬로 옮겨졌다. "헥..흐엥...헥...헥...흐에에엥..." "에,엘테미아님...이제 그만하세요...하하...때론 마법못하는 드래곤들도...아!...없구나...하하...원래 시조드래곤은 마법을 쓰지 못하나 봐요 하하......" 흑...다들 쉽게만 하는 화이어볼을 난 저녁때까지 하지 못하고 있다. 왜! Why!! 나제!!!.....흑흑...옆에서 언제 온건지 귀여운 고양이 귀와 꼬리를 살랑거리며 조막만한 앙증맞은 두손을 불끈 쥐고 응원하는 에셀리드민이 있었지만 흐엥...힘들다...그때였다. 무언가 엄청난 빛이 우리 셋을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옆을 보니 로드의 집무실 창밖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불과,바람과,얼음과,레이져와,전기와,검은색과,녹색의 산성이 섞인 거대한 무언가가 로드의 창문을 뚫고 우리들를 덮지기 시작했다. 순간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내가 당황하고 있는 사이 로드가 우리들의 앞을 막아서면서 바리어를 펼쳤다. 새하얀 장막이 우리들을 감싸며 이상 잡다한게 섞인 정체불명의 에너지파가 바리어와 부딪혔다. 정체불명의 에너지파와 로드의 바리어가 부딪히자 지축을 찢어발기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공간의 일렁거림과 사방을 난잡하게 비산하는 눈부신 스파크가 로드의 집무실을 모두 녹이고 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어마어마한 에너지파에 로드의 실드가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사태에 놀라 주저앉아있던 에셀리드민도 로드의 바리어가 깨질 것 같자 앙증맞은 두손을 펼쳐들고 로드의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렇나 아무리 계속 바리어로 정체불명의 엄청난 에너지파를 막고 있어도 에너지파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 쏘아졌다. 점점 힘이 부치는지 로드와 에셀리드민의 얼굴이 달아오르며 에셀리드민은 무릎을 격하게 꿇고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둘의 힘을 모두합친 바리어가 다시 금이가려하자 로드가 나를 힘겹게 바라보며 소리친다. "에,엘테미아님!! 여기는 저희들이 막고 있을테니 이틈에 최대한 멀리 도망치세요!! 저,저희들은 얼마 버티지 못합니다!...어,어서!!!" 마지막의 '어서'는 거의 비명조로 소리치고 있었다. 버티지 못한다고 그럼 어떻게 되는데? 설마...죽는거야? 싫어!! 말도 안돼!! 로드와...에셀린이 죽는다니... 상상하기도 싫어!! 아이들과 신전의 어르신들도 보내고 의지할곳은 너희뿐인데...난 죽어도 도망칠수 없어 발악적으로 소리쳤다. "시,싫어!!! 우리 함께 도망가자!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면 되잖아!! 제,제발 함께 가자!!" 거센 에너지파에 점점 새하얀 바리어는 무수히 많은 금이 쩌저적거리며 갈라지기 시작했고 로드와 에셀리드민의 가녀린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로드는 이젠 이쪽으로 시선을 돌리지도 못하며 애원조로 외쳤다. "워,워프나 텔레포트를 하기 위해선 바리어를 해제해야 해요!!...여기서 한명이라도 바리어를 해제했다간 순식간에 전멸이에요! 그,그러니 어서 엘테미아님만이라도!..." "싫어!!" 난 생각하기도 싫어 미친 듯이 외쳤다. 그때 잠깐 로드의 얼굴이 내쪽을 향했는데 그녀의 얼굴엔 '어째서...도대체 무었때문에?'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왜냐니? 당연하잖아...너희들은...이제 나의 소중한 친구들인걸... 그때였다. 이제 온전한 곳이 없는 바리어가 산산히 부서졌고 로드의 찢어지는 비명으로 나에게 도망쳐요! 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이제 절망 으로 물들어 있었고 죽음을 예견한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 흥! 웃기지마! 누가 죽게 내버려 둘것같아!! 난 순간 마음속으로 강하게 염원했다. 저 에너지덩어리를 소멸시킬수 있게...로드와 에셀린을 구할수 있게 해달라고...그리고는 나 자신도느끼지 못할 만 큼 섬광같은 속도로 달려나가 에너지파에 무방비한 둘의 앞을 맨몸으로 막아섰다. 그러자 로드와 에셀리드민의 눈이 커질대로 커져 경악의 외침을 토하고 있었다. 그렇나 난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일념하에 두손을 정체불명의 에너지덩어리에게로 뻗었다. 그러자 내손에서는 거대한 은빛기류가 생성되더니 골드궁 전체만한 거대한 원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거대한 원안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칠흑같은 어두운 공간이 그 원안에 생성되었고 은빛기류에 막혀있던 거대한 에너지파는 그 암흑의 공간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헉...헉....헉헉...." 우리 셋은 아무말도 없이 그저 숨이차 헉헉거리고 있었다. 난 이제 지상과 하늘이 자리바꿈을 하며 내 살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난 쓰러지고 있는 것 같았는데 어느새 다가온 로드의 차가운 손길이 느껴졌다. 힘없이 눈을 뜨고 로드를 보자 로드역시 안색이 창백해져 파래진 입술을 열머 눈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그리곤 내게 질문한다. "무모합니다. 엘테미아님...어째서...어째서 도망가지 않으셨어요?...엘테미아님에 비하면 저희들의 존재가치는 그다지..." 난 뒤에 나올 로드의 말을 내 손으로 막아버렸다. 그리곤 손으로 헬쑥해진 로드의뺨을 쓰다듬으며 의식을 잃기전에 말했다. "너희가 없다면...나도 존재할수 없으니까..." 저 멀리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키슐로이와 그의 뒤에서 7명의 각각 다른색을 하고 있는 드래곤들이 달려오는 것을 끝으로 난 의식을 잃었다. 엘테미아의 화려한 환영식(1) "꺄악~~♡ 로드 그만해~~더이상 못하겠어!!!" "헉!헉! 엘테미아님! 조금만 더요~조금만~♡!" "그,그만해! 이렇다 또 지쳐 쓰러지겠어 로드~♡!" "전 아직도 힘이 넘친다구욧~!" "더이상 나로서는 무리란 말야~흐에엥~~!♡" ......갑자기 아름다운 대사들이 난무한다...지금 로드와 내가 이상황까지 오게 된건 지금으로부터 7시간전...어제와 같이 난 에셀리드민의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에 깨어나니 밖에서는 여기저기 부산한 움직임과 소리들이 들렸다. 지금 드래고닉 캐슬은 한창 연회준비로 모든 드래곤들이 왔다갔다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휴...어제의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어제는 아직 3000살 미만인 청소년드래곤 7이서 자신들의 브레스를 융합시키는 프로젝트 일명' 수퍼 울트라 무적합체 우주최강 브레스!!'란 유치찬란한 작명으로 실험도중 그 7가기 속성을 합친 브레스가 공간을 뛰어넘어 갑자기 골드궁으로 닥쳐온 것이었다. 그 일로 나와 로드, 에셀리드민 외에 골드궁에 있던 드래곤들 7마리 정도가 모두 몰살당할뻔 했지만 어떤 천재미소녀 드래곤이 이를 해결해 주었다. 와~~그 천재 미소녀드래곤은 누굴까 헤헤~...아무튼 그일로 로드의 집무실과 침실이 모두 날라가버렸다. 하긴 당연한가? 그 무지막지한 브레스로 어마어마했던 골드궁 절반이 날라갔 으니...그래서 문제의 7에인션트 드래곤들은 우리에게 특히 나에게 손바닥이 발 바닥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그때도 뾰로통하게 삐져있던 나는 그들에게 '그럼 당신들이 골드궁을 부셔놨으니 당신들이 다시 재건하세요!' 라고 하자 불안했던 그들의 얼굴에 봄꽃이 만개한 것처럼 화사하게 웃기 시작했다. 나의 덧말을 듣기 전까지는... "단! 당신들이 부하라고 생각하는 드워프들 시키지 마시구요! 직.접.하.세.요!" 그말에 다시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일곱용들은 흐느적거리며 임시 집무실이 되어버린 실버궁을 떠나갔다. 그로부터 로드는 자신도 에셀리드민의 방에서 우리들과 함께 잔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에셀리드민이 또 발악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나야 왼쪽엔 예쁜이와 오른쪽엔 귀염둥이와 함께 자니 그다지 문제될게 없어 중립의 입장을 밝히자 오랜 연륜으로 결국 에셀리드민의 참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 다시 눈부신 햇살과 함께 일어나 보니 갑자기 뜨거운 무언가가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정신을 확! 차리고 앞을 보니 어제 로드가 날렸던 농구공만한 화이어볼이 나에게 쏘아진다. 갑작스런 일이라 나도 모르게 손을 앞으로 쭉 내밀고 무의식적으로 실드가 펼쳐졌다. -퍼엉~- 펑 소리와 함께 터진 화이어볼에 의한 자욱한 연기가 사라지자 나를 향해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로드가 보였다. 뭐야! 로드가 감히 나를 암살(?)하려 한거야? 그때 로드의 죄책감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 을 발견한 어린아이같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와~엘테미아님~ 공격마법은 치를 떨정도지만 방어계열 마법은 굉장하시군 요~~우리 아침먹고 수련실로가서 엘테미아님의 방어마법이 어느정도인지 확인해 볼래요?" 아침부터 왠 이상한소리? 감히 날 암살하려 들곤 예쁜웃음으로 넘어가려 하 다니...그렇다고 내가 용서할줄 알앗!! 내가 팔짱을 끼고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자 로드의 웃는얼굴에 땀방울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더니 잽 싸게 내게 달려와 내 가슴에 엉겨붙기 시작한다. "아이~엘테미아님 삐졌어요? 네? 이정도는 드래곤들에겐 기본적인 아침인사 라구요~~아~엘테미아님 뾰로통한 모습도 귀여워~" 그렇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는데...쩝...이러면 화낼 기분도 안난다구...흑.. 아무튼 그러게 암살당할뻔한 아침을 맞이한채 로드의 말대로 아침을 먹고나서 실버궁에 수두룩히 있는 워프게이트중 하나로 들어가 수련실로 워프했다. 수련실이라고 해서 특별한게 있을줄 알았던 나는 그저 사방이 초원으로 덮힌 끝없는 평원이었다. 정말 이 드래고닉 캐슬은 얼마나 넓은거야!!! 내가 이렇게 로드에게 외치자 로드 왈! 여기는 드래고닉캐슬이 아닌 또다른 공간이에요. 그러니 여기에서는 브레스나 9서클 이상의 궁극마법을 남발해도 전혀 드래고닉 캐슬에 해가 되지 않는 거죠~ 자 그럼 시작할까요? 엘테미아님~♡ 이라는 하트를 날리며 내가 마법을 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그랬다. 맨 처음은 화이어볼...블리쟈드...미티어스웜...처음엔 그저 싱글싱글거리며 막아내고 있었지 만...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켈록!켈록! 우에엥~로오오드으~! 운석까지 날리는거 너무하잖아...살살해줘!!" 내가 애교있게 말해봤지만 지금 로드에겐 씨도 안먹혔다. 흑...로드는 전부터 나를 미워했던게 틀림없어...흐헤에~또하나의 운석이 날라온닷 으아악! -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쿠- "헥...헥..헥..." "호호호호호호~엘테미아님 대단해요~메테오 스트라이크까지막아내 다니 호호호호~아마 엘테미아님의 프리즈마틱 스피어(Prismatic sphere) 는 드래곤중에 최고일꺼에요~~ 자 이번엔 저의 사랑의 결정체! 브레스도 막아보세요~♡" 로드는 화사한 웃음속에 섬뜩한 비수를 감추고 있었다...로드 미워!! 흑... 내가 뭐라 떼쓰기도 전에 로드는 이미 금빛광채와 함께 대략 400헤론정도 되보이는 거대한 금빛드래곤으로 현신했다. 허거걱...저 커다란 입에서 도대체 뭘 뿜으려고 그래~좋아!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아!!!어디 한번와보라고! 나는 괜히 오기가 나서거대한 로드에게 소리쳤다. "로드!!!! 한번만 봐줘~~~흐에에엥~~!" ......자존심이 구겨진다...흑...하지만 어쩌랴...살고 봐야쥐...그렇나 로드는 인정 사정없이 내게 거대한 금빛브레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흐에에엑! 진짜로 쏘면 어떻게해!!! 난 할수 없이 로드가 가르쳐준 프리즈마틱 스피어를 전개했다. 그렇자 나의 주위로 무지갯빛 구체가 생성되면서 거대한 레이져브레스에 나의 모습은 잠식당했다. 실드속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로드의 압박감에 견디기 힘들었지만 나의 프리즈마틱 스피어는 잘만 견뎌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이것으로 벌써 세 번째...로드 너 이렇다 죽겠다. 그동안 내게 쌓인게 많았던 모양이군...흐흑...그때였다. 로드가 자신에게 무리인 4번째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깜짝놀란 나는 로드에게 소리쳤다. "꺄악~~로드 그만해~~더이상 못하겠어!!!" "헉!헉! 엘테미아님! 조금만 더요~조금만~!" "그,그만해! 이렇다 지쳐 쓰러지겠어 로드~!" "전 아직도 힘이 넘친다구욧~!" "더이상 나로서는 무리란 말야~흐에엥~~!" 그때였다. 갑자기 수련실의 공간 한쪽에서 밝은 빛과 함께 6명의 사람이 등장 했다. 물론 폴리모프한 드래곤이겠지만...실버종족만 빼고 나머지 일족이 모두 모인 그들은 갑자기 나를 보더니 무언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세히 그들을 보니 나와,로드와 에셀리드민의 살해혐의가 있던 어제사건의 드래곤들이엇다. 그 뭐시기냐...'수퍼 울트라 무적합체 우주최강 브레스!!'프로젝트를 연구하던 룡들...근데 지금은 또 뭐야! 저기 보이는 여섯룡들은 저마다 이상한 가면을 쓰기 시작하곤 그중 빨간드래곤이 그들 일행들로부터 한발자국 앞서 나왔다. 그렇더니 손을 들어 한손가락으로 나를 멋들어지게 가르키며 주절대기 시작했다. "그린,블루,블랙,옐로우,화이트 보이는가! 저 사악한 마녀가 우리의 금빛종족을 우롱 하고 있다. 이렇다간 금빛종족이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드래고닉 캐슬의 수호자 바이오드래곤이 나설차례닷! 이 요사한 마녀 각오해랏!!! 모두들 전투태세!! 바이오슈트 착용!" 가,갑자기 무슨일이야!! 저 드래곤들은 도대체 뭐야!!누가 설명좀 해줘~~~앞에서 레드드래곤이 바이오슈트착용이라고 외치자 그들의 벨트에 박혀있던 돌에서 빛이 나더니 레드드래곤은 빨간색의 쫙달라붙은 옷이 빛과 함게 착용되고 있었고 얼굴에는 검은색 선글라스가 달린 헬멧을 손과 발에는 각각 하얀 장갑과 하얀 부츠가 착용됬다. 그들의 가슴엔 자신들의 속성의 빛으로 빛나는 구슬과 V자가 그려져 있었고 멋들어진 빨간색과 하얀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블루는 파랜색의 슈트를...골드는 노란색의 슈트를... 각기 여섯드래곤이 모두 바이오슈트라는 것을 착용하자 그들은 다이아몬드 진형으로 포메이션을 짜며 많이 해본솜씨로 아주 능숙하게 자신들의 포즈를 잡고 마지막으로 가운데에 자리잡은 레드드래곤이 두팔을 어깨보다 넓게 하늘로 들곤 '변신완료! 바이오드래곤!'을 외치고 있었다. 나와 로드는 그 장면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저 용들이 착하디 착한(?) 나에게 요사스런 마녀라며 날 악당취급하자 화가난 나는 녀석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아니!! 이봐요! 누가 대체 로드를 우롱하고 누가 요사스런 마녀란거에요!!" 그러자 통칭 레드 왈! "닥쳐라 요사스런 마녀!! 이제 우리 바이오드래곤이 출동했으니 더 이상 선량한 금빛일족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저,저것들이 정말...어디서 무슨 유치찬란한 대사만 주워들어 가지곤 하는 짓이 아~~주 꼴같잖아서 눈에 쌍심지를 켜고 소리쳤다.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그건 그렇고 댁들!!!" "말조심해라 마녀!! 우린 바이오드래곤이닷!" ".....저,정말!...댁들! 골드궁이나 수리하고 있으랫더니 여기서 놀고 있어도 돼는 거에요!! 나중에 로드에게 말해 댁들 징계준비하라고 할꺼에욧!!" "컥!!" "흡!!" "헉!!" "힉!!" 가지각색의 헛바람을 들이키고 있다가 다이아몬드진형을 유지하고 있던 옐로우가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 "헉헉!! 굉장한 정신적 압박공격이야...미안해 모두...나로선 더 이상 못 버티겠어..." 그러자 정의감에 불타는 바이오드래곤의 리더 레드가 소리쳤다. "무슨 약한 소리야 옐로우!! 정신차렷! 우리들이 여기서 무너지면 수많은 생명들이 한순간에 종말이닷! 우리 모두가 하나여야만 저 사악하고 요사스런 마녀를 물리칠수 있다는걸 너도 잘알고 있잖아!! 우린 할수 있어! 힘내 옐로우~~~!" 레드가 피를 토하는 외침으로 옐로우에게 말하자 가녀린 여성의 옐로우는 그만 레드에게 홀딱 빠진듯한 느낌으로 레드를 바라본다...그리고... "레드......" "옐로.....우...." 둘은 세계를 멸망시킬 요사스런 마녀는 안중에도 없는지 어느새 진한 포옹을 하고 있었다. 나원참 꼴사나워서...온몸에 닭살이 돋는다...그때 아직도 나를 의식하고 있던 그린이 그 둘을 잠시 말리고는 진지한 어조로 말한다. "아직 기뻐하긴 일러! 저 요사스런 마녀를 없애야 진정한 평화와 사랑이 온다! 이제 우리들의 마지막 수단! 바이오 스크류포를 쓸 수밖에 없어!!" "역시...그수밖에 없겠군..." "어..." 그러자 레드가 모두의 어깨를 다독이며 주먹을 불끈쥐고 '해보자!! 우린 할수 있어' 라는 고대영웅의 대사를 내뱉곤 그들은 여섯이서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레드드래곤 한 마리가 하늘을 활공하면서 두발로 들고 있던 대략 4,5헤론(1헤론=1m)정도 되보이는 멋들어진 대포를 바이오드래곤들 앞으로 떨궈놓고 그들머리위를 한바퀴 선회한후 홀연히 사라졌다. 그렇자 레드는 갑자기 쓰고있던 검은 선글라스가달린 헬멧을 벗곤 갑자기 나타난 레드드래곤이 홀연히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눈물한방울을 떨구었다...(;;) "역시...우리에겐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어. 고맙다. 바이오제트!! ...." "......" 어느새 수련실은 붉은 석양이 우리들을 감싸안고 있었다. 나와 바이오드래곤들 사이로 스산한 바람만이 낙엽과 함께 불고 있었고, 바이오드래곤들은 그린과 블랙이 통칭'바이오제트가 내려준 바이오 초전자 스크류포'의 앞부분을 한쪽 무릎을 굽혀 앉아 그들의 어깨로 메고 있었고 스크류포의 끝부분에는 블루,화이트가 각각 멋지게 삐져 나온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유일한 여성인 옐로우는 그들의 옆에서 100미터 달리기시합에서 출발신호를 보내는 사람처럼 한손을 머리위로 들고 있었고 레드는 스크류포의 맨뒤에서서 두팔을 하늘위로 뻗고 두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린상태에서 뚫어지게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얼마지나지 않아 그들 여섯드래곤들의 몸에서 각기 속성의 빛이 떠오르더니 스크류포의 스크류빔이 나오는 입구에서 광채가 발하기 시작했다. "바이오 포메이션!!! 바이오 초전자 스크류포! 초전자 스크류에너지 100%충전 완료! 전기관 올 그린!!! 발싸아아아아아아아~~~~!" 레드의 피를 토하는 외침에 정말로 스크류포가 빛을 발하며 나에게 이상한 에너지 덩어리를 토하고 있었다. 그 에너지 덩어리는 어제 보았던 7가지 속성중에서 얼음의 속성만을 뺀 나머지 속성들이 회오리처럼 회전하며 거대한 에너지파가 나에게 쇄도하기 시작했다. 우아아앙! 이것들 장난이 아니자나아아아~~!! 공간까지 일그러 뜨리며 쇄도하는 스크류빔을 나는 재빠르게 프리즈마틱 스피어로 방어하기 시작했다. 여섯가지 속성이 혼합된 에너지파는 로드의 브레스보다 훨씬 심한 압박감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나는 장난이 아니라며 나직히 욕을 내뱉고 더욱더 실드에 내 마나를 퍼부었다. -츠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사방이 나의 프리즈마틱 스피어와 녀석들의 스크류포가 부딪히며 새하얀 섬광 과 스파크가 주위를 초토화 시키고 있었다. 내심 로드가 도와주지 않나 하고 생각해 뒤를 힐끔 보니 로드는 자신의 거대한꼬리를 살랑거리며 '엘테미아님 파이팅!' 이란 팻말을 들고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다. 이씽~ 로드 미워!!! 얼마나 오래 버텼을까...나의 프리즈마틱 스피어가 온통 금이가 깨지기 찰나... 녀석들의 바이오 에너지도 바닥난 것인지 스크류포도 더 이상 쏘아오지 않았다. "헉헉헉헉...." 나는 초토화가 된 땅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녀석들은 그저 망연 자실 하게 비틀거리며 서있었다. 다시 여성체인 옐로우가 비관적으로 어눌한 음성을 토해냈다. "이,이럴수가...대충 이정도면 쓰러지는게 예의 아냐? 대본엔 이런거 없잖아?" "......" "모두 끝났어..." "세상은...종말인가...제길! 우리들이 조금만더 강했다면...흑..." 모두들 땅에 주저앉아 한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레드가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동료들의 절망속에서 레드는 희망찬 외침을 하고 있었다. "이,이건...바로 그거닷!!!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레드의 알 수 없는 말에 다른 다섯바이오드래곤들은 의문이 가득한 어구를 레드에게 남발하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야 레드! 우린 끝났어." "그래...바이오 초전자 스크류포도 소용없고..." 그때 레드가 그들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New Character.............." ".....?" "New Character(뉴 캐릭터).....?" 그러자 레드는 벼랑끝에서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광경을 배경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우리들의 힘으로 마녀를 물리치지 못하자 어딘가 세상속에 은거하던 강한 용사가 우리들의 동료가 되어 마녀를 무찌른다! 이건 분명 새로운 동료를 맞으라는 신의 계시닷!! 모두들! 힘을내!!!" 레드가 그렇게 외치자 나머지 녀석들은 언제 주저앉았느냐는 듯 벌떡 일 어나 저마다 반짝이는 빛을 배경으로 '그래!' '맞아!'를 내뱉고 있었다. 그때였다. 다시 저쪽에서 공간의 문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이 오드래곤들은 '우와와와와와~강력한 새로운 용사다!'라고 외치며 엄청 좋아했다. 나는 또한명의 떨거지들이 생겨나자 다운됐던 기분이 한없이 다운됨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빛에서 모습을 드러낸 일곱 번째 바이오드래곤은...... 지금 들어온 바이오드래곤을 보자 레드가 희망찬 외침을 뱉었다! "오오오오! 역시 7번째 동료는 초절정미소녀였군! 나이를 측정할수 없는 저 작은 몸! 하얀 은빛실같은 아름다운 머리칼!! 신비스런 분위기! 혹시 이계에서 우리들의 위기를 구하기위해 소환된 여신일지도 몰라! " 그러자 저쪽에서 새로온 바이오드래곤이 이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드는 뒤를 돌아 동료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모두들 멍하니 뭐해! 새로운 동료와 감격스런 만남씬이잖아!! 서로의 결의를 다지고 우정을 쌓고 사랑을 만들기엔 한없이 부족한 시간이라고! 가자!! 우리들의 새로운 동료를 위해!" 감동에 감동스런 장면을 연출하기위해 바이오드래곤들은 새로운 동료쪽으 로 우르르 달려가기 시작했고 나는 한숨만을 내쉬었다. 드디어 새로운 동료와 그들의 만남씬이 이루어지기 찰나의 순간이었다. -휙~~!- "......." "......." "......." "......." "......." 7번째 바이오드래곤의 용사는 바이도드래곤들을 아무 미련없이 지나쳐 내 쪽으로 달려와 내품에 안겨버렸다. 그러자 저쪽에서 바이오드래곤들은 경악에 경악을 느끼는 표정을 지으며 모두 헬멧을 벗고 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있었다. 정말 눈에서 레이져빔이라도 뿜으려나...그러자 털썩 주저앉으며 쓰러진 옐로우가 금빛머리를 휘날리며 피를 토하는 외침을 하고 있었다. "안돼~~실버!!! 돌아와~!" 옐로우의 처절한 외침에 경악스런 표정을 짓고있던 레드가 침통한 어조로 옐로우를 다독인다. "그,그만해...옐로우...이미 실버는 저 요사스런 희대의 마녀에게 영혼을 제압당했어. 비록 실버는 마녀의 곁에서 우리들과 적이 되겠지만 언젠간 우리들의 사랑과 우정으로 검게 물들은 실버를 구해주자! " 레드가 그렇게 말하자 옐로우는... "레드...." "옐로우......" "......." 그들은 희대의 마녀와 사로잡힌 실버는 안중에도 없는지 다시 뜨거운 포옹을 연발하고 있었다. 그때 아직도 나와 제압당한 실버를 의식하고 있던 그린이 그 둘을 말리며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우선 바이오캐슬으로 돌아가 훗날을 기약하자. 지금 당장은 마녀에게서 실버를 구출하는게 문제야..." 그러자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오늘은 물러가지만 다음번엔 반드시 무찔르고 말겠다!' 라는 악당의 인사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 왠지 허탈하네...그때 내곁에 어느새 인간의 형상으로 폴리모프한 로드가 내어깨를 툭툭거리며 위로한다. "이제 엘테미아님의 속성을 조금 알 것 같아요. 엘테미아님은 공격계열보단 방어계열의 마법이 드래곤을 넘어서는 굉장한 수준이라는 것을요 호호호...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니 엘테미아님 너무 속상해 하지 마세욧 호호호호~" 난 갑지기 무슨 생각이 번개처럼 지나가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로드에게 물었다. "로드...설마 이 모든일이..." "호호호~지나간 일은 우리 따지지 말아요~ 엘테미아님~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갑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드는 텔레포트로 어디론가 사라졌고 아직도 내 가 슴에서 얼굴을 비비적거리는 7번째 바이오드래곤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돌아가자...에셀리드민..." "응~! 근데 아까 그 멍청이들은 누구래?" ".....글쎄..." 엘테미아의 화려한 환영식(2) "휴~" 역시 내 입에선 깊은 한숨이 나온다. 지금까지 로드와 함께 수련한 결과 나는 방어계열과 치유계열은 여타 드래곤들도 엄두를 못낼만큼 경이로운 능력 이라고 했으나 공격계열의 마법은 왠지 바닥을 설설 기다 못해 우뚝 멈 춰 있다. 하긴...내 생활신조가 무상&태평이 아니었는가? 누구 죽일사람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내가 공격마법을 행할수 없다는 것은 내가 프러스로 작용할지도 몰라...훗날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을수 있으니 까...그래~다 좋게 생각하자구~하하하하하하하하..... 앞으로 나의 환영식이 열리는 날은 3일뒤로 다가왔다. 지금은 로드와 에셀 리드민과 함께 이것저것 환영식때 입을 드레스를 고르는중...지금 꽤 넓은 에셀리드민의 방은 온통 여기저기 드레스천지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시프트 드레스(shift dress),에이라인 드레스(A-line dress),부팡 드레스 (bouffant dress),점퍼 또는 블라우스 드레스(jumper or blouse dress) 등 현대시대에서 영화에서 보던것이랑 완전 차원을 달리했다. 도대체 이런 하늘하늘한걸 마구 달고선 어떻게 다니라는 거야? 여기저기 널려있는 스타킹 비슷한것과 구두부터 시작해 장신구,쇼올, 속옷과 거들같은게 이리저리 비산하게 널려있었고 로드는 용케도 다른 드레스를 골라와 그사이를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경이로운 신공(??)을 펼치고 있었다. "저,저기 로..드... 그냥 환영식날 아무거나 입어도 돼잖아?" 그러자 로드의 고운이마가 찡그러지며 나에게 쌍심지를 키고는 대들기 시작했다. 요,요즘 로드가 무서워졌다. 흐에엥... "아니~무슨소리에요!! 엘테미아님은 드래곤족을 대표하는 얼굴마담(??)... 이 아니라 여하튼 대표자격으로 환영식의 주인공이잖아요! 작은 핀하나도 소홀히 할수 없다구요~" "에휴~~~~" 여기저기 신기한지 드레스를 만져보고 있는 에셀리드민과 나에게 이것저것 입혀보는 마치 인형놀이하는 로드들을 보며 난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였나...네가 장린이 아닌 엘테미아로 불러진때가... 너무나 많은 일이 내 곁에서 일어나고 있어 그런 세세한 부분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 다. 이런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마치 엘테미아로 불려 질때마다 그간 한국에서 살아온 16년간의 내가 마치 꿈의 일부분처럼 느 껴질때가 있다. 분명히 꿈은 아닌데...내 가슴속에 버젓히 살아 숨쉬고 있 는 아릿한 추억들인데...그래서 난 로드와 에셀리드민을 진지하게 보았다. 로드와 에셀리드민도 나의 달라진 눈빛에 하던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 보 았다. "로드 그리고 에셀린...난 엘테미아지?" 내 엉뚱한 대답에 로드와에셀리드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갑자기 왜 저러냐 는 의문섞인 표정으로 나를 보고만 있을뿐... "저기말야...난 너희들을 만나기 전에는 장린이란 이름으로 불렸어. 물론 엘테미아란 이름이 싫은건 아니지만...뭐랄까...? 내가 계속 엘테미아로 불 리게 된다면 마치 내가 장린으로서 살아온 시간들이 꿈속의 허무로 변하 는 것 같아...그래서 말야...공식석상이 아닌곳에서 우리들끼리 있을때는 그냥 '린' 이라고 불러줄래? 로드,그리고 에셀린..." 그러자 에셀리드민은 내가 전에 어떤곳에서 살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에셀리드민의 특유의 단순함으로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로드는 나의 말에 공감이 간다는 듯 포근한 미 소까지 보내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알겠어요 린 린이 진정 엘테미아를 받아들일수 있을때까지 기다리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요 호홋..." "고마워 로드...아! 전부터 나 궁금한게 있었어 로드." 로드는 나의 마지막질문이 자신에게 향하자 미소를 지우지 않고 어서 말해보라는 듯 계속 나의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로드는 이슈테리아대륙 드래곤들의 대표자를 칭하는 이름이잖아? 난 로드라고만 불렀지 로드의 진짜 이름조차 지금까지 몰라 헤헤헤...나 참 무관심하지? 로드의 이름은 뭐야?" 그러자 로드는 내게 보내오던 미소를 지우며 크게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살며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쉰다. 그리곤 천천히 눈을 뜨고 상기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후훗...이거 이거...거의 천년만인가요? 누군가...로드말고 다른 이름을 물어봐 준건...제이름은 말이에요....이즈에요. 마얀루미오스 이즈, 저도 이즈라고 불러주세요 린,그리고 에셀리드민" 나는 예상대로 너무 예쁜이름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에셀리드민을 보자 마치 로드의 이름을 처음알았다는듯 이즈를 뚫어지게 쳐다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호호호홋 린 저 감동했어요~" 그러면서 로드...아니 이젠 이즈가 내게 다가와 내팔에 얼굴을 부빈다... 그리고는...내 귓가로 달콤한 음성을 속삭여준다. "아직 남은 드레스는 138개 남았어요~부지런히 입어보자구요~린." "호에에에에~~~좀 봐줘 이즈~~!" 그런 이즈를 보며 난 허둥지둥 뒷걸음질쳐 에셀리드민에게 어서 도망 가자는 맹렬한 시선을 보냈고 에셀리드민도 따분했는지 나에게 잽싸게 다가와 텔레포트로 순식간에 이동되었다. * * * 온통 투명한 금빛으로된 숲속에서 한명의 천사가 걷고 있었다. 분명 이곳은 환한 대낮이고 온통 금빛물결이 넘실거리는 아름답고 따스한 곳이었지만 지금 숲을 걷고 있는 천사의 주위에는 알 수 없는 한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앞머리가 눈썹 바로위까지 살짝 가리고 나머지를 포니테일로 묶어 무릎까지 내려 오는 길다란 아름다운 금발이 어색하게 보일정도로 차가웠다. 그 시리디 시린 초록 눈동자가 슬쩍 옆으로 굴러간다. 그렇자 그 사내의 뒤쪽에서 초록스포츠 머리의 꽁지머리를 길게길른 쾌활한 느낌의 청소년이 앞의 중성적인 이미지의 사내를 소리쳐 부른다. "여어~~미카엘 같이 가자고!" 하아...오늘도 역시 미카엘은 찬바람이 쌩쌩 부는구나...아니... 전에 창조주님을 뵙고 그 정도가 더욱더 심해진 것 같다. 아마도 드래고닉캐슬에 있는 '엘테미아' 란 존재 때문이겠지. 나도 솔직히 조금 궁금하긴 하다. 도대체 엘테미아란 드래 곤이 어떤 드래곤이길래 창조주의 마음조차 움직일수 있는것인지... 지금 나의 품엔 창조주님께서 엘테미아란 드래곤에게 전해줘야할 아름다운 보검...아니 이건 신검이다. 신검 샤넬오르가... 원래 일정은 연회가 열리는 하루전날에 드래고닉캐슬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허나 미카엘의 변덕으로 지금 출발하기로 된 것이다. "어이~미카엘. 천사장들도 같이가는거 아니었어? 다들 어딨어?" "나중에..." "....." 휴....알만하다...언제나 혼자있길 원하는 녀석...아마도 천사장들이랑 같이 가는게 꽤나 귀찮은 일이겠지 아마 그들은 연회가 열리는 하루전날에 캐슬에 당도할 것 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미카엘이 서두른다는 것은 역시...엘테미아란 드래곤 때문 인가...? 난 노파심에 미카엘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미카엘...그럴리는 없겠지만 엘테미아란 드래곤을 보더라도 허튼짓 하지마라." 내가 약간의 경고조로 예기하자 녀석은 걸어가던 걸음을 우뚝 멈춰서고는 서릿발 같은 냉기어린 초록눈이 나를 분노의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신경꺼..." "......" 그리고는 혼자서 몸을 휙돌려 천계와 물질계가 이어진 게이트로 걸음을 옮긴다. "휴~" 난 깊은 한숨과 함께 염원했다. 엘테미아여...부디 지금부터 연회가 시작될때까지 마주치치 않기를... 특히 미카엘을...녀석의 눈은 지금 한없이 불안했고 또 너무 불안해서 무서웠다. 두려움이 일고 있었다. 어디로...무슨짓을 할지 모르는, 마치 어두운 길을 한없이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어둠속에서 돌맹이도,바위도,절벽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걸려 넘어지고 부딪 히고 떨어져야 하는 공포를 안고... 나는 결심했다. 창조주께서 맡기신 이 샤넬오르가를 건네주고 미카엘과 바로 귀환하겠노라고... 로슈레인의 수도 니드로슈에는 커다란 황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제국과 왕 국의 황성보단 그 화려함은 덜했지만 타국의 황성이 갖지 못한 웅장함과 견고함 이 엿보이고 있었다. 특히 정확히 100채의 탑이 존재했고 탑의 끝자락에 위치한 100개의 크고 작은 종들이 새해의 시작때마다 크고 작은 종의 울림들이 하나의 화음을 형성하며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장관으로 유명한 황성이었다. 로슈레인의 황성의 본궁에서 국왕의 집무실에 대략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푸른 눈의 사나이가 아닌 전통적인 동양인처럼 검푸른 흑발에 검은 눈을 가지고 있 는 높게 솟은 코가 아닌 적당한 크기의 코와 날카로운 눈매, 굳게 다문 입술이 그 사내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었고 탄력있는 근육들이 존재하는지 그의 옷 맵시가 제법 날카롭게 비춰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이제 50대를 넘긴 로슈레인의 국왕 케이토스 브렌 로슈레인이 그의 아들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인 에게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고 있었다. "옛 생각이 나는군...너처럼 젋었을 때 들끓는 청춘의 열정을 쏟아 붓지 못해 나의 동료들과 무작정 드래고닉캐슬을 목적지로 잡고 여행을 했던 일이...그 때 리자드맨 때거리들로 부터 아직 어린 그린드래곤해츨링을 구해주곤 그의 답례로 캐슬을 여행하게 되었지. 캐슬은 진정 멋진곳이었다. 제일 매력적이었 던건 주위 풍경이나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궁이 아닌 그곳은 분쟁이 없는 곳이었지...인간들처럼 짧은 수명을 지닌 존재가 아닌 느긋한 존재들이었으니 .... 난 그게 너무 부러웠단다. 이곳처럼 권력투쟁이나 암투가 전혀 없어...특정 계층이라 봤자 로드와 일족의 수장들뿐이지...우리들은 왕이 되기 위해 친구를 죽이고...혈육을 해하고...백성을 다치게 하지만 그들은 서로 로드와 일족의 수장자리를 떠넘기고 있더군 허허허허...어쨌든 리류나드야...캐슬에 가서 좋은 것도 보고 배울건 배우거라. 그리고 좋지않은건 너라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 결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것도 좋겠지...그리고 잊지마라! 너는 로슈레인의 황태자다 단 하나뿐인 황태자. 언제나 당당한 사내가 되어라!" "네 아버님!" 그러나 리류나드는 그뒤의 말을 자신의 아버지 즉 국왕께 하지 않았다. '저는...드래곤이 싫습니다...' 태어나면서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저 주어진 힘만 믿고 떵떵 까부는 드래곤들 이 리류나드는 너무나 역겨웠고 벌레보다도 더 싫어했다. 그러니 이번 캐슬의 초청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이번 연회식때 가서 인간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봐라. 드래곤들이여...그랬다간 너희들을 모두 멸하고 말리라...나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인...너희 드레곤들쯤 일검에 날려버릴 자신이 있다!' 최연소 소드마스터에 경이적인 9서클 마스터...그의 7살이 되던 해에 그는 왕과 함께 해로를 이용해 다른나라로 초청을 받아 여행하게 되었는데 그만 갑작스런 태풍을 만나 배가 난파되었다. 그 사고로 국왕은 간신히 충성스런 부하와 함께 마법으로 탈출하게 되었지만 리류나드 왕자는 하필 그때 갑판위에 서 바람을 쐬고 있었으므로 구하려 할땐 이미 바다에 빠졌는지 모습조차 구경 할수 없었다. 그로부터 9년후...그는 어였한 청년이 되어 다시 로슈레인에 돌아 왔고 왕자를 잃은 후 국왕은 언제나 영민하던 왕자가 어디선가 살아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믿고 끝까지 죽은 왕비 대신 후궁조차 맞이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 다 백성들과 가신들에 못이겨 공작가의 어린 영애와 함께 할 수 없는 예식을 준 비해야 했을 때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 바로 리류나드였다. 이렇게 멋진 아버지와 아들이야기가 로슈레인 평민들의 만담가들사이로 퍼져 하나의 전설이 되고 있었고 돌아온 리류나드 왕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한 검술과 마법을 겸비한마검사가 되어 돌아왔다. 허나 세상사람들은...그리고 그의 아버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최연소 소드마스터와 경이적인 9서클 마스터가 그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엘테미아의 화려한 환영식(3) "헉헉헉헉~~!헉....에,에셀린~! 이제 안따라오지??" "응~! 이즈(로드)는 이제 안보이는걸?" 난 수많은 드레스공격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에셀린을 안고 이즈로부터 도망을 시도했다. 이게뭔짓이야~~~흐에엥...무슨 죄진것도 아니고... 무슨 개미허리 만들 것도 아니고 무슨 허리를 그렇게 졸라 매는지...그런 드레스 입고 무언가 먹는다면 아마 허리부터 다시 위로 올라오는 환상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어느덧 하염없이 뛰고 있던 우리들은 온통 은빛으로 빛나는 실버궁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높은 언덕까지 오르게 되었다. 우리는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최대한 언덕벼랑까지 다가가 가슴을 활짝 펴고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늘엔 처음보는 아름다운 깃털을 가진 새들이 활공하며 자유로운 하늘을 맘껏 누비고 있었고 불어오는 바람에 나와 에셀린의 은빛실들이 허공을 춤추며 아름다운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때 에셀린이 나의 품에서 내려와 갑자기 오른쪽 스웨터 안쪽의 주머니를 뒤 지기 시작했다. 에셀린의 주머니에선 잡다한것들이 다 나왔는데 이상한 새의 깃털이라든가 빨간 브로치,펜,팔찌등등 모두 꺼내서 풀밭에 아무렇게 나 던져놓고는 끝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조막만한 두손을 들어 내게 내밀었다. 에셀린의 두손에는 푸른구슬안에 하얀 구름이 넘실거리고 있는 신비하면서 아름다운 구슬이었다. "이게 뭐야? 에셀린?" 그러자 에셀린의 고양이귀가 활짝 위로 솟으며 눈엔 광채를 발하곤 초롱초롱 한 눈빛으로 내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말야~초~귀여운 에셀린이 직접만든거야. 여기에 마나를 집어넣고 말야~ 어떤 음성이나 노래를 부르면 이 구슬안에 저장이 돼서 언제 어디서든 다시 들을수 있는 구슬이야. 이건말야~ 에셀린이 린의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서 직 접 시간날때마다 만든거야. 리이이이인~~~이 에셀린을 위해 그때 그노래 다시 불러줘~ 응?응?응?" "......" 조막만한 통통한 두손으로 구슬을 자신의 가슴안쪽으로 쥐고는 초롱초롱 빛나는 두눈과 귀여움을 몇배로 증폭시키는 두귀...그리고 살랑거리는 고양이의 복실거리는 꼬리...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몇천년동안 계속보아도 질릴 것 같지 않은 저 몸짓과 형용할수 없을 정도로 귀 여운 표정...난 부탁이고 뭐고 다시 이성을 잃고는 나의 몸을 본능(?)에 맡겨 버 렸다. * * * 미카엘과 나는 천사장들을 뒤로하고 어느덧 빛의 정원을 지나쳐 물질계와 연결되 있는 빛의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로 향하는 동안 나는 미카엘에게 언제나처럼 이것저것 말을 걸곤했지만 역시 돌아오는건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에휴...좀전에 엘테미아일을 예기한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과연 이녀석...언제까지나 이렇게 닿 지않는 사랑을 하게 되는걸까...옆에서 보니 정말 환장할 지경이다. 언제였을까... 창조신님께서 미카엘을 창조한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아마 1700년전이었나.. 녀석을 처음봤을때부터 이렇게 냉담하지는 않았다. 그때는 제법 말수도 있었고 아주 가끔가다 이지만 웃기도 했다. 허나 지금은 완전 다른 천사가 되어버렸다. 온 천계에 알게모르게 많은 사랑과 동경을 받고 있는 녀석이 미카엘이었지만 녀 석에게는 이제 아무소용도 없는 귀찮음만 가져다주는 일이 되어버렸다. 몇백년 전인가 창조신의 실체를 만난후부터...제길...왠지 질투같잖아 이거? 하하... 질투는 수많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수천..수만개의 눈을...허나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미카엘...네가 진실로 다른 존재를 인정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형님도 네 앞에서 맘대로 사랑하고 싶은 천사들을 사랑할거 아니냐!! 이런 나의 속을 아는지 알지 못하는 지 미카엘은 벌써부터 물질계와 이어져 있는 빛의 게이트에 몸을 담고 있었고 나도 미카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들어갔다. 눈부신 빛이 우리몸에서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가기 시작하자 주위사물이 보였다. 언제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대전...여기는 바로 드래고닉캐슬의 입구인 캐슬의 손님과 드래곤들을 관리하며 통과시키는 성문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앞을 보니 여전히 떡대같은 드래곤 넷이 워프게이트를 지키고 있었고 미카엘에 게 인사를 기대하는건 무리니 내가 먼저 드래곤들에게 인사했다. "여어~안녕~오랜만이네 바슈바로스~" 그렇자 2번째에서 지키고 있던 레드드래곤이 고개를 약간 숙이며 대전을 울리는 고음이 들려왔다. " 천계에서 오신 가브리엘님이시군요~그리고 미카엘님 전 바슈바로스 처음뵙겠 습니다. 하하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어..." "......." "하하...그럼 수고하시게나~ 우린 먼저 골드궁으로 갈테니까." 그렇게 수문드래곤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나와 미카엘은 아늑한숲속에 홀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걸었다. 곳곳에 어디로든 갈수 있는 마법진들이 있었지만 미카엘은 걸으면서 생각할게 있는지 아무말없이 걷고 있었고 나도 별다른 불만도 없어 하염없이 미카엘의 뒤를 따라 걷고 있을때였다. 어디선가 아련히 들려오는 노래 소리에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청각을 확대시켜 좀더 정확한 음의 파장을 찾았 다. "좋군..." 미카엘도 지금 들려오는 노래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는지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었 고 그의 입에서 다른 무언가에 대한 감정이 실려있는 말이 튀어나오자 가브리엘 은 깜짝 놀랐다. 평소때같으면 당장 달려가서 미카엘의 어깨를 부여잡고 이리저리 흔들면서 '그게 진정 네녀석의 이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더냐!!!'라고 감격에 겨워 울고불며 감동했겠지만 지금 아련히 들려오는 미성의 노래소리는 너무나 아름답고 왠지 모르게 복잡하고 답답했던 나의 가슴에 시원한 출구를 만들어주는 신비한 느 낌이 드는 노래였다. 확실히 이 차원계에서 들어본적이 없는 언어로 불러지는 노래 에 빠져 미카엘과 나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실버 궁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언덕이었다. 수풀을 조용히 헤치며 나와 미카엘은 아무 대화없이 아름다운 노래를 쫓아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점점 크게 들려오면서 그와 비례해 점점더 묘하게 안정을 찾아가는 나의 심정에 누군지 몰라도 두손을 맞잡고 고맙다고 인사정도 해줄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 이제 그 아름다운 선율은 바로 지척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제 저 수풀만 헤치면 더 이상의 시야를 가리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아름답고 신비 한 선율이었고 목소리또한 인간에게나,드래곤에게나 여타 다른생명체들에게도...심 지어 천사들에게도 들을수 없었던 마치 대자연의 속삭임같은 미성의 목소리의 주 인공이 누구인지 심히 궁금하기도 해서 자연 나의 걸음이 빨라졌다. 미카엘녀석을 보니 녀석도 아무말없이 재빠른 나의 걸음을 잘 따라오고 있었다. 드디어 수풀을 헤치고 드넓은 창공과 실버궁이 보이는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덧 나와 미 카엘의 걸음은 자연히 멈추어서 가히 예술이라 칭해도 뭐라 못할 모습에 감탄하며 감상했다. 신비한 붉은빛이 도는 은발의 소녀는 대략 16세 정도가량으로 보였고 그녀는 언덕의 푸밭에 앉아 다리를 쭉펴고 팔을 등뒤로 뻗어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즐거운 듯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무릎에는 비슷한 은발의 어린 소녀가 가슴에는 작은 푸른 구슬을 잡고 눈을 감고 그녀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소녀를 보고 난 침을 삼켜야만 했다. '아름답다...' 솔직히 지금껏 미카엘이 등장한 1700년동안 미카엘보다 아름다운 생명체를 본적 이 없었지만 눈앞에 있는 소녀는 무척 아름다웠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자연과 마 치 하나인양 불어오는 바람에 은빛실들이 나부끼며 찬란한 광채를 현란하게 뿌리 고 있었고 투명한 금빛 눈동자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는 묘인족으로 폴리모프 한 드래곤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주고 있었다. 그녀의 미려하게 솟은 콧날과 분홍 빛이 도는 아름다운 입술이 가끔 열리며 처음듣는 언어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녀의 하얀 손은 묘인족의 소녀의 은빛머리를 가지런히 쓰다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곤 난 저 묘인족의 소녀가 부럽다...라는 지나가다 벼락맞아도 감사합 니다!! 라고 외쳐야 될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하하... 겨우 시선을 돌려 미카엘을 살짝 보니 정말 이순간 이시간 이공간에 존재할수 있 게된걸 창조신께 감사드렸다. 미카엘의 얼음같던 눈은 어느새 봄에 눈이 녹듯 어느 정도 풀려 있었다. 그거나 역시 아직도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 만... -따닥- 아...어느새 난 발로 나뭇가지를 밟고 있었고 그 소리를 들은 눈앞의 아름다운 은발 의 소녀도 우리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한동안 아무말없이 서로를 쳐다보 고만 있었고 그 침묵을 깬건 사르르 뭍혀버리고 싶은 포근한 그녀의 탄성이었다. "아!...." 엘테미아의 화려한 환영식(4) 노래를 부르고 있던 소녀는 어느새 두손을 가슴안쪽으로 맞잡고는 우릴 보며 탄성을 지르고 있었고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눈을 감고 있던 어린소녀는 자신의 달콤한 잠을 빼앗아간 우리가 못마땅한지 귀여운 눈에 쌍심지를 키곤 우리들을 부리부리하게 쳐다 보고 있었다. 다시 시선을 돌리니 아직도 아름다운 금빛눈동자의 소녀는 두손을 가슴에 모으고 두뺨엔 어느새 홍조가 어린채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이런이런...역시 저 아름다운 소녀도 우리의 미모에 반한것이로군...하긴...모든 생명체중에 우리처럼 멋 진 천사들에게 반하지 않을 존재들이 어디있겠는가...크허허허허허 큼...인정하긴 싫지만 그래도 나보단 미카엘이 좀더 멋지긴 하지...쫙 빠진 몸매하며 빛나는 금빛머리칼과 중 성적인 아름다운 얼굴...그리고 미카엘을 더욱 부각시키는 하얀날개... 어느새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던 정체불명의 신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는 어느새 우리 곁으로 다가와 우리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가며 '와~우와아~어마!'라는 감탄사를 연발하 며 우리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기사...언제 우리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천사들을 봤겠어 ...아마 저 소녀가 드래곤이라면 우리같은 천사는 처음봤을테지...하지만 저 소녀에게서 언 제나 느껴왔던 드래곤의 기운이 감지되지 않았다. 저기서 아직도 뾰로통하게 앉아 있는 묘인족으로 폴리모프한 소녀만 봐도 드래곤의 기운이 물씬 풍기는데... 그렇다면 이 소녀도 엘테미아의 환영식으로 초청된 주요인사인가? 도대체 누구일까? 처음 듣는 언어로 노래를 부르고 이처럼 미카엘을 뛰어넘는 미를 지닌 소녀가...분명 이정도의 소녀라면 천계든 지상계든 소문이 날만 한데 정보에 빠삭한 나조차도 이런 소녀가 존재 한다는 것은 처음 접하는 존재였다. 그 소녀는 우리들 주위를 한 서너바퀴 돌고는 미카엘 쪽으로 다가간다. 역시...흑...나보단 미카엘이란 말인가! 슬쩍 미카엘을 보니 그 녀석은 주위에 누군가 다가오는걸 병적으로 싫 어하는 녀석이었는데 눈앞의 은발의 소녀가 다가서는 대도 무표정으로 방관하고 있었다. 뭐...이게 미카엘에게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이 소녀도 미카엘에게 반한건가? 저렇게 아름다운 소녀라면 주위의 수많은 남자들 의 구혼에 둘러쌓여 살아왔겠지? 아마 자신이 어떤 남성체든간에 손만 뻗으면 다 넘어올줄 알고 있을수도 있겠군... 허나 어쩌지? 아름다운 소녀여...미카엘에게 부디 사랑의 손길을 뻗 지 마시길...녀석은 천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며 칭송이 자자한 뮤라시얀조차도 '흥~!'소리와 함께 퇴자먹인 녀석이라고...하긴...뮤라시얀보다 눈앞에 있는 소녀가 훨씬 아름다운건 사실 이지만 미카엘은 여자의 아름다움엔 별로 신경쓰지 않는 녀석인 것 같으니까... 그런데 미카엘의 앞에 있던 은발의 소녀는 어느새 미카엘의 뒤로 돌아가서 더욱더 뺨에 홍 조를 발하고 있었다. 그리곤 한쪽손을 아직도 가슴에 담아두고 나머지 다른손으로 조심스레 미카엘의 날개로 뻗고는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작게 '꺄~꺅~'거리며 감탄사를 내뱉 고 있었다. 서,설마 저 소녀...미카엘의 날개를 보고 뺨이 빨갛게 물든건 아니겠지? 서,설마..하하 누구든 미카엘을 보면 녀석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지 날개따위를 신경쓰는 존재는 여지껏 한번 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미카엘의 날개를 쓰다듬고 있는 저소녀...아니 지금은 아예 얼굴을 날개속으로 파 뭍곤는 비비적거리고 있다. 연신 '기분좋아~'를 외치며... 이쯤되면 미카엘이 고운얼굴을 잔뜩 찡그리곤 쿨하게 '꺼져!'라는 대사가 나와야 정상이었 지만 어째 지금은 침묵상태다. 미카엘녀석...그리 티나지는 않지만 1700년간이나 녀석을 봐온 나로서는 녀석이 많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어쩔줄 몰라하는 녀석의 행동에 귀엽기 까지 했다. 물론 다른사람이 본다면 무척 냉담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으로 눈에 비춰지겠지만 말이다. 소녀는 계속 미카엘의 날개에 머물러 있었고 녀석의 얼굴이라든가 멋진 조각같은몸매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전신에 매혹의 빛이 머물고 있는 미카엘에게 넘어가지 않고 천사 의 날개에 넘어간 소녀는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가 처음이다. 하하...황당하군... 그렇나 진짜 황당한건 미카엘의 날개에 얼굴을 뭍고나서 내뱉은 말이었다. "헤에......이 깃털로 베게를 만들면 엄청 폭신하고 부드러울꺼야~ 그런데 말 할줄 아시나 요? 깃털이 남으시면 조금 주실래요? 헤헤..." 아마 녀석의 삶중에서 자신의 깃털을 베게로 만들기위해 뽑아달라는 말을 들은적은 이 번이 처음일껄? 녀석은 급기야 고개를 돌려 황당한 발언을 하고 있는 소녀를 형용하지 못할 혼란스런 감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소녀는 눈부신 금빛눈동자에서는 모든 남성체들이 거부하 지 못할 반짝이는 눈빛으로 '깃털을 뽑아서 나에게 줘~~~'라는 애원의 눈빛을 보내 고 있었다. 만약 저 눈빛이 내게 쏟아졌다면 나는 3초도 못버티고 '자~ 날 사랑하는 만큼 맘껏 가져가 하하하하하' 라며 깃털을 모두 내줬겠지만 미카엘녀석은 그동안 쌓아온 수련(?)의 성과로 눈을 질끔 감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과 함께 힘겹게 한 마디 내뱉었다. "아,안돼..." 그러자 아름다운 소녀의 입이 귀엽게 톡 튀어 나오곤 '피~'소리와 함께 시선을 이제 내쪽으로 돌렸다. "흡!!......" 허허...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 나왔다. 드래곤 백마리가 쳐들어 와도 천계의 대천사장 가브리엘은 두렵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허나 저소녀의 눈빛은...무섭기 까지 하다...흑... 미카엘에게 실패했던 모든 남성체들이 거부하기 힘든 반짝반짝 필살기가 나에게 꽃히고 있었다. 미카엘의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전보다 더욱 거부하기 힘든 눈빛으로 천천히 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안돼!! 오지마!! 솔직히 깃털없는 날개를 가진 천사를 생 각해봐!!! 아무리 내가 대천사지만 천계에서 따는 물론이고 깃털이 다시 소생될때까지 아무데도 못나가는 가련한 신세가 된단 말야!!! 헉!! 오지마!! 그녀는 이제 두뺨에 홍조까 지 일고 눈은 더욱더 금빛으로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소녀의 간절한 포즈인 두손을 가슴에 얹고 불어오는 바람에 은빛의 광채를 흩날리는 모습을 보니 절로 침이 꿀꺽 삼 켜진다. 그리고는 조심스런 미성의 음성이 내게 들려온다. "저...그 깃털...조금만 주실래요? 헤에..." 안돼! 절대안돼 네까짓게 뭔데 감히 천계에서 미카엘 다음으로 잘나가는 대천사장 가브 리엘님의 피와같은 깃털을 달라고 하는거냐!! 앙?!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좋아 이대로 입밖으로 내보내면 승리하는거다 가브리엘!! 으쌰!! 넌 할수 있어!! 가자!! "네,네가 정 원한다면......" 아아아아아악!!! 이게 아니잖아!! 언제 속과 겉이 다른 파렴치한 천사가 된거냐 가브리엘!!! " ....다 너에게 줄..." 으허어어억!! 제발 그만둬!! 그때였다. 창공을 꿰뚫는 광채를 뿌리며 나를 암흑의 늪에서 구해주는 구원의 손길이 우리들의 뒤쪽 숲에서 들려왔다. "리이이인님~~!"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인지 린이란 외침을 듣자 마자 눈앞의 공포스런 은발의 소녀는 어느새 반짝반짝 눈빛에서 당혹감과 망설임등이 어려 있었고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던 걸음 도 우뚝 멈추었다. 너무나 긴장되는 순간에 의외의 구원의 손길이 닿자 나는 그만 털섞하고 주저앉아 헉헉 거렸다. 대,대단하군...나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여성체들을 상대해왔지만 눈앞에 있는 소녀 는 오히려 내가 리드당할뻔 했다. 숨이 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준 생명의 목소리를 선물한 존재 를 보기위해 숲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거기에선 맹렬히 달려오는 백금발의 예쁜 소녀가 우리들을 향해...아니 정확히 눈앞에 있는 은발의 소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나를 구해준 그소녀는 엄청난 스피드로 멍하게 서있던 은발의 소녀의 허리를 낚아채며 5,6헤론(1헤론=1m) 정도까지 가서야 겨우 멈추었다. 두팔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던 은 발의 소녀는 갑작스런 상황에 그저 멍하니 자신을 낚은 백금발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 고 백금발의 소녀는 린이라고 불리는 은발의 소녀를 보곤 예쁜 웃음을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잡.았.습.니.다. 린~♡" "흐에엥...이..이즈응~..." 이제야 상황판단이 됐는지 꽤나 둔한신경의 소유자였던 은발의 아름다운 소녀는 백금발 의 소녀의 품에서 아둥바둥 거리며 빠져 나오려 애를 쓰고 있었지만 백금발의 소녀는 호호호호 웃으며 절대 놓아주지 않아! 라는 오오라를 펼치곤 우뚝 서있었다. 계속해서 빠져 나오려 애를 쓰고 있던 린이라는 소녀는 힘이 부치는지 백금발의 소녀의 품에서 주욱 늘어져 있었다. 그리곤 눈엔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맺으며 손으로 힘없 이 백기를 팔락거리고 있었고 백금발의 이즈라는 소녀는 호호호 웃으며 그제야 은발의 소녀를 풀밭에 놔주었다. 이즈...?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이즈...이즈...이즈...아!!!....마얀루미오스 이즈!! 골드드래곤으로서 드래고닉캐슬의 주인! 드래곤로드 이즈! 퍼뜩 생각이 난 나는 다시 백금발의 예쁜 소녀를 보자 이제야 기억이 확실해 졌다. 흠... 그럼 천계에서 대표로 온 우리들은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인사하는게 좋겠군. 미카엘도 방금 등장한 백금발의 소녀가 드래곤로드라는 것을 알았는지 자신의 옷의 주름 을 펴고 그녀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퍼뜩 일어나 미카엘과 같이 로드에게 인사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때였다. 우리에게 깃털을 달라던 황당한 은발의 소녀가 로드의 귀에 손으로 가리고 소곤소곤 거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안들릴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우리 들의 엄청난 청각으로 이렇게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서 소곤거리는 것을 듣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 소리를 들음으로써 나는 벌러덩 넘어질 수밖에 없었고 미카엘도 비틀거렸다. "이,이즈...저거 조류(鳥類)지? 새맞지? 여긴 신기한 새들이 엄청 많구나~저 새 이름이 뭐야? " "......" "......" "......" 그제서야 로드가 우리쪽을 보더니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 아마 로드도 우리들이 천계에서 대천사란 직업을 맡고 있는 직분이 높은 천사라는 것을 알게되었으리라...허나 무척 슬프 게도 대천사란 천사는 한 소녀에게 날개달린 새취급을 받고 있었다. 흐어어어...저 멀리 동대륙의 한(韓)이란 나라의 어구가 떠오르는구나...인생무상(人生無常)...물론 난 천사지만. "키...키득..." 저 옆에서 혼자 뒹굴거리고 있던 은발의 작은 묘인족소녀도 금빛눈동자의 신비스런 아름다 운소녀의 귓속말을 들었는지 대소를 준비하는 작게 키득거리고 있었고 로드의 얼굴도 처 음엔 당황과 당혹 그다음엔 점점 눈꼬리가 예쁘게 반달을 뉘어논 모양으로 변하며 손으 로 입을 가리고 천천히 뒤를 돌기 시작했다. 그리곤... "오호호호호호호호~~~" "깔깔깔깔깔깔깔깔깔~~~" 하...드래고닉캐슬에 오니 나와 미카엘이라는 대천사는 어느새 웃음거리가 되었구나...둘은 웃음을 참기 힘든지 쪼끄만 묘인족의 소녀는 배를 움켜잡고 완전 풀밭을 종횡무진하고 있었고 로드도 털썩 주저앉아 배를 움켜잡고 멍하니 서있는 린이라는 소녀의 다리사이로 얼굴을 뭍고 힘겹게 웃고 있었다. 얼마나 웃었을까...미카엘의 포커페이스가 살짝 붉어질정도로 웃어대던 로드와 묘인족의 소녀는 어느새 웃음을 멈추고 로드가 우리들을 바라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천계의 대천사 가브리엘,미카엘님...서대륙 이슈테리아의 드래고닉캐슬의 주인, 드래곤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가 인사올립니다.후훗..." 아직도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우리들에게 인사하는 로드와 아직도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묘인족의 꼬마를 보다 못한 린이라는 소녀가 폭발했다. "도,도대체 왜그래 이즈~그리고 에셀린! 왜 웃는건지 알려달라구!! 응?" 린의 귀여운 발악에 로드와 묘인족의 꼬마는 또 한참을 웃기 시작했다. 기어코 린이라는 은발의 소녀가 그 둘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삐친건지 볼에 바람을 잔뜩 부풀리고는 예쁜 이마에 쌍심지를 키며 훽! 하고 돌아서 버리자 둘은 눈물까지 흘린 눈가를 손가락으로 훔치며 로드가 겨우 말을 이으기 시작했다. "후후...저분들은 이번 환영식때 천계의 대표로 오신 대천사 가브리엘님과 미카엘님이에 요...훗...린님의 말씀처럼 조류(鳥類)가 아니라 천사님이라구요. 저보다도 배분이 높으신 분들이 눈앞에 계시는 두분이에요. 호홋..." 이제야 우리가 한낱 조류가 아니라 높디 높으신 대천사라는걸 알게된 린이라는 소녀는 경악해하며 미안스런 표정이 담긴 얼굴이 아니라 그저 약간의 의문이 담긴 '나 궁금해' 라는 표정으로 로드를 보며 말했다. "천사? 여긴 천국도 아닌데 천사가 왜 있어? " 또다시 황당한 소리가 들려온다. 황금빛의 신비스런 눈동자를 하고 있는 린이라는 소녀는 아름답고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곤 새하얀 오른손중 검지손가락만을 펴 자신의 볼을 살짝 누르고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드래고닉캐슬에서 들을수 없는 순진한 소녀같은 소리 에 우리는 물론이고 로드와 묘인족의 꼬마는 한참 멍하니 있다가 기어코 얼굴에 한가득 홍조를 달고 린이라는 아름다운 소녀의 머리를 가슴쪽으로 끌어 안으며 향기가 어려있을 것 같은 은빛머리칼에 자신의 볼을 마구 비벼대고는 연신 '귀여워~~'를 외치고 있었다. 나도 순간 움찔했다. 대천사란 직분도 있고 저 앞에 소녀들처럼 뛰어 나가 린이라는 소 녀를 안을뻔 했다. 귀여워를 외치며...헉...자중해라 대천사 가브리엘!... 미카엘을 보니 미카엘도 한발짝을 앞으로 내딛고 있었다. 헉!...설마... -설레설레...- 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설마 천계의 뷰티풀아이스 미카엘이 나처럼 귀엽다는 감 정을 못이겨 저 소녀에게 달려가 안아주려고 천사들에게 말을 했다면 아마 삼일 밤낮 동안 짱돌로 몰매를 두들겨 맞고 거짓말쟁이 천사로 소문나 난 천계에서 파문당하고 말 것이다. 아무튼 있을수 없는 상상을 끝내고 앞을 보니 로드가 자신의 애정행각을 마치고 마치 어린아이 훈계하듯 검지손가락을 펴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 후훗...물론 천사들이 지상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종족은 아니지만 지상계에 강림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있어요. 저분들은 천계에 사시는 높은 천사님들이시죠. 물론 드래곤의 대표인 저보다도요. 린"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조금 된건지 린이라는 소녀의 안색이 약간 창백해 졌다. 그리곤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이마엔 식은 땀방울 한 개를 달고는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난 갑자기 장난기가 들어 팔짱을 끼곤 화난 얼굴로 눈을 게슴츠레 하게 뜨자 원래 얼 굴이 차가워 보이는 미카엘과 함께 '우리들은 지금 엄청 화났소이다.'라는 오오라가 마 구 뿜어지고 있었다. 이에 완전히 울상이 되버린 린이라는 귀여운 소녀는 로드의 팔에 엉겨붙으며 다시 우리들에게 안들릴것이라고 생각하는 귓속말을 로드에게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이,이즈 나 어떻게해~흐에엥...난 그런것도 모르고 저 새들...아니 천사님들한테 폭신한 베게만들려고 깃털까지 뽑아 달라고 했는데...나 맞을짓 한거야?" 그러자 약간의 웃음기가 감돌던 로드의 표정도 안색이 약간 창백해졌다. 하긴...그 어떤 존재가 천사들에게, 그것도 대천사인 나와 미카엘에게 빛과 신성의 상징인 날개의 깃털 을 달라는 무엄한 소리를 할수 있겠는가? 로드의 갑자기 굳어진 얼굴을 보며 더욱 눈물 을 그렁그렁하게 달고는 울상이 되버린 린이라는 소녀는 급히 달려와 우리에게 사과하려 는 로드의 팔을 붙잡고 다시 안들릴것이라 생각하는 귓속말로 로드에게 말했다. "이,이즈...나 도망갈꺼야! 그러니 저 천사들이 나 찾으면 모른다고 전해줘!!응? 이즈! 이즈도 내가 천사들에게 맞아서 죽었다는 소리 듣고싶지 않은거지? 그런거지? 그럼 부탁해~~!" 그러더니 로드가 말릴 겨를도 없이 묘인족의 꼬마를 급히 품에 안고 눈부신 빛을 뿌리 며 워프로 사라졌다. 이에 황당한 분위기와 함께 침묵이 우리들을 감싸고 있었다. 과연 이런일로 죽음을 선사해줄 천사가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저 소녀는 천사란 말을 모르는건가?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황당한 우리들의 침묵을 깬건 놀랍게도 미카엘이었다. "가라..." "네?" 미카엘의 뜬금없는 '가라'라는 말에 로드는 얼굴에 의문의 표정을 드리우곤 미카엘을 향 해 질문한다. 그러자 미카엘은 다시 높낮이가 없는 냉담한 어조로 로드에게 말한다. "신경꺼라..." 로드도 미카엘의 성격을 잘알고 있었다. 언제나 최대한 짧게 말한다는것과 자신을 귀찮게 구는 존재들은 절대 용서가 없다는 것을...린이라는 소녀의 무례에 긴장해 있던 로드가 그것도 미카엘에게서 신경쓰지말고 그냥 가라라는 말을 듣자 로드는 믿지 못한다는 표정 을 잠시 드리우곤 이내 예쁜 미소를 지으며 이별의 인사를 건넸다. "후훗...알겠습니다. 미카엘님,가브리엘님. 손님 접대궁인 실버궁에서 아무곳이나 처소로 정 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럼 환영식때까지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실버일족의 수가 다른종족에 비해 3%도 안돼는 적은 비율 때문에 실버궁의 넓은 공간에 비해 성을 쓰는 드래곤은 하나가 있을까 말까였다. 그래서 그 넓은 실버궁을 손님접대궁 으로 정해놓는 드래고닉캐슬의 구조를 나는 알고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자 이내 로드는 나와 미카엘에게 인사를 하고 눈부신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한편으로는 노래 때문에 편안했고 또 눈부신 미모에 눈이 즐거웠고 순진한 발언 덕에 귀가 즐거웠던 천사의 마음을 흔들어논 소녀와의 만남이 끝이 났다. 문득 고개를 돌려 미카엘을 보던 나는 순간 동공이 확대됨과 동시에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미카엘은 드러나지 않을정도로 아주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즉 웃고 있었다. 아!.....이 얼마만에 보는 미카엘의 미소였던가...드래고닉 캐슬에 와서 엘테미아란 존재때 문에 긴장하고 있던 나는 뜻밖의 수확을 건질수가 있었다. 우리들은 어차피 엘테미아란 존재를 샤넬오르가란 창조주님이 전하신 신검을 엘테미아에게 전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엘테미아와 미카엘의 만남은 이미 확정된 미래였다. 창조주님이 누구에게도 건네지 않았던 정이 깃든 따듯한 말의 주인공인 엘테미아...그런 엘테미아를 질투하는 미카엘...순간 난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신이시여...왜 제 머리는 이렇게 좋게 만드신 겁니까!! 좋은 묘안이란 엘테미아와 우리들의 대면식때 아까 린이라는 소녀를 대동하게 되면 그녀 로부터 알 수 없는 맑은 느낌이 미카엘의 엘테미아에 대한 질투심을 어느정도 희석시킬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환영식때 미카엘이 엘테미아에게 무슨 짓을 벌일지 걱정하 지 않아도 될 것이다. 좋아! 결정했다.! 후훗... 엘테미아의 화려한 환영식(5) 이제 나를 위한 환영식이 내일로 훌쩍 다가와 있었다. 그동안 각기 다양한 종족의 인간형상을 하고 있는 존재들이 손님접대궁인 실버궁에 머물고 있 었고 나는 이즈(로드)의 말에 의하면 최후에 등장해야할 드래곤족의 비밀 병기(?)라며 에셀린과 그 외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이틀째 아무도 못만나고 방에만 같혀 사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어제는 대천사님들께 조류라고 하는 무례를 저질러버려서 그걸 깨닫고는 너무놀라 그만 도망쳐버렸다. 그뒤에 이즈가 찾아와서 '천사님들은 이제 걱정안해도 돼요.'라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서 날 이끌어주는 한줄기의 광채같은 소릴 들은후 까마득히 잊고 있었지만... 특히 어제는 서대륙 캐이셜럭스에서 온 에이메리라는 드래곤로드가 드래곤 들의 시조라고 하는 나를 보기위해 부상드래곤 4마리가 나올정도로 폭동 비스무래 한 것을 벌였다고도 한다. 그리고 오늘이면 마계의 7군주중 6군주가 실버궁에 오게되고 나머지 남대륙 로미도니아에서 온 드래곤로드와 북대륙 세리브슈란에서 올 드래곤로드들도 도착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즈는 더더욱 나를 이방에서 나가지 못하게 엄명을 내리고 귀여운 감시자 한명을 놔둔채 그들을 접대하기위해 방을 비워둔 상태였다. 나를 감 시하고 있는 귀여운 에셀리드민을 보니 침대에서 자기만한 커다란 고양이 인 형을 안고 새근새근 잘도 자고 있었다. 난 빨간 브로치가 달린 오렌지색 브라우스와 그와맞는 무릎까지 오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허벅지안쪽까지 오는 하얀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는 두손에 궁내용 슬리퍼를 들고 까치걸음으로 살금살금 에셀리드민 이 깨지 않게 몰래 내 방을 나왔다. -딸칵...- 최대한 소리없이 닫는다는 문이 그 홈과홈이 맞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들렸 다. 나는 혹시라도 에셀리드민이 깨지 안았나 해서 문가에 귀를 대고 방안의 소리를 들어보았지만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조용히 웃어주고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을 달래줄겸 얼른 슬리퍼를 신고 내방으로부터 달아났다. 원래 지냈던 에셀리드민의 방에서 꽤 떨어진 모양인 듯 주위엔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끝없는 복도만이 이어졌다. 밖을 보니 벌써 석양이 지고 밤이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첩보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사방을 예리한 눈빛으로 살피고 벽안쪽 으로 몸을 밀착시켜 아무도 나를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레 걷고 있었다. 이즈의 소원대로 내 환영식때까지는 아무에게도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 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온목적은 그냥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것뿐 조금만 돌아다니다가 에셀 리드민이 있는 방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흐에에엥.....여기가 어디야...씨...흑..흑...." 왜~! 왜!!!이렇게 실버궁 하나가 천재적인(?)방향감각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도 길을 잃게 만든거야~~으아앙... 한참을 걸은 것 같다. 이제 첩보영화고 뭐고 다 필요없어...누군가 제발 나를 발 견해줘~으흐흑...드디어 저기 보이는 맞은편 복도를 지나면 아마 100번은 맞이 했을법한 복도의 모퉁이였다. 100회 돌파기념 추카파티라도 벌일까나...흑...처량한 내신세...터벅터벅 힘없이 걷고 있다가 나는 퍼뜩 떠오르는 생각에 그대로 시행 했다. 미로를 만나면 왼손을 벽에대고 계속 걸어가다 보면 언젠간 출구가 나오 겠지...하는 희망에 나는 다시 타오르는 투지를 앞세워 당당히 걸어갔다. 그리고... -투욱!- "꺄악!" ".......?" 복도의 모퉁이를 돌자마자 나는 무언가와 부딪혀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흑..아퍼... 나는 눈물이 찔끔나오는 눈가를 한번 슥 닦고 다른손으로 엉덩이를 문지르며 나와 부딪힌 정체불명의 존재를 보았다. 그리고 터져나오는 나의 신음소리... "흐에엑?? 다,당신은...!" "어,어라? 너,너는!!" 둘다 서로를 쳐다보며 손을 치켜들고 상대방을 외치고 있었다. 나와 부딪힌건 깃털갈취혐의가 있었던 가브리엘이란 높으신 천사였다. 전체적으로 시원하게 생 긴 이목구비와 더욱더 그의미모를 더하는 초록색의 4크로(1크로=1cm)정도되는 스포츠머리가 너무 잘어울리는 멋진 천사였지만 난 전날의 지은 죄가 있는지라 '살려줘~~'라는 본능에 아주 충실한 멋진 대사를 남기곤 정말 눈썹이 휘날리도 록 뛰었다. 뒤어서 '어이~왜 도망가는 거야아아아~~기다려~~' 라는 여운이 길 게 남는 대사를 뒤로한채 텔레포트를 섞어가면서 겨우 도망쳤다. "헥...헥...헥...헥....이,이젠 ....안 쫓아 오겠지..." 어느덧 나는 생전 처음보는 멋진 나무들이 주위에 깔린 실버궁의 정원에 와있 었다. 휴...솔직히 깃털사건만 아니었다면 친해지고 싶을 정도로 멋진 천사들이 었지만...날개가 천사들의 빛과 신성을 의미하는 중요한 상징이라는 말에 난 내가 크게 잘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그들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들은 자신들의 상징을 모독한 나에게 아마도 응징을 가하겠지. 만나면 사과를 하고 응징을 달게 받겠노라고 다짐했지만...맘과는 달리 내 몸은 어느새 도망을 택하고 있었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그러다 쳐도 미카엘이라는 무서운 기운을 날리고 있는 천사 는 금방이라도 마법으로...아니 천족이니까 신성마법인가? 아무튼 날 죽일 듯 이 노려보고 있었어...흐엥...그러다 진짜로 천사에게 죽을지도 몰라...흑..." "난 여자는 때리지 않는다." "......" "......" 훽! 하고 뒤를 돌아보니...헉!.....오늘은 무슨 악연이 이렇게나...가브리엘도 모자라 냉기가 풀풀날리는 미카엘이 내 뒤에 서있었다. 여전히 서릿발같은 차가운 녹색 눈동자를 지닌채...석양의 붉은 빛을 받아 그의 금발머리는 타오르는 붉은머리로 넘실거리고 있었고 그의 빨간입술이 더욱 돋보였다. 석양을 등지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의 차가운 녹색눈동자는 선명히 보이고 있어 날 노려보고있 다는 것을 알수 있었고 그의 목소리도 몸이 으슬으슬 떨릴정도로 차가웠다. 부,분명 어제일로 화가난게 틀림없다...나 어떻게해...흐엥...그냥 이즈의 말처럼 방 에서 처박혀 있을껄...아직도 미동도 없이 미카엘은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 고 나는 슬금슬금 그의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 쳤다. 금방이라도 무슨 마법을 통 해 나를 아프게만 할것같은 분위기가 절로 도망가게 만들고 있었다. 흑...어제는 고의로 그런게 아니었는데...다시 만나게 되면 분명히 정식으로 사과하리라 마음 먹고 있었지만 미카엘의 냉기어린 분위기에 절로 위축됨을 느끼고 현실도피하려는 내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눈을 질끔 감고 미카엘에게 사과의 한마디를 하며 바로 돌아서서 도 망가려고 했다. "미,미안해요!!" 불안감과 자신감이 결여된 나는 절로 말을 더듬게 되었고 그대로 뒤를 돌아 무조건 앞을 향해 뛰었다. "헉,헉,헉,헉..." 흐에엥...한 1분정도 뛰니 뒤에서 따라오는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숨이 너무차서 나는 뛰던 발걸음을 천천히 멈추었고 슬쩍 뒤를 돌아보니 미카엘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안도해야 할 상황인데도 무언가 찜찜한게 남아있었다. 머리를 감고 머리를 말 리지 않은채 침대에 누웠을때처럼... 그때였다. 무언가 하늘위로 석양에 반사되 반짝거리는 하얀색의 무언가가 하나..둘 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은 도대체 무었일까...? 내 머리위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 곳엔 미카엘이 하늘위에 둥둥 떠있었다. 난 방금전 느꼈던 감정이 무엇이건 간에 다시 두려움이 생겨 뒤를 돌아 도망가려 했으나 이미 뒤를 돌아서기도 전에 빠르 게 하강한 미카엘이 내 손목을 쥐고 있었다. "아!..." 그 반동으로 난 그만 땅에 엉덩방아를 찧며 주저 앉아 버렸고 미카엘도 한쪽 무릎 을 꿇고 덩달아 앉아버린 상태가 되었다. 미카엘에게 잡힌 손목을 빼내려고 아둥바둥거렸지만 미카엘도 남자인지라 사내의 손힘이 나의 힘엔 턱없이 모잘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불안하고 또다시 사내에게 제압당해 버린 무력한 상황에 기억하기 싫은 스타판에게 억압되었던 상 황이 생 각나 한줄기의 눈물을 떨궈내며 울먹이는 어조가 되어 애원하듯 가려린 음성을 토해버렸다. "놔, 놔주세요...흑..." 그때였다. -펄럭- 비산하고 있다. 내 머리위로 석양빛을 받아 아름다운 하얀빛의 날개가 나의 좌우로 넓게 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아름다운 깃털이 반짝거리며 황홀한 포말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커다라고 아름답던 날개는 어느새 나의 주위를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 여 버렸다. 붉은 석양빛에도 굴하지 않고 찬란한 백색광채를 뿌리며 기이한 궤적 을 그리면서 떨어지는 아름다운 깃털들을 하염없이 보고 있던 나는 문득 이해못할 상황에 고개를 돌려 미카엘을 보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그의 차가운 녹색눈을 바라보니 뭔가 자세히 알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나를 어떻게 하려 들지 않는 차가우면서도 맑은 눈을 보자 그제야 나를 짓누르고 있던 모든 공포와 불안감들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도망가지...마라..." "......" ...이젠 안도를 넘어서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별것도 아닌일에 괜히 혼자만 의 상상을 있는대로 부풀려 창피하게 북치고 장구치고 한것과 이런 차가운 얼음가루를 뿌리며 도망가지 말라니...나는 분명 내 잘못도 있지만 미카엘의 잘못도 반정도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 점점 뻔뻔해지기 시작했다. 아직도 날 보고 있는 미카엘을 보면서 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피~피~거리며 미카엘에게 투정조로 말했다. "피~! 미카엘이 그런 무서운 눈으로 다른분들을 바라보면 누구라도 도망갈 거라구요. 나야 지은죄가 있어서 필사적이었지만..." "그런가..." "......" "......" 우리둘은 어느새 석양이 한눈에 보이는 숲을 나와 작은 들판에 앉아 있었다. 워낙 미 카엘이 말수가 적어 서로 그렇게 오가는 말이 없었지만 불편한 자리도 아니었다. 전 의 날개의 효력 덕분일까? 그를 보다 그의 하얀날개를 보면 왠지 안심이 되는 것 같 기도 하고...아직도 깃털에 미련(?)이 남은 걸까나.....? 그때 문득 지나가는 미카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닿지 않는 사랑이 과연 옳은 것일까...? 앞으로도 괴로운 미래가 너무나도 명확히 보 여지고 있는대도 나는 그 사랑을 계속해야 하는걸까...?" 나는 아직도 삐진게 있어 퉁명스레 말했다. "그럼 간단하게 다른 사랑을 하면 되잖아요." "그런가...그래..그렇겠지...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하지만 난 도저히 잊을수 없다. 내 영혼을 흔들어 놓았던 그 찬란하던 모습에...내가 별짓을 다해도...설령 죽는다 하여도 그분은 어깨에서 먼지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마냥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실거야... 그런데도 도저히 난 잊을수 없는거야...어쩌면 이게 나만의 가장 행복한 사랑인지도 모 를 일이고 말야..." 점점 자신없어 하는 미카엘의 말소리가 마치 사춘기에 접어들어 사랑에 고민하는 어린 소년같은 말투라 난 약간 생소한 느낌의 미카엘을 보고 있었다. 헤에...이럴땐 천사도 사람도 구별이 없는건가? 난 아직도 석양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미카엘에게 나의손으로 그의 눈을 가려 버렸다. 그리고는 힘을 주어 그를 그대로 풀밭에 눕혔다. 갑자기 나의 손으로 자신 의 눈을 가리고 눕혀버리자 당황한 그는 힘을 주어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난 그대로 노래를 불렀다. 한국에서 자주 즐겨듣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 노래를 이 대륙의 언 어로 번역하여 미카엘에게 불러주었다. 노래가 시작되자 미카엘은 아무 반항기 없이 그저 누워서 나에게 눈을 가려진채 내 노래를 듣고 있었고 나의 노래는 어느덧 깊은 여운과 함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나서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과거에는 어땠나요? 그분을 사랑했을 때 자신은 행복했나요? 아니면 가슴아파 상처 투성이의 과거였나요?" "......" "거울은 자신의 겉을 바로잡기 위해 있죠...그러면 과거는 어떻까요? 과거를 보며 미래를 비추어 보아요. 미카엘이 계속해서 닿지 않는 사랑이 자신에게 가장 행복 하다는 망상아래 살아간다면 과거도 현재도..그리고 미래도 언제나 똑같은 바보 같은 사랑과 삶을 살아버리는 짐승만도 못한 자가 될꺼에요 미카엘." 가만히 누워있던 미카엘은 자신의 삶과 사랑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자 그의 눈을 가리고 있던 내 손을 짝! 소리가 날정도로 밀쳐내고는 예의 서릿발이 날리는 차 가운 눈동자로 나를 쏘아봤다. 이전이라면 확실히 주눅이 들정도로 무서운 눈빛 이었지만 오늘 아침에 무얼 잘못먹었는지 이제는 전혀 무섭지 않았고 그때 미카 엘이 화를 억누르는 듯한 분노의 음성이 들려온다. "네까짓게 뭘 안다고 그런말을 지껄이는 거냐...더이상 말을..." 난 이상하리만큼 답답하고 화가나 그의 말을 중간에서 끊어버리며 소리쳤다. "그래요! 그런거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미카엘은 왜그렇게 바보같 은 삶을 사나요? 자신이 그분에겐 어깨위에 쌓인 하나의 먼지라고요? 이렇게 나를 때릴수도!... 좀전처럼 자신의 하얀날개로 남의 마음을 두근두근거리게 할 수 있는 멋진 능력을 지닌 미카엘이 먼지라고요? 하! 왜 자신도 아프고 사랑받는 그 분이란 사람도 신경쓰일 바보같은 사랑을 하나요? 그 사랑이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사랑일지도 모른다고요? 바보 천 치같은 생각 집어치워요! 사실은 두려운거죠? 지금까지 자신의 사랑이 부 정당하는 것처럼 치부될까봐...하지만 당신만 그런건 아니에요! 모두가 한번 쯤은 경험하는 당연한 것이라고요! 아무리 경험해도...아무리 경험해도 익숙 해지지 않는 아릿한 감정이기는 하지만 아픈과거를 비춤으로써 더 멋진 미래 를 살아갈수 있는거라고요!" "......" 어느새 죽일 듯 노려보던 그의 눈은 한없이 떨려오고 있었다. 마치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마음이 남에게 독파당하자 형용할수 없는 혼란의 늪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안해 하고 있는 미카엘이었다. 사실은 나도 조금 놀라고 있었다. 내가 남을 이렇게 독설적으로 평할수 있다 니...그간 한국에서 연애소설을 독파한 실력으로 남에게 훈계조로 말하긴 했지 만 나 스스로 미카엘의 바보같은 사랑에 한마디 안해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결론을 내었다. "미카엘...전하면 들려오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지 않나요? 무언가 해주면 보답 해주는 사랑...물론 보답을 바라며 무언가를 주는건 결코 아니겠지만...그런 당신의 마음과 같은 상대방의 마음... 아마 미카엘은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 행복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꺼라구요. 헤헤...가까운 곳부터 찾아봐요. 어딘가 미카엘에게 자신의 모든걸 주고 싶은 너무너무 사랑스런 존재가 분명 나타날 꺼라구요." 난 마지막 너무너무....부터 액센트를 주어 두팔을 크게 벌려 동그란 원을 그리며 미카엘에게 말해줬다. 마지막엔 내가 웃자 미카엘도 기어이 풋! 하는 웃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조용한 미소를 지을 때 미카엘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테미아...엘테미아는 어떤 드래곤인지 알고 있나?" 엥? 갑자기 뜬금없이 엘테미아람? 엘테미아?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어디였 더라...엘테미아...엘테미아? 엘테미아!!! 호에에??바로 나잖아!! (;;) 나를 앞에두고 나를 물어보는 미카엘이 갑자기 우습게 보여 나도 모르게 풋! 하는 웃음소리와 함게 그에게 대답했다. "물론! 아주 자~알 알고 있지요~! 누구보다 가까이 지내고 있지요 후훗~!" 그렇자 미카엘은 눈에 호기심을 잔뜩 드리우며 나에게 어서 계속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후훗...엘테미아는 말이죠? 저처럼 무지무지하게 예쁘구요~! 맘씨도 비단결같이 고와서 고슴도치같은 까끌까끌한 것을 놔도 훌러덩 미끄러질 만큼 고운 맘씨에 키는 딱 저만하구요. 저처럼 붉은 빛이 도는 은발의 소녀에요. 그리고요 저처럼 황금빛 눈동자에 저처럼 깨물어 주고 싶은 이쁜 분홍빛 입술을 지닌 아주아주 예쁜 분이지요~!" "......" 나는 그가 엘테미아란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계 속 미카엘을 주시했다. 그렇자 미카엘은 풋! 소리와 함께 일어서더니 나에게 다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콩- "아얏!!" 갑자기 다가와서는 가벼운 알밤을 내 머리위로 시전했다. 우씨~있는대로 친절히 설명해 줬는데 왜 그렇는 거야!!! 어느덧 황홀할정도로 눈부신 미소를 드리우고는 다시 미카엘은 팔짱을 끼곤 나를 게슴츠레한 장난스런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장난치지마...엘테미아는 적어도 삼백오십만살 이상의 늙은 드래곤이라고 후훗... 넌 린이지 엘테미아가 아니잖아?" 갑자기 미카엘의 입에서 린이라는 나의 이름이 나오자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그런..." 그때였다. 미카엘이 강하게 내 손목을 잡아 자기 가슴쪽으로 내몸을 끌었다. 난 갑작스런 상황에 무방비였던 상태 그대로 미카엘에게 안겨졌다. 그리고 천천 히 다가오는 미카엘의 얼굴...가까이에서 보니 두근두근 거릴 정도로 아찔한 그 의 얼굴을 보자 난 멍하니 다가오는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미카엘이 내게로 몸을 굽히며 균형 때문에 짚은 손이 풀밭을 스치는 소리에 퍼특 정신을 차린 나는 이제 3크로(1크로=1cm)도 안되는 입술과 입술의 사이로 상대방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면서 미카엘의 붉고 탐스러운 입술을 재빨리 나의 네손가락으로 막아버렸다. 자기의 입술에 느껴지는 느낌이 보드라운 입술이 아니라 손가락사이사이의 굴곡이 느껴지자 그의 긴 속눈썹이 사르르 열리며 자신의 입술을 막고있는 손을 보고 있었다. 우리둘의 입술은 이제 손가락을 사이 로 두고 밀착되어버린 상황이었다. 그 상황에서 미카엘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눈을 감고 내 손가락이 내 입술인양 천천히 음미하고 있었다. 비록 손 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막고 있다고 하지만 1크로도 안되는 사이에서 그의 입술이 나의 손가락을 통해 느껴지는 아찔한 감정이 몰아쳤다. 온몸의 신경이 나의입술과손가락에 모아져 있는 것 같았고 얼굴에는 화끈한 느낌만이 들 무렵 그의 입술이 내 손가락에서 천천히 떨어졌다. 그리고는 그의 조각같은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나는...나라는 존재는...적어도 너의 뺨을 물들여 버릴 정도는 되는 남자군..." "에......?" 어느덧 떨려오는 음성으로 그에게 대답하고 있었다. 분명 억지로 일어난 상황 이기는 하지만 분한 감정보다는 설레임이 나의 가슴을 가득 메우고 한편으로 는 아쉬운 감정이 맴돌고 있었다. 나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그가 이별의 인사를 건네고 아름 다운 날개를 쫙 펼쳐서 날아가는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자 무서운 기세로 등장한 에셀린과 이즈에게 거의 끌려가듯 실버궁으로 다시 갇혀 버렸다. 숲속에서 한숨을 내 쉬는 하나의 인영을 보지 못한채... "역시...미카엘을 변화시키는건 내가 아니었군...큭..." 그렇게 씁슬히 웃으며 돌어서는 가브리엘이었다. 엘테미아의 화려한 환영식(6) 어제 무단외출로 또 한차례 이즈에게 잔소리를 엄청 먹고 겨우 나의 애교작전 으로 무사히 일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나를 위한 환영식이 열리는 날이다. 식은 저녁 6시부터 시작이지만 나는 이른 아침부터 또 이즈와 에셀린 그리고 키슐로이까지 대동한 인형놀이에 가담해야 했다. 물론 인형은 나 다...흑... 여지껏 이즈가 내게 입혀본 드레스만 해도 100종은 넘었을 것이다. 그중에서 이 즈와 에셀린,키슐로이가 대충 2,3개씩 골라내 이제 그중에 가장 내게 잘어울리 는 드레스를 입히기 위해 서로 스파크를 튀기며 눈싸움하고 있는 중이었다. "에휴..." 그냥 아무거나 입고 가도 될텐데...결국 그들이 서로 합의도장을 찍어내며 고른 드레스는 가슴이 네크라인으로 디자인된 반팔의 드레스였다. 가슴부분에는 장미 장식을 중심으로 가슴부터 어깨까지 쇼올로 둘러져 있었고 그 밑으로 레이스가 한올한올 멋지게 재봉되어 있었다. 우선 내 몸의 굴곡을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얇은 속옷과 코르셋을 입었고 그 위에 화려한 드레스를 걸쳤다. 그리고 이 신비의 대륙은 마법이 성행하는 곳이라 드레스 치마를 부풀려 보이게 만드는 파니에 대신 치마가 부푼 모양을 유연스럽 게 영구적으로 유지되는 마법이 걸려있어 치마아래에 대나무나 철사등을 끼울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손목에는 3개의 링이 기이하게 설켜있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미스릴로된 은팔찌가 고급스런 조각과 함께 양쪽에 모두 달려있었고 구두는 드레스와 맞추 어 붉은빛이 도는 샌달형식의 내 발가락들이 모두 예쁘게 나오게 디자인된 굽이 높은 하이힐이었다. 하이힐을 신어본적이 없어 이것도 이즈의 협박으로 두시간동 안 연습해야 하는 참상을 겪기도 했다. 이제는 그들의 손이 내 옷에서 얼굴로 옮겨졌다. 얼굴에는 분칠을 안해도 내가 봐도 뽀얀 피부였지만 약간의 분칠을 하니 더욱 얼굴빛이 곱게 되었다. 그리고 눈가에는 분홍빛이 도는 연지 비슷한 꽃잎으로 메이크업을 했고 입술또한 에셀리 드민 특제 립스틱으로 분홍빛에 윤기가 더해 촉촉해보이는 입술이 마치 손만 슬 쩍 갖다 대도 물방울이 톡하고 튈것같은 촉촉한 입술이 되었다. 그리고 내 속눈썹은 신비의 대륙엔 없는게 없는지 마스카라 비슷한 것으로 더욱 멋진 곡선을 그리 고 있었고 눈엔 안약 비슷한 것을 넣어 초롱초롱한 나의 황금빛 눈망울을 더욱더 반짝이게 만들었다. 어,어이...이거 너무 튀는거 아냐? 그냥 이대로 나가도 될 것 같은데...그래도 그녀 들의 손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제는 내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머리에는 드워 프가 만들어준 멋진 장식과 가운데 작은 다이아가 박혀 있는 서클렛을 채우고는 앞머리를 눈썹위로 늘어뜨리고 양쪽 머리는 턱을 넘어서게 늘이고는 내 양쪽볼에 몇가닥이 자연스런 곡선을 띄며 한층 귀여운 머리를 하고 있었다. 나머지 허리까지 오는 길다란 은발의 머리는 곱게 빗질을 해서 자연스레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되기까지 아침부터....지금까지 총 10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다. 우씨...무슨 미녀콘테스트도 아니고 이게 뭐야!!! 그러나 거울속에 있는 나는 내가 봐도 스스로 빠지고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소녀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내 뒤에 는 이즈와 에셀린,키슐로이가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휴... "에...이젠 시간도 다 됐으니 너네들도 치장해야 되잖아? 나만 이렇게 해도 되 는거야?" 그러자 그들 셋은 모두 야시시한 묘한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그렇더니 입으로 작게 오물거리며 뭐라고 몇 번 말하자, 자신들의 옷이 눈부신 빛과 함께 사라지 면서 드레스가 다시 생성되었고 지금까지 내게 했던 코디나 화장등이 마법에 의 해 순식간에 마무리 되는게 아닌가!!! 하하...난 잠시 허탈해져 채 1분도 안되는 사이에 예식을 위한 분장을 마친 그녀들을 보고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 랐다. "뭐야!! 처음부터 나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잖아!! 너무해~흐에엥..." 그러자 이즈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호호호~이즈님 마법으로 한 화장이랑 직접 손길로 어루만져가는 화장이랑 엄 청난 차이가 있는 거라구요~ 자 봐요~같은 여성체라도 홀딱 반해버릴 만큼 신 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나요? 호호홋" "않.느.껴.져.!!!" 난 삐쳐서 그들에게 고개를 훽 돌리고 화장대에서 일어나 거대한 창문이 있는 방의 끝으로 가서 아래에 내려다 보이는 연회식장을 바라봤다. 연회식장은 거대 한 동그란 형식의 돔이었다. 아치형식으로 건축된 연회식장은 마치 거대한 축구 경기장처럼 하늘이 뻥 뚤려 있었다. 뚤려진 지붕 끝자락에는 오색찬란한 마법으 로인한 영구적으로 빛나는 마법구체가 발광을 하고 있었고 이제는 어두컴컴해져 하늘위로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별들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광경 아래서 벌어지는 야회분위기의 연회라 모두들 들떠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저기 있는 대부분의 인간형상을 하고 있는 존재들은 이즈가 말했던 각계에서 초대된 손님들과 인간은 소수...그리고 다른대륙의 드래곤로드와 타 드래곤들...그런데 그들은 모두 인간형상을 하고 있다. 물론 몇몇은 황소머리를 하고 있는 사람몸 을 가진 존재도 보였고 날개가 달린 천사들도 보였지만 대부분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난 문득 드래곤도,천족도,마족도, 모두 왜 인간의 형상을 고집하는 지 궁금해 로드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로드왈... "그건 말이죠 린. 딱 꼬집어 말하면 인간의 형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창조 주님의 모습을 본뜬 거에요. 창조주님과 가장 비슷하면서도 가장 널리 퍼져있 는 종족이 인간이구요. 비록 인간의 몸은 나약하기는 하나 그 불완전속엔 완 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고 전율스러울 정도로 팔,다리 손, 심이저 손톱까지 몸을 구성하는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활용적인 삶을 영위할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인간의 몸을 작은 소우주라 칭하는 거구요. 저희들 드래곤들도 커다란 몸집에 짧은 팔다리보단 인간의 형상을 고집하는 이 유도 우선 생활하는데 편리하기 때문이죠 후훗...아!...이제 연회시작시간이 되었 군요. 린님은 이제 한시간정도 후에 연회에 참석해 주세요." 에? 연회시작은 분명 6시로 알고 있는데? 지금 분명 6시가 되기 조금 전이다 그 래서 궁금한 나머지 이즈에게 물어본 결과 이즈 왈... "주인공은 늦게 도착해야 휘광이 더욱 찬란하게 비춰지는 법이죠 호호호홋" "......" "호호홋...화장망치지 않게 주의하시구요~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시후에 뵈요 린,엘테미아님." 이즈는 키슐로이와 함께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에셀린과 나, 둘밖에 남지 않은 방안에 내 한숨소리가 길게 여운을 남긴다... * * * 이즈가 키슐로이와 함께 도착한 곳은 온통 유사인종들이 고급정장과 특유의 예복을 입고서 손엔 위스키나 포도주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연회장 이었다. 가끔가다 이즈와 키슐로이처럼 눈부신 빛과 함께 나타나는 손님들도 간간히 보였다. 그때 이즈는 그들 모두에게 들릴수 있도록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이 목을 집중시켰다. "이렇게 엘테미아님의 대륙으로의 귀환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모이신 여러분께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즈가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보낸 미성의 목소리가 야회분위기의 연회장에 가득 울리자 담소를 나누던 사람들도 이성과 가벼운 춤을 추고 있던 커플들도 모 두 하던일을 멈추고 로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모두의 이목을 확인한 이즈 는 그들을 모두 둘러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엘테미아님의 귀환환영식은 오늘, 내일로 진행됩니다. 연회의 막날에는 엘 테미아님의 특별 이벤트가 있으니 모두들 기대해 주시고요. 짧은 이틀동안 이지만 모두들 즐거운 시간과 좋은 추억을 남기셨으면 하네요. 그럼 모두들 다시 연회를 즐겨주세요 호호홋!" 그때였다. 저쪽 구석진 테이블이서 묵묵히 와인을 음미하고 있던 막 15살이 될까한 보라색머리의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지닌 소년이 이즈를 향애 고개를 돌리며 질문했다. "주인공께선 왜 모습이 보이시지 않는거지?" 이즈가 그 소년을 바라보자 이즈는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수 있었다. 그래서 공손한 어조로 친절히 답해주었다. " 마계의 일곱군주중 황의군주 멜테브리우스넬님이시군요. 이렇게 자리를 빛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엘테미아님께서는 현재 여러분들게 잘보이기 위해 아직 치장이 끝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 조금후면 저희 은빛일족과 함께 이 자리를 빛내주실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여러분." 이즈의 말이 끝나자 마자 연회의 오른쪽에 많은 인파가 몰린곳에서 젊은 마 족의 장난스런 음성이 들려왔다. "하하하하...마법으로 지렁이같은 주름살을 하나하나 피고 있나보지요? 하하하하 우린 늙은 드래곤의 몸이나 얼굴에는 관심없으니 대충하고 나와도 된다고 전해 주시오 하하하하하..." 이즈는 이런 무례의 말에 얼굴이 살풋 찡그러 졌으나 그 또한 드래곤일족이 모 인 앞에서 무레의 말을 할수 있는 계급의 마족이었다. 마계의 일곱군주중 하나 인 청의 군주 엘살드리컨... 엘살드리컨의 농으로 드래곤들만 빼고는 전부 연회장을 가득 울릴 정도의 대 소를 터트렸다. "와하하하하하하" "오호호호호호호" "깔깔깔깔깔깔깔깔" "큭큭큭큭큭.....그래그래 큭큭 우린 그저 시조드래곤이란 어떤 드래곤일지 궁금 하기도 하고 삼백만살의 드래곤이라면 어떤 모습으로 늙을지 궁금하기도 해서 참석했지 크하하하하하" 그때였다. 이런 마족들의 무례에 참지못했던 오렌지빛의 발랄한 단발머리를 하고 있던 예쁘장한 소녀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소녀는 19살정도로 보이는 인 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드래곤이 마족들을 가리키며 분노의 일갈을 퍼트렸다. "이...이...무례한 것들!! 어디서 그분을 모욕하려 드는거냐!! 너희 마족들은 모두 외모만 보고 마대장이나 마군주가 되는거냐!! 앙?" 그러자 예의 장난기 가득한 청의 군주 엘살드리컨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는 오렌지빛 머리칼의 소녀에게 말했다. "아 그건 아닙니다. 진정하옵소서 캐이셜럭스대륙의 드래곤로드 에이메리님. 그저 연회분위기좀 띄어 보려고 저희들을 위해 치장하고 계신다는 엘테미아님에게 저희 들은 엘테미아님에게 외적으론 전.혀. 관심이 없으니 필요가 전.혀.없.는 수고를 끼치 는 것 같아 그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한 것 뿐입니다." 엘살드리컨의 말에 여기저기서 다시 숨을 죽이며 킥킥거리는 비웃음 소리가 들려 온다. 이에 완전 홍당무가 되버린 캐이셜럭스대륙의 드래곤로드 에이메리가 마나를 끌어올리며 주위가 온통 주황빛의 마나로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족들 이 모여있는 공간에서도 보랏빛 마기가 소용돌이 치고 서로 작은 전쟁을 시작하려 할때 모든 마나를 끌어올려 이슈테리아 대륙의 드래곤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가 이 전쟁을 무마시키려 했다. "모두들 진정하세요 호호호호...이 좋은 자리에서 좋은 음식들과 좋은 연인들을 앞에 두고 서로 싸워봤자 피차 피곤하기만 할뿐이지 않겠습니까? 분명 엘테미아님은 삼 백만 이상 세월을 살아오신 드래곤이 맞습니다. 드래곤의 평균 수명이 만살에서 만 오천살정도니 굉장하신거죠... 아니 삼백만살도 정확한 측정은 아닙니다. 문명이 개척 되고 책과 글이 생겨나며 역사서가 생겨나고 그때부터 기록된 역사서에 의해 엘테미 아님의 나이가 계산됬으니까요. 엘테미아님이 백만살인지 천만살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안하나 하지요. 마족분들은 오래사신 드래곤이라 솔직히 상대 하기도 싫으신 모양인가 보군요?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 이즈가 갑자기 두 무리를 중재하고 또 마족에게 제안하자 장내에 있던 모든 존재들 이 이즈의 말에 청력을 끌어올려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내 이즈의 분홍빛의 새초롬 한 입술이 열렸다. "저희 드래곤들은 자부심이 굉장한 종족입니다. 그러니 제안하나 하지요. 엘테미아님 이 비록 오래사셧다고 하나 드래곤으로선 최초의 드래곤으로써 신성시 되시는분. 그분이 맘에 드시지 않는다 하시니 엘테미아님은 마족분들 일체에 접근하지 않고 말도 걸지 않겠습니다. 마족분들도 엘테미아님에게 일체 말도 거실수없으며 주위 5 헤론(1헤론=1M) 이내로 접근하기 금지입니다. 지키실수 있겠습니까? 엘테미아님의 외적 외모에 관심이 없으신 젊.으.신.분들...?" 이즈의 말이 끝나자 마족들의 얼굴은 변함없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역시 마족의 일곱군주중 하나 청의 군주 엘살드리컨이 통쾌한 웃음을 날리며 이즈의 말 을 동의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우리들 역시 약속하죠. 엘테미아님에게 말도 안걸고 5헤론 안으로 접근 하지 않는다고...하하하...저희들이야 엘테미아님보다 술과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더 좋은걸요? 이제 우리들의 조건을 걸 차례인가요? 엘테미아님도 우리들 마족들 에게 일체 말걸기를 거부하고 5헤론 안으로 접근을 금지해주십시오. 왠지 젊은 물에 어르신이 끼어든다면 파티분위기가 칙칙해지지 않겠습니까? 파하하하하하하!" 얄미운 엘살드리컨의 말에 다른 드래곤족들은 주먹을 움켜쥐며 울분만 삭힐뿐 엘테 미아님을 한번도 본적이 없고 나이로만 계산해 봐도 마족들의 말이 일체 맞는 말이기에 가슴으로 울분을 뭍어둘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드래곤과 마족의 기운들이 서로 팽창해 가며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을 때 한쪽 구석에서 나 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 제안에서 빼주지..." 이즈가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엘테미아의 소재를 물었던 황의 군주 멜테브리우스넬 이었다. 이에 이즈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좋습니다. 멜테브리우스넬님~♡'이라는 하트를 날리며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자 청의 군주를 비롯한 그의 세력하에 있는 마족 들의 입에서 동시에 우~~우~~하는 야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황의 군주세력하에 있는 마족들은 난처한 미소로 자신들의 주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군은 그저 옅은 미소와 함께 와인을 들이키고 있을뿐 별다른 언행은 없었다. 그때였다. 연회장 한가운데서 보랏빛의 엄청난 기운이 몰려들고 있었다. -슈슈슈슈슈슈슈- 거대한 보랏빛의 기운에 연회장에 있던 모두가 일순간의 침묵과 동시에 긴장했다. 이 거대한 기운은 마계의 일곱군주 이상...힘을 초월한 또하나의 신성스런 존재...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때 보랏빛무리와 함께 등장한 두명중 키가 큰 안경을 쓰고 있는 30대 중반의 멋진 근육과 정장을 착용한 마족이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마계의 절대군주! 헬프리보드가님의 강림입니다!!" 절대적인 존재감...일개의 환영식따위에 등장할 존재가 아니었다. 마족과 상극의 속성에 있던 직분이 낮은 천사들이 안색이 창백해 지면서 하나 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보랏빛무리가운데 나타난 또한명의 인영은 짙은 보랏빛머리가 허리를 넘어서고 있는 생머리였고 보랏빛의 곧은 눈썹과 신비스런 보랏빛으로 빛나는 보석같이 다각도로 빛나는 신비스런 눈...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하얀 피부와 오른쪽 눈 밑에 그려진 신기로운 문양...그의 미려하게 깎은듯한 콧날과 절대선을 자랑하는 곧게 닫힌 붉은 입술...그리고 훤칠한 키에 잘다부져진 몸매에 멋진 하얀 롱코트 를 걸치고 있었다. 오른쪽 가슴에 그의 카리스마를 대신하는 멋진 문자가 보랏빛 실로 멋들어지게 수놓아져 있었고 보석의 장식따위는 없엇지만 그 기품 하나하나 가 찬란한 보석보다 훨씬 더 멋지게 비춰 보이고 있었다. 그의 등장에 손에 와인을 쥐고 있던 마족들과 춤을 추고 있던 마족들...이즈의 말에 웃고 있던 모든 마 족들과 조용히 와인을 음미하고 있던 황의 군주 멜테브리우스넬도 모두 한 쪽 무릎을 꿇고 자신들의 절대군주께 부복했다. 마계의 절대군주 헬프리보드가가 주위를 스윽 둘러보며 자신의 기운에 쓰러진 천사들과 그를 보며 태연스런 표정을 짓고 잇는 대천사 미카엘과 가브리엘을 보곤 결례의 사과의미로 손을 한번 들어주곤 살풋웃기 시작했다. "이런...제가 중요한 파티를 망친 듯 하군요. 모두들 다시 즐겨주시길..." 그러자 숨막힐 것 같은 마계의 절대군주의 존재감이 파도에 들어왔던 바닷물이 빠져나가듯 순식간에 연회장을 모두 빠져나갔다. 그제서야 정신차린 이슈테리아 대륙의 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는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마계의 절대군주에게 말했다. "처,처음 뵙겠습니다. 헬프리보드가님...이 이슈테리아 대륙의 드래고닉캐슬에 무슨 일로 친히 방문하셨는지 제가 알아도 실례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즈의 정중한 물음에 도리어 헬프리보드가가 얼굴에 의문을 띄우며 말했다. "여기가 엘테미아의 환영식이 열리는 연회장이 아니었습니까? " 그러자 이즈는 설마 마계의 절대군주가 엘테미아님의 환영식에 참석하기위해 절대적인 존재가 직접강림했다는 충격적인 일을 믿을 수 없어 말을 제대로 할수 없었다. "그,그건...맞습니다만..." "하하...전 엘테미아의 얼굴을 보기위해 왔습니다. 아!...그리고 아까 로드가 제안한 마족이 엘테미아의 곁에 접근을 금지하는 것을 황의 군주 멜테브리 우스넬과 함께 저도 빼주셨으면 합니다만...." 마계의 절대군주 헬프리보드가의 입에서 나온 말에 청의 군주 엘살드리컨을 비롯한 연회에 참석했던 모두가 입이 딱 벌어지며 침묵이 장내를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정확히 연회참석자의 명부를 기재하고 있던 어린 블루드래곤 팔키 오스가 엘테미아님의 등장준비를 알리는 에셀리드민의 전음에 침묵에 휩싸여 있는 장내에 커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시조드래곤 엘테미아님이 들어오십니다!!" 장내의 모든 존재가 연회장 안쪽에 있는 거대한 문을 모두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침묵속에 거대한 미스릴로된 아름다운 일곱 드래곤문양이 조각된 문이 끼기기기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한다. 엘테미아의 화려한 환영식(7) 모두의 시선이 지금 천천히 열려지고 있는 연회장의 정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미카엘도...가브리엘도...마계의 일곱군주중 청의군주 엘살드리컨과 그 외 나머 지 군주들도...마계의 절대군주 헬프리보드가도...그리고 이슈테리아 대륙의 드래곤 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와 캐이셜럭스 대륙의 드래곤로드 에이메리 스 콸라이쳐 ,그리고 여타 대륙의 드래곤 로드들도 일제히 정문을 주시하고 있다. 명부를 관리하는 관리드래곤이 엘테미아의 입성을 알릴때부터 엘살드리컨과 그와 함께 같은 뜻을 지니고 있던 수많은 마족들은 에이메리와 그 외 드래곤들 에게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이거이거...이제부터 파티가 칙칙해지겠군...'이라며 와인을 꼬나들고 홀짝거리고 있었고 에이메리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마계의 일곱군주중 하나인 엘살드리컨의 목을 따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의 암묵적인 살기가 남발하고 있을 때 드디어 문이 반쯤 열리고 거기에 하나의 인영이 들어섰다. 그러자 연회장의 반응은... "뭐,뭐야..." "에?..." "꼬...마?" 정문에서 나온건 다름아닌 에셀리드민이었다. 에셀리드민은 귀여운 고양이귀를 발딱 세우곤 정문으로부터 한걸음 나와 아직 연회장에 발을 디디지 못한 누군 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모두가 들을수 있는 목소리로 그 누군가를 불렀다. "엘테미아 빨리 안들어오고 뭐해~? 다들 기다리잖아~!" 기다렸던 엘테미아가 등장하지 않고 실버일족의 꼬마가 등장하자 장내가 갑자 기 술렁였다. 연회식장의 왼쪽에 드래곤들과 간간히 황의군주의 세력하에 있 는 마족들...그리고 천사들이 많이 모여있던 공간에서 아름드리 뻗은 나무위 에 두명의 천사가 앉아있었다. 나뭇가지에 걸터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던 가 브리엘은 슬쩍 미카엘을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엘테미아에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서릿발같은 차가운 시선이 그에게 쏟아졌지만 지금 미카엘을 보니 그 저 담담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미카엘이 변할수 있었는지 가브리엘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린이라는 소녀...그 용감한 소녀덕에 미카엘의 차 가웠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져 있었고 말수도 예전에 비하면 오늘은 다섯음 절을 넘는 미카엘의 말을 가브리엘은 6번이나 들어 무척 기분이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무척 씁슬했다. 이게 과연 자신이 미카엘을 변화시키지 못했던 것 때문인지...아니면 미카엘을 변화시킨 사람이...미카엘이 마음을 준 상대가 하 필 린이라는 소녀인지...무엇 때문에 자기 심정이 이렇게 혼란스러운지 자신 조차 알길이 없었다. 아무튼 이 혼란스런 감정을 추스르고 애써 태연한척 하며 연회장 정문에서 실버일족에 의해 억지로 끌려오는 엘테미아란 드래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후 실버일족의 꼬마와 함께 나온 엘테미아를 보고 혼란스러웠 던 감정이 더욱더 혼란스러워졌고 미카엘도 미카엘답지 않은 들고 있던 와인잔을 놓치며 뚫어져라 정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처음에 엘테미아인줄 알고 정문을 쳐다보고 있었던 엘살드리컨은 정문이 열리고 등장한게 에셀리드민이라는 실버 일족이고 또 엘테미아가 쑥쓰러 워서 못나오고 있어서 실버일족의 아이가 엘테미아를 억지로 끌고가려고 다시 정문을 나서자 큰소리로 에이메리에게 들으라는 듯 소리쳤다. "푸하하하하하! 뭐볼게 있다고 뜸들이는 건지...여기서 아.무.도 그녀에게 기대하는 건 없는데 말야...크크큭....." 그리고는 그는 정문에서 반대방향으로 뒤를 돌아 자신과 좀전에 뜻을 같 이했던 동지들에게 유쾌하게 소리쳤다. "어~~이 여러분 뭘 그렇게 보십니까 한명이 더 들어오건 말건 우리들은 우리들끼리 파티나 즐깁시다. 삼백만살이나 먹은 드래곤이 뭐볼게 있다 고 그렇게 긴장하며 정문을 보십니까 하하하하하. 다늙어서 뭐하는 추태 인지...뭐가 볼게 있다고 생각해 부끄러워 하는건지...크크큭...여러분! 모 두 파트너와 함께 춤을 춥!......" 그러나 엘살드리컨은 말을 끝까지 이으진 못했다. 자신은 엘테미아가 등 장하는 정문의 반대로 돌아서서 자신앞에 있는 모든 초청객들에게 쉽게 말해 늙어빠진 엘테미아가 들어오건 말건 우리는 우리끼리 춤을 추고 파 티나 즐깁시다!. 라는 뜻을 가진 말을 하려 했으나...엘살드리컨의 눈에 비춰지는건 마족이건 천사들이건...드래곤이건...(인간들은 내일 온단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모든 존재들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낸 붕어빵처럼 똑같이 눈을 동그라게 뜨고 전혀 미동도 하지 않으며 입을 살짝벌리고 장내는 그 흔한 숨소리 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건 언제나 동조해주고 따라주던 마족들조차도...자신이 무슨말을 하건 계 속 따지려 들던 에이메리라는 타대륙의 드래곤로드조차도...이 알수없 는 현상에 엘살드리컨은 뒤를 돌아 이런 현상을 만든 장본인을 확인하려 할때였다. 침묵의 장내에서 자신들의 절대군주! 마계의 지배자 헬프리보 드가의 살기어린 목소리가 엘살드리컨에게 보내졌다. "엘테미아를 보고난후 10초가 될 때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엘살드리컨은 자신의 절대군주가 10초안에 시선을 돌리지 않으면 죽인다 는 살언(殺言)에 엄청긴장하긴 했지만 솔직히 늙은 드래곤 뭐 볼게 있 으랴! 스스로 가슴속에서 외치고는 당당히 몸을 돌려 문제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그리곤 자신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신음소리가 또다시 장내에 짧은 여운을 남긴다. "흡!..." 정문에서 실버일족의 꼬마에게 이끌려 나온건 3만년간 살아온 엘살드리 컨으로서도 전혀 짐작할수도 없는 미(美)를 지닌 소.녀.였다. 분명 늙은 이가 아닌 바라보기만 해도 온몸의 뜨거운 감정이 휘몰아치는 아름다운 소녀... 드래곤이 인간으로 폴리모프해서 자신의 생각대로 외모를 정하는 건 아니다. 드래곤들은 창조주님의 권능으로 모든 종족의 얼굴을 타고 태어나는 것 이다. 아무리 마법으로 자신의 얼굴이나 특정부위를 고치고 싶어하지만 머리칼을 빼놓고는 창조신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물론 젊어 보이게 하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평소에도 꽤 많은 양의 마나가 그 주위로 유동 하고 있어 그 드래곤의 본질을 쉽게 눈치챌수가 있다. 허나 아무리 감각을 확대해 봐도 지금 눈앞에 있는 엘테미아라는 늙은 드래곤의 마나는 기본적인 마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침묵상태였다. 엘살드리컨은 처음보는 숨막힐것같은 아륾다움에 엘테미아의 하나하나를 눈에 새기기 시작했다. 그녀가 실버일족의 꼬마에게 이끌려 어색한 걸음걸이로 걸을때마다 연 회장을 환히 밝히고 있는 오색찬란한 광구들에 의해 그녀의 은빛실들이 꿈결같은 환상스런 광채가 머리칼의 살랑거림을 따라 은빛광채의 물결이 일며 눈부신 광채를 뿌리고 있었고 그녀의 얼굴을 보자 완전 무아지경 으로 빠지는 착각이 들었다. 난 무의식적으로 시력을 최대치로 극대화 시켜 그녀를 천천히 살펴봤다. 그녀의 두눈은 포용할수 없을 것 같은 깊은 금빛광채가 반짝이고 있었고 티끌하나 없는 하얀 눈자위가 황금색 눈동자를 조심스레 포용하고 있었다. 그녀의 속눈썹은 아름다운 각도로 살짝 휘어져 있었고 그녀의 눈가엔 새 초롬한 소녀를 연상시키는 분홍빛연지가 칠해져 있었다. 그리고 날카롭지 않은 미려한 곡선의 부드러운 콧날과 물기가 어려있는 착각을 들게 만드는 촉촉한 분홍빛의 입술을 보니 천년이고 만년이고 언제까지 끝없는 짙은키스를 퍼붓고 싶은 욕망이 일어섰다. 그녀의 은빛실들의 아래로 가자 그녀의 하얀 목덜미가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었고 그녀의 드레스가 소녀의 부끄러운 어깨 를 내보이고 있었다. 흰 얼굴 못지않게 우윳빛 살결은 빛을 받아 광채를 일고 있었고 손에 닿기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일어날만한 보드라운 살결이 내 눈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키는 아담한 소녀의 모습 그대로 였고 화려한 레이스가 하늘거리는 자줏빛 드레스가 오히려 그녀의 눈부신 외모에 빛을 잃어버리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풍성한 드레스의 아래를 보니 작고 귀여 운 곡선이 어려있는 발가락들이 보였고 그 부끄러운 발가락을 예쁘장한 3개의 붉은빛 줄로 굽이 높은 구두와 하얗고 보드라울것만 같은 작은 발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신체 하나하나에 심장이 두근거려 폭팔할 것 같은 욕정을 일으킬 무 렵...어느새 자신의 몸에 무언가 이상이 생겨난다는걸 엘살드리컨은 깨닫고 있었다. 무언가 사라지는 기이한 느낌...그렇게 엘살드리컨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마지막으로 엘테미아의 눈부신 모습을 동공에 담고 조용히 헬프리보드가에 의해 소멸되었다. 아마 10초를 넘겼나 보다...불쌍한...(;;) 잠시 작가의 십초간의 묵념이 이어졌다. 엘살드리컨이 마계의 절대군주 헬프리보드가에 의해 소멸됨을 그누구도...심 지어 그의직속 부하들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연회장에 머물던 침묵이 너무나 맑고 청량한 미성의 목소리가 흘러 들며 살며시 침묵을 깨버렸다. 그목소리는 다름아닌 엘테미아였다. "아,안녕하세요 여러분...저를 위해 식에 오신걸 감사...드립니다. 에....또... 왜들 ...이렇게 조용한건지...하하..."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엘테미아가 난처한 미소를 짓고있었고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얼어 있는 가운데 엘테미아의 모습을 의연하게 보고있던 이슈테리 아 대륙의 드래곤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가 마나를 실어 박수를 두어번 쳤다. -짝!짝!- 그러자 좌중에 있던 모든 존재들은 현혹마법에서 풀려난 듯 멍해있던 눈동자가 맑은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기어이 숨소리가 하나둘씩 들려가며 끝내는 저마 다 탄성을 지르며 눈앞의 눈부신 소녀를 보기위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때 이즈의 낭랑한 목소리가 장내에 퍼졌다. "호호호호~ 여러분의 성원에 우리 드래곤일족의 최초드래곤이신 엘테미아님이 연회장을 빛내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의 박수와 함께 성원해 주시면 엘테미아님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러자 엘테미아에게 다가가려던 장내의 모든 존재들은 일제히 엘테미아에게 박 수를 보내기 시작했고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지 엘테미아는 두볼이 마치 잘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지 연신 그녀의 드레스에 에셀리드민의 두볼을 비비고 있었고 다시 서서히 엘테미아에게 몰려드는 인파 가운데 하나의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잠깐!!" 자신의 기운을 조금 실어 퍼트린 목소리에 좌중은 일제히 엘테미아에게 가던 걸 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마계의 절대군주...또하나의 절 대자...마계의 마왕 헬프리보드가였다. 헬프리보드가가 엘테미아에게 한걸음씩 옮길때마다 좌중은 썰물이 밀려나듯 그의 주위로 싸악~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덧 엘테미아의 바로 앞으로 당도한 헬프리보드가는 엘테미아의 앞에 서서 아무 말없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아니...시선으로는 그녀를 보고 있었지만 그는 지금 이 곳의 엘테미아가 아닌 어디선가의 다른 엘테미아를 보고있는 듯 했다. 엘테미아도 현재 분위기에 눌려 기가 많이 죽어있던 상태였고 자신에게 뜨거운 눈 빛을 보내는 남녀를 불문하는 시선들 때문에 당황해 있다가 자신의 앞으로 많은 인 파를 기운만으로 헤치며 다가오자 그를 빤히 올려 쳐다봤다. 자신보다 20크로에서 30크로는 더 커 보일듯한 장신의 보랏빛머리칼을 아름답게 늘어뜨린 강한 카리스마를 퍼트리고 있는 백색이 롱코트를 걸친 청년이 다가오자 엘테미아는 이상한 기분이 밀 려들고 있었다. '분명 처음보는 듯한 사람인데...왜 이렇게 아릿한 감정이 가슴속에 느껴지는 걸까...?' 그때였다. 갑자기 자신의 시야에 보랏빛의 가는 실들이 비산하고 있었고 엘테미아의 동공이 확대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초청객들의 입에서 알지못할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피가 역류하는듯한 격한 심장의 두근거림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시야에 보랏빛 머리칼이 비산하면서 자신의 입술이 무언가 말랑말랑한 감촉이느껴지기 시작했다. 깜짝놀라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짙은 속눈썹으로 눈이 멋지게 가려있는 눈앞에 청년의 얼굴이 너무나 가까이에 있었다. 그의 입술은 쉽게 떨어질줄 모르고 있었다. 처음엔 자신의 입술을 탐하던 그의 입에서 무언가 부드럽고 끈적한게 자신의 입 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전율스런 자신의 몸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지려 하자 그가 자신의 허리에 팔을 둘러 자신의 몸으로 더욱더 밀착시 켜버렸고 더욱 깊이 그의 혀가 들어오고 있었다. 사방을 현란하게 탐닉하는 그의 혀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느낌에 엘테 미아는 그저 눈앞의 남자가 떨어질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꽤오랜 시간 이 흐르고 천천히 그의 입술이 떨어지자 그는 그의 능력으로 흐트러진 내 분홍빛 입 술의 화장을 바로 잡아주며 한마디 건네었다. " 드래크로와 너와 헤어진지 벌써 삼백오십만년이구나...엘테미아...하하...그동안 보고 싶었다." "......" 무언가 뇌리에 스치는 아련한 추억이 엘테미아의 온몸을 휩쓸고 있었다. 엘테미아의 화려한 환영식(8) 눈 앞의 정체불명의 남자와 황홀하다면 황홀하다 할수 있는 진한 이성과의 첫키스를 멋지게 마무리한 엘테미아는 그의 키스를 끝으로 건넨말에 무언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정확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추억이 아닌 안개에 휩싸여 있는듯한 아련한 기억...그 안 개속에서 눈앞에 있는 남자를 대입시켜보니 나오는 감정은... '왠지 모를 분노...그리고 떠오르는 하나의 단어...' 엘테미아의 몸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자신도 놀랄정도로 눈앞의 남자를 대하고 있었다. 엘테미아의 하얀 오른손을 뻗어 어느새 눈앞에 아찔할 정도로 멋진 남 자의 이마를 어루만지고 있었고 오른쪽 허벅다리를 기점으로 갈라진 아름다운 레 이스와 드레스의 치마사이로 어느새 눈부신 새하얀 스타킹을 신고있는 고운 다리 가 그의 복부에 올려져 있었다. 엘테미아의 이러 대담한 행동에 대륙의 모든 드래곤들은 물론이고 마족들과 천족들 연회식장에 참석한 모두의 눈이 놀람에서 이제는 경악으로 바뀌었다. 세상에...누가 마계의 절대군주를 저런식으로 상대할수 있을까...그들의 생각은 모두 이런생각으로 일관되어 있었고 엘테미아의 대담하다 못해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올 행동의 결과가 소리로 장내에 경쾌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빠각! 퍼억!- 머리엔 엘테미아의 주먹에 정통으로 맞고 그의 복부엔 엘테미아의 하이힐이 작렬 했다. 그리고 엘테미아 자신도 놀랄만큼 너무나 자연스레 나오는 한마디에 장내 의 모두의 얼굴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이!...이!...로리콘 변태 대마왕!!! 헬프리오빳!!" "......" "......"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 이즈와 에셀리드민을 비롯한 엘테미아와 친분 이 있는 드래곤들은 안색이 창백하다 못해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마족을 위시한 천사들...그리고 나머지 초청객들도 이제 마왕의 손에 갈가리 찢기며 변사체가 될 엘테미아를 너무나 안타까운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세상에 어떤 간큰 존재가 감히 마계의 절대군주 헬프리보드가를 주먹으로 면상 을 갈기고 신고있던 하이힐로 복부를 찌르겠는가...? 이쇼크에 헬프리보드가는 엘테미아 앞에서 엎드려 있었고 이즈는 어쩔줄 몰라 자꾸 허둥지둥 거리기 시 작했다. 그때였다.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나 화났어'라는 오오라를 풀전개 하며 으스 스하게 헬프리보드가가 일어섰다. 이 음산한 기운에 일부 하급천사들은 다시금 졸도하기 시작했고 드래곤들은 물론 같은 기운을 지닌 마족들조차도 움찔거렸 다. 이즈와 그 외 드래곤들도 지금이라도 엘테미아가 헬프리보드가에게 정중히 사 과하면 전에 찐한 키스를 나누었던 사이인지라 어떻게든 목숨을 살려줄거라 생 각해 이즈는 엘테미아에게 다가가 어서 빨리 마계의 절대군주, 마계의 대마왕님 께 사과하라고 말해주려 할때였다. 헬프리보드가가 음산한 웃음을 짓자 고운 이 마가 찡그려 지며 다시 엘테미아의 가녀린 팔이 헬프리보드가에게로 작렬했다. 다시 사색이 된 이즈와 그 외 초청객들은 차마 미를 초월하는 신비스런 존재가 마왕에게 갈가리 찢기며 죽음을 당하는 꼴을 보지 못하고 어떤이는 고개를 팔에 파뭍으며 또 어떤이는 그냥 질끈 눈을 감아버렸고 또 여성체들은 꺅!꺅! 거리며 고개를 완전 돌려버렸다. "......." "......" 시간이 지나도 엘테미아의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자 모두들 슬그머니 눈을 뜨고 참상이 벌어질 엘테미아와 헬프리보드가를 주시했다. 그런데... -휘리릭~휘익~슈욱~푸슛~- "흐에엥~~맞아!! 예의상 한 대라도 맞아주는게 예의아냐~! 이 바보천치,절대 지존 슈퍼로리콘변태 대마왕아!!" 엘테미아는 죽어라고 주먹과 치마를 두손으로 들어올려 눈부신 각선미를 자 랑하는 하얀다리로 헬프리보드가에게 일격을 날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헬프리보드가는 분노의 기색이라곤 일색 보이지 않았고 지금 이상황을 너무나 즐거운 시간인양 얼굴에는 아찔할정도로 눈부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다... -덥썩- "꺄악~!" "파하하하하하~이제야 내가 알던 꼬맹이 엘테미아같구나! 처음엔 조용하길래 엘테미아가 못본사이에 요조숙녀로 변했나 하고 기대해봤지만 여전히 왈가닥이 로군 이런 왈가닥을 누가 데려가겠냐~! 이 오빠뿐이지 안 그래? 하하하하~" "히잉~내,내려줘! 이 바보!" 이 말도 안돼는 헬프리보드가의 말에 모든 남성체들과 일부 여성체들도 돌을 던지고 싶었지만 생명을 걸고 돌을 던질 이는 아무도 없었다. 헬프리보드가는 엘테미아의 겨드랑이 사이로 두손을 집어넣고 번쩍들어올려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도 가녀린 두팔로 열심히 헬프리보드 가의 목을 졸라매고 있었지만 그는 연신 웃음만 질뿐이다. 모두가 일말의 재고도 없이 예상했던 참극이 벌어지지 않고 그 반대의 상황 이 일어나자 모두들 입을 멍~하니 벌리고 두명의 아름다운 엘테미아와 헬프 리보드가의 사랑놀음(?)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장에 모인 모두의 얼굴을 삽시간에 빨갛게 물들일 말을 헬프리보드 가의 입에선 술술 흘러나왔다. "캬~ 옛날생각 나니? 너랑 나랑 한 침대를 썻던건 물론이고 드래크로랑 같이 목욕도 자주 했었다고~하하하하~그때나 지금이나 보드라운 살결은 여전하구나 ~~♡" 그리고는 들고있던 엘테미아의 가슴에 자기 얼굴을 뭍곤 마구 비비기 시작했 다. 연회장 전체에서 안따까움과 부러움,시기와 질투,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었고 헬프리보드가의 변태짓에 엘테미아의 얼굴은 삽시간에 빨간 사과가 되었다. "꺄악~!무,무슨소리얏!! 난 전혀 기억이 안난다고 이 변태 로리콘앗!!" "헉!" "흡!" "어마~!" 어느새 연회장은 아까의 긴장된 기운은 어디서도 찾아볼수 없었고 화기애애 한 분위기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후대에 이야기거리가 될 엘테미아와 드래크로 그리고 헬프리보드가의 육아일기도 굉장히 재미있 었다. 지금 연회장은 어느새 헬프리보드가가 자신의 무릎에는 엘테미아를 앉혀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고 있었지만 헬프리 보드가의 힘에 제압당해 연신 그의 살과 손을 꼬집고 있었지만 헬프리보드가 의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연회장에 모인 모든이들은 경청하고 있었다. "하하...그래서 말야...어느날인가 드래크로가 창조주님의 명을 받아 하나의 생 명체를 만들었다며 품에는 엘테미아를 안고서 나에게 찾아왔었지. 그때 엘테 미아는 완전히 백지 상태였어. 나도 그시기에는 인간의 나이로 치자면 한 9 살박이 어린 꼬맹이였고 드래크로도 나와 비슷한 연령이었지. 하하하. 아까한 말은 사실이긴 하지만 어릴적에 일어난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일이니 신경쓰 지 말도록해~쿠쿠쿡...엘테미아 얘가 얼마나 어벙한지 아나? 아마 드래크로에 게 창조된후 지성을 갖추기까지 걸린 시간만 천이백만년이라는 세월이 흘렀 지..." "헉!..." "큼..." "......" 천 이백만년이라는 거대하 세월동안 백지상태로 존재했다는 헬프리보드가의 말에 장내에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놀라움의 감탄사가 쏟아지고 있었고 엘 테미아 본인도 다른 누구의 입으로 자신의 과거를 듣는건 처음이기 때문에 귀여운 발악을 멈추고는 경청했다. "나와 드래크로는 엘테미아의 이성을 깨우기 위해 근 천만년간 죽어라 노력 했던 거야 하하...그런데도 여전히 엘테미아가 백지상태로 있자 우리는 서로 천만년간 머리를 맞댄 결과 엘테미아의 육체를 감당할 수 있는 드래곤하트 라는 것을 엘테미아의 심장에 보내줬지.. 그후에 또 시간이 흐르고 엘테미아가 지성을 갖추고 자아를 확립했을 때 처음 내뱉은 말이 뭔지 아나? 바로 '변태오빠들...' 이라는 거야 하하하하... 물론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천만년간 엘테미아의 지성을 깨우기 위 해 노력했지만 드래크로는 조금 ♡♡♡ 한 짓도 많이 했나봐 하하하하하 녀석 자제좀 하지 하하하하" 헬프리보드가의 마지막말에 다시 여성체의 초청객들은 작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빨개졌고 남자들은 연신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사자인 엘테 미아는 헬프리보드가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들 헬프리 보드가가 무서워 하지 못한 말을 일제히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드래크로님이 아니라 당신이 변태짓을 많이 했겠죠!!' 엘테미아도 같은 생각인지라 다시 귀여운 발악을 하려드는데 갑자기 마왕답지 않게 실실거리던 헬프리보드가가 예의 아찔할정도의 얼굴이 진지하게 바뀌며 형용할 수 없는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보자 엘테미아도 귀여운 발 악을 멈추고 얼굴을 붉히곤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며 시선을 어디로 둘지 몰라 안절부절했다. 그리고는 다시 헬프리보드가의 카리스마가 담긴 멋진 목소리 가 연회장에 울렸다. "그렇게...네가 지성을 찾아가게 되고 우리들은 너무나 행복했지...엘테미아는 그때부터 너무 귀여웠고 또 왈가닥이었지 하하 드래크로가 여자는 온순,청렴,순진 순결,고상하게 라며 훈계를 하자 엘테미아는 '그럼 나는 남자가 될꺼야!'라며 드래 크로에게 때쓰기도 했지 그 때문에 드래크로도 난처한지 다시는 여자다워지라고 하지도 않았고...시간이 흐르자 그런 엘테미아를 더욱더 소중히 여기게 된걸지도... 그리고...나도 이제 세월이 흘러 인간으로 따지면 청소년기를 맞이하게 되었지... 이제 나의 마음을 정확히는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알게된거야...나도 드래크로 못 지 않게 엘테미아를 생각하고 있구나...그때는 그저 나의 동생으로서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소중한 존재인줄로만 알았지...그런데 말야...엘테미아가 지성을 찾게된지 백년이 되던 날이었지...백년기념 축하파티라도 벌일까 해서 드래크로에게 엘테미아 몰래 찾아가 엘테미아를 놀래켜주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드래크로에게 찾아갔지만... 자아를 확립한지 겨우 백년...인간으로 치자면 7살박이 꼬맹이가 자기 스스로 의 능력이 범상치 않음과 동시에 차원계까지 문제가 발생하자 우리들이 심혈을 기 울여 선물해준 드래곤하트를 환원하고 아무말없이 차원계의 틈으로 사라져버렸지. 내가 이미 도착했을땐 엘테미아가 사라진 차원의 틈이 열렸던 곳에서 소리 죽여 울고 있는 드래크로 뿐이었지...그 후로 드래크로를 만나볼수 없었다. 물론 나 도 그 누구도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뒤늦게 깨달은 나의 감정을 확실히 알아버렸으니까...그때 드래크로와 내가 속으로 얼마나 너를 욕했는지 아니? 우리셋 이서 다시 힘을 합치면 충분히 해결할수 있었던 문제였지만...녀석 머리가 조금 컷 다고 지 멋대로 행동하고 말야...그리고 삼백오십만년뒤...엘테미아의 귀환을 환영 하는 초청장이 내 비서를 통해 내게 전달됬을 때 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고 있니...?" 엘테미아를 안고있던 팔에 더욱 힘을 주며 헬프리보드가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후로 만년후...난 드래크로에 의해 재창조된 엘테미아와는 전혀 다른 드래곤들을 보게 되었지 일곱빛깔로 나뉘어진 엘테미아의 드래곤하트를 부여받은 엘테미아의 후손들...이 이야기가 너희 드래곤들의 창조기였다. 후훗...어때? 재밌지 않나?" 연회장에 있던 모두들 드래크로라는 드래곤들의 창조신 그리고 마왕과 엘테미아가 겪은 이야기에 감동이라도 받은 듯 여자들은 눈물을 홀짝이고 있었고 남자들은 그저 와 인을 들이킬 뿐이었다. 축축한 적막이 돌고 있는 가운데 아름다운 미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드래크로...드래크로는 어디있어?" "......" 헬프리보드가는 엘테미아가 눈물을 흘리며 드래크로를 찾자 한숨을 쉬고 엘테미아의 은빛머리칼을 조용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 후론 전혀 연락이 되질않았어...드래크로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도 전혀 알수 없었지 하지만 들을순 없었어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 드래크로는 널 포기할 녀석이 아니란걸...엘테미아 네가 차원의 틈에 떨어지고 나서 다시 이곳 대륙으로 오기까지 삼백오십만년...그동안 드래크로는 널 이곳으로 불러들이고 예전 모습 그대로 소환하기 위해 아마 흰머리가 되도록 갖은 애를 다쓰고 있었을 꺼야 하하하...녀석...나에게 도움 의 손길이라도 뻗쳐주길 내심 바랬지만...난 너의 창조주가 아니라 녀석이 원하지 않는 다면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수 없었지. 드래크로라면 걱정마! 녀석은 어딘가에서 너를 불러내 힘이 다빠져 헥헥거리고 있을걸? 아마 다시 힘을 찾게 된다면 누구보다 빨리 찾아와 네게 알밤을 먹일꺼라고 하하하하 장담할 수 있는건 네가 존재하는 이세상에서 드래크로는 절대 죽지 않으니 염려 붙들어 매자고~! 그럼 우린 그동안 못다한 뜨거운 사랑이나 나눠볼까?" 그러자 다시 엘테미아의 입술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자 엘테미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회심의 일격을 날렸고 무방비였던 헬프리보드가는 그대로 나자빠졌다. 물론 나자빠 지는것도 멋진 회전으로 마무리 시켜버렸지만... 그때 무슨생각이 난건지 헬프리보드가가 손가락을 딱~튕기며 모두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너희들 말야? 혹시 엘테미아가 드래곤으로 현신한걸 본적있나?" 헬프리보드가의 말에 이즈와 에셀린 그리고 엘테미아을 알고 있던 모든 드래곤들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에 모두들 순간 벙찐 표정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연회장 에는 조용한 침묵의 감돌았다.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1) 현신... 드래곤들이 어떤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하고 있던 그들의 본질은 일곱빛깔로 나뉘어진 거대한 크기의 날개달린 용이다. 거대한 머리엔 일족마다 뿔의 수가 다르지 만 모든 일족이 드래곤으로 현신할때는 두 눈이 모두 황금빛으로 물들어 버린다. 단단한 비늘과 무엇도 꽤뚫는 강한 이빨, 무엇보다 무한한 대기속에 퍼져있는 마나를 무한대로 유통시켜 가공시킬수 있는 마나결정체 드래곤하트...그리하여 지상 최강의 마법생명체가 드래곤의 본질이다. 현재 장내에 있는 초청객들은 저마다 엘테미아의 현신의 모습에 독특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분명 지금 존재하는 드래곤들과는 다른모습일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 만 어떤 고서나 문서,역사서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었던 터라 궁금증만 더해갔다. 그러나 그때 장내에 또한번의 침묵을 가져다 주는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호에에~~? 나도 커다란 도마뱀으로 변할수 있는거야?" "......" "......" 모두들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의 공통된 의견은 '드래곤이니 당연하잖아!!'라는 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그러나 엘테미아의 황당한 발언은 끝이난게 아니었으니... "그럼 현신은 어떻게 하는건데...?" "......" "......" 이제 초청객들은 일제히 엘테미아를 보며 '저거 드래곤 맞아?'라는 황당하단 표 정을 짓고 있었고 엘테미아의 얼굴에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소녀의 표본이 그려져 있었다. 엘테미아의 이계생활을 약간이나마 알고있던 이즈(로드) 는 재빨리 엘테미아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후훗...드래곤들은 모두 현신할 때 드래곤하트에서 마나를 집중해 끌어올린다음 의지로 마법을 구현할때와 같이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라고 간절히 염원 하게 되면 드래곤으로 현신할수 있답니다. 엘테미아님" "헤에~그래? 재밌겠다. 하하." 그때였다. 이즈곁에는 예의 멤버(다헤론,티제이븐,액시드옥션,패트리샤,가드레일)이 어느새 그녀의 곁에 있었고 이즈가 대표로 마계의 절대군주 헬 프리보드가에게 걸어가 그에게 질문하였다. "헬프리보드가님은 엘테미아님의 현신했던 모습을 보신적이 있으십니까?" 그러자 연회장에 있던 모든 초청객들의 이목이 다시 이쪽으로 모두 집중됐다. 엘테미아의 초창기때부터 몇천만년간 지켜봐온 마계의 절대군주라면 당연히 엘 테미아의 현신한 모습을 알 터이고 지금의 화제가 '엘테미아가 현신하게 되면 과연 어떤 드래곤으로 현신하게 될까'가 주된 이야깃거리니 이런 시선집중현 상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의 아찔할 정도의 섹시한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든 초청객들을 한번 슥~ 둘러보며...... "하하하하하...엘테미아는 말야 너희들이 절대 상상할수 없을걸? 엘테미아가 현 신하면 말야 굉~~장히 멋.진.드.래.곤. 이 될꺼야! 하하하하하" 그들은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다. 과연 마계의 절대군주가 굉장히 멋지다는 표현 을 할정도면 과연 어느정도란 말인가? 특히 그의어조에서 굉장히 멋진드래곤이라 는 표현에 억양을 세게 줄정도면 아마 상상을 불허하는 초용(超龍)적인 드래곤이 리라! 저마다 자신의 상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주위에 있던 초청객들과 헬 프리보드가에게 전했다. "하하하하 어쩌면 말야~! 지금 드래곤에게 없는 칼라로 된 드래곤이 아닐까? 그래! 핑크드래곤!" "......" 모두들 지금 말한녀석을 싸늘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중 한 마족이 그의 말을 전 면 부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어이어이~핑크드래곤을 굉장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어쩌면 말야 지금 드래곤보다 굉장히 거대한 드래곤이 아닐까? 어쩌면 전설에서나 나올법한 머리가 두 개달린 용 일수도 있다고! " 그러자 옆에서 어떤 마족이... "껄껄걸 아냐아냐 어쩌면 무지개 드래곤일수도 있어~빨주노초파남보의 색깔이 알록 달록한 귀여운 드래곤이 아닐까 허허허허허 컥~!" 그는 말을 끝내자 마자 주위에 있던 마족들에게 이유없는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드래곤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알롤달록이라는 말이 어울릴 터가 없었다. 가만히 알록 달록한 드래곤을 상상하니 그들의 전신에 알 수 없는 오한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중에서 이번엔 천족의 천사들까지 이번 토론에 나섯다. "흠...어쩌면 이 드래고닉캐슬만한 어마어마한 드래곤으로 현신하실수도..." 옆에서 천사의 말을 듣던 마계의 일곱군주중 흑의 군주 샹이 모두의 의견을 헬프리 보드가에게 말했다. 물론 헬프리보드가는 지금 엘테미아의 현신에 대해 쏟아지고 있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그의 얼굴이 기이하게 일그러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헬프리보드가님 흑의 군주 샹이 인사드립니다." 샹이 예의를 차려 말하자 헬프리보드가는 '그럴 필요 없다'라는 뜻으로 손을 한번 들 어주곤 그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샹이라는 흑의 군주는 모든 의견을 종합해 헬프리보드가에게 질문했다. "헬프리보드가님 엘테미아님이 현신하시게 된다면 아마 거대한 머리가 여러개 달린 드래고닉 캐슬만한 몸체와 현 드래곤처럼 2장이나 4장이 아닌 22장이나 44장의 날 개를 퍼덕이는 무시무시한 드래곤이 될테죠? 무엇보다 천만년씩이나 백지상태로 존 재하셨다면 말이죠 하하하" 그러자 헬프리보드가의 얼굴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자신들의 절대군주가 얼굴을 기이 하게 일그러 뜨리자 마족들은 물론 이고 천사나 다른 초청객들도 약간 긴장했다. 그리 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너희들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엘테미아는 그런 드 래곤이 아니라 더.욱.더 멋~~~진 드레곤이라니까 큭큭큭...하하하하하하" 아예 회식장에 마련된 식탁주변에 널려진 의자에 앉아있던 헬프리보드가는 의자도 내 팽개 치고 땅에 주저앉아 배를 움켜잡고 박장대소를 펼치고 있었고 그런 그가 못마땅 한지 엘테미아의 뾰로통한 귀여운 시선이 그에게 살벌하게 꽃히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유일하게 엘테미아의 현신한 모습을 알고 있던 헬프리보드가가 자신 들의 의견을 전면 부정하자 그들의 얼굴을 하나 둘씩 심각해서 집게손가락으로 턱을 감싸며 생각하는 포즈로 모두 바뀌었다. 그러면서 하는말이... "어쩌면 드래고닉 캐슬보다 더욱 거대한 대륙만한 드래곤이 아닐까? 그 거대한 날개 를 펼치기만 하면 대륙에는 햇빛이 존재하지 않는 상상불허의 거대드래곤일지도 모 르지" 그러자옆에 있던 다른 드래곤일족이 동의했다. "그렇군...날개를 펼치면 태양조차 가린다...확실히 멋진 드래곤이야..." 저마다 이 생각이 가장 타당한 의견인지 모두들 동의 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이고 있었다. 헬프리보드가는 너무 웃어 배가 아픈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서 있었 고 그 옆에는 엘테미아가 부리부리한 표정으로 그의 볼을 연신 꼬집어 대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서 다른 드래곤들과 엘테미아에 대해 잡담하고 있던 에셀리드민이 큰소리 로 말했다. "아냐! 엘테미아는 그런 커다란 드래곤이 아니야! 아마 이만한 작고 세상에서 가장귀여 운 드래곤일꺼란 말얏!" 조막만한 통통한 팔을 최대한 크게 벌리고 동그란 원을 그리며 설명하는 에셀리드민의 말에 좌중은 일제히 10초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다가...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 연회장이 떠나갈정도의 대소가 드래고닉캐슬 전체에 울려퍼졌다. 그들의 생각은 같았다. 마계의 절대군주가 멋지다라는 표현을 한 드래곤이 어린아이의 품만하다니...껄껄거리며 에셀린의 귀여운 상상이 초청객들 사이에 다시 오르락거리고 있었다. "껄껄걸~ 역시 어린 드래곤은 꿈을 먹고 사는거지요. 껄껄걸" "호호호호 그래요. 세상에 그런 드래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호호호호" 저마다 어린아이의 치기어린 생각이라는 말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었고 에셀리드민의 곁 에 있던 이즈와 에이메리,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짱구버젼으로 두손을 어깨주위로 들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장본인 엘테미아마져 '그럴일은 없을꺼야'라는 난처한 웃음으로 에셀리드민의 은빛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이에 에셀리드민은 왕방울 같은 커다란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을 뚝뚝흘려대며 엘테미 아에게 안겨 훌쩍이며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보지 못했다. 에셀리드민의 말에 한순간 헬프리보드가가 움찔했다는 것을... 그때 참지 못하고 이즈가 모두앞에서 나와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엘테미아님~! 이제 그만 뜸들이시고 모두가 궁금해 하니 현신한번 해주세요~♡" 이즈의 예쁜 하트날림과 귀여운 몸짓에 엘테미아는 생긋 웃고는 양볼에 살짝 홍조가 어린채 '그,그래볼까...?' 라며 대중의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재차 확 인겸 이즈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마나를 끌어올리며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고 염원하면 된단말이지...?" "네..." 좌중은 이제껏 벌려오던 토론의 주제가 드디어 정답발표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한 마족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뱉었고 주위에 있던 초청객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이거 혹시 엘테미아님이 현신하시면 굉장히 거대해질테니 드래고닉캐슬이 무너 지는게 아닐까요?" "그렇군...대륙만한 드래곤일터니...어쩌면 우리들까지 깔릴지도..." "그렇군요..." 저마다 드래고닉캐슬이 무너짐을 기정사실로 정하고 엘테미아의 현신을 걱정하고 있을 때 연회장에 예의 카리스마가 담긴 헬프리보드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 그런걱정은 할필요가 없지. 크기가 그정도로 크다면 캐슬이 부서지지 않고 현신 할수 있는 능력이 있을테고...큭큭....엘테미아가 거대한 뚱뚱이 드래곤으로 변한다면 모 두들 공중으로 워프할 능력들은 가지고 있잖아?" 저마다 헬프리보드가의 의견에 동의하듯 유일하게 엘테미아의 현신한 모습을 알고 있는 그의 말에 동의 했다. 그리고 모두들 다시 엘테미아를 집중했고 이들의 눈빛을 받은 엘 테미아는 눈을 감고 조용히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테미아의 주위로 금 빛의 아름다운 기류가 생성되기 시작하자 주위에선 경탄의 감탄사가 울려 퍼지고 있었고 그 금빛의 기류가 절정이 되어 엘테미아의 전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가히 환상적이라는 말도 부족한 아름다운 금빛기류에 휩싸여 있는 엘테미아의 모습을 보자 장내에는 다시 혼이 빠져버릴 것같은 엘테미아의 눈부신 모습에 시선을 뗄수 없었다. 그리고 금빛기류는 이내 아름답던 엘테미아의 모습을 삼켜 버렸다. 모두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과 기대,흥분,호기심이 교차하는 이 상황에 서 서서히 금빛기류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하나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모두들 다시 침묵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 "......" "......" 모두의 기대속에서 사방으로 비산한 아름다운 금빛기류속에서 나온 엘테미아의 모습에 주위 초청객들은 물론 이고 헬프리보드가 마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연회장 으로 아름답고 청량한 미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히잉~안돼는데....흑...나 드래곤이 아닌가봐...으아아앙~" 해츨링 드래곤도 아니고 시조드래곤이 자기현신에 실패했다는 전설이 드래고닉캐슬에서 탄생되고 있었다.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2) 엘테미아는 기대했던 드래곤의 모습이 아니라 아무 변화가 없는 자신을 보고는 당황해 어쩔줄 모르며 훌쩍이고 있었고 다른 초청객들도 어리둥절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가만히 사태를 방관하고 있던 헬프리보드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성큼 엘테미아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어마~♡" "꺄~" "헉!..." 엘테미아와 헬프리보드가를 지켜보고 있던 여성체들이 부끄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남성체들은 헛기침이 급히 나와버렸다. 헬프리보드가는 난데없이 엘테미아에게 다가와 엘테미아의 왼쪽 가슴을 손을 살 짝 움켜쥐었다. 이에 당연히 엘테미아의 뽀얀 얼굴이 삽시간에 홍당무가 되어 버 리며 얼어버렸고 헬프리보드가는 나직히 한마디 내뱉었다. "흠...조금 빈약하군..." "......" 자신의 치부를 건드려 놓고 혹평을 하자 굉장히 화가난 엘테미아는 얼굴이 시빨개지 고는 당장 달려들어가 헬프리보드가의 목을 따버리려는냥 식탁에 있던 나이프를 움 켜쥐고 헬프리보드가에게 달려들었다. "이!이!...이 변태 대마왕아!! 요즘은 작은가슴이 인기란말야~우아앙~" 헬프리보드가는 엘테미아가 나이프를 쥐고 달려들자 상관하지도 않는냥 나이프가 지척까지 왔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슬쩍 피했다. -서걱!- "꺄악! 오,오빠 괜찮아?" "......" 헬프리보드가는 엘테미아의 나이프로 자신을 찌르려는 행동을 별것 아니라 판단 한건지 시큰둥하게 대응했지만 그 결과는 꽤 컷다. 마계의 절대군주인 자신의 뺨 에 대략3크로(1크로=1cm)정도의 검상과 함게 붉디 붉은 피가 그 뺨아래로 뚝뚝 떨어지고있었다. 이 어이없는 상황에 좌중은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고 자신도 어이가 없는지 아니면 믿기지 않는건지 자신의 상처를 손으로 감싸고는 다시 손바닥에 고여있는 자신의 피를 망연하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상처를 낸 장본인인 엘테미아는 이미 나이프는 어디론가 던져버리고 멍하니 있었다. 이번에야 말로 마계의 대마왕이 화가났을지 도 모른다는 상상에 좌중은 굉장히 무거운 정적이 돌고 있었고 그 분위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는 맑은 미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헤에~겨우 나이프 하나로 대마왕을 무찌른 정의의 시조드래곤이 된건가? 헤헤..." "......" "......" 사과를 해도 모자랄망정 뺨에 상처하나 낸것가지고 세계를 구한 영웅이라도 된양 좋아라 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자 모두들 허기가 빠져버렸다. 도대체 엘테미아의 사고를 이해할수 없을 것 같던 좌중들은 좋아라 하며 연신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 는 엘테미아의 뒤로 으스스한 분위기의 헬프리보드가가 서있자 안색이 창백해 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헬프리보드가의 보복에 다시 비명소리가 울려퍼진다. "꺄~악! 이,이 변태 오빠 뭐하는 거야!!!" 헬프리보드가는 뒤쪽에서 엘테미아를 한쪽손으로 안고 다시 한쪽손으로 왼쪽가슴을 움켜잡고 있었다. 뭐...절벽이라고는 못하겠고 약간의 볼륨만 있는지라 드레스의 질 감 때문에 말랑말랑한 감촉이 제데로 전해지지 않겠지만 헬프리보드가는 너무나 진 지하게 변태짓(?)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홍당무가 되어 폭발하기 일보 직전까지온 엘 테미아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변태마왕에게 응징을 가하려는 찰나! 헬프리보드가의 입에선 그쪽과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 연회장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흠...역시 그렇군...엘테미아의 육체와 네 왼쪽 가슴에 있는 드래곤 하트가 완전히 융 합되진 않았어. 이건 드래크로가 의도한 것일수도 있겠군...음음..알만해...너의 드래곤 하트가 여타 드래곤들의 드래곤하트와 같은 양의 마나를 유통시켜도 그 마나를 가공할 수 있도록 모아주는 역할을 드래곤하트가 완전 배제해 버리고 마는군...음...어떤 계기로 인해 드래곤하트의 기능을 되찾게 일을 벌려논건가? 그런거냐? 드래크로...음... 아! 그리고 잊고 있었군...엘테미아 네가 지성을 갖고 처음 배운게 검술이었단걸... 후후훗...아직도 감각이 남아있는데?" 엘테마아는 헬프리보드가가 변태짓을 하는게 아니라 일종의 의사가 진찰하는 것처럼 자신의 심장을 관찰하자 그의 행동에 화가났던 것이 많이 누그러졌고 엘테미아와 같 이 연회장에 있던 모든 초청객들에게 변태로 낙인 찍힐뻔했던 것도 간신히 무마되었 다. 어쨌든 엘테미아가 드래곤의 본질로 현신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엘테미아의 드래곤하 트! 그리고 어떤 계기를 통해 각성해야만 드래곤으로 현신할수 있는 막대한 양의 마나를 가공할수 있는 것이다. 물론 순진한 엘테미아는 헬프리보드가가 계속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것도 드래곤 하트의 진찰때문이라고 믿고 있었고 여기 모인 모든 이들도 그렇게 믿고 있었지만 헬프 리보드가의 검은 속내는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한차례 야시시한 분위기가 지나가고 여기에 모인 모든 초청객들이 이제 하나씩 엘테미아에게 인사를 건네는 시간이 왔다. 서로서로 짧은 시간이지만 엘테미아와 1:1로 마주칠수 있다는 사실에 좋아했고 그 행복한 광경을 마족들은 손만 빨면서 멍하니 지켜 보고 있었다. 물론 황의 군주 멜테브리우스넬과 그의 세력하에 있던 마족들은 전혀 상 관이 없는 행복한 미소로 그들에게 한번 쏘아주고 엘테미아와 즐거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은 모두 가까이에서 직접 보니 이성을 잃고싶을 만큼의 소유욕이 생길정도로 엘테미아는 귀엽고 아름다웠으며 사랑스러운 드래곤이었다. 많은 초청객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엘테미아는 에이메리라는 캐이셜럭스대륙의 드래곤로드 에이메리 스콸라이쳐를 알수 있 었다. 그녀는 모두가 악수로 엘테미아와 인사할때 에이메리는 엘테미아의 손을 거들 떠 보지도 않고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그 때문에 한참 연회장에는 떠들썩한 분위기가 고조됬지만 에이메리는 능청스럽게 '캐이셜럭스대륙의 드래곤들 인사법이에요 하하하하~'라는 말도 안돼는 이유를 대고 있자 불같이 분노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그리 기분이 나쁘지 않은지 생긋웃으며 고 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모두들 이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헬프리보드가도 황 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정작 엘테미아는 지구에선 서양식 인사법이 키스 인지라 그 대륙도 그런가 보다하고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드디어...엘테미아앞에는 천계를 대표하는 두명의 천사가 등장했다. 그건 바로 가브리엘과 미카엘... "아,안녕하세요. 미카엘...가브리엘..." 그러자 가브리엘의 왠지 씁슬해 보이는 미소와 그 답지 않은 침착한 어조로 엘테미아의 인사에 화답했고 미카엘은 마치 얼음장같은 차가운 시선을 엘테미아에게 쏟아붓고 있 었다. 순간 미카엘의 적의가 담긴 시선을 눈치챈 엘테미아는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알 수 없는 분위기에 키스까지 갈뻔했던 나쁘지 않는 사이였는데 갑자기 미카엘이 자신에게 차가운 시선으로 적의를 보내자 깜짝 놀랐고 왠지 가슴이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은 아릿한 아픔이 밀려왔다. 엘테미아는 영문을 모른채 당황하면서 미카엘을 살짝 보고는 끝내 입을 열었다. "미카엘...? 무슨 일이..." 엘테미아가 당황하는 어조로 뭍자 미카엘은 전보다 더욱 차가운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쏘 아 보면서 답했다. "엘.테.미.아.님...저희들은 놀리시는게 즐거우셨습니까...?" 엘테미아 자신이 언제 그들을 놀렸겠는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 그의 입에서 들려오 자 엘테미아는 더욱더 미궁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친해지고 싶은 다른 누군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차갑게 대한다는 것은 상당히 신경쓰이는 일이고 또 답답함과 알수 없는 이유에 가슴이 아파오는 엘테미아였다. 엘테미아는 정말 모른다는 얼굴로 미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무슨 소리인가요? 미카엘...? 갑자기 왜 이러시나요?" 그러자 미카엘은 거의 높낮이가 없는 싸늘한 어조로 답했다. " 전 누구에게나 원래 이럽니다. 우린 처음만난 사이 아닙니까? 엘.테.미.아. 님... 린이라는 소녀는...그저 극중 하나의 배우였나 보군요...순수한 소녀를 연기하는 배우...당신처럼 끝없는 세월을 살은 존재가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의 린이라는 소녀의 순진함도...어제 보여줬던 아팠지만 가슴을 울렸던 따뜻한 말들도 모두 연기였나요? 후훗...이런...제가 쓸데 없는 말을... 그럼 파티를 계속 즐겨주십시오 엘테미아님...전 피곤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엘테미아에게 뭐라 변명할 시간도 주지 않고 미카엘은 싸늘한 냉기만 흘린채 바로 돌아서서 차가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엘테미아는 무언가 오해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자신이 오래산것도...엘테미아로 서가 아니라 린으로서 그들을 만났던 것도...모두 사실이었기에 뭐라 할 변명거 리가 떠올르지 않았다. 옆에 있던 가브리엘도 간단한 목례를 하고 다음 엘테미아 에게 인사하기 위해 몰려든 초청객들에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 엘테미아는 그 후로 인사를 하는지 마는지 그저 멍하니 물어오는 대답에 간간히 대답만 할뿐 정신은 다른곳으로 가 있었다. '미카엘...그게 아니라구요...난...' 그의 잘못된 사랑에 가슴이 아파 그를 바른길로 인도해 주고 싶었지만 더큰 상처 를 바로 자신이 입혔다는 슬픔에 엘테미아는 파티가 끝나자 마자 워프로 자신의 처소로가 펑펑 울었다. 옆에선 에셀린과 이즈가 영문도 모른채 엘테미아를 달래주기에 바빳고 헬프리 보드가는 그 후로 바쁜 마계의 업무 때문에 엘테미아에게 눈물까지 흘려가며 아쉬 운 작별을 하고 자신의 우람한 비서와 함께 드래고닉 캐슬을 떠났다. 그렇게 엘테미아를 환영하는 환영식 첫 번째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3) 어두운 방안에 하나의 인영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의 깊은 한숨이 조용한 방안을 가득 울리고 있었다. 얼마지나지 않자 어두웠던 방에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밖으로 새어나오는 빛이 침대에 누워있던 너무나 아름다운 천 사를 비추고 있었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어온건 오랬동안 나를 쫓아다녔던 가브리엘이란 녀석이 었다. 녀석은 나와 천계의 대표로 엘테미아의 환영식에 초청된 대천사중 한 명이었다. "어이~그렇게 얼음장처럼 사라지니 린이 시무룩해 있더라." "......" 흥! 그것도 다 연기가 아닌가...나는 처음부터 속았던 것이다. 그녀가 살아왔 던 시간만 합쳐봐도 삼백오십만년...지성이 갖추기 전까지 합쳐보면 거의 천 오백만년이상을 살아왔던 고대의 존재가 엘테미아이다. 처음 만났을때...알 수 없는 맑은 노랫소리에 가브리엘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느낄정도로 무관심했던 나 미카엘조차 발길을 돌리게 만들던 그 아름답던 노래... 풀숲을 헤쳐가며 노래소리가 들리는곳으로 당도했을땐 난 순간 숨이 멎는줄 만 알았다. 그녀의 외모도 물론 천계의 제일이라 칭하였던 나보다 훨씬더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주위에 퍼져있는 그녀의 기운이 몇백년전 나의 눈과 마음을 죽여버렸던 창조주님의 황홀한 모습과 너무나 닮았던 것이었다. 하지 만 그녀는 창조주님과는 달리 너무나 순수한 여자아이였다. 어떤 존재든 나를 보면 얼굴이 아름답네...머리가 아름답네... 듣기 거북한 소리 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이들이 전부였지만 그녀는 특이하게 내 날개에 관심이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가브리엘이 황당해 하며 큰소리로 웃었지만 난 처음으로 내 얼굴이 아닌 날개에 관심을 보인 아름다운 소녀에게 호기심이 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더욱 당황했던건 천사에게 베게에 쓰면 좋겠다는 말로 날개의 깃털을 원햇던 것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여자의 시선에 마음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만 끝내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자 그녀는 너무 귀여운 표정 과 함께 표적을 나에게서 가브리엘에게로 옮겨졌다. 그러자 당황한건 오히려 가브리엘이 아니라 나였다. 처음이었다. 나의 존재가치가 겨우 날개의 깃털에만 머물렀다는 사실이...그리고 처음이었다...창조주 이외에 나란 존재를 가벼이 보는 존재가... 그후로 나와 가브리엘은 더욱더 황당한 말을 듣게 되었다. 갑자기 등장한 로드에 의해 저만치 떨어져 있던 린이라는 귀여운 소녀가 로드의 귀에 가까이 입을 대고 우리에게 안들릴거라 생각했는지 그녀는 로드에게 우리가 무슨이름의 새냐고 물 어봤던 것이었다. 하하...천사더러 새라고 한 소녀는 처음보았다. 아무리 무지한 인간이라도 나와 가브리엘의 모습에는 전체에 신성의 힘이 머물고 있었고 전설상 에서도 많이 등장했으므로 등뒤에 날개를 가지고 신성력을 품어내는 존재가 천사 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그런 순진한 그녀의 말에 가브리엘은 물론이고 듣고 있던 로드와 그옆에 있던 묘인족으로 폴리모프한 실버일족의 아이도 크게 웃었다. 나도 굳어 버린줄로만 알았던 입술근육이 어느새 위로 살짝 올라가는걸 알고 급히 원상태의 무표정으로 바꾸었지만 이미 가브리엘은 나의 웃음을 눈치챘는지 기묘한 미소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도 그녀의 너무도 순진한 모습과 귀여운 모습에 어느새 나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다는 내안에서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감 정이 처음으로 나의 이성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스스로 움직였던 것이다. 겨우 한걸음이었지만 어떤 존재에게도 다가서길 꺼려하는 내가 스스로의 한발짝이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였다...오래전 창조주님에 의해 죽어버렸던 나의 마음이 다시 숨쉬기 시작 했던건... 다음날 석양이 질 무렵 다시 린이라는 소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인식하고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나에 대한 이야기 였다. 나 자신도 내가 왜이러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의 이름이 거론되자 평소보다 더빨리 심장이 뛰고 있었다. 그러나 흥분했던 나의 기분도 잠시...그녀는 나의 차가 운 이미지에 나를 무서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건 말건 상관없이 살아온지 천년이 넘어서고 있었지만 지금은 왠지 신경이 쓰였고 무언가 내 가슴을 강하게 조여오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도망치려 했다. 나를 피해 한 일분정도 뛰다가 숨이 찬지 헥헥거리며 주위를 살피곤 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인지 한숨과 함께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하지만 난 이대로 그녀를 보낼수 없었다. 난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보곤 다시 도망치려고 했지만 난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녀는 한없이 불안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고 그녀의 그런 눈빛이 왠지 내 가슴을 너무 강하게 요동시켜 나도 모르게 그녀의 관심사가 천사의 날개였던 것을 상기해 하얀 날개를 그녀주위로 활짝 폈다. 석양빛을 받아 아름답게 비산하고 있는 깃털을 보자 그녀도 잠시 아름다운 광경을 보다 이내 내게 고개를 돌려 나의 눈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모 르겠지만 그녀가 도망갈까봐 나는 그녀에게 도망가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내 그 녀는 안심했고 또 시간이 지나자 귀여운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그녀에게 지금까지의 창조주님에 대한 나의 사랑을 부정당했다. 처음 엔 나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 같아 너무 불안하고 또 화가나 그녀의 손을 매섭게 쳐내리 고 그녀가 싫어하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지만 그녀는 놀랍게도 전에 무서워 했던 기색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어린아이를 훈계하는 어머니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은 독선적이고 나의 사랑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전하면 들려오는 사랑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내가 상상할수도 없었던 행복한 시간이 찾아올것이라고..... 하지만 천년간 계속되었던 사랑을 한순간에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했던 그분이 사랑한 엘테미아란 드래곤에 대해 앞에 있는 린이라는 소녀에게 물 었다. 그랬더니 마치 엘테미아가 자신인양 설명하고 있는 그녀를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나를 알고 있던 다른 천사들이 봤으면 경악해 할만한 친근한 행동으로 그녀에게 가볍게 알밤을 먹였고 나는 말했다. 너는 린이지 엘테미아가 아니라고...그리고 속으로 삼백오십만년이상을 살아온 존재가 어떻게 너처럼 티끌하나 없이 맑을수 있겠냐고... 그리고 창조된후 처음으로 눈앞에 있는 소녀가 '닿을수 있는 존재'로서 부각되기 시 작했다. 정말 닿을수 있을까? 속으론 끊임없이 되내이고 있었지만 어느새 내 몸은 다시금 내 이성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녀를 느끼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입술에 느껴지는 감촉은 말랑말랑하고 촉촉했던 그녀의 입술이 아닌 그녀의 가녀린 하얀손가 락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난 다시 눈을 감고 내 입술에 느껴지는 그녀의 손을 음미하고 있었고 그녀라는 존재는 '그분'과는 달리 내게 너무나 확실히 닿아 있었다. 그녀의 손에 키스를 끝내고 왠지 무안해져서 난 멍하니 얼굴을 붉힌채 날 바라보고 있는 그녀에게 이별의 인사를 건네고 바로 나의 처소로 왔다. 그리고 다음 엘테미아의 연회식이 열리는날...연회장의 정문에서 모습을 드러낸 엘테 미아란 드래곤을 본 순간 난 머리가 부서질 정도로 수많은 생각들이 갑자기 쏟아졌다. 어떻게...어떻게 엘테미아가 린이라는 소녀가 될 수 있는 거지?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 습으로 연회장에 등장한건 엘테미아였고 또 린이었다. 그렇다면...도저히 셀수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을 살았을 존재가 보여줄수 없었던 순진 한 그녀의 행동은...? 푹신한 베게를 위해 깃털을 달라던 순진했던 그녀도...천사라면 당연히 달려있을 우리들의 날개를 보고 우리가 어떤 조류라고 물었던 순진했던 그녀 도...천사는 천국에서만 존재하는게 아니냐는 너무나 귀여웠던 그녀도... '모두가 진실이 아닌 연극이었다?' 하긴...그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그렇게 순진했던 소녀가 어떻게 천년이나 고민해온 나의 사랑을 몇마디 말로 바로 잡아줄수 있었겠는가를...그건 바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만이 갖을수 있는 연륜이라는 것을... 그녀는 삐뚤어진 사랑으로 방황하는 천사를 순진한 소녀로 가장해 치료해 주는 척하며 자신의 장난감으로 만들려는 속셈이었나? 자신의 손바닥에서 노는 날 보며 어떤 기분 이 들었을까? 즐거웠겠지...? 그 순간 난 커다란 배신감을 느꼇다. 그리고 또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을... 하지만 다시 밀려오는 수많은 생각들...과연 그녀가 정말 연극으로서, 그저 장난으로서 나를 대했던 걸까? 그녀의 맑던 노래도...나를 걱정해주던 눈빛도, 연극과 진실을 구별 못할 정도로 내 눈은 썩어 있는 것일까? 수많은 생각에 시간이 지나가는줄 모르고 있을 무렵 엘테미아에게 인사할 시간이 찾아 왔다. 그녀를 보자 난 나자신도 모르게 굉장히 차갑게 대했다. 그러자 그녀는 당황하 는 척을 하고 있다. 하하...자신이 갖고 놀던 인형이 마음대로 안움직이니 불안하신가 보지? 그러나 가슴한켠에는 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창조주님께서 사랑하는...드래 크로라는 차원을 관장하는 신이 사랑하는...냉혈의 마왕조차 사랑하는 그녀...그 누구라도 사랑하고 싶어하는 그녀...어쩌면 난 나의 새로운 사랑이 그분을 사랑했을 때보다 더욱더 고통스런 사랑이 될거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분에 대한 나의 사랑은 닿지도 들리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가까이 있으면서 다가설수 없고 보이면서 들려오지 않을 것 같다는 비참 한 예감에 어느새 난 삐뚤어져서 더욱 그녀를 차갑게 대하고 내 인사만 건네고 나의 처소로 돌아왔다. 나의 사랑은...언제나 먼곳에만 존재한다...절대 닿지 않는 곳에...어쩌면 난 사랑을 잃는 두려움에 그분처럼 닿지도 들리지도 않을 사랑을 바래왔었는지도 모른다...그녀의 말대 로 바보천치처럼...모두가 겪는 일에 두려워 아무것도 못보는 눈뜬 장님처럼... "휴우......" 난 가슴이 답답해져 실버궁을 나와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천계에 떠나 버리고 싶었지만 엘테미아가 린이라는 것을 알기 전 가브리엘에게 하루라도 오래 머 물기 위해 창조주님께서 전하라 하신 샤넬오르가를 연회의 마지막날에 전하기로 했 었던 것이다. 머릿속엔 수많은 망상들이 떠오르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내 머리에는 나의 의지가 닿지않았다. "이런..." 나도 모르게 이틀뿐이었지만 내 생애 신기한 감정들을 낳게 해준 그녀와의 추억이 있는 실버궁의 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부스럭...- 갑자기 들려오는 풀이 스치는 소리에 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근원지를 돌아 봤다. 그리고는 볼수 있었다. 홀로 떠있는 달빛에 반사되 은은히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은빛 머리칼...어두움 뿐인데도 스스로 발하고 있는 그녀... 바로 린이었다. "미카엘..." 나를 혼란속을 밀어넣은 소녀가 나를 부르고 있다. "뭐지..." 나도 모르게 너무나 차가운 어조로 그녀에게 답하고 있다. 차라리 이대로 끝나 는게 현명하지 않을까? 다시 그분을 사랑했을 때처럼 괴롭고 싶지 않고 그녀 말 대로 전해도 들려오지 않을 사랑을 하기 싫다. 아니 두렵다... 눈앞에 그녀를 보니 짐짓 괴로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어째서 그런 표정 을 짓는거지? 그것도 연극인가? 아직 미카엘이라는 장난감을 포기하지 못한건가! 그런건가! 내 감정들의 격하게 소용돌이 칠 때 그녀의 외침이 들려왔다. "미카엘! 도대체 왜그래요? 물론 의도하진 않았지만 내가 엘테미아라는 것을 숨긴건 사실이에요. 그게 그렇게 못마땅한 사실인가요? " 그녀의 말에 난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이끌려 내가 생각해도 시리디시린 어조로 말했다. "그냥 날 내버려 둬도 널 사랑해줄 존재는 많을텐데 무엇 때문에 그리 나에게 집착하는 거지? 모든이의 사랑을 받고 싶은 건가? 내가 너에게 차갑게 구니 넌 그런 내가 못 마땅한 건가 보군. 하지만 네 모든게 연기라는걸 알아버렸다. 더 이상 날 귀찮게 굴지 마라. 엘테미아." 나의 냉기어린 너무나 차가운 말에 기어이 그녀의 크고 아름답던 황금빛 눈동자에는 어느덧 투명한 금빛 눈물이 또르륵 떨어졌다. 왠지...가슴한켠이 무너지는 것같은 아릿한 슬픔이 밀려온다...왜지? 어째서...저것도 연극이다 미카엘!!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다시 나를 바라본다. 아니, 이제는 노 려본다. 그리고는 나에게 외친다. "좋아요! 당신 마음대로 생각하라구요! 내가 했던 행동이 연기라구요? 하!... 저도 이제 미카엘을 상관하지 않을래요! 언제까지나 슬픈 사랑만 하라구요 당신따위는 저도 더 이상 신경쓰지 않을꺼에요!" 그녀는 이 말을 끝으로 아무미련없이 몸을 훽 돌려 내가 있는 반대 방향으 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훗...드디어 버려진 인형신세가 되버린 건가? 크큭... "맘대로..." 난 그렇게 일부러 서릿발이 날릴 것 같은 차가운 말을 남긴채 내 날개를 펼쳐 나의 처소로 날아왔다. 난 두려움에 무조건 앞만 보며 날았다. 그녀의 눈물을 보고 그녀가 나를 상관치 않겠다는 외침에 전신히 흔들리 는 격한 고통이 엄습해 왔지만 난 참았다. 여기 참지 않으면 다시는 돌이 킬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난 두 번 다시 하기 싫다. 닿지 않는 고독하고 괴로운 사랑이란 것을... 어느새 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비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 얼 굴을 적시는 이 물기는 뭐란 말인가...? 오늘은...나의 마음이... 두 번째로 죽은 날이었다.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4) 온통 아이보리색의 화사한 느낌이 드는 방에 열려진 커다란 창문틈으로 아침 햇살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빛이 머무는 곳에는 커다란 하트모양의 침대가 있었는데 그 커다란 침대에는 세명의 여자가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으음..." 살랑거리는 바람에 셋중 가운데에 자고 있던 붉은빛이 도는 은발의 소녀가 귀 여운 신음소릴 흘리며 아름답던 눈커풀이 사르르 열렸다. 그리고 슬며시 일어 나 하얀 팔을 드러내며 예쁜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하아아~~암...아침이네..." 내 이름은 린, 그리고 엘테미아...어제와 같은 상쾌한 아침공기가 오늘도 나의 폐부를 드나들고 있다. "휴....." 오늘은 미카엘 때문에 기분이 별로다. 바보같은 미카엘... -짝!짝!- 나는 언제나 골치아픈 일이 생길때마다 내 뺨을 가볍게 때리고는 잊는다. 이런 일로 우울해 하거나 슬퍼하는건 어릴때부터 피해왔으니까 그다지 어 려울건 없다. 하지만...냉정하면서도 어딘가 외로웠던 그의 눈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건 왜일까... "아아아~~짜증낫!! 에이~몰라!!" 난 그만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이즈와 에셀리드민이 있건 없건 큰소리로 외쳤다. 이에 이즈와 에셀리드민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깜짝놀라 소릴 지르고 있는 나를 보며 급히 내 이마에 손을 갖다 댄다...우~ 뭐하는 짓 이야! 금방 잠에서 깨어난 모습의 부스스한 머리가 왠지 더 귀여워 보이는 이즈가 내 이마에 손을 얹고 남은 손으로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어리 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곤... "어라...열은 없는데..." 에휴~나 어디 아픈곳 없습니다~이즈~! "이즈 좋은 아침~그리고 에셀린도 좋은 아침~" 어제의 우울했던 모습이 아니라 활기찬 나의 모습에 기어이 활짝 웃는 이 즈와 에셀리드민...아유~ 귀여운 것들...난 그녀들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내 두손으로 그녀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때 이즈가 얼굴을 붉히면서 다시 내게 엉겨 붙는다. 그리고 내 귀에 뜨거운 숨결과 함께 낮게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 "후훗...오늘도 시작해 볼까요?" "헉!..." 그리곤 에셀리드민과 함께 다시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한다. 후에엥...어제처럼 또 악몽같은 인형놀이를 해야 되는 거야? 시러~~~ 아침을 먹고나서 또 인형놀이에 인형이 되야 했던 나는 시간이 조금 지나자 다시 키슐로이의 등장과 옆에는 어제의 상큼했던 오렌지빛 머리를 하고있는 캐이셜럭스대륙의 드래곤로드 에이메리 스콸라이쳐와 함께 대동했다. 그리고는 어제의 인사처럼 과격한 아침인사로 내게 키스를 퍼붓는다...흠...쪼금 야시시한 데...그래도 어쩌겠어...그나라의 관습인걸... 그녀와 키스를 끝낸 나는 약간 벌개진 얼굴로 그녀를 보았고 이즈와 키슐로이 그리고 에셀리드민의 살벌한 눈초리가 전혀 따갑지 않은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인사한다. "무우우우지~좋은 아침이에요~엘테미아님~후훗 어? 너네들도 있었니?" 에이메리는 마치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못본것처럼 이즈와 에셀리드민을 보고 딴 청을 부린다. 그리고 다시 시작되었다. 어제와 달리 한명 늘어난 드레스 콘테스트에서 결국 오 늘은 연두빛 드레스가 당첨되었고 다시 난 인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씨잉~~~이 따가 기회봐서 도망갈테니까 너네들 각오해~! * * * "이야~이거 굉장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데요? 왕자님 하하하하" "네 맞아요. 꿈에도 그리던 드래고닉캐슬에 갈수 있다니...그 엘테미아란 시조 드래곤께 감사드려야 겠네요. 시조드래곤이라면 도대체 몇 살을 먹으신 분일 까요? 하하하하" "쿠쿡...솔직히 시조드래곤을 보러가는게 아니라 드래고니캐슬을 보러가는게 목적이 아닌가? 우리가 캐슬에 다녀오면 아마 로슈레인의 영웅이 되어 돌아 오는 걸세 쿠하하하하하하하" 이제 막 30대의 강직한 모습을 하고 있는 로슈레인 최고의 기사단 클레오른 기사단의 단장 켈론과 그의 옆에서 좋아라 떠들고 있는 로슈레인궁의 수석 마법사 40대의 나이에 벌써 8서클 마스터한 슈라가 좋아라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선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검푸른 머리를 전형적인 남자 스타일로 단발이 아닌 눈썹까지 오는 앞머리와 귀를 덮는 옆머리가 그의 카리스마를 더욱더 돋보이게 하고 있었고 목덜미를 살짝 덮는 뒷머리가 사 내의 날카로움을 더 빛나게 하고 있었다. 그는 그의 머리색과 비슷한 검푸른 정장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동양적으로 생긴 그와 맞게 서양식의 검이 아닌 동양식의 검을 차고 있었다. 검은색 계통으로 수수한 디자인의 검집과 손잡이였지만 알수 없는 고귀함이 풍겨오는 검신이 얇은 검이었다. 리류나드는 로슈레인의 황성에서 국왕과 가신들의 전송을 받고 로슈레인 대표 로 기사단장 켈론과 수석마법사 수라를 대동한채 드래고닉 캐슬로 떠나고 있 었다. 황성에서 한 30분쯤 걸어서 넓은 공터가 있는 곳으로 당도한 리류나드와 그외 2명은 공터의 한가운데에서 가던길을 멈추었다. 그리고 리류나드가 품에서 푸른색의 주먹만한 구슬을 꺼내 눈을 감고 푸른 구슬안에 자신의 마나를 불 어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푸른구슬이 점점 눈부신 빛을 쏘아내며 경쾌한 소리를 퍼트림과 동시에 푸른빛깔이 사방으로 아름답게 비산되며 강렬한 푸른빛을 하늘로 쏘아 올렸다. 푸른구슬에서 빛을 쏘아올린지 한 20초가 지났을까? 지상에서 아득히 위로 존재하는 하늘에서 자신들의 육안으로도 확인할수 있을만큼의 커다란 마법진 이 생성됨과 동시에 리류나드가 있던 지상으로부터 금빛기둥이 쏘아져왔다. 린과 이즈와 일족의 수장들처럼 드래고닉캐슬자체가 모습을 드러낸게 아닌 마법진만 떠오른 형태였지만 마법진 만으로도 충분히 눈요기감은 되고도 남 았다. "켈론,슈라! 멍하니 있지말고 어서 가죠." 리류나드가 멍하니 있던 그들을 불러 빛의 기둥안으로 들여 보내고 자신도 그들을 따라 빛의 기둥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빛의 기둥으로 사라지자마자 빛의 기둥은 지상으로부터 점점 빛을 잃어가면서 끝내는 하늘을 기점으로 마법진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빛의 기둥으로 들어가면서 리류나드는 자신의 허리에 달려있는 검을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가슴을 펴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역시...기분은 최하로군...역겨운 드래곤들의 소굴에 가려하니 온몸에 두드러 기까지 생기는군...거참... 오만한 드래곤들이여...감히 인간들을 무시하기만 해봐라...내 목숨이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가지 대항할테다. '그곳'에서 얻은 힘이라면 드래곤 100마리가 덤벼도 나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 인은 두려울것이 없다!' 리류나드는 빛의 기둥으로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자 몸이 붕뜬 기분을 느낌과 동시에 금빛의 빛의 장막이 사라졌다. 그리고 두눈에 보이는 새하얀 대리석으로 건축된 넓은 대전이 보였다. 뒤를 보니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희미하게 보이 는 대전에 아무리 드래곤들을 싫어하는 리류나드도 경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 앞을 보니 대전의 입구를...정확히는 드래고닉캐슬의 게이트웨이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게이트 가디언, 수문 드래곤들을 볼수 있었다. 거의 200 헤론(1헤론=1m)정도 돼 보이는 레드와 블루,블랙,골드드래곤 이렇게 넷이서 위풍당당하게 게이트웨이를 지키고 있었다. 그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에 켈론과 슈라는 완전히 얼어붙었지만 리류나드는 마 치 벌레보듯 티나지 않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고 태연하기만 했다. 그때 넓 은 대전을 울리는 드래곤들의 공명음이 그들을 향해 울려퍼졌다. "어디서 오신 분들이시오?" 그중 블루드래곤이 리류나드 일행에게 정중한 어조로 물었다. 리류나드는 드래 곤의 뜻밖에 정중한 어조에 약간 당황했지만 끝내 자신의 냉철한 성격으로 블 루 드래곤에게 예의를 차려 대답했다. "저희들은 엘테미아님의 환영식으로 인간들의 대표격으로 초청된 로슈레인 왕 국의 황태자 리류나드 브레 로슈레인과 켈론,슈라입니다. 만나게 돼서 영광입 니다." 리류나드의 입에서 인간들의 대표란 말을 듣자 약간 굳어져 있던 드래곤들의 모습이 풀어지며 거만한 표정을 드러냈다. 이에 리류나드의 눈썹이 약간 꿈 틀거렸지만 드래곤들은 보지 못했다. "인간들이로군, 오늘 엘테미아님의 환영식은 저녁 6시부터 시작되니 그리 알 도록 하고 이곳에서 관도를 따라가 가다보면 은색의 실버궁이 나온다. 그곳이 초청객들이 머무는 곳이니 방명록에 기재되 있는 빈 접대실을 찾아 여장을 풀면 될터이다. 그럼 가 보도록." 아까와는 달리 블루드래곤의 말투는 분명한 하대였다. 이에 리류나드는 자신 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도를 뽑고 싶었지만 일부러 마찰을 빚을 필요는 없다 고 생각해 가벼운 목례를 끝으로 일행들과 함께 대전을 나서려 할때였다. 뒤쪽에서 들려온 레드드래곤의 말에 리류나드는 자신의 애검에 손을 갖다 대었다. "어이 크나우시온 린의 환영회에 인간들도 초청되었나?" 크나우시온이라는 블랙드래곤에게 레드드래곤이 엘테미아의 다른이름을 친근하 게 부르며 물어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게이트웨이가 있는 대전의 바로 위 쪽에는 엘테미아가 즐겨찾는 드래고닉캐슬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이 있었고 간간 히 찾아올 때마다 자신들의 시조가 눈부시게 아름답다는 것과 자신들과 허물없 이 지냄에 그들도 엘테미아를 엘테미아님이라 부르지 않고 린이라고 부르고 있 었다. 이내 크나우시온이라는 블랙드래곤이 옆의 레드드래곤에게 말했다. "몰랐나? 엘테미아님과 로드가 인간을 좋아하나보지..." "그래? 큭큭...이거 환영식의 질이나 떨어뜨려 놓지 않았으면 좋겠군." 레드드래곤의 인간을 무시하는 발언에 리류나드의 검이 반쯤 뽑혔다. 그리고 이어진 블랙드래곤의 말에 리류나드는 무서운 살기를 방출했다. "크크큭...고작 인간이 드래곤들과 마족,천족들이 우글거리는데 존재감이야 있겠냐? 넌 먼지가 있든 말든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으니 신경도 쓰지 않잖아? 크크큭......" "그건 그렇군 하하하하 구석에서 드래고닉캐슬의 멋진 음식이나 축내고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겠군 하하하하하....." 블랙드래곤과 레드드래곤이 서로 낄낄거리며 인간을 먼지취급하자 기어이 리류 나드는 스르릉 소리와함께 자신의 애검을 뽑았다. 게이트웨이를 지키고 있던 드래곤들도 인간하나가 검을 뽑자 '호오~' 하는 비아냥조와 함께 재밌다는 시선 으로 꼬나보고 있었고 드래곤들을 향해 인간이 도를 뽑자 사색이된 리류나드의 일행들은 벌벌떨고 있었다. 그때 인간답지 않게 거대한 드래곤 네 마리 앞에서 당당한 리류나드가 그들을 향해 분노의 외침을 퍼트렸다. "당장 그말 취소해라! 인간들은 먼지가 아니라 확실히 존재가치가 있는 지성체이다. 아니, 어쩌면 당신들보다도 훨씬 가치가 있는 노력하는 존재다! 당장 그대들의 입에서 나불거렸던 말을 취소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리류나드의 말에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눈이 되버린 드래곤들은 저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광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그중 레드드래곤이 눈부 신 빛과 함께 인간의 형상으로 폴리모프했다. 붉은 장발의 멋진 미남자로 폴 리모프한 레드드래곤을 보자 리류나드는 역한 냄새를 맡는 것 같은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리류나드 앞에 당도한 레드드래곤은 그 앞에서 비릿하게 웃으며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는 자신의 아래를 손끝으로 가리키 면서 리류나드에게 말했다. "어이 인간. '죄송합니다~'라고 한번만 말하고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가면 없었던 일로 해주고 그냥 넘어갈테니 기어라." 기어이 리류나드는 레드드래곤의 시비조에 그의 카리스마가 넘쳤던 얼굴이 험 악하게 일그러지며 손에 잡고있던 검이 수백가닥의 실타래같은 푸른 빛줄기가 레드드래곤을 향해 쇄도하고 있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기이한 공격이 자신에게 쏟아지자 당황했던 레드드래곤은 급히 자신의 주위로 실드를 쳐 리류나드라는 인간의 공격을 막으려 했다. 그러 나 얼마 지나지 않자 그의 공격이 감히 드래곤이 전개한 실드를 깨부수려 하 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레드드래곤은 어쩔수 없이 워프로 리류나드의 공격을 피해 버 렸고 리류나드는 마치 자신의 아랫것을 보는 듯한 깔아보는 시선으로 레드드 래곤을 보며 나직히 말했다. "네마리 모두 덤벼라!" 리류나드의 말에 대전에 있던 수문드래곤들은 거대한 살기를 방출하며 드래곤의 자존심으로 인해 같은 인간의 형상으로 폴리모프하곤 하나같이 마나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검을 들고 리류나드에게 섬광같이 쇄도하려는 찰나 리류나드의 공격 을 피해 잠시 워프했던 레드드래곤이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크큭! 기이한 검솜씨지만 그정도는 어린애 장난도 안된다고... 인간! 넌 오늘 절 대 건드려선 안됄 나를 건드렸다! 절대로 후회하게 해주마! 그리고 너희들은 나 서지마! 인간들을 상대하면서 쪽팔리게 넷이서 공격할순 없잖아!" 레드드래곤의 말에 리류나드는 콧방귀를 끼며 태연자약했고 이어진 그의 말에 레드드래곤은 거대한 분노를 느꼇다. "꼴에 자존심은...죽기싫으면 네 동료들에게 구원을 요청하는게 현명할거다 드.래.곤.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거대한 스파크를 사방에 난무하며 커다란 굉음과 함께 분노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육안에 잡히지 않는 그들을 보면서 켈론과 수라는 마치 다른세상에 와있는 것처럼 그들의 전투가 실감나지 않았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방으로 비산하는 붉은,푸른 스파크들과 비명소리에 그 둘은 벌벌떨고있을 수밖에 없었다. 초목(草木)들이 울창한 숲속에 가녀린 긴 은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즐겁게 뛰어가고 있었다. 간편한 네크라인으로 디자인된 브라우스와 가운데 달린 리본이 그녀의 귀 여움을 증폭시키고 있었고 눈부신 각선미를 자랑하는 하얀 다리를 분홍반바지가 가 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숲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혼자 떠들고 있었다. "메롱메에~롱~ 아무리 실버궁을 뒤져봐도 날 찾을순 없을걸? 헤헤~♬" 눈부신 광채를 뿌리며 휘날리는 아름다운 은빛머리들을 하얀손으로 다듬으며 그녀는 드래고닉캐슬의 게이트웨이쪽에 있는 전망좋은 언덕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드래고닉캐슬의 유일한 입구인 드래고닉 게이트웨이에서 자신이 알고있는 드래곤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은발의 소녀는 언덕으로 가던 방향을 급히 돌려잡고 눈부신 각선미가 돋 보이는 하얀 다리를 재빨리 놀리며 게이트웨이가 있는 대전의입구로 달려갔다. 한 5분정도 달려가니 대전의 입구가 보였고 대전의 입구 안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자 아름다운 소녀의 입에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아!...이럴수가..."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5) 리류나드는 자신의 검에 쓰러진 4명의 인간들을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드래곤들을 보고 있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정도로 상처 를 입혔지만 지금 이순간은 꽤나 고통스러우리라...레드드래곤은 오른쪽 팔관절이 부러져 덜렁거리고 있었고 블루와 블랙드래곤은 각각 다리 한쪽씩 부러져 멍하니 리류나드를 보고 있었다. 골드드래곤은 리류나드의 팔꿈치로 명치가 가격당해 이미 기절해 있는 상태였다. 물론 자신들의 치유마법으로 치유하면 간단한 상처겠지만 리류나드가 그들에게 마 법을 쓸 시간을 주지도 않았고 이미 허튼짓하면 나의 검이 너희들의 드래곤하트를 관통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부러진 팔을 다른쪽 손으로 잡고 있던 레드드래곤은 비록 인간혼자에게 드 래곤 넷이 모두 참패당하는 치욕을 겪었으나 그의 마음은 분하기 보다는 리류나드 의 현묘한 검술솜씨에 묘한 경외감을 갖고 있었다. 특히 그의 검기가 수백가닥의 얇은 실타래처럼 사방으로 자신의 사각을 공격해옴에 도저히 자신이 지금까지 익 혀온 검술로는 방어할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의 신기한 보법과 가공스러울 정도 의 빠른 발놀림...자신이 드래곤으로 현신해도 과연...이라는 생각을 할정도로 자신 의 눈앞에서 싸늘한 눈을 하고 있는 리류나드라는 인간은 강했다. 강한 자존심과 자긍심으로 그와 대등하게 검으로서만 겨루었고 결과는 자신의 참패 였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레드드래곤은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레드드 래곤이 천천히 일어나자 리류나드의 시선이 슬쩍 레드드래곤에게로 향했고 그의 몸에 선 자신에게 쏟아지는 살기가 걷혔음을 깨닫고 검에 힘을 주고있던 손에 힘을 약간 뺐다. 리류나드도 그들과 상대하면서 비록 오만하기는 했지만 무인대 무인으로서 일체 마법을 쓰지 않았던 그들에게 약간의 경의를 표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의를 표할뿐 잡쳤던 기분이 좋아진건 아니었다. 오만하던 그들을 자신의 검으로 쓰러뜨렸으나 속이 후련해 진건 아니었다. 이런 드래곤들이 사방에 깔려 있는 곳이 바로 이 빌어먹을 드래고닉캐슬이 아니었던가? 그는 그런 생각에 절로 멋진 눈썹이 찌푸려 졌다. 앞으로 눈앞에 쓰러져 있는 녀석들처럼 몇 마리나 더 상대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 쩌면 죄다 덩치만 커다라게 현신하고는 자신에게 브레스를 남발할수도 있는 드래곤 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자신에게는 전혀 두렵지 않았지만 저쪽에서 벌벌 떨 고 있는 켈론과 수라는 어떻게 될지 리류나드도 장담할수 없었다. 아마 지금의 소동 에 눈앞에 쓰러져 있는 드래곤들이 그보다 나이를 더 많이 쳐먹은 드래곤들에게 보 고하게 된다면 생각해보니 더 골치아파져 온다. 리류나드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녀석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몰래 실버궁으로 태연히 초청객행세를 한다면...' 하지만 곧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건 무인으로서 도리가 아니었고 공격불가능 한 상대를 검으로 다스린다는건 무인으로서 치욕스런 일이었다. -털썩- 리류나드가 소리난 쪽으로 돌아보니 좀전에 힘겹게 일어나던 레드드래곤녀석이 힘에 겨웠는지 다시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헤...제길...넌 정말 인간이 맞는거냐?" 레드드래곤이 자신의 처지가 스스로 한심했는지 자조적인 미소를 띄며 리류나 드에게 질문했고 리류나드는 다시 흥소리와 함께 말했다. "흥! 나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인...너희들이 무시했던 인간중의 한명이다." "후훗...그렇군 하지만 인간이 어떻...." 레드드래곤이 리류나드를 보며 인간이 어떻게 그런 막강한 힘을 소유할수 있 었는지에 대해 궁금해 리류나드에게 물어보려는 찰나... 무언가 탁한 가슴속 에 맑게 울려퍼지는 하나의 미성이 들려왔다. "꺄악~! 에스트로슈! ,크나우시온!,하이벨라!,드리미슨! 너,너네들 괜찮아?" 리류나드와 그앞에 있었던 레드드래곤 에스트로슈, 그리고 기절한 드리미슨을 제외한 대전에 있던 전원이 대전의 입구에서 상처입은 그들을 보며 소리치는 숨막힐 것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를 쳐다봤다. 그간 황태자란 직분 때문에 왕국의 수많은 아름다운 귀족영애들을 상대해온 리류나드조차 상상할수 없었던 미(美)를 가진 소녀의 등장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 이내 리류나드는 쓴웃음과 불쾌감이 밀려왔다. 어차피 저런 숨막힐 것 같은 아름다움도 모두 가공된 것이 아닌가? 드래곤들의 마법으로 뜯어고친 얼 굴이라고 생각하는 리류나드였다. 허나 실상은 드래곤들이 아무리 마법생명체 라고 하나 자신의 외모를 뜯어고치는 것은 그들의 창조주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의 머리칼을 제외하고는 전혀 얼굴을 바꿀수 없었다. 오크로서 그들이든...엘프로서 그들이든..인간으로서 그들이든...드래곤은 태어날때붙터 폴리모프할수 있는 모든 고유의 얼굴들을 갖고 태어나는 드래크로의 권능이 살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였다. 리류나드는 불쾌감에 서려 일부러 숨막힐 것 같은 아름다운 소녀로 부터 시선을 돌리고 있었을 때 레드드래곤의 외침에 순간 긴장해야 했다. "에,엘테미아!...여긴 어떻게..." 리류나드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었이었던가? 바로 엘테 미아란 '시조드래곤'의 환영식 때문에 드래고닉 캐슬에 왔던게 아닌가... 다른 드래곤들이 모두 덤벼도 자신있을 리류나드였지만 그는 속으로 긴장했 다. '시조드래곤이라면...우리 인간이 상상할수 없을 정도의 삶을 살았던 존재...' 그동안 그녀의 드래곤하트의 엄청난 마나를 자신이 감당할수 있을지 솔직 히 리류나드는 자신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질거라는 생각도 하 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리류나드는 그렇게 다짐하고 긴장 으로 인해 손바닥이 땀으로 미끌거리던 것을 옷으로 슥슥 문질러 다시 검 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지금껏 네 마리의 드래곤들과 상대했을때와는 달리 자신의 모든 감 각을 풀전개하며 무수한 세월을 살았던 현명한 존재와의 싸움에 한편으론 두근거리기도 했다. 겉모습은 보는이로 하여금 혼을 빼놓을 정도로 눈부신 모습이었지만 리류나 드는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이 방심하는 순간 목숨이 날아가게 하는건 드래 곤들의 시조인 그녀에겐 너무 간단한 일이리라... 이제 남은건 그녀의 후손을 건드린 리류나드 자신에 대한 응징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리류나드의 일행인 켈론과 수라도 지금까지 자신들의 황 태자가 굉장한 검술로 드래곤 네 마리를 어렵지 않게 쓰러뜨리자 약간 안 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눈앞에 아찔할 정도의 눈부신 미소녀가 드래곤 들의 보스급이라는데에 다시 경악과 한없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어쩌면 손 끝 하나로 자신들은 물론 지상에 있는 로슈레인까지 파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전신이 벌벌 떨려왔다. 드디어 엘테미아라는 시조드래곤이 천천히 쓰러져 있는 레드드래곤에게 다 가왔다. 엘테미아가 움직일때마다 리류나드는 그녀의 모습을 한시도 놓치지 않았고 순간순간 긴장했다. 그리고... 리류나드는 지금 경악하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의 감각을 모두 풀전개 해도 시조드래곤 엘테미아의 숨겨진 기운을 느낄수가 없었다. 마법생명체라면 언 제든 자신의 주위에 궁극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마나라도 유동하 고 있을터인데 그녀에게서는 아무것도 느낄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그녀는 리류나드가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극강한 존 재라는 것이다. 드래곤 네 마리조차 별로 어렵지 않게 처리할수 있었던 리류 나드 자신이 느끼지 못할 기운을 가진 시조드래곤...어느새 리류나드의 이마 엔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고 온몸에는 호승심에 강한 전율이 일어나 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어떤식으로 공격할까? 분명 저런 체격으로는 십중팔구 마법공격이다. 과연 나 스스로 나보다 강한 이는 드물다고 생각해왔던 나지만 그런 나조차 그녀의 기운을 느낄수 없다. 아니 그녀의 기운은 마치 평볌한 인간의 소녀와 별반 차이가 없다! 그정도로 엘테미아라는 시조드래곤은 자신의 기운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 하지만 계속 그녀를 주시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너무나 눈부시고 신비스런 모습에 어느새 현혹될 자신이 보였다. 그때마다 그는 너무나 불쾌한 감정이 밀려왔다. 어떻게 저런 가공된 모습을 보고 현혹될 수가 있냐고...너무나 불 쾌하고 또 역겨웠다. 속으로 낮은 욕지거리가 나왔다. 그때 그녀의 맑은 미 성의 목소리가 대전에 울린다. "뭐야 너네들? 설마 저 사람 혼자한테 넷이 당한거야?" 엘테미아의 물음에 그녀의앞에 있던 레드드래곤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나머지 드래곤들은 기절한 골드드래곤을 제외하고 땅바닥 만 보며 비통해 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드래곤 네 마리를 걸레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 인 리류나드를 바라봤다. 드디어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흠칫하고 몸을 떨었던 리류나드는 이내 자세를 다시 잡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아마 자신의 동족을 해하였다는 명분하에 독설이 쏟아지며 무수한 공격을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리류나드는 자신의 귀에 정말 순진한 소녀풍의 말이 들려오 자 순간 당황했다. "좋아~! 내가 착한 드래곤을 괴롭히는 나쁜악당을 쓰러뜨려 줄테니까 에스트 로슈 넌 저번에 보여준 팔찌 나한테 주기다? 알았지?" 리류나드는 인간인 자신이 드래곤에게 악당취급 당하자 황당해 했다. 먼저 자신의 힘을 믿고 악당처럼 시비를 건것도 모두 드래곤쪽이었다. 다시 분노 의 감정이 솟기 시작하려는 찰나 눈앞에 있는 레드드래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아니야 엘테미아...우린 그냥 검가지고 장난했을 뿐이라고 하하하하...남 자들만의 조~금 과격한 장난이지...하하하..." 리류나드는 저 레드드래곤이 그들의 시조인 엘테미아에게 자신의 험담을 늘어놓아 그녀의 분노를 한층더 올리라고 생각했던 리류나드는 레드드 래곤이 자신의 예상을 깨고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려 들자 어리둥절해 졌다. 그래서 시선을 다시 레드드래곤쪽으로 돌리니 그녀석은 리류나드에 게 살짝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정당한 승부에서 자신의 패배를 깨끗이 받아들인 무인의 자세가 저 레드드래곤에게서 리류나드의 눈에 비쳐졌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방심하고 있었을때였다. "아냐! 저런 나쁜 악당은 쓰러트려야 정의의 시조드래곤이지!! 나에게 맡기라구~" 그러면서 그녀의 입가를 보니 무언가 웅얼거리고 있었다. 그때 리류나드는 크게 경악하고 있었다. 의지만으로 마법을 구현하는 드래곤이 주문조차 외 울정도의 마법이라면 그의 지식으로도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거기에 셀수조차 없을 세월을 살았던 살아있는 고대의 문명! 어떤 마법이 구현될지 에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던 리류나드는 한순간 레드드래곤녀석의 말에 방 심했던 자신을 질책했다. 그리고 그의입에선 욕지거리가 나왔다. "제길! 드래곤이란 녀석들이 치사하게 양동작전을 쓰다니!!" 리류나드는 레드드래곤이 자신을 방심시키기 위해 앞에서처럼 쓸데없는 말을 했고 또 그때를 이용해 시조드래곤이라는 녀석이 자신에게 마법을 시전할 줄 전혀 몰랐다. 무수한 세월을 살았던 존재가 이렇게 치사하게 나 오니 더욱더 불같은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제길! 늦었다! 지금 앞으로 뛰어나갔다간 오히려 당한다! ' 자신의 행동이 눈앞에 있는 시조드래곤보다 늦었음에 그는 자신이 할 수있는 최대의 마나를 모아 강력한 실드를 시전했다. 그러자 파란 스파 크가 튀기며 자신의 앞에 투명한 파란빛의 장막이 시전되었다. 지금 리류나드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심장은 자신의 귓 가에 커다랗게 울릴정도로 쿵쾅쿵쾅거리고 있었다. 극도의 긴장감과 기대감,과연 어떤 마법을 시전할지 궁금했고 지금이 자신의 마지막 순 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마법을 시전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리류나드는 엘테미아의 기운을 전혀 느낄수가 없었기 때문이 었다. "......그대의 손길에 붉은 폭염의 환희가 비추리라...나와 광염과..." 끝났을줄 알았던 주문이 계속되자 순간 리류나드의 눈에 안광이 번 뜩였다. 순간적으로 주문이 끝나려면 3,4초정도 걸린다고 계산한 리류 나드는 재빨리 자신이 치고 있던 실드를 풀고 자신의 오른쪽다리에 폭 발적인 에너지를 가해 엘테미아를 향해 검을 치켜들며 쇄도하려는 찰 나! 죽음의 전주곡같은 그녀의 맑은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이어 블래스트(fire blast)!!" 리류나드는 절망했다. 실드를 풀자마자 그녀는 그것을 노렸던 것이었는 지 시동어와 함께 굉장한 마법이 자신에게 쏟아지리라고 생각했다. 다시 실드를 치긴 늦었으므로 절망한 그는 굉장히 허무한 자신의 최후를 기다리며 눈을 감고 있었는데... -퐁~!- "......" "......" "......" "......" "......" "으아아아앙~역시 난 공격마법에 소질이 없나봐... 일부러 주문영창까지 해줬는데 이게 뭐야~! 으아아앙..." 리류나드는 방금 그 현상이 무슨 현상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바로 초보마법사가 마나를 유동시켜놓고 마나를 자신이 원하는 형질로 가공 하기 전에 모아두었던 마나가 다시 흩어져 버려 마법시전의 실패현상 인 초보마법사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전형적인 현상이었다. 이에 굉장히...극도로...너무나...엄청나게... 허탈해진 리류나드는 그만 엘 테미아에게 돌격하려던 자세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들고있던 검을 놓치면 서 그의 오른손 검지손까락이 살짝 베여 피가 나왔다. -쿠당탕....- "......" "......" 마법실패에 암울해 있던 엘테미아가 이유도 모른채 쓰러진 리류나드를 보며 어두웠던 그녀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180도 전환됐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봐,봤어? 봤어? 방금 봤어? 냐하하하하~ 나의 마법에 저 나쁜 악당이 쓰러져 버렸어 헤헤헤 역시 천재 미소녀 드래곤은 항상 이긴다니까~" 그러더니 엘테미아는 쪼르르 달려와 리류나드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순간 자신의 손으로 이제껏 어떤것으로도 느끼지 못했던 부드러운 물 체가 손에 닿자 깜짝 놀란 리류나드는 허탈의 경지를 넘어 생사의 갈 림길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상태에서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찔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엘테미아가 자신의 손을 붙잡 고 레드드래곤들에게 흔들고 있었다.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그녀 때문에 당황하고 있던 리류나드와 그 외 드래곤들... "봐봐~에스트로슈~너희들 넷이서도 어쩌지 못한 극강한 악당을 나의 멋진 마법에 피까지 흘리며 쓰러져버렸어 어마~~♡" "......" "......" 리류나드는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로 숨이 막힐듯한 아름다움과 그녀의 순진한 행동에서 가식을 느낄수가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나오는음파는 한없이 맑고 청렴했으며 아침공기처럼 상쾌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리류나드는 이해할수 없었다. 자신이 증오하던 드래곤들이 이런 드래곤이었 던가? 언제나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인간을 인정하지 않는 난폭한 녀석들 천지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들의 시조라 하는 이 엘테미아는... -샤르르르르....- 아름다운 황금빛의 기류가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자 리류나드는 순간 흠칫 했지만 그 기운이 너무나 포근한 기운이라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 자 그 금빛기류는 리류나드의 손가락에 나있던 조그만 상처를 순식간에 아 물게 만들었고 더 나아가 자신이 소모했던 마나들을 다시 채워주었다. 리류 나드는 적에게 이런행동을 하는 시조드래곤이라 칭하는 엘테미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는 정말 이상한 말만하고 있었다. "후후훗~ 나의 엄청난 마법에 아팠을테니 치료해 줄게. 대신에 이제부턴 착하게 세상을 살면서 새사람이 되는거야 알겠지?" 그러면서 자신이 어린아이인 마냥 머리를 쓰다듬는 엘테미아를 보며 리류나 드는 머릿속이 복잡해 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가슴속에 알 수 없는 감정들 이 요동치고 있었고 가슴이 더욱더 뛰었다. 도대체 이런 행동은 무수한 세월을 살아왔던 존재가 행할수 없는 순수 그 자체였다. 허나 그 행동에는 자신이 오랬동 안 갈고 닦아왔던 육감이 그 행동이 가식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 었다. 그때였다. 엘테미아가 자신의 앞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에스트로슈라는 레 드드래곤 앞으로 다가가 그 앞에 서곤 그를 향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에스트로슈~내가 저 사람을 쓰러뜨렸으니 그 팔찌 꼭 나 줘야해? 알았지?" "......." 에스트로슈는 '그게 댁이 쓰러뜨린거유!? 지가 그냥 쓰러진 거지!!!!'라고 강 력하게 말하고 싶었으나 엘테미아가 상처받을까봐 차마 말해주진 못하고 그냥 자신이 조금 아끼던 팔찌를 줌으로서 1000만 골덴을 주고도 사지 못할 그녀 의 눈부신 미소 때문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역시 기대했던대로 눈부신 그녀의 미소가 만개했고 에스트로슈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대전 바깥쪽에서 다시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이이이인 니이이임~~~~!" "헉!!!" 밖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갑자기 굳어진 엘테미아를 보며 모두들 어리둥절해 있을 무렵 엘테미아는 허둥지둥거리면서 무척 당황한 어조로 그들에게 외치 며 급히 대전 밖으로 사라졌다. "이,이봐~에스트로슈 그리고 새사람이 된 악당님~! 로드가 물으면 나 절대~ 못봤다고해! 꼭 그렇게 말해야 해? 알았지? 그럼 난 바빠서 이만~" "......." "......." 엘테미아가 나가자 대전안에 있던 에스트로슈와 리류나드들은 황망히 서있 었고 그때 정신차린 에스트로슈는 일이 복잡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는지 급 히 치료를 하고는 쓰러져 있던 모두를 치료하고 기절해 있던 골드드래곤까 지 깨워서는 처음의 모습처럼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현신했다. 그리곤 그들 의 로드를 대전의 입구 밖에서 맞이해 엘테미아님을 못보았습니다! 라고 로드에게 보고하고는 이내 로드는 린님~~이라고 외치며 다시 사라졌다. 리류나드는 레드드래곤이 자신이 부린 행패에 대해 그들의 로드에게 보고 하지 않자 점점더 그가 드래곤에 대해 잘못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이런 행동에 약간 멍하니 있던 리류나드는 아직도 멍한 기분으로 마음속에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질문을 그들에게 말했다. "어이...방금 그 은발의 소녀가 정말 시조드래곤인가...?" 그러자 드래곤으로 현신한 레드드래곤이 웅장한 목소리를 내며 답했다. "......그렇지..." "그런가...그럼...정말 마법을 못하나?" "......공격마법은 치를 떨 정도라는군..." 그 둘은 그 상태로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후 몇분이 지났는지도 모를 무렵...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호쾌한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굉장히 유쾌히 웃던 그들중 레드드래곤이 순간적으로 웃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는 예의 긴장된 자세로 웅장한 공명음을 리류나드에게 내뱉었다. "드래고닉캐슬에 온걸 환영합니다 인간." "...환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씨익 웃고 있었다.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6) 리류나드가 레드드래곤과 헤어진후 실버궁에서 일행들과 함께 여장을 풀고 있을 무렵 실버궁에서 도주했다가 다시 강아지처럼 붙잡힌 엘테 미아는 연신 이즈에게 무참히 깨지고 있었다. "아니!! 엘테미아님 정신이 있는거에요! 없는거에요! 하루조오오옹~일 엘테미아님을 꾸며도 모자랄 판에 쓸데없이 아무데나 가서 놀다오지 말란말이에욧~!" 옆에서는 에셀린과 키슐로이 그리고 에이메리까지 허리에 손을 얹고는 나에게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흐에엥...그렇게 보면 무섭잖아... 이것들이...드래고닉캐슬의 절대절명의 위기를 내가 해결하고 왔는데...난 놀다온게 절대 아니라구~~!흐에엥... 그때 캐이셜럭스대륙의 로드 에이메리가 박수를 두 번 치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려온 박수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서 에이메리에게로 향했고 이내 방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일단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 어왔다. 20대에서 30대초반의 여성들이 몰려들더니 갑자기 내 옷을 벗기기 시 작했다. 당연히 나는... "꺄,꺄악~ 무,무슨 짓이에요!....." -슥,스르륵- "엘테미아님~이 드래곤들은 저희 대륙의 제일가는 디자인팀이니까 걱 정말고 맡기시라구요~호호호홋~ 얘들아~! 오늘은 엘테미아님께 맞도 록 여신분위기가 팍팍나는 옷들로 해드려라~!" "네~로드~" 그렇게 어제와 같이 난 인형이 되고 말았다. * * * 포근한 햇볓이 드는 고풍스런 방안에 두명의 날개달린 천사가 있었다. 길다란 금발을 뒤로 질끈 묶은 천사는 침대에서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고 그 앞에는 벽에 반쯤 기대선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천사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흐른후 초록스포츠머리의 꽁지머리를 멋지게 길 른 천사가 침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 위치한 탁자위에 놓여져 있던 천에 둘둘말려진 길다란 막대기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망연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금발의 아름다운 천사에게로 막대기 모양의 고급스런 천으로 쌓여져 있는 물건을 그의 얼굴 바로 앞 으로 내밀고는 입술을 벌렸다. "미카엘...내가 전해줘라...이 샤넬오르가를..." "......" 초록머리의 천사 가브리엘이 미카엘에게 창조주께서 전하라 하신 샤넬 오르가를 엘테미아에게 자신보고 전하라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카엘 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볼뿐 가브리엘의 권유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 은채 가만히 있었다. 그렇다고 가브리엘또한 그를 재촉하진 않았다. 가브리엘은 고급스런 천 에 둘려져 있는 샤넬오르가를 미카엘이 앉아있는 침대옆에 살짝 놓고는 출입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에 달려있는 멋진 문양의 손잡이를 돌리 며 문을 반쯤 열고 멈춰섰다. 그리고 그답지 않은 조용한 목소리가 미카 엘에게 향했다. "그 샤넬오르가를 네가 직접전해주든...아니면 다른 천사를 시키든... 그건 네 맘이다. 미카엘... 하지만 몇만년이 흘러도 정녕 지금 이순간은 후회가 없도록...잘 선택해라 미카엘..." -딸칵...- 가브리엘이 방문을 닫음과 동시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던 미카엘은 돌려지지 않을 것 같던 시선을 천천히 돌리며 가브리엘이 놓고간 샤넬오르 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리며 중성적 인 미성의 목소리가 나직히 방안을 맴돌았다. "이미...끝나버렸다. 가브리엘..." 미카엘은 그러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엘테미아는 자신에게 아무 런 감정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카엘 자신도 확신할수 없었다. 엘테미아 가 정말로 진심이었는지...아니면 거짓이었는지...그의 작은 가슴으로는 진 실과 거짓을 구별할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작은가슴으로 엘테미아를 예측한 그는 엘테미아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일 이유가 이제는 사라져 버렸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더 이상 엘테미 아의 호의는 있을수 없다고... 그러나 창조주님께서 명하신 샤넬오르가를 다른천사에 의해 엘테미아게 게 넘기기는 싫었다. 그는 새하얀 손으로 샤넬오르가를 살짝 쥐고는 천 천히 방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해는 서산너머로 붉은 빛을 일렁이며 노을을 준비하고 있었고 엘 테미아의 마지막 환영의 연회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커다란 연회장안에는 어제의 환영식때보다 더욱더 많은 초청객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느새 엘테미아의 눈부신 미모가 각계에 퍼져 능력있는 존재들은 너도나도 엘테미아를 보기위해 이슈테리아의 드래고닉캐슬에 와 있었던 것이 었다. "하하~난 정말 깜짝 놀랐다고...수백만년을 살아온 드래곤이라 주름살이 가득한 할머닌줄 알고 왔는데 내 생전 그런 사랑스런 여자는 처음 본다니 까 하하하..." "그,그래? 이야..기대 되는군 허허허허"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의 대부분 주제가 엘테미아의 상상할수 없는 외모였고 그녀의 오빠가 바로 마계의 절대군주, 암흑의 마왕 헬 프리보드가와 드래곤의 창조신인 드래크로니므이스라는데에 놀라고 있었다. 시원스레 뚫린 연회장의 천장에 별이 맑게 빛나고 있을 무렵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불쌍하게 시종장역할을 하며 명부를 적고 있는 블루드래곤이 오늘의 기대주,그리고 주인공인 엘테미아의 입성소식을 알렸다. "드래곤의 시조이신 엘테미아님이 드십니다!"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연회장 전체에 들릴수 있도록 외치차 술렁거렸던 연 회장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해 지며 일제히 연회장의 커다란 정문을 응시하 기 시작했다. 시선이 모두 집중된지 1분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육중한 미 스릴로 제련된 문이 그르르릉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열린 문과 함께 등장한 소녀는 백금발의 주황색드레스를 예쁘게 차려입은 이 곳의 주인,이슈테리아대륙의 드래곤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였고 그뒤를 이어 그의 비서 키슐로이와 에셀리드민, 그리고 캐이셜럭스 대륙의 드래곤로드 에 이메리 스콸라이쳐가 차례로 등장했다. 이제 남은 드래곤은 한명, 이들 전원이 목이 빠져라 기다린 엘테미아가 등장 할 차례였다. -꿀꺽-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던 연회장 주변에 누군가 침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울 리자 연회장에 있던 전원이 그쪽으로 매서운 시선이 쏠렸다. 그러자 이내 무 안해진 젊은 마족은 주위의 마족들에게 소리없는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앞쪽에서 경탄의 탄성으로 시작해 눈부신 모습의 엘테미아가 등장했다. "오오.............." "와.............." "어마............" 저마다 엘테미아의 모습에 조용한 감탄이 어리기 시작했다. 모두의 동공에는 눈부신 광채를 흩뿌리고 있는 길다란 은발과 가히 여신보다 아름다운 이목 구비...그리고 새하얀 목선과 하늘하늘한 연두빛 천으로 가슴을 대각선으로 살짝 가리고 헐렁한 천을 멋진 문양으로 수놓아진 띠가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그녀의 새하얀 어깨가 다 드러났으며 그녀의 팔에는 자줏빛 쇼 올이 단정하게 둘러져 있었고 손목에는 양쪽으로 4개씩 각기 다른 아름다운 문양이 조각된 팔찌가 가지런히 차여져 있었다. 그녀의 겨드랑이부터 반대허리쪽으로 연두빛천이 가슴을 가리고 있었고 그렇게 두 개의 천이 x자 모양을 형성하며 그녀의 하얀 배와 가운데 귀엽 게 자리잡은 배꼽을 부끄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치마는 두갈래로 나뉘어진 가운데부터 점차 길어지는 뒤가 끌리는 치마였다. 뒤에서 보면 완전히 다리 전체를 가린 치마로 보였지만 정면에서 본다면 가 운데부터 점차 길어져 역세모 모양으로 다리가 비쳐보이는 치마는 끝에 투명 한 레이스로 말끔히 처리했고, 몇겹으로 겹쳐친 아름다운 치마는 엘테미아의 오른 다리를 허벅지까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고 그녀의 환상적인 각선미가 걸을 때마다 살짝살짝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오른 허벅지에는 4,5크로(1크로=1cm)정도 되는 금빛의 아름다운 문양이 조각된 테가 둘러져 있었고 그녀의 하얀 종아리까지 매끄러운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귀여운 발은 구두끈이 발을 최대한 가리지 않도록 얇은 연두빛 줄로 굽이 높은 구두를 고정하고 있었고 그줄은 예쁜 엇갈림으로 발목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리하여 그녀의 귀여운 발가락이 여실히 들어나 있었고 하늘 거리는 연두빛 치마와 맞춘듯한 연두빛 샌들이 남성체들의 가슴에 폭발물을 들이 붓고 있었다. 치마 중간중간에는 하늘거리는 레이스가 장미모양으로 아름 답게 꾸며져 있었고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마법광구에 의해 고급스런 하늘거리 는 천들이 아름다운 연두빛을 발산해가며 그야말로 범접할수 없는 신성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제 연회에 참석했던 초청객들은 전의 자줏빛의 상큼한 소녀의 이미지에서 여신이나 입을 법한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입고나온 엘테미아를 보자 어제 보다 더욱 큰 컬쳐쇼크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모두들 쥐죽은 듯 조용히 하고 있는 가운데 엘테미아의 맑디 맑은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연회장 가득 울려퍼진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도 저의 환영식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리며 오늘도 역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형식적인 인사에 불과했지만 초청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초청객들 사 이에 끼어있던 리류나드도 정오쯤에 보았던 약간 멍해보였던 엘테미아를 보다 지금같이 눈부신 모습을 보자 들고 있던 와인이 바닥으로 떨어지는데도 그의 뛰 어난 육감이 지적하지 못할하고 있었다. "어라~새사람이 된 악당님 아니세요?" "......" 그녀는 저마다 인사하려는 초청객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다가 리류나드 자신을 발견했는지 자신을 새사람이 된 악당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정오에 봤던 맨얼굴이 아니라 약간의 메이크업이 되어있는 그 녀를 보자 그가 추구하는 검의 정신인 무상무념이 자꾸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는 정식으로 인사해야할 차례인지라 멍해있던 리류나드는 자신을 질책하고는 그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엘테미아님. 이슈테리아 대륙으로의 귀환을 우선 감축드리며 저는 이번 환영식에 초대된 로슈레인 왕국의 황태자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인이라고 합니다. " "로슈레인 왕국의 켈론입니다." "로슈레인 왕국의 수라입니다." 리류나드가 예를 갖춰 말하자 켈론과 수라도 덩달아 인사를 했다. "......" "......?" 이쯤 되면 엘테미아의 인사가 들려올법도 하다만 시간이 꽤 지나도 엘테미아 의 인사가 들려오지 않자 리류나드는 숙였던 허리를 다시 피고 엘테미아를 바라봤다. 순간 리류나드는 심장에 비수가 꽃히는 아픔을 느꼈다. 고개를 들 어 바라본 엘테미아는 너무나 슬픈 표정을 짓고는 눈물이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 한방울씩 맺혀 있었던 것이었다. 순간 리류나드는 몇분전의 일을 회상해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하지 않았나 하고 점검해보았으나 자신이 실수한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이유를 모른채 자신답지 않은 불안한 감정이 밀려오고 있을 때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가 녀린 그녀의 맑은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케인...을 아시나요...?" 리류나드는 엘테미아의 입에서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냈었고 청소년이 되어 자신의 나라에 돌아온후 또다시 마음이 맞아 우정을 새겼던...... 끝내는 3년전에 행방불명이된 자신의 절친한 친구 케인의 이름이 들리자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케,케인은...그녀석은 뭐하고 있답니까..." 리류나드의 애절한 목소리에 기어이 눈물한방울을 또르륵 흘린 엘테미아는 차마 말을 못하고 있었다. 주위의 초청객들은 갑자기 엘테미아가 울자 자신 들도 모르게 가슴에 슬픔이 자리잡았고 드래곤들은 정도가 더욱 심했다. 그때 엘테미아 곁에 어느새 이즈가 다가와 그녀의 하얀 어깨를 다독이며 엘테미아 대신에 리류나드에게 말해주었다. "케인은...자신의 동생에게 아쿠아블린을 빼앗기고 행방불명되었습니다. 그 는 3년동안 루린서브링신전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다가 자 신의 동생의 탐욕에 희생되었어요." 리류나드의 검은 눈동자가 한없이 떨리며 손바닥이 손톱에 패이도록 꽉 쥐 었다. 그리고 분노의 음성으로 나직이 읊조렸다. "스타판..." 처음봤을때부터 권력만을 이용해 모든걸 손에 넣던 스타판이 리류나드는 맘 에들지 않았다. 그런 스타판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해하였다는 뜻밖의 소 식을 듣자 리류나드의 엄청난 기운이 삽시간에 연회장 주위를 머물렀고 마계의 군주들 조차 한순간 움찔거렸다. 리류나드는 순간 아차! 하는 심성으로 다시 자신의 기운을 죽이고는 큰 숨을 몰아쉬며 냉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시 훌쩍이는 엘테미아 대신 이즈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엘테미아님이 케인과 스타판에 대한 이야기를...?" "아...그건 스타판이라는 인간이 엘테미아님을 납치하려고 했거든요..." 이즈의 납치라는 말에 리류나드는 몸을 튕기며 깜짝 놀랐고 주위에서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초청객들도 그들 사이에서 형용할수 없는 분노의살기가 방출 되기 시작했다. "뭐야~! 납치?? 어떤 자식이 감히!!" "인간이냐!? 감히! 엘테미아님을!...내 이것들을 그냥!...당장 마수를 풀어 녀석들 을 족치고 그 나라를 멸해야 겠군!!" "아! 나도 도와주지! 우리 대륙의 드래곤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 "우리도!..." "우리들도 역시!...." 사방에서 거대한 분노의 살기가 충만해 졌고 어느새 어떤 강력한 무리들이라도 개박살낼수 있는 아무리 마왕 헬프리보드가라도 무시할수 없는 천계,마계 그리 고 각 대륙의 드래곤들의 상상도 할수 없는 엄청난 군대가 조직되고 있음에 리 류나드는 경악하고 있었고 이즈도 이들이 엘테미아를 이렇게까지 소중하게 생각 할줄 모르고 었었기에 꽤 당황하고 있었다. 어느새 연회장 주위엔 남성체 여성체 할 것 없이 척살대상 1호 스타판! 국적: 지상 가이가스 왕국의 제 2 왕자 ,검은 흑발에 청푸른 눈동자와 약간 치켜올라간 눈매 약간 비틀어진 입술, 신장 183크로 체충 76로튼(1로튼=1kg)이라는 정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유통되고 있었고 더욱더 연회장안은 짙은 살기가 감돌고 있어 마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무고한 가이가스의 시민들까지 한순간에 날아갈듯한 분위기에 리류나드는 난 감해 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자신이라지만 이들 전부를 상대로 몇분이나 버 틸수 있을지 장담할수 없었다. 이즈도 자신의 경솔한 발언에 어떻게든 무마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저!...여러분 진정하세요...이건 엘테미아님이 이 대륙에 처음 떨어졌을 때 생긴 일이었으므로 어쩔수가 없던!..." 그러나 이즈의 말은 분노하고 있는 초청객들 사이에 뭍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 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출격해 녀석을 구속하고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런 방법으로 1년 동안 갖은 고문과 기절할수 없도록 포션과 회복마법으로 삶이 가장 큰 공포라는 걸 느껴주게 하는게 어떻습니까?!" 평소에 이런 잔인한 말을 듣게되면 눈살부터 찌푸려 졌지만 이들은 지금 형용할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어 이 잔인한 대사가 당연한 말처럼 들리고 있었다. 이젠 아무도 이들의 붉게 물들어 버린 분노의 마음을 가라앉힐수 없을 것 같던 이때에 하나의 고운 선율이 울려퍼졌다. 천족이든 마족이든 드래곤이든 인간이든 그들이 처음듣는 언어로 울려퍼지는 신 비한 선율은 그들속에 자리잡고 있던 답답하고 끊임없이 분출을 요구하고 있던 검은 욕망이 순간 상쾌한 기분과 함께 몇천년 묶은 체증이 내려가는 맑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군대를 집결하여 인간의 나라를 말살시켜 버리자는 마족도...그들에게 원조하겠다 고하는 천족도...갖은 고문으로 스타판에게 공포를 주자는 드래곤들도...인간들의 나라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당황하고 있던 리류나드들도... 모두들 지금 이 순간 붉은 살육의 욕망은 사라지고 시원하고 청량한 바람이 부는, 파도에 하얀 포 말이 이는 바다처럼 상쾌해 짐과 동시에 신비하게 마음을 맑게 하는 선율이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어느새 눈물 때문에 더욱더 맑게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황금빛 눈을 소유한 사랑스런 소녀가 두손을 가슴에 모으고 긴 여운을 남 기며 아름다운 노래를 끝내고 있었다. 자신의 드래곤 피어를 퍼트리며... 모두들 자신에게 일어난 신비한 현상에 멍하니 있었고 엘테미아는 노래를 마치고 살랑거리는 자신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고는 한명의 마족앞에 서서 사랑스런 미소 를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장난스런 맑은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헤헤~인간들의 일은 리류나드님이 해결해줄 거에요. 전 그당시 주위에 아무도 없 었고 힘없는 아이들과 어르신들 뿐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드래곤인지조차 모 르고 있었죠...당신같으면 저처럼 예쁜 소녀를 그냥 두시겠어요? 젊은 마족님?" 질문을 받은 젊은 마족은 물론이고 연회에 모인 그 누구도 당당히 '전 다릅니 다!' 라고 할 존재는 없었다. 만약 자신이라도 저런 사랑스런 소녀가 홀로 있 다면 소유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건 당연하다. 지금 이순간도 내 모든걸 버리 고 사랑스런 엘테미아를 가질수 있다면 모든걸 버려도 좋을 이들이 수두 룩하게 널려있었다. 주위가 다시 조용해 지자 엘테미아는 이내 리류나드쪽을 보며 싱긋웃고는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헤헤~ 좋은 시간 다 지나가겠어요. 좋은 음악과 좋은 파트너가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시나요? 모두 즐겁게 춤춰요~하하" 그러더니 엘테미아는 저쪽구석에서 오렌지쥬스를 홀짝이고 있던 에셀리드 민을 끌고나와 귀여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서로 닮은 은발의 귀여운 묘인 족의 소녀와 아름다운 은발의 소녀가 장단을 맞추자 한폭의 아름다운 자매 를 보는 듯한 그림이 그려졌다. 이에 모두들 가라앉은 분노의 마음을 되새기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며 씨 익 웃어주고는 서로의 파트너와 함께 즐거운 음악에 몸을 맡기며 춤을 추 기 시작했다. 그제야 굳어있던 리류나드도 긴 한숨을 쉬며 저쪽에서 귀여운 꼬마아이와 춤을 추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시선을 두었다. 그때 리류나드의 눈에 눈부신 하얀 날개를 지닌 천사한명이 엘테미아에게 다가가는게 눈에 들어왔다. "에셀린 오늘 너무 귀엽다~~♡" "응~엘테미아도 예쁜걸 헤헤..." 어느새 엘테미아는 춤을 마치고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통통한 에셀린을 품에 안고서 좋아라 하고 있을때였다. 그녀의 뒤쪽에서 아름다운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테미아...드릴게 있습니다." 엘테미아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아름다운 목소리...그리고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직히 신음과도 같은 목소리... "미...카엘...?" 엘테미아를 향해서 고급스런 천으로 둘러싸여 있는 긴 막대모양의 물건을 건 네고 있는 미카엘을 보며 또다시 연회장에 있던 초청객들은 이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7) "이거...내게 주는건가요?" 자신에게 고급스런 천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길다란 물건을 건네는 미카엘을 보며 엘테미아는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러자 미카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이것은 '샤넬오르가'란 신검으로 저희들의 창조주님과 드래크로님이 엘테미아 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전 창조주님께서 이것을 엘테미아에게 전하라 해서 전합니다. 그럼 이만..." 미카엘은 지금 이순간 돌아서면 영원히 그녀를 못볼 것 같은 예감이 들 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막상 이별의 상황에 당면하게 되자 더욱 더 알수없는 공허감과 슬픔이 밀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 얘기할수 있는 명분이 그에겐 없었다. 그저 샤넬오르가를 전해주고 돌아설뿐...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아릿한 시선 으로 한번 쳐다본후 미카엘은 힘겨운 걸음으로 그녀에게서 돌아섰다. 그리고 는 한발짝씩...한발짝씩...그녀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자,잠깐만요 미카엘!...." 다시는 들을수 없을 것 같던 아름다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미카 엘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으나 다른사람이 보기에는 그표정이 그 표정인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미카엘로 보였다. 여전히 차가운 눈동자로 자신을 돌아보자 엘테미아도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엘테미아는 그가 이대로 자신을 돌아서면 영원히 볼수 없을 것 같은 아픔이 밀려들어 얼떨결에 그를 부르고 말았다. "아...저..." 엘테미아는 도대체 무슨말을 꺼내야 할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고 미카엘도 이번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무슨 말이든 꺼내려고 노 력하고 있었다. 그때 엘테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우선 이 샤넬오르가를 전해 주신점...고마워요 미카엘..." 그녀의 예상외의 따뜻하고 친근한 말이 들려오자 미카엘은 다시 눈시울이 뜨겁게 변하며 눈물을 흘리려던 것을 혼신의 힘을 다해 참았다. 끝내 참다 보니 약간 이마가 찌푸려지고 자신의 얼굴을 엘테미아가 보지 못하게 그만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리고 말았다. 엘테미아는 미카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우선 건넸다. 그러나 미카엘은 기 분이 나쁜지 이마를 살짝 찡그리며 아예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려버리는 것 이었다. 이에 엘테미아의 눈에 눈물이 한방울 맺히기 시작했고 다시 슬픔이 밀려들어왔다. 그리고는 속으로 나직히 중얼거렸다. '내가 그렇게 싫은건가...난...미카엘의 아픈 사랑을 바로잡아주고 싶었을 뿐인데...오히려 내 행동이 그를 귀찮게 하는 거구나 나란 존재는...' 미카엘은 애써 나오려는 눈물을 다시 삼킨뒤 엘테미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이 살풋 찡그려지는게 눈에 들어왔다. 미카엘은 그녀가 자신을 불러 세운것에 대해 할말이 없자 지금 이순간을 그녀가 자신을 불러세운 것 을 후회한다고 생각했다. 미카엘은 더 이상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녀가 자신에게 거짓으로 대했든 진실로 대했든 이젠 상관이 없었다. 그녀는 사랑스러웠고 이미 자신 가슴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미카엘은 슬슬 자기자신이 짜증스러워졌다. 죽었던 마음이 다시 살아나고... 죽고...되살아나고...다시 죽여야 하고...그래서 그는 망설임없이 다시 돌아서 기로 마음먹었다. 엘테미아는 상념을 마치고 자신의 존재를 귀찮게 생각하는 미카엘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야에 들어온 미카엘은 무언가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미카엘은 자신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마주보 고 있는 이 순간이 괴로운 것 같았다. 그때였다. 미카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말이...없으시면...전 지금부터 천계로 돌아갈까 합니다...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엘테미아가 미카엘을 바라보니 그는 자신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괴로운 것 같았 다. 이대로 그를 계속 붙잡아 두는 것은 그에겐 엄청 실례일 터이다. 그러나 엘테미아는 미카엘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그에게 사과라도 하기 위 해서, 자신에 의해 짜증스러워 하는 그였으니 최소한의 사과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카엘은 입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말을 겨우 하고 는 이제는 정말 영원한 이별의 순간이 왔다. 절로 얼굴이 찌뿌려 졌고 힘겹게 몸을 돌릴때였다. 자신의 손에 닿는 무엇으로도 만들 수 없는 부드러운 느낌... 고개를 돌리니 엘테미아가 자신을 바라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이에 미카엘은 생각했다. 동정하고 있는거냐고...그냥 이대로 보내주면 자신에게 도 좋을텐데 자꾸 자신을 괴롭히길 즐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엘테미아의 행동 에 미카엘은 절로 인상이 찌뿌려 졌다. 엘테미아는 미카엘의 인상이 예상대로 찌뿌려 지자 엘테미아는 흘르려는 눈물을 애써 참고 그에게 고개숙여 사과했다. "미,미안해요 미카엘!... 제,제가 미카엘을 많이 귀찮게 했죠? 헤헤...전 그냥 미 카엘의 괴로운 사랑을 바로잡아 주고 싶었지만 오히려 주제넘게 나서서 미카엘 의 심기를 건드렸나 봐요... 죄송해요...제가 미련이 많아서...짜증스러우시겠지만 딱 한마디만 할께요 미카엘..." 미카엘은 절대로 엘테미아에게서 들을수 없을 것 같던 말들이 나오자 다시 마음 이 아려왔다. 그리고 소리치고 싶었다. 왜! 왜! 사과를 하느냐고...자신은 자신조차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기뻣고 행복했다고...엘테미아는 주제넘게 나서지 않았다고 ...짜증같은거 내지 않는다고...그렇나 미카엘은 갑자기 흘러내리려는 눈물에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누르는 시늉으로 눈물이 흐르려는 눈을 가렸다. 미카엘이 갑자기 관자놀이를 누르자 더욱 의기소침해진 엘테미아는 심호흡을 한 번하고 자신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미카엘이 싫어하기에 빨리 말을했다. "미카엘...미카엘은 멋진 분이세요...당신은 충분히 사랑받을수 있는 천사라구요... 그러니 들려오지 않는 사랑보단 들려오는 사랑을 해주세요...헤헤...이말을 꼭 미카엘에게 해주고 싶었어요...죄송해요...지금까지 귀찮게 굴어서...그럼 무사히... 천계까지 안녕히 가세...요...미카...엘..." 미카엘은 그녀가 자신을 위하는 따뜻한 말에 이번이 진정으로 마지막 기회라 생각 하고 그동안 살아왔던 모든 순간의 극한의 힘까지 짜내며 그녀에게 모두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하자!라는 다짐을 가슴속에서 몇 번이고 되새기며 엘테미아를 향해 말을 하려 할때였다. "다시는 미카엘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께요. 그럼~" 마지막은 웃기까지 하며 그녀는 자신에게 돌아서서 초청객들 사이로 급히 사라 져 버렸다. "......" 남과 친해져보려 노력한 적이 없던 작은 가슴을 가지고 있던 미카엘은 깊은 슬 픔에 다시 눈물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이란 존재는...그녀 에겐 그저 한번의 눈부신 미소로 잊혀질수 있는 존재밖에 안된다고...스스로의 비참함에 다시 관자놀이를 누르는 시늉과 함께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가리곤 그 의 새하얀 날개를 활짝 펴서 자신의 전신을 날개로 감쌋다. 그리고는 급히 가브 리엘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공간이동을했다. 결국은 닿지 않았다. 미카엘의 사랑은 예전이나...지금이나...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그의 사랑은 그가 원했던 존재에게 닿지 않았다. 가브리엘과 만나기로한 약속장소는 실버궁의 뒤뜰에 있는 드래고닉캐슬의 게이트웨 이로 이어진 관도였다. 이미 날은 석양이 지고 밤이 되려 하고 있었고 도착해서 보니 가브리엘은 멍하니 석양을 바라보며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서있었다. 그때 미카엘이 그를 보며 나직히 말했다. 예전처럼 냉기어린 차가운 목소리로... "간다..." "......" 자신이 간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브리엘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미동조차 하 지 않고 계속 석양만 바라보고 있자 미카엘은 그의 성격대로 신경쓰지 않고 홀로 이곳을 떠날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미카엘의 앞으로 무언가가 금속음을 내며 떨어졌다. 고개를 내려 자신앞에 떨어진 물체를 보니 그것은 작은 단검이었다. 갑자기 단검을 자신에게 던진 가브리엘에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는 무표정으로 석양을 바라보던 고개를 미카엘쪽으로 돌려 슬쩍 웃으며 말했다. "그 단검이 네가 영원히 후회하지 않게 해줄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이다. 아이템의 사용유무는 자신이 결정하도록...난 여기서 한숨 자고 있을테니 결정이 되고 행동이 끝났으면 깨워줘..." 그러면서 미카엘은 푸른 풀들이 석양빛을 받아 붉게 물든 뜰에 풀석 드러누워 정말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미카엘은 조용히 자신의 발앞에 떨어져 있는 단검을 하염없이 쳐다보고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는지 얼굴을 더욱더 굳히고는 조용히 그 단검을 들고 발걸음을 실버궁으로 항하였다.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8) 미카엘이 단검을 든채 실버궁으로 향할때쯤 엘테미아는 주위에 수많은 초청객 들에게 둘러쌓여 있었다. 그녀는 지금도 너무나 눈부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카엘과는 상반되는 미소를... 그녀는 어릴적부터 슬픈일이나 괴로운 일들을 기억의 저편으로 뭍어버리는 천 재적인 기술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언젠간 뭍어놓았던 슬픔들이 벽을 허물어 뜨리고 엘테미아를 잠식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휴스틴(신전의 어르신)이 말한적이 있었다. 자신의 기분이 저하되면 연회의 분위기도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엘테미 아는 그들 사이에서 미소지으며 손에는 미카엘이 건네준 하얀천에 둘러쌓인 샤넬오르가를 들고 있었다. 하지만 엘테미아의 미소가 예전의 화사한 미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눈치채고 있던 이즈가 곁에 다가와 엘테미아를 다독였다. "휴~미카엘님은 누구에게나 그렇게 차가우세요. 엘테미아님...미카엘님이 그정 도로 길게 말씀하신것도 엘테미아님이 처음일껄요? 호호호" "응..." 이즈의 위로에 엘테미아는 그제야 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던 샤넬오 르가를 쳐다봤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초청객들도 엘테미아를 주시했다. 과연 창조주님과 드래곤의 창조신인 드래크로님의 선물이라니...도대체 어떤 검일지 여기 모인 모든이들의 궁금해 하고 있었다. "엘테미아~ 그 검보고 싶어~ 어서 풀어봐~응?응?" 엘테미아의 옆에서는 에셀리드민이 그녀의 치마를 살짝 잡아당기면서 신검 을 가리고 있는 고급스런 천을 어서 벗기라고 때쓰고 있었다. 에셀리드민의 귀여운 투정에 싱긋 미소를 보낸 엘테미아는 천을 묶고 있던 주황색끈의 매듭을 그녀의 하얀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스르륵하며 끈이 풀러지고 검 을 가리고 있던 천이 벗겨지자 연회장 주위에서는 침넘어가는 소리도 들 리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천이 그의 무게에 못이겨 펄럭이며 땅에 떨어 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졌다. "호오....." "저,저럴수가...." "굉장하군..." "어마..." 엘테미아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은 여지껏 각종 보검과 신검이란 신검을 봐온 모든 이들에게도 탄성을 자아낼만할 아름다운 신검이었다. 신검 샤넬오르가. 샤넬오르가의 검신은 보통 각종 철이나 아니면 미스릴,그 것도 아니면 전설의 금속 오리하르콘같은게 절대 아니었다. 굳이 예를 들 자면 금강석...투명하게 빛나는 검집과 샤넬오르가의 검신은 연회장의 천장에 떠있 는 광구의 빛을 받아 그 빛을 환상적으로 굴절시켜 마치 검신이 무지갯빛 으로 아지렁이가 이는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검의 손잡이는 딱 여성체형에 맞게 두손으로 잡을수 있도록 약간 길었으며 검신의 얇은 폭과 균형을 이 루고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검신이 90크로(1크로=1cm)정도의 레이피어 를 보는 듯 했다. 샤넬오르가의 검신끝에는 기이한 문자가 멋들어지게 음각되었으며 검의 손잡이부터 검신의 끝까지 투명한 유리로 된 샤넬오르가의 외형에 여성들이 보면 현혹될만한 진정 아름다운 검이었다. 샤넬오르가가 살짝 움직일때마다 아름다운 빛가루를 뿌리고 있었다. 허나 이 샤넬오르가는 스스로 발광하는 검이 아닌 빛을 받아 반사하는 검이었다. 그러니 야음을 틈타 습격이나 야전(夜戰)때에 샤넬오르가는 어떤 빛도 받지 않을테니 없는것처럼 보일 그야말로 아름다운 신검(神劍)이었다. "호에에에.....예쁘네...헤헤..." 엘테미아가 자신이 들고 있던 샤넬오르가를 보며 멍하니 말하고 있었고 다 른 이들도 엘테미아의 말에 동의하듯 무의식 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샤넬오르가를 두손으로 검신을 받치듣 들고 있던 것을 이젠 오 른손으로 샤넬오르가의 손잡이를 잡을때였다. 가뜩이나 마법광구의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던 샤넬오르가가 엘테미 아의 오른손이 샤넬오르가의 손잡이부분을 잡자 마자 샤넬오르가는 드래고닉 캐슬 전체를 밝게 비출정도로 폭발적인 섬광을 토해냈다. "우욱!..." "무,무슨 일이야~!" "꺄악!" 저마다 한순간에 눈을 멀게 할만큼 눈부신 섬광에 자신의 팔을 들어 눈을 가렸고 저마다 눈부신 샤넬오르가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샤넬오르가 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빛의 사자인 천사들조차 눈을 뜨지 못할정도로 신성하고 또한 강렬했다. 엘테미아는 갑자기 샤넬오르가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나오자 깜짝 놀랐 다. 그러나 다른 이들처럼 등을 돌리거나 샤넬오르가를 놓치거나 하지는 않 았다. 그 빛은 무언가 아련히 떠오르는 가슴아픈 추억과도 같은 느낌을 엘 테미아에게 주고 있었다. 주위에는 온통 하얀 빛무리들 뿐이었고 간간히 빛무리사이에서 보이는 초 청객들은 저마다 엘테미아가 들고 있는 샤넬오르가로부터 등을 돌리고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자신에게 이 하얀 빛무리가 못참을 정도는 아닌데 왜 다른 이 들은 등까지 돌리며 빛을 피하자 궁금한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 거릴때였다. "안녕..." 주위에는 온통 하얀 빛무리였고 모든 초청객들은 모두 등을 돌리고 무릎 꿇은 채로 두팔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그런데 엘테미아의 뒤쪽에서 아 직 어린 앳된 목소리가 들려오자 엘테미아는 깜짝 놀랐다. 분명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엘테미아 그녀의 머리로는 기억이 없 지만 그녀의 몸은 그 목소리를 알고 있는듯했다. 미카엘과 씁쓸히 해어 질때도 애써 눈물을 참을수 있던 그녀였는데 지금은 그저 목소리만 들어 도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자꾸 흐르는 눈물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손을 들고 눈물을 계속해서 닦았 지만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천천히 돌려 자신 에게 인사를 건넨 이를 볼수 있었다. 어린아이... 엘테미아가 본건 타오르는 붉은 장발과 커다란 두눈...그리고 앳된 이목구비 와 헐렁한 하얀색 티와 푸른 반바지를 입고 있는 8살정도로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 였다. 엘테미아는 분명 자신이 처음보는 아이였지만 그 아이를 누구냐고 묻지 않았다. 마치 무의식적으로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아련한 이름... "드래...크로..." 엘테미아는 헬프리보드가와의 키스후 자연스레 그를 떠올린 것보다도 더 확실히 눈앞에 있는 귀여운 아이를 알고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 처음 예림이를 만났을때부터...그리고 예림이에 의해 이곳에 떨어져 혼자 있 을때마다 가슴속에 아련히 울렸던 하나의 이름... 엘테미아의 두눈에 눈물이 이제는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그리고 엘테 미아는 그의 이름을 부르자 마자 달려가 붉은 장발의 귀여운 아이, 드래크 로를 와락 안았다. 확실히 전해져 오는 따뜻한 체온...그리고 말랑거리는 살결...아련히 퍼져 오는 그의 향기에 엘테미아는 드래크로를 더욱더 힘을 줘 껴안았다. "에르..." "드래크로..." 하얀 빛무리 안에서 한참을 서로 안고 있었던 엘테미아는 살며시 자신의 가슴에 안겨 있던 드래크로를 풀어주고 그의 귀엽고 통통한 얼굴을 보 았다. 드래크로의 얼굴을 보니 그도 무척 감격한 듯 두 볼이 상기돼 있 었고 그의 눈이 물빛에 반사되 초롱초롱 거리며 분홍빛의 귀여운 입술이 살짝 열리고 있었다. 아마 자신처럼 너무 감동한 나머지 말도 제대로 못 하리라...생각한 엘테미아였다. 그런데... "여전히 가슴은 작네...?" "......" -빡!- "......." "후훗...여전히 여자로서 손이 거칠어...이럴땐 두 뺨에 홍조를 가득달고 '어마 난 몰라~~앙♡' 을 외쳐야 귀여운 여자인거야 엘테미아..." 엘테미아의 분노의 일격이 드래크로의 머리정중앙에 꽃히자 드래크로는 전혀 어린아이답지 않게 늘그수레한 표정을 지으며 검지손가락을 피고 좌우로 흔 들며 귀엽고 품위있는 여자가 되는법을 엘테미아에게 강의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연신 미소지으며 드래크로의 강연을 듣고 있던 엘테미아는 다시 드래크로를 와락 안았다. "여전히 모습과 전~혀 안어울려! 드래크로...오랜만에 만났는데...계속 그럴꺼야?" 엘테미아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드래크로의 귀를 간지럽히듯 말하자 드래크로 도 귀엽고 품위있는 여자가 되는법이란 강연을 중단하고 어린아이의 짧은 팔 로 엘테미아를 안았다. "맞아...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럴수는 없지...내가 지금 엘테미아와 같이 있을수 있는 시간도 5분 정도니까..." 드래크로와의 만남이 5분으로 한정되자 엘테미아는 드래크로를 안고 있던 팔을 급히 풀며 눈을 동그라게 뜨고 외쳤다. "시,싫어 드래크로! 이제 만났는데 다시 어딜 간다는 거야...흑...흐에엥..." 그러자 드래크로는 훌쩍이는 엘테미아를 보며 싱긋 웃었다. "어이어이...울때는 분홍 손수건하나 꼭 챙겨가며 훌쩍이라고 했잖아... 아무튼 나는 샤넬오르가 속에 집어넣은 내 권능으로 만들어진 영혼의 조각 이야. 시간이 없으니 너에게 금제된 일부터 풀어야 겠지? 엘테미아 너 드래곤으로 현신을 시도한적 있었니?" 엘테미아는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해봤지만 안됐어...정말 나 드래곤 맞긴 맞는거야?" 그러자 드래크로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허허거리며 웃었다. "허허...그렇지...내가 엘테미아를 이슈테리아대륙으로 부르기 위해 행 했던 시술중 불완전한 부분이 있어 그를 보완하기 위한 금제가 이직 도 이행되는 걸꺼야 ...하지만 신중에서 가장 멋지고 잘난 드래크 로님의 영혼의 한조각이니 그것도 문제 없지 껄껄껄껄..." "푸훗...드래크로 그렇게 웃지 말아~!" 엘테미아는 드래크로의 모습과는 상반된 노인의 웃음소리가 그에게서 들리자 드디어 풋 하는 소리와함께 웃었다. 엘테미아의 미소를 보자 드 래크로도 더욱 얼굴이 밝아지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엘테미아 이곳이 아닌 다른세계에서의 생활은 즐거웠어?" 갑자기 자신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을 물어보는 드래크로를 바라보 고 있을 때 갑자기 드래크로의 귀여운 얼굴이 더 귀엽게 일그지며 이제는 소리까지 친다. "너말야! 나 혼자 남겨두고 이슈테리아 대륙을 떠날 때 그 순간에 네가 이동 될 차원을 차원을 관장하는 신 유넬로아를 통해 이곳과 가장 시간축이 어긋나는 차원으로 설정하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노력했다고! 덕분에 여기선 삼백오십만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었겠지만 네가 체감했던 시간은 15년에서 17년정도 일꺼야."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드래크로를 바라보며 엘테미아는 다시 울고 말았다. 엘테미아가 울자 드래크로도 어쩔수 없다는 한숨을 폭~ 쉬고는 그녀의 눈물을 조막만한 손으로 닦아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엘테미아 내가 너의 드래곤하트에 가했던 금제를 풀어주면 아마 드래곤 으로도 현신할수 있을꺼야. 하지만 내말 명심해야해...드래곤으로 현신한 채 2일...즉 48시간 이상 현신해 있지 말 것! 최소한 6시간 정도 인간의 모 습을 하고 있어줘...아참 잊은건 아니지? 엘테미아 너는 인간으로 밖에 폴 리모프 할수 없단걸? 그리고 하루에 4번 이상 브레스 금지! 지금까지 말 한건 꼭 지켜줘야해 엘테미아. 알았지? 뭐...금제를 풀면 네가 대륙에 홀로 떨어질때를 대비해 너의 700트론 (1트론=1km)이내에 있는 모든 드래곤에게 엘테미아의 감정을 공유할수 있었던 현상들도 사라지게 될거야." 드래크로가 말하자 엘테미아는 연신 눈부신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 고 있었다. 마치 그가 하는 말은 한마디 이유 없이 모두 믿는다는 듯... 그때 궁금한게 생겨 엘테미아는 드래크로에게 질문했다. "근데 드래크로. 내 드래곤 하트에 행했던 금제를 풀면 나도 공격마법을 시전할수 있는거야?" 엘테미아의 질문에 드래크로의 표정이 기묘하게 살짝 일그러졌다. 마치 웃고 싶어 죽겠다는 듯이... "흡!...훗...풋...끅!...꺽!...흠흠!...난 엘테미아의 초룡적인 공격마법의 재능 을 알고 있지...한 천만년만 동굴에 틀어밖혀 죽어라 연습한다면 화이어 볼이라는 굉.장.한 마법을 쏠수가 있을꺼야...그러니 희망을 가지라구~" "헤에~천만년이라~천만년...천만년? 천만년!!!?? .....흐에엥~드래크로! 너 지금 엘테미아를 놀리는거얏!?" 엘테미아가 자신을 놀리는 드래크로의 작고 통통한 목을 사정없이 뒤 흔들고 있었고 드래크로는 참았던 웃음을 껄껄거리며 웃고 있었다. 비록 완전한 자신이 아닌 영혼의 한조각이었지만 삼백 오십만년만에 겨우 그녀에게서 들어보는 자신의 이름과 언제나 일상처럼 해오던 가벼운 장난들...이 순간을 드래크로는 얼마나 기다려왔고 끝없이 소망했던가...그날 이후로 엘테미아를 다시 자신의 곁으로 소환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조각내며 행해야 했던 시술...허나 후회는 없었 다. 이순간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드래크로였다. 그때였다... 엘테미아의 눈앞으로 천천히 반짝이는 푸른 가루가 휘날리기 시작했 다. 깜짝 놀라 앞을 보니 드래크로의 발부터 시작해 점점 반짝이는 푸 른빛 가루로 변하며 그의 육체가 허공에 휘날리고 있었다. 이에 너무 놀란 엘테미아는 다시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미친듯이 소리 쳤다. "시,싫어! 가지마 드래크로! 흐아아아앙...드래크로랑 같이 파이도 만들 고 고기도 잡고 싶어! 난 아직 품위있고 귀여운 여자가 아니란 말야! 드래크로가 가버리면 난 더!더! 왈가닥같은 여자가 될꺼야! 그러니까 가지말란말야 드래크로!...흐아아앙...." 비록 영혼의 조각이라고 하나 드래크로는 이순간 진실로 눈물이 나 오려 하고 있었다. 허나 자신은 언제나 엘테미아의 버팀목이 되어야 했 다. 그녀가 외로울땐 곁에 있어줘야 했고 그녀가 울땐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줘야 했다. 흩어져가는 자신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려는 엘테미아를 너무나 쓰디쓰게 바라보는 드래크로... 드래크로는 혼신의 힘을 짜내어 엘테미아를 향해 웃어주었다. 그리고 말 했다. "울지마 엘테미아! 이건 단지 영혼의 조각일 뿐이야... 난 너를 이곳으로 다시 불러내느라 조금 긴 잠을 자야해...조금만 자고 다시 만나러 올게... 그치만 내가 자는 동안에도 걱정할 필요 없어...내가 1700년동안 너를 이 곳으로 불너내는 시술을 행할 때 나의 영혼의 조각을 갖고 태어난 생명체가 있 어...비록 나의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건 또다른 엘테미아를 사랑하는 나야... 하지만 일부러 찾을 필요는 없어 엘테미아...그냥 엘테미아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다 보면 운명에 이끌려 만날 수 있을거야. 알겠지? 일부 러 나의 영혼을 가진 생명체를 찾지마. 그러면 못만나수도 있다구~ 어쩌면 이미 만났을 지도 모르겠군 후후...지금 내 영혼의 조각이 사라 지면 엘테미아의 드래곤하트에 걸린 금제도 사라질꺼야...그러니 엘테 미아...내가 편한 잠을 잘수 있도록 웃어줄래?" 이제는 귀여운 얼굴만 남겨놓고 모두 반짝이는 푸른가루로 변한 드래 크로를 향해 엘테미아는 끝없이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응!...잘자 드래크로...나 웃을께..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웃고 지낼게... 그리고 만날꺼야...드래크로를..." "엘테미아..." 드래크로가 반짝이는 푸른가루로 흩어지기 시작할때부터 이미 샤넬오르 가로부터 쏟아졌던 눈부신 섬광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주위의 모든 초 청객들은 엘테미아와드래크로의 짧은 만남과 다시 긴 이별에 눈물을 흘 려주었다. 이제는 드래크로의 눈 밑으로 전부 푸른가루로 사라지고 있을 때 그의 마 지막 음성이 들려왔다. "마지막으로...엘테미아를 보고싶어...보여줄래?" 이제 당분간은 볼 수 없는 드래크로의 마지막 부탁을 엘테미아는 더욱 눈 부신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응..." 주위의 초청객들은 엘테미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서 다시 엘테미아를 보고 싶다는 드래크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때였다. 엘테미아의 몸주위로 눈부신 금빛기류가 사방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이즈를 비롯한 여타 드래곤들...그리고 드래곤들과 교류가 많았던 마족 들과 천족들...그외의 모든 초청객들은 지금 자신들이 느끼고있는 기운 이 무엇인지 한번에 파악할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말이 이슈테리아 대륙의 드래곤 로드 이즈에게서 울려퍼졌다. "혀,현신!?" 자신들의 생각을 다시한번 확인하게된 이즈의 음성을 뒤로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마계의 일곱군주중 15세 가량의 날카로운 지적이미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멜테브리우스넬이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다 조심해! 엘테미아님이 현신하면 상상할 수 없을 거대한 드 래곤이 될 것이다! 모두들 자신이 원하는 이동좌표를 계산해두고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그러자 멜테브리우스넬의 생각에 모두들 동의한다는 듯이 각자 눈을 감고 이동좌표를 계산하며 마나를 최대치로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동좌표를 계산하고 마나를 끌어올릴 뿐 그 누구도 연회장을 이탈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엘테미아의 귀환 환영식의 메인 이벤트! 바로 시조드래곤의 현신을 그들의 두 눈으로 확인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들 금빛기류가 점점 엘테미아의 몸을 잠식하고 있는 환상스런 광 경을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젠 완전히 금빛기류가 엘테미아의 전신을 덮고는 점점 금빛기류가 하나의 구를 형성하며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대략 10초정도 맹렬히 회전하던 금빛구체는 이제 다시 사방으로 금 빛의 기류를 토해내며 현신한 엘테미아의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이에 연회장에 모인 전원이 침을 꿀꺽 쌈키며 손에 주먹을 꽉 쥐고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천천히 빛의 장막이 사라지면서 드래고닉 캐슬에 하나의 맑디 맑은 드래곤피어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뀨우우우우우~~~~~" "......!" "......!" 시조드래곤의 현신 그리고 각성(9) 드래고닉 캐슬에 마련된 연회장에 있는 모든 초청객들은 하나같이 모두 금빛기류가 흩어진 허공을 고개를 들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 "......." 지금 연회장 주위는 싸늘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 끝없 는 시간이 흐를 것 같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지도 모를 그때 하나의 젊은 마족이 침묵속에 빠 져버린 연회장에 긴 음파를 날렸다. "뭐,뭐지...혹시 엘테미아님은 투명드래곤인가...?" "......" 아무리 금빛기류가 흩어진 허공을 쳐다봐도 대륙을 덮을 만한 드래곤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자 당황한 젊은 마족 하나가 나지막히 흘린 음성이었다. 분명 지금은 밤이었지만 만약 거대한 엘테미아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반짝이는 별들이 보일 리가 없는데 지금은 너무나 확실히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투명드래곤인가...이럴 리가 없는데...." 다시 연회장 주위가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애타게 기다려 왔던 엘테미아가 현신한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하늘에 보이는 건 반 짝이는 별들과 연회장을 밝혀주고 있는 오색찬란한 빛의 광구뿐이었다. 모든 이들과 같이 허공을 주시하고 있던 마계의 일곱군주중 황의 군주 멜테브리우스넬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약간의 술렁임이 존재하고 있는 연회장에 자신의 목소리를 퍼트렸다. "혹시 너무 거대해서 현신과 동시에 다른공간으로 이동된건가? 분명히 전에 헬프리보드가님이 그랬지...몸체가 크면 그만한 능력이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야..." "아!...그렇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윽! 그럼 어디로 가야 엘테미아님을 볼수 있는거야~~! 누구라도 대답 해줘~~~~~~~!" "뀨우~~~~~?" "......" "방금 이상한 소리 나지 않았나?" "글쎄?" 연회장에 모인 초청객들은 멜테브리우스넬의 합리적인 이론에 하나둘씩 하늘을 향했던 고개를 아쉬워 하며 내리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긴장감이 빠져버린 연회장주위로 가녀린 미성의 처절한 외침이 다시 긴박감을 불 러 들이며 연회장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분명 현신하기전 엘테미아가 있었던 곳에서 연신 여성체들의 처절한 비 명소리가 울려퍼지고 그게 하나가 아닌 마치 전염성이 강한 전염병처럼 점점더 여성체들의 비명소리가 증가해 가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어마~~~!" "꺄아아~~~~!" "엄마야~~~앗~! "뀨~우~?" 앞쪽에서 다량으로 외쳐대는 여성체들의 비명에 잔뜩 긴장한 패미니스트들은 서로 공격성 마나를 모아대며 그쪽으로 맹렬 히 향해 달렸고 그 중에는 황의 군주 멜테브리우스넬도 포함 되어 있었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여성체들을 부드럽게 밀며 여성체들의 비명을 지르게 하는 원인앞에 당도한 이들은 모두 턱이 빠 진 듯이 입을벌리며 공격성 마나로 가공했던 마나들은 어느 새 공기중으로 흩어져 버렸다. "뀨~~우~~~?" "어머~~♡!~♡♡" "꺄아아아~~♡♡♡" "어마~저 하얀 털좀봐~~♡" "......" "꺄우우~??" "꺄아아아아아아~~~♡♡♡♡♡" 멜테브리우스넬은 자신의 앞에 있는 하얀생물을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하얀 생물이라기 보다는 붉은 빛이 도는 새하얀 털이라 멀리서 보면 화이트에 가까운 핑크였다. 세상에 어떤 빗으로 빗어도 지금 눈앞에 있는 괴생물(?)의 털보단 정갈하지 못할 가지런한 하얀 털과 상당히 짤다막한 두쌍의 다리...동글동글한 황금빛 눈과 이마에 박힌 황금빛의 귀엽게 솟은 하나의 뿔...그 가운데의 조금 밑 으로 너무나 귀엽게 자리한 동그란 코와 작 은 입...그리고 동그란 하얀털 로 복실거리는 두 개의 귀와 동그란 얼굴의 두 뺨쪽에는 하얀털이 유난히 붉어 마치 귀여운 아기가 뺨에 홍조를 어리는 듯한 착각을 들게할만큼 여성들 이 보면 혼이 흔들릴정도로 아찔하게귀여운 생명체....게다가 동글동글한 생명체의 꼬리는 끝이 한바퀴 꼬아져 있었으며 생명체의 몸에 직접 난 유난 히 붉은 털이 한바퀴 베베 꼬아진 꼬리 끝부분에서 어여쁜 리본모양으로 묶 여져 있었다. 그리고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한쌍의 날개...비록 새들이라면 활공하기 유용하게 날개에 대부분 자리잡은 깃털이 이 괴생명체의 날개에는 하나도 없었고 신기하게도 보통 털로 이루어져 있어도 끝이 동그라게 말린 날개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왕방울 만한 황금빛눈알이 깜빡일때마다 주위에서 꺄~꺄~ 거리고 있었고 그 짧은 다리로 자신의 동그란 얼굴을 힘들게 비비며 짧은 팔에 스스로 꺄우웅~거리고 있을 때 실신까지 하는 천사들도 있었다. 대락 크기는 60크로에서 70크로(1크로=1cm)정도로 된 하얀 괴생명체는 남성체인...더군다나 마계의 일곱군주중 황의 군주인 자신조차도 두근거릴 정였고, 저 괴생명체(?)를 품으로 안아 얼굴을 부비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 찔하게 귀여웠다. 멜테브리우스넬은 자신의 두뺨이 뜨거운 것으로 보아 상기됨을 알아차리곤 즉시 두손으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문질렀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니 자신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많은 남성체들이 서로 얼굴을 문지르며 쳐다보고 있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때였다. 많은 ....초청객들 가운데 풀밭에 앉아서 재롱부리고 있던 괴 생 명체는 뀨~우~거리며 상당히 짧은 다리고 뒤뚱뒤뚱 걸어가더니 이윽고 절대로 날지 못할거 같던 동그라게 휘어진 날개를 퍼덕이며 대략 1헤론 (1헤론-1m)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괴생명체가 날아오르자 다시 여성체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비명소리를 받은 하얀 괴생명체는 한 드래곤의 품으로 날아갔다. 그드래곤은 아직 어린드래곤으로 귀여운 은발을 하고 있었고 양쪽엔 커다란 예쁜 고양이 귀가 인상적인 묘인족으로 폴리모프한 실버일족의 아이. 에셀리드민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 안긴 괴생명체를 쓰다듬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셀리드민으로부터 나온 짤막한 말에 다시 연회장안에 싸늘한 정적이 돌게 되었다. "귀여워...엘테미아..." "......" "......" 모두의 얼굴엔 '난 절대로!! 털이 난 드래곤은 저~얼때에~믿을수 없어!' 라는 얼굴을 하고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힘겹게 웃고 있었다. 그때 엘테미아와 누구보다 가까이 지낸 이곳, 드래고닉 캐슬의 주인 마 얀루미오스 이즈, 즉 로드가 에셀리드민의 품에 안긴채 황금빛 눈을 초롱초롱하게 발하고있는 괴생명체에게로 다가가 그의 작은 몸에 가녀 린 오른손을 들어 살며시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눈을 감고서 무언가를 느끼는 듯 하더니 그녀의 새초롬한 입술에서 모두가 경악할 만한 말이 튀어나왔다. "확실히...엘테미아님의 드래곤하트가 느껴집니다...우리들과는 반대되는 성질인 엘테미아님의 드래곤하트가..." "......." "......." 모두들 입을 쩍 벌리며 서있었고 연신 귀여워를 외치고 있던 모든 여 성체들도 경악의 눈초리로 다시 아찔할정도로 귀여운 하얀 생명체에게 시선을 두었다. 참다 참다 못참았는지 한 마족이 급기야 소릴 지르고 말았다. "마,말도안돼!! 털이 난 드래곤이라니!! 게,게다가 저 70크로도 안되는 작은몸집에 드래곤하트가 들어있단 말야?!" "마,맞아!! 믿을수 없다고...시조드래곤이면 시조드래곤답게 조금이라도 드래곤과 닮은 구석이라도 있어야지!! 혹시 너희 드래곤들 다리밑어서 주워온 자식이었냐!?" "마,맞아!!" 모두들 멍하니 서있었고 그들의 생각을 대변하듯 몇몇이 격하게 소리 쳤다. 그러자 이즈의 얼굴이 붉어지며 엘테미아를 안아들었다. 역시 기 대대로 엄청 부드럽고 가벼운느낌...그 하얀 생명체는 반항한번 안하고 오히려 이즈의 품에 안겨 그녀의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이에 이즈도 더욱더 짙은 홍조를 띄며 한참을 황홀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이즈가 하얀생명체를 땅에 내려놓으며 내뱉은 목소리에 모든 초청 객들이 퍼특정신을 차리고 다시 하얀 괴생명체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엘테미아님...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폴리모프하시고 싶다면 마나를 모았 던 상태에서 인간이었던 엘테미아님의 모습을 상상하시고 그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염원하시면 됩니다." 그러자 그 하얀생명체는 마치 이즈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목이 있는 지 없는지도 확인불명된 상태에서 까닥거리고는 왕방울같은 귀여운 눈을 살짝 감자 그 생명체의 주위에서 좀전에 보았던 황금빛 기류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아까의 현상과 마찬가지로 금빛기류는 하얀생명체의 전신을 덮어버리고는 동그란 구체의 모양으로 생성된후 맹렬히 회전하다 다시 160크로 정도의 소녀의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에 모든 초청객들은 주먹에 힘을 꽉지곤 눈이 빠져라 황금빛 기류를 바라봤다. 서서히 황금빛기류가 사방으로 비산되며 사라지자 그들의 눈엔 절대로 존재하지 말아야할 존재가 그들의 눈으로 비춰졌다. 이에 그들의 반응 은... "헉!!!" "흠!...." "컥!...." "헤에..." 이번의 반응은 모두 남성체들의 반응이었다. 눈부신 황금빛이 낳은 것은 붉은 빛이 감도는 길다란 은발을 찰랑거리며 가히 여신의 미모라해도 동의할 만큼 아름다운 소녀였다. 허나 이 소녀의 얼굴이라면 엘테미아란 이름으로 이들도 많이 봐와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그들로서도 행운인 동시에 처음보는 진기 한 장관(壯觀)이었다. 뽀얀 우윳빛 살결이 그녀의 몸전체에 넘실거리고 있었고 그녀의 가슴에 는 조금 빈약하긴 하지만 그것마저도 너무 귀여운 우윳빛 가슴과 가운데 부끄 럽게 자리한 분홍빛의 작은 동그라미...환상적인 곡선을 그려대는 잘록한 허리와 연회장을 비추는 광구에 반사되 절정의 각선미를 돋보이는 두다리...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폴리모프한 엘테미아는 완전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엘테미아의 이런 눈부신 모습에 연회장의 모든 남성체 들은 머릿속에 엘테미아의 모습이 아닌 영혼에 엘테미아의 모습을 직 접 세기게 되었다. "꺄아~엘,엘테미아님!!" 멍하니 있던 이즈가 퍼특 정신을 차리고는 에이메리와 함께 그녀의 눈부 신 나신을 자신들의 몸으로 감추자 마치 최면상태에서 깨어난 마냥 몸을 한번 툭하고 떨며 정신을 차린 남성체들이 여성체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받자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아쉬운 듯 쩝쩝 거리며 엉거주춤 돌아섰다. 그때 엘테미아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가서 쉴래..." 힘없는 엘테미아의 목소리에 이즈는 안쓰런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위로 하기도 전에 엘테미아는 눈부신 빛과 함께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연회장에 있던 모든 초청객들은 방금 자신들이 겪은 엄청난 광경을 잊 을수 없다는 듯 모든 남성체들이 눈을 감고 있었으며 그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 모두 이번 연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두고 잊지 못하고 몇만년동안 각계에 널리 퍼지게된 시조드래곤의 전설의 탄생을 알리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에 눈부신 빛과 함게 은발이 찰랑거리는 환상적인 나신의 소녀가 슬픈얼굴을 하며 돌아왔다. 그리고 어두운 방안에는 그녀의 슬 픈 목소리가 나직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미카엘...그리고 드래크로...흑..." 결국 그 은발의 소녀는 하얀 두볼에 눈물 한줄기를 흘러내리며 침대 에 쓰러지듯 엎드려 누웠다. 오늘따라 유난히 폭신거리는 베게에 고개 를 묻은 그녀는 피곤한 하루를 접고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짹~짹,짹- 온통 아기자기한 아이보리색 방안으로 화사한 아침햇살과 함께 귀를 간지럽히며 짹짹거리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에 엘테미아는 오늘도 으음...이라는 귀여운 신음소리를 흘리 며 이즈와 에셀린보다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르르 떨리며 살짝 들어올려진 아름다운 눈커플안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투명한 눈동자가 드러났다. 언제나 눈을 뜨면 금방 눈을 비 비며 이즈와 에셀린이 자고있는 커다란 침대를 기어나와 창문을 활 짝 젖히고 아침햇살을 맞이했지만 오늘의 엘테미아는 왠지 일어나기 싫었다. 엘테미아는 '아우웅~'거리며 오늘따라 굉장히 푹신거리는 베게에 얼 굴을 뭍고는 다시 잠이 들려 할때였다. 그때 베게에서 낯익은 향기가 흘러나왔다. 그 향기에 엘테미아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눈은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녀의 분홍빛 입술에서 연신 설마...설마...하는 음성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실버궁의 뒤쪽에 마련된 관도를 따라 가다보면 커다란 대전안에 설치 되어 있는 드래고닉캐슬의 유일한 출입구 드래고닉 게이트웨이가 나온다. 커다란 대전 앞에서 두명의 천사가 공간이동의 마법진앞에 몸을 움직 이고 있었다. 시원한 녹색스포츠머리의 천사는 푸른 롱코트와 검은색 정 장바지를 멋들어지게 입고 그의 등뒤에는 새하얀 날개가 돋아나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하지 못할 중성적인 너무나 고 운선을 지닌 천사가 하얀 망토를 멋들어지게 걸치고는 그와 함께 마법진 안으로 들어섰다. 그때 초록머리의 시원하게 생긴 천사 가브리엘이 그 앞에 있는 화려한 금발머리의 중성적인 미천사(美天使) 미카엘에게 말하고 있었다. "후회는...되지 않나?" 그러자 미카엘의 얼굴에서 절대로 볼수없을 것 같던 미소가 가브리엘에 게로 쏟아지자 가브리엘은 멍한 얼굴로 뚤어져라 미카엘의 얼굴을 주시 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가브리엘을 한번 쿡! 하는 웃음으로 웃어준 미 카엘은 아무말도 않고 공간이동되는 마법진속에 서있었다. 어느새 천계로 이동된 그들은 황금빛의 투명한 빛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 옆에선 가브리엘이 너무 궁금하단 표정으로 미카엘을 주시하고 있자 미카엘이 다시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련이 남긴 하지만...후회는 않는다...밤새 기다려도 그녀는 오지 않았지 만...처음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나의 맘을 전했던 것이었으니까...그것만으로도 만족해...내가 비록 전해도 다시는 내게 들려오지 않는다 해도...그래도..." 그러자 가브리엘의 얼굴에는 너무 감동해 펑펑 울고싶다는 얼굴이 되 어 미카엘에게 소리쳤다. "그래! 훌륭해 미카엘! 비록 그녀보다 아름다운 여자는 찾기 힘들지 몰 라도 그녀보다 너를 더욱 소중히 여길 여자는 수없이 많잖아 힘내! 당 장 눈앞에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하하하 그리고 깃털은 한 6샤론(1샤론=1개월)정도만 있으면 다시 돋아나니 걱정말라고~후훗 역시 넌 웃는게 예쁘다니까~하하하하하하" 가브리엘이 호탕하게 말하자 미카엘은 장난스레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 다. "징그럽다 가브리엘..." 미카엘의 말에 머쓱히 웃던 가브리엘은 연신 기분이 좋은 듯 하하거리고 웃고 있었고 어느새 미카엘도 전의 차가운 표정은 눈씻고 찾아볼수 없을 만큼 편안한 미소가 어려 있을 때였다. 갑자기 미카엘의 하얀 망토안에서 금빛기류가 반짝이며 그의 망토가 펄럭 이기 시작했다. 이에 미카엘과 가브리엘은 웃던 얼굴을 멈추었고 기이한 현상에 가브리엘이 걱정에 찬 표정으로 급히 미카엘에게 다가와 미카엘이 쓰고 있던 하얀망토를 급히 벗겼다. 미카엘의 하얀 망토를 벗기자 그의 날개가 나왔는데 전에 보았던 아름다운 새하얀 깃털이 아닌 여기저기 깃털이 수두룩하게 빠져 날개의 하얀 살결 까지 비치는 보기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어쩌다가 미카엘의 날개가 깃털이 모두 빠졌는지 모르지만 어쨋는 그의 보기 안좋은 날개에서 황금빛기류 가 넘실대고 있었다. 갑자기 황금빛 기류에 그의 남아있던 깃털이 모두 빠져 버리자 가브리엘 은 경악하면서 외쳤다. "어,어떻게 이런일이!!...미,미카엘 괜찮아? 이 황금빛 기류는 뭐야!!" 갑작스레 빛나고 있던 황금빛기류가 얼마 남아있지 않은 미카엘의 깃털을 모조리 뽑아버리자 당황하고 있던 가브리엘이었다. 그러나 몇초후...가브리 엘은 믿을수 없는 광경에 미카엘의 걱정으로 발악하던 짓을 멈추고는 멍 하니 미카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미,미카엘...." 미카엘 자신도 놀랐는지 자신의 날개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얼마 남아있지 않던 하얀 깃털이 황금빛 기류에 의해 모조리 다 빠져버렸다. 그리고는... -스르르르륵....- 미카엘의 하얀 살결과 뻐마디밖에 남지 않은 그의 날개에서 더욱더 강렬한 금빛기류가 형성되기 시작하더니 이내 조그만 식물이 꽃봉오리를 피는 것 마냥 아무것도 없는 맨살결인 미카엘의 날개에서 아름다운 황금빛의 깃털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했다. 점점 빛이 강렬해 지면서 돋아나던 깃털은 어느새 전보다 훨씬 아름다운 황금빛 날개를 형성하게 되자 미카엘과 가브리엘은 멍하니 서있었다. "......" "......" 한참을 미카엘의 새로 돋아난 황금빛 깃털을 바라보던 가브리엘은 갑자기 미카엘이 조용히 웃기 시작하자 깜짝 놀랐다. 게다가 그의 홍조어 린 환상적인 얼굴을 보자 저절로 침이 꿀꺽 삼켜지며 동시에 엄청난 호 기심이 생겨났다. "미카엘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갑자기 웃는 미카엘에게 질문하고 있던 가브리엘은 이 황금빛 기류가 어디 서 많이 봐왔고 익숙한 기운임을 알게 되었다. 이에 가브리엘은 미카엘에게 질문하려던 자신의 말을 끊고 멍하니 서있었다. 다시 한참을 멍하니 서있던 가브리엘은 이제야 평안한 얼굴이되어 미카엘과 같이 조용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리고는 따스한 시선으로 미카엘을 바 라보며 말했다. "세상에...어떻게 지상계에서 천계까지...후훗..결국 닿았구나..." 그러자 미카엘은 환상적인 미소를 뿜어내며 그에게 화답했다. "응...전하면 들려오는 사랑이...이런거군..." 새로 돋아난 황금빛 깃털을 감상중이던 두사람은 알 수 없는 말을 서로 건네고 있었다. 그때 문득 가브리엘이 그의 등을 매섭게 후려 치고는 재빨리 미카엘을 지나쳐 빛의궁이 있는 쪽으로 맹렬히 달려갔다. 갑자기 달려가는 가브 리엘을 보며 멍하니 있던 미카엘은 그의 외침에 그도 웃으며 가브리엘을 쫓기 시작했다. 예전이라면 그냥 무시했을 테지만 지금은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미카엘을 보며 미소짓는 가브리엘이 크게 외쳤다. "미카엘! 어서가서 잡다한 업무를 마치고 휴가를 얻어내자!! 그래야 다시 캐슬로 갈수 있을꺼야! 하하하하" "그래..." 조용히 읊조리는 그의 음성과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그들은 빛의궁으로 맹렬히 달려가고 있었다. 천사로서 처음 존재하게된 환상적인 금의 날개를 반짝이며... 우리들의 재회(1) 엘테미아가 드래고닉캐슬에 온지 벌써 2주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함께 자고 있는 드래곤들보다 가장 먼저 눈을 떳다. 아침햇살과 함께 이즈와 에셀린 그리고 연회가 끝났는데도 계속 자신의 대륙 으로 돌아가지 않고 버팅기고 있는 캐이셜럭스 대륙의 드래곤 로드 에이메리 스콸라이쳐까지 합세한 우리 네명이 한꺼번에 자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침대 에서 엘테미아는 살며시 눈을 뜬채 기분좋은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베게에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미카엘은 정말 순진한건지...아닌건지는 모르겠지만 깃털의 양과 자신의 마음 이 비례된다고 생각했는지 엄청 많은 양의 깃털로 꽤 커다란 베게를 선물해 줬다. 문득 미카엘의 차가웠던 얼굴이 자신의 엄청난 양의 깃털을 뽑을 때 과 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굉장히 궁금한 엘테미아였다. 천사의 깃털에는 그들의 신성력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 다 언제나 상쾌한 머리와 전신에 따스한 기운이 퍼져 있었고 조금 열린 창 을 통해 들어오는 포근한 바람을 타고 향긋한 깃털의 향기가 아침마다 엘테 미아를 간질이고 있었다. 이런 이유에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미소와 함께 침대에서 일어난 엘테미아는 옆에서 자고 있는 이즈와 에이메리 그리고 에셀린이 깨지 않도록 주의하며 창가로 다가가 화사한 아침햇살을 새초롬히 가리고 있는 베이지색 커튼을 치고 창을 활짝 열었다. 창을 열자마자 아이보리색의 아기자한 방을 가득 매우는 아침햇살이 들어섯고 상쾌한 아침바람에 엘테미아는 두팔을 벌리고 그 상쾌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챙! 챙!!챙캉!- "꺄악~!" -챙그라랑- "헉헉헉..." "엘테미아님은 정말 저도 놀랄정도로 검술에 소질이 있으시군요...하지만 임 팩트 순간에 손목에 힘을 빼는 경향이 있어 기술이나 스피드가 아닌 힘을 위주로 싸우는 검사를 상대할 때 커다란 약점이 됩니다. 이 버릇만 고친다 면 나무랄때가 없겠네요 엘테미아님." "헤헤...그,그래?" 어느덧 해는 그들의 머리위로 떠오르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연회가 끝난 다음 날부터 샤넬오르가를 더욱더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즈의 추천으로 리 류나드에게 일주일째 검술을 배우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몇천만년전 헬프리보드가와 드래크로와 살고 있었을때도 공격마법 은 그녀의 창조신인 드래크로도 눈물을 흘릴정도로 소질이 없어 검을 가르쳤 던 것이었다.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엘테미아 였지만 그녀의 몸은 어 느새 착실히 알 수 없는 힘을 소유하게된 리류나드의 검술을 배워가고 있었다. 검술만으로는 가히 인간중에 으뜸이었고 드래곤중에서도 그를 따를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고 있던 이즈가 서양식의 투박한 검술보다는 리류 나드의 현란한 동작과 섬세한 움직임을 사용하는 그의 검술이 엘테미아에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에 적극 추천하였고 엘테미아도 딱히 할 일이 없어 오늘도 그 들은 서로 검을 맞대고 있었다. 마치 선녀같은 몸짓과 그녀의 샤넬오르가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지나가는 자리에는 태양빛을 받아 눈부신 오색빛깔의 빛무리가 아름다운 궤도를 그리며 현란한 검술을 구사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구경하고 있던 다른 드래곤들의 넋을 잃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언제나 리류나드와는 하루에 아침부터 점심까지 2,3시간 정도 연습을 했고 다 시 날이 저물기 전 1,2시간정도 검술연습을 했다. 지금 시간이 이제 점심시간 을 지나고 있었으므로 엘테미아는 스승에 대한 제자의 예우로 리류나드에게 고개숙여 인사했고 리류나드도 별 표정없이 끄덕이고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 다. "린 수고했어~운디네 린의 땀으로 젖은 몸을 말끔히 씻겨줄래?" 언제나 엘테미아의 검술연습을 지켜보고 있던 에셀리드민이 자신의 정령 운 디네를 소환해 땀에 젖어있는 엘테미아를 씻겨주고 있었다. 운디네는 부끄러 운 소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작고 귀여운 정령이었다. 이에 당연히 엘테미아 는 어느새 자신의 몸을 모두 씻겨준 정령에게 생긋 웃어주며 인사했다. "고마워 에셀린 그리고 운디네." "응" "......아니에요 린..." 수줍은 운디네의 말에 엘테미아는 너무 좋아 죽겠다는 듯 자신의 주먹만한 운디네를 두손으로 고이 들고 자신의 볼에 마구 비비고 있었다. 보통 정령술사가 자신의 정령이 아닌 다른 소환주에 의해 소환된 정령과 이 야기를 나누고 그 정령의 말을 들을수 있었다고 말하면 미친놈소리를 듣겠지 만 엘테미아는 놀랍게도 에셀리드민의 운디네와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때 자신과 리류나드가 검술을 연습하고 있던 연무장에 자신들의 성인식날 여성체를 택한 많은 드래곤들이 엘테미아와 에셀리드민 곁으로 몰려들어왔 다. 이를 보고 에셀리드민도 두볼이 빨갛게 물들며 엘테미아를 보고 말했다. "린 벌써 시간이 돼버렸어...빨리 해줘~~♡" 엘테미아의 주위에는 어느새 에셀리드민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수많은 여 성 드래곤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고 이를 보던 엘테미아는 난처한 웃음을지 으며 한숨을 나직히 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엘테미아가 눈을 감고나자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황금빛기류 가 그녀의 전신을 덮어버렸고 이내 금빛의 인간형상이 허물어지며 구의형 태로 맹렬히 회전하다 끝내 모든 금빛기류가 사방으로 비산되며 흩어지자 엘 테미아의 주위에 몰려들었던 많은 여성드래곤들의 비명소리가 연무장 안에 메아리 치기 시작했다. "휴...이리저리 옮겨 다니느라 힘들었어..." 어느덧 여성드래곤들에게 둘러쌓여 한시간 가량 그녀들의 귀여움을 잔뜩 받은 엘테미아는 피곤한 기색으로 에셀리드민과 함께 이즈가 있는 로드의 집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언제나 이시간이면 이즈와 함께 식사를 했던 것이었다. -똑똑- 엘테미아는 어느새 모두 복구된 골드궁의 집무실로 통하는 문앞에 서서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어 로드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로드가 있는 집무실로 향하니 눈앞에는 이슈테리아 대륙의 단 셋뿐인 실버일족 에셀리드민을 포함한 전 일족의 수장들...가드레일,액시드옥션,다헬론, 패트리샤,티제이븐과 이즈가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다가 집무실에 들어온 나를 보자 내게 손을 들며 인사했다. "아~엘테미아님 오랜만이네요 하하하" 여전히 바람기 많은 웃음으로 인사하는 가드레일을 보며 엘테미아도 싱긋웃으 며 그들에게 말했다. "무슨얘기를 하고 있었어? 꽤나 즐거워 보이는데?" 엘테미아의 질문에 액시드옥션만이 약간 굳은 얼굴을 하고 나머지는 연신 웃 음을 흘리며 그중 가드레일이 대표로 말하고 있었다. "아 글세 액시드옥션의 지상에서의 직업이 너무 웃겨서요 엘테미아님 하하하" "글세 말야 호호...아마 전 드래곤중에 지상에서의 생활중 액시드옥션의 직업 을 택하게 된 드래곤은 없을걸 호호호호~" 이즈도 뭐가 그리 유쾌한지 연신 입을 가리며 웃고 있자 그들의 곁으로 다가 온 엘테미아는 액시드옥션의 불만어린 얼굴을 바라보며 이즈에게 물었다. "뭔데? 액시드옥션의 직업이 뭔데 그래?" 엘테미아가 이즈에게 묻자 이즈는 액시드옥션을 한번 슥 쳐다보더니 이내 엘 테미아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경매업자." "......경매업자?" 처음 액시드옥션의 이미지는 멋진 전사의 이미지여서 그의 성격을 비추어 예 상해 볼 때 어느나라의 기사나 프리나이트정도를 에상하고 있었는데 난데없 는 경매업자라니...황당한 표정으로 엘테미아가 액시드옥션을 바라보자 이내 그 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는지 모두를 바라보며 항의 어린 시선으로 외쳤다. "뭐,뭐야! 너네들!! 지금 물건의 값어치를 매기는 신성한 행위를 천직으로 삼 은 나를 비웃는건 아니겠지!!? 너희들은 100만번 죽었다 깨나도 몰라! 별것 도 아닌 보석이 그 원가의 10배! 아니,20배,30배 이상을 가격이 올라갈 때 나의 드래곤 하트를 찌르르 울리는 그 짜릿함 아!.....엘테미아님도 한번 해보 시지 않을래요?" 액시드옥션의 진지한 권유에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엘테미아는 난처한 웃음을 흘리며 살살 고개를 저었다. 문득 엘테미아는 모두의 지상의 직업이 궁 금해 졌다. 이에 궁금한건 언제나 먼저 풀어보던 그녀의 성격으로 여기 모인 모두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신이 좋다고 느끼면 그게 천직이고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잖아 후훗...근데 나머지는 지상의 직업이 뭐야?" 엘테미아의 말에 액시드옥션이 그제야 약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게 되었고 나 머지도 그런 액시드옥션을 바라보며 더욱더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제야 멋진 미중년 다헬론부터 시작해 자신의 직업을 말하기 시작했다. "훗!...저의 직업은 괴도 사블랑트! 대륙에 퍼져있는 잘나가는 보물의 절반은 전 부 제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대륙에서 괴도 사브랑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죠 하하하하하! 아마 옥션의 경매장도 저에게 몇 개 털렸을껄요?" "......도둑이네?" "헉!" 엘테미아가 다헬론의 직업을 도둑이라고 단정짓자 뜨헉하는 표정으로 다헬론은 자신의 완전범죄를 하나의 예술행위로 정당화 시키며 엘테미아에게 말하고 있 었다. 모두들 엘테미아에게 자신의 직업을 말해주었다. 가드레일은 프린세스 용 병단의 대장으로 대륙에서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용병단이고 이름답게 각국의 귀족영애나 공주들을 꼬시고 다니는 전설의 바람둥이 대장이란 별명이 있다고 한다. 패트리샤가 자신의 직업은 평범한 모험가라고 말하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수많은 경치와 좋은 사람들 그리고 각국의 특이한 축제에 대해 설명하자 누구 의 직업을 얘기했던 때보다 엘테미아의 두 눈은 더욱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즈도 지상에서 별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이젠 마지막으로 언제나 조용히 팔짱을 끼고 있는 티제이븐 차례였다. "비밀의 수호가문...헬마스터 공작가의 대주입니다." 티제이븐의 특이한 직업에 꾀 호기심이 동한 엘테미아는 다시 황금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티제이븐을 쳐다봤고 그녀의 눈빛을 눈치챈 티제이븐은 자신의 직업 을 덧붙여 설명했다. "정확히는 미드리엘왕국이 위기에 쳐할때마다 저희 헬마스터 공작가는 가문의 대주인 저에 의해 선정된 헬마스터의 성을 물려받는 가주를 앞세워 미드리엘 왕국을 수호하는 가문입니다." 그러자 옆에서 가드레일의 한다미가 싸늘하게 울려퍼진다. "너가 한샤론 (1샤론=1달) 전까지 동면중일때 이미 미드리엘 왕국은 휴벤트제국에 게 거의 먹혔다...대략 2년정도 전쟁을 벌였던 것으로 아는데...헬마스터 공작이름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 "......" 가드레일의 충격적인 말에도 티제이븐의 표정변화는 거의 없었고 그의 팔짱도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흠...내가 가주를 선정해 주지 않아서 공작가가 움직이지 못했던 건가...? 하긴... 그 엄청난 인력을 제어하기 위해선 가주를 상징하는 슈트리트를 나에게서 받아 야 했을테지...이제 급한일도 없겠다. 동면도 끝났으니 지상에의 일에 충실할 때 가 온 것 같군..." 모두의 직업에 대해 듣게된 엘테미아는 아직 스타판에 의한 세상에 상처가 완전 히 아물지 않았지만 그들의 직업이야기를 듣게 되자 지상이...인간들이 그리워 지는 엘테미아였다. 우리들의 재회(2) 이제 로드의 집무실에는 엘테미아와 에셀리드민 그리고 이즈 이렇게 셋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드래곤들은 유사인종으로 지상에서 제 2의 삶을 사는걸 선호하고 있어요. 지상의 주인은 유사인종들이지만 그중 가장 널리 퍼져있는 종족이 인간이죠. 드래곤들은 대부분 인간으로 폴리모프해 각자의 직업을 가지며 그들사이에 끼어 살고 있는거에요. 물론 엘프나 심지어 드워프,오크...그들도 아니면 고 양이나 귀여운 애완동물들까지도 폴리모프하는 드래곤들도 있으니 말이 에요. 드래곤들이 지상에서 생활할때는 최대한 드래곤의 정체를 숨김과 동시에 그 힘을 자제해야 해요. 뭐...이것도 드래크로님이 명하신 거지만 준수사 항정도이고 절대적인건 아니에요...어딜가나 말썽피는 녀석들도 꽤 있으니 까요...그러니 마룡이니 광룡이니 불리고 있는거지만...근데 이런건 왜 물으시는 거에요 엘테미아님? 혹시...지상으로 내려가고 싶으신 건가요?" 이즈가 마지막 말을 거의 울 듯이 말하자 엘테미아는 퍼뜩 손을 휘휘 젓고는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응? 아냐아냐~ 그냥 드래곤들이 지상에서 어떤 생활을 하나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하하하...이쁜 얼굴 찡그리지 말아 이즈...그리고..." 어느새 자신의 옷을 조막만한 손으로 꽉 붙들고 있는 에셀리드민을 보며 엘 테미아는 싱긋 웃어주고는 에셀리드민을 품에 안고 이즈에게 '저녁때 보자~' 라는 인사를 건넨뒤 방으로 돌아갔다. -챙! 챙캉!!- "헉...헉......" "엘테미아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벌써 날이 저물었습니다. "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리류나드가 헥헥거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그러자 엘테미아는 샤넬오르가를 유리검집 같은 멋진 검집에 집어 넣고는 리류나드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자 리류 나드도 화답의 인사를 하고 언제나처럼 그의 처소로 걸어갔다. 리류나드와 검술연습을 시작한지 벌서 한달이 다돼가고 있었다. 이제 리류나 드도 그의 직분이 한 나라의 황태자인지라 일주일안에 이 드래고닉 캐슬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리류나드가 말하길 엘테미아의 수준이면 인간들중에서도 맞설수 있는 상대가 왕국의 최고기사정도가 아니라면 엘테미아를 검술로 제압하기 힘들거라고 했 다. 이에 엘테미아가 헤헤거리며 웃자 리류나드의 싸늘한 한마디... "물론 저같은 사람에게는 택도 없지만 말이에요..." "흐에엥..." "후훗...하지만 엘테미아님의 검술감각은 저조차도 놀랄 정도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근 몇 년간 꾸준히 실력을 키우신다면 극강의 실력을 갖추실수 있을 꺼에요." "헤헤..." "......" 어느새 자신의 운디네로 엘테미아를 씻겨준 에셀리드민을 바라보며 엘테미아는 그녀에게 미소짓고 있었다. 이때 에셀리드민이 자신의 볼을 잔뜩 상기시키며 엘테미 아에게 수줍은 듯 말했다. "린...저기 말야. 린이 힘든 것 같으니까 내가 린을 안고 갈게 헤헤...그러니까 현신해줘~ 응?응? 리이이이인~~~" 에셀리드민의 귀여운 애교라면 무엇을 못해주랴...엘테미아는 에셀리드민의 부탁에 자 신의 검 샤넬오르가를 건네고 눈부신 황금빛과 함께 동글동글한 시조드래곤으로 현신 했다. 언제나 뽀송뽀송한 하얀털과 이마에 귀엽게 솟은 황금빛의 조그만 뿔...왕방울만 한 커다란 황금빛눈...그리고 동그란 코와 귀엽게 자리한 작은 입, 아찔할 정도로 귀엽 게 생긴 엘테미아는 자신의 동글게 끝이 말아진 조그만 날개를 퍼덕이며 에셀리드민 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엘테미아가 자신의 품에 안기자 에셀리드민은 좋아 죽겠다는 듯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선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우리들이 지내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이즈는 아직도 집무실에 지내고 있는 것 같았고 에이메리는 요즘 통 힘없이 지내는 것 같았다. 처음 에이메리를 봤을 때 상큼한 오렌지빛 단발 머리와 에이메리의 예쁜 얼굴은 자신의 혀로 핥아보면 정말로 오렌지 맛이 날것 같은 상큼한 여인이었다. 그런데 요 새 가끔가다 눈물도 흘리며 힘없이 지내는 그녀를 보니 왠지 가슴이 무거워 지는 엘테 미아였다. 한번은 힘없이 울고있는 에이메리를 보며 도대체 에이메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이유가 뭐냐고 물은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나를 보더니 더더욱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내 품에 안겨 울기만 했다. 그리고 끝없이 그때를 후회한다는 말만 되풀이 할뿐...그 외에는 어 떤 말도 하지 않았다. 방안은 어두웠고 이즈도 에이메리도 없었다. 에셀리드민이 손가락을 딱 하고 튕기자 어두웠던 방안은 마법광구에 의해 환하게 밝혀졌다. 에셀리드민이 자신을 침대에 살 짝 내려놓고 샤넬오르가도 커다란 침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탁자위에 살포시 내려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문가로 나가며 침대위에 엎드려 있는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린~나 로드에게 볼일이 있어 잠깐 골드궁에 다녀올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뀨우~(응~)" "꺄아~귀여워~빨리 갔다 올게~~♡" "뀨~~(응~!)" -달칵- 이제 방안에 혼자남게된 엘테미아는 자신의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방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엘테미아 자신도 자신의 작은날개로 어떻게 허공에 뜰수 있는 지가 궁금한지 한참을 날아다니다가 에셀리드민의 책상위로 짧다막 한 다리를 바둥거리며 착지했다. 에셀리드민의 책상에는 자신이 설계한 마법기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고 노트에는 이것저것 계산한 수학공식과 마법기구의 설계도가 그려져 있었다. 자신의 몇배는 될만한 책상을 이리저리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다 문득 자신의 눈 앞에 에셀리드민의 파란구슬이 눈에 보였다. 그 파란 구슬을 보자 엘테미아는 얼마전 자신의 환영회가 열리기 몇일전날의 일을 상기해냈다. 그대 이즈의 드레스 공격에 에셀리드민과 함께 실버궁의 뒤쪽 언 덕으로 도피했던일...그리고 거기서 자신의 노래를 이 푸른구슬에다 녹음했던 일 ...그리고 미카엘을 만났던일... 문득 미카엘의 일이 떠오르자 엘테미아는 몇 일전 천계로부터 도착한 편지의 내 용이 떠올랐다. 보낸이는 가브리엘... 뭐...서두는 자신이 천계에서 두 번째로 잘났느니...자신이 두 번째로 위대하다느니 ...그답게 이것저것 쓸데없는 내용이 많았지만 읽으면서 연신 웃음이 떠나질 않았 다. 그리고 끝에가서야 겨우 미카엘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의 볼이 빨갛게 물들 며 웃는 모습이 정말 환상이랜다...벌써 천계의 명물로 자리잡았고 그들의 업무가 끝나면 칼같은 휴가를 얻어 다시 이곳으로 놀러 온댄다...후훗...그 차가웠던 미카엘 이 홍조까지 어리며 웃는모습이 도저히 상상되지 않아 엘테미아는 어서 미카엘과 가브리엘이 휴가를 얻어 이곳으로 놀러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지난날의 회상을 마친 엘테미아는 자신의 짧은 앞발로 눈앞의 푸른구슬을 툭툭 쳤다. 자신의 노래가 녹음된 푸른구슬...아마 마나를 집어넣으면 자신의 노래가 푸 른 구슬을 통해 들리게 될 것이다. 문득 엘테미아는 자신의 입에서가 아닌 다른 매 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왕방울 같은 눈을 살포시 감고 자신의 마나 를 푸른 구슬에게 주입했다. 엘테미아가 푸른구슬에게 마나를 주입하자마자 푸른구슬 주위로 공기가 심하게 요동 치기 시작했다. 문득 이상함을 느낀 엘테미아는 목소리를 녹음한 푸른 구슬이 이렇게 까지 요란스럽게 발동되자 짧은 다리로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푸른구슬의 진동은 더더욱 거세져 이제는 구슬의 주위로 3헤론(1헤론=1m)이나 되 는 푸른빛의 마법진이 생성되자 엘테미아는 이 구슬이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구슬이 아니라는걸 눈치채버렸다. 하지만 이미 구슬은 엘테미아의 마나를 받아 에셀리드민이 설계한 대로 착실히 움직이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당황한채 짧은 다리만 뒤뚱거릴 뿐 이었다. "뀨,뀨우??(뭐,뭐야...?)" 순식간에 푸른구슬에서 쏘아진 3헤론의 마법진이 주위에 있던 엘테미아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그 조그만 몸이 마법진의 흡입력을 이기지 못하고 마법진의 중앙으로 낑낑거리며 끌려가게 되었다. 마법진 중앙으로 엘테미아가 들어서자 마법진을 밝히던 수많은 룬문자들이 더욱 밝게 빛나면서 순식간에 엘테미아를 어디론가 집어 삼켜버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에셀리드민의 책상은 원래 난장판이었던 것을 더욱더 난장판이 되어 버렸고 엘테미아를 삼켜버린 구슬은 에셀리드민의 책상에서 또르륵 굴러가더니 결국 방바닥에 콩콩거리며 떨어졌다. -삐걱- 로드에게 볼일을 모두 마치고 돌아온 에셀리드민은 침대에 엘테미아가 보이지 않자 자신의 방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엘테미아의 귀여운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툭!- 침대쪽으로 다가가다 무언가 자신의 발에 걸린게 느껴졌던 에셀리드민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발에 채인 그 무언가를 바라봤다. 자신의 발에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는 파란구슬을 보며 에셀리드민은 '이게 왜 여기 있 는거지?'라는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삼켜버린 푸른 구슬을 집어들었다. 구슬의 이모저모 를 살펴보던 에셀리드민은 자신의 책상을 바라봤다. 원래도 이것저것 잡스러운 것이 널려있던 책상이었으나 정도가 심해보였다. 그러나 에셀리드민 특유의 무신경으로 자신이 들고 있던 푸른구슬을 바라보며 책상의 아무곳 휙~하고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한마디... "쳇...2000트론(1트론=1km)짜리 공간이동을 실패했던 구슬이잖아...그냥 보기 좋아서 책 상위에 올려놨는데...그나저나 린은 도대체 어딜간거야 히잉~~~보고싶어 린~~~" 결국 자신의 방에 엘테미아가 없자 훌쩍이며 말없이 사라진 그녀를 찾아나서기 위해 방을 나가는 에셀리드민이었다. 한편...정체불명의 푸른구슬에 의해 이상한 숲으로 떨어진 엘테미아는 한참을 뀨~뀨~거리며 울고 있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니 숲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는 정원같았다. 한참을 뀨~뀨거리며 돌아다녔던 엘테미아는 순간 뒤쪽에서 어떤 생명체에 의해 풀이 밟히는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동그란 귀를 쫑긋 세우고 약간의 경계를 하며 소리 가 들리는 방향으로 짧은 다리를 여러번 뒤뚱거리며 겨우 돌아섰다. "거기 누가 계십니까?" 엘테미아의 귓가에 울린 음성은 대략 13,14살정도를 먹은 앳된 소녀의 음성이었다. 하 지만 그 나이대 특유의 생기발랄한 목소리가 아닌 높낮이가 없는 어눌한 어조였다. 드디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녀와 엘테미아는 은은한 달빛아래서 각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엘테미아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녀를 보녀 큰 눈을 더욱더 동그랗게 뜨며 그 작은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대략 13살정도 되어 보이는 아담한 키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웨이브진 푸른 머리...생기 가 없어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과 물기없는 흐릿한 눈동자...그 어두운 모습조차도 그녀 의 귀여움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어두운 달밤에서도 화사하게 보이는 고급스런 드레스를 입은 너무나 귀엽고 아름다운 소녀......그러나 엘테미아가 놀란건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가 아니었다. "뀨,뀨우...(너,너는...)" 드래곤들 조차 엘테미아의 아찔할 정도로 귀여운 모습에 환장하며 달려들고 있었지만 드래곤들보다 더더욱 다양한 감성을 지니고 있는 인간...그것도 한창 커나가는 생기발랄 하고 호기심과 꿈많은 소녀들처럼 자신의 왕자님을 상상하며 귀여운것에는 이성을 잃기 쉬운 순진할 때의 나이에... 그녀는 그런 보통의 소녀와는 완전 다른 듯 세상의 고독과 괴로움...그리고 공허감을 모두 담은듯한 한숨을 포옥 쉬더니 조용하고 슬픈 어 조로 엘테미아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대의 모습은 처음보는 생물이군요..." "뀨.......(아.......)" 어느새 엘테미아의 커다란 황금빛눈동자에서 굵직한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었다. 우리들의 재회(3) "무엇이 그대를 그렇게 울게 만든 건가요?" 엘테미아는 눈앞의 소녀의 높낮이가 없는 어눌한 어조에 커다란 자신의 황 금 눈동자에서 다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엘테미아가 소녀의 앞에서 벼리별 재롱을 다 부려봐도 그녀는 은은한 달빛에 비치는 차가운 인형처럼 눈만 깜빡거릴뿐 그녀의 표정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오로지 나 오는건 그녀의 한숨뿐... 엘테미아는 진정으로 슬펐다. 도대체 이 소녀에게 무슨일이 일어났길래 한창 꿈많을 나 이에 세상에 가장 슬프고 괴로운 목소리를 낼수 있는걸까...옷차림을 봐서는 절대 어렵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엘테미아는 눈물이 일렁이는 두 눈을 들고 눈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소녀를 올려다 봤 다. 정말 인형같은 커다란 눈과 예쁘게 자란 까만 속눈썹...그 밑은 귀엽게 자리한 부드 러운 곡선의 콧날과 도도하게 닫혀 있는 분홍빛 입술...은은한 달빛에 그녀의 허리까지 오는 끝이 약간 웨이브진 바다같은 푸른 머리칼이 그녀를 더더욱 차갑게 비추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생각했다. 처음으로 운명이란 것을 믿게 해주었던 그녀...자신을 드래크로가 있는 세계로 보내주던 그녀...그때와 달라진게 있다면 갈색의 예쁜 머리칼이었던 그녀가 지금은 바다같은 푸른빛을 띄고 있다는것...그리고 한없이 밝고 명랑했던 그녀가 지금은 황량한 사막같은 삭막한 표정의 인형처럼 그녀는 차갑고 메마르단 것... 도저히 이런 표정은 13살의 어린소녀가 지을수 있는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엘테미아 가 사랑하는 소녀는 자신과 함께 이름모를 정원에서 웅크려 앉아 있었다. 엘테미아는 자신의 짧은 다리를 뒤뚱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동그라게 말아 진 자신의 날개를 파닥거리며 붕 떠올라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살짝 내려앉았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소녀의 푸른 머리칼이 엘테미아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자 작고 귀 여운 엘테미아는 치~치~거리며 낮은 재채기를 하고 있을때였다. 문득 그녀의 차갑고 감정없는 메마른 목소리가 엘테미아의 동그란 귓가를 울리고 있었 다. "난...내가 처음으로 공주란걸 알았을때...공주가 한 나라의 가장 사랑받는 존재란 것을 알았을 때 너무 기뻤어요...너무 기뻐서...행복해서...공주가 등장하는 왕궁도서실에 존재 하는 책이란 책은 모두 읽었을 정도로 자신을...공주가 될 수 있었던 저 자신을 누구보 다 사랑했답니다. 하지만 점점더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흘러가면서 저의 꿈은 조금씩 붉게 물들어 버렸답니다. 제가 바래왔던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언젠가 멋진 왕자님이 내 손등에 키스하며 '사랑하오'라는 말을 기다리는 행복한 공주님이 될 수 없었어요. 그런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공주는...강한 나라의 공주만이 누릴수 있는 행복이었어요. 약한 나라는 강한나라의 재물이었고 또한 도구일뿐이에요. 공주인 저도 강한 나라에게 도구일 뿐이며 하나의 유희거리일 뿐이었죠. 이제 전 많은 귀족들과 왕의 성노리개가 되겠죠. 후훗... 나는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틀린생각이었어요. 오히려 어린아이를 더 좋아하는 귀족들이 너무나 많았어요...3년전까지는...그래도 믿는세력이 있어서 그나마 살기 좋았 던 나라였지만...우리 미드리엘 왕국이 휴벤트 제국에게 짓밟히고 있을때도...결국... 헬마스터 공작님은 끝내 우릴 구해주시지 않았어요...미드리엘 왕국의 초창기때부터 수 호해온 헬마스터공작가는...몇십년 전부터 완전히 모습을 감추어버렸어요. 언제나 위기 가 닥쳐오면 헬마스터 공작님이 나서주셨죠...그 분을 너무 믿어온 우리 미드리엘 왕국 은 결국 그분의 부재시에 기회를 잡은 휴벤트에게 전쟁에서 패하고 이젠 속국이나 다 름없는 꼭두각시 왕국이 되었답니다. 전쟁의 전리품으로...행복한 공주님을 꿈꾸던 소 녀도...결국 그들에게 성적 농락이나 당하며 생을 마치게 될꺼에요...아무리 아름다운 공주님도...결국 힘이 없으면 남자들의 정액받이일 뿐이죠...그게 바로 자신이 누구보 다 사랑했던 공주인 저였어요..." 엘테미아는 그녀의 어깨에 올라선채 멍하니 그녀의 자조적인 옆모습을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었다. 도저히 13세의 소녀에게서 나올법한 말들이 아니었다. 성노리개...정액 받이...공주인 자신을 스스로 도구취급하다니... 눈앞의 소녀의 슬프고도 어눌한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공주가 할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어요. 스스로 죽게 되면...공주의 국민 들의 수많은 생명들이 한줌의 재가 되어 날아가버릴 테니 바보같이 죽을수 없다면... 마음만이라도 죽일수 있도록...아니, 완전히 없앨수 있도록...그래서 공주는 성공했습니다. 이젠 꿈 많던 공주도...왕자님을 기다려왔던 공주도 제겐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하 나의 부속품처럼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려갈 인형일 뿐입니다. 그러니 이젠 전혀 슬 프지...않아요...그대는 나를...동정하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그럴 필요가..." 그러나 소녀는 자신의 말을 모두 마칠수 없었다. 자신이 없애버렸다고 생각했던 마 음이 동했는지 자신의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눈물이 적신 볼을 눈앞의 처음보는 하얀동물이 자신의 작은 혀로 할짝거리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눈앞의 소녀의 말에 다시 굵직한 눈물방울을 쏟아냈다. 이 아이는..... 아직 어린 이 아이는...미카엘보다 더욱더 찢어져 버린...상처입은 가슴을 소유하고 있는 작은 새였다. 미카엘도 자신의 마음을 죽여버렸다 했다. 허나 이 어린 소녀는...자신의 마음을 완전 히 없애버렸다 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소녀가 너무 큰 상처를 입어 소녀의 슬픈 마 음이 엘테미아의 드래곤하트를 강하게 조여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퍽!- "끼윳!....." "......" 자신의 몸에 둔탁한 충격이 가해지며 엘테미아는 순간 소녀가 있던 앞쪽의 수풀더미 로 굴러버렸다. 믿기지 않았지만 엘테미아는 자신을 내려친게 바로 눈앞에 있는 푸 른 머리칼의 소녀란 것을 알수 있었다. 그때 소녀의 울음 섞인 외침에 엘테미아의 가 슴은 날카로운 비수에 꽃힌 처절함을 맛보게 했다. "...저,저리 꺼져! 너 도대체 정체가 뭐야...동물주제에 마치 내 말을 알아듣는냥 역겨 운 동정의 눈초리로 날 바라보지마! 왠지 모르지만 넌 이상하게 눈에 거슬려...처음 봤을때부터 무언가 가슴속에서 울렁거린다고! 더 이상 내눈앞에 나타나서 내 마음 을 혼란시키지마!" "......." 소녀는 자신이 없앴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눈앞의 하얀 생물을 만난 기점으로 다시 꿈틀거리는 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분명 태어나서 처음 본 생물이었지만...무언가 울 렁거리는 아릿한 그리움...언제가부터 자신의 깊숙한 곳에 봉인해 두었던 마음이...이 하얀 생물에 의해 다시 숨쉬기 시작하며 한줄기의 눈물이 흘려내고 있었다. 순간 소녀는 덜컥 두려움이 앞섰다. 없애버렸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다시 살아난다면... 다시 꿈이 산산조각나고 참기힘든 현실을 마음이 살아있는채로 견딜 자신이 도저히 없었던 것이었다. 소녀는 생각했다. 모든 원인은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을 자꾸 몰려 들게 하는 어깨위에 앉아있는 하얀생물...순간 소름끼치는 기분과 함께 소녀는 엘 테미아를 가녀린 손으로 세차게 내리쳤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솔직한 심정을 엘테 미아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소녀는 한순간이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상념이 온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조금만이라도 지체했다가는 자신은 강자의 인형으로서 살아갈수 없음을 직 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망설임도 없이 하얀생물이 왕방울 같은 눈에서 눈물을 흘리건 말건 소녀는 뒤 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달려가려 할때 였다. [멈춰!] ".......?"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려던 자신을 갑자기 들려온 자신의 가슴을 아릿하게 조여오는 목소리에 결국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역시 그곳에는 아까 보았던 하얀 생명 체뿐이었다. 멍하니 하얀생물을 쳐다보고 있던 소녀는 하얀생물의 조그만 입이 오물거릴때마다 자신 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무언가 알수없 는 아련한 감정에 소녀는 더욱더 그 감정을 거부하고 있었다. [내가...지켜줄게...그러니 너는 더 이상...] "닥쳐!!" [......] "닥치라구!! 네 까짓게 뭘 할수 있다고 그래! 너처럼 조그만 녀석이 뭘 알아! 자신의 나 라가! 자신의 국민들이 휴벤트의 개자식들에게 짓밟힐때도!! 나의 언니가 우리 나라를 짓 밝은 자식들의 정액받이 노릇을 하고 있을때도!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언니대신에 휴벤트의 전리품이 되야 했던 어린 공주였던 내가!...결국 끝까지 기다렸지만 공작님은... 오지 않았어! 이제 미드리엘을 수호하는 헬마스터 공작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구! 더 이상 우리 미드리엘 왕국의 희망은 없단말야 개자식아! 겨우 마음을 없애고 그들의 인형이 되어 이제야 편안한 마음을 가질수 있었는데!!..... 이 개자식아 어디론가 꺼져버려! 더 이상 알량한 기대심 따위 심어놓지 말란 말야! 흑!... 네까짓게 뭘할수 있다고...흑...정말 재수없어...꺼져..." 소녀는 다시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알량한 희망따위는 생각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세 상은...정녕 잔혹한 것을 알아버렸으니까...소녀는 다시 울렁거리는 마음을 애써 죽이 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달렸다. 계속 달리고 있었지만 하얀생물의 외침이 아직도 자신에게 전해져 오고 있어 소녀는 정말 미칠 것 같으면서도 다시 조그만 기대심 따위가 생기자 국민들이고 뭐고 확 죽 어버리고 싶었다. 얼마를 달렸을까? 더 이상 하얀 생물의 아릿한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마지막 외침 이 소녀의 귓가를 아직도 맴돌고 있어 터질 것 같은 심장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기다려줘...제발...내가 다시 돌아올때는...그때는...너의 마음을 선물로 줄께...그렇도록 할께! 반드시! 그때까지만!...조금만 기다려!] "......." 소녀는 고개를 세차게 젓고는 귀를 손으로 꽉 막으며 다시 궁으로 달려갔다...이제 자신은 얼마후면 전쟁의 종결사절단으로 휴벤트에 가게 된다. 자신이 가게되면...두 번다시 이곳에 오지 못할것이란 것을 알수 있었다. 그때야 말로 죽은 언니의 고통 을 매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소녀는 생각했다. 다시는...