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엔젤-Blood Angel <프롤로그> 나는 평범한 중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다. 그럭저럭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고, 다른 애들처럼 게임도 하고, 놀기도 하고, 만화책도 보는, 그런 평범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난 건, 내가 이 삶에 권태를 느꼈을 때이다. 늘 똑같은 하루. 일어나고, 밥 먹고, 학교 가고, 공부하고, 집에 오고, 쉬다가, 밥 먹고, 공부하고, 놀고, 자고, 다음날 또 일어나고...... 이 것을 깨달았을 때, 난 너무 이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이 생활을 끝내는 방법...... 난 그것을 고민했다. 그러다 그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하, 죽으면 되는구나!" 자살하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사실은 생각나지 않았다. 어쨌든 난 죽기로 결심했고, 기분도 풀어졌다. 그렇게 뜬 기분으로 며칠을 보냈다. 다른 아이들도 이상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았다. "너 요즘 기분 굉장히 좋나보다?" 그러던 어느 날, 난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고 우리 집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몸이 붕 뜨는 느낌. 천천히 배부터 오는 통증. 아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이제 이 지겨운 생활을 벗어난다는 생각 뿐. 오히려 즐거웠다. 그렇게 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1장-내가 천사?> 운명...... 운명이란 때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무도 모르는 방향으로, 신들조차 모르는, 그런 방향으로...... 그럴 경우를 우리는, 기적이라 한다. 그런 운명을 나는 이렇게 정의한다. "넓은 강 중, 하나의 물방울이 흘러가는 방향." -라인더스의 '자서전' 中 '운명'에서 발췌- 숲 속, 한 나무 밑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 사람은 길고 붉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채 굵은 나무기둥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자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명상에 잠겨 있는 것인지. 잠시 뒤, 그 사람이 눈을 뜬다. 검푸른 색의 깊은 눈. 그는 머리가 아픈지 잠시 손을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머리를 약간 흔들자 길고 매끄러운, 붉은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그의 모습은 가히 경국지색이라 하여도 부족할 것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깊어 보이는 눈을 뜨고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생각했다. '아름답구나.' 확실히 이 곳은 아름다웠다. 굵고 울창한 나무가 우거져 있고, 간간이 알 수 없는 짐승의 소리가 울려왔다. 그런데 그가 생각하는 것을 보아서도 이 곳에 사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 자, 이 물음은 잠시 접어 두고, 그는 주위를 둘러보는 것을 멈추고는 다시 눈을 감고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가 눈을 감은 직후, 숲 반대편에서 검고 긴 머리카락을 가진 장신의 한 인형(人形: 사람 형태를 가진 무언가.)이 걸어나왔다. 그 인형은 나무 밑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계속 쳐다보았다. 잠시 뒤, 여전히 나무 밑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쳐다보던 인형의 검고 슬퍼 보이는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흘리고 있던 그는 나무 밑에서 자고 있는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와 이마에 살짝 입맞춤했다. -나중에......지금은 안 돼. 조금만 기다려 줘. 그는 슬픈 눈으로 나무 밑에서 자고 있는 사람을 주시하였다. 그 때, 나무 밑에서 자고 있던 사람이 눈을 살며시 떴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인형은 금새 벌써 어두워진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눈을 뜬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에...어떤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의 목소리는 아까 그 인형의 목소리처럼 묘한 울림을 띄고는 퍼져나갔다. 그런 자신의 목소리에 놀란 듯, 그는 잠시 멈칫했으나 곧 안정을 되찾고는 나무 밑에서 살짝 일어났다. 맙소사! 일어난 그의 등에는 선명한 핏빛 날개가 한 쌍 달려 있었다. 그럼 그는 천사란 말인가? 그도 무척이나 놀란 듯이 뒤를 쳐다보고는 당황해 했다. 그러다 자신의 지금 상황을 알아챈 듯이 얼른 걸어 나갔다. 그가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의 몸은 둥실 떠올랐다. 떠오른 그는 날개짓을 하더니 얼마 후에는 높이 떠올랐고 어느 한 방향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 * * * * * * 벌써 몇 시간째 날고 있는지...... 용케도 그 높이와 속도를 유지하고 날고 있었지만 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는 점차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춥다.' 그가 생각하자마자 그의 앞에는 불덩이가 한 개 타올랐다. 그 불덩이는 별로 크지도 않았건만 추위에 얼어버린 그의 작은 몸뚱어리를 녹여주는 데에는 충분했다. 그는 이 불덩이를 보고는 다른 사람이든 무엇이든지 올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그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앞쪽에서 한 무더기(?)의 천사들이 떼를 지어 날다가 그를(정확히는 불빛을) 발견하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그 천사들의 무리 중에서 날개가 12장이나 달린 아름답게 생긴 천사가 그의 앞으로 나왔다. -한참 찾았다. 왜 곧장 날아오르지 않았지? 그 천사의 목소리도 묘한 울림을 띄고 있었다. 천사의 물음에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대답하는 자 역시...... -저기...날아오르다뇨? -일단, 가자. 여기서는 마족들의 방해를 받아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왜 이런 곳을 선택해서 태어난 거지? -무슨 말인지...... 그러나 그 천사들의 무더기(?)는 그의 말은 신경도 쓰지 않고, 손목을 잡더니 말했다. "dnflfmf whswogkrp gks wkdu, wlrma dnflfmf wnsqlehls tjddurdmfh epfuek ekdh.(우리를 존재하게 한 자여, 지금 우리를 준비된 성역으로 데려다 다오.)" 그 이상한 말은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뜻이 다 이해가 되었다. 그 천사가 말을 끝내자 눈부신 빛과 함께 그의 몸은 어디론가 녹아들 듯이 스며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환한 곳이었다. 그 곳에 그 천사와 함께 손을 잡고 둘이 서 있었고, 상당히 편안했기에 그는 그대로 그 천사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때 날개가 8장 달린 한 천사가 들어왔다. "fkvkdpfsla? djWotj dlfjs Rhakdhk gkaRp?(라파엘님? 어째서 이런 꼬마와 함께?)" "whdydgl gofk.(조용히 해라.)" 무엇인진 모르지만 그는 이 평화를 깨트린 저 8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미워졌다. "dho en qnsRptjaks dldirlfmf sksnsmswldy? wjeh cndqnsgl rm dldirldp Rldjemf wkrurdl dlTekrh todrkrgksmsepdy...(왜 두 분께서만 이야기를 하시는지요? 저도 충분히 그 이야기에 끼어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가 끼여들자 두 천사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djEjgrp tlsdjfmf dkfrh dlTsms rjwl?(어떻게 신어를 알고 있는 거지?)" "wjsms cjdmaqnxj dkfrh dlTdjTsmsepdy?(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sjsms dho qnfrdms skfrofmf rkwlrh dlTsmsi?(너는 왜 붉은 날개를 가지고 있느냐?)" 그걸 묻자 옆에 서 있던 12장의 날개를 가진 천사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qkzldpf! dl dos dkwlr djflek!(바키엘! 이 앤 아직 어리다!)" "gkwlaks fkvkdpfsla!(하지만 라파엘님!)" "wp skfrork qnfrdms tordls rjdp eogkdu antms dmlrusdlfkeh rkwlrh rPtlsrkdy?(제 날개가 붉은 색이 것에 대하여 무슨 의견이라도 가지고 계신가요?)" 그는 싸늘하게 그 천사에게 물었고, 라파엘님께서는 그 천사에게 뭐라고 말하였다. 그에게 들리지 않게 말하려고 하시는 것 같았지만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 [rkrpsk, qkzldpf. dl dosms ekfms doemfrhk Ehrrkxdl wlsof rjftp.(가게나, 바키엘. 이 애는 다른 애들과 똑같이 지낼 걸세.)] 바키엘이란 자는 결국 갔고, 라파엘은 자상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신어(神語)를 알았느냐? -원래부터 알고 있었는데요. -그런가? 그런데, 왜 그 숲을 택한 거지? 라파엘은 갑자기 숲에 대해서 물었으나 전혀 몰랐으니 대답할 수도 없었다. -그 숲이라뇨? -네가 태어난 숲 말이다. 그 곳은 마족(魔族)의 숲이다. 위험해. -가면 안돼는 곳인가요? -그래, 게다가 인간계(人間界)와 마계(魔界), 등의 갖가지 차원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기 때문에 절대로 가면 안돼는 곳이다. -너는 이제 방금 태어난 아이이니 날개가 한 장인 엔젤(Angel)이다. 나처럼 날개 12장의 세라핌(Seraphim)이 최고의 단계인데 날개의 수를 올리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날개 한 장의 제 1클래스부터 날개 11장의 제11클래스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그 말을 곰곰히 씹어보던 그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런데 왜 날개가 12장인 천사들이 있는 클래스는 없나요? -날개가 12장인 천사들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숫자도 무척이나 적기 때문이지. -아, 그렇군요. 그럼 또 한가지 방법은 뭔가요? -투천사로 제 12클래스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투천사? -마계(魔界)의 입구인 아까 그 숲에서 마족(魔族)과의 전투를 하는 전투용 천사이다. 별로 권하고 싶은 코스는 아니지만 뭐, 네가 굳이 원한다면...... 라파엘의 말에 생각하고 있던 생각해 보던 그는 여기서조차 또 수업을 받을 수는 없다는 의지로 길을 결정했다. -전 투천사로 하겠어요. -투천사? 그건 좀 위험할 거다. 아니 많이 위험할 거다. -하지만 저는 공부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은걸요? -너같이 어린 천사는 다른 천사들과의 어울림도 필요한 법이다. -......... -더구나 너는 이 곳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지 않느냐? 어찌된 일인지 원래부터 엔젤들에게 심어져 있는 지식도 없는 듯 하고...... -에......하지만........ -투천사는 위험하다. 마족과의 싸움이 주로 이루어지지. -그래도.....전 투천사가 더 하고 싶은데...... 라파엘님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시더니 나에게 말했다. -네가 원한다면 제 12클래스에서 성장하는 것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너는 오늘 태어났고 아직은 전투력도 없으니 갓 태어난 어린 천사들이 머무르는 히벤(Heaven)에서 100년 정도 머물거라. 그 곳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는 것도 괜찮지. '100...100년이나!!?' 소리 없는 절규...... -100년씩이나요? 전 지금도 충분한데요? -그 곳에서 언령(言靈)을 배워야 한다. 너는 언령을 모르지 않느냐? -어..언령이요? 그게 뭔데요? 도대체 그 언령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100년씩이나 배워야 한다는 걸까? 아무리 천사와 인간의 수명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고 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었던 그에게는 천사들에겐 찰나일 100년은 평생이나 다름없을 만큼 엄청난 시간이었던 것이다. -언령도 모르느냐? 넌 어떻게 된 게 아무리 엔젤이라지만 모르는 것이 너무 많구나. 언령은 성스러운 말의 힘이다. 음...왠만한 천사들이 다 쓸 수 있고, 상위 천사일수록 그 파워가 강해진단다. 예를 들어......이렇게 '화(火)'라고 외치면서 염원하면...... 갑자기 라파엘이 외친 그 앞에 '화르륵' 소리를 내며 작은 불꽃이 타올랐다. 그 이색적인 모습에 그는 작은 탄성을 내지르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이런 것이지. 나는 이런 염원만으로 이 성을 모두 태울 수 있단다. 나중에는 시동어 없이 염원만으로도 할 수 있지. 원래의 원동력은 염원이지만 정신을 더욱 집중하기 위해 시동어를 외치는 거야. 열심히 설명하는 라파엘은 잠시 뒤, 허탈감을 맛봐야 했다. -그거......저도 할 수 있는데요? -쓸...수 있단 말인가? 누구에게 배웠지? 이 기술이 천사라면 아무나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적지않게 당황했고, 당황해 하는 그에게 라파엘이 물었다. -어떻게 쓴 거지? -몰라요, 아까 날아올랐을 때, 그냥 '춥다'고 생각하니 불이 생겨나더군요. -다시 한 번 해볼 수 있겠나? -잘은 모르겠지만......한번 해보죠. 그러나 이렇게 더운 곳에서 또 불을 생기게 하자니, 도저히 정신 집중이 되지 않았다. '너무 더운데......바람이 좀 불었으면 좋겠다.' "휘이이이잉~" 붉은 머리카락과 함께 날개가 휘날렸다. 해냈다는 성공에 그가 라파엘님을 쳐다보며 웃자 라파엘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저기...라파엘님? -너, 날개가 몇 장인가? 라파엘의 엉뚱한 질문에 그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대답했다. -2장이잖아요? 라파엘은 잠시 눈을 비비더니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지금 네 날개가 6장으로 보이는 게 착시현상인가? -6...장이라뇨? 전 2장인데...... 라파엘이 뒤를 쳐다보며 자꾸 눈을 비비자 그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뒤를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맙소사! 날개가 어느 새 6장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럴수가......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리는 그에게 라파엘이 물었다. -너는 지금 이 곳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느냐? -네. -으음.....곤란하군. 어쨌든 날개가 3쌍이니 제 12클래스로 가도 어쩔 수 없지. -그 말씀은 가도 된다는 뜻인지요? -그래, 가도 상관없다. 허락이 떨어지자 그는 어지간히 기뻤는지 라파엘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그는 다시 한 번 눈을 비비고는 라파엘을 바라보았다.다시 한 번......그가 계속 눈을 한 번 비비고, 한 번 바라보고, 한 번 비비고, 또 바라보고를 반복하자 라파엘은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다가 물었다. -뭐..하는 거냐? -아...아니 라파엘님의......날개가 없기에....... -감춰 놓은 거란다. 너도 평소에는 감춰 놓고 다니도록 해. 그제서야 의문이 풀린 그는 날개를 어떻게 감춘 것인지 라파엘에게 물었다. -어떻게 감춰 놓는 거지요? -그냥 속으로 염원해. 감추어 달라고... '염원? 그러면......날개야, 들어가라!' -어? 사라졌다. 염원하자마자 날개는 마치 증발된 것처럼 사라졌고, 라파엘님은 다시 당부하였다. -그 곳에서는 천사들이 다 호전적이니 주의하거라. 아차, 옷이나 좀 입으려무나. 그제서야 자신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그 모습을 보고 라파엘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염원해라. 옷이 생기도록. 네가 원하는 형태로 옷을 만들 수 있을 거다. 이건 좀 고위급이지만......아까 네가 만든 바람의 힘을 보아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부끄러웠기 때문에 재빨리 아무 옷이나 염원했고, 곧 그의 몸을 붉은 빛이 감싸기 시작했다. -어? 옷이 생겼다. 어느 새 빛이 사라지고 그의 몸을 옅은 붉은색 천이 덮고 있었다. 희한하게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살짝 걸쳐놓은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의 몸을 한번 살펴보고, 한 바퀴 빙글 돌아도 보고.상당히 마음에 드는 듯 기쁘게 웃었다. 들뜬 그의 모습을 보고는 라파엘이 그 천진난만한 행동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라파엘의 모습에 삐진 듯이 입을 삐죽대더니 외쳤다. -웃지 마요! -아..아니 너무 재미있어서...쿡쿡...... -쳇, 너무 하세요. 라파엘이 웃음을 그치자 그는 곧 제 12클래스에 대해서 라파엘에게 물었다. -라파엘님, 제 12클래스에 들어 갈 수는 있는 거죠? 그가 의혹의 눈길로 라파엘을 쳐다보자 라파엘은 잠시 당황하는 듯 하다가는 금새 대답하였다. -그래, 제 12클래스에 드는 것도 너의 마음이다. 그리고 어렵거나 힘들면 나를 생명의 전당으로 찾아오너라. 그럼 난 오늘 태어날 새로운 천사를 맞이하러 나가야 하니까 이만...... 라파엘은 마지막으로 그에게 미소를 보여 주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눈부신 빛이 문을 가로막고 있는 라파엘의 몸 가장자리로 비치었고, 빛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뜨자 라파엘이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잘 있거라......나중에 만나자. "tlsdml dudrhkddl rmeodprp ajanfrlfmf(신의 영광이 그대에게 머물기를)!" 라파엘은 천사들이 헤어질 때 사용하는 인사(신의 축복: 일종의 간단한 축복마법.)를 하고는 문을 닫고는 날아갔다. 창문으로 보이던 라파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그는 한 가지 물어보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그것도 아주 중요한...... -제 12클래스를 어떻게 가는지 가르쳐 주시고 가셔야죠!!!! 라파엘님~!!!! 애절한(?) 목소리가 흰 건물에 울려 퍼졌다. <2장-내 이름은 블러드> "그대는 어떻게 된 것인가?" 그의 물음에 나는 대답했다. "어리석은 천사여, 그대는 인간이 가진 가능성을 너무 모르고 있다." "하지만 한계라는 것이 있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이다! 이 넓은 우주 한가운데에서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아무리 허약해도 드래곤 슬레이어가 된다! 바로 그것이 인간이다," 나는 소리쳤고,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 "그대를 인정한다. 하나의 독립된 의지체로써, 또 인간으로써! 그대가 말한 인간의 가능성을 알겠다." 그는 나를 인정한다 말했다. "그래,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그것이 인간의 가능성이다. ......세라핌이여." -라인더스의 '자서전' 中 '세라핌과의 대화'에서 발췌- 라파엘이 밖으로 사라진 후,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내가 천사가 되다니......난 분명히 죽었는데...... 아파트에서 떨어진 자신의 몸이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 닿는 기분이 아직도 생생했다. 죽음의 공포. 그 이색적인 기분. 근처에 있다가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명했다.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그는 일단 자신은 천사가 되었으니 이 곳의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슬픈 눈으로 멍하니 한 곳을 주시하던 그가 중얼거렸다. -차라리 죽은 것이 낳았을 수도 있는데...... 잠시 슬픈 생각에 빠져있던 그는 슬픔을 떨쳐버리기 위해 일어섰다. 머리카락이 리드미컬하게 물결쳤고 이런 머리카락을 거추장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다가는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갔다. * * * * * * * * * * -맙소사......여기서 어떻게 제 12클래스를 찾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그는 아연실색했다. 눈앞에는 끝없는 평원만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나라에도 풀밭이 있구나. 나무도 있고......' 일단 계속 걷다 보면 아무나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그럼 그 사람에게 물어보자는 생각을 한 그는 앞으로 걸었다. 한참을 걸었을 때 자신이 날지 않고 걷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미쳤나? 왜 날지 않고 걷지?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즐겨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느새 즐거운 기분에 휩싸인 그는 날개를 펴고는 날아올랐다. 희한하게 날개만 펴면 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조금만 뛰어올라도 몸이 둥실 떠오르고, 그 상태에서 날개짓을 하면 몇 번, 하지 않아도 어느 샌가 높이 떠오른다. 높이 날아오른 상태에서 밑의 광경을 구경했다.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그렇게 얼마쯤 날았을 때 자신과 반대 방향에서 날아오고 있는 한 천사를 보았다. -누구냐?! 마족이 함부로 이곳에 들어오다니! 불쌍히도 마족으로 오해받은 그는 천사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전 마족이 아닌데요? 하지만 흰 날개를 6장 가진 그 천사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마족, 왜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이곳에 들어왔는가?! -전 마족이 아니라구요. -웃기지 말아라! 천사가 어떻게 붉은 날개를 가질 수 있는 거지?! '나도 모르는데......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인간이었다고.' 그 천사는 그의 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소리쳤다. -네가 천사라면 천사의 증표를 보여라! 신어를 아는가? 천사의 그 말에 그는 자신이 처음부터 신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리고는 그 천사를 향해 신어로 소리쳤다. "dkfdkdy, wjs wjdakf akwhrdl dkslfkrndy!(알아요, 전 정말 마족이 아니라구요!)" 신어로 소리치자 그 천사는 잠시 당황하더니 곧 침착하게 그에게 다가왔다. -정말 알고 있다니......죄송해요, 마족으로 착각해서...... 천사는 그가 마족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가까이 다가와서 예의 바르게 사과했고, 역시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모르고 한 일인데...... -그나저나 왜 혼자서 날아오고 계셨나요? -아, 제 12클래스를 찾으려고요. -제 12클래스요? -혹시 어디인지 아시나요? 그가 묻자 천사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환히 웃으며 말했다. 천사가 환히 웃는 모습에 잠시 멍해져있던 그는 천사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제가 같이 가드리죠. -아, 감사합니다. -뭘요, 저도 제 12클래스에 속해 있거든요. 그나저나 날개가 3쌍이시니, 나이가 얼마나 되시는지? 자신의 나이를 묻는 천사에게 약간의 곤란함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를 0살이라고 말하면 얼마나 놀라겠는가......그렇다고 인간일 때 나이를 말할 수도 없고. 하지만 거짓말에는 익숙하지 않은 그는 사실대로 솔직히 말해버렸다. -어제 태어났는데요...... -네?! -아, 믿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믿어지지 않으니까요. 솔직히 갑자기 날개가 생겨났을 때는 엄청 당황했거든요. 그러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믿지 않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천사는 너무도 쉽게 믿어 버렸고, 오히려 그가 더 당황했다. -아,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죠, 뭐. 이렇게 붉은 날개를 가진 천사도 만나보는데요. 에... 이건 비밀인데......전 미카엘 님이 침을 흘리시며 낮잠을 자는 것도 보았답니다. '맞장구치며 웃어주고는 싶지만 미카엘이 누군지 내가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웃어 주리오.' -어쨌든 고마워요. 이해해 주셔서. -그나저나, 제 12클래스를 찾으신다고 하셨나요? -아, 네. 그쪽도 제 12클래스에 속해 계신다고 하셨죠? -그렇죠, 그런데 새로 가입하시려고 그러세요? -네. 천사는 그를 요리 조리 쳐다보더니 무심코 한 마디 툭 던졌다.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무성 천사이신 모양이에요. 그런데 이름이 무엇이시죠? '뭐라고!!!!' 무심코 던진 천사의 말에 그는 멍해졌다. 솔직히 지금 천사라고는 해도 얼마 전에는 인간, 그것도 남성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이런 말이 듣기 거북한 것은 사실이었다. -아..네.........그리고, 이름은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만...... -아, 제 12클래스의 루시펠 님께 받을 생각이신가봐요? 하지만, 그 분은 아무에게나 이름을 지어 주시지 않을텐데......상당히 감정이 적으신 분이라서......지어 주셨으면 좋겠네요. 아, 제 이름은 하르엘이에요. 쟈피켈 님이 지어 주셨죠. -좋은 이름이군요. 그는 대충 대답하고 열심히 따라 날았다. 하르엘은 익숙해서 그런지 정말 빨랐고, 덕분에 날갯죽지가 아프도록 뒤에서 날개를 흔들어야 했다. 열심히 날고 있는 그의 귓가로 바람이 스쳤고, 붉은 핏빛 머리카락이 바람을 맞아 얼굴을 쓰다듬었다. 어느 새 하늘은 검은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이 신기한 변화를 주의 깊게 바라보며 하르엘에게 물었다. -밤이 되는 것인가요? -네? -하늘이 검어지고 있어서...... 그의 물음에 하르엘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아...밤의 신인 자르가엔이 오는 거에요. '밤의 신? 아, 여기는 내가 사는 곳과 다른 곳이지......' 갑자기 그는 우울해졌다. '엄마, 아빠, 동생......모두 내가 죽어서 슬퍼하고 있겠지?' 그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하르엘이 말을 걸었다. -아, 다 왔네요. 저기에요, 저쪽에 검은색 건물. -여기까지 데려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 뭘요. 어차피 저도 제 12클래스고..... 그는 상냥하게 웃고 있는 하르엘을 보며 물었다. -제 12클래스는 투천사들이 오는 곳이라고 했는데...자원인가요? -네, 자원한 천사들로만 이루어지고 가끔씩 마족들과의 싸움이 치열해지면 징병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제 12클래스는 온갖 안 좋은 일들을 맡죠. 마족과의 본격적인 전쟁은 대부분 성군단이 해요. 그는 하르엘이 한 말(성군단)에 의문을 가졌으나 뭐, 나중에 물어보겠다고 생각하고는 일단은 덮어두었다. -그럼, 하르엘은 이제 어디로 가나요? -아, 전 임무 수행 중이기 때문에 이번에 중간계(中間界)로 간답니다. '중간계? 중간계라......맞아, 난 이제 인간이 아니지. 아직까지 헷갈리는군.' -하르엘, 오늘은 정말 고마웠고요, 다음에 만나요. -네, 저 역시 즐거운 만남이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tlsdml dudrhkddl rmeodprp ajanfrlfmf(신의 영광이 그대에게 머물기를)..." "wjeh durtl, tlsdml dudrhkddl rmeodprp ajanfrlfmf(저도 역시, 신의 영광이 그대에게 머물기를)." 라파엘에게 배운 인사말을 하르엘에게 말하자 하르엘은 살짝 미소짓고 날개를 펴서 날아갔다. * * * * * * * * * * 검은 건물에 가까워질수록 정말 색이 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검은 건물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착지해 검은 건물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바로.......문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와악!! 이게 무슨 일이야!? 무..문이 없다니...... 검은 건물은 단지 한 군데가 약간 색이 푸르스름하다는 것만 빼면 온통 밋밋한 벽면으로 되어 있었다. '흠...왠지 수상해, 저 푸르스름한 벽면!' 푸르스름한 쪽으로 다가간 그는 손을 내밀어 그 곳을 더듬어 보았다. 손을 대자마자 갑자기 푸르스름한 곳에서 환한 빛이 새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이 생길 것이라는 예상은 멋지게 깨졌고, 흘러나오던 빛은 어느 샌가 사라졌다. -이거 뭐야? 너무 허무하잖아? 쳇, 다시 한 번. 그는 다시 그 곳에 손을 댔고, 역시 또 빛이 흘러나왔다. 물론 잠시 후에 꺼졌다. -뭐..뭐냐? 그가 한참을 허둥지둥하며 건물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한 천사를 발견했다. 나무 밑에서 책을 읽고 있는 천사인데 길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천사였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물끄러미 천사를 바라보고 있던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응? 내가 왜 이러지? 그는 얼른 눈물을 닦고는 나무 밑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가자 천사는 책을 놓고는 그를 쳐다보았다. 너무 고요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함부로 말을 하지 않고 계속 그 천사를 쳐다보았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누구지? 갑자기 그 천사의 입술이 벌어지며 소리가 새나왔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기에 잠시 당황했으나 금새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아, 새로 여기에 들어오려고...그런데 문이... -여기에? 제 12클래스에 말이냐? '휴우, 내가 제대로 찾아왔긴 찾아왔구나.' 그는 제대로 찾아온 것에 안도하며 천사에게 대답했다. -제 12클래스에 들어오려고 한 것 맞고요, 지금 문이 없어서 곤란해하고 있는데......문이 어디 있는지 좀 가르쳐 주세요. 그가 묻자 그 천사는 잠시 픽 웃으며 말했다. -이 곳에 문 따위는 없다. 저 푸르스름한 곳 앞에서 염원해라. 하긴, 이 곳의 문은 조금 특이하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아름다운 천사에게 인사하고는 재빨리 푸르스름한 곳으로 갔다. 다시 한 번 살펴보아도 정말 아름다웠다. 은은한 아름다움을 풍기면서도 무언가가 현란한 듯한......그런 아름다움. 그 곳 앞에서 나는 염원했다. '열려라, 열려라.....' 스르륵...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으면 좋겠지만 문은 소리도 없이 열렸다. -우와! 붉고 매끄러운 입술이 살짝 열리더니 탄성이 새나왔다. 안으로 들어가니 긴 복도가 나왔다. 장식 하나 없는 수수하면서도 깨끗한 바닥이었다. 그는 그 복도 바닥을 보며 학교 복도 바닥과 비교하며 심각하게 고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심각한 고찰은 곧 중지되었다. -앗! 지나가던 어떤 천사와 부딪쳐 넘어져 버린 것이었다. 둘은 동시에 나가떨어져 버렸다. -우에에.....아파라. 앗, 죄송합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으나, 넘어졌던 천사는 주춤 주춤 일어서더니 성큼 성큼 다가와서는 소리쳤다. -야, 좀 제대로 보고 다녀! 하마터면 다칠 뻔했잖아! 천사는 마구 화를 내며 그냥 지나쳐서는 가버렸다. 화난 발걸음 소리로...... 이 사건으로 그는 천사라고 무조건 아름답고 착하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쳇, 성질 더러운 천사 같으니라고!' 어쨌든 그는 긴 복도를 따라 계속 걸었고, 한참을 걷다 보니 또 다시 한가지 크나큰 오류를 알아냈다. -이런, 어떻게 해야 제 12클래스에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여기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어쩐담? 다시 돌아가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그냥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가다보면 또 누군가를 만나겠지. 아까처럼 성질 더러운 천사가 아니기를 빌 수밖에...... * * * * * * * * * * 한참을 걸어갔으나 끝은 보이지도 않았고, 다른 천사들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중간에 당연히 있어야 할 방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나 만났으면......' 황당하게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저 앞쪽에서 누군가가 그를 향해 뛰어왔다. 너무 엄청난 속도였기 때문에 제대로 멈출 수 있을지가 걱정되기까지 했다. 다행히도 천사는 제대로 멈추어 섰다. '엑? 아까 나무 밑에서 봤던 아름다운 천사?!' -너...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 -뭐..뭐하고 있다뇨? 전 단지 어느 방이 제 12클래스에 들 수 있게 하는 방인지를 몰라서 그냥 복도를 쭉 걷고 있었는데요? 그의 말에 천사는 무척이나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 도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냐? 당연히 그 문에서 제 12클래스를 염원해야지, 이런 엉뚱한 곳을 염원하면 어떡하냐? -염원하다니...? 저기...무슨 뜻? -됐다. 어쨌든 가자. 그는 재빨리 손목을 잡고는 어디론가 이동해갔다. 도착한 곳은 썰렁한 방이었다. -여기가...제 12클래스? -그래. '너무 썰렁하잖아?' 그의 생각처럼 솔직히 이건 너무했다. 아무 것도 없는 텅 빙 직사각형 모양의 방안에 책상 한 개가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옆쪽에 문이 한 개 있고. 그 천사는 책상 쪽으로 가서는 책상에 턱 걸터앉았다. '에? 왜 책상에 앉는 거지?'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 천사는 그에게 말했다. -자, 제 12클래스에 가입하려고 왔다고? 음......그럼 이름과 나이, 유성천사인지 무성천사인지를 말해라. '생각보다 간단하잖아?' -제 이름은...아직 없는데....... -...이름이 없어? -네...... 그러자 그 천사는 점점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던 천사는 한숨을 푹 쉬더니 중얼거렸다. -분명 도미니온즈(Dominious)인데......아직 이름이 없다니. 잠시동안 무언가를 중얼거리던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휴, 그렇다면 내가 지어주는 수밖에...어디 보자, 뭐 좋은 이름이 없나? 천사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단을 내린 듯, 일어섰다. '과연 어떤 이름일까?' 확실히 자신의 이름을 짓는데 긴장할 수밖에...... 이름은 자신의 의미를 갖는 것. -네 날개와 머리카락이 핏빛이니.....블러드(Blood)라고 하자. 마음에 드느냐? 솔직히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이름이었다. '피'라니...... 하지만 날개와 머리카락이 핏빛으로 바뀌어 버린 것은 사실이니 그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대답했다. -마음에 들어요. -좋아, 그럼 의식을 하자. '엥, 의식? 그게 뭐야?' 