알량한 기대심으로 끝까지 같잖은 희망따위를 믿고 기다 리다가 악몽같은 사실이 현실이 되었을때의 충격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정체모를 하얀생물의 너무 따뜻한 말을 믿고 싶었지만 소녀는 하얀 생물의 말을 머릿속에서 다시 깊숙한 곳으로 뭍어놓아야 했다. 그래야만 살아갈수 있는 소녀였다. 스산한 바람이 달빛에 은은히 반사되고 있어 더욱 슬픈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정원에 귀여운 하얀생명체가 멍하니 소녀가 사라진 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얀생 물의 주위로 차가운 은빛의 기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차가운 은빛기류가 하얀생 물의 몸 전체를 감싸더니 결국 160크로쯤 되는 소녀의 형상을 나타내며 끝내는 허공 으로 은빛기류가 비산되며 가히 여신이라 할 만큼 아름다운 소녀를 토해냈다. 차가운 밤바람이 소녀의 은빛머리를 허공에 춤추게 만들고 있었고 어두은 달밤아래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의 황금빛 눈동자는 어느새 차갑게 식어 차디찬 은빛 눈동자로 빛나고 있었다. -툭...- 어느새 자신의 볼을 타고 내려와 턱에 맺힌 눈물이 땅바닥으로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 다.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입술에서 뜨거운 감정이 섞여 있는 조용한 음성이 나직히 울려퍼진다. "예림아..." 비록 이성간의 사랑같은 감정이 아니라 가족같은 사랑을 주었던 존재에게서 처음으 로 자신을 부정당한 엘테미아는 그 자리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다. 끝내 구슬픈 음성을 토해내고 아름다운 은발의 소녀는 눈부신 광채를 허공에 뿌리며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도 전쟁의 승리축하에 한창 연회분위기를 내고 있는 휴벤트제국은 정확히 2주일 후 홀연히 나타난 아름다운 은발을 소유한 헬마스터 공작의 등장에 초 긴장상태에 돌 입해야 했다. 헬마스터 공작가(1) 이미 드래고닉캐슬의 주인으로 등록된 엘테미아는 빛의 기둥을 통하지 않고 바로 공간을 넘어 드래고닉캐슬의 에셀리드민의 방으로 워프할수 있었다. 에셀리드민은 자신의 작은 몸으로 실버궁을 샅샅히 뒤져도 엘테미아의 모습을 찾 을수 없자 혹시나 엘테미아가 돌아오지 않았나 해서 다시한번 자신의 방으로 돌아 와 있었다. 아직도 엘테미아의 모습을 찾을수 없자 기어이 울상이 되어 목놓아 울음을 터트리 려 할때였다. 에셀리드민의 뒤쪽에서 눈부신 섬광이 일더니 끝내는 엘테미아의 아 름다운 모습이 드러났다. 갑자기 나타난 엘테미아의 모습을 본 에셀리드민은 너무 나 반가워 당장 엘테미아의 품에 안기려 달려갈 때 평소와는 다른 엘테미아를 볼 수 있었다. 언제나 따뜻했던 그녀의 금빛눈동자는 어느새 차디찬 은빛눈동자로 변 해 있었고 그녀의 주위로 차가운 한기가 머무는 것을 에셀리드민은 눈치챌수 있었 다. 엘테미아의 가슴은 온통 예림이를 빼다박은 어린공주생각 뿐이었다. 아직 어린아 이가 세상의 잔혹한 현실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물론 자신도 수천만년을 살았 다고는 하나 정신연령은 고작 16세의 사춘기 소녀였다. 하지만 자신보다도 3살이 나 어린 아이가...그것도 처음으로 사랑을 준 아이가 잔혹한 현실에 인형이 되어 버린 그녀를 지금으로선 아무런 힘도 되어줄수 없다는 사실이 엘테미아의 차가운 이성을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무언가 자신의 손으로 보드랍고 따뜻한 물체가 손에 잡혔다. 살짝 고개를 내려 보니 작고 귀여운 에셀리드민이 조심스레 자신의 손을 잡고 걱 정스런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앳된 목소리가 엘테미아 의귓가를 울린다. "괜찮아? 린? 무슨일 있었어? 응...?" 엘테미아는 에셀리드민의 따뜻한 말에 기어이 눈물을 흘리며 차가웠던 은빛눈동 자가 다시 아름다운 금빛눈동자로 변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자신의 품으로 안겨 펑펑우는 엘테미아를 보며 에셀리드민은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엘테미아의 가녀 린 등을 토닥여주며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어김없이 드래고닉캐슬의 아침은 찾아왔고 드래고닉캐슬의 로드를 비 롯해 각 일족의 수장들까지 모여들어 청천벽력같은 엘테미아의 결심에 대책회의를 하고 있었다. 대략 7,8헤론정도 되는 긴 탁자에 앉아있는 이즈가 반대편에 앉아서 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말했다. "에,엘테미아님...정말로 지상으로 내려갈 생각이십니까?" 이즈가 울먹일 듯 말하자 엘테미아는 내심 뜨끔했지만 애써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단호히 말했다. "응! 내가 꼭 해야할 일이 생겼어...이즈 미안..난 꼭 내려가야 겠어..." 그러자 완전 울상이 되어버린 로드를 보며 옆에있던 액시드옥션이 덤덤하게 말했다. "뭐가 그리 걱정이냐? 드래곤이 지상으로 떠나는건 흔히 있는 일인데...죽으러 가는 것 도 아니구 말야. " 액시드옥션이 덤덤히 말하자 이즈의 고운 아미가 잔뜩 찡그려 지며 액시드옥션을 죽 일 듯이 노려보고 말했다. "뭐야! 엘테미아님은 아직 이쪽세상에 적응이 안돼셨단 말야! 그리고 공격마법도 제대 로 못하시고! 덤벙대고! 순딩이기까지 한 엘테미아님이 지상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들 에게 채일지 상상해봤어? 앙?!" "흑!...이즈 너무행..." "아!...엘테미아님...제말은 그게 아니라..." 무심결에 튀어나온 이즈의 말에 이제는 엘테미아가 울상이 되어버렸다. 한창 엘테미아 의 지상으로의 여행에 찬반이 오고갈 때 조용히 팔짱을 끼고 침묵을 지키고 있던 티제 이븐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는 대대로 남자만이 해왔다. 엘테미아님은 여성이니까... 무리지 않을까 싶은데...내가 아무리 대주이고 내가 추천한다 해도 수많은 공작가의 세 력들이 엘테미아님을 여자라고 따르지 않을수도 있다. 그리고 공작가의 장로들과 총 5 개의 기사단으로 나눠진 공작가의 최고 세력가들이 만장일치로 엘테미아님을 인정 해야 비로소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 장로들의 동의니 기사단장들의 동의니 그것은 뒷전으로 미룬다 치더라도 엘테미아는 여 자였다. 몇천년을 이어온 공작가의 전통이 몇일내로 바뀔리는 없고 새로운 난제에 봉착 한 엘테미아는 다시 울상이 되었다. "나,남자? 여자는 안돼는 거야?" 그러자 티제이븐의 1초도 망설임없는 단호한 대답이 들려왔다. "네." "......." 극도로 실망한 엘테미아는 탁자위에 완전 엎드려 훌쩍이고 있었고 모두들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짓고 있을때였다. 문득 회의장안에 에셀리드민의 앳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럼 린이 남자가 되면 되지." "......." "......." 에셀리드민의 말에 엘테미아는 벌떡 일어나 두눈을 반짝이며 모두를 돌아보고 있었고 엘테미아의 시선을 받은 로드를 포함한 다른 일족의 수장들은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 지고 있었다. 이에 완전히 이성을 잃기 일보직전까지 간 이즈는 얼굴이 새빨개 지며 극구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회의장이 쩌렁쩌렁하게 울릴정도로 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뭐어어어라아아아구우!! 말도안돼!! 물론 엘테미아님이 가슴이 조금 빈약해 그점은 감 안한다 해도! ...." "흐에엥..." "그,그래도...엘테미아님의 가녀린 몸매를 봐서 누가 남자라고 하겠어..." 이즈의 피가 맻히는 외침에 에셀리드민은 귀여운 하품을 살짝 하며 이즈를 보고 말했다. "린의 몸은 그냥 롱코트를 입히면 되지...하얀 코트의 공작님...멋지잖아...엘테미아가 남자가 되면 에셀린은 귀여운 신부가 될꺼야 헤헤헤..." 에셀리드민의 말에 완전히 이성을 잃은 이즈는 자신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탁자를 쾅! 하고 내리치면서 소리쳤다. "누,누구 맘대로 엘테미아의 신부가 된다는거야!! 이 꼬맹이녀석아! 그 조그만 몸으로 내조나 제대로 할수 있겠냐!! 적어도 나정도는 돼야!..." 이즈가 자신의 흥분상태에서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자 에셀리드민의 얼굴도 팍 구겨지 며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하며 으으렁거렸다. "뭐야!! 그럼 이즈도 린의 신부자리를 노리겠다는 거야 뭐야!!" 이젠 팔까지 걷어올려 부치고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자 회의장에는 싸늘한 살 기가 충만해 졌고 엘테미아는 그녀들 사이에서 난처한 웃음만 흘리고 있었다. 그때 언제나 조용히 있던 티제이븐의 말에 그녀들의 싸움은 종결을 맺게 되었다. "드래곤은 성인식때 성별을 선택한 이후 어떤 방법으로든 성전환을 할수도 없고 드 래크로님이 허락하지 않은 금단의 성역...당연히 엘테미아님이 남자가 된다 하셔도 본질은 여자...즉 남장여자란 말...그러니 너희들도 진짜 신부가 될 수 없다." 이에 그녀들의 싸움이 일단 종결되고 흥! 하는 콧소리와 함께 의자에 삐딱하게 앉 았다. 그때 다시 냉철한 이성을 찾게된 이즈가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시원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엘테미아님의 얼굴은 어떻게 할거야? 저 눈부신 얼굴을 남자라고 얘기 했다간 사방에서 칼침맞기 십상이라고..." 그러자 대부분 회의장에 모인 드래곤들이 로드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 덕이고 있었다. 엘테미아도 자신의 얼굴에서 남성스러운 점이 하나도 없다는 것 을 알고 있었으므로 다시 울상이 되려 할때 무언가 은빛으로 빛나는 물체가 그들 이 모여 회의하고 있는 탁자의 가운데로 떨어졌다. -팅 팅! 팅그르르르....- "이걸 쓰면 되지~간단한걸 가지고 뭘 그리 고민하니?" 갑자기 들려온 상큼한 목소리에 회의장에 모여 있던 모든이들은 회의장의 입구를 쳐다봤다. 회의장의 문에서는 문이 반쯤 열려있었고 문턱에 살짝 기댄체 상큼한 미소를 보내오고 있는 에이메리 스콸라이쳐가 그들눈에 비쳐지고 있었다. "그 가면은 드워프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내 4563살때의 생일선물이야. 그때 내 가 한창 가면모으기가 취미였거든 호홋...어때 근사하지?" 에이메리의 말에 그제야 그녀에게 모여졌던 시선들이 다시 탁자위에 떨어진 은빛가 면에게로 모아졌다. 그 은빛가면은 미스릴로 제련된건지 엘테미아의 은발과 묘한 조화를 이룰 것 같은 붉은 빛이 감도는 가면이었다. 가면을 쓰게 되면 이마부터 코까지 가 릴수 있는 디자인으로 되어 있었다. 가면의 이마부분 가운데에는 멋진모양으로 살짝 튀어 나와있었고 서클렛의 형식으로 머리에 쓰는 가면이었다. 두 눈이 있는 자리는 가면속의 눈을 그대로 투영하지 않고 하얀 막을 감싼 형식으로 가면속에서는 밖을 볼수 있지만 가면 밖에서는 가면속의 눈동자를 볼수 없는 형식으로 되어있었다. 가면의 왼쪽 눈밑에는 기이한 문양이 빨간색으로 멋지게 음각되어 있었고 가면속은 착용시 피부의 안전을 위해 보드라운 향취스폰지가 붙어 있었다. 가면을 들어보니 경량화마법이 영구적으로 세겨져 있어 가면을 써도 쓴건지 안쓴건지 구분할수 없 을 정도로 가벼웠고 그 옆에는 에이메리가 방금 세긴건지 영구적으로 목소리가 엘 테미아의 가냘픈 여성의 목소리를 감안해 음성변조마법으로 소년의 목소리를 낼수 있겠끔 만들어진 이상황에 굉장히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짝짝!- 모두들 한창 에이메리가 건넨 은빛가면을 구경하고 있을 때 에이메리가 난데없이 박수 를 두 번 치기시작했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장으로 치렁치렁한 옷을 걸친 6명의 여성드래곤들이 갑자기 난입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회의장으로 들어온 여성드래 곤들은 에이메리앞에 서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고 에이메리는 그들을 바라보곤 다시 시 선을 돌려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컨셉은 하얀 롱코트의...그래 유리공작! 유리공작이 좋겠군. 얘들아 시작해라~!" 그러자 6명의 여자들은 네~에이메리로드~란 복명을 외친후 그중 두명이 의자에 앉아 있던 엘테미아의 각각한쪽팔을 끌어올린후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갑작스레 자신이 끌 려가자 멍청하니 끌려가던 엘테미아는 이들이 어디서 많이 본 드래곤들이라는 것을 상 기해냈다. 그리고 "아!...내 두 번째 환영식때 내 옷을 맞춰준 디자인팀이시군요~!" 엘테미아가 자신들을 기억해주자 그중 파란 곱슬머리를 하고 있는 드래곤이 손뼉을 치 며 좋아라 웃고 있었다. 회의장에 있던 이즈도 방금 들어왔던 드래곤들이 저번 환영식때 엘테미아의 드레스를 맞춰준 디자인팀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영문을 몰라하는 각 일족의 수장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들은 가면까지 들고나간 디자인팀과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되는 엘 테미아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엘테미아가 디자인팀에 이끌려 회의장을 나간지 한 20분정도 지나자 회의장 밖으로 일 련의 소란스러움이 생겼고 점점더 그 소란스러움은 회의장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이에 회의장에 모인 모든 이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회의장입구를 쳐다보았다. 한참을 쳐다보자 드디어 엘테미아를 끌고 나간 디자인팀들이 먼저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들어온 엘테미아를 보자 회의장에 있던 모든 드래곤들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살 짝 벌린채 엘테미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언제나 팔짱을 끼고 조용히 있던 티제이븐이 그들의 침묵을 깨기 전까지는... "그 정도면...됐군요...우선 비밀의 수호가문의 가주가 갖추어야할 카리스마는 통과입니다. 엘테미아님..." 티제이븐의 말에 모두들 최면에서 깨어난 듯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에서 잠깐 움찔거리고 서야 시선을 엘테미아에게서 돌릴수 있었다. 그때 아직도 멍하니 있던 이즈가 자리에서 일어나 엘테미아에게 다가가 엉겨붙기 시작했 다. "아...엘테미아님이 남장까지 하시면서 꼭 해야 할 일이시라면...굳이 말릴생각은 없어요... 호호호...그래도 엘테미아님 혼자 보내기엔 안심이 안되니 제가 공작님의 신부가 되어드 릴께요 호호호호호" 이즈는 진짜로 예쁜 두볼에 홍조까지 어리며 가면을 쓰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푹 빠졌 는지 엘테미아의 한쪽 팔을 자신의 가슴쪽으로 끌어 두팔로 껴안고는 자신의 고개를 엘테미아의 어깨에 뭍으며 좋아하고 있었다. 이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던 중 자리에서 가드레일이 일어나 엘테미아를 한번 슥~ 쳐다보고는 폼을 잡으며 말했다. "뭐...프린세스 용병단이 언제라도 도와드리죠 공작~!" 그러자 액시드옥션이 질수 없다며... "흥~! 자금이 딸리시면 저의 옥션을 찾아주세요 엘테미아. 24시간 연중무휴입니다." 그러자 다헬론도... "후훗...세기의 괴도 사블랑트의 도움이 필요로 하신다면 기꺼이..." 그러자 티제이븐도... "뭐...전 공작가의 대주니..." 하지만 페트리샤는... "하하...죄송해요 엘테미아님~ 전 이번에 다른대륙으로 떠날 참이라..." 그리고 에셀리드민도... "이즈보단 훨씬 젊은 내가 더 좋지? 엘테미아...내가 기꺼이 신부가 되줄게..." 그러자 이즈가 에셀린을 잠시 쏘아보더니 아직도 엘테미아의 엉겨붙은 자세 그대로 뜨거운 매혹적인 시선을 보내며 말하려는 찰나... "로드는 포기하시죠...아직 업무가 4년치 남았습니다만..." 갑자기 긴 푸른생머리의 품에 서류더미를 들고 있는 차가운 인상의 여자, 키슐로이가 이즈를 붙잡아두고 있자 이즈는 거의 울상이 되었고 에셀리드민은 조용히 킥킥거렸다. 그렇게 드래고닉캐슬에선 엘테미아의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가 되기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 * * 고풍스런 대전에 상당한 나이를 먹은 노인들이 4,5헤론정도 되 보이는 원탁에 둘러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저마다 앞에 놓여있는 서류들을 훓어보며 관자놀이를 누르거 나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그 중 턱에 긴 하얀수염을 기르고 하얀로브에 금빛실로 멋지게 수놓아진 옷을 입고 있 는 노인이 모두를 둘러보며 심각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대주님의 슈트리트를 기다릴 시간이 없소...대주님이 창설하신 헬마스터 공작가지만 우리들은 우리들의 사명인 미드리엘 왕국이 휴벤트의 쓰레기들에게 짓밟 히고있는데도 두손놓고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소. 이젠 휴벤트녀석들은 왕족에게 까지그들의 마수를 뻗쳐오고 있소. 이미 제 1왕녀이신 두비안느 로젠슈라 왕녀님께서는 그들의 횡포에 이미 별세하셨고 남은 2공주 레이세민님과 아직 13살밖에 안되신 미요 공주님까지 마수를 뻗쳐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 헬마스터가는 전력의 5할밖에 사용할수 없겠지만 다시 세상에 헬마스터가를 드러낼 때가 왔다는 것을 여기 모인 장 로님들께 아뢰는 바입니다." 긴 수염을 기르고 있던 헬마스터가의 유벤푸스장로는 침중한 어조로 모두에게 말하자 그들도 통감하고 있던 사실들이었는지 저마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었었다. 그중 유벤푸스장로의 왼쪽으로 두 번째에 앉아있던 대머리의 샤베튼장로가 대략 그들의 세 력을 여기 모인 장로들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슈트리트없이 소집할수 있는 병력은 다크스타 기사단,슈팅스타 기사단 그리고 헬마스터 공작령인 사일런트 랜드에 기거하고 있는 검사 120여명정도와 마법군단 사스펄스길드의 8서클마스터 마법사 14명을 위시한 대략 4,50여명의 마법사를 동원할 수 있습니다. 슈트리트 없이는 전 대륙에 퍼져있는 용병단이나 어쌔신길드, 도둑길드,마법길드, 대륙의 자금유통의 거대한 세력을 갖고 있는 가이렌상회나 뮤렌토상회에서 원조를 받을수 없 겠지만 공작령에 비축된 식량과 각종 보석들을 상회에 판다면 상당량의 군자금을 충당할수 있을 것입니다. " 샤베튼장로의 보고에 모두들 썩 좋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담담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날카로운 눈매와 다부진 입술이 젊었던 시절에 꽤나 명장이었을법한 늙은 장로 펠키스트라가 조심스레 말하고 있었다. "흠...우리들은 대 병력으로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오...소수정예로 주요인물들을 척살하는 식으로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의 이득을 차출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소. 지금도 휴벤트와 미드리엘은 겉보기엔 소강상태로 일시적인 평화상태를 유지하고 있소. 이제 1주일후 평 화 사절단이란 명목으로 휴벤트에 가게 되시는 레이세민 공주님과 미요공주님을 구출 하는게 최우선이오. 아마 두 공주님이 휴벤트에 당도하게 되시면 다시는 미드리엘로 돌아오시지 못할터... 그러면 미드리엘왕가의 혈통이 끊기게 되는 것과 동시에 미드리엘왕국은 완전히 휴벤트의 속국으로서 살아갈수 없음을 예고하오...이럴 때 헬마스터기사단이라도 쓸수 있 었더라면...당당히 공주님을 휴벤트의 쓰레기들에서 데려올수 있겠건만..." 모두가 헬마스터기사단을 쓸수 없음에 씁쓸한 표정으로 두눈을 내리깔고 있었고 다시 분 위기는 침중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자신들이 헬마스터공작가를 움직이기 위해 회의하고 있던 대전의 문이 허락도 없이 벌컥 열렸던 것이었다. 여기 모인 모든 장로들은 젊었을적 한가닥 했던 전사들인 듯 수백만번도 넘게 검집에서 검을 뽑았는지 검을 뽑는 동작이 모두들 굉장히 유려했 다. 그중 유벤푸스 장로가 갑자기 침입한 불청객에게 소리쳤다. "웬 놈이냐! 감히 허락도 없이 대전에 들어서다니 이런 새파랗게 젊은놈이 감!...." 그러나 유벤푸스 장로는 말을 이을수 없었다. 자신이 어릴적부터 수없이 보아왔던 초 상화의 모습 그대로인 청년...아니 엘프였다. 초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차가워 보이는 얼굴과 훤칠한 키...그리고 그의 허리춤에 차여있는 검은색 계통의 보검...그때 눈앞의 초록머리의 엘프청년이 자신의 품에서 수많은 용들이 양각된 커다란 도장을 그들에게 살짝 던져주었다. 앞에 서있던 유벤푸스는 갑자기 난입한 청년이 자신에게 어떤 물건을 던지자 그는 황 급히 그 물건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자신의손을 피고 손안에 잡힌 물건을 보며 그의 눈 이 동그라게 커치면서 희열과 경악성이 담긴 하나의 외침을 토해냈다. "이,이건...슈트리트!!..." "뭣이?!" 유벤푸스장로의 외침에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던 다른 장로들도 검을 내리고 유벤푸스 에게로 몰려들어 헬마스터공작가의 모든 전력을 동원케 할수 있는 옥새와도 같은 절 대적명령권한이 깃들어 있는 슈트리트를 확인하자 그들의 몸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 다. 그리고는 저마다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며 눈앞에 있는 초록머리의 엘프청년에게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슈트리트가 늦어서 곤란했겠군요..." "대,대주님..." 이제야 그들의 가주와 헬마스터 기사단을 동원시킬수 있는 힘을 얻은 그들은 어느새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앞에서있는 초록머리 엘프...자신들이 어릴적부터 수없이 봐 왔던 초상화속의 인물에게 대주님이라고 복명하고 있었다. 대주님이라고 불린 초록머리칼의 아름다운 엘프의 뒤를 힐끔 본 유벤푸스장로는 깜짝 놀 라고 말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은색과 하얀색의 오묘한 조화와 그의 허리춤에 차여져 있는 검까지 온통 유리같은 신비함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대,대주님...저 분은 설마..." 유벤푸스가 대주라 불린 엘프뒤에 서있는 유리같은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는 사람을 보며 묻자 대주라 불린 엘프는 씨익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린 엘테메오 헬마스터라고 하지..." "!!....." 헬마스터 공작가(2) -휴리에이샤의 『내가 본 헬마스터 공작가』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가장 크게 존재하고 있었으며 그 누구 도 그들의 실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평화가 도래했을때는 존재감조차 없었던 그들 이었으나 고난이 닥쳐왔을때는 누구보다 그들을 기다렸고 그들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이런 인간들의 심성이 추악하다 느낄만도 하건만 그들은 미드리엘왕국의 창립시기부터 그들이 위기에 봉착했을때마다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상상을 불허하는 이동루트로 이동해오는 헬마스터 공작가의 5개의 기사단은 실로 수만대군앞에서조차 위풍당당했다. 그들은 언제나 야음을 틈타 야습의 제황이라 불렸으며 어느샌가 사람들 사이로 지옥의 지배자...지옥의 주인 헬마스터가(家)라고 불리게 되었다. 미드리엘왕국의 드러나지 않는 비밀의 수호가문...이슈테리아 대륙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 으면서도 가장 강력한 세력을 구축한 헬마스터 공작가는 타 귀족의 혈연(血緣)을 중심으 로 가주(家主)를 정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초창기때부터 인간들과 헬마스터가를 설립한 정체불명의 엘프. 즉 대주(代主)인 티제이븐이라는 초록빛머리칼의 아름다운 엘프가 위 기에 봉착한 미드리엘왕국을 수호하기 위해 언제나 능력있는 가주를 직접 선출하거나 세 상에서 여행하면서 자질이 있는 전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헬마스터가의 가주가 선정되 었다. 귀족계의 썩어가는 혈연중심의 계승식보다는 오로지 능력위주로 가주를 선정, 헬마스터 가의 장로들과 다섯 개의 기사단장들이 만장일치해야 비로소 최강의 비밀수호공작가 헬 마스터가의 가주가 되는 것이다. 세간에 떠도는 소문에는 헬마스터의 본거지가 대륙 제일의 거상 가이렌 상회라느니...뮤 렌토 상회라느니...대륙 제일의 용병단 쿠쿠소코용병단이라든가 프린세스용병단을 거느리 고 있다는 설도 있지만 나의 견해는 다르다. 역사의 왜곡된 소문과는 다르게 그들은 엄청난 행적에 비해 많은 차이가나는 소수정예로 움직인다. 아무도 그들의 본성이 있는 장소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의 최대 라이벌인 휴 벤트 제국조차도... 나의 견해는 그들은 따로 정해논 본가가 존재하는게 아닌 평상시에는 평범한 생활을 영 위하다 그들을 모두 소환시킬수 있는 유일한 명령서. 가주의 옥새 슈트리트가 직인된 소 환서를 받은 헬마스터가의 기사들은 미드리엘왕국의 위기때마다 평범한 일상을 버리고 모두 그들만이 알고 있는 장소로 모여드는 것이다. 이 이론은 꽤나 타당성있는 이론으로 미드리엘의 위기때마다 나타난 기사들을 보면 엄청난 실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세간에 전 혀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 대부분이었고 헬마스터가의 기사들정도의 실력이라면 어느나 라의 왕궁기사단정도 되는 부를 축척할수 있었지만 그들과 잠깐 지내본 나의 견해로는 절대 귀족생활과 황궁생활의 느낌을 그들에게서 전혀 받을수 없었다. 오로지 내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자유스러움뿐...그들에게 아무런 정보도 얻을수는 없었지만 난 그 들이 각국에 퍼져있는 선대의 검술을 이어받은 초대 헬마스터기사단들의 후손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오랜 전통을 지닌 검술답게 점차 그 장단점이 많이 보완되있었고 대(代)를 이어온 그들의 검술을 더더욱 강해져 약관의 나이에도 검기를 발할수 있는 기사들이 부 지기수였다. 검기를 발할수 있는 기사들을 일컬어 스피릿나이트라 불리었고 스피릿나이트들도 최상,상,중,하급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헬마스터 기사단들은 중급이상의 스피릿나이 트들이었고 30%이상이 최상급의 스피릿나이트,그리고 10%가 전설의 소드마스터였다. 대륙의 어느 나라든...심지어 제국조차도 소드마스터라 하면 후작이나 공작의 작위가 수여된다. 허나 헬마스터가의 소드마스터들은 이슈테리아 대륙 그 어느나라에서도 본 적이 없는 초면의 인물들 뿐이었다. 그리고 헬마스터가의 마법사들...그들의 마법사들도 모르긴 몰라도 대륙 각지에 널리 분 포되어 많은 활동을 하다 슈트리트의 직인이 찍힌 소환서를 받게 되면 그들도 자신의 일을 전부 뒷전으로 밀어놓고 헬마스터가의 본가로 모여든다. 허나 마법사들은 보통의 기사들과는 달리 마법의 화려함이나 마법을 익히기 위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학문의 깊이에 그들은 눈에 안뛸래야 안뛸 수가 없었다. 실로 뉴센트웰력 1458년,지금으로부터 약 850년전에는 언제나 미드리엘 왕국의 비옥한 토지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이웃의제국 휴벤트가 대대적인 침공을 감행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면적으로 보나 군력으로 보나 미드리엘 왕국이 휴벤트제국을 제압하기란 하늘 에 별따기 보다도 힘들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휴벤트가 미드리엘과 6개월전쟁을 일 으킨 세르멘토 평원대전투에서 오랜 전투 끝에 전쟁을 종결시킬수 있는 마센강유역만 건 너게 되면 미드리엘 왕국은 이제 휴벤트의손아귀에 거의 들어온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허나 그들은 끝내 마센강을 건널수가 없었다. 그당시 휴벤트의 진지는 병사들의 휴식과 눈앞의 다가온 승리를 자축함으로서 사기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축하겸 휴식을 취하고 있을때였다. 한창 승리분위기에 도취되 있던 그들은 한낮에 지옥의 불길을 경험해야만 했다. 한창 이곳저곳에서 축하주가 오가던 상황에서 하늘의 공간이 갈라지며 거대한 운 석이 그들 머리위로 떨어진 것이었다. 그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궁극의 마법 9서클 마 스터만이 구현할수 있는 궁극마법 메테오 스트라이크...그당시 대륙에서는 9서클 마법사 가 딱 1명이 존재했다. 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현자임과 동시 대륙 최고의 9서클 마스터 웰 폴카치오 와트슨...대륙의 최고의 현자였던 그가 전쟁의 승리가 바로 코앞이었던 휴 벤트의 군사를 단 하나의 마법으로 격퇴 시킨것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륙 제일의 현자 웰 폴카치오 와트슨은 바로 휴벤트의 공적, 씹어먹어 도 시원찮을 헬마스터가의 마법사였던 것이었다. 이 경악할만할 사실에 그당시 휴벤트의 황제 리오르든 황제는 그 자리에서 거품을 입에 물고 심장마비로 즉사할뻔 했다는 비화 도 전해져 오고 있었다. 특히 휴벤트의 전군을 그들의 대장격인 하르틴후작만을 살려둔 채 몰살시켰던 웰 폴카치오 와트슨이 휴벤트의 병사중 홀로남은 그에게 남긴 말이 걸작 이었다고 한다. '난 가주의 명이라면 제국이라도 휩쓸어 버릴 것이다.' 비록 그 혼자라 할지라도 웰 폴카치오 와트슨 혼자서 제국의 제도에 홀로 나타나 황성 을 향해 메테오스트라이크라도 퍼붓는 날이라면 제국의 황족은 거의 멸족이 불가피하게 되는 실정이었다. 이에 휴벤트는 그 시기를 기점으로 일체 미드리엘 왕국을...아니, 헬마 스터 공작가를 건드리지못했고 이런 아픔이 시간이 흘러 무뎌질때마다 미드리엘의 비 옥한 토지와 대대로 전해져오는 대륙 최고의 미녀들을 배출해낸 그들의 혈통을 탐해서 종종 전쟁을 일으키긴 했지만 언제나 홀연히 나타난 대륙 최고의 검사와 마법사에 의해 저지 당했다. 이에 수많은 대륙의 영애와 소녀들이 위기때마다 나라를 구해주는 영웅인 헬마스터가의 가주를 흠모하게 되었고 심지어 휴벤트의 황녀조차 헬마스터 공작님을 만 나보길 원하는 황녀도 있었을 정도였다. 언제나 묘한 카리스마를 지닌 헬마스터 공작들 총 24대를 이어져 내려온 그들의 전통은 총 24번의 미드리엘에 도래한 위기를 그들이 구해냈다는 표식이기도 했다. 이때 언제나 변변치 못한 황제만 배출해 냈던 휴벤트가 그들의 48대 황제인 케이샤스 루비스 드라이안 휴벤트가 황제로 등극하면서 그도 미드 리엘의 비옥한 토지와 그당시 대륙 최고의 미녀로 추앙받던 미드리엘 왕국의 제 2왕녀 로렐리아를 소유하길 원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케이샤스 황제때부터 설립된 해븐로드 공작가를 헬마스터공작가와 상대하기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그들의 세력을 키 워 나갔다. 제국의 일년예산중 3할을 차지할 정도로 그들의 실력을 키우는데 휴벤트는 열중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그들의 결실을 맺는 날이 뉴센트웰력 2156년 미드리엘왕 국의 위기에도 끝내 나타나지 않는 헬마스터 공작가를 더 이상 두려워 하지 않았던 휴 벤트는 해븐로드 공작가를 위시해 10만대군의 제국의 정예를 투입, 순식간에 미드리엘 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미드리엘측도 헬마스터공작가가 다시 나타나줄때까지 악을 쓰며 버텨냈으나 끝내 헬마스터 공작가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전쟁의 전리품으로 그들은 왕국의 제1왕녀 로젠슈라가 그들에게 성노로서 취급되자 치욕스런 삶에 결국 로젠슈라 왕녀는 자살을 택하였고 나머지 남은 2공주와 3공주는 평화협정을 위해 평 화사절단이라는 명목으로 휴벤트와의 전쟁에서 패한 전쟁의 전리품으로 귀속되게 되었 다. 그때 그 누구도 세력이 감퇴되어 미드리엘왕국의 위기에도 나서지 못한 공작가가 헬마스터가의 25대 가주인 '유리공작'을 앞세워 당당히 2공주 레이세민 공주와 3공주 인 미요공주를 휴벤트의 황성에서 열린 황제주최의 거대 무도회에서 단신의 몸으로 적진의 한가운데 쳐들어와 2공주와 3공주를 탈출시켰다는 것은 아직까지 전설로서 남 아있다. 그뒤 그를 받쳐주는 세기의 괴도, 표적이 그 어떤 무엇이라도 훔치고야 마는 사블랑트가 유리공작을 따라 휴벤트의 황제에게 청천벽력같은 예고장을 내던졌고 그 들은 처음 나타났을때처럼 홀연히 미드리엘의 공주들과 사라졌다고 한다. 그때 잠시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 유리공작과 해븐로드가의 7대 가주인 진 해븐로드와 잠시 조 우하게 되었으나 진 해븐로드조차도 유리공작의 알 수 없는 카리스마에 멍하니 있었 다고 한다. 그후로 유리공작과 진 해븐로드는 수많은 대치상태를 치뤘으나 그들의 향후 승패는 어떤 고서에도 기록되지 않은채 알려지지 않은 비화로서 헬마스터가의 가계들만 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당시 헬마스터가의 25대 가주 유리공작이라 불리웠던 린 엘테메오 헬마스터는 한간 에 떠도는 소문에는 여신조차 능가할 미모의 소유자라고 떠드는 학자들이 있을 정도 로 그의 얼굴은 차가운 은빛가면에 가려져있는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신비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역대가주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그들도 미드리엘의 평화가 도래하자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바로 지금까지 이야기가 바로 내가 조사한 헬마스터 공작가의 전설이었다. 아직도 그들 에 대한 단서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지금도 들끓는 내 청춘의 피가 어서 빨리 그들이 나타나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휴리에이샤의 『내가 본 헬마스터 공작가』- 로슈레인 왕국의 서쪽에 자리잡은 자유도시 머멜레가든이라는 마을에서 인상좋게 생긴 청년이 자신의 가게에 옮길 사과상자를 나르고 있었다. "햐~오늘도 상태가 최고에요 멜튼아저씨" "그러우? 허허 언제나 우리사과를 사줘서 고마우이~" "하하하 저도 품질좋은 사과를 내다 팔수 있으니 모두 좋은거죠 하하하" 멜튼이라는 50대의 중년의 남자는 연신 좋은 미소를 흘리며 언제나 자신이 재 배한 사과를 이른 아침마다 가지러 오는 반이라는 청년을 좋게 생각하고 있었 다. 언제나 성실하고 인상도 좋으며 수완도 좋아 제법 상계에서 자질이 보이고 있는 젊은 청년이었다. 요즘사람답지 않게 순박한 면도 있고 ...아무튼 자신의 딸에게 사위감으로 눈여겨 보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때였다. 한창 수레에다가 사과상자를 나르던 반이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이에 이상하게 여긴 멜튼이 반 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침은 언제나 바빳고 저러게 서성거릴 시간이 없을텐데...그때였다. 연신 순박했던 청년 반이 지금만큼은 호기로운 정열적인 기운을 내뿜으며 멜튼을 돌아보자 멜튼은 깜짝놀랐다. 마치 지금까지 알고지낸 반이라는 청년의 몸에 다른 혼이 들어간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이 멜튼을 돌아보며 갑자기 허리를 숙이자 멜튼은 다시 놀랐다. 그리고 반은 그런 멜튼을 보며 씨익 웃어주며 말했다. "멜튼 아저씨...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한동안 뵙지 못할거 같네요 하하... 저 없는 동안 사과 많이 재배하시구 건강하세요. 그럼~!" 멜튼이 뭐라 말할새도 주지 않고 반이라는 청년은 자신의 수레고 뭐고 곧장 마을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언제나 순진하고 착했던 청년이 갑자기 엄청난 속 도로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자 멜튼은 그저 멍하니 청년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반이라는 청년의 손에는 하나의 사과가 쥐어져 있었다. 사과의 정 가운데로 미세한 금이 가 있었고 그곳에는 하나의 가죽이 들어있었다. 드래곤 8마리가 기이하게 엉키며 서로 위용을 나타내는 직인이 찍힌 가죽...그리고 그 옆에는 점이 7개가 찍혀 있었다. "빌려간 책을 반납하러 왔습니다만..." "아? 예. 이리주시죠..." 4년째 가이가스의 국립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빈약한 청년 켈리온은 오 늘도 어김없이 수도에 자리한 국립도서관에서 일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나 약간 멍한 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던 켈리온은 오늘도 약간 멍한 표정 으로 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과 반납하는 사람들의 명부를 기재하고 있었다. 이제 시간은 어느덧 그가 퇴근할때가 다가왔다. 도서실 내부에는 아무도 없 었고 이제 도서열람실의 문을 잠그고 그가 퇴근하려 할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눈부신 아름다운 여자가 하나의 책을 들고 서있었다. "책을 반납하려 왔습니다. " "예..." 아름다운 여자를 보고도 켈리온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다시 도서실로 들어 가 명부를 뒤적이며 반납한 책의 정보가 적혀있는 맨 뒷장을 손으로 넘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맨 마지막장을 넘긴 그는 언제나 멍한 표정이었던 그가 갑 자기 눈에 생기가 발하며 날카로운 표정으로 삽시간에 바뀌어 버렸다.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그 책을 반납하러 왔다던 아름다운 여자는 어디에도 없 었다. 그는 그 책의 마지막장을 한번 슥 보고는 그대로 자신이 만들어낸 불로 태워 버렸다. 일개 도서실에서 일하는 청년이 주문도 외우지 않고 마법의 불로 책 을 태웠다고 말하면 그 누구라도 믿지 못하겠지만 켈리온이란 청년은 책의 마지막장에 도대체 무엇이 있었길래 사람이 180도 달라져 있는 것이었을까... 그는 예정대로 퇴근을 하고 언제나 가던 자신의 집이 아니라 그의 반대쪽으 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어느새 차려입은 검붉은 지옥을 상징하는 로브를 입은채... 밭을 갈고 있던 청년은 자신이 뽑은 배추를 보고 순박했던 표정이 날카롭게 변 하고 있었고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던져주는 동전으로 삶을 영위해 가던 음유시인도 그들의 던져준 하나의 동전을 보고 눈빛이 달라지며 순식간에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었다. 양을 기르며 목축업을 하고 있던 목동도 갑작스레 나타난 늑대에 양들을 지키 기 위해 늑대를 몽둥이로 쫓아내다가 늑대의 엉덩이에 찍힌 붉은색의 문양과 7개의 점을 보고 삽시간에 이리저리 휘둘던 몽둥이가 푸른 검기를 일렁이며 단합에 늑대를 고기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지키고 있던 양 들은 상관이 없다는 듯 쾌속의 스피드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신의 일상생활을 모두 버리고 떠난 이들은 각각 나라는 달랐지만 목적지는 모두 같았다. 직인 옆에 찍혀있던 7개의 점...그들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들의 부모께 확실해 배워왔고 그들의 힘을 그대로 물려받은 절 정고수들이었다. 헬마스터 공작가(3) 대륙의 각지에서 소수의 일반인들이 헬마스터 공작가의 본가로 몰려들 무렵 전쟁 에서 패한 미드리엘 왕국의 왕성은 현재 초상집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제 3일 후면 미드리엘왕국의 2공주 두비안느 레이세민 공주와 3공주인 두비안느 미 요공주가 평화사절단이란 명목으로 휴벤트제국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왕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공주가 평화사절단이란 명목으로 휴벤트에 입국하게 되면 두번다시 미드리엘왕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전쟁에서 패한 왕국은 승리국인 휴벤트의 요구조건이 현재는 미드리엘의 비옥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곡물중 년수확률의 20%를 공납하는 것과 두 공주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더 요구할지 두렵기만 했다. 미드리엘왕국의 국왕이었던 세이보른 국왕은 이미 휴벤트의 검에 목숨을 잃은 지 오래였고 왕비와 그 외 먼 왕족들도 이미 휴벤트에의해 서거한지 오래였다. 지금은 왕국의 재상이었던 나폴리재상이 임시 국왕자리를 맡아 집무를 행하는 중이었고 아무도 왕국의 공주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만 볼뿐 그녀들에게 한마 디 위로조차 할수 없는 현실이었다. 긴 복도를 대략 16세정도 되어 보이는 아름다운 소녀가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올리고 기품있게 걷고 있었다. 옅은 녹색의 긴 생머리가 그녀의 아 름다운 외모를 신선하게 꾸며주고 있었고 짙은 속눈썹은 약간 힘없게 내려져 있었다. 그녀가 화사하게 웃으면 그 어떤 남자라도 가슴이 두근거릴 만한 멋진 모습을 두각시킬수 있겠지만 지금 복도를 걷고 있는 소녀의 걸음은 한없이 무 거웠고 그녀의 표정은 환한 빛이 도는 복도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어두웠다. 그런 옅은 녹색의 아름다운 소녀가 당도한 곳은 대략 3헤론 정도 되보이는 아 기자기한 문양이 조각되어 있는 고급스런 문이었다. 그녀는 하얀 손을 들어 두어번 노크한후 그 문을 살짝 열어 들어갔다. 안에는 예상한바와 같이 어린 소녀의 방이란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갖가지 귀여 운 식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고 곳곳에는 갖가지 귀여운 동물들의 봉제인형 이 이쁘게 진열되어 있었다. 어린 소녀의 방치고는 꽤 넓은 편이었고 볕이드는쪽 에는 커다란 창문이 아름다운 커튼과 함께 멋지게 자리하고 있었다. 커다란 창문으로 햇살이 미치지 못할 자리에는 하늘색의 아기자기한 모양의 침대가 놓여져 있었고 침대위에는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긴 웨이브의 머리가 인상 적인 인형같이 귀여운 소녀가 멍한 시선으로 정면을 쳐다보며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미요...아침은 먹은거니?" -끄덕 끄덕...- 소녀의 멍한 표정은 전혀 풀리지 않았고 마치 기계마냥 같은 각도와 방향으로 두세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동생을 안타까운 심정으로밖에 바 라볼수 없는 옅은 초록머리의 소녀...레이세민공주는 자신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얼른 티나지 않게 작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애써 웃어보려 했 다. 하지만 아직 어린자신과 자신보다도 훨씬더 어린 미요까지 제국의 더러운 생 활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게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전쟁이 일어나기전에는 너무나 활달하고 명랑한 예쁜아이였는데...어느새 아무것 도 느낄수 없는 차가운 인형이 되어버린 자신의 하나뿐인 동생 미요와 자신들을 남겨두고 홀로 가버린 로젠슈라 언니가 생각나 흐르는 눈물을 막을 여력이 레이 세민에겐 도저히 없었다. 그렇게 혼자서 격분에 못이겨 흐르는 눈물이 무언가 보 드라운 물체가 자신의 눈물을 닦아주자 흠칫하고 떨면서 레이세민은 자신의 눈 물을 닦아준 정체를 확인하고 더더욱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울지마 언니...그런 여린 마음으로 제국생활을 할수 있겠어? 나를 봐. 나처럼 마 음을 죽이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오히려 지금의 내가 전보다도 훨씬 편한 것 같아...아무것도 느낄 필요가 없고 무엇도 전할 필요가 없는거야...그럼 골치아 픈 일도 없고 속상한 일도 없으니 얼마나 좋아...가여운 레이세민언니...부디 언 니의 마음이 부서지기전에 언니가 먼저 없애버리는게 좋을꺼야..." "흑!..." 기어이 레이세민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자신이 위로해 줘도 모자랄 판 에 3살이나 어린동생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 위로도 마치 자신이 마음을 죽 인게 현명한 판단이라는 듯 귀엽고 활달했던 자신의 동생 미요는 레이세민 자신을 미요처럼 인형이 되어버리라고 설득하고 있었다. 이런 심장을 아리는 슬픈 미요의 말에 레이세민은 너도 나처럼 울라고...가슴에 아 무것도 없는것처럼 뭍어두지 말고 펑펑 울라고...어린아이답게 징징거리라고 외치 고 싶었지만 레이세민은 그저 눈물만 펑펑 쏟을 뿐이었다. 로젠슈라언니가 자신과 미요의 눈앞에서 적국의 병사들에게 능욕을 당하고 괴로운 신음소리와 비례해 엄 청 황홀하단 표정으로 언니를 능욕하고 있는 역겨운 병사들을 보며 언니가 끝내 는 자신들에게 한없이 슬픈 표정과 눈물을 흘려주고 언니의 입술에서 한줄기의 핏줄 기가 흐르며 그렇게 죽어갈때...언니가 죽고 사후경직(死後硬直)이 일어난 후에도 발정 난 들개처럼 여러명이 번갈아가며 미친듯한 신음소리와 광적으로 허리를 흔들어댈 때... 눈물을 흘리며 차갑게 식어있는 로젠슈라언니의 몸에 그들의 보기만 해도 역겨운 것 을 쏟아낼때...그리고 그런 역겨운 녀석들이 이젠 자신과 미요를 쳐다보며 더러운 손 으로 자신들을 주물러댈때...자신보다도 어린 미요에게 더욱더 많은 병사들이 달려들 어 미요의 옷을 찢어 발길때...그 끔찍했던 기억들...비록 그들의 상사가 나타나 말려주지 않았더라면 자신들도 죽은 언니와 하늘에서 같이 얘기하고 있었을 지도 몰랐다. 그 일이 있은후 미요가 괴로워할 때 자신이 미요를 조금만이라도 위로해 줬더라면...그때 레이세민 자신도 너무 괴로워 미요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느덧 로젠슈라 언니 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있었을때는 스스로 마음을 죽여버린 미요는 기계같은 인형 이 되어 있었고 강위에 흘러가는 종이배처럼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리저리 흘 러다니며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 세속을 초탈(超脫)한 것 마냥 행동하는 동생을 보 며 레이세민은 뭐라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언니인 레이세민조차도 어린미요에게 희망을 가지라고...포기하지 말라는 위 로조차 할수 없는 현실이었다. 당장 이틀후면 자신들은 돌아오지 못할 휴벤트로의 여행길에 오르게 되고 그 후부터는 자신들이 대충 어떤 생활을 영위하게 될지 알 고 있는 레이세민은 차라리 자신의 동생 미요가 부러워지는 마음까지 들게되었던 것이다. 그런 자신이 너무나 한심스럽고 이런 현실이 너무나 괴로운 레이세민은 그만 인형같은 동생 미요에게 인사도 없이 한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 막으며 동 생의 방을 황급히 뛰쳐나왔다. 그리고 계속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서 자신의 아 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언니의 이름을 불러대며 제발 미요만이라도 평범한 삶을 살수 있도록 부탁하고 또 부탁하며 펑펑 울고 말았다. 레이세민이 황급히 뛰쳐나간 방안에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미요가 작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언니도 차차 마음을 죽이는거야...그럼 앞을 보고 있어도 보이지 않고 아 무것도 느낄수가 없어...언제나 현실보단 자신이 만든 상상의 행복한 세계에서 살수 있는거야 언니...죽여...죽여버리라고...그럼 모든게 편해지는 거야...그러니 언니도 죽여버려...그따위 필요도 없는것...아무가치도 없는것...나를 방해하는 것..." 그렇게 미요가 어린나이 답지 않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하루가 지나가고 있 었다. 한편 헬마스터 공작가의 장로들은 아찔한 시기에 헬마스터가의 절대명령권한이 깃든 슈트리트를 확보하게 되어 그들의 전세력들을 그들의 본가로 불러들이는 작업을 시작 한지 3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비록 짧은 3일이었다고는 하나 놀랍게도 헬마스터가의 모든 기사단과 마법사들이 본가에 당도해 있었고 그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릴 헬마스터가의 25대(代) 가주 계승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시 대륙의 이곳저곳에 퍼져 있지 않고 본가에서 생활하고 있는 소드마스터로 구성 된 7명의 헬마스터 기사단을 위시하여 그들의 능력대로 편제된 5개의 기사단은 본 가에 원래 존재하던 슈팅스타기사단과 다크스타기사단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기사 단으로 편제되었고 헬마스터 기사단에서 3명이 차출되어 그들을 총지휘하는 기사단 장으로 임명되었다. 마법사들은 워낙 적고 마법사가 기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사스 펄스 길드에서 관리하기로 되어있다. 대략 5,6십명으로 구성된 마법군단 사스펄스길 드는 최하가 6서클 마스터였고 길드마스터는 뜻밖에도 20대 중반의 요사스런 미녀 로레알 폴카치오 와트슨이라는 8서클 익스퍼트의 마스터였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벌서부터 8서클 익스퍼트라는 것을 대륙사람들이 알면 경악할만한 사실이었으나 그녀 의 존재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낯선 존재였다. 이런 정예라면 능히 3만대군은 게릴라형식으로 충분히 상대할만한 세력이었다. 그러 나 이들은 거대세력과 충돌목적으로 설립된 세력이 아닌 제국의 거대병력을 조정하는 귀족들...무슨 방비를 하고 있다해도 그대로 지휘관을 척살할수 있는 실력을 갖춘 초정예부대였다. 이에 당연히 제국의 귀족들은 헬마스터가의 얘기만 나와도 치를 떨 정도였고 그들이 직접적으로 나서게 되면 자신들의 생명은 이미 시한부 인생이 되 어 버리기 때문에 알아서 전쟁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라도 병력을 미드리엘로 보내게 된다면 미드리엘이 정복되기전 그가 먼저 헬마스터 공작가에게 죽을테니... 그들에겐 십만대군보다 무서운게 바로 헬마스터 공작가의 사람들이었다. 허나 이번 미드리엘 정복전에서 헬마스터가의 세력이 눈코빼기도 비치지 않았으니 얼마나 좋 아라 하며 제국의 귀족들은 지금쯤 승리자축연회에 푹 빠져 있으리라. "이번 가주는 어떤 인물이 될지 궁금하군..." 각 기사단의 단장들과 헬마스터기사단,그리고 마법군단 사스펄스길드의 길드마스터 로레알이 모여 자신들의 25대 가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때 청록빛의 머리를 멋들어지게 모두 뒤로 넘긴 중년의 사내가 자신들의 가주가 어떤 인물인지 여기 모인 이들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같은 전설의 소 드마스터인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짧은 스포츠머리의 단순하게 생긴 사람이 말을 이었다. "글쎄...역대 가주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들이었지..." "호호~굉장한 미소년이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한쪽에서 도발적인 붉은 생머리를 허리까지 늘어뜨린 사스펄스길드의 길드 마스터 로레알이 노출이 심한 자신의 옷을 비비며 매혹적으로 말하자 모두의 얼굴 이 살짝 일그러졌다. "어이 로레알...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이건 애들 장난이 아니야. 뼈박에 없는 기생오라비같은 녀석이 우리들의 가주가 될리 없잖아. 역대 가주들도 모두 근육 질의 30대를 넘긴 인물들이었다고..." 다른 소드마스터가 로레알의 말을 전면부정하자 로레알의 매혹적인 입술이 살짝 비틀어지며 핏핏! 거렸다. "피~! 그걸 누가 몰라? 힘만센 근육쟁이보다 난 사글사글한 미소년이 더~좋더라~뭐!" "쳇! 한 1000년 후에 다시태어나 봐라 킬킬 그때의 가주가 미소년이 될지 어떻게 알아? 킥킥킥..." "뭐얏~! 로튼 너 죽을래!!" 옆에서 자신과 동갑인 소드마스터 로튼이 농을 걸자 로레알은 그의 목을 휘어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욕을 하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드넓은 연무장의 입구에서 중후한 목소 리가 마나를 담아 연무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허나 모두들 단련된 고수 들인지 갑작스레 큰소리가 들려도 당황하지 않고 모두들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무장의 입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대전의 입구에서 들어온건 헬마스터가의 장로들이었고 그 가운데에는 하얀 수염을 길 게 길른 유벤푸스 장로가 왠 아름다운 녹색머리의 엘프와 함께 등장하고 있었다. 이 에 로레알은 녹색머리의 엘프를 보고 꺅꺅거리고 있었고 다른 소드마스터들은 범상 치않은 엘프의 기도에 저마다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며 남자들 만의 뜨거운 시선들이 교차할 때 연무장의 단상위로 올라간 유벤푸스 장로가 자신의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서 연무장 전체에 들릴수 있도록 큰소리로 외쳤다. 비록 200명도 안되는 인원이었지만 각지에서 몰려든 헬마스터가의 사람들을 의식해 그들의 권위를 부각시키려는 위엄있는 행동이었다. 이에 약간 자유스런 분위기였던 헬마스터가의 기사와 마법사들은 일제히 곧은 자세를 바로하며 단상위에 올라선 유 벤푸스 장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벤푸스 장로가 단상에 올라가자 초록머리의 엘 프도 따라 올라갔는데 엘프가 올라서자 유벤푸스 장로는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단상의 중앙자리를 그에게 내주었다. 장로의 행동으로 보아 엘프가 장로보다 높은 지위를 가졌다는 것을 대번에 알아챈 연무장에 모인 사람들은 그 엘프를 유심히 쳐 다 보니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 어느 한쪽에서 터져나온 외침에 모두들 그 자리에서 한쪽무릎을 꿇며 오른손을 왼쪽가슴에 대고 예의를 차 려야 했다. "대,대주님!!" -차르륵- 대주님이란 외침이 들리자 마자 모두들 약속된 행동이라도 되는 듯 일제히 부복자 세를 갖추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대주라 불린 엘프가 손을 들자 그제야 모두들 천천히 일어섰다. 한참동안 서로를 말없이 응시하고 있던 그들은 그들의 대주에 의해 시선을 다시 연 무장의 입구로 돌려야 했다. "모두들 만나서 반갑다. 우리들이 이렇게 이 자리에 모인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나 우리 헬마스터가의 사람이라면 피할수 없는 숙명인 것. 지금도 고통에 울부 짖는 미드리엘을 위해 우리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야 할때가 드디어 다가온 것이다. 한시가 시급한 상황이므로 가주의 계승절차는 간략히 진행하기로 한다. 우선 너희 들의 가주를 보는게 급선무겠지? 자! 소개하도록 하지! 들어오시오! 린 엘테메오!" 대주가 연무장의 입구를 쳐다보며 그들의 가주후보인 린 엘테메오라는 이름을 외 치자 연무장에 있던 사람들 전원이 연무장의 입구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연무장 밖의 하얀 빛무리 속에서 서서히 사람형체가 들어나기 시작하며 조금이 지나 자 드디어 그들의 가주후보라는 사람의 실체를 확인할수 있었다. 그들은 헬마스터가 의 가주후보를 보고 저마다 입을 약간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뚫어져라 연무장에 들 어오고 있는 자신들의 가주후보를 쳐다 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다양했지만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한결같았다. '유리...' 자신들의 가주가 될 후보를 보며 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을 때 사스펄스길드의 길드마스터 로레알 폴카치오 와트슨, 그녀는 그녀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살짝 올라감과 동시에 그녀의 촉촉한 혀가 그녀의 입술을 살짝 지 나치며 그녀의 붉은눈이 먹이를 찾은 맹수마냥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4) 린이 연무장에 들어서자 연무장에 모여있던 헬마스터가의 모든이들은 린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온통 머리부터 발끝까지 Silver&white 계통으로 통일된 그는 그의 허리춤에 차 여진 아름다운 유리같은 맑고 투명한 검과 함께 마치 유리같은 너무나 맑은 이 미지의 신비함이 물씬 풍겨오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오로지 그에게서 색을 느낄수 있는 부위는 그의 은빛가면아래의 촉촉한 붉은 입술뿐이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그들은 자신들의 가주후보가 단상위로 올라선후 갑자 기 들려온 연무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하나의 목소리에 모두 정신을 차렸다. "이건 말도 안돼는 일이오!!! 대주님!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없으신 겁니까! 우리들 이 여기에 모인 이유가 얘들 장난하러 온것도 아니고 아직 약관도 안된 소년이 우 리들을 지휘할수 있다고 보시는 것입니까? 언제부터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가 얼 굴마담으로 전락해 버린 것입니까!?" 좀전에 헬마스터기사단과 사스펄스길드의 길드마스터 로레알이 모여서 얘기하고 있 던 소드마스터중 이제 20살을 갓 넘어보이는 청년은 청푸른 앞머리 몇가닥이 눈을 넘 어서고 있었고 전형적인 남자스타일로서 앞머리에 비해 귀를 덮는 머리는 턱을 넘 었고 목덜미를 살짝 가리는 그의 뒷머리가 그의 날카로움을 더욱더 빛나게 하고 있 었다. 그도 남들과 같이 처음에 린의 모습을 보고 한순간 놀라서 멍해있었지만 그뿐이 었다. 외관이 감탄이 서릴정도로 신비로우면 무엇인가...저 170크로도 안되는 작은 몸짓과 하얀코트에 가려져 있지만 그의 몸매가 상당히 갸날프다는 것을 어림짐작으로 알수 있었다. 그가 말했듯 그들이 모인건 장난질이나 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었다. 소드마스터 청년의 말에 그들도 린의 신비로운 모습에서 퍼뜩 벗어나고는 저마다 사 태의 심각성에 대해 비난하거나 조롱했다. "지금 장난하슈? 저 뼈다구같은 몸으로 나무토막이나 벨수 있겠수?" "크크큭...보아하니 허리엔 유리막대기가 하나 차있는데...검사인가보죠? 햐~대단하십니 다~ 그런 근육 하나도 없어 뵈는 팔로 들수나 있겠소? 그런 얘들 장난감은 꼬마들이 우글거리는 놀이터나 가서 대장질이나 하세요. 길을 잘못드셨나 보네요 크하하하하" "키키키킥..." "크크큭..." 허리에는 자기도 검사라고 유리마냥 애들 장난감같은 칼을 차고온 린을 보며 비난하 고 조롱하고 있었다. 이에 단상에서 유벤푸스 장로는 이마에 땀을 뻘뻘흘리며 안절부 절 못하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대주와 린 엘테메오는 전혀 위축됨이 느껴지지 않 았다. 물론 속으로 린은 '너무해 흐에엥...'이라며 질질 짜고 있었지만 연무장에 오기 전 에이메리를 위시한 드래고닉캐슬에서 자신을 따라온 일행들에게 확실한 교육을 받 은바 있어 아직까지는 멀쩡했다. 그때 처음으로 린에게 태클을 걸은 20대 초반의 소드마스터 청년이 린을 벌레보듯 쳐 다보며 기분이 나쁘다는 듯 인상을 팍 구기고 시선조차 맞추지 않은채 말했다. "슈팅스타기사단의 기사단장 로베르토 리슈 지아! 이 지아는 저 단상위에 폼잡는 가주후 보를 인정할수 없습니다. " "......." 이젠 연무장에 싸늘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다섯명의 기사단장중 한명이라도 가주후 보자가 25대 헬마스터 공작가의 계승을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가주후보는 절대로 헬마 스터가의 가주자리에 오를수 없는 것이다. 지아라는 슈팅스타기사단의 기사단장이 가주의 계승을 동의하지 않자 연무장 곳곳에서는 지아의 말에 동의라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자들도 있었고 아예 대놓고 그래! 단 장님 말이 맞습니다~! 라고 크게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로레알과 몇몇의 여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린이라는 가주후보를 거들떠도 안보고 당 장 내려오라고 야유까지 퍼트리고 있을 때였다. -쾅!!-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치켜내리며 야유를 붓던 자들도 조용히 다른곳에 시선을 둔 자들도, 린을 못마땅하게 쳐다보고 있던 자들도 저마다 굉음이 울린곳을 쳐다보기 시작 했다. 굉음이 울린곳을 쳐다보니 단상위에서 린이라는 자신들의 가주후보가 조금만 부딪 혀도 유리처럼 산산조각이 날것같은 유리검을 대리석으로된 단상의 바닥에 그대로 내리 쳐 유리검의 30크로(1크로=1cm) 정도가 단상의 바닥으로 박혀버리자 그들은 어떻게 저 런 가녀린 팔에서 굉장한 괴력이 나올수 있는지 경악하고 있었다. 첫째는 저 유리검이 모양만 유리가 아닌 듯 대리석을 30크로나 꿰뚫을 정도로 보검축에 속한다는것과 저 검 을 30크로나 박을수 있는 린이라는 계집애같은 가냘픈 녀석이 어떻게 저런 괴력을 소유 할수 있는지에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고 있었다. 더더욱 그는 검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저런 괴력을 발휘했다. 이 놀라운 사실에 그의 가주계승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던 지 아도 생각의 궤도를 조금 수정해야 했다. 모두들 자신들의 가주후보가 생각보단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흐에에엥...안빠져...흑...이를 어째..." "......" 자신이 꽃은 검을 다시 빼내려고 애를 쓰며 낑낑거리고 있는 그를 보자 모두들 잠시나마 그를 인정했던 자신들이 한심하다며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었다. 게다가 완전 실버와 화 이트계열로 마치 유리인형처럼 차가울 것 같은 그의 목소리가 의외로 맑고 명랑하자 모 두들 신경이 점점 자신들의 가주후보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계속 자신의 유리 검을 빼내기 위해 끙끙거리며 귀엽게 애를 쓰고있던 린이 문득 깊은 한숨을 쉬기 시작하 더니 폴짝하고 단상위로 뛰어내려와 어디론가 쪼르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거대한 투핸드소드를 보란 듯 등에다 매고 그의 우람한 근육을 과시하듯 쫙 달라붙 은 상의를 입은 30대 중반의 강직한 사내였다. 사내는 오랜 전투경험이 있는지 얼굴에는 잔흉터가 많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의 코를 중심으로 7크로정도의 깊은 흉터가 자리하고 있는 보기만 해도 살벌한 자였다. 린이 보기만 해도 터질것같은 근육을 자랑하는 무시무시한 사내에게로 다가가자 모두의 시선에 린에게로 쏠려버렸다. 그리고는... "뽑아줘..." "......" "......" 카인이라 불리우는 우람한 근육의 검사는 지금 눈앞에서 별 같잖은 가주후보자식이 지 가 박은 검을 뽑지도 못하고 자신에게 뽑아달라고 간청하자 카인은 콧방귀를 끼며 '에 라이~한심한 새꺄~!'라고 놀리며 앞에서 얼쩡대는 기지배같은 자식에게 귀쌰대기를 한 대 올려부치려 할때였다. -스윽- 카인은 갑자기 36년 인생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운 물체가 그의 왼쪽팔에서 느껴지자 그의 사고가 정지해 버렸다. 자신의 멍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옆에서 같 잖은 기지배같은 자식이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것 뿐인데도 그는 형용할수 없는 야 릇한 기분과 함께 온몸이 왼쪽 팔부터 사르르 녹는듯한 기분이 들자 그의입에서 튀 어나와야 할 험악한 말도 기지배같은 린을 때리려던 그의 손도 완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헤헤...자~빨리 빨리~" "아...응...어?...어..." 마치 사춘기의 어여쁜 소녀앞에서 머뭇거리는 소년마냥 덤벙거리는 카인을 보고 그 를 알고지내던 동료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아마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만한 진 기한 광경이었다. 연무장에 모여있던 다른 이들도 그가 하도 무서운 기도를 품고 있 고 그의 표정이 시종일관 '나 건드리면 책임못져~!'라는 오라를 풀풀 풍기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그에게 말조차 건넬수 없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전사였다. 허나 지 금 그들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무엇이란 말인가? 저 작은 몸짓의 가주후보에게 하늘거리는 나비마냥 질질 끌려가고 있는 카인을 보고 모두들 입을 쩍 벌리고 경악 하고 있었다. 단상위로 올라가자 유벤푸스장로를 위시한 나머지 장로들도 어안이 벙 벙해 있었고 린이라는 가주후보가 자신의 하얀손을 들어 그의 우람하고 투박한 손 을 잡자 미녀의 손과 괴수의 손이 묘하게 어울리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린이 연신 소년답지 않은 예쁜 목소리로 '빨리~빨리~'라고 재촉하자 카인은 멍해있 으면서도 린의 샤넬오르가 앞으로 다가가 샤넬오르가를 두손으로 꽉 잡았다. 그도 역시 연륜있는 검사인지라 샤넬오르가를 잡자마자 검의 기도가 범상치 않음을 단번 에 간파하고 멍해있던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제야 자신이 지금 이게 뭐하 는 꼴불견인가 하는 생각이 들자 치밀어오르는 화를 느꼈다. 저런 싹수노란 자식이 감히 지보다도 나이를 드신 어르신을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어느새 그의 손에 는 바닥에 30크로나 박혀버린 샤넬오르가가 순식간에 단상의 바닥에서 빠져나와 그의 손에 들려있었다. 카인은 이제 자신이 뽑은 가주후보녀석의 검을 바닥에 내팽게 치고 다시 귀쌰대기를 올려 붙이려 마음먹었을 때였다. "와아~~대단해! 아저씨 굉장해요~!" 자신이 유리검을 뽑자 가주후보녀석이 다시 자신의 우람한 근육을 연신 쓰다듬으며 입술밖에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에서 그 붉그스름한 입술이 방긋웃으며 엄지손가락 을 치켜들자 카인은 다시 알 수 없는 야릇한 기분과 갑자기 수직상승하는 기쁨에 몇 십년간 하지않았던 대소를 터트렸다. "크하하하하하하 이정도 갖고 뭘 그러나! 그정도면 내 새끼손가락으로 해도 충분하 다고 크하하하하" "와~아저씨 멋쟁이~!!"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연신 기분좋은 대소를 터트리며 단상을 내려가는 카인을 보며 연무장에 모인 모든 이들은 다시 또 허탈해짐을 느꼇다. 도대체 기지배같은 가주후보녀석이 칭찬좀 한 것 가지고 뭐가 그리 좋은걸까? 그리고 가주후보도 예사로운 녀석이 아니라고 생 각했다. 하는짓은 정말로 어린애 같았지만 그 누구도 흔한 인사조차 걸어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녀석을 상대로 저런 대소까지 흘러나오게 하다니... 확실히 자신들의 가 주후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재주는 어느정도 타고났다고 모두들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그것만으로 자신들의 가주가 될 수 없음을 여기 모인 그 누구도 알 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때 다시 슈팅스타기사단의 지아라는 20대 초반의 기사단장이 더 이상 이런 한심 한 꼴을 보기 싫다는 듯 자신의 대주를 바라보며 외쳤다. "이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우리들에게 있는 겁니까? 한시라도 빨리 다른 가주 후보를 대려와야 하는게 아닐까요? 대주님." 지아의 외침에 다시 또 장내는 그의 말이 옳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맞아! 어서빨리 다른 후보를 보여주시죠!" "맞습니다! 설마 저 기지배같은 녀석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자신의 검도 뽑지 못하는 자가 어떻게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가..." 한창 열을 올리며 다시 린을 비난하기 시작한 그들은 다시 또 들려온 연무장을 울리는 굉음에 단상의 린을 바라봐야 했다. 린은 아까의 실수를 다시 용납하지 않는다는 듯 이 번에는 단상의 바닥을 검날로 내리쳐 시끄러운 굉음을 자아내고 있었고 다시 그의 말이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검을 든 검사는 당연히 검으로 말함이 당연한 이치 아닌가? 그대들은 수십년동안 입만 나불대는 검술을 익혀온겐가?" "......." 아까의 낑낑대던 모습과 자신의 검을 뽑아달라며 카인에게 애교떨던 모습, 그리고 이 제는 180도 돌변한 린의 위엄있는 행동을 보니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풋! 하는 웃음 이 나왔다. 이에 완전히 얘들 장난같은 분위기가 되버린 그들은 연무장에 모인 한명이 실실 웃음을 쪼개며 장난스레 받아쳤다. "네이~네이~ 저희들의 필살기가 주둥아리라는걸 모르셨던 모양이군요? 큭큭... 어디 한 번 검을든 자가 검으로 말하는 진기한 광경을 견식할수 있는 영광을 내려 주시겠습니 까? 크크큭..." "킥킥..." "크크큭..." 한 청년의 장난스런 농에 여기저기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자신의 귀여운 주먹을 불끈 쥔 린이 가면에 가려져 그의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모두를 쏘아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게 해주는 기운과 삐족 튀어나온 귀여운 입술에 그들의 웃음은 더더욱 짙 어져만 같다. 그때 다시 린의 위엄있는 척하는 목소리가 연무장에 울려퍼지자 그들은 이 제 대놓고 대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좋소!! 내가 진정한 검사들의 교통을 그대들에게 견식시켜 주겠소! 헬마스터기사 단의 소드마스터들과 각 기사단장들은 한꺼번에 내게 덤벼 보시오! 내 진정한 검의 길을 알려드리죠!" "........" "........" 바닥에 박힌 자신의 검도 뽑지 못하는 풋내기가 소드마스터 7명과 기사단장들을 동시에 상대한다고 하자 그들의 표정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며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런 분위기에 반응하듯 귀여운 린에게 지적당한 총 9명의 최고 고수들은 연신 서로를 쳐다보며 마치 아빠가 자신의 귀여운 자식들과 함께 검술놀이를 한다는 표정으로 실실 거리며 린이 어느새 내려온 단상앞으로 천천히 나왔다. 그들은 천천히 린의 앞으로 도 열하기 시작했고 저마다 자신의 검을 검집에서 유려하게 뽑기 시작했다. 역시 검의 고 수들이 한꺼번에 검을 뽑자 그들의 기세가 몇만대군이라도 물러설만한 위압적인 분위기 가 연출됬다. 동시에 검을 뽑은 그들은 얘들의 장난에 맞춰준다는 아빠같은 표정으로 서 로를 바라보며 씩~ 웃고 있었다. 서로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모 두 동일했다. '그냥 살살해서 치기어린 풋내기의 환상이 얼마나 허무한 현실인지 깨닫게만 해주십다. ' 그들은 연신 기분좋은 표정을 지으며 린의 앞으로 슬슬 다가가고 있었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그들의 인상이 팍 구겨졌다. "참내...명색이 소드마스터라는 자들이 왜소한 소년을 상대로 한꺼번에 덤비려 하다니... 증~말 치졸하군요!! 그대들은 9명이 합쳐야만 소드마스터의 실력이 나오는 것인가요?" "......." "......." 린에게 덤비려던 9명은 멍한 표정으로 린을 바라보았다. 좀전까지만 해도 자신들 모 두를 상대할수 있다는 듯이 말할때는 언제고 건방지게 저런 싹수없는 말을 지껄이는 건가...모두들 간신이 큰 한숨을 내쉬며 자신을 제어하고 있을 때 그들의 이성을 끊 어버리는 말이 다시 들려왔다. "휴~ 할수 없지...그렇게 자신없으시면 덤벼도 좋아요. 그냥 제가 상대해 드리죠 뭐..." 마치 자기가 크나큰 선심을 쓰듯 따스한 린의 말에 감동한 그들도 정중히 화답하기 시작했다. "야!! 저 호로새끼 죽여!!" "이런 건방진 쉐이!! 여기가 어디라고!!" "죽여!! 가주후보고 뭐고 없다! 아직 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이!!" "쿠아아아아아아아아!!" "우오오오오오오오" "흐에에엑~!(린)" 그들 9명은 보기만 해도 섬짓할 가공스런 푸른 검기를 자신의 애검에 모두 씌우곤 천년의 원수를 쳐다보듯 살기어린 눈빛으로 린을 쏘아보며 린에게 들소처럼 달 려들었다. 이에 10초전만해도 여유만만했던 린이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그들을 피 해 연무장 곳곳을 누비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흐에엑~! 이런건 대본에 없었단 말이야~으아앙~! 저리가~~!" "죽여!!!" "서랏!!!!" "우오오오오오~~!" 린과 이성을 잃은 헬마스터가의 최고 고수9명은 린을 쫓아 연무장을 두세바퀴 돈 후 린이 환한 태양빛이 내려쬐는 바깥으로 도망가자 그들도 맹렬히 쫓아 나갔고 이런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놓칠수 없다는 듯 연무장에 모여있던 모든 이들도 저마 다 자신들의 무기를 챙기고 그들을 따라 나갔다. "크크큭...건방진 녀석 꼴 좋구만~" "맞아 맞아! 아마 연무장으로 나가게 되면 이미 피떡이 되 있을걸?" "키키킥...이미 형체도 분간못할정도로 짓이겨 놓은거 아냐?" 도망친 린과 그를 쫓기위해 연무장을 나선 소드마스터들의 싸움을 구경하러 가는 이 들이 모두 린을 비웃고 조롱하며 연무장을 나설 때 린은 무작정 도망치다가 그늘진 곳에서 갑자기 환한 태양빛이 자신에게 내려쬐자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문득 좀전에 지아라는 기사단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시간이 없다...' 린은 자신이 이렇게 허둥지둥 시간을 보낼때에도 예림이를 닮은 미드리엘왕국의 미요공주와 그녀의 언니인 레이세민공주가 떠올랐다. '그녀들도 지금 이 환한 태양아래 얼마나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을까...나는 이렇게 바보같은 짓만 하고 있는대도...미요는 점점더 인형이 되 가고 말거야...' 미친 듯이 린이라는 자신들의 가주후보를 쫓고 있던 9명의 최고고수들은 갑자 기 풋내기 린이 꼴불견스럽게 도망가던 것을 멈추고 굳게 다문 입술과 함께 자 신들을 돌아보자 그들도 덩달아 멈추었다. 이에 도망을 포기한 거라고 생각했던 소드마스터중 40대 초반의 한명이 비릿하게 웃으며 린에게 말했다. "크큭...겨우 10분도 도망가지 못하고 스스로 포기하는게냐? 건방진 꼬마야 이 제는 아저씨들의 사랑의 매좀 맞아라~! 살살해줄터이니 너무 걱정은 말아라." "킥킥킥..." "하하핫...." "어이 형씨~~좀 살살 해주슈~ 난 꼬마들이 눈물을 질질짜며 징징거리는걸 싫 어해서 말이우~" 어느새 그들의 뒤로 모두 모여서 이들을 구경하고 있던 헬마스터가의 기사중 젊은 기사 하나가 비릿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드마스터에게 장난조로 외쳤다. 이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호탕한 대소가 퍼져나왔고 린을 포위하고 있는 소드 마스터들도 저마다 쿡쿡거리며 웃고 있었다. 이쯤 상황이 되니 이제는 소드마 스터들에게 둘러쌓여있는 린이 가엽기까지 했다. 린에게 사랑의 매를 준다던 40대의 소드마스터가 린에게 살살해달라고 자신에 게 외친 청년기사를 바라보며 자신의 검을 치켜 들고 외쳤다. "크하하하하하... 내 그대의 부탁을 들어줄 터이니 너무 걱정 마라! 딱 엉덩이 한 대만 때려 줄테니까 눈 딱~감고 있으라구~" "아하하하하 알겠슴다~ 내 두눈 꼬~옥 감고 있을테니 형씨는 알아!..." 소드마스터의 말장난을 받아치던 청년기사는 자신의 말을 다하지 못했다. 그리고 린을 둘러싸고 있던 9명의 소드마스터들의 연신 비웃던 표정도 어느새 싸늘히 냉 각되었다. 풋내기라고 생각했던 눈앞에 작은 소년이 어느새 자신의 유리검을 뽑아든 것이었 다. 허나 그 연약할 것 같던 유리검에서 태양빛을 받아 폭발적인 빛무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린의 유리검에서 황금빛검기가 일렁이 기 시작했다. 보통 검기를 발할수 있는 검사들은 그들의 검기가 대부분 푸른빛을 띠고 있는 검기였지만 눈앞에 린이라는 소년의 검기는 신비하게도 황금빛으로 일 렁이는 검기였다. "헉!......" "저, 저럴수가..." 저마다 풋내기 린이 검기를...그것도 생전 본적도 들은적도 없던 황금빛 검기를 발 하자 모두들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은 크게 벌리고 있던 입을 더욱더 크게 벌려야 할 일이 벌어졌고 소드마스터들도 급기야 린과의 간격을 벌리며 물러서기 시작했다. 갑자기 린의 유리검에서 황금빛으로 검기가 일렁이더니 태양빛을 받아 폭발적인 빛을 내뿜고 있던 빛무리와 황금검기가 서로 융합되며 서로 크기가 다른 반짝 이는 입자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보통의 검기라면 검의 주위에서 1자 형태로 일 렁이는게 보통의 검기였고 그 위에 단계가 검강은 마치 마나로 만들어진 검모양을 유지하는게 보편적인 검사의 길이었다. 헌데 자신들이 풋내기라고 생각했던 린의 검기는 황금빛검기와 유리검에서 쏟아지는 빛덩이들이 합쳐져 검이 지나간 자리에 수많은 입자들이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며 폭발하고 있었다. 생전 처음보는 형태의 아름다운 검기에 린을 포위하고 있던 소드마스터들은 얼이 빠진 마냥 멍하니 린을 쳐다보고 있었고 구경꾼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마다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고 있었 고 주위에는 조용한 적막감이 자리하고 있을 때 그들의 가운데에서 빛의 입자를 퍼 트리고있는 린이 조용한 말을 읊으며 주위의 적막을 깨뜨렸다. "다이아몬드 더스트(diamond dust)..." ".......!" 린이 다이아몬드 더스트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황홀하게 빛나고 있던 오색찬란한 빛의 입자들이 린이 그리는 검의 궤적을 따라 수많은 입자들이 생성되며 작은 폭 발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9명의 최고고수들은 자신들 이 추구하던 검의 또다른 길을 경험한후 이에 당연히 생기는 호승심에 자신들의 검을 고쳐쥐고 저마다 푸른 검기를 발하기 시작했다. 그때 먼저 지아라는 슈팅스타의 기사 단장,헬마스터가의 최연소 소드마스터가 제일먼저 린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의 검에 3헤론이나 되는 엄청난 검기를 주입한채 쾌속의 속도를 린을 향해 찌르기를 감행 하고 있었다. 지아의 선수에 나머지 8명의 고수들도 한꺼번에 달려들고 싶은 마음을 최대한 억제해야 했다. 명색의 소드마스터...대륙에 소드마스터는 채 20명도 안된다.. 그런 전설의 소드마스터들이 자신보다 어린 꼬마를 상대로 한꺼번에 덤벼든다는건 그들의 프라이드가 용납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검에 살벌한 검기를 주입 한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격전을 벌이려 하는 지아와 린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이 싸움이 시작되자 마자 그들을 구경하고 있던 8명의 고수들은 자신들이 발하고 있던 검기가 어느새 공기중으로 날라가버리는 것도 느끼지 못한채 멍하니 린을 바라봐 야 했고 그들을 구경하고 있던 기사들과 마법사들 그리고 헬마스터가의 장로들도 멍 하니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많은 빛의 입자들이 린이 그려내는 완만한 곡선을 타고 수백,수천개의 입자가 환상 적인 빛을 터트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혼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보다 더더욱 아름다웠던 것은 그의 찬란한 은발이 주위에 폭발하는 아름다운 입자에 반사되 오색찬 란한 빛으로 빛의 물결을 일으키며 하나의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아름다운 검술에 모두 들 린의 모습에 도취된 듯한 멍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주위에 수많은 빛의 입자들이 폭발하는 가운데 서양식의 찌르고 베고 하는 투박한 검 술이 아니라 린은 지아의 검을 피해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기이한 스텝을 밟기 시 작했다. 그러면서 린은 아름다운 가무의 가희가 황홀한 몸동작으로 춤을 추듯 그의 검술은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화려한 동작과 예측하기 힘든 궤도로 끝없이 작게 폭발하는 빛의 입자를 대동한 그의 검술은 사람들의 혼을 빼놓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 아름다운 광경에 자존심 때문에 달려들지 못하고 있던 8명의 최고고수들은 마치 영 혼을 제압당한 꼭두각시처럼 자신의 검을 들고 린에게 모두 달려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검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오색찬란한 빛무리가 그들을 가로지르며 그들의 사투가 시작 되었다. "......." "........" "......." "........" 온통 살벌한 검기가 이리저리 비산하는 가운데서 마치 하늘의 선녀가 지상에 강림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소년의 몸짓에 넋을 잃고 지켜보고 있던 구경 꾼들은 저마다 시간개념이 희미해 질때까지 자신들의 가주후보의 찬란한 광경에 몰 입되고 있었을 때였다. -캉,캉 챙그라랑...- 꺼름칙한 쇠와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를 울리며 태양빛을 받아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던 린의 샤넬오르가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린의 손을 벗어나 그의 뒤쪽으로 떨어져 버 렸다. 린이나 소드마스터들이나 할것없이 죽을듯한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었고 구경하던 이들도 싸움이 끝났지만 아무도 일어나거나 말소리가 들려오지 않은채 조용한 적막이 이들을 감싸안고 있었다. 9명의 헬마스터가의 최고 고수들도 비록 그들의 검에 자신의 검을 놓치며 린의 패배로 싸움이 종결을 맺었지만 그 누구도 린을 조롱하거나 비웃지 않았다. 저마다 헉헉거리며 깊은 시선으로 멍하니 서있는 린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들이 쏟아지고 있을 때 털썩! 소리와 함께 바닥에 무릎을 꿇은 린은 머리를 맑게 해주는 착 각이 들만큼 맑은 그의 목소리가 자신들의 주위로 애절하게 울려 퍼졌다. "시간이...없어요...부탁이에요...날 가주로 인정해 줘요...난 약속했어요...꼭 내가 미요를... 공주를 내손으로 구해내겠다고...비록 덤벙대고 바보같지만...그래도...난 반드시..." "......." "......." 이제는 린의 말을 들으며 풋내기의 환상이니,어린아이의 치기니 하는 말따윈 나오지 않 았다. 애절한 어조로 흐느끼는 린을 보며 모두들 마음이 착 가라앉고 있을 때 문득 장내 의 분위기를 반전하는 장난스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헤헷...이 정도면 그냥 헬마스터가의 얼굴마담만으로 인정해도 되겠는데요? 형씨들..." 아까 린을 보며 살살해달라고 외친 청년기사가 린의 아름다운 검술에 반한건지 린의 검 술이 대륙 이곳저곳에 굉장한 홍보효과를 불러 일으키게될 미래를 예견하듯 자신의 코를 손으로 비비며 말하자 이에 소드마스터중 40대 중반의 사내가 맞받아 쳤다. "정말 이정도면 25대의 헬마스터 가주들 중에서 가장 화려한 가주가 되겠군...하하..." 그러자 옆에 있던 또다른 소드마스터들도... "흠흠...뭐 우리들의 실력이 워낙 천재적이니 저런 애교있는 가주도 괜찮을 지도..." "하하하 언제나 그래왔듯 우람한 근육질의 가주가 험악한 인상을 그리며 명령하는 것보단 나긋나긋한 어조로 부탁하는 색다른 가주도 재밌겠네요. 숙명을 행하면서 우울한 분위기도 많이 희석될 것 같고..." "하하하하...그렇구만...하하" "허허허..." 바닥에 무릎꿇고 있던 린은 자신의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그림자가 생기자 가면 의 뒤로 흐느끼고 있던 얼굴을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자신 과 격한 싸움을 하던 9명의 최고고수들과 연무장에 모여있던 전원이 자신앞에 쭉 도열해 있었고 그중 대표로 헬마스터 기사단의 기사단장, 40대의 나이에 청 록빛 머리를 멋지게 뒤로 넘긴 스카야라는 기사가 자신의 앞에서 손을 내밀며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땅에서 주저앉아 뭐하고 있는거요. 일어서시오 린 엘테메오......." "......." "린 엘테메오....헬마스터..." 린이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모두들 보기좋은 미소를 짓고 있자 그제 야 린은 고개를 푹숙이며 가면의 뒤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보드라운 손을 헬마스터기사단의 기사단장 스카야에게 얹히며 조용히 말했다. "응..." 헬마스터 공작가(5) 미드리엘 왕국의 넓은 뜰에는 여러사람이 좋지 않은 표정을 짓고 옹기종기 모 여 있었다. 총 2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한쪽 무리는 미드리엘왕국에 종 사하는 가신들로서 자신들의 왕궁을 떠나 휴벤트제국으로 떠나는 공주를 굉장 히 안타까운 눈빛으로 보며 꽉쥔 주먹에 피가날정도로 억울한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미요 준비는 모두 끝났니?" -끄덕끄덕- "...그래...이만 가자..." 평화사절단이란 명목으로 휴벤트에 망명하게된 레이세민공주와 인형같이 차 가워 보이는 미요공주는 자신들의 맞은편에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 고 있는 휴벤트제국의 마법사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연신 기분나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자신과 미요의 몸을 연신 창부를 보듯 텁터름한 자신의 입술을 보기 좋지 못한 그들의 혀로 연신 핣아대고 있었다. 레이세민은 그들의 추잡한 시선을 미요에게 보이지 안으려는 듯 미요를 자신 의 등쪽으로 세우고 천천히 반대편을 돌아봤다. 레이세민은 그들을 보자 이 제는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은 미요앞에서 만이라도 언제나 떳떳할수 있도록 끝내는 야무지게 눈물을 참아내고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그럼...저희가 없는 동안 성을 부탁해요...나폴리숙부님..." 나폴리재상은 왕의 동생으로 평화롭던 그시절 미드리엘왕국의 총명하고 지 혜로운 재상이었다. 허나 지금은 자신의 형이 휴벤트에 의해 서거당하고 나 라의 기둥이 없어지자 자신이 마지못해 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었 다. "그럼...다녀오겠습니다..." "흑!..." "흐끅..." 레이세민 공주의 '다녀오겠습니다'란 인사에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 성의 하녀들과 더더욱 주먹을 꽉쥐며 손에 피가나는 것도 모를 만큼 분해 있는 나폴리는 그만 레이세민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차마 공주에게 뭐라고 할 말이 도저히 없었다. 아니 할수 없었다. 지금으로선 이 현실에 아 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자신의 숙부인 나폴리가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려버리자 레이세민은 희미 한 미소를 짓고 미요를 자신의 뒤로 세운채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마법 사들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레이세민은 휴벤트제국에서 마중나온 마법사들에게 다가가면서 자신의 주 위를 슥 한번 훑어보았다. 언제나 자신이 즐겨찾던 수만가지 꽃들이 만개 한 화원...로젠슈라언니와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 미요와 함께 자주 나들이 를 나오던 소렐리아나무아래...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았던 휴론을 연주한 정원... 자신이 아끼던 강아지를 뭍어두었던 자신만의 장소들... 이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아련한 장소를 모두 머릿속에 담아두려는 듯 레 이세민은 자신의 주위를 한바퀴 돌고 미련없이 마법사에게로 당당히 걸어 갔다. 자신의 뒤로 사뿐사뿐 걷는 미요의 발걸음이 느껴진다. 이제 저 마 법진으로 들어가게 되면 눈 깜짝할새에 휴벤트에 당도하게 된다..그리고 두 번다시 이곳에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고 생각하자 다시 눈물이 흐르려 한다. 마법진의 바로앞에서 자신이 머뭇거리자 거친 마법사의 손길이 느껴졌다. "어서 오지 않고 뭐하나!" 타국의 공주에게 일개 마법사가 명령조로 말하고 있었지만 여기 있는 누 구하나 그 마법사를 처벌할 힘이 없었다. 이에 나폴리는 얼굴까지 빨개지 며 자신의 허리에 차여있는 검을 반쯤 뽑아냈으나 그 옆에서 있던 훼론공 작이 그의 손을 급히 만류했다. 훼론공작도 자신들의 공주가 일개 마법사 에 의해 거의 끌려가듯 마법진 안으로 들어서자 당장 저자식의 목을 날 려 버리고 싶었지만 자신들이 여기서 실수한다면 제국은 당장 수만의 병 사들을 자신들의 터전에 보낼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피를 토하는 분노 속에서도 자신들의 감정을 끝없이 자제해야 했다. 마법사의 투박한 손이 레이세민의 손에 닿자 레이세민은 고운 아미가 심 히 일그러지며 마법사의 손을 짝! 소리가 나도록 치고는 말했다. "저도 혼자갈수 있습니다." "흥! 그럼 빨랑빨랑 들어와! 우리들은 바쁜 몸이라구!! 어차피 창부나 될 계집들이..." -챠르릉!- 창부란 말에 기어이 참지못한 나폴리가 분노의 표정을 하고서는 쏜살같이 레이세민에게로 다가오는게 보였다. 이에 레이세민도 마지막으로 친절했던 나폴리숙부의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 그에게 손을 뻗으려 하자 갑자기 자 신의 시야가 눈부신 빛으로 환해지면서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레이!!! 미요!!!............" 눈부신 빛과함께 숙부의 형체가 일그러지며 피를 토하는 숙부의 외침을 뒤로 한 채 순식간에 공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레이세민도 숙부를 향해 손을 내 뻗었지만 이미 자신은 미드리엘의 공기가 아 닌 휴벤트의 공기를 손에 움켜쥐고 있었다. "숙부님..." 기어이 자신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전송하던 모든이들이 눈앞에 없어지 자 레이세민의 왼쪽볼을 타고 내려오는 뜨거운 눈물이 뭇 사람들의 심금 을 울리게 해주었지만 그녀들을 데려온 마법사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그 녀들을 끌고가듯 어두운 대전을 나섰다. 어두운 대전을 나와 레이세민과 미요를 맞은 것은 일단의 하녀무리였다. 자신들이 진정 평화사절단이라면 적어도 제국의 후작이나 공작들이 그 녀들을 맞이해야 예의겠지만 레이세민도 자신들이 그저 망국의 포로임을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이 하녀들이 그녀들의 한평생을 같이해야될 사람 들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하녀들도 그다지 좋지 못한 시선으로 자신과 미요를 바라보자 레 이세민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그때 자신의 귓가를 울리는 하녀장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으로부터 6시간후 황제폐하께서 주최하시는 황실무도회가 열립니다. 무도회에 참석하라는 황제의 어명이 있었사오니 공주들은 저희를 따라오 시지요." "......네..." 레이세민은 이제 제국의 모든 귀족들 앞에서 조롱당해야할 입장에 처하 자 쓰디쓴 웃음을 짓고 문득 고개를 돌려 미요를 쳐다 보았다. 미요는 이곳이 미드리엘왕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형같은 표정으로 멍 하니 앞만보고 있었다. 레이세민은 과연 어린미요가 제국의 귀족들이 득 시글 거리는 무도회장에서 그들의 조롱과 비난을 받으며 꿋꿋이 서있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자기자신조차도 장담할수 없는 일이었다. 레이세 민은 미요의 작은 어깨를 자신의 손으로 감싸쥐며 멈춰있는 자신들을 짜 증난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하녀장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며 그들을 따라 나섰다. 자신은 예언가가 아니었지만 레이세민은 자신의 앞날이 훤 히 보이고 있었다. 차라리 자신들에게는 괴로운 이 현실보다 죽음이 몇백 배 안락하겠지만 수많은 자신들의 국민들 때문에 함부로 할수도 없는 목숨 들이었다. 레이세민은 힘없는 걸음걸이로 그들을 따라나서며 조용히 중 얼거리고 있었다. "나도...인형이 되어야 하는걸까..." 미요가 듣지 못하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순간 미요의 입꼬 리가 살짝 올라가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하녀를 따라가는 자신의 언니 를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단 걸 레이세민은 알지 못했다. "불쌍한 언니...하지만 분명 지금보단 그 편이 훨씬 행복할꺼야..." 자신의 마음을 없애버린게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정답이고 진실이라도 되 는 것처럼 미요는 아직도 마음을 버리지 못한 자신의 언니를 보며 어린 나 이답지 않게 레이세민을 연민의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한편 헬마스터 공작가에는 다시한번 난리가 나고 있었다. 헬마스터공작으로 책봉된 린의 손에는 푸른 구슬이 들려있었고 그의 앞에는 헬마스터기사단의 기사단장 스카야와 헬마스터기사단의 소드마스터들...그리고 각 기사단의 단 장들이 모여서 린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가주!! 가주 혼자서는 절대 무리야! " 스카야는 가주인 린에게 반말을 쓰고 있었다. 이건 먼저 린이 이들에게 제 안한 것으로 모두가 자신에게 반말을 쓰도록 하는게 더 편하하는 린의 의 견도 있고 그들도 린과 괜한 벽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서로 반말을 하는 것 이었다. 스카야의 만류에 린은 비록 입술뿐이었지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후훗...괜찮아. 이 정도는 혼자서 할수 있어. 그래야 적어도 헬마스터 공작 이라는 소리를 들을수 있지. 않그래? 모두들." "바보같은 소리하지마! 네가 굳이 그렇지 않아도 우리들은 모두 널 인정했 단 말야!!" 맨 처음 린을 보고 그를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슈팅스타기사단의 기사단장 과 헬마스터가의 최연소 소드마스터인 지아는 혼자서 공주들을 구하려하는 린을 다른 이들과 같이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었다. 서로 절대로 양보할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자 린은 그들에게 하지 않았던 말을 해야했다. "헤헤...날 걱정해 주는거야 지아?? 응? 그런거야?" 마지 귀여운 소녀처럼 구는 린에게 잠시 당황한 지아는 흠칫하고 뒤로 물 러서며 외쳤다. "웃기지마!! 가주로 계승된지 하루만에 네가 하늘의 별이될가 두려워서 그런다!!" "쿠쿡..." "웃지마!!" 린이 쿡 하고 웃자 기어이 지아가 폭주모드로 돌입하기전 린의 마음을 맑게 해주는 목소리가 지아에게로 울려퍼졌다. "이건 나와 그들의 약속이야 지아...난 한번 한 약속은 꼭 지켜야해..." 린이 말하는 그들과의 약속중 그들이란 말에 의문의 표정으로 지아는 린을 쳐다보았고 린도 그의 눈빛을 받고는 지아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장로...처음 장로들과 만났을 때 약속했어...헬마스터가의 세력을 일체 동원 하지 않고 내가 공주들을 무사히 구출해 오면 내가 가주가 된다는 것을 동 의 하기로...물론 너희들과 격전을 벌인후 장로들은 그 약속을 철회했지만 난 한번한 약속은 목숨이 끊어져도 져버릴수가 없어...이건 내 사명이야 지아..." "그,그런 말도 안되는..." 지아와 스카야가 다시 린을 만류하려 들자 린은 그런 그들을 보며 자신이 쥐 고 있는 푸른 구슬을 그들에게 보여줬다. "이건 말야 시동어만 외쳐도 바로 이곳으로 워프할수 있도록 좌표가 설정된 아티팩트야...이것만 있으면 만일의 사태가 발생해도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식은죽 먹기지 헤헤 자자! 너희들도 아까 나 봤지? 멋있었지? 나도 꽤 강하 다구~! 휴벤트자식들에게 한방 먹이고 올테니까 기념선물 기대하라고~~!" "그,그런!..." "휴...." 린의 맑고 명랑한 어조에 그들은 정말로 이일이 하나도 위험하지 않은 일이 라는 착각을 느낄 정도였다. 솔직히 린이라는 자신들의 가주도 소드마스터 를 위시한 최고의 검의 고수 9명이 모두 합공해도 40분이나 막아낸 검의 또 다른 고수였다. 분명 자신들의 가주를 막을 이도 제국엔 다섯손가락으로 세 어야할 정도일터...결국 그들은 여기서 물러나야 할때임을 알고 있었고 주어진 시간도 별로 많지 않았다. 자신들의 가주처럼 약속을 목숨처럼 중히 여기는 이들을 많이 봐왔던 이들은 하루내로 안돌아오면 엉덩이를 때려준다는 무서운 협박을 하고는 린을 보내 주었다. "워프" 린이 휴벤트의 제국으로 워프할수 있는 노란구슬을 주먹으로 쥐며 시동어를 외치자 구슬이 이내 눈부신 빛을 터트리면서 린을 중심으로 2,3헤론 되는 마 법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더니 이내 린의 모습은 마법진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왠지 내다논 자식마냥 묘한 걱정같은게 남아있던 스카야와 다른 헬마스터가 의 소드마스터들은 무사히 자신들의 귀여운 가주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휴벤트제국의 제도 이클리돈에 자리한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황성 자이녹스는 그 거대한 정문부터 끊임없는 마차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황성의 거대한 정문앞으로 대략 3,400헤론정도 되는 음습한 골목길에서 눈부신 빛과 함께 머리부터 발끝가지 온통 은색과 하얀색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신비한 사람 이 나타났다. 눈부신 빛과 함께 나타난 그의 얼굴에는 은빛의 미스릴제 가면 을 쓰고 있었고 그의 허리에는 유리마냥 맑게 투명이고 있는 아름다운 검이 차여져 있었다. 그가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에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자 그 의 뒤에서 하얀 인영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숙~하고 올라왔다. 아직도 두 리번 거리고 있는 신비한 소년의 뒤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한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년과 비슷한 온통 하얀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소 년의 뒤로 다가서며 정체불명의 괴한이 자신의 손을 들어 소년의 가녀린 어깨 를 살며시 누르자 이내 소년은 자신의 길다란 은빛머리를 찰랑이며 뒤를 돌아 봤다. 그리고 소년의 입에선 너무나 맑고 청량한 목소리가 음습한 골목길에 작게 울려펴졌다. "다헬론~! 아니...괴도 사블랑트라고 해야 하나? 헤헤..." 괴도 사블랑트라고 불린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색으로 통일된 그는 쿡하고 한번 웃으며 이내 골목길을 앞장서기 시작했다. "가실까요...헬마스터 공작님..." 그들이 어두운 골목길을 나오자 지나가고 있던 제도의 시민들이 모두들 린과 다헬론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온통 하얀색과 은색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 는 흡사 유리같은 맑은 이미지의 린과 그의 옆에서 하얀 머리와 구렛나루부터 턱까지 이어진 짧은 턱수염을 멋지게 길른 미중년 다헬론은 린과 함께 주위의 소녀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휴벤트 제국의 황성 자이녹스의 화려한 정문으 로 당당히 걸어가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6) 우리들이 느긋이 걸어서 10분정도 가니 나와 다헬론의 눈앞에는 각종 보석으로 치장된 휴벤트제국의 황성 자이녹스의 거대한 정문이 보였다. 대략 높이만 봐도 10헤론은 될것같은 어마어마한 황성의 정문은 믿음직스러운 황성의 기사들이 황 제 주최의 황실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서 온 제국의 귀족들을 호위하고 있 었고 철통같이 황성의 정문을 감시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쥐새끼하나 놓치지 않으려는듯한 수문기사들을 보자 옆에서 다헬론이 걱정어린 어조로 린에게 물었다. "흠...아무래도 후문쪽으로 잠입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다헬론이 묻자 가면에 가려 그의 신체중 유일하게 붉은빛을 띠고있는 촉촉한 린의 입술이 살짝 열려졌다. "아냐~에이메리가 우리들은 그냥 통과시켜줄거라 던데? 그리고 자신이 말한 대로 하지 않으면 난 에이메리에게 혼난단 말야..." "쿡!...알겠습니다." 린의 귀여운 대답에 다헬론은 쿡하고 웃어주고 그의 말대로 정문으로 정면돌파 하기로 했다. 드디어 10헤론 앞으로 황성의 정문이 보였고 날카로운 눈빛의 수문 기사들이 보였다. 뭐...정면돌파라고 해도 갖가지 궁극마법을 난사해 가며 돌파하는 것은 아니었다. 말그대로 린과 다헬론은 느긋이 걸어서 정문앞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는 수문기사 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시끌벅적했던 황성의 정문은 갑자기 정체모를 신비한 두 남자가 등장하자 쥐죽은 듯 조용해 졌다. 성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기사들도 자신들에게 아무런 말도 안하 고 당당히 들어가고 있는 두사람을 저지할 수가 없었다. 온통 실버와 화이트계열로 얼굴에는 고급스런 미스릴로된 가면을 쓰고 있었고 그 들의 옷 하나하나가 최고급의 옷들이었다. 온통 실버와 화이트로 맞춰입은 이 둘을 보자 마차에서 내리고 있던 수많은 귀족영애들의 뺨을 붉게 만들어버렸고 수문기사 들은 척봐도 귀티가 잘잘 흐르고 일생에 거의 볼까말까한 찬란한 은발의 머리와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특이한 하얀 머리와 하얀수염이 절묘한 조화를 이 루고 있는 다헬론과 린을 저지하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에 맞춰 허리를 90도로 내리며 인사까지 했다. 항상 사교계의 무도회장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영애들도 처음보는 제국의 귀족인 듯한 신비하고 왠지 모르게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두사람이 지나가자 왠만해선 붉 어지지 않는 뺨이 붉게 물들며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조여오는 것을 느꼈다. 이에 그 녀들은 이번 무도회에서 꼭 이들과 접촉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한창 거대한 황성의 정문을 지나 말도 마차도 없이 걷고 있던 다헬론과 린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황성의 입구에 치를 떨어야 했다. 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에게 살짝 물어봐 정문에서 자이녹스의 본궁까지 머냐고 물어봤더니 수문기사는 황공해 하며 '금 방입니다!!'라고 외쳐대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동안 걷자 린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나쁘은놈~~!! 금방이 한시간을 다가도 본궁은 눈코빼기도 안보이냣!!' 하지만 본궁으로 가는길에는 수많은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한 정원이 린과 다헬론의 눈을 심심치 않게 해주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신들의 뒤로 온통 하얀색으로 번쩍이는 화려한 8두마차가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이 대륙에서 마차를 거의 처음보다시피한 린은 자신들의 옆을 지나가는 마차마 다 유심있게 관찰하고 있었고 그 마차들중 가장 화려한 마차가 지나가자 린은 에이메리 가 말한대로 씨익~한번 웃어주며 옆의 다헬론에게 말걸고 있었다. "와~ 마차가 굉장히 크네~! 온통 하얀색에다가 8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마차라...왠지 낭만적인 분위기~~!" 린이 화려한 8두마차를 자신의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거짓말처럼 자신들을 지나쳐 가던 화려한 8두 마차가 마부의 워!워!거리는 우렁찬 소리와 함께 멈춰섰다. 자신이 손으로 마차를 가리킬 때 때마춰 멈춘 마차를 보며 린은 자신과 나란히 걷고 있는 다 헬론을 보며 말했다. " 다헬론 설마 제국법에 마차를 손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옥으로 끌려간다는 제국법은 없지?" "쿡쿡...그럴겁니다 린..." "흠...뭐야~우린 찔릴게 없네? 그럼 당당히 가자구~!" 화려한 8두마차가 갑자기 멈춘 바람에 덩달아 멈춰서야 했던 린과 다헬론은 다시 태평스럽게 황성의 황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걸어가며 린과 다헬론이 화 려한 8두마차를 지나쳐 갈 때 고급스런 마차의 문이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문에선 보기만 해도 위축될 것 같은 우람한 근육의 기사가 내리 고 있었고 기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아름다운 청색드레스를 입은 흑발의 아름다 운 소녀가 기품있게 내리고 있었다. 흑발의 긴 생머리가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이고 있었고 그녀의 귀와 목에는 드워프가 세공했는지 보기만해도 빨려들어갈 것 같은 아름다운 빛을 내뿜는 보석 들이 곱게 걸려있었고 하늘거리는 레이스와 아름다운 청색드레스가 마차에서 내린 그녀의 아름다움을 몇배로 증폭시키고 있었다. 허나 아름다운 여자에겐 관심은 있어도 자신이 가던 길을 멈추면서 까지 보고싶은 마음은 없었는지 린과 다헬론은 마차에서 내린 예쁜 흑발의 소녀를 한번 슥 보고 는 그냥 지나쳐갔다. 마차에서 내린 흑발의 소녀는 눈앞에서 처음보는 제국의 귀족이 제국의 드높은 공 작가의 영애인 자신에게 그 흔한 인사도 안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자 황당한 감정 에 사로잡혔다. 자신이 누구인가? 제국의 안셀리자크공작가문의 외동딸인 샬레리나 폰 안셀리자크가 아니었던가? 물론 자신도 그다지 남자들한테는 관심이 없었지만 언제나 마지못해 무도회에 참석할때면 주위에 몰려드는 남자들에게서 피곤할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으니 그다지 남자를 탐하고 있던것도 아니었다. 허나 마차를 타고 가다 특이하게 도보로 황성의 황도를 걷고 있는 두사람이 신기하게 보였고 점점 더 가까이에서 보니 생전 보기 힘들다는 은발의 소년과 완전 새하얀 머리와 수 염을 멋지게 길른 청년과 중년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사람이 보이자 남자에게 그 다지 관심이 없던 제국의 공녀께서 친히 마차에서 내려서 그들의 인사를 받으려 한 것이다. 헌데 이게 뭔가? 그들은 제국의 공녀에게 예의상 목례조차 하지않고 한번 고개를 돌려 슥 쳐다보더니 자신을 무시하고 그냥 가는게 아닌가? 이에 황 당한 공작가의 영애 샬레리나는 자신이 남자의 관심을 끌지 못할정도로 매력이 없나 심각하게 고찰해야 했지만 정답은 아니오였다. 자신은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 만 사교계에서 수다떨기 좋아하는 영애들은 자신을 제국의 황녀 밀리릴리아님과 함께 제국의 제일미(第一美)로 추앙하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들었다. 자신이 직 접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봐도 이제껏 자신보다 아름다운 인물은 제국의 황녀 밀 리릴리아님 말고는 별로 보지 못했다. 기껏해야 미드리엘왕국의 로젠슈라나 레이 세민공주정도? 아무튼 자신이 처음으로 남성들에게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자 괜히 오기가 생기는 샬레리나였다. "저,저기요!..." 아무도 없는 황도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린과 다헬론 은 직감적으로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쳐다보았다. 린이 뒤를 보자 보기 만해도 굉장한 근육을 소유한 기사가 부리부리한 시선으로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 옆에 아름다운 흑발의 소녀는 약간 뾰로통한 시선으로 자신들을 쏘 아보고 있었다. 이에 린은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한건가? 하고 다시 과거를 로딩 해 봤지만 자신은 그저 화려한 팔두마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킨것뿐 그 외에는 그 다지 잘못한 점이 없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남자는 무조건 레이디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에이메리의 교육으로 린은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서 그녀에게 물었다. "누구세요?" "......." "......." 린의 뜻밖의 질문에 샬레리나와 그녀를 호위하던 우람한 기사는 입을 딱 벌리 고 멍한 표정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린을 쳐다보았다.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로 눈앞의 신비한 소년이 제국에서 황녀 밀리릴리아와 함께 제일 미로 추앙받는 자신을 모른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제국의 공녀로서의 프라이드 에 금이가는 순간이었다. 린은 눈앞의 소녀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자 현재의 상 황이 무언가 잘못됬다는 것을 눈치채고 린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에 서있던 다헬론을 보며 말했다. "다헬론 너 내 뒤에서 무슨 이상한 짓 했어?" -도리도리...- "......." "......." "아가씨 저희가 뭔가 실수라도..." -쩌적...- "......." 아가씨...샬레리나는 자신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눈앞의 소년에 다시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고 있었다. 누가 제국의 공녀를 평민의 여자나 술집여자들을 부르는 호칭을 자신에게 한단 말인가...최소한 공녀님까진 바라지 않아도 레이디라고 불러줘야 당연 한 예의가 아닌가! 제국의 흑발의 미녀 샬레리나는 자신의 프라이드가 수갈래로 상 처입고 금이 가자 손까지 부들부들 떨어가며 린을 쏘아보았다. 공녀를 호휘하고 있던 우람한 기사도 자신이 일생동안 흠모해 왔던 공녀님이 처음 보는 기생오라비같은 자식에게 무시당하자 무시무시한 분노가 솟구쳐 올라옴과 동시 에 톡하고 건드려도 부셔질 것 같은 눈앞의 소년에게 자신의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자신의 호위기사가 주먹을 날리는 것을 보고 깜짝놀란 샬레리나는 자신이 말릴 겨를 도 없이 호위기사의 주먹이 눈앞의 신비하고 멋지지만 상당히 건방진 소년에게로 날 라가자 자신의 눈앞에서 기사의 주먹에 맞아 피떡이 된 은발의 소년을 상상하게 되 며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린은 갑자기 흑발의 아름다운 소녀옆에서 자신에게 대뜸 달려드는 우람한 기사를 보 고 깜짝놀랐다. 분명 저 우람한 기사는 자신이 좋아서 달려드는게 아니라 친절하게도 주먹까지 들고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소드마스터를 위시한 9명의 헬마스터가의 최고고수들을 상대하고 온 린은 눈앞의 기사를 그들과 동급으로 치부하고 마법공격을 할수 없는 린은 자신의 손에 막대한 마나를 회전시켜 무지막지 한 속도로 날라오는 우람한 기사의 주먹을 있는 힘껏 마나의 반발력을 이용해 쳐냈다. -퍼엉~!!!- 순간 린의 오른손에서 회전하던 마나와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던 기사의 주먹이 충돌과 함께 황성의 본궁으로 향하는 황도에서 커다란 굉음을 만들어냈다. 샬레리나는 자신이 예상했던 미래와 180도 다른 상황이 전개되자 다시 입을 벌리고 경악하고 있었고 린은 자신에게 주먹을 날렸던 기사의 오른팔이 완전 피범벅이 되며 10헤론정도 날라가서 쓰러지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마나가 담 긴 주먹에 보기만 해도 쉬야를 할것같은 우람한 기사가 저 멀리 날라가자 린은 급기 야 소릴지르며 자신의 주먹에 의해 날라간 기사에게로 달려갔다. "흐에엑~ 괘,괜찮습니까? 기사님?" 기사의 팔을 보니 부러진 뼈가 기사의 살을 찢고 튀어나와 있었고 그의 주먹의 뼈는 완전 가루가 됬는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흐물거리며 기이한 각도로 꺽여져 있는 피곤 죽이 되어 있었다. 자신은 의사가 아니지만 평생을 오른손 불구로 살아야 한다는 불안감과 눈앞의 애송이 에게 당했다는 굴욕감,분노감에 자신의 앞에 쪼그려 앉아 자신을 향해 걱정스런 말을 넘기는 은발의 꼬마를 멀쩡한 왼손으로 다시 날려버리려 할때였다. 문득 기사는 자신 의 오른팔에 생전 느껴본적이 없는 보드라운 느낌에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른팔을 보 았다.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른팔을 보니 눈앞의 애송이 녀석이 마치 자신이 다친 것 마냥 자신의 오른팔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우람한 기사는 눈앞의 애송이가 자 신을 걱정해주던 말던 상관하지 않고 애송이를 향해 주먹을 날릴수도 있었으나 기사는 그렇게 할수 없었다. 왠지 거부하고 싶지 않은 부드러움...오랫동안 아련히 퍼져오는 깊은 여운이 남는 부드러움에 문득 자신의 시야가 황금빛 기류로 물드는 것이 느껴졌 다. 그리고 우람한 기사는 자신의 눈을 더더욱 크게 뜨고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봐야 했다. 자신의 오른팔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던 티끌없이 맑은손에서 나온 황금기류에 자신 의 뼈가 다시 맞춰지며 끊어진 신경들이 다시 맞붙고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세,세상에..." 뒤에서 자신의 레이디, 제국의 공녀 샬레리나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경악성이 들려왔다. 기사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부상을 당해왔다. 그때마다 마법사와 고위신관이라는 작자 들에게 많은 치료를 받아왔지만 이처럼 순식간에 자신의 상처를 100%완벽하게 치유 하는 치료를 들은적도...받아본적도 없었다. 허나 눈앞의 애송이는 불과 몇초도 안되는 사이에 자신의 끔찍한 상처를 순식간에 치유해...아니 정정한다. 자신의 끔찍한 팔을 소생시켜 버렸다. "하하... 괘,괜찮으세요? 그렇게 갑자기 달려드니까 깜짝 놀라버렸어요 하하..."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이 말하는 린을 보며 기사는 린의 진심 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에게 무례했다는 것도 깨달았다. 우람한 기사는 벌 떡 일어서서 자신의 소생된 오른손을 폇다 구부렷다를 몇 번 반복한후 린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이성을 잃고 무례를 범했군요. 부디 아량을 베풀어 용서하 시길..." 갑자기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기사를 보며 어쩔줄 몰라하던 린은 갑자기 뒤에서 들 려오는 탄성에 고개를 기사에게서 자신의 뒤로 돌려야 했다. "와아~ 굉장하시군요...그래도 하레스모는 제국에서 알아주는 기사인데...어떻게 그런 가녀린 팔로 하레모스를 10헤론이나 날릴수 있는거죠? 게다가 그대의 치유술도 굉장 한 경지군요..." 눈앞의 섬세해 보이는 신비한 은발의 소년이 무식할정도의 괴력의 소유자임에 묘한 끌림 을 받게된 흑발의 아름다운 소녀 샬레리나는 자신이 처음으로 다가서고 싶은 남자를 느 낄수 있었다. 자신의 배경과 외모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가 신선한 느낌으로 샬 레리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샬레리나는 그와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픈 맘에 그를 본궁까지 자신의 마차에 동석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자 눈앞의 신비한 소년은... "하하...전 수상한 사람일지도 모르는데요? 봐요. 이렇게 가면까지 썼잖아요. 하하..." 린은 눈앞의 흑발의 소녀가 왠지 높은 집안의 영애일거란 생각에 귀찮게 말려드는 것 을 피하려고 자신의 정체가 탄로날 만큼 중대한 사실을 흑발의 소녀에게 무심코 시인 했으나 흑발의 소녀는 린의 말에 그저 쿡쿡 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쿡~! 수상한 사람이 '저 수상한 사람이에요'라고 하는 것 보셨나요? 후훗...여기서 본 궁까지는 꽤 거리가 된다구요. 자 ~! 저의 마차와 함께 가요." 린은 하는수 없이 흑발의 소녀의 화려한 마차에 다헬론과 함께 올라섰다. 마차에 자신 들의 탑승하자 곧바로 마차는 본궁을 향해 출발했고 샬레리나와 이것저것 얘기하는 사 이 어느새 자이녹스의 화려한 본궁에 도착해있었다. 샬레리나는 끝까지 눈앞의 신비한 소년과 파트너가 되어 무도회를 보내고 싶었지만 눈앞의 신비한 소년은 자신의 청을 거절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샬레리나. 저는 황성에 누굴좀 볼일이 있어서요...그럼 잠시후 회장에서 볼수있으면 좋겠어요" 소년의 거절의 말에 왠지 알 수 없는 슬픈기분이 된 샬레리나는 어색한 미소를지 으며 자신보다 먼저 본궁으로 입궐하는 린의 뒷모습을 아련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 다. 간신히 샬레리나를 떼어놓고 겨우 황성 자이녹스의 본궁에 다헬론과 둘밖에 남지 않는 린은 다헬론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럼...한시간 후에 무도회장에서 보자 다헬...아니 괴도 사블랑트" "후훗...그러도록 하죠..." 린과 다헬론은 1시간후에 만날 것을 약속하며 그들의 형체가 어둠속으로 스스륵 녹아내리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연회장의 바닥에는 바닥에 박힌 색깔있는 돌들이 2층의 높이에서 보면 그들이 모여 이 루는 화려한 아름다운 그림을 볼수 있었고 그 바닥을 매끄럽고 투명한 것이 감싸고 있어 반짝반짝거리고 있었다. 드높은 천장에는 연회장을 밝히는 화려한 샹드리에가 곳곳에 널려 있었다. 샹드리에 아래로 수많은 턱시도와 제복등을 입은 멋진 남자가 아름다운 레이디에게 자신의 파트너가 되길 부탁하고 있었고 나이를 먹은 귀족들은 저마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고 와인을 들이키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무도회장에서는 커플들이 춤을 출수 있도록 그에 맞는 알맞은 박자의 음악이 흘러 나오고 있었고 많은 귀족들의 웅성거림에 무도회장은 약갼 소란스런 분위기를 띠 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떠들고 있었지만 파티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두명의 어 린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자신의 옅은 녹색빛의 머리칼과 맞춘듯한 연녹색의 새초롬한 예쁜 드레스를 걸친 레이세민 공주와 그옆에서 자줏빛의 귀여운 드레스 를 입은 인형같은 무표정의 미요공주... 그녀들의 주위에는 제국의 황제를 위시한 뚱뚱한 몸매에 능글맞게 생긴 재상과 매부리코에 비쩍 마른 샤보른 후작...그외 여러 늙은 귀족들이 황제와 망국의 두 공주를 사이에 두고 농을 지껄이고 있었다. "허허허...이런 아리따운 공주들이 있으니 황제께선 밤마다 행복하겠나이다...허허" "껄껄껄...부러우시오? 하멜후작?" "허허허허 부러우다 마다요. 황제폐하 허허" 겉은 번지르르한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속뜻을 미요조차 알아들을수 있었다. 그 들의 저질스런 농에 레이세민공주는 자신의 분홍빛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고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자신은 이런 현실을 타개할 힘이 없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동생인 미요도 아무렇지 않게 서있는데 자신만 특출난 행동을 할수도 없었다. 문득 저멀리서 타오르는 붉은 머리를 하고 있는 너무나 아름다운 제국의 황녀 밀리 릴리아가 레이세민공주의 눈에 비춰졌다. 밀리릴리아공주는 너무나 즐거운 표정으로 연신 멋진 나이트들에게 둘러싸이며 웃 음을 남발하고 있었고 그들 주위의 멋진 남자들도 밀리릴리아의 황홀한 미소에 연 신 기분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레이세민은 문득 생각했다. 자신의 나라도 강했더라면...자신과 미요도 저렇게 행복 한 시간을 만끽할수 있었을텐데...문득 자신의 엉덩이로 거친 사내의 손길이 느껴지 자 깜짝 놀란 레이세민은 옆에서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있는 역겨운 후작이 눈에 들어왔다. 뚱뚱한 몸매를 지니고 있던 역겨운 재상은 황제를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황제에게 물었다. "헤헤... 황제폐하...저의 성에서도 미드리엘왕국의 평화사절단으로 오신 공주님들 을 모시고 싶은데...하다못해 미요공주님이라도...헤헤헤..." 레이세민은 이 역겨운 재상이 자신이 아니라 아직 몸도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미요를 노리고 있자 고개를 훽! 하고 돌려 재상을 노려보았다. 허나 레이세민은 재상을 노려보기만 할 뿐... 그 어떤 제재도 그에게 가할수 없었다. 그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주먹만을 꽉쥐고 있을뿐... 그때 재상이 미요를 자신의 성노로서 즐기고 싶다는 말에 그들의 황제는 짐짓 엄 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들의 황제가 노한 표정을 짓자 삽시간에 얼굴이 파래진 역겨운 재상은 자신 의 실수를 깨닫고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고 옆에 서있던 같은 부류의 귀족들도 약간 안색이 굳어지고 있을 때 뜻밖의 황제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껄껄껄...재상! 대여료는 비싸다네 껄껄껄..." 황제의 농에 그제야 다시미소를 되찾은 재상과 그 외 귀족들도 황제의 농에 다시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제가 후하게 대여료를 지급하겠사옵니다 폐하 아하하하" "허허허 황제폐하의 한마디 한마디가 늙은 가신을 즐겁게 해주니 몸둘바를 모르 겠사옵니다 황제폐하" 그렇게 역겨운 귀족들이 농을 지껄이고 있자 그 옆에 있던 매부리코의 재수없는 귀족이 미요의 곁으로 살짝 다가가 그녀의 허리 아래쪽을 살살 쓰다듬기 시작했 다. 이런 귀족의 행동이 레이세민의 눈에 포착되었지만 무도회에 들어오기전 그 어떤 반항이라도 있을시에 자신들의 왕국이 무사치 못하리란 엄명을 들은 후라 레이세민은 두눈을 꼭 깜고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다시 매부리코의 귀족의 역겨운 음성이 들려왔다. "허허...레이세민 공주도 아직 풋사과같지만 세월이 지나면 로젠슈라공주보다 더 욱 뛰어난 미인이 될 듯 싶군요 폐하...그리고 미요공주도 더하며 더했지 나중에 크면 상당한 재미를 보실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폐하 허허...이거 굉장히 부러워 지는데요? 허허헐..." "껄걸 그런가? 하긴...키워먹는 맛도 제법 쏠쏠하지 껄껄" 역겨운 매부리코귀족의 말에 황제는 기분이 좋다는 듯 껄껄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때 다시 뚱뚱한 몸매의 재상이 황제를 보고 자신의 두터운 손을 비비며 황제 에게 간절히 말했다. "헤헤 황제폐하...제가 이번에 사루디아의 날개를 손에 넣었습죠. 이건 고대마법 시대의 유산인데 저 멀리 암흑의 땅 근처에서 발견된 보물이라 합니다요. 이런 진귀한 물건을 소유할수 있는 분은 제국에서 단 한명밖에 없지요. 헤헤..." 황제는 짐짓 능구렁이같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재상에게 물었다. "허어~ 과연 대단한 보물일세...과연 제국에서 그 보물을 소유할수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황제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묻자 재상은 더더욱 역겨운 표정을 지으곤 헤헤거리며 말했다. "그야 당연히 제국의 가장 존귀한분이신 황제폐하가 아니시고 누구겠습니까? 헤헤헤헤~" "껄껄껄걸~ 내 내 재상의 말에 감동했다네 껄껄...내 그대의 성의를 잊지 않 겠네" 60대의 황제의 말에 역겨운 재상은 황송해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숙여 웃고 있었다. 그리곤 다시 손을 비비며 황제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헤헤 황제폐하...오늘 미요공주를 저희집으로 초대하고 싶은데...비싼 대여료 도 냈으니...헤헤..." "껄껄껄...사루디아의 날개를 짐에게 선물한다는데 그정도야 못해줄까? 껄껄 오늘 미요공주를 정중히 모시도록 하게나 재상." 황제의 말에 역겨운 재상은 연신 입에서 흐르는 침을 꼴까닥 삼키고는 황제에게 더더욱 아부성이 짙은 발언을 해댔다. 레이세민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아직 자신보다도 어린미요가...저 런 돼지같은 재상의 성노리개가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다니...레이세민은 자신의 두주먹을 꽉귀고 부들부들 떨었다. '차라리...죽어버린다면...국민들이고 뭐고 필요없어!...내 사랑하는 미요가...내 동생 이...' 레이세민은 무언가 결심을 한 굳은 눈빛으로 미요를 바라보았다. 너무나 어린아이... 이제 13살밖에 안된 어린아이였지만 이런 더럽고 추잡한 세계의 가운데에서 이리 저리 끌려야 하는아이...차라리...그녀에게 치욕스런 삶을 연명하는것보다는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현명할것이라고 레이세민은 생각했다. 자신의 국민들과 나폴리숙부에 게는 죄송하지만 레이세민은 지금 이 자리에서 죽기로 결심해야 했다. 이곳에서 저 황제를 지키는 호위기사의 일검에 죽는 것이 돼지같은 재상과 역겹게 생긴 귀족들 의 더러운 것을 받는것보단 몇만배의 훌륭한 선택이리라... 레이세민이 미요를 안고 황제에게 달려들기로 결심하려 할때...그때였다. "황제폐하..." 갑자기 황제파 무리뒤에서 들려온 곧은 청년의 목소리에 황제무리들과 눈문을 글썽 이고 있는 레이세민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레 이세민의 눈에 비친 사람은 대략 24,5살 정도 먹어보이는 청보랏빛의 긴 머리칼에 검은색의 정장을 빼입은 청년이었다. 그의 짙은 속눈썹과 멋지게 솟은 코..그리고 아름다운 선을 자랑하는 붉은 입술이 그의섹시함을 부각시키고 있었고 굉장히 훤 칠한 청년이었다. 황제가 그를 보니 굉장히 반갑다는 식으로 친절하게 그에게 말을 건넸다. "오오...해븐로드가의 24대 가주 진 해븐로드공작이 아닌가? 이번 미드리엘전에서 그대의 공이 컸네. 헬마스터 공작가도 이젠 해븐로드 공작가의 상대가 안되네 허허허...그러 니 이번 전쟁에서 헬마스터가는 꼬리도 보이지 안잖나? 껄껄껄" "황공하옵니다. 황제폐하..." 레이세민은 자신들의 나라를 짓뭉갠 장본인이 눈앞의 섹시함을 풍기는 잘생긴 청년이란 말에 두눈에 살기를 담아 진 해븐로드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느낀 진 해븐로드 는 잠시 쓴웃음을 내 보였으나 이내 감추고는 무슨말이라도 꺼내야 했다. 진 해븐로드를 위시한 그 주위에 몰려있던 제국의 귀족들도 황제와 그 무리들에게 업 신여김을 받던 공주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보고는 황제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있 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와 가장 권력을 나란히 할수 있는 헬마스터가의 세력에 대 비해 창설된 공작가인 해븐로드 공작가...그래고 이번 7대 가주인 진 해븐로드. 진도 아무리 망국의 공주라지만 그들은 공주다. 타국의 공주가 자신들의 주군에게 치 욕을 당하고 있자 진도 그를 보다 못해 황제께 배알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무튼 황제와 그 무리들의 관심사를 다른곳으로 유도할 필요성을 느낀 진 해븐로드는 황제에 게 이번 전쟁의 전리품에대해 말을 꺼낼 찰나였다. 황제를 바라보고 있던 진은 갑자기 자신의 팔을 부드럽게 감싸쥐는 느낌이 들자 자신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진이 고개를 돌리자 그의 나직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흠...밀리릴리아 황녀님...어쩐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진의 눈앞에는 타오르는 붉은 머리의 제국에서 제일미로 샬레리나와 함께 추앙받는 밀리릴리아가 진의 오른팔을 감싸안고 다른곳으로 끌고가려하고 있었다. 무표정일때는 청초하면서도 아름다운 밀리릴리아였지만 그녀가 화사히 웃으면 정말 아 찔할정도로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비한 미녀였다. 그녀의 머리색과 맞춰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걸친 밀리릴리아는 진을 향해 달콤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호호 진 해븐로드 공작님. 여기서 뭐하세요. 저쪽으로 가서 같이 와인이라도 한잔 해요 우리..." 진과 밀리릴리아를 흐뭇한 시선으로 보고있던 황제도 밀리릴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 제 국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진 해븐로드 공작가와 자신의 딸이 합쳐진다면 더 이상 무얼 바라겠는가? "껄껄걸 밀리녀석이 진을 많이 따르는군...껄껄껄...젊은 사람들은 저쪽으로 가서 춤이 라도 추게. 어디 젊음이 부러워 이 짐은 질투까지 나려 하네 껄껄걸..." 황제가 농을 걸자 그 주위에서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제국의 황녀도 같이 웃 어주고 진도 그 차가운 표정에서 어색한 미소를 날려야 했다. 그는 속으로 상황이 이 롭지 못함을 알고 레이세민공주와 미요공주를 어떻게 할 수가 없자 속으로 씁쓸한 웃 음을 지으며 황녀의 손에 이끌려 저쪽에 젊은 귀족들의 자제가 많이 모여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다시 레이세민공주와 미요공주의 주위로 모여든 황제와 역겨운 귀족들은 다시 추잡한 농을 공주들에게 걸기 시작했다. "헤헤헤...오늘 저녁이 기다려져 아래가 달아오르는 군요 헤헤헤..." 황제에게 미요공주의 초대를 허락받은 역겨운 재상이 다시 손을 비비며 느끼한 눈으 로 미요의 이곳저곳을 탐하고 있었다. 말이 초대지 아직 어린 미요를 자신의 성노로서 즐긴다는 뜻을 레이세민이 알지 못할리 없었다. 잠시 해븐로드공작이 와서 분위기가 다른곳으로 전환됬으나 다시 자신들을 성노로서 농을 걸고 더러운 시선으로 자신들의 몸을 이곳저곳 훑어 내리자 다시 절망감에 빠 진 레이세민이었다. 그때 역겨운 재상을 보며 황제가 나무라듯 말했다. "허허 이사람 보게...그렇다고 너무 심한 초대는 말게나...나중에 짐의 소중한 애완견이 될테니 말일세 껄껄껄..." "하하하하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허허허허허" "후후후후..." 이젠 평화사절단으로 휴벤트제국으로 오게된 미드리엘왕국의 제일가는 미녀공주들을 인간취급이 아닌 애완동물로서 취급하자 다시 레이세민의 한쪽눈에서 눈물방울이 고였다. 이런 황제들을 보고 몇몇의 귀족들은 눈살이 찌뿌려졌으나 어느 누구라도 황 제께 감히 황제의 잘못을 아뢸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때였다. 황제옆에서 연신 재수없는 미소를 짓고있던 매부리코 공작이 미요의 초대를 허락받은 역겨운 재상에게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여 로두티온 재상. 나도 미요공주의 초대에 함께 응해도 될까?" 로두티온이라 불린 뚱뚱하고 역겨운 재상은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공작의 부탁에 잠깐 얼굴이 찡그려졌으나 앞으로 공작에게 잘보이면 그의 정치생활도 든든한 버팀목이 생 기는 일이기에 언제 찌푸려졌냐는 듯 활짝 웃으며 공작에게 말했다. "헤헤헤...물론입니다. 공작님 공작님과 제가 미요공주를 모시면 더더욱 성대한 초대가 되 겠지요 헤헤헤헤..." "그런가? 허허허...나도 기대되는구만...흐흐흐..." 후작과 공작이 서로 조아라 떠들고 있을때 황제도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그들 에게 말했다. "어이 이보게들... 차라리 번거롭게 공주를 재상의 성으로 모실게 아니라 짐과 함께 황성에서 초대하는게 어떨가 하는데?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하오?" "......." "......." 둘다 속으로는 부정하고 싶었지만 감히 그들은 거부권이 없었다. 비록 언짢은 황제의 권유였지만 그들은 황제라는 든든한 빽을 위해 속과는 달리 연신 함박웃음을 날리며 황제에게 아무성 발언을 내뱉었다. "하하하 그게 명쾌한 해답입니다 황제폐하! 정말 오늘은 미요공주의 생애 최고의 날 이 될 듯 하군요 하하하하" "헤헤 그렇습니다요. 황성에서 제국 최고의 귀족들과 황제의 초대니 미요공주도 몸둘 바를 모르겠지요 헤헤헤헤..." 그들은 연신 미요에게 추잡한 농을 걸며 어떨때는 미요의 치부를 은근슬쩍 만지기도 했다. 그들의 이런 대화의 주인공인 미요는 언제나 그렇듯 멍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 시하고 있었고 미요는 마치 이곳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공간과 격 리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행복한 상상의 세계속에서...현실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자신의 부모와 로젠슈라언니,레이세민언니와 함께 정원의 뜰에 앉 아 피크닉을 즐기는 즐거운 세계...백마탄 왕자님이 자신의 손등에 입을 맟추며 그대없 는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소! 라는 황홀한 말을 듣는 현실에서 이루어질수 없는 미요의 상상속의 세계...미요는 어느덧 현실의 대화는 들을수도 없게된 것이었다. 오 히려 현실에서 견딜수 없을정도로 괴로운 현실이 되면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상상속 으로 빠져드는 미요였다. 그때였다...한 앳된 여성의 날카로운 소리가 연회장 전체에 울 려 퍼졌다. "이! 더러운 자식들아!! 너희가 그러고도 황제며 귀족이라더냐!!" -퍽!!- "쿠,쿨럭!" 어떻게 아직 성숙하지도 못한 어린 미요를 늙은 셋이서 함께 치욕을 줄수 있는가...? 그러면 어린 미요의 마음이 수천,수만갈래로 찢어지게 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격분한 레이세민은 죽일듯한 시선으로 황제를 쏘아보며 그 자리 에서 황제에게 달려들었던 것이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레이세민을 보며 황제는 순간 숨이 넘어갈듯한 살기에 멈칫거렸다. 허나 황제의 뒤로 약간의 바람이 불더니 어느새 황제의 앞에는 자신의 호 위기사가 무례하게 황제에게 욕과 폭력을 행하려는 레이세민의 명치를 짧고 강력하게 가격했던 것이었다. 이에 연약한 레이세민공주는 기사의 힘을 뺀 주먹에도 고통스러워하며 뒤로 몇발자국 물러서서 주저앉았다. 레이세민 공주는 고통스런 가슴에 손을 대고 주저앉는 모습조차도 너무나 청초하고 가련해서 이 광경을 보고있던 젊은 귀족들은 순간 자제하지 못한 감 정에 무레하게 황제의 앞으로 달려나가기까지 하려 했다. 허나 주위의 질투어린 귀족 영애들의 손짓에 그만 모두가 붙들려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이에 마찬가지로 진 해븐로드도 더 이상 두고볼수 없다는 듯이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려 했으나 그의 오른팔을 꼭 안고 있는 아찔할 정도의 미녀 밀리릴리아 때문에 나서지도 못 하고 그답지 않게 조바심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멍하니 앞만 보고 있던 미요는 자신의 행복한 상상이 서서히 금이가며 자신의 시 야에 잔혹한 현실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에 미요는 자신의 내면속에서 끊임없이 자신만 의 행복한 세계를 재구축하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으나 자신의 어느 한구석에서 끊임없 이 현실을 비추어야 한다는 울림이 미요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자신의 부모와 언니들과 행복한 피크닉을 즐기고 있던 행복한 세계가 갈라지며 고통스럽게 자신의 가슴을 움켜 쥐고 있는 자신의 언니인 레이세민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 무도회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울려퍼진 미요의 음성이었다. 어느새 흐리고 탁했던 미 요의 두눈에선 맑고 투명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통스 러워 하는 자신의 언니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앞에 무릎꿇고 앉았다. 레이세민은 자신의 앞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동생이 눈물을 흘리자 그녀도 참았던 눈물 을 하염없이 쏟아내며 미요를 거세게 안았다. 그때 황제의 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짓인가!! 감히 짐을 해하려 들다니!! 그대들의 왕국이 폐허가 되도 좋단 말인가!!? 레이세민! 미요!!" 미요는 자신이 상상할수도 없었던 레이세민의 따뜻하고 포근한 품에 눈을 살며시 감 았다. 자신의 상상속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왔던 미요는 지금 자 신의 언니의 품이 자신의 상상속 세계보다 수십만배로 안락하고 황홀한 행복감을 선 사해주자 그녀의 품을 더욱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레이세민을 향해 그녀의 앳된 목소리가 나지막히 들린다. "이대로가...너무..좋아...언니...이대로가..." 미요의 작은 목소리를 들은 레이세민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뒤로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응...미요...나도 그래..." 레이세민도 이대로가 좋았다. 이젠 국민들이고 뭐고 레이세민의 머릿속엔 들어있지 않았다. 자신의 사랑스런 동생이 제국의 더러운 녀석들에게 치욕을 겪느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는 편이 훨씬 행복할 것이다. 이렇게 마지막으로 미요를 안고 서 자신들이 죽어서 하늘나라로 가게 되면 분명 자신이 사랑하는 아바마마와 어마 마마와 그옆에서 따스한 웃음을 짓고 있는 로젠슈라 언니가 반드시 맞아줄거라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지어주던 맑고 투명한 미소로 어서오라고...좀 늦었다고...그렇게 웃으며 간지러운 알밤을 먹여주고 자신과 미요를 반겨줄것만 같았다. 자신과 미요의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수 없을 때 황제의 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이런 고얀 년들!! 여봐라!! 뭣들 하는게냐! 당장 짐의 시해를 행하려던 사악 한 공주들을 옥에 가두지 않고!!" 황제의 어명에 너무나 애틋하게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고 있는 두공주를 포박할 수 있는 기사들은 얼마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어물쩡거리고 있었고 귀족 들도 레이세민과 미요를 보며 자신들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돌리거나 애꿋은 와인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제국의 젊은 귀족들도 너무나 청초하고 아름 다운 왕국의 두 공주가 너무나 가련하고 불쌍해 그들의 젊은 혈기를 주체못해 괜히 주먹을 꽉쥐며 얼굴이 벌개지고 있었다. 머뭇거리는 기사들을 보며 더욱더 노한 황제는 급기야 기사의 검을 직접 뽑아들 고 성큼성큼 걸어가 레이세민과 미요의 앞으로 가서 그녀들에게 검을 겨누었다. 황제 자신이 직접 그들에게 검을 겨누면 울고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할것만 같았 던 레이세민과 미요는 그 상황과 너무도 다른 굉장히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서 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너무나 기다려온 죽음이라는 듯이...이에 진 해븐로 드의 흑빛검이 반쯤 뽑히자 옆에서 밀리릴리아가 그를 만류했다. 밀리릴리아는 제국의 황녀인 자신과 계속 함께 있으면서도 진의 시선이 레이세민을 향해 있 자 차라리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던 것이었 다. 자신이 도출하려던 결과가 제시되지 않자 더욱더 노한 황제는 정말로 일검에 두 공주의 목을 날려버릴 기세로 거대한 호선을 그리며 검을 자신의 등뒤로 빼냈 다. 그리고는 노한 외침과 함께 황제의 검이 그녀들에게 떨어지려 할때였다. 황성의 무도회장의 입구에서 황제주최의 무도회에 참석하는 모든 귀족들의 명부를 적으며 '어느 어디의 무슨 귀족님이 드십니다~!'라고 외치는 일을 하고 있는 시종장의 목소리가 살벌한 분위기의 무도회장 전체에 울려퍼졌다. "여러분!! 린 공작님이 드십니다!!" 회장에 모인 모든 귀족들은 국적도 밝히지 않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귀족이 왔다 는 시종장의 말에 고개를 돌려 천천히 이곳으로 걸어오는 한명의 소년을 보고 모두 들 헛바람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화려한 샹드리에에서 쏟아지는 찬란한 빛을 받아 그가 걸을 때마다 아름답게 물결치는 고운 은빛의 머리칼과 그 은빛머리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멋진 미스릴 가면...그리고 온통 하얀색의 롱코트와 롱코트의 가슴에는 붉은 색으로 악마가 흡사 지옥의 화염에 울부짓는 모습을 수놓은 듯한 멋진 문양...온통 머 리 끝부터 발끝까지 실버와 화이트계통으로 이루어진 신비한 소년은 흡사 유리 같은 이미지를 연회장에 모인 이들에게 모두 심어주고 있었다. 특히 무도회장 안에는 무기소지가 금지되어 있었으나 그의 허리춤에는 투명한 유리로된 아름 다운 검이 차여져 있어 감시하던 기사들이 허리에 차인 검이 장식품인줄 알고 그냥 보냈던 것이었다. 유리검덕에 더욱더 유리같은 이미지를 내뿜고 있는 타국의 공작이 자신들의 무도회에 참석하자 모두의 시선이 린에게로 쏟아졌다. "아!...저 분은..." 제국에서 밀리릴리아와 제일미로 추앙받는 또다른 소녀....안셀리자크공작가의 영애인 샬레리나 폰 안셀리자크는 좀전에 보았던 자신의 생애에 처음으로 맘 이 끌리게된 신비한 외모와 능력을 지닌 소년의 정체가 타국의 공작이란 사실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황제는 눈앞에 신비스러울 정도로 길다란 은발과 멋진 가면...그리고 그 아래에 유일하게 가슴의 문양과 같은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촉촉한 린의 입술을 보며 황제는 남색의 취미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어떤 나라든 휴벤트제국에게는 한수 양보한다. 자신의 권력으로 저아름다운 귀족을 자신의 손아래에 두는것도 어렵지 않을터...갑작스레 등장한 린을 보며 황제는 분노가 아닌 설레임의 시선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린을 보고 있었다. 황제를 수호하는 기 사들이 먼저 다가가 린을 저지하려 했지만 황제가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했고 자 신에게 다가오는 린의 모습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그의 황홀한 향기가 이곳까지 퍼지 는 착각을 들게 할정도로 소유하고 싶은 인상의 소년이었다. 그의 은빛가면에 더욱더 깊은 인상을 심게된 린을 보며 밀리릴리아도 처음보는 타입의 소년에게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고 있었고 다른 영애들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황제의 바로앞으로 당도한 린을 보며 황제는 왠지 모를 흐뭇한 미소를 짓 고 있었고 다른 귀족들도 모두들 갑작스레 등장한 신비의 소년 린을 주목하기 시 작했다. 그러나 린을 향해 연신 미소짓던 황제도...린을 보며 가슴을 두근거리던 영애들도... 린을 보며 약간 경계하고 있던 기사들도...린을 보며 어느나라의 귀족인지 궁금해 하 던 젊은 귀족들도...모두들 린이 황제앞에서 행한 행동에 헛바람을 삼키며 경악의 도 가니에 빠져들어야 했다. "괜찮으십니까? 두비안느 루시안 레이세민 공주님, 그리고 두비안느 루시안 미요공 주님..." 무도회장에서 가장 직분이 높은 사람은 당연히 황제였다. 허나 정체불명의 신비한 공작은 바로 눈앞의 황제를 두고 망국의 공주에게 한쪽무릎을 꿇고 정중한 예를 차리며 인사하고 있었기에 진과,밀리릴리아 그리고 황제와 샬레리나까지 입을 쩍 벌리고 경악하고 있었다. 처음보는 사람이 황제를 본체만체하고 자신과 미요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자 황당한 듯한 시선을 눈앞의 신비한 은발의 소년에게 보내며 물었다. "그,그대는...누구신가요?" "......" 무도회장에 모인 모두가 경악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신비한 은발의 소년에게 서 나올 그의 이름을 듣기위해 자신들의 청력을 모두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의 촉촉 한 아름다운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에 연회장에 모인 제국의 모든 귀족들은 청천벽력 같은 그의 이름과 가문에 몸을 부르르 떨며 아까와는 비교도 안되게 헛기침까지 해 대며 경악에 경악을 거듭해야 했다. "미드리엘 왕국의 린 공작입니다...공주님...전 린 엘테메오...." ".......린 엘테메오...?" "린 엘테메오......헬마스터...." ".......! " ".......! " -쨍그랑...캉...- 그의 끝에서 나온 헬마스터란 성에 주위 곳곳에서 비명과 함께 들고있던 와인잔을 손에서 놓쳐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뭐,뭐,뭐라고!! 헬마스...터!!" "마,말도안돼!! 어떻게 헬마스터가의 가주가!!" "헉!! 서,설마!!..." 주위에 늙은 귀족들은 연신 경악성이 담긴 피를 토하는 외침을 날리고 있었고 젊은 귀족들은 레이디를 보호한다는 듯 그녀들을 자신의 등뒤에 세우고는 린을 살벌한 시선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했던 상황은 연출되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애틋한 상황이 연출되자 마치 슬픈 연극의 마지막 감동적인 장면을 보는것처럼 가슴이 아릿해옴을 느껴야 했다. 은발의 신비스런 헬마스터 공작은 자신들의 공주의 눈물을 모두 닦아주며 그녀 들에게 달콤한 미성의 목소리를 건네었다. "너무...오래 기다리셨군요...죄송합니다. 레이세민,미요공주님... 린 엘테메오 헬마스터가 지금 왔습니다." "흑!..." 급기야 레이세민은 미요를 부둥켜 안고 우는것지 웃는건지 구별하지 못할 서러운 울 음소리가 싸늘한 적막에 휩싸여 있는 무도회장 전체를 커다랗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7) 현재 자이녹스 황성안의 화려한 무도회장은 싸늘한 적막가운데 한 소녀의 애절한 울 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도회장에 모인 제국의 귀족들은 경악의 눈빛으로 애절하게 울고 있는 아 름다운 소녀를 달래고 있는 신비한 은발의 소년에게로 시선이 주목되고 있었다. 제국의 귀족들은 어려서부터 헬마스터 공작이란 이름을 제국의 역사를 통털어 가장 악랄하고 잔인하게 서사(敍事)되어 전해오고 있었다. 자신들의 많은 선조들이 헬마 스터 공작에게 목숨을 잃었으며 제국의 넓은 뜻을 전대륙에 퍼트리기 위한 대업을 행할때마다 자신들의 발목을 잡은 제국의 제일의 공적이 바로 헬마스터 공작이었 다. 물론 헬마스터가는 미드리엘왕국의 위기때만 나타나 왕국을 수호하는 공작가였 지만 언제나 미드리엘왕국을 침공했던건 십중 팔구는 모두 휴벤트제국이었다. 이에 제국의 역사가들은 자신들의 정복전쟁에서 패한 변명을 모두 헬마스터가로 돌려버 렸고 역사가 왜곡되어 제국의 귀족들에게 전해져 온 것이다. 그래서 제국의 귀족이 면 어린애라도 헬마스터란 이름만 들어도 치를 떨었고 두려워 했으며 분노했다. 허나 지금의 광경은 무엇이란 말인가? 항상 어른들께서 말씀하시길 헬마스터 공작 이라는 작자는 추악하고 극악하며 대륙에서 가장 잔인한 인간이 헬마스터 공작이 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은발의 소년은 외관또한 왠지모르게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을 지녔으며 그 누가 보더라도 가슴을 뭉클하게 할 만큼 헬마스터 공작은 자신의 고운손으로 두 공주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고 있었다. 그 장면이 흡사 동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이 실제로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지자 제국의 귀족영애들은 심지어 레이세민이나 미요공주가 부러워지기까지 했다. -척!처척!- -스르릉...- 여기저기서 은빛갑옷으로 무장한 듬직한 제국의 기사들이 어느새 헬마스터라 자 청하는 은발의 신비한 소년과 망국의 공주를 빙 둘러싸고 포위하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헬마스터 공작은 경악스럽게도 혼자서 적국의 중심에 와있는 걸로 판명되었다.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보이는 헬마스터 공작은 정말로 바보인건지 미친건지 알수 없었지만 사방에서 적국의 기사들에게 포위당했어도 공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일 을 멈추지 않고 그가 짓고 있는 살풋한 미소도 전혀 지워지지 않았다. "이제 괜찮나요? 공주님..." "흑..흐끅...네..." 미요를 살포시 안고 계속 흐느끼고 있던 레이세민은 이제야 겨우 서러운 울음을 그치고 홍조가 어린 얼굴을 눈앞의 신비한 공작님에게 보이기 싫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아직도 훌쩍이고 있는 레이세민을 보며 살며시 웃어주고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그리고 아직도 멍한 눈빛으로 있던 미요공주를 레이세민의 품에서 건네 안으며 그녀를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요는 처음봤을때부터 왠지 모르게 가슴이 울 렁거리며 언젠가 만난적이 있는것같은 느낌을 주는 신비의 공작에게 안기자 차 가웠던 그녀의 얼굴에서 너무나 귀여운 예쁜 홍조가 어렸다. 훌쩍이던 레이세민 도 자리에서 일어서서 예쁜 표정을 짓고 있는 미요를 보자 다시 눈물이 흘러나 왔다. 그때 신비한 은발의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의 품에 안긴 미요를 보며 달콤한 목 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희망을...마음을 버리지 말아요...괴로운 현실은 실패했을 때 찾아오는게 아니라 포기했을 때 찾아오는것이니까요. 미요...그때 정원에서 만난 하얀 털복숭이 친구 를 기억하나요?" "아!..." 미요는 일주일전쯤 처음본 순간부터 자신이 그렇게 없애려고 노력했던 마음을 순식간에 다시 살려낸 하얀생물을 기억해 내며 작은 탄성을 질렀다. 그때는 건 방진 말을 해대던 하얀생물에게 자신도 독설있는 말을 내주고는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달려왔었던 기억...그러고 보니 미요는 그때의 느낌과 지금 눈앞의 헬마 스터 공작이 주는 느낌과 거의 흡사하단걸 느낄수 있었다. "하하 그 친구가 저랑 굉장히 친한 녀석이거든요. 녀석이 한시라도 빨리 귀여운 미요공주를 구해내라고 하도 닦달해서 친구한명만 대리고 이곳으로 부랴부랴 달 려왔지요. 하하 역시 눈앞에서 보니 미요와 레이세민은 정말 사랑스러워요...훗.. 굳이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사랑스러운 미요와 레이세민을 분명 이곳으로 부터 구해냈을 거에요...그대들은...그럴 자격이 있으니까요." 린의 말에 어느덧 미요의 차가웠던 심장이 뜨거운 기운을 내뿜으며 거세게 요 동쳤다. 그리고 이어진 린의 말에 미요는 어느새 생기를 되찾은 눈에서 맑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미요...그 하얀친구가 전해달라는 선물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군요...훗..." "......." 미요는 그당시 절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는 하얀생물의 말을 들으며 자신에게 마음이 생길까봐 얼마나 불안에 떨었는가...하지만 지금은 믿지 않았던 존재 에게서 자신은 자신의 죽은 마음을 선물받았다. 이에 미요는 울먹이는 어조로 린의 가슴에 고개를 뭍으며 말했다. "저,저는 그아이를 믿지 않았는데...그아이에게 나쁜말까지 해버렸는데..." "하하...그녀석은 워낙 멍청해서 그런건 금방 까먹어요...녀석...누굴 닮아가지 고..." 린은 왠지 자기가 자기욕을 하는것같아 잠시 갸우뚱했으나 이내 자신의 가 슴에 고개를 뭍고 울먹이던 미요가 다시 고개를 들고 너무나 귀여운 표정으 로 자신에게 말하자 금방 잊어버렸다. " 비록 오래살지 않은 인생이지만 제 생애에 가장 맘에드는 선물이라고 전 해주실래요? 공작님." "후훗...그건 직접 전..." 미요와 레이세민과의 오붓한 상봉시간을 분위기파악못하고 깨뜨리는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휴벤트제국의 황제라는 인간이었다. 황제는 헬마스터 라는 이름이 주는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었고 지금은 헬마스터 공작이 단신의 몸으로 적장한가운데에 쳐들어온 미친짓 을 하고 있었다. 이에 황제는 헬마스터 공작을 없앨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노호성을 발하며 린을 포위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명했다. "뭣들 하는게냐!! 당장 제국의 해가 되는 악의 뿌리를 처단하지 않고!!" 솔직히 지금 이 아름다운 상황에서 눈앞의 헬마스터 공작과 망국의 두공 주를 억압한다면 자신들이야 말로 레이디를 억압하는 기사도에 반하는 행동 을 하게 되는 것이지만 기사들은 황제의 어명이었기에 마음을 굳게 다잡고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헬마스터공작과 망국의 두 공주의 사이로 눈부신 푸른빛이 쏟아 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빛에 두 팔로 얼굴을 감싸며 몸을 돌려버린 상 태에서 제국의 한 마법사의 긴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저,저건 워프게이트닷!! 모두들 안티매직쉘로 워프를 방해해랏!!" 한 마법사의 외침에 정신차린 다른 제국의 마법사들도 모두들 재빨리 주문 을 캐스팅하며 두손을 뻗어 워프를 시도하려는 헬마스터공작들에게 자신의 마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공주들의 주위로 대략 3해론가량의 마법진이 생겨나고 거기서 눈부신 푸른 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법진은 거의 절정에 다다른 듯 더욱더 눈부신 빛 을 띠고 있었을 때 제국의 마법사에 의해 이 마법진이 워프게이트란 것을 알 게된 레이세민은 어서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미요의 작은 손을 꼭 잡고 한시라도 빨리 마법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잠시 마법진의 빛 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린의 입에서 칫! 소리와 함께 자신의 마나를 워프게이트의 주변으로 퍼트렸다. 자신들과 함께하리라고 믿고 있었던 헬마스터공작이 마법진으로부터 한발짝 물 러서는 것을본 레이세민은 그만 깜짝놀라 소리쳤다. "고, 공작님!!" 마법진의 뒤로 물러난 린은 자신의 행동에 놀라 소리치는 레이세민을 보며 살풋 웃어주고는 전혀 위기감이 없는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후훗...그곳에 가면 헬마스터 공작가의 세력이 집결된 곳이에요. 분명 좋은 친구들이 많을 테니 먼저가서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미요. 미요가 받은 선 물이 맘에든다면 그곳에 가서 하얀친구를 만나면 꼭 고맙다고 인사해줘요. 그럼 하얀친구가 굉장히 행복해 할꺼에요." "고,공작님은 함께 가시지 않는건가요?" 미요의 앳된 외침이 들려오자 린은 손을 휘휘 내 젓고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은채로 말했다. "하하...여기셔 제가 해야할 일이 남아있거든요. 먼저가서 기다려 주세요." "하지만 공작님이 위험!....." 다시 레이세민이 공작의 안위를 걱정해 같이 가자는 말을 린에게 외치려 했 지만 린이 손을 들어 걱정하고 있는 그녀를 막았다. "제 이름은 린 엘테메오 헬.마.스.터입니다." "아!..." 이제 마법진은 워프의 준비를 모두 마쳤는지 눈부신 빛으로 레이세민과 미요 를 감싸고 있었고 레이세민도 더 이상 린에게 함께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눈부신 빛과함께 헬마스터 공작가의 본가로 워프되면서 레이세민은 린을 향 해 활짝 웃으며 여운을 길게 남는 한마디를 남기고 끝내 사라졌다. "고마워요..." 자신의 성노로서 애용하려던 레이세민공주와 미요공주가 헬마스터 공작가의 본가로 워프되자 불같은 분노가 치민 황제는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게 물 들어지며 기사들을 향해 일갈을 내뿜었다. "이 멍청한 것들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냐!! 당장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헬 마스터의 목을 가져와라!! 녀석의 목을 가져오는 자에게는 내 후한 상과 작위를 수여하리라!!" 상금과 작위를 수여한다는 황제의 말에 린을 포위하고 있던 기사들은 이제 자신들의 기사의 맹세식때 맹세했던 기사도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헬마스터공작의 목만 배면 자신의 앞날은 장밋빛의 화려한 인생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자신의 검을 고쳐쥐고 불같이 타오르는 투기와 함께 헬마스터 공 작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은 달려가다 그만 투기를 잃고 멈춰서야 했다. 신비한 외모의 헬 마스터 공작은 자신들이 검을 들고 공격하려고 하자 자신의 허리에 차고있 던 장식용 유리검을 뽑아든것이었다. 이에 황당해진 기사들은 헬마스터 공 작에게로 달려가다 멈춰서고 다른 동료기사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것인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고 있었고 이들을 지켜보던 제국의 귀족들도 모두들 입을 멍하니 벌린채 헬마스터라 자칭하는 신비한 소년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이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역겨운 재상도 멍해 있다가 갑자기 대소를 터트리고 헬마스터 공작을 비웃기 시작했다. "쿠헐헐헐...그런 유리조각으로 기사들의 검을 막겠다고? 이건 여자들 소꿉 놀이가 아니라네 헬마스터 공작!"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 역겨운 재상의 말에 헬마스터 공작에 대한 경악과 또다른 감정들이 많이 희석된 제국의 귀족들은 수많은 기사들을 향해 아름답지만 금방 깨질것같 은 유리검을 든 헬마스터 공작을 비웃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연신 계집아이처럼 유리검을 들고 기사들과 상대하려는 헬마스터 공작을 비웃고 있던 제국의 모든 귀족들이 그들의 두눈을 크게뜨고 다시 헬 마스터공작을 뚫어지게 봐야 했다. -스르르르...- 헬마스터 공작의 손에 쥐어져 있는 유리검이 갑자기 황금검기가 아리기 시작 했다. 그때까지는 그저 특이한 빛깔의 검기도 있구나 하고 신기한 눈으로 쳐 다봤으나 그 다음에 일어난 현상에 모두들 다시 헬마스터 공작에 대해 경악 하고 있었다. 갑자기 공작의 유리검에서 황금기류를 받아 폭발적인 빛이 발산되더니 이내 그 빛은 반짝거리는 입자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끝없이 오색찬란한 빛을 터트리며 폭발하는 입자는 신비의 공작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검의 궤도를 타고 끝없는 빛의 입자가 수없이 많은 폭발을 일으키는 광경은 제국의 귀족들의 인생에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경이로운 장면이었다. 이에 멍하니 있던 제국의 수호기사들도 검의 새로운 경지에 자신들의 검을 고쳐 잡고 헬마스터 공작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달려들기 전에도 다시 경이 로운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이,이럴수가..." "저,저...게 진정 인간이란 말인가..." 린의 검이 호선을 그릴때마다 검의 궤도를 타고 오색찬란한 빛을 터트리며 폭발 하는 빛의 입자들만 봐도 경이롭건만 그의 검술은 그야말로 예술이라 부르기에 적당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이 물결흐르듯 움직이는 그의 몸놀림은 아름답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였고 마치 사람들의 혼을 흔들리게 하는 매혹적인 춤 을 추듯 그의 검술은 하나의 춤을 보는것과 같았다. 그가 매혹적인 스텝을 밟고 예상치 못한 루트로 수많은 입자들을 대동한 아름다운 유리검이 이리저리 휘둘리 고 있었서 마치 아름다운 유리공작을 연상케 했다.. 저마다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광경에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초월한 아름다운 헬 마스터 공작의 검술에 제국의 귀족이며 황제며 멍하니 린을 바라보고 있었고 린 에게 달려들었던 기사들은 그의 일검에 수많은 빛의 입자들에게 둘러싸여 온몸을 강타하는 경험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저 충격만 먹었을뿐 피부가 상한 다거나 찢겨진 자국은 없었다. 이런 신묘한 검술에 이젠 적의가 아닌 동경의 입장 이 되어 하나 둘씩 유리공작의 검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하나둘씩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던 기사들의 사이로 하나의 곧은 외 침이 들려왔다. "비켜라...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린과 기사들은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린이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나온 쪽을 보자 그의 입에서작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청보랏빛의 긴 생머리를 살랑거리며 다가오는 검은 제복을 걸친 훤칠한 남자는 자신이 봐도 혹할만한 마력을 발산하는 멋진 남자였다. 이에 린은 솔직담백하게 말했다. "멋지네요." "........" "........" 린의 뜻밖에 소리에 잠시 멈칫했으나 진 해븐로드는 이제껏 쌓아온 자신의 수련 으로 금방 냉정을 되찾고 눈앞의 신비한 헬마스터 공작을 주시했다. 비록 가면에 가려져 있지만 고운 얼굴선과 닿으면 아찔할 정도로 보드라울것만 같은 붉은 입술 그리고 생애에 보기 쉽지 않다는 은발의 생머리... 체격은 흡사 여자처럼 왜소하지 만 그의 괴력은 만만치 않았다. 그때 진 해븐로드가 린의 샤넬오르가를 바라보며 나직히 말했다. " 신기한 검이군..." -휙~!- -척!- "헉!!!...." "흡....." ".........!" 갑작스런 상황에 회장의 이곳저곳에서 묘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진은 자신의 눈앞의 헬마스터 공작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는 붉은 입술을 아름답게 웃으며 문제없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구경하려면 구경해. 난 배가 고파서 잠시 뭣좀 먹을게 헤헤..." 진 해븐로드는 공작의 검을 자신에게 구경하라며 휙 던져놓고 고급스런 테이블위의 음식을 곱게 먹고있는 헬마스터 공작을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보았다. 그리고 연신 귀여운 목소리로 '맛있어~~'를 외치며 부르르 떨고 있었고 그 앞에서 대기중인 요 리사에게 진지한 태도로 요리강습을 받고 있었다. 그러더니 하는말은... "후훗...휴벤트제국에서 중대한 기밀을 얻고 가는군..." "........" "........" 이에 허탈해진 진 해븐로드는 아예 싸울 의지를 잃게 되었다. 정말로 저게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헬마스터가의 가주가 맞단 말인가? 진 해븐로드는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한숨을 푹 쉬고 자신의 손에들린 헬마스터 공작 의 유리검을 쳐다봤다. 그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검을 보았고 또 휘둘러 봤다. 허나 지금 자신의 손에 잡힌 유리검은 보통 유리가 아닌 지금껏 그 어떤 검보다 예 사롭지 않은 보검이란 것을 한눈에 눈치챌수 있었다. 그때 한창 제국의 기밀을 훔치던 헬마스터공작에게 한숨을 푹 쉬고는 물어봤다. "어이...헬마스터.... 너 리류나드를 알고 있나?" -멈칫...- 진 해븐로드의 질문에 열심히 제국의 기밀을 훔치고 있던 린은 하던 짓을 멈추고 그 의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린채 멍하니 진 해븐로드를 쳐다보았다. "어,어떻게 알고 있지?" 역시 자신의 짐작이 맞아떨어진 듯 낮게 웃는 진을 보며 왠지 린은 알수 없는 불안감 에 사로잡혔고 이내 그의 입술이 떨어지며 말했다. "훗...그 리류나드가 다른 누구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다니...믿을수 없군..." 그러자 린은 진이 리류나드를 알고 있다는 말에 가슴에 남아있던 불안감은 종적을 감추 고는 위기감이 없는 말투로 말했다. "헤에~ 리류나드를 알고 있는거야? " 헬마스터공작의 말에 진은 다시 쿡 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내가 나의 검으로 그의 심장을 꿰뚫고 있을 때 그도 내 심장을 꿰뚫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지...우리들은 같은 시각 같은 곳에서 '그곳'으로 흘러 들어가 함께 나왔 으니까..." 그러자 헬마스터 공작은 마치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냥 주먹으로 자신의 손바닥을 위 에서 아래로 한번 툭 치고는 말했다. "오~ 대단하네? 난 리류나드의 옷깃하나 스칠 수 없는데 말야." 헬마스터 공작이 리류나드를 이길수 없다고 시인하자 제국의 귀족들은 물만난 고 기마냥 저마다 진을 바라보며 탄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오오~! 역시 진 해븐로드!!..." "이제 헬마스터 공작가도 여기서 끝이군 하하하" "제국의 영광을~!" 저마다 헬마스터 공작가의 궤멸을 기도하며 예찬하고 있었고 진도 사방에 적으 로 둘러쌓인 상태에서 린이 자신에게 이길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의 검도 자신의 손에 들려있지 않던가? 그때였다. 갑자기 헬마스터 공작이 손을 들어 손가락을 퉁 하고 튕기자 진 해븐로드가 들고 있던 유리검이 빛을 발하면 서 순식간에 공간이동으로 린의 손에 잡혔다. 이 놀라운 사실에 진조차도 멍하 니 그를 바라보고 있자 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헤헤...이게 어디에있든 간에 나의 의지로 소환할수 있거든...이거 선물해준 사람이 배려가 깊은 분인가봐 하하..." "......." 그렇게 한차례 자신의 검을 자랑하고는 그는 생각하는 사람처럼 자신의 손을 들 어 턱을 감싸고 생각하는 것마냥 음~이라는 비음섞인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흐음...내가 너를 검술로 이길수 없으니 어떻하지? 음..." 헬마스터공작도 자신이 해븐로드의 가주를 이길수 없다는 것을 시인하자 제 국의 귀족들은 마치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소리쳤다. "하하하하 그냥 죽어버려~~!" "아냐아냐 평생을 제국의 성노로 삼아버리지~헤헤헤(재상...)" "그래 그게 좋겠구만 크크큭...(매부리코 공작...)" "정말 기막힌 생각이군...(황제...)" 그러나 그들은 린의 오랜 고민 끝에 내놓은 해결방안에 다시 벙찐 표정으로 미스릴제 가면을 쓰고 있는 린을 바라봐야 했다. "그냥 미인계로 꼬셔 버릴까? 응? 걸려줄꺼야?" "......." "......." 이에 다들 어이를 넘어 황당무개하다는 시선으로 헬마스터 공작을 쳐다보았고 진 해븐로드도 그 답지 않게 벙찐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 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대꾸했다. "난 여자에겐 관심없다...더더욱 남.자.는.말.야...!" 그러자 자신의 위기상황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채 헬마스터 공작은 진을 보며 생 글생글 대답했다. "그래? 하긴...네 옆에 있는 빨간머리의 그럭저럭 생긴 여자만 보아왔으니 그런 생각 을 하는거라구~!" "........!" "........!" "........!" 이에 무도회장은 소리없은 천둥번개가 내려치기 시작했다. 방금 린이지적한 빨간 머리의 그럭저럭 생긴 여자가 누구였던가? 제국에서 안셀로자크공작가 의 공녀와 함께 제국의 제일미로 손꼽히는 제국의 황녀 밀리릴리아가 아니 었던가? 이에 진의 옆에 붙어있던 밀리릴리아는 자신의 주위를 두리번 거려 다른 빨간머리의 여자가 없는지 살펴보고 진 해븐로드의 주위에는 자신만이 붉은 머리라는 것을 알게된 그녀는 그녀의 붉은 머리처럼 얼굴이 붉게 물들며 자시의 프라이드에 상처를 준 헬마스터 공작을 향해 소리쳤다. "뭐,뭐라구요!! 그,그럭저럭 생긴 여자애라구요!! 그,그대는 눈이 있는건가요!?" "헤헤...비록 가면을 쓰고 있지만 보일건 다 보여 그럭저럭 아가씨." -뿌득!!- 태어나서 언제나 아름답네...신비롭네...라는 아부성발언을 들어오며 살아온 제국의 황녀 밀리릴리아는 지금 이순간 자신을 평범한 여자로 치부하는 헬마스 터 공작에게 알 수 없는 분노감과 기이한 한탄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주위에 서 아부성으로 자신에게 아름답다고 하는 것을 어느정도 눈치챌수 있었지만 타국 의 어디를 돌아다녀도 자신보다 아름다운 이는 제국의 공녀말고는 거의 없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미모에 자부심을 갖고 17년 인생을 살아왔건만 생전 처음 본 제국의 공적에게서 자신을 평범한 여자로 치부해 버리자 오기가 생긴 것이다. 옆에서 그다지 여자에게 관심이 없던 진 해븐로드도 제국의 제일가는 미녀를 그럭저럭이라고 평가한 린을 보며 황당하단 표정으로 바라봤고 제국의 귀족들 도 멍하니 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기어이 밀리릴리아공주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억울해 했다. 언제나 번지르르한 소리만 들어오다 오늘같은 발언을 듣게된건 하나의 컬쳐쇼크로 다가왔던 것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무도회장의 천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하얀연기가 치솟았다. -펑~!- "뭐,뭐야!!" "무슨 일이야! 회장의 천장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 그때 정체불명의 괴한이 뿜어내는 대소와 뿌연 연기로 인해 샹드리에가 반짝이는 천장이 흐릿하게 보일 때 무언가 반짝이는 물체가 황제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오는 반짝이는 물건을 손으로 잡은 황제는 자시의 손을 펴 그 안에 있는 물건을 확인하자 웬만한 반짝이는 물건을 수도없이 봐온 황제는 깜 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이건 뮤라의 눈물!!!" 자신의 손에 쥐어진 부드럽게 백옥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목걸이를 보고 소리친 황제의 말에 여기저기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서,설마!! 뮤라의 눈물이라니!!" "헉! 그럴 리가!!" "그건 20년전 괴도 사블랑트에 사라진 세기의 대보(大寶)가 아닌가!!" "헉! 그럴 리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때 귀족들의 경악성 사이로 천장에서 다시 괴한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커다란 괴한의 대소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올리니 뿌연 연기가 사 라진 천장에서 거대한 샹드리에에 앉아있는 온통 흰머리와 흰수염 그리고 하얀 제복을 걸친 남자를 바라봤다. 이 경악스런 사건을 모두 빠짐없이 자신의 머릿속에 새기기라도 하려는 듯 두 주먹을 꽉쥐고 지켜보고 있던 제국의 공녀 샬레리나가 천장에서 웃고있 는 사람을 보며 소리쳤다. "저, 자사람은 아까!..." 샬레리나가 말한 천장위의 괴한을 바라보며 황제가 믿지 못한다는 어조로 그에게 물었다. "도,도대체 이건 어디서 난거지!...이건 10년전 괴도 사블랑트가..." "헉!!..." "서,설마!!..." 그러자 다시 천장에서 호쾌한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하하하하 내 정체는 그대들의 알아서 생각해 주시오. 그럼 헬마스터 공작님 전 먼저 가있겠습니다! 하하하하하" 홀연히 나타났다 세기의 대보를 내주고 다시 사라진 괴한을 제국의 귀족들은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온통 흰머리에 흰제복...그리고 통쾌한 웃 음소리...모든게 사블랑트의 정보와 일치하고 있었다. 그때 다시 헬마스터 공작 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훗...저희가 마련한 선물이 맘에 드십니까? 황제여..." "뭐,뭣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고 있는 적국의 공작이 난데없이 자신에게 커다란 보물을 선물하자 얼떨떨한 황제는 소리치며 물었다. 그러자 헬마스터공작은 씨익 웃 으며 황당해하는 제국의 귀족들과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후훗...그동안 미드리엘왕국에 선심을 써준 답례로 드리는 것뿐이니 부담가지 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하..." "......." "......." 지금 황제는 저 공작이 다시 미친건가 하고 심각하게 고찰하고 있었고 그 외 귀족들도 다시 어벙벙한 상태로 헬마스터 공작을 주시했다. 물론 그뒤에 튀 어나온 헬마스터 공작의 말에 모두들 까무러칠 뻔했던 자신을 추스르기에 바빴 지만 말이다. "그 대신!! 우리들도 선물을 받아가야 겠지요?" "서,선물?" 그러자 헬마스터 공작은 활짝 웃으며 자신의 손을 들어 어느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정확히 3일후 제국의 그럭저럭 황녀를 훔쳐가겠습니다!" "뭐얏!!" "뭐라구!!!" "......!" 훌쩍이고 있던 황녀는 갑자기 난데없이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을 훔친다는 말에 어이없어 하고 있었고 다른 귀족들도 경악하며 놀라고 있었다. 밀리릴리아는 두번다시 듣기싫은 그럭저럭이란 말을 또 들으며 다시 눈물을 흘 리고 알 수 없는 분함과 한탄을 하며 헬마스터 공작을 쏘아봤다. "이!이!...나쁜사람!! 흑!...그대가 진 해븐로드를 제치고 도망갈수 있을 것 같나요!!" 그러자 경악하고 있던 제국의 귀족들과 황제도 얼굴에 살풋 미소가 돌더니 그가 제안했던 미인계도 통하지 않을 진 해븐로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때였다. 지금까지도 미소를 잃지 않은 헬마스터공작의 목소리가 다시 연회장에 울려퍼졌다. "하하 물론입니다! 제 힘은 검뿐만이 아니거든요. " 그러면서 헬마스터 공작은 고개를 돌려 밀리릴리아를 쳐다보며 생긋 웃고는 말했다. "그럼 그럭저럭 생긴 황녀님...3일 후에 데리러 오겠습니다." 그러자 밀리릴리아는 몸을 부들부블 떨며 다시 벌개진 얼굴로 헬마스터 공작을 향해 소리쳤다. "이!...그,그대는 정말로 광오한 자로군요! 지금 이상황도 타개하지 못할터인데! 제국 이 그렇게 우습게 보였던가요!!" 그러자 헬마스터 공작은 그녀를 향해 살풋 웃어주고 파란 구슬을 품속에서 꺼내 들 었다. 그러면서 워프를 외치려 하자 제국의 노마법사가 그런 공작을 보고 외쳤다. "하하하!! 워프하려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 헬마스터!! 좀전에 이미 제국의 황성주위 로 강력한 반마나장을 형성해 그대가 지정한 좌표로 워프될 가능성은 10%미만이다!! 큭큭 재수가 좋다면 살수 있겠지만 나무사이에 끼여 워프되거나 물속에서 워프된다면 그대는 곧바로 세상과의 이별이겠지 크하하하하" 그러자 처음으로 헬마스터 공작의 미소가 사라지자 황제와 제국의 귀족들도 의기 양양해진 듯 허리를 펴고 날카로운 눈으로 공작을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중 그들의 대표격으로 분노와 오기가 담긴 밀리릴리아 황녀가 자신의 눈물을 슥 닦으며 화난 어조로 그에게 소리쳤다. "하!...이젠 어쩔거죠? 공작님!" "........" 밀리릴리아는 헬마스터 공작이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자 아름다운 미소를 지 으며 헬마스터 공작을 생포하게 되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매력을 그에게 부각 시켜 그의 생각을 뜯어고칠 계획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돌아가자 알 수 없는 희열과 두근거림이 생기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듣지 못할 것 같은 그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퍼뜩 놀란 밀리릴리아는 헬마스터공작을 쳐다보았다. "이런이런...그래도 그냥 워프할래요 하하..." "무,무슨 바보같은 소릴!...그랬다간 당신은 죽고 말거에요! 희박한 확률에 목숨 을 거는 바보같은 사람이군요! 당신은!!" 비록 힐난의 어조였지만 걱정기가 다분히 담긴 황녀의 말에 린을 살풋 웃어주고 는 그의 손에 들린 구슬을 향해 소리쳤다. "워프~~!!" 그러자 그 구슬로부터 엄청나게 쏟아지는 강렬한 빛무리에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다시금 팔로 얼굴을 감싸쥔채 몸을 돌려버렸다. 대략 1분정도가 지났을까...모두들 사라진 빛과 함께 헬마스터 공작이 있었던 자리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허나 그들은 정말로 워프와 함께 사라진 공작을 보 며 경악과 허탈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혹시 눈속임이 아닐까 하는 생 각에 진 해븐로드와 기사들은 파티장의 이곳저곳을 뒤져보고 있었으나 오랜 시간 동안 수색해도 헬마스터 공작의 은빛머리칼도 발견할수 없었다. 그때였다. "꺄아아아아악!!" 갑자기 연회장을 울리는 여인의 비명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러 자 더더욱 젊은 귀족들은 깜짝 놀랐다. 비명을 지른 장본인은 제국에서 밀리릴리아 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소녀로 추앙받는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샬레리나였기 때문이 었다. 샬레리나는 갑자기 치마속에 있는 자신의 발목에서 기이한 느낌이 들자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이에 가녀린 여자가 놀라하며 주저앉자 수많은 남성 들이 샬레리나에게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때 다시 샬레리나의 비명소리가 들려오 면서 기이한 광경이 연출되기 시작함에 샬레리나에게 달려오던 많은 젊은 귀족들 은 그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샬레리나의 치마폭에서 무언가 조그만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불룩 튀어나온 샬 레리나의 치마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차마 남자들은 샬레 리나의 치마를 들출수가 없기에 얼굴만 붉히며 샬레리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샬레리나도 자신의 치마속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물체가 움직이자 불안함과 공포 에 울먹이고 있을때였다. 드디어 이리저리 샬레리나의 치마속을 탐험하던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자신의 동그 라고 하얀털이 곱게 자란 얼굴을 불쑥 내밀며 소리쳤다. "뀨우~~~?" "........" "........"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과 샬레리나는 자신의 치마속에서 나온 하얀생물을 보고 잠시 컬쳐쇼크를 느끼곤 얼마지나지 않아 무도회장에는 수많은 귀족영애들의 비명소 리와 함께 샬레리나는 자신의 얼굴이 붉어짐을 느낄수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8) "뀨~~~우~~~" "꺄아아악~~~♡" "어마~저 귀여운 눈좀 봐~~♡" "아~저 동그랗게 말린 날개가 너무 귀여워~~♡" 헬마스터 공작이 갑작스레 사라지고 난후 샬레리나의 치마속에서 나타난 하얀생물이 귀여운 울음소리를 낼때마다 제국의 귀족영애들은 너도 나도 두볼에 홍조를 어리며 샬레리나의 품에서 귀엽게 아둥바둥 거리는 하얀 생물을 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남자귀족들은 차마 레이디들앞에서 꼴사납게 두손을 맞잡으며 같이 비명 을 지를수 없기에 그저 흠흠 거리며 헛기침을 할 뿐이었다. 문득 샬레리나는 헬마스터공작에 의해 기분이 많이 상한 밀리릴리아황녀 님이 떠올랐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난줄 아는 소녀였지만 꽤 귀여운 구석도 있어서 어릴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였다. 그래서 그녀의 상한 기분도 풀어줄 겸 자신의 품에 안긴 아찔할 정도로 짧은 네 다리가 너무 귀여운 하얀 생물을 안고서 저쪽 테이블의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는 밀리릴리아에게로 다가갔다. 샬레리나가 하얀생물을 안고 가자 수많은 귀족영애들이 샬레리나를 따라 왔다. 샬레리나의 품에 안긴 하얀생물은 황녀에게 다가갈수록 뀨뀨거리며 연신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에 샬레리나와 귀족영애들은 다시 꺄 꺄 거리며 좋아라 했다. 허나 이 귀여운 표정이 엘테미아의 음흉한(?)표정 이라고 상상할수나 있을까? '헤헤헤...그래그래...황녀에게로 가는거야~~♡ 웃흥~! 황녀님~~이제 나의 멋진(?)몸에 반해버리는거얏! 하하항~' 그렇게 음흉한 생각을 엘테미아가 하고 있을 때 어느덧 샬레리나는 의 자에 앉아서 화가난건지 침울한건지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녀에게로 다가갔다. 자신에게 누군가가 다가온걸 눈치챈 밀리릴리아는 가슴속에 싸여있는 울분을 뒤로 재쳐두고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있는 샬레리나를 보았 다. 그리고 시선을 조금 내려 그녀가 들고있는 난생 처음보는 하얀생물 을 보게되었다. 황녀와 이제 눈이 맞추친 엘테미아는 한껏 음흉한(?)표정을 지어내고 밀리릴리아에게 자신의 마수를 뻗으며 성공에 한발짝 다가서기 위해 자신의 짧은 다리로 아둥바둥 거리며 한껏 재롱을 부렸다. 그러자... "꺄아아~~~~♡" "어마~~저 다리좀봐~~너무 귀여워~!" "저 동그란 황금눈좀 봐!! 어쩜 저렇게 맑을수가!!...으아앙" "세상에~ 어쩜 저런 귀여운 동작이 있을까!!" "꺄악~! 저리치워!!!" "......." "......." 모두가 엘테미아의 귀여운 재롱에 사랑스런 비명을 지르며 좋아라 하고 있을때 맨 마지막에 울려퍼진 겁먹은 소녀의 외침에 모두들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샤,샬레리나!! 어서 그거 치우란말야!! 너 모르는거야? 나 동물알레르기!!" "아!...." "뀨!...(헉!...ㅡ.,ㅡㆀ)" 엘테미아를 본 황녀는 비명을 지르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샬레리나로 부 터 몇발자국 떨어져서 자신의 어깨를 두손으로 감쌓고는 부들부들 떨며 샬 레리나에게 외쳤다. 그러자 샬레리나는 문득 밀리릴리아가 어릴 적 황궁에서 키우던 동물에게 크게 다쳐 동물에 대한 공포증과 알레르기 증상이 생겼다 는 사실을 이제야 생각해냈다. "아!...미,미안 밀리, 하하 내가 깜빡했지 뭐야...근데 정말 이런 귀여운 아이도 무서운 거야?"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동그란 귀가 축 늘어지고 살랑거리던 꼬리도 힘 없이 축 늘어진 엘테미아는 샬레리나의 꼬드김에 다시 왕방울만한 황금눈 동자를 반짝이며 음흉한(?)표정으로 밀리릴리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밀리릴리아는... -도리도리...- 고개를 도리도리하며 엘테미아의 드래곤하트에 비수를 꽃는 말을 내뱉는다. "난 털이 복슬한 동물은 모.두.다.싫.어." "뀨!...(흑!...) 황녀의 말을 듣자 엘테미아의 쫑긋세워진 귀와 살랑거리던 엘테미아의 붉은 털로 리본모양으로 묶여있는 귀여운 꼬리는 다시 축 늘어지며 힘없이 목도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자 샬레리나는 자신의 품에 안긴 하얀생물 을 보며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뚱한 표정을 짓는 밀리릴리아를 쳐다보고 말했다. "흠...이해할수 없네? 하지만 어쩔수 없지. 어쨌든 기운내 밀리. 솔직히 네가 나보다 조금 이쁘잖아. 아까는 헬마스터 공작이 네 화를 돋구기 위해 도발조 로 말한것 뿐이야. 그러니 신경쓰지 말아." 샬레리나는 헬마스터공작에게 '그럭저럭 생긴 여자'라는 말에 충격을 받고 분해있는 밀리릴리아를 보며 위로했고 샬레리나의 위로에 고개를 번쩍 쳐 든 밀리릴리아는 갑자기 일어서서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그건 나도 알아!! 대륙에서 가장 아름답고 청초하며 때로는 순진한 소녀 지만 어떨때는 중독성이 강한 매혹적인 매력을 지닌 제국의 황녀를 보며 그도 자신의 맘에는 전혀 없는 다른 말을 했겠지!! 하.지.만!!... 어쩜 헬마스터 공작은 하나의 남자로서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인 나를 보며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그런 말을 지껄일수 있는거냐구!! 그녀석!...분명 호X 나 고자가 분명해!! 그렇지 않고는 절대 그런 남자가 존재할수 없지..암!!" "......." 황녀주위에 있던 영애들과 샬레리나는 차마 뭐라 말하지 못하고 그저 난처한 웃음 과 식은땀을 흘릴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들이 엘테미아를 데리고 귀여워 하고 있을때는 황제와 진 헤븐로드가 사 라진 헬마스터 공작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허나 그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 오늘의 무도회는 지금을 기점으로 파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언제나 헬마스터 공작가가 움직이면 수많은 귀족들이 헬마스터 공작에게 사냥감이 되므로 지금부터 휴벤트 제국은 1급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무도회장에 모인 귀족 들에게 더욱더 주위를 경계할것과 호위를 게을리 하지 말것을 당부하고 연회를 끝마쳤다. -달그락 달그락- 달빛이 은은히 비추는 제국의 제도 이클리돈의 관도에 온통 하얀색으로 치장한 화려 한 8두마차가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뀨우......" 엘테미아는 자신의 완벽하고 빈틈이라곤 현미경을 들고 살펴봐도 전혀 없는 멋진 책략(?)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자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지금 자신 은 향긋한 분내음이 나는 샬레리나의 부드러운 무릎위에 앉아 그녀의 저택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있고 무사히 무도회장을 빠져 나오긴했다. 그러나... "오빠 오늘은 왠일로 저택에서 자는 거야? 언제나 황성에서 지냈으면서..." "널 데려다 줄겸...저택의 호위들도 재점검 할겸..." "헤에..." "뀻!...(쳇!...)" 지금 엘테미아는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처절 한 비명과 함께 목놓아 울고싶은 심정이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고 샬레 리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엘테미아자신을 책임지게 되자 속으로 그나마 안도하고 있었으나 그게 희대의 대실수가 될줄 누가 알았으랴? 그건 바로 샬레리나의 오빠라는 녀석!... "뀨웅......" 엘테미아가 샬레리나의 오빠라고 부른 사람을 보며 귀엽게 앙앙거리자 샬 레리나는 자신의 고운손을 들어 엘테미아를 두손으로 안아들고 자신의 얼 굴 바로앞으로 엘테미아의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을 갖다대며 말했다. "얘. 너 아까부터 왜 그리 퉁퉁 부어있니? 설마 내가 싫은거야?" 마지막 말은 조금 애처롭게 말하는 샬레리나를 보자 샬레리나가 들고 있 던 하얀생물은 그녀의 손을 자신의 작은 혀로 핥으며 애정표현을 하자 그제야 얼굴이 밝아진 샬레리나는 보드라운 엘테미아를 자신의 얼굴로 부비부비하며 좋아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엘테미아가 적의의 시선을 보내는 것처럼 샬레리나의 오빠라는 사람도 엘테미아에게 두눈을 가늘게 뜨며 묘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문득 헬마스터 공작이 생각난 샬레리나는 자신이 헬마스터 공작 과 있었던 일을 자신의 오빠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참 오빠. 오늘 나 헬마스터 공작이랑 같이 이 마차를 타고 황궁으로 온거 알아?" "뭐야??" 그러자 그녀의 옆에서 연신 차가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던 그는 그의 사랑스런 여동생의 말에 짙은 속눈썹의 아름다운 눈을 번쩍하 고 뜨고는 고개를 돌려 샬레리나를 쳐다봤다. "정말 그 사람 간덩이가 부어도 한참 부어올랐어. 설마 적국의 중앙에서 태평하게 자이녹스황성의 본궁으로 향하는 황도를 걷고 있었단거 알아?" 그러자 그녀의 오빠라는 사람은 더더욱 놀라다가 이내 황당해하며 계속하 라는 눈빛을 샬레리나에게 보냈다. 그러자 샬레리나는 오늘 오후에 있었던 헬마스터공작과의 만남부터 자신의 기사와 싸움이 있었던일 놀라울 정도의 치유력과 괴력을 소유한일... 그의 옆에는 온통 짧은 하얀머리와 멋진 하얀 턱수염을 길른 청년인지 중년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듬직했던 남자가 대 동하고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그렇자 그녀의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신 '그랬었군...'이라고 중얼거리 고 있었다. "휴...난 그가 갑자기 무도회장에서 나타났을때 신비했던 은발의 소년을 보고 타국 의 공작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하니 헬마스터 공작이었을 줄 상상이나 할수 있 었겠어? 그가 헬마스터 공작이는 것을 알았을땐 배신감마저 느꼈었지 뭐야...분명 우리가 마차안에서 달리고 있던 황도를 걷고 있던것도 의도된 것일꺼야...어쩌면 타겟 을 나에게서 밀리에게로 바꾼것일지도 모르지...암튼 제국의 제일의 공적을 내가 스스 로 마차안에 태웠다는 생각을 하자 온몸에 소름이 다 돋았던거 있지 하하...암튼 다음에 만나면 뺨이라도 때려줄꺼야! " 샬레리나가 주먹을 불끈쥐고 처음으로 맘이 동했던 상대가 헬마스터 공작이었단 사 실에 복수심을 태우고 있을 무렵 그의 오빠가 그녀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그냥 헬마스터공작이라 말고 헬마스터놈이라고 해라. 녀석에겐 그것도 과분하지." "뀨루룽...(이자식...)" "하하...그럴까? 하지만 헬마스터놈이라는건 레이디의 입에서 나올말이 아니야 오빠." "이미 나왔잖아..." "......." ".......에이! 몰라!! 암튼 그 생각만 하면 기분이 이상하게 나빠진단 말야..." "뀨우우웅...." 갑자기 자신의 무릎에 엎드려 있는 귀여운 하얀생물이 으르렁거리는 것도 귀엽게 하자 샬레리나는 살풋 미소지으며 자신의 고운 손으로 하얀생물을 안고 물어봤다. "어머 갑자기 왜그러니?" "........" 그러나 그저 정체불명의 귀여운 동물이여야 하는 엘테미아가 뭐라 할수있겠는가? 그녀와 그녀의 오빠를 보고 나는 그런적 없엇!! 이라고 외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자신의 손으로 수염이 없는 매끈한 턱을 쓰다듬고 있는 그녀의 오빠가 말했다. "그래도 놀랍군...적국의 황도를 태연히 걷고 있을 정도라면...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부심이 있다는건가?...그도 아니면 그냥 단순한 녀석이라서 그런건가..." "끼유뀨!!(첫번째!!)" "흥! 그냥 단순한 거겠지." ".......!" 자신의 물음에 자신이 대답하는 그녀의 오빠를 보며 엘테미아가 다시 으르렁거릴 때였다. "아함..." 그때 문득 흑발의 아름다운 소녀 샬레리나가 오늘의 연회에 참석해 피곤한듯 두눈을 반쯤 감은 채 자신의 고운 손으로 입을 곱게 가리며 귀엽게 하 품을 했다. 그리곤 점차 감기는 두 눈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오빠에게 말했다. "오빠...나 졸려...그러니까 오빠 어깨좀 빌릴께...저택에 도착하면 깨 워줘...하암..." "그래라..." "헤헷...고마워..." "......." -달그락 달그락- 거대한 안셀로자크공작가의 마차안에는 샬레리나와 그녀의 오빠라는 이해할수 없는 녀석 그리고 위용스런(?) 드래곤의 본모습으로 현신한 엘테미아가 전부였다. 원래 샬레리나를 호위하고 있던 우람한 기사는 샬레리나의 오빠의 등 장으로 특별 휴가를 얻어 이미 제도의 어딘가로 사라진 후였다. 한참을 침묵속에 달려가던 샬레리나와 그녀의 오빠 그리고 엘테미아는 순간 샬레리나의 오빠가 조용했던 마차안의 침묵을 깨뜨렸다. "이제 그만 정체를 밝히시는 어떤가..." -움찔...- 갑자기 들려온 샬레리나오빠의 아리송한 말에 순간 엘테미아의 작은 몸은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전혀 모르겠다는 식으로 녀석의 말을 못 들은척 계속 자는 시 늉을 했다. 그러자 재수없는 녀석의 목소리가 다시 엘테미아를 괴롭 히고 있었다. "후훗...끝까지 숨길수는 없을꺼다..." "......." "헬마스터 공작..." -움찔!- "!!....." "후훗...우연치곤 대단하지...헬마스터란 녀석도 머리가 있으니 위험을 무릎쓰 면서 까지 진짜로 워프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지...그리고 그가 사라지자 마자 갑자기 사람들의 모든 시선을 끌만한 네녀석이 등장했고 말야..." 엘테미아는 자신의 뽀송뽀송한 털이 식은땀에 축축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리고 계속 재수없는 녀석의 말이 이어졌다. "분명 너는 헬마스터 공작과 연관이 있어...녀석이 도망갈 시간을 벌기위해 너를 방치해 뒀거나...아니면..." "........" "네가 헬마스터 겠지...훗..." 끝까지 자는 척하려던 엘테미아는 그의 입에서 헬마스터라는 이름이 나오자 순간 자신의 고개를 움찔거려야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눈앞의 청보랏빛 머 리의 매혹적인 남자를 쳐다봤다. 그렇게 소리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에도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화려한 하얀 마차는 샬레리나가 살고 있는 거대한 저택으 로 들어가고 있었고 자고 있을거라 생각했던 샬레리나는 깊이 잠든것이 아니었는 지 언제나 냉철한 자신의 오빠가 세상에서 가장 귀여울것 같은 정체불명의 하얀 생물을 보며 헬마스터 공작이라고 하는것을 똑똑히 듣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9) 엘테미아는 현재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눈앞의 매혹적인 남자를 쳐다 보 았다. 엘테미아는 전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똘망똘망한 눈 빛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고 속으로는 끝없이 울부짖고 있었다. '으아아앙!! 왜! 어째서!! why!! 나제!! 으아앙...왜 녀석은 헤븐로드 공작인데 어떻게 안셀로자크가의 영애인 샬레리나의 오빠가 될수 있는거야!!! 으흐흑...' 엘테미아는 훗날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휴벤트의 헤븐로드가도 혈연을 중심으 로 가주자리를 계승하는게 아닌 헤븐로드가의 가주에게 도전할수 있는 기간이 있다. 5년에 한번씩 자격을 겸비한 사람은 이 기간에 현재의 헤븐로드가의 가 주에게 도전할수 있고 도전에서 이긴자는 헤븐로드가의 장로들중 가반수 이 상이 가주의 위임을 동의해야 휴벤트 제국 헤븐로드가의 가주가 될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래 진 폰 안셀로자크였던 진 헤븐로드는 5년마다 열리는 헤븐로드가의 가주에게 도전해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실력으로 당당히 가주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따라 제국의 일등신랑감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으며 그가 결혼 후 낳은 남자아이들중 한명이 아들이 진밖에 없는 안셀로자크공작의 후계를 잇는 것이다. 이 사실을 전혀 알리없는 엘테미아는 그저 어떤 존재의 농간이 아닌가 하는 의구 심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상황이 타개되는 것은 아니라는것 정도는 알 고 있었다. 엘테미아들이 타고 있는 화려한 하얀마차가 안셀로자크 공작의 저택에 당도 할때까지도 계속 전류가 튀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엘테미아는 눈앞의 매 혹적인 청년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물론 제 3자의 입장에서 볼땐 서로 죽 일듯이 노려보고 있는 것이지만 실제로 엘테미아는 다른생각을 하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뭔가 빨려드는 것같은 눈앞의 보랏빛 눈동자는 원래 여성인 엘 테미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는 충분했던 것이다. 한창 눈싸움을 하고 있을때 갑자기 눈앞의 녀석이 자신의 두손으로 엘테미아 를 안아 들었다. 갑자기 눈싸움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엘테미아는 반항도 않고 그저 멍하니 진을 바라보았고 진도 자신의 손에 들린 작은 하얀 생물을 쳐다보았다. 그중 유난히 엘테미아의 배 아래쪽을 쳐다보던 진은... "너 여자냐?" ".......!" 물론 자신의 앞발의 겨드랑이를 두손으로 들어 올린다면 하얗고 귀여운 엘테 미아의 뽀송뽀송한 털로 덮인 배를 볼수 있었다. 그러나 엘테미아의 말못할 곳 이 보이는게 아니었다. 그저 눈앞의 진은 수컷의 동물이라면 보여야 할게 보이 지 않아 대충 짐작한것뿐...그러나 엘테미아는... "뀨아아앙~~~뀨아앙...뀨아아아아아아아앙~~!" ".......!!" 자신의 짧은 앞발과 뒷발을 마구 바둥거리며 발악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조차 도 놀란표정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하얀생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꽤 오버 적인 반응이 아닌가? 그러나 당연할수밖에... 원래 엘테미아는 비록 수천만년을 살은 할머니(?)지만 외모와 맞게 정신연령은 아직 16살 소녀이지 않은가? 엘테 미아의 위용스런(?) 드래곤의 본모습은 절대로 목을 굽혀 자신의 배를 볼수 없 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의 배에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고 눈앞 의 멋진 남자에게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보였다고 생각되자 미치듯이 발광하 며 울부짖고 있는것이다. 그때였다. 진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잠이 들었던 샬레 리나의 고운 속눈썹이 파르르떨면서 짐짓 과장된 하품을 하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하얀아이를 괴롭히고 있는 자신의 오빠를 보고 샬레리나는 자신의 고운 아미를 찡그리며 소리쳤다. "아아앗~! 오빠 뭐하는 거야!!" 계속 울부짖는 자신의 하얀아이를 진의 손에서 훽하고 뺏어들고 자신의 품에 안았다. 그러자 정말로 서러운듯이 울부짖으며 울고있는 하얀아이를 보자 샬레 리나는 연신 자신의 품에 안긴 작고 너무나 귀여운 하얀아이의 등을 쓸어주며 도끼눈으로 진을 쏘아보았다. "뀨아아앙....뀨으윽...뀨으윽..." "아아...착하지 우리아기...내가 저 나쁜 악당을 혼내 줄 테니 울지 말아요. 뚝~!" "........" 이 하얀 작은몸이 부들부들 떨며 너무나 서럽게 울고 있자 좀전까지 하얀생물을 헬마스터 공작과 연관있는 그 무엇이라고 계속 의심의 눈초리를 가하던 진도 괜히 머쓱해졌다. 그냥 희안하게 생긴 녀석을 들고 관찰하던중 무심코 건넨말에 저렇게 서럽게 울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하여 저택에 도착할때까지 계속 샬레리나의 살벌한 눈초리를 받아야 했던 진은 끝내 하얀생물을 끝까지 몰아 부 치지 못하고 유달리 자신의 동생에게만은 약한 면모를 보이는 진은 자신의 방에 서 구속하려 했던 하얀생물을 동생에게 넘겨줘야 했다. 거대한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저택에 도착해 마차에서 내리고 정문으로 들어가고 있을때도 엘테미아는 계속 훌쩍거렸다. 그녀는 불안했다. 자신의 신체구조상 배 아랫부분을 볼수 없었기에 만에 하나라도 외갓남자에게 자신의 비밀을 보였다면 무슨 낯으로 다시 그를 본단말인가...그리고 또 다시 스타판에 의해 당할 뻔한 일 까지 겹쳐 연기가 아닌 정말로 서럽게 울은 엘테미아는 어느새 자신을 진의 마수 에서 구해낸 샬레리나의 향긋한 품에서 울다지쳐 잠이 들었다. 그때 자신의 품에서 잠든 하얀아이를 확인한 샬레리나는 다시 무서운 얼굴을 하 고 자신과 나란히 저택을 향해 걷고 있는 진을 바라보며 쏘아 붙였다. "오빠! 아까 깊이 잠들지 않아서 다 듣고 있었는데 오빠답지 않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이 아이가 헬마스터 공작이라니?" 그러자 진 헤븐로드는 그저 표정에 별 변화없이 태연한 어조로 자신의 동생의 품 에 잠들어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말했다. "내 직감은 확실하다. 샬리...녀석은 분명 헬마스터와 연관이 있거나 본인이겠지." 진 헤븐로드의 말에 벙찐 표정이 된 샬레리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진 헤븐로 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귀여운 동물로 변할수 있겠어? 오빠! 그럼 헬마스터 가 전설의 드래곤님이라도 된다는 거야?" "흥! 드래곤이라도 오빠는 이길수 있다." 물론 리류나드와 정체를 알수없는 기이한 곳에서 살다 나왔다면 그에겐 드래곤 몇마리쯤은 가볍게 상대할수 있을것이다. 허나 이 사실을 알리없는 샬레리나는 그저 자신의 귀여운 혀를 삐죽 내밀며 베베거리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진 은 나직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곤 굳은 표정으로 진은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쨌든...의심가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그녀석은 내가..." "안돼!!! 절.대.안.돼!!!" 갑자기 동생의 거센반발에 자신의 할말을 모두 마치치 못한 진 헤븐로드는 다시 샬레리나를 어떻게든 설득해 보려 했지만 샬레리나는 더욱더 하얀생 물을 품에 안고 자신을 지나쳐 먼저 저택으로 들어가 버리는게 아닌가? 그 런 그녀를 그저 한번의 한숨과 함께 말없이 보내준 진 헤븐로드는 고개를 들어 샬레리나의 방이 있는 저택의 3층을 말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방으로 헐레벌떡 들어온 샬레리나는 자신의 방문을 찰칵 잠그곤 그 제야 문에 기대어 스르르 주저앉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자신이 진 을 피해 마구 달려온 까닭에 살풋 잠이 들었던 자신의 품에 안긴 귀여운 아 이는 그의 동그란 황금눈을 귀엽게 깜빡거리며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자 잠 시 얼굴이 빨개진 샬레리나는 다시 뽀송뽀송한 엘테미아의 얼굴에 자신의 얼 굴을 부비부비하고는 자신의 침대로 다가가 엘테미아를 살짝 놓아주었다. 그리곤 사랑스런 엘테미아를 보며 살며시 말했다. "후훗...오빠가 뭔가 착각한 모양이야. 너처럼 귀여운 얘가 잔인하고 극악무도 하며 순힌한 외모로 사람을 꼬드기는 나아쁜 헬마스터공작일리가 없잖아? 그치? 난 널 믿으니까. 후훗..." "........" 언제부터 자신이 잔인하고 극악무도하며 사람을 속이는걸 즐겼는지 알수 없었 지만 끝에 자신을 믿는다는 소리에 헤벨레 하며 히죽 웃은 엘테미아는 그저 가 만히 샬레리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똑똑- 샬레리나의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샬레리나와 엘테미아는 잔뜩 긴장한 얼 굴이 되어 문을 주시했고 이내 문밖에선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샬레리나님 목욕물을 준비해 놨습니다. 그런데 왜 문을 잠그셨나요? 어서 열어주세요. 그래야 저희가 샬레리나님을 도와서..." 문밖의 사람이 자신의 하녀라는 것을 알게된 샬레리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하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말했다. "아!...오늘을 됐어 미리안...그냥 나혼자 간단하게 하고 잘래 너도 피곤할테 니 오늘은 그만하고 가서 쉬어. 잘자 미리안." "......그럼 샬레리나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문 밖의 하녀는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이 있었으나 이내 샬레리나에게 인 사를 하고 그녀의 발걸음소리가 점점 문으로부터 멀어짐이 들려왔다. "휴~...." 다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샬레리나는 혼자서도 벗기 쉽게 디자인된 자신의 드레스를 하나씩 벗어나갔다. 엘테미아는 자신의 눈앞에서 샬레리나가 드레 스를 벗고 있었지만 뭐...자신도 원래 여자니 두근거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의 알몸을 본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일과 같은 흥미로운 일이었기에 엘테미아의 황금눈은 반짝이며 하나씩 옷을 벗고 있는 샬레리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 문득 자신의 옷을 벗다 이제 어깨끈에 달린 매듭만 풀면 다리 밑으로 드래스 가 벗겨지기 직전이었다. 한창 옷을 벗던 샬레리나는 갑자기 엘테미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로 눈이 마주친 엘테미아와 샬레리나는 갑자기 샬레리나의 두뺨이 잘익은 사과처럼 붉게 물들며 샬레리나가 엘테미아에게로 다가오자 의문의 표정으로 고개를 까닥인 엘테미아는 순간 자신을 덮는 포근한 이불에 어리둥절 해졌다. 자신의 시야를 가리며 완전히 덮어버린 포근한 이불의 너머로 샬레리나의 상기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너도 피곤할테니 쉬고 있어. 나 잠깐 목욕하고 올께..." "......." 갑자기 왜 그러는지 알수 없었지만 엘테미아는 그녀의 말대로 피곤했던 하루라 금방 잠이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지 알수 없을 무렵 샬레리나라는 소녀의 향긋하고 말랑한 가 슴에서 포근히 잠이 들었던 엘테미아는 귀여운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일 어나기 시작했다. 엘테미아는 자신이 아직도 샬레리나의 품에 안긴채 엎드려 있는 중이었고 주위를 둘러보니 베이지색의 포근해 보이는 샬레리나의 침대에서 엘테 미아는 조금 야한 잠옷을 입고 잠이 든 샬레리나가 깨지 않도록 주의하며 몰래 그녀 의 품을 빠져나왔다. "으음..." -움찔!...- "........" 샬레리나의 방안은 황토빛의 고급천에 만들어진 스텐드에 의해 은은한 황토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래서 사물을 구별하기 어렵지 않았던 엘템이아는 샬레리나가 깨 어날까봐 그녀의 품에서 탈출시도를 잠시 멈추고 뀨웅~거리며 낮은 잠꼬대마냥 다 시 엎드렸다. 그리고 또다시 몇분이 지난후 엘테미아는 겨우겨우 그녀의 품에서 빠 져나올수 있었다. 그러자 엘테미아는 소리나지 않게 안도의 한숨을 폭 쉬고는 천 천히 은은한 빛에 반사되 고운얼굴로 자고 있는 샬레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때 잠시 샬레리나가 꿈을 꾸는듯 몸을 살짝 뒤척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으음...나쁘은...헤엘 마스터..." "......." "음냐...우리아기...그만 울어...음...에구...귀여워..." "......." "으...우리 내일도...같이 놀자...내가 좋은거 보여 줄께에...으응..." "......." 엘테미아는 차마 돌아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돌려 샬레리나의 침대에서 자 신의 동그랗게 말아진 날개를 퍼덕이며 떠올랐다. 왠지 무언가 죄책감 비슷 한 감정이 생기기는 했지만 자신은 헬마스터가의 가주로서 이곳에 묶여있 을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비록 떨어져 지낸지 얼마 안됬지만 헬마스터공작가에 있는 에셀리드 민도 보고싶고 다른 이들도 모두 보고싶었다. 그래서 샬레리나가 깨지 않게 그녀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소리없이 창문으로 다가갔다. 아직 훈훈한 날씨였던 탓에 반쯤 열려있는 창문사이로 빠져나온 엘테미아는 3층의 높이였던 샬레리나의 방에서 훌쩍 날아가 공작가의 넓은 정원으로 살 포시 내려앉았다. -두리번 두리번- 엘테미아는 꼴에 또 첩보영화를 많이 봐와서 안그래도 짧은 다리를 더욱더 낮추어 기어가는 시늉을 했고 동그라고 귀여운 눈은 게슴츠레하기 뜬후 사 방을 마치 먹이를 노리는 암사자처럼 번뜩였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된 엘테미아는 이제 워프를 쓰기 위해 폴리 모프를 감행해야 한다. 왠일인지 자신은 현신의 모습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는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애완동물로 키워질 목적이었는지 자신의 브레스 말고는 아무런 능력이 없었다. 한동안 그런 자신을 왜그럴까? 라고 생 각해 봤지만 단순한 엘테미아로서는 알길이 없었다. 물론 엘테미아는 자신의 브레스를 드래고닉캐슬의 연무장에서 날려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외 다른 워프나 각종 마나를 이용한 마법을 시전하려 했지만 도무지 시전할 수 없었다. 그저 자신의 주무기인 방어계열의 마법뿐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이 렇게 만든 드래크로를 귀엽게 씹을수 밖에... 엘테미아는 다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는 속으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폴...리...모....!!' -부스럭...-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다른 멋진 동물 같았더라면 재빨리 고개를 돌리거나 멋진 발놀림으로 등뒤의 적을 바라봤겠지만 고개를 돌려도 얼마 돌아가지 않고 그 짧은 다리로 멋진 스텝을 밟아봐야 전혀 폼이 안나는 엘테미아는 총 8걸음으로 뒤 뚱거리며 제딴에는 가장 빨리 돌아보는 것마냥 그 자리에서 180도 턴을 시전했다. "뭐하는 거냐...이런 밤중에 말야..." "........" 역시...돌아보니 재수없는 진 헤븐로드 녀석이 엘테미아의 눈에 보였다. 달빛에 반 사된 그는 마치 샤워하다 나온것처럼 촉촉하게 젖은 머리칼과 아무것도 걸치지 않 은 상위...그리고 타이트한 검은 바지를 입고 매혹적인 얼굴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살짝 위로 올라가더니 이내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후훗...샬리의 방 주위로 결계를 쳐둔게 다행이군. 도대체 뭐하시려고 오밤중에 샬리의 방을 나온거지?" "........" 엘테미아는 그저 얼음처럼 얼어붙은채 달빛에 반사되 매혹적으로 웃고 있는 진을 바라볼수 밖에 없었고 진은 승기를 잡은것마냥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후훗...나의 반경 2트론(1트론=1km)이내에선 너의 워프나 텔레포트는 불가능하다. 쓸데없는 짓 하지 않는게 좋아...이렇게 몇일동안 널 감시하고 있으면 너정도 돼는 녀석을 포기할 헬마스터도 아닐테고...혹시 네가 정말로 헬마스터 녀석이라면 인간 의 몸으로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상당량의 마나가 소비 될 테지? 그럼 넌 최소한 일주일내로 본색을 드러낼수 밖에 없겠군...후훗..." 엘테미아는 자신의 털에 가려 보이지 않을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이젠 두 려운 시선으로 진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진은 여전히 여유만만이었다. 자신의 폴 리모프 한계시간은 48시간...최소한 6시간정도는 인간의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고 드래크로가 자신에게 당부했던 말이 떠오른 엘테미아는 이 상황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리류나드와 쌍벽을 이룰 녀석이라면 분명 마법도 9서클 마스터... 허나 엘테미아는 반쪽 마법사...도저히 진의 마법장벽을 깨뜨릴 실력이 아닌 것이다. 그쪽으로는 아는것도 없고...이때 전혀 에상치 못한 그의 말이 들려왔다. "돌아가라..." ".......?" "샬리의 방으로...그리고 천천히 기다려 주지...훗..." 진은 엘테미아를 보며 멋지게 웃어준후 아무소리없이 그의 살풋한 잔영을 남 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확실히 여기서 도망가거나 한다면 자신의 주위에 결 계를 쳐둔 진에의해 잡혀올게 뻔했다. 체념의 눈빛으로 축쳐진 귀와 꼬리를 질질 끌며 엘테미아는 다시 샬레리나의 방으로 향할수 밖에 없었다. 이제 대략 46시간정도의 리미트타임을 남겨둔채... 그동안에 빈틈이나 해결방안을 모색하면 되겠지 라고 다시 단순히 치부해 버린 엘테미아는 샬레리나의 방으로 돌아와서 다시 향긋하고 포근한 그녀의 품으로 파고 들어 잠이 들었다. 엘테미아가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자 자고 있던 샬레리나는 더욱더 엘테미아를 끌어 안고 있었다. 그녀의 숨이 고르지 않은걸로 보아 그녀는 완전히 잠이 든 것이 아니었단걸 알수 있었다. 그렇게 엘테미아가 드래곤의 위용스런(?) 모습으로 현신할수 있는 7시간이 달 콤한 잠으로 소비하며 평안의 여신이 선물한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10) 엘테미아가 샬레리나의 포근한 품에서 기분좋은 아침을 맞을 무렵 헬마스터 공작령에선 가주의 부재로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한창 그 일로 넓은 대전 에서 장로들과 티제이븐이 모여 회의를 하던중 난데없이 대전의 문을 벌컥 열 며 들어온 사람은 공작가의 마법사 부대. 즉 사스펄스 길드의 길드마스터, 붉은머리의 요사스런 미녀 로레알이었다. "어이! 장로! 서,설마 귀염둥이 가주가 '그일'을 하느라 어젯밤에 공주만 보 내놓고 휴벤트에 남은건 아니겠지?" 그러자 장로들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며 그녀의 물음에 부정도 긍정 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로레알은 장로들이 모여 회 의를 벌이고 있는 원탁으로 다가가 자신의 손바닥으로 원탁을 쾅! 소리가 나 도록 세게 내려치며 거세게 되물었다. "어이!! 정말로 내 귀염둥이 가주가 그.일.을. 하느라 못온거냐구 묻잖아!!" 다시 장로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을때 언제나 팔짱을 끼고 두눈을 감고 있던 티제이븐의 짧은 대답이 대전을 울렸다. "아마도...그런것 같군..." "......." 티제이븐의 짧다막한 대답에 로레알은 얼굴이 새파래지며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리고 도저히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장로들을 하나 둘씩 바라보며 이를갈며 말했다. "서,설마...가주가 24대의 모든 헬마스터 공작이 그랬던 것처럼 휴벤트에게 선전포 고를 하러 갔단말이야??" 이제는 티제이븐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로레알은 그가 고개를 까닥거리자 마지막 남은 작은 희망이 무너지듯 그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았다. 그러자 예의 무 미건조한 티제이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린이라면...너희들이 있는곳에서 헬마스터가의 전통인 헬마스터식 선전포고를 할수 없었겠지...그래서 공주들만을 보내고 혼자서 휴벤트의 제도에 머물고 있 는것 같더군..." "아...안돼..." 언제나 당당할것 같던 로레알이 그자리에서 눈을 심하게 떨며 티제이븐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계속 중얼거렸다. 그리고 대전에는 어느새 침묵 이 자리잡은 가운데 티제이븐의 지나가는 음성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뭐...괜찮은 친구녀석 하나 있으니 걱정할건 없겠고...린도...위기가 찾아오 면 가면을 벗으면 될테고...잘 알아서 헬마스터가의 전통을 마치고 왔으면 좋 겠군..." ".......그럴수가...절대로 안돼..." 로레알이 혼자서 안됀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무렵 휴벤트의 제도 이클리돈 의 안셀로자크 공작가에선 한 소녀의 활기찬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젤리~가,간지러워 하하하~!" 어느새 샬레리나에게 젤리란 이름이 붙어버린 엘테미아는 자신의 리미트타임이 35시간도 채 안남았단걸 상기하지 못한채 향긋한 샬레리나의 품에서 재롱을 떨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아름다운 공작가의 정원에 마련된 하얀색의 고풍스런 문양이 조각 된 멋진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우리들을...특히 엘테미아를 계속 눈여겨 보 고 있는 진 헤븐로드덕에 엘테미아는 더더욱 아무생각없는 동물처럼 재롱을 떨 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새 재롱을 떨던 엘테미아는 샬레리나와 죽이 잘맞아 진짜 로 같이 놀고 있었다. 그때 공작가의 넓은 뜰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차를 음미하고 있던 진의 뒤로 단 정한 양복차림의 늙은 집사가 걸어오고 있었다. 뒤를 보지 않아도 사람의 기척 을 알수 있었던 진은 자신의 집사가 다가오자 직감적으로 이유를 알아채고 시 선을 엘테미아에게로 돌려 노집사를 쳐다보았다. "자이녹스에서의 호출입니다. 진 헤븐로드님." ".......알았다." 역시 자신이 예상한 바와 같이 황성에서의 호출이었다. 그래서 진은 남은 차 를 한모금에 꿀꺽 마시고 다른 의자에 걸쳐놓았던 자신의 검은 제복의 상의 를 들쳐 입었다. 깔끔한 정장식으로 된 제복을 걸치고 깃을 세운다음 진은 천 천히 즐겁게 놀고 있는 자신의 사랑스런 동생에게로 다가갔다. "샬리..." 진이 자신을 부르자 엘테미아와 한창 행복하게 놀고있던 샬레리나는 엘테미아 를 눕혀 간지럼피고 있던 손을 거두어 자신의 품에 엘테미아를 소중히 안고 진에게로 쪼르르 달려갔다. "왜? 오빠. 이제 다시 자이녹스로 가는거야?" "응..." 샬레리나의 물음에 간단히 대답하고 그의 시선은 샬레리나에게서 엘테미아로 옮겨졌다. 진의 시선을 받자 속으로 움찔한 엘테미아는 그의 매혹적인 눈길을 피해 그저 샬레리나의 품을 비비적거릴 뿐이었다. 그때 다시 그의 말이 들려 왔다. "샬리 잠깐 녀석좀 줘봐..." "응? 왜?" "풀밭을 많이 돌아다녔잖아...내가 정령으로 청결하게 해줄께." 갑자기 자신의 오빠가 황성에 가다말고 젤리가 된 엘테미아를 청결하게 해 준다길래 샬레리나는 아무생각없이 엘테미아를 진에게로 넘겨버렸다. 이에 당연히 엘테미아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자신의 짧은 다리를 바둥 거렸지만 이내 진의 손에 넘겨버린 후였다. 비록 현신한 상태지만 남자의 살 결이 느껴지는 엘테미아는 그 행동이 소극적으로 변할수 밖에 없었고 어제 처럼 엘테미아가 발악하지 않자 짧은 한숨을 내쉰 진은 자신의 정령을 불러 내 엘테미아를 씻기기 시작했다. 물의 정령 운디네가 나와 엘테미아를 씻기 는 동안 진은 샬레리나가 듣지 못하도록 전음으로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내 주위로 반경 2트론(1트론=1km) 안에서 워프할수 없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리고 너의 기운을 난 반경 5트론까지 세세히 알수 있다. 그러니 허튼짓은 삼가 하도록...] 저 멀리서 자신의 뛰어난 청각으로 눈에 가시였던 진이 황성으로 간다기에 좋아라 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다시 들려온 진의 전음으로 또다시 기가 죽어 버렸다. 속으로 끈질긴 남자는 인기가 없다며 투덜거리고 있던 엘테미아는 어느새 진의 운디네에게 깨끗히 씻긴후 다시 샬레리나의 품으로 돌아갔고 이내 진 헤븐로드는 몸을 돌려 황성 자이녹스로 떠나기 위해 자신의 마나를 방출한뒤 눈부신 빛과함께 사라졌다. 이제 둘만이 남은 엘테미아와 샬레리나는 둘이서 정오까지 정원에서 노닥거 리다 저택에서 점심을 먹고 할일이 없어진 샬레리나와 엘테미아는 문득 샬 레리나가 박수를 치며 무언가 떠오른듯 소리쳤다. "젤리! 우리 시내로 가서 뮤랸센극단의 '하얀체토의 밤'이란 연극보러 갈까? 뮤란센극단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몰려있는 유명한 극단이라 구~! 분명 제도의 중심에 세워진 플랑모른의 예술전당에서 공연할거라고 어제 카밀라라는 내 친구가 예기해 줬거든. 심심한데 우리 연극이나 보러 가자 젤리." 샬레리나의 말에 이곳 대륙에서 연극이라는 것을 한번도 본적없던 엘테미아 는 자신의 귀여운 붉은털로 만들어진 리본이 달려있는 꼬리를 살살 흔들며 초롱초롱 눈빛을 발하였고 샬레리나는 그 모습을 보고 다시 엘테미아를 안 아들어 제도의 중심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후 플랑모른의 거대한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진 연극을 재미있게 본 샬레리나와 엘테미아는 그곳에서 만 난 수많은 귀족영애들에게 붙잡혀 또다시 무익한 시간을 보낸후 저녁때쯤 이 다돼서야 저택으로 돌아왔다. "음...오늘이 상편이고 내일이 하편이네...아..너무 재밌었어 그치? 젤리. 내일 또보러 가자~!" "뀨우~~!" "후훗..." 뮤란센의 '하얀체토의 밤'은 오늘이 상편이었고 내일 다시 이야기의 끝인 하편이 진행된다고 한다. 상편만으로도 감명깊게본 샬레리나와 엘테미아는 내일을 기다렸고 엘테미아도 들뜬 기분에 이제 얼마남지 않은 리미트 타임 을 까마득히 잊은채 향긋한 샬레리나의 품에서 다시 밤을 보내고 있었다. -짹 짹짹...- 따스한 아침햇살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샬레리나의 방안을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다시 또 귀여운 자신의 젤리와 행복한 아침을 맞이한 샬레리나는 엘테미아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오늘 정오 를 좀 지난후에 있을 뮤란센의 하얀체토의 밤을 보러가기 위해 아침 부터 들뜬 기분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샬레리나가 자신의 하녀들과 함께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 엘 테미아는 문득 평소의 자신과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 가 몸이 무거운 기분...여느 봄날의 나른함처럼 온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뭐...일어설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무언가 굉 장히 귀찮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튼 굉장히 나른한 느낌이 되버 린 엘테미아는 저절로 감기는 두눈을 어쩔줄 몰라 다시 잠들게 되 었다. 평소에 아침이 되면 상큼한 아침공기를 만끽하며 일어나던 엘테미아의 모습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그녀의 아침이었다. 문득 정오가 넘어 가볍게 점심을 먹은 샬레리나는 아직도 자신의 침대에서 귀엽게 자고 있는 엘테미아를 살짝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젤리~! 젤리~! 이 잠꾸러기!! 우리 빨리 하얀체토의 밤을 마저 보러 가야지~! 어서 일어나렴." "뀨......" 무언가 다른날과 다른 온몸에 도지는 나른함에 엘테미아는 눈조차 뜨기 싫었지만 어제 그녀와 본 뮤란센극단의 하얀체토의 밤은 순수한 감성을 지닌 엘테미아를 자극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으므로 눈을 뜨는데도 혼 신의 힘을 쏟을 정도로 엘테미아는 힘겹게 눈을 뜬 다음 자신의 날개를 파닥이며 샬레리나의 품으로 날아들었다. 자신의 품으로 날아온 엘테미 아를 가볍게 안은 샬레리나는 작게 웅얼대는 콧노래를 부르며 어제처럼 자신의 기사를 대동한채 제도의 중심에 있는 플랑모른의 예술전당 으로 가기 위해 화려한 공작가의 하얀마차에 올랐다. 대략 이곳에서 3,4 십분거리인 플랑모른의 예술전당은 제도의 번화한 시내에서 아주 약간 떨어진 한적한 낮은 산 중턱에 위치한 공작가에서 두갈래로 나뉘어진 왼쪽 관도를 따라 가면 금방이었다. 샬레리나는 한창 귀엽게 자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 을때 문득 마무석쪽에서 워워 거리는 소리와 함께 마차가 멈춰서자 의 아해 하며 마차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마차밖으로 나가자 마 부의 짜증섞인 말소리가 들려왔다. "허참...도대체 이게 뭐야? 어젯밤 폭우도 없었는데 관도 전체를 가로막 는 거대한 나무라니..." 샬레리나의 눈에도 마부의 말처럼 대략 5,6헤론정도 되는 관도가 기둥이 부러진 거대한 나무로 가로막혀 있음에 어이가 없어 멍하니 바라보고 있 었다. 그러자 마부는 이내 거대한 나무를 어쩔수 없음에 자신과 같이 타고 있던 하인을 시켜 관도를 막는 일꾼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저택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이내 마부는 샬레리나에게로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 "이제 어떡할까요? 공녀님?" 뭐...대충 아무이유없는 외출이라면 여기서 포기했을 샬레리나였지만 오 늘은 그 무슨일이 있더라도 중요한 하얀체토의 밤을 보러 가기위해 자 신은 제도의 시내로 가야했다. 그래서 하는수 없이 샬레리나는 마부에 게 왔던 길로 돌아가 두갈래로 나뉘어진 다른 관도를 택해야 했다. 이 두번째 관도를 따라 가게되면 번화한 제도의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나무에 가로막힌 관도와는 달리 약간 음침한 분위기가 풍기는 여관들 과 술집이 즐비한 사창가 비슷한 곳이었다. 원채 이런 분위기를 싫어하 는 샬레리나였지만 하얀체토의 밤이라는 연극을 보기위함이라면 그녀도 어쩔수 없이 이 관도를 택해야 했다. 원래 3,4십분이면 도착했을 플랑모른의 예술전당은 황당한 나무의 출현 으로 1시간정도로 늘어나게 되었다. 그래도 10분정도 여유가 있어 느 긋한 마음으로 두번째 관도를 따라 달리고 있는 공작가의 화려한 하얀 마차 안에서 새근새근거리며 귀엽게 자고 있는 엘테미아를 품에 안고 마치 자신이 나은 아기마냥 엘테미아의 하얀 배를 쓰다듬어 주고 있을 때였다. "크아아아악!!" 갑자기 마부석에서 들려온 40대 마부아저씨의 처절한 비명소리에 깜 짝 놀란 샬레리나는 마차의 주위에서 수많은 철로 만들어진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에 가슴이 콩딱콩딱 뛰기 시작했다. 이에 자신의 검을 굳게 고쳐잡고 재빨리 밖으로 나간 샬레리나의 호위기사는 자신들의 마부를 죽이고 길을 막고있는 대략 10여명의 복면을 입은 사내들을 볼수 있었고 샬레리나도 마차에 마련된 창문을 통해 그 복면입은 사내 들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들의 앞길을 막고 무고한 생명을 꺼뜨린 잔악한자 에게 기사도를 숭배하는 정의로운 기사가 그들에게 소리치며 물었다. "도대체 너희들은 누구냐!! 무엇때문에 이런짓을!!..." 우람한 기사의 열을 토하는 외침에 곳곳에서 키득거리는 비웃음과 함 께 대략 10명의 복면입은 사내들의 대장인듯한 자가 나와 기사에게 말하고 있었다. "크크큭...우린 헬마스터 공작가다." "뭐,뭣이??" 난데없이 헬마스터공작가라고 말한 복면의 사내의 대답에 그 앞의 기사 는 깜짝 놀라 소리쳤고 마차안에서 불안함에 떨고 있던 샬레리나도 경악 했다. 눈앞에서 보통의 산적나부랭이들이라고 치부한 샬레리나의 호위기사는 보통의 산적들이라면 상급의 스피릿나이트인 자신 혼자만으로도 상대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헬마스터가의 사람이라고 자청한 순간 다시 한번 그 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검을 잡고있는 자세가 일개 산적과는 달리 절도있 는 자세였다. 수세에 몰린 기사는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그의 이마에선 굵직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고 더이상 시간을 끌기 싫은건 지 컬컬한 목소리로 복면입은 사내들의 대장인듯한 자가 말했다. "크크큭...시간도 없으니 넌 어서 도망가라. 그럼 목숨만은 살려주지..크큭... 우린 마차안에 타고 있는 안셀로자크아가씨에게 볼일이 있으니 말야..." "닥쳐라!! 감히 제국의 기사에게 레이디를 두고 도망가라 할수 있느냐!! 설령 내 목숨이 다한다 해도 지옥으로 너희들과 함께 하리라!!" 복면의 사내에 대한 불같은 분노를 느낀 샬레리나의 호위기사는 자신의 검에 미세한 검기를 주입한채 그들앞으로 뛰쳐나갔다. 한명이라도 더 많이 처치할수 있도록 쾌검의 찌르기를 감행하던 기사는 문득 대장을 뺀 나머 지는 검을 내린채 자신과 대장의 대결을 구경하는 듯한 그들을 보자 의 아한 마음이 앞섰다. 자신은 이래뵈도 공작가의 영애를 지키는 상급의 스 피릿나이트다. 아무리 헬마스터 공작가라고 하지만 저 알수 없는 여유가 무얼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때 눈앞의 복면사내의 검을 본순간 샬레리나 의 호위기사는 경악의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시야가 갑자기 환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주위의 시야가 빠 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러다 두세번 둔탁한 느낌과 함께 주위의 시야가 돌아가며 하늘이...복면의 사내들이...그리고 하얀마차가...마지막으로 자 신이 언제나 즐겨입던 은빛의 갑옷과 검을 들고 있는 목없는 자신의 몸 이 보였다. 그렇게 짧은 순간에 어이없는 생을 마친 기사는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레 이디인 샬레리나의 안위를 걱정하고있었다. 그러나 그의 바램은 하늘도 무 시한건지 주위에서 샬레리나를 돕기 위해 나서는 이는 한명도 없었고 복면 사내들의 대장인듯한 자가 천천히 마차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달칵- 주위에서 꺼름칙한 소리와 함께 쥐죽은듯 조용해지자 불길한 느낌에 사로 잡혔던 샬레리나는 자신이 타고있는 마차가 열리자 제발 속으로 마차를 연 사람이 자신의 호위기사이기를 빌고 또 빌었다. 허나 그는... "크크큭...듣던대로 제국의 제일미로 칭송할 만큼 예쁜 계집이군 그래 큭큭큭... 자 샬레리나아가씨 우리랑 함께 가주셔야 겠습니다..." "시...싫어요!!..." 허락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복면의 사내는 어느새 괴이한 하얀동물을 안고있 는 샬레리나를 가벼운 일격을 날리고 있었다. 자신의 목뒤에 둔탁한 충격을 느낀 샬레리나는 사내에 의해 기절하면서도 끝까지 엘테미아를 놓지 않은채 복면의 사내에게로 쓰러져갔다. 허나 이런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침부터 느껴진 낯설은 나른함에 곤히 자고있던 엘테미아는 일어날 기색이 보이지 않은채 샬레리나를 어깨에 짊어진 복면의 사내들은 허름한 여관으로 몰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헬마스터 공작가(11) "흑흑...다,당신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세요......흑..." 사방에 창문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방이라고도 할수 없는 여기저기 금이 많이 간 창고같은 곳을 천장에 달려있는 하나의 등불이 음침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창고같은 허름한 방엔 온몸에 검은색 일통으로 옷을 빼입고 복면을 착용한 사내들이 허름한 낡은 의자에 앉아있는 흑발의 아름다운소녀의 손 목을 의자 등의 뒤로 묶어 포박하고 있었고 소녀의 아름다웠을 하얀 외출용 드레스는 여기저기 찢겨있어 소녀의 하얀 속살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때 다시 창백한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던 흑발의 아름다운 소녀는 공작 가의 영애답게 두려움을 떨쳐버리려는 듯 더욱 표독한 눈초리로 애써 울먹 임을 감추며 그들에게 묻고 있었다. "다,당신들 짓이었군요...제도의 시내로 가는 관도를 막아둔건..." "크크큭...그건 알거없고..." "그,그러다면 왜!...도대체 당신들의 목적이 뭐죠...? " 눈밖에 보이지 않는 복면의 사내들은 흑발의 소녀 샬레리나의 물음에 키득 거리며 포박되어 움직일수 없는 그녀의 주위로 슬슬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에 당연히 가녀린 소녀로서 두려움을 느낀 샬레리나는 잔뜩 움츠려 들었고 복면사내들의 손이 하나둘씩 소녀의 이곳저곳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꺄,꺄악!! 손대지 말아요!!" 그들이 자신의 몸에 다시 손을 대자 샬레리나는 발악하며 소리쳤다. 허나 사내들은 제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소녀가 자신들에게 튕기고 발악할수록 묘한 쾌감과 더불어 더더욱 그녀를 범하고 욕하고 싶어지는 감정을 느꼈다. 그들중 컬컬한 목소리를 소유한 복면사내들의 대장인 듯한 자가 소녀의 물음에 답했다. "크크큭...우린 헬마스터가라니까...그래서 말인데...큭...이번 안셀로자크가 가 참여한 가이가스와 헤리포트럴숲의 무역개통을 위한 관도공사에서 손 을 빼주었으면 하고 말야...큭큭..." 복면사내들의 대장에 말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쳐든 샬레리나는 이들이 다시 헬마스터가를 들먹이며 자신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개시된 공사에서 손을 떼라는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정치와 전쟁에 거리가 멀 은 귀족의 영애라지만 헬마스터가문이 미드리엘왕국의 비밀수호가문이라 는것정도는 알고 있었다. 허나 왜 비밀수호가문이 제국의 일개 관도공사 에 이래라저래라 한단말인가? 그동안 역사서를 들추어 봐도 헬마스터가문 이 미드리엘왕국의 위기때말고는 다른 어떤 일도 일제히 개입하지 않았 다. 이에 당연히 이들말을 믿을수 없는 샬레리나는 소리쳤다. "다,당신들!!...누구에요! 헬마스터가문이 일개공사에 신경쓴다고 도저히 생각할수 없어요! 당신들 혹시..." -짜자악!- "꺄악~!" 샬레리나의 앞에 서있던 복면사내의 대장은 그녀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상의를 완전 찢어발겼다. 이에 자신의 하얀 살결과 남자들에게 보인 적이 없는 얇은 속옷으로 가린 가슴이 여실히 드러나자 두려움과 부끄럼이 섞인 소녀의 처절한 비명이 낡은 창고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뀨우......." 왜인지는 모르지만 아침부터 굉장히 나른했던 엘테미아는 문득 주위에서 친근한 소녀의 울부짖는 목소리에 혼신의 힘을 다해 몽롱한 눈을 뜨기 시 작했다. "꺄악!!...이 더러운 것들아 건들지마!! 꺄아아악~!" "크하하하하하 역시 얼굴도 그렇지만 여긴 더더욱 죽이는 군 크하하하" 이제 복면의 사내들은 샬레리나의 가슴과 어깨등을 난폭하게 주물르며 대소 와 함께 외치고 있었다. "크하하하 아무리 안셀로자크 공작이라도 딸이 걸레가 되어 돌아온다면 생 각을 달리 할수밖에 없겠지! 크하하하 천천히 즐겨주자고!!" 연신 대소와 함께 그녀의 몸을 난폭하게 주무르며 모두들 급했는지 허리춤을 끌르기 시작했다. 이에 삽시간에 얼굴이 창백해진 샬레리나는 더더욱 처절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그 외침에 엘테미아의 혼미했던 정신을 조금 맑게 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눈앞에 참을수 없는 소녀를 앞에두고 자신들이 억지로 범한다는 묘한 쾌감에 둘러싸여 있던 복면의 사내들은 너도나도 그녀를 주무르던 손길을 멈추고 미 친사람들마냥 자신의 허리춤을 끌르기 시작했다. 연신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 가 걸려있는 듯했고 두려운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아름답고 가련 한 소녀의 몸을 맘껏 짓이겨 주겠다는 욕망만이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였다. "꾸아아아아아아앙~!" "이건 또 뭐야!!" 갑자기 자신들의 거사를 방해하는 X만한 하얀동물이 달려들자 그들은 자신 들의 거친 손으로 달려드는 엘테미아를 무섭게 내리쳤다. "뀨에엥~~!" 사내의 묵직한 손길에 힘없는 현신의 엘테미아는 다시 창고의 구석으로 처밖 혔고 이를 본 샬레리나는 사색이 되어 그들에게 소리쳤다. "제,젤리!! 이,이봐요! 저아이는 건들지 말아요! 뭐든지...뭐든지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제발...흑..." 그러자 복면의 사내들은 어차피 저런 조그만 생물이 자신들에게 별로 해를 끼 칠수 없음을 눈치채고 다시 고개를 돌려 눈앞의 탐스러운 먹이를 보고 있었다. 이젠 자신들의 손길에 발악하며 몸부림치던 소녀가 저 하얀녀석을 한방 먹 여주니 고분고분해지자 맘에 들었다는 듯 모든 복면사내들의 눈은 뉘어진 반 달모양으로 그들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크큭...좋아 좋아...크하하하하" 슬슬 복면사내들의 벗은 허리춤에는 보기 역겨운 것들이 샬레리나의 눈에 비 치자 그녀는 두려움으로 자신의 입술을 깨물고 눈앞의 모든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듯 두 눈을 처량하게 꼭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볼을 타고 흐르는 맑은 눈물이 오히려 사내들의 욕정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들의 더러운 손길이 자신의 살결에 닿자 정말 닿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뱀들이 자신의 몸 전체를 기어다니는 것같은 느낌에 다시 샬레리나는 울부짖었다. "꺄악...싫어!!" "......." 어느새 이 광경을 두눈 똑바로 보고 있던 구석에 처박힌 엘테미아는 그녀의 뜨거웠던 황금색 눈동자가 천천히 시리디시린 은색의 눈동자로 뒤바뀌었다. 그리고 그들이 손이 자신이 좋아하는 샬레리나의 치마속으로 들어간 사내 에 의해 강제로 샬레리나의 다리를 벌리려하는 광경에 자신이 겪은 참상을 떠올린 엘테미아는 순간 거대한 분노가 앞섰다. "크아아아아아아~~~!" 언제나 뀨우 거리던 자신의 젤리가 험악한 괴수의 포효소리에 샬레리나는 깜짝 놀라 구석에 날아간 자신의 하얀동물을 바라봤고 샬레리나에게 자신 들의 욕정을 풀려던 복면의 사내들도 일제히 하얀동물이 날아간 벽면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덩치에 맞지 않게 엄청난 포효를 지르는 하얀동물을 바라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경악하며 다시 하얀동물을 뚫어져라 쳐다봐야 했다. "아!..." 소녀의 안타까운 비음섞인 탄식과 함께 음침했던 창고는 온통 닿기만 해도 얼어버릴것 같은 은빛기류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환상적인 은빛기류는 구 석에 처박힌 하얀동물의 전신을 감싸더니 그 크기가 더더욱 거대해져 이내 조그마했던 몸에서 사람의 형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믿을수 없는 현상에 복면의 사내들은 경악하며 하얀동물을 쳐다봤고 샬레리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자신의 젤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아닐거야...제발...지금 내가 보는게 모든게 꿈이었으면...제발...제발...' 소녀는 점점 사람으로 변하는 자신의 젤리를 보며 속으로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 허나 하늘은 소녀의 기도를 무참히 짓밟듯 자신의 젤리가 끝내 사 방으로 은빛기류를 퍼트리며 하나의 사람으로 변했다. 그리고 샬레리나는 자신의 눈에 비춰지는 소년을 보고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헤....헬마스터...." 소녀의 탄식과 함께 쥐죽은듯 조용한 창고에는 온통 반짝이는 은빛머리를 휘 날리며 얼굴엔 차가운 가면과 함께 온통 하얀색과 은색의 절묘한 조화를 이 루는 흡사 유리같은 소년이 나타났다. 그의 꽉 다물어진 붉은 입술은 조용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고 그의 손은 복면의 사내들을 향해 뻗어 있었다. "샤넬오르가..." 유리같은 은발소년의 조용한 외침에 아무것도 없었던 그의 손에서 한줄기 의 빛이 폭발처럼 일어나더니 이내 그 폭발속에서 아름다운 유리검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멍하니 있던 복면의 사내들은 자신의 눈앞에서 신비한 외모의 소 년이 검을 뽑아들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저마다 바지춤을 추스린 뒤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드은 잘 훈련된 병사들인듯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 가 절도있고 재빨랐다. 어느새 자신의 애검을 고쳐쥐고 은발의 소년은 향해 예리한 안광을 번뜩이며 서로 무시무시한 눈빛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때 눈앞의 은발의 소년, 엘테미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 남자들은...언제나 똑같구나..." 가면속의 차가운 은빛눈을 번뜩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주무기인 다이아몬드 더스트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엘테미아의 샤넬오르가에 생성된 은빛검기가 이내 빛을 받으면 스스로 발하는 샤넬오르가의 오색찬란한 빛을 머금고 무수 한 은빛의 입자가 엘테미아의 주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헉!...." "저,저건 뭐야..." 갑자기 나타난 정체모를 소년의 현묘한 검기에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고 있 던 복면의 사내들은 전혀 듣도보도 못한 검기에 싸울의지를 잃어가고 있었다. 허나 그런 그들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 어느새 은발의 신비한 소년은 마치 천상의 선녀가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매혹적인 춤을 추는듯한 기묘한 스텝과 동 시에 어느새 자신들에게 무수한 입자를 대동한 검의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컥!" "크아악!! 이건 뭐,뭐야!!" "아악!!" 자신들의 사방에 깔린 무수한 은빛 입자들이 하나의 폭발을 기점으로 수없 이 많은 입자들이 동시에 폭발을 시작하여 자신들의 몸을 수만군데에서 동시에 강타하는 느낌에 그들은 여지껏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 결국 엘테미아의 검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복면의 사내들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하나둘씩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크허억...이,이건 도대체..." "우욱!..." 어느새 열명의 복면사내들은 모두들 엘테미아의 검기에 탈진한 상태로 기 절해버렸다. 저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복면속의 두눈을 부릎뜬채... "헉헉헉헉헉....헉....헉헉..." 겨우 몇번 검을 휘두른 것 뿐이었지만 엘테미아는 필요이상으로 숨을 헉헉 거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피곤과 나른함이 겹쳐왔고 자신 에게 끝없는 잠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의 형상으로 다시 폴 리모프한 지금 자신의 검기를 씌우고 두세번 검을 휘둘르자 마치 마라톤의 결승 점을 막 도달한 선수처럼 엄청난 땀을 쏟으며 헉헉거리고 있었다. 대략 3,4분정도 헉헉거린 엘테미아는 아직도 가뿐숨과 힘없는 발걸음으로 멍하니 앉아있는 샬레리나에게로 다가갔다. "거,거짓말이죠? 제,젤리가...헬마스터 공작이라니...거짓말이라고 말해줘요... 제발...흑..."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샬레리나가 자신을 바라보자 엘테미아는 뭐하 말해야 할지 몰랐다. 한참을 서로 응시하다 아직도 사내들의 손길에 반라가 되어있는 샬레리나의 몸을 감싸주기 위해 엘테미아가 걸음을 옮길 때였다. 갑자기 한줄기의 눈물을 떨구며 샬레리나의 피를 토하는 외침이 엘테미아에게로 쏟아졌다. "다,다가오지마!! " "........" "너도 어차피 저들과 똑같은 남자잖아!! 가증스런 모습으로 나를 속이고! ...난!...난!...진심이었는데...오빠가 너를 헬마스터라 부를때도 흔들렸던 마 음을 다잡고 널 믿어주었는데...젤리를...진심으로 좋아했는데...흑..." "......." "그때도 아니길 바랬는데...언제나 내곁에 있을수 있는 젤리이길 바랬는데... 역시 내가 사랑하는 젤리는 헬마스터였던거야? 그런거야? 제발!...아니라고 말해보란말야 개자식아!!" "......미안..." 이미 복면사내대장의 주먹에 자신의 젤리가 구석에 처박혔을 때부터 그들에게 순종하기로 한 샬레리나는 그때 풀려진 자유로운 손으로 현재 흐 르고 있는 뜨거운 눈물을 애처롭게 닦고 있었다. 그때 엘테미아의 검에 쓰러져있던 사내들의 눈에 점차 생기가 발하고 있는줄 꿈 에도 모르고 있던 엘테미아는 지금 자신에 의해 큰 상처를 입은 소녀를 어떻 게 달래줘야 하난 난감했고 괴로웠다. 자신은 이럴생각이 아니었는데...이럴려 고 그런게 아니었는데...속으로 끝없이 외치고 있었지만 소용없는 치졸한 변 명일 뿐이었다. 그때 다시 샬레리나의 독기서린 외침이 들려와 엘테미아의 가슴을 짖이겨 놓 고 있었다. "더러운 자식...나쁜자식...언제나 겉으로 사람의 마음을 홀려놓고...뒤에선 비웃는 비열한 자식...넌 저 복면의 사내들보다 더 재수없고 치졸한 남자야! 널 세상에서 가장 저주!..." 그러나 샬레리나는 저절로 움직이는 몸에 자신의 말을 끝낼수 없었다. 갑자기 샬레리나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엘테미아 자신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들자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순간 그녀가 자신의 몸 을 껴안으며 동시에 느껴지는 진한 혈향에 멍하니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 을수 밖에 없었다. "뭐......." "이!....이 시팔!! 왜 네년이 갑자기 끼어들어 난리야!...제길..." ".......쿨럭!..." 엘테미아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꽤 오랜시간이 흘러야했다. 주위엔 스 물스물 일어나기 시작하는 복면의 사내들은 어느새 자신의 검을 다시 고쳐쥐 고 엘테미아를 노려보고 있었고 자신의 뒤쪽에는 사내의 검을 던진 포즈를 취하 며 어이없어 하고 있는 복면의 사내가 보일뿐이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자신을 욕하던 샬레리나가 복면의 사내가 던진 검을 자신의 몸으로 엘테미아를 위해 막아줬다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스스로 떨리는 목소리를 주 체하지 못한채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상황에 힘겨운 몸을 추스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샤,샬레리나...어,어째서...." 몇초전만 하더라도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쓰레기를 보는듯한 눈을 하 며 독설을 퍼붓던 그녀가 자신의 위해 복면사내의 검을 대신 맞다니...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엘테미아는 거세게 요동치는 가슴을 뒤로하고 입가엔 한줄기의 피를 머금으며 힘없이 웃고 있는 샬레리나를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엘테미아 자신이 묻자 샬레리나는 엘테미아의 품에서 힘겹게 웃으며 끊어질듯 한 말을 이었다. "나...나도 몰라..." "그,그런!..." 엘테미아는 샬레리나의 황당한 대답에 질책의 어조를 그녀를 책망했지만 그 녀의 말은 끝난게 아니었다. "헬마스터...당신을...죽일 듯이 싫어했지만..." "......." "...하지만...젤리는....나의...소중한 친구니까..." "아!..." 현재 엘테미아의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없는 행동이 한 소녀의 목숨을 갖고 노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었다. 가면속의 차가 웠던 은빛눈은 어느새 뜨거운 황금빛을 발하며 투명한 눈물을 떨구기 시작했다. 그때 다시 그녀의 가련하고 끊어질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하...나 아파...굉장히 아파...나...죽는거야...하아....하아...." ".........!" 순간 엘테미아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샬레리나의 복부를 살펴봤다. 자신은 공 격마법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그 외는 누구도 따라올수 없을 만큼 굉장한 실력 의 소유자가 아닌가! 엘테미아는 그나마 그녀에게 무언가 해줄수 있다는 기쁨에 재빨리 그녀에게 외쳤다. "샬리!...넌 죽지 않아!...걱정마...한숨 자고 나면 넌 언제나 그랬든 포근한 너의 침대에서 깨어날테니까...이 모든일이 거짓말처럼...내가 그렇게 할께...꼭!" 엘테미아의 울먹이는 외침에 샬레리나는 알수없는 기묘한 웃음을 짓더니 한마디 를 툭 남기고 고개를 떨구었다. "피!...끝까지 거짓말...쟁이네..." "......." 샬레리나가 의식을 잃고 고개를 떨구자 엘테미아는 재빨리 자신의마나를 최대한 모아 샬레리나의 복부로 치유의 힘으로 가공하여 내뿜기 시작했다. 다시 음침했던 낡은 창고안은 환상적인 금빛기류들로 가득차게 되었고 경악하 리 만큼 샬레리나의 깊었던 검상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어느새 고통의 나락에서 알수없는 따뜻한 기운에 샬레리나는 자신이 처음으로 모든 마음을 나 누어주었던 사랑스런 젤리와 정원을 뛰어 노다니는 다시는 할수없는 달콤한 꿈 을 꾸며 의식을 잃어갔다. 그때였다. -퍽!!- 어느새 엘테미아의 공격에서 모두들 깨어난 복면의 사내들중 대장인듯한 자 가 자신의 무식한 발길질로 엘테미아의 오른팔을 격하게 차버렸다. 이에 가 벼운 엘테미아는 속절없이 옆으로 내동댕이쳐졌고 다시 비릿하고 컬컬한 목 소리가 엘테미아에게 쏟아졌다. "크크큭...고맙게도 우리들을 위해 선심써주시는군...크하하하...우리도 죽은 계 집의 몸을 탐하는건 왠지 꺼름칙 해서 말야...큭큭..." "킥킥킥..." "헤헤헤...." 다시 샬레리나를 범하려는 그들의 말에 엄청난 분노를 느낀 엘테미아는 그자리 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샤넬오르가를 들고 검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다시 긴장한 복면의 사내들은 저마다 자세를 곧게 잡고 언제든 돌격할 자 세를 취하였고 엘테미아는 이내 자신의 검에 황금기류가 솟구치는 장면을 생각 하며 어느쪽으로 나설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 "......" "......이,이런...헉..헉...." 끝에서 안타까운 엘테미아의 힘겨운 외침과 함께 복면의 사내들의 눈은 다시 비릿 한 미소를 머금은 양 눈이 반달을 뉘어논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엘테미아는 자신 의 손에 들린 검을 두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투명한 유리마냥 전혀 황금검기를 발하지 않고 있었다. "어,어째서...헉...헉..." 엘테미아는 이미 전신이 물에 젖은 솜마냥 무겁게 무너지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설마...자신의 몸에 마나가 고갈될 줄이야....아니...자신은 이미 마나를 축적해서 가 공시킬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온통 몸이 무겁고 나른하며 피곤이 몰려 왔다. 허나 엘테미아는 그래도 혼신의 힘을 다해 일어서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엘테미 아의 상태를 눈치챈 복면의 사내들의 무참한 발길질이 대신하고 있었다. -퍽! 퍽퍽!!- "큭!..." 엘테미아는 생전 처음느껴보는 아찔한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헤헤! 대장 이녀석 이제보니 비실비실한 놈이잖아요! 아까의 객기때문에 힘을 다 소비해버린 모양인뎁쇼?" "크크크크 이제보니 멍청한 녀석이군...크하하하하 밟아라! 그리고 죽여!" "키키킥..." -푹!- "아악!!" 연신 사내들의 발길질로 손가락 까딱할 힘이 남아있지 않던 엘테미아는 갑자기 어 깨에서 짙은 혈향과 함께 불로 지지는 것같은 뜨겁고 괴로운 느낌이 들자 비명을 질렀다. 떨리는 고개로 자신의 어깨쪽을 보니 이미 복면사내의 검이 깊숙히 박혀있 었다. 녀석들의 검에 피까지 쏟아내자 더더욱 힘이 들어가지 않는 엘테미아를 보며 그들도 이젠 시선을 돌려 다시 야수의 표정으로 샬레리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크크큭...녀석은 이제 손가락하나도 까딱할수 없을테니...녀석이 선물한 이 계집을 천천히 먹어주자고 크하하하하" "키킥...그러죠 대장..." 그러자 복면의 사내중 한명이 괴로워하며 축 늘어져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능 글맞게 외쳤다. "헤헤 요녀석아! 이년이 무참히 짖이겨지는걸 두눈 똑바로 뜨고 봐라 헤헤...너때 문에 요년을 범할수 있느니 잠시동안 멋진장면을 관람할수 있는 기회를 주마! 키킥" "풋하하하" "키키킥..." "크크큭..." 저마다 한 사내의 외침에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하나둘씩 모두 허리춤을 다시끌르기 시작했다. 이미 기절해 있는 샬레리나의 몸을 급하게 하나둘씩 벗기기 시작하며 더 러운 손으로 샬레리나의 살결을 마구 주물르자 엘테미아는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 지만 자신은 저들의 말대로 손가락 하나 까닥할 힘도 남아있질 않았다. 이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입술을 꽉깨물며 조금씩 자신의 마나를 모아 가공하기 시작했다. "아! 더이상 못참아! 역시 귀족의 영애들의 피부는 탱탱해서 먹을맛이 난단말야 크큭.." "헤헤 저도 못참겠습니다. 어서 대장부터 입성하시죠 크크큭..." "크하하하 그래! 그래볼까?" 이젠 완전히 샬레리나의 치마폭을 들춘 사내들은 자신의 더러운 물건으로 샬레리나를 범하려 하고 있었다. 이제 그 누구도 자신들을 방해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들은 모 두들 샬레리나의 눈부신 살결에 집중했고 그 본격적인 서막이 올라가려 할때였다. 난데 없이 자신들의 구타와 대장의 검에 묵사발이 되버린 은발의 소년의 처절한 외침이 들 려왔다. "워프!!!!" 워프라는 외침에 깜짝놀라 복면의 사내들은 쓰러져있는 엘테미아에게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허나 순간적으로 작은 스파크가 일어나며 마나의 축적과 가공에 실패한듯 펑! 하는 소리와함께 하얀 연기가 치밀며 엘테미아의 입속에서 한모금의 피를 울컥하며 토하 고 있었다. "쿠,쿨럭!!쿨럭!..." "........" 멍한 표정에서 분노의 표정으로 뒤바뀐 복면의 사내중 하나가 외쳤다. "이,이새끼 X나게 비열한 새끼네! 이 계집은 나몰라라 하며 지혼자 살겠다고 워프질이 냐? 이 개자식아~!" -퍽!- 다시 복면사내들중 대장인듯한 자의 발길질이 엘테미아의 가슴에 작렬했다. 그리고 다 시 그들의 비난이 엘테미아에게로 쏟아졌다. "에구구...저런 치졸한 새끼때문에 대장에게 배뚤릴 뻔했던 이 아가씨가 불쌍하구만..." "키키킥...그래...그러니 우리가 극락의 세계를 맛보여 주자고 푸하하하" "그러군!! 우리가 할수있는 유일한 배려지 키키킥!" "어이...그보다 저 꺼림칙한 놈부터 처치하고 깨끗한 기분으로 즐기는게 어때?" 한 복면사내의 말에 저마다 시선을 돌려 엘테미아를 바라봤다. 그리곤 저마다 검을 들고 천천히 엘테미아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이...하나,둘,셋 하면 동시에 찌르는 거야. " "좋습니다." 복면사내의 대장이 엘테미아의 주위로 몰려들고 잔인하게 엘테미아를 죽이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컬컬한 대장의 목소리가 낡은 창고를 울리고 있었다. "하나..." "........." "둘..." "......." "안돼요!! 제발!!" 그때 언제 깨어난건지 모를 샬레리나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이에 다시 사 내들의 시선이 샬레리나에게로 쏟아졌지만 그들이 들고 있는 검은 내려올줄 모르고 잇었다. "제발...뭐든 시키는대로 할테니까 제발요...그를...죽이지 말아줘요..." 자신도 왜 헬마스터공작을 감싸는 건지 알수 없었지만 샬레리나는 애원했다. 분명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이 사랑하는 젤리임이 가장큰 이유였지만 또 무 언가가 꿈틀거리는 생소한 감정이 자신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다는것을 샬 레리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허나 이런 샬레리나의 마음을 복면의 사내들 은 깨끗히 무시한채 대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크하하하 이미 늦었다. 하나!,둘! 셋!" -쉬이이익~!- -파악~!!!- 무언가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낡은 창고안에는 비릿한 혈향이 사방 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어디선가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낡은 창 고를 메우고 있었다. "너희들은...헬마스터의 이름을 빌어 지옥을 경험하리라..." 언제 어떻게 나타난건지 모를 청보랏빛 머리칼의 검은 제복을 걸친 매혹적인 남 자가 그동안 휴벤트 귀족들이 치를 떨던 헬마스터공작의 유명한 대사를 빌어 그 들에게 죽음의 선포를 내리고 있었고 그 사내를 본 엘테미아는 끊어질듯한 목소 리로 말했다. "바보...왜 이리...늦어..." 헬마스터 공작가(12) 내일이면 헬마스터공작이 예고했던 황녀를 훔쳐간다는 선언에 황녀를 호위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으로 한창 제국의 황제와 가신들이 모여 회의하고 있던중 자신의 결계안 에서 헬마스터가의 끄나풀이라 짐작했던 샬레리나의 애완동물의 워프의 움직임을 감지한 진 헤븐로드는 벌떡 일어나 황제에게 급히 보고하고 그자리에서 이동해 샬레 리나의 애완동물이 워프하려던 좌표로 급히 이동했다. 허나 좌표를 따라 자신이 워 프된 곳은 낡은 창고같은 곳이었고 자신의 표적인 하얀동물은 보이지도 않고 헬마스터 공작이 괴이한 복면인들에게 죽을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리고 시선을 더 올려 한쪽 에는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의 원래는 아름다웠을 하얀드레스가 여기저기 찢겨짖채 하얀 살결을 적나라하게 내 비치고 있었고 치마가 완전 들추어진걸 보자 대충 상황파 악이 된 진 헤븐로드는 형용할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언젠가 자신이 제국의 최대 공적인 헬마스터공작과 결투를 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픈 말을 진 헤븐로드는 그들에게 먼저 내뱉었다. "......너희들은...지옥을 경험하리라..." "헉!!" "컥!!..." "크아악!!" 갑자기 나타난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의 무형기운에 저마다 비명을 지르 며 벽의 구석으로 처밖혔다. 이미 머리가 없는 그들의 대장은 눈앞의 청보랏빛 머리 칼사내의 기운에 정면으로 맞아 몸이 내장을 쏟아내며 펑소리와 함께 한순간에 고기조각으로 변했다. 이미 자신이 슬립마법으로 샬레리나를 잠재운 진 헤븐로드는 아 무 꺼리낌 없이 자신의 분노를 복면의 사내들에게 쏟아부었고 복면의 사내들은 자신 들의 뼈가 부러짐을 넘어 산산조각이 나면서 뼈조각이 살을 찢으며 튀어나오고 내장을 온통 갈가리 휘저어 놓으며 기도를 꿰뚫는 엄청난 고통에 소리도 못지르고 끄억거려야 했다. 이미 자신들의 제어권을 잃어버린 복면의 사내들은 저마다 눈물 콧 물 다쏟아내며 이순간 안락한 죽음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으나 자신들을 이렇 게 만든 청보랏빛의 매혹적인 사내는 자신이 입고있던 검은 제복의 상의를 벗어 제국 의 제일미로 추앙받는 샬레리나 폰 안셀로자크의 나신을 덮어주고 있었다. "끄르륵...크르륵..." "끄어어..." 괴로움에 허덕이는 9명의 복면사내들을 뒤로한채 진 헤븐로드는 살포시 샬레리나를 안고 저쪽구석에서 쓰러져 있는 엘테미아에게로 다가갔다. 이미 무리한 워프를 시전 한 탓인지 입가엔 한줄기의 선혈자국이 드러나 있었고 그는 힘없이 기절해 있는 상태 였다. 문득 여기서 자신이 헬마스터 공작을 없애버리면...이라고 잠시 스쳐지나간 생각 에 고개를 돌려 샬레리나를 응시한 진 헤븐로드는 이내 고개를 젓고 엘테미아에게로 손을 뻗었다. 한쪽팔로 샬레리나를 안고 다른 한쪽팔로 엘테미아를 안으려던 진 헤븐 로드는 문득 차가운 은빛가면아래 가려진 그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는 차가운 은빛가면 아래에 존재하는 고운 턱선과 이순간도 아름다운 붉은 입술...순 간 호기심에 진 헤븐로드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들어 엘테미아의 가면에게로 가져갔다. 자신의 손이 가면에 닿는 순간 차가운 감촉과 함께 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 진 헤븐로드는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엘테미아의 얼굴을 보며 번갈아가며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다시 손을 가져가 엘테미아의 가면을 벗기 려 하자 무형의 기운이 계속 진의 손을 밀어내고 있었다. 9서클 마스터인 진의 손길 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그의 가면에 호기심이 동한 진은 자신에 최대한 동원할수 있는 마나를 가공해 엘테미아의 가면에 걸려있는 락(lock)마법을 깨보려 했지만 스스로 놀랄 정도로 헬마스터공작의 가면에 걸린 락마법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상 최강의 마법생명체 드래곤들에게 가장 사랑받는존재...바로 엘테미아 에게 너도나도 달라붙어 자신의 의지로 벗을때 말고는 다른사람의 손에 절대 벗겨지 지 않도록 영구적인 락 마법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그의 마법을 깨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봤지만 도저히 깨지지 않자 진 헤 븐로드는 내심 긴장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흠...헬마스터쪽에 굉장한 마법사가 있는건가? 설마 인간들의 마법중에 내가 해제하지 못할 마법이 있을 줄이야...한방 먹었군...' 어쨌든 그는 자신이 오랜만에 도달할수 없는 벽을 느낀 묘한 쾌감에 기분이 좋아진 진은 엘테미아의 가면벗기기를 중단하고 미우나 고우나 중요한 포로이기 때문에 엘 테미아를 한쪽팔로 안고 자신의 안셀로자크 공작가로 워프하려했다. 허나 어찌된게 사내녀석이 샬레리나의 몸무게와 거의 엇비슷하자 진은 잠시 엘테미아를 응시한 뒤 그의 아미가 살짝 찡그려진 채 워프했다. 물론 복면의 사내중 한녀석을 다치치 않게 포박마법을 걸어놓고 있었으나 그는 자 신의 전신이 속박에 걸릴 때부터 이빨사이에 끼워둔 독액으로 이미 자결한 상태였다. 이에 그는 별로 표정 변화없이 그대로 자신의 안셀로자크 공작가로 이동한 것이었다. 어느덧 안타깝고 침울했던 밤이 지나 온 세상을 시작으로 비추는 아침이 찾아왔다. 하늘엔 구름한점없이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포근한 빛이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어 느 한방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아침햇살 특유의 빛을 받아 약간 노란빛을 띄고 있 는 커다랗고 아름다운 방안에 하늘색의 고급스런 이불을 덮고 침대위에 아름답 게 비산한 은발의 가면을 쓴 소년이 귀엽게 새근거리고 있었다. 문득 창문에서 길게 비춰오는 눈부심에 조용히 비음섞인 신음을 내뱉으며 가면속의 눈은 이미 깜빡거리고 있었다. 문득 손을 들어 자신의 눈을 비비려한 소년은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살결이 아닌 차가운 은제 가면이 느껴지자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서클렛의 형식으로 되어있는 멋진 미스릴제 가면을 풀렀다. 가면을 풀르자 거기에선 경악할 정도로 아찔 한 아름다움을 지닌 신비스런 황금눈동자의 아름다운 소녀가 있었다. 아침햇살을 받 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은발의 머리를 한번 뒤로 쓸어주고 천천히 짙은 속눈썹의 눈을 비비적거린다음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전 처음보는 방에 약간 불안감이 들었으나 창 밖을 보자 자신과 샬레리나가 피크닉을 갔었던 낯익은 정원이 나오자 그제야 아름다 운 소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문득 창문을 활짝 열어 상큼한 아침공기를 만끽하 고 있을때 뒤쪽에서 난데없이 덜컥 하며 문이 열리고 있었다. 이미 가면을 벗고있던 아름다운 소녀는 깜짝 놀라 창문에서 문쪽으로 돌아보지도 못한채 허둥지둥 거리고 있었고 자신이 아니길 바란 베스트 1위의 극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일어난거냐? 헬마스....." 그러나 창문에 서있는 헬마스터를 향해 진은 자신의 말을 모두 건넬수 없었다. 자신 이 말을 걸자 갑자기 허둥거리던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의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무 작정 침대쪽으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얼굴의 전체를 가린덕에 자신의 앞쪽에 있는 의 자의 발을 미처 보지 못한 헬마스터 공작이 그만 의자의 발에 걸려 앞쪽으로 넘어지 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헬마스터 공작이 쓰러지는 각도로 절묘하게 서있던 진 헤븐로드는 갑작스런 상황에 멍하니 선 채 자신에게 쓰러져오는 헬마스터 공작과 함 께 바닥에 쓰러질수밖에 없었다. -쿵!- "꺄악~!!" "......." 3일전의 무도회장에서 들었던 중성적인 소년의 목소리가 아니라 맑고 고운 미성의 연약한 소녀의 목소리에 퍼특놀란 진은 번뜩하고 눈을 떠 자신을 쿠션삼아 쓰러진 헬마스터 공작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왠만해선 놀라지 않는 진 헤븐로드는 순간 그 의 매혹적인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야 했다. 진헤븐로드의 얼굴을 살짝 덮는 바로 눈앞의 헬마스터 공작의 아름다운 은빛머리칼과 상당히 놀란듯한 커다란 황금 빛 눈동자를 크게 뜨며 불안하게 떨리고 있는 모습조차 상당히 신비로웠다. 비록 한 쪽손으로 바닥에 쓰러질때의 충격을 대비해 뻗은 상황이었고 나머지 한쪽손으로 코와 입을 가린채 헬마스터 공작의 황금빛 눈만을 본 진 헤븐로드였지만 생전 처음 본 아름다운 황금빛 눈동자에 아무리 냉철한 그라도 말문이 막힐수밖에 없었 다. 차마 소년의 눈이라 하기엔 너무나 짙은 속눈썹과 가지런한 쌍커플이 소년임을 의심하게 했지만 자신의 가슴에 느껴지는 공작의 가슴살은 소년의 것처럼 밋밋하기 그지없었다. 진은 자신의 바로위에 쓰러져 있는 헬마스터 공작의 쿵쾅거리는 심장이 너무나 자세히 본인에게 전달되고 있었고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의 두근두근 거림을 바로 자신의 가슴에서 느껴본 진은 생소하고 묘한 기분에 머리가 다시 복잡해지 는것을 느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혼란스런 머리를 정리하고 있을때 이내 정신을 차린 헬마스터 공작은 그자리에서 퍼뜩 일어나 침대로 뛰어가더니 진이 있는 반대편 으로 돌아 급히 가면을 썻다. 천천히 그자리에서 상체만을 일으켜 세운 진은 고개를 돌려 이미 미스릴 가면을 쓴 헬마스터공작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고 이에 움찔한 헬마스터 공작, 즉 엘테미아는 하하거리며 어색한 아침인사를 했다. "하하...조,좋은 아...침...이네?" "......." 맑고 청량했던 미성의 목소리가 다시 중성적인 소년의 목소리로 바뀌자 잠시 의문 을 가졌던 진은 이내 방금전에 본 황금색눈동자의 컬쳐쇼크에서 벗어난듯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쓰러진 덕에 먼지가 뭍은 바지를 두어번 털기 시작했다. 그 리고 언제나 그랬던 무심한 청보랏빛 눈동자로 엘테미아를 응시하며 가까이있던 의 자를 하나 골라 앉았다. 진이 의자에 앉자 그제야 엘테미아도 다소곳이 침대에 앉 아 긴장되는 가슴을 진정시킨채 힐끔힐끔 진을 쳐다봤다. 한참 둘이서 말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때 진의 차가운 말이 들려왔다. "어이...어제 워프를 하려던건 도망가기 위해서였나?" "......." 두서없는 그의 질문에 그의말을 해석하느라 약간 시간이 걸린 엘테미아는 그 말의 진의를 알자 흥분하며 침대에서 벌떡일어나 진에게 소리쳤다. "뭐,뭐얏!! 야~! 너!......" "......."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일어나 자신에게 반말을 쓰면서 외치자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 면서 엘테미아를 쏘아보자 엘테미아의 너~!라는 외침이 긴 여운을 남기며 점점 작아 지더니 이내 진을 향해 삿대질을 하던 자신의손을 살짝 거두고 침대에 다시 다소곳이 않은 엘테미아는 더듬거리는 말로 진에게 말했다. "너,너무하잖아!...그래도 난 목숨을 걸고 동생의 위기도 못알아채는 둔탱이 오빠에게 우리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마나가 역류할것을 알면서도 워프...한건데..." "........" 계속 진이 자신을 쏘아보자 뒷말을 흐리며 고개를 숙인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엘테미아는 문득 자신의 정체가 샬레리나에게 완전히 탄로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 에 더욱더 풀이 죽어버린 엘테미아는 깊은 한숨을 하아~하고 내쉬고는 다시 마음을 다 잡고 생각할수록 괘씸한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생각해보니 너무하잖아! 적어도 너는 내게 '감사한다'라든가 '널 다시보게 되었다' 라든가...이도 아니면 '적의 동생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무릅쓴 너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 며 놓아주마'라든가 하다못해 '동생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라고 해야 하는거아냐! 처음 보자마자 ' 너 도망가려고 워프했냐?'라니!!......" ".......기지배 같은 소리하지마라...이 세상 그 어떤 누구도 내게 그런말을 들을수 없다." "........" 자신의 말을 들은후 훗하는 웃음과 함께 기지배같은 소리 마라는 진의 말에 잔뜩 열이 난 엘테미아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그에게 달려들려 할때 난데없는 그의 질문에 잠 시 멍해있다가 짧막히 대답해야 했다. "나의 이름은?" 난데없이 자신의 이름을 묻는 진에게 엘테미아는 그저 멍하니 짤막하게 대답했다. ".......진..." "내 성은?" ".......해븐로드..." "해븐로드의 창립목적은?" ".......헬마스터가의 말살..." "너의 이름은?" "........린..." "내 성은?" "........흐에엥...자꾸 이럴꺼야!! 너무하잖아!" "........" 정말 이런녀석이 헬마스터가의 가주가 맞나 의심이 드는 진이었지만 이내 픽하고 웃음을 지어준채 눈앞에 있는 공작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후훗...오늘이 황녀를 훔치기로 약속한 3일이 되는 날이다 헬마스터...그러나 넌 여기 서 내가 지키고 있는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해..." ".......!" 진의 말에 마치 새로운 사실을 알아챈 사람처럼 자신의 손바닥에 자신의 주먹을 탁! 하고 내려치며 '아참~!'이라는 말을 내뱉는 엘테미아를 보며 다시 그의 매혹적 인 눈썹이 꿈틀거리며 쳐다보자 다시 엘테미아의 황당한 소리에 그는 정말로 눈앞 의 맹한 소년이 헬마스터가의 가주가 맞나를 재차 재고해 봐야했다. "깜빡 잊고 있었다!!! 헬마스터가의 전통의식!! 하하하 알려줘서 고마워 진~!" "......." 엘테미아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그를 응시하던 진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엘테미아를 향해 흘끔 하며 시선을 한번 주고 '식사는 여기로 가져올거다.'라는 말을 남기고 끝내 방을 나가버렸다. -달칵...- 이제야 비로소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엘테미아는 앞으로 자신이 행해야 할 헬마스터가의 전통의식때문에 골치를 썩어야 했다. 계속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볼을 쿡쿡 누르며 생각해봐도 기막힌 탈출방법이 떠오르지 않자 몰라~~!!!라는 외 침과 함께 무료해진 엘테미아는 방문을 열고 곧바로 정원으로 항했다. 그냥 무의식 적으로 땅을 보며 걸음을 걷던 엘테미아는 순간 앞쪽에서 들려오는 유리잔이 깨지 는 소리에 퍼특놀라 앞을 바라봤다. 앞을 보자 엘테미아의 눈에는 혼란스런 표정으 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흑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눈에 들어왔고 이에 엘테미아도 무언가 답답하고 혼란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봐야했다. 이제 다시는 어제처럼 가까워질 수 없는 그들사이에 묘한 적막과 함께 엘테미아의 탄식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샬리......" 헬마스터 공작가 (13) 정원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차를 따르고 있던 샬레리나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은 발의 신비한 소년을 보고 따르고 있던 메쇼란잎 차가 잔에 흘러 넘치는 것도 모른채 엘 테미아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이 둘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후 문득 눈앞의 신비한 은발의 소년에게서 조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샬리..." 자신의 애칭...자신의 이름은 샬레리나 폰 안셀로자크...엘테미아의 입에서 자신의 애 칭이 들려오자 순간 알수없는 불쾌한 기분에 샬레리나는 자신의 고운 아미를 찡그리 며 인상썻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스런 젤리였을 엘테미아에게 차가운 어조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제 이름...함부로 부르지 말아주세요. 헬.마.스.터 공.작.님..." 언제나 자신에게 웃어주던 샬레리나가 정색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하자 엘테미 아는 순간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 아...미,미안해요..." 엘테미아는 비록 이틀뿐이었지만 그동안 허물없이 지낸 샬레리나에게 친근한 느낌 그대로 튀어나온 말에 어쩔줄 몰라했다. 자신의 입에서 무심코 튀어나온 그녀의 애 칭이라던가...그리고 이런 엘테미아의 말을 거부하는 샬레리나에게 다시 엘테미아는 자신의 가슴이 아려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샬레리나는 처음부터 계속되는 헬마스터 공작의 거짓된 모습에 굉장한 불쾌감을 느 끼고 있었고 두번 모두 자신은 진심이었지만 헬마스터 공작은 모두다 거짓이었고 한 순간의 놀이였다고 생각하는 샬레리나는 그에대한 알수없는 슬픔과 분노로 헬마스터 공작, 즉 엘테미아를 싸늘히 노려보고 있었다. 뒤에선 공작가의 하녀가 진홍빛의 차 로 뒤범벅이된 하얀 테이블을 고급행주로 닦고 있었고 싸늘한 분위기를 눈치챈 하 녀들은 슬금슬금 정원에서 다시 저택의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멍하니 찻물의 얼룩으로 더렵혀진 테이블을 보고 있던 샬레리나는 더이상 엘테미아와 같이 있기 싫다는 듯 말없이 몸을 돌려 저택방향으로 돌아가려 할때였다. 엘테미아는 왠지 이순간 이대로 샬레리나를 보낼수 없어 그녀의 손목을 갑작스레 잡았다. 왠지 거북한 공간에 그와 같이 서있기가 힘들었던 샬레리나는 몸을 돌려 자신의 방으 로 돌아가려 할때였다. 갑자기 자신의 손에 닿은 굉장히 부드러운 감촉에 깜짝 놀란 샬레리나는 어느새 자신의 손목을 눈앞의 헬마스터 공작이 잡고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순간 자신의 얼굴이 달아오르며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그런 자신과는 달리 자신의 모습 을 감추려는듯 더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눈앞의 소년에게 외쳤다. "무,무슨 짓이에요! 당장 이거 놔요!" "........."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에 엘테미아는 샬레리나의 손을 황급히 놔주었다. 자 신의 손이자유롭게 되자 샬레리나는 자신도 알지못할 두근거리는 마음을 뒤로한채 곧 바로 저택으로 향했다. 자신의 뒤에서 계속 그의 시선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샬레리나 는 그를 애써 무시한 채 계속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난!...모든게 거짓은 아니었어요!..." 뒤에서 헬마스터 공작의 외침이 들려옴에 샬레리나는 다시 욱신거리는 가슴과 함께 걸 음을 멈췄지만 다시 밀려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주먹을 꽉쥐고 저택을 향해 빠른걸음 으로 걸어갔다. 멍하니 샬레리나를 쳐다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또다시 자신이 아무생각 없이 행동한 탓 에 누군가가 상처를 입자 그자리에서 한숨을 푹 내쉬고 정원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멍하 니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은 그렇게 하염없이 흐르며 어느새 정오를 훨 씬 넘어서고 있었다. 한편 엘테미아가 샬레리나에 의해 풀이 죽어있을때 헬마스터 공작령의 사일런트 랜드 에서 헬마스터 공작가의 성에는 또다시 소리없는 난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봐~! 로레알 지금 어딜간다는 거야!!" 공작가에서 최연소 소드마스터인 지아가 워프게이트를 그리고 있는 로레알을 향해 그 녀를 만류하는 어조로 외치고 있었고 주위의 다른 소드마스터들이나 사스펄스 길드원 들도 로레알을 만류하고 있있다. 그러자 마치 답답한 인간들을 보는 것마냥 매혹적인 아름다운 아미를 잔뜩 찡그리고 그들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 당연하잖아! 나의 귀염둥이 가주가 헬마스터가의 구리구리한 전통의식을 행하게 내 버려 둘 줄 알아? 절대 안돼!" 그러자 모두들 벙찐 표정을 지은채 로레알을 쳐다보았다. 한동안 사스펄스길드전용 별 채의 지하마법연구실에는 싸늘한 적막이 감돌았고 이내 40대의 헬마스터 기사단장 스 카야가 그녀에게 재차 확인하듯 물었다. "로레알! 그말 사실이냐? 정말로 린이 헬마스터가의 전통의식인 휴벤트에 선전포고를 하러갔단 말야?" 그러자 그 어떤 누구에게도 존대말을 한적없는 로레알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그에게 쏘 아붙이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은 정보가 그렇게 어두워서 어따 쓸래? 아무튼 이럴시간이 없단말야! " "........." "........" 연구실안엔 싸늘한 침묵과 함께 로레알을 만류하던 헬마스터 기사단과 각 기사단장들 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들답지 않게 음흉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러자 그들의 대표로 헬마 스터 기사단장인 스카야가 말했다. "흐흐흐...감히 우리몰래 의식을 치루려는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우리 귀 염둥이 가주가 말야...크크크...." 스카야가 웃자 옆에도 그렇게 깨끗한 웃음으로 보이지 않는 다른 소드마스터가 같이 웃고 있었다. " 크크크...하는짓도 귀엽다니까...하지만 세상은 뜻대로 할수 없는법...이 두눈으로 똑 똑히 봐주지 크크..." "........." 최연소 소드마스터인 지아만이 골치가 아픈듯 자신의 고막을 지끈 감싸고 고개를 설레 설레 지을때 다른이들은 너도나도 로레알이 만든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에 벙찐 표정이 된 지아는 뭐라고 버끔버끔하며 말하려다가 이내 우악스런 스카야의 팔에 이끌려 로레알의 공간이동 마법진 안으로 끌려들어왔다. 그런 그들은 요사스런 미소로 한번씩 훑어본 로레알은 그들에게 소리쳤다. " 자! 준비다 됐지? 그럼 간다!! 워프!" -스스스스스스스- 어느새 로레알을 만류하던 모든 이들은 너도나도 워프마법진에 자신의 몸을 싣고 휴벤 트의 제도 이클리돈으로 워프하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 어느덧 세상은 온통 황혼의 붉은 물결속으로 휩싸이기 시작했다. 엘테미아는 아침부터 힘없이 샬레리나가 앉아있던 테이블에 앉아있었고 어느새 온건지 모를 진 헤븐로드가 자신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시간은 다가오고 황녀를 훔치러 가 야하는데 눈앞에서 계속 진 헤븐로드가 떡하니 버티고 있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엘테미아는 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연신 그 몰래 중얼거리며 그를 씹을수 밖에... "바보...멍청이...좀생이...파렴치...얼간이..." -꿈틀...- 진의 눈썹이 다시 꿈틀거리자 퍼특 고개를 돌린 엘테미아는 짐짓 딴짓을 했고 진은 계 속 엘테미아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신들의 있는 정원의 테이블로 누군가의 급 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굉장한 희망이 부푼 엘테미아는 두손까지 맞잡고 자신 과 진이 있는 테이블로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는 노집사를 바라보았다. 노집사는 헐레벌 떡 달려와서 자신에게 급히 인사를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진을 바라보며 그의 귓속에 다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엘테미아는 그들의 말을 들을수 없자 입을 삐죽이 며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할때였다. 이제껏 진의 큰소리를 들은적이 없던 엘테미아는 갑 자기 들려온 진의 외침에 깜짝 놀라 진을 쳐다보았다. "뭐야!! " 짧다막한 그의 외침이었으나 그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를 알수 있었다. 그러나 이내 십초가 다 지나기도 전에 냉정을 되찾은 진은 손짓으로 집사를 물리치고 다시엘테미아를 주시했다. "훗..." "......" 갑자기 자신을 보며 웃는 진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본 엘테미아는 다음에 나온 진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지어야 했다. "후훗...재미있군...어쨌든 헬마스터...넌 한번 내 동생의 소중한 것을 지켜주었다. 난 빚지 고는 못사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에게만은 깨끗해 지고 싶군..." "........" "가라. 이걸로 더 이상의 빚은 없다." 진의 가라는 말에 퍼특 놀란 엘테미아는 가면속의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그를 바라 보고 있는데 진은 이런 엘테미아는 안중에도 없는듯 테이블의 의자에 걸쳐두었던 자 신의 검은 제복을 다시 입고 입을 웅얼거리며 워프준비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스펠이 끝나고 시동어를 외치며 황성 자이녹스로 가기전 진은 힐끗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 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말했다. "후훗... 어차피 자이녹스에서 다시 만나게 될테지 헬마스터...기대하마 와라!" " !!... " 이내 진은 작은 목소리로 워프를 외친뒤 눈부신 빛과 함께 엘테미아의 눈앞에서 사 졌다. 엘테미아는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됬는지 몇분정도 멍하니 있다 퍼특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재차 확인해도 진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상황파악이 된 듯 활짝 웃었 다. 그러나 이내 그 웃음은 갑작스런 겨울을 맞은듯 시들어 버렸고 고개를 들어 안 셀로자크 저택의 3층을 바라보았다. 황혼빛에 붉게 물들어 버린 아름다운 저택의 3층은 이미 커텐으로 모든것을 가려버렸고 엘테미아는 샬레리나의 그림자 조차 볼수 없었다. 엘테미아는 순간적으로 샬레리나의 방앞을 떠올리고 그대로 워프했다. 진의 방해로 할수 없었던 워프가 이제 가능하자 엘테미아는 무거웠던 가슴이 한결 가벼워 진것을 느꼈다. 이대로 말없이 떠날수 없었기에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가려던 엘테미아는 그녀의 방문앞에 서서 오랬동안 노크를 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비록 고의는 아니었지만 그녀에게 큰 상처를 준 자신이 이제 그녀에게 용서도 받지 못하고 떠난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던 엘테미아는 계속 그녀의 방문을 두 드리는걸 망설였고 계속 시간이 지나가고 있을때였다. "거기서 뭐하시나요?" 갑자기 자신의 옆에서 들려온 미성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엘테미아는 고개를 재빨 리 돌려 자신을 부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조금씩 두근거리던 엘테미아의 심장이 그녀를 보자 더욱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샤,샬리...아! 샬레리나..." 다시 샬레리나의 애칭을 부르려던 엘테미아는 급히 자신의 입을 막고 자신의 말을 정정하고 있었다. 그때 아직도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엘테미아는 아직도 무거운 가슴이 계속 아파왔지만 이내 자신의 주먹을 꼭 쥐고 샬레리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오늘 이 시간부로 이 저택을 나갑니다. 하하...이제야 당신이 저주하는 제가 나 가니 샬레리나는 안심하세요..." "에.....?" 갑자기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의 저택을 나간다는 소리에 머리에 둔탁한 충격을 받은듯한 고통을 느낀 샬레리나는 자신의 고운 얼굴이 찡그려 지고 있음에도 계속 엘테미아를 못믿겠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다시 당황 하며 자신의 손을 내저어보며 말했다. "하하 정말이에요!...이번엔 거짓말이 아니거든요...그러니까...전..." 자신의 원인 모를 고통을 가슴속 깊이 갈무리한 샬레리나는 전에 무도회에서 헬마스터 공작이 선포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밀리를...훔치러 가시는 것이군요..." 다시 또 자신의 안좋은 이미지가 그녀에게 비춰지자 움찔한 엘테미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어리숙한 행동에 더이상 그녀가 상처받지 않도록 강직 하게 나갔다.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 부디 샬레리나는 오늘 황성 자이녹스로 오지 마세요..." 엘테미아의 말에 샬레리나는 애써 차가운 표정을 짓고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흥!...어차피 관심없습니다. 당신이 밀리를 어찌하건 말건...분명 밀리는 오빠가 지킬테니까..." 역시 자신이 예상한 바와 같이 샬레리나는 전혀 자신의 일에 관심이 없다는 듯 말하자 엘테미아는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끼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군요...하긴...샬레리나가 오게되면...난 황녀대신 샬레리나를..." 그의 중얼거림을 듣고 있던 샬레리나는 엘테미아의 말에 황당해 하며 다시 그 를 쏘아붙였다. "하!...제가 황성으로 가게되면 밀리 대신 저를 납치하겠단 말씀이신가요!!?" "에? 아!...그,그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 왜곡되어 전해진 탓인지 엘테미아는 다시 당황하듯 샬레리나 에게 소리쳤고 샬레리나의 표정은 더더욱 차가워졌다. 이제 더이상 샬레리나 에게 안좋은 감정을 심어주는게 괴로웠던 엘테미아는 지금 이순간 끝을 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어리숙하던 몸짓을 곧게 잡고 처음 헬마스터가의 소 드마스터들과 겨루었을 때부터...아니 자신이 누군가를 지켜주겠다는 다짐을 했을 때 행했던 곧은 마음으로 샬레리나를 보며 말했다. "그동안 고의는 아니었지만 실례가 많았습니다. 물론 샬레리나는 기분이 언짢으 셨겠지만 전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샬레리나의 가슴이 정말로 좋았거든요. 그래서..." -짝!!- 순간 엘테미아는 자신의 뺨에 느껴진 따가운 감촉에 멍하니 눈앞의 샬레리나 를 봐야 했다. 샬레리나를 보자 샬레리나는 두 볼이 잘익은 사과처럼 붉게 물 들은채 씩씩거리며 자신을 쏘아보고 있자 엘테미아는 멍한 표정이 되어 그녀 를 바라보았고 이내 그녀는 엘테미아를 쏘아보며 외쳤다. "벼,변태!..." "......?" 샬레리나는 눈앞의 헬마스터 공작이 젤리였을때 그의 몸을 자신의 가슴으로 꼭 안아주었던 기억들과 다른 스킨쉽을 했었던 기억들이 떠올라 그것도 헬마스터 공작이 노렸던 것중 하나라고 치부해버려 순간적으로 굉장한 불쾌감과 묘한 두 근거림에 자신도 모르게 눈앞의 헬마스터 공작의 뺨을 날렸던 것이었다. 엘테미아는 자신이 맞을 이유를 모른채 멍하니 샬레리나를 바라보았지만 바로 몇시간 전의 우물쭈물하던 모습과는 크게 차이가 있는 곧은 자세로 자신의 마 음을 다잡고 샬레리나에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건지 모르겠지만 전 진심으로 좋아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제 행동은 최소한 샬레리나에 대한 가식은 없다고 제 이름을 걸고 맹새할수 있 습니다." "!!......." "그럼...안녕히..." "아!..." 갑자기 자신의 눈앞으로 눈부신 빛이 휘몰아 치기 시작함에 샬레리나는 눈앞의 엘테미아를 부를새도 없이 자신의 두팔로 얼굴을 감싸야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빛이 사라졌을 때쯤 자신의 방앞에는 오로지 고독한 자신만이 존 재할 뿐이었다. 그리고 슬픈 독백처럼 끝없이 이어진 긴 복도에 그녀의 슬픈 목소리가 나직히 울려 퍼졌다. "이건...아니야..." 좀전의 차가운 표정과는 다른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쓸쓸히 창밖을 바라 보며 샬레리나는 말하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14) 헬마스터 공작이 사라진 쓸쓸한 복도에 홀로남은 샬레리나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자신 혼자쓰기엔 벅찰정도로 커다란 방안에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오랜만에 그 녀의 책상앞에 앉은 샬레리나는 한동안 적지 않은 자신의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탓인지 은빛으로 빛나는 일기장의 테두리에 약간의 먼지가 뭍 어 있었고 페이지를 하나씩 넘겨보며 샬레리나는 어느새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책상의 서랍을 열어보니 까망색의 잉크통과 펜이 보였다. 샬레리나는 잉크와 펜 을 물끄럼히 바라보며 잉크의 뚜껑을 돌려 열고 오른손에는 펜을 잡았다. 「 뉴센트웰력 2157년 묘의월 흑의 날 난 아직 하루의 끝을 모두 보내지 않은 채 일기를 쓴다. 지금 난 아무것도 하 지 않으면 계속 가슴을 아리는 아련한 고통에 미칠것만 같다. 왜이럴까...나 자신조차 이유를 모른채 계속 눈물이 나오려 한다. 아무것도 모자람 없이 지내온 나...지금도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감정은 사치일수도 있겠지만...그렇지만 난 괴롭다. 언제부터였을까? 언제나 무료했고 귀족영애의 예절만을 따지는 일관적인 삶에서 난 또다른 빛을 발견했다. 귀족의 영애라면...더더욱 제국에 4개밖에 없는 공작가 문의 영애라면 반드시 참석해야만 하는 황실무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난 여느날과 같이 내 호위기사 폴라튼을 대동하고 황성 자이녹스로 향하고 있었다. 별로 내 자랑할 생각은 없지만 제국의 모두가 다들 나와 제국의 황녀인 밀리릴리 아와 함께 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칭송하고 있다. 이에 내 오랜 친구이기도 한 밀리릴리아는 뭔가 못마땅한 모양이지만 난 그런거엔 별로 관심없다. 오히려 이런 얼굴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언제나 친절이나 화려함으로 치장한 남자들의 가 식적인 행동을 많이 겪어야 하니까 말이다. 결국 남자들의 본질은 하나...모두들 늑 대라는 것이다. 거기다 내 뒤에는 안셀로자크 공작이라는 거대한 성문과도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날파리같은 남자들에 더욱더 몰려들고 있었다. 이런 생각 이 들자 황성 자이녹스로 향하는 화려한 하얀마차 안에서 내 한숨소리가 나직히 울려퍼졌다. 이에 나의 호위기나 폴라튼은 무슨일이 있냐고 물어봤지만 난 그냥 손을 내저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다시 자주 오고갔던 관도를 따라 익숙한 풍경을 지나쳐 황성의 정문에 당도했다. 정문에 당도하니 평소보다 다른 뭔가 들뜬 분위기가 마차의 창문밖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귀족영애들이 들떠있 는 이유같은건 뭔가 굉장한 남자를 발견했나보다 하고 난 그냥 수문기사들의 인 사를 받으며 황성의 황도를 천천히 달렸다. 일부러 일찍 도착하기 싫었기에 아주 천천히 황성의 본궁에서 가장 먼길로 돌아서 가고 있던중 난 놀랍게도 우리가 달 리고 있던 황도에 다른 누군가가 가고 있는것을 볼수 있었다. 그러나 더더욱 놀 랐던 것은 말도 마차도 아닌 꽤 먼거리를 도보로 걷고 있는 사실에 난 황당해져 자연히 그들에게 눈길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점점 가까이 가서 보니 그들은 정말로 특이한 빛깔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한명 은 분명 늙은 노인이 아닌 건장한 30대 초반정도의 사내임에도 불구하고 3,4크 로 정도 되는 짧은 머리가 온통 백발이었고 옷도 모두 하얀색으로 통일된 멋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는 그보다 작은 나보다 1,2크로정도 커보이 는 소녀인지 소년인지 구별못할 아이가 보였다.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은발의 사람 을 볼수 있었다. 황혼의 빛을 받아 더욱더 찬란하게 붉은 은빛의 물결이 그가 걸 을때마다 아름답게 출렁이고 있었고 그도 그 옆의 사람과 비슷하게 하얀 롱코트 를 걸친 아름다운 소년이었다. 언제나 무료했던 삶을 살던 나였기에 난 청량제마 냥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기에 제국의 제일가는 공녀께서 친히 내려주어 그들을 만나기로 마음먹었다. 드디어 나를 태우고 있는 공작가의 화려한 마차가 그들을 지나쳐 몇 헤론 앞에 정차하고 나서 먼저 나의 호위기사 폴라튼이 내렸다. 그리 고 그후 나는 폴라튼의 에스코트를 받아 기품있게 내려 그들을 보았다. 정면에서 자세히 그들의 얼굴을 보니 하얀머리의 사내는 구렛나루부터 콧수염과 턱수염이 이어져있는 중후한 멋이 있는 수염을 기른 멋진 사내였고 그 옆에 있는 아이는 대 략 내 또래로 되어보이는 아담한 체구의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얼굴에 차가 운 은빛가면이 그의 얼굴 반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 소년의 보이는 얼굴은 가면아래의 고운 턱선과 아름다운 붉은 입술뿐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가면으로 가린 그의 얼굴이 더더욱 그 소년을 신비롭게 하고 있었 고 온통 머리부터 발끝까지 입술과 가슴에 수놓아진 기이한 그림만 빼면 하얀색 과 은색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유리마냥 맑은 신비한 소년이었다. 처음만났을때부터 묘한 끌림과 두근거림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 어 그가 우리곁으로 다가와 나와 얼굴이 마주쳤다. 그러나... 그 소년은 황당스럽 게도 제국 최고의 소녀인 나 샬레리나를 주위의 널브러진 돌마냥 한번 슥 보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샬레리나 폰 안셀로자크를 지나쳐 가는게 아닌가...생전 처 음으로 타인에게 무시당한 경험을 하게된 나는 한동한 쇼크를 먹은듯 머리에 사 고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경험은 한번도 겪어 본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제국 최고의 영애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채 황급히 그를 불러 세 웠다. 그러자 다행히도 나를 무시하지 않고 그는 나를 뒤돌아 보았다. 그가 뒤돌 아 보면서도 찰랑거리는 은발이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난 그 모습에 신경쓸 겨를 이 없었다. 」 "후훗..." 일기를 한창 써나가던 샬레리나는 문득 그때일이 떠올라 얕은 미소를 지었다. 그 리고 펜을 쥔 손으로 턱을 받쳐든채 멍하니 앞을 주시하고 계속 미소를 지었다. 한참을 그런 후 그녀는 다시 자신의 일기장으로 고개를 돌려 일기를 써나가기 시작 했다. 「 그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 프라이드가 산산조각이 나는 날이었다... 제국에서 밀리 와 가장 유명한 소녀중 하나인 나를 누구냐고 물었을때도...내 하녀나 집사도 아닌 사람에게서 평민의 여인들에게나 쓸 '아가씨'란 말을 들었을때도...나의 호위기사가 그 아담한 소년의 주먹에 한방에 나가 떨어졌을때도...그리고...처음으로 나의 외모나 집안 을 거들떠도 보지 않은 소년에게 묘한 마음이 끌렸던 것도... 평소엔 날파리같은 가식적인 남자들때문에 나의 외모나 나의 배경을 그리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나만을 봐준 이 은발의 신비한 소년에게서 나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그를 알고 싶었다. 그러나...이런 나의 두근거렸던 꿈은 대략 한시간 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너,너는 누구냐!!" "후훗...내이름은...린, 린 엘테메오 ....헬마스터..." " !! " 하하...난 그순간 내 두눈과 귀가 고장이 난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 그렇 게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고 나의 오빠의 얼굴이 경악의 표정이 되어 있는걸 본 순간 지금 이 현실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 다. 세상에...그가 헬마스터 공작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난 온몸에 소름이 돋혔다. 헬마스터 가 누구인가...제국의 모든 귀족의 제일공적(公敵)이 바로 헬마스터란 성을 쓰는 사람이 아닌가? 우리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선조님들도 몇분이 저 헬마스터란 성을 쓰는 사람에 의해 명 을 달리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헬마스터 가문은 우리 휴벤트 제국의 대업을 언제나 방해 했고 귀족들만을 골라 척살하는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희대의 악마라고...그렇게 난 어릴 적부터 배워왔다. 그런 그와 잠시나마 웃으며 얘기하고 한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셨단 사실에 난 나의 얼굴이 창백해짐과 동시에 소름끼치는 기분을 애써 떨쳐내기 위해 고 개를 세차게 저었다. "........" 하지만 지금 나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무엇일까? 황제,그리고 그와 가까운 가신들이 모여 이번 제국의 정복전쟁에서 거의 멸망한 미드리엘 왕국의 두 공주를 감싸는 모습은 ... 실로 동화속에 나오는 공주님을 구하러온 멋진 왕자님같은 모습이었다. 저 모습이 잔 인한걸까? 저 모습이 극악 무도한 광자(狂者)인걸까? 아무리 세상물정 모르는 귀족의 영 애라고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헬마스터 공작과 눈앞의 신비한 은발을 기르고 있는 25대 헬마스터 공작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마치 우리제국이 악당의 나라같고 선량한 나라에 서 잡혀온 두 공주를 구출하기 위해 나선 멋진 왕자님... 나와 모두들 비슷한 생각을 하 고 있는 것인지 눈앞의 신비한 은발의소년이 황제를 앞에두고 망국의 두 공주에게 예를 갖출때부터 , 그리고그가 그의 입에서 헬마스터란 성을 외쳤을때부터 그에대해 경악하고 경계를 하던 제국의 모든 기사와 귀족들은 저마다 생각치도 못한 아름다운 광경에 멍 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적국의 중앙에 단신으로 나타나 태연히 두 공주를 자신의 영지로 보내고 제 국의 모든 기사들과 맞붙게 되었다. 처음으로 그가 헬마스터 공작이라는것을 알았을땐 말못할 두려움과 오한,그리고 소름과 배신감이 느껴졌다. 사실은 모든게 연기가 아닐까 하는...나의 외모와 나의 배경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은척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그래서 생전 처음으로 두근거렸던 나의 마음에 보상이라도 받을 마냥 난 그를 증오의 시선으 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아름다운 모습 하나하나가 역겹다는 듯이...그러나 시간 이 갈수록 그런 마음은 어디론가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제국의 기사들과 싸울때도...그리 고 자신의 검을 태연히 제국에서 가장 강한 진오라버니에게 넘길때도...멍하니 있던 진 오라버니를 눈앞에 두고 무도회장에 마련된 요리에 반해 요리사에게 요리강습을 받을 때도 너무나 순진한 그의 모습에 난 점점 빠져들었던것 같다. 한쪽 마음에는 모든게 연 극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하지만 그는 오빠와 대치하기도 전에 워프를 사용 해 이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3일후 황녀를 훔치겠다는 경악스런 말을 남긴채...그러나 제 국의 한 마법사가 그런 헬마스터를 보고 알아듣지 못할말로 그의 워프를 방해했다. 그러 나 눈앞의 신비한 은발의 헬마스터 공작은 그런 제국의 마법사의 말에 잠시 표정이 굳 어지더니 이내 무모하게 워프를 감행했다. 그러자 평소 오빠의 워프를 자주 봐오던 나는 오빠보다 더더욱 눈부신 빛에 팔로 얼굴을 감싸며 빛으로부터 등을 돌려야 했고 무도회 장에 모인 모든 사람들도 나와 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빛이 사라진 곳에는 이미 헬마스터 공작은 보이지 않았고 이를 눈치챈 오빠가 자신의 기사들과 함께 황성의 이곳저곳을 수색했지만 그를 찾을수 없었다. 한참 회장 전체가 그에 의해 어수선할때쯤 에 갑자기 나는 나의 치마안에서 나의 맨살에 느껴지는 기이한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쳤다. 너무나 깜짝 놀란 나는 그만 그자리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버렸고 이런 나를 본 많은 남자들이 달려오는게 보였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나에게 달려오던 남자들은 나의 치마폭에 마치 무언가가 들어있는 것마냥 들썩이기 시작하자 눈을 크게 뜨며 멈춰버렸고 나도 불안과 공포에 점점 울상이 되어 자신의 치마도 들춰보지도 못 한채 멍하니 있을때였다. 나의 치마속을 이리저리 탐험한 정체불명의 털복숭이가 드디어 자신의 탐험을 끝내고 나 의 치마밖으로 나왔을때 다시 무도회장은 조용한 침묵을 맞이해야 했다. 도대체 오늘 나 의 가슴이 몇번이나 두근거려야 하는걸까? 라고 그때 난 생각했다. 생전 처음보는 형태의 아찔할 정도로 귀여움을 중무장한 조그만 하얀동물이 내 치마폭 을 반쯤 뒤집어 쓴채 뀨~ 거리며 울고있음에 최면에서 풀려난 것마냥 모든 귀족영애들 의 사랑스런 비명소리가 무도회장에 울렸다. 하지만 난 잠시 멈칫거려야 했다. 어째서... 그래 어째서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이 조그맣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물에서 처음 헬마 스터 공작을 만났을때의 느낌이 드는건지...한편으로 두려웠고 불안했지만 난 애써 그 생각을 나만의 착각이라고 치부해버린채 나의 권력(?)으로 하얀동물을 저택까지 데 려올수 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헬마스터 공작에 의해 저택의 경호를 점검하러 간다는 오빠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오던중 난 몰려오는 피곤에 오빠의 어깨에 기대 잠을 청했다. 그후로 얼마의 시간이 흐른후 오빠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난 잠들려 하던 정신이 확 깨버 렸다. 제국에서 가장 강한 오빠가 나의 하얀동물...그때는 그렇게 불렀지만 지금은 젤리... 나의 젤리를 헬마스터 공작이라고 했다. 이때부터 난 더더욱 불안했다. 처음에는 그저 헬마스터에 대한 공포의 불안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난 애써 그런 생각을 모두 무시하고 눈앞의 너무나 사랑스러운 젤리를 오빠에게서 빼앗아 들고 내방으로 달려왔다. 그러면서 속으로 절대로 젤리가 헬마스터 공작일리 없다고...오빠와 내가 뭔가 착각한 거 라고 생각했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젤리를 침대에 올려두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젤리가 내 모습을 지켜본다는 사실을 눈치챘을때 왜 가슴이 두근거렸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는지 는 모르겠지만 애써 평정을 가장해 젤리에게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욕실로 들어가 몸 을 씻고 그대로 젤리를 품에 안은채 잠이 들었다. 한참 그렇게 젤리와의 첫날밤을 이루던중 문득 젤리가 나의 품을 빠져나가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러나 난 일말의 불안감때문에 그대로 자는척했었다. 그러자 마치 이별을 하는 사람처럼 나의 하얀 젤리는 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다시 몸을 돌려 반쯤 열려진 창 문사이로 어디론가 날아갔다. 젤리가 날아가자 멍하니 침대에서 일어나 하염없이 창문을 바라봤지만 난 이제야 알수 있었다. 그가 헬마스터란걸...처음 젤리를 만났을때의 느낌과 오빠가 말했던 젤리가 헬마스터란 사실을 인정해야 할때가 온것이다. 난 무언가 괴롭고 슬픈 감정에 그대 누워 은은한 조명빛이 비추는 방안의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속으론 끊임없이 부정하고 있었지만 머리로는 그가 헬마스터임을 인정하고 있을때 문득 창문가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나는 자면서 뒤척이는 것마냥 으음...이란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돌려 창문쪽을 보니 놀랍게도 나의 사랑스런 젤리가 다시 내 품 으로 오고 있었다. 이에 무언가 형용할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 나는 다시 젤리가 헬마스 터가 아닐거라고 다짐하며 다시는 젤리를 보내지 않도록 꼭 끌어안고 밤을 보냈다. 그후론 하루동안이었지만 태어나서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젤리와 보냈다. 젤 리와 함께 매일 봐오던 익숙한 정원을 마치 새로운 숲을 만난듯한 사슴처럼 모든게 달 라보였고 신비로웠다. 이렇게 행복한 곳에서 젤리와 나와 오빠가 피크닉을 나오고 다시 젤리와 연극을 보러가고...마치 나의 말을 알아듣는듯이 나의 연극품평에 귀엽게 뀨우거 리며 좋아라 하는 젤리를 보자 거대한 행복감의 어두운 한쪽면에 다시 또 불안한 감정 이 싹트는것이 느껴졌다. 그건 바로 젤리가 정말로 헬마스터라는 불안감...공포감... 그러나 난 그때야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내가 헬마스터 공작에게서 느끼는 불안감이 라든가 공포감이 폭력에서 비롯된 억눌린 감정이 아니라 그와 나는 절대로 이어질수 없 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라는것을...제국의 제일의 원수와 제국의 제일미로 추앙받는 소녀 가 만남을 가진다라고 소문이라도 난다면 다들 뭐라고 할까? 아마 나의 아버지부터 극 구 반대할 것이다. 그리고 헬마스터 공작이라면...지금 이순간 나와 함께있는 현실이 그 에겐 진심일까? 아니면 무언가의 목적을 위해...아님 단순한 유희를 위한 거짓일까? 하 는 불안감과 공포감...그가 헬마스터란 사실을 알아채는 날이 온다면 나와 젤리는 두번 다시 만날수 없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속으 로 젤리가 헬마스터임을 극구 부정하고 있었다. 하지만...현실은 정녕 잔혹한 것이었을 까? 그대들은 그런 경험이 있나요? 머리로는 인정하고 있던 사실이...너무나 간절한 마 음속의 부정으로 절대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한 자신의 가슴속 생각이 맞다고 믿어왔 는데... 그랬는데 나의 간절한 바램은 그 다음날 행복한 외출과 함께 모두 끝나버렸다. 아침부 터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젤리를 이끌고 연극을 보러가기 위해 기사들 대동한채 제도 의 시내로 가기위해 출발한 우리들은 헬마스터가라 칭하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에 이끌려 마부와 기사가 죽고 나는 젤리와 함께 허름한 창고같은 방으로 납치되었다. 난 생전 처음으로 목숨이 위협받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지켜온 순결이 위협당하자 머리 속이 새하얘짐과 동시에 아무것도 할수없이 벌벌 떨고만 있었다. 애써 평정을 가장해 나의 배경을 그들에게 들먹였지만 그들은 오히려 우리 공작가의 사업을 방해하는 것 마냥 우리가문을 협박하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그들의 요구에 내가 어이없어 할 무렵 난 내 몸에 느껴지는 소름끼치는 촉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 자 저마다 자신들의 비릿한 미소를 내뱉으며 그들의 더러운 손이 나의 옷을 찢어 발기 며 난폭하게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에 상상할수 없는 무력한 자신과 고통에 난 소리쳐 울부짖었다. 나의 외침에 아침부터 피곤해 보였던 젤리가 일어나 갑자기 뀨우거리며 사내들에게 달 려들었다. 순간 젤리의 조그만 몸이 사내들의 우악스런 주먹에 창고의 구석으로 날라가 자 난 그들이 내 몸을 억지로 탐할때보다 더욱더 깊숙한 곳에서 아련히 퍼지는 고통에 그들에게 소리쳤다. 내가 뭐든지 다할테니...젤리를 살려달라고...그런데 그때 한번도 들 어본적이 없는 짐승의 포효소리가 젤리의 입에서 나오자 나와 사내들은 깜짝 놀라 다시 고개를 돌려 젤리를 쳐다보았다. 젤리의 작은 입이 커다랗게 벌어지며 이빨엔 동글동글 한 이빨대신 날카로운 이빨이 삐족히 튀어나온채 젤리의 몸에서 눈부신 은빛기류가 온 창고 안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 신비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사내들은 멍하니 젤리를 주시 하고 있었지만 난 차마 목까지 올라오는 안돼! 라는 외침을 말할수 없었다. 제발 젤리는 젤리로 나의 곁에 있어달라고...변하지 말라고...절대 이어질수 없는 헬마스터 공작으로만 변하지 말아달라고...제발 그래달라고... 하지만 신비한 은빛기류가 토해낸건 시리디시린 은발의 머리를 찰랑이고 있는 유리같이 맑은 사람...바로 헬마스터 공작이었다. 머리로는 예측한 상황이었지만 간절히 염원한 가슴속의 부정으로 절대로 현실이 될수 없 을것 같던 일이 나의 눈앞에서 벌어짐에 난 내 안에 소용돌이치는 모든 복잡한 감정이 증오와 울분의 감정으로 화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왜...왜 어째서 하고많은 사람들 중 에 헬마스터 공작이 아니면 안된다는거지? 왜 젤리는...차라리 그때 무도회장에 가는 것 부터가 나의 생애에 가장 큰 실수였을지도 모른다고...비록 지금 헬마스터 공작은 나를 위하는 것인지 자신을 위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나를 납치하여 위협하던 복면의 사내들과 싸우고 있을때도 내 눈은 아직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딘가에 쓰러져 있 을 나의 젤리를 찾고 있었다. 그들의 싸움이 끝날때까지도 젤리의 동그란 모습을 찾을 수 없자 점점더 알수없는 울분과 증오가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 사내들을 모두 쓰러뜨린 헬마스터 공작은 굉장히 헉헉거리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 었다. 그를 보자 난 그에게 묻는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젤리는 어디간거냐고...당신은 어디서 온거냐고...하지만 그를 보자 나도 모르는 독설이 나의 입에서 나와 그를 상처입 혔다. 한참을 그에게 울분을 토하고 있을때 문득 그의 뒤에서 검은 일렁임이 일어났다. 섬뜩한 은빛의 검광과 함께 그의 등에 꽂히려 하는 복면인들의 검... 그때 난 왜 그를 감싸주었을까? 그때 느꼈던 울분과 증오라면 그의 죽음조차 웃으며 지켜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마치 그가 아픔을 겪는것 보다 차라리 내가 그를 대신해 아픔을 겪는것이 덜 고통스러운듯...이 혼란스런 감정이 도대체 무언지 짐작조 차 할수 없는 나는 어느새 그를 품에 안고 내 복부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쓰러 지고 있었다. 그가 힐난의 어조로 나에게 질책하고 있었지만 나조차 그를 감싸준 이유 를 모른다. 그저 짐작하는 거라곤 그가 젤리라는 사실이기에...그랬기에 그를 감싼게 아 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때 나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죽음의 공포에 그의 품 안에서 울고 있었다. 바로 누구라도 한번밖에 겪어볼수 없는 죽음이란 공포를...그 죽음 의 문턱에 가까이에 있음을...순간 난 나의 삶에 대한 회환과 그리움...아련한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갈때 마치 내 영혼을 속삭이는듯한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다고...한숨 자고 일어나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언제나 내가 일어나던 내 방의 천장을 보며 깨어날 거라고...그리고 너무나 포근한 빛과 함께 난 잠시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후 포근한 잠속에서 난 결코 깨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내 가슴속에 서 수백만번을 울려대는 '일어나'란 소리에 무거운 눈커플을 들고 고개를 돌려 정면을 보았다. 그러자 나는 다시 경악할 정도로 놀라고 있었다. 왠지 힘이 없어보이는 헬마스 터 공작은 복면인들에게 연신 구타당하며 끝내 그들의 검에 죽을 위기에 봉착한 것이 었다. 그 장면을 보자 검에 찔릴때보다 더욱더 강렬한 통증을 가슴에서 느낀 나는 소리 쳤다. 차라리 나를 범하라고...그러자 그들은 좀전의 발정난 개처럼 자신의 허리춤을 끌르며 내게 덤벼들었고 난 이상황에서 절대 나올리 없을것 같던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나 를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들려온 헬마스터공작의 '워프'라는 외침에 나와 사내 들의 행동이 멈춰 버렸다. 난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젤리도 헬마스터 공작도 모두 거짓이었구나...난 공작을 위 해 나를 포기하면서 그를 구하기 위해 애를 썻지만 그는 오빠때문에 쓰지도 못하는 워 프를 사용해 이 곳을 도망가려한다고...그 뒤 헬마스터공작의 워프를 감지한 오빠가 나 타나서 복면인들을 모두 처리... 」 한창 일기를 쓰던 샬레리나는 갑자기 전신에 밀려오는 소름에 온몸을 떨었다. 샬레리 나는 생각했다. 제국의 일개 마법사가 방해했을때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워프를 제국에 서 가장 강한 오빠가 직접 헬마스터 공작에게 제한했던 워프를 사용할 정도로 그가 바 보였던가...그런건가...아니면... '모든것은 오빠를 그곳으로 부르기 위해...' 샬레리나는 애써 고개를 젓고 속으로 자신의 가설을 부정하고 있었다. -뚝...뚝...- 그러나 어느새 일기장의 밑으로 자신의 눈물이 떨어져 헬마스터 공작이 워프로 인해 샬레리나 자신을 버리고 도망가려 한다고 적어놓은 구절을 지우고 있었다. "아!..." 자신의 눈물로 인해 점점번져가는 일기장으로 보며 샬레리나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펜을 들었다. 그리곤 자신의 눈물로 잉크가 번진곳을 그대로 두고 그 다음줄로 계속 이으며 일기를 적어나갔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인해 그녀의 유려했던 글씨체가 많이 삐둘어졌지만 계속 이 어나갔다. 「 아직 오늘은 끝나지 않았다. 해는 방금 저버렸지만 나의 오늘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의 일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지금 결정한 나의 선택이 몇시간 뒤에 다시 이어나갈 나의 일기를 미소와 함께 쓸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럼...몇시간 뒤에 보자 샬레리나...꼭 웃는 얼굴로... 」 일기를 마친 샬레리나는 자신의 눈에 고인 눈물을 손으로 훔치고 책상에서 일어섰다. 아직 잉크병은 뚜껑이 열려진 그대로였고 일기장도 덮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 그녀 의 바램대로 몇시간후 화사한 미소와 함께 다시 오늘을 마감하는 일기를 써나가길 기 도하며 그녀는 서둘러 외출용 드레스를 갈아입고 자신의 방문을 나서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15) 휴벤트 제국의 제도 이클리돈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 거대한 황성 자이녹스에선 분 주한 기사들과 병사들이 살벌한 눈초리로 쥐새끼한마리도 함부로 들여보내지 않겠 다는 결연한 의지가 가득 담긴 눈을 하고선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그건 바로 오늘이 헬마스터 공작이 황제에게 십여년 전에 사라진 세기의 대보 뮤라 의 눈물을 선물한 대신 자신은 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황녀를 훔쳐가겠다는 광오한 도전을 시행할 날짜가 바로 오늘인것이다. 대부분 이런 녀석들은 한낮보다는 어두운 야음을 타서 일을 벌리는게 전통이므로 당연히 밤이 되어가는 지금 이시각에 황 성의 경비대들은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벌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거대한 황성의 정문에서는 일반 병사 100여명이 칼과 창을 들고 적당한 간격을 벌 린채 헬마스터 공작을 향해 대비하고 있었고 정문에서부터 황도의 10헤론(1헤론= 1m)마다 2명씩 중급의 스피릿 나이트급 기사가 배치되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제국의 황녀 밀리릴리아가 기거하는 로자린궁의 앞뜰에는 제국의 헤븐로드공작가 직속 기사단인 레드엔젤기사단이 섬뜩한 은광을 발하는 거대한 검들을 뽑아든채 장엄한 기 도를 내뿜고 있었고 로자린궁의 각 출입구마다 3명의 황실직속기사단인 엠페러 기사단 이 배치되어 완전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지휘하는 기사단장을 제외하고 제 국의 군사력을 장악하고 있는 후작들이나 공작들은 눈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황성에 있는 귀족이래 봐야 진 헤븐로드외에 얼마 없었다.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을 손에 쥐고 있는 제국의 귀족들이 대거 입궐하지 않는 이유는 간 단했다. 바로 헬마스터...언제나 헬마스터 공작가의 척살대상 제 1호가 군사력 지휘 자격이 있는 제국의 귀족들이었고 언제나 먼저 죽는것도, 가장 끔찍한 경험을 하는 것도 그들이었기에 자신의 영지에 문제가 생겼다느니 현재 과로한 업무로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의 저택에서 벌벌 떨면서 자기몸만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들과는 달리 살벌한 황성의 이곳저곳에는 아름다운 레이스들이 수없 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바로 그들의 영애인 제국의 귀족영애들이었는데 3일 전 자신들이 믿어왔었던 흉측하고 잔인한 헬마스터공작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너무나 기품있고 우아하며(?) 신비스런 헬마스터 공작의 여운이 아직도 영애들의 가 슴속에 자리하기에 그녀들은 저마다 헬마스터 공작이 선포한 황녀를 훔쳐간다는, 어 찌보면 황당스런일일테지만 그녀들의 시각으로 볼때 위험하면서로 로맨틱한 상황을 구경하기 위해 황성에 입궐한 것이었다. 물론 이런 그녀들을 그녀들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헬마스터 공작은 무서운 사람이니 황성에 가지 말거라. 라고 말릴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들이나 그녀들의 부모들도 헬 마스터 공작가는 레이디에게 일체 터치를 하지 않는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이런 전통은 제국의 오래된 역사동안 한번도 여성이 군지휘부에 올 라선 전례가 전무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말그대로 레이디만을 존중해왔지 여전사나 여기사까지 관대한 그들은 아니었다. 특히 여마법사하면 광적인 패미니스트들인 헬마 스터 공작가가 그녀들에게 뒷통수를 얻어맞은 전례가 한두건이 아니었기에 이런 여전 사들에게서 오히려 더욱 냉막한 헬마스터 공작가의 기사들을 엿볼수도 있었다. 아무튼 전투력이 없는 레이디들에게는 남자들이 행하는 그 흔한 성희롱조차 한번도 시도한 적이 없는 굉장한 페미니스트들이었기에 안심하고 황성으로 찾아온 귀족의 영 애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재잘거리고 있었다. "아...차라리 내가 황녀였다면 그냥 어맛!하고 잡혀가는건데...그럼 그 유명한 헬마스터 가의 기사님들을 볼수도 있잖아?" 주황색의 웨이브진 머리가 상큼한 제국의 귀족영애가 말하자 그 옆에서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던 보랏빛 머리칼의 소녀가 말을 이었다. "헤~ 하지만 처녀가 적의 소굴에 인질로 잡혀가게 되면 그 인생은 그야말로 파국아냐?" 그러자 다시 오렌지빛의 머리칼을 소유한 상큼한 소녀가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좌우로 젓고는 무리중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소유한 사람인냥 콧대를 높이들고 훈계하듯 그녀 들에게 말했다. " 너희들 뭘 모르는구나? 제국의 역사서에보면 헬마스터가를 극악한 사람들로 서술되 어 있는게 일반적이지만 알게모르게 그들을 동경하던 제국의 처녀들이 얼마나 많았 는지 알아?" -설레설레...- 모두가 전혀 모르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더욱더 신이난 주황머리의 상큼한 소녀는 팔까 지 걷어붙이고 헬마스터가의 기사들과 제국의 영애들의 이뤄지지 않은 슬픈 사랑이야기 의 비화를 그녀들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저마다 모여서 오늘의 주인공인 헬마스터공작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 었고 황성의 분주하고 살벌한 광경과는 대조되는 황녀의 화려한 침실에서는 그녀와 한명의 매혹적인 남자 둘뿐이었다. 황성 너머로 아름다운 정경이 비쳐 보이는 테라스에 마련된 아이보리색의 고풍스런 테 이블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황녀는 문득 자신의 앞에서 자신을 호위하고 있는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남자를 쳐다보았다. 제국에서 가장 강한 기사이기도 하며 가장 높은 귀족이기도 하고 가장 멋진 사람이기 도 한 그야말로 완벽한 사람이었다. 그를 물끄럼히 바라보던 제국의 황녀 밀리릴리아는 자신이 마시던 진홍빛의 뮬레차를 찻잔에 다소곳이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아서 연신 눈을 감고있는 진 헤븐 로드에게로 다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 드디어 헬마스터 공작을 만나게 되는데...긴장되지 않나요? 진..." 황녀 밀리릴리아의 질문에 차분히 눈을 감고 있던 진이 천천히 눈을 뜨며 자신의 눈앞에서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황녀를 보며 굳게 닫혀있던 그의 입술이 천 천히 열렸다. " 걱정하지 마십시오. 설령 헬마스터 공작이라도 제 상대는 아니니까요. 저 혼자서 도 황녀님을 지키는것은 충분합니다." 진의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황녀는 더욱더 눈부신 미소를 짓고 그의 옆에 놓여 있던 다른 의자를 끌어와 그의 앞에 앉고 다시 말했다. "후훗...