블러드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자, 천사는 잠시 미소를 짓더니 곧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sk fntlvpf, rmeodml dlfmadmf qmffjemfh wjdgkshsl tlsemfdml cnrqhrdl djswpsk rmeodml dlfmadp ajanfrlfmf(나 루시펠, 그대의 이름을 블러드로 정하노니 신들의 축복이 언제나 그대의 이름에 머물기를)." '의식이란 게 이거야? 간단하잖아? 그나저나......루시펠이라면?!' 의식이랄 것도 없는 의식이었다. 말 한 마디만 하고는 끝나 버렸으니...... 의식이 끝난 것 같자, 블러드는 그에게 물었다. -저......저기, 당신이 루시펠? -그래, 내가 루시펠이다. 자신을 루시펠이라 밝힌 천사는 미소를 지으며 블러드를 쳐다보았다. 블러드는 그 모습을 보며 하르엘이 한 말을 생각해 보았다. '상당히 감정이 적으신 분이라서......' -뭐가 감정이 적다는 거야? 블러드의 무심코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루시펠이 물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에요. 루시펠의 물음을 대충 얼버무리고 블러드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모두 이름 끝에 '엘'자가 붙는데 자신의 이름과 루시펠의 이름에는 붙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궁금한 것이 생긴 블러드는 자신의 성격 그대로 루시펠에게 얼른 물었다. -저기, 다른 천사들의 이름에는 모두 '엘'자가 붙던데 왜 저와 루시펠의 이름에는 안 붙는 거죠? -아, 그건 '엘'자를 붙이면 되는 거야. 뭐, 그럼 네 이름은 '블러드엘'이 되겠군. 그리고 내 이름에는 이미 붙어 있어. 원래 난 '루시퍼'인데 거기에 '엘'이 붙어서 루시퍼엘, 루시펠이 된거지. -아, 그렇군요. 블러드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루시펠은 그런 블러드를 바라보더니 곧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나이는? -에...... 블러드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자신의 이름을 0살이라고 말하면 이 천사는 놀랄까? 하르엘처럼 그냥 받아들일까? 하지만 여기서도 거짓말을 못하는 그의 성격은 절실히 나타났다. -0살인데요. 어제 태어났거든요. -아, 그러냐? 그럼 0살. 루시펠은 담담히 블러드의 이름과 나이를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종이에 펜으로 적었다. 오히려 그 모습을 본 블러드는 당황했다. '여기 천사들은 다 무신경한가?' 블러드가 이런 말도 안돼는 상상을 하고 있을 때, 루시펠이 또 질문을 했다. -도미니온즈(Dominious)라면 무성천사인가? 이 질문에 블러드는 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얼마전까지는 인간, 남성이었던 그에게 무성이니, 유성이니 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황해서 말을 못하고 있는 블러드는 신경도 쓰지 않고 루시펠은 혼자 중얼거렸다. -당연히 무성천사. 펜으로 종이에 '성별: 무성천사.' 라고 적는 루시펠의 모습에 블러드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기절해 버렸고, 루시펠은 뒤로 넘어가는 블러드의 몸을 받아내야 했다. '내..내가 성별이 없다니!' * * * * * * * * * * 블러드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흰 천장이었다. '깨끗하군.' 블러드는 잠시 누워서 몸을 굴렸다. 그러다 머리 속에 무언가 생각이 번개같이 지나쳤다. '학교!' 그는 그야말로 전광석화도 무색하게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나갔다. 옷장을 찾던 블러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옷장이 없어?!' 잠시 옷장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 심각한 고찰을 하던 그는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 냈다. '아, 맞아. 난 천사로 변했었고, 블러드라는 이름을 받고, 성별이......? 끼약!' 블러드는 그제야 자신이 처한 입장을 생각해 냈고, 덤으로 자신이 기절한 이유까지 생각해 또 기절할 뻔했다. 물론 이번에는 옆에 있던 크고 흰 기둥을 붙잡고 서서, 쓰러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쭉 지켜보고 있던 루시펠은 웃음을 참아야 했다. 멀쩡히 누워있던 애가 살며시 눈을 뜨더니, 누워서 몸을 몇 번 굴리고는, 갑자기 번쩍 일어나서는 무엇을 찾는 듯이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 무슨 생각을 곰곰이 하고는 얼굴이 퍼래지고 비틀거리더니 기둥을 잡고는 몸을 지탱한다....... 몇 만년을 살면서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루시펠이 웃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 하여튼 루시펠은 겨우 웃음을 참고는 블러드 앞에 나타날 수 있었다. -뭐..하는 거냐? -에? 루시펠? 블러드는 깜짝 놀람과 동시에 자신이 한 행동을 루시펠이 봤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몸을 살살 뒤로 뺐다. 물론 이 행동은 현명한 것은 아니었다. 루시펠은 생각이 빤히 보이는 행동을 하는 블러드의 행동이 너무 웃겼던 모양이다. 그만 웃음을 터트려 버렸으니...... 웃음을 너무 참는 것은 병이 된다니, 너무 쌓아만 두는 것도 몸에 나쁠 지도 모르니까. -푸.....푸하하하! 그런 루시펠의 모습에 블러드는 입을 한 뼘 가까이 내밀고는 뿌루퉁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기 딴에는 화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던 것 같지만, 루시펠에게는 귀여운 꼬마가 삐쳐 있는 모습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나이차이가 몇 년인가? -아하하하...! -뭐에요!? 블러드는 루시펠을 바라보며 화를 냈다. 물론 그는 자신의 모습이 변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귀엽고 깜찍한(?) 행동인지를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대한민국 남아(?)의 자존심을 걸고, 남의 웃음거리가 된다는 것은 참을 수 없었기에 블러드는 루시펠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그런 그의 강경한(...) 모습에 루시펠은 사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미안. -쳇, 알면 됐어요. 아, 저도 이제 제 12클래스가 된 거죠? 블러드는 그제야 자신이 제 12클래스에 들려 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루시펠에게 결과를 물었다. 그의 질문에 루시펠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너도 이제 제 12클래스다. -우와~! 즐거워하던 블러드는 평소에 학교에서 클럽에 들면 다른 회원들을 소개하던 것이 생각났다. 물론 여기는 다른 곳이지만 제 12클래스가 한 명밖에 없을 리는 없고... 그래서 루시펠에게 다른 분들에 대해 질문했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없나요? 아까 여기 올 때 하르엘이라는 천사를 만났는데...... -다들 임무 수행을 위해 다른 차원으로 내려가 있지. 네가 말한 하르엘은 내가 직접 내린 명령으로 중간계에 내려가 있다. 상당히 중요한 일이지만, 별로 위험하진 않기 때문에 도미니온즈를 시켜도 상관없었던 일이지. -아, 그렇군요. 블러드는 이해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그의 모습에 루시펠은 피식 웃었다. 상당히 잠깐잠깐 감정 변화를 나타내는 그이지만 하루에 이렇게 많이 웃었다는 사실이 신계에 알려지면 톱 뉴스감이었다. 워낙에 감정 변화가 적었기에 말이다. 블러드는 잠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루시펠에게 물었다. -그럼, 저도 임무 수행하러 나갈 수 있는 건가요? 블러드의 기쁜 질문에 루시펠은 피를 머금고(?) 초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안돼. -에? 왜요? 어째서요? -넌 여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잖아? 라파엘에게 다 들었다. 날개 수만 많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야. 여기서 지식이나 습득하면서 100년 정도 기다리려. -100년씩이나요? 차라리 히벤(Heaven: 어린 천사들이 지식과 언령을 배우며 머무는 곳.)에서 머무는 것이 낳잖아요!? 블러드는 발을 동동구르며 루시펠에게 따졌지만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루시펠이 생각한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귀여워.'였으니...... 참으로 앞날이 걱정되는 둘이었다. <3장-엽기적인 신들> 태초(太初)에 카오스께서 천지(天地)를 창조하시고, 천지를 다스리자니, 그 방대한 천지를 다스릴 방법이 없었나니. 그에 각각 하늘과 땅을 다스리는 천신(天神)과 지신(地神)을 만드시니, 두 신은 각각 하늘과 땅을 다스렸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천지가 넓어져 가니, 카오스께서는 더욱 더 많은 신들을 만드셨다. 여신(女神)도 있고, 갖가지 자연(自然)을 다스리는 신들이 창조되고, 그들은 각각 자신의 권능으로 자신들이 맡은 만물을 다스리기 시작하였다. -라인더스의 '자서전' 中 '신(神)'에서 발췌.- 블러드는 이름을 받은 후, 마의 숲(블러드가 태어난 곳.) 근처에 작은 오두막집을 지어 살고 있었다. 처음 루시펠이 집을 지어주겠다는 말에 블러드는 천사들이 다 집을 갖고 있냐고 물었었다. 그 질문에 루시펠은 그렇다고 대답했기에 그는 황당하게도 오두막집에 살게 된 것이다. 물론 더 좋은 집에 살수도 있었지만 루시펠의 집 짓는 솜씨(염원으로 짓는다. 그렇다고 루시펠의 염원력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집 짓는 센스가 없다는 말이다.)가 엉망이었기에 오두막집에 살 수 밖에 없었다. 정작 집에 살 블러드는 이 집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으니, 남이 뭐라 말할 수는 없는 처지였지만 말이다. 오늘도 블러드는 한 손에는 책을 들고 한 손으로는 차를 마시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원래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괜히 상위권의 성적 유지했던 것이 아니다: 프롤로그 참조.) 이 곳에서도 예외는 아니었고, 루시펠이 소개해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블러드에게 책은 상당히 유용했다. 첫째로 그가 모르는 이 곳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둘째로는 시간 때우기에 유용했던 것이다. 블러드가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은 이 곳이 전부 8개의 차원(중간계, 신계, 마계, 정령계, 환수계, 명계, 용왕계, 선계)으로 이루어져 있고,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차원이 신계라는 것. 사람들이 살고 있는 차원은 중간계라는 것. 블러드를 놀라게 한 것은 중간계에는 인간 이외의 지적 생물체가 인간과 어울려 공존하고 있다는 것과, '마법' 이란 문명이 '마도학'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과학 문명 대신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호오, 이거 완전히 판타지잖아? 상당히 모범생 타입이었던 그이지만 판타지를 무척이나 좋아했기 때문에 그에 관한 상당수의 지식을 두루 섭렵하고 있었던 터이다. 게다가,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즐겨보도록 하지. 무척이나 낙천적이기도 했다. 블러드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오른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여기까지는 아주 멋졌다. 창백하기까지 한 희고 보드라운 피부로, 약간 어린 듯 하면서도 성숙해 보이는 블러드의 이미지는 그의 붉은 머리카락과 어울려 좋은 대조를 이루었고, 거기에 금색과 흰색으로 섬세하게 세공된 찻잔이 어우러져 신비하기까지 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의 인격이 완성되어야지...... -우왓, 뜨거워! 블러드는 찻잔을 떨어트리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그가 앉아 있던 흔들의자는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쳇, 식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모처럼 잡은 분위기가...... 그는 한 손을 부여잡고는 툴툴댔다. 손을 호 호 불고 있던 블러드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심심해. 잠시 멍하니 서 있던 그는 다시 의자에 앉더니 눈을 책으로 돌렸다. 마침 책에는 각각의 차원을 다스리는 신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그들은 전능하고 위대하며, 고결하다. 신들의 권능으로 못하는 일이 없었으며 심지어는 죽은 존재를 되살려 내는 일까지 가능한 신들도 있다.'라 당연한 거 아닌가? 신인데......'신들은 천지(天地)의 만물을 다스리며 가장 중요한 신은 신계에 존재하는 '주신 오딘'과 마계에 존재하는 '마신 이그나티어스'이다. 또 그 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은 시간과 운명의 여신인 '울드', '베르단디', '스쿨드', 이렇게 셋과, 여덟 개의 각 차원 중 중간계(中間界)와 선계(仙界)를 제외한 나머지 차원에 존재하는 신들이다. 하지만 신계(神界)와 마계(魔界)를 제외한 차원에는 각각 한 명의 신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호오, 그렇다면 여기도 신이 산다는 얘기잖아? 블러드는 잠시 중얼거리더니 나머지 부분을 읽어 나갔다. -'정령계(精靈界)에 '정령신(精靈神) 하르그나', 용왕계(龍王界)에 '용신(龍神) 루이네', 환수계(還獸界)에 '환수신(還獸神) 마리아나', 명계(命界)에 '명신(命神) 이스라'가 존재하고, 신계와 마계에 존재하는 신들은 선신(善神)과 마신(魔神)으로 불린다.' 블러드는 마지막 구절을 읽고는 책을 탁 덮어놓고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좋아! 신을 만나러 가자! * * * * * * * * * * 블러드는 지금 제 12클래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곧장 신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고 싶었지만, 신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으므로 루시펠에게 물어보려 가는 것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라파엘의 샘명의 전당으로 갔어야 하나, 라파엘이 사라질 때 생명의 전당의 위치를 가르쳐 주지 않고 갔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제 12클래스로 갈 수밖에 없었다. -휴우, 라파엘님도 상당히 건망증이 심하시단 말이야. 어느새 제 12클래스에 다다라 그는 바닥에 사뿐히 착지했다. 요 며칠간 나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졌다는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푸른 곳에 손을 대고는 루시펠이 항상 있던 썰렁한 방을 염원했다. 언제나처럼 눈을 뜨면 책상에 앉아서(...) 자신을 반기며 미소짓는 루시펠의 모습에 블러드는 자신을 생각해주는 사람(...은 아니지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웃으며 루시펠에게 안겼다. -이 꼬마야, 또 무슨 일 때문에 왔냐? 말은 언제나 험하게(...일까?) 하지만 항상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블러드는 웃으며 루시펠에게 말했다. -있잖아, 루시펠. 평소와는 약간 다르게 애교를 부리며 달라붙는 그의 모습에 루시펠은 잠시 경직되었다. -무슨 일이냐? -나, 신을 만나고 싶어! 의외로 쉽게 나오는 그의 대답에 루시펠은 경악했다. 솔직히 신을 만난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웬만큼 높거나 큰공을 세운 천사만이 만나는 신을 자신이 만나겠다고 빨강머리의 꼬마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루시펠은 아마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주제도 모르고...' 그러나 블러드는 독심술을 배우지 않았기에 그런 루시펠의 마음을 몰라준 채, 계속 그를 졸라댔다. -루시펠~ 나 심심하단 말이야. 나한테는 임무도 안주고, 루시펠은 항상 일만 하고....게다가.... '인간일 때는 신을 만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니까, 천사가 된 김에 신 좀 만나봐야지.' 블러드는 입으로 나오려는 말을 삼켜 버리고는 루시펠을 졸랐다. 처음 루시펠은 완강하게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눈물이 글썽글썽해서는 쳐다보는 블러드의 눈빛 공격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휴우, 알았다. 정말이지 너의 그 끈질김에는 당할 수가 없다니까..... 결국 그는 두 손을 들고는 허락했다. 그러자 그 큰 눈에 고여있던 눈물들이 모두 사라지며, 웃는 표정으로 바뀌더니(;;) 루시펠의 옷자락을 잡고 기뻐했다. -야호~~!! 루시.... "찌이익!" 무시무시한 효과음과 함께 루시펠의 옷자락이 그만......운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옷자락에게 애도를 표하며...... -...펠........미안. 블러드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블러드가 미처 놓지 못하고 잡고 있던 옷자락이 밑으로 딸려 내려가면서, "찌이이익!" -............ 루시펠은 물끄러미 자신의 옷을 내려다보았다. 그런 루시펠의 머리 속으로는 한 달 전의 일이 생각났다. 힘들었던 마족과의 전투를 끝내고, 큰공을 세운 그에게 주신께서 직접 만들어서 주신 옷이...단 일년도 못 입고 운명을 마감했다. '이 녀석을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을 하던 루시펠은 마음을 정하고는 블러드에게 뼈아픈 명령을 내렸다. -1년간 근신이다. 그 크나큰 처벌에 블러드는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한 달도 아니고...일년? 물론 천사들의 입장으로 치자면, 1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인간이었던 그의 입장으로 생각하자면......방학이 3번이나 들어있는 엄청난 시간인 것이다. -가서, 조용히 죄를 반성해라. 루시펠의 그 한마디에 블러드는 눈물을 흩뿌리며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루시펠을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블러드는 아무 생각 없는 행동이었다.) 마음이 무너질 뻔했으나, 몇 만 년째 닦아 온 지독한(?) 마음으로 블러드를 외면할 수 있었다. * * * * * * * * * * 1달 뒤, 블러드는 자신의 보금자리(?)인 포근한 오두막집에서 지루하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루시펠에게 선고(?)를 받은 뒤, 1달이 지났지만 1년까지는 아직도 멀었기에 지루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을 뒤척뒤척 하던 블러드가 지루함에 그만 잠들어 버렸을 때, 블러드의 집 뒤쪽의 처마 부분을 잇는 나무는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질락 말락,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었다. 그리고, 재수 없게 어떤 놈(어쨌든 인간은 아니니...)이 그 밑을 지나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잘 지나가는 듯 하더니, 바로 그 밑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지체하고 있었다. 처마가 그것을 기다려 줄 리 만무했다. 지붕과의 이별을 고한 처마는 그대로 그 놈의 머리위로 고속낙하 했다. 물론 그 밑에 있던 놈은, 거대한 처마를 정통으로 맞고는 기절. 물론 블러드는 자신이 자고 있는 사이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잠시 뒤, 블러드가 잠에서 깨어났다. 한 달 동안 잠을 안 잤을 리가 없었으니(잠만 잤겠지...),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잠에서 깨어나 멍하니 침대 위에 앉아 있던 그는 침대 옆에 있던 창문을 통해 밖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창문 밑에 웬 놈이 떡하니 누워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기절한 것이지만, 멍청한 블러드는 그 놈이 자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고, 기절한 그 녀석을 향해 소리쳤다. -야! 자려면 너희 집 가서 자! 가뜩이나 나가지 못해서 짜증나는데! 대답이 있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 정체불명의 놈이 계속 자신의 말을 씹자 열받은 블러드는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가! 그러나 반응은 무(無)!!! 한참을 삿대질하던 블러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정도 말했으면 당연히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이놈의 천사는 반응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쓰러져 있는 천사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잠시 살펴보던 블러드는 그 천사가 기절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쳇, 기절했잖아? 난 또...... 블러드는 그 천사를 들쳐매고는 집안으로 들어왔다. 블러드에게는 잘 된 일이었다. 이렇게 지루한 일상에 돌을 던진 녀석이랄까? 당연히 블러드의 눈에는 그 녀석이 곱게 보일 수밖에...... * * * * * * * * * * 블러드는 자신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녀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에, 어깨까지 내려오는 푸른 색 머리카락. 전체적으로 가늘어 보이지만 군데군데 필요한 부분에 보기 좋게 근육이 붙어 있어 보기 좋은 천사였다. 물론 문제는 이 녀석이 어째서 블러드의 집 앞에 쓰러져 있느냐이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처마는 말을 할 수 없으니...... 블러드는 그 녀석을 쳐다보고 있자니 조금씩 잠이 오는 것을 느꼈다. 원래 졸렵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자고 있는 것을 보면 잠이 오는 법이다. 여기서는 이 녀석이 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기절해 있다는 것이 좀 다를 뿐이지만. 꾸벅 꾸벅 졸던 블러드는 침대에 푹 머리를 박고는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타이밍 좋게 블러드가 잠들고 난 뒤에 그 천사가 깨어났다. "으...윽.....아이고 두야." 천사는 일어나서는 주위를 둘러봤다. 웬 초라한 오두막집에 있는 침대에 자신이 누워있고......자신의 옆에는 한 천사가 보기 드문 빨간 머리카락을 하고는 침대에 머리를 박고는 자고 있었다. "뭐야? 여기는......난 분명히............" 천사는 자신이 잠시 창문 옆에 서 있다가 무언가를 맞고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내가 기절했을 때 이 천사가 나를 여기로 옮겨온 것이군.' 그는 블러드의 모습을 보고는 숨을 헉 들이쉬었다. 약간 어려 보이는 흰 얼굴에 긴 속눈썹밖에는 보이지 않는 감긴 눈, 얼굴로 붉은 머리카락이 살짝 내려와 더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더군다나 창문으로 비치는 햇빛을 받아 신비하게까지 보이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요리 조리 블러드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던 그는 블러드가 깨어나는 바람에 그 감상을 멈춰야 했다. "어, 깨어났네?" 그 목소리가 약간 아쉽게 들리는 것은 착각일까? 하여튼 블러드는 잠시 눈을 깜빡깜빡 하더니 그를 보았다. 그리고는 졸린 눈으로(일단 한 번 잠들면 계속 잠이 오기 마련이다.) 그를 한쪽으로 밀어 놓고는 침대 위에 올라가서 이불을 약간 끌어당겨 덮고는 계속해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자신의 얼굴을 누군가가 황당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모른 체...... "뭐, 뭐야?" * * * * * * * * * * 전쟁의 신 마리우스(Marius). 이름도 휘황찬란한 그는 전지 전능한 '신'이었다.(당연한 거 아냐...-.-;;;) 전쟁의 신인 그는 신계의 모든 전투를 담당하고 심지어는 인간들의 전투에도 관여를 해, 중간계에 있는 그의 신전만도 수백 개인, 아주 훌륭하고, 위대한 신이다. 좀 엽기적인 취미생활로 신계에서 꽤 유명한 그. 그런 그가 지금 어느 무명 천사의 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야, 보면 볼수록 죽이네~" 도저히 신이 할 발언으로 생각되지 않는 저속한 문제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마리우스. 그가 이런 저속한 발언을 하게 된 이유는, 그 무명 천사에게 있었다. "도저히 아직 성장을 하지 않은 천사라고 보기는 힘든데......성장하면 얼마나 예뻐질까? 상상 만 해도 해피~" 전쟁의 신이 바로 옆에서 자신의 얼굴을 관찰하며 변태적 발언을 내뱉고 있는 줄도 모르고 블러드는 행복한 얼굴로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다른 신들에게 알려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큰 발견을 한 거야~" 뭐가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이며, 뭐가 큰 발견인가...... 그저 천사 한 명 발견한 것 가지고 엄청나게 부풀려서 말하고 있는 전쟁의 신 마리우스. 그런데, 문제의 발언은 바로, '다른 신들에게 알려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부분이다. '다른' 신들...... 즉 이 말은 다른 신들도 이 전쟁의 신처럼 엽기, 변태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 뭐, 신이라면 몇십 만년쯤 살았을 테니, 좀 이상 취미(?)가 있어도 이해해 주자. -으음...... "꺄아, 신음소리도 섹시하다~" 잠결에 무심코 낸 소리조차 이 엽기, 변태 신에게는 그렇게 들렸는가...... 과연 신계 제일의 엽기, 변태 신이라고 불릴 만하다. 이렇게 마리우스가 블러드를 감상(!)하고 있을 무렵, 루시펠은...... '매일같이 오던 녀석이 안 오니......심심하긴 하군. 지금쯤 녀석은 뭐하고 있을라나.......아마 심심해서 죽으려고 하겠지.....킥킥.' 자신의 성급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 성급한 결정이란 물론 블러드의 1년 근신이겠지...... 책상에 앉아서 멍-하니 벽만 쳐다보며 헤죽 헤죽 거리고 있으니...... 옆에서 업무 결과를 보고하러 온 파워즈(Powers) 한 명이 이런 루시펠의 모습을 보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계속적으로 비비다가 눈병에 걸려 며칠을 고생했다는(그런데 천사도 눈병 걸리나...?) 일화가 하나 전해져 내려오지만, 싸악 무시하도록 하자. 그럼, 다시 우리의 히로인 블러드에게로 돌아가서, "어? 얘 왜이래?" 자리가 불편하다는 듯이 꿈틀꿈틀(;;;)거리는 블러드를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마리우스. 자리가 좁아서 그런 것이지만, 이 무신경한 신께서 그런 것을 알겠는가. 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겠지. 한동안 고개를 갸웃, 갸웃 하던 마리우스는 음흉한 미소와 함께 블러드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그나저나 정말 예쁘단 말이야." 위대하디 위대하고, 전능하디 전능한, 전쟁의 신, 마리우스께서 이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블러드는 자리가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평소에는 편하게, 침대를 다 차지하고서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솔직히 그렇게 넓지도 않지만.)하며 아주, 행복하게 꿈속을 헤맬 텐데, 지금 마리우스라는 위대하신 신께서 침대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바람에 1/3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 몸이 눌리면 잠에서 깨게 된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몸이 눌린 상태로 계속 수면을 취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말(?)로는 '가위 눌린다'라는 현상을 실제 체험하게 된다. 가위 눌린다는 말은 거대한 가위(왕가위)에게 깔려서 죽음 직전까지 이른다는 말이 아니고 뇌는 분명히 깨어나서 활동 상태에 접어들었되, 신체가 아직도 수면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반수면 상태이다. 뇌로써는 좀 어리둥절할 것이다. 분명히 깨어나서 생각을 하고, 어느 때와 같이 몸을 움직이려드니.....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어떤 변태적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그런 것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정상적인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그런 체험을 별로 즐기지 않으며, 오히려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뭐, 아침에 엄마가 깨우려 들 때 가위에 눌리는 현상을 직접 체험한다면 별로 나쁜 경험도 아니지만..정작 실제로 가위에 눌릴 때 누군가가 깨우러 온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가위에 눌리고 있는데 이불이 딱 코에 닿아 있어서 숨쉬기가 힘들면 얼마나 괴로운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것이다!!!(이건 필자가 직접 겪어본 일이다^^;;) 블러드는 지금, 방금 전까지 장황하게 설명한 반수면 상태. 즉 가위에 눌리고 있었다!!! '에에엑, 천사가 되어서도 가위에 눌리는 경험을 하다니......누가 나 좀 살려줘~' 게다가 더욱 고통스러운 것은 저 느끼한 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정신이 들었을 때, 들린 말은 마리우스가 한 말. "도저히 아직 성장을 하지 않은 천사라고 보기는 힘든데......성장하면 얼마나 예뻐질까? 상상 만 해도 해피~" 바로 문제 발언이었다. 게다가 앞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마리우스는 이 말을 하며 블러드의 뺨을 살짝 쓰다듬었기에 말이다. 이 발언을 들은 블러드의 몸은 갑자기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하며 땀이 흘러 등이 흥건하게 젖고, 안색이 창백해지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한이 들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일어나서 이 무례하고 변태적인 침입자의 뺨을 날려 주고 싶었지만, 그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수 없는 이유에는, 그 다음 발언으로 자신이 주워온 천사가, 사실은 천사가 아니라 신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뭐라고 할 수도 없다는 점도 있었지만, 정작 가장 큰 이유는 가위에 눌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으....아무라도 좋으니 날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줘~' 블러드가 이렇게 고통받아서 안색이 창백해졌을 때, 위대하고 전능하나, 무신경한 전쟁의 신 마리우스께서는 드디어 블러드의 상태를 깨달았다. "앗, 창백해졌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말을 하고는 마리우스는 자신의 얼굴을 블러드의 얼굴 앞으로 가까이 가져왔다. 마리우스에게는 좋은 체험인지 몰라도, 블러드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이 무례하고 변태적인 침입자의 숨결이 바로 자신 앞에서, 그것도 코앞에서 느껴진다는 것은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닐 테니까...... "흠, 숨은 제대로 쉬는 것 같은데..." 이런 마리우스의 말을 듣고 블러드는 속으로 절규하며 자신의 인내심이 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게다가 너 때문이잖아!' 블러드의 절규를 들을 리는 없었다. 아무리 신이라도 그런 능력은 없었으니까. 어쨌든 마리우스는 자신 앞에 있는 빨강머리 천사가 이제는 식은땀까지 줄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상당히 곤란해했다. "이런, 어쩌지? 천사들의 생태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천사들의 생태라...... 이 발언으로 블러드는 또다시 업그레이드된 자신의 인내를 느끼고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에 대한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천사들의 생태......천사가 동물이냐!?' 아무리 속으로 소리쳐도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마리우스에게는 들릴 리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달은 블러드는 아예 포기하고는 마음을 놓아 버렸다. 하지만 아직 마리우스는 블러드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자, 가엾게도 병에 걸려 버린 이 불쌍하고도, 아름다운 천사를 위해서!" '뭐가 병에 걸렸다는 것이냐. 그리고, 불쌍하고도 아름다운 천사라. 하하.' 아예 자포자기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블러드. 과연 블러드를 이렇게까지 만든 마리우스는 신계 제일의 엽기, 변태 신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고도 남았다. 블러드가 속으로 씨부렁대고 있는 것도 모른 체, 마리우스는 블러드를 살짝 안아들었다. 가벼워 보이는 블러드는 당연히 마리우스의 팔에 안길 수밖에 없었다. 자, 여기서 생각이 깊고, 글을 꼼꼼하게 읽는 독자라면 생각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무엇일까...... 바로, 가위에 눌리고 있던 블러드이다. 마리우스가 띵가띵가 혼자서 주접떨고, 블러드의 절규, 뭐, 이것만 다 해도 적어도 10젠티(분) 이상은 흘렀을텐데...... 가위에 눌려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위는 절대로 10젠티 이상을 가지 않는다! 하다못해 5젠티도 못간다! 그런데 블러드는 벌써 10젠티 이상 가위에 눌리고 있다. 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과학적인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뭐, 여기까지 파고들기로 하고...... 그 이유는 작가의 표현력의 한계라고 생각해두라. 너무 깊이 알려고만 하면 제 명까지 살지 못하는 법이다. 한편 블러드는 마리우스의 품에 안겨서 속으로 씨부렁대고 있었다. '아, 내가 어째서 이런 초 엽기적, 변태 신의 품에 안겨 있어야 하는 거지?!' 이런 블러드의 의사를 모른 채, 마리우스는 그저 헤벌쭉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의 머리속을 채우고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품에 살며시 안겨있는 이 아름다운 천사에 관한 것밖에 없었으니까. "뭐, 우프레틴(Ufretin)에게 보여주면 되겠지." 아무 생각 없이 중얼대던 그는 블러드가 더욱 더 식은땀을 흘리자 급해졌다는 듯이 뭐라고 중얼거렸다. "dlehd(이동)." * * * * * * * * * * 블러드는 여전히 마리우스의 품에 안긴 채,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는 중이었다. 새하얀 복도였다. 복도 양옆에는 역시 희고 거대한 기둥들이 쫘르륵 늘어서 있었다. 무늬없는 단순한 기둥들이었으나, 그 크기와, 질감, 황금비 등으로 보았을 때, 엄청난 기술력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흠, 거의 다 왔군." 마리우스가 감격스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블러드는 마리우스의 품에서 열심히 꼼지락대고 있었다. '풀린다, 가위가 풀린다...조금만 더......' 블러드의 그 피나는 노력(?)으로 가위가 풀렸다. 블러드는 가위가 풀린 듯 하자, 눈을 번쩍 떴다. 블러드가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본 것은, 마리우스의 얼굴이었다. 시원한 푸른색의 머리카락과 보기 좋게 그을린 그의 피부는 멋진 조화를 이루어 시원한 바다를 연상시켰다. 처음 보았다면 분명히 호감을 가질 얼굴이었다. 그러나 블러드는 초면이 아니었다. 분명, 둘 다 깨어서 대면한 적은 없지만 엄연히 구면이었다. "어? 깨어났네?" 마리우스는 자신의 얼굴을 블러드의 얼굴로 바싹 가져가며 말했다. 블러드는 아직도 말을 듣지 않는 손을 천천히 들었다. "퍼----억------!!!!" 그는 블러드의 강펀치를 맞고는 블러드를 떨어트리고는 비틀거렸다. 마리우스의 품에서 벗어난 블러드는 바닥으로 무지 아프게 떨어지긴 했지만, 저 초 엽기, 변태 신에게서 벗어난 것만 해도 기뻐할 일이었다. -이...이.......변태 같으니라고! "벼..변태라니......이 우아하고 고귀한 이 몸 어디가 변태로 보여?!" -그럼, 변태 아닌 것이 그런.....말을 써...? 블러드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얼굴이 빨개진 체로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마리우스는 곧 음흉한 미소로 블러드에게 다가갔다. "그런 말이 뭔데? 내가 무슨 말을 썼길래, 아름다우신 천사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까?" 미소를 씨-익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리우스를 본 블러드는 엽기, 호러물 최종판을 맛보 며,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섰다. -어..어쨌든! 가까이 오면 죽일 거야! "헤에? 죽이시겠다라......천사가 신을..? 여전히 빙글빙글 웃으며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마리우스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 몸을 살짝 뒤로 뺐다. 뭐, 그런 그의 노력도 마리우스가 한 발짝 더 가까이 오는 바람에 무산되었지만. "뭐, 어때? 천사가 신도 만나보고......원래는 최고위 세라핌이 아니면 잘 만나보지도 못하는데 말이야." 그런 그의 말을 들으며 블러드는 소리쳤다. -난, 너같은 엽기, 변태 신을 만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고~~! 블러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디선가 여자의 괴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의 웃음소리와도 같은 엽기, 호러틱한 웃음소리였다. "오-----호호호호호호호!!! 엽기, 변태 신이라니!!! 마리우스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있군! 어린 나이에!!! 오--호호호호호호!!!!" 웃음소리는 웅장한 건물 안에서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그 웃음소리를 들은 블러드와 마리우스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특히 마리우스는 뭐, 못 들을 것이라도 들은 듯이 얼굴을 우거지상으로 만들고는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못 들을 웃음소리인 것은 블러드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블러드는 저 웃음소리보다는 저 웃음소리를 듣고 뒤로 물러서는 마리우스의 상태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다. "마...마녀......" "내가 어딜 봐서 마녀라는 거냐!! 이 엽기, 변태 신아!!!" 어느 새, 마리우스의 앞에는 웬 미녀 하나가 서 있었다. 그 미녀는 실버 블론드의 긴 머리카락을 한데로 묶어서 뒤로 길게 늘어놓고 있었다. "이 말꼬랑지 계집애야! 신이면 신답게 행동해!" "흥, 너의 행동은 어떤지 모르는군? 엽기, 변태 신?" 말꼬랑지 계집애라...... 그것도 그렇지만, 마리우스가 한 말을 들어보아 이 끝내주는 미녀도 신인 것 같은데.... 도저히 신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겉모습은 마리우스가 훨씬 더 신 같아 보였다. 흔히 우리가 '여왕님'이라 칭하는 존재처럼 타이트한 검은 색 옷, 말이 좋아 옷이지 거의 전신 타이즈나 마찬가지였다.그 위에 투명한 천을 살짝 덮어씌운 것뿐이었다. 새빨간 입술에 오만해 보이는 눈빛. 35, 24, 36인 빵빵한 몸매에...... "가슴만 큰 여편네야! 가슴 크기는 머리에 반비례한다는 말도 모르냐!?" "어머나, 그런 근거 없는 주장을 믿다니, 그러고도 네가 신이더냐, 마리우스!?" "웃기지마, 난 최소한 겉모습만이라도 신같아 보여!" "겉모습이 그러면 뭐하나?" "최소한 너처럼 겉까지 엉망이진 않아!" 둘의 주위에는 스파크가 파지직 튀기고, 배경으로 불이 활활 타올랐다. 아까부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블러드는 뒤로 살짝 몸을 뺐다. '여기서 빨리 사라지자.' 이것이 솔직한 블러드의 심정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과 불구경이라지만, 아마 누구라도 이 상황에서는 빠져나가고 싶을 것이다. 특히 그것이 신들의 싸움일 때는 말이다. 그러나 블러드의 이런 노력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 마녀야! 너보다는 차라리 저 천사가 훨씬 낫다!" "어머나, 그래? 그래봤자 너하고는 전혀, 안.어.울.려!" "뭐시라? 그럼, 너하고는 어울리는 줄 알아?" "어머, 난 여자라구, 게다가 나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데려갈 남자가 없겠어?" "아마 없을 거다, 이 마녀! 너랑 사느니 저 천사랑 살지, 왜 너 같은 거랑 살겠냐?" "너 같은 거라니? 게다가 저 초절정 미소년은 잘 어울리는 천사를 찾아줘야 한다고! 너같이 겉만 멀쩡하고 속이 텅 빈 멍청이 말고." "이, 변태녀야! 뭐가 어쩌고 어째? 겉만 멀쩡하고 속이 텅 빈 멍청이?!" "난, 있는 그대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흥, 너같은 거를 상대하느니 저 천사랑 놀거다." "그렇게는 안되지!" 이 말을 끝으로 둘은 동시에 블러드를 돌아봤기 때문이다. -아, 하하하. 열심히들 싸우세요. 전 집에 가봐야 돼서요. "뭐시라? 집에 가? 안돼!" "집에 가지 말고 이 누님이랑 놀자꾸나, 아가야!" 동시에 떨어진 둘의 말에 블러드는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러니까, 루시펠한테 1년간 근신 처벌을 받아서요. 블러드는 조금 큰 소리로 루시펠에게 근신 처벌을 받은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도 루시펠에게서 이런 명령을 받은 것을 알면 그들이 자신을 놓아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신'이었다. 위대하고, 고귀하며, 전능하고, 자존심도 높은 '신'이라는 존재는 한 번 찍은 먹이감(?)은 절대로 놓지 않는다. 특히 지금 서 있는 신, 둘은 다른 신보다 그 '자존심'이 배는 높은 족속들이었던 것이다. "아, 근신 처벌이라면 내가 풀어주지." "필요 없어, 이 엽기, 변태 신아. 그것보다 아가, 그것보다." "뭐? 이 말꼬랑지 계집애야! 닥쳐!" "오---호호호호호호!!! 그래봤자 저 천사는 나의 손에 있다!!" 둘의 피튀기는 혈투를 본 블러드는 신에 대한 환상이 산산이 무너지는 것을 깨달았다. 블러드가 생각한 신이란, 아름답고, 고귀하며, 전능하고, 긍지 높으며, 고결하고, 차분하고, 침착하며, 깨끗한, 온갖 미사여구를 다 갖다 붙인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이 둘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름답고, 전능하고, 긍지가 높다는 것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 긍지가 높다는 것도 긍지라기보다는 자존심인 것 같지만 말이다. "자, 아름다운 천사야, 신을 만나고 싶지 않니?" '이젠, 사절인데요.' 블러드는 속으로 이런 말을 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자신에게 말을 걸은 여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블러드의 반응에 그녀는 전혀 엉뚱하게 말했다. "어머나, 만나고 싶다고? 좋아, 내가 만나게 해주지. 저런 하급신보다는 내가 훨씬 많은 신들을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누가 하급신이라는 거냐! 이 멍청한 여자야!" "내가 너보고 말했니? 어머나, 찔리나봐." 아무래도 말싸움 면에서는 그녀 쪽이 훨씬 월등한 것 같다. "이 고귀하시고 아름다우신, 절대적 절망과 끝없는 공포의 여신, 피오나께서 말이다." 절대적 절망과 끝없는 공포의 여신이라. 그럴 만도 했다. 누구든 그녀를 본다면 절망하고, 그 뒤에는 공포를 느낄 테니까.블러드가 그 좋은 예이다. 블러드는 이 둘을 보며, 과연 맡은 분야와 성격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절망과 공포의 여신과, 전쟁의 신이라. 딱 어울리는 커플이로군.' 이런 상황에서도 엉뚱한 생각을 하며, 두 사람, 아니 신을 유심히 쳐다보는 블러드. 그런 블러드를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는 두 신. "자, 가자꾸나!" 피오나라 이름을 밝힌 그녀는 블러드의 손을 낚아채서는 이동을 시전했다. "오-호호호호호호호!!! dlehd(이동)!" "안돼~~~~!!!!" 곧 눈부신 빛이 둘을 감쌌다. 블러드가 눈을 떴을 때는, 아까와 똑같은 곳이었다. "엥?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혹시 너무 똑같아서 그게 그거처럼 보이는게 아닐까?' 블러드는 꽤 그럴듯한 생각을 했다. 뭐, 그 생각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마리우스! 이 찰거머리 같은 놈아! 이거 놓지 못해?" 그랬다. 막 이동되려고 하는 순간에 마리우스가 그래도 신이라고 피오나의 허리를 잡고 늘어진 것이었다. 예정되지 않은 존재가 끼어드는 바람에 이동 언령은 깨져버렸고, 뭐, 그 뒤로는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실 테니...... "꺄악! 변태 신이다!" 피오나는 전혀 변태를 만난 것 같지 않은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공감이 될 리는 전혀 없었고 말이다. "나도 너같은 여자의 허리를 잡고 싶지는 않았다고, 기왕이면 저 천사의 야리야리한 허리를 안고 싶었는데......불행히도 네가 더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블러드는 그 소리를 듣고 두 팔로 어깨를 감싸안았지만 오한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벗어나고 싶어......이 상황에서 날 좀 빼내 줘~~~' 블러드의 소리 없는 절규를 들은 신은 아무도 없었다. 블러드가 이렇게 슬퍼하고 있을 때, 두 신은 합의를 보긴 보았는지 나란히 블러드를 향해 걸어왔다. "자, 아가, 이 아름답고 고귀하신, 피오나님과 함께 신을 구경하러 가자꾸나." "이, 전능하고, 고귀하며, 멋진 신, 마리우스와 함께 다른 신들을 구경하러 가자꾸나." '구경'하러 간다. 둘은 다른 신들을 마치 동물원 원숭이 같은 신세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둘의 모습에 블러드는 몸을 뒤로 뺏지만 피오나와 마리우스는 그런 블러드의 한 팔을 각각 붙잡고는 확 끌어당겨 어디론가 데려가 버렸다. * * * * * * * * * * 거대하고 흰 기둥이 양옆으로 줄줄이 늘어서 있는 복도 한 가운데로 세 사람, 아니 두 신과 한 천사가 걸어가고 있었다. 가운데 끼여있는 한 천사는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는'것이었지만 말이다. "호호호, 어떠니, 멋있지 않니? 이 엄청난 기둥들!" -아, 네... 열심히 대답은 하고 있었지만 블러드의 속 심정은 아마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리라.지금 블러드의 이마와 목 뒤쪽에 송글송글 맺혀 있는 땀이 그 증거이다. 피오나는 열심히 자기 자랑을 하느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마리우스는 피오나의 엄청난 말발에 질려 침묵하고 있었기에 블러드의 이런 변화를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호오, 이런. 피오나, 이 천사는 지금 아픈 것 같은데......우프레틴에게 데려가 봐야 하지 않겠어?" "뭐시?! 아프다고?!" 피오나는 그 말에 블러드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흐음, 정말이군. 좋아, 아가야, 우프레틴에게 먼저 가자꾸나." -아...전 괜찮은데......... 그러나 블러드의 말은 싸-악 무시되었고, 피오나와 마리우스는 잠시 서로의 눈길을 지긋이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전음이었나 보다. 내용은, 안 듣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dlehd(이동)" * * * * * * * * * * 환한 방이다. 그 방 한가운데에는 엄청 크다는 말로도 부족한, 거대한 침대가 놓여 있었고, 그 침대 위에 웬 청년 한 명이 누워 있었다. 청년은 '신'이었다. 역시 엄청 유명하고, 전능하고, 중간계에도 그를 신봉하는 미친 작자들이 상당수 있는, 그런 신이었다. 특히 의사들에게 인기 많은 약과 병의 신, 우프레틴. 긴 흑발 머리를 아무렇게나 풀어헤친 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던 그는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는 일어섰다. "누구냐?" 그의 느릿느릿한 말이 떨어지자마자, 그의 몸 앞쪽에서 10크레인(M)정도 떨어진 곳에 빛이 아리더니 그 곳에서 실버 블론드의 머리카락을 길게 뒤로 묶고 있는 미녀와, 어깨까지 내려오는 윤기 있는 블루 베리 머리카락을 살짝 빗어 넘긴 청년, 핏빛 머리카락을 무릎까지 치렁치렁하게 기른 중성적인 사람이 나타났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신'은 말했다. "누군가 했더니, 말꼬랑지 계집애와, 변태, 그리고 웬 꼬마 천사 하나잖아?" "오래간만이군, 약과 병만 아는 잠팅이. 한 300년 만이지?" "그래, 또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 찾아왔냐?" "아아, 이 꼬마 천사 때문에." 도저히 신들끼리 나누는 대화라고는 생각될 수 없는 대화. 블러드는 이 장면을 보고 이런 신들을 신봉하는 인간들이 가엾게 느껴졌다. 피오나가 우프레틴에게 천사 얘기를 하자, 우프레틴은 흥미있다는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너희들이 천사에게 관심을 보이다니......별, 변태 녀석은 그렇다 쳐도 피오나 너까지. 어디 보자, 어? 아직 '성장'도 하지 않은 꼬맹이잖아?" 그런 그의 말에 블러드는 발끈했다. -전 꼬맹이가 아니에요! 발끈하며 화를 내는 블러드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넘겨버리는 우프레틴. 그는 능글능글한 미소를 지으며 블러드에게 말했다. "보아하니 아직 말도 못하는 모양인데, 이봐 꼬맹아, 꼬맹이란 말에 발끈하는 것을 꼬맹이라고 하는 거란다." 블러드는 또 발끈했으나 대응해서 돌아오는 것은 꼬맹이라는 말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만히 있었다. 이런 블러드를 아쉽다는(?) 눈길로 바라보던 우프레틴은 다시 피오나와 마리우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왜 찾아왔나?" "정말 빨리도 물어보시는군." 이제서야 목적을 묻는 뻔뻔한 우프레틴에 피오나는 잠시 발끈했으나, 마리우스는 그대로 우프레틴에게 용건을 말했다. "아, 별거 아냐." "그래, 그 별거 아닌 문제 좀 들어보자구." 여전히 뻔뻔스런 우프레틴의 말, 그러나 더 뻔뻔한 마리우스. "아, 목마르다. 뭐 먹을 것 없나? 여기 주인은 손님이 찾아 왔는데도 마실 것 하나 안내오는군." 이런 마리우스의 말에 우프레틴은 '훗, 아직 어린애군'이라는 눈으로 마리우스를 바라보더니 손을 '딱' 튀겼다. 그러자 허공에서 잔이 네 개 생기더니 그곳에 무언가 녹색 빛을 띄는 투명한 색의 음료가 담겼다. 향기조차 상큼한 음료를 시덥잖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마리우스. "이거, 뭐 넣은 거야?" "아아, 너무 의심하지 않는 것이 좋을텐데.....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와서 단순하게 허브잎을 조금 넣고 끓였어." "그래, 그럼...." 피오나와 마리우스는 잔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블러드는 허공에 떠 있는 잔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블러드의 모습에 우프레틴은 잔을 잡더니, 블러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상 없는 것이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단다, 꼬마 손님." 그러나 블러드는 그런 이유로 마시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허공에 떠있는 잔이 신기해서일 뿐. 신들이라면, 또 고위 천사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일 일을, 블러드는 아주 신기하게 받아들인다. 루시펠이 하는 것을 몇 번 보긴 했어도, 서류 등을 띄워서 일을 처리하는 정도였지, 이렇게 갑자기 없던 것이 생겨나는 것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블러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었지 않는가. 그런 이유로 모든 것이 다 신기하기만 한 블러드였다.뭐, 권해주는데 그런 것까지 무시하고 구경할 수는 없는 법. 블러드는 예의바르게 그 잔을 잡았고, 블러드가 잔을 잡자마자 피오나는 잔 안의 내용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 것을 맛본 피오나가 눈이 휘둥그래 해져서는 물었다. "어? 이거 맛있는데? 어떻게 만든 거야?" 그런 피오나의 물음에 흑발을 살짝 뒤로 넘기며 가볍게 대답하는 우프레틴. "아까 말했듯이 허브잎 약간하고, 꿀, 성수." "엥? 성수까지 넣었어?" "그래야 맛이 좋다고. 건강에도 좋고." "내 참, 그래, 그것 뿐이야?" "아니, 몇 종류 더 있어." "뭔데?" 피오나의 그 질문에 우프레틴 대신 마리우스가 대답했다. "여기에......그레이닌 뿌리, 넣었지..." "어, 어떻게 알았어?" 마리우스의 조용한 대답에 우프레틴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후후후, 이 천재님께서 그런 것도 모르겠냐? 그나저나......피오나부터 어떻게 하지 그래?" 음산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마리우스. 그의 말에 우프레틴은 헉, 하며 피오나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피오나는 살짝 미소지으며 손에 든 컵에 힘을 살짝, 아주 살짝 주었다. "파직!" 소리와 함께 컵이 산산조각으로 깨졌다. 블러드는 깜짝 놀라 피오나를 쳐다보았다. 피오나는 깨진 컵 쪼가리(?)를 들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는 십자 표시로 힘줄이 두 개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우프레틴은 이마에 땀방울을 달고서, 피오나를 설득하기 여지없었다. "아, 피오나...그러니까......이건, 그레이닌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호.호.호. 그래. 신에게는 독초가 건강에 좋은 것이었구나. 자주 써먹어야겠어. 이거 오딘님께 알려드려도 되지?" "아하하.....그게........그러니까." 우프레틴은 피오나의 기백(?)에 눌려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고, 피오나는 그런 우프레틴을 보며 아주 어. 여. 쁘. 게. 미소짓고 있었다. 물론, 우프레틴의 왼쪽 머리에 달린 하늘색의 둥글고 예쁜 땀방울과, 피오나의 이마에 돋아 있는 십자 모양의 힘줄은 무시하기로 하자. 그리고, 그 뒤에 서 있는 배경들. 아주 재미있게 이 상황을 청취하며, 또 그것을 메모까지 하는 마리우스와, 표정은 약간 다르지만 역시 상당히 흥미있다는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고 있는 블러드. 솔직히 말하자면, 블러드는 둘보다는 메모를 하며 청취하는 마리우스를 더 흥미있다는 표정, 아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여기에 그레이닌을 넣었단 말이지? 그것도, 내가 제. 일. 싫. 어. 하. 는. 뿌. 리.를." "아하하.......그러니까, 사실은......" 열심히 청취하고 있는 마리우스를 쳐다보던 블러드는 싸움이 커지는 듯 하자 마리우스에게 말했다. -저, 이거 말려야 하지 않아? 원래대로라면 존댓말을 써야 했겠지만, 이미 볼대로 다 봐 버린 마리우스의 모습에 블러드는 존댓말을 쓸 생각이 싸-악 없어진 상태였다. 물론 마리우스는 블러드가 존댓말을 쓰던 말던,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블러드의 말려야 한다는 말에 마리우스는 눈을 크게 치켜뜨며 블러드에게 되물었다. "왜?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맘대로 해. 그리고는 다시 둘에게 시선이 돌아가서 열심히 청취한다. 솔직히 블러드도 이 싸움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긴 들었기 때문이다. 손은 깨진 컵 모서리에 베어 피가 뚝뚝 흐르는데도, 우프레틴을 바라보며 생긋 웃는 피오나의 모습은 호러 그 자체였다. 피오나는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블러드와 마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열심히 상황을 청취하고 있던 둘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움찔했다. 솔직히 피를 흘리던 여인이 갑자기 자신들을 쳐다보며 빙긋 빙긋 웃는데 두려워하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지. 대부분의 사람들, 아니 천사, 그리고 신들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두려워한다고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더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다. 이 둘은 이런 생각으로 자신들을 변호하며 피오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빙긋 빙긋 웃으며 먼저 블러드에게 말했다. "호. 호. 호. 아가야, 이 누님은 이제부터 저 신과 볼일이 있단다. 이건 어른들의 일이므로 아가가 알 일이 아니니, 잠-깐만 밖에 나가 있거라." 블러드는 그 말을 듣자, 아까부터 나가고 싶었던 터에 잘됐다고 생각하며 얼른 한쪽 옆에 있던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고, 블러드가 나가는 모습을 생긋거리며 지켜보고 있던 피오나는 남아있는 마리우스에게도 말했다. "자, 초절정 변태 신." 피오나의 말에 마리우스는 속으로 항변했으나 가뜩이나 기분이 저조한 피오나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물론 속으로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너도 좀 나. 가. 줄. 래? 이건 나의 부. 탁. 이야. 호. 호. 호. 알다시피, 이건 우리 둘만의 미묘한 감정 문제라서 말이야. 그렇지, 우프레틴?" 피오나의 말에 우프레틴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런 우프레틴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피오나는 마리우스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한 번 말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부. 탁. 이야. 나. 가. 줘." 부탁이라고 강조는 했지만, 사실상으로 이건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었다. 그런 피오나의 말에 마리우스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는 그의 입에는 살짝 미소가 걸려 있었고 피오나에게 살며시 전음을 보냈다. [피오나, 고맙다. 둘이 있을 시간을 만들어 줘서......나중에 한턱 쏘마.] [호. 호. 호. 뭘, 그런 것을 가지고.] 둘의 의미심장한 전음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마리우스는 마지막으로 빙긋 미소를 날리며 문을 열고 나갔다. 물론 불쌍한 우프레틴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은 뒤였다. 우리 모두 불쌍한 그의 운명에 대해서 잠시 애도를 표하자. 마리우스마저 나간 뒤에 우프레틴은 잠시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이런, 망할 녀석들 같으니라구~!' 그러나 그런 그의 생각도 곧이어 들려온 피오나의 목소리로 깨져 버렸다. "자아, 그럼 우리도 한 번 심도있는 어른들만의 대화를 나눠볼까?" * * * * * * * * * * 한편 블러드는 방을 나온 뒤에 그 방안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 상당히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잠시 뒤, '오호호호'하는 피오나의 엽기적인 웃음소리가 몇 번 들려오더니 문이 딸깍 열리고 마리우스가 나왔다. 마리우스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빙긋 빙긋 웃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푼수처럼 보일 수도 있는 웃음이었으나, 잘생기다못해 환상적인 그의 미모가 그를 커버해 아주 멋지게 보이는 웃음이었다. 물론 이 말은 일반인에게만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일. 반. 인. 에게만. 블러드는 이 일. 반. 인. 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차근차근 따져보자면 그는, 인, 사람 인, 人, 영어로는 Man 혹은 Woman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정확하게 표기하자면 일. 반. 사(使). 가 되어야 했다. 여기서 '사'는......'천사'에 쓰이는 '사'이다. 천사, 하늘 천 하여금 사, 天使, 영어로는 Angel이다. 그러므로 그는 일반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렇다고 일반사도 아니다. 아주 특이한, 특이하다못해 특별한, 그런 천사인 것이다. 좀 나쁘게 말하자면 괴짜 천사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그래도 주인공이니 나쁘게는 부르지 말기로 하자. 기나긴 설명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그는 절대로 일반인이 아니었다. 일반사도 아니었다. 그러므로 마리우스의 웃음이 블러드에게는 한심한 푼수의 웃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론 마리우스 자신은 웃음이 어떻게 보이던 말던 상관은 없겠지만 어쨌든 블러드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블러드는 빙긋 빙긋 웃다가 이제는 방긋 방긋 웃고 있는 마리우스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블러드에게 돌아온 말은, "어머,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면 어떡해~♡" 블러드는 그를 외면하고는 복도 옆에 있는 창문을 훌쩍 넘어 정원으로 나갔다. 과연 약초와 병의 신의 정원답게 온갖 이름 모를 풀들이 향긋한 향기를 풍기며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블러드는 스쳐 지나가듯이 본 보라색의 작은 꽃이 달려있는 식물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그 식물의 이름에 대해 고민하던 블러드는 무심코 생각나는 이름을 말했다. -인삼인가? 그러나 그것은 도라지였다. 블러드는 끝내 이름이 생각나지 않자, 스쳐 지나가듯 본 식물이라고 자신을 정당화시키며 옆으로 난 사잇길로 들어갔다. 그 길에 들어서자마자 그가 발견한 것은 빨강과 노랑의 화려한 꽃을 가진 식물이었다. 식물의 푸른 잎사귀에는 간간이 흰 점들이 구슬처럼 박혀 있었고, 고고하게 든 꽃대 위로 피어올린 화려한 꽃은 마치 아름답고 긍지 높은 귀족의 여인을 보는 듯 했다. 블러드는 그 꽃에게 다가가 만지작거리며 혼잣말로 말했다. -이게 뭐지? 진기한 약초인가? 그의 물음에 답한 것은 블러드의 뒤를 끈질기게 따라온 마리우스였다. "그게 그레이닌이야. 맹독을 가졌지. 뭐, 보다시피 무척 아름답고, 꽃에는 아무 독이 없지만 말이야." 마리우스의 말에 블러드는 잠시 멈칫 하더니 꽃에서 손을 뗐다. 그러다가 그 꽃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자신의 아름다운 꽃을 갖기 위해, 그들 자신만을 생각하며 몸을 꺾기 때문에, 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독성을 지니게 된 것인데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기만한다면...... 그 꽃의 심정으로 볼 때, 무척이나 슬플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한 블러드는 그 꽃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블러드가 그 꽃이 그레이닌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는데도 꽃에게서 손을 떼지 않자 마리우스는 약간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로써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수십 만 년을 살아오면서 셀 수조차 없는 수많은 천사들을 만나고 또 더 많은 인간들을 만나고, 그 외의 다른 종족들을 많이 만났지만, 그레이닌을 저렇게 불쌍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어, 안 무서워하네. 오히려 불쌍하다는 눈빛?" -음.....솔직히 좀 불쌍해. 블러드의 솔직한 대답에 마리우스는 궁금증을 가졌다. 왜 그레이닌이 불쌍하다는 것일까? "왜 불쌍한데? 더구나 엄청난 독을 가지고 있잖아?" 마리우스의 너무나도 당연한 질문에 블러드는 그를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기만 하잖아? 독을 가지고 싶어서 가진 것도 아닌데......오히려 자신의 꽃을 탐하는 인간들 때문에 이렇게 독을 가지게 된 것 아니야? 너무 불쌍해......... 말을 잇는 블러드의 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서 마리우스는 블러드에게 다가가 꼬-옥, 안아 주었다. 마리우스로써는 순수한 호의였으나, 블러드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에에엑, 뭐하는 짓거리야!? 놓지 못해!? 물론 마리우스는 놓지 않았다. 더구나 엄청 감동받은 눈빛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마리우스의 눈빛에 알 수 없는 오한을 느끼는 블러드. -뭐, 뭐야? 너...... "가..감동받았어! 너 같은 생각을 하는 존재는 수 만 년을 살아오면서 여태껏 한 명도 보지 못했어!"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야! 바둥거리던 블러드는 마리우스가 갑자기 자신에 어깨에 고개를 푹 파묻자 깜짝 놀랐다. -너....어디 아프냐? 블러드의 심각한 질문에 마리우스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신이 아프다니......여기 와서 별 것을 다 보는구나. 블러드는 왠지 한심해진 자신을 돌아보며 마리우스에게 물었다. -어디가 왜 아픈데? "아, 아까 그레이닌 뿌리를 탄 차를 마신 것 때문에." 마리우스의 무심한 대답에 블러드는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그럼 죽는 거잖아?! "신은 안 죽어. 불로불사의 존재가 신이야." 역시 무심하게 대답하는 마리우스를 보며 왠지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살다 보면 죽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살아간다는 것은 어떨 때는 죽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자신만 해도 그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 죽지 않았는가? 블러드는 마리우스를 가엾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그런 블러드를 보며 마리우스가 웃으며 물었다. "하하, 부러워?" -아니, 불쌍해. "역시 넌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리구나. 다른 존재들은 부러워해. 그것도 무척이나. 정작 나는 죽고 싶을 때가 많은데. 신에 이상 성격이 많은 이유도 다 이것 때문이지. 무언가 전환점을 찾지 않으면 지루하거든, 죽고 싶을 정도로, 심심해." '역시 불로불사란 좋지 않은 거야.' 블러드의 생각은 계속해서 말을 잇는 마리우스에 의해 깨졌다. "......피오나도, 우프레틴도 다 그래. 무척이나 지루해 하지. 처음 우리가 탄생했을 때는 무척이나 좋았는데......남들보다 월등하다는 것이. 이제는 아니지. 오히려 평범해 지고 싶어. 특별한 자의 평범해지고 싶다는 갈망은 평범한 자의 특별해지고 싶다는 갈망보다 훨씬 크니까." -그럼, 너는...... 무언가를 물으려던 블러드는 마리우스가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대는 바람에 깨져 버렸다. "자아, 신세 한탄은 이제 그만! 이왕 주어진 특혜는 마음껏 누려야 하지 않겠어? 기왕이면 너 같은 신부 얻어서 깨가 쏟아지게 잘 사는......" -죽어라, 죽어. 블러드는 아주, 아주 조금이지만 마리우스가 왜 이상 성격이 되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자신도 천사, 신에 가까운 존재이니까. 비록 전에 정체가 무엇이었던 간에 말이다. 잠시 신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던 블러드는 마리우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 아프다며? "아아, 다 낳았어. 괜히 신인 것이 아니라고." -쳇, 괜히 걱정했잖아. 너 같은 녀석이 아프다는 것이 좀 이상한 것이지. 블러드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마리우스는 눈을 크게 뜨며 블러드에게 되물었다. "어, 나 걱정했었어?"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블러드는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마리우스는 감동 받은 표정으로 블러드에게 말했다. "가, 감동받았어. 네가 나를 걱정해줄 줄이야! 살길 잘했어." 이상한 곳에서 감동을 받는 마리우스를 쳐다보며 블러드는 픽 웃었다. 그 웃음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자신 옆에서 팔에 부비부비해대는 마리우스를 웃기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블러드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는 당연히 궁금증을 풀기 위해 가장 편한 방법인 '남에게 묻는다'를 실행했다. -마리우스, 나 궁금한 게 있어. "뭔데?" 블러드가 자신에게 질문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마리우스는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그 궁금증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까 우프레틴이 했던 말 중에 '아직 성장도 하지 않은 꼬맹이잖아' 부분에서 성장이란 것이 뭐지? 기억하고 있었단 말인가. 블러드는 우프레틴이 말한 그대로. 억양과 숨쉬는 부분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마리우스는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보며 꼬맹이란 말에 원한이 많았나보군, 이라며 중얼거렸으나 블러드는 듣지 못했다. 블러드가 궁금증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마리우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성장? 성장은 어린 신족들이 치루는, 일종의 성년식 같은 거야. 어린 신족들이 치루는 성년식이라, 그런 것이 성장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마리우스. 그러나 블러드의 궁금증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우프레틴이 나한테 말도 못한다는 꼬맹이라고 했는데, 성장하면 너처럼 울리지 않게 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아, 그래. 아직 '성장' 하기 전에는 신체 구조가 완벽하지 않아. 그래서 힘도 다 쓰지 못하고, 성대 구조도 완벽하지 않지. 지금 네가 나에게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일종의 '염원'을 통한 방법이라고 보면 돼. 네가 '성장' 하게 되면 키가 좀 클걸?" -그거 외에 변화는 없어? "말도 나오겠고, 물론 어떤 목소리로 나오는지는 천사마다 달라. 또 성별이 없어지게 되지. 참, 또 있지, 아주 멋진 것이......." 마리우스가 잔뜩 분위기를 잡으며 말하는 통에 블러드까지 긴장했다. 블러드는 그 다음 말이 궁금하다는 듯이 마리우스를 쳐다보았다. "다른 천사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거야." -인정..받아? "그래. 너는 제 12클래스이니까, 음......일을 받아서 다른 차원으로 갈 수도 있고, 아마 제 12 클래스 소속의 다른 천사들과 인사도 하겠지. 게다가 쫑파티같은 것에도 나갈 수 있고." 신계에까지 쫑파티가 있었단 말인가. 과연, 천사란 아름답고 고귀하며 성스러운 존재인 것만은 아니었다. 블러드는 이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가자 중요한 것은, 성년이 된다는 거야. 성년이 되서 인정받으면 당연히 술도 마실 수 있지. 자유롭게 행동할 수도 있고." 술.........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음료를 통틀어 이르는 말. 술 주, 酒. 영어로는 Alcoholic liquor. '잘못된 술문화는 청소년들을 망친다.' 라는 말도 있듯이 술이란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지만 주체하지 못하고 폭음하게 되면 이성을 잃는다. 즉,. 필름이 끊긴다. 필름이 끊기면 자신이 그 전에 했었던 일들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식 자리에서 술김에 상사의 뺨을 쳐, 다음 날 전전긍긍하며 회사에 갔더니 상사는 정작 하나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로 보았을 때, 술이란 많이 마시면 절대로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런데 그런 술이 신계에도 있다니. 