역시 믿음이 가는군요 그럼 잘 부탁해요...그리고..." "?" "아,아니에요..." 황녀 밀리릴리아는 그리고의 다음말인 영원히란 말을 끝내 내뱉지 못하고 속으 로 삼키고 있었다. 어차피 현재의 추세로 보아 자신의 신랑감 후보 0순위가 바 로 제국에서 가장 멋진 남자인 진이었고 밀리도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며 그의 여 자로서 손색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몇일전의 헬마스터 공작에게서 '그럭저럭'이란 수식어를 듣기 전까지는... 갑자기 그때의 일이 생각난 황녀는 자신이 사모하는 진의 앞이라는 사실도 잊은채 자신의 입에서 그를 욕하는 음성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나쁜자식...합!..." 황녀는 무의식중에서 튀어나온 자신의 말을 급히 끊으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헛숨 을 들이켰고 황녀의 입에서 나올법한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은 여전히 태연하 기만 했다. 한참을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가 흘러갔지만 이내 황녀의 깊은 한숨소 리가 퍼진후 황녀는 더욱더 대담한 어조로 진에게 말을걸었다. 어릴적엔 자신과 샬 레리나 그리고 진과 함께 황성의 정원에서 같이 놀았던 기억을 아직까지 갖고 있던 밀리릴리아는 거추장스러운 격식과 내숭은 헬마스터 공작이란 이름앞에서 여지없이 주저앉아 버렸고 그녀는 다시 고운아미가 찡그러지며 헬마스터 공작을 씹기 시작했 다. "진!...솔직히 말해줘요...내가 그저 그런 여자로 보이나요?" "......." 황녀의 질문에 멍하니 그녀를 응시하던 진은 이내 고개를 작게 설레설레 저었고 그런 진의 의사표현을 확인한 밀리는 다시금 봄날에 만개한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은후 다시 얼굴에는 싸늘한 냉기가 돌면서 어울리지 않는 음산한 미소와 함께 진에게 말했다. "호호호...진...헬마스터 공작과 맞붙더라도 죽이지는 마세요...만약 그를 산체로 사로잡을수 있다면 평생 나의 시종으로서 나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게 한 다음 에 매일매일 가지고 놀다가 그의 나에대한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쯤 미련없이 헌 신짝처럼 버려줄테니까요 호호호호~" "......" "호호홋...그러게 된다면 아마 내 발목이라도 붙잡고서 애원할테죠?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호호호 그대가 말한 그럭저럭한 여자에게 매달릴 필요 가 있나요? 전 저를 화사한 꽃으로 보아주는 남자를 사랑할겁니다~! 라고요. 호호...그러다면 3일전의 일을 두고두고 천추의 한이 될테죠~! 호호호호호..." "......." 어릴적부터 봐온 그녀의 이중인격이 아무렇지도 않은듯 진은 짧은 한숨을 내 뱉은 후 다시 눈을 감고 주위의 기운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진은 자신과 황녀가 있던 황녀의 침실의 문밖에서 상급의 스피릿나 이트급의 마나를 포착한 진은 감고있던 눈을 퍼특뜬채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흑빛의 검을 쥐고 천천히 그자리에서 일어섰다. 한창 헬마스터 공작을 사로잡아서 자신이라는 매력의 웅덩이에 익사시키려는 명 쾌한 작적을 짜고 있던 밀리는 갑자기 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잠시 말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내 금과 사파이어등 각종 보석으로 조각된 화 려한 문의 너머로 문고리를 두들기며 젊은 청년의 절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까지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마스터! 그리고 마스터와 황녀님 의 저녁을 대령했습니다. 그럼 문을 열겠습니다." 진의 대답이 없었지만 마치 그의 속내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듯 화려한 방문을 열고 2명의 여시종과 함께 제법 건장한 체격과 탐스런 금발의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는 헤븐로드공작가의 직속 기사단, 레드엔젤기사단의 기사단원인 하포튼 이었다. 하포튼은 먼저 황녀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등에 키스를 함으로 써 예를 갖추었고 곧바로 절도있게 일어나 자신의 마스터를 향해 오른손을 자신 의 심장부위로 가져간채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 이미 반쯤 빼들었던 검을 다시 흑빛의 검집에 깊숙히 집어넣은 진은 그저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고 밀리는 그간 긴장과 불안,그리고 묘한 설레임등으로 식사도 거 른채 지금까지 버텨왔기에 자신의 눈앞에 놓인 화려한 식단을 보자 저절로 식욕 이 일어나고 있었다. 고급스런 이동식 탁자위에 둥그런 반구형의 금빛뚜껑으로 메인디쉬를 가린 차핑디 쉬를 황녀와 진의 앞으로 대령한채 2명의 시종들은 진의 고갯짓에 얼굴을 붉히 며 소리없이 황녀의 침실을 나갔고 아직도 부복하고 있던 레드엔젤 기사단의 하 포튼은 자신의 마스터인 진이 식탁을 향해 고개를 까닥거리자 부복하던 자세를 풀 고 의아한 표정으로 차핑디쉬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음식의 뚜껑을 여는 거야 좀전의 시종들을 시키면 되지 않냐는 그의 의문이 속으로 동했으나 그는 자신의 마스터의 명령이라면 죽는것을 제외한 모든것을 이행할것을 맹세했다. 그래서 그는 식탁으로 오른손을 들어 차핑디쉬의 뚜껑을 열려고 했다. 그때였다. -쉭!- 헤븐로드 공작가의 직속기사단, 레드엔젤 기사단원중 한명인 하포튼이 뚜껑을 열 려는 찰나 재빠른 호선을 그리며 흑빛검광이 진과 하포튼사이에 커다란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검사는 검사 앞에서 오른손을 놀리지 않는다..." 갑작스런 상황에 눈을 크게뜨며 이를 지켜보던 밀리릴리아는 멍하니 진을 바라보고 있었고 진의 검에 허리가 두동강난 기사는 희뿌연 연기를 토해내며 사람이었던 그가 투박한 나무조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뭐,뭐야!..." 이 놀라운 광경에 두눈 크게뜨고 지켜보고 있던 밀리릴리아가 놀라 소리쳤고 진의 날카로운 눈빛은 예기를 더해 더욱더 날카롭게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퍼특 식탁가운데에 놓여져 있는 커다란 반구형의 뚜껑으로 메인디쉬 를 가리고 있던 접시쪽으로 손을 돌려 뚜껑을 열어제꼈다. 그러자... "뀨우~~~!" 뚜껑안에 있어야할 메인디쉬는 아직 털도 뽑지않는 그야말로 아찔할 정도로 귀 여운 생생한 고기덩어리(?)였다. 털을 가진 동물에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밀리릴리아는 접시에 다소곳이 앉아서 귀엽에 울고 있는 하얀동물을 보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어이없는 출현이 멍 하니 서있던 진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흑빛검을 들어 검을 끝을 하얀동 물에게로 돌리며 말했다. "후훗...잘도 사람들의 눈을 속여 이곳까지 들어왔군...하지만 여기까지다." "?" "헬마스터 공작!" "!!" 갑자기 3일전 샬레리나가 데려간 굉장히 귀여운 동물을 향해 검을 겨눈 진을 보며 황당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그를 보고 헬마스터 공작이라고 말하는 진을 더욱더 황당하단 시선으로 보고 있던 황녀는 급기야 어이없는 웃음을 흘 리며 진에게 말했다. "호호호...진...너무 과민반응아냐? 이건 몇칠전 샬리가..." -스스스스스- 그때였다. 알레르기증상때문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한채 멀찍이서 하얀동물을 가리키며 허탈한 웃음을 흘리고 있던 밀리릴리아의 눈앞에서 그녀의 침실이 온통 황홀한 금빛기류가 자신이 가리키고 있던 하얀동물을 중심으로 비산하기 시작했다. 헬마스터 공작가 (16) "꺄악!...이,이건 도대체!..." 갑자기 황금기류가 자신과 온 방안으로 쇄도하자 깜짝 놀란 밀리릴리아는 두팔로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고 진은 미동도 하지 않고 계속 눈을 부릅 뜬 채 하얀동물...즉 엘테미아를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밀리는 현재 자신의 침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광경에 멍하니 다리에 힘이 풀려 자신의 침대에 힘들게 앉아서 황홀하게 일렁이는 황금기류가 토해내고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주위에 아직도 남아있는 황금기류의 아름다운 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은빛의 가는 실들이 아름답게 비산하고 있었고 약간 갸날픈 체구에 굉장한 고운선을 지닌 유리같은 남자...바로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의 눈에 보이자 밀리는 좀전에 계획했던 헬마스터 공작을 자신의 매력웅덩이에 익사 시키려는 작전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게되었다. 다시 만나게 되면 자신이 당한 수모를 몇백배로 갚아주려 했지만 이번에도 너무나 신비한 출 현에 그저 멍하니 바라볼수 밖에... 이제 어두워진 황성주위에 난데없이 로자린궁에서 쏟아진 황금기류때문에 곳곳의 경비대와 기사들이 하나 둘씩 엘테미아와 진 그리고 황녀가 있는 로자린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제 완전히 사라진 침실안의 금빛기류대신 은은히 발하는 엘테미아의 모습이 이들의 심정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런 엘테미아를 멍하니 지켜보던 진은 어느새 황녀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둘러안은 엘 테미아를 보고 자신의 실수를 질책했다. 갑자기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의 뒤로 돌아 자신의 허리를 감아안자 깜짝 놀란 밀리는 묘하게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뒤로한채 애써 엄한 목소리 로 엘테미아에게 소리쳤다. "무,무슨 짓인가요!!...당신이 이렇고도 무사할것 같은가요? 이제 조금만 있으면 당신이 내뿜은 빛을 보고 제국의 모든 기사들이 달려올꺼에요!!" "......." "흥!! 역시 겁나죠? 그렇죠? 좋아요! 제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관대한 나, 밀리릴리아는 그대가 내 발밑에 무릎꿇고 앉아 내 발등에 키스를 한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밀리릴리아님' 이라고 말하면 사형은 면해 줄 용의가 있어요. 호호호...어때요?" "풋!..." "......." 어느새 자신의 손엔 샤넬오르가를 소환해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황녀 의 목에 겨눈채 진을 응시하던 엘테미아는 황녀의 황당한 소리에 풋하 고 웃어버렸다. "귀여운 아가씨네?" "......." 밀리릴리아는 엘테미아의 귀여운 아가씨란 소리에 진정으로 화가 났다. 언제나 제국에서 가장 존귀하고 아름다운 레이디란 소리를 들어오며 자 란 밀리릴리아는 엘테미아가 자신을 평범한 소녀로 취급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언제나 자신은 적국의 수장들조차 매료시킬수 있 다고 자부해 왔는데 아직 자신또래로 보이는 헬마스터 공작에겐 씨도 안 먹히자 더욱더 울분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이봐요!! 그대는 지금 내 허리를 팔로 감싼것만 해도 황송해 하며 내 앞 에 엎드려 천만번을 절해도 모자랄 상황이란것을 아는건가요? " 그녀의 말에 잠시 갸웃거리던 엘테미아는 무덤덤한 어조로 그녀에게 반 문했다. "에?...나도 좋아서 하는게 아닌걸?...너도 내가 네 허리를 감싸안아준것만 해도 내게 천만번을 절하며 감사해야해. 그거알아?" "......." 엘테미아의 반문에 3일전 느꼈던 쇼크가 다시 되살아나 패닉상태에 빠진 밀 리릴리아는 처음 느껴보는 치욕과 수치에 치를 떨며 연신 나쁜자식, 더러운 자식이라는 황녀의 입에서 나올법한 말들이 아닌 것들을 중얼거리며 엘테미아 의 검을 차갑게 노려보고 있었다. -쿵!!- 한창 엘테미아와 밀리릴리아가 말싸움을 하던중 온통 붉은빛의 갑옷으로 전신무장한 건장한 기사들이 자신들의 은빛검을 쥐고 급하게 황녀의 침 실문을 열며 들이닥쳤다. "괘,괜찮으십니까 밀리릴리아 황녀님! 그리고 마스터!"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온 탈색된 금발의 중년사내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방안으로 들이닥쳐온 기사들은 저마다 검을 고쳐잡고 엘테미아에게 돌격하려 했으나 황녀의 목에 검을 들이대고 있는 모 습과 자신들의 마스터인 진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저지하자 그들은 그 자리에 서 못박힌듯 살벌한 안광을 내뿜으며 엘테미아를 노려볼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들로부터 고개를 돌린 진은 다시 냉철한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내가 검을 휘두르면 너는 반응할 시간도 없이 죽는다...도저히 피할수 없는 사각에서 4개의 검과 검기가 너의 몸을 꿰뚫을 테니까..." "......." "그만 포기하는게 어때? 어차피 너 혼자서는 나는 물론이고 수많은 제국의 기 사들과 마법사들을 상대할수 없다. 후훗...설마 이렇게 멍청한 방법으로 쳐들어올지 는 몰랐군..." 엘테미아는 아무말없이 가면속으로 진을 노려보고 있었고 진은 황녀가 잡혀 있는 상황이었지만 전혀 요동없이 확고한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주시하며 자 신 있다는 듯 검을 그에게 향한채 미동도 않고 있었다. "자! 선택해라. 죽을텐가 아니면 투항할텐가! 헬마스터 공작!" "막을래..." "........" "피할수 없다면 막으면 되지?" 자신보다 한참 떨어지는 화려하기만한 검술솜씨를 지닌 엘테미아가 자신 의 쾌검을 막는다는 소리에 어이없다는 듯 멍하니 엘테미아를 처다보고 있 을때 엘테미아와 황녀의 주위로 앏고 투명한 막이 생성되는 것을 보고 진은 코웃음을 쳤다. "하!...마법으로 막겠다는 것이었냐? 내가 걸어둔 결계조차 해제할수 없던 네가 나의 공격을 실드로 막겠다고...?" 진 헤븐로드는 왠만해선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감정이 급격한 변동을 일 으키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나의...헤븐로드의 최대 라이벌의 수장이란 말인가?...저 멍청하고 자기 분수도 모른채 날뛰기만 한 녀석이...저렇게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 겠다는 얼굴을 한 얼빵한 녀석이!...' -스스스스...- "헉..." ".....허...." "흐음..." 방문쪽에서 몰려있었던 레드엔젤 기사단원들 사이에서 경탄과 경악성이 섞인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들의 눈엔 도저히 믿지 못하겠 다는 듯 두눈이 심하게 떨리며 진의 흑빛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진의 흑빛검에는 시퍼렇고 서늘한 검기가 4헤론(1헤론=1m)이나 생 성되어 피를 갈망하는 사자처럼 사방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검기를 보게된 제국의 기사들은 다 시한번 헤븐로드라는 성을 쓰는 유일한 남자를 존경하게 되었고 자신들 의 마스터임에 다시한번 자부심을 느끼며, 동시에 애처로운 눈빛으로 헬 마스터 공작쪽을 쳐다보았다. 대륙의 고금을 통털어 단 한번도 역사서에 는 검에 검기를 4헤론이나 생성할수 있었던 검사는 전무했다. 자신들은 오늘 이곳에서 또다른 전설을 몸소 접하고 있는 것에 자신들의 검을 쥔 손이 저절로 떨려왔다. 헤븐로드는 무시무시한 검기를 생성한채 이글거리는 분노를 한꺼번에 터 트리기 위해 살기어린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쏘아보며 검을 겨누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헬마스터 공작의 저런 순진한 면을 보면 볼수록 그 는 가슴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묘한 분노에 휩쌓여야 했다. 자신의 앞에서 아무 스스럼없이 자신의 검을 건넬때에도...자신의 목숨을 취할 상대방 앞 에서도 웃을수 있던 그때도...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태에서도 무리한 워프 를 시전해 가며 샬레리나를 구할때도... 도저히 자신이 이해할수 없는 상식구조를 가진 헬마스터 공작을 진은 도 저히 이해할수 없었다. 어려서 부터 언제나 경쟁만이 자신이 유일한 살길 이었고 성장기때에도 리류나드와 함께 '그곳'에서 수많은 이계의 생물들과 대립해가며 겨우 빠져나올수 있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감정이 많이 무뎌 지고 차가워졌으며 어린날의 순수를 빼았겨버렸다. 그래서 인지 그는 아무 런 사심이 없어보이는 엘테미아를 볼때마다 무언가 울컥거리는 감정이 스 멀스멀 기어올라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젠 자신의 눈엔 황녀 밀리릴리아는 보이지도 않고 오로지 알량한 마법실 력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보겠다는 어리석은 라이벌만이 눈에 비춰지고 있 었다. "한번...막아보시지..." "!!!" 사람의 입에서 나온것같지 않은 섬뜩함에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한번 흠칫하고 떨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진 헤븐로드가 엘테미아에게로 진 격하는 장면을 보고 방문앞에서 모여있던 제국의 기사들의 두눈이 경악으로 물들며 소리쳤다. "마,마스터!! 그럼 황녀님도 함께 휘말리게!...." "헉!...참으십시오! 마스터!!" "아!..." 이미 그들이 외쳤을땐 진의 무시무시한 검기를 실은 검은 거대한 호선을 그 리며 엘테미아와 밀리릴리아를 감싸고 있는 얇은 막과 충돌하고 있었다. 그들의 호위대상인 밀리릴리아가 제국의 공작에 의해 위험해 빠지자 그들은 경악의 상태로 다음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거렸고 멍하니 엘테미아와 진을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스파파파파팟!!- "꺄아아악!!" 진의 무시무시한 검기가 실린 검과 엘테미아의 실드가 맞붙자 그들 사이에서 공간이 일렁이며 수많은 금빛 스파크가 이리저리 비산하고 있었다. 엄청난 기세로 몰아쳐오는 진의 검이 수많은 스파크와 함께 앏은 실드를 깨 고 자신을 향해 쇄도할것 같자 밀리릴리아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생명의 위협 에 어린 소녀마냥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언제나 마음속으로 간직해왔던 사람에게서 목숨의위협을 받는다는것은 공포를 넘어선 또다른 공포였다. 자신의 존재감이 자신이 사모해 마다않는 진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릴수 있는 존재임을 확인한 밀리릴리아는 인정할수 없는 현실에 고통과 공포가 뒤 섞인 비명을 내질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꼬옥...- 온통 사방에 희뿌연 연기와 스파크가 계속 난무하고 있을때 밀리릴리아는 자 신의 허리로 무언가 포근한 감촉과 함께 귀를 간질이는 따스한 음성이 그녀 의 불안을 날려버리고 있었다. "걱정마...아무것도...깨어지지 않아." "........" 헬마스터 공작가 (17) 엘테미아가 밀리에게 실드가 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면 밀리의 불안과 공 포는 멎지 않았을테지만 엘테미아는 실드가 아닌 아무것도라는 말을 건네고 있음에 밀리는 왠지모를 평안이 자신의 마음속에 퍼져가는 것을 느끼며 혼란스 러워 하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런 위로는 진에게서 받고 싶었었는데 어째서 자신이 증 오하는 헬마스터 공작의 입에서 나올수 있는거냐고...증오해 마다않는 헬마스 터 공작의 입에서 나온소리에 그의 말이 꼭 진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확고한 믿음이 생기는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도저히 답이 생기지 않음에 밀리릴리아는 그저 멍하니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엘테미아의 손을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엘테미아는 지금 모든 감각이 극대화 되어 있었다. 이젠 자신의 눈엔 사물이 아닌 그속에 담긴 모든 감정들까지 보이는 착각까지 들었다. 언제나 자신이 생각해도 엘테미아 자신은 맹한 구석이 굉장히 많았지만 이 대륙에 와서부터 가끔 사람들속에 사람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가 보였다. 바로 미카 엘이나 미요같은 상처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그 모습이 지금 눈앞에서 사방으로 눈부신 스파크가 일어남에도 눈하나 깜빡 안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진의 모습에도 언어로 설명할수 없는 상처입은 모습이 엘테미아의 황금빛 눈동자에 투영되고 있었다. 오랜시간동안 자신의 마나를 풀전개해서 그의 실드를 깨뜨리려던 진은 현재 경악하고 있었다. 그 무엇에도 막힌적이 없었던 자신의 검이 눈앞의 어리버리 하고 순진한 녀석에게 너무나 쉽게 제압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녀석은 정말로 평온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자신의모습은 크게 일그러지며 수많은 고초와 초조 불안이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 다. 평소의 자신답지 않은 자신에게 더욱더 불안함을 느낀 진은 일초라도빨 리 자신의 검이 헬마스터 공작의 실드를 깨뜨려 버리며 그를 두조각내지 않 으면 자기자신이 추구해왔던 삶이 무너져 내릴것처럼 불안해하며 포효와 함 께 다시한번 엘테미아의 실드를 향해 일검을 내리그었다. -스카카카카칵!- 마치 쇠긁는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사방으로 수많은 스파크가 난무 하며 거대한 힘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었지만 여전히 깨질듯 하면서도 엘테미아의 실드는 진의 검에 의해 깨어지지 않고 있었다. 자신들의 마스터의 무시무시한 공격에도 깨어지지 않는 헬마스터 공작의 실 드를 보며 경악하고 있던 기사들은 자신들이 저 검을 받고도 과연 몇초나 버틸수 있을지 생각만 하면 오싹하고 전신에 전율이 일고 있었다. 그러나 악 을 지르며 자신들의 마스터가 내려치는 검에도 헬마스터 공작의 실드는 견고 하기만 함에 그들도 묘한 흥분감과 초조, 불안 다급한 심정으로 진을 바라보 고 있었다. "크아아악!!" 거대한 에너지와 에너지끼리 충돌로 인해 그 여파가 아무런 보호마법도 시 전하지 않는 진의 몸을 이리저리 흩트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은 계속해 서 악을 지르며 엘테미아의 실드를 깨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절대 그럴리 없다!... 이제껏...그 누구도 나의 검을 막아선 자는 없었다!! 켤 코 깨뜨린다! 깨뜨리지 않으면 안된다! ' 속으로 수없이 되내이며 진은 점점 냉철했던 자신이 자신조차 제어할수 없 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음에 더더욱 다급해져 엘테미아의 실드를 이리저리 강타하고 있었다. 언제나 냉철하고 용맹했던 그의 모습이 이제는 애처롭기까지 함에 실드안 에서 진을 바라보고 있던 밀리릴리아의 눈에서 한방울의 눈물이 그렁그렁 하게 맺히고 있었지만 진의 눈은 차가운 은빛가면을 뒤집어쓴 엘테미아밖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수많은 파열음속에서 하나의 맑은 음성이 진의 깊숙한 곳에 고여있던 마음의 웅덩이에 작은 파문을 일게 만들었다. "그만 쉬어..." "......." -카캉!!- 순간 엘테미아는 자신의 실드를 거두고 오른손에 쥐고있던 샤넬오르가에 다 이아몬드 더스트를 시전했다. 이에 수많은 입자들이 무수한 빛을 터트리며 진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크카카카카~!- 엘테미아의 검에 직격당한 진헤븐로드는 마치 종잇장처럼 그자리에서 벽을 뚫고 테라스의 밖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테라스의 밖은 황녀 전용 풀장이 있 어서 충격을 받지 않고 물위로 떠오를수 있게 되었다. 진은 속으로 아무생각도 할수 없었다. 충분히 피할수도 있었던 헬마스터 공작 의 느린검...어째서 자신은 그 검을 맞을수밖에 없었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 검은 자신에게 고통을 주기위한 검이 아닌 평안한 안식을 위한 검이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포근한 충격이었다.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 진은 엘테미아의 검에 2층의 높이에서 풀에 떨어질때까지의 짧은 순간에 자신이 살아온 과거가 주마등처럼 하나하나씩 머리에 각인되며 지나가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유일한 후계자로 어린이의 순진함 대신 세상의 속물부터 배워갈때도...운명의 현혹에 이끌려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전쟁하듯 살아갈때에도... 자신이 죽이지 않으면 살수 없 던 시절에도...그리고 그곳을 나와 다시 제국에 돌아왔을때도... 헤븐로드 공작직을 맡으면서 수없이 헬마스터가에 대해 연구하고 대비하고 있을때 에도...수많은 전사들이 자신의 자리를 노리고 덤벼들때도... 그 누구도 자신에게 해주지 않았던 말을 어떻게 눈앞의 어리버리한 녀석 이 건넬수 있었을까...왜 하필 그사람이 헬마스터 공작이었을까? 어떻게 저런 맹한 녀석이 자신조차 느낄수 없었던 15년동안 바래왔던 말을 해줄수 있었 을까?라고 진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말속엔 거부할수 없을것 같던 묘한 마력이 깃들어 있음에 진은 왠지 모르게 새어나오려는 웃음으로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전신을 기분좋게 내려치는 청량한 물의 감촉에 진의 불안감과 고독감...초조한 기분이 모두 씻겨내려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아주잠깐...아주 잠깐동안 정신을 잃었다. 그러나 채 몇초가 지나지 않아 진은 그 짧은 시간에 마치 숙면이라도 취한 사람처럼 상쾌한 기분으로 물위로 떠올라 천천히 눈을 뜨고 정면을 주시하 고 있었다. 몇명의 기사들이 자신에게로 달려오는것이 보였고 나머지들은 로자린궁에 서 나와 로자린궁의 뒷뜰에 마련된 분수대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헬마스터 공작이 그쪽으로 도망친 것이라고 생각했던 진은 다시 몸 을 일으켜 수면을 박차고 풀의 위로 떠올라 지상에 멋지게 착지했다. 그리고 어둠이 깔린 하늘에 휘영찬란하게 떠있는 달을 보며 입술을 살짝 열었다. 아무 기분좋은 듯이... "뭐...굉장히 짧은 휴식이었지만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괜찮군..."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던 고개를 돌려 다시 헬마스터 공작을 쫓아가기 위해 발을 떼려 할때였다. 그때 자신의 눈앞으로 온통 하얀색으로 치장한 그림자가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하며 자신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현재 황성의 경비를 총 책임지고 있던 기사들의 3분의 2는 모두들 로자린 궁의 뒷뜰에 마련된 거대한 분수대로 이동하고 있었다. 단연 기사들뿐만이 아닌 황성에 몰려왔던 제국의 젊은 영애들도 재빠른 정보에 발맞추어 어 느새 로자린궁으로 하나둘씩 몰려들기 시작했고 자신의 직속호위를 대동한 황제와 그를 보좌하는 가신들도 황제를 따라 로자린궁의 뒷뜰로 향하고 있 었다. 황성의 북쪽에는 거대한 숲이 존재했다. 이 숲은 바로 황제전용 사냥터로 갖가지 동식물들이 사육되고 있었고 처음보는 희귀한 식물들도 많이 재배 되는 피크닉의 장소로 최적의 요건을 갖춘 곳이었다. 이곳은 오로지 황제와 함께 대동해야만 들어올수 있는 숲으로 황제의 명 없이는 사육사나 재배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들어올수 없는 곳이 었다. 허나 짙은 초목이 울창한 사냥터에는 일련의 사람들이 모여 걸어가고 있 었다. "햐~ 역시 로레알이야. 황성의 방어결계조차 순식간에 뚫고 바로 워프할 수 있다니." 대략 8명의 남자중 짧은 갈색머리의 스포츠머리를 한 호남형의 남자가 말 하자 그 앞에서 조심스레 걷고 있던 붉은 머리의 요사스런 미녀, 로레알이 콧바람을 내불며 답했다. "흥! 이까짓거 머리만 조금 쓰면 간단해. 여기 제국얘들이 너무 바보들만 모여놔서 그래." "키키킥...맞아. 암튼 한시라도 빨리 귀염둥이 가주를 찾아야 하지 않겠어?" 다시 그녀옆에서 걷던 다른청년이 말하자 로레알이 그의 말에 재깍 반응하 며 말했다. "마,맞아!! 나의 린이 헬마스터 공작가의 바보같은 전통의식을 하게 내버려 둘것 같아!! 기필코 찾아야해!" 로레알이 주먹까지 불끈 쥐며 투지에 불타올라 말하자 그옆에서 걷던 청록 빛의 머리를 모두 뒤로 넘긴 중년의 사내, 헬마스터 기사단장 스카야가 그 녀의 말을 비꼬며 말했다. "어이어이~ 이건 제국에 대한 선전포고와도 같은 의식이라구! 그정도는 되 야 헬마스터 공작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멋진 남자가 되는거지! 그 비리비리 한 가주에겐 딱 맞는 의식이 아닐수 없어. 안그래? 하하" "그렇지~ 기대되는구만. 허허 우리몰래 은근슬쩍 하려던것 같지만 어림 없는 소리지 암!" 옆에서 주절대는 사내들을 보며 로레알의 매혹적인 아미가 곱게 찡그러지며 그녀의 걸음을 더욱더 부추기고 있었다. 이에 저만치 떨어져서 그제야 눈치 챈 사내들은 허겁지겁 달려와 로레알을 따라가며 계속 주절대고 있을때였다. "쉿!! 조용!..." "........" 갑자기 앞장서던 로레알이 자신의 뒤에 따라오던 무리들을 돌아보며 짧게 외쳤다. 이에 서로서로 잡담하고 있던 헬마스터 공작가의 소드마스터들은 그녀의 외침에 꿀먹은 벙어리마냥 주절대던 입을 벌린채 멍하니 로레알을 주시했고 로레알은 이내 눈을 감더니 무언가를 느끼는 것처럼 그녀의 이마 엔 둥근 푸른빛의 원구가 생성되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채 몇초가 지나지 않아 그 원구는 사라지고 이내 로레알의 짙은 속 눈썹이 살짝 떨리며 눈을 떳다. "아무래도 저기 보이는 궁 뒤쪽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나가 느껴져...그곳에 가주가 있을꺼야. 모두들 이제부터 주둥이 닥치고 조용히 따라와." "........" -끄덕끄덕...- 자신보다 배는 더살은 중년의 사내에게까지도 반말을 서슴없이 해대는 로 레알을 보며 테클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 럼 자연스레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최고의 고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수 선했던 분위기가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그 존재의 기척조차 지우며 잔 상만을 남긴채 소리없이 로자린궁의 뒷뜰로 향하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가 (18) 로자린궁의 뒷뜰에 마련된 통칭 '아레네의 뜰'에는 수많은 기사들과 병사 그 리고 제국의 귀족들과 귀족영애들 그리고 황제의 그의 직속호위대가 고개를 들어 분수대의 윗부분을 응시하고 있었다. 대략 지름이 20~23헤론(1헤론=1m)정도 되는 거대한 분수대의 가운데에는 기하학적으로 조각된 도형이 배수관을 따라 아름다운 물줄기가 분수대로 떨 어지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높이만 9~10헤론정도 되는 거대한 조각상이 있었다. 그 조각상은 어떤 여신을 모티브로 조각된 듯 하늘거리는 옷을 걸친 아름다운 여자가 거대한 행성을 떠받치고 있는 신묘한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조각상이 떠받치고 있는 행성은 지름이 대략 5,6헤론정도 되어 보 였고 그 위에는 은은한 달빛을 받아 더욱더 아름다워 보이는 한쌍의 남녀가 서 있었다. 그러나 그다지 사이가 좋아보이지 않는냥 신비로운 은발의 남자는 투명한 유 리같은 검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붉은머리의 아름다운 소녀의 목에 겨눈채 분수대 주위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소리쳤다. "반경 20헤론 이내로 접근하면 황녀의 목숨은 보장하지 못해요~~!" "헉!..." "저,저녀석!!..." "......." 제국의 수많은 기사들이 눈앞에서 위협당하고 있는 황녀를 보며 어쩔줄 모르 고 있었고 황제의 가신들은 무리한 명령만을 내리고 있어 이 상황에 전혀 도 움이 되질 않고 있었다. 그의 등뒤에서 제국 최고의 궁수가 활로서 헬마스터 공 작의 목숨을 취하려고 했으나 그의 주위에 형성된 견고한 실드덕에 입맛다셔야 했다. 한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때 황제의 노한 음성이 들려왔다. "저,저런 무엄한놈!! 도대체 헤븐로드 공작은 어디에 있는가!!" 황제의 노한 음성에 그를 옆에서 보좌하던 가신이 풀이죽은듯 어깨를 움추리 며 떨리는 목소리로 황제께 아뢰고 있었다. "화,황공하오나...현재 헤븐로드 공작은 헬마스터 공작과 대치후 행방불명이 되 어버렸다 하옵니다." "뭐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겐가?" "헉!...그,그게!..." 황제는 정작 중요한 순간에 자리를 이탈한 헤븐로드공작에 대한 분노를 자신 의 옆에서 벌벌 떨고 있는 가신에게 모두 풀어버리고 있었고 분한 표정으로 분수대의 꼭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수대의 꼭대기에서 린 엘테메오 헬마스터 공작에게 잡혀있는 제국의 황녀 밀리릴리아는 현재 너무나 붙어있는 헬마스터 공작의 살내음에 정신을 차리 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다른 남자와 이렇게 붙어있어본 황녀는 황녀이기 전에 사춘기의 소녀였으므로 가슴이 떨릴정도로 묘한 설레임과 두근거림에 분수대의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을 신경쓸 겨를조차 없었다. 한동안 얼굴을 붉 히며 멍해있다 경우 자신의 지위를 자각한 황녀는 애써 평정을 가장해 떨리 지 않으려 하는 목소리로 자신을 뒤에서 붙잡고 있는 헬마스터 공작에게 말했 다. "저,저기 보이는 수많은 제국의 기사들이 보이죠? 이,이제 그대는 더이상 도 망갈 곳이 없어요. 하해와 같은 넓은 아량을 갖춘 대륙최고의 미녀 밀리릴리 아의 손등에 키스를 하고 사죄를 요하면 바다같은 넓은 마음으로 그대를 용 서할테니 이런 바보짓 그만하는게 어때요?..." "쿡!..." 도대체 자신의 말중 어떤 부분이 웃긴지 이해할수 없던 황녀는 다시 수치 심으로 얼굴이 붉어진채 고개를 훽 돌려 살작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헬마 스터공작을 쏘아보았고 이내 웃음을 거둔 그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 다. "이대로 워프해서 저의 성으로 당도한다면 그대는 험한 짓을 당할지도 몰 라요. 하늘같은 넓은 마음으로 제가 용서할테니 그만 반항하는게 어때요?" "이!..." 황녀는 이내 분함과 수치심에 잘익은 사과처럼 얼굴까지 붉어지며 헬마스 터 공작을 쏘아보았고 그런 그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소란스런 주 위를 슥 둘러보며 말했다. "흐음... 대충 이정도면 다 모인건가? 그럼 시작해도 되겠지..."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며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헬마스터 공작의 말에 불안 감을 느낀 황녀 밀리릴리아는 대뜸 그에게 물었다. "무,무엇을 말인...가요?" 황녀의 불안한듯한 질문에 헬마스터 공작은 씨익 웃으며 모두에게 들릴정도 로 크게 말했다. "바로 황녀를 훔치는 것이지요!" "헉!..." "저,저자식이!!..." "안돼!!!" 그의 외침에 분수대주위로 몰려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탁식과 안타까움의 비 명을 질러대며 분수대의 꼭대기를 주시했고 황녀 밀리릴리아의 얼굴이 새하 야게 탈색되었다. 이에 황제의 분노가 극에 달했고 당장 마법사를 대동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헬마스터 공작을 당장 떨구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마법 의 폭발력에 황녀까지 휘말릴 가능성이 100%이므로 마법사는 허리를 굽신거 리며 못알아듣는 황제를 향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더욱더 소란스러워진 분수대의 주위로 수많은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 왔고 귀족의 영애들은 위기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초롱초롱한 눈으로 분 수대의 꼭대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한참 그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던 엘테미아는 문득 3일전 헬마스터 공작령에서 헬마스터 기사단들과 각 기사단장들과의 약속이 생각났다. 숲이 떠오르는 은은한 초록색의 고풍스런 방안에 대략 8명의 건장한 사내들과 중간에 낀 애처로운 몸의 신비스런 소년이 어쩔줄 몰라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흐헤에~~어,어떻게 그런짓을 해야한단 말야?? 난 못해!!" 은발의 소년이 소리치자 그 옆에서 연신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던 중년의 사 내가 짐짓 어린아이에게 새로운 사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처럼 뒷짐을 지고 창밖을 보며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어조로 설명하기시작했다. "후훗...이건 24대동안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던 헬마스터 가문의 자랑스런 전통이다. 일부 여성들은 못마땅해 하고 있지만 한번도 어긴적이 없는 전통이 지...우리들의 마스터가 되기 위해선 더더욱 의식을 행해야 하는 것이고 말야." "그, 그런..." 그들의 말을 듣자 가면을 쓰고 있던 은발의 소년은 무언가 굉장히 난처한 신 음을 내뱉고 있었고 그를 보자 더욱더 신이난 사내들은 굉장히 엄중한 표정을 지으며 쐐기를 박아버리고 있었다. "만약 의식을 행하지 않으면 우리 기사단장들은 너의 가주계승에 이의를 제기 한다. 허나 이 의식을 성공적으로 이행했을 경우 우리들은 군말없이 너를 우리 들의 마스터로 인정한다." "너,너무해..." 그 은발의 소년은 차마 자신은 남장한 여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들에게 사 실을 알릴경우 자신은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가 될수 없었기에 차마 말하지 못하고 희안한 공작가의 전통의식을 이들이 보지 않는곳에서 홀로 행하기로 결 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휴..." 갑작스레 생각난 과거에 찬란하게 빛나는 밤하늘 아래의 분수대에서 한숨을 쉰 헬마스터 공작은 대단히 시끄러운 주위를 둘러보며 마지막으로 황녀를 쳐 다보았다. 그리곤 왼팔이 힘을 주어 더욱더 황녀를 끌어안았다. "헉!...야이 나쁜자식아! 감히 황녀님께 무슨 망측한 짓이냐!!" "당장 그손을 놓지 못할까!!!" "크아아아! 저자식 죽여버릴수도 없고!!" "꺄아아아~~~♡ 헬마스터 공작과 황녀의 더욱더 밀착된 모습에 광분하는 밀리릴리아의 친 위대들은 헬마스터 공작을 삼일동안 씹어버린후 강물에 천천히 뿌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대며 헬마스터공작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고 상관이고 나발 이고 이젠 그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녀와 제국의 제일의 공적, 헬마스터 공작 과의 진한 스킨쉽에 매료된 귀족영애들은 하나같이 붉게 상기된 두볼에 손 을 얹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이를 본 황제는 눈에 핏발이 들어서 며 자신의 손가락으로 헬마스터 공작을 가리키며 당장 죽여버리라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스르륵...- "........." "........." "........." "........." 분수대 주위에 몰려있던 수백명이 일제히 떠드는 굉장한 소음이 연출되고 있던 중 갑자기 분수대의 주위로 쥐죽은듯 싸늘한 적막이 감돌기 시작했다. 누구든 분수대의 반경 20헤론내로 접근한다면 황녀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헬마스 터 공작의 선포 아래 그 누구도 들어갈수 없었던 곳을 검은 망토로 온몸을 둘러 싼 작은 체구의 괴인이 함부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를 본 헬마스터 공작은 자신 의 유리검을 더욱더 황녀,밀리릴리아의 목에 갖다 대며 외쳤다. "어이~! 그쪽분!...더이상 다가오면 황녀의 목숨을 보장할수 없습니다만!" "......." 헬마스터 공작이 재차 권고해도 멈추지 않던 검은 망토의 괴인을 보며 황녀의 목에 닿아있는 공작의 유리검을 보고 참지못했던 한 기사가 검은 망토의 괴인 에게 달려가 그의 망토를 걷어버렸다. -챠르륵...- "헉!!..." "저,저분은..." "어째서 이곳에..." 은은한 조명과 달빛아래 비춰진 그녀의 흑발이 아름답게 비산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군중들은 꿀먹은 벙어리 마냥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고 경악하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역시 분수대 곁으로 다가오는 소녀를 보며 가슴이 거세게 요 동치고 있었다. 그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면속의 눈을 크게 뜨고 재차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확인하고 있었고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하는 밀리릴리아를 뒤로한채 헬마스터 공작의 탄식섞인 나직한 음성이 좌중 의 싸늘한 침묵을 깨뜨려버렸다. "샬레리나..." 아무도 침범하지 못했던 분수대로 혼자 걸어오고 있는 샬레리나를 보며 엘테미아는 도대체 어째서 그녀가 지금 이자리에 와 있는지 영문을 모 른채 밀리릴리아의 허리에 둘렀던 팔을 천천히 풀고 있었다. -첨벙...- "헉..." "흠..." "아앗..." 샬레리나의 갑작스런 등장에 얼이 빠져있던 군중들은 저마다 샬레리나가 행한 행동에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어느새 샬레리나는 자신의 드레스가 젖건 말건 무릎높이까지 오는 커다란 원형분수대의 속으로 들어가버린 것이었다. 기하학적인 도형의 배수관을 따라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떨어 지는 물줄기가 샬레리나의 1헤론 앞으로 떨어지고 있었고 그곳에서 멈 추어버린 샬레리나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헬마스 터 공작을 향해 말했다. "황녀님대신...저를 훔쳐가세요..." "......!!" 샬레리나의 폭탄선언에 분수대주위에 그녀를 사모하던 수많은 기사들의 경악성과 그녀와 친분이 있던 귀족영애들 그리고 황제와 황녀도 놀라 소 리치고 있었고 이 중에서 가장 놀란것은 헬마스터 공작. 즉 엘테미아였다. 헬마스터 공작가 (18) 휴벤트 제국의 제도 이클리돈의 상공에서 두명의 전사가 치열한 격전을 방금 마친듯 정갈했을 옷이 여기저기가 터져버려 검은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고 둘 모두 거친 숨을 토하고 있었다. 이러기를 30분째...서로 노려보기만 하던 2명은 서로의 심장을 찌를 때 까지 이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이란 것을 깨달아 버렸다. 한참을 서로 쏘아보던 중 매혹적인 청보랏빛 머리칼의 남자와 대치하고 있던 온통 하얀머리와 하얀턱수염을 짧게 길른 중년기로 접어든 사내 가 말했다. "굉장하군...인간치곤 제법이야 하하..." 하얀머리의 사내의 말에 매혹적인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 진 헤븐로드 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반문했다. "흥!...너도 인간치곤 제법이군...사블랑트..." " 하하...그런가?" 한참을 서로 무의미한 대화가 오가던중 문득 진의 앞에서 황성, 로자린궁 의 뒷뜰을 내려다 보고있던 사블랑트,즉 다헬론은 진을 슬쩍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동생이 걱정되지 않나? 빨리 날 쓰러뜨리고 내려가봐야 하지 않겠어?" 사블랑트의 말에 진은 고개를 살짝 내려 아까부터 시력극대화 마법을 시 전해 계속보고 있던 상황에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내 젓고는 사블랑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저건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냐...샬리 본인의 의지일테지..." "호......" 진의 말이 의외라는듯 사블랑트는 자신의 하얀눈썹을 꿈틀거리며 그에게 감탄사를 내뱉었고 그런 사블랑트를 보며 진은 손을 내젓고는 흥! 하고 콧 바람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때 사블랑트가 미소를 지으며 진에게 말했다. "정말 인간치곤 괜찮은 녀석이군 그래 하하...언제 한번 드래고닉 캐슬로 초청하고 싶을 정도야." 사블랑트의 말에 진의 눈썹이 다시 꿈틀거리며 피식웃곤 입을 열었다. "훗...마치 네가 드래곤이라도 되는냥 말하는거냐? 그건 그렇고...이봐. 언제까지 네녀석과 놀아줘야 되는 거냐?" 진의 말에 사블랑트 역시 쿡하고 한번 웃어주고 그에게 돌렸던 고개를 내려 황성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문득 손으로 황성, 로자린궁의 뒷뜰에 자리한 분수대를 가리키며 나직하게 말했다. "아이들의 꿈이 모두 끝날때까지..." "......." 사블랑트의 아리송한 말에 진은 그저 아무말도 없이 그의 손끝을 따라 자신도 로자린궁의 뒷뜰에 마련된 아름다운 분수대쪽으로 시선을 두었 다. 현재 황녀의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는 분수대의 주위로 싸늘한 적막만이 감돌고 있었다. 오로지 들리는 소리는 분수대에서 떨어지고 있는 잔잔한 물의 흐름소리뿐... 제국에서 가장아름답다는 샬레리나가 어찌하여 헬마스터 공작에게 황 녀대신 납치되겠다는 선포를 했는지 이해할수 없었던 이들은 경악의 도 가니에 빠져버렸고 귀족영애들은 또다른 상황전개에 황당해 하며 묘한 멜로틱한 분위기에 다시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샬레리나는 자신도 주체하지 못할 이상한 감정이 시키는대로 움직이고 있었 다. 마치 자신이 아닌 또다른 자신이 함부로 몸을 움직이는것 같은 기 분이 들었지만 지금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 다. 그것보다...이대로 헬마스터 공작과 헤어지는게 두려웠는지도 몰랐 다. 샹냥했던 젤리...귀여웠던 젤리...무엇보다 자신을 알아주던 젤리... 그리고 자신의 몸을 버리면서까지 자신을 구해준 라이벌 공작가의 수 장...그의 행동이 진심임을 알았을때 샬레리나는 자신 안에 또다른 에너 지에 의해 평상시 상상하지도 못할 대담한 행동을 할수 있었던 것이었 다. 그리고 샬레리나는 저 멀리서 헬마스터 공작과 황녀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뭔가 분한 감정이 일어났다. 마치 그의 옆은 자신의 자리라도 되는 듯 무언가 빼앗긴 기분마저 들었던 샬레리나는 현재 자신의 가슴속에 서 수없이 혼동되는 감정들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고 자신의 다리에 전 해오는 차가운 물줄기만이 그녀의 정신을 조금씩 맑게 해줄뿐이었다. -첨벙- "........!!" "........" 샬레리나는 갑자기 자신의 앞쪽에서 첨벙하는 물이 튀어오르는 소리 에 퍼특 상념에서 깨어나 앞을 주시했다. "아!..." 어느새 자신에게 내려온건지 모를 헬마스터 공작이 하늘에 떠있는 달 빛을 받아 은은한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머리를 찰랑이며 오직 자신에게만 시선을 두며 분수대의 물에 발을 담근채 걸어오고 있는 헬 마스터 공작을 보자 샬레리나는 조금전까지만 해도 작게 두근거렸던 자 신의 심장이 뜨거운 기운과 함께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속으로 헬 마스터 공작이 자신보다 황녀를 택하면 샬레리나 자신은 잔혹한 현실에 도저히 버틸 자신이 없었는데 문득 그가 자신에게로 가까이 다가오니 또다른 감정이 몰려와 미칠것만 같았다. 주위에 수많은 군중들은 다시 뒤바뀐 전개에 경악하며 찍소리도 못한 채 엘테미아와 샬레리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이제 주위에 누가 있건 오로지 자신의 두 눈에는 헬마스터 공작만이 투영되고 있던 샬레리나는 문득 자신의 가슴을 간질이는 그의 속삭임 이 들려오자 흠칫 하며 몸을 떨었다. "어째서......온거죠?" "......." 샬레리나도 대답할수 없는 헬마스터 공작의 질문에 어쩔 줄 몰라하며 그의 얼굴만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일초의 시간이 무한대로 느껴질만큼 한참동안 머뭇거리던 샬레 리나는 자신의 주먹을 꼬옥 쥐고 무언가를 결심한 듯 결연한 의지가 가득담긴 눈을 하고 자신의 앞쪽에 서있는 헬마스터 공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왜...제가 이곳에 온건지...알수 없어요..." "......." "하지만...이것만은 확실해요...난 지금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 다는 것...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 마치 오랫동안 가슴속에 뭍어왔던 사랑고백을 한것마냥 가슴이 두근 거리고 온몸이 잔떨림으로 인해 얼굴이 붉어진 샬레리나는 황급히 말 을 마치고 고개를 숙여 잔잔한 잔물결이 일고있는 분수대의 물을 보았 다. 밤하늘의 아름다운 별빛에 반사되 작게 일렁이며 반짝이는 모습이 너 무나 아름다웠다. 한참 물빛에 반사된 밤하늘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 을때 갑자기 은은히 반짝이는 은빛실들과 새하얀 롱코트가 밤하늘을 대신하자 샬레리나는 깜짝놀라 다시 고개를 들어 정면을 주시했다. 점점 자신에게 가까이 오는 헬마스터 공작을 보자 겨우 진정시켰던 샬레리나의 가슴은 다시 거세게 요동쳤다. 드디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헬마스터 공작의 진한 향기를 느끼며 그 를 보고 있을때 헬마스터 공작의 붉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황녀가...아니라 샬리여서 정말 다행이에요..." "아!..." 헬마스터 공작의 말에 뭐라 말하지 못하고 샬레리나는 어물쩡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애칭을 불러주자 다시 사이가 좋았던 이틀전 의 자신과 젤리로 돌아간듯한 느낌에 더욱더 자신의 선택에 확신하고 있을때 분수대 뒤쪽에서 경악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들릴 목소리로 헬마 스터 공작이 크게 말하고 있었다. "그럼...휴벤트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샬레리나를 훔쳐 가겠어요." "!!" 한참동안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해하고 있던 수많은 군중들은 엘테미아의 말에 최면에서 풀린듯 한순간 움찔 하고 떨더니 그제야 제각각 거친 반 응이 쏟아졌다. "다,당장 저자식의 목을 쳐라~!" "저런 X$#@자식!! 너 죽고 싶은거냐!! 가,감히!..." "우오오오 더이상 못참아!!" "당장 네놈의 사지를 절단하지 않는다면 내 평생 천추의 한이 되리라!!" "어마마마~~♡" 제각각 반응은 달랐지만 모두 헬마스터 공작에게 거대한 분노를 느끼며 그의 경고도 뭐고 모두 무시한채 분수대의 반경 20헤론(1헤론=1m)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들의 팍 구겨진 얼굴과 높이 쳐튼 섬뜩한 칼날이 밤하늘에 홀로 떠있 는 어찌보면 음산하기도 한 달빛과 함께 은빛 검광이 사람들의 심장을 옭아 매고 있었다. 허나 이런 폭주하며 오로지 헬마스터 공작을 죽이겠다는 집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도 헬마스터 공작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제 국의 귀족들도 그리고 헬마스터 공작과 황녀, 그리고 밀리릴리아를 보며 소리를 지르던 제국의 영애들도...그리고 황녀와 샬레리나도 다음에 벌 어진 헬마스터 공작의 행동에 입을 쩍 벌린채 다시 경악의 도가니로 빠 져 들었다. -와락- "읍!..." "........" 갑작스런 헬마스터 공작의 행동에 샬레리나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타버리 며 아무것도 생각할수 없었다. 전신의 신경세포가 모두 자신의 입술로 쏠려버린듯한 느낌이었고 그의 진한 향기와 자신을 간질이는 은빛 실타 래와 함께 상큼한 레몬젤리를 입술에 대고 음미하는듯한 부드러운 감촉에 샬레리나의 전신에 전율이 일고 있었다. 향긋한 봄날에 아침공기를 가득 폐부에 들이 마쉰후 내뱉는 청량한 느낌 과 아찔할 정도로 강렬한 느낌에 주위에서 입이 벌어질대로 벌어진 수많 은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느껴지지도 않고 있었다. 마치 천만년의 세월이 흘러간것처럼 긴 여운을 남긴 자신의 첫키스가 끝 나자 그의 속삭이는 듯한 음성이 들려와 샬레리나의 영혼을 다시 현실세 계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샬리...황녀가 아니라 샬리여서 정말 다행이에요. 생각치도 못했던 샬리가 이곳으로 와주어서 정말 기뻣던것 알아요? 하하...그리고... 샬리도 알겠지만 전 헬마스터 공작이에요. 지금부터의 제 행동...맘에 담아두 지 마세요." "......." 경악하는 사람들의 시선속에서 헬마스터 공작은 멍하니 서있는 샬리를 지나쳐 서 분수대 밖으로 나왔다. 엘테미아는 아직도 자신을 보면서 믿을수 없다는 표 정을 짓는 사람들에게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경악과 쇼크에 온몸이 경직되있던 제국의 황제과 가신들 그리고 제국의 기 사들은 갑자기 자신들에게 헬마스터 공작이 단신의 몸으로 걸어오자 퍼 특 정신을 차리고 패닉상태 뒤에 오는 거대한 분노를 헬마스터 공작을 향 해 퍼붓기 시작했다. "가,감히 샬레리나님을!...." "넌 평생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닷!!" "쿠아아아아 죽여!!" 수백명의 기사와 병사가 일제히 헬마스터 공작에게로 달려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고막을 찢어놀것 같은 거대한 음성과 그들이 달려 오며 부딪히는 병장기소리가 보통사람이 이라면 심장마비로 비명횡사 할 지경이었다. -쾅- -카캉!- -츠카카카카칵!!- -스파팟- 수백명의 전사들의 헬마스터 공작의 피를 갈구하는 섬뜩한 병장기 를 헬마스터 공작에게 쇄도함과 동시에 그들의 병장기에서 강렬한 타격음이 터져나왔다. 허나 그들의 병장기로부터 전해져 온 소리는 사람의 부드러운 살을 베는 서걱하는 소리가 아닌 마치 쇠를 두들기는 마찰음소리가 들려 오자 다시 경악하며 헬마스터 공작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뭐,뭐야! 이 녀석!! 괴물이냐?!" "마,말도안돼! 내 강철검에 금이 갔어!!" "크아아악!! 죽어! 죽으라구!!" 계속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검으로 헬마스터 공작을 내려치고 있었 으나 듣기 거북한 쇠마찰음소리와 파란 스파크만 일뿐 실버드래곤을 제외한 다른 여섯속성의 브레스조차 막아냈던 엘테미아의 실드를 상, 중급의 스피릿나이트들은 도저히 깨뜨릴수 없었다. 계속해서 기사들이 번갈아가며 헬마스터 공작을 내려치고,베고 찌르고 하고 있었고 결국 자신의 검기까지 발해서 그를 공격해 보았으나 그 의 걸음을 멈추게 할순 없었다. 수많은 기사들의 칼부림속에서 오로지 자신에게만 시선을 두며 다가 오는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휴벤트 제국의 황제는 진정으로 공포를 느 꼈다. "허,헉!...뭐,뭣들, 하,하는게냐!...어,어서 저 무례한 놈을!..." 심하게 갈라지며 떨려오는 황제의 목소리에 그 주위에 있던 가신들도 더더욱 불안감에 빠져들며 역사서로만 전해들었던 헬마스터 공작의 진정한 공포를 맛보고 있었다. 처음의 신비롭고 장난스럽던 그의 이미 지와는 대조되는 수많은 은빛검광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천천히 황 제를 향해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영원이 그들의 영혼속에 각인될것이 다. -털썩!- 수많은 제국의 기사들이 악바리를 지르며 헬마스터 공작에게 자신의 모든 검술실력을 퍼부었으나 끝내 헬마스터 공작은 처연히 황제의 바 로 앞으로 당도했다. 이에 황제는 공포에 질려 그 자리에서 털썩 주 저 앉아 고개를 들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자신의 앞에 서있는 헬마스 터 공작을 바라보자 헬마스터 공작은 이내 손을 들어 자신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 "허!허억!...무,무슨짓을!..." 헬마스터 공작이 마나를 모으자 더욱더 공포와 함께 불안해진 황제 는 경악하며 놀라 소리쳤고 이내 헬마스터 공작의 손에 모인 마나가 구의 형태를 유지하며 지름이 대략 반헤론정의 크키로 모였을때 그가 주위를 돌아보며 한바퀴 손을 휘젓자 강렬한 마나기류가 생성되 그 풍 압으로 황제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10헤론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이제 아무도 없는 10헤론의 공간에서 자신과 헬마스터 공작만이 남 게 되지 이젠 이빨까지 다다닥 떨며 말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그런 황제를 보며 헬마스터 공작은 자신의 한쪽 무릎을 꿇고 모두가 들릴수 있을 정도로 자신의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말했다. "오늘은!...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샬레리나 폰 안셀로자크의 입술을 훔쳐갔지만..." "꿀꺽..." 눈이 찌저질 정도로 크게 떠진 황제와 그런 그들을 보며 온몸에 보이 지 않는 줄로 포박당한것만 같은 제국의 전사들도 다음에 이어진 헬마 스터 공작의 행동과 말에 경악했다. 헬마스터 공작은 천천히 자신의 샤넬오르가를 황제의 심장에 갖다대며 다른 한손으로 자신의 미스릴가면에 손을 갖다대었다. 그리고는 허리를 더욱더 숙여 공포에 질려있는 황제의 얼굴가까이로 자 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가면을 벗었다. "헉!......" 오로지 황제만의 그의 얼굴을 볼수 있도록 다른사람들을 10헤론 밖으 로 내몰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드래곤아이를 풀전개해 황제에게 자신에 대한 끝없는 공포심을 각인시키려고 가면을 벗어 자신의 황금빛 눈 동자로 황제를 쏘아보며 말했다. "다음엔...그대의 심장을 훔쳐갈 용의도 있습니다만..." "........" 그저 아무말도 없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작게 떨고 있는 황제를 보며 만족했다는듯 씨익 웃은 헬마스터 공작은 자신이 드래곤아이로 심어 준 공포가 황제에게 제대로 먹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가면을 쓴 후 그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도저히 사람을 보는 것같지 않는 주위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며 쓴 웃음을 짓고 마지막으로 샬레리나를 보면서 허리를 숙였다. "......." 그리고 잠시후 헬마스터 공작은 자신의 주위로 찬란한 금빛기류가 쏟 아지며 황홀스런 은빛머리칼과 새하얀 롱크트를 나부끼며 다른 공간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 "......." "......." "......." 한참동안을 패닉상태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은 달랐지 만 모두들 한가지 사실은 깨닫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 한사람에게 제국이 무너졌다.' 이 믿을수 없는 사실에 모두들 점차 패닉상태에서 벗어나 경악하기 시작했고 제국의 가신들은 차마 다시는 미드리엘의 비옥한 토지를 노 리자는 말을 당분간 할수 없다는 현실에 비통해 했다. 그리고 제국의 기사들은 자신들의 검이 전혀 헬마스터 공작에게 통 하지 않자 더욱더 자신들의 검을 꽉쥐고 열을 올리고 있었으며 아 직도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헬마스터 공작이 사라진곳을 하염없이 바 라보던 제국의 영애들도 그녀들만의 새로운 전설의 탄생에 두근거리고 있었다. 저마다 다른 상념에 빠져있을때 어떤 한 소리가 그들의 상념 에서 다시 현실세계로 불러주었다. -첨벙!...- "!!" "고,공녀님!!" 멍하니 서있던 샬레리나는 그만 온몸에 힘이 풀려 그자리에서 기절 하고 말았고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제국의 기사들이 샬레리나에게로 달려갔다. 허나 그들이 마저 달려가기 전에 온몸에 만신창이가 된 진 헤븐로드가 나타나 분수대의 중앙에 자리한 여신상위에 홀로 앉아 서 있던 밀리릴리아와 자신의 동생을 안아 들어올리고 있었다. "........" "........" 갑작스레 나타난 진 헤븐로드에 제국의 수많은 기사들은 한참을 멍 하니 그를 바라보다 끝내는 비통의 눈물을 흘렸다. 자신들의 무력감 과 제국의 위기순간에 진 헤븐로드가 와주었더라면 하는 원망감이 섞여 소리죽여 울고있는 그들을 보며 진은 그저 묵묵히 혼절한 자신 의 동생과 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녀를 안아들고 분수대의 밖으로 걸어 나올 뿐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분수대의 중앙에서 거대한 물보라가 치면서 요란스레 등장한 괴인에 다시금 제국의 기사들은 아직도 버리지 못한 자신들의 검을 들고 경계해야 했다. "누,누구냣!!"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분수대 안의 고여있던 물이 하늘높이 터져오르며 그속에서 나타난 온몸의 하얀옷이 검게 그을린 중년의 사내가 나타나 요란스레 웃고 있었다. 제국의 기사들중 3일전 무도회에 참석했던 기사가 그의 웃 음소리와 특이한 백발과 백염의 그를 보자 놀라소리쳤다. "너,너는 사블랑트!!!" "헉!...." "사,사블랑트??" 제국의 기사들에 의해 사블랑트라 불린 자는 다시 군중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요란스레 웃고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진을 바라 보며 한마디 말을 건내고 사라졌다. "크하하하하 진 헤븐로드! 처음으로 내 발을 묶을수 있었던 유일한 인간!...크하하하...다음번은 쉽지 않을것이다! 그럼!..." 다시 요란스런 바람을 날리며 사라진 사블랑트를 보며 제국의 기사들 은 만신창이가 된 진과 그와 비슷했던 사블랑트를 보며 대충 상황을 파악한 그들은 다시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하나같이 고개를 떨 구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진은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속으로 중얼거렸다. "흥!...쓸데없는 짓을..." 낮게 읊조린 진은 문득 고개를 돌려 침묵해 있는 기사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크게 말했다. "뭣들 하는거냐!! 아직도 수많은 레이디가 너희들의 보호를 필요로 하잖나! 아직 주위에 헬마스터가의 끄나풀이 있을지도 모르니 철저히 호위해라!" ".......넷!!!" 잠시 멍하니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던 기사들은 저마다 진을 바라보며 우렁 찬 목소리로 대답하며 뿔뿔히 흩어졌고 그런 그들을 보며 진은 피식 웃고 는 공포에 질려있을거라 짐작되는 황제에게로 다가갔다. 진은 황제앞에 당도하여 황녀를 놓아주고 아직도 혼절해 있는 샬레리나를 안 아든채 황제께 배알하려했다. 그러나 황제의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했는지 그 의 옆에서 수많은 가신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난처해 있었고 그런 그들이 자 신을 바라보자 퍼특 반기는 얼굴로 바라보며 빨리 와보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 황제를 본 진은 그의 눈썹이 기이하게 꿈틀거 리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본 황제는 연신 멍한 표정으로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엔 어울리지 않는 홍조가 낀채 공포에 질린얼굴이라면 어폐가 있는 얼굴로 연신 한마디만 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름다워.....아름다워....아름...." "........" 도대체 무엇이 아름답다는 건지 모를 진과 가신들은 그저 황제의 주치의를 불러 그를 진찰하게 한후 황제의 처소에 정중히 모시고 황녀도 자신의 궁인 로자린궁으로 돌려보냈다. 그후 여색을 엄청나게 밝혔던 황제는 연신 여자들을 멀리하며 자신은 여신 을 집적 본 신성한 몸이라며 일체 밤시중을 드는 여자들을 거부했고 더없이 증오하던 헬마스터 공작에 대한 사건도 미소까지 지으며 천천히 생각해 보자 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는 예기가 전해지고 있었지만 그건 훗날의 예기 이다. 한편 홀로 자신의 침실로 돌아온 황녀는 여자의 한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것처럼 살벌한 표정을 지은채 낮게 읊조리고 있었다. "헬마스터...두번씩이나 나를 무시하다니...내 반드시 너를 산채로 잡아 내 발가락을 핥게 만들어주겠다....기필코 오늘의 복수를 해주고 말겠어..." 눈에는 검은 욕망이 일렁이는 섬뜩한 눈을 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신을 내버려둔채 다른여자와 키스를 한 헬마스터 공작을 향해 섬뜩한 증오를 내뿜고 있었다. 자신은 속으로 진을 사모하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 게 헬마스터 공작이 등장한후 그를 향해 다른감정의 마음이 계속 흘러가 고 있었고 마침내 오늘 또다시 그에게 무시당해 버린 황녀는 자신이 그 동안 살아온 프라이드가 산산조각나며 그에대한 감정이 모두 증오로 뒤 바뀌어 자신의 한을 헬마스터 공작에게 모두 풀려하고 있었다. 한참 사건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사들의 뒤쪽에선 절묘하게 자신들 의 기척을 숨기고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헬마스터 가의 기사들과 로레알 은 벙찐 표정으로 멍하니 분수대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기사들이 하나둘 사라지자 그제야 자신의 기척을 드러내고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다시 주 절대기 시작했다. "휘유~~굉장한대!! 아마 지금까지 그 어떤 선전포고보다 굉장했다고!!" 헬마스터 기사단장 스카야가 외치자 그 옆에서 짧은 갈색스포츠 머리의 다른 기사가 맞장구 쳤다. "크하하하하 자네말이 맞아! 그 상황에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녀 를 버리고 그녀와 함께 또다른 제국의 제일미녀로 추앙받는 샬레리나에 게 가서 헬마스터 가의 전통의식을 행할지 누가 알았겠나 크하하하" "크크큭 맞아맞아! 우리 귀염둥이 가주...보기완 달리 선수네 선수! 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우리들의 마스터로서 100점 만점이야!" 서로들 뭐가 그리 유쾌한지 굉장히 큰 목소리로 떠들어대고 있었고 그런 그들과는 달리 얼굴이 상당히 구겨져 있던 로레알은 자신의 뒤에서 떠 들어 대는 기사들을 독기어린 눈으로 쏘아보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닥쳐! 닥쳐! 닥치라고!!! 너희들이 꾸물거리지만 않았다면!!...흑!...히잉!! 난 몰라 나쁜자식들!! 너네들은 걸어와!!" -스파앗!!- "........." 앙칼지게 외쳐대다 끝내는 눈물 한방울을 떨궈버리며 사라진 로레알을 보 며 그녀답지 않음에 경악하던 그들은 한참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끝내 소리 쳤다. "우아아아악!! 여기서 거기까지 언제 걸어가냔 말야~~~~!!! 돌아와줘! 로~레~아아아알~~~!" 휴벤트 제국의 제도 이클리돈의 정중앙에 자리한 황제전용숲에서 기이한 포효가 들릴 즈음 아늑한 분위기의 소녀방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산뜻한 방에서 하늘색의 부드러운 이불을 가지런히 덮은채 아름다운 두눈을 감고있는 흑발의 소녀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흑발의 소녀는 그녀의 짙은 속 눈썹이 파르르떨더니 이내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동안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흑발의 소녀 샬레리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언제온건지 모를 자신의 방임에 문득 깊은 한숨을 지어냈다. "......." 천천히 손을 들어 아직도 그의 감촉이 남아있는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 거렸다. 한동안 멍하니 입술에 손끝을 대고 있던 샬레리나는 문득 자신 의 책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직 덮지않은 자신의 일기장과 뚜껑이 열어진채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잉크통과 펜이 보였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 샬레리나는 하늘색 이불보를 걷고 책상으로 다가가 의자에 살짝 앉았다. 멍하니 자신이 쓰다 말은 일기장의 마지막 구절이 샬레리나의 눈에 들 어왔다. 「...그럼 몇 시간 뒤에 보자 샬레리나...꼭 웃는 얼굴로...」 자신의 일기장의 구절을 본후 샬레리나는 조용히 펜을 들고 펜촉에 잉크를 뭍혀 일기장으로 손을 가져갔다. "......." 자신이 계속 억지로 웃어보려 해도 샬레리나는 웃을 수 없었다. 살풋 미소가 지어지는가 하면 다시 눈에선 눈물 한방울이 자신의 볼을 타 고 떨어져 일기장의 글씨를 흩트리고 있었다. "왜......어째서...." 모든게 무사히 마쳐졌는데도 자연스런 자신의 미소가 피어오르지 않 자 자신조차 영문을 몰라하며 계속 웃어보려고 입술에 힘을 주고 있 었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 다시 아무표정없는 자신으로 돌아가 버리자 샬레리나는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대로 쓰러지듯 주저 앉으며 펑펑 울었다. "으아앙~! 흑!..." 한참동안 서럽게 울던 샬레리나는 아직도 그치치 않는 울음을 애써 자 신의 고운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하고 있었다. "보고...싶어...흑...흑!...너무...보고 싶어!...내가 원해던건...내가 진정 원했 던건!..." 계속 흐느끼며 서럽게 울던 샬레리나는 자신조차 모를 말을 계속 되뇌이 며 울고 있었다. 얼마를 울었을까? 아름다웠던 눈이 빨갛게 충혈될때까 지 울던 샬레리나는 자신의 옷소매가 자신의 눈물에 의해 흠뻑 젖은것 을 보고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훌쩍거렸다. "보고 싶어..." 멍하니 온통 눈물로 젖어버린 하얀 옷소매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던 샬레 리나는 주기적으로 계속 되뇌이는 보고싶어란 말을 27번째 할때였다. -펑!-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자신의 치마폭에서 펄럭이는 움직임이 일자 깜 짝 놀란 샬레리나는 자신의 치마속의 맨살에서 느껴지는 복슬복슬한 느 낌에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자신의 치마폭을 탐험하던 복슬복슬한 물체가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 다닌 후 굳어있는 샬레리나의 치마폭을 벗어나 그의 몸체를 들어내고 있었다. "........헬..." 자신의 치마폭에서 나온 아찔할 정도로 귀여운 하얀 동물을 보자 샬레 리나는 자신의 입에서 헬마스터란 이름이 나올뻔했다. 허나 샬레리나는 자신의 치마폭에서 나온 하얀 동물을 보며 헬마스터라 부르지 않았다. 자신의 동그란 귀와 날개가 축쳐진채 언제나 살랑거리던 꼬리도 힘없 이 주저앉아있는 하얀동물을 보며 샬레리나는 화가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더더욱 움츠려 들며 하얀동물은 자신의 커다란 황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순간순간 샬레리나의 눈과 마주칠때마가 움찔움찔 거리며 떨고 있었다. 이젠 축쳐진 귀와 꼬리와 함께 얼굴조차 들지 못하는 하얀동물을 보며 한숨을 내쉰 샬레리나는 자신의 고운손을 뻗어 조용히 하얀동물을 안 아 들었다. 갑자기 타의에 의해 자신의 몸이 들려진 하얀동물을 퍼특놀라 자신의 왕방울 같은 황금빛 눈동자를 깜빡이며 죄지은 사람마냥 힐끔 샬레리나 를 쳐다보았다. 한참을 서로 마주보고 있던 샬레리나와 하얀동물은 그 다음에 이어진 샬레리나의 말에 하얀동물의 귀가 쫑긋하고 세워지며 다시 자신의 꼬리를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어서와...젤리..." ".......뀨~!..." 자신을 헬마스터가 아닌 젤리로 불러주는 샬레리나에게 감동한 모양인 지 엘테미아는 샬레리나의 가슴에 안겨 자신의 동그란 얼굴을 부비적거 렸다. "꺄아앗! 가,간지러워 젤리!! 하하하" "뀨우~~!" 그렇게 서로의 진심을 확인한 그들은 그대로 밤을 보내고 새벽동이 틀 때까지 어린아이들마냥 즐겁게 놀았다. 한참동안 어린아이처럼 침대에서 뒹굴며 놀다가 엘테미아가 샬레리나의 손을 벗어나 허공에서 날개짓을 하자 샬레리나는 그 뜻을 확인하고 잠시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다시 활짝 핀 미소를 보내며 샬레리나는 젤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샬리가 외로울때...그리고 젤리가 외로울때...가끔 놀러와야해. 알겠지 젤리?" "뀨우~!" "후훗...그래... 가는길 조심하고..." 샬레리나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젤리를 품에안고 젤리의 작은 입술에 살 짝 입맞춤을 하고 창가로 다가가 그를 보내주었다. 그때 젤리가 자신의 짧은 다리로 무언가를 가리키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샬레리나는 고개를 돌려 젤리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푸른 십자가 모양의 신비로운 목걸이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목걸이에 깜짝 놀란 샬레리나는 조심스레 창가에 놓 인 목걸이를 손에 들고 뒤를 돌아 말했다. "젤리 이건 뭐!..." 그러나 샬레리나는 어느새 사라진 젤리의 모습에 그녀의 말을 모두 끝 낼수 없었다. 조용히 떠오르는 아침햇살과 함께 멍하니 창밖을 주시하 고 있던 샬레리나는 처연하지만 살풋한 미소를 지어보내고 다시 자신 의 침대로 돌아와 조용히 목걸이를 자신의 목에 걸어보았다. 그리고 소중한듯 두손으로 꼭 목걸이를 쥔채 다시 눈물 한방울을 떨구고 있 었다. 그때 문득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간 샬레리나는 흐트러져 있는 자신의 책상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펜촉끝에 잉크를 뭍혀 다시 끝 을 내지 못한 어제의 일기를 마저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흔들림 없는 유려한 글씨체와 새벽보다 눈부신 미소를 지은채... 엘테미아는 그렇게 샬레리나와 헤어진후 안셀로자크 저택의 지붕으로 올라와 원래의 헬마스터 공작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했다. 그리곤 아무도 없는 지붕에 서서 말하고 있었다. "내가 샬리의 방으로 워프할수 있게 결계를 거두어 준 것 고마워 진..."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그건 그대로 만족했는지 엘테미아는 살짝 미소를 보내고는 다시 눈부신 황금기류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다음날... 환하게 비추는 태양이 무색하리 만큼 온통 어질러진 책상과 거대한 방바닥에는 온갖 술병과 서류조가리들로 어질러져 있었다. 방안에 대략 40후반으로 보이는 금발의 사내가 고급소파에 기대어 삶에 의욕이 없는 사람처럼 멍하니 하늘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옆의 탁자에 놓여있는 고급포도주를 손으로 쥐고 귀족답지 않게 그대로 입술을 대고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러나 병을 완전 거꾸로 들 고 흔들어봐도 술이 나오지 않자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술명을 그 대로 던저버렸다. -창그랑!- 술병의 파편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것도 신경쓰지 않는 모양인듯 다시 소파에 털썩 기대어 이마에 손을 올려놓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 보며 한숨만 짓고 있을때였다. 굉장히 어질러져 있는 거대한 집무실로 보이는 방의 문밖에서 다급한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다급한 발걸음 소리는 점차 크게들려오더 니 이내 집무실의 고급스런 문을 벌컥 열어제치고 정장을 차려입은 한 노집사가 헐레벌떡 달려들어와 이리저리 어질러져있는 방안을 질 주하며 소파에 기대어 멍하니 누워있는 사내에게로 달려갔다. 자신에게로 헐레벌떡 달려온 노집사는 안중에도 없는듯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고 있던 중년의 사내는 그저 만사가 귀찮은지 자신의 곁에서 헉 헉거리는 노집사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숨을 고 르던 노집사는 드디어 말을 할수 있을정도로 안정이 되었는지 자신의 손으로 가슴을 한번 쓸고는 이내 사내앞에서 다급하게 외쳤다. "나,나폴리 국왕대리님!...와,왔습니다.!!" "........뭐가..." "그,그게...그분들이!...그분들이 왔다니까요!..." 갑자기 달려와서 뜻모를 말만 외쳐대는 노집사를 보며 짜증스런 표 정을 짓던 중년의 사내는 소파에서 힘겹게 일어나 머리가 아픈지 관 자놀이를 두손가락으로 눌르고 얼굴을 찡그리며 노집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노집사도 뭐가 그리 답답한지 얼굴이 붉그락해져서는 대뜸 술에 절어있는 사내의 오른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가기 시작 했다. 이런 갑작스런 노집사의 행동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중년의 사내는 멍하니 그가 이끄는 대로 갈수밖에 없었다. 굉장히 아름답게 장식된 복도를 지나쳐 성의 밖으로 나가자 갑자기 내리쬐는 눈부신 태양에 중년의 사내는 눈살을 찌푸리고 팔을 들어 강렬한 태양빛을 가리며 황당함에서 벗어난 듯 짜증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노집사를 바라보며 큰소리를 치려 할때였다. "나폴리 숙부!..." "......." 중년의 사내는 다시는 들을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앳된 목소리가 들 려오자 자신이 술에 너무 취해 들려오는 환청이 아닌가 하고 자신의 머리를 두세번 흔들었다. "숙부..." 허나 계속해서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자신의 귀로 들려오자 중년의 사내는 자신의 눈을 크게뜨고 태양빛이 내려쬐는 눈부신곳으로 시선을 힘 겹게 돌려 자신을 숙부라고 부를수 있는 유일한 사람을 찾았다. 한참을 눈부신 태양에 의해 시력이 가물가물했던 나폴리는 한동안 눈 살을 찌푸리다 겨우 안정이 되었는지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눈앞의 시야를 확보할수 있었다. 그리곤 자신의 건너편에서 조용히 미소짓 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를 어렴풋이 볼수 있었다. 살랑거리는 포근한 바람에 따라 나부끼는 연한 녹색빛의 머리칼과 하늘거리는 하얀색의 드레스...그리고 그 옆에는 언제나 인형같던 푸 른 바다빛깔의 머리를 한 조그만 소녀가 살짝 웃으며 자신을 바라 보자 중년의 사내는 믿을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뜨며 자신의 손을 들어 눈을 비비고 강렬한 태양에도 불구하고 눈을 크게 뜨고 다 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아!...." "이럴수가....." "흑..." 어느새 중년의사내 주위에는 성에 종사하고 있는 모든사람들이 몰 려나와 자신과 같은 표정으로 눈앞의 아름다운 두 소녀들을 바라보 고 있었다.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던 두 소녀는 문득 걸음을 멈춰서고 연한 녹색빛깔의 소녀가 그자리에서 한바퀴를 돌며 주위 풍경을 감 상하듯 왕성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중 년의 사내와 정원에 모인 모든 이들을 바라보며 말하는 소녀의 말에 중년의 사내와 그외 모든 사람들의 눈에선 눈물을 쏟아내며 지금 이 꿈같은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다녀...왔습니다." "레이! 미요!!...." 중년의 사내는 급기야 두 소녀의 이름을 크게 외쳐대며 소녀의 앞 으로 헐레벌떡 달려나갔다. 이에 나머지 사람들도 두 소녀의 이름 을 불러대며 소녀들에게 몰려갔고 두 소녀가 환상이 아니라는것을 실감한 후에야 비로소 뜨거운 눈물과 함께 신께 감사드리는 기도 를 올리고 있었다. 비록 전쟁때문에 황폐해졌다고는 하나 그건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 었다. 이제부턴 그들은 헬마스터 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자신들의 나라를 지킬수 있는 국력을 쌓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것이다. 그들의 품에 안긴 두 소녀는 아직도 자신들의 돌아갈 따뜻한 곳이 남 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두 소녀는 자신들을 반가이 맞아주는 사람 들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보내주며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티끌하나 없는 푸른 하늘아래 청량한 공기와 더불어 기분좋은 바 람이 살랑이고 있었다. 왕성의 먼곳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엘테미 아와 헬마스터 가 사람들은 저마다 손으로 시큰한 콧등 비비며 미소를 지었고 스카야와 다른 기사단장들은 연신 엘테미아의 옆구리를 찌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에 영문을 모른채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기겁하며 한걸 음씩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한 네,다섯발걸음정도 뒷걸음질치 자 엘테미아의 등뒤에서 뭉클한 느낌이 들자 뒤를 돌아보니 도 끼눈을 하고 있는 로레알이 보였다. 이에 더더욱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엘테미아는 영문도 모른채 그 들을 피해 달렸고 그들은 커다란 함성을 질러대며 엘테미아를 쫓 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중 그 누구도 그들의 미래를 예측할수 없었다. 미드리 엘 왕국을 수호하는 그들이 미드리엘의 적국 휴벤트제국을 수호하 게 되리란 사실을... 헬마스터 VS 헬마스터(01) -쏴아아아아...- 어두은 밤하늘의 날씨는 이제 초여름에 접어들었는지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함께 제법 선선한 날씨를 유지하고 있었다. 온통 먹구름에 의해 달조차 보이지 않는 모든것을 암흑으로 가두어 버린 하늘... 그 아래에는 피를 토하는 처절한 외침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퍽!- "꺄아아아...제,제발 살려!..." -촤라락!- 어두운 저택안에 수많은 복면인들이 섬뜩한 은광을 뿌리며 피의 향연 을 즐기고 있었다. 복면속의 드러난 노란 눈동자는 빨간눈동자보다 더 더욱 광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그들의 손속은 정녕 정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 저택안에 기거하던 노인들부터 아직 걸을수 조차 없던 어린아이까지 그들의 검에의해 아찔한 고통과 함께 생명의 불씨 를 잃어갔다. 거대한 침실안에 여러명의 복면인들과 그 가운데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잔혹한 현실에 반쯤 혼이 나가버린 사람이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는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이성이 조금씩 돌아와 자신의 눈앞에서 역겨운 노란눈을 하고 있는 복면의 사내들을 보고 서서히 죽음의 공포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조차 제어할수 없을 정도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들을 바 라보며 말했다. "도,도대체 당,당신들은 누구요...왜 이런짓을..." "키케케켁..." 복면인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도저히 인간들의 구강구조로 발음할수 없는 기이한 소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처음들어 보는 소리에 더더욱 공포감에 절어버린 중년의 사내는 주저앉은 상태에서 계속 발을 놀려 뒤로 물러섰다. 자신이 물러섬에 따라 한발자국씩 걸어오는 복면의 사 내들을 보자 기어이 잠옷바지에 실례를 해버린 중년의 사내는 저택이 쩌 렁쩌렁 울릴 정도로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흐,흐아아악!! 저,저리가!! 다가오지마!!" "키케케켁....크....우리는...." "...!!" 공포에 떨고있던 중년의 사내는 그들의 기이한 발음사이에서 자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가 포착되자 신음을 삼켰다. 그리고 그들을 조 심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그들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키케케케....우...리들은...지옥의...지배자...케케켁..." "뭐!...지,지옥의 지배자!!...." 그들이 내뱉는 단어를 겨우 확인한 중년의 사내는 기이한 목소리로 자 아내는 그들의 '지옥의 지배자'란 소리에 신음을 삼키며 경악해 했다. 휴벤트제국의 귀족들이라면 절대로 잊을수 없는 단어... 이에 중년의 사내는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쥔채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눈 물콧물 다 흘려대며 말했다. "어,어째서...다,당신들은 헤,헬마!..." -퍽!- -촤라라라락!!- 차마 중년의 사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복면인들의 뭉툭한 검에 사내 는 비릿한 뇌수를 뿜어대며 바로 즉사해 버렸다. 그들이 서있는 바닥에는 온갖 끊어진 내장들과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핏물들이 흥건해 있었다. 보통사람들이 보면 바로 몸을 숙이고 구토할 지경의 풍경이었으나 복면사내들은 마치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보는듯한 몽롱한 노란눈을 반짝이며 기괴한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한참동안 기괴한 웃음을 짓던 그들사이로 들릴듯하면서도 들리지 않는 기묘한 음파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의 청각으로 식별하기 힘 든 특정한 동물들만이 식별할수 있는 기묘한 음파에 복면인들은 그들의 역겨운 웃음소리를 그치고 저마다 저택을 빠져나가 어둠속으로 사라져가 기 시작했다. 이미 휴벤트 제국의 서남부에 위치한 작은 영지 프리도덴은 쥐새끼 한마 리 남아있지 않은채 모두들 자신들의 생명수를 대지에 바친 채 동이 틀 새벽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꿈틀...- 부서신 목조건축물 아래에서 어느새 걷어진 구름사이로 은은히 빛나는 달빛아래 무언가 작게 꿈틀거리는 물체가 보이고 있었다. 한참동안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다시한번 꿈틀거림이 보였고 그 주기는 점점빨라져 기어이 시체더미 속에서 그리 크지 않은 가는 손이 튀 어 나왔다. -파악!...- "하아...하아...하아..." 온통 피와 살점으로 뒤범벅된 16살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은 온몸에 피 칠을 한채 힘겹게 숨을 쉬고 있었다. 한참동안 숨을 들이킨 소년은 천천 히 일어나 비틀거리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한채 힘겹게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비실비실한 몸초리로 걷고 있었이지만 피에절은 그의 머리카락사이로 섬뜩하리만치 강렬한 하얀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고 그의 눈엔 어느새 증오의 감정이 가득차 머리위에 떠있는 보름달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팔뚝만한 긴 막대기를 들고 동그란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원안에 오망성을 그려대고 각 축마다 자신 의 피를 조금씩 뿌리기 시작했다. 다섯개의 축에 모두 자신의 피를 뿌린 소년은 거친숨을 들이키며 오망성 의 중심에 힘겹게 걸어가 털썩하고 들이 누웠다. "하아...하아...하아..." 계속 빠져나가는 자신의 피와 흐릿해진 의식사이로 아직도 번뜩이고 있는 소년의 섬뜩한 안광은 하늘위에 휘영찬란하게 떠있는 기이한 기운을 발산 하고 있는 보름달을 주시하며 숨을 고르고 천천히 말했다. "하아...누구라도...좋아...내게 힘을줘....내게 복수를 할수 있는 힘을..." "........" "내 모든것을...가져도 좋아...내 모든것을..." "........" 소년은 어릴 적 마을아저씨가 들려주었던 무서운 이야기중 마족을 불러 내는 의식을 어렴풋이 기억해내어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허나 이런 허무맹랑한 의식이 진실로 마족을 불러내는 의식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고 부른다고 아무때나 찾아오는 마족도 아니었다. 허나... -스스스스스스...- 소년이 그린 원진안의 오망성에서 보랏빛의 묘한 기운이 스멀스멀 일어나 기 시작했다. 어느새 원진을 중심으로 하늘을 향해 조금씩 일고 있던 보랏빛 기운은 그 원진으로 부터 대략 10헤론 정도 떨어진 높이에 또 다른 기이한 원진을 그리고 있었다. 소년이 그린 간단한 원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기이하고 복잡한 문양이 가득한 원진이 보랏빛의 기운으로 완성되고 있었고 그 원진은 소년의 시야에서 정확한 보름달의 크기로 그 려지고 있었다. 한동안 계속해서 그려대던 기하학적인 보랏빛의 원진은 이내 시작과 끝이 만 나며 원진의 완성을 이루자 심장이 멎어버릴 정도로 음산한 빛과 함께 원 진 바로앞의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일렁이기 시작한 공간에서 하나의 검은 발이 튀어나왔다.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발은 이내 무릎의 형상을 만들었고 시간이 지나자 인간의 형상을 모두 뽑아내고 있었다. 소년이 만들어낸 기이한 원진안에서 나온 정체불명의 괴인은 인간형상을 하고 있었고 얼굴을 제외한 나머지는 온통 검은색의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 나고 있었다. 괴인의 얼굴에 한쪽은 하얀가면을 쓴것마냥 웃고있는 조커모양이었고 반 대쪽에는 보라색으로 왼쪽과 같은 모양이었다. 단지 다른것은 한쪽은 웃고 있는 모양이었고 한쪽은 찡그린 모양의 괴상한 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괴인 은 한번 주위를 슥 둘러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아래에서 쓰러져 있는 소년을 발견했다. 괴인과 눈이 마주친 소년은 온몸에 알수없는 소름이 돋았으나 자신이 사랑 한 모든것을 빼앗겨버린 소년은 더이상 잃을것도 두려울것도 없었기 때문에 애써 담담하게 그의 시선을 맞받아쳤다. "호오..." 자신의 시선을 받고도 담담한 소년을 보며 흥미가 일었는지 검은 괴인은 굉 장히 낮은 저음의 목소리로 호기심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소년을 보 며 느릿느릿하게 말했다. "아직 어린 인간이 상급마족인 바로바그를 부르다니...놀랍구나...어린인간이여... 그대는 무엇을 위해 피의 연주자를 불러냈는가..." 섬뜩한 그의 저음에 소년은 내심 긴장하고 있었으나 애써 떨리지 않는 목소리 로 힘겹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힘을 원한다...복수를...복수를 할수 있는 힘을..." "호오...그런가?" "그렇다..." 아직 어린인간소년이 복수를 위해 자신을 불러냈다는게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바로바그란 마족은 한참동안 소년을 바라봤고 소년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무덤덤히 바라봤다. 달빛에 비친 소년의 얼굴을 짙은 초록빛의 눈을 살짝 가리는 앞머리와 왼쪽 머리만이 턱까지 내려오는 꼬리머리를 기르고 있었고 그의 눈매는 소년답지 않는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었다. 소년을 보면 차갑다라는 이미지를 느낄 만큼 그의 날카로운 안광과 더불어 약간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함부로 다 가서지 못할 기도를 발산하고 있었고 피에 젖은 그의 모습은 섬뜩하리만치 아름다웠다. 한참동안 침묵이 가라앉고 있을때 다시 바로바그의 낮은 저음이 들려왔다. "흐흐흐...꽤나 괜찮은 영혼의 인간이구나...너의 복수의 대상은 누구냐..." 드디어 자신의 복수를 이룰 출발점을 확보하게된 소년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뒤로한채 그를 바라보며 나직히 말했다. "헬...헬마스터 공...헬마스터 공작..." "......훗...헬마스터 공작이라고...미드리엘 왕국을 수호하는 비밀가문의 수장말이냐?" "그,그렇다..." 소년은 복면인들의 알수없는 기괴한 울음소리중 지옥의 지배자란 소리를 포착할 수 있었고 제국의 귀족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헬마스터 공작의 전 설은 사람들의 입과 입으로 퍼져 전설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지옥의 지배자가 누구 를 뜻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늙은 부모와 어린 동생을 한치의 자비도 없이 뭉툭한 검으로 터쳐죽인 잔 인한 녀석들을 보며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고서라도 복수를 다짐했다. 그때다시 소년에게 바로바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후후훗....헬마스터 공작이라....크하하하하하..." 굉장히 낮은 저음으로 대소를 터트리는 광경은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소름끼치는 소리임에 분명했지만 소년은 얼굴색하나 변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언제나 시 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소년의 얼굴이 한순간에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어,어이!!..." "........" 소년의 안타까운 외침이 황량한 폐허의 공터에서 울려퍼지고 있었으나 소년의 안타까운 외침에도 불구하고 바로바그의 행동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에 소 년은 어이없고 당황해서 누워있던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나려 노력하고 있었고 계속 고개를 들어 힙겹게 외치고 있었으나 바로바그는 들은채도 않고 자신의 행동을 계속 이행하고 있었다. 소년은 힘겹게 일어나 황당한 눈빛으로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휘이이이이잉....- "........" 어느새 소년이 있는 폐허의 공터주위로 나뭇잎을 대동한 싸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고 소년의 머리위에 떠있던 마계의 상급 마족 바로바그는 자신이 살던 마계 에서 인간계로 올수있었던 기이한 문양이 가득한 원진을 통해 다시 마계로 돌 아가 버린 것이었다. 이에 황당해져 버린 소년앞으로 굉장히 낮은 바로바그의 엄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칼 하나라도 건드리면 마왕님에 의해 1000년간 영업정지다... 2개면 소멸이지...그럼 이만..." "........" 도저히 알아듣지 못할 말을 내뱉어 버리고 순식간에 사라진 바로바그를 보며 황망히 하늘위를 쳐다보던 소년의 처절한 메아리가 휴벤트제국의 상공위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어이~! 내 영혼까지 모두 준다니까!!! 제발 누군가가 나에게 힘을 줘!!!" 허나 소년의 외침에 답하는 마족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영혼조차 거부하는 마족들을 보며 황당해진 소년은 힘없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멍하니 중얼 거리고 있었다. "하하...영혼조차 난 싸구려였던가..." -저벅...- 마족이 자신의 영혼을 거부하고 사라진 충격에 한참동안 쓰러져 의식을 잃어 가고 있을때 소년의 뒤쪽에서 하나의 인영이 다가왔다. 이에 피를 너무많이 흘린 소년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보니 대략 10살정도 먹어보이는 붉은머리의 꼬마가 생글거리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의 마을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으나 어차 피 자신은 몇분후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홀로남은 어 린아이를 연민의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그런 소년의 마음을 무시해버 리기라도 하듯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에 소년의 흐릿해져 가던 정신을 확 깨버려야 했다. "내가...너에게 힘을 주지..." "!!......" "난 영혼같은건 필요 없어...대신 넌 점차 너의 마음을 잃어갈 것이야..." "......." 알수없는 황당한 꼬마의 말에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02) 휴벤트 제국의 서남부에 위치한 작은 영지 프리도덴이 정체불명의 괴인들에 의해 몰살당한지 두달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동안 역겨운 노란눈을 가진 복면인들에 의해 몰살당한 영지가 프리도덴을 포함한 하빌리본영지,크라이센 영지,호르바나영지, 마지막으로 메데사영지...이렇게 4개의 영지가 정체불명 의 복면인들에 의해 처참히 몰살당해 버렸다. 이에 제국의 황성 자이녹스에는 초 비상계엄령이 다시 선포되었고 황성내의 넓고 화려한 대전안에는 시종일관 찌푸려진 얼굴을 하고 있는 제국의 주요 귀족들이 커다란 원탁에 모여 원탁의 가운데에 지도를 펼쳐놓고 대책회의를 벌이고 있었다. " 흠...여지껏 모아온 정보로는...꺼름칙한 소리를 짖던 정체불명의 괴인들에 게서 알아들을수 있던 단어는 오직 하나였소..." 가슴에 공작의 작위를 상징하는 폴로리나나무의 금배지가 반짝이는 타운로이 드 공작이 원탁에 모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두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 었다. 이에 그의 말을 경청하던 뚱뚱한 휴론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격하게 외 치고 있었다. "흥!! 그들의 말대로라면 이런짓을 벌일녀석은 헬마스터 공작뿐이오!! 지옥 의 지배자라면 그들밖에 존재하지 않잖소!!" 방금 발언을 마친 휴론백작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있는 귀족 들도 있었고 뭔가 석연찮아 하는 귀족들도 있었다. 휴론백작의 말이 끝나자 마자 대전에서 제일 화려한 좌석에 앉아 경청하고 있던 늙은 황제가 그들 모두 를 바라보며 말했다. "흐음...짐의 생각은 좀 다르네만...몰살당한 네 곳의 영지는 어린아이며 힘없는 레이디며 할것없이 말그대로 몰살당했네. 이제껏 어떤 상황에 도 어린아이와 레이디에게 칼을 들이민 적이 없던 헬마스터 공작이 과연 이 번 사건의 진범일까...?" "........" 황제의 말에 또다시 복잡한 표정이 되어버린 그들은 말없이 자신앞에 놓여 있는 서류와 지도를 응시할 뿐이었고 그런 그들을 주욱 둘러보던 황제는 조용히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듯한 진 해븐로드를 보며 말했다. "짐의 소견을 들어보았으니 짐은 이제 해븐로드 공작의 의견을 듣고 싶네..."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진 해븐로드는 황제의 말에 살짝 눈을 뜨고 황 제를 바라보았고 원탁에 모여있던 제국의 고위귀족들도 모두 진을 응시 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진은 자리에서 말없이 일어나 자신앞에 놓 여져 있던 지휘봉을 들고 지도쪽을 뻗기 시작했다. 이번 괴사건으로 몰살당한 네 영지가 X표로 표시되어 있는 지도를 가리 키며 진은 말을 꺼냈다. " 현재 괴집단에게 몰살당한 네 영지의 공통점은 제국의 영토를 네등분으 로 나눈다면 모두 서남부 지역이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 진은 지휘봉으로 지도에 표시된 각 영지의 관도를 따라 그어가며 재차 말 을 이었다. "각 영지를 살펴보면 서남부 지역중 유일하게 가이가스왕국과 가장 가까 운 곳이죠. 그리고 각 영지는 이번 안셀로자크 공작가에서 개시된 가이가 스 왕국과의 무역을 위한 관도공사에 적극적으로 공사를 벌일 영지이기도 합니다." "흠!......!!" "그, 그렇군!..." 진의 말에 모두들 진이 가리키고 있는 지도를 재차 확인하며 무언가를 알 겠다는 신음성을 내뱉고 있었고 황제는 그윽한 눈길로 진을 응시하며 계속 해 보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모두들 잠시의 생각할 시간을 내준 진은 다시 지휘봉을 영지의 중앙자리 쪽에 위치한 헤리포트럴 숲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셀로자크 공작가가 벌인 이번 관도 공사는 네 곳의 영지 모두가 한곳 의 지점에서 만나게 되어있습니다. 이번 공사는 헤리포트럴 숲의 나무들 을 모두 깎아버린 다음 헤리포트럴 숲의 건너편에 있는 제국의 거대 항구도 시 뒤쪽에 가이가스와의 무역을 위한 관도와 함께 거대한 창고를 세울 계획 이었지요. " 진이 잠시 말을 뜸들이자 무언가를 눈치챈 얼굴을 하고 있던 휴론백작이 지도를 보며 크게 외쳤다. "그,그렇다면 다음은 세리자리오!!" 휴론백작이 크게 외치자 진은 그를보며 피식웃곤 나직히 말했다. "맞습니다. 바로 정체불명의 괴인들이 노릴 다음 타깃이죠." "!!....." 이제야 정체불명의 괴인들의 다음행동을 파악한 귀족들은 저마다 서류 와 지도를 보며 웅성거리고 있었고 소란스러워진 회의장을 황제가 박 수를 세번쳐서 안정시키고 난후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흠...그럼 제국의 군대를 차출하는 방안으로 모색해봐야 겠군...도대체 그들의 정체가 무엇이며...어째서 헤리포트럴 숲의 개발과 가이가스와의 무역을 위한 관도공사를 막는것인지 알아야 겠지...혹시 제군들 중 다 른 복안을 가진분 있소?" 황제의 말에 갑자기 원탁의 모든 귀족들이 꿀먹은 벙어리라도 된듯이 하던 말을 멈추고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만 바라보고 시작했다. 그런 귀족들의 한심한 반응에 황제는 혀를 끌끌 차고 있었지만 뭐라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들이 상대해야 할 존재는 어쩌면 진짜 헬마스터 공작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신들 목숨이 아까운줄 아는 귀족들은 서로를 힐끔힐끔 쳐다만 볼뿐 누가 나서서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헬마스터 공작가일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괴인으로부터 제국의 거대한 항구도시 세리자리오의 호위와 괴인들의 토벌을 목적으로 군대와 함께 떠나겠다고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도 자신이 나서겠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다시 진 해븐로드 의 목소리가 회의장에 울려퍼졌다. "제가 나서도록 하죠. 이미 출병준비는 완료된 상태입니다." 진의 말에 원탁에 모여있던 모든 귀족들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향 해 한마디씩 건네고 있었다. "오오!!...역시 그동안 국고를 털어가며 투자한 보람이 있군요..." "하하 그렇지요. 뭐니뭐니 해도 해븐로드 공작가는 제국의 최고 군사력 을 지닌 공작가이고 헬마스터 공작가를 위해 대비한 제국의 히든카드니 까요." "이젠 이번 사건도 재빨리 대응하면 괴인들도 머지않아 토벌할 수 있겠 군요. 허허." "......." 그들의 말에 보일 듯 보이지 않게 씁쓸한 미소를 지은 진은 더이상 회의 장에서 그들과 함께 있기 싫은 건지 황제께 이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럼 황제폐하 저는 다시한번 기사단의 출병준비를 점검한 후 한시 라도 빨리 세리자리오로 떠나겠습니다." 진의 말에 황제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허락의 뜻을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 "그렇도록 하라. 그리고 만약 헬마스터 공작을 만나게 된다면 미드리엘 왕국의 일은 걱정말라고 전해 주게나." ".........네...알겠사옵니다. 폐하. 그럼 그간 옥체보중하시옵서서..." "알겠다." 진은 언제나 미드리엘왕국을 소유하고 싶어 혈안이 되있던 황제가 무 슨 바람이 불어 미드리엘왕국을 웃으며 포기할수 있었는지에 궁금증이 일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었기에 자신의 궁금증을 나 중으로 미룬채 다급히 회의장을 빠져 나왔다. 하얀 대리석으로 건축된 황성의 긴 복도를 걸어가며 진은 나직히 중얼 거리고 있었다. "너...정말로 이 사건을 네가 일으킨건 아니겠지..." 그답지 않은 다급함을 보이며 자신의 기사단이 모여있는 연무장으로 빠른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진 해븐로드였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03) 한편 휴벤트제국에서 해븐로드공작가를 위시한 기사단들이 출병준비 를 마치며 장거리 워프를 준비할때 대륙에 드러나지 않는 헬마스터 공작령에서도 비슷한 사건때문에 장로들이 이틀동안 회의를 마친채 대전을 나서고 있었다. 6명의 장로와 5명의 헬마스터 공작가의 기사단,그리고 마법길드의 길 드마스터 로레알과 헬마스터 공작가의 총비서를 담당하는 찰랑거리는 금발의 단발머리를 지적으로 기른 안경을 쓰고 있는 소녀가 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맨 마지막에는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린 힘없는 헬 마스터 공작. 즉 린 엘테메오 헬마스터가 비실거리며 나오고 있었다. "휴...이제부터는 미요와 샬레리나에게 놀러가지도 못하겠다..." 그 동안 자신의 현신한 몸으로 자주 놀러갔었던 엘테미아는 이번 회의 에서 결정된 사항에 힘없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대전안을 나오니 언제온건지 모를 에셀린과 에이메리가 보이자 퍼특 반가워진 린은 그 녀들의 이름을 부르며 외쳤다. "에셀린!! 에이메리~!" "리이이이이인~~~~!" 그녀들도 엘테미아의 목소리가 들리자 퍼특 고개를 들고 대전안을 나오고 있는 엘테미아에게로 달려들었다. 아장아장 뛰어가며 엘테미아의 품에 폴짝 안긴 에셀린과 엘테미아의 팔사 이로 자신의 팔을 걸치고 얼굴을 비비는 에이메리를 보자 더더욱 반가워 진 엘테미아는 연신 하하거리며 웃을 뿐이었다. 서로서로 진한 스킨쉽을 나누던 이들을 멍청히 바라보던 장로들과 기사단 장들...그리고 얼굴이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붉어지며 도끼눈을 하고 있는 로레알과 못마땅한듯 엘테미아를 보며 얼굴을 찡그리는 금발의 단발머리의 비서 리디까지... 비록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끽하 고 있던 엘테미아는 문득 썰렁해진 분위기에 퍼특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주위를 둘러보자 모두들 가지각색의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엘테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에게 말했다. "왜 그래?" "........" "........" 한참 엘테미아의 팔과 가슴에 얼굴을 부비부비하던 에셀린과 캐이셜럭스 대 륙의 드래곤 로드, 오렌지빛 머리의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상큼한 소녀, 에이 메리는 자신들도 덩달아 하던짓을 멈추고 자신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 람들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한참을 묘한 침묵이 주위를 감싸고 있을 때 짜증나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헬마스터 공작가의 비서, 리디가 구두굽이 바닥에 닿는 또각또각소리를 내며 린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흥! 도대체 그 비실비실한 몸으로 어떻게 장로님들과 기사님들을 꼬셨는지 모 르겠지만 쓸데없는 짓말고 늦기전에 세리자리오로 떠나야 하는거 아닌가요? 헬.마.스.터.공.작.님!" '나 무언가 굉장히 그쪽이 맘에 안들어요!!'라는 오라를 풀풀 풍기며 린의 눈 앞에 대략 16살정도 되어 보이는 금발의 안경낀 소녀가 고운얼굴을 찡그 리며 린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에 린은 그제야 자신이 남자였고 에셀린은 모르겠지만 거의 성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에이메리와의 진한 스킨쉽에 모두들 얼이 빠져있다는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에 머쓱한 표정으로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린은 말했다. "으,으응...아,알았어 리디..." "그냥 비서라고 불러주세요. 헬.마.스.터.공.작.님!" ".......어..." 아무리 맹한 엘테미아라도 눈앞의 이지적인 인상의 소녀가 자신을 못마땅해 한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이에 옆에있던 에이메리와 에셀린이 무시무시한 눈 으로 리디를 쏘아보고 있었지만 리디는 강철같은 강심장을 지닌듯 흥! 하는 콧바람과 함께 다시 린을 쏘아보며 말했다. "장기간 잠복근무를 위해 이미 세리자리오에 터전을 마련해놨습니다. " "아..." 그녀의 말에 린은 바로 몇분전에 벌어졌던 회의내용이 다시 머리속에 새록새록 떠 오르고 있었다. -몇분전...- "흠...그러다면 언제나타날지 모르는 우리들을 사칭하는 녀석들을 위해 한동안 세리자리오에서 잠복해 있어야겠군요." "그렇다네. 하지만 내가 예상키로 한달...즉 1샤론을 넘어서는 기간이 소요될듯 해 현재 헬마스터 공작가의 전사들중 반 이상이 음지에서 미드리엘의 재건에 도 움을 주고 있고 얼마의 병력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공작령에 남아있어야 하겠 지. 그래서 이번 세리자리오에 출장나가게 될 기사단은 우리들의 명예를 회복시 킬 가주님과 비서인 리디, 그리고 보이지않게 세리자리오의 음지에서 활동하게될 지아가 이끄는 슈팅스타 기사단, 그리고 헬마스터 기사단중 드레이컨,마멜더가 합류하게 될꺼야." 상당한 크기의 네모난 탁자에 모여 회의하고 있던 헬마스터 공작가의 주요인물 들은 장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고 멍하니 듣고만 있던 엘테미아도 덩 달아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다음에 제안된 복안에 그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져야 했지만... "하지만 유벤푸스 장로. 양지에서 활동할 가주와 리디...그리고 조금후에 도착 할 린의 친구들과 함께 세리자리오에서 활동한다면 안올래야 안올수가 없는 휴 벤트의 끄나풀들에게 가주의 정체가 발각되지 않을까? 만약 일이 심각하게 꼬여 정말로 휴벤트제국의 4영지를 몰살시킨 진범이 우리가 되버린다면.... 언제나 미드리엘을 위해...그리고 기사도를 위해 죽어간 선조들의 얼굴을 어떻게 볼수 있겠어?" 헬마스터기사단의 기사단장 스카야의 발언에 장로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 의 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린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유벤푸스장로의 곁에서 회의를 보좌하던 공작가의 비서, 리디가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며 또박또 박 말하기 시작했다. " 그건 문제없습니다. 저와 가주님, 그리고 가주님과 대주님이 선정해주신 친구 분들도 모두들 여자입니다. 휴벤트 제국쪽에서도 아마 헬마스터 공작님을 남자라 고 알고 있겠죠? 그렇다면 그걸 이용하는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가주님의 친구 분들 모두가 여성이고 가주님도 여장을 한다면 그들의 눈길을 쉽게 피할수 있겠죠 게다가 여성이 모여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문제될게 없을것입니다." "뭐,뭐!! 말도 안돼!!" "호!! 그거 좋구만~!" "하하 재밋겠는데요?"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야 수고했네 리디." "별 말씀을..."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터진 린의 비명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듯 연신 괜찮은 복안을 건넨 리디를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헬마스터공작가의 기 사단장들은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자신들의 귀염둥이가주를 보고 음 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의 심상치 않은 눈길에 온몸에 알수없는 오한이 일어버린 린은 그들을 보며 애절한 어조로 말했다. "어,어이...만약 내가 여장을 하게 된다면 가면을 쓸 수가 없잖아...내 얼굴은 어릴때 입은 상처때문에 굉장히 지,징그럽단 말야..." 린의 은빛가면 아래로 보이는 새하얗고 뽀얀 피부와 말랑이는 젤리처럼 보드 라울것만 같은 은은한 붉은입술을 보며 누구도 린의 말을 믿지 않았으나 짐짓 자신들의 가주를 위해 생각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 이 문제까지도 생각을 했던 것인지 모두를 대표해 리디가 입을 열었다. "그것도 문제없습니다. 저희측에서 가주님의 가면처럼 얼굴을 가릴수있는 안경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헬마스터 공작님의 앞머리로 이마를 덮은후 저희가 제작한 안경을 쓰시게 되면 아무런 문제될게 없죠. "....그,그런..." "하하하하 좋구만 좋아!! 이거 세리자리오로 파병된 슈팅스타녀석들이 부러 워지는 구만 하하하하" "맞아 하하하하하" "........." 원래의 자신은 여성이지만 지금 이상태에서 여자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자신 의 진실된 모습이 남자가 아닌 여성이라는 사실을 들킬까봐 불안해진 엘테미아 였지만 모두가 찬성하고 빈틈이 없는 리디의 의견에 끝까지 반대할수 없었다. "휴~...." 몇분전의 회의의 회상을 모두 마친 린은 힘없이 어깨를 떨구며 에이메 리와 에셀린을 데리고 내일 아침일찍 세리자리오로 떠날 준비를 하기 위 해 연신 음흉한 눈길을 보내던 기사단장들에게 가벼운 주먹을 먹여주고 유일하게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던 지아에게 살풋 웃어준 뒤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04) 모든것을 암흑으로 뭍어버리는 어두운 밤...하늘에는 아직도 동그란 원을 유지하고 있는 휘영찬란한 달이 홀로 떠 있었다. -사사사삭...- 휴벤트의 제국의 항구도시중 가장 거대한 규모의 항구를 자랑하는 항구 도시 세리자리오의 영주가 기거하고 있는 영주의 저택뒤쪽의 숲에서 무언가가 살짝 스쳐 지나가는 기이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이에 자신의 두 귀로 어렴풋이 풀이 스치는 인위적인 소리가 들리자 저택의 정문을 감시하고 있던 경비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손에 든 헬버드를 앞 쪽으로 들이대고 조심조심 저택가의 벽을 따라 숲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한참을 돌아다녀봐도 별로 이상한 낌새를 발견하지 못한 경비병 은 경계자세를 취했던 자신의 몸을 가볍게 풀고 헬버드의 도끼날을 하늘 로 향하고 반대쪽을 그대로 땅에 받쳐든채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고 있을때였다. -퍽!- 순간 섬뜩한 은빛검광과 함게 수박터지는 소리가 들린후 이마에 식은땀을 닦던 경비병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나며 차가운 대지에 자신의 뜨거운 뇌수 를 뿌리며 즉사했다. 이에 그와 함께 저택정문의 경비를 서던 다른 경비병은 갑작스런 동료의 죽음에 혼비백산하며 놀라 자신의 목에 걸린 호각을 시 끄럽게 불었다. -삐이이이이이이이익!!!- -퍽!!- 다시한번 수박깨지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호각을 불던 경비병은 자신의 동 료와 함께 돌아올수 없는 황천길로 떠나 버렸다. 두명의 경비병이 기이한 은빛검광에 목숨을 잃은 후 얼마지나지 않아 온통 어 둠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숲속에서 한쌍의 반짝이는 노란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쌍의 원형으로 빛나던 노란눈은 점차 그 수를 불려나가며 온통 숲속에는 노란눈들로 가득차 버렸고 이내 은은한 달빛을 가리는 숲속에서 천천히 나오며 그들의 모습 을 들어내고 있었다. 호각을 분 경비병의 덕에 저택에 종사하고 있던 병사들이 재빨리 침소에서 일어나 저택경비에 들어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을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크아아아악!!" "케케케케케르르르...지옥의...지배자...우리는...크케케케케레레렉...." "꺄아아아아악!! 사,살려줘요~~사,살려!..." -퍽!- 아직 휴벤트제국의 황성 자이녹스에서 진 해븐로드의 군대가 출병오지 않 은듯 세리자리오의 저택은 정체불명의 역겨운 노란눈을 하고 있는 괴인들 에 의해 처참히 몰살당하고 있었다. 온통 뭉툭한 검을 들고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단숨에 사람머리통을 개박살 내는 정체불명의 괴한들에 의해 벌벌떨고 있던 세리자리오의 영주 카리드 몬 후작은 자신의 아내와 아직 15살밖에 안된 어린딸...그리고 자신을 호휘 하는 기사들과 함께 복면인들을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저택의 기나긴 복도를 헉헉거리며 달려가던 그들에게로 수많은 공포에 절 어있는 처연한 비명성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허헉...사,살려줘~~끄아악!!" "꺄아아악~~저리가..제발!...꺄!..." -퍽! 퍽퍽퍽!- "크아아아아아아악~~~!" "케르르륵..키케케케케르르르....케..우리..들은...지옥의...지배자...케르륵.." 사방으로 들려오는 괴기스런 울부짖음에 미쳐버릴 정도로 공포에 질린 영주와 가족들은 연신 복면인들을 피해 저택을 빠져나와 아름드리 나무가 일렬로 정 렬해 있는 정원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정원의 중간지점에는 커다란 분수대와 분수대를 기점으로 사거리를 연상케하는 십자모양의 고급스런 돌로 건축된 길이 나 있었다. 이미 4개의 정원길이 만나는 분수대 앞에는 저택의 수많은 병사들이 모여 진 을 치고 있었고 영주의 가족들과 호위기사는 무심코 보이는 자신들의 아군에 반 가워 하며 무작정 분수대 쪽으로 달려갔다. 분수대 쪽으로 달려가니 저택의 병사들도 영주를 반기고 있었고 이제 임신 3개 월인 영주의 부인을 안타까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맑은 물이 흐르는 분수대에 앉 혀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분수대에서 모인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더욱더 확실하고 비참한 죽음을 초래한 결과라는것을 알지 못했다. 자신의 품에 안긴 여우과에 속하는 두개의 꼬 리가 달린 베로베로란 동물이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가 분수대를 벗어나 뒤뚱거리 며 달려가자 영주의 딸은 자신이 애지중지하며 키운 베로베로가 걱정되어 그만 베 로베로를 쫓아가고 말았다. 이에 세리자리오의 영주는 기겁하며 깜짝놀라 외쳤다. "셀리!! 위험해 돌아와!!" 그러나 분수대에서 진을 치고 있던 경비병으로부터 대략 10헤론정도 빠져나와 자 신의 베로베로를 잡을수 있었던 영주의 딸 셀리는 자신의 품에 안긴 베로베로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뒤를 돌아 잽싸게 달려가려 할때였다. 순간 자신의 뒤쪽 숲에서 기이한 느낌이 들자 셀리는 자신도 모르게 달려가던 다리 를 멈춰서고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는 보았다. 온통 어둠이 물든 숲속에서 소름끼치도록 밝게 빛나는 그들의 역겨운 노란 눈동자 를... "꺅!..." 거대한 광기와 살기가 깃든 수많은 복면인들의 눈빛을 받은 어린 소녀인 셀리는 그만 다리에 힘이풀려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에 소스라치게 놀란 자신과 아내, 경비대는 갑작스레 자신들의 주위에서 떼거지로 나타난 복면인들 에 의해 나가지도 못하고 진을 형성한체 경악하고 있었다. 저택의 경비병들은 대략 2,30명이었고 괴이한 복면인들의 숫자는 백을 넘어서고 있었다. 1:1의 싸움 에서도 이길까 말까한 실력차에서 숫적으로까지 밀려버리자 경비병들의 두손과 두다리는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고 있었고 영주와 그의 아내도 멍하니 앉아있는 자신들의 딸을 보며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안돼 셀리!!! 어서 돌아와!!!" -퍽!- "끄아아아악!!!" 그때 자신들의 옆쪽에서 다시 나타난 복면인들이 그들의 뭉툭한 검으로 경비병의 머리를 수박깨치듯 마구 깨쳐대기 시작했다. 이에 다른 경비병들은 극도의 공포과 두려움이 물밀듯 밀려와 방어형태의 진을 구축하던 그들이 서서히 혼란스럽게 움 직이며 진이 서서히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영주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신의 아내를 안고 있었고 영주의 아내는 연신 자신의 임신때문에 불어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힘겨운 얼굴을 들어 자신의 사랑스런 딸을 애처롭게 주시하고 있었다. "제발...도망쳐 셀리...흑...셀리!!" "케케케케르를륵..." "끄아아악~~!" -퍽!- "크헉!!" 이제 스무명이 넘던 병사들은 모두 죽어버리고 영주의 곁에서 그들을 호휘하던 저 택의 기사만이 남아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천천히 셀리곁으로 다가온 복면인들은 사람들의 살조각과 뇌수들을 온몸에 덕지덕 지 바른채 온통 핏빛으로 붉어져있는 그들의 뭉툭한 검을 들어 셀리를 겨누었다. "셀리~~~!!" 그 광경을 보고 영주의 아내가 목놓아 자신의 딸을 불러보았지만 셀리는 그저 멍 하니 눈동자에 생기를 잃고 입술이 새파래진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셀리앞에서 셀리의 머리를 터트리기 위해 들렸던 검이 셀리의 머리로 무시무시한 기세로 떨어지자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고개를 자신의 남편품으로 뭍어버린 영 주의 아내는 그만 슬픔에 못이겨 울음을 터트렸다. "흑흑...셀리야...흑흑...." 이제 얼마후면 자신도 셀리의 곁으로 가게 될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던 영주의 아내는 계속 구슬같은 눈물을 흘려대면서도 아직 세상의 아름다운 빛조차 구경하 지 못한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를 향해 미안하다고 중얼거리며 계속 배를 문지 르고 있었다. -스파파파파팟!!- "......!!" 그때였다. 한참동안 서럽게 울던 영주의 아내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남편 의 손길에 서럽게 울던 고개를 들어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남편을 바 라보니 그는 자신에게 시선조차 주지않고 어느 한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에 문 득 궁금해진 영주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따라 고개를 돌려 셀리가 있는 쪽을 바 라 보았다. "세,세상에..." 순간 영주의 아내는 다시 왈칵하고 눈물을 쏟아내며, 은은한 달빛을 받아 아름다운 은 빛물결이 일렁이며 그 주위로 수많은 아름다운 입자를 대동한채 복면인들 사이사이 를 누비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같은 움직임에 어느새 복면인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던 기사들까지도 멍하니 시선을 떼지 못 하고 있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수많은 황금입자가 그의 유리검에서 발산된 오색찬란한 빛 을 받아 무수한 폭발을 일으키며 복면인들을 하나하나씩 쓰러뜨리는 광경은 가히 장 관이었다. 아름다운 은발의 머리와 온통 하얀색으로 일통된 롱코트를 걸치고 있던 아름다운 소 년이 자신들의 딸인 셀리를 품에 안고 수많은 황금빛의 입자들을 대동한채 자신들 에게 다가오고 있는 모습은 마치 인간계에 천사가 강림한듯한 신비로우면서도 매혹 적인 모습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신비한 은발소년의 주위로 다가오지 못하는 복 면인들은 연신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흠칫거리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뚤린 길 로 유유자적하게 걸어오는 은발의 소년은 자신의 품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영 주의 딸을 그들의 앞에서 내려주었다. 자신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긴박한 싸움속에서도 멍하니 은발의 소년을 바라봐야 했던 기사들과 영주들은 그 다음에 벌어진 일에 입을 쩍 벌리고 경악해야 했다. 영주의 앞에 그들의 딸을 조심스레 내려논 은발의 소년은 문득 자신의 손을 하늘로 높 이들고 검지손가락을 펼쳐든채 어느순간 복면인들을 향해 손가락을 뻗기 시작했다. 순간 은발소년의 주위로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으나 갑자기 수십개의 검은그림자가 숲속 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기사들이 한명조차 힘들게 처리하고 있던 복면인 들을 섬뜩한 푸른 검기와 함께 원샷 원킬로 제압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이런 수많은 고수들이 난데없이 나타남에 경악하고 있던 영주와 기사들은 어느새 모두 제압되버린 복면인들을 보며 한참동안 쇼크상태에 봉착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자신들이 살아 있다는 감각과 함께 은발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여린 체구에도 불구하고 처음보는 경악할 만한 아름다운 검기를 대동한채 복면인들 사이사이를 누비며 그들을 제압하던 아름다운 소년은 그의 주위로 몰려있던 검은 그 림자들에게 뭐라고 중얼거리자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저택의 기사들은 오랜시간동안 단련해온 자신들의 동체시력으로도 그들의 움직임을 투영할수 조차 없자 경악해 했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은발의 소년을 보며 경이 로운 감정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영주가 은발의 소년의 정체를 뭍기 전까지 는 말이다... 영주는 자신의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은발의 소년에게 퍼특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표를 전했다. "고맙소....그대덕에 우리 식구들이 목숨을 건질수 있었다오...그런데...도대체 당신 의 정체는 무엇이오? 그 현묘한 검술과 막강한 동료들... 그런 세력은 제국의 기사단 들조차도 겸비하기 힘든것이거늘..." 그러자 은발소년의 가면 밑으로 아름답게 자리한 붉은 입술이 살짝 올라가면서 그 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물론 그 소년의 말에 모두들 경악해 해야 했지만... "후훗...우린 진정한 지옥의 지배자..." "!......" "헉!...." "뭐,뭐라고!!" 혹시 자신들의 귀가 잘못된게 아닌가 하는 심정으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 고 있었으나 그들의 커진 눈과 살짝 벌어진 입술이 자신의 귀에 아무이상이 없다 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에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던 영주는 기겁한 목소리로 자신의 아내를 끌어안고 외쳤다. "다,당신이 바로 헬마스터 공작!!...그,그러다면 우릴 어쩔셈이오!...우리들을 사로잡 아서 제국에 협박이라도 할참이오?" 그러나 영주의 외침에도 아랑곳없이 그들의 눈앞에서 연신 환상적인 미소를 짓고 있던 헬마스터 공작은 영주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이에 영주를 호위하던 저택 의 기사들이 그들의 검을 들어 헬마스터 공작을 가로막았으나 어느새 눈부신 빛 과 함께 영주의 앞에 당도해 있었다. "헉!...도,도대체 무슨..." 영주는 자신앞으로 워프한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기겁해 했지만 그의 아내는 왠 지모를 미소가 어려있었다. 그녀의 미소와 함께 영주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던 헬마스터 공작은 영주의 아내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로 속삭이듯 말했다. "귀여운 아기가 놀라있군요...훗..." "........" 순간 헬마스터 공작의 손에서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황금기류가 일렁이기 시작 했다. 그리고 그 손을 들어 영주의 아내의 배로 살짝 갖다 대자 일렁이던 황금 기류는 순식간에 영주의 아내의 배로 스며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이에 멍하니 지 켜보던 영주는 깜짝 놀라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소리쳤다. "무,무슨 짓을 한것이오!...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감히!..." 허나 영주는 자신의 손을 잡고 좀전보다 혈색이 훨씬 좋아진 자신의아내를 보며 멍하니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영주의 아내는 고개를 돌려 헬마스터 공작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공작님..." "후훗...별말씀을...그럼 몸 조리 잘 하세요." "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영주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의 딸인 셀리는 헬마스 터 공작을 바라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러나 헬마스터 공작은 영주와 그의 아내의 아기가 잠들어있는 그녀의 배에 살짝 시선을 둔채 그들에게 이별을 고햇다. "그럼...다음에 뵙죠..." -스스스스스스- 그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수많은 금빛기류가 소용돌이치며 순식간에 헬마스터 공 작의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갑작스레 나타나 경악할 만한 엄청난 힘과 부드러움을 보여준 헬마스터 공작에게 멍한 표정을 지은채 분수대에 모여있는 모두가 헬마스 터 공작이 사라진 자리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였다. 세리자리오에서 일어난 헬마스터 공작의 전설이 시작된것은... 세리자리오 영주의 저택에 일어난 혈난이 벌어진후 하루가 지났다. 지난밤의 혈난 에는 아랑곳없이 대륙에서 유명한 제국의 항구도시는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 적이며 활기찬 내일을 위해 오늘의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고 아이들은 저마다 장난감 칼과 인형을 품에 들고 좋아라 떠들고 있었다. 그때 북적한 거리에서 하얀 망토를 걸친 짙은 초록머리의 소년이 걸어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몇달전 처음 복면인들에 의해 몰살당했던 마을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마족에게 버림받고 정체불명의 소년에 의해 헬마스터 공작에게 복수할 힘을 얻게 된 소니아라는 소년이었다. 가닥가닥 눈을 가리고 있는 초록머리 사이로 강렬히 번뜩이는 안광과 함께 이빨을 뿌드득 갈며 소니아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한마디를 내뱉고 있었다. "배고파..." -쿠당탕...- 그의 강렬한 눈빛과는 대조되는 힘없는 동작으로 차가운 땅바닥에 털썩 쓰러진 소년 의 눈앞에 한명의 소녀가 다가와 소년의 앞에서 쪼그려 앉았다. 햇빛을 받아 아름 다운 은빛물결이 일렁이는 은발을 소유한 소녀는 안이 비치지 않는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뒤로 커다란 간판이 소니아의 눈에 비쳐졌다. '드래곤의 ...빵집...?' 속으로의 중얼거림을 끝으로 소니아는 의식을 잃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05) 여성에서 남성으로 그리고 다시 여성이 되버린 엘테미아는 어느새 헬마스터 공 작가에서 은밀히 마련한 제국의 정식허가를 받은 사업장이 도착해 있었다. 이미 제국의 거대한 항구도시 세리자리오로 입성할때부터 헤어진 슈팅스타 기 사들을 제외한 엘테미아 자신과 에이메리,그리고 에셀린과 모든 일정과 제정 담당을 맡게된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공작가의 총비서 리디. 이렇게 넷 이서 멍한 표정으로 자신들이 한동안 기거하게될 사업장을 바라보며 기묘한 표 정을 짓고 있었고 자신들의 사업장을 바라본 엘테미아는 어느새 두근거리는 가슴과 얼굴이 화끈거리고 있었다. "와...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로 만든 아기자기한 집같아~~♡" "헨젤과 그레텔? 그게 뭐야?" 의아한 표정으로 엘테미아에게 말을 건네는 에이메리를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이마를 톡하고 치고 자신이 어릴적에 좋아했었던 동화이야기를 짧 막하게 해주었다. 그러자 연신 냉담한 표정을 짓던 리디까지 예상외의 반응을 보이자 더욱 신이난 엘테미아는 과자같은 초콜릿모양으로 만들어진 지붕과 하얀 크림 케이크같은 모양의 2층건물 앞에서 1시간동안이나 떠들었다. "헤에~ 린은 별이별 신기한 동화이야기도 다 알고 있네? " "응! 나 그런거 굉장히 좋아했거든 하하..." "흥!...역시 말만 번지르르하군요..." 리디는 엘테미아의 말에 몰두하며 들었던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던지 그 녀들로부터 고개를 돌린 후 작게 삐죽거리고 있었고 그녀의 발언에 다시 에 이메리와 에셀린의 싸늘한 눈초리가 리디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이에 어색한 분위기를 느낀 엘테미아는 그녀들을 보고 하하거리며 각자 의 손을 잡고 과자같이 아기자기한 빵집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더더욱 홍조를 발하던 네명의 소녀는 온통 쿠키모양으 로 된 예쁜 하얀테이블과 꼬불꼬불한 생크림이 발라져 있는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의자를 보며 그녀들은 자신의 두손을 가슴에 맞잡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온통 예쁜색들로 가득찬 인테리어를 보며 에이메리가 말했다. "흠...왠지 이런 아기자기한 분위기랑 '드래곤의 빵집'이랑 분위기가 영 매치가 안되네..." 그러자 귀여운 묘인족의 꼬마 에셀린이 자신의 앙증맞은 팔을 번쩍 들 며 소리쳤다. "아냐~! 시조드레곤의 빵집이라고 하면 딱 맞아 까르르르 그렇지 린~?" "응? 아하하...그렇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드래곤의 빵집앞에 시조란 말을 쓸수 없으니 그냥 살아야지 뭐...근데...너희들중 빵 만들줄 아는 사람 있어?" 그러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노련한 드래곤들인 에이메리와 에셀리드민 은 엘테미아의 질문에 자신있다는 듯 가슴을 활짝 피며 콧대를 높이 들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후훗...난 로슈레인왕국에서 유명한 왕국의 46회 뷰리풀 베이커리대회에서 우 승한 경험도 있다고 호호호 나만 콱! 믿어~! 아주아주 멋진 드래곤의 빵을 만 들어 볼테니까~!" 에이메리의 주 활동무대는 캐이셜럭스 대륙이었지만 가끔 이슈테리아 대륙도 찾아오곤 했었다. 그때 마침 우연찮게 제빵기술을 체득해 드래곤의 천부적인 감각으로 실제로 왕국에서 열린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그윽한 맛이 깃든 빵을 만드는 대회인 뷰티풀 베이커리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것이었다. 어쨌든 그들의 맘에 쏘옥 드는 이쁘장한 빵집에서 두근거리는 내일을 꿈꾸며 설레이는 밤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에이메리와 에셀리드민, 엘테미아 이렇 게 리디를 제외한 셋이 은밀히 모여서 자신들의 풀마나를 가공해 엘테미아의 뿌연 안경에 락마법을 걸고 있었다. 자신의 의지 이외에는 절대로 부셔지지도 벗길수도 없는 마법을... 휴벤트 제국의 거대한 항구도시, 세리자리오의 시내에 자리한 한 빵집앞은 어느새 젊은 연인들과 70%가 남성들로 이루어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중 대략 20살 안팍으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한창 빵을 나르고 있는 귀여운 웨이트리스복을 입은 아름다운 은발의 엘테미아를 보며 소리치고 있 었다. 예쁜모양의 레이스 카라가 돋보이는 하얀 브라우스와 목에는 예쁜 리 본이 묶여져 있었고 리본아래 달린 빨간 브로치 아래로 가슴까지 내 려오는 녹색끈이 인상적이었다. 하얀 브라우아래에는 빨간색계통으로 이루어 진 체크무늬 치마를 입고 있었고 걸을 때마다 치마와 하얀 속치마가 바로 무릎 위에서 팔랑거리는 약간 짧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엘테미아의 눈부신 각 선미에 취해 연신 젊은 날파리들의 끈적한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여기 레드드래곤 하나!!" "........" "........" 그 청년의 말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던 드래곤의 빵집주위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는 듯한 침묵이 감돌았다. 한창 빵을 열심히 나르던 엘테미아도 자신의 뿌연 안경속으로 놀란눈을 지어 보였고 모두들 놀라하는 표정을 즐기는듯한 그 청년은 어느새 자신의 손에 쥐어진 붉은색의 드래곤모양을 하고 있는 빵을 쳐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아름다운 에이메리 와 보이지 않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지닌 엘테미아를 보며 그 청년은 젋음의 호기로 단숨에 자신의 손에 들린 귀여운 모양의 레드드래곤빵을 한입에 꿀꺽 삼키고 말았다. "와...." "호...." "저럴수가..." 오늘 세리자리오에 첫 오픈한 드래곤의 빵찝에서 각각 7가지의 빵을 선보 였고 그 빵들은 제각각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아침일찍부터 빵집의 마당앞에 쿠키테이블을 세워놓고 에이메리가 만든 일곱 가지의 빵의 조각들을 무료서비스의 시식코너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새롭게 단장한 빵집의 호기심과 강력한(?) 웨이트리스들을 겸비한 드래곤의 빵집은 삽시간에 세리자리오 전역에 소문이 쫙 퍼져 도시안에 살던 젊은 층 들의 대부분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특이한 모양과 자신들에게 언제나 닿지않는 전설로 만 존재하던 드래곤모양을 하고 있는 빵을 보자 밀려드는 호기심에 너도나도 귀여운 쿠키모양을 하고 있는 테이블 위에 놓여진 시식코너에 손을 대어 일곱 가지의 드래곤빵을 시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맨 마지막에 섬뜩한 빨간색 으로 이루어진 빵을 보며 위화감이 들었던 시민들이었으나 지금까지의 여섯 드래곤빵들은 제각각 독특하면서도 상당히 맛있는 빵들이었기에 너도나도 서 슴없이 공포스런 레드드래곤빵을 입속에 넣고 있었다. 물론 레드드래곤을 입 에 넣자마자 방금 엘테미아와 에이메리앞에서 객기를 부린 청년과 비슷한 현상 이 일어났지만...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무우우우우우울~~~~꾸르륵..." -털썩...- "......." 결국 객기를 부리려다 황전행 여행티켓을 끊으려 했던 청년은 급기야 입안 을 가득메우는 살벌할정도의 매서운 맛에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그러자 모두들 어이없어 하는 표정과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청 년의 명복을 짤막히 빌어주고 있을때 에이메리의 안타까운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호호호~아쉽네요... 레드드래곤을 드신후 맨정신으로 1분을 버틴다면 저 희들의 2차서비스가 경품으로 주어지는데 말이죠...호호홋..." 그러자 젊은층의 사내들이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에이메리를 보고 군침을 흘리며 그녀의 뒤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레드드래곤을 보았으나 차마 빵을 나르고 있는 신비한 은발을 소유한 매력적인 소녀에게 레드드래곤을 주문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리자리오 영지의 영주가 살고 있던 저택에는 한창 보수공사가 진행중이 었다. 며칠전의 괴이한 복면인들에게서 부서져버린 저택의 이곳저곳을 수 리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아직 건재한 저택의 접대실안에서 세리자리오 영지의 영주인 카리 드몬 후작은 자신의 앞에서 냉철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든든한 아군인 진 헤븐로드 공작에게 그저께 있었던 복면인들의 야습과 절대절명의 순간 진 정한 지옥의 지배자라 하며 찰랑이는 신비한 은빛머리를 소유한 헬마스터 공작을 자신의 눈으로 본것과 그가 마지막에 너무나 놀라서 안정을 유지 하지 못했던 자신의 아내에게 마법으로 안정시켜준 사실까지 낱낱이 보고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눈부신 빛과 함께 사라지더군요..." 그의 말이 끝나자 진 해븐로드는 카리드몬 후작을 보며 말했다. "이거...저희가 제때에 찾아오지 못하고 늦어버렸군요. 그간 고생이 많으 셨겠습니다." 카리드몬 후작은 연신 무표정이던 진의 얼굴이 자신이 헬마스터 공작을 만났던 일을 보고할때부터 묘하게 굳어있던 그의 얼굴이 많이 풀어졌다 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이에 카리드몬 후작은 해븐로드 공작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아닙니다...공작님께서도 한시라도 바삐 저희영지로 찾아와 주신 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진 헤븐로드 공작님." "알겠습니다. 그럼..." 접대실에 마련된 고급가죽의 소파에 앉아있던 진 해븐로드는 이야기가 끝나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려 할때였다. -달칵-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접대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자신의 레드 엔젤기사단에서 최연소 기사단으로 발탁된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인 루이 가 들어오자 고개를 돌려 품에는 무언가를 가득 안고 들어오는 그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루이의 가슴에 안겨있던 것은 무언가의 포장을 위한 종이봉투였고 그 안엔 무언가가 가득차 있는 모습이었다. 루이는 연신 싱글벙글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들고 있던 종이봉투안에 손 을 넣고 뒤적거리며 하나의 기이한 빵을 꺼내기 시작했다. 온통 새빨간 괴 이한 모양의 드래곤형상을 하고 있는 빵을 보자 카리드몬 후작과 언제나 냉 철한 진조차도 처음보는 빵에 호기심이 동했다. 그때 그 빨간 빵을 진에게 건네며 루이는 천사같은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물론 그의 얼굴 뒤에는 새까만 마족의 얼굴이 일렁이고 있었지만... "진...진을 위해 사왔어요. 모양은 이래도 맛은 상당히 강렬해요. 한번 드셔 보세요." 이미 자신이 진에게 건네고 있는 빵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알고 있던 루이는 언제나 무미건조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진을 보며 한번쯤 묘하게 일그러 지는 그의 얼굴이 보고싶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 음흉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게 무시무시한 맛을 자랑하는 레드드래곤을 진에게 건넨 루이는 연신 새초롬한 소녀처럼 두 눈을 반짝거리며 어서 먹으라는 오라를 진에게 내뿜 고 있었고 진도 꽤나 호기심이 동했던 자신의 손에 들린 벌건 드래곤모양을 하고 있는 빵을 조용히 자신의 입가로 가져가 물어뜯었다. -우물우물- -반짝반짝반짝- 과연 진의 표정이 어떻게 구겨질지 상당히 기대되는 눈빛으로 루이는 레드드래곤을 먹는 진을 바라봤다. -우물우물...- "......." ".......뭘 봐?" "........." "........?" 진은 제국의 최고귀족답게 빵을 먹는 모습조차도 전사다운 기품이 철철 넘쳐흘렀다. 귀여운 드래곤모양을 하고 있는 레드드래곤의 뭉툭한 꼬리 까지 모두 먹어버린 진은 앞에 앉아있던 카리드몬후작에게 손을 들어 잠 깐 인사한후 자리에서 일어나 동그란 눈을 뜨고 있는 루이를 지나쳐 접 대실을 나서려고 할때였다. "저...진...? 아무렇지도 않아요? 물먹고 싶다고나 혼절하고 싶지 않아요?" "........무슨 소리냐...네 말대로 조금 톡 쏘는 맛이 강렬하긴 했다만 나름대로 먹을만 하던데?" "........" 이젠 진을 완전 괴물보듯하며 입을 떡 벌린채 경악하고 있는 자신의 기 사단중 가장 어린 루이를 보며 진은 자신의 매혹적인 눈썹을 꿈틀거렸고 한동안 경악하던 루이는 다시 눈빛을 초롱초롱 발하며 진에게 엉겨붙었 다. "진!! 정말 대단해요! 그 빵을 먹고 진처럼 표정변화를 일으키지 않을 사람은 없을거라구요!! " "........" "진~ 우리 잠깐 시내에 있는 빵집에 다녀오지 않을래요? 거기 굉장히 아름다운 소녀들이 일하고 있다니까요~ 방금 진이 먹은 레드드래곤을 먹고 1분이상 버틴다면 특별한 서비스를 해준대요~~(질질질...무슨 상 상을...(;;) )" "......여자엔 관심 없다. 너나가라." 진은 루이의 말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듯 울상을 짓고 있는 루이의 어 깨를 툭툭 쳐주며 그를 지나쳐 접대실을 나서려 할때였다. "힝...거기서 일하던 오렌지머리의 소녀도 굉장히 예쁘던데...금발의 안 경을 쓴 소녀도 환상이고...묘인족의 꼬마도 굉장했지...그리고 온통 은 발의 커다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린 소녀도 신비로워 보였는데..." 자신의 말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던 진은 갑자기 그의 말이 끝나자 접 대실을 나서려던 그의 발걸음이 우뚝하고 멈춰섰다. 그리고 조금 놀란 눈을 하며 멈춰선 자신을 멍청하게 쳐다보고 있는 루이를 보며 말했 다. "은발에 커다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 소녀라고?" 루이도 그동안 자신들의 가주가 여자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 고 있었다. 허나 그런 진이 갑자기 한 소녀에게 관심을 갖자 루이는 울상을 짓던 그의 얼굴이 환해지며 진에게 크게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니까요!! 진~! 지금은 어차피 할일도 없고 밤도 아니니 한번 놀러가자구요~!" "......." 어느새 진은 루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06) 진과 루이가 세리자리오영주의 저택에서 드래곤의 빵집을 향해 오고있을 때즈음 엘테미아가 일하고 있던 드래곤의 빵집은 재료가 이미 모두 바닥 나 자신들의 가게앞에 모인 많은 시민들을 보며 사죄를 구하고 있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오늘 마련해 논 재료가 이미 바닥이나 더이상 빵을 구울 수가 없네요. 내일은 더욱더 많은 재료를 비축해 둘테니 우리 드래곤 의 빵집을 다시 찾아주세요~~!" 에셀리드민의 애교성 짙은 발언에 남녀노소할것없이 에셀리드민을 향해 귀 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젊은 남성들을 엘테미아와 에이메리와 카운터에 앉아있는 리디에게 아쉬운 시선을 보내며 자신들의 돌아갈곳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모두 빵집을 떠나가자 북적대던 앞뜰이 텅텅 비어버린 광경 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쉰 엘테미아는 자신의 동료들을 바라보며 씨 익 웃고 있었다. "휴~...정말 대단해...설마 이렇게 몰려들줄 몰랐어..." 엘테미아가 말하자 에이메리가 허리에 두손을 얹고 콧대를 높이며 잘난척 을 했다. "호호호호 이게 다 나의 천재적인 드래곤시리즈 베이커리 아니겠어? 호호홋..." 에이메리의 말에 모두들 푸근한 웃음을 짓고 있을때 카운터에서 차가운 목소 리가 들려왔다. "내일의 영업을 위해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와야 하지 않겠어요?" 한참 기분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리디의 말에 에이메리의 고운 아미가 살풋 일그러졌으나 리디의 말에 맞는 말이기 때문에 뭐라 대꾸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재료를 사올 돈을 건네 받고 있었다. 에셀리드민은 각종 향신료 등을 담당했고 에이메리는 빵을 만들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그리고 엘테미아는 버터와 우유등을 주문하기 위해 시내에 나가야 했고 리디는 바닥난 설탕과 달걀류를 맡았다. 그때 에이메리가 엘테미아에게 다가와서 예쁜 문양이 새겨진 녹색끈을 엘테 미아에게 건네고 있었다. "엘테미아 혹시라도 모르니까 엘테미아의 긴 은발을 포니테일로 묶는게 어때?" 에이메리의 말에 엘테미아는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맹한 그녀답지 않게 에이메리의 의도를 파악하고 살풋 웃어주곤 그녀의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그녀가 돌아서자 에이메리는 자신의 두손으로 엘테미아의 길다란 은발을 쓸어 엘테미아의 머리를 앞머리와 옆의 긴머리만을 남긴채 모두 뒤로 넘겨 예쁜 녹색 끈으로 묶어 주었다. "휘유~~이런것도 잘어울리는데? 린" "헤헤 고마워 에이메리" 길게 늘어뜨렸던 그녀의 생머리보다 앞머리를 남겨 놓은 채 뒤로 묶어버린 지금의 모습은 그녀의 청초했던 이미지에서 생기발랄한 명랑한 소녀로 비 쳐졌다. 이제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들은 리디에게 각자 맡은 재료의 돈을 받은 채 조사해 두었던 가게가 있는 쪽으로 장을 보러 갔다. 에이메리와 에셀리드민은 자신들이 맡은 재료를 사러 이미 떠나간 상태 였고 리디는 마지막으로 엘테미아에게 여분을 돈을 건네고 자신도 빵집의 문 단속을 한 후 재료를 사러 시내의 시장으로 떠나갔다. 한편 현재 진은 대륙에서 쉽게 찾아볼수 없는 은발의 소녀를 만나기 위해 드 래곤의 빵집이라는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옆에서 연신 생기발랄한 소년이 계속 입을 놀리며 주절거려댔지만 진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솔직히 은발을 소유한 사람이 소녀라는 사실에 진의 의구심이 반쯤 풀려버린 상태였으나 그 소녀가 대략 16세 정도와 허리를 넘어 엉덩이 아래까지 오는 길다란 은발을 소유하고 있다는 루이의 증언에 진은 얼마 전 상당히 가까이에서 헬마스터 공작과 2,3일을 보냈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자세히 알수 있었고 지금 만나러 가는 소녀와 헬마스터 공작의 외관이 너무 비슷해 확인차 드래곤의 빵집 으로 가고 있던 것이다. 어쨌든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기로 결심한 진은 얼마동안 걸어가다 드디어 영지의 시내에 도착할수 있었다. 옆에서 연신 떠들고 있는 루이의 성의를 무참히 짓밟으며 진은 시종일관 정면만 을 주시한채 걷고 있었다. 세리자리오의 시내는 번창한 제국의 항구도시답게 각 종 수산물들과 다른 왕국과 타대륙에서 건너온 진기한 물건들이 즐비하게 늘 어져 있었다. 시내에 진과 루이가 들어서자 시내를 활보하던 수많은 소녀들이 그들을 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소녀들이 진을 바라볼때면 무언가 홀린듯한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가슴에 두손을 잡고 얼굴에는 잘익은 사과같은 새초롬 한 홍조가 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들에게조차 시선한번 주지않던 진은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그의 고개를 돌려야 했다. "어이~~딱딱하게 굴지말고 조금만 우리랑 같이가서 놀자니까~~" "그래 그래~! 우리가 극락의 세상을 공짜로 구경시켜 준다니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아? 아가씨?" "킥킥킥..." "......." 문득 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두팔로 물건을 가득담은 종이봉투를 가슴으로 안은채 동네건달로 보이는 3인조에게 둘러싸여 있는 금빛단발머리의 안경을 쓴 지적으 로 생긴 소녀가 연신 쓰레기를 보는 듯한 차가운 표정으로 서있었고 그녀의 딱딱 한 성격이 더 맘에 드는듯 그들의 집적대는 행위는 끊이질 않고 있었다. 그들은 이 근방에서 꽤 유명한 녀석들인 모양인지 그들이 가녀린 소녀에게 강제 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누구하나 나서질 못하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자신의 일행들의 귀에 숙덕거리거나 완전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간 간히 들려오는 귓말은 '저녀석들을 건드리게 되면 재미없어. 뒤에 카이셰리만 자 작이 버티고 있거든...' 이라는 소릴 지껄이는 그들의 귓말이 청각이 예민한 진에 게까지 들려왔다. 건달 3인조에게 둘러쌓여 있던 금빛단발머리의 안경을 쓴 소녀는 전혀 두려움이 없는 차가워 보이는 표정과 마치 어느 직장의 비서타입으로 보이는 소녀였다. 그 소녀는 예상한 대로 바로 리디였다. 리디는 자신의 두세배 만한 우락부락한 덩치를 가진 그들을 보고도 전혀 주눅 들지않고서 연신 그들을 보며 무슨 징그러운 벌레보는 듯한 시선으로 차갑게 대꾸하고 있었다. "대체 세상에 그 어떤 여자가 댁들같은 쓰레기 같은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겠어 요? 보아하니 여자맘도 쥐뿔도 모르는 힘으로만 밀어부치는 무식쟁이 같은데...안 그러나요?" ".........." 리디의 말에 연신 능글맞던 웃음을 지으며 리디에게 달라붙어 있던 3인조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며 금방이라도 그들의 우직한 손으로 때릴곳조차 없 어보이는 리디를 무참히 손찌검 할 듯 그들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았다. "가라" 자신이 봐도 리디와 같이 짜증나는 상황에 진은 불쾌한 얼굴을 하고는 자신 의 명령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루이를 보며 짤막히 말하고는 다시 시선 을 정면으로 돌려버렸다. 루이는 자신이 오전에 보았던 드래곤의 빵집이란곳의 카운터가 바로 저기서 3명의 우람한 3인조에게 둘러 쌓여 있는 차갑고도 지적이미지의 소유자인 리 디라는 것을 처음봤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 소녀가 별 같잖은 녀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자 루이는 자신의 가슴 속에서 불같은 분노가 치밀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에 루이는 자신의 검을 뽑을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 것인지 맨손으로 건달 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리디에게로 달려갔다. 허나 그가 위기에 구한 처녀를 멋진 주먹으로 구하기 찰나의 순간...그보다 먼 저 나서는 이가 있었다. 온통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빛에 반해 일렁이는 은빛물결과 가녀린 그녀의 하 얀팔...그리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녀린 그녀의 주먹에 나가 뻗는 건달들... 갑자기 나타난 은발의 소녀에 의해 주위의 시민들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경 악하고 있었고 루이는 마치 닭쫓던 개가 지붕쳐다보듯 자신보다 먼저 레이디를 구해버린 또다른 레이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신비로운 은발의 포니테일머리를 하고 있는 소녀가 등장하자 장내가 시끄러워 졌다. 이에 관심없다는 듯 정면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 던 진은 고개를 돌려 루이가 일을 잘 해결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려 보았다. 그리고 그는 마치 못볼것을 보았다는 듯 언제나 냉철한 그답지 않게 눈을 크게 뜨고 자신의 눈동자에 투영되고 있는 신비한 은발의 소녀를 보고 있었다. "......."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07) -퍽!- -쿠당탕...- "......." -퍽!- -캉 카르르르...- "......." "......." 아무도 세리자리오에서 유명한 날건달 3인조에게서 리디를 구해내지 못하 고 있을때 어디선가 홀로 나타난 은발의 가녀린 소녀가 날건달 3명을 원샷 원킬로 때려눕히는 기막힌 광경에 주변에 몰려있던 시민들은 저마다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고 있었다. 그냥 손바닥으로 사내들의 복부를 쳐 밀어낸 것인데도 시장바닥 구석에 쳐박히는 사내들을 보며 시민들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떤 이들 은 널브러진 사내들을 보며 통쾌해 하고 있는가 하면 어떤이들은 무언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리디앞에 나타난 엘테미아를 주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엘테미아가 나서자 언제나 차가운 표정에서 겨우 놀란 표정으로 바뀐 리디는 커다란 눈으로 마지막 건달을 쓰러뜨리고 있 는 엘테미아를 보고 있었다. -퍽!- "아쿠쿠쿠......" "감히 누굴 건드리는 거얏! 아!! 리디 어디 다친데 없어??" "........" 리디는 그저 멍하니 엘테미아를 보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뒷머리를 긁 적이고 헤헤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대 문득 엘테미아의 뒤쪽에서 건달 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이 무식한 계집이!! 우리가 이대로 끝날줄 알아?? 앙?? 너 드래곤 의 빵집인가 뭔가 하는데서 일하고 있지?? 너 죽었어!! 우리가 이끄는 자작님의 사병이 너네 가게를 무참히 짓밟을 줄 알아!! 어때 무섭지??" "......." "크크크...그래그래 무서울 꺼야...난 카이셰리만자작님의 사촌이라고!! 앙?? 크크큭...어때? 지금 여기서 우리와 함께 간다면 모른척...컥!!" 엘테미아는 더이상 건달들의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건달 의 안면을 손바닥으로 내리쳐 저 멀리 하늘의 별로 만들어 버렸다. 이 에 나머지 두 건달들은 헐레벌떡 일어나 엘테미아의 반대편쪽으로 줄 행랑을 치며 악당들의 전형적인 대사인 '두고보잣!!' 을 외치며 퇴장했 다. 건달들이 물러가자 주위에 몰려있던 시민들중 드래곤의 빵집으로 빵 을 먹으러 갔었던 사람들이 엘테미아와 리디사이로 몰려들기 시작했 다. "와~~아가씨 대단한대요? 하하하 저 녀석들 이 근방에서 거칠고 음 흉하기로 유명한 녀석들인데...꼴 좋다!" "하지만...녀석들 말대로 자작의 사병이 쳐들어 올거유... 처자들이 고 생이 많겄어..." 통쾌해 하는 젊은 사람들의 건너편엔 나이를 먹은 중년의 부인들이 엘 테미아와 리디를 보며 건달들의 보복 때문에 그녀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자신들을 걱정해주는 고마운 아주머니를 바라보고 활 짝 웃으며 말해주었다. "하하하 자작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겠죠...겨우 소녀 한명잡기 위해서 사병까지 풀겠어요? 안그래요?" 엘테미아의 순진한 말에 다시 그녀들의 주위에 몰려있던 한 중년의 사내 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아니다. 카이셰리만 후작은 여색을 밝히기로 소문이 나있지. 분명 자작은 자신의 사촌을 폭행했단 명분으로 모두가 미인인 너희들을 잡으러 올게 분명해...어서 이곳을 떠나는게 좋겠다." 중년사내의 말에 젊은 청년들까지도 현실을 직시하고 엘테미아들에게 중년 의 사내가 꺼낸 발언에 대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와 리디는 서로의 얼굴을 잠깐 응시하고 자신들을 걱정해주는 시민 들을 향해 난처한 웃음을 지어준 후 자리를 떠날 뿐이었다. 굉장한 소녀의 괴력에 놀라워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루이와 진도 포함되 어 있었다. 그중 특히 진은 포니테일의 머리를 하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 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굉장히 좋은 눈썰미를 가지고 있는 진은 엘테미아의 드러난 팔과 다리 그리고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보며 절대로 남자 골격이 될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 었다. 그렇다면 저건 분명한 여성이다. 허나 진은 분명한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석연찮았다. 흔히 볼수 없는 붉은빛이 감도는 은발이라던가...비록 포니테일로 묶기는 했지 만 저 녹색끈을 풀게되면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가 될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붉은 입술...진은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헬마스터 공작의 가면 아래로 보이는 아름다운 선의 물망초 같은 촉촉한 그의 입술을...남자답지 않 은 촉촉한 그의 입술에 속으로 쯧쯧거리며 한심해 하던 자신이 생각났던 것 이었다. 진은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뿌연 안경을 쓰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자신의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한채 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겨우 정답을 내지 못한 채 상황을 파악할 정도로 머리속을 정리했을때에는 이미 자신의 주위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시내의 관도를 오가는 사람들 뿐, 은발의 소녀는 어디 에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옆에서 루이가 연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고 물어왔지만 진은 묵묵 히 한쪽 방향을 향해 걸어만 가고 있었다. 한편 리디가 무겁게 들고 있었던 짐까지도 대신 들어주며 자신들의 빵집으로 향하고 있던 엘테미아와 리디는 한동안 말없이 걷다가 갑자기 리디가 엘테미 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분명...반대쪽으로 갔던것 같은데 어떻게 제가 있는 곳에 올수 있었죠?" 작은 콧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던 엘테미아는 정말 오랜만에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리디를 보며 바보같은 감동을 하고는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응~ 내가 리디와...아,아니 비서와 헤어져 장을 보러 갔을때 내 옆쪽에 있는 으슥한 골목에서 어떤 소녀가 남자에게 강제적으로 끌려가고 있는게 아니겠 어? 그래서 난 재빨리 달려가 그 남자를 혼내주고 소녀를 구해줬지. 그런데 문득 책상앞에서 일만해온 리디가 ...아,아니 비서가 눈앞의 소녀처럼 누군가 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어쩌나 하고 생각했지." "........" "하하...그래서 그냥 무작정 리디...아,아니 비서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는데 정말로 3명의 떡대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게 아니겠어? 난 깜짝 놀라서 무작 정 달려가 너를 괴롭히고 있는 녀석들을 혼내주게 된거지 하하..." ".......비,비서라고 부르면 다른사람이 오해 할테니 그냥 이름 부르세요..." "응? 응...아,알았어 하하하..." 자신에게서 고개를 돌린채 말하는 리디를 보며 엘테미아는 속으로 자신이 또 무언가를 그녀에게 맘상하게 할 짓을 한게 아닌가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은채 어색한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문득 한숨을 내 쉬며 리디의 한탄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그나저나...그런 날건달들이 제국의 귀족과 연관이 있을줄이야...되도록 귀족들과의 대면은 피해야 할텐데 말이에요..." "으...응...뭐 괜찮아. 분명 여자만 밝히는 자작이 제국에서 실권이 얼마나 있겠어? 이름뿐인 귀족이겠지..." "훗...그렇네요..." "......." 자신앞에서 처음으로 웃음소리를 들려준 리디를 보며 엘테미아는 뿌연 안 경에 의해 보이지 않는 눈물까지 흘려대며 감동한채 빵집에 당도해 있었다. 빵집에는 이미 주문을 끝낸 에이메리와 에셀리드민이 도착해 있었고 이제 들어온 자신과 리디를 보며 에이메리와 에셀린은 반갑게 맞아주고 있었다. 그때 문득 에이메리가 엘테미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을 건넸다. "린은 빈손이네? 주문다 마친거야?" "흐엑?....깜빡 잊었다......" "........" "........" "........" 순진하게 뒷머리를 긁으며 부끄러워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에이메리와 에 셀리드민은 묘한 표정을 지었고 연신 차갑던 표정을 유지하던 리디는 순간 흠칫 하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힐끗 거렸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빨리 다녀올께~! 미안한데 너희들은 재료좀 정리해줘." "응~ 빨리 갔다와~!" "알았어~!" "........" 리디는 자신을 걱정해서 자신의 일까지 내팽게치고 달려온 엘테미아에게 끝내 같이 가겠다는 말을 하지 못한채 멍하니 닫혀진 출입문을 보고 있 었다. 그리고 순간 흠칫거리며 얼굴이 붉어진 리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무슨 생각을 하는거야!..나도 참...저건 다 여자의 마음을 얻기위한 수 작일 뿐이야...근데 가주는 묘하게 여장한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단말야? 예전에도 여장을 즐겨 햇었나?...' 아무튼 리디는 이제부터 해야할 일이 아직 남아있었으므로 머리를 두세번 저어 흔든 후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한편 다시 자신이 맡은 재료를 주문하기 위해 빵집을 나선 엘테미아는 흥얼거리며 빵집을 앞뜰을 나서고 있을때였다. -털썩...- 순간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린 엘테미아는 자신의 시야에 하얀 망토를 걸친 짙은 초록머리의 소년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 랐다. "이,이봐요! 괜찮아요??" 쓰러진 소년에게로 달려간 엘테미아는 이미 기절해 버린 소년을 뒤집어 자 신의 무릎에 뉘우고 두세번 흔들어 깨우려고 했다. 그러자 제법 사내답지 않은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무언가에 홀린듯한 멍한 눈으로 엘테미아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순간 멍했던 초록머리소년의 눈빛에 번뜩이는 안광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엘테미아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크아아악~바,밥이다~~밥이다~~이건 내꺼야!!" "........" 마치 자신의 팔이 닭다리라도 되는 냥 자신의 이빨로 엘테미아의 살을 찢어 먹으려 하자 깜짝 놀란 엘테미아는 소년의 뒤로 물러서며 땅바닥에 엉덩방아 를 찧고 말았다. 자신이 풍요한 이슈테리아 대륙에서 처음으로 보게된 굶주림에 허덕이며 이 성까지 잃어버린 소년을 보며 엘테미아는 차마 그 소년에게 주먹을 날리지 못 하고 있었다. 한걸음씩 천천히 다가오던 소년은 엘테미아를 보고 침을 질질 흘리며 다가 오다 순간 안광에 희멀건 빛이 번뜩이며 순식간에 엘테미아를 덮쳤다. "꺄악~!" -퍽!- 순간 사람의 눈이 아닌 야수의 눈을 하고 있는 소년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덮 쳐들자 아직 정신연령은 16세밖에 안되는 엘테미아는 차마 자신과 비슷한 어 린 소년에게 주먹을 날리지 못하고 온몸을 팔로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허나 시간이 지나도 이성을 잃어버린 소년에 의한 고통이 자신에게 느껴지지 않자 꼬옥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팔을 풀어 소년이 있던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곤 엘테미아는 볼수 있었다. 자신에게 달려들었던 소년은 저 멀찍이 널브 러진채 꿈틀거리고 있었고 오른발을 살짝 들고 있는 청보랏빛의 매혹적인 남 자를... 이에 엘테미아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진...읍!" ".......!" 엘테미아는 순간 자신은 헬마스터 공작이 아닌 평범한 빵집의 소녀였기 때문 에 진을 알리가 만무했던 것이다. 이에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급히 자신의 입 을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예민한 청각을 소유한 진은 자신의 뒤에서 주저앉아 있는 아름다운 은발의 머릿결을 소유한 소녀의 신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08) 진은 자신조차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로 눈앞의 초록머리를 한 소년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이에 제국최고의 귀족인 진 해븐로드는 서슴없이 소년 을 향해 자신의 흑빛검을 뽑아 들었다. 마치 영혼까지 검게 물들일듯한 진의 다크니스를 바라보며 그는 천천히 고통에 허덕이며 꿈틀거리고 있 는 소년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소년의 앞에서 언제나 그래왔던 것 처럼 아무런 서슴없이 검을 높이 들어 단숨에 그 소년의 목을 베려고 할 때였다. -콩~!- "........" 진은 갑자기 자신의 머리에 느껴진 작은 충격에 어이없어 하며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진의 눈앞에 있는 은발의 소녀는 그녀의 볼에 잔뜩 바람을 부풀리고 화난 표정으로 팔짱을 낀채 자신을 노려보며 말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배고픔에 허덕이는 아이를 무자비하게 발로 때리고 무식한 검을 들이댈 수가 있어요??" "......." "제국의 최고 귀족이라는 분이 제국의 시민의 목숨을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시니 실망이군요!! 자고로 나라의 최고 귀족은 자신들의 백성을 소중히 여기며 덕망을 쌓아야 하는게 아닌가요!!" "......." 진은 자신을 바라보며 마치 훈계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 해븐로드 자신은 그 동 안 살아오면서 자신만의 힘으로 획득한 해븐로드란 이름이 갖고 있는 권력이란 힘을 그다지 내세운 적은 없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먼저 진에게 알아서 모셨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지만 자신은 명색이 제국 최고의 군사력을 지닌 해븐로드 공작이 아닌가? 허나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녀는 제국 최고의 귀족에게 어린아이에게나 쓸법한 알밤을 먹 이고 팔짱을 낀채 자신에게 훈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주었더니 도리어 살인자 취급을 받고 있자 진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은발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콩!- "........!" "뭘 멍하니 있어요!! 지금 같은 명언은 쪽지에다 적지 못할 망정 새겨 들어야 할거 아니에요!?" "........" 두번째로 알밤을 맞게된 진 해븐로드는 다시한번 황당을 넘어서 허탈 의 경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원한건 아니었지만 자신의 지 위와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아름다운 혈통을 이어받은 진은 자신이 생 각해도 꽤나 절정의 미남이었다. 모든 제국의 처녀들이 자신앞에서 수줍음에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인채 아양떨기 바빴고 그런 여자들 중엔 황녀조차 포함되어 있었다. 허나 보아하니 빵집에서 일하는 일개 평민의 소녀가 자신의 머리에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알밤을 놓자 진은 뭐라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진 자 신조차도 분노는커녕 유쾌한 기분이 들자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한참을 어이없어 하며 눈앞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던 진은 다시 들려오 는 은발소녀의 말에 다시 알밤을 맞지 않도록 퍼특 정신을 차려야 했다. "하긴...공작가에서 호화롭게 자라온 당신은 알수가 없겠죠..." "......." "언제나 원하는건 얻을 수 있었겠죠? 배고픔에 허덕여 본적은 있나요? 당연이 없겠죠.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억압받아 본적 있나요? 당연이 최고권력이라는 의자 위에서 항상 아랫사람에게 명령만을 부여 했겠죠? 도대체 어릴때부터 어머니께 생명은 소중히 하라는 말씀을 못 듣고 자라셨나요? 흥~!" "......." 진은 자신의 눈앞에서...그리고 진 해븐로드란 남자 앞에서 당당히 자신 의 할말을 모두 건넨 후 진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엘테미아를 보며 무언가 가슴속에서 울렁거리는 기이한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에 진은 자신을 지나쳐 쓰러져 있는 소년에게로 걸어가는 엘테미아의 가녀린 손목을 잡고 거칠게 돌려 세웠다. "꺄악!" "........" "뭐,뭐하는 짓이에요!! " 엘테미아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거칠게 돌려세운 진은 자신의 얼굴을 그 녀의 얼굴로 가까이 대며 섬뜩할 정도로 무표정을 유지한채 엘테미아에게 또박또박 말했다. "언제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했나? 그래...난 살아오면서 수많은 것들을 주위에서 얻을수 있었지...하지만 그거 아나? 그 중에 진정코 내가 원했던 것은 하나도 얻을수 없었다는걸.... 굶주림에 허덕여 본적이 있냐고? 넌 하나남은 빵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또래의 소년 수십명을 자신의 손으 로 죽여본적 있나? 당연히 없겠지...하지만 난 있어...그 하나의 빵을 먹기 위해 수많은 자신 또래의 소년들을 죽여가며 수많은 소년들의 피가 흥건 이 묻어있는 빵을 자신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먹었지..." "........" "언제나 권력위에 서서 다른 사람들을 부리고 있냐고? 흥!...그런 사람들은 누가 좋아서 데리고 있는 줄 아나? 모두들 진이 아닌 해븐로드란 이름을 보 고 귀속된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신분상승을 위해...더 편안한 생활을 영위 하기 위해...내가 가진 권력과 재력의 부스러기라도 얻기위해 친구로...동료 로...부하로...그리고 여자로 가장해 나에게 다가오는 것뿐이다. 그 외에 다른 마음들은 존재하지 않지...나를 진이 아닌 해븐로드로 밖에 보지 않는 그 들이야! 그런 그들에게 나의 마음을 줄것 같나? 자신이 원해서 나에게 귀속 된 것이고 나 또한 그런 그들에게 아무 꺼리낌 없이 명령을 내릴 뿐이다." "......." "난 내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녀석들을 죽여! 그 누구도 내 앞길을 막을 수 없어. 어릴 때 어머니가 이런 날보며 생명은 소중한 거라고 가르쳐 주지 않 았었냐고? 하핫...어릴때부터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지. 어머닌 동생을 낳은 후 바로 돌아가셨으니까! 그래! 난 그 누구로부터 한번도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적이 없어. 내가 그동 안 홀로 살아오면서 깨달았던 건 자신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남의 채워진 공간을 강탈하는 것 뿐이야. 그게 이제껏 살아오면서 느꼈던 진리고 내가 확신 하는 삶의 방법이지. 그 대상이 비록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라도 말야. 언제 나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선 그 무언가의 희생이 필요해!" "하지만..." "닥쳐!! 너같은 말만 번지르르하며 세상에서 제일 깨끗한 사람인 척 하는 녀 석들을 보면 피가 거꾸로 솟고 역겨운 기분이 치밀어 올라!! " "......." 진은 자신조차 놀랄정도로 흥분하며 눈앞의 소녀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헬마스터 공작앞에서도 평소엔 언제나 냉철하던 자신 이 어느 순간 무너지며 다른 감정의 폭출로 인해 지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진은 자신의 흔들리는 감정을 도저히 제어할수 없었다. 엘테미아는 언제나 호화로운 저택에서 아랫사람이나 부리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진이 자신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프고 괴로운 삶을 살아 왔다는 사실에 대한 충격과 함께 가슴이 진하게 아려왔다. 엘테미아는 자신의 눈앞에서 소리치는 진을 보며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 앞에서 투정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자신만의 착각일수도 있었으나 엘테미아는 진을 보며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스윽...- "......." 진은 갑자기 자신의 얼굴이 무언가 포근한 느낌과 함께 산뜻한 여성의 살내음이 잔잔히 퍼지자 금방 상황을 파악하고 몸이 굳어버렸다. 제국의 황녀조차도 자신에게 이처럼 진한 스킨쉽을 허락한 적이 없었는데 눈앞 에 형식상으로는 처음만난 소녀의 가슴에 그녀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자신을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허리를 굽혀 소녀의 품에 안겨있던 진은 스스로도 놀랍고 당황스러워 하며 생전 처음으로 느껴본 소녀의 품에 당황해 그녀의 품을 빠져나오려 할때였다. "꼭 남의 것을 강탈할 필요는 없어요...진은 혹시 누군가에게 자신의 빈 곳을 채우기 위해 검이 아닌 손을 내밀어 본적이 있나요?" "......." "그럼 내가 가르쳐 줄께요...난 가슴속이 꽉꽉 차있으니까...진이 원하면 쪼~오금 나눠 줄 수도 있다구요 헤헤..." "......." 비록 그어떤 누구라도 할수 있는 말이었지만 진은 그녀의 말에 무언가 가 슴속에 쌓여 있던 울분이 시원한 폭포수처럼 상쾌하게 밀려나가는 듯한 느낌에 멍하니 얼마전에 있었던 일을 회상했다. 자신의 실력으로 충분히 피할수 있었던 헬마스터 공작의 검이었으나 그가 말 했던 '잠깐 쉬어'란 말에 멍하니 그의 검을 몸으로 들이받으며 로자린궁의 앞뜰에 있던 풀장으로 떨어졌을때와 비슷한 느낌...자신조차 신기하게도 그 와 함께 있다 보면 혼란스런 감정 다음에는 언제나 막혀있던 벽이 따스한 햇 살과 함께 뚫려버린 것처럼 시원한 느낌과 부드러운 평안함이 기다리고 있었 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09) 진은 자신의 고개를 감싸 안고 있는 소녀를 보며 헬마스터 공작과 흡사한 부분이 너무나 많아 그녀에 대한 의혹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와 닮은 체구와 머릿결...그리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허나 더더욱 가까이에서 본 그녀는 확실한 여성이었고 여자가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가 될수 없다는 사실을 진도 알고 있었기에 지금처럼 혼란 스러운 것이었다. 허나 그런 혼란스러웠던 마음도 자신을 안고있는 소녀의 말에 가슴 저 깊 은 곳으로 뭍혀 버렸다. "그럼 내가 가르쳐 줄께요...난 가슴속이 꽉꽉 차있으니까...진이 원하면 쪼~오금 나눠 줄 수도 있다구요 헤헤..." "......." "자! 레슨 원! 우선 저기 쓰러져 있는 소년같은 사람을 만날때에는 발로 차거나 검을 겨누면 안되구 웃는 거에요 진! 웃어봐요." "......." 진은 갑자기 웃어보라는 엘테미아의 말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언 제 남에게 웃음을 보여줬던 적이 있었던가...자신의 친동생인 샬레리나에 게도 피식거리는 짧은 웃음만 보여줬을 뿐...제국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 들중 진의 앞에서 함박웃음을 요구하는 그런 웃음을 지은 적이 없던 진 은 왠지 거부할수 없는 그녀의 말에 극도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이렇게 웃는게 안어울리는 사람은 처음 보네요..." 순간 진은 자신의 앞에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바보같은 짓에 스스로 자조 적인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자조적인 미소를 지을때면 눈을 감는 버릇이 있던 진은 지금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눈을 살짝 감은채 자조적인 미소를 짓고 있을때였다. 문득 자신의 두 볼에 무언가 보드랍고 따뜻한 물체가 닿는 것이 느껴져 진은 감았던 두눈을 뜨고 보았다. -주욱~!- "....어,어이..." "헤헤...이러니까 조금 괜찮은데요?" "......." 자신의 볼을 두손으로 주욱~ 늘어잡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기이한 발음을 내뱉고 있었다. 제국의 가신들과 해븐로드가의 기사들 이 보면 입에 거품을 물고 기겁할만한 광경이었으나 빵집의 아담한 담장에 살짝 가려져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왠만한 사람들은 볼수 없 었다. 진은 자신의 볼을 늘려대며 연신 생글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은발의 소 녀를 보며 짧은 한숨을 쉰후 자신의 손으로 소녀의 손을 두 볼로부터 떼어 내었다. 그러자 잠시 은발의 소녀는 두 볼을 부풀리며 쳇쳇 거렸 으나 이내 미소를 지어보이며 레슨이란 것을 계속 했다. "자...진은 웃는것은 포기하구...음...그래! 우선 마나를 모아요." 그녀의 마나를 모으라는 말에 진은 무언가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 거리며 말했다. "으흠...그러니까 마법으로 흔적 없이 소년을 없애버리란 얘기군...그럼 귀찮은 일도 없고 모든게 편하지..." -콩!- "........" "그게 아니라구요~! 진의 가슴속에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마나를 듬뿍 모아달라구요!" ".......흥! 그런게 있을리가..." 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다시 손을 들어 그에게 알밤을 먹이려 했으나 천부적인 전사의 자질을 타고 태어난 진은 더이상 그녀의 기습공격 을 허용하기 않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의 알밤을 피해 버렸 다. 이에 소녀는 다시 두 볼을 부풀리며 자신의 팔로 진의 머리를 때 리기 위해 마구 휘둘러 댔으나 진은 유유자적하게 깔끔한 동작으로 피해 버릴 뿐이었다. "흐엑...흐엑...치,치사해!! 아,암튼...그렇게 마나를 모으구요..." 엘테미아는 진의 손을 잡고 아직도 쓰러져 있는 초록머리의 소년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자신이 먼저 소년앞에 쪼그려 앉고 진에게 자신도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해 보였다. 이에 진은 무가(武家)의 가 주답게 기품있는 자세로 한쪽 무릎을 꿇은채 소년을 향해 앉았다. 자신이 앉자 은발의 소녀는 진의 한쪽 손을 잡고 자신의 손으로 진 의 쥐여있던 손가락을 하나씩 펴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초록머리 소년 의 가슴으로 갔다 대었다. 그리고 엘테미아는 진을 바라보며 검지손가락을 까딱거리고 말했다. "자! 이제 외치는 거에요. 리커버리~~~라고 말이에요. 어때요? 굉 장히 쉽죠? 진이라면 너무나 쉬운 일일거에요. 어서 해봐요." 진은 썩 내키지 않았으나 소녀의 말을 거부할 생각이 없었기에 소녀 의 말대로 자신의 킥에 의해 쓰러져 있는 초록머리의 소년을 바라보 며 회복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진이 소년에게 회복마법을 시전하자 그의 손에서 눈부신 청록빛 기 운이 발산되며 일렁이더니 이내 그 빛은 소년의 몸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에 굉장히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있던 초록머리의 소년 은 그의 일그러졌던 얼굴이 환하게 펴지며 순수한 어린양같은 맑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저 표정변화 없이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곤히 자고 있는 소년을 바라보던 진은 다시금 자신에게 들려온 그녀의 말에 고개를 돌려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후훗...아직 끝난게 아니라구요. 진...진이 먼저 사람들에게 진심을 보여주면 사람들도 언젠가는 진에게 그들의 진심을 보여줄거에요... 물론 그걸 역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런 상상하지 않 을래요...언제나 사람들의 어두운면만을 생각해 사람을 꺼려한다면 정말로 자신에게 소중한 친구와의 인연을 놓쳐버릴 지도 몰라요. 그러니 전 바보같더라도 사람들을...그리고 친구들을 끝까지 믿을 거에요" "......." "이제 마지막 작업만 남았네요 진. 우선 기절해 있는 소년을 업어야죠? 그리고 여관으로 데려다 주는 거에요. 진은 돈이 많을테니까 소년이 여 관에서 하룻밤 묶을 여비는 충분히 있겠죠?" "......뭐...그렇지..." 도대체 자신이 어째서 눈앞의 헬마스터 공작일지도 모르는 은발의 소녀 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지 진은 도무지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 신은 어느새 그녀의 말대로 소년을 업고 가까운 여관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코코아파우다란 이름의 여관에서 소년을 데려다준 진과 엘테미아는 막 떨어지기 시작한 붉은 태양을 보며 시내의 길을 걷고 있었다. "후훗...두고 보세요 진...처음으로 해븐로드가 아닌 진이라는 이름의 남자에게 감사하게 생각할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요." "........." 진은 비록 그녀의 말이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지 않는 말이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그 나름대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나 문득 진 은 자신이 이제껏 품어왔었던 헬마스터 공작과 눈앞에서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은발의 소녀와 연관이 있는 것인지를 확인해 봐야 했다. 그래서 진은 그녀에게 어째서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는지 물어보려는 찰나,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손바닥을 탁 치며 깜짝 놀라 외쳤다. "어맛! 나 어떻게 해!! 어린얘 교육시키느라 재료주문하는것을 깜빡 잊었 잖아!..." "........!! " 순간 제국최고의 귀족인 자신이 자신의 눈앞에서 안절부절 하는 은발의 소녀에게서 한 낱 어린아이로 전락해버린 진은 그의 의문을 해결할 겨를도 없이 귀여운 비명을 질러대며 시내쪽으로 급히 뛰어가는 소녀를 보며 황당 해 하며 멍하니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한편...제국의 거대 항구도시 세리자리오에서 기거하고 있던 카이셰리만 자작의 저택안에서 은밀한 방에 모여있는 두명의 사내가 연신 음침한 미 소를 흘리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흐흐흐...정말 고 빵집년들 모두가 세리자리오에서 보기드문 미인들이 라니까요? 형님! 형님의 힘으로 한번 잡아드셔 보시죠. 흐흐흐..." 왠 떡대같이 생긴 우락부락한 청년이 40대 중반의 비쩍 마른 사내앞에 서 비굴한 미소를 짓고 손을 비비며 말하자 중년의 사내는 자신의 수염 이 달린 턱을 살살 쓰다듬으며 흥미있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오...그래? 큭큭큭...요즘 하도 따분한 일상에 지겨워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군. 하하하! 그 계집들에게 권력의 무서움이란 것을 몸소 가르쳐 줘야 겠군 하하하하" "크하하하하...역시 형님이십니다. 크하하하~!" 연신 기분나쁜 대소를 저택이 쩌렁쩌렁 할 정도로 크게 웃어대며 그 들은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내일의 거사를 꿈꾸며 달콤한 잠을 자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0 신선한 여름날의 공기를 타고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이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과자집의 창문을 살살 어루고 있었다. 이미 드래곤의 빵집에 있는 세명의 소녀들은 잠꾸러기 에셀리드민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침 일찍 일어나 잠깐 가게의 청소를 마친 후 어제 주문했던 재료 들을 맞이하기 위해 가게의 앞뜰로 나와 있었다. "어라?" 한 십분정도 에이메리와 장난을 치며 재료가 배달되기를 기다리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빵집으로 재료를 배달하러 온 사람을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 "너,너는??" "하하 안녕하세요. 저 오늘부로 팡게이 아저씨의 밀가루가게에서 일하게 되었거 든요. 어제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하하...그래?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어젠 갑자기 우리가게 앞뜰에서 쓰러져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하하...그,그렇습니까? 분명 절 데리고 와주신 분이 청보랏빛 머리의 굉장한 미 남이시라고 하던데...고맙단 인사를 할려구 그러는데 그 분은 어디계신가요?" 대화만 듣고도 눈앞의 초록머리소년을 알 것이다. 그 소년은 바로 소니아. 어제 엘테미아와 다른 세명의 소녀가 일하는 드래곤의 빵집에서 굶주림에 지쳐 쓰러 진 소년이었다. 소년은 어제 진이 여관에서 숙박비와 식비까지 넉넉히 지불했 기 때문에 저녁늦게 깨어나 우레같은 밤참을 먹고 다시 아침일찍 일어나 여관 주인아저씨의 소개로 팡게이아저씨가 운영하는 밀가루집에서 일하게 된 것이었다. 엘테미아는 소니아가 진의 소재를 묻는 질문에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 내 살짝 웃으며 소니아에게 말했다. "음...그는 사실 만나기 조금 힘들거야...아무튼 청보랏빛 머리칼의 키가 크구 잘생 긴 검사를 만나게 된다면 꼭 인사해야해. 알겠지? 아!...그는 언제나 검은옷을 즐겨 입으니까 알아보기 어렵진 않을꺼야." 엘테미아의 친절한 설명에 소니아는 활짝웃으며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끌고 온 수레에서 밀가루 포대를 직접 빵집의 안까지 옮겨주며 세명의 소녀에게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엘테미아는 손가지 흔들어주며 소니아를 배웅해주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에이메 리를 도와 오늘 하루도 굉장한 빵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했다. 온통 암흑으로 이루어진 어떤 공간안에 두명의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온통 암흑 뿐인 공간 한쪽에서 갑자기 사각의 빛이 일더니 대형 스크린이 생겨났다. 그리고 대형 스크린에서 한동안 유선끊긴 텔레비젼처럼 노이즈가 발생하더니 이내 어딘가에 서 마나에 실어오는 전파를 포착한듯 하나의 영상을 투영해내기 시작했다. 스크린에 투영된 건 어떤 소녀였다. 햇빛에 반사되 아름다운 은빛물결을 일렁이며 얼굴에는 커다란 뿌연안경을 써서 맹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무언가 보이지 않는 매력 이 있는 신비한 소녀였다. "저 소녀가 그분이 취하라 하신 소녀인가?" "그렇다." "흠...저 소녀를 취하는데 굳이 우리들까지 나설 필요가 있나?" "그렇다." "흠...뭐 어차피 지금은 인간녀석들을 이용해 저 소녀를 세리자리오까지 유인해 냈으니 그리 어렵진 않을 것 같군." "그렇다." "크크크...저게 바로 드래곤들의 시조라고...크크크...그러다면...내 시조도 되는것인가? 아크로이드?" "......그렇다." "크하하하하하하 좋아! 과연 우리들의 시조는 어떤 맛인지 굉장히 궁금하군 크하하하하"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존재하던 거대 스크린은 이미 암흑속으로 녹아내린지 오래였고 실오라기 하나 투영되지 않는 암흑속에서는 광기에 물든 한 젊은이의 웃음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여기 그린 세개랑 블루드래곤 하나만 주세요~! 그리고 아이스 브레스 두잔이요~" "네~" 현재 엘테미아외 3명의 소녀가 운영하는 드래곤의 빵집은 초만원 사례를 이루고 있었다. 어제보다 더더욱 몰려든 손님들을 상대하기 위해 에이메리는 자신의 마법 까지 동원해가며 빵을 굽기에 바빴고 엘테미아는 빵집안의 테이블과 앞뜰에 있는 테이블로 빵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였다. 언제나 오가는 손님에게 빵을 나르고 돈을 챙겨 받아서 카운터에 있는 리디에게 가져다 주던 엘테미아는 순간 파란 모자를 쓴 청년이 건넨 돈을 보고 보 통때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주 잠시동안 지폐의 뒷면을 바라본 엘테미아는 어느 새 사라진 청년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급히 카운터로 들어가 리디에게 지폐를 보여 줬다. 리디도 지폐를 보자 엘테미아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급히 빵 집의 웨이트리스복 위에 걸친 하얀 앞치마를 푸른 후 에셀리드민을 보며 말했다. "미안 에셀린 나 어디좀 급히 나갔다 와야겠어. 그동안 힘들겠지만 혼자서 해줘..." "응~ 갔다와 리이인~" ".....쪽~! 아유 귀여워~~그럼 빨리 갔다올께!" "응~♡" 순간 엘테미아는 빵집의 뒷문으로 들어가 아무도 보지않는 틈에 자신의 워프를 이 용해 좀전의 지폐에 적혀 있었던 워프좌표로 이동해갔다. 엘테미아가 워프로 이동해 간 곳은 아름드리 나무가 하늘위로 높게 뻗어있는 울창한 숲이었다. 숲으로 이동한후 엘테미아가 대략 1분정도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뒤쪽에 서 풀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스슥- "!!" 뒤쪽에서 난 소리에 엘테미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보았고 엘테미아의 눈에는 가 벼운 검은 롱코트를 걸친 검붉은 머리칼과 곧게 뻗은 검은 눈썹, 날카로운 눈매와 약간의 곡선을 그리는 뾰족한 콧날, 그 아래에 자리한 굳게 다문 입술...바로 슈 팅스타 기사단장 로베르토 리슈 지아였다. "지아...무슨 일이야?" " 오셨군요... 다름이 아니라..." 헬마스터 공작가의 기사들중 유일하게 엘테미아에게 존댓말을 쓰는 지아는 처 음보는 엘테미아의 웨이트리스복에 할말을 잃고 있었다. 처음 그가 여장을 한 다고 했을때에는 많은 우려가 있었으나 자신이 보아도 그의 모습은 자연스러움을 넘어 굉장히 잘 어울리는 여성복장에 그만 넋이 나갔던 것이다. "지아?" "아,아니...다름이 아니라 가짜 헬마스터 공작에게서 예고장이 왔습니다." 지아가 말하는 가짜 헬마스터 공작이란 소리에 엘테미아는 그녀의 얼굴이 살 풋 일그러졌다. 지금 세리자리오에서 일어나는 모든 혈난의 원흉...엘테미아는 한시라도 빨리 그를 찾아내 더이상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지아...근데 그 녀석을 가짜 헬마스터 공작이라고 부르지마. 그냥 헬바보라고 부르는 거야! 감히 따라할 이름이 없어 헬마스터 공작을 따라해...나쁘은놈..." "........" 지아는 엘테미아의 발언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있었고 그런 지아를 보며 생긋 웃어준 엘테미아는 다시 지아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자. 무슨 예고장인지 말해봐 지아..." "네...그러니까 가짜 헬마스터 공작이 오늘 밤 자정..." 지아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엘테미아는 손을 내저으며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잠깐 잠깐!! 그냥 헬바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지아는 엘테미아가 작은 주먹을 꼬옥 쥐고 강하게 항변하는 모습에 그답지 않은 구슬같은 식은땀을 흘려대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헬....바보라고 하면 왠지 가주님을 욕하는 기분이 들어서요..." 지아의 말에 엘테미아는 순간 발끈하며 외쳤다. "뭐야!! 나처럼 총명하고 예의바르고 멋진 가주인 나와 바보란 단어가 매치가 될리가 없잖아? 지아. 그렇지? 응?" 다시한번 커다란 땀방울을 흘린 지아는 도대체 자신이 왜 이럴까? 라는 생각 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가주님...그건 그렇고 헬마...헬바보가 오늘 밤 자정을 넘어선 시각에 다시 세리자리오의 영주인 카리드몬 후작의 저택으로 2차 공습이 이어 질 예고장이 도착했습니다. 지금 예고장을 받은 저택에는 비상 경계령이 발동 된 상태이고 아마 우리들도 오늘밤에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지아의 말에 엘테미아는 생각하는 사람처럼 포즈를 취하고 음~거리며 잠시 생 각한 후 다시 지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 노란눈의 사내들...분명 인간이었지만 무언가 인간다운 생동감이란게 느껴지 지 않았었단 말야... 게다가 그 꺼름칙한 울음소리는 더더욱 말야. 어쨌든 그 정 체 불명의 복면인 몇명을 생포해서 로레알에게 맡기는 게 어때?" "알겠습니다. 가주." "응~ 좋아. 그럼 이따가 데리러와 지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였다. 엘테미아와 지아는 서로 볼일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뒤쪽 풀숲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초입한 지아는 자신의 검을 유려한 동작으로 빼들며 소리가 난쪽으로 몸을 돌렸다. 엘테미아도 헬마스터공작가의 여엿한 가주였기 때문에 소리가 난쪽으로 재빨리 몸을 돌려 공격자세를 멋지게 취했다. 허나 풀숲에서 나타난 존재를 본후 엘테 미아는 바로 다음동작을 취하기에 바빴다. "꺄아아악~~~ 저,저리가~~!" ".....헉!!" 풀숲에서 나온 존재를 본 후 엘테미아는 하이톤의 비명을 질러대며 자신의 두팔 로 가까이에 있던 지아의 목을 둘러싸 꼬옥 껴안은 후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꺄아아악~~싫어 저리가!!" "가,가,가,가, 가주님!! 이,이러시면...제가 어떻게!!" "취,취익!! 이,인간이다 취익!! " "꺄아아아아아~~!" "이,이런!! 저녀석들이!!" "치,취익!! 주,죽여라!! 저 놈들 옷 고급이다. 가,강탈하는 거닸!" 어느새 풀숲에서 대여섯 마리의 오크가 나타나 지아와 엘테미아를 위협하고 있 었다. 엘테미아는 대한민국에서 이곳으로 떨어진후 처음으로 만난 생명체임과 동시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이란 공포를 심어주었던 오크를 보며 아직도 그 때의 공포가 마음속에 살아남아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지아는 연신 자신의 목을 졸라대며 비명을 지르는 엘테미아를 한쪽손으로 안고 오크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아는 언제나 차가운 검만이 자신의 몸을 스쳐 지나갈 때와는 차원이 다른 자신의 목과 가슴으로 느껴지는 엘테미아의 부드러운 살결과 그녀의 향긋한 살내음에 정 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검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자신이 모시는 가주의 허리를 잡고 안아든 지아는 다시 놀 라고 있었다. 남자라고 하기엔 너무나 잘록하고 한팔에 쏙 들어오는 크기에 지아는 무식한 오크들의 날빠진 검이나 배틀엑스를 피하기 바빴다. "헉헉헉헉헉......" "......다 갔어?" "헉헉헉헉헉헉헉....네...가주...님..." 지아는 겨우 오크를 상대로 자신의 검기까지 발하며 물리치고 오크가 도망치자 다 시 안정을 되찾은 자신의 여장남자 가주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참동안 엘테미아를 주시하던 지아는 순간 속으로 무슨생각을 한건지 모르겠지만 얼굴이 살 짝 붉어지자마자 고개를 세차게 두어번 젓고는 다시 냉철해진 모습으로 돌아와 엘 테미아에게 말했다. "가주님...이곳에는 가주님과 저말고는 아무도 없으니 굳이 여자흉내를 내실 필요가 없습니다." 지아의 말에 지금까지 자신이 지아의 목을 껴안고 마구 비명을 질러댄 과거를 리로딩 한 엘테미아는 잠깐 얼굴이 붉어지며 현재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변명을 시작했다. "하하하하...그,그게 말야. 지,지아...나,남자가 여장하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알아? 평소 에 이런 연습을 해야 시,실전에 강하다구......내맘 알지? 응?"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지아는 재빨리 일어서서 허리를 90도로 내리며 인사를 하고 재빠른 걸음으로 엘테미 아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이제 숲에 홀로 남겨진 엘테미아는 아직도 놀라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뒤로 한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휴...정말 저런 오크같은 몬스터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데...다음에 또 나타나면 어떻게 해...흐에엥..." 혼자 훌쩍이며 엘테미아는 다시 빵집의 뒷쪽에 자리한 숲으로 워프하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1 어느새 빵집으로 돌아온 엘테미아는 재빨리 하얀 앞치마를 입고 엄청난 주문 에 카운터인 리디까지 동원된 빵집을 보며 자신도 서둘러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빵을 이리저리 나르기 시작했다. "에셀린 힘들었지? 리디도 이제 내가 서빙 할테니까 카운터로 돌아가." "휴우......린 이제 온 거야? 암튼 바쁠 때 와서 다행이야." "휴...알겠습니다." 엘테미아의 말에 에셀린과 리디는 각자 화답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러나 머뭇거릴 새도 없이 여기저기서 주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엘테미아와 에셀린은 다시 팔을 걷어 부치고 열심히 서빙에 나섰다. "여러분~~오늘도 이렇게 드래곤의 빵집을 찾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너무나도 큰 반응에 오늘도 빵을 만들 재료가 바닥나 버렸네요 하하... 이제 남은건 레드드래곤과 홍염의 브레스뿐이네요. 역시 오늘도 레드드래곤 시리즈를 주문하실 분은 없겠죠?" ".........." 활기찬 에이메리의 말에 빵집 앞뜰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빵을 먹고 있는 사람들과 주문하기 위해 서있던 사람들은 그들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기 시작했다. 처음 드래곤의 빵집이 오픈하던 날 멋모르고 먹어봤던 살인적인 맛이 아 직 그들의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듯 주문하러 왔던 사람들은 입맛을 다시 며 내일을 기약했고 아직 테이블에 앉아서 남은 빵을 먹던 사람들은 일행 들과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재료가 떨어져 미리 만들어놓은 레드드래곤밖에 남지 않았던 터라 손님들 이 많이 줄어든 빵집은 이제서야 아기자기한 빵집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 었다. 적당한 빈자리와 적당한 손님들...그리고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서 비스를 하고 있는 에셀린과 엘테미아... 그때문득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게의 앞뜰에 마련된 문을 열고 들어오 는 사람이 있었다. 이에 하얀 행주로 테이블을 닦던 엘테미아는 뒤도 돌아 보지 못하고 자신의 가게를 찾아준 손님에게 외치고 있었다. "오늘 영업은 끝났습니다. 손님. 이제 레드드래곤밖에 남질 않았거든요." "그럼 그거라도 괜찮아." "......." 엘테미아는 문득 들려온 레드드래곤을 주문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보았다. 뒤를 돌아보자 자신의 눈에 보인건 언제나 그가 즐겨 입는 검정 제복을 걸친 매혹적인 남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속으로 뜨끔거리며 깜짝 놀라 외쳤다. "진!...여,여긴 어떻게..." "아...뭣좀 물어볼게 있어서 말야..." "........" 엘테미아는 진이 자신에게 물어볼게 있냐는 뜻의 제스쳐로 주위를 둘러보다 고개를 돌려 진을 바라보고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진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엘테미아는 이내 속으로 뜨끔했으나 애써 평안을 가장해 실실 웃어보이고는 자신의 손에 들린 레드 드래곤으로 제발 진이 기절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이런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은빛 쟁반에 레드드래곤과 최악의 궁합음료인 홍염이 브레스를 대동한채 진의 테이블에 갖다 놓았다. 그리곤 순진한 웃음을 지으며 진에게 테이블에 놓인 메뉴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건 말야. 우리가게에서 제일로 유명한 빵인데 레드드래곤과 홍염의 브레스 를 함께 들이켜야 진정한 맛이 나는거야. 어서 먹어봐 진." 뒤에서 가게의 앞뜰을 보고 있던 리디가 진을 알아보고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그녀로선 마땅히 지금 이 순간을 해결 할 방도가 없었다. 그저 자신의 엄지손톱을 물어뜯으며 리디도 엘테미아와 같이 진이 레드드래곤 풀세트에 그냥 기절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드디어 진이 새빨간 레드드래곤 빵을 입으로 가져가자 자신이 먹 는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침을 꿀꺽 삼키며 진이 먹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었다. 이에 진은 그녀의 시선에 불편을 느끼고 살짝 고개를 올려 엘테미 아를 보며 그녀의 눈빛을 깨닫고 그의 안광이 예리하게 빛나며 엘테미아에게 뜨 끔 거릴 만한 질문을 했다. "너도 먹을래?" "...........아,아,아니!...진이나 많이 먹어. 난 맨날 먹는걸 뭐..." "그럼 부담스런 시선좀 거둬줘..." "아? 아...알았어. 어서 먹어." -우물우물...- "........" 기대로 충만했던 엘테미아의 얼굴과 엘테미아 뒤쪽에서 이 둘을 지켜보고 있 던 나머지 세명의 소녀들도 기대감에 부푼채 자신들의 주먹을 꽉 쥐고 언제 나 무표정이던 진이 그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뜨리며 물을 호소하고 바로 쓰 러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드넓은 초원의 뭉개구름처럼 평온한 그의 얼굴을 보 자 그녀들은 놀람을 넘어서 경악하고 있었다. 이에 에이메리가 진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저거 진짜 사람일까...어떻게 내가 만든 레드드래곤 풀셋을 먹고도...." "저도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요..." 옆에서 에이메리의 말에 리디까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나 누구보다 진을 보며 경악하고 있는 것은 그가 앉아있는 테이블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서 기대에 부푼 눈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였다. 엘테미아는 제국의 최고 귀족답게 기품 있게 우물거리고 있는 진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벌리고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못볼거라도 본듯한 얼굴로 엘테미아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진채 조심스레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저....진? 맛 괜찮아? 혹시 물이 필요하지 않아? 아니...혹시 기절하고 싶지 않아? 괜찮아. 내가 책임지고 보살펴 줄테니까 기절하고 싶으면 맘대로 해...응?" "물이라면 여기 있잖아." 진은 레드드래곤을 우물우물 씹어먹으며 그와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진 보기만 해 도 아찔할것 같은 홍염의 브레스를 단숨에 마시고 있었다. 이에 뒤쪽에서 구경하던 소녀는 그녀들의 입이 크게 벌어지고 눈을 동그랗게 뜬채 진을 괴물보듯 쳐다보고 있었고 엘테미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마치 육체만을 남겨둔채 혼령이 장기출장을 간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엘테미아를 보 며 진은 자신의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고는 거의 비우다시피한 홍염의 브레스가 들어 있었던 유리잔을 살짝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얼빠져 있는 엘테미아를 보았다. 순간 그녀의 모습과 헬마스터 공작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착각이 들었던 진은 아직도 멍하니 있는 엘테미아의 얼굴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더 정확히 말한다면 엘테미아의 안경쪽으로 다가가 그녀의 안경테를 손으로 잡고 일부러 벗기려고 했다. 한참 경악의 도가니에 빠져있던 엘테미아는 문득 자신의 두 눈에 온통 진의 하얀 장 갑을 낀 손이 보이자 퍼특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무,무슨 짓이야! 진..." 생각보다 당황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별 표정변화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 고 당황하며 일어서 있는 엘테미아의 어깨를 살며시 눌러 다시 자리에 앉히고 그녀쪽 의 테이블로 손을 뻗어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자신의 얼굴을 엘테미아의 얼굴로 가 까이 가져가며 매혹적인 낮은 목소리로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아마 레드드래곤을 먹고 1분동안 버틴다면 특별서비스가 주어진다던데 그게 뭐지?" "........" 엘테미아는 순간 그녀의 머리에 반짝이는 전구가 생겨나며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속으로 만세를 외치며 싱글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 있는 매혹적인 얼 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말야. 진. 레드드래곤을 먹고 1분이상을 버티면 말야. 하룻동안 자신이 선택한 웨이트리스와 밤새도록 데이트를 하는거야. 근데 이걸 어쩌나 헤헤..." "........" "진은 그런거 싫어하지? 그리고 진은 엄청 바쁘잖아? 절대 안되겠지? 진은 여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니까 진이 획득한 경품은 돼지목에 진주격이야. 안그래 진?" 그녀의 비유가 썩 맘에 들지 않는듯 잠깐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린 진은 더더욱 엘 테미아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그녀의 귓가에 살짝 속삭이고 있었다. "그래...? 하지만 너라면 그다지 상관은 없어..." "........" "내가 말야...내가 아는 사람중에 나의 9서클 마력으로도 풀수 없었던 락이 걸린 가면 을 쓰고있는 사람이 있거든...그런데 어째서 너의 안경도 나의 풀 마력으로 벗길수 없 었던 것인지 느긋하게 대화나 나눠볼까?" "........" 완전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파버린 엘테미아는 순간 하늘로 시선을 올리며 속으로 절 규하고 있었다. '아~~너무해~~~제발 신이 있다면 이 순간 어떻게라도 안 해주면 저 울거에요~~흐 에엥...' 그때였다. 정말로 엘테미아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인지 빵집의 앞뜰이 무 식한 철제로 만든 무구에 의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일련의 검을 든 사람들이 빵집으로 난입하기 시작했다. -뿌지직 퍽!- -쾅!!- "뭐,뭐얏!?" 갑작스런 커다란 소리에 깜짝 놀란 엘테미아와 다른 소녀들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려보았다. 일련의 무리를 이끌고 쳐들어온 사내들을 보며 엘테미아와 리디가 자신들의 손가락 으로 가운데에 덩치큰 사내를 가리키며 동시에 외치고 있었다. "아앗!! 넌 어제의 그 건달!!...." "크크크크...어제는 잘도 무고한 사람을 구타해놓고 도망쳤겠다. 허나 선량한 사람의 억울한 심정을 우리 자애롭고 권위높으신 카이셰리만 자작님께서 몸소 납시어 너 희들 같은 악독한 것들을 처단하기 위해 직접 출두하셨다." "........." 굉장히 선량하게 생긴 오른쪽 이마에 깊은 흉터가 자리하고 쭉 찌저진 눈을 하고 우람한 근육을 부풀리고 있는 선하게 생긴 사내를 보며 빵집에 모여있던 모든 사 람들이 허탈해 하고 있을때 가슴에는 자작의 작위를 상징하는 콜레모나 열매모양 을 본따 만든 금빛배지를 반짝이며 잿빛머리칼의 비쩍 마른 중년의 사내가 자신의 자작이란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그들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2 중년의 사내는 자신들의 앞에서 멍한 표정을 짓고있는 엘테미아의 눈부신 살결과 아름다운 각선미를 자랑하는 그녀의 레몬색 스타킹쪽으로 시선을 돌린후 한번 입 맛을 다시고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은 채 느끼한 발언을 내뱉었다. "크크크...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면 쓰나...아가씨...내가 새사람이 될수 있도록 몸소 옆에서 조교해주지 크크크...물론 무료로 말야..." "........" 중년사내의 울렁이는 말에 엘테미아의 고운 얼굴이 살풋 일그러졌고 더이상 제국 의 귀족과 연관되는 것을 바라지 않던 리디는 그녀답지 않은 울상을 지은 채 원 망의 눈초리로 카이셰리만 자작을 흘겨보고 있었다. 아직도 엘테미아의 가게에 남아있던 손님들은 자작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피며 조 용히 자리를 떠나고 있었고 자작도 조용히 일을 성사시키고 싶었는지 그들에 대 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않았다. 자작의 옆에는 어제 세리자리오의 시내에서 리디에게 집적대던 3명의 건달들과 가벼운 체인메일을 걸치고 자신들의 검을 뽑은채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 는 10명의 자작가의 사병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때 3명의 건달중 오른쪽 이마에 커다란 흉터가 있는 건달들의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모든 사람들이 슬금슬금 떠나간 테이블에서 아직도 남아 새빨간 홍염의 브레스를 홀짝이고 있는 청보랏빛 머리칼의 남자를 보고 그의 이마가 일그러지 며 외쳤다. "어이!! 거기 너! 괜히 남았다가 얻어터지고 싶지 않으면 어서 엄마품으로 돌아가라 ~ 앙??" 선량하게 생긴 건달리더가 외치자 그의 옆에서 연신 능글맞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던 자작은 선량한 건달리더를 부드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사에몬시군? 언제나 선량하고 품행바르던 자네가 이렇게 험한 말을...어제의 그 사 건이 자네에겐 큰 충격이었나 보군..." 그러자 사에몬시라고 불린 사내의 행동이 180도 달라지며 온순한 강아지처럼 발 발거리기 시작했다. "헤헤...사실 넓은 아량으로 용서를 베풀려고 그랬으나 어제의 참혹했던 참상이 다시 기억이 나서 그만 감정자제를 못했네요...흠!흠!" "쯧쯧쯧...도대체 얼마나 심하게 당했으면 그 선량해 보이던 얼굴이 이렇게 됐누..." "흑흑...그러게 말입니다. 이젠 장가도 가기 힘들것 같아요." "그래? 걱정말게나...여기 있는 소녀들 중 한명 골라 챙기면 되지 않나?" "저,정말입니까? 역시 세리자리오에서 가장 자비롭고 인자하신 카이셰리만 자작님 이십니다!! 이 사에몬시! 감동입니다!" "........." "........." 선량한 시민과 인자한 귀족의 감동스런 대화를 들은 엘테미아외 세명의 소녀들은 상당히 듣기 거북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중 대표로 자작 앞에서 멍하니 서있던 엘 테미아는 진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물어봤다. "진...제국의 귀족들은 모두 저래?" 그러자 진은 고개조차 돌려보지 않고 홍염의 브레스를 홀짝이며 짤막히 말했다. "반은..." "........" 엘테미아는 새삼스레 진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의 어깨를 말없이 두드리 고 있었다. 이에 진은 별것도 아니라는듯 그저 피식 웃고만 있었고 이런 이들을 바라보며 자작과 선량한 사에몬시는 그들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자신과 제국의 귀족인 카이셰리만 자작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긴장감이 전혀 없어 보이는 그들을 보며 더더욱 얼굴을 일그러뜨린 사에몬시는 자신의 우람 한 손으로 엘테미아의 가녀린 손목을 낚아 채 거칠게 돌려세우고 자신쪽으로 끌어 당겼다. "꺄악~!" 자신의 품으로 쏙 들어온 엘테미아를 보며 사에몬시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고 그 옆에 있던 카이셰리만 자작도 능글맞은 미소로 엘테미아의 눈부신 몸매를 연신 훑어보며 크게 대소를 했다. "크하하하하하 이래서 권력이 좋은거라니까! 크큭... 이봐 아가씨...아가씬 오늘부 터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꺼야 카이셰리만 자작의 충실한 애완인(愛玩人)으로서 말 야 크하하하하" "아하하하 애완인이라 멋있는 표현인뎁쇼?" "......진 참아." 자작과 사에몬시가 웃던 말던 신경쓰지 않았던 엘테미아는 어느새 테이블에서 일어나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을 바라보며 짧게 외쳤다. 자작과 사에몬시도 어느 새 진의 뒷통수밖에 볼수 없다가 그가 일어나 자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순간 움찔거리며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남자인 그들이 봐도 빠져들것만 같은 매혹적인 청보라빛 머리칼의 사내가 자신들을 향해 무 서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카이셰리만 자작은 진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디선가 본것만 같 은 낯익은 얼굴에 잠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지만 여지껏 수많은 사람들을 보 아왔던 자작은 눈앞의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녀석을 보며 그냥 길가다가 스쳐 지나간 사람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이런 현상은 이름뿐인 카이셰리만 자작에겐 당연한 현상이었다...언제나 제국의 주요 회의가 열릴때에도 회의장의 테이블에 행주질조차 해보지 못했던 그는 세 리자리오의 토박이였고 당연히 진을 알아볼리가 만무했다. 진은 자신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어느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검을 뽑으려 하는 자 신을 보고 속으로 내심 깜짝 놀라고 있었다. 사에몬시라고 불리우는 역겨운 건달리더에게 붙잡혀 있는 엘테미아의 참아란 외 침이 아니었다면 무시무시한 검기와 함께 그들의 목은 이미 공중을 부양하고 있 었을 것이다. 검을 중간까지 뽑았다가 겨우 멈춘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비록 사에몬시에게 억압 당해 있으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새침한 미소를 진에게 보내며 명랑하게 말 했다. "자~! 진 어제 배운 거 복습이야. 지금은 응용문제인데 말야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있지?" "......." 진은 어제 자신이 살아생전 처음으로 경험했던 누군가의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배웠던 묘하고도 유쾌한 기억이 떠오르자 이런 상황에서도 피식 웃으며 자 신의 손에서 검을 떼고 있었다. 그리곤 자신 나름대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물론 다른 사람들이 볼때는 무척 건방 져 보이지만...) 자신의 시선을 엘테미아에게로 고정시킨채 또박또박 말했다. "우선...마나를 모은다." "그래 그래" 엘테미아는 마치 자신이 가르쳐준 아이가 깊은 깨달음을 얻는것을 두눈으로 지켜 보는 것마냥 진을 보며 대견스럽다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진 은 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짓고 다음을 이어나갔다. "그리고는 외친다." "음~음~" 갑자기 눈앞의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인 사내가 자작과 사에몬시에게로 다가오자 그 들은 별 미친놈 다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며 자작이 고갯짓으로 진을 가리키자 그의 뜻을 이어받은 사에몬시는 뒤쪽에 도열해 있던 자작의 사병들에게 손짓을 했다. 이에 자작의 사병들은 자신의 섬뜩한 은빛날이 반짝이는 롱소드를 꼬나쥐고 저마다 자신이 낼수 있는 최대한의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진의 앞으로 공격자세를 취했다. 그들이 지은 살벌한 표정을 보며 같잖다는 듯 진은 바람처럼 지나가는 듯한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헬 파이어" -푸화아아악!- "크아아아아악!!!" "우아아악 사,사람 살려~!" "허어어억!" "지,진!!" 엘테미아는 순식간에 지옥의 화염에 둘러싸여 공포와 괴로움에 울부짖는 자작가 의 사병들을 보며 진에게 소리쳤다. 자신이 어제 가르쳐준 생명의 존귀함을 거부 하고 있는 진을 보며 그를 목놓아 불러봤지만 엘테미아의 외침에 진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경악해 하고 있는 사에몬시와 카이셰리만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자신앞으로 건방친 쳥년이 걸어오자 자작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한발자국씩 뒷 걸음질 치며 외쳤다. "너,너 이런 건방진 새끼!....넌 제국의 권력이 무섭지 않느냐? 당장 쇠창살방에 가 고 싶어? 앙? 아냐! 아니지... 그걸론 안돼! 이 고귀하신 몸의 털끝하나라도 건드리 면 네까짓게 무사할 것 같아?" "......." 자작의 협박에도 진은 아무꺼리낌 없이 자신의 긴다리로 한걸음 걸을때 자작은 자신의 짧은 다리로 두세번 뒷걸음질 쳐야 했기 때문에 자작을 금방 따라잡았다. 자작의 바로 앞까지 당도한 진은 자작의 가슴에 달려있는 자작의 작위를 상징하 는 콜레모나 열매모양의 금빛배지를 만지작거리다 이내 자작의 가슴에서 떼어 내고는 훌쩍 뒤로 던져 버렸다. 이런 건방진 진의 행동에 카이셰리만 자작은 기겁하며 분노의 음성으로 진을 바 라보며 소리쳤다. "가,감히 새파랗게 젊은 놈이 제국의 권위를 무시하는 것인가!? 넌 제국의 검이 무섭지도 않느냐? 내 당장 네놈을 제국의 특무부대로 연락해 연행할 것을!..." -반짝- 그러나 자작은 자신의 눈에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포착한 후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만 벙끗거릴 수밖에 없었다. 진의 청보랏빛 머리칼에 가려져 있던 공작의 작위를 상징하는 폴라리스 나무열매 모양을 본따 만든 금빛배지를 보며 진은 자작의 앞에서 배지를 만지작거렸다. "어,어떻게..." 자작은 자신의 작은 눈이 찌저질 정도로 크게 뜨며 눈앞의 진을 경악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자작은 진의 금빛배지를 보며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표현하는 한 구절이 섬광같은 속도로 그의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설녀조차 녹여버리는 제국의 바이올렛!!......' 드디어 자신이 좀전부터 생각날듯 하면서도 그냥 무시했던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 혹적인 남자 이름이 자신이 평생 볼까말까 한 제국의 최고위 귀족이란 사실을 간 파한 자작은 그의 심장이 벌렁벌렁거리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지,지,지지지진 해븐로...드 공작님..." "헉!..." 자작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사에몬시도 제국의 전설적인 공작인 진 해븐로드라는 이름을 듣자 그의눈을 크게뜨고 진을 바라보고 경악하며 어느새 그가 꽉 잡고 있 던 엘테미아의 손목을 슬쩍 풀어주고 있었다. 이에 진 해븐로드는 지옥의 사신같은 섬뜩하리만치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자작 에게 시선을 둔채 나직히 말했다. "권력이란 좋은거지...넌 오늘부터 새로운 삶을 살게 될꺼다. 평민 카이셰리만..." "허,허억!! 그, 그게 무슨..." 진은 경악을 넘어 혼절의 직전까지 간 자작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그의 가슴 에 걸려있던 땅에 널브러진 콜레모나 열매모양의 금빛배지를 쳐다보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제국엔 너따위는 필요없다." "마,말도안돼...아,아무리 해븐로드 공작님이라 하셔도..." "훗...너 따위가 상상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더이상 내말에 토달지 말 라...그 역겨운 목소리 듣는것도 이젠 한계다." "그,그..헉!..." 자작은 좀전의 의기양양했던 표정과는 360도 달라진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진 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지위를 연명하려 애절한 어조로 말을 꺼냈으나 그의 움 직임도 포착하기 전에 자신의 뺨에 따가운 느낌과 함께 상처가 생기고 상처에 서 붉은 피가 흐르자 자작은 숨을 들이키며 기겁했다. 진은 그런 자작을 보며 더이상 입을 놀리면 그 다음은 알아서 상상하라는 눈빛 을 보내고 있었고 그 눈빛을 받은 자작은 멍한 표정으로 그자리에서 털썩 주저 앉았다. 진이 다시 고개를 돌려 세이몬시를 바라보자 세이몬시의 우람한 몸체와 어울리 지 않게 몸을 움추리며 비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진의 눈썹이 꿈틀거리 며 그에게 뭐라하려 할 때였다. -짝!- 진은 갑자기 자신의 뺨에서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과 동시에 쓰라림이 느껴지자 멍하니 자신의 손을 올린 채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은발의 포니테일 머리를 한 소녀를 바라보았다. "진....난 끝까지 진을 믿었는데...다시는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하지 않을거라고 믿었는데!....." "........." 엘테미아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을 보며 그녀답지 않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고 그런 그녀를 보며 진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3 엘테미아는 자신이 가르쳐준 대로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대량 살상마법인 헬파이어로 사병들을 죽여버린 진을 보고 격한 마음에 그의 뺨을 때려 버렸다. 진은 자신의 왼쪽 뺨에 살짝 손을 갖다 댄 채 엘테미아를 보고 있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싸늘한 침묵으로 응시하고 있던 그 둘은 순간 진의 피식거림으로 싸늘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반성은커녕 피식웃는 진의 모습에 더더욱 열이 뻗친 엘테미아는 다시 손을 들 어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진의 뺨을 때리려 했다. 허나 진은 엘테미아에게 다시 자신의 뺨을 대주지 않을 속셈인지 어렵지 않게 엘 테미아의 손목을 낚아챈 후 아직도 인체속의 지방성분 때문에 활활 타오르고 있던 열명의 사병들에게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손가락을 딱 소리가 나도록 튕겼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병들의 주위로 활활 타오르는 지옥같던 불길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공포와 괴로움에 울부짖고 있던 사병들은 어느새 땅바닥에 널브러진 채 곤히 잠자고 있었다. 무시무시하게 치솟던 붉은 불길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엘테미아는 자신의 분홍빛 입술을 동그랗게 벌리고 뿌연 안경속의 눈을 크게 뜬 채 멍하니 버끔거리고 있었다. "이,일루젼.....?" 그렇다. 진은 일부러 자신이 영창한 마법과는 달리 그들에게 일루젼 마법을 사병 들이게 시전 했던 것이었다. 이에 자신의 오해로 진의 뺨까지 때려버린 엘테미아는 차마 진과 시선을 맞추지도 못하고 자신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피식하며 한번 웃어 주고 자신의 손으로 엘테미아의 머리를 두 세번 살짝 헝클어 놓고 그답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기왕이면 끝까지 믿어 달라고..." "........" 속으로 내심 안도하면서도 엘테미아는 두달전만 해도 그렇게 차가웠던 진이 자신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자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뿌연 안경속의 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몰라하며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어제 진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 줄때 분명 자신의 친구를 끝까지 믿는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지금처럼 진을 믿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어버린 자신을 질책하며 자책감과 부끄러움에 재빨리 사과를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마스터 여기 계셨군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젊은 청년의 목소리에 엘테미아와 진 그리고 에이메리 와 리디까지 앞뜰의 정문쪽을 바라봤다. 천하태평의 성격인 에셀리드민은 이 미 2층으로 올라가 자신의 침대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기고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부서진 정문의 파편들을 살짝 피해 걸으며 시선을 진에게 둔채 자작의 사병 들이 착용한 체인메일과는 비교도 할수 없는 붉은 색의 플레이트메일이 두 드러지는 기사였다. 붉은 플레이트메일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의 붉은 머리 가 정열적인 성격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의 뒤로 대략 10명의 같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기사들이 위풍당당한 기도를 뿜어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영주님께서 급히 마스터를 찾으십니다." "알겠다." 예의 무미건조해진 목소리로 되돌아간 진은 엘테미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 고 곧게 도열해 있는 기사들의 앞으로 나서며 그들과 함께 영주의 저택으로 돌아가려 했다. 분명 진은 자신이 이끄는 기사들 앞에서 은발의 소녀에게 흔들리는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으리라... 갑자기 아무말도 않고 돌아서는 진을 보여 깜짝 놀란 엘테미아는 진이 말을 비교적 부드럽긴 했지만 끝까지 믿어주지 못한 자신에게 상당히 화가 나 있 다고 차각해버렸다. 이에 엘테미아는 진에게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못한채 그가 붉은 갑옷의 용맹 한 기사들과 함께 가게를 나서려 하자 주춤거리며 안절부절 하다 결국 울컥하 는 마음에 일을 내고 말았다. "자,잠깐만 진!" ".......?" -쪽...- "........!!" "........" "........" 드래곤의 빵짚앞에 모인 모든 이들은 엘테미아의 돌발적인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의 표정으로 진과 엘테미아를 보고 있었다. 특히 엘테미아를 남자로 알고 있는 리디는 그녀의 당혹감이 옆에서 같이 놀 라워 하고 있는 에이메리보다 더욱 심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진을 주시 하고있던 레드엔젤 기사대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마스터는 저런 여자들의 애정행위를 극히 싫어하는 성격의 소유자였 으므로 마스터가 싫어하는 행동을 한 은발의 소녀를 보며 처음엔 경악의 눈빛 으로 보고 있다가 점점 동정의 눈빛으로 변해갔다. 동정의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쳐다보면서 레드엔젤 기사단들은 속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한 소녀의 마음이 갈가리 찢어지겠군...' 제국에서 가장 고위귀족이고 스스로의 힘으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자격을 갖춘 해븐로드란 이름을 쟁취한 진은 그의 엄청난 능력과 배경 그 리고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인 외모에 당연히 제국의 황녀조차 혹할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였다. 이에 당연히 백작이상의 작위를 갖춘 귀족가의 영애들중 소심한 성격이 아닌 저돌적인 성격을 갖춘 상당수의 레이디들이 시도때도 없이 진에게 동의하지 않은 진한 스킨쉽을 퍼부었고 그때마다 진은 그녀들의 애틋한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고는 했다. 기습적으로 볼에 키스를 할 때에는 마치 벌레보는 듯한 시선을 레이디에게 건네며 자신의 손수건으로 레이디에게 키스당한 볼을 닦고 바로 손수 건을 쓰레기통에다 버린다든지 갑자기 껴안는 등의 스킨쉽을 행하는 레이 디들에게는 레이디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도록 순간 워프를 감행해 레이 디들에게 무안과 수치를 안겨주는 행동을 자주 했었다. 그 중 상당히 아름다운 레이디들도 많았으나 진의 이해할수 없는 행동 은 계속 이어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족가의 영애들은 진이란 매력덩어리 를 포기하지 않고 그녀들의 끊임없는 스킨쉽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실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자신들 의 눈앞에서 자신의 행동에 어쩔줄 몰라하며 안절부절 하는 신비한 은발 의 보이지 않는 묘한 매력을 지닌 소녀를 보았다. 보이지 않는 매력을 지 닌 듯 보였지만 레드엔젤 기사단들에겐 그게 전부였다. 안경때문에 보이지 도 않는 얼굴하며 있는건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작은 가슴하며...무엇 하나 제국의 아름다운 레이디들보다 떨어지는 엘테미아를 보며 연민의 표 정을 짓고 있었고 그 다음에 이어질 진의 행동이 눈에 선한 듯 그들은 미 간을 찌푸린채 또다시 가녀린 소녀가 상처받는 광경을 보기 싫은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자신들의 마스터가 은발의 소녀에게 아무런 말도 행동도 취하지 않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들의 마스터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떳다. 엘테미아는 도대체 자신이 어째서 그런 행동을 취했는지 이유를 찾지 못 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진또한 지금까지 지겹도록 경험해본 것과 전혀 다른 묘한느낌에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표가 안날정도로 작게 고개를 흔들거리고는 곧바로 뒤를 돌아서서 커다란 눈으로 입을 벙끗거리며 자신을 쳐다보는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을 보 며 섬뜩한 표정을 한번 지어주고 외쳤다. "뭘봐! 지금 바로 간다. 그리고 각자 한명씩 이 녀석들을 데려간다." 진은 자신의 기사대원들을 보며 망연히 주저앉아있는 평민이 되버린 카이셰리만 자작과 그의 사병들을 가리키며 말했고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엘테미아를 보며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쇼크상태에서 벗어나 급히 외쳤다. "......네,넵!! 마스터!" 진의 명령에 조금 뜸들이다 냅다 대답한 레드엔젤 기사들은 그대로 180도 턴해 널브러져 있는 사병들과 자작을 엎쳐 들고 빵집의 앞뜰을 나서고 있었고 들의 뒤를 따라가던 진은 잠시 걸음을 멈춘채 살짝 고개를 돌려 엘테미아쪽 으로 시선을 두고 나직한 음성을 내뱉었다. "도둑......" "!!......." 진의 중얼거림을 들은 엘테미아는 갑자기 무안해 하던 그녀의 표정에서 귀여운 그녀 나름대로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진을 쏘아보고 외쳤다. "뭐,뭐야!!! 백만골드짜리 키스를 받았으니 오히려 진이 도둑이야!" "........." 진은 엘테미아의 말에 피식거리며 짧게 한번 웃어주고 벌써 저만치에 가있 는 자신의 기사들을 향해 걸어가며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손만 흔들고 가버 렸다. 더이상 그녀의 앞에 서있다면 아직도 가시지 않는 묘한 기분에 취해 도 저히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수많은 사람들로 꽉 차있던 가게의 앞뜰이 텅 비자 그제서야 도끼눈을 하고 있는 리디가 나타났다. 리디는 엘테미아를 보며 인간으로서 금단의 선을 넘 어버린 인간을 보는듯한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옆의 에이메리도 뾰로 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중 대표로 리디가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가,가주...어떻게 남자에게 그런 짓을 할수 있는거죠? 서,설마 가주님은...사 람들이 말하던 그...호,호,호..." "........그,그만 리디!" 순간 다시 자신이 리디에게는 남자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엘테미아는 기겁하며 별로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마구 굴려대다 겨우 변명거릴 찾아냈 다. "휴~...리디...이것도 헬마스터 공작으로서 하나의 작전이야...저대로 화가 난채 로 진을 돌려보냈다면 분명 다음에 와서 빵집을 망쳐버릴게 분명하단 말야... 나,나도 그,그런거 따위 좋아서 한게 아니야..." "흐음......."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리디를 보며 엘테미아는 눈물을 머금고 여자들을 꼬시는 생활로 삶을 연명해가는 제비들의 대사를 내뱉었다. "나도 지금 죽을 기분이라고...차라리 리디의 입술로 깨끗히 해주는 게..." -짝!- "벼,변태!! 이제 가까이 오지 말아요!" -쾅!- 리디는 엘테미아를 보며 얼굴이 새빨게진 채 크게 소리치고 문을 세차게 닫으며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엘테미아는 붉어진 손자국이 나있는 자신의 얼얼한 왼쪽볼을 살살 어루만지며 울상을 짓고 있었고 그녀의 옆에서 에이메리가 안됬다는 듯 쯧쯧거리며 엘테미아에게 말하고 있었다. "휴....엘테미아도 참 힘들게 사네...이 생활이 그렇게 좋아?" 문득 에이메리는 드래곤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의 삶을 사는 엘테미아를 보며 그렇게 질문했고 울상을 짓던 엘테미아는 다시 얼굴이 밝아지며 말 했다. "응...비록 힘들고 아픈일도 많지만 인간들과 어울려 사는게 너무 즐거워 내 작은 힘으로 아프지 않고 즐거운 삶을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그 걸로 행복해." 엘테미아의 말에 에이메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휴...그래그래 좋은 자세야. 아무튼 이따가 가짜 헬마스터 녀석들 상대할 때 몸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 알았지?" "응~!" 그때였다. 리디가 먼저 들어간 가게의 부엌쪽에서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가 갑작스레 들려왔다. -쨍그랑!- 갑작스레 들려온 소리에 놀라 엘테미아와 에이메리는 나누던 이야기를 중단하고 급히 문을 열어 제치고 부엌쪽으로 달려갔다. 부엌에 도착하니 오른손가락에 피가 나고 있는 리디와 바닥에 흰색의 유리조각들이 이리저리 널려있는게 눈에 보였다. 이에 엘테미아는 급히 리디의 피가 흐르는 손을 잡고 회복마법을 시전했고 에이메리는 자신 의 정령을 불러 위험하게 바닥에 널려있는 유리조각을 치웠다. 리디답지 않게 무언가 멍해보이는 그녀는 깨진 유리조각들을 보며 나 직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뭔가...불길해..."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4 대지를 비추는 환한 태양이 내일을 기약하며 모든것을 단색으로 물 들여 버리는 어둠이 자리하자 드래곤의 빵집에 자리한 뒷뜰에 하나 의 손님이 찾아 들었다. "어서 와 지아" 엘테미아는 이미 헬마스터 공작의 본래모습으로 돌아가 있었고 그 모습을 확인한 지아는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쉰 뒤 빵집의 빵을 굽 는 화롯가의 옆에 있던 점화 벨브를 반대편으로 돌리자 지하실과 이어진 하나의 문이 생겨났다. 엘테미아와 지아는 재빨리 지하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지하실에 나 있는 계단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가주님 예상보다 일이 커져 버렸습니다." 갑작스레 지아가 한껏 심각한 어조로 자신을 보며 말하자 엘테미아는 문득 의아해 하며 그에게 계속 말해보라는 시선을 보냈다. "저희도 처음에 예상했던 그들의 습격루트가 영주의 저택이 아니라 바로 일반 시민들이 기거하는 마을인 것 같습니다." "뭐,뭐야??" 엘테미아는 지아의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들의 야습 루트가 전과 동일하게 영주의 저택이라고 생각했던 엘테미아는 만일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력한 시민들이 그들의 습격 을 받게되면 어마어마한 사상자가 발생될게 뻔했기 때문에 지아의 말 을 듣자 더더욱 다급해지며 물었다. "어,어떻게 그 사실을 알수 있었지?" 엘테미아의 질문에 지아는 잠시 뜸을 들아다가 이내 엘테미아를 바라 보며 말했다. "절정의 잠복술을 겸비한 우리들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 이미 우리 들이 잠복해 있던 위치에 예고장이 노여 있더군요. '우리는 습격을 이미 시작했다' 라고 써있는 하얀 종이가 말이죠." 엘테미아는 지아의 말에 지하실에서 나와 넓은 어두운 골목길에서 슬쩍 지붕위로 올라갔다. 여기서도 어렴풋이 보이는 영주의 저택에는 엘테미 아의 드래곤아이로 살펴보니 그저 평온하기만 했다. 이에 엘테미아는 자 신의 붉은 입술을 잘근 깨물며 지아를 보고 외쳤다. "나머지 슈팅스타들은??" "그들은 이미 세리자리오의 입구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엘테미아는 굉장히 빠른 스피드로 지붕의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다가 지아의 손을 잡고 다른 슈팅스타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다급히 워프 를 감행했다. 현재 세리자리오의 북동쪽에 위치한 입구쪽에서는 온통 어두운 밤하늘 을 붉은 물결로 물들이고 있는 거대한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갑작스런 불길에 깜짝 놀란 영지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잠자리에서 급 히 일어나 매캐한 연기가 치솟는 자신들의 이웃집을 보고 대경실색했 다. "뭐,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갑작스런 재난에 급히 출동한 마을 경비대들은 재빨리 영주의 저택 으로 마법사를 파견하기 위해 경비병을 보냈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마을을 안정시키기 위해 피를 토하는 외침을 계속 해야 했 다. 순식간에 사람을 녹여버릴 거대한 불길을 피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 은 저마다 자신들의 가족을 이끌고 불길이 치솟는 반대편인 공터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공터의 한가운데에는 영지민들을 위한 목조건축물과 그 주위에 아 름드리 뻗은 나무들, 그리고 벤치와 분수대가 있는 쉼터였다. 이미 자신들과 같이 갑작스레 터진 마을의 불길을 피하기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여기저기서 마을사람들의 불안한 분위기 에 눌려버린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고 자신들의 삶 의 터전이 커다란 불길에 삼켜버리는 광경을 멍하니 지켜봐야 했 던 아이들의 부모는 차마 아이들을 달랠 여유조차 없었다. 한참 안타까운 심정으로 자신들의 마을이 불길이 휩싸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때 대략 100여명이 넘게 모여있는 공터의 동쪽에서 고막을 울리는 커다란 여인의 비명성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퍽!- "끄아아악!!" "키키키키케르르르...." "크케케케케르르르..." "허,허억!! 뭐,뭐야! 이것들은!!" 갑작스레 등장한 온통 검은색 일통으로 무장한 복면의 사내들이 자신들의 뭉툭한 검으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무차별 살상하고 있었다. 잔혹한 그들의 검과 유일하게 그들의 신체를 드러내는 역겨운 노 란눈을 한 복면인들의 일검에 온몸이 부서지며 죽어가는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거대한 공포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퍽! 퍼퍽!- 여기저기서 수박깨지는 소리와 함께 온통 영지민들을 위한 쉼터 는 지옥의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고 여기저기 비산하는 뇌수들을 보며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노란눈의 복면인들을 피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동료들과 노란눈의 복면인을 상대하고 있던 마을의 자치경비대원들중 대장으로 보이는 40대 중년의 사 내가 혼란스런 마을사람들을 보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진정하시오!!! 사방이 헬마스터 녀석들이 쫙 깔려있소!! 우선 어린 아이와 노약자! 그리고 여자들을 가운데로 모으고 그 주위에 남자 들이 둘러싸시오! 어서!!" 이미 세리자리오와 가까이 있던 네곳의 영지가 헬마스터 공작가에 의해 몰살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던 상태였고 안정된 영지 와 이제 파견나올 해븐로드 공작가를 믿고 피난가지 않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레 나타난 복면인들을 보며 지금의 습격자들도 헬마 스터 공작가라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마을에 자리한 커다란 공터에 포위되어 버린 사람들은 경 비대장의 말에 공포에 질려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그의 말을 하나 둘 씩 따르기 시작했다. 우선 어인아이들과 노약자, 그리고 힘없는 여인들을 가운데에 몰려 놓고 그 주위를 청소년들이 그리고 맨 바깥쪽에는 건장한 청년들과 중년의 사내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해도 공포스런 복면인들에 의해 혼란스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모두를 보며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렁거리는 기운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 그때 마을 사람들의 그런 기운을 폭발시키는 음성이 한 소년의 입 에서 터져나왔다. "우리 세실리아는 절대 못건드려! 이 나쁜 헬마스터 자식들아!!" 아직 앳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안에 들어가 있지 않고 바깥쪽으로 뛰쳐 나와 마을사람들이 모여있는 맨 바깥쪽에서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돌을 집어 복면인에게 던졌다. 이에 수많은 청년들과 중년의 사내들이 너도나도 자신들의 사랑하는 가 족과 연인들의 이름을 불러대며 어깨가 탈골될 정도로 복면인들을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돌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심지어 자신의 신발을 벗어 복면인들을 향해 던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거센 반발에 잠시 머뭇거리던 복면인들은 자신들에게로 수많은 돌 들이 부딪혀 오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찍소리도 안하고 묵묵히 피를 갈구하는 자신들의 검을 만족시키기 위해 제물이 몰려있는 마을사람들에게로 한발자국씩 내딛고 있었다. 자신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면인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 지 못하고 있었지만 마을사람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복면인들이 다가 오지 못하도록 돌을 던지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이... 그들은 영주의 저택에서 머물고 있는 제국의 절대강자 진 해븐로드가 그들을 구하러 올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금만 참아라!! 그러다면 분명 해븐로드 공작님이 잔악한 헬마스터 놈들을 물리쳐 주실것이다!!" 복면인들을 향해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던 경비대장이 마을사람들의 용기를 붇돋기 위해 일갈을 내뿜었고 그의 말에 다시 용기를 얻은 마을 사람들은 기어이 자신들의 주먹만한 돌을 들어 직접 복면인들에게로 덤 벼 들어 마을사람들이 모여있는 공터로부터 그들을 밀쳐내고 있었다. 복면인들은 마치 생동감이 없는 죽어버린 시체처럼 어슬렁 거리고 있었 고 용기있는 마을사람들은 그것을 이용해 재빨리 게릴라형식으로 밀치 고 빠지고 하며 계속 시간을 벌고 있었다. "헉헉...조,조금만 더 버틴다면!...부,분명 오실것이다!!" "헉헉헉...." "케케케케르르르르....케케케켁...우리...들은...지옥..의 지..배자...케르르..." "크레레레레켁..." 더이상 게릴라형식으로 밀쳐내는 것도 한계에 부딪히자 슬슬 하나 둘씩 희생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퍼억!- "아아아아아악!!" 점점 쓰러져 가는 마을의 청년들을 보며 점점 사기를 잃어가는 마을 사 람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던 경비대장은 온통 복면인들에게 둘러싸 여 있어 자신의 목숨도 일각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콰콰콰콰콰쾅~~!- 불길에 휩싸여 마을에서 공터로 들어오는 길목을 막아버린 돌더미가 커다란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비산하며 무수한 인영을 비춰내기 시작 했다. 이에 마을사람들이 모여있던 여기저기에서 함성이 터져나오기 시 작했다. "와!! 드디어 해븐로드 공작님이 오신거야!! 우리들은 살은 거라고!!" "조금만 버티는 거다!! 우린 살았어!!" 저마다 자신의 친지들과 연인들이 불길의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인영 의 일렁이는 그림자를 보고 분명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해븐 로드가의 기사들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용기백배한 마을의 청년들은 젖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어 복면인들을 밀쳐내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청년들과 중년의 사내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었지만 조금이라는 무한정한 시간만 버틴다면 자 신들은 해븐로드 공작가에 의해 구원받으리란 믿음으로 전력을 다해 복 면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케르르르르키리리릭!!!" "으아아아악!! 저리꺼져 재수없는 자식들아!!" "절대 이 이상은 못간다!!"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하던 마을 사람들은 드디어 불길을 해치고 대 략 3,4십명의 사람들이 도착하자 커다란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금의 시간이 지난후 그들의 함성은 점점 잦아들면서 이내 꺼 져버린 불씨처럼 고요한 적막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국에서 가장유명한 해븐로드공작가와 그의 붉은 기사단...그들이 온통 붉은 계열의 갑옷을 걸치고 있다는 사실은 제국의 어린 꼬마들도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허나 불길을 뚫고 그들에게 당도한 사람들은 철제의 붉은 갑옷을 걸친 사람들이 아닌 은은한 달빛과 정열적인 불빛에 반사되 붉은 빛이 도는 은회색으로 빛나는 롱코트를 걸친 일련의 무리들이었다. 그들의 허리춤에는 레이피어보다 검신이 약간더 두껍고 끝이 약간 휘 어진 기이한 검을 차고 있었고 그들의 등과 왼쪽 가슴쪽에는 붉은색 실로 일렁이는 화염속의 악마를 표현한 불길이 대지를 향해 떨어지는 모양의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들의 가슴에 있는 문양을 확인한 한 청년은 4년동안 제도에 있는 유명한 아카데미인 에어트리븐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제국의 역 사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청소년이었다. 제국의 역사를 공부할 때 확실히 각인시켜놨었던 그 문양을 보자 자신 도 모르게 경악하며 소리쳤고 그 청소년의 외침에 모두들 멍하니 불길 을 뚫고 나온 은회색의 롱코트를 걸친 이들을 봐야했다. "헤,헤,헬마스터 공작가의 슈팅스타 기사단!!!..." "뭐,뭣이!!" "헉!! 저,정말인가!!?" "아...이럴수가......" 더 이상 버틸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다려 왔던 해븐로드 공작가의 기사단들이 아닌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 생각 한 헬마스터 공작가의 강력한 기사단들이 당도하자 모두들 그자리에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하하...우리들은 그동안 무엇을 위해..." "끝났어...." 마을 사람들이 모여있던 공터에서 복면인들과 싸우기 위해 소년들까지 나와있던 상황에서 모두들 되돌아온 절망에 힘없이 땅에 주저앉고 급기야는 서러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케르르르르...." "아,안돼!! 마르티나!! 어서 도망쳐!!" 절망적인 상황에 마을의 건장한 사내들과 함께 같이 복면인들에게 돌 을 던지고 있던 용감한 소녀인 마르티나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구슬같 은 눈물을 흘려대며 도저히 희망이라곤 하나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못이겨 땅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그때 자신이 태어나서 매일같이 봐온 자신을 낳아준 엄마의 외침이 들 려오자 마르티나는 퍼특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자신의 바로 앞에서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검을 하늘 높이 치 켜 들고 서있는 공포스런 노란눈의 복면인이 서있었다. "꺄아아아악!!" 죽음을 예감한 마르티나는 아직 여린 자신의 가슴으로 죽음이란 거대 한 공포를 감당치 못해 고막을 울리는 하이톤의 비명을 질렀다. 이에 마을사람들도 그동안 활기차고 명랑했던 마르티나의 위기에 주 저앉았던 상태에서 재빨리 일어나 복면인을 물리치려 했지만 모두들 이미 늦어버린 상황임을 직감하고 있었다. 이에 피를 토하는 경악성을 터트리며 마르타니의 부모는 그녀의 이름 을 목놓아 불렀고 마을사람들은 차마 소녀의 죽음을 바라볼 용기가 없는 지 고개를 돌려버렸다. -퍽!!!- "크레레레렉!!!" 퍽소리와 함께 들려온 가련한 소녀의 처절한 비명이 아닌 소름끼치는 기이한 복면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퍼특 놀란 마을 사람들은 다시 마르티나가 있었던 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볼수 있었다. 자신들에게 절망을 안겨준 슈팅스타 기 사단들과 비슷한 등에는 커다란 지옥의 화염속에서 웃고 있는 악마의 모습을 수놓아진 새하얀 롱코트와 은은한 달빛에 반짝이는 신비로운 은 빛머리칼...그리고 그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은빛가면을 쓴 정체불명의 소년이 마르티나를 죽이려 한 복면인을 단 한방에 멀찍이 날려버리고 있 었다. 분명 마을사람들 앞으로 나타난 40명의 슈팅스타 기사단과 비슷한 복 장을 하고 있는 신비한 은발의 소년을 보며 마을사람들이 자신들이 상 상했던 결과와 360도 다른 결과가 도출되자 벙찐 표정으로 은발의 소년 을 바라봤고 슈팅스타 기사단들은 은발의 신비한 소년이 등장하자 절도 있는 자세로 짧게 목례를 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저 작은 체구의 가냘픈 소년이 헬마스터 공 작가의 주요기사단인 슈팅스타 기사단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을 만한 사람은 단 한사람 뿐이란것을 잘알고 있는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리고 경악 하고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신비한 은발의 소년은 자신 의 손을 들어 복면인들을 향해 한바퀴 손을 휘젓자 곧게 도열해 있던 슈팅스타 기사단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스피드로 섬뜩한 푸른빛의 검광을 뿌려대며 하나둘씩 복면인들을 쓰러뜨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마르티나와 마을 사람들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쩍 벌 리고 경악하며 자신들의 눈앞으로 나타난 헬마스터 공작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지옥의 지배자라 하기엔 너무나도 맑고 청량한 미성의 고운 목소리가 그들에게로 울려퍼지자 그들을 퍼특 정신을 차려야 했다. "뭐하는 겁니까 모두들..." "......." "내일 다시 항구로 가려면 바쁘지 않나요?" "........" 마을 사람들은 슈팅스타 기사단과 헬마스터 공작이 나타났을때 이미 자신들의 목숨은 끝난 거라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 그들의 눈앞에 벌 어지고 있는 정반대의 상황과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들의 내일을 언급 하자 급기야 젊은 처자들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하나 둘씩 일어서는 마을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에게 나직히 중얼거렸다. "진짜 헬마스터 공작가의 모습을 보여드리죠..."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헬마스터 공작이 들고 있던 유리검에서 황금기 류와 함께 수많은 빛의 입자들이 생성되며 아름다운 빛의 폭발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헬마스터 공작의 아름다운 동작과 신비로운 그의 검기에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복면인들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다시 내일의 희망을 찾고 있으 면서도 자신들의 적이라 생각했던 헬마스터 공작의 모습에 도저히 시선을 뗄수 없었다. 한편 오로지 적막뿐이 존재하는 세리자리오영주의 저택의 정원에서 조용히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채 눈을 감고 있던 진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자 신앞에서 도열해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길..." ".........?" "우리들도 간다." ".......??"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갑작스레 저택의 경비를 내팽개쳐 두고 정문을 나서 는 자신들의 마스터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서둘러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5 -캉! 카캉!- "크레레레렉!!!" "웃차~!" 현재 세리자리오의 마을 사람들이 복면인들에 의해 타오르는 불길을 피하 기 위해 모여들었던 공터에서는 정체불명의 복면인들과 갑작스레 나타난 헬마 스터 공작가의 슈팅스타 기사단과의 접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2인 1조로 구성되어 복면인들을 상대하고 있던 세리자리오의 경비대들은 그들의 상상을 넘어선 슈팅스타 기사단의 현묘한 검술에 너나 할것없이 혀 를 내두르고 있었다. 서양식의 힘과 온몸에 무거운 방어구를 걸친 채 힘을 위주로 전투를 벌이는 그들과는 달리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진 코트와 길게 뻗은 얇은 검신의 검... 보이지 않을 스피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들의 얇은 검에는 푸른 색 검기가 일렁이며 단합에 복면인들의 힘줄을 끊어놓고 있었다. 이런 그들의 스피드와 테크닉을 위주로 하는 검술에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 을때 어느 덧 백명을 넘어서던 복면인들은 점차 하나 둘씩 쓰러져 가며 이 제는 대략 2,30명만이 일방적인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편 슈팅스타 기사단들이 복면인들을 상대하고 있을 때 엘테미아는 부상 당한 마을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처음 엘테미아가 마을사람들에게로 다가서자 마을 사람들은 그들마음의 한 쪽구석에서는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있어 혹시 정체불명의 복면인들과의 양 동작적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헬마스터 공작을 꺼려 하고 있었다. 허나 사람들을 보고 판달할 때 어른들처럼 그의 속사정과 이것저것을 따져 보는게 아닌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어린아이들은 자신들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어디선가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준 엘테미아를 보며 영웅취급하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마을사람들에게로 다가서자 마 을의 어른들은 그가 가지고 있는 헬마스터란 이름에 일말의 불안감이 아직 가시지 않아 누구도 그를 향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을때 마을의 어린아 이들은 자신들이 낼수 있는 커다란 함성을 질러대며 엘테미아에게로 달려 갔다. 아이들의 행동에 그들의 부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라 자신들의 아이를 헬마스터 공작으로부터 다가가지 못하도록 말리기 시작했으나 자신이 원하는 건 무엇을 해서든 갖고 싶은 직선적인 자아를 확립한 아이들은 기어코 자신들의 엄마 아빠의 손을 벗어나 은은한 달빛아래 아름답게 반짝이는 엘 테미아에게로 몰려들었다. "와아아아아~~형아 대단하다!!" "오,오빠 정말 고마워요. 오늘 리아는 굉장히 무서웠는데 예쁜오빠 덕분에 리아는 살았어요." "굉장해~~~은색 머리카락" 마을사람들은 끝까지 아이들을 따라가서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아이 들에게 둘러싸여 버린 헬마스터 공작을 보고 모두들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은은한 달빛과 일렁이는 불빛과 함께 헬마스터 공작과 아이들이 함께 연 출하고 있는 장면은 그가 헬마스터 공작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포 근하고 정겨운 광경이었다. 저마다 해맑은 웃음으로 헬마스터 공작의 주 위에서 떠들고 있는 아이들과 한쪽 무릎을 꿇어 아이들과 키를 맞추고 그 들의 볼을 쓰다듬는 모습은 그의 이름이 헬마스터란 사실조차 무색하게 만 들 정도로 부드러운 분위기에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 말의 불안감이 서서히 녹아 내리고 있었다. 자신들의 곁으로 수많은 귀여운 아이들이 몰려들자 로리광인 엘테미아는 가면에 가려진 두볼에 홍조를 가득 띄며 연신 아이들의 볼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엘테미아는 아직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땅바닥에 주저앉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갈색단발머리의 소녀 마 르티나를 보고 아이들에게 어루고 달래서 양해를 구한 다음 마르티나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어디 다친곳은 없니?" 마르티나는 이제 15살이 된 남자아이들보다 더 천방지축인 소녀였다. 그 런 그녀가 위기의 순간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신비한 은발의 소년이 말을 걸자 마르티나는 자신의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괘,괜찮아요." 자신의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건지 마르티나는 괜찮다는 말과 함께 주저앉았던 상태에서 곧바로 일어나 팔을 휘둘러보았다. "아,아얏!!" 왼쪽 팔을 돌려보고 다시 오른쪽 팔을 돌리려 하자 마르티나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며 그녀의 왼쪽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감싸쥐고 다시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마도 마을사람들과 함께 복면인들에게 돌을 던 지다가 그만 어깨에 무리가 간것 같았다. "잠시 가만히 있어봐." 마르티나는 어느새 자신앞으로 다가온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어깨의 아픔도 잊고 그의 몸 하나하나의 신비한 모습을 자신의 가슴속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그의 손을 느끼고 흠칫하는 동작과 함께 거부감을 표시하려던 마르티나는 갑자기 헬마스터 공작의 손에서 빛나는 포근한 황금빛 기류에 자신의 어깨가 빠졌던 고통이 점 차 가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서히 황금기류가 모두 자신의 몸속으로 스며들자 엘테미아는 마르티 나의 어깨를 탁하고 한번 치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발길을 돌려 뒤에서 느껴지는 마르티나의 시선을 외면한채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가 외쳤다. "여러분! 멍해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주위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시고 치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저의 앞으로 나오세 요." -웅성웅성- 엘테미아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위해 죽어간 사람과 다친 사람들을 생각하며 자신들이 이제껏 믿어왔던 헬마스터 공작의 전혀 다른 모습에 멍해있는 정신상태를 확 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부상자들을 찾아 엘테미아 앞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한편 세리자리오의 입구쪽에 있는 낮은 언덕 위에서 세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높은 곳에서 세리자리오의 불타는 영지를 지켜보고 있던 세명의 사람중 두명은 검은 후드를 쓴 훤칠한 체격을 지닌 사내들이었고 그 두 명의 앞에는 그들보다 왜소한 체격의 검은 가면을 쓰고있는 초록머리의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자신의 능력으로 시력확대마법을 시전해 현재 마을에서 벌어지 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저자가 바로 내가 죽여야 할 헬마스터 공작..." 은은한 달빛에 비춰 신비한 모습을 자아내는 엘테미아를 보며 오싹할 정도로 무감정한 소년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의 뒤에 서있는 사내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소년과 함께 몇몇곳이 불타는 마을을 보고 있었다. 한참 슈팅스타 기사단들에 의해 거의 다 쓰러져 버린 복면인들을 보고 뒤의 후드를 쓰고 있는 두 사내들중 왼쪽편에 서있는 사내가 말을 꺼냈다. "저건 모두 연극이다. 저 복면인들이야 말로 헬마스터 공작의 진정한 부 하들이지. 도대체 무슨 악한 속셈이 있는 지 모르겠지만 저 은발의 소년, 바로 헬마스터 공작은 겉모습과는 달리 사악한 속셈으로 마을사람들을 우 롱하고 있는 것이다. 저 복면인들도 원래는 선량한 사람들이었지만 사악한 헬마스터 공작에 의해 영혼을 제압하는 섭혼술에 당한 사람들이지." "........." 사내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검은 가면을 쓰고 있는 초록머리 소 년은 예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말했다. "죽인다...헬마스터 공작을...마을 사람들을 몰살시킨 헬마스터 녀석의 심 장을 갈가리 찢어놓겠다." 오싹하리만큼 감정이 결여된 말을 내뱉은 초록머리의 소년은 순식간에 광풍을 일으키며 공간조차 짓이겨 놀 스피드로 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언덕을 내려가자 아직도 그자리에 남아있던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사내들은 범인의 눈에 비쳐지지도 않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알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저 소년이 마음을 완전히 잃는 날이 머지 않았군...이대로 가면 말야." 왼쪽에 있던 검은 후드를 쓴 사내가 말하자 그보다 약간 작은 오른쪽 에 서있는 사내가 말을 이어받았다. "그래... 정말 끝없는 세월동안 수많은 윤회의 궤를 떠돌며 드디어 우리앞에 나타난 빙(氷)의 영혼을 가진 존재이다. 빙의 영혼을 가진 저 소년의 마음을 죽 일수 있는 건 골드실버의 '레디아나'를 소유한 저 시조드래곤 뿐이지." "하긴...빙의 영혼과 상극의 속성을 지닌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와 부딪혀 갈 수록 레디아나보다 아직은 약한 저 소년에게 직접 레디아나와 대응할수 있도록 빙의 영혼은 소년의 마음을 숙주로 삼아 언젠간 완전한 빙의 영혼이 깃들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 육체로 각성시키게 되겠지. 그때가 온다면...그 때가 온다면..." 불어오는 싸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한숨을 내쉰 오른편에 있던 사내는 문득 기분나쁜 기묘한 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크크큭...하지만 가르셀...요즘은 '레디아나'라고 불리던게 처음의 명칭이 었던 드래곤하트로 또다시 바뀌어 불린다는 것을 알고 있나?" 오른편의 사내의 말에 가르셀이라 불린 왼편에 있는 사내는 문득 자 조적인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큭...그런가...하긴...그 사건 이후로 우리들은 수십만년 동안 잠을 자왔으니까... 우린...그 분이 인정조차 하지 않는 '실패작'이었으니... 하지만 그분이 어째서 우리일족의 가디언들을 봉인해제시킨 건지 알수 없지만 우린 두번다시 오지 못할 이 기회를 놓칠순 없어." "그래...빙의 영혼이 완전한 각성을 이루어 우리들의 로드가 되는 날.....우 리들을 봉인시켜버린 재수없는 이슈테리아의 드래곤녀석들을 모조리 찢어 죽여버릴 것이다. 그리고...그들의 달콤한 레디아나를 손에 넣는 것이지. 그런 후 마지막으로 드래곤중 유일하게 골드실버의 레디아나를 소유한 시 조드래곤을....크크큭..." "크크크크...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다 이는군...저 가면속의 얼굴은 어떤 추잡한 얼굴을 하고 있을지 정말 기대되..." 그들은 서로 알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기분나쁜 웃음을 흘려대 며 천천히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세리자리오를 향해 언덕을 내 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가르셀이라 불린 사내가 자신의 품에서 기묘한 각도 로 휘어진 검은 피리를 꺼내 불기 시작했다. 분명 피리를 불고 있 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가르셀이 부는 피리에서 나오는 음파는 인간의 청각으로 식별할수 없는 특정한 생명체만이 알아 들을수 있는 피리였다. 가르셀이 피리를 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세리자리오의 바로 앞에 있는 헤리포트럴 숲 속에서 기이한 소리와 함께 역겨운 노란 눈을 가진 사내들이 엄청난 무리와 함께 세리자리오로 향하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6 활활 타오르던 마을의 불길이 점차 죽어가면서 대략 100여명정도의 복면인들은 어느새 헬마스터 공작가의 슈팅스타 기사단에 의해 그들 전원이 차가운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헥헤헥헥..." "젠장...뭐 이딴 자식들이 다 있어...? 분명한 사람인데도 짐증조차 느끼는 육체의 고통을 못느끼다니...이 녀석들 정말 사람인가...헉..헉.." "허억...허억...제기랄...이런 자식들이 왠만한 검좀 쓴다는 녀석들보다 더 골치아프다니까...헉헉헉..." 자신들의 날카로운 검으로 찌르고 베고, 넘어뜨려도 그 흔한 비명조차 지르지 않고 자신들의 힘줄이 모두 끊길 때까지 계속 덤벼드는 복면인 들을 보며 최상급의 스피릿 나이트들인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저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치를 떨고 있었고 이제 막 소드마스터의 경지로 초입 한 지아 역시 거친 숨을 토하며 그의 이마엔 구슬같은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까르르르르...." "하하하하..." "......." 찌르고 베고 쓰러뜨려도 끈질기게 일어나는 복면인들을 상대하느라 혼 신의 힘을 다하고 있을 때 어디에 사는 그 누구씨가 주위에 귀여운 아 이들과 함께 히히덕하고 있는 광경에 땅바닥에 주저앉아 헉헉대던 헬마 스터 기사대원들은 자신의 눈썹을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 중 190크로를 넘는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시원스레 생긴 사내, 헬 마스터 기사단의 록본이라는 기사의 이마에 굵직한 혈관마크가 돋아나 며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은발의 소년을 보며 크게 외쳤다. "야! 귀염둥이!! 우린 X 빠지게 냄새나는 끈질긴 녀석들이랑 숨막히는 싸움을 하고 있는 데 가주라는 사람은 자신들의 부하가 죽건 나가 떨 어지건 전혀 신경쓰지 않고 꼬맹이들이랑 히히덕 거리고 있어?? 앙!?" "맞아!! 너 이녀석! 매좀 맞아봐라!!" "옳소~~~!" 엘테미아는 희생된 사람들의 추모를 위해 어둡고 슬픈 분위기를 자아 내고 있는 마을 어른들의 무거운 기운에 아이들이 짓눌리지 않도록 하 기위해 마을 아이들을 모아 즐거운 동화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 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엘테미 아는 순간 그들의 타겟이 자신에게로 넘어오자 멍한 표정을 지으며 헥 헥대는 자신의 기사들을 보고 살풋 웃으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벌써 끝난거야? 복면인들이 꽤 시시했던 모양이지?? 화난 표정을 보 니 설마 아직도 몸이 근질근질 한거야??" "......." 도대체 자신들의 모습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면 자신들의 가주가 내뱉 은 말을 할수 있는 건지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잠시 엘테미아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짓다가 점차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전환된 그들을 바라보며 엘테미아는 순 간적으로 움찔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다가오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보며 자신도 그에 맞춰 한걸음 씩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허나 더이상 엘테미아의 한걸음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어색한 미소 에서 사악한 미소로 돌변한 그들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순식간에 엘테미 아의 주변을 둘러쌌다. 그리고 그들의 대표로 가장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록본이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 설마...우린 아니라고 믿지만 혹시라도...혹시 말야...응? 우리들이 저 깜 둥이 자식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을때 어디 가문의 가주라는 사람 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자신의 기사들의 걱정은 커녕 부하들을 까마득히 잊은 채 맘편히 꼬맹이들이랑 말장난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그,그게..." "앙??? 맞는거야? 설마 그런거야!! 그런거냐구!!!" "...흑...그,그게 말이지..." 점점더 험악해져 가는 무언의 기운에 완전 눌려버린 엘테미아는 움츠 려 드는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서 언제까지나 가주란 위엄을 잃어버린 채 살아갈 수 없다는 다짐을 굳게 하고 자신에게 도래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좋은 묘안이 생각난 듯 어두웠던 그의 얼굴이 환해지며 당당히 자신을 둘러 싼 기사들을 보며 소리쳤다. "너네들!! 감히 상관의 폭행은 군법재판감이라는 거 알아!? 나 건 드리면 재미없어!! 앙~?!" "........" 거칠게 살아온 록본의 말을 흉내내어 말하는 자신들의 가주를 보며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기묘한 표정을 짓다 결국 참다참다 참지 못한 록본이 자신의 투박한 손으로 보드라운 엘 테미아의 하얀 볼을 쭈~욱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어어!! 어에으 오어이아??" "도전이냐고요? 하하...가주로서 자신의 직분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다면 그건 당장 해고감이라구." "......어으해..." "킥킥킥..." 한참 엘테미아의 귀여운 반응을 재미있어 하며 즐기고 있을때 슈팅스타 기사대원 답지 않은 무게감있는 목소리가 그들에게로 울려퍼졌다. "가주님께 뭐하는 짓이냐. 어서 그 손을 놔라." 자유분방한 슈팅스타 기사대원중에서 유일하게 엘테미아를 가주로서 존 중해주는 지아가 말하자 다른 대원들은 지아의 말에 입맛을 다시며 울상 이 되어버린 엘테미아를 놔주었다. 이런 그들의 행동이 오랜만에 만난 가주에게 그들 나름대로의 애정표현 이란 것을 알고 있던 지아는 그 후로 별말 없이 서 있었고 대원들의 마 수에서 풀려난 엘테미아는 사랑스런 고양이마냥 자신을 구해준 지아에 게로 쪼르르 달려가 그의 팔에 엉겨붙어 자신의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이에 지아의 얼굴이 삽시간에 당황으로 변하며 엘테미아를 물리치려고 했으나 그 앞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지아는 망연히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었고 그런 그를 엘테미아는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사 랑스런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고마워 지아! 역시 슈팅스타 기사단에서 제일 쎄고 멋쟁이라니까~! 누구 씨들이랑은 전.혀.달.라~!" "......." "이잇~! 저 꼬맹이가!!" 엘테미아의 얄미운 말에 록본이 무서운 얼굴을 하며 다시 달려들려고 하 자 지아의 뒤로 폴짝 숨어버린 엘테미아는 록본을 향해 혀를 삐죽 내밀고 있었고 참다참다 참지 못한 록본은 거대한 포효를 하며 지아를 중심으로 엘테미아와 함께 빙글빙글 돌고 도는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한참 서로 헥헥거리며 지쳐갈때쯤 마을사람들은 자신들의 상상을 부셔버리는 제국의 공 포로 각인된 사나이들...바로 헬마스터 기사단에 대한 자신들의 상상이 미 티어 스트라이크에 직격된듯 산산조각나버린 채 멍해 있다가 마을사람들 의 대표격으로 마을경비대의 대장이 나와 엘테미아와 헬마스터 기사단앞 에서 정중히 감사의 예를 취하고 있었다. "이거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정말로 고맙습니다." "하하...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인 걸요...신경쓰지 마세요." -찌릿...- "......." 온갖 고생은 자신들이 하고 아무것도 안한 엘테미아가 저런대사를 내뱉 자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엘테미아에게로 쏟아졌지만 끝끝내 무시해버린 엘테미아는 갑작스런 재난에 당황해 하는 마을사람들 의 안부를 물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이에 경비대장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저기 모여서 즐겁게 놀고 있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을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경비대장을 따라 엘테미아와 슈팅스타 기사대원들도 말없이 아이들을 쳐 다보고 있을 때 문득 기이한 기운을 감지한 지아가 놀란 듯 소리쳤다. "자,잠깐!! 저길 봐!" "꺄아아아악!!" -퍽!- -파사사삭!!- "케르르르륵!! " "......." 힘들게 100여명의 복면인들을 물리쳐 놨더니 어느새 사방으로 역겨운 노 란 눈들이 거대한 파도마냥 끝없는 물결을 형성하고 있었다. 얼추 짐작으로만 봐도 그의 배는 되어보이는 200여명 정도의 복면인들 을 보며 지아는 쓰라린 듯 나직히 중얼거렸다. "제길...도대체 저런 수많은 인원이 어디서 나타나는 거야!" 이미 좀전의 싸움으로 거의 모든 체력을 소비해 버린 지아와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자신들의 검을 땅을 향해 힘없이 늘어뜨리고 계속 줄지 어 나타나는 노란눈의 복면인들을 보며 말없이 엘테미아를 주시하고 있 었다. 엘테미아도 생각보다 더더욱 심각한 상황에 멍하니 정면을 주시하다 자 신들의 기사단의 시선을 알아채고 뒤를 돌아 슈팅스타 기사단을 보며 문 득 한숨을 내쉬었다. "휴...." "......." 한숨을 내쉰 엘테미아는 이런 절박한 상황속에서도 끝내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들 하나하나에게 시선을 맞추며 말을 꺼냈다. "비록 휴벤트 제국의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 " 자신들의 가족과 연인, 그리고 친구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야...힘들겠지 만 끝까지 이들을 위해 싸워보자..." 엘테미아의 말에 대원들은 쓰게 웃으며 그들의 대표로 록본이 말을 꺼냈다. "헤헷...난 또 가주가 울고불며 가장 먼저 도망갈 줄 알았는데...내 상상 이 완전히 빗나갔네? 그건 그렇고 우리들도 중간에 나몰라라 빠지는 것도 성미에 안맞고 말야..." "그건 그러지..." "맞아" 모두들 자신의 의견에 한명도 반대하며 나서지 않자 엘테미아는 그들에게 감사하며 파이팅을 외치려 할때였다. "꺄아아악!! 안돼 마르티나!!!" 갑자기 중년의 여인의 피를 토하는 듯한 절규에 깜짝 놀란 엘테미아와 슈팅스타 기사단은 소리가 들린 중년의 부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가 중년 의 부인이 바라보고 있는 지점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엘테미아도 그들의 시선을 따라 복면인들이 쏟아지고 있는 한 골목의 모퉁 이를 쳐다보자 2층의 여관집으로 보이는 지붕위에 휘영찬란한 달빛아래 온 몸을 검은 후드로 둘러싼 정체불명의 사내가 어느새 기절시켜 버린 마르티 나를 안은 채 홀로 서있었다. 그때 그의 옆으로 엘테미아와 비슷한 검은 가면을 쓴 초록머리 소년이 검은 후 드를 눌러쓴 사내가 있는 지붕위로 올라와 차가운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건 네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라..." "이 모든게 헬마스터 공작을 제외한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 "먼저 숲에 가서 기다려 주시죠." "........" 갑작스레 나타난 소년은 엘테미아를 향해 싸늘한 시선을 한번 던져주고 소리없이 사라졌다. "너,너는 누구냐!! 도대체 왜!..." 엘테미아는 안면이 있는 마르티나를 납치한 검은 후드를 눌러쓴 사내를 보며 소리치자 검은 후드의 사내는 엘테미아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섬뜩하리만치 무미건조한 말을 내뱉었다. "와라." 검은후드의 정체불명의 사내는 엘테미아를 보며 나직히 '와라'라는 짧은 말 을 건넨 채 소리없이 세리자리오의 입구가 있는 성문을 나서서 헤리포트럴 숲 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도저히 이런 상황을 그냥 넘길 수 없던 엘테미아는 문득 자신의 뒤에 있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잠깐 다녀올께...힘들겠지만 이곳을 부탁해." 엘테미아의 말에 다른 기사들이 깜짝 놀라며 그들 중 특히 지아가 엘테 미아를 보며 다급히 만류했다. "무모합니다. 가주! 이건 어린애라도 함정이라는 것을 쉽게 알수 있습니다!" "맞아 혼자 가는 건 위험해!" 이에 엘테미아는 그들을 보며 걱정말라는 미소를 지어주고 자신의 팔을 휘 두르며 당차게 말했다. "걱정마~! 지아외 다른 8명의 소드마스터 아저씨들이랑도 30분이나 버텼는 걸. 저런 애송이 쯤이야 식은 죽 먹기야. 그러니 너희들도 좀 전의 전투로 힘들겠지만 더더욱 분발해줘." "헹~ 이제야 알아주는 구려...하지만 우리들도 지쳤다구요....뭐...귀염둥이 가주가 볼에 키스라도 해주면 힘이 날지 모르겠지만..." "킥킥..." 록본이 애써 무거운 분위기를 깨보려는 듯 엘테미아에게 농을 걸자 그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던 다른 기사들의 나직한 웃음소리 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쪽...- "........" "........" "속삭이는 대지의 녹색물결이여...타오르는 환희의 생명들이여...부디 이 모 든 이들에게 그대의 잔잔한 생명의 눈물을..." 짧은 주문과 함께 엘테미아는 자신의 슈팅스타 기사들에게 두손을 펼쳐들 었다. 그러자 그의 두손에서 눈부신 황금기류가 형성되더니 이내 그 황 금기류의 범위가 점점 더 확산되며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의 전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둘러싼 황금기류가 자신의 몸속으로 스며들자 한층더 가뿐해진 몸 상태를 느낀 대원들은 그다지 밝은 표정이 아닌 더더욱 어두운 표정으로 자 신들의 가주인 엘테미아를 보고 있었으나 엘테미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활짝 웃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하핫...난 헬마스터 공작이니까 이 정돈 별거 아냐. 그것보다 너희들..." "......" "한명이라도 죽으면 용서 안할테니까...자신의 몸도 사리면서 싸우고 있어." 엘테미아가 자신들을 걱정하며 말하자 대원들은 시큰해진 콧날을 비비적거 리며 장난스레 맞받아쳤다. "가주님도 여차하면 워프로 몸을 피하세요. 무리하시지 말구요." "헤헷...이번에 살아남으면 상으로 우리에게 가주의 맨얼굴을 공개해야해!" 갑작스런 제안에 엘테미아는 깜짝 놀라며 더듬거렸다. "응??? 그,글쎄...그,그게...그러니까...생각해 볼께..." 갑자기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그들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거절이 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기에 똑부러지는 거절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원들은 엘테미아의 말이 허락의 뜻인줄 알고 착각한 모양인지 저 마다 파이팅을 외치며 크게 소리쳤다. "좋아~~~!" "녀석들은 대략 200명! 우리들은 각자 1명씩만 상대하고 나머지 160명의 껌둥이들은 가주의 키스를 받은 록본 혼자 해결한다!" "뭐,뭣이??" "와아아아아~~!!" "좋아~~~가자~~~!" 엘테미아의 예상치도 못했던 기습키스에 멍하니 오른쪽 볼을 쓰다듬고 있던 록본이 동료들의 말에 깜짝 놀라하며 소리치자마자 대원 전원은 크게 웃으며 가벼운 몸놀림으로 각자 복면인들에게 쏟아져 나갔다. 세리자리오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들을 위해 싸움을 택한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보며 젊은 처자들과 노약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젋 은 청년들과 사내들은 너도나도 그들의 용기에 반해 주먹과 돌, 그리고 농기구등으로 복면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뛰쳐나갔다. 엘테미아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짧게 웃어주고는 자신도 몸을 돌려 검은 후드의 사내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허나 엘테미아는 점점더 그 사내에게 다가갈수록 자신의 드래곤하트를 옭아매는 기묘한 느낌에 점점더 불안감을 갈무리하지 못한 채 헤리포트 럴 숲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7 "크레레레렉..." "이 자식들!! 그 역겨운 주둥아리로 커다란 고통의 고함을 지르게 만들 어 주마!!" 자신들의 날카로운 검에 맞아도 기괴한 울음소리만 자아낼 뿐 끈질기게 덤벼드는 노란눈의 복면인들을 상대하며 록본은 커다란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온통 사방이 복면인들 뿐이었고 자신의 동료인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눈씻고 찾아봐도 도무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헉헉....제,제기랄!!..." "크레레레...키키킥..." 록본이 만들어낸 섬뜩한 검기에 왼팔이 서걱소리를 내며 땅에 널브러 져도 자신의 오른손으로 검을 들어 록본의 생명을 빼앗기 위해 검을 이리저리 휘둘렀고 그 오른팔마저 잘라버리자 복면인은 자신의 발을 거 세게 휘두르며 록본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그런 끈질긴 복면인들이 록본과 슈팅스타 기사단 한명한명을 둘러싸고 있었고 점차 고갈되어가는 자신들의 체력과 마나에 그들의 삶에 대한 희망은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록본!! 뒤를 조심해!" -휘익!- 순간 동료의 외침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인 록본은 자신의 머리털 몇 가닥을 끊어놓으며 지나가는 복면인의 검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제기랄~~! 이 개자식들아!!" "크르르르리릭..." -챙,챙캉!- 온통 그들의 푸른 검기가 복면인들의 몸을 가르며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속에서 점점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의 입밖으로 거친 욕설이 쏟아지 고 있었고 그와 비례하듯 그들의 죽음의 문턱은 점점더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언제나 티나지 않게 묵묵히 자신들의 기사대원들을 돌보아 왔 던 지아는 그 답지 않은 말을 외치며 자신들의 동료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참고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녀석들을 쳐라! 그럼 귀염둥이 가주님 의 맨얼굴을 볼수 있잖나!! 설마 가주님의 맨얼굴도 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는 병신들은 지금 이 자리에 한명도 없겠지??" "........!" "........!" 지아의 외침이 끝나자 마자 다른 대원들은 저마다 사그라들던 그들의 투기가 스스로도 놀랄 만큼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우워어어어어어~~ 대장말이 맞다!! 난 귀염둥이의 맨 얼굴을 보기 전까지 절대 죽을 수 없어!!" "당근이지!! 어이 세라빈~! 어물쩡 거리지 말고 단칼에 베어버리라고! 모 두들 지금 이순간 녀석들을 연습삼아 레벌업아니 하라구~!" "크헤헷!! 제길... 이런 녀석들은 연습거리도 안돼!" 갑자기 솟아난 투기와 함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점점 서로와 서로가 모여들며 아주 조금씩 그들만의 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의 투 기가 수많은 복면인들을 물리칠 만큼 위력적인게 아니었는지...아니면 그 들의 솟구쳐오르는 투기가 무색하리만치 현실은 정녕 잔혹한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피를 토하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점점더 사방으로 몰려든 복면인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때였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게된 슈팅스타 기사단들이 저마다 엘테미아의 가면 속의 얼굴을 상상하며 힘겨운 투혼을 발휘하고 있을 때 그들의 옆쪽에서 커다란 군중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깜짝 놀란 대원들은 복면인들과 검을 맞대면서 옆을 쳐다보았고 복 면인들도 갑작스레 터진 무형의 기운에 멈칫거리며 옆을 주시하기 시작했 다. -퍼퍼퍼퍼퍼퍽!- "제 2진 쓰로우!!" 갑작스레 때거지로 나타난 마을의 청년들이 몰려와 수많은 돌과 농기구 들을 복면인들에게로 던지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어서!..." ".......!" 마을의 경비대장이 기사들을 향해 소리치자 그들의 맹공에 의해 잠시 주춤거린 복면인들의 동태를 살피던 슈팅스타 대원들은 날카로운 감각 을 수련해온 고수들답게 마을사람들이 만들어준 틈을 타고 서서히 동료 들과 함께 완벽한 진을 형성할수 있었다. 진을 형성한 기사들은 복면인들을 골목길로 유인하기 시작했다. 골목길 의 좁은 통로를 이용해 1:1이라면 압도적인 실력을 갖춘 슈팅스타 기사 대원들은 3,4명씩 통로를 막아선채 복면인을 상대하기 시작했고 그들이 복면인을 상대하고 있는 동안 휴식을 취한 다른 기사들이 다시 그들과 교대하는 전술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런 전형적인 소수가 대수와의 싸움에 적격인 전술을 사용하고 있음 에 점차 지쳐있던 헬마스터 공작가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그들의 마 나와 체력을 회복해 가고 있었다. 허나 이지를 잃은 것처럼 아무생각 없이 오직 인간의 붉은 피만을 갈구 해 대던 복면인들이 자신들의 좁은 골목길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리 자 점차 골목길을 빠져나와 그들의 눈을 다른곳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허어억!" "꺄아아악!" 슈팅스타 기사단을 상대한 복면인들의 타겟이 다시 마을사람들에게로 돌려지자 마을사람들은 그들의 검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 "........" 기사대원들은 이제 텅텅 비어버린 골목길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거친 숨만 토하고 있었다. 그때 다른 이들과 같이 거친숨을 토하고 있던 지아가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겨 골목길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런 지아의 행동을 보고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록본이 큰 소리로 외 쳤다. "나가면 죽어! 죽는다고!! 녀석들은 인간이 아냐! 아무리 너라도 얼마 버티지 못한채 죽어버릴꺼라고! 우리들에겐 너무나 큰 전력차이야!" 허나 록본의 외침에도 지아는 자신의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공 터를 향해 걸어 나갔다. 이에 록본은 더더욱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리 며 다시 외쳤다. "이 병신아! 뭣 때문에 적국의 인간들때문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가주의 명령에는 죽지말라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어! 그런데도 넌 이 대로 나가 뒈져 버릴꺼냐??" 록본의 외침에 그제서야 지아는 문득 자신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록본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여기서 포기하면...분명 가주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우리들 몰래 어디선가 울겠지..." "......." "난 그것을 바라지 않아." "......." 지아의 말에 록본은 무언가 가슴을 크게 아리면서도 끝내 그의 의견에 굽 히지 않고 지아를 멈추기 위해 외쳤다. "하,하지만 우리들이 죽어도 가주는 더더욱 슬피 울어 버릴꺼야!" 자신의 말을 마치고 바로 돌아서서 골목길을 나서던 지아는 다시금 들려오는 록본의 외침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짧게 대답했다. "난 기사다." "........" "........" 더 이상 아무 말도 필요치 않았다. 지아의 말에 록본은 어느새 자신이 처음으로 검을 잡았을 때 다짐했었던 결심이 떠오름과 함께 지아를 따라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다른 동료들도...문득 그들을 보며 피식 웃어버린 지아는 자신의 검을 유려한 동작으로 뽑아내며 그들을 향해 외쳤다. "가자~!" "으라차차차차~~!!!" "케르르르르르...." "아..." 마을사람들은 어느새 다시 나타난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보며 환희와 안 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마을의 청년과 중년사내들은 더더욱 용기를 얻 어 기사대원들과 함께 복면인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허나 그들의 사기가 올라간것도 잠시...어느새 다시 증원된 복면인들은 더 더욱 그 숫자를 불리고 있었고 죽여도 죽여도 계속 늘어나는 복면인들에 의해 슈팅스타 기사단들도 하나둘씩 부상을 당하며 쓰러져 나가기 시작했 다. "헉헉...제,제길...여기까진가..." "저,정말 너무들 하는구만...이 무식한 새끼들..." "......." 이미 마을사람들 수십명이 복면인들에 의해 죽어버린 상황이었고 더 이상 검을 휘두를 여력이 남아있지 않던 상황에서 난데없이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젊은 처자들과 중년의 부인 그리고 노인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아아아아아~!- 더 이상의 희망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다시 들려온 인간의 삶에 대한 집착이 물씬 뭍어나는 인간들의 역동적인 외침에 고개를 돌려본 마을의 중,청 년들도 절망이 가득했던 그들의 얼굴이 희망으로 다시 물들었고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그들을 보자 뭐씹은 것처럼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 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8 한편 세리자리오의 성문을 지나쳐 관도공사가 이제 막 시작된 길을 쏜살같이 달리고 있는 인영이 있었다. 은은한 달빛에 비춰 찬란한 은빛실들을 나부끼며 달려가는 이는 바로 헬마 스터 공작, 즉 엘테미아였다. 엘테미아는 무고한 소녀를 납치해간 정체불명의 괴인들에 대한 분노를 느 끼며 온통 불길한 암흑으로 덮여있는 헤리포트럴 숲의 입구에 당도했다. "휴우..." 문득 숲의 입구에서 멈춰선 엘테미아는 급하게 달려오는 바람에 흐트러진 자신 의 숨결을 고르고 숲의 입구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어디냐!! 당장 마르티나를 돌려줘!" -사라락- 엘테미아가 숲의 입구에서 소리친지 채 20초가 지나지 않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숲의 입구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자신만한 크기의 인영이 엘테미아의 눈에 비쳐졌다. 그가 한걸음씩 걸을 때마다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섬뜩하리 만치 아무감정이 베어있지 않았다. 드디어 숲을 나와 은은한 달빛아래 마주한 두사람은 아무말도 없이 서로를 무 시무시한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엘테미아는 문득 마르티나가 보이지 않 자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검은 가면을 쓰고 있는 초록머리의 소년에게 소리쳤다. "마르티나! 마르티나는 어디있지?" -쉬익!- 순간 가공할만한 스피드로 대지의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드는 정체불명 의 소년을 보고 깜짝 놀란 엘테미아는 드래곤으로서 자신의 감각에 의해 겨우 소 년이 휘두른 예리하게 번뜩이는 검을 피할 수 있었다. 허리를 급히 뒤쪽으로 뻗어버려 그만 중심을 잃어버린 엘테미아는 순간적으로 땅바닥에 두세바퀴 구른 후 잽싸게 다시 일어나 예고도 없이 갑작스런 공격을 감행한 소년을 보고 분노하며 외쳤다. "치사한 자식!! 마르티나는 어떻게 했지?? 설마...죽이지는 않았겠지!!?" -쌔애애액~!- 다시 날카로운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자신에게로 쇄도하는 초록머리소년의 검을 피한 엘테미아는 더 이상 피하기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자신의 허 리춤에 달려있던 샤넬오르가를 뽑아 들었다. "그녀는 걱정할 것 없다...이미 돌려보냈으니까..." 갑작스레 들려온 소년의 무미건조한 말에 깜짝 놀란 엘테미아는 소년을 보며 의혹의 표정을 지은 채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지?? " "죽인다..." -쉬익~! 카,카캉!- 엘테미아는 도저히 말할 틈조차 주지 않고 무조건적인 맹공을 가하는 초록머리의 소년을 보고 자신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맞대응 했다. 허나 소년의 가공할만 한 검과 자신의 검을 계속 섞어가면서 엘테미아는 그 소년에게서 무언가 묘한 느 낌을 받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뛰고 있는 자신의 드래곤하트를 뒤로한 채 엘테미아는 소 년의 검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어느새 십분정도가 흐르고 있었다. "헉헉헉..." 소년의 보이지도 않는 빠르기에 더더욱 막대한 체력을 소모해야 했던 엘테미아는 거친 숨을 토하며 자신과는 달리 평온한 숨결을 유지하고 있는 초록머리의 소년을 보며 크게 외쳤다. "도대체 원하는 게 뭐야!! 무엇 때문에 사람들을 습격하는 거냐고!!!" 엘테미아의 숲을 울릴 정도의 맑은 고음이 사방으로 퍼지자 여태껏 숨하나 흐트러 지지 않았던 초록머리의 소년이 갑자기 자신의 심장이 있는 왼쪽가슴을 부여잡으 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갑자기 주저앉아 버린 소년을 멍하니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좀 전까지만 해도 숨하 나 흐트러지지 않았던 소년이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으며 보는 사람조차 숨막힐것 같은 느낌을 받도록 거칠고 힘겨운 숨을 내쉬기 시작하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악....하아아악....하아아악..." "어,어이...갑자기 왜 그래..." 아예 땅바닥에 드러누워 오른쪽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다른 손으로 흙 바닥을 손자국이 패이도록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에 엘테미아는 그 만 자신의 검도 내팽개치고 소년에게 달려갔다. "이,이봐!! 정신차려!...이봐!" ".....하아아악...하아아악..." 땅바닥에 엎드려 거친 숨을 토하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간 엘테미아는 소년을 돌 려 자신의 무릎위로 눕히고 소년의 기도확보와 가슴을 맛사지 해주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다른 모든 감정을 배제한 채 오직 살의(殺意)만이 느낄수 있 었던 초록머리의 소년은 어느 순간 사방을 커다랗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자신의 심장이 오그라드는 충격과 함께 자신의 전신이 살아가기 위해 숨을 쉬는 것조차 거부하기 시작하자 생전 처음 느껴보는 크나큰 고통에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으며 차가운 대지가 자신에게로 달려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땅바닥에 쓰러지는 둔탁한 충격을 느낄 새도 없이 숨조차 허덕이기에 바빴던 상황 속에서 소년은 문득 자신에게로 무언가 부드러운 손길과 함께 그나마 숨쉬기가 용 이해지기 시작하자 고통에 일그러뜨렸던 자신의 눈살을 조금씩 뜨고 눈앞을 바라 보았다. "........." 현재 엘테미아의 무릎에 누워있는 초록머리의 소년은 자신의 가면속의 눈을 크게 뜬 채 멍하니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언젠가 한번 이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본 것을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자신이 굶주림에 힘없이 쓰러져 의식을 잃어갈 때 생전 처음 느껴보는 부드러운 손길 과 함께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은발을 가진 소녀... 한참동안 괴로워하며 숨을 내쉬고 있던 초록머리의 소년은 순간 자신의 머리위에 있던 은발의 소년의 얼굴이 자신에게로 점점더 가까워지자 흐려지던 정신이 확깨어 나며 자신의 입술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다. "........" "후웁...." 자신의 입술을 열어 공작의 숨결로 자신의 호흡을 도와주자 초록머리의 소년은 점차 자신의 가슴을 억누르던 고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그런 자 신의 의식 한 구석에서 점점 편안해지는 자신의 마음과 비례해 더더욱 괴로워하는 비 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속에 자신이 아닌 또다른 누군가 들어있는 것 같은 이질적인 느낌에 소년의 마음은 평안을 찾으면서도 뭐라고 딱히 설명할수 없는 자신을 이루는 중요한 무언가가 고통에 울부짖는 것 같은 분리되는 느낌에 두려움을 느낀 소년은 이 평온한 순간을 계속 느끼고 싶어하는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자신의 몸은 어느덧 거세게 헬마스터 공작을 밀쳐내고 있었다. "아앗!" ".......하악...하악..." "도,도대체 왜 그래! 이대로 가다간 네가 죽을 것만 같다구!" 초록머리의 소년은 어째서 극악하고 잔인무도한 헬마스터 공작이 저런말을 지껄이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그의 말대로 점점더 의식이 혼미해 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이빨 을 피가 날정도로 꽉 물고 검을 받침대로 삼아 천천히 일어섰다. 그때였다. 갑자기 엘테미아와 초록머리소년만이 존재하던 헤리포트럴 숲의 입구에서 섬뜩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훌륭한 공격이었다. 헬마스터 공작..." 갑작스레 들려온 말에 엘테미아와 초록머리의 소년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닿기만 해도 얼어버릴 것만 같은 하얀 기류가 생 성되며 그 속에서 하얀기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예의 검은 후드를 눌러쓴 두명의 사내가 등장했다. "너,너희들은!!..." 순간 강력한 적이 2명이나 늘었다는 것을 직감한 엘테미아는 낭패의 표정을 짓고 있었고 초록머리의 소년은 검은 후드를 눌러쓴 사내들을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 은채 더더욱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런 소년을 보고 후드속의 입술을 살짝 말아올린 오른편에 서있던 자가 초록머리 소년을 보며 다시 말했다. "현혹되지 마십시오. 방금 전 저 사악한 헬마스터 공작이 당신에게 그의 숨결을 불 어넣어줄 때 무언가 분열되는 듯한 이상하고 꺼름칙한 기분이 들지 않으셨습니까?" "........!" 초록머리의 소년은 자신의 증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검은후드의 사내를 보며 가면속 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고 아직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렇다면..." "맞습니다.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함의 건너편에는 날카로운 비수가 숨겨있는 법 이지요. 바로 저 간악한 헬마스터 공작이 즐겨 사용하는 전법입니다." "!!.........." "뭐,뭐라고!! 야! 네가 언제부터 날 봤다고!..." 검은후드를 눌러쓴 사내의 말에 초록머리의 소년은 더더욱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엄청 난 분노의 기운을 쏟아내며 엘테미아를 노려보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자신의 선심이 악 행으로 변질되어 버리자 발끈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하아아악...역시...네 놈은...하아악......나의 검에 하악...죽어야 할 녀석이다..." -털썩!...- 힘겨운 말을 마치며 드디어 의식을 잃어버린 소년의 몸을 검은 후드를 눌러쓴 두명의 사 내중 커다란 키를 소유한 사내가 소년을 들쳐업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자신의 동료 에게 건네고 있었다. "역시...아직은 골드실버의 레디아나에게는 무리군...난 이녀석을 데리고 먼저 갈테니 가르셀 너는 이름뿐인 시조드래곤을 포획하라고." "그러지..." ".......!!" 엘테미아는 순간 그들의 대화속에서 시조드래곤이란 말이 나오자 가슴이 덜컹하며 깜 짝 놀랐다. 도대체 검은 후드의 사내들이 자신의 정체를 드래곤들을 제외한 아무도 모 르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자신의 상상 보다 더욱더 스케일이 크고 위험한 상황이란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어느새 초록머리소년을 들쳐업은 사내는 가르셀이라 불리우는 자를 남겨둔채 시린 빛 무리가 그의 주위를 돌면서 다른곳으로 사라져갔고 엘테미아의 앞에서 가르셀이라 불 린 자기 비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크크크큭...자 어디 한번 놀아볼까?" 순간 엘테미아는 숨막힐 정도로 시린 기운이 자신에게로 쇄도하자 깜짝 놀라며 몸을 옆으로 던져 겨우 피해내었다. 단지 마나를 모은것 뿐인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는 사내를 보며 엘테미 아는 소리쳤다. "당신들은 인간이 아냐!! 그렇다고 마족과 천족도 아냐! 도대체 당신들의 정체가 뭐지? 어째서 인간들의 마을!..." -퍽!- "........" 순간 눈깜짝할 사이에 자신앞으로 쇄도한 검은 후드의 사내를 보며 경악할 시간조차 없이 자신의 명치로 아찔한 고통이 느껴지자 엘테미아의 몸이 검은 후드의 사내앞에 서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자신의 일격에 쓰러져 버린 엘테미아를 보며 후드속에서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 내는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엘테미아를 들쳐 업었다. "크크큭...정말 쉽군...언제나 느껴봐도 이 레디아나의 향기는 일품이라니까...큭큭..." 초록머리의 소년을 데리고 먼저 사라진 동료와 함께 엘테미아를 기절시킨 후 자신의 어깨로 들쳐업은 후두의 사내는 그의 손에서 생겨난 시리디 린 하얀 빛무리와 함께 다른 먼 곳으로 이동하기 위한 마법진을 그려대고 있었다. "후훗...네 가면을 벗는 날도 머지 않았다...엘테미아....크하하하하...." "거기까지......" 너무나 순조로운 시조드래곤의 납치에 아쉬워하던 마음까지 들던 검은후드의 사내는 갑자기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쳐다봤다. 그러자 은은한 달빛에 반사되 매혹적인 청보랏빛머리칼을 하고있는 그는 같은 사내가 봐도 혹할만한 섹시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검은 후드를 눌러쓴 자신을 향해 무시무 시한 안광을 발휘하고 있었다. 자신이 기척을 느낄 새도 없이 다가온 상대에게 내심 긴장하고 있던 검은 후드의 사 내는 눈앞에 나타난 그의 기운이 확실한 인간의 기운을 내뿜고 있자 천천히 엘테미 아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눈앞의 매혹적인 사내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크크큭...감히 인간따위가 나의 상대가 될 성싶은가...?" "........" 바람조차 불지 않는 숲의 입구에선 어느새 폭풍전야를 예고하는 적막의 밤이 흘러가 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19 -휘이이이이잉...- 싸늘한 밤공기를 대동한 살랑이는 바람이 두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혼 전 시키고 있었다. 한참동안 아무말없이 침묵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던 중 놀랍게도 먼저 침 묵을 깬 것은 진 해븐로드였다. "인간따위라...마치 너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군..." 진의 말에 검은후드의 사내 가르셀은 가소롭다는 듯 후드속의 입술을 살짝 말아올린 채 진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흥...하찮은 인간보다 수십억배 고등한 존재지...크크큭..." "........" 가르셀의 말에 자신의 매혹적인 눈썹을 꿈틀거린 진은 문득 시선을 차가운 대지에 가련히 쓰러져 있는 엘테미아에게로 돌렸다. 흙바닥에 쓰러져 있어도 옷 의 내구성이 특이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마법이 걸려있는 것인지 그의 옷에 는 작은 흙먼지 하나 뭍어있지 않았다. 그때 문득 진에게로 가르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따위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살고 싶다면 내 발바닥을 한 번 핥 고 이대로 돌아간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크크큭..." "........" 진은 건방진 가르셀의 말에 자신의 눈썹을 다시 꿈틀거리며 한마디의 말조차 필 요 없다는 듯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온통 흑빛의 검,다크니스를 뽑았다. "호...기어이 죽음을 택하겠단 거로군...크큭...뭐...좋아..." 가르셀은 진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주고 자신이 입고있는 검은 후드의 로브속 에서 하나의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진은 가르셀이 검이나 스테프가 아닌 자주빛수정구를 꺼내들자 그의 특이한 무구 에 약간 경계의 자세를 취하다 기회를 포착한 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선공을 했다. 진의 흑빛검이 섬뜩한 공기를 가르는 파열음과 함께 가르셀에게 쇄도하자 가르셀 은 자신이 들고 있던 자주빛 수정구를 자시의 앞으로 펼쳐 들었다. 이에 진은 황 급이 자신의 주위로 실드를 형성하며 수정구에서 쏟아질거라고 생각한 마법공격을 막기위해 검을 거두었다. 허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줏빛 수정구에서는 은은한 자줏빛의 기류만 약간 머 물 뿐, 그 수정구에서 특이한 파장이라든가 마나유동이 느껴지지 않자 진은 뭔 가 석연찮으면서도 다시 맹공을 가했다. -휙!- 진의 머리빛과 비슷한 섬뜩한 보랏빛검기를 머금은 진의 다크니스가 섬광같 은 호선을 그리며 가르셀의 몸둥이를 일도양단(一刀兩斷)하겠다는 듯 무시무시 한 기세로 쏘아져 나갔다. 허나 자신에게 쇄도하는 검을 보고있음에도 그저 묵묵히 자줏빛 수정구를 앞으로 펼쳐든채 가만히 있는 가르셀을 보며 진은 도대체 그의 속셈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자신이 전개하고 있는 공격이 100퍼센트 유효거리에 있 었고 그의 사각으로 떨어지는 자신의 다크니스를 보며 진은 가르셀의 몸이 두쪽이 날 것을 의심치 않았다. -쌔애액!- "........!!" 도저히 인간이 검을 휘둘러서 낼 수 없을 것 같은 소리를 내며 진의 검이 가르 셀의 허리에 직격하자 진의 눈은 언제나 냉철한 그 답지 않게 잔경련을 일으키며 멍하니 자신의 다크니스와 가르셀을 보았다. 분명 자신의 사정거리안에 가르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검에 그의 옷 깃조차 스쳐지지 않자 진은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직도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자줏빛 수정구만 앞으로 내밀고 있는 가르셀을 보며 진은 다시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그의 허리를 베어나갔다. -쎄애애액!- "........" 허나 상황은 좀전과 마찬가지였다. 분명 자신의 사정거리 안에서 오랫동안 단련해온 그의 감각이 확실이 가르셀을 벨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나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처럼 그의 옷깃조차 스쳐지지 않 자 진은 그에게 퍼붓던 공격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른채 가르셀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공간...인가?" "큭큭큭..." 진의 의혹이 가득담긴 말에 가르셀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킥킥거리며 장난 스레 수정구를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하며 그의 말에 긍정을 표시해 주었다. "후훗...용케도 알아차릴 수 있었구나 인간. 이 수정구는 나의 주위로 유동하는 에너지를 가진 모든 물체를 다른 이(異)공간으로 전이(轉移)시켜주는 역할을 해 주는 수정구지. " "........" "뭐...이런 조잡스러운거야 우리일족의 창고에는 수북할 정도로 하찮은 아티팩 트지만 같잖은 인간녀석들을 상대하기엔 전혀 부족함이 없지." "........." 진은 그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낭패의 기색을 보였고 그런 진을 보며 가르셀은 더더욱 짙은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다른 손에 하얀 마나구를 형성하기 시작했 다. 그가 생성한 하얀빛의 구는 보기만 해도 시릴듯한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 었고 대략 주먹만한 정도의 크기로 형성되자 가르셀은 자신이 생성한 하얀 마 나덩어리를 보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채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쿠쿡.....이건 방어기능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 "!!......." 순간 가르셀이 들고 있던 수정구에서 미약한 자줏빛의 기류가 피어오르더니 그의 왼손에 형성되있던 하얀 마나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스파아아악!!- "컥!..." 마나구가 사라지자 마자 진은 갑작스레 자신의 복부로 느껴지는 엄청난 고통에 10헤론 밖으로 날라가 쓰러졌다. -울컥!...- 막대한 에너지의 충돌로 인해 진은 땅바닥에 수많은 자국을 만들어내며 겨우 멈출 수 있었고 극심한 고통과 함께 내상을 입은 듯 검붉은 피를 쏟아내며 쿨럭거렸다. 그때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진을 보며 가르셀은 천천히 걸어오며 말을 이었다. "큭큭...인간주제에 공간을 넘어 쇄도해오는 공격을 막을 수나 있겠나? " "........." "뭐...이렇게 약해빠진 인간가지고 노는것도 질리는 군...그럼 이만..." 순간 가르셀의 주위로 방금 전 진을 날려버린 시린빛의 마나구 수십개가 생성되 기 시작했다. 이에 가르셀은 눈을 부릅뜨고 있는 진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자신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자줏빛 수정구에 마나를 불어넣어 다시 수정구를 이용 해 자신의 마나로 서로 상극의 에너지덩어리들을 응축시킨 하얀빛의 마나구를 전 이 시키기 시작했다. "큭큭...끝이다 인간..." "......!" 가르셀의 주위에서 시린 빛을 발하고 있던 수십개의 마나구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둘 사이에서 묘한 적막감이 잠시동안 흘러갔다. 마치 거대한 폭풍전야를 예고하듯 그 흔한 숲의 속삭임조차 들려오지 않았고 휘 영찬란한 달빛아래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가르셀과 체념의 눈빛으로 자신의 눈을 감아버린 진의 모습만이 생동감있게 느껴질 때였다. -스파파파파팟!