블러드는 이런 천인공노할 사실에 경악했다. -수, 술이라니......... "아, 넌 술을 모르지? 술이란 건......아주 달콤하고, 먹기도 좋고, 향긋하고, 톡톡 쏘는 맛이 있으며 색은 가지가지가 있지. 또 상당히 중독성도 강하고, 약간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곁들여 먹으면 아주 좋은 거야." 마리우스의 설명을 듣던 블러드는 마리우스의 말이 한가지로 일치되는 것을 느꼈다. '음료수.' 자세한 마리우스의 설명에 블러드는 이해되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리고는 마리우스의 말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먼저, '성장' 하면 키가 커진다. 말도 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천사들에게 인정받을 수도 있다. 쫑파티도 나갈 수 있다. 다른 천사들과 인사할 수 있다. 밖(중간계)로 나갈 수 있다. 무성천사가 된다. 기타 등등...... 꼼꼼히 따져보던 블러드는 갑자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신은 벌써 무성천사가 아닌가. 분명히 루시펠이 '성별: 무성천사.' 라고 기록부에 적어 넣는 것을 보기까지 했는데. 비록 그 뒤에 기절하긴 했어도 말이다. 그러나 때로는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있다. 알아봤자 도움도 안되고, 머리만 아프게 하는 것들. 대표적으로 머리아픈 수학공식들이 그 예이다. 수학공식들은 나중에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학자라도 되지 않으면 모를까. 그런데 수학은 전 어린이들, 청소년들이 배운다. 그 중에 수학자가 되는 것은 기껏해야 10%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말 열나게 수학을 배운다. 게다가 블러드는 자신이 무성천사인지 유성천사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단지 '성장' 하면 빨리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 신계의 생활에 지루함을 느꼈던 것이다. 이 느낌은 예전, 자신이 죽기 전에 정말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어 권태를 느꼈을 때와 비슷해, 가끔은 울던 때도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꽤 익숙해 있었고. 솔직히 신계는 지루하긴 했다. 뭐, 새로운 모험이 있나, 아니면 전쟁이 일어나나, 언제나 따뜻한 햇빛이 비치고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순한 짐승들이 문 앞을 기웃거리는, 그런 신계의 생활. 노인네들에게 좋긴 하겠지만 젊은, 특히 블러드같이 혈기 왕성한 애들에게는 지루한 곳일 수밖에 없다. -그래? 그럼 성장은 보통 언제 치루는데? "보통, 도미니온즈 때 다 끝나." 도미니온즈 때 다 끝난다는 말을 듣자 블러드는 자신이 도미니온즈라는 것을 생각해 냈다. 그런데도 자신은 성장인지 뭔지를 치룬 기억이 전혀 없는 것도 생각했다. 블러드의 생각은 점점 도가 지나쳐서 나중에는 엄청난 상상으로 발전했다. -나, 날개 3쌍인데도, 아직 안 치뤘는데.......호, 혹시 잘못된 거야? 그거 못하면 죽는다던가......... 창백한 얼굴로 자신에게 질문하는 블러드를 본 마리우스는 문득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엄청 자신있고, 당당해 보이던 블러드가 이렇게 놀라는 모습을 보이면, 보통 신들은 재미있다는 생각만으로 끝냈겠지만, 마리우스는 조금, 아주 조금 특이했기에 더 놀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마리우스라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재미있는 것이 도가 지나쳐서 그 재미를 유지시키기 위해 놀려주고 싶다로 발전한 것이라는 게 더 정확한 말이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잘못된 것이겠지? 다들 도미니온즈에 끝나는데 너만 아직 증상도 안보이니......이런,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르는데........." 마리우스의 장난기가 약간 섞인 말에 블러드는 그의 말을 사실로 믿었는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블러드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로 마리우스에게 말했다. -다른 천사들에게 물어봐야겠지? 아무래도 경험이 많은, 나이 많은 천사에게. 루시펠이나 라파엘님은 나이도 많고, 날개도 많으니까............. "아, 세라핌들 말이야? 세라핌을 두 명이나 알다니......너 상당히 대인관계가 좋구나." 마리우스는 놀란 듯이 말했다. 그러나 블러드는 마리우스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한숨쉬듯이 말했다. -겨우 두 명밖에 모르잖아. "무슨 소리야, 세라핌은 5명밖에 없다고. 5명중에 2명이면 2/5잖아?" -에엑, 5명밖에 없어? 난 적어도 20~30명은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블러드는 예상외로 세라핌의 숫자가 적어서 놀랐다. 한 20~30명 정도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겨우 5명이라니. 전체 신계 천사구(天使口)가 몇인지는 몰라도, 5명이면 결코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적으면 적었지...... "넌 날개 얻기가 그렇게 쉬운 줄 알았냐? 잘 알만한 놈이......" 마리우스가 눈을 홀기자 블러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난, 정말 쉽게 얻었는데......바람 불고, 갑자기 생겼다구.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어, 어쨌든 죽을지도 모르니까......일단은 물어봐야겠어. 맙소사, 난 죽을 수 없다고. 안절부절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블러드를 보며 마리우스는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킥....킥........웃으면......안돼.' -죽으면 슬퍼해 줄거지, 마리우스?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피오나도, 우프레틴이라는 신도 같이 장례식에는 참석해 줄래? 별로 아는 사람도 없는데, 장례식이 썰렁한 것은 좀 그래. 내 시체는 우리 집 뒤에다 고이 묻어주었으면 하는데......관은 누구에게 짜 달라고 하지? 루시펠? 하지만 아무래도 루시펠이 슬퍼할 것 같은데...... 아주 장례식 걱정에 관 짤 사람 걱정까지 하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마리우스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 의도는 웃음을 참기 위해서였다. -이, 이런. 유언장도 미리 작성해 놔야겠어. 마리우스, 알려줘서 고마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줘서. 내가 죽더라도 나를 잊지 않아 줬으면 하는데...... 얼굴을 붉히며 유언장 걱정까지 하는 순진한 블러드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마리우스. 그런 마리우스를 본 블러드는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준 것이 미안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렸다. 실상이 어쨌건 말이다. * * * * * * * * * * 마리우스는 뻔뻔한 놈이었다. 블러드가 허둥지둥하며 집으로 돌아갈 때도 사실을 실토하지 않았다. 단지 손을 흔들어 주며, "그럼, '성장' 할 때까지 몸조심해." 라고 말했을 뿐이다. 물론 그 말을 들은 블러드는 자신이 빨리 성장하지 않으면 죽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더욱 새파랗게 질려 버렸지만. 블러드는 힘없이 마리우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마리우스는 비실거리는 블러드에게 위로(?)의 인사말을 건넸다. "쯧, 빨리 '성장' 하기 바란다." -............고마워. "뭐, 그런 것을 가지고." 너스레를 떠는 마리우스를 남겨두고 블러드는 날개를 폈다. 블러드의 붉은 날개 깃털이 선명한 핏빛을 띄었다. 그 핏빛 날개는 블러드의 역시나 핏빛 머리카락과 크고 둥근 눈과 조화되어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마리우스는 그의 날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보통의 천사들은 전부 희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한 날개 깃털을 가지고 있다. 미카엘, 라파엘, 가브리엘, 우리엘 등의 날개 열두 장의 세라핌들도 전부 흰 날개를 가지고 있다. 예외라면 세라핌 중 한 명인 루시펠일까? 루시펠은 심연과 암흑의 빛깔인 새카만 날개를 가지고 있다. 마리우스가 그의 날개를 본 적은 딱 한 번밖에 없었다. 마족과의 전투 때 신족(神族: 천사를 칭하는 말, 원래는 신족이 맞는 말이다.) 쪽이 밀리고 있었다. 그 때, 루시펠이 자신의 모든 힘을 개방했다. 신족에게 있어 힘을 개방한다는 것은 날개를 꺼낸다는 것과 같았다. 물론 그 외의 경우, 예를 들자면 어디 갈 곳이 있는데 걸어가기 귀찮다던가 할 때도 날개를 꺼내긴 하지만. 어쨌든 날개를 꺼내면 신족의 모든 힘을 자유 자재로 쓸 수 있고, 꺼낸 날개 수가 많을수록 더욱 큰 힘을 쓸 수 있다. 한 쌍을 꺼내면 한 쌍만큼의 힘, 두 쌍을 꺼내면 두 쌍만큼의 힘, 전부 다 꺼내면 전력을 쓸 수 있다. 마족과의 전투 때, 루시펠은 자신의 날개를 모두 꺼냈고, 마리우스는 보았다. 천사들 사이에서는 '죄악' 이라 불리는 그의 검은 심연의 빛을 가진 날개를. 그의 힘은 막강했다. 신인 자신조차 압도할 정도로. 피에 젖은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피를 부른다고 알려진 그의 애검, '플로렉스'의 검은 검신을 휘두르며 마족들을 학살하는 그는 '공포' 그 자체였다. '끔찍했지, 그러나............강했어.' 마리우스의 생각은 블러드에 의해 깨졌다. -마리우스? "아.........왜?' -너도 내 날개 색이 이상해? 어두운 얼굴로 자신의 안색을 살피며 눈치를 보는 블러드의 모습에 마리우스는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날개 색깔로 판단하는 것은 일러. 게다가...... 이렇게 순진하잖아? 상처를 줄 수는 없다고. 마리우스는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 "아니, 아름다워. 마치......" -마치? 블러드는 마리우스의 말을 따라하며 물었다. "레드 문 같아." -엥? 레드 문이 뭐야? 붉은 달? 블러드는 레드 문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붉은 달이라니......... 날개가 붉은 색이라서, 그런 건가? 동그란 눈으로 레드 문이 뭔지를 묻는 블러드의 모습에 마리우스는 헛웃음을 지었다. '하긴 알 리가 없지. 하지만 고대어를 알고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어.' "그래, 붉은 달이라는 고대어야." 마리우스의 대답에 블러드는 속으로 웃었다. '여, 영어가 고대어야?' 블러드의 속생각도 모르고 마리우스는 계속 중얼거렸다. "......중간계에만 뜨는, 아름다운......달이지. 피의 여신 라쉬카(Rashka)의 저주를 받아 언 제나 피빛을 띄며, 1레쉬느(Rashne)에 두 번 뜨고, 뜰 때마다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종족의 흥분을 가져오는 아름다운 달." -나머지 종족의 흥분? "그래, 레드 문이 뜨면 모든 종족은 흥분한다. 단지 너무 타락해서 본능을 잊어버린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종족만." 마리우스의 말에 블러드는 발끈했다. -뭐야, 그럼 내가 피의 저주를 받았단 말이야! 게다가 내 날개만 보면 흥분한다고! "아, 레드 문같이 아름다운 날개란 말이지." -쳇, 그렇다면야. 어느새 얘기를 하느라 '성장' 에 관해 다 잊어버린 단순한 블러드였다. 물론 마리우스도 레드 문 생각하느라고 블러드의 '성장' 에 관한 것은 전부 다 까먹어버린 뒤였다. 이로 인해 끌어낼 수 있는 추측은, 역시 둘은 단순하다. 였다. 둘은 성장에 대해 다 까먹었고, 블러드는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는 날아갔다. 블러드가 간 뒤 마리우스는, "아차, '성장' 안하면 죽는다는 거, 거짓말이라고 말해줄라고 그랬는데......" 그랬다.'성장' 은 좀 늦게 하는 천사도 있다. 예를 들어 인간 여자일 경우에도 초경을 시작할 때, 우리나라 평균이 좀 내려가서(즉 평균 연령이 어려졌단 말이다.) 13살이지만 모두 13살 때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어쨌든 마리우스는 이 사실을 블러드가 갈 때, 살짝 말해줄 생각이었으나 레드 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깜빡 잊어버렸던 것이다. 뭐, 태평한 마리우스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석이 걱정할 녀석인가. "뭐, 죽지는 않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이렇게 태평한 녀석인 것이다. 한편 블러드는, 집에 도착해서 처마가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제에에에에에에에엔장할!!!!!!!! 블러드의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 마의 숲 저편에서 나무들이 부스럭대며 나무 사이로 새들 몇 마리가 날아올랐다. "까악, 까악!" 울음소리로 보아 까마귀임이 분명한 그 새들은 해가 지고 있는 서쪽으로 멀리 멀리 날아갔다. 블러드는 처마를 보며 슬퍼하고 있었고. 어떻게든 처마를 염원으로 붙여보려고 애를 썼으나, 아직 염원력이 약한 블러드는 성공 할 수가 없었다. 성공할 리도 없었지만...... 결국 포기하고는 집안으로 들어와서 블러드는 일기를 썼다. -'오늘은 신들을 만났다. 생각 외로 엽기적이었다. 아름답긴 했지만 성격도 더러웠다. 하지만 재미있었다. 다음에 또 만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많은 것을 배웠다. '성장'을 마리우스가 가르쳐 줬다.' 여기까지 쓰고서 블러드는 생각해 냈다. '성장' 에 대해서...... -헉, 루시펠도 안 만나 봤잖아. 내가......죽으면............하지만 너무 피곤해. 이러다간 피곤함에 지쳐 죽을지도 모르니까......일단 잠이나 자자. 블러드는 마저 일기를 끝맺었다. -'빨리 '성장' 했으면 좋겠다. 중간계에 나가보고 싶다.' 일기를 마저 다 쓴 블러드는 중얼거리며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여전히 뭐라고 중얼대며...... 틀림없이 신들에 대한 감상일 것이다. 어쨌든 즐거운(?) 하루였다. <4장-마룡 크라비어스> "닥쳐라, 하찮은 인간!" "왜 내가 하찮다는 것이냐? 단지 인간이기 때문에?" 그는 그 거대한 입으로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래, 넌 인간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하찮은 이유가 된다!" "어째서 인간이 하찮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오히려 서로 도울 줄 모르고 오직 파괴만을 일삼는 네가, 그리고 너희 종족이 더 하찮은 것이 아닐까?!" 나는 반론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인정하지도 않고, 단지 분노할 뿐이었다. "닥쳐라! 나에게 설교하려 들지 마라, 인간! 나를 거슬리게 하지 마!" 그가 몸을 꿈틀하자 그의 입에서는 화르륵 불길이 타올랐고, 단지 그가 소리지르는 것만으로 주위가 진동했다. "......인간은 약하지 않다." "그래, 솔직히 인간은 약하지 않지. 오히려 강하지. 하지만 자연과 동화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때문에 약하다고 하는 것이다! 너희는 자연과 동화되지 않는다! 끊임없이 파괴, 파괴, 파괴하지! 왜 우리가, 내가 파괴한다고 생각하느냐!? 파괴하는 것은 오히려 너희 인간들이지 않느냐!?" 그는 분노하며 소리질렀다. "그런데, 왜,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어째서 나를 봉인하려 하는 거냐!?" 그는 절규했고, 나는 씁쓸하게 마법진을 펼쳤다. "인간은 그대의 말대로 자연과 동화되지 않지. 나도 인간이다." "그대는......그대는, 벗어나지 않았는가!! 그 한계를!!!! 그런데....그런데 어째서!!!!" 나는 계속해서 절대봉인 마법진을 펼치며 그의 피를 토하는 절규에 대답했다. "나는.........내가 인간이길 거부했지만..................인간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크아아아아악!!!!!" 그는 강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용이라는 한계를......... "인간은 끊임없이 강함에 도전하지. 그대는 너무 강하다. 마룡, 크라비어스여." -라인더스의 '자서전' 中 '마룡'에서 발췌.- 블러드는 오늘도 심심함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1달 근신은 풀렸으나 아직도 '성장' 할 기미는 보이지도 않았고, 마땅히 놀러 갈 곳도 없었다. 처음 며칠간은 루시펠에게서 '성장' 은 좀 늦게 해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듣고서 마리우스를 괴롭히며 지냈으나,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마리우스가 주신의 명을 받아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일을 하러 용왕계로 갔던 것이다. 한동안 자주 놀러오던 피오나도 요즘에는 자기 성애 콕 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피오나와 함께 오던 우프레틴마저 새로운 약초를 개발한다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때문에 블러드는 혼자서 쓸쓸히 집에서 뒹굴거릴 수밖에 없었다. -으......심심해...............아직 성장은 도저히 할 것 같지도 않고................루시펠은 너무 바빠. 블러드는 손뼉을 딱 소리나게 쳤다. 블러드가 손뼉치자마자 뭔가 찰랑이는 음료가 담긴 찻잔이 생겨나더니 블러드 쪽으로 둥실둥실 떠왔다. 이 기술은 우프레틴에게 배운 기술이었다. 사실 블러드는 이 기술을 매우 맘에 들어했고, 우프레틴이 놀러오거나 자신이 놀러 갈 때마다 우프레틴에게 가르쳐 달라고 마구 졸랐다. 결국, 그 끈질김에 항복한 우프레틴이 특별히 가르쳐 준 것이었다. 물론 안에 담긴 내용물은 우프레틴이 특별 개발한 음료였다. 처음에는 의심쩍어하던 블러드도 몇 번 마셔보고 난 뒤에는 아주 마음에 들어했지만. 어쨌든 나타난 찻잔을 블러드는 잡고는 몇 모금 마시더니 손을 휘휘 저어 사라지게 했다. -아......심심해. 그는 다시 침대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잠시 뒹굴거리던 블러드는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일어서서 뭔가 생각해냈다는 듯이 빙긋 웃는 그의 왼쪽 머리 위에는 초소형 전구가 반짝이고 있었다. -좋아, 숲에 가보자! 숲. 블러드는 다름아니라 바로 숲 옆에 살고 있다. 그런데 왜 숲에 가지 않았는가.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블러드의 집 옆에 있는 숲의 이름은 마의 숲이다. 바로 마족의 숲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블러드는 신족이다. 신족과 마족은 정반대이다. 신족이 성스러운 빛을 상징한다면 마족은 끝없는 심연의 어둠을 상징한다. 신족이 쓰는 힘을 신력이라고 하고 마법으로 치자면 백마법이다. 마족이 쓰는 힘을 마력이라고 하고 마법으로 치자면 흑마법이다. 즉 두 종족은 완전히 상반된 속성과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블러드의 집 옆에 있는 숲은 마족의 숲이다. 당연히 가서는 안되는 것이다. 블러드가 태어난 곳이 그 숲이긴 하지만, 라파엘이 절대로 숲으로 가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었고, 루시펠도 마찬가지로 절대로 숲에는 가면 안된다고 한 말도 있어서 여태까지는 가지 않았으나, 블러드는 한창 호기심 많을 때였다. 하지 말라는 것은 더 하고 싶은 법이다. 게다가 지금은 심심함으로 죽을 지경이다. 블러드는 눈물을 머금고 숲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난 심심한 것은 딱 질색이라고. 블러드는 눈물을 머금은 것치고는 상당히 즐거운 표정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김밥, 김밥~ 김밥을 만들자! 블러드는 살아 생전(?)에 학교에서 소풍갈 때 먹어봤던 김밥을 생각해보며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문제에 직면했다. -기..김이 없어. 밥도 없어. 단무지, 소시지, 시금치, 당근도 없어. 한참을 고민하던 블러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귀찮은데......시장에 가야겠구나. 시장이라......... 여러 가지 상품을 사고 파는 장소, 특정한 상품이 거래되는 곳, 또는 상품의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추상적인 기구. 市場......... 영어로(여기서는 고대어이지만...) 표기하자면 Market. 그런 시장이 여기도 있었단 말인가. 신계란 신족, 즉 천사들이 사는 곳. 역시 천사도 생명이었다. 먹어야 사는......... 어쨌든 블러드는 콧노래를 부르며 시장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라고 해도 웬 바구니 하나 달랑 드는 것밖에 없었지만. 여기서 바구니에 대해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장 갈 때 들고 가는 바구니는 단 한 종류밖에 없다. '장바구니' 게다가 바구니에는 이런 말이 써진 라벨이 붙어있었다. '장바구니 쓰기 문화로 환경 오염의 주범인 비닐봉지를 줄이자.' 환경 오염은 신계에도 퍼지고 있었던 것이다. 비닐봉지라는 것도 있고. -끝. 가자, 가자. 시장에 가자! 블러드는 바구니를 들고는 기쁜 듯이 외쳤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웬 사슴 비슷하게 생긴 짐승 두 마리가 앉아 있었다. 한 마리는 온통 흰 색의 부드럽고 긴 털을 가지고 있었고, 한 마리는 검은 색의 짧고 빳빳한 털을 가지고 있었다. 순하게 보이지만 혓바닥을 살짝 내민 그들의 입을 자세히 살펴보면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삐죽 솟아있었다. 아주 길게.........그 사슴 비슷하게 생긴 짐승들은 블러드를 보더니 반가운 듯이 긴 꼬리를 흔들었다. 개도 아닌 것들이...... -아, 흰둥아, 검둥아! 흰둥이...... 그리고 검둥이...... 이들은 애완 동물이었던 것인가. 자세히 살펴보니 흰 색의 부드럽고 긴 털을 가진 짐승의 목에는 흰 색으로 목걸이가 채워져 있고 '흰둥이' 라고, 검은 색의 짧고 빳빳한 털을 가진 짐승의 목에는 검은 색으로 목걸이가 채워져 있고, 그 목걸이에는 '검둥이' 라고 정성스럽게 써있었다. 블러드는 그들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더니 곧 껴안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뭉, 뭉!" "밍, 밍!" 울음소리도 특이한 그 사슴과 비슷하게 생긴 짐승들은 블러드와 함께 집 앞에서 뒹굴며(?) 놀았다. 어느새 시장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블러드였다. -아하하! 그만 간지럽혀! "뭉, 뭉!" "밍, 밍!" 한참을 재미있게 놀던 블러드는 자신의 본래 목적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숲에 놀러가기로 했던 것도. -이런......너무 시간을 지체했네. 블러드는 아쉽게 흰둥이, 검둥이와 작별 인사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 -나 시장 다녀올게. 그들은 가볍게 몇 번 짖어서 인사를 대신했고. "뭉!" "밍!" 그들의 배웅을 뒤로하고 블러드는 집을 나서서 역으로 갔다. 역은 간단했다. 보통 시골길을 가다보면 드문 드문 있는 버스 졍류장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흙먼지가 날리는 길 한쪽 옆에 마차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작은 표지판 한 개가 달랑 서 있고, 그 옆에 벤치와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지붕이 있었다. 블러드는 벤치에 앉아서 허리춤에 있는 작은 주머니를 꺼내더니 그 안에서 책을 꺼내들었다. 어떻게 그 안에 책이 들어갔는지는 미지수이지만. 자세히 보니 주머니에는 라벨이 붙어있었다. '차원의 주머니-어떤 큰 물건이든 다 들어갑니다! 특별세일 50% 할인!' 이라고 쓰여 있는. 반값으로 산 주머니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블러드를 보며, 우리나라의 '아줌마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럼 그 주머니를 장바구니로 쓰면 되지, 왜 귀찮게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냐에 대해서는 묻지 말자. 사람에게는 다 사정이 있는 법이다. 블러드가 꺼내든 책의 이름은 약간 길었다. '효과적인 쇼핑하기에 관한 심각한 고찰.' 상당히 추상적인 제목의 책을 들고 블러드는 중간에 읽던 부분에 끼워둔 종이를 빼냈다. 역시나 종이에도 뭔가가 쓰여져 있었다. 종이는 물건을 살 때 붙어있는 가격표 같았다. 작은 글씨라 알아보기 힘들지만 독자들을 위해 굳이 읽어보자면, '좋은 물건 고르는 방법부터, 값을 깎는 방법까지! 모두 이 책에 들어있다! 유명한 베스트 셀러 작가인 절대적 절망과 끝없는 공포의 여신 피오나의 저서! 한정판 100부! 20%세일하여 5골드에 드립니다!' 아마도 위에 글이 맞을 것이다. 그렇다. 피오나는 작가였던 것이다. 그것도 베스트 셀러의...... 피오나가 요즘 자신의 성에 콕 박혀서 나오지 않는 이유도 다 창작 활동을 위해서였다. 한참을 블러드가 책을 읽고 있을 때, 저쪽에서 이상하게 생긴 짐승 두 마리가 끄는 수레가 덜거덕거리며 다가왔다. 이 수레는 굳이 날아가기가 귀찮은 천사들, 혹은 날아갈 수 없는 신들을 위해 특별 개편된 교통제도였다. 수레를 끌고 있는 짐승들의 이름은 가룬느라고 하는데 말만한 크기에 말보다 약간 북슬북슬한 짙은 갈색 털을 가지고 있었다. 블러드는 그 수레를 보고는 보던 책을 덮고 일어섰다. 수레는 블러드 앞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췄고, 수레에 타고 있던 금발머리의 천사가 블러드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블러드, 안녕. 오래간만이야. 그의 유쾌한 목소리에 블러드도 즐겁게 대꾸했다. -응, 좋은 날씨야. 블러드는 수레를 끌고 있는 짐승들의 콧잔등을 몇 번 쓰다듬어 주고는 펄쩍 뛰어 수레에 올라탔다. 수레 좌석에는 푹신푹신한 방석이 깔려 있었다. 좌석에 털썩 앉아서 책을 꺼내드는 블러드를 본 천사는 또 책이냐는 듯이 피식 웃더니, 수레를 출발시켰다. 열심히 짐승을 몰던 그는 블러드에게 물었다. -블러드, 그거 무슨 책이야? 그의 질문에 블러드는 책에 놓고있던 시선을 들어 잠시 쳐다보더니 곧 다시 책으로 시선을 가져가며 대답했다. -효과적인 쇼핑하기에 대한 심각한 고찰. 블러드의 대답에 금발 천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제멋대로인 가룬느를 몰면서도 질문했다. -그거 다 절판된 책이잖아?! 어디서 구했어? -아, 피오나가 놀러왔을 때 읽어보라면서 줬어. 무성의한 대답에 그는 깜짝 놀랐다. -우와, 너처럼 신들이랑 스스럼없이 지내는 천사도 없을 거야. -아, 뭐 별거 아니지. 어느 새 수레는 시장 입구에 다다르고 있었다. 시장 입구에 수레가 멈추자 블러드는 책을 덮고 일어서서 펄쩍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천사를 보며 빙긋 웃고는 말했다. -음식, 완성되면 너한테도 보내줄게. -아, 고마워. -뭘....... 블러드는 실실 웃으며 시장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수레는 어느 새 천사 혹은 신들을 잔뜩 태우고는 출발하고 있었다. 시장 입구는 여느 때와 같이 물건을 사러 온 천사들과 신들로 복잡했다. 블러드는 힘들게 천사들, 혹은 신들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블러드는 식료품을 판매하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포인트로 갔다. 포인트에 서서 '이동-지하 1층' 이라고 말하자 순식간에 블러드의 몸은 지하 1층으로 이동해 있었다. 블러드가 포인트에서 내리자 다른 천사들과 신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례로 포인트에 올랐다. 천사들과 신들은 상당히 질서를 잘 지키는 편이었다. 역시 천사들이니...... -아앗, 새치기하지마! -난 안했어! "이봐, 난 신이니까 비켜!" -신이면 다냐!? -비켜! 여기 내 자리야! 어딜 가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블러드는 그들을 무시하고는 식료품 매장에 들어섰다. 식료품 매장 입구에는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있었다. 플래카드에는 눈에 잘 띄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 모든 재료들이 여기에!' 지하 1층은 상당히 넓었다. 그러나 블러드가 길을 잃은 확률은 거의 제로라고 봐도 무관했다. 그 이유는 과거에 있었던 한 일 때문이었다. 블러드가 이 곳에 처음 루시펠과 함께 왔을 때, 블러드는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길을 잃었었다. 블러드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루시펠을 찾았으나 넓디 넓은 지하 1층에서 그를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결국 블러드는 미아 보호소의 한 천사에 의해 미아가 되어 보호소로 향했고 방송을 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블러드는 친절하게 방송을 해주려는 직원 천사를 밀치고는 마이크에 대고 크게 외쳤던 것이다. -우아아앙~ 루시페엘~~~ 나 미아 보호소에 있으니까 빨리 와~~~ 우아앙~~~ 한편 루시펠은 워낙에 유명한 그의 얼굴을 아는 천사들 때문에 붙들려서 열심히 대답해주고, 인사하고 하다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블러드의 방송이 엄청 크게......울음소리까지 첨부해서 들리니. 주위에 키득거리는 소리에 붉어진 얼굴로 자신을 붙잡는 치들을 밀치고는 미아 보호소로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뒤에 블러드는 루시펠에게 엄청 혼나고, -너와는 다시는 시장 가지 않겠다. 라는 폭탄 선언까지 들었던 것이다. 여린 블러드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갈기갈기 찢어져 그 뒤에 몇 번이나 길을 잃으며 지하1층의 지도를 완벽하게 외워 버렸다는 슬픈 사연이 곁들여 있었다. 어쨌든 그 때문에 다시는 길을 잃지 않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블러드는 그 경험을 그리 나쁜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다. 블러드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여기서 항상 들리는 식료품 코너를 향하고 있었다. 앞으로 쭉 가서 왼쪽으로 턴 한 뒤에 다시 오른쪽으로 턴, 그 뒤로 100라인 정도 더 가서 블러드는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휴우, 다 왔다. 언제나 사람이 많구나. 블러드가 찾은 곳은 용왕계에서 직수입한 신선한 식료품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신계에서는 음식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수입해와야 하는 데, 주로 중간계에서 수입해 온다. 신전을 통해서....... 즉, 이 곳에서 신전은 단지 신을 숭배하는 역할 뿐 만이 아니라 신계와 중간계와의 중요한 무역 루트로써의 역할도 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중간계에서 수입해오는 것들은 신선하지가 않다. 아무래도 인간이 가진 마법의 힘으로 신계까지 운반하는 것이라서 도중에 상하지 않도록 방부제도 많이 첨가하고, 자연산보다는 양식, 인공산이 더 많다. 그러나 용왕계에서는 다르다. 드래곤이 직접 용언의 힘을 발휘하여 이곳까지 식료품을 운반한다. 드래곤의 힘과 인간의 힘을 어찌 비교할쏘냐. 그러므로 음식도 100% 자연산이고, 방부제도 첨가되지 않아 방금 생산한 것 같은 신선도를 자랑하는 제품이 용왕계 산인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종업원 한 명이 블러드를 보고는 꾸벅 인사했다. 블러드도 역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꺄악, 이봐요! 이거 내가 먼저 잡았다고요! -아니, 이 아줌마가! 무슨 소리에요! 잡는 사람이 임자지! -정말 무성천사라고 재기에요? 유성천사도 천사에요! -누가 무성천사라고 쟀나? 아줌마가 잘못한 거지! -저 아줌마 아니라고요! -호호홋! 그럼 이건 제가 가져갑니다! -뭐에욧! 싸우고 있는데 끼여들어서는! -놓지 못해! 싸울 때 갑자기 끼여들어서는 새치기해가다니! -오-호호호홋! 잡는 사람이 임자라고 하신 분이 누구셨더라? 그럼 안녕히! 우리나라의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사이를 블러드는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바글바글한 천사들 사이로 지나가면서도 익숙한 듯이 여유롭게 지나가는 블러드는 '특별 재료' 라고 써있는 곳에서 멈춰 섰다. -헤....죽을 고생이다. 정말, 천사나 인간이나 똑같다니까...... 한숨쉬듯이 말하는 블러드의 목소리에서는 모든 것을 초월한 자의 여유로움(?)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블러드는 물건들을 죽 살펴보더니 김을 집어들었다. 김에 붙어있는 상표에는 'made in dragon world' 라고 써있었다. 블러드는 그 김을 바구니에다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옆에 채소들을 보러 갔다. -흠....신선하군.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당근을 집어드는 모습에는 익숨함이 풍기고 있었다. 블러드는 당근을 바구니에 또 집어넣었다. 당근의 옆에는 뭔가가 딸려있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작은 비누였다. 비누의 케이스에는 파란 글씨로 '증정품' 이라고 써있었다. 잠시 뒤, 쇼핑을 끝마친 블러드는 카운터에서 직원과 한참의 실갱이 끝에 물건을 거의 반값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계산할 수 있는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묻지 말자. 블러드는 식료품 코너를 나와 포인트로 가면서 중얼거렸다. -예상보다 적은 지출이구나. 후후훗, 피오나가 쓴 책이 효과가 있긴 있었어. 피오나가 들으면 꽤나 기뻐할 만한 발언이었다. 포인트에는 여전히 엄청난 숫자의 천사들과 신들이 바글대고 있었다. 블러드는 그것을 보더니 책에 나온 글귀가 떠올랐다. '포인트에 사람이 너무 많을 때는 포인트보다 계단을 이용하라.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계단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계단은 한산했다. 피오나의 저서 '효과적인 쇼핑하기에 대한 심각한 고찰'을 읽은 천사, 신들 몇몇만이 있을 뿐이었다. 블러드는 '역시' 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유유히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계단을 오르던 블러드의 귀에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블러드!" 목소리인 것으로 보아 그가 아는 신들 주 한 명인 것 같은데...... 희노애락 중 '희' 의 신 아네스였다. -아네스? "캬하하, 오래간만이다! 시장 왔니?" 활달한 그녀의 목소리에 블러드도 즐겁게 대꾸했다. 아네스는 웬일로 레니스와 같이 있지 않고 혼자였다. 레니스는 희노애락 중 '락' 의 신으로써 아네스와는 맡은 분야도 성격도 잘 맞는 베스트 커플이었다. -응, 그런데 아네스야말로 여긴 웬일이야? 레니스와 같이 있지 않고....... "아, 그 녀석은 주신께서 내린 명을 수행하러 중간계에 잠깐 내려갔어. 뭐, 금방 오겠지." -애인하고 헤어져서 섭섭하겠네? 보통 이런 물음에는 아니라고 적극 부정하며 빼기 마련이다. 설령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러나 블러드가 알고 있는 신들은 대부분 정상이 아니었다. 이 아네스라는 신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머, 어떻게 그리 잘 알아? 빨리 레니스가 와야지......" 블러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어련하겠어. 나, 바빠. 빨리 가야돼. 그 말에 아네스는 아쉽다는 듯이 블러드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가지 마' 라는 메시지가 팍팍 담겨 있었지만, 블러드는 깨끗이 무시했다. 철판도 웬만한 철판이 아니었다. 아마도 특별 제작된 강철판이 아닐까? 블러드는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그는 김밥 만들 재료들을 전부 가지고 부엌으로 향했다. -김밥, 김밥, 김밥~ 부엌은 의외로 깨끗했다. 약간 초록빛이 도는 둥그런 식탁과 깔끔하게 마무리한 의자 등이 돋보였다. 블러드는 들고 온 재료를 식탈 위에 늘어놓았다. 그리고는 작은 서랍에서 도마와 칼을 꺼냈다. 칼은 빛을 받아 푸르게 번쩍번쩍 빛났다. 날이나 칼자루의 상태로 보아 상당히 훌륭한 솜씨로 만든 듯 한데...... 역시나 손잡이 끝에는, 'made in dragon world' 라는 글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red dragon bone' 이라는 글도 첨부되어 있었다. -후후훗... 빛을 받아 새빨갛게 빛나는 검(비록 부엌칼이지만...)을 들고 서서 붉은 머리카락을 산발(?)하고 목표물(음식재료)를 쳐다보며 웃고 있는 블러드의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했다. 블러드는 씨익 웃고는 당근을 집어들었다. 칼질 몇 번에 당근은 제 본래 형태를 잃고 토막 나 있었다. 곧이어 당근을 애도하던 시금치와 고기(햄 대신), 단무지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 10젠티 쯤 뒤에 블러드는 김밥 재료들을 모두 말 수 있었다. -이제 자르기만 하면 되는군. 블러드는 김밥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을 들었다. 질긴 고기가 들어간 김밥은 아무리 칼이라도 잘 잘리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블러드의 칼은 달랐다. 드래곤 본으로 만들어진 칼이었다. 게다가 레드 드래곤이었기 때문에 레드 드래곤 특유의 속성인 화염 속성으로 인해 김밥은 따끈따끈하게 익혀진 맛있는 김밥이 되었다. 그런데 드래곤 본으로 된 칼질 세례(?)를 받고도 무사한 도마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 비밀 역시 도마의 밑바닥에 붙어 있는 상표에 있었다. 'made in dragon world' 라고 써 있었고, 역시나 옆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음식 재료의 신선도를 위한 도마! - gold dragon bone' 어쩐지 아까부터 약간 황금빛이 도는 것 같더라니...... 도마마저 드래곤 본이었단 말인가. 보통 인간들은 드래곤 본으로 된 물건은 평생 가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다. 드래곤이 어디 보통 강한 종족인가. 수명은 거의 10000년에 가깝고(가까운 게 아니라 정확히 10000년이다.), 마법은 배울 필요도 없이 성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 보통의 칼이나 창 등의 무기로는 상처도 낼 수 없는 단단하고 예쁜 색깔인 비늘, 드래곤 스케일이 온 몸에, 빼곡이 배와 목까지 덮여있다. 물론 그 부분은 약간, 아주 약간 다른 부분에 비해 연하기는 하나, 그래도 웬만한 무기로는 흠집하나 나지 않는다.다 자란 성룡의 거의 500라인에 이르는 거대한 육체와 나라 하나를 장난으로 짓뭉게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힘. 그 힘은 드래곤이라면 아무리 저능해도 지닐 수 있는 필수 요소이다. 이런 엄청난 힘을 지닌, 무시무시하게 강한 종족인 드래곤의 뼈인 드래곤 본을 어디서 구한단말인가. 운 좋게 막 잠에서 깨난 드래곤, 그것도 드래곤 중에서 가장 약하다고 일컫는(드래곤 중. 에.서.) 화이트 드래곤을 겨우 잡는 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물론 한계를 벗어난 인간은 제외한다고 쳐도, 그런 인간이 널렸는가? 중간계에 바글바글한 인간들 중에, 그렇게 한계를 벗어난 인간은 1억만 년에 어쩌다 한 명 나올까 말까이다. 그러므로 드래곤 본을 구하는 것은, 인간으로써는 하늘의 별따기 이다. 그러면 블러드가 그렇게 강해서, 심심하면 드래곤을 잡으러 간다. 그것도 아니다. 드래곤은 자신의 뼈를 몸에서 빼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적룡왕 알케인 의 저서인 '드래곤 본 제조 방법'을 들 수 있다. 그 중에 한 부분을 예로 들어보자. '일단 마나 소드를 만든다. 이는 엄청 단단하고, 성능 좋게 만들어야 한다. 다 만들었으면 그 마나 소드로 적당한 뼈가 있는 곳을 힘껏 짼다. 이 때 비늘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척 아프겠지만 꾹 참고 살을 뒤적뒤적해서 적당한 뼈를 하나 골라낸다. 뼈를 뺐으면 일단 꺼내 두고, 힐링 마법으로 상처부터 치료한다. 치료가 끝났으면 근처에 떨어진 몇 개의 비늘을 잘 챙긴다. 이는 절대로 버려서 안된다. 나중에 만들어진 물건에 멋진 장식을 넣을 수 있다. 그럼 빼놓은 뼈를 자신의 마나를 불어 넣는다. 그 후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몇 개의 고대어 문장을 새겨 넣는다. 다 새겼으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모양을 만든다. 검이면 검, 방패이면 방패. 아마도 검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모양이 그럴싸해졌으면 이제 그걸 들고 레어 밖으로 나간다. 이때는 반드시 본체 상태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드워프 마을로 간다. 레어 만들 때 필수 조건이 근처에 드워프 마을이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아마도 여러분의 레어 근처에는 다 작던 크던 드워프 마을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체 상태로 드워프 마을에서 드워프들을 설득해 드래곤 본으로 된 무기를 다듬어 달라고 한다. 드워프들은 너무 착해서 아무런 대가 없이, 공짜로 무기를 다듬어 준다. 이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반드시 기한을 정해 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드워프들은 너무 착한 나머지 동네방네 아이들까지 다 열과 성을 다해 무기를 최상으로 다듬으려고 짐 싸들고 멀리 멀리 드워프들의 왕이 살고 있는 마을로 간다. 그러므로 반. 드. 시. 기한을 짧게 정해야 한다.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이렇게 드래곤들은 자기 몸에서 나온 뼈를 제조해 무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이 드래곤 본으로 제조된 물품들을 다른 차원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그 대상이 바로 신계와 마계, 선계이다. 정령계에 사는 정령들은 다 음식을 먹을 리도 없고, 정령왕 급을 제외하면 다들 몸이 실체화되지 않으므로 물건을 쓰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제외. 중간계는 일단 내놓으면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은 아는데...... 그들은 너무 탐욕스러웠다. 틀림없이 드래곤 본으로는 무기만을 요구할 것이고, 나중에는 그 무기들을 앞세워 다른 차원 정복이니 뭐니 하며 원정을 다닐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정복될 차원들이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싹을 자를 것은 잘라 놔야 하는 법. 그리하여 중간계 제외. 환수계는 미처 명계로 가지 못한 영혼들이 구체화되어 있는 곳이지만, 역시 구체화와 실체화는 좀 다르다. 그러므로 환수계 제외. 명계는 영혼이 사는 곳이니 당연히 제외...... 이리하여 엄연히 한 종족인 신족이 사는 신계와, 역시 한 종족인 마족이 사는 마계, 그리고 특수한 능력을 지닌 인간의 한 종족인 선족이 사는 선계로 수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 세 차원에 사는 종족들은 욕심이 별로 없다. 단지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요구한다. 무기보다는 드래곤 본의 특수한 성질 - 예를 들어 화염 속성, 얼음 속성, 독 속성, 바람 속성 등 - 을 이용한 실용품들을 선호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드래곤 본을 재료 삼아 제조한 도마, 부엌칼, 책상, 식탁 등의 실용품들인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고가품으로써 취급되었으나 이제는 상당히 실용화가 진행되어 있어, 웬만한 천사들의 집에는 대부분 있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루시펠의 방에 오직 하나 있는 가구인 책상은 골드 드래곤 본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블러드의 집에 있는 가구들은 다 루시펠이 사준 것이다. 루시펠은 세라핌으로써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부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블러드가 방금 김밥을 넣은 도시락은 블루 드래곤 본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이다. -헤헷, 완성이다. 시험 삼아 한 개를 먹어본 블러드는 예상외로 맛있는 김밥의 맛에 만족하며 도시락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는 책을 넣어 놓던 주머니에 김밥이 들어있는 도시락을 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문 밖에는 김밥의 맛있는 냄새를 맡고 숲에 사는 짐승들이 모두 몰려와 있었다.그들은 살짝 살짝 블러드를 물며 김밥을 달라고 졸랐으나, 블러드가 김밥을 줄 리는 없었다. "끼이잉......" 블러드가 자신들에게 그 맛있는 음식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짐승들은 실망하는 눈빛으로 낑낑대었다. 그러자 블러드는 불쌍하게 보였던지 안으로 들어가 남은 김밥들을 꺼내 그들에게 주고는 문을 잠궜다. -그대들이여, 절대로 나 의외의 사람들에게 출입을 허락하지 말지니, Fasten. 문을 잠그고 숲으로 들어가는 블러드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 * * * * * * * * * 숲은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빛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블러드는 산책하듯이 느긋하게 나무 사이에 나 있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동물들의 길인 듯 매우 좁고 불편한 길이었지만, 상당히 호리호리한 체격의 블러드에게는 별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걸으며 눈에 띄는 산나물이라든지, 버섯 등을 따서 들고 있는 작은 바구니에 넣으며 걷고 있는 블러드의 모습은 매우 즐거워 보였다. 솔직히 이렇게 산책 나온 적은 근래에는 한 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놈의 근신 처벌 때문에...... -히야, 버섯들이 떼거지로 나 있네. 블러드는 둘레가 거의 10라인은 될 것 같은 큰 나무 밑에 알록달록한 버섯들이 잔뜩 자라 있는 것을 보았다. 물론 독버섯일 가능성도 상당히 있겠지만, 블러드는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신족은 독버섯이나, 독초를 먹어도 죽지 않으니까. 맛만 좋다면야 독버섯을 먹는 것도 감수할 수 있다. 물론 약간의 환각 증세나 중독 증세를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 말이다. -호오, 호오, 예쁘다. 그는 주저앉아서 버섯들을 따 모으기 시작했다. 버섯들은 매우 연하고, 부드러워서 블러드의 작고 가녀린 손으로도 쉽게 딸 수 있었다. 버섯들을 한참 따고 있을 때, 멀리서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이이익!!!" 블러드는 비명 소리같은 미친 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바구니에 담긴 버섯들을 흘끗 쳐다보았다. 버섯들은 넉넉잡고 보아도 30개는 넘어 보였고, 군데군데 푸릇푸릇한 산나물들도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버섯과 산나물의 수가 저녁 식사에 먹기 딱 알맞은 양이었는지 블러드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 솔직히 보자면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지만...... 그리고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알맞은 공터를 찾기 시작했다. 숲에서 공터를 찾는 일이란 쉽지 않다. 숲이란 말 그대로 숲이니까. 나무들로 빽빽히 찬 곳을 우리는 숲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생한 블러드는 작은 강을 발견했고 강 옆에 있는 모래밭, 사실은 자갈밭이지만 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가져 온 돗자리를 폈다. -여기서 먹지, 뭐......햇빛도 있고, 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바람도, 돌도, 모래도 있으니까. 갖가지 이유를 갖다 대며 자리에 앉은 블러드는 주머니에서 김밥이 든 도시락을 꺼냈다. 도시락 속에 들어있던 김밥은 그린 드래곤 본이었기 때문에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린 드래곤의 특유의 속성이 산성인데 비해 독 김밥이 되지 않은 이유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흘러가고 있던 강을 보며 쓸쓸히 김밥을 먹던 블러드는 갑자기 예전에 '슬레이어즈'에서 본 리나가 머리카락으로 낚시를 하던 것을 떠올렸다. -나도 낚시나 할까...... 그는 무심코 중얼거리고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몇 줄 문지르다가 힘껏 뽑아 보았다. -아야...... 블러드는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생각 외로 아픈 통증...... 계속 머리카락이 뽑힌 자리를 문지르며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든 그는 뽑은 머리카락을 꼬아서 나뭇가지에 맸다. 머리카락으로 만든 낚싯대를 들고 달랑 달랑 강가로 내려가는 블러드의 모습은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블러드는 따뜻한 햇볕이 드는 강 옆의 바위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벌써 시작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물고기는 한 마리도 낚을 수 없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낚시란 목표로 삼은 물고기의 종류가 먹는 일정한 음식(?)을 미끼로 삼아 목표로 한 그 물고기를 낚는 것. 미끼가 없는 블러드의 머리카락 낚싯대에 물고기가 낚일 리는 없었다. 블러드는 자기 머리카락이 빨간 색인 것에 희망을 걸어 물고기가 혹시라도 빨간 지렁이로 착각하고 물어주기를 원했으나, 빨강 머리카락에 달랑 낚시바늘(옷핀) 하나만 매달려 있는 유치한 낚시를 물고기가 물리가 없었다. -후우, 왜 난 안 되는 거지? 슬레이어즈에 보면 잘만 되던데...... 당연한 것이었다. 리나는 물고기를 그냥 낚지 않았다. 뭔가 특수한 마법 -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 을 걸어 그에 현혹된 물고기를 그리도 쉽게 낚았던 것이다. 솔직히 리나가 제르가디스 일당에게 납치된 뒤에 혼자 외롭게 남은 가우링이 배가 고파서 다시 머리카락으로 낚싯대를 만들어 낚시를 했는데...... 그것에 물고기가 걸렸는가? 그렇다. 한 마리도 걸리지 않았다. 즉, 블러드의 머리카락 낚싯대에는 절. 대. 로. 물고기가 낚일 리 없는 것이다. 리나가 사용했던 '뭔가 특수한 마법' 을 걸지 않는 한. -그만 둬야지. 결국 반나절이 다 지나도록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블러드는 낚싯대를 멀리 던져 버렸다. 낙심하며 도시락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려던 그의 눈에 뭔가 언뜻 스쳤다. 그의 초인적 - 어차피 인간은 아니지만 - 시력은 깊은 - 별로 깊은 듯 하지는 않지만 - 강물 진흙 속에 처박혀 있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저기 뭐지? 블러드는 호기심에 날개를 펴고 날아가 수면 위에서 정지했다. 신족들, 즉 천사들은 굳이 날개짓을 많이 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공중에 뜰 수 있다. 그들 본연의 능력 - 신력이라고 하지요 - 을 사용해 공중에 부유하는 것으로 이는 마법, '레비테이션' 이나 '플라이' 와는 다른 것이다. 그가 공중에서 물 속을 내려본 결과 알아내 것은 그 정체불명의 '무언가' 가 병 모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글씨로 뭐라고 쓰여져 있는 것 같은데...... 보통 천사라면 이 정도에서 '아, 병이구나.' 하며 가버린다. 그러나 블러드는 보통 천사가 아니었다. 인간이었다가 천사로 등급 상승(?)된 행운아 천사 아닌가. 당연히 인간이었을 때 지닌 호기심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천사들이 호기심이 별로 없는 데 반해서 블러드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호기심을 하나도 빼먹지않고 다 고스란히 챙겨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호기심 덕에 블러드는 여기서 인생의 크나큰 동반자를 얻게 된다. -흠......병이라니, 강속에? 이런, 이런. 내가 주워 봐야지. 누가 잊어버린 것일 수 있으니. 블러드는 이런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그리고는 자아도취에 심취해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천사들이 공중에 뜨는 것은 마법은 아니다. 마법은 보통 집중력이 흩어지면 깨져 버린다. 아주 엄청난 대마법사가 아닌 이상. 하지만 천사들이 뜨는 힘은 신력이다. 신력은 마법과는 약간 다르지만 마법이란 게 결국 신력과 마력을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당연히 신력도 집중력이 흩어지면 깨진다. 천사들은 보통 인간보다는 가볍지만 그렇다고 바람이 불면 저절로 둥실 둥실 뜰 정도로 가볍지는 않다. 날개의 무게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무겁지는 않다. 하지만 절대 가볍지도 않다. 기껏해야 인간의 2/3 정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애를 써도 절대 저절로 뜨진 않는다. 내가 이렇게 말을 늘어놓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그렇다. 블러드는 떨어졌던 것이다. 강물 속으로...... -우...우와아아앗!! "풍덩!" 그리 크지는 않은 소리와 블러드는 물 속에서 허우적댔다. -나...난.....수영을 못해...... 블러드는 수영을 하지 못했다. 세상에, 어쩌면 블러드가 물에 빠져 죽는 첫 번째 신족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 신족들은 아까 말했듯이 가볍다. 인간에 비해서지만...... 즉, 물의 무게보다 가벼우므로 가만히만 있으면 저절로 뜨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이지만. -어푸, 어푸. 헤엑~ 잠시 물 속에서 버둥거리던 블러드는 몸에 힘이 빠지자 아예 힘을 빼버렸다. 그 순간에도 블러드의 머리 속으로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난 이제 죽는구나......세상에나, 천사가 되어서 물에 빠져죽다니. 내 팔자는 왜이리 재수가 없을까.' 잠시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던 블러드는 자신의 몸이 점점 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난 아직 죽을 때는 되지 않았나 보네.' 다행히도 자신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하던 그는 이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목숨을 위협하던 것이 사라지자 또다시 궁금증이 생겼다. 속으로도 이런 자신의 성격을 탓하고 있었지만 팔자인 걸 어쩌랴. 물 속에서 마치 해파리같이 흐느적대고 있던 블러드는 아까 보았던 병을 향해 잠수하기 시작했다. '호오, 호오. 내가 이렇게 수영을 잘하게 되었다니. 이런 기분 좋은 일이.' 물이란 것은 기분 좋다는 생각을 하며 잠수해서 나아가던 블러드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분명히 물 속에 가라앉아서 잠수를 시작한지 - 정확히 보자면 흐느적대는 것이지만 -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자신의 허파는 전혀 산소를 요구하지 않았다. 한참을 흐느적대며 고민하던 그는 천사이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결정짓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헤헤, 천사란 거 좋은 거구나.' 물고기들은 블러드의 빨간 머리카락이 신기한지 블러드 근처까지 와서 머리카락 속을 배회하고 어떤 물고기들은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아다니기도 했다. 머리카락 속을 돌아다닐 수 있는 이유는 순전히 이곳이 물속이기 때문이다. 물 속에서 머리카락은 마구 흩날린다. 마치 빨강 털실같은 붉은 머리카락은 마구 흩어져 블러드의 주위에서 나풀대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를 오색 빛깔의 물고기가 돌아다녔다. 그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물고기가 예쁘다.' 물 속에서 블러드는 그저 재미있다고만 생각했으나, 실제로 누가 이 광경을 본다면 참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블러드는 물고기들을 살짝 만져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블러드의 형편없는 수영 실력과 - 수영이라고도 할 수 없지 - 물 속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목표물에 도착한 것은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리고 도착해서도 물 속을 돌아다니는 물고기들을 구경하느라고 정작 병에 손을 댄 것은 또다시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우와, 이거 뭐지? 이것도 신기하게 생겼네.' 물 속에 자라있는 신기하게 생긴 수초들을 보며 감탄을 하고 있던 블러드는 자신의 본래 목적을 생각해내고 그 병을 보았다. 병은 진흙 속에 반쯤 박혀 있었다. '뭐..뭐야?' 블러드가 열심히 용을 쓴 덕에 겨우 병을 뺄 수 있었다. 병을 뺀 그는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수면을 향해 나아갔다. 이것도 다 호기심의 산물. 블러드가 지나가 곳으로 물고기들이 거품을 따라 헤엄치는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푸아! 숨은 하나도 차지 않았지만 블러드는 괜히 크게 숨을 들이쉬어 보이고는 병으로 눈을 가져갔다. 병은 보통의 병과 똑같이 생긴 평범한 병이었다. 그는 병을 들고 물 밖으로 나왔다. 물 밖으로 나오던 블러드는 이미 지나가 버린 일에 대한 후회를 입으로 내뱉었다. -언령으로 꺼낼걸. 물 속에서 자유롭다고 해도 옷이 젖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거기다 그 긴 머리카락까지 모조리 젖어서 옷과 머리카락의 무게는 상당히 무거워졌다. 머리카락과 몸에서 물이 계속해서 뚝뚝 떨어졌기 때문에 상당히 신경쓰였으나 대충 머리카락만 꽉 짜고 몇 번 흔든 뒤 병을 살펴보았다. 병에는 이상한 글이 쓰여져 있었다. '절대 이 병 뚜껑을 열지 마시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심리. 블러드는 피식 웃으며 병을 몇 번 흔들어 보았다. 그 안에서는 뭔가가 딸각딸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조금씩 출렁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킥. 열어봐야지. 그는 뚜껑을 잡고는 오른쪽으로 힘껏 돌렸다. 그러나 뚜껑은 열리지 않았다. -뭐, 오래 된 것 같으니......잘 열리지 않을 수도 있지. 블러드는 중얼거리며 다시 뚜껑을 돌려보았다. 이번에도 뚜껑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쳇....다시. 또다시 힘껏 돌렸지만 전혀 움직일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은 뚜껑. 블러드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천천히 뚜껑을 살펴보았다. 천천히 뚜껑을 살펴보던 블러드의 입술 사이로 무슨 말이 새나왔다. -젠장. 뚜껑에는 '왼쪽으로 돌리시오.' 라는 글이 쓰여져 있었다. 블러드가 왼쪽으로 뚜껑을 돌리지 이번에는 쉽게 뚜껑이 삐꺽삐꺽 소리를 내며 왼쪽으로 돌아갔다. "퍼엉!"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병 입구로 연기가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그 연기를 보며 블러드는 아라비안 나이트를 연상시켰다. -호..혹시 지니가 나오는 건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던 블러드의 소박한(?) 희망은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연기는 점점 위로 올라가 거대해지더니...... -젠장. 연기가 걷힌 자리에는 검붉은 색의 비늘을 꿈틀대고 있는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당당하게 서있었다. 용의 크기는 정말 거대했다. 약 300라인 정도는 되는 길이에 목 끝은 200라인 정도나 되어 보였다. 그 커다란 용은 몸을 몇 번 꿈틀대더니 커다란 날개를 서서히 펼쳤다. 날개 길이는 엄청났다. 그 거대한 몸을 허공으로 띄워야 하니 엄청 튼튼한 것은 둘째치고 커다랬다. 한 개의 길이만 해도 300라인은 족히 넘어 보였다. 날개 끝에는 작은 - 실제로 가까이 가서 보면 커다란 - 발톱이 솟아있었다. 드래곤의 몸은 검붉은 비늘로 단단하게 싸여 있어서 날카로운 칼 같은 무기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블러드는 잠시 침을 꿀꺽 삼키더니 고개를 들어 용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용의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삐죽 삐죽 솟아 있었고, 머리 위에는 뿔이 엄청난 수로 돋아 있었다. 자신 같은 천사는 그냥 통째로 삼켜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무시무시한 용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나를 봉인에서 풀어준 자는 누구냐.] 그 물음에 블러드는 잘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간신히 대답했다. -아, 제가 풀었는데요. 작은 블러드의 모습을 본 용은 슬쩍 웃었다. 용의 시점에서 웃었다는 것이지 블러드에게는 화를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저기...... [뭐냐?] -당신같이 큰 분이 어떻게 저 병에서 나올 수가 있었죠? 블러드의 질문에 용은 어이없다는 듯이 자신의 발치에 있는 조그마한 꼬마를 쳐다보았다. 지금 이놈이 나하고 장난하자는 건가. 어쨌든 자신을 봉인에서 풀어준 꼬마. 대답은 하는 용. [그야 몸을 작게 만들어서.] -어..어떻게 작게 만들었죠? 다시 한 번 들어갈 수 있나요? 이 질문에는 용도 천천히 생각하며 꼬마를 굽어보았다. 잠시 질문에 대해 생각하던 용은 전래 동화 한 편을 생각해 냈다. 전래 동화의 내용은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병 속에 갇혀있던 괴물을 봉인에서 푼 한 청년이 마왕을 다시 병 속으로 집어넣기 위해서 괴물에게 어떻게 병 속에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괴물은 당연히 몸을 작게 만들어서 병 속에 있었다고 대답했다. 그자 청년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센 괴물은 화를 내며 몸을 작게 만들어 병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 순간 청년은 다시 뚜껑을 닫아서 괴물을 영원히 봉인했다. 여기까지 동화의 내용을 생각한 용은 기가 차서 꼬마를 쳐다보았다. [내가 그런 것에 속을 줄 알았나.] 역시 자신의 말에 얼굴이 새파래지며 고개를 푹 숙이는 꼬마를 본 용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세상에 자신이 구해주고서 다시 집어넣으려 하다니. 그럼 자신이 용이란 것을 모르고 구했다는 것인가. [꼬마, 난 너를 잡아먹지 않으니 안심하도록.] 혹시나 해서 잡아먹지 않는다고 말을 하자 눈에 띄게 안색이 좋아지는 꼬마를 보며 용은 황당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쨌든, 나를 구해주었으니 보답은 해야겠지.] -저..저기. [응?] 뭐라고 자신에게 말하는 꼬마를 보며 용은 최대한 부드럽게 말해 보았다. 그래봤자 블러드에게는 그게 그거 같았다. -너무 큰데......조금만 작게 만들 수 없나요? 아..병에 들어가지는 않아도 괜찮아요. 용은 자신의 몸을 한 번 쳐다보았다. 솔직히 너무 컸다. 비록 한동안 봉인되어 있어서 영양을 흡수하지 못해 몸이 더 자라지는 않았지만 그 전에도 용 중에서 최강이라 불리던 자신 아닌가. 특히 저 꼬마는 아직 '성장' 하지 않은 신족 같은데 그렇다면 여기는 신계임이 뻔했다. 마룡인 자신이 신계에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게다가 봉인까지 풀려 버렸다는 것을 알면 아마도 봉인을 푼 이 꼬마는 큰 벌을 받겠지. 아무리 성질 더럽고 파괴만 하는 마룡이지만 자신을 봉인에서 풀어준 꼬마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뭐, 그렇게 하지.] 용은 말을 마치고는 곧 자신의 몸을 행동에 제약이 없을 만큼 줄였다. 블러드는 엄청 크게 존재를 과시하고 있던 용이 순식간에 줄어들자 그 모습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등을 툭 쳤다.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자 날개가 달려있는 조그맣고 빨간 도마뱀 한 마리가 까만 눈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그 모습이 무척 귀여워서 블러드는 잠시 그 도마뱀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망각하고 있었다. "이봐, 뭐 하는 거지?" 갑자기 도마뱀이 입을 열어 말을 건네자 블러드는 그제야 도마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용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엄청난 크기로 자신 위에서 당당하게 서 있던 붉은 용이었다. 목소리는 방금 전처럼 거대하면서 아름다운 울림을 띄고 있지는 않았지만 맑게 울리는 방울소리 같은 목소리는 분명히 그 용의 목소리였다. -히에에...... 블러드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용은 움찔거리며 급히 자신을 변호했다. "이것은 내 본래의 모습이 아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작아질 줄은 몰랐는데...... 블러드의 말에 용은 약간 뾰로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지? 그렇다면 더 커질 의향도 충분히 있는데..." 그 말에 안색이 창백해진 블러드는 급히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모습을 본 용은 그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짓고 있던 근엄한 표정을 지우고 킥킥댔다. "웃기는 꼬마로군. 좋아, 꼬마." -전 꼬마가 아닌데...... 블러드의 말에 용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나에겐 웬만한 신족은 다 꼬마야. 난 몇 천 년 전에 쓰여진 책에도 나온다고." 용은 비록 악역이지만, 이라는 말을 꿀꺽 삼켰다. 잠시 헛기침을 몇 번 하던 용은 다시 블러드에게 물었다. "네 이름이 뭐지?" -에...블러드요. "블러드? 피란 뜻인가? 왜 하필이면 신족이 그런 이름이지? 마족이라면 몰라도." 용이 블러드라는 이름을 듣고 놀라며 말했다. 솔직히 '블러드' 란 이름은 흔한 것은 아니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그들에게 피란 상당히 악으로 여겨졌고 음식을 하다가 실수해서 상처라도 나면 호들갑을 떤다. 그런 그들에게 '블러드' 라는 이름은 상당히 이색적인 이름인 것이다. -아......제 날개가 피색이라서. 루시펠이 지어준 이름인데. 루시펠이란 이름에 용이 이제는 짧아진 꼬리를 꼬며 움찔했다. "루시펠? 하긴 그라면 그런 이름을 지어 줄만도 하군." 그런 그의 말에 블러드는 호기심을 가졌지만 아무리 작아도 용. 무섭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별로 그에게 물어볼 마음은 나지 않았다. 그 때 용이 불쑥 말했다. "내 이름은 크라비어스다. 흔히들 마룡 크라비어스라 부르지." 그의 말을 듣고 블러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내가 그런 용을 봉인에서 깨웠단 말인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블러드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던 크라비어스는 더 놀 려주고 싶은 생각에 쓰윽 말을 꺼냈다. "흠...배가 고픈데......" 크라비어스가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블러드를 흘끗 쳐다보자 블러드는 안색이 창백해져서 용 을 쳐다보았다. -저.....아까 잡아먹지 않겠다고. "아, 누가 잡아먹는데? 걱정하지 마. 난 이대로 나가서 신족 몇십 명만 잡아먹으면 장땡이니까." '그건 더 곤란한데요!' 속으로 블러드는 절규했다. 물론 크라비어스는 이런 블러드의 마음을 자-알 알고 있었지만 말을 취소할 생각은 없었다. 창백해진 그의 반응을 보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블러드가 고개를 살짝 돌려 용을 바라보자 용은 킥킥대며 바닥에 작은 몸을 뒹굴었다. 그 예쁜 빨강 색의 비늘에 흙과 범벅이 된 나뭇잎들이 달라붙었다. 이미 용으로써의 자존심은 사라진 뒤였다. -만약 잡아먹은 다음에 잡히면......봉인을 풀은 제가 혼나겠죠? "아마도 그렇겠지." 크라비어스는 여전히 뒹굴뒹굴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런 그의 모습의 블러드는 울상이 되어버렸다. 만약에 정말 그렇게 된다면 뚜껑을 열어서 이 용을 봉인에서 푼 자신이 엄청나게 혼나고 잘하면 사형 당할 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블러드는 급히 도시락을 바라보았다. '일단은 저거라도!' -저기.....혹시 김밥 드시나요? 블러드가 옆에 놓여있던 작은 파란 통을 들고 몸을 비비꼬자 용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호오, 저게 음식이었나? 상당히 묘한 냄새이긴 했지만 음식이라고논 생각도 못했는데. 속으로 중얼거리며 용은 파란 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이 느낌은! "그거......드래곤 본?" 용이 황급히 묻자, 블러드는 약간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너......드래곤 슬레이어였나?" 용의 질문에 블러드는 말도 안 된다는 뜻으로 고개를 도리도리했다. 그것을 본 용도 어쩐지, 라며 꼬리를 슬쩍 비비꼬았다. "김밥이 뭔데?" 갑자기 김밥이 뭔지 묻는 용의 말에 블러드는 딱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김밥이 뭔지 설명해야 할 날이 오다니! -에...그러니까, 김밥은 밥에다 당근, 고기, 시금치, 단무지 같은 것들을 잔뜩 넣고 김으로 돌 돌 만 음식인데. 대충 설명하자 크라비어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블러드를 잠시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렇게 범벅이 된 것을 어떻게 먹지?" 어처구니없는 그의 질문에 블러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망할.' 속으로 짧게 욕설 한 마디를 외친 블러드는 다시 한 번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는 것을 택했다. -아, 백문이 불어일견이라고......그냥 한 번 보세요. "백문이 불어일견이 뭔데?" 끝까지 꼬투리잡아 묻는 용에게 블러드는 적잖은 짜증을 느꼈으나 그렇다고 그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역시 세상은 약육강식. -그런 말이 있네요. 일단 보세요. 블러드는 그냥 어정쩡하게 넘어가며 도시락을 열었다. 그런데......맙소사! 아까 뚜껑을 열고 뭐 하고 자시고 하는 사이에 도시락 안에 들어있던 김밥은 물에 젖고, 온통 섞이고, 옆구리가 터져 있었다. 블러드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 도시락 안을 슬쩍 들여다본 용은 이마에 큰 땀방울을 하나 달고 말했다. "이게 음식이냐? 난 안 먹는다." 용의 말에 블러드는 일어섰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는 블러드를 보고 깜짝 놀란 용은 가지고 놀고 있던 자신의 꼬리를 힘껏 깨물고는 고통의 눈물을 줄줄 흘렸다. 일어선 블러드는 도시락을 들고 강으로 가서 거꾸로 들고 탈탈 털었다. 안에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더 이상 김밥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내용물들이 쏟아져 강물 로 퐁당 퐁당 빠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용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 배고파."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한껏 몸을 꼬고 있는 용을 쳐다본 블러드는 옆에 있는 버섯과 산나물이 담긴 바구니를 들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집으로 가죠. 힘없는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 블러드의 어깨 위로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은 빨간 꼬마용이 앉아 있었다. <5장-성장> '성장' 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아무도 모르게, 갑자기, 전혀 예상도 못했을 때. 고통과 함께 오는 '성장' 은 하나의 신족, 혹은 마족으로 인정받는 의식. '성장' 은 보통의 경우에는 약간의 통증과 함께 시작된다. '성장' 이 끝나면 좀 더 성숙하게 자란 모습을 갖게 되고 자신의 본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족과 마족은 '성장' 을 통해 더욱 강해지며 성숙해진다. 또한 완벽한 신체를 갖게 된다. 다른 점이라면 신족은 '성장' 을 통해 완벽한 무성체로, 마족은 '성장' 을 통해 성별이 정해진다는 것일까. 나는 그런 '성장' 을 인간의 성년식과 비교해 본다. -라인더스의 '자서전' 중 '성장' 에서 발췌.- "빨리 밥해라!" -하고 있잖아요,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어요? "어쭈, 개겨? 그냥 신족 몇 십 명 잡아먹고 말까?" -으악, 알았어요, 알았어! 지금 블러드의 오두막집에는 작은 폭군이 있었다. 