- 마치 죽음의 선포라도 내리는 것처럼 섬뜩한 파열음과 함께 진의 바로 앞으로 전 이된 수많은 하얀 빛덩이들이 그의 주위를 온통 시린빛으로 가득 물들였고 찰나 의 시간이 흐른 뒤 그 빛덩이들은 서로의 상극에너지와 거센 충돌을 일으키며 거대 한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헬마스터 VS 헬마스터 20 새로 증원된 레드엔젤 기사단과 함께 싸우고 있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갑자기 성문 밖으로 커다란 폭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치솟자 저마다 싸움을 잠시 멈추고 시선을 성문 밖으로 돌렸다. 이건 레드엔젤 기사단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마스터인 진도 성문밖으로 나 간 상태였고 엄청난 마나가 느껴짐과 동시에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던 것이다. 허나 하얀 폭발을 일으키며 느껴진 마나가 자신들이 오랫동안 함께 지내왔었던 마스터의 마나가 아니라 전혀 생소한 느낌의 마나에 저마다 긴장하며 진의 안위 를 걱정하고 있었다. -스스스스스스....- 현재 헤리포트럴 숲의 입구쪽에선 홀로 떠있는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하얀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수증기에 가까운 하얀 연기는 완전히 진의 자취를 없애 버렸고 가르셀도 인간이라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확실한 공격을 감행한지라 미 련없이 그 자리에서 뒤를 돌았다. 뒤를 돌아 걸어가던 가르셀은 한쪽 바닥에서 가지런히 누워있는 엘테미아에게 시선을 주 었다. 쓰러져 있는 모습조차 묘한 설레임을 주는 매혹적인 자태에 가르셀은 잠시 멈춰 서서 엘테미아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엘테미아의 은빛가면아래 그녀의 얼굴이 궁금해진 가르셀은 천천히 그녀 에게 다가가 자신의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들어 엘테미아의 얼굴로 가져갔다. "호오..." 가르셀은 엘테미아의 가면을 벗기려 하자 대단한 고서클마법의 락이 걸려있다는 것을 알아챈 후 낮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거이거...도대체 몇마리의 드래곤들이 쏟아부은 거야?" 아무리 자신이라도 엘테미아의 가면에 걸린 락을 간단히 해제할 수 없었다. 이에 가르셀은 다시 자신의 안쪽 주머니로 손을 넣어 무언가를 뒤적이다 이내 작은 황 금빛 열쇠모양의 아티팩트를 꺼내들었다. 자신의 일족중 일족을 수호하는 가디언들에게만 내려오는 옴니프텐스 키 라는 아티 팩트는 그들의 선조가 오랫동안 모아온 레디아나를 응축해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집결시킨 모든 락을 해제시킬 수 있는 열쇠였다. 가르셀이 열쇠를 엘테미아의 얼굴로 가져가자 작은 스파크가 일더니 금빛으로 은은 하게 빛나던 열쇠가 순간 눈부신 섬광을 쏘아내면서 깨알같이 새겨진 룬문자가 붉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핑!- 드디어 수많은 드래곤들이 시전한 엘테미아의 가면에 걸린 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 려왔다. "빙고." 가르셀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어린아이처럼 얼굴에 완연한 미소를 가득 짓 고 다시 자신의 품으로 열쇠를 집어넣은 다음 엘테미아의 가면에게로 손을 가져갔 다. 그러자 언제나 확고부동하던 엘테미아의 가면이 가르셀의 손에 흔들거리 시작했 다. 서클렛의 형식으로 되어있던 엘테미아의 가면에 손을 댄 가르셀은 자신의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엘테미아의 가면을 벗기기 시작했다. "크크크크...과연 어떤 흉측한 얼굴이 숨이 있을까나~" 오래전에 멈춰버렸던 자신의 심장이 마치 살아 숨쉬는 것 같은 착각을 느낀 가르셀은 천천히 엘테미아의 가면을 벗기고 있었고 그녀의 은빛 앞머리를 이마뒤로 넘긴 채 연신 기분 나쁜 미소를 흘려대며 엘테미아의 가면을 완전히 벗겨내었다. "........." 허나 엘테미아의 가면을 벗기고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가르셀의 듣기 거북했던 웃 음이 딱 멈춰버렸다. 그는 후드속의 눈을 커다랗게 뜨고 손까지 부들거리며 엘테미아의 얼굴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이,이럴리가 없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도대체 어떤 엘테미아의 얼굴을 기대한 건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하고 있던 가르셀은 순간 자신의 뒤에서 왠 남자의 커다란 대소가 들리자 순 식간에 전투 태세를 취하고 뒤를 돌아봤다. "왠 놈이냐!!" "하하하하하 이런이런...넌 보지 말아야 할 걸 봐버렸구나...불쌍하게 시리...하하하" "너,넌!..." 가르셀은 커다란 대소를 흘리며 하얀 수증기사이로 걸어나오는 인영을 보고 도저히 못 믿겠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경악하며 외쳤다. "어,어떻게 네가!...." "후훗...멍청한 놈. 그정도에 내가 당할거라 생각했냐? 아직 천만년은 이르다!" 가르셀은 자신의 눈앞에서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완전한 보랏빛의 머리로 물들 어 버린 진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려뜨렸다. "감히 건방지게 이 몸에 상처를 냈겠다...?" "........." 가르셀은 비록 진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는 아니었지만 조금 전과 싸울때와는 전혀 느낌이 다른 그의 성격에 말문을 잃어 버렸다. 마치 한마디를 내뱉는 것조차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듯 말이 없던 그가 호탕한 대소와 함께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자 가르셀은 잠시 황당스런 충격에서 이내 가소로움과 자신의 일을 방해한 것에 대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이에 가르셀은 다시 품에서 자줏빛 수정구를 꺼내들어 진을 바라보며 외쳤다. "쳇!...끈질긴 자식...감히 인간주제에 내 앞에서 주절거린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 그러자 진은 평소 그를 알고 지내던 사람이 보면 경악해 할 정도로 냉철한 표정에서 자신감에 차있는 ....아니 자신 위에는 그 무엇도 없다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마냥 가르 셀을 향해 씨익 웃어주고 자신의 다크니스를 겨누며 말했다. "멍청한 놈 감히 오래전에 봉인당한 하찮은 종족주제에 너무 건방지닷!!" "........!!" 가르셀은 방금 전 진에게서 나온 말에 입을 쩍 벌리고 경악해 했다. 자신의 일족의 숨겨진 비화를 일개 인간따위가 알리 만무했었기에 진의 입에서 나온 봉인이란 말에 가르셀은 손까지 부들거리며 경악했다. 그러나 그런 가르셀을 전혀 상관치 않겠다는 듯 진은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다시 다크 니스에 섬뜩한 보랏빛 검기를 주입하고 커다란 호선을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쌔애애액- "흥!! 너의 실력으론 수정구의 공간전이를 피할 수 없다!!" 가르셀은 진의 갑작스런 맹공에 전혀 당황치 않고 자신의 수정구를 앞으로 펼쳐 들었다. 자신이 수정구를 펼쳐 듬에도 끝내 자신의 검을 멈추지 않는 진을 보며 가르셀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말의 불안감이 서서히 밀려들고 있었다. 허나 상대는 인간이었다. 자 신의 발뒤꿈치에 채이기만 해도 쉽게 죽어버리는 인간...그런 인간이기에 가르셀은 다 시 한번 그의 공격을 다른 공간으로 전이시키고 고통스레 죽여주리라. 다짐하고 있었다. -쉬이익!- "........!!" ".........." "후훗....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하하" 순간 자신의 지척으로 다가와 회심의 일검을 날렸지만 좀전과 마찬가지로 가르셀이 들고있는 수정구에 의해 진의 공격이 다른 공간으로 전이되며 무산되었다. 이에 가르셀은 검을 휘둘렀던 자세 그대로 서있는 진을 바라보며 커다란 대소를 터 트렸다. 이미 공간의 저편으로 사라진 자신을 가르기 위한 진의 일검이 허무하게 끝난 것을 본 순간 가르셀은 좀전에 진을 쓰러뜨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주위로 수십개의 마나구를 생성해냈다. 아직도 가만히 서있는 진을 보며 가르셀은 그를 향해 비릿하게 웃어주고 외쳤다. "크크크큭...이젠 끝이다! 건방진 인간!!" -쌔애애애액!!- "커헉!!!?" 자신의 주위에 떠있는 마나구를 오른손에 들고 있는 수정구를 이용해 다시 공간전 이 시키려 했던 가르셀은 순간 자신의 앞으로 공간이 갈라지면서 진의 보랏빛 검기 를 머금은 섬뜩한 다크니스의 검날이 자신의 복부를 관통하자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그의 눈이 놀람과 당황, 그리고 경악으로 물들었다. "무...무슨짓을 한거냐...." 이에 진은 섬뜩할 정도로 매혹적인 미소를 가르셀에게 지어주고 그를 향해 검지손가 락을 까딱이며 말해주었다. "하하하하 멍청한 녀석. 이곳의 좌표와 전이된 공간의 좌표만 알수있다면 멍청한 네 놈의 장난감으로 사라진 나의 검을 다시 불러들일수 있지. 네놈 바로 앞으로 말야 ...크하하하하" "쿠,쿨럭...그,그런...이,인간에게 그런일이 가능할..리.." 순간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진을 보며 가르셀의 눈은 다시 한번 경악으로 물들어 버렸고 어느새 가르셀의 바로 앞까지 쇄도한 진은 자신의 오른손으로 가르셀의 복 부를 뚫어버리고 있었다. 도저히 인간에게 자신이 당했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던 가르셀은 순간 바로 눈앞에서 본 진의 매혹적인 보랏빛 눈동자를 보고 경악에 물들어 있던 자신의 눈을 찢어질 만큼 커 다랗게 뜨고 더듬거리며 말했다. "다,다,다,다,....다,당신은...서,설마...그럴리가...당신이 이곳에 존재할 이유가..." "그만 닥치고 사라지지 그래?..." 순간 진이 가르셀의 복부에 꽂았던 손에서 섬뜩한 보랏빛의 기류가 일더니 순식간에 가 르셀의 전신을 잠식해 버리고 있었다. "크아아악!!" -스스스스파파파파팟!- 가르셀을 잠식시켜버린 보랏빛의 기류는 둥근 타원의 형태를 자아내기 시작했고 이내 타원의 아래위로 반을 갈라버린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맹렬한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순간 일렁이는 보랏빛의 기류와 섞여 나오는 시뻘건 피를 보며 진은 쿡하고 한번 웃 어주고 가르셀이 소멸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섬뜩하던 그의 얼굴이 차가운 무표정으로 변하기 시작하며 저기 풀밭에 쓰러져 있는 엘테미아를 주시했다. 진은 쓰러져 있는 엘테미아의 곁으로 다가가 말없이 엘테미아의 벗겨진 가면의 씌어주 고 가르셀이 풀어논 락을 자신의 마력으로 더욱더 락을 강화시킨 진은 갑자기 엘테미 아로부터 뒤로 돌아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검붉은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쿨럭!" 갑자기 멀쩡했던 진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괴로워하고 있었고 그의 머리색이 점점더 보랏빛에서 청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컥!...하아...아하..." 이미 자신의 공격으로 사라져 버린 가르셀을 뒤로하고 진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연신 거친 숨을 토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거야...제길..." 진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자신의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그런건가?...또다시...난..." 알수없는 말을 내뱉은 진은 자신의 입가에 흥건한 피를 하얀장갑을 낀 손으로 슥 닦아 내고 그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곤 다시 예의 냉철한 모습으로 돌아온 진은 문득 자신의 뒤에서 가련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엘테미아를 볼 수 있었다. "........." 해븐로드의 숙원(宿怨)과 함께... 01 진은 쓰러져있는 엘테미아의 가면을 어루만지듯 쓰다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빨을 나직히 갈면서 그는 엘테미아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원망조로 지껄였다. "치사한 자식..." 자신의 매혹적인 아미를 찡그리며 아쉬운 표졍으로 엘테미아의 얼굴을 바라보던 진은 살짝 눈을 감고 고개를 두어번 저은뒤 엘테미아를 품에 안고 세리자리오로 항하기 시작했다. ".....가볍군..." 천천히 걸어가며 진은 한마디의 말을 내뱉고는 눈부신 빛과 함께 워프를 시전했다. 번뜩이는 살기와 붉은 피에 대한 광기, 그리고 삶에 대한 애절한 집착이 혼전을 이 루던 세리자리오의 공터에선 어느새 청량한 밤바람만이 멍하니 서있는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 있었다. "하아...하아...끄,끝난거냐..." 문득 지아 옆에서 도저히 못 믿겠다는 얼굴로 록본이 말하고 있었고 지아 역시 거친 숨을 헐떡이며 갑자기 물러난 복면인들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며 그의 말을 이어받았다. "하...그,그런 거 같군..." "........하하...하..." 자신들의 모든 힘이 소진되 한두명씩 쓰러져 가는 절대절명의 순간에 갑자기 복면인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무언가에 홀린 듯 다시 세리자리오의 영지를 빠 져 나가버린 복면인들을 보며 지아와 록본, 그리고 슈팅스타 기사단들은 허탈 하게 웃고 있었다. "사,살았다!! 우린 살았다!!" 그때 문득 마을청년중 한사람이 삶에 대한 끈질긴 투쟁을 벌인 사람들의 머리 를 일깨우는 격한 외침을 터트렸다. 이에 다른 모든 이들도 저마다 멍히 풀려있던 표정에서 점점 생기가 감돌기 시 작했고 기어이 마을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살았어!! 정말이야! 우린 숨을 쉬고 있다고!!" "하하하하 정말로 아찔하고 긴 밤이었어!" 자신의 목숨이 기괴하고 터무니없이 잔뜩 몰려왔던 복면인들에게서 아직도 붙어있 다는 사실에 감동한 마을 청년들이 서로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을 얼싸안으며 외치고 있었고 마을의 처녀들은 저마다 자신의 여린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고 있었 다. 그러나 마을의 중년인이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기뻐하는 청년들과 훌쩍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문득 마을사람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지아의 눈이 잠시 움찔거리면서 아직도 주저앉아서 헥헥대고 있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어이!! 모두들 허락없이 죽은 녀석 없지?" 지아의 말에 대원들은 확인겸 주위를 살펴보다 이내 힘없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그려~~~!" "........모두 일어나!" "......?" 지아의 일어나란 외침에 헥헥거리며 주저앉아 있던 대원들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냐는 듯 삐딱한 시선으로 지아를 쳐다봤고 지아는 그런 그 들을 보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당당하게 외쳤다. "아직 가주가 돌아오지 않았다!" "......." "......." 비록 지아의 짤다막한 한마디의 외침이었지만 지아의 외침에 슈팅스타 대원들의 오만상은 어느새 걱정의 표정으로 뒤바뀌었고 저마다 아픈 근육을 달래며 자리에 서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이 일어서는 모습을 고개를 돌려보며 확인하던 지아는 문득 대 원들중 한명이 복부에 커다란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카이슨!! 넌 됐어. 더 이상 무리하지 마라!" 지아의 외침에 대원들의 시선이 모두들 복부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카이슨에게 집 중 되었고 카이슨은 힘겨운 표정을 지으며 살풋 웃어보이고는 모두를 바라보며 말 했다. "어이어이...이 정도는 암것도 아냐. 난 가주의 맨 얼굴을 볼때까지 절대 죽지 않을 거니까 걱정말고 빨리 가주가 사라진 곳으로 가보자고..." ".......카이슨..." -딱!- "........" 그때 문득 카이슨을 연민의 표정으로 바라보던 기사대원들 사이에서 경쾌한 수 박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록본이 카이슨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광경이 모두의 눈 에 비쳐졌다. "흥! 멍청한 녀석!! " 록본은 자신의 망토를 벗어 일검에 동여매기 쉬운 크기로 자른후 망토의 안면 을 카이슨의 복부에 동동 동여매기 시작했다. 카이슨은 그런 록본에게 슬쩍 웃어주고 드디어 급조된 붕대와 응급처치가 완 료되자 카이슨의 옆에있던 동료들이 카이슨의 양쪽 팔을 걸쳐매고 모든 준비 가 끝났다는 싸인을 지아에게 보냈다. 이에 지아는 그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주고 모두를 바라보며 외쳤다. "가자!! " "예이~~!" 마을사람들이 채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마을을 떠나기로 한 슈팅스타 대원들은 당당한 걸음으로 세리자리오의 입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비록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당당한 위용 을 내뿜고 있었고 그들의 눈빛은 그 어느때보다 생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창 자신들의 칠칠치 못한 가주가 걱정되 아픈몸을 이끌고 당당한 걸음을 걷고 있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에게 난데없이 태클이 들어왔다. "너희들은 이곳을 함부로 나갈 수 없다!" 갑자기 들려온 청년의 목소리에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이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 러뜨리고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듯한 시선을 자신들에게 시건방진 말을 내뱉 은 온몸에 붉은빛의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기사에게 향했다. 허나 자신들의 길을 막은 청년이 시건방진 마을청년이 아니라 적국의 최고 기 사단인 레드엔젤 기사단임을 확인한 슈팅스타 대원들은 험악하던 얼굴에서 무 릇 긴장한 자세로 뒤바뀌며 손을 슬금슬금 자신들의 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 그들을 대표해서 지아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와 자신들의 길을 막는 레드 엔젤 기사단장, 제국의 프라이오덴 백작가의 차남 아이제스 르쥬 프라이오덴에 게 말했다. "도대체 무슨 권리와 명분으로 우릴 막겠다는 겁니까? " 지아의 말에 레드엔젤 기사단장인 아이제스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유분방 한 슈팅스타 기사대원들과는 대조되는 격조있는 자세로 또박또박 외쳤다. "우리 레드엔젤 기사단원들은 마스터가 올때까지 슈팅스타 기사단을 잡아두 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에 너희들은 이곳에서 한발자국도 물러나지 못한다! 이 를 어길시 무력행사도 동원되니 참고하도록!!" "......." 어느 새 레드엔젤 기사단장인 아이제스의 뒤로 4,5십명의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고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그들을 바라보는 슈팅스타 기사대 원들과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그들 사이에 감돌고 있었다. 그러다 참다참다 참지 못한 록본이 지아를 밀치고 앞으로 나서며 레드엔젤 기사 단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이런 호로새끼들을 봤나!! 자기네 집하나 제대로 못지키는 자식들이 너네집을 지 켜준 은인에게 엎드려 절하기는커녕 감히 칼을 들이데는 거냐!? 너네가 빌어먹는 기사도는 다 그따위냐고!! 앙??" "뭐,뭐라고?? 저,저자식이!!" 록본의 말에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해지며 흥분한 레드엔젤 기사단원이 막 록본에 게 달려들려던 찰나 자신을 손을 들어 대원을 제지한 아이제스는 지아와 비슷한 검붉은 장발을 살짝 쓸어올리며 귀족가의 자제다운 품위와 함께 살짝 웃으며 말했다. "훗...역시 듣던대로 헬마스터 공작가는 천박한 평민들로 구성된 엉망진창 집단 이군요..." "뭐,뭣이!!!" 이번에는 록본이 아이제스에게 달려들려 하자 지아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그러자 그들사이에 무시무시한 전류가 비산하며 가까이만 가도 살이 에일듯한 살기가 사방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스르릉!! 챙!- 레드엔젤과 슈팅스타 양쪽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쏟아지는 살기에 제 멋대로 몸이 반응하듯 자신들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일제히 뽑아들었다. 이에 그런 그들의 심상치 않은 광경을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슈팅스타 기사 대원들의 편을 들자니 제국의 제일가는 기사대원인 레드엔젤이 두려워 하지 못 하겠고 또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의 편을 들자니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슈팅스 타 기사대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님에 마을사람들도 이도저도 하지 못하고 식은땀만 뻘뻘 흘리고 있었다. 해븐로드의 숙원(宿怨)과 함께... 02 섬뜩한 은날이 번쩍이는 검을 각 적기사단을 향해 들이댄 슈팅스타와 레드 엔젤은 서로 이를 뿌드득거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고 그때 레드엔젤 의 최연소 기사대원인 찰랑거리는 금발의 숏컷트머리가 인상적인 루이가 앞 으로 나서서 서로 으르렁거리는 그들 사이로 다가가 말을 던졌다. "아하하하...한동안 함께 싸운 진한 동료들끼리 무슨 짓입니까...하하...아무!..." 허나 루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같은 적을 두고 함께 싸운 진한 동료애를 나눈 그들은 루이를 씹어먹을 듯한 살벌한 안광을 번뜩이며 '어서 찌그러져 있어' 라는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다시 서로를 직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루이는 나이도 나이고 실력도 실력인지라 조용히 뒤로 돌아갔고 성질 급한 록본이 지금상황에서도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는 아이제스를 보 며 소릴 질렀다. "헹!! 병같은 새끼!! 그따위 품위나 찾다 뉘집새끼들 다 뒈져 갈 때쯤 어슬렁 어슬렁 기어오는 거냐?? 참 너네들 믿고 제국이 잘도 돌아가겠다!!" 이에 우아한 자태로 지아와 비슷한 자신의 검붉은 머리를 쓸어올리던 아이 제스는 록본의 말에 짐짓 얼굴을 굳히고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말했다. "말좀 걸러서 내뱉지 않겠나? 너무나 천박한 말투라 들을 수밖에 없는 내 귀까지 다 천해지는 것 같군... 이래서 평민들은 뭘 해도 안된다니까..." "뭬,뭬야!! 이런 호로새끼!!" 록본은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 아이제스를 향해 섬뜩한 검날을 들이대며 달려들었다. 허나 그때 지아가 록본의 앞길을 막아서며 그의 가슴을 살 짝 주먹으로 쳤다. "비켜!!" 록본이 흥분으로 붉어진 얼굴로 지아에게 외쳤으나 지아는 별 표정없이 록본을 보며 짧게 말했다. "별 같잖은 꿈만먹고 사는 꼬마들을 상대할 시간이 없다. 우린 어서 가 주를 찾으러 가야해..." "......." "......." 지아의 말에 록본의 얼굴이 기묘하게 풀리고 있었고 그에 비례하듯 레 드엔젤 기사대원들의 얼굴은 묘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자신들의 기사 도 정신이 적국의 기사에게 같잖은 꼬마들의 꿈으로 치부되자 기어이 참지못한 한 레드엔젤 기사대원이 발악을 하며 지아에게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악!! 감히 제국 제일의 기사단의 검이 두렵지도 않느냐!! 이 잊혀진 공작가의 기사나부랭이들아!" "!!......." 그들의 도발이나 잘난척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지아는 자신들의 가슴을 아리는 그의 말에 기어이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높이 뽑 아들며 소리쳤다. "흥! 네놈들이 미친개처럼 날뛰지만 않으면 우리들도 나타나지 않아!" "저,저자식이!!" "감히 제국의 대업을!..." 숨막히는 혼전을 예고하는 도화선은 이미 그 끝을 불태우고 있었고 드디어 서로의 감정이 폭발한 이들은 자신의 검을 치켜들며 서로에 게 달려들고 있었다. 허나 지아의 분노가 이끌어낸 3헤론가량의 푸른 검기를 보자 레드엔 젤 기사들은 움찔거리며 전사로서의 본능이 그들의 거칠것 없던 기세 를 묶어버리고 말았다. 지아의 실력이 소드마스터라는 것을 확인한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그들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쩍 벌린채 경악하며 지아를 바라봤 고 그런 레드엔젤을 보며 록본이 비아냥 거렸다. "푸헤헷 뭐냐? 그 얼빵한 표정은? 하기사...뭔 괴상한 품위따위를 찾느 라 이런거 만들 시간도 없었겠구만...키키킥...어이 아그들아! 이게 바로 소.드.마.스.터의 검기란 거다. 오늘 좋은 구경했으니 신나겠구나? 키키킥.." "푸히히힛" "크크큭..." "......." 비록 제국의 귀족에 속해있었으나 귀족이 참석해야할 무도회장이나 각 종 연회에도 결석을 마다해가며 검에 미친듯 오로지 검만보고 살아왔 던 레드엔젤 대원들은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이 지금껏 자신들의 걸어온 검의 길을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으로 치부해버리자 눈앞의 소드마스터고 뭐고 눈이 뒤집히며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에 무시무시한 투기와 살기를 방출하며 눈빛만으로 일검에 베어버릴듯 한 서린 시선으로 슈팅스타대원들을 노려보던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일제히 검을 높게 치켜들며 마나를 동원해 세리자리오 가 떠나갈듯 거친 외침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그마아아아아아안!!!!!!!!!!!!" 4,5십명이 약간의 마나를 섞어 울부짖은 외침보다 더더욱 우렁찬 외침이 그들의 앞에서 연신 검붉은 핸섬한 장발을 쓸어올리던 아이제스에게서 터 져 나왔다. 갑자기 아이제스의 위압적인 사자후가 울려퍼지자 레드엔젤은 물론 그들 을 비아냥거리던 록본외 슈팅스타대원들까지 움찔거리며 자신들의 타오르 는 기세를 누그러뜨려야 했다. 갑자기 아이제스에 의해 흐지부지해버린 양측의 기사들은 현재의 상황을 만든 장본인인 아이제스를 주시했고 그런 이들의 시선조차 자신의 품위 를 한층 더 돋구기 위한 향신료라고 생각하는 듯 핸섬한 미소를 씩 지어 준채 자신의 검붉은 머리를 뒤로 한번 쓸어올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지아 를 바라보며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뽑아들었다. 역시 그의 성격을 반 영하듯 그의 검도 검신의 시작부분에 기이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검날에 푸 른 보석이 박혀 있었고 블레이드의 끝부분에는 도저히 인간이 미스릴로 제 련된 검신에 새길수 없을 것 같은, 마치 살랑이는 봄바람처럼 유려한 필체의 룬문자가 그곳에 새겨져 있었다. 순간 아이제스가 자신의 옆으로 검을 살짝 들어올리자 그의 유려한 검신에 서 붉은빛의 검기가 서서히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에 아이제스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지켜보던 슈팅스타대원들도 순간 흠칫하며 긴장의 시선으로 계 속 늘어나고 있는 아이제스의 검기을 지켜보았고 조금 위축되었던 분위기의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아이제스의 뒤에서 커다란 환호를 내지르기 시작했 다. -우와아아아아아- "........" 3헤론...분명 아이제스는 지아와 똑같은 3헤론의 붉은 검기를 뽑아내고 있 었다. 그의 핸섬한 이마엔 어느새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는 걸로 보 아 무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지만 검기를 그정도나 뽑아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이제스를 인정해야 하는 사실임은 틀림없었다. 이에 상황은 역전되어 더 많은 쪽수를 가지고 있던 레드엔젤 기사들이 우 렁찬 함성과 함께 슈팅스타 기사단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추며 하늘을 향했 던 그들의 엄지손가락을 180도 구부려 땅으로 내리고는 야유를 터트렸다. 이에 아이제스는 자신의 기사대원들을 보며 피식웃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지아를 바라본 후 비웃는 듯한 웃음을 내보이며 말했다. "훗...역시 평민은 검기조차도 천박해...어서 그깟 천박한 검기로 나의 격 조있는 검기에 부딪힐수 있는 영광스런 기회를 주지...슈팅스타 기사단장 양반..." "........" 지아는 지아 나름대로 계속되는 전투에 무리하게 검기를 끌어올리고 있어 숨을 크게 내쉬며 이마에 비오듯 땀을 쏟고 있었고 아이제스는 아아제스 나 름대로 아직 완전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입문한게 아닌 듯 무리한 검기를 운용하여 그 역시 거친 숨을 내쉬며 이마에 굵직한 땀이 맺혀 있었다. 순간 그들 주위로 숨소리 하나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이 감돌았고 하늘에서 서늘한 밤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나뭇잎이 지아와 아이제스 사이로 내려앉고 있었다. 나뭇잎이 천천히 지그재그로 떨어지는 모습이 지아와 아이제스의 눈에 투영 되고 있었고 나뭇잎이 드디어 땅에 떨어지자마자 그들의 안광이 살기어린 번 뜩임과 동시에 위압스런 사자후를 터트리며 보기만 해도 섬뜩하리 만치 거대한 푸른 검기과 붉은 검기가 그들 사이로 거대한 크리에이트를 형성하며 사방으로 눈부신 스파크와 무형의 강풍이 폭렬하기 시작했다. "......." 해븐로드의 숙원(宿怨)과 함께... 03 -쿠카카카카카캉- "헉!...." "크윽!...." 거대한 검의 경지에 오른 이들의 격돌에 주위에 있던 기사들은 저마다 두팔로 얼굴을 가리며 자신의 가슴을 강타하는 무형의 기운에 얕은 신 음을 내뱉었고 서서히 한발자국씩 그들에게서 떨어져 갔다. 어느새 슈팅스타의 기사단장인 지아를 경멸하는 듯한 아이제스의 눈빛이 많이 흔들리고 있었고 지아 역시 분노로 일그러지던 그의 얼굴이 점점 더 풀어지면서 어느새 아이제스와의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 눈부신 스파크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노려보던 찰나 갑자기 지아 는 아이제스에게서 검을 거두고 하늘 높이 뛰어 올랐다. 그러자 아이제스는 균형을 이루던 지아의 검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그의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급히 쏠리며 잠시 머뭇거렸고 이때를 놓치지 않은 지아가 그의 검에 더더욱 일렁이는 섬뜩한 푸른 검기를 주입시키며 아 이제스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쿠카카카카캉!- "헉!......." "이,이런...단장님!!" "세상에..." 지아의 검기가 지면에 닿자마자 눈부신 섬광을 쏘아댐과 동시에 지축을 울리는 커다란 굉음이 절대 아이제스가 무사하지 못하리란 것을 예견해 주고 있었고 이에 레드엔젤 기사들은 이기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그들의 단장과 경이로운 솜씨를 지닌 지아에게 경악하고 있었다. -스스스스...- 지축을 울리는 지아의 검기가 훑고간 자리에는 싸늘한 적막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허망히 저 뿌연 연기속으로 뭍혀버린 자신의 단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지금껏 볼수 없었던 지아 의 진짜실력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이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멍하니 서있던 슈팅스타 진영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아~~~역시 대장이야!!" "제국녀석들! 폼만 잡지 허울뿐인 허수아비라니까!!" "크헤헤헤헤헤 에라 욘석들아! 맛이 어떠냐!" "......." 그때였다. 악마의 속삭임처럼 아이제스의 주위를 잠식시켜 가던 뿌연 연 기 사이로 광기어린 진홍빛의 붉은 검기가 문득 홀로 검을 어깨에 걸쳐 매고 있는 지아를 향해 날아갔다. "헉!..." "뭐,뭐야!!..." 끝났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제스에게서 섬뜩하리 만치 붉은 검기가 지아에게로 쏘아져오자 대경실색한 슈팅스타 대원들은 저마다 가지가 지 경악성을 질러댔고 허둥거렸으나 정작 장본인인 지아는 자신의 검 을 돌려세워 순간적으로 허리를 낮추어 어렵지 않게 아이제스의 검기 를 피해냈다. 그리고는 천천히 허리를 세우고 일어나 차가운 밤바람에 흩어지는 연기사이로 아련히 비추는 한 인영을 주시했다. "후후훗...이거이거...제도 이클리돈에 가서 먼지를 뒤집어쓴 아이제스라 고 하면 모두들 벌컥 뒤집어지겠군...아...왜이리 싸움방식도 천박하고 야 만 스러운건지...쯧..." "......." 꼭 죽다 살아나도 재수없는 말을 지껄이는 아이제스로부터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따뜻한 가운데손가락을 치켜들며 맞대응 했고 이들의 이 런 행동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아이제스는 예의 지아를 닮 은 검붉은 장발을 쓸어 올리며 천천히 먼지를 털어냈다. 이런 아이제스의 행동을 묵묵히 바라보던 지아는 예의 묵직한 어조로 딴청을 부리고 있는 아이제스에게 말을 건넸다. "이쯤하면 그만 비켜주는게 어떤가?" 지아의 말에 다시 한번 핸섬한 미소를 지은 아이제스는 그의 붉은 눈을 번 뜩이며 자신의 검을 다시 지아의 심장쪽으로 겨눈 채 말을 이었다. "글쎄...마스터의 명령은 절대적이라..." "......그런가..." -처럭! 철컥! 척 차라락- 이젠 지아와 아이제스의 1:1싸움은 막을 내리고 단체전으로 돌입하게 되었다는 것을 여기 모인 그 누구라도 분위기로 알수 있었다. 저마다 자신의 애검을 상대를 향해 쾌속의 검을 구사할 수 있는 각도로 내뻗 기 시작했고 저마다 한명씩 상대를 점찍어 자신이 쏘아져 나갈 방향을 시뮬레이트 하고 있었다. 각 진영의 가운데에서 지아와 아이제스가 자신들의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는 기사대원들을 향해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밤하늘의 휘영찬란하게 홀로 떠있는 달의 은은한 빛을 받아 피를 부르는 한 마리의 야수같은 섬뜩한 은빛으로 물든 검이 하늘로 향했다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에 레드엔젤과 슈팅스타는 지친몸을 바짝 긴장시 키고 자신의 남은 감각을 풀전개 하기 시작했다.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자신들의 가주의 안위를 위해...그리고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의 자신들의 마스터의 명령에 의해...서로 다른 신념을 지닌 채 격돌의 순간을 알리는 대장들의 검이 땅에 닿기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고 드디어 지아와 아이제스의 검이 툭 소리를 내며 땅에 닿는 소리 가 들려왔다. -쿠카카카카카카카캉!!!- "뭐,뭐야!!" "이,이런 제기랄!...무슨 속셈이지?" "비,비겁한!..." "이 호로새끼들!...죽어봐라!" 서로 자신들의 검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돌격자세를 취하던 양측 진 영의 기사들은 난데없이 그들의 가운데 지점으로 떨어진 빛의 광구에 깜 짝놀라 혼비백산하며 저마다 적측의 기사단을 욕하기 시작했다. 커다란 고막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으로 충돌한 빛의 광구는 시각 효과와 청각효과만 비대했을 뿐...물리척 충격은 거의 없었다. 자신들에게로 쏟아지는 먼지를 흡입하며 콜록거리고는 오랫동안 훈련된 전사답게 재빠른 동작으로 주위의 시각을 확보하고 검을 고쳐쥔채 사방의 움직이는 물체들을 포착하며 적,아를 구분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뭣들 하는거냐..." 순간 뿌연 먼지더미들이 사라진 저편에서 밤공기에 의해 차갑게 식은 살 을 어루만지듯 살랑이는 밤바람을 타고 넘실대고 있는 매혹적인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가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을 보며 말하자 레드엔젤 기사대원들 은 그를 보고 자신들의 눈을 크게뜨며 놀라할 틈도 없이 재빨리 절도있는 동작으로 흩트러져 있는 자세를 곧게 바로잡은 뒤 허리를 숙이며 예를 취 했다. 허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그를 보며 예를 취하고 자시고도 할것없이 그의 품에 안겨있는 아름다운 은발머리를 넘실대고 있는 자신들의 가주에게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빨을 으드득 갈며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 , 바로 진을 죽일듯이 노려보기 시작했다. 해븐로드의 숙원(宿怨)과 함께... 04 "........" "........"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자신들 앞으로 나타난 진 해븐로드를 바라보며 퍼특 긴장하고 있었다. 그들도 전해들은 바가 있어 진해븐로드의 신상내력을 잘 알고 있었고 젊은 나이에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힘을 소유한 사내임 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허나 자신들 앞에 아무리 강한 자가 있더라도 진 의 품에 자신들의 가주가 안겨있는 것을 확인한 이상 절대 물러설 수 없었 다. 그때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대표하여 지아가 한발짝 앞서 진에게 소리쳤 다. "당신...당신이 가주를 그렇게 만든 것인가!!" "........" 진은 지아의 외침을 듣고 짧게 피식 웃고는 옆에서 부복하고 있는 아이제스 에게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수고했다. 아이제스..." "별말씀을...마스터..." 아이제스는 역시 진의 말에 짧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고개를 약간 숙였고 그 런 아이제스를 뒤로한채 진은 다시 죽일듯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지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해는 하지 말도록. 내가 아니었더라면 너희의 가주란 녀석은 지금쯤 아마 복면을 쓴 정체불명의 괴한들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을껄?" 진의 말에 지아는 자신의 눈을 꿈틀거리며 의혹의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았다. 다시 그들 사이로 적막의 시간이 흐른 가운데 지아가 진을 보며 나직히 말했다. "너는...우리들을 믿는 것인가?" "......." 지아의 아리송한 말에 진은 다시 피식 웃고는 지아와 그의 뒤에 도열해 있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천년동안 헬마스터 공작가에 대해 연구해온 우리 헤븐로드가의 정보력을 얕보지 마라. 현재 수차례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너희들관 일련의 관계도 없음을 눈감고도 알수 있어." "......." 진의 말에 지아는 한층 누그러진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았고 진은 예의 무표정 으로 돌아간채 조용히 엘테미아를 안고 서 있었다. 그런 진이 맘에 안들었는지 지아의 뒤쪽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던 록본이 대뜸 지아의 앞을 나서며 진에게 소리쳤다. "그렇다면 가주를 이리로 넘겨라!! 어차피 현재는 너희들과 대적의 관계가 아니 잖나!!" "훗..." 록본의 말이 어디가 웃긴지 진은 눈까지 살짝 감으며 짧고도 깊은 웃음을 내뱉 었고 그의 이런 행동에 록본의 얼굴이 처참히 일그러지며 더더욱 범람하는 바 다처럼 금방이라도 자신의 검을 들고 진에게 달려들려 하고 있었다. 그런 록본 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지아는 다시 자신의 팔로 록본을 뒤로 살짝 밀친 다음 예의 날카로운 눈으로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가주를 이리로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인가?" 이에 진은 자신의 품에 안긴 아름다운 은빛머리를 살랑거리며 세상모르게 푹 잠이든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다시 짧은 웃음을 내보이고 고개를 돌 려 지아를 바라보고 비아냥조로 말하고 있었다. "수천년동안의 제국과 해븐로드 공작가의 숙원이다. 그런 녀석들의 우두머리를 우리쪽에서 쉽사리 내 줄것 같나?" "뭐,뭐야!!" 진의 말에 아무리 냉철하고 우직한 지아라도 깜짝 놀라며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그의 뒤에 도열해 있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도 펄쩍 뛰며 당장이라도 검을 들 고 진과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에게 돌격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이에 진은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손을 들어 두어번 휘젓고는 다시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인 미소를 내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열내지 마라...한가지 약속만 해준다면 너희들의 가주는 아무일 없이 너 희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뭐,뭐냐!! 그 약속이란 건!" 록본의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외침에 진의 얼굴이 살풋 찡그려졌으나 다시 무 표정의 상태로 돌아가 슈팅스타 대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너희들이 지금 이자리에 모인 것은 너희들을 사칭하는 정체불명의 복면 인들을 척결하기 위함이 아닌가?" "........" 진의 말에 슈팅스타 대원들은 알면서 뭐하러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진을 바라봤고 진은 그런 그들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의 목적과 그대들의 목적...지금은 서로 하나의 길을 걷고 있고 하나의 쟁점 을 향해 뛰고 있다. 어떤가? 세리자리오에서 쥐새끼 마냥 숨어있지 말고 당당히 우리와 함께 영주의 저택에서 체류하는 것이..." ".......!" ".......!" 진의 폭탄같은 선언에 슈팅스타는 물론 그의 곁에서 부복하고 있던 레드엔젤기사 대원들까지 퍼특 놀라며 마스터의 앞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저마다 소리치기 시작 했다. "마,말도 안됩니다! 마스터!!...저런 지저분한 녀석들과 어떻게 같이!..." "그,그렇습니다! 저딴 복면인들은 우리들의 힘만으로도!..." 허나 진은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의 외침에 자신의 섬뜩하고도 아름다운 눈으로 살 짝 흘겨봄으로서 침묵을 자아냈고 고개를 살짝 돌려 아이제스를 바라봤다. 그러자 아이제스는 예의 핸섬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마스터에게 조용히 말했다. "마스터의 뜻이라면..." "......." "......." 가장 반발이 심할거라 예상했던 아이제스가 아무런 반론도 펼치지 않고 무조건적으 로 진의 말에 부복하자 레드엔젤 기사대원들과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어안이 벙벙 한 채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을 침묵시킨 진은 이젠 지아 를 바라보며 그들의 대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에 지아는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진과 그의 품에 안겨있는 자신들의 가주 를 번갈아 가면서 응시하고 있었고 아직도 진의 의도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단계라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때 다시 성질급한 록본이 지아 앞으로 나서며 진에게 소 리쳤다. "헹!! 너희 제국놈들의 시커먼 속을 모를꺼 같나! 우리들을 저택에 체류시켜 놓고 방 심한 틈을 타 우리들을 제압한 다음 고문으로서 우리 공작가의 사일런트 랜드의 정 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이 아닌가!!" "........" 진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록본을 응시했고 순간 진의 눈빛을 받은 록본은 생전 처 음으로 기이한 공포의 느낌에 마치 그에게 한없이 부복할 수밖에 없는 인형처럼 끈에 의해 의지를 잃은것 마냥 순식간에 기세가 누그러졌다. 이에 진은 다시 지아 를 바라보며 조용하고도 나직히 말했다. "원한다면 황제의 친서도 보여주겠다. 더이상 미드리엘 왕국을 넘보지 않겠다는 내 용의 황제페하의 친서를..." "뭐,뭣이!!" "무,무슨...." 진의 말에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하며 외치고 있었고 지 아도 별반 다를게 없었다. "너희들을 제국의 저택에 초대하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불쾌한 녀석들을 제국에서 몰아 내고자 함이고 너희들도 우리들과 별반 다를게 없으니 너희들의 전통에 흠이가지 않도록 우리들이 나서서 잘 해결해 주겠다는 말이다. 저택에는 각종 시설과 장비가 너희들 못지 않게 마련되 있고 7개의 워프게이트가 세리자리오의 7개의 주요지점 으로 연결되어 있어 복면인들이 나타나게 되면 경비병들이 봉화를 쏘아 올린다. 그 러다면 우린 해븐로드 공작가 소속의 마법사들이 만들어 낸 워프게이트로 한번에 최대 30명씩 이동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너희들은 보급력과 기동력을 한꺼번 에 갖출수도 있고 우리 레드엔젤 기사대원들도 라이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다시 한번 자기자신을 자각하고 한단계 뛰어오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겠지." "........" 진의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말에 슈팅스타와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이제스만이 역시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 이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안고 있는 적국의 공작가인 엘테미아를 보고 얼굴을 살풋 찡그리고는 마치 진과 엘테미아를 비교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의 표정이 수시로 변해 갔다. 마치 어리숙한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보다 늠름하고 냉철한 자신의 마스터. 진을 보 고 흡족해 하는 듯한 미소를... 그때 다시 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좌중을 향해 울려 퍼졌다. "이건 제국의 공작으로서 공작의 명예를 걸고 약속하지...우리들은 너희들의 비밀에 대 해 일제히 터치하기 않겠다. 물론 혈기왕성한 젊은이들끼리의 자잘한 충돌따윈 있겠지 만 대대적인 무력행사는 절대 않겠다는 약조이다. " "........" 진의 말에 아직도 머뭇거리며 의혹으로 가득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그 후에 이어진 진의 말에 그들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의...빵집까지도...말야..." "........" "........" 마치 온몸에 스며드는 매혹적인 마약처럼 감미롭기까지 한 진의 속삭임에 도저히 슈팅스 타 기사대원들은 거부감을 표시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들의 위장이 탄로난 만큼 공작의 작위을 내걸은 진을 믿을 수밖에 없었고 황제의 친서까지 마련되어 있다니 더더욱 의심 을 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저택에서 체류한다면 그의 말대로 숨어 지낼 필요도 없음과 동시에 보급력과 기동력 그리고 자신들의 공작가인 헬마스터 공작가의 손상된 프라이드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에 어느새 지아는 자신의 뒤에 도열해 있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 을 대표해 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에 진은 지아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암흑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을 걸어갔다. 방금전까지 보여주던 냉철하고 날카롭던 모습과는 대조될 정도로 무언가 흔들리고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본 진은 눈부신 하얀빛을 뿌리며 바로 저택으로 워프를 시전했다. "........" "........" "뭐해! 이 호로새끼들아!! 빨랑 저택으로 안내하지 않고!" "저,저자식이!!" 역시 진이 사라지자 마자 다시 레드엔젤 기사대원들과 슈팅스타 기사대원들간의 불꽃튀 는 신경전이 벌어졌고 그런 그들을 지아와 아이제스가 서로 말려야 했다. 그때 같은 시각과 같은 동작으로 서로 닮은 검붉은 장발을 소유한 아이제스와 지아가 입을 열었다. "휴...저런 천박한 녀석들과 함께 일을 해야한다니..." "이런...저런 골빈 굼뱅이들이랑 어떻게 일을 하나..." 이에 양측의 기사대원들은 서로를 향해 한껏 비웃음이 가득담긴 표정을 지으며 1초도 지 나지 않아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본 채 천천히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해븐로드의 숙원(宿怨)과 함께... 05 또다시 침묵으로 뒤덮여 버린 암흑의 대전에서 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가르셀이 인간에게 당했단 말인가?...믿을수 없군..." "그렇다..." 제법 활기찬 청년의 말에 대조되는 음침한 사내의 짧은 대답이 다시 암흑의 대전속에서 들려왔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그의 목소리에 청년 의 피식하는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일족의 2급 가디언인 가르셀을 쓰러뜨릴 수 있는 인간이라...크크큭... 역시 시조드래곤의 주위에는 굉장한 녀석들이 우글거린 다니까...뭐...그것도 그분이 알아서 조율해 주시면 시조드래곤을 취하는데 별 문제는 없겠지..." "......그렇다..." "크크큭...그 늙은 몸을 취하는 건 물론 내가 아닌 그 소년이겠지만 말야...아!... 그건 그렇고 빙(氷)의 영혼을 가진 소년은 어떻게 됐지?" "다시...인간들의...생활 속으로...스며...드셨...다...그리고...얼마의 시간이...흐르 면...'그분'...이라고 해야...할...것이다..." "그런가? 후훗...좋아좋아...어차피 시조드래곤을 직접 칠 필요는 없어...그녀 는 그곳과 연관되어 있으니까...그곳만 쓸어버리면 자동적으로 우리앞에 나 타나게 될테지... 빙의 영혼을 소유한 소년...아니 그분과 시조드래곤이 두세번 정도만 대치하게 된대도 그분의 몸은 이미 빙의 영혼을 받아들일 준비가 마쳐진 상태일꺼야. 그 때가 되면 녀석들에게 일전에 졌던 빚을 톡톡히 치루게 해주겠어...크크큭...마 얀루미오스...그리고 헬트레이더스 일족... 너희 혈족은 내가 친히 능멸하고 밟아 주리라...크크큭...그리고 마지막으로 시 조드래곤을..." "........" "어이어이...그렇게 인상쓰지 말라고...안봐도 훤하니까...나도 우선 소년...아니 그분 의 각성이 시급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래야 수백만년전에 봉인당했던 우리 일족이 다시 태어날테니..." "......그런...것이다..." "우린 신의 실패작...그리고 또 하나의 버림받은 시조드래곤..." "......그분은... 그분을 인정하지 않으셨다..." "알아...우리들의 삶을 연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우리들의 방식이 너무나 극단 적이었고 또 그렇게 살아가도록 탄생되어 버렸으니...우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우 리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어...그렇기에 우리일족이 멸족하든 상대방이 우리의 삶속 으로 스며들던...우리들은 싸워서 살아가는 수밖에...그리고 언젠가는..." ".....그런...것이다..." "킥킥...좋아좋아...드디어 내일이면 일급 가디언 8기가 봉인에서 풀려나는 건가?" "그렇다..." "뭐...지금까지의 우리 병력들만 봐도 하늘위에서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는 녀석들 을 신나게 밟아줄 수 있는 전력정도는 되겠군...문제는 역시..." "그렇다..." "빙의 영혼을 소유한...소년..." "......." "그분의 각성이 뜻을 이루는 날...우리들은 그 동안의 복수와 시조드래곤을 취하기 위해 상공으로 올라간다..." "그렇다..." "이제 둘중 누가 이 아름답고도 잔혹한 세상의 삶을 거머쥘 지 결정되는 순간이 머지 않았어...지금의 자잘한 싸움은 그저 일족의 생존여부를 가리는 거대한 서막의 효시일 뿐..." ".......그렇다..." 청년의 말에 들려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일관된 대답이었으나 청년은 뭐가 그리 신 이 난건지 똑같은 대답만 들려오는 음침한 목소리의 주인공에게 끊임없이 자신이 구 사한 작전이라든가 자잘한 편제등을 일방적으로 말하고 있었고 음침한 목소리의 주 인공도 청년의 말에 계속 일관된 대답을 하며 어느새 새로운 생명을 알리는 포근한 아침햇살이 대지의 모든 존재들에게 아침이 밝아옴을 알리고 있었다. 해븐로드의 숙원(宿怨)과 함께... 06 어제의 참상이 마치 한순간의 환영이라도 되는 냥 세리자리오의 아침은 여느때보다 더욱더 일찍 시작되고 있었다. 부서진 건축물의 복구라던가 복면인들에 의해 가족을 잃은 소년 소녀라든가 아이들을 위해 급조된 양 육소를 차리고 마을 아주머니들이 자원봉사를 나서서 마을의 안정을 되 찾아가고 있었다. 한편 세리자리오의 카리드몬 영주가 기기하고 있는 영주의 저택에서는 이 른 아침부터 저택의 동편에 위치한 연무장에서 우렁찬 기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하압!" "하아아앗~~!" "자! 오늘의 몸풀기는 여기까지다!" 레드엔젤 기사단장인 아이제스의 짧고 굵은 외침에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절도있는 자세로 베고 찌르던 동작을 깔끔하게 마무리 한 후 저마다 자신의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이른 아침부터 간단한 준비운동을 끝낸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운동으로 빚 어낸 땀을 닦기 위해 샤워실을 찾았고 대원들과 샤워를 끝낸 그들은 복면인 들을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한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저택에 마련된 회의 실로 향하고 있었다. -휘리리~~휘익~♬- 한참 무리지어 회의실로 향하고 있던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문득 저택의 아 름답게 꾸며진 정원에서 느긋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자 자연히 눈길이 그쪽 으로 쏠렸다. 고개를 돌려 휘파람 소리의 근원지를 쳐다보자 거기에는 느긋하게 자신의 팔 을 베고 누워있는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는 사내가 입에는 풀을 질겅질겅 씹으며 간간히 기분 좋은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이에 앞서가던 아이제스가 풀밭에 느긋하게 누워있는 사내를 보고 얼굴을 살풋 찡그리며 말했다. "휴...아무리 막자란 녀석들이라지만 기본조차 안되있군...록본이라고 했던가?" 허나 아이제스의 말을 든채만채도 안한 록본은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눈을 뜨 지도 않고 계속 풀을 질겅질겅 씹으며 간간히 휘파람을 불어댔고 더이상 그를 상대하기조차 싫은 건지 아이제스와 레드엔젤 기사단원들은 저마다 얼굴을 찌 푸리며 그를 지나쳤다. 허나 그들이 연무장을 나서서 저택의 회의장으로 갈 때 동안 자신들이 아침일찍 모여 아침의 몸풀기로 가벼운 검술을 단체로 하는 반면 자신들의 희대의 라이벌 인 헬마스터 공작가의 소속,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저마다 따로따로 행동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록본처럼 풀밭에 누워 느긋이 자연을 감상한다던지 가부좌를 틀고 오전 내내 명 상만 즐기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바람이 잘 드는 나무의 아래에 서서 흩날리 는 나뭇잎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내는 괴이한 장난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참내...그동안 저런 녀석들에게 우리 제국이 뒷덜미를 잡힌 것인가?" 레드엔젤 기사대원들 중 가는 눈매의 얄팍하게 생긴 사내가 비아냥 조로 말하자 그의 말을 옹호하는 파도가 점점더 거세져 기어이 회의장으로 들어갈때까지 연신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씹고 있었다. 허나 겉으론 헬마스터 공작가 소속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무시하며 경멸하고 있다지만 속으론 어제의 일을 회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만약 마을사람들의 진술이 맞는다면...아니 거의 확실한 증언이었다. 그들의 증언 대로 자신들의 도착하기 전 꽤나 무식한 복면인들을 상대로 2시간을 버틸 수 있 었을까?...그리고 그렇게 힘든 결투를 치르고 나서도 자신들과 격돌하려 할때의 패 기란 생생한 전사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에 아이제스는 자신의 검붉은 머 리를 다시 위로 쓸어올리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부하들을 향해 나직히 말했다. "흥...아마 우리들을 의식해 딴청을 피우는 건지도 모를 일이지..." "........" "........." 아이제스의 말에 레드엔젤 기사대원들도 계속 헬마스터 공작가의 슈팅스타 기사 대원들을 씹으며 아이제스의 말에 묘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어느새 활동량이 많은 전사들이 갑갑해 할 만한 책상과 칠판이 있는 회의장으로 도착한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검을 옆자 리에 올려놓고 편한 자세로 앉아 자신들의 마스터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우우우웅..." 고운 베이지색의 커튼이 아기자기한 화분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커다란 창문앞에 서 살랑이는 바람에 수줍은 춤을 추고 있었고 소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방에 서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귀엽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제야 달콤한 잠에서 깨어난 듯 아쉬움이 담긴듯한 신음을 내뱉으며 하늘색의 고 급원단으로 제작된 듯한 넓은 침대에서 일어난 은발의 가면을 쓰고 있는 소년은 문 득 자신의 머리에서 이질적인 불편함을 느꼈는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하얀 손 으로 가면을 벗었다. 가면을 벗자 소년이라 생각했던 그의 얼굴은 가히 여신이라고 칭해도 고개를 끄덕 일만한 순수함과 그에맞는 아름다움을 소유한 소녀였다. 아직도 보석이라고 의혹을 살만한 황금빛의 눈에 생기가 돌지 않은채 몽롱한 정신을 이끌고 눈을 비비적거리던 은발의 소녀는 문득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다 침대의 옆에 있는 탁상위에 가지런히 개어 있는 자신의 흰색 코트를 발견하고 부스스 일어나 좀비 처럼 걸어갔다. 그리고 코트의 허리쯤에 나있는 작은 주머니에서 손을 넣고 뒤적거리 자 작은 미스릴제 케이스가 나왔다. 아직도 몽롱한 듯 풀리지 않는 졸린눈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는 바로 헬마스터 공작! 즉 엘테미아였다. 엘테미아는 연신 귀여운 하품을 흘려대며 머리를 조이는 미 스릴제 가면보단 차라리 뿌연 안경이 더 편하다고 느낀 듯 무의식적으로 은빛 케이스 에서 자신의 안경을 집어쓰고 마치 자신이 살았던 헬마스터 공작가의 성이라도 착각 하는냥 졸린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있었다. 현재 자신의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 전혀 자각할 수 없었던 엘테미아는 흰색의 반팔 티와 그와 잘 어울리는 포근한 하늘색의 반쯤 무릎을 가리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자신이 해븐로드 공작가에 의해 억류된 상황이라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깨어난지 수십분이 지난 후에도 좀처럼 깨어지지 않는 몽롱한 정신을 이끌고 물을 마시기 위해 복도를 거닐었다. 한참 복도를 걷다 문득 이제서야 복도의 생소함을 느낀 엘테미아는 고개를 살짝 갸웃 거리며 의아해 할때 저쪽 건녀편에 있는 문의 너머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엘테미아는 우선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기로 한 모양인지 멈춰있던 발을 들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커다란 목재방문을 향해 걸어가 문고리를 비틀고 방문을 열었다. 자신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꾀나 활기가 넘쳤던 방안이 쥐죽은듯한 적막 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문득 몽롱한 상태에서도 의아함을 느낀 엘테미아는 뿌연 안경의 너머로 아침잠에 풀 린듯한 멍한 시야속에서 문득 헬마스터 공작이 되버린 후 자주 보아 왔었던 검붉은 머 리의 장발의 사내가 앉아있는 것을 확인하자 마치 주인을 만난 귀여운 고양이처럼 쪼 르르 달려들어가 그의 뒤에서 목을 끌어안고 자신의 부드러운 살결을 부비적거리며 그 의 귓가에 달콤하고 촉촉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우웅...지아... 나 일어났어..." "......." "......." 비록 가면이 아닌 안경을 썻다고 하나 엘테미아가 들어서자 금방 헬마스터 공작이 라는 사실을 간파한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갑자기 회의장으로 들어선 엘테미아를 보고 뭐라 할 틈도 없이 벌어진 사건에 입을 쩍 벌리고 경악하고 있었고 언제나 자 신의 곁엔 검과 여자뿐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던 검붉은 장발의 사내는 생전 처음 으로 느껴보는 달콤하기까지 한 숨결과 보드라운 젤리같은 살결에 정신을 차리지 못 한채 남자에게 안겨 두근거리는 자신을 저주하며 패닉상태에 이르렀다. 해븐로드의 숙원(宿怨)과 함께... 07 "지아...오늘따라 더 굳어있네? 헤헷..." "......." "......." 언제나 자신이 이런 장난을 지아에게 치면 하던 행동을 일제히 멈추고 굳어버리는 그의 모습에 재미를 톡톡히 즐기고 있던 엘테미아는 오늘따 라 더더욱 굳어버린 검붉은 장발의 사내를 보며 킥킥거리고 있었다. 한동안 검붉은 장발을 하고 있는 사내의 목을 껴안고 헬마스터 공작가 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가주대접(?)을 해 주는 지아에게 재롱을 부린 다음 요즘 복면인들 때문에 힘들다던지 그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피부가 푸석거린다든지...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투덜대는 모습이 전설의 비밀 수호가문의 가주라기 보단 마치 동네의 쾌활한 소녀 같았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매끈하게 빠진 눈부신 하얀 살결과 아침햇살에 의해 은은히 반짝이는 은빛 머리칼...이런 눈부신 그녀의 모습을 한층 더 인간답게 희석시켜 주는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는 뿌연 안경... 이에 회의장에서 열변을 토하던 레드엔젤 기사대원들도 헬마스터 공 작인 엘테미아에게 안겨있는 레드엔젤 기사단장인 아이제스도 싸늘한 바람과 함께 이미 석화상태가 된지 오래였다. 그러자 문득 주위의 기이한 분위기를 느낀 엘테미아는 순간 묘한 표정을 지 으며 자신의 손으로 뿌연 안경으로 살짝 고쳐 쓰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이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는지 손가락까지 치켜들며 소리친다. "에에엣~! 진 아냐?? 진이 왜 우리집에 있는거야??" "........" "........" "........" "어레? 언제부터 우리 기사들이 빨간갑옷을 걸친거지? 히~잉...또 나 없이 몰래 바꾼거야? 그런거야? 그런거지!!! 너무해!..." "......." "......." -콩!- 또다시 자신과 상의하지도 않고 일을 추진시킨 장로들을 열심히 씹고 있을 때 갑자기 눈앞이 반짝이며 자신의 머리위로 따끔한 충격이 가해 지자 엘테미아는 순간 소릴 지르며 두팔로 머릴 감싸쥐고 상기된 볼에 잔뜩 바람을 불어넣은 채 자신의 머릴 가격한 인물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 인물을 바라보자마자 꼬리내린 강아지마냥 눈만 굴려야 했지만... "왜!...에...때애려..." "너 잠 아직 덜깼냐? 참고로 여긴 너네집이 아니고 휴벤트 제국의 카리 드몬 후작이 다스리는 세리자리오영지의 저택이다." "에...?" "그리고...참고로 말해두는데 넌 우리 해븐로드 공작가측의 인.질.이.다." ".......??????" 도저히 상황파악이 안되는 모양인지 엘테미아는 순간 그녀의 표정이 수십 번은 바뀐 뒤 다시 뿌연 안경을 고쳐쓰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와...정말이다...꼭 붉은 갑옷을 걸친 게 진의 기사단인 레드엔젤 기사단을 보는 것 같아..." "맞다." "......." "......." "......." "......?" 드디어 어느정도 상황파악이 된건지 엘테미아의 어리둥절했던 얼굴이 점점 울상이 되어가고 있었고 천천히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을 둘러보다 좀전부터 자신이 좋아라 하며 얼굴을 부비적거 렸던 자신 옆의 검붉은 장발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옆에 있던 아이제스도 그 답지 않게 핸섬한 미소가 아닌 굉장히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 "........." -짜악!!!!- "......?????????" "........" "이 변태!! 치한!! 강간범!! 도둑놈! 너 지아로 변장해서 일부러 그런거지!! 나~아쁜 자식!! " "........" 순간 상황파악을 100% 완전히 하지 못한 아이제스는 분명 자신의 뺨에 느껴지는 얼얼한 감촉에 멍하니 자신앞에서 얼굴이 잘익은 사과처럼 붉 어진채 소리치고 있는 헬마스터 공작을 바라보았고 이내 자신은 그에게 전혀 잘못한 것이 없음을 판단 내리고 있을 때 다시한번 반대쪽 볼에 따 끔한 감촉이 전해져 왔다. -짝!!- "너!! 담부터 이런 저질장난 치면 죽어!!! 앙??" "........" 전혀 와닿지 않는 헬마스터 공작의 협박이었으나 그들의 예상을 수천만 번 빙글빙글 돌다 벗어나버린 그의 성격에 경악의 경지를 넘어서 허탈의 경지로 초입한 레드엔젤과 아이제스는 혀를 삐죽 내밀며 황급히 사라지는 엘테미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아이제스는 자신이 이제껏 살아오면서 프라이오덴 백작가의 차남답게 핸섬 한 외모와 깔끔한 매너로 레이디 퍼스트를 외치는 굉장한 패미니스트가 아 니었던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레이디들에게조차 뺨을 맞아 본적이 없었던 아이제스는 자신들의 최대 라이벌 공작가의...그것도 남자에게 자신의 뺨을 첫타로...그것도 두대 씩이나...게다가 자신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울분이 치솟고 있었다. 허나 그의 울분은 엘테미아를 향한 것이 아닌 도대체 남자에게 자신의 첫뺨을 허용했다는 사실과 그의 살결에 잠시나마 두근거렸다는 다는 사실을 자책하며 이빨을 꽉 물고 있을 때 문득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해 마다않는 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가서 빵 사와..." ".......?" 이건 또 뭔소리냐며 또다시 핸섬한 그의 표정이 아닌 벙찐 표정으로 자신의 마스터를 쳐다보자 좀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그의 주위에 서릿발같은 냉기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아이제스는 명색이 제국 최고의 기사단장이 한낱 빵이나 사러 가야겠습니까!! 라는 항변 하나 못한채 무언의 압박&협박 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었다. YOUR HEART ATTACK 01 이미 해는 중천으로 떠있었고 눈부신 햇살이 단순한 목조 디자인의 창틀 너머로 아스라히 실내를 비추는 작은 방안에 한명의 소년이 볏짚침대 위에서 천천히 일 어서고 있었다. 그 소년은 보통의 사춘기 소년과 다른 것이라면 어린 나이답지 않은 깊은 초록 눈동자와 날카로운 눈매...그리고 소년의 주위로 알수 없는 무형 의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허나 그 무형의 기운도 소년이 완전 잠에서 깨어나자 서서히 윤곽이 희미해지며 이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난..." 소년의 메마른 목소리가 목조로 건축된 작은 방안에 조용히 울려퍼졌고 자신의 손을 들고 이마를 감싸쥐며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럴리가..." 도대체 그 어떤 무엇이 어린 소년의 심정을 흩날리는 모래알처럼 산산히 흩트 려 놓는지 알수 없었지만 소년은 결코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모든게...처음부터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바로 지금 침대위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초록머리의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소년 은 얼마전 자신의 마을과 가족을 무차별 살해한 헬마스터 공작에게 복수하기 위 해서 괴이한 빨강머리의 10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꼬마에게 신원을 알수없는 기 괴한 동료들과 정체를 알수 없는 미지의 힘을 얻은 소년...바로 소니아였다. 소니아는 조용히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손바닥에 각인된 푸른 문양을 조 용히 바라보았다. 소니아의 따뜻해 보이는 손과 대조되는 냉기어린 푸른 눈결정모양 의 문양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소니아는 살며시 자신의 푸른색으로 눈의 결정모양을 하고 있는 각인이 새겨진 손을 꽉 쥐며 머릿속으로 누군가를 떠올렸다. 자신이 굶주림에 이성을 잃어가며 공격할 때에도 차가운 고통이 아닌 따스한 손을 내밀던 소녀...눈부신 은발의 파도를 일렁이며 언제나 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소녀... 하지만...소니아는 어제의 일을 회상해냈다. 정확히 모든것이 뚜렷히 기억나지는 않 았지만 모든게 몽롱한 상태는 아니었다. 자신이 헬마스터 공작의 외침에 의해 심 장으로 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피가 역류해 자신의 모든 피가 심장을 옭아매는 고통 스런 느낌...그리고 온몸의 피가 심장을 옭아매는 고통에 괴로워 할때 헬마스터 공 작이 자신의 무릎으로 눕히고...자신의 입술로... 소년은 문득 어제의 일을 회상하면서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이 호흡곤란으로 괴로워 할때 그가 조치한 행동이 생각나 흠칫거렸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세차게 돌리고 나 직히 중얼거렸다. "그럴리가 없어...내가 착각한 거야...나의 원수가...극악한 헬마스터 공작이 한없이 착한 린으로 보이다니... 하하...하긴...내가 이 힘을 쓸때에도 마치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 같았으니까...분명 착각이야...그래...분명한 착각..." 엘테미아가 운영하는 드래곤의 빵집으로 아침마다 빵의 재료들을 조달하러 갔을때마 다 환히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었던 엘테미아, 즉 린의 이름을 알고 있던 소니아는 그 녀의 이름을 부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짓고 그럴리가 없다며 조용히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곤 문득 그의 시선은 어느새 자신의 오른 손바닥을 향해 있었다. 언제나 자신의 오른손에 새겨진 푸른 눈의 결정모양을 하고 있는 각인때문에 어려 서부터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에겐 태어나서는 안될 존재가 태어났다며 틈만 나면 나무몽둥이 하나 휘두를 힘도 없으면서 자신을 죽이려고 갖을 애를 쓰고 있었 고 그런 할아버지를 볼때마다 어렸던 소니아는 몇번이고 자신의 삶을 인정해 주지 않는 세상속에서 미련을 등지고 삶과의 이별을 고하려고 다짐했으나 날카로운 칼로 동맥을 끊어 버렸을 때도...까마득히 높은 절벽에서 뛰어 내렸을 때도...그리고 정 체불명의 복면인들에 의해 복부와 머리를 강타 당했을 때에도 손에 각인된 푸른 눈 송이의 문양이 자신의 온몸을 덮으며 절대로 죽지 않게끔 최소한의 생명력은 남 겨두고 있었다. 비록 자신을 언제나 죽이려 들었던 할아버지, 그리고 자신을 꺼려하는 동생과 마을 사람들이 복면인들에게 죽자 소니아는 그들을 사랑하진 않았지만 이 계기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에 대해 헬마스터란 이름을 목표로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자신조차 알수 없을 정도로... 매번 소니아는 자신이 목숨을 끊으려 할 때마다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에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으나 점점더 윤곽이 뚜렷해지는 손바닥의 각인과 시리디 시 린 푸른 눈의 결정모양을 하고 있는 각인을 축으로 자신의 기이한 힘이 운용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그때였다. 오른손바닥의 푸른각인을 계속 바라보고 있던 소니아의 눈이 문득 사람 다운 초록빛의 눈에서 시리디 시린 하얀색의 눈동자로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시리디 시린 새하얀 눈동자에 약간 푸른기가 묻어나는 홍채가 너무나 그의 이미지 를 차갑고 무감정한 인물로 순식간에 변화시켰다. "죽여버리겠어...아!..." 듣기만 해도 공포가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삭막함과 추위로 벌벌 떨것만 같은 목 소리를 내뱉던 소니아는 갑자기 그의 눈이 다시 초록빛의 인간다운 눈으로 돌아오 며 자신의 다른 행동에 대해 신음을 흘렸다. "윽!...그런가...그래...역시...마음을 잃는 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침대위에서 더더욱 움츠려 들며 소니아는 자신의 무릎위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몸에 잔떨림이 이는 것을 보아 분명 흐느끼고 있는 것일테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았 다. "두려워...마음을 잃어서...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까봐...제길...!" 소니아는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밀려왔다. 도대체 무엇이 소니아의 결심 을 흔들리게 했는지 오직 그만이 알겠지만 소니아는 힘없이 주먹을 꽉 쥐고 그가 있는 실내에는 연신 제길이란 그의 아릿한 속삭임이 나직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인간이 건축했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대전에서 푸른 바다 같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품안엔 서류더미를 가득안고 구두굽소리를 요란하게 내 며 한 여성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녀의 능력으로 워프를 쓰면 원하는 곳으로 금방 갈수 있을테지만 언제나 냉철한 그녀답지 않게 당황하며 자신의 육체를 혹사시켜야만 자신의 심정이 안정을 되 찾 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를 그녀는 계속 뛰고 있었다. 투명한 안경속의 눈은 그녀의 푸른빛 머리칼과 같은 깊은 푸른 눈동자가 폭풍을 만 난 한없이 불안에 일렁이는 바다처럼 끝없는 잔떨림이 일고 있었고 꽤 오랜 시간을 뛰어온 모양인지 그녀가 달려갈 때마다 그녀의 품에있던 서류더미가 한장씩 날라가는 대도 전혀 신경쓰지 안고 급기야 자신의 키보다 10배가량 높은 화려한 드래곤문양이 조각된 문앞에 도달한 여성은 문쪽에 달린 푸른 구슬에 손을 대자 연약한 여성의 힘으로 도저히 열수 없을 것 같던 장엄하고 육중한 문이 부드러운 마찰음을 내며 천 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허나 그 시간도 기다릴수 없었던 푸른 머리칼의 여성은 이제 조금 열려진 문틈을 비집으며 안으로 들어가 넓은 방안에 홀로 책상에서 뭔가를 끄 적이고 있는 백금발의 소녀를 보며 소리쳤다. "로,로드!! 큰일났습니다!!" 긴 푸른생머리의 여성에게 로드라 불린 백금발의 소녀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성의없이 서류를 끄적이던 것을 멈추고 삐딱한 시선으로 자신의 눈앞에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직장의 비서타입인 긴 푸른생머리의 여성을 바라보았다. "뭔 일이래? 키슐로이? 너답지 않게... 흥! " ".........아직도 삐치신...... 건가요?" "몰라!! 누구때문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린이랑 못 만난지 벌써 3개월이 넘 어가고 있단 말야!" "........" 이에 '어린애는 못말려...'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살짝 젓고는 다시 냉철한 여비서 의 모습으로 돌아온 키슐로이란 여성은 한층더 진지한 표정으로 백금발의 소녀, 즉 로 드를 바라보자 그녀를 보며 연신 툴툴거리던 로드도 그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삐닥하게 그녀를 향해있던 자세를 곧게 잡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무슨 일 있어?" ".....네..." 로드는 도대체 무슨일이 터졌길래 언제나 냉철하고 빈틈없는 키슐로이가 저렇게 흔들리 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궁금했고 또 그녀의 입술에서 나올 말에 긴장했다. "열렸습니다...비록 반응속도는 그리 크지 않아 게이트가 열린건 그야말로 순간적이었 지만..." ".......?" "빛의 게이트가 열렸단 말입니다." "........" 로드는 키슐로이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드래고닉 캐슬에서 빛 의 게이트가 열리는 건 한달에도 수차례 있는 의례적인 일이 아닌가? 지상계에 머물고 있는 드래곤들이 캐슬에 용무가 있거나 지상계의 생활을 잠시 청산하고 반려를 맞아 해 츨링을 낳을 준비를 할때에도 그들의 드래곤 하트에 반응하는 빛의 게이트를 통해 캐슬 로 올라오는 일은 그야말로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순간적인 반응으로 빛의 게이트가 채 1초도 열리지 않았고 그저 반응 만 보인것 뿐인데 뭐가 그리 그녀답지 않게 호들갑을 떠는 것인지 로드는 그녀의 고 운 아미를 찡그리고 키슐로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키슐로이...그게 뭐 어쨌는데...? 요즘 너무 무리해서 키슐로이 머리랑 가드레일 머리 랑 바꿔치기 한거야?" "........." 허나 아직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 키슐로이를 보며 로드는 피식 웃어버리고 그 녀를 향해 농담을 걸었다. "훗...뭐야...설마 설녀의 땅에 게이트가 발동되기라도 한거야?" "......네..." "하하하하하 키슐로이도 농담도 잘하지......." "........" 허나 절대 장난이 아니라는 키슐로이의 얼굴에 로드는 벙찐 표정을 지으며 자신도 모 르는 사이에 잔떨림이 이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 "틀림없습니다. 비록 2초도 안되는 순간적인 반응이었지만 게이트의 레코드를 살펴 본 결과 확실합니다...설녀의 땅의 북동쪽 외곽방향에서..." -쾅!- 순간 로드는 자신이 일하던 책상을 손바닥으로 세차게 내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나 키슐로이에게 소리쳤다. "키슐로이!! 지금 장난하는 거 아냐?? 그곳은 마족조차 꺼려하는 그들이 묻힌 곳이 라고!! 그런 곳에 우리 드래곤들이 유희라도 나갔단 소리야?? 설마 어떤 멍청한 해 츨링이 드래곤과 모든 생명체의 금지(禁地)인 설녀의 땅으로 가출했다는 소린 아니 겠지??" ".....그,그것이..." "현재 캐슬에 등록된 드래곤중에 설녀의 땅으로 간다는 멍청이들이 있었어?" 로드의 말에 키슐로이는 더더욱 도출하기 싫은 결과를 생각해내며 자신이 조사한 결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그게...드래곤하트의 마나스캔결과 이슈테리아 소속의 모든 드래곤들은 현재 설녀 의 땅을 기점으로 반경 일천트론(1트론 = 1km)이내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게 다가 다른 3개의 대륙에서 건너온 드래곤들도...그런 보고는 받지 못했고요..." ".......뭐야..." "........" "그럼 뭐냔 말야!! 정말로 설녀의 땅에서 빛의 게이트가 반응한 거야??" "....네..."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는 로드를 보며 키슐로이도 그녀처럼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 고 그녀들의 머릿속으로 최악의 시뮬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시나무처럼 안쓰러울 정도로 부들부들 떠는 로드는 이내 키슐로이를 바라보며 나직히 말했다. "에셀리드민은...?" "로드가 예상하는 대로..." "......." "이미 각 일족의 수장들을 호출했습니다." "그래...캐슬에 1급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즉시 에셀리드민을 찾아. 또다시 그들 에게 은빛일족을 잃을 수 없어....반드시..." ".....네..." 한참 캐슬에서 설녀의 땅으로 반응한 빛의 게이트때문에 소란스러워 지고 있을때 복잡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그들과는 달리 생명체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대 지에 서있는 것조차 무색하게 보일 정도로 온통 새하얀 벌판위에 무언가 투명한 존 재가 아스라히 비쳐졌다. 그 존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하얀 벌판과 너무나도 잘 어울려 한폭의 그림을 자아내는 듯한 착각까지일게 만들 정도의 존재였다. 휘날리 는 눈보라에 일렁이는 그의 투명한 몸체가 육체를 지닌 동물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 고 있었고 그의 새하얀 긴머리와 새하얀 눈썹..그리고 하얀 눈동자에 약간의 푸른기가 있는 홍채...그리고 흰색의 짙은 속눈썹과 은빛으로 차갑게 빛나는 부드러운 입술... 휘날리는 눈보라에 애처로운 춤을 추며 홀로 나부끼는 그의 새하얀 긴 머리가 마치 영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 정체불명의 존재는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여 버린 하늘을 바라보며 문득 자신의 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렸던 손바닥을 다시 꽉 쥐며 아릿한 눈 동자로 한동안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 감았던 흰색의 속눈썹이 잠깐 떨리며 그 안의 하얀 눈동자를 들어냈 다. 그리곤 섬뜩하리 만치 감정없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향해 꽉 쥐고 있 었던 주먹을 느슨하게 피고 나직히 중얼거렸다. "오랜만이네...하얀 눈도...내게는 자신의 색을 보여주지 않는 하늘도...그리고...내겐 차가운 숨결밖에 불어주지 않는 공기도...그리고..." 순간 그의 섬뜩하리 만치 차갑던 미소가 사라지며 느슨하게 쥐었던 주먹을 더더욱 꽉 쥐고 너무나 차가워서 아름다워 보이는 그의 얼굴이 살풋 찡그려지며 신음하듯 한마디 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엘테미아...너도..." 엘테미아란 이름을 부르자 영혼처럼 그의 투명한 몸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존재하지 않 을 심장부근을 움켜쥐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리곤 다시 감정이 결여된 차가운 시선을 하늘로 향해 한번 던져주고 휘몰아치는 눈보라속에 스스로 녹아 어디론가로 사 라져버렸다. 지금까지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효시는 엘테미아가 세리자리오영주의 저택에 서 깨어난지 5일후 같은 시각에 일어난 일이었다. YOUR HEART ATTACK 02 온통 차가운 얼음으로 지어진 음습한 대전에서 잿빛 머리칼의 하얀 제복을 입은 사내가 자신의 앞쪽에서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검은 로브를 둘 러쓴 사내를 향해 입을 열었다. "드디어 강림하신 건가...? 자신의 육체를 되찾기 위해..." "그렇다..." "크큭... 우리가 차가운 얼음속에서 억겁의 세월동안 복수의 순간을 염원하던 때가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오는군..." "...그렇다." "얼마나 많은 윤회의 궤를 떠돌았을까...그리고 얼마나 많은 존재로 살아왔 던 것일까...때론 남자로...때론 여자로...때론 괴물로...때론 벌레로...크크큭... 그리고 억겁의 세월이 흘러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그분은 드디어 자 신의 영혼을 받아줄 그릇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분의 자리를 빼앗은 시 조드래곤의 레디아나만 취한다면... 모든 드래곤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었고 저주의 정점이었던 우리 일족의 부활하는 것이지...크크큭..." "....쿠레이만...실수는...용납 못한다..." "쿠쿡...알고 있어...이 기회는 두번다시 없을 것이란 것을......그리고 드래곤들 뿐이라면 우리 일급 가디언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일이다. 타 대륙의 드래곤들까지조차 말야...크크큭...요즘 녀석들은 형편없이 약해 빠졌거든...또한 드래곤들끼리의 문제에 다른 존재들이 끼여들 명분은 존재하지 않지..크크큭... 모든것은 그분의 뜻대로 완벽하다. 이제 우리들의 가짜 할머니를 만날 날이 기대되는 군...크크큭...크하하하하하!" "........" 살아있는 생명체의 온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하얀 제복을 걸친 잿빛 머리칼의 사내가 퍼트리는 광소가 차가운 대전안에 씁쓸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한편 엘테미아는 진 해븐로드에 의해 세리자리오 영주의 저택에 체류된지 벌 써 5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동안 틈만 나면 복면인들의 습격주기가 날이 갈 수록 잦아졌고 이에 슈팅스타 기사단과 엘테미아는 해븐로드들과 함께 7개의 워 프게이트를 그야말로 뭐빠지게 돌아다니며 10명에서 30명까지 몰려다니는 복 면인들을 퇴치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계속되는 복면인들과의 조우속에서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사내들과 몇번 부딪혔고 그때마다 어떻게 한지 모를 진이 나서서 그들을 물리 쳤다. 그리고 엘테미아도 자신과 비슷한 검은 가면을 쓴 소년과 두어번정도 맞 붙었고 매순간 자신이 초록머리 소년에게 위기를 맞을 때마다 소년은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으며 언제나 흐지부지하게 전투가 끝나곤 했다. 허나 그것도 엘테미아가 저택에 머문지 3일째가 되던 날 틈만나면 복면인들의 침입으로 봉화가 쏘아 올려지던게 서서히 줄어들어 갔고 4일째가 되던 날은 아예 복면인들의 습격이 전혀 없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드디어 자신들의 기사들과 레드엔젤을 포함한 전투가능한 모 든 대원들은 1급 대기령을 해제하고 5일만에 느긋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앗!" "흐아압!!" 허나 오랜만의 휴식기간에도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저택의 동편에 마련된 연 무장에 모여 검술연습으로 구슬같은 땀을 흘리고 있었고 그들을 보며 더더욱 투지를 불태운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이곳저곳을 어슬 렁 거리며 그들의 심기를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까르르르...." "......." "우이쒸~~! 야이자식들아!! 저쪽가서 놀앗!!" 기이어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중 청록빛 머리칼의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돗 자리까지 펼쳐놓고 카드게임을 하고 있는 엘테미아들을 보며 소리쳤고 이에 엘테미아는 그를 향해 귀엽게 볼을 부풀리며 입을 삐죽거렸다. "치~! 여기가 바람도 잘 불고 경치도 좋구 나무가 햇빛을 가려주는 명당자리란 말야! 너희들이나 나가 놀앗!" "........." 이에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잠시 제국사람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각인된 헬마 스터 공작을 한번 바라보고 벙찐 표정을 지은 뒤 다시 얼굴이 새빨게지며 그 에게 소리쳤다. "지,지금 이게 노는걸로 보이시오?? 우리들은 검술수련을 하고 있단 말이오!! 댁들처럼 태평하게 노닥거리고 있는게 아니라!!" "킥킥...하긴 실력도 딸리니 죽어라 연습하는게 좋을꺼다 꼬마들아~!" "뭐,뭣이!!?" 옆에서 엘테미아와 같이 카드를 치고 있던 록본이 레드엔젤을 향해 비아냥 거 렸고 이에 격분한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검을 하늘 높이 들고 금방이라도 록본의 목을 따버릴 듯이 무서운 얼굴을 하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5일동안 함께지낸 동료인데도 세월의 숙원(宿怨)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것 인지 틈만나면 이렇게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으렁거렸고 또다시 살얼음판을 것는 것처럼 위태로운 분위기가 이어지자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엘테미아가 손을 탁탁 털며 자리에서 곱게 일어섰다. "에이~! 재미없어! 우리 그만 하자. 그리고 너희들은 지아에게로 돌아가 난 잠 시 마을의 빵집에 다녀와야겠어. 너흰 따라올 생.각.마!" "쩝...알았수다." 엘테미아의 선언에 그녀와 함께 놀고 있던 록본을 위시한 슈팅스타 대원들은 입 맛을 다시며 연무장 근처에 있는 워프게이트로 걸음을 옮기는 엘테미아의 뒷모습 을 잠깐 주시한 후 그들이 펼쳐놓았던 자리를 정리하고 저택안에 있는 지아를 향해 떠 나갔다. 록본들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엘테미아는 미성의 목소리로 자신이 좋아하 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침없이 워프게이트로 걸어가려다 갑자기 자신의 앞을 막 아선 사람에 의해 발걸음을 멈춰야 했다. "........?" 워낙 키차이가 나서 엘테미아가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의 얼굴을 올려봐야 했고 검 붉은 머리를 길게길른 핸섬하게 생긴 사내는 엘테미아의 앞을 가로막고 차가운 눈 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변태아저씨네?" "....윽..." 엘테미아의 말에 잠시 휘청거린 검붉은 사내, 즉 레드엔젤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아이 제스는 아직도 그 날의 피맺힌 원한이 잊혀지지 않는 듯 무시무시한 눈으로 엘테미 아를 쏘아보며 차마 검을 들진 못하고 자신의 울분을 속으로 삼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려다 다시 엘테미아에게 선수를 빼았겼다. "참는건 몸에 해로와...급하면 화장실로 가지 그래?" "......." 정말 순진한 얼굴로 물어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아이제스는 정말로 못된 아이들을 훈 계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섬광같은 꿀밤을 먹여주고 싶었으나 혼신의 힘을 다해 이 를 악물며 참고 자신이 봐도 감정이 결여된 차가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그녀를 향해 말했다. "현재 마스터는 잠시 본성으로 출타하신 상황입니다. 그러니 마스터의 허락없이 당신은 저택 밖으로 함부로 나가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헤에~ 그렇게 나랑 같이 있고 싶은거야?" "........뭐,뭐라구요!? 제가 뭣 때문에!!...." 엘테미아의 말에 요즘 그 답지 않게 망가지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아이제스는 또 다시 엘테미아의 뚱딴지같은 발언에 상당히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고 그런 그 의 모습에 엘테미아는 쿡쿡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게 아니라면 비켜~ 너희들도 잘 알고 있는 빵집으로 가야한단 말야..." "그,그럴 순 없습니다. 당신은 엄밀히 말해 해븐로드의 인질입니다. 인질에게 함부로 자유를 줄 정도로 우리 해븐로드 공작가는 물르지 않습!..." 허나 아이제스는 자신의 말을 다 마치치 못하고 작고 부드러운 손길에 의해 가벼운 깃털이 대지에 이끌리듯 엘테미아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이,이게 무슨..." "그럼 아이제스랑 같이 가면 될꺼아냐!! 자 가자고!!" "아,아니 제,제가 왜~~!" 아이제스는 차마 거절의 의사를 밝히기도 전에 워프게이트에 몸담은 엘테미아는 이 미 시동어를 외치고 있었고 이에 깜짝 놀란 아이제스는 무슨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얼른 게이트 안으로 뛰어들어 그녀의 가녀린 팔을 붙잡고 같은 좌표로 이동되어야 했다. YOUR HEART ATTACK 03 한편 엘테미아가 어거지로 아이제스를 대동한 채 드래곤의 빵집으로 향하 고 있을 무렵 드래곤의 빵집에서는 엘테미아의 부재시동안 차마 빵집의 문 을 닫을 수 없어 그녀들 세명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생활을 지내고 있었 다. 엘테미아가 없어도 도저히 줄어들지 않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카운터인 리디까지도 소매를 걷어올리고 열심히 서빙을 하는 중이었다. "여기 블루드래곤이랑 아이스브레스 2개씩이요~!" "네~!" 아직 11살 정도의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에셀리드민은 그녀의 짧은 다 리로 아장아장 걸어가 주방에서 빵이 나오는 즉시 통통한 두 팔로 은쟁반을 들고 서빙을 하는 모습은 뭇 남성들과 여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귀여움에 탄성을 지를 만한 모습이었고 리디나 에이메리 역시 두말 할 것 없었다. 가장 붐비는 시간대인 점심시간이 지나자 그녀들이 1,2분정도씩 쉴 수 있는 시 간이 주어질 무렵 문득 리디는 조용히 하늘을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괜찮을까나..." "뭐가?" "에??" 혼자서 중얼거리다 문득 옆에서 들려온 반문에 퍼특 놀란 리디는 자신의 옆에 서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에이메리를 보고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손을 젓고는 딴청을 부렸다. "아,아니...그게..." "헤에...혹시 린 걱정?" "서,설마요!! 제가 왜 그딴 분을..." "헤에...리디의 말에 상당히 어폐가 있는데?" "......." 에이메리 역시 지금 시간대가 아니면 쉴수 있는 시간이 없기에 잠깐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고 에셀리드민은 서빙에 맛이 들렸는지 그 통통한 두 팔로 빵이 들린 쟁반을 3단으로 쌓아서 돌아다니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에셀리드민을 보고 퍼특 무언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짓던 에이메리가 그 녀를 향해 소리쳤다. "에셀린~! 오늘은 아침에 소니아가 안왔잖아. 지금은 우리들이 서빙할 테니까 에셀 린 너는 밀가루집에 가서 왜 재료배달을 안 해주는 지 확인하고 올래?" "응~!" 3단으로 쌓은 쟁반을 조심스레 하얀 테이블위에 내려논 에셀리드민은 귀여운 토 끼모양의 앞치마를 푸르고 귀여운 걸음으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소니아 가 일하고 있는 밀가루집으로 아장아장 뛰어갔다. 에셀리드민이 밀가루집으로 간지 이제 30분이 지날무렵...또다시 붐비기 시작하려 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아있던 리디와 에이메리는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작업의 준비상태를 점검하려 할때 그녀들의 귀로 굉장히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메리~~리디~~!" "......!!" "......!!"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훽 소리가 날정도로 재빨리 돌린 리디와 에이 메리는 빵집의 앞뜰에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검붉은 사내와 함께 있는 엘테미아, 즉 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리디는 차마 에이메리처럼 반가워하며 달려나갈 수 없는 지라 가만히 서서 살며시 웃을 뿐이었고 에이메리는 그녀의 성격대로 옆에있 던 아이제스가 무심결에 오른손을 자신의 검에 가져갈 정도로 섬광같이 쏘아져 나가 엘테미아를 덮썩 안고 들어올렸다. "린~~ 너무해~~ 그 동안 뭐하고 지낸거야~!" "헤헷...그 동안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지키느라 바빳어 나 잘했지?" "응~!" "........" 엘테미아의 말에 그녀의 옆에 서있던 아이제스는 더더욱 뚱한 표정을 지으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목숨은 무슨..." 언제나 자신들과 슈팅스타 기사단이 복면인들에게 대항에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명색이 헬마스터 공작이란 사람은 아이들의 진정을 우선시 한다며 아이들 과 재잘거리기만 할뿐 단 한번도 복면인들과의 전투에 나선 꼴을 못봤던 것이 었다. 정말로 매 순간마다 미운짓만 골라 하는 대도 도저히 미운 마음이 들지 않는 자신이 기묘하게 느껴질 뿐 아이제스는 뚱한 표정으로 감격의 상봉을 나누는 그녀들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저번 자작사건때에도 아직 본성에서 세리자리오로 도착하지 않은 상태라 이번 에 드래곤의 빵집을 처음 와본 아이제스는 연신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아기자기 한 건물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자신의 앞에서 재잘대고 있는 헬마스터 공 작과 예쁜 소녀들의 대화를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리디 안녕. 걱정 많이 했어?" "아...아뇨...제가 뭘..." "그래? 히잉...모두들 걱정 많이 했는데...리디도..." "......." 엘테미아의 말에 리디는 자신의 안경을 연신 고쳐쓰며 고개를 어디에 둘지 몰 라 그녀답지 않게 허둥거렸고 에이메리는 그런 리디를 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문득 주위를 둘러보던 엘테미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에이메리에게 말했다. "어라? 우리 에셀린은 어디간거야? 5일만에 겨우 빠져나왔는데..." "아...매일 아침마다 소니아가 재료배달해 주잖아...근데 오늘 소니아가 안와서 밀가루집에 가서 확인할 겸 보냈지." "그래? 흠...소니아가 안왔어? 성실한 아이로 보였는데...어디 아픈가?" 그때 문득 하나둘씩 손님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고 약간 한산했던 드래곤의 빵집은 어느새 손님들로 점차 붐비기 시작했다. 이에 에이메리는 엘테미아의 허 리를 쿡쿡 누르며 손님들에게 시선을 준채 말했다. "린~ 오랜만인데 도와주고 가야지?" 이에 엘테미아는 생긋 웃으며 ... "당연하지~ 그럼 잠깐 들어가서 웨이트리스복으로 갈아입고 올께." "응 역시 린이랑 일하는게 즐겁단 말야~후훗..." 이젠 붐비는 손님들로 인해 이리저리 테이블을 옮겨다니며 바쁜 서빙을 하는 가운데 드디어 웨이트리스복을 갈아입고 나온 엘테미아는 리디를 카운터 쪽 으로 다시 보내고 드디어 5일만에 드래곤의 빵집의 웨이트리스로서 서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이에 마을사람들도 5일만에 보는 보이지 않는 매력을 지닌 엘테미아를 보자 반가워하며 말을 걸고 있었고 엘테미아도 그런 마을사람들이 싫지 않은지 연 신 눈부신 미소로 그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헬마스터 공작이 여성들이나 입는 웨이트리스복을 입고 서빙을 하는 모습에 앞 뜰쪽의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던 검붉은 장발의 핸섬하게 생긴 사내는 자신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쩍 벌리며 자신의 시야에 비치는 광경에 경악해야 했 다. YOUR HEART ATTACK 04 "........" 아이제스는 어려서부터 제국의 원수인 헬마스터 공작에 대한 귀족으 로서의 분노 때문에 검술을 연마했고 나이가 들어 철이 들 무렵 헬마 스터 공작가를 상대하기 위한 제국의 해븐로드 공작이 되기 위해 피나 는 노력을 했다. 자신의 뛰어난 외모와 지식 그리고 든든한 제국의 백작이라는 뒷배경조 차 거부하고 오로지 해븐로드 공작이 되기위해 검만이 유일한 친구였고 연인이었으며 가족으로 살았다. 바로 진을 만나기 이전까지는... 처음으로 자신이 동경하게된 남자, 진을 만나면서 그의 아래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이제스는 제국과 레이디를 지키는 하나의 남자로서 만족이란 것 을 느낄 수 있었고 진을 만나면서부터 동경과 배움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 자 아이제스 자신에게도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하여 나이가 20살이 넘으면서 해븐로드 공작이 아닌 공작가의 제 1 기사단, 레드엔젤 기사단의 기사단장으로 21살만에 책봉되면서 약간의 여유 가 생긴 아이제스는 그때부터 자신의 외적이나 내적 매력으로 인해 몰려드는 레이디들에게 눈길을 주기 시작했고 평소에도 자신은 귀족가의 자제인지라 그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과 오만함이 베어 있었다. 허나 그런 상황속에서도 언젠가는 숙명적으로 만나게 될 헬마스터 공작가를 대 비해 자신의 검의 경지를 계속 끌어올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앞으로 헬마스터 공작이 나타나고 그의 외관은 자신이 여지껏 상상해왔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왜소한 체구의 소년같은 이미지였으 나 그가 휴벤트 제국의 황성 자이녹스에서 보여주었던 카리스마는 자신의 머 릿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각인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수많은 기사들의 검광속에서 유유자적하게 황제에게 일침을 놓고 사라져 버린 전설의 공작...과 연 제국의 오랜 숙원다운 엄청난 카리스마였다. 허나 지금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무었이란 말인가? 그런 헬마스터 공작 이 고작 평민들을 위해 쟁반에 빵을 담아 나르고 그들의 농에 활짝 웃으며 답 해주고 있다. 더더욱 헬마스터 공작은 분명한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이나 입는 웨이트리 스복을 입고서 마치 자신의 본업인 마냥 유려한 동작으로 서빙을 하고 있지 않은 가!! 이에 아이제스는 벌떡 일어나 그에게 헬마스터 공작이면서! 그것도 남자면서! 무슨 추태를 부리는 것이냐고 그를 향해 힐난을 퍼붓고 싶었으나 아이제스는 입을 살짝 벌린 채 그를 멍하니 바라봐야만 했다. "오우~린 오랜만이네?? 그 동안 어디갔다 이제왔어?" "헤헷...잠시 어디좀 갔다오느라구요." 평범한 아주머니와 빵집에서 일하는 소녀의 일상적인 대화였다. 급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테이블의 이곳저곳을 누빌때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은빛물결과 가 녀린 옷소매사이로 내 비치는 그의 희고 보드라운 살결이 보는이로 하여금 저 절로 입맛을 다시게 만들고 있었고 무릎위까지 내려오는 빨간색계열의 체크무 늬치마와 속치마사이로 보이는 그의 눈부신 각선미가 아이제스에게서 헬마스터 공작을 향해 차마 힐난을 퍼붓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마력을 발산하고 있었던 것 이었다. 그때였다. "아이제스 뭐 먹을래?" "........." 자신앞으로 햇빛에 반사되어 옥구슬같이 투명해 보이는 땀방울을 대동한 채 테이블에 한쪽손을 얹고 자신을 향해 허릴 구부려 말하는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아이제스는 잠시 멍한 상태로 있다가 퍼특 정신을 차리고는 또다시 뚱한 표정을 지으며 엘테미아를 향해 퉁명스레 말했다. "그,그차림이 도대체 뭡니까...제발 자신의 성별과 위치를 자각하십시오..." "......나 안어울리는 거야?" 순간 엘테미아가 금방이라도 옥구슬 같은 눈물을 왈칵 쏟아낼 듯한 표정을 지 어버리자 세상 모든 남자들에겐 자신의 매너를 눈꼽만큼도 사용한 적이 없었던 아이제스는 그만 그답지 않게 당황하며 급히 어린소녀를 어루고 달래는 것처럼 어색한 제스쳐까지 취해가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아,아니 그런건...절대 아니지만...그래도...공작은 남자지 않습니까...도대체 그 복장은..." 아이제스의 말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볼을 부풀리고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더더욱 허리를 구부려 아이제스의 얼굴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대며 그에게 속삭이듯 말 했다. "아이제스는...내가 남자로 보여?" "........!!" 순간 엘테미아의 네크라인 사이로 보이는 그의 가슴속을 엿본 아이제스는 심장 이 쿵쾅쿵쾅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어두워서 그의 가슴속이 보 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지껏 수많은 레이디들을 봐오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묘한 두근거림이 자신에게서 일어나자 아이제스는 그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고 도저히 자신은 인간으로서 행하지 말아야 할 금단의 기로에 서있는 것을 깨닫고 엘테미아 로부터 최대한 떨어지려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뜨겁군..." "........." "........." 순간 자신과 헬마스터 공작의 뒤에서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두사람 모두 동 시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두사람 모두 표정의 심각한 변화를 동시에 가져왔 고 엘테미아는 당황스런 표정을... 그리고 아이제스는 전쟁터의 최전방에서 수천명의 적과 단신으로 맞짱뜰때와 비슷한 사색이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YOUR HEART ATTACK 05 "마,마스터..." "......." 처음으로 진을 바라볼 때에도 그의 차가운 표정에 왠만한 사람들은 기가 팍 꺾여 버린다. 허나 오랫동안 그를 알고지낸 아이제스라 하더라도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을 보며 하나의 전사로서 치 욕스러울 정도로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허나 섬뜩한 느낌의 저편에서 자신은 헬마스터 공작의 감시를 하고 있었던 것뿐인데 어째서 자신의 마스터가 화를 내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존경하는 진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 는 지라 아이제스는 자리에서 절도있게 일어나 그에게 짧게 목례를 하며 입 을 열었다. "일찍 오셨군요 마스터.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아이제스의 말에 진의 냉기어린 시선이 아이제스와 진사이에서 어정쩡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엘테미아에게로 쏠리자 아이제스는 뭔가 알겠다는 표 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진에게 상황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헬마스...아니 엘테메오씨가 기어이 저택을 나오겠노라고 억지를 부려 그의 감시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저택에서 바로 워프게이트를 통해 세리자리 오의 시내로 나온 엘테메오씨는 갑자기 이곳의 빵집으로 들어가 기괴...한 복 장을 한 후 그의 취미가 심히 의심될 정도로 괴이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뭐야?! 기괴한 복장이라니! 이게 어디가 어때서!!" "......." 아이제스의 말에 이마에 커다란 혈관마크가 생성된 엘테미아가 작은 주먹을 꼬옥 쥐고 그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있었고, 아직도 냉 기어린 표정이 풀리지 않은 진을 바라보며 긴장하고 있는 아이제스에게 기어 이 진의 입술이 떨어졌다. "너도 해..." "......?" "......" 갑자기 진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벙찐 표정을 지어버린 아이제스는 상 관의 명령이라면 무조건 부복부터 하고 보는 그답지 않게 무의식적으로 반 문을 해버렸다. "예?" "너도 하란 말이다. 일손이 부족한 것 같으니 도와." "........" 진의 구체적인 뜻을 알아채버린 아이제스는 그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혼돈 의 도가니도 푹 빠져들었다. 세상에...아이제스는 말그대로 오마이 갓을 속으 로 외치며 제국의 제일가는 기사단의 대장직을 맡고 있는 자신이 한낱 도시속 의 빵집에서 서빙일을 하라니 말이 될법한 소린가? 누군가 자신에게 이런 명 령을 내렸다 하면 자신뿐만이 아니라 레드엔젤 전 기사대원이 달려들어 명령 을 내린자의 삼족을 멸할 것이 분명했다. 허나... 이런 어처구니없는 명령을 내린 사람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해 마다 않는 유일한 남자...바로 그의 이름은 진 해븐로드 공작이었다. 이에 아이제스는 차마 그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이러지도 저 러지도 못한 채 애처로운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었고 진은 묵묵히 냉담 한 시선으로 아이제스를 바라볼 뿐 그에게 다른 명령은 내리지 않고 있자 아 이제스는 허탈한 붕어마냥 입만 벙끗거리며 멍하니 서있었다. "쿡쿡..." 그들의 대화에 복잡한 복선을 그리며 얼굴표정이 다양하게 변해갔던 엘테미 아는 기어이 아이제스의 어울리지 않는 얼빵한 표정에 주위의 시선도 신경쓰 지 않고 귀엽고 시원스런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한참을 웃어재낀 후 배가 아픈지 한쪽 손으로 테이블을 짚고 자신의 배 를 살살 문지르던 엘테미아는 아직도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제스와 진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다시 대소를 터트렸고 혼자 웃는 것으로도 모자란지 자 신의 작고 흰 손으로 진의 등을 마구 때리며 웃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너네들 무지무지 재밌다~! 하하하하하" "......." "......." 매혹적인 남자와 핸섬한 남자의 따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웃어 재끼던 엘테미아는 뿌연 안경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눈물을 훔치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진은 무덤덤한 표정을, 그리고 아이제스는 전번에 이어 감히 제국의 대공작의 등을 건방지게 후려쳐놓고 아직도 목이 붙어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경악과 신기함이 깃든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 었다. 이제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쪼그려 앉아 쿡쿡거리던 엘테미아는 장난기가 만연한 얼굴을 들고 스물거리며 일어나서는 아이제스를 보며 짓궃은 말을 건넸다. "아이제스...웨이트리스복 너도 입어볼래?" "......." 엘테미아의 말에 아이제스는 잠시 자신이 엘테미아가 입고 있는 빵집의 웨이트리스복을 입은 모습을 상상했다가 1초도 안지나 얼굴이 푸르죽죽하 게 변하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사양합니다!" "입어..." ".....!!" "......." 아이제스는 다시금 자신의 귀를 울리는 사형선고 같은 목소리에 천년묶은 철판이 돌아가는 것처럼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투둑거리며 고개를 애처 롭게 돌렸고 고개를 돌리자 역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자신의 마스 터가 보였다. 도대체 어째서 자신이 진에게 미움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른 채 아 이제스는 태어나서 자아가 확립된 후 처음으로 울상이란 것을 지어 보였 고 냉혈인간 진 해븐로드는 그의 무언가를 바라는 얼굴을 보며 따스히 고 개를 돌려버렸다. 이에 아이제스는 오랫동안 그의 곁에 지내면서 단 한번도 그의 결심이나 명령이 물림이 없는 확고하고 직선적인 면을 잘 알고 있었고 진 해븐로드 라는 남자에겐 더더욱 변심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존 재치도 않았다. 한마디로 그가 내뱉은 말은 천재지변이 일어난다 해도 이루어지고야 마는 것이다. 그는 그런 능력과 카리스마를 지녔고 이에 더더욱 그런 진에게 끌 려버린 아이제스는 믿는 도끼에 발등은 물론 이마까지 찍혀버린 꼴이 되어 버렸다. 천천히 마음을 굳세게 다잡으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애처롭게 몸 을 돌려 빵집의 건물 안으로 향하려 할때 뜻밖의 구원자가 나타남에 다시 아이제스는 벙찐 표정을 지어야 했다. "진은 심술쟁이~!" "......." "......."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구경하는 것처럼 연신 즐거운 미소와 함께 자신과 마 스터를 바라보고만 있던 여장을 하고 있는 헬마스터 공작이 갑자기 자신과 진의 사이로 끼어들어 닿기만 해도 동상에 걸릴듯한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 는 마스터의 볼을 쭈욱 잡아당기며 빙글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 "......." 이에 아이제스는 물론이고 진까지 멍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었 고 아이제스는 이번에야말로 헬마스터 공작이 자신의 마스터에 의해 목이 잘 려버리는 통쾌한(?) 상상을 하며 자신이 그들을 관람하는 역전된 상황이 연출 되었다. 허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마스터는 묘한 눈길로 싱글거리는 헬마스 터 공작을 바라보기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았고 헬마스터 공 작은 레드엔젤 기사대원들과 해븐로드 공작가의 가신들이 들으면 졸도할 만한 발언을 마구 해대고 있었다. "진은 말야. 어쩔 때 보면 무지무지 귀여운 꼬마같아. 헤헤..." "......." "그러니 괜히 아이제스에게 심술부리지 말아." "......." 심술이라고? 자신이 마스터에게 그런 감정이 존재할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아이제스는 속으로 놀라 소리쳤고 어서 평소의 그처럼 말도 안되 는 소릴 지껄이려면 저승에나 가서 지껄여라... 라는 쿨한 대사를 외치며 그 의 다크니스로 헬마스터 공작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상상을 끝까지 해봤지만 자 신의 마스터는 그저 고개를 돌린 채 차갑게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이에 아이제스는 눈살을 심히 찌푸리며 혹시 헬마스터 공작이 괴이한 비술을 써 서 사람의 심령을 제압한 게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자세히 그들을 관찰했지만 자신은 멀쩡했고 세상 그 누구보다 해맑은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있는 헬마스터 공작과 평소보다 많이 부드러워진 자신의 마스터만이 보일 뿐이었다. "......." 왜?....어째서 동료들과 부하들에게조차 보여주지 않았던 부드러운 얼굴을 적국 의 공작...제국의 희대의 공적에게 보여줄 수가 있는 거지? 그것도 남자에게... 언젠가는 제국의 번영을 위해 척살해야 할 대상 1호인 사람을...지금이라도 그와 헬마스터 공작가를 몰살시키기 위해 암수를 써서라도 죽여야 할 원수인 것을... 아이제스는 혼란스런 심정으로 속으로 낮게 읊조리고 있었고 그의 이런 심정과 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앞쪽에선 연신 청량한 탄산음료같은 헬마스터 공작의 웃 음소리가 자신의 고막을 울릴 뿐이었다. "야~! 린 너 자꾸 기생오라비 같은 남자들이랑 희희덕거릴 꺼야?? 오랜만이 나 와 놓구선 농땡이라니 너무해~~!!" "......." "......." 제국에서 제일가는 미남과 그에 못지않는 얼굴을 지니고 있다고 스스로 자부 하던 아이제스는 저기서 열심히 서빙을 하고 있는 오랜지빛 단발머리의 굉장히 예쁜 소녀에 의해 벙찐 표정을 지어버렸고 그녀의 말에 헬마스터 공작 은 헤헤거리며 오랜지빛 머리칼의 소녀를 향해 손까지 흔들며 '알았어~!'를 외 치고 있었다. 이제야 조금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예상했던 아이제스는 순간 자 신의 손으로 무언가 따뜻하고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지자 문득 고개를 내려 자 신의 손을 바라봤고 거기에는 헬마스터 공작의 작고 티끌하나 없이 맑은 가녀 린 손이 자신과 자신이 존경해 마다않는 진 해븐로드를 동시에 이끌고 있었다. 그저 힘만 조금 주고 뿌리치면 금방 나가떨어질 정도로 헬마스터 공작의 힘은 미약한 수준이었지만 왠지 거부하고 싶지 않는 마력을 발산하는 그의 손길에 자신은 물론이고 진마저도 의아한 표정으로 헬마스터 공작을 바라보며 말없이 그에게 이끌려 빵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자 빵집안에는 붐비는 손님들의 틈으로 주방의 안쪽까지 끌려들어간 그들 앞으로 헬마스터 공작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그들에게 기괴한 하얀 천을 내밀 고 있었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당연하다는 듯 우리의 손에 억지로 앞치마란 느 낌이 팍팍드는 하얀 천을 건네며 말했다. "둘다 입어." "......." "......." "그리고 손님들을 둘이서 맞이하러 가는거야. 일이 끝날 시점에서 실적이 좋은 사람은 대륙에서 제일가는 인기인인 린님과 직접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를 줄께." "......." "......." 헬마스터 공작의 황당한 발언에 아이제스는 남자가 남자에게 할 소리냐며 마 스터 앞에서 차마 소리치지도 못하고 어물쩡거리고 있었고 그는 이번에야 말 로 자신의 마스터가 모든 것을 암흑으로 물들어 버리는 그의 다크니스로 헬마 스터 공작을 베어버릴 것이라고 확신하며 기대에 찬 눈으로 앞치마를 건네받 고 있는 진을 바라보았다...앞치마를 건네받고 있는...앞치마를... "뭐...?" "........" 아이제스는 대륙에서 어디하나 빠질 것 없는 최고의 권력과 부와 명예와 외 모를 소유한 진이 뭐가 아쉬워서 제국 제일의 원수, 그것도 남자와 데이트하 기 위해서 앞치마까지 건네받고 있는 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찰하고 있었고 어느새 남자용 앞치마를 둘러쓰고도 기품과 날카로운 멋이 있는 진은 자신을 향해 차가운 냉소를 지으며 조용히 빵집의 종업원전용 룸을 나서고 있었다. "........" 이에 아이제스는 너무나 황당하고 실로 저 인간이 자신의 절대무위를 자랑하 는 진해븐로드가 맞나 하며 그를 향해 뭔가 외치려 할때 갑자기 그의 곁으로 기분좋은 살내음이 느껴짐에 따라 다시 고개를 앞쪽으로 돌려야 했다. "아이제스 뭐하는 거야~! 너 앞치마 입을 줄 모르는 거야? 그럼 내가 입혀 줄테 니까 빨리 입고 나가는 거야~" "......." 그리 크지않는 체구에 건장한 사내의 허리를 두르려다 보니 마치 아이제스를 꽉 껴안은 포즈가 되버린 헬마스터 공작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 것인지 아이제스에게 안겨 앞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뒤쪽으로 매듭을 짓고 있었고 자신의 품으로 쏙 들어오는 여린 체구의 헬마스터 공작을 안아버린 상황속에서 아이제스 는 입을 벙끗거리며 남자에게서 도저히 날수 없을 것 같은 공작의 상큼한 향기와 온기, 그리고 부드러운 살결에 도취되어 가고 있었다. 언제나 레이디들에게 자신은 매너좋은 남자로서 모든 것을 주기만 했던 아이제스 는 문득 자신의 품에서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귀족 가에서 홀로 자란 어린시절에 대한 묘한 회환과 향수를 느끼며 기이한 감정의 일렁 임을 느낄수 있었다.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서서히 헬마스터 공작의 가녀린 어깨를 향해 두 손이 올 라갈 찰나... "다됐다~ 이제 출격이야 아이제스~ 열심히 해봐. 내가 응원해 줄께~!" "......." 갑자기 고개를 들은 헬마스터 공작의 얼굴을 바로 앞에서 본 아이제스는 문득 그의 옅은 다홍빛으로 촉촉한 빛을 띄고 있는 입술 위에 뿌연 안경속의 맨얼굴 을 보고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어째서 자신이 제국의 제일의 원수에게 관심을 갖는 것인지 알수 없었지 만 이제서야 서서히 자신의 감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었다. 누군가가 헬마스터 공작을 향해 검을 들이댄다면...아마도 자신은 그의 검을 막 아낼 것이라는 것을... 이런 생각과 갑자기 모든것을 자신보다 뛰어난 자신의 마스터의 생각이 나자 아 이제스는 이제야 아이제스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처럼 자신의 앞머리를 쿨 하게 쓸어올리며 핸섬한 미소를 짓고는 헬마스터 공작을 향해 말했다. "아무리 제국의 제일가는 마스터라도 인간관계에는 내가 한수 위지. 사람 다루기는 마스터를 이길 자신 있습니다...후훗..." "헤헤...나도 그럴 것 같아. 하지만 진은 지는 것을 싫어하니까 방심하면 넌 또다시 그에게 질지도 몰라." "......호~오 꽤 멍하게 사시는 분일거라 생각했는데 예리한 면도 있으셨군요?" "뭐야!? 너 자꾸 미운소리 하면 때릴꺼야!" "아무튼 아이제스! 출격합니다! 그리고 미리 말하는 거지만 전 남자와의 데이 트는 관심없으니 그렇게 알아주시길!..." "에?....그럼 나 키스해야 하는 거야?" "......" 막 자세를 잡고 방을 나서려던 아이제스는 다시금 들려온 그의 황당한 발언에 발이 꼬여 철푸덕 넘어지며 자신도 느낄만큼 자신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고 소 리쳤다. "다 필요 없어요!! 애초에 남자가 남자에게 데이트니 키스니 말이 되는 소립니까?!" "흐음...그래? 그런가....흐음..."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런 겁니다! 아무튼 아이제스 이만 나갑니닷!" "응~!" 빵집의 건물을 나서자 가만히 서서 냉기어린 표정을 풀고 살랑이는 바람결에 그 의 청보랏빛 머리칼이 나부끼는 모습만으로도 수많은 여성들을 끌어 모 으고 있는 진 해븐로드가 보였고 이에 질수 없는 지라 아이제스는 양손에 쟁 반을 들고 천부적인 전사의 자질을 타고난 그답게 복잡하고 좁은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진과 처음으로 대면한 그 날을 기점으로 그에게 한번도 없었던 무언가의 도전을 하고 있었다. YOUR HEART ATTACK 06 하얀 눈보라가 이는 새하얀 벌판에 두명의 사내가 걷고 있었다. 그중 한명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잿빛머리가 이리저리 뻗어 있었 고 그의 옆에서 묵묵히 걷고 있는 사내는 온통 검은색 로브로 얼굴까지 가리고 있는 음침한 분위기의 사내였다. 한참동안 말없이 걷던 그들은 문득 검은색로브를 걸친 사내보다 더욱더 인간다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잿빛머리칼의 사내가 새하얀 벌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로드가 완전한 부활을 위해선 세가지의 요소가 필요하 다고 했지? 노네임..." "그렇다...쿠레이만..." "하나는...빙의 영혼...그리고 빙의 영혼에게 육체를 바칠 자...그리고 마지막으로 빙의 영혼이 완전한 각성을 이룩한 육체를 취할 자... 빙의 영혼과 빙의 영혼의 숙주가 될 초록머리의 꼬마는 확보했다 치 더라도...마지막으로 빙의 영혼이 들어간 초록머리꼬마의 레디아나를 취할 자는 누구지?" "........아직은...말할 수 없다..." "........" "다만..." "다만?" 다만이란 말을 내뱉고 한참동안이나 걸어야 비로소 노네임이라는 검 은 로브의 사내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무채색의 시린 하늘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야말로 진정한 시조드래곤...그분에 의해 창조되고 버려진...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슬픈 생명...억겁의 세월동안...수많은 존재로 태어나 빙의 영혼과 그를 받아들일 육체의 레디아나를 취하시면 그간의 괴로 운 기억의 재림과 일족의 생명없는 레디아나의 시리움을 온몸으로 지탱 해야 할 자......" "......." "완성된 빙의 영혼을 취할 자...너희 일족의 로드가 될 자는...엘테미아라 는 드래곤의 가까이에서 그녀의 파멸을 원하신다...그녀의 모든 것을...크 큭...파멸시키기 위해...크크큭...크하하하하하!" "......" 문득 말수가 굉장히 적은 노네임이라는 검은색 로브를 걸친 음침한 사 내가 처음으로 그의 컬컬한 목소리로 대소를 터트리자 그와 함께 걷던 쿠레이만이란 잿빛머리칼의 사내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는 멍한 표 정으로 노네임을 바라보았다. 어쩜 그는 자신의 일족과 상관이 전혀 없다고 해도 무관할 정도로 그의 출처가 분명찮은 그분이 내려주신 '조력자'였다. 그런 그가 도대체 엘테 미아란 시조드래곤과 무슨 연관이 있길래 평소와는 정반대의 대소를 터 트리는 것일까? 문득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눈살을 살풋 찡그린 쿠레 이만은 살짝 고개를 흔들고 저만치 앞서간 노네임의 뒤를 쫓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찬란했던 햇살은 더욱더 눈부신 내일을 기약하며 자신의 마지막을 불태 우고 있었고 재료조달에 착오를 빚은 드래곤의 빵집은 평소보다 일찍 영 업을 마치게 되었다. 모든 손님들이 떠나가고 한산해진 빵집의 앞뜰에는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와 검붉은 장발의 핸섬한 사내가 그들의 앞에 있는 은빛 머리칼의 조그만 소녀에게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근데 누가 이겼어?" "......." "......." 은빛 머리칼을 지닌 소녀의 어리버리한 물음에 그녀의 앞에 있던 두명의 사 내들의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지며 차마 자신의 주먹으로 눈앞의 어리버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 즉 엘테미아에게 알밤을 선사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화를 삼키고 있었다. 그들은 엘테미아의 제안대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가게의 매상을 올리는데 전념했을 뿐...도저히 누가 얼만큼의 실적을 쌓아 올렸는지 계산할 새가 그 바 쁜 와중에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에 끊어질 듯 울분의 화를 삼키며 아이제스가 엘테미아를 향해 나직히 읊 조렸다. "보고있지...않았...습니까?" "응." "......." "......." 엘테미아의 당연하다는 말에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오르는 두 사내는 도대체 그 바쁜 와중에 자신들에게 잡일이나 서빙들을 다 떠맡겨 놓고 어슬렁거리 던 엘테미아를 보며 자신들의 실적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는 줄 알고 아무 터치도 안했더니 막상 일이 끝나자마자 이런 황당한 대사를 내뱉는게 아닌 가? 이에 아이제스와 진은 차마 제국의 대 귀족의 프라이드로서 서로 내가 이겼네 하며 싸울수도 없는 노릇이라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들이 열심히 일 하는 동안 정말로 빈둥거린 엘테미아를 보며 나직히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시 들려오는 미성의 목소리... "으휴~ 한심해 한심해! 너희들은 승부의 기본도 몰라? 그런건 스스로 미리 미리 체크했어야지~! 아...이런 무책임한 남자들이 이끄는 제국이 과연!?..." 엘테미아의 활화산에 LPG가스 수만통을 들이붓는 감미로운 발언에 감동한 아이제스와 진 해븐로드는 기어이 폭발해버린 화산처럼 순간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엘테미아의 뽀얀 양쪽볼을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으아아에에에에?? 우으이이아?" "탄성을 자아낼 만큼 굉장한 시간낭비였습니다. 마스터." "그렇군......" 그들의 갑작스런 거친 스킨쉽에 잔뜩 이마에 쌍심지를 켜고 항변하려던 엘 테미아는 심상치 않은 아이제스와 진 해븐로드의 얼굴을 보며 흠칫하고는 놀라 서 꼬리내린 강아지마냥 뿌연 안경속의 두 눈을 이리저리 굴러야했다. 그러다 볼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눈물이 살짝 고이려고 할 즈음 그들은 서로 상 의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시에 손을 놓자 엘테미아의 주욱 늘어났던 볼 이 생생한 탄력을 자랑하며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갔고 엘테미아의 두볼에 는 새침한 빨간 사과같이 양쪽으로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잔뜩 입술을 삐죽거리며 자신의 양볼을 문지르는 엘테미아를 뒤로한 채 진과 아이제스는 말없이 돌아 그대로 빵집의 앞뜰을 나섰다. 이에 엘테미아는 깜짝 놀라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어이~ 거기 제국에서 가장 멋진 오빠들 화난거야??" "......." "......." 엘테미아의 아양에 그들은 싸늘한 콧방귀를 끼고는 주저없이 빵집을 나서기 시작했고 이에 안절부절하던 엘테미아는 뒤에서 연신 기묘한 웃음을 짓고있 는 에이메리와 리디를 보며 다시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급히 진과 아이제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들은 걷기만 했을 뿐인데도 워낙의 장신들인지라 엘테미아는 한참동안 달 려야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아직도 싸늘한 표정으로 정면을 주시한 채 말도 하지 않고 나란히 걷고 있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두팔로 진과 아이제스의 한쪽팔사이로 팔짱을 끼고는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을 향해 싱긋 웃어주며 말했다. "헤헷 너무 화내지 말아~! 그러게 삐치니까 제국에서 가장 못난 남자들 같애 그래서 내가 특별히 둘 모두에게 나와 데이트할수 있는 초~진귀한 기회를 줄 께. 그럼됐지? 불만 하나도 없는 거지? 응? 응?" "........" "........" 진과 아이제스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가장 못났다는 말에 기묘한 표정 을 지어보였다. 언제나 자신들의 곁으론 자신들의 지위의 부스러기라도 얻 어먹기 위해 침바른 입으로 아부하기 바쁜 귀족들만이 득실거렸고 귀족가의 영애들은 자신들의 배경과 외모에 있는 내숭 없는 내숭 다 떨며 그 누구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감히 '못낫다는' 말을 황녀라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도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이 범인들보다 훨씬 나은 존재라는 것 을 자각하고 있었다. 허나 자신들의 가운데 낀 남성이면서 여성의 웨이트리스복이 굉장히 잘 어울 리는 소년에게 이런 말을 들으니 생소하면서도 여지껏 살아오면서 느끼지 못했 던 좀더 사람다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진과 아이제스는 자신들의 사이에서 한짝씩 팔짱을 끼고 귀엽게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엘테미아를 보며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문득 시선 이 마주친 진과 아이제스는 끝내 피식거리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따스한 시 선을 엘테미아에게 주며 각자 비어있는 한 손을 들고 조용히 엘테미의 머리를 가격했다. -코콩!- "아얏!! 뭐야!?" 왠만해선 잘 웃지않는 진과 아이제스는 자신들을 향해 쌍심지를 켜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오랜만에 가식없는 미 소를 짓고 있었고 도대체 뭐가 불만이냐며 귀엽게 항변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무시한 채 가벼운 걸음으로 영지 곳곳에 설치된 워프게이트가 아닌 저택으로 향하는 관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문득 엘테미아의 기분좋은 살내음과 말랑이는 감촉이 아스라히 좋은 살 결을 무의식적으로 음미하고 있던 아이제스는 엘테미아의 차림새을 보고 의아 해 하며 물었다. "근데 헬마스...아니 엘테메오씨...그 차림을 한채 저택으로 들어갔다간 저택이 발칵 뒤집힐텐데요?" "에? 아...!" 아이제스의 질문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눈부신 각선미를 자랑하는 체크무늬 치 마를 아직도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헤에~거리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지나가는 말투로 답변했다. "괜찮아. 진과 아이제스에게 협박당해 입었다고 하면 아무도 뭐라 못할껄? 설마 제국의 공작과 제국 제일의 기사단장에게 뭐라 할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지금 갈아입기도 귀찮고...너네들 상관없!..." 허나 엘테미아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다시 그녀의 양볼을 쭈욱 잡아당긴 진 과 아이제스는 그녀를 향해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 을 중년의 변태로 만들어 버리는 사악한 그녀의 볼을 사정없이 잡아당기고 있 었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듯 진과 아이제스는 동시에 싸늘한 어조로 엘테미아에게 소리쳤다. "당장 갈.아.입.어!!" "흐에에에...??" 석양을 등지고 그렇게 두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장남자는 티격태격하며 저택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두 남자도 자신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매 순간 황당한 사건만 을 일으키는 그를 보며 알수 없는 이끌림을 받고 있었고 은근이 이런 상황을 즐 기는지도 모를 사실이었다. 마치 한시라도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이런 묘한 끌림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두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굳게 걸어 잠그는 것을 항상 잊지 않았다. 헬마스터 공작가는... 대대로 오로지 남자만이 가주의 직위를 물려받았기에... 한편 그들이 저택으로 티격태격하며 저택으로 향하고 있을때 영주의 저택에서 헬 마스터 공작이 기거하는 화려한 귀빈실에 열댓명의 복면을 뒤집어 쓴 사내들이 몰 래 숨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 때만 기다리면 되는 것이군..." "그렇다...사전 정보도 확실하고 침투루트도 완벽하다." "오늘은 이만 철수하지...더욱더 완벽한 다음을 위해..." "크크큭...기대하지..." 알수없는 대화를 나눈 열댓명의 복면인들은 엘테미아가 묶고 있는 화려한 귀빈실 에서 어둠에 녹아들듯 아무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고 어둠에 묻힌 귀빈실은 누가 침 입한 흔적따윈 눈씻고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온기없는 싸늘한 적막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YOUR HEART ATTACK 07 오늘도 해가 밝자 어김없이 자신의 기사대원들의 훈련을 조련하기 위해 아침일찍 일어나 연무장으로 향하던 진 해븐로드는 컬컬한 목을 시원하게 축이고자 저택의 1층으로 내려가 주방에서 분주하게 일 하고 있는 하녀들 중 한명을 집어 말했다. "어이 물좀 가져와" "......." 방금 일어나 하녀들을 물리치고 홀로 세수와 머리를 감고 목언저리를 주무르고 있던 진 해븐로드는 자신의 명령에도 대꾸도 없이 밀가루 반 죽만 해대는 하녀를 보며 일개 평민주제에 감히 제국의 대귀족을 무시 하는 그녀의 처사에 의아함과 짜증이나 시선도 주지않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시 물으려 할때였다. "......" 진 해븐로드는 그 답지 않게 권위적인 행동으로 하녀를 꾸중하는 게 아닌 자신의 매혹적인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끙끙대며 밀가루 반 죽을 하고 있는 하녀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유심히 쳐 다 보았다. 짙은 남색과 하얀색 레이스가 잘 어우러진 메이드복과 새하얀 앞 치마...그리고 치마아래에 단아하게 돋보이는 우윳빛의 허벅지와 그 허벅지를 조용히 감싸고 있는 남색의 스타킹이 일개 평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색적인 이미지를 자아내고 있었으며 그녀의 엉덩 이까지 내려오는 길다란 은발의 머리가 인상적인 하녀였다. 이에 진 해븐로드는 놀라움의 표정에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뒤 바뀌며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고 열심히 밀가루반죽에 열중 하고 있는 하녀를 보며 나직히 말했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헬.마.스.터.공.작....." "에?" 그제서야 뒤를 돌아본 뿌연 안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헬마스터 공작, 즉 엘테미아가 고개를 돌려 기이한 표정을 짓고 있 는 진 해븐로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아?? 진이 웬일로 주방까지 다 오는거야??" "......내가 할말이다." 엘테미아가 도리어 주방으로 나온 진을 보며 놀라자 진은 다시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리며 짧게 대꾸했고 그제서야 헬마스터 공 작, 즉 엘테미아는 자신의 옷차림과 도마위에 올려진 밀가루 반 죽을 보고 헤실거리며 웃었다. "아...이거...빵이랑 쿠키좀 만들어보려고..." "빵...? 쿠키...?"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볼과 코끝에 밀가루 를 묻힌 엘테미아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자신의 손으로 엘테미아의 얼굴을 살짝 닦아주었다. "......." "이런건 그냥 하녀를 시키면 되잖아." 언제나 그렇듯 여전히 냉기어린 말을 내뱉으며 조용히 엘테미아 의 얼굴을 닦던 진은 문득 작고 도톰한 다홍빛 입술을 살짝 벌리 고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자신의 매혹적인 눈 썹을 다시한번 꿈틀거리고 그녀의 이마를 톡하고 건드렸다. 이에 엘테미아는 마치 최면에서 풀린 사람처럼 온몸을 잠시 떨 더니 이내 이상한 소릴 내며 얼굴이 홍당무가 되버린 채 진에게 서 재빨리 떨어졌다. "에에에에?? 지,진답지 않게 왜그래??" "......" 엘테미아의 외침에 진은 잠시 자신의 눈을 크게 뜨고 멍하니 밀가루가 묻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였나...옆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별 관심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버리던 자신이었는데...적어도 세리자리오에 오기 전만 하더라도... 진은 자신의 손에서 시선을 떼고 조용히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 었다. 그리고 문득 그녀의 차림새를 보고 씁쓸한 웃음을 지은 뒤 고개를 살짝 젓고는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또 무슨 황당한 일을 꾸미는 거냐?" 진의 말에 놀란 토끼마냥 발발대던 엘테미아는 갑자기 자신 의 볼에 잔뜩 바람을 불어넣고 뚱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대꾸 했다. "어째 진의 말에 가시가 팍팍 박힌것 같아!!" "흥...글쎄?" "으으으...흥흥흥!! 내가 만든 거 진에게 주나봐라!! 절대 안 줄테니까!!"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다시 콧방귀를 끼며 팔짱을 끼고 엘 테미아를 내려보며 말했다. "이런건 말 한마디만 해도 저택의 하녀들이 질릴만큼 만들어 준다고 했잖아..." 그러나 진 해븐로드는 다음에 이어질 엘테미아의 말에 자신의 얼굴을 팍 구길 수밖에 없었다. "흥! 진이 뭘 알겠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준 요리를 먹여줄 때가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알아??" "......."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진의 얼굴에는 불쾌하다는 표정이 역력한 채 더욱더 서릿발같은 냉기어린 말투로 엘테미아에게 물었다. "하!...좋아하는 사람? 그게 누군데?" 왜 자신이 자신답지 않게 마인드컨트롤이 되지 않는 진은 다소 감정이 묻어난 어투로 엘테미아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고 둔한 엘테미아는 진의 달라진 말투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또다시 주절대기 시작했다. "헤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말야~ 에이메리도 있구 리디도 있고 지아도 있고 록본도 있구 미리온두 있고 두 라이시넬도 있구 초~귀여운 에셀리드민도 있구 스카야도 있구~로레알두 있구~ 이즈도 있구~키슐로이두 있구~옥션이랑 가드레일도 있구~~ 티제이븐도 있구~~아이제스도 있구~주절주절...(중략 끝이없다...)" "흥!...유치하군..." 엘테미아의 주절거림에 더더욱 자신의 얼굴에 불쾌감을 표시한 진은 더이상 자신의 마인드 컨트롤이 흔들림을 넘어서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그 자리에서 몸을 돌려 그대로 주방을 빠 져나오려 할 때였다. "그리고 말야...겉으론 굉장히 차갑게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따뜻 한 사람이 있어...난 그 사람도 무지무지 좋아해...진...아주 많이..." "......." YOUR HEART ATTACK 08 괜시리 끓어오르는 짜증에 주방을 나서려 했던 진은 난데 없이 들려온 헬마스터 공작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 을 멈추고 반쯤 고개를 돌려 살짝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를 바라봤다. 자신도 자신이 내뱉은 말이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숙인 채 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게 영락없는 사춘기의 여린 소녀 같았다. "......." 그런 헬마스터 공작의 모습에 진 해븐로드는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고는 도대체 수천년간 이어온 제국 최 대 공적의 수장이 어찌하여 여장을 즐겨하는 것이고 그 모 습에 일말의 거부감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일었 으나 그보다는 그의 마지막 대사가 더욱더 신경 쓰여 일부러 그에게 차갑게 대꾸했다. "흥!...그게 또 누군...?" "아~~~~!" 그러나 진이 차마 말을 모두 꺼내기도 전에 갑자기 자신의 입으로 들이닥친 따끈따끈한 쿠키에 놀란 표정으로 저절로 벌어지는 입과 자신의 입속으로 느껴지는 싸아~하고 생소한 느낌의 맛에 진 해븐로드는 멍하니 두손을 맞잡고 뿌연 안경 속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발할 것 같은 헬마스터 공작, 즉 엘테미아를 보며 조용히 그녀가 먹여준 쿠키를 씹었다. 아직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듣지 못했던 진은 약간 냉기어린 표정을 지으며 제국의 대 공작답게 턱도 별로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쿠키를 먹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음...입안에서 싸아 하고 퍼지는 맛과 톡쏘는 맛이 쿠키 로서 처음 느껴보는 맛이군...생각보다 솜씨가 괜찮은데?" 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황홀할 정도로 눈부신 미소와 함께 생 기 발랄한 소녀처럼 그 자리에서 폴짝 폴짝 뛰며 좋아라 소리 쳤다. "꺄아~~정말이지?? 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요리로 칭찬 받았어!! 고마워 진!!" "......." 정말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진은 생전처음으로 느껴보는 귀 엽다라는 느낌을 받다가도 문득 고개를 살짝 젓고 애써 그 감정을 지워 버렸다. 언제나 그래왔듯...그리고 아직 그에게서 대답을 듣 지못한 진은 차마 대 제국의 공작으로서 자신의 프라이드에 손상 이 가는 묘한 질문을 다시 할 수 없었기에 짧게 냉소를 짓고 아직 도 꺅꺅대고 있는 엘테미아를 뒤로한 채 주방을 나오려고 할때 다 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진..." 또다시 자신을 붙잡는 그녀를 보고 왠지 뚱한 표정을 지어버린 진 해븐로드는 그 다음에 이어진 그녀의 말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난감해 했다. "이건 진의 몫이야. 너 줄려고 만들었어...나 무지 착하지?...헤헷..." "......." "그럼 나중에 봐~! 일 열심히 해~!" 멍하니 자신의 손에 쿠키가 가득 담긴 접시를 바라보며 진은 이미 주방의 더욱더 안쪽으로 들어가 버린 엘테미아에게 시선도 주 지 못하고 언제나 같은 박동수를 자랑하던 자신의 심장이 오늘따라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점차 박동수가 빨라지자 의아한 심정으로 전 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에게도 여동생이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후계를 잇기 위해 여러가지 공부를 하느라 바빴고 그가 9살이 되던 해...배를 타고 타 왕국으로 수련여행을 가던 중 갑작스런 거친 파도가 범람하는 해역 (海域)를 만나 끝내 침몰한 배에서 공간의 뒤틀림을 시작으로 리류나드와 함께 이계에서 또다시 9년동안의 수련생활을 거치느라 여자의 마음이라곤... 더더욱 소녀의 마음이라곤 그의 해박한 전투지식과 잡다한 병술지식들이 무 색할 정도로 둔치였던 그는 헬마스터 공작이...그것도 남자가 구사하는 아리송한 소녀틱한 말에 한참을 굳어서 멍하니 쿠키가 가득 담긴 접시를 바라보다 이내 짧은 쓴웃음을 지었다. 오랫동안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자신이 소녀의 마음을 모른다고 해도 자신이 도출한 결과가 맞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왠지 거 부감 보다는 묘한 설레임을 동반하는 쿠키가 담긴 접시를 보며 제국의 황녀조차 혼절시킬 만한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나직히 말했다. "뭐...나쁘진 않군..." 조용히 엘테미아가 구운 쿠키를 음미하려 할때 갑자기 주방으로 들이 닥친 아이제스덕에 진은 자신의 시선을 떼어 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제스를 바라봐야 했다. "마스터! 황성 자이녹스에서 타운로이드 공작각하의 심복이 세리자리오 에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이제스는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 진에게로 다가와 자신의 전음으로 이어 말했다. [마스터와의 은밀한 회담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 갑자기 자신의 상큼할 정도로 좋았던 기분이 퍽 상한 진은 상당히 불 쾌한 얼굴로 별로 달갑지 않은 타운로이드 공작의 심복을 만나기 위해 저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고급여관으로 워프했다. 그의 곁에는 아이제스만을 대동한 채 '폴로리나의 저편' 이라는 귀족 들을 위한 고급여관의 3층으로 올라간 진은 3001호실의 문앞에서 멈 춰선 채 노크도 없이 대뜸 거칠게 문을 열어재치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그의 옆에서 아이제스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감히 제국 의 대 공작을 소환하는 건방진 제국의 또 다른 공작에 대해 자신의 마스터 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뒤 잡념을 떨쳐버리고 진의 뒤를 따랐다. 방안으로 들어가자 놀란 눈을 하고 있은 40대 중반의 카르흐소남작이 탁자 앞에 앉아있었고 그의 호위일행으로 보이는 사내4명이 험상궃은 표정을 지으며 남작의 뒤에 조용히 기립해 있었다. 갑자기 진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자 놀란 표정을 짓던 카르흐소 남작은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인 사내 진 해븐로드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 공작에 대한 예를 취했다. 그리고 손짓으로 뒤에 기립해 있던 자신의 호위들을 물리치고 조용히 진에게 자리를 권고했다. "자...이리 앉으시지요..." 그의 권유에 따라 거만한 거동으로 다리를 꼬며 털썩 앉아버린 진을 보며 카르흐소남작은 잠시 자신의 굵직한 눈썹을 꿈틀거렸으나 차마 제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과 군사력을 소유한 해븐로드 공작앞에서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어색한 미소를 머금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국의 타운로이드 공작각하의 전언이십니다." "말해." 진이 짧게 대꾸하자 기다렸다는 듯 카르흐소 남작은 자신의 안쪽 품에 서 고급소재의 양피지를 꺼내서 진에게 시선을 한번 던진 뒤 곧바로 타 운로이드 공작의 친서를 읽기 시작했다. "우리 타운로이드 공작가는 예로부터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친분과 해븐로드 공작가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소. 그리고 제국의 대 업을 위해 나와 나의 선조님들께서는 피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어 왔소. 그리하여...타운로이드 공작가는 진 해븐로드 공작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는 바요..." 갑자기 평소에 하지 않던 시덥잖은 인삿말이 서론을 이루자 진은 더더 욱 짜증스런 표정을 지어보였고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카르흐소 자작 은 타운로이드 공작의 친서를 읽는대 열중하고 있었다. "현재 세리자리오의 상황을 잘 알고 있소이다. " -꿈틀...- "지금이야 말로...제국의 오래된 숙원인 헬마스터 공작을 없애버릴 더 없이 좋은 기회라는 것을...이에 우리 타운로이드 공작가는 진 해븐로 드 공작가에게 대가없는 원조를 이행할 것이며 더 나아가!...?" 타운로이드 공작의 친서를 읽어가던 카르흐소 남작은 갑자기 친서를 읽던 중 자신의 머리위로 느껴지는 축축한 감촉에 깜짝놀라 친서에서 눈을 떼고 정면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보기만해도 심장이 얼어붙을 것만 같은 진의 냉기어린 시선으로 자신의 머리위에 와인을 내리붓고 있는 모습과 그의 옆에서 살기조차 방 출하고 있는 레드엔젤 기사단장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킨 채 남작은 지 금의 어이없는 상황의 답변을 요하는 소심한 눈으로 진과 아이제스를 번 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을 때 진의 서릿발같은 냉기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운로이드란 이름이 제국의 계보에서 사라지고 싶지 않다면 조용히 꺼 져라." "......?!" YOUR HEART ATTACK 09 자신의 예상과 정반대의 행동을 보이는 진 해븐로드 공작을 보며 카르흐소 남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쩍 벌린 채 냉소를 지 으며 방문을 나서는 그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 자신이 맡은 임무에 차질을 빚게 된 카르흐소 남작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기,기다려 주십시오!! 저, 정말로 당신은 진 해븐로드 공작님이 맞 는 것입니까?" "뭐냐..." 카르흐소 남작의 어찌보면 공작의 신분을 감히 의심하는 그를 보며 진은 냉기어린 시선에서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듯한 시린 눈빛 으로 남작을 바라보자 남작은 또다시 온몸에 도사리는 기묘한 두려 움에 몸이 덜덜 떨려왔지만 오랫동안 타운로이드 공작을 보필해온 그 답게 공포에 절은 자신을 애써 추스리고 진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 었다. "해븐로드 공작가의 설립 목적이 무엇이란 말입니까? 바로 미드리엘 왕국의 비밀수호가문...헬마스터 공작가의 섬멸이 아니었습니까? 그런 데 그런 해븐로드 공작가의 가주님께서 이런식으로 나오시면 저희들 에게 이상한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해븐로드 공작님..." 남작의 말에 진은 차가운 냉소를 흘리며 계속해 보라는 시선을 그에게 보냈고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은 남작은 자리에 천천히 앉아 탁자위에 가지런히 자신의 두손을 올려놓고 말했다. "지금이야 말로 제국의 오랜 숙원인 헬마스터 공작가의 끄나풀들을 제압한 다음 그들의 본거지를 알아내 일망타진만 할수 있다면 비 옥한 미드리엘 왕국의 드넓은 토지는 모두 제국의 소유가 될 수 있 는 것입니다. 이로서 제국은 그동안 바래왔던 제국의 대업을 이행할 수 있는 것이고 해븐로드 공작님과 해븐로드 공작가를 원조한 우리 타운로이드 공작가도 제국의 일등공신으로서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는 것이고요...자...어떻습니까? 비록 레드엔젤 기사단보단 개개인의 능력은 모자랄 지 몰라도 대량의 기사들을 파견할 만한 능력이 있 는 타운로이드 공작가입니다...게다가 이미 대륙에서 유명한 각가지 비술을 겸비한 고문술사와 섭혼술자등등...이미 모두..." 기나긴 설명을 늘어놓던 남작은 다시 진의 작은 손짓에 자신의 말을 도중에 끊어야 했고 방문의 옆에서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남작 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진 해븐로드는 감고있던 두 눈을 살며시 뜨고 예의 서릿발같은 냉기어린 시선으로 남작을 향해 짧은 냉소를 보 낸 뒤 그에게 두 눈을 맞추며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그러니까...해븐로드 공작가가 세울 공적의 부스러기라도 옆에서 주워먹겠 다는 뜻이냐? 타운로이드 공작가는..." "고,공작님!...말씀이 지나치시오!!..." 진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하게 항변하는 카르흐소 남작을 보며 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얼굴까지 벌개진 남작을 바라보며 나직히 말했다. "그럼 뭐냐? 어차피 너희들의 도움따윌 바라는 해븐로드 공작가도 아닌데 말야..." "그,그건...아무리 강력한 기사단을 겸비한 공작이시더라도 우리공작가가 가 세하게 된다면 하루한시라도 빨리 제국의 대업을 이룩할 수 있다는 우리 타운 로이드 공작님의 깊은 배려에서 나온 조취요...그리고 이미 황성 자이녹스 에서 뜻이 맞는 귀족들끼리 모여 회의를 나눈 결과이기도 하고요...만약 저희들의 배려를 거부한다면..." "........" "공작님이 제도의 자이녹스로 돌아오실 때 다른 귀족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될지도 모르고... 또 우리 타운로이드 공작가 또한 제국의 건국시기 부터 지속되어 왔던 안셀로자크 공작가와 헬마스터 공작가의 섬멸을 위 해 건립된 해븐로드 공작가와의 친밀했던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말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호오...그래?" 자신의 매혹적인 선을 자랑하는 짙은 청보랏빛 눈썹을 꿈틀거리며 같잖 다는 듯 내려보는 시선으로 남작을 꼬나보던 진은 아침의 상큼하고 괜찮 았던 기분이 어두침침하고 질척한 땅으로 떨어지자 사람의 심령을 제압하 는 듯한 위압적인 기운을 내뿜는 시린 보석같은 눈을 짙은 속눈썹의 눈커 플로 살짝 닫으며 조용히 자신의 품을 뒤적거렸다. 갑자기 살기어린 분위기를 자아내며 해븐로드 공작이 자신의 품을 뒤적 거리자 퍼특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카르흐소 남작은 도대체 진의 품에서 과연 무엇이 나올지 긴장하며 쳐다보고 있었고 남작만큼은 아니지만 그 의 옆에있던 아이제스도 과연 자신의 마스터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 해 하며 묵묵히 그를 응시했다. "........" "........" 과연 제국의 제일가는 무가인 해븐로드 공작의 품에서 무엇이 나올지 긴 장하며 그를 바라보고 있던 카르흐소 남작과 아이제스는 진의 품에서 나 온 물건을 보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벙찐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둘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자신 의 품에서 꺼낸 물건을 조심스레 풀어헤치던 진은 그 안에서 나온 하나의 조각을 들도 조용히 입으로 가져갔다. -와삭와삭...- "......." "......." 언제나 냉철하고 검무에 미쳐있는 인간에게서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던 자줏빛 체크무늬의 예쁜 리본이 달려있는 고급천에서 리본을 풀어헤치자 아기자기한 별과 달모양의 괴이한(?) 쿠키가 나왔다. 그리고 그를 조용히 기품있게 바삭거리며 먹던 진은 카르흐소 남작에게 보여줬던 가식적이고 냉기어린 조소가 아닌 보는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낼 만한 아름다운 미 소를 짧은 순간에 짓고 그대로 기분이 좋은 듯 남작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아이제스에게 턱짓으로 문고리를 가리켰다. 이에 벙찐 표정에서 퍼특 정신차린 아이제스는 얼른 방문의 문고리를 비 틀어 방문을 열고 자신의 마스터가 먼저 나갈수 있도록 옆으로 살짝 비 켜섰다. 그러자 진은 조용히 쿠키를 바삭거리며 방을 나서는 도중 자신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자신의 행동에 깜짝놀라 안절부절못하는 카르흐 소 남작을 향해 차가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가서 골빈놈들의 우두머리인 타운로이드에게 전해라..." "......." "제국의 24대 해븐로드 공작가의 가주, 진 리쥬로이안 프로셀리렌 해븐 로드는 말야..." -꿀꺽...- "헬마스터 공작이 너무 귀여워 죽을 것 같다고 전해라..." ".......!!" ".......!!" 조용히 자신의 목젖을 움직이며 진의 마지막 말을 경청하던 남작은 뒤에 이어진 진의 말에 턱이 빠지라 입을 크게 벌리고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 뜬 채 청천벽력같은 경악성을 호소해야 했고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아 이제스는 복잡한 시선으로 자신의 마스터를 뚫어지게 쳐다봐야 했다. YOUR HEART ATTACK 10 카르흐소 남작과 아이제스가 경악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건 말건 그의 발걸음은 절도있는 발놀림으로 천천히 걸으면서도 어느 새 귀족들을 위한 고급여관을 나서고 있었다. 그때쯤 되니 뒤쪽에서 아이제스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소리가 들 렸고 진은 조용히 서서 그를 기다렸다. 대략 10초정도가 지나자 자신앞으로 당도한 아이제스를 보며 짧 게 피식거리고는 다시 발길을 돌려 저택으로 향하고 있을 때 문 득 아이제스가 조심스런 어조로 진에게 말을 걸었다. "저...마스터...카르흐소 자작은 그래도 제국에서 4개밖에 없는 공 작가의 심복입니다. 그건 바로 타운로이드 공작과 연결되있구요... 그런 도발적인 선언을 해도 되는 걸까요?" 아이제스의 말에 묵묵히 쿠키를 씹으며 걷던 진 해븐로드는 잠 시 먹던 것을 중단하고 아이제스를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도발이라...글쎄..." "......." "아무튼 힘도 배짱도 없이 뒤에서 수근거리고는 힘깨나 있는 우두 머리를 앞세워 어설프게 자기주장이나 관철시키려는 병신들 따위의 말을 들을 게 뭐가 있나..." "네..." 자신의 말에 어정쩡하게 대답하는 아이제스를 보며 걸어가던 걸음 을 우뚝 멈춘 진은 곧바로 뒤에서 따라오는 아이제스르 향해 돌아 서고는 동료에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굳건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나직히 말했다. "설령 제국의 모두가 적이 되어 내게 덤빈다 해도 넌 내가 그들에게 무너질 것 같나?" "......." 진의 말에 아이제스도 덩달아 걸어가던 걸음을 멈춰서고 멍한 표정 으로 한참동안 진을 바라보다 이내 자신의 검붉은 머리를 핸섬한 동 작으로 쓸어올리고 그 역시 믿음직한 남자만의 미소를 지어주며 진을 향해 말했다. "물론 마스터가 그들에게 무너지는 상상을 머리속에 그릴 수조차 없 습니다...왜냐면..." "...?" "그들이 마스터에게 당도하기 전에 이미 저의 손에서 끝장나 있을 테니 까요..." "......." 또다시 한참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그들은 호탕한 사내들처럼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소를 터트리는 것이 아닌 날카로운 눈빛 의 교환과 단 한번의 굳은 미소로 모든 심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에 진과 아이제스는 자신들을 쳐다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수많은 세리자리오의 여인들 앞에서 그녀들의 심장에 하트모양의 각인을 새길 정도로 멋진 미소를 지어주며 진이 먼저 앞장서고 그 뒤를 따라 아이제 스도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나서 아이제스는 진이 들리지 않게 혼자서 중얼거렸다. "설령...그곳이 지옥이라 해도...말이죠..." 진들이 오랜만에 세리자리오의 오틀리나 나무열매꽃이 한창인 거리를 걸으며 저택으로 향하고 있을 때 엘테미아는 언제나처럼 레드엔젤 기 사대원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며 수련하고 있는 연무장의 앞에서 돗자 리를 깔고 슈팅스타 기사대원들과 즐거운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허나 엘테미아는 언제나 즐거운 듯한 미소가 아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 앞에서 구슬같은 식은땀과 난처한 웃음을 흘 리고 있었다. "벗어요..." "시,싫어..." "벗으라니까요!! 금방이면 끝난단 말이에요." "시,싫어...창피하단 말야!!...그,그리고...급하게 굴지 말아..." "뭐에요?? 지금까지 참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전번에 약속까지 했잖아요! 이젠 우리들도 더이상 못참아요!" ......갑자기 멋진 대사들이 그들 사이로 난무하고 있을 때 탈색된 금발 스포츠의 장신을 자랑하는 록본이 그의 육중한 몸으로 가녀린 엘테미아 를 순식간에 덮치기 시작했다. "꺄아~!" "야 뭐해!! 너희들도 벗겨!!" "아라~~쓰~!" "너,너네들 이러면 재미없어!! 으아아앙!!" "어,어이 잘 안벗겨 지는데??" "우씨!! 이거 뭐야!! 가주! 여기다 초강력 접착제라도 붙인거야? 뭐야!!" "......." 연신 오묘한 대사를 외치며 자신들의 가주를 덮치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바라보던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수련도 잊은 채 멍하니 서서 중얼거렸다. "쟤네들 뭐하는 짓이라냐...?" "글쎄요..." =그로부터 10분후...= "헥헥헥헥..." "어,어떻게 된거야...헉헉..." 엘테미아의 주위로 숨을 헐떡이며 드러누운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저마다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엘테미아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들의 낯뜨거운 시선 에 머쓱한지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며 엘테미아는 귀엽게 헤헤거렸다. "저기...솔직히 볼 것도 없어...난 원래 무지 못생겼거든...그러니까 얼굴을 가리 는 거지 예쁘면 내 얼굴을 왜 가리겠어...안그래? 그냥...이대로가 좋지 않을... 까나...?" "........" "........" 엘테미아의 말에 모두들 뿌연 안경 밑의 단아하게 솟은 미려한 콧날과 보기만 해도 녹아들 것 같은 촉촉한 다홍빛의 젤리마냥 투명하기 빛나는 엘테미아의 입술, 그리고 그의 뽀얀 피부를 보며 더더욱 의혹이 짙은 눈 초리로 반쯤 눈을 감은 채 자신들의 가주를 삐딱하게 쳐다봤다. 허나 솔직히 자신들의 가주의 말대로 얼굴이 예쁘다면 가면과 뿌연 안 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운 피부와 코와 입술... 아름다운 머릿결과 매치되지 않는 좁쌀만한 눈동자를 지녔다든지 아님 한쪽눈이 덜렁거린다든지...보기 흉학한 사시(斜視)라던지... 허나 그들은 자신들의 가주를 귀엽고 예쁘장한 가주로 남기고 싶었기에 이런 상상들을 세차게 고개를 저어가며 물리쳐 버린 후 슈팅스타들은 천천히 지 친 몸을 이끌고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시 엘테미아 주위로 돌아왔다. 그러자 그들이 더이상 자신을 덮칠 분위기가 사라진 것을 직감적으로 알 아챈 엘테미아는 예의 귀여운 안경소년의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옆에 놓여있던 커다란 바구니를 그들의 앞으로 내놓았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손수 만들었어! 이거 굉장히 맛있다고!" "헤에~ 이런것도 할 줄 알아요?" "헤헷 당연하쥐~ 내 사랑이 듬뿍 담긴 쿠키와 빵과 주스니까 맘껏 들어~!"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빵과 쿠키를 그들에게 권하며 엘테미아는 연신 기분좋 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자신과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의 몫이라기엔 너무나도 거대한 바구니를 보며 엘테미아는 아직도 연무장에서 구슬같은 땀을 흘려대 며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을 보며 소리쳤다. "저~기요~~~! 잠깐 쉬고 이리와서 이것 좀 들어요~ 이건 잔인하고 극악하 며 냉혈인간인 진조차도 맛있다며 눈물흘린 쿠키라구요~~!" "......." "......." 한편 엘테미아가 복면인들과의 조우가 없는 여유로운 시간속에서 느긋한 피크닉을 즐기고 있을 때 얼마 지나지 않아 저택을 잠시 비웠던 진과 아 이제스가 저택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저택의 중앙입구와 연무장쪽으로 나있는 두갈래의 갈림길에서 아 이에스는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을 잠시 지도하시고 가시겠습니까?" 아이제스의 물음에 진은 잠시 아무말없이 걷고 있다가 이내 짧게 고개 를 끄덕이고 있었고 직접 진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넓은 시야로 그의 미 세한 움직임까지 알아챌 수 있었던 아이제스는 저택의 중앙입구쪽이 아 닌 발길을 돌려 연무장쪽으로 향했다. "녀석들...아마 지금까지도 열심히 수련중일 겁니다. 뭐니뭐니 해도 자신 들의 최대의 라이벌인 헬마스터 공작가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말이죠." 저택의 고풍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정원을 지나 따가운 땡볓에도 능 히 그를 막을 수 있는 거대한 연무장의 모습이 그들 시야에 들어왔다. "어래? 오늘은 왠지 조용하네요...잠깐 쉬는 중인....!!" ".......!!" -스르릉!- 드디어 연무장의 입구가 보이는 앞뜰에 도착한 아이제스와 진은 그들 의 앞에 펼쳐진 광경에 걸음을 우뚝 멈춰서고 대화를 중단한 채 유려 한 동작으로 자신들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뽑았다. 그들의 눈앞으로 온통 고통스런 표정으로 혼절한 채 여기저기 땅바 닥에 드러누워 버린 레드엔젤 기사대원들과 그들 사이로 간간히 슈팅 스타 기사대원들이 보임에 그들은 단번에 적들의 기습임을 눈치채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사이로 혈향과 전투의 흔적이 전무한 것으로 보아 진은 자신 의 감각을 주위로 풀전개 하며 마법사의 흔적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보통 아무런 상흔(傷痕) 없이 저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살짝 벌 린 채 경악의 표정으로 쓰러져 있는 것으로 보아 보이지 않는 마법사 에게 포이즌 계열의 마법으로 당한 것이 분명했다. "설마...벌써 타운로이드 놈들이 손을 쓴건가?...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당할 레드엔젤이 아닌데..." 상황을 관찰하고 있던 아이제스가 나직히 중얼거렸고 진은 자신의 날카 로운 눈빛으로 사방을 주시하고 있을 때 그들의 뒤쪽으로 풀이 스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누군가가 자신들에게로 달려오고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이에 진은 분노와 짜증이 담긴 동작으로 자신의 다크니스를 보이지 않는 적에게 휘두를 심산이었는지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정체불명의 괴 한에게 감정이 결여된 암흑의 다크니스를 섬뜩한 궤적을 그리며 휘두르려 는 찰나...자신의 눈앞으로 온통 반짝이는 은빛 실들이 아름답게 넘실거리자 진과 아이제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의 품으로 안겨버린 정체불명의 괴한을 보며 깜짝 놀랐다. "으아아아앙~~~! 지이이인!! 으아아아앙..." "......." "......." 갑자기 자신의 품으로 안겨들은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다크니스조차 땅으로 떨어뜨리며 가녀린 체구로 뛰어올라 안 겨버린 헬마스터 공작을 받쳐들고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나직히 말했다. "뭐냐...계집애처럼 울지 마라..." "으아아아앙...난 몰라!!...나 어떻게 해...흐아아앙..." "........" YOUR HEART ATTACK 11 진은 누군가가 옆에서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것을 정색했다. 어릴 때부터 부유한 귀족가에서 태어나 아무런 스스럼없이 자란 듯 보였지만 그의 과거는 그리 장미빛의 탄탄한 인생이 아니었 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무감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세뇌를 당하듯 수련을 자처한게 아닌 억지로 당했으며 어느새 자 기자신은 어떤 상황과 감정의 경로를 통해 눈물을 흘려야 하는지 조차 모를 만큼 자신과는 다른 자연스런 타인을 보며 괜시리 끓어 오르는 짜증을 달리 해소할 길이 없었다. 허나 지금 자신의 품안에서 두 팔에 쏙 들어오는 가녀린 체구의 적국 공작가의 가주가 보는이로 하여금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 정도로 슬픈 오열을 하고 있었다. 이에 진은 차마 그를 거칠게 떼어내지 못하고 자신의 두팔로 품 에 안겨있는 헬마스터 공작과 살풋 거리를 벌린 다음 천천히 말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훌쩍...흑...그...그게...흑..."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계속 훌쩍대던 헬마스터 공작은 이내 크케 숨을 들이키며 심호흡을 한 후 문득 자신이 진의 품에 안 겨있는 상황을 알아차린 건지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진을 밀쳐 냈다. "어맛~!" "......." 헬마스터 공작이 뿌연 안경 밑의 두볼을 살짝 붉히며 진의 품에서 빠 져나와 버리자 진은 결코 추운계절도 아니고 제복을 입고 있음에도 불 구하고 묘한 온기가 빠져나간 듯한 시림을 느꼈다. 결코 싫지 않은 향기와 따스한 체온... 언제나 적과 동료이외의 관계를 거부하던 진은 자신이 쌓은 벽이 결코 강하지 않은 부드러운 바람에 점차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허나 그런 자 신이 그리 맘에 들지 않는 것인지 그는 원래의 냉기어린 목소리로 안 절부절 못하는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나직히 말했다. "계집처럼 굴지말고......도대체 무슨일이냐..." "훌쩍...그,그게......나도 몰라..." "뭐...?" 진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자 헬마스터 공작, 즉 엘테 미아도 같이 움찔거렸고 언제나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면 나타나는 버릇인 두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끝내 자신의 다홍빛 입술을 살짝 열었다. "나,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어...그냥 모두들 모여 즐겁게 피크닉을 즐 기고 있었는...그런데...갑자기...흑..." 자신의 머릿속으로 슈팅스타와 레드엔젤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인생에 대한 절규를 외치던 그들이 생각난건지 엘테미아는 다시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진은 위기상황에서도 냉정함과 통찰력이라곤 눈꼽만큼도 없 는 그가 어떻게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가 될 수 있었는지 생각하며 짧게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저기서 쓰러진 기사들을 조사하고 있던 아 이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쓰러진 기사들의 주위로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었습니다." "뭐냐." "그게 그들이 쓰러진 주위로 빵조각과 쿠키가 떨어져 있군요...모두 원래의 모양이 아닌 사람의 입모양으로 조각난 것으로 보아 빵과 쿠키를 먹었던게 분명합니다." 아이제스의 보고에 진은 시선을 돌려 돗자리 위에 단아하게 펼쳐 진 바구니와 접시에 담긴 빵과 쿠키를 바라보았다. 이에 아이제스도 의심스런 표정으로 빵과 쿠키를 바라보았으나 저 쿠키는 좀 전 자신의 마스터인 진이 먹던것과 똑같은 크키와 모양 을 지닌 쿠키였다. 이에 아이제스는 자신의 추리가 빗나간 건가 하고 재차 상황을 정리 할 때 쿠키가 담긴 커다란 바구니쪽으로 다가간 진은 바구니에 담긴 쿠키와 빵을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헬마스터 공작을 바라보며 말했 다. "이거 네가 만든건가?" "응? 으응...진이 맛있다고 해줘서...너무 기뻐서...그만큼을 또 만들어 버 렸어...헤헤..." "......." 울다가 웃다가...도저히 전사의 자질이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고 감정의 기복이 너무나 큰 그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어버린 진은 조용히 아 이제스의 시선을 받으며 쿠키를 하나 집어 자신의 입으로 집어넣었다. -와삭...와삭...- 일정한 박자를 갖추며 기품있게 쿠키를 씹는 진을 바라보며 엘테미아와 아이제스는 자신의 침을 꿀꺽 삼키며 진이 어떤 반응과 감평을 내릴 지 긴장 하며 그를 응시했고 이내 쿠키를 다 먹은 진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독반응은 없다...그리고 맛은 ......나쁘지 않아..." 진의 성격상 절대로 어떤 대상을 '좋다'라고 표현한 적을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아이제스는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마스터가 쿠키의 맛을 '좋다' 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자신의 가슴속으로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도대체 어떤 맛이기에 자신의 마스터가 헬마스터 공작이 만든 쿠키를 먹 으며 타운로이드 공작가의 카르흐소 남작과 짜증스런 면담속에서도 평 소에 절대로 짓지 않던 온화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으며 평소에 무엇을 먹는 것을...심지어 식사조차 한달에 두세번 볼까말까할 정도로 입에 무언 가를 담는 것을 귀찮아하던 마스터를 보며 문득 아이제스의 시선이 그에 게서 자신의 마스터조차 굴복시킨 커다란 바구니 속에 있는 쿠키에게로 향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쿠키에게로 손을 뻗고 있었다. 그때 다시 엘테미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 너무 무서웠어...모두들 굉장히 고 통스런 표정을 짓고 마치 나를 원망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 둘씩 쓰러졌는데...나 굉장히 무서웠어...흑...흐아앙...나 잘못한거 없는데...혹시... 혹시...내 뒤에 유령이라도 있던게 아닐까? 그런걸까?...흑...흐아앙..." 다시 또 울먹이는 그를 보며 짧게 한숨을 쉰 진은 사춘기 소녀마냥 아직도 유령을 무서워하는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피식거리는 웃음이 나왔지만 범 상치 않은 동체시력을 갖춘 무인들도 알아채기 힘들 정도의 표정변화였으 므로 진의 피식거림을 엘테미아가 알아채는 것은 차원이 무너져도 무리인 일이었다. 그때 진이 다시 주위의 반응을 살피며 훌쩍이는 엘테미아의 어깨를 토닥여 줄때 문득 그들의 뒤로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털썩...- "......." "......." YOUR HEART ATTACK 12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진과 엘테미아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땅바닥에 쓰러진 아이제스를 볼 수 있었다. 아이제스는 쓰러지면서도 굉장한 고통이 엄습해 오는 듯 식은 땀을 줄줄 짜내며 기괴하고 음침한 표정으로 엘테미아 쪽을 바 라보며 입을 벙끗거렸다. 그러자 진은 재빠른 걸음으로 아이제스에게 다가가 그의 고개 를 한손으로 받쳐들고 그를 부축했다. 굉장한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다 자신의 마 스터가 부축해오자 덜덜 떨리는 고개를 힘겹게 돌려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여준 후 진을 향해 입을 벙끗거렸다. 들리지 않는 그의 입모양에 진이 그의 눈빛과 일그러진 고통의 표 정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살풋 끄덕이자 아이제스는 그제서야 자 신이 고하려던 모든 것을 건네고 편이 저세상으로 떠나는 사람마냥 힘없는 마지막순간의 애처로운 미소를 지어주고 곧바로 고개를 떨구 었다. "......." "...아,아...아이제스가...뭐라고...했어...?" 들릴 듯 말듯한 엘테미아의 조심스런 목소리에 진은 그제서야 아 이제스에게서 시선을 떼고 모든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냉철한 눈빛 으로 엘테미아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엘테미아는 모든 사람들이 원망스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 며 쓰러졌기에 잘못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괜한 불안과 긴장 감으로 진의 시선에 움찔거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 다시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이 도래하자 엘테미아는 양검지손가락 을 꼼지락거리며 차마 진과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기에 혼자서 식 은땀을 흘리며 별이별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 할때 죄인의 죄를 심판 하는 듯한 판사같은 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쿠키가 녀석들에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작스레 들려온 진의 말에 퍼특 놀라며 자기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을 그대로 반문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던게 아닐까?" "......에?" -움찔...×74(쓰러진 기사들...) - 기절해서 조차 천인공노할 진의 발언에 움찔거리는 기사들이 무색할 정도로 진과 엘테미아는 묘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그로부터 얼마 후 다시 진의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냉철한 목소리가 그들 사이로 나직히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그런 맛은 처음 느껴본게 틀림없어...도저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멋진 맛과 중독성에 네 녀석을 원망하며 쓰러진게 분명한 것 같군..." ".....뭐...뭐....뭐? 그,그런거야? 나 어떻게 해~~! 난 전혀 그럴생각이 없었는데~! 흐아아앙...너,너무 맛있어도 죄가 되는거야? 그런거야? 이를 어째...흐아앙..." "뭐...녀석들이 기절한 정도라면...그것도 죄가 되겠군..." "흐아아앙...그럼 모두가 원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쓰러진게... 모두들 미안!! 다음부터는 절대로 오늘처럼 맛있는 쿠키가 아닌 평범한 쿠키를 만들어 줄게~~! !!" -흠칫...×74- 눈물까지 흘려대며 쓰러진 기사들을 향해 오열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나직히 짧은 한숨을 내쉰 진은 고개를 돌려 연무장의 주위로 기괴한 표정 을 지으며 쓰러져버린 기사들을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짓고는 다시 엘테 미아에게로 시선을 돌려 넌지시 말을 건넸다. "다음부턴 실력 좀 줄여가면서 만들어라...녀석들이 검술보다 네 녀석의 쿠 키에 눈길을 돌린다면 이쪽이 곤란해지니..." -울컥...×74- "응!! 담부턴 꼭 그렇도록 할께!! 정말로 오늘처럼 맛있는 쿠키를 꼭꼭 봉인 해 둘께!! 목숨보다 소중한 검술보다!...사랑하는 연인보다 나의 맛있는 쿠키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면 그것처럼 슬픈 일은 없을테니까...절대로..." 혼자서 불타오르며 굳은 다짐을 하고 있는 엘테미아가 대견스러웠는지 진은 그를 보며 짧은 웃음을 보여주고 발길을 돌려 저택으로 향했다. 진이 자리를 떠나자 엘테미아도 퍼특 정신을 차리고 총총걸음으로 진을 따라잡아 같이 걷다가 문득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뽀얀 볼을 쿡쿡 눌러 대며 의문의 표정을 짓던 엘테미아는 말없이 걸어가는 진을 보며 자신 이 궁금해하던 질문을 그에게 넌지시 건넸다. "진...근데 다들 나의 초~맛있는 쿠키에 정신을 못 차리는데 어째서 진은 멀쩡한거야?" "........" 엘테미아의 아무생각없는 물음을 받게된 진은 문득 걸어가던 걸음을 우뚝 멈춰섰다. 갑자기 함께 걸어가던 진이 멈춰서자 자신도 퍼특 걸음을 멈춰 버린 엘테미아는 조심스런 눈길로 진을 바라보자 어느새 진의 얼굴에는 어 눌하고 씁쓸한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자신의 고개를 허 공으로 돌리며 지나가는 말투로 짧게 중얼거렸다. "후훗...그때부터 였는지도...나의 미각이 둔화되기 시작한건..." "그때...?" "넌 알것 없다." "뿌.....!!" 진이 자신의 궁금증을 딱잘라 거절하자 볼에다 바람을 잔뜩 불어넣고 뿌뿌거리던 엘테미아는 어느 새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진을 다시 보고 퍼특 정신을 차리고는 총총걸음으로 그를 따라잡은 후 기습적인 팔짱을 끼고 걷기 시작했다. 이에 갑자기 자신의 오른팔로 무언가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기분좋은 살내 음이 느껴지자 확인차 고개를 옆으로 돌린 진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는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 쪽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연신 생글거리고 있 는 엘테미아를 보며 나직히 말했다. "사내녀석이 뭐하는 짓이냐...당...장 떨어져..." "헤에~~싫어!! 진은 말야...나의 실력을 100% 쏟은 환상적인 쿠키를 소화 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구...가끔 동료들을 위해 쿠키를 구울 때 진 의 것은 나의 사랑을 듬뿍 담은 쿠키를 만들어 줄께...헤헷..." ".......사내녀석이...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낯간지러운 대사를 내뱉다니..." "뭐 어때~! 헤헷...그러니까 꼭 기대해야해? 알겠지?" "......." 또다시 울다가 웃다가 감정의 기복의 큰 차를 보이는 엘테미아를 보며 한 심하다는 표정으로 짧은 한숨을 내쉰 진은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며 들릴 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맘대로..." "헤헷..." "아무튼 혹시라도 모르니 마법사에게 마나스캔을 더욱더 강화시키도록 하고 사람들을 불러 저녀석들을 의무실로 데려와야겠군..." "응~!" 어느새 진과 엘테미아가 사라진 연무장의 앞뜰에는 사람들의 심정을 더 욱더 침침하게 만드는 을씨년한 바람과 더욱더 기괴한 표정을 짓고 있 는 레드엔젤들과 슈팅스타...그리고 아이제스가 조용히 쓰러져 있었고 그 들은 기절한 상태에서조차 점차 얼굴이 일그러지며 어느새 그들의 눈가 에는 오싹한 원한이 담긴 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후...일련의 인부들이 몰려와 조심스레 레드엔젤들과 슈팅 스타들을 저택에 마련된 의무실로 데려갔고 그들이 깨어난 건 다음날 저 녁이었다. 그리고는...나직히 주먹을 꼭 쥐고 슈팅스타나 레드엔젤 할 것 없이 사람을 혼절시켜버릴 만큼 맛있는 쿠키를 나눠준 헬마스터 공작을 향해 차가운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다. YOUR HEART ATTACK 13 쿠키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밤... 코를 찌르는 의약품 냄새가 진동하는 의무실 안에서 눈 밑에 기미가 잔뜩 낀 사내들이 모여 음침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크흐흐흐흐...절...대...로...용...서...못...해..." "어,어이...너무 분위기 잡지 말라고..." "큭큭큭...우리들은 영원한 서로의 적수이지만...오늘은 잠시 휴전이다..." "어...그러도록 하지...아!...그리고 휴릭! 가서 귀염둥이 가주의 위치를 파악해 와라" "그러지!" 휴릭이라 불린 슈팅스타 기사대원은 어두운 의무실안에서 섬뜩하게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을 발하며 기괴한 웃음을 지은 채 천천히 의무실 을 나서고 있었다. 밤시간이 되자 어제의 극악의 맛을 자랑하는 쿠키를 먹은 후 이제서야 깨어난 슈팅스타 기사대원들과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은 언제 나 서로를 못잡아 먹어 안달난 사람처럼 서로 티격태격했었으나 오늘 은 서로 공통의 '적'을 두고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흐어어억!! 그만!!..." 어제의 적에서 오늘의 동지로 탈바꿈한 그들의 뒤로 한 사내의 처절한 비명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불보가 땅에 살포시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거친 숨 소리가 어둠고 음침한 의무실의 적막을 조용히 깨뜨리고 있었다. "허억...허억...허억..." "아!...단장님 이제야 깨어나셨군요...아이제스 단장님이 제일 늦으셨 다구요..." 이에 아이제스는 아직 혼탁한 눈으로 은은한 불빛만이 존재하는 의 무실안에서 자신의 기사대원들과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이 묘한 뉘앙 스를 풍기고 있자 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이마에 흥건한 식은땀 을 닦아내며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모두는 쿠키 한조각을 먹었겠지만 난 쿠키 하나를 통채로 입에 집 어 넣었단 말이다..." "......." "......."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애도의 예를 취하는 그들이었다. 아직도 그때의 공포가 몸에 절은건지 아이제스는 잔떨림이 멈추지 않 는 손을 들어 살며시 자신의 관자놀이를 누르고 자신과 똑같은 재앙 을 당한 그들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마스터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독의 냄새와 맛을 체크하던 난 이제서야 가장 무서운 독극물을 맛볼 수 있었다... 분명 인체에 해가 되는 요소는 쿠키에 존재하지 않았다...허나 ..." -꿀꺽...×72-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혀와 입천장의 사이로 초강력 접착제마냥 착 달라붙는 끔찍한 초콜릿의 탈을 쓴 괴이한 고체와...살인적인 스피드로 입안 전체에 싸아하게 퍼지는 전율스런 미지의 맛들... 쿠키 전체의 요소가 가진 하나의 극악스런 맛을 혀의 전체로 감싸 돌아 끔찍하고 기괴한 맛과 수많은 바늘이 입안 전체에 도사리는 듯한 오싹한 느낌..." -뚝뚝뚝뚝...- 의무실에는 분명한 천장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어느새 그들 사이로 수많은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은 과거를 들추는 고통을 감내 하며 턱밑으로 떨어지는 식은땀을 닦아낸 아이제스는 자신의 말에 얼굴을 팍 일그러뜨리며 땀을 죽죽 짜내고 이쓴 그들을 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차마 혀와 입천장에 달라붙어버린 괴이한 접착제가 다 녹아내릴 때 까지 뱉지도 못하고 혀 전체로 느껴지는 엄청난 양의 미각정보들이 나의 뇌를 강타하며 쿠키덩어리가 식도를 넘어갈 때의 그 섬뜩하고 오싹한 느낌!...마치 고슴도치새끼 수백마리가 굴러가는 그 처절함!..." "허억..." "큭..." "흡..으..." 아이제스와 자신들의 섬뜩하고도 오싹한 과거의 재림에 모두들 벌렁거 리는 심장을 추스르기에 바빴고 어떤 이는 물이 흥건한 땅바닥에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토해내며 주저앉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다시 아이제스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가장 끔찍했던건..." "흐윽..." "......." "그 어떤 독을 사용하지도 않고 단지 쿠키가 가진 맛으로 사람을 무아지경으로 내모는 인체무해극악독극물을 우리에게 투여하고... 그 독극물을 섭취한 전율스런 괴로움에 고통을 호소하고 쿠키의 잔인함으로부터 한없이 무력했던 우리들의 절규 에 해맑은 천사처럼 순진하고 천연덕스런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헬.마.스.터.공.작!!×73" -뿌드드드득...- 마지막 헬마스터 공작이란 대사를 의무실에 모인 모두가 합창해 버리곤 저 마다 기억하기 싫은 무서운 과거에 대해 또다시 소름이 돋아났고 헬마스터 공 작의 이름을 외치며 끓어오르는 분노에 이를 우드득 갈고 있을 때였다. 때마침 헬마스터 공작의 소재를 알아내기 위해 의무실을 나섰던 슈팅스타 기 사단의 휴릭이란 기사가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와 그들에게 외쳤다. "귀염둥이 악마의 소재를 알아냈다!" ".......!!" × 73 YOUR HEART ATTACK 14 슈팅스타 기사대원인 휴릭이 들고온 낭보에 그렇지 않아도 어둡고 음침했던 의무실 안이 더욱더 음침하고 으시시한 기류가 아지랑이 처럼 스물스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오늘의 복수로 어제의 재앙을 잊는거다...제군!!" "아!!!!!!!!!" "그건 그렇고 휴릭군...그 은빛머리의 귀염둥이 악마는 어디에 있지?" 복수에 눈이 멀어 시뻘겋게 출혈된 눈을 하고 있는 록본의 질문에 휴릭은 잠시 멈칫거렸으나 그 또한 복수혈전의 열렬한 징벌자였으므로 어울리지 않는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헬마스터 공작의 소재를 불고 있었다. "크크크...마침 저택의 북쪽으로 올라가면 작은 호숫가가 있잖은가...거 기로 하인 한명을 대동한 채 홀로 떠났다고 하네...정말로 하늘이 우릴 도우시는 것인지 저택의 몇 안되는 헬마스터 공작을 목격한 목격자를 만날 수 있었지..." 휴릭의 말에 의무실에 모인 모든 기사들 사이로 잠시동안의 싸늘한 정적 이 흐른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친듯한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늘도 우릴 돕는 구나!! 설마 마스터의 옆에 있다면 어쩌나 하고 했는데 말야...크하하하하 그것도 하인혼자 데리고 말야 크하하하하하!!!" "푸헤헤헤헤 게다가 저택의 뒤쪽에 나있는 호수가에는 이곳과 꽤 거리가 멀어서 귀염둥이 악마가 우리들의 따스한 손길에 비명을 지른다 해도 누구 도 알아챌 수 없을 껄! 크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자! 가자구 제군!!" "아자!!!!!!!!!!!!" 정열적인 기도를 내뿜으며 거칠게 의무실의 문을 열어제낀 록복과 아이제스 는 저택의 현관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아닌 복도의 너머에 있는 창문으로 소리없이 다가가 창문을 열어재꼈다. "모두들 가자고!!" "아!!!!!!!!!!" 건장한 사내더라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창문이었기에 74명이나 되는 거대한 '귀염둥이 악마 징벌단'들은 오랫동안 단련된 몸 놀림으로 3층이나 되는 범인들에겐 무시무시한 높이에서 일말의 망설임 도 없이 지상으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3층의 높이에서 뛰어내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찍소리하나 내지 않고 사뿐 히 착지한 그들은 전원이 모임을 확인하고 어두운 밤길이 환해질 정도 로 눈에 번뜩이는 광채를 대동한 채 은발머리의 귀염둥이 악마가 놀러간 저택 뒤쪽숲의 호수가에 전광석화같은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편... -촤아아악~- "아...시원해..." -쪼르르르...- 저택의 뒤쪽으로 난 숲에 자리한 호수가에서 환히 뚫린 하늘과 그 사이로 은은한 달빛을 받아 아름다운 은빛 실들이 반짝이는 물방울과 함께 한 소녀의 모습이 천혜의 비경(秘境)을 연출하고 있었다. 은은한 달빛과 살랑거리는 바람에 잔잔한 잔물결이 일고 있는 호숫가에 반사된 아름다운 물결모양의 반사광이 가히 미의 여신이 라 칭해도 무색할 만큼 아름다운 은빛 머리를 소유한 소녀의 백옥같은 나신을 애처로이 비추고 있었다. 신비스런 은빛머리와 인간의 눈동자라고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신성한 황금빛 눈동자에 티끌하나 없는 매끈하고 촉촉한 그녀의 피부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혼을 빼어버릴 만큼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유혹 그 자체였다. 그런 아름다운 소녀가 아무도 없는 높이가 무릎까지 오는 비밀스런 호숫가에서 천천히 고운 손으로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평온한 장난 을 치고 있었다. "헤에...셀리(영주의 딸)가 알려준 장소...꽤 멋지잖아...? 음...물 높이 가 조금 얕은것이 흠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은은한 달빛이 어우러진 멋진 배경을 뒤로한 채 홀로 즐기는 목욕이라...꺄아!~~ 이 거야 말로 꿈꾸는 소녀의 장미빛 로망스~!" 물기어린 촉촉한 은발의 긴 생머리를 뒤로 쓸어올려 전율스러울 정 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목구비가 은은한 달빛아래 훤히 드러난 소녀는 바로 엘테미아였다. 자신과 나이도 비슷하고 왠지 죽이 척척 맞는 영주의 딸 셀리와 잡 담을 나누던 중 우연히 그녀가 가르쳐준 멋진 장소를 알게되어 만일 의 사태를 대비해 아무도 몰래 입구를 지킬 하인 한명을 대동한 채 저 택을 빠져나온 엘테미아는 자신의 옷과 안경을 호숫가의 바위에다 곱 게 올려놓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신비롭고 매혹적인 비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런 늦은 시각에 아무도 자신이 목욕을 즐기고 있는 곳으로 오지 않으 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엘테미아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저택을 빠 져 나올때 가져온 부드러운 폼으로 만들어진 솔로 비누거품을 내며 보드라운 살결을 어루만지며 아무도 없는 호숫가에 홀로 아늑한 밤의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복수의 불을 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달려들고 있는 사내 들이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눈치채지 못한 채...조용하고 아늑한 시간을 감미로운 발라드와 함께 만끽하며...시간은 그렇게 지나갔 다. YOUR HEART ATTACK 15 -스스스스슥- 평범한 흰색남방에 검정바지와 허리춤에 롱소드를 걸치고 있 는 사내는 문득 한적한 숲속에 인위적인 숲의 속삭임이 들려 오자 몰려오는 졸음에 연신 하품을 해대던 자세 그대로 굳어 몽롱했던 정신이 확 하고 깨며 소리쳤다. "거,거기 누구 있습니까?" 조용히 속삭이는 숲을 향해 소리친 사내는 바로 엘테미아가 숲의 입구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받은 저택의 일개 하인이었 다. 하인은 자신이 소리침에도 불구하고 묘한 숲의 속삭임 만 일뿐 그 무엇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자 숲의 다른 동물들인가 하고 내심 긴장하면서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점차 긴장의 끈을 풀고있을 때였다. "크흐흐흐흐흐......" "헉!....." 순간 저택의 하인은 어두운 숲속의 주위로 번뜩이는 광 기어린 수십쌍의 눈들이 번쩍하며 자신을 향해 기괴하고 음침한 기류를 쏘아대자 공포에 절인 신음을 토해냈다. "뭐,뭐,뭐요!!" 덜덜 떨리는 다리로 한걸음씩 뒷걸음질치던 하인은 자신 의 허리춤에 달린 검 한번 뽑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공포 에 덜덜 떨리는 다리를 추스려 한걸음씩 물러서기에 바빴 고 울창한 초목들 탓에 은은한 달빛에 가려 광기에 물든 하얀 눈밖에 보이지 않던 그들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 내기 시작했다. 천천히 숲속에서 나온 인물들이 은은한 달빛에 비춰 그 윤곽을 드러내자 하인은 공포와 경계의 눈빛으로 공 포의 바다에 침몰해가던 자신이 구조대에 구조받은 사람마 냥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뭡니까... 기사님들이 아니십니까..." ".......그래..." "근데 여긴 무슨일로...?" 허나 평소에 보아왔던 침착하고 냉정한 그들의 분위기와 지 금의 광기어린 분위기가 사뭇 다르자 조심스레 질문을 던지 는 하인앞으로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휙휙 내저으며 앞으로 나 선 아이제스와 록본이 그를 향해 말했다. "여기...헬마스터 공작이 왔나?" 뜬금없이 레드엔젤과 헬마스터 공작가의 슈팅스타 기사대원 들이 헬마스터 공작의 소재를 묻자 저택의 하인은 긴박한 긴 장감과 안도의 경계를 오가며 혼미해진 정신을 추스리고 간 신히 자기의 의무를 되찾았다. "예...대략 한시간 전에 이곳으로 오시긴 했지만...아무도 호수 가 가까이로 접근시키지 말라는 헬마스터 공작각하의 엄명 이 있었!..." -퍽!- -털썩!...- 순간 눈앞이 번쩍임과 함께 명치에 둔탁한 고통을 느끼며 의 식을 잃어버린 저택의 하인은 순간 꺼져가는 의식과 흔들리는 뿌연 시야사이로 마치 피에 절은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수 십명의 사내들이 보이자 지금 이 순간 의식을 잃어가고 있는 자신이 하늘에게 감사할 정도로 그들은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 내고 있었다. "크크크크...여기에 있답니다...제군들..." "몰래 쳐들어가 귀염둥이 악마의 엉덩이라도 한대씩 때려주는 게 어때?" "크크큭...좋아좋아!! 우선 귀염둥이 악마를 잡아놓고 먹든 말든 맘대로 하자고!!" "좋았어~~!!" "웃샤~~~~!!!!" 다시한번 결의를 다지며 귀염둥이 악마, 즉 헬마스터 공작인 엘테미아에게 복수의 칼날을 들이대며 또다시 무서운 속력 으로 호숫가로 달려가는 기사들과는 대조되는 평온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또다시 아늑한 분위기에 도취되어 자신의 아름답고 모든 존재로부터 평온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선율의 발라드를 부르기 시작했다. forever has gone, today is infinity and yesterday's dreams, today a faint memory forever has gone, today is infinity it's time to move on, forever has gone two eyes in the face of billions of voices I saw the flashing lights move further in the distance (the) dreams was not meant to be... 한국에 있을 당시 자신이 좋아하던 음악을 즐겨 부르며 아늑하고 감미로운 분위기에 도취되어 대지를 향해 애처로운 빛을 내려주는 달빛을 올려보며 자신 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잔잔한 잔물결이 이는 호수가 로 조용히 퍼트리고 있는 가운데...이 모든 아름다운 선율의 조율을 하나의 인위적인 숲의 속삭임이 조용히 깨뜨리고 있었다. 허나 수천만년을 살았던 엘테미아은 현재 정신연령이 16세 의 꿈많은 소녀일 뿐이었기에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는 분위 기에 녹아들어 어두운 호숫가로 수많은 기사들이 몰려들고 있 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빛을 머금은 달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올려 가슴에 두 손을 모으고 부드러 운 발라드의 하이라이트를 부르고 있었다. "........" "........" "........" 자신에게 도래한 끔찍한 재앙에서 깨어난 기사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끔찍한 재앙을 안겨준 헬마스터 공작에 대한 복 수심으로 불타오르며 오로지 무자비한 보복만을 떠올리며 호 숫가로 달려왔으나 레드엔젤과 슈팅스타들의 두눈 앞에서 꿈이나 아름다운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름답고 매혹적인 비경에 복수에 대한 광기도...헬마스터 공작도...그 어떤 무엇 도 머리에서 사고할 수 없었고 혼령이 제압된 사람들처럼 한 지점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며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비록 완전한 정면이 아닌 등쪽만 보이는 약간의 45도 각도 의 구도였지만 아름다운 등선마냥 매혹적인 굴곡으로 어 두운 밤하늘에 홀로 떠있는 은은한 달빛에 비춰 창백하게 까지 보이는 그녀의 하얀 살결을 애처로이 쓸어내리는 촉 촉한 물방울과 함께 그녀의 입에서 아름답게 울려퍼지는 감미로운 선율에 평소 여자를 멀리하고 검만을 친구와 연인으로 취급하며 살아가던 그들에게 커다란 컬쳐쇼크를 선사하고 있 었다. -투둑...- 순간 잔잔한 바람에 살랑거리며 나부끼는 은빛머리아래로 잘록한 허리와 고즈넉이 맞닿은 그녀의 뽀얀 둔부아래로 아름다운 굴곡을 자랑하는 허벅지와 반짝이는 물방울에 도 취되어 있던 기사들 사이에서 갑자기 나뭇가지가 살풋 꺾어 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용하고 감미로운 소녀의 선율을 퍼 트리던 소녀는 깜짝 놀라 뒤를 향해 외쳤다. "에...? 거,거기...누구 있는거야?" "......" "......" 마치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맑고 청량한 신비로운 소녀 의 목소리에 기사들은 저마다 몽롱한 눈빛으로 호숫가의 중앙에서 깜짝 놀라 하얗고 가녀린 두 팔로 자신의 작은 가 슴과 치부를 애처롭게 가린 소녀를 향해 끝없는 붉은 피만을 갈구하는 악마처럼 한 발짝씩 다가서기 시작했다. "꺄악~! "......" "......" 자신들이 소녀에게로 다가서자 비명과 함께 한걸음씩 물러서는 그녀를 보며 여지껏 여자란 생물에 대한 자신의 절제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쇼크를 받았던 기사들의 머릿속은 온 통 자신들의 눈앞으로 가녀린 소녀의 매혹적인 나신을 요구하 며 끝없이 끈적거리는 욕망이 그들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뭐,뭐야...모두들...일루 오지마..." "......." 언제나 냉정하고 침착한 아이제스조차 작은 반항과 거부감을 보이는 그녀를 향해 자신의 손으로 짓누르고 억압하며 느껴보 고 싶다는 욕망이 현실에 대한 이성을 잠식시켜 버린 상태였 다. 주위의 현실과 자신의 위치덕에 언제나 여자들과 함께 할 시 간이 부족했고 그럴수록 검만을 다지며 검의 혼을 흐트려 놓는 여자를 멀리하고 절제하며 살아왔던 그들에게 엘테미아의 눈부 신 나신은 하나의 각성제였다. 자신의 가슴속에 갈무리한...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를 불러들이는 검은 꿈틀거림을 일깨우는 강력한 각성제를... -툭...- 자신에게 묘한 눈빛을 던지며 서서히 다가오는 수많은 기사들을 향해 수치심과 터질듯한 심장의 박동에 제대로된 사고가 되지 않 고 계속 뒷걸음질만 치던 엘테미아의 등뒤로 무언가 딱딱하고 차 가운 감촉이 전해지지 순간 엘테미아는 깜짝놀라 등뒤를 돌아보 았다. 뒤를 돌아보자 자신의 등으로 호숫가의 커다란 바위가 자신을 막 아서고 있었고 어느새 자신의 지척으로까지 다가온 기사들을 보 며 엘테미아는 구슬같은 눈물을 머금고 소리쳤다. "시,싫어!! 저리가 이 바보 괴물들아~~~" 언젠가 보았던 눈...인간의 탐욕과 검은 욕망이 혼합된 일렁이는 광기가 담긴 하얀 눈...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모두 빼앗아 버린 스타판의 눈과 똑같은 눈을 하고 다가오는 기사들을 보며 엘테미아는 두려움과 불안감 에 자신의 피어도 생각지 못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외 쳤으나 이성이 잠식되어 버린 그들의 손은 어느새 엘테미아의 부 드럽고 젤리같은 매끄러운 살결에 다가서고 있었다. "흐아아앙...모,모두들 왜그래!...시,싫어...나 이런거 싫어한단 말야 ...저리가!! 너희들 모두 미워할거야!! 싫어!!" 순간 하나의 손이 자신의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살결에 닿자 엘테 미아는 처음으로 겪었던 충격적인 과거가 불과 몇초전에 겪었던 현실 처럼 도래해버렸고 자신의 몸을 더더욱 애처롭게 감싸며 크게 소리쳤 다. "싫어~~~!!!" -사라락...- 그때였다. 아무것도 걸치지 못한 엘테미아의 머리위로 하나의 검 은 제복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엘테미아의 나신을 가려주었다. 그리고는 꿈틀거리는 욕정에 마비된 기사들의 사이로 그들의 혼을 흔들어 놓는 듯 한 강한 마나가 담긴 차가운 목소리가 나부끼는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로부터 터져 나왔다. "지금 여기서 뭣들하는 거냐..." ".......!!" YOUR HEART ATTACK 16 날카로운 비수가 전신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에 엘테미아라는 매혹적인 각성제 앞에서 레드엔젤들과 슈팅스타 들은 몸을 부르르 떨며 정신을 번쩍 차리기 시작했다. "......" "......" 어디선가 들려온 기사들의 몽롱한 머리를 일깨우는 차가운 목 소리에 퍼특 정신을 차린 기사들은 저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 기 시작했고 혼탁했던 정신이 점차 맑아지며 사리판단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어느새 자신들의 손은 평소 치졸하고 추잡하다며 욕을 해대던 강간범 내지는 성추행범과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앞에는 정신을 다시 혼미하게 만들 정도로 창백하리 만치 새 하얀 우윳빛 살결과 가녀린 두팔로 애처롭게 떨며 눈부신 나신 의 위로 검은 제복을 꼭 끌어안고 있는 은발의 소녀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흐느끼고 있는게 보였고 그런 소녀의 주위로 몰려있는 자신들의 손은 자신들도 모르게 그녀의 매혹적인 나신을 향해 꿈 틀대고 있는 것이었다. "헉!..." "이,이게 무슨!!!..." "마...말도...안돼..." 그들은 제국의 제일가는 기사와 수호가문의 기사라는 프라이드 하나로 언제나 검과의 외로운 인생을 즐기며 살아왔었다. 자신들은 타인들과 다르다고...레이디들에게 치욕을 주는 썩은 남자 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언제나 조국과 레이디를 위해 자신과 검을 바치겠다고...허나 지금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짓은 도대체 무어란 말 인가? 아무리 눈앞의 매혹적인 소녀가 전라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더라도 십년 을 넘게 여자를 위하며 검만을 수련해온 그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추악한 행동과 눈앞의 너무나 아름다워서 슬퍼보이는 소녀가 애처롭 게 자신의 치부를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자신들의 추잡한 행동에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 슈팅스타들과 레드엔젤들은 저마다 머리를 부여잡 으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이게 아냐!!!...." "흐아아아아아~~! 내,내가!! 이건 말도 안돼!!" "하하하하...이,이건 꿈이다!! 악몽이다!! 귀염둥이 악마의 저주다!!!" "그,그랴!! 이건 기필코 귀염둥이 악마의 저주다!! 재앙의 도래다!!" "으아아아아악~!" 갑자기 미친듯이 소리치며 발광하는 기사들을 보자 깜짝 놀란 엘테미 아는 그제야 스타판에 대한 과거의 기억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고 자신의 눈앞에서 벌이지고 있는 상황에 벙찐 표정을 지으며 미친듯이 머리를 자기손으로 쥐어박고 호숫가를 뛰쳐나가는 기사들을 볼 수 있 었다. 이에 문득 엘테미아는 그들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왜...남자들은 모두 똑같은 걸까...? 모두들 같아...오로지 힘으로만 여자를 취하려 들고 억압하려 해...그리고 모두들 같아...나의 허물없 는 진실된 모습만 보면 나의 마음이 아닌 육체를 소유하고 느끼기 위해 손을 뻗지...나의 마음따윈 전혀 상관치 않고...이런건 싫은데... 이런건 원치 않았는데...모두가 나에게 친절한 건 혹시 나의 외모탓 이 아닐까...' 스타판에 대한 서글픈 기억까지 겹쳐 갑자기 무거운 분위기를 타버 린 엘테미아는 이젠 적막과 함께 은은한 달빛아래로 아늑하고 조용 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호숫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 쉬고 있을 때였다. -툭- 아무도 없는 호숫가에서 무언가가 땅으로 착지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퍼특 놀란 엘테미아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뒤를 가로막고 있던 높은 바위에서 지상으로 가볍게 착지하는 청 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아!..." 순간 남성에 대한 회의와 스타판이라는 남자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엘테미아는 자신보다 강한 남성이 등장하자 평소에 알고 지내던 그임에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함께 묘한 거부감이 자신의 온몸에 엄습하기 시작하며 낮은 신음을 내 뱉었다.. 평소의 진이라면 도저히 여자를 억압하거나 강제로 취하려는 파렴치한 남성상은 절대로 아니었으나 엘테미아 자신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보통 얼굴만 들이밀어도 말도 제대로 못하며 자신의 매혹적인 얼굴과 살결에 미쳐버리는 인간들이 부지 기수인데 현재의 엘테미아는 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엘테미아는 또다시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자신의 순결을 위 협당하는 괴롭고 가슴아픈 미래가 아릿하게 떠오르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두눈을 꼭 감고 자리에서 힘없이 주저앉 아 부들부들 떨었다. "......." "......." ".......?" 허나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어떤 소리도 느낌도 자신에게 느껴 지지 않자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불안감과 공포속에서도 묘한 호기심을 느낀 엘테미아는 살짝 실눈을 뜨고 고개를 조심스레 들어 좀전에 진이 있던 자리를 쳐다보았다. -휘이이이이잉...- "......." 아무도 없다...개미새끼 한마디로 없다...그저 썰렁한 바람만이 벙찐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싸늘히 식혀줄 뿐이었다. 진이 있던 자리에 아무도 보이지 않자 엘테미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진의 행방을 찾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평소 처럼 기품있는 걸음으로 호숫가를 걸어나가는 진이 보였다. -화끈...- ".....에에에?" 순간 엘테미아는 놀람과 당혹감...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두 뺨을 새빨간 사과마냥 붉게 물들여버리는 수치심과...부 끄러움...분명 자신의 전라의 모습에 진이라는 남자가 그 어 떤 반응이라도 보일거라 예상했던 엘테미아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진은 가녀린 여자가 수십명의 남자들 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당한 상태에서 어디선가 나타나 여자를 구해놓고 두려움에 떨고있는 아름답고 가녀린 소녀를 향해 안 위를 묻기는커녕 아무말도 않고 유유자적하게 이곳을 빠져나 가고 있던 것이었다. 분명 진은 자신에게 아무런 터치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엘테미 아의 마음속에서는 자신을 위협하는 불순분자가 사라진 안도감 이 자신의 가슴속으로 녹아드는게 아닌 불쾌한 수치심과 자신의 마음속 또다른 저편에는 자신의 자존심이 이상하리 만치 무너져 내리고 있는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서야 엘테미아는 자신에게 심각한 공주병 증세가 나타나고 있 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가운데 자신을 속으로 질 책하며 자중하려 했지만 역시 자신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묘한 불쾌감과 이상하리 만치 끓어오르는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신이 아닌 보통의 소녀라 할지라도 무서운 얼굴을 하고 덤벼드는 수많은 남자들로부터 뜻밖의 구원 으로 자신의 순결을 지킬 수 있게된 상처입은 소녀에게 적어도 '괜찮습니까? 라든가...최소한 집까지...아니, 이 숲에서만이라도 에스코트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해야 보통 평범한 레이디퍼스트 를 외치는 기사이고 귀족이 아니던가!! 어쩜 저렇게 아무말도 안고 냉정하게 돌아서서 걸어가고 있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이빨을 부드득 갈고 자신조차 알수 없는 기묘한 분노를 느끼며 그에게 평소대로 소리쳤다. "야이 바보야!! 가녀린 여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말없이 그냥 가버리는 멍청한 남자가 세상에 어디었어?!" "........" 엘테미아가 자신의 얼굴을 팍하고 붉히며 진을 향해 소리치자 진은 언제나처럼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아무말없이 뒤를 돌 아 자신의 치부를 가린 채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귀 엽게 찡그리며 화내고 있는 그녀를 보고 진의 전매특허인 따스 한 한마디를 건넸다. "귀찮게 굴지말고 꺼져..." "......!!" YOUR HEART ATTACK 17 전혀...꿈속에서조차 예상치 못했던 그의 말에 반쯤 패닉상태로 빠져버린 엘테미아는 처음으로 거짓하나 없이 진실된 모습인 상 태에서 남자에게 '꺼져'라는 심한 소릴 들어버렸고 언제나 자신에게 무뚝뚝해도 그 속에 담긴 다정함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엘테 미아는 그동안 거친표현 한번 한적 없는 진에게서 그런 소릴 듣자 가슴속이 날카로운 비수로 쿡쿡 찔르는 듯한 아픔과 금방이라도 구 슬같은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전 경험치 못했던 당혹스런 상황에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안절부절하며 속으로 놀라 훌쩍이고 있었다. '너,너무해!! 어쩜 그렇게 심한 말을...흐아앙...' 엘테미아는 갑자기 진이 자신에게 왜 차갑게 구는지 이유도 모른 채 계속 쌓여만 가는 분노와 수치심...그리고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는 자신의 초라한 자존심에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없이 솟구치는 격정에 온몸을 떨고만 있었다. 금방이라도 진이 걸쳐준 검은 제복을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 버리고 싶 었으나 엘테미아는 얄미운 진에게 더이상 그 무엇도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가 싫었기에 그 자리에 묘한 침묵의 공간을 자 아내고 있었고 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관심없다는 콧방귀 를 끼고 아무미련 없이 저택을 향해 걸어갔다. 자신이 당혹감과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고만 있는대도 전혀 관 심없다는 듯 다시 저택을 향해 홀로 걸아가는 진을 보자 엘테 미아는 울컥하는 심정에 다시 그에게 소리쳤다. "야!! 어,어떻게 하나의 기사로써!...하나의 귀족으로서!...아니, 적어도 하나의 남자로서 어쩜 여자에게 이렇게 차갑게 굴수 있는거야? 해,해도해도 너무하잖아!..." -우뚝...- 엘테미아의 격정어린 외침에 또다시 가던길을 주저하고 멈춰 서버린 진은 방금전보다 더더욱 차가운 표정을 짓고 엘테미아 를 바라보며 냉기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처음보는 사람에겐 친절따윈 베풀지 않는다...어서 돌아가라 꼬맹아..." "........" 저게 또 무슨소린고?...엘테미아는 생각지도 못했던 진의 엉뚱한 대답 에 다시 실타래가 뒤엉킨 것 마냥 복잡해지는 머리속을 뒤로하고 또 다시 그를 향해 소리쳤다. "아,아무리 그래도!... 남자라면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 상처입은 여자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는게 예의 아냐!? 그것도 기 사이고 귀족이면서!!..." 진은 처음보는 여자가 자신의 신상내력을 자세히 알고 있자 시큰둥한 표정에서 날카로운 표정으로 뒤바뀌었다. 엘테미아의 안경과 미스릴제 가면에 걸려있는 영구적인 보이스마 법으로 인해 지금처럼 목소리가 여성적인 가는 미성이 아닌 언제나 중성적인 목소리로 진과 대화했고 지금은 얼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자신의 알몸과 남자들에게 당할 뻔한 상황이 겹쳐 엘테미 아는 헬마스터 공작이 아닌 보통의 예쁜 여자로 낙인찍혀 버렸기에 진은 엘테미아를 보며 헬마스터 공작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상태에서 진은 또다시 귀찮다는 듯 짧게 고개를 젓고 짜증나는 듯한 목소리로 엘테미아의 질문에 답했다. "흥!...난 아무여자에게나 친절을 베푸는 남자가 아니다. 좋아하지 도 않는 여자에게 가식적인 친절을 베푸느니 차라리 차갑게 대하 는게 양쪽 모두에게 훨씬 나아......" "......." 엘테미아는 진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저게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인가 하며 의심할 정도로 깜짝 놀라하고 있었다. 확실히 진의 말이 맞다...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에게 진이 가 식적인 친절과 미소를 베푼다면 그 여자는 영영 전해지지 않 을 사랑을 영원토록 그에게 베풀지도 모를 만큼 진은 매력적 인 남자였고 그런 만큼 지조있고 책임감있는 남자였다. 허나 적어도 엘테미아 자신의 얼굴이라면, 솔직히 자기 자신도 엄 청 예쁜 얼굴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허나 이런 자신 의 얼굴조차도 처음보는 얼굴이라며, 또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차갑게 구는 진에게 왠지모를 아쉬움과 묘한 설레임 이 교차하고 있을때 갑자기 엘테미아는 순간적으로 수백만 볼트의 전류가 자신의 온 몸을 훑고간 것처럼 부르르 떨며 전 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질듯한 심장박동에 정신까지 혼미해져 버린 엘테미 아는 가까스로 흐트러진 자신의 몸을 추스르고 잔떨림이 이는 목소리로 차갑게 쏘아보는 진을 향해 자신의 물음을 넌지시 건 넸다. "만약에...말이야...싫어하는 남자가 당신한테 안긴다면 어떻게 할 거야...?" 엘테미아의 엉뚱한 질문에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린 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남자...말인가? 당연히 죽지 않을 정도로 팰거다..." "그럼 난데없이 팔짱을 낀다면...?" "당장 팔을 잘라야지..." -두근...- "그,그럼...당신의 뺨을 때린...다면?" "머리통을 부셔놓을 꺼다..." -두근...두근...- "그,그렇다면 말야...싫어하는 남자가 쿠키를 건넨다면 어쩔거야?" "질문이 이상하군... 여자도 아니고 더더욱 남자라면 당장 쿠키를 땅에 쏟아 붓고 발로 밟아줄거다." -두근...두근...두근...- "마,만약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가 당신한테 싫은소리나 잔소 리를 하면 어쩔거야?" "혀를 잘라 버릴테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그,그럼말야...혹시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가 당신에게 앞치마를 입고 손님접대라는 일을 시킨다면...어쩔...거야?" ".......칠공에서 모두 피를 쏟는 고통과 함께 영혼까지 멸할거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그,그럼 마지막 질문인데...혹시 시,싫은 남자에게 그런일을 당하면 훗날을 기약하며 복수하는 타입이야? 아,아님...곧바로 일을 보는 타 입이야?" 엘테미아의 더듬거리는 질문에 점점 짜증스런 표정을 지어가던 진 은 생각할 것도 없다라는 듯이 곧바로 대답을 했다. "즉결처분."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 진의 마지막 대답에 엘테미아는 점점더 복잡해지는 머리속과 터질듯한 심장박동에 혼미해지는 정신으로 주춤거리며 수만, 수억갈래로 뒤엉킨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헤치는 기분으로 조금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뭐,뭐야...그럼 왜 나는 지금까지 살아있는 거지...?' -두근두근두근두근...- '가,가슴이 두근거려 미치겠어...왜지...? 왜...어째서...? 서,설마 지금 까지 내가 진에게 살아있다는 말은...진이 날 좋아......아,아냐!...이것도 나만의 착각 일꺼야...아까처럼...'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는 복잡한 머릿속과 모든 피가 역류하는 듯한 괴로운 심장박동에 엘테미아는 주춤거리기 시작했고 자기 자신의 심 장이 왜 이렇게 쿵쾅쿵쾅거리며 거세게 요동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가슴속 가득한 설레임을 애써 부정하며 고개를 세차게 젓자 가뜩이 나 혼미해져 있던 정신탓에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땅바닥 에 주저앉았다. 자신이 땅바닥에 주저 앉았는대도 언제나 굳은 남자처럼 자신의 신념 을 관철시키는 진은 역시 주저앉은 엘테미아를 보며 짧은 한숨만 내쉴 뿐 다시 발길을 돌려 저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금은 기대했었지만 역시 진의 따뜻한 손길을 자신에게 건네주지 않 자 굉장히 슬프고도 공허한 실망감에 엘테미아는 두눈에 구슬같은 눈 물을 머금고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내가...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보구 그냥 지나치지 말라고 그렇게 가르 쳤는!...읍!..." "........!" 순간 엘테미아는 설레이는 가슴을 뒤로하고 쉽고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더욱더 복잡하게 만들어 버리는 발언을 무의식적 으로 내뱉어 버림에 깜짝놀라 말을 중간에 끊어버리고 자신의 두 손으 로 입을 덥썩 막았다. 허나 오랫동안 단련된 진의 청각으로 엘테미아의 작은 중얼거림을 듣지 못할리가 없었다. 이에 진은 좀전의 시큰둥한 반응에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 답지 않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제대로 쳐다보 기 시작했고 역시 그답지 않게 냉기어린 말투가 아닌 조금 놀란듯한 목 소리로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말을 건넸다. "헤...헬...마스......터...?" "아!....." 순간 자신의 크나큰 실수를 깨달아 버린 엘테미아는 속으로 멍청한 행동을 해버린 자신을 질책하는 가운데에서도 묘한 설레임으로 더욱 더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를 향해 소리쳤다. YOUR HEART ATTACK 18 "......누,누,누구?! 나?? 자,잘못봤어!!" 엘테미아는 진의 차가움에 자신도 모르게 너무나 슬프고 서운한 맘을 참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을 주워담느라 별로 재능이 없는 말재간을 이리저리 늘어놓으며 간신히 자리에서 일 어나 진이 서있던 반대편 쪽으로 몸을 돌려 재빨리 달아나기 시 작했다. 그러나 엘테미아는 현재 아무것도 신지 않은 맨발의 상태였고 여 기저기 널려있는 돌과 잔나무가지들 때문에 연한 그녀의 발은 제 대로된 스피드를 내지 못하고 있었고 그녀의 가녀린 손은 어느 새 섬광같은 속도로 달려온 진에 의해 잡혀버리고 말았다. "아!..." "........." 진은 자신의 손에 붙잡혀 작은 반항으로 자신의 품을 빠져나가려 하는 은발머리의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와 같은 은발의 머리...그리 고 자신의 품에 쏙 들어오는 가녀린 체구와 우윳빛 같은 뽀얀 살결... 언제나 촉촉한 다홍빛으로 빛나는 그의 젤리같은 입술... 지금보니 헬마스터 공작과 자신의 품에서 아둥바둥거리는 소녀와 닮은 점이 너무나 많았다. 이에 진은 평소에 냉철하고 좀 전까지만 해도 시큰둥한 표정을 짓던 그와는 대조되는 놀란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 다. "너...헬마스터...?" "아,아냐!! 이 바보야!! 헬마스터가 아니래두!!..." "여자...?" "아....아니...라니까!.....에? 아,암튼 아냐! ...바보멍청이야!! 이거놔!! 이거 놓으란 말야~~" "......" 언제나 온갖 가식으로 뭉친 내숭과 아양을 떨어대며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귀족가의 여식들이 진의 주위로 수두룩했었고 만나는 여자들마다 자신의 외모에 얼굴을 붉히 며 말도 제대로 못 붙이는 상황이 부지기수였다. 허나 지금처 럼 자신의 앞에서 반항하고 거친표현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여 자는 처음이었다. 물론 남자중엔 눈앞의 소녀와 같은 비슷한 성 격의 소유가자 딱 한명이 있지만...세상에 딱 한명이... 외관도...성격도 모두 똑같았다. 단지 그와 그녀가 다른것 은 안경과 가면을 쓰지 않은 아름다운 맨 얼굴과 가는 미성의 목소리뿐... "역시 넌 헬마스터가 맞잖아..." "아,아니라니까!!...왜자꾸 사람말을 못믿는 거야!!" "......." 진은 자신의 손아귀에서 계속 빠져나가려고 아둥바둥거리는 엘 테미아를 보며 자신의 짙은 속눈썹의 눈을 살며시 뜨고 시치미 를 뚝 떼며 계속 자신의 손을 때리고 물고 꼬집으며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흐음...그때 먹은 쿠키가 잊혀지지 않아...나중에 또 먹을 수 있 을까...? 가히 천상의 맛을 자랑하는 헬마스터 공작이 만들어 준 쿠키를..." "헤헤...아,알았어......" "........." "..............에?...흐에에에?? 흐에에에에에에~~~??" "역시...넌..." -삐질...- 자신의 앞에서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방금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온몸이 반짝이는 식은땀과 함께 보는이로 하여금 애절한 동정심을 자아낼 듯한 울상을 짓고 반 패닉상태로 그의 품을 빠져나가기 위해 미친듯이 발광을 떨기 시작했다. "그만해!!" "........" 진의 품을 빠져나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발을 동동구르고 있던 엘 테미아는 갑자기 진이 자신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자 깜짝놀란 강아지처럼 아둥바둥거리던 그녀의 움직임이 한순간에 멎었고 갑작 스런 진의 고함에 더욱더 밀려오는 가슴속의 불안과 다시 차가운 말 을 자신에게로 내뱉을 것만 같은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고개를 푹 숙 이고 애처로울 정도로 몸을 떨며 조금씩 그녀의 눈가로 이슬이 맺힐 때쯤 다시 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움직이지마..." "........." "괜찮아...?" "........." 순간 엘테미아는 좀전의 서릿발같은 그의 차가움과 아릿한 슬픔을 불 러오는 그의 무관심에 이번에는 또 어떤 괴롭고 가슴아픈 소릴 들어야 하는지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다가 문득 자신에게로 들려온 진의 부드 럽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조심스레 들고 진을 쳐 다봤다. 아까와는 다른...분명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겐 차갑게 대하는 것이 진은 양쪽 모두가 나은 길이라고 했다... 싫어하는 사람과...처음보는 여자가 아무리 대단하고 예쁘더라도 딱 부러지게 싫고 좋음을 정확히 표현하며 행동하는 진...그런데 저 부드러운 표정을 보며 엘테미아는 다시 자신의 가슴이 심하게 요동치며 얼굴이 뜨겁 게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있을 때였다. "꺄아!..." 순간 엘테미아는 자신의 몸이 자신의 뜻과는 무관하게 허공으로 들어 올려지자 깜짝 놀라서 귀여운 비명을 질렀고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 또다시 혼미해진 정신을 추스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엘테미아 자신은 진의 두 팔에 들려 안겨있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남자의 팔에 들려안겨 보게된 엘테미아는 가뜩이나 붉어졌 던 얼굴을 더욱더 붉히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뒤로한 채 설레이는 자 신의 심정과는 정반대로 진에게 고함을 지르며 진의 두 팔에 안긴 채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가,갑자기 뭐,뭐야...내려줘!! 내려줘!! 흐아아앙...나 창피하단 말야!! 내려줘!!" "발...아프잖아..." "내려줘 내려!......." 진의 품에서 계속 울먹이며 부끄러움에 내려달란 소리를 크게 외쳐 대던 엘테미아는 좀전의 차가웠던 그의 태도와 180도 달라진 포근 하고 안락한 기분마저 느껴지는 그의 걱정어린 목소리에 자신의 황 금빛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한 표정으로 진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마치 1분1초가 영원의 세월처럼 느껴지던 엘테미아는 아직까지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 을 하염없이 쳐다보며 기어이 그녀의 두 눈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하염없이 쏟아지기 시작한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않고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져버린 뺨과 함께 자신의 고개를 진의 가슴이 파묻 고 엘테미아는 자신의 작은 주먹으로 진의 가슴을 마구 때리기 시작 했다. "왜 갑자기 친절을 베푸는 거야!! 아까처럼 그냥 지나가면 되잖아!! 왜! 왜!!....흐아앙...그냥 가란말야...바보야!" "......" "처음보는 여자에겐 친절하지 않는다면서!!...싫어하는 사람에게 차 가운 사람이면서!!....왜 그런거야!! 내려줘...나 싫어하잖아...진은 거 짓말쟁이!!...흐아앙..." "싫은건...아냐...여자 헬마스터..." "이!...아니라니까!!...그냥 여자모습이 궁금해서 반짝반짝 마법으로 잠시 변한것 뿐이야!! 난 남자란 말야 바보야!!" "휴...아무튼 알았다...헬마스터...바래다줄게..." 진의 바래다 준다는 말에 또다시 그들 사이로 약간의 침묵이 흘렀 고 엘테미아는 다시한번 눈물을 왈칵 쏟으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포근한 안도감에 왠지 모를 서러운 눈물을 흘리 고 진을 흘겨보며 다시 소리쳤다. "이!...이 바보야!! 내가...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응? 흐아아앙..." "미안..." "가,갑자기 진이 나한테 차갑게 구니까 너무 깜짝 놀라서 아,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단 말야!!... 그,그게 왠지 슬프고 또 분해서...흑...나도 모르게... 흐아아아앙...다음부턴 그러지 말아...너무 아프단 말야...흐아아아...앙..." "미안...너였는지 전혀 몰랐어...이 변신 대마왕아..." "....흑...흐아아...앙...흐...바보...멍청이...흐아앙..." 아무리 제국의 황녀라도 감히 대 제국의 제일가는 무력귀족가의 가주 인 진 해븐로드에게 그의 가슴팍에서 울고불며 바보,멍청이를 외칠 사 람은 이 세상에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제국의 귀족들과 그의 아래에 있는 가신들이 지금의 상황을 보게 된다면 입게 거품을 물고 3 일 밤낮동안 끙끙거리며 사경을 해맬만 한 장관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 하고 진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품에서 흐느끼고 있는 엘테미 아의 고운 은빛머리칼을 조용히 쓸어 내리고 있었다. 그의 입에서 단 한번도 미안하단 말을 들어 본적이 없었던 엘테미아는 그의 배경과 지위 그리고 성격상 나오기 힘든 사과의 말이 나오자 고 개를 묻고 그의 가슴을 계속 때리던 일을 멈추고 붉어질 대로 붉어진 잘 익은 사과같은 두 볼과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들고 처음으로 보게 된 진의 부드러운 얼굴을 보았다. 그러다 다시 또 얼굴을 붉히고는 자기가 생각해도 바보스러울 정도로 눈물을 펑펑 쏟고 있었기에 진의 하얀남방에 얼굴을 부비며 자신의 눈물을 닦았고 그런 그녀의 행 동마저 귀여워 보이는지 진은 싫은 내색 한번 않고 천연기념물로 지 정해도 무관할 정도의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참동안 진의 품에서 눈물을 닦고 어느 정도 눈물이 마르자 다시 빼꼼 거리며 고래를 살풋 들어 진을 쳐다보던 엘테미아는 순간 진의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인 얼굴이 바로 자신의 코앞까지 와 있자 깜짝 놀라며 얼 굴을 급히 뒤로 뺐다. "에!?...." "........" 서로의 체온과 심장의 고동소리...그리고 서로의 숨결을 바로 지척에 서 공유하고 있던 진과 엘테미아는 서로를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고 진은 자신의 고개를 내려 점차 엘테미아의 애처로울 정도로 식어버린 촉촉한 입술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더더욱 설레이는 가슴으로 온몸의 신경이 모두 자신 의 다홍빛 젤리같은 촉촉한 입술에 쏠리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자신 의 설레이는 마음과는 전혀 다른 거부의 의사를 내뱉었다. "무,무슨 짓이야!! 진은 여자가 아니잖아!! 난 남자라고!...나,남자끼리... 무,무슨...짓....을..." "......글쎄..." YOUR HEART ATTACK 19 산들거리는 바람과 함께 은은하게 풍겨오는 진의 향기가 자신의 코끝으로 살짝 스쳐지나가자 그렇지 않아도 두근 거리던 엘테미아의 심장이 자신을 안고있는 진조차 느껴 질 정도로 쿵쾅거리며 거센 고동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성에게 강제로 당하거나 동성에게 대의를 위해 키스를 해야만 했던 엘테미아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꿈많은 사춘기 소녀들이 두근거릴 만한 멋진 상황과 그 상황을 아름답게 가꿔주는 아늑한 풍경...그 리고 급하지 않은 포근한 시간을 보내며 설레이는 두 근거림을 뒤로한 채 천천히 자신의 촉촉한 입술을 향해 다가오는 매력적인 남자를 보며 엘테미아는 정신까지 혼미해 질 정도로 두근거리며 온몸으로 작은 전율이 곳 곳에 퍼지고 있었다. 마계의 절대군주...엘테미아의 초창기 시절 백치상태였던 그녀를 깨우기 위해 수도 없이 엣찌한 짓거리를 했을 거 라고 추정되는 헬프리보드가와의 갑작스런 키스를 당할 때 느껴졌던 강렬하고 톡쏘는 듯한 짜릿한 맛과 샬레리 나의 부드러운 입술에 닿았을 때의 상큼한 레몬같던 맛... 허나 이두번 모두는 16세 소녀의 정신연령을 갖고 있는 엘테미아가 진정으로 원해서가 아닌 갑작스런 분위기에 벌어진 키스들이었기에 지금같은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둘만의 핑크빛 하트가 날리는 상황을 처음 겪게되어 당 황하고 침착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은 남자여야 하지 않는가?...확실히 진에게 자 신을 남자라 속였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엘테미아는 진의 품에 안겨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는 쿵쾅거리는 심 장에 애꿏은 진을 욕하며 속으로 꺅꺅대고 있었다. '꺄아아아~~~도,도,도대체 왜그러는 거야?? 지,진은 혹시 나,남자에게 키스하는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던 거야!! 그 런거야?? 흐아아아앙...그래! 밀쳐버리는 거야 린!! 두팔로 진의 얼굴을 뭉개버리며 팍! 하고 밀쳐버려!! 그리고 말하 는 거야~! 난 남자랑 키스 안해!! ' 자신의 굳은 결심대로 진의 두 팔에 안겨있는 상황에서 엘테미아는 자신의 한쪽 팔을 들어 진의 얼굴을 향해 뻗 었다. 허나 온몸의 신경과 모든 활력요소들이 엘테미아의 촉촉 한 다홍빛 입술과 심장으로 모여들어 버렸는지 그녀의 작고 가녀린 손에는 진의 얼굴을 뭉개버릴 만한 힘이 전 혀 들어있지 않았고 그녀의 야심찬 계획과는 정반대로 진 의 얼굴을 쓰다듬어 버리는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흐에에??..." "......."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고는 괴상한 비명을 질 러대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그녀의 입술로 향하던 고개를 멈추고 엘테미아의 홍당무가 되버린 벌개진 얼굴을 보며 문 득 묘한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역시...꼬맹이에겐 어른들의 세계는 무린가..." -빠직...- 아늑하고 싫지않은 두근거림으로 설레였던 아름다운 밤의 시간이 진의 장난기어린 비아냥거림에 찬물을 끼얹듯 뜨거 웠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져 버렸고 자신을 꼬맹이 취 급하는 진을 무서운 눈매로 흘겨보며 입술을 삐죽거리던 엘테미아는 진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아냐!! 나는 꼬맹이가 아냐!! 자,잘생긴 남자가 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오는데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나처럼 굳어버린단 말야!! 이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멍청이야!!"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짙은 속 눈썹의 매혹적인 청보랏빛 눈을 가늘게 뜨고 허둥거리는 엘 테미아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너 남자라며..." ".....에??" 또다시 사악한 미소를 지어버리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더 욱더 자신의 눈초리를 매섭게 뜨고 진을 쏘아보며 자신의 볼 에 잔뜩 바람을 부풀리고 진의 목을 마구 졸랐다. 허나 눈하나 깜짝안하고 자신이 이리저리 흔들려고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년묵은 고목처럼 꿈쩍도 안하는 진의 목을 보며 거의 울상이 되다시피 한 엘테미아는 다시 울상에 서 질수 없다는 듯 자신이 최대한 무섭다고 생각이 드는 얼굴 을 하고 진에게 소리쳤다. "진도 마찬가지야!! 남자에게 얼굴을 들이대는 저질! 변태! 호색한!! 능구렁이!!... " "......." "진도 봐봐!! 내가 이렇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면!..." -움찔...- 또다시 진에게 패배했다는 분한감에 엘테미아는 자신이 말한 대로 진의 품안에서 허리를 들어 자신의 코가 진의 코와 종이 한장사이를 두고 있을 정도로 가까이에 들이밀었고 엘테미아 가 아무리 진의 목을 조르고 흔들어도, 어떤 무시무시한 검이 잔뜩 살기를 머금고 진을 향해 쇄도한다 해도 꿈쩍 안던 그의 얼굴이 정말로 엘테미아의 말처럼 그녀가 자신의 얼굴을 진의 코앞까지 들이대자 진의 고개가 약간이나마 뒤로 움찔거리 며 물러섰다. 이에 물망초같은 작은 눈물까지 머금고 분한 표정을 짓고 있 던 엘테미아의 얼굴이 봄날에 만개한 아름다운 꽃마냥 눈부신 미소와 함께 진의 두팔에 안긴 채로 방방뛰며 좋아라 소리쳤다. "냐하하하하핫~! 내가 이겼다!! 내 말이 맞지 진?? 하하하하~~ 천하의 진 해븐로드도 내 앞에선 무릎꿇었다구~~! 헤헤헤헷.." "......." 겨우 고개한번 움찔거린 것 가지고 어린아이가 장난감의 산에 서 좋아라 소리치는 것마냥 기뻐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피 식거리는 미소를 잠깐 짓고 다시 사악한 미소를 지어버린 진은 별거 아닌 말투로 좋아하는 엘테미아를 향해 무덤덤한 말을 던 졌다. "그래... 네 얼굴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천하의 진 해븐로드가 고 개를 뒤로 물러서겠냐..." -우뚝...- 진의 두팔에 안겨 좋아라 소리치며 기뻐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넌지시 들려온 진의 말에 방방뛰며 승리의 환호를 지르던 것을 우뚝 멈추고 몇초간 곰곰히 생각해보는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 표정이 수없이 뒤바뀌며 끝내는 커다란 황금빛 두 눈가에 큼 지막한 물방울을 그렁그렁 매달고는 울상이 된 채 말했다. "흐아아앙...듣고보니 그렇잖아!...이까짓거!! 이까짓거 가지고 움 찔거리는 진은 겁쟁이...세계 최고의 바보, 겁쟁이야!...흐아아아앙..." "......." 또다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먹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조용히 미소짓고 있던 진은 자연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유 연히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엘테미아의 고개를 한손으로 받치 고 또다시 엘테미아의 촉촉한 입술을 향해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에 다가섰다. 이런 진의 움직임과 또다시 뜨거워진 분위기를 아무리 어벙한 엘 테미아라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는지 조금 진정됐나 싶었던 그녀 의 심장은 또다시 거센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지,지,진...왜, 왜그러는 거야...남자끼리는 키스하는 거 안된단...말야..." "......." 자신의 설레이는 심정과는 또 다시 반대되는 말을 꺼내며 속으로 후회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자신의 매혹적인 청보랏빛 눈동자를 엘테미아의 신비스런 황금빛 두 눈동자에 고정시키며 그 녀를 향해 나직히 말했다. "지금은 여자잖아..." 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퍼특 놀라며 당황해 소리쳤다. "이,이건 아까 말했잖!...아...반짝반짝 마법으로 잠시 변한...것뿐 이..라구..." 허나 이미 진의 부드러운 입술은 엘테미아의 고운 이마에 자신의 느낌을 전하고 있었고 이에 엘테미아는 터질 듯한 심장박동 속에서 또다시 정신이 혼미해져 가고 있는 상황속에 진의 감미로운 선율을 울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그렇다면..." "......" "이 순간만이라도 나의 여자가 되어줘..." "......" 너무나 감미로워서 애처로울 정도로 자신의 가슴에 와닿아 버린 진의 목소리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이마에서 느껴지던 진의 입술 이 떨어져 어느새 자신의 촉촉한 다홍빛 입술로 다가오고 있다 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고 화끈하게 달아오른 얼굴과 고통스러울 정도로 쿵쾅거리는 심장...그리고 아늑한 분위기와 진의 향취에 혼미해져가는 정신속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버리는 듯한 느 낌을 받으며 엘테미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툭...-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일분 일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던 아늑 하고 설레임의 시간속에서 문득 멈춰서버린 진은 조용히 엘테 미아를 보며 자신의 눈을 조금 크게 뜨고 있었다. "이봐..." "........" 자신의 두팔에 안긴채로 전혀 미동도 안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팔을 흔들어보고 그녀의 뺨을 살짝 쳐봤지만... "쌔액...쌔액..." "......."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세상물정 모르는 아기천사같은 평온한 숨결을 내뱉으며 의식을 잃어서 까지 귀엽고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쌔액...쌔액..." "......." 한참을 그렇게 진답지 않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품에서 축 늘어진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던 진은 문득 자신도 모르게 내심 긴장했던 끈을 놓아버리고 허탈한 실소를 조용히 내뱉었다. "풋..." "쌔액...쌔액..." "...역시 너의 행동은 언제나 나의 예상을 빗나가는군...쿡쿡... 키스하려다 기절한 녀석은 또 처음 보겠다...쿡쿡쿡..." "쌔액...쌔액...흐아아...창피...해...쌔액..." "....지금은...참아야겠지...쿡쿡..." 기절해서까지 부끄러운 꿈을 꾸는지 연신 창피하단 말을 되뇌이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조용히 중얼거리며 쿡쿡대고 있었고 기어이 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엘테미아를 두팔로 안은 채 커다란 웃음소리를 퍼트리고 있던 진은 생전 그 누구도, 아니 자신조차 볼 수 없었던 가슴속에서 자연스레 울려퍼지는 시원한 웃음소리를 평온한 적막이 깃든 호숫가에 커다랗 게 울려 퍼트리고 있었다. 저택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레이디 헬마스터 01 의식을 잃을 정도로 이성과의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키스하 는 상황을 참을 수 없었던 엘테미아를 조용히 안고 연신 뭐라고 웅얼거리는 그녀를 보며 진은 짧은 웃음을 짓고 곧 바로 저택을 향해 걸었다. 한편 세리자리오 영주의 저택에 마련된 연무장의 앞뜰에는 대략 70명이 넘어 보이는 기사들이 비장한 각오가 서린 채 차가운 대지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앞쪽에는 언제나 삶과 죽음의 행로를 같이하던 그들의 애검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오랫동안 수련을 거친 기사들답게 곧게 정렬된 자세를 보여 주고 있었고 정렬된 그들 앞에는 비장한 각오가 서린 기사들 과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검붉은 머리의 핸섬한 사내... 아이제스가 모두를 바라보며 금방이라도 남자답지 않은 눈물 을 쏟아낼 듯 감정에 겨워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군들..." "......." 아이제스의 한마디에 모두들 자신의 몸을 흠칫거리며 떨고 있 었고 그런 그들을 애처로이 바라보며 아이제스는 다시 말을 이 었다. "우리들은...기사로서 해선 안될 금단의 행위를 저질러 버 렸다..." "........" "........" "비록 우리들의 마스터가 계셨기에 제국과 왕국의 기사들이 가 녀린 소녀를 집단으로 치욕을 주는 불상사가 일어나진 않았지 만...우린 검과의 도리를 져버린 더러운 몸이 되어버렸다..." "큭...." "흐으윽..." "......." 아이제스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자 신의 심장을 파고드는 듯한 아픔을 느끼던 레드엔젤들과 슈 팅스타들은 저마다 얕은 신음성을 내뱉었고 어떤이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굵직한 눈물을 자신의 각진 턱밑으로 내려보냈다. 허나 자신들이 행한 행위에 대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깊은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리던 그들은 처음에 각오했듯 자신의 앞에 놓인 생사고락(生死苦樂)을 같이한 이세상에서 가장 믿 을 수 있는 친구이자 연인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할 심산 이었다. 아이제스가 천천히 자신의 앞에 놓인 검을 집어들자 나머지 기 사들도 자신의 눈가에 고인 초라한 눈물을 투박한 손으로 훔쳐 내고 굳은 눈빛을 발산하며 조용히 자신의 애검을 집어들었다. -차륵...차르륵...- 한손으론 검의 손잡이를...그리고 다른 한손으로 검날의 끝부분 을 받쳐든 기사들은 은은한 달빛에 반사되어 섬뜩할 정도로 아 름다운 빛을 머금은 자신들의 검을 보며 어떤이는 날카로운 검 끝을 복부쪽으로 향하는 이들도 있었고 어떤이는 그대로 자신의 목을 칠 심산인지 자신의 목젖 끝에 섬뜩한 검날을 들이댔다. 그때 다시 아이제스의 목소리가 좌중에 울려퍼졌고 한없이 무 겁고 어두침침했던 이승과의 이별의 시간을 조금 편하게 만들 어 주었다. "마지막으로...귀염둥이... 악마를 우리손으로 처단하지 못한 것 이 천추의 한이 될 듯 하지만...그래도 우리들은 끝까지 신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아이제스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갈 섬뜩한 검날을 바라보고 있었고 죽을 때가 되니 헬마스터 공작 의 쿠키가 그리워지는 듯한 벼락을 맞아도 시원찮을 생각까지 하게된 그들이었다. 모두를 대표하여 아이제스가 선두로 검끝을 자신의 복부를 향해 놓자 모두들 그를 따라하며 힘만 주면 자신의 생명수를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고 어두운 달빛아래 처절한 기사들의 외침이 들 려왔다. "우어어어어어어!!!" -콰콰콰콰콰쾅!!- "쿠에엑!!" "흐어억?!" 레이디를 홀로 범하려 한것도 아니고 단체로 가녀린 레이디를 범하려 했던 자신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던 기사들은 삷과의 안녕을 자신의 섬뜩한 검날과 함께 고하려 하고 있을 때 난데없이 아이제스와 나머지 기사들사이로 머리통만한 화이어 볼이 떨어지자 갑작스런 상황에 깜짝 놀란 기사들은 오랫동안 수 련했던 몸에 베인 동작 그대로 자신들의 검을 들고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동작을 펼쳐 보였다. "네놈들 지금 뭐하는 짓이냐..." 언제들어도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 려오자 아이제스와 레드엔젤들은 자시들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뿌연 연기사이에 검은 제복으로 감싼 가녀린 소녀를 안고 걸어 오는 진 해븐로드가 보이자 아이제스는 그 자리에서 털썩 무릎 을 꿇고 자신에 대한 격분을 기어이 참지 못한 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이 지은죄를 대륙 최강의 사내, 진 해븐로드에게 고 하기 시작했다. "마,마스터!!...우리들은 기사로서 도리를 버리고 단체로 미쳐 한번도 본적이 없는 가녀린 소녀를 범하려 했습니다!...이 죄는 마땅히 우리들의 죽음으로!..." 아이제스의 오열을 삼키며 격분하는 모습과 비장한 각오가 서려 있는 기사들을 보며 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무섭게 꿈틀 거 리고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죽음으로서 모든 것을 내팽게 칠 무책임한 짓이나 생각하지말고 살 아서 그 무엇으로라도 갚을 생각을 해라..." ".......!" ".......!" 차갑고 냉정한 말투이었지만 그들의 혼탁했던 영혼을 순식간에 맑게 일깨우는 진의 말에 아이제스를 비롯한 레드엔젤들과 슈팅스타 들은 저마다 자신의 눈을 지그시 감고 손톱에 피가 나도록 주먹을 꽉 쥐며 스스로의 회개의 시간을 갖고 있을 때 진의 지나가는 듯한 말소리가 들렸다. "레드엔젤들은 그렇다 치고...슈팅스타 기사단은 이녀석의 얼굴을 알텐데...?" 한참을 기사의 도리를 저버린 자신을 회개하며 앞으로 어떻게 자 신의 죄값을 치를 것인 지 나름대로 깊게 생각하고 있을 때 난데 없이 진이 정체불명의 아름다운 소녀를 가리키자 슈팅스타 기사 대원들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그게 무슨소리냐는 듯 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진은 그런 그들을 보고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다시 꿈틀거리며 차갑게 말했다. "너네들의 가주도 못 알아본단 말이냐?" ".......!?" ".......!?" 자신들과 레드엔젤들은 몰라도 헬마스터 공작가 소속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분명 헬마스터 공작의 맨얼굴을 알리라고 생각했던 진의 무심한 말에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은 경악하는 표정으로 진의 품에 고개를 묻고 안겨있는 가녀린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레이디 헬마스터 02 진의 품에 안겨있는 가녀린 은발의 소녀를 보고 경악하고 있는 슈팅스타 기사대원들 중 그들의 대표로 금발 스포츠머리의 건 장한 사내, 록본이 못믿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서 진에게 소리쳤 다. "마,말도 안되오!! 우리들의 가주는 남자란!!......." "........" 비록 진의 품에 안겨있는 가녀린 은발의 소녀는 진의 가슴에 고개를 묻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 었지만 검은 제복 아래로 비춰진 소녀의 매끈한 다리와 은은 한 달빛에 비춰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살결이 남자의 살결이라 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고 좀전에 자신들이 겪었던 남성의 검 은욕망을 끊임없이 불러들이던 황홀스런 소녀의 자태가 아직도 그들의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어벙벙하고 말썽꾸 러기인 자신들의 가주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이런 사실들 때문에 록복을 위시한 슈팅스타들은 진의 말을 거 세게 부정하고 있었지만 진의 말을 듣고 그의 품에 안겨있는 소녀를 자세히 보니 자신들의 가주와 똑같은 은발의 아름다운 머릿결과 왜소한 체구...헬마스터 공작이 드래곤의 빵집에서 웨 이트리스복을 입고 잠복근무를 펼칠 때의 여장한 모습... 남자인줄 알면서도 헬마스터 공작의 새하얀 다리를 보며 침을 흘 리고 있자 뒤쪽에서 자신의 머리를 향해 슈팅스타 기사단장인 지아가 날카로운 일격을 날렸을 때가 록본과 다른 대원들의 머 릿속으로 눈부신 섬광처럼 재빠르게 스쳐 지나갔고 설마설마하 며 다시 시선을 진 쪽으로 돌리자 진조차도 의문의 표정을 지은 채 슈팅스타대원들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희들...헬마스터의 얼굴을 본 적이 없...나?" -.......끄덕...끄덕...- 진의 물음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슈팅스타 대원 전원이 고개 를 끄덕거리자 진은 또다시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자신의 품에 안겨 쌔액거리며 잠이 든 엘테미아를 보며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정이 그 어떤 무엇이건 간에 진은 재빨리 사태의 파악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엘테미아를 생각해 슈팅스타를 바라보 며 나직히 말했다. "뭐...그런가...솔직히 나도 헬마스터의 이런 모습을 보고 놀랐었 지만...녀석이 변장을 즐겨하는건 너희들도 잘 알텐데...?" -끄덕 끄덕...- 진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록본이 진의 품에 안겨있 는 엘테미아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그럼...좀전의 호숫가에서 본 그 소녀가...가주가 변장한 모습 이란 말이오??" "...그래." "어째서 그런 모습을..." "그냥...이라더군..." "그냥..." "그냥..." "......" -으드드드드득...- 듣는이로 하여금 섬뜩할 정도로 오금이 저릴 만한 이갈림 소리가 슈팅스타와 레드엔젤 사이에서 나직히 갈려나왔고 저마다 무서운 눈을 하고 진의 품에 안겨 있는 귀염둥이 악마를 노려보았다. "역시...악마다...조금의 노출과 조금의 흐느낌으로 제국과 왕국의 최고 기사대원들을 모조리 죽음으로 몰고갈 수 있다니..." "허억...허억...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군...자네들은 정말 대단 하다라고 해야 할지...악랄하다라고 해야 할지...아무튼 대단한 가 주를 뒀구만..." ".....큭...우리들도 놀라고 있는 중이라네...으드드득..." 쿠키사건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또다시 주마등처럼 그들의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자 터질듯한 분노의 기류가 그 들 사이로 맹렬히 뿜어져 나왔고 그들의 무시무시한 기운을 한몸 에 받게된 엘테미아는 의식이 끊긴 상태에서도 땀을 삐질삐질 흘 리며 웅웅거렸다. 이젠 마스터고 가주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들의 눈엔 귀염둥이 악마에 대한 처절한 보복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을 때... "꾸르륵...꾸륵..." ".......?" ".......?" 문득 분노와 격정에 휩싸인 그들 사이로 누군가의 숨넘어가는 소 리가 들리자 엘테미아에게 고정되었던 그들의 시선이 오른쪽 구석 에서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들의 시야에 비친 모습 에 저마다 깜짝놀라 여기저기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허억!..." "으에엑??" "마...마로니에..." 숨넘어가는 소리가 갑자기 들림에 저마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 구 석을 쳐다보자 이미 검날의 반정도가 복부를 꿰뚫어버린 채 자신과는 다른 상처하나 없이 온전한 기사들을 원망하는 눈빛으로 보며 꾸륵 거리는 마로니에란 레드엔젤 기사대원이 보였다. 마로니에는 원망과 배신감의 눈빛으로 레드엔젤들과 슈팅스타들을 보며 마지막으로 모든 사건의 원흉인 헬마스터 공작을 바라보며 주 먹을 불끈 쥐고 꾸르륵거렸고 차마 화이어볼이 떨어졌을 때 깜짝놀 라 자신의 검에 힘을 준것이 그대로 자신의 복부를 꿰뚫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들에게 표현할 수 없었기에 이글거리는 분노의 눈빛으로 모두들 쏘아보았다. 자신들을 쏘아보는 마로니에를 보며 자신의 눈가에 굵직한 눈물을 달고 그를 향해 달려가며 기사들은 감정에 겨워 목매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마로니에!! 크아아악!! 어째서 네가 이렇게 희생되어야 하는거냐!" "크으윽...너야말로 진정한 제국의 기사다!! 마로니에!..." "진정한 사나이야!! 귀염둥이 악마의 장난에도 스스로 도리의 어김을 참지 못해 자신의 복부를 꿰뚫다니!...크흐흑..." "다시봤다 마로니에~~!" "꾸르륵!!..." "뭐하는 거야!! 당장 마법사 불러와!!" 차마 진에게 직접적으로 와서 치료해달란 말을 할 수 없었던 기사 들 중 하나가 마법사를 데려오라는 커다란 외침을 퍼트리자 그런 그들을 보며 짧은 한숨을 내쉰 진이 마로니에를 향해 천천히 걸어 가려 할때 갑자기 기절해 있던 엘테미아의 작고 보들보들한 손에서 눈부신 황금기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두웠던 연무장의 앞뜰에서 엘테미아에 의해 생성된 황 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황금기류에 깜짝 놀란 기사들은 예상치 못 했던 마로니에의 부상에 허둥거리던 일을 멈추고 조용히 황금기류 를 쳐다보았다. 엘테미아에 의해 생성된 황금기류는 잠시 허공에서 머물다 이내 자신의 복부에 스스로 검을 박아 버린 마로니에에게로 쏟아졌고 그의 주위 를 부드럽고 잔잔한 바람처럼 조용히 머물다 이내 허공으로 사라졌 다. 그러자 기사들이 마로니에의 복부에 박힌 검을 빼어낸 후 쏟아 지던 피와 내장, 그리고 찢긴 살점들이 다시 원상복구가 되며 경악 스러울 만큼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의식이 끊긴 상황 에서 무의식적으로 치유의 빛을 발산한 엘테미아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 사이로 잠꼬대마냥 웅얼거리며 말하고 있었다. "헤헤...나...잘했쥐...흠냐...고맙단 인사는 필요없어.....흠냐...헤헤... 쌔액...쌔액..." "......." "......." -투둑×73- 멍하니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그들 사이로 이성이 끊긴 소리가 섬뜩하 게 울려퍼졌고 자신들에게 끔찍한 재앙을 쿠키부터 시작해 자살소 동까지 벌이게 한 귀염둥이 악마를 보며 스산한 빛을 머금은 달밤을 향해 그들의 살기어린 포효가 세리자리오 상공으로 구슬프게 울려퍼 졌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 심상치 않은 그들의 분위기에 아주 약간이나마 압도되어 버린 진은 조용히 고개를 흔들고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 마냥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고 쪽쪽거리며 귀여운 미소를 지은 채 잠들어 있는 엘테미아 를 보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이대로 두면...녀석들이 네 녀석을 가만두지 않겠군..." -크오오오오오오오오~~!- 한밤중에 커다랗게 울려퍼진 음산한 괴수의 포효소리에 깜짝놀란 저택의 사람들이 파자마바람으로 허둥거리며 저택밖으로 빠져나오 고 있었고 안절부절하는 그들을 본채 만채 하며 진은 조용히 엘테 미아를 품에 안은 채로 저택에 들어가고 있었다 -짹짹,짹- 어제의 파란만장했던 사건들이 마치 꿈속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 로 눈부신 아침햇살이 세리자리오 영주의 저택을 환히 밝혀주고 있었다. 꿈만같던 분위기에 도취되어 진과 키스까지 갈뻔했던 엘테미아는 그대로 기절해 버린 채 지금까지 꿈나라를 해매고 있었다. 허나 언제나 혼자서 잠을 자던 엘테미아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곁에 무언가 따뜻하고 포근한 존 재가 붙어있자 기분좋은 비음소리를 섞으며 자신의 곁에 있는 포 근함속으로 새끼고양이마냥 더욱더 파고들었다. 어릴적부터 아버지란 존재를 배제한 채 자랐던 엘테미아는 마치 자신의 곁에 있는 넓직하고 따뜻한 존재가 마치 자신의 아버지의 품같이 느껴지는 것처럼 기분좋은 안락함에 고개를 묻고 자신의 뽀얀살로 어린아이의 어리광처럼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한참을 기분좋은 안락함에 고개를 부비적거리던 엘테미아는 기어 이 잠에서 깨어나 몽롱한 시선으로 자신의 얼굴바로 앞쪽에 있는 햐얀 셔츠를 볼수 있었고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사이로 반짝이는 은빛실들과 그와 대조되는 청보랏빛의 가는 실들이 보임에 무의 식적으로 청보랏빛 실들을 한움큼 잡고 웅얼거렸다. "...이게...뭐야...?" 몽롱한 정신으로 청보랏빛 실들을 쫓아 시선을 두던 엘테미아는 그 실들을 따라 시선을 두며 청보랏빛 실들의 기점을 확인하자 몽롱했던 정신이 확하고 깨며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 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이른아침의 저택에서 귀여운 소녀의 애처로운 비명소리가 쩌렁 쩌렁하게 울려댔고 그런 그들과는 상관없이 세리자리오의 관도 를 천천히 달리며 수많은 기사들을 대동한 타운로이드공작가의 심볼이 새겨진 고급스런 흑빛육두 마차안에 스스로 녹아내릴 것 만 같은 긴 블론드 머리의 아름다운 여인과, 그녀와 뒤지지 않을 정도로 귀티가 풀풀 넘치는 20대 중반의 사내를 태우고 세리자 리오 영주의 저택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레이디 헬마스터 03 -짝!!- 그리 화려하지 않은 단아하게 꾸며진 넓은 방안에 살과 살 이 맞부딪히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너,너무해!!...지,진은 저질,변태,호색한,날강도~!! 나,나는 이런 거 처음이었는데!...나몰래 그런짓을 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 흐 아아앙!!" "……. "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눈앞이 번쩍하면서 괴변을 당한 진은 아직도 얼얼한 자신의 뺨을 뚱한 표정을 지은 채 문지르며 커다란 황금빛 눈에 큼지막한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악을 쓰 고 있는 엘테미아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저택에 울린 가녀린 소녀의 처절한 비명성에 저택의 사람들이 모두 몰려들어와 진의 방문을 두들겼으나 진의 살 기어린 차가운 목소리에 모두들 기가죽어 그대로 발길을 돌 려야 했다. 진은 이제 막 일어난 것인지 카라서부터 아래로 4개의 단추가 풀려 있었고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는 그의 청보랏빛 머리가 더 욱더 그의 섹시한 멋을 자아내고 있었으나 눈앞의 귀여운 은발 의 소녀는 무표정한 그를 보며 악을 쓰고 울기만 할 뿐이었다. "흑... 흐아아앙... 진은 바보 멍청이야...흑...난 순결만큼은 아 름답게 바치고 싶었는데...좋아하는 사람이랑 둘이서 아늑한 밤을 보내며 황홀한 분위기 속에 바치고 싶었는데!...흐아앙! 어쩜 내가 자는 사이에 날 그렇게 할 수가 있어!! 진은 너무해!! 흐아아아아아아앙~~~!" "......" 계속 자신앞에서 칭얼대는 엘테미아를 보며 연신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던 진 해븐로드는 자신의 왼쪽뺨을 주무르던 짓을 멈추고 아직도 울고 있는 엘테미아를 향해 나직히 말을 건넸다. "남자끼리 뭘 하냐..." "뭘하다니!! 당연히 그야!...그야...에?...에에?" 진의 뻔뻔한 물음에 엘테미아는 거칠게 반발하며 외쳤으나 끝 내는 화를내며 발광하던 짓을 멈추고 자신이 아직도 남자라고 진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이에 진은 더욱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자신의 왼쪽뺨을 원한이 깃 든 움직임으로 거칠게 문지르며 엘테미아를 향해 나직히 말했다. "그리고...순결같은건 여자들이나 바치는 거잖아...게다가 너 혼 자서 밤을 보냈으면 아마 지금쯤 황천길로 배타고 여행하고 있 을껄?" "나,나,남자도 순결을 바치는거야!! 진은 그런쪽에 아무것도 모르 니까 나한테 말대답하지마!!" "......." "흥!! 그리고 나같은 초~귀엽고 깜찍한 얘를 누가 건드린 다는 거야! 진은 거짓말쟁이!" "그럼 나가봐..." "뭐~~야~~? 흥!흥!흥! 내가 나가라면 못나갈 줄 알아!!" 괜시리 진의 방에서 쫓겨난 기분이 들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볼 에 바람을 잔뜩 부풀리고 진에게 다가가 자신의 작은 발로 진의 정강이를 팍하고 걷어찼다. -퍽!- "......." "......." 허나 정강이를 맞은 진의 표정은 드넓은 초원의 평온함 그 자 체였고 엘테미아의 표정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사나운 소나기가 내리 붓는 위태로운 절벽 그 자체였다. "까으으으으...흐...흐아아앙..." 빼꼼히 솟은 자신의 보들보들한 발가락을 문지르며 커다란 눈물 을 삼킨 엘테미아는 더욱더 진을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보고 그 대로 아픈발을 이끌고 탁자에 가지런히 노인 자신의 안경을 쓴 채 방문을 열며 진에게 소리쳤다. "다신 진이랑 안놀거야!! 절대로 보지도 않고 상대하지도 않을거야!! 너 절대로 후회하지마!!앙!? 이 바보야!" -쾅!- 자기할말만 다하고 거칠게 문을 닫으며 나가버린 엘테미아를 묘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은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처럼 문을 보며 반쯤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하나..." "...둘..." "...셋..." "...넷..." "...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다다다다다다다다 달칵! 쿵!- "헥헥헥...흐아앙...헥헥헥...흐아...헥헥...앙..." "......." 방금 물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진의 방문을 나선지 채 5초도 안되어 돌아오게된 엘테미아는 안경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방문앞에서 거친 숨을 토하며 숨을 고르고 어느정도 안정이 되자 다시 그녀의 커 다란 두눈에 큼지막한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는 진을 향해 달 렸다. "흐아아아아앙~~진~~!" -와락!- 공포에 질린 가련한 소녀처럼 진의 가슴에 와락하고 안겨버린 엘테미아는 그의 부드러운 셔츠에 자신의 축축한 눈물을 비비 적거리며 닦고 연신 훌쩍거렸다. 엘테미아가 갑자기 자신의 품으로 뛰어들자 어제처럼 진은 잠 시 몸을 흠칫거렸으나 그것도 잠시...다시 뚱한 표정으로 돌아 와 자신의 품에서 훌쩍이고 이쓴 엘테미아를 보며 지나가는 말 투로 넌지시 말을 거넸다. "흥...다신 보지도 않는다며 여긴 무슨일이신가...?" "흐아아앙...내가 언제... 그랬어...? 증거...있어...? 흐아아앙..." "........" "그런건 따지지 말아...그나저나 저 새빨간 눈동자의 괴물들은 뭐야? 왜 나를 노리는 거야??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만 굉장히 무서 워서 간신히 도망쳐나왔어...흑...흐아앙..." 순식간에 자신에게 몰입되는 살기에 온몸을 떨며 진의 품에 얼 굴을 묻고 부비적대던 엘테미아는 빼꼼히 고개를 올려 진을 바 라보며 질문했고 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자신도 모르게 피 식하는 웃음을 지어보이고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짧게 저은 후 입을 열었다. "그들은 레드엔젤과 슈팅스타다..." ".......에에에에???" 진의 말을 들은 엘테미아는 왠 뚱딴지같은 소릴 하냐며 진을 삐 딱한 시선을 올려다봤고 그런 그녀에게 진은 조용히 알밤을 먹였 다. -콩!- "아얏!! 뭐야!?" "너말야... 어떻게 자신의 생명과도 닿아있는 동료들에게 너 자신을 숨길 수가 있는 거냐...?" "......에?..."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운 쪽으로 흘러가 버리자 엘테미아는 어리둥절 한 표정을 짓고는 진중한 자세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을 보며 그의 뒷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진도 시간끌것 없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 녀석의 기사들에게 한번도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며... 생과사를 같이 하는 녀석들에게 넌 기본적인 예의를 무시한 처사다...가주가 자 신을 베일로 둘러싸 모든것을 감춰 버린다면 자연히 네녀석의 부하들도 너에게서 멀어져 그 집단은 뿔뿔히 흩어져 버리게 되는 거야...기본적 으로 신뢰관계가 무너진단 얘기다." "........" "그것때문에 녀석들이 화내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흐흑...그런...거야...? 난 전혀 몰랐어..." 모든일의 시초가 엘테미아가 만든 천상의 맛을 자랑하는 쿠키때문인 줄 꿈에도 몰랐던 진과 엘테미아는 진이 내린 결론에 긍정적인 반응 을 보이며 맑은 물망초같은 눈물을 고스란히 내려보내던 엘테미아는 잠깐의 회개시간을 갖고 나서 고개를 올려보니 문득 자신을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는 진이 보였다. 자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는데...언제나 자신의 얼굴만 보면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라도 좋다고 덤벼는 일이 다반사였는데 어쩜 진은 저 렇게 태연할 수 있는지... 이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가슴속으로 안도감이나 편안함 대신 왠지모를 공허한 실망감과 분한 감정이 자신을 압도하고 있어 또다시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범인이 본다면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삼일동안 진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진을 보고 말했다. "저기...진...진은 내 얼굴 어때...? 예쁘지? 귀엽지? 사랑스럽지?? 껴안 고 뽀뽀해주구 싶지??응?응?응?? 확하고 반해버리고 싶지 않아?? 내가 더 좋아지지?? 응?? 그런거지?" "......."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마구 질문을 퍼붓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심히 꿈틀거리고는 손가락을 튕겨 그녀의 고 운 이마에 딱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딱!!- "까으으읏!! 또 뭐야아아~~!" "......." "뿌!!...." 또다시 진에게 가벼운 일침을 맞은 엘테미아는 자신의 볼을 잔뜩 부 풀리고 매서운 눈길로 진을 쏘아보았고 이에 진은 가벼운 한숨을 쉬 며 왠지 안절부절 하는 그녀를 보고 어른이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것 마냥 기묘한 미소를 매단 채 말을 꺼냈다.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금방 싫증나고 말아. 적어도 나는 말야..." "......." "걱정하지 마라..." "에...?" "그들은 말야...너의 얼굴이 아닌 헬마스터 공작 그 자체를 사랑한 남 자들이라고... 너의 행동이나 말투...성격...외적인 면이 아닌 내적인 면 에 매료된 사람들이지...과거도 지금도...그리고 미래도...앞으로도 헬 마스터 공작의 얼굴이 아닌 헬마스터 공작 그 자체를 사랑할 그럴 남 자들... 그리고 지금은 네가 계속 그들에게 무언가를 숨기니까 잠시 심 통이 나서 그런 걸꺼야..." "......" "인간...이니까..." "응..." 어느새 엘테미아는 자신이 고민해왔던 일을 진이 손쉽게 해결해 주자 아침에 침대속에서 느껴졌던 아빠같은 느낌에 그의 품에 안겨 살포시 고개를 묻었다. 그때 한참 그의 따뜻함과 포근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진이 자신의 앞 머리를 들추며 그이 촉촉한 입술로 이마에 키스를 하자 깜짝 놀란 엘 테미아는 얼굴을 확하고 붉히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가,가,갑자기 무슨 짓이야!...아..." "나도 마찬가지라고..." ".......에?"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서던 진은 잠시 가던길을 멈추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피식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라는 얘기야...난 너의 얼굴보단 너의 쿠키 가 더 좋다구..." "......." 진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얼굴이 아무리 그 래도 쿠키보다 못하다는 그의 말에 얼굴을 확하고 붉히며 큰소리를 지르려고 숨을 들이마셨으나 그녀가 큰 소리를 내칠려고 앞을 보았 을때는 이미 진은 방을 나가고 없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잠시 허탈한 표정을 짓고 멍하니 서서 그가 사라진 쓸쓸한 방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그였지 만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던 엘테미아는 한없이 녹아들 것만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잠시 얼굴을 붉히곤 이내 확고한 의지가 가 득한 표정으로 자신의 작은 주먹을 꼬옥 쥐며 소리쳤다. "좋아!! 나부터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숨기는게 있으면 안되지!! 기다리라구!! 내 아가들아~~!" 허나 아직도 맘에 준비가 안됐는지 자신의 안경을 소환해내 쓰고 가는 엘테미아였다. 한편 세리자리오영주의 저택으로 달려오던 타운로이드 공작가의 마차 는 이미 저택의 커다란 정문앞에서 확인절차를 받고 있었고 막간의 시 간을 이용해 한동안 지루한 마차안에서 있어야 했던 타운로이드 공작 은밖의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잠시 마차를 나왔다. 그리고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저택에 있을 그 누군가를 향해 비릿한 미 소를 짓고는 나직히 중얼거렸다. "크큭...해븐로드여...이젠 제국밖으로 나가주셔야 겠습니다...저 안에 있 는 황녀보다 아리따운 여인과 함께 말이죠...크크큭..." 드디어 저택의 수문기사가 확인절차를 마치고 넓은 정원을 지나 저택에 들어가기 위해 타운로이드 공작은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던 것을 멈추고 스스로 녹아들것 만 같은 눈부신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있는 마차로 올라타고 있었다. 레이디 헬마스터 04 한편 어젯밤을 한숨도 못자고 귀염둥이 악마를 쫓아 눈이 새빨개 지도록 밤을 지샌 슈팅스타 대원들은 저택에 마련된 연무장의 앞 뜰에 모여 오랜만에 등장한 지아에게 훈계를 받고 있었다. "아무리 우리 기사단이 자유로움을 추구한다지만 이건 도가 지나 치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그리 흥분하는 거고 가주에 대한 예를 어기는 거냐!?" "크으으...대장은 몰라서 그래!! 우리들이 3일동안 당한 재앙의 서막 을!..." "재앙?" 눈이 벌개진 대원들의 대표로 록본이 분한 표정을 지으며 지아에게 항변하자 지아는 영문을 몰라 그에게 되물었고 이때다 싶던 록본은 지아에게 귀염둥이 악마의 극악무도한 행각을 낱낱히 고하려 할때... "얘들아...아,안녕..." 어디선가 자주듣던 맑고 청량한 미성의 목소리... "......." "......." "아...가주님 오셨습니까." "으응..." -크르르르르르...- "......." 갑자기 헬마스터 공작, 즉 엘테미아가 등장하자 제일 먼저 지아가 헬마스터 공작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을 때 어디선가 음침한 괴수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깜짝 놀란 지아와 엘테미아는 고개를 돌려 기괴한 소리가 들리 는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그곳에는 눈이 시뻘개진 채 엘 테미아를 보며 나직히 이를 갈고 있는 열댓명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이 보였다. 나머지 30명의 기사들은 이미 세리자리오의 곳곳으로 흩어 져 정보수집에 한창이었고 나머지 이들이 모두 진이 계약했 던 헬마스터 공작가의 기사들이었다. 자신을 향해 이를 갈고 있는 기사들을 보며 엘테미아는 순 간적으로 움찔거렸지만 여전히 엘테미아의 머릿속엔 진의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이에 엘테미아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 이 난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모두들...그 동안 나한테 서운한게 많았지? 그렇지?" "......." "......." 엘테미아의 말에 록본을 위시한 미쳐있는 슈팅스타 기사대 원들은 어디 서운하다 뿐일까..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 노를 이기지 못해 화병으로 죽을 지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겨 우 서운하다라는 표현을 써버린 엘테미아를 보며 그들의 조 금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이성이 파괴의 본능으로 뒤바뀌어 가려 할때... -차륵...- "......." "......." 언제나 뿌연 안경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니던 자신들의 가 주가 갑자기 쓰고 있던 뿌연 안경을 벗자 지아와 미쳐있는 슈 팅스타 대원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산들거리는 바람과 눈부신 햇살에 일렁이는 은빛물결의 파도와 보면볼수록 그 깊이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황홀스런 황금빛 의 아름다운 눈동자...언제나 자신들의 보아왔던 미려한 곡선의 콧날과 맑디맑은 물망초마냥 언제나 다홍빛의 촉촉한 입술로 반 짝이던 가주의 입술...모든 하나하나가 인간의 미모라고 짐작할 수조차 없게 만드는 완벽을 이루고 있어 가히 신성하게 까지 느 껴지는 엄청난 미안(美顔)의 소녀가 나왔다. "......." "......."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숨막히는 듯한 헬마스터 공 작의 외모와 신성스런 분위기에 그들의 가슴속에 싸여있던 분노 와 검은 욕망들이 일제히 시원한 폭포수에 떠밀려 씻겨지는 듯 한 상쾌함을 맛보아야 했고 지아역시 생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게된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아름다움을 지닌 자신의 가주를 보 고 평소의 그답지 않게 입을 쩍 벌려야 했다. 자신이 안경을 벗어도 아무말도 없이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 는 슈팅스타들을 보고 있자 시간이 갈수록 점점 울상이 되어가고 있던 엘테미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기사들의 뒤로 도 망가려는 찰나... 갑자기 그들의 뒤쪽으로 수많은 레드엔젤 기사대원들이 나타나면 서 엘테미아의 뒷모습을 보고 그를 단번에 알아차린 한 대원이 크 게 소리쳤다. "으아악!! 귀염둥이 악마다!! 악마가 저기 있다!!" "뭐,뭣이!?" "어이 슈팅스타!! 잘했어!! 꽉 붙들고 있으라구~!" "......." 갑자기 자신의 뒤쪽에서 들려온 다른 가문의 기사에 엘테미아는 황급이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방출하며 섬 광같은 속도로 달려드는 레드엔젤들을 보며 깜짝놀라 뒷걸음질 을 치며 주춤거리고 있을 때였다. "거기까지!! 더 이상 너희들의 더러운 손으로 우리들의 가주에게 손대지 마라!!" "그렇다!! 감히 헬마스터 공작님에게 귀염둥이 악마라니...감히 악 마라니!! 이런 무례한 것들!!" "건방진 놈들!! 저 빨간놈들을 당장!!" "......." "......." 레이디 헬마스터 05 3일전까지만 해도 자신들과 함께 헬마스터 공작, 즉 귀염둥이 악마 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있던 록본을 위시한 슈팅스타 기사대원 들이 갑자기 귀염둥이 악마를 감싸고 돌자 섬광같은 속도로 달려들 던 레드엔젤들은 그자리에서 급정거하며 멈춰서고 괜히 멋있는 척 하고 있는 슈팅스타들을 보며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좀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무서운 눈길을 주던 슈팅스타들이 엘테미아 자신을 감싸자려 하자 두손을 맞잡고 감동하는 포즈가 되어버린 엘테미아는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슈팅스타들에게 말을 건넸다. "너,너희들...나 싫어하지 않는거야?" "무,무슨 망발이오! 가주!! 저희들은 언제나 가주를 사랑하고 존경 하며 속으로 떠받치고 있었단 말이오!!" "맞습니다!! 누군가가 가주에게 칼을 들이댄다면 이 한목숨 바칠 준비가 됐습니다!!" "맞습니다~~~!!" "흑...너희들..." 록본을 위시한 슈팅스타들의 말에 감동받은 엘테미아가 뿌연 안경 속의 황금빛 눈동자에 맑은 눈물이 어렸고 왠 미친놈 쳐다보듯 입을 쩍 벌리고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을 바라보던 레드엔젤들은 도 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자신들이 겪은 처절한 재앙의 사건을 잊고 갑자기 돌변한 슈팅스타들을 보며 또다른 경악을 하고 있을 때 왠지 부끄럼을 타는 듯한 헬마스터 공작의 목소리가 슈팅스타들에게 들 려왔다. "헤헤...고,고마워...아! 그리고 말야...사과의 의미로 너희들에게 줄 쿠키를 구워왔어...헤헷...나 잘했지? 응?" -흠칫!!- "........" "........" 지아를 빼논 나머지 슈팅스타와 레드엔젤들은 갑자기 엘테미 아의 아름다운 입술에서 튀어나온 말에 몸을 흠칫거리며 떨었다. 아 무것도 모르는 엘테미아는 정말로 순진무구한 아기천사같은 똘망똘 망한 표정으로 슈팅스타 대원들을 쳐다보고 있었고 전신에 휩싸이는 듯한 막대한 공포의 재림에 온몸이 굳어버린 슈팅스타들은 이빨까 지 부딪히며 덜덜 떨고 있었다. 그나마 슈팅스타보다 한단계 나은 상황속을 허우적대던 레드엔젤들 은 간신히 패닉상태에서 벗어나 아직도 애처롭게 덜덜 떨고 있는 슈팅스타들을 보며 비릿한 웃음과 함께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킥킥...어이~ 귀염둥이 가주를 위해 목숨도 바친다며? 그깟 쿠키 먹어주는게 대수냐? " "낄낄낄..." "......." "......." 레드엔젤들의 비아냥에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던 슈팅스타들은 제발...제발...이라는 말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일분 일초가 억겁 의 세월같이 느껴지는 공포의 시간이 빨리 지나가도록 간절히 기원하고 있을 때 그들에게로 죽음의 선고를 내리는 저승사자의 전율스런 울림이 들려왔다. "아~해봐. 내가 먹여줄게~헤헷..." "......." "......." 석화상태가 되어버린 슈팅스타 사이에서 기묘한 적막이 잠깐 흐 른후...엘테미아가 그들을 향해 한발자국씩 걸어갈 때마다 지아를 제외한 슈팅스타들은 한걸음씩 물러섰고 이런 어색한 상황이 계 속 전개되자 아무리 어벙벙한 엘테미아라도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있음에 다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들에게 물었다. "너네들...왜 그래? 내가 싫은거야? 그런거야?..." "......." "......." 예쁜 보랏빛 체크무늬의 천에 담긴 아기자기한 쿠키를 무식한 오우거보듯하던 슈팅스타들은 차마 울먹이는 엘테미아의 말에 죽음으로 직결되는 답변을 할 수 없었고 그런 그들을 이상한 눈 초리로 쳐다보던 지아는 문득 자신의 가주가 손수 만든 쿠키를 보며 피식 웃고는 그 쿠키를 하나 집어들었다. "너네들 이상하군...아무튼 가주님 잘먹겠습니다." "...컥!..." "허억!!..." "흐에엑??" 지아의 용감무쌍한 행동에 여기저기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고 지 아는 도대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기대감에 부푼 표정을 한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한번 웃어주고는 그대로 쿠키를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이에 지아가 겪을 생사람 잡는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다시 체 험하게된 슈팅스타와 레드엔젤들은 차마 지아의 모습을 볼수 없 어 고개를 돌리고 두 눈을 자신들의 손을 가려버렸다. "크큭...대장...널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흐흐흑...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자구요...흑..." "......." "......." 허나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헬마스터 공작이 만든 쿠키의 전율 스런 맛에 아무런 감동도 하지 않고 묵묵히 서있는 지아를 보며 하나둘씩 돌렸던 시선을 다시 지아에게로 돌렸고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지아를 보며 문득 이상함을 느낀 기사들중 록본 이 대표로 지아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대,대장 괜찮아?" -씨익...- 록본의 조심스런 물음에 씨익하고 한번 웃어주던 지아는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고 평소 지아의 까탈스런 입맛을 잘 알고 있던 슈 팅스타들은 저마다 깜짝 놀라 아무이상이 없는 그를 보며 여신 조차 울고갈 아름다운 자신들의 가주를 위해 덜덜 떨리는 손으 로 하나둘씩 쿠키를 집었다. 그들의 숨막힐 것만 같은 긴박한 상황을 두주먹 불끈쥐고 구경하 고 있던 레드엔젤들은 또다시 심장이 쿵쾅거리며 슈팅스타들이 단 체로 헬마스터 공작의 쿠키를 시식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들 사이로 하늘거리는 머리칼을 간지럽히는 잔잔한 바람이 불어 왔다. -털썩!...- "........" "........" 슈팅스타들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들의 가주가 만든 쿠키를 입에 집어넣으려는 찰나...산들거리는 바람에 웃는 모습 그대로 쓰러져 버린 지아가 자신들의 시야에 비춰지자 대경실색한 기사 들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들고 있던 쿠키를 땅에 떨어뜨리고 사색 이 된채 소리치기 시작했다. "후꺄아아아아아~~~난 살고싶어~~!" "사,살려줘~~~가주님 미안해요~~!" "크아아아아아아아흐흐흐흑..." 슈팅스타들이 미친듯이 소리치며 뿔뿔히 흩어지자 덩달에 레드엔 젤들도 위압적인 분위기에 눌려 연무장의 앞뜰을 벗어나기 시작 했고 연무장의 앞뜰에 부는 스산한 바람과 함께 홀로남은 엘테미 아는 뿌연 안경밑으로 맑은 눈물을 애처롭게 떨구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모두들...미워..." 기절해 버린 지아를 남겨둔 채 엘테미아는 그대로 몸을 돌려 어디 론가로 달려갔다. 레이디 헬마스터 06 저택에 마련된 손님접대용도로 쓰이는 접대실에서 세사람이 고급스 런 쇼파에 앉아있었다. 한사람은 청보랏빛 머리칼의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인 사내, 진 해븐 로드였고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들중 바다같은 긴 푸른 생머 리를 뒤로 질끈 묶고 귀티가 철철 흐르는 남자는 타운로이드 공작... 그리고 그의 옆에는 정말로 제국의 제일미로 뽑히는 황녀와 쌍벽을 이루거나 더욱 더 아름다워 보이는 블론드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인이 진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그들 사이로 금발의 긴 생머리 를 지닌 고혹적인 여인이 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듣던 소문보다...더더욱 멋진 분이시로군요..." "별 말씀을..." 자신의 말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며 짧게 말하고 있는 진이 별로 맘 에 들지 않는 건지...아니면 모든 남자들은 그녀에게 갖은 아부와 친절 을 받고 자라온 탓인지 모르겠지만 잠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미간을 꿈틀거리는 고혹적인 여인이었고 다시 어색한 침묵이 그들 사이로 내리 깔리자 자신들이 세리자리오에 온 목적을 타운로이드공작이 진을 향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체불명의 복면인들을 상대하시느라 힘드실텐데...이거 결례 가 아닌지 모르겠군요..." "요즘은 녀석들도 뜸한 탓에 그리 바쁘지는 않습니다...타운로이드 공작." 둘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가 보이지 않는 스파크를 일며 더욱더 어 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을 때 타운로이드 공작의 뒤쪽에 곧게 도열 해 있던 기사가 타운로이드 공작에게 한장의 서류를 건넸다. 자신의 호위기사가 건넨 서류를 받은 타운로이드는 잠시 서류를 검토하 듯 훑어보고 난 후 진에게로 건네며 말을 꺼넸다. "이제 해븐로드 공작님의 나이도 혼기에 들어든 나이시군요...이에 제국 의 충실한 가신들과 저희 공작가들은 해븐로드 공작님이 만족하실 만한 혼담을 들고 왔습니다." "......." 뜬금없이 남의 혼담문제를 그쪽에서 거론하자 자신의 눈썹을 심각하게 꿈틀거리던 진 해븐로드는 차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인의 지위탓에 평소처럼 사람을 무시하고 거칠게 행동하던 것을 삼가하고 묵묵히 화를 삼키며 타운로이드 공작이 지껄이는 말을 끝까지 들었다. "아까도 설명드렸다 시피 저의 옆에 앉아계신 아리따운 분은 스피나스 왕국의 왕녀님이십니다. 스피나스왕국의 사정을 해븐로드 공작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죠? 왕자님이 태어나지 않는 스피나스왕실이 기대할 곳 은 이제 제 옆에 계시는 루미디아왕녀님의 신랑이 되실 분밖에 없고 왕 실측에서도 휴벤트 제국의 해븐로드 공작님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하 실거란 왕가의 친서가 제국측으로 도착해 직접 왕녀님께서 해븐로드 공 작님이 계시는 세리자리오로 행차하신 지금의 상황이 일어난 거죠...후훗... 이에 제국측에 서도 해븐로드 공작님과 같은 인재를 잃는다는 것이 살점 을 도려내는 듯한 아픈 현실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공작가와 크루져드공작 가 그리고 황실측에서도 이의없이 이일을 추진하여 제국과 해븐로드 공작 님이 왕으로 등극하실 스피나스 왕국과 영원한 형제국으로 동맹을 맺는 쪽 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타운로이드 공작이 지껄이는 말을 듣고 서류를 훑어보던 진 해븐로드는 더욱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나직히 중얼거렸다. '흥!...안셀로자크 공작가가 공사일로 바쁜가운데 나머지 두 공작가가 서로 협력해 황실측에 압력을 가하고 나를 제국 밖으로 밀어내겠단 말인가? 건방지군...' 한참 속으로 한심한 짓거리를 해대고 있는 제국의 두 공작가를 비난하며 중얼거리고 있을 때 다시 타운로이드 공작의 말이 들려왔다. "해븐로드 공작님이 여자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스피나스 왕국의 루미디아 왕녀님같은 황홀할 정 도로 아름다운 분을 해븐로드 공작님에게 제일 어울리시는 분이라 생각 하여 그 동안 제국에 힘써주신 것에 대한 작은 답례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군요...어차피 후계자가 없는 안셀로자크 공작가를 이으려면 해 븐로드 공작님께서는 혼담을 피할래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현재 만나는 레이디는 물론 없거니와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루미디아 왕녀님 같은 천생의 베필을 만나보시기 힘드실 것입니다. 이건 제국에서도...그리고 저희들도...그리고 안셀로자크 공작가와 스피나 왕국 모두가 바라는 소망이죠...어떻습니까? 제국에서는 절대 해븐로드 공 작님이 거절하지 않으시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만..." 타운로이드 공작의 말에 연신 진을 훔쳐보며 부끄러운 미소를 짓던 루미 디아왕녀가 살풋 웃으며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매끄러운 목소리로 말 했다. "호홋...너무 추켜세우지 마세요 타운로이드 공작님...그리고 역시 듣던대로 해븐로드 공작님께서는 모든사람에게 냉정하시군요...이렇게 아름다운 제가 당신의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호홋..." "........." 왕녀의 말에 다시 진의 눈썹이 조금 꿈틀거렸고 진의 심기를 아는지 모르 는지 왕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사실 수많은 곳에서 저의 보잘것 없는 미모에 반해 혼담이 왔다갔다 하 고 있었지만 해븐로드 공작님의 초상화를 보자 한눈에 저의 미모를 이분 이시라면 감당하실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해서...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호호홋..." "그러...습니까?" "호호홋...정말로 공작님은 기뻐해야 한다는거 아세요? 쟁쟁한 왕족들 사 이에서 쏟아지던 혼담을 물리치고 해븐로드님을 선택했으니까요....호호홋..." "........" "그동안 저의 미모에 반해 쏟아지는 혼담을 거절하느라 진땀을 흘렸었는 데...대륙에서 최강의 남자인 해븐로드님께서 저의 반려가 되신다면 그들도 아무소리 못하고 대륙에서 가장아름다운 미인들의 결혼을 축하해 줘야겠 지요...호호홋..." "......." 진은 계속 말을 돌려 자신의 고혹적인 미모를 칭송하는 듯한 말을 내뱉 는 루미디아 왕녀를 보며 속으로 계속 딴생각을 하고 있었고 루미디아 왕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호호홋...제가 아무리 매혹적인 미소를 보내도 해븐로드님께서는 정말 표정변화가 없으시네요...그런점이...정말 매력적이고 멋있지만...호호홋..." "........" 이제 그녀의 말은 진에게 제대로 들리지도 않고 있었다. 눈앞에 자신의 미 모를 간접적으로 자화자찬하고 있는 왕녀를 보며 진은 언제나 어리숙하 고 덤벙대는 은발의 소년이 계속 떠오르고 있었다. [저기...진...진은 내 얼굴 어때...? 예쁘지? 귀엽지? 사랑스럽지?? 껴안 고 뽀뽀해주구 싶지??응?응?응?? 확하고 반해버리고 싶지 않아?? 내가 더 좋아지지?? 응?? 그런거지?] -피식...- 정말로 자신의 미모를 자화자찬해도 어떻게 분위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는건가...진은 눈앞의 루미디아 왕녀가 자신의 미모를 자화자찬 하고 있음에 심기가 불편에 지고 짜증스런 기분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아침에 있었던 헬마스터 공작과의 대화가 생각나자 자신도 모르게 피 식하고 웃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루미디아 왕녀는 진을 만나서 처음으로 웃는 모습에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잠시 멍하니 진을 바라보았고 금방 그의 얼굴에서 사라진 미소 를 보며 아쉬워하던 왕녀는 속으로 반드시 해븐로드 공작의 미소를 자 신의 것으로 만들고 말리라는 굳은 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전 진 해븐로드가 보여줬던 짧은 미소가 자신을 향한 것이 라고 생각하던 왕녀는 더욱더 신이나 다시 진을 향해 말을 꺼내려고 하던 찰나였다. -달칵...- 두명의 공작과 한명의 왕녀,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4명의 기사들이 있는 접대실의 문이 살짝 열리며 하나의 얼굴이 빼꼼히 내밀어져 접 대실 안을 살펴보고 있었다. 문을 살짝 열고 안을 살펴보던 은발의 뿌연 안경을 쓴 소녀인지 소년 인지 구별이 안갈만한 작은 체구의 아름다운 머릿결을 지닌 그는 한동 안 방안을 둘러보다 연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진을 발견하고 큰 소리로 그를 부르며 달려갔다. "흐아아앙~~ 지이이이이인~!" 갑자기 자신을 이름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깜짝놀란 진은 자신 에게 달려드는 헬마스터 공작에게 뭐라고 상황설명도 들을 새도 없이 자신의 품에 안겨버려 오열을 하고 있는 헬마스터의 등을 살짝 두드려 줘야 했고 그런 그들을 보며 타운로이드 공작과 루미디아왕녀는 자신 들의 두눈을 크게뜨고 경악스런 표정으로 진과 그의 품에 안긴 은발의 불청객을 바라봐야 했다. "흐아아아아앙...진은 거짓말쟁이!! 바보바보!! 내가 안경을 벗어도 내 기사들이 모두 도망가 버렸단 말야...흐아앙...나 혼자만 두고 모두들 사라졌어...내가 쿠키를 건네니까 모두 사라져버렸단 말야...흐아앙..." "........." "........." 갑자기 자신들 사이로 끼어든 은발의 불청객을 보며 입을 벙끗거리던 루미디아와 타운로이드 공작은 평소 그 어떤 아름다운 여자들과도 히 히덕거리거나 스킨쉽을 나누는 행위를 정색하며 싫어하는 해븐로드라는 남자를 너무나 잘알고 있었고 그 어떤 누구에게도 냉정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자신들의 눈에 비친 광경은 꿈속의 장면이라도 된단 말인가? 차 마 끼어들수 없는 그들의 분위기에 경악하며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던 루미디아는 좀전에 자신과 대화할 때의 짤막하고 감정이 결여된 차가운 목소리가 아닌 듣는 여인으로 하여금 황홀경에 허우적거릴 만 한 매혹적인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 해븐로드는 눈앞의 은발의 불청객 에게 묻고 있는 것이 아닌가? "왜그래... 내가 말한대로 쿠키를 조금 맛없게 만들라고 했잖아..." "흐아앙...훌쩍...진의 말대로 했는데도...훌쩍...지아가 쓰러지고....모두들 도망갔단 말야...흐아아앙..." "그럼 어디 쿠키이리 줘봐..." 진은 자신의 품으로 갑자기 안겨든 엘테미아를 한쪽손으로 지탱하고 다 른팔로 그의 등을 토닥이고 있었기에 두 손을 쓸수가 없었다. 이에 엘테 미아는 잠시 얼굴을 붉히고 쿠키를 한손으로 짚어 말했다. "흐으응...내가...훌쩍...먹여줄께...아아~해봐" "........" "........" 자신들의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경악스런 심정으로 바라보던 타운로이드는 마치 오랜 연인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그동안 해븐로드라는 남자를 눈에 가싯거리로 생각하며 지냈기에 그의 모든것을 샅샅히 조사해 그의 성격을 잘 알고있었고 그는 속으로 은 발의 불청객이 건네준 쿠키를 진이 받아먹지 않고 그대로 차가운표정을 지으며 땅바닥에 떨어뜨리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허나... -와삭와삭...- ".......!" ".......!" "어,어때? 아직도 맛이 강렬해?" 엘테미아의 조심스런 질문에 진은 보는이로 하여금 봄에 눈이 녹듯 녹아버 릴 만한 아찔한 미소를 지으며 사랑스런 눈길로 엘테미아를 보며 말했다. "글쎄...내가 먹기엔 괜찮은데?" 엘테미아의 등과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던 진은 문득 자신들을 경악 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루미디아 왕녀와 타운로이드 공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역시나 그들의 얼굴을 보니 루미디아 왕녀는 자신과 헬마스터를 번갈 아 쳐다보며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표정관리가 제대로 되 지 않고 있었고 타운로이드 공작역시 언제나 귀품에 철철 넘쳐 흐르던 그 답지 않게 입을 쩍 벌리고 당황하는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진은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열어 놀라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후훗...이렇게 찾아와 주셨는데 아쉽군요...하지만 저는 이미..." "........" "........"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설마설마하며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말이 다른 누구도 아닌 진 해븐로드의 입에서 튀어 나오자 루미디아와 타운로이드는 물론이고 그의 곁에서 훌쩍이고 있던 엘테미아까지 덩달아 놀라 외쳤다. "뭐라고요?! × 3" 레이디 헬마스터 07 엘테미아까지 가세한 손님접대실에는 현재 기묘한 분위기의 정 적이 흐르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진의 폭탄선언에 그를 제외한 다른 사 람들이 패닉상태에서 허우적거릴 때 언제왔는지 모를 아이제스도 진의 말에 깜짝 놀라 당황하고 있었고 엘테미아 역시 진의 말에 자 신의 심정이 이리저리 뒤엉키는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스피나스 왕국의 왕녀...루미디아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아니고 스피나스 왕국의 왕녀...루미디아 세르메이어 레인 스피나스... 왕가의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은 왕녀답게 천상의 외모를 겸비하고 있었고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을 만한 권력과 배경이 있는 그녀였 다. 여지껏 수많은 왕가와 쟁쟁한 귀족가들이 자신을 노리기 위해 얼마 나 많은 파티의 초청장과 혼담이 오가고 있었는가...? 여자치고는 보통여자들보다 조금 더 큰 키에 잘빠지고 겉으로 드 러나는 완벽한 몸매...게다가 고귀한 혈통을 이어받아 보는이로 하 여금 녹아내리는 듯한 블론드의 금발머리와 푸른 보석같은 그 녀의 눈동자...이 모든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그녀의 고혹 적인 얼굴에 스스로도 빠져들 정도였으므로 루미디아는 지금의 상 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상대가 아무리 차갑고 냉정한 휴벤트 제국의 진 해븐로드라 할 지라도 그녀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루미디아는 속으로 현실을 부정하며 고개를 애써 흔들고 있었 고 입을 쩍벌리고 경악하고 있던 타운로이드 공작은 혼란스러워진 머리를 냉정하게 만들기 위해 언제나처럼 슬펐던 기억을 떠올려 어 느정도 침착을 되찾고 서서히 자신의 머리속이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을 때 타운로이드 공작은 그제서야 진의 말을 곰곰히 되짚어 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황녀조차도 진의 마음을 열지 못 했다. 허나 눈앞에 있는 저 은발의 불청객은 누구지? 설마...해븐로 드 녀석이 사랑한다는 사람이 저 사람인가? 아냐...녀석같은 타입으로 볼 때 저런 어벙한 안경을 쓰고 있는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어... 그럼 왜지? 어째서 일국이 왕이 될수 있는 지금의 혼담을 거절하는 거지? 스피나스 왕국이 또 약소국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이번 혼담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우리 공작가의 망신과 더 나아가 국제적 마찰이 빚어질 텐데...' 한참을 속으로 중얼거리던 타운로이드가 진의 폭탄선언에 놀라 제대 로 된 결론을 도출시키지 못하고 있을 때 한참동안 진과 엘테미아를 독기어린 눈으로 쏘아보고 있던 루미디아가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진에게 소리쳤다. "미,믿을 수 없습니다. 해븐로드 공작님!...거짓말이죠? 사랑하는 사 람이 있다는 공작님의 말 절대로 믿을 수 없어요!...불과 몇개월전 까지만 해도 제국에서 가장 냉혈인으로 불리웠던 공작님이..." 불쾌한 감정이 실린 루미디아의 외침에 진은 얼어버릴 것만 같은 시린 눈빛으로 왕녀를 쏘아보자 루미디아 왕녀는 더 이상 말을 내 뱉을 수가 없었다. 자신앞에서 다른사람을 사랑한다는 소리도 처음 들어봤고 남성에게서 이렇게 차가운 시선을 받아보긴 처음이었던 루미디아는 혼란스런 감 정으로 인해 점점더 교양적이고 품위적인 자신을 잃어가고만 있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타운로이드가 하하거리며 어색한 분위기를 무 마시키고 오히려 역효과만을 불러일으킬 때였다. "진...그런 무서운 얼굴 하지말아...저 예쁜 언니가 무서워하잖아..." "......." "......." 아직도 진의 어깨에 기댄 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던 엘테미아는 타운로이드와 루미디아 못지 않게 혼란스런 감정을 뒤로 한채 애써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진을 만류하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속으로 자신이 느낄 새도 없이 진이 도대체 사 랑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라고 생각하며 왠지 스스로 우울해지고 공허해지는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항상 그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만 같던 사람이 문득 자신도 모르는 사 이에 그 자리를 떠나 버린다면 그것만큼 외롭고 애처로운 기분이 드 는 경우도 없었다. 엘테미아는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고 오빠며 아빠같이 느껴지던 진이 난데없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자 속에서부터 느껴지는 기이 한 불안감과 초조감...그리고 아릿하게 자신의 심장을 옭아매는 듯한 슬픈느낌에 저절로 침울한 분위기가 되어버려 조용히 고개를 푹 숙이 고 있었고 그때 마침 자신의 생각을 모두 마친 것인지 굳어있던 표 정에서 다시 미소를 되찾은 타운로이드 공작이 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하하...해븐로드 공작님이 사랑하시는 연인이 있다니...정말 제국 최 고의 뉴스거리군요...하지만 이것은 제국의 뜻이기도 합니다...설마 제 국을 수호하는 해븐로드 공작님께서 제국의 뜻을 거부하시지는 않으 시겠지요?" 타운로이드의 말에 진은 피식거리며 웃더니 같은 공작가라도 레벨이 있다는 듯 더욱더 차가운 목소리로 약간의 살기를 담아서 그에게 말 했다. "건방진 소리 하지마라...타운로이드...말 그대로 수호을 받는 자는 수 호자에게 내릴 명령권한은 없다." ".......!!" 이제야 본성을 드러낸 진의 말에 타운로이드 공작의 낯빛이 차갑게 변했고 더이상 자신의 평가를 절하하는 대화를 참을 수 없었던 루 미디아가 찻잔이 놓여있던 탁자를 자신의 희고 매끄러운 손으로 쾅 소리가 나도록 거세기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진을 보며 말했다. "그래요!...좋아요...해븐로드 공작님께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믿을게요. 하지만 해븐로드 공작님을 직접 찾아뵙기 위해 먼길을 달 려온 저에게 약간의 배려를 해주셨으면 해요...제가 공작님을 쉽게 잊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무슨..." 루미디아의 말에 진이 짤막하게 답변하자 루미디아는 속으로 회 심의 미소를 짓고 싸늘한 시선으로 엘테미아를 잠깐 바라본 후 이내 시선을 돌려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저희 스피나스 왕국과 가이가스 왕국의 조선팀이 만들어낸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여객선의 출항식이 내일 모레에 있습니다." "아...그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럼 얘기가 빠르겠군요...내일 모레의 출항식에 초대형 호화 여객선...아프로디테의 명명식과 함께 가이가스왕국과 저희 스피 나스 왕국이 개최하는 축하파티가 열립니다. 그때 해븐로드 공 작님과 공작님이 사랑하시는 분과 함께 참석하시어 더욱더 뜻 깊은 자리를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군요. 그래야 저도 공작님을 쉽게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어때요? 이 정도의 부탁이라면 허락해 주시겠죠?" "......." 대륙의 대부호들과 가이가스왕국의 최고 귀족들...그리고 스피나 스왕국과 대륙 최고의 항구를 자랑하는 휴벤트제국의 세리자리오 에서 열리는 초대형 호화여객선 아프로디테의 출항식과 축하파티 라는 명분으로 각 왕국과 제국의 최고 귀족들이 모이는 공석에서 진이 있지도 않은 사랑하는 연인을 데려올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루미디아였다. 요즘들어 복면인들의 행동도 뜸하고 그들의 침투루트는 절대 항구 근처는...아니 물이 많은 곳이라면 절대로 나타나지 않았기에 세리 자리오의 항구에서 수많은 귀족들과 대부호들이 모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 루미디아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진은 그녀와 함께 무언가 알겠다는 미소를 짓고 있는 타운로이드 공작을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쉬고 그들을 곧은 시선으로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도록 하겠습니다...루미디아 왕녀님." "......." "......."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진을 보며 또다시 약간의 충격과 함 께 할말을 잃은 루미디아 왕녀는 다시금 자신의 머리를 재빠르게 회 전시켜 다음계획을 생각했다. 진이 각국의 최고 귀족들이 참석하는 파티장에 온다고 자신들 앞으로 선언했으니 분명 어떤 여자든 한명을 데려올 것이 분명했다. 진이 데 려올 여자가 진짜로 진이 사랑하는 여자든 그렇지 않든 제국에서 제 일미로 추앙받은 황녀가 아님에는 틀림없었고 또다른 미인인 샬레리나 는 그의 친동생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배제한다면...자연히 도출되 는 결론은 어떤 여자든 자신의 미모보다 한단계 낮은 수준의 여자라 는 결론이 루미디아가 내린 결론이었다. 이에 루미디아는 모든 귀족들이 모인 파티장에서 진이 데려올 여인 과 자신을 비교시켜 그가 데려올 여인의 매력을 저하시키고 처절한 망 신을 주어 다시는 진의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만들고 난 후 자신의 뛰 어난 미모와 모든 남자를 끌어들이는 고혹적인 매력을 총동원하여 진의 마음을 빼앗아 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100%성공률을 속으로 장담하던 루미디아는 더이상 이 저택에 머물 이유가 없는건지 배짱을 부리는 건지 알수 없었지만 저택을 떠날 채 비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진에게 안녕을 고하고 있었다. "그럼 이틀 후에 뵙겠습니다. 진 해븐로드 공작님..." "알겠습니다." "후훗...그럼 저도 이틀후에 뵙죠. 해븐로드 공작." "그럼..." 루미디아가 재회의 안녕을 고하자 타운로이드도 덩달아 일어나 진에게 헤어짐의 짤막한 인사를 건넸고 그의 인사를 무덤덤한 표정으로 되받아 친 진은 간단한 목례와 함께 자신의 뒤쪽에 서있던 아이제스에게 손짓 으로 손님들을 배웅하라는 제스쳐를 취해보였다. 이에 아이제스는 서둘 러 루미디아 왕녀와 타운로이드 공작을 앞서 접대실의 문을 열고 그들 을 정원까지 안내해 주기위해 밖으로 나서자 루미디아 왕녀와 타운로이 드 공작이 빠져나간 접대실에는 이제 진과 엘테미아만이 남아있게 되었 다. "......." "......." 문득 접대실에 자신과 진만이 남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엘테미아는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아무이유 없이 얼굴을 붉힌 채 안절부절하기 시작 했고 끝내 어색한 침묵을 참기 싫었는지 입밖으로 내뱉고 후회하게 될 말을 내뱉었다. "지,진은 사랑하는....사람이 있었구나...하하...하긴...진도 사람이니까..." "......." 괜시리 다시 침몰해가는 자신의 감정과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 라보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조차 이유모를 혼란스런 감정을 겪 고 있었고 또다시 재림한 어색한 침묵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헤헷... 얼음괴물 같은 진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말해줘~ 말해줘~말해줘~ 누구야?? 응? 어떤 여자야?" "........" 엘테미아는 자신의 물음에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는 진을 보며 또다시 어색한 미소를 짓고 괜시리 가라앉 는 답답한 기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상한 춤을 추며 하하거리고 는 접대실을 나서기 위해 방문쪽으로 스텝을 밟으며 걸어갔다. 진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릴 듣던 순간부터 무언가가 가슴속으 로 무너지기 시작했던 엘테미아는 도저히 예전처럼 진과 함께 있기가 어색해졌고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기사 들과 진이 점점 엘테미아 자신에게로 멀어져가는 듯한 슬픈느낌에 금방 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으로 방문을 나서려 하고 있을 때였다. -달칵!...- "......." "......." 접대실을 나서기 위해 방문을 반쯤 열고 있을 때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반쯤 열렸던 방문이 강제로 닫혀 버렸다. 이에 깜짝놀란 엘테미아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돌려 한 쪽팔로 자신이 문을 열지 못하도록 방문에 손을 기댄 채 무표정으로 서있는 진을 볼 수 있었다. "...왜...왜...그래?" "........" 시선을 어찌둬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거리는 엘테미아를 한동안 아 무 말없이 바라보던 진은 이내 피식거리는 편한 웃음을 지어보이자 엘테미아는 자신도 모르게 두눈에 맑은 이슬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이 가자......" "........" 언제나처럼 짤막한 미소와 변함없는 목소리...그 무엇도 바뀌지 않는 진을 보며 스스로도 무색할 정도로 기쁜 감정을 되찾게 된 엘테미아는 도대체 진이 왜 자기보고 그런곳에 같이 가자는 이 유도 물어보지 못한 채 씩씩한 아가씨마냥 크게 외쳤다. "응~!" 허나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는 법...엘테미아의 확답을 들을 진은 예의 차가우면서도 사악한 미소를 짓고는 더더욱 자신 의 매혹적인 얼굴을 엘테미아에게로 들이밀며 그녀의 귀에 대고 낮게 읊조렸다. "물론...넌 드레스를 입고 말야..." "........" 자신의 할말을 마친 진은 엘테미아에게만 보여주던 매혹적인 미 소를 매달고 그녀보다 먼저 손을 흔들며 방문을 나서고 있었다. 진이 나가버린 접대실에 멍하니 홀로서 있던 엘테미아는 순간 진 의 낮게 읊조리던 말과 현재의 상황을 그제서야 파악할 수 있었 고 또다시 세리자리오 영주의 저택에는 가련한 소녀의 비명성이 크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에에에에에에에~~~~?" 레이디 헬마스터 08 드레스...과연 드레스란 무엇인가...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모든 여성들의 꿈의 로망스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엘테미아 는 아무생각 없이 들뜬 마음에 진의 권유를 승낙하고 나서 별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마침내 지금 에서야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깨달았던 것이었다. 전에 자신의 환영회 탓에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두어번 입어본 경험이 있던 엘테미아는 갑자기 어디선가 밀려오는 서늘한 오 한에 자신의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또다시 그짓거리를..." 옷입는 데만도 두세시간이 걸리고 치장하는 데만도 반나절 이 걸리며 하루종일 제대로 행동하지도 못하고 함부로 웃 을수도 없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엘테미아는 점점 어둠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듯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상상속의 또다른 저편에서는 왠지 두근두근 거리는 기묘한 감정이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과연...진이 내 모습을 보게된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그때는 마냥 귀찮기만 했고 어째서 자신의 모습을 이것저것 동원해가며 꾸며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않는 과거의 자 신이었지만 언제나 자신의 겉모습을 보며 귀여워 해주고 사랑해 주는 존재들만 만나왔던 엘테미아였기에 이번엔 제대로 꾸 며서 자신의 진짜모습에도 무덤덤한 진의 입을 쩍 벌어 질 정도로 놀래켜 주고싶고 또 그의 반응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쿡쿡거리며 절로 웃음이 나며 두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현재 남자이지 않은가? 