조그맣고 빨간 꼬마용 한 마리가 블러드의 어깨에 앉아 이건 이래라, 저건 저래라, 마구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블러드는 용의 잔소리를 들으며 완전히 시어머니 잔소리가 따로 없다니까, 라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물론 용에게 들리지 않게. "너......상당히 요리 잘한다?" -익숙하니까...... 음식을 시식하며 꽤 좋은 맛에 크라비어스는 감탄했다. 그 말에 블러드는 난 천재니까, 라고 말하려다 그만 두었다. 블러드도 고생했으니 배가 고팠기 때문에 의자에 앉아 식탁 위에서 김치찌개에 머리를 박고 먹고 있는 크라비어스의 쪼끄만 날갯죽지를 살짝 잡아 옆으로 옮겨 놓았다. 물론 그 행동에 작은 꼬마용은 얼굴까지 빨개지며 용의 자존심이 어쩌네, 하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 댔지만 블러드는 이미 뭉개질 대로 뭉개진 용의 자존심에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뜨며 투덜댔다. -후우, 찌개를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도대체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블러드는 한숨을 쉬며 다른 반찬을 꺼냈다. 지금 말하지만 식탁 위에는 온통 한국식 반찬들이 올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신계의 음식이 그럭저럭 맛있었으나 한국사람이었던 블러드에게 계속 그런 음식만 먹으라는 것은 고문 그 자체였다. 그래서 블러드는 결국 재료를 사서 자신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에 이르렀고 처음에는 무지 맛없던 음식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실력이 늘어남에 따라 먹을만하게 바뀌었던 것이다. -쳇, 오늘은 루시펠하고, 라파엘님 불러서 같이 저녁 먹으려고 했는데...... 그랬다. 사실 블러드 혼자 먹는데 그렇게 많은 버섯과 산나물은 필요가 없다. 블러드는 몇 달 전, 루시펠과 라파엘을 집에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끔찍하다 못해 엽기적이던 음식들은 그들을 질겁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블러드는 요리와 음식의 신 *세리나의 집으로 함께 쳐들어가 마침 연인과 행복하게 저녁식사 중이던 그녀를 방해한 것은 물론이고 저녁식사까지 잘 얻어먹었던 것이다. 물론 엄청난 아이언 마스크인 블러드에게 있어 그 일은 별로 나쁜 일은 아니었지만 세라핌 두 명에게는 엄. 청. 쪽팔리는 일이었기에 후에 루시펠에게 엄청나게 훈계를 들은 일이 있었던 것이다. '음식을 못하면 초대하지도 말 것이지. 왜 라파엘까지 끌어들여서 그런 일을 겪게 했느냐? 게다가 세리나님에게까지 피해를 주지 않았느냐.'라는...... "빠드득." 과거의 일을 회상하고 있던 블러드는 웬 파열음에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과거의 늪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 이때다, 라며 음식을 마구 집어먹던 크라비어스가 음식이 모두 사라지자 이제는 그릇들까지 깨물어 먹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까지라면 그래도 괜찮았다. 그러나 방금 막 크라비어스가 깨물어 먹은 냄비는 마리우스가 용왕계로 일처리하러 가기 전에 사다준 것이었다. 특별히 신력으로 제작되었기에 더욱 튼튼하고 모양도 아름다운 냄비였다. 왜 하필이면 냄비냐고 묻는 블러드의 질문에 마리우스는 미래의 내 아내에게 맛있는 아침을 얻어먹으려면 냄비를 사다줘야지, 라고 말하여 블러드에게 몇 방 얻어맞으며 신계를 떠났던 것이다. 물론 그동안 마리우스에게 미운정이나마 정이 들었던 블러드는 정말 쪽팔림을 무릅쓰고 건강하게 돌아와라, 라고 말까지 해서 마리우스를 감동 받게 했었는데... 게다가 옆에 한 입 깨물어먹고 맛없었는지 그냥 팽개쳐둔 사기 접시는 레니스가 음식 담아 먹으라고 신력을 담아서 만들어 준 접시였다. 레니스가 준 그 접시는 레니스 자신이 처음으로 만들어본 접시들이라고 하여 아네스의 눈치를 잔뜩 받았었는데...... 이것들은 여섯 개 중에 한 개만 먹다가 팽개쳤지만...... 손잡이만 남기고 깨끗하게 사라진 잔은 레니스와 함께 온 아네스가 준 역시 신력으로 만든 잔이었다. 아네스는 그 잔을 주며, 애인이라도 있으면 세트로 줬겠지만 넌 애인이 없으니, 라고 말하며 웃었었다. 그리고 식탁 위에 있었던 숟가락은 라파엘이 직접 시장에 가서 사다준 특별 한정판인 숟가락이었다. 그리고 그와 세트였던 포크도 이미 세 개의 이빨 중 두 개는 사라진 뒤였다. 라파엘에게 그 숟가락과 포크를 받아 얼마나 기뻐했는가. 그날 그 숟가락과 포크로 저녁식사를 하며 무척이나 기뻐했는데...... -크라비어스으으읏!!!!! "아하하, 배가 고파서......" 블러드는 그 자리에서 국자를 집어들었다. 국자는 다행히도 드래곤 본으로 되어 있어서 아무리 단단한 크라비어스의 이빨이라도 쉽게 먹을 수 없었기에 무사했다. "하..하하, 미안하다니까." -이게......미안하다는 말로.....되는 건가요? 게다가 하나도 미안한 표정이 아니잖아욧! 선물 로 받은 냄비인데......그렇게나 음식을 처먹고도 모자라서 냄비까지 먹어요?! 블러드는 손에 든 국자로 뻔뻔스러운 표정의 크라비어스를 가격했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크라비어스는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애꿎은 식탁만 단단한 그린 드래 곤 본 제인 국자에게 얻어맞았다. -후후후후, 피했어요? 그럼 다시 한 번. "퍼어억!" 역시나 타격음과 크라비어스 대신 그가 한 입 먹다가 만 레니스가 준 사기 접시 중 한 개가 깨 져 버렸다. 크라비어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옆에 있는 더 이상 접시라고 할 수 없는 물체를 보았다. 그 접시를 본 블러드는 방긋 방긋 웃으며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어머나, 또 피하셨네? 또 갑니다. "쨍그랑!"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우프레틴이 집들이 와서 차 타서 마시라고 준 특제 허브가 심겨진 화분이 명을 달리했다. -어? 허브가? 크라비어스, 또 피하면 이번에 뭐가 깨질까요? "와장창!" 루시펠이 선물로 준 꽃병과 그 안에 담긴 백합들이 나동그라졌다. 이 정도면 보통 국자는 부러질 만도 하건만 단단한 드래곤 본으로 만들어진 국자는 아직 튼튼했다. -이번에는 꽃병과 백합이네......그럼 다시 한 번. "파지직!" 중간계에 갔다가 온 하르엘이 중간계에서 얻어왔다면서 한 개 준 방울이 단단한 국자를 맞고 깨져버렸다. 완전히 가루로...... 크라비어스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는 잽싸게 날아올라 창문 옆으로 서서 창문을 열려고 했으나, 창문은 잠겨 있었다. -호. 호. 호. 안녕히...... 피오나에게 배운 엽기적인 웃음소리를 내며 블러드는 국자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크라비어스는 이젠 끝이구나, 하며 눈을 꼬옥 감았다. "엥?" 한참이 지나도 자신의 몸에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의아함을 느낀 크라비어스는 슬며시 감았 던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자신의 앞에서 국자를 떨어트린 채 쓰러져 있는 블러드였다. "블러드?" 처음에는 얘가 장난치나, 라는 생각에 주위를 빙글빙글 돌던 그는 한참이 지나도 블러드가 일어나지 않자 굳어진 얼굴로 가까이 다가가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는 약간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하고 눈을 감고는 쓰러져 있었고, 크라비어스는 얘가 왜 이러나, 라는 생각에 잠시 그 옆에서 여러 각도로 의문을 제기해 보았으나 나온 결론은 한 개였다. "'성장' 이잖아?" 지금 '성장' 하려는 블러드를 눈앞에 놓고 크라비어스가 할 일은 별로 없었다. 마룡인 그로써는 천사들과 친할 리가 없었고, 아는 천사래봤자 그냥 유명한 천사들 몇 명. 그것도 용왕계에 있을 때, 정치적인 일로 몇 번 만나본 적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천사들이 하는 '성장' 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을 리가 없었다. 크라비어스는 잠시 자신의 봉인을 풀어준 자를 자신이 도울 수 없다는 데에 심각한 고찰을 했으나 어쩌랴.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지. "이런, 이런. 보아하니 이 녀석 상당히 대인관계가 좋은 것 같던데......" 크라비어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유는 아까 그릇들을 먹을 때였다. 그릇들에는 하나같이 '누구누구가 준 선물.' 이라는 글들이 작게 써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대인관계가 좋은 것이 무슨 상관인가. "참, 그건 지금 아무 상관이 없었지." 크라비어스는 이런 놈이었다. 그는 잠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라도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단 한가지였다. 지금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블러드를 침대로 옮기고 옆에서 간호해 주는 것. 크라비어스는 잠시 자신의 작은 몸을 보았다. 그리고 부엌을 나가서 침대를 보았다. 블러드는 신족인 것도 있고, 신족 중에서도 상당히 호리호리한 체격이었지만 이 몸으로는 절대로 그를 저 먼 침대까지 끌고 갈 수 없었다. "젠장. 커져야 되잖아?" 크라비어스는 잠시 뭐라 중얼거리더니 몸을 조금 크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것대로 문제가 있었다. 우선 몸이 크다보니 집안을 제대로 날 수가 없었다. 그는 잠시 끌고 갈까, 라고 중얼거렸으나 그것도 할 수 없었다. 깨진 접시, 꽃병, 화분의 파편이 널려있는 부엌을 블러드를 끌고 무사히 나갈 수 있는 확률은 제로였다. "어떡한담......인간형으로 변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국 인간으로 변하기로 했다. 크라비어스가 몸을 몇 번 꿈틀거리자 그의 몸을 물결치는 듯한 은은한 붉은 빛이 감쌌고, 곧 빛이 눈부시게 빛나더니 사라지며 그 안에서 타오를 듯한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 한 명이 나타났다. "아아,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아. 인간형은..." 뭐라고 투덜대던 크라비어스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장 블러드를 침대로 옮기지 않았다. "젠장, 용의 모습으로 있다가 인간형으로 변하니까 익숙하지가 않잖아. 하도 오래간만이다 보 니......" 투덜대던 그는 블러드의 얼굴을 흘끗 바라보고는 혼잣말했다. "예쁘긴 하네. 그쪽으로 취미 있는 놈들이 보면 환장하겠는걸. 뭐...이 녀석 보기보단 꽤 능력 있으니까." 인간형의 모습에 익숙해지기 위해 팔이고 다리를 약간씩 움직여보던 크라비어스는 몸이 꽤나 익숙해진 듯 하자 블러드를 안아들고는 침대로 걸어갔다. '으으......아프다.' 블러드는 이상한 곳을 걷고 있었다. 온통 붉은 빛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곳이었다. '젠장, 아픈 건 둘째치고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그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파 죽겠다......이게.........성장인가?' 블러드는 계속 주위를 둘러보며 걸었다. 온통 붉은 빛이 일렁거렸다. 피부가 화끈화끈할 정도로 뜨거운 곳이었다. '크윽.....제길.' 귓가에서 윙윙대는 소리는 점점 커져, 이제는 꼭 누군가가 우는 소리처럼 변한 채 블러드를 계 속해서 괴롭혔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커질 때마다 블러드의 고통도 심해졌다. "끄으윽........그만.........그만 울어." 블러드의 입으로 신음소리가 새나왔다. 그러나 점점 커져만 가는 울음소리. 아파, 아프다고. 그만해...... 제발......그만 울어. 당신 누구야? 왜 우는 거야? 뭐가 그렇게 슬퍼? 그렇게 크게 소리내 울만큼 슬픈 거야? 울지마. 나도 아프다고. "아...아프다고......그만 울어...울지마.....나도 슬퍼........." 블러드는 머리를 잡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붉은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붉은 빛이 퍼져나갔다. "그만...그만......그만해............" 블러드의 눈앞으로 온갖 영상이 스쳐지나갔다. 붉은 머리카락으로 피를 흘리며 서 있는 저 애는 누구야? <엄마, 다쳤어요.> 칼로 길게 그었는지 피가 줄줄 흐르는 팔을 잡고 한 여자에게 다가간다. 그러나 컵으로 담아도 꽉 찰 만큼 철철 흐르던 피는 금방 멈추고 뼈가 보일 만큼 크던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무 자국도 남지 않은 뽀얀 팔뚝.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도망친다. <꺄악, 여보! 전 저 애가 무서워요! 우리 애가 아냐!> 아냐, 아냐! 엄마, 전 엄마의 아들이에요! 도망가지 말아요! <여보, 진정해. 진정하구려. 그래, 저 애는 우리 아들이 아니야.> 왜 저를 아빠의 아들이 아니라고 하는 거죠? 왜요? 전 아빠의 아들이 아닌가요? <꺼져, 넌 내 동생도 아니야! 내 동생은 그런 능력 따윈 없어!> 형.....왜 그래? 난 형의 동생이잖아? 다들...왜 그러는 거야? 난 아무 능력도 없어. <엄마......> <꺄아아악! 저리가! 엄마라고 부르지 마, 괴물 자식!!> 붉은 머리카락이 또 흔들린다. 붉은 빛도 퍼져나간다. 세상이 붉은 색으로 바뀐다. 아름다운, 미치도록 아름다운 피의 색. 저주에 걸린 레드 문의 슬픈 이야기. 그러나............ 슬픈 만큼 아름다운 레드 문. <검은색으로 염색해주세요.> <어머 학생, 왜 예쁜 빨간 머리카락을 두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아니야......저것도 아니야...내가 아니야. <학생, 우리 학교는 렌즈 금지다.> <렌즈가 아닌데요.>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마! 당신들과 다르면 다 사람이 아닌 건 아니잖아!? 왜 이렇게 이기적인 거지!? <누나, 검은색 칼라 렌즈 주세요.> <어머, 그 렌즈 색이 더 예쁘지 않니?> <아니요, 전 그게 더 좋아요.> 아니잖아...... 저건 내가 아니잖아!!! 난 저런 눈은 가지고 있지 않았어!!! <검은색으로 염색한다고 네가 내 아들이 되는 건 아냐! 저주받은 녀석!> 저건 내 엄마가 아니야. 난 행복했었어! <멍청한 녀석, 그런다고 네 능력이 사라지냐!? 꺼져버려! 괴물자식!!> 저것도 내 형이 아니야! 모르는 사람일 뿐이야!! <학생은 우리 학교에 받아들일 수가 없소. 특별히 초능력자들을 위해 정부에서 설치한 기관으로 가는 것이 어떻소? 내가 소개해 줄 수는 있는데...> <.........> 아냐, 아냐, 아니야!! 진실이 아니야!!! 저건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일뿐이라고!!!! "아....아니야..........내가 아니야......" 블러드의 눈에서는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그래...저건 나야, 나의 어린 시절이잖아?" 그는 머리를 감싸안고 주저앉은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또다시 붉은 빛으로 번져가는 세상. "이제는...또.....뭐야?" <미안....아직은 안 돼. 조금만 기다려 줘.> 당신 누구? 난 당신 몰라...... 뭘 기다려 달라는 거야?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생명의 전당으로 찾아오너라.> 라파엘님? 왜요? 전 다른 천사들하고 틀리잖아요? 날개도 빨간색인데...... <어머, 붉은 색의 눈동자가 굉장히 예쁘네요.> 하르엘.....고마워, 하지만...... 붉은 색은 피의 색이야. 하나도 예쁘지 않잖아? 오히려 네 하늘색 눈동자가 더 예쁘다고... <네 이름은 블러드다, 블러드.> 루시펠...... 마리우스에게 들었어. 너의 날개는 검은 색이지? 심연의 암흑. 넌 강하잖아? 하지만 난 약해. 그리고 내 이름은 블러드가 아닌걸...... 김 성진 이라는 이름이 있었어......... <마치 레드 문 같아. 미치도록 아름다운, 피의 색.> 마리우스, 레드 문은 저주에 걸린 달이잖아. 난..........어쩌면 레드 문일지도 몰라. 저주받은 아이래.......모두들. 하지만.....정말 고마워...... <호호, 아가야, 내 선물이란다! 아름다운 빨간 색과 잘 어울리는 흰색으로 마련했지!!> 피오나...... 붉은 색은 아름답지 않아. 피의 색이라고....피는 아름답지 않잖아? <꼬마라고 한 거 미안, 그 대신 이걸 주지. 너와 같은 붉은 깃털이야. 피닉스의 것이지.> 우프레틴? 피닉스는 붉은 색이지만 그건 불의 색이야. 나랑은 틀리다고...... 피닉스는 아름답고 당당한 불의 화신이야. 나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그 새한테는 수치일걸? "왜......다들 나를 반겨주는 거야......? 난 저주받은 아이인걸......" 블러드는 주저앉은 채로 중얼거렸다. 그의 꼭 감은 눈에서는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은 또르르 굴러 바닥으로 떨어진다. 떨어지자마자 바닥으로 스며들어 스르르 사라지는 눈물. 그러나 눈물은 계속 흐른다. 슬픈 눈물. 슬픈 만큼 깨끗하고 투명한 눈물...... 그러나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태어나자마자 사라지는 슬픈 눈물. 슬픈 달. 슬픈 만큼 아름답고 빛나는 레드 문...... 그러나 피의 저주에 걸려 아름다우나, 피의 색이 되어 버린 슬픈 달. "난......어쩌면 레드 문일지도 몰라.........저주에 걸린....슬픈 달." <멍청한 꼬마, 니가 어딜 봐서 레드 문이냐?> 블러드는 고개를 들었다. 앞에는 자신과 똑같은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을 가진 청년이 서 있었다. 그는 블러드를 쳐다보며 고개를 까닥 까닥 흔들고 있었다. <뭐, 나를 구해주었으니 이 정도야 해줄 수 있지.> 블러드는 눈을 뜨고 그를 보았다. 자신과 똑같은 피의 색을 지닌 남자. 그리고 같은 슬픔을 지닌 자.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손을 내밀었다. <자, 잡아. 집으로 가자고.> 블러드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손이 맞닿는 순간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붉은 빛이 일렁이던 뜨거운 세상은 이제 환한, 유채색의 세상으로 변한다. 자, 방금 전까지의 일은 꿈일 뿐이야. 이제 난 김 성진이 아니야. 블러드일 뿐이지. 블러드는 눈을 떴다. 자신의 눈앞에는 아까 보았던 붉은 머리카락의 청년이 자신의 손을 꼭 잡은 채 앉아 있었다. 청년은 졸린 눈으로 블러드를 보며 중얼거렸다. "다녀왔냐?" 블러드는 빙긋 웃으며 청년을 보았다. "응, 다녀왔어." * * * * * * * * * * "냐햐햐햐햐햐!!!! '성장' 했다고?" 블러드는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 일찍 자신을 방문한 불청객을 바라보았다. 아네스와 레니스였다. 둘은 동시에 블러드를 껴안고 소리쳤다. "성장 축하해!!!" "성장 축하해!!!" 블러드의 어깨 위에서는 빨간 용 한 마리가 축 늘어진 채로 이 시끄러운 불청객 둘을 띠껍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블러드는 그리 반갑지는 않았지만, 이 갑작스런 손님들을 집 안으로 들여왔다. -반가워, 아네스, 레니스. "이야, 키 컸네?" "맞아, 좀 더 성숙해졌어." 아네스와 레니스는 들어오면서도 쉴새없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크라비어스는 이 두 명의 불청객을 짜증난다는 눈길로 바라보며 시끄러운 신 녀석들, 이라고 중얼거렸다 "예뻐졌네?" "맞아, 어째 머리도 좀 더 윤기가 흐르는 것 같고..." "전에는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이제는 뭐랄까, 성숙한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키가 커져서 그런가?" '그런 말은 칭찬이 아니야......욕이잖아.....' 블러드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은 계속 떠들어댔다. 블러드가 둘을 데려가 거실의 테이블에 앉혔다. 거실은 언제 다 치웠는지 유리 파편 하나 없이 깨끗했다. 블러드는 쟁반에 차와 과자를 담아서 내왔다. 그 때 그 쟁반을 본 둘이 외쳤다. "어? 내 머그잔은?!" "내 접시는?!" -아....하하, 그게 말이지. 블러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그런 자신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어깨에서 쟁반으로, 정확히 말하면 과자로 날아 내려가려는 크라비어스의 목덜미를 붙잡은 블러드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앞치마에 달린 예쁜 토끼 그림이 수놓아져 있는 주머니 속에 처넣었다. 그런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레니스가 불쑥 한마디했다. "애완용 도마뱀이야?" -아..아니, 이 용은..... "이 몸이 어딜 봐서 애완용 도마뱀이라는 거냐!!! 이 몸은 이래봬도 마..." 성질 급하고 더러운 마룡, 그것도 레드 드래곤인 크라비어스가 자신을 애완용 도. 마. 뱀. 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냥 듣고만 있을 리가 없었다. 앞치마에서 고개를 불쑥 내밀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그의 머리를 블러드는 급히 잡아 누르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아..아니.........애완용 도마뱀 맞아. 앞치마 주머니 속에서 불쌍한 크라비어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렸으나 블러드는 깨끗이 무시했다. 그 모습을 보던 레니스는 블러드도 의외로 잔인한 데가 있어, 라며 중얼거렸다. 블러드의 귀에 아네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러드으~~" -으..응? 왜? 아네스의 잔뜩 비음 섞인 목소리에 블러드는 흠칫 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것은 만만한 것들이 아니었다. 그 이름도 고명하고 위대하고 전능하고 아름다운 '신' 이었던 것이다! "말, 왜 안 하는 거야?" -아...하하, 그게 있지......좀 어색해서......목소리도 좀 그렇고...... "그으래애?" "맞아, 블러드. 나도 듣고 싶어." 레니스도 앞치마 주머니에서 시선을 떼고 흥미로운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둘의 빛나는 눈동자를 본 크라비어스는 쯧쯧, 하고 혀를 차고는 앞치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의외로 포근해서 마음에 들었나보다. 블러드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며 구원을 바라는 눈길로 주머니 속의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으나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돌렸다. '크라비어스으으으......' 아마도 크라비어스는 자기도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해 봐라, 라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을 것 같 다. 블러드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지만 그것을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어색하게 일어서며 말했다. -아...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 잠옷이잖아. "뭐..갈아입고 와." 이제 옷 갈아입는 것도 남에게 허락을 받고 갈아입어야 되나, 면서 속으로 절규했지만 피눈물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볼 수 없었다. 블러드는 어깨 위에 앉은 크라비어스를 향해 증오의 눈길을 쏘아붙인 다음, 방으로 들어갔다. 한편 블러드가 방으로 들어가자 두 신은 심각한 대화를 나누었다. "저 용......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 "맞아, 기운도 그렇고.....확실히 신룡보다는 마룡 쪽인 것 같은데....." 레니스의 질문에 아네스는 심각하게 대답했다. 그들은 그 용의 출처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용으로 인해 블러드에게 올 피해를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마룡이라면.........블러드하고는 상반된 성질일텐데......" "글쎄......이런 건 우리보다 오딘 님께 말해볼까?" "그런데 저 용...분명히 어디서 봤어. 저 미니 사이즈도 그렇고....저런 취미를 가진 용은 전 차원을 통틀어 하나밖에 없어." "그렇다면.....쟤가 바로 그......" 둘의 대화는 갑자기 블러드가 옷을 갈아입고 나타나는 바람에 멈췄다. 블러드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목에다 두르며 이걸 잘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고 크라비어스는 옆에서 자르지 말라고 열심히 설득하고 있었다. -잘라 버리는 게 시원하잖아? "하지만 이건 시원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또 무슨 문제가 있는데 그래? "넌 아깝다는 생각도 안드니?" -응.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블러드의 모습을 본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 녀석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어, 라고 중얼거렸다. "옷 갈아입었어?" -아, 응. "그럼 말해봐." 말하라고 재촉하는 아네스를 바라보며 어색한 웃음을 흘려대던 블러드는 마침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이때다, 하고는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누구세요!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고맙다......!' 문 앞에는 피오나와 마리우스가 서있었다. 문이 열리자 피오나는 잠시 현관에 무척이나 감동 받은 얼굴로 서 있는 블러드를 바라보더니 확 껴안으며 소리질렀다. "꺄악!! 너무 예뻐!!" -피..피오나? 이것 좀 놓고...... 피오나는 블러드를 껴안은 채로 질질 끌며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에서는 레니스와 아네스가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피오나를 본 아네스는 기쁜 듯이 일어났다. 둘은 몇 만년을 사귀어 온 절친한 친구였다. "어머나, 피오나! 오래간만이야." "너도, 아네스. 요즘 내가 창작 활동 때문에." "흥, 무슨 얼어죽을 창작? 놀고 있네." "어머, 넌 나의 이 심오한 예술의 세계를 모르는 거니? 하긴 넌 하루종일 앉아서 조각이나 하고 있으니......" "심오한 예술의 세계는 무슨 개떡같은 세계. 조각이야말로 심오한 예술의 경지라고!" "오---호호호호호호호, 너같은 돌머리로써는 심오한 예술을 이해할 리가 없지!!" "냐---하하하하하하하, 너같은 멍청이로써는 심오한 미학을 이해할 리가 없지!!" 성격 면으로나 아주 잘 맞는 절친한 사이인 피오나와 아네스였다. 더구나 종사하고 있는 직업조차, 예술적인 조각가, 작가였기 때문에...... 어쨌거나 둘이 싸우고 있는 사이에 마리우스는 블러드의 허리를 잡고 늘어진 채로 징징대고 있었다. "히에엥......블러드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용왕계에는 전부 성질 사납고 난폭한 여자들밖에 없었고, 정작 만나고자 한 용신께서는 아들이 가출 한 지 몇 백년이나 됐는데 안 들어온다고 징징대지. 그러다 용황비께서 올해가 결혼 천만주년이라고 여행 안 가면 단식하겠다고 해서 짐 싸들고 여행가 버리고~~ 죽을 맛이었어~" 그의 말로 미루어 보았을 때, 용신도 별로 신다운 신은 아닌 모양이었다. 블러드는 이런 말을 들으며 신에 대한 심각한 고찰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신의 한계는 어디인가......' 여기서 신의 한계란 능력의 한계가 아니었다. 당연히 그들의 그 엽기적인 행동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블러드의 어깨 위에서 크라비어스는 왠지 찔린다는 표정으로 중얼대고 있었다. 크라비어스의 말을 들어 보자면, "블러드......신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겠군......" 사실이었다. 한동안을 블러드의 옆에서 징징대고 있던 마리우스는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박력(?)에 블러드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렸으나 단단한 화이트 드래곤 본 제 인 찻잔은 금도 가지 않았다. 단지 안에 담겨 있던 매. 우. 뜨거운 내용물이 마리우스에게 확 튀겼을 뿐이었다. "앗뜨뜨!!!" -왜...갑자기 고개를 든 거야? 그 덕분에 찻잔 떨어트렸잖아. 블러드의 핀찬하는 말에 크라비어스가 블러드를 쳐다보며 떽떽거렸다. "어차피 깨지지도 않았잖아? 드래곤 본 제인데......" '요즘 드래곤들은 참 별 거를 다 상품화한다니까.....' 라는 나오려던 말을 목구멍으로 삼켜버렸다. 마리우스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블러드를 붙잡고 짤짤짤 흔들며 외쳤다. "내..내가 준 냄비의 기운이 없잖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거기에다 특별히 내 힘을 아주 약간 집어넣어서 만들었는데!!" 자신이 준 냄비의 기운조차 읽을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자신의 힘을 집어넣어? 블러드는 변태적인 그의 취미에 경악하면서도 일단은 자신의 목을 잡고 있는 마리우스를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케...켁......마리..우스......이거 좀..놓고 말하는 게 어때? 그러나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선물한 냄비가 실종되었다는 사실로 잔뜩 흥분(?)한 마리우스의 귀에 그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숨이 막혀 죽음 직전까지 이른 블러드를 구한 것은 크라비어스였다. "꽈악." 크라비어스는 블러드가 위기에 처하자 단 1 젠티의 망설임도 없이 마리우스의 손을 있는 힘을 다해 꽈악, 깨물어 주었다. "아아아악!!" 마리우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으나 마룡인 크라비어스에게 있어 신계에 사는 신인 마리우 스의 안부를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뭐, 손이 잘린다고 해도 신이니까...... 뭐하면 그냥 본체 현신해 버리면 되니까. 어줍잖은 변명으로 자신을 정당화시킨 크라비어스는 숨이 막혀 켁켁대고 있는 블러드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걱정해주는 크라비어스에게 돌아온 것은 블러드의 한 마디. -아...안 어울려, 크라비어스. 크라비어스는 눈물을 흘리며 마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다 저놈 때문이다, 라고 중얼거리는 크라비어스의 생각과 마리우스의 생각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이...멍청한 신 답지도 않은 신 녀석!" 그러나 마리우스는 간단한 말로 크라비어스를 침몰시켰다. "애완용 도. 마. 뱀. 주제에...."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도마뱀...........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애완용........... 단순한 글자들의 나열이 크라비어스의 머리 속을 뱅글뱅글 날아다녔다. 작은 날개와 꼬리, 까만 뿔까지 달린 그것들은 크라비어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그것들은 각자 글자들이 쓰인 팻말을 들고 그의 머리 속을 노래부르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팻말에 쓰인 글자들을 총 나열해 보자면...... 애. 완. 용. 도. 마. 뱀. 이었다. "가...감히 나 크라비어스 님에게.........그것도 마.." "퍼억!" 분노에 떨며 말을 잇는 크라비어스를 힘차게 때린 블러드는 크라비어스의 목덜미를 들고 사뿐 사뿐 방으로 들어가서 서랍에 처넣고 열쇠로 잠궈 버렸다. 서랍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서랍을 위해 - 실버 드래곤 본.' 레니스는 계속해서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 옆에 쌓여있는 수십 개의 차 통(차 가루가 담겨져 있는 통)만 아니라면 그 모습은 우아한 신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리고 피오나와 아네스는 여전히 서로 자신의 미학에 대해서 심각하게 토론하고 있었다.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토론이라기보다는 싸움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괜찮을 듯 하다. 그들의 주위에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고, 파도는 모두 전기가 파지지지직 오르는 바람에 전기파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리우스는 자신의 냄비를 찾아 미친 듯이(?) 부엌의 찬장을 뒤지며 울부짖고 있었고, 블러드의 방 서랍에서는 쉴새없이 쾅쾅대는 소리와, "이거 열어!!!" 라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블러드는 그 모습들을 보고 한숨을 푹 푹 내쉬며 성장하면 다 이런가, 라며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댔다. * * * * * * * * * * 벌써 밤의 신인 자르가엔이 옷자락으로 세상을 덮을 시간이 되고도 한참이 지났건만 세상은 아 직도 환했다. 이 괴이한 현상에 중간계에 있는 온갖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몇몇 광신도들은 세상이 멸망한다, 를 외치고 다녔다. 신관들은 마구 신탁을 기다렸으며 교황은 식음을 전폐하며 신의 노여움이 사라지길 기도했다. 이 괴현상이 일어난 까닭은 참으로 어처구니없었다. "마셔, 부어!" "조오오치, 너도 한 잔 마셔! 자르가엔!" -그..그만 마셔~~ 밤이 오는 역할을 해야 하는 신인 자르가엔이 오늘 쉬자!, 라며 모두 때려치고 블러드의 집에서 술이나 처먹고 있으니...... 몽마들은 오늘 먹어야 할 꿈을 먹지 못하였다. 그 때문에 하급 마족인 그들은 거의 대부분이 소멸해 버렸다. 여기는 마계. 마계에서는 중요한 생산 수완인 몽마들이 떼거지로 죽어가자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냐며 소리지르는 마신왕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디아블로오오오!!! *디아블로 어딨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누군가를 불러대고 있었다. 소년은 마구 날뛰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고, 그의 부름에 응답한 붉은 옷의 청년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소년을 상대하고 있었다. -네, 마신왕 *타미카 님. "이게 어찌 된 일이야!! 몽마가 떼죽음을 당했다니!!! 짜증나게끔!! 빨랑 신계에 연락해!! 도대체 밤은 우리가 관리하겠다고 했더니만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쳐 놓고서는 뭐하는 짓이야!!" -드릴 말이 없습니다...... "닥치고, 오딘 나오라고 해!! 오딘!!! 오딘 어딨어!!! 이 망할 녀석아!!!" -저...타미카 님! 진정을...! "닥쳐!!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몽마 살려내라고 해!!! 망할 신계 녀석들!!! 바아알~~!" -네, 마신왕 타미카 님. *바알이라 불린 푸른 옷의 청년이 소년의 앞에 무릎을 꿇자 소년은 괜히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 기 힘들어 소리질렀다. "너.....말끝마다 마신왕, 마신왕! 반항이야!? 앙!? 닥치고 신계 녀석들 나오라고 해!! -지..진정하십시오, 마신왕 타미카 님. "또 마신왕!! 하급 마족인 몽마 하나 살려낼 힘도 없는 마신왕!! 몽마나 살려내!!" 이 일로 몽마들은 대부분 죽어 버리고 마계 식구들은 어두운 심연에서 밤이 오기를 이제나저제 나 기다리고 있었고, 신계에서는 신계대로 이게 어찌된 일이냐며 난리를 치고 있었다. "미카엘!" -네, 오딘 님. 소년의 말에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은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청년은 바득 바득 이를 갈고 있는 자신의 작은 주군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이게 어찌된 일이야!? 너의 태양기운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 아냐?!"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는 언제와 다름없이 달이 뜰 시간이 되자 태양의 기운을 약화시켰습니 다. 그리고 밤을 담당한 자르가엔 님과 달을 담당하신 이스라 님은 신이시지 않습니까? "그럼 이게 무슨 말이야! 라파엘!" -네, 오딘 님. "자네는 이 일을 알고 있어?" -저도 모릅니다. 저는 생명을 담당한 천사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오늘 수정되어 육체를 받아야 할 아이들의 영혼이 육체를 받지 못해 그대로 차원의 틈새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소멸해 버 린 영혼 수가 벌써 300입니다. 저도 열심히 방도하고 있지만...... "*자르가엔과 *이스라는 어디 있어?" -저...그게 어디 있는지.....행방이 묘연해서..... "뭐라고!? 무슨 말이냐!! 가뜩이나 마계에서 지네들이 밤을 관장하겠다고 한 걸 내가 겨우겨우 설득했는데....어떻게 타미카 녀석을 보란 말이야!!! 젠장!!! 자르가엔하고 이스라 찾아!!! 루 시펠!!!" -네에...... "대답이 왜 그모양이야!! 