비록 진에게는 자신의 진짜 정 체를 들킬 뻔했지만 아직 슈팅스타 기사대원들에게는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 큰 축하파티장에 가게된다면 분명 그들도 따라 올게 틀림없었고 그렇다면 자신은 남자로서 또 여장을 해야 하 는 기묘한 상황에 닥치게된 것이다. 원래 자신은 여성이므로 드레스를 입는다 하더라도 누구 하나 이상하게 볼 것이 없겠지만 또다시 헬마스터 공작으로서 자신들 의 기사들을 속이게 된다는 죄책감을 안고 있는 엘테미아였다. "흐응...어떡하지..이제는 아무것도 속이지 않는다고 스스로 약속 했는데...흐으응..." 이상한 비음을 섞어가며 아무도 없는 접대실의 소파에 앉아 이 리 누워보고 저리 누워보며 자신에게 닥친 상황의 현묘한 해결법 을 곰곰이 생각해보던 엘테미아는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접 대실의 창밖으로 붉은 저녁놀이 지고 있었다. "흐에에?? 벌써 시간이!...하아...오늘은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피곤하네...좋아~! 오늘은 일찍 자는거야 헤헷..." 조금생각하다 깜빡 잠이 들고도 그정도가 엘테미아에겐 무리한 수 준이었나 본지 그녀는 고양이 같은 귀여운 하품을 하고 저택에서 자신에게 마련해준 화려한 귀빈실로 흐느적거리며 걸어갔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자신이 하룻동안 비워둔 탓인지 왠 지모를 냉기가 어려있었고 이에 잠시 자신의 고개를 갸웃거리던 엘테미아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젓 고 넓고 푹신한 침대위로 쓰러지듯 누웠다. "......." 문득 넓다란 침대에 홀로 누워있는 엘테미아는 황혼의 붉은 빛으로 물들어 버린 화려한 천장을 응시하며 문득 옆자리의 쓸쓸함을 느끼 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뜰 무렵 문득 기분좋은 품에 한없이 녹아드는 아늑한 느낌을 만끽하며 눈을 떳던 아침...눈앞에 따뜻했던 물건의 정체가 바로 진이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 그의 뺨까지 때려 버렸지만 지 금 생각해보니 너무도 따뜻하고 잃고 싶지 않은 그의 온기와 생전 처음 느껴보았던 안락하고 그 무엇으로부터도 자신을 지켜줄 것만 같던 넓은 가슴...코끝을 스치는 그의 향긋한 살내음이 모닝커피의 진한 향기보다도 더더욱 근사했던 아침이었다. 비록 하루뿐이었지만 자신조차 모두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옆자리가 비어버린 쓸쓸한 공허힘을 느끼며 문득 엘테미아는 곤히 잠이들고 있었다. 얼마이 시간이 흘렀을까? 아직도 창밖은 붉은 저녁노을이 대지를 감싸고 있었고 엘테미아의 눈가엔 맑은 이슬이 맺힌 채 조용히 잠들 어 있었다. -새근...새근...- 그때였다. 문득 저녁노을의 붉은 황혼빛이 엘테미아가 잠들어버린 귀빈실을 붉은 물결로 가득 메우고 있을 때 귀빈실의 창밖으로 마 지막을 불태우는 슬픈 황혼빛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는 신비스런 빛가루가 엘테미아에게로 조용히 모여들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왔는지 모를 반짝이던 가루들은 엘테미아의 주위로 모 여들더니 이내 그녀가 곤히 숨을 내쉬는 코와 입속으로 천천히 자 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가루가 엘테미아의 몸속으로 들어가자 마자 엘테미아는 흘리지 않던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고운아미를 찡그 리기 시작했다. 레이디 헬마스터 09 [여긴...어디...?] 잠이 들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자 갑자기 머리속이 수만갈래의 실 타래가 뒤엉킨 것처럼 혼란스러워 하던 엘테미아는 문득, 자신의 온몸을 엄습하는 아릿한 고통에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색이라곤 존재 하지 않는 온통 새하얀 무(無)의 공간이었다. 시작도 끝도 위도,아래도 보이지 않는 끊임없이 시린 하얀색의 공간에 덩그러니 남겨진 엘테미아는 슬슬 시간이 지나가자 알수 없는 공간에 이끌려 심령이 홀린 것마냥 무작정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동안 얼마나 걸었을까...? 자신조차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몽롱한 상태에서 무작정 걷기만 하던 엘테미아는 순간 흰색으로 도배된 무의 공간에서 갑자기 왼 쪽방향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흰 화선지에 오색물감이 서서히 번지는 것처럼 무지갯빛으 로 빛나는 빛이 점차 가운데를 기점으로 서서히 번져나가더니 이 내 섬광같은 속도로 엘테미아의 앞에 있던 흰색의 공간을 화면 이 뒤바뀌는 것마냥 빠르게 스쳐지나가며 기이한 영상을 투영해내 기 시작했다. 흰색의 무의 공간에서 갑자기 일어난 변화에 심령이 제압된 듯 하던 엘테미아도 갑자기 그녀의 몽롱했던 정신이 확하고 깨며 흐릿했던 의식이 점차 맑아지기 시작했다. [뭐,뭐야!! 여,여긴 어디지?? 지이이이인~~지아아아아~~얘들아~~] 새하얀 무의 공간이 사라지고 엘테미아의 눈앞에 드러난건 새하 얀 공간과 거의 다를바가 없는 새하얀 눈보라가 이는 어떤 성이 었다. 일년 내내 눈이 오는 곳인지 눈으로 뒤덮이지 않은 곳이 없었 고 온통 새하얀 눈들때문에 시리도록 차가워서 아름다워 보이기 까지 했다. 그 어떤 혼탁한 존재도 모두 하얀색의 맑고 깨끗한 눈으로 뒤덮 여 줄것만 갔던 공간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던 엘테미아는 순간 그녀의 천천히 걷는 걸음이 무색하게 그녀가 보고 있는 화면은 점점더 빨라져 어느 새 저 멀리서 보이던 성으로 들어서고 있었 다. 마치 자신의 의지완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는 다리와 영상에 엘 테미아는 다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 불안한 감정으로 자신의 이 성이 뒤덮여져 버릴 때 자신의 영혼을 깨우는 듯한 맑은 존재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 [후훗...이제 조금이란다...아가야...이제 조금만 더...] [고오오오...] [하하하하...알았다고...이제 조금만 있으면 신계의 비보인 레디 아나를 너에게 불어넣어 줄 수 있어...그때가 되야 비로소 진정한 '너'가 태어나는 거야...틀림없이 신계의 비보인 레디아나만 있 다면...] [고오오오...] 엘테미아는 왠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자신의 심장이 날카로 운 비수로 콕콕 찌르는 것마냥 육체적인 고통이 느껴질 정도로 아려오기 시작했다. 새하얀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은 가냘픈 체구의 남자가 엘테 미아의 앞에서 자신의 두배정도 크기는 될법한 얼음의 비늘을 가진 용에게 웃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투명하게 빛나는 얼음의 비늘을 가지고 있 는 그 존재는 마치 지금보다 훨씬 작은 해츨링 비슷한 형상을 지니고 있었고 지금의 해츨링과 다른점이라면 세장의 얼음으 로 덮인 날개와 3개의 머리를 지니고 있는 점이었다. 고정관념이라는 틀이 묶여 눈앞의 얼음비늘로 뒤덮인 해츨링의 형상을 하고 있는 존재를 보게 된다면 상식을 벗어나는 그의육 체에 거부감이 일어날지도 모르나 엘테미아는 그저 반짝이는 얼음비늘의 용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비쳐줬고 간혹가다 시린 은빛의 눈썹으로 덮인 눈꺼플이 들어올려질 때마다 새하얀 눈 의 결정같은 그의 신비스런 눈빛에 푹 빠져들것만 같았다. 허나 그의 앞에서 조용히 앉아 울기만 하고 있는 얼음비늘을 가진 용은 아직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인지 그 어떤 감정의 느낌도 표출되지 않았고 새하얀 보석같은 용의 눈은 언제나 정 면만을 주시한 채 자신앞에서 웃고 있는 하얀장발의 가냘픈 사내 에게 시선한번 주지 않고 있었다. 하얀 장발의 사내도 눈앞의 얼음비늘로 뒤덮인 아름다운 용의 상 태를 잘 아는 것인지 가끔씩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용의 얼음으로 뒤덮힌 맑은 비늘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고 자신보다 두배는 커다란 몸집의 용을 두팔로 조용히 안고 있었다. 한동안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흠 취되어 가고 있던 엘테미아는 갑자기 자신의 시야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던 성에서 뭉실거리는 구름을 딛고 빼곡히 높게 솟은 건물들이 즐비한 곳으로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자신의 시야로 사물이 섬광같은 스피드로 지나치 며 어느새 엘테미아는 은은한 황금빛이 도는 신성스런 대전안에 들 어와 있었다. 엘테미아의 눈에 높이조차 짐작할 수 없는 기둥들이 끝도없이 펼쳐진 넓은 대전안이 비춰지자 대전안에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도저히 인 간으로 보이지 않는 은은한 신비로움과 신성함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존재들이 여러명이 모여 있었고 그들을 보며 좀전에 보았던 새하얀 장발의 가냘픈 사내가 언성을 높이며 소리치고 있었다. [어,어째서 입니까!...이,이,이제 와서 신계의 비보인 레디아나를 저에게 주실 수 없다니!... 저에게 먼저 인간들을 규제할 존재 를 창조하라 하심은 창조신님의 명령이 아니었습니까?] [그렇게 언성을 높이지 마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단 말입니까!? 이제야 저의 아이가 세 상을 향해서 진정한 눈을 뜰수 있도록 레디아나가 저의 손에 쥐어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이제와서 레디아나를 주실 수 없다니 제가 언성을 높이지 않게 되었습니까!?] [......] 범인의 눈에는 감히 천장의 끝조차 비춰지지 않을 정도로 엄 청난 높이를 자랑하는 은은한 황금빛이 도는 대전안에 서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고 오직 보이지 않는 신비로움 과 절대적인 신성함만이 느껴지던 목소리가 하얀장발의 사내 에게 평온한 어조로 말하자 하얀 장발의 사내는 그의 말투가 더 더욱 불쾌한 것인지 신으로 각성한 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격한 감 정을 드러내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어,어째서...왜 지금와서 레디아나를 저에게 내줄 수 없단 말입니까? 레디아나가 없으면...그게 없으면 저의 아이는 평생 깨어나지 못한단 말입니다! 창조주시여 대답해 주세요!] [.......] 새하얀 장발을 지닌 사내의 외침에 한동안 조용하던 창조 주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실체와 함께 자연의 울림처럼 아늑 한 목소리로 흥분해 있는 하얀 장발의 사내에게 말했다.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는 이미 다른이의 심장에 불어넣어져 버렸습니다...] 창조주의 말에 자신의 눈을 크게 뜨며 몸을 부르르 떨던 새하 얀 장발의 사내는 한동안 쇼크로 인해 주위의 시선조차 아랑곳 하지 않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자신의 아버지, 창조주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도,도대체 누가!...] 그의 외침에 대전안에 모여있던 다른 존재들은 새하얀 장발 을 지닌 사내의 처지가 딱해 보였는지 그리 밝은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으나 누구하나 그를 위해 옹호해 주는 이는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을 뒤로한 채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창조주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새하얀 장발의 사 내는 끝내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 조주께 언성을 높이려는 찰나...들려오지 않을 거라고 예상 했던 자연의 울림과도 같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무르스...그대와 같은 나의 아이 드래크로...드래크로가 창조한 엘테미아란 아이에게 이미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는 스며들었습니다...] [.......] [.......] 창조주의 말이 들려오자 그의 곁에 있던 새하얀 장발의 사내 와 자신에게 비쳐지는 영상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엘테 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두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하 기 시작했다. 레이디 헬마스터 10 [그,그럴...그럴...수가...]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창조주의 말에 라무르스라 불린 하얀 장발의 가냘픈 사내는 그 자리에 우뚝 서서 도저히 믿지 못 하겠다는 눈으로 하염없이 대전안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 [......] 멍하니 중얼거리는 라무르스를 바라보며 그의 곁에 모여있던 다른 창조주의 자식들은 멍하니 서있는 라무르스에게 차마 뭐라고 할 수 가 없었다. 그리고 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엘테미아도 금방 이라도 무너질 듯한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는 왼쪽 가슴을 거세게 움켜쥐며 애처로울 정도로 새파래진 얼굴을 하고 온몸 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있었다. 아무런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상상하기조차 괴로운 상상을 하며 엘테미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그녀의 눈에 투영되고 있는 영 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한참동안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라무르스는 순간 그의 눈에 번뜩이는 광기가 어리며 창조주가 있을 대전안을 바라보며 외쳤다. [어째서!...어째서 드래크로에게 레디아나를 준 것입니까!...인간들의 위에서 군림하게될 생명체를 창조하라는 명은 저에게 내려주셨을 텐데요!...어째서!!......] 라무르스의 격한 외침에 잠시 말이 없던 창조주는 예의 감정이 결여 된 아무 느낌없는 곧은 목소리로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라무르스에게 말했다. [그건 비단 라무르스에게만 내려진 명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창조 의 명을 받은 드래크로와 라무르스의 아이 모두다 신계의 비보인 레 디아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점도 있겠군요. 이에 저와 다른 신들은 두 아이중 누가 더욱더 인간들의 위에서 공포로서 군 림할 존재로 적합한지 의논하여 책정하려 했으나 나의 아이 드래크로는 자신이 창조한 엘테미아란 아이를 너무나 사랑하여 무단으로 신계의 비 보인 레디아나를 그녀의 심장에 불어넣었던 것입니다.] 창조주의 말에 더욱더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라무르스는 창 조주의 앞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불같은 분노의 투기를 사방으로 방출하며 격하게 외쳤다. [그,그럴수가!!...그렇다면 엘테미아란 아이의 심장에 스며든 레디아나 를 다시 신계로 환원시켜야 되지 않습니까!? 어째서 방관만 하시는 겁 니까!? 레디아나가 없다면!...레디아나가 없다면 이도크진은 영영 살 아도 죽어버린 상태로 지내야 한단 말입니다!!...게다가 엘테미아란 아 이는 인간들의 위에 서서 공포로서 군림할 존재와 한참 떨어진 존재가 아 닙니까!? 그런데 왜!...] [......] [......] 라무르스는 자신의 격한 외침에 더이상 창조주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자신을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다른 신들을 향해 소리 쳤다. [너희들도 뭐라고 말좀 해봐!! 전에 나의 아이를 보여줄 때만 해도 이도크진의 얼음비늘이 아름답다며 레디아나로 인해 그의 자아가 확립될 때가 기대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도크진의 진정한 탄생을 축복해 준다하지 않았던가? 이대로 우리 아이의 생명이 타오르지 않는 불꽃 처럼 영원히 자아가 없는 상태로 존재하길 바라는 건가!?] [......] [......] 라무르스의 격정어린 외침에 신들은 고개를 살짝 저었고 라무르스 주 위로 몰려있던 신들중에 한명이 라무르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너의 말대로 이도크진을 위해 드래크로가 창조해낸 엘테미아란 아이의 심장에서 레디아나를 신계로 환원시킨다면 그 아이 역시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 [이미 드래크로의 아이는 레디아나를 받고 자아가 확립됐다...이젠 슬 픔도...기쁨도...좌절도...공포도 고통도...모든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하 나의 존재로서 나아간 것이다. 비록 너의 아이가 드래크로의 아이보다 수백년 더 일찍 태어났고 더욱더 인간들의 위에서 공포로서 군림하 기에 적합한 아이지만, 하지만 이도크진은 잠들어 있고 엘테미아는 이미 깨어났다. 이젠 되돌릴 수 없어...엘테미아는 이제 이도크진처럼 아무것 도 느끼지 못한 채 숨만쉬고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소리다. 게다가...] [......] [이미 이번사건으로 창조주께선 레디아나가 엘테미아란 아이의 심장에 스며듬을 허락하셨고 전 차원계를 관장하는 1급신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그런!...왜지!? 왜 다들 드래크로와 그의 아이를 옹호하는 거지?! 뭔가 다른 계획이라도 진행하고 있는거냐?! 그런거냐!!] [그건...2급신인 네가 알수 있는 일이 아니다. 라무르스...] [!!......] 구구절절이 옳은 소리만 내뱉는 그를 보며 라무르스는 차마 항변다운 항변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드래크로와 엘테미아만을 옹호하는 창조주 와 그의 자식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때 라무르스의 주위에 서있던 또 다른 신이 라무르스 앞에 나서서 그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명랑스런 어조로 말했다. [어이어이~라무르스...어차피 얼음뿐인 그런 아이는 잊으라고...나 도 드래크로가 창조해낸 엘테미아라는 아이를 한번 봤는데 말야...거 조그만 녀석이 얼마나 귀여운지...하하하...이제 막 각성한 신이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우리들조차 창조해내기 힘들 정도로 귀여운 아이 를 드래크로가 창조해 냈더군...그 탓에 분명 우리들의 아버지도 드래크로나 엘테미아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하하하...어차피 지금의 이도크진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상태이니 이참에 그냥 폐기시켜 버리는게 어때? ...이런 일이 한두번 있 던 것도 아니잖아? 안그래? 라무르스...] [......] 자신의 할말을 모두 마친 신들은 멍하니 땅이 주저앉아 있는 라무 르스를 뒤로한 채 쓸쓸한 공허감만이 가득한 대전안을 빠져나갔고 드넓은 대전안에 홀로 있던 라무르스는 그 누구에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고 격하게 흐느끼고 있었다. [제길...제길...제길...제길...] [.......] 레이디 헬마스터 11 혼자서 흐느끼는 라무르스를 보며 어느새 고운 얼굴에 눈물범벅 이 돼버린 엘테미아는 더욱더 쓰라려 오는 왼쪽가슴을 부여잡고 눈물로 시야가 온통 뿌옇게 변했다. 자신의 눈물로 인해 사물조차 구분 지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다시 공간에 변화가 일어나며 엘 테미아의 흐렸던 시야 사이로 갖가지 사물들이 섬광같은 속도로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수많은 사물들이 엘테미아의 곁을 섬광같은 속도로 스쳐 지나가며 결국엔 엘테미아가 처음으로 라무르스와 이도크진을 보 았던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성에 도착해있었다. [여긴...] 혼란스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엘테미아는 자신의 작고 보 드라운 손으로 연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자신의 시야에 비치는 풍경들을 살펴보고 있었고 자신이 처음으로 라무르스와 그의 아이인 이도크진이라는 생명체를 보았던 장소였음을 상기 해 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하얀 장발의 사내 라무르스와 온통 투명한 얼음비늘로 덮여있는 3장의 날개와 3개의 머리를 가지런히 땅에 대고 조용히 누워있는 이도크진이 보였다. 아무런 생동감도 느껴지지 않는 이도크진의 앞에서 라무르스는 신으로서 각성한 자답지 않게 격한 감정의 나락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며 격정어린 외침을 토하고 있었다. [미안!...이도크진!...미안!... 내가 너에 대한 사랑이 모자랐어!... 그래서...그래서....레디아나를...크아아아아악!!] [......] [하아...하아..이도크진...사랑하는 나의 아이......네가 눈을 뜨자마자 아름다운 이 세상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는데...그래서 기뻐하는 네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인간들의 위에서 당당히 군림하는 네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크흐윽...모두가...모두가 엘테미아란 녀석에 게 빼앗겨 버렸단다...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 [.......]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 미안!...미안!...미안!...미안!...미안!...] 라무르스가 이도크진에게 미안이라는 소리를 외칠 때마다 엘테 미아는 더더욱 쓰라려 오는 자신의 심장을 부여잡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고개를 격하게 흔들며 미친듯 이 소리쳤다. [내가 아냐!...내가 너희들의 행복을 빼앗은게 아냐...그런게 아냐! 난 그럴 생각이 없었고 너희들이 있는지 조차 몰랐단 말야!...이건 꿈이야! 존재하지 않는 꿈속의 환상일 뿐이라고!!...제발!...제발! 날 내 여기서 보내줘!...누군가라도 도와줘!!...흐아아...흐아아악!!] 엘테미아는 언제나 슬픈기억이나 괴로운 기억따위를 자신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묻어놓고 있었다. 허나 라무르스가 이도크진에게 미안이라 고 외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엘테미아는 자신의 마음속에서 슬픔 과 괴로움이 자신의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도록 막아두었던 '둑'이 무너짐과 함께 천천히 자신이 부서져 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없이 흔들리고 한없이 불안하며 자신의 마음이 서서히 붕괴됨을 느껴가며 절규하고 있을 때... "터..." [싫어!...이건 꿈이야!!...꺄아아아아악!!] ".......터.......스터....." 끊임없이 절규하며 꿈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문득 자신에게로 들려오는 다급한 외침에 엘테미아의 무너지던 이성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누군가가 부드러운 손길로 자 신을 흔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때... "꺄아아아악!! 싫어!!....흐아아앙...내가 아냐! 내가!..." "어이 헬마스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가!.......아....냐..." "네가 아니면 누가 헬마스터라는 거냐..." 순간 자신에게로 들려오는 차갑고 딱딱 끊어지는 말투에 엘테 미아는 자신의 눈을 번쩍뜨고 평소의 그라고 믿을 수 없을 정 도로 걱정어린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청보랏빛 머리칼 의 매혹적인 남자를 볼 수 있었다. 한참동안 엘테미아는 멍하니 입을 벙끗거리며 눈앞에 있는 청 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를 쳐다보자 그는 언제나처럼 오른쪽 눈 썹을 꿈틀거리며 왼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지긋이 덮고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잠꼬대를 그리 심하게 하냐..?" "......" 진은 이미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또다시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매끈한 헬마스터의 이마에 자신의 손가락을 튕겨 가벼운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톡!...- "......." "......." 허나 자신이 손가락을 튕겨 헬마스터의 이마를 때려도 계속 멍 하니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자 진은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급히 의료진을 데려오려 할 때였다. "흐아..." "......." "흑...흐아아아앙....흐아아아아아아앙....흐아아아아앙~~!!" "......." 멍하니 있던 헬마스터가 갑자기 계집애마냥 큰소리로 서럽게 울 자 마치 꼬마남자아이가 자신의 맘에 드는 여자아이를 괴롭혀 놓 고 여자아이를 울렸을 때의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짓던 진은 평소에 사 람을 죽여도 별로 죄책감이 들지 않던 자신이 굉장한 죄책감에 사로잡히자 스스로도 당황하며 목놓아 서럽게 울고 있는 헬마스터 에게로 다가가 말했다. "어,어이...그렇게 아팠냐?" "흐아아아아아앙...흐아...흐아...흐아아아앙..." "......." 설마 자신의 손가락으로 톡 때린 이마가 그렇게 아팠는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동정심이 생겨날 정도로 서럽게 우는 헬마스터 를 보며 진은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보기에....아니, 누군가를 위로 하는 법을 전혀 몰랐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 레이디 헬마스터 12 너무나도 커다란 침대위에 가녀린 소녀같이 비춰지는 헬마스터 공작이 목놓아 울고 있자 진은 자신의 가슴까지 아려오는 듯한 착각을 느끼고 있었다. 진은 자신때문에 수많은 레이디들이 서럽게 목놓아 우는 광경을 수도없이 보며 살아왔지만 그때마다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마 음이라며 무시하고 살아왔었기에 레이디의 울음앞에서 정신 못 차리는 다른 사내들과는 달리 언제나 차갑고 무덤덤한 그였다. 허나 지금은 언제나 차가운 얼음처럼 굳어만 있던 자신의 마 음이 저려오는 듯한 착각까지 불러일으키며 어느새 가늘게 떨 고 있는 헬마스터 공작의 작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허나 진의 손길이 헬마스터 공작의 어깨에 닿으려는 찰나...한 동안 서럽게 울던 헬마스터 공작이 갑자기 울음을 멈추고 자신 을 바라보자 그자리에서 우뚝 멈춰버린 진은 덩달아 자신도 맑 고 투명한 눈물이 고여있는 헬마스터 공작의 황금빛 눈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 무엇을 보아도 아름다움이란 감정에 상당히 무뎌있던 진조차도 흠취해 버릴듯한 헬마스터 공작의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에 한참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갑자기 헬마스터가 침대에서 벌떡 일 어나 자신에게로 달려드는게 아닌가? "흐아아아앙~~~!! 진! 진! 지이이인!!" "......." 갑자기 달려든 헬마스터 공작을 얼떨결에 안아버린 진은 제 멋대로 행동하는 그를 보며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서러운 울 음을 멈추지 않는 헬마스터를 보며 어느 새 그의 작은 등을 토닥이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팍까지 오는 작은키에 품에 쏙 들어오는 가녀린 체구...그리고 격하게 흐느끼며 전해져오는 헬마스터 공작의 잔 떨림이 자신에게 그대로 전해지자 진은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헬마스터 공작,즉 엘테미아를 꽉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진의 품에서 오열하던 엘테미아는 수십분이 지나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자신에게 느껴져 오던 헬마스 터의 잔떨림이 멎자 그제서야 자신의 손으로 엘테미아와 거 리를 벌린 진은 언제나처럼 무덤덤한 표정을 애써 유지하며 훌쩍이는 그에게 넌지시 말을 걸려는 찰나...진이 먼저 말을 하기 전에 혼자서 중얼거리는 듯한 어조로 엘테미아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꿈을 꿨어..." ".....꿈?" "응...굉장히 무서운 꿈...헤헤...헤헤헷...도저히...현실에서 일 어날 수 없는 내용의 꿈이었는데...난 바보같이 환상속의 꿈 때문에 그 속에서 묻혀 헤어나지 못할 뻔했어......" "........"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근데...너무 현실처럼 다가와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 자리에서 무력하게 주 저앉아 울기만 하고 있었어...근데 그때 문득 듣고 싶은 목소리 가 들려온 거야...그리고 눈을 떳을 때..." "......." 엘테미아는 갑자기 말하다 얼굴을 살짝 붉히며 머뭇거리곤 힐끔힐끔 진의 눈치를 보니 역시나 별 표정변화 없는 그를 바라보곤 짧은 한숨을 내쉰 엘테미아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난 한동안 혼자서 잠이 들었다 혼자서 아침을 맞았거든...그래 서 홀로 아침을 맞는 것이 내겐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까진 소중한 친구들과 함께 아침을 맞는 일이 자주 있게 되었어...그러다 요즘은 또다시 혼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되니 아침마다 느껴지는 왠지모를 쓸쓸함에 괜시리 슬퍼지는거 있지...헤헤...그러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진이 보였고... 또 너무나 무서운 악몽의 끝에서 진이 보였을 때 나 왠지 감동했어...너무나 기쁘고...그렇게 무서운 꿈을 꾸었다는게 너무나 서러워서...진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울지도 못했 을 꺼야...헤헷..." "......."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엘테 미아는 살며시 고개를 들고 진을 바라보며 애처로운 눈빛 으로 말했다. "진...꿈은 그저 꿈이지? 절대로 현실로 되돌아오지 않는 거겠지?"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예 의 차갑지만 엘테미아에게만큼은 조금더 부드러운 어조 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 "글쎄...예지몽이란 것도 있긴 하다만...그런 능력은 너처 럼 바보같은 꼬마에겐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니 걱 정할 필요는 없을것 같군..." "헤헷...그,그렇지? 나처럼 바보같은 아이에..." "......" "진...진이 방금 나 욕한 것 같아...내가 잘못 생각한거야?" "맞아." "......." 한동안 진을 도끼눈으로 쳐다보며 오랜만에 볼에 잔뜩 바람을 부풀린 엘테미아는 순간 입속의 바람을 푸하!하며 모 두 빼내버리곤 허탈하면서도 왠지 시원스런 미소를 지으며 어두웠던 분위기에서 조금 명랑한 어조로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이제야 정말로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아...헤헤...나 그냥 이대로 밤을 새야할까봐...다시 잠들었다가 또 그런 무서운 꿈을 꾸게 되면 어떻게 해..." "......." 자신의 말을 마치고 조용히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짧은 한숨을 내쉬곤 천천히 그 녀에게로 다가갔다. 좀전에 자신이 꾸었던 악몽을 잊어보려는 심산인지 평화 롭고 아늑하게 반짝이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순간 자신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중으로 붕 뜨자 깜짝 놀라하며 소리쳤다. "꺄아~~~! 뭐,뭐야!?" 갑자기 들어올려진 몸에 깜짝 놀라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비 틀어대며 발악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순간 자신의 바로 눈앞 으로 진의 아찔할 정도로 매혹적인 얼굴이 보이자 몸부림치던 행동을 천천히 멈추며 '나 궁금해 죽겠어~!'란 표정으로 얼굴 을 살짝 붉힌 채 진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허나 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안은 채로 저택에 자신을 위해 마련된 귀빈실을 그냥 빠져나가는 것이 아닌가? 진의 갑작스럽고 알수없는 행동에 슬슬 당혹감을 드러내기 시작 한 엘테미아는 늦은밤 저택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하고 뚝 뚝 끊어지는 음성으로 진에게 말했다. "도.대.체 뭐.하.는.거.야.아.아!...." "......." 엘테미아가 진의 목을 조르고 쿡쿡 찌르고 손가락으로 세게 꼬 집어도 그저 눈썹만 살짝 꿈틀거릴 뿐 아무말없이 자신을 안 고서 걸어가고 있던 진은 어느새 다다른 방문앞에서 우뚝 멈 춰서고는 한손으로 엘테미아를 받쳐들고 다른 한손으로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엘테미아는 진이 자신을 안고 들어온 방 이 오늘 아침에 자신이 일어났던 진의 방임을 알 수 있었고 작 은 반항기만을 보이던 엘테미아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 며 발악하기 시작했다. "무.무.무.무슨 짓을 하려고 그,그,그러는 거야!?" "별로..." 진의 품에 안겨 발을 동동구르며 발악하던 엘테미아른 진은 무 슨 물건던지듯 무심하게 커다란 침대위로 던져버렸다. "꺄앗~!" 갑자기 진에게서 들려와 진의 침대로 떨어진 엘테미아는 더더욱 얼굴을 붉히고 이상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진을 향해 더듬거 리는 말로 소리쳤다. "왜,왜,왜그러는 거야!! 난 아직 어리단 말야!! 흐아아앙...그리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순간 장농을 열어 새베게를 집어들고 엘테미아의 얼굴에 가볍게 적중시킨 진은 예의 차갑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엘테미아에게 넌 지시 말을 건넸다. "자라..." "에...?" "괜한 허세부리지 말고 자란 얘기다." "에에...?? 하,하지만..." 엘테미아는 진이 갑자기 자신의 방으로 끌고와서 난데없이 이곳에서 자란 그의 얘기에 설레이는 가슴을 뒤로하고 벙찐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반문했고 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조 용히 침대와 떨어지지 않는 책상에 앉아버린 진은 문득 엘 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또다시 악몽을 꾼다면 깨워줄테니 자란 소리다." "........" 한동안 그들 사이로 묘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엘테미아가 감동 반 걱정 반의 눈빛으로 진을 멍하니 쳐다 보고 있자 진은 아무말도 없이 책상앞에 앉아 서류를 끄적 이기 시작했다. 한참 방망이질치는 자신의 심장을 뒤로하고 진의 말과 행동 에 감동해버린 엘테미아는 얼굴을 살짝 붉힌 채로 자신의 심정과는 정반대의 말을 그에게 내뱉었다. "흥!...응큼한 진...나 자는 사이에 덮치지 말아...앙!?" "........"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서류를 정리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심히 꿈틀거리며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자신 을 빼꼼히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냉기가 철철 흐르 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난 자고 있는 상대는 공격하지 않는다..." "......." 자신의 말뜻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받아들인 진을 보며 엘테 미아는 굵직한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으나 이래저래 신경써주 는 그가 고맙기도 하고 더욱더 멋져 보이기도 했다. 한동안 둘밖에 없는 방에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자 두근 거리는 심정에 잠도 오지 않던 엘테미아는 다시 서류를 작성 하기 시작한 진을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흐~음...근데 아깐 어떻게 진이 내방에 있던 거야?" 엘테미아의 질문에 그의 시선은 서류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짧게 말했다. "내일 모레에 있을 왕녀가 초대한 파티때문에 잠깐 할 말이 있었 거든..." "헤에...그,그래?" 문득 엘테미아는 오늘 정오쯤에 있었던 왕녀와 진과의 대화가 생각나자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자신의 왼 손바닥에 주먹을 탁 치며 무언가 생각났다는 표정으로 진을 바 라보며 외쳤다. "맞다~! 지이인~!" "......." "아까 말했던 진이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야~?" "......." 엘테미아가 계속 말을 걸어도 서류에만 시선을 둔 채 건성건성 대답하던 진은 갑자기 들려온 엘테미아의 질문에 서류에서 시 선을 때고 묘한 표정을 엘테미아를 바라봤다. 허나 계속 엘테미아를 바라보기만 할뿐 그의 매혹적인 입술은 차마 떨이지지 않고 있었고 계속해서 묘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 던 진은 애써 고개를 돌리며 엘테미아에게 뚱한 목소리로 반문 했다. "흥!...너야말로 언제까지 계집애의 얼굴을 하고 있을꺼냐..." "........." 이번엔 엘테미아가 할말을 잃을 차례였다. 물론 지금 자신의 얼 굴이 진짜 얼굴이라는 사실을 진에게 모두 말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오늘은 하고 싶지 않았다. 엘테미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 었고 진은 시선을 돌려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한동안 둘사이에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을 때...진과 엘테미 아는 동시에 서로에 대한 짧은 답변을 했다. "모든건...파티가 끝난 다음에..." "모든건...파티가 끝난 다음에..." 동시에 같은 대답을 중얼거리자 그들은 다시 시선을 돌려 서로를 응시했고 둘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레이디 헬마스터 13 "......." "......." 괜시리 묘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침착할 수 없던 엘테미아는 보석같은 눈동자로 계속 자신을 쳐다보는 진을 보며 차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고 다시금 쿵쾅거리는 심장을 뒤로한 채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진이 사랑하는 사람은 누굴까...?' 정오때부터 진의 선언에 깜짝놀라 몇번이고 속으로 되뇌였던 말...엘테미아는 혹시 진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 아닐까 하 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고개를 저 어야 했다. 진과 처음만난지 3달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명색이 라이벌 공작가의 수장들이었고 자신은 현재 여장남자이지 않은가...? 괜시리 자신의 마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쏠렸던 진에 게 만큼은 모든걸 털어놓고 싶었으나 언제나 그의 앞에만 서면 굳었던 결심이 녹아 흐트러지고 위축되는 자신을 느끼곤 흐지 부지하게 되기 일쑤였다. 그리고 자신이 진에게 여자라는 것을 알려서 뭘 할 것인가? 자신이 여자라고...왠지 진과 함께있다고 말하면 진은 예의 서릿 발같은 표정으로 그대로 돌아설까봐 하는 두려운 맘에 엘테미아 는 계속 머뭇거리기만 했다. 엘테미아는 그동안 진을 처음만났을 때부터 계속해서 그쪽으로 쏠 리는 자신의 시선과 함께 얼어버린 그의 마음을 이상하리 만치 치유해주고픈 마음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의무감처럼... 항상 그런 마음으로 진을 대했으나 오늘 정오에 있었던 왕녀와의 대화에서 그가 내린 선언에 엘테미아는 가슴 한구석이 뻥 뚫 린 것마냥 거대한 공허감을 느껴야 했고 사무치는 쓸쓸함에 괜시리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아야 했다. '이게 도대체 뭔 감정이야...? 원래 이런 복잡하고 눈물나는 생각은 언제나 가슴속 깊은곳에 묻어버렸는데...이번만큼은 묻어도 묻어도 자꾸 떠올라 버려...왜...?' 자신의 얼굴에 자랑은 하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지 고 있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맨얼굴을 진에게 처음보여줬을 때 무덤덤한 그를 보며 자신조차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자신이 헬마스터란 사실을 알고나서 차갑고 무덤덤했던 진 의 태도가 확 달라져 땅에 연약한 맨발을 딛고 있던 자신을 안아 주었을 때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서러운 눈물을 얼마나 흘 렸던가...? 엘테미아는 고개를 푹 숙인채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진...다른 누굴 사랑하지 말아......" "......." ".....에?" 속으로 되뇌인다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입밖에 내보내고 만 엘테 미아는 뒤늦게 사실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라며 더욱더 붉어진 얼 굴을 급히 쳐들고 진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급히 올렸을 때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는 어느새 진의 매혹적 인 청보랏빛 눈동자에 자신의 놀란 얼굴이 투영되자 깜짝 놀란 엘 테미아는 뒤로 얼굴을 급히 뺀다는 게 그만 무게중심을 잃어 그 대로 침대에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그러자 진은 쓰러진 엘테미아의 위로 자신의 몸을 드리우곤 한쪽 팔을 엘테미아의 고개 바로 옆의 폭신한 침대에 대고 몸을 지탱했다. 그리곤 더욱더 몸을 낮춰 엘테미아의 얼굴 바로 앞으로 자신의 얼굴 을 들이댄 채 뽀안 얼굴에 귀여운 홍조를 가득 달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자신의 촉촉한 음성을 내뱉었다. "왜...?" "........" 설마했지만 정말로 자신의 중얼거림을 들어버린 채 자신에게 되묻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더욱더 쿵쾅거리는 심장과 그의 질문에 명쾌한 답을 강구해내지 못한 채 두눈앞에 아련히 비춰지는 진의 매혹적인 얼굴을 보며 자신의 물망초같은 촉촉한 다홍빛 입술을 버끔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적막이 쌓인 둘뿐인 침대위에 그대로 멈춰버린 것만 같던 시간의 흐 름을 알려주는 아련한 초침소리만이 그들 사이로 울려퍼지고 있었고 점점 가빠오는 엘테미아의 뜨거운 숨결과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소 리만이 진의 귀에 맑고 청아한 선율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가슴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은발의 아이를 보며 진은 그가 남자임을 알고 있었다. 허나 살과 뼈를 깎는 괴로운 수련에 의해 언제나 자신의 욕망이 이성 을 넘지 않도록 어느 때건 어느 상황이건 냉철한 자신을 유지하던 진 은 처음으로 눈앞의 아름다운 은발의 소년을 보며 자신의 냉철한 이성 이 뜨겁고 격렬하게 솟구치는 욕망에 의해 서서히 묻혀버리고 있었다. 차가운 이성은 눈앞에서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아름다운 소년이 남자임을 상기하고 진의 뜨거운 감정의 이입을 더 이상 허용치 않으려 하고 있었으나 진의 욕망은 세월의 흐름을 더해 더욱더 격렬히 요동치 며 어느새 엘테미아의 촉촉한 다홍빛 입술을 자신의 매혹적인 붉은 입 술로 정복해 나가기 그의 뜨거운 숨결 가까이로 다가서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침대에 쓰러져 있던 상황에서 자신의 위로 천장의 샹드리에 조명을 가리고 있는 매혹적인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를 보며 더욱더 쿵쾅거리는 심장을 뒤로한 채 조용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침대위로 쓰러지고 나서 자신의 작고 가녀린 손목은 어느새 진의 손에 의해 구속받고 있었고 평상시의 침착하고 냉정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그가 왠지모를 격렬한 기운을 발산하며 서서히 자신의 얼굴로 다가오고 있음에 엘테미아는 그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처음 자신의 환영회에서 헬프리보드가와의 진한 키스속에서도 굉장히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갑작스런 그를 느껴야 했지만 지금처럼 별다른 스 킨쉽도 없이 점차 자신의 입술로 다가오는 진을 보며 쿵쾅거리는 심장과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까진 아니었다. 자신조차 알수 없는 이유로 쿵쾅대는 심장을 뒤로 한채 더욱더 가까이에 서 느껴지는 진의 아릿한 살내음에 엘테미아는 더욱더 뜨거운 숨결로 보 답하고 있었고 어느 새 자신의 손목을 구속하던 진의 손이 자신의 옷을 들추고 부드러운 손길로 말랑말랑한 속살을 스치고 지나가자 자신의 터질 듯한 수많은 감각들이 머릿속으로 전해지고 있었으나 엘테미아는 온몸이 마 비된 것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아...하아..." "........" 가쁜 숨결에 오르낙 내리락거리는자신의 배위를 탐하고 서서히 가슴쪽으로 스쳐지나가는 그의 손길에 엘테미아는 머릿속으로 수없이 '안돼!'를 외쳤지 만 그녀의 다홍빛 입술은 지척까지 다가온 진의 매혹적인 입술에 뜨거운 숨결만을 내뱉고 있었고 엘테미아의 모든 감각들이 그녀의 다홍빛 입술 끝으로 집 중되며 서로의 입술 끝이 맞닿았을 때... -똑똑...- "마스터 계십니까?" "........" "........" 갑작스레 들려온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너무나 아름답고 애처롭던 환상속 의 늪에서 퍼특 정신을 차리고 돌아와 버린 엘테미아와 진은 그제서야 현 실로 되돌아온 사람처럼 약간 풀린 눈동자에서 서서히 맑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지금의 기묘한 분위기와 자신들의 모습을 눈치챈 그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흠칫하고 놀라며 서로의 숨결을 느낄수 있었던 거리를 황급히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왠지모를 아쉬움을 느끼며 진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다시금 느껴 오는 부끄러움과 두근거림에 고개를 무릎사이로 묻어버렸고 어느새 차가운 이 성을 되찾은 진은 예의 냉기어린 목소리로 자신의 방문앞에서 노크를 한 사내 에게 말했다. "뭐냐 아이제스..." "아!...예 그게 내일 모레에 있을 파티 때문에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방문 너머로 들려온 아이제스의 말에 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 리며 더욱더 차갑고 냉기어린 말투로 대답했다. "미안하다...오늘은 피곤하니 그 얘기는 내일 하도록 하지..." ".....예? 예! 그럼 좋은 밤 되십시오!..." "그래..." 방문 너머의 아이제스는 2주일동안 뜬눈으로 지새도 피곤한 표정 하나없 는 자신의 마스터가 피곤하다란 말을 내뱉자 상당히 의아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그대로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 "........" 갑작스런 불청객이 다시 떠나가고 또다시 침묵으로 둘러싸인 진의 방 에서 진은 아직도 침대위에 귀까지 새빨개진 채 고개를 무릎에 묻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진의 시선이 자신을 향할 때마다 자신의 가슴속에서 이유 조차 모른 채 두근대는 심장을 잘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묻고 있는 상태 에서 자신의 심정과는 달리 새초롬한 어조로 진을 비아냥거렸다. "진은 바보...변태야!...어떻게 남자에게... 그럴 수 있어...흥!..." "......." 엘테미아의 새초롬한 말에 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더욱더 빨개진 엘테미아의 작고 귀여운 귓볼을 보곤 짧게 말했다. "그럼 넌 왜 가만히 있었냐...?" "........" 언제나 말싸움을 하면 지는쪽은 엘테미아 자신이었기에 부끄러움 에 묻었던 고개를 벌떡 쳐들고 도끼눈을 뜨고 진을 흘겨보았다. 이에 진도 지지 않고 가만히 서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또다시 묘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없이 서로를 삐딱한 시선으로 쳐다보 던 진과 엘테미아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쌍심지를 키던 눈을 풀고 허탈한 숨결을 내뱉으며 적막이 가득했던 방안에 밝은 웃음소릴 퍼트렸다. "풋!..." "훗...." 왠지 스스로도 바보같이 느껴지던 그 둘은 잠시 허탈한 미소를 내뱉었고 방문쪽에 서있던 진은 천천히 엘테미아에게로 다 가왔다. 엘테미아는 진이 다시 자신에게로 다가오자 진정되었던 가슴이 또 다시 두근거리며 얼굴을 붉히고 조용히 진을 바라보고 있었고 진은 침대 위에 어색한 자세로 앉아있던 엘테미아를 번쩍 들어올렸다. "어맛!" 갑자기 들어올려진 자신에 귀여운 비명을 지르던 엘테미아는 당 황한 표정으로 진을 바라봤다. 이에 진은 피식거리며 엘테미아를 자신의 침대 정중앙에 곱게 내려주고 이불을 목까지 덮어주며 또다시 홍당무가 되어버린 엘 테미아를 보며 말했다. "눈뜨면 불안하지 않도록... 항상 보이는 곳에 있을 테니까...편히 자라..." "......." 정신연령은 아직 사춘기의 소녀였던 엘테미아는 그의 말 한마디 에 얼굴이 새빨개져 차마 진과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자신의 신 비로운 황금빛 눈동자를 내리깔며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에 진은 침대에서 멀어져 그와 얼마 떨어지지 않는 책상에 앉 아 다시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고 진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어느새 곤히 잠이 들고 있었다. 루미디와 왕녀가 자신을 위해 어떤 음흉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레이디 헬마스터 14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 넓게 펼쳐진 가운데 선선한 바람이 불 어와 세리자리오의 영지를 서늘하게 해주고 있었다. 잔잔히 흔 들리는 벼가 수줍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운데 온통 부드러 운 햇살로 가득메우는 진의 방에선 귀여운 소녀의 막 잠에서 깨어난 비음소리가 고즈넉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으으응..." 졸린눈을 살며시 비비며 잠에서 깨어난 소녀의 외모는 가히 여신의 미모조차 무색해질 정도의 아름다운 얼굴로 몽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짙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고는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를 세상밖으로 내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에에에?!..." 갑자기 자신의 앞을 보고는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자신 의 입을 보드라운 손으로 틀어막았다. 신비로운 외모의 은발의 소녀...즉 엘테미아는 눈을 뜨자마자 자 신앞으로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진의 얼굴이 바로 보이자 아침부터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깜짝 놀랐다. 허나 몇분이 지나고 이내 살풋한 미소를 지으며 장인이 깎아놓 은 듯한 그의 얼굴을 천천히 감상하기 시작했다. "헤헤...정말 눈뜨면 바로 보이네..." 어제 진의 자기전에 해준 말 덕분인지...어제 초저녁에 꾸었던 악몽같던 꿈은 흔적없이 사라지고 정말로 포근한 잠을 이루었 던 엘테미아였다. 아침햇살에 잠에서 깨어난지 십분여가 흐르고 있었지만 아직도 일어나지 않고 진을 구경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문득 어제 아침 에 느꼈던 아빠같은 포근함을 주었던 진의 품이 눈에 들어왔 다. 이에 엘테미아는 살짝 홍조가 어린 얼굴로 진의 가슴을 가리고 있는 그의 팔을 옆으로 빼고는 자신의 몸을 바짝 다가가 진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살포시 묻었다. "......."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자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 아올랐지만 가슴속 깊은곳에서 울리는 깊은 안락감에 엘테미 아는 조용히 눈을 감고 그의 따뜻하고 믿음직한 품을 만끽하 고 있었다. 남자의 살내음은 언제나 땀투성이의 고약한 냄새가 날거라는 그녀의 예상을 깨고 기분좋은 향취가 자신의 코끝을 스치지 엘 테미아의 다홍빛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새끼고양이가 엄마 품에 파고드는 것마냥 얼굴을 비비적거리고 그의 품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잠시 진의 입에서 불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자 못된 짓하다 걸린 아이처럼 흠칫하고 떨고는 황급히 거리를 벌린 엘테미아는 벌렁벌렁거리는 가슴을 뒤로한 채 진의 얼굴을 살 피기에 바빴다. ".......휴..." 잠시 뒤척인 것뿐... 진이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자 엘테미 아는 왠지모를 승리의 미소를 씨익 짓고 침대에서 반쯤 일어 나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진의 얼굴을 한번 보고 나간다는게 그만 또다시 빠져들어 그의 얼굴을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남들에겐 너무나 차갑고 냉기어린 진이 자신에게는 부드 러운 미소를 건네며 잘 대해줄 때만큼 기분 좋고 행복한 순간 은 엘테미아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진을 보면 무언가 해주고 싶은 기분이 드는 엘테미아였다. 왠 지 미안한 기분도 들고 꼭 자신의 모든것을 주어 그를 행복하 게 해주고 싶은 맘이 들었다. "........" 빨갛게 잘익은 사과...먹음직한 사과를 보는 것마냥 진의 얼 굴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엘테미아의 황금빛 눈동자는 어느새 진의 붉은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촉촉한 입술을 잡아당기는 듯한 마력을 발산하 고 있는 모양인지 엘테미아는 자신의 생각과는 전혀 상관 없이 허리를 숙여 눈을 살포시 감고 천천히 그의 입술로 다 가서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제서야 진의 매혹적인 입술 가 까이로 다가선 엘테미아는 쿵쾅거리는 심장과 화끈거리는 얼굴을 뒤로하고 자신이 다가서는 궤도가 진의 입술에 정확 한지 확인하기 위해 살짝 눈을 떳다. 그러자 엘테미아는 자신을 향해 비춰지는 청보랏빛 보석을 볼 수 있었고 잠시동안의 정적이 나지막히 흐른 후... "꺄아아아아악~!" "......." 진에게 도둑키스를 하려다 딱걸려 버린 엘테미아는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 얼굴을 뒤로하고 가녀린 비명을 지르 며 그대로 진의 얼굴에서 황급히 물러나며 소리쳤다. "봐,봐,봐,봐,봤어...?" "응..." "........" "... 응큼하군..." ".....히잉......"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버린 채 진에게 이상한 짓을 하려다 걸려버린 엘테미아는 타오르는 수치심과 자신을 이상한 눈 으로 쳐다볼것만 같은 진의 시선에 차마 그와 시선을 맞추 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구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버릴 것 만 같은 얼굴을 한 채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그,그,그게...아,아니라...그러니까...흐아앙...내가 일부러 하 려고 한짓이 아니란 말야...모두 진때문이야!!" "......" 괜히 애꿎은 자신을 탓하며 구슬같은 눈문을 흘려대는 엘 테미아를 보며 진은 침대에서 반쯤 일어나 그대로 엘테미 아의 작은 어깨를 손으로 짚었다. 그리곤 약간의 힘을 주어 엘테미아를 침대위로 강제로 눕히곤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의 얼굴로 자신을 얼굴을 가 까이 다가서기 시작했다. "이런건 남자가 하는거다..." "........" 나도 남자야...라는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던 엘테미아는 갑자기 어제 못다한 키스생각이 나자 두근거리는 심장과 함께 다시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곤 자신조차 대담하다 생각할 정도로 가녀린 두팔을 진의 목에 감고 촉촉히 젖은 다홍빛 입술을 살짝 벌려 그 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감싸줄 그의 입술을 기다리고 있을 때... -똑똑...- "마스터 어제 못다한 얘기를 하기 위해 왔습니다. 안에 계십니까?" "......." "......." 순간 진의 방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방출되자 깜짝 놀란 아이제 스는 다급히 자신의 검을 유려한 동작으로 빼내려는 찰나...자신의 마스터의 방문 너머로 격렬히 고동치는 뜨거운 심장조차 눈깜짝 할새에 얼려버릴 듯한 냉기어린 소리와 함께 그는 의식을 잃었다. "죽어라..." -쿠카카카카카카캉- "흐어어어어어어억!!!" "........" 진이 손을 뻗자마자 아이제스가 서있던 방문과 복도가 통채로 날라가며 진의 방엔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이에 또다시 자신들의 키스를 방해받자 왠지 분한마음이 들었 던 엘테미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침대에서 일어서서 폴짝 하고 방바닥에 뛰어내렸다. 그리곤 아직도 차가운 표정으로 방문쪽을 향해 조용히 손을 뻗고 있는 진에게로 다가가 기습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두르 고 까치발을 들었다. -쪽...-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부끄러움에 귓볼까지 벌개진 엘테미 아와 자신의 왼쪽뺨에 손을 대고 멍하니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는 진...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진의 시선을 느끼고 있던 엘테 미아는 힐끔힐끔 진을 보며 부끄러워하다 이내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처,처음엔 말야...이런거부터 시작해야 되는거야..." 허나 자신이 자초한 일에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었는지 엘테 미아는 황급히 진을 지나쳐 폐허가 되버린 복도를 지나 자신 의 거처로 돌아가려 했으나 어느새 자신의 작고 가는 손목은 진에 의해 의지를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진은 자신의 손에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허둥거리는 귀여운 아이를 보며 조용히 미소짓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세상에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가 있을 수 있냐고...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고 이렇게 자신의 손에의해 그 아이를 자신의 품으 로 잡아끌수 있다고... 좀더 눈앞의 사랑스런 아이를 안고싶고 느끼고 싶었지만 지금 은 눈앞의 사랑스런 아이의 말을 듣고 싶었다. 이에 진은 조용히 자신의 허리를 숙여 조그만 체구를 소유한 헬마스터 공작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사랑스런 속삭임을 내뱉었다. "내일을 위해 드레스를 입어야지...안그래?" "........" 한참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부드러운 표정의 뒷면으로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기어이 놀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자리를 뜨려고 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일련의 사람들이 엘테미아의 두 팔을 붙잡고 구속했다. 건장한 여성 두세명이 엘테미아를 구속하자 진이 고개를 끄덕거 렸고 엘테미아의 환상스런 미모에 여성호위대인 그녀들조차도 혼이 나가버릴 정도로 흠취해 있었으나 그녀의 옆에서 연신 차 가운 기운을 뿌리고 있는 해븐로드공작덕에 그녀들은 재빨리 정 신을 차리고 수백가지 드레스가 즐비한 저택의 의상실로 엘테미 아를 강제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며 보자마자 심봤다~~! 라고 외칠만한 상 큼한 미소를 짓는 진이 따라가고 있었다. 저택에 마련된 의상실에 들어가자 마자 앙드레 팡이라는 뚱뚱 하고 약간 거부감이 일 정도로 짙은 화장을 한 중년의 여성이 맨얼굴의 엘테미아를 보자마자 뚱뚱한 몸으로 자신의 몸만큼 높 게 방방 뛰며 연신 이상한 발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내 생애에 이런 원더뿌르하고 뷰띠꾸르하며 래쁘쳐 한 뤠이디는 춰음 보아요옷~~! 오마이갓~~~" "........" "........" 보는이로 하여금 심히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우수같은 눈동자 를 발하며 그는 엘테미아를 보던 시선과는 정반대로 살벌한 시 선으로 자신의 문하생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눈짓을 주었고 이에 그녀들은 자신의 선생님의 뜻을 재빨리 알아들어 천부적인 감각으 로 엘테미아에게 맞을법한 드레스 수십벌을 든채 고급커튼이 쳐 져있는 탈의실로 가녀린 엘테미아를 끌고 들어갔다. 그러자 의상실에 홀로남은 진은 연신 탈의실안에서 괴이한 비 명소리가 울려퍼지자 약간 거부감이 이는 건지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 머리만 틀어올려도 기절할 것 같아!!" "흐으윽...내 생애 최고의 작품이다!! 뉘들 손뒈지맛!!" "흐흑...포니테일 머리도 눈부셔 눈을 못뜰 지경이에요..." "헉...손떨려 루즈를 못바르겠어~~~~" "비켯 이 멍청한것!!" "꺄아아아아~~ 이 색의 루즈는 당신을 위해 태어난게 틀림없어욧~~!" "어마마마~~귀여운 주먹만한 가슴~~~" "꺄아악~!...저,저,저기 이상한데 만지지 말아요..." "........" 탈의실안에서 별 기괴한 음성이 마구잡이로 튀어오르자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던 진은 헬마스터 공작이 여성으로 변신하고 있는 상태를 상기하고는 그의 얼굴을 보며 그렇게 꺅 꺅댈 만한 일인지 심히 고찰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의상실 밖에서 격하게 돌격하고 있는 수많은 인기척이 들리자 진은 시선을 돌려 의상실의 화려한 플로리나나무로 만들어진 짙은 녹색의 문을 바라보았다. -쾅!- "가,가주님 도대체 무슨 소리요?!" 난데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온건 일련의 슈팅스타 기사대원들 이었다. 헐떡거리는 숨을 어느정도 고른 그들은 그들의 대표로 록본이 앞서 무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 해븐로드를 향해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일이요?? 우리들의 가주가 댁의 파트너가 되어 아프로디테의 출항식에 참석한다니!...게,게다가...드레스까지 입고!..." "그,그렇소!! 우리들의 가주는 남자란 말이요! 게다가 드레스 라니!!...그런게 어울릴 리가!..." 한동안 격한 감정의 나락속에서 진에게 따지고 있을 때 기 괴한 의상팀의 손길을 참지 못한 엘테미아가 약간의 화장과 약간의 손을 본 머리를 이끈 채 탈의실을 탈출해왔다. "꺄아아악~~ 이젠 그만해요오~~!" "......." "......." "어라? 헤헤...너네들도 왔어?" "......." "......." 탈의실을 간신히 빠져나온 엘테미아는 진과 실랑이를 벌이 다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슈팅스타들을 보곤 어제 의 일따윈 기억나지 않는 것인지 생긋한 미소를 지으며 인 사를 건넸다. 그러나 더이상 벌어질 게 없을 정도로 입을 떡 벌린 채 이 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슈팅스타들과 언제나 꿈틀거리던 진 의 오른쪽 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모양을 본 엘테미아는 고 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탈의실 안에서 어느새 섬광같은 속도로 의상팀의 검은손길이 엘테미아를 잡아 끌었다. "꺄아아앗~!" "오흐흐흐흐흐헤헤헤헤헤헤" "자자...부드럽게 해줄테니까 잘 앉아 보세요. 어이 거기 실버랑 퍼플계열의 드레스 가져와바~" "냅!!" "......." "......." 슈팅스타들은 지금 자신이 본 광경을 잊을 수 없었다. 비록 어제 자신들의 가주가 갑작스레 맨얼굴을 공개했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신비로워 가주의 비밀병기인 쿠키의 후유증 인가 하고 일단락 지었으나 방금 자신들의 눈에 살짝 비친 그 아름다운 레이디는 무어란 말인가... 맨얼굴의 피부도 뽀애서 미치겠는데 거기에 연한 분칠과 더 욱더 맑게 빛나는 촉촉한 다홍빛 입술...천국의 초원같은 다듬 어진 가주의 은빛머리가 자신들의 심장을 거센 고동으로 터트 려 버릴 만큼 황홀스런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던 것이었다. 진은 아직까지 파르르 떨리는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기어이 손을 들어 잠깐 문지른 후 진정시키고 조용히 탈의실 안을 응 시했다. 그러자 언제 어느상황에서건 일정한 박동수를 유지하던 자신 의 심장이 약간 거세게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진은 보는이로 하여금 흠뻑 취해버릴 만한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쿡쿡 웃었다. "쿡...위험해..." 그리곤 자신들의 가주에게 왜 드레스를 입히냐며 따지러 온 슈팅스타 기사들은 멍한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며 그들의 대표 로 록본이 진에게 말했다. "잘 부탁하는 바요..." "......." 레이디 헬마스터 15 헐레벌떡 의상실로 쳐들어온 슈팅스타들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의자를 하나씩 들고와 저택의 하녀가 만들어준 쿠 키를 씹으며 소란스런 탈의실&분장실 안에서 나올 자신 들의 가주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므히히히히히...♡" "후헤헤....에...♡" 완전히 반쯤 넋이 나가버린 슈팅스타들은 연신 기괴한 웃음을 지 으며 쿠키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멍하니 탈의실 안을 바라보고 있었고 진도 조용히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는 고급커튼이 쳐져 있는 탈의실 안을 응시하고 있었다. "........" 언제부터 였을까...진은 소란스런 탈의실 안에서 드레스를 맞추 고 있는 헬마스터 공작을 생각하며 지난날에 대한 회상에 잠 겼다. 자신이 9살때 정체불명의 공간에 이끌려 리류나드와 함께 이 계의 기괴하고 음침한 공간에서 9년동안 수련을 쌓았던 일... 그 후로 생긴 자신안에 또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 실도 막연하게 눈치채고 있었다. 자신이 살기위해 타인을 죽여야 했고 당연히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거나 손을 내밀어준 적 따위는 전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은 적,아니면 동료로 구분지어 살아왔으니까... 이계의 공간에서 정체불명의 괴한에 의해 강제로 받았던 수련을 끝마치고 자신과 리류나드만이 살아 다시 이슈테리아 대륙으로 돌아왔을 때...그는 죽은줄로만 알았던 자신이 돌아오자 눈물을 흘리며 반겨주는 안셀로자크 공작과 자신의 친동생 샬레리나의 인사도, 그동안의 안부도 들을새도 없이 운명에 따라 진 안셀로 자크가 아닌 진 해븐로드의 길을 걸었다. 그게 바로 자신이 이계에서 빠져나올 때 '그'와 약속한 것이었 으니까... 진은 원래 차갑고 무심한 성격이었으나 자신이 9살때부터 18 살때까지 받았던 괴이한 수련 덕에 더욱더 차갑고 냉기어린 성 격으로 변해 있었다. 그나마 마음을 약간 열어두었던건 자신의 사랑스런 동생 샬레 리나 뿐... 그외에는 적, 아니면 동료로서 명령을 내리거나 오직 황제로부터 명령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는 제국을 사랑하진 않았지만 자부심은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해븐로드 공작이 되어서 미드리엘 왕국의 점령에 앞장 섰고 미드리엘 왕국의 위기때엔 언제나 나타나는 헬마스터 공 작가를 대비해 더욱더 전력을 증강시키고 단련시켜나갔다. 그리고 정복전쟁이 거의 끝을 맺을 무렵...자신들의 위세에 겁 을 먹은 것인지...아니면 역사의 한페이지만을 장식한 채 그대로 사라져 버린 것인지 알수 없었지만 미드리엘 왕국이 제국의 식 민지로 전락해 버릴 동안에도 결국 헬마스터 공작가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를 자신들의 전력의 우세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제 국의 귀족과 황제는 전쟁승리의 자축기념 무도회를 열었다. 원래 파티는 즐겨하지 않았던 진이었지만 그 무도회의 주인공이 자신이었고 해븐로드 공작이란 직책때문에 진은 그 무도회에 참석해야만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지금의 헬마스터 공작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자신의 예상을 깨는 모습으로 당당히 나타난 헬마스터 공작은 처음보는 빛나는 유리검을 들고 있었다. 언제나 제국의 대업을 이룰라 치면 무시무시한 인재를 대동한채 소리소문없이 다가와 귀족들의 피의 향연을 즐기는 헬마스터 공 작가의 가주...우람한 덩치에 부리부리한 얼굴과 멋진 콧수염을 기르고 범인이 접근할 수 없는 기도를 내뿜는 사내일거라 예상 했던 진은 왜소한 체구에 차가운 은빛가면아래로 내 비치는 백 옥같던 피부...신비로운 그의 은빛 머리칼...그런 헬마스터 공작을 보며 한동안 눈을 때지 못한것이 생각나 피식 웃었다. 헬마스터는 홀로 나타나 무도회의 귀족들이 경악하고 있는 사 이에 두 공주를 탈출시키고 배가 고프다며 회장에 마련된 음식 을 먹고...또 음식이 맛있다며 제국 최고의 무사인 자신을 앞에 두고 주요리사에게 음식의 조리법을 필기까지 해가며 배우고... 자신이 예상했던 날카롭고 매사에 빈틈이란 눈꼽만큼도 존재하 지 않을거라 생각했던 헬마스터 공작은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진 하고 또 헬마스터란 이름이 무색하게 남을 다치게 하는 것을 싫 어하는 괴상한 녀석이었다. 게다가 끝내 자신의 탈출루트를 막아버리자 어줍잖은 실력으로 하얀동물로 변신해 레이디들의 맘을 꾀어 탈출하려는 음흉한 녀 석이었다. 비록 그 자리에서 하얀동물이 헬마스터 공작이라는 사실을 밝 힐수도 있었지만 진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흥미란 것이 생겼 고 그때부터 계속 자신의 두눈엔 헬마스터 공작이 투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였을까...? 여지껏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듣지못했던 말들과 한번도 해본적 이 없던 일들을 헬마스터 공작이라는 녀석에 의해 하게되었다. 계속 앞만보며 얼어붙은 마음으로 달려오기만 하고 있을 때 녀석의 잠시 쉬라는 말... 그 말을 들은 후 그때부터 진은 검에 살기를 담아 헬마스터 공작 을 향해 검을 겨누지 못했다. 그리고 세리자리오에 와서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 배가고파 이성을 잃은 초록머리소년을 여관까지 바래다 주 어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를 명분없이 도와줬던 일... 처음으로 자신을 안셀로자크나 해븐로드가 아닌 '진'으로서 대해 준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리는 헬마스터란 녀석... 언제나 아부와 존경과 원치않은 연심(戀心)의 손길속에서 살아온 자신에게 이상한 짓이나 해대고 얄미운 짓만 해대는 대도 그에게 검을 겨누기는커녕, 오히려 더더욱 자신의 마음속 한구석을 장악 해버린 신비롭고 알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이...바로 자신이 손만 내밀면 닿는 곳에 있다... 진이 한참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가운데 소란스럽던 탈의실 안에 서 더욱더 시끄러운 소리가 진과 슈팅스타들 사이로 울려퍼지기 시작 했다. "므호호호호호호호호 드,드디어 꼼뿌라이션!! 미의 모던하면서도 엘레강뜨한 뷰띠꾸르 뤠이디...므호호호호...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내 생애 붸스뜨작품을 남겼어!...흐어억!!...켁!!..." "서,선생님!...정말로 쓰러지시면 어떻게 해요~~! 저도 쓰러질 것 같단 말이에요!!" "하아...하아...누군가 나의 심장좀 진정시켜줘엇!! 꺄아아아~~어 떻게 난 몰라!!! " "........" "........" 잠시동안 탈의실 안에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린 후 앙드레 팡 이라는 여성의류 디자이너의 문하생들이 상기된 얼굴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운데 눈부신 휘광을 뿌리며 아름다운 드레스를 걸친 채 나오고 있는 사람은 헬마스터 공작이 아닌 천상의 선녀가 나오고 있자 슈팅스타들은 손에 집었던 쿠키가 모두 땅바닥에 떨 어지는 것도 알지 못한 채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기 시작했고 진 조차도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의 매혹적인 입술을 살짝 벌 린채 불신의 눈초리로 신비스런 빛을 머금은 은발의 여성을 쳐다 보기 시작했다. 레이디 헬마스터 16 "......." "......." 서로가 서로를 이상한 눈길로 보며 기묘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보는이로 하여금 너무나 눈부시고 아름다워 그 자체만으로도 신성함을 자아내는 듯한 눈부신 백색드레스의 선녀를 눈앞에 둔 슈팅스타들은 신성한 천상의 선녀를 보며 한쪽 무릎을 꿇 고 기사의 예를 갖추긴 커녕 오히려 기괴한 괴성을 질러대며 은발의 신성스런 선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흐어...흐어어어어어~~!" "......" "후에에에에엑~~!" -퍽,퍼퍼퍼퍽!!!- "쿠에에엑!!" "흐꺄아아악~!" 허나 괴성을 지르며 은발의 선녀에게 다가가기 전...드레스의 엘레건트하면서도 페미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뒷쪽의 발목까지 오는 하얀 트레인을 기사들이 밟으려 하자 갑자기 시퍼 런 안광이 눈에 스쳐지나간 앙드레팡의 가녀린 문하생들이 최상급의 소드익스퍼트들인 슈팅스타들을 원샷원킬에 날려 보내고 있었다. "쿠오오오오 비켜~~~!" "허걱!! 이,이것들 뭐야!!?" "감히 살아있는 신성한 명작에 더러운 이물질들은 가까이 오 지말고 찌그러져 있어욧!!" "......." 가녀린 여성 문하생들에게 꿈쩍도 못하며 허둥거리는 슈팅스타 들을 뒤로한 채 새하얀 스커트를 두손으로 살풋이 들어올린 은발의 선녀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아직도 굳어있는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 진 해븐로드에게 총총 걸음으로 다가 갔다. "......." "......." 새하얀 고급원단에 프린세스(PRINCESS)라인으로 디자인된 은발의 선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가슴엔 살짝 붉게 물든 플라워 코사지가(리본이나 꽃모양의 장식)가 부끄럽게 자리 하고 있었고 프린세스라인의 연결로 어깨가 부푼 퍼프소매 와 얇은 망사로 되어 은발의 선녀의 하얗고 가녀린 팔이 그 대로 비쳐보이는 캐미컬슬리브의 혼합이 마치 천국의 공주가 지상으로 강림한 듯한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총총걸음으로 살짝 들어올린 스커트의 끝자락에는 물결모양의 프릴이 하염없이 춤을 추고 있었고 뒤쪽에서 생사를 건 혈투 를 벌이는 문하생들과 기사들이 무색해질 정도의 가벼운 발 걸음으로 선녀는 어느새 진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마치 가을의 신부같이 화려한 웨딩드레스같은 옷을 걸 치고 왼쪽 머리만을 연초록 리본으로 살짝 묶어 포인트를 준 채 나머지 긴 생머리를 하늘거리도록 늘어뜨리고 더욱더 뽀얗 게 보이는 분칠과 촉촉히 젖은 다홍빛 입술을 반짝이며 다가온 은발의 여성을 보며 진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은발의 선녀, 바로 의상과 메이크업의 프로들이 치장해준 엘 테미아는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이 보아도 아름다운 모습을 언 제나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탈의실안에서 혹시나 진이 다른곳으로 갔음 어쩌나 하고 걱 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진은 벽에 기댄채 자신이 있는 탈의 실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사랑스런 웃음을 생긋 짓고는 총총걸음으로 진의 바로앞에 서서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진을 향해 신비로운 황금빛 두 눈동자를 마구 깜빡거리며 초롱초롱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진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진...나 어때...?" "......" 허나 한참이 지나도 진이 자신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대답도 들려오지 않자 상기된 표정에서 점차 표정이 굳어가던 엘테미아에게 드디어 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누구냐..." "......." 진이 자신을 보며 나직히 내뱉은 말에 이번에는 엘테미아 가 할말을 잃을 차례였다. 순간 장난치지말라고 소리칠뻔 했으나 너무나 진지한 표정 으로 자신에게 물어보고 있는 진을 보자 엘테미아의 얼굴엔 당황한 표정에서 슬슬 울상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울상을 짓고 있는 눈앞의 아 름다운 소녀를 보자 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무의식적 으로 꿈틀거리며 확인겸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별로네..." "!!......." 앙드레팡의 괴로운 작업까지 다 참아내며 꼬옥 진을 놀래 켜 주자는 심산으로 옅은 화장에 드레스까지 걸치고 나왔 던 엘테미아는 진이 자신을 보며 또다시 무심한 눈길로 '별로네'라고 말하자 가슴 한켠에 커다란 상처를 받으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흑...너,너무해...나...예쁜건데...흑...흐아앙...멍청이...바보... 진은 썩은 동태눈을 가진사람이야!...흑..." "......" 진은 자신의 예상이 맞는지 두눈을 크게뜨며 자신의 앞에서 훌쩍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바라봤다. 세상 그 어떤 누구든 자신에게 이런 울음소리로 욕을 내뱉을 수 있 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바로... "헬마스터..." -번쩍...- "어맛~!?" 괘씸한 진의 발언에 화장이 지워지든 말든 상관치 않고 훌쩍이 고 있던 엘테미아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공중위로 붕 떠오 르자 귀여운 비명을 질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보 기만해도 두근거릴만한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두팔로 번쩍 들어올린 진이 보였다. "뭐,뭐야!...나쁜 녀석아!..." 갑자기 울다가 붉어지는 얼굴에 부끄러움을 느낀 엘테미아는 자신을 번쩍 들어올린 채 미소짓고 있는 진을 향해 당황한 어조로 작게 말했고,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고 진은 살풋 웃으며 말했다. "지금 보니까...예쁘네..." "......" 처음이었다. 진이 자신에게 예쁘다고 말해준 것은... 솔직히 엘테미아 자신은 얼굴말고 도저히 남에게 사랑받을 구석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도대체 진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저 한순간의 장난이나 지나가는 바람처럼 순식간에 사라질 그런 진이라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드디어 자신을 보고 예쁘다고 해준 것이다. 이유모를 친절에 일말의 불안감이 가슴속에 꿈틀대던 엘테 미아는 이제야 겨우 진에게서 무언가를 인정받았고 그가 자신 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이유중 하나를 알자 가슴속이 뿌듯해지 며 알수없는 충족감으로 기쁜감정이 충만하게 되었다. 이에 상기된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며 엘테미아는 물었다. "저,정말?? 나 예뻐?" "응..." 다시한번 확인해서 진의 대답을 듣자 그제서야 눈부신 미소 를 지으며 엘테미아는 진을 향해 눈물을 글썽였고 진은 처 음으로 소유하고 싶고 자신의 마음을 모두 차지해버린 은발 의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를 번쩍 든 채 그녀를 쥔 손에 더욱 더 힘을 주어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그들의 묘한 분위기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슈 팅스타들을 뒤로한 채 엘테미아는 수많은 드레스와 머리를 만져보면서 하루를 보낸 후 드디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아 침햇살이 온 대지를 비추며 아프로디테의 출항식의 날이 밝고 있었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1 한편 따스한 아침햇살조차 그 냉냉함으로 덮어버리는 새하얀 설원위에 일련의 무리들이 얼음으로 지어진 거대한 성앞에 도 열해 있었다.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성에 쌓여있던 눈들이 휘날리며 더욱 더 을씨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얼음으로 지어진 거대 한 성안에서 불빛조차 들지않는 어두침침한 복도를 두명의 사 내가 나란히 걷고 있었다. 한명은 잿빛머리칼의 하얀 제복을 걸친 사내, 쿠레이만이었고 또 한명은 투명한 원구안에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잠들어 있는 초록머리칼의 소년, 소니아를 대동한 채 말없이 걷고 있는 검은 로브의 사내, 노네임이었다. 한동안 서로 침묵을 고수하며 걷고 있던 중...문득 쿠레이만은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투명한 구안에 갇혀 둥둥 떠밀려 오는 소니아를 보았다. 원래는 초록머리칼이었던 소년의 머리가 머리칼의 끝부터 점점 흰색 으로 탈색되어 가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던 쿠레이만은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노네임이란 사내를 보며 말을 꺼냈다. "...드디어 오늘인가?" "......." 씁쓸한 표정으로 소니아를 바라보고 있던 쿠레이만이 넌지시 노네임에게 말을 건넸고 역시나 노네임은 침묵했다. 허나 그에 상관치 않겠다는 듯 쿠레이만의 자조적인 목소리는 계속 어두침침한 복도에 나지막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후훗...한때는 라무르스라 불리우며 신계의 신이었던 자가...한낱 자신의 피조물의 업을 감당하기 위해 빙의 영혼으로 전락해버린 불운의 신..." "......." "삼두(三頭)룡이었던 이도크진...그가 처음으로 자아를 되찾았 을때 지금의 시조드래곤의 복수를 위해 라무르스란 존재를 자 신의 한쪽머리에 영혼으로 각인시켜 버렸지...허나 라무르스는 바보같이 그의 뜻에 저항한번 하지 않고 뒤따랐다..." "......." "까마득히 오래 전...결국 우리들의 로드 이도크진이 다른 드래곤 들에 의해 봉인당하던 날...이도크진은 복수를 위한 부활을 위해 스스로 자신을 분리해버렸지...하나의 머리, 즉 빙의 영혼이 각인되 어있던 그의 머리는 그가 쌓은 업을 감당하기 위해 억겁의 세월동안 빙의 영혼으로서 수많은 윤회의 궤를 돌고 돌았고...또 다 른 머리는 무수한 세월동안 수억가지의 존재로서 태어나며 빙의 영혼 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육체의 탄생과 죽음을 수억차례 맛보았지... 그리고 또 하나의 머리는...빙의 영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육체와 빙의 영혼이 만나 서로 하나가 되었을 때..." 이말을 내뱉으며 쿠레이만은 점점 초록머리에서 하얀머리로 탈색되 어가고 있는 소니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둘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 이도크진의 본체를 되찾는다." "........" "그리고 드디어 오늘..." 한동안 혼자서 떠들어대던 쿠레이만과 노네임은 어느새 자신들의 일 족의 가디언들이 모두 모여있는 성문앞에 당도해 있었고 그들을 보며 섬뜩한 미소를 짓던 쿠레이만은 옆에서 따라오고 있는 노네임을 보 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시작하지..." "알겠다." 쿠레이만의 말을 들은 노네임은 자신의 입고 있는 검은 로브의 안주머니 를 뒤지며 주먹만한 빨간 보석을 꺼냈다. 그리고...성문앞에 모여있던 모든 이들은 노네임의 주위에 서서 자신 을 제한했던 모든 것을 해제하기 시작했고 시리디시린 무채색의 하늘아래 슬프도록 아름답게 반짝이는 얼음비늘을 드러내며 투명한 얼음으로 뒤덮 인 3쌍의 날개를 조용히 퍼덕이고는 하늘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스파아아앗!!-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올때는 왠만하면 워프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던 마얀루미오스 이즈의 명을 어긴 키슐로이는 언제나 냉철한 여비서 타입 의 그녀답지 않게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백금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앉 아 잡무를 보고 있는 책상으로 다급히 뛰어갔다. "로,로드 큰일났습니다!!..." 갑자기 워프로 자신에게 다가온 키슐로이를 보며 백금발의 아름다운 소 녀...이슈테리아 대륙의 드래곤 로드는 서류에서 눈을 때고 키슐로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에셀리드민을 찾았어?" 로드의 말에 키슐로이는 자신의 고개를 세차게 돌리고 다급한 목소리로 로드에게 소리쳤다. "게,게이트가!...설녀의 땅에서 드래고닉 캐슬로 향하는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게다가 에이션트급을 초월하는 얼음의 심장을 지닌 그들...그들의 생명반응 이 최소한 100기!..." "뭐?......" 키슐로이의 말에 로드는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망연자실히 말하고 있었다. 모든 사건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창 들뜬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던 세리자리오 영주의 저택에 마련된 의상실에서는 듣기만해도 소름이 돋는 중년여성의 목소리가 크케 울려퍼지고 있었다. "오마이가아아아앗~~어쩜 미는 오늘을 위해 살아온 건쥐도 몰라용!! 이 미스띠끄하면서도 뀨뜨한 분위기!! 아흑흑... 얘들아! 내가 죽으 면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려므나~~!" "저,정말 감동이에요! 흑흑..." 어제 하룻동안 수많은 드레스를 입어보며 그중 첫번째로 입었던게 가장 맘에 들었던 엘테미아와 앙드레팡들이었다. 이에 파티 당일인 오늘 앙드레팡의 모든 솜씨를 발휘해 엘테미아를 백색의 신비한 소녀의 분위기를 만들어 냈고 눈부신 엘테미아의 모습을 보며 그녀들은 자신들의 생애 최고의 작품을 창조해 냈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있었다. 한창 엘테미아의 자태에 흠취하여 뜻모를 감동을 하고 있을 때 그녀 들을 방해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자타가 공인하는 제국 최고의 사내, 진 해븐로드였다. 말없이 엘테미아가 꾸며지는 모습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진은 단장을 마친 채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에게로 다가와 말 없이 그녀의 얼굴에 언제나 그녀가 자주 쓰던 안경을 들이밀었다. "써라..." "......." "......." "......." 자신들이 만들어낸 눈부신 모습을 하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그녀의 미모를 완전 가려버리는 뿌연 안경을 쓰라고 하자 앙드레팡과 그 녀의 문하생들은 십일 굶은 거지보다 더더욱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제국의 대공작에게 모종의 눈빛을 열렬히 보냈으나 진은 차 가운 냉소를 흘리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에 저쪽구석에서 앙드레팡의 실신하는 소리와 허둥거리는 문하생 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진은 신경쓰지 않았고 멍한 표정으로 자 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앙드레 팡에 의해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전신거울을 통해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에게 안경을 건네는 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 었다. "나 이거 꼭 써야돼? 왜 써야 되는데?" ".....그냥..." 엘테미아는 진이 연신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자신을 쳐다보고 있자 자신이 뭔가 잘못한 일이라도 있나 곰곰이 생각하면서 별 생각없이 안경 을 썼다. 안경을 쓰자 그녀의 화려한 드레스차림이 퇴색되어 눈부신 모습에서 나름대로 봐줄만한 모습으로 전락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슈팅스타와 앙드레팡&문하생들은 살에 에일듯한 살기를 진에게 보냈으나 진은 엘테미아의 안경쓴 모습이 더욱더 맘에드는 듯 왠만해선 보이지 않는 짧은 웃음까지 짓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의 단련된 몸에 딱 맞는 검은 제복을 걸친 진은 조 용히 엘테미아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일으켰다. 멋진 기사님이 아름다운 레이디에게 예를 취하는 장면을 진이 연출 하자 엘테미아는 설레이는 가슴으로 얼굴을 살짝 붉힌 채 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엘테미아가 일어서자 패닉상태에도 직업 정신이 투철했던 앙드레팡의 문하생들은 엘테미아의 드레스자락이 땅에 끌리지 않게 저택의 정문까지 그녀를 보좌했고 진과 엘테미아가 저택의 정문으로 나서자 모두다 검은 정장차림을 한 레드엔젤 기사단 과 어느 새 모여있는 슈팅스타 기사단까지 곧게 도열한 채 짧은 목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으론 백색의 금테가 둘러진 화려한 6두마차가 화려 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마부역시 고급스런 정장을 걸치고 조용히 허리를 숙인 채 마차의 문을 열고 있었다. 슈팅스타들은 몰라도 엘테미아의 드레스차림과 안경쓴 모습을 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던 레드엔젤들은 지금 진의 에스코트로 마차에 오 르는 인물이 헬마스터 공작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며 옆에서 멍한 표 정을 짓고 있는 슈팅스타 기사단의 록본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너네 가주는 도대체 여자나 남자냐?" "........" 무언가 아련한 기억의 나락 끝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록본을 보며 그에게 질문을 건넨 레드엔젤 기사대원은 벌레 씹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버렸고 어느새 천천히 항구를 향 해 출발하는 마차를 보며 곧은 걸음으로 뒤따라가기 시작했다. "......." "......." 이젠 아무도 없는 둘뿐인 좁은 공간에 진과 자신밖에 존재하지 않 게 되자 엘테미아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하며 연신 자신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엘테미아는 자신의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아무말 없이 창가로 시선을 두고 있는 진을 응시했다. '그랬었지...오늘 밤...진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얘기해 준다고 했었지...그리고...나 역시...' 갑자기 지난날에 자신과 진이 서로 약속했던 일이 생각나자 엘테미 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곤 더욱더 깊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갔다. 엘테미아의 상상속에선 진이 무드를 잡으며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란 소릴 작게 내뱉고 있었고 이에 엘테미아 자신은 '나,나도 그래...나 사실은...여자야...'라고 수줍게 말하며 한동안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결국엔 서로의 입술을 나누며... "까르르르...부,부끄러워!! 진은 응큼!..." "......." "......." 갑자기 고개를 마구 저으며 이상한 소릴 내뱉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곤 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 보고 있었고 문득 자신의 추태에 화들짝 놀라버린 엘테미아는 당 황한 표정을 지으며 진에게 말했다. "드,들렸...어?" -끄덕...- "........" 최소한 자신을 위해 모른척 해주진 못할 망정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벌개진 얼 굴을 푹 숙이고 송글송글 맺히는 식은땀이 화장을 망치지 못하 기 위해 자신의 작고 하얀 손으로 열심히 부채질했다. 묘한 분위기가 흐르며 벌개진 얼굴을 식히기 위해 엘테미아가 열 심히 손부채질하고 있을 때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 던 진은 그녀를 향해 나직히 입을 열었다. "지금은 안경 벗어도 좋아." "에...?" 갑자기 안경을 벗으라는 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더욱더 빨리 얼 굴을 식힐 겸 그의 말대로 안경을 벗었다. 그러자 마차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계속 창가로 돌려졌던 그의 시선이 엘테미아 자신의 얼굴로 고정되었고 진이 계속 자신의 얼굴을 무심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마치 눈싸움으로 착각한 엘테미아는 곱게 쌍 심지를 키곤 굳은 표정으로 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 "......." 허나 채 일분도 버티지 못하고 엘테미아는 두근거리는 심장과 더욱더 빨개진 얼굴에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고 혼 자서도 잘 노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그녀가 보지 않는 사이 짧 게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기묘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드디어 항구 에 당도한 것인지 밖에 마부의 침착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제 도착했습니다. 해븐로드 공작님." "알겠다." 밖을 향해 짧은 대답을 던져주고 진은 다른 누군가가 마차의 문 을 열어주기 전에 자신이 먼저 문을 열고 마차밖으로 나갔다. 곧은 동작으로 마차에서 내린 진은 드레스차림인 엘테미아를 에 스코트하기 위해 다시 몸을 돌려 그녀를 향해 두손을 올리며 말 했다. "이제 안경 써..." "응? 으응...알았어." 진의 말에 단순한 엘테미아는 아무 생각없이 안경을 쓰고 진의 에 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서 내렸다. 순간 진의 손이 자신의 허리에 닿자 전신에 짜릿한 전류가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얼굴을 살짝 붉히며 설레이는 심정을 뒤로한 채 마차에서 내렸고 마차에 내리는 순간 전신을 쿡쿡 찌르는 듯한 수많은 시선들이 자신에게 느껴지자 식은땀을 흘리 며 고개를 두리번거려야 했다. 그리곤 볼 수 있었다. 아프로디테의 출항식을 위해 항구에 모인 제국의 수많은 귀족영애들 이 자신과 진을 보며 품위조차 생각지 않고 경악하고 있는 모습들이... 자신들을 보며 눈을 커다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엘테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 여전히 무덤덤한 진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로 들려왔다. "가자." "응~!" 진의 말에 활기찬 음성으로 대답하곤 수줍은 얼굴로 살짝 팔짱을 낀 엘테미아는 엄청난 크기의 당당한 위용과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대륙 최고의 호화여객선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아프로디테에 오르고 있 었다. 그리곤 오늘밤 꼭 진에게 고백을 하리라고 굳게 마음을 다잡으며...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2 대륙 제일의 호화 여객선, 마치 바다위에 떠있는 궁전을 연상케 하는 아프로디테의 출항식을 위해 세리자리오의 항 구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 인산인해(人山人海)의 장을 이루고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는 가운데 화려한 마차를 타고 항구 앞에 다다라 아름다운 레이디가 마차에서 내려 아프로디테 에 승선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사내들의 수많은 함성이 터져 나왔고 그들의 함성을 받은 레이디는 자신을 환호해준 사내 들에게 짧은 웃음으로 답례하고 있었다. "와아~~저기봐요 엄마!! 빵집 누나에요!! 리이이인 누우나아아~!" 아프로디테의 출항식을 구경하기 위해 항구로 나온 마을 사람 들 틈에 섞여있던 대략 8,9살 먹어보이는 갈색머리의 꼬마 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엘테미아 와 진에게 수많은 함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빵집에서 일하던 엘 테미아를 알아보곤 크게 소리치고 있었으나 수많은 인파의 함 성소리에 묻혀 엘테미아에게까진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의 주위로 가히 백명이 넘어보이는 듬직한 기사들이 살벌한 안광을 하고는 물샐틈없이 빵집 누나인 엘테미아와 그녀의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를 호휘하고 있었기에 다가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헤에...린 누나 굉장하다...그치?" "응! 마치 공주님같애..." 옆에서 갈색머리 꼬마의 말에 또래로 보이는 분홍머리칼 의 꼬마여자아이가 두볼에 홍조를 가득 띄우곤 진을 바라 보며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바다위의 궁전, 아프로디테에 승선하는 사람들은 비단 대륙 의 귀족들만이 아니었다. 특등실부터 3등실까지 나뉘어져 있 는 초대형 호화여객선 아프로디테에 각 영지에서 대표로 4,5 명정도의 평민들을 차출해내 아프로디테에 승선하고 있었고 아프로디테의 거대한 갑판 위에선 음성증폭 마법진을 띄워놓 고 멋진 선원차림을 한 구렛나루에 부리부리하게 생긴 사내가 시원한 목소리로 갑판위의 귀족들과 평민들, 그리고 항구에 모여있는 모든 사람들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바다위의 궁전! 진수식(進水式)을 마치고 드디어 오늘!! 아프 로디테의 화려한 출항식(出航式)에 와주신 레이디 앤 젠틀맨!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 이 아프로디테로 말할 것 같으면 가이가스의 조선팀과 스 피나스의 조선팀이 합작한 대륙 최고의 여객선입니다!! " -와아아아아아아- 항구에 모인 모든 이들이 보기만 해도 황홀할 정도로 반짝 거리는 아프로디테의 설명에 들어가자 커다란 환호성을 질 렀다. "총 승선인원 2500명! 총 톤수 27,563톤! 길이 249M 너비 31M!! 휴벤트제국 제일의 높이를 자랑하는 마법사의 탑보다 더욱 더 긴 아프로디테!! 여객선의 승무원 800명이 함께 하는 맨투맨 서비스와 총 5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연극공연무대, 수영장,도박장,바,등 각종 리조트시설을 겸비하고 있고, 대륙 최고의 항해속도인 30노트!! 아프로디테의 후미(後尾)부분 에 각인된 풍계마법진으로 동력인원없이 일년내내 항해가능! 자!! 어떻습니까? 하하하하하~! 그.러.나!! 이쯤에서 놀라면 제 가 섭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절대로 침몰가능성 제로의 아프로디테!! 14개의 워터 타이트 도어스 컴파트맨트(watertight doors compartments - 물이 새지 안도록 막아주는 두꺼운 문)와 비상시 28시간 동안 물에 뜰 수 있는 부력마법진 설치!! 항시 6서클 마법사 100명이 대기 하여 총3번에 걸쳐 가까운 항구의 좌표로 한번에 1000명씩 워프 가 가능한 워프게이트 겸비! 자 어떻습니까!! 굉장하지 않습니까 ~~~~!" -와아아아아아아- "하하하하하하~ 아직!! 아직이란 말입니다! 크하하하하~~~~" "꺄아아아~~ 대,대단해! 멋져~! 끝내줘!! 무지무지 예쁘다! 그 렇지 않아?? 응?응?" "......" 갑판위에서 음성증폭 마법진을 앞에두고 신나게 떠들고 있는 사 내와 맞장구 치며 아프로디테의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엘테미아는 진의 팔에 매달려 꺅꺅대고 있었고 활기찬 그녀완 달리 진은 화 려한 아프로디테의 자태에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엘테미아와 함께 배에 오르고 있었다. 항구의 커다란 함성소리와 갑판위의 사내가 음성증폭 마법으로 시끄럽게 떠드는 사이 어느새 진과 함께 갑판위로 승선한 엘테미아는 배위에 오르자 마자 살에 에일듯한 날카로운 시 선들에 잠시 숨을 죽여야 했다. "......" 마차에서 내릴 때완 비교도 되지않는 날카롭고 살기어린 시선에 깜짝 놀라버린 엘테미아는 그만 발을 헛디뎌 무 게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려는 찰나, 엄청난 동체시 력을 겸비한 진이 엘테미아의 움직임을 놓칠리가 없었기에 그는 재빠른 동작으로 중심을 잃은 엘테미아를 부드러 운 손길로 바로 세웠다. "괜찮아?" "응? 으응..." 갑작스레 진이 자신의 몸을 건드리자 마차에서 내릴 때 느꼈던 아찔한 느낌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얼굴을 붉게 물 들이곤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진은 살짝 고개를 흔들고는 엘테미아를 바로 세워주며 다시 앞을 보고 걸어나갔다. 이에 엘테미아는 정신을 차리고 진을 따라 앞으로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 좀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살기등등한 기운에 또다시 흠칫거려야 했고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본 엘테미아 는 경악하는 시선으로 자신과 진을 번갈아 보는 수많은 귀 족영애들이 눈에 비쳐졌다. 그리고 아프로디테의 총 7개의 갑판중 맨 윗층의 갑판에선 이제서야 도착한 진과 엘테미아를 보며 잠시 살기어린 표정 을 지은 후 몇초가 지나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낮게 내리 까는 음성을 내뱉는 아름다운 블론드머리의 여인이 있었다. "후후후...이제 오셨군요...해븐로드 공작님. 그리고..." 보는 순간 그대로 녹아버릴 듯한 금발머리를 찰랑이며 진과 엘테미아가 도착한 갑판위로 내려가기 위해 몸을 일으킨 고 혹적인 미녀, 루미디아 왕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엘테미아를 꼬나본 후 냉소를 짓곤 중얼거렸다. "예상했던 분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군요...호호호..."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3 루미디아왕녀는 최상부의 갑판에서 아래로 내려가면서 지난날의 치욕스런 기억을 들추어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루미디아 자신앞에서 다른남자가 자 신 이외에 다른여자에게 시선을 준다는 일은 여지껏 상 상해본 적도 없었다. "흥!...분명 뭔가 미약으로 해븐로드님의 마음을 훔친 거 겠지...반드시 그 계집의 추하디 추한 정체를 만 천하에 밝히고 말겠어..." 진과 엘테미아가 있는 갑판까지 내려간 루미디아는 속으 론 아직 때가 아니라며 진과 엘테미아에게 왕녀다운 품위 를 갖춘 인사를 짤막히 건네곤 모두가 모여 기다리고 있는 배의 선미부분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고급스런 테이블 위에 작은 도끼와 밧줄이 있었고 그 밧줄을 끊게되면 위에서부터 고정되었던 샴페인이 그 힘을 잃어 배의 선미부분에 아름답 게 조각된 여신상으로 떨어지며 정확히 깨뜨려질 것이다. 각국의 대귀족과 대부호들이 모인 가운데 아름다운 몸매 를 갖춘 루미디아 왕녀는 왕국의 왕녀답게 한걸음 한걸 음 걸을 때마다 그녀의 블론드 머리칼이 햇빛에 반사되어 금 빛물결을 일렁이며 베이지빛 스커트를 하늘거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작은 탄성이 일고 있었다. 그들의 탄성어린 눈길을 묘한 웃음으로 넘기던 루미디아 왕녀는 그들을 향해 이런저런 인삿말을 건네곤 곧바로 테이블위에 놓여있는 작은 도끼를 들어 밧줄을 향해 힘 차게 내리쳤다. 그러자 연한 밧줄이었는지 단한번의 저항 도 없이 툭하고 끊어진 밧줄과 함께 배의 선미부분에 조 각된 여신상을 향해 샴페인이 날아왔고 샴페인이 조각상 에 부딪히며 펑~! 소리와 함께 깨지자 배의 갑판에 모여있 던 사람들과 항구에 있던 사람들의 우레같은 박수와 함 성이 세리자리오의 상공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루미디아 왕녀는 공개적으로 대륙 최고의 여 객선의 이름을 아프로디테라고 명명(命名)하고 영원을 기 원하는 인삿말을 마치자 아프로디테의 후미부분에 거대한 풍계 마법진이 빛을 발하며 미끄러지듯 바다를 향해 떠 밀리기 시작했다. 갑판과 항구에 모인 모든 이들이 서로를 향해 함성을 지르 며 손을 흔들었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 도로 멀어지게 되자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세리자리오의 항구는 점차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아프로디테에 승선했던 사람들도 아프로디테의 첫 출항식 기념파티에 참 석하기 위해 갑판의 중앙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막 출항식이기에 가까운 인근지역만 운항하기로 한 아 프로디테에서 맑고 청량한 미성의 목소리로 감탄사를 내뱉고 있는 은발의 소녀가 있었다. "우와~~ 샴페인이 터지는 순간 나 왠지 감동해버렸어!! 진은 그렇지 않아?" "별로..." "......." 아까서부터 이런 멋진배에 올라타고는 전혀 들뜬 분위기 없 이 좀비처럼 무덤덤한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입속에 바람을 잔뜩 부풀리곤 뾰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 "?"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갑판위에서 시종일관 무표 정을 고수하며 걷기만 하고있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빽 하고 소리쳤고 진은 뚱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향해 대 꾸했다. "기지배처럼 꺅꺅대지마라..." "뭐어어라아구우~!" 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이마에 큼지막한 혈관마크가 돋았고 자신의 작은 주먹으로 진의 이곳저곳을 마구 때리고 있 었다. 허나 별 느낌도 들지않는 그녀의 주먹에 한숨만 푹푹 쉬 던 진은 자신의 손가락을 튕겨 엘테미아의 이마에 적중 시키자 진의 손가락 단한방에 자신의 이마를 감싸쥐고 나 가떨어진 엘테미아는 구슬같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저쪽 구석에 앉아 도끼눈을 뜬 채 진을 향해 뭐라 중얼 중얼거렸다. -피식- 이런 아름다운 배 위에 있다는 느낌보다도 은발의 아이가 자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더 자신의 가슴속에 와닿았 던 진은 엘테미아가 투덜거리는 사이 피식하고 웃으며 토라 진 그녀인지 그녀석인지 모를 녀석을 향해 다가가려 할때였 다. "저...해,해븐로드 공,공작님...오,오랜만이네요..." 갑자기 뒤쪽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가늘게 떠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진은 무심한 표정으로 살짝 뒤를 돌아 보 았다. 진이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노란색의 예쁜 드레스단장을 한 채 얼굴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애처롭게 떨고 있는 푸른 생 머리칼의 소녀가 서있었다. 어디선가 본듯 만듯한 얼굴의 소녀가 자신을 부르자 진은 자 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만 한 냉기어린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 "뭐냐." "......" -휙- 진의 냉기어린 물음에 더욱더 얼굴을 붉히며 무슨 말이라도 하기위해 두눈을 꼭 감고 입을 달싹달싹 거리고 있던 푸른 머리칼의 소녀는 자신이 채 10초도 머뭇거리기도 전에 아무 말도 없이 진이 돌아서 버리자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항상 제국의 황성 자이녹스에서도 몇번 만났었지만 지금처럼 차가운 그가 아니었기에 소녀는 당황하며 열발짝은 멀리 걸 어가고 있는 진에게 달려가 그의 손을 무의식적으로 붙잡았다. 허나 소녀가 진의 손을 붙잡자 마자 무표정이었던 진의 얼굴이 짜증스럽다는 듯 팍 구겨지며 하나의 남자가 레이디에게 행하 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해버렸다. "꺄악!" "내 몸에 손대지 마라..." 푸른머리칼의 소녀가 진의 손을 잡자마자 잡은 손이 무색해질 정도로 진은 소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고 소녀는 그의 힘에 두세발짝 물러나며 작은 신음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에 진의 주위에서 연신 기회만 엿보고 있던 다른 귀족가의 영애들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낯빛이 차갑게 변했고 안쓰러 운 표정으로 선발출장한 푸른머리칼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진이 말은 않하고 있었지만 제국의 안팍에서도 꽤나 애지 중지하게 자라왔던 자신을 마치 벌레보듯 바라보는 그를 보며 푸른 머리칼의 소녀는 자신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받고 있었다. 이런일에 언제나 상처받고 외면당하는 그녀들이었지만 그녀들은 도저히 진에게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매혹적인 그에게서... 상처받은 푸른머리칼의 소녀는 생전 처음으로 남자에게 벌레보 다 못한 존재로 전락함에 그자리에 풀썩하고 주저앉아 서러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진은 살짝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곤 그 자리에서 훽! 하고 돌아서며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였다. "이 나아아아쁘으으은노오오옴!!!" "......." -퍼어어억!!!!!!!- -털썩- "........" "........" 순간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쓰러진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를 보며 그의 주위에 몰려있던 귀족가의 영애들과 다른 귀족들은 자신들의 품위도 생각지 않고 두눈과 입 을 동그랗게 벌리곤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며 대륙 최강 의 사내를 무릎으로 찍어 쓰러뜨린 신비로운 은발의 소 녀를 바라봤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4 갑작스레 등장한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는 진의 거친 행 동에 상처받아 서럽게 울고있는 소녀에게로 다가가 위로 조로 말을 건네고 있었다. "이봐요!! 괜찮나요? " "흑...흑흑..." 소녀는 서러움에 울기만 할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 었고 엘테미아는 조용히 쓰러져있는 진에게 도끼눈을 잠시 뜨곤 다시 고개를 돌려 울고있는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흥!! 저런 녀석 상대해봤자 당신맘만 다칠거에요. 원래부 터 정떨어질 만큼 무덤덤하고 차가운 녀석이거든요. 으이구..." "하,하지만...저는 저분이 아니면...흑...흑흑..." "......." 엘테미아는 그만큼 상처받았으면서도 아직까지 진을 마음속 에서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푸른머리칼의 소녀를 보며 다시 한번 그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허나 이런 맹목적인 사랑의 결과가 어떤 결과를 나타내 줄 지 미카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던 엘테미아는 씁쓸한 표정으 로 푸른머리칼의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랑은 실례되는 거에요..." 엘테미아의 말에 푸른머리소녀는 톡 쏘는듯한 눈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훌쩍거렸다. "그,그렇다 해도!...저는..." "진에게 실례된다는게 아니라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줄 그 누군가에게 실례가 된단 말이에요." "...에?..." "비록 지금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언젠가는 만날 당신을 세상 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줄 멋진 남자가 나타날 거에요. 그 렇다면 분명 진을 좋아하는 마음을 간직하던 지금보다 몇배는 커 다란 행복을 느끼실 수 있을 테니까요. 분명..." "......흑!...하지만 저는 아직!..." 엘테미아의 부드러운 말에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던 푸른 머리칼의 소녀는 엘테미아의 손길을 뿌리치고 벌떡 일어나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은 선실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푸른 머리의 소녀를 응원하던 다른 귀족영애들도 그 녀를 따라 재빨리 선실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녀들이 떠 나간 자리에 홀로남은 엘테미아는 자신의 이마에 커다란 혈관마크를 생성하며 진이 쓰러져 있는 뒤를 향해 돌아보 며 음산한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지이이인......" -휘이이이이이잉~- "......어라?" 허나 엘테미아가 표독스런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을 땐 얌전히 누워있어야 할 진은 온데간데 보이질 않았다. 이에 엘테미아는 그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서 고개를 두리 번거리자 많은 인파가 모여있는 배의 중앙갑판에서 한적한 후미부분으로 혼자 걸어가고 있는 진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에 엘테미아는 폭이 1,2미터 정도되는 중앙갑판에서 후미 부분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재빨리 달려 진의 뒤를 쫓아갔다. "지이이이인!! 거기서지 못해~!" 복도 끝을 다다라 아프로디테의 후미부분에 다다랐을 땐 모 두들 중앙갑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티의 시작에 참여하고 있는 모양인지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는 진 이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조용히 세리자리오가 희미하게 보이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고운 아미에 쌍심지를 키곤 그를 향해 화난 어조로 소리쳤다. "진!! 정말 너무한거 아냐??" "......." "아직 어리고 가녀린 소녀에게 그렇게까지 차갑고 냉정 하게 대할 건 없잖아!! 아직 꿈많고 여린 소녀의 마음에 벌써부터 커다란 상처를 주다니!...남자로서 진은 최악이야!" "......." 배에 올랐을 때부터 들떠있는 자신과는 전혀 맞추지 않고 무덤덤한 진을 보며 뚱해있던 감정까지 실려 엘테미아는 진에게 독기어린 말을 내뱉고 있었고 그녀가 와도 돌아보 지 않았던 진은 엘테미아의 입에서 최악의 남자라는 얘 기가 들리자 처음으로 엘테미아에게 무서운 얼굴을 하며 돌아봤다. "......." 엘테미아는 갑자기 진이 자신을 향해 무서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오자 그 자리에서 그만 얼어버리고 말았다. 한동안 본적없던 그의 서릿발같은 차가운 눈동자... 엘테미아는 단한번 그의 이런 눈동자를 본적이 있었다. 바로 제국의 황녀 밀리릴리아를 훔치러 그녀의 방으로 잠입해 진과 격돌했을 때 자신의 실드를 진이 뚫지 못 했을 때 진은 정말로 무서운 얼굴을 하며 자신에게 달 려 들었었다. 그땐 정말 무슨정신으로 진에게 덤볐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던 엘테미아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진을 보며 자 신도 모르게 왼발을 한발짝 뒤로 내빼려 했으나 왠지 지금 자신이 뒤로 도망가면 영영 진을 잃게 될것만 같 았다. 이에 엘테미아는 뒤로 내빼려던 왼발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굳은 표정으로 진을 쏘아보며 자신의 지척까지 온 진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뭐,뭐야? 그런 무서운 얼굴 하지 마,말아...진이 잘못한 ...거니까..."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아직도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천천히 다가와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듯한 차가운 어조 로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흥...내가 최악의 남자라고...?" "......" "네가 여자의 맘을 알면 얼마나 안다는 거야. 모습은 그래도 넌 남자잖아. 그런 주제에!..." 그때 이후로 단 한번도 자신에게 지어준 적이 없던 차가운 표 정과 무서울 정도로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진의 목소리에 엘테 미아는 가슴이 쓰려오면서도 자신의 맘을 조금도 몰라주는 진을 보며 너무 화가자 그녀도 진과 같이 목소리를 내리 깔며 말했다. "지금 말 다한거야...?" 엘테미아가 말하자 처음으로 진이 격한 감정을 넣어 소리치 는 모습을 그녀는 볼 수 있있다. "끝나지 않았어. 도대체 내가 왜 맘에 있지도 않은 여자 의 기분따위를 신경써야 하지? 먼저 접촉한건 그 여자였고 상대방의 기분따윈 생각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만 밀 어부치는 그 여자들의 사고방식에 이제 신물이 난다고!... 거기다가 내가 그녀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대해 줬다간 자기멋대로 상상하고 또 이상한 짓을 하며 다가올 거다! 그런 반복되는 상황이 얼마나 짜증나는 일인지 네가 알아!? 알기나 하냐고?!" "난 몰라!! 진이 왜 그렇게 싫어하는 지 모른단 말야! 그러 면 왜 나한텐 잘해주는 거야!! 그때도 그랬어! 내가 처음으 로 진에게 맨얼굴을 보여줬던 날! 진은 내가 헬마스터인줄 모르 고 있다가 그 사실을 알자마자 태도가 확 달라졌잖아! 도대 체 이유가 뭐야!? 혹시 내게서 뭔가 원하는 거야? 헬마스터 공작가를 노리는 거야??" 엘테미아의 외침에 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찌푸리며 자 신의 가슴팍까지 오는 은발의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녀 석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거칠게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복도로 이어지는 벽으로 몰아세웠다. "꺄악~! 아파!!" 진이 자신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고 벽으로 몰아세우자 그 가 잡은 손목에서 통증이 느껴졌던 엘테미아는 당황하며 고통을 호소했고 그녀의 그런 외침따윈 아랑곳하지 않던 진은 벽에 몰아세운 엘테미아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격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보통의 소년이건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이건 그 딴건 상관없어!" "......." "나도 몰라. 내가 왜 너란 녀석에게 친절하게 대하는지!! 네 앞에선 언제나 냉정함을 유지하던 내 감정도 주체하지 못하겠고 네 녀석이 내 시야에서 계속 머물러!...다른 여자 의 기분이나 상처따윈 내게 상관도 없고 알 필요도 없어!" "......." "오직 네 마음만 알고 싶어. 너의 상처만 지켜주고 싶어! 다른 누군가의 마음따윈 전혀 알고싶지 않아! 세상에서 가 장 무디고 차가운 감정을 지닌 나 진 해븐로드는 헬마스터 네 녀석의 모든 걸 알고싶어!! " -두근 두근 두근...- 바로앞에서 자신을 향해 격정어린 외침을 토하는 진을 보 며 엘테미아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말 하나하나에 반응하 며 두근거리는 심장과 함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시간이 흘러 두근거리던 심장이 쿵쾅거리게 되고 붉어졌 던 얼굴에서 어느 새 맑은 빗줄기가 애처롭게 흐르고 있 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샤넬오르가와 같이 안경도 소환할 수 있 었던 엘테미아는 무의식적으로 안경을 공간의 저편으로 보 내버리고 자신의 황금빛 눈동자에 가득 눈물을 머금고 똑 바로 고개를 올려 진을 바라봤다. 그리곤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서럽게 외쳤다. "바보!!...진은 세상에서 가장 바보야...흑...난 말야, 진이 내눈 앞에서 그렇게 차가운 행동 하는거 싫단 말야. 내 앞에선 무덤 덤하긴 해도 따뜻하고 자상하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인걸!...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그런 진의 모습을 보고 싶은건데!...그런건 데..." "......." "진이 내 앞에서 다른 여자를 그렇게 차갑게 대할 때마다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언젠가 내게도 그렇게 차갑게 대하는 진을 상상하면 가슴이 아프고 숨도 쉬지 못할 지경이란 말야!! 흑...흐아아앙..." "......." 몰랐었다...진은 눈앞에서 맑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이에 진은 자신의 가슴팍에서 서러운 울음소리를 내뱉고 있 는 엘테미아를 보며 자신의 가슴도 아픈 듯 미간을 살짝 찌 푸린 채 그녀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곤 다 시 얼굴을 풀고 조용히 고개숙여 울고있는 엘테미아의 얼굴 을 살며시 들어 자신의 눈과 마주치도록 했다.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에 끊임없이 슬픈 비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녀의 눈이 가늘게 떨리면서 애처로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수 있었던 진과 엘테미아는 알수 없는 분위기에 이끌려 진은 조용히 허리를 숙이고 있었고 엘 테미아는 자신의 팔을 진의 목에 살짝 두르면서 까치발을 들 고 있었다. 어느새 설레이는 감정과 함께 서로의 숨결을 입술로 맞아들 일 무렵... "여기 계신가요? 해븐로드 공자......" "......." "......." 아무도 없는 아프로디테의 갑판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서로의 향취를 음미하기 위해 다가서던 진과 엘테미 아는 갑작스레 나타난 사내때문에 하던 행동을 멈춰야 했다. 그들 앞으로 갑자기 나타난 사내, 타운로이드 공작은 그들을 바라보며, 특히 물망초같은 맑은 눈물을 머금고 다홍빛의 홍조 를 어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경악 하고 있었고 어느새 그녀의 얼굴 앞으로 황금빛의 가루가 반 짝이며 안경이 생성돼 그녀의 얼굴에 씌어질 무렵 중앙갑판 에서 후미쪽으로 이어진 복도를 향해 루미디아 왕녀도 걸어 오고 있었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5 자신들이 분위기를 잡고 꼭 부끄러운 짓을 하려 할때면 어김 없이 나타나는 불청객에 진은 섬뜩할 정도로 차가운 눈빛을 타운로이드 공작에게 보내고 있었으나 타운로이드 공작의 눈 엔 진의 살벌한 눈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안경을 써버렸지만 좀전에 보았던 엘테미아의 맨 얼 굴이 그의 머릿속 깊이 각인되어 버렸던 것이었다. "쿡..." 그때였다. 문득 타운로이드에게 살벌한 시선을 보내고 있던 진 은 자신의 곁에서 들려온 쿡쿡거리는 소리에 살며시 고개를 돌 려 자신 앞에서 웃고있는 엘테미아가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쿡쿡거리던 엘테미아는 상기된 표정을 뒤로한 채 약간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진을 향해 말을 건넸다. "진...과거에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우리가 에...또...그게...암튼 그걸 할려고 하면 다 방해하는 거야...앙?!" "......."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그 답지 않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엘테 미아가 넌지시 건넨 말을 다시한번 상기해 보았다. 그것...분명 남자일지 여자일지도 모를 녀석과 진 자신은 그런 짓을 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몇 달 전만 하더라도 그 런 행위를 달갑지 않고 비꼬는 시선으로 보아왔던 자신이었는 데 지금은 눈앞의 다홍빛 입술에 목말라 하고 있는 자신을 발 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은 바로 앞에서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녀석이 지껄이는 낯뜨거운 말에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고 있었다. 자신조차 신 기해할 정도로... 그래서 진은 그녀에게 피식거리는 짧은 미소를 던져주며 입을 열었다. "흥... 너야말로 과거에 무슨 짓을 저질렀냐?" "......." 문득...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오래전에 있었던 이도크진의 이야 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분명 한순간의 꿈, 비현실 속의 애 처로운 환상일 뿐이었다. 갑자기 고개를 세차게 저은 엘테미아는 눈앞의 진을 올려다보았다. 이 남자라면...이 남자라면 자신을 그 무엇으로부터라도 지켜줄 것 만 같은 확신이 들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두팔로 진의 허릴 꼭 껴안으며 촉촉히 젖은 음성으로 그에게 말했다. "진...끝까지 날 지켜줄 거야?" "......." 갑자기 자신의 품에서 고개를 묻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진은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물론. 너의 심장이 모두 뛰는 날까지 ..." "헤헷...그말 안지키면 미워할 거야." 고개를 빼꼼히 들고 수줍은 듯 말하는 그녀를 보며 진은 또 다시 자신의 가슴속에서 뜨겁게 일렁이는 소유의 감정을 만 끽해야 했고 엘테미아도 진의 묘한 눈길을 알아차리고 눈을 감으려는 찰나... "그,그만들 하시지 그래요...해븐로드 공작님, 지금 파티가 한 창인데 여기서 무얼 하시는 거에요?" "........" "........" 이번엔 시작하기도 전에 방해받은 진과 엘테미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짧은 웃음을 짓곤 바짝 붙어있던 몸을 떼어냈다. 그리곤 자신들을 바라보며 고운 아미에 쌍심지를 키고 있 는 긴 금발머리의 고혹적인 미녀, 루미디아를 볼 수 있었다. 이에 진은 그녀를 보며 타국의 왕녀에 대한 예의로 짧게 목례를 했고 엘테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루미디아를 멀 뚱멀뚱 쳐다보다 무언가 생각이 난듯 자신의 손바닥을 탁 치 며 크게 소리쳤다. "아아~~ 그때 진에게 퇴짜맞은 언니다!" "......." "......." "......." 엘테미아의 외침에 루미디아 왕녀는 멍한 표정으로 머릿속 에서 수많은 종들이 땡땡거리는 듯한 착각이 들며 복잡한 실타래가 수만갈래로 뒤엉킨 것마냥 머릿속에 엘테미아의 퇴 짜라는 소리가 왱왱거리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들어보는 생소한 단어...항상 자신을 빗겨가기 만 하던 그 단어가 자신에게 붙어지자 루미디아 왕녀는 왕 국의 왕녀다운 품위조차 무너지며 표정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고 그제서야 엘테미아의 환상에서 벗어난 타운로 이드 공작은 그녀의 얼굴앞에서 냉정할 수 있는 진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곤 묘한 분위기에 다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남들앞에선 조용한 진과 함께 잠시 묘한 침묵의 시 간이 흐른 후 20년동안 헛것으로 왕녀라는 자리를 지켜온 게 아니라는 듯 잠깐 심호흡을 크게 한 루미디아 왕녀는 애 써 평범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진과 엘테미아를 향해 말 했다. "이제...아프로디테의 출항식 기념 파티가 제 7갑판의 대형 홀에서 개최될 거예요. 두분도 아프로디테의 출항식에 축하 하러 오셨으니 참석은 해주셔야하지 않겠어요?" "그러도록 하죠." 루미디아 왕녀의 말에 진이 짧게 대답하며 자신의 손을 내 밀어 엘테미아의 손을 잡았다. 이에 엘테미아는 약간 상기 된 표정을 짓곤 먼저 걷는 진을 따라가며 정말로 순수한 의 미로 루미디아를 향해 안녕이란 손을 흔들었고 그녀의 행동 에 루미디아 왕녀는 자기자신을 놀리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 는 진의 앞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폭주할 뻔했으나 간신 이 폭주의 본능 끝에 남아있던 이성의 끈을 놓치지 않 고 긴 심호흡으로 견뎌낼 수 있었다. 중앙갑판으로 이어지는 복도 모퉁이를 돌아 제 칠갑판쪽 으로 올라있는 계단을 걸어가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루미 디아 왕녀는 자신의 이빨을 뿌드득 하고 갈고는 낮게 내 리깔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흥!...역시 무슨 미약을 쓴게 분명하군. 여자앞에서 저런 표정은 해븐로드님에게 있어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니까...두고봐라 은발의 마녀야...네 안경으로 가린 추하디 추 한 얼굴을 만천하에 밝혀줄 테니까!...세상 모든 사람들이 널 인정치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호호호..." 좀전의 출항식때 고혹적인 미소를 짓던 그녀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섬뜩한 미소를 짓던 루미디아 왕녀는 자신의 섬 뜩한 웃음을 멈추고 조용히 오른손을 어깨까지 올렸다. 그러자 어디서 왔는지 검은 정장을 쫙 빼입은 멋진 사내 열댓 명과 루미디아 자신보다는 약간 떨어지지만 어딜 가서도 인 정받을 수 있을 만한 미녀 열명정도가 그녀의 뒤로 모여들 었다. 자신뒤에 모여든 그들을 느끼곤 루미디아 왕녀는 고개를 들어 파티가 개막될 7갑판을 올려보며 말했다. "후훗...모두들 가지." 그녀가 앞장서서 걷자 뒤에 서 있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흩어 지며 파티가 시작될 홀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파티장을 향해 걸어가던 루미디아에게 침착하면 서도 약간 거만함이 묻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안경을 벗기면...큰일날 겁니다. 루미디아 왕녀님." 자신에게 들려온 타운로이드 공작의 말에 루미디아 왕녀는 코 웃음을 치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건 저도 알아요. 여지껏 그런 여자가 해븐로드님의 옆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악할 만 하니까요." 더이상 듣기 싫다는 듯 몸을 훽 돌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루미디아 왕녀를 보며 타운로이드 공작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저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세리자리오 영지를 보며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다. "그 반대의 의미로...큰일이라는 겁니다..." 한편 진과 엘테미아 그리고 루미디아 왕녀가 파티가 개막되 는 7갑판의 홀에 입실할 무렵 아프로디테의 아무도 없는 구 석진 갑판위에서 한명의 노마법사와 흑발의 청년이 워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뒤를 따라 대략 30명 정도되는 온몸에 검 은 갑주를 둘러쓴 기사들이 다시 워프하기 시작했다. 노마법사는 흑마법사답게 온통 검은색으로 통일된 로브를 걸 치고 있었고 그의 옆에서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흑 발의 청년의 몸엔 각종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었고 옷 으로 보나 그의 허리에 차여진 범상치 않은 검으로 보나 그가 보통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흑발의 사내는 이제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한 황혼녘을 보며 그의 아름다움에 취하긴 커녕 더욱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옆의 노마법사를 보며 툴툴거렸다. "쳇...조금만 있으면 왕으로 등극할 판에 이런데 와서 뭐하자는 거냐 스테이샨." 스테이샨이라 불린 노마법사는 흑발의 귀티가 범람하는 청 년을 보며 그 몰래 살짝 얼굴을 찌푸린 후 다시 얼굴을 피곤 짧게 말했다. "이제 왕자님께서 왕으로 등극하시게 되면 여기 모인 대륙의 최고 귀족들과 대부호들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 습니다. 그리고 이 아프로디테엔 우리 왕국의 기술도 들어가 지 않았습니까? 그런 파티에 보석격인 왕자님이 참석하지 않 으시면 보석없는 밋밋한 목걸이 마냥 파티의 흥이 나겠습니까?" 노마법사의 아부성이 짙은 말에 흑발의 청년은 단순한 성격인 모양인지 짜증스런 그의 얼굴에서 살풋 미소가 감돌며 말했다. "후훗...하긴 그도 그렇군. 지금은 장거리 워프로 인해 여기서 조금 바람을 쐰 후 들어가야겠다. 너희들은 선실에 들어가서 대기해라. 나의 호위는 신경쓰지 말고." 청년의 말에 노마법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지만..." "걱정마...나한텐 '그게' 있으니까...오랜만에 혼자 있고 싶다." ".......알겠습니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아름다운 여인들을 꼬셔 극락의 밤을 보 낼수가 없었기에 미리 떨어지자는 속셈을 알아차리고도 모른 척해주던 노마법사와 기사들은 그에게 짧은 목례를 하고 선실 로 입실하기 시작했고 모두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흑발의 청 년은 자신의 품안에 있는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6 스테이샨이라는 노마법사에게 왕자님이라 불린 흑발의 사내가 아프로디테의 선실과 갑판을 어슬렁거리고 있는 사이 어느 새 화려한 개막을 알리는 축포가 터지며 아프로디테의 출항식을 축하하는 축하파티가 제 7갑판의 거대한 홀에서 개최되고 있 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루미디아 왕녀와 아프로디테의 선장, 그리고 가이가스와 스피나스의 조선팀의 캡틴들이 나와 짧은 인삿말 을 주고받고 있었고 그들의 인사가 끝나자 파티장안에는 우레 와 같은 박수와 함께 모두들 와인을 들며 건배를 외치고 있 었다. 루미디아 왕녀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벨벳소재와 레이스 소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게 물결모양으로 떨어지 는 슬립라인과 뒤쪽의 트레인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파티장의 가운데에 서서 그녀가 대륙의 대부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릴 옮길 때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머물고 있 었고 아직 미혼인 재벌후계자와 명문귀족가문의 계승자들이 연신 그녀를 바라보며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높은 천장위의 화려하고 오색찬란한 빛을 발산하는 샹드리에 의 빛을 받아 아름다운 금빛물결을 일렁이며 그녀가 다가간 곳은 청보라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남자, 루미디아 왕녀가 남 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는다면 그녀의 반대로 레이디들에게 연신 뜨거운 시선이 끊이지 않는, 진 해븐로드에게로 다가서 고 있었다. 홀의 구석진 곳에서 커다란 창문밖의 마지막을 불태우고 있 는 석양을 보고 자줏빛 와인을 들이키는 그의 모습이 뭇 여성 들의 가슴을 애타게 만들어놓기에 충분한 모습이었고 루미디아 왕녀도 잠시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애써 평 정을 가장해 곧은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저의 무리한 부탁에 응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진 해 븐로드 공작님." "......." 자신을 부르는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진은 창가로 향했 던 시선을 돌리고 자신에게 고혹적인 미소를 보내고 있는 루미디아 왕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허나 그녀에게 머문 시선 이 채 10초가 다다르기도 전에 어느새 친구까지 만들어 고 급스런 테이블위의 음식들을 맛보며 꺅꺅대고 있는 엘테미아 에게로 시선이 돌려졌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입에 딱 맞는 음식을 포크로 꼭 집 어 다소곳이 입속에 넣고 얼굴을 붉히며 부르르 떠는 모습이 영락없는 사춘기 소녀였다. "......."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묘한 눈길로 감상중인 진과 함께 루미 디아 왕녀도 그의 시선에 따라 은발의 신비로운 소녀, 엘테미 아를 보고 있었다. 엘테미아를 보며 루미디아 왕녀는 질투심이 물씬 느껴질 만한 표독스런 표정을 아무도 눈치 못 챌 정도로 잠깐동안 지은 후 다시 평온하고 매력적인 표정을 유지하며 괜히 자신의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작은 헛기침을 두번 했다. 그러자 넓은 홀안에 퍼져있던 멋진 정장차림을 한 사내 열댓명이 천천히 엘테미아의 주위로 몰려들고 있었고 오랫동안 숙련된 그 들인지 외모와 매너, 그리고 말재간 하나 빠뜨릴 곳이 없었다. 자연스런 일상생활들부터 시작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천천히 엘 테미아에게 말을 걸고 있었고 또 춤 신청을 하기도 했다. 엘테미아에게로 서서히 몰려들고 있는 남자들을 보며 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 있을 때 그의 바로 앞에 있던 루미디아 왕녀가진을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어머나...해븐로드님의 레이디는 인기가 많으시네요...저라면 해븐 로드님의 곁에서 한시도 못 떨어질텐데 말이죠. 호호홋..." "......." 루미디아 왕녀의 말에 진이 더욱더 차가운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을 때 루미디아 왕녀와 진의 곁으로 일련의 중년무리 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4명의 중년사내들은 그들의 지위가 범상치 않은 것을 알려주듯 고 급소재의 옷에 보기만 해도 비쌀 것 같은 티가 팍팍 나는 보석을 주 렁주렁 매달고는 허리에 각종보석이 달린 보검을 차는게 유행인지 저마다 보석이 이리저리 박힌 검을 하나씩 차고 진과 루미디아에 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곤 그들중 제일 앞장서서 걷던 회색머리를 뒤로 모두 넘긴 사 내가 루미디아와 진을 보며 능글맞은 웃음을 짓고는 말을 걸었다. "이야~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스피나스 왕국의 루미디아 왕녀님, 그리고 휴벤트제국 최강의 사내, 진 해븐로드 공작님." "어머... 쿨리시즈상단의 모르비츠 상주(常主)님 아니세요? 오랜만 이군요 호호홋..." "......." 모르비츠란 중년의 사내가 루미디아와 진을 아는척하자 루미디 아 왕녀는 곱게 눈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화답했고 진은 그저 묵 묵무답으로 관심 없다는 듯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다시 회색머리칼의 능글맞게 생긴 중년의 사내, 모르비츠가 루미디아왕녀와 모종의 눈빛을 교환한 후 그녀와 진을 번갈아 바 라보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루미디아 왕녀님. 이번에 제국 최강의 공작, 진 해븐로드 공작님과 혼인을 치루신다는 세계적으로 경사적인 날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허허허..." 모르비츠의 말에 그의 곁에 있던 다른 중년의 사내들도 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어쩌면 스피나스 왕국에 왕자님이 태어나지 않은 것도 모두 해븐 로드 공작님을 맞이하기 위한 하늘이 뜻이었군요." "껄껄껄... 맞는 말이오. 내 살아생전 이렇게 잘 어울리는 선남 선녀를 본 적이 없소. 이 두분의 결혼도 결혼이지만 난 이 두 분에게서 태어날 자제분이 더 기대된다오." "허허허허 듣고 보니 저도 그렇군요. 허허허허" "하하하하하" 그들의 말에 보는이로 하여금 푹 빠져들어 헤어나오지 못할 만 한 상큼한 미소와 함께 얼굴을 살짝 붉히던 루미디아 왕녀는 그 아름다운 미소도 어느새 차갑게 식어 보는이로 하여금 너무나 슬 프고 애처로와 가슴이 미어질 만한 슬픈 표정을 지으며 씁쓸히 말을 꺼냈다. "모두들 감사해요... 하지만 저는 이미 해븐로드님께 깨끗히 거절 당했답니다. 후훗..." 루미디아 왕녀의 말에 그 앞에서 껄껄거리던 중년의 사내들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 을 꺼냈다. "허허...제가 방금 잘못 들었습니까? 세상에...루미디아 왕녀님 을 거절하는 분이 있다니...하늘의 태양이 두개란 소리가 더 믿음이 가는 군요...허헛...허허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요. 이미 해븐로드님께서는 사랑하시 는 레이디가 있으시니 제가 물러설 수 밖에요..." "허허..." "......." 그들의 대화에 점점더 차가운 표정을 지어가는 진과는 상관 없이 루미디아왕녀와 그들의 대화는 끊이질 않고 있었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7 루미디아 왕녀의 애절하고도 촉촉히 젖은 나지막한 목소리에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주위에 모여서 슬픈 표정을 짓 고 있었다. 아직 젊은 대부호의 후계자나 명문귀족가의 계승자들은 감히 천상의 미모와 어디 빠질데 하나없이 완벽한 몸매, 그리고 절 대적인 배경과 왕녀다운 품위까지 겸비한 그녀를 거절한 건 방진 녀석에게로 시선을 돌렸으나 루미디아 못지 않게 완벽한 그의 외관과 그의 직위가 제국의 해븐로드 공작이라는 사실 을 알고 경악하며 그 누구도 진에게 뭐라 말할 처지가 될 수 없었다. 그때 다시 모르비츠란 중년의 사내가 루미디아 왕녀와 진을 번 갈아보며 말을 꺼냈다. "그렇다면 해븐로드 공작님의 레이디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셨 겠군요. 얼마나 대단한 레이디길래..." 모르비츠의 말에 루미디아 왕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살풋 지으 며 손으로 많은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미소를 짓고 있는 은발 의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멋진 소녀지요...저는 도저히 상대가 될 수 없을 정도로..." 루미디아 왕녀의 말에 그녀의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거대 해진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곧바로 고개를 돌려 루미디아 왕 녀가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 모두의 시선이 루미디아 왕녀가 가리킨 쪽으로 향하자 그들의 얼굴에는 수많은 의문부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많은 남자들 에게 둘러싸여 재잘대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자 눈살을 찌푸리 며 다시 고개를 루미디아 쪽으로 돌리곤 그들중 대표로 모르비 츠란 자가 말을 꺼냈다. "저기 계신 은발머리의 레이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루미디아의 확답을 들은 그들은 다시한번 고개를 돌려 엘테미 아를 바라보았다. 루미디아 왕녀의 여자로서 훤칠한 키에 비해 아담한 키의 소녀, 대륙에 널리 퍼지지 않은 신비로운 은발의 머릴 소유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허리선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 를 받쳐주지 못하는 밋밋한 가슴라인과 안경으로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어 루미디아 왕녀의 상대가 도저히 될 수 없어 보였다. 이에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그들은 일제히 고개 를 돌려 얼굴엔 의혹의 표정들을 가득 달고는 루미디아 왕녀에 게로 시선을 두었다.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진 해븐로드 앞에서 차마 수많은 남자 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엘테미아를 혹평하는 발언을 할 수 없었기에 루미디아 왕녀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얼 굴을 살짝 찌푸리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루미디아 왕녀를 바 라보았고 그들 중 대표로 모르비츠가 루미디아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허허...이거 세계적으로 경사적인 축제가 터지나 하고 기대했 는데...아쉽군요. 왕녀님. 허나 이제는 스피나스 왕국을 짊어질 멋진 재능과 배경을 겸비한 최고의 반려를 하루빨리 만나셔야 할텐데..." 모르비츠의 말에 수많은 젊은 남성들의 눈에 안광이 번뜩이기 시작했고 이를 느낀 루미디아 왕녀는 더욱더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진을 향해 시선을 두고 애처로이 말했다. "네...왕국을 위해 언젠간 해야겠지요...하지만 얼마 전까지 간 직하고 있던 사랑이 너무나 거대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날 이 5년이 될지...아니면 10년이 될지 제 자신도 장담할 수 없 답니다." "허허......" "이런......" "그럴 수가..." 차가운 표정으로 와인을 살짝 들이키는 진을 보고 애절하 게 말하는 루미디아 왕녀를 보며 그녀의 사랑이 진임을 확 인한 그들은 다시한번 시기와 질투의 시선을 진에게로 마구 쏴됐으나 말로서 표현하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저렇게 천상의 공주처럼 완벽한 여인의 애절한 사랑을 단지 약 간 신비로워 보일 뿐인 은발의 소녀로 인해 거절당한 것이 이해 되지 않았던 모르비츠외 루미디아 곁에 모여든 사람들이 그 둘 을 연신 두리번거리며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쨍그랑- "꺄아아악~!" 난데없이 파티장에서 들려온 가녀린 여성의 비명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퍼지고 있었고 진 역시 갑작스레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흠칫하고 놀라며 엘테미아가 있던 곳을 주시 했다. 모두의 시선이 엘테미아에게로 쏟아졌고 그들의 눈에 보인 건 서빙을 하는 남자하인의 새파랗게 질린 채 부들부들 떠는 모습과 새하햔 드레스의 왼쪽 어깨부터 팔까지 자줏빛 와인으로 물들어 버린 채 울상을 짓고 있는 은발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는 자신의 곁에서 서빙을 하던 남자 하인이 서빙을 하다 다른 초청객들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들고있던 쟁반위의 와인잔을 그대로 엘테미아에게 엎어버 린 것이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자줏빛 와인잔이 자신의 왼쪽 어깨부터 팔까지 얼룩지었고 갑자기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엘테미아는 자신의 새하얀 드레스가 자줏빛 와인으로 엉망이 되어버리자 자신의 고운 아미를 찡그리며 루미디아 왕녀가 있 는 곳에서 그녀들을 무시하고 다가오는 진에게 쪼르르 달려가 훌쩍이기 시작했고 엘테미아에게 몰려있던 열댓명의 멋진 사내 들은 살벌한 안광으로 새파랗게 질린 하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게다가 제국, 아니 대륙 최강의 사내, 스스로의 냉기로 심장조차 얼려버린다는 제국의 냉혈인, 진 해븐로드의 그녀를 건드렸으니 파티장에 있던 모든이들은 새파랗게 질린 하인을 보고 젊은 나 이에 끝장난 인생이라며 혀를 끌끌 차기 시작했고 파티장에 유 혈사태가 벌어질 듯 하자 저마다 이마를 살풋 찡그리며 삐딱한 시선으로 하인을 바라봤다. 허나 여기 모여있던 모든 남자들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신들의 지위를 연명하기 위해 사람들이 죽는 광경을 많이 봐왔고 또 죽 이기도 많이 죽였기에 커다란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그저 냄새나 는 쓰레기 하나 만들어 놓고 재빨리 치우길 기다리는 심정과도 같았다. 유혈사태의 징조를 레이디들도 알아차렸는지 저마다 파트너의 품 에 안겨 징그럽다느니 무섭다느니 하며 징징거리기 시작했고 자 신들의 레이디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던 남성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며 자신의 넓은 가슴으로 레이디들의 시야를 완 전히 가리고 있었다. "허억...허억...허억......" 곧 있으면 죽음... 홀안에 모인 레이디에게 결례를 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아날까 말까한 상황에서 자신이 결례를 범한 은발머리의 레이디가 휴벤트 제국의 최강이라고 불리우는 진 해븐로드 공작의 레이디였다는 사 실에 경악하고 있던 하인은 해븐로드 공작의 곁에서 훌쩍거리는 은 발의 소녀를 보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있었고 자신에 게 무서운 얼굴을 하며 다가오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추근대고 있던 남성들을 보며 하인은 곧 있으면 도래할 생전 딱 한번밖에 경험할 수 없다는 죽음의 문턱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퍽!!- 순간 자신에게 살벌한 안광을 뿌리며 다가오고 있던 열댓명의 남 자들 중 가장 가운데에 있던 흑빛머리칼의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사내의 발길질에 하인은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하인은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의 거친 발길질로 인해 터진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피도 닦을 생각도 못하며 덜덜 떨고만 있었고 급기야 자신의 앞에서 서슬퍼런 은빛의 검을 유려한 동작으로 뽑 아내는 사내가 보이자 죽음에대한 공포로 인해 두 눈을 꼭 감고 말았다. 드디어 유혈사태가 벌어질 듯 하자 레이디들은 자신의 파트너에 안겨 꺅꺅대고 있었고 남성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 더욱더 레이디 들을 자신의 품으로 인도하고 있는 가운데 루미디아 왕녀도 파티 장을 난잡하게 만든 하인을 보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고 곧이어 푸확! 하고 살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발생할 유혈사태에 나머지 하인들이 천조가리와 커다란 봉지를 들고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으며 곧이어 도래할 자신 의 죽음의 고통에 의식조차 멀어져 가고 있을 때 서슬 퍼런 검날이 자신을 가르고 지나가야 할 타이밍이 벌써 지났는데도 아무런 고통 이 느껴지지 않자 하인은 혼미해진 정신 속에서 살짝 눈을 떳고 자신앞에 벌어진 상황에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다시 경악하고 있었 다. 파티장에 모여있던 수많은 남성들과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비명소리 가 나지 않아 파트너의 가슴에 묻었던 고개를 빼꼼히 돌리던 수많은 레이디들도 두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해븐로드 공작의 레이디에게 결 례를 범한 천한 하인의 마지막을 장식하려던 사내의 검을 예상치도 못한 의외의 인물이 막아서고 있자 입을 쩍 벌리며 경악하고 있었다. "다,당신은..."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8 죽음이라는 공포아래 무력하게 주저앉아 있던 하인의 눈앞에 청보랏빛 머리칼이 휘날리고 있었다. "......." "......." 홀의 파티장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엘테미아에게 결 례를 범한 하인에게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검을 쳐들었 던 흑빛 머리칼의 단발머리 사내도 자신의 검을 막은 사 내를 보며 두 눈을 크게 뜨고 경악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어째서..." 자신의 검을 가로막은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를 바라보며 단발머리의 사내는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딱히 단발머리 사내가 아니더라도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 에게 죽음이라는 판결이 내려지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파티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도 단발머리 사내와 같은 말 을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었다. 단발머리 사내가 힘껏 내리친 검을 두손가락으로 가볍게 쥐고 있던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 진 해븐로드는 가벼 운 한숨을 내뱉으며 손가락을 퉁! 하고 튕기자 보기가 무 안해질 정도로 검을 쥐고 있던 단발머리 사내의 팔이 크게 젖혀지며 두세발짝 뒤로 밀려났다. 진의 위력적인 힘에 놀랄 겨를도 없이 상황파악이 안되 고 있던 루미디아 왕녀도 이내 시간이 흐르자 묘한 눈웃 음을 지으며 진과 엘테미아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 었고 파티장에 모인 모든 이들도 대충 상황파악이 된 모 양인지 저만치 떨어져 혼자있는 엘테미아와 진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레이디에게 결례를 범한 하인의 목숨을 거두기는 커녕 그의 목숨을 연명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사실로 비춰볼 때 몇 가지의 경우를 그들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 었고 루미디아도 몇 가지의 결론을 속으로 도출시키며 묘 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심기를 건드리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는 제국의 냉혈인, 진 해븐로드가 하인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사실 로 보아 멍한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 가 해븐로드 공작의 진짜 레이디가 아니라고 그들은 생 각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레이디라면 진이 자신의 레이디에게 큰 결례를 범한 하인을 가만히 놔둘리 가 없었기 때문이었고 더더욱 그의 목숨까지 구해주었으 니 결과는 뻔했다. ' 아직 해븐로드 공작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없다. ' 라고 루미디아는 속으로 생각하며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 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다시 해븐로드 공 작을 바라보며 그가 은발의 소녀를 데리고 출항식에 나온 속셈이 아직 그 무엇에도 속박되기 싫었기 때문에 루미디 아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이 사랑하는 사람인척 행동하도 록 교육받은 여자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는 많은 남자들과 히히덕거리는, 자신 보다 볼품없는 은발의 소녀에게 마음을 닫고 그녀보다 더욱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자신이 해븐로드 공작을 향한 애잔한 사랑의 속삭임에 그의 마음이 열려 은발의 소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고 생 각했던 루미디아 왕녀는 새하얀 봄날에 만개한 꽃처럼 화 사한 미소를 지으며 진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 "......." 진의 먼발치에 서서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던 은발의 소 녀, 엘테미아가 자신의 얼굴을 살짝 붉히며 하인 앞에 조용히 서있는 진에게 다가서자 루미디아와 파티장에 모여있던 사 람들도 다음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긴장하면서 그들을 주 의 깊게 응시했다. 과연 진이 매몰차게 은발의 소녀에게서 돌아설 것인지...아니 면 은발의 소녀가 진의 팔에 매달려 애걸복걸 할 것인지...그 어떤 방향으로도 재미있게 전개될 듯한 분위기에 흥미로운 표 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루미디아와 홀안에 모여있던 사 람들은 은발의 소녀가 내뱉은 말에 뒤통수에 돌 맞은 듯한 표 정을 지으며 깜짝 놀랐다. "진은 멋쟁이~~~!" "......." "......." "......." 게다가...제국의 황성, 자이녹스에서 전해지길...그의 비웃음조차 한번이라도 보았던 인물이 수많은 황성 사람들 중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는데 그 정도로 표정변화가 거의 없던 진 해븐 로드가 은발의 소녀의 외침에 피식거리며 상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09 여자들이 달라붙는 걸 극히 싫어한다고 널리 알려진 냉혈 인간 진 해븐로드... -와락-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품에 쏙 안겨버린 은발의 소녀를 보며 파티장에 모인 사람들의 입이 쩍 벌어지고 있었다. 이건 루미디아 왕녀도 두번째 겪는 일이었지만 볼 때마다 가슴속에서 부글부글거리는 감정을 주체못해 남이 보든 말 든 자신의 이빨을 섬뜩하게 갈고 있었고 그런 그들과는 아 랑곳 없이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는 진의 목에 팔을 두르며 명랑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진~! 진이 다른 사람을 구해주다니!!...나 무~지 감동했어! 드디어 나의 바다같이 깊은 가르침을 깨우쳤구나~! " "......." 엘테미아의 말에 피식거리던 것도 잠시...왠지 그녀의 말을 부 정하고 싶었던 진은 그저 뚱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안겨 방방 뛰는 엘테미아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허나 뚱한 표정을 짓고 있어도 자신 앞에서 저렇게 좋아라 하 며 방방 뛰는 엘테미아를 보곤 다시 피식거리는 웃음이 진의 얼굴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가운데 진은 자신의 뒤쪽에서 멍 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는 하인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아직도 방방 뛰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말을 건넸다. "나머진 네가 해." "응~! 애프터 서비스는 확실해야지~!" 엘테미아는 진의 품에서 방방대던 짓을 멈추고 뒤쪽에 주저 앉아 있는 하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진과 엘테미아를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혹 시나 끝마무리는 저 은발의 레이디가 할 것인가? 라고 생각하 며 복잡한 실타래 마냥 뒤엉킨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을 때 공포에 질린 눈으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바라보던 하인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은발의 소녀가 묘한 웃 음을 지으며 자신 앞으로 쪼그려 앉자 눈을 꼭 감고 부들부 들 떨었다. 허나 그 떨림도 잠시...감은 눈의 밖으로 무언가 밝은 빛이 아스라히 비춰오고 있었고 알 수 없는 따뜻한 기운이 하인 자신의 전신을 휘감아 도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한없이 무섭고 불안하며 경직되었던 전신에 따스한 어머니 의 손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착각을 느끼며 살며시 눈을 뜬 하인은 어느새 자신 앞에 만개한 황금빛 기류를 통해 얼굴에 느껴지던 통증이 깨끗히 사라져 갔고 공포로 인해 혼란스럽던 머릿속이 맑게 개인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 "......."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게 반짝이던 황금빛 무리가 사라지자 하인은 자신앞에서 쌍심지를 키고 있는 은발의 소녀가 보였 고 안정되었던 마음이 또다시 덜컥 내려앉으며 불안해져 갈때 그녀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홀 안에 가득 울려퍼졌다. "당신!! 오늘 서빙하는거 처음이지!! 앙?!" "......네? 네!..." 갑자기 아담한 체구에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내뿜으며 외 치는 소녀에게 압도당한 하인은 더듬거리며 대답했고 그 런 그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은발의 소녀는 이내 자 리에서 벌떡 일어나 은빛 쟁반 하나를 들고 쟁반 위에 여 러개의 음식을 다소곳이 담으며 다시 하인앞으로 다가왔다. 갑자기 어느 귀족가의 영애일 거라 생각했던 은발의 소녀가 은빛쟁반에 여러개의 음식을 담고 오자 벙찐 표정으로 그녀가 하는 행동을 바라보고 있던 하인과 홀 안에 모여있던 사람 들은 다음에 이어질 그녀의 말에 더더욱 벙찐 표정을 지으 며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 지기 시작했다. "당신말야! 서빙하는 자세가 글렀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서빙할 땐 말야! 쟁반을 드는 손목의 각도도 중요 하고 몸의 무게중심 이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자신의 이동경로를 미리 확보 하는 거야!!....(중략)...... 알아들었어?? 헥...헥... " "........" "........" "........" 진 해븐로드 공작의 그녀라길래 어느 명문귀족가의 철모 르는 아가씨일 거라 생각했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천한 하 인들이나 평민들이 하는 서빙의 자세부터 기타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요목조목 설명하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사람들이 경악의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연신 그녀의 하는 짓이 귀여워 보이며 와인을 들이키고 있던 푸른 바닷빛 머리칼의 귀공 자, 타운로이드 공작은 기어이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 고 시원한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풋...푸하하하하...아하하하하하하..." 엘테미아가 숭고한 정신으로 자신의 지식을 남에게 전수해 주는 신성한 의식을 행하고 있을 때 난데없이 분위기를 왕 창깨는 타운로이드 공작의 커다란 대소가 홀안에 가득 울려 퍼지자 엘테미아는 자신의 고운 아미를 찡그리며 그를 도끼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10 한동안 초보 서빙원에게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으며 진 지한 태도로 가르침을 주고 있던 엘테미아는 난데없이 자신의 진지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귀공자 타입의 푸른 머리칼의 사내를 보며 고운 아미를 찡그리고 그에게 소 리쳤다. "당신은 또 뭐에요! 기지배같이 비리비리하게 생겨갖구..." "......." 타운로이드는 자신이 공작의 자제시절부터 공작의 직위 를 하사받을 때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욕 비스무리한 말 을 듣자 잠깐 벙찐 표정을 지어버렸다. 허나 그것도 잠시, 왠지 욕이라도 어린아이의 투정같이 느껴지는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웃으며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하하하...이거 초면도 아닌데 너무 하시는군요. 그나저나 정말로 서빙이란 일을 해보셨습니까? 레이디." 타운로이드의 말에 자신의 볼에 바람을 푹푹 집어 넣으 며 뾰로통한 표정을 잠시 짓곤 이내 당당히 작은 가슴을 활짝 피며 말했다. "당연하지요! 서빙은 물론 음식도 만들어 봤는걸요?" "호오~?" 대부분의 귀족이라면 모든 의식생활은 하녀들이나 하인들 이 대신 해주기 때문에 귀족가의 영애들이 손에 물을 묻힐 때는 몸을 씻을 때 빼놓곤 거의 드문 실정이었다. 헌데 눈앞의 은발의 레이디는 하인들이나 평민들이 하는 서빙과 음식을 직접 만들어 보기까지 했다고 하니 타운로 이드는 진심으로 놀라움에 감탄사를 내뱉었고 다른 이들도 귀족일거라 확신하는 은발의 레이디가 그런 일을 했다는 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운로이드 공작의 감탄사가 비꼬는 것 같이 들 리던 엘테미아는 더더욱 뾰료통한 표정을 지으며 본보기 를 보여주겠다는 듯 자줏빛 와인에 물들어 버린 투명한 실크소매를 걷어올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하는 은발의 레이디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쳐다보던 타운로이드 공작외 다른 홀 안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그녀가 한 손엔 와인과 다른 한손엔 과일과즙이 농축된 쥬스를 들자 뭘 하려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귀족가의 순진한 레이디일줄 알았던 은발의 소녀가 제법 마법에도 능통한지 황금빛원구를 만들어 그 속에 술과 과즙쥬스를 넣고 마구 섞는게 아닌가? 갑자기 듣도 보도 못한 행동을 하는 그녀를 더욱더 흥미 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작업이 끝난듯 묘한 미 소를 지으며 황금빛 원구안에 섞인 이상한 액체(?)를 두 개의 빈 잔에 가지런히 따랐다. 거기다 주위에 있던 레몬비슷한 과일을 잔의 가장자리에 예쁘게 꽂아놓은 채 타운로이드에겐 딱딱한 동작으로 정 체불명의 액체를 내놓았다. "자 먹어봐요!" 그리고선 나머지 한 잔을 다소곳이 들고 진이 있는 곳 으로 쪼르르 달려가던 은발의 소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 며 진 해븐로드를 향해 잔을 내밀었다. "진 먹어봐. 내 사랑이 가득담긴 거야. 먹어줄거지? 응?" "......." "......." "......." 자신의 손에 들린 정체불명의 액체를 불안한 눈빛으로 보던 타운로이드와는 달리 엘테미아가 건넨 잔을 아무말 없이 받아든 진은 여자들의 가슴에 고이 간직될 멋진 동 작으로 천천히 잔에 들린 진홍빛 액체를 목구멍으로 넘 기기 시작했다. 한 모금씩 천천히 액체를 넘기는 진을 보며 두손을 가슴 쪽에 맞잡고 뿌연 안경속의 황금빛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연신 그에게 어때? 어때? 란 말을 재잘대고 있었고 홀 안 에 모인 모든 이들의 시선이 정체불명의 액체를 음미하는 진에게 고정되고 있을 때 오늘은 과연 '심봤다.'라고 외쳐 야 될 모양인지 굉장히 보기 힘들다는 진 해븐로드의 두 번째 미소를 보며 그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홀 안에 울렸다. "괜찮군..." 사방에서 여자들의 기묘한 신음소리와 함께 해븐로드 공 작이 인정한 괴이한 액체에 모든 이들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허나 그들을 모르고 있었다. 진이 얼마나 극악의 미각을 갖고 있었는가를...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타운로이드 공 작의 품평까지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자신의 손에 들린 괴이한 액체를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기만 하고 있는 타운로이드 공작을 못마땅한 표정 으로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진 때와는 달리 카랑카랑 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흥~! 남자가 그런것도 하나 못 마셔요?? 먹고 죽는것도 아니구 말야! " "하하하...이거 난감하군요...하지만 해븐로드 공작님께서도 인정하셨으니..." 입맛이 깐깐하기로 소문난 타운로이드 공작이 정체불명 의 괴이한 액체를 음미하기 시작하자 파티장에 모여있던 모든 이들은 다시금 소리죽여 그의 품평을 기다리기 시 작했다. 그리고 엘테미아 또한 뒤로 돌아서서 팔짱을 낀 채 관 심없는 척하고 있었지만 은근히 그의 품평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국의 공작답게 기품있는 동작으로 한모금을 마시고 약 간 놀란 표정으로 두모금째 마신 타운로이드 공작은 어느 정 도 시간이 흐르자 감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호오...이거 대단하군요. 단지 술과 과즙음료를 섞었을 뿐인 데 술의 싸한 맛과 과즙음료의 달콤함이 섞여 절묘한 조화 를 이루는 반음료 반와인이라...정말 대단합니다. 레이디. 이런 방식으로 술과 음료를 접한다는 소린 처음 듣는군요." "헤헷...맛을 볼 줄 아시네요 예쁜 공작님." 타운로이드 공작에게 삐져있던 엘테미아는 입맛이 까다롭기 로 유명한 타운로이드 공작이 격찬하자 헤헤거리며 좋아라 하기 시작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술과 음료를 섞었을 뿐이었기에 아쉽게 도 엘테미아의 판타스틱한 음식솜씨가 발휘될 기회가 없었던 칵 테일을 맛있게 음미하고 있는 타운로이드 공작과 엘테미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많은 이들까지 엘테미아에게 호감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해븐로드의 레이디라는 은발의 소 녀의 피부가 정말 잡티하나 없는 보드라운 피부였고 샹드 리에의 찬란한 빛에 신비로운 휘장을 드리우며 은색의 머 리칼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밋밋한 가슴이 그녀를 오히려 더더욱 귀엽게 만들어 주고 있었고 항상 품위나 예절만 찾는 조용한 레이디들보다 저렇게 활 기차고 예상을 뛰어넘는 행동만 하는 엉뚱한 엘테미아를 보 며 많은 남자들이 신선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엘테미아가 선사한 칵테일의 제조법을 알게된 홀안에 모여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칵테일을 만들어 커플끼리 잔 을 주고받고 있었고 마법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은 엘테미 아가 했던방법과 동일하게 칵테일을 만들어 음미하고 있었 다. 살벌했던 홀 안이 엘테미아로 인해 다시 활기찬 분위기를 되찾자 그녀를 보는 눈이 삐딱했던 시선에서 점차 호감적으 로 변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허나 많은 이들이 엘테미아를 호감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 는 가운데 그렇지 않은 이들이 있었으니...그건 바로 이빨 을 으득으득 갈고 있는 루미디아 왕녀와 그녀의 패거리들 이었다. 이에 루미디아 왕녀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 을 애써 갈무리하고 자신의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르게 전 개되는 상황에 조급해하며 두번째로 행할 작전을 지시하 기 시작했다. 루미디아 왕녀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손에 깍지를 끼고 잠시 몸을 살짝 푸는 행동을 했고 그녀의 작은 몸짓을 놓 치지 않은 그녀의 패거리들중 한 사내가 슬쩍 미소를 지으 며 홀안에 모여 칵테일을 만드는 수많은 초청객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아프로디테의 출항식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오신 모든 여러분! 잠시 저를 주목해 주십시오." 홀이 쩌렁쩌렁하게 울릴정도로 크게 외친 사내의 외침에 모든 사람들이 시선을 돌려 사내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사내는 빙긋 웃음을 지으며 다시 우렁찬 목소리로 모두에게 외쳤다. "이거 너무 밋밋한 파티가 된 것 같습니다! 분위기도 띄울 겸 우리 최고의 레이디를 뽑는 콘테스트를 하는 게 어떻겠 습니까?" "뭐? 콘테스트?" "헤에..." 사내의 말에 파티장 안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고 그들에 게서 새어나오는 얘기로 보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 어 가고 있는 듯 했다. 파티장의 가장 앞쪽에는 지면으로부터 대략 성인의 허리 높이만큼 올라와 있는 무대가 있었고 분위기를 탄 사내 는 무대위로 올라가 술렁이고 있는 파티장을 향해 크게 외 쳤다. "자~! 과연 이 파티장에 모인 최고의 레이디는 누구일까요? 물론 외모만으로 최고의 레이디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특기를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보여 준 후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레이디가 오늘 이 자리의 베스트 레이디가 되는 겁니다! 자~! 어떻습니까 여러분!" 사내의 말에 파티장 전체가 큰 환호를 지르며 저마다 자 신의 레이디를 향해 열렬한 응원을 하고 있었고 배경과 외모 외에도 자신의 장기에 자신이 있던 레이디들은 곁에 서 시종을 들고 있던 하인이나 하녀들에게 자신이 다룰 줄 아는 악기등을 가져 오라하고 있었다. 갑자기 벌어진 콘테스트에 주위가 술렁이고 있을 무렵 고 혹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금발의 미인, 루미디아 왕녀가 진 과 엘테미아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진과 엘테미아에게로 다가가며 속으로 회심의 미 소를 짓고 있었다. '후훗...역시 예상한대로 이상한 거나 섞어대는 흑마녀가 틀 림 없어. 흑마녀 따위가 과연 이상한거나 섞어대는 것말고 무얼 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군...호호홋...두고봐라...모든 사 람들이 보고있는 무대 위에서 너의 추하디 추한 얼굴을 들쳐 내 줄테니!...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해븐로드 공작님이 보는 앞에서 말야 호호호호홋!...' 루디미다 왕녀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다 가가자 진과 엘테미아는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기품있는 걸음으로 엘테미아 앞에 당도한 루미디아는 예의 고혹적인 미소를 드리우며 엘테미아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후훗...물론 해븐로드 공작님의 대.단.한 파트너인 그쪽도 참 가 하시는게 당연한 거겠죠?" "........" 루미디아왕녀의 말에 엘테미아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칵테일을 조용히 음미하고 있는 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진 나 해도 돼?" "......."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11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칵테일을 음미하던 것을 잠시 멈추고 그윽한 눈길로 볼을 살짝 붉히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사랑이 담긴 따스한 한마디를 건넸다. "네가 할 줄 아는게 징징거리는거 말고 뭐가 있냐? 그냥 있어." "......." 진의 사랑이 담긴 따스한 한마디에 엘테미아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하고 변하며 소리쳤다. "뭐,뭐야!? 내가 노래불러서 콘테스트에 일등 먹으면 진은 어떡 할꺼야?!" "흥!...그런 천재지변이 일어날 리가." "우우......" 엘테미아가 최고의 레이디를 뽑는 콘테스트에 나간다고 했을 때부터 진의 말투엔 알게 모르게 날카로운 가시가 팍팍 박혀 있었다. 허나 그 성격이 그 성격인지라 진의 달라진 말투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볼에 바람을 가득 집어넣고 도끼눈을 뜬 채 진을 노려보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엘테미아는 진을 향했던 도끼눈을 풀고 예의 사글사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팔꿈치로 진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헤헷...좋아. 내가 나가서 일등하면 진은 내 소원 한가지 들어 주는 거야? 알았지?" 엘테미아의 말에 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차갑게 되 물었다. "......네가 못하면?" "흐응......" 그건 미처 생각치 못한 것인지 엘테미아는 잠시 턱을 괴고 생각하는 듯한 비음을 내뱉고는 이내 자신의 오른손바닥을 왼손주먹으로 탁 내려치며 진을 향해 묘한 웃음을 지어 보이곤 간드러지는 목 소리로 말했다. "내가 못하면 말야...응?" "......." 진의 곁에 바짝 붙어서 수줍은 듯 말하던 그녀는 갑자기 까치 발을 높게 들고 진의 귀에다 속삭이는 어조로 말했다. "그럼 내가 세상에서 가장 못난 남자인 진이라는 남자한테 시집 가는거지 뭐." "........" 자기할말만 내뱉고 무대 앞에서 참가신청을 받고 있는 사내에게 쪼르르 달려가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시...집...?" 멍하니 그녀가 한말을 되뇌이던 진은 또다시 혼란스런 머릿속 을 뒤로한 채 그녀를 바라봤다. 이제 수많은 레이디들 사이로 사라져버린 엘테미아를 눈으로 뒤쫓던 진은 문득 오늘의 엘테미아의 모습을 상기해 냈다. 드레스를 입은 눈부신 모습과 흰 피부...가느다란 팔과 잘록한 허리...도저히 남자라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휴..." 문득 깊은 한숨을 내쉰 진은 그녀가 만들어준 칵테일이 담긴 잔을 바라보며 잔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나직히 읊조렸다. "남자주제에..." 그리고는 살풋 웃고는 이제 콘테스트가 시작될 무대를 바라보 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흥!...실수나 해라." "........" 한편 진과 엘테미아를 분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루미디아 왕녀는 아무 도 듣지 못할 정도로 이빨을 낮게 갈고는 자신의 모든 매력을 총 동원하여 진을 매료시켜 버리기 위해 수많은 레이디들이 모여있 는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드디어 파티장에 모인 수많은 레이디들의 참가신청이 막을 내리고 즉석에서 만든 번호표가 지급되며 수많은 사내들의 기대와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아프로디테와 가장 잘 어울리는 베스트 레이디의 콘테스트가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옅은 레몬빛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 오자 파티장에 있던 수많은 남성들이 커다란 함성과 박수를 보내 줬고 이에 자신의 얼굴을 살짝 붉히던 레몬빛 머리칼의 아름다운 여인은 자신이 무대위로 들고 온 폴테보른이라는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폴테보른이라는 악기는 f자 모양으로 마치 바이올린과 비슷한 찰현 악기(擦絃樂器)였다. 레몬빛 머리칼의 여인은 폴테보른의 4개의 현과 활로 마찰을 일으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무대의 뒤쪽에서 마법사로 보이는 이가 자신의 정령인 실프를 불 러내 산들거리는 바람으로 그녀의 레몬빛 머리를 하늘거리게 하고 있었고 아름다운 선율과 아름다운 레몬빛 여인의 모습에 사내 들의 가슴에 거센 불이 일고 있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그녀의 연주가 끝나자 우레같은 함성과 수많은 박수소리가 쏟아졌 다. 콘테스트의 첫타를 끊은 것과 아름다운 연주가 뒤섞여 수많은 함성 과 박수를 받은 레몬빛 머리칼의 여인은 자신의 얼굴을 살짝 붉히 며 무대아래로 내려가 자신의 파트너의 가슴에 안겼고 모두들 부러 운 듯한 표정으로 다갈색 머리의 파트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아~~! 오레이라 백작님이 영애이신 샤루세이님의 멋진 연 주가 있었습니다! 그 다음은!..." 그 뒤이어 다섯명의 레이디들이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고 있었고 횟 수를 거듭할 수록 분위기가 많이 다운되면서 처음처럼 우레같은 함 성과 박수가 나오지 않을 때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한창 분위기가 식상해질 무렵 다시 남성들의 가슴을 뜨겁게 불태우 는 아리따운 여인이 있었으니...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한 찬란한 블 론드의 긴머리를 살랑거리며 무대위로 오른 여인은 고혹적인 자태의 루미디아 왕녀였다. 무대에 오르자마자 우레같은 함성과 박수를 받은 루미디아 왕녀는 모두에게 허리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했고 그녀의 마지막 시선은 조 용히 칵테일이 들어있던 빈잔을 쥐며 무대위를 바라보고 있는 청보랏 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에게 두며 자신의 장기를 시작했다. "가슴이 뭉클해와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없을 때 내 안에선 그리움이 쌓인다. 괜한 눈물이 눈시울 시리게 할 때 양어깨엔 뿌연 그리움이 내려앉는다. 먼지처럼 가벼이 털려 나갈 그런 것이라면 (중략)............" 자신이 자작한 시를 읊으며 그녀의 애절한 표정과 하나하나의 동작 이 수많은 이들의 심성을 자극하여 그녀가 말로 표현하는 수만가지 감정들이 그대로 자신의 가슴속으로 전해오는 듯한 착각을 들게 만 들고 있었다. 고혹적인 목소리와 그에 맞는 아름다운 동작. 마치 가상의 연인을 앞에두고 자신의 슬픔을 노래하는 여인마냥 그 누군가를 향해 구슬 픈 눈빛을 보내며 마지막에 떨군 눈물방울의 촉촉함을 뒤로하고 무 대를 바라보고 있는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를 보며 루미디아는 자 신의 시의 끝을 맺고 있었다. "...그리움의 근원을 찾아 돌려보낼 수 있으련만...." (네메시스님의 『그리움이 쌓일 때 中』) "........" "........" "........" 루미디아 왕녀의 마지막에 읊조리는 말에 그녀를 보고 있던 레이디 들의 눈가엔 맑은 물방울이 일고 있었고 그녀의 마지막 시선이 진 을 향한 시선이었단 걸 알았던 수많은 남성들은 진에게 질투의 시선 을 보내고 있을 무렵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루미디아 왕녀가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수많은 남성들은 우레같은 함성과 손바닥이 부서져 라 박수를 쳐댔다. 루미디아 왕녀가 수많은 격찬을 받으며 무대에 내려오자 그 다음 타 석이었던 흑발의 레이디는 눈물을 머금고 기권을 해 버렸고 그 뒤로 올라오는 레이디들도 변변치 못한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내 려와야 했다. 그리고 드디어... 당당한 걸음으로 은발의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무대위에 오르는 소녀 가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수줍은 듯 무대위에서 얼굴을 붉힌 채 머뭇거리던 모습과는 상반되는 모습으로 무대위에 올라와 모두를 향해 승리의 브이자를 펼쳐 보이자 침체되었던 분위기가 다시 되 살아나며 좀전까지만 해도 은발의 레이디의 인상이 머릿속에 남아있던 수많은 남자들은 다시금 커다란 환호를 질러주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괜찮다고 느꼈는지 해맑은 미소를 짓던 은발의 소녀, 엘 테미아와는 달리 진의 표정은 점점더 굳어져만 가고 있었고 그의 주위에 있던 이들은 갑자기 싸늘해진 공기에 흠칫거리며 놀라고 있 었다. 속으로 박수를 치는 녀석들의 손목을 잘라버릴까? 하는 그다운 생 각을 하고 있을 때 무대위에 올라선 엘테미아를 향해 그녀에게 신 선한 감정을 느꼈던 남성들의 열렬한 응원이 쏟아졌다. "하하 과연 뭘 할지 기대되는데~~!" "잘해보라고요~~!" "신비의 소녀 화이팅~~!" 자신에게 쏟아지는 응원을 새초롬한 표정으로 받고 있던 엘테미 아는 그들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헤헷...손바닥이 불이나게 박수 칠 준비나 하구 있으라구요~!" "하하하하하하" 점점더 상승되고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점점더 다운되는 진의 기 분이 무색할 정도로 엘테미아는 밝은 걸음으로 무대 앞에 선 채 조 용히 손을 앞쪽으로 뻗었다. 그러자 사전에 약속이라도 된 것이었는지 오색찬란한 샹드리에 빛 에 환했던 파티장이 순간 어두워지며 은은한 조명빛 만이 무대위 를 비추고 있었다. 파티장이 꺼진 것을 확인한 엘테미아는 생긋 웃음을 짓고 앞으로 뻗었던 손을 살짝 계란을 쥐듯 오므렸고 그녀의 손이 오므려지자 마자 은은한 조명빛에 더욱더 반짝이는 황금빛무리가 일어나기 시 작하며 앞으로 내민 오른손을 기점으로 대략 90cm정도 되는 새하 얀 빛무리가 일어났다. 마치 검의 형상을 하고 있던 빛무리는 이내 엘테미아의 오른 손 주위로 수천억개의 작은 빛가루를 폭발하듯 비산시키며 은은한 조 명과 화려한 황금빛 무리에 찬란한 빛을 터트리는 유리검을 뱉어 냈다. "........" "........" 대부분 악기연주나 노래를 불렀던 레이디들과는 달리 시작부터 아름다운 특수효과와 생전 처음보는 멋진 유리검을 소환해낸 엘 테미아를 멍한 시선으로 보고 있던 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그 뒤 에 이어질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라고 있었다. -쉬익~!- 엘테미아의 손목과 그녀의 허리뒤쪽에 달린 길다란 트레인을 휘날리며 그녀는 황금빛무리와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었다. 비록 전에 리류나드가 알려준 검법이었으나 엘테미아가 처음부 터 희미하게 기억하고 있던 검술과 접목시켜 마치 아름다운 무 희가 황홀한 동작을 내보이는 것과 같았던 그녀의 검술이 하늘 거리는 드레스와 수많은 빛의 입자들을 대동한 채 검이 그리는 궤적마다 길다란 여운을 남기며 동화에나 나올법한 환상적인 자 태을 내보이고 있었다. 천상의 선녀가 내려와 하늘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수천억개의 반 짝이는 빛무리를 대동한 채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 흠취되어 버 린 파티장의 수많은 사람들은 커다란 컬쳐쇼크를 받으며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의 시간동안 수많은 빛의 입자를 대동한채 아름다운 검무(劍舞)를 추고 있던 은발의 소녀의 입에서 나지막한 선율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들어 보는 기이한 발음의 선율이었지만 자신들이 태어 나서 알고 지냈던 음악의 틀을 완전히 깨뜨려 버리는 슬프고도 아련한 멜로디의 선율이었다.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천상의 선녀가 매혹적인 검무를 추는 가운데에서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던 생소한 느낌의 아름다운 선 율은 그의 멜로디에 맞춰 잔잔한 부분에는 물이 흐르듯 유려한 곡 선을 그리며 검무를 추었고 선율의 하이라이트 부분에는 수많은 빛의 궤적을 그리며 그녀의 검무 또한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해 지기 시작했다. "......." "......." 모두가 자신의 눈을 깜빡거리는 것조차 아까워하며 그녀의 환상적인 검무를 보고 있었고 루미디아 왕녀 또한 지금 이순 간 아무생각도 들지 않으며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 아름다운 선율의 긴 여운을 남기며 흩어지는 빛의 입자들과 함께 엘테미아의 장기가 끝을 맺었다. "......" "......" 그녀의 춤이 끝을 맺고서도 한동안 쥐죽은 듯 아무소리도 들리 지 않던 파티장의 은은한 조명빛을 대신해 천장의 화려한 샹드 리에에 빛이 들어오면서 어두웠던 파티장이 환하게 밝혀지자 그때서야 사람들은 최면에서 막 깨어난 듯 흠칫하며 떨고는 멍 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봤다. 순간 그녀의 검무가 끝을 맺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무대의 한켠에 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던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가 기분좋다는 듯 씨익하는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작스레 파티장이 떠나갈 듯한 커다란 함성과 함께 깜짝 놀라버린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 진해븐로드와는 달리 무대위의 엘테미아는 약간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루미디아 왕녀때보다 더욱더 커다란 함성과 박수소리에 막 최면에 서 깨어난 듯한 루미디아 왕녀는 자신이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상 황이 전개되자 순간 표독스런 표정으로 뒤바뀌며 자신의 손톱을 물 어 뜯기 시작했다. 루미디아 왕녀는 살기가 번뜩이는 눈으로 무대아래로 이어지는 계 단을 향해 내려오고 있는 엘테미아를 노려보며 엘테미아의 다음타 석인 검붉은 머리칼의 여자에게 모종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자 루미디아 왕녀의 눈빛을 알아챘던 검붉은 머리의 여자는 자신이 있는 계단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엘테미아를 향해 굳은 표 정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사회자가 엘테미아를 격찬하며 다음타석인 검붉은 머리칼의 여자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고 무대 위에서 가장자리의 계단을 향해 걸어 오고 있는 엘테미아와 계단을 통해 무대위로 오른 검붉은 머리칼의 여자와 서로 마주치고 있을 때였다. "꺄아악~!" "........" 순간 긴장한 탓이었는지 검붉은 머리의 여자가 무대위에 오르면 서 드레스의 끝자락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바로 자신앞에서 넘어지는 검붉은 머리의 여자를 보며 그냥 지 나칠 수 없었던 엘테미아는 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쓰러지는 그 녀를 자신의 가슴쪽으로 받치기 시작했고 엘테미아의 가슴에 쓰 러져가며 당황하고 있던 여자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안광 이 스쳐 지나갔다. 검붉은 머리칼의 여성이 당황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연기하며 어색한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팔을 엘테미아의 얼굴쪽 으로 크게 휘둘렀다. 엘테미아의 안경을 벗길 의도로 크게 휘두른 팔이 재수없게 엘 테미아의 손에 의해 막히자 잠시 얼굴을 찌푸린 검붉은 머리칼의 여인은 순간 자신이 휘두른 팔힘에 의해 엘테미아의 손이 튕겨 나가며 스스로 자신의 안경을 쳐내 버리자 찌푸린 얼굴을 피고 속으로 빙고를 외쳤다. -딸그락...- "......." "......." 무대 앞으로 떨어진 안경탓에 차마 무대앞을 보지 못하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바라보며 루미디아 왕녀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 었다. '호호홋...그동안 내 앞에서 헛짓거리 해댄 벌이다...자! 안경속의 추하디 추한 얼굴을 무대앞으로 보여 보시지! 아니면 그대로 사 라져 주시든가! 호호호호호호~!'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루미디아...허나 루미디아 왕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소녀의 품에 안겨 있던 검붉은 머리칼의 여성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단 사실을...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12 자신 앞에서 경악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검붉은 머리칼의 여 성과 자신의 얼굴에 허전함을 느낀 엘테미아는 떨리는 손으 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어,없다...' 분명 자신의 눈앞에서 쓰러지는 여자를 받치기 위해 엘테미 아는 그녀에게로 달려들다가 그녀의 허우적거림에 자신의 손 으로 안경을 밀쳐낸 것이었다. '히잉...나 어떡하면 좋아. 부,분명 진에게 혼날거란 말야!!...' 차마 무대앞으로 고개를 돌려 안경을 찾을 생각도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던 엘테미아의 눈에 무대 뒤쪽으로 나있는 어두컴컴한 비상구가 하나 보였다. 이에 엘테미아는 바로 저거닷! 이라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 고 상기된 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붉은 머리칼의 여 성을 뒤로한 채 재빨리 얼굴을 가리고 무대뒤쪽으로 나있 는 어두컴컴한 비상구로 잽싸게 달려갔다. "........" "........" 안경이 벗겨지자 당황하며 잽싸게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무대 뒤쪽의 비상구로 도망친 은발의 레이디를 보며 무대 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의혹이 가득한 표정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런 엘테미아가 고솝다는 듯 연신 눈부신 미소가 드리워 져 있던 루미디아 왕녀는 멍하니 엘테미아가 사라진 비상 구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어머...안경속의 얼굴에 자신이 없었나 보죠?...여기에 그 런거 따지는 사람이 없는데 말이죠. 호호홋..." 루미디아 왕녀가 모두를 향해 약간 큰 목소리로 말하자 모 두들 루미디아 왕녀를 바라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하기 시작 했다. "아...그런건가?" "하기사...안경밖의 얼굴은 예쁜것 같았는데 눈쪽이 치명적 인 컴플렉스가 될 수 있지...흠..." "크흠...안경 속의 얼굴이 도망갈 정도로...그렇단 말인가..." "......." 점점더 파티장의 상황이 자신이 생각한데로 전개되자 루미 디아 왕녀의 시선은 이제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를 뒤쫓기 시작했다. 자신이 들고 있던 잔을 테이블위에 내려놓고 은발의 소녀가 사라진 비상구를 향해 걸어가려고 하는 진 해븐로드가 보이 자 루미디아 왕녀는 싸늘한 미소를 잠시 짓고는 다시 부드 러운 표정으로 변하며 재빨리 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 고 말을 걸었다. 갑자기 자신의 손에 다른 사람의 손이 닿는 느낌이 나자 가 뜩이나 짜증나는 상황탓에 거칠게 떼어내려던 진은 문득 뒤 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자 그의 눈에 비친건 고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는 루미디아 왕녀가 있었고 진은 왕국의 왕녀라는 신 분을 지닌 루미디아 왕녀의 손을 차마 거센동작으로 뿌 리칠 수가 없었다. 만약 루미디아 왕녀에게 크나큰 결례라도 범하는 날엔 국제 적인 문제로까지 발생될 수 있었기에 진은 냉기가 뚝뚝 떨 어지는 표정으로 조용히 자신의 손을 잡은 루미디아 왕녀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무슨...일이십니까?" 진의 차가운 말에 잠시 적응이 안된다는 듯 어색한 표정을 짓던 루미디아 왕녀는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고는 간 드러지는 목소리로 진에게 말했다. "해븐로드 공작님은...은발의 레이디의 맨 얼굴을 보신적이 있으세요?" "......." 예상치도 못했던 그녀의 질문에 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 내 고개를 저었다. 과연 자신이 보고 있던 헬마스터 공작의 얼굴이 진실된 얼 굴인지 아니면 거짓된 얼굴인지 스스로가 밝히지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진의 속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던 루미디아 왕녀는 더 욱더 짙은 웃음을 드리우며 진에게 말했다. "호호홋...그러시군요. 어쩌면 은발의 레이디는 자신의 얼굴을 해븐로드 공작님에게 가장 보이기가 싫었던게 아닐까요? 너무 나 추해서...아!...이런말 하면 실례되는데...호홋..." "......." 자신의 말에 진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자 루미디아 왕녀 는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태껏 자신의 얼굴을 숨겨왔으니...다신 해븐로드 공작님 앞 에 나타나지 못할 거에요. 후후...그러니...이젠 저에게도..." "상관없습니다." 루미디아 왕녀는 자신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말 을 끊으면서 짧게 목례를 하고 뒤로 훽 돌아서는 진을 당황 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내 자신의 손톱을 깨물었다. 그리곤 다시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나직한 비명을 질렀다. "꺄악~!" "......!" "......!" 갑자기 파티장에 울리는 가녀린 레이디의 비명소리가 들려 오자 수많은 남성들이 고갤 돌려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고 있었고 진또한 자신의 뒤로 비명소리가 들려오자 고개를 돌려 루미디아 왕녀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진을 멈춰세운데에 성공한 루미디아 왕녀는 겉으론 굉장히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속으론 나직히 웃고는 가냘 픈 목소리로 진을 향해 말했다. "이,이런...좀 전의 콘테스트 때에 너무 긴장을 해버려서 무대 아래로 내려올 때 발목이 삔 것 같네요..." "......." "해븐로드 공작님... 제 발목 좀 봐주실 수 있겠어요?" "......." 진은 바쁜상황에서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시간이 없었기에 아무 미련없이 뒤를 돌아 그대로 뛰쳐나가려 했다. 허나 이미 자신과 루미디아왕녀의 주위로 파티장에 모인 수많은 남성들 이 그녀의 비명소릴 듣고 몰려와 있었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애처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루미디아 왕녀를 보며 진은 자 신의 얼굴을 팍 구기고 있었다. 여기서 자신에게 몰려드는 녀석들을 모조리 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타깃은 자신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인 안셀로자크 공작과 샬레리나까지 미칠 능력 이 있는 자들이었다. 이에 진은 조용히 서서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감싸쥐고는 루미디아 쪽을 바라봤다. "하아...하아...하아...하..."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일 수 없었던 엘테미 아는 파티장을 급히 빠져나와 무작정 달리고만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이곳저곳을 헤집으며 달리던 엘테미아는 이 제 파티장과의 거리가 제법 있다고 생각한 건지 저기 보 이는 복도의 모퉁이에 다다르면 달리기를 멈추리라 생각 하고 있었다. 드디어 복도의 모퉁이를 돌고 나서 엘테미아가 달리기를 멈 추려고 할 때 때마침 그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사람과 엘테미 아가 부딪히고 말았다. -털썩- "꺄악~!" "컥...뭐,뭐야!?" 복도의 모퉁이를 돌자마자 엘테미아는 누군가와 부딪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대로 주저앉았고 상대방도 엘테미아와 부딪혀 두세발짝 물러난 채 소릴 질렀다. "아!...미,미안 합니......" "......." "......." 순간 그들 사이로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엘테미아는 자신과 부딪힌 흑발의 청년을 보며 경악스 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자신과 부딪힌 여자 를 짜증스런 눈길로 바라보려던 흑발의 청년도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를 바라보자 그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면 서 손으로 엘테미아를 가리키곤 경악성을 터트리기 시 작했다. "너,너는!..." "스,스타...판...?" 서로가 서로를 경악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엘 테미아는 또다시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어놓을 스타 판과의 뼈아픈 기억이 재림하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온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한참동안 엘테미아를 경악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던 흑발 의 청년, 스타판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 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한동안 바라보다 이내 그의 입가 에 비릿한 미소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큭...큭큭...큭큭큭큭큭...크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자신 앞에서 광소를 터트리고 있는 스타판을 보며 엘테미 아는 속으로 수백번도 더 '도망쳐야 돼!' 라고 소리치고 있 었지만 자신의 손과 발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고 그 어떤 마법공식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기억...처음으로 자신의 순결 을 앗아가려 했던 뼈아픈 기억...처음으로 자살이란 동기를 만들어준 쓰라린 기억...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던 기억들... 스타판을 앞에 두고 엘테미아는 목소리도 내뱉지 못할 정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스타판은 배에 오기 전부터 자신의 품에서 계속 만지작거리던 것을 빼냈다.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은 투박한 모양의 용문양이 새겨져 있 는 목걸이였다. 자신의 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다가가 스 타판은 재빨리 그녀의 목에 목걸이를 걸고 있었고 그런 그를 보며 엘테미아는 재빨리 그의 손길을 뿌리치려고 했 으나 이미 자신의 목엔 투박한 은빛 목걸이라 채워져 있었 다. '이,이게 또 무슨 짓이야!...네녀석과 관련된 목걸이라면 치가 떨린단 말야! 어라...어?....뭐,뭐지!...' 엘테미아는 스타판이 자신의 목에 은색의 목걸이를 채울 때부터 나타난 증상에 속으로 경악했다. '모,목소리가...안나와!...모,몸도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어!.. 도대체 이게 뭐야!...' 고개조차 돌려지지 않던 엘테미아는 그때와 같은 성욕과 광기에 젖은 스타판의 검은색 눈동자를 볼 수 있었고 자 신의 온몸을 훑어보는 그의 눈에 그때처럼 소름끼치는 기 분이 들며 절망하고 있었다. "크크크크큭...이거 이런데서 만날줄은 꿈에도 몰랐군 큭... 크하하하하하...하핫... 그 얼굴로 귀족새끼라도 꼬신 건가? 그러나 그것도 여기까지...넌 나의 여자가 되어야해...크큭... 밤마다 나를 위해 봉사하는 그런 여자말이다!...크하하하하" "......." "일어나." "......." 엘테미아는 자신이 아무리 몸을 움직이려 해도 움직이지 않던 몸이 스타판의 말에 움직이자 깜짝 놀랐다. "앉아." "......." 자신이 아무리 몸을 움직이려 해도 그의 말이 아니면 엘테미아 는 절대로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앉아있는 상황에서 천천히 바지춤에 손을 두르고 다가오고 있는 스타판을 보며 엘테미아는 눈물도 쏟지 못한 채 속으로 하나의 이름을 끝없이 되뇌이고 있었다. '도와줘...진...도와줘......진......진 해븐로드!!......나 이런거 싫어한 단 말야...제발...진......' 그때였다. 마침 복도의 끝자락에서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 리자 스타판은 그제서야 자신의 온몸을 잠식하던 성욕에서 어느 정도 빠져 나온건지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방문에서 나온 그를 보며 스타판은 나직한 한숨을 쉬 었다. "뭐냐...스테이샨. 여기 있었냐?" 방문에서 나온 스테이샨이라 불린 노마법사는 아직도 복도에 있는 스타판을 보며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더욱더 시선 을 내려 그앞에 주저앉아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자 더욱더 그 의 얼굴빛이 새파래지며 경악성을 토해냈다. "그,그,그...소녀는!..." 처음에 엘테미아가 스타판을 보았을 때 새파랗게 질렸던 표정 못지 않게 스테이샨이라 불리우는 노마법사도 엘테미아를 보자 마자 안그래도 헬쭉한 그의 얼굴이 더욱더 헬쭉해지며 새파란 낮짝으로 엘테미아를 가리키며 말하고 있었다. 허나 그런 그와는 상관없다는 듯 스타판은 자신이 채운 목걸이에 의해 온몸이 제압된 엘테미아를 어깨로 들쳐업고는 아직도 경악하 고 있는 스테이샨을 뒤로 한채 한마디의 말을 남기고 사라지고 있 었다. "넌 파티나 즐겨. 난 이 여자좀 데리고 재미좀 볼 테니까 말야... 크크크큭...아!... 그리고 곧바로 워프준비하고 있어. 대충 30분 안에 끝내고 나서 천천히 왕성에서 즐기고 싶다." "와,왕자님 아,안됩니다! 그 소녀는!..." 엘테미아를 들쳐업은 채 마지막 갑판의 옥상으로 올라가고 있는 스타판을 보며 스테이샨은 온몸을 부르르 떨고는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지만 성욕에 헤어나질 못하고 있는 스타판이 스 테이샨의 외침에 걸음을 멈출리가 없었다. 문득 스타판이 은발의 소녀와 사라지고 난 썰렁한 복도에서 스테이샨의 공포에 절은 목소리가 나직히 울려퍼졌다. "부,부,분명...드래곤의 소녀!!..." 그때의 전율스런 기억이 되살아난 것인지 스테이샨은 경악성을 토하며 나직히 중얼거렸고 그의 새파래졌던 얼굴이 처참히 구 겨지며 자신이 들고있던 지팡이를 땅에 내팽개치며 소리쳤다. "이런 니기럴!! 젠장할!! 저 병신같은 새끼가 또 나라망치게 생겼군! 더이상은 못 참아! 내 저새끼가 드래고닉 캐슬로 쳐들어간다고 군대 만들때부터 알아봤어!! 저런 단세포새끼 밑에서 있는 것보다 차라리 쿠로쿠린 공작의 쿠데타쪽에 들어간다! 씨브를!..." 굉장히 짜증스럽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치던 스테이샨은 배에 오고나서 외워두웠던 곳곳의 워프좌표를 떠올리고 곧바로 파티가 열리고 있는 제 7갑판의 대형 파티장의 워프좌표를 중얼 거리며 다급히 워프했다. 순간 반짝이는 빛무리와 함께 약간 술렁이는 듯한 분위기의 파 티장에 워프한 스테이샨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아프로디테의 출 항식에 참석했을 쿠로쿠린공작을 찾았다. 허나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그 한명을 찾기엔 시간이 없었다. 그 소녀의 신변에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이제는 백마리가 아닌 더욱더 많은 드래곤들이 자신의 나라로 쳐들어올 것이 분명했 다. 이에 스테이샨은 무작정 자신의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파티장에 쩌렁쩌렁할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드래곤의 소녀가 위험합니다! 쿠로쿠린 공작님!! 어서빨리 스타판 왕자를 말리셔야 합니다!!" ".......!" ".......!" 드래곤의 소녀. 몇 달전 가이가스의 수도 펠브리튼에 실로 역사의 수십 페이지를 장식할만한 전율스런 사건의 주인공. 인간의 생에 한마리의 드래곤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레 여겨 야 할 것을 그날 가이가스의 수도 사람들은 백마리가 넘는 드래 곤들을 봐야 했고 또 그들의 위압스런 공포에 미쳐 떨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의 나락에서 드래곤들과 그들의 피어에 미쳐버 린 자신들을 구해준 '드래곤의 소녀' 라는 소녀에게 구원을 받아 이 곳저곳에 그녀의 이야기가 널리 퍼졌던 것이었다. 이것은 비단 가이가스에만 전파된 소문이 아니었기에 그런 전율스런 사건을 모르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스테이샨의 외침을 들은 쿠로쿠린이란 공작은 그의 입에서 튀어나 온 '드래곤의 소녀'란 말에 경악하며 재빨리 파티장의 앞쪽에 있는 스테이샨에게로 달려나갔고 여기 모인 모든 이들중 가이가스의 수 도 펠브리튼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에 자신들 의 파티장에서 드래곤의 소녀가 있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슬슬 스테이샨이 있는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허허...그 드래곤의 소녀가 여기 있었단 말인가...? 난 믿을 수 없 네만..." "소문만으론 드래곤들조차 한방에 보내버릴 만한 여신의 미모를 소유한 소녀라던데..." "그러다더군...물론 소문뿐이었고 실제로 그 소녀를 본 사람도 드 물었지만..." 저마다 드래곤의 소녀에 대한 소문을 지껄이며 스테이샨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고 급한 발걸음으로 스테이샨 앞에 당도한 듬직한 체구의 쿠로쿠린 공작은 그의 어깨를 꽉 붙잡고 큰소리로 말했다. "저,정말로 드래곤의 소녀가 이곳에 있었단 말이더냐? 아니, 스 타판 왕자가 또다시 드래곤의 소녀를 범하려 한단 말이더냐?" "그,그렇습니다 공작각하!..." 스테이샨의 말에 쿠로쿠린 공작은 잠시 의혹의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했다. "하,하지만 드래곤의 소녀라고 추정되었던 소녀는 이곳에서 보지 못했거늘...분명 드래곤의 소녀는 긴 은발머리의 황금빛 눈동자와 여신의 미모를 소유한 소녀라고..." "......."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진은 쿠로쿠린 공작이 나직히 말하는 말에 온몸에 전율이 일고 있었다. 긴 은발의 생머리에 신비스런 황금빛 눈동자...그리고 미의식이 무딘 자신이 봐도 아름다운 사람...그럼 사람을 딱한명. 진이 알 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진은 수많은 사람들을 거칠게 밀며 스테이샨과 쿠로쿠린 공작의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곤 그들앞에 도착하자 마자 검 은색 로브를 걸치고 있는 흑마법사 스테이샨에게 큰 소리로 말 했다. "정말로 드래곤의 소녀를 봤다고?" 첫눈에 눈앞의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가 진 해븐로 드라는 사실을 알아챈 스테이샨은 잠시 흠칫하고 놀라며 애써 평정을 고수하곤 곧바로 대답했다. "네!...아무튼 지금 그분이 욕을 당하기 전에 빨리..." "어,어떻게 생겼지...아니! 무슨옷을 입고 있었지?" 진의 다급한 질문에 스테이샨은 좀전에 스타판과 같이있던 은발의 소녀의 의상을 기억해내곤 진의 위압적인 분위기에 위축되 더욱더 큰소리로 대답했다. "희,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습니다!...그,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되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던 스테이샨의 얼굴 이 갑자기 밝아지며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손바닥을 탁 주먹으로 내려치며 크게 말했다. "그,그리고...아!! 그래!! 부,분명 왼쪽 어깨부터 허리부분에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던 것이 확실합니다!..." "......." "......." "......." "......." 스테이샨의 마지막말에 찬물을 끼얹은듯 파티장엔 조용한 침묵이 감돌고 있었고 저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의 표정을 고수하며 조용히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그녀가 있는 곳은 어디요!! 상황이 이렇다면 빨리 구하 러 가야 하는거 아니오!" 한 청년의 외침에 스테이샨은 아프로디테에 올때부터 걸어 놓은 추적마법을 통해 스타판이 현재 제 7갑판위의 옥상에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수 있었다. "현재 스타판 왕자는 옥상에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남성이건 여성이건 할 것없이 모두 들 갑판위의 옥상으로 달리기 시작하고 있었고 특히 여신의 미모를 소유한 드래곤의 소녀라는 대목에서부터 계속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고 있던 루미디아 왕녀도 속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라고 되뇌이며 누구보다 빨리 갑판위의 옥상 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 문득 텅빈 파티장에 홀로 남아있는 사내가 있었다. 그가 갑판 위의 옥상에 올라가지 않고 홀로 남아있던 이유는 귀찮아서도 또 무서워서도 아니었다. 그가 한동안 감고있던 짙은 속눈썹의 눈을 번쩍하고 뜨자 순 식간에 그의 주위로 칼날같은 기류가 소용돌이치며 커다란 굉 음소리와 함께 파티장의 창문이 와장창하고 깨지며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의 손엔 언제 쥐어졌는지 은발의 소녀가 만들어준 칵 테일이 담겨있었던 빈잔이 쥐어져 있었다. 지금 이대로 갑판위로 올라간다면 자신조차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분노에 아프로디테까지 침몰시켜 버릴 것 같았던 진 해븐로드는 조용히 서서 아무것도 들지 않은 빈 잔을 입에 대 고 한모금을 들이키는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는 조용히 빈잔을 바닥에 내려놓고 너무나도 차가워서 보는이로 하여금 심장이 얼어붙을 만한 시린 눈빛을 사방으로 뿜어대며 갑판위를 향해 섬광같은 속도로 달려나갔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13 아무도 없는 아프로디테의 맨 상층부에서 기괴한 웃음소리가 음산 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벌써 해는 떨어지고 밤시간이 된 탓에 배 위에 동동 떠있는 마법구가 사방을 오색찬란한 빛으로 감싸고 있었지만 아무도 없는 갑판 위에서 흑발의 청년 스타판은 엘테미아를 광기와 욕정으로 충만한 눈을 하며, 마치 뱀이 자신의 먹이를 앞에 두고 혀를 낼름거리는 것과 같은 표정 으로 입을 열었다. "크크크크...그 날로부터 내가 얼마나 이날을 기다려 왔는지 아나? 크크크큭..." "......." 바닷바람이 그들에게 불어와 싸늘한 공기를 던져주고 갔지만 점 점 차가워져 가는 엘테미아와는 달리 스타판의 몸은 점점 달아올 라 상위를 거칠게 벗어제치고 있었다. 하나씩 자신 앞에서 떨어져가는 그의 옷을 볼 때마다 엘테미아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더욱더 애처롭게 온몸을 떨고 있었지만 지 금은 목소리도...그렇다고 몸도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속으로 엘테미아는 한사람의 이름만을 부르고 있었지만 그가 자 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 줄 알고 달려오기를 바라는 일이란 희망 사항이라며 체념하고 있었다. 목소리라도 내뱉을 수 있다면... 목청껏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엘테미아에게 주어진 의지는 참혹한 상처의 잔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뿐... 그 외에는 아무런 의지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보통사람이 보면 잘빠진 그의 몸매라며 칭찬할 법도 하지만 스타 판의 반라의 감상을 엘테미아에게 물어본다면 엘테미아는 세상에서 가장 징그러운 자태를 뽐내는 것이라고 당당히 대답할 수 있을 것 이다. 엘테미아는 자신 앞으로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는 스타판을 보며 두 눈을 꼭 감고 싶었다. 그 전에는 눈물과 목소리라도 나왔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 다. 아무것도...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나 무력하고 생각 없는 행동에 속으로 자신을 몇 번이나 욕하고 질책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상황이 타개되는 것은 아니었다. 갑판위에 떠있는 광구(光球)의 빛을 받아 더욱더 섬뜩하게 빛나는 스타판의 눈을 보며 엘테미아는 주기적으로 감을 수밖에 없던 눈 을 영원히 감고 싶었지만 그 작은 의지하나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섬뜩하고 기괴스런 그의 손길에 엘테미아의 드레스 스커트가 무릎 위까지 올라가고 있었고 그녀의 드레스를 지탱하던 왼쪽 어깨는 이 미 반쯤 내려와 있어 그녀의 탐스러운 어깨와 허벅지가 갚판위에 떠있는 광구에 비쳐 아스라히 반짝이고 있었다. -꿀꺽...- 다시봐도 아름다운 엘테미아의 희고 보드라운 살결에 도취되어 버 린 스타판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살을 음미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려 하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또다시 처절한 기억의 재림에 모든걸 체념하고 만약 자신이 스타판에게 또다시 당한다면 더이상 그 누구앞에도 나타나지 않고 홀로 죽던가 살아남던가를 결 심하려 하고 있을 때였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덜커덕! 쾅!!- ".....!!" ".....!!" 갑자기 수많은 발걸음 소리가 엘테미아와 스타판이 있는 갑판위로 크게 진동하더니 이내 아랫선실과 위의 갑판을 잇는 문이 덜컥!하고 젖혀지며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나오고 있었다. "......." "......." 한창 파티를 즐겨야 할 사람들이 자신들이 있는 꼭대기의 갑판쪽 으로 밀려나오자 스타판은 그자리에서 멍하니 굳어서 자신과 똑같 은 표정을 짓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엘테미아 또한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상황파악이 안되다가 이내 수많은 사 람들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들어섬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속으로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있었다. 파티장에서 드래곤의 소녀의 위기를 전한 스테이샨이라는 노마법 사의 말과 대륙에서 가장 강한 사내인 진 해븐로드의 레이디가 바 로 드래곤의 소녀라는 사실에 경악하며 재빨리 갑판의 맨 꼭대기 로 올라온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앞에 보이는 광경에 입을 떡하니 벌린 채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고 있었다. 백명을 초월하는 사람들이 드넓은 갑판위에서 엘테미아와 스타판을 둘러싸고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앞에 보이는 환상스런 광경에 마 치 꿈나라의 어느곳을 허우적대는 듯한 느낌까지 맛보며 그들의 눈엔 애처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은발의 소녀만 보일 뿐이었고 그 옆의 먼지보다 더 존재감이 없는 스타판 왕자는 그들의 눈에 투영되지도 않고 있었다. 갑판위의 허공에서 오색찬란한 빛을 터트리고 있는 광구에 반짝 여 아름다운 빛을 반사하고 있는 엘테미아의 흰 살결과 스타판 이라고 하는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아슬아슬하고 애처로운 듯 가 녀리면서도 어딘가 섹시하고 요염한 듯한 포즈로 왼쪽 어깨를 내 보이는 것과 스커트가 반쯤 올라가 부끄러운 허벅지를 그대로 내 보이고 있는 소녀의 자태에 남자든 여자든 노인이든 꼬마든 할 것 없이 심장에 두근거렸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허나 그런 것과는 또다른 그녀의 아찔할 정도의 미모에 그들은 더욱더 놀라고 있었다. 생전 태어나서 처음보는 황금빛 눈동자에 인간이라고 도저히 믿기 힘들만한 미려한 곡선의 아름다운 코와 살짝 벌어진 촉촉한 다홍빛 입술... 그리고 무엇보다 적응이 되지 않았던 건 좀전의 생기발랄한 소녀 였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감정이 결여된 인형같은 표정... "저,저게 바로 드래곤의 소녀..." "......." 모두들 경악의 도가니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때 어느 누군가 가 신음하듯 내뱉은 말에 다른 이들도 흠칫하고 놀라며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저...정도라면...오히려 안경으로 가리지 않는 게 범죄겠군..." 다시 한청년의 말에 모두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 다. 허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아직도 경악의 경악을 거듭 하고 있는 아리따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바로 블론드 머리칼의 고혹적인 여인, 루미디아 왕녀였다. 루미디아 왕녀는 자신앞에서 자신보다 더욱더 아름답고 요염한 자 태를 내보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 었다. 마치 실성한 듯 엘테미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루미다아 왕녀는 갑 자기 그녀의 얼굴에 독기어린 표정이 스쳐지나가며 모두가 엘테미 아의 곁에 둘러서서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고 있을 때 거친 걸음걸 이로 모두 앞에 나가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흥!! 드래곤의 소녀라니!...아무리 그래도 너무 뻔뻔하군요!...자신의 파트너인 해븐로드 공작님을 내버려두고 저 스타판이라는 왕자님과 부끄러운 짓을 하려하다니..." "저 그게 아니라..." 루미디아 왕녀의 말에 그녀의 주위에 있던 남자들이 스테이샨이란 마법사에게 들은 바와 같이 드래곤의 소녀가 납치되었다는 사실로 알고 있었다. 허나 루미다아 왕녀는 그것까지도 생각해 놨는지 그 들이 말할 새도 없이 다시 자신의 말을 잇고 있었다. "흥!! 그게 아니면 뭐란 말이에요! 저것 봐요. 우리가 드래곤의 소녀 를 구하러 왔는데도 꼼짝도 않고 저 부끄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잖아 요! 그 새 스타판왕자님이 좋아진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요? 참으로 문란한 소녀군요!" "......." "......." 아직 엘테미아의 목걸이에 대해 알지 못했던 그들은 루미디아 왕녀 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고 아직까지도 멍하니 있는 은 발의 소녀를 보며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루미디아 왕녀덕에 간신히 존재감을 되찾은 스타판은 모두들 앞에서서 당당히 외쳤다. "댁들은 뭐하러 여기까지 왔소? 나와 드래곤의 소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야밤에 사랑을 나누는 신성한 일조차 행하지 못한단 말이오?? 보기보다 매너가 없는 사람들이군!!" "......." "......." 스타판의 말에 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아무런 항변도 하지 않고 있는 은발의 소녀덕에 제대로된 반발을 하지 못하 고 있었다. 허나 아직도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초리로 스타판 자신을 쳐 다보자 스타판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지금도 요염한 자태로 누 워있는 엘테미아의 오른손에 자신의 검을 쥐어주며 소리쳤다. "자! 드래곤의 소녀여! 나를 사랑한다면 이 검으로 저기 있는 자들을 베어라!" "......!!" "......!!" "......!!" 무슨 가당치도 않는 명령에 모두들 허탈한 심정으로 반 미쳤다고 생각 한 스타판 왕자를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허나 그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했다. 여지껏 조용히 있던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가 정말로 스타판왕자의 말처럼 그의 검을 쥐고 천천히 자신들 앞으로 다가오는게 아닌가? 이에 싸늘한 미소를 짓던 루미디아왕녀는 모두들 향해 크게 소리쳤다. "하!...정말 웃기지도 않는군요!...납치극인줄 알고 다급히 달려왔건만 사 실은 소녀의 문란한 사랑놀음이었군요...그것도 자신의 파트너가 있으면 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서 말이죠...정말 불쾌하고 또 불결하군요..." "......." "......." 루미디아 왕녀의 말과 자신들에게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모두들 루미디아 왕녀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 쑥덕거리는 그들 앞으로 천천히 다가가던 엘테미아는 속으 로 울고 또 울었다. '모두들 그게 아니야!...그게...아니란 말야...이건... 내 모습이 아니야!!...' 허나 자신의 앞에 있는 이들은 마음의 소리까지 들을 내력이 안됐다. 이에 엘테미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며 자신의 손에 쥐어진 스타판의 검을 머리위로 쳐들 수밖에 없었다. 루미디아 왕녀의 말과 엘테미아의 행동에 갑판위로 올라온 모든 사람 들은 엘테미아와 스타판의 사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사실을 인정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들은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차마 검 은 뽑지 못하고 경계의 태세를 취하고 있을 때였다. "비켜라..." "......" "......" "......" "......" 듣는이로 하여금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들어 버릴 만한 냉기어린 목 소리가 갑판위로 싸늘하게 울려퍼졌고 그의 말이 울려 퍼지자마자 그의 목소리에 절대명령권이 깃들어 있는 것 마냥 바다에 썰물이 빠 지듯 사람들이 물러나며 하나의 길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길을 걷고 있는 사내의 모습은 팽창된 살기가 밖으 로 새어 나가지 못하도록 자제하고 있는 티가 역력했다. 사람들이 터준 길로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의 모습이 드리워지자 엘테미아는 속으로 울음을 터트렸고 스타판의 얼굴이 기이하게 일 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 진을 보며 스타판은 엘테미아에게 소리쳤다.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검으로 저 사내의 목을 베어라!!" ".....!!" ".....!!" 설마...제국에서 가장강한 사내에게 가녀린 체구의 은발의 소녀가 정말로 스타판 왕자의 말처럼 검을 들이대기 시작하자 모두들 헛 기침을 삼키며 다시 경악의 도가니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의 마 음은 수천 수만 갈래로 짓이겨지고 찢어지고 있었고 속으로 울부 짖고 있었다. '그게 아냐 진!...지금의 행동은 내가 하는게 아냐!...흑...흐아앙...제 발...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지 말아...제발...제발...' "......." 은발의 소녀는 감정이 결여된 인형같은 표정으로 섬뜩한 은날이 번뜩이는 검을 높게 쳐들며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에게 천천히 다가서고 있었다. 허나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 진은 자신에게 검을 높게 치켜들고 다가오고 있는 소녀를 보며 피할 생각도, 또한 막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연신 차가운 표정으로 서있기만 했다. 마치, 자신과 스타판 중 누군가를 선택하라는 듯이... 겉으론 인형같은 차가운 표정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엘테미아는 폭 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속으로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제발!...날 기절이라도 시켜줘!...진...차라리 날 이대로 끝내버려!... 내가 진에게 검을 들이대다니...그런거 하고 싶지 않아!...제발..흑... 제발...누군가가 날 멈춰줘...제발 멈춰!...' 속으로 피를 토하는 음성으로 엘테미아는 외치고 있었지만 정작 엘테미아의 몸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카캉!...- "......" "......" "......" 감정이 결여된 차가운 눈빛으로 은발의 소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청보랏빛 머리칼의 사내에게 그대로 휘둘렀고 소녀의 검이 사내의 목에 부딪히자 마차 처절한 금속 음이 울려퍼지며 작은 스파크가 일고 있었다. 해버렸다...비록 자신의 의지는 아니었지만 엘테미아는 스타판과 진 을 사이에 두고 스타판을 선택해 버리는 행동을 해버렸다. 속으로 엘테미아는 피가 맺히는 절규를 토하며 억장이 무너지는 감 정을 맛보고 있었다. 소리내어 진에게 외치고 싶고 언제나처럼 그의 품에 안겨 칭얼대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이젠 그에게 다가서 는 일조차 할수 없었다. 엘테미아는 굉장히 불안하고 또 무서웠다. 이대로 진이 자신을 싫어 하게 될까봐...경멸하게 될까봐...더러워하게 될까봐...버려지게 될까봐... '.......' 이대로 기절하고 싶었지만 엘테미아의 몸은 그것조차 허락치 않고 있었다. 그리고는 엘테미아의 뒤에서 기쁜듯 외치고 있는 스타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하 모두들 두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았겠지? 나와 저 소녀의 사이를 말야! 크하하하하..." "......." "......." "......." 모두들 광소를 터트리는 스타판과 아직도 진의 목에 검을 들이대고 서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루미디아 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이제 진 해븐로드가 사람의 심장조차 얼려 버릴 만한 차가운 표정으로 은발의 소녀를 날려버릴 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진의 목을 향한 검을 가냘픈 손으로 내리치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을 맛본 엘테미아는 속으로 하염없이 울부짖고 있었다. 그 리고 생각했다. 이젠 진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그 탓에 엘테미아는 속으로도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하고 울고만 있었다. 한명의 사람에게 영원히 버려진다는 사실에 엘테미아는 그 간 경험치 못했던 모든게 무너지고 모든게 사라져버리는 듯한 고통 스런 허무함을 맛봐야 했다. -스스스스스...- 점차 차가운 표정에서 연신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던 진 의 주위로 살기어린 기류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에 모든 사람들은 대륙 최강의 사내, 진 해븐로드가 자신을 배 반하고 목에 검을 겨눈 드래곤의 소녀와 스타판이라는 왕자에게 분노의 검을 겨눌 차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손이 은발의 소녀의 얼굴로 향하는 것을 보고 침을 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엘테미아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겉으로도...속으로도...그저 더욱더 차갑고 분노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의 모 습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그리고 속으로 피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무서운 얼굴로 자신의 손을 천천히 들이대고 있는 진을 보며 엘 테미아는 자신의 두눈을 꼭감고 싶었지만 단지 희망일 뿐이었다. '흑...흑흑...나 이런 거 싫어...흑......' 스타판은 차마 자신이 나서서 섬뜩한 기류를 내뿜고 있는 진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가만히 있었고 그들 주위로 몰려든 사람들은 은 발의 소녀에게 손을 들이대고 있는 진을 보며 긴장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루미디아 왕녀는 차가운 표정으로 은발의 소녀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었고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는 속으로 하염없이 울먹이며 마음의 문을 끊어버리려 할 때였다. -스윽...- "......." "......." "......." 자신을 배반한 은발의 소녀에게 무슨 식으로라도 자신의 분노를 표 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진이 자신들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기이한 행동을 취하고 있자 모두들 벙찐 표정과 의혹의 표정으로 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진의 행동에 엘테미아는 또다른 감정으로 인해 속으로 눈물을 하 염없이 흘리고 있었다. 아직도 은발의 소녀는 진의 목에 검을 대고 있었고 진은 그런것조차 상관없는지 자꾸 은발의 소녀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주먹으로든...아니면 검으로든...아니면 비수같은 날카로운 언행으로든... 어떻게든 진이 은발의 소녀에게 배반당한 마음을 보상받으리라고 생각 했던 사람들은 진이 하고 있는 행동을 보며 저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 기 시작하고 있었다. 진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드래곤의 소녀...분명 그녀의 얼굴은 일 말의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진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 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인형같은 얼굴로... 허나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은 그녀의 얼굴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리고 는 엄지손가락으로 연신 드래곤의 소녀의 눈가를 닦아주고 있었다. 이에 사람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드래곤의 소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어디하나 눈물을 흘린 자국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 해븐로드는 계속해서 은발의 소녀의 눈가를 닦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인지 눈가를 닦기도 했고 자신의 손을 넘어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지 자신의 손으로 은발의 소녀 의 볼을 닦아주기도 했다. "........" "........" 한참동안 흘러내리지도 않는 눈물을 닦아주는 진을 보며 사람들은 의혹 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진이 계속해서 은발의 소녀 의 흐르지 않는 눈물을 닦아주자 분명히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은발의 소녀의 눈물이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고 있었다. 한동안 자신의 손으로 드래곤의 소녀의 눈물을 닦던 진 해븐로드의 주위 로 스멀거리던 기류가 한순간 소용돌이치는 파도처럼 사방으로 섬뜩하게 범람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숨막힐 듯한 살기에 저마다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진의 나 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여자를 울리는 녀석은..." "......." "죽음조차 초월한 고통을 느끼리라..." ".....!!"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14 진의 나지막한 음성이 갑판위로 싸늘하게 울려 퍼지자마자 그의 주위에 있던 초청객들은 자신들의 곁으로 무형의 기운이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 여자를 울린 자는... 진이 읊었던 내 여자를 울린 자는...이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무형의 기운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속에서도 은발의 소 녀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역시 소녀의 얼굴 그 어디에도 눈물 자욱 같은 것은 없었다. 이에 수많은 사람들과 같은 심정이었던 루미디아 왕녀도 은발의 소녀의 눈가에 눈물 자욱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자 또다시 진을 향 해 소리치려는 찰나였다. -투둑...- 지독히도 차가운 표정을 고수하고 있던 진이 은발의 소녀의 목에 채워져 있던 투박한 은빛 모양의 목걸이를 조용히 풀어 해친 후 손에 쥔채 가루로 만들어 버리자마자 진과 엘테미아를 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눈동자가 커지기 시작했다. 은빛의 목걸이가 소녀에게서 떨어지자마자 일말의 감정이라곤 전혀 느낄 수 가 없었던 소녀의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에서 어느새 애처 로울 정도로 맑은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가녀린 두 팔로 진의 목에 겨누고 있던 검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달카닥...- 검이 차가운 갑판아래로 떨어짐과 동시에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 또 한 힘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가 쓰러지자 마자 한손으로 그녀를 살짝 안은 후 갑판위에 가지런히 앉히고 있는 진을 보며 모 든 사람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상황이 스타판이라는 왕자와 드래곤의 소녀의 목에 채워져 있 던 은빛 목걸이 때문이라는 사실을... 허나 단편적으로는 모두들 이해할 수 있어도 도대체 어찌해서 진이 보 이지 않는 소녀의 눈물까지 닦아줄 수 있었는지 그것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옆에서 두볼에 가득 홍조를 달고 있는 영애들이 연신 사랑의 위 대한 힘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납득이 가질 않고 있었다. "......." 분명 모든 상황이 끝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테미아는 자신의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공포와 불안의 늪에서 손을 내밀어준 진에 대한 기쁨과 안도감...그리 고 형용할 수 없는 큰 감정들의 교차로 인해 엘테미아는 서러워서 우 는건지...아니면 기뻐서 우는건지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수많은 감정들의 교차속에서 엘테미아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사 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떻게 진이 자신의 보이지 않는 눈물을 닦아줄 수 있었는지를 생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엘테미아는 순간 고개를 들어 진을 쳐다보려 할 때였다. "끄아아아아악!!!!" 엘테미아가 진을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올렸을 때는 경악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진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처절한 비명소리 뿐이었 다. 이에 깜짝놀란 엘테미아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비명소리가 들린 곳 으로 고개를 향했고 그곳에는 마치 지옥의 사신같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는 진이 자신의 손으로 스타판의 손뼈를 완전히 짓이기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손뼈가 부러지다 못해 으스러지며 날카로운 뼛조각이 손의 신경과 살을 뚫고 나오는 징그러운 자태를 내보이기 시작하자 얼굴이 새파랗 게 질린 스타판왕자는 인간의 성량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 다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내손!! 끄아아아아악!!" 보는이로 하여금 동정심을 마구 이끌어낼 정도의 비굴한 표정으로 소릴 지르던 스타판왕자에게 싸늘한 미소를 보내고 있는 진을 보자 엘테미아는 무언가가 상당히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왼손을 짓이기고 오른손까지 짓이기고 있는 진을 보며 스타판은 실성 한 듯 온몸을 마구 비틀며 자신의 발로 진의 여기저기를 강타하고 있었지 만 얇은 막으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 진에게 조금의 타격이라도 입힐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 사실을 스타판도 용케 알아챘는지 이제는 자신이 아프로디테로 워프할 때 함께 왔었던 흑기사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뭐,뭣들 하는거냐 흑기사들이여!! 다,당장 이 개자식을 쳐죽이지 않고!! 크,크아아아악!!" 그가 처절하게 외치자마자 정말로 아랫선실과 갑판을 잇는 커다란 문이 덜커덕 하고 열리며 일련의 흑색갑옷을 두른 흑기사들이 달려오기 시작 했다. 저마다 서슬퍼런 은빛 검날을 번뜩인 채 왕자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 던 흑기사들은 긴장으로 인한 굳은 표정으로 해븐로드라는 성을 가진 사 내에게 검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바로 모든 무인들을 통털어 금단의 행위 베스트 3위안에 드는 짓 이었다. 저마다 두려움과 공포로 인한 긴장으로 침을 목구멍으로 쓰게 삼키며 천천히 자신들의 왕자에게 격한 고통을 선사하고 있는 진에게로 다가 갈 때였다. -스스스스슥...- 흑기사들이 진 해븐로드에게 다가설라 치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족히 백명은 넘어보이는 정장차림의 사내들이 섬광같은 스피드로 인간장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 "......!!" 흑기사들은 정장차림의 사내들의 보통의 나부랭이들이 아닌 범상치 않은 기도를 내뿜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그들의 정체를 단 번에 알아차린 흑기사단장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들의 주위로 싸늘 하게 울려퍼졌다. "레,레드엔젤..." "끄아아아아아아아!! 뭐, 뭐하는거야!! 이 병신새끼들아!...끄이악!! 끄아아아아아!!!" "......." "......." 레드엔젤...일대일로 붙어도 거의 승산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자신들의 전력을 잘 알고 있었던 흑기사들은 저마다 힘없이 검을 늘어뜨리고 있 었고 사건의 소식을 알고 달려나온 레드엔젤과 슈팅스타들은 진과 눈물 을 글썽이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살벌한 살기를 방출한 채 스타 판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순간 수많은 살기어린 시선들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더욱더 고통이 가 중되던 스타판은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 이롭지 않게 전개되고 있자 처 절한 목소리로 한 사람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드,드래곤의 소녀여!....끄아아악!...제,제발 날좀 살려다오!...크아아아악!!" 온통 고통으로 눈물범벅이 되어 소리치는 스타판을 보자 그를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의 아미가 짜증스럽다는 듯 찌푸려지기 시작했고 속으로 '너 라면 참 잘도 구해 주겠다!'라고 소리치며 가당치도 않는 그의 외침에 저마다 차갑게 고갤 돌리고 있을 때였다. "이,이제 그만둬 진..." "......." "......." "......." 여기 모인 이들중에서 진 해븐로드의 이름을 저처럼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이는 단 한명밖에 없었다. 이에 사람들은 설마설마 하며 다시 고개를 스타판 쪽으로 돌리고 있었 고 그들의 눈에 비쳐지는 영상에 다시 한번 크게 놀라고 있었다.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는 정말로 스타판의 말처럼 자신의 가녀린 두 팔로 진을 만류하고 있었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잔 심정으로 외친 자신의 말에 정말로 드래곤의 소녀가 자신을 구해주자 격한 고통 속 에서도 기분나쁜 미소를 짓고 있는 스타판이었다. 허나 그런 그들과는 상관없이 엘테미아는 자신에게로 고개를 돌리는 진을 보며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뭐냐..." "......" 언제나 자신에게는 남들에게 보낼 때와는 다른 따스한 감정이 깃든 눈빛을 보내주던 진이 한순간 자신을 쳐다보며 무섭고도 섬뜩한 감 정이 깃든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엘테미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 가 없었다. 그리고 순간적인 착각이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엘테미아는 진의 청보랏빛 머리칼이 더욱더 짙은 보랏빛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진의 모습이 아닌 처음보는 사람처럼 차가운 눈빛을 고수하고 있는 그에게 엘테미아는 너무나도 큰 불안감을 느꼈다. 왠지 이대로 그를 놓쳐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그 무엇으로도 치유할 수 없을 것만 같은 큰 상처를 받게 될것 같은 공포가 엘테미아에게로 엄습하고 있었고 저절로 떨리는 두 눈과 파리해진 입술로 그의 이름 을 부르려고 했지만 진은 어느새 다시 고개를 돌려 스타판을 짓이기 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사,사,살려줘!!...원하는 거,것이라면 도,돈이든!...여,여자 든 모두 준다!...끄아아아악!! 제,제발...부,부탁..." "........" 스타판의 애처로운 말에 진은 차가운 비웃음을 선사하곤 다시 그의 목 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어깨위로 그를 번쩍 들어올린 채 나머지 한손으 로 스타판의 복부를 꿰뚫을 심산인지 진의 왼손이 뒤로 젖혀지며 서슬 퍼런 섬뜩한 기류가 조용히 회전하고 있었다. "커어억!! 사,사,살려...주세요...제,제발!...드,드래곤의 소녀여!...나,날좀... 제발!..." "......" 스타판이 엘테미아에게 처절한 절규를 외치자 엘테미아는 무의식적으로 진의 오른손을 꽉 쥐며 소리쳤다. "진! 이제 그만해! 이 정도면 됐잖아!! 그만 하라구!..." "......." 진과 스타판, 그리고 엘테미아를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드래곤 의 소녀가 오히려 스타판을 구제해주기 위해 진을 만류하는 모습을 보자 그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스타판과 드래곤의 소녀의 사이가 정말로 숨겨진 연인이라도 돼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로 애처로울 정도로 진에게 매달려 그를 만류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모두들 이마를 살풋 찡그리고 있을 때 진도 엘테미아의 이상한 행동을 느낀 것인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 채 말했다. "왜지...?" 진의 물음에 엘테미아는 울먹이기만 했고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던 스타 판이 비굴한 표정을 드리우며 재빨리 진에게 말했다. "것 보시오!...드,드래곤의 소녀와 나,나는 연,연인 사이라니까!...그러니까 드래곤의 소녀가!...나,나를 구해주는 것이 아니오...그,그렇지 않소?" "......." 스타판이 지껄이는 말에 수많은 초청객들은 자신들의 고개를 살짝 끄덕 이기 시작했고 진 역시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그게 네가 나를 말리는 이유인가?" -와락- "......." 허나 엘테미아는 진의 물음에 대답대신 그의 품에 와락 안겨버렸다. 갑 자기 엘테미아가 안겨버리자 진의 차갑던 눈빛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 했다. 그리곤 자신의 품에서 흐느끼는 엘테미아의 조그마한 목소리를 들 을 수 있었다. 오직 자신만이 들을 수 있는 조그마한 목소리를... "그,그런 무서운 얼굴 하지 말아..." "......." "나 싫어!...진이 누군가 다치게 하는 모습 보고싶지 않아...다른 누굴 죽이는거 정말 싫어...진은 좋은 사람인데...그런 사람인데...다른 누구에 게 무서운 사람으로 보이는게 싫단 말야!" "......." "...그러니까...그만둬...이제..." 자신의 할말을 마치고 조심스레 고개를 올려 진의 얼굴을 바라본 엘 테미아는 순간 가슴이 울렁거리며 또다시 폭포수같은 눈물을 쏟아냈 다. 속으로 언제나의 진이라고 다행스러워 하며... 허나 엘테미아는 진의 머리칼이 보랏빛에서 청보랏빛으로 다시 변했다 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더욱더 자신의 옷을 꽉 잡아당기며 흐느껴 우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진은 조용히 그녀를 떼어냈다. 소녀에게 보내던 차가운 표정을 지워 버렸지만 그의 얼굴엔 화난 표정이 가득했다. 이에 엘테미아는 아까처럼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진의 눈빛엔 자신을 처음보는 사람처럼 낯설은 눈빛이 아니었기에 그나마 위안이 됐지만 역시 무서운건 무서운 거였다. "왜...왜...?" 갑자기 진이 화난 표정을 짓자 엘테미아는 어쩔줄 몰라하며 신비로운 황금빛 두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그에게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진은 그녀의 말대로 스타판을 놓아주며 이젠 엘테미아의 손 목을 잡기 시작했다. "따라와." "에...? 에에??"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 는 놀라 소리쳤고 진에게 이끌려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지나치자 사 람들이 자신을 보며 이상한 표정을 지음에 엘테미아는 또다시 울상이 되어 버렸다. 진은 화난 얼굴로 사람들을 지나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정 장차림의 아이제스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제스의 시선이 엘테미아에 게 못이 박힌 듯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진은 약간의 마나를 담아 아이제스에게 전음을 날렸다.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라...확.실.히!...] [......네?...아! 네!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마스터!] 멍하니 엘테미아를 쳐다보던 아이제스는 갑자기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진의 목소리에 퍼특 놀라 더듬거리다 이내 멍해있던 눈빛을 다잡고 확실한 목소리를 다시 진에게 전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쳐 은발의 소녀를 거칠게 끌고 가는 자신의 마스터를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아이제스는 이내 자신의 주위에 있는 레드엔젤과 슈팅스타들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 "......." 아이제스의 싸늘한 미소가 점점더 번져가며 레드엔젤에서 슈팅스타로 옮겨가고 있었고 오랜만에 뜻이 맞은 그들은 명령체계가 없어도 일사 분란한 움직임으로 스타판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스타판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레드엔젤과 슈팅스타를 바라보며 아이제 스는 자신의 곁에 있던 가이가스 왕국의 쿠로쿠린 공작에게 넌지시 말 을 건넸다. "저희가 끝을 봐도 되겠지요?" 아이제스의 말에 가이가스의 쿠로쿠린 공작과 그의 옆에 서있던 스테 이샨이란 흑마법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이제스는 그것 또한 수많은 눈들을 위한 연기라는 것쯤은 눈감고도 알 수 있었다. 한참을 아이제스의 말에 당혹스러워 하던 쿠로쿠린 공작이 옅은 웃음 을 머금고 자신의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허허...곤란하군요...드래곤의 소녀를 건드린 왕자님께서 또다시 드래곤들의 분노를 사셔서 드래곤들에 의해 사라지셨다고 할 수도 없고...이것 참...허허허..." -씨익...- 말은 그렇게 하고 있어도 모든 승인절차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이에 아이제스는 쿠로쿠린 공작에게 짧은 목례를 하고 저기서 사악한 표정 을 짓고 있는 레드엔젤과 슈팅스타에게로 걸어갔다. 저만치 걸어가고 있던 아이제스를 보며 쿠로쿠린 공작은 아직도 갑판 위에 서있는 수많은 초청객들을 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자자~! 뒷처리는 기사분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다시 파티를 즐깁시다!" 쿠로쿠린 공작의 말에 저마다 멍해있던 정신을 차리고 그의 말에 동의 한다는 듯 파트너와 함께 갑판 아래의 파티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 했다. 그때 파티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중엔 루미디아 왕녀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있었다. 아마도 먼저 사라진 진과 엘테미아의 뒤를 쫓아 갔던 것이었다. 이젠 모두가 파티장으로 내려가고 레드엔젤과 슈팅스타, 그리고 스타판 만이 존재하는 싸늘한 갑판위에서 스타판은 애써 당당한 목소리로 그 들에게 소리쳤다. "크윽...뭐,뭣들하는게냐!? 가이가스와 휴벤트의 사이가 틀어져도 좋단 말이더냐?? 어서 나를 치료하지 않고서!!..." "......." "......." 허나 스타판의 말에 어디서 개가 짖냐는듯 무심한 표정을 짓던 레드엔 젤과 슈팅스타들은 저마다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제스를 쳐다봤다. 이에 아이제스는 모두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처리할까?" 아이제스의 말에 모두들 턱에 손을 괴고 갖가지 사악한 방법을 생각하 기 시작했다. 그리고 채 오분이 지나기 전에 그들 중 가장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록본이 손엔 아기자기한 분홍빛 리본으로 봉인된 주머니 하나를 들고 나오고 있었다. 록본은 사악하고 섬뜩하며 왠지 공포가 어린 표정으로 주머니를 아이제 스에게 건네고 있었고 그 물건을 받자마자 아이제스의 낯빛이 차갑게 변하고 경악스런 눈초리로 록본에게 말했다. "이,이걸 어디서 구했지...?" "크크큭...내 언젠간 이런날이 올줄 알고 항상 품에 가지고 다녔수다." "하아...정말 너란 녀석은 상상치도 못할 강심장을 지녔군..." 그 둘의 대화를 듣던 다른 기사들은 자신의 머리위로 수많은 물음표 를 달며 아이제스의 손에 넘겨진 주머니 속의 물건이 도대체 뭔지 궁 금해하고 있었고 록본과의 대화를 마친 아이제스가 조심스런 손동작 으로 주머니를 봉해있던 분홍빛 리본을 풀고 그 주머니에서 나온 물 건을 보자 모든 기사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경악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었다. "허억!..." "컥...그,그건!..." 그 물체를 확인한 레드엔젤과 슈팅스타들이 온몸을 벌벌 떨자 그들을 보며 별 미친놈들 다보겠다는 눈초리로 바라보던 스타판은 일국의 왕 자를 이렇게 박대한다는데 분노감이 용솟음 치기 시작했고 아까의 비 굴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기사들에게 바락바락 소릴 질렀다. "야이 자식들아!! 뭔 사내새끼들이 쿠키하나 가지고 벌벌 떨어!! 별 미 친 짓 그만 떨고 빨리 나를 치료하러 모시지 않을까!? 이 무례한 상것 들아!" 허나 스타판의 외침에도 별반응이 없던 레드엔젤과 슈팅스타들은 이내 두려움의 표정에서 사악한 표정으로 뒤바뀌기 시작했고 아이제스는 모든 준비를 끝냈는지 커다란 심호흡을 하고난 후 스타판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기사를 향해 차가운 한마디를 내뱉었다. "야. 저새끼 아가리 벌려." "......." 아이제스의 말에 다른 두명의 기사가 스타판에게 다가와 우악스런 손길로 그의 입을 찢어져라 벌렸고 아이제스는 떨리는 손길로 주머 니속의 물건을 한움큼 집어 스타판의 입 속으로 쳐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십초 후... "으어어...으어어어어..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아프로디테가 항해하는 상공아래 처절한 비명성이 애처롭게 울려 퍼지고 있을 때 아무도 없는 아프로디테의 후미쪽에서 한 사내의 격한 외침이 들려오고 있었다. "너 정말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가 맞긴 맞는거야? 왜 그런 병신같은 자식한테 질질 끌려다녀?!" "......." 하늘위에 둥둥떠있는 찬란한 빛을 받아 아스라히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가늘게 떨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며 청보랏빛 머리칼 의 사내, 진 해븐로드가 화난 어조로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 녀석쯤 한방에 보내버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잖아! 왜 정작 중요할 때 바보처럼 쓰지 못하고 주저앉는 거야! 넌 어 린애도, 여자도 아니잖아! 헬마스터 공작의 모습은 다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 "흐흑...소,소리 치지 말아..." "울지마!!" 진의 비수같은 날카로운 말에 엘테미아가 울쩍이며 말했고 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아직도 화가 덜 풀린건지 진이 소리치고 있었 다. 엘테미아는 자신의 서러움을 받아주긴 커녕 다그치기만 하고 있 는 진을 보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도 크게 외쳤다. "지,진이 뭘알아! 내가 그 사람에게 얼만큼의 어떤 고통을 당했는 지 알기나 해?!...그때 난 그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도 잃었고 내 순결도 반은 빼앗겼단 말야!...흐아아앙...그 사람을 보자마자 다리 에 힘이 풀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단 말야! 흐아아앙~!" "뭐라고? 그 자식이!..." 자신이 외친 말에 진의 얼굴이 사납게 일그러지며 당장이라도 스타판이 있는 갑판으로 뛰어가려 하자 엘테미아는 울먹이며 그 를 잡은 채 소리쳤다. "그만두라구 진!! 진은 왜 이렇게 화내는 거야? 진은 진이 사랑 하는 사람이나 챙기면 되지 뭘 그렇게 화내는 거냐구!" "......." "난 진의 말처럼 잘 싸우지도 못하고! 맨날 징징대기만 하구! 쓰 레기같은 왕자에게 바보처럼 끌려다니기만 하는 나한테 뭘 신경 쓸게 있다고 화내는 거야?!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여? 그런거!..." -짜악!!- "......." "......." 엘테미아는 갑자기 자신의 왼쪽 볼에 따끔한 감촉이 느껴지자 지금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리곤 어느새 그녀의 두 눈동자에서 맑은 눈물이 하염없이 쏟 아지며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을 볼 수가 있었다. 엘테미아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손이 올라간 진은 고개를 푹 숙 이고 어깨를 가늘게 떨며 울먹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쥐고 소리쳤다. "다른사람 같았으면 손이 아니라 칼이 올라갔어!...난 이 세상에서 단 3사람에겐 칼을 들이댈 수가 없어!..." "......" "그리고 난 누구의 명령 따윈 듣지 않아! 황제의 명령도 뜻이 다르다 면 거부해! 하지만 세상에서 오직 한사람!...그 사람의 말은 거부할 수 없었어! 그리고 난 그 누구에게 이렇게 화내지 않아! 그냥 끝내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단 한사람에겐 그렇게 할 수가 없어! 그 누구에게도 이 렇게 길게 말하지 않아! 그 누구에게도 그런 표정도 짓지 않고! 그 누 구도 안아본 적이 없어! 그 누구와도 한 침대 사용한 적이 없었고 절 대로 다른 사람을 향해 웃지도 않아!...단 한사람을 제외하고..." -두근두근두근두근...- 진의 격한 외침에 엘테미아는 맑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조용히 그를 올려다봤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뒤로한 채 진의 마지막 말을 기 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신비스런 황금빛 눈동자와 마주 친 진은 짧은 한숨을 쉬고 화난 표정을 풀며 단 한사람에게만 말해 주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 한사람이...내겐 가장 소중해. 그 사람이 남자든, 헬마스터 공작이든, 뭐든 난 상관없어...이래도...내가 이렇게 화내는 이유를 모르는 거냐?" "......." 진의 말에 아무리 그 쪽으로 맹한 엘테미아라도 그가 말하는 한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들어 진과 눈이 마주친 엘테미아는 더욱더 빨리뛰는 심장과 화끈 달아오르는 두 뺨에 자신의 고개를 진의 가슴에 푹 묻고는 속 삭이는 어조로 말했다. "으응...아,알았어...이제 진이 마구마구 화내두 돼...나 괜찮으니까..." 이제서야 그녀다운 말을 내뱉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그녀의 작은 등을 토닥이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품에 안으며 조용히 속삭였 다. "나 이제 알고싶어...너의 진짜 모습을..." "......." "마법으로 꾸민 지금의 모습이 아닌 너의 진실된 모습을 알고싶어. 예쁘던 안 예쁘던 그 어떤 모습이라도 좋아. 네 심장이 멈추는 날 까지 꼭 곁에서 지켜줄 테니까..." "......." 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아프로디테에 오르기 전 자신이 다짐했던 단어가 생각났다. '고백...' -쿵쾅쿵쾅쿵쾅...- 안그래도 빠르게 뛰던 자신의 심장이 더욱더 빨라지며 쿵쾅거리자 엘테미아는 자신의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에게 들킬새라 재빨리 떨어 졌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올려다본 진의 진지한 얼굴을 보자 더욱더 얼 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쿵쾅 거림에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 "......." 하지만 엘테미아는 자신을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쿵쾅거리는 가슴을 뒤로 한채 진을 바라봤다. "......." 허나 매혹적인 두 눈동자로 자신만을 바라보는 진의 얼굴을 보자 다 시 얼굴이 달아오른 엘테미아는 울상을 지으며 진의 품에 다시 고개 를 묻어 버렸다. "진!..." 차라리 그의 얼굴을 보지 않고서 고백하는게 나을거라 생각했는지 엘테미아는 진의 품에 고개를 묻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진의 옷을 강하게 움켜잡은 채 말하기 시작했다. "저,저기말야...사,사실은...나...그게..." 자신의 품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조용히 그 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기다리고 있었고 진이 자신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려 주자 용기를 얻은 엘테미아는 자신의 목소리가 하늘위로 쩌렁쩌렁하게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그, 그전까지의 내 모습이 거짓이었고!! 지,지금의 내 모습이 진짜라면 진은 어떡할 꺼야??" "뭐...?" 그제서야 진은 자신의 앞에 있는 은발의 소녀가 드래곤의 소녀라는 사실이 떠오르며 거대한 망치가 자신의 머리를 강하게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는 두뺨에 가득 홍조를 어린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신비 로운 황금빛 눈동자의 소녀를 복잡한 심정으로 바라봤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15 한동안 눈앞의 소녀,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진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고는 자신의 손을 들어 가슴팍까지 오 는 엘테미아의 머리에 알밤을 내렸다. -콩!- "아얏!! 뭐,뭐야?!" 갑자기 심상치 않던 분위기에서 진이 자신에게 알밤을 먹이지 엘 테미아는 실망 반, 당황 반의 심정으로 그에게 소리쳤고 진은 자 신의 눈을 반쯤 감은 채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 나를 못 믿는 거냐? 그리고...솔직히 네 얼굴이 사람얼굴이냐? 그게? 사실대로 말해도 난 괜찮다니까." "......." 엘테미아는 벙찐 얼굴로 진을 보며 '자기 얼굴도 만만치 않으면서!' 라고 소리치려다 벌써 진에게 선수를 빼앗기고 있었다. "게다가..." "......." 게다가란 말을 끝으로 진이 자신의 눈을 반쯤 감은 채 의심이 팍팍 든다는 얼굴로 엘테미아의 가슴쪽을 바라보자 엘테미아는 진의 눈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는 듯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온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부르르르르...- 한참을 분노에 온몸을 떨던 엘테미아가 도끼눈을 뜬 채 진을 훽~! 하고 노려보자 왠만해선 절대 미동이 없는 그가 살짝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어울리지 않는 음산한 말을 내뱉던 엘테미아는 아직도 자신의 가슴을 보며 의심이 팍팍 든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진을 노려보며 나직히 말했다. "그.러.니.까...내 가슴이 작으니까...내가 여자가 아니란 소리야? 그,그런거야? 응?" "잘 아네." "......." 아무런 망설임없이 딱부러지게 말하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스 스로 분한감에 못이겨 구슬같은 커다란 눈물방울을 자신의 눈가에 그렁그렁 매달고는 진의 가슴을 마구 때리며 소리쳤다. "야!! 너 세상에서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런 남자 봤어?! 봤냐구!! 못 봤잖아!!" "지금 보고 있잖아." "......." 머엉... 역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엘테미아 자신을 꼼짝 못하게 만 드는 마력이 숨겨져 있는게 확실하다고 생각하며 엘테미아는 진 을 마구 때리던 짓을 멈추고 얼굴을 붉혔다. 그리곤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은지 헤벌쭉 하고 웃으며 간드러지 는 목소리로 진에게 말했다. "헤헷...내가 아무리 예,예뻐도 그렇지...그,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 "아,아니 이게 아니지!" 엘테미아는 헤벌쭉 웃다가도 순간 이런 분위기는 절대 용납 못한다는 듯 갑자기 고개를 세차게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아직도 지금의 자신의 모습이 진실 된 모습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는 진을 향해 한소리를 할 찰나였다. "어맛!..." "......." 순간 엘테미아는 자신의 왼쪽손이 진의 오른손에 의해 제압되고 그의 손길에 이끌려 진의 품으로 폭! 하고 안겨버렸다. 그리곤 그의 나머지 한쪽손이 엘테미아의 잘록한 허리를 강하게 감싸쥐고 있었고 좀 전의 장난스런 분위기와는 상반되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 자 엘테미아는 반전된 분위기에 입을 벙끗거리며 얼굴만 붉히고 있었 다. 그리고 한동안 지금의 포즈를 유지하다 끝내 진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엘테미아에게로 들려왔다. "나..." -두근...두근...- "믿을께...지금 너의 모습 그대로...내 머릿속에 영원히 각인시켜도 돼 는거지?" 진지한 눈으로 자신만을 바라보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떨리는 가슴 을 뒤로한 채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 시작했고 그녀의 행동 에 진은 아찔할 정도로 상큼한 미소를 내 보이며 서로가 서로를 뜨거 운 눈길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보기만 해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진의 청보랏빛 두 눈동자에 엘테미아 자신의 모습이 점점더 크게 투영되자 엘테미아는 쿵쾅되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고 촉촉한 음성으로 그에게 중얼거렸다. "진...진이 나 부를때 너 라거나 야 라거나 아니면 헬마스터 라고 부르지 말고 내 이름 '린'이라고 불러줘..." "그래..." 이제는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지척까지 다가온 진을 보며 엘테미 아는 가슴이 굉장히 떨려왔지만 처음처럼 만큼은 떨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굉장한 악운커플이 만난 것인지 부끄러운 짓을 할라치면 어김없이 방해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호호호호호호....." 바로 지금처럼... 갑작스레 엘테미아와 진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던 아프로디테의 후미쪽 으로 나타난 금발의 미녀, 루미디아 왕녀는 어색하게 웃는 표정으로 진 과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등장하고 있었다. 그리곤 특히 엘테미아를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루미디아는 시선을 돌려 진을 바라보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해븐로드 공작님! 당신은 지금 속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세상에... 해븐로드 공작님께서 공작가의 천적인 헬마스터 공작과의 그런 사이라 뇨! 해븐로드 공작님은 어느 새 저 불여우같은 헬마스터에게 홀린 거 라구요! 이제 정신을 차리세요." "......." "후훗...그러지 않을 경우 직접 저 은발의 소녀, 헬마스터 공작과 해븐로드 공작님의 사이를 제국의 황성, 자이녹스에 고해야겠죠? 두분의 기묘한 사이가 황성에 알려진다면 꽤나 시끄러워 지겠군요? 호호호홋..." "......." "그럼 헬마스터 공작님...당신의 현명한 선택에 맡기겠습니다." "아니...그, 그게..." 갑작스레 나타난 루미디아 왕녀가 자신이 헬마스터라는 사실을 알고서 협박해 오자 엘테미아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말을 더듬거리며 그녀를 바 라보고 있었고 루미디아 왕녀는 다시한번 승리의 미소를 싸늘하게 지으 며 엘테미아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루미디아 왕녀의 승리의 미소를 그리 길지 못했다. "흥!...이번엔 수천명이 몰려와도 멈추지 않아." "......." "......." 승리의 미소를 싸늘히 짓고 있던 루미디아 왕녀는 진의 대답이 끝나자 마자 그가 행한 행동에 흰자위가 크게 드러날 정도로 두 눈을 크게 뜨 며 경악하기 시작했고 엘테미아는 한참을 안절부절하며 루미디아 왕녀를 쳐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자신의 입술로 무언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 낌이 느껴지자 루미디아건 뭐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자신의 눈앞에서 하늘거리는 청보랏빛 머리칼을 바라보기에 여 념이 없었다. 또다른 시조드래곤의 사랑과 증오 16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시리디시린 얼음의 브레스가 아름다운 건축물이 즐비한 드래고닉 캐슬을 모두다 얼려버리고 있었다. 그들의 브레스에 얼어버린 건물들을 꼬리나 육중한 발로 짓뭉개며 아름다웠던 캐슬의 정경을 을씨년한 폐허의 모습으로 만들어 버렸다. 아직까지도 브레스를 남발하고 있는 얼음의 비늘로 뒤덮인 그들의 아래로 여기저기 피가 흥건한 가지각색의 드래곤들이 숨을 헐떡이 며 애처로운 마지막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악...하악...하악...하악..." -퍽!!- "크에에에에엑!!" 거대한 얼음으로 뒤덮인 육체를 한바퀴 돌려 자신들의 꼬리에 원심 력을 먹인 다음 숨을 헐떡이고 있는 레드드래곤을 한번에 작살내 버린 얼음비늘의 드래곤은 다시 주위를 향해 쉴새없이 얼음의 브레 스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크크큭..." 천천히 드래고닉 캐슬이 폐허가 되는 정경을 검은색 로브로 온몸 을 둘러싼 음침한 사내와 함께 바라보고 있던 잿빛 머리칼의 흰 제복을 입은 사내, 쿠레이만은 음산한 웃음을 날리며 그의 눈에는 오랜 숙원을 이루는 희열이 가득차 있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궁금했는지 자신의 옆에 있는 검은 로브의 사내, 노네임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대부분의 드래곤녀석들은 저 골드궁에 처박혀 있을 거다. 그런데 왜 여기서만 날뛰게 하는거지?" 쿠레이만의 말에 노네임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감정이 결여된 어 조로 나직히 말했다. "오늘은 단순한 선전포고다. 게다가 우리들의 목적은..." "알아. 시조드래곤의 포획...그리고 우리들의 진정한 로드, 이도크진님 의 현신...모든 준비는 완벽...인가?" "그렇다. 빙의 영혼은 이미 소년의 몸을 숙주로 인정하고 스며들었다." 쿠레이만은 노네임의 말에 잠시 뒤를 돌아 아직도 투명한 구에 갇혀 있는 흰 머리칼의 소년을 바라봤다. 원래는 초록머리칼의 소년이었던 소니아...바로 소니아란 이름의 소년 은 이미 빙의 영혼에 의해 잠식당해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다 흰색으로 탈색되어 버린 상태였다. 그런 그를 보며 잠시 이마를 살풋 찡그리던 쿠레이만은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들의 일족의 가디언들을 보며 말했다. "헌데...저 소니아란 소년의 몸에 들어있는 빙의 영혼을 취할 자는 지금 어디에 있지?" 쿠레이만의 말에 절대로 웃을것 같지 않던 노네임이 큭큭거리며 대 답하기 시작했다. "크크큭...모든것을 취하고 이도크진으로 각성할 자...크크크큭...그분은... 크큭...레디아나를 탈취한 가짜 시조드래곤의 곁에서... 그녀의 모든것 을 파멸로 인도할 수 있도록...그녀의 파멸을 누구보다 가장 가까이에 서 바라고 원하시며 행동하신다. 크하하하하하하!!" "........" "크크크큭...자! 이제 이 곳은 녀석들에게 맡기고 우리들은 모든것을 취할 자를 마중하러 가야겠지. 크크큭...정말 기대되...크크큭..." "......." 자신의 말만 내뱉고 홀연히 사라지는 그를 약간 당혹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던 쿠레이만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그가 사라진 흔적을 따 라 워프를 감행했다. 한편...루미디아 왕녀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절대로 믿 을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 다운 자신이라고 생각했는데...그런 자신을 앞에두고 다른 여자와 키스를 하는 해븐로드란 남자를 보며 루미디아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십분정도가 지나도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더 달라붙는 진과 엘테미아를 보며 루미디아는 난생처음 남자에게서 눈밖에 난 방해 자와 같은 인간으로 전락해버렸단 사실에 자아까지 상실할 정도로 쇼크를 받으며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았 다. "하아...하아..." "......" 한참동안 진과의 뜨거운 키스를 나눈 엘테미아는 몇십분이 지나서야 겨우 서로의 입술을 떼어냈고, 뜨겁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온통 달아 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으로 진을 올려다봤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에?...으읍!..." 한참 뜨거운 숨을 고르고 있던 엘테미아는 또다시 진이 자신의 입술 을 탐닉하러 돌진하자 놀란 신음소릴 내뱉었고 순식간에 다시 진의 입술에 의해 자신의 입술을 점령당하고 있었다. 좀전의 키스보다 더욱더 강렬하고 온몸에 전율이 일정도로 사방을 탐닉하는 진의 입술과 혀에 엘테미아는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온몸 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았다. 허나 쓰러지는 엘테미아의 허리를 진이 강하게 들어올려 그녀를 놓 아주지 않고 있었고 더욱더 깊어지는 그의 키스에 엘테미아는 무아 지경 속으로 깊숙히 빠져들고 있었다. 처음의 짜릿했던 레몬맛같던 키스가 이제는 진한 와인맛이 나는 키 스로 변했고 그의 키스에 깊이 취해버린 엘테미아는 가까스로 손을 진의 목에 둘러싸고 더욱더 그를 끌어들였다. 가끔가다 진이 강렬한 탐닉과 함께 엘테미아의 작은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 내릴때면 전신이 짜릿한 전기에 감전된 것 마냥 엘테미아는 황 홀경에서 허우적대고 있었고 진또한 그동안 못다한 것을 모두다 풀어 버릴 것처럼 평소의 여유롭고 냉정한 그 답지 않게 격렬하고 뜨거운 감정을 모두다 엘테미아에게 쏟아 붓고 있었다. 끝없이 계속될 서로의 공방전이 끝나고 길고 긴 뜨거운 숨결의 여운 을 남기며 오랫동안 지속됐던 서로의 키스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 "........" 숨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엘테미아의 작은 가슴이 크게 들썩이고 있었고 진 또한 아직도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입을 살짝 벌린 채 숨 을 쉬고 있었다. 한동안 서로 숨을 쉬고 나서야 무아지경으로 허우적 대던 이성이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때서야 지금까지의 상황을 파악한 엘테미아는 자신의 얼굴을 새빨간 사과마냥 붉게 물들이곤 아직도 떨리는 목소리로 진에게 툴툴거렸다. "지,진은 요,욕심쟁이..." "......." 귀까지 새빨개진 엘테미아가 고개를 푹숙이고 수줍은듯한 목소리로 말하자 진은 또다시 그녀를 느끼고 싶었으나 더이상 그녀를 느꼈다 간 자신조차 제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애써 자제하고 있었다. 바닷바람의 차가운 바람과 맞서며 서로의 마지막 여운을 만끽하던 엘테미아는 문득 좀전의 루미디아 왕녀가 떠올라 그녀가 있던 자리 를 쳐다보았다. 허나 루미디아 왕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뭐...워낙 단 순한 엘테미아이기에 그런건 금방 잊어버렸고 옆에서 조각같은 얼굴 로 저멀리 반짝이는 전경을 연출하고 있는 세리자리오를 향해 시선 을 주고 있는 진을 보며 말했다. "바,밤의 세리자리오는 예쁘다...그치?" "응." 진을 따라 저 멀리 보이는 세리자리오를 감상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첫 출항식이라 세리자리오의 근해(近海)지역만 항해하는 것에 대해 잠시 감사를 표하고 살며시 진의 어깨에 머릴 기댔다. 그리곤 촉촉히 젖은 목소리로 행복한 듯 얼굴을 살짝 붉히며 진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진...끝까지 나랑 함께 할거지?" 그녀의 말에 세라자리오로 향했던 진의 고개가 그녀를 향했고 부드러운 눈길을 엘테미아에게 건네며 그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이 열리고 있었다. 허나 그의 입술이 열리고 분명 무슨 말을 하는 듯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데도 그의 목소린 엘테미아에게 하나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바로 커다란 굉음의 묻혀...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 ".......!!" 갑자기 지축을 뒤흔드는 커다란 굉음이 진과 엘테미아, 그리고 아프로디 테를 향해 쇄도하자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굉음의 진원지를 찾아 고갤 돌리기 시작했고 진과 엘테미아 또한 자신들 눈앞으로 시뻘건 폭염 과 함께 검은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나는 세리자리오의 모습을 보며 경악 하고 있었다. "저,저게 뭐야!!..." 갑자기 커다란 굉음과 함께 세리자리오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자 엘 테미아가 놀라 소리치고 있었고 진 또한 자신의 눈을 조금 크게뜨며 이 빨을 나직히 갈고 있었다. "쳇!...한동안 뜸하더니...복면인들의 짓인가?" "뭐? 보,복면인??" "가자." "에...?" 난데없이 복면인들이 튀어나오고 진의 입에서 '가자'란 소리가 나오자 엘테미아는 진을 보며 벙찐 표정을 짓고 있었고 진은 그런 엘테미아에 게 부드러운 표정을 내 보이며 말했다. "그냥...둘 수는 없잖아?" "......." 엘테미아는 영지사람들을 걱정하는 진을 보며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자신의 양쪽볼을 붉게 물들이며 쾌활한 미 소를 날리고 진의 등을 탕탕치며 소리쳤다. "좋아~! 우리들의 사랑의 힘으로 모두 물리치는 거야!!" "......." "그럼!...벼어언시인~!" "......." 치렁치렁한 드레스차림이었던 엘테미아가 변신이란 말을 외치자 마치 만화에서 미소녀가 정의의 사도로 변신하는 것 마냥 그녀 의 주위로 황홀스런 황금빛 기류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황금빛 기류가 엘테미아의 온 몸을 감싸며 헬마스터 공작 때처럼 흰색의 롱코트를 걸친 모습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드레스보다 활동하기 편한 흰색의 롱코트차림으로 갈아입은 엘테 미아에게 진은 말없이 미소를 건네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고 진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상큼한 미소로 화답하며 다소 곳이 진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놨다. 그리고는 눈부신 빛을 사방으로 뿌리며 그들의 모습은 이미 아프로 디테에서 불타는 세리자리오로 건너고 있었다. "끄아아아악...사,살려~!" "우,우리집이 불타고 있어!! 제발 누군가좀 도와줘요!! " "흐어억!!" 여기저기서 거무쾌쾌한 검은색 연기가 하늘위로 높게 치솟아 오르고 있었고 사방에서 사람들의 고통어린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순식간에 워프로 달려나온 엘테미아는 사방에 새빨간 혀를 낼름거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불길에 어쩔줄 모르고 당황하고만 있었다. 허나 그녀 의 옆에서 진은 순식간에 거대한 양의 마나를 모으기 시작했고 이내 하늘을 향해 거대한 마나를 방출하며 9서클 궁극마법인 웨더컨트롤을 시전했다. 그가 하늘을 향해 웨더컨트롤을 시전하자마자 먹구름이 세리자리오의 상공으로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고 현재 세리자리오 영지사람들의 생명수와도 같은 굵직한 빗줄기가 사방으로 세차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단 비가 쏟아지자 세라자리오를 잠식하려던 거대한 불길이 주춤거리 기 시작했고 한참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던 엘테미아를 보며 진이 큰 소리로 그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쪽에서 녀석들의 사기가 느껴진다. 도망치기 전에 어서 따라가자!" "아,알았어!!" 어두운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 숲쪽을 가리키며 진이 외치자 엘테미아는 부축하고 있던 노부인을 다른 사람에게 재빨리 맡기고 뛰고있는 진을 따라 숲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다다다다다다다다- 진의 말대로 숲속으로 들어가자 수십미터 전방에서 수많은 발자국소리가 낮게 울려퍼지고 있었고 사방으로 기괴한 기운이 일렁이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 다. 하지만 엘테미아는 다른 때 같았으면 칭얼거리며 무서워했겠지만 자신의 앞에서 믿음직한 등을 내보이며 달리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진 해븐로드... 그의 등만 봐도 엘테미아는 무언가 가슴을 따스히 감싸안는 것 마냥 스스로 안정을 되찾고 있었고 그를 따라가면서 일말의 불안감이나 두려움따윈 들지 않고 있었다. 한참을 진을 따라 달려가던 엘테미아는 오밀조밀하던 숲속을 지나 커다란 공 터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자신의 황금빛 눈동자를 크게 뜨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크레레레렉..." "크케에에에엑..." "크르르르르르" 적게는 300명...최대 4,5백명은 될법한 때거지같은 복면인들이 연신 기괴한 웃음소릴 날리며 자신들의 당당한 위용을 맘껏 드러내고 있었고 진과 자신, 단둘뿐이었던 엘테미아는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천천히 걸음을 멈추는 진을 따라 엘테미아도 긴장하며 걸음을 멈추었고 사방 에 복면인들로 둘러싸인 공터를 질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자신의 옆에 있는 진의 손을 꽉 잡았다. "......." 자신이 손을 잡자 조용히 고개를 돌리는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생긋 미소를 짓고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말야...나 진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말야..." "......." "이 일이 끝나면 꼭 진에게 말해줄께. 헤헷..." "........" 허나 진은 엘테미아를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문득 진이 자신의 대답에 침묵을 고수하자 고개를 돌려 진을 바라 보던 엘테미아에게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후후훗...여기까지 잘 오셨습니다." "......?" "시조드래곤. 엘.테.미.아.님..." "......!!" 엘테미아는 자신의 또다른 이름을 부르는 잿빛 머리칼의 흰색제복을 걸친 사내를 경악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며 온몸을 가늘게 떨기 시작 했다. "무,무슨..." "그리고..." 잿빛 머리칼의 사내와 검은 로브로 온몸을 칭칭감은 사내가 수많은 복면인들 사이에서 유유자적하게 걸어나오고 있었고 잿빛 머리칼의 사내는 엘테미아를 향해 비릿한 웃음을 날리며 뒷말을 흐리고 있었 다. 문득 그의 말에 한없이 불안해하던 엘테미아는 순간 자신 앞에 펼 쳐지기 시작한 광경에 두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연신 살벌한 안광을 뿌려대던 수백명의 복면인들과 자신이 시조드 래곤이란 사실까지 알고 있던 두명의 사내까지, 이 넓은 공터에서 자신과 진을 제외한 모든 존재들이 모두다 한 곳을 향해 한쪽 무 릎을 꿇고 높은 자를 위한 예를 표하기 시작했다. -차르륵,차르륵- 마치 파도치는 물결처럼 앞쪽에서부터 뒤쪽까지 차례대로 한쪽 무릎 을 꿇는 복면인들과 그들의 대표로 나선듯한 잿빛머리칼의 사내, 그 리고 검은 로브의 사내까지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갖다 대며 고개를 약간 숙이기 시작하자 엘테미아는 놀란 가슴을 뒤 로 한 채 혼란스러워 할 수밖에 없었다. "이,이게 도대체..." 엘테미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그녀의 상태에 아랑곳없이 누 군가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은 잿빛머리칼의 사내는 그 누군가를 향 해 나직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 "우리들의 로드. 이도크진..." "......!!" 엘테미아는 순간 가슴에 격렬한 통증과 함께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도크진... 자신의 꿈속에나 존재하는 허무한 환상의 파편이라고만 생각했던 이도크진...지금 자신이 시조드래곤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사내의 입 에서 이도크진이란 이름이 나오자 엘테미아는 격렬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쿵쾅대고 있었다. "무,무슨 소리야...이도크진이라니...이,이상한 말 하지말아!..." "......." "이,이건 꿈이야...지,진...나 갈래...이제 나 갈래!...진...진?"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연신 고개를 젓던 엘테미아는 옆에 서있 는 진의 팔을 붙잡고 애처로이 애원하고 있었다. 허나 엘테미아가 진을 올려다봤을 때 진 역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 었다. 단 한번도 자신에게 지어준 적이 없던 싸늘하고 냉혹한 미소를... "지...인...?" "큭..." 멍한 표정으로 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은 소리죽여 큭큭거렸다. 그리고는 눈 깜짝 할 새에 그의 청보랏빛 머리칼의 짙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버리며 엘테미아를 사랑이 가득한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 허나 사랑으로 가득한 눈빛은 어느새 증오라는 감정으로 뒤바뀌기 시 작했고 진의 증오가 가득 담긴 눈빛을 숨막히는 심정으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은 채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부여 잡고 간신히 몸을 가누고만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가늘게 떨고 있는 엘테미아를 증오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진은 그녀를 향해 싸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 녀의 가녀린 어깨를 강하게 잡고 커다란 나뭇가로 밀어 부쳤다. -쿵!- "꺄악!" 거친 동작으로 나무에 등을 부딪히자 엘테미아는 낮은 신음소릴 내 뱉었고 그런 그녀에게 증오가 가득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진은 엘테미아의 얼굴 바로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증오어린 눈으로 한없이 흔들리며 맑은 눈물이 고인 황금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옛날 옛날에 한 아이가 태어났다..." "......." "그 아이는 어떠한 신에 의해 태어났지. 하지만 그 아이는 신에의해 태어났어도 모든 의지를 불러들일 만한 자아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 "........" "그래서 한참을 고심하던 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신계의 비보를 써서 그의 자아를 일깨우기로 했고 또 신계에서도 허락이 내 려져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가 내려오는 날만을 아이와 함께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 "하지만...신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를 깨울 수가 없었다. 그건 바로 그와 같은 또다른 신이 무단으로 자신이 창조한 아이를 위해 남 의 것이었던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를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그..." "그래서 원래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의 주인이었던 신은 모든 만물의 창조주께 레디아나의 환원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원래의 주인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창조주와 모든 신들은 레디아나를 무단으로 탈취 해간 신과 그의 아이를 감싸돌기 시작했고 그 때문에 레디아나의 원 래 주인이었던 신은 자아를 확립하지 못하는 자신의 아이를 보며 절 망했고 저주했다." "그,그...만..." "그 후로 무단으로 레디아나를 탈취해간 또다른 신의 아이가 자아를 확립 하고 행복하게 지낼 무렵...레디아나를 받지 못한 신과 그의 아이는 절망 속에 살고 있었다. 물론 그때까지도 자아를 확립하지 못했던 신의 아이는 절망이란 감정을 간접적으로밖에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 "그 후로 오랜 세월이 흘러 레디아나를 받지 못했던 아이는 절망속에서 드디어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기 시작했다. 바로 자신의 레디아나를 탈취 해간 시조드래곤이라는 녀석의 후손들을 죽여서 말이지. 바로 그들의 몸 속에 있는 레디아나를 취해서 말야... 허나 그것은 아이를 위한 커다란 저주의 서막이었다. 바로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다른 드래곤의 레디아나가 아니면 안되었던 것이었다." ".....그만...진...무,무슨 소릴 하는거야..." 폭포수처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채 엘테미아는 울먹이며 진 에게 애원했고 진은 연신 차가운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허나 원래는 가짜 시조드래곤의 후손녀석들에게서 탈취한 레디아나 로 그 아이가 자아를 확립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허나 불가능을 가능 케 만들었던 것은...자아가 없는 상태에서도 오직 한 존재만을 향했 던 처절한 증오. 바로 그 증오가 아이에게 시조드래곤의 천적으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잔인한 시작을 부여했던 것이었다. 허나 그 아이는 그래도 부족했다. 자신을 낳아준 신이란 존재를 자신 이 세번째 머리속에 각인 시켜도 부족했고 시조드래곤의 후손들을 죽 인 뒤 레디아나를 탈취해도 부족했다. 바로 자신이 시조드래곤을 향한 증오로 자아를 확립했을 때는 이미 증오의 대상이었던 시조드래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이었지..." "........" "자신의 행복을 모두다 빼앗아간 증오해 마다않는 시조드래곤이 말야..." "......제,제발...그..." "그래서 그는 자신의 증오의 대상이 없는 상황속에서 씹어먹어도 시 원찮을 녀석의 후손들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자신의 종자를 그들 몰래 퍼트려 종족을 유지한 채 봉인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모든 걸 포기한게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몸을 세 개로 나누어 시조드래곤을 향한 완벽한 복수를 꿈꾸었다." "......." "결국 아이는 자신을 낳아준 신의 모든 힘을 빌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 어 버렸다. 까마득히 오랜 세월 뒤 다시 자신이 증오해 마다않는 시조드래곤이 이 대륙에 강림할 때...자신의 흩어진 육체의 조각중 일부가 시조드래곤과의 접촉을 유도, 그리고 그에 성공했다. 아이가 시조드래곤의 후손들에게 봉인당할 당시, 신이 각인되어 있 던 영혼은 그가 쌓은 업을 감당하기 위해 억겁의 세월동안 수많은 윤회의 궤를 떠돌기 시작했고 또 하나의 조각은 언젠가 시조드래곤이 이 대륙으로 강림할 때에 신이 각인된 빙의 영혼을 불러들일 수 있는 육체로 수없이 태어났다 죽기를 반복하는 운명을 이행했다." "...진...그,그만..." "그리고 마지막의 조각..." "......." "그 조각은 흩어진 두 육체의 조각을 취해서 다시 아이의 본체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자 시조드래곤을 향한 복수의 카드였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증오했던 시조드래곤이 신에 의해 다시 대륙으 로 강림했고 버림받았던 아이가 꾸며놓은 복수를 향한 운명의 수레 바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이의 마지막 조각이었던 육체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행하기 위해 태어난지 9살이 되던해...스스로 자신이 증오하는 시조드래곤의 기억 을 봉인하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그 중 재수없게 다른아 이도 같이 뛰어들었지만..." "........" "10년동안 그 아이의 조각은 처절한 수련의 나락에서 드디어 시조드 래곤을 향한 증오의 마음을 자신의 기억 저 깊숙한 곳에 묻어둘 수 있었고 시조드래곤의 기억이 없는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시조드래곤의 기억이 없는 아이의 조각은 아이가 꾸며놓았던 운명대 로 해븐로드란 공작가의 가주가 되어 시조드래곤과 접촉을 성공했고 서로 사랑에 빠져들었다. 시조드래곤을 대할 때마다 아이의 조각속에 묻어놓았던 또다른 아이 가 미친듯이 날 뛰었지만 결국 아이의 조각과 시조드래곤이 서로 사 랑의 절정을 나눌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무...무...슨...말이...야?" "지금까지의 역겹고 불쾌했던 시조드래곤과의 사랑놀음을 청산하고 아이 가 묻어놓았던 진정한 아이가 깨어났다." "........." 엘테미아는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앞에서 증오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진이 하는 말이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또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의 현실조차 환상처럼 느껴지던 엘테미아는 멍하니 미소를 지으 며 자신앞에 보이는 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진...계속 이런 장난치면...나 울어버릴 꺼야...그러니까... 제발 그만 둬..." "흥!...정말 짜증나는군...그거 아나? 아이의 행복을 탈취한 가짜 시 조드래곤아." "......." "수천만년도 더 살았던 네 녀석이 사내의 품에 안겨 징징거릴 때마다 얼마나 역겨웠는지 말야...수없이도 이날을 기다리지 못한 채 역겨워서 잠들어 있던 아이가 튀어나올 뻔했지만 용케도 참았지. 하하하하! " "......거짓말...나 믿지 않을래..." "흥!... 정말 뻔뻔하군..." "돌려줘...진을...돌려줘...제발..." 이지를 상실한 듯 인형처럼 멍한 표정으로 말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진...아니, 이도크진은 연신 차가운 비웃음을 날릴 뿐이었고 그런 그를 따라 잿빛 머리칼의 사내, 쿠레이만과 노네임까지도 차가운 미소를 짓 고 있었다. -툭...투둑...- 엘테미아의 황금빛 두 눈동자에서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풀밭아래로 홀연히 떨어지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차가운 어조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후훗...진이라면 여기 있어 너를 증오해 마다않는 진 해븐로드가... 그리고 그의 또다른 이름은..." "......." "버림받은 아이, 이.도.크.진..." "싫어...이런거 싫어!!...이거 놔!! 진을 돌려달란 말야!! 너 나빠!!...흑...흐흑... 이거 놔!..." 진의 입에서 이도크진이라는 소릴 듣자마자 엘테미아는 미친듯이 진의 품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고 그런 그녀에게 차가운 미소를 날리 며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의 어깨를 강하게 쥐었던 손을 풀었다. 그러자 다리에 힘이 풀린 것인지 엘테미아는 풀밭에 힘없이 주저앉아 버렸고 그런 그녀를 보며 진은 가만히 서서 숙원을 이룰 순간을 만끽하 고 있었다. "이건...꿈이야...믿을 수 없어..." 연신 고개를 저으며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되뇌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무언가가 생각난듯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튕기며 엘 테미아를 향해 말했다. "아! 마지막 엔딩을 말해주지 않았군...그 아이는 말야. 자신의 행복을 되찾을 거야. 바로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간 시조드래곤이란 녀석의 사 랑을 무참히 짓밟은 뒤에...녀석의 레디아나를 탈환하는 거지...바로 탈.환.을..." "......." 마치 지금 이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이도 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또다시 폭포수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곤 어 느새 독기어린 눈빛으로 고갤 들고 이도크진을 쳐다보자 이도크진은 휘파람을 짧게 불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오...무서운데? " "말...했잖아..." "......." "영원히...지켜준다고 했잖아...곁에서...영원히...약속했잖아..." 엘테미아의 말에 약간 멈칫거리던 이도크진은 이내 비웃는 듯한 미소 를 지어주며 엘테미아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후훗...그것 말인가? 그래...분명히 말했지...네 심장이 다하는 날까지...라고" "......." "물론...지금 내 손으로 너의 심장을 멈춰줄 테니 그리 걱정은 하지 말아... 너의 심장은 내 가슴속에서 영원히 지켜줄 테니까...하하하하하!" "........" 엘테미아는 괴로웠다. 온몸에 날카로운 비수로 수천군데를 관통당한 느낌 같았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크게 숨을 들이키며 겨우 고개를 들어 진과 똑같은 얼굴과 모습을 하고 있는 이도크진을 바라 볼 뿐이었다. 머릿속은 이미 새하얗게 변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은 한생각 뿐이었다. 모든 자신의 의지가 하나를 갈망하고 있었고 그 의지가 엘테미아의 몸을 천천히 일으키고 있었다. 풀밭에 주저앉아 울먹이던 엘테미아가 천천히 일어서자 이도크진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말을 건넸다. "후훗...좋아. 이대로 싱겁게 끝낸다면 오히려 내가 더 섭섭해. 그동안 남의 행복을 강탈하고 난 녀석의 실력도 보고싶어 미칠 지경이니까!" "........" 이미 엘테미아의 두 눈동자는 뜨거운 황금빛에서 시디리 시린 은빛의 눈동자로 식어버렸고 천천히 자신의 손에 샤넬오르가를 소환하고 있었 다. 엘테미아가 창조주가 선물한 검, 샤넬오르가를 뽑아들자 그것까지 맘에 들지 않던 이도크진은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리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흑빛의 검, 다크니스를 뽑아들었다. 그리고는 뒤로 손을 들고 아무도 나서지 말라는 무언의 경고를 내 보이 고 있었고 이도크진의 뜻을 알아차린 쿠레이만과 노네임이 조용히 고개 를 끄덕이고 있었다. 을씨년한 바람이 은빛눈동자의 엘테미아와 짙은 보랏빛 머리칼의 이도 크진을 스쳐지나가며 그들의 사이로 하나의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살랑거리며 천천히 떨어지는 나뭇잎을 응시하던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는 순간 나뭇잎이 땅에 닿자마자 폭발적인 스피드로 서로를 향해 쇄도해 나갔다. "오늘로서 수천만년간 이어온 나의 증오를 씻어버리겠다!! 죽어라 엘테미아!" "........" 오랫동안 증오의 대상이었던 엘테미아를 밴다는 희열에 취해있던 이도 크진이 엘테미아를 향해 쇄도하면서 크게 외치고 있었고 이도크진의 말 을 들은 엘테미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이도크진을 향해 쇄도하 고 있었다. 눈에 비치지 조차 않을 정도의 빠른 스피드로 서로를 향해 쇄도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빛의 검을, 그리고 흑의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 엘테미아를 향해 검을 휘두르던 이도크진의 짙은 보랏빛 눈동자가 커 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던 증오의 대상이...어느새 자신 을 향하던 유리검을 놓아버린 채 아무런 방비도 없이 자신에게 달려오 는것이 아닌가? 이에 무슨 꿍꿍인가 하고 생각하던 이도크진은 순간 자신이 휘두르던 다크니스의 끝에서 아찔할 정도로 섬뜩한 느낌이 전해져 오자 자신도 모르게 쇄도하던 다리를 멈추었다. "......." "......." 이도크진이 멈추자 엘테미아도 당연히 멈춰섰고 어느새 자신이 들고 있던 다크니스의 끝이 엘테미아의 잘록한 복부를 꿰뚫어버리고 있었 다. -털썩!...- 이도크진은 자신의 다크니스가 박혀있던 복부를 움켜쥐고 고통스레 쓰러지는 엘테미아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곤 속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뭐냐...이도크진...오랜 증오의 대상이었던 시조드래곤의 사랑을 짓밟고 그녀의 복부를 꿰뚫었는데...왜 섬뜩한 느낌이...드는거냐...웃어라!... 수천 만년간의 오랜 숙원을 이룬것이다! 웃는...거다!...' 허나 속으로 아무리 절규해도 이도크진은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정 도로 웃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가쁜숨을 몰아쉬며 꺼질듯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엘테미아가 그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지...인...거기...있어?" "......." "헤헷...내가...아까 한 말있지? 진에게 해줄말이...있다고...말야..." "......." "......해..." "......." "사랑해...진...이말...꼭 하고 싶었다...나..." "...그만..." "염치없지만...진이 불행했던 만큼...내가...쿨럭!...하아...하아..." "벼,병신같이 지껄이지 마라..." "진이...불행했던 만큼...행복하게 해줄려고...그랬는데..." "......." "그 불행이 바로 나였구나...하하...하...정말..." "......." "미안..." 어느새 시리디 시린 은빛눈동자에서 뜨거운 금빛 눈동자로 뒤바뀐 엘테미아는 힘겨운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말을 내뱉고 있었고 이도 크진은 한없이 흔들리는 눈으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도크진은 도저히 이해할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문득 이도크진은 애써 고개를 엘테미아에게서 쿠레이만과 노네임쪽 으로 돌리고 한없이 흔들리는 표정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내 몸이 이상하다. 제멋대로 이상한 감정이 온 몸을 지배하고 있군... 그동안의 후유증인가? 아니면 빙의 영혼을 취하지 못해서 그런건가..." "........" 이도크진의 말에 쿠레이만과 노네임은 침묵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짜증난다는 듯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뜨리고는 모두 를 둘러보며 크게 외쳤다. "당장은 빙의 영혼을 취하러 돌아간다!! 이대로...돌아간다!..." "!!" "!!" 그때였다. 이도크진의 말에 수긍할 수 없었던 쿠레이만이 벌떡 일어 나더니 이도크진을 향해 항변하기 시작했다. "어,어째서 입니까! 로드!...지금이야말로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탈취해 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대로 그냥 떠난단 말씀이십니까?" 쿠레이만의 외침에 이도크진은 더욱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모든 살기를 그에게 집중시키며 말했다. "더 이상 반문하지 마라! 돌아간다!" "......아,알겠습니다." 숲속의 공터에 있던 모든 복면인들이 빠져나가고 있었고 쿠레이만과 노 네임도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따라 이도크진 또한 숲을 빠져 나가려 할때였다. "가지...말아...진..." -우뚝...- "나...혼자...두지 말아...거짓말..쟁이..." "......." 희미해지는 의식 저편에서 낮게 중얼거리는 엘테미아의 속삭임에 이도크진은 걸어가던 걸음을 우뚝 멈춰섰다. "......." 이상했다. 이도크진은 자신에게 아무런 구속의 마나도 느껴지지 않는데 온몸이 밧줄로 꽁꽁 묶인것 마냥 움직일 수 없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왜...?' 아무리 앞으로의 한걸음을 내딪으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고 있음에 이빨을 나직히 깨문 이도크진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쿠레 이만에게 말했다. "본거지의 워프좌표를 생각해라." "......네..." 쿠레이만의 머릿속을 스캔한 진은 조용히 자신의 마나를 모은 채 그가 생각한 좌표로 워프를 시전했다. "......." 이제는 말도 안나왔다. 이도크진이...신에의해 창조된 이도크진이 워프 를 시전하려 해도 마나의 가공에서 계속 실패하고 있었다. 순간 진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쿠레이만은 깊은 숨을 들이마쉬더니 그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로드여!! 로드의 명을 어긴 저를 용서하십시오!! 지금이 아니면 시조 드래곤의 레디아나를 탈환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 순간 쿠레이만은 쏜살같은 스피드로 엘테미아를 향해 긴 손톱을 세운채 쇄도하기 시작했고 더욱더 섬뜩한 느낌을 받았던 이도크진은 쿠레이만을 향해 커다랗게 외쳤다. "그만둬!!!!" -쌔애애애애액!!- 공기조차 가르며 쇄도하고 있는 쿠레이만에게 이도크진이 피를 토하는 외 침으로 소리쳤지만 조용히 쓰러져 있는 엘테미아의 지척까지 쇄도한 쿠레 이만을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 그리고 쿠레이만의 긴 손톱이 엘테미아의 왼쪽가슴으로 작렬하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이도크진의 두 동공에 각인되고 있었다. 1초... 2초... 3초... 이제 1초만 더 있으면 쿠레이만의 손톱이 엘테미아의 연약한 가슴을 꿰뚫 어 버릴 것이었다. 그때였다. -쿠카카카카카카캉!!...- "커헉!! 뭐,뭐야!!" 순간 엘테미아에게로 쇄도하던 쿠레이만은 자신에게 작렬하는 무형의 기운에 십미터 후방으로 나가 떨어졌다. -푸화하아아악!!- 강렬한 기운에 맞부딪혔는지 거센 반동작용으로 쿠레이만은 격하게 뒤로나가 떨어지며 의식을 잃어버렸고 그의 모습을 놀란표정으로 바라보던 이도크진의 앞으로 황금빛 휘장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 엘테미아의 주위로 황금빛 휘장위 드리워지며 하나..둘씩 황금빛 깃털이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도저히 인간의 미모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여자인자 남자인지 모 를 중성적인 인간이 하늘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고 길다란 금 발의 머릴 휘날리며 엘테미아가 쓰러져 있는 풀밭 위로 조용히 착지하고 있었다. 어느새 자신을 옭아매던 무형의 기운이 풀림을 감지한 이도크진은 조용히 엘테미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런 그를 상관없다는 듯 금발머리의 중성적인 녹색 눈동자의 남자는 조용히 힘겨운 숨 을 몰아쉬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자신이 더 괴로운 듯한 표정을 짓곤 피가 넘쳐 흐르는 그녀의 복부에 조용히 손을 갖다 대었다. -스스스스스스...- 어느새 신성스런 치유의 빛으로 엘테미아의 상처를 치유한 금발 머리의 사내는 아무말 없이 엘테미아를 두팔로 안아 올렸다. 그리고 순간 금발머리의 아름다운 중성적인 사내의 등뒤로 찬란 한 금빛 날개가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아직도 미약한 호흡으로 애처로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금발머리의 사내는 자신의 녹색눈에 가득한 살기를 담아 이도크진을 노려보며 나직히 말했다. "내 여자를 울리는 녀석은..." "......." "죽음조차 초월한 고통을 느끼리라..." ".....!!" 금발의 중성적인 사내가 나직히 내뱉은 말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가슴에 커다란 파문이 일어나고 있었다. 시조드래곤을 향했던 증오보다 더욱더 뜨겁고 격렬하게 소용돌이 치는 알수 없는 감정이 이도크진 안에서 숙였던 고개를 격하게 들 고 있었다. 트라이앵글 싸늘한 바람이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안고 있는 금발의 중성적인 사내를 스쳐지나가며 금방이라도 깨질듯한 정적 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도크진은 커다란 분노에 휩싸이고 있었다. 수천만년을 함께 했던 시조드래곤을 향한 증오보다 더욱더 격렬히 요동치는 자 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던 이도크진은 금발의 사내 아니, 천사에게 뚝뚝 끊어지는 어조로 말했다. "훗...웃기는군...겨우 대.천.사.따.위.가..." "......." 이도크진의 말에 금발머리칼의 중성적인 천사, 미카엘은 엘 테미아를 바라보던 때와는 사뭇 다른 감정이 결여된 무감정 한 표정으로 진을 쏘아보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신의 모든것을 물려받은 하나뿐인 아들, 이 도크진...지금은 자신의 운명을 조작하기 위해 신의 모든 능 력을 써버린 반쪽짜리의 이도크진. 그런 네가 나의 상대가 될 성싶은가?" "......." 서로의 싸늘한 기류가 숲속의 공터 주위로 조용히 나부끼고 있었고 엘테미아의 은빛 머리칼의 그녀의 볼을 살짝 간지럽 히고 있었다. 미카엘에 의해 상처가 완전히 아물었던 그녀의 속눈썹이 파 르르 떨리며 세상밖으로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를 드러냈다. 처음에 눈을 떳을때 모든게 흐릿하게 보이던 엘테미아는 순 간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얼굴에 깜짝놀라 자신도 모 르게 그의 이름을 외쳤다. "미,미카엘??" "......" "......" 싸늘한 시선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갑자기 들려온 엘테미아의 외침에 서로의 시선을 거두고 멍 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바라봤다.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미카엘을 보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미카엘 또 한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신비로운 눈동자에 은은한 미소로 화답하고 있었다. "......." 미소...미카엘의 미소를 보자 엘테미아는 눈물이 왈칵하고 쏟 아졌다. 그렇게 아파하던 미카엘이 웃고 있다. 커다란 상처를 짊어지 며 살아가던 미카엘이 자신을 묶고있던 족쇄를 풀어버리고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 행복한 듯이... 엘테미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카엘이 찾은 거라고...자신 의 모든것을 나눠주고 또 받을 수 있는 자신의 반쪽을 찾은 거라고...그리고 자신의 반쪽에게 사랑을 줌으로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그런 미카엘의 나머지 반쪽이 과연 누굴까 라는 말을 되뇌 이던 엘테미아는 어느새 행복이란 단어를 되뇌이고 있었다. 행복...미카엘과의 재회를 만끽하려던 순간은 잠시. 엘테미아는 자신의 몸을 애처로울 정도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며 돌려지지 않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앞쪽을 바라봤다. "......진..." "......." 아무말도 못하고 이도크진을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잠시 고개를 돌려 미카엘을 응시하며 자신을 땅에 놓아달라고 부 탁했다. 그러자 미카엘은 아무말 없이 엘테미아를 땅으로 내려주었고 엘테미아는 땅에 자신의 발을 딛자 잠시 기웃거리더니 이내 균형을 잡으며 진에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엘테미아는 자신의 복부를 만져보았다. 아픔따윈 느껴지지 않는다. 전혀... "하하하하하핫..." "......" "......" 갑자기 언제나처럼 밝은 웃음을 터트리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과 미카엘까지 자신의 얼굴을 살풋 찡그리고 있었고 그 와는 상관없다는 듯 한없이 해맑은 웃음을 터트리던 엘테미 아는 눈물까지 새어나오는 눈가에 검지손가락을 대어 잠시 눈물을 훔쳐내며 총총걸음으로 이도크진에게 다가가 그의 팔 에 엉겨붙으며 헤헤거렸다. "헤헷...진! 나 정말 아무대서나 잠이드는 바본가봐. 나 방금 굉장히 무서운 꿈을 꿨다? 글쎄 진이 내 배에 검을 들이대는 굉장히 무서운 꿈을 말야. 하하핫..." "......" "......" 엘테미아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내리지 못하고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배를 탕탕치며 시원스레 웃고 있었고 그녀와는 달리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표정은 점점더 굳어져만 가고 있었다. 표정이 한없이 굳어져버린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웃고는 있지만 살랑이는 바람에조차 금 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했고 고개를 살짝살짝 저으며 말했다. "뭐야...그런게 현실일리가 없잖아? 진은 매번 날 구해줬는걸... 내가 힘들때 매일 옆에 있어주었단 말야. 전번에 이도크진의 무서운 꿈을 꾸었을 때도 함께 해 주었고...그런 진이 날 해치 려는 이도크진이었다면 벌써 난 죽었는걸!!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거잖아?!" "......." "......." 이도크진은 끝없는 의문에 휩싸이고 있었다. 수많은 의문부호 가 어째서 눈앞의 무방비상태인 소녀의 가슴을 꿰뚫지 못하고 있냐고 버럭버럭 소릴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도크진의 손은 그저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한동안 눈앞의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수천만년동안 증오의 대상이었던 그녀를 단숨에 베어버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회의와 짜증이 일어났다. 아직은 그 무언가가 아쉬웠고 또 부족했다. 마치 이 모든것이 빙의 영혼을 취하지 못한 탓 같았다. 이에 이도크진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엘테미아의 반대쪽으로 돌 아서서 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복면인들과 쿠 레이만을 조용히 들쳐업고 있는 노네임에게로 걸어갔다. 뒤에서 자신이 만들었던 껍데기의 이름을 부르는 소녀를 뒤로한 채... -우뚝.- 그러다 문득 이도크진은 가던길을 멈추고 자신의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며 엘테미아가 들을 수 있도록 말을 내뱉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건...너를 파멸로 이끌기 위한 준비였다." "......" "그냥 죽여버리면...내가 안되거든..." "......" "이틀 후에 다시오겠다. 너에게 줄 마지막 선물을 들고..." "......" 엘테미아는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로 흐릿해져 가는 진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미카엘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한 채... 이도크진이 쿠레이만과 노네임, 그리고 때거지 같은 복면인들을 이끌고 숲의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자 엘테미아는 조금씩 흐르 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진...진..." 얼마 전 처음으로 이도크진의 꿈을 꾸었을 때부터 엘테미아는 자신이 꾸었던 꿈에 대해 할 말이 있었다. 바로 불가항력...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고...당시 자아도 없던 자신이 일부러 라무르스와 그의 아이의 레디아나를 취한 것이 아니었다고...분명...드래크로도 그들의 존재를 몰랐었을 거라고... 하지만 엘테미아는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설마...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행복을 대신해 불행을 짊어져야 했던 이가 바로 자신이 사랑을 느끼고 있는 진임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에... 그가 여지껏 짊어 온 고독과 상처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던 엘 테미아는 차마 이도크진이 되어버린 진을 보며 아무 말도 못한 채 멍하니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고 그를 향해 목숨을 내놓을 수밖 에 없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과...진에게 외적,내적 상처를 입었다는 정신적 인 쇼크로 인해, 그리고 사랑의 끝에서 증오의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엘테미아는 천천히 정신이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고 쓰려져 가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마지막 자신의 눈앞으로 금빛의 실들이 넘실거리는 것을 보며 의식을 잃었다. . . . . . . . 사방은 온통 침묵으로 일관한 어둠만이 존재했다. 하지만 어둠뿐인 이 공간에서 음산함이나 공포감 따윈 전혀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언가의 따스한 기운이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스르륵...-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넓은 방안에 분홍빛 하트침대에 누워 있던 은발의 소녀의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세상 밖으로 황홀한 황금빛의 눈동자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뚜렷하지 않은 혼탁한 눈동자가 서서히 투명함을 발하며 아름드리 맑은 빛을 띠고 있었다. "에,엘테미아님 정신이 드세요??" "......" 눈을 뜬 엘테미아를 처음으로 맞아준 건 백금발의 아름다운 소녀, 이슈테리 아 대륙의 드래곤 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였다. 병약해 보이기까지 한 엘테미아를 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던 이즈는 엘테미 아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꼭 잡고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옆에는 가드레일,액시드옥션,페트리샤,티제이븐,다 헬론이 서있었다. "모두들..." 심신이 지친 나즈막한 목소리로 그들을 보며 입을 열던 엘테미아는 주위를 둘러보다 문득 하나의 빈자리를 느끼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이즈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에셀린...은?" "......" 순간 당황한 기색을 약간 내 보인 이즈는 이내 밝은 웃음을 엘테미아에게 보내며 명랑한 어조로 말한다. "아!...에셀린은 말이죠. 그녀석이 노는걸 너무 좋아하는 지라 지금도 지상에서 빨빨거리고 돌아다니고 있을 거예요...하하..." "그래...?" 평소의 엘테미아였다면 조금 더 에셀리드민의 부재에 대해 신경을 썼을 터지만 지금은 에셀리드민 말고도 이도크진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약간 어색해하는 이즈를 눈치채지 못한 엘테미아는 천장을 향하던 자신의 시 선을 돌려 이즈의 눈과 마주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드래크로에 의해 이슈테리아로 귀환하기 전...또 다른 시조드래곤이 존재 했다는 걸 이즈는 알고 있지?" "......." 순간 엘테미아의 말에 이즈는 드디어 올게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그녀의 뒤에 서서 엘테미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다 른 이들도 흠칫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모두의 분위기가 경직되어 버렸다는 걸 엘테미아 역시 눈치챈 모양인지 애써 어색한 미소를 매달고는 천천히 침상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괜찮아. 나도 이미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걸...벌써 만나기까지 했다니까? 헤헷..." "......." "......." 모든 사정을 들은 이즈는 자신의 눈앞에서 밝은 표정으로 애써 웃고 있는 엘테미아의 모습이 그렇게 애처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이에 자신이 쥐고 있던 엘테미아의 손을 더욱더 세게 쥐고 천천히 입을 열 려는 찰나였다. "흥!! 그런 얼음투성이 녀석이 자신이 드래곤들의 시조라고 떠들어댑니까? 우리들의 시조, 그리고 우리들의 어머니는 엘테미아님 밖에 없습니다." 뒤에서 흥분한 듯한 가드레일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런 가드레일의 말을 검은머리의 청년, 액시드옥션이 비꼬았다. "큭큭! 어머니라고?? 그런 어머니를 어떻게든 꼬셔볼려고 대륙 최고의 바람둥이 1000명을 모아놓고 100일 동안 연애론을 뒤지며 연구한 녀석은 어디의 누구였 드라?" 액시드옥션의 말에 흥분한 듯한 가드레일은 자신의 붉은머리 만큼이나 얼굴을 붉 히며 고래고래 소릴 질렀다. "이,이자식이!! 내가 언제 그랬어! 니가 봤냐? 앙?!" "가드레일, 너라고는 아직 말 안했다." "......." "......." "......." "쿡..." 순간 석화가 된 가드레일을 톡톡 건드려보는 페트리샤...그리고 싸늘했던 방안의 분위기가 엘테미아의 웃음소리로 인해 따스한 아침햇살에 녹아드는 봄날의 아침 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로 전환됐다. 잠시 소란을 피워준 가드레일과 액시드옥션에게 고맙단 맘을 가지던 이즈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향해 생긋 웃어주고는 입을 열었 다. "시작하죠 엘테미아님. 오래 전 이도크진이라 불리웠던 또 다른 시조드래곤의 이야기를..." "응." 잠시 소란스러웠던 방안의 분위기는 어느새 이즈의 분홍빛 입술에 초점이 맞춰졌고 이내 이즈의 아름다운 분홍빛 입술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이건 저희 마얀루미오스가의 선조분과 역대 최강의 드래곤 로드라 불리웠던 헬트레이더스님의 서적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응..." "까마득히 오래 전... 우리들의 시조라 불리웠던 엘테미아님은 신계의 비보라 불리우는 레디아나의 폭주에 의하여 타차원의 세계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다시 오랜 세월이 흘러...드래곤의 창조신 드래크로니므이스님에 의해 시조드래곤, 엘테미아님의 레디아나를 물려받은 후손들이 탄생되었다. 그들의 레디아나는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색을 띄고 있었으며 살아있는 모든 에너지 의 유통을 가능케 해주는 막대한 마나의 집합체였다. 그리고 드래크로니므이 스, 즉 드래크로님에 의해 레디아나란 명칭은 버려지고 그들의 붉은 빛 생명 의 원천은 '드래곤 하트'라 명명되었다." "......." "우리들의 존재의 이유...즉 우리들은 인간들의 공포의 군림자로서 지상 최강의 마법생명체로 등극했고 당연히 인간들은 자신들 위의 또 다른 존재가 존재함을 통감하여 인류의 피와 사기(邪氣)로 들끓었던 대륙은 점차 평화로워지고 있었다." "......." "대륙이 안정을 되찾음에 따라 우리 드래곤들은 지상 최강의 마법생명체로서 점차 그 수를 늘려나갔고 서로가 자신의 존재만을 부각시키며 독자적인 사상 이 짙던 드래곤들이 무리를 이루어 드래고닉 캐슬이라는 거대한 집합체를 만 들기까지 했다. 안정을 되찾은 수많은 인간들은 점차 피와 살육으로 이루어진 향연(饗宴)이 아니라 그들의 셀 수조차 없는 어마어마한 인구수와 독특한 문화로 인한 흥미 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지상최강의 마법생명체인 우리 드래곤들도 점차 인간의 독특한 문화에 흠취되어 저마다 또 다른 삶을 드래고닉 캐슬이 아닌 지상에서 펼쳐나갔고 군림자로서 위세를 펼치던 우리들은 어느새 먼지만도 못한 인간들이라는 사 상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그들의 흥미롭고 한편은 경이적이기까지 한 생활문 화에 스며들어가는 평화로운 시간이 지속 될 즈음이었다. 하지만...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지속될 즈음...우리들은 까마득히 오래 전 타차원의 틈으로 사라졌다는 시조드래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거기서 만난 우리들의 시조라 자청했던 차가운 얼음의 마제(魔帝) 빙룡족의 드래곤 로드, 이도크진을 만날 수 있었다." "......." 이즈가 자신의 앞에 펼쳐진 매직스크린을 통해 헬트레이더스가 남긴 글을 발췌하고 있을 때 이도크진이란 단어가 나오자 엘테미아는 자신의 몸을 흠 칫하고 떨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즈의 분홍빛 입술은 멈추지 않았다. "시조드래곤의 강림이란 소릴 듣고 나, 헬트레이더스와 절친한 친구, 마얀 루미오스 이븐은 제일먼저 시조드래곤에게 달려갔고 그를 보자 실망을 금 할 길이 없었다. 이유인 즉, 드래곤의 창조신 드래크로님께서 말하기를 우리들의 시조는 분 명한 여성체라고 하셨으나 우리들 앞에 나타난 새하얀 머리의 존재는 분명 한 남성체였기 때문이었다." "......." "하지만 그가 현신한 모습을 보고 우리들은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마치 우리 드래곤족의 일곱종족중 실버일족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과 함께 그보 다 더욱더 순결하고 매끄러운 얼음으로 이루어진 그의 본체는 나와 이븐의 넋을 잃게 만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드래크로님께서 말하기를 우리들의 시조는 우리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 명하시고 계셨으나 우리들 앞에 나타난 얼음으로 뒤덮인 삼두용 (三頭龍)은 우리들의 본체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하지만 드래크로님이 남기신 우리들의 시조에 대한 모든 정보와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는 정체불명의 드래곤을 보며 당연히 시조로서 그를 인정 할 수 없었고 다른 드래곤들은 자신을 시조드래곤이라 칭하는 얼음의 마 제, 이도크진을 보며 당연히 배타적일 수밖에 없었다...아니, 처음부터 그 를 배타한 것은 아니었다." "......" "가까이에만 존재하는 것으로도 그의 한기(寒氣)에 정신까지 얼어버릴 정도였고 어찌된 일인지 그의 드래곤하트와 우리들의 드래곤하트는 서 로 상반된 성질을 지니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약한 능력을 지닌 드래곤 하트쪽이 파열될 지경까지 이르기도 했다. 이도크진...그에겐 뜨거운 감정이란 없었다. 오로지 차디찬 이성만이 존 재했고 사랑보다는 증오만이 존재했으며 함께보다는 오직 혼자만을 중 시하는 인물이었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탄생부터 몸의 구석구 석의 모든 요소가 그를 차갑고 언제나 홀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차가운 그 곁에 다가설 존재란 지상엔 없었으니까...심지어 마족 조차도 말이다." "......."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가...이도크진은 숨겨두었던 송곳니를 드러내기 시 작했다. 그의 증오는 지상에서 오직 '드래곤'들에게만 집중되어 있었고 제일 처음 의 타겟은 그의 드래곤하트의 속성과 가장 잘 맞물리는 실버일족이 희생 되어야 했다. 그와의 처절한 전쟁 후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도크진은 자신 의 창조신인 라무르스라는 2급신의 힘조차 흡수한 터무니없이 막강한 존 재였다. 이에 지상최강의 마법생명체라 불리웠던 우리들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드래곤의 프라이드조차 버려가며 때거지로 덤벼들었지만 점차 줄어가는 건 우리들의 실버일족 뿐이었다." "......." "실버일족의 드래곤하트를 그대로 취한 건지 아니면 자신의 능력으로 가공 해서 더욱더 막강한 존재로 거듭남을 되풀이 한 건지 모르겠지만 막강했던 이도크진은 더욱더 막강해졌고 기어이 전 대륙의 드래곤들이 모여 1:147이 라는 치욕스런 전쟁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치욕스런 전쟁의 결과에서도 우리들은 보기 좋게 밀리고 있었다. 점차 줄어 가는 실버일족의 드래곤 하트만을 취하던 이도크진은 이제 다른 일족의 하 트까지 손을 뻗치기 시작했고 우리들의 숫자가 줄어갈 수록 이도크진의 능력 은 더욱더 비대해져만 갔다." "......." "하지만 이도크진은 점점 승리를 굳혀가고 있음에도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차디차게 굳어버린 표정만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가 육안으로 보이는 곳에 서있기만 해도 그의 한기가 나의 뼛속 깊숙한 곳까지 밀려왔다. 그 누구도 이도크진에게 다가설 수 없었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차갑고 증오로 휩싸여 버린 존재로 만들어 버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언제나 그는 차가움을 뒤덮고 있어도 항상 뜨거운 사막에서 물에 목말라하는 존재처럼 무언가에 목말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때부터였다. 처음으로 이도크진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어째서 그의 증오의 대상이 드래곤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 무엇이 그를 온 통 마이너스 에너지로 뒤덮이게 했는지 의문이 일었다. 게다가 우리들과 비슷한 모습과 속성만이 다른 같은 심장...그리고 어째서 그가 우리들의 시조라 자청하는지를 알 수 없을 때였다. 이도크진과의 어처구니없는 전쟁이 발발한 후 말도 안되는 전령이 신계로 부터 내려졌다. 그건 바로 이도크진과의 전쟁에서 드래곤족 이외에 그 어 떤 종족이라도 관여한다면 존재의 소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신의 힘까지 흡수한 이도크진이란 자를 도저히 상대할 수 없던 우리들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져버리는 허망한 순간이었다. 한 동안 신계에서 내려진 어처구니없는 처사에 허탈해하고 있을 무렵 경 악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 "처음으로 자신의 한기(寒氣)를 최대한 갈무리한 이도크진이 우리들과 협상 을 시도한 것이었다. 전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도크진이 협상을 벌여 오자 나와 이븐은 당연히 그의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다시 한 번, 그의 거래의 내용은 나와 이븐을 경악케 했다. 그 협상의 내용은..." "........" "바로 존재치도 않는 우리들이 진정한 시조, 엘테미아님을 넘기라는 내용의 거래였다. 이에 당연히 나와 이븐은 허탈과 실망을 금할 길이 없었으며 앞 날이 캄캄해짐을 느꼈다. 설령 엘테미아님이 이슈테리아 대륙에 존재한다손 쳐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의 거래였다. 하지만 이도크진도 사실을 알아야 좋을 듯 싶어 우린 까마득히 오래 전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의 폭주 로 인해 엘테미아님이 차타원의 틈으로 스며드심을 알렸다." "......." "그리고 쳐진 몸짓으로 천천히 협상의 자리를 떠나려고 할 때였다. 언제나 차 갑고 감정보다는 냉철한 이성이 앞섰으며 수많은 동족들의 피의 바다를 만 들 때에도 격렬한 감정이라곤 전혀 내보이지 않던 이도크진이 감당키 힘든 격렬한 감정을 발산하며 엘테미아님의 부재에 대한 사실여부를 재차 확인 하는 것이었다. 이에 나와 이븐은 그의 감당키 힘든 기운에 밀려 무의식적 으로 드래고닉 캐슬에 보관중인 드래크로님의 저서를 워프시켜 이도크진에 게 보여주었고 엘테미아님의 부재를 확인한 이도크진은 믿을 수 없을 정도 로 존재 자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 "절대로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차가운 얼음의 마제, 이도크진의 시리디시린 보랏빛 눈동자가 한없이 떨리고 있었고 증오라는 감정밖에 비쳐지지 않던 이도크진의 무미건조한 얼굴에 수백가지의 혼란스런 표정이 어려지기 시작 했다. 이에 나와 이븐은 드래곤으로서 살기 위한 본능이었을까? 한없이 흔들리고 혼란스러워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마력의 브레스를 그에게 발포했고 나와 이븐의 브레스는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의 생동감을 정지시켜 버리는 이도크진의 한기(寒氣)를 뚫고 그의 전신에 작렬했다." "........" "그리고...그때부터 전세의 역전이 시작됐다. 존재치도 않으면서 우리에게 도 움을 주신 엘테미아님께 감사하며 나와 이븐은..." "그만..." "......." "......." 엘테미아가 덮고 있던 분홍빛 침대시트에 하나, 둘씩 슬픔을 담은 눈물이 떨 어지기 시작했다. 눈물을 떨구기 시작한 엘테미아를 보며 이즈는 물론 다른 이들도 그녀를 위해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었고 가늘게 떨고있는 자그마한 어깨를 이즈가 가 만히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이즈...나 지금 혼자 있고 싶다. 헤헷...미...미안..." "알겠습니다. 엘테미아님." "......." 엘테미아가 있는 방안에서 나가기를 머뭇거리던 다른 일족의 수장들에게 험악한 인상을 쓰며 밖으로 끌고 가듯 나가버린 이즈가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오자 조금씩 흐르던 엘테미아의 눈물이 폭포수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미안해 진...그때도...내가 널 아프게 했어...날 정말 미워하겠구나..." 침대 위에 앉아있는 자세에서 자신의 무릎 위에 이마를 맞대고 웅크려서 울먹 이던 엘테미아는 언제나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진을 아프게 했다는 자책감에 슬 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희생된 모든 드래곤들이 전부 자신의 탓에 목숨을 잃은 것만 같 았다. 그때였다. -달칵...- 존재의 죄책감에 한없이 울고 있던 엘테미아의 방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 렸다. 하지만 엘테미아는 자신의 무릎에 묻은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애써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나가...지금은 혼자 있을래..." -저벅...저벅...저벅...- 하지만 엘테미아의 권고에도 방문을 열었던 존재는 나가기는 커녕 엘테미아 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문득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느낀 엘테미아는 눈물이 흥건한 고개를 들 고 자신의 등 쪽에 있는 커다란 베개를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에게 내던지며 앙칼진 목소리로 외쳤다. "나가!! 나 혼자있고 싶단말야! 이 바보야!!" -피식...- 엘테미아가 매섭게 던진 베게를 가볍게 잡은 사내는 자신이 잡은 베게를 보며 피식하는 웃음을 보이고 있었고 그의 미소를 보자 앙칼진 얼굴에서 벙찐 표정이 되어버린 엘테미아는 멍한 목소리로 자신의 방에 발을 디딘 그에게 말했다. "미카...엘..." 진과 이도크진의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때보다 안정된 상황에서 본 미 카엘은 이전과 비교해 어디에선가 모를 더욱더 감성적인 존재다운 분위 기를 내뿜고 있었다. 게다가 미카엘같은 찬란한 금발에 중성적인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천사 의 미소를 보자 불안하고 슬픔에 억눌려있던 엘테미아의 감정이 한순간 에 부드럽게 쓸려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미카엘...맞아요?" 엘테미아가 미카엘을 향해 멍한 목소리로 되묻자 미카엘은 여전히 미소를 풀지 않은 채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중성적인 목소리로 베개를 툭툭 건 드리며 화답했다. "맞아요. 그리고 이 베개도 나를 알아보는군요." "......." 미카엘에게 자신의 베개를 던졌단 사실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던 엘테미 아는 순간 미카엘이 들고 있던 커다란 베개가 어떤 베개인지 떠올랐다. "아!..." 자신이 던진 커다란 베개를 들고 조용히 미소짓고 있는 미카엘의 모습을 보며 엘테미아는 이슈테리아 대륙에 귀환하여 처음으로 드래고닉 캐슬에 발을 디뎠고 자신의 환영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었던 미카엘과 가브리엘 과의 첫만남이 떠올랐다. 그러자 문득 눈물이 흥건한 상태에서도 쿡쿡거리는 웃음이 새어나왔다. "쿡쿡..." "......." 웃으면서도 자신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훔치던 엘테미아는 미카엘을 보고 쿡쿡거리며 말했다. "쿡쿡...나 처음에 미카엘 봤을 때 정말로 조류라고 생각했어요." 엘테미아의 말에 미카엘도 피식하는 웃음을 내비치며 말했다. "네. 그때 저는 물론이고 왠만해선 여성 앞에서 당황하는 기색을 내 보이지 않던 가브리엘까지 땀을 흘리며 당황하더군요. 게다가..." "에?" "처음...이었습니다." 무언가 아련한 옛날의 즐거운 기억을 회상하는 것 마냥 미카엘은 엘테 미아의 얼굴이 아닌 그 너머의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매달은 채 천천히 말했다. "자랑은 아니지만...전 다른 천사들보다 조금 더 잘나게 태어났습니다." "그,그래요? 하하하..." "그때는 오직 제 맘속엔 창조주님 생각으로만 가득 차서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일 공간이 조금도 없었습니다. 내게 가장 잘해주었던 가브리엘조 차도요...그래서 항상 말수를 줄였고 감정도 없애버렸으며 그 누구와도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나에게 친근하게 말하고 잘해 주려했던 모든 존재들은 저의 대천사란 지위와 외모에 반해 끌려온 존 재들 뿐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엘테미아도 자신의 환영식 이전과 이후 상당히 바뀐 모습으로 돌아온 미 카엘의 이야기가 궁금했기에 자세를 미카엘쪽으로 바로잡고 눈물 때문에 더욱더 투명하게 반짝이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경청했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모두 똑같은 무미건조한 날을 보내고 있을 무렵, 드래곤들의 시조, 엘테미아님의 귀환을 알리는 환영식이 열린다 하 여 천계의 대표로 저와 가브리엘외 다수의 천사가 참석하게 되었죠. 그리 고 거기에서 저와 가브리엘을 조류라고 부르는 어처구니없는 소녀와 만나 게 된 거죠." "하...하...그,그래요? 천사보고 조류라고 하다니...그 여자 참 바보같다. 하핫..." "......." 솔직히 엘테미아와 미카엘의 첫 만남은 엘테미아에겐 그리 자랑거리가 아 니었기에 자신의 볼을 어색하게 긁적이며 말을 더듬었다. 어색하게 볼을 긁적이는 엘테미아를 보며 미카엘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 주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또 처음이었죠...천사에게서 신을 향한 신성의 마음을 상징하는 날개 의 깃털을 베.개.로. 만들기 위해 뽑아달라는 말을 한 소녀는 말이죠." "그,그,그래요? 그... 그 여자 참 무례하네...하하핫..." 미카엘이 말을 거듭할수록 엘테미아의 이마엔 굵직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며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네 정말 무례했죠. 그래서 전 소녀에게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소녀는 정말로 내게서 아무런 미련 없이 옆에 있던 가브리엘에게로 다가서더군요. 처음이었 습니다. 내게 다가오려던 존재가 그렇게 쉽게 절 외면한 일도...그리고 저의 존재의 가치가 날개의 깃털 뿐이라 여겼던 소녀도..." "......." 미카엘이 계속 옛날 이야기를 할 때마다 엘테미아의 얼굴은 점점더 붉게 달아 오르고 있었고 그녀의 그런 반응이 재미있는 건지...아니면 유도하는 건지모를 미카엘은 짓궂게도 말을 계속 이었다. "그때 아무미련 없이 제게서 등을 돌리는 소녀로부터 처음으로 창조주외에 느 낄수 없었던 분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서 계속된 소녀와의 엇갈림 끝 에 그녀에게 독설을 듣게 되었고 절대로 내줄 리가 없을거라 장담했던 저의 깃 털까지 뽑게 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죠 후훗..." "마,많이 아팠겠지만 다시 돌려달라구 해도 안줄 거예요." "......." 베개를 조용히 들고 있던 미카엘에게 재빨리 달려간 엘테미아는 그가 들고있 던 베개를 훽 하고 가로챈 후 다시 침대위로 돌아와 풀썩 앉았다. 그리고는 베개를 두 팔로 안은 채 미카엘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무언가의 오라를 내뿜고 있었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미카엘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자 문득 엘테미아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자신의 손바닥 위에 주먹을 살짝 내려치며 미카엘에게 말했다. "그렇고 보니 미카엘! 미카엘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말수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혹시..." "......?" "혹시 제가 말한 미카엘의 반쪽을 찾아버린 거죠?? 자신의 사랑을 주어도 아무런 메아리가 없는 사랑보단 들려오는 사랑을 하라고 어떤 미소녀가 미카엘에게 말 했잖아요~!" "......." 정말이지 단순할 정도로 순식간에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엘테미아를 보며 미 카엘은 잠시 허탈한 미소를 짓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찾았습니다." "정말요??" "네." 미카엘의 확답을 얻자 마치 자기가 자신의 반려를 찾은 것 마냥 엘테미아는 미카 엘보다 더 좋아하며 침대에서 깡총깡총 뛰고는 그대로 일어나 미카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자신의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곤 미카엘의 옆구리를 자신의 팔꿈치로 툭 툭 건드리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헤헷...누구예요? 혹시 천계의 공주님이라도 되시는 거예요?" "......." 엘테미아의 짓궂은 물음에 미카엘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 다. 평소의 대천사란 직분으로 있는 자신에게 누가 감히 자신의 옆구리를 이렇게 장난스레 건드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미카엘은 지금의 엘테미아의 행동이 무례하 다고 느껴지기보단 평소의 엘테미아다운 행동에 자신의 옅은 미소가 진한 미소로 번지고 있었다. 그때 문득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미카엘을 향해 짓궂게 물어오던 엘테미아의 목 소리가 촉촉하게 젖어들며 자신의 오른손을 미카엘의 왼쪽 심장에 대고는 조용히 말한다. "헤헷...그래도 창조주님 이외에 내가 맨 처음으로 이곳을 열었는데..." "......." "쪼~금...아쉽기는 하지만 나 미카엘의 반려에게 축하해 줄 수 있어요. 헤헷..." "......." 그리고는 다시금 활짝 핀 미소를 보여주는 엘테미아...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미카엘은 그녀의 그런 미소가 힘들게 꾸며낸 거짓미소라는 것쯤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그녀의 진정한 미소를 찾아줄 수 있다면...그게 바로 자신이 될 수 있다면... 미카엘은 진정으로 빌었다. 엘테미아를 웃게 해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자신이 되었 으면 좋겠다고...그래서 그는 자신의 등뒤로 보이지 않도록 갈무리해 두었던 찬 란한 골드윙을 활짝 펼쳐 보였다. -펄럭...- 미카엘이 자신의 날개를 모두 펼쳐 보이자 엘테미아가 있던 방안에 은은한 황금빛 휘장이 황홀스레 펼쳐졌고 자신의 온몸을 반짝이는 황금빛 날개가 드리워지자 엘테 미아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아름다운 장관에 넋을 잃었다. 한동안 미카엘의 황금빛 날개에 넋이 나가있는 엘테미아에게로 미카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찾은 사랑은..." "......." "사랑하는 사람에게 크나큰 슬픔의 배신을 당하고도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려 주는 바보같은 여자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조차 저에겐 너무나 아 름다워 보입니다." "......." "저에게 새로운 날개를 돋게 해 주신 분...전 그분을 평생 지켜드릴 겁니다." "......." 흔들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미카엘은 그녀의 가녀린 어깨에 손을 얹고 천천히 허리를 숙이기 시작했다. 한편, 온통 무채색의 하늘아래 시리움으로 지어진 얼음성의 맨 꼭대기에 위치한 어느 방안에서 원망어린 앳된 목소리가 차가운 방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 었다. "흥!! 네가 이러고도 살아남을 거 같아? 날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 달란 말야!!" "입다물어." "우...!!" 회색빛이 도는 넓은 방안에 두 존재가 낮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하나는 이제 막 11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은발의 소녀였고 다른 하나는 커다란 창틀에 기대어 있는 보랏빛 눈동자와 새하얀 머리칼을 지닌 청년 이었다. 은발의 어린 소녀를 찡그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새하얀 머리칼의 청년은 이내 고개를 돌려 온통 생동감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흰색과 회색대비의 무미건조한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나 그런 청년의 태도가 더욱더 맘에 안 들었는지 기이한 원진 안에서 온몸에 투명한 밧줄로 결박당해있던 은발의 어린 소녀는 다시금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하얀머리 청년을 향해 목청껏 소릴 질렀다. "야!! 너 정말 나중에 후회할거야!! 앙?! 야아아아앙~~!" "......" "흐에엥...첨엔 멋진 오빠라서 좋아했는데!! 어엿한 숙녀를 이리모시는 법이 어디있어!!" "......" 다시금 고개를 돌린 새하얀 머리칼의 청년은 계속해서 쫑알대는 은발의 어 린 소녀를 보며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고는 아무 말 없이 소녀를 바라 보았다. 허나 청년의 시선은 소녀의 얼굴이 아닌 소녀의 은빛 머리칼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는 그의 표정이 살풋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 청년의 혼란스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봉쇄결계 안에서 결박당해 있던 은 발의 소녀는 다시금 분홍빛의 앳된 입술을 열어 도끼눈을 뜨고 그를 향해 소리쳤다. "너어어어!! 내가 여기 있는 거 우리 엘테미아가 알면 가만히 있을 거 같아?? 앙?앙?? 빨리 풀어달란 말야! 흐아아앙~!" "......." 어린 소녀의 입에서 엘테미아란 이름이 나오자 한없이 냉철하고 절대로 흔들 림이 없을 것 같던 새하얀 머리칼의 청년은 순간 자신의 몸을 살짝 꿈틀거렸다. 그리고는 보는 것만으로도 얼어버릴 것만 같은 차가운 눈빛으로 은발의 어린 소 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시끄러." "뿌우우우!!!" 은발머리의 어린 소녀의 말이 귀찮았는지... 아니면 참을 수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새하얀 머리칼의 청년은 창틀에 기대었던 몸을 일으키고 아직도 볼에 잔뜩 바람을 불어넣고 쫑알대는 은발의 어린 소녀를 지나치며 방안을 휘적휘적 걸어 나왔다. 그리곤 문득 자신의 왼쪽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청년의 고통어린 독백이 아무도 없는 길다란 복도에 나직히 울려 퍼졌고 이내 자신의 가슴에서 손을 땐 새하얀 머리칼의 청년은 살며시 두 눈을 감고 그 누 군가를 향해 차가운 입술을 열었다. "저 소녀의 머리털 하나 상하지 않게 하라." [분부대로...] "......워프." -스스스스스스스슥- 전음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들어오자 살짝 고개를 끄덕인 새하얀 머리칼의 청년은 주문도 외우지 않고 단지 시동어만으로 워프를 시전했다. 그리고 다시 청년이 나타난 곳은 무채색으로 이루어진 새하얀 벌판이 아 닌 은은한 달빛이 아스라히 비쳐지는 어느 호숫가였다. 은은한 달빛아래 하얀 머리칼과 잘 어울리는 시리도록 창백한 청년의 얼굴 이 드러났다. 매혹적인 이목구비엔 무언가가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짜증이 어려 있었다. "왜..." 얼음의 성에서도 혼자서 내뱉었던 알 수 없는 독백... 도대체 자신이 어찌하여 이곳에 온 것인지 청년조차 알 수 없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잔잔한 파문을 일고 있는 호숫가에 외로이 버티고 있는 바위위로 올라앉은 청년은 아무의미 없는 시선을 호숫가로 향하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왼쪽 가슴을 움켜쥐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는다. "이상하군. 이제는... 움직일 리가 없는데..." 살아있는 존재의 심장이라면 삶을 향한 거센 박동을 외치는 심장이 움직 이지 않을 리가 없을 터인데 청년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며 의미 모를 말을 내뱉고 있었다. 한동안 얼굴을 살풋 찡그리고 있던 새하얀 머리칼의 청년은 문득 자신의 얼 굴빛과 같이 창백하게 빛나는 달을 올려다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닫혀진 그의 시야엔 그 무엇도 비춰지지 않는 암흑만이 존재했다. 허나 일초가 지나고...다시 수십초가 지나자 청년의 눈앞에 하나의 영상이 투영되기 시작했다. [크크크크...이도크진...크크크크...불쌍한 나의 아이....크크큭...] [고오오오오...] [불쌍한 나의 아이...증오스런 나의 아이...크큭...지금쯤 레디아나를 받은 엘 테미아란 아이는 자아를 확립하고 행복에 겨운 생활을 하겠구나...크하하...] [.......] 얼음으로 지어진 성안에서 시리디시린 푸른빛이 감도는 커다란 대전안에 새하얀 장발을 풀어헤친 채 실성한 듯 웃고있는 청년이 보였다. 그리고 그 의 앞에는 보는이로 하여금 순결토록 투명한 얼음비늘의 삼두용(三頭龍)이 조용히 울부짖고 있었다. 새하얀 장발을 이리저리 풀어헤친 청년의 두 눈은 어느새 맑은 물에 흙을 뿌려놓은 것마냥 혼탁한 빛을 띠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오직 증오와 경멸 이라는 감정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조소로 인해 비틀려진 입술을 열고 자신의 창조물을 향해 독설 을 퍼붓기 시작했다. [크키키킥! 이도크진...불쌍한 나의 아이 이도크진...넌 언제까지나 차가운 얼음성에서 그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는 존재로 거듭남을 되풀이 할 것이다...크크큭...그래도 존재의 연명을 원하나?] [고오오오오...] [크크큭...부질없는 바램이군. 이도크진...그 누구도 너를 보아주지 않을 것 이다. 그 누구도 너처럼 차가운 존재의 곁에 있지 못할 것이다. 그 누구도 너의 차가운 마음을 열지 못할 것이다. 너의 삶과, 네가 느낄 뜨거운 감정과, 너에게 주어질 수많은 존재들의 사랑을 빼앗아간 엘테미아란 아이가 존재하 는 한...너는 그 누구도 보아주지도, 사랑해주지도 않는 비참한 존재로서 삶을 연명해 나갈 뿐이다.] [고오오오오...] [크크큭...어림없는 소리. 이도크진이여...너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 음을 나, 라무르스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아무리 앞에 놓인 음식이 장 인의 손을 거쳐 빛이 나고 먹음직스러워도 3일만 그대로 방치하면 갖은 썩 은 냄새와 함께 절로 인상을 쓰게 되는 법과 같다. 이도크진...아무리 너의 빛 이 나는 육신에 모두가 너의 모습을 보며 손을 내밀지라도 너의 진정한 실체 를 그들이 알게되면 인상을 찡그리고 코를 막으며 등을 돌릴 것이다.] [고오오오오......] [그런...운명인 것이다. 처음부터 레디아나를 염두해두고 이도크진이란 존재를 창 조 했거늘......그 레디아나가 이미 엘테미아란 아이에게로 스며든 한 너의 씁쓸하 고 비틀려진 운명은 계속될 터이다. 그래도...이도크진이란 존재를 연명할 터이냐?] [고오오오오...] [크크크큭...어리석은...] [고오오오오...] 이도크진이라 불리는 삼두용의 울음소리뿐이었지만 그 속엔 깊숙한 고통과 슬픔이 녹아내려 있었다. 오늘이 지나고 다음날이 되자 어제와 똑같은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도크진에 게 독설을 퍼붓는 라무르스...그리고 슬픔에 억눌린 울음소릴 내뱉는 이도크진... 이런 저주스런 똑같은 하루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무수히 지났을 때... 눈부신 빛무리가 쏜살같이 화면을 뒤흔든 후 세월이 흐름을 나타내는 것 마냥 눈앞의 사물들이 육안으로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재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한 장면에서 서서히 멈춰서기 시작했다. 처음장면과 같은 얼음성의 대전 인듯 시리디시린 푸른빛은 여전했다. 세월의 흐름에 라무르스라 불린 자의 옷고름이 너덜너덜하게 해이해진 채 얼음비늘로 뒤덮여진 삼두용 앞에서 피를 대신하는 것인지 오색빛깔로 반짝이는 기이한 액체를 뒤집어쓰고 쓰러져 있었다. [크크크큭...이것이더냐? 네가 다른 존재의 사랑을 얻기 위한 그 한발짝이...크크큭...] [......] [좋다. 내 너의 썩어 뒤틀려진 운명의 희생양이 기꺼이 되어 주지. 크크큭...과연 이 우주만물에 이도크진, 너의 실체를 알고도 다가오려 하는 이가 있을까...? 과연 너에 게 사랑이란 선물을 나눠줄 자가 있을까?] [......] 그때였다. 언제나 알 수 없는 울음소리만을 내뱉던 얼음비늘로 뒤덮여진 이도크진이 언어란 것을 구사했다. [강해지기만 한다면...내 힘으로...나의 힘으로 네가 그토록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얻어볼 것이다.] [크크큭...정말 너다운 생각이군...크큭...] [너를 취해서...더욱더 강한 존재가 되어...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되어...] 이도크진의 말에 라무르스는 비틀려진 조소를 내뱉으며 말했다. [지상계의 모든 존재들의 군림자가 될 것이냐? 크큭...세상 끝에 선 자가 얼마나 괴롭 고 슬픈 존재인지 네가 정녕 깨닫지 못하는 구나...크하하...] [.......] 라무르스의 조소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이도크진은 천천히 반짝이는 액채를 뒤집어 쓴 채 쓰러져 있는 라무르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인정 사정도 없이 자신의 세번째 머리가 라무르스에게로 쇄도하며 섬뜩 하게 빛나는 이빨로 그를 물어 올렸다. -콰악!!- 이도크진의 무시무시한 이빨사이에 관통된 라무르스는 저항한번 하지 않고 온몸 에 힘을 뺀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그에게 퍼부을 마지막 독설을 내뱉는다. [지켜보겠다. 저 하늘의 별이 되서든...이 땅의 보잘것없는 풀뿌리가 되어서든...그 어디서든 이도크진, 너의 저주스런 슬픈 운명의 곡조를 확실히 감상해 주겠다. 그 엘테미아란 아이가 너의 레디아나를 가져가 버린 이상, 그때부터 너의 운명은 뒤틀 려져 버렸다. 그러니 더 이상 너에게 사랑을 나눠줄 자는 존재하지 않아. 하지만...] -콰아아악!!!- 이도크진의 세번째 머리가 라무르스를 물고 있던 아귀에 힘을 주자 섬뜩한 소리와 함께 라무르스의 온몸에서 흘러내리던 반짝이는 액체가 이도크진의 몸 속으로 스며 들기 시작했다. 그에따라 이도크진의 육신은 점점더 거대해져 갔고 그에게서 범접할 수 없는 한기 가 생성되었다. 자신의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라무르스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지금의 그의 얼굴은 수많은 세월동안 이도크진에게 뒤틀려진 운명이라며... 그리고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며 온갖 독설을 퍼붓던 라무르스의 얼굴이라고 도저히 믿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고 평온해져 있었다. 이도크진의 섬뜩한 이빨이 자신의 전신을 관통하고 있음에도 라무르스는 아직 기력 이 남았는지 점점 투명해져 가는 자신의 가느다란 팔로 이도크진의 얼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 천천히 라무르스의 생명력을 취하던 이도크진은 언제나 자신에게 저주스럽고 경멸 스런 눈빛만을 보내오던 라무르스가 이상한 행동을 취하자 거대한 몸을 흠칫거렸다. 그리고 어느새 혼탁했던 라무르스의 눈은 맑고 투명하게 변해있었다. 떨리는 몸짓으 로 힘들게 이도크진의 커다란 보랏빛 눈동자와 마주한 라무르스가 자신의 입을 벙끗 거리기 시작했다. [.........다...] 이도크진의 예민한 청각조차 제대로 잡지 못할 정도로 작게 중얼거리는 라무르스를 보며 이도크진은 수많은 세월동안 들어왔던 자신의 저주스런 운명과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는 말을 라무르스가 다시 한번 더 운운하면 그대로 그를 삼켜버릴 심산이었다. 그게 바로 이도크진이 라무르스를 취하여 강해지기로 마음먹은 계기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도크진의 뒤틀려진 운명의 서막이었다. [........의 아들..........다...] [.......] [나의...아들...이도크진...] [......] [......사랑...] [......] [.....한단다...] [......] 고요하던 정적 속에 수억가지의 억눌린 감정들이 서글프도록 이도크진에게 내리 깔리기 시작한다. 한동안 그 자세에서 꼼짝도 않던 이도크진의 눈엔 투명한 물방울이 생성되기 시 작했고 그에 따라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라무르스의 모습이 일렁거리기 시작 했다. 그대로 시간이 지나자 점점 더 신비한 빛을 사방으로 뿌리며 라무르스의 모습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투명해져 갔고 다시 시간이 지나자 이 세상 어디에도 라무르스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다. -크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라무르스의 모습이 한줌의 먼지속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리자 이도크진의 세개의 머리에서 동시에 천축을 뒤흔들만한 거친 포효가 그 땅을 뒤흔든다. 그리고 그가 방출하는 거대한 감정은 어느새 공기까지 얼려 버릴만한 한기(寒氣) 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도크진을 중심으로 서서히 땅이 얼어가며 그 면적은 경악스러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비대해져 갔다. 자신의 슬픔을 감당치 못했던 이도크진은 닥치는 대로 워프를 하여 산을 부수고 강을 범람시키며 주위의 모든 사물들을 얼려버렸다. 자신의 모든 기력이 다할 때까지 모든 사물들을 얼리고, 또 부셔버리던 이도크진 은 결국 본체를 유지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게 되었고 그의 거대했던 몸은 시리디 시린 푸른빛과 함께 점점 줄어들어 인간의 형상을 띄며 차가운 땅에 쓰러지게 되 었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일련의 사람들이 이도크진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세월이 흘러... 이도크진이 라무르스를 취했던 그 자리는 먼 훗날 '설녀의 땅'이라고 불리운다. 이도크진 -탁탁탁탁탁탁.- "......." -탁탁탁탁탁탁.- "......." -부스럭...- "......으음..." -탁탁탁!......- 진한 나무냄새가 풍기는 방안에서 작달막한 침대에 누워있는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이 살며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를 갖고 있던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은 13세살쯤 되어 보였고 또래의 소녀들의 가슴을 마구 두근거리게 할 만한 멋진 외모를 소유 하고 있었다. 주위에서 탁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잠에서 깬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 이도크진은 천천히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으윽!!..." 너무 무리한 탓일까? 몸을 일으키자마자 여기저기서 끔찍한 통증이 느껴졌다. "아아앗~! 너 이제야 일어났구나?" ".....!!" 자신에게 들려오는 이상한 언어에 이도크진은 경계의 태세를 갖추고 금방 이라도 마법을 쏟아부을 수 있도록 자신의 오른손에 거대한 마나를 갈무리 한 채 고개를 훽 돌려 소리가 들린 쪽을 쳐다봤다. "......." 이도크진이 고개를 돌린 쪽엔 자신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 인간의 소녀가 서있었다. 길다란 갈색머리를 두갈래로 땋아서 한껏 소녀다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수수하면서도 귀여운 아이였다. 옅은 하늘색의 상의와 남색의 치마를 입고선 허리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소녀는 도마위에 토막내고 있던 채소를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안에 조심스레 담고선 뚜껑을 닫고 다시금 얼굴을 붉힌 채 경계 어린 표정을 짓 고 있는 이도크진에게 쪼르르 달려온다. "아,안녕?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니까 눈 좀 풀어줄래?" "......." 허나 소녀는 자신의 말에도 이도크진이 전혀 경계의 눈을 풀지 않자 뺀질 한 앞이마를 지긋이 누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내 이름은 도로시...도로시 켈레로빈이야. 올해 14살의 어엿한 숙녀구 난 아빠와 함께 크라임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어." "......." 그래도 경계의 표정을 풀지 않는 이도크진을 보며 도로시라 밝힌 갈색머리 칼의 소녀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얼마 전 서쪽 산에서 괴이현상이 나타났어. 사계절 내내 따뜻한 기온 을 지닌 이 지역이 얼마 전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서쪽 산이 빙산(氷山)이 됐지 뭐니? 그래서 마을 아저씨들이 모여 조사팀을 구성해 얼어버린 산을 조사하러 갔는데 산의 입구에서 네가 쓰러져 있었던 거야. 그래서 아빠는 네가 괴이현상에 조난 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쓰러져 있던 너를 이곳으로 데려와서 간호하고 있었던 거야. 이제 알아듣겠니?" "......." "그.러.니.까. 이젠 그 부담스런 눈빛 좀 부드럽게 풀어주라 후훗..." "@#$$%##$%@&^*(&%^&" "에??" "$^$&##%≪㎩ΧΩΨ#@$Σ" "......" 도로시라 밝힌 소녀는 이도크진이 생전 처음 들어 보는 알 수 없는 언어로 말을 하자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히며 당황한 표정으로 말한다. "너,너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구나...우리말 할 줄 몰라? 이렇게 변방의 마을이지만 대륙공통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 한참을 이도크진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던 도로시는 이내 침대위에 서 경계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크진에게 손을 내밀며 환한 미소를 짓고 말한다. "나가자. 내가 대륙공통어를 가르쳐 줄께. 이래뵈도 나 꽤 똑똑하거든." "......." 이도크진은 도로시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았지만 속으로 많이 당황하고 있었다. 언제나 얼음성에서 오직 라무르스의 저주와 경멸어린 눈빛만을 보고 자라왔기에 도로시가 보내는 미소가 처음이면서도 낯설은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이도크진은 도로시의 미소가 싫지 않았다. 다른 타인에게서 처음 으로 받아보는 미소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랐던 이도크진은 그저 도 로시의 얼굴을 노려 볼 수밖에 없었다. -화끈...- 이도크진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도로시는 이제 막 이성에 눈뜬 사춘 기의 소녀답게 자신의 얼굴을 확하고 붉힌 채 이도크진을 억지로 일으켜 밖 으로 나갔다. 집밖을 나서자 수십채의 가구가 눈에 보였고 저 멀리서 마을어른들이 밭일 을 하고있는 게 눈에 보였다. 마을아주머니들과 그녀의 아이들, 모든 마을사 람들이 이도크진을 보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첫째로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매혹시키는 그의 화려한 외모와 평 범한 인간에게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신비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기 때 문이었다. 그런 이도크진과 나란히 손을 잡고 거릴 거닐고 있는 도로시는 당 연히 수줍으면서도 한편은 자랑스러워했고 곁눈질로 이도크진을 힐끔힐끔 바 라보며 어느새 마을의 공터에 도착한 도로시는 공터에 쪼그려 앉아서 나뭇가 지를 꺾고 땅바닥에 유려한 글씨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자. 나는 엄한 선생님이니까 잘 따라와야 해." "......." 미소를 짓는 보조개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도로시를 보며 이도크진은 수많은 세월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저 인 간 소녀는 생전 처음 본 자신에게 친절이란 것을 베푸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 었다. 자신이 취한 라무르스의 기억을 뒤져본다면 대륙공통어 따윈 10초도 안지나 금방 익힐 수 있었으나 지금의 이도크진으로선 라무르스의 기억을 들출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에 글씨 같은 곡선을 이리저리 휘갈기고 있는 도로시라는 소녀의 배려도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그 후 얼마의 시간이 흘러... "......." "뭐냐." "......."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도크진 앞에서 귀여운 입을 떡 벌리고 경악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도로시. 과연 신의 아이와 신의 능력을 취한 이도크진답게 보통사람이라면 몇날 몇달 을 걸려도 모자랄 것을 그는 단시간만에 모두 암기에 성공했던 것이다. 게다 가 처음으로 언어를 접한 사람답지 않게 언어의 구사력도 굉장히 깔끔했다. 이에 도로시는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한다. "너...너 인간 맞아? 세상에..." "......."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도로시를 보며 이도크진은 가슴 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좀더 인간답게 행동할 것을... 이라고 생각하면서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로 혹시 도로시가 자신을 멀리하지 않을까? 라무르스 이외에 다른 존재라 곤 전혀 말조차 해본 적이 없던 이도크진은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만나 무슨일로 헤어지는 지, 또 무슨 일로 사랑을 얻는지 전혀 몰랐기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도로시를 보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당혹스러움도 잠시... "꺄아~굉장해! 너 정말 천재구나!!" "......." 활짝 웃는 미소와 함께 도로시는 이도크진의 두 손을 맞잡고 좋아라 방방 뛰기 시작했다. 따뜻한 손...비록 손과 손이 맞닿는 것뿐이었지만 이도크진은 도로시의 따뜻한 손이 마치 자신의 전신을 어루만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고 그 느낌 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때였다. 한참을 도로시란 소녀를 통해 수많은 첫 경험을 쌓아가던 이도크진 앞 으로 세명의 장정들이 나타났다. "여어~도로시. 그 동안 잘 있었냐?" "....!!" 세명의 장정중 가운데에서 건들거리는 표정을 짓고있던 붉은 뻗침머리가 자신의 우악스런 손으로 도로시의 오른쪽 팔을 거칠게 붙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한다. "약속의 날짜다 도로시. 생각은 해 봤나? 크크큭...이 가드웰님들이랑 함께 가면 맛있는 것도 매일 먹을 수 있고 갖은 보석들도 매일 만질 수 있다고...어때? 나와 함께 가는 거지?" "시,싫어요..." "이게!..." 아직은 앳된 모습의 도로시였지만 2,3년 후의 도로시를 상상하라 해보라면 상당히 멋진 여성상이 그려지는 도로시였다. 그러니 마을에서 귀족 축에 속 하는 번지르르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가드웰은 자신의 직분과 능력을 동원하 여 도로시를 강제로 데려가려 하고 있던 것이다. 허나 도로시는 그들을 따라나설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에 도로시가 가드웰에 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가드웰의 험악한 인상이 더욱더 험악해 지면서 억지 로 그녀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뭐냐? 니들은..." 그때였다. 가만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이도크진이 우악스런 손길로 도로시 를 끌고 가려는 가드웰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제서야 이도크진의 존재를 알아차린 가드웰들은 이도크진의 매혹적인 얼굴 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이 맘에 안드는 것인지 더욱더 자신들의 얼굴을 일그러 뜨리고는 험악한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네놈이야말로 뭐냐? 사내자식이 생긴 건 여느 기생집 계집같이 생겨 가지고는 쳇! 재수없게!!" "맞습니다 형님. 저런 녀석들의 얼굴은 지긋이 밟아주는 게 남자답게 생긴 얼굴 로 태어난 저희들의 의무죠. 킥킥..." 얼토당토 않는 말을 지껄이며 가드웰의 옆에 서 있던 흑발의 장정이 자신의 허 리춤에 달린 검을 뽑아들고 성큼성큼 걸어서 이도크진 앞으로 다가가기 시작했 다. 마을에서 사납기로 유명한 흑발의 장정이 이도크진에게로 다가서자 낯빛이 창 백해진 도로시는 가드웰과 흑발의 장정을 향해 소리쳤다. "그,그만!! 내가 가면 되잖아요!! 따라 간다구요!...그러니까..." 차마 도로시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말을 끊으며 가드웰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말한다. "쿡쿡...저딴 녀석이 네 기둥서방이라도 되냐? 아무튼 도로시가 우릴 따라나선다니... 됐다! 그딴 녀석 건들지 말고 그냥 가세나. 하르몬" "크흠...알겠습니다 형님." 도로시를 꿰어찬 게 기분 좋은 모양인지 가드웰은 보기 역겨운 미소를 달고 흥얼거 리며 도로시를 끌고 이도크진에게로 멀어져만 갔다. 지금의 사태를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던 마을사람들도 차마 어린소녀를 데리고 가 는 가드웰을 보며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고 이런일이 처음있는 일이 아닌 모양인 지 나이 많은 노인들은 지팡이를 던지며 하늘을 탓하기도 했다. 이제 겨우 인간들과의 조우를 시작한 이도크진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은 저딴 인간들 따위에게 절대 지지도...하물 며 자신을 때릴 수 있는 인간이란 어쩌면 대륙에 존재치도 않을 터인데 자신을 만류하고 도로시가 자신의 의지로 저 장정들을 따라간다고 하니 이도크진은 섣불 리 나설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이상하게 언짢은 기분이 드는 자신을 추스르며 도로시와 장정들의 반대편 쪽으로 몸을 돌려 정차 없이 걷기 시작했다. "......." 대략 30초 정도를 도로시와 가드웰의 반대편쪽으로 걸음을 걷고 있던 이도크진 은 문득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본 이도크진은 저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도로시와 장정들을 쳐다보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보며 의문을 가졌다. 어찌하여 자신의 의지로 저 세명의 장정을 따라가는 도로시를 보며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일까? 하고... 그래서 이도크진은 지나가는 마을 아주머니를 하나 붙잡고 물었다. "혹시 지금 도로시에게 벌어진 상황에서 뭐가 잘못된 게 있나?" 새파랗게 젊은 소년이 나이 40은 넘은 자신에게 반말을 내뱉자 황당한 표정을 지 어버린 중년의 부인이었지만 그것은 뒷전으로 미루고 그동안 마을이 당해왔던 억 울한 일을 소년을 통해 하늘에 통고하듯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잘못됐다 마다!! 저 가드웰자식이 얼마나 음흉한 자인지 아직 꽃피우지도 못한 마을의 귀엽다 싶은 소녀들을 모두 데려가 폐인을 만들어 버리곤 하는 녀석이야. 게다가 마을에선 가드웰의 옆에있는 두명의 호위검사를 막아낼 방도가 없기 때문 에 우린 화만 꾹꾹참고 피눈물만 흘려야 된다구!" 중년부인의 말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 묻는다. "그렇다면 도로시가 저자들을 따라나선 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가드웰이란 자 를 지키는 두 명의 호위무사를 당해낼 힘이 자신에게도, 그리고 마을에서도 없기 때문이라는 말인가?" "그래!! 잘못하면 너뿐만이 아니라 도로시의 아버지까지도 마수를 뻗쳐오는 녀석들 이니까. 얼핏 들은 말로는 저 두 명의 호위검사...황실기사단에서 활동하다 타락한 녀석들이래. 그러니 마을 남자들이 때거지로 덤벼도 당해내지 못하는 거야." 중년부인의 말에 이도크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피식...- 자신도 왜 웃는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지금의 상황이 도로시의 자의가 아님에 기뻐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자신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주고 따뜻한 배려를 나눠준 도로시로부터 이도크진은 언제나 자신의 운명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았던 라무르스의 예언을 이겨낼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도크진은 도로시라는 소녀의 친절에 난생처음 '괜찮다'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에 이도크진은 마을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넘기며 도로시를 강제로 이끌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장정들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있던 중년부인에게 놀랄 틈도 주지 않은 채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려나가 장정들과 도로시의 길목을 막아섰다. "........" "........" "........" 갑자기 나타난 이도크진이 도로시와 세명의 장정들을 막아서자 장정들은 황당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마을사람들은 경악하는 표정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봤다. "뭐,뭐,뭐하는 거야?! 어째서 다시 온 거야? 이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이란 말야!! 어서 비켜!" 갑자기 나타난 이도크진을 보며 도로시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아직 13살 정도의 소년 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 이도크진을 보며 당연히 세명의 장정들을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 다고 생각했기에 도로시는 물론 마을 사람들도 저마다 당황과 어이없단 표정을 지으며 이 도크진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이도크진은 떡대같은 세명의 정장들 앞에서도 왜소한 체구답지 않게 차가운 표정으로 별거 아니라는 듯 도로시를 보며 말한다. "말하지 그랬냐? 도와달라고..." "......뭐,뭐하는 거야!! 어서 도망가란 말야!" 이도크진이 뭐라 하건 도로시는 이제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쳤고 세명의 장정들도 황당의 늪에서 벗어나 불같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며 급기야 가드웰의 옆에 있던 그의 호위검사들이 자신들의 허리춤에서 서슬퍼런 검을 뽑아들기 시작했다. -스르릉- "꺄악~!" "헉..." "엄마야!" 호위검사가 검을 뽑아들자 유혈사태에 민감한 모양인지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 틈에서 여기저기 놀란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도로시의 낯빛이 창백 하게 변했다. 좀 전부터 이도크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호위검사 두명은 마침 잘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이도크진에게 다가갔다. 그리곤 자신이 뽑은 검을 머리위로 치켜들며 금방이라도 내리칠 기색을 내보이자 좀전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놀란 비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도로시도 두 눈을 꼭 감으며 도망가란 말만 연신 외치고 있었다. -쉬익~!쉭~!쉬이이익~!- -휙...휙,휙...- "헉.....!!" "크흠.....!!" 허나 그 다음에 벌어진 상황에 마을사람들은 물론이고 호위검사들까지 벙찐 표정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호위검사가 장난식으로 이도크진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이제겨우 13살팍의 소년이 검이 지나가는 길로에서 1,2센치차의 작은 미동으로 날카로운 검을 모두 피해 내며 도로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약이 오른 호위검사들은 진짜 힘을 싣고는 날카로운 궤도를 그리며 이도크진을 향해 검을 휘둘렀으나 결과는 전과 마찬가지였다. "허억..." "저,저럴수가!..." 마을사람들도 믿지 못하는 모양인지 작은 미동으로 검을 간단히 피해버리는 이도크진 을 경악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었고 어느새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로시 앞으로 당도한 이도크진은 그녀를 향해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한다. "말하지 그랬냐. 도와달라고." "에?......"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도로시를 향해 이도크진은 살짝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했고 뒤에서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검을 선사하는 호휘검사들을 보지도 않 고 그대로 고개를 살짝 숙여 검날을 피하고는 짧은 일격에 그들을 저멀리 날려보냈다. -퍽! 퍽!!- "커헉!!" "끄억~!마,말도!!..." 어린 소년의 단 한방에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있는 장정들을 보며 마을사람들은 턱이 빠져라 크게 벌리며 경악하기 시작했고 도로시와 가드웰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봤다. 소년의 단 한방에 저만치 나가떨어져 혼절해 버린 자신의 호위검사들을 보며 두 눈을 게 뜨고 이도크진을 바라보던 가드웰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의 불리함을 느꼈 다. 이에 가드웰은 자신의 허리춤에서 재빨리 검을 뽑아 검날을 도로시의 목에 들이대고 소리쳤다. "꼬,꼼짝하지 마라!! 이년의 목이 달아나는 게 보고싶지 않다면 말야!" "흥..." "저,저게!!...그대로 뒤로 돌아서서 손을 깍지끼고 머리 위에 올려놔라!" 가드웰의 말에 이도크진은 차가운 조소를 지으면서도 그가 하라는 대로 뒤로 돌아서서 머리위로 깍지끼고 손을 올려두었다. 그러자 천천히 이도크진에게 다가가던 가드웰은 순간 자신의 검을 도로시의 목으로부터 거두고 쏜살같이 몸을 앞으로 튕기며 자신에게 서 등을 돌리고 있는 무방비상태의 이도크진에게 쇄도했다. "크하하핫~! 죽어라! 건방진 꼬마!!!" "꺄아~" "저,저런!!!" "안돼! 피해!!" "......." 치사하게 소년의 등뒤를 공격하려는 가드웰을 보며 마을사람들이 놀라 소리쳤고 도로 시도 이도크진을 향해 피하라고 목청껏 소릴 질렀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어렴풋이 느 끼고 있었다. 이에 두 눈을 질끈 감고선 가드웰의 검이 이도크진의 살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를 마지 못해 기다리고 있을 때 자신의 상상과는 다른 기괴한 소리가 들려왔다. -캉!!- "......!!" "......!!" 살을 가르는 푸욱~!이란 소리대신 칼날과 딱딱한 물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자 마 을사람들은 저마다 돌렸던 고개를 다시 이도크진을 향해 돌렸고 도로시도 감았던 눈 을 뜨고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자 놀랍게도 저만치 쓰러져있는 가드웰의 모습과 자신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새하얀 머리칼의 매혹적인 소년의 모습이 도로시의 눈에 비쳐졌다. "어,어떻게..." 믿지못할 사태에 경악하고 있는 마을사람들과 도로시를 보며 무덤덤한 표정을 짓던 이도크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도로시를 향해 말한다. "너 하나 정도 지킬 힘은 있다." "......." 불어오는 바람에 새하얀 머리칼을 나부끼며 자신에게 말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도로시 의 가슴은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자신도 모르는 새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이도크 진의 품에 안겨 펑펑 울기 시작했다. "흐아아앙~!" "......." 갑작스레 자신에게 안긴 도로시를 보며 이도크진의 눈은 어느새 놀라움으로 커져 있 었다. 가까이에서 느껴본 도로시의 가녀린 체구와 기분 좋은 향기가 이도크진에게 묘 한 감정을 선사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신에게 안겨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도로시를 보며 이도크진은 문득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여리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은 존재가 인간들이란 사실을 이도크 진은 그때 처음으로 알게되었고 의식을 차렸을 때부터 자신의 마음을 이토록 이리저리 흔들어 놓는 감정들이 도로시로부터 자꾸만 자신에게로 유입되자 이도크진의 심정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언제나 슬픔과 고독...그리고 무(無)에 대한 허무함만을 느껴오던 그였기에 이토록 따 스한 체온과 인간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한순간에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이도크진은 공허감만이 느껴지던 지난 세월들보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의 텅빈 가슴속을 차곡차곡 쌓아 가는 듯한 기분 좋은 포만감을 느끼 고 있었다. 그때였다. 문득 자신이 이도크진의 품에 안겨있단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된 도로시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이도크진의 품에서 떨어졌다. "어맛~!" "......." 어느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도로시는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이도크진을 힐끔 힐끔 바라보며 말했다. "아,암튼 고마워...너 참 대단하구나...괴,굉장히 머,멋지구말야..." "......." 자신에게 고맙다고...그리고 멋지다 라고 칭찬하고 있는 도로시를 바라보며 이도크진은 문득 그 생각이 떠올라 도로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넌 나에게 빚을 졌군." 뜬금 없이 빚이란 단어를 운운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도로시가 약간 얼굴을 굳히고는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응...그,그런거지..."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으,응!..."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긴장하고 있는 도로시를 보며 이도크진을 짧은 한숨을 내쉬 고는 언제나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도로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간단해. 너의 사랑을 나에게 내놔라." "......." "......." "......." 순간 이도크진과 도로시를 구경하고 있던 수많은 마을사람들이 뒤집어지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뭐,뭐,뭐,뭐,뭐라고????"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인 도로시는 말을 마구 버벅거리며 이도크진에게 말하고 있었고 이 도크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도로시에게 말한다. "말을 못 들었나? 너의 사랑을 내게 내 놓으란 말이다." "......." "......." "......." 무표정으로 자신에게 사랑을 내놓으라는 기묘한 말을 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도로시는 입만 벙끗거린 채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랠 수밖에 없었고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기가 막혀 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귀까지 새빨개진 채 이도크진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짓고 있던 도로시의 눈 가에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이도크진에게 달려가 그의 가슴을 자신의 주먹으로 마구 때리며 소리친다. "바,바,바보야!!! 어,어쩜 그런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 타격을 주려면 좀더 깊이있고 빠른 속도로 자신의 가슴을 쳐야 하는데 계속 솜방망이 같은 약한 주먹으로 자신을 때리고 있는 도로시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고개를 갸 웃거렸다. 그리고 맞고 있는 건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도로시가 눈물까지 흘리며 소릴 꽥꽥 지르고 반대편쪽으로 무작정 도망가자 이도크진은 싸늘하게 불어오는 공기와 더 블어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 크진을 보며 마을사람들도 기기막혀 하고 있었다. 황당하단 표정을 감추지 못했던 이도크진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다 아까 만난 중년 부인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도로시가 가드웰의 호위검사 탓에 힘이 없어 끌려가 는 것이라고 알려준 중년부인이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부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뭐가 잘못된 게 있나?" "......" "......" "......" 아까와 비슷한 질문을 하면서도 다시금 40살을 넘은 자신에게 반말을 건네는 이도 크진을 보며 중년부인은 허탈한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과 같은 허탈한 한숨을 내뱉고 있는 새하얀 머리칼의 매혹적인 소 년을 보며 중년부인은 자신의 팔을 걷어 부치고 그동안 겪어왔던 사랑이란 개념 부터 연애학개론까지 펼쳐 보이며 이도크진에게 열띤 강의를 펼쳤다. 난데없이 사랑을 내놓으라는 황당한 말을 내뱉는 소년이었지만 마을의 썩은이 같은 존재였던 가드웰 패거리를 물리친 이도크진은 금새 마을의 영웅으로 받들여졌고 도 로시 또한 영웅의 신부감이라며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녀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산에서 조난당해 오갈 곳이 없던 이도크진은 당연시 여기는 마을사람들 덕에 도로시 의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이도크진은 기필코 라무르스가 그렇게 받을 수 없다던 사랑이란 것을 받아보기 위해 도로시에게 충실했다. 도로시는 하루하루가 두근거리고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마을사람들이 어디서 흘러 왔는지 모를 이도크진이란 아이의 신부감이라고 매일 놀려대긴 했지만 겉으로는 아 니라고 잡아때도 이도크진이란 아이의 신부라고 상상하기만 해도 달콤한 설탕보다 더욱더 달콤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곤 했다. 그런 매일매일이 두근거리고 행복한 시간이 흘러갈 무렵이었다. 해가 지는 저녁노을을 감상하다 마침 널어놓은 빨래가 생각난 도로시는 재빨리 빨랫터로 가서 널은 빨랫거리를 바구니에 담아서 집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미 밤은 깊어 주위 가 어둑어둑 했고 숲과 가까운 마을이라 여기저기서 산짐승들의 울음소리 탓에 이제 막 14살의 소녀, 도로시는 슬슬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다. -끼요요요요요~- "엄마야~" 갑자기 주위가 푸득거리며 귓전을 때리는 새소리가 들리자 도로시는 그만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새소리란 것을 확인하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도로시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추스르고 무거운 바구니를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 려 할 때였다. -덥썩- 갑자기 자신이 들고 있는 바구니를 잡아채는 손길이 느껴지자 도로시는 다시 한번 하이톤의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꺄아아악~!" "뭐하냐..." "......" 매일 자신을 두근거리게 만들던 익숙한 목소리...어둠속에서 이도크진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도로시는 얼굴을 감쌌던 자신의 두 팔을 천천히 풀며 눈물이 고인 눈으로 고갤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빨래가 가득담긴 바구니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고서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도크진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이상하도록 진정되는 안도감을 느낀 도로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진에게 칭얼거렸다. "지,진...진이잖아...깜짝 놀랐잖어...이 바보야!" "......." 잠깐의 사건이 있은 후 도로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옆에서 함께 거닐고 있는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둘만이 나란히 걷고있자 묘 한 기대감에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킬 방도가 없었다. -우뚝...- 이제 저 멀리서 마을의 불빛이 일렁일 무렵.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춰선 이도크진 탓에 도로시 또한 가던 길을 멈춰서야 했다. "왜,왜그래?" "......." 도로시는 들고있던 바구니를 땅에 내려놓고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자 더욱더 심하게 가슴이 쿵쾅거렸다. "야." "왜,왜...?"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이도크진이 도로시의 양어깨를 살짝 감싸자 도로시는 금방이 라도 무너져 내릴 것같이 다리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리깔린 숲속에서 이도크진과 도로시, 단 둘뿐이었고 지금 도로시의 눈앞엔 새하얀 머리칼과 반짝이는 이도크진의 매혹적인 눈동자가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 도로시의 양어깨에 자신의 손을 살짝 올려둔 이도크진은 도로시를 보며 입을 열었다. "도로시 켈레로빈. 아직도 난 너에게 부족한 남자인가?" "......." 겨우 13살팍의 어린 소년이 말하기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는 말이었지만 지금의 이도크진은 너무나 진지하게 도로시에게 묻고 있었다. 이에 도로시는 예전처럼 이도크진의 가슴을 때리거나 바보야! 란 말을 외치며 도 망칠 수도 없었다. 점점 자신의 어깨를 쥐고 있는 이도크진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도로시는 지난날의 이도크진의 모습이 하나하나의 영상처럼 자신의 머 릿 속으로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항상 무덤덤하지만 자신을 위해 그 무엇도 마다 않은 이도크진...어린 소녀로서 상 당히 끌릴만한 외모와 자신을 지켜줄 힘까지 갖춘 믿음직한 이도크진이기에 도로시는 처음처럼 망설임이나 당혹감 같은 건 없었다. 그때 다시 이도크진의 진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난 너의 사랑을 받기에 부족한 남자인가? 그런 거냐? 도로시." "아,아니!..." 얼떨결에 큰소리로 외친 도로시. 이에 이도크진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무작정 외치긴 했지만 그 다음엔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던 도로시는 천천히 자 신의 가슴을 진정시키고 더욱더 세게 느껴지는 이도크진의 손길에 두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열었다. "...사,사실 나는 아직은 어린 나이잖아...이제 겨우 14살인걸..." "......." "그,그래서...남자랑 이렇게 가까이 지내본 것도, 그리고 남자에게 이렇게 두근거려 본 것도 진, 너가 처음이지만...널 보면 항상 두근거리고 너에게 자꾸만 기대고 싶어져... 그리고 하루라도 널 안 보면 굉장히 울적한 기분이 들고 그래...그래서..." "......." "아마 이런 기분이 사람을 좋아하는 건가봐...그리고...또......" "......." "이,이게 바로 사랑...이란 건가봐..." "......." "사,사랑하나봐...진..." "......!!" 도로시가 자신의 눈을 꼭 감고 사랑이란 단어를 내뱉자 도로시의 작은 어깨를 쥐고있던 이도크진의 두 손에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꽤나 강렬하게 자신의 어깨를 쥐고 있었지만 도로시는 아프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있었고 지금의 묘한 분위기를 더욱더 자극시키는 촉진제와 같이 느껴졌다. 마치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고백하는 꼴이 되어버린 도로시는 쿵쾅거리는 심장과 화끈 달 아오르는 얼굴을 뒤로 한채 살짝 눈을 떠보자 어둠속에서도 희미하게 웃고 있는 이도크진 의 얼굴이 보였다. 처음이었다. 이도크진의 웃는 얼굴을 보는 건... 비록 옅은 웃음뿐이었지만 언제나 무덤덤하던 이도크진이 자신의 고백에 웃어주자 도로시 도 너무나 기뻤다. 드디어 처음으로 도로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게 된 이도크진은 가슴속으로부터 넘쳐 나오는 희열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비록 100년 인생 남짓 살아가는 어린 인간소녀의 사랑 이었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두 눈을 감고 속으로 누군가를 향해 속삭였다. '지금 보고 있는가...? 하늘의 별이 되서든...땅의 풀뿌리가 되어서든 날 지켜본다던 라무르스...난 이렇게 한 소녀의 사랑을 얻었다. 난 당신의 독설처럼 뒤틀려진 운명의 주인공이 아니게 된 거다... 이제 겨우 얻은 이 조그만 사랑...난 목숨을 다해 끝까지 지켜 보이겠다. 라무르스... 그리고 나의 사랑이 소녀의 생명으로서 막을 내리는 날...그땐 그곳에서 웃어주길...' 셀수조차 없는 세월동안 라무르스에게 독설만을 들어오던 이도크진은 지금에서야 그의 말 을 부정할 수 있었다. 그는 틀렸다고...자신은 행복하고 또 사랑 받고 있다고... 그때였다. "꺄아아아아악~~~!" -콰콰콰콰콰콰쾅~~!" "치,침입자다!!! 가드웰 패거리들이다!!" "사,살려줘!! 으아아악!" 난데없이 뒤쪽에서 들려오는 파열음과 함께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마을사람들의 비명소 리가 들려오자 이도크진과 도로시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마을 쪽을 바라보았다. 마을쪽을 바라보자 어느새 새빨간 불길이 마을의 하늘위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고 여기저기 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지,진!! 이,이게 무슨!..." 다급한 목소리로 도로시가 진의 팔을 꼭 붙잡고 말하고 있었고 이도크진도 사태의 심각성 을 급히 깨닫고는 도로시와 함께 마을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애처로운 비명소리의 근원지로 도착한 이도크진의 눈앞으로 그 동안 친하게 지내왔었던 마을사람들이 가드웰들에 의해 처참히 도륙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족히 100명은 넘을 것 같은 대부대를 이끌고 온 가드웰을 시리디 시린 눈빛으로 바라 보고 있을 때 이도크진의 눈앞으로 한 중년부인이 가드웰이 휘두르는 검에 살이 찢기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년부인은 바로 진에게 사랑을 얻을 수 있도록 매일매일 열띤 연애론 강의를 해주던 중년부인이었다. "저 자식이..." 낮은 이갈림 소리가 이도크진에게서 싸늘하게 흘러나오자마자 눈에 비치지도 않는 스피드로 가드웰들에게 쏘아져나갔다. 이도크진은 그동안 인간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 항상 자신의 속성과 모든 힘을 갈무리 해두 었다. 허나 100명이나 되는 장정들을 아무리 이도크진이라 해도 마나하나 없이 싸우기란 역부족 이었다. 그들에게 쏘아져 나가면서 어느새 이도크진에게로 차가운 한기가 서서히 개방되기 시작했고 자신과 연인이 깊은 마을사람들과 중년부인의 처참했던 죽음은 이도크진에게 자신 의 차갑고 한없이 냉정한 전투본능을 이끌어내는데 한 몫을 해버렸던 것이다. 눈빛만으로도 사람의 심장을 얼려버릴 듯한 차가운 눈빛을 사방으로 뿌려대던 이도크진은 유독 가드웰을 노려보며 뼛속까지 얼게 만들 시리디시린 목소리를 내뱉는다. "네.놈.들.의.세.포.하.나.하.나.에.끔.찍.한.고.통.을.새.겨.주.겠.다." "........" "........" "........" 어느새 이도크진은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한없이 냉철하고 차가운 전투본능을 지닌 이도크진은 눈앞의 벌레만도 못한 가드웰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감 행하기 시작했다. -으드드드드드득...- "커헉!...저,저게 정녕 인간이란 말이더냐??" "끄아아악!! 사,살려!..." 이도크진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가드웰들은 저항한번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몸이 꽁꽁 얼어붙어야 했다. -쩌저저적!!- 새하얀 그림자가 잔상을 남기자 그 자리엔 뜨거운 심장이라도 단번에 얼릴만한 차가운 한기와 함께 밑에서부터 얼음이 생성되며 가드웰들을 모두 얼려나갔다. 차가운 얼음속에 갇혀버린 가드웰들은 차마 눈조차 감지못하고 그대로 굳어버 렸다. 어떤이는 검을 휘두르는 동작에서 얼어버렸고 또 어떤이는 믿지 못하겠 다는 듯한 경악의 표정으로 얼어있었다. -푸화아악!!- 자신의 한기에 얼어버린 인간들을 보며 이도크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얼어 버린 상태 그대로 가드웰들을 도륙해 나가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상태였기에 이도크진이 주먹으로 타격을 입히자 가드웰들은 자신들의 육신이 수십조각으로 나뉘며 그대로 터쳐 나갔다. "우욱..." "커헉..." 새하얗던 얼음은 어느새 빨간 피로 물들며 수십 조각의 파편으로 이리저리 뒹굴 기 시작했고 인간들의 뇌수와 내장이 얼어붙은 얼음을 녹이며 보기만 해도 끔찍한 액체를 생성하고 있었다. 이에 이도크진이 만드는 끔찍한 전경을 바라보고 있던 마을사람들은 도저히 생지옥을 구경할 만한 비위를 갖추지 못했기에 저마다 고개를 돌린 채 토악질을 해대기 시작했고 도로시도 벌벌 떨면서 차마 시선을 이도크진 쪽으로 돌리지 못 했다. "끄아아아아악~~!" -파캉!!파캉!!- 섬광 같은 스피드로 어느새 100명이나 되는 가드웰의 대부대를 모두 얼려버린 이도 크진은 표정변화 하나 없이 주먹으로 그들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한명이 깨부숴지자 온몸이 얼음과 함께 시뻘건 피를 쏟아내며 수십조각으로 이리저리 비산했고 그 수는 대지를 새빨간 얼음덩어리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했다. -퍼억! 퍼억!!-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경악어린 표정으로 얼어버린 가드웰을 단합에 터쳐버린 이도크진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온몸이 성한 시체는 단 한구도 없었다. 머리 하나에도 수십조각으로 나뉘어진 시체들 을 보며 이도크진은 그 어떤 감정도 받지 못한 채 다만 쓰잘데기 없는 벌레가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끝났군..." "......." "......." "......." 100명의 장정들이 어린 소년에게 단 10분만에 전멸당했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온몸에 가드웰들의 시뻘건 피를 묻힌 이도크진은 다시금 자신의 한기를 최대한 갈 무리하고 힘의 개방을 막아놨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마을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돌릴 때였다. "아,아,악마다!..." "허어어억...괴,괴물이다...악마다!!" "끄아아아아악~!" "......." 이도크진이 싸움을 마치고 마을사람들이 모여있는 공터쪽으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 하자 이도크진이 그들에게 다가가는 만큼 마을사람들도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뭐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자신을 무슨 괴물이나 악마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과 함께 나직히 중얼 거렸다. 그런 마을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도크진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도크진의 눈에 한사람 의 모습이 커다랗게 각인됐다. 바로 마을사람들과 같이 자신을 무슨 괴물이나 악마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도 로시의 모습을... "도로시..." "......!!" 모두가 자신을 괴물이나 악마보듯 해도...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던 이도크진은 도로시마 저 자신을 괴물이나 악마를 보듯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자 가슴속에서 무언가 굉장 히 불쾌한 기분이 치밀어 올랐다. 이에 이도크진은 저 멀리서 자신을 경악스레 바라보고 있는 마을사람들을 향해...아니, 도로시를 향해 빠른걸음으로 다가갔다. "흐아악!..." "도,도망가!! 도망가라!!!" "살려줘~~흐아아악~!" "꺄아아악~!" "......." 이도크진이 걸음을 옮길때마다 그에 맞춰 뒷걸음질치던 마을사람들은 이도크진이 순간 빠름걸음으로 자신들에게 다가오자 공포에 억눌린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망치는 마을사람들 중에는 도로시의 작은 뒷모습도 보였다. "......." 어째서...어째서 자신들을 죽이려는 가드웰을 처치했건만...오히려 영웅대접을 받아도 모 자랄 자신에게 이런 대우를 하는지 이도크진을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분노만이 자리할 뿐... 이에 이도크진은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쏘아져 나가며 도로시 의 가느다란 팔을 붙잡았다. -덥썩!- "꺄아아악~!" "......." 이도크진이 도로시의 팔을 붙잡고 거칠게 돌려세우자 도로시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눈물 까지 흘리며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이도크진을 보며 연신 한마디만을 외치고 있었다. "사,사,사..." "......." "사,살려...줘...살려..." "......." 도로시가 자신을 보며 살려달라고 한다...그녀를 살리기 위해...가드웰들을 죽인 것뿐인데... 도무지 이도크진은 마을사람들과 도로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살려달라는 말만 실성한 듯 외치는 도로시를 보며 이도크진은 그 답지 않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난 널 해치지 않아!! 게다가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사랑하는 사람이 뭐가 무섭다고 그러 는 거야?" "......." 이도크진의 말에 도로시는 아직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면서 고개를 처연하게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어느새 폭포수같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뒤로한 채 이도크진을 보며 말한다. "네,네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일 줄 몰랐어...그러니까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취,취소 할래......" "뭐......" "부탁이야...살려줘...살려..." "......." 사랑이 이런 것이었던가...그렇게 쉽게 오고 쉽게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던가...이도크진은 사랑한다는 말을 취소한다는 도로시의 말에 자신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오르며 그 무 엇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뜨고 있어도 아무것도 볼 수도...느낄수도 없는 상황에서 문득 정신을 차린 이도크진 은 자신의 눈앞으로 항상 맑은 날씨를 자랑하던 도로시의 마을이 어느새 새하얀 설원으 로 뒤바뀌어버린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자 여기저기서 공포에 질린 마을사람들이 꽁꽁 얼어붙은 채 동사(同死)되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으로...억눌린 공포로 인한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도로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투명한 얼음속에 차갑게 식어버린 도로시를 보며 이도크진은 허탈한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그때 문득 이도크진은 자신의 머릿속으로 라무르스가 항상 내뱉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크크큭...어림없는 소리. 이도크진이여...너는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 음을 나, 라무르스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아무리 앞에 놓인 음식이 장 인의 손을 거쳐 빛이 나고 먹음직스러워도 3일만 그대로 방치하면 갖은 썩 은 냄새와 함께 절로 인상을 쓰게 되는 법과 같다. 이도크진...아무리 너의 빛 이 나는 육신에 모두가 너의 모습을 보며 손을 내밀지라도 너의 진정한 실체 를 그들이 알게되면 인상을 찡그리고 코를 막으며 등을 돌릴 것이다.] 라무르스의 말이 이도크진, 자신의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자 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 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틀려...이건...실수일 뿐이다...계속 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보통의 감성을 지닌 존재라면 눈물이라도 흘릴 법도 하지만 이도크진은 허탈한 한숨밖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분노감 뿐... 어린 소녀의 사랑을 채 하루도 지키지 못한 이도크진은 너무나도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문득 하늘위로 고개를 내든다. "보고...있는가...? 라무르스여..." 불어오는 차디찬 바람에 이도크진의 새하얀 머리칼이 그의 보랏빛 눈을 완전히 가려버린다. "이게 그대가 말한 나의 뒤틀린 운명이란 말인가...? 겨우 인간소녀의 사랑하나를 하루도 지 키지 못하는 나를...그리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의 실체를 알고도 사랑을 주었을 그대를 죽 여버린 나를...쿠쿡...앞으로도...정말...기대되는군...크크큭..." 실성한 듯 웃고있는 이도크진의 독백에 마치 화답이라도 하는 것인지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서 절대로 내릴 수 없는 차가운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사랑은...너무나 쉽게 움직이는 것 같군...하찮은 것으로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생성되고... 소멸되고...다시 생성되고...움직이고...소멸되고...그리고 목숨을 다한다 해도 영원히 지켜 나갈 수가 없는..." -휘이이이이잉...- "쿡쿡쿡..." 문득 하늘에서 내리는 차가운 눈을 맞으며 이도크진은 아무의미 없는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감았던 눈을 뜨고 라무르스가 항상 자신에게 말하던 말을 되뇌인다. "엘테미아란 드래곤이 있는 한...나의 운명은 한없이 뒤틀려져 있다고 했나?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다고 했나? 좋다. 라무르스여...그대에게 창조된 나 이도크진은 엘테미아란 드래곤에게서 빼앗겨버린 레디아나를 다시 탈환하겠다." 너무나도 쓰디쓴 말을 내뱉던 이도크진은 처음으로 자신이 취한 라무르스의 힘을 개방했다. 온통 투명한 물결 속에서 수백가지의 반짝이는 빛들이 이도크진의 오른팔을 축으로 넘실거 렸고 서서히 둥근 타원모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신계로 향하는 차원의 문을 생성한 이도크진은 언제나 얼음같이 차가운 이성을 유 지하는 자신답지 않게 격렬히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성큼성큼 걸어 신계와 지 상계를 잇는 차원의 틈으로 몸을 던졌다. 라무르스의 신의 힘으로 신계에 발을 디딘 이도크진은 마치 구름위에 성을 지은 듯한 느낌 이 나는 신계를 보며 무심하게 걷고 있었다. 격렬히 끓어오르는 분노덕에 이도크진은 당 장이라도 모든 만물의 창조주를 만나 그에게 따지고 싶었다. 어째서 레디아나를 넘겨줬냐 고...인간들의 위에서서 당당히 군림할 자...그런 군림자에게 선사하는 레디아나를 어째서 자 신이 아닌 엘테미아란 드래곤에게 주어버렸냐고... "......." 구름같이 옅은 안개가 깔린 바닥을 휘적휘적 걸어가던 이도크진은 문득 하나의 존재와 마주치게 되었다. 그 존재는 새빨간 머리칼에 대략 10살 정도 되어보이는 조그만 남자아이였다. 새빨간 머리 의 조그만 남자아이는 이도크진을 보며 의미모를 기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작은 손으로 금빛과 은빛의 가느다란 테가 기하학적으로 꼬여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짧게 말한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저 안쪽에 있다." "......." 비록 처음으로 만나는 사이였지만 이도크진은 그 빨간머리의 어린아이에게서 라무르스와 비슷한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금테와 은테가 기하학적으로 엉켜진 높은 건물 쪽으로 걸음을 당당히 옮겨갔다. 기이하게 생긴 건물 앞으로 당도한 이도크진은 라무르스의 기억을 뒤져 자신의 앞에 놓인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살폈고 이내 라무르스의 힘을 운용하여 건물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도크진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건물 안은 놀랍게도 지상계와 비슷한 숲의 구조를 띄고 있었다. 비록 지상계와는 전혀 다른 금빛과 은빛으로 이루어진 숲이었지만 너무나도 생동감 이 느껴지는 이색적인 숲이었다. 한동안 숲의 이색적인 전경에 놀라하고 있던 이도크진 앞으로 하나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 다. [네놈은...자신을 창조한 창조신을 죽여버린 후 취해버린 이도크진이 아니더냐...]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다른 곳에서 이도크진을 향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군. 정말 레디아나 없이 자아를 확립했단 소리를 들었을 땐 반신반의했는데...] [아무튼 신에게서 창조된 하나의 존재로서 어찌 자신의 창조신을 능멸할 수가 있단 말인가? 저자가 저지른 만행은 모든 만물을 관장하는 신계의 전체를 모독한 자나 다를 바가 없네.] [잡아라. 자신을 창조한 창조주를 죽여 그의 능력을 취한 이도크진을 구속하라.] "......." 이도크진이 채 방어할 겨를도 없이 그의 눈앞으로 희멀건 일렁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 다. 이에 이도크진이 재빨리 방어태새를 갖추기도 전에 금빛과 은빛 갑옷으로 무장한 새 하얀 피부를 지닌 기사가 등장했고 라무르스의 힘까지 취한 이도크진을 너무나도 손쉽게 제압해버렸다. "큭!...이,이거 놔라!..." 금빛과 은빛 기사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알수 없는 기류덕에 이도크진의 숨이 점차 가빠 오고 있었고 전신의 마나가 자꾸 공기중으로 흩어져버리기만 하고 있었다. 이도크진의 팔을 뒤쪽으로 꺾어 다른 한손으로 이도크진의 머리를 강제로 숙인 금빛과 은빛의 기사 들은 이도크진을 구속한 채 어딘가로 거칠게 끌고 가기 시작했다. 풀하나와 나무기둥 하나마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는 문양이 저마다 하나씩 새겨져있 었고 그 모양과 색은 천차만별이었다. 금빛과 은빛의 기사들에게 구속당해 저항한번 해보지 못하고 어디론가로 끌려가던 이도크진에게로 저 멀리서 천진난만한 여자아이의 웃음소리 가 들려온다. "까르르르..." "허허허허..." "......" "쿠야에인님...정말 내가 세상에서 가장 귀여워?" "껄껄...우리 엘테미아가 당연히 세상에서 가장 귀엽다마다!" "까르르르...그럼 난 쿠야에인님 신부 할래." "뭐라? 껄껄껄...저야 영광이옵지요." "하하하하하." "호호홋..." "......" 라무르스와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는 많은 신들에게 둘러싸여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은발의 어린 소녀의 모습이 구속당해 있는 이도크진의 두 눈동자에 아스라히 비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어린 소녀의 따뜻한 황금빛 눈동자와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 이도 크진의 차디찬 보랏빛 눈동자가 미래의 운명을 예고하듯 서로 마주치기 시작한다. "......" "......" 이도크진은 수많은 신들에게 둘러싸여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단번에 그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레디아나를 가져간 엘테미아란 드래곤...인간들의 위에 설 군림자로서 전 혀 적합하지 않은 드래곤인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을 격렬한 분노의 일렁임을 느 끼고 있었다. 엘테미아와 함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신들은 금빛과 은빛의 갑옷을 입은 기 사에게 구속되어 끌려온 이도크진을 보며 살풋 아미를 찡그리기 시작한다. "그자가...라무르스의 아이 이도크진인가?" 엘테미아를 안고 있던 쿠야에인이란 신이 이도크진을 구속하고 있던 기사에게 차갑게 물었고 신의 물음에 기사 또한 억양의 고저없는 무감정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렇습니다.] 공간의 공명음으로 답한 기사의 대답을 들은 쿠야에인이란 신은 엘테미아에게 보내던 정감어린 시선이 무색할 정도로 싸늘한 시선을 이도크진에게 보내며 입을 열었다. "흥...감히 신을 능멸하고도 제 발로 신계로 쳐들어오다니...용기가 가상한 건지 아니면 무모한 건지 모르겠구나 이도크진이여." "......." 갑자기 즐겁던 분위기에서 싸늘한 분위기로 반전되자 울상이 되어버린 은발의 소녀, 엘 테미아는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통통한 다리를 아둥바둥거리며 쿠야에인이란 신의 품 에 안긴 채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히잉...왜 다들 얼굴을 찡그리고 그래요? 그러다가 주름살이 생기면 엘테미아는 쿠야에인 님 신부 안 할거야." 엘테미아의 칭얼거림에 쿠야에인이란 신은 다시금 찡그린 표정을 풀고 어색한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다. "허허허허...이거 우리 엘테미아에게 퇴짜맞을 까봐 화도 제대로 못 내겠군..." "하하하하하" "호호호홋..." "......." 저 은발의 어린 소녀의 말로 다시 신들의 분위기가 밝아짐에 따라 이도크진의 표정은 점점 더 일그러져만 갔다. 이도크진은 따스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런 노력도 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어린 은발의 소녀를 보며 마치 저 소녀의 자리가 자신의 자리인 것만 같았다. 처음부터 자신이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를 받았다면...저기의 신들의 품에서 웃으며 사랑받는 존재는 저 소녀가 아니라 자신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처음부터 자신이 레디아나를 받았다면...그토록 자신을 낳아주고 사랑해준 라무르스를 죽일 이유가 없었으며 자신의 뒤틀린 운명을 부정하기 위해 어린 인간소녀의 사랑을 억지로라 도 받으려고 발버둥을 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은 발버둥을 쳐도 인간소녀의 사랑하나 지킬 수 가 없는데 자신의 레디아나를 탈취해간 저 엘테미아란 어린 드래곤은 투정부리고 칭얼대기만 해도 신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이에 점점 더 엘테미아란 드래곤을 향한 이도크진의 증오는 거대해져만 갔다. 그리고 이 도크진의 마음은 점점 더 차가워지고 굳어져만 갔다. "놔라..." "........!!" "........!!" 이도크진이 낮은 이갈림소리가 들리자 그를 구속하고 있던 금빛과 은빛의 갑옷을 두른 기사들이 힘없이 나가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도크진에게서 어마어마한 양의 한기가 방출되었다. -스파파파팟~!- "허허...굉장하군..." "2급 얼마이티 가디언들이 저렇게 쉽게!..." 이도크진이 방출하는 한기만으로도 나가 떨어져버린 금빛과 은빛의 갑옷을 두른 기사 들을 보며 엘테미아 주위에 있던 신들은 자신들의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런 이도크진을 보며 자신의 아미를 살풋 찡그린 쿠야에인은 슬쩍 자신의 손을 들어 이도크진을 향해 자신의 기운을 방출했다. -스스스스스- 아주 조용한 소리와 함께 쿠야에인이 방출한 기운이 이도크진에게로 쇄도하는 광경 을 보자 다른 신들은 이도크진이 쿠야에인의 기운에 쓰러질 것을 의심치 않았다. -카카카카캉!- 아주 부드러운 쿠야에인의 기운이었지만 이도크진의 한기와 맞부딪히자 검날과 검 날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리고 있었고 쿠야에인의 기운이 이도크진의 한기를 뚫지 못하는 광경에 다른 신들은 경악하며 이도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허...과연 신이 직접 창조한 것과 신의 힘을 취한 자답군..." 엘테미아의 곁에서 이도크진의 한기에 놀라워하고 있던 어느 신이 멍하니 중얼 거리고 있었고 그의 말에 쿠야에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화답했다. "그렇군...앞으로 위험한 존재가 되겠구나. 신계에게도...그리고 엘테미아에게도..."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린 쿠야에인은 이번엔 자신의 속성을 담은 강력한 기운을 응축하여 이도크진에게로 쏘아보냈다. 이번에 쏘아보낸 쿠야에인의 기운은 섬뜩하리 만치 공기를 가르며 무시무시한 압력과 속도로 이도크진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도크진은 그런 쿠야에인의 기운을 피할 생각 따윈 전혀 없는지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 오로지 엘테미아만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 그리고 무시무시한 위력을 담은 쿠야에인의 기운과 이도크진의 한기가 맞 부딪힌다. -쿠콰콰콰콰콰쾅!!!- 쿠야에인의 기운과 이도크진의 한기가 맞부딪히자 지축을 뒤흔드는 파열음과 함께 자욱한 연기가 그들 사이로 피어올랐다. 허나 아직도 이도크진의 기운이 어렴풋이 느 껴지자 쿠야에인외 다른 신들의 얼굴이 점차 경직되어가기 시작했다. "........" 한동안 쿠야에인이란 신의 오른팔에 안겨서 자신의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싸고 있던 엘테미아는 새하얀머리칼의 소년, 이도크진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에게서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항상 드래크로나 헬프리보드가같은 친한 존재들이 보내오던 다정한 눈빛이 아닌 도전 적이고 반항적인 날카로운 소년의 눈빛을... 어느새 그의 보랏빛 눈동자에 취해버린 엘테미아는 자신의 심장이 이상하리만치 두근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쿠야에인이 쏘아보낸 기운과 이도크진이란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이 서로 맞 부딪히며 그로인해 피어난 연기가 이도크진의 모습을 가려버리자 자신도 모르게 쿠야 에인의 품에서 뛰어내린 엘테미아는 자욱한 연기속으로 이도크진을 찾아가기 위해 무 작정 달렸다. "에,엘테미아!!..." 뒤에서 쿠야에인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엘테미아는 무작정 연기속으로 달렸다. 자욱한 연기속에서 한참을 뛰어다니며 이도크진을 찾아 헤매던 엘테미아의 눈앞으로 이마와 왼쪽 볼, 그리고 팔과 다리의 상처로 인해 새빨간 피를 흘리고 있는 이도크진 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너 괘,괜찮아?? 응?" "......!!" 너무나도 괴롭고 아플텐데도 엘테미아가 이도크진의 안위를 묻자 그는 지금의 고통도 잊었는지 다시금 엘테미아에게로 도전적이고 삐뚤어진 날카로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 엘테미아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보는 자신을 보며 저런 날카롭고 무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을... 항상 다정다감한 눈빛과 호감어린 눈빛만을 받으며 살아온 엘테미아에게 이도크진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온통 엘테미아 자신의 모든 시선을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에게 빼앗겨버리게 되었다. 도저히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엘테미아는 자신을 죽일 듯한 눈으로 노려보는 이도크진에게로 다가가 그의 피를 닦아주기 위해 자신의 팔 소매 속으로 약간의 손을 집 어넣어 소매 끝을 붙잡고는 그의 이마에 손을 갔다 대었다. -짜악!!- "아얏!..." 허나 엘테미아가 자신의 손으로 이도크진의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아주기도 전에 이도크진 의 매서운 손길에 의해 저지 당해야 했다. 엘테미아의 작은 체구가 옆으로 젖혀질 정도로 그녀의 손을 거세게 뿌리친 이도크진은 보 기만 해도 얼어버릴 듯한 냉기어린 눈으로 눈앞의 은발의 소녀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노려보는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을 보며 엘테미아는 아까부터 욱신거리던 자신의 심장이 더욱더 쿵쾅대고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난생 처음으로 느껴보는 슬픈 감 정에 눈물이 글썽이기 시작했다. "너...왜 그러니? 왜 그렇게 아픈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 "닥쳐..." "........" 이도크진에게 맞은 자신의 손을 부여잡고 훌쩍이며 이도크진에게 자신의 의문을 건네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물음에 차갑게 대꾸하는 그를 보면서도 도저히 그 소년에게서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항상 가족같이 다정한 사랑만을 드래크로나 헬프리보드가 외에 신계의 신들로부터 받아 오기만 하던 엘테미아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신에게 살갑게 굴고 매정하게 대하는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을 보며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자신조차 알길이 없었지만 엘테미아의 지금의 소망은 어린 그녀답지 않게 진실 되고 또한 간절했다. 이에 아직도 얼얼한 자신의 손을 들어 다시금 소년의 피를 닦아주기 위해 손을 들었고 역시나 소년의 매서운 손길에 저지 당했다. -짜악!- "아얏!..." 몇번이나 자신의 얼굴에 손을 대려는 엘테미아란 드래곤의 손을 쳐내버리던 이도크진은 쿠야에인이란 신에게 당한 데미지가 깊었는지 이제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 지 않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눈앞의 드래곤에게 강탈당한 자신의 레디아나를 되찾고 싶었지만 이제 자신의 마나는 신계를 벗어날 만한 마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문득 자신의 부족한 마나로 하여금 어떻게 신계를 탈출할 것인지 생각하고 있을 때 이도 크진 자신의 이마에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진다. 이에 깜짝놀란 눈으로 이도크진이 정면을 바라보자 자신이 그렇게 차갑게 대하고 육체적인 고통까지 선사한 엘테미아란 드래곤이 얼굴엔 자신과 정반대의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소매로 자신의 피를 닦아주고 있었다. 어째서 일까...? 문득 이도크진은 치밀어 오르는 의문을 참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자신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눈앞의 드래곤에게 적의를 보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런 평온한 얼 굴로 자신의 곁에서 피를 닦아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이 도크진의 분노를 더욱더 부추기고 있었고 더욱더 짜증나도록 만들고 있었다. -짜악!!- "아얏...!" "더러운 손으로 날 만지지 마라!..." "......." 이도크진의 한기와 쿠야에인의 기운이 맞부딪혀 그들 사이로 자욱했던 연기가 시간이 흐 름에 따라 서서히 걷히며 이도크진과 엘테미아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리고 이도크 진이 비틀거리는 몸으로 천천히 일어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증오어린 눈동자로 바라보며 말한다. "세상 모든 존재가 너에게 다정하게 대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내눈엔 너의 모습이 세상에 서 가장 끔찍하고 징그러워 보이니까." "......." "세상 모든 존재가 너에게 행복을 준대도 나, 이도크진은 반드시 너에게 절망과 슬픔을 선사하겠다!..." "......." "세상 모든 존재가 너를 향해 사랑하는 마음을 품을 지라도 나만은 너에게 증오하는 마음과 경멸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그리고...언젠간 너를 죽여버릴 것이다." "........" "그리고 잃어버린 나의 심장을 반드시 탈환하겠다." 자신에게 독설을 퍼붓는 새하얀 머리칼의 소년을 보면서도 엘테미아는 소년의 저런 모 습이 너무나도 슬퍼 절로 눈물이 새어 나왔다.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애처로워 보였고 너무나도 고독해 보였다. 어째서 즐겁기만 한 세상을 저렇게 어둡고 슬프게 살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언제나 차갑게 살아갈 것만 같은...언제나 혼자서 살아갈 것만 같은 그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엘테미아는 소망했다. 천천히 자신이 취한 라무르스의 기운을 운용하여 차원게이트를 생성해 그 속으로 몸을 담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큰 목소리로 소리친다. "다음에 만날때는!..." "........" "내가...내가 꼭 너에게 봄을 선물해 줄께...그러니 다시 만나자!...꼭!..."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의 차디찬 눈동자가 흔들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엘테 미아를 짜증스레 바라보고는 이내 차원게이트의 안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신계를 빠져나가려는 이도크진을 확인한 쿠야에인은 그대로 이도크진을 보내줄 생각이 없는 모양인지 자신의 수하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켈베이론, 큘라리스, 스타테이먼 지금 당장 이도크진을 구속하라." [네!...] [네!...] [네!...] 쿠야에인은 자신이 가장 신뢰하고 또 그만큼 실력이 있는 수하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실패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해버리고 있었다. 공간의 틈새와 틈새를 넘나드는 쿠야에인의 수하들이 신계의 차원에서 다시 지상계 로 스며드는 이도크진을 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도크진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를 잡는 건 그만 두십시오." "......!" "......!" "......!" 이도크진을 잡는 걸 그만 두라는 목소리와 함께 공간의 틈새 사이로 쿠야에인의 수하들이 튕겨져 나왔다. 이에 자신들이 이도크진을 추적하는 것을 방해한 빨간머리의 조그만 소년을 보며 쿠야에인은 의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드래크로...그게 무슨 말인가?" 이도크진이 처음으로 신계에서 도착해 만난 빨간머리의 어린아이는 다름 아닌 엘 테미아의 창조신 드래크로니므이스였다. 쿠야에인의 물음에 드래크로는 살풋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고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한쪽 무릎을 꿇고 누군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기 시작했다. 갑자기 드래크로가 알수 없는 행동을 취하자 모여있던 다른 신들은 드래크로를 보 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신계의 모든 신들은 그의 인생이 있어 그저 방관자일 뿐입니다.] "......!!" "......!!" "......!!" 자칫 범인의 귀라면 숲이 스치는 소리와 같고 바람이 부는 소리와 같으며 시냇 물이 흐르는 소리와 같은 자연의 평범한 소리였지만 여기모인 신계의 모든 신들 은 자신들에게 들려온 목소리가 모든 만물의 창조주의 목소리임을 단번에 파악 할 수 있었다. 이에 먼저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는 드래크로와 함께 나머지 신들도 한쪽 무릎을 꿇고 만물의 창조주를 향해 예를 취했다. 하지만 이도크진을 보며 방관만 하라는 듯한 창조주의 명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쿠야에인은 만물의 창조주께 고개를 조아리며 창조주를 향해 자신의 물음을 살짝 띄웠다. "저희들의 아버지시여...지금보다 더 성장한다면 신계에게도...그리고 엘테미아란 아이에게도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 분명한 이도크진을 보며 어째서 방관자가 되 란 말씀이십니까?" 쿠야에인의 물음에 다시 한번 산들거리는 바람이 불어와 그의 물음에 답해주고 있었다. 만물의 창조주의 대답을 들은 쿠야에인 외 다른 신들은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내 창조주의 답변에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지금부터 이도크진과 앞으로 태어날 엘테미아의 후손들의 전쟁이 일어나도... 그리고 엘테미아와 이도크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그대들은 그저 묵묵히 방관만 하는 방관자가 되어 주십시오. 개입은 허락치 않겠습니다.] "명을 받듭니다." 아직 창조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던 엘테미아는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쿠야에인외 다른 신들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도크진 과의 첫만남이 이루어졌던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크카아아아악!..." 거대한 레드드래곤과 골드드래곤의 브레스에 순결토록 투명한 얼음비늘의 삼두용, 이 도크진이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쿠쿠쿠쿠쿠쿠쿵...- 처음으로 엘테미아와 조우한 후 자신의 모자란 실력을 닦고 완전한 성장을 이룰때까 지 기다린 이도크진은 당당히 수백대 일의 전쟁을 그녀의 후손들로부터 선포했던 것 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더욱더 거대화시키기 위해 이도크진은 그녀의 후손들의 드래곤 하트를 취했다. 자신의 속성과 같은 실버종족을 취하고 다시금 능력이 더욱더 비대해져 모든 속성의 드래곤하트를 취할 수 있게될 무렵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했다. 바로 자신의 삶의 목표였던 엘테미아의 부재... 밑도 끝도 없는 차원의 틈으로 몸을 던졌다니...그녀의 후손들이 줄어들 수록 점점더 강해지는 이도크진이었기에 그는 그녀의 후손들로부터 협상을 제시했고 그 협상에서 엘테미아를 요구한 이도크진에게 그들을 드래크로니므이스의 저서를 내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저서엔 엘테미아는 오래 전...레디아나의 폭주로 인해 레디아나를 드래크로 에게 반환하고 차원의 틈으로 사라져버렸단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시조드래곤이 다른 차원의 틈으로 사라져버렸단 사실을 접하자마자 이도크진은 자신조 차 놀랄 정도로 무너지고 있었다.. 삶의 유일한 희망이자 복수의 대상이었던 시조드래곤 이 사라졌기에 그는 삶의 목표와 존재의 이유를 소실한 것과 같았다. 허탈한 이도크진에게 다시금 엘테미아를 소환하겠다. 라고 짤막히 적힌 드래크로의 마 지막 글귀가 유일하게 위안이 되었다. 삶의 목표였고 복수의 대상이었던 그녀의 부재는 이도크진에게 커다란 상실감을 주었 고 막대한 양의 증오를 더했다. 그 후로 전쟁의 승기를 잡아가던 이도크진의 전기는 급반전하여 결국 수많은 그녀의 후손들에게 밀리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대가 드래곤 일족을 위협할 수 없도록 영원히 봉인하겠소." "......." 지상에 피투성이로 처박힌 이도크진을 향해 당시 드래곤 일족의 로드, 헬트레이더스 가 웅장한 목소리로 주위의 수많은 드래곤들과 함께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도크진의 생명을 끊으려고만 하면 어디선가 모를 정체불명의 힘이 나타나 이도크 진에게 운이란 최강의 힘을 선사했기 때문에 엘테미아의 후손들은 도저히 이도크진 의 목숨을 취할 수가 없었다. 마치 하늘이 이도크진을 죽이지 못하게 하는 것처럼... 이에 드래곤들은 이도크진을 영원토록 봉인하기로 결심했고 그와의 전쟁으로 살아 남은 모든 드래곤들의 마나를 응집해 그에게 영구봉인마법을 시전할 계획이었던 것 이다. "시작하라!..." 헬트레이더스의 외침이 들려오자 모든 드래곤들은 자신의 드래곤하트에 막대한 양의 마나를 유통시키며 중앙을 향해 응집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선 드래곤들의 로드, 헬트레이더스가 모든 마나를 관리하며 서서히 영구봉인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고오오오오오오오...- "크르르르...이대로...당..할 성싶은가...?" -고오오오오오오오...- 피가 흥건한 자신의 눈을 꿈틀거리던 이도크진은 서서히 자신의 몸 속으로 마지막 남은 라무르스의 힘을 모았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건 하나밖에 없었다. 여지껏 자신이 취한 드래곤 하트를 사용해서 자신과 같은 속성을 지닌 드래곤을 창조한 뒤 그녀의 후손들을 견제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육신을 나눠 앞으로 다가올 자신의 운명을 신의 힘을 빌어 조작하는 것이 었다. 자신의 레디아나를 탈취해간 엘테미아란 드래곤이 이 땅에 다시 귀환하는 날...엘테미아란 드래곤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위해...이도크진을 다시금 눈을 뜰 것이라고 다짐하며 결국 자신의 육체를 세 조각으로 나뉘게 되었다. -스파아아아아앗~~!- "컥!...뭐,뭐냐?" "으으윽!..." 한참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영구봉인마법을 시전하고 있던 헬트레이더스 외 다른 드래곤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시각조차 멀게만들 눈부신 빛과 함께 이도크진의 모 습이 빛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리자 경악하듯 놀란 신음성을 토하고 있었다. 이도크진을 삼켜버린 눈부신 빛은 족히 백줄기는 넘을 듯한 빛의 줄기가 한 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저,저건 뭐지!!..." 눈부신 빛 속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한 곳을 향해 날아가자 헬트레이더스가 놀란 음성 을 토해냈다. 하지만 빛 속에서 수많은 빛줄기가 어느 곳을 향해 쏘아져 나갔어도 이도크 진을 감싸고 있는 눈부신 빛은 줄어들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더욱더 강렬한 빛을 쏘아내던 빛덩이가 크게 일렁이면서 다시금 3줄기로 나뉘어 하나는 천공을 가르고 하나는 공간을 가르며 마지막은 지상 어디론 가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 "......." "......." 사라져버렸다. 헬트레이더스는 다시금 자신들의 최후의 일격을 먹이지 못한 채 이도크진 을 놓쳐버리자 허탈한 심정과 함께 무거운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 후...엘테미아의 후손들은 오랫동안 이도크진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나서 무수히 많은 낮과 밤이 교차되고 세월이 세월을 잊어버릴 만큼의 시간이 흘렀을 때 -웅성 웅성...- 청보랏빛 눈동자와 청보랏빛 머리칼을 하고 있는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무도회장 앞에 나타난 은발의 가면을 쓴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홀연히 나타난 은발의 가면을 쓴 소년은 휴벤트 제국의 황제로부터 핍박받고 있던 미 드리엘 왕국의 두 공주, 레이세민 공주와 미요공주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한 뒤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다. "미드리엘 왕국의 린 공작입니다...레이세민 공주님......" ".......린 공작...?" "그렇습니다. 제 이름은 린, 린 엘테메오......" "........" "...헬마스터..." ".......!!" ".......!!" ".......!!" 처음으로 만난 헬마스터 공작를 바라보며 청보랏빛 머리칼의 매혹적인 청년, 진 해븐 로드는 자신의 속에서 무언가가 격렬하게 일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자신 속의 진정한 자신, 이도크진이 잊을 수 없는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를 보며 복수의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도크진은 까마득히 오래 전...처음으로 그녀와 만났을 때의 약속을 되뇌였다. '세상 모든 존재가 너에게 행복을 준대도 나, 이도크진은 반드시 너에게 절망과 슬픔을 선사하겠다!...' '.......' '세상 모든 존재가 너를 향해 사랑하는 마음을 품을 지라도 나만은 너에게 증오하는 마음과 경멸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그리고...언젠간 너를 죽여버릴 것이다.' '........' '그리고 잃어버린 나의 심장을 반드시 탈환하겠다.' 그때의 결심대로 이도크진은 엘테미아라는 드래곤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짓밟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자신의 레디아나를 되찾아서...자신의 뒤틀려진 운명을 바로잡겠 다고...그리고...자신의 사랑 또한... 모든 존재가 그녀를 사랑할 때 이도크진, 자신만은 그녀를 향해 증오를 퍼붓겠다고 했 다. 이에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에 대한 기억이 전혀없는 또 다른 자신인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의 속에서 정말로 엘테미아란 소녀에게 빠져드는 진 해븐로드란 남자를 바라보았 다. 그리고 하늘의 도움인지 수천만년의 세월을 살아온 시조드래곤이라는 존재가 한낱 인간따위에게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빠지고 있음을 보면서 이도크진은 자신의 복수의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하여 엘테미아의 기억이 없는 또다른 자신인 진 해븐로드와 시조드래곤의 사랑이 절 정에 이를무렵...차가운 배신과 함께 그녀의 사랑을 무참히 짓밟는다. 그리고 그녀의 레 디아나를 취해서...뒤틀려버린 자신의 운명과 사랑을 되돌린다. 모든 게 이도크진, 자신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수천만년의 세월을 살았던 시조드 래곤은 자신조차 보기가 짜증날 정도로 순진하고 맑았다. 자신은 이렇게 혼탁해져 있는데... 이렇게 흐트려져 있는데...엘테미아란 시조드래곤은 너무나도 맑고 투명했다. 그럼에 더더욱 이도크진은 그녀를 흐트려 버리고 싶었고 짓밟아 주고 싶었다. 저 투명 한 맑음을 혼탁함으로 변질되게 하고 싶었다. 자신이 믿었던 사랑에게 배신당한다면 과 연 어떻게 될까? ...사랑했던 시간들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모두 짜여진 각본대로 이루어진 것과 사랑이란 감정은커녕 진 해븐로드란 남자가 린이란 소녀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역겹고 불쾌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하면 과연 시조드래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쩌면 너무나도 맑고 투명했던 시조드래곤은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부정당하고 상대로 부터 불쾌했다는 사실에 그대로 미쳐버릴 수도 있었고 모든 사건을 조작한 자신을 향해 복수를 다짐하며 그 맑고 투명했던 그녀가 복수에 미쳐버린 마룡이 될 수도 있었다. 그 어느 쪽이든 이도크진은 자신의 복수가 절정에 이르고 있음에 절로 미소가 생겨났고 드디어 엘테미아의 기억이 없는 또 다른 자신과 시조드래곤의 사랑이 아프로디테란 배 위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때 이도크진은 속으로 외쳤다. 이쯤에서...이쯤에서 너를 부정하겠다고...그리고 처절한 복수를 시작하겠노라고...시조드 래곤의 사랑을 배신하고 철저히 짓밟아 준 뒤 그녀의 레디아나를 취해서 뒤틀려버린 자 신의 운명을 되돌리겠노라고...그리고 자신의 실체를 알고도 절대 사랑이 다가올리가 없 다던 라무르스의 말을 부정하겠노라고... 드디어 자신의 오랜 숙원인 시조드래곤을 향한 복수의 서막이 피어오른다. 이도크진,자 신이 봉인당하기 직전에 퍼트린 자신의 일족이 모든 일을 순차적으로 정확히 진행시키 고 있었다. 모든건 완벽하다. 이도크진의 의지에 따라 또다른 자신인 진 해븐로드는 복면인을 쫓 아 숲의 공터로 시조드래곤을 유인한다. 그리고...그녀의 사랑을 짓밟기 시작한다. "...무,무슨......."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애처로운 눈길로 황금빛 눈동자의 은발의 소녀는 차가운 조소를 짓고 있는 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고 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는 그런 그녀를 보며 더욱더 즐겁다는 듯 말한다. "지금까지의 역겹고 불쾌했던 시조드래곤과의 사랑 놀음을 청산하고 아이가 묻어놓았던 진정한 아이가 깨어난다." "........." 은발의 소녀의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한 채 한없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 랏빛 머리칼의 사내를 향해 울먹이며 말한다. "진...계속 이런 장난치면...나 울어버릴 꺼야...그러니까... 제발 그만 둬..." "...정말 짜증나는군...그거 아나? 아이의 행복을 탈취한 시조드래곤이여." "......." "수천만년도 더 살았던 네 녀석이 사내의 품에 안겨 징징거릴 때마다 얼마나 역겨웠는지 말야...아이는 오늘의 완벽한 복수의 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몇번 이나 튀어나올 뻔했지만 끝까지 참았고 기어이 지금의 이 순간이 온 것이다. 크크큭! " 이제는 진정한 이도크진이 되어버린 그의 말에 시조드래곤 엘테미아는 다시금 처연히 고 개를 저으며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거짓말...나 믿지 않을래...진은 누구보다 날 사랑해 줬는걸..." "...웃기지도 않는군..." "돌려줘...진을...돌려줘...제발..." 실성한 듯 울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억겁의 세월동안 느끼지 못했던 하나의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느끼는 희열만큼 무언가 착 가라앉는 듯 한 느낌의 침묵도 존재하고 있었다. 어느새 독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차 가운 냉소를 지었다. 이대로 무너지면 오히려 자신이 서운했다. 그래...너의 사랑을 짓밟은 나를 향해 복수의 검을 들어라. 복수에 미쳐버린 마룡이 되는 것이다! 난 너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너의 심장을 취하리라...그래서 처음부터 어긋났던 모든 걸 바로잡겠다. 어느새 자신의 유리검을 소환한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도 자신의 흑빛 검 다크 니스를 뽑아들었다. 칼날같은 분위기와 함께 그들 사이로 하나의 나뭇잎이 천천히 내려앉을 무렵... 서로의 검이 서로의 심장을 향해 쇄도할 것을 의심치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기 시 작한다. 범인의 눈에 비쳐지지도 않을 스피드로 서로에게 쇄도한다. 지금 이순간...복수의 순간을 만끽하고 있던 이도크진의 눈에 은발의 소녀의 모습이 똑똑히 보인다. 검을 놓는다...시조드래곤이 자신을 향해 쇄도케 하는 검을 떨어뜨린다. 무슨 속셈 이란 말인가? 검이 아닌 마법으로 자신을 쓰러뜨리기라도 할 심산이란 말인가? 시조드래곤의 어이없는 행각에 이도크진은 싸늘한 조소를 지으며 자신의 흑빛 검, 다크니스로 소녀의 복부를 꿰뚫는다. -푸욱!- "......" "......" 진정한 복수의 첫발이었다. 시작을 알리는 눈부신 효시였다. 그런 이도크진에게 전신을 전율케 할 격렬한 쾌감대신 아찔할 정도로 흔들리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어째서...? 자신의 검이 시조드래곤의 복부를 꿰뚫고 시조드래곤은 피의 비를 내리며 천천히 쓰러진다. 쓰러지는 시조드래곤을 보며 이도크진은 생각한다. 이제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취하여 뒤틀린 운명을 바로잡겠노라고...그리고 자신의 실체를 알고도 사랑을 줄 자는 우주 만물에 존재치 않는다고 예언했던 라무르스의 말을 이제서야 부정하겠노라고... 그런데...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한 애처로운 숨결을 내뱉고 있는 시조드래곤에게 다가가던 이 도크진에게로 그녀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인...거,거기...있어?" "......." "헤헷...내가...아까 한 말...있지? 진에게 해줄 말이...있다고...말야..." "......." "......해..." "......." "사랑해...진...이말...꼭 하고 싶었다...나..." "......." "염치없지만...진이 불행했던 만큼...내가...쿨럭!...하아...하아..." "........" "진이...힘들었던 만큼...행복하게 해주려고...그랬는데......" "......" "그 불행이...바로 나였구나...하하...하...정말..." "......" "사랑해...그리고 정말...미안..." "......." 이도크진은 생각했다. 너무나 오랫동안 바래온 자신의 숙원을 이룬 기쁨에 귀가 고 장이라도 나서 환청이라도 들리는 게 아닌가? 하고...차가운 독설이 시조드래곤으로 부터 자신에게 들려야 하는데... 어째서 저런 말을 자신에게 하는 것이냐고...나의 모든 걸 알면서도...자신의 극악한 실체를 알면서도 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이냐고... 매서운 독설은커녕 시조드래곤은 자신을 보며 사랑이라고 말한다. 왜...? 어째서 그 말을 너에게서 들어야 한달 말이냐...너무나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말을... 그토록 소유하고 싶었던 그 말을...미치도록 발버둥치며 하루라도 더 내 곁에 있기 를 원했던 그 말을...어째서 네가 하는 것이냐...어째서 셀수조차 없는 무수한 존재들 중에서 왜 하필 네가 내게 사랑이란 말을 해주는 것이냐... 가슴이 아프다... 시조드래곤이 쓰러진다면 억겁의 세월동안 바래왔던 자신의 숙원을 이룩하는 것일진데... 지금 시조드래곤을 죽인다면 자신은 라무르스 때와 같이 자신에게 진실된 사랑을 주는 존재를 다시 죽여버려야 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이도크진은 두려웠다. 얼마나 더 자신의 운명이 뒤틀려져 있을 지...그리고 처음 으로 후회했다. 라무르스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연명키로 결정한 것을... 끊어질 듯한 숨결을 내뱉고 있는 시조드래곤을 보며...이도크진은 생각한다. '이젠...그만 쉬고싶다...' * * * "엣취~!" "........" 점점 자신의 얼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미카엘을 보며 두근대던 엘테미아는 갑 자기 자신의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재채기를 했다. 정말 뜻밖의 미카엘의 고백에 엘테미아의 마음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하하...미,미카엘 나 잠시 화장실좀 다녀올게요." "......알겠습니다." "그,그럼 잠시 실례를..." 미카엘에게 양해를 구한 엘테미아는 황급히 방을 빠져나와 무작정 달렸다. 무작정 달리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황금빛 두 눈동자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왜 미카엘의 고백에...그 사람의 얼굴과 그 사람의 향수가 미치도록 떠오르는 건지... 엘테미아는 도저히 그의 향취를 느끼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보고싶었다.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를... 어느새 엘테미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드래고닉 캐슬을 빠져나와 그와의 추억이 가 득한 세리자리오 영주의 저택을 거닐고 있었다. 항상 그가 기거했던 방도 살짝 엿보고... 먼지가 살짝 내려앉은 그의 책상을 구슬프게 쓸어 내렸다. "진..." 한참동안을 저택에서 진의 향취를 느껴가던 엘테미아는 어느새 저택 뒤쪽에 있는 비밀스런 호숫가로 걸음을 옮겼다. 처음으로 진의 마음을 알게 된 장소...그리고 그 와의 추억이 너무나도 아련한 곳... 진과의 키스에 두근거림을 참지 못하고 그만 기절해 버렸던 호숫가로 정차없이 걸 음을 옮기던 엘테미아는 문득 걸어가던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 무언가를 발견한 듯 엘테미아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바로 자신과 진 의 둘만의 추억이 내려앉은 비밀스런 호숫가에 앉아있는 새하얀 머리칼의 청년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자신과 진과의 추억이 깊은 호숫가의 바위 위에 걸터앉은 그를 보며 문득 엘테미아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느꼈다. 이곳은 진과 자신만의 장소인데 어째서 처음 보는 새하얀 머리칼의 사내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느냐고... 어디서 이런 고약한 심보가 나왔는지 모를 엘테미아는 바위 위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는 사내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야!!! 너 당장 여기서 나가! 다른 곳으로 가서 달을 보란 말야!" "......." 엘테미아의 외침에 하늘 위에 홀로 떠있는 달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새하얀 머리칼 의 청년은 시선을 돌려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갤 돌렸다. 그리고 창백한 달빛아래 드러난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엘테미아는 자신의 심 장이 멎는 것만 같은 기분을 만끽해야했다. "......." "......." 적막이 가득한 호숫가에 은은히 반짝이는 달빛이 너무나도 슬퍼 보였다. 잔잔히 불어 오는 바람이 그 둘을 스쳐지나가 슬픔과 고통, 그리고 고독에 대한 그리움들을 살풋 이 어루만지고 있는 듯했다. 너무나도 시린 눈빛의 주인공, 이도크진은 은은한 달빛이 비추는 호숫가에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그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 아미를 찡그리곤 오른손을 살짝 들어 자신의 심장부근에 갔다 대었다. "........" 반응한다. 이제 완전한 이도크진의 조각으로 각성한 자신의 심장이 저 은발의 소녀에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도크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는 존재 자체가 소멸할 때까지 얼어있어야 할 자신의 심장이 미세한 박동을 시작하는 것...그리고 자신을 사랑한다 말하는 저 은 발의 엘테미아란 시조드래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혹시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인가? 무슨 계획이라도 세워 드래곤 일족을 멸망의 운명으로 인도하는 나, 이도크진을 없애버릴 심산인가? 그게 아니라면 그녀에게...한없이 차갑고 잔인하며 극악하기도 한 자신에게 저 시조드래곤이 사랑한단 말을 할 리가 없다. 아니, 그 어떤 이유도 존재치 않는다. 도대체 속셈이 무어란 말인가...? 이도크진은 속으로 수없이 되뇌이며 은발의 소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는 바위 아래로 몸을 옮겼다. -첨벙- 바위 밑으로 이도크진이 살짝 뛰어내리자 그 여파로 인해 물의 파문이 점차 넓어지며 어느새 호숫가로 발을 담그고서 멍한 표정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에 게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바위 위에서 호숫가로 내린 이도크진을 보며 아직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엘테미아가 그에게 묻는다. "진...맞아...?" "......틀리다." "......" 엘테미아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겨우 이틀... 겨우 이틀을 안본것 뿐인데도 마치 수천만년동안 그를 보지 못하다 이제서야 그를 만난 것만 같은 사무치는 그리움이었다. 허나 그 그리움도 눈앞의 새하얀 머리칼의 사내가 부정의 뜻을 내비치자 엘테미아 는 약간 놀라하며 창백한 달빛아래의 그의 얼굴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정말 빠져들 정도로 매혹적인 눈과 코...그리고 붉은 입술...하지만 그의 청보랏빛 머리칼은 어느새 순결토록 새하얀 머리칼이 되어 있었다. 머리칼과 언제나 즐겨입던 검은색 제복이 하얀색으로 뒤바뀌어 있단 점만 다를 뿐... 어딜봐도 자신이 사랑하는, 그리고 그리운 진의 얼굴이었다. "진...맞잖아..." "내 이름은 이도크진. 너의 맘속에 있는 진과는 별개의 존재다..." "......." "전혀...다르다." "......." -첨벙...첨벙...- 하지만 엘테미아는 진의 말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호숫가 중앙 쪽의 바위아래 서있는 진에게로 걸어갔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미치도록 보고팠던 진의 얼굴이 점점더 확실해졌고 스스로도 주체하지 못한 투명한 물방울이 엘테미아의 눈가에 살풋 어리기 시작했다. "......." 이도크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엘테미아를 보며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시조드래곤은 자신이 무섭지도 않은 것인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자신은 저 엘테미아란 드래곤의 심장을 취하고 그녀를 죽일 거라고 장담했다. 그리고 바로 이틀 전 그녀의 사랑을 처참하게 짓밟으며 커다란 상처까지 냈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저렇게 쉽도록 자신에게 다가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도크진은 마치 끝없이 얽힌 미궁이나 수백만년을 풀어 도 모자랄 무수한 변수가 즐비한 방정식과도 같이 느껴졌다. 도저히...자신으로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해하기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 닿지가 않아도 느껴지는 그녀의 따스한 체온이 이도크진에게로 느껴졌다. 자신의 속성과 는 정반대의 따스함이라 더욱더 그 느낌이 강렬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자신의 가슴팍까지 오는 작은 키의 소녀는 커다란 황금빛 눈동자로 자신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도크진은 죽음에 대한 아무런 긴장감이 없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문득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느꼈다. 그래서 냉기가 뚝뚝 흘러내리는 듯한 차가운 어조로 엘테미아를 내려다보며 자신의 입 술을 열었다. "넌 나, 이도크진에게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두렵지 않은가? 시조드래 곤이여..." "......." 자신의 차가운 위협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자그마한 소녀는 계속해서 죽음에 대한 긴장 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다시한 번 섬뜩하리 만치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위협을 가하려는 찰나였다. "쿠쿡..." "......." 이도크진의 한기(寒氣) 앞에서 이런 웃음을 내비치는 존재는 처음이었다. 어떻게 자신앞 에서 웃을수가 있는지...정말로 그녀는 이도크진이 영원히 풀지 못할 수학공식과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한참을 쿡쿡거리는 그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답지 않은 약간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다시 은발의 소녀는 자신의 황금빛 눈동자를 들고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입술을 연다. "역시 진이 맞아..." "......." "진은 항상 그랬잖아. 무언가 자신의 맘에 안들 때도...그리고 내가 항상 황당한 사건만 저지를 때도 눈썹을 꿈틀거리곤 무서운 눈으로 날 바라봤잖아." "......." 그리곤 엘테미아는 다시금 자신의 걸음을 옮겨 진에게로 더욱더 가까이 다가오고는 이내 그의 가슴에 고개를 묻는다. "......." 난데없이 자신에게 다가와 고개를 묻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끝없는 미궁같은 의문을 넘어서 황당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자신의 어딜 믿고 이렇게 무방비하게 다가온단 말인가? 항상 무감정하고 오로지 엘테미아의 복수에만 눈이 멀어있던 자신에게 황당하다 란 감정이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정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그때 또다시 엘테미아의 목소리가 황당해하고 있는 이도크진의 귓가를 맴돈다. "여기도 같아...비록 진이 날 안아준 건 몇번 안되지만...어느새 내게 세상에서 가장 편안 한 안식처와도 같은걸...그때랑 같아..." "......." "그때와 달리 한없이 차가워도 이렇게 꽁꽁 얼어있어도 난 너무 좋아 진..." "......." 허나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의 말에 더욱더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 이도크진의 손길에 두세발짝 밀려난 엘테미아와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크진 사이에 호숫가의 커다란 파문이 일고있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얼굴을 약간 일그러뜨리곤 그녀를 향해 차갑게 말한다.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뭔가? 어째서 내게 접근하는 것이냐...말도 안 되는...이유도 없는 사랑이란 말을 들먹이면서까지 말야. 설마 보통 인간의 계집들처럼 나의 외관에 반해 그런 말을 지껄이는 거냐?" "......." "네가 그 무슨 수를 써서 내게 접근하더라도 난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다음부터 얄팍한 상술따윈 쓰지 말고 오로지 무력으로 나에게 대항하라." "......." "내일이 약속의 날이다. 그러니 오늘은 너를 죽이진 않겠다."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에게 자신의 싸늘한 말을 남기곤 그대로 미련없이 등을 돌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차가운 표정을 끝으로 미련없이 등을 돌리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아무것 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몸이 시키는대로...마음이 향하는 대로 자신을 자신에게 맡겨 놓 았다. -와락- "........" "........" 미련없이 은발의 소녀에게서 등을 돌리던 이도크진은 자신의 등뒤에서 알수 없는 부드러운 감촉과 따스한 체온...그리고 작고 가녀린 팔로 자신의 허리를 감싸자 약간 흠칫해하며 가던 걸음을 멈춰서야 했다. 그리고 이도크진의 눈이 약간 크게 떠지며 좀전보다 심하게 반응하는 자신의 얼어버린 심장 덕에 당황하기까지 했다. 엘테미아의 의미모를 행동에 이도크진이 황당해하고 있을 때 그녀의 촉촉히 젖은 듯한 음성 이 이도크진의 귓전에 조용히 메아리친다. "사랑해...염치없지만...그래도 이런 내 맘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걸..." "......." "그리고 진의 말이 맞아...나 진의 멋진 모습이 너무 좋은걸..."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은 황당해하면서도 까마득히 오래 전...처음으로 인간의 사랑을 얻고자 노력했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저 자신의 외관에 반해...사랑한다 말해놓고 진정 한 자신의 실체를 보자 이도크진 자신을 악마로 바라보던 소녀... 이도크진은 다시금 그런 일을 겪고싶지도 않았고 더이상 자신에게 그런 감정따윈 남아 있지도 않았지만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짜증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아직도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엘테미아의 팔을 거칠게 뿌리치려 할 찰나였다. 그때 다시 엘테미아의 말이 이도크진에게로 들려왔다. "진의 모습도 좋아. 그리고 언제나 무뚝뚝하고 차갑게 말하는 진도 좋아...언제나 고독하고 슬픈 삶을 살아온 진의 모습도 좋아...자기 자신을 싫어하고 세상을 언제나 삐딱하게 바라 보는 진의 모습도 좋아. 그리고..." "........" "나를 죽이려 하는 이도크진의 모습도 사랑해..." "큭!!" "진!..." -추르륵...- 엘테미아의 사랑하는 말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얼어붙은 심장이 강렬히 반응하면서 자 신의 입가로 붉은 피를 토해냈다. 갑자기 멀쩡하던 이도크진이 시뻘건 피를 토하자 엘테미아가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 갔고 이도크진은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소녀를 보며 자신의 손을 들어 저지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고 엘테미아에게 애써 차갑게 말했다. "다,다가오지 마라..." "왜그래!...어,어디 아픈거야?" 안절부절 못하는 엘테미아를 뒤로한 채 이도크진은 애써 숨을 크게 들이마쉬며 격렬한 통증이 느껴지는 자신의 왼쪽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크크큭...이거 였...나...?" "......." 한동안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있던 이도크진이 갑자기 크큭 거리며 자조적인 미 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에 엘테미아가 걱정스러우면서도 영문을 몰라하고 있을 때 자신의 심장이 겨우 안정이 된 것인지 입가에 난 핏자국을 손등으로 훔친 이도크진 은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가증스럽다는 듯 말한다. "시조드래곤이여...너도 알고 있겠지...나의 존재가...나의 심장의 속성을 말야..." "......." "나에겐 너희같이 그런 뜨거운 감정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야..." "......!!" "이렇게 얼어버린 심장으론...너희들...특히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가 스며든 너의 감정을 내가 받아버리기엔 너무나 격렬하고 뜨겁다. " "......." "이런...식으로 날 해하려 든건가...좋군...크큭...멋진 작전이었다. 한번도 이런 일을 겪어 본적이 없기에 나조차도 몰랐던 사실이로군 시조드래곤이여..." "그,그런......" 자신을 가증스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금 차갑게 등을 돌리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이젠 자신을 버려야 할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를 위해서...하지만 슬프다는 생각은 전 혀 들지 않았다. 자신의 사랑이 사랑을 되찾는 일이기에... "기,기다려 진!..." "......." 엘테미아는 등을 돌리는 진을 멈춰 세우곤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이도크진 의 차가운 오른손을 자신의 왼쪽 손으로 잡고 천천히 자신의 왼쪽 가슴에 이도크진의 손을 갔다 대었다. 이도크진은 난데없이 엘테미아가 자신의 손을 잡고 그녀의 왼쪽 가슴으로 갔다 대자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문을 몰라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은은한 달빛 아래 슬프도록 환하게 웃는 은발의 소녀는 말한다. "그때 말했지 진...내가 너의 행복과 사랑을 빼앗아 갔다고...그럼 원래 주인에게로 되 돌려 줘야지..." "......." "이걸로 진이 따뜻한 감정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 "지금 이 손에 힘을 줘 진...그리고 진의 말대로 되찾아가...어서..." "......." 정말로 지금의 상태에서 이도크진이 조금이라도 자신의 손에 힘을 주게 된다면 연약한 시조드래곤의 가슴은 그대로 찢겨져 그녀의 레디아나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바로 자신이 무수한 세월동안 그렇게 찾아 헤매고 소유하길 원했던 레디아나를... 그런데도 불구하고...오른손이 마치 마비된 듯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속으로 수없이 왜냐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손에 마 나는 커녕 펜을 쥘 힘조차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지금 눈앞의 시조드래곤이 무슨 수를 쓴것도 아니다...그런데 왜 자신의 오른 손이 움직이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왜 저런 환한 표정을 짓는 것인가...저 엘테미아 란 시조드래곤은... 마비된 듯 움직이지 않는 오른 팔을 뒤로한 채 어느새 이도크진의 왼팔은 자신의 앞에 있는 작은 소녀가 부서지도록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 "........"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자 엘테미아는 자신을 커다란 눈을 더더욱 크게 뜨고 놀란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지,진...?" ".......!!" -화악!...- "앗!" 엘테미아의 더듬거리는 목소리에 퍼특 놀란 표정을 짓던 진은 다시금 엘테미아를 떼어냈다. 그리고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한 일그러진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두 어번 젓고 있었다. 2,3년도 아니고 셀 수도 없는 오랜 세월동안 그녀만을 증오해오며 살아왔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녀를 죽일 수 없는지...어찌하여 그 상황에 그녀를 안을 수밖에 없었는 지 이도크진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를 죽일 수 없는 이유는 단지 내일의 약속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지만...지금의 이도크진으로선 도저히 알 수 없는 자신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좀 전보다 더더욱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한다. "너는...죽음이 두렵지 않은가? " "......." "지금의 나로선 너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너는 네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가? 나에게 너의 목숨을 내놓아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동족들의 생의 연명을 원하는 가? 그게 아니라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나는 이해할 수 없다." "......." "내가 지금의 시조드래곤, 너라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주저 않고 방해물을 제거 했을 터이다. 그리고 내가 시조드래곤, 너라면 자신의 사랑을 짓밟은 상대에게 증오를 퍼 부으며 잔혹한 벌을 내리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 "......." "하지만 너는 다르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취하고 있다. 그렇게 짓밟혔는데도... 어떻게 진을 좋아한다는 감정이 남아있을 수 있는 거지? 어떻게 사랑에서 증오로 변질되 지 않을 수 있는 거지? 그 무엇이 너를 그렇게 하도록 움직이는가? 너무나 오랜 세월의 삶을 연명하여 삶에 미련이 없는 것인가? 그렇게 죽음이 쉽게 다가오던가? 아무렇지도 않던가?" 이도크진의 이해할 수 없다는 말에 엘테미아의 얼굴엔 쓸쓸한 달빛 마냥 누군가를 향한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이도크진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 정이 가득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두려워...손가락 끝에 조그만 피가 나도 펑펑 울 정도인데 죽음이 어떻게 두렵지 않겠어?" "...그런데..." 이도크진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뒤로한 채 엘테미아는 하늘 위에 홀로 떠 있는 달을 올려보며 씁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런 죽음조차 초월할 수 있는 감정이 있어. 지금의 떨림도 꾹 참고 견뎌내게 해줄 그런 감정이 있는거야." "......." "하지만...그런 감정이 이도크진, 너에겐 단 한번도 찾아오질 못했다는 게 미치도록 슬퍼져... 그게 나의 죽음의 고통조차 초월할 감정이야."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져 갔고 엘테미아의 황금빛 눈동자에 천 천히 투명한 물방울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애써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도크진을 향해 다시 한번 입술을 연다. "진은 행복...해 본적 있어? " "......." "누군가를 상상하면서 기분 좋은 설레임을 느껴본 적 있어? 마치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그를 위한 것만 같고 내가 가는 길마다 그와 마주치길 기대해 본적은 있어? 상대가 내게 표현하는 작은 행동이나 작은 말에 감동이란 것을 받아본 적 없지? 그로 인해 하루종일 설레이고 가만히만 있어도 자꾸 웃음이 새어나와 본적이 없지?" "......." "난 말야...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이 행복한 일을 가득 겪었어. 진이 나에 대한 복수를 불태울 때에도 난 진이 존재하는 지도 모른 채 행복에 겨운 생활들만 했었어...좋은 친구 들도 만나고...좋은 부모도 만났어...그리고 수많은 존재들을 사랑하고 사랑 받아 왔어... 그리고 오랜 세월끝에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정도까지 두근거리게 만드는 사람도 만 났어..." "......." "하지만 그 사람은 사랑을 몰라...그리고 언제나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고 너무나 차가 워...그래서 항상 그와 행복한 생활을 하면서 난 속으로 간절히 바랬지...언제나 차가운 그 에게 따뜻한 봄을 선물해 주고 싶다고 말야..." "......." "함께...살아가면서 선물해 주고 싶다고 말야." "......." "하지만...정말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몰라도 언제나 그를 차가운 설원으로 만들어 버리는 겨울은 다름아닌 바로 나였어...난 그와의 생활이 너무나도 행복했지만 그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참기...힘...들었대..." "......!!" 소녀의 눈가에 고여있던 물방울이 기어이 애처로운 물줄기를 자아내며 그녀의 턱밑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그에게 항상 짐이되고 운명까지 뒤틀리게 만들었던 내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선 물할 게 남아있대...그래서...얼마나 기쁜지 몰라...그 기쁨이...끔찍한 죽음조차 초월할 수 있 다는 걸 아니?" "......." "함께 살아가는 바램은 이룰 수 없게 되었지만...나의 심장으로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가 느낄 수만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해." 금세 무너질 것만 같던 엘테미아의 표정이 다시금 굳은 표정으로 바뀌었고 이내 이도크진의 오른손을 다시 잡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의 심장 쪽으로 그의 손을 인도하며 말을 건넨다. "그러니까 어서...그토록 진이 바래왔던 꿈을 이루길 바래." "......." 바보같다...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존재를 고르라면 이도크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눈앞 의 소녀를 지목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향해 그 어떤 독설도 퍼부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까완 달리 소녀에게 쥐어진 자신의 오른손에 힘도 들어가고 마나의 유통도 자유 로웠다. 지금의 상태라면...자신의 억겁의 세월동안 그토록 바래왔던...그리고 간절히 원해 왔던 숙원을 이룩할 수 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힘을 주기만 한다면...오랫동안 바래왔던 숙원이 허탈할 정도로 손쉽게 이루어지는 순간인 것이다. 비록 자신의 복수의 시나리오인 시조드래곤의 사랑을 철저히 짓밟고 난 후 언제나 사랑만 을 받아오던 투명하고 맑은 시조드래곤을 증오의 핏빛으로 물들여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어두운 존재로 타락시켜 버리는 게 자신의 시나리오였지만...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자신은 항상 그녀의 행동을 단 1%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도크진은 끝없이 갈망하는 복수의 욕구 끝에서 자신의 머릿속으로 그 간단한 주 문공식 하나조차 떠오르지 않고 있었다. 다만 짧은 구절의 의문이 그의 머릿속...아니, 그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을 뿐이었다. 과연...내가 그녀를 죽인 후 레디아나를 취해서 뒤틀린 운명과 사랑을 바로잡아도... "........" "........" 다시 이와같은 인연을 가질 수 있을까...? 어째서 이런 말이 자신의 머릿속에 맴도는 것인지 알수 없었다. 다만...자신의 손으로 라무 르스를 죽였을 때보다 더욱더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이었다. 언제나 자신의 얼어붙은 심장과 더불어 매사에 침착하고 지나칠 정도로 무덤덤하며 냉철했 던 이도크진은 금방이라도 뜨거운 용암을 분출할 활화산 마냥 위태롭고 또 혼란스러웠다.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이 부정당하던 때부터...그리고 라무르스의 예언을 직시했을 때부터 이 도크진은 자신의 가슴속으로 엘테미아란 이름을 단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오직 그녀로부터 자신의 복수를 위해...그리고 증오를 위해...그리고 그녀의 파멸을 위해 힘 든 운명을 무덤덤하게 넘기며 살아왔던 자신이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혹시 억겁의 세월동안 너무나도 막대한 증오로 인해 자기 자신조 차 증오의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착각이라도 하고 있단 말인가? 이도크진은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고 뒤틀려져 있었으며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이도크진은 자신의 손이 아직도 소녀의 심장을 들춰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고 있음을 깨닫고 지금의 솔직한 감상을 털어놓았다. "작군..." "......?" 문득 들려온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벙찐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그가 바라보고 있는 눈길을 따라 자신을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이도크진의 시선 끝에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쥐 어진 그의 손이 보였다. "........" "........" 한참을 맹한 표정으로 이도크진의 말과 그의 무덤덤한 시선을 종합해보자 엘테미아는 겨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꺄아악~!" "........" 은은한 달빛아래서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 엘테미아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왼쪽가슴 에 쥐어주었던 이도크진의 손을 매섭게 뿌리치고 그를 향해 도끼눈을 뜬 채 노려보았다. 어쩜 여자에게 비밀스럽고 프라이드가 강력히 보장되어야 할 그런 대사를 저런 무덤덤한 표 정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인지 황당해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사를 내뱉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뚱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자,작아서 미,미안하네!!..." "...그렇군..." "......." 매서운 눈으로 이도크진을 흘겨보면서도 엘테미아는 문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 다. 화내다가 또 쿡쿡 웃는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도크진을 뒤로한 채 엘테미아는 진 과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즐거운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정말로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은 어느새 슬픔으로 뒤바뀌어 자신을 짓누르기 시 작한다. 화내다가...그리고 웃다가...울다가...다양한 표정변화를 보이던 엘테미아는 문득 이 도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전하고 싶었다. 지금의 자신의 모든 감정을 그에게...허나 하늘은 엘테미아의 의도를 허락치 않았는지 이 도크진에게 자신의 다홍빛 입술을 열 찰나, 지축을 뒤흔드는 거친 포효가 호숫가를 강하 게 강타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뭐,뭐야?!" "......." 갑작스레 들린 포효에 엘테미아는 놀라 소리치고 있었고 이도크진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 로 주위를 살펴보며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존재들의 마나스캔을 시전하고 있었다. "드래곤...이군..." "!!......" 이도크진의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퍼특 놀란 엘테미아가 고개를 쳐들자 눈부신 빛과 함께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가지각색의 드래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쿠오오오오오오!!- -쿠오오오오오오!!- 대충 어림잡아도 족히 100은 넘을 것같은 대(大)드래곤 부대가 엘테미아와 이도크진 주위 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가운데에 거대한 레드드래곤이 엘테미아와 이도크진 을 바라보며 웅장한 목소리를 그들에게로 드리운다. "여기 계셨군요 엘테미아님." "가,가드레일?" 거대한 레드드래곤이 이슈테리아 레드일족의 수장, 가드레일임을 알아챈 엘테미아가 깜 짝 놀라 소리쳤고 가드레일이라 불린 거대한 레드드래곤은 자신의 거대한 머리를 살짝 까딱이고는 다시금 웅장한 목소리를 주위에 퍼트렸다. "맞습니다. 그리고 드래곤 일족의 희대의 원수, 이도크진을 잘 유인하셨군요. 이제는 저 희들에게 맡기시길 바랍니다." ".......!!" ".......!!" 가드레일의 말에 엘테미아와 이도크진 둘의 얼굴이 살풋 굳어졌다. 그의 말에 퍼특 놀란 엘테미아는 재빨리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애써 고개를 처연히 젓고 있었지만 어느새 이도 크진의 얼굴엔 아까보다 더더욱 시린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쌔애애액~!- 그때 다시 투명한 금빛밧줄이 엘테미아에게로 날아와 엘테미아의 허릴 감싸고는 이내 이 도크진과의 반대편 쪽으로 강제로 끌어가고 있었다. "꺄악~!" "이리오시죠 엘테미아님! 여기는 위험합니다." "시,싫어!..." "........" 자신을 속박한 금빛 밧줄에 이끌려 점점 더 이도크진과 멀어져가던 엘테미아가 안타까운 마음에 이도크진을 향해 소리쳤고 100이나 되는 많은 드래곤들에게 둘러쌓여도 싸늘한 표 정을 짓고 있는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가드레일이 입을 열었다. "완전한 이도크진이 아닌 그의 불완전한 조각뿐이라면 우리들로서도 상대하기 충분하다! 이도크진이여! 그동안 우리일족...특히 실버일족이 당해왔던 설욕을 오늘로서 갚아주겠다." "......." 가드레일의 말에 차가운 조소를 짓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재빨리 고개를 올려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드래곤들의 로드, 이즈를 찾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골드드래곤, 이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다른 일족의 다섯 수장들 뿐이었다. "어,어째서..." 다른 이들은 모두 모여있는데 어찌하여 이즈의 모습만 보이지 않는 것인가? 하고 의문을 품던 엘테미아는 걱정스런 눈길로 이도크진과 가드레일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 할 길이 없었다. 모든 전쟁의 시작은 자신의 레디아나...이 레디아나만 이도크진에게 건네 준다면 모든 상 황은 종료되는 것일진데 자신 하나때문에 수많은 존재가 피를 흘리고 마음을 아파하는 것 이다. 그때 수많은 드래곤들에게 무시무시한 살기를 받아 넘기던 이도크진은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무엇이 그를 이토록 허탈한 한숨을 내뱉게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천천 히 주위를 둘러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이도크진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상황 이 자신에게 썩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쳇!..." 나직히 내뱉은 그의 욕지거리에 만족스런 미소를 짓는 가드레일은 드래고닉 캐슬의 전투가 가능한 모든 드래곤들을 바라보며 전음으로 지시했다. [지금 이 부근은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니 브레스의 사용은 금한다. 모두들 내가 이도크진에게로 돌격을 시작하는 즉시 자신의 마나를 풀 가동하여 그에게 봉쇄마법 을 시전하라!] [좋다!!] 모두와의 의견을 나눈 가드레일은 그 즉시 날개를 접고 공기조차 가를 정도의 무서운 속 도로 낙하를 시도했다. -쌔애애애애액!!!- 거대한 몸집이 무서운 스피드로 움직이자 호숫가에 커다란 파문이 일어나며 산과 나무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쇄도하는 레드드래곤을 보며 이도크진은 천천히 자신의 다크니스를 뽑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그런 가드레일을 보며 안돼! 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가드레일이 이도크진에게 쇄도하는 것을 본 수많은 드래곤들은 자신의 드래곤하트로 축척 해 놓았던 마나를 풀 가동하여 이도크진을 향해 봉쇄마법을 시전했다. 허나...그 순간 모든 드래곤들은 자신들의 움직임을 멈춰야 했다. "거기까지다." "......!!" "......!!" 갑작스레 들린 또다른 차가운 목소리에 이도크진을 제외한 모두의 이목이 어두운 호숫가 의 저편으로 돌려졌다. -저벅...저벅...- 한참동안 풀밭을 스치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 뒤...이내 창백한 달빛아래 모습을 드러낸 인물들은 이도크진도...그리고 드래곤들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이 실버일족의 목숨이 아깝지 않거든 공격을 감행해도 상관없다." "......." 잿빛 머리칼의 하얀 제복을 걸친 사내, 쿠레이만은 자신의 품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은발의 어린소녀를 가리키며 말했고 그 소녀를 확인한 가드레일들은 일제히 공격을 멈 춰야 했다. "에,에셀리드민!..." "뭐...?" 난데없이 나타난 이도크진의 수하와 그의 품에 들려있던 에셀리드민을 보며 복잡한 표 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는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은 채 당장 에셀리드민을 받기 위해 달려나가려 할 찰나였다. "여기 계십시오." "하,하지만 에셀린이!..." "저들의 요구는 하나일 것입니다...그러니 더더욱 엘테미아님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티,티제이븐..." 자신을 가로막는 초록빛 머리칼의 엘프, 티제이븐을 바라보며 엘테미아가 울먹였지만 티제이븐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도크진과 그의 뒤에 도열해 있 는 3,40명의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시린 벌판과 잘 어울리는 잿빛 머리칼의 쿠레이만과 옅은 푸른빛을 띄고 있는 머리칼의 사내들이었다. 허나 이도크진 같은 새하얀 머리칼의 사내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다시 에셀리드민을 잡고 있던 쿠레이만이 가드레일과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살풋 미소를 짓고는 짧지만 굵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영원토록 지속될 전쟁의 씨앗을 남기고 싶다면 우리의 제의를 거절 하라... 허나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자. 그럼 시조드래곤을 우리 쪽으로 넘겨라." "뭐,뭐야!!" "말도안돼!" 쿠레이만의 요구에 수많은 드래곤들이 불같은 화를 내며 드래곤피어를 남발하고 있었 다. 그때 드래곤들의 피어를 아무렇게나 받아 넘기던 쿠레이만은 이내 자신의 입술 끝을 매력적으로 말아 올리며 짧은 미소를 짓곤 날카로운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보며 다시 말한다. "만약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전 대륙에 셋밖에 남지않은...그리고 이슈테리 아 대륙엔 혼자밖에 남지 않은 이 실버일족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이런 개자식들..." "......." 쿠레이만의 요구에 드래곤들은 분을 삭히며 낮은 욕지거릴 내뱉고 있었고 엘테미아 또한 에셀리드민의 안위가 너무나 걱정되어 구슬 같은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에셀린...괜찮은 거야?" "......." 엘테미아가 애처로운 목소리로 에셀리드민에게 물었으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허나 그때였다. 가만히 호숫가에 서서 창백한 달빛을 받고 있던 이도크진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도크진이 움직이자 다시 모두의 이목이 이도크진에게 향했고 천천히 쿠레이만이 있 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이도크진은 이내 쿠레이만의 앞에 서서 그에게 자신의 오른 손을 내밀었다. "이리 넘겨라." "분부대로..." 이도크진의 말에 쿠레이만은 조용히 자신이 안고 있던 에셀리드민을 이도크진에게 넘 겼다. 에셀리드민을 넘겨받으며 조용히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던 이도크진은 이내 에셀리드민을 한손으로 들며 엘테미아와 수많은 드래곤들이 있는 쪽으로 그녀를 던졌다. -쉬이익~!- "!!....." "!!....." "!!....."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자 모든 드래곤들이 자신들의 눈과 입을 쩍 벌리 며 경악하고 있었고 이도크진과 같은 얼음의 속성을 지닌 심장을 갖고 있던 쿠레이만 들도 두 눈을 부릅뜨고 그의 행동에 놀라하고 있었다. 엘테미아또한 자신의 황금빛 두 눈동자를 크게 뜨고 재빨리 티제이븐이 받아낸 에셀 리드민과 이도크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도크진과 엘테미아의 두 눈이 잠시 마주쳤다. 허나 이도크진은 이내 엘테미아에게서 등을 돌리며 멍해있는 쿠레이만 쪽으로 걸어갔 다. 그리고는 그 누군가를 향해 나직히 말을 내뱉는다.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 천천히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추는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엘테미아는 그 무엇도 생각할 수 없었다. 다만...이대로 사라지는 그들을 가만 내버려둘 가드레일도 아니었고 또 마 냥 당하기만 할 이도크진도 아니었다. 서로가 피를 튀기는 숨막히는 혈전이 벌어질게 분명한 사실이었다. "기다려 이도크진!!!" "......." 갑작스레 외친 엘테미아의 외침에 이도크진은 가던 걸음을 멈춰섰다. 그리곤 차가운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돌아보았다. 이제는 생명을 걸은 처절한 전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이 남았는지 궁금해하 던 이도크진들과 가드레일들은 일제히 엘테미아를 주목했고 다시금 티제이븐의 손길 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반대편쪽에 있는 이도크진을 향해 호숫가로 발을 담그던 엘테 미아는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모든 전쟁의 원인이 뭔지 잘 알겠지? 그건 바로 나야. 내가 갖고 있는 이 심장..." "......." "......." "그러니 전쟁의 효시를 지어낸 내가 이 전쟁의 막을 내려야 해...그러니 난 이도크진 의 포로가 되겠어." ".......!!" ".......!!" ".......!!" 난데없이 이도크진의 포로가 되겠다는 소리에 좀 전보다 더욱더 경악하는 드래곤들은 물론 이도크진 또한 자신의 눈을 크게 뜨고 놀란 듯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엘테미아의 후손들, 가드레일들은 당연히 엘테미아를 보낼 수 없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엘테미아님 아무리 그래도!..." 가드레일의 말에 엘테미아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더이상 누군가가 다치고 죽게 하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하지만 저들이 만약 엘테미아님의 심장으로 절대적인 권위를 손에 넣게 된다면!..." 다시금 드래곤들의 말에 고개를 저은 엘테미아는 말했다. "그러다면 신계에서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고...또 이도크진은 세계정복따윈 손톱만큼도 관심 없는 이니까 괜찮아." "......." "......." 엘테미아의 말에 자신이 들고있던 에셀리드민을 조용히 내려 논 티제이븐은 사뭇 무서 운 표정을 지으며 엘테미아의 팔목을 거칠게 붙잡고는 말한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면 저희들은 무력을 써서라도 엘테미아님을 보낼 수 없습니다. 잠시 주무세요." 티제이븐의 말에 엘테미아는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길을 벗어나기 위해 몸 부림쳤다. "이,이거 놔! 티제이븐!..."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엘테미아를 잠재우겠다는 티제이븐의 말에 다른 드래곤들도 이 도크진에게로 향하는 호숫가를 빙 둘러싸며 그녀를 봉쇄했고 티제이븐은 천천히 자신 의 손을 들어 엘테미아를 기절시키려 하는 찰나였다. 그때 문득 엘테미아와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드래곤들의 머리위로 달빛아래 찬란 하게 빛나는 황금빛 깃털이 사르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하늘에서 황금빛 날개를 펄럭이며 엘테미아가 있는 호숫가로 내려앉은 중성적인 미모의 천사가 나타나 모두를 향해 말했다. "그만 두십시오." "......." 갑작스레 나타난 중성적인 외모와 천사로서 처음으로 존재하게된 황금빛 날개의 천사 를 보며 모두가 영문을 몰라하고 있을 때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그는 이내 티제이븐과 수많은 드래곤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엘테미아에게로 걸어왔다. "미,미카엘..." 그를 확인한 엘테미아의 눈에 놀라움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미카엘은 황금빛 두 눈동 자에 한가득 눈물을 머금고 있는 그녀를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가...십시오..." "......!!" "......!!" 황금빛 날개의 천사, 미카엘의 한마디에 모두의 얼굴이 굳어지며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 다. 스스로 이도크진 측의 포로가 되겠다고 자청하는 엘테미아를 만류하는 가운데 갑작스레 나타난 천계의 대천사, 미카엘이 그녀에게 건넨 말에 모두가 경악하고 있었다. 그 중 어느새 인간의 형상으로 폴리모프한 가드레일이 시뻘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다가 와 미카엘의 앞에 서서 큰소리로 소리쳤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모든 만물을 관장하는 신계와 그 직속 기관 인 천계의 대천사라 할지라도 그 누구도 엘테미아님을 녀석들에게 포로로 넘겨주는 것을 허락할 수 없습니다!" "........" 가드레일의 말에 다른 드래곤들은 저마다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엘테미아 또한 약간은 미안하고 또 당혹스러운 얼굴로 미카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가드레일의 말에 여전히 씁쓸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미카엘은 이내 가드레일과 모든 드래곤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현재...엘테미아님을 그대로 드래고닉 캐슬에 기거하도록 잡아놓는다면..." "........" "........" "........" "그녀는 죽습니다." "......!!" "......!!" "......!!" 엘테미아를 막는 모두가 다시금 미카엘의 말에 두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하고 있었다. 미카엘의 말에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던 가드레일이 다시금 미 카엘을 향해 소리치려는 찰나 미카엘이 자신의 오른손을 살짝 들어 그를 먼저 제지하고 는 다시 말을 이었다. "빛을 잃은 자는 스스로 어둠에 묻혀 헤어나질 못합니다. 그게 더더욱 엘테미아님이라면..." "........" "그러니 지금은 이 방법이 그녀를 살리는 가장 좋은 길입니다." "그,그건 너무 비약적이!..." 티제이븐 또한 미카엘의 말에 무어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빛을 잃은 엘테미아를 상상하 기란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아픔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 엘테미아의 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티제이븐은 생각했다. 만약 지금 이순간 엘테미아를 이도크진들의 포로로 넘기지 않은 채 그들과의 계속되는 전 쟁으로 자신들이 죽어나간다면...그리고 동족의 죽음을 엘테미아가 지켜봐야 한다면... 그녀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친구를 잃고, 또 가족을 잃는 것이다. 과연 저렇게 순수하고 티 없이 맑기만 한 그녀가 어두운 핏빛 전쟁 속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히려 그녀의 목 숨을 위협하는 것은 적들의 칼날이 아닌 자신들의 죽음일지도 몰랐다.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엘테미아를 저들 측으로 보내는 것 또한 어처구니없는 일 아닌가... 한참을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마냥 혼란스런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을 때 다시 미카엘의 목 소리가 티제이븐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수많은 드래곤들에게 들려온다. "하지만 엘테미아님의 걱정이라면 하실 것 없습니다." "........" "저들 측에 넘어가도 엘테미아님은 반드시 죽지 않으실 테니까요." 미카엘의 말에 한참을 혼란스런 머릿속을 정리하고 있던 수많은 드래곤들은 또 뭔소리냐 는듯한 의아한 표정으로 미카엘을 바라봤고 그들의 시선을 받은 미카엘은 이내 자신의 입 술을 열었다. "겨울은 사계절중 가장 길고 또 견디기 힘이 듭니다. 하지만 그런 겨울을 녹여버리는 것은 사계절중 가장 짧은 봄입니다." "......." "엘테미아님을 보고...느끼며 그대들은 그녀를 무엇에 비교하고 싶습니까?" "........" "바로 봄입니다. 언제나 뜨겁지도 ...그렇다고 시리지도 않은 따스한 태양빛을 내려주는 봄 과도 같은 존재라고 전 말하고 싶군요." "........" "하지만 지금 이도크진...소위 빙룡족이라고 말하는 저들은 모두 겨울입니다. 마음이 차디차 게 얼어붙었지요. 아무리 저들이 차갑고 또 강하다 하여도 공격마법 하나 쓸줄 모르는 엘테 미아님을 당해낼 순 없습니다." "........" "그녀는 봄이니까요." "........" "........" 미카엘이 계속 말을 이을수록 엘테미아를 가로막던 드래곤들의 얼굴은 점차 숙여지고 있었 다. 티제이븐과 가드레일 또한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엘테미아와 이도크진...그리고 미카 엘을 바라보며 다시 이어질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저 또한 엘테미아님을 이대로 보내고 난다면 무척 힘이 들 것입니다. 그리고..." "......." "저 또한 시리디시린 겨울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봄이 찾아왔지요. 그건 당신들도 한번쯤 느껴봤을 겁니다. 지금 엘테미아님을 보내는 것이 신력조차 역류할 정도로 무척 힘 이들지만...저들에게도 한번쯤은 우리가 느꼈던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엘테미아님이 바라는 전쟁의 폐막이 되겠죠." "......." "그래서 저는 기다릴 겁니다. 그녀가 무사히 저들에게 봄을 내려줄 때까지...그리고 저 차가 운 설녀의 땅에 봄이 오고 꽃이 피는 날이 온다면 그땐 엘테미아님께 찾아가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수고하셨다고...그리고 이젠 돌아오시라구요. 저들과 함께 말이죠..." "......." 아무리 미소를 되찾은 미카엘이였지만 자신과 맘을 털어놓는 존재 이외엔 웃지 않는 그였 다. 하지만 미카엘은 어느새 고개를 모두 떨구고 있는 드래곤들을 보며 눈부신 미소를 지 어주고는 그들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한다. "그때가 찾아오면..." "........" "저와 함께 엘테미아님을 마중 나가러 가지 않겠습니까?" "........" "........" "........" "........" 미카엘의 말에 기어이 가드레일과 티제이븐...그리고 수많은 드래곤들의 입가에 힘없는 미 소가 스쳐지나간다. 그리고는 저마다 고개를 돌려 하염없이 맑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엄지손 가락을 높게 쳐들고는 이도크진들을 향해 길을 서서히 열어주기 시작한다. 이젠 수많은 드래곤들에게 둘러싸여 보이지 않던 이도크진에게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이 에 엘테미아는 수많은 드래곤들과 가드레일...그리고 티제이븐을 향해 살풋 미소를 지어주 고는 마지막으로 미카엘을 보며 다시금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리고는 힘겨운 말투로 이내 그에게 한마디를 건넨다. "고마...워요. 미카엘..." "별말씀을..." 엘테미아의 인사를 받은 미카엘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이 도크진을 바라보았다. 비록 멀리 떨어져있는 사이였지만 둘 사이에 무언가 알수 없는 미 묘한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그때 이도크진의 옆에서 부복하고 있던 쿠레이만이 그에게 말을 건넨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실례하겠단 말을 끝으로 그의 옆에있던 쿠레이만은 시리디시린 푸른빛과 함께 엘테미아쪽 으로 워프했다. 워프로 수많은 드래곤들 앞에서 울고있는 엘테미아의 앞으로 이동한 쿠레이만은 차가운 눈 동자로 드래곤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내 이도크진에게 내뱉던 말을 그들에게로 내뱉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녀석들이군. 그럼 실례..." 그들에게 보내는 비아냥과 함께 엘테미아의 잘록한 허리를 자신의 팔로 살짝 두른 쿠레 이만은 좀 전처럼 푸른빛을 사방으로 뿌리며 드래곤들이 있는 호숫가의 반대편으로 워 프했다. 쿠레이만의 비아냥에 가드레일이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려는 것을 티제이 븐이 뜯어말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진정된 가드레일을 놓아주면서 멍하니 빙룡족의 포로가 되버린 엘테미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옆에있던 가드레일의 머리가 사라지는 것을 느끼자 고개를 돌 려 그를 바라보았다. "가드레일..." "........" 티제이븐은 씁쓸한 표정으로 가드레일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가드레일과 같이 엘테미아 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넨다. 가드레일과 티제이븐이 엘테미아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자 그의 곁에 모여있던 수많은 드래곤들이 가드레일과 똑같이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 "........" 그 후로 한참동안 미카엘과 이도크진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그리고는 미카엘을 차디찬 눈 동자로 바라보던 이도크진에게로 미카엘이 전음을 날린다. [믿는다.] [........] 미카엘의 전음에 이도크진은 아까부터 계속되었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도크진은 자신들에게도 분명 소중할 존재가 분명한 엘테미아를 넘기는 미카엘들을 보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모두들 단체로 미쳐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저 엘테미아를 보내는 것은 이도크진 자신도 알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 까지였다. 도대체 저들이 무슨 속셈으로 엘테미아를 보내는 것인지...자신들이 공격마법 하 나 쓸줄 모르는 시조드래곤을 이길 수 없다니...도대체 말도 안되는 소리만 지껄이고 있는 미카엘과 드래곤들을 보며 이도크진은 황당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엘테미아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있는 드래곤들을 뒤로한 채 대단위 장거리 워프를 시전토록 지시했다. -스스스스스- 그때 마침 이도크진 옆으로 엘테미아와 함께 쿠레이만이 워프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도크 진의 복잡한 듯한 눈동자와 엘테미아의 슬픈듯한 눈동자가 마주친다. "........" "........" 그때 문득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쿠레이만을 향해 차갑게 말한다. "그 손 풀어라." "......분부대로..." 이도크진의 살기까지 어린 목소리에 쿠레이만은 약간 당황하면서 엘테미아의 허리에 두 른 자신의 팔을 풀었다. 그리고는 그들의 뒤에서 장거리 워프가 완성되었다는 메세지가 들려옴에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의 등을 앞으로 살짝 밀며 마법진 안으로 인도했다. 그리고 이내...눈부신 빛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30명의 빙룡족들과 함께 엘테미아는 호숫 가로부터 그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 "........" . . . . . . . . . . 그 후로 약간의 시간이 흘러... -스파아아아앗~!- 다시금 새하얀 벌판 위에 지어진 얼음성의 앞으로 눈부신 빛과 함께 이도크진들과 엘테미 아가 워프되었다. 처음 보는 풍경에 자신의 두눈을 크게 뜨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던 엘테미아는 방금 전의 슬픈 이별조차 잊어버린 것인지 자신 앞에서 높은 모습을 자랑하는 얼음성을 보며 소릴 꺅꺅 지르기 시작했다. "꺄아~~ 저게 진이 사는 얼음성이야?" "........" 갑자기 분위기가 뒤바뀌어 버린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약간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고 쿠레이만 또한 자신의 회색눈을 조금 크게 뜬 채 얼굴에 한가득 의문의 표정을 달 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때 연신 자신의 눈을 찌푸리던 엘테미아는 다시금 얼음성 쪽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도크진쪽으로 몸을 돌려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한다. "진!진! 이거 정말 진이 사는 얼음성 맞아?" "맞다." "이상해!!! 정말 이상해!!" 연신 이상하단 소릴 외쳐대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그녀를 향해 말한다. "포로면 포로답게 얌전히..." "진진!! 악당들이 사는 성이라면 성 중앙에 떡하니 해골모양이 장식되어 있는게 예의 아냐? 근데 무슨 악당들이 사는 성이 이래? 응?" "........." "........." 감히 포로주제에 적들의 수장의 말을 끊어버리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연신 성을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던 엘테미아는 다시 고갤 돌려 진을 바라보고는 명랑스레 입을 열었다. "에이~ 뭐야 이게...음침한 해골모양하나 없구 하다못해 무시무시한 드래곤 조각상도 없잖 아?! 악당들이 사는 얼음성이 뭐 이래? 빤짝빤짝하니 왜 이렇게 이쁜거야? 응?응?" "........" "........" 엘테미아를 황당하단 표정으로 바라보던 쿠레이만은 기어이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 었다. "저 소녀가 로드와 비슷한 나이를 먹은 시조드래곤인게 확실한 겁니까?" "그래." "........" 한참을 얼음성 앞에서 방방거리며 돌아다니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넌 포로다." "......." "소위 하루살이 목숨과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생명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이란 말 이다." "그런데?" "........" "........" 이도크진의 말에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 태연하게 되묻는 엘테미아를 보며 자신의 오른 쪽 눈썹을 꿈틀거리던 이도크진은 다시금 엘테미아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넌 대략 20일에서 30일 후면 이곳에서 죽게된다. 그것이 네가 이곳으로 온 목적이고 이 유다. 그러니 지금의 너처럼 얼음성을 감상하는 여유따윈 없을텐데...?" "그래?" "......." "......." 이제는 엘테미아가 도리어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도크진과 쿠레 이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럼 20일동안 내가 죽음이 두려워서 벌벌 떨며 자포자기하는 그런 모습을 바라는 거야?" "........" "난 싫어! 남은 시간이 더더욱 촉박하다면 해야할 일이 산더미같을 텐데 두려움에 떨거나 시무룩해 있을 새가 어딨어? 안그래?" "......."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과 쿠레이만...그리고 그들의 뒤에 도열해 있던 30명의 가디언들 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있었다. 그때 문득 주위를 둘러보던 엘테미아가 이상한 점을 느끼고는 진에게 다시 묻는다. "근데 진. 팔랑팔랑한 꽃미소를 풀풀 날리는 아가씨들은 왜 안보이는 거야?" 엘테미아의 말에 다시금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던 이도크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짧게 말한다. "원래 우리들 사이에 여성은 존재치 않는다."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커다란 눈을 더더욱 커다랗게 뜨곤 놀라 묻는다. "왜?" "처음부터 없었으니까, 필요도 없고." "에에에? 그럼 아기는 어떻게 태어나는 거야? 설마!....." "처음부터 없다. 우리들로서 충분하니까." "........" 잠시 꺅꺅거리며 남자들끼리의 위험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의 말에 말에 조용해지며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흐음...그렇구나...그러니까 결국 이 얼음성엔 여자는 나뿐이고 남자들만 득시글하다는 소 리네?" "웃지마." "........" 진과 쿠레이만을 향해 의미모를 묘한 미소를 짓던 엘테미아는 갑자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진의 팔에 엉겨붙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인..." "........." "........." "설마...나 포로라구 어두침침한 방에 가두고 팔 다리에 쇠사슬로 묶어두려는 무식한 일을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응? 응?" "......." "나 도망 안칠 테니까...여기저기 구경할 수 있도록 그냥 풀어두면 안돼? 응? 제발~~" "........" "........" 한참을 이도크진의 팔에 엉겨 징징거리던 엘테미아를 보며 수없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던 이도크진은 이내 엘테미아를 밀어내며 말한다. "어차피 네가 벗어나려고 해도 너의 마법실력으론 1차 결계도 풀지 못하겠지...맘대로 하 도록." "정말?? 역시 진이 최고야!! 그럼 나 얼음성으로 놀러갔다 올께~~~쪽!" "........!!" "........!!" "........!!" "........!!" 난데없이 꺅꺅거리던 시조드래곤이 이도크진에게 엉겨붙으며 끝내는 그의 볼에 작은 키스까지 남기자 쿠레이만과 그뒤에 도열해 있던 얼음의 심장을 지닌 가디언들의 눈 이 동그랗게 떠지며 경악이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금새 저만치 멀어져가는 엘테미아를 보며 황당을 넘어서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도 크진과 쿠레이만...그리고 빙룡족의 다른 가디언들은 혼란스런 표정을 지으며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심정을 대변해 쿠레이만이 이도크진을 향해 슬쩍 물음을 건네고 있 었다. "정말...저 시조드래곤이 포로가 맞는 겁니까?" "........" 쿠레이만의 말에 한참을 침묵하고 있던 이도크진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짧게 말한다. "포로라고 생각하지 마라. 너희들만 손해 볼 테니..." 이도크진의 말에 쿠레이만 역시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며 짧은 말을 건넨다. "......분부대로..." -와장창!!!- -쿠당탕당...- ".......!!" ".......!!" 그때 문득 시조드래곤이라 하는 은발의 소녀가 들어간 얼음성에서 이리저리 물건이 부셔지 는 소리가 들려오자 쿠레이만과 그 뒤에 서있던 가디언들이 움찔하는 표정을 지으며 황급 히 얼음성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 그때 문득 하늘을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무채색의 하늘을 바라보며 아무런 의미없는 말을 내뱉는다. "오랜만이군...당신의 무덤에...눈부신 태양이 떠있는 하늘은..." 겨울을 여는 작은 열쇠 어둠이 사뿐히 가라앉은 넓은 방안에 세명의 사내가 모여있었다. 한명은 새하얀 머리칼에 닿기만 해도 얼어붙을 것만 같은 시린 표정을 짓고 있는 매혹적인 사내였고 그의 반대편 에 있는 남자는 잿빛 머리칼에 긴 산발을 풀어헤친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검은 색 로브의 사내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몸을 검은 로브로 둘러싼 정체불명의 사내였다. 그들 세명의 사내는 모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략 지름이 10미터에 육박하는 거대 한 마법진위에 떠있는 투명한 구안의 잠들어있는 소년이었다. 투명한 구안에서 웅크린 채 잠들어있는 소년의 모든 에너지를 마법진이 빨아들이는 것 마냥 수백줄기의 촉수가 소년으로부터 마법진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때 문득 투명한 구안에 웅크린 채 잠들어있는 소년을 바라보며 그와 같은 새하얀 머리칼 의 사내, 이도크진이 검은 로브의 사내, 노네임을 바라보며 말한다. "언제쯤이면 나의 다른 조각을 완전히 취할 수 있는건가?" 이도크진의 물음에 노네임이 기분나쁜 시니컬한 웃음소릴 내뱉으며 자신의 앙상한 뼈밖에 남지않은 손으로 소년을 가리키며 말한다. "클클클...정확히 스무밤이 지난다면 그대의 업을 감당할 빙의 영혼과 그를 받아들일 숙주가 완전히 융합되어 이도크진 그대의 본체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저 엄청난 에너지의 집합체를 취하는 거지...클클클..."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노네임을 보며 이도크진의 옆에 서있던 잿빛 머리칼의 사내, 쿠레 이만이 자신의 아미를 살풋 찡그렸다. 그를 처음만나던 때만 해도 자신의 물음에 항상 침묵이나 그게 아니면 '그렇다' 이런 말만 하던 사내였는데 지금은 마치 지금의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으로 말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것이었다.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이 자신의 고개를 까딱이며 짧은 한숨을 내뱉고 있을 때 다시 노네 임의 컬컬한 목소리가 그에게로 들려왔다. "스무밤이 지나면...그대의 남은 조각을 취하는 동시에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도 취해야 할 것이다...모든 조각을 융합할 신의 힘이 이제는 너에겐 충분치 않아...하지만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라면 문제가 없지 클클클..." "......."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은 다시금 자신의 고개를 까딱이면서 조용히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 틀거렸다. 그때 마침 시조드래곤의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옆에있던 쿠레이만이 머리가 아픈 듯 자신의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이도크진에게 말한다. "로드. 저 시조드래곤을 그냥 놔두실 겁니까? " 쿠레이만의 말에 이도크진은 예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붉은 입술을 열었다. "괜찮다. 그녀가 이 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테고 설녀의 땅이라면 우리의 속성과 반대되는 그녀의 감정이 아무리 강하게 전달되어도 우리들의 심장에 이상을 주진 못 할 거다." "그게 아니라..." "그럼 뭐지?" 이도크진의 물음에 쿠레이만은 어제일이 생각난 모양인지 다시금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말한다. "아닙니다. 어차피 공격마법하나 못하는 시조드래곤이 돌아다녀 봤자 어제처럼 으스스한 조각상 하나 만든다고 설쳐대기나 하겠죠. 물론 그 재료가 문제였지만..." "그런가..." "네. 그건 그렇고 어젠 잘 참으셨습니다." "뭐가 말이냐?" 쿠레이만의 물음에 이도크진이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문했고 오히려 그의 모르겠다는 표 정에 벙찐 표정이 되어버린 쿠레이만은 자신의 눈을 좀더 크게 뜨고 말을 건넸다. "어제 시조드래곤이 로드의 뺨에 키스했던 일 말입니다." "......." "설녀의 땅이 아니었으면 더더욱 로드의 기분이 나빠져 자칫하면 시조드래곤을 그대로 죽 이실 뻔하지 않으셨습니까? 로드에겐 망설임 따윈 그 누구에게서도 존재치 않으니까요." "......." "만약 그 자리에서 시조드래곤이 로드의 손에 죽었다면 그녀의 레디아나는 그대로 신계에 환원될 테죠. 바로 며칠 전 노네임이 알려준 사실이지만요. 아무튼 스무밤이 지난 후에 로드께서 남은 마지막 조각을 취하시고 라무르스님의 남은 권능으로 시조드래곤의 신계로 환원되려는 레디아나를 구속하시어 로드 것으로 취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다..." 그때 문득 쿠레이만의 날카로운 눈빛이 더더욱 날카로워 지며 이도크진의 시린 보랏빛 눈 동자와 마주친 채 말을 건넨다. "그때가 되면...이 땅에서 완전히 독립을 할 수 있는 거군요." "그래..."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마법진을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은 이내 노네임과 함께 볼일이 있 다며 자리를 피하고 마지막으로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시조드래곤을 잘 감시하라는 말과 함께 어두운 방안을 나섰다. 이도크진의 명을 받든 쿠레이만은 석연찮은 눈으로 노네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과연 저자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인가? 노네임이 말하는 '그분'이란 존재의 유무도 이젠 정확치 가 않았다. 무슨 속셈으로 자신들의 일족을 봉인에서 깨워주고 수많은 정보의 공유와 함 께 도움을 주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쿠레이만은 왠지 꺼름칙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 었다. 한편 이도크진으로부터 자유를 얻은 엘테미아는 어제부터 얼음성의 이곳저곳을 맘껏 누비고 있는 중이었다. 허나 엘테미아는 얼음성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느낀것이라 곤 하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어..." 자신의 고운 아미를 살풋 찡그리던 엘테미아는 그 흔한 가재도구나 생활용품, 꽃병이라 든가 하는 장식용품하나 없는 엄청나게 썰렁한 얼음성을 보며 툴툴거리고 있었다. 정말 이도크진이 사는 얼음성이 아니랄까봐 지역과 이름, 분위기조차 모두 차가웠다. "휴...이런데서 무슨 재미로 살까?" 혼자서 뚱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던 엘테미아는 괜히 걸음을 성큼성큼 걸으며 복도의 모 퉁이를 돌고 있었고 때마침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을 만날 수 있었다. 쿠레이만이 입던 하얀 제복과 비슷한 제복을 걸친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은 엘테미 아를 보며 약간 흠칫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이내 이도크진 보다 약간 못한 시린 표정 을 고수하며 엘테미아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얼음성에서 자신 이외의 존재를 만나게된 엘테미아는 환한 표정과 함께 자신의 손뼉을 치며 마침 잘됐다는 표정으로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는 가디언에게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 "저...제가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식당이 어디인가요?" 엘테미아의 말에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이 자신의 이마를 살풋 일그러뜨리며 무 슨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엘테미아에게 말했다. "...없다." "......" 한참동안 가디언의 말을 복잡한 표정으로 되씹어보던 엘테미아는 이내 그의 말뜻을 파 악한건지 자신의 몸을 벌떡 튕기며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네에에?? 시,식당이 정말로 없어요??" "없다. 하찮은 동물처럼 음식물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얻지 않는다. 그건 너희 드래곤들 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그렇긴 하지만 심심하잖아요? 그럴땐 뭐라도 먹는 즐거움이라도 없으면..." 엘테미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가디언에게 되묻자 가디언은 도리어 엘테미아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대답한다. "심심하다? 심심한 게 뭔가? 즐거움은 뭐지? 우리들은 다만 전투와 생존에 대한 욕구와 감정만이 지배할 뿐, 그 이외의 감정은 있지도, 그리고 필요치도 않는다." "......." 할말을 마저 내뱉고 자신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을 벙찐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이내 거친숨을 몰아쉬며 가디언을 향해 소리쳤다. "아,아니 삶을 사는 최소한의 즐거움 없이 이렇게 오랜 세월을 무슨수로 살아온 거예요? 말도 안 돼!! 나 같으면 벌써 죽어버렸을 거야!!" 엘테미아가 가디언을 향해 고함을 빽 지르자 가디언은 더욱더 차가운 표정으로 엘테미아 를 내려다보며 귀찮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들이 너희들에게 봉인되기 전, 나는 같은 구역을 13만5천6백2십9년 동안 한발자국 도 움직이지 않고 지킨 적도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에겐 이것이 최선의 삶이고 앞 으로도 그럴 것이다. " "......." "그런 우리들에게 유치한 감정놀이 따윈 느낄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이제 됐나?" "그건 틀려..." 길다란 복도에서 이미 점이 되어버린 가디언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한동 안 그 자리에서 자신의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정말로 이들이 살아가는데 그 흔한 즐거움이라든가 하는 감정들이 쓸모 없는 것일까? 무 엇을 소유하고 싶다거나 무엇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들을 단 한번도 그들은 느껴보지 못했 던 것일까? 자신이 그동안 느껴왔던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들을 떠올리며 엘테미아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한동안 생각하는 사람마냥 집게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괸 채 복도의 투명한 바닥만 바라보 며 걷고 있던 엘테미아의 앞으로 어느새 그녀보다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툭!...- "에?" 갑자기 길을 걷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정체불명의 물체와 부딪히자 퍼특 상념에서 깨 어난 엘테미아는 커다란 눈을 더욱더 커다랗게 뜨곤 자신의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잿빛머리칼의 사내를 보며 자신도 그와 같이 살풋 얼굴을 찌푸려뜨리고 말했다. "쿠리아냐?" 엘테미아의 말에 쿠리라고 불린 쿠레이만은 자신의 얼굴을 더욱더 일그러뜨리며 또박또박 끊어진 음성으로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쿠.레.이.만.이.다." "무슨 일이야 쿠리?" "......." 쿠레이만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시조드래곤, 엘테미아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훅~하고 불기만 해도 날아갈 것만 같은 빈약한 육체와 일말의 동정심이나 감정 따윈 전혀 존재치 않는 빙룡족의 포로인 주제에 무슨 강단으로 자신의 심기를 이렇게 건드린단 말인 가? 어제 엘테미아란 시조드래곤이 포로 주제에 성의 여기저기를 부셔놓느라 어쩔 수 없 이 이름을 밝히게 된 쿠레이만은 그때부터 그 누구도 불러주지도 않고 또 바라지도 않았던 애칭을 그녀 스스로 지어 자신을 '쿠리'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애칭이 맘에 들면 자신도 이런 분노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빙룡족 최고의 가디언이 쿠리라니...마치 인간들이 키우는 고양이 따위의 이름이나 다를바가 없지 않은가? 허나 쿠레이만이 더더욱 황당해할 일은 따로 있었다. 한동안 쿠레이만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이내 그녀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지더니 자신의 작달막한 손을 번쩍 들고 무자비하게 쿠레이만의 머리를 그대로 내려친 것 이다. -빠악!!- "꺄악~!" "......." 스스로 쿠레이만의 머리를 내려쳐 놓고 자신의 손이 더더욱 아픈지 빡! 소리와 함께 엘테미아의 가녀린 비명이 복도의 이곳저곳에 나직히 울려 퍼졌다. 쿠레이만은 이도크진의 직속 가디언답지 않게 자신의 민활한 머리로 한참동안이나 지금이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그리고 이내 황당의 늪에서 벗어나 지금이 상황을 파악한 쿠레이만은 그냥 가만히 있던 빙룡족의 최고 가디언인 자신이 현재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일개 포로에게 머리를 맞았단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의 머리를 아무 이유 없이 쳐놓고 한동안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꺅꺅거리던 시조드래곤이 자신에게 건네는 말에 쿠레이만은 더욱더 황당해 해야 했다. "화같은 거 안 나지? 아무런 기분도 안 들지?" "......." 지금 시조드래곤의 말이 '너는 바보지?' 하는 말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에 쿠레이만 의 남자다운 강직한 얼굴이 더더욱 일그러지며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엘테미 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쿠레이만이 무서운 얼굴로 엘테미아를 바라보자 그녀의 작은 몸이 움찔거리며 이게 아니란 표정으로 쿠레이만에게 말한다. "어라? 이,이상하네...쿠리의 표정이 잘못하면 나 때릴 것만 같아... 정말로 때릴거야?" "........"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황당한 일을 겪어보게 된 쿠레이만은 정말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생애 가장 음산한 목소리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만두지 않겠다." "......." 정말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전개되자 엘테미아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하며 어색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고 자신의 뺀질한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슬슬 뒷걸음질치며 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그,그럴리가 없는데...즐거움이란 감정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분노란 감정은 느끼는 거야?" "........" 허나 엘테미아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쿠레이만은 자신의 훤칠한 키와 살기어린 중압 감을 더하여 으스스한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고 그에 따 라 엘테미아가 울상을 지으며 천천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점 둘의 걸음걸이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당연히 다리길이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엘테미아의 보폭이 쿠레이만의 보폭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에 따라잡히는 건 금방이 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쿠레이만으로부터 몸을 훽 돌려 잽싸게 도망치기 시작했고 엘테미아를 그대로 놔둘 쿠레이만도 아니었기에 그녀를 쫓아 달려갔다. "어,엄마야~~! 따라오면 때릴꺼야!!" "......." . . . . . 그 후 얼마의 시간이 흘러... "헥헥헥헥...치,치사해 쿠리!...마법을 사용하는 게 어디었어...헥헥..." 혹이난 머리를 울먹이며 매만지던 엘테미아가 도끼눈을 뜨고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말했고 엘테미아의 말에 아직까지도 이마에 커다란 혈관마크를 달고 있던 쿠레이만이 차가운 냉소 를 지으며 말한다. "흥! 너 바보냐? 전투만을 위한 종족이 분노란 감정을 못 느끼게 된다면 기능성 그 자체를 소실하는 거라고." 쿠레이만의 비아냥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입술을 씰룩거리며 투덜거렸다. "칫...기능성이니 전투만을 위한 종족이니 하지말어...너희들이 무슨 기계니? 때론 맛있는 것도 먹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금덩이같은 자기아이도 낳아보고 해야지..." "........" 엘테미아의 투덜거림에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쿠레이만은 이내 큭큭거리는 웃음소 릴 내뱉기 시작했고 얼음성에서 처음들어보는 웃음소리에 엘테미아가 다시금 멍한 표정으로 쿠레이만을 바라본다. "크크큭...정말 황당하군...그 누가 얼음성에서 너와 같은 말을 다시 할 수 있을까? 그것도 포로라는 신분으로 말야...크큭...크하하하!" "뭐,뭐야?!" 자신의 진지하다면 진지한 발언에 기분 나쁘게 웃어 재끼는 쿠레이만을 보며 엘테미아는 한동안 자신의 눈을 가늘게 뜨고 독기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어 제부터 쿠레이만과 말하고 느껴보면서 그의 분위기가 이도크진이나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 들과는 다른 미묘한 차이점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웃음...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감정의 표출이 다른 이들보다 더욱더 자유로운 것 같았다. 이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도끼눈을 살며시 풀고 의아한 표정으로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질 문했다. "야 쿠리..." "쿠레이만." "싫어." "......." "아무튼 진이나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너처럼 웃는 거 한번도 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같 은 일족이면서 너만 유달리 그렇게 웃을 수 있는거야?" "......." 엘테미아의 질문이 전혀 의외의 질문이었는지...아니면 그녀의 질문에 곤란한게 있는 것인지 한동안 쿠레이만의 표정이 굳어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자신이 또다른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닌가 조마조마하면서 쿠레이만을 힐끔힐끔 바라보고 있을 때 쿠레이만의 자조적인 웃음 소리와 함께 그의 목소리가 차가운 얼음성의 복도를 나지막히 울렸다. "큭...그렇군...난 다른 이들과는 다르지..." "에...?" "모두가 까마득히 오래전...우리들의 로드, 이도크진님에 의해 탄생되었지만 난 그 경로가 다른 이들과는 달라." 쿠레이만의 말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머릴 최대한으로 굴리며 이내 결론을 말했다. "그럼 혹시 다른 이들과는 다른 심장을 가지고 있는 거야?" "......." 엘테미아의 말이 어느정도 맞았는지 쿠레이만이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의 비아냥거리는 표정에 엘테미아가 다시금 자신의 입술을 뾰족히 내밀며 그를 쏘아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서로 대치상태를 이루다 이내 쿠레이만이 먼저 고개를 창가로 돌리며 좀 전에 꺼냈던 말을 잇기 시작했다. "나의 심장은 여기있는 다른 이들의 심장과는 반만 똑같아." "반...?" "그래 반. 그리고 나머지 반은..." 쿠레이만이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으로 엘테미아의 왼쪽 가슴을 가리키자 엘테미아 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다급히 물었다. "서,설마 너!..." "그래 맞아. 나의 반쪽은 바로 너희 일족...정확히 말해 실버일족의 심장이지." "........" 엘테미아는 자신의 후손들과 얼음성의 가디언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 며 쿠레이만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특히 그의 잿빛 머리칼이 은은하게 은빛을 띄고 있었고 그의 날카로운 회색빛 눈동자를 보 자 어렴풋이 에셀리드민의 은빛 눈동자가 스쳐지나갔다. 이에 엘테미아의 심장이 갑자기 심하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속 으로 계속해서 설마...라는 단어를 내뱉고 있었고 어두웠던 자신의 앞길에 밝은 빛이 내리쬐 는 길을 찾은 것만 같았다. 쿠레이만을 한참동안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가슴을 진정시키고 이내 침을 꿀꺽 삼키며 조심스레 자신의 질문을 꺼냈다. "혹시...얼음성의 가디언과 실버일족과의 사랑 사이에서 네가 태어난...거야?" "........" 엘테미아의 질문에 쿠레이만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쿠레이만의 입 에서 나올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긴장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쿠레이만은 기대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 은 뒤 말했다. "설마..." "......." "사랑이란 건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어..." "......." "아마 내 어머니란 드래곤은 얼음성에 잡혀온 실버일족 중 하나였지...그리고 내 아버지는 지금의 나와같은 이도크진님을 바로 곁에서 모시는 최고의 가디언이었고." "........" 진지한 분위기의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엘테미아도 자세를 바로잡고 그를 바라보며 경청 했다. "그때 일족 최고의 가디언이었던 아버지는 다른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한 빙룡이었어. 그리 고 어쩌다가 얼음성으로 잡혀오게된 실버일족...즉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의 감정이 더욱더 짙어지게 되었지." "........" "아마 인간들이 말하는 바보같은 사랑이란 걸 했는지 아버지는 같은 일족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 실버드래곤을 계속 지켜주었지만 실버드래곤은 아버지의 배려를 거부하고 계속해서 자 살을 기도했지. 실버드래곤이 자살할라 치면 어디선가 아버지가 나타나 실버드래곤을 구해 내고 또 실버드래곤은 자살기도를 하고...그런 반복되는 일상이 지속될 쯤 아마 빙룡족의 가 디언 중 최초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된 아버지는 자신의 사랑을 실버드래곤이 전혀 받 아주지 않자 전사의 기질이 발동한 거야...한마디로 실버드래곤과 강제로 사랑을 나눈 거 였지." "........" "그 후로 더더욱 실버드래곤이 자살을 기도했고 아버지도 더더욱 강하게 실버드래곤을 구 속해 나가기 시작했지. 그리고 그런 생활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악할 만한 사건이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게 된 거야..." "그게 바로..."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은 자신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바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아버지와 실버드래곤의 사이에서 아이가 잉태 된 거야...그리고 또다시 경악할 일이 벌어졌지..." "........" "항상 자살기도를 꿈꾸던 실버드래곤이 자신이 아이를 가졌단 사실을 알고난 후부터 자살기 도는 커녕 오히려 더욱더 살아남으려고 악착같이 노력했던거야...이에 아버지는 드디어 자신 의 감정이 실버드래곤에게 전해진 건 줄만 알고 착각해서 그녀에게 더욱더 잘해주었지. 그리고 다른 빙룡족들도 최고의 가디언과 실버드래곤과의 사이에서 태어날 아기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도크진님으로부터 실버드래곤의 안위에 대한 보장을 하사 받게까지 되었지." "........" "그러나... 아버지의 사랑을 실버드래곤이 받아들인 건 줄만 알았던 아버지와 모든 빙룡족 들을 비웃는 사건은 그 후로 내가 태어나는 날 터진거야 크큭..." "........" "너희 드래곤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빙룡족들도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있게 되지...그때 처음으로 태어나 내 눈앞에서 어머니같이 보이던 존재가 내게 내뱉었던 말이 뭔지 아나?" "........." "크큭...정말 걸작이었지..." "........" "바로 '죽여버리겠다.' 였을 걸...?" "!!......." 쿠레이만의 말에 엘테미아의 눈이 더더욱 커지고 있었고 어느새 쿠레이만은 자신의 주먹 을 꽉 쥐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씁쓸한 미소를 드리우며 말을 계 속 이어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의 행동을 쉽게 예측할 수 있지...바로 자신이 힘으로도 어쩌지 못 했던 아버지 대신 그의 아이를 자신이 낳아서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었던 거야. 그 실버 드래곤은..." "서,설마..." "크큭...아무것도 모른 채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어보는 말이 자기 어머니로부터 자신 을 죽여버리겠다 라니...크큭...이제 막 태어난 내게 섬뜩한 칼날을 들이대며 그대로 나의 심 장에 박아버릴 심산이었는지 실버드래곤은 내가 태어나자 마자 내게 칼을 들이밀었지. 하지 만 난 지금까지 살아있고 그 실버드래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 "바로 실버드래곤이 나를 죽이려는 순간 때마침 그녀의 거처에 찾아온 나의 아버지란 작자 의 검에 그대로 죽어버린 거지...크큭...그리고 실버드래곤이 아버지의 검에 죽어가면서도 내게 내뱉었던 말이 걸작이었어." "........" "바로 날 죽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으로 남을 거래...그리고 자신의 끝없는 증오를 먹고 태어난 나를 죽어서도 저주하겠대나? 크큭...그때 정말..." "........" "지랄같게도 방금 세상 밖으로 나온 난 스스로도 자신이 태어난 게 미안해질 정도였지... 크큭...태어나자마자 어미란 작자에게 죽여버린다는 소릴 듣고...또 자신을 죽이려한 어미가 자신의 아버지란 작자의 검에 눈앞에서 죽어버리고...죽어가면서도 날 보며 저주를 퍼붓는 어미와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그녀를 죽인 아버지 또한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광경... 이걸 보고 정말 미안했지...아무도 환영해 주지 않은 채 스스로 자신이 태어난 게 너무 나도 미안해서 미칠 지경이었어 크크큭..." "쿠리..." "쿠레이만...이다." 정말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굉장히 꼬여버린 쿠레이만을 보며 엘테미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고 쿠레이만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의 맘에 들지 않는 애칭 을 부르는 엘테미아를 보며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린 채 그녀의 말을 정정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미안하단 감정을 느낀 건 그 때 뿐이었어. 나의 반을 이루는 얼음의 심 장 덕에 모든 일을 무덤덤하게 받아넘길 수 있었고 아비의 자질을 물려받고 태어난 난 어 느 누구도 환대해 주지 않는 삶 속에서 금새 최고의 가디언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거지." "........" 한동안 쿠레이만의 태어난 배경을 듣고 난 후 엘테미아가 훌쩍이고 있을 때 문득 엘테미아 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근데 쿠리..." "쿠레이만." "쿠리는 나한테 존대말 해야 하지 않아?" 난데없이 얼음성의 포로인 주제에 자신에게 존대말을 하라는 엘테미아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던 쿠레이만이 그녀에게 말했다. "하하...내가 미쳤냐? 너한테 존대말을 쓰게? 제발 네가 포로란 것 좀 자각하시지..." "이게!!" -따악~!!- "........." 또다시 벙찐 표정이 되어버린 쿠레이만... 평생동안 겪어보지 못한 일을 쿠레이만은 오늘 두번씩이나 당하고 있었다. 다시한번 자신의 머리를 내리친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이 무서운 얼굴을 했으나 엘테미아는 쿠레이만의 무서운 얼굴에 코웃음까지 치며 당당하게 굴었다. "........." 이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쿠레이만은 훅~하고 불면 날아갈 것만 같은 엘테미아를 차마 때릴 수도 없었고 이래저래 울분만을 삼키고 있을 때 옅은 미소까지 짓고 있던 엘테미아가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쿠리는 이제부터 나보면 꼬박꼬박 인사하구 존대말 써! 이건 명령이야!" "뭐?" 이제는 아예 대놓고 존대말을 쓰라고 명령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은 기가찬 표정으 로 엘테미아를 바라봤고 아직도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눈에 흥건한 눈물을 닦고 황당하단 표정의 쿠레이만을 향해 씨익 웃어주며 한마디를 내뱉는다. "정말 모르겠니? 넌 나의 후손에게 태어난 손자라구..." "........" "그러니까 나는 쿠리에게 할머니야! 할.머.니!" "......." 전혀 예상치 못한 엘테미아의 대답에 쿠레이만이 입까지 살짝 벌리며 벙찐 표정을 짓 고 있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짓고서 창가에 기대어 있는 쿠레이만을 보며 살풋 미 소를 지은 엘테미아는 쿠레이만과 키를 맞추기 위해 창가에 나있는 난간위로 살짝 뛰 어올라 앉은 후 이제는 같은 눈높이가 되어버린 쿠레이만을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쿠레이만을 자신의 가슴으로 살며시 안아주며 말했다. "아무튼 쿠리야... 할머니는 말야 이 세상에 쿠리가 태어나 준 게 너무나도 기쁘단다. 그 누구도 환영해 주지 않았어도 이 할머니는 쿠리를 환영해 줄게." "........" "늦었지만...태어난 걸 축하한다. 쿠리." "........" 엘테미아의 작은 가슴에 안겨버린 쿠레이만의 눈은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는건지..아니 면 용납할 수 없었던 건지 한없이 커져있었고 그의 회색빛 눈동자는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살아생전 처음으로 가슴이 묘하게 울렁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노네임과 함께 얼음성의 맨 꼭대기로 올라간 이도크진은 광활하게 펼쳐진 새하얀 설원을 바라보며 문득 그에게 물음을 건넸다. "네가 말한 '그분'이란 자는 도대체 무얼 원하는 거지." "......." 이도크진의 물음에 노네임은 말하기가 곤란한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 관하고 있었고 그런 노네임을 시린 눈빛으로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 며 다시 물음을 건넸다. "아무튼 대가없이 우리 일족의 가디언을...아니, 얼음성 그 자체를 봉인에서 풀어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 "나의 조각과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가로채는 게 네가 말하는 '그분'인지 그녀석인지 하는 놈의 목적이라면 그만 두는 게 좋을거다." "큭큭큭..." 이도크진은 자신의 경고에 컬컬한 목소리로 쉰 웃음소릴 내뱉는 노네임을 바라보며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고는 약간의 살기를 담아 그를 노려보았다. 이도크진의 살기어린 눈빛에 쉰 목소리로 큭큭거리던 행동을 멈춘 노네임은 로브속의 기묘 한 눈을 번뜩이며 그를 향해 말을 건넸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우리들은 그저 너희들을 방관하고 싶은 것뿐...그리고 너희들이 잘 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옆에서 길잡이역할을 해주는 것뿐이다." "길잡이라고?" "그렇다. 너희들의 바램과 우리들의 바램은 같다. 그리고 너희들의 바램과 우리들이 바램을 이루어주는 열쇠가 시조드래곤이란 것도 말이지...크큭..." "......." 시조드래곤이란 이름이 거론되자 이도크진은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리며 더욱더 시린 눈빛으 로 노네임을 쏘아보았고 진의 냉기어린 눈빛에 노네임은 난처한 듯한 웃음을 내뱉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너희들은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닌가? 그건 우리들도 터치 할 맘이 조금도 없다. 다만..." "......." "너희들과 우리들의 바램을 저버리고 너의 복수와 너의 일족을 위한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했을 때 우리들은 너희들의 길잡이로서 약간의 실력행사를 이행하겠다. " "흥! 웃기는군...실력행사라고?" 노네임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인지 아까부터 계속 이도크진의 차가운 음성이 노네임 에게 꽂히고 있었고 여전히 노네임은 큭큭거리며 이도크진의 날카로운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크큭...건방지다 생각지 마라, 빙룡족의 로드여...어차피 너는 시조드래곤을 죽여 그녀의 레 디아나를 취할 것이 아닌가?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들로선 너희 일족을 터치할 이유가 전혀 없다." "......."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의 아미가 살풋 일그러지며 그를 향해 무슨 말을 건네려 했지만 이 내 자신이 내뱉으려던 말을 멈추고 한동안 노네임을 차가운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약간의 시간이 흘러 더 이상의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이도크진은 노네 임을 지나치며 한마디의 말을 내뱉곤 성탑의 꼭대기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있었다. "너희들이 우리일족을 터치할 수도, 또 그럴 일도 없을거다." "크큭...기대하지." "......." 그 말을 끝으로 이도크진은 노네임을 내버려둔 채 성탑의 맨 꼭대기에서 아래층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이도크진이 떠나간 성탑 맨 꼭대기에 홀로 남은 노네임은 문득 이도크진이 바라보던 새하얀 설원을 기묘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과연...모든 건 그분의 뜻대로...인가?" 항상 이도크진이나 쿠레이만과 함께 있을 때 내뱉던 컬컬한 목소리의 노네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의 그의 목소리는 쉰소리 하나 없이 맑고 젊은이다운 강직함을 담고 있었다. "......." 한편 갑작스레 엘테미아의 작은 가슴에 안겨버린 쿠레이만은 자신의 심장조차 동하게 만들 아릿한 그녀의 살내음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로 인해 존재 자체를 부정당했던 쿠레이만은 그 일로 인해 자신의 앞 날에 장해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봉인해 놓았던 반쪽의 심장...즉 실버드래곤으로부터 물 려받은 자신의 심장이 엘테미아로 인해 다시 되살아나려 하자 그는 지금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당황하며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의 현실을 믿을 수도 없고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맘에 들지 않던 쿠레이만은 일족 최고 의 가디언인 자신이 겨우 시조드래곤의 환영한단 말 한마디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싫었다. 이게...그토록 자신이 원하고 바래왔던 말이었던가...? 최강의 가디언이란 칭호보다 더욱더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는 지금이 현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던 쿠레이만은 문득 아직까지 도 시조드래곤의 작은 가슴에 안겨있단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거칠게 그녀를 떼어놓았다. -확~!- "꺄악~!" "......!!" 허나 자신이 너무 세게 밀었던 건지...아니면 명색이 시조드래곤이 이렇게 연약하단 것을 자각하지 못했던 건지 자신의 손길에 창틀 난간에 올라앉아 있던 엘테미아가 창문 너머 로 갸우뚱거리며 떨어지려고 하자 쿠레이만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 를 강하게 낚아챘다. "엄마야~!" "......." 난데없이 높은 창문에서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질 뻔했던 엘테미아는 쿠레이만이 자신의 허리를 잡아주자 당연하게도 그의 얼굴을 좀 전보다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을 수밖에 없 었다. 이번엔 자신이 엘테미아를 안아버리는 꼴이 되어버린 쿠레이만은 인정할 수 없지만 좀 전 보다 더욱더 강렬하게 요동치는 자신의 심장을 느낄 수 있었고 어째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 던 자신의 심장이 눈앞의 괴상한 행동만 취하고 있는 시조드래곤에게 반응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 "어이...그만 좀 떨어져 주시지..." "아앗~!?" 쿠레이만은 자신을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꽉 끌어안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뚱한 목소리로 말했고 손자와 할머니의 사이라고 치기엔 무언가 낯뜨거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는 사실 을 눈치챘던 엘테미아도 작은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쿠레이만을 놓아주었다. "미,미안 쿠리..." "쿠.레.이.만. 이다" "싫어." "......." 어떻게 해도 엘테미아가 지어준 자신의 애칭이 굉장히 맘에 들지 않았던 쿠레이만은 눈앞 의 시조드래곤이 계속해서 자신을 '쿠리'라고 부르자 이마에 큼지막한 혈관마크를 드리우며 뚝뚝 끊어지는 어조로 다시 말을 건넸다. "어이 늙은이." "......!!" "로드조차 그따위 유치한 작명센스로 내 이름을 부르진 못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개 포로밖에 지나지 않는 늙은이인 네가 감히 나에게!..." 허나 쿠레이만은 자신의 말을 모두 내뱉을 수 없었다. 툭하고 건들기만 해도 왕방울 만한 눈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질 것만 같은 얼굴로 자신의 왼쪽 볼을 사정없이 잡아당기고 있는 시조드래곤을 보며 화가 나기는커녕 허탈해질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말은 이래저래 심하게 해도 그녀에게 결코 함부로 대하지 않는 자신을 어 렴풋이 발견할 수 있었다. 포로면 포로답게 강제력을 동원해도 무방할 터인데 어째서 이도 크진이 시조드래곤에게 자유를 주었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아직까지도 쿠레이만의 볼을 사정없이 잡아당기고 있던 엘테미아가 그를 향해 독기 어린 눈으로 쏘아보며 소리쳤다. "난 늙은이 아냐!! 이렇게 젊고 귀여운 늙은이 봤어? 앙?" "늙은이가 할머니고 할머니가 늙은이지. 안 그래?" "......아,아냐! 난 쿠리의 할머니가 맞지만 늙은인 아냐..." "흥! 꼬마같이 억지부리지마" "윽....!!" 엘테미아의 억지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던 쿠레이만은 자신의 길다란 손가락을 좌우 로 까딱거리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세상에 누가 너처럼 키도 조그만하고 능력도 없는 꼬마를 보며 할머니라고 부르겠냐?" 쿠레이만의 비아냥에 엘테미아가 자신의 얼굴을 확!하고 붉히며 발끈한 채 외쳤다. "너!...너 자기 할머니한테 버르장머리 없이 말버릇이 그게 뭐야? 혼 좀 날래?!" 자신의 비아냥에 발끈한 채 소리치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은 절로 새어나오는 미소를 짓고 다시금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보통의 할머니라면 연륜이 지긋한 만큼 인자한 맛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되는 거 아냐? 근 데 지금의 네 모습을 봐봐." "......." "인자함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으면서 정신연령은 채 15살도 안 되 보이는 어벙벙한 너를 보며 이 세상 어느 누가 할머니소릴 내뱉을 수 있겠냐?" "이씨!...너 지금 말 다한거야?!" "하아...할머니란 사람이 이씨...? 참 좋은 거 많~이 가르친다." "읍!..." 쿠레이만의 비꼼에 엘테미아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고는 분한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허나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이 대수롭지 않은 것인지 쿠레이만은 엘테미 아에게 비웃는 듯한 미소를 내보이며 눈앞의 단순한 시조드래곤을 놀리는 걸 즐기고 있었 다. "이봐 시조드래곤..." "에...?" 한동안 할머니와 쿠리라는 호칭에 대해 옥신각신 하던 중 문득 쿠레이만이 지금까지 장난 스럽던 표정과는 사뭇 다른 무섭기까지 한 표정을 지으며 엘테미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에 난데없이 분위기를 잡는 쿠레이만을 보며 덩달아 굳어버린 엘테미아는 자신의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며 눈앞의 쿠레이만을 바라봤고 한동안 엘테미아를 노려보던 쿠레이만은 이 내 짧은 한숨을 내쉬며 엘테미아로부터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아무튼...난 절대로 너에게 할머니란 칭호를 붙힐 수 없다." "......." 아까까지의 장난스런 거절과는 다른 진지한 분위기를 고수하며 자신에게 할머니란 칭호를 거부하는 쿠레이만을 보며 엘테미아는 풀이 죽은 채 물었다. "왜!...혹시 내가 얼음성의 포로여서 그런거야...?" "......." "아니면 쿠리보다 약하고 보잘것없어서 날 할머니로 인정해 주지 않는 거야?" "훗...글쎄..." "......." 자신에게 명확한 답을 알려주지 않은 채 점점 멀어져 가는 쿠레이만을 안타까운 눈빛 으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에 상처받은 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능력도, 재주도 없으면서 무 턱대고 그들의 상처를 감싸주고 치료해주려고 달려들다가 그들에게 미움만 사고 만다. 그래서 능력도, 그리고 재주도 없으면서 그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자신이 택한 최 선의 방도는 다름 아닌 죽음...그것이 자신이 얼음성의 이도크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최대 한의 일이었다. "......." 문득 한없이 밀려오는 서글픔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으로 엘테미아는 무작정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편 얼음성의 무수히 많은 성탑중 가장 높은 성탑을 자랑하는 곳에서 노네임을 혼자 내버려 둔채 내려온 이도크진은 항상 냉철함을 자랑하는 자신의 이성이 왜 이렇게 혼란 스러운 것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억겁의 세월동안 바라고 기원했던 숙원이 이제 자신의 손에 쥐어져있는 지금의 상황때 문인 건지...아니면 속셈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노네임과 그의 배후 때문인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시조드래곤... 갑자기 떠오르는 엘테미아의 생각에 퍼특 놀란 이도크진은 자신의 얼굴을 살풋 일그러 뜨리곤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때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한동안 자신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혼란스런 감정을 추스르던 이도 크진에게로 하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 게다가 자신에게 들린 비명소리가 굉장히 낯익은 목소리였기에 이도크진은 자신조차 제 어하지 못할 스피드로 복도의 모퉁이를 돌아 비명소리가 들린 근원지를 확인했다. ".....!!" 비명소리가 들린 근원지로 시선을 두게된 이도크진의 냉철한 눈은 어느새 금방이라도 부셔질 듯한 살얼음 마냥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으로 보이는 광경에 자신조차 무섭도록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비록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사랑한다 말하던 시조드래곤이 얼음성에서 가장 신뢰하는 부하와 격한 포옹을 하는 장면을 보며 이도크진은 다시금 그때의 악몽같던 기억이 떠오른다. 너무나도 오래된 기억이었지만 이도크진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처럼 자리매김 한 도로시에 대한 기억... 그때처럼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든 걸 부셔버리고 싶었지만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격이 달랐다. 그때보다 더욱더 얼어붙은 자신의 심장과 더욱더 단련된 그의 이성이 오히려 지금의 상 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쿠레이만과 엘테미아를 피해 다른곳으로 워프를 해야 했는지 알 수 없었 지만 이도크진은 아무도 볼 수 없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금 새하얀 설원이 펼쳐진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번엔...이틀을 지킨 건가...큭..." 시조드래곤이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지 이제 겨우 이틀...겨우 이틀이 지났건만 자신 에게 돌아온 건 그때와 같은 허무함과 배신감이었다. 허나 그래도 좋았다. 오랫동안 자신이...그리고 일족이 바래왔던 숙원을 앞에두고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인물이 인정할 수는 없지만 정말로 시조드래곤, 그녀라면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게다가 쿠레이만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부하였다 그렇기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화를 삭히며 씁쓸한 미소를 저 드넓은 설원을 향해 드리우고 있었다. 이번일을 계기로 그녀에 대한 일말의 망설임을 다시 죽여버리고 언제나의 냉철한 자신으 로 돌아가 정확히 19일 후의 대사에 아무런 차질이 없게 한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그 녀의 심장에 검을 들이댈 수 있도록...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설녀의 땅에도 차가운 침묵으로 뒤덮인 어둠이 찾아왔다.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밤의 어둠조차 즐기는 것인지 필요한 곳만을 제외하곤 대부분 불이 켜져있지 않은 상태였다. 어두운 복도를 익숙한 듯 스스럼없이 지나가던 이도크진은 한참을 걷던 자신의 발길을 멈 추고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는 눈앞의 무언가를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무슨 일인가?" "보고할 것과 의문이 있어 찾아 왔습니다." 이도크진이 어둠속을 향해 말하자 놀랍게도 어둠속에서 이도크진과는 다른 목소리가 그에 게로 들려왔다. 자신에게 들려온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이도크진은 자신의 손가락을 튕겨 딱!하는 소리를 내자 어두웠던 복도에 환한 불이 들어오면서 한손에 서류종이를 들고 있는 잿빛머리 칼의 사내, 쿠레이만을 비추기 시작했다. "...우선 내방으로 가지." "분부대로..."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얼음성의 여느방과 똑같은 무늬에 똑같은 장식이 되어있는 이도크진의 거처에 다다랐다. 도둑걱정을 하지 않는 것인지 이도크진은 열쇠를 걸거나 마법진을 발동하는 등의 해제 행위하나 없이 방문을 열고 있었고 다시금 빛이 들지않는 어둠속으로 들어간 이도크진을 따라 쿠레이만도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아직 자신의 방에 불을 키고 싶지 않았던 건지 이도크진은 어둠이 사뿐히 가라앉은 방의 창가로 다가가며 뒤쪽에 서있는 쿠레이만에게 물었다. "그래 할말이 있으면 해라." "네. 그럼..." 창가에 다가가 넌지시 창틀에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은 이도크진에게 쿠레이만은 어둠 속에서 자신이 작성한 서류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9일, 3시간 54분 후면 이도크진님의 다른 조각의 융합이 완전 마 무리됨과 동시에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취하실 수 있습니다. " "그래." "현재 얼음성에 있는 전투가능한 가디언은 총 74명이고..." "시끄러..." "네?" "시끄럽다고!...히잉..." "......." "......." 갑작스레 들린 음성에 쿠레이만은 깜짝놀라 자신의 시선을 이도크진쪽이 아닌 널다란 침대쪽으로 돌렸고 이도크진 또한 감았던 자신의 눈을 뜨고 어두웠던 방안에 불을 킨 다음 시선을 자신의 침대 쪽으로 돌렸다. "씨이...기분좋게 자고 있었는데 쫑알대기는...딸꾹!..." "......." "......." 어느새 환해진 방안에서 방바닥에 뒹굴거리는 술병 하나와 침대위에서 부스스한 머리 와 게슴츠레하게 떠진 두 눈동자로 쿠레이만과 이도크진을 맘에 안 든다는 듯이 삐딱 하게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가 보였다. 한동안 게슴츠레한 눈으로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을 번갈아가며 바라보던 은발의 소녀는 문득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자신의 얼굴을 살짝 붉히고 그들에게 물었다. "헤헷...아무도 없는 방에서 불도 안 키고 단둘이 무슨 수상한 짓을 할 속셈이야...? 딸꾹..." "......." "......." 허나 은발의 소녀의 물음에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가늘게 떨고 있는 이도크진과 황당하단 표정을 짓고 있는 쿠레이만의 얼굴엔 자신들을 수상하다 여기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그녀가 더욱더 수상하다는 듯한 오라를 팍팍 내뿜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더 황당한 건 드래곤들 사이에서 악명높은 얼음성의 포로주제에 얼음성의 우두 머리...즉, 이도크진이라는 빙룡족 로드의 거처에 무단침입해 허락도 없이 그가 아끼는 술 에 입을 댄 것과 그의 침대에서 달콤하기까지 한 잠을 잘 수 있는 그녀의 무대포 정신이 었다. 그런 은발의 소녀, 즉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은 골치가 아픈건지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 그시 누른 채 억눌린 음성으로 엘테미아를 보며 말했다. "어이 늙은이...지금 네가 무슨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 있나?" "헤헤...몰라...딸꾹..." "하아..." 얼굴에 가득 핀 홍조를 달은 채 딸꾹거리는 그녀를 보며 쿠레이만은 더욱더 어처구니없다 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도크진 또한 왠만해선 흘리지 않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복잡 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하...정말 두손두발 다 들게 만드는 여자군..." "...헤헤...할머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암...쿠리야..." "......." 난데없이 엘테미아가 쿠레이만을 보며 쿠리라고 부르자 이도크진은 의문의 표정으로 쿠레이 만을 바라봤고 이도크진의 시선을 눈치챈 쿠레이만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보고했 다. "시조드래곤이 자기 멋대로 지은 저의 애칭이라는 군요...쿠리라는 거...물론 저는 다시 듣고 싶은 마음따윈 전혀 없습니다." "그런가..." 한동안 술에취한 엘테미아와 쿠레이만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짜증스레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다시금 밀려오는 이해 못 할 분노를 차마 표출할 수가 없어 침대에서 허리만 세운 채 몽 롱한 표정으로 칭얼대고 있는 엘테미아에게로 다가갔다. 뾰로통한 표정으로 자신의 볼에 잔뜩 홍조를 머금으며 말싸움하고 있던 엘테미아에게로 이 도크진이 다가가자 엘테미아의 얼굴에 더욱더 홍조가 어리기 시작했고 쿠레이만을 바라볼 때와는 달리 너무나도 애처로운 눈빛으로 이도크진, 자신을 바라보자 쿠레이만과 이도크진 이 동시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진...이구나..." "......." "......." 한순간 시조드래곤의 표정에 압도당한 이도크진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애써 무덤덤한 표정으로 엘테미아의 가녀린 팔을 잡아채며 억지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너의 거처는 확실히 마련해두었다." "......." "더 이상 이곳에서 꼴사나운 행동 하지말고 돌아가." "...싫어..." 자신의 명령에 거부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 고 있었고 쿠레이만 역시 당장이라도 이도크진의 검이 날아가 자신의 심기를 더럽힌 시조 드래곤의 목을 베어도 남을 만큼 어이없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럴 기색이 조금도 없어 보이는 이도크진을 보며 가슴속으로 작은 파문이 일고 있었다. 그때 이도크진의 손에 붙들려 가기 싫다고 징징거리고 있던 엘테미아가 다시금 얼굴에 가득 한 홍조를 달고 그와 쿠레이만조차 압도할 애틋한 표정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나 또 소원이 있어..." 포로라는 신분으로 그녀에게 자유를 주었으면 됐지 다시 또 원하는 게 있다는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이 화를 낼 찰나였다. -와락!...- 갑작스레 자신의 품에 안긴 시조드래곤을 보며 이도크진이 깜짝 놀라 할 틈도 주지 않던 엘테미아는 촉촉히 젖은 자신의 목소리를 그의 방에 나직히 울려 퍼트렸다. "진...나 얼마동안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거야?" "......." 그녀의 말에 이도크진이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허나 다시금 떠오르는 그녀와 쿠레이만의 격한 포옹이 생각난 이도크진은 끝내 쌀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남은 시 간을 알려주었다. "너는 정확히 이곳에서 19일을 살수 있다." "그래...?" "흥!...너의 소원이 생을 연명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달라는 내용이라면 들어볼 필요조차 없이 기각이다." 지금의 엘테미아에게서 나올만한 바램이라는 것은 그녀에게 남은 짧은 생을 늘려달라는 것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 이도크진이 싸늘한 목소리로 엘테미아에게 말했고 자신의 목에 둘러 진 그녀의 팔을 억지로 풀어헤치려고 할 때 다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아니야...나 그런거 원하는 거 아냐...다만..." "......." "내 남은 시간이 19일 이라면...그때동안만이라도..." "......." "진의 신부가 될래." ".....!!" ".....!!" 엘테미아가 내뱉은 그녀의 바램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은 서로 다른 복잡한 표정과 경악하는 표정으로 시조드래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안의 공기가 기묘하게 흐르고 있었다. 원래부터 취기탓에 발그레한 얼굴이 더욱더 발그레 진 엘테미아는 자신의 두눈을 꼭 감고 이도크진을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고 난데없이 그녀의 입에서 신부가 되겠다는 소릴 들었던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은 둘다 똑같이 멍한 표정 으로 한참동안이나 서있어야 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군." "그,그런 것 같습니다." 이도크진은 자신의 품에 안긴 엘테미아를 보며 황당하단 표정으로 쿠레이만에게 말을 건 넸고 쿠레이만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답했다. 허나 그런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을 삐딱하게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다시금 자신을 때어내 려는 이도크진을 더욱더 꽉 안으며 비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지금 하나도 안 취했어어...이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안 보이는 거야?" 자신을 향해 커다란 황금빛 눈동자를 마구 깜빡거리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약간 흠칫거리고 있었고 쿠레이만 역시 식은땀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완전히 얼음성의 포로가 아닌 얼음성의 못 말리는 공주가 되어버린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 크진과 쿠레이만이 한참동안 이마를 찡그리고 있을 때였다. -다다다다다다다- 더욱더 자신에게 달라붙는 엘테미아의 체취에 이도크진이 약간 혼란스러워 할 무렵 이도 크진과 엘테미아, 그리고 쿠레이만이 있는 방밖의 복도에서 여러 사람이 뛰고 있는 듯한 급박한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급박한 발자국소리는 이내 점점 크게 들리더니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이도크진과 쿠레이만 이 예상했던 대로 그들이 있는 방문을 급하게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탕탕탕탕!- "로드!!" -덜커덕!!- 급한 노크와 함께 이도크진의 거처로 들어온 6,7명의 가디언들은 이도크진의 허락도 구하 지 않은채 그의 방으로 난입했고 그 중 제일 처음으로 들어온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 언이 다급한 어조로 입을 열고 있었다. "큰일입니다 로드!" "뭐냐?" 빙룡족답지 않게 다급한 자신의 가디언을 보며 이도크진이 살짝 몸을 틀고 그를 향해 차 갑게 대꾸할 무렵 다시금 가디언이 입을 열고 있었다. "그게 시조드래곤이 자취를 감추었습!......" "......." "......." "......." 그러나 이도크진의 방으로 난입한 가디언 중 이도크진을 향해 다급한 목소리로 시조드래곤 의 부재를 알리려던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은 이도크진이 살짝 몸을 옆으로 비틀자 그의 가슴에 안겨있는 작은 은발의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약간 몽롱해 보이는 표정으로 자신들의 로드의 품에 안겨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자 말문이 막힌 가디언들은 그들답지 않게 벙찐 표정으로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과 이도크진을 바라보던 쿠레이만 역시 골치가 아픈 듯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 그시 누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 "......." "......." 안그래도 썰렁하던 얼음성 내부가 더욱더 썰렁하게 변하자 약간의 오한을 느낀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의 품에서 몸을 부르르 떨고는 감았던 눈을 살짝 떴다. 눈을 뜨자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많은 남자들이 보였다. "헤에...이건 또 누구야..." "......." "......." 이도크진과 쿠레이만, 그리고 자신밖에 없던 방안에 많은 수의 가디언들이 들어온 것을 알 아챈 엘테미아가 비음섞인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그들을 천천히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을 보며 그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린 엘테미아는 이도 크진을 꽉 안고있던 팔을 풀고나서 다시금 침대에 풀썩 주저앉은 채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 다. "......." "......." 갑자기 침대에 풀썩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는 그녀를 보며 쿠레이만이 이번엔 또 무슨짓을 저지를지 긴장하며 삐딱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내 고개를 숙였던 엘테미 아의 발그레한 얼굴이 빼꼼히 드러나며 살풋 미소짓는 표정으로 가디언들에게 말한다. "헤헷..." "......." "항상 차갑고 모자란 제 남편을 지켜주셔서..." "......." "......." "너무 감사 드립니다...앞으로도 부족한 제 남편을 잘 지켜주세요오......에...또...그리고..." "......." 아직도 시조드래곤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파악할 수 없던 가디언들과 쿠레이만, 그리고 이도크진은 침대에 풀썩 주저앉은 채 몽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엘테미아가 다시 또 일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쪽...- ".......!" ".......!" ".......!" 침대에서 일어서서도 자신과 키가 비슷한 이도크진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시조 드래 곤이 이내 이도크진의 뺨에 살짝 키스를 하고 얼음성에서 처음으로 튀어나오는 단어를 내 뱉고 있었다. "잘자 여보야..." "......." "......." "......." 기어이 엘테미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여보'란 말에 이도크진과 쿠레이만...그리고 나머지 가디언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가지각색으로 뒤바뀌며 저마다 혼란스런 눈빛으로 스캔들 의 주인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이게 무슨..." "......" "......" 시조드래곤의 남편을 잘 부탁한다는 말과...자신들의 로드, 이도크진에게 키스를 하고 의미 심장한 말을 건네는 그녀를 보며 지금의 상황을 재빨리 분석한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 디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신음성을 내뱉고 있었다. 게다가 더욱더 놀라운 건 그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일 것이 틀림없음 에도 불구하고 이도크진이 멍한 표정으로 시조드래곤을 바라보기만 할 뿐 검을 뽑거나 당 장 죽여버리는 즉결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었단 점에서였다. 가디언들과 쿠레이만조차 긴장한 표정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지금의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얼굴을 더욱더 붉히곤 이도크진을 향해 수줍은 미소를 보냈다. "......." "......."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와 반대되는 뚱한 표정으로 가디언들과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말한다. "이제 볼일이 없으시면 불 좀 꺼주시고 나가주세요... 흐아아암..." "......." "......." 고양이 같이 주먹 쥔 두손으로 눈가를 살짝 비비며 작게 하품을 한 엘테미아는 아무런 꺼 리낌 없이 이도크진의 침대에 눕곤 그대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한참동안 지금의 기막힌 광경을 보고 있던 쿠레이만이 퍼특 정신을 차리고는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를 공중으로 내팽게 치며 재빨리 이도크진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이도크진의 양팔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로,로드!...훗날의 대사를 위해 지금의 분노를 억누르셔야 합니다! 지금 시조드래곤을 죽이 시면 모든 게!..." 허나 쿠레이만은 자신의 말을 모두 마칠 수 없었다. 아니, 마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시조드래곤을 바라보는 이도크진의 얼굴엔 분노의 감정이나 투기같은게 전혀 비춰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과 같은 황당한 표정과 어이없다는 표정뿐... 게다가...만약 자신이 이도크진과 같은 일을 시조드래곤에게 당했다 하더라도 분노의 감정 이나 투기가 표출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어째서 일족의 원수나 다름없는 시조드래곤을 보며 전투종족의 본능인 분노의 감정과 살상의 감정을 표출할 수 없는 건지 쿠레이만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로드, 괜찮겠습니까? 저희들이 시조드래곤을 강제로 연행하겠습..." "됐다. 쉘토이반." "......."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이도크진에게 쉘토이반이라 불린 가디언이 미처 말을 끝마 치기도 전에 이도크진이 그의 말을 잘랐다. "이만 나가봐라. 시조드래곤은 내가 책임지겠다." "분부대로..." "분부대로..." 쉘토이반 외에 모든 가디언들이 나가고 다시 이도크진의 방안엔 잠들어 있는 엘테미아와 이도크진, 그리고 쿠레이만만이 남았다. 그때 문득 쿠레이만은 이도크진을 향해 걱정스런 표정을 드리우며 말을 꺼냈다. "로드...시조드래곤을 어쩌실 생각입니까?" "......." 쿠레이만의 물음에 이도크진은 여전히 무감정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예정에는 변함없다. 이젠 정확히 18일 후 나는 시조드래곤의 생명을 이 손으로 멈추게 할 것이다." "......." "나와...그리고 저주받은 일족을 위해..." "그렇군요." 의미심장한 말을 쿠레이만에게 건네던 이도크진은 문득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아미를 찡그 리곤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이 저주받은 손으로 너희들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었다." "......." "빙룡족이라고 해서 모두가 존재의 시작부터 어둡고 냉정한 건 아니었지...분명 처음에는 웃기도 했을테고...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도 드러냈을 테지..." "......."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과는 전혀 맞지 않는 존재로서...그리고 나의 뒤틀 려진 운명을 닮아 너와 다른 가디언들은 점차 마음과 심장이 차갑게 얼어갔다..." "......." "그러니 일족을 위해 나의 저주받은 운명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사실은 알 고 있다. 그러니 예정대로 시조드래곤을 베는 것엔 문제없다. 나와 너, 그리고 일족의 모 두가 원하는 한...예정은 변함없다." "네..." "크큭..." "......." 그때 문득 이도크진이 자조적인 미소를 내뱉자 쿠레이만이 당황 반, 놀람 반의 표정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보았다. 씁쓸한 표정으로 곤히 잠이 든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한참동안 자조적인 웃음소릴 내뱉던 이도크진은 자신의 손에 엘테미아의 길다란 은빛 머리칼 한줌을 살짝 움켜쥐며 말한다. "신부라니...크큭...정말 이해할 수 없는 여자다...그렇지 않은가?" "아!...네!...그렇습니다." "자신을 죽이려고 데리고 있을 뿐인 남자에게...어떻게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이도크진의 물음에 쿠레이만 역시 엘테미아를 이해할 수 없었는지 한참동안 얼굴을 찌푸 린 채 생각하다 결국 자신만의 결론을 내리고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저도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심층적인 압박과 술기운을 빌어 그녀의 사고에 이상을 초래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의 지성을 갖춘 존재라면...자신의 무덤이 될 장소에서 절대 웃지도 하물며 그녀처럼 당당함을 넘어서 황당하기까지 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테니까요. " "그런가..." "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하긴...일반적으로 생각해도 네 말이 옳다. 내일이 되면 다시는 신부라는 헛소리 따윈 하지 않겠지." "그럴 것입니다." "......." 다시금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시조드래곤에게 고개를 돌린 이도크진은 한동안 의미모를 기 묘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계속 자신에게 끝없는 의문만을 던져주던 존재...도저히 자신의 사고로 그녀의 행 동 하나도 예측하기 힘든 존재...스스로도 인정하기 괴로울 정도로 그녀는 자신에게 있어 함 부로 대할 수 없게 만드는 괴이한 마력을 갖춘 존재... 그리고 반드시 죽여야 할 존재... 모든건 당연한 결과이고 또한 자신이 억겁의 세월동안 간절히 바래왔던 바램이 이루어지는 순간인데도 불구하고 이도크진은 자신이 내린 결론에 평소보다도 더욱더 가라앉아 버리는 기괴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동안 의미모를 감정을 파헤치기 위해 스스로 상념에 빠진 이도크진에게로 쿠레이만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로드,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그래." 이도크진은 자신에게 짧은 목례를 한 후 슬쩍 시조드래곤을 바라본 뒤 방문을 나서는 쿠 레이만을 보며 또다른 감정의 교차를 느끼고 있었다. 아주 미약한 감정이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많이 녹아있단 사실을 알 수 없었던 이도크진은 모든 쓰잘데기 없는 감정들을 한숨에 담아 내뱉고는 손가락을 튕겨 방 안의 불을 껐다. "......." "새액...새액...새액..." "......." 한동안 시끄럽던 방안에 모든 이들이 나가자 이도크진에게로 들려오는 건 아련한 엘테미아 의 숨소리였다. -흠칫...- 언제나 자신이 쓰던 침상에 몸을 눕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도크진은 오늘따라 몸이 눕 혀지질 않았다. "......." 더욱더 그녀를 의식하게 되는 자신이 맘에 들지 않았던 이도크진은 이내 자신의 아미를 살 풋 일그러뜨리고는 굳어있는 몸을 풀고 침상에 눕는 진동이 꽤 거리가 있는 엘테미아에게 까지 전해질정도로 철푸덕 누웠다. "흐응..." "......." 무덤덤한 표정으로 침대에 철푸덕 누운 이도크진은 자신이 만들어낸 진동에 엘테미아가 뒤척이며 신음소릴 내뱉자 흠칫하고 놀라며 다시 몸이 굳었다. 그러다 이내 다시또 자신의 아미를 일그러뜨리고는 어두운 천장만을 바라봤다. "새액...새액...흐으음..." "........" 한동안 차가운 표정으로 천장만을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아까부터 들려오던 엘테미아의 작은 숨결이 점차 크게들려오자 눈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살짝 바라보았다. 곁눈질로 엘테미아쪽을 바라본 이도크진은 깜짝 놀라고 있었다. 널다란 침대에서 저 멀리 떨어져있던 엘테미아가 어느새 데굴데굴 구르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게 아닌가? "다가오지마라." "새액....흠냐...냐...냐..." "...이건 경고다. 더이상..." "새액...새액..." "......." 스스로도 한심하다 여겨질 정도로 현재의 이도크진은 혼란스러웠다. 분명 저 고른 숨소 리로 보아 그녀가 깊이 잠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자신의 말이 그녀에게 들릴 리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허나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그녀의 미약한 숨소리에 이도크진의 이마엔 어느새 굵직한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 "흐으응...새액...새액..." "오늘만...참도록 하지..." "새액...새액..." "........" 어느새 자신의 바로 옆으로 다가와 팔까지 올려놓는 그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꼼짝도 할 수 없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지금의 한심한 작태에 쓰디쓴 한숨을 내뱉던 이도크진은 이내 눈을 살며시 감고 한탄섞 인 목소리로 나직히 중얼거렸다. "어차피 오늘만 지나면......" "흐응...새액...새액..." "........" 어차피 지금의 황당스런 사건은 모두 엘테미아가 술을 마신 뒤 취한 행동으로 보고 있었던 이도크진이었기에 오늘이 지나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가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엘테미아의 숨결 속에서 이도크진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 . .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여느날보다 더욱더 몽롱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한 건지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조용히 눈을 뜨고 있었다. 게다가 왠만해선 해가 뜨지않는 설녀의 땅에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 되어 있었다. "......." 얼음성의 커다란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한참동안이나 신기한 듯 바라보던 이도크진 은 어느새 자신의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시조드래곤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술김에 그 난리를 피우고 그녀가 자신의 보복이 무서워서 도망친건지...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 는지 알수 없었지만 이도크진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몸을 슬쩍 일으키고 있었다. 허나...그때였다. "흐아앙..." "........" 문득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제복을 걸치려던 이도크진은 침대 밑에서 괴이한 신음소리 가 들려오자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침대 밑을 바라보았다. "......." 침대밑을 바라보자 역시나 은발의 소녀가 반쯤 풀린 눈동자로 울상을 지으며 자신을 원 망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뭐냐..." "너,너무해 진...어떻게 자기는 침대에서 자고 가녀린 날 바닥에 재울 수 있어? 흐흑..." "......." 바닥에서 자서 그런지 허리가 아픈 듯 자신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일어나던 엘테미아는 도 끼눈을 뜨고 진을 노려보며 무언가의 항의를 하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시조드래곤으로부터 독기어린 눈빛을 받아야 하는건지 몰랐던 이도크진은 다시금 자신의 오른 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눈에 힘을 주고 자신을 노려보는 엘테미아를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어제 너는 분명 침대의 중앙을 확보했다." "에...?" "이 말만 들어도 알겠지..." "......." "술먹고 난 뒤 잠버릇이 안 좋더군..." -화악~!- 그제서야 자신이 어째서 바닥에 누워있었는지 깨닫게 된 엘테미아는 자신의 얼굴을 확 하고 붉히며 꼬리내린 강아지마냥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이도크진 앞에 서있기가 힘들었는지 스리슬쩍 걸음을 방문쪽으로 향하 고 있었다. -달칵...달카닥...- 방문이 슬쩍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서야 자신의 방안에 혼자남게된 이도크진은 겨우겨우 한숨을 내 쉴수 있었다. 그의 한숨이 시원함을 의미하는 것인지...아니면 무언가 씁쓸함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언제나 차갑던 그의 표정이 더욱더 굳어 있었다.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난 이도크진은 탁자 앞으로 걸어가 의자에 걸쳐진 자신의 하얀제복 을 입었다. 하얀제복을 마저 입고 목을 좌우로 살짝 흔들며 마지막으로 그 앞에 놓여진 자신의 검을 허리에 차려는 때였다. -달칵...- 허리춤에 검을 차려할 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이도크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 은채 누군가를 향해 말했다. "조금 후에 가겠다. 기다려라." "저기..." "......!!" 쿠레이만이나 다른 가디언일거라 생각했던 자신의 예상을 깨고 자신에게로 들려오는 가는 미성의 목소리에 퍼특 놀란 이도크진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방문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그곳엔 조금전 방문을 열고 슬쩍 나간 엘테미아가 고개만 빼꼼이 내밀곤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자신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이에 이도크진이 무슨 용무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한동안 얼굴만 붉게 물들이던 엘테미아가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진...오늘 말야...일찍 들어와야해..." "......." 갑자기 일찍 들어오라는 엘테미아의 의도를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이도크진이 의문의 표정 을 한가득 드리우곤 그녀에게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다시금 엘테미아가 그보다 먼저 말을 건넸다. "오늘은 말야...내가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놀게..." "........" 계속해서 알아듣지 못할 말만 내뱉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릴 무렵, 얼굴에 한가득 홍조를 달고 행복한 듯 배시시 웃기만 하던 엘테미아 가 더욱더 얼굴을 붉히고는 개미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냐면..." "......." "오늘이 우리 신혼 첫날이잖아..." ".......!?" "그,그럼 이,있다가 봐...!" -달칵- 더이상 붉어질 데가 없을 정도로 자신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엘테미아는 이내 부끄러 움을 참지 못한 것인지 여지없이 방문을 닫았다. 닫힌 방문의 너머로 다다다거리는 그녀의 뛰는 소리가 이도크진의 귓가에 조용히 메아리 치며 그의 눈은 어느새 커다랗게 떠져 있었다. "뭐...?" 한동안 엘테미아가 나간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쿠레이만이 자신의 방문을 노크할 때까지 그 자리에서 한참동안을 굳어있어야 했다. -똑,똑,똑...- "......!!" 한동안 그녀가 사라진 방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은 다시금 들려오는 노크소리 에 퍼특 정신을 차리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곤 한두번의 헛기침을 하며 짤막히 대 답했다. "누구냐." "쿠레이만 입니다, 로드." "......." 방문너머로 들려오는 쿠레이만의 목소리에 잠시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던 이도크 진은 가슴속으로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아니, 무언가 아쉬운 것만 같은 기분이 들고 있었 다. 도대체 자신이 어째서 이런 괴이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던 이도크진은 이내 자신의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방문 너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들어와라." "그럼..." -달칵- 방문을 열고 들어온 쿠레이만은 어제의 모습과 다를 것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약간 타이트 한 하얀 제복을 걸친 채 한손엔 서류따위를 들고서 이도크진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는 문득 주위를 둘러보며 이도크진에게 물었다. "늙은...아니, 시조드래곤은 안 보이는군요." "......." 상황의 보고보다도 시조드래곤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쿠레이만을 보며 이도크진은 문득 밀려오는 불쾌감을 느꼈다. 허나 그것도 참지 못하고 밖으로 표출할 정도로 무른 남자는 아니었기에 이도크진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냉정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는 돌아갔다. 그럼 현재의 상황을 들어보지." "...아!...네...그럼 우선 노네임에 관련된 사항부터 보고 드리겠습니다...오늘을 기점으로..." "......." 한편... 이도크진이 쿠레이만의 보고를 듣고 있을 무렵 자신의 거처에 홍당무같은 얼굴로 돌아와 버린 엘테미아는 급히 열었던 방문을 닫고 그 자리에서 방문에 기댄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린 모양인지 방문 앞에서 천천히 주저앉으며 나직히 중얼거 렸다. "나 결국 말하고 말았어..." 수줍은 듯 두 뺨을 더욱더 빨갛게 물들이며 엘테미아는 아직도 쿵쾅거리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대고 행복한 듯 배시시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 표정은 이내 자신의 오른손 에서 느껴지는 심장의 쿵쾅거림에 그녀의 표정이 무채색 하늘처럼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행복은 내 심장과 함께 금방 멈추게 될 꺼야...그리고..." 얼음성에 와서 한번도 어두운 표정을 지어 보이지 않았던 엘테미아는 지금에서야 자신의 현실에 씁쓸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그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는 명분 하에 얼음성으로 온 엘테미 아였지만 그녀는 여신도...하물며 여신을 받드는 천사도 아닌 허영많은 평범한 여자였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도크진과 함께 있길 원했고 그와 모두와 함께 더 많은 날을 행복한 시 간으로 메우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이 아무리 크고 강해진다 하여도 결국 자신은 그를 위해 죽음을 택할 것이다. 한없이 커져만 가는 자신의 욕심을 한방울의 눈물로 떨궈버리던 엘테미아는 언제 자신이 침 울했냐는 듯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활기찬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핫~! 나의 주특기가 뭘까요?" 아무도 없는 방에 혼자서 물음을 던지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한쪽 눈을 찡긋 감고는 검지손 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다시 말했다. "헤헷...정답은 바로, 복잡한 것은 3분을 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하하하." 혼자서 묻고 답하며 서글픈 기분을 떨쳐버리던 엘테미아는 두 팔을 벌리고 작은 가슴을 한 없이 펼치며 커다란 심호흡을 했다. "후우읍...휴우우..." 한참동안을 심호흡하던 엘테미아의 얼굴엔 여느때와 같은 밝은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곤 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걸치고 있던 브라우스의 맨 위쪽 단추를 푸르며 하나 둘씩 입고 있던 자신의 옷들을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와 함께 샤워를 마친 엘테미아는 더욱더 명랑해 보이는 옅은 분홍 빛 원피스를 걸치고 이쁘장한 샌들을 신고나서 방문을 나섰다. 설녀의 땅의 추위도 전혀 상관없던 엘테미아는 봄날의 처녀처럼 오랜만에 햇볕이 드는 얼음성의 복도를 흥얼거리며 걷고 있었다. "나아~는야~♪ 우~주에서 제일가는~~♬ 무저억 드래애고온~~♪" "......." "처~언사도 울고 여~어신도 울고~가는~♬ 우주 제일~이쁜 드래고온~♪" "......." "얼음떵이 드래곤~♪목석가튼~드래곤~♪ 그 이름도 차가우운~이도크진~♪" "......." "나의 미소 한방이면~ 그라도 녹아버리네~♪ 그으~녀의~~♬ 이름은~아름~다운 에엘 테에미이아~~♪♬" "이 무슨 음침하고 기괴한 노래인가..." "에?" 눈부신 햇볕이 드는 복도를 지나 오랜만에 바깥으로 나온 엘테미아는 자신이 생각해도 아름 다운 선율과 감동적인 가사로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자신의 노래를 망치는 듯한 불쾌한 음 색이 들려오자 도끼눈을 뜨고 목소리가 들린 뒤쪽을 바라보았다. 뒤쪽을 바라보자 손엔 서류 따위를 들고선 7,8명의 가디언들과 함께 어딜 가는 듯한 모양새 를 취하고 있는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이 보였다. 그들중 엘테미아의 노래에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쿠레이만을 보며 엘테미 아가 반가운 얼굴로 소리쳤다. "아앗~우리 쿠리 왔구나~" "윽......!" "......." "......." 엘테미아의 쿠리라는 말에 쿠레이만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쿠리에만의 얼굴이 일그러짐 과 동시에 그와 함께 걷고 있던 가디언들은 엘테미아와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의문의 표정을 짓고 있었고 엘테미아는 고양이마냥 자신의 입을 한쪽손으로 가리고는 코맹맹이 소리로 웃 으며 말했다. "오호호호...할머니가 손잡고 걸어줄까? 쿠.리.야." "흥! 늙은이 주제에 그 짧은 다리로 어딜 쫓아오려고." 이번엔 엘테미아의 얼굴이 팍 찡그려졌다. "뭐얏!?" "아~싫다...늙은이 특유의 칙칙한 냄새는 질색이라고...저리 가." "너,너,너...!" 쿠레이만을 놀리려다 결국 자신이 얼굴을 붉히게된 엘테미아는 그를 향해 도끼눈과 삿대질 을 병행하며 말을 더듬거렸다. 순식간에 무너지는 엘테미아의 모습에 기분이 좋은건지 쿠레이만은 그런 그녀를 더욱더 놀 려대기 시작했고 이내 엘티미아의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즈음... 옆에서 자신들의 대장이 시조드래곤과 노닥거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쉘토이반외 다른 가디언들이 쿠레이만을 향해 넌지시 물음을 건넸다. "대장. 쿠리가 뭡니까?" ".....!!" "......." 쉘토이반의 물음에 쿠레이만의 비웃는 듯한 미소가 다시금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엘테미아 또한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또다시 고양이미소를 지으며 쉘토이반을 향해 무언가 말 할 찰나였다. 그러나 그녀가 입을 열기 전 이미 쿠레이만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고 쿠레이만은 자신의 투기를 살짝 방출하여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쉘 토이반들을 향해 보내고 있었다. 허나 그들이 누구인가? 무수한 세월동안 오직 전투만을 위해 심장까지 얼어버린 이들이었 다. 당연히 대량의 살기가 담긴 투기가 아니라면 씨도 먹히지 않는 가디언들이었기에 시조 드래곤의 입을 틀어막고는 당황하는 자신들의 대장을 보며 아미를 살짝 찡그리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대장과 더 나아가 로드까지 꼼짝 못하게 만드는 시조드래곤을 한편으로는 경이적 인 시선으로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쿠레이만의 우악스런 손길에 숨까지 막히던 엘테미아는 결국 참을 수 없었는지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쿠레이만의 손을 이빨로 콱 깨물었다. 악!!! 이라는 엘테미아의 기대완 달리 역시나 쿠레이만은 자신의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아 무런 비명도 지르지 않았고 그제서야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며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맺혀버 린 엘테미아를 본 쿠레이만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자신의 손을 때었다. "하아...하아...하아..." "...정말 약하군...도대체 그 나이를 먹도록 뭘 한 거야?" "씨...너어...하아...할머니를...하아...주,죽일 생각이야!? 하아..." "이 정도로는 해.츨.링.도. 안 죽어." "......." 해츨링과 자신을 비교하는 쿠레이만 덕에 엘테미아는 결국 자신의 울분을 속으로 삭힐 수밖에 없었다. 최후의 승리자가 된 쿠레이만은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쉘토이반들을 대동한 채 자리를 뜨려고 하고 있었고 순간 쿠레이만과 눈이 마주친 엘테미아는 무언가가 생각난 듯 왼손 바닥에 오른손 주먹을 탁 하고 내려치며 소리쳤다. "아! 맞다!! 쿠리야~" "쿠레이만!!!" "......." "......." 쿠레이만이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지르는 모습을 보며 전혀 상관없다는 듯 엘테미아는 자신 의 손을 좌우로 휘휘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암튼 쿠리야." "으..." "나 오늘 설녀의 땅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줘." "......!!" "......!!" "......!!" 엘테미아가 자신을 설녀의 땅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말에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의 표정이 팍 가라앉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무섭기까지 한 얼굴로 쿠레이만이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네게 자유를 주었어도 이 땅을 벗어나는 건 허락할 수 없다." "나 오늘 꼭 나가야 되는데..." 엘테미아가 최대한 몸을 배배꼬며 귀여운 목소리로 쿠레이만에게 달라붙어 말하고 있었 지만 그녀의 행동에 표정변화 하나 없던 쿠레이만은 다시금 쌀쌀맞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럴 수 없다. 그리고 포로라면 포로답게 구는 것을 권장한다." "......." 쿠레이만의 쌀쌀맞은 목소리에 엘테미아가 생긋 미소를 지었다. 살얼음 같은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미소를 짓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과 쉘토이반이 다시금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엘테미아가 자신의 콧대를 세우는 듯한 포즈로 한손은 허리에 얹혀놓고 한 손은 쿠레이만을 향해 뻗은 뒤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또박또박 말했다. "하.하.핫...나는 이제 단순한 포로가 아니라구." "뭐야?" "오늘부터 나는 진의 신부란 말야." "........" "........"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이 버럭 소릴 질렀다. "웃기지마!! 그건 네 멋대로 떠든 거잖아!?"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이 지나칠 정도로 반박했다. 허나 쿠레이만의 삐딱한 행동에 별 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던 엘테미아는 다시금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곤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헤헷...하지만 진은 신부가 되겠다는 내 말에 부정도 하지 않았잖아?" "......." "......."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들이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 았다. 그들의 멍한 표정에 한층 더 자신의 미소가 짙어져가던 엘테미아는 그들을 모아놓고 어젯밤의 일을 손짓까지 동원하며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후훗...너희들은 항상 무덤덤하고 냉정하고, 딱딱하고, 매사에 무반응적이며 화내는 것도 귀 찮아서 매일 오른쪽 눈썹만 꿈틀거리는 진의 또 다른 모습을 본 적이 없지?" "......." "......."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에 신이 난 엘테미아는 자 신의 얼굴에 살짝 홍조를 어리며 뒷말을 잇기 시작했다. "항상 냉정하며 자기는 이 세상 그 무엇에도 관심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 "......." "난 어제 진이 한 마리의 늑대로 변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다구!..." "뭐!..." ".......!!" ".......!!" 엘테미아의 수줍은 듯한 고백에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이 깜짝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엘 테미아에게 계속 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에 다시금 자신의 양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엘테미아는 말을 이었다. "어제 진의 신부가 된 다음 나는 술기운 때문에 곤히 자고 있었지...근데 말야. 모두가 나가 고 난 후 방안의 불이 꺼지며 진이 내가 누워있는 침대의 바로 옆으로 눕는 거야..." "......." "......." "그래서 난 이제 부부니까 첫날밤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이것저것 얘기한 뒤 서로의 품에 안겨 곤히 자겠거니 했지만 진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았던 거야..." "......." "......." 이런얘기에 관심없을 것 같던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은 엘테미아가 말하는 주인공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들의 로드였기에 더더욱 호기심이 동했고 얼음성에서 처음들어보는 이야 기였기 때문에 저마다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자 엘테미아는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에게 장난도 칠겸 어제의 일을 있는대로 부풀리기 시작했다. "싸늘한 공기가 가득한 얼음성에서 진의 방만은 후끈 달아올랐지...어제 그는 한마리의 늑 대로서 날 뜨거운 눈빛으로 계속 바라봤어. 얼마나 뜨겁게 바라봤던지 아직도 내 피부가 찌릿찌릿할 정도라니까 호호홋..." "......." "......." "그래서 한동안 나를 뜨거운 시선으로 쳐다보던 진이 결국 격렬하고 뜨거운 동작으로 날 덮 치기 시작했어..." "뭐!?" "마,말도..." "......."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이 광분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다른 가디언들도 믿을 수 없 다는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봤다.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그들에게 더욱더 재미를 붙힌 엘테미아는 아직 아니라는 듯 손을 휘휘 젓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항상 차갑고 무덤덤한 진이 늑대같이 덮쳐오자 나는 안 된다고 일단 소리쳤지. 허나 연약 한 내가 진의 상대가 될 리 있겠어? 당연히 진의 힘에 제압당해 꼼짝도 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거야. 그런데 그때 어떻게 해도 식혀질 것 같지 않은 진이 내 눈물을 보자 거 짓말처럼 다시 냉정해진 거야...그래서 난 생각했지. 늑대마냥 덮쳐오는 진이 무섭기도 했지만 나의 눈물에 약한 남자라는 걸 말야. 까르르..." "......." "......." 자신의 양볼을 더욱더 빨갛게 물들이며 난리치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이 의혹이 짙은 눈초리로 엘테미아를 바라보았고 그들의 눈빛에 아랑곳없이 한동안 난리치던 엘테미아는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서서 모두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나의 눈물에 약한 진이라고 해도 역시 나의 환상스런 몸매에..." "절벽..." "수수깡..." "탄탄한 평지..." "......." 저마다 자신의 몸매에 대해 한마디씩 품평을 건네는 그들을 애써 무시한 엘테미아는 뒷말을 이었다. "...진은 나의 환상스런 몸매에 참을 수 없었는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뒤척이는 거야. 하지 만 나는 진의 체취를 느끼며 달콤한 잠을 잤지...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말야." "......." "......." "진이 밤새도록 얼마나 뒤척였는지 아침에는 글쎄 침대 밑에 떨어져 있더라고...까르르르~!" 더욱더 새빨개진 자신의 양볼에 두손을 갖다 대고 고개를 마구 휘젓고 있는 엘테미아의 등뒤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내가 알고있는 이야기완 조금 다르군..." "아냐아냐~ 하나도 다르지 않..." "......." "......." "......." 허나 엘테미아는 자신의 앞에있는 쿠레이만과 쉘토이반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짐에 따라 자연히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쿠레이만과 쉘토이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엘테미아의 낯빛이 순식간에 창백해 졌다. "로,로드!..." "......!!" "......." "......." 절대로 아닐거야...라는 말을 머릿속으로 수천번을 더하며 엘테미아가 고개를 뒤로 살짝 돌 려보자 엘테미아의 황금빛 눈동자에 비춰지는 인물은 다름아닌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 거리고 있는 무덤덤한 표정의 이도크진이었다. "어,엄마야~!" ".....!!" 이도크진을 보자 마치 만나지 말아야할 괴물을 만난 것 마냥 엘테미아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확 하고 붉히며 소리쳤다. 그리곤 도망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는지 이도크진의 반 대편 방향으로 무작정 뛰려 했지만 어느새 자신의 허리는 이도크진의 오른팔에 둘러져 버 린 상태였다. 엘테미아의 허리를 오른팔로 두른 채 도망가지 못하도록 더욱더 자신쪽으로 끌어들이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약간의 기대심을 걸고 개미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지,진...호,혹시 다...들었...어?" -끄덕.- 이도크진의 오른팔이 자신의 허리를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눈앞에서 이도크진의 얼굴 을 봐야했던 엘테미아는 상황에 맞지 않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허나 그런 기분도 잠 시...자신의 거짓말이 이도크진의 귀에 들어갔다면 무슨일이 터질 지 몰랐다. 게다가 자신의 이런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쿠레이만이 이도크진을 향해 물음을 건네고 있었다. "로드, 시조드래곤이 한말이 사실입니까? 절대 그럴 리 없겠죠? 다른 누구도 아닌 빙룡족의 로드께서 한밤의 늑대라니..." "맞습니다." "게다가 잘빠진 여자라도 로드가 늑대가 될 가능성이 0.00000001%도 안될 터인데 시조드 래곤의 절벽으로는 절대 무리겠죠." "너,너!!..." "......." 쿠레이만의 비아냥에 엘테미아의 얼굴이 점점 더 붉어지며 결국 두 눈을 꼭 감았다. 현재 자신의 허리에 이도크진의 오른팔이 둘러져 있으니 도망갈 수도 없었다. 이젠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날 시간만을 기다리며 그 후엔 이도크진과 쿠레이만들의 얼굴을 부끄러워서 어떻게 보고 다니나 하는 걱정만이 떠오르자 절로 얼굴이 붉어지고 수치심에 눈물이 다 나오려고 했다.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에게 어제일을 말한 후...모든 게 다 거짓말이라고, 장난이라고 말하 려고 했지만 하필 거짓말이라고 말하기 전 다른 누구도 아닌 이도크진에게 걸려버렸으니 엘테미아는 억울하고 또 분했다. 게다가 지금에 와서 장난이라고 하기엔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때 진의 품에서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들지 못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은 쿠레이만은 자신의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엘테미아를 향해 들으라는 듯 말했다. "이런이런...인자하신 할머니가 거짓말이라니...이거 도저히..." "여기서 뭘 하고 있었나." 그때 말없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자신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는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이 쿠레이만의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허나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당연히 엘테미아는 고개도 들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며 더듬거리기만 했다. "그,그게...그러니깐...그..." 그때 엘테미아가 말을 못하자 그녀의 뒤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쉘토이반이 이도크진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정확히 14분 35초 전 시조드래곤과 조우, 그 뒤 쿠레이만 대장과 시조드래곤의 격돌, 쿠레 이만대장과 시조드래곤이 격돌 후, 정확히 4분 38초만에 시조드래곤의 패배 후 어제일에 대한 시조드래곤의 보고, 보고의 내용을 요약하면 로드의 신부가 되었다고 말하는 시조드래 곤과의 동침에서 로드가 늑대로 변신, 그 후 시조드래곤을 덮치려다 시조드래곤의 눈물로 인한 작업실패, 그 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던 로드가 침대에서 물러남, 이상입니다." "......." "......." "......." 하나라도 숨기고 싶은 엘테미아의 소망을 갈가리 찢어놓는 쉘토이반의 보고에 엘테미아의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또르륵 하고 흘러내리며 고개를 더욱더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도크진의 품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의 팔은 자신의 허리에서 풀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 쉘토이반의 보고가 끝나자 모두의 시선이 엘테미아와 이도크진, 특히 쉘토이반의 보고 후에 나올 이도크진의 대사에 모두의 초점이 모이고 있었다. 허나 결론은 하나였기 때문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몸을 바들바들 떨며 한시라도 지금의 순간 이 까마득한 과거로 변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한참동안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이도 크진은 자신의 입술을 열었다. "그렇군..." "......." "......." "......." 쉘토이반의 적나라한 보고 후에도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크진을 보며 모두가 약간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아직까지도 새빨간 얼굴을 들지 못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너는 이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그게......" "설녀의 땅에선 음식재료가 존재치 않는다. 그러니 설녀의 땅 밖으로 나가야 하지." "에...?" 난데없이 음식재료 이야기를 꺼내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새빨개진 볼과 눈물이 흥건한 얼굴로 고개를 빼꼼히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엘테미아가 벙찐 표정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보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 리곤 시선을 애써 딴곳으로 돌린 채 말했다. "오늘이 그...날이라며 일찍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던가?" "......." 진의 말에 한참동안 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가 순간 자신의 왼손바닥에 오른손 주먹을 탁 하고 내려치며 소리쳤다. "맞다~! 오늘이 우리 신혼첫날이지!! 진 기억해 주는거야...?" "......." "......." 오늘 아침에 들은 말을 잊을 리가 없지 않은가? 라는 말을 하고 싶은 표정으로 이도크진은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동안 이도크진과 엘테미아의 말을 나름대로 해석하던 쿠레이만은 자신이 내린 결론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건지 이도크진 앞으로 대뜸 나서며 그를 향해 소리쳤다. "서,설마!...시조드래곤이 말한 게 모두 사실이란 말씀이십니까?! 차갑고 냉정한 로드께서 늑대같은 눈빛으로 시조드래곤을 쳐다봤다는 말이 사실이라구요?!" "그래." "......." "......." 이도크진의 무덤덤한 대답에 쿠레이만과 쉘토이반들이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엘테 미아 또한 자신의 예상을 철저히 벗어나 버린 이도크진의 말에 또다시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쨌든 그일은 여기까지...쿠레이만, 지금부터 얼음성의 가드시스템 재정비에 들어간다. 얼음성 내에 기거하고 있는 전 가디언들을 소집하도록." 이도크진의 말에 아직도 경악스런 표정을 풀지 않고 있던 쿠레이만은 한 박자 늦게 대답 할 수밖에 없었다. "...부,분부대로..." 모든 가디언들을 소집시키기 위해 사라지는 쿠레이만에게서 고개를 돌린 이도크진은 쉘토 이반을 바라보며 다시 명을 내린다. "쉘토이반, 너는 그녀가 말하는 재료들을 조달해 주기 바란다." 이도크진의 명에 쉘토이반 역시 고개를 약간 숙이며 대답한다. "분부대로..." 그때 이도크진의 명을 받은 쉘토이반이 엘테미아에게로 다가가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아직도 벙찐 표정을 짓고 있던 엘테미아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쉘토이반에게 이것저것 말하고 있었고 그 재료의 양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거대했다. 허나 자신이 쉘토이반에게 무얼 주문하는지 조차 모르던 엘테미아는 저 멀리 사라지고 있는 쉘토이반을 보며 퍼특 멍한 상태에서 깨어났다. 아직도 지금의 현실이 자신의 피부로 직접 다가오지 않던 엘테미아는 말없이 자신의 반 대편쪽으로 걸어가고 있는 이도크진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를 향해 소리쳤다. "진!..." -우뚝...- 엘테미아의 외침에 이도크진은 걸어가던 걸음을 멈추곤 고개만 살짝 돌렸다. 자신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다시 소리쳤다. "모든 게 거짓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 "어째서!...어째서야? 나는 진이 태어나면서부터 증오했던 존재인데...그렇게 쉽게 내가 진의 신부가 되는 걸 인정할 수 있는거야?" "......." 엘테미아의 외침에 이도크진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설녀의 땅 위에 해가 떠있는 파란 하늘을...무채색이 아닌...생동감이 물씬 느껴지는 파란 하늘을... 그리곤 다시 고개만 살짝 돌리고 엘테미아와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채 말을 꺼냈다. "진실로..." "......." "진실로 그 이유를 나도 알고 싶다." "......" "비록 지금의 내 행동을 나조차 전혀 이해할 수 없지만 나 스스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 "어차피 너는 얼마 있지 않아 이 얼음성을 위해 죽는다. 그러니 그를 위한 나의 최소한 의 배려라고...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명확한 답은 나조차도 알 수 없다..." "...그렇...구나..." 그런가...엘테미아는 속으로 쓰디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쿠레이만과 모두가 자신을 몰아부 칠 때...그때 진이 자신의 편을 들어준걸 보고 무슨 착각을 했던 것일까? 무슨 기대를 했던 것일까? 지금, 진의 행동은 그저 얼마 살지 못할 자신을 보며 측은하고 또한 동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엘테미아 자신은 무너지지 않는다. 어차피 얼음성에 와서부터...아니,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가 이도크진이 된 순간부터 각오했던 일이 아니었던가? 마음이란 존 재치 않는 그에게서 동정이라도 얻어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엘테미아는 행복했고 또 만족했 다. 그리고 이일로 인해 풀이 죽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아니, 지금의 자신은 슬퍼하고 또 괴로워해야 할 시간 따윈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가야할 길은 단 하나라고 생각했다. 바로 지금의 상황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이끌어내는 것...이것만은 엘테미아도 자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심장이 멈출 때까지 일분, 일초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로 결심하 며 어느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도크진을 향해 생긋 미소지었다. "......." 괴롭다... 자신에게 보내오는 엘테미아의 미소를 보며 이도크진의 가슴에 커다란 파문이 일고 있었다.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무언가 자신의 가슴을 욱신욱신 저리게 만들고 있었다. 저렇게 환하 게 웃고 있을진데...그리고 저 시조드래곤으로부터 방출되는 마냐의 양은 아주 기본적인 것 을 제외하고 전혀 가동치 않고 있는데...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는 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도크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엘테미아의 바로 앞으로 당도해 있었다. 웃고는 있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것 같은 모습의 그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그녀를 다시 한번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의문의 표정을 단 채... "지,진...!?" "......." 순간 엘테미아의 놀라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지만 이도크진은 머릿속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 한 끝없는 의문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한편... "오랜...만이군..." 드래고닉 캐슬의 외부와 내부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게이트웨이에서 두명의 사내가 주위 정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명은 온통 검은색으로 통일된 타이트한 쟈켓차림을 걸치고 있는 보랏빛 머리칼의 섹시 한 청년이었고 그의 옆에있는 청년은 이제 20살에서 23정도로 보이는 빨간 머리칼의 사 내였다.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의 긴 보랏빛 머리를 위로 쓸어 올리던 청년은 문득 자신의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는 빨간머리칼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짧은 컷트머리에 고우면서도 어딘가 날카로운 듯한 분위기를 내뿜는 황금색 눈동자와 미려한 곡선을 그리는 콧날...그리고 인간답지 않은 신비한 외관과 자신과 맞먹는 훤칠 한 키...그리고 자신과는 반대되는 신성한 기운을 품고 있는 청년... 문득 그를 보며 아찔할 정도로 섹시한 미소를 짓던 보랏빛 장발의 사내는 자신들의 눈 앞에 보이는 실버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바로 저기가 엘테미아가 있던 곳이었지..." "그래?" 보기만 해도 심장이 터져버릴 듯한 섹시한 사내의 말에 빨간머리 사내의 황금빛 눈동자가 드래고닉 캐슬의 일곱 궁중 실버궁에 꽂히고 있었다. 그때 문득 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는 뜬금없이 이상한 질문을 건넸다. "그래. 예정된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어느 정도나 남았지?" "정확히 120시간...즉 5일이다." "그렇군...아무튼 누구의 딸인데 어련히 알아서 잘 하려고..." 섹시한 기운을 풍기는 사내의 말에 자신의 아미를 살풋 일그러뜨리던 빨간 머리칼의 사 내는 도저히 예측키 힘든 신비한 자신의 황금빛 눈동자로 그를 쏘아보며 차갑게 말했다. "딸은...아니다." "크큭...어련하시겠어?" 빨간 머리칼의 사내의 말이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듯 계속해서 웃음을 짓고 있던 보랏빛 머리칼의 사내는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1700년 만에 자신의 힘으로 이 땅을 밟아보는 소감은?" "뭐...좋군..." 이에 보랏빛 장발의 사내가 씨익하고 웃으며 다시 묻는다. "그럼 삼백오십만년만에 그녀를 만나는 지금의 소감은?" "......" "......" "...최고다." "......" 한동안 서로를 무표정으로 바라보던 두 청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짙은 미소를 짓기 시작한다. "이,이것은...제길..." 어둠만이 존재하는 음침한 방안에 컬컬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위기감에 몰린듯한 나지막한 욕지거릴 내뱉었다. 어두운 방엔에 홀로 명상에 잠겨있던 것인지 그의 검은 로브 주위로 은은한 보랏빛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고 로브 속의 번뜩이던 눈동자는 한없이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없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좌우를 살펴본 검은 로브의 사내, 노네임은 다시한번 자신의 목 소리를 낮게 내뱉었다. "이거 난감하군...이제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취할 날이 스무밤도 채 안남았거늘...크큭..." 약간 경직된 목소리로 애써 웃어보이던 노네임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어두 운 방안에서 자신의 앞쪽을 향해 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그러자 주위에서 기괴하고 음침한 보랏빛 기운이 넘실거리며 하나의 원을 형성하기 시작했 고 거기에 갖가지 기하학적인 도형이 생성되며 수천,수만의 깨알같은 글자들이 빠르게 위에 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게다가 더더욱 놀라운 것은 원진안에 형성된 깨알같은 글씨들은 모두가 영어로 되어 있었 다. 한동안 노네임이 형성한 원진 안에서 깨알같은 글자들이 내려가더니 이내 그 글자들이 사라 지고 원진 안엔 'ACCESS COMPLETION, WELCOME TO B.T.W......' '접속 완료, B.T.W 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란 로고가 뜨기 시작했고 그 아래의 ID&PASSWORD란에 커서마냥 작은 막대기가 계속 깜빡거리고 있었다. 