네 기운이 밤하고 적합하니까 빨리 찾아!! 우리엘하고 가브리엘 어디 갔어?!" -우리엘은 취미생활 중이고......가브리엘은 잠을 자는데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젠장, 취미생활이라면 미소년수집이잖아!! 중간계에 나간 거면 이걸 알고 빨리 돌아와야지!!! 뭐 하는 거야!!? 가브리엘 그 녀석은 또 자!!!? 몇 년 째야!!?" -올해로써 약 100년이 되는 듯...... 신들의 비리가 모두 누출되었다. 그 모든 원흉은 이곳에 있었다. 술이 꽤나 들어갔는지 풀어진 눈으로 식탁에 고개를 박고 '블러드, 사랑이 식은 거야?' 라며 술 주정을 해대고 있는 마리우스와 그 옆에 있는 *크리얌의 털로 짠 고급 양탄자 위로 술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술잔을 기울여대며 히죽 히죽 웃어대며 서로의 예술에 대해 심오한 대화를 나누는 아네스와 피오나. 다른 신들은 놀기만 해도 인간들에게 잘도 칭송받는데 난 힘들게 일해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으니 이게 뭐냐며 미친 듯이 술로 그 슬픔을 달래는 불쌍한 자르가엔...... 술잔을 기울이며 라쉬카가 자신의 역할인 달에 마음대로 저주를 거는 바람에 레드 문과 블루 문 구별해서 관리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한숨쉬는 달의 여신 이스라. 그리고 이제는 차 대신 술을 마시며 홀로 고독을 씹고있는 레니스. 부록으로 그 옆에 이리저리 뒹굴어대는 차 통 대신 술병들...... 언제 왔는지 바닥에 놓인 낮은 책상 위에 있는 갖가지 약초들을 보며 이런 진귀한 약초가 마의 숲에 있었다니, 라며 히히히 웃는 마치 사악한 과학자같은 우프레틴. 요리와 음식의 신인 세리나와 그의 애인으로 보이는 나무와 꽃들의 신, *헤이론은 주위의 눈이 보이지도 않는지 - 어차피 다들 술에 취해 있으니... - 서로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며 사랑해, 라는 닭살이 우수수 돋는 대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그들 역시 술김이었다. 둘의 주위에는 술병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으니...... 이들을 더 이상 고귀하고 아름답고 신성한 신들이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아하하......블러드으으~ 왜 안마셔?" -나...난 됐어. "훌쩍, 난 정말 슬퍼어어......블러드가 나에 대한 사랑이 식었나봐아아......" -.....하하하...그럴 리가. 한쪽에서는 심오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조각이란 말이지~ 심오한 거라고......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게 그거야아~ 해도, 해 도오~ 정말 이상해지기만 하잖아.....? 안 그래~?" "조각보다는......문학이야말로 정말 힘들어어~ 스토리가 안 떠오르잖아? 그럼 지인짜~ 스트레 스 받지......그런데도 하는 내가 이상해애......" -피오나, 아네스 그만 마셔..... "이거 놔! 니가 뭔데.....내걸 빼앗아~?" "냐하하, 피오나가 마시겠다는데.....줘버려~~" -아네스, 너도 그만...... "뭐야?! 놔! 이거 내애꺼야앗!" '무...무서워.....'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이들을 보며 블러드는 공포를 느꼈다. 속으로 중얼대며 이들의 술 주정을 받아주는 블러드야말로 진정한 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레니스, 너도 그만 마시지 그래? 블러드는 그나마 얌전하게 마시는 레니스를 보며 말을 걸었다. 레니스는 빨갛게 풀어진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며 잔뜩 혀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주위에는 술병들이 잔뜩 굴러다니고 있었다. "블러드으으~~ 난 말이지.....너무 슬픈 거 있지..? 내 사랑스러우운 다아아알링인 아네스는 피오나랑 노올고 있고 말이야~ 아무도 나랑 놀아주지 않아.....블러드 나랑 놀자아~" -레..레니스? 평소에는 얌전한 사람이 술 취하면 더 무섭다더니...... 레니스가 딱 그 꼴이었다. 더구나 사랑스러우운 다아아알링? 블러드는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섰다. 아무도 자신을 돌아봐 주지 않자 슬퍼진 레니스는 무차별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불쌍한 레니스...... -이..이봐 우프레틴? "히히히, 응? 꼬마냐? 아니 이젠 꼬마가 아니지....성장했으니까~ 그래 성장, 성장이야~ 성장하는 약을 만들어보자~ 히히히..." 풀린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지껄이는 우프레틴...... 그의 모습은 신이 아니라 사이코 과학자였다. -자르가엔.....너 일 안해? 일 소리가 나오자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지르는 그. "닥쳐!! 일 소리만 들어도 진저리가 나!! 왜 난 맨날 일, 일, 일!! 오딘 님은 마계에서 일 빼앗아 왔으면 자기가 할 것이지 왜 나한테 시키는 거야!!?" -그래, 그래. 일 하지마. 너 놀아. 블러드는 그를 가만 내비두고 이스라에게 다가갔다. 아주 조심스럽게 이스라에게 말을 거는 블러드의 모습에는 피곤이 많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저...이스라? "히끅, 블러드으으~~ 라쉬카가....훌쩍...지 맘대로 두 개의 달 중에 한 개에 저주를 걸어서......히끅, 레드 문이 되어서......관리하기가 너무 힘들어.....히끅, 히끅....훌쩍...크으응.....그러면서 라쉬카는...훌쩍, 내가 잘못한 거래...블러드, 정말 내가 잘못한 거야? 어어엉.....나 죽고 싶어~" -이스라, 뚝! 그쳐. 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블러드는 코까지 훌쩍대며 울고 있는 그녀를 아기 달래듯 달래주고 주춤 주춤 물러서 나머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정열적으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커플...... 블러드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제..젠장............ 한숨을 쉬었지만.....성장이란 이런 것. 저 멀리 다른 차원에 대한 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대학이라는 최고의 교육기관에 입학하면 선배들에 의하여 술을 마시고 미치게 되지 않는가. 그렇다. 성장이란 이런 것이다. -이봐, 크라비어스. "쯧쯧, 힘들지?" 크라비어스는 안타깝다는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자신으로써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런 초미니 사이즈로는 나가서 블러드를 도우려고 해도 밖에서 주정 부리는 저 망나니 신들에게 맞아 죽기밖에 더하겠나.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이구나. 성장이란 이런 것이니......평소에 네가 너무 대인관계가 좋아서 그래. 아는 놈들이 별로 없었다면 이러지도 않았을 거 아니야?" 블러드와 크라비어스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블러드는 또 누구냐, 라며 한숨을 푹 쉬고는 터덜 터덜 문으로 걸어나갔다. -누구세요? 문을 열자 아직도 환한 밖에는 루시펠과 라파엘, 미카엘이 서있었다. 라파엘은 빙긋 빙긋 웃고있었고, 미카엘은 젠장, 해대며 투덜투덜. 루시펠은 한숨을 푹 푹 내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자, 들어오세요. 블러드는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셋을 흘끗 바라보더니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런 그의 힘없는 모습을 본 셋은 의아해하면서도 블러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놀러왔지? 자 여기서 맘껏 놀아......난 피곤해서 이만..... 말을 듣기도 전에 놀러온 것으로 착각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블러드. 블러드의 방에서는 또 어떤 녀석이야, 라고 묻는 크라비어스의 목소리와 이제 나도 몰라 크하하하, 라며 무심하게 웃어대는 블러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셋은 거실의 풍경을 돌아보고는 충격 받았다. 거실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이리저리 빈 술병들이 굴러다니고 신들은 주정을 부리며 뒹굴거리고 있었다. 그 때, 셋을 본 우프레틴이 말했다. "어? 왔네? 크햐햐햐, 너희도 실컷 놀아라~ 아, 내가 만든 약 좀 실험해 봐도 될까? 특제 약인 데....크하하하~ 그래...실험이야, 실험!" 중얼대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우프레틴을 보고 셋은 경악하며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섰다. 우프레틴은 비틀대며 다가오다가 술에 취해서인지 픽 쓰러졌다. 마지막 순간까지 실험을 외치며...... "어머나아아.........세라핌들이네에......블러드 녀석 상당히 대인관계가 좋은가봐아~ 세라핌 이 세 명이나 왔네에? 천사 한 명이 성장한 것 치고는 엄청나아아.....오호호호~" "피오나아아.....너무 마셨네? 니가 둘로 보여어......냐하하하하~" -블러드가......성장했어? 루시펠의 질문을 무시하고 둘은 혀꼬부라진 소리로 뭐라 말하더니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레니스가 혼자서 쓸쓸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는 닭살 커플. 옆으로 쭈-욱 가보자 블러드 사랑이 식은 거야?, 를 외치며 탁자에 고개를 박고 중얼중얼대는 마리우스가 있었다. 이런 신들의 모습에 경악하면서도 세라핌들은 꿋꿋히 대화를 나누었다. 신들의 엽기적인 이중성을 대충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세라핌이 아니라 다른 계급의 천사였다면 그 즉시 쇼크로 쓰러졌겠지만...... -자르가엔 님이다! -어, 어디? -저기...이스라 님하고 같이 계셔! -저..정말이네... 자르가엔과 이스라는 둘이 마주앉아서 술을 마시며 자신의 인생은 왜이리 불행하냐며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일~ 또 일~ 도대체 내 인생은 언제나 되야 펴질까? 이스라, 안 그래?" "헤에엥? 나는 더 심해애애......왜!! 라쉬카는 내 관할에 마음대로 저주를 거냐고오오!!! 정말 짜증나게끔!!" "우리는 너무 불행하지 않아?" "맞아...자르가엔.....끄윽.....흑...훌쩍, 훌쩍, 너무 불행해...." <단어 설명!! 그 일곱 번째!!!> *타미카(Tamika): 마계 서열 제 1위의 마신이자 마신왕. 마계를 다스리는 통치자이자 노여움과 슬픔의 군주이기도 하다. *디아블로(Diablo): 마계 서열 제 2위의 마신. 마족과 마신은 엄연히 다른 존재로 마족을 신족 에 비유한다면 마신은 신계의 신들에 비유된다. 마신은 서열 1위부터 10위까지 총 10명으로 이 루어져 있다. 증오와 파괴의 군주. *바알(스펠링 까먹음...;;;): 마계 서열 제 4위의 마신. 절망과 고통의 군주. *자르가엔(Jjargaen): 밤을 담당한 신계의 신. 신계의 신답지 않게 심연의 기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밤을 관장하게 되었다. 밤에 그가 하는 일은 모두 정당방위가 되고 밤에 그는 무적이라 고 할 수 있는 몸이 된다.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을 지닌 미청년. *이스라(Isra): 중간계에 뜨는 두 개의 달, 레드 문과 블루 문을 담당한 여신. 피의 여신인 라 쉬카가 그녀의 관할인 달 중 한 개에 피의 저주를 걸었기에 라쉬카와 무척이나 사이가 나쁘다. 그녀의 청초한 아름다움에 사람들은 그녀를 미의 여신이라 부르며 찬양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의 여신은 따로 있다: 후에 언급됨.) *헤이론(Halon): 자연 중 나무와 꽃의 신. 평화와 가정을 사랑하는 그는 자연의 있는 그대로인 아름다움을 좋아하기에 숲의 요정이라 불리우는 엘프들의 신이기도 하다. (실제로 엘프의 창조신은 따로 있다: 후에 언급됨.) *크리얌(Criyam): 라마와 비슷한 대형 초식동물. 그들의 부드러운 털은 양탄자나 옷을 만드는데사용된다. 평소에는 무척 순하나 새끼를 가지고 있는 암컷은 와이번도 잘 건드리지 않을 정도로 난폭하다. 털 색은 가지가지로 보통 에메랄드 그린이 제일 많다. 암컷의 크기는 약 2.5 ~ 3.5 라인, 수컷은 3.0 ~4.0 라인 정도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큰 것은 5.0 라인까지도 있다고 하는 엄청난 크기의 대형 초식동물이다. <6장-존재하는 이유>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후후후......] 난 내 눈앞의 이 인간이 아닌 '존재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당했다.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존재가 '존재하는 이유'를 잊어버린 불쌍한 존재였다. 너무도 긴 삶으로 인하여......... 자신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존재하고 있지 않은지조차 망각해 버린 불쌍한 존재. [그런 것은 없다. 난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 뿐. 존재해야 할 이유 따윈 있지 않네.]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망각한 불쌍한 존재.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망각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것을 자신이 깨달은 순간, 그의 존재는 사라진다.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릇되고 부정한 카르마로 인해, 그의 존재는 사라졌다. [아......나의 존재가 사라지는군. 인간, 즐거운 대화였네. 깨닫게 해주어서 고맙군, 수 만년을 살아온 나보다 이제 겨우 백 년을 산 네가 훨씬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구먼.] 당당했고, 아름다웠던, 불사의 존재. '피닉스'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사라졌다. -라인더스의 '자서전' 중 '존재하는 것' 에서 발췌.- -결국 자르가엔 님은 근신형, 이스라 님은 당분간 봉인. 빈자리인 밤과 달 중에서 밤은 내가, 달은 미카엘이 맡게 되었다. 라파엘은 이번 일로, 상급자에게 책임을 물어 아직 운명도 다하지 않았는데 처형된 중간계의 수많은 신관들의 운명을 조절하느라 바쁘고......태어나지 못하고 소멸한 어린 영혼들의 처리도 급했기 때문에... -.......나 때문에...... -이건 네 잘못이 아니니 안심해. 아무도 너에게 탓하지 않아. -하지만...... 블러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다 자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아직 죽을 때도 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신을 부르며 억울하게 죽어갔고...... 태어나지도 못한 채, 세상을 보지도 못한 채, 왜 이렇게 끝나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죽어간 아이들. 모두 자신이 '성장'을 겪는 바람에...... 하나의 평범한 천사에 불과한 자신이 '성장' 하는데 그렇게 많은 신들이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것이었다. 애초에 잘못되었던 거다. 그들은 위대하고 고귀하신 '신' 이지 않는가. -미안.....미안..........다 내가 잘못한 거야. 자신을 자책하며 눈물을 떨구는 블러드를 본 루시펠은 속에서 꾸물꾸물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 힘들었다. 천사의 최고위라 불리는 세라핌인 자신조차 그들이 무엇을 하고자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없는데...... 하물며 도미니온즈인 블러드로서야......그들의 행동을 저지할 수 없음이 뻔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왜, 왜!!! 잘못한 것이 없는 그가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고, 눈물을 떨구어야 하는가!! 신들의 잘못으로, 신들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간 사람들 때문에 신도 아닌 블러드가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가!! 그리고, 그들이 한 잘못을 왜, 어째서 우리들이 처리해야 하는 거지!!!? 어차피 우리는 그들의 장. 난. 감. 일 뿐인데...... 재미있게 가지고 놀다가 싫증나면, 망가지면, 부서지면, 버려지는 우리 '장난감' 루시펠은 어렵게 입을 뗐다. -왜......네가 사과하는 거지? -...루시펠? 분노가 느껴지는 그의 말에 블러드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블러드의 눈에 비친 루시펠은 순수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단지 그 무언가가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밖에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네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왜 사과하는 거지? 그것도 나에게! 신들 때문에, 신들의 잘못으로, 끝까지 신들의 이름을 부르며 죽어간 그들에게 왜 신도 아닌 네가 미안해해야 하고,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거지!? 넌 단지 '성장' 한 것 밖에 없지 않는가? '성장' 이란 천사들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요소인데, 그 '성장'을 한 것이 죄가 되지는 않는다. -나..난 단지... 블러드는 어물쩡거리며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루시펠의 눈을 쳐다보고는 그것조차 할 수 없었 다. 루시펠의 눈은 상처입고 순수하게 분노하고 있는 한 마리의 야수, 그것이었다. 왜 자신이 상처를 입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길로...분노하고 있는 한 마리의 야수. 루시펠의 말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태까지 참고 있었던 것을 다 말해버린다는 듯이 그의 말은 마치 속사포같이 쏟아져 나왔다. -왜 우리가 그들의 잘못까지 신경 써서 그 뒤처리까지 완벽하게 해야 하는 거지?! 어차피 우리 는 위대하신 그들의 하찮은 장. 난. 감. 일 뿐인데!! 자신의 '장난감'에게 그런 것을 시키는 주인도 있나? 장. 난. 감. 그럼 그들이 여태까지 나에게 보여준 행동들이 단지 장난감과 재미있게 노는 주인의 그것이란 말인가. 그럴 리가 없잖아!!! 블러드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말은 잔뜩 떨려나오고 있었다. -장난..감...이라니....말이 너무 심하잖아.... 루시펠은 더 이상 화를 참기 힘들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현관으로 나가며 블러드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블러드, 그들은 '신' 이야. 우리들의 위대하신 창조주.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장난감' 정도의 존재밖에 될 수 없지. 사실이 그런 걸. 그들은 우리들의 위대하고 성스럽고 고귀하신 '창조주' 우리들은 그들의 미천하고 허약하며 조그마한 '피조물' '신' 과 '신족' 에게 그 이상의 관계는 없어. 그건...마족들도 마찬가지이지. 넌 너무 어려, 블러드. 루시펠은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고 나가 버렸다. 방안에는 블러드만이 혼자 남아 자신의 '존재' 에 대해......그리고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에 대해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 * * * * * * * * -마리우스 님, 블러드를 건들지 말아 주십시오. 그는...아직 너무 어립니다. "흐응, 어쩌나, 난 그 애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 버렸는걸." -그는 어리고, 순수합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어. 난 '망가진 장난감'에는 취미가 없거든. 그 애는 아직 '망가지지' 않았 어. 아직은......" -......... 루시펠은 아무 말 없이 무서운 눈빛으로 마리우스를 쏘아볼 뿐이었다. 마리우스는 언제나처럼 빙글빙글 웃으며 그런 루시펠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던 둘의 침묵은 루시펠이 돌아서서 가 버림으로써 깨졌다. 루시펠은 가기 전에 한 마디를 남겼다. -그는......'완전'하지 않죠. '불완전'합니다. 그대들의 실패작입니다. 루시펠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리우스는 여느 때 같이 블러드의 집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갔다. "블러드으으~~" 집 안으로 들어선 마리우스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바닥에 주저앉아서 울고 있는 블러드의 모습이었다. 그는 마치 다리가 없는 사람처럼 풀린 다리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고, 멍하니 풀린 두 눈동자에서는 쉴새없이 투명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블러드?" 무표정하게......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아무런 고통이나, 절망, 분노가 담겨있지 않은 무표정. 분명히 루시펠에게 무슨 말을 들었을 텐데...... 그런 블러드의 무표정한 얼굴에서는 맑고 투명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고개가 살짝 돌아가는 듯 싶더니 어느새 그의 얼굴은 마리우스를 향하고 있었다. 블러드는 눈물을 흘리던 그대로 마리우스를 쳐다보았다. "마리우스...님?" "맙소사, 블러드? 방금 말한 거야? 근데 님이라니, 무슨 헛소리야?" 블러드는 잠시 고개를 저었다. 마리우슨느 그런 그의 모습에 잠시 움찔 했다. 평소의 블러드가 아니야, 저건.......틀려! "창조주께......어떻게 피조물이............그냥 이름을 마구 부를 수 있겠어요?" 블러드의 말에 마리우스는 당황했다. 루시펠이 한 말이......저거였나? 하지만......나에게 저런 말투로 말하는 그라니! "어쩌자고....이런...누추한......곳에......" 블러드는 비틀대는 발걸음으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기운이 없었는지 다시 털썩 주저앉았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내가...존재하는 이유는 뭐지? 장난감으로...? 그거밖에 없는 거야?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니, 내가 '존재' 하고 있기는 한 거야? 이 세상은 '존재' 하는 거야? 나의 원래 세상은 꿈으로써 '존재' 하는 거야? 그럼 그 곳에 나는 '존재' 하지 않는 거일 수도 있잖아? 단순히 환상 속의 존재가 나일 수도 있잖아?! "블러드, 블러드! 눈을 떠!" 마리우스는 창백한 얼굴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원래부터 약간 하얀 얼굴이긴 했지만, 이건 좀 다르다. 마치 '투명해지는' 것 같지 않는가. 사라질 것 같다니! 분명히 여기 있는데, 어떻게?! "마리우스...님........." "그래, 블러드!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이 느껴졌다. 아니야, 나를 바라보는 거야? 내가 아니라...단순히 나의 뒤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아니, 아니! 내가 있지도 않는데 '나의' 뒤라니...... 단순히 이쪽을 바라보는 게 아니야? 이쪽도 아니지......'이쪽'이란 '내'가 있는 쪽. 난 있지 않아. "블러드!!!" 내가 보이나요? 당신의 눈 속에 나는 '존재' 하나요? 단지 환상으로써가 아닌 실제로 '존재' 하고 있나요? "젠장." 마리우스는 블러드를 안아 들었다. 왜 이렇게 된 건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아이를 이대로 두면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마리우스는 판단이 내려지자 그를 안고는 이동해갔다. "dlehd(이동)" 눈부시게 푸른빛이 둘을 감쌌고, 둘의 몸은 공간 속으로 녹아들듯이 스며들었다. 둘의 존재가 이곳에서 사라지고 난 뒤, 블러드의 방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공기가 떤다. 바람도 떤다. 빛이 떤다. 실체가 없는 것들이 떨고 있다. 나무가 떤다. 잡초도 떤다. 흙이 떤다. 실체가 있는 것들이 떨고 있다. 그의 분노를 두려워하며 떨고 있다. 위대한 존재, 아름다운 존재, 완벽한 존재, 뛰어난 존재, 강한 존재. 그러나... 미치도록 무섭고 두려운 존재. 마룡, 크라비어스는 조용히 벽 모서리를 움켜잡았다. 푸스스,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내린다. 실체가 있건 없건, 모두 그의 분노를 두려워하며 숨죽인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것은 분노. 그것은 절망. '나와 그' 의외의 모든 존재를 부수고 싶은 분노. '나만'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절망. 그것은 조용하게............그러나 격렬하게. 끓어오른다. 그는 분노한다. 그는 절망한다. 아주 천천히......... * * * * * * * * * * 마의 숲의 중심. 거대한 우주수(宇宙樹), *이그드라실(Yggdrasill)이 있는 곳. 여덟 개의 거대한 가지로 하나씩, 차원을 떠받치고 당당히 서 있는 신성하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나무. 나무 앞에 웬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뭐라 중얼거렸다. 자세히 보니 그의 품안에는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이 안겨있었다. 나무 앞에서 조용히 서 있던 사람, 마리우스는 자기 품에 안겨있는 블러드를 살며시 밑으로 내려놓고 그 앞에 꿇어앉았다. 바람이 불어 눈부시게 푸른 머리카락이 날렸다. 그러자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던 그의 흰 피부가 드러났다. "제발......" 무엇을 하는 지는 몰라도 무척 위험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이 곳은 마의 숲. 그 숲 한 가운데에 신계의 신이 들어온다는 것은 별로 안전한 일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은 확실했다. 블러드는 분명 눈을 뜨고는 있었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다. 자신의 존재성을 상실한 존재는 이 세상에 존재 할 수 없다. 무표정한 얼굴, 점점 투명해지고 있는 몸. 손끝부터 작은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져간다. "안 돼......"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는 입술을 깨물며 마리우스는 중얼거렸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이그드라실은 블러드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블러드는 사라져 버릴 것이 틀림없다. 너무 오래 산 나머지, 자신의 존재성을 상실하고 사라져간 신들을 많이 보아 온 그였다. 헌데...... 얼마 살지도 않은 이 꼬마가...... 무엇 때문에.....? 나 때문이야? 그래서 이렇게 되어 버린 거야, 블러드? 미안............ 미안해............... 나 때문이구나, 그래서 네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거구나. 뺨을 타고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투명하고, 깨끗한 그것은 뺨에서 또르르 굴러 블러드의 얼굴로 떨어진다. "미안해." 그 순간, 나무가 움직였다. 나뭇가지들은 눈을 뜬 채로 누워있는 블러드의 몸을 조심스럽게 감쌌다. 순식간에 블러드의 몸은 나뭇가지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마리우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돌아섰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이그드라실이 너를 받아들여서 정말 다행이야. 그 때,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가 마리우스의 몸을 강타했다. 붉은 빛으로 이루어진 마력의 결정체. 오직 마력만으로 이루어진, 마법의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마력. "커억?!" 가까스로 신력을 운용해 그것을 막아낸 마리우스는 마력탄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고는 경악했 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을 주체못하고 공중에서 흩날리는 붉은 머리카락,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강대한 붉은 마력. 저 모습은...... 마리우스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또다시 마력탄이 날아왔다. "퍼어엉!" 마력탄은 마리우스가 주위에 둘러싼 신력과 맞부딪쳐 큰 소리를 내며 터져 버렸다.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못했지만, 마리우스는 자신이 운용한 신력이 쉽게 해체되어 버린 것을 보고는 상당히 강한 상대의 힘에 놀랐다. 마법이 가미되지 않은 마력만으로도 이런 힘을 내다니....도대체! "너...! 언제 부활한 거지?! 마룡, 크라비어스!!" "내놔." 또다시 날아온 마력탄을 급히 쳐내며 마리우스는 다시 물었다. "뭘 내놓으라는 거야?!" "닥쳐, 닥쳐, 닥쳐!!! 내놔!!!!" 마리우스는 당황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도대체 뭘 내놓으라는 건지...... 하지만 상대는 그것 때문에 미친 듯이 날뛰고 있고...... 혹시라도 이그드라실에 피해가 가게 되면 블러드에게도 똑같이 충격이 전해진다. 물론 웬만한 마력으로는 이그드라실에게 피해조차 주지 못하겠지만. "...좋아, 안 내놓을 거라면......부셔주지." 방금 전까지완 비교도 안 되는 마력이 그의 몸 주위로 날렸다. "<<나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대 불의 정령들이여, 그대들의 힘을 이 곳에 드러내..." "미쳤어!!!" 마리우스는 급히 실드로 이그드라실을 둘러쌌다. "<<나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대 강철의 정령들이여, 그대들의 권능으로 나의 앞에 무엇보다 단 단한 강철의 장벽을 만들어라, 실드!>>" "...누구보다 강한 그대들의 권능을 사용해 그 타오르는 불의 지옥을 이곳에 보여주거라, 헬 파이어.>>" 곧이어 크라비어스의 앞으로 거대한 화염구가 떠올랐다. 시퍼런 불길을 이글이글대는 그 화염구는 이그드라실을 향해 곧장 날아가서는 마리우스가 형성해 놓은 실드와 충돌했다. "콰앙-!!!" 그 충격으로 이그드라실의 잔가지들이 잠시 흔들거렸으나, 직접적인 충격은 있지 않은 듯 했다. 안심한 마리우스는 어느 새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크라비어스의 몸에 경악했다. "푸욱-!!" "허억..." 마리우스의 몸은 크라비어스가 생성한 마나 소드에 관통당했다. 크라비어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쑤욱 뽑아냈다. 검을 뽑아낸 자리에서는 새빨간 피가 줄줄 흘렀다. 새빨간 피를 뿜어내며 마리우스는 생각했다. 용들은......육체적 능력도 뛰어났지...? 절대로......따라잡을 수 없는 그들만의 속도와 힘. "하하...과연 용이야. 그것도 마룡. <<나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대 치유의 정령들이여..." 크라비어스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피를 뿜어내며 웃고 있는 마리우스를 바라보았다. 붉은 색이나......빛을 뿜어내는 신들의 피. 일명 광혈(光血)이라고도 불리는, 그들의 피. 그는 마리우스가 흘린 피를 바라보며 블러드 같다, 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크라비어스가 갑자기 피식 웃자, 마리우스는 의아해하면서도 자신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대들의 권능으로 나의 부정한 상처를 치료하여라. 힐링.>>" 순식간에 그 크던 상처는 빛을 내며 사라졌다. 상처 치료가 끝난 듯 하자 크라비어스는 마리우스를 보며 말을 내뱉었다. "끝났나? 그럼 시작하지." 자신감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마리우스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마리우스의 눈은 차가운 얼음을 보는 듯 냉혹해졌다. 평소와는 다른 그의 모습. 진정한 전쟁의 신, 마리우스의 냉혹한 모습. 전장에서 피에 젖은 푸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생명을 남김없이 전멸시키는 잔혹한 전쟁의 신. 그런 그의 모습을 보던 크라비어스는 싸늘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 모습이 진짜인가 보군. 블러드에게 보여주던 모습은 가면이었나?" 크라비어스의 말에 마리우스는 갑자기 블러드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를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대답했다. "아니, 그와 있을 때는 그 모습이 진짜야. 그런데..." 마리우스는 어느 새 소환된 자신의 검, *크랙시온을 들어 크라비어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전장에서의 잔혹한 전쟁의 신의 모습 그대로였다. "네가 블러드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가 그를 알던 말던 네가 무슨 상관인가?"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서로의 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파앙!!"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검끼리 부딪치고, 다시 떨어져 나갔다. 마리우스의 검에는 반투명한 흰색의 빛이 둘러싸여 있었고, 크라비어스의 마나 소드는 그 자체로 붉었다. 핏빛으로...... "왜 나에게 이러는 것이지?!" "닥쳐!!" "파강!!" 다시 한 번의 금속성과 함께 빛이 작렬했다. 크라비어스는 뒤로 멀찍이 밀려나서는 입으로 피를 내뱉고는 소리질렀다. "<<파이어 볼!>>" 화르르륵, 타오르는 불길이 마리우스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러나 그 화구는 마리우스가 휘두르는 검에 맞고 허무하게 꺼져 버렸고, 그 틈을 타서 크라비어스가 다시 마리우스에게 검을 휘둘렀다. "슈욱!" 마리우스는 재빠르게 그의 검을 피해냈고, 목표물을 잃은 검은 허공을 갈랐다. 재빠른 그의 검을 피해낸 마리우스는 손으로 무슨 문양을 만들며 뒤로 물러났다. 빛을 내는 그의 손은 천천히 움직여 공중에 화려한 문양을 만들어냈다. "<<暴發>>" "젠장..!!" "콰아앙!!" 너무 빠른 공격에 마력만을 운용하여 그 공격을 막아낸 크라비어스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것은 너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야." 크라비어스의 손도 문양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뜻하는 바를 아는 마리우스는 재빨리 그를 막으 려 했지만 워낙에 육체적 능력이 뛰어난 용족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문양이 완성되자 크라비어스는 씨익 웃으며 외쳤다. "<<龍之忿怒!!>>" 눈부신 붉은 빛이 용의 모양을 형성해 마리우스를 덮쳐갔다. 마리우스는 있는 신력을 모조리 방어막을 형성하는 데에 쏟아 부었다. '그래도 막을 수 있을까? 너무 강해!' 마리우스가 형성한 방어막과 크라비어스의 마법이 서로 부딪치려는 찰라, 갑자기 용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순간 마리우스의 방어막도 깨져 버렸다. 아니, 깨졌다고 말하기보다는 사라졌다. 조그만 신력도 남기지 않고 깨끗이...... 마리우스와 크라비어스는 둘 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잠시 멍해 있었다. 다 잡은 마리우스를 놓쳤다는 사실을 알아챈 크라비어스는 분한 표정으로 소리질렀다. 운도 좋은 녀석 같으니라고!! "뭐야!!? 누구야!!?" 마리우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어. 설마 있다해도.........어떻게 그 힘을 막아? 절대적 존재가 아닌 이상은...... 둘이 열심히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을 때 이그드라실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둘의 바로 앞에서 멈춰, 천천히 사람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단어 설명!! 그 여덟번째!!!> *이그드라실(Yggdrasill): 차원을 받치는 거대한 나무. 여덟 개의 가지로 각각 차원을 떠받치고 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나무. 원래는 좀 다르나, 세계관에 적용시키기 위해서 좀 변형시켰다. *크랙시온(Cracksion): 전쟁의 신 마리우스의 애검. 자아가 있는 검이라는 말도 있지만, 미지수. 그 빛의 덩어리는 차츰 차츰 뭉치더니 잠시 뒤, 하늘하늘한 연두색 머리카락에 초록 눈동자를 가진 완전한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고, 그 모습을 본 둘은 거의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신계의 신 마리우스가 이그드라실을 뵙습니다." "용왕계의 마룡 크라비어스가 이그드라실을 뵙습니다." 