이에 노네임은 ID란에 자신의 이름인 NO NAME을 쳤고 그 아래의 PASSWORD란엔 ***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한동안 패스워드란에 늘어나던 *자가 끝을 맺고 또다시 깨알같은 글자들이 노네임이 형성한 원진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런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깨알같던 글씨들이 사라지며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노네임이 형성한 원진안에서 젊은 청년인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노네임은 항상 이 도크진과 쿠레이만들의 앞에서 내뱉던 컬컬한 목소리가 아닌 맑고 청년다운 강직한 목소리 로 원진을 향해 말했다. "그것이...그것이 필요합니다. 모은 예정은 지금으로부터 110시간 후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준비해주십시오." "...왜지?" 원진안에서 이유를 묻는 말에 노네임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주먹을 꽉 쥐고 위기감에 몰린듯한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의...변수가 나타났습니다." 노네임의 말에 이번엔 원진안의 청년이 침묵했다. 한동안 서로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침 묵만을 고수하고 있을 때 다시 원진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다...그럼 준비토록 하지." "네." -스스스스스...- 준비기간이 길은 것치곤 짧은 대화였지만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는지 노네임은 자신이 만든 원진을 다시 없애버렸다. 그리고는 다급한 발걸음으로 방문을 나서며 자신의 로브에 달린 후드를 더욱더 깊이 눌러 쓴 채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한편, 드래고닉 캐슬은 어제와 같은 쿵쾅거리는 소리가 저 멀리서 나지막히 들려오고 있었 다. 믿을 수 없는 일족이 부활과 더불어 그들에게 캐슬의 일부를 파괴당하고 엘테미아마저 빼앗겼다. "휴우..." 문득 골드궁의 최상층에 자리한 집무실의 커다란 창문에 기대 앉아있던 백금발의 아름다운 소녀가 창밖으로 펼쳐진 정경을 보며 무거운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이슈테리아 대륙의 드래곤 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였다. 한탄에 빠진 슬픈 눈 망울로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즈의 등뒤로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 -똑똑똑똑...- "나가..." 항상 명랑하고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던 이즈의 목소리는 침울하고 분노어린 목소리로 낮게 내리깔려 있었다. 그런 이즈의 목소리에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던 자는 잠시 멈칫하였으나 이번엔 노크를 하지 않고 직접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달칵- 허락도 없이 자신이 있는 집무실로 들어오는 이를 확인도 하지 않은 이즈는 주위에 있던 스탠드를 집어 던지며 히스테릭하게 외쳤다. "나가란 말야!! 너희들은 이제 꼴도 보기 싫어! 너네들 때문에 엘테미아님이!...엘테미아님 이!..." "훗..." -와장창~!- 자신에게 날아온 스탠드를 고개만 까딱거림으로 피한 보랏빛 머리칼의 아찔할 정도로 섹시 한 사내는 자신을 향해 독기어린 눈을 뜨고 있는 이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즈도 이내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보랏빛 장발의 사내를 보며 처음에는 독기어 린 눈으로...그 후에는 경악어린 눈으로 그를 쳐다봐야 했다. "다,당신은..." 드래고닉 캐슬이 건조된 후 두번째 강림...처음에는 엘테미아의 환영식 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강림과 그 두번째가 바로 오늘이었다. 어째서 마계의 절대군주가 자신이 있는 집무실에 들어온 건지 알 수 없었던 이즈는 아직도 경악어린 눈빛을 지우지 못한 채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말을 잇지 못하는 이즈앞으로 어느새 당도한 보랏빛 장발의 사내, 헬프리보드가는 약간 창 백해진 이즈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 "두려워하지 마라..." "......." 두려움과 공포, 혼돈의 주체인 마계의 마왕을 보며 두려움을 느끼지 말라는 것은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었으나 이즈는 정말로 그의 말처럼 자신의 가슴속을 짓누르고 있던 두려움 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말문이 트인 이즈는 자신의 바로 앞에 서있는 헬프리보드가에게 고개를 숙이며 예 를 갖추었다. "이슈테리아의 드래곤 로드, 마얀루미오스 이즈가 마계의 절대군주를 뵙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살짝 무릎을 굽혀 예를 갖추는 이즈를 보며 헬프리보드가는 자신의 손을 휘 휘 젓고는 그녀의 인사를 제지하며 말했다. "예는 취할 것 없다." 헬프리보드가의 말에 이즈는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고 약간 의문의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 다. 어째서 마계의 절대군주가 지금 이곳에 와있는지...현재 빙룡족과 자신들의 전쟁에서는 드래곤 일족 외의 그 어떤 누구도 개입을 허락 치 않았다. 이런 신계의 방침 덕에 아무리 막강한 헬프리보드가라 해도 현재로선 그에게 작은 힘 하나 기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허나 그때 이즈는 자신의 허리를 감아오는 헬프리보드가의 손길에 깜짝 놀라야 했다. "무,무슨..." "곧 있으면 네가 기다리는 그녀와 만날 수 있다." "......." 바로 눈앞에 있는 헬프리보드가의 품에 안겨버린 꼴이 된 이즈는 자신의 얼굴을 붉히며 그 가 내뱉은 말을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도 곰곰이 되짚어 봐야 했다. 자신이 기다리는 그녀...바로 엘테미아... 이에 퍼특 놀란 이즈가 고개를 쳐들고 헬프리보드가에게 뭐라 외치려는 찰나, 자신이 고개 를 들자 더욱더 가까이 있는 그의 매력적인 얼굴 탓에 이즈는 말문을 잊고 한참동안 얼굴을 붉혀야 했다. 게다가 점점더 그의 얼굴이 자신에게로 가까이 다가오자 이즈는 당황한 표정으로 급히 입을 열 찰나였다. "내 아이에게 장난치지 마라, 헬프리..." "......." "......." 뒤에서 들려오는 차디찬 목소리에 헬프리보드가는 아쉬운 미소를 지으며 이즈에게서 물러났 고 이즈는 도대체 어느 누가 마계의 절대군주를 향해 평어를 사용하고 또 그의 애칭을 부르 는 것인지에 경악하며 재빨리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린 곳을 쳐다보았다. 이즈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거기엔 빨간 머리의 사내가 서있었다. 언제, 어느 때에 바라 봐도 포근해서 금방 잠이 들 것만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짓는 사내가... 이에 이즈는 설마설마 하면서도 작은 목소리로 빨간머리칼의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설마...드래...크로님?" 이즈에게 드래크로라 불린 빨간 머리칼의 사내는 그녀의 말에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는 드래크로를 보며 헬프리보드가가 못마땅한 듯 자신의 아미를 살짝 일그러뜨리고 있었고, 이즈는 그를 보며 기어이 자신의 눈망울에서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린 채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 "흐윽...드,드래크로님!...드래크로님..." "그래..." 헬프리보드가를 대할 때의 차가움이란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던 드래크로는 자신의 품 에 안겨 펑펑 울고있는 이즈의 작은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그녀를 토닥이고 있었다. 그때 한동안 뚱한 표정으로 이즈와 드래크로를 바라보고 있던 헬프리가 문득 씨익하는 미소 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자...그럼 신계 최고의 바람둥이, 드래크로니므이스의 바람기를 잠재운 아리따운 소녀를 찾 으러 가볼까?" 헬프리의 말에 드래크로가 부드러운 표정에서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잠시 바라보곤 냉기 어린 말투로 그를 향해 말했다. "지금 당장 대대적인 움직임을 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만물의 창조주님과의 약속으로 엘테미아와 빙룡족에게 120시간의 기간이 주어졌다. 게다가 창조주님이 심려하고 있는 '그쪽'도 최소한 이쪽으로 넘어오는데 110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흐음...그런가?" "게다가 5일이라면 엘테미아에겐 충분한 시간이다." "그렇군...과연 네녀석과 그녀석이 예상한 대로 모든 일이 풀릴까?" 헬프리의 말에 드래크로는 자신의 아미를 살짝 꿈틀거리며 더욱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창조주님께 예를 갖춰라." "흥!" 드래크로의 말에 헬프리는 고개를 다시 창밖으로 던지며 코웃음을 쳤다. 그때 드래크로와 헬프리보드가가 주고받는 대화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즈는 이내 드래크로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기며 물었다. "드래크로님...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이에 드래크로는 헬프리에게 보내던 차가운 표정을 순식간에 포근한 미소로 바꾸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 "아...이제 5일만 있으면 엘테미아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얘기야." "네에~? 저,정말이에요?" "그럼." 드래크로의 확답으로 이즈의 얼굴에 환한 표정이 드리워졌다. 자신이 잠깐 캐슬을 비운 사이, 독단적인 가드레일들의 움직임으로 엘테미아를 빙룡족들에게 보낸 후 계속 슬퍼 하던 이즈는 5일만 기다리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 다. 그때 문득 무언가가 생각난 이즈는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자신의 손뼉을 탁 치며 드래크로와 헬프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어느 고서에서 본 적이 있어요." "......." "......." "드래크로님과 헬프리보드가님께선 신계에서 알아주는 바람둥이 콤비였었다는...근데 전 믿지 않아요...설마 드래크로님이 바람둥이시라니...호홋...이건 역시 뜬소문이겠죠?" 이즈의 말에 드래크로와 헬프리보드가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묘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웃고싶어도 차마 웃지 못하며 얼굴을 기묘하게 일그러뜨리는 헬프리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져준 드래크로는 다시금 이즈에게 포근한 미소를 보내며 말한다. "후훗...글쎄? 까마득한 옛날 얘기라 기억이 잘 안 나는군." 포근한 미소를 던지며 말하는 드래크로를 보며 이즈는 그동안 자신의 가슴속을 억눌러 왔던 슬픔과 걱정거리를 말끔히 씻어내리고 있었다. 자신들을 창조한 신...그 어떤 존재 보다 위엄있고 절대적인 존재임과 동시에 친오빠와 같은 믿음직한 존재였다. 드래곤 일족의 로드란 자리를 위임하면서 기댈곳을 잃어버린 이즈는 시조드래곤인 엘 테미아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기댔고 엘테미아 또한 이즈, 자신을 아껴주었다. 그런 엘테미아라는 존재를 잃어버린 이즈였기에 그 상실감과 허무함이 큰 만큼 드래크로 란 존재 자체는 그녀에게 있어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때 한동안 이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드래크로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이즈를 바라 보며 말했다. "나는 잠시 다녀와야 할 곳이 있으니 그때까지 저녀석을 잘 부탁해 이즈." "네...?" 드래크로의 말에 약간 경직된 표정이 되어버린 이즈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두근거릴 만한 섹시한 모습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헬프리를 바라보았다. 드래크로의 말에 창밖에서 다시 고개를 돌린 헬프리는 의미모를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드래크로에게 말한다. "너무 오래끌지 말고 빨리 와라." 그의 말에 다시금 싸늘한 표정을 지어버린 드래크로는 헬프리를 보며 짤막히 답했다. "그렇도록 하지." "........" 마지막으로 자신의 작은 어깨를 툭툭치고 사라진 드래크로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즈는 이내 고개를 살짝 돌려 헬프리보드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방을 안내해 드릴까요?" "글쎄..." 어느새 사라지고 없는 드래크로를 보며 기묘한 미소를 짓던 헬프리는 어느순간 이즈의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자신의 팔로 휘감고 있었다. 자신의 품으로 이즈를 잡아당긴 헬프리는 더더욱 매력적인 미소를 드리우곤 이즈의 얼 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며 낮게 읊조렸다. "여기서도 충분할 거 같은데..." "......." 짤막한 말 한마디와 이즈의 동의없이 그녀를 더더욱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입술을 탐하 려는 헬프리를 보며 이즈는 문득 좀 전과 같은 두려움과 상기된 표정이 아닌 진한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다. "호홋...바람둥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바로 처녀라죠...?" "......." 이즈의 말에 헬프리보드가는 자신이 하려던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앞에서 당당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어이없다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흐윽!..." 한편 설녀의 땅의 한 가운데에 자리한 얼음성에서 가녀린 소녀의 나지막한 비명이 울려퍼 졌다.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땅바닥에 갑자기 주저앉은 엘테미아를 보며 자신이 조달해온 음 식재료를 땅바닥에 사뿐히 내려놓은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 쉘토이반이 입을 열 었다. "무슨 문제라도..." 억양의 고저없는 평온한 목소리로 자신의 안위를 묻는 그를 보며 엘테미아가 약간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이내 자신의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말했다. "아,아냐...다만 가슴이 아플정도로 이상하게 아려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도대체 뭐지? 이 느낌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쉘토이반은 다시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려온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고통을 느껴봤지만 아려온다...라는 고통은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해드리지 못하겠군요." "......." 쉘토이반의 말에 엘테미아는 약간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흐음...반은 아마 모를꺼야...즐거웠던 기억과 예전으로 돌아가고픈 추억이 없는 이들은 이런 아픔을 잘 모르거든." "......." 엘테미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하던 쉘토이반은 어느새 자신을 '반'이라 부르는 시조드래곤을 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 그만 두었다. 그리고 자신과 그녀 앞에 쌓여진 산더미 같은 음식재료들을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까?" "......." 쉘토이반과 함께 얼음성의 창고같은 곳으로 당도한 엘테미아는 자신앞에 산더미같이 쌓인 음식재료들을 보며 입을 딱 벌리고 있었다. 아무리 얼음성의 기본온도가 음식을 보존하기에 적당한 온도라 해도 지금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량의 음식을 자신과 이도크진...잘해봐야 쿠레이만까지 셋이서 먹어 치우기엔 너무 나도 많았다. 이에 엘테미아는 별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최대한으로 굴려보더니 이내 무언가가 생각 난 듯 자신의 오른손바닥에 왼손주먹을 탁! 하고 내려치며 소리쳤다. "맞다!! 얼음성의 모두와 함께 만찬을 하면 되겠구나~!" "......." 엘테미아의 말에 쉘토이반은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얼음성에선 음식물을 섭취하여 에너지를 얻는 존재는 없다고 그때 분명히 말씀드렸을 텐 데요?" 쉘토이반의 말에 엘테미아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다시 물었다. "혹시 너희들은 풀 한 포기도 소화 못하는 그런 몸을 가진거야?" "......." 엘테미아의 말에 쉘토이반은 자신의 아미를 살짝 찡그리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저희들은 그렇게 허술한 종족이 아닙니다만..." "헤헷 그럼 상관없겠네~먹을 수만 있다면 먹으면 되잖아." "아무런 이유도 없이 득이 되지 않은 일에 시간을 소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 쉘토이반의 이해할 수 없다는 말에 도리어 엘테미아가 쉘토이반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반은 지금까지 수많은 전투 속에서 많은 고통과 상처를 받아가며 살아왔을 거야. 그럼 도 대체 그 전투가 무슨 이득이 되고 반은 그 전투를 감당하면서 뭘 바래온 거지?" "......." "설마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다만 전투가 좋아서...라는 맹목적인 이유를 대지는 않겠지?" "......." 엘테미아의 말에 쉘토이반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에 엘테미아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자신보다 한참이나 큰 쉘토이반의 어깨를 힘겹게 툭툭 치고는 명랑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찾는 거야.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갈 이유를...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 을 쟁취하기 위해 말야." "......." "자신의 목표가 있어 살아가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반은 모르지? 헤헷...그러니까 이 엘테미 아님이 살아있는 동안은 친절하게 알려줄게. 그 첫번째는 내일 만찬에 참석하는 거야. 오늘 은 진과 나의 신혼 첫날이니까 이해해줘...알겠지? 엘테미아의 일방적인 말에 쉘토이반이 그답지 않게 머뭇거리며 한참동안 혼란스런 눈빛으 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건 넸다. "솔직히 저에겐 생을 연명하기 위한 확실한 이유나 목표따윈 없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이유를 찾기위해 가장 먼저 해야될 게 음식물을 섭취하는 거죠?" 쉘토이반의 물음에 엘테미아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거야 내맘이지." "......."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고 자신에게 혀를 삐족 내밀며 쌓여있는 음식재료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쉘토이반은 한동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다시 의문이 일었는지 쉘토이반은 꿈틀거리는 해산물을 보며 꺅꺅 소릴 지르고 있는 그녀를 향해 다시 물음을 던졌다. "살아가는 목표나 이유가 없는 저라도 자신의 죽음이 코앞까지 도래했다면 당신처럼 행 동하지는 못 할 것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며 발버둥치겠죠." "......." "하지만 당신은 살아가는 이유와 목표가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죽음앞에 그렇게 태연할 수가 있는 겁니까?" 한동안 살아있는 해산물을 보며 꺅꺅대던 엘테미아는 쉘토이반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걱정거리라곤 눈곱만큼도 없어보이는 해맑은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 다. "그것도 내 맘이야." "......." 엘테미아의 말이 끝나자 쉘토이반의 이마에 커다란 혈관마크가 생성됐다. 심상치 않은 쉘토이반 의 분노지수를 눈치챈 건지 엘테미아는 어색한 미소와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말을 정정하기 시작했다. "헤헷...자,장난이야..." "......." "음...내가 죽음앞에서 이렇게 즐겁게 떠들수 있는 이유는 말야...음..." 집게손가락으로 턱을 괴고 황금빛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한참동안 생각하던 엘테미아 는 이내 결론을 내린건지 다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가장 커다란 목표는 진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야...그리고 더 나아가 너희들도 말이지." "........" "지금의 나의 목표는 나의 죽음과 연관돼 있어. 물론 두렵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내가 죽고 나서 먼 훗날 진과 너희들이 지금의 나처럼 두근대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상상하면 죽음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가 있어져..." "........" "아마 너희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말야...헤헷..." "그...렇군요."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쉘토이반의 시선이 쑥스러운 듯 자신의 볼을 긁적이던 엘테미 아는 난데없이 쉘토이반의 등을 떠밀며 명랑하게 소리쳤다. "자~이제 지금부터 얼음성의 모든 이들을 쉘토이반이 불러모아 줘. 물론 혼자서 힘들 겠지만 나도 쿠리한테 부탁해볼게. 이 엘테미아님의 환상적인 요리솜씨를 기대하며 내일 이 시간 다시 봐~" "그...렇도록 하죠." 시조드래곤에게 음식재료조달만 하고 돌아서면 될 것을 지금의 여기까지 질질 끌고온 자신 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쉘토이반은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나고 있었다. 쉘토이반이 자리를 떠난 후 엘테미아는 즐거운 마음으로 생애 최고의 요리를 만들기 시작 했다. 시간이 흘러 엘테미아는 어느새 이도크진의 방으로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옮겨놓고 있었다. 다시금 우주에서 제일가는 무적 드래곤이란 자작곡을 흥얼거리며 쿠키부터 시작해 메인디 쉬까지 옮겨놓은 엘테미아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도크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얼음성을 밝게 비추던 태양은 저물어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왔다. "......." 두시간째 이도크진을 기다리던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의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이며 심심함 을 달래고 있었고 어느새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었다. 한동안 침대에서 할일없이 뒹굴거리만 하던 엘테미아는 문득 자신의 눈커플이 무거워짐에 따라 살짝 눈을 감았고 어느새 곤히 잠이 들기 시작했다. "으음..." 이도크진을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든 건지 엘테미아는 누워있던 침대에서 나즈막한 신음 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해가 저문 탓에 이도크진의 방은 주위의 사물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상태 였고 그 누구도 없는 듯 싸늘한 정적만이 맴돌았다. "...진...있어?" 설마하는 기대심에 엘테미아는 진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들려오는 건 서글픈 침묵 뿐 이었다. 이에 문득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의 방문을 나서 얼음성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마주치는 건 얼음성에 기거하고 있는 가디언들뿐...이도크진은 커녕 쿠레이만조차 만날 수 없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쳐진 어깨로 풀이 죽은 채 다시 이도크진의 방으로 돌아왔고 역시나 그의 방에 이도크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넓은 침대에 풀썩 누워버린 엘테미아는 자신의 옆자리를 쓰다듬으며 슬픈 표정을 지 었다. 예전부터 혼자자는 것은 서글픈 생각이 들어 누군가와 함께 자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도크진의 빈자리가 더 커 보이던 엘테미아는 문득 처음으로 그를 만나던 때가 떠올랐다. 자신은 헬마스터 공작가의 가주로...그리고 이도크진은 자신의 공작가를 섬멸하기 위해 창립된 적국 공작가의 가주로... 그제서야 엘테미아는 헬마스터 공작가와 슈팅스타 기사단들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제 그들을 위협할 것은 아무것도 존재치 않았기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걱정을 덜어놓았다. 언제부터인가...? 그저 멋있다고만 생각해왔던 이도크진을 이성적으로 좋아하게 된 것은...한동안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던 엘테미아는 역시 그때부터였다고 생각하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슈테리아 대륙에 와서 자신의 외모탓에 많은 이들이 엘테미아, 자신의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의 외모를 보고 쌀쌀맞게 대한 건 아마 이도크진이 처음이었다. 헬마스터 공작가로 있으면서 항상 가면이 아니면 뿌연 안경을 쓰고 자신을 남자라고 속여왔던 엘테미아는 어느날 세리자리오 영주의 저택 뒷편에 자리한 비밀스런 호숫가 에서 슈팅스타와 레드엔젤 기사단들 앞에서 알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이도크진이 위기에 몰린 자신 앞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그때는 정말 위기에 빠진 공주를 구하기 위해 나타난 왕자님같아 보였던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이 헬마스터 공작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여자의 몸으로 그의 앞에 나섰다. 그리고 여자의 몸으로...게다가 자신이 봐도 아름다운 몸으로 그의 앞에 나선 엘테미아는 자신을 보며 이도크진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지 무척이나 기대되고 흥분되었지만 그의 반응은 엘테미아 자신의 예상을 가혹하리 만치 빗나가버렸다.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그리고 헬마스터 공작이 아니란 이유로 매몰차게 돌아서 버리는 그를 보며 무언가 분한마음에 그를 잡았을 때부터...그때부터 엘테미아의 마음은 점차 그 에게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를 만나며 항상 두근거리는 자신이 좋았고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그가 좋았다. 게다가 자신의 외모가 아닌 그 자체를 좋아했던 그를 사랑했고 잡으려해도 잡히지 그의 또 다른 모습까지도 좋았다. 사랑이란 감정을 모르며 심장이 얼어붙어 버린 그에게 사랑이란 감정 을 일깨워주고 싶었고 얼어버린 그에게 봄을 선물해 주고 싶어했다. 결국 지금의 시점으론 자신의 목숨을 없애야 그가 감정을 되찾을 수 있는 거지만 엘테 미아는 그와의 인연을 후회하지 않았다. 어느새 돌아가고 싶은 지난날의 일을 회상하며 엘테미아는 늦은 밤...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음날이 되었다. -똑똑...- "으음..." -똑똑똑- "......." 이른 아침...어제와 같은 눈부신 태양이 얼음성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눈부신 햇살과 방문 너머에서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문득 잠에서 깨어난 엘테미아는 비음섞인 목소리를 낮게 내뱉으며 신비스런 황금빛 눈동자를 세상 밖으로 드러냈다. "로드, 쿠레이만입니다. 지금 들어가겠습니다." "......!!" 방문너머로 들려오는 쿠레이만의 목소리에 퍼특 잠에서 깬 엘테미아는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옷깃을 추스리고 머리를 매만진 뒤 방문을 활짝 열어제꼈다. 자신이 방문을 활짝 열어제끼자 방문 너머에 있던 쿠레이만이 약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 었다. 그러다 이내 화나 보이기까지 한 표정을 드리우며 쌀쌀맞은 목소리로 엘테미아, 자 신을 향해 물었다. "로드는?" "진은?" 쿠레이만과 엘테미아가 동시에 이도크진에 대해 묻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표정이 교차 했다. 싸늘한 표정을 짓던 쿠레이만의 얼굴이 살풋 풀어지기 시작했고 기대감에 차있던 엘테미아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지며 풀이 죽은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쿠리는 진이 어디 있는지 몰라?" "글쎄...어제 얼음성의 밖으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며 나가신 이후론 보지 못했는데... 어제 이 방에 들어오지 않았나?" 쿠레이만의 말에 엘테미아는 더더욱 어깨를 아래로 늘어뜨리고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 했다. "으응..." "쿡...그래?" "......." 자신은 신혼 첫날을 홀로 지냈기에 기분이 침울해있건만, 침울해 하고 있는 자신 앞에서 쿡쿡거리는 쿠레이만을 보며 이마에 쌍심지를 킨 채 그를 바라본 엘테미아가 독기 어린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왜...왜 웃는거야?" "그러니까 어제 로드가 이곳에 한번도 들리지 않았단 말이지?" "그,그게 어째서...?" "쿡쿡...그렇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거야?"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엘테미아 의 이마를 톡톡 건드리며 말했다. "신혼 첫날이라며 그렇게 방방 뛰더니...보기좋게 차였네?" "뭐,뭐야?!" "어제 로드께서 이 곳으로 돌아오지 않으셨다며? 그러니까 차인거지." 쿠레이만의 말에 엘테미아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이 새빨개진 얼굴로 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일이 바빠서 오지 못했을 수도 있잖아! 아니, 절대로 그럴 거라구!..." "쿡쿡 그럴까? 나 같아도 너 같은 땅꼬마랑 신혼첫날을 보내라면 고개를 저으며 도망갈 것 같은데?" "이!...말 다했어?!" "흥!...정말 한심해서 못 봐주겠군...너 정말 로드에게 뭘 바라는 거야?" "......." "세상에서 너를 가장 증오하는 남자의 신부가 되겠다니...게다가 로드가 이런 일로 신경쓸거 같아? 아마 지금쯤 너와의 신혼 첫날이 어제였단 사실조차 잊고 있을 걸? 쿡쿡...게다가 이 사실을 로드가 알아도 일말의 죄책감 따윌 느낄 거 같아? 너 혼자서 아무리 열 받고 침울해 해봤자 로드는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다고...그거 알!..." 허나 쿠레이만은 더이상 자신의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자신 앞에서 애써 웃고 있는 엘테미아 때문이었다. 분명 웃고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것보다도 더 욱더 애처로워 보이는 그녀를 보며 쿠레이만은 자신의 가슴속 한켠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 낄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깨어질 것만 같은...톡 하고 건들기만 해도 구슬같은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만 같은 얼굴로 애써 웃어 보이던 엘테미아는 자조적인 미소를 띄고 천천히 말했다. "그...그렇겠지...? 내가 아무리 슬퍼하고 침울해 해도 진은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겠지...? 하하...그,그러니 조금 억울하네...그럼 나도 웃을래...하하하..." "......." 힘없이 쿠레이만에게서 등을 돌린 엘테미아는 어제 만들어논 음식이 차려진 탁자로 다가가 조용히 의자를 빼고 자리에 앉았다. 그리곤 자조적인 미소를 드리우고 천천히 포크를 들어 자신이 이도크진과 함께 먹으려고 만들었던 음식을 혼자서 먹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굳은 스테이크를 애써 잘라 한입에 넣어 오물거리고...다시 물러진 쿠키조각을 억 지로 집어넣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은 문득 치밀어오르는 짜증을 느꼈다. 하지만 밖으 로 표출할 수는 없었다. 그 무엇이 자신의 감정의 표출을 막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쿠레이만은 도저히 엘테미아를 가만 놔둘 수가 없었다. "야!...너 바보냐?" "응...?" "진담과 농담도 구분 못하냐구!" "무슨...?" 멍하니 자신의 말에 반문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은 어째서 자신이 그녀를 위해 거짓 말을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사실 어제 로드는 얼음성의 가드시스템에 커다란 차질이 있어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돌아 오지 못한다고 내게 전하셨다. 그리고 너에게도 미안하단 말을 전하라고 명하셨다구." "......." "난 로드가 다른 누구한테 미안하단 소릴 하는 거 처음 들어봤다. 그러니 너무..." "흐윽...그럼 아까 그말은 뭐야..." 자신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커다란 눈물을 뚝뚝흘리며 되묻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 이 약간 흠칫한 기색으로 헛기침을 두세번 했다. 얼음성에 와서 처음보는 시조드래곤의 눈 물이었기에 약간 당황한 그는 커다란 마나의 위력도, 그리고 자신보다 강대한 투기도 아닌 그저 시조드래곤의 눈물에 이렇게 무너지는 자신을 보며 어이없어 했다. "흐흑...뭐냐구 묻잖아!?" "......." 다시 울먹이는 엘테미아의 외침에 깜짝 놀란 쿠레이만은 아무런 생각 할 겨를도 없이 무턱대고 말을 꺼냈다. "그,그저 장난이지. 하하 그냥 장난이었어. 하핫..." "뭐...뭐어어?? 자앙난??" "........" "흑...내가...내가 그 말을 듣고 얼마나...상처받을지 생각 해봤어? 흑...흐윽..." "어,어이..." "흐아아앙~" 기이어 소리내어 목놓아 우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은 더욱더 난처해졌다. 자신의 앞에서 우는 여자는 생전 처음이었기에 쿠레이만은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 전혀 몰랐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지만 왠지 그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해 자신의 몸 자체가 거부하고 있었다. 이에 식은땀만 흘리며 한동안 울고만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 때 구슬같 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목놓아 울던 엘테미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그러자 쿠레이만은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움찔거렸고 갑자기 울음을 뚝 그치고 일어선 엘 테미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눈으로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지금 이 할머니한테 잘못한 거 맞지?" "어...그,그렇다고 봐야지..." 엘테미아를 진정시킬 방도를 찾지 못했던 쿠레이만은 하는 수 없이 엘테미아의 심기에 최대 한 거슬리지 않는 방향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무조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따랐다. 이에 엘테미아의 얼굴이 살짝 풀리며 자신앞에 즐비하게 놓여진 음식들을 물끄러미 쳐다보 았다. "......." 이에 쿠레이만이 의문의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았고 이내 음식들이 즐비한 탁자에서 시선을 땐 엘테미아가 쿠레이만을 보며 말했다. "오늘 저녁에 얼음성의 모두와 함께 만찬을 할꺼야...거기에 쿠리도 참석해." "어, 뭐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고...그러지." 쿠레이만의 흔쾌한 승낙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 다는 듯 말을 다시 이었다. "그리고 쿠리가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도 모두 끌고 와 줘...쿠리가 대장이니까 대장의 말 을 잘 들을 거 아냐."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은 금방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과연 음식물을 섭취하는 등의 쓸데 없는 일에 모든 가디언들이 모일까...자신의 직위와 힘을 사용하면 문제될 건 없지만 그래도 고민되는 그녀의 제의였다. 허나 쿠레이만은 자신의 고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내야 했다. 자신이 대답을 늦추자 엘테 미아의 볼에 또다시 떨어지는 한 줄기의 눈물탓에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그,그것도 문제없다." "...그리고..." "그,그리고??" 아직도 더 남았다는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이 두렵다는 듯 소리쳤다. 그러나 자신의 외 침에 다시 울먹이려는 엘테미아를 보자 쿠레이만은 약간 경직된 표정으로 무겁게 고개를 끄 덕이며 계속해 보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그 많은 요리를 나 혼자 만드는 건 불가능 하니까, 쿠리는 오늘 내 조수가 되는 거야." "뭐라??" "......." "아,알았어..." "그리고..." "하아..." 실로 여자란 무섭다라는 생각이 톡톡 들게 할 만큼 자신에게 심적 데미지를 크게 입히는 시 조드래곤을 경이적으로 바라보던 쿠레이만에게 엘테미아는 사심 없는 미소를 던지며 음식이 놓여진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남김없이 다 먹어." "........" "난 다시 진을 찾으러 얼음성 한바퀴 돌고 올 테니까 그때까지 다 먹어야 해. 알겠지?" "........" 어떻게 이 많은 음식을 자신 혼자 먹으란 말인가...게다가 음식으로부터 알 수 없는 음험한 기류가 쿠레이만의 눈에 보이는 듯한 착각까지 들었다. 왠지 범상치 않은 기도를 내뿜는 음 식들을 보며 쿠레이만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을 때 엘테미아가 언제 울었냐는 듯 생글거리는 얼굴로 그를 향해 말했다. "그럼 잘 먹어, 하나도 남김없이 말야." 그리곤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채 방문을 나서는 그녀를 보며 쿠레이만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어이! 그,그래도 로드를 위해 만든건데 내가 손 댈 수야 있겠어?" "걱정마, 진 것은 다시 만들어 주면 되니까. 힘들게 누군가를 위해 만든건데 버리기엔 너무 슬프잖아...그러니까 쿠리가 먹어." "........" -달칵- 왠지 그녀의 눈물에 속았다는 생각이 팍팍 드는 자신을 애써 추스린 쿠레이만은 한 번 한 약속은 어기지 않는 자신의 신조탓에 억지로 포크를 들고 강한 적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는 것 마냥 음험한 기도를 내뿜는 음식을 포크 끝으로 살짝 찔러 보았다. 정말 음식 앞에서 꼭 이런 행동까지 취해야 하는 건지 스스로가 한심해 보였던 쿠레이만은 이내 죽기야 하겠어? 란 마음으로 남자답게 고기한점을 쿡 집어 자신의 입에 넣고 오물거렸 다. "......!!" 그리고 순간 쿠레이만의 두 눈이 커지며 온몸에 전율을 일기 시작했다. "웃차~" 한편 쿠레이만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나온 엘테미아는 상큼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숨쉬기 운동을 짧게 한 후 이도크진을 찾아 얼음성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는 중이었다. 허나 아무리 돌아다녀도 마주치는 것은 얼음성의 가디언들 뿐...이도크진의 모습은 그 어 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흐응...도대체 어딜 간 거야..."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은 이도크진 탓에 자신의 입술을 삐족이 내밀고 툴툴거리던 엘테 이마는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욱신거리게 만드는 고통에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윽...!" 어제와 같은 느낌이었다. 무언가가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아려오는 이 느낌...어제보다 더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고통이었다. "뭐,뭐지...? 이 느낌은..." 좀 전에 쿠레이만 앞에서 약간의 가식을 담아 흘리던 눈물과는 다른 너무나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눈물이었다. "어,어째서...난 지금 하나도 슬프지 않다고...그런데 왜..." 얼음성의 바닥으로 하나 둘씩 떨어지는 자신의 눈물을 보며 스스로가 어이없다는 듯 말 하고 있었다. 엘테미아가 느끼는 고통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엘테미아의 가슴을 욱신 거리게 만들고 있었고 그 어떤 힘이 마치 엘테미아를 어떤 곳으로 인도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들고 있었다. 현재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아려오는 기이한 힘이 자신을 어떤 곳으로 인도하려는 움직 임을 눈치 챈 엘테미아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걸음을 옮겨 정체불명의 힘으로부터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던 엘테이마는 어느새 얼음성의 외곽을 거닐고 있었다. 얼음으로 지어진 높은 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고 하늘에 떠있는 태양때문에 수많은 그림자들이 교차하는 신비스런 곳이었다. 그곳에 다가서자 더욱더 자신의 가슴을 강하게 아려오는 정체불명의 힘 때문에 기어이 엘 테미아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으윽!..." 땅에 주저앉아 자신의 왼쪽 가슴을 강하게 움켜쥔 엘테미아는 숨이 가빠오는지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여기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기에 힘든 몸짓으로 다시 일어 서려는 찰나... "괜찮니?" "........"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며 내미는 손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배시시 웃으며 그 손을 잡고 일어선 엘테미아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고마워요." "훗..." "........" 그때였다. 계속해서 자신의 가슴을 아려오던 정체불명의 고통이 말끔히 사라진 것을 느낀 엘테미아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더듬고 있었다. "어,어라...사라졌네...?" "뭐가?" "에...그러니까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모르는 고통이에......"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이가 필시 얼음성이 가디언일 거라는 생각에 엘테미아는 생긋 웃 으며 자신의 고통을 그가 이해할 리 없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숙였던 고개를 들고...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를 쳐다보는 순간 엘테미아는 심장이 멎 는 듯한 느낌을 받아야 했다. 얼음성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진한 붉은 빛의 머리칼...자신과 같은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 자...그리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속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감싸주는 포근한 미소... 분명 처음보는 사내였지만 엘테미아는 그를 바라보며 사무치도록 그리움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현재 엘테미아의 심장은 미친듯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고장난 것 마냥 흘러나오는 자신의 눈물과 동시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처음 보는 이의 가슴에 안겨버렸다. -와락- "........" "그동안...잘 지냈니?" "........" "후훗...언제나 네 앞에선 10살짜리 꼬마로 있었는데...지금의 모습도 용케 알아보는 구나, 엘테미아..." 붉은 머리 청년의 품에 안겨있는 상황에서 고개만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본 엘테이마는 격하게 일렁이는 자신의 감정에 또다시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네가...드래크로냐...?" "......." "......." 허나 붉은 머리칼의 사내, 드래크로의 이름을 부른 것은 엘테이마의 가는 미성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바로 얼음같이 차디찬 사내의 목소리... 이에 깜짝 놀란 엘테미아가 황급히 자신의 등뒤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엔 더욱더 싸늘하게 굳은 무표정으로 자신과 붉은 머리칼의 사내를 노려보는 새하얀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차디찬 설원 위에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세 존재들의 무거운 분위기가 지속된다. 그 동안 보고싶었던 드래크로와 재회의 기쁨도 누릴 새 없이 자신 앞으로 나타난 새하얀 머리칼의 사내, 이도크진덕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가슴이 더욱더 저려옴을 느꼈다. "......." 그동안 너무나 보고싶었던 드래크로였지만...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었던 그였지만 엘테미아 는 이도크진이 나타나자 드래크로의 품안에서 살짝 벗어났다. 그리고는 드래크로와 이도크진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곤 혼란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 은 분명 이도크진을 위해서 죽기로 결심했을 텐데...어째서 드래크로에게서 등을 돌리고 이 도크진에게로 선뜻 다가설 수 없는지...이렇게 확고부동한 자신이 아닌 혼란스러워하는 자신 을 보며 엘테미아는 속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저주하고 있었다. 그런 그때... 엘테미아와 드래크로를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은 문득 차가운 조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자 신의 보랏빛 눈동자를 엘테미아의 황금빛 눈동자에 맞추며 나직히 말을 내뱉었다. "역시...오늘 중으로 너와 드래크로녀석이 서로 접촉을 시도할 거란 노네임의 예상이 맞았 군..." "......." "......."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차디찬 조소를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분명 드래크로와 만날 예정이 없었다. 자신을 이슈테리아로 귀환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소모한 드래크로가 지금 이때에 자신 앞으로 나타날지는 꿈에도 몰랐고, 알 수 없는 기운을 따라 와본 곳에 그토록 보고싶었던 드래크로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이도크진을 향해 뭐라고 외치려는 찰나...자신의 품을 살짝 벗어난 엘테 미아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드리우고 있던 드래크로가 다시 엘테미아를 뒤쪽에서 꽉 끌어 안으며 헬프리보드가를 바라볼 때보다 더욱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 했다. "엘테미아는...네놈 따위에게 내줄 수 없다." ".....!!" 드래크로의 말에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 있었고 엘테미아 또한 지금 의 혼란스런 상황이 더욱더 가중됨을 느끼고 있었다. 한동안 닿기만 해도 살이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시선을 주고받던 이도크진과 드래크로중 이도크진이 문득 혼란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표정 지을 것 없다..." "......." "죽음을 앞에 두고 어느 누가 너처럼 당당하게 굴 수 있겠는가...? 나를 사랑한다는 명분 아 래 얼음성에서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해왔지만 설마 시조드래곤이 직접 우리들의 전력과 얼 음성을 파악하러 올 줄은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자신의 아미를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 았고 이도크진 또한 언제나처럼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말도 믿지는 않았다. 사랑으로 죽음 을 대신하는 일 따윈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한순간 마음을 놓은 나의 실수였다. 결국...오늘처럼 너를 창조한 저 녀석과 만나게 될 미래를 알고서 죽음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너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나의 실수다." "아,아냐!..."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했다. 허나 이도크진은 그런 엘테미아를 보며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내가 지금의 상황을 보지 못했더라면 나를 암살이라도 할 생각이었는가? 그게 아니면 단순한 전력의 파악? 얼음성의 세부구조가 필요했던 것인가? 아니면...나의 조각을 모두 취하는데 방해공작을 펼칠 심산이었나?" "아,아냐...그런 게..." 기어이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구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의 말을 부정하고 또 부정했다. 허나 그런 엘테미아의 표정이 짜증나는지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왜 그런 죄인같은 표정을 짓고 있나? 너는 비록 '적'이긴 하지만 훌륭했다. 내 휘하의 가 디언들은 물론이고 나까지 잠시 마음을 놓게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 "그러니 그런 거짓된 표정 짓지 마라, 자신의 정당한 행동에 당당하게 굴어라." "지,진..." "너의 전술은 훌륭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들은 그 정도로 무르진 않다." "......."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끊임없이 속으로 되뇌이던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이 나타 나자마자 드래크로의 품에서 그의 곁으로 다가가지 못한 자신을 책망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안고 있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드래크로니므이스였다. 태어나면서 부터 오랜 세월동안 함께 지내온 그에게 어떻게 등을 쉽사리 돌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도크진에게 느끼는 감정과 드래크로에게 느끼는 감정은 확연하게 달랐다. 이에 엘테미아는 혼란스러웠다...간단한 연산조차 행하지 못할 정도로 혼란스러워하고 있 었다. 그때 다시 엘테미아에게서 시선을 땐 이도크진은 드래크로를 바라보며 나직히 말을 건넸다. "네 녀석은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줄 것이다." 이도크진의 말에 드래크로는 짧은 조소를 지으며 맞받아 쳤다.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신계에서 너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무모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군." "흥...글쎄...? 이제서야 겨우 신의 힘을 조금 되찾은 너 정도는 지금의 나라도 충분히 상대 할 수 있다. 내가 이 사실을 모를 줄 알았는가? 드래크로..." "......." 이도크진의 말에 드래크로의 눈이 잠깐 흔들렸지만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제서야 이도크진과의 전투가 벌어질 것을 예상한 드래크로는 엘테미아를 안고 있던 자신 의 팔을 천천히 풀고 자신의 신력을 공격성으로 전환시키기 시작했다. 허나 그때 드래크로의 달라진 기운을 눈치챈 이도크진은 자신의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고는 말했다. "지금 이곳에서 너와 싸울 마음은 없다. 솔직히 너를 상대하는 것은 나 혼자로도 충분하나 너와 나의 강대한 기운이 얼음성으로 퍼진다면 빙룡족의 가디언들이 몰려와 넌 그대로 소멸 을 면치 못한다." "......." "그러니..." 언제나 차갑고 냉정하며 무덤덤한 표정을 고수하고 있던 이도크진이 한순간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자신의 이마를 살짝 일그러뜨리고는 천천히 말했다. "너는 저 녀석을 데리고...돌아가라." ".....!!" ".....!!" 이도크진의 말에 드래크로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엘테미아 또한 흐르던 눈물을 왈칵 쏟으며 이도크진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이도크진의 말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틀린것도 아니었기에 드래크로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 없었다. 허나 한가지 그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기에 드래크로는 자신들로부터 등을 돌리는 이도크진에게 비아냥거리는 식으로 살짝 물음을 건넸다. "후훗...내가 너희들과의 전투에서 패하여 소멸됨과 동시에 너희들을 속인 엘테미아 또한 소멸될까 두려워서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인가? 이도크진이여..." "......." 드래크로의 물음에 이도크진은 걸어가던 걸음을 멈춰서곤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드래크로 에게 말했다. "후훗...웃기는 상상이군..." "......?" "난 그저 약한자에겐 관심이 없을 뿐이다." "......!" 이도크진의 말에 이번엔 드래크로가 자신의 얼굴을 굳히고는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는 드래크로와 황금빛 눈동자를 크게 뜨고 있는 엘테미아를 차가운 눈동자로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이내 미련없이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평온한 발걸음으로 얼음성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이도크진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순간 자신의 주먹을 꽉 쥐고 앞으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진!!" "......." 자신의 외침에도 이도크진이 멈춰서지 않자 엘테미아는 더욱더 큰 목소리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 "내가!...내가 이대로 떠나가도 괜찮은 거야? 나는 진에게 아무런 존재도 아니었던 거야? 진은 서운한 마음이 없어? 슬픈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거냐고! 그리고 분한 감정도 들 지 않는거야?!" 엘테미아의 격한 외침에 그제서야 멈춰선 이도크진은 언제나처럼 엘테미아를 정면으로 바 라보지 않고 뒷모습만을 보인 채 말을 꺼냈다. "...처음부터 네게 준 것도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게다가 무수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 "지금과 같은 상황은 질리도록 겪어봤다...그러니 지금의 너도 나의 수많은 경험속에 하나일 뿐...그 이상의 감정은 존재치 않는다." "그,그런..." "그리고 착각하지 마라. 오늘은 이대로 보내주지만 나는 곧 나의 모든 힘을 회수하여 너를 죽이고 너의 심장을 취하겠다." "......." "조금 더 우리 일족들을 만족시켜줄 전투를 위해 말야..." "......." 싸늘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기려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 의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진은...정말 조금도 슬프지 않은거야...?"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얼음성을 향해 걷기 시작하며 말을 건넸다.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네가 죽은 후에야 가능할 거다." "......." 그 말 한마디를 남겨 논 채 이젠 점이 되어 사라져버린 이도크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 아는 기어이 차가운 얼음위로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냈다. "슬...프니?" "......." 문득 따스한 체온이 엘테미아의 작은 몸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도크진과는 달리 자신과 같은 따스한 체온...너무나도 따뜻해서 기분좋게 잠이 들 정도로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이었 다. "예상치 못했지만 일이 잘 풀린 것 같아." "......." 자신을 뒤에서 안아주는 드래크로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리곤 엘테미아 자신을 더더욱 끌 어 안으며 말했다. "이 날을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린 지 아니?" "......."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물만 흘리는 엘테미아에게 손을 내민 드래크로는 자신의 뒤쪽으로 드래고닉 캐슬과 연결된 워프게이트를 시전했다. "돌아가자. 모두가 널 그리워하는 곳으로..." "......." 저 미소...저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은 까마득히 오래 전 이슈테리아 대륙을 벗어나 타차원의 틈으로 몸을 던진 것이 아닌가? 한국에서 예림이를 만나고...그리고 이즈와 다 른 일족의 수장들을 만났으며 미카엘과 가브리엘을 만나고 이도크진을 만났다. 그리고 거기엔 모두가 드래크로와 연관돼 있다. 모든 만남은 드래크로를 만나기 위해... 하지만... "......." 자신 앞으로 워프게이트의 빛무리가 일렁임에 따라 눈이 부신지 황금빛 눈동자를 약간 찌푸린 엘테미아는 자신에게 내민 드래크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엘테미아가 드래크로의 손을 잡자 언제나 보여주던 포근한 미소를 지어버린 드래크로는 엘테미아의 손을 잡고 이끌며 그녀를 일으키고는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러 안고 워프게이트 안으로 발을 옮겼다. 한편 자신이 있는 설녀의 땅에서 워프의 움직임을 감지한 이도크진은 점점 무채색의 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보며 짧은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눈부신 태양을 우울함으로 가리려드는 구름을 보며 자조적인 미소를 짓던 이도크진은 다시 금 무표정을 고수한 채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달칵...- 언제나 같은 동작과 같은 힘으로 자신의 방문을 연 이도크진은 순간 자신앞에 보이는 광경 에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쓰러져있는 쿠레이만에게 다가갔다. 탁자 위엔 왠 음식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고 탁자 아래 쓰러져있는 쿠레이만의 오른손엔 먹다 남은 듯한 스테이크 조각이 떨어져 있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손에 약간의 전류를 형성하여 쿠레이만의 뺨을 살짝 때렸다. -착,착,착...- "으윽..." "정신이 드는가?" "......." 뺨이 발그래진 채 눈을 뜨고 있는 쿠레이만을 보며 이도크진이 짧게 묻고 있었고 한 동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쿠레이만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며 그 자리에서 퍼특 일어 났다. "로,로드!..." "네가 왜 여기서 쓰러져 있는 것이냐?" "아!..." 이도크진의 물음에 쿠레이만이 생각났다는 듯 그로서는 보기힘든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인간의 음식이란 것을 처음 먹어보았는데...방심한 상태로 입에 댔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 쿠레이만의 말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짧게 물었다. "독반응은?" "없었습니다." 쿠레이만의 말에 이도크진은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자신의 방에 있는 탁자위에 즐비한 음식들을 바라보며 의미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곤 짧은 한숨을 쉬고 어느새 자신 앞으로 부복해 있는 쿠레이만을 보며 물었다. "이 음식들은 뭔가? 그리고 왜 네가 이걸 먹고 있었지?" "네! 오늘 아침 여느때와 같이 저는 로드의 거처를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로드의 거처엔 로드께선 보이지 않고 시조드래곤만이 있었습니다." "......." "채 노크를 두번 하기도 전에 시조드래곤이 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제일 처음 묻는 게 로드의 행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시조드래곤은 로드와의 신혼 첫날 기념으로 저 많은 음식들을 만들어 놓고 밤새 기다리다 로드가 돌아오지 않음에 혼자 잠이들었나 봅니다." "...그런가..." "네! 그래서 이미 식어버린 음식이 아깝다며 저더러 해결하라더군요. 이에 제가 어떻게 로드를 위해 만든 음식을 입에 댈 수 있냐고 물었더니 로드의 음식은 다시 만든다고 이미 방을 나선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보시는 바와 같이..." "........" 여느 날보다 이상하게 분위기가 더욱더 굳어 보이는 이도크진을 눈치챈 쿠레이만은 조심 스런 어조로 그에게 넌지시 물음을 건넸다. "무슨...일 있으십니까?" 쿠레이만의 물음에 이도크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의 눈을 감고 고갤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그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 일어났을 뿐..." "......" "별 거 아닌거다, 신경쓰지 마라." "네." "이만 물러가라...그리고 나의 부름이 있을 때까지 이 방에 누구의 출입도 허락 치 않는다." "분부대로..." 이도크진의 말에 쿠레이만이 약간 의문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그의 말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이내 이도크진의 방문을 나서려 하는 찰나였다. 그때 문득 무언가가 생각 난듯 자신의 걸음을 멈춰선 쿠레이만은 고개를 돌려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드, 오늘 오후에 시조드래곤이 얼음성의 모든 가디언들과 함께 만찬을 하겠답니다. 그때 모시러 오겠습니다." "......." -달칵...- 쿠레이만이 나가자 문득 자조적인 미소를 짓던 이도크진은 아무도 없는 방안에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이제서야 홀로 남겨진 이도크진은 그답지 않게 힘없는 동작으로 침대에 풀썩 앉았다. 그리 고는 기묘한 눈길로 자신 앞에 즐비한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위해 만든 음식인가...?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니면 순수한 동기로...? 처음부터 이도크진은 그녀의 일부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의 일부라도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존재로 다가와 이렇게 떠나갈 거라는 걸 이도크진은 처음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흔들렸던 마음도 남아있는 증오로 간신히 잡아두고 절대로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 을 열지 않았다. "준 것도 없으니...잃을 것도 없다...다만, 조금 귀찮게 됐을 뿐..." 혼자서 중얼거리던 이도크진은 문득 자신의 시야에 하나의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이쁘장한 분홍무늬 접시에 다소곳이 담겨진 갈색 쿠키... 이도크진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접시에 담겨진 쿠키를 손으로 집어 입 속에 넣고 오물 거렸다. 만들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난 모양인지 쿠키 특유의 바삭함이 많이 물러져 있었다. 아무생 각 없이 그저 쿠키만 씹고 있던 이도크진은 그녀의 쿠키를 먹고 모두 쓰러져버렸던 레드엔 젤과 슈팅스타들이 떠올랐다. 이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던 이도크진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창밖으로 보이는 우중충한 풍 경에 자신의 아미를 찡그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깊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 눈을 감고 있어도 자신의 눈앞에서 하늘거리는 길다란 은발머리에 이도크진은 짜증스런 표정을 짓고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이마에 자신의 손을 얹고 나직히 중얼 거렸다. "미치겠군..." 얼마 전...처음으로 시조드래곤에게 자신의 검을 찔러넣었던 날...그리고 자신의 실체를 알고 도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던 날...그리고 처음으로 쉬고 싶다고 생각했던 날... 이도크진은 문득 자신이 이루려고 하는 일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혔다. 도대체 시조드래곤 의 레디아나를 취해서 무얼 이루려는 것인가...뒤틀린 운명을 바로잡아 사랑이란 걸 바랬던 것인가? 지금의 이도크진은 모든 게 다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어차피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다...그것이야말로 진실이고, 또 영원히 변하지 않은 유일한 것이다.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취하고 뒤틀린 운명에서 벗어나 이런 덧없는 사랑놀이 따윌 할 바 에야 차라리 무슨 일을 겪어도 무덤덤할 수 있는 지금의 더 좋을 지도 몰랐다. 좀 전에 쿠레이만에게 말한 바와 같이 오늘의 일은 자신이 그 동안 살아오면서 질릴만큼 겪 어봤던 경험에 속할 뿐...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심장은 점점 더 굳어 져만 갔고 오늘 날 그 무엇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아야 정상인 것이다...그런데... 이도크진은 절로 찌푸려지는 자신의 얼굴을 애써 손바닥으로 가리며 경직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그런데...도대체 이건 뭐냐..." 나직히 내뱉는 말과 함께 자신앞에 놓여진 음식들을 바라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도 한심해 했 다. "웃기는군...크큭..." 한동안 말없이 중얼거리다 스스로도 한심한 걸 느꼈는지 이도크진은 남들 앞에서 절대로 보이지 않는 뒤틀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허나 그 미소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어느새 무표정으로 돌아와버린 이도크진은 자신앞에 늘어진 음식들로부터 시선을 돌린 채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오히려 잘된 거다. 어차피 시조드래곤이 이곳에 머물렀다면 난 계속 마음이 흔들렸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에야 비로소 녀석을 확실히 벨 수 있는거다." 여전히 차가운 표정으로 혼자서 중얼거리던 이도크진은 다시금 침대에 풀썩 드러누우 며 짧은 한숨을 내쉰 뒤 눈을 감았다. 그러자 어젯밤...노네임과의 대화가 이도크진의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5일내로 너의 다른 조각을 취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5일...?" "그렇다." 스무밤의 예정일을 지금으로부터 5일 이내로 줄여버리겠다는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 "갑자기 뭐가 그리 급한거지?" 이도크진의 말에 한참동안 말문이 막힌 노네임은 그 답지 않게 경직된 목소리로 이도크진 에게 말하고 있었다. "최대의 변수가...드래크로가 강림했다. ".....!!" "게다가...드래크로는 머지않아 시조드래곤과의 접촉을 시도할 것이다." "무슨..." "시조드래곤을 보며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는가? 전투를 위해 창조된 생명체도 아닌 단순한 여성에 속하는 그녀가 너무나도 죽음앞에 자연스럽지 않던가?" "......." "그건 바로 자신을 창조한 드래곤의 신, 드래크로가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는 걸 알고있 기 때문이지." "그걸 너는 어떻게 아는거냐?" 이도크진의 물음에 노네임은 문득 큭큭거리며 말했다. "이 정보는 내가 아닌 '그분'이 알려주신 정보다, 나는 그분의 뜻을 너에게 전해주기만 하는 전송자일 뿐." "......." "아무튼 나는 지금부터 너의 조각을 5일내로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몰두할 것이다. 그러니 너는 지금 당장 시조드래곤을 구속해야 한다." "......." 자신의 할 말을 마치고 사라지는 노네임을 보며 이도크진은 한동안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무얼 망설이는가? 무엇이 자신을 흔들리게 하는가? 모든 건 예정대로고 그 예정이 조금 앞 당겨졌을 뿐...다를 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도크진, 자신은 밤이 되고...그리고 다음날이 되도 그 자리에 서있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언제나 자신을 위해 죽겠다고 하는 시조드래곤을 보며 자신의 가슴속 에 꿈틀거리던 의혹감이 서서히 짙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이도크진 자신은 볼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기운을 풍기는 드래크로와 시조드래 곤이 깊게 끌어안는 장면을...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한동안 눈을 감고 어제와 오늘 아침의 일을 생각하고 있던 이도크진은 어느새 날이 어두워 져 있음을 알게되었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난 이도크진은 흩어진 자신의 새하얀 머리칼을 위로 쓸어올리며 천천 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어두운 방안에 희미하게 보이는 음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5일 후...모든 걸 끝내버리겠다. 이 뒤틀린 운명도...세상에 필요치 않는 나의 생명도..." 5일 후 자신의 조각을 취한 뒤...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탈환하여 자신과 더불어 운명이 뒤틀려버린 일족을 위해 이도크진은 예정대로 모든 걸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은 소멸된다...어차피 세상에 남길 것도 없기에 죽음이 아닌 그대로 소멸을 선택할 것이다.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나...흩어진 자신의 옷깃을 바로 세우고 탁자옆에 기대놓았던 흑빛 검, 다크니스를 허리춤에 찼다. -똑똑...- "......." 그때 문득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고는 차가 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냐." "쿠레이만 입니다." 자신을 쿠레이만이라고 밝히는 목소리에 문득 짜증이 일어버린 이도크진은 더욱더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나의 부름이 있을 때까지 찾아오지 말라고 명했을 텐데...?" 이도크진의 지나칠 정도로 냉기어린 말투에 쿠레이만이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아...저 그게 분명 오늘 오전에 만찬의 준비가 완료되면 로드를 모시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만..." "...뭐...?" "만찬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로드께서도 참석하시지요." "......." 이도크진은 쿠레이만의 말에 더더욱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방문을 열었다. 이도크진이 방 문을 열자 그의 짜증스런 얼굴을 보게된 쿠레이만은 약간 경직된 얼굴로 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아직도 심기가 불편하십니까? 그렇다면 일부러 참석하실 필요는..." 쿠레이만의 말에 이도크진은 아직도 짜증스런 표정을 지우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손으로 옆머리를 지그시 누르며 그에게 말했다. "대체 정신이 있는거냐? 쿠레이만." "네?" "이 얼음성에서 어느 누가 음식따윌 만든단 말이냐?" "......." 이도크진의 물음에 도리어 쿠레이만이 이상하단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로드께서도 잘 아시는 한명이 있지 않습니까?" "......." 쿠레이만의 대답에 이도크진이 눈을 확 뜨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설마 시조드래곤을 말하는 거냐?" "그렇습니다만..." 쿠레이만의 말에 이도크진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싸늘히 말했다. "그녀는 이미 얼음성을 떠났는데 어떻게 여기서 음식을 만든단 말인가?" "......." 이도크진의 말에 점점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 되어버린 쿠레이만은 다시한번 조심스런 어조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로드 요새 너무 피곤하십니까? 시조드래곤이 무슨 능력으로 이 얼음성을 나간단 말씀이십니까?" "뭐...?" "저는 시조드래곤에게 끌려 정오부터 그녀의 조수가...아,아니, 아무튼 그녀와 함께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 쿠레이만의 말에 이도크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장소가 어디냐." "가디언들의 집합장소로 쓰이던 제 2궁의 아시리움 대전입니다." "......." 쿠레이만의 말에 이도크진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아시리움 대전을 향해 걸어갔다. 허나 그가 걷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걷던 걸음걸이 에서 결국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마나를 쓸 새도 없이 순수한 체력만으로 달린 이도크진은 어느새 커다란 대전 앞 으로 당도했고 대전 앞에 당도하자마자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시린 빛의 문을 덜컥 열어제쳤다. -덜커덕!- "......." "......." "......." 자신이 문을 열어제치자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린다...그리고 그곳엔... 얼음성의 가디언들 중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놀란듯한 황금빛 눈동자도 섞여 있었다. 음식을 나르는 중이었는지 두손엔 음식과 술이 담긴 쟁반을 들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중얼거렸다. "어,어째서..." "......." 원래 조용했던 대전안은 그동안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은발의 소녀까지 입을 다물자 순식간에 싸늘한 침묵으로 뒤덮였다. 그리고 모든 사물이 사라지며 이도크진과 은발의 소녀만이 비춰지는 듯한 착각까지 들 고 있었다. 그때 눈앞의 그녀를 보며 믿을 수 없던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크진이 다시한번 그녀를 향해 물었다. "어째서...어째서 네가 이곳이 있는 거냐..." "......." 한동안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던 은발의 소녀는 이내 그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진...그 무서운 눈 안 풀래?" "......." "......." 은발의 소녀의 말에 이도크진은 물론이고 다른 가디언들까지 입을 떡 벌리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모든이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살짝 두뺨을 붉힌 은발의 소녀는 이내 이도크진 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남편이 여기 있는데, 내가 이곳에 있는 게 당연하잖아..." "......." 살아오면서...누군가가 돌아오는 경험을 처음 겪는 이도크진이었기에 그는 눈앞의 시조 드래곤을 보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도크진은 자신의 눈앞에서 배시시 미소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어째서 그녀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인가? 그녀의 능력으로선 절대로 탈출 불가능한 얼음 성을 아무런 제재 없이 빠져나갈 수 있는 좋은 찬스였다. 어째서 자신의 원수인 드래크로와 시조드래곤을 그냥 보내버리려 한 건지는 이도크진,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이 도크진은 다시 시조드래곤의 모습을 이 얼음성에서 볼 수 없으리라 장담하고 있었던 것이 다. 그러나 얼음성에서 다시 볼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시조드래곤은 이도크진, 자신의 바로 눈 앞에서 배시시거리며 웃고 있다. 어째서 그녀에게 죽음밖에 선사하지 못하는 이 얼음성에 그녀의 모습이 다시 보이는 것인지 이도크진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한동안 시조드래곤, 엘테미아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은 이내 자신의 멍한 표정대신 날카로운 표정을 드리우며 엘테미아의 가는 손목을 세게 움켜잡았다. -꽉.- "꺅~!" "따라와." "뭐,뭐야~!?"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이 난데없이 자신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자 손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비명을 질렀고 이도크진은 그에 상관없다는 듯 엘테미아를 끌고선 모두가 모여있는 대전 밖 으로 나왔다. 벌써 날은 어둑해져 있었고 한동안 이도크진에 의해 끌려가게 된 엘테미아는 자신의 의사따 윈 무시하고 계속 끌고 가기만 하는 이도크진의 팔을 꼬집고, 물고, 때리는 둥 갖가지 발버 둥을 치고 있었지만 이도크진은 눈하나 꿈쩍 않고 아무도 없는 음습한 외곽 쪽으로 그녀를 끌고 갔다. 이도크진에 의해 아무도 없는 곳에 다다르자 엘테미아는 머릿속으로 갖가지 부끄러운 상상 의 나래를 펼치며 두 뺨을 한참 빨갛게 물들이고 있을 때, 가던 걸음을 멈춰선 이도크진은 그제서야 엘테미아의 팔을 놓고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네가 왜 이곳에 있는가?" "아까 말했잖아." 이도크진의 난데없는 물음에 엘테미아가 맹한 목소리로 반문했고 여전히 긴장감이라곤 조 금도 없는 엘테미아를 보며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던 이도크진은 이내 더욱 더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이번엔 무슨 속셈을 숨긴 채 다시 얼음성으로 들어왔냐는 질문이다. 이해가 안 가는가?" "......." "다시 오늘의 아침처럼 드래크로 녀석과 함께 얼음성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생각 같 은걸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 네가 어떤 짓을 꾸미든 더 이상 속지 않아." "......." "기회는...지금 뿐이다." 자신의 할말만을 마친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의 의사따윈 전혀 들을 생각이 없었는지 그대로 그녀에게 등을 돌린 채 얼음성의 모든 가디언들이 모여있는 대전으로 걸음을 걷기 시작했 다. 난데없이 아무도 없는 으슥한 외곽으로 끌고와서 이도크진이 건넨 말에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이내 주먹을 꽉 쥐고 자신에게서 차갑게 돌아서는 이도크진을 향 해 말을 건넸다. "진." "......." "내게 할 말은 그것 뿐이야?" "......." 엘테미아의 물음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얼굴을 살짝 굳히며 그 자리에서 멈춰섰고 엘테미 아는 언제나 그렇듯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그의 등을 향해 말을 건넸다. "내가 돌아와 줘서 기쁘다...아니면 돌아와 줘서 싫다...내가 없었으니까 슬펐다...아니면 내가 없었으니까 좋았다...라는 말 정도는 해도 되잖아..." "......." "난 큰 결심을 하고 돌아왔는데...그런 나를 보며 한다는 말이 무슨 속셈이냐...그럴 거면 돌아가...라고?" 엘테미아의 말에 그제서야 이도크진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곤 차갑게 대꾸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내겐 그런 감정 따윈 존재치 않는다." "......." "도대체 네가 얼음성에 와서 무엇을 얻을 수 있지? 이곳에서 널 기다리는 건 나의 칼에의한 죽음뿐...그 이외에 널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넌 너를 기다리는 드래고닉 캐 슬이 아닌 얼음성을 택했고, 이에 난 당연히 널 신용할 수 없다." "왜 모르는 거야...나는 널...!" "그만." 자신의 말에 항변하려는 엘테미아를 제지한 이도크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날 사랑한다느니...아니면 남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먹일 거라면 차라리 듣지 않겠다." "그,그런..." "역시 그런 어이없는 이유밖엔 댈 것이 없겠지..." "나는..." "돌아가...네가 그나마 오랫동안 목숨을 연명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다." 다시또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어째서 그에겐 자신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 것일까? 어째서 자신만으로 이도크진을 감싸고 있는 두터운 얼음을 녹여버릴 수 없는 것일까? 역시...자신의 죽음이외엔 이도크진의 겨울을 깨뜨릴 수 없는 것일까...? 엘테미아는 자신의 가슴이 저려오는지 두손을 모아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또다시 이도크진에게 물음을 건넸다. "어째서야...? 그러는 진은 어째서 내가 캐슬로 돌아가길 바라는 거야?" "......." "그냥 이 자리에서 날 죽이고 내 심장을 가져가도 되잖아!...그런데 어째서 날 계속 살려두 려는 거야?!" 처음에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하던 엘테미아가 그 자리에서 고개를 들고 큰 소리로 이도크 진을 향해 외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는 그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다시 멈춰선 채 그녀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이제와서 생각키를 자신은 어째서 그녀를 돌려보내려는 것인가...그녀의 말대로 이 자리에서 그녀를 죽여 레디아나를 취할 수도 있었다. 분명 노네임이 약속한 날까지 이제 3일 정도 남 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주인을 잃은 그녀의 레디아나를 신계로 강제환원 되지 못하도록 3일 동안은 잡아 놀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은 그녀를 돌려보내려는 것인가...? 모든지 알 수 없고 논리적으로 이해 하기 힘든 일 투성이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자신의 아미를 살풋 일그러뜨린 채 말했다. "자신에게 죽음을 내리는 자...자신을 억겁의 세월동안 증오해온 자를 너는 어떻게 사랑할 수 있지...? 보통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에게 칼을 들이대진 못할 망정...마음을 주다니...세상에 그런 일 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나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랑이라는 황당한 이 유로 얼음성에 남은 너를 난 신용할 수 없다." "그럼 왜..." 자신의 말에 힘없이 반문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문득 어두움이 가득찬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히 말했다. "글쎄... 널 베지 않고 돌려보내려는 것은......현재의 혼란스런 나를 바로잡기 위함일지도 모르겠군..." "......."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냉철하고 차갑던 이도크진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혹시 자신때문에 흔들리는 것 일까? 라는 일말의 기대심이 엘테미아의 가슴속으로 꿈틀거렸지만 그것보다도 엘테미아는 지금의 이도크진을 보며 끓어오르는 격한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어째서 지금의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는건지 알 수 없었 지만 때때로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속력으로 달리고픈 맘이 들때처럼 엘 테미아는 자신의 작은 주먹을 꽉 쥐고 그녀답지 않은 날카로운 눈빛을 드리우며 이도크진 에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다- "......."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그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리곤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고 난데없이 그를 향해 달려가던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휘이익~!- -툭!- "꺅~!" "......."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이도크진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엘테미아는 달려가는 자신의 발치 앞으로 돌출된 얼음덩이에 그만 발이 걸려 넘어지고 있었다. 허나 엘테미아가 넘어지려는 것을 그냥 보고있지만은 않으려 했던지 이도크진은 자신의 허 리를 살짝 굽혀 넘어지려는 그녀의 허리를 자신의 팔로 둘러서 그녀를 붙잡았다. -덥썩.- "갑자기 무슨 짓이냐..." "......."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려다 얼음덩이에 걸려 몸의 균형을 자신에게 맡겨버린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어이없다는 어조로 묻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한동안 반쯤 넘어진 상태에서 그대로 이도크진의 팔에 기대어있었다. 아무런 말 도하지 않았고 이도크진 또한 오랫동안 자신의 팔에 기대어 고개를 푹 숙인채 반쯤 쓰러져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얼마간의 기묘한 침묵이 흐른 후...이내 엘테미아는 자신의 다홍빛 입술을 열어 이도크진을 향해 힘이 담긴 어조로 말을 건넸다. "지금의 난 바보같은 진의 얼굴을 때려줄 수 없을 정도로 약해..쓸모가 없는 걸까나..." "......." "하지만 말야...나는 적어도 자기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도망치는 겁쟁이는 아냐." "뭐..." "바로 이도크진...너 같은 바보, 겁쟁이 말야."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이 약간 굳어진 얼굴로 자신의 팔에 기대어 반쯤 쓰러져 있는 엘테미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도크진의 팔에 기대어 반쯤 쓰러져 있던 엘테 미아는 이내, 이도크진의 옷깃을 잡고 일어나며 눈물방울이 맺힌 얼굴로 그를 바라본 채 말했다. "어째서 내가 드래크로와 함께 드래고닉 캐슬로 돌아가지 않고 얼음성에 남았는지 알아?"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의 눈이 약간 커지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를 고개숙여 바라보았다. 신체의 차이 때문에 이도크진의 가슴팍까지밖에 키가 되지 않은 엘테미아는 자신의 까치 발을 들고 이도크진의 옷깃을 끌어당겨 최대한 자신의 얼굴을 이도크진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선채 촉촉히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드래크로는 말야...진과는 달리 주위에 친구들도...그리고 그를 위로해줄 좋은 동료들도 많아, 하지만 진은...틀려..." "......." "많은 부하들이 있지만...진, 너와 같은 심장을 지닌 부하들이라면 전투에선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결코 마음 편히 기댈 수 없는 존재들이야. 아니...기댈 곳을 만들줄 모르는 존재들 이겠지." 점점더 이도크진의 옷깃을 세게 쥐며 말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흐르는 눈물 탓에 멈추었던 말을 다시 이었다. "그러니까 돌아왔어..." -꿈틀...- "진에겐 나 뿐이야...진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건 이 세상에서 오직 나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그러니까 돌아왔어." "......." 촉촉히 젖은 목소리로 이도크진에게 호소하던 엘테미아는 이내 이도크진의 허리를 자신 의 작은 두 팔로 꽉 끌어안고는 흐느꼈다. 허나 아직도 엘테미아를 차가운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은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건 그저 단순한 동정이 아닌가...?" "......." "그런 것 따윈 원치도 않고 원한 적도 없다...그러니..!" "진의 말이 맞아!" "......." 자신의 말에 긍정을 보이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다시 할 말을 잃었다. 한동안 이도크진의 품에서 고개를 묻고 말하던 엘테미아는 조금 더 격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진의 말이 맞아...동정이라고 해도 좋아, 그저 단순한 자기만족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동정 과 사랑을 구분 못하는 얼간이라고 해도 좋아." "......." "하지만...진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것만 같아...지금쯤 혼자 있지 않은지...혼자서 무리하고 있진 않은 건지...진의 심장이 더욱더 차갑게 얼어가는 건 아닌지...강한 척 하고 있지만 진 에겐 누구보다 기댈 곳과 쉴 곳이 필요하단 걸 잘 알아, 전에는 정말로 강하고 아무것도 필 요 없던 이도크진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분명히 알 수 있어...진이 지쳐 있다는 걸..." "......." "살아오면서 즐거움이라던가 진짜 행복같은 걸 느껴보지 못한 진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정도로 아려오고 불쌍해져...그래서 내 모든 걸 주더라도 널 구해주고 싶어...웃는 진의 모습 도 보고 싶고, 우는 진의 모습도 보고싶어...그리고 농담을 건네는 진의 모습도 보고싶고, 사 랑하는 이와 함께 가족을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안고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의 모습도 보고싶어..." "......." "이게 동정인지 사랑인지는 나도 몰라...아니, 동정이든 사랑이든 상관없어. 왜냐면..." "......." 이도크진의 가슴에 고개를 묻은 채 말하고 있던 엘테미아가 고개를 들어 이도크진의 눈동 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의 난 이 자리에 오직 너만을 위해 서있으니까..." "......." "세상에서 단 하나...너만을 위해 얼음성에 왔어, 진..." 눈물이 흥건한 황금빛 눈동자로 얼굴을 붉힌 채 자신을 바라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 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도크진은 빙(氷)계 속성의 심장 덕에 설녀의 땅 이외의 지역에서 이 같은 뜨거운 감정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면 그의 심장은 버틸 수 없다. 허나 이도크진이 있는 이 설녀의 땅이라 면...라무르스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 속성이 땅속 깊숙한 곳까지 잠겨버린 이곳이라 면 그는 어떠한 감정을 받더라도 자신의 심장에게 타격을 줄 수 없었다. 허나 이도크진은 아팠다... 자신의 심장이 미어질 듯 아파 오기 시작했다. 어째서 항상 멍한 행동과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엘테미아의 말에 자신은 어째서 이렇게 까지나 흔들리는 것인가...게다가 그녀의 말에 이도크진은 단 한마디도 반박할 수 없다...언제나 눈앞에 서있는 은발의 아름다운 소녀 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말... '이해할 수 없다...' 분명 모든 마나는 기본적인 것을 제외하고 정지되어 있었다. 허나 이도크진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격동적이고 강하게 일렁이는 알 수 없는 마력에 이끌 려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은은한 달빛에 반사돼 촉촉하게 반짝이는 시조드래곤의 다홍빛 입술을 천천히 바라봤다. "......." "......." 한편, 갑작스레 나타난 이도크진이 엘테미아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지자 음식들이 즐비한 대전에 덩그러니 남겨진 쉘토이반외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이도크진과 엘테미아가 나 가자마자 바로 들어오는 쿠레이만을 볼 수 있었다. 쿠레이만도 이도크진이 엘테미아를 끌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을 보았는지 씁쓸한 표정으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지못해 대전으로 들어온 듯 했다. -.......- 대전안으로 들어온 쿠레이만은 이렇게 많은 이들이 모여있건만...그 흔한 대화소리 하나조차 들리지 않은 썰렁한 만찬식을 바라보며 밀려오는 한숨을 내뱉고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너희들 눈앞에 있는 게 뭔지 아는가?" 쿠레이만의 커다란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쏠렸고 저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답 했다. "평범한 동물들이 살아가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먹는 음식입니다." "...그렇다. 그럼 우선 눈앞의 음식을 먹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 "......." "......." 쿠레이만의 말에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자신의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마치 1,2년의 짧은 생을 살아온 자신들도 아닌데 이런 음식조차 먹는 법을 모를 줄 아는가? 라는 삐딱한 표정이었다. 이에 만찬식에 모인 전 가디언들을 대표하여 길다란 식탁의 왼쪽 24번째 앉아있던 가디언이 손을 어깨위로 들고 쿠레이만에게 물었다. "대장, 저희들이 아무리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 살아왔지만, 음식을 먹는 방법조차 모를 정 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왼쪽에서 24번째 앉아있던 가디언의 말에 여기저기서 그를 옹호하는 발언이 나직히 튀어나 왔다. "맞습니다..." "음식 먹는 법 따위야..." "맞습..." "...크아아악!!!" -드르르륵!- "......!!" "......!!" "......!!" 갑자기 터진 커다란 비명소리에 모든 가디언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고개를 돌려 비명소리가 들린 근원지를 살펴보자 거기엔 경악어린 표정 으로 한 손엔 스테이크가 꽂힌 포크를 든 채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한 가디언의 모습이 보였다. -쿵!- "......." "......." "......." 격한 경악성과 함께 온몸에 전율이 이는 듯 스테이크 한 조각을 먹고 한참동안이나 부르르 떨던 오른쪽에서 17번째에 앉아있던 가디언은 이내 식탁의 앞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이에 모든 가디언들이 흠칫거리며 오른쪽에서 14번째에 앉아있던 가디언을 경악어린 표정 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한동안 믿지 못하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던 가디언들은 이내 고 개를 돌려 눈앞에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쿠레이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쿠레이만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쓰러진 가디언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리곤 음산한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놈 방으로 전송시켜...어차피 오늘 내로 깨어나지 못한다." "......." "......." "이,이게 도대체..." 음식 한 조각을 먹고 악명높은 얼음성의 가디언이 졸도하자 경악어린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 고 있던 다른 가디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자신앞에 놓인 음식에 손을 대었다. 자신앞에 높인 음식에 손을 댄 가디언의 손에서 이내, 녹색 빛무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 랐고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로 쏟아졌다. 한동안 음식에 녹색빛을 쬐이던 가디언은 이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든 가디언들을 향 해 무겁게 고개를 좌우로 젓기 시작했고 다시금 모든 가디언들은 맨 앞에서 여유로운 표정 을 짓고 있는 쿠레이만을 바라보았다. 모든 가디언들의 주목을 받자 쿠레이만은 다시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한번의 헛기침 후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권고를 무시한 처사는 잘들 보았겠지? 보시다시피 여기엔 독반응은 없다. 그러니 내가 이 음식을 먹는 방법을 너희들에게 알려주겠다. "......." "......." "우선 첫 번째,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모아라." "......!!" "......!!" "......!!" 난데없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를 모으라는 쿠레이만의 말에 다른 가디언들이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흠칫하는 가디언들을 보며 날카로운 미소를 짓던 쿠레이만은 이내 끊었던 뒷말을 잇기 시작했다. "음식이 혀에 닿는 순간, 정신을 잃으면 모든 게 끝난다. 그러니 자신의 정신력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의 마나로 소울 디펜스를 시전하는 거다." "......!!" "......!!" 일개 음식을 먹는 데 풀 마나의 소울디펜스를 시전해야 한다는 쿠레이만의 말을 듣고 얼음 성의 모든 가디언들이 그와 자신앞에 놓인 음식을 번갈아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 었다. "........" 한편 엘테미아는 바로 눈앞에서 흔들리는 이도크진의 새하얀 머리칼에 자신의 황금빛 두 눈 동자를 커다랗게 뜨고 있었다. "지,진..."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바로 눈앞에선 혼돈조차 매혹적인 이도크진의 얼굴과 붉은 입술...그 리고 그의 차가운 숨결이 엘테미아의 볼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더욱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이도크진의 얼굴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볼을 새빨갛게 물들 이며 은은한 달빛 아래 아련하게 반짝이는 자신의 다홍빛 입술을 열고 이도크진을 맞아 들일 준비를 했다. 엘테미아가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뒤로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을 때 이도크진 또한 혼란 스런 눈빛으로 멋대로 움직이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어느새 자신의 한쪽 손은 엘테미 아의 가는 허리를 꽉 끌어당기고 있었고 다른 손은 그녀의 뒷쪽 머리를 감싸며 자신의 얼굴 로 인도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고 있다...라무르스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 그 순간부터 오로지 시조드래곤의 심 장만을 원해오던 자신이 그녀의 심장이 아닌 다홍빛 입술만을 원하고 있었다. 한번도 시조드래곤의 심장 외에 그 무엇도 원해본 적이 없던 그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바 램을 죽여왔는지도 몰랐다. 언제나 자신이 바라고 원했던 건 자신의 진정한 실체에 모두들 등을 돌리기가 일쑤였고 아 무리 잡으려고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그 후에 자신의 손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고독감 과 허무함뿐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해할 수 없는 시조드래곤을 다르다. 이도크진, 자신의 모든걸 빼앗아간 시 조드래곤은 달랐다. 자신의 모든 걸 알고도 자신의 곁에 있다. 손을 뻗으면...그만큼 멀어지 는 존재가 아닌 자신의 손에 확실히 닿는 존재였다. 느낌이 이상했다. 항상 바래오고 원해오던 것을 눈앞의 시조드래곤 때문에 포기해야 했는 데...운명은 얄궂게도 자신의 바램을 이세상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자신의 증오의 대상...시조 드래곤이 이뤄주려 하고 있다. 서로의 차갑고 뜨거운 숨결이 가까운곳에서 교차하고 있었다. 이도크진의 흔들리는 보랏빛 눈동자와 엘테미아의 어쩔 줄 모르는 듯한 황금빛 눈동자가 서로에게 못박힌 듯 서로의 눈 동자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제 조금의 미동만으로도 서로의 입술이 겹쳐지기 직전...이도크진이 문득 차가운 숨결을 내뱉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한가지만 묻지...도대체 이런 나의 모습 어디가 너에게 끌리는 거지?" 한없이 두근거리던 상황에서 불청객처럼 불쑥 튀어나온 이도크진의 질문에 두뺨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던 엘테미아가 자신의 아미를 찡그리며 툴툴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나도 내가 진처럼 세상에서 가장 못나고 바보같은 남자를 왜 좋아하는 지 몰라!" "........" 서로의 숨결이 서로의 입술로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의 말에 자신의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이도크진이 엘테미아를 노려보자 엘테미아도 지지 않고 자신의 이마를 한껏 찌푸리며 도끼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던 두 드래곤은 이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피식거리는 웃음을 내비 쳤다. 자신은 웃음이 흔할 지 몰라도 이도크진에게서 미소란 사막에서 바늘찾기 격으로 찾 기 힘든 명물이었기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커다란 눈동자를 더더욱 커다랗게 뜨고 그를 삿대 질하며 소리쳤다. "와아앗~? 진이 웃었다!!" "......." "까르르르, 역시 천하의 얼음대마왕도 우주에서 제일 이쁜 드래곤한테는 못 당하는 구나! 그렇지? 그런거지? 헤헷"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은 피식거리던 얼굴안면을 재빨리 무덤덤한 표정으로 뒤바꾸며 자 화자찬에 푹 빠진 엘테미아를 황당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도크진이 자신을 황당하단 표정으로 바라보자 혀를 빼꼼이 내밀던 엘테미아는 이내 다 시금 자신의 양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이도크진의 목에 자신의 팔을 둘렀다. 그리고는 까 치발을 들고 자신의 얼굴을 이도크진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눈을 감고 입술을 살짝 열었다. "........" "........" 자신의 입술로 다가오는 다홍빛 입술을 바라보며 이젠 이도크진도 좀전과 같은 혼란스런 표정은 짓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결심한 듯한 확고한 표정이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다시 엘테미아의 허리에 자신의 팔을 두르고 그녀를 더욱더 끌어안으며 서로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 다시금 서로의 숨결이 서로의 입술을 애처롭게 스쳐지나갈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드디어 이도크진과 얼음성에서의 첫키스를 한다는 생각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심장이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쿵쾅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서로의 입술 끝이 살짝 닿기 직전이었다. "끄아아아악~~~!!" "......!!" "......!!" 갑자기 얼음성을 뒤흔드는 비명소리에 깜짝놀란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는 순간 서로에게 서 떨어져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의 근원지를 파악한 듯한 이도크진이 날카로운 눈빛을 드리우 곤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모여있는 대전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전쪽이군..." "으..." ".......?" 갑자기 들려온 가디언의 비명소리에 이도크진이 살짝 굳어진 얼굴로 대전쪽을 바라보 고 있을때 자신의 작은 주먹을 꼭 쥐고 부르르 떠는 엘테미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 자 이도크진은 자신의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한동안 자신의 주먹을 꼭 쥐고 부르르 떨던 엘테미아는 도끼눈을 뜨고 대전쪽을 바라 보며 나직히 말했다. "씨이...또 누가 방해하는 거야..." "......." 눈물까지 글썽이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문득 지난날의 과거가 떠올랐다. 자 기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진 해븐로드란 인간으로 있을 무렵...헬마스터 공작이라는 그 녀와 함께 세리자리오에서의 추억이었다. 자기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린이라는 그녀에게 끌려 같은 인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자신을 지금처럼 혼란스럽게 만들고 또 소유욕이라는 감정을 만들어준 존재...서로에게 이끌려 키스를 할라치면 어디선가 꼭 방해가 들어왔었다. 이도크진으로 각성하면서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깊은곳에 묻어두었던 기억이 떠오르자 이 도크진은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허나 그 웃음도 잠시, 다시금 무표정의 이도크진으로 돌아온 그는 옆에서 툴툴거리는 엘 테미아를 번쩍 들곤 달리기 시작했다. "어,엄마야~!" "그곳으로 간다." "......." 갑자기 자신을 번쩍 들고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이도크진 탓에 엘테미아는 가는 미성의 비명을 지르며 이도크진의 시야를 가릴 만큼 두팔로 그의 목을 꽉 끌어 안았 다. 그리고나서 하나의 빛줄기가 얼음성의 모든 가디언들이 모여있는 대전을 향해 쇄도해 나갔다. 그리하여 다시 장소는 만찬식... 또다시 이도크진에 안겨 대전 앞으로 당도한 엘테미아는 이도크진과 함께 대전 안에서 벌어 지고 있는 상황에 황당해하며 넋을 잃고 바라봤다. 갖가지 음식과 식탁으로 깔끔해져 있던 만찬석은 이리저리 휩쓸린듯이 온통 아수라장을 방 불케 했고 의자에 앉아 조용히 음식을 즐기고 있어야할 얼음덩이 가디언들은 그들답지 않 은 흥분한 표정으로 저마다 앞으로 나서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휩쓸린 식탁가운데 유일하게 대전의 앞쪽에 있는 식탁만이 온전했고 그 식탁 위에 는 갖가지 음식들이 조심스레 놓여져 있었다. 앞에 놓인 식탁의 음식 중 8조각으로 나뉘어진 케잌을 조심스레 포크로 찍은 한 가디언이 앞쪽에 모여있는 가디언들 사이로 걸어나와 대전의 한가운데...즉 아수라장의 한 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대전의 한가운데는 무언가의 힘이 가운데로부터 바깥쪽으로 방출된 듯 유독 그 자리만 아무 것도 없이 깨끗해져 있었다. 드디어 아무것도 없는 대전의 한 가운데로 걸어온 한 가디언은 자신의 손에 들린 케이크를 바라보며 갑자기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고는 그를 중심으로 무서운 기류가 사방으로 쏟아지 기 시작했다. "하아압~!" "......." "......." 갑자기 자신이 만든 케이크 한조각을 들고 아무것도 없는 대전의 한가운데로 걸어나온 가디 언이 하는 짓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그 다음에 이어진 가디언의 행동에 그 녀의 고운 아미가 팍 일그러져야 했다. "소울 디펜스!" -스파파파파~!!!- "오..." "저 케이크는 클래스 A급이지..." "오...드디어 클래스 A급에 도전하는 건가?" 자신의 손에 든 포크에 꽂힌 케이크를 죽일듯한 눈으로 바라보던 가디언이 풀 마나를 모아 소울 디펜스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년의 원수를 만난 듯 케이크를 노려보며 원 의 모양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전투의 고수가 서로를 응시하며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 듯 원의 모양으로 천천 히 걷던 가디언이 이내 큰 기합과 함께 자신의 손에 든 케이크를 입으로 집어넣었다. "크아아아압!" "어허..." "과연 얼마나..." 케이크를 입에 넣자마자 가디언의 얼굴이 보는이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팍 일그러지기 시 작했고 그의 몸에서 더욱더 거센 기류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전의 한가운데로 나온 가디언을 쳐다보고 있던 다른 가디언들은 저마다 하던 짓을 멈추고 거센 기류를 내뿜고 있는 가디언에게 초점을 맞추었으며 어떤 이는 주먹에서 땀이 일도록 세게 쥔 채 긴장하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6...7...8...9...10...11...12...13...14...15초..." "크악..." -털썩...- 앞에서 느긋한 포즈로 대전의 한가운데에서 케이크를 먹고 있는 가디언을 보며 숫자를 세고 있던 쿠레이만이 채 15초를 세기도 전에 대전의 한가운데로 나선 가디언이 큰 기합소리와 함께 입안의 케이크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지친 듯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파치이...- "호...클래스 A급의 케이크를 15초만에 넘기다니...대단하군." "하아...하아...하아..."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아버린 가디언을 보며 대단하다는 듯 격찬의 말이 여기저기서 쏟아지 고 있었고 자신을 향해 격찬하는 다른 가디언들을 보며 대전의 한가운데에서 주저앉아 헉헉 거리던 가디언이 씨익 웃고는 한손을 들어 별거 아니라는 듯 휘휘 젓기 시작했다. "......." "자 다음은 클래스 S급인가?" "오...드디어..." "........" 도대체 이것들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는 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엘테미아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며 갑자기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허나 엘테미아가 온몸을 부르르 떨며 분노에 이성을 잃든 말든 가디언들은 다음 타자를 물 색하고 있었고 이내 클래스 S급에 도전할 타겟이 결정되었다. 그는 바로 옅은 푸른빛 머리칼의 가디언, 쉘토이반이었다. 쉘토이반이 긴장된 표정으로 앞 쪽의 유일하게 온전한 식탁 앞으로 다가서자 모든 가디언들이 썰물이 빠지듯 한곳을 향해 길을 트기 시작했고 그들의 모두 비켜서자 그곳엔 이쁘장한 분홍빛 체크무늬 접시에 다소곳 이 담겨진 갈색과 흰색이 버무러진 쿠키가 보였다. "......." 벌써부터 알수없는 쉘토이반의 살기가 이쁘장한 접시에 담긴 쿠키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조심스런 동작으로 쿠키 하나를 집은 쉘토이반은 전의 가디언이 한 것처럼 앞쪽에 모여 구 경하고 있는 가디언들을 지나쳐 아무도 없는 대전의 한가운데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쿠키를 응시했고 쉘토이반을 바라보는 가디언 들도 저마다 긴장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소울디펜스." 얼음처럼 차가운 그의 목소리가 나직히 울려퍼지자마자 그의 주위로 무거운듯한 기류가 섬광처럼 사방으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내 파란 빛무리가 쉘토이반의 머리 위에서 천 천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풀마나의 소울디펜스를 시전한 쉘토이반이 모두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가운데 언제, 어느 상황에서건 냉정함을 지닐 수 있는 얼음성의 가디언답지 않게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쿠키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그리고는 천천히 긴장된 동작으로 살짝 벌어진 자신의 입안에 엘테미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쿠키를 집어넣었다. -스콰콰콰콰콰콰콰콰!!!- "커헉!!" "으윽..." "쉬,쉴드!..." -파카카캉!- 엘테미아의 쿠키가 쉘토이반의 입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쉘토이반의 얼굴이 팍 일그러지며 그 의 주위로 비산하고 있던 기류가 엄청나게 거세지며 이내 대전의 모든 창문을 부수고 있었 다. "크으윽!!!!" -파직...파지직...- 대전자체가 흔들릴 정도로 거센 기류가 쉘토이반에게서 쏟아지자 다른 가디언들이 급기야 쉴드를 개방하기 시작했고 이도크진 또한 손을 엘테미아의 앞으로 뻗어 그녀에게 쇄도하고 있는 기류를 막고 있었다. "...44...45...46...47...48...49....100...101...102...103초..." "크아아악!!" -털썩!...- -푸슈우...- 대전의 앞쪽에서 나부끼는 자신의 잿빛 머리칼을 뒤로한 채 조용히 숫자를 세고 있던 쿠레이만의 눈앞으로 끊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쉘토이반의 모습이 보였다. 쉘토이반이 쓰러지자 그에게서 흘러나오던 거센 기류또한 언제 존재했냐는 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던 대전안에 순간적으로 긴 침묵이 찾아왔다. 허나 그 침묵을 깬 것은 다름아닌 쉘토이반의 거친 숨소리였고 이내 쿠레이만이 쉘토이 반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아...하아...하아...하아..." "정확히 104초만에 클래스 S급을 정복한 건가...무시무시하군 그래..." "오오...클래스 S를 정복하다니...과연..." "역시..." 쿠레이만의 말에 여기저기서 쉘토이반을 격찬하는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고 무의 미한 삶을 살며 감정의 표현조차 잊어버렸던 쉘토이반이 그들의 말에 전의 가디언처럼 피식 웃으며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쓰러질 듯 하면서도 끝끝내 일어서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내 생애...최고의 전투였다..." -털썩- "......." "......." 자신의 할 말을 모두 마친 쉘토이반의 눈이 스르르 감기더니 이내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쉘토이반이 쓰러지자 모든 가디언들이 깜짝 놀라며 3명의 가디언이 달려와 그를 부축했 고 나머지들은 그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꺼내고 있었다. "과연...최고의 전투로군 그래..." "어, 입속에서 벌어지는 혈투인가? 무시무시하구만..." "이 짓을 100일정도만 한다면 자연조차 거스를 엄청난 정신력을 소유할 수 있겠군...대 단해..." "야!!!" "......." 열받는다...열받는다...무언가 굉장히 열받는다...도대체 쿠키 하나를 먹으면서 무슨 난리를 치는 것인가? 쿠키를 먹고나서 뭐? 생애 최고의 전투였다고? 하하...웃기지도 않아! 라고 생각하며 온 몸을 부르르 떨던 엘테미아가 이내 쿠레이만과 쓰러진 쉘토이반을 바라보며 소리를 꽥! 하고 질렀다. 그리고는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가 쓰러진 쉘토이반을 툭 하고 걷어찬 뒤 다시금 고개를 훽 돌려 앞쪽에 모여있는 가디언들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 뭐하는 거야? 쿠리!" "......." "......." 또다시 엘테미아의 입에서 '쿠리'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움찔거리던 쿠레이만이 이내 자 신의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다시피 정신수행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정...신수행?" 쿠레이만의 말에 엘테미아가 이도크진 마냥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곤 그를 쏘아 보았다. 그러자 여전히 별 표정을 짓지 않던 쿠레이만은 자신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는 엘 테미아를 향해 말했다. "그렇다. 네가 만든 음식은 얼음성의 가디언들조차 견디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맛이다... 잔혹한 맛? 음...내가 생각해도 딱 들어맞는 알맞은 표현이군." "뭐라..." "아무튼 입에 넣자마자 혀에 느껴지는 엄청난 량의 미각정보로 인해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소울디펜스로 봉쇄하며 정신력 테스트를 하는 중이었다." "으으..." 쿠레이만의 말에 자신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분노에 떨던 엘테미아가 끓어 넘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만 자신의 주먹을 쿠레이만의 얼굴을 향해 뻗었다. -휘익!!- -툭!...- 허나 엘테미아의 솜방망이에 당할 쿠레이만이 아니었기에 손을 살짝 들어 엘테미아의 주 먹을 저지했고 쿠레이만의 가벼운 가드에 더더욱 열이 난 엘테미아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그에게 매서운 시선을 던져준 채 자신이 만든 쿠키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쿠키하나를 들어 자신의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헉!..." "......!!" "......!!" 난데없이 쿠키 앞으로 다가간 엘테미아가 쿠키를 집어 스스럼없이 자신의 입속으로 집어넣 자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가디언들의 사이로 경악성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쿠레이만 또 한 자신의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1...2...3초..." -꿀꺽...- "......." "......." "......." 엘테미아가 입 속으로 쿠키를 집어넣자 무의식적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한 쿠레이만은 자신 이 채 3초를 세기도 전에 입 속에 집어넣었던 쿠키를 목구멍으로 넘기는 엘테미아를 바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어떻게..." "마,말도...안...돼... 소울디펜스도 없이 어떻게..." "늙은이 너..." "뭐얏!!" 모든 가디언들이 엘테미아 자신을 무슨 괴물 쳐다보듯 바라보자 더욱더 열이 난 엘테미아는 이번엔 쿠키 2개를 집고 한꺼번에 입 속에 넣어 바삭거렸다. "더,더블...!!" "헉...!" "...1...2...3초..." -꿀꺽- 쿠키 두개를 한꺼번에 집어삼키는 엘테미아를 보며 급기야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가디언들 이 경악어린 표정으로 하나 둘씩 비틀거렸다. 이에 엘테미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치고 있었고 쿠레이만 또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아...고,공격마법 하나도 쓸 줄 모르는 네가 어떻게..." "조금의 마나도 유동시키지 않았어..." "믿을 수 없군..." "흥! 바~보." 쿠레이만처럼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엘테미아를 경악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다른 가 디언들도 엘테미아의 전투능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경악은 더욱더 컸다. 이에 엘테마이의 콧대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이 올라가자 그녀는 자신의 손을 허리에 이 고 한쪽 손으로 입을 가리며 커다랗게 웃었다. "오호호홋~사실은 말야~" "......." "내가 명색이 시조드래곤이라구...너희들조차 눈치채지 못한 엄~청난 힘을 갖구있단 말이 야!" ".......!!" ".......!!" "그리고 말야...너희들이 볼땐 공격마법 하나도 못쓰는 내가 약해보일지 몰라도 내가 볼땐 싸움밖에 못하는 너희들이 훨~씬 약해 보인단 말야." "........" "........"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과 다른 가디언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자신의 발언에 놀라고 있는 그들을 보며 고양이미소를 짓던 엘테미아는 이내 총총걸 음으로 진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등장해서 자신들을 황당의 늪에 빠지게 만든 엘테미아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쿠레이만은 이내, 무언가가 생각 낫는지 통통 뛰며 걸어가는 엘테미아를 보며 소리쳤 다. "이봐~늙은이, 이 음식들 내일도 만들어." "뭐얏?!" 가뜩이나 자신을 늙은이라고 부르는 것도 못마땅한데 쿠레이만이 자신을 향해 명령조로 말하자 엘테미아가 도끼눈을 뜨고 고개를 훽 돌려 쿠레이만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다 른 가디언들을 스윽 훑어보며 가소롭다는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후훗...세상은 잔혹하다구~ 내 쿠키 하나를 먹는데 100초 이상 걸리는 남자들의 명령 을 내가 따를까보냐?" "뭐야?!" "오호호홋...혹시 모르지...쿠리가 나한테 '할머니...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한다면 만들 어 줄 수도..." "뭐라고?!" "쿠리?" "할머니?" 엘테미아가 고양이미소를 지으며 쿠레이만을 향해 말하자 쿠레이만이 발끈하며 소리치고 있었고 엘테미아가 말하는 '쿠리'와 '할머니'란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가디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하고 있었다. 처음의 냉정하고 무뚝뚝하던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지금은 자신 앞에서 어벙한 표정과 발 끈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엘테미아는 다시 또 커다란 웃음소릴 터트렸고 이내 눈물까지 고인 자신의 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아하하하~농담이야, 농담...내일도 만들자..." "......." "모두가 다함께 만드는 거야." ".......?" 음식을 만들면 만들었지 모두와 함께 음식을 만들자고 말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 과 다른 가디언들이 의문의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었고 모두의 시선이 다시 자신 에게로 쏠리자 엘테미아는 이내, 사심없는 환한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다. "내일은 모두가 모여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는 거야..." "......." "......." "그래야...내가 없어져도 너희들끼리 만들어 먹을 거 아냐...안 그래?" "......." "......." 어두움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환한 얼굴로 자신들에게 말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 만들은 자신들의 심장이 욱신거려 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얼마 후면 시조드래곤은 이 얼음성에서 자신의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도 불 구하고 어째서 저런 환한 표정을 드리울 수 있는 것인가...도저히 가디언들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가디언들은 자신의 심장이 '살아있다' 라는 감정을 받게 되었다. 무슨 말을 해도... 무슨 일을 해도...그리고 어떤 전투를 해도, 자신들의 심장으로부터 어떠한 느낌도 받지 못 했다...허나 지금은 무언가가 무거운 듯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이런 가디언들의 변화를 눈치챈 건지...아니면 눈치채지 못한 건지 모를 엘테미아는 다시금 장난스런 표정을 드리우며 대전의 입구에 기대어 서있는 이도크진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걸 어갔다. 그리곤 언제 가져온 건지 그녀의 작은 손엔 이쁘장한 분홍 체크무늬 접시에 담겨있던 쿠키 2개가 쥐어져있었고 하나는 자신의 입 속에....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이 직접 이도크진의 입 속으로 넣어주고 있었다. 다시금 무시무시한 클래스 S급의 쿠키가 이도크진과 엘테미아의 입속으로 들어가자 긴장 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가디언들은 혹시나 하는 표정이 역시나로 뒤바뀌며 힘 없이 어깨를 떨구고 있었다. -바삭,바삭- 엘테미아가 건넨 쿠키를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씹으며 이내 삼켜버린 이도크진이 엘테미아를 넌지시 바라보며 한마디를 건네고 있었다. "흐음...그때보다 실력이 좋아진 듯 하군..." 이에 엘테미아가 그 자리에서 폴짝 뛰며 좋아라 외쳤다. "그치?? 실력 많이 늘었지? 헤헷..." "......." "......." 무언가 묘하게 어울리는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가디언들이 벙찐 표정을 짓 고 있을 때 엘테미아가 다시 폴짝 뛰어올라 자신의 두팔을 이도크진의 목에 감싸며 비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이인~아까 그거 또 하자..." ".......뭐?" "그거...그 쓩~하고 빨리 달리는 거 말야..." "...아...그래?" 엘테미아의 말에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약간 긴장하던 이도크진은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곤 자신의 목에 매달린 엘테미아를 든 채 섬광 같은 스피드로 자신의 거처를 향해 달려갔다. -달칵......달칵- 어느새 자신의 거처 앞으로 당도한 이도크진은 엘테미아를 한 팔로 든채 방문을 살짝 연 뒤 방안으로 들어와 다시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엘테미아를 내려주며 자신의 제복 윗도리와 허리춤에 찬 칼을 탁자의 옆에다 걸 쳐놓곤 어느새 침대에 앉아 위아래로 방방거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향해 말했다. "...오늘도 여기서 잘 셈인가?" 이도크진의 물음에 엘테미아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하지~오늘이 우리 신혼 첫날밤이나 다름없단 말야."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 "........" 무언가 긴장된 분위기... 나름대로 시끌벅적 했던 만찬석을 지나쳐 이도크진과 엘테미아 둘밖에 없는 방안에 들어 오게 되자 엘테미아는 다시금 자신의 심장이 두근거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매사에 무신경하고 아무것도 자신을 거칠 것이 없던 이도크진도 선뜻 엘테미아가 앉아있는 침대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시선을 피하며 굉장히 어색한 시간이 계속 될 무렵... 놀랍게도 그 침묵을 깬 것은 엘테미아가 아닌 이도크진이었다. "너에게 남은 시간은 앞으로 길어야 3일...그런데도 넌 진정으로 행복한가?" "........" 어색한 침묵을 깨는 이도크진의 물음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커다란 눈을 깜빡깜빡거리며 그를 멀뚱히 바라봤다. "........" "........" 또다시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 자신의 커다란 황금빛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발만 다닥거리고 있던 엘테미아가 갑 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아아아!!" -흠칫...- 갑자기 소리치는 엘테미아에 이도크진은 자기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흠칫거렸고 이도 크진이 흠칫거렸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테미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이도 크진을 빤히 쳐다보았다. "뭐,뭐냐..." "나 그냥 안 죽을래..." "뭐?" "진을 위해 죽는 거...그거 안 할래..."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도크진이 자신을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엘테미아는 슬며시 그의 눈길을 피하며 고개를 숙인 채 다시 침대에 다소곳이 앉고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예전에는 진을 위해 죽는다느니...진을 위해서라면 죽음조차 하나도 두렵지 않다고 천사 같은 여자마냥 말해왔지만...이제는 두려워졌어..." "그런가." "........" 자신의 말에 화낼 줄로만 알았던 이도크진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반문하자 깜짝 놀란 엘테미아가 숙였던 고개를 들고 이도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다시또 이어지는 짧은 침묵...이에 엘테미아는 그를 바라보던 고개를 다시 숙인 채 더욱더 작은 목소리로 끝맺지 못한 자신의 말을 이었다. "응...이제는 두려워...그 동안 죽음 앞에서도 용케 버텨왔지만,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음을 택한 멋진 여자처럼 보였겠지만 사실은 두려워...아니, 이젠 싫어졌어..." "......." "진의 웃는 얼굴도 보고싶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안으며 행복 한 표정을 짓는 진의 얼굴도 보고 싶다고 말했지...그건 아마 내가 죽어서 나의 심장을 진에게 주어야만 이뤄질 수 있는 내 바램일 거야...하지만 싫어." 계속해서 손을 꼼지락거리던 엘테미아는 더욱더 고개를 푹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도크진에게 말했다. "사랑해서 죽음을 택하는 바보같은 결말을 내고싶진 않아...더 이상 진 앞에서 천사같은 여자처럼 구는 것도 싫어...원래의 나로...겁 많고, 어리석고, 인내심 없고, 깊은 속이라곤 조금도 없는 예전의 린으로...돌아갈래." "......." "아까는 진의 행복한 미소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즐겁게 웃는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거짓말했지만...사실은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됐어, 그걸 상상하는 것조차 숨이 막힐 정도로 힘이 들고 화가나...진 옆에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있는 거 싫어...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향해 웃는 것도 싫어...진의 옆에는 항상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 "......." "하하...나 정말 나쁜 여자야...억겁의 세월동안 진의 행복을 빼앗아 놓고...다시 자신의 행복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자야...하지만 어쩔 수 없는걸...죽는 게...두려워졌어...! 전에는 분명 진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이제는 안 돼...더 이상은 안 돼...!" "......." 어느새 숙였던 고개를 든 엘테미아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리곤 얼굴을 살짝 붉 히며 자신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 나 죽지 않을래...진과 함께 좀 더...좀 더 행복해 지고 싶어...그러니까 나 안 죽어." "......." "항상 진이 나에게 물었지? 어째서 죽음을 앞에 두고 웃고 떠들고 하는 생활을 할 수 있 냐고...어째서 포로같이 굴지 않고 황당한 사건만 일으킬 수 있는 거냐고...어쩌면 나 속으 로 믿어왔는지도 몰라... 아니, 그렇게 바래왔는지도 몰라...조금더 내가 진에게 다가간다면... 조금 더 진을 사랑한다면 어쩌면 진은 날 죽이지 못할 거라고...아니, 죽일 수 없다고 확신 했기에 죽음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고, 사랑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을 거라고 착각했는지도 몰라..." "그래?" "응...좀 전에 깨달았어...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검은 속마음을...하지만 숨기고 싶지는 않아. 모든 상황의 최악으로 치달아서 진을 위해 목숨을 버려야 한다면 난 분명히 내 목숨을 버릴 수는 있을 거야...하지만 바보같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래...좀 더...좀 더 진과 행복 해지고 싶으니까...그러니까 진이 날 죽일 수 없도록 만들 거야. 날 죽이지 못하도록 만 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거야." "......." 어느새 엘테미아의 눈가에서 구슬같은 눈물이 그녀의 턱선을 따라 흘러내리며 스커트를 조용히 적시고 있었다. 그리고는 애써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진을 바라본 채 입술을 열었다. "정말...구역질이 날 정도로 나 이기적이고 뻔뻔한 여자지만...그렇지만 이 마음만은 하나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고 또 내 바램이야...그러니까..." "......." "앞으로도 계속..." "......." "...함께...살아가자..." "......." 엘테미아의 흐느끼는 말을 끝으로...또다시 무거운 침묵이 그들 사이로 가라앉았다.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은 화가 나야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바보스러울 정도로 솔직한 그녀를 보며 황당해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마지막 말...함께 살아가자는 말이 이도크진의 심장을 강하게 울리고 있었 다. 항상 차갑게 굳어있던 자신의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격렬하게 꿈틀거리며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침대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그녀를 소유하고 싶 다는 감정이 강하게 밀려왔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와 다홍빛 입술...그리고 고운 살결과 가느다란 손...그리고 미끄럽게 이어진 다리와 그녀의 작은 발가락까지도...은은하게 반짝 이는 그녀의 은빛 머리칼 하나까지도 모두 소유하고 싶었다. 이도크진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천천히 침대위로 눕혔다. 더 이상의 선을 넘게되면...이도크진 자신은 정말로 시조드래곤의 바램처럼 그녀를 죽일 수 없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일말의 망설임이나 불안감 따윈 그에게 존재치 않았다. 오늘 아침에 드래크로에게 엘테미아를 보내고 난 후...그때부터 결론은 이미 내려졌기 때문이었다. "아...! 지,진...!?" "......."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와 침대위로 눕히는 이도크진의 손길에 엘테미아가 얼굴을 새빨갛 게 물들이며 깜짝 놀라 소리쳤다. "자,잠깐......" 이도크진의 손길에 놀라 소리치던 엘테미아는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도크진의 얼 굴 탓에 더욱더 자신의 두 뺨을 붉히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도크진의 길다란 손이 엘테미아의 턱 끝을 살짝 들어올렸고 가쁜 숨결을 내뱉던 엘테미아 의 입술은 이도크진의 입술에 의해 제압 당했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당황해하며 그를 밀어내려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입 속을 정복해버린 이도크진의 부드러운 혀에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며 급기야 이도크진의 혀를 조용히 받아 들였다. 그와의 두번째 키스...진 해븐로드라는 남자가 자신을 가장 증오하는 이도크진으로 각성했을 때부터 이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키스를 받자 엘테미아는 환희의 눈물을 흘리며 황홀한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처음의 부드럽고 조용했던 이도크진의 입술은 점점더 빨라지고 격렬해지며 엘테미아의 정신 을 혼미하게 만들 정도로 변해갔다. 그 동안 못했던 키스에 분풀이를 하듯 더욱더 격렬하게 서로를 원하던 이도크진과 엘테미아 는 끝내 서로의 사랑을 담아 교차하던 입술을 떼고 서로의 눈동자를 직시했다. 이도크진의 곧은 눈동자는 엘테미아의 멍한 눈동자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의 손은 어느새 엘 테미아의 옷깃을 하나씩 풀어헤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더 드러나는 엘테미아의 흰 살결에 이도크진 안에서 일렁이던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더욱더 격하게 날뛰고 있었고 엘테미아 또한 터질 듯한 심장을 뒤로한 채 의 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써야했다. 허나 그때였다. [구속하라.] "......!!" 서로의 거친 숨결만이 나지막하게 내리깔린 방안에서 갑자기 자신에게 전달된 전음에 이도 크진이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렸다. 컬컬한 목소리로 보아 자신에게 전음을 보낸 것은 노네임이 틀림없었다. [구속하라...앞으로 3일, 3일 후에는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취해야 한다. 더 이상 시조드 래곤에게 자유를 주어선 곤란하다...그녀를 구속하라.] "......." 노네임의 전음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눈썹을 꿈틀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엘테미아 를 바라봤다. 애처로울 정도로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녀의 흰 살결을 보며 이도크진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옅은 키스를 했다. "진...그거 기억해...?" "뭐가?" 상기된 얼굴로 작은 가슴을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엘테미아가 이도크진 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진은 그 동안 내 이름을 단 한번도 불러주지 않았다는 거..." "......." "내 이름은 린이야...진에게 불려지고 싶은 이름은 린이라구. 그리고 다시 말할게... 나는 진과 더욱더 행복해지고 싶어. 지금처럼...그러니까..." "......." "나와 함께 살아가 줘..." 자신의 말을 마친 엘테미아는 자신의 작은 가슴을 가리고 있던 두 팔을 들어 이도크 진의 목을 끌어안아 자신에게로 인도했다. 하지만 진은 엘테미아의 인도에 응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꽂꽂이 서있었다. 이에 엘 테미아가 약간 눈을 크게뜨고 진에게 물음을 건내려 할 찰나...이도크진이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녀보다 먼저 말을 꺼냈다. "그건...좀 곤란하군..." "...에...?" "지금부터 넌 3일 동안 잠들게 될 꺼야..." "지,진...?" "난 너와 함께 살아갈 수 없어...절대!" "진!!" 갑작스런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가 누워있던 자신의 몸을 재빨리 일으키려고 했으나 어느새 이도크진의 두 손이 엘테미아의 양어깨를 짓누르며 그녀를 구속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기어이 애처로운 눈물 한줄기를 침대 시트 밑 으로 떨구며 울먹이 듯 말했다. "진은...내가 싫은거야...?" 자신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이내 이도크진은 자신의 입술 끝을 살짝 말아 올리며 미소를 짓곤 짧고 강한 충격 을 엘테미아의 명치에 먹였다. -퍽!- "흐윽!..." "그럼...마지막으로 좋은 꿈꾸길..." 희미해져 가는 자신의 의식너머로 믿을 수 없을 만큼 환하게 미소짓는 이도크진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엘테미아는 끝내 의식을 잃었다. -주륵...- 암울하게 가라앉은 어둠 속에 홀로 빛나고 있는 은은한 달빛이 붉은 머리칼의 청년을 더욱 더 쓸쓸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테라스에 기대어 한손엔 와인을 들고 다른 한손으론 와인을 들고있는 팔꿈치를 받치며 와인 잔 끝을 자신의 입술에 맞추고 있었다. 별 표정이 없는 그의 얼굴엔 자신 앞에 펼쳐진 정경이 아닌 자신의 기억속에 존재하는 다른 곳의 풍경을 떠올리는 듯한 얼굴이었다. "휴우..." 그러다 문득 자조적인 미소를 흘리며 옅은 한숨을 내뱉는 붉은 머리칼의 청년, 드래크로에 게로 대자연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스스스스스- 범인이 듣기엔 그저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로 들렸겠지만 드래크로에겐 확 연하게 구분되는 '그분'만의 맑은 목소리였다. 이에 드래크로는 테라스의 난간에 와인잔을 살며시 내려놓고 약간의 허리를 숙여 예를 취 한 뒤 자신의 머리위에 떠있는 달을 쳐다보며 입술을 열었다. "오셨습니까?" [그래요...오랜만이군요. 드래크로니므이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만물의 창조주여..." [엘테미아는 잘 있던가요?]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의 말에 드래크로가 자신의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네...너무나도 잘 있었습니다." [후훗...] "........" [그럼 다행이군요...그리고 그대의 조각을 지닌 자들도 모두 만나보셨나요?] "네." [후훗...과연 그도 드래크로의 조각을 타고 난 걸까요?] "......." 모든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의 말에 드래크로는 씁쓸히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산산히 불 어오는 바람이 드래크로의 볼과 머릿결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자신의 볼과 머리칼을 조용히 쓸어내려주는 바람을 느끼며 살풋 미소짓던 드래크로는 이 내 자신의 머리위에 홀로 떠있는 달을 쳐다보며 말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후훗...그런가요?] "네. 저는 인간이 아닌 신이니까요." [그대다운 대답이군요. 드래크로니므이스...어쨌든 내가 그대를 만나고자 한 목적은 그대 또한 이번일에 방관자가 되어달란 부탁이 있기에 찾아왔습니다.] "......방관자...입니까?" [그렇습니다. 드래크로니므이스여...모든 건 엘테미아와 그 아이...그 둘이 어떤 결론을 내던 지 그대는 그저 먼 곳에서 지켜봐 주십시오.]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의 말에 드래크로가 약간 굳어진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명령...입니까?" [후훗...모든 건 저와 드래크로...그리고 라무르스가 예견한 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대 또한 이제 나타날 그들의 결론이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가장 자연스런 결론을 도 출하기 위해서 신의 개입을 일체 허락 치 않겠습니다.] "...명을 받듭니다." 달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드래크로의 얼굴은 처참히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창조 주의 명을 어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대, 드래크로니므이스와 보랏빛 머리칼의 아이...헬프리보드가는 그저 이계에서 이 쪽으로 유입되는 '그들'의 세력을 저지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네." [그럼...우리들의 원하는 결과가 도출되길 기원하며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자신의 볼을 스쳐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더이상 창조주의 목소리는 드래크로에 게 들리지 않았다. 창조주가 말한 방관자가 되라는 명에 드래크로는 다시금 씁쓸한 미소를 드리우며 난간에 세워놓았던 와인 잔을 들어 단번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다시 달을 올려다보며 서글픔이 깃든 목소리로 나직히 말했다. "잔혹하군..." 은은하게 반짝이는 달을 보며 나직히 중얼거린 드래크로는 더이상 테라스에 있을 이유가 없는건지 그대로 몸을 돌려 방안으로 들어오려는 찰나였다. "...이,이건...!!" 몸을 돌려 방으로 천천히 들어가려 했던 드래크로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어리며 우뚝 멈춰 선 채 한 지점을 향해 자신의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그리고는 신답지 않은 침착하지 못한 목소리로 자신의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하하...서,설마 그럴리가!!" 도대체 드래크로가 무엇을 느꼈기에 이렇게 놀라하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드래크로는 들고있던 잔을 재빨리 난간 위에 내려놓고 자신이 느낀 종적을 향해 워프를 감행했다. 드래크로가 다급하게 워프된 곳은 바로 드래고닉 캐슬의 유일한 입구... 거대한 대전안에 설치된 워프 게이트였다. 이공간에서 지상계를 향해 드래곤하트에만 반응하여 길을 열어주는 워프게이트로 다급하 게 몸을 옮긴 드래크로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존재를 보며 놀람을 금할 길이 없었다. "네,네가 어떻게..." -저벅 저벅...- 아무런 빛도 흘러들지 않는 어두운 대전 안에는 절도있는 발걸음소리만 아스라히 울려퍼 지고 있었고 드래크로는 자신에게로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 존재를 보며 주먹을 꽉 쥐고 혼란스런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성전과도 같이 건축된 드래고닉 캐슬의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나오던 존재는 이내 하늘위에 홀로 떠있는 은은한 달빛에 비춰 그의 진실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산산히 불어오는 바람에 자신의 하얀 머리칼의 휘날리며 걸어나오는 인물은 자신의 두 팔 에 길다란 은발을 풀어헤친 아름다운 소녀를 안고 있었다. 하나의 신 앞에서도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하얀 머리칼의 사내는 드래크로를 바라보며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곤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두 팔로 안고 있던 은발의 소녀를 마치 보잘것없는 물건을 던지듯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드래크로를 향해 아무렇게나 던졌다. -휘익~!- "무,무슨...!?" "........" -덥썩- 대략 4.5미터의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던져진 은발의 소녀를 재빨리 받아낸 드래크로는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앞에있는 하얀 머리칼의 사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지?" "3일...앞으로 3일동안 그 녀석을 일어나지 못하게 해라." "......." 드래크로의 말에 냉기가 뚝뚝 어리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로 새하얀 머리칼의 사내가 말하고 있었다. 이에 드래크로의 얼굴이 더더욱 굳어지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새하얀 머리칼의 사 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3일 후, 너희들에게 가장 필요한 존재는 엘테미아가 아닌가?" 드래크로의 말에 이도크진은 달빛에 비춰 더욱더 차갑게 빛나는 새하얀 머리칼을 나부끼며 자신의 매혹적인 입술을 천천히 열었다. "3일이 지나면 모든 게 끝난다...그때까지 그 녀석을 마법으로 재우든 ,감금을 하든, 그건 네 맘 대로다. 그러니..." "........" "3일 동안 그 녀석을 설녀의 땅 근처에도 오지 못하도록 막아라. " "뭐..." "그 뿐이다. 그럼..." 갑자기 나타나 예상치도 못한 은발의 소녀를 돌려주는 새하얀 머리칼의 사내를 보며 드래크 로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허나 이대로 그를 보낼 수 없었던 건지 드래크로는 벌써 한참을 멀어져 가는 이도크진의 뒷 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인지 아는가? 네가 억겁의 세월동안 살아온 삶 그 자체를 부정하는 짓이다! 그걸 알고도 이러는 건가?!" -우뚝- 드래크로의 외침에 이도크진이 가던 걸음을 멈춰서곤 고개만 야간 옆으로 돌린 채 그를 향 해 입을 열었다. "변하는 건 없다. 행복한 자는 행복한 상태로...그리고 그 무엇도 소유하지 못한 자는 그 누구의 기억에도 존재하지 않은 채 조용히 사라질 뿐이다." "......." 자신의 말을 끝낸 새하얀 머리칼의 사내는 이내 스스럼없이 절도있는 걸음으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드래크로를 제쳐둔 채 워프게이트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어둠만이 존재하는 숲에 당도한 그는 문득 그 흔한 별 하나 없이 홀로 떠있는 달을 바라보 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그 누군가를 향해...그리고 의미모를 말을 넌지시 내뱉고 있었다. "이제야 안녕이군..." 안녕이란 말을 내뱉은 그의 주위로 시린듯한 푸른빛이 그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 곤 이내 그의 모습이 천천히 옅어지기 시작하며 한마디의 말을 내뱉고는 어디론가 사라졌 다. "린." -샤라락...- 살짝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투명한 베이지 빛 커튼이 아름 다운 춤을 추고있었다. 각종 분홍빛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아기자기한 소녀 풍의 넓은 방안에는 아침의 상큼한 공기가 물씬 퍼져 있었다. 넓은 방안의 가운데, 역시 분홍 빛 침대시트가 돋보이는 커다 란 침대 위에 한명의 소녀가 고른 숨을 내쉬며 조용히 누워 있었고, 그녀의 주위로 8,9명 의 남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고 있었다. 한동안 침대에 누워있는 은발의 소녀를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백금발의 소녀, 바로 드래곤 일족의 로드인 마얀루미오스 이즈가 자신의 옆에 있는 빨간 머리칼의 사내, 드래크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드래크로님...빙룡족의 로드, 이도크진이 말한 3일이 되는 시간까지 이제 하루밖에 남지 않 았군요. 이대로 엘테미아님을 내일까지 재워두실 겁니까?" "......." 이즈의 말에 드래크로는 그 답지 않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엘테미아를 바라봤다. 드래크 로는 갈등하고 있었다. 신으로서 부여받은 망설임 없는 판단력도 눈앞의 은발의 소녀 앞에 선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또다시 드래크로의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은발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던 보랏빛 머리칼 의 사내, 헬프리보드가가 드래크로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나중에 저 녀석이 네 눈앞에서 징징거리는 꼴보고 싶지 않으면 그냥 이대로 놔둬..." "......." 헬프리보드가의 말에 드래크로는 은발의 소녀를 바라볼 때의 상냥한 눈빛과는 대조된 싸늘 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열었다. "그 정도는 알아. 내일까지 과연 엘테미아가 눈을 뜰 수 있을지...그건 엘테미아 자신의 문제니까." "......." "......." 드래크로의 말에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가 잠들어 있는 방안에 모여있던 모든 이들이 무거 운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있었다. . . . . . . [...여긴...어디...?] 온통 암흑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 자신의 길다란 은발머리를 출렁이며 눈을 뜬 엘테미아 는 자신 앞에 보이는 이상한 공간에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땅도, 하늘도, 좌도 우도 없는 괴상한 공간안에 갇혀 버린 엘테미아는 슬슬 불안한 눈빛으 로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두둥실 떠있는 몸을 허우적거리며 사방을 둘러보던 엘테미 아는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의 시야에 칠흑같은 암흑밖에 비춰지지 않자 기어이 놀란 듯한 목소리로 하나의 이름을 외쳤다. "진...!!" 허나 자신의 외침에 들려오는 것은 그 흔한 메아리조차 없었다. 자신의 목소리도 칠흑같은 암흑이 모든 사물을 내보이지 않듯, 금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엘테미아는 문득 밀려 오는 쓸쓸함에 눈물이 일고 있었다. 허나 그때였다. 어두운 암흑 속의 저 멀리에서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하나의 빛줄기가 보였다. 그 조그맣던 빛줄기는 점차 커지며 이내 모든 암흑을 자신의 눈부신 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사방이 환한 빛으로 뒤바뀌자 엘테미아의 시야엔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는 수많은 얼굴들이 보였다. 모두들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느껴질 만큼 따스하고 상냥한 얼굴들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상냥한 눈빛이었다. 자신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도 어째서 자 신을 향해 따스하고 상냥한 눈빛을 보내오는지 몰라 엘테미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 를 갸웃거리자 사방에서 따스한 표정을 짓던 이들이 놀람이 깃든 미소를 짓기 시작하며 이 내 주위의 이들과 함께 커다란 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에게 호감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만이 보이자 엘테미아는 조금 전 의 불안감이 씻은 듯이 사라지며 자신도 그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보며 웃음을 짓고 있는 그들을 향해 함박미소를 짓자 주위의 웃음과 그들의 미소가 더더욱 짙어져 갔다. 봄의 눈부신 시작을 알리는 노래가 끝나며 여름이 오고 다시 가을이 오며 겨울이 찾아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자신을 향한 그들의 상냥한 미소는 바뀌지 않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에게 상냥하기만 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대도 자신에게 상냥함과 친절함을 베 푸는 그들을 보며 엘테미아도 마냥 좋기만 했다. 오늘도 여느날과 같이 자신에게 상냥한 미소를 보내오는 이들과 같은 장소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들의 품에 안겨 같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자신의 손짓 하나와 애교어린 말투 하나에 그 들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즐기며 더욱더 애교와 재롱을 부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도크진 인가...?] [......?] 그때였다. 자신에게 상냥함과 친절한 미소를 보내오던 주위의 이들이 순간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드리우며 한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고 엘테미아 자신도 또한 그들과 함께 한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순간, 엘테미아는 자신의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을 만끽해야 했다. 어두운 암흑 속에서 눈부신 빛의 세계로 들어오고 나서부터 단 한번도 본적없는 싸늘한 시 선... 새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며 곧은 보랏빛 눈동자로 자신을 증오어린 눈동자로 바라보는 소년 을 보며 엘테미아는 심장이 두근거림을 넘어선 쿵쾅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일까? 항상 자신에게 상냥하고 따스하며 친절한 미소를 보내오는 이들보다 오늘 처 음 만난 소년에게 엘테미아는 자신의 모든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말았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그를 보며 엘테미아는 조금더 그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원했고 자신 이 다가가면 틀림없이 그 소년도 자신에게 다가올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허나 자신의 예상은 틀렸다. 모든 이에게 자신의 애교어린 몸짓과 환한 미소만으로 친절함 과 상냥함을 얻을 수 있었지만 눈앞에서 자신을 죽일 듯이 바라보고 있는 소년에게서는 그 무엇도 통하지 않았고 어느 것도 얻을 수 없었다. 그 소년을 통해 엘테미아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허나 엘테미아에겐 자신을 자책할 시간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인가 자신에게 상냥한 미소를 보내던 이들의 공격으로 새빨간 피를 흘리는 소년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옷깃으 로 그의 피를 닦아주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거센 반항으로 새빨갛게 물들어 가는 건 자신의 작은 손뿐이었다. 그 소년을 보며 엘테미아는 처음으로 설레이는 감정과 자신의 모든 걸 바쳐서라도 소년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선물해주고픈 마음에 생겼다. 바로 그 소년의 얼굴에 드리워진 겨울을 보내고 눈부신 봄을 선물해주고픈 마음이었다. 그 리고 또 한가지를 깨닫게 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미소를 보내오 던 이들의 얼굴보다 잠시밖에 만나지 못했던 소년의 얼굴이 자신의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 다는 사실을...소년의 얼굴이 머리가 아닌 자신의 레디아나에 깊숙히 각인되었단 사실을 말 이다. 엘테미아는 친절함만을 보내오는 이들보단 자신에게 증오어린 시선을 보내던 그 소년을 다 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항상 친절함 속에 묻혀 자라오던 자신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이던 그 눈빛을 엘테미아는 도저히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 그를 만나면 자신이 마련한 선물을 꼭 전해주리라고 다짐했다. 바로 겨울을 여는 작은 열쇠를... "으음..." "......!!" "......!!" 핑크빛 침대시트가 인상적인 커다란 침대에 누워 곤히 잠들어있던 엘테미아의 입에서 비음 섞인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그녀가 있는 방안에 모여있던 모두가 흠칫 하고 놀라며 벌떡 일어나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 곁으로 몰려왔다. 짙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세상 밖으로 황홀하게 반짝이는 황금빛 두 눈동자를 드러낸 엘 테미아는 흐릿해진 시야사이로 점점더 윤곽을 드러내는 얼굴들에 다시금 자신의 눈을 깜빡 거렸다. 수 차례 계속 자신의 눈을 깜빡거리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시야로 보이는 인물들을 보며 전 혀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어디야?" 엘테미아의 나지막한 물음에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이즈가 답했다. "엘테미아님...이 곳은 드래고닉 캐슬이에요." "......." 자신에게 들려온 이즈의 목소리에 엘테미아의 흐릿했던 눈동자가 확 뜨이며 침대에서 그대 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드,드래고닉 캐슬??" "......." "......."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커다랗게 외친 엘테미아가 다시금 복잡한 표정 으로 자신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어,어째서...내가 얼음성에 있지 않고 드래고닉 캐슬에 있는 거지...?" "......." "그때 진이 말했어...나와 진은 절대로 함께 살아갈 수 없다고...그래서...그래서 난 다시는 내 두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째서..." "......." "......." 혼란스런 눈동자로 모두를 둘러보던 엘테미아는 급기야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을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드래크로에게 다가가 그의 옷깃을 잡고 외쳤다. "드,드래크로...설마 얼음성이 무너진 거야? 날 빼내오기 위해 얼음성을 무너뜨린 거야?!" "......." 엘테미아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드래크로에게 쏠렸고 드래크로는 이내 옅은 한숨을 내쉬 며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다시금 혼란스런 눈빛으로 드래크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그럼 어째서 내가 이곳에 있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겠어...설마 진이 날 이곳으로 보 내도록 허락할 리도 없고...도대체 뭐가!..." "이도크진이 널 이리로 데려왔다." ".....!?" 드래크로의 앞에서 혼란스런 표정으로 말하던 엘테미아는 드래크로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말에 그녀의 외침이 뚝 그치며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지금...뭐라고?" "2일전...너는 빙룡족의 로드, 이도크진에 의해 이곳 드래고닉 캐슬로 오게된 거야. 엘테미 아..." "......." "게다가 널 데려온 이도크진이 내게 부탁하더군...그건 바로 엘테미아, 너를 3일 동안 설녀 의 땅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막아 달라고 말야." "그,그런..." 드래크로의 말에 엘테미아가 자신의 커다란 눈을 더더욱 커다랗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드래크로의 말에 의하면 드래고닉 캐슬로 오기 바로 2일 전날 밤... 엘테미아는 그동안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자신의 속마음을 그에게 고백했고 그 누구도 죽지 않고 함께 살아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이도크진은 차가운 표정으로 미소까지 지으며 자신의 마음을 거부했다. 자신과 그는 절대로 함께 살아갈 수 없다고...아무리 맹한 엘테미아라도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도크진은 엘테미아, 자신의 심장만을 원했고 레디아나를 소유하기 위해선 자 신의 목숨도 끊어버릴 수 있다는 소리였음을 잘 알 수 있었다. 이도크진에 의해 의식을 잃는 순간...이도크진과의 미래에 대한 배신감마저 들던 순간, 이도 크진에 의해 흐릿해져 가는 의식 너머로 눈부신 미소를 짓던 이도크진을 본 이후, 절대로 눈을 뜰 수 없다고 엘테미아는 생각했다. 그때 그 순간 이후로 자신의 심장은 이미 그의 손에 쥐어져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뭐란 말인가...? 다시는 눈을 뜰 수 없을 거란 자신의 예상을 뒤엎고 더더욱 자신이 눈을 뜬 곳은 얼음성이 아닌 드래고닉 캐슬...게다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인물은 다름 아닌 이도크진... 엘테미아는 혼란스러웠다. 누구보다도 자신의 심장을 필요로 하는 인물인 이도크진이 어째 서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것일까? 왜 3일 동안 설녀의 땅으로 접근을 금지시킨 것일까? 엘테미아는 갑자기 전신을 엄습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다시는 이도크진의 얼굴을 보지 못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이도크진에 의해 남은 시일은 오늘과 내일...엘테미아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느꼈다. 이에 자신을 걱정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모두를 지나쳐 방의 옷장으로 뛰어가 재빨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꺅~!" "......." "......." 갑작스레 엘테미아가 옷장으로 뛰어가 스스럼없이 옷을 훌러덩 벗어제끼자 그녀를 유심 히 바라보고 있던 이즈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고, 이내 재빠른 동작으로 드래크로와 헬 프리보드가를 포함한 남성체들을 향해 도끼눈을 뜨며 등을 돌리게 했다. 가벼운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엘테미아는 이내 자신의 머리를 틀어올려 머리 위로 묶은 뒤 포니테일 형태로 만들고는 굳어진 표정으로 방문을 나서려 할 때였다. "어디로 가니?" "......." 핑크빛의 아기자기한 방, 바로 에셀리드민의 방을 나서려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드래크로가 넌지시 물음을 건넸고 그의 물음에 엘테미아가 급한 걸음을 멈춰서며 말문을 잃었다. 그리곤 자신의 침묵으로 무언의 답변을 하고 있었다. 엘테미아의 침묵에 드래크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굳어 진 얼굴의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그녀의 작은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입술을 열었 다. "얼음성에 가는 거라면 그만둬..." "......." 드래크로의 말에 엘테미아가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드래크로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그의 씁쓸한 표정을 흔들리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이 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안 돼...난 빨리 얼음성으로 다시 돌아 가야해, 드래크로..." "......." 얼음성으로 돌아가야 한단 말을 마치고 자신을 지나치려 하는 엘테미아를 다소 거친 동 작으로 팔을 잡아 돌려세운 드래크로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지금 그곳으로 가서 뭘 하겠단 얘기야?" "그를...만나 봐야해." 엘테미아의 말에 결국 드래크로가 자신의 인상을 찌푸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를 만나서 뭘 어쩌려고 하는거야? 거기로 다시 돌아가면 너에겐 죽음밖에 돌아오질 않아!" "그,그래도 난 가야해!!" 결국 서로가 서로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고 드래크로와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 던 다른 이들이 그들의 곁으로 몰려들어와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강한 힘으로 엘테미아의 왼팔을 잡고 있던 드래크로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은 엘 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곳에 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또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 면서도 기어코 얼음성으로 가야겠다는 소리야?" "...응..." 드래크로의 말에 엘테미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이에 더더욱 자 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드래크로가 자신의 두 손으로 엘테미아의 두팔을 세게 거 머쥐며 소리쳤다. "넌 정말 자신밖에 모르는 구나!" "......." "그때도 그랬어...나와는 한마디 상담도 없이 스스로 타차원의 틈으로 사라졌지...네가 내 곁을 떠나고 나서 홀로 남은 내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상상이라도 해봤니?" "드,드래크로..." 까마득히 오래 전...자신의 드래곤하트의 폭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드래크로의 곁을 떠나야 했던 지난날을 말하고 있는 그를 보며 엘테미아가 슬픈 얼굴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에 드래크로가 한풀 꺾여진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내가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하고 널 보내고 나서 어떤 기분이었을 거 같아? 그때부터 난 오직 네 생각만 했어...어떡하면 널 다시 이곳을 불러들일 수 있을까?! 어떡하면 다시 네 얼굴과 미소를 볼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며 그 무엇도 하지 않고 연구에 연구만 몰 입했어." "......." "그리고 겨우...이제서야 겨우 널 보게 되었는데 다시 널 보내란 거야...?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 드래크로의 말에 엘테미아가 기어이 눈물을 흘리며 말문을 잃어 버렸다. 그의 말처럼 엘테 미아 자신은 언제나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드래곤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이성적 으로 생각하고 판단해도 몸이 먼저 움직여 버리는 자신을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상대는 드래크로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드래크로였다. 드래크로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면 정말 화가 날 정도로 슬픈 일임에 틀림없었다. 억겁의 세월동안 자신을 이 곳, 이슈테리아 대륙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불렀는데...다시 또 죽음을 향 해 나아간다면 아무리 신적인 존재인 드래크로라도 화가 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한동안 혼란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드래크로는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주위를 둘러 봐, 엘테미아...네가 이런 식으로 얼음성에 다시 가게 된다면 너를 생 각하며 슬퍼할 이들이 얼마나 될지..." "...에...?" "........" "........" 드래크로의 말에 엘테미아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헬프리보드가...이즈,가드레일,다헬론,티제이븐,페트리샤,액시드옥션...그리고 에셀리드민... 엘테미아를 보며 왕방울 같은 눈가에 커다란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맺고 있던 에셀리드민이 이내 자신의 작달막한 발을 동동 구르며 엘테미아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곤 큰 소리로 울먹이며 엘테미아의 품에 뛰어들며 말했다. "흐아아앙~리이인 가지말아!! 린이 아픈 거, 다치는 거 절대로 싫단 말야! 린이랑 에셀린이 랑 여기서 재미있게 살자~흐아아앙..." "에,에셀린..." 자신의 품에 안겨 큰소리로 목놓아 울기 시작해버린 에셀리드민을 바라보며 엘테미아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을 촉촉히 적시는 에셀리드민의 눈물탓에 더욱더 난처해져 버린 엘테미아는 서둘러 에셀리드민을 어루고 달래봤지만 에셀리드민의 울음은 그칠 기색을 조금도 내보 이지 않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생각했다. 이제 자신의 목숨은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고...자신을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데 더이상 이들을 슬프게 할 순 없다고...독 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흐아아앙~린이 죽으면 나도 죽을꺼야...흐아아앙~" "에,에셀린...뚝! 응?? 그만 울어..." "흐아아앙...그,그럼 여기서 계속 사는 거야?" 엘테미아의 가슴에 고개를 묻고 한동안 울음을 터트리던 에셀리드민이 고갤 빼꼼이 들고 묻자 엘테미아가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이곳에서 에셀리드민과 살게..." "정말??" "응..." 엘테미아의 말에 에셀리드민을 포함한 전부가 걱정스런 표정에서 한결 환해진 얼굴로 뒤바 뀌었다. 단 헬프리보드가와 드래크로만이 약간의 복잡한 표정을 지을 뿐... 자신의 말에 모두가 환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엘테미아는 속으로 더욱더 혼란스러워졌 다.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 얼음성에 가려 해도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주고 걱정해주는 캐슬 의 친구들을 속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도크진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에게...봄이란 것을 선물할 때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한동안 자신의 품에 안겨 울먹이는 에셀리드민의 머리를 쓰다듬던 엘테미아는 이내 드래크 로와 모두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너희들이 원한다면 가지 않을게..." "......." "......." 환한 미소와 함께 말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즈의 눈가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리곤 가슴에 두 손을 맞잡고 엘테미아를 향해 말했다. "그래요. 엘테미아님...예전처럼 여기서 모두와 함께 즐겁게 살아요." "응..." 이즈의 말에 엘테미아가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드래크로를 바라보았다. 엘 테미아가 드래크로를 바라보자 그제서야 드래크로도 옅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고갤 끄덕 였고 헬프리보드가 또한 자신의 길다란 머리를 쓸어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때 아직도 심경의 안정이 안된 엘테미아의 상태를 눈치 챈 드래크로가 그녀의 방에 모여 있는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막 깨어났으니 조금 더 안정을 취하도록 엘테미아를 혼자 있게 하지." "네~" "네." 드래크로의 말에 이즈가 활짝 웃으며 명랑하게 답했고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 둘씩 방문을 나서고 있었다. "자~에셀린도 이리와." "싫어~얼마 만에 만난 린인데 나 여기 있을 거야..." 투정부리는 에셀리드민에게 이즈가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그녀의 통통한 볼을 사정없 이 잡아당겼다. "흐아아아아~!!" "이.리.나.와." 이즈에게 볼을 사정없이 붙들린 에셀린은 할 수 없이 이즈의 품에 안겨 뚱한 표정으로 방을 나서고 있었고 에셀리드민과 이즈를 어색한 미소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이내 모두가 나가 자 남아있는 드래크로와 헬프리보드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걱정하지 말아...나 최대한 마음을 잡아 볼게." "그래...천천히 해도 되니까." "응." 엘테미아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던 드래크로는 이내 자신의 옆에서 건들거리는 헬프리 보드가를 끌고선 그녀의 방문을 나섰다. -달칵...- "......." 이제서야 혼자 남게된 엘테미아는 천천히 힘없는 걸음으로 침대에 걸어가 풀썩 드러누웠다. 그리곤 몸을 돌려 멍한 표정으로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천히 자신의 시야에 드리워지는 모두의 얼굴들...이 얼굴들 중에서 한 쪽을 선택하기엔 엘테미아의 마음이 확고 하지 못했다. 어찌하면 좋을까...어떡해야 어느 한 쪽을 선택할 수 있을까? 끝없이 고민하고 또 고뇌해 봤 지만 자신에게 들려오는 해답은 없었다. "휴우..." 너무나도 갑갑한 마음에 엘테미아는 커다란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창가 로 다가가 창밖의 정경에 눈길을 돌렸다. "와..." 창밖의 풍경으로 눈을 돌리자 엘테미아는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실버궁의 뒷뜰에 만개한 아름다운 꽃들이 엘테미아의 갑갑한 가슴을 탁 트이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이에 엘테미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창문을 열어 뒷뜰을 향해 뛰어내렸다. 간단한 플라이 마법정돈 쓸 수 있었기에 엘테미아는 사뿐한 동작으로 뒷뜰 정원에 착지했고 가까이에서 본 정원의 풍경에 그녀의 두뺨이 붉어지며 다시금 탄성이 흘러나왔다. 뒷짐을 지고 명량스런 발걸음으로 정원의 가로수를 가로지르던 엘테미아는 오색찬란한 빛을 터트리며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갖가지 꽃들에 도취되어 시간이 가 는줄도 모르고 정원을 구경하기에 바빴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현실로부터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다고 무의식적으로 바라고 있었는지 도 몰랐다. 처음의 새롭고 가뿐했던 마음은 점차 무거워지며 다시금 그들의 얼굴이 엘테미아의 시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괴로운 선택...현재 자신은 어떠한 답을 내릴 수도 없을 만큼 약해져 있다. 자신이 좀더 강 했더라면...조금더 강한 마음을 지녔더라면... 스스로 주문을 외우듯 낮게 속삭여봤지만 어느 한쪽만 생각해도 절로 눈물이 나왔다. "조금 더 강한 마음을 지녔더라면..." 속으로 중얼거린다는 주문이 어느새 엘테미아의 입술 밖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에 퍼특 놀란 엘테미아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앞을 보지 못한 채 걷고 있을 때였다. -툭!- "어맛~!" "......." 좌우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차마 앞을 보지 못했던 엘테미아는 무언가와 부딪혀 몸을 갸우 뚱거렸고 의지가 없는 무생물과 부딪힌 건 아닌 모양인지 자신을 감싸는 따뜻한 온기와 함 께 넘어지려는 자신을 바로잡아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이에 엘테미아가 퍼특 놀라며 고개를 쳐들고 앞을 바라보자 자신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아 름다운 황금빛 날개가 보였다. "미,미카엘??" "오랜...만인가요? 엘테미아..." "아..." 자신 앞에서 싱그런 미소를 짓고 있는 중성적인 골드윙의 천사, 미카엘이 보이자 엘 테미아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의 자세 또한 그리 좋지 못했다. 넘어지려는 자신을 부축하기 위해 미카엘의 팔이 엘테미아의 허리에 두른 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으므로 흡사 연인들의 포옹 같은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또...오,오랜만이네요! 미카엘..." "......." 엄청나게 당황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살풋 미소를 짓던 미카엘은 이내 엘테미아의 허 리에 두르고 있던 자신의 팔을 거두고 난 뒤 정원이 한 눈에 보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았다. 오랜만에 만난 미카엘이 그 자리에 앉자 엘테미아도 잠시 쉴 겸 다소곳이 그 자리에 앉 았고 미카엘이 보는 정원을 함께 바라보았다. 미카엘과 이별했을 때...미카엘이 자신에게 고백하며 키스를 하려할 때 그대로 도망친 자신이었기에 엘테미아는 미카엘을 보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고 당연히 어색한 분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말없이 정원을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더 이상의 어색한 분위기를 참을 수 없 었는지 침묵하는 미카엘 대신에 자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 "미,미카엘은 이곳에 어쩐 일이세요?" "강한 마음을 갖고 싶다고 하셨나요?" "...에...?" 자신의 물음에 오히려 질문을 건네는 미카엘을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미카 엘의 물음을 곰곰이 되씹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저는 제 마음이 우유부단하지 않고 확고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이대로 어정쩡한 자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양 쪽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될 거 같아서요..." "후훗...그렇군요." 미카엘의 말을 끝으로 둘의 말이 끊기며 다시금 어색한 침묵이 계속 되었다. 그러자 다시 또 슬금슬금 좀이 쑤시던 엘테미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무슨 말이든 꺼내려 할 때 아무 말 없이 정원만 바라보고 있던 미카엘이 고개를 돌려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엘테미아는 이미 갖고 있잖아요. 마음이 강한...또 다른 자신을 말이에요." "에...?" 마음이 강한 또다른 자신을 갖고 있다는 미카엘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엘테미아가 고개 를 갸웃거리며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자신은 자신, 지금의 상황을 단번에 결정 지을 만큼 자신의 마음은 강하지 못했다. 허나 미카엘의 말뜻은 뭐란 말인가? 마음이 강 한 또 다른 자신...? 엘테미아는 도저히 가늠할 수조차 없는 미카엘의 아리송한 말에 자신의 아미를 찌푸리며 끙끙거렸다. "끄응...모르겠어요, 미카엘...마음이 강한 또 다른 자신이라니..." "후훗...그럼 알게 해드릴까요? "에에??" 자신조차 모르는 또 다른 자신을 알게 해준다는 미카엘을 보며 엘테미아가 당황스런 표정 으로 소릴 질렀고 여전히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미카엘은 이내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엘테미아를 바라봤다. 그리곤 자신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미소를 싹 지우며 진지함을 넘어선 차갑기까지 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알아요? 엘테미아. 그때 당신이 스스로 빙룡족의 포로가 되겠다고 나서던 날, 모두 가 반대했을 때 왜 제가 앞장서서 찬성했는지..."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된 미카엘을 보며 엘테미아가 말문을 잃었다. "......." 그러고 보니 생각지도 못한 의문이었다. 어째서 미카엘은 자신을 이도크진에게 보내도록 가드레일과 티제이븐들을 설득했을까? 어째서 자신이 이도크진과 함께 얼음성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 걸까? 엘테미아는 별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이리저리 생각해봤지만 뾰족한 해답은 찾을 수 없 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미카엘을 바라보며 자신의 고개를 살짝 저었고 이에 미카엘은 엘테 미아를 만나기 전과 같은 무표정을 지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답은 간단해요. 이도크진에 의해 당신이 죽어주기를 바랬으니까..." ".....!!"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미카엘의 말에 엘테미아가 고개를 번쩍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 지금 자신에게 들린 미카엘의 목소리가 마치 환청과도 같이 느껴졌다. 미카엘이 그런 소릴 할 리가 없다. 자신이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잠시 환청이 들린 것이라고 생각한 엘테미아 는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귀,귀가 이상하네...뭐라고 했어요?" 엘테미아의 질문에 미카엘이 여전히 무심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엘테미아, 너를 죽여버리고 싶었으니까, 그러니까 이도크진에게로 보낸 거다." "에...?" 다시금 자신에게 들려온 미카엘의 목소리가 환청이 아님을 알게된 엘테미아는 혼란스런 눈동자로 미카엘을 바라보며 말문을 잃었다. 그리곤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미 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말도 안 돼...괜히 장난치지 말아요, 미카엘..." "......." "미카엘...?" 미카엘이 필시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던 엘테미아는 도저히 장난치는 분위기가 아님과 동시에 미카엘에게 장난이라는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머릿속은 수 만 갈래로 뒤엉킨 실타래 마냥 복잡해져갔다. 지금의 상황이 장난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미카엘의 말대로 그가 자신이 얼음 성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이유가 자신의 죽음이었단 말인가? 자신을 증오하는 이도크진 에게 죽기를 바랬다는 것인가? 혼란스런 의문들을 잠시 접어둔 엘테미아가 끝내 떨어지지 않던 자신의 입술을 열어 미카엘에게 물었다. "어,어째서...왜 제가 죽기를 바랬던 거죠?" 엘테미아의 질문에 미카엘이 씁쓸한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다. "글쎄...너는 언제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바라봐서 그랬는지도...어차피 소유할 수 없다 면 그 존재 자체를 사라져버리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도록 말야." "그,그런..." "게다가 너의 행동 하나하나가 화가나. 말로는 다른 이들을 위하는 척 온갖 아양과 사탕 발린 말들을 내뱉으며 친절을 베풀고 있지만 정작 다가서려 하면 다가설수록 가까이 다가 설 수 없는 존재지... 자신의 맘에도 없는 이들에게 어째서 친절하게 대하는 거지? 왜 그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을 거면서 자기만족을 위한 친절을 베푸는 무책임한 행동을 일삼는 거냐고!!" "........" 미카엘의 말에 엘테미아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 자신은 그저 모두의 아픔을 치유해 주고픈 마음에 친절을 베푼 것뿐이고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픈 맘뿐이었다. 그런 자신의 행동에 책 임이 뒤따라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도저히 자신에게 독설을 내뱉고 있는 이가 미카엘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경직된 표정으로 미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미카엘...제가 미카엘을 처음 만났을 때 창조주를 향한 미카엘의 사랑을 가로막고 다른 길로 돌려놓도록 설득한 것을 책임지라는 소리인가요? 미카엘의 사랑이 창조주로부 터 저에게로 바뀌었으니 제가 미카엘만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저를 죽여버리겠다는 소리인 가요?" "맞아." "미,미카엘...당신이 이렇게 치졸한 남자였나요? 아니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왜!..." 자신의 말에 긍정을 표하는 미카엘을 보며 엘테미아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소리 쳤다. 항상 누군가에게 품어오던 환상이 산산조각이 나버린다면 그것만큼 커다란 충격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환상 속에서 서투르지만 그래도 상냥한 모습의 미카엘...그런 미카엘의 모습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치졸한 남자로 전락하고 있었다. 엘테미아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의 현실을...분명 자신에게 마음이 강한 또다른 자신을 알려준다고 했을 때부터 미카엘 이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한 거다. 엘테미아는 속으로 생각하며 지금의 현실에 대한 부정 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허나 그녀의 현실에 대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려는지 엘테미아를 차가운 눈동자로 바라보 고 있던 미카엘이 이내 하늘을 향해 한쪽 손을 들었다. 그리곤 전투능력이 얼마 되지 않는 엘테미아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미카엘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서 엄청난 양의 기운을 모으기 시작한 금빛 머리칼의 미카엘은 서서 히 자신이 모으던 기운과 동화되기 시작하며 그의 금빛 머리칼이 점차 붉은 빛을 띠기 시작 했다. "미...미카엘..." 찬란하던 금발머리가 정열적인 붉은 머리로 뒤바뀌자 엘테미아가 놀라 중얼거렸고 하늘을 향해 뻗은 손에는 이내 타오르는 화염을 상징하는 위용스런 창이 그의 손에 붙들렸다. "신벌(神罰)의 창." "......." 미카엘의 행동에 엘테미아는 할 말을 잃었다. 어째서 자신이 대천사장인 미카엘에게 신벌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가? 엘테미아는 하도 황당해서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장난이 아니었던가? 계속해서 지금의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일촉즉발의 상태였 다. 설마하던 미카엘이 자신을 향해 창을 겨누기 시작했고 그의 창은 금방이라도 자신을 삼 켜버릴 듯이 무시무시한 화염을 사방으로 퍼트리며 어느새 엘테미아 자신의 심장을 향해 쇄 도하고 있었다. -슈화아아악!!- "꺄악~!" "........" 전혀 닿지도 않은 미카엘의 공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뜨거운 공기에 엘테미아는 숨이 턱턱 막혀왔다. 공격마법도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엘테미아였기에 미카엘의 공격에 맞설 수가 없었고 또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미카엘! 정말로 날 죽이려는 건가요?!" "그렇다." "개인적인 감정으로 창조주가 내리신 신벌의 창을 사용하다니...대천사장으로서 부끄럽지 도 않나요? 당신이 이런 무책임하고 치졸한 남자인줄 전혀 몰랐군요!" "닥쳐." -스화아아악!- "꺄악~!" 기어이 미카엘의 창이 엘테미아의 팔끝을 스쳐지나가 버렸고 엘테미아는 자신의 왼쪽 팔에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자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 정신조차 잃을 만큼 아찔한 통증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엘테미아는 지금의 현실이 마치 꿈만 같았다. 붉은 머리칼이 되어버린 미카엘도...그리고 자신을 향해 창을 들이대는 미카 엘도, 엘테미아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설마 다른 누군가가 미카엘을 사칭하고 있는지 의심도 일었지만 그의 황금빛 날개는 전 천사중에서 미카엘만이 유일했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꼬여버린 것일까...드래크로와 이도크진의 일만으로도 엘테미아 자신 의 머릿속은 터질 것만 같은데 미카엘에게서 목숨의 위협까지 받고 있으니 엘테미아는 자 포자기하는 심정으로까지 치닫게 되었다. 그때 한동안 엘테미아를 향해 신벌의 창을 휘두르던 미카엘은 자신의 공격을 잠시 멈추고 헉헉거리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아직 이 사실은 모르겠군." "......?" "이틀 전날 밤, 얼음성에서 너를 이곳으로 데려온 건 이도크진이 확실하다." "......." "게다가...무모하게도 단 하나의 가디언도 없이 혼자서 찾아왔더군. 불완전한 몸으로 말야." "서,설마!..." 순간 엘테미아는 자신의 전신을 엄습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미카엘을 향해 소리쳤다. 엘테미아가 미카엘을 향해 소리치자 미카엘은 자신의 눈을 감고 피식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 상상이 맞아." "......." "자신을 창조한 2급 신 라무르스를 죽인 이도크진. 창조신을 죽여 신의 능력을 취한 그는 당연하게도 신계에서 제거 대상 1호에 속한다. 그러니 신계의 직속기관인 천계에서도 당연 히 그를 가만히 놔둘 수 없었고 이틀 전날 밤의 황금같은 기회를 그냥 져버릴 내가 아니었 다." "더,더이상 장난치지 말아요!!" 엘테미아의 외침에 자신의 얼굴을 더욱더 굳히던 미카엘은 순간 그의 신형이 엘테미아의 시 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푸슛!- 그리곤 이내 반 패닉상태에 빠져버린 엘테미아의 눈앞으로 다시 나타난 미카엘은 자신의 왼팔을 휘둘러 엘테미아의 명치에 강력한 권을 날렸다. -퍼억!- "흐윽!!" 미카엘의 권에 엘테미아가 저만치 뒤로 나가떨어지며 꽃밭의 한가운데에 멈추었다. 가슴에 서 느껴지는 격한 고통에 엘테미아는 숨막힐 듯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는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엘테미아의 주위로 하늘거리는 다색의 꽃잎들이 하염없 이 휘날리고 있었다. 그리곤 마치 실성한 존재마냥 끊임없이 '그럴 리 없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애처로울 정도로 부들부들 떨며 엉망이 돼버린 꽃밭의 가운데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킨 엘테미아는 혼란스런 눈동자로 미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이...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어. 진도,미카엘도...모두다 거짓말이야...지금의 모두가 다 꿈일 거야..." "...흥...현실도피인가?" "......." 지금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엘테미아를 보며 잔인하게도 미소를 짓고 있던 미카엘은 여유있는 동작으로 천천히 엘테미아에게 걸어왔다. 그리곤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 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더욱더 짙은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품을 뒤져 무언가를 꺼내 엘테미아에게로 던졌다. -샤르륵...- "......!!" 미카엘의 손에서 떠나 자신의 눈앞에서 흩날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던 엘테미아의 눈동자가 한없이 흔들렸다. 새하얀 머리칼... 햇빛에 반사되어 시리도록 반짝이는 새하얀 머리칼이 미카엘의 손을 떠나 엘테미아의 눈앞 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흩날리고 있는 머리칼이 이도크진의 머리칼이라곤 절대로 믿지 않았다. 하 지만 엘테미아는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엘테미아의 입가에 한줄기의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으로 비산하고 있는 새하얀 머리칼에 자신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허나 그녀의 안에서 격렬하게 일렁거려야 할 분노의 기운은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든 감정이 차갑게 식어버리기 시작했고 혼란스럽던 머릿속도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어느새 자신앞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엘테미아는 천천히 고개를 올려 붉은 머리칼로 변해버 린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는 미카엘...그의 창은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곤 이내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며 자신의 심장을 향해 쇄도한다. -슈우우우웃~!- "......!!" "......!!" 1초만 지나면 미카엘의 창에 의해 자신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1초만 지나면... 허나 그 짧은 순간 엘테미아는 모든 게 정지된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모든 사물이 너무 나 차가워서...너무나도 차가워 모든 게 얼어버린 듯 정지된 느낌이었다. 그리곤 천천히 손을 들어 엄청난 슬로우모션으로 자신의 심장을 향해 쇄도하는 미카엘의 창 을 어처구니없게도 오른손을 들어 막았다. -스파아아아악~!- "크윽!" "저리...꺼져." -크카카카카카캉~!!!- 어느새 모든 사물은 정상적인 시간개념을 되찾았고 엘테미아의 심장으로 쇄도하는 미카엘의 창을 한손으로 막아내던 엘테미아는 이내 자신의 손과 미카엘의 손에 쥐어진 창끝에서 수백 만 줄기의 섬광같은 스파크를 내뿜으며 그의 창을 밀어냈다. 그리곤 엘테미아의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 믿어지지 못할 만큼 거친 욕이 그녀의 입에서 튀 어나왔다. "개자식...죽여버리겠어..." "크윽!" 엘테미아에 의해 수미터 뒤로 밀려난 미카엘은 은빛기류가 넘실대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 보며 자신의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허나 여유도 잠시, 놀랍게도 공격마법하나 쓰지 못하던 엘테미아에게서 아찔할 정도로 날카 로운 은빛 기류가 미카엘의 전신을 만신창이로 만들기 위해 쇄도하고 있었다. 허나 미카엘은 그 어떤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 한 눈에 보아도 엘테미아의 칼날같 은 기류가 범상치 않은 공격이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미카엘은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 다. 게다가 더욱더 많은 기운을 모아야 하는 상황일진데 오히려 미카엘은 자신의 전투모드를 해제하기 시작하며 그의 정열적인 붉은 머리칼이 다시금 찬란한 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스팟~!- "뭐냐...질 것 같으니까 그새 꼬리를 내리는 거냐?" "후훗...글쎄요." "......." 갑자기 자신이 내뿜은 은빛 기류에 방어는커녕 무방비 상태로 돌아와 버린 미카엘을 보 며 칼날같던 은빛기류를 미카엘의 면전 앞에서 바로 세워버린 엘테미아가 차가운 목소리 로 미카엘을 비꼬았다. 허나 엘테미아의 비꼼에 미카엘은 다시금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무덤덤하게 대꾸하고 있었다. 이에 자신의 얼굴을 살짝 찌푸리던 엘테미아가 다시 그를 향해 큰소리로 외치려 는 찰나... -푸슛,푸슛,푸슛- 갑자기 자신과 미카엘의 주위로 대량의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하며 속속들이 워프가 감행 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당연히 드래크로였고 그 다음은 헬프리보드가, 이즈, 에셀 리드민, 가드레일등 모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너희들..." 속속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모두를 보고 엘테미아가 공격적인 자세를 풀며 조용히 중얼거리 고 있었고 미카엘 또한 자신이 소환한 신벌의 창을 돌려보내며 편한 자세로 서 있었다. 갑자기 거대한 기운의 충돌을 감지하고 워프한 드래크로는 눈앞의 엘테미아를 보며 그의 얼굴이 팍 굳어버렸다. "엘테미아...너..." "왜?" "그 눈동자...차갑게 식어버렸군." 드래크로는 언제나 따스하게 빛나던 엘테미아의 황금빛 눈동자가 차가운 은빛 눈동자로 식 어버리자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씁쓸한 미소를 드리우며 미카엘을 쳐다보았다. 이에 미카엘이 자신의 두 눈을 감고 피식 웃으며 엘테미아를 향해 말했다. "지금 이라면..." "......." "둘 중 한 쪽을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엘테미아..." "......!!" "......!!" 미카엘의 말에 드래크로는 물론이고 그들 곁으로 모여든 모두가 흠칫했다. 허나 모두 의 시선이 엘테미아에게로 쏠려있을 때 엘테미아는 미카엘을 차가운 은빛 눈동자로 노 려보며 입술을 열었다. "물론, 최악의 천사여..." "후훗...이거 단단히 찍혀버렸군요." "흥!" 자신을 최악의 천사라고 하는 엘테미아의 말에 미카엘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피식거 렸다. 드래크로 또한 미카엘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고 헬프 리보드가 또한 미카엘을 보며 뒷머릴 긁적이고 있었다. "나는..." 그때 다시 엘테미아의 말이 모두에게로 들려왔다. 예전의 명랑하고 밝아 보이던 엘테미 아와는 딴판인 차가운 은빛 눈동자와 무언의 카리스마까지 느껴지는 그녀가 드래크로와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미안하지만 이곳이 아냐. 아직 지키지 못한 약속이 있어...그러니 난 얼음성으로 돌아 가야해." "린!!!" 엘테미아의 말에 에셀리드민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리곤 금새 엘테미아에게로 달려 나와 그녀의 옷깃을 붙잡고 늘어지며 소리쳤다. "린! 또 어딜 가려고 그래...여기서 모두와 함께 즐겁게 살기로 약속했잖아! 흐아앙..." "에셀린..." "흐아아아앙~~!" 앳된 목소리로 칭얼거리며 울고 있는 에셀리드민을 보며 옅은 한숨을 내뱉은 엘테미아는 이내 자신의 얼굴을 에셀리드민의 얼굴 바로 가까이에 갖다대곤 입술을 열었다. "계속 울면 다시는 에셀린이랑 같이 안 잘거야." -흠칫!- 엘테미아가 짧게 말하자 에셀리드민은 흘러나오는 눈물로 인해 초롱거리는 두눈을 동그랗게 뜨며 몸을 흠칫거렸다. 그리곤 더더욱 자신의 볼을 부풀리며 칭얼거렸다. "흐윽......치,치사해!" "후훗..." "......." "......." 약간의 위험한 뉘앙스를 풍기는 엘테미아의 말에 울음을 뚝 그쳐버린 에셀리드민은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자신의 입을 통통한 두 손으로 꼬옥 붙들어 매고 흐끅거렸다. 억지로 울음을 참으려는 에셀리드민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엘테미아는 그녀답지 않게 터프한 동작으로 에셀리드민을 한 손으로 들어올려 그대로 품에 안고는 입술을 열었다. "그럼 나 갈게...아니, 갔다 올게." "...정말...? 정말 갔다 올 거야?" "응." "......." 자신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그저 큰 눈망울만 깜빡거리는 에셀리드민을 보며 그녀의 긴 은발머리를 살짝 쓸어내려 준 엘테미아는 슬픈듯한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 즈에게 걸어갔다. 그리곤 이즈에게 에셀리드민을 넘기며 그녀의 볼을 살짝 어루만졌다. "앗..." "갔다올게." 엘테미아가 이즈의 볼을 살짝 어루만지며 귓가에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를 내뱉자 180도 뒤바뀐 엘테미아의 분위기에 압도되어버린 이즈가 자신의 두 볼을 붉히고 멍하니 엘테미 아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한없이 순수하고 명랑해 보이던 엘테미아는 현재 그 무엇도 거칠 것이 없는 당당 함을 지닌 멋진 모습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감춘 이즈는 엘테미아를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빠,빨리 오세요." 마치 남편을 배웅하는 귀여운 아내처럼 소리치는 이즈를 보며 상큼한 미소를 보낸 엘테미아는 그제서야 드래크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게이트 좀 열어." 엘테미아의 말에 드래크로가 뚱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상태에서 애교한번 부리면 열어주지." "죽을래?" "글쎄..." 예전의 엘테미아에게 한없이 상냥하게 대하던 드래크로가 지금의 엘테미아에게 뚱한 표정 으로 쏘아 부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뚱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을 때 아찔할 정도로 섹시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헬프리가 엘테미아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오호...역시 이쪽이 내 타입이라니까." "닥쳐. 이 반쪽짜리 바람둥이야." "뭬야?" 엘테미아가 나직히 내뱉은 반쪽짜리 바람둥이란 소리에 헬프리보드가가 자신의 얼굴을 살 짝 일그러뜨리며 반문했고 그에 날카로운 미소를 짓던 엘테미아가 자신의 손끝으로 드래크 로의 턱을 살짝 어루만지며 말했다. "네놈의 파트너는 이미 나에게 넘어와 버렸잖아. 그러니 바람둥이 콤비가 사라지고 홀로남 은 너는 그 동안 변변찮은 여신하나 꼬시지 못하고 홀아비처럼 마왕성에만 틀어박혀 살지." "뭐...시...라...?" 엘테미아의 말에 그동안의 분노가 폭발한 헬프리가 자신의 두 눈을 빨갛게 물들이며 금방이 라도 잡아먹을 듯이 엘테미아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허나 엘테미아는 그에 관심이 전혀 없 다는 듯 고개까지 돌리며 무시해버린 채 다시금 뚱한 표정의 드래크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더 늦기 전에 빨리 가야해, 문 열어." 자신에게 명령조로 말하는 엘테미아를 삐딱한 눈초리로 쏘아보던 드래크로가 이내 옅은 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휴...정말 어찌하면 너처럼 극과 극의 성격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거냐?" "흥! 그건 날 만든 네 녀석이 더 잘 알 거 아냐." 엘테미아의 말에 드래크로가 어이없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 귀염성이라곤..." "상관 마." 한동안 엘테미아와 티격태격하며 실랑이를 벌이던 드래크로는 한순간 진지한 표정으로 엘테미아의 은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꼭 가야겠니?" "......." 드래크로의 진지한 말에 엘테미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난 항상 지킴을 받기만 했고 또 그게 당연한 건 줄로만 알았어. 하지만 아냐..." "........" "처음으로 나 자신이 직접 지켜주고픈 이를 만났어. 그래서 난 갈 거야. 내 손으로 내가 직접 그를 지켜줄 거야. 나의 행복을 누군가에게 받고 싶은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손으로 직접 찾고 싶은 거야." "...그래?" 엘테미아의 말에 나직한 탄식을 내뱉던 드래크로는 엘테미아의 바로 앞으로 손가락을 살짝 휘젓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손끝으로부터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빛 입자들이 천천히 원의 모양을 형성하기 시작하며 얼음성으로 통하는 워프게이트를 생성했다. 자신 앞으로 생성된 워프게이트를 말없이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이내 고개를 돌려 드래크 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 "흥." 굉장히 어색한 표정으로 미안이라고 말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드래크로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그러자 엄청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간신히 말한 자신을 비웃는 드래크로를 무서운 눈길로 쏘아보던 엘테미아가 이내 고개를 훽 하고 돌리며 워프게이트 안으로 한 발짝을 디뎠다. -멈칫...- "......." 허나 그 다음 발짝은 워프게이트 안으로 디디지 않았다. 마지막 한 걸음에서 멈춰선 엘테 미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뒷쪽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반짝이는 금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천사... 한동안 차가운 눈동자로 미카엘을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옅은 한숨을 살짝 내쉬며 미카엘을 향해 자신의 다홍빛 입술을 열었다. "당신은 너무 상냥해..." "......." 엘테미아의 말에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던 미카엘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 보았다. 조금 전 자신이 벌인 행동으로 봐서 어디가 상냥하단 말인가? 자신은 이미 엘테미아에게 최악의 천사로 낙인찍히지 않았던가? 허나 그때의 엘테미아와 지금의 엘테미아는 달랐다. 이에 미카엘이 자신의 두 눈을 살짝 감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예전의 맹한 당신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을...지금의 당신은 역시 예리하군요." "흥...아무튼 당신 덕에 한 쪽을 택할 수 있게 되었으니 고맙단 인사는 해야 될 것 같아 서..." 엘테미아의 말에 미카엘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 람을 타고 엘테미아의 향기가 자신에게로 전해지자 싱그러운 미소를 지은 중성적인 외 모의 천사, 미카엘은 워프게이트로 향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말을 건넸다. "마중...나갈게요. 설녀의 땅에 봄이 내려앉는 날." 미카엘의 말에 엘테미아도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응! 얼마 걸리지도 않아, 그때는 설녀의 땅에 내려앉은 봄내음에 잔뜩 취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후훗...그러죠." 모두에게 인사를 건넨 엘테미아는 그제야 비로소 드래크로가 만든 워프게이트로 한 발짝 을 디뎠다. 그리곤 두번째 발을 디디며 드래크로와 미카엘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한동안 드래크로와 미카엘을 묘한 눈초리로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이내 검지손가락으로 자신 의 다홍빛 입술 끝을 살짝 매만지며 말을 건넸다. "거기 두분...혹시 이거 알아?" "......?" "......?" "친절하고 상냥하기만 한 남자는 매력이 없어." "......." "......." "잘 기억해 두라고." 엘테미아가 건넨 말에 드래크로와 미카엘이 동시에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벙찐 표정에 묘한 미소를 짓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모두를 향해 한쪽 손을 살짝 들어올리며 인사를 건넨 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워프게이트 안으로 몸을 실었다. -스르륵- 엘테미아가 워프게이트 안으로 사라지자 드래크로와 미카엘이 동시에 쓴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드래크로가 만든 워프게이트가 반짝이는 빛을 사방으로 흩트리며 공기중으로 사라져 버렸고 드래고닉 캐슬에 온지 2일 만에 엘테미아는 다시 얼음성으로 돌아가 버렸다. 문득 엘테미아가 사라진 빈자리를 쳐다보다 하늘을 바라본 드래크로는 캐슬에 남아 있는 이들을 향해 말을 건넸다. "우리들도...이제 바빠질 거야." 드래크로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미카엘만이 약간 굳은 얼굴을 하 고 있었다. 미카엘의 굳은 얼굴을 알아챈 드래크로는 여전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말했다. "자네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마중만 나가야겠군...이번 일은 드래곤 일족 이외의 종족은 일체 개입을 허락 치 않았으니 말야." "......." 드래크로의 말에 미카엘은 침묵으로 답했다. 미카엘의 의도를 알아 차렸는지 드래크 로가 짐짓 무거운 표정으로 미카엘을 향해 뭐라고 말할 찰나...아직까지도 엘테미아가 말한 반쪽짜리 바람둥이란 말에 화가 나있던 헬프리를 어루고 달래던 이즈가 드래크 로와 미카엘을 향해 툭 하고 말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두분 모두 엘테미아님에게 차인 건가요?" "......." "......." "......." 갑작스런 이즈의 말에 묘한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리곤 드래크로와 미카엘이 동시에 인상을 팍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2 " "......." 동시에 비슷한 말을 내뱉은 드래크로와 미카엘을 보며 화풀이를 하고 있던 헬프리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이내 드래크로와 미카엘을 번갈아 바라보며 큭큭거리자 그 자리에 모여있던 모두가 웃음소릴 내뱉기 시작했고 드래크로와 미카엘도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은빛 눈동자의 엘 테미아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이도크진을 향한 애도도 잊지 않았다. 언제나 순수하고 명랑한 너구리같 이 사고만 치고 다니는 그녀가 꼬리 만개는 달린 영악하고 힘도 센 여우로 돌변해 찾아갔으니... 한편 같은 시각 얼음성에서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이 조용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도크진과 쿠레이만... 둘 모두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니, 그녀가 있던 지난날과 비 교하여 무겁게 가라앉아 보이는 것일지도 몰랐다. 한동안 두 눈을 감고 침묵으로 명상을 즐기던 이도크진이 쿠레이만을 향해 넌지시 말을 건 넸다. "나의 선택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이도크진의 선택에 쿠레이만은 진실로 불만이 없었다. 바로 며칠 전만 하더라도 자신은 시 조드래곤의 목숨따윈 자신들을 위해 희생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겨왔다. 허나 이도크진에 의해 시조드래곤이 얼음성을 떠난 지금 자신조차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평온했고 또 가벼 웠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상황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것이었다. 이에 쿠레이만이 이도크진의 앞으로 차가 들어있는 찻잔을 건네며 말을 꺼냈다. "제가 만든 차입니다. 드셔 보시길..." "......." 쿠레이만이 건네는 찻잔에 피식 미소를 짓던 이도크진은 어느새 얼음성에 내려앉은 식(食) 문화에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필요없는 기억뿐이었던 자신에게 놀랍게도 추억이란 것을 선 물하게 해준 그녀를 떠올린 이도크진은 이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더욱더 자신의 눈빛을 굳 히고는 쿠레이만을 향해 입술을 열었다. "드디어 내일인가? 노네임녀석이 움직일 날짜가..." "네." 이도크진의 물음에 쿠레이만이 긴장된 어조로 말하고 있었다. "그렇군...그렇다면 전 가디...!!" "......!?" -쿠카카카카카캉!!!- 쿠레이만을 향해 무언가의 지시를 내리려던 이도크진은 순간 자신들의 얼음성으로 쇄도 하는 엄청난 기운에 말을 끊으며 그 자리에 벌떡 일어섰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얼음성 전체가 흔들리며 천축을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음이 이 도크진과 쿠레이만의 전신을 강타하고 있었다. "예상시각은 내일인데...벌써 시작된 건가?" "서,설마...아무리 그들이라도 이렇게 일찍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난데없이 시작된 공격에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이 다급한 어조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이 있던 방문의 너머로 전 가디언들이 전투태세를 갖추는 소리와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들도 나가지." "네." 서둘러 검을 챙기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 이도크진은 문득 자신의 가디언들 이 현신은 커녕 그 어떤 공격도 감행하지 않자 자신의 오른 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의아해 하고 있었고 쿠레이만 또한 성밖으로 나간 게 틀림없는 가디언들이 전혀 공격을 하고 있지 않자 의문을 품으며 재빨리 성밖으로 워프를 감행했다. 성밖으로 나온 쿠레이만은 멍하니 서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가디언들에게 뭣들 하는 거 냐고 소리쳤다. "너희들 뭣들!..." 물론 상공 위에 떠있는 존재를 확인한 그는 자신의 뒷말을 흐려야 했지만... "오호호홋~건방진 이도크진 자식 당장 나오라고 그래!!" "......." "......." "......." "이몸께서 친히 밟아주러 찾아오셨다고 말야...오호호홋..." 상공에서 자신들을 향해 공격을 감행한 인물을 보며 성밖으로 나온 가디언들은 물론이 고 쿠레이만까지 자신의 입을 떡 벌리며 경악하고 있었다. 언제나 여유롭고 냉정한 정신으로 무장한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하늘 위에서 길다란 은 발을 휘날리며 음산한 미소를 흘리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황당의 늪에 빠져 버렸다. 게다가 그녀가 내뱉은 말에 가디언들은 물론이고 천천히 걸어나오던 이도크진까지 몸을 비틀거리며 식은땀과 함께 황당해해야 했다. "저,저거 설마..." 자신들의 얼음성을 향해 공격을 감행한 소녀를 보며 한 가디언이 넋이 나간 듯 나직이 중얼 거리고 있었고 쿠레이만 또한 자신들의 상공 위에서 음산한 웃음을 흘리는 소녀를 보며 믿 을 수 없다는 듯 혼란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벅저벅...- 한동안 멍해 있는 쿠레이만들의 뒤로 곧은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퍼특 멍한 상태에 서 깨어난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은 상공 위에서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은발의 소녀를 뒤로한 채 고개를 돌려 자신들에게로 다가오는 새하얀 머리칼의 매혹적인 사내를 바라보 았다. "로,로드..." 새하얀 머리칼의 사내,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쿠레이만이 지금의 난해한 상황을 그에게 고하 고 있었다. 난감한 어조로 자신을 부르는 쿠레이만을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은발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은발의 소녀를 올려다보던 이도크진은 자신의 이마에 흘러내리는 한줄기의 식은땀을 불어오 는 바람에 날려버리곤 좀 전에 자신의 귀로 들려왔던 미성의 목소리를 되뇌어봤다. '오호호홋~건방진 이도크진 자식 당장 나오라고 그래!!' '이몸께서 친히 밟아주러 찾아오셨다고 말야...오호호홋...' 자신의 시력으로 상공 위에 떠있는 소녀의 은빛 머리카락 한올 한올까지 확인이 가능했던 이도크진은 자신이 그동안 알고 지내왔던 맹하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수하며 울보이기까지 했던 시조드래곤의 얼굴과 저 위에 떠있는 소녀의 얼굴이 완벽하게 일치하자 자신의 아미를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할 듯한 저런 외모를 지닌 그녀가 두 명이라곤 생각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그녀가 예전의 그녀에 비해 한가지 다른 건... 차가운 얼음성에서도 언제나 따뜻하게 반짝이던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얼음성이란 이름과 걸맞게 시린 은빛으로 변했다는 점뿐이었다. "드래크로녀석..." 분명 3일 동안 엘테미아를 얼음성 근처에 한발자국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건만... 버젓이 자신의 상공 위에 떠있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드래크로를 향해 나직이 욕지거릴 내뱉었다. 그리곤 옅은 한숨을 내쉬며 여전히 시린 보랏빛 눈동자로 엘테미아를 쳐다보았다. -쉬이이익- 엘테미아를 올려다보며 옅은 한숨을 내뱉던 이도크진의 주위로 바람의 기류가 그를 따라 한바퀴 나돌았다. 그러자 천천히 이도크진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하며 이내 엘테 미아가 떠있는 상공의 지척까지 떠올랐다. 자신의 발치 아래에는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깨알만큼 작게 보였고 자신의 눈앞으로는 바로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가 보였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예의 냉기어린 목소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정말 끈질기군..." "뭐야?!"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 또한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문했다. 자신의 전매특 허인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 또한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차가운 눈동자로 엘테미아를 노려보았다. 게다가 이도크진이 더더욱 열 받는 건 엘테미아가 언제나 화난 표정과 도끼눈을 뜨면 그에 대한 위압감이라곤 전혀 생기지도 않았고 그 표정 또한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허나 지금의 엘테미아는 마치 자신의 거울을 보는 듯이 눈썹 하나를 꿈틀거림으로서 알 수 없는 위압감 이 내포되어 있었고 그 표정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한참 새롭게 변한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불만스런 표정을 짓 고 있을 때 엘테미아 또한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굉장히 열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틀 전날 밤...이도크진이 어째서 자신을 기절시키고 드래고닉 캐슬로 데려갔는지는 지금의 그녀로선 대충은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니 그 문제는 뒷전으로 미루고... 캐슬에서 소중한 인연과의 연을 간신히 끊고 이도크진, 그를 위해서 얼음성으로 돌아왔건 만... 그런 자신에게 눈물까지 글썽이며 가녀린 몸이 부스러질 정도로 감격어린 포옹은커녕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끈질기다...라고 말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당연히 엘테미아는 분노 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찌리릿...- 언제나 자신의 강렬한 눈빛에 살며시 눈을 내리깔던 예전의 엘테미아완 달리 당당하게 자 신을 쏘아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고 있었고, 엘테 미아 또한 자신에게 미안하다라든가 반갑다라든가 하는 일말의 감정표현 없이 여전히 무덤 덤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며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곤 매서운 눈초리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한동안 원수지간인냥 무서운 눈동자로 서로를 노려보던 엘테미아와 이도크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건방진..." "건방진..." "......." "......." 서로가 내뱉은 말에 서로가 깜짝 놀라며 더욱더 매서워진 눈초리로 서로를 쏘아보았다. 아직까지도 예전의 엘테미아와 지금의 엘테미아를 보며 적응이 되질 않고 있던 이도크진 이 이내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물음을 넌지시 건넸다. "네가 언제나 덜떨어진 행동만 일삼던 그 시조드래곤이 맞긴 맞는 거냐?" "......." 이도크진의 사심없는 물음에 엘테미아가 기어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던 그동안 의 불만이 폭발하며 거대한 투기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리곤 자신의 검지손가락을 들어 이도크진을 향해 치켜들며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흥!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자기 와이프도 못 알아 봐? 앙?!" "......." "너 같은 녀석은 좀 맞아야 해!!" "......." 이도크진은 자신이 건넨 물음에 주먹을 꽉 쥐고 엄청난 분노를 뿜어내며 날아오는 엘테미아 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옅은 한숨을 내쉬며 오른 손을 살짝 들었다. 예전에도 경험 한 바와 같이 엘테미아의 주먹은 자신에게 일말의 위협도 되지 않는 솜방망이 주먹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얼굴까지 도달하기만 해도 박수치며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여유가 흘러 넘치는 동작으로 자신에게 날아오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가 가느다란 팔을 뒤로 힘껏 제낀 뒤 이도크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자신에게 엘테미아의 주먹이 날라 옴에도 불구하고 몸을 허공으로 떠있게 하는 기본적인 마 나 외에는 아무것도 개방하고 있지 않던 이도크진은 자신의 순수한 완력으로도 엘테미아의 주먹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자신의 예상이 빗나갈리 없다고 생각한 이도크진이기에 그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쇄도하는 그녀의 주먹 앞으로 오른손을 살짝 갖다 대었다. 그리고는... -까아아앙!!!- 이도크진의 오른손에 엘테미아의 작은 주먹이 작렬하는 순간...천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 께 그들 주위로 공간의 일그러짐이 원의 형태로 퍼져버렸고 이도크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새도 없이 쌔애애액 하는 파공음과 함께 섬광같은 속도로 얼음성을 향해 떨어 졌다. -크콰콰콰콰콰쾅!!!- "......." "......." "......." 드래곤 특유의 시력과 청각을 보유한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자신들의 머리위에 있던 이도 크진과 엘테미아의 대화와 동작 하나하나를 빠뜨리지 않고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들의 로드인 이도크진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엘테미아를 보며 어처구니 없 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가소롭다는 미소를 짓고 있던 가디언들과 쿠레이만이었다. 허나 지금 자신들의 눈앞으로 벌어진 상황은 무엇이란 말인가?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의 얼굴에 가소롭다는 미소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자신들의 얼음 성으 로 귓가를 멍멍하게 할만한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무자비하게 떨어져버린 이도크진을 보며 입을 쩍 벌리고 경악의 도가니로 빠져들고 있는 그들이었다. 돌려지지 않던 자신들의 뻣뻣한 고개를 애써 뒤로 돌린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은 반쯤 박살 이 나버린 얼음성을 보며 다시금 입을 쩍 벌리고 경악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였다. "오호호호~! 나처럼 연약하고 가녀린 소녀의 주먹에 오히려 때린 내 쪽이 미안해질 정도로 나가떨어지다니...한심하구나 이도크진! 호호홋~! " "......." "......." "......." "이 엘테미아님의 아찔할 정도로 눈부신 미모 앞에서 언제나 무덤덤하며 잘난 척 하던 네놈 의 꼴이 참 보기 좋구나!! 이제 반성 좀 하시지!" "......." "......." "......." 어느새 자신들의 상공 위에서 웃어대던 그녀가 지상으로 내려와 반 패닉상태에 빠져버린 쿠레이만과 가디언들 앞으로 걸어나오며 웃고 있었다. -투둑- 그때였다. 반쯤 무너져버린 얼음성의 잔해 사이로 하나의 손이 튀어나왔다. 그리곤 이내 강력한 기운 이 사방으로 퍼지며 여기저기 긁힌 자국이 즐비한 이도크진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투둑...투둑...- 성격이 180도 달라져서 돌아온 엘테미아의 펀치에 의해 얼음성을 반쯤 무너뜨리며 떨어져 버렸던 이도크진이 얼음성의 잔해들 사이로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긁힘 자국과 여기저기 찢어진 옷가지 사이로 내비치는 그의 살결이 이도크진 특유의 매혹적인 모습을 더 욱더 부각시키고 있었다. 잔해들을 사방으로 날려버리며 일어선 이도크진의 얼굴엔 의외라는 표정만이 드리워져 있을 뿐, 엘테미아가 바라는 분노의 표정이나 수치의 표정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 "........" "........" 오랜만이었다. 쿠레이만과 그 외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옷가지가 만신창이가 된 이도크진의 모습을 실로,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설마설마 했지만 정말로 예전의 어벙하고 시조드래곤이라고 치기엔 한없이 허약했던 그녀가 자신들의 로드를 이 꼴로 만들어 놓으리라곤 꿈에도 생각 치 못했 다. 바로 얼마 전, 시조드래곤이 얼음성에 포로로 잡혀오자마자 자신들의 로드에게 키스를 하고 혼인선언을 할 때보다 더욱더 쇼킹한 사건이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한없이 어벙하고 공격마법 하나 쓰지 못하는 시조드래곤조차 괴상한 그녀의 마력으로 인해 어찌하지 못했던 이도크진과 쿠레이만, 그리고 가디언들은 시조드래곤, 엘테미아에게 강력 한 힘과 괴상한 카리스마까지 갖춰지자 알 수 없는 오한이 스멀스멀 밀려오기 시작했다. "오호호홋...뭘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거지?" "......." "......." 예전의 순진했던 시조드래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지금의 엘테미아는 한껏 여왕님 포즈를 잡으며 손등으로 입을 살짝 가린 채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모두가 얼이 빠진 상태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을 때 얼음성의 잔해 사이로 일어선 이도크진이 다시금 차가 운 공기에 자신의 식은땀을 날려버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움찔- 이도크진이 자신의 눈에 힘을 주고 엘테미아를 바라보자 아무리 성격이 뒤바뀐 그녀라 할지 라도 자신의 몸에 길들여져 있던 버릇을 자제할 수 없었는지 자꾸만 이도크진의 눈빛을 피 해 자신의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있었다. 허나 지금의 엘테미아는 이도크진 못지 않은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엘테미아는 예전의 버릇처럼 자신의 눈을 아래로 내리 깔 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눈을 부릅뜨고 그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한동안 이도크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엘테미아가 식은땀을 흘리며 자신의 눈에 한껏 힘을 주고 그를 노려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될 즈음...그들 사이로 내려앉은 무거운 침묵을 깬 것은 다름 아닌 이도크진이었다. "너...혹시 드래크로 녀석에게 개조 당했나?" "...뭐야?!"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 없다." "...이,이게..." 이도크진의 말에 쿠레이만 외 다른 가디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엘테미아를 묘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고 엘테미아 또한 이도크진의 말에 자신의 얼굴을 확 붉히며 이글거리는 눈 빛으로 이도크진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예전의 내가 아무리 연약하고, 가녀리며, 청순 스타일의 천하제일 이쁜 드래곤이었다 하더 라도 얼음성에서 똘마니들의 대장노릇을 하고있는 어떤 우주 최강의 바보, 겁쟁이 때문에 화병나서 성격이 이렇게 된 거다!! 말 안 해도 그게 누군지 잘 알겠지? 앙?!" 앙칼진 엘테미아의 외침에 이도크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누군가?" -퍽!!- 이도크진의 물음에 엘테미아가 눈에 비치지도 않는 스피드로 몸을 날려 이도크진의 면전에 주먹을 날렸다. 순식간에 자신의 면전을 향해 날아오는 엘테미아의 주먹을 보며 이도크진 또한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가드를 펼쳤다. 허나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순수한 완력으로 서 가드를 펼쳤기 때문에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의 무식할 정도로 강한 힘에 밀려 다시금 자 신이 딛고 있는 땅을 그슬리며 멀찍이 뒤로 밀려나 버렸다. 어째서 반격을 하지 않는 것인가...아니 반격은 고사하고 엘테미아는 자신의 공격에 그 어떤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며 소위 배알이 꼴리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이도크진의 얼굴은 어째서 자기가 엘테미아, 자신에게 맞았는지조차 모르고 있 는 얼굴이었다. 이렇게 화가 나는 자신처럼 최소한 조금의 화라도 낼 줄 알았던 이도크진이 도대체 어째서 화도 내지 않는지... 모든 감정이 얼어붙은 빙룡족이라도 전투종족답게 분노의 감정은 다른 종족 못지 않을 정도 로 발달되어 있을 것이다. 허나 자신에게 강력한 펀치를 맞고 자신이 기거하던 성까지 무너 뜨렸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딱딱한 조각상처럼, 그 어떤 감정도 표현하지 않고 있는 이도크 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그가 밉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동안, 이도크진과 엘테미아의 매서운 시선이 서로를 향해 교차할 즈음 이도크진과 엘테미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입술을 열었다. "맘에 안 들어..." "맘에 안 들어..." "......." "......." 서로가 서로를 향해 맘에 들지 않는 다고 말하자 둘의 얼굴이 동시에 팍 일그러졌다.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쌍심지를 켜고 입술을 살짝 열어 이빨을 뿌드득 하고 가는 것까지 이도크진과 엘테미아가 동시에 행하고 있었다. "뭔가...미묘한 분위기 속에서도 예전보다 더 잘 어울리는군..." "그,그렇군...왠지...그때보다 지금이 더..." 서로를 향해 삐딱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는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보며 주위에 몰려 있던 가디언들이 저마다 그들에 대한 감상을 내리기 시작했다. 허나 가디언들은 자신의 가슴속에 꿈틀대고 있는 작은 불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소유라는 감정의 작은 불씨를... 한동안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던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는 이번에도 누가 먼저랄 것 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향해 땅을 박차며 뛰어들었다. -퍽! 퍼퍽!!- 이도크진의 앞으로 뛰어들어간 엘테미아가 왼쪽 발을 주축으로 몸을 한바퀴 빙 돌려 이 도크진의 면전을 향해 뒤돌려 차기를 감행했다. 무시무시한 속도와 위력으로 이도크진의 면전을 향해 쇄도하는 엘테미아의 미끈한 다리를 보며 이도크진은 이번에도 역시 그 어 떤 마나도 모으지 않은 채 자신의 순수한 완력만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엘테미아의 맹공이 가해질 때마다 이도크진이 딛고 있는 땅이 조금씩 패이며 점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퍼퍼퍽!! 퍼퍽!!- 가벼운 신체조건에 따라 몸놀림이 유연한 엘테미아는 아름다운 무희가 물결 흘러가듯 유려하게 추는 춤 마냥 그녀의 공격은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웠다. 허나 엘테미아의 맹공에도 이도크진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묵묵히 가드만 하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크진을 보며 더더욱 화가 치밀었다. 엘테미아는 지금의 이도크진이 너무나 싫었다. 아니,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 어떤 감정표현도 하지 않는 지금의 이도크진이 미운 것이었다. 그리고 두려웠다. 어쩌면 자신은 평생 이도크진에게 그 어떤 감정도 갖지 못하게 하는 무미건조한 존재로 치부되는 것이 두려운 것이었다. 이에 점점 더 그의 어떠한 감정이라도 이끌어내기 위해 엘테미아의 맹공이 거세지기 시작 했다. 엘테미아의 공격이 바람을 타고 이도크진의 전신을 난타하자 이도크진 또한 무서운 속도로 반응하며 그녀의 공격을 묵묵히 막아내고 있었다. -파파파파팍!!- 한동안 이도크진을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던 엘테미아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비꼬는 듯한 어조로 이도크진에게 말을 건넸다. "천하의 이도크진이 반격하나 못하는 바보, 얼간이였어?!" "글쎄." 수없이 쏟아지는 엘테미아의 맹공 속에서도 이도크진의 입에선 여유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 다. 이에 다시금 배알이 꼴리기 시작한 엘테미아가 더더욱 비꼬는 듯한 어조로 말을 건넸 다. "흥!! 그게 아니면 설마 이 몸이 엄청나게 반가워서 반격조차 할 수 없는 거냐?!" "그럴지도..." "윽...!?" 이도크진의 어정쩡한 답변에 순간 엘테미아의 볼이 살짝 붉어지며 몸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그리곤 피식 미소짓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자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한동안 엘테미아의 무서운 맹공을 묵묵히 막아내고만 있던 이도크진이 엘테미아를 향 해 입을 열었다. "도대체 무엇이 너를 이 얼음성으로 계속 돌아오게 만드는 거지? 다른 이들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어하는 이 얼음성을 말야..." 그때부터 계속 이어지는 이도크진의 질문...자신이 어째서 계속 얼음성으로 돌아오는지 잘 알고 있으면서...그것을 알면서도 믿지 못하고 계속 의문을 건네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 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제는 신물이 날 정도로 들어본 이도크진의 질문에 엘테미아가 자신의 강렬한 투기를 담아 그에게 권을 날렸다. -콰악!!- -치치치치직...- 엘테미아로부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레벨의 공격이 가해지자 이도크진의 가드가 강제로 풀리며 수미터 뒤로 밀려나 다시 얼음성의 잔해 속으로 파묻혔다. -쿠웅...- 보통, 대지에서의 싸움이라면 자욱한 먼지가 일어날 법도 하지만 이곳은 얼음만이 존재하는 설녀의 땅이었다. 이에 이도크진이 얼음성의 잔해 속으로 파묻히면서 반짝이는 얼음 알갱이 가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반짝이는 얼음알갱이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이도크진의 인영을 보며 엘테미아는 또다시 땅을 힘차게 박차고 뛰쳐나가 이도크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파파팍!!- 다시금 엘테미아의 물결같은 유려한 공격이 시작되며 그에 따른 이도크진의 가드도 시작 됐다. 일방적으로 엘테미아가 이도크진을 향해 격렬한 감정을 발산하며 맹공을 가했다. 그리고는 독기어린 목소리로 무덤덤한 표정의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흥...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이 몸을 드래고닉 캐슬로 계속 돌려보내려 하는 거지? 너의 원 래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내 살을 파고들어 레디아나를 취하고 완벽한 자신을 되찾아야 할 시간이 아니었나?" "......!" "역시 겁이 나서 그런 거겠지?" "......!!" 엘테미아의 맹공 속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 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 의 가드에 더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엘테미아의 말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 내 몸을 뚫고 레디아나를 취하는 게 두려워졌나? 아니면, 다가올 자신이 미래와 뒤 틀려져 버린 자신의 운명 속에서 무언가를 곁에 두고 지켜나가는 게 두려운 건가? 자신의 행복 뒤에 찾아올 고통과 씁쓸함, 그리고 그 행복을 잃어버린 후의 아픔이란 걸 상 상하기만 해도 두려워져서 자신의 행복을 지켜보려는 시도조차 하지도 않고 미리 벽을 세워 둔 채 버리려는 거잖아? 정말 한심하군..." -꽈악...- 엘테미아의 비아냥거림에 묵묵히 가드만 하고 있던 이도크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며 처음으로 엘테미아의 가녀린 두 팔을 세게 움켜잡았다. "윽...!" 강한 힘을 소유하게된 엘테미아는 아무리 이도크진이라 할지라도 호각으로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허나 이도크진에게 붙잡힌 자신의 두 팔목을 이리저리 비틀어봐도 그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쿵!!- "꺄악!..." 무서운 얼굴로 엘테미아의 두 팔목을 잡은 이도크진이 엘테미아를 얼음성의 벽면을 향해 강 한 힘으로 밀어 붙였다. 그리고는 자신의 얼굴을 엘테미아의 당황한 얼굴 가까이로 들이밀며 나직히 말을 꺼냈다. "그래, 두렵다. 자신조차 역겨워할 정도로 너를 곁에 두는 것이 두렵다. 네 말대로 너의 살을 파고들어 심장을 취할 수 없게 되었단 말이다!" "........" 자신의 독설을 부정하지 않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의 차가운 은빛 눈동자가 혼란스런 빛을 머금고 처연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곤 이도크진의 말도 계속 이어졌다. "이제 좀 있으면 너를 취하지 못한 나를 처단하러 노네임이 패거릴 이끌고 쳐들어올 거다. 그가 말한 이계의 세력을 나와 나의 가디언들이 막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조차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목적은 네 가슴에 박혀있는 레디아나와도 전혀 무관하지 않겠지, 그러니 돌아가!" "......." "너는 지금 죽어버리기엔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이 잔뜩 있을 거 아냐? 네가 죽으면 슬퍼할 이들도 엄청나겠지, 허나 우리들은 그런 것 따윈 없다.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았다면 삶에 대한 조금의 미련도 없이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는 거다! 그러니..." -짜악!!- 이도크진의 억센 힘에 붙들려 묵묵히 그가 소리치는 것을 듣고만 있던 엘테미아가 순간, 이 도크진의 팔을 뿌리치고 그의 고개가 훽 돌아갈 정도로 뺨을 강하게 때렸다. 허나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손길에 얼굴이 붉어진 이도크진에게 다시금 강한 공격 을 퍼붓기 시작했다. -퍽! 퍼퍽!!- 나즈막한 신음소리조차 단 한번도 내지 않고 있는 이도크진이었지만 현재 그는 엘테미아의 공격에 가드조차 할 생각도 안하며 무방비 상태로 온 몸을 난타 당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그런 한심한 남자가 된 거야?!" 독기어린 얼굴로 이도크진을 마구 난타하며 엘테미아가 말을 꺼냈다. -퍽!!!- 엘테미아는 자신의 강한 힘을 담아 이도크진에게 강력한 주먹을 선사했다. 그러자 이도크진 의 몸이 붕 떠오르며 수미터 뒤로 밀려나 차가운 얼음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어째서 가드를 하지 않고 엘테미아의 모든 공격을 자신의 몸으로 받은 건지 모를 이도크진 은 약간 힘겨운 몸짓으로 누운 상태에서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주륵...- 어느새 이도크진의 입가엔 붉은 선혈이 흐르고 있었다. 땅에 쓰러진 상태에서 힘없는 동작 으로 천천히 일어서려 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다시 입술을 열었다. "왜 굳이 나를 너희들의 무리 속에서 제외시키려는 거야? 그 무엇도 소유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미련도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고? 그런 한심한 말을 지금 네 녀석이 한 거야! 그거 알아?!" "......." 엘테미아의 시리디시린 은빛 눈동자가 입가엔 한줄기 선혈을 머금고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크진에게로 고정됐다. "왜 자꾸 나를 너로부터 억지로 갈라놓으려고 하는 거야...? 네가 죽으면...이 몸이 하하 호 호하고 웃으며 맘편히 살아갈 수 있을 거 같아?" "......." "......." 조용히 침묵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분명 네가 죽는다고 해서 나도 따라 죽진 않을꺼야...날 생각해주는 수많은 존재들이 아직 내 곁에 남아있으니까...하지만 그건 진정한 내가 아냐! 그들의 비위에 맞춰 무의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인형이 되어갈게 뻔하다는 걸 왜 모르는 거야?!" "......." 그녀의 외침에 이도크진의 눈빛이 힘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이도크진의 눈빛을 바라보던 엘테미아가 문득 고개를 돌려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얼음성의 가디언들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씁쓸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언제부터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저런 표정을 짓게 돼버린 걸까? 생각해보면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그리 길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하나같이 무뚝뚝하고 정떨어지는 차가운 성격을 지 닌 그들이었지만, 그만큼 그들 안에서 미약한 숨을 내쉬고 있는 순수함들이 엘테미아는 너 무 좋았다. 이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설녀의 땅에 봄이 찾아올 때까지 계속 이들과 함께 살고 싶었다. 아니, 봄이 내려앉은 설녀의 땅에서 오래도록 즐거운 삶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언제나 무 의미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 즐거움이란 것을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모두를 바라보며 다시 다홍빛 입술을 열었다. "너희들이 죽는다면...진이 죽는다면, 너희들 앞에서 웃고 떠들던 나도 죽어버리는 거야... 내가 죽어버리고 또 다른 내가 되어버리는 거라고!" "......." 그녀의 외침에 이도크진과 쿠레이만 그리고 모든 가디언들이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복잡 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엘테미아는 만신창이가 된 채 반쯤 일어서 있는 이도크진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자신도 이도크진과 같이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서 두눈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린 은빛눈동자가 애처로울 정도로 흔들리며 이도크진에게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 었다. "진에게...그리고 너희들에게 아직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이 남아있어...그러니까..." "......." "......." "......." "죽지마." 처음의 만남부터 그랬다. 언제나 전투 이외에 모든 일상이 무의미했던 그들의 시야 사이로 비춰지던 시조드래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자신들의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을 조금씩 이나마 고동치게 만들고 있었다. 분명 자신들은 언제 어느 때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그녀와 함께 얼음성 에서 지내면서 지금에서야 그녀의 말에 자신들의 옅은 감정을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바로 살고 싶다고...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예전의 엘테미아였다면 눈물이 펑펑 쏟아질 만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의 엘테미아는 곧은 눈빛과 자세로 일어선 채 다시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 다 함께 살아가자...진이 느끼는 행복 뒤의 고통도 분명 존재할 테지만...지켜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미리부터 포기해 버리면 정말 바보 같잖아." "......."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조용히 자신의 말을 읊조리고 있던 엘테미아가 무채색의 하늘을 향해 손을 활짝 펴 들었다. 그리곤 다시금 그윽한 자연의 선율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시리디 시린 설녀의 땅으로 천천히 울려 퍼졌다. "보여주고 싶다..." "......." "......." "이 설녀의 땅에서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날...그 하늘이 얼마나 눈부시고 아름다운지 말야. 그 후에도 너희들이 두려움을 느껴 도망치려고 한다면...그때는 나도 더 이상 말리지 않을 거니까."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은 문득 실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처럼 이도크진 자신은 도대체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전지전능한 신 앞에서도 당당히 이빨을 내밀던 자신이었건만...눈앞에 서있는 작은 드래곤이 자신의 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는 자기자신을 깨닫게 되자 이도크진은 자기 자신이 한없이 한심스러워 졌다. "흥." 이도크진의 실소에 코웃음을 치던 엘테미아가 자신의 얼굴에 드리워진 딱딱한 표정을 풀고 많이 누그러진 표정으로 이도크진을 바라봤다. 그리곤 아직까지도 힘겨운 숨을 내쉬며 앉아 있는 이도크진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스윽...- "......." "......." 어느새 이도크진은 자신조차 자각할 수 없을 정도로 엘테미아가 내민 손을 강하게 붙잡고 있었다. 그리곤 천천히 그녀의 힘을 빌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의 손을 잡고 일어선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자신의 두 손을 이도크진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그리곤 촉촉한 입술을 열어 그에게 말했다. "진..." "......." "......." 가슴이 울렁거렸다...현재의 엘테미아와 이도크진을 바라보던 쿠레이만과 다른 얼음성의 가 디언들은 엘테미아가 자기의 손으로 이도크진을 일으키는 장면을 보며 가슴이 울렁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시조드래곤의 입술에서 어떤 대사가 나와 지금의 감 동적인 장면을 끝마무리 지을지 기대까지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열리고,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너 같은 덜떨어진 남자는 좀 맞아야 해." ".....?!" -퍼억!!!!!!!!!!!!- "헉....!!" "읍......!!" "히익....!!" 쿠레이만과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엘테미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대사와 다음에 벌어진 그녀의 행동을 보며 그들의 기대 어린 얼굴들이 처참히 무너지며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기 시작했 다. 게다가 엘테미아가 자신의 두 손을 이도크진의 어깨위로 올려놓고 오른 쪽 무릎을 들어 가 격한 곳은 남자가 상상하기만 해도 두 손을 살포시 모아서 가려야만 하는 굉장히 중요한 부 분이었다. -휘이이잉~- 스산한 바람이 그들을 살짝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 "......." "......." 잠시나마 잊고 있었다.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시조드래곤은 예전의 시조드래곤이 아니라는 걸... 엘테미아의 무릎으로 남자의 중요한 부분을 가격당한 이도크진을 보며 쿠레이만과 가디언들 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지고 있었고 이도크진의 중요한 부위에 한방먹인 엘테미아 또한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히죽거렸다. "호홋...다음에 또다시 남자답지 않은 한심한 소릴 내뱉는다면 그때는 가차없이..." "......." "......." "......." "잘라버릴 거야." ".....!!" ".....!!" ".....!!" 굉장한 현실성이 가미된 엘테미아의 목소리에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이 흠칫거렸다. 허나 그들은 엘테미아에게 중요한 부위를 가격 당한 이도크진을 보며 다시금 경외감에 빠지기도 했다. -주르륵...- 보통 남자가 자기보다 작은 여성에게 무릎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격 당했다 치면 자연히 허리를 굽히고 난리를 치며 두 손으로 그 곳을 감싸쥘 만도 하지만, 이도크진의 허리는 엘테미아에게 가격 당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일말의 미동도 없이 꼿꼿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도 또한 일말의 미동도 없었다. 다만 그의 하얗던 얼굴이 하얗다 못해 창 백해지며 한 방울씩 맺히던 이마의 식은땀이 비 오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약간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앞으로...그런...일은... 없도록...하지..." "오호호홋~" "......." "......." 다시금 손등으로 자신의 입을 살짝 가리며 웃음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쿠레이만 과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자신들의 등에 소름이 살짝 돋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한동안 자신 앞에서 통쾌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이도크진이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비 오듯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건넸다. "자,잠깐 자리를 비워도 되겠나...? 급한 볼일이 생각..." "안.돼!" "......." 자신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딱 잘라 거절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자신 의 오른 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곤 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세 게 쥐어져 있었다. 비오듯 쏟아지던 그의 식은땀이 턱 끝에 고여 땅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은 자신들의 로드의 모습이 그렇게 애처로울 수가 없었다. 허나 모든 주도권은 어 느새 시조드래곤에게 쥐어져 있었고 지금은 자신들이 나설 타이밍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 었다. 그때 한동안 이도크진의 창백한 얼굴과 자신이 가격한 부위를 묘한 표정으로 걱정스레 바라 보고 있던 엘테미아가 한결 풀어진 얼굴로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좋아! 이것만 약속해 준다면 좀 전과 같은 진의 얼빠진 행동들을 모~두 용서해 주지." "......." 이도크진은 눈앞의 작달막한 시조드래곤을 보며 자기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물밀듯 밀려 오고 있었다. 언제부터 자신이 이처럼 남에게 휘둘리는 존재가 되었단 말인가? 게다가 상대 는 여성 드래곤... 자신의 마나를 사용하여 그녀를 제압한다면 지금의 상황을 무시하고도 신변에 이상이 없겠 지만 자신조차 경악스러울 정도로 이도크진, 자신은 시조드래곤을 향해 깨알만큼의 마나도 퍼부을 수 없었다. 아니, 그녀를 향해 마나를 쓰려고 하면 모이기도 전에 이미 흩어져 버리고 있었다. 이런 어 처구니 없는 일에 시조드래곤이 자기의 마법으로 자신의 마나를 봉쇄한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도 해보았지만 그녀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나 또한 자신을 구속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 아 니었다. 어찌됐든 혼란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이도크진은 눈앞의 작은 드래곤을 보며 나 직이 이빨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여전히 얼굴에 드리워진 미소가 가시지 않던 엘테미아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이도크 진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내가 제시할 조건은 말야..." "......." 검지손가락을 살짝 들어 기묘한 미소를 짓던 엘테미아가 더더욱 표정이 굳어버린 이도크진 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의 살림은 모두 진이 도맡아 하는 거야." "뭐...?" 엘테미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갑작스런 살림이란 소리에 이도크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허나 엘테미아의 말은 끝난 게 아니었다. 이도크진을 향해 검지손가락을 들어 까딱거리고는 다시금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밥, 빨래, 설거지, 옷정리, 방청소, 침대정리, 시트청소, 새로운 집 건축 및 인테리 어까지 모~두 진이 도맡아 하는 거야."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이 황당하단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돌려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을 바라보았다. 이도크진의 행동은 어째서 빙룡족의 로드인 자기 가 자잘한 정리 및 청소들을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을 납두고 해야 하느냐 하는 행동이었다. "......!!" 이도크진이 자신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을 바라보고 있는 행동의 의미 를 알아챈 엘테미아가 또다시 강렬할 투기를 사방으로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화난 얼 굴로 자신의 손을 치켜들어 애꿎은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을 가리키며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 쳤다. "지,지금 뭐하자는 거야?! 신성스런 신혼집에 저런 떨거지들을 들락거리게 하겠다는 소리 야?! 앙!!!" "......." 신혼집이라고 외치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순간 깜짝 놀란 듯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순식간에 떨거지로 전락한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이 엘테미아 못지 않을 정도로 살벌 한 눈초리를 그녀에게 퍼부었다. 하지만 지금의 엘테미아는 수많은 가디언들의 살기어린 눈 초리조차 덤덤히 넘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성격을 지녔기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이 몸과 진의 신혼집은 그 누구라도 출입금지야! 전방 10키로 이내 발을 들여놨다간 죽는 다." "......." "......." 굴러 들어온 돌에 박힌 돌이 빠진다고 자신들의 로드를 생으로 가로채가려는 시조드래곤을 보며 쿠레이만과 가디언, 그리고 심지어 이도크진 까지 황당하단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한동안 엘테미아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이 차가운 공기에 식은땀 을 날려버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음을 건넸다. "내가 밥, 빨래, 설거지, 옷정리, 방청소, 침대정리, 시트청소, 신혼집 건축 및 인테리어까지 모두 도맡아 한다고 치지...그렇다면 네가 할 일은 뭔가?" 이도크진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금 엘테미아에게로 쏠렸다. 만약 엘테미아의 입에서 자기는 여왕이니 뭐니 하며 모든 걸 자신에게 떠넘긴다면 이도크진은 그동안 자신이 쌓아 왔던 카리스마가 절대로 용납할 거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또 무슨 징조란 말인가...? "......?" "......?" "......?" 이도크진의 물음에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했던 엘테미아가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게 다가 자신의 두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안전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이몸은 괴,굉장히 중요한 일을 마,맡게 된단 말이다..." "그게 뭔데?" "그,그건..." 성격이 뒤바뀌어 돌아온 시조드래곤의 입에서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이도크진과 쿠레이만들의 눈이 약간 커지며 더더욱 의문이 일었다. 위에서 나열한 바와 같이 신혼집에 저것말고는 그 외의 할 일이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게다가 유창하게 튀어나오던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있는 모습이란 영락없는 예전의 시 조드래곤이었다. 이도크진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왠지모를 안 도감이 찾아왔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문득 밀려오는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지만 어쩌면 이도크진은 자신의 가슴속에 유일하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예전의 시조드래곤의 모습 을 그리워하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무엇과 비교해 무엇이 좋다는 감정...지금의 당당한 시조드래곤의 모습도 싫은 건 아니었지만 예전의 어벙하고 순진한 시조드래곤의 모습이 더 좋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문득 두려움이 밀려왔다. 설마 예전의 시조드래곤의 모습이 지금보다 더 좋은 이유 가 지금의 시조드래곤에게 대항할 수 있는 길이 자신에게 없기 때문이라면...자신에게 타격 을 줄 정도로 강한 힘을 소유했기에 지금의 시조드래곤이 아닌 예전의 시조드래곤이 더 좋 은 거라면...자신은 정말로 치졸한 남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에 스스로 자기 암시를 놓듯이 이도크진은 속으로 절대 그런 이유 때문에 예전의 시조드 래곤을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고 되뇌였다. 그저 자신과는 정 반대되는 시조드래곤의 순수하고 명랑한 모습이 좋은 거라고 암시를 놓고 있었다. 허나 그건 잠시 뒷전으로 미루고... 이도크진은 아직도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 시조드래곤을 보며 다시 물음을 건넸다. "그 중요한 일이란 게 도대체 뭔가?" 이도크진의 물음에 깜짝 놀란 엘테미아가 다시 또 말을 더듬거렸다. "그,그건...우,우,우리들의...아...아,아,아..." "아...?" "......." 계속 '아' 발음에서 버벅거리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과 쿠레이만들이 더더욱 그녀에게 집중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더더욱 강렬해짐에 엘테미아가 자신의 두 볼을 더욱 새빨갛게 물들이기 시작 했고 좀 전의 당당했던 모습이 일순간 사라져버린 엘테미아를 보며 치밀어 오르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 이도크진이 엘테미아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자신의 가슴팍까지밖에 오지 않는 엘테미아의 얼굴을 가까이 바라보기 위해 허리를 숙여 얼굴 높이를 그녀와 맞춘 뒤 나직이 물었다. "우리들의 아...다음에 뭐냐? 네가 할 일이란..." "......." 두 눈을 꼭 감고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있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이 도크진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듯 흠칫거리며 두눈을 번쩍 떴다. 감았던 눈을 번쩍 뜨자 엘테미아의 바로 눈앞에는 이도크진의 하얀 머리칼이 자신의 얼굴을 살짝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이도크진의 매혹적인 얼굴이 비춰지자 순식간에 반패닉 상태로 빠져버린 엘테미아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 있는 이도크 진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며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다,당연히 너랑 이 몸의 아기를 돌보는 거잖아! 이 멍청아~!!!" -툭!...- "......." "......." "......." 엘테미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아기'라는 소리에 이도크진이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으며 머릿속으로 웅장한 종소리가 미친듯이 울려대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모든 원인에는 그 원인을 이루는 또 다른 원인이 있고, 원인의 원인을 계속 따라간다면 원 인이 없는 원인이 틀림없이 나오게 된다. 도대체 원인이 없는 원인이란 무엇일까...태초를 이루는 신... 모든 사물에게 시작을 부여 한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것이 가장 타당한 근거일 것이다. 작은 벌레부터 시작해 사고를 할 줄 아는 고등 생명체까지 모든 사물의 시초에 원인을 부여 한 신계의 영역에서 벗어난 이들도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신계에서 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경로로 탄생된 무리중의 하나인 빙룡족... 하지만 모든 사물에 원인을 부여한 만물의 창조주조차 정말로 빙룡족들이 예상치 못한 생명 들이었을까... 어쩌면 지금의 상황 모두가 신의 각본대로일지도 몰랐다. 빙룡족들은 이미 신계의 영역에서 벗어난 존재들이었다. 이에 신계에서 정한 종족의 나이를 초월하여 굉장히 오랜 세월의 삶을 살아왔다. 허나 그들이 살아오면서 태어난 아이라곤 무 수히 오래 전, 빙룡족의 한 가디언과 포로로 잡혀 들어온 실버드래곤 사이에서 태어난 쿠레 이만을 제외하곤 전혀 없었다. 워낙 감정이 무디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터라 위와 아래의 개념이 희미했고 나이의 개념도 초월한 상태였다. 그들에게 있어 계급이란 로드, 그리고 가디언 둘 뿐이었다. 무슨 목적으로 삶을 사는 것인지 알려고 조차하지 않았고, 워낙 다른 종족간의 왕래가 극히 드물었기에 하루하루를 무의미한 삶으로 메우고 있었다. 오로지 얼어붙은 심장으로 자신들 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전투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로드가 원하는 시조 드래곤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무수히 오랫동안 드래곤 일족에게 전쟁을 걸어왔고 급기야 드 래곤일족의 엄청난 희생으로 빙룡족 전체가 설녀의 땅에 오랫동안 잠들게 되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시조드래곤이 세월을 뛰어넘어 이슈테리아 대륙으로 넘어오 면서부터 빙룡족들의 봉인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작금에는 누군가에 의해서 빙룡족에게 걸어 진 봉인이 완전 해제되었다. 그리고 시조드래곤에게 완벽한 복수를 다짐하기 위해 스스로 조각을 나누어 끝없는 굴레를 덧씌우고 있던 빙룡족의 로드도 시조드래곤과의 접촉, 그리고 구속에 성공했다. 허나 일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듯 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자신들의 상상 을 초월하는 시조드래곤의 행동을 보며 빙룡족들은 어느새 자신들이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 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생명에게 죽음을 선사하는데 있어 일말의 망설임이나 감정조차 갖고 있지 않던 빙룡족들이 정작 자신들의 손으로 처절한 죽음을 선사해야 할 시조드래곤에게 이끌려 버렸고 지금의 현 실을 용납하지 못할 정도로 부정적인 건 아니었다. 자신들의 눈앞에서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아기'라고 말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빙룡족 들은 자아가 확립된 후, 무수한 세월을 살아온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을 받게 되었고, 그것이 싫지만은 않았다. 오로지 전투만을 위한 생명... 그 외에는 어느 것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빙룡족들에게 '아기'란 단어는 그들 사이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까마득히 오래 전, 쿠레이만이 태어나는 모습을 보며 가디언들은 그 어떤 감정도 받지 못 했다. 그 누구도 원치 않았던 생명, 일방적이고 강제적인 교합(交合)으로 인해 태어나자 마 자 죽을 위기에 처했던 운명을 바라보며 가디언들은 그저 덧없다고 느껴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시조드래곤을 달랐다. 자신들보다 더더욱 뒤틀려진 운명으로 인해 얼 어붙은 심장을 지닌 이도크진조차 흔들리게 만들고, 스스로가 원해 아기를 갖길 희망한다. 일방적인 강제적 권유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원해,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는 어떠한 모습을 갖고 태어나는 것일까...?얼음성의 가디언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영역, 천혜의 비경(秘境)과도 같을 것이다. 얼음성의 가디언들 눈에 비춰지던 무미건조한 시선들은 어느새 시조드래곤을 향해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다. 그녀에게 쏟아지던 끝없는 의문들은 점차 관심으로 변했고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사이 자신들의 시야엔 전에 보이지 않던 그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감정한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때보다 이제는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갖고 하늘을 바 라 볼 때, 전혀 다른 모습의 하늘을 보게되는 것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시조드래곤의 행 동이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비록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시조드래곤을 포로로서 선포하고 수일이 지난 뒤 사형선고를 내려도 시조드래곤은 도망 칠 기색은커녕 떼어놔도, 떼어놔도 악착같이 얼음성에...자신들의 로드에게 달려오곤 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시조드래곤...그리고 그녀의 사랑이 란걸 받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며 가디언들은 처음으로 남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들의 로드의 아이를 낳겠다는 시조드래곤과 꽁꽁 얼어버린 이도크 진을 보며 가디언들은 가슴이 평온하게 가라앉음을 느꼈다. 그리고 언제나 무의미한 시간만 을 보내오던 자신들에게 시조드래곤과 이도크진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삶 은 저들같이 사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아무튼 지금의 시조드래곤과 이도크진을 보며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을 즈음...문득 비명 치듯 자기와 이도크진의 아이를 키운다고 소리를 지른 후 그와 동시에 이도크진에게 주먹을 한방 먹인 시조드래곤을 보며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되었다. "......." "......." 좀 전까지만 해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여유롭던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새빨개진 얼굴로 뒤바 뀌며, 이도크진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은 퍽! 소 리가 아닌 가벼운 툭! 소리가 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고 이도크진도 순간 의문 이 일었다. 타격감은 커녕 예전의 어벙한 시조드래곤처럼 솜방망이 같은 주먹의 느낌에 이도크진은 고 개를 내려 황금빛 눈동자를 깜빡거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깜빡,깜빡- "......." "......."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엘테미아가 자꾸만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황금빛 눈동자를 깜빡거 릴 무렵... "꺄,꺄아악~진!!" "......." "......." "진 얼굴이 왜 그래?? 누구한테 맞았어? 왜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거야?!" ".....!!" ".....!!"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울먹이는 엘테미아를 보자 이도크 진과 쿠레이만들의 얼굴이 동시에 팍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저 순진한 얼굴의 시조드래곤을 보자 오싹함과 동시에 치가 떨 리기 시작했다. "뭐,뭐야...아...?" "......." "......." 갑자기 싸늘하게 굳은 분위기를 감지한 엘테미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기죽은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점점 무서운 얼굴이 되어가고 있는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을 보며 겁이 난 엘테미아는 이제 자신의 도피처는 이도크진 등뒤 밖에 없다고 생각, 실행에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엘테미아는 자신에게 무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가디언들 못지 않게 무서운 얼굴이 되어버린 이도크진을 보며 커다란 눈을 땡그랗게 뜨고 급기야 울먹이며 외쳤다. "모,모두들 갑자기 왜 그래?! 내가 뭐 잘못했어?!" 순진한 얼굴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소리치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 쪽 눈썹을 파르르 떨고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차갑게 물었다. "설마...이전의 기억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겠.지.?" "기,기억...??" 이도크진의 차가운 물음에 엘테미아가 경직된 자세로 반문했다. 그리곤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왼쪽 볼을 콕콕 찌르며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이 되어버린 엘테미아가 머릿속으로 생각 을 마쳤는지 이내 자신의 왼손바닥에 오른손 주먹을 탁 하고 내려치며 말했다. "그,그게 이상해...분명 드래고닉 캐슬에서 설버궁의 정원으로 나와 걷고 있던 것까진 확 실히 기억나는데..." "........" "정원에서 미카엘을 만나고 나서부터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아,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보니 진의 바로 앞에 있는 게 아니겠어? " "미카엘이라고?" 순간 엘테미아의 웃는 얼굴을 향해 이도크진의 섬뜩한 목소리가 내려앉자 주위의 분위기가 싹 가라앉았다. 이에 절로 위축된 엘테미아가 작은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간신히 끄덕거렸고 순간 가디언 들도 흠칫거리며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도크진은 엘테미아의 입술에서 미카엘이란 이름이 나오자마자 거대한 분노를 느꼈다. 자신조차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 안에 잠재돼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둑을 넘어 넘실거 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비록 만난 횟수는 별로 되지 않지만 사사건건 엘테미아의 문제에 끼어드는 천계의 미카엘이 란 천사가 이도크진은 맘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를 자신의 두 눈으로 볼 때마다 느껴지 는 기묘한 감정...그것은 태양과도 견줄 만큼 뜨겁기도 하며 자신의 심장만큼 착 가라앉는 느낌이기도 했다. 게다가 더더욱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이 처음으로 미카엘이란 천사 와 조우하게 된 날 느끼게 된 감정이었다. 진 해븐로드에서 이도크진으로 각성하고 시조드래곤에게 처음으로 상처를 주었던 날, 난데 없이 나타났던 미카엘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졌었다. 자신과 시조드래곤 사이로 난데없이 나타난 미카엘이란 존재가 마치 달 주위에서 묵묵히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처럼...그리고 푸른 하늘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하얀 구름처럼... 너무 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금빛 머리칼의 미카엘이란 천사를 이도크진은 절대로 인정하고 싶 지 않았다. "저어기...지이인...?" 한동안 미카엘의 기분나쁜 기억을 곰곰이 되씹고 있던 이도크진을 향해 엘테미아가 자신만 의 목소리 늘이기를 사용하여 말을 걸었다. 지금의 어색한 상황을 애교로서 무마시키려는지 상큼한 미소로 두 눈을 찡긋거리던 엘테미 아가 이도크진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그의 왼팔에 들러붙고는 말했다. "부,분명 나는 드래고닉 캐슬에 있었지만...깨어나 보니 얼음성이야, 중간에 '꿈'을 꾼것 같긴 하지만 현실성이 전혀 없는 걸 헤헷..." "........" "이건 분명 진과 나의 사랑에 하늘이 감동해서 나를 이곳까지 데려다 준걸 거야. 진도 그렇 게 생각하지? 그치? 응?" "........" 자신의 왼팔에 달라붙어 커다란 황금빛 눈동자를 깜빡거리며 응응거리는 엘테미아를 바라보 던 이도크진은 미카엘에 대한 잡념을 떨쳐버리고 현실을 직시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시조드래곤...그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신의 옆에 서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엘테미아의 얼굴을 보자 다시금 밀려오는 꿍한 마음에 이도크 진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을 건넸다. "네가 꾸었다는 꿈의 내용을 기억하는가...?" "꿈?" "그래." "움..." 다시 또 이도크진의 팔에 달라붙은 채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왼쪽 볼을 콕콕 누르며 생각 하는 표정이 되어버린 엘테미아는 이번에도 역시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자신의 왼손 바닥에 오른 손 주먹을 톡 하고 내려쳤다. 그리곤 해맑은 웃음으로 이도크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하하핫~그 꿈이 말야~글쎄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황당한 꿈이었니까~!!" "......." 자신조차 어이없다는 웃음을 짓고 두 손을 설레설레 저어버리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 이 자신의 두 눈에 힘을 주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자 꿈의 내용을 말해보라는 이도크진의 강렬한 눈빛을 알아챈 엘테미아가 잠시 자신의 두 볼을 살짝 붉히고는 이내 황당하단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진...내 꿈 얘기를 듣고 비웃거나 놀리거나 하면 안 돼~? 알았지?" -끄덕- "글쎄말야~ 그 꿈에서 말야~ 내가 마법으로 얼음성을 절반이나 부셔버린 거 있지? 그것뿐 이라면 말도 안 해, 글쎄 그것보다 더 황당한 건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진을 마구마구 때 리는 거야! 이게 현실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자신의 남편에게 주먹질하는 아내라니...난 그렇게 막되먹은 여자는 아니라구~ 아하핫~! 진도 웃기지? 믿기지 않지? 정말 황당해서 웃음이 나오지 않아? 응? 냐하하하하~!" "........" "........" "........" 티 없이 맑은 어린아이의 웃음 마냥 순진한 얼굴로 함박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입을 쩍 벌린 채 경악과 동시에 치를 떨어야 했고, 이도크진 또 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곤 자신의 왼팔에 엉겨붙어 있는 엘테미아의 팔을 살포시 떼어내곤 자신의 뒷쪽을 가리 키며 그녀에게 물었다. "내 뒤쪽을 봐봐, 얼음성이 어떻게 됐지?" 여전히 냉기를 풀풀 날리고 있는 이도크진의 말에 그의 뒷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엘테미아 는 순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아앗!! 어떡해, 어떡해!! 얼음성이 절반이나 부셔졌어!!"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그녀가 방방 뛰지 못하도록 그녀의 머리 위에 살짝 손을 얹혀 놓고 다시 물었다. "자세히 봐봐, 너의 꿈속에서 무너진 얼음성이랑 닮지 않았나?" "에...??" 이도크진의 물음에 다시한번 무너진 얼음성을 바라보게 된 엘테미아는 놀랍다는 표정을 드 리우며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와...굉장하다...! 어쩜 내 꿈이랑 이렇게 똑같을 수가..." "......." "......." -휘이이이잉~- 엘테미아의 말에 다시금 싸늘한 공기가 그들을 스산하게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자신의 새하얀 머리칼을 나부끼던 이도크진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자신의 이마에 혈관마크를 드리운 채 엘테미아의 앞으로 마주섰다. 그리곤 눈을 뜨고 자신의 두 손을 엘테미아의 작은 어깨에 올려놓으며 허리를 숙인 채 자기 얼굴을 엘테미아의 얼굴 바로 가까이로 들이밀었다. "지,진...가,갑자기 이러면..." 갑작스레 이도크진이 자기의 얼굴을 엘테미아에게로 들이밀자 엘테미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놀라 버벅거리고 있었다. 허나 그녀의 말에 상관없다는 듯 뚱한 표정이 되어버린 이도크진 이 다시금 차가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음을 건넸다. "잘 봐, 지금의 내 얼굴과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이 네가 꾸었다는 꿈과 동일하지 않나?" "에...?" 이도크진의 물음에 이번에도 엘테미아가 커다란 두눈을 깜빡거리며 이도크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곤 역시나 왼손바닥에 오른손 주먹을 탁! 하고 내려치며 소리쳤다. "아아~~~? 정말 똑같다~!" "......." "......." "......." -휘이이이잉~- 엘테미아가 마지막으로 외쳤던 '똑같다!' 란 말이 그들 사이로 애처롭게 메아리쳤다. 그리곤 다시금 스산한 바람과 함께 어둠이 그들 사이로 잠식했다. 허나 그들의 분위기를 파 악 못한 건지 여전히 시끄럽게 웃어대던 엘테미아가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나 예지몽 같은 능력이 있나봐!! 굉장하지? 응?" "......." 칭찬해 달라는 듯 자신의 황금 빛 두 눈동자를 마구 깜빡거리며 이도크진을 올려다보던 엘테미아는 순간, 이도크진의 얼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보며 흠칫거렸다. "지,진...?" 약간의 위압감을 느낀 엘테미아가 이도크진에게서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 러자 이도크진과 같이 눈가에 음산한 어둠이 깔은 채 다가오고 있는 쿠레이만과 가디언 들이 보이자 엘테미아는 그제야 자신에게 도래한 알 수 없는 위기감을 포착했다. 이도크진과 쿠레이만, 그리고 얼음성의 가디언들에게 점점더 포위되어 가는 엘테미아가 다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설마설마 하며 소리쳤다. "왜,왜들 그래...? 서,설마 저 얼음성을 부셔 논 것도, 진을 만신창이로 만든 것이 나라고 하는 건 아니겠..." "맞아!!!×78" "꺄악~!" 설마설마했던 자신의 말에 얼음성에 모여있던 모두가 소리치자 엘테미아가 깜짝 놀라 비명 을 질렀다. 그리곤 머엉~해진 표정으로 자신에게 점점더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넋이 나간 듯 말을 건 넸다. "저 얼음성을 무너뜨린 게 정말 나라고...?" -끄덕 끄덕...- "그,그럼 나의 하나뿐인 달링을 저지경으로 만든 것도 나라고...?" "........" "........" "........" 순간 엘테미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달링이라는 말을 파악하는데 약간의 시간을 소비하게 된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은 기묘한 눈길로 이도크진을 슬쩍 바라본 후 다시 엘테미아를 향해 고 개를 돌리며 끄덕거렸다. 점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엘테미아의 얼굴이 더더욱 붉어지며 식은땀을 뻘뻘 흘린 채 안절 부절 못하고 있었고 그녀를 포위하고 있던 이도크진을 위시한 쿠레이만들 사이에서 음험한 기류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그럼 진한테 밥, 빨래, 설거지, 옷정리, 방청소, 침대정리, 시트청소, 신혼집 건축 및 인 테리어까지 억지로 시킨것도 나라구...?" -끄덕 끄덕...- "그,그럼..." 한동안 자신의 꿈이 현실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엘테미아가 고이 가슴속으로 간직하고만 싶었던 말을 밖으로 꺼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얼굴이 다시 새빨개졌다. 그리곤 울상이 되어 모두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너,너네들 단체로 짜고선 나 놀리려는 거지? 그런거지?!" "......." "......." "......." "그럼 내가 마지막에 뭐라고 했는데? 이것까지 너네들의 말과 내 꿈이 일치한다면 나,나도 인정하겠어...! 진이 말해봐. 내가 마지막에 뭐라고 했는데...?" 순간 엘테미아의 외침에 조용한 침묵이 감돌았다. 엘테미아에 의해 타겟이 된 이도크진은 자신의 등줄기로 하나의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체 자신의 입으로 자기와 시조드래곤 사이의 아기에 대한 것을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그 동안 쌓아왔던 이도크진의 카리스마가 절대로 이것만은 말하지 경고음을 내보내고 있었다. 이에 이도크진이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고 쿠레이만을 바라보자 쿠레이만이 기묘한 표정 을 지으며 이도크진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훽 돌렸다. "......!!" 감히 자신으로부터 고개를 훽 돌리는 쿠레이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오른 쪽 눈썹을 꿈틀거린 이도크진이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을 바라보자 이번엔 미리부터 자신의 반대편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가디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건방진..." 순간 이도크진의 냉기어린 목소리가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곤... "땡땡땡~!! 틀렸다구 진~! 역시 날 놀리려는 거였지? 응?" "......." "......." "......." 이도크진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방진이란 말에 엘테미아가 좋아라 소리치며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이에 자신의 오른쪽 눈썹이 아닌, 왼쪽 눈썹까지 꿈틀거리며 난처한 표정이 되어버린 이도크진이 보기 드물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주위에서 방방거리는 엘테미아의 손목을 잡고 재빨리 말을 이었다. -꽉!- "틀리다...그건 너의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란 말이다." "에에?" "......." "그럼...내가 마지막에 한 말이 뭔데...?" "그,그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엘테미아의 손목을 잡고 자기쪽으로 끌어당긴 이도크진은 자신의 바로 앞에서 고개를 빤히 들고 쳐다보며 물음을 건네는 엘테미아를 보며 스스로도 답답한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말을 꺼냈다. "너는 나의 아이를 낳아 키운다고 말했다." "에......?" 이도크진의 말에 순간 둘 사이의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아니길 바랬지만 이도크진의 입 에서 튀어나온 말은 엘테미아가 기억하는 꿈속의 마지막 대사와 일치하고 있었다. 어찌해서 자신의 꿈속의 말을 이도크진과 가디언들이 알 수 있는 걸까? 혼란스런 와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던 엘테미아는 그제야 자신이 꿈이라고 치부해버렸던 그 동안의 일이 현실 이었음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순간 엘테미아의 가슴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서 1년동안 이도크진의 얼굴을 못 볼 것만 같은 대사를 엘테미아, 자신이 내 뱉었다는 사실에 그녀의 정신은 혼미해지기까지 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엘테미아는 순간 자신에게 도래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될 지 난감해졌다. 그리곤... "오호...오호호호...호호호..." "......." "......." "......." 굉장히 어색한 억양으로 호호거리며 웃음을 짓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어설픈 쌍심지를 켜고 자신의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웃기 시작했다. "호,호호...지,지금까지는 모,모두 연극이었다." "......." "......." 마치 이제 막 글을 깨우치기 시작한 초등학생이 국어책을 읽는 것처럼 억양의 높낮이가 없는 딱딱하고 굉장히 어설픈 억양으로 말을 내뱉는 엘테미아를 보며 모두의 얼굴이 살풋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이몸에게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온다면...어,얼음성을 반쯤 무너뜨리는 무시무시한 마법을 쏴줄 테니까 가,각오해랏!" "......." "......." "......." 자신의 말에 이도크진과 쿠레이만들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침묵하자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건줄로 생각한 엘테미아가 다시금 여왕님 비슷한 포즈로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마,말귀를 알아듣는 차,착한 녀석들이군...그래...내 너,너희들의 지혜로운 선택에 가,감복하여 이,이번만은 용서해" -쭈욱~- 엘테미아의 씨도 안 먹히는 연기에 이도크진이 게슴츠레한 눈으로 다가와 그녀의 탱탱한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흐아아아아~!!" "........" 이도크진이 엘테미아의 볼을 쭈욱 잡아당기자 엘테미아의 완벽한(?) 여왕님 포즈가 순식간에 무너진 채 두 팔을 아둥바둥거리며 소릴 질렀다. 엘테미아의 왼쪽 볼이 화끈 달아오를 때까지 잡아당긴 이도크진이 살포시 손을 놓자, 그제 서야 자유의 몸이 된 엘테미아가 발끈하며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지!......" 순간 자신의 주위로 음험한 얼굴을 드리운 채 몸을 풀고 있는 수많은 가디언들이 보이자 절로 기가 죽은 엘테미아가 자신의 말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때 주먹을 두둑거리거나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두둑거리던 쿠레이만과 얼음성의 가디언들 이 엘테미아를 보며 한마디씩 건네기 시작했다. "자...오랫동안 우리 일족과 함께 해왔던 얼음성을 무식하게 저 지경으로 만든 고귀한 시조 드래곤님께 어떠한 벌을 내려줄까..." "쿠,쿠리...야..." "빙룡족의 로드를 능멸한 죄...죽어 마땅하다." "그,그게...아니라..." 벼랑끝에 내몰린 이의 심정을 이제서야 알게된 엘테미아는 자신을 유일하게 구원해 줄 수 있는 자인 이도크진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진..." "뭐냐." "같이 살면 밥은 내가 할 테니까 봐주면 안 돼?" "......." "......." "......." 순간 싸늘한 기류가 다시금 그들을 훑고 지나간 뒤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 거리며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러자 그의 신호를 알아챈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이 음험한 기도를 내뿜으며 엘테미아에게 한발짝씩 다가서고 있었고 벼랑의 벼랑 끝에 내 몰린 엘테미아는 이제 자신의 선택은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다치기 싫으면 모두들 멈추는 게 좋을걸!!" "......." "......." "......." 엘테미아의 외침에 이도크진과 쿠레이만들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다시 엘테미아의 외침이 그들에게로 울려퍼졌다. "내,내가 괜히 시조드래곤인줄 알아?! 앙?! 내가 드래곤의 모습으로 현신하면 설녀의 땅보 다 더 크구 나의 브레스 한방에 너희들, 모두가 재가 될 꺼야!! 다치기 싫으면 절루 가란 말 야!" ".....!!" ".....!!" ".....!!" 순간 엘테미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현신'이라는 소리에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이 흠칫하는 표정을 지으며 처음으로 엘테미아를 경계어린 표정으로 바라봤다. 시조드래곤의 현신...그 어떤 문헌으로도 기록 된 바가 없고 당연히 그들의 눈으로 본 적도 없다. 신계 최고의 비보인 레디아나를 갖고있는 시조드래곤의 본체를 상상하자 쿠레이만과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자신의 이마에 흐르는 한줄기의 식은땀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시조드래곤의 현신에 맞 부딪힌 쿠레이만과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오랜 만에 전투종족으로서 전투의 의지를 불살르려는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이도크진은 그녀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크크큭...역시 너의 선택은 이것이었단 말인가...어리석은..." 까마득히 높은 설녀의 땅의 상공 위에서 칠흑같은 검은색 로브를 펄럭이고 있던 노네임이 자신의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컬컬한 목소릴 내뱉고 있었다. 그의 주위는 드높은 상공 위라 그런지 구름 탓에 뿌연 안개가 자욱했다. 허나 뿌연 안개 속 에서도 그의 손에서 기묘하게 반짝이고 있던 투명한 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자신만의 선명한 빛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은은한 푸른빛을 띄며 노네임의 손위에 떠있는 투명한 구는 행성의 축소판을 보는 듯 푸른빛과 하얀빛이 서로 섞이지 않으며 신비로운 움직임을 내보이고 있었다. 검은 로브의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던 노네임은 문득 후드 속의 섬뜩한 안광을 드리운 채 자신이 들고 있는 투명한 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크큭...이것만 있다면 B.T.W 친구들이 오지 않아도 멍청한 빙룡족 녀석들을 처리한 후, 만 물의 창조주...아니, 리듀세시리스 안테나일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하신 그분께 시조드래 곤의 레디아나를 바칠 수 있다...크크큭..." 그의 광기어린 웃음이 뿌연 안개 속으로 음산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한동안 불길하게 반짝 이는 후드 속의 두 눈동자로 자신의 손에 들린 기이한 구를 바라보고 있던 노네임은 다시금 자신의 고개를 내려 지상에 있는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컬컬한 목소리가 아닌 곧은 20대의 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고 있 었다. "너는 기억해야 했다. 이도크진...네가 진 해븐로드로서 존재했던 나날들 중, 너와 함께 빌어 먹을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던 나를 말야."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노네임은 그 자리에서 한참동안이나 묵묵히 지상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그리곤 검은 로브 자락 속에 감춰져 있던 검은 장갑을 낀 손을 서서히 드러낸 채, 검지손가락 끝을 엘테미아에게로 맞추고 있었다. 그런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의 손끝에서 대량의 마나가 응축된 에너지덩어리가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편. -쿠오오오오오!!- 드높은 상공위에서 얼음성의 잔해들 사이로 어마어마한 양의 푸른빛이 천공을 향해 끝 없이 치솟아 올랐다. 설녀의 땅을 가득 울리는 거친 포효와 함께 발출된 어마어마한 양의 시린 빛은 순결토록 투명하게 반짝이는 얼음비늘로 뒤덮여진 드래곤들을 내보이고 있었다. -촤라락~!- 그들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한번 퍼덕일 때마다 얼음으로 각진 그들의 날개에 빛 이 반사되어 신비로운 빛들을 사방으로 터트리고 있었다. 아마 태양 빛이 가득한 곳에서 그들의 날갯짓을 보고 있노라면 투명한 얼음비늘에 반사되 어 보는 이의 시야를 가득 메우는 수많은 빛무리들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쿠레이만을 위시한 일곱의 가디언들이 드래곤의 모습으로 현신 했는지, 이도크진과 엘테미 아의 머리 위로 일곱의 거대한 빙룡들만이 찬란한 빛을 터트리는 웅장한 날갯짓을 하고 있 었다. "자! 어서 시조드래곤의 위용스런 본체를 보여 주시오!" 공기를 가득 울리는 쿠레이만의 웅장한 공명음이 그들 사이로 울려퍼지자 엘테미아가 멍하 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빙룡이란 걸... 순결토록 아름다운 투명한 비늘로 찬란한 빛을 머금은 채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는 쿠레이 만들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양볼이 살짝 달아오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이 독특하고 신비해서 엘테미아, 자신의 마음을 빼앗긴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 만 그들이 내뿜고 있는 하나하나의 알 수 없는 위압감은 자신이 드래고닉 캐슬에서 보아오 던 다른 드래곤들과는 전혀 차원이 달랐다. 크기 또한 어마어마해서 범인(凡人)들의 작은 눈으로 그 거대한 모습을 한번에 담아내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는 쿠레이만들을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이 등줄기에 흐르는 한줄기의 식은 땀을 느낄 수 있었다. "자! 어서..." "......." 드래곤의 본체로 현신해서 드넓은 하늘을 웅장한 자태로 활공하고 있는 빙룡들 말고도, 엘테미아의 곁에 있는 인간형상의 가디언들 또한 그녀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어서 현신을 하라는 듯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역시 전투종족이라서 그런지 다른 때보다 더욱더 활기가 넘쳐보이는 얼음성의 가디언들을 보며 엘테미아는 잠시 기분좋은 느낌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도래한 지금의 현실을 마냥 즐거워 할 수도 없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색한 미소와 함께 이도크진을 은근슬쩍 쳐다보았지만 역시나 이도크진은 팔짱을 낀 채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쉴 뿐,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자기의 아내가 절대절명의 핀치에 몰렸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덤덤한 이도크진에게 슬슬 화가나기 시작한 엘테미아가 미간을 살짝 굳히고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내가 현신하면 얼마나 무서운 줄 모르지? 설녀의 땅을 뒤엎고도 남을거라구...그러니까 지금 나를 말리지 않으면 진이 아끼는 가디언들이 심하게 다칠지도 몰라!" 엘테미아가 나름대로 분위기를 잡으며 진지하게 건네는 말에 이도크진이 여간해서 짓지 않 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그런가...확실히 존재에 대한 가치관이 통째로 흔들릴 정도로 너의 현신한 모습은 충격이 더군...특히 너의 분홍빛이 감도는 하얀 '털'들이 말야..." ".....!!" 이도크진의 입에서 튀어나온 '털'이란 말에 엘테미아가 에엣! 이란 비명을 지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이도크진과 함께 했던 지난날의 추억을 다시 로딩하기 시작했다. "으...으으..."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기 시작한지 채 3초도 지나기 전에 엘테미아의 얼굴이 살풋 일그 러지며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과 함께 낭패한 얼굴로 변했다. 아주 잠깐동안 지난날을 회상하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아니,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의 눈앞에서 현신한 적이 이틀씩이나 되지 않은가... 비록 그 앞에서 대놓고 시조드래곤 현신! 이라고 외치지는 않았지만 냉철한 성격의 이도크진 이라면 그때의 진위를 파악하는 것쯤 식은 죽 먹기리라... 매사에 치밀하지 못한 자신을 속으로 끊임없이 책망하며 울상이 되어버린 엘테미아는 길고 풍부한 자신의 속눈썹을 살짝 내리깔고는 애절한 눈빛으로 이도크진의 옷자락을 살포시 잡 아 당겼다. 그리곤 촉촉히 젖은 목소리로 입술을 때려는 찰나... 그들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만 있던 가디언들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이도크진을 향해 물음 을 건넸다. "지금의 대화를 들어보니 로드께선 시조드래곤의 현신한 모습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가디언의 물음에 이도크진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엘테미아의 얼굴을 힐긋 바라본 뒤 짧게 답했다. "그렇다." "오..." "역시..." 질문에 짧게 긍정을 표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물음을 건넸던 가디언과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 고 있던 다른 가디언들도 저마다 짧은 탄성을 내뱉었다. 평소, 그 어떤 일에도 무관심하며 매사에 감정이란 감정은 모두 배제해 버리던 가디언들이 들뜬 표정을 지으며 이도크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란 참으로 이색적이었다. 그때 다시 엘테미아의 현신한 모습을 알고 있다는 이도크진을 보며 다른 가디언이 앞으로 나와 그에게 물음을 건넸다. "시조드래곤의 현신한 모습은 정말 그녀의 말대로 굉장합니까?" 다른 가디언의 물음에 이도크진이 짧게나마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살짝 끄덕 이며 답했다. "충격적이었다." ".....!!" ".....!!" ".....!!" 질문을 건넨 가디언의 물음에 충격적이었다고 답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그들의 주위에 모여 있던 다른 가디언들이 놀람과 감탄이 뒤섞인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도크진의 입에서 처음으로 들어본 충격이란 단어 와 그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엘테미아였다는 사실에 그녀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 것 이었다.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자신을 경외감이 깃든 시선으로 바라보자 어리둥절하면서도 괜히 우 쭐해지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허리춤에 두 손을 얹고 하하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이,이정도는 돼야 진의 신부를 할 수 있지, 평범한 여자는 진의 신부가 될 수 없다구...암~!" 자신도 우쭐한 맘에 내뱉은 말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된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엘테미아는 한참동안이나 우쭐해하며 고양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쿵!!- 그때였다. 하늘에서 한참동안 활공하고 있던 쿠레이만이 결국 기다리다 지쳐버렸는지 엘테 미아와 이도크진이 모여있는 곳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 워낙 풍채가 거대하 다보니 쿠레이만과 엘테미아의 사이에 꽤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쿠레이만의 착지에 의 해 밀려오는 강한 바람은 엘테미아의 길다란 머리칼을 이리저리 나부끼게 만들고 있었다. "어서 본체를 드러내지 않고 뭐하고 있는 거냐? 늙은 드래곤이여!!" "윽...저,저게!!" 쿠레이만의 웅장한 목소리가 엘테미아의 귓전을 강하게 때리고 있었다. 그의 늙은 드래곤 이란 말에 분노한 엘테미아가 쌍심지를 켜고 손가락을 높이 치켜들었지만 자신을 기대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등뒤의 시선들 때문에 엘테미아는 이도저도 할 수 없이 숨 만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처음으로 보게 된 가디언들의 기대어린 얼굴들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현 신한 모습을 보게되면 실망하게 될 터... 이에 엘테미아는 속타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고민하 며 슬쩍슬쩍 그들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흥...녀석들은 이미 너의 황당함을 치가 떨릴 정도로 접해왔다. 그러니..." "......." "이제와서 더욱 더 황당한 모습을 보여줘도 이 녀석들에게 있어 너란 존재가 변하는 건 아 냐." 갑자기 뒤에서 들린 이도크진의 목소리에 엘테미아가 긴 은발머릴 찰랑이며 뒤를 돌아보았 다. 거기엔 이도크진이 팔짱을 낀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왠지 냉정하기 그지없는 말이었지만 엘테미아는 그의 말에 이상하도록 용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렇다...이들은 다른 누구도 아닌 빙룡족의 가디언들이었다. 자신의 또다른 진실된 모습을 보고 상처따윌 받을 존재는 이곳에 단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좀전에 자신이 꿈이라고 치부해 버렸던 모든 일들이 사실로 판명나지 않았는가? 자신은 이도크진과 얼음성의 가디언들에게 봄꽃이 만개한 설녀의 땅의 하늘을 보여주고 싶 다고 말했다. 진실된 하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진실된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자신을 감추려 하지 않고 진심으 로 그들을 대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엘테미아는 순간 생각하고, 다짐했다. 이에 문득, 엘테미아의 왜소한 어깨가 가늘게 떨리며 음산한 웃음으로 정면을 바라본 채 말 했다. "후훗...이 몸의 현신한 모습을 보고 무서워서 벌벌 떨지나 말라고...쿠.리.야." ".....!!" ".....!!" ".....!!" 찌릿하는 스파크가 튀길 정도로 매서운 눈초리를 드리운 채 멀찍이 떨어져 있는 쿠레이만에 게 말을 건넨 엘테미아는 자신의 주위에 모여있는 가디언들을 천천히 바라본 뒤 마지막으로 피식 미소짓고 있는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슴속으로 간절히 염원했다. '또 하나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 -스화아아앗~- 엘테미아가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편한 맘으로 현신하기를 간절히 원하자 순간 수천, 수 억의 눈부신 빛의 입자가 엘테미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수천,수억의 눈부신 빛의 입자는 엘테미아를 중심으로 황금빛 휘 장을 드리우며 천천히 그녀의 전신을 영롱한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서서히 엘테미아의 윤곽이 황금빛으로 인해 희미해지며 가느다란 은발의 머리칼 하나까지 영롱한 황금빛 속으로 자취를 감출 즈음...답답한 가슴마저 시원케 해주는 듯한 맑고 청아한 자연의 울림이 순식간에 설녀의 땅으로 널리 울려퍼졌다. 그런 후, 모두의 시야를 멀게 할 만큼 강렬한 빛이 엘테미아를 중심으로 사방을 향해 발하기 시작했다. "으윽!..." "뭐,뭐지?!" ".....!?" 드래곤 아이(Dragon eye)조차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을 발산하기 시작한 엘테미아를 보며 주위에 있던 가디언들이 자기의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 채, 나즈막한 신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엘테미아로부터 쏟아지는 빛으로 인해 눈을 감고 팔을 들어 얼굴을 가린 건 비단 그녀의 곁 에 있는 가디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던 쿠레이만들도 설녀의 땅을 순식간에 잠식하려드 는 눈부신 황금빛이 쇄도하자 거대한 날개를 펼쳐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 한동안 엘테미아로부터 쏟아지는 눈부신 빛으로 인해 눈을 뜰 수 없었던 얼음성의 가디언들 은 점차 자신의 시각을 멀게 만들 빛의 세기가 약해짐에 따라 얼굴을 가리고 있던 팔을 거 두며 눈을 떴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쿠레이만들도 천천히 펼쳤던 날개를 다시 등뒤 로 접으며 슬며시 눈을 뜨고 있었다. "시,시조드래곤은?!" "어디에 있는 거지?" 드래곤의 시각조차 자극했던 빛이 사라진 후 한동안 남아있는 자극광(刺戟光)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시야가 점차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허나 자신들의 시야에 있어야할 시조드래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들려오는 건 오직 보이지 않는 시조드래곤에 대한 가디언들의 황량한 외침이었다. "뀨우우...(나 여기...)" "위인가!?" "뀨우? (뭐?)" 순간 가디언들 사이로 이상한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지금의 가디언들에겐 그것보다 한 가디언의 외침이 그들의 청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한 가디언이 위를 향해 소리치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쿠레이만들 도 목을 꺾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휘이이이잉~- 허나...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하늘에는 그저 언제나 보아오던 무채색의 구름들과 구름의 틈 사이로 삐져나온 몇 줄기의 밋밋한 햇살 뿐...자신들의 로드의 입에서 충격이라는 말을 내뱉게 한 시조드래곤의 위용스런 모습은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뀨우우우...(나...여기라니깐...)"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잖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샅샅이 뒤지고 있던 가디언들은 자신들의 발 밑에 보드랍고 털이 복슬 복슬한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애처롭게 울부짖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열심히 허공만 바 라보고 있었다. "뀨,뀨우우우~!!( 여,여보세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가디언들의 발 밑에서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더 큰 목소리로 울부짖었지 만 지금은 자신들의 전투본능을 자극할 위용스런 시조드래곤의 용태에 모든 신경이 쏠려있 는 가디언들의 귀에는 애석하게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뀨르르릉..." 분홍빛이 감도는 보드라운 하얀털로 뒤덮여, 동글동글하게 생긴 정체불명의 생명체는 자신 의 동그란 귀를 씰룩거리곤 앙증맞게 튀어나온 송곳니를 그들에게 드리우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마침내 자신의 곁에있는 한 가디언의 종아리를 번뜩이는 안광으로 매섭게 노려보곤 작은 입으로 콱 물었다. -콱!- "......?" 자신의 발 밑으로 미세한 느낌의 충격이 가해지자 모두가 허공을 뒤지고 있는 가운데 , 한 가디언만이 고개를 내리고 밑을 쳐다보았다. 그리하여...가디언의 푸른 눈동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의 황금빛 눈동자가 운명적 인 마주침을 갖게 되는 순간이었다. "뀨우...(감동...)" "......." 드디어 한 가디언에게 자신의 실체를 알린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바로 드래곤으로 현신한 엘테미아는 이제 자신을 바라본 가디언이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쓸데없이 허공만 샅샅이 뒤지고 있는 다른 가디언들에게 '시조드래곤이 여기 있다!!' 라고 외치기만을 숨죽여 기다리 고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의 작은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하며 뛰기 시작했고 커다란 황금빛 눈동자 를 깜빡거리며 애잔한 눈빛으로 자신과 눈이 마주친 가디언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이건 또 뭐야?" -툭!- "뀨우우웃~???" -팽그르르르...- 엘테미아와 눈이 마주친 한 가디언은 자신의 발 밑에 있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를 보며 모 두를 향해 '시조드래곤이 여기 있다!'라고 외치기는커녕 귀찮다는 듯이 발로 툭 차서 동그란 몸을 저 멀찍이 까지 굴려 버렸다. 자신의 믿음에 잔혹할 정도로 배신해버린 한 가디언에 의해 동그란 몸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것을 멍하니 관망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동그랗게 말려진 자신의 날개와 짧디 짧은 발을 아 둥바둥거리며 간신히 멈춰 설 수 있었다. 그리곤 망연자실하게 몸의 균형을 잡으며 천천히 일어선 그녀의 커다란 눈가엔 구슬같은 눈물들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풋...!" "......." 그때였다. 한동안 자신의 우아한 자태를 알아채지도 못하는 가디언들을 향해 무서운 저주를 내리고 있던 엘테미아의 동그란 귓가로 애써 웃음을 참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다른 드래곤들처럼 멋들어지게 목을 꺾어 쳐다보지는 못하고, 짧은 다리를 아장아장 옮겨 겨우 겨우 몸을 돌린 뒤에야, 자신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새하 얀 머리칼의 사내를 향해 으르렁거릴 수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처음 보는 이도크진의 저런 미소에 엘테미아가 감동해서 더욱더 애교어린 몸짓으로 이도크진에게 달라붙었겠지만, 지금의 그의 모습은 왠지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보 며 비웃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동그랗게 말려진 자신의 날개를 최대한 펼치곤 이글거리는 황금빛 안광을 번뜩인 채, 파닥파닥거리며 날아올랐다. 그리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속력으로 날아가 이도크진의 얼굴에 세게 부딪힐 심산으로 고속비행에 돌입했다. -새애애애앵~- 허나...엘테미아가 아무리 자신의 날개뼈가 빠지도록 파닥거려 봐도 그 속도는 꿀벌보다도 더 느렸다. 이런 비참한 현실에 눈물을 떨구며 기동성 제로의 본체를 만들어 준 드래크로에 게 작은 복수를 다짐하는 사이, 어느새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의 바로 앞으로 당도하고 있었 다. -툭!- "......." 역시나...자신의 부딪힘에 이도크진이 피를 왈칵 쏟으며 저만치 밀려 나가떨어지는 건 희망 사항인 듯했다. 이도크진에게 조금의 데미지도 입히지 못한 엘테미아는 그대로 이도크진의 이마에 살짝 부딪히다 제풀에 제가 지쳐 헤롱헤롱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허나 엘테미아가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마냥 보고있지만은 않으려는지 이도크진은 살짝 허 리를 굽혀 두 팔로 엘테미아를 붙잡았다. 대략 크기가 50cm정도 되는 엘테미아를 두 팔로 잡고 가슴 가까이로 들어올린 이도크진은 여전히 엘테미아를 보며 쿡쿡거리고 있었다. 갑작스런 비행에 헤롱거리며 지친 엘테미아가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자신은 이도크진의 품 에 안겨 있었다. 왠지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있는 듯한 이도크진이 너무 얄미워 보여서 차마 짧디짧은 다리로 그에게 데미지를 줄 수 없었기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동그랗게 말려진 날개 를 펴서 그의 품에서 파닥거렸다. 허나 자신이 아무리 날개를 파닥거린다 한들, 전혀 신경쓰지도 않던 이도크진은 엘테미아를 두 손으로 잡고 여기저길 훑어보기 시작했다. 엘테미아의 짧고 통통한 다리를 집게손가락으로 잡아 살짝 흔들어보기도 하고 끝이 리본으 로 처리된 붉은 털의 꼬리를 잡아 빙빙 돌리기도 했다. 한동안 엘테미아의 여기저기를 관찰하던 이도크진은 갑자기 엘테미아를 자기 머리위로 들곤 분홍빛이 감도는 하얀 털로 뒤덮인 그녀의 배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뀨우우웃~!!!" 순간 이도크진이 자신의 부끄러운 곳을 관찰하려고 하자 엘테미아는 동글동글한 몸과 짧은 발을 허우적대며 발광하듯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자기가 아무래 발버둥 쳐도 이도 크진의 무심한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도크진에게 자기의 부끄러운 부분을 보인다는 생각에, 엘테미아는 점차 숨이 가빠져오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무의식적으로 숨을 깊게 들 이마쉰 뒤 급기야 이도크진을 향해 화악 하고 내뱉었다. -고오오오오오...- ".....!?" 순간 자신이 들고 있던 엘테미아의 상태가 갑자기 변화함을 눈치챈 이도크진은 아무생각 없이 관찰하던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순간 그녀의 작은 입이 벌어질데로 벌어진 채 지름이 약 2M 가 넘는 거대한 마법 진이 중심으로부터 황금빛으로 순식간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사태의 급박함을 눈치챈 이도크진의 얼굴이 잠시 흠칫거리며 마주보고 있던 엘테미아를 놓 은 뒤 그녀의 뒷쪽으로 재빨리 워프를 감행했다. 그리고 순간...엘테미아의 작은 몸으로부터 상상할 수조차 없는 대량의 에너지가 방출되며 모든 시야가 일순간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쿠아아아아아아앙!!!- 엘테미아로부터 쏟아진 막대한 에너지의 여파가 불러온 얼음폭풍이 이도크진과 얼음성의 가 디언들을 향해 인정사정 없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상황에 미처 대비하지 못 한 엘테미아는 거대한 얼음폭풍이 덮쳐들자 금새 온 몸의 균형을 잃고 이리저리 떠밀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불어닥쳐온 얼음폭풍에 휩싸인 이도크진은 순간, 자신의 머리위로 엘테미아가 힘 없이 떠밀리자 전개했던 실드를 풀고 자신도 얼음폭풍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리곤 재빨리 팔을 뻗어 눈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엘테미아를 붙잡아 가슴으로 끌어안고는 중력마법을 시전해 지상과의 마찰력을 극대화시켰다. -콰콰콰콰콰콰콰~!!- 그 후로 엘테미아가 쏟아 부은 막대한 에너지는 거대한 무언가와 서로 충돌한 듯, 천축을 뒤흔드는 커다란 굉음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됐다. 갑작스레 닥친 알 수 없는 상황에 당황 해 할 시간도 없이 쉴드를 전개한 이도크진과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한참동안이나 자신들의 시야를 가로막는 수억의 얼음가루들을 쉴드로 막아내며 지금의 사태가 한시라도 빨리 가라 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후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고막을 찢어발길 듯한 커다란 굉음이 점차 사 그라지며 사방으로 쏟아지던 얼음가루들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음폭풍 때문에 뿌 옇던 시야가 점차 윤곽을 되찾기 시작하며 모든 사물이 제 모습을 찾아갈 무렵... "......." "......." "......." 눈앞의 모든 시야를 확보한 이도크진과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넋이 나 간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던 폭풍이 사라지자 그들에게로 무거운 침묵이 다시 내려앉았다. 한참동안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던 한 가디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넌지시 말을 꺼냈다. "얼음성이...사라졌다." "......." "......." "......." 그렇다. 그들의 눈앞에 있어야할 반쯤 무너져버린 거대했던 얼음성은 세월의 작은 흔적조차 조금도 남김없이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이에 이도크진과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넋을 잃고 사리져버린 얼음성을 멍하니 바라보 고 있을 때. "켈록...켈록..." 이도크진의 품안에서 작은 무언가가 목이 걸린 듯 힘겨운 기침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에 모 두의 황당어린 시선이 다시 이도크진의 품에 안겨있는 괴생명체에게로 몰리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예쁘장한 실로 만들어져 생기발랄한 소녀의 품에나 어울릴 듯한 고급인형처럼 보이는 괴 생명체...그런 인형같은 생명체를 이도크진이 소중하게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무 언가 언벨런스하면서도 묘하게 그림이 되고 있는 자신들의 로드를 보며 다시금 얼음성의 가 디언들은 작은 쇼크를 받고 있었다. 한동안 인형같은 작은 생명체를 안고 있는 이도크진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얼음성의 가디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와 조심스레 그에게 물음을 건넸다. "로드의 품에 안겨있는 생물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 한 가디언의 질문에 그제서야 사라져버린 얼음성으로부터 고개를 돌린 이도크진이 문득 자 신의 품에 꼭 안겨있는 정체불명의 괴 생명체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이내 한탄섞인 한숨을 길게 내쉬며 시선을 가디언들에게로 돌린 이도크진이 짧게 대답했다. "시조드래곤 엘테미아." "......." "......." "......." 이도크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그들답지 않은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동안 침묵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얼굴엔 놀람과 경악, 그리고 불신과 믿음에 대한 배신감어린 표정들이 둥둥 떠다니 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쿵!!!- ".......?!" -쿠콰콰콰콰쾅!!- 그때였다. 시조드래곤의 위용스런 모습을 찾기 위해 거대한 날개를 활짝 피고 하늘을 활공하고 있던 쿠레이만 외,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이 순간 무방비상태로 지상에 추락했다. -투투투투투투...- 쿠레이만이 무방비 상태로 땅에 떨어지자 지상과 쿠레이만이 거대한 몸체가 서로 마찰을 일으켰고, 수많은 얼음조각과 가루덩어리가 사방으로 튀기며 먼지구름을 일으키고 있었다. 얼음날개에 반사돼 신비로운 빛을 터트리며 잘 날고 있던 쿠레이만들이 왜 갑자기 추락한 것일까...그것은 바로 드래곤 특유의 엄청난 청각으로 이도크진의 품안에 안겨있는 작은 생 명체가 자신들이 그토록 기대해 마지않았던 시조드래곤이란 사실을 들은 직후였기 때문이었 다. 현재 상황에 황당함을 더하듯 무방비상태로 추락하는 쿠레이만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이도크 진과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다시 고개를 돌려 그의 품안에서 커다란 황금빛 눈동자를 깜빡거 리고 있는 작은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그,그렇다면 지금의 거대했던 에너지 반응은 설마..." -끄덕...- 한 가디언이 설마설마하며 묻는 물음에 이도크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에 다시금 모 두의 시선이 이도크진의 품에서 곤히 잠들려고 하는 하얀 생명체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얼빠진 표정으로 이도크진의 품에 안긴 시조드래곤을 바라보고 있던 한 가디언이 모두를 대표해서 자신이 느낀 감상을 있는 그대로 이도크진에게 전했다. "이런 애완용 동물이 모든 드래곤들의 시조라는 겁니까?" "그렇다." "신계의 비보인 레디아나를 소유한 충격적인 시조드래곤이 바로..." "그런 것이다." "......." "......." "......." "자아아암~깐!!!" 그때였다. 갑자기 이도크진과 얼음성의 가디언들 사이로 상당히 흥분한 듯한 남자가 피를 토하는 외침 을 퍼트리며 쏜살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에 모든 이들이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언제 왔는지 좀 전에 땅으로 추락했던 쿠레이만이 인간의 형상...아니, 엄밀히 말해 신의 형상으로 폴리모프하곤 씩씩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흥분한 듯 거친숨을 몰아쉬며 성큼성큼 다가온 쿠레이만은 엘테미아를 안고 있는 이도크진 의 바로 앞으로 당도한 뒤, 흐트러진 자신의 잿빛 머리칼을 한번 쓸어 넘기고 삐딱한 눈초 리로 시조드래곤, 엘테미아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뀨...우...?" "......." 머리와 몸의 구분이 거의 없다시피하던 엘테미아는 쿠레이만이 자신을 계속 뚫어져라 쳐 다보자 하얗던 두뺨의 털이 분홍빛으로 살짝 물들며 왕방울같은 두 눈을 깜빡거렸다. 한동안 엘테미아를 바로 눈앞에서 세심히 관찰하던 쿠레이만은 그녀를 살펴보기 위해 숙 였던 허리를 펴고 더욱더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저 얼빵하게 생긴 커다란 눈하며...쓸데없이 반짝거리는 황금빛 눈동자하며...드래곤 뒤통수 치는 탁월한 솜씨하며..." "......." "......." "......." "정말로 시조드래곤인듯 하군요." "뀨르르릉..." 왠지 기분나쁜 말을 하고 있는 쿠레이만을 보며 엘테미아가 그를 향해 낮게 으르렁거렸다. 허나 엘테미아가 자신을 향해 으르렁거리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던 쿠레이만은 문득 사 라져버린 얼음성을 보며 이도크진에게 말을 건넸다. "충격적인 시조드래곤에 의해 어이없게도 얼음성이 사라져버렸군요. 이제 어떡할 겁니까? 로드." 쿠레이만의 물음에 덩달아 고개를 돌려 얼음성이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이도크진은 쿠레이만 과 엘테미아, 그리고 모두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드리운 채 말했다. "다시 세워야겠지..." "......." "......." "......." "지금의 우리들에게 맞는 멋진 성으로 말야." 이도크진의 말에 쿠레이만이 눈을 감고 피식 웃었다. 이에 이도크진 또한 엘테미아를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피식 웃고 있었고,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 또한 태어나서 처 음이 아닐까 하는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사라져버린 얼음성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을 즈음...어느새 설녀의 땅에 도 어둠이 살짝 내려앉고 있었다. "이제 그만 돌아오지 그래?" "뀨우?" "......." "......." 이도크진이 자신의 품에 안겨있던 엘테미아를 땅으로 살짝 내려주며 말하자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여전히 복잡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굉장히 피곤한 듯 커다란 눈을 반쯤 감고있던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이 놓아주자 짧 은 다리로 아장아장 걸으며 비어있는 곳으로 걸어가 멈춰섰다. 그리곤 처음때처럼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간절히 염원하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나로...' -스파아아앗~!- 엘테미아가 눈을 감고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간절히 염원하자 다시 수천, 수억의 황금 빛 입자가 생성되며 엘테미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점차 엘테미아의 전신을 둘러싸기 시 작한 황금빛 입자가 완전히 엘테미아를 잠식해 버리자 그녀의 윤곽이 황금빛 액체처럼 일렁 이며 50cm정도의 작았던 몸이 160cm가 약간 안되는 소녀의 형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순간 엘테미아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황금빛 입자를 보며 이도크진은 가슴 속 깊은 곳 으로부터 불안으로 시작된 무언가가 조용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차갑게 얼어있던 자신의 심 장을 욱신거리게 만드는 이상한 느낌에 마치, 날카로운 송곳니를 감추고 있는 맹수가 잔뜩 도사리고 있는 늪지대를 건너는 듯한 아슬아슬한 느낌이 몰려왔다. 이에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소녀의 형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는 엘 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피융!!!!- "......." "......." "......." "......." 누구도 예상치 못한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드높은 천공으로부터 구름을 가르고 엘테미아의 복부를 꿰뚫어버린 붉은 빛 섬광을 보며 이도크진의 눈동자가 놀람으로 크게 떠졌다. 어둑어둑해진 하늘에서부터 엘테미아의 복부를 뚫고 지상까지 길다란 붉은 빛 잔상을 남긴 섬광을 보며 이도크진과 쿠레이만, 그리도 다른 가디언들의 얼굴에 불신과 경악의 표정이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마지막 여흥은 제대로 즐겼나? 어리석은 이도크진이여...크크큭..." "......." "......." "......." 순식간에 패닉상태로 빠져버린 이도크진과 얼음성의 가디언들에게로 듣기싫은 컬컬한 목 소리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허나 지금의 이도크진과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들에겐 그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 고 있었다. 오직 자신들을 지배하는 모든 감각과 기관들은 복부에 섬뜩하리 만치 대량 의 피를 흘리며 처연하게 쓰러지고 있는 아름다운 은발의 소녀에게 모든 게 집중되어 있 었다. -털썩...- 마치 현재의 모든 시각이 자신들의 얼어버린 심장과 더불어 일제히 정지되어 버린 듯한 착 각이 들었다. 피부에 닿지 않는 꿈과도 같이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울고 떠들 어대던 시조드래곤이 힘없이 쓰러져, 자기의 붉은 피로 땅을 적시고 있는 모든 게 현실감 없는 꿈속의 세계같이 느껴졌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이런 비현실적인 경험을 해본 적이 없던 모든 이들에게로 듣기싫은 광 소(狂笑)가 다시 상공으로부터 들려왔다. "크큭...크하하하....크하하하하하하하!!" "......." "......." "......." 이도크진은 전신이 마비된 듯한 착각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 하고 있었다. 왜일까? 어째서...무엇 때문에? 갑자기 수많은 의문부호가 이도크진의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원래는 자신들이 이렇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가? 자신의 손으로...자신의 검으로 시조드 래곤을 죽이려 하지 않았던가? 모든 건 예정된 미래들 중 하나가 갑작스레 튀어나왔을 뿐... 이렇게 놀랄 것까진 없는 거 아닌가? 시조드래곤은 원래부터 자신의 원수였으며 자신의 숙 원을 이뤄야할 첫번째 제물이었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겪었던 수많은 고통과 뒤틀림의 시 작이 자기의 눈앞에 쓰러져있는 시조드래곤 탓이었으니 이렇게까지 충격받지 않아도 될 터 였다. 오히려 지금까지 뒤틀려버렸던 자신의 운명을 되돌리고 지금 손을 뻗어 그녀의 레디아나를 취해햐 한다. 모든 건 자신에게 불리할 게 하나도 없었다. 하나도...하나도...단......하나도... 하지만 이건 뭐란 말인가? 초점이 잡히지 않는 시야와, 절제할 수 없을 정도로 떨리는 손...마치 산소결핍증이라도 앓 고 있는 환자처럼 거칠게 몰아 쉬는 숨과 한없이 밀려오는 추위에 이도크진은 금방이라도 의식의 끈을 놓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이봐..." 언제나 냉철하고 매사에 침착하던 이도크진의 눈이 애처롭게 흔들리며 땅에 쓰러진 엘테미 아의 곁으로 다가가 천천히 꿇어앉았다. 그리곤 처연하게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작은 어깨 를 잡아 흔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어떤 빌어먹을 새끼야?!!!" 흔들리는 눈동자로 쓰러진 엘테미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쿠레이만이 피를 토하는 외 침을 쏟아내며 하늘을 향해 고개를 훽 돌렸다. 그의 눈은 붉어질 대로 붉어져 있었으며 금방이라도 누군가의 육신을 수십, 수백조각으로 도륙내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만 같 은 섬뜩한 모습이었다. -스스스스...- 설녀의 땅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쿠레이만의 외침에 그들의 머리위로 음산한 보랏빛 기운이 넘실대기 시작했다. 그리곤 곧이어 보기만 해도 모든 걸 무로 되돌릴 듯한 칠흑같 은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쓴 노네임이 모습을 드러냈다. 컬컬한 목소리완 상반되는 훤칠한 키의 노네임... 자신의 발치 아래에 있는 이도크진과 쿠레이만, 그리고 얼음성의 가디언들과 쓰러진 엘 테미아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대던 노네임은 다시금 컬컬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내 선물이 굉장히 맘에 드는 모양이군 그래...크크큭..." "이자식...!" 하얗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며 굵은 핏줄이 여기저기 튀어나온 쿠레이만은 금방이라도 노네임을 찢어 죽일듯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리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그의 신형이 노네임과 같은 상공으로 떠올라 작은 인간의 모습에서 다시금 거대한 빙룡의 모습으로 현신을 감행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천축을 찢어발기는 듯한 커다란 드래곤 피어가 설녀의 땅을 뒤흔들었다. 쿠레이만의 피어가 신호탄이라도 된 듯 멍하니 쓰러진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던 모든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붉어질대로 붉어진 눈을 들어 하나 둘씩 상공으로 날아 올랐다. 그리곤 자신의 모든 기운을 개방하며 저마다 위용스런 빙룡의 모습으로 현신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상공 위로 모든 가디언들이 떠올라 하나 둘씩 시리디 시린 푸른빛을 천공으로 쏘아대며 빙룡으로 현신하는 모습이란, 분노라는 물감으로 칠해진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림과도 같았다. -크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아!!- 설녀의 땅에 노여움이 깃든 처절한 드래곤 피어가 끊이질 않고 있었다. 모두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어 아귀를 찢어질 정도로 벌려대며 커다란 포효를 하고 있었다. 그리곤 어느새 섬뜩하리만치 붉어진 드래곤 아이로 칠흑같은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 쓴 노네임을 바라보며 심장을 불살라버릴 듯한 노여움에 울부짖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처음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감각을 불태워버릴 듯한 분노에 휩싸여 보았다. 오직 자신의 시야에는 노네임의 모습과 모든 감각기관에는 노네임에 대한 정 보만이 자신의 뇌로 이동되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까지 화를 내고 있는 걸까? 얼어버린 심장이 격동적인 분노로 인해 터질것만 같은 느낌을 만끽하고 있던 쿠레이만은 순간 자신의 머릿속으로 필름 같은 영상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태어나 빛을 본 자신에게 죽일 듯한 얼굴로 칼을 들이댔던 은발의 여인...그리고 그 은발의 여인을 자신의 바로 눈앞에서 죽여버린 하얀 머리칼의 사내...흔들리는 눈동자로 죽어버린 은발의 여인을 보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버린 하얀 머리칼의 사내와 그의 곁에서 무심한 눈동자를 하고 있던 수많은 존재들... 끝없는 뒤틀림과 탄생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세상으로 첫발은 내딛었던 시절과, 그들의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없이 죽여왔던 감정들...그리고... [늦었지만...태어난 걸 축하한다. 쿠리.]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차가운 땅을 향해 한 발을 내딛었을 때, 쿠레 이만은 누구의 도움도, 또 배려도 필요 없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건 일족의 원수인 엘테미아란 시조드래곤을 만나고 나서부터 자신의 자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소중한 것이 생기게 된 순간이었던 것이다. -크아아아악!!- 쿠레이만은 노네임을 향해 거대한 아귀를 벌리고 끊임없이 숨을 들이마셨다. 쿠레이만이 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의 공포가 느껴지는 아귀를 벌린 채 숨을 들이키자, 그와 같은 상 공에서 현신한 전 얼음성의 가디언들도 노네임을 향해 거대한 아귀를 벌리고 숨을 들이키 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은 고요함속에 모든 걸 찢어발길 듯한 맹수가 조용히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처럼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벌려질 대로 벌려진 빙룡들의 아귀에서 점차 시린듯한 푸른빛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설녀의 땅을 뒤흔들만한 거친 포효와 함께 모든 걸 얼려버릴 듯한 빙(氷)속성의 브레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츠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쿠레이만이 선봉으로 노네임을 향해 브레스를 쏘자, 그의 뒤에서 수십줄기의 아이스 브레스 가 어둠을 뚫고 시린 빛으로 모든 걸 초월하며 노네임을 향해 거침없이 쇄도했다. 한 손엔 행성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투명한 구를 들고 있던 노네임은 자신에게 쇄도하는 수 십줄기의 브레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슬쩍 오른손을 치켜들어 쇄도 하고 있는 브레스를 향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ФЫⁿ ŋЖ∴Жㆀ∴‡П ЗŋĸŦÆ ĦД € ΩŋŒ ζχμΞ ΦλЪЗŋĸ" 알 수 없는 언어로 빠르게 스펠을 외워대던 노네임은 자기가 시전하려는 마법의 영창을 마 쳤는지 자신에게 섬뜩한 시린빛을 흩날리며 쇄도하고 있는 수십줄기의 브레스를 향해 오른 손을 가로로 살짝 휘둘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노네임의 바로 앞에서 공간의 일렁임이 물결모양으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 물결모양은 마치 물웅덩이에 한방울의 빗줄기가 떨어져 수많은 원의 파문을 자아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찰나의 순간, 노네임을 갈가리 찢어발길 듯이 거침없이 쇄도하던 수십 줄기의 브레스는 노 네임이 시전한 공간의 일렁임 속으로 무섭도록 빠져들었다. -촤라라락!!- "크르륵!" 쿠레이만들은 자신들이 쏘아낸 브레스가 노네임이 만들어낸 아공간 속으로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자 흠칫하고 놀라며 거친 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허나 거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모든 브레스를 삼켜버린 물결같은 공간이 일렁임을 마치고 사라진 뒤, 곧바로 물결모양의 파문이 또다시 생성되며 좀 전에 삼켜버렸던 수십 줄기의 브레스들을 다시 빙룡들을 향해 토해냈다. -츠파파파파파파!!- "......!!" "......!!" "......!!" 자신들이 쏘아낸 브레스가 거짓말처럼 되돌아오자, 세로로 죽 찢어진 빙룡들의 붉어진 동공 이 축소됨과 동시에 날개를 자신의 앞쪽으로 펼쳐 실드를 전개했다. -쿠카카카카카카캉!!!- 쿠레이만들이 시전한 실드와 공간의 왜곡에서 다시 되돌아온 브레스가 맞부딪히자 강철을 마구 때리는 듯한 커다란 굉음이 설녀의 땅을 뒤흔들었다. 한동안 자신들에게 되돌아온 브레스를 실드로 막아내던 쿠레이만 외, 다른 얼음성의 가디언 들은 분한 듯, 커다란 포효를 터트리며 되돌아온 브레스의 기운이 희미해짐과 동시에 개방 했던 실드를 다시 해제했다. 허나... -화아아아아악!!- 되돌아온 브레스를 막아내자 금새 실드를 해제한 빙룡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설녀의 땅을 모두 녹여버릴 만한 거대한 지옥의 화염이 전 가디언들을 향해 새빨간 혀를 낼름거리며 덮쳐들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죽어!! 죽어버리는 거다, 크하하하하" "크아아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악!!" 섬뜩한 붉은 빛을 발산하며 끊임없이 일렁이는 화염으로 이루어진 구름을 보는 것처럼 쿠레 이만들이 있던 상공 전체가 이글거리는 거대한 화염으로 가득찼다. 상대적으로 화(火)의 속성에 약한 얼음성의 가디언들은 자신들조차 경악스러울 정도로 노네 임이 쏘아낸 불길속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쿠쿠쿠쿠쿠쿠쿵- 거대한 빙룡으로 현신한 쿠레이만들은 노네임이 쏘아낸 지옥의 불길속에 갇혀버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빨간 불길을 뚫고 잿빛연기를 길게 남기며 지상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투투투투투투!!- 또다시 거대한 육체와 지상과의 심한 마찰에 수많은 얼음가루와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튀기 기 시작하며 자욱한 먼지구름을 생성하고 있었다. 모든 가디언들이 지상으로 추락하자 마치 거대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설녀의 땅이 심하게 울어댔다. 추락한 빙룡들로 인해 설녀의 땅이 흔들리자 뜨거운 피로 땅을 적시고 있던 엘테 미아의 은발이 처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파..." ".....!!" 쓰러져있던 엘테미아를 자신의 무릎에 누이곤 끊임없이 재생마법을 시전하고 있던 이도크진 에게로 엘테미아의 끊어질 듯한 애처로운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의 힘이 없는 목소리에 식은땀으로 얼굴이 흥건해진 이도크진이 흠칫거리며 그녀의 파 리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공격마법은 몰라도 회복계열의 마법만은 경이롭던 엘테미아는 정작 스스로의 육신에 회복 마법을 걸 수 없었다. 모든 초자연적인 현상...즉 마법이란 것들은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의 권능을 빌어 시전하는 것이었다. 스스로의 육신에 회복마법은 허용돼도 지금의 엘테미아에 겐 재생이라는 권능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육신에 회복 이상의 마법을 시전할 수 없다. 그것이 정해진 규칙이었으며 창조주 가 정한 섭리였다. 게다가 지금의 엘테미아에겐 갑작스런 쇼크로 인하여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 "크크큭...시조드래곤과는 정 반대의 속성을 지닌 너의 심장에서 쏟아지는 마나가 그녀에게 먹힐 성싶은가?" "......." 자신이 아무리 재생마법을 시전해도 엘테미아의 복부에 흐르고 있는 피를 조금도 멈추게 하 지 못하고있을 무렵, 이도크진의 머리 위로 듣기 싫은 컬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이도크진은 자신의 고개를 들어 노네임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의 혼란스런 머릿속에는 노네임이란 인물을 완전히 배제해버리고 있었다.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엘테미아의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막고 있던 이도크진은 문득 자 신이 처음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와 같은 왼쪽 복부에 상처가 난 엘테미아를 보며 헤어나지 못할 씁쓸함이 물밀듯이 밀 려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도크진의 떨리는 손은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자신 의 소중한 무언가를 멀리 떠나 보낸다는 거...그것도 자신의 눈앞에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 는 곳으로 떠나 보낸 다는 건, 상상을 초월하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동반하고 있었다. 자신의 온 몸을 바짝 옭아매는 두려움에 스스로도 자신이 이렇게 약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통감한 이도크진은 미간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두 눈을 고통스럽게 감았다. 그때였다. -꽈악...- "......." 이도크진은 문득 자신의 떨리는 손을 꼭 잡아주는 힘겨운 손길이 느껴지자 고통스럽게 감 고있던 눈을 뜨고, 자신의 떨리는 손위에 살짝 덮여진 희고 가는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돌려 힘겹게 떠져 있는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녀 의 메말라버린 입술이 살짝 열리며 끊어질 듯 희미한 음성이 흔들리고 있는 이도크진에게로 내려앉았다. "두려워...하지마..." "......." "난 말야...진의 아이를...낳을 때까진...절대로 죽지 않을 테니까...헤...헷..." "......." 걱정없다는 듯 웃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이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 았다. 엘테미아의 희미한 미소에 이도크진 또한 어느새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도 크진은 자신이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에서 이도크진이라는 빙룡족의 로드로 각성하던 날이 문득 떠올랐다. 그 당시 헬마스터 공작이었던 시조드래곤과 함께 아프로디테의 갑판 위에서 처음으로 세 리자리오 영지의 불길을 발견 한 뒤, 둘이서 함께 세리자리오로 달려갔던 일... 모든 건 그 녀를 끌어내기 위한 자신들의 연극이었다. 그녀와 함께 세리자리오의 불길을 일단락 마무리짓고,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복면인들을 쫒 아 숲으로 들어가기 전 자신을 붙잡으며 그녀가 해주었던 말... [나 할말이 있어...그러니까 이 일이 끝난 뒤에 말해 줄게.] 그때 자신은 어느정도 그녀가 할 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에게 빠져버린 그녀의 고백이란 것을... 하지만 설마 그녀의 고백을 진 해븐로드로서가 아닌 이도크진으로서 각성한 후에 받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치 못했었다. 자신을 배반해 버린...그리고 자신을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 하는 남자였던 이도크진에게 복부를 찔린 상태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와 함께 했던 지난날이 문득 떠오른 이도크진은 자기도 모르 는 사이, 엘테미아의 상처에 자신의 속성을 담아 얼음을 만들고 지혈을 시작했다. 그런 후, 자신의 옷을 찢어 그녀의 상처를 조심스레 감쌌다. 대략의 응급조치를 끝낸 이도크진의 눈은 엘테미아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을 당시, 불안 함에 흔들리던 눈빛이 아니었다. 천천히 받치고 있던 엘테미아의 고개를 살짝 땅에 내려놓 은 이도크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은 뒤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이제껏 단 한번도 해주지 못한 말이었지만..." "......." "이 일을 끝내고 난 뒤 말해주겠다. 그러니..." "응...악착같이 살아 숨쉬고 있을게." "......." 이도크진이 뭐라 하기도 전에 엘테미아가 먼저 생긋 웃고는 그의 말을 가로챘다. 이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이도크진은 그녀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피식 웃어보이곤 천 천히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곤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때와는 정반대의 싸늘한 눈으로 상공 위에서 칠흑같은 검은색 로브를 휘날리고 있는 노네임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서로를 말없이 노려보던 이도크진과 노네임의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컬컬한 목소리의 노인을 연상케하는 그의 목소리였지만 그의 외관은 이도크진만큼 훤칠한 키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여전히 검은색 로브의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있던 노네임이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전에도 말했을 거다." "......." "우리들의 바램을 져버리고 이도크진, 네가 너의 일족을 위한 길이 아닌 다른 길을 택한다 면 우리들은 너희들이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 역할로서, 약간의 실 력행사를 이행하겠다고 말이다." 노네임의 말이 가소롭다는 듯, 매혹적인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린 이도크진이 그를 향해 냉 기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길잡이 따윈 필요없다." "쿠쿡...이미 우리들은 행동개시에 들어갔다. 너희들은 우리에게 약간의 정화를 받을 필요성 이 농후하다고 판단, 현재시각을 기점으로 우리, B.T.W는 너희들의 길잡이로서 실력행사를 이행한다." "웃기는 군."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은 섬뜩한 푸른 안광을 사방으로 쏘아대며 오른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백조각의 얼음으로 이뤄진 날카로운 화살이 그의 앞으로 모습을 드 러냈고, 공기를 갈가리 찢어발기는 섬뜩한 파공음을 질러대며 노네임을 향해 쇄도했다. -카카카카카카캉!!!- 허나 어느새 드리워진 노네임의 쉴드에 이도크진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빙룡들의 브레스가 노네임에게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이도크진은 굳이 빙룡으로 현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의 상태로도 현신했을 때와 같이 모든 능력을 쏟아 부을 수 있으며, 기동성까지 확보되 기 때문에 노네임과의 전투에서 드래곤으로서의 현신을 완전히 배제해버렸다. 그때 다시 노네임을 향해 공격을 쏟아 부으려고 오른손을 치켜올린 이도크진의 두눈에 노네 임이 들고 있는 투명한 구가 들어왔다. 푸른 기류와 하얀 기류가 서로 섞이지 않고 신비로운 움직임을 담고 있는 투명한 구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 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곤 조소어린 목소리로 노네임을 향해 말했 다. "흥...남의 것을 가지고 노는 나쁜 녀석이었군..." 이도크진의 말에 노네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무런 거리낌없이 말을 꺼냈다. "크크큭...어차피 지금의 너로서는 무용지물이 아닌가? 그렇기에 주인을 잃어버린 게 참으로 가여워서 내가 대신 사용하고 있는 거지." "네가 그걸 사용한다고? 건방떨지마라!!" -스화아아악~!!- 노네임의 말투가 자신의 신경을 극에 달하게 한 건지 이도크진은 전신에 에일듯한 살기를 사방으로 방출하며 악을 질러댔다. 그리곤 어느새 자신의 애검인 흑빛 검, 다크니스를 소환한 이도크진은 노네임의 바로 앞으 로 워프해 단번에 그를 두 동강낼 심산으로 섬뜩한 궤적을 그었다. 자신의 풀 마나를 동원 했기 때문에 그의 일검에 공간조차 일렁이며 무서운 검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카카카캉!!- 다시금 이도크진의 다크니스와 노네임의 실드가 맞부딪히자 강철을 때리는 듯한 굉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캉,캉,캉,캉!!- 이도크진이 검을 가로 세로로 휘두를 때마다 노네임의 실드에 금이 쩍쩍 가기 시작했고, 어두운 보랏빛 기운이 갈라진 틈새 사이로 새어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네임이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친 건 아니었다. 여전히 여유로운 동작으로 자신의 왼 손에 들린 투명한 구를 쓰다듬고 있던 그는 듣기싫은 컬컬한 목소리로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이도크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크큭...나머지 두 조각도 취하지 못한 불완전한 너 따위가...나를 상대하겠다니, 정녕 가 소롭구나...크크크...게다가 너는 스스로의 운명을 조작하느라 너의 창조신인 라무르스의 신력도 대부분 소모해버렸지 않은가...?" "......." 노네임이 문득, 자신을 창조했던 라무르스의 이름을 읊어대자 이도크진의 동작이 일순간 멈춰섰다. 자신의 말에 모든 동작을 멈춰선 이도크진을 보며 검은 후드 속으로 짙은 미소 를 지어대던 노네임이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의 너로선 운명을 조작하기 위해 신력으로 나눈 너의 조각을 취할 수도 없다. 그래서 신계의 비보인 레디아나를 필요로 한 게 아닌가? 레디아나는 무한정한 신력과 마력을 서로 충돌없이 보관, 유통케 할 수 있는 유일한 개체...그것만 있다면 이도크진, 너는 더욱더 완벽 한 자신을 갖출 수 있는 거다." "시끄럽군." 자신의 말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이도크진을 보며 노네임은 후드 속의 두 눈을 동그랗 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약간 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지? 어째서 더욱더 완벽한 자신을 얻게 될 절호의 찬스를 거절하는 것인가?! 신계의 레디아나만 있다면 넌 어느때고 신력과 마력을 자유자제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저 시조드래 곤처럼 레디아나를 완벽히 다루지 못한다면 신력과 마력의 그릇으로 인한 2개 이상의 자아 가 공존하게 되지만 너라면 문제없다, 이도크진." "......." 노네임이 말을 하면 할 수록 이도크진의 얼굴은 짜증스런 표정과 더불어 점차 일그러져갔 다. 그리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손에 쥐고 있던 다크니스를 다시 노네임을 향해 휘 둘렀다. 섬뜩한 푸른빛의 길다란 꼬리를 남기며 무시무시한 파공음과 함께 노네임을 향해 쇄도하고 있는 이도크진의 다크니스를 보자 노네임은 이미 여기저기 금이 가 있는 실드의 마지막을 예감했다. -파팡!!!- 노네임이 예상한 바와 같이 그가 전개한 실드는 급기야 팡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실드가 부셔지자 보랏빛 기운을 담은 실드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마치, 보랏빛의 반 짝이는 비가 이도크진과 노네임의 머리위로 아스라히 떨어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 비춰졌다. 그러다 문득 이도크진은 보는 이의 심장을 멈춰버릴 듯한 섬뜩함이 깃든 눈으로 노네임을 바라보았다. 그런 후, 검을 쥔 오른손을 들어 자기의 왼쪽 가슴에 갖다대며 입을 열었다. "레디아나는..." "......." "이 곳보단 그녀의 가슴속에서 살아 숨쉬는 게 더욱 이상적이다." 이도크진의 말에 후드 속 노네임의 얼굴이 비틀려지며 침을 내뱉듯 말을 거칠게 내뱉었다. "어리석은...!!" 노네임은 실로 이도크진을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항상 자기 자신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이도크진의 모습을 보아오다 지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고 있는 그를 보자 노네임 은 더욱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항상 자신만을 위한 복수와 숙원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이도크진이 이처럼 변 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점 또한, 노네임의 신경을 극에 달하도록 자극하고 있었다. 모든 존재는 자신의 예상을 뒤엎는 현실이 갑작스레 도래하면 몇 가지의 반응을 내보인다. 그대로 도망치거나...흘러 갈대로 흘러가라는 듯 방관하거나...아니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 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상황을 뜯어고치려 달려든다. 노네임에겐 지금의 상황을 뜯어고칠 충분한 힘과 나름대로의 확고한 명분이 있었다. 이에 검은 장갑으로 감싼 자신의 오른 손을 펼쳐 들곤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흥...어차피 넌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취해야 할거다. 틀림없이 말야...크크큭..." "........" 까마득히 오래된 옛날, 라무르스라는 신과 그의 아이에게서 벌어진 비극이 시작된 후부터 모두 얼어버린 설녀의 땅 위에 쓸쓸한 달이 고갤 내밀며 농익은 밤이 찾아왔다. 이젠 어두운 암흑속에 서로의 번뜩이는 안광만이 교차하고 있을 즈음...문득 노네임의 칠 흑같은 로브가 달빛을 받아 괴이하게 반사되며 사방으로 펄럭이기 시작했다. 좀 전에 빙룡들이 쐈던 브레스를 삼켜버리는 아공간을 만들때와 같은 알 수 없는 언어가 노네임의 입에서 다시 튀어나오고 있었다. "€ㅿㆎΞψβ ωΩ ŊŦÐЩП" 모든 마법은 만물의 창조주의 권능을 빌어서 하는 것일진데...마치 창조주 외의 다른 누군가의 힘을 빌어서 마법문구를 영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노네임을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매혹적인 눈을 가늘게 뜨곤 곧장 방어태세를 갖췄다. -두두두두두두...- ".....!?" 갑자기 심상치 않게 설녀의 땅이 울어대자 이도크진의 눈이 부릅떠지며 사방을 두리번 거 렸다. 처음의 미세했던 땅의 진동은 어느새 모든 사물들을 뒤흔들 정도로 거세지기 시작했 다. 이에 이도크진은 문득 엘테미아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이렇게 땅의 진동이 거세진다면 부상 당한 그녀가 견딜 수 없을 지도 몰랐다. "크큭...누굴 걱정하는 거냐?" ".....!!" 재빨리 엘테미아에게 뛰쳐가려는 이도크진을 보며 노네임이 쇠를 긁는 듯한 시니컬한 목 소리로 말을 건넸다. 괴이하게 변한 노네임의 목소리에 현재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이도크진은 다시 몸을 돌려 노네임을 향해 방어태세를 취했다. 그러자 순간 노네임이 양손을 좌우로 크게 벌리고 그의 허리가 만곡처럼 휘어지며 가슴팍이 무리할 정도로 튀어나왔다. -치지지지직!!- 전류가 흐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노네임의 칠흑같은 로브의 가슴 쪽에서 보기만 해도 전의를 상실할 만한 거대한 기운이 느껴지는 흑빛 구체가 생성됐다. 흑빛 구체를 주축으로 검은색 전류가 끊임없이 모든 걸 휘감아버릴 마냥 이리저리 쏟아지 고 있었다. 무수한 세월을 살아오면서 이도크진은 이 같은 마법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노 네임의 앞으로 튀어나온 저 흑빛 구체가 절대로 범상치 않음을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자신이 가공할 수 있는 모든 마나를 심장으로 유통시켜 어떤 공격이라도 가드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만발의 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너의 선택을 지켜보겠다." 여전히 쇠를 긁는듯한 시니컬한 목소리로 노네임은 정면을 향해 말했다. 뜬금 없는 그의 말에 이도크진이 영문을 몰라 할 틈도 주지 않던 노네임은 자신의 가슴팍에 서 섬뜩한 검은 전류에 휘감겨 있던 흑빛 구체를 서슴없이 전방을 향해 쏘아 날렸다. "플라즈마틱 스패어!" 노네임의 범상치 않던 흑빛 구체가 그의 곁을 떠나 알 수 없는 행로를 그어대기 시작하자 이도크진은 그동안 모아놨던 마나로 강력한 실드를 전개했다. -츠지지지지직!!-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와도 같은 흑빛 구체를 바라보며 이도크진은 전력으 로 그에게 뛰어들었다. -츠지직!!- "......!!" 그때였다. 노네임에게서 떠난 흑빛 구체가 하나인줄로만 알았던 이도크진을 비웃기라도 하듯 괴이 한 궤적을 그어대며 쇄도하던 흑빛 구체에서 또 다른 흑빛구체가 튀어나왔다. 자신을 향해 쇄도하고 있던 흑빛 구체가 둘로 나뉘어지자 순간적으로 당황한 이도크진은 눈앞으로 자신을 휘감아버릴 듯, 신랄하게 날뛰어대는 검은 전류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더더욱 놀라운 건 흑빛 구체의 검은 전류가 이도크진이 시전한 플라즈마틱 스패어 안으로 아무런 거리낌없이 침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가가가가각!!- "이,이런 말도...!!" 이 대륙에 존재하는 마법의 틀을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노네임의 마법에 경악한 이도크진은 실드 안을 침범하여 어느새 자신의 코앞으로 당도한 검은 구체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밖 에 없었다. -치치치치치칙!!- "크아아아아악!!!" 이도크진이 시전한 플라즈마틱 스패어 안으로 들어온 노네임의 흑빛 구체는 더더욱 신랄 하게 할퀴어대는 검은 전류와 함께 점차 크기를 늘려나갔다. -쿠웅!!!- "쿨럭!" 점차 거대해져가던 흑빛구체가 이도크진을 완전히 삼켜버리자 중력을 무시하며 허공에 둥둥 떠 있던 것이 돌연, 무지막지한 속력으로 지상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했다. 흑빛 구체와 지면이 무지막지하게 충돌하자 얼음으로 된 땅이 움푹 패이며 이도크진이 붉은 피를 왈칵 쏟았다. 계속 비대해져가던 흑빛 구체는 대략 지름이 10M 정도에서 그 크기를 멈춰섰다. 이도크진 은 자신의 온몸에 계속 압력을 가하는 흑빛 구체로부터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온몸이 둔탁한 무언가로 쉴새없이 난타 당하는 듯한 느낌에 악을 쓰며 의식의 끈도 놓쳐버리고 싶 었지만 그는 아직 확인해야할 게 남아있었다. 바로 노네임의 또 다른 흑빛 구체... 무한대로 자신에게 압력을 가하는 흑빛 구체안에서 괴로워하고 있던 이도크진은 약간 검게 비춰지는 밖을 내다보며 또다른 흑빛 구체를 찾고 있었다. 이도크진은 불안했다. 제발...제발 그곳으로만은 가지 않기를...이제 하나 남은 흑빛 구체가 제발 그곳으로만은 가질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때, 홀로 남아 허공에 둥둥 떠있기만 하던 남은 흑빛 구체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취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보기만해도 섬뜩한 검은 전류에 휘감긴 채, 예상불능의 궤도를 그어대고 있었다. -치지지지지지지직...- "거긴...안...돼...쿨럭..."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력을 견디다 못해 다시금 붉은 피를 한움큼 쏟아내던 이도크진은 힘겹 개 고갤 옆으로 돌려 엘테미아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엘테미아는 힘겨운 몸을 애 써 일으킨 채, 이도크진 자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기를 바랬지만....어느새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엘테미아가 있는 곳으로 쇄도하고 있는 검은 구체를 보며 이도크진이 이를 앙다물고 소리쳤다. "크아악!! 거긴 안돼!!" 이도크진이 애써 흑빛 구체안을 빠져나가려고 손을 들어보았지만 흑빛 구체안에서 미친듯 이 날뛰고 있던 검은 전류가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의 전신을 난도질하며 더욱더 그를 휘감아버리고 있었다. "크악...!!" 참을 수없는 고통에 다시금 이도크진이 피를 왈칵 쏟으며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제길..." 허나 그때였다. 예측할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엘테미아에게로 쇄도할 것만 같았던 노네임의 또다른 흑빛 구체가 불행 중 다행히도 엘테미아를 스스럼없이 지나쳐 버렸던 것이었다. "......." 이를 보며 안도한 이도크진이 검은 구체안에서 붉게 물든 입술로 희미한 미소를 지을 즈 음... -캬아아아아아악!!!- 갑자기 설녀의 땅을 뒤흔드는 격한 포효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이도크진 이 다시금 격렬한 고통을 참으며 겨우 고개를 돌리자, 거기엔 자신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거대해져 버린 흑빛 구체와 그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수십의 빙룡들이 보였다. "제!...제기랄!..." 설마 마법 하나로 자신들을 이렇게 까지 압도해버릴 줄은 몰랐던 이도크진은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나직히 욕지거릴 내뱉었다. 하다못해 노네임의 오른손에서 행성을 축소해 놓은 듯, 기이하게 반짝이고 있는 투명한 구...바로 자신의 조각을 취할 수만 있더라도 상황은 반전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진...모두들...!!" 욱신거리는 배를 살짝 움켜쥔 채 반쯤 일어서있던 엘테미아가 구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 리며 애처롭게 소리쳤다. 미친듯이 날뛰는 흑빛 구체 속에서 격렬한 고통의 포효를 하고 있는 가디언들과 역시, 마찬가지로 흑빛 구체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검은 전류와 맞서 싸우며 피를 쏟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날카로운 비수가 자신의 심장을 찢어놓는 듯한 아픔이 밀려 왔다. "제발...그들을 놓아줘요..." 흐느끼는 음성으로 애써 고개를 든 엘테미아가 노네임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허공에만 떠있던 노네임이 지상으로 내려와 주저앉아있는 엘테미아에게로 걸어갔다. 엘테미아에게로 걸어가고 있는 노네임을 보자 흑빛 구체안에서 격렬한 고통으로 인해 끔찍한 비명을 지르던 가디언들과 이도크진은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며 한시라도 빨리 흑빛 구체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악을 쓰기 시작했다. -치지지지지직!!- "으아아아아악!!!" 엘테미아에게로 걸어가고 있는 노네임을 보고 이도크진이 끊임없이 악을 지르며 조금 이라도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팔뚝이 다 벗겨지도록 기어가고 있었다. 허나 흑빛 구체안에서 미친듯이 날뛰고 있는 검은 전류들은 그들이 발악하면 발악할 수록 신랄한 움직임을 보이며 그들에게 가하는 압력은 자꾸만 거세져갔다. -울컥!- 또다시 한바가지의 피를 쏟아낸 이도크진과는 아랑곳없이 엘테미아의 바로 앞으로 당 도한 노네임은 후드 속으로 비릿한 미소를 지어대며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짧은 시간동안 로브속을 뒤지던 노네임의 왼손에서 온통 상아빛 일색으로 통일된 단검이 잡혀 나왔다. 검날에는 이슈테리아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 괴이한 문자가 새겨져 있었고 검날의 한 가운데 에는 온갖 암울함을 구겨 넣은 듯한 흑요석이 박혀 있었다. 자신의 품속에서 하나의 단검을 꺼낸 노네임은 엘테미아의 앞으로 단검을 툭 하고 내던졌다. -팽그르르...- 엘테미아는 자신의 바로 앞으로 떨궈진 상아빛 단검을 보며 의문의 표정으로 검은 로 브의 노네임을 올려다보았다. "아까도 말했듯이 너의 선택을 지켜보겠다...크큭..." 노네임의 말에 엘테미아가 떨리는 손으로 단검을 잡고는 결연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제가... 무엇을 하면 정녕 당신의 마음이 바뀌어 저들을 풀어주시겠습니까?"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존대어가 튀어나왔지만 이에 전혀 상관이 없던 노네임은 여전히 컬컬한 목소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단검으로 너의 가슴을 갈라 레디아나를 도려낸 다음, 이도크진에게 불어주면 된다." "......." "......." "......." 그의 요구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엘테미아와 이도크진, 그리고 다른 얼음성의 가 디언들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칠흑같은 검은색 로브의 노네임을 바라보았다. 노네임의 말에 떨리기 시작한 왼손을 오른손으로 지그시 누르던 엘테미아는 메마른 음성 으로 그를 보며 다시 물었다. "진실로 당신이 원하는 게 그것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 엘테미아는 진실로 기뻤다. 너무나 기뻐서 절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행여나 자신의 레디 아나를 눈앞의 흑마법사가 취한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이도크진과 얼음성의 모든 가디언 들이 살아날 확률은 1%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레디아나를 이도크진이 취한다면... 능히 그의 능력으로 지금의 난관을 해쳐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엘테미아는 기쁜 마음에 단검을 거꾸로 쥐고 천천히 자기의 왼쪽 가슴으로 인도했다. 날카로운 상아빛 검날이 조금의 힘만 줘도 엘테미아의 부드러운 속살을 뚫어 그대로 심 장을 도려낼 것만 같았다. "아아아악!! 하지마!! 절대...하지마!!!" 순간 오른쪽과 왼쪽에서 동시에 처절한 비명이 들려왔다. 이에 깜짝 놀란 엘테미아가 왼쪽 오른 쪽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거기엔 놀랍게도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이 미친듯 이 날뛰는 검은 전류속에서 일어서 있었다. 어느새 인간의 형상으로 폴리모프한 쿠레이만이 천천히 흑빛 구체안에서 엘테미아를 보며 소리쳤다. -치치치치치칙!!!- "우리들...을 뭘로 보는 거야...!! 하지마...절대...하지마!!" "쿠리야..." 피를 왈칵 쏟아내면서도 기어이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쿠레이만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엘테미아는 절로 눈물을 흘렸다. "그의 말대로다...우릴 뭘로 보는거냐...절대...하지마라!" 이번엔 오른쪽에서 들린 너무나도 아련한 목소리에 엘테미아가 눈물을 왈칵 쏟으며 고갤 돌 렸다. 저만치 떨어져서 괴로워하고 있는 이도크진의 모습이 보이자 더욱더 많은 눈물이 쏟 아졌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채 자신을 끊임없이 휘갈기고 있는 검은 전류 속에서 오로지 엘테 미아만을 바라보며 걷고 있던 이도크진은 순간, 자신을 향해 겹겹이 덮쳐드는 전류에 피를 왈칵 쏟으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진!!!" 이도크진이 쓰러지자 눈물을 왈칵 쏟아낸 엘테미아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설녀의 땅에 구슬 프게 울려 퍼졌다. "조,조금만...더...!!" 자신을 계속해서 덮쳐드는 검은 전류에 쓰러졌던 이도크진은 이미 벗겨질대로 벗겨진 팔뚝 으로 끈질기게 땅을 밀어대며 앞으로 기어갔다. 엘테미아는 정녕 괴로웠다. 끝까지 살아남아서 이도크진과 쿠레이만...그리고 모두와 함께 설녀의 땅에 봄이 내려앉는 것을 만끽하기로 약속했고, 또 다짐했다지마는... 지금의 상황에 선 그 무엇보다 그들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더 연명할 수 있게 하는 방법만이 최우선이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을 번갈아가며 바라본 뒤 달빛에 반사되어 더더욱 청 초하게 바래지는 웃음을 머금고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후훗...너희들 앞에서 골칫덩이인 네가 사라진다니 기쁘지 않니?" "......."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과 쿠레이만이 동시에 이를 앙다물었다. 하늘위로 휘영찬란하게 떠있는 달빛에 비춰진 엘테미아의 미소는 마지막이라는 향기를 드리우며 고스란히 이도 크진과 쿠레이만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마지막이라는 화려한 미소를 머금고 왼쪽을 바라본 엘테미아는 검은 전류에 의해 끊임없이 가해지는 고통조차 잊고서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쿠레이만을 향해 말했다. "쿠리야..." "......." 그녀의 메마른 목소리가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검은 전류속에서도 부드럽게 쿠레이만에 게로 내려앉았다. "쿠리가 힘들 때...할머니로서 해준 것도 없어서 너무 미안해...그러니까..." "......." "다음에 쿠리가 이 세상의 축복받은 아이로 다시 태어난다면..." "........" "그땐 꼭 곁에서 웃으면서 환영해줄게." 엘테미아의 말에 쿠레이만의 미간이 일그러지며 그의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그리곤 애써 입을 벌리려고 하자 엘테미아가 고갤 살짝 저으며 말했다. "조금만 참아...그리고...앞으로도 진을 잘 부탁해..." 엘테미아의 말에 기어코 쿠레이만이 왈칵 피를 쏟아내며 소리쳤다. "제길...!! 그건 니가 할 일이라고!!" "......." 쿠레이만의 외침에 엘테미아의 얼굴이 약간 굳어버렸지만 이내 쓸쓸한 미소로 고개를 살짝 저은 뒤, 미련없이 오른쪽을 바라봤다. "진..." 온몸이 검은 전류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이도크진을 보자 자꾸만 눈에서 눈물이 새어나오려 걸 엘테미아는 억지로 참아내며 빛바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곤 다시 메말라버린 입술을 떼어 그에게 마지막을 전하기 시작했다. "진은 항상 물어왔지? 어째서 자기같은 냉혈한을 좋아하느냐고 말야...하지만 그건 진이 몰 라서 하는 소리야..." "......." "진은...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멋진 남자니까 말야..." "......." "그러니까...앞으론 스스로 뒤틀린 운명이라고해서 자기의 운명이 마냥 흘러가도록 방관하 지 말아...자기의 운명의 시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부터 시작하는 거래...그러니까...내 가 사랑한 너 자신을 조금만이라도 아껴 줄래?" "......." 이제는 검은 전류에 의해 고통조차 초월하고 있던 이도크진은 곁에서 시끄럽게 짖어대는 소리가 점차 사그라지며 오직 엘테미아의 자연같은 맑은 목소리만이 들려오는 듯했다. 저 슬픈얼굴...다시 예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아 주고 싶다...다시 예전의 밝은 얼굴만 되찾을 수 있다면 자신의 육체따윈 수십조각으로 갈리어도 이도크진은 상관없었다. 끊임없이 희망하고 갈망하고 기원했다. 엘테미아의 사심없는 미소만 되찾아 줄 수만 있 다면 이도크진은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그런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저 멀리서 단검를 거꾸로 쥔 채 마지막 떨어지는 꽃 잎처럼 서글픈 미소를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자 무언가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복받쳐 오른다. "하지...마라..." 이도크진의 희미한 음성에 엘테미아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진...진이 나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가정을 꾸리는 거...예전엔 참을 수 없을 만큼 싫었는 데...이제는 괜찮아졌어. 그러니까 꼭 좋은 여자랑 이쁜 가정을 꾸려서 진을 닮은 아이 하나 만 낳고 살아 줘...그럼 내가 용서해줄게...헤헷..." "......." "정말로 내가 용서할 테니까...그렇게 살아 줘...그리고...그리고 말야..." "......." "만약 우리에게 다음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 "그땐 꼭 함께 살아가자...응?" 끝까지 웃어보이려 했던 엘테미아는 결국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왈칵 쏟아 냈다. 그녀의 고운 볼을 타고 아스라이 떨어지는 눈물방울을 보며 이도크진은 검은 전류에 의한 고통보다 수백배나 아픈 고통이 사무치게 밀려왔다. 그때 다시 엘테미아의 메마른 목소리가 이도크진에게로 들려온다. "응...이라고 대답해 줘...응? 제발 진..." "........" 이도크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자신을 이렇게까지 사랑하고 있는 그녀를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말없이 힘겨운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도크진을 보며 쓸쓸한 미소를 짓던 엘 테미아는 천천히 거꾸로 쥔 단검을 바라보았다. 검날에 은은한 달빛이 비춰 엘테미아의 마 지막을 처연하게 달래주고 있었다. 외로운 달빛의 눈물을 머금은 채 엘테미아가 쥔 단검이 스스럼없이 밀려 나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뭐하는 거냐 이도크진!! 일어서, 일어서란 말이다!!" ".....!!" "네 여자라면 네 몸이 모두 부셔질 때까지 지키란 말야!!" 갑자기 들려온 쿠레이만의 외침에 이도크진의 눈이 부릅떠졌다. "크아아아악!!!" 혼자서 내지른 고함이라고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설녀의 땅을 가득 울리는 이도크진의 외침 과 함께 흘러내리는 피로 뒤범벅이 된 몸을 일으켜 흑빛 구체안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치치치치칙!!!- "크아아아아악!!!" 오직 이글거리는 두 눈동자만이 엘테미아를 향해 있었고 어느새 이도크진은 흑빛 구체의 외 곽에 다다랐다. 미친듯이 할켜대는 검은 전류에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걸음을 걷고 있던 이 도크진은 흑빛 구체의 외곽이 다다르자 쿠레이만을 보며 씨익 미소짓고는 외곽을 향해 손을 힘껏 찔러넣었다. -츠파파파파파팟!!!!!-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혼신의 힘을 다해 찔러 넣은 이도크진의 손이 드디어 흑빛 구체를 뚫고 밖으로 빠져나가자 검은 로브 안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 노네임이 소리쳤다. "이,이럴수가!..." "그딴거 저리 치워!!" -캉!!!- "꺅!" 검은 구체의 외곽으로 찔러 넣은 자신의 오른손에 마나를 응축했던 이도크진은 자신이 응 축했던 마나덩어리를 날려 엘테미아의 손에 들린 상아빛 단검을 저만치 날려보냈다. 씨익 미소짓는 이도크진을 향해 덩달아 미소짓던 쿠레이만은 미친듯이 할켜대는 검은 전류 에 아랑곳하지 않고 뒤를 향해 외쳤다. "자!! 이젠 우리들 차례다!!" "크아아아악!!!!!" 정녕 놀랍게도 신랄하게 할켜대는 검은 전류속에서 쿠레이만을 위시한 전 가디언들이 어느새 흑빛 구체안에서 꼿꼿이 서있었다. "마,말도 안 돼!!" 흑빛 구체안에서 모든 가디언들이 일어서 있자 후드 속의 두 눈을 경악으로 부릅뜬 노네임 은 놀람과 불신으로 번진 목소리를 격하게 내뱉었다. 자신들을 보며 카랑카랑하게 외쳐대고 있는 노네임을 향해 씨익 웃어준 쿠레이만은 쓰러지 기 일보직전인 자신들의 로드를 바라보며 외쳤다. "우리들은 원래 로드에게 귀속된 드래곤하트에서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수십갈래로 나뉘어 진 로드의 조각입니다!!" 쿠레이만들이 앞으로 행할 행동의 진위를 눈치 챈 이도크진이 자신의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만 둬라!!" 허나 이도크진의 외침에 아랑곳하지 않던 쿠레이만은 모든 가디언들을 모두를 대표해서 큰 목소리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 "그래서 우리들은 다시 당신에게로 돌아가려 합니다!!" "며,명령이다!! 그만 둬!!" 반쯤 쓰러진 자세로 힘겹게 소리친 이도크진을 보며 씨익 미소짓던 쿠레이만은 마지막으 로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처연하게 젓고만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외쳤다. "모두들 준비는 다됐겠지!!" "아!!!" 쿠레이만의 외침에 뒤에서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던 모든 가디언들이 목놓아 소리쳤다. "우리들은 지금부터 로드의 일부분이 되는 거다!!" "아!!!!" "우리들과 로드는 하나가 되는 거다!!" "아!!!!!!!" "로드와 하나가 돼서 저 시조드래곤을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거다!!" "아!!!!!!!!!!!!!!!!!!!!!!!!!!!!!!!!" 쿠레이만들을 보며 연신 고개를 젓고 있던 엘테미아가 다시금 눈물을 왈칵 쏟았다. 이도크 진 또한 남은 기운을 불살르며 바락바락 소릴 지르고 있었다. 허나 쿠레이만과 가디언들은 자신들의 마지막 외침을 끝내기가 무섭게 하나 둘씩 그들의 몸 이 찬란한 푸른빛으로 뒤덮이며 동그란 구의 모양으로 변했다. 그리곤 자신들을 무한한 압 력으로 구속했던 흑빛 구체를 거침없이 뚫고나서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엘테미아를 지나 이 도크진에게로 쇄도했다. -슈슈슈슈슈슉!!!- 수십개의 구체가 찬란한 푸른빛의 꼬리를 길게 남기며 이도크진에게로 쇄도하자 마치 수십의 유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마지막을 불태우는 가슴아픈 장관이 펼쳐졌다. 그때였다...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엘테미아를 순식간에 지나쳐버리던 수십개의 구체중 단 하나가 그녀의 눈앞에서 돌연 멈춰 섰다. -스스스스...- 푸른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이는 구안에 더욱더 영롱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빛을 머금고 있는 가디언들중 하나가 자신의 앞으로 멈춰서자 엘테미아는 단번에 그 빛이 누군지 알 수 있었 다. 이에 엘테미아가 흐느끼는 목소리로 그에게 애원했다. "당장 돌아와...제발..." 엘테미아의 눈앞에서 멈춰선 채, 찬란한 푸른빛을 머금고 있던 구체안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동안...고마웠어..." "........" "...할...머니..." "........" -스화아아앗!!- "쿠리야!!" 할말을 마친 푸른빛은 다시금 길다란 꼬리를 남기며 구슬픈 엘테미아의 외침을 뒤로한 채, 그녀의 곁을 주저없이 떠나버렸다. 엘테미아에게 말을 건넨 푸른빛을 끝으로 전 가디언들이 이도크진에게 스며들었다. "하...하..."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노네임의 입에서 실성한 듯한 웃음소리가 작게 새어나왔다. 허나 그와는 상관없이 모든 가디언들이 자신에게 스며든 이도크진은 하늘을 향해 슬프고도 긴 포효를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온통 영롱한 푸른빛으로 휩싸인 이도크진이 홀로 떠있는 하늘을 향해 피를 토하는 외침을 쏘아대자 그를 구속하고 있던 흑빛 구체가 커다란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파카캉!!- 하늘을 향해 소리치던 이도크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천천히 고개를 노네임쪽으로 돌렸다. 그의 주위로는 여전히 그를 지키는 듯한 푸른빛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었다. 영롱한 푸른빛에 휩싸인 이도크진을 보자 이제는 흘러내릴 눈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엘테미아는 자신의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글대는 푸른빛을 머금고 천천히 노네임을 향해 걸어오던 이도크진의 눈가엔 세월에 흔 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투명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노네임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던 이도크진은 붉은 피로 인해 더더욱 새빨한 입술을 열어 말을 꺼냈다. "내...여자를 울리는 녀석은..." "......." 순간...착각이었을까? 영롱한 푸른빛을 이글거리며 노네임에게 말하고 있는 이도크진의 등뒤로... 그에게 스며든 얼음성의 모든 가디언들이 나란히 서서 그와 함께 입을 열고 있는 모습이 엘테미아의 두 눈에 아련히 비춰졌다. "...죽음조차 초월한 고통을 느끼리라." ".....!!" -투투투투투투!!!- 노네임을 향해 이도크진이 연주하는 레퀴엠이 막 시작되었다. -고오오오오...- 이도크진에게서 흘러나오는 숨막힐 듯한 위압감에 노네임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몇 발 자국 물러섰다. 후드 속에 가려진 그의 얼굴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마치 지금의 모든 상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검은 장갑으로 덮여진 그의 주먹은 애처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B...B.T.W의 포츈텔러조차 이런 상황을 예측치 못했거늘...도대체..." 자신의 전신을 옭아매는 이도크진의 살기에 노네임은 실성한 듯 낮게 읊조렸다. -슈슈슉!!- 엘테미아와 몇 발자국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던 노네임에겐, 지금의 현실을 부정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가디언들의 그림자를 안고 어느새 노네임의 면전 앞으로 워프한 이도크진의 주먹 은 정녕 자비란 게 존재치 않았다. -퍼억!!!!- "커허억!!" 이도크진의 빛의 속도와도 같은 주먹이 노네임의 복부에 작렬하자 폭발하는 굉음과 함께 노네임의 신형이 수없이 땅을 그슬리며 수십미터 뒤로 밀려났다. "조금만...참아라..." 비록 시선은 노네임을 향해 있었지만 방금 이도크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엘테미아를 향한 말이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뒤로 한 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응..." "......." 엘테미아의 희미한 음성이 이도크진에게로 스며들자마자 두눈을 부릅뜬 그는 저만치 쓰러져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는 노네임에게 쏘아져 나갔다. "카,카학!!...하악...하아...하아..." 이도크진의 주먹에 한참동안 땅바닥을 뒹굴고 나서야 겨우 숨이 트인 노네임은 후드 속의 경악어린 얼굴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허나 그때였다. 자신에게 드리워지는 섬뜩한 푸른빛이 등뒤로 느껴지자 노네임은 재빨리 검은 로브를 펄럭 이며 오른손을 휘두른 채 마법영창을 외쳤다. "¶ㆁψß Х§ Å¡⊆ψμЩ" 다시 알 수 없는 언어가 노네임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그의 신형이 스무개로 갈라지며 동시 에 이도크진을 향해 불을 뿜었다. -화아아악!!- "크하하하...!! 상처없이 너에게 레디아나를 스며들도록 만들고 싶었지만 말을 듣지 않는 아이는 맞아야겠지...크하하하!!" 자신이 만들어낸 스무개의 분신이 이도크진에게 지옥의 불길을 토해내는 장면을 보며 노네임이 듣기 거북한 웃음을 퍼트리고 있었다. 한동안 스무명의 분신에게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이도크진을 상상하며 노네임이 슬슬 마법을 거두려는 찰나였다. "그런 불씨로 이 땅을 녹여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콰두둑!!- "허억...!?" 순간 뼈조각이 문드러지는 소리와 함께 노네임이 격한 신음을 토해냈다. 그리곤 경악에 경악을 거듭하며 자신의 가슴팍을 뚫고 나온 이도크진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쿨럭!" 온몸을 휩쓰는 전율로 인해 애처롭게 떨고 있는 노네임의 등뒤로 이도크진의 냉기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너희들은 무슨 목적으로 움직이는가? 어찌하여 시조드래곤의 레디아나를 내가 취하도록 모든 상황을 조성하는 거냐?" "크허억...허억...허억..." 이도크진의 물음에 노네임은 긴박한 숨결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엔 이도크진이 자신을 압도하는 힘을 지닌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목구멍에서부터 계속 밀치고 올라오는 핏덩이를 울컥 하며 내뱉던 노네임은 다시금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너야말로 무슨 목적이더냐...우리들은...너희를 더욱더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닌가...너야말로...어찌하여 시조드래곤 따위를...쿨럭!!" "......."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노네임의 가슴팍에 관통시킨 피로물든 오른팔을 빼냈다. -푸화악!!- 이도크진이 노네임의 가슴팍에 박힌 오른팔을 빼어내자 분수처럼 사방으로 피가 쏟아졌다. -털썩!- 사방으로 피를 쏟아내며 땅바닥에 주저앉는 노네임의 앞에서 이도크진은 살기가 형형한 눈 빛으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을 건넸다. "지금부터 이곳으로 올 이계의 모든 세력을 당장 철수시켜라. 우리들은 너희들의 도움따윈 전혀 필요치 않다." "클클클..." "철수시키지 않는다면...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들을 모두 짓이겨 놓겠다." "클클클...크하하하하...카학...!" 이도크진의 말에 갑자기 광소를 터트리기 시작하던 노네임이 순간, 목에 핏덩이가 걸렸는지 두손으로 목을 움켜잡고 기침을 토해냈다. 그리곤 한참동안이나 몸을 수그리고 낮은 웃음소 릴 내뱉더니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서서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크클...정말 한심하군...이제부터 이쪽 대륙으로 진입될 우리들의 세력은 먼 미래를 비추어 볼 때 너의 휘하에 들어갈 세력이나 마찬가지다. 그걸 자기 손으로 부수겠다는 소린가?" "......무슨 뜻이냐..."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이 얼굴을 살짝 굳히며 되물었다. 이에 노네임이 후드 속으로 기묘 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향해 컬컬한 목소릴 내뱉었다. "큭...그건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게 된다." "......." "네가 상기해야 할 점은 단 하나다. 너의 탄생...너는 시조드래곤의 가슴속에 박혀있는 레디 아나가 아니었더라면 지금까지도 자기 자아조차 확립하지 못한 채 평생 사고조차 할 수 없 는 식물로서 살아가야 했다. 허나 넌 레디아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살아 숨쉬고, 생각하며 분노하고 있다." "......." "이 모든 걸 그저 너의 분노라는 이유에 대한 우연으로 치부하지 마라. 모든 건...그분의 손 길아래 이루어졌다." "그분?" 엘테미아를 얼음성으로 들이기 전, 노네임과의 대화에서 그가 자주 언급했던 '그분'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이도크진은 더더욱 의문의 표정을 드리우며 그에게 재촉했다. 이도크진은 노네임을 보며 그저 단순히 자신의 일족을 이용해 무언가의 계획을 꾸미는 거 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들은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지금 이곳 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이계의 세력이 먼 훗날 자신의 휘하에 들어올 세력이라니... 게다가 신계에서도 공공연히 비밀로 치부되어 버리는 자신의 탄생기를 노네임이 자세히 알 고 있다는 사실 또한 이도크진에게 커더란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었다. 레디아나 없이 확립된 자아... 분명 자신은 레디아나 없이 복잡하게 얽힌 이 육체와 머릿속에 자신만의 자아를 확립하는데 성공했다. 시조드래곤을 향한 분노로서... 그저 자신의 분노에 대한 우연으로 치부해버렸던 지난날이 모두 노네임이 말하던 '그분'이 란 작자가 꾸민 것이었다니...하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도크진은 머릿속이 수백갈래로 얽힌 실타래마냥 복잡해져 갔다. 한동안 이도크진은 자신앞에서 기분나쁜 미소를 짓고 있는 노네임을 향해 얼굴을 살짝 일그 러뜨릴 무렵. 이도크진의 눈가엔 저 멀리서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은발의 소녀가 보였다. 모든 시작과 이유는 저 소녀로부터 시작됐다. 자신의 탄생도...자신의 삶도...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두 그녀를 향해 자신은 내달리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 었던 자신의 미래를 지금은 예측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원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처음으로 희망하고픈 미래가 이도크진의 눈가에 그려지고 있는 시기였던 것이다. 모든 자신 을 이루게 한 원인과 이유가 시조드래곤 엘테미아로부터 흘러나온 것이다. 오로지 신계의 비보, 노네임의 말로는 신력과 마력을 충돌없이 무한대로 보관, 유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개체인 레디아나와 복수를 위한 힘만을 우선시하며 살아온 자신을 무력 아닌 무력으로 복수의 칼날조차 세울 수 없게 만든 그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혼란스럽던 머릿속 이 점차 편해지고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욘 없었다. 모든 건 단순하다. 그녀를 향해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이젠 밤을 넘어선 새벽의 향기가 설녀의 땅에 가득 드리워졌다. 그때 다시 노네임의 컬컬한 목소리가 이도크진에게 들려왔다. "넌 이쯤에서 선택해야 할 것이다. 너를 자신의 곁에 둘 유일한 기사로 만들기 위해 생명을 불어넣어 준 그분을 선택할 것인가...아니면 저기 주저앉아 있는 시조드래곤을 선택할 것인 가를 말이다." "......." "그 선택은 너의 죽음과 삶을 결정지을 것이다."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은 두 눈을 감고 피식 웃으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너를 죽이겠다." "......." 이도크진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노네임은 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 보며 후드 속의 입술을 씰룩거렸다. 도대체 이도크진에게 있어 그 무엇이 그리 소중하 길래 이런 황금같은 제의를 거절하는 것인가? 혹시 자신이 속해있는 조직의 형용할 수 없는 위대함을 모르는 것인가? 노네임은 가슴부근의 타오르는 통증을 뒤로한 채 그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부정하고 생각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곤 이내, 형형한 눈빛을 들고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대단 한 것이라도 가르쳐주는 것처럼,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그의 면전으로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 "우리가 모시는 '그분'이 누구인지 아는가?"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은 싸늘한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관심없다." "......." 이도크진의 말에 노네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너무나도 답답해 보이는 이도크진에게 뜨거운 주먹을 작렬시키고 싶었지만 지금의 자신은 이도 크진의 머리털 하나조차 건드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간신히 분을 삭힌 노네임은 천천히, 또박또박 그에게 말했다. "모든 차원을 관장하는 절대자...바로 모든 만물의 창조주인 리듀세시리스 안테나일은 알고 있겠지?" "......." "그런 절대자에게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믿겠는가?" "......." "바로 리듀세시리스 안테나일의 그림자...그녀의 어둠에서 잉태된 또다른 그녀가 우리들 이 모시는 '그분'이란 말이다." 노네임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두눈을 감고 피식 웃던 이도크진이 나직이 말을 건넸다. "마치 모든 만물을 관장하는 자가 여성이라도 된다는 듯이 말하는 군." "그렇다. 만물의 창조주는 확실한 성을 갖고 있다. 모든 존재의 시초를 잉태한 창조주는 확실한 여성체이다." "......." 노네임의 컬컬한 목소리에 점점 짜증스런 표정을 지어버린 이도크진은 여전히 관심이 없다 는 듯 자신앞으로 다가온 노네임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잡설은 저리 치우고 덤벼라. 너에게 날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단 한번만 제공하겠다. " "......." "이승에서의 마지막 공격이 될 테니 너의 모든 것을 불태우도록." "건방진..." 노네임이 듣기만 해도 오싹할 만큼 이를 부드득 갈아대며 이도크진에게 살기를 날렸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모든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에게 유일하게 대항할 수 있는 그분의 존재를 듣고도 관심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는 이도크진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이에 노네임은 문득 고개를 돌려 저 앞에서 주저앉아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보려 했다. -우둑!- "커헉...!" 이도크진을 이렇게 변하게 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 틀림없는 시조드래곤을 바라보려 했던 노네임은 자신의 머릴 비틀며 억지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이도크진의 우악스런 손길이 느 껴졌다. 그때 듣기만 해도 뼈속까지 시려올 만큼 냉기어린 목소리가 검은 로브의 노네임에게 들려 왔다. "네놈의 더러운 눈으로 그녀의 모습을 담지 마라." "크아악!! 정녕 네놈이 죽음을 재촉하려는 구나!!" "와라." "크아아아악!!" 결국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서지 않는 이도크진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만큼 거대해진 노네임은 바락바락 악을 지르며 다시금 알수 없는 언어로 스펠을 외워대기 시작 했다. 노네임이 스펠을 외워대고 있었지만 이도크진은 처음 한 약속대로 그의 공격을 한번쯤 받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그를 향해 오른손만 살짝 들어올린 채 묵묵히 서있었다. "ФД ГħЖ ЭЫŋĦØ ∴∀∏ːдЮ!!" 카랑카랑하게 소리치며 이도크진을 향해 두손을 위에서 아래로 힘껏 내지른 노네임의 손끝 에서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만드는 검은 구름이 쏟아졌다. 이에 자신의 모든 시야를 봉쇄당한 이도크진은 노네임의 기운을 감지하며 조금이라도 엘테 미아의 곁에 다가서려는 낌새만 포착된다면 그의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킬 심산이었다. 허나 노네임은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검은 구름을 뚫고 끝없는 상공을 향해 치솟고 있을 뿐이었다. 잠깐의 시간을 벌려 한 것이었는지 자신에게 들러붙던 검은 구름엔 작은 독소하나 존재치 않았다. 이에 구름이 걷히기를 묵묵히 기다리던 이도크진에게로 노네임의 컬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기억해야 했다. 이도크진...네가 진 해븐로드로서 존재했던 나날들 중, 너와 함께 빌어 먹을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던 나를 말야." ".....!?" 갑자기 진 해븐로드의 이름을 빌어대는 노네임을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미간을 살짝 찌푸 렸다. -스스스스...- 점차 자신의 시야를 봉쇄했던 구름이 걷히고 나자 이도크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노네임이 떠있는 상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돌려 저만치 멀어져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 보았다. 지금의 자신과 노네임은 엘테미아와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 허나 그걸론 안심할 수 없었던 지 이도크진은 엘테미아를 보며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결계를 살짝 쳤다. 그리곤 주저없이 노네임이 있는 상공으로 떠올라 그와 같은 선상에 나란히 마주섰다. 같은 선상에 마주선 둘의 눈빛이 날카롭게 교차했다. "네 말의 진위는 뭐냐?" "클클클..." 이도크진은 진 해븐로드의 이름을 빌어댄 그에게 추궁하고 있었다. 허나 노네임은 여전히 듣기싫은 웃음만 흘릴 뿐, 명확한 답의 제시를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그때 노네임은 문득 지금까지의 컬컬한 목소리가 아닌 곧은 청년의 맑은 목소리로 이도크진 에게 말했다. "끝까지 그녀를 지킬 수 있을지 기대하지." ".....?!" 갑자기 목소리가 뒤바뀐 노네임을 보며 이도크진이 몸을 흠칫거렸다. 게다가 지금까지 흘러 나오던 그의 미약한 기운이 돌연 거세기지 시작하며 그의 온몸으로 보랏빛 기운이 끊임 없이 흘러나왔다. 노네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놓치지 않았던 오른 손위에 들린 투명한 구를 머리위로 들 었다. 행성의 축소판을 보는 듯, 푸른 기류와 하얀 기류가 서로 섞이지 않는 기묘한 움직임 을 보여주는 투명한 구를 보며 이도크진은 두눈을 부릅뜨고 노네임에게 물었다. "설마...그걸 어쩌려는 건 아니겠지?" "훗...그 설마가 맞을 것이다." 목소리는 물론 말투까지 완벽하게 변한 노네임을 바라보며 이도크진은 조용히 자신의 기운 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자신과도 같은 훤칠한 키...처음부터 컬컬한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육체를 가진 노네임을 이상하게 봤건 만...그동안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 었다. 허나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도크진은 노네임의 오른손 위에 들린 투명한 구가 계속 신 경이 쓰였다. 그건 바로 자신이 취하지 못한 두개의 조각을 하나의 구에 담아 논 것이기 때문이다. 까마득히 오래 전, 드래곤들과의 전쟁으로 패하여 영구봉인될 위기에 처해있을 때 이도크진 은 남아있던 라무르스의 신력으로 자신을 나누어 운명을 조작했다. 어찌보면 부질없는 일의 시초였을지도 몰랐으나 결국 이 모든것이 시조드래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도크진은 지금이 가장 중요했다. 모든 걸 바쳐서라도 지금의 상황을 유지할 것이다. 설 령...자신의 나머지 조각을 파하는 순간이 닥친다 하여도 말이다. 이도크진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가디언들의 기운을 머금은 채, 노네임에게 말했다. "네가 그걸 가지고 무얼 할 수 있단 말이냐? 이젠 포기하고 그만 사라져라." "취할 것이다." "하...웃기는군." 자신의 물음에 손에 들린 투명한 구를 취하겠다고 말하는 노네임을 보며 이도크진은 냉소를 지었다. 그리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노네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나의 조각을 취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가? 그저 힘만 들어있다면 무조건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심한 놈이로군..." "훗...그건 두고보면 알겠지..." "웃기는군...네녀석이 손에 들린 나의 조각을 취하자마자 내 몸이 아닌 이상 틀이 어긋나게 돼있다. 그러므로 너의 몸속으로 스며들자마자 거부반응을 일으키며 자체적으로 폭발하게 되겠지." 이도크진의 경고에 노네임은 그저 쿡쿡거리기만 했다. 그리곤 들어올린 오른손 대신, 천천 히 왼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가슴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순간...노네임에게서 흘러나오던 보 랏빛 기류가 갑자기 거세지기 시작하며 스스로 자기의 가슴을 후벼파기 시작했다. -우두둑!!- "크읍!" "......."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후벼파기 시작한 노네임은 살갖을 찢고 갈비뼈를 뚫어 아직까지 뛰고 있는 심장을 들춰냈다. 만약 엘테미아가 이 상황을 본다면 바로 기절할 정도로 노네임이 하고 있는 짓은 괴기스러 웠다. 허나 이도크진은 그가 행하는 행동을 보며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인간을 초월한 존재였음을 알고 있었기에 살아있는 심장을 들춰내도 생명은 붙어있을 것이 다. 이도크진에 의해 오른쪽 가슴이 휑하니 뚫려있었고 왼쪽 가슴도 반쯤 파인 노네임의 모습 은 시체나 다름없어 보였다. 허나 그는 끈질기게 살아 숨쉬고 있었다. 아직까지 콩닥거리며 작은 박동을 하고 있는 심장을 움켜쥔 노네임은 피로인해 끈적끈적한 자신의 심장을 헌 것 버리듯이 아무데나 버렸다. 그리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이도크진의 조 각을 뚫려진 왼쪽가슴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크으윽...!!" 그래도 일말의 고통은 느끼는지 노네임의 입에선 참기힘든 신음소리가 나직이 새어나왔다. 항상 오른손에 들고다녔던 이도크진의 조각, 즉 행성 모양의 구체를 왼쪽 가슴에 쑤셔넣자 이도크진의 조각이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투명한 구에 갇혀 푸른 기류와 하얀 기류가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던 이도크진의 조각은 점 차 눈부신 빛을 발하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투명한 구에 하나, 둘씩 새하얀 금이 가기 시 작했다. -쩌적...쩌적...- 자신의 조각을 담아 논 투명한 구에 금이가기 시작하자 이도크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곤 조각을 담아 논 투명한 구가 깨지자마자 노네임의 육체를 박살내놓을 거대한 폭발이 일어남을 절대 의심치 않았다. 저 조각은 자신 이외의 다른 누구도 허용치 않을 것이다. 의외로 허무한 결말에 이도크진이 그에게서 등을 돌려 엘테미아에게로 향할 무렵... -쿠콰콰콰콰콰콰콰!!!- "흥..." 자신의 뒤쪽에서 거대한 기운의 충돌과 함께 커다란 굉음이 들려오자 이도크진은 살며시 쉴드를 친 채, 냉소를 지었다. 저런 녀석에게 엘테미아를 아프게 하고 잃기 전까지는 몰랐 던 소중한 가디언들까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자 이도크진은 순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 다. 하지만 그는 죽었다. 일단락은 마무리되었고 이제 노네임을 따라온 이계의 잔존세력만 쳐부수면 되는 것이다. -스윽...- 이도크진은 문득 자신의 왼쪽 가슴에 손을 갖다대었다. 자신의 드래곤하트에서 파생된 얼음성의 가디언들...아마 다시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다시 자신의 일부를 조 각내어 얼음성의 가디언들을 탄생시킬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들은 필요할 때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소모품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같은 인물이 탄생될 확률은 극히 드물었고 자신 의 가디언과 실버드래곤 사이에서 태어난 쿠레이만이라면 0%의 확률이라고 해도 허언은 아니 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씁쓸한 표정을 드리우고 자신과 엘테미아를 지키기위해 희생한 얼 음성의 가디언들을 끝까지 간직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자신의 얼어붙은 심장 속에 말이다. "휴우..." 자신의 가슴속에서 계속 맴도는 씁쓸함을 내뱉기 위함인지 이도크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 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엘테미아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생전 처음으로 전투중에 누군가를 걱정해 본 경험을 하게된 이도크진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와 저만치 주저앉아있는 엘테미아에게로 한걸음을 내딛고 있을 때였다. "크큭...크하하하...크하하하하하!!!!" ".....!?" 갑자기 상공위에서 들려오는 젊은 청년의 시원한 웃음소리에 이도크진은 고개를 올려 검은 연기가 자욱한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빛에 비춰 희미한 윤곽만이 보이는 검은 연기 사이로 하나의 인영이 이도크진의 시야에 들어왔다. 점차 희미해져가는 연기 사이로 훤칠한 키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노네임의 모습이 보이자 이도크진은 천천히 눈을 감고 깊은 심호흡을 했다. 절대로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도크진에게선 일말의 흔들림따윈 전 혀 존재치 않았다. 어째서 일까...? 그건 아마도 자신 안에 가득찬 가디언들의 향기 때문이리라. 이제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 안에 모두가 녹아 있었다. 이처럼 다른 누군가와 함께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 신에게 커다란 힘이 되리라곤 이전에는 알 수 없었다. 지금의 이도크진에게 있어 불안요소는 단 한가지뿐이었다. 자신의 머리위에서 대소를 터트 리고 있는 노네임이란 녀석에게 깊은 상처를 입은 단 하나의 소녀 뿐... 이도크진은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재빠른 동작으로 땅을 박차올라 다시 노네임과 같은 선 상에 섰다. "놀랍지 않은가? 너의 조각과 나의 육신은 완벽한 융합을 이루기 시작했다." "......." 아무리 마음의 평정을 바로잡았다 하더라도 이도크진은 어떻게 노네임이 자신의 조각을 취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를 향한 의문은 자신의 가슴속에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고 이내 노네임을 향해 말을 건넸다. "궁금하긴 하군...네놈의 정체." "훗..." 이도크진의 말에 피식 웃는 듯한 웃음소릴 흘리던 노네임은 어느새 자신이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움켜잡았다. 그리곤 뜸들일 것도 없이 단번에 후드를 제쳐, 자신의 얼굴을 은 은한 달빛아래 훤히 드러냈다. "넌..." "이제야 모든 상황을 알겠는가?" "......." 노네임이 망설임없이 뒤집어쓰고 있던 후드를 뒤로 젖히자, 순간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보 며 이도크진이 흔들리는 목소리로 낮게 읊조리고 있었다. 은은한 달빛아래 얼굴을 드러낸 노네임은 자신의 블루블랙의 머릴 뒤로 쓸어넘기며 어느새 재생된 자신의 가슴팍을 어루만지고는 이도크진을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할말이 없는가? 친구...아니, 동지여..." "......." "동지라..." 노네임의 말에 이도크진은 옛일을 회상하는 것처럼 눈을 감고, 깊게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그리곤 지난날의 회상을 마쳤는지 여전히 냉기가 서려있는 눈을 뜨곤 자신 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노네임을 바라보았다. "노네임...아니, 리류나드라고 불러야 되나?" "뭐...좋을 대로." 저만치 떨어져 있는 이도크진과 노네임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이 도크진의 입에서 튀어나온 리류나드라는 말에 흠칫하고 몸을 떨며 깜짝 놀랐다. 그리고 순간, 좀 전에 노네임이 했던 말이 뇌리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너는 기억해야 했다. 이도크진...네가 진 해븐로드로서 존재했던 나날들 중, 너와 함께 빌어 먹을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던 나를 말야.]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의...아니,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의 과거를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휴벤 트 제국, 안셀로자크 공작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4살적부터 7살까지 작위를 이어받기 위해 수많은 공부와 경험을 쌓던 중...어느날 갑자기 아공간의 틈새 사이로 실종되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때 어린아이였던 진은 혼자서 그 아공간 속으로 빠져든 게 아니었다. 바로 그 와 같은 또래인 또하나의 어린아이...바로 로슈레인 왕국의 왕자였던 리류나드도 그 아공간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9년이란 길다면 긴 시간이 흘러...어느덧 실종되었다고 판명된 뒤, 모든 사람들의 기 억에서 그들의 존재가 희미해져 갈 즈음... 청소년의 젊은 나이에 소드마스터와 9서클 마스터라는 경이적인 존재가 되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진 안셀로자크와 리류나드 브렌 로슈레인이 9년 동안 어디서 무얼 했는 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본인들조차 모르고 있던 9년이란 시간을 다른 타인이 알 수 있을리가 없잖은가... 여기까지가 엘테미아가 아는 진과 리류나드의 짤막한 과거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엘테미아는 자신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 이가 리류나드라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환영식때에 처음으로 알게된 그는 인간이면서도 드래곤에게 굴하지 않고 정 의를 실현할 줄 아는 남자다운 남자였다. 게다가 일국을 책임져야 할 리류나드가 어째서 이 런 곳에 있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혼란스러워하는 엘테미아를 뒤로한 채...그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과 노네 임...아니, 리류나드는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상공 위에서 천천히 상대방의 기운을 주시하 고 있었다. 그때 한동안 노네임이 어떡해서 자신의 조각을 취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던 이도 크진은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인지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로 리류나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건가...?" "......." "그때 전혀 상관이 없던 네놈이 어째서 나와 같이 그 아공간속으로 들어가게 된 건지 이제 야 알 거 같군..." 이도크진의 말에 리류나드가 짙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덧붙였다. "그래...진 해븐로드라는 남자가 시조드래곤과 조우하게 될 미래와 이도크진으로 각성할 미 래, 그리고 시조드래곤을 죽여 그녀의 레디아나를 취하게 될 모든 미래를 형용할 수 없는 높은 권능으로 알아내신 '그분'의 배려였다. 그리고 그분은 또 생각했지, 어쩌면 자신이 미 리 본 미래와 네놈이 다른 길을 선택을 할 경우를 말야...그것까지 대비하여 그 공간속으로 너와 더불어 나란 존재를 밀어 넣으신 거다. 9년동안 그 공간 안에서 최대한 너와 같은 몸 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지..." 리류나드의 말에 이도크진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흥...그 공간속으로 몸을 내던진건 순전히 내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였지 네녀석이 말하 는 '그분'인지 그놈인지가 떠밀어서 빠져든 게 아니었다." "훗...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 이도크진의 말에 조소어린 미소를 짓던 리류나드는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까닥이며 다시 말 을 이었다. "네놈의 탄생과 더불어 너에게 주어져야 했을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가 엘테미아란 드래곤 에게 스며들었던 과거를 단순한 우연이라고 생각한건가? 분노로 인해 레디아나 없이 자 아를 확립할 수 있었던 것도, 네가 자기를 창조한 창조신인 라무르스를 죽여 그의 신력을 취한 것도...운명을 조작하기 위해 신의 힘을 빌어 스스로를 조각낸 것도...그리고 시조드래 곤과 오랜 세월 끝에 조우하게 된 모든 일들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해 버릴 셈인가?" "무슨...뜻이냐?" "모든 건...리듀세시리스 안테나일이라는 절대자의 이름아래, 너희들의 운명은 체스판의 말 처럼 이리저리 휘둘림을 당했다는 뜻이다." "......!!" 리류나드의 말에 이도크진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지며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 다. 하지만 이도크진은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끝없는 뒤틀림을 번복하며 오랜 시련 끝에 이제서야 안정을 찾기 시작한 자신의 운명이 모두 조작된 거라니...세상 그 어떤 존재라도 그런 말을 듣게되면 욕부터 나올 것이다. 이에 이도크진은 대단한 사실이라도 알려주는 것마냥 자신을 내려다보는 리류나드 앞에서 고개를 살짝 젓고는 냉기어린 눈을 들어 그에게 말을 건네려는 찰나, 리류나드는 고개를 젓 는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먼저 말을 꺼냈다. "한가지 이론을 설명해 주지." "......."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서 해종시계를 주웠다고 치지...그럼 그 해종시계는 우연이 만들어 진 것일까? 수만년동안 이리저리 흔들리는 파도에 의해 바위속에 있던 철분이 모여서 그 것이 다시 수만번 흔들리고 다른 암초들과 부딪히는 동안 동글동글한 모양으로 깎였다고 생각하겠나? 바닷속의 바위가 수만번 흔들림과 부딪힘을 번복하며 톱니바퀴의 모양을 형 성해 모든 게 맞물리며 태엽이 감아지고 다시 수만년동안 이리저리 흔들려서 결국 우연으로 완성된 해종시계를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서 주웠다고 생각하는가?" "......." "그건 아니겠지...그저 시계공이 설계도를 토대로 철을 깎아 만든 해종시계를 구입한 어떤 신사가 배를 타고 여행하는 도중, 우연찮게 흘려버린 것을 결국 끊임없이 밀어내는 파도로 인하여 어떤 사람이 해변가에서 그 해종시계를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게 절대적 일거다."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이도크진의 흔들리는 눈빛에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짓던 리류나드는 짧은 심호흡을 하고 끝마무리를 지었다. "결국 사소한 시계하나조차 우연으로 창조되지 못할 진데 너희들의 복잡하게 얽힌 하나하 나의 상황과 사건,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결국 현재까지 도달하게 만든 치밀한 운 명의 서막을 모두 우연이라고 치부해버릴 건가? 아니면 어떤 절대자에 의하여 지금의 운명 으로 치닫게 된 거라고 생각할텐가?" "......." 리류나드의 물음에 이도크진은 적절한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리류나드의 말이 현실을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이론이라 쳐도 도대체 무엇때문에 리듀세시리스 안테나일이라는 만물의 창조주가 자신과 시조드래곤의 운명을 이리저리 휘두른단 말인가? 이도크진은 다시금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마냥 머릿속이 혼란으로 뒤죽박죽 되기 시작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생애 전부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어버렸다면 지금 느끼고 있는 모든 감정들은 어느순간 조금의 흔적도 남김없이 사라져버릴 지도 몰랐다. "그런 건 상관없어요, 리류나드..." ".....!!" ".....!!" 그때였다. 자신의 탄생부터 지금의 모든 운명을 되짚어보게 된 이도크진과 짙은 미소를 짓고 있는 리류나드 사이로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살짝 내려앉았다. 이에 재빨리 고개를 내려 밑을 바라본 이도크진은 어느새 다가온 은발의 소녀, 엘테미아 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어느새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엘테미아를 보 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심장이 욱신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를 향해 말을 건넨 엘테미아가 두손을 가슴으로 모아 이도크진 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령 높으신 분에 의해 우리들의 운명이 조작되었을 지도 몰라요...하지만 매 순간, 어떤 것을 결정지을 때마다 저는 저의 생각대로...저의 느낌대로...저의 판단대로 선택했습니다." "......." "......." "지금의 운명이 리듀세시리스 안테나일이라는 만물의 창조주님이 만들어 주셨다면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인걸요." 이도크진은 혼란스런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상냥하고 포근한 엘테미아의 미소에 자신도 덩달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가슴에 두손을 모으고 이도크진을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그동안의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하는 것마냥 두눈을 감고 고른 숨을 내쉬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곤 선선히 불 어오는 바람에 그녀의 은발이 여서 일곱번 흔들릴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는 살짝 눈을 뜨며 말했다. "설령 모든 운명이 조작되어 지금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어도...저는 진을 만나서 너무 나도 행복해요. 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제 가슴속의 진실된 감정이죠." "......." "......." 엘테미아의 말에 이도크진은 순간 자신의 감정을 의심했다는 사실이 못마땅해졌다. 그녀 의 말대로 자신의 감정은 오직 자신만의 것이며 설령, 누군가에 의해 모든 운명이 조작 되었다 하더라도 자신은 가디언들과 시조드래곤을 만난 것을 절대로 후회치 않을 것이다. 이건 설령 만물을 창조한 창조주라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이다. "슬슬 지겨워지는군...이만 끝내도록 하지."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거대한 기운을 모으기 시작한 이도크진은 아직도 엘테미아의 곁에 서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는 자신의 결계를 흘끔 바라본 뒤, 리류나드에게 말했다. 이에 리류나드는 자신의 말을 들어먹지 않는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금방이라도 찢어버릴 듯한 눈으로 쏘아본 다음 퍼특 정신을 차리며 양손에 거대한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너는 후회할 것이다." "와라." -쿠콰콰콰콰콰콰쾅!!!- 그동안의 서두가 상당히 지루했던 모양인지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는 엄청난 기운을 남발 하며 서로 충돌했다. 이도크진의 시리디 시린 푸른빛과 리류나드의 음산한 보랏빛이 은 은한 달빛아래 서로 뒤섞여 끊임없는 폭풍을 자아내고 있었다. "새벽이 가고 이 땅에 동이 틀 때쯤...너를 데려가기 위한...혹은 너란 존재를 말살시키기 위한 우리들의 세력이 나타날 거다." "........" "큭...지금의 상태로 보아 분명 '말살' 쪽이겠지만..." 리류나드의 말을 덤덤이 받아들이며 한쪽으로 흘려버리던 이도크진은 자신의 거대한 마나를 방출하며 리류나드를 엘테미아로부터 계속 밀어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간격을 벌려놨을 때, 이도크진의 주위에서 은은하게 반짝이던 가디언들의 푸른기류가 순간 사방으로 격렬하 게 비산하며 이도크진의 오른 손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손에 거대한 기운을 운용하기 시작하자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린 리 류나드도 자신의 오른손에 거대한 기운을 응집시키며 천천히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고오오오오오- -고오오오오오- 이도크진의 시린빛을 퍼트리는 푸른기류와 리류나드의 음산함을 퍼트리는 보랏빛 기류가 각 각의 오른손에서 거세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서로의 거대한 기운이 간접적으로 맞닥뜨 리자 공간의 일그러짐이 눈으로 확연히 드러날 정도였다. -츠파파파파팟!!!- 그때 서로의 오른손에서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던 거대한 기운으로부터 마치, 우주로 향하기 위해 첫발을 내딛는 로켓의 추진제처럼 눈부신 불꽃을 뒤로 뿜어냈다. 이에 엄청난 기운과 거대한 가속력을 얻은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는 오른손에서 얻은 추진력 으로 동시에 자신의 몸을 한바퀴 돌렸다. 거대한 추진력을 얻기위해 섬광같은 불꽃을 끊임 없이 뒤로 내뿜어대며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고 있던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는 서로 긴 섬광의 꼬리를 남기며 순식간에 얻은 가속력으로 서로가 서로를 다시 마주보게 되었을 때 동시 에 주먹을 내질렀다. -쿠카카카카카캉!!!!!- 거대한 기운이 순식간에 맞닥뜨리자 고막을 할퀴는 커다란 파공음과 함께 대폭발이 일어났 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눈부신 섬광을 사방으로 쏘아대며 거대한 기운의 충돌속에 갇혀버린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는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서로의 주먹을 맞닥뜨리자마자 서로의 충격에 의해 뒤로 떠밀려난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는 폭발을 뚫고 길다란 잿빛 연기를 남기며 땅바닥에 추락했다. -촤라라락~!!- 서로가 같은 기술을 쓰고 같은 파워로 동시에 밀려난 채, 땅바닥에 추락한 이도크진과 리류 나드는 오른쪽 입가에 한줄기의 선혈을 머금고 천천히 일어섰다. "오랜만이군...이 기술..." 리류나드는 감회가 새롭다는 듯 젖어있는 목소리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허나 이 둘에겐 옛 일에 대한 감상에 젖어있을 겨를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의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다 시 달려들었다. "어째서 너같은 녀석을 '그분' 께선 자신의 나이트로 삼으려는지 이해할 수 없군." 서로에게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들면서 외치는 리류나드의 말에 이도크진이 짧게 답했다. "원한 적 없다." -파카캉!!- 거대한 기운을 지닌 존재들답게 한번의 공격이 산을 부수고 바다를 범람하며 주위를 완전한 폐허로 만들어 놓는 싸움은 서로의 취향이 아닌 듯 권을 지르고 손을 올려 가드를 펼치며 육탄공격에 돌입했다. 눈에 비치지도 않는 스피드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서로를 향해 기술을 남발할 때마다 그들 사이에서 타격으로 인한 번쩍거림과 동시에 선혈이 툭툭 튀어나왔다. "크큭...그래...어차피 B.T.W 친구들을 기다릴 필요도 없어. 여기서 네놈과 시조드래곤을 죽 여버린 후, 그녀의 레디아나를 이 몸이 갖게 된다면...네놈 대신 내가 '그분'의 나이트가 되 는 거다...크큭..." "......." 그때였다. 한동안 서로가 서로의 주먹을 피하고 막아내며 육탄공격을 감행하고 있을 때, 갑 자기 간격을 벌린 리류나드가 다시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내뱉기 시작하며 오른 손을 펼 쳐들었다. "∴€Жㆀβ χΨΠ ŒĦ ßЭЖ" 이도크진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스펠을 외어대는 리류나드를 보며 그가 누구의 힘을 빌어 마법을 영창하고 있는 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바로 리류나드가 말하는 창조 주의 그림자에서 잉태된 또다른 그녀...통칭 '그분' 이라는 자의 힘을 빌어 사용하고 있는 것 이었다. 자신으로부터 간격을 급격하게 벌리고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한 리류나드를 저지하기 위해 이도크진은 섬광과도 견줄 스피드로 땅을 박차며 그를 향해 쇄도했다. 땅이 움푹 패이고 그 여파로 인해 얼음가루들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이도크진이 그를 향해 쇄도할 즘엔 리류나드의 주문은 이미 완성돼 있었다. "가라!!" 리류나드의 외침이 들려오자마자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왔다. 어두운 새벽에 검은 구름이 은은한 달빛마저 차단해버리자 온 설녀의 땅을 음침한 암흑으로 물들였다. 허나 시야가 안보이다고 해서 이도크진과 리류나드에겐 별다른 영향을 주진 못한 다. 이에 이도크진이 자신의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를 향해 다시 쇄도할 즈음... "ßЭЖ!!!" "......?!" 리류나드가 다시금 알수 없는 언어를 외치며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고 그 끝을 저만치 떨어 져 있는 엘테미아에게로 향하자 엘테미아의 바로 머리위에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점이 생성됐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이 채 지나지도 않았을 때 엘테미아의 머리위로 생성된 붉은 점에서 거대한 빛의 반응이 일어났다. 갑작스레 리류나드에 의해 타겟이 되어버린 엘테미아는 당황해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 다. 은은하게 반짝이던 달빛을 차단시켜버린 검은 구름을 뚫고 엘테미아에게로...정확히는 엘테 미아의 머리 위에 있는 붉은 점에게로 떨어지는 거대한 섬광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검은 구름을 가르고 엘테미아의 머리위로 떨어지고 있는 섬광은 아직 지면과 충돌하지도 않았건만 다른 누구의 간섭을 절대 허용치 않겠다는 듯 무시무시한 풍압을 일으키고 있었 다. 이에 리류나드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감상하는 것마냥 편한 자세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하늘에서 떨어지는 무시무시한 섬광 못지 않을 정도로 재빠른 무언가가 리류나드를 지나쳐 엘테미아에게로 쏘아져나갔다. 엘테미아에게 무섭도록 쏘아져 나간 하얀 그림자...바로 이도크진은 아직도 자신이 친 결계 가 그녀의 곁에서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작은 충격조차 견딜 수 없을 정 도로 약해져 있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천공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섬광을 향해 땅을 박차올라 하늘로 뛰어오른 다음, 머리위로 두손을 펼쳐들어 최대한 엘테미아에게 충격이 전 해지지 않도록 광범위 쉴드를 전개했다. "진!!" 어느새 자신위에 떠있는 이도크진의 모습이 보이자 엘테미아가 처연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 을 외쳤다. 허나 그들에겐 그리 많은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붉은 점을 향해 쇄도하던 새 하얀 섬광은 어느새 이도크진이 전개한 광범위 실드와 거대한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했던 것 이다. -쿠콰콰콰콰콰콰쾅!!!- 리류나드가 쏘아낸 섬광과 이도크진이 전개한 실드가 맞부딪히자 이도크진은 자신을 옭아 매는 엄청난 중압감에 두팔을 부들부들 떨며 악을 지르고 있었고,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기 류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하자 설녀의 땅을 울리는 커다란 폭음이 사방으로 진동했다. "ЧФЫⁿ ŋЖДŒ ζχμΞ ∴€Жㆀβ Ωⅲㅿ‡∬ŒζŋЖД ФΞ∴∴‡∬Œ ☆∞τΦλЪШП ЗŋĸŦÆĦ ΦλЪЗŋĸ ДŒ ЖŋЖζχμ ФЫ‡∬Œζŋ∴‡ЪШ" 사방을 신랄하게 할퀴고 있는 거대한 풍압에도 아랑곳없던 리류나드는 천천히 두 손에 수 인을 맺고 오랫동안 마법영창을 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나부끼는 리류나드의 머리칼 사이로 서슬퍼런 안광이 스쳐지나가자 수인이 맺혀 있던 그의 손에서 기이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부 깨알같은 글씨로 기하학적인 도형을 맺고 있던 마법진에서 붉은 빛이 아닌 보랏빛으로 일렁이는 불꽃이 치솟아 오르자 하나의 검을 토해냈다. 보기만해도 온몸에 엄습하는 공포로 인해 벌벌 떨 만큼 섬뜩한 보랏빛 검신을 지닌 롱소드 를 손에 잡은 리류나드는 아직까지도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하얀 섬광을 막느라 무방비 상태인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곤 조금의 시간도 지체하기 싫은 건지 움푹 패일만큼 땅을 박차고 검 끝을 바로 세운 채, 이도크진에게로 쏘아져나갔다. "이것도 막아보시지 그래!!!" ".....!?" 아직까지도 엘테미아를 향해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섬광을 막고 있던 이도크진은 자신을 향 해 쇄도하는 리류나드의 모습을 보자 흠칫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쉴드를 해제하고 팔을 거두 려 했다. 하지만...자신의 밑에는 깊은 상처를 입은 엘테미아가 있었다. 지금 자신이 여기서 가드를 그만 둔다면 밑의 엘테미아는 하얀 섬광의 충격파로 인해 잘못될 수도 있었다. "진!! 그만 두고 어서 피하란 말야!!" 엘테미아 또한 이도크진에게 달려들고 있는 리류나드의 모습을 보자 흠칫하고 놀라며 아 픈 배를 부여잡고 소리쳤다. -푸욱!!- "......." "......." "......." 엘테미아의 처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머리 위에선 오싹할 정도로 붉은 피가 하염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위에서 흘러내리는 피의 비를 멍하니 맞고 있던 엘테미 아는 리류나드가 쥐고있던 검으로 이도크진의 가슴을 관통해버린 모습을 보며 미친 듯이 가 슴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진...진!....지인!!!!!" 리류나드의 검이 이도크진의 가슴을 관통하자마자 검은 구름을 뚫고 엘테미아에게로 쏘아져 내리던 하얀 섬광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계속해서 진이란 이름을 외쳐대는 엘테미아의 목소리가 무척 기분이 좋은 건지 이도크진 의 가슴에 자신의 검을 박아버린 리류나드는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이도크진에게 말했다. "천하의 이도크진이 한낮 여자 하나 때문에 이렇게 무너지다니...지나간 세월이 모두 허상 처럼 느껴지는 군...크큭..." 이도크진은 자신의 몸을 너무나도 쉽게 관통해버린 리류나드의 검을 보며 얼굴을 살짝 일그 러뜨리곤 냉기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만 떨어져라...!!" -퍼억!!- 자신의 바로 눈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리류나드의 면상을 자유로워진 주먹으로 힘껏 내리친 이도크진은 리류나드가 떨어져나가며 가슴에 박혀있던 검도 떨어져 나가자 흘러내리는 피를 부여잡고 땅으로 착지했다. -턱...- "진...괘,괜찮아...?" 엘테미아가 금방이라도 혼절할 거 같은 새파래진 얼굴로 이도크진에게 물어왔다. 이에 이도 크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별 문제없다는 듯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 다. "내 안엔 그 녀석들이 함께 있다. 이정도론 문제없어." "하,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라...조금만 더..." "......." 지친 기색 하나없이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말하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는 더이상 어떤 말도 건넬 수가 없었다. 하다못해 그에게 조금이라도 회복마법을 걸어줄 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지금의 엘테미아에겐 의식의 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 한 일이었다. 이도크진의 등은 대각선으로 짧게 그어진 붉은 상처 자국과 흘러내리는 피로 뒤범벅이 되 어 있었다. 왠지 지금도 힘들어 보이는 이도크진의 뒷모습을 보며 엘테미아가 할 수 있 는 일은 하염없이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애써 참는 것뿐이었다. "치사하군요...리류나드...어째서 이렇게 변하셨나요..." "치사?" 이도크진에게 한방 맞은 리류나드는 입가에 흘러내리는 한줄기의 선혈을 손등으로 대충 닦 아낸 뒤, 다시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크큭...이도크진과 내가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있었더라도 이도크진은 아무런 거리낌없이 나 와 같은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 리류나드의 말에 이도크진은 긍정도...그렇다고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걸음을 옮겨 그 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그리곤 천천히 오른손을 펼쳐 어딘가에 흘려져있을 흑빛 검, 다크 니스를 소환해냈다. 이도크진의 오른손에 소환된 다크니스를 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던 리류나드는 더더욱 짙 은 미소를 짓고 검을 바로 세우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어서 빨리 네놈의 심장을 도려내어 그 질긴 생명을 죽음으로 덮어주고 싶구나...크큭..." "......." "그리고 너를 없앤 나는 본토로 돌아가 당당히 '그분'을 지키는 나이트가 되는 거다. 크큭... 크하하하!!" 이전의 성격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광기에 젖어있는 리류나드를 보며 이도크진 은 조용히 자신의 미간을 찌푸렸다. 점점 빠져나가는 피와 더불어 오른손에선 경련이 일어 나기 시작했다. 이도크진은 자신과 맞먹을 정도로 강한 상대 앞에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주먹을 들고 검을 든 적이 없었다. 강한 상대앞에서 허점을 보이지는 말을 지언정 누군가를 지키면서 싸우는 비효율적인 행동은 늘 최악이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저기서 주저앉아있는 은발의 소녀를 지키기 위해 주먹을 들고 검 을 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피를 흘리고 상처를 입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고통을 동반하지 않았다. 나를 버리고...남을 위해 피를 흘릴 용기만 있다면 누군가를 지켜야한다는 강박관 념이 스스로를 지탱하고 끝까지 싸우게 만든다...설령...지금의 목숨이 한줌의 재가되어 사 라진다 해도 전혀 아쉬워하거나 억울해하지 않는다. 다만 뼈에 사무치도록 누군가를 걱정 하며 죽는 것뿐이다. 지금의 이도크진에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위해서...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이도크진은 떨리는 오른손에 힘을 주어 다크니스를 움켜쥐고 천천히 걷던 걸음에 쾌속을 더하여 리류나드에게로 쏘아져나갔다. -카카캉!!- 둘의 어두운 검날이 공기를 가르며 서로를 향해 맞부딪히자 서슬퍼런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들의 검이 서로를 할퀴려 달려들고 서로의 육신을 짓이기기 위해 쇄도할 때마다 번번 히 상대방의 검에 의해 가로막히며, 강철을 때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섬뜩한 검광이 이도크 진과 리류나드의 일그러진 얼굴들을 찰나의 시간동안 비추고 있었다. "ŋЖДŒ!!" 그때였다. 연신 자신의 사각을 향해 쇄도하는 이도크진의 검을 막아내고 있던 리류나드는 자유로운 왼손을 들어 짧은 스펠을 외우고 난 뒤, 엘테미아를 향해 불꽃을 내뿜었다. "어딜!!" -파아악!!- 허나 리류나드가 엘테미아에게로 쏘아낸 지옥의 화염은 어느새 이도크진이 막아내고 있었 다. 자신이 쏘아낸 불길을 이도크진이 막아내는 순간 생기는 허점을 리류나드가 멍하니 구 경만 할 위인은 아니었다. -서걱!- 살이 갈리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다시금 이도크진의 복부에 길다란 검상이 생겼다. 그러자 또다시 땅바닥에 한움큼의 피를 쏟아낸 이도크진은 파리해진 얼굴로 리류나드를 죽일 듯이 바라보며 검을 고쳐잡았다. 리류나드의 검과 이도크진의 검은 수많은 금이 가 있었다. 신의 능력을 취하여 억겁의 세월동안 살아온 이도크진의 육신을 두부 자르듯 잘라내던 리류나드의 검도...그리고 억겁의 세월동안 오직 상대방을 도륙내기 위해 존재했던 이도크진의 검도 지금의 충격을 끝으로 서 로의 검이 부러질 것을 의심치 않았다. -파카카카캉!!- 서로의 사각을 향해 검을 휘둘렀던 이도크진과 리류나드의 검은 동시에 수백개의 조각으로 나뉘며 검으로서의 운명을 끝마쳤다. 달빛에 비춰 음산하게 반짝이는 보랏빛 검조각과 흑빛 검조각의 사이를 쇄도하기 시작한 리류나드는 전혀 지쳐있지 않은 몸으로 오른팔을 뻗어 이도크진의 목을 움켜쥐고 천천히 그를 들어올렸다. -콰악!- "크윽...!!" "£∋ζβ ΞŒ!" 이도크진의 목을 움켜잡은 채 빠르게 스펠을 외워댄 리류나드는 순간 승리의 미소를 굳히 며 이도크진을 붙든 채로 몸을 한바퀴 돌렸다. 이도크진을 붙들고 몸을 한바퀴 돌리며 얻은 원심력으로 리류나드는 이도크진을 강한 힘으로 허공에다 내던진 뒤, 좀 전에 준비해 두었 던 마법들을 한꺼번에 방출하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파팡!!!!!- 무방비상태로 허공에 떠있는 이도크진에게 무차별 마법공격이 가해졌다. 리류나드의 왼 손바닥에 생성된 일렁이는 아공간에서 녹색의 광구가 끊임없이 튀어나와 이도크진의 전신을 강타하고 있었다. 한번 터질 때만해도 작았던 폭발들은 불과 몇초만에 쏟아진 수천의 녹색 광구에 의해 폭발 이 폭발을 더하며 그 배가 또다시 배가 되고 결국 어두웠던 설녀의 땅을 일시적으로 환하게 밝히기까지 했다. -투타타타타타타!!!- "지이인!!!!" 엘테미아가 외치는 처절한 비명은 어느덧 슬픈 메아리가 되어 설녀의 땅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대낮처럼 주위가 환해지자 엘테미아를 짓누르던 불안감은 빛이 존 재함으로서 더욱 짙어지는 그림자처럼 무거워져만 갔다. "크하하하하...겨우 자기의 드래곤 하트에서 파생된 몇몇의 가디언들만 흡수한 걸 갖고 나에 게 대들려 하다니...크크큭...크하하하...네가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정녕 몰랐구나 이도크진... 크크큭..." "........." 뭐가 그리 좋은지 배까지 움켜쥐며 웃고 있는 리류나드를 보며 엘테미아는 흘러나오는 눈물 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리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수없이 터진 폭발들 때문에 자욱한 연기가 구름을 이루고 있는 정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엘테미아의 아픔을 달래듯 선선히 불어오던 바람에 의해 자욱한 연기가 점차 옅어지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분'의 권능 중 일부를 물려받았다. 네가 아무리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빙룡족의 로 드라 해도 너의 남은 조각까지 취한 나를 이길순 없었다. 크크큭..." "......." 엘테미아는 광기에 젖어있는 리류나드를 보며 그를 동정했다. 아니...너무나도 불행한 자신 을 잊기 위해 애써 남을 동정하려는 건지도 몰랐다. 리류나드는 인간으로서 거대한 힘을 '그분'이란 자에게 물려받았을 지언정...그를 냉철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강한 마음까지는 물려받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점점 태초의 자신을 잃어가 스스로 광기에 젖어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게 무슨 상관이리...엘테미아는 미련없이 고개를 돌려 점점 옅어지는 자욱한 연기를 바라보았다. 진이 죽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주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이도크진은 반드시 살아있 을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주저앉아있던 자리에서 배를 움켜잡고 천천히 일어서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힘겨운 걸음걸이로 겨우 자욱한 연기 앞에 도착한 엘테미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눈에 힘을 주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진...괜찮아?" 엘테미아의 메아리가 공허하게 울려퍼졌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더큰 목소리로 외쳤다. "진...윽!!"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자연적으로 복부에 힘이 들어간다. 이때문에 복부에 엄청난 고통을 느낀 엘테미아는 덜덜 떨리던 다리가 결국 무너지며 또다시 땅바닥에 주저 앉았 다. 땅바닥에 주저앉은 엘테미아는 끝내 고개를 숙이고 구슬픈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다. -툭...툭...- 차가운 설녀의 땅에 엘테미아의 눈물이 한방울...두방울 떨어졌다. 격하게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꾹꾹 억누르며 가늘게 떨고 있던 엘테미아는 자신의 뒤쪽으로 발걸음 소리가 들 려오자 눈물로 촉촉하게 젖은 얼굴을 들어 힘겨운 동작으로 뒤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너에게 남을 걱정할 여유가 있던가? 시조드래곤이여...크큭..." "......." 엘테미아는 광기에 젖어있는 검은 눈동자를 드리우고 자신의 지척까지 다가온 리류나드를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ŊĦψ ΦЖ" "........" 자신의 심장을 향해 오른 팔을 겨누고 스펠을 외워대고 있는 리류나드의 모습이 엘테미 아의 두 눈동자에 깊이 각인되었다. "'그분'의 나이트가 될 이몸에게 심장을 바치는 걸 영광으로 알고 가거라." "......." 리류나드의 말에 엘테미아는 동정어린 미소와 함께 서글픈 얼굴로 고갤 숙였다. 엘테미아가 아무런 미동도 없이 포기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자 리류나드는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에 하얀 이까지 드러내며 웃었다. "이젠 끝이다." 리류나드의 짤막한 대사와 함께 그의 손에서 일렁이던 보랏빛 기운이 가공할만한 스피드로 모든 걸 포기한 엘테미아에게 쇄도했다. -파앙!!!- "뭣이?!" 그때였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고개를 떨구고 모든걸 포기한 줄로만 알었던 엘테미아는 리류나드가 자신을 향해 마나덩어리를 쏘아내자마자 혼신의 힘을 다해 옆으로 몸을 굴렸다. "흐으윽..." 격렬한 움직임에 엘테미아는 속이 뒤집히는 느낌을 만끽해야 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자신의 레디아나는 리류나드같은 인물에게 주어져선 안된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어딘가에 쓰러져있을 이도크진에게 주어야 한다. 쇠약해진 그가 자신의 레디아나를 받고 다시 일어서야만 한다. 그리고나서...지금의 상황을 딛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야 한다... -다다다다다- "하아...하아...하아...하아!!!" 현실에 대한 슬픔과 사무치도록 밀려오는 고통으로 인해 엘테미아는 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 굴을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연기 속으로 무작정 달리기만 했다. 이도크진이 자기의 옷을 찢고 급히 응급처치했던 복부에서 다시금 붉은 피가 하염없이 흘러 내리고 있었지만 엘테미아는 달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디 있는거야...진!!! 하아...하아아!!!" 거의 울먹이듯 소리치던 엘테미아는 점차 시야가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몸의 모든 기운이 하나도 남김없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달리는 일을 멈출 순 없 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도크진을 발견하여 자신의 레디아나를 넘겨줘야 했기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연기속에서 그 동안 어떻게 달려왔는지 모를 엘테미아는 슬슬 정신 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녀의 희고 곱던 얼굴은 어느새 시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핏기가 싹 가신 얼굴이었다. 새파래 진 얼굴로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끊임없이 달리던 엘테미아는 결국 이도크진을 찾지 못하 고 그자리에 엉거주춤 멈춰섰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자신의 거친 숨소리가 귀에서 왱왱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점차 사물에 대한 현실감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모든 것을 보고 느끼는 감각들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터벅...터벅...- 하지만 엘테미아는 멈춰섰던 걸음을 끝내 앞으로 내딛었다. 이제는 흘러내릴 눈물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엘테미아는 소망했다. 이제껏 불행한 삶만 영위해온 이도크진을 여기서 마무리짓게 하지 말 아 달라고... "그때...말했...지...나는 지금까지 행복한... 일들을 잔뜩... 겪었다고...말야..." 자신조차 들을 수 있을까 말까한 작은 목소리를 내뱉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초점을 잃은 두 눈동자를 멍하니 들어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이제 내겐 다음이란...필요 없는 거 같아...하지만...진은 아니잖아...이제껏... 불행했던 만큼...행복해야 하잖아...그러니까....지금...내게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걸음걸이로 걷고 있던 엘테미아가 결국 퇴색해버린 두 눈동자에 빛을 잃으며 땅바닥에 쓰려졌다. "와...줘..." -털썩...- 천천히 짙은 속눈썹을 떨며 항상 황금빛으로 반짝이던 두 눈동자가 아닌, 퇴색해버린 눈동 자를 감추며...끝내 한마디를 떨궈냈다. 그때였다. 힘없이 감기려던 엘테미아의 눈이 다시금 힘겹게 떠졌다. -터벅터벅- 자신을 향해 들려오는 발걸음...지칠대로 지친 몸을 포근하게 감싸줄 것만 같은 분위기는 틀 림없이 이도크진일 것이다. 점차 가까이 들려오는 발걸음에 엘테미아는 다시금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엘테미아는 흐릿해진 시야탓에 두 눈을 살짝 찡그리며 자신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인영을 바라보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선 엘테미아는 다시 앞을 향해 걷기 시작하려했다. 하지 만 결국 한걸음도 못가 다시 몸을 갸우뚱거리며 뒤로 쓰러져버렸다. -스윽...- 하지만...자신이 예상했던 대로 이번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며 자신을 받쳐주었고, 이에 엘테미아는 희미한 미소를 드리우며 뿌연 시야 앞으로 비춰지는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진...얼마나...피를 흘린 거야...머리...부터 온통 빨갛잖아..." "........" "진도 많이 힘들지...이게 다 나 때문이잖아...그러니...더이상...나같은 건 신경쓰지 말아..." "........" 힘겹게 말을 내뱉던 엘테미아는 웃었다. 자신의 뺨에 느껴지는 보드라운 그의 손길에 환 한 미소를 드리우며 웃었다. 그리곤 다시 입술을 열어 그에게 말을 건넸다. "됐어...이거면 마지막 선물로는 최고야...헤헷...자...옛날 옛날에 주지 못한...나의 심장을... 지금...줄게." "그럴 필요 없어요, 엘테미아..." "...에...?" 마지막 목적을 달성한 엘테미아가 편한 맘으로 모든 신경을 차단하고 마지막을 준비하려 할 즈음...자신을 죽음으로 인도할 수 없게 만드는 의문탓에 끊어질 듯 희미해져 가는 의식 을 잃을 수 없었다. 진이 이런 목소리였던가? 진이 이런 부드러운 말투를 썼던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뿌연 공간밖에 보이지 않는 자신의 두눈을 살짝 찡그리던 엘테미아 는 순간 피범벅이 된 이도크진의 등뒤에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무언가가 드리워지자 깜짝 놀랐다. "설마...당신은..." 엘테미아가 격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를 토해내자 엘테미아를 조용히 쓰다듬고 있던 사내는 다시 부드러운 중성의 목소리를 내뱉으며 그녀의 복부에 손을 갖다 대었다. "이젠 조금 쉬어요, 엘테미아..." "아...당신은...미..." 까칠해진 피부를 다시금 적셔주는 눈물이 엘테미아의 눈에서 흘러내렸다. 그리곤 복부에서 느껴지는 감미로운 기운에 편히 눈을 감았다. "이로서 당신은 제게 빚을 진 셈이로군요." "......." 이도크진은 상처없이 말끔해진 몸으로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붉은 머리칼의 사내... 아니, 천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짧게 말했다. "그렇군..." 이도크진은 어째서 그가 이곳에 있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은 들지 않았다. 처음의 만남 처럼...그리고 그 후의 만남에서 느낄 수 있었듯, 그가 자신과 엘테미아의 곁에 다가오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돌려 다시금 혈색이 돌기 시작 한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있는 황금빛 날개의 천사...바로 천계의 대천사장인 미카엘은 자신이 두르고 있던 적갈색의 고급 망토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엘테미아를 눕혔다. 그의 망토위에 눕혀진 엘테미에게 다가간 이도크진은 살짝 무릎을 꿇고 그녀의 이마를 조심스레 쓸어 내렸다. 그리고 좀 전에 일어났던 일을 회상했다. 조금 전...자신이 리류나드에 의해 공중에서 수없이 쏟아지는 녹색 광구를 맞으며 정신이 아 득히 멀어져 갈 때였다. 전에 생각했듯 누군가를 위해 피를 흘리고 상처를 입는다는 건 생각보다 큰 고통을 동반하 지 않았다. 나를 버리고...남을 위해 피를 흘릴 용기만 있다면 누군가를 지켜야한다는 강박 관념이 스스로를 지탱하고 끝까지 싸우게 만든다...설령...지금 목숨이 한줌의 재가되어 사 라진다 해도 전혀 아쉬워하거나 억울해하지 않는다. 다만 뼈에 사무치도록 누군가를 걱정 하며 죽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리류나드의 엄청난 공격에 정신이 아득해져 의식의 끈을 놓치려는 찰나...어디선가 희미하 게 엘테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전신을 난타당해 꼼짝도 할 수 없을것만 같았 던 자신의 몸은 놀랍게도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미친듯이 뿌연 안개 속을 헤치며 아픈 몸을 이끌고 달리고 있을 엘테미아를 찾고 있을 때 뜻밖에도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건 금발의 머리에서 어느새 붉은 머리로 변한 미카엘이었 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느낌에 이도크진은 그를 보며 어째서 그가 이곳에 있는지 물을 생 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치유의 빛을 묵묵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역시 신을 받드는 대천사장답게 그의 치유력은 탁월했다. 조금의 시간도 지체할 수 없었기 에 자신은 그의 치유를 받자마자 뿌연 안개 속에서 엘테미아의 끊어질 듯 미약한 기운이 느 껴지는 곳으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그리곤 마침내 그녀를 찾아냈다. 얼마나 달렸는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신에게 심장을 건 네 주겠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며 이도크진은 얼어붙은 심장이 격하게 떨려옴을 느낄 수 있 었다. 남을 위해 자신의 몸을 버리려 하는 자들은 그 행동에 감동해 또다른 누군가가 그를 지켜주려 한다. 이도크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알면 알수록 죽을 때까지 지켜주고 싶 었다. 천년의 삶을 살아도...만년의 삶을 살아도...시간조차 무의미한 억겁의 세월이란 삶을 살아도 이도크진은 다시는 엘테미아같은 여자를 만날 수 없다고 확신했다. 이로서 자신을 움직이는 리류나드에 대한 분노가 점점 목구멍 밖으로 치밀어 올랐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나타난다던가? 그때 문득 엘테미아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이도크진에 게로 리류나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오...죽지 않고 살아있었군...크큭..." "네놈..." 순간 이도크진의 섬뜩한 살기가 리류나드에게 쏟아졌다. 이도크진의 살기를 덤덤이 받아 넘기던 리류나드는 그의 곁에 있는 붉은 머리의 중성적인 사내를 보며 동그랗게 눈을 뜨고 감탄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호오...천계의 대천사장께서 이 곳엔 무슨 일이신가?" 리류나드의 목소리에 미카엘이 짐짓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이에 다시금 광기어린 목소리를 내뱉기 시작한 리류나드는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크크큭...외관만 멀쩡해진 얼음 드래곤과...반쪽짜리 천사가 무엇을 할 수 있다고 내 앞에서 그렇게 뻔뻔한 살기를 드리우는 거냐?" "......." 반쪽짜리 천사라고 말하는 리류나드를 보며 미카엘이 아미를 찌푸린 채, 얼굴을 굳혔다. "으음..." "......!!" "......!!" 그때였다. 미카엘이 시전한 치유의 빛으로 완전히 몸을 회복한 엘테미아의 입술에서 얕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러자 이도크진과 미카엘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망토 위에 누워있는 엘테미아를 쳐다보았 다. 짙고 풍부한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세상밖으로 황홀하게 반짝이는 황금빛 눈동 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두세번 눈을 깜빡이고 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 를 두리번거렸다.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자신의 시야에 이도크진과 미카엘이 보이고 있었다. 이에 반쯤 멍한 얼굴로 미카엘을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안색을 굳히고 그에게 물었다. "미,미카엘이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건가요?" "......." 엘테미아의 물음에 미카엘은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완 전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그에게 소리쳤다. "신을 보좌하는 천계의 대천사장인 당신이 이 싸움에 끼어들다뇨!! 창조주님의 엄명을 모르 는건 아니잖아요!? 이 싸움엔 드래곤 일족 이외엔 일체의 개입을 허락치 않는다고..." 자신을 추궁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짓던 미카엘은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려 이도 크진을 바라본 뒤 말을 건넸다. "저는 잔혹할 정도로 차갑고 매사에 너무나도 딱딱한 신념을 이어나가는 당신이 마음에 들 진 않습니다만...이번만은 힘을 빌려드리도록 하죠." 미카엘의 말에 이도크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자기의 감정하나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언제나 남을 배려할 줄만 아는 멍청한 네 놈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이번만은 힘을 빌려 받도록 하지." "......." 무표정으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던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동시에 피식하는 웃음을 지 으며 돌연, 살벌해진 안광으로 리류나드를 쏘아보며 뛰쳐나갔다. "미,미카엘!! 진!!!" 뒤에서 처절한 엘테미아의 음성이 그 둘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고 있었지만 그들은 리류 나드에게 쇄도함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어두운 암흑으로 물들었던 하늘이 첨차 푸른빛으로 뒤바뀌며 동이 터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엘테미아의 말대로 미카엘은 자신이 섬기던 창조주의 엄명을 어겼다. 이로 인해 그 어떤 문 책을 받는대도...설령 존재자체가 사라져버린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신벌의 창." 리류나드에게로 쇄도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카엘은 신벌의 창을 소환해보았다. 신벌의 창은 미카엘에게 소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 싸움에서 드래곤 일족 이외에 어 떠한 개입도 허락치 않겠다는 창조주의 엄명을 어기고 그는 이 자리에 서있다. 그러므로 창 조주의 권능이 깃든 신벌의 창이 미카엘의 손에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너무나도 컸다. -화르르르륵!!- 허나...미카엘의 손엔 어느새 시뻘건 화염을 이글대고 있는 길다란 창이 위용스런 자태와 함께 그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이에 리류나드를 향해 달려가면서 짙은 미소를 머금기 시작한 미카엘은 함께 달리던 이도 크진을 제치고 먼저 선공에 들어갔다. -슈우우욱!!- 닿기만해도 모든 걸 불태워버릴 듯한 미카엘의 창이 길다란 궤적을 그리며 리류나드에게로 쇄도했다. 이에 리류나드는 재빨리 스펠을 외워 반투명한 원반을 생성해 그대로 신벌의 창 을 가로막았다. -푸화아아아악!!- 미카엘이 휘두른 신벌의 창이 리류나드의 쉴드와 맞부딪히자 그들의 주위로 반경 2,30미터 정도가 순식간에 불길로 휩싸였다. 생각보다 엄청난 고열에 리류나드는 얼굴을 일그러뜨릴 대로 일그러뜨리곤 쉴드를 해제함과 동시에 재빨리 워프를 감행했다. 순간적인 워프를 감행하기 위해선 초 단거리밖에 가능하지 않았던 리류나드는 한순간에 작 렬하는 신벌의 창의 공격범위에서 겨우 물러설 수 있었다. "크큭...생각보다...컥!!" 미카엘의 공격을 피해냈다는 생각에 진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던 리류나드는 순간 자신의 복부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신음을 토하고 수십미터 밖으로 밀려나갔다. 새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며 자신이 예측한 곳으로 워프한 리류나드의 복부에 강력한 킥을 먹인 이도크진은 0.01초의 시간조차 단축하고 싶은 건지 그대로 쏘아져나가 리류나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에 의해 하염없이 뒤로 떨어지던 리류나드가 지면에 발을 붙이기도 전에 따라잡은 이도크진은 상체를 수그리며 그의 밑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재빨리 두손으로 지면을 받 치고 수그렸던 몸을 쭉 피며 그대로 리류나드의 등에 다시한번 강력한 킥을 먹였다. "크아악!!" 등이 활처럼 굽어진 채, 드높은 상공으로 치솟고 있는 리류나드를 보며 이도크진은 두손에 마나를 가공한 다음 짧게 외쳤다. "블리쟈드." 이도크진의 외침이 짧게 들려오자마자 그의 주위로 강력한 기운이 리류나드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날카로운 수천개의 얼음조각들이 모든 사물을 삼켜버릴 만큼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 며 리류나드를 이리저리 할퀴고 있었다. "크아아아악!!!" 수천, 수억의 날카로운 얼음조각들이 미친듯이 날뛰고 있는 얼음폭풍 안으로 빨려들어간 리류나드는 두 팔로 얼굴을 감싸쥐며 피를 토하는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곤 다시금 단거 리 워프를 감행하며 겨우 얼음폭풍 안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슈슈슉!- "하악...하악...하악..." 겨우 지면에 발을 붙힌 리류나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붉은 핏방울을 떨궈내고 있었다. 그리곤 애써 강직한 미소를 짓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흥...이도크진의 조각이 완벽한 융합을 끝마칠 때까지 쓰지 않으려 했거늘...크크큭..." "......!!" 멀리서 리류나드가 중얼거리는 소릴 듣고 있던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두 눈을 부릅뜨고 리류나드에게 달려들었다. 리류나드가 취한 이도크진의 조각은 순수한 힘으로 비교해 볼 때 현재의 이도크진이 두명이나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 다. -투투투투투투!!- 얼음조각으로 이뤄진 거대한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리류나드를 향해 쇄도하고 있던 이도 크진과 미카엘은 동시에 땅을 박차올라 서로의 기운을 머금은 주먹과 창을 그에게 겨누 었다. 자신을 향해 쇄도하고 있는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은 리류나드 는 다시금 단거리 워프로 적당한 거리를 벌린 다음 두 팔을 머리위로 든 채 스펠을 외워 대기 시작했다. " ЧФЫⁿ ŋЖ∴€Жㆀβ ΩŋЖД ФΞ∴∴‡П ЗŋĸŦÆ ĦД Œ ζχμΞ ΦλЪЗŋĸ ДŒ ЖŋЖ ζχ‡ЪШ" "......!!" "......!!" 설녀의 땅에 동이 터오른다.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을 등지며 머리위로 들어올린 리류나드의 두 팔에는 각각 하얀 기류와 푸른 기류가 넘실대고 있었다. 천천히 소용돌이치던 하얀 기류와 푸른 기류는 이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얽히고 섥히며 융합되기 시작했다. 맹렬하게 회전하며 두 기류가 융합을 시작한지 채 수초가 지나기도 전에 자신의 지척까지 당도한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보며 리류나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올린 두 팔을 아래로 힘껏 휘둘렀다. "사라져라!!!!!" -고오오오오오오...- ".....!!" ".....!!" 무시무시한 풍압을 일으키며 자신들에게 쇄도하고 있는 기류를 바라본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동시에 거대한 기운을 운용해 최대의 견고함을 자랑하는 실드를 전개했다. 허나 그때였다. -치시시시시...- ".....?!" 신력으로 실드를 전개한 미카엘은 순간, 온 몸에 충만하던 신력이 자신의 몸에서 점차 새어 나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신력이...!" 신력이 새어나가자 미카엘은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게다가 들고 있던 신벌의 창은 어 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한 미카엘은 씁쓸한 표정을 드리우며 지금 의 상황을 금새 깨달을 수 있었다. 창조주의 엄명을 어긴 자신은 신에게 내려지는 벌과 함 께 신력을 모두 회수당해 버린 것이었다. 자신은...드래곤 일족이 아닌 이상 이 싸움에 끼어들만한 명분이 존재치 않았던 것이다. "이런..." 간단한 실드조차 칠 수 없게된 미카엘은 자신에게 쇄도하고 있는 거대한 기류를 멍하니 바 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자라고 오인될 정도로 짙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기 시작한 미카엘은 두눈을 질끈 감으며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곤 그의 전신이 리류나드가 쏘아낸 기류에 의해 새하얗게 물들 무렵... "멍청히 있지마라!" -와락!- ".....!?" 두 눈을 질끈 감고 멍하니 서있던 미카엘은 순간 자신의 왼손을 잡고 우악스런 손길로 이끄는 이도크진의 품에 안겨버렸다. 갑작스레 그의 품에 안긴 미카엘은 당황해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리류나드가 쏘아낸 거대한 기류가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삼켜버리고 있 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리류나드가 쏘아낸 거대한 기류에 갇혀버린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거대한 압력을 받으며 순식간에 주위가 하얀색으로 물들었다. 이도크진의 품에 안긴 미카엘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끊임없이 스파크를 튀기고 있는 실 드의 접촉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곤 온몸이 잔혹할 정도로 차가운 남자라고 생각했 던 이도크진의 품에서 미약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작은 경악을 느끼며 눈썹을 일그 러뜨리고 있는 그의 매혹적인 얼굴을 바라보았다. -츠츠츠츠츠츠!!- "어,언제...부터 이렇게 남을 지키는 자가 되신 겁니까?" 끊임없이 자신들을 소멸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하는 하얀공간 안에서 미카엘이 짐짓 당황한 어조로 이도크진에게 물었다. 사방으로 압력을 가하는 탓에 더욱더 미카엘을 끌어안게 된 이도크진은 눈앞의 중성적인 천사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짓곤 말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게...상당히 매력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 이도크진의 말에 미카엘의 차분한 녹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느새 신력을 회수당한 미 카엘은 적발에서 금발로 변해 있었다. 미카엘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예전의 이도 크진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매사에 차가운 성격에...목적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가리지 않았던 잔혹한 사내가... 이런 말을 내뱉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치 못했다. 주위에서 가해지는 압력으로 이도크진과 너무나 가까이 붙어있던 미카엘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미카엘이 그와 약간의 거리를 벌리려고 했 지만 주위의 압력 때문인지...아니면 다른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인지 팔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였다. 바로 눈앞에서 고통스런 얼굴을 하고 있던 이도크진이 미카엘을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실드를 해제하고 너를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강제송환에 들어간다." "......!!" 이도크진의 말에 미카엘의 두눈이 부릅 뜨였다. 그리곤 그의 등뒤에서 소멸 직전에 있는 얇아진 실드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미카엘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저를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돌려보낸단 말입니까? 가시려면 그 쪽이 가시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미카엘의 말에 이도크진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들의 목적은 나인 것 같다. 만약 내가 실드를 해제하고 죽게 된다면 이제 닥쳐올 이계 의 세력들은 너희들을 타겟으로 잡지 않겠지...그러니까 저 리류나드녀석만 잘 피해서 이땅 을 벗어나라. 그녀도 이젠 워프정도는 가능할 테니까." "하,하지만!!" "어차피 그녀에겐 둘 중, 한명은 꼭 필요하다. 그러니..." "닥쳐요!!!" "......." 이도크진은 자기앞에서 큰 소리로 외치는 미카엘을 보며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곤 화난 얼굴이 조금 풀어지며 자기의 가슴에 고개를 묻고 말하는 미카엘의 중성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신뿐만이 아닙니다..." "......." "저도...함께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 미카엘의 말에 이도크진의 눈동자가 살풋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카엘은 더더욱 이도크진을 강하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제겐 아직 신을 향한 신성함을 상징하는 날개가 남아있습니다. 날개의 신력을 모두 끌어모 아 실드를 치는데 협력하겠습니다. 그러니..." "......." "엘테미아에게 함께 돌아가요." 순간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모습을 하얀 기류가 완전히 덮어버렸다. -쿠쿠쿠쿠쿠쿠쿠!!- "진...미카엘..." 저 멀리서 들려오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설녀의 땅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대폭발을 바라 보며 엘테미아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대폭발이 일어나자 설녀의 땅을 이리저리 휩쓸어대던 날카로운 바람이 엘테미아를 훑고 지나갔다. 이리저리 나부끼는 머리칼을 정리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앞만 바라보 고 있던 엘테미아는 무의식적으로 한걸음을 내딛어 앞으로 향했다. 천천히 걷던 걸음은 어느새 뜀박질로 변했고 엘테미아는 아무생각 없이 폭발로 인해 새 까만 연기를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자신을 옭아매는 불안감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지만 기어이 엘테미아는 달리고 또 달렸다. -스스스스스스...- 여기저기 까맣게 그슬린 땅을 바라보며 엘테미아의 불안감은 쌓이고 또 쌓여만 갔다. "진!! 미카엘!!" 두 손을 입가에 갖다대고 큰 목소리로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이름을 외쳐봤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언제나 느껴지던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기운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속으로 끊임없이 그들의 죽음을 부정하고 또 부정하던 엘테미아는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 는 땅을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진!! 미카엘!!" 엘테미아의 공허한 메아리에 대답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없었다. 점차 두 눈가에 눈물이 고 이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거친 숨을 내쉬며 사방을 향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하아...하아...하아...제발..." 숨이 턱 끝까지 올라온 엘테미아가 다시금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찾아 나서려 할 때였다. 왼쪽 전방의 저 멀리서 서서히 검은 연기가 옅어지며 하나의 쓰러져 있는 인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 무의식적으로 이도크진의 이름을 외치며 달려간 엘테미아는 쓰러져있는 인영에게로 가까이 다가설 수록...쌓여만 가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점차 걸음걸이가 느려지며 급기야 뛰어가던 다리를 천천히 멈춰섰다. 그리곤 볼 수 있었다. 항상 신을 향한 신성과 생명으로 반짝이던 미카엘의 황금빛 날개는 처절할 정도로 짓이겨 진 채 빛 바랜 잿빛을 띄고 있었다. "미카엘..." 자신이 발견한 인영이 미카엘임을 알게된 엘테미아는 기어이 눈물을 왈칵 쏟으며 그의 이름 을 불렀다. 떨리는 걸음걸이로 그에게 다가선 엘테미아는 털썩 하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멍히니 그의 가 슴에 손을 올려놓았다. "........" 뛰지 않았다. 만지는 것조차 소름끼칠 정도로 그의 몸은 차가웠다. 복받치는 감정에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곤 끝내 돌아가지 않던 고개를 돌려 이도 크진의 모습을 찾았다. "......." 이도크진은 미카엘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었다. 여기저기 상처입은 그의 가 슴을 보자 엘테미아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리곤 주저앉은 상태에서 그대로 이도크 진에게 기어갔다. 무릎이 벗겨지는 것도 생각 치 못했던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앞에서 처연한 눈물 몇방울을 흘 린 채 미카엘처럼 그의 가슴에 떨리는 손을 살짝 올려두었다. "........" 뛰지 않았다. 마치 설녀의 땅과 하나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의 몸은 굉장히 차가웠다. 이에 엘테미아는 실성한 듯한 목소리로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진...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돼...?" 차갑게 식어버린 이도크진은 무정하게도 아무 말이 없었다. "진...언제까지 기다릴까...응? 제발...말 좀 해줘...응...?" 엘테미아의 흐느끼던 음성이 격해졌고, 급기야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울음을 터트렸다. 이 도크진의 볼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도 지금의 현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작게 고개를 젓고 있었다. 어째서 자신은 이전에도...그리고 지금도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걸까? 엘테미아는 현재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역겨웠다. 약하기만 하고...누군가에게 받기만 하고...그러면서 그들에게 베풀어 줄건 단 하나도 없었다. 자신의 욕심이 이도크진을 죽였다. 처음부터 진에게 자신의 레디아나를 넘겨줬더라면...함께 살아가려는 욕심따윈 버리고 처음부터 그랬더라면 이도크진은 살 수 있었을 텐데... 엘테미아는 끊임없이 속으로 자신을 책망하며 눈물을 흘렸다. -부스럭!- 그때였다. 엘테미아는 문득, 저 멀리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몸을 흠칫하고 떨며 고개를 들 었다. 그리곤 독기어린 눈으로 천천히 전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엘테미아의 두 눈은 예전 처럼 황금빛으로 맑게 빛나던 눈이 아니었다. 끝없이 일렁이는 광기가 스며든 눈동자였다. 스스로의 무능력함과 자신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리류나드에게 무섭도록 치밀어오르는 분노가 꿈틀거렸다. "크큭...이제서야 그놈들이 죽은 모양이군...크큭...크하하하하!!" 저 멀리서 광소를 터트리고 있는 리류나드의 모습을 보며 엘테미아의 광기에 젖어있던 두 눈동자는 서서히 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은빛으로 빛나는 광기어린 눈동자엔 슬픔... 원한...분노...회환...절망...고독...허무...란 갖가지 감정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이미 제정신을 잃어버린 엘테미아의 전신에 은빛의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은빛의 기류들은 점차 엘테미아의 전신을 덮어버리기 시작했고 엘테미아의 몸 이 완전한 은빛기류 속으로 묻혀버렸을 즈음... 그녀에게서 터져나온 섬뜩한 파공음이 순식간에 설녀의 땅을 가득 울렸다. 그녀의 처절한 포효가 울려퍼지자 동이 트기 시작한 하늘에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빙하 가 수억의 얼음조각들을 흩날리며 부서지기 시작했다. 설녀의 땅 근처의 해역에선 거대한 해일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바람은 한없이 날카로워졌다. 그녀와 함께 자연도 광기에 젖어있었다. 언제나 평온한 모습으로 모든 사물에게 관대하던 자연은 이번만은 엘테미아와 함께 거친 포효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은빛으로 전신이 물든 엘테미아는 어느새 드래곤의 모습으로 현신해 있었다. 하지만 좀전 에 얼음성의 가디언들 앞에서 했을 때완 차이가 있는 모습이었다. 크기나 외형은 비슷했 지만 조금도 귀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분홍색이 살짝 감돌던 하얀 털들은 서슬퍼런 은빛을 띠고 있었고 작은 몸엔 칠흑같은 검은색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성을 잃고 광기에 젖어버린 은빛 눈동자를 뜨고 리류나드를 노려보기 시작한 엘테미아 는 작은 입을 벌려 숨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엘테미아가 숨을 들이마시자 대지가 심하게 울어댔다. 그리곤 이내 그녀의 바로 앞에서 2m 정도의 복잡한 마법진이 중심으로부터 은빛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숨을 들이킬대로 들이킨 엘테미아는 눈앞으로 완성된 마법진을 보며 리류나드와 함께 눈 앞의 모든 사물들을 날려버릴 심산인지 정확한 타겟조차 잡지 않고 브레스를 남발하기 시 작했다. -쿠쿠쿠쿠쿠쿠쿠- 엘테미아가 들이마셨던 숨을 거칠게 토해내자 그녀의 앞에서 기이하게 반짝이던 은빛 마법진에 순간 눈부신 빛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찰나의 시간이 흐른 다음 마법진은 자기 주위로 거대한 빛의 소용돌이를 자아내며 끝내 두줄기의 엄청난 섬광을 뿜어내기 시작 했다. 한줄기는 모든 사물을 빛으로서 물들여버릴 만큼 백광(白光)을 띠고 있었고 또 한줄기는 모든 사물을 어둠으로 물들여버릴 만한 흑광(黑鑛)을 띠고 있었다. 이 상반된 에너지가 서로 뒤섞인 채, 맹렬히 회전하며 지상에 떨어졌다. -쿠콰콰콰콰콰콰쾅!!!!!- 엘테미아의 브레스가 지면과 충돌하자 고막을 찢어발기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설녀의 땅이 심하게 진동했다. 하지만 더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대지를 뒤엎을 만한 거대한 에너 지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브레스가 내리꽂힌 그 자리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그 흔한 크레이터(crater)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갑작스레 현신한 엘테미아로부터 엄청난 기운을 느낀 리류나드는 엘테미아의 기이한 브레스를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짓고 있었다. 엄청난 기운을 발산한 채, 땅에 떨어지 면 커다란 굉음과 땅이 진동만 할 뿐 작은 먼지하나조차 날리지 않은 괴이한 브레스를 보 며 허탈한 심정을 금치 못했다. 브레스와 충돌한 지면에 작은 함몰조차 생기지 않는 엘테미아의 브레스는 한번을 넘어 두 번에 되고 세번째가 사방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리류나드를 바라본 엘 테미아는 네번째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얼음성을 무너뜨린 브레스까지 합하면 총 다섯번째의 브레스를 뿜어내려하는 엘테미아의 두 눈엔 미친듯이 기승을 부리는 광기 이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눈이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다시금 엘테미아의 눈앞으로 2m 정도의 마법진이 중심으로부터 은빛으로 그려지기 시작 했다. 엘테미아의 작은 몸뚱아리가 자신을 바라보며 브레스를 내뿜으려하자 리류나드는 여유로 운 미소를 지으며 브레스가 작렬하는 순간에 그대로 반격할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ЖㆀβЧФЫⁿ ŋЖ∴ЖД ФΞ∴∴‡П ЗŋĸŦÆ ĦД € ΩŋŒ ζχμΞ ΦλЪЗŋĸ ДŒ ЖŋЖ ζχ‡ЪШ ĸŦÆ " 마법이 점점 농익어 가는지 리류나드의 전신으로 음침한 보랏빛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 어올랐다. 그때였다. 당연하게도 리류나드의 마법보다는 엘테미아의 브레스가 선공을 날리기 시작했 다. 다시금 주위로 무시무시한 풍압을 동반하며 리류나드에게로 쏘아진 엘테미아의 브레 스는 여전히 백광과 흑광이 맹렬히 회전하며 그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크큭...이게 마지막 공격이 될거다, 시조드래곤...크큭..." 겉만 번지르르한 엘테미아의 브레스에 조소를 짓던 리류나드는 자신에게 쇄도하고 있는 그녀의 브레스를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두팔을 앞으로 펼쳐 그대로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피해라.] "......!?" 그때였다. 리류나드는 갑자기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진 목소리에 전율하며 무의식적으로 몸을 날렸 다. -파치치치칙!!- "......!!" 하지만 완전히 피하는 건 무리였는지 그만 리류나드의 오른팔이 엘테미아의 브레스와 살짝 스치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악!!!" 겉만 번지르르할 뿐 아무런 피해도 없었던 엘테미아의 브레스에 오른 팔이 살짝 스쳐버린 리류나드는 전신이 타들어가는 느낌과 더불어 어깨쭉지와 함께 자취를 감춘 자신의 오른팔 을 보며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크으윽...!! 이,이럴...수가!!!!!" 순식간에 오른팔을 잃어버린 리류나드가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곤 일그러질대로 일그 러진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리류나드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소리치자 엘테미아의 광기에 젖은 눈동자가 더더욱 서슬퍼런 안광을 흩뿌리며 재차 브레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숨을 들이킬대로 들이키기 시작함에 그녀의 앞에서 은빛의 마법진이 중앙으로부터 바깥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파카카캉!!- "......!?" 허나 그때였다. 여섯번째 브레스를 시도하려 했던 엘테미아의 눈앞으로 눈부신 빛을 발하 던 마법진이 수십조각으로 깨져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엘테미아의 본체가 다시금 은빛으로 둘러싸이며 강제로 폴리모프가 진행되었다. -털썩- "흐윽...!" 인간의 형상으로 강제폴리모프된 엘테미아는 그대로 주저앉으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게 다가 수많은 광기에 젖어있던 그녀의 은빛눈동자는 어느새 촉촉히 젖어있는 황금빛 눈동 자로 변해 있었다. 마치 한순간의 꿈처럼 몽현(夢現)의 경계에서 허우적대던 엘테미아는 조심스레 고개를 돌 려 뒤쪽을 바라보았다. "........" 슬픈 침묵...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본 엘테미아는 다시금 시야가 뿌옇게 변하며 모든 사물 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땅바닥에서 일어날 줄 모르는 두 남자를 보며 결국 구슬픈 눈물로 자신의 무릎을 적시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눈부신 시작을 알리는 아침을 맞으며 두남자의 마지막을 통감해 해야 했다. "크큭..." 드래곤의 모습에서 강제로 폴리모프된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리류나드는 눈썹이 살짝 휘어 지며 입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갔다. 게다가 어느새 사라져버렸던 그의 오른팔은 끈적한 체 액과 함께 다시 재생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기를 엘테미아의 브레스는 지면과 충돌하는 순간 신력과 마력이 서로의 기운 을 순간적으로 무효화시켰던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브레스는 달랐다. 직접적으로 닿지도 않고 그저 쏘아진 브레스의 기류에 살짝 스친 것 뿐이었지만 자신의 오 른팔을 완전히 잃었다. 억겁의 세월동안 살아온 이도크진의 두 조각을 취한 자신의 육체를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게 한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들의 브레스는 무한이 아니다. 그녀가 지닌 레디아나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자신이 모시는 '그분'에 의한 정보에는 엘테미아가 신계의 비보, 레디아나를 완벽히 다루지 못한다는 것쯤을 알고 있었다. 즉, 그녀의 몸이 한계에 다다라 강제 폴리모프가 시행되고 인간의 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에 리류나드는 멍하니 주저앉아있는 엘테미아에게 다가가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스펠 을 외워대기 시작했다. "Æ ĦД € ΩŋŒ ζχμΞ ΦλЪЗŋĸ " 단 한방으로 무방비상태의 엘테미아를 죽일 수 있는 마법을 완성시킨 리류나드는 마지막 엘테미아의 모습을 천천히 음미하며 완성된 마법을 쏘아낼 찰나였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순식간에 하늘에서부터 심상치않은 기운이 느껴지자 리류나드가 깜짝 놀라며 완성되었던 마법이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엘테미아로인해 꾸역꾸역 밀려들어왔던 구름들이 어느 지점을 기점으로 동그랗게 갈라지 기 시작했다. 하늘에 둥둥 떠있던 구름들이 원의 형태로 갈라지며 조용히 시계방향으로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도래한 심상치 않은 기운에 리류나드가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 지만 엘테미아는 그저 쓰러진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보며 눈물을 떨굴 뿐이었다. 대기를 진동하는 괴이한 음색이 설녀의 땅에 살짝 내려앉았다. 무채색의 구름이 원의 형태로 갈라지자 새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한점 없이 새파란 하늘의 자태를 감상하던 리류나드는 순간 거대하게 갈라진 구 름사이로 공간의 일렁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저,저건...!!" 공간의 일렁임을 눈치챈 리류나드의 입에서 탄성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둥그런 모양 으로 갈라진 새파란 하늘에선 이내 공간의 일렁임이 잠시 꿈틀거리더니 새파랗던 하늘에 엄청난 자기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끝내 공간의 틈새가 원의 모양으로 벌어지기 시작했 다. 눈짐작으로도 대략 직경이 수십키로에 달할 것만 같은 공간의 틈새가 벌어지자 리류나드 의 입이 벌어질대로 벌어졌다. -치지지지직...- 높은 하늘에 생성된 공간의 틈새는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고 틈새의 외곽에는 끊 임없는 전류가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틈새의 안은 마치 우주 속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기이이이이이이잉...- 그때였다. 하늘위에 벌어진 공간의 틈새 속에서 장엄한 기계음이 설녀의 땅을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틈새의 외곽에서 작게 꿈틀거리던 전류가 더욱더 신랄한 움직임을 내보이기 시작했고 틈 새의 주위를 천천히 돌고있던 회색빛 구름들은 그 회전을 점차 빨리하기 시작했다. 온통 어두운 암흑이었다. -삐삐삐삐삐삐삐- 어두운 암흑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유일하게 삐삐거리는 기계음만이 그 자리를 매워주고 있 었다. -착!- 그때였다. 하나의 기계에서 비춰지는 사각형의 빛이 들어오자 순식간에 수많은 모니터에서 나온 빛이 실내를 비춰주기 시작했고 천장의 조명에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실내 안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전함 스텔라디우스 호...디멘션 드라이브에 성공했습니다." 하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순간, 실내에서 많은 사람들의 함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서,성공이다!!" "드,드디어...천년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인가!! 크햐~!!" "어허허허헛..." 조명이 들어온 실내에는 갖가지 그래프와 레이더, 그리고 모든 데이터들을 출력하고 있는 모니터들이 즐비했고 대략 열댓명의 남녀가 머리엔 헤드폰을 쓴 채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 다. 그들의 정면에는 거대한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마치 유선이 끊 긴 티비화면을 보는 것처럼 지직거리는 노이즈만을 투영해내고 있었다. 그때 검은 뿔테안경의 차가운 외모를 소지한 여성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6,70세 정도의 노인에게 말을 건넸다. "모든 공간의 스캐닝을 완료했습니다, 총사령관님. 디멘션 드라이브에 성공한 전함급 10척, 순향함 38척, 돌격기동함 27척, 호위함대는 키르신 제 1부대부터 8부대까지 모든 함대가 디멘션드라이브에 성공, 그 외의 돌격기동함 디오니소스, 그리고 순양함 샤본과 티엘븐, 나 이키스호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 그 이외의 모든 전함은 지구로부터 디멘션 드라이브에 성 공했습니다. 지금부터 스캐닝된 데이터를 영상데이터로 전환하겠습니다." "그러지." 짙은 적색 제복을 입고 있던 노인의 가슴엔 그의 얼굴에 패인 깊은 연륜을 나타내는 것처럼 반짝이는 훈장들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의자의 받침대에 올려진 노인의 손엔 잔뜩 힘이 들 어가 있었고, 눈썹으로 가려있던 그의 눈은 패기가 넘치는 젊은이의 눈빛처럼 생생한 빛을 발하며 정면의 대형 디스플레이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한동안 지직거리는 노이즈만이 대형 스크린에 투영되고 있을 때 갑자기 스크린이 모든 기동 을 정지한 듯 검정색으로 물들었다. 그리곤 수초가 지나자 다시 깜빡거리며 천천히 얼음으 로 뒤덮여진 설녀의 땅을 비추기 시작했다. "아아..." "호..." 스크린 화면에 비춰지기 시작한 낯설고 아름다운 전경에 함내의 브릿지에 있던 승무원들은 작은 탄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드륵...- 신비로운 푸른빛으로 감도는 거대한 설원과 생전 처음보는 자연의 광활한 모습에 의자에 앉아있던 6,70세가량의 총사령관이라고 불리었던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대형스크 린 앞으로 걸어갔다. 브릿지 내에 있던 승무원들은 갑자기 사령관이 일어서 스크린 앞으로 다가서자 옅은 미소 를 드리우며 묵묵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다운 느긋한 걸음으로 스크린 앞에 다가선 사령관은 마치 실제로 설녀의 땅을 만지는 것처럼 스크린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리곤 지난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젖어있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인간은 지상에서 하늘로...그리고 하늘에서 우주로...그리고 우주에서 이계로의 진입을 성공 했다." "......." "......." "과연 우리들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사령관의 말에 모두들 멍하니 스크린을 주시하며 침묵했다. 그때 한동안 설녀의 땅의 전경 을 비추고 있던 스크린에서 검은 연기가 곳곳에 치솟아오르며 폐허가 되버린 곳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러자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던 승무원들이 저마다 얼굴을 찌푸렸고 사령관 또 한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그곳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자,잠깐...!" 그때 한동안 스크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총사령관이 소리치며 손끝으로 어느 지점 을 가리킨 채 검은뿔테 안경의 여승무원에게 말했다. "저곳을 확대시켜 주게." "...네." 사령관의 명령에 검은 뿔테 안경의 여승무원은 재빨리 그곳을 캡쳐한 뒤, 확대에 들어갔다. "헉..." "세,세상에..." "......." "......." 점차 스크린에 투영되고 있던 화면이 확대되면 확대되어 갈수록 브릿지 내의 승무원들의 입에서 경악어린 신음성은 커져만 갔다. 그건 비단 승무원들만이 아닌 스크린 앞에 서있 던 사령관조차 두 눈을 부릅뜨고 스크린으로부터 약간 거리를 벌린 뒤 재차 스크린을 주 시하게 만들고 있었다. "저럴수가..." 하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있는 사령관의 입에서 탄성어린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스크린에 비춰진건 선선한 바람에 신비로운 은빛 머리칼을 하염없이 나부끼며 주저앉아 있는 소녀였다. 처음보는 신비로운 황금빛 눈동자와 짙고 풍부한 속눈썹, 미려하게 솟은 부드러운 콧날과 보는 순간 빠져들고 싶을 정도로 촉촉하게 빛나는 다홍빛 입술... 보는 이로 하여금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의 얼굴은 실제 사람들의 입에서 흔 히 나오는 여신과도 같은 얼굴이었다. "지,지금 이 화면이 본토로 송신되고 있는가?" 총사령관의 떨리는 목소리에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던 스포츠머리의 사내가 대답했다. "통신패널을 통해 본토의 고유신호 포착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의 영상은 전부 본토로 송 수신되고 있습니다. 아마 본토로 송신된 이 영상은 지구는 물론, 각 은하계의 플랜트까지 전부 방송되고 있을 겁니다. 총사령관 각하..." 통신관의 말에 총사령관은 경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두눈에 훤히 그려졌다. 그때였다. 침착한 어조로 총사령관에게 보고하던 통신관이 짐짓 긴장된 목소리로 다시 총사령관을 불렀다. "초,총사령관 각하..." "뭔가?" "마스터의 호출입니다..." ".....!!" 통신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마스터란 말에 브릿지 내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게다가 느긋한 자세로 뒷짐을 진 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던 총사령관이 절도있는 자세로 거수경례까지 붙이며 외쳤다. "전 함대의 총사령관, 쟈넬 레비아스가 마스터를 뵙습니다." 총사령관이 거수경례를 붙이며 절도있는 목소리로 외치자 브릿지 내의 스피커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에...저게 엘테미아야?" 놀랍게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 목소리는 채 성년도 돼지 못한 앳된 소녀의 목소리였다. 이에 총사련관인 쟈넬이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화일을 꺼내 주욱 훑어본 후 스크린을 주시하며 다시 말을 꺼냈다. "예스 마스터! B.T.W에 등록된 자료와 화면의 인물은 완벽히 일치합니다." "호호홋...과연 이몸과 견주어도 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구나...호호홋..." "......." 단 한번도 자신의 마스터를 본 적이 없던 쟈넬이었지만 그녀의 위대함은 뼈에 사무치도록 잘 알고 있었다. "갖고 싶구나...저 아이..." "........" 촉촉히 젖은 목소리가 통신패널을 통해 스피커로 전달되자 총사령관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포획명령을 전 함대에 내리겠습니까?" 총사령관이 앳된 목소리의 소녀에게 정중히 물음을 건넸다. 그러자 다시 통신패널에서 앳된 소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까르르르...그럴 필욘 없어 총사령관. 모든 미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너희들은 지금 상태로 대기하고 있도록 해. 만약의 사태에 금방이라도 실드를 전개할 수 있도록 엔진을 뜨겁게 달궈놓는 게 좋을 거야...까르르르..." "...예스 마스터!" 그말을 끝으로 더이상 앳된 소녀의 목소리는 브릿지 안에 들려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좌측에서 4번째에 앉아있던 금발머리의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총사령관에 게 외쳤다. "총사령관님, 동급 전함 아델키에스에서 이데아캐논을 발포했습니다!!" "뭣이?!" 금발머리칼의 사내가 외친 목소리에 총사령관이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전 승무원 충격에 대비!!"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꺄악!" "큭..." "허억!" 갑자기 함내에 커다란 진동이 찾아왔다. 이에 자리에서 이탈해 스크린앞에 서있던 총사령관 은 재빨리 자리로 돌아가 안전 벨트를 착용했고 각 함대에 연결된 통신패널 중 아델키에 스를 호출했다. 그러자 엘테미아의 모습을 비추고 있던 대형 스크린이 전환되며 검은 머리칼과 매부리코 를 한 능글맞게 생긴 중년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쟈넬 총사령관은 진노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인가!? 명령도 없이 주포를 발포하다니!! 자네 미친겐가?!" "크큭...이제 이땅은 우리들의 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처음으로 흔적을 만들어야 하는 게 당연하잖습니까, 크하하하하!" "이런 미친..." 그때였다. 아군함의 주포 발포를 알린 사내가 다시금 경악한 얼굴로 총사령관에게 소리쳤다. "초,총사령관 각하!! 본 함의 동급 전함 9척에서 모두 주포 장전에 돌입, 총사령관 각하의 명령권한이 아델키에스호의 나르미스 함장에게로 위임되었습니다!!" 사내의 말이 울려퍼지자 브릿지 내의 승무원들의 얼굴에 경악어린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갑 작스런 보고에 진노한 얼굴로 스크린을 주시한 쟈넬 총사령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마스터의 명령인가...?!" 그의 목소리에 나르미스라고 불린 스크린 속의 함장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비릿한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천천히 경치감상이나 하시고 계시죠, 각하...이제 이 땅은 우리들의 땅이라는 걸 깊이 새 기고 돌아오겠습니다...크큭..." -치이익!!- 그말을 끝으로 아델키에스에서 통신을 잘라버렸는지 더이상 스크린엔 그 어떤 영상도 비 춰지지 않았다. 이에 자동적으로 좀 전까지 비춰지고 있던 엘테미아의 모습이 다시 비춰지 기 시작했다. "본 함을 제외한 전 함대가 앞으로 전진합니다." "......." "......." "......." 브릿지 내에 감도는 싸늘한 침묵... 아직도 갑작스런 지금의 현실을 믿을 수 없던 쟈넬 총사령관은 불안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주시하며 말했다. "도대체 마스터는 무슨 미래를 보신 것일까..." 한편... 엘테미아는 갑자기 설녀의 땅의 상공에서 거대한 공간의 틈새로 쏟아져나오는 거대한 전 함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에 있을 당시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거대한 전함 들이 자기의 머리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엘테미아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수많은 크고작은 전함들을 바라보았다. 가장 큰 함대의 왼쪽 측면엔 B.T.W라는 로고가 행성과 행성을 잇는 모양으로 심볼이 새겨져 있었다. 영어가 새겨져 있는 전함을 보며 눈을 찡그리던 엘테미아는 리류나드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이게...당신이 말하던 이계의 세력인가요...?" 엘테미아의 물음에 리류나드는 진득한 미소를 지으며 고갤 끄덕였다. 그리곤 천천히 살기를 드리우며 엘테미아에게로 향하려 할 때였다. -쿠콰콰콰콰콰콰쾅!!!- "크헉!!" "꺄아악!!" 갑작스레 하늘에 떨어진 붉은 빛 섬광에 설녀의 땅이 진동하며 거센 바람이 리류나드와 엘테 미아를 휩쓸기 시작했다. 저항할 수 없는 풍압에 하염없이 떠밀려나간 엘테미아는 한참을 떠밀려 난 후에야 지면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금새 일어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 엘 테미아는 눈물을 왈칵 쏟으며 소리쳤다. "진!! 미카엘!!" 주위를 휩쓴 거대한 폭발에 진과 미카엘의 시신이 어디론가 휩쓸려나가 버렸다. 하지만 하늘 위에 떠있는 거대한 전함에게서 떨어진 빔포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투투투투투투투- -쿠콰콰콰콰콰콰- 마치 섬뜩한 낫을 든 사신의 눈동자를 보는 것처럼 전함에서 쏟아져 나온 붉은 빛 섬광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전함에서 쏟아지는 붉은 빛 섬광으로 인해 설녀의 땅이 점점 폐허로 변해버리자 엘테미아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만...그만 둬요!!" 남아있는 마나를 동원해 처절할 정도로 소릴 질러댔지만 그들의 빔포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무대는 스텔라디우스 함내의 브릿지로 이어졌다. 브릿지 내의 승무원들은 스크린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치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씁쓸한 침묵을 유지했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은발의 소녀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외치고 는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대충 해석할 수는 있었다. 한동안 소리치는 은발의 소녀를 보며 모두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푸른 모니터를 보 며 경악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한승무원이 총사령관을 향해 소리쳤다. "초,총사령관 각하..." "뭐냐." "보,본함에 탑재된 ECS-K21 번역기에 반응이 있습니다." 승무원의 말에 총사령관이 고개를 돌려 무슨 소릴 하는 거냐는 눈초리를 그에게 건네자 총사령관을 부른 그 승무원은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돌려 모두에게 말했다. "저 소녀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대략 2세기 전...세계의 언어가 하나로 통합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한국어' 입니다." "뭣이?!" "......!!" "......!!" 승무원의 말에 총사령관을 포함한 전 브릿지내의 승무원들이 경악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엘테미아는 스텔라디우스의 전함에 그려진 B.T.W의 로고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한국어로 소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쟈넬 총사령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 승무원에게 물었다. "지,지금 저 소녀가 외치고 있는 말도 해석이 가능한가?" 총사령관의 물음에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던 승무원이 짧게 대답했다. "네...지금 해석에 들어갔습니다." "모두에게 들려주게" "네" 모두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내기 위해 몇번의 헛기침을 한 승무원은 진지한 눈빛으 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모두에게 말했다. "제발 멈춰 주세요...이 땅은...이땅은 이제 막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땅이랍니다." "......." "......." "......." "소중한게 가득 차 있는 그런 땅이에요...그러니까...제발..." 승무원이 모니터에 번역되는 글을 읊으면 읊을수록 브릿지 내의 총사령관과 승무원들의 얼굴은 조금씩 일그러져갔다. 당장이라도 전 함대의 발포를 중지시키고 싶었지만 지금 의 총사령관에겐 명령권한이 다른 함장에게로 위임된 상태였다. -쿵!!- 의자의 받침대를 강하게 내리친 쟈넬 총사령관은 굵은 두 눈썹을 찡그리고 스크린을 바 라보며 외쳤다. "낯설은 땅에 무턱대고 이빨을 드러내다니...어리석은...!!" 총사령관의 통한(痛恨)에 모든 승무원들이 작게 고갤 끄덕이고 있을 때였다. -삐삐삐삐삐삐- 갑자기 브릿지 내의 스피커에서 1급 경고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재빨리 오른 쪽 3번째에 앉아있던 적발의 여승무원을 바라본 총사령관은 급박하게 외쳤다. "무슨 상황인가?!" 총사령관의 재촉에 적발의 여승무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전방 1600Km 지점에 수십기의 거대 생명체 포착!! 그들로부터 수백개의 에너지가 아군 함을 향해 발포되었습니다!! 게,게다가 이데아 캐논을 가볍게 상회하는 거대한 에너지...!! " "........" "현재 시각을 기점으로 약 3분 42초 후에 아군함과 조우!!" 적발의 여승무원의 말에 쟈넬 총사령관은 좀 전, 자신들의 마스터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까르르르...그럴 필욘 없어 총사령관. 모든 미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너희들은 지 금 상태로 대기하고 있도록 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금방이라도 실드를 전개할 수 있도록 엔진을 뜨겁게 달궈놓는 게 좋을 거야...까르르르...] 섬광같이 자신의 뇌리로 스쳐지나간 마스터의 말에 쟈넬 총사령관은 급히 명령을 전달했다. "최대출력으로 실드를 전개!! 함대내의 모든 승무원에게 급격한 충격에 대비하라고 전해라!" 총사령관의 명령에 통신관은 헤드폰에 달린 마이크를 조정하며 재빠른 손놀림으로 몇개의 버튼을 누른 후 소리쳤다. "본 함대의 승무원들에게 알립니다. 제 1급 경계태세에 돌입! 승무원 전원은 하던 작업을 일시 중지하고 주위에 있는 지지대를 붙잡아 충격에 대비하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스텔라디우스 호에서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을 즈음...하늘에 떠있는 전함들을 향해 목놓아 소리치던 엘테미아는 어느새 자기앞으로 다가온 리류나드를 볼 수 있었다. "크크큭...어차피 너도 죽을 운명...이 땅이 어찌되는 상관없는 거 아닌가?" -콰악!!- "흐윽!" 주저앉아 울먹이고 있는 엘테미아의 목을 무자비하게 잡아 챈 리류나드가 섬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고 있었다. 리류나드에게 목을 움켜잡힌 채 발이 지면으로부터 떨어질 정도로 들어올려진 엘테미아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리류나드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가녀린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움켜쥔 리류나드의 손을 붙잡았지만 엘테미아의 힘으론 도저히 그의 손 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가까이에서 본 리류나드의 눈은 마치 제압한 사냥감을 어떻게 요리할까...라고 고민하는 독 사의 눈빛이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있는 힘껏 두손으로 리류나드의 팔을 떼어내려 했지만 결국 역부족이었다. -씨익...- 한동안 엘테미아의 목을 움켜진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리류나드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 다. 제어할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의해 광기에 젖어버린 리류나드는 엘테미아의 애처로울 정 도로 아름다운 몸을 보며 남자로서의 본능에 사로잡힌 것이다. 천천히 엘테미아의 다리에서부터 몸, 가슴, 얼굴까지 훑어보던 리류나드는 자신의 혀로 입 술을 살짝 적신 다음 끈적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어차피 레디아나를 파헤치면 썩어 문드러질 몸...이 넓은 아량으로 죽기 전에 극락을 보여 주마...크크큭..." "......." "게다가 혹시 아나? 생각보다 좋으면 영구보존마법으로 벽장 한켠에 장식될지 말야...크큭... 크하하하하!" "......." 리류나드의 말에 엘테미아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리곤 더더욱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쳤다. 자신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치는 엘테미아의 모습이 더욱더 매력적이었는지 다 시금 혀로 입술을 축이던 리류나드는 자유로운 왼손으로 엘테미아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그만 두세요...제발..." "크크큭..." 급기야 눈물까지 글썽이며 리류나드를 만류하던 엘테미아는 이도크진의 손길과 리류나드의 손길이 천국과 지옥마냥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남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의 다리를 매만지던 그의 손길이 점점 치켜 올라오려 하자 엘테미아는 더욱더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그만해요!! 제 몸은 한 남자에게만 허락할 겁니다...!!" 엘테미아의 말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던 리류나드는 엘테미아의 다리를 매만지던 손길을 잠시 멈춘 뒤, 눈물에 젖은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크큭...어차피 그는 죽었지 않나? 그러니까 주인 없는 몸이나 다를바가 없지 않은가...크 큭..." "........" 리류나드의 빈정거림에 엘테미아는 아무런 말도 할 수없이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 차라리 죽어버릴까도 생각해 봤지만 끝까지 남은 희망을 찾아서 살아야만 한다. 자신이 여 기서 죽어버리면...그 누구의 기억속에도 이도크진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자신이 죽 어버리면...진짜로 이도크진의 죽음을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독사같은 징그러운 눈으로 자신을 훑어보는 리류나드의 눈과...점점 치켜올라오는 그의 손길 에 엘테미아는 두눈을 꼭 감고 한남자의 이름을 외쳤다. "진!!!!!!!!!!!!!!!" 설녀의 땅에...한 소녀의 처절한 메아리가 슬픈 울림을 머금었다. "........" "........" 지쳤다...이젠 모두 지쳐버렸다...그리고 모든 게 끝나버렸다...내 뒤틀렸던 삶과...지겹도록 할퀴려들던 운명들까지도...모든 게 죽음으로서 끝나버렸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나? 이렇게 간단한 것을 왜 이전에는 행하지 못했던 것인가...? 모든 것을 어둠으로 덮어주는 이상한 공간 속에서...자신의 새하얀 머리칼을 출렁이고 있 던 이도크진이 낮게 읊조리고 있었다. 그의 몸은 투명한 빛으로 애워져 있었다. 모든 세속을 벗어던진 것처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의 몸은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다. 끝없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어깨에 짊어진 세속의 무거움을 털어버린 이도크진의 얼굴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자유로워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드 리워진 얼굴이었다. 무언가가 막연하게 생각날 듯 하면서도 도무지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예전에 비 해 한없이 자유롭고 가벼워진 자신을 보며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뿐이었다. [이곳으로 와라...그렇다면 너는 영원한 자유로움과 그 무엇에도 상관 치 않는 평온함을 누릴 수 있으리라...] "......."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도크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한없는 어둠 속에서 마치 자신을 인도하려는 빛이 보였다. 자신에게 들린 목소리가 저 빛의 너머 에 있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발걸음은 차마 그곳으로 향하질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 자신의 몸을 옭아매는 듯이 그 빛을 향해 한걸음도 다가설 수 없었다. 그때였다. [너에게 짊어진 수많은 굴레를...계속 연명하고 싶다면...너를 향한 뒤틀린 운명에... 또다시 도전하고 싶다면...이쪽으로 오라...] "......." 다른 목소리가 다시금 들려오자 이도크진은 고개를 돌려 뒷쪽을 바라보았다. 그 뒤에는 칠흑같은 어둠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일까...이도크진은 어느새 빛이 아닌 어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 존재하는 또다른 어둠을 향해... 여유로운 걸음으로 어둠 속에 자리한 또다른 어둠으로 들어간 이도크진은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무표정으로 서있는 붉은 머리칼의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늘거리는 하얀색의 옷을 두르고 간편한 차림을 하고 있던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황금 빛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네가 나를 부른 건가?" "그렇다." 이도크진의 물음에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짧게 답했다. 이도크진이 자신을 보며 별 반응 을 내보이지 않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하나의 영상을 그에게 보 여주며 물었다. "이 소녀를 아는가?" "......."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이도크진에게 하나의 영상을 비춰주자 이도크진의 무덤덤한 눈이 경악으로 부릅 뜨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내가 드리운 영상에는 한 사내에 손아귀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은발의 소녀가 있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소녀를 우악스런 손으로 움켜쥐고 있는 사내를 보며 분노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리류나드...!!" "리류나드...!!" 그때였다. 문득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드리운 영상을 보며 이도크진이 낮게 읊조리고 있을 때 자 신의 옆에서 똑같은 이름을 읊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이도크진은 분노로 인해 살짝 일그러진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자, 자신과 같은 분노의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돌리는 금발의 중성적인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카엘..." "이도크진..."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고개를 소녀가 있는 영상 쪽으로 돌렸다. 어느새 희미해 졌던 이전의 기억을 완벽하게 되찾은 두 사내를 보며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씨익 미소를 지 었다. "지금 당장 이 공간을 열어 나를 밖으로 내보내라." 이도크진은 싸늘한 목소리로 붉은 머리칼의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에 옆에있던 미카 엘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동의한다는 듯 강렬한 눈빛을 붉은 머리칼의 사내에게 보내고 있었다. 이도크진의 말에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피식 웃어보이곤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곤 말을 이었다. "지금의 너희들에겐 애석하게도 리류나드와 이계의 세력을 당해낼 힘이 없다. 그런데도 다시 돌아가겠다는 건가?"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피식거리며 말하자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드리운 이도크진은 더 욱더 냉기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우리들을 내보내기 위해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잡설은 저리 치우고 빨리 열어." 이도크진의 말에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창조주의 명령으로 이 싸움에 조금도 개입을 할 수 없다. 이렇게 하는 게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에 다시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번갈아가며 바라본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검지손가락을 들고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너희들이 상기해야 할 점은 단 하나다." "......." "......." "너희들은...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강한 운명의 조각을 지닌 이들이다. 즉, 나의 조각을 태 어날 때부터 지니게 된 존재들인 것이다."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말하자 이도크진이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반문했다. "웃기는군...네 조각이 퍼질 당시는 지금으로부터 1700년전이 아닌가? 난 그보다도 더 억겁 의 세월전에 태어났다. 그러니 헛소리는 그만하고 어서 문을 열어라!" 이도크진의 말에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피식 웃으며 말을 덧붙였다. "물론 이도크진이란 드래곤에겐 나의 조각은 스며들지 않았다." "......." "1700년전 두개의 가장 강한 조각 중 하나가 천계로 떨어지고 난 후, 나머지 하나의 조각 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오랜 세월동안 끝없이 맴돌다가 결국 22년전 진 해븐로드라는 남자 를 택했다." "......." "이거면 설명이 되었는가?" 씁쓸한 미소를 드리우던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다시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내 조각이 스며들었다고 해서 지금 너희들이 느끼는 감정에 거짓이란 없다. 그 조각은 아주 단순해...너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억개의 운명중 그녀와 만날 수있는 단 하나의 운명을 끼워 논 것뿐이지. 고로, 모든 선택은 너희들 스스로가 내렸 고 지금의 감정 또한 거짓없는 진실이다." 이도크진은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내뱉는 말을 묵묵히 들으며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잔소리말고 열기나 해라." 이도크진의 말에 쿡쿡 웃던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오른손을 살짝 저으며 현실세계로 통하 는 문을 만들었다. 이에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던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쏜살같이 그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현실세계로 돌아선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뒷모습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붉은 머 리칼의 사내는 두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수그린 채 혼자서 중얼거렸다. "큭...조각의 또다른 의미를 알려주지 않아도 자기들이 잘 알아서 하겠지...아니, 하게 되겠 지..." 씁쓸한 미소를 드리우며 고개를 푹 수그리던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현실세계로 통하는 문을 닫고 흘러가는 바람처럼 그대로 자취를 감추었다. -번쩍- "......." "......." 온통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어느 폐허의 한 가운데...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던 한구의 시체가 세상 밖으로 매혹적인 눈빛을 드러냈다. -꿈틀...- 번뜩하고 뜨인 눈과, 미동이 전혀 없던 그의 가슴이 천천히 오르락내리락 거리기 시작했고 힘없이 풀어져 있던 그의 손가락은 다시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리류...나드..." 분노란 감정의 측정기가 있다면 수치조차 제대로 나타낼 수 없을 만큼 그의 목소리엔 거대 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꿈틀거리던 그의 손은 어느새 주먹을 쥐고 있었고 눕혀있던 상체 를 일으킨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부스럭...- 옆을 바라보자 자신처럼 거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금발의 천사가 일어서고 있었다. 비록 신 성을 상징하는 그의 날개는 찬란한 황금빛에서 퇴색해버린 잿빛으로 변했지만 눈빛만은 어 느때보다 생생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당당하게 돌아온 이 두 남자는 눈빛하나만으로도 모든 걸 공유하는 것 마냥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을 향해 뛰쳐나갔다. "그만...제발...그만..." "크크크큭..." 리류나드의 손아귀에 목을 붙잡힌 엘테미아는 죽고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육체적인 고통 따 윈 아무래도 좋았다. 그의 탐욕스런 눈길이...손길이...욕망이...엘테미아를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자신에게 있어 너무나도 소중한 땅을 잔혹할 정도로 부수고 있 었고 엘테미아 자신은 리류나드라는 남자에 의해 소중한 것을 짓밟히려 하고 있었다. 자신을 위해 죽어버린 두 남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리류나드에게만큼은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싫었다. 문득 다시 떠오르게된 이도크진과 미카엘... 엘테미아는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용서를 구했다. 그들은 자신 때문에 불행의 나락으로 떨 어졌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이젠 너무많이 울어서 흘러내릴 눈물따윈 남아있지 않았지만 두눈이 뿌옇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도 자신을 탐욕스런 눈길로 매만지고 있는 리류나드를 힐끔 바라본 엘테미 아는 모든 감각을 스스로 차단하고 그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점점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지면서 마치 지금의 현실이 꿈과도 같이 느껴졌다. 현실 과 동떨어진 세계로의 초입에 엘테미아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온몸이 힘을 뺐다. 아아...저 멀리서 자신을 위해 이도크진과 미카엘이 달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랬을 걸...처음부터 모든 감각을 차단하고 현실을 기피해버렸으면 너무나도 기 다려온 환영이 자신을 반겨줄 텐데, 어째서 그 더러운 감각을 이때까지 지니고 있었는지 엘테미아는 후회가 밀려왔다. 마치 이대로 눈을 감으면 다신 이 몽환적인 세계에서 헤어 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천천히 눈을 감으려는 찰나... "린!!!!!!!!!!!" "......!!" 현실이란 세계를 완전히 배제해버리고 꿈만 같은 세계로 빠져들려는 엘테미아의 혼을 강타 하는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뭐...?" 이에 엘테미아가 모든 감각을 되살리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리류나드의 뒷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아......" 절로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엘테미아의 시선이 머문 곳엔 정말로 두남자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온통 만신창 이가 된 모습 그대로였지만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진!!...미카엘...!!" 엘테미아는 또다시 눈물을 왈칵 쏟으며 다시는 부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들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다. 너무나도 보고싶던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자 형용할 수 없는 기쁨에 탄식 마저 흘러나왔다. "......." 하지만 엘테미아가 기뻐하긴 아직 일렀다. 뒤에서 이도크진과 미카엘이 엘테미아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자 광기어린 눈으로 고개를 훽 돌린 리류나드는 경악어린 얼굴로 나직이 소리쳤다. "무,무슨...!!" 분명 그들의 기가 끊기며 완전한 죽음을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두남자를 보며 리류나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한편으 로는 끈질기게도 자신을 방해하는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보며 거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이에 리류나드는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로 스펠을 외워대기 시작했다. "ЧФЫⁿ ŋЖ∴Жㆀ∴‡П ЗŋĸŦÆ ĦД € ΩŋŒ ζχμΞ ΦλЪЗŋĸ ДŒ ЖβЖД ФΞ∴" 짤막하게 스펠을 외운 리류나드는 자유로운 왼손을 펼쳐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향해 소리쳤 다. "이제 그만 사라져라!!" -지이이잉...- 왼 팔을 앞으로 펼친 리류나드의 손에서 음산한 붉은 빛이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붉은 빛은 어느새 타원의 모양을 띄며 무수한 붉은 빛 줄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쌔애애애애액!!!- 섬뜩한 파공음을 내며 수많은 붉은 빛줄기가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을 향해 쇄도하는 붉은 빛줄기를 보며 재빨리 미카엘의 앞으로 나선 이도크진은 남아 있던 미약한 힘으로 쉴드를 전개했다. -트카카카캉!!- 하지만 이도크진이 전개한 쉴드는 얼마 가지 못했다. 대략 대여섯 줄기의 붉은 빛을 막아낸 다음 순식간에 하얀빛을 퍼트리며 작렬하게 산화했다. 하지만 정녕 자비란 게 깃들어 있지 않던 리류나드의 붉은 빛 줄기들은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몸을 마구 강타하기 시작했다. 다시금 붉은피가 쏟아지며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기 시작한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보며 리류 나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그들은 아무런 힘도 없었다. 옛날부터 자기의 창조신인 라무르스를 죽여 그의 신력을 취한 이도크진은 마력과 신력을 동시에 씀 으로서 악명높은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그는 이번의 싸움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신력은 물 론 마력까지 모두 소모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드래곤 일족 이외에 어떠한 개 입도 허락치 않는 창조주의 명을 어긴 미카엘도 모든 신력을 회수당해 지금은 힘없는 허수 아비나 다를 바가 없었다. "크하하하하하하!!!" 자신의 공격에 또다시 수많은 피를 쏟아내는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보며 리류나드가 광소를 터트렸다. 그리곤 일부러 그들에게 내보이듯 자유로운 왼손으로 엘테미아의 몸을 다시 더듬 기 시작했다. "진!! 미카엘!! 나같은 건 그냥 두고 어디론가 가란말야!!!" 엘테미아는 더이상 싫었다.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과...그리고 다시는 눈 앞에서 그들의 죽음을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엘테미아는 진심으로 그들이 이곳을 피해주 기를 바랬다. 이때문에 결국 엘테미아는 울먹이며 두남자를 향해 소리쳤다. "나같은 건...나같은 건...아무래도 좋으니 그냥 가란 말야!!" "......." "......." 몸은 땅바닥에 축 늘어져 있었지만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눈빛만은 금방이라도 리류나드를 작살낼 만큼 투기가 끓어 넘쳤다. 손가락 하나도 꼼짝 할 수 없을것 같았지만 그들은 끝내 땅바닥에서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그리곤 볼 수 있었다. 리류나드의 손이 독사가 혀를 낼름거리는 것 마냥 엘테미아의 몸을 더듬고 있는 장면을...그리고 구슬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들을 향해 어디론가 피하라고 소리치는 은발의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크하하하하...지금 너희들이 여기서 무얼 할 수 있단 말이냐!? 거기서 가만히 주저앉아서 시조드래곤이 농락당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면 그 질긴 목숨, 조금이라도 연명케 해줄 수 있다. 크하하하핫!!" 미친듯이 웃어대는 리류나드를 보며 이를 앙다문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순식간에 엄청난 투 기를 발산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의 온몸은 붉은 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경련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일어섰다. 그리고 엘테미아를 향해 한걸 음을 내딛었다. 저 슬픈 얼굴에 다시 미소를 가져다 줄 수만 있다면...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엘테미아를 향해 걸어가면서 동시에 생각했다.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 조차 무시한 채 걷고 있던 그들의 걸음은 어느새 뜀박질로 변했고 이내 엘테미아의 구슬픈 눈물을 보며 동시에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악!!!!" "헉..."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단정한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포효에 리류나드가 격한 신음을 삼켰 다. 분명 그들에게 흘러나오는 강대한 기운은 없었다. 하지만 전신을 수천개의 바늘로 찌르 는 듯한 엄청난 살기에 리류나드는 절로 엘테미아를 내팽개치며 두손을 벌벌 떨고는 급히 스펠을 외워대기 시작했다. "Œ ζχμΞ ΦλЪЗŋЧФЫⁿ ŋЖ ЗŋĸŦÆ ĦД € Ωŋĸ ДŒ ЖβЖД ФΞ∴Ж ㆀ∴‡П" 순간적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한의 마나와 자신이 취한 이도크진의 조각까지 끌어모은 리류나드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을 쩍 벌리며 소리쳤다. "사,사라져라!!!!!!!!!!" 순간 리류나드의 두 손에서 엄청난 량의 전류가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치지지지지직!!!!!!!- 전류가 이는 섬뜩한 소릴 사방으로 울려대며 신랄한 움직임을 그어대기 시작한 리류나드의 마법을 보며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동시에 주먹을 뒤로 뻗었다. 이도크진은 오른손을...그리고 미카엘은 왼손을 뒤로 힘껏 제끼고는 쏘아져오는 전류를 향해 악을 지르며 주먹을 뻗었다. -콰지지지지지직!!!- 리류나드의 전류와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주먹이 서로 맞부딪히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빛의 파동이 생겨났다. 신랄하게 움직이는 전류를 향해 주먹을 내지른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전신 이 새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크아아아악!!" "크아아아악!!" 전류를 맨손으로 막으며 이도크진과 미카엘은 동시에 속으로 외쳤다. '예전의 미소를 다시 찾아 줄 수만 있다면!!!!!' 그때였다. 내지른 주먹이 신랄하게 움직이는 전류로 인해 한없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을 때였다.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주먹이 전류를 막아내며 심하게 흔들릴 즈음...순간 서로의 손이 작게나마 마주침을 가졌다. 서로가 엘테미아의 얼굴에 미소를 되찾아 주고 싶다고 혼신 을 다해 외치는 순간, 서로의 주먹이 잠시 맞닿은 것이다. 눈부신 빛... 순결토록 새하얗게 빛나는 눈부신 빛의 파동이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사이에서 쏟아져 나 왔다. 점차 모습을 부풀리기 시작한 둥그런 빛의 파동은 자기 속으로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몸이 새하얀 빛 속으로 빠져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도크진과 미카엘의 얼굴엔 일말의 불안감따윈 존재치 않았다. 마치 그 속으로 빠져드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듯한 얼굴 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리류나드가 경악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즈음...어느새 찬란한 빛의 파동은 이도크진과 미카엘 뿐만 아니라 리류나드의 전류도 모두 빨아 들였다. "진!!! 미카엘!!!" 이도크진과 미카엘이 알 수 없는 빛의 파동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자 피를 토하는 목소 리로 엘테미아가 소리쳤다. 리류나드는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했다. 이건 자신의 마법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아니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둥그런 빛의 파동이 이도크진과 미카엘, 그리고 자신이 쏘아낸 전류까지 모두 빨아들이자 그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한참동안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빨아들인 커다란 빛의 파동을 넋놓고 바라보던 리류나드는 다시금 진득한 미소를 지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내 빛의 파동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울 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오른손에 마나를 응집하기 시작한 리류나드는 모든 걸 끝내버릴 심산인지 엘테미 아에게로 다가서며 광기에 젖어있는 눈과 함께 입을 열었다. "크큭...아쉽지만 여흥은 이제 끝이다. 이제 그만 너의 레디아나를 받도록 하지. 크크큭..." "......." 엘테미아는 이글거리는 보랏빛 마나덩어리를 오른손에 든 채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리 류나드를 보며 순간적인 두려움에 두눈을 꼭 감았다. 이에 비릿한 미소가 얼굴 전체에 번진 리류나드가 오른손에 응집한 마나를 엘테미아에게 던져버릴 찰나였다. -콰지지지지지직!!!!!- 순간 아무런 반응이 없던 눈부신 빛의 파동에서 엄청난 전류가 사방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 작했다. 그러자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껴버린 리류나드가 고개를 돌려 이도크진과 미카엘 을 삼켜버린 커다란 빛의 파동을 바라보았다. -콰직!!!- "......!!" "......!!" 손이 튀어나왔다... 눈부신 빛의 파동에서 하얀빛으로 뒤덮인 하나의 손이 튀어나왔다.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듯 쫙 펴진 손은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눈부신 빛의 파동을 찢어버릴 것처럼 보였다. 마치 얇은 고무막에 갇혀 있는 남자가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온몸을 앞으로 미는 것처 럼 둥그런 빛의 파동에서 새하얀 빛으로 뒤덮인 팔이 불쑥 튀어나왔다. -콰지지직!!- 이제는 나머지 한쪽팔 마저 둥그런 빛의 파동에서 튀어나왔다. 여전히 새하얀 빛으로 뒤 덮여있던 두 팔은 무언가를 움켜쥐기 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사내의 얼굴인 듯한 모습 이 또다시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새하얀 빛으로 뒤덮인 한쪽 다리마저 튀어 나왔다. "뭐,뭐냐!!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냐!!!" 자신을 옭아매는 거대한 위압감에 리류나드가 미친듯이 소리쳤다. 둥그런 빛의 파동에서 빠 져나오려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한 사내를 보며 엘테미아는 자신의 가슴이 미친듯이 두 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이제는 둥그런 빛의 파동으로부터 사내의 나머지 다리까지 내보이고 있었다. 커 다란 빛의 파동 속에서 빠져나가려는 듯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사내의 모습은 아직 그를 놓아주지 않고 있는 새하얀 빛 때문에 누구인지 분간할 수는 없었다. -치치치직...- 그때였다. 새하얀 빛으로 뒤덮인 채,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던 사내의 손끝에서부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움켜쥐기 위해 쫙 펴진 손을 뒤덮고 있던 새하얀 빛이 순식간 에 수천, 수억의 작은 빛의 입자로 흩어지면서 진정한 사내의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 했다. "......." "......." 수천, 수억의 눈부신 빛의 입자가 아름다운 장관을 그리며 사내의 진정한 모습을 토해내는 순간...커다란 빛의 파동으로부터 완전히 빠져나온 사내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리 류나드를 향해 순식간에 쇄도하기 시작했다. "허억!!" 갑자기 수많은 빛의 입자를 흩뿌리며 사내가 자신을 향해 눈에 비치지도 않는 스피드로 쇄도하자 리류나드는 다급한 신음을 삼켰다. 그리곤 그가 미처 스펠을 외 치기도 전에 그의 면전 앞으로 당도한 사내는 오른 주먹을 뒤쪽으로 뻗곤 공간조차 일그러뜨리는 펀치를 리류나드의 얼굴에 작렬시켰다. -콰아아앙!!!- 마치 쇠조각이 산산조각나는 소리와 함께 정체 불명의 사내에게 주먹을 맞은 리류나드는 공 기조차 가르는 파공음을 지르며 얼음먼지와 함께 저 멀리있던 빙산에 처박혔다. -쿠쿠쿠쿠쿵...- 리류나드가 엄청난 속도로 처박히자 거대했던 빙산이 순간 와르르 무너지며 그를 처참히 짓뭉갰다. "......." "......." 갑자기 자신 앞으로 쏘아져 나와 리류나드를 멀찍이 날려보낸 사내를 보며 엘테미아는 흔 들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도크진이 아니었다. 그리고 미카엘도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흘러넘치는 카리스마를 대변하듯 그의 새하얀 머리칼은 몇가닥만을 제외한 채 모두 뒤로 넘겨져 있었다. 뒤로 넘겨진 뾰족한 그의 머리칼로부터 고개를 돌린 엘테미아는 다시금 그 의 얼굴을 바라보자 신비로운 새하얀 눈썹과 매혹적인 푸른 눈동자...그리고 날카롭게 솟은 콧날과 강직하게 닫혀있는 그의 굳은 입술은 흡사 이도크진의 얼굴을 보는 듯 했지만 그의 얼굴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누,누구세요..." "조금만 더...기다려라." "......." 그의 말에 엘테미아의 눈이 커다랗게 떠질 무렵... -촤라락...- 다음에 벌어진 아름다운 장관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온몸을 휘감아도는 전율을 만끽해야 했 다. 자신의 앞에 서있던 새하얀 머리칼의 알 수 없는 사내는 돌연 두눈을 감고 가슴을 앞쪽 으로 약간 내밀며 두 팔을 옆으로 살짝 벌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등뒤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날개가 쏟아져 나왔다. "......." 어째서 일까...그의 황금빛 날개를 보자 엘테미아의 두눈에서 눈물이 흘러 나왔다. 주저앉아 있는 엘테미아에게 옆모습만을 내보이고 있던 사내는 수많은 전함들이 떠있는 하늘을 힐끔 바라본 뒤 이내 리류나드가 처박힌 빙산쪽으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그리곤 이내 자신의 황 금빛 날개를 펼치며 눈부신 휘장을 드리운 채, 앞을 향해 쏘아져 나가려는 자세를 취했다. -고오오오오오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는 리류나드를 향해 달려가지 못했다. 하늘에 떠있는 수십척의 전함에서 이쪽으로 향하는 거대한 기운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재빠른 동작으로 주저앉아있는 엘테미아를 두팔로 들어 올렸다. "꺄악..." 이도크진일지도...그리고 미카엘일지도 모르는 알 수 없는 사내가 갑자기 자신을 두팔로 들어 올리자 엘테미아는 작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들에겐 그리 많은 여유가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하늘에선 거대한 함체를 자랑하던 전함들이 수많은 소형 전투정들을 사출해내고 있 었고 설녀의 땅을 처참하게 짓밟았던 거대한 빔포도 다시 쏘아대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콰콰콰쾅!!!- 아무대나 쏘아대던 그들의 빔포는 어느새 엘테미아와 그를 안고 있는 정체 불명의 사내 를 타겟으로 잡고 있었다. 붉은 빔포가 설녀의 땅과 충돌하자마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무시무시한 풍압이 사내 와 엘테미아를 덮쳐들었다. 수없이 불어닥치는 거센 바람에 엘테미아는 자신의 길다란 은 발머릴 쓸어넘기며 사내의 얼굴을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자신을 안고 재빠른 이동을 하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엘테미아는 순간 푸른 눈동자의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흠칫거리며 깜짝 놀랐다. "아...저,저기...그,그러니까..." "...뭐냐...?" "에...또..." 갑자기 말을 더듬거리며 횡설수설을 하기 시작한 엘테미아는 끝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자꾸만 시야를 가리는 자신의 머리만 쓸어 넘겼다. 그러자 엘테미아를 안고 있던 사내는 이상한 행동을 내보이고 있는 그녀를 보며 오른 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렸다. "...에...?" "........" 사내가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린 게 무척이나 신기한 듯, 커다란 두 눈을 더더욱 크게 뜨곤 입까지 벌리며 엘테미아가 사내를 쳐다보자 사내는 다시금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 거리며 짧게 말했다. "뭐냐?" 사방에서 터지는 거대한 폭발과 소형 전투정에서 쏟아지는 녹색 빔 사이로 재빠른 이동을 하고 있던 사내는 여전히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엘테미아를 보며 고개를 살짝 젓고는 짧은 한숨을 내쉰 뒤 입을 열었다. "이제는 남편까지 모르는 척 하는거냐?" "........" 사내의 짤막한 말에 엘테미아가 한참동안 벙찐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기를 수초가 지났을 때 기어이 두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진...? 진이야? 응?!" 사방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빔포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며 엘테미아를 안고 있던 사내는 그녀 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커다란 눈가에서 다시금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 시 작한 엘테미아는 두 팔로 이도크진의 목을 거세게 끌어안고 울먹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진!! 정말로 진이었구나!!! 흐아아앙!!!" "........" 얼마만에 들어보는 걸까...? 이렇게 칭얼대며 울어대는 그녀의 모습을 이도크진은 실로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정겨운 그녀의 울음소리를 방해하는 수백의 커다란 폭음들이 상당히 귀에 거 슬리기 시작한 이도크진은 서슬퍼런 안광을 사방으로 흩뿌리며 달려가던 몸을 그대로 반쯤 돌린 채, 날파리처럼 몰려들어오는 소형 전투정들을 향해 왼손을 살짝 휘둘렀다. 이도크진이 소형 전투정들을 향해 왼손을 휘두르자 순간 무시무시한 얼음폭풍이 그들을 미 친듯이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콰지지지지직!!!- 강철로 이뤄진 소형 전투정들이 얼음폭풍속에서 서로를 향해 부딪히자 커다란 굉음과 함께 시뻘건 불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크하하하하하 바쁜가 보구나!!!" 그때였다. 때거지 같은 전투정들과 하늘에서 쏘아져 내리는 빔포만으로도 충분히 난감하건 만 이도크진과 엘테미아에게로 광기에 물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이빨을 나직이 갈며 무서운 눈빛으로 오른쪽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자신과 비슷한 스피드로 달려오는 리류나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어느새 걸치고 있던 검은 로브를 벗어 던진 채, 여기저기 상처 난 전사차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에 이도크진이 재빨리 그에게 공격마법을 시전하려는 찰나... 자기의 품에서 큰소리로 엉엉 울고있던 엘테미아가 새빨개진 고개를 들고 이도크진을 바라 보며 짧게 물었다. "미...카엘은...?" 엘테미아의 물음에 이도크진은 리류나드로부터 고개를 돌려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그답지 않는 너무나 편안하고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 이도크진의 미소속에...무언가를 바라본 엘테미아는 다시금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낮게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투두두두두두두!!!- 뒤에서 쏟아지는 소형 전투정들의 녹색 빔과 옆에서 계속 마법을 날려대는 리류나드를 피해가던 이도크진은 더이상 피하는 것만으로는 한계에 다다랐는지 대단위 공격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푸슝!!!- "칫...!!" 리류나드가 쏘아낸 섬광의 화살에 어깨를 스친 이도크진이 낮은 욕지거릴 내뱉었다. "괘,괜찮아 진?? 난 괜찮으니까 여기서 내려줘." "......." 어깨에서 다시금 붉은 피가 쏟아지는 이도크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 의 말에 이도크진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하다못해 날파리처럼 몰려드는 소형 전투정들과 하늘 위의 전함만 없었더라도 엘테미아를 안전한 곳에 내려준 다음 리류나드와 한맺힌 전투 를 벌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선 절대 그녀를 혼자 둘 수 없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때였다. 수많은 빔포와 광기에 물든 리류나드를 피해 쏜살같이 달려나가던 이도크진과 엘테미아에 게로 순식간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에 하늘을 올려다본 이도크진과 엘테미아의 두눈이 확연하게 뜨여지며 온몸에 전율이 일고 있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 "......." 드높은 하늘에서 들려온 거대한 포효에 설녀의 땅이 작은 진동을 퍼트렸다.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 하늘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 었다. 이도크진을 향해 쇄도하던 리류나드도 입을 쩍 벌리고 경악하는 얼굴로 하늘을 쳐다 보고 있었고 지상을 향해 열심히 주포를 쏘아대던 전함들도 주포의 방향키를 허겁지겁 돌리 느라 정신이 없었다. "모두들..." 환희에 젖은...엘테미아의 목소리가 하늘을 향해 조용히 울려퍼졌다. -쿠오오오오오오오오!!- -츠파파파파파파파파!!!- 하늘에서... 갖가지 속성을 담은 브레스들이 찬란한 빛을 터트리며 길다란 궤적을 그리고 있었다. 수백줄기의 브레스들이 각각 지니고 있던 속성을 머금고 하늘에서 위용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던 전함들을 향해 쇄도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선두에 있던 거대 전함들이 사방으로 푸른 불꽃을 퍼트리며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함 들만이 가득했던 하늘엔 어느새 수백마리의 거대한 드래곤들로 주를 이루기 시작했다. "서,선두에 있던 아군함 50% 전력 대파!!" 수많은 모니터들과 귀청을 시끄럽게 울려대는 갖가지 경고음들이 현재의 급박한 상황을 더 욱 부추기고 있었다. B.T.W의 마스터로부터 모든 명령권한을 위암받은 나르미스 함장은 거대 스크린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포스런 괴물들을 보며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벌벌 떨며 경악하고 있었다. "도,도대체 저것이 뭐냔 말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던 인물은 비단 나르미스 함장 뿐만 이 아니었다. 브릿지 내에서 각종 계기판과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다른 승무원들도 멍하 니 정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 "이,이것이...정녕 실존하는 생명체란 말인가..." 경악과 불신을 머금은 나르미스 함장의 목소리가 브릿지 내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한동안 정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공포스런 생명체에게 유린당하고 있는 자신들의 전함을 바 라보던 나르미스 함장은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옆에 서있던 부함장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다,당장 전 함대에게 전해라. 모든 타겟은 눈앞의 거대 생명체들에게 고정시키고 최대출 력의 이데아캐논 스,스탠바이..." "...네! 함장!!!" 나르미스함장의 명령을 전달받은 부함장은 브릿지 내의 통신관에게 그의 명령을 그대로 전달했고 명령을 이어받은 통신관은 전 함대의 통신패널을 통해 다시 명령을 전했다. 모든 함대에 명령을 전달한 나르미스는 그동안의 쌓아온 연륜은 폼으로만 있는 게 아니 었는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꼬부라신 수염을 연신 잡아당겼다. "여어~안녕들 하신가?" "......!?" "......!?" "......!?" 그때였다. 전 함대에게 이데아캐논 발포명령을 내린 나르미스 함장의 귓가로 젋은 청년 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나르미스 함장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 함대로 통하는 브릿지의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결국 이 목소리는 전함 밖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에 깜짝 놀란 나 르미스 함장은 고개를 훽 돌려 정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자 거기엔 아찔할 정도 로 섹시함을 풍기는 보릿빛 장발의 사내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뒷짐을 진 채, 미소를 짓 고 있었다. "......." "......." "......." 입에서 이데아캐논급의 에너지를 내뿜는 공포스런 괴물로도 모자라...컬쳐쇼크까지 불러일 으는 아찔할 정도의 외모와 공중에 둥둥 떠있기 까지한 사내가 나타나자 나르미스 함장 과 브릿지 내의 모든 승무원들은 졸도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나르미스 함장이 스크린에 비춰진 보랏빛 장발의 사내를 보며 송신 마이크를 개방한 채 소리쳤다. "네,네놈은 누구냐?!" 이계의 인물이 확실한 보랏빛 장발과 아찔할 정도로 섹시하게 생긴 사내는 놀랍게도 나르미 스가 외친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고 있었다. 수십척의 거대 전함들이 위이이잉 거리며 이데아캐논 발포를 준비하고 있는 살벌한 가운데 여유로운 미소로 그들의 앞에서 뒷짐을 진 채 서있던 보랏빛 장발의 사내는 자신의 등뒤로 그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검은 색 낫을 소환해냈다. 사내가 소환해낸 낫은 마치 사신이 들고 있는 낫처럼 섬뜩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뒷짐을 진 채 거대한 낫을 살짝 움켜잡은 보랏빛 장발의 사내는 붉은 입술로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누구냐고 물어본 나르미스 함장을 향해 짧게 말했다. "Prince of Darkness (마왕)" "......!?" "......!?" 보랏빛 머리칼의 사내가 내뱉은 목소리를 끝으로 나르미스 함장 외, 모든 승무원들이 보고 있던 대형 스크린이 새하얗게 물들며 그들은 다시는 그 어떤 목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 다. "보,본함 스텔라디우스를 제외한 전 아군함들이..." "......." "......." "전멸했습니다." -쿵!!!!- 검은 뿔테안경을 쓴 여승무원의 말에 스텔다리우스 호 쟈넬 총사령관은 의자의 받침대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진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새하얗게 물든 스크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손님으로 와서...정중하게 손을 내밀지는 못할 망정 먼저 이빨을 드러내다니...어리석은 자들의 당연한 결과인가...제길...!" 낮게 욕지거릴 내뱉는 쟈넬 총사령관을 보며 모든 승무원들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 다. 그때였다. 다시금 긴장된 듯한 통신관의 목소리가 브릿지 내에 울려퍼졌다. "초,총사령관 각하...마스터의 호출입니다." "......!!" 통신관이 보고한 마스터의 호출이란 말에 쟈넬 총사령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서 다시금 거수경례를 취했다. "마스터를 뵙습니다." 쟈넬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말하자 브릿지 내의 통신패널을 통해 마스터라 불리우는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에...마계의 절대군주, 헬프리녀석에게 모두 당한거야? 치...마왕이란 놈이 할일이 그렇 게나 없나..." "......." "......." "뭐...그래도 목적은 달성했으니 상관없겠지. 이만 임무를 접고 본토로 돌아오도록 해. 총사 령관." 그녀의 말에 쟈넬의 두눈이 살짝 굳어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대체 우리들이 무슨 목적을 달성한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본토로 돌아오도록 해." "......." 마스터의 냉기어린 목소리에 쟈넬은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고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부함장에게 명령했다. "...디멘션 드라이브...스탠바이..." "디멘션 드라이브 스탠바이!! 목표는 본토 아스레이T-14 기지! " "좌표 고정 완료! 무한동력기관 임계점까지 앞으로 1분 32초!" "전 승무원들에게 알립니다! 앞으로 본 함은 디멘션 드라이브에 돌입! 모든 작업을 중지하 고 1분 내로 지정된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디멘션 드라이브, 수동에서 자동으로 전환...모든 로케이션 차단 완료" 다시 본토로 돌아가기 위해 스텔라디우스의 브릿지 내부는 처음처럼 모든 전원이 차단되고 있었다. 순식간에 어둠이 내리깔린 브릿지 안에서 쟈넬 총사령관은 늘 꿈만 꾸어오던 이계 에 대한 환상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통감하며 눈을 감았다. 구름이 걷혀진 푸른 하늘에 떠있던 스텔라디우스에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사방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들이 이땅으로 처음 발을 디뎠을 때처럼 공간의 틈새가 둥그런 모양으로 만들어 졌다. 공간의 틈새로 다시 빠져나가려는 스텔라디우스를 보며 헬프리는 굳이 격추시키려 달려들 지 않았다. 그리곤 저 높은 빙산 위에 홀로 서 있는 붉은 머리 청년에게로 되돌아갔다. -스스스스스스스...- 서로 죽일 듯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두 남자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모두 뒤로 넘겨진 새하얀 머리칼을 나부끼던 이도크진도...광기에 젖은 눈으로 블루블랙의 머릴 나부 끼던 리류나드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리류나드는 자신이 취한 모든 조각의 힘을 두 손에다 응축시키고 있었고, 이도크진은 자신의 마력과 미카엘로부터 나온 신력으로 자신의 최대 공격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도크진과 미카엘이 눈부신 빛 의 파동 속에서 서로 하나가 되는 순간...미카엘은 이도크진과 하나가 됨으로서 이번 싸움에 개입한 권리를 부여받음에 회수당했던 신력이 되돌아왔고 이도크진은 운명을 조작하느라 모 두 소모해버린 신력을 미카엘로부터 다시 받을 수 있었다. "진..." 걱정스레 두 남자를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의 주위로 어느새 캐슬의 모든 드래곤들이 나 란히 서있었다. 이즈와 가드레일, 그리고 페트리샤, 티제이븐, 액시드옥션, 다헬론, 에셀리 드민...그리고 캐이셜럭스 대륙의 드래곤로드, 에이메리 스콸라이쳐도 있었고 남은 두 대륙 의 모든 드래곤들도 묵묵히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남자를 바라보고 있던 드래곤들 중 어느 누구도 나서겠다고 하는 이가 없었다. 빙룡족의 로드로서 매듭지어야할 싸움이란 걸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잘 알고 있었던 것이 다. 적당한 거리를 벌리고 새하얀 설원 위에서 살기 등등한 기세로 마주보고 있던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는 순간 자신의 기운을 사방으로 뿜어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캬아아아악!!" 둘의 기운이 중간에서 맞닥뜨리자 공간조차 일그러지는 파공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풍압이 엘테미아들을 덮쳐왔다. -슈슈슈슈슈!!- 무시무시한 기운을 휘날리며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는 동시에 땅을 박차고 서로를 향해 쇄도 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수많은 얼음먼지들을 흩날리며 서로에게 쇄도한 두남자 는 자신이 가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을 오른주먹에 담아 서로에게 쏟아 붓기 시작했다. 이도크진과 리류나드의 오른 주먹이 서로의 주먹으로 쇄도하자 마치 슬로우모션을 보는 듯 그들이 내뿜는 기운이 너무 강해, 서로가 서로의 주먹에 닿질 못하고 있었다. -그그그그그그- 이에 이도크진과 리류나드는 더욱더 큰 고함을 지르며 서로의 주먹이 맞닿을 수 있도록 더욱더 기운을 쏟아부었다. 서로의 주먹 사이로 검은 기류가 솟구치며 공간의 일그러짐을 표명하고 있었고 그들 사이로 무시무시한 풍압이 쏟아져 나왔다. -툭...- 그때였다... 서로의 주먹에 닿기 위해 더욱더 기운을 쏟아붓던 두 남자의 주먹은 기어이 작은 마주침을 가졌다. 그러자 모든 사물이 정지된 듯 휘몰아치던 바람들과 공간의 일그러짐이 동시에 멈 춰서며 폭풍 전야와도 같은 상황이 지속되기 시작했다. "......." "......." "......." "......." 그리고 수초의 시간이 흘러... 그들 사이로 모든 사물을 일순간 새하얗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섬광이 사방을 향해 쇄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천축을 찢어발기는 듯한 커다란 굉음과 엄청난 풍압이 설녀의 땅을 잠식하고 있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꺄아악~!" "크윽..." "흡...!!" "허억..." "괴,굉장하군..." 순간 자신들을 향해 무시무시한 풍압이 휘몰아쳐 오자 저마다 실드를 전개하기 시작했고 모 든 힘을 소모한 엘테미아는 이즈와 함께 실드 속에서 현재상황이 가라앉기만을 간절히 바라 고 있었다. -투투투투투투투투투- 하지만 이도크진과 리류나드의 사이에서 잉태된 거대한 폭발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 었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엄청난 기류를 끊임없이 쏘아대고 있었고 그로인해 수조차 헤 아릴 수 없는 얼음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한참을 얼음조각들 때문에 시야를 방해받았던 엘테미아는 천공으로 치솟아오른 폭발이 그 여력을 점차 잃어가기 시작하자 두 눈에 힘을 주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스스스스스스...- 온몸을 구속했던 거대한 기운들이 점차 사그러들자 실드를 전개했던 모든 이들이 하나 둘씩 전개했던 실드를 해제했다. 이에 이즈 또한 자신이 치고 있던 실드를 해제하며 걱정스런 눈 길로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엘테미아는 가슴에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살짝 감으며 짧게 기도했다. 제발 그가 무사해 달라고...부디 자신의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저,저기 온다!!" "......!" "......!" "......!"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검은 연기를 자욱하게 내뿜고 있는 곳을 향해 한 드래곤이 큰 목소 리로 외치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두 눈을 감은 채 기도하 고 있던 엘테미아도 조심스레 눈을 뜨며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정말로 자욱한 연기를 뚫고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비쳐졌다. 하지만 그가 이도크진일지, 아니면 리류나드일지 알 수 없었던 터라 엘테미아의 주위에 있 던 다른 드래곤들은 저마다 그를 향해 공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스스스스스...- 점차 연기속을 걸어나오고 있는 사내의 윤곽이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블루블랙의 머리에...여기저기 찢어진 전사차림을 하고 있는... 연기속에서 비춰진 사내의 모습은 다름아닌 리류나드였다. 이에 다른 드래곤들이 좀전에 가공한 마나로 대단위 공격 마법을 시전하려는 찰나였다. "잠깐!!!!" 모두가 연기 속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리류나드를 향해 공격마법을 시전하려는 찰나, 드래곤 들을 제지한 건 다름아닌 엘테미아였다. 모두의 공격을 제지한 엘테미아는 천천히 앞으로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에,엘테미아님!!" 뒤에서 이즈의 깜짝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에 아랑곳없던 엘테미아는 리류 나드를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갔다. 이제는 완전히 연기를 뚫고 진실된 모습을 드러낸 사내를 보며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뜨 곤 탄식을 내뱉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리류나드를 한 손으로 움켜쥐고 뒤에서 따라나오는 또 하나의 사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진!!!!!" "......." 연기 속에서 유유히 걸어나오던 사내는 자신을 향해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살짝 숙였던 고개를 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은발의 소녀... 그녀의 뒤로 수많은 드래곤들이 서있는 모습을 보자 문득, 사내는 잃어버린 가디언들 생각이 사무치게 밀려왔다. 잃어버린 가디언...사내는 언제나 모든 걸 잃어왔다. 이것이 자신이 짊어진 뒤틀린 운명의 굴레라고 생각하며 덤덤이 살아왔지만 이번만큼은 덤 덤한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눈앞에는 한 소녀가 서있었다. 지치고 상처받은 자신만을 위해 소녀는 서있었다. 이제 몇발짝만 더 가까이 다가선다면 소녀를 만질 수 있고 또 안아줄 수 있다. -털썩- "......." "......." 연기속에서 유유히 걸어나온 사내,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이도크진은 자신이 들고 있던 리류나드를 옆쪽으로 아무렇게나 내팽개쳤다. 그리곤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은 표정으로 자 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본 뒤,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의 등뒤에서 날카로운 눈 빛들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진..." "........"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녀...몇 발자국만 걸어간다면 진정으로 소녀에게 닿을 수 있는 것인가? 이도크진은 속으로 일말의 불안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주 저하진 않는다. 더이상 어물쩡거리다가 자신의 운명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진...진이 말했잖아..." "......." "이번 싸움이 끝나면 해줄 말이 있다고..." 엘테미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도크진에게로 쏠렸다. -피식...-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리자 고개를 약간 숙이고 피식 웃던 이도크진은 숙였던 고 개를 다시 들고 수많은 드래곤들과 끝내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사랑한다." "......." 진의 말에...두손으로 입을 가리며 울먹이던 엘테미아는 결국 한방울의 눈물을 떨궈내고 말았다. 엘테미아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은 그녀의 턱 끝에 고였다가 이내 차가운 설녀의 땅 으로 떨어져 내렸다. -툭...- 차가운 설원위에 엘테미아의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아주...아주 잔잔한 소리를 퍼트리며... 그렇게 한방울의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스파아아앗!!!- ".....!?" ".....!?" ".....!?" 그때였다. 놀랍게도 엘테미아의 눈물이 떨어진 차가운 설원 위에서 아름다운 빛무리가 일렁이기 시작 했다. 그 빛무리는 엘테미아와 이도크진 사이를 맴돌더니 이내 차가운 설녀의 땅으로 가라 앉아 버렸다. "이,이럴 수가..." "......." "......." 빛무리가 땅으로 가라앉자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중심으로 놀라운 장면이 펄쳐졌다. 동그란 빛의 입자가 천천이 설녀의 땅에서 솟아올라 하늘을 향해 휘날리기 시작했다. 엘테 미아와 이도크진이 서 있는 정 중앙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던 빛의 입자는 점차 그 면적 을 늘려나갔다. 땅에서부터 점점 원의 모양으로 퍼져나가던 빛무리들은 자신들이 이루고 있는 원의 안으로 차가운 얼음 대신, 파릇파릇한 풀과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꽃들로 가득한 초원을 자아내기 시작했다. 천천히 면적을 늘려가던 빛무리들은 순식간에 설녀의 땅 전체를 향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빛무리들이 원의 모양으로 순식간에 면적을 늘려나가자 빛무리가 땅으로부터 하늘 로 치솟아 오르는 곳엔 차가운 얼음대신 눈부신 햇살에 만개한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찼다. "아아..." "........" "........" 이 놀라운 장면들을 보며 그 누구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던 설녀의 땅은 원의 모양으로 점차 면적을 늘려나가는 수천, 수억의 빛무리들로 인해 온갖 꽃들이 만개한 드넓은 초원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겨울을 여는 작은 열쇠로 인해...설녀의 땅은 억겁의 세월을 뛰어 넘어 처음으로 찾아온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자기범위를 넓혀 나가며 설녀의 땅을 온통 들푸른 초원과 만개한 꽃들로 가득 채우던 눈부신 빛무리들은 어느새 자기 할일을 모두 마치고 다시 이도크진과 엘테미아가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빛을 뿜어내는 빛무리들은 어느새 모이고 모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이런 빛무리들의 변화를 눈치 챈 엘테미아와 이도크진...그리고 기적의 현장에 나와있던 모든 드래곤들은 저마다 시선을 아름다운 빛무리에게로 고정했다. 설녀의 땅에 봄을 내려준 빛무리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한지 채 1분 도 안될 즈음... 빛무리가 모이고 모여 하나의 완성된 형상을 보자, 이도크진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 뜨여 졌다. "다,당신은..." 빛무리들이 자아낸 하나의 형상을 보며 이도크진은 물론이고 엘테미아 또한 깜짝 놀랐 다. "정말...오랜만이구나..." 눈부신 빛무리들이 자아낸 형상은 학자풍이 느껴지는 유악한 청년이었다. 차분한 옷차림 에 안경을 쓰고 있는 사내는 이도크진의 분위기완 정 반대의 사내였다. 하지만 누가 보아 도 이도크진의 새하얀 머리칼과 빛무리 속에서 나타난 사내의 머리칼은 서로 똑같았다. 한참동안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 앞에 나타난 존재를 바라보던 이도크진은 떨리는 음성 으로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라무...르...스..." 이도크진의 입에서 라무르스란 이름이 살짝 튀어나오자 엘테미아는 설마설마했던 자신의 의문의 확실시되고 있었다. 처음으로 빙룡족이 있다는 걸 알았던 날...그 이상한 꿈에서 보았던 이도크진을 창조한 신이 분명했다. 라무르스는 여전히 미소가 가시지 않는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이도크진에게서 고개를 돌 린 채 향긋한 봄날의 기운을 가득 풍기는 설녀의 땅을 바라보았다. "그거 아니?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이 땅은 이렇게 초록빛 풀들과 온갖 꽃들이 만개한 아름다운 땅이었다. " "......." "쿡...그때가 생각나는군...어느 누구에게 레디아나를 빼앗겨 매일 너를 구박했던 날이 말야..." 라무르스가 편안한 미소를 머금으며 하는 말에 엘테미아가 움찔거렸다. 게다가 라무르스 의 시선은 어느새 자신에게 머물러 있었다. "에...또...저,저기..." 또다시 말을 버벅거리며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엘테미아는 결국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갤 푹 수그려야 했다. 이에 다시금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은 라무르스는 자신의 손 을 두어번 젓고는 엘테미아를 향해 말했다. "뭐...지나간 일이니 신경쓸 것 없단다. 게다가 그땐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하지만 정말로 진이 사랑이란 걸 받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구나...게다가 상대가 더더욱 엘테미아 라니...쿡...정말 재밌는 운명이야." "지금의 상태는...?" 그때 라무르스를 향해 이도크진이 물음을 건넸다. 이에 라무르스는 여전히 편안한 미소 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돌아가야 한단다..." "......." 라무르스의 말에 이도크진의 아미가 살풋 일그러졌다. -스스스스스...- 빛무리에 의해 형상을 이뤘던 라무르스의 몸이 다시금 눈부신 빛무리를 흩날리며 사라 져가기 시작했다. 이에 이도크진이 자신의 손을 뻗어 그를 만지려고 했지만 라무르스가 여전히 편안한 미소를 저으며 그를 제지했다. 이에 들었던 손을 다시 내려야 했던 이도크진은 차마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흩날리는 라무르스를 멍하니 바라봐야 했다. 이제는 모든 몸이 눈부신 빛으로 변하며 흩날려 버린 라무르스는 마지막으로 이도크진을 향해 생긋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사랑받고 있구나..." "......." "나는...정말로 기쁘단다...내 아들아." "......." 아직도 자신을 아들이라고 불러주는 라무르스를 보며 이도크진은 기어이 두 눈을 감고 고갤 숙였다. 그의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끝내 라무르스를 향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빛무리와 함께 라무르스의 형상은 완전히 공기중으로 사라 져버렸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나간 라무르스의 모습을 이도크진은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진..." 그때였다. 고개를 푹 수그린 채 부들부들 떨던 이도크진의 주먹을 엘테미아가 자기 손으로 살짝 덮어주며 말했다. "그는 정말로 기쁜 얼굴이었어..." "........" 엘테미아의 말에 그제야 쥐었던 주먹을 살짝 푼 이도크진은 자기 눈앞에 서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얼굴엔 예전보다 더욱더 밝은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새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그리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향긋한 봄내음이 이도크진 의 가슴을 평온케 해주고 있었다. 자신의 손에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와...눈앞에 사랑을 알려준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천천히 입술을 열었다. "이곳에서...나와 함께 살아주지 않겠나...?" "........" "린." 갑작스런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의 커다란 두눈이 확 뜨였다. 그리곤 한참동안 멍한 표정으로 이도크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그녀의 눈가에 또다시 눈물이 고이며 이내 고개를 푹 수그렸다. 한참을 고갤 숙인 채 작은 어깨를 가늘게 떨고 있던 엘테미아는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로 빼꼼이 고갤 들어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응...진이 애원하는데 까짓거 들어줄게..." "......."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울음을 터트리면서도 굉장히 기쁜듯한 얼굴을 하고선 큰 선심 쓰듯 말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전 의 엘테미아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스윽...- 천천히 엘테미아의 작은 어깨에 손을 올린 이도크진은 허리를 숙여 자기의 얼굴을 엘테미아 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 이도크진의 얼굴이 자기에게로 다가오자 흠칫 하고 놀란 엘테미아는 끝내 더더욱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까치발을 들고 그의 입술을 맞이했다. 길고 긴 키스를 하기 시작한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보며 그들의 뒤에 서있던 다른 드래곤 들은 헛기침을 삼키고 고개를 스리슬쩍 돌리기 시작했다. 허나 끝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더욱더 유심히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관찰하고 있는 가드레일과 액시드옥션을 보자 그들의 옆에 있던 이즈가 화난 얼굴로 쌰대기를 올려부 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꺄악~!" "...미, 미안 합니다...!!" "......." 감동스런 분위기에 흠취되어 이도크진과 깊고 깊은 키스를 만끽하고 있던 엘테미아는 갑 자기 이도크진이 입술을 강제로 떼어내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자 벙찐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게다가 천하의 이도크진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더더욱 기가 막혔다. 이에 엘테미아는 물론이고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다른 드래곤들도 확연하게 달라진 이도크 진의 모습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였다. "지,진...?!" 갑자기 상태가 이상해진 진을 보며 엘테미아가 깜짝 놀라 걱정스런 눈길로 그에게 말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엘테미아랑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있던 이도크진은 자신의 이 름을 걱정스레 부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보며 끝내 입술을 열었다. "지,지금의 저는 미카엘입니다...엘테미아..." "......." "......." "......." 한동안 이도크진의 말에 굉장히 순진한 얼굴로 의문의 표정을 짓고 있던 엘테미아는 순간, 귀청이 떨어져라 소릴 지르며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에에에에에에에?!!!!!" "........" 엘테미아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소릴 지르자 이도크진...아니 미카엘은 더욱더 난처한표정을 지으며 사과했다. "미,미안합니다, 엘테미아...갑자기 눈을 떠보니 그,그게...그러니까 엘테미아와..." "........" 눈을 떠보니 자신과 키스하고 있었다는 미카엘을 보며 엘테미아는 한동안 입을 멍하니 벌리 고 현실을 파악하는데 나쁜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리곤 이내 모든 상황판단을 마쳤다는 듯, 오른손바닥에 왼손주먹을 톡하고 내려치며 입술을 열었다. "그러니까 내 남편은 두명이란 소리?" "......." "......." "......." 엘테미아의 말에 뒤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드래곤들이 몸을 비틀거리며 뜨악한 표정 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게다가 엘테미아는 난처한 표정이 아닌 무언가 흐뭇한 표정 을 짓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도크진...아니, 미카엘을 바라보며 고양이 미소를 짓고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우리 둘이 키스한 거...진에게 절대 말하지 말아요. 그 더러운 성격에 이 사실을 알았다간 무슨 짓을 저지를지...에휴~" 엘테미아가 미카엘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리곤 다시 반짝이는 눈동자로 미카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도크진의 얼굴과 미카엘의 얼굴의 차이점을 확인해보려는 생각이었다. "...에...?" 그런데 그때 미카엘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던 엘테미아의 얼굴이 살풋 굳어지며 더욱더 유심히 미카엘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무언가 꿍한 얼굴...냉기어린 눈동자...좀전에 얼굴을 붉히던 미카엘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차가운 그의 얼굴을 보자 엘테미아는 자신의 등줄기에 한줄기의 식은땀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엘테미아가 겁먹은 목소리로 미카엘일지도 모르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거,거기서...저,절대 오른쪽 눈썹 꿈틀거리지 말아요...네? 미카엘..." -스윽...- 엘테미아의 말에 미카엘일지도 모르는 그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가려 하자 깜짝 놀라며 기겁한 엘테미아는 자기의 손으로 애써 그의 눈썹을 내리며 말했다. "더,더이상 꿈틀거릴려고 하면 저 울거에요...그,그러니까...흐아아아..." 하지만 어느새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미카엘일지도 모르는 그에게 엘테미아는 왼쪽볼이 잡아당겨지는 아픔을 만끽해야 했다. "남편이 둘씩이나 생겨서 굉장히 좋겠군..." "........" 미카엘이길 제발 바라는 그의 차가운 말에 엘테미아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리곤 애써 걱정어린 표정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며 말했다. "지,진...호,혹시 두개의 자아가 공존하게 되어서 혼란스럽거나 하지 않아? 다시 서로의 몸을 되찾을 수 있는거야?" "........" 애잔한 표정으로 걱정하듯 말하는 엘테미아를 보며 이도크진은 차마 그녀의 볼을 더이상 잡 고 늘어질 수가 없었다. 이에 뚱한 표정으로 그녀의 볼을 슬며시 놓아 준 다음 이도크진은 그녀에게 말했다. "뭐...그다지 혼란스럽진 않군...그리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아직은 막연하기만 할 뿐 이다...." -히죽...- "........" "........" 이도크진의 말에 엘테미아는 자기도 모르게 히죽 하며 웃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걱정스런 표정에서 히죽 웃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엘테미아는 황급히 두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이도크진의 얼굴은 점점더 싸늘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이에 반쯤 울상이 되어버린 엘테미아는 재빨리 이도크진에게서 등을 돌린 채 도망가려했 지만 마법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이에 다시 또 티격태격하기 시작한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보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드 래곤들은 그들의 앞날에 펼쳐질 신혼생활이 조금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슈테리아 대륙의 드래곤로드인 이즈는 새하얀 머리칼의 이도크진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드래곤 일족과 빙룡족은 오랫동안 전쟁을 치뤄왔기때문에 그에게 좋은 감정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건 시간이란 특효약을 바르면 언젠간 옅어질 감 정이랄 게 뻔했다. 지금은 그저...행복해 하는 엘테미아와 오랫동안 이어져온 빙룡족과의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 을 기뻐하며 축복해주고 싶은 맘뿐이었다. "훗...정말 굉장하지 않나?" "뭐가...?" 까마득히 높은 빙산위에서 어느새 녹음이 짙어진 산의 정상에 서있게 된 드래크로와 헬프리 는 상반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차갑게 굳은 드래크로완 달리 기묘한 미소를 짓고 있던 헬프리는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정말 저 몸엔 엘테미아를 사랑하는 이들로 가득 찼군...설마 이런 것까지 예상하고 있었 나?" "글쎄..." 헬프리의 말에 드래크로는 무표정으로 성의없이 대답하고 있었다. "크큭...저기에 나도 들어가야 되는 건가?" 헬프리가 다시금 이도크진을 바라보며 말하자 드래크로는 자신의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흥...누가 너같은 시꺼먼 놈이랑 같은 몸을 쓰고 싶겠냐?" 드래크로의 말에 헬프리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지만 이내 이도크진에게서 엘테미아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입을 열었다. "드래크로..." "왜?" "사실 저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건 너의 조각 때문이었잖냐..." "그런데." "이제 어떡할 거냐? 이대로 저들을 네 몸속으로 취할거냐?" "......." 헬프리의 질문에 드래크로가 약간 안색을 굳히고 이도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더더욱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헬프리에게 입을 열었다. "당연하다. 저들은 어차피 나의 조각들이야. 그리고 엘테미아는..." "......." "엘테미아는 나만의 것이야...그러니까 저들을 취하고 나면 당연히 엘테미아와 함께 영원 토록 지낼 수 있어." "......." 드래크로의 싸늘한 목소리에 헬프리가 짐짓 무거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내 오른손을 들어 드래크로의 뒤통수를 따악! 하고 내려치며 말했다. "아서라 아서!! 저기서 뜨악하고 놀라는 얼굴들이 안 보이냐?!" 헬프리가 아무도 없는 뒤쪽을 가리키며 빈정거리자 피식 웃음을 지어보이던 드래크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의 엘테미아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여...게다가 이도크진과 미카엘...그리고 엘 테미아를 진정으로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저 한몸으로 스며들었어...이건 엘테미아가 만든 기적일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난 저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어." 드래크로의 말에 헬프리가 한숨을 푹푹쉬고 그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캬~천하의 바람둥이 드래크로가 처음으로 차이는 구나...크큭..." "닥쳐라." 그때까지만 해도 장난스런 표정으로 대화를 주고받던 헬프리가 짐짓 무거운 표정을 지으 며 말을 꺼냈다. "이걸로 창조주녀석도 맘을 놓았을까?" "창조주께 예를 갖추라고 몇번 말해야 알아듣나?" 드래크로의 말에 헬프리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리듀세시리스 안테나일...그 이름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 "......." "확실히 그녀는 이도크진과 엘테미아...그들의 운명을 직접적으로 조작하진 않았다 쳐도 많은 걸 간섭했지...그리고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는 그녀의 기대에 확실히 부응했고 말야..." "......." "리듀세시리스 안테나일이 기대했던 대로 엘테미아는 자기를 최고의 원수라고 생각했던 이도크진에게 마음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조금의 무력도 사용하지 않고 말야...그래서 더욱더 기대를 하게 되겠지...혹시 엘테미아가 자신의 어둠에서 잉태된 또다른 그녀까지 바꿔주기를 말야...큭..." "......." 헬프리의 말에 드래크로는 묵묵히 침묵을 고수할 뿐이었고 헬프리 또한 방금 내뱉은 말을 끝으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엘테미아를 바라보던 드래크로는 여전히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놓았다. "아직...운명의 뒤틀림은 끝난 게 아니야...아니, 끝낼 수 없는 거겠지..." "......." 그말을 끝으로 더이상 엘테미아를 보기 힘들어진 건지 드래크로는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다. 높은 산의 정상에 홀로 남겨진 헬프리는 이도크진의 뒤쪽에서 꿈틀거리는 리류나드의 모습 을 보며...역시 씁쓸한 미소를 드리운 채 드래크로를 따라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크하하하하하하!!!!" 그때였다. 행복해 하는 엘테미아와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도크진의 등뒤로 광기어린 목소 리가 갑작스레 들려왔다. 이에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뒤를 바라본 이도크진은 천천히 비 틀거리며 일어서고 있는 리류나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온몸이 너덜너덜하게 변한 리류나드의 가슴에서 하얀 전류와 푸른 전류가 끊임없이 일렁 이고 있었다. 마치 좀비를 연상케 하는 걸음으로 이도크진과 엘테미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 오던 리류나드는 광기에 젖은 눈동자를 들어 이도크진을 향해 말했다. "캬하하하하하...좀 전부터 다 듣고 있었다...크크큭...이 땅이 굉장히 소중한가 보지? 엉?! 좋아좋아...이대로 나만 죽을 순 없지..크큭...너희들을 이땅과 함께 모두 날려주겠어!!" "......!!" "......!!" "이대로 이도크진, 네녀석의 남은 조각의 기운을 충돌시켜 이 땅을 한번에 날려주겠단 말 이다...크하하하하하!! 이제 10초도 안남았다구! 모두 다함께 죽는 거야!! 크하하하하하!!!" 리류나드의 말에 엘테미아와 이도크진은 물론 등뒤의 드래곤들까지 경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리류나드를 쳐다보았다. 이도크진은 이제서야 겨우 봄이 내려앉은 설녀의 땅을 없애버리려 하는 리류나드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었다. "이 자식!!!" 이도크진은 어느새 자신의 황금빛 날개를 활짝 펴고 리류나드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진!!!" 알 수 없는 불안함에 엘테미아가 진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지만 이도크진은 한시가 촉박한 상황인지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리류나드를 잡아 채 공중으로 떠올랐다. 이제 남은 시간은 채 4초도 안남았을 것이다. 지금 상태로 아무리 치솟아 올라봤자 설녀의 땅은 리류나드로 인해 또다시 폐허로 변할 것이다. 그때 돌연, 이도크진의 눈에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조금 전 스텔라디우스 호가 디 멘션 드라이브로 열어제쳤던 공간의 미약한 틈새를 발견한 것이다. 이에 이도크진은 아직 완전히 닫혀지지 않은 공간의 틈새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쌔애애애액!!- 공기조차 가르며 무서운 속도로 틈새를 향해 날아간 이도크진은 들고 있던 리류나드를 있는 힘껏 공간의 틈새 사이로 내던졌다. 허나... "크하하하하...걸렸구나! 걸려들었어, 이도크진...크하하하하하핫!!!" 갑자기 웃어 제끼는 리류나드를 보며 이도크진은 자신의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의 도발에 멍하니 있을 시간은 조금도 없었다. 이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마나를 담 아 무시무시한 광풍을 쏘아내 리류나드에게 가속력을 부여했다.. "이만 사라져라!!" "크하하하하 성공했습니다!! 성공했습니다 마스터!!!!!" "......." 이도크진에 의해 공간의 틈새사이로 무섭도록 빨려들어간 리류나드가 계속 의미를 알수 없는 말을 외치고 있었다. 이에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던 이도 크진은 공간의 틈새로 사라져버린 리류나드를 힐끔 바라본 뒤 이내 몸을 돌려 다 시 설녀의 땅으로 내려가려 할 참이었다. -슈우우우욱!!!!- "크윽?!" 이도크진은 순간 공간의 틈새로부터 엄청난 흡입력을 감지했다. 무서운 힘으로 자신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공간의 틈새를 보며 이도크진은 이를 앙다물고 최대 의 마나를 가공해 그곳을 빠져나오려 악을 썼다. "크으으으윽!!!"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로 틈새의 흡입력으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악을 쓰던 이도크진은 저 아래에서 자신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엘테미아를 볼 수 있었다. 이에 더욱더 마나를 쏟아부어 틈새의 흡입력으로부터 간신히 빠져나오려 는 찰나였다. "호호홋...너는 나의 품에 있어야 한단다, 이도크진..." ".....?!" 갑자기 들린 앳된 소녀의 목소리에 이도크진은 자신의 오른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자 이도크진은 마치, 엘테미아를 쏙 빼닮은 15세 정도의 앳된 소녀를 발 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도크진은 온몸이 나른해 지며 시야가 흐릿하게 변하고 있었다. "뭐,뭐냐..." 갑작스런 몸의 이상사태에 이도크진은 나직이 소리쳤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점점 새어나가는 마나와 함께 공간의 틈새사이로 무작정 빠져들고 있었다. "호호호...자...나의 품으로..." 갑자기 공간의 틈새에서 나타난 은발의 소녀가 이도크진을 잡아가자 엘테미아는 놀란 표정 을 지으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진..." 이도크진을 잡아챈 정체불명의 소녀는 끝이 살짝 웨이브진 길다란 은발을 휘날리며 의식 을 잃은 이도크진과 함께 천천히 공간의 틈새로 몸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리곤 완전히 공 간의 틈새 속으로 자취를 감추기 전...의미심장한 눈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경악해 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드래곤들은 엘테미아를 쏙 빼닮은 정체불명의 소녀가 이도크진을 데리고 사라진 하늘을 보며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털썩...- 그때였다. 모든 이들과 같이 이도크진이 사라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엘테미아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졌다. 이에 이도크진이 사라졌을 때보다 더욱더 놀란 이즈가 엘테미아에게로 다급히 달려오며 소리쳤다. "에,엘테미아님!!!" 엘테미아에게로 달려온 이즈는 어느새 수많은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상기된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엘테미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 ' ' ' ' ' 이도크진이 엘테미아를 쏙 빼닮은 정체불명의 소녀에 의해 사라져버린지 이틀째가 되던 날... 드래고닉 캐슬의 모두가 모여 침대에 누워있는 엘테미아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까지 고인 얼굴로 엘테미아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던 이즈가 옆에 있던 드래크로의 옷자락을 살며시 붙잡고 물음을 건넸다. "드래크로님...정말로 엘테미아님을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건가요?" "......." 이즈의 말에 드래크로는 씁쓸한 표정으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현재 엘테미아의 몸은 놀랍게도 점점 투명한 상태로 변화하는 중이었다. 마치 조금의 시간만 흐르면 완전히 그녀란 존재가 드래고닉 캐슬로부터 자취를 감출 것만 같았다. 그때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던 헬프리가 모두를 향해 말을 건넸다. "엘테미아는 이틀전 리류나드와의 전투에서 총 5번의 브레스를 쏘았다. 지금 그것의 부작용 이 나타나고 있는 거야..." "........" 그렇다. 엘테미아는 자신의 환영식때 아주 잠깐 동안 드래크로와 대면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엘테미아는 드래크로로부터 몇가지 주의사항을 듣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하루에 4번 이 상 브레스를 사용하지 말라는 거였다. 그때 드래크로가 엘테미아를 보며 신신당부했지만 이 틀 전날의 전투에선 이도크진과 미카엘을 잃고 반쯤 미쳐버린 상태였기에 엘테미아 자신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럼...엘테미아님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즈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드래크로에게 물음을 건넸다. 이에 드래크로는 점점 투 명해지는 엘테미아의 손을 붙잡고 미간을 살풋 일그러뜨린 채 말을 이었다. "솔직히 엘테미아는 그녀를 움직이는 레디아나를 완벽히 다룰 수 없다. 그래서 예전과 같이 레디아나의 폭주로 인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몇 가지 금제를 걸어놓았지." "......." "......." "한마디로 그녀를 살아 숨쉬게 하는 심장인 레디아나가 또다시 증폭되는 기운으로 인해 미 쳐 날뛰지 못하도록 최대한 억제를 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엘테미아는 그것을 깨어 버렸 어...브레스를 24시간 이내에 5번...아니 6번째까지 시도했지...그로인해 지금 레디아나는 그 동안 억제해 놓았던 모든 기운을 한번에 방출하려 하고 있는 거다." 드래크로의 말에 침통한 얼굴로 엘테미아를 바라보고 있던 녹색 머리의 엘프, 티제이븐이 말을 건넸다. "그럼 왜 엘테미아님의 몸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겁니까?" "그건 간단해...내가 걸어논 금제 때문이지..." "무슨...금제입니까?" 어느새 모두의 시선은 엘테미아에서 드래크로에게로 모아지고 있었다. "레디아나가 그동안 억제해 놓았던 대량의 기운을 방출하는 방법이란 나조차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해...그래서 난 차원의 균형에도 문제가 없고 가장 무난한 방법으로 레디아나의 거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도록 금제를 걸어놓았지..." "........" "그건 바로...초공간 이동...한마디로 차원을 뛰어 넘는 에너지를 일컫는 거다." 드래크로의 말에 모두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 중 이즈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소리쳤 다. "그,그렇다면 엘테미아님은 또다시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되시는 거잖아요!!!" 이즈의 말에 문득 드래크로는 피식 하고 웃었다. 이런 위급한 상황속에 여기서 가장 엘테미 아를 아끼는 드래크로가 피식 웃자 헬프리를 제외한 모두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씁쓸한 미소를 드리운 채 엘테미아의 손을 쓰다듬고 있던 드래크로는 자신을 뚫 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모두를 향해 말을 건넸다. "엘테미아는 분명 그곳으로 갈거야...아니, 그곳으로 가게 돼있어...엘테미아가 가게될 수천개 의 차원 중...'그'가 있는 곳으로 말야..." "........" "........" "아직...이들의 운명은 끊어지지 않았으니까..." 모두의 심각한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헬프리보드가는 난데없이 박수를 세번 치며 모두를 향해 말했다. "뭘 그렇게 침울해 있어? 엘테미아를 영원히 못보는 것도 아니고 말야." "........" "........" "........" 모두가 복잡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무덤덤이 그들의 시선을 넘긴 헬프리는 강한 확신이 담긴 표정으로 엘테미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건 이땅이 있어. 그러니 반드시 돌아올 거야...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게 깃든 이슈테리아로 말야..." 헬프리의 말에 피식 웃던 드래크로가 그의 말을 덧붙였다. "맞아...이슈테리아는..." "......." "......." "그녀의 고향이니까..." 그리고 그날 밤...엘테미아는 레디아나에 걸린 금제로 인해...다시 이슈테리아 대륙을 떠났 다. 에필로그...천년 후의 이야기... 어느덧 이슈테리아 대륙은 그로부터 천년이란 시간을 훌쩍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온갖 꽃들이 만개한 천국을 걷고 있어요.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과...코끝을 부드럽게 자극하는 향긋한 봄내음이 가득한 곳을 맨발로 걷고 있답니다. 제 뒤에 졸졸 따라오는 아이들이 보이죠? 이번에 드래고닉 캐슬에서 새로 태어난 귀여운 아이들이랍니다. "린 누나~~~!! 그다음 엘테미아 할머니랑 이도크진 할아버지랑 어떻게 됐어요? 서로 만 났나요?" 땡글땡글한 눈으로 아장아장 걸어오는 게 무척이나 귀엽습니다. 하지만 벌써 시간이 이렇 게 되었군요...슬슬 아이들을 드래고닉 캐슬로 돌려보낼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이 오랜시간동안 밖에 나돌아다니면 부모들이 걱정을 하거든요. 물론 성룡이 된다면 그 걱정 도 사라지겠지만요. "이제 돌아가야지...그 다음이야기는 내일 해줄게 샤이레임." "흐아아앙...엘테미아 할머니랑 진 할아버지랑 어떻게 되었냐구요...흐아아앙..." 이,이런...갑자기 분홍빛 머리칼을 예쁘게 딴 우리 디오니아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전 재빨리 달려가 디오니아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주었죠. "그래도 빨리 캐슬로 돌아가야지...그래야 우리 디오걱정을 엄마들이 안 할 거잖니?" "흐아아앙...조금만...아주 조금만...흐아아아앙~~~!!!" 아...정말 아이들의 울음 앞에선 저도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이에 전 아직도 푸르른 하늘을 위로삼아 아이들을 뺑 둘러앉히고 짤막한 이야기를 꺼내야 했죠. "흠흠...그럼 아주 조금만이다...알았지?" "네~~~!!" 후훗...모든 아이들이 한번에 대답을 합니다. 정말 예나 지금이나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 사족을 못쓰니 큰일이에요...나중에 제 아이를 혼낼 수 있을 지조차 걱정입니다...앗...혹시 지금 저에게 아이가 있냐구요? 호호홋...너무 앞서가진 말아주세요. 아직 남편조차 없는 몸이랍니다. "정말 조금만이야...약속 안지키면 다음부턴 너희들이랑 말도 안할 테니까." "네~~~!!" "좋아~그럼 엘테미아 할머니와 진 할아버지의 다음 이야기를 조금만 들려주지." 어느새 아이들은 땡그란 두눈을 반짝이며 저를 쳐다봅니다. 이에 양볼이 살짝 달아올랐 지만 저는 한두번의 헛기침으로 목을 다듬고 이야기의 서막을 열어야 했죠. "그로부터 엘테미아가 떨어진 곳은 각종 첨단시설이 즐비한 차원이었어요. 철로 만든 게 땅을 달리고...하늘을 날고...우주를 향해 날아가는 최첨단 세상이었죠. 그 차원에 홀로 떨어진 엘테미아는 처음부터 많은 일을 겪고 기어이 한 고아원에 의탁 되었답니다. 자신의 외모때문에 이슈테리아 대륙에서 신전의 아이들을 잃은 엘테미아는 다시는 고아원의 착한 아이들을 잃기 싫었는지 항상 뿌연 안경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 녔어요. 그렇게 고아원의 아이들과 나름대로 행복할 시간을 지낼 무렵...엘테미아는 볼 수 있었 답니다. 바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TV란 상자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진과 미카 엘의 모습을요." "헤에...음유시인이었구나..." 후훗...그땐 락밴드였지만...이 아이들이 락이란 걸 알리가 없기 때문에 저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답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죠. "진과 미카엘은 그곳에서 굉장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진이란 이름과 미카엘이란 이름이라면 자다가도 깨어날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신의 계시였는지...평범한 고아원의 소녀인 엘테미아와 노래를 부르며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진과 미카엘과의 만남 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엘테미아는 눈물을 흘리며 진의 품에 안겼죠." "꺄아아아~~그래서요? 그래서요??" 두볼에 손을 얹고 얼굴을 마구 흔들며 소릴 지르는 디오의 모습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나중에 크면 여러남자를 울리는 어여쁜 소녀가 되겠어요. 저처럼 말이죠...호홋... 한동안 디오를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본 저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나서 진의 품에 안긴 엘테미아는 다음에 벌어진 상황에 그저 울 수밖에 없었어요. 바로 진과 미카엘은 엘테미아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엘테미아는 물었죠. 자신의 이름을 그들에게 알리며...자신의 이름을 모르냐고...하지만 진과 미카엘은 엘테미아를 그저 자신들이 좋아서 따라다니는 수많은 여성팬 중에 한명이라고 치부해 버 렸어요. 그래서 울고 있는 엘테미아에게 작은 종이에 담긴 싸인만 건네준 채, 철로 만든 자동차를 타고 미련 없이 떠나버렸답니다. 엘테미아는 충격이었어요. 비록 그들 앞에서 안경을 벗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조차 모 르는 그들을 덜컥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었거든요. 그래서 엘테미아는 결국 그들과 의 첫만남을 그렇게 끝마무리한 채 고아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답니다." 휴...일단락을 마무리 짓자 아이들의 표정이 금방이라도 울 듯 합니다...이런...그래서 저는 빨리 다음이야기를 진행시켰죠. "여기서 진과 미카엘은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니었어요. 어떤 거대한 조직을 물 려받을 차세대 보스로 비밀리에 발탁되어 가는 중이었죠. 그래서 그들은 한가지 임무를 떠맡게 되었답니다. 바로 어떤 지역의 땅을 인수해 오라는 것이었어요. 그 땅은 바로 엘테미아가 기거하고 있던 고아원이었답니다. 그 고아원의 원장은 알 수 없 는 세력을 가진 굉장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조직에서도 섣불리 손을 못데고 있는 실정이 었죠. 그래서 그 임무를 맡게 된 진과 미카엘은 우선 고아원을 탐방해보기로 했어요. 그리 고 거기서 엘테미아와 두번째 만남을 가지게 된거죠. 엘테미아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고아원으로 두 남자가 찾아오자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마음 속으로 부풀어오르는 기대도 있었죠. 혹시 이 두남자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서 찾아온 게 아닐까...하는 기대 말이죠. 그리고 진과 미카엘도 엘테미아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이상한 이름을 대며 자신을 아느냐 고 난리치던 극성 팬의 하나로 말이죠. 여기서 진과 미카엘은 엘테미아를 보며 좋은 계획 을 떠올렸답니다. 자신들의 극성팬을 이용해 고아원의 땅문서를 유인해내는 것이었죠. 그래서 자신들이 초대형 인기가수라는 것을 내세워 그들은 엘테미아에게 접근했답니다. 하지만 엘테미아는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게 고아원의 땅문서라는 사실도...그리고 위험한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엘테미아는 결단을 내려야 했답 니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두남자지만...너무나도 사랑했던 두 남자를 위해 고아원의 땅 문서를 가져와야 하는지...아니면 그동안 정들었던 고아원의 아이들을 위해 그들과 끝까지 대립할 것인지를요. 엘테미아는 이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아요. 그녀는 처음 고아원에 들어올 때부터...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뿌연 안경으로 가리기 시작했을 때부 터 고아원의 착하고 순진한 아이들을 끝까지 지키기로 결심했던 거죠. 그래서 엘테미아는 진과 미카엘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답니다. 이때문에 진과 미카엘은 한순간 기가막힐 수밖에 없었어요...자신들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극성팬이라고 생각했던 엘테미아가 자신들을 향해 이빨을 들이댔으니까요. 그때부터였습니다. 그때부터 엘테미아는 자기 특유의 황당함과 운이란 무기로 고아원을 인 수하기 위해 찾아오는 진과 미카엘이란 견고한 성을 초토화시키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너무나 반짝이고 있어요. 가슴이 아파옵니다...하지만 더이상 시간을 끌었 다간 정말로 성질급한 아이들의 부모들이 찾아올지도 몰라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말 을 꺼냈습니다. "자~이제 그만~다음 이야기는 내일 해줄게...이제 그만 캐슬로 돌아가렴." "흐아아아앙...조금만...조금만 더요!!! 흐아앙...린 누나!!!" 흑...때쓰는 아이들의 모습까지도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하지만 더이상은 정말 안 되요. "그만~! 약속 안지키면 너희들이랑 다시는 안 놀아 줄 꺼다. 그래도 좋니?" "흐윽..." "히잉..." "치..." 아이들이 입술을 뾰족이 내밀곤 저마다 투정을 부리면서 워프게이트로 향하고 있습니다. 워프게이트 앞으로 당도한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내일 또 놀러 온다고 소리치네요. 이에 저는 활짝 웃으며 맛있는 걸 만들어 놓을 테니 기대하라고 외쳤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 들의 얼굴이 새파래지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왜 그런 거지? 아무튼 울기 시작한 아이들을 어루고 달래서 겨우 캐슬로 돌려보냈어요. 그리고 저는 그제야 혼자가 되었답니다. 저는 10년동안 봄이 내려앉은 이땅에 한남자를 기다리며 혼자 살고 있어요. 사무치도록 그 리운 남자를요. 그래서 아이들이 돌아간 다음에는 들푸른 초원에 누워 항상 그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는 절대로 허언을 할 남자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는 언젠가 저를 만나러 다시 이땅으로 돌아올거라 확신해요. 그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제 머릿결을 어루만지며 달래주고는 있지만 역시 사무치는 그리 움에 목이 메어옵니다. 봄내음이 가득한 이 땅에서...그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던 날이 엊그 제만 같이 느껴지는군요.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그도 지금쯤 느끼고 있을까요? 이런 어여쁜 소녀를 너무나 오랫 동안 혼자 둔다면 다른 남자가 채갈지도 모르는데 말이죠...후훗...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드넓은 초원을 보며 전 아직도 맨발로 걷고 있습니다. 간간히 아름다 운 꽃밭에 들러 수천가지의 꽃들에 흠취되기도 하지요. 전 지금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 와있습니다. 외로운 마음까지 한번에 달려주려는 광활한 자 연의 모습이 너무나 멋지거든요. 시원한 파도소릴 물감삼아 그의 얼굴을 하늘에 그려 봅 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요...그는 항상 기다리라고만 했어요...그래서 전 기다림의 끝엔 뭐가 있을지 기대하며 언제나 그를 기다리고 있어요. 바로 그와의 추억이 깃든 이땅에서 말이죠. 그를 향한 기다림의 끝엔 뭐가 있을까요...행복...? 슬픔...?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네요...무엇을 상상한지는 밝힐 수 없을거 같아요. 봄내음에 흠취돼 저는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어느듯 붉은 저녁놀이 지고 있네요. 오늘도 그는 안 올 모양입니다. 나쁜남자... 모든 걸 혼자서 떠맡으려하고...나를 이곳으로 다시 보내버린 남자...어쩌면 이렇게 애달플 정도로 그를 만날 수 없기에 더더욱 그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닿지 않는 사랑이 더더욱 슬퍼보이는 것 처럼요. 하지만 전 슬픈 소설속의 주인공은 싫습니다. 만약 지금 내 눈앞에 그남자가 나타난다면 강력한 펀치를 먹여줄 속셈이랍니다. 여러분들은 끝까지 비밀 로 해주세요. 높은 언덕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기자기한 오두막이 하나 있어요. 그곳이 바 로 제가 살고 있는 집이죠.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그래서 전 높은 절벽과도 같은 언덕에서 몸을 일으 켰죠. -투둑...-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제가 딛고 있던 언덕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굉장히 세찬 바람이 저를 향해 불어왔습니다. "꺄악..." 이에 저는 몸의 균형을 잃고 말았어요. 그래서 계속 뒷걸음질치다가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아...갑자기 난감합니다...아무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저는 이런 상황에서 마법을 잘 사용 하지 못하거든요...그래서 휙휙 지나쳐버리는 풍경에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때였어요. -촤라락!- 갑자기 제 눈앞에서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빛나는 게 말이죠...혼란스런 상황에서도 그것만은 제 눈에 똑똑히 들어왔답니다. 그리고 볼 수 있었 어요...찬란한 황금빛 날개를 활짝 펴고 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한 남자를 말이죠...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변합니다. 가슴은 터질듯이 두근대기 시작했어요. 이 남자는 저를 구해 줄까요? 아니...어느새 전 이 남자가 저를 구해줄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새 저는 그 남자의 품에 안겨있었죠. 가까이에서 본 그의 얼굴은 하나도 변한게 없었어요. 너무나도 반가운 얼굴이었지만...너무 나도 화가나는 얼굴이기도 했답니다. 그래서 저는 무작정 울고 불며 그에게 주먹을 날렸어 요.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저는 다시금 꽃밭을 즈려밟게 되었답니다. 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의 가슴을 마구 때렸어요. 하지만 그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저는 얌전한 고양이가 될 수밖에 없었답니다. 함께...살아가자고... 함께 살아가자고 그 남자가 저에게 그러는 군요...그리고 그동안 못했던 것까지 다 풀어내려 는 듯 격한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어요...이에 저는 그를 힘껏 밀어내려고 생각했지만 몸은 어느새 그를 받아들이고 말았죠... 그리고 그 날... 저와 그는 처음으로 하나가 되었답니다. 어느덧 그로부터 10개월이란 시간이 흘러버렸어요. "아,아파...흐윽...아,아파..." "조,조금만 참아요." 전 너무나도 배가 아팠습니다. 전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그리고 살짝 고개를 내려 잔뜩 불러온 저의 배를 볼 수 있었죠. 곁에선 이즈와 에셀린...가드레일과 티제이븐, 다헬론, 페트리샤, 액시드 옥션이 있어주었어요. 제가 얼굴을 찡그리며 아파하자 액시드옥션이 소리칩니다. "이,이봐...그냥 배 안에 있는 아기를 워프로 빼오면 안될까?" 액시드옥션의 말에 백금발의 예쁜 소녀...이즈가 발광하며 쌰대기를 올려부칩니다. -쨕!!!- "이런 머저리같은 도마뱀아!! 엘테미아님의 뱃속에 공간을 일그러뜨릴 생각이냐?!" 이즈의 힐난에 액시드옥션이 의기소침해져선 벽 구석으로 들어가 이상한 글씨를 써댑니다... 후훗...모두들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네요...하지만 전 말한 건 말해야겠죠? "나,남자들은 나가...있어..." 제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하자 그제서야 눈치챈 이즈가 모든 남자들을 문밖으로 내몹니다. 그러자 우리 귀여운 꼬마 에셀린이 다가와 제 손을 잡아주네요. "린~! 힘내...린을 닮은 정말 이쁜 아기가 태어날 거야." "응..." 힘겹게 웃으며 에셀린에게 대답했답니다. 그때 모든 남자들을 문밖으로 내몬 이즈와 페트 리샤가 다가옵니다. -덜커덕!- 그때였습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제 남편이 유리창을 젖히고 등장했습니다. 언제나 무덤 덤하던 그의 얼굴에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네요. 유일하게 이방에 있을 수 있도록 허락된 제 남편은 제 왼손을 꼬옥 잡아주며 힘내라고 작게 속삭입니다. "아흑...!!!" 뱃속에서 아기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집니다...이제 답답한 곳에서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소리치는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오는 것 같아요. 이에 저는 한시라도 빨리 아기를 보기 위해 배에 힘을 주었습니다. "자아...이제 힘빼고요...숨들이키고...숨들이키고...자...이제 다시 힘 줍니다...지금 힘 주세요 엘테미아님!" "흐으윽!!" 한번도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이즈의 유도에 따라 저는 다시 힘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세상 밖으로 몸을 드러내려고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자!! 이제 다시 힘 빼시고...숨 들이키고...숨 들이키고...자...또 힘 줍니다...자!!!" "흐으으으윽!!!" "거,거의 나왔어요!! 조금만 더요! 엘테미아님." "아아아악!!" 제 손을 쥐고 있던 남편의 손을 손톱으로 짓뭉갤 만큼 세게 쥐고 있었어요. 물론 그는 전 혀 티내지 않았지만요. 비명을 지르면서도 아이가 제 몸에서 벗어나는 것이 느껴집니다. 세상을 향해 첫발을 내딛 으려는 순간이에요. 한참 비명을 지르며 아이를 낳기 위해 힘을 주고 있을 때 이즈의 외침 이 들려옵니다. "꺄아~!! 에,엘테미아님 나왔어요, 아이가 나왔다구요~!!! 남자아이에요!!" "하아...하아...하아...하아..." 아이가 나오자 제 거친 숨소리가 귀에서 웽웽거리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그런데 뭘까요? 이 허전한 느낌은... 저와 마찬가지로 이상함을 느꼈는지 이즈와 에셀리드민의 표정이 난감한 표정으로 바뀌었 습니다. 한참 제게서 태어난 아이를 조심스럽게 요에 감싸던 이즈가 제게 말을 건네네요. "아이가...울지 않아요. 엘테미아님..." 그렇습니다...태어난 아이라면 으레 우는게 당연한 것인데...저와 남편의 아이는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네요... 인간의 아이라면 눈도 뜨질 못하겠지만 우리 아이는 벌써 세상밖으로 반짝이는 은빛 눈동 자를 드러내고 있었어요. 그리고 드래곤과 드래곤의 사이에선 어떠한 모습으로 아이를 낳 아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답니다. 힘겨운 고통 끝에...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낳았어요. 남편의 도움을 받아...침대에서 겨우 일어선 저는 살짝 떨리는 두 팔로 아이를 받아 안았습니다. 여전히 두 눈을 멀뚱이 뜨고만 있네요. 이에 저는 살짝 고개를 돌려 남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남 편은 끝내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네요...훗...하지만 저는 저런 표정을 짓는 남편의 얼굴 이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란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는 팔꿈치로 남편의 옆구릴 콕콕 찌르며 눈치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자기의 오른쪽 눈썹을 살짝 꿈틀거리며 이내 아 이를 향해 말을 합니다. "태...어난 걸 일단은 축하하지..." "........" "........" 정말...하는 말투하고는...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살짝 눈치를 주었어요. 그리고 난 다음 저는 제품에 안긴 아이에게 다시 고갤 돌렸답니다. 여전히 울지 않는 아이...전 그아이를 향해 웃 어주었어요. 제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밝은 미소로요. 그리고 말했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걸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한단다..." "........" "쿠리야..." "........." 아...그제서야 우리 아기는 커다란 눈가에 눈물을 가득 고이며 우렁찬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 했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쿠리는...모든 이에게 환영과 축복을 받으며 행복하게 자라날 겁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