이그드라실. 전 차원을 떠받치는 자. 카오스의 명으로 차원을 지탱하고......유지하는 자. 차원의 '존재하는 확률'을 쉴새없이 변화시켜 차원을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자. 그리고 강하고.....위대한 자. 이그드라실은 둘의 모습을 잠시 훑어보더니 나직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는 비록 크지 않고, 아름답고 고운 미성의 목소리였으나 거역할 수 없는 강한 존재의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나를.....공격한...자는.......누구냐...] 그의 말에 둘은 동시에 서로를 가리키며 소리질렀다. "마룡 녀석이요!!" "아니, 저 녀석이에요!!" [............] 이그드라실은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다시 한 번 천천히 입을 열었 다. 그런 그의 이마에는 커다란 땀방울이 한 개 달려있었다. [다시...한...번......묻겠다...나를.....공격한...자는......누구냐...] 둘은 이번에도 서로를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이미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쟤라니까요!!" "무슨 헛소리야! 너잖아?!" 이그드라실은 둘의 모습을 천천히 바라보다가 씨익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재미있는 것이라도 찾은 모양인지 장난기가 살짝 담겨있는 목소리였다. [둘..다.....나를.....공격한...자............법칙에 따라......처벌하겠다...] 그 말에 둘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다시 소리쳤다. "사실대로 이실직고해, 크라비어스!! 너잖아!?" "헛소리하지마!! 네가 한 주제에!!" "내가 언제!!!" "그럼 내가 했어?!!" "그래!! 네가 했다!!" "흥, 웃기지 마셔!!" 둘의 필사적인 말싸움은 이그드라실의 양손에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강력한 마나 덩어리 때문에 중지되었다. 그 마나(Mana)는 초록빛을 띄고 마치 불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성지에서....싸우는......자....내가....용서하지......못한다...] "하하, 크라비어스. 우리가 언제 싸웠더라?" "이그드라실이여, 우리는 단지 놀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렇지 마리우스?" "그래. 우리는 단지 장난을......" "맞습니다, 우리는 장난을 쳤을 뿐인데..." [장난으로...나의몸을.....공격했단....말인가...간덩이가....부었군......더욱...더.....용서 할 수...없는.....자들이다......] 점점 악화되기만 하는 상황으로 둘의 안색은 창백하다못해 푸르게 변해버렸다. 물론 그 장본인은 즐기고 있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전 차원을 떠받치고 있는 이 이그드라실은 각 차원의 주신들과 동등한 지위를 지니고 있었고, 그들과 대등한, 아니 이길 수 있을 정도의 힘과 지혜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덤벼서 둘이 이길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 [법칙에....따라.....처벌하겠다.....] 그 말과 함께 그의 손에서 타고 있던 마나 덩어리는 요란한 파공음과 함께 둘을 향해 날아들었 다. 저건 피할 수도 없다. 너무 빠르고.......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쿠콰콰콰콰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근처가 폭발했고, 둘은 아슬아슬하게 있는 신력과 마력을 모조리 쏟아 부어 바리어를 치고 겨우 그 마나를 막을 수 있었다. "마..맙소사......마나...만으로 이런 파괴력을 내다니...." "미친...녀석...지금.....그런 말...할 때가 아니야." [다시....한 번..........간다...] 곧이어 이그드라실의 손에는 수인이 맺혔다. 수인은 무섭게 초록빛을 내며 그의 두 손위에 화려하게 떠 있었다. "맙소사....이번 것은 더 강해!" "못 막아!! 내 마력은 바닥났다고!!" "나도 마찬가지야!!" 둘은 울상이 되어서 소리질렀다. 지금 남아있는 마력과 신력을 최대한으로 운용한다고 해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마나만이 아니라 수인인데... 막 수인이 완성되려는 참에, 크라비어스가 앞으로 나서더니 소리쳤다. "이그드라실이여, 저희의 잘못을 인정합니다!! 저희는 단지 천사 하나를 구하려고 당신께 상처 를 입혔으니 너그럽게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크라비어스는 솔직하게 사실을 말했다. 어차피 싸워서 이길 수 없을 존재일 때에는...... 게다가 그렇게 강한 존재는 사실대로 말하면 대부분 이해해 주니까. [천사...? 신계의 천사 말인가....] "그렇습니다." 이그드라실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상하다는 목소리로 크라비어스에게 물었다. [어째서 신계의 천사를 마룡인 네가 구하려고 하는 거지?] "그는......" 그의 물음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이그드라실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데다가, 마리우스마저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기에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저에게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호오......소중한......것이라.....천사가?] 이그드라실은 흥미있다는 표정으로 크라비어스를 직시했다. 솔직히 이런 일은 드물었다. 마룡이 천사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이그드라실을 공격하다니, 그것도 멀쩡한 정신으로, 분명히 이기기 힘든 전쟁의 신과 싸워가면서까지. 그렇다면 한 개밖에 없지. [그대의......마스터인가?] 마스터라고 해도......천사가 마룡의 마스터가 되다니......신룡이라면 몰라도. 마룡은 마족을 마스터로 삼는다. 신룡은 신족을 마스터로 삼는다. 이것은 정해진 규율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을, 그 기나긴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일종의 법칙처럼 성립되어 있었다. 가끔......아주 가끔 그 법칙을 무시한....엉뚱한 녀석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그렇습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지.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어떻게..?] 마리우스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크라비어스를 쳐다보았다. 설마 했는데......... 블러드가 크라비어스의 봉인을 푼 건가? "저의......봉인을 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단지......그것 때문에?......그대는 마룡이니......봉인을...푼 자가.........마족이 아니 라.....신족이라면....그냥.......적당히 보답하고.....가 버려도....정당방위가 아닌가?..... 더구나 그것이...도미니온즈일....경우에는......말할 것도..없지...않은가?] 맞는 말이다. 자신이 블러드의 곁을 떠나버려도 전혀 문제될 일이 없었다. 대충 보답하고 자신의 차원으로 떠나 버리면 그만인데...... "하지만 정말 그와는 이 이상의 관계가 없는..." 이그드라실은 크라비어스의 말을 도중에서 끊어버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난......그와의....관계를...묻는...것이..아니다.] 이그드라실의 앞으로 빛이 뭉쳐서 블러드의 모습을 이루었다. 블러드의 모습은 이미 절반 이상이 투명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눈이 있어도...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듣지 못하는......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존재. "블러드!!" [이....작은...천사가....그대에게...소중한...존재인가를..묻는....것이다.....] 나에게.....블러드가...소중한 존재였던가? 나에게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이렇게 이그드라실을 공격할 정도로...컸던 건가? 그런....건가? [이..천사를...구하기 위해.....전쟁의 신은......눈물을 흘렸다......그가 창조된 후...두 번 째로....흘린 눈물이었기에.........난...그의 마음을......인정해......이 천사를....나 의.....자의식 안으로....받아들였다....그대의..마음은....어떤가?] 아아, 그런 것이었구나. 이제야 내 마음을 알겠어. "그 천사는...저에게 있어......" 저 녀석은 행운아야. 나같은 분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으니 말이야.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왜인지는 몰라도, 저 녀석에게는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어. 그 대상이 나같은 마룡이라도 말이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 "그런 존재입니다." ------------------------------------------------------------------------------- 후냐냐~ 하루리 돌아왔슴다!!!! 냐냐냐^^ 지금은 할머니 댁. 내일 코믹 때문에 왔죠. 내일 아침에 코믹 간다!! 냐하하하^^ 판츠 분들 볼 수 있겠지. 아아, 좋아라!! 부비부비^^ 하루리는 그럼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허저비 작가 하루리 번 호 : 16205 / 16310 등록일 : 2001년 01월 28일 23:54 등록자 : S870706 조 회 : 61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6장-존재하는 이유>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스물 네 번째 이야기... * * * * * * * * * *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공간. 어둠과는 다른 무. 유채색도, 무채색도 아닌 것. 물질화도, 형상화도 아닌 것.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 오직 무의 공간. '아무 것도 없다...나조차도.........' <<들리는가? 나의 소리가 들리는가?>> '들리지 않아. 몰라, 나는 아무 것도 몰라.' 블러드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했다. 들리지 않는다. 난 아무 것도 모른다. 아무 것도. <<보이는가? 나의 모습이 보이는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 것도 없어.' <<너는 무엇인가? 너의 가치는 무엇인가?>> '몰라...내가 누군지, 나의 가치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보던 블러드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사람으로써의 인생, 천사로써의 인생. 어느 것이 진짜 나인가?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 어느 것이 나의 진짜 가치인가? <<그렇다면 너는 너를 부정하는가?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가?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가?>> '몰라...몰라......날 가만 내버려 둬. 난 아무 것도 몰라.' 블러드는 슬슬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가라앉혔다. 누군지는 몰라도 가만히 잘 자고 있던 나를 왜 깨우는 거지? 난 아무 것도 몰라, 그러니 날 가만 내버려 둬. <<네가 보았던 모든 것들과, 믿었던 모든 것들은 존재하는가? 너를 보았던 모든 것들과, 믿었던 모든 것들은 존재하는가?>> '아무 것도 아니야, 그것들은 꿈이야. 아무 것도 아니야...난 몰라.' 꿈일 뿐이다. 그래, 자신이 보았던 것, 믿었던 것. 모두 꿈일 뿐이다. 한 순간의 꿈일 뿐이다.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중얼거리는 블러드에게 다시 한 번 그 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를 믿는가? 너의 선택과 의지를 믿는가?>> '나 자신은 없어....나의 선택과 의지란 것은 없어.' 모든 것이 자신의 의지로 되지 않았다. 자신이 이상한 능력, 일명 초능력이라고도 하는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 었다. 언젠가부터 사용할 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던 능력. 학교에서 공부를 해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한 것도 부모님의 의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날 미워할 테니까. 여태껏 살아오면서 자신의 의지라고 믿었던 것은 죽었던 것.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내 의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의 선택과 의지 따위는 없어, 애초부터 그런 것은 없었어. <<너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믿는가? 그들의 선택과 의지를 믿는가?>> '나를......믿어주는 사람?' <<그들의 선택과 의지를 믿는가? 그들을 따를 수 있는가?>> 블러드는 순식간에 자신의 머릿속으로 떠오른 사람의 영상을 지워 버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쓸쓸한 눈빛은 모든 것을 털어 버린 듯, 홀가분해 보였다. <<그들과 함께 너 자신의 길을, 너 자신의 운명을 걸어갈 용기가 있는가?>> '나를 믿어주는 사람 따윈 없어. 아무도, 단 한 사람도......' <<그렇다면...... 너는 존재하는가?>> '나...는.......존재하는가?' <<너는 존재하는가? 존재하는가? 존재하는가?>> '나 따위...........존재하지 않아.' 작게 한숨을 내쉬며 블러드는 대답했다. 이제 된 거다. '가버려. 난 이대로 이 곳에서 있을 거야.' 그 생각을 끝으로 블러드는 가장 편안한 도피, 잠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제 난 존재하지 않는 거다. 그러나 목소리는 블러드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존재하고 싶은가? 누구에게 너를 각인시키고 싶은가? 너를 믿어주는 사람을 만들 수 있도록. 존재하고 싶은가?>> 난.....존재하고 싶은 건가? 피오나에게...크라비어스에게...마리우스에게......... 그리고 루시펠에게........ 단지 장난감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고 싶은 건가? '그래......그들에게...잊혀지고 싶지 않아.........하지만.......' <<그럼, 나를 믿는가? 존재하지 않는 너에게 말을 거는 나를 믿는가?>> 이번 그 목소리는 엄청난 힘이 실려있었다. 그와 동시에 포근함도. 어머니의 자상함, 아버지의 엄격함이 동시에 실려있는 목소리. 거부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하나, 마구 어리광부리고 싶은 자상함. <나를 믿는가? 너를 존재시킬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고 믿는가?>> '나는....너를..........' 믿어야 하나? 존재한다고......... 그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건가? 그럴 수 있을까? 눈앞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다. 흐릿하게 보이는 기억의 파편. 흰 뺨으로 흐르는 은빛 물방울. 뺨을 타고 흐르는 그것은 투명하고 깨끗하다. 누군가를 위해서 흘리는......... 아름다운 것. <미안해.> 세상으로 퍼져가는 유채색고 함께 영상이 바뀐다. 그는 피식 웃는다.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홀가분한 표정.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무언가를 알았다는 듯이 홀가분하게.....털고 일어난다. <모든 것과도 바꿀 수 없는.....소중한 존재입니다.> 뺨을 타고 흐르는 이것은 무엇? 나를 믿어주는 자들을 위한 것. 투명하고 깨끗하고.....아름다운 것. 알 수 있어. 난...............존재할 수 있어. '.......믿어.' <<그대는 존재하는 자. 그들을 믿고 따라갈 용기가 있는 자. 믿어주고 따라올 용기가 있는 그들이 있는 자. 이로써 그대는 존재할 수 있다. 그대는 존재하는 자. 존재하는 곳으로 돌아가라.>> 블러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돌아가는 거다. * * * * * * * * * * [도대체 이 천사는 어떻게 이런 지경까지 빠진 것이냐?] 자신이 물질화가 된 상태에서 무아지경에 빠져있던 이그드라실은 눈을 번쩍 뜨며 짜증난다는 목 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에......루시펠에게 무슨 말을 들은 것 같았는데..." "천사는 너희 신들의 장난감이라는 말을 듣고부터 그랬잖아? 다 너 때문이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아...그러니까, 그런 건 다 방법이 있지." 크라비어스를 수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마리우스는 이그드라실이 다시 무슨 말을 꺼내려 하자 눈을 돌렸다. 이그드라실은 한숨을 푹 쉬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어떻게 저런 상태까지 될 수 있는 거지? 별로 많이 산 것도 아닌 것 같던데.] "혹시....살아날 수 없는 것입니까?"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묻는 크라비어스에게 이그드라실은 버럭 소리질렀다. [뭐가 다시는 못살아나!? 어차피 죽은 것도 아닌데! 게다가!! 나를 무시하는 거냐?! 이제 깨어 나기만 기다리면 돼!! 언제 깨어나는지가 문제지만, 그건 저 녀석이 알아서 할 일이니 난 더 이 상 도와줄 수 없어.] "..............."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땅을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본 이그드라실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래 신족이란 카오스의 가장 완벽한 생명체다. 마족과 함께 말이다.] 이그드라실의 말에 의아함을 가진 마리우스가 물었다. 신이란 완벽한 존재이니만큼 궁금증도 많은 것이 정상. "신이 가장 완벽한 생명체 아니었나?" [아니다, 신족과 마족은 성별이 없고, 모체를 통해 태어나지 않는 유일한 생명체. 단지 마족은 점차 카오스 때에 살아남기 편한 유성 쪽으로 변해간 것뿐이지. 성장하기 전에는 무성이지 않는 가? 신족과는 반대로.] "오히려 '성장' 함으로써 더욱 불완전한 생명체가 된 것 아닙니까?" 크라비어스의 질문에 이그드라실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새파랗게 젊은, 아니 어린 그의 모습으로 그러는 것은 별로 품위있다던지,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성장' 함으로써 더욱 완전한 생명체가 된 것이다. 타 종족들은 성년식을 치룰 때까지 성장한 후, 더 이상 성장하지 않지. 특히 인간일 경우에는 그들은 차츰 차츰 늙어가 결국에는 추한 모습으로 죽어버린다. 그러나 성장기를 전후로 그들은 일생에 가장 큰 변화를 하지. 처음 이자 마지막으로 말이다. 그 이후나 이전에는 전혀 변화하지 않는다. 몸무게도, 키도, 심지어는 사이즈(?)도 전혀 변하지 않지.] 이그드라실은 잠시 몸을 흔들어 보았다. 완벽하게 물질화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반물질화가 되어 버린 그의 몸은 보통의 다른 종족, 특 히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태초에 그들의 조상은 감성은 없고 이성만이 존재하는 생명체였지. 그 덕분에 그들은 다른 종 족들로부터 소외당했어. 견디다 못한 그들은 그 자신들을 구분했어. 선(善)과 악(惡), 즉 신 (神)과 마(魔)로 말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친족,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슬픔 때문에 감성 이 생겨났고 그 이후에는 더욱 많은 감정들이 생겨나 결국 다른 종족과 거의 비슷하게 되어버렸 지.] 자신들도 모르는, 그 자신들이 태어나기 한참 전, 태고(太古)의 이야기는 오직 각 차원의 주신 들과 사라져 버렸다는 카오스, 이그드라실만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일급 기밀로 알려지고 있어, 다른 데서는 들을 수도 없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이야기가 지금 이그드라실의 입을 통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끝이야.] "에?!" [거 참, 귀가 멀었나? 끝이라고.] "하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은데..!!" "맞아요!!" [더 없어. 그 후에 카오스께서 내 가지 한 개를 잘라버리셨지. 그리고 사라지셨고, 차원전쟁 시 작. 그 후부터는 너희들도 알 텐데?] "......가지를 왜?" [아, 그건 알 거 없어. 별로 중요한 얘기도 아니니까.] "알고......싶은데....." [웃기지 마. 아, 깨어난다.] "에? 블러드가요?!" [그래....깨어난다.] 크라비어스와 마리우스는 벌떡 일어나며 이그드라실을 잡고 흔들었다. 그들은 간덩이가 부은 것이 사실인 것 같았다. 살기가 싫어졌나? [무례하게시리......감히 누구에게..!!] 둘은 화들짝 놀라며 이그드라실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들을 보던 이그드라실은 작게 중얼거렸다. [사랑이 뭔지......] "에?" [아니....아무 것도 아니다. 자, 데려가. 이 녀석은 지긋지긋하니까. 도대체 이런 녀석은 처음 이다.] 이그드라실은 소매를 휘휘 저었다. 순식간에 공중에서 투명하고 동그란 막에 쌓인 블러드가 생겨났다. [아직 정신이 들지는 않았으니까, 가만 내비두면 깨어나.] "네.....감사합니다. 지고의 절대자, 이그드라실이여." 둘은 똑같은 인사말을 읊조리며 천천히 공간 속으로 녹아들어갔다. 곧이어 그들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넓은 숲에는 이그드라실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몸을 천천히 분해시키며 중얼거렸다. [가끔은......아주 가끔은.....저런 녀석들이 있어야 살맛이 나지....] 곧이어 그의 모습도 사라졌다. 숲 속에는 거대한 나무, 이그드라실만이 우뚝 서 있었다. ---------------------------------------------------------------------------------- 흐냐냐...오늘은 길군요^^ 하루리 코믹 다녀왔슴다.... 그러나......어제 너무 일찍 잔 관계로....정보를 입수하지 못하고..덕분에 판츠 분들은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는 비극적인...!!! 게다가 팬시를 네 개나 잊어버렸다는 더 비극적인...!!! 흐냐냐..... 제일 이뻤던.... 양전이랑 세트로 산 복희야!!!! 보현진인아!!!! 천상아!!!! 오공아!!!! 빠이빠이~~~ ㅠ.ㅠ 흐흐흑......ㅠ.ㅠ 결국 코스도 구경 못하고......코류키랑 세아라랑(다른 동아리 회원)같이 c.c(꽤 유명한 클램프 팬클럽)뒷풀이까지 따라갔다는......;;;;; 하아....ㅠ.ㅠ 거기도 이제 탈퇴해야지... 애초에 별로 클램프는...... 만화는 재밌지만.....ㅠ.ㅠ 어쨌든.... 비극적인 코믹이었습니다....ㅠ.ㅠ ..... 하루리는 이만.....ㅠ.ㅠ -허저비 작가 하루리 번 호 : 15828 / 16310 등록일 : 2001년 01월 23일 15:29 등록자 : S870706 조 회 : 90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 외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설날 특집 외전.....첫 번째... <설날 특집 외전-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블러드으~♡" "꺼져, 블러드는 내꺼라고." "어쭈구리? 블러드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야!" -왜....온거야? 귀찮게스리...... "귀..귀찮다니! 오늘은 '설날' 이잖아? 당연히 모두 모여서 친목을 다져야지!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인데! 당연히 모두 새배하러 가자고!" 크라비어스는 열심히 독설을 하고있는 마리우스를 뻥 차버리고는 중얼거렸다. "시끄러운 녀석. 귀찮게 새배라니......"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블러드는 눈을 반짝이며 마리우스에게 다가갔다. -어, 정말이야? 새배하러 갈 꺼야? "당연하지! 빨리 애들 불러서 가자고! 더구나.....설날의 묘미란 바로!!!! 새. 뱃. 돈." 마리우스가 눈을 빛내며 설날의 묘미란 이거지, 라며 블러드에게 설명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 무로 된 문이 활짝 열리며...아니 부서지며 괴귀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호호호호호호!!!!! 아가야! 새배하러 가자꾸나!!" 문이 부서진 자리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연기가 천천히 걷히더니 피오나와 우프레틴이 나타 났다. 중요한 사실은......피오나와 우프레틴은 바로, 우리의 전통 의상, 한복!!! ...을 곱게 차려입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다홍치마와 색동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실버 블론드의 긴 머리카락을 뒤로 땋아서 댕기를 드린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 보기 싫은 모습은 아니었지만(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평소 그녀의 행실 (?)을 잘 보아온 이들에게는 끔찍스런 일이었던 것이다. 우프레틴은 자의가 아니었던 듯, 그의 주위에서 시퍼런 도깨비불이 몇 개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전원은 경악. "너희가 한복을 입을 리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 그런 일동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투로 피오나는 재빨리 일행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서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쇼핑백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꺼냈다. 쇼핑백에는 예쁜 글씨로 뭐라고 쓰여져 있었다. <설날을 맞이하여! 대 바겐세일!> 크라비어스는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는지 재빨리 몸을 뺐다. 피오나는 먼저 도망가려는 크라비어스를 보며 우프레틴에게 소리쳤다. "우프레틴!! 잡아!!" 그 소리를 듣자 우프레틴은 나만 당할 수는 없다, 라고 말하며 사악하게 웃고서는 작게 중얼거 렸다. "<<束縛...>>" "아앗, 언제!?" "후후후, 나만 당할 수는 없지......너희도 죽음의 공포를 맛보아라..." 무엇이 죽음의 공포인지. 고작 한복 하나 입는 것 가지고 크게 부풀려서 말하는 우프레틴. 그러나 크라비어스에게는 그것이 죽음의 공포였던 모양이다. 비명을 지르며 바둥바둥 댔으나 피오나의 마의 손길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오-호호호호호!!! 너부터!!!" 크라비어스는 피오나의 손에 붙들려 강제로 옷을 입게 되었다. 옷이 반쯤 벗겨져 희디흰 어깨가 다 드러나게 되자 크라비어스는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나! 오늘 속옷 안 입었어!!" 그 말을 들은 피오나가 잠시 움찔 한 사이에 크라비어스는 유유히 방을 빠져나가며 비웃었다. "사실 뻥인데..." "호호호......<<나의 이름으로 명한다. 그대 불의 정령들이여, 그대들의 권능을 사용하여, 저 천공을 떠도는 운석들을 내게......>>" "아앗! 알았어!!" 메테오의 주문을 사용하려는 피오나 덕에 크라비어스는 피눈물을 흩뿌리며 그녀의 앞으로 다가 갈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 잘 어울리네?" "흐흑...." 하늘색의 한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을 보고 피오나는 빙긋, 빙긋. 마리우스는 이미 밧줄에 꽁꽁 묶이고 입이 테이프로 막혀져 읍읍대며 울고 있었고, 예상 외로 블러드는 상당히 기뻐하고 있었다. -잘 어울려, 크라비어스. 예뻐. "......거짓말이지?" -어..아닌데. 솔직히 블러드에게는 한복이 그리울 수밖에 없었다. 조국을 그리는 마음~ 아아 갸륵해라~ 피오나가 두 번째 희생자인 마리우스에게 한복을 입히려는 순간, 부서진 문 사이로 누군가가 들 어왔다. -블러드. -어? 하르? 루시펠도 왔네? 라파엘 님 안녕하세요. 미카도 왔네? 방안으로 들어온 루시펠과 하르엘, 라파엘, 미카엘의 모습에 전원은 또다시 경악했다. 피오나만 빼고...... -하..하르엘? 왜 여자 한복을...... -어차피 난 무성이라고 하면서 라파엘께서 억지로 입히는 바람에...... -......라파엘 님.......왜 여자한복을...... -저는 아무래도 여자용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블러드는 혹시 루시펠하고 미카도?! 라며 둘을 돌아보았다. 다행히도 그들은 남자한복을 입고 있었다. -....블러드..... -미..미카? -...반갑다......... 블러드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고 말하는 미카엘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두 눈 밑에는 검은 기미가 끼어 있었고, 눈은 퀭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너....... -하하하, 해와 달을 동시에 관리하려니....잠을....... -.........루시펠 너는? -난...그리...... 어느새 피오나는 마리우스에게 옷을 모두 다 입힌 모양이었다. 마리우스가 갈색과 옅은 분홍색의 한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피오나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이제 너 하나구나." -응, 빨리 옷 줘. "엥?" 블러드도 지금 속으로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천사가 되기 전에는 한복이라면 치를 떨었던 자신인데.....한복이 그리워질 줄이야. 한심하다...... 예상과는 다르게 빙긋, 웃으며 옷을 달라고 하는 블러드의 모습에 피오나는 의아함을 느꼈지만 어쨌든 옷을 꺼냈다. -......... "자아~ 예쁘지?" 그러나 블러드는 피오나가 꺼낸 옷을 보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아직까지도 눈물을 흩뿌리고 있던 크라비어스는 호오, 감탄성을 내뱉으며 그 옷을 바라보았고 어느 새 부활한 마리우스마저 그 옷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우프레틴은 후후후, 라고 웃고 있었고...... -예쁘네, 블러드? -하르엘...... 하르엘의 말에 진지하게 그 옷을 감상하고 있던 루시펠이 한마디했다. -예쁘긴 한데......너는 별로 좋아할 거 같지 않군. -나도 동감이야. 미카엘이 그 말에 동감을 표하자 라파엘이 이상하다는 듯이 옆에서 말했다. -에, 어째서요? 블러드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호. 호. 호. 블러드?" -피..피오나.....그걸 입히려고? "응, 왜?" -여...여자꺼잖아!!?" "어머, 어때? 라파엘, 얘 좀 붙들어 주세요." -하하, 그러죠. "자아, 너희들은 나가. 훠이~" 피오나는 재빨리 하르엘, 라파엘을 제외한 모두를 쫓아냈다. 넷은 참 심각하다는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잘..어울리긴 할 것 같은데...... -그렇긴 한데 말이지...... "쯧....불쌍한......" "아아~ 블러드, 빨리 나와라~ 보고 싶어~" 닫힌 방안에서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피오나의 웃음소리와.....함께............. -아아아아악!!!! 그만!!! 절대로 안 입어, 아니 못 입어!!! -블러드........흐윽....제가 싫어진 건가요? -아..아니 라파엘 님, 그게 아니라.... -그럼 입. 으. 세. 요. -......... -괜찮아, 블러드. 나도 입었잖아? -너....넌...그렇겠지.... 어떻게 내가 남자였다고 말할 수가 있겠어? 으아앙~ -아아...불쌍해.......... * * * * * * * * * * -큭......큭....... -.........(머엉)....... "....말이 필요없구나...." "블러드으~ 너무 예쁘다~♡" 블러드는 지금 다른 녀석들과 함께 집을 나서고 있었다. 타오를 듯한 붉은 머리카락에 어울리도록 흰색 계통으로 고른 한복이 다행히도 아주 잘 어울렸 다. 과연 피오나. 베이지색 한복을 곱게 입고,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땋아 내려서 곱게 댕기를 들인 블러드의 모 습은 아름답긴 했으나...... 흘린 눈물에 옷고름이 다 젖겠노라. '아아.....내가 여성용 한복을 입게 되는 날이 오다니......' "이봐, 피오나. 먼저 어디로 갈 거지?" 크라비어스의 물음에 피오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전 차원의 주신들게 다 인사드리러 갈 거야. 먼저 오딘 님께." 크라비어스는 마룡으로 태어나서 신계의 신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다. 불쌍한 크라비어스...... 길거리는 복잡했다. 새해를 맞이하는 신들과 천사들은 화려한 옷차림으로 바쁘게 나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화려한 일행보다 튀지는 않았다. -피오나.......오딘 님네 집은 어디야? 쏟아지는 시선들이 거북했는지 블러드는 피오나의 치맛자락을 잡고 물었다. 그의 물음에 피오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아무래도 블러드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런 눈길에 익숙한 모양이었다. 하긴......세라핌 3명에 신들이니......게다가 한 마리(?)는 마룡이 아닌가. 오히려 즐기는 듯한 느낌까지 주고 있었다. 아니...즐기는 것이 확실했다. 잠시 후, 블러드를 포함한 여덟은 흰색 궁전 앞에 다다랐다. 궁전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흰색 기둥이 늘어서 있는 복도가 나타났다. 그 복도를 쭈욱 걸어가다 보니 화려하게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문이 나타났다. '이거.....돈 많이 들었겠다.' 당연한 것이었다. 많이 들어간 수준이 아니었다. 덕수궁 입구 만한 크기의 거대한 문이.....100% 전부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해 보 라. 들어갈 돈이 얼마일지...... 그 거대한 문은 생각보다 가볍게 열렸다. 들어가자 웬 소년이 반투명한 휘장이 드리워진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거리고 있었다. "오딘 님께 일행을 대표하여 인사드립니다." 피오나가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서 말하자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소년은 몸을 일으키고는 밖으로 나오더니 거만한 눈빛으로 일행을 쭉 둘러보았다. 블러드는 저런 쪼끄만 소년이 오딘이라니, 라며 신기한 눈으로 소년을 살펴보았다. "그래......뭐하러 왔나?" "새배드리러요." "그래? 그럼 해." 블러드는 그런 소년을 황당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으나, 일행이 잠자코 새배를 시작(?)하였기 때 문에 얼떨결에 따라하고 말았다. 조그만 소년에게 다 큰 어른들이 절하는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두 번의 절을 끝마치자 오딘은 일어나서 일행들에게 봉투를 하나씩 돌렸다. 단지 블러드에게만은 주지 않았기에 블러드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느꼈는지 오딘이 천천히 말했다. "다이아몬드." -에? 갑자기 블러드의 눈앞으로 주먹만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생겨났다. 그 보석은 휘황 찬란한 빛을 발하며 공중에 떠있더니 블러드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네 녀석이 마음에 들어서 준다. 신력이 들어가 있는 것이니 유용할 게야." -어..? 감사합니다. "그럼 나 귀찮으니 다들 빨리 가 봐. 영...아침부터들 몰려와서 이 난리들이니..." 하는 말투로 보아 아침부터 몰려온 상당수의 신과 천사들에게 시달렸나보다. 밖으로 나와서 일행들은 종이봉투를 열어 보았다. 그리고 슬퍼했다.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슬픔은 풀리지 않았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는 종이 쪼가리들이 몇 개 찬바람에 쓸쓸히 날리고 있었다. 종이 쪼가리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정신차려! 신이란 작자들이 무슨 짓이야? 멍청한 녀석들...> "자...자...포기하지 말고, 이제 마계로 가자!" -마계에 가도 되는 거야? "아, 설날에는 괜찮아." "맞아, 싸움 금지야!" -......... 앞을 향해 전진하는 그들의 길에 희망과 영광 있으라! ---------------------------------------------------------------------------------- 안녕하세요. 음.......엄마가 저를 버리고 큰집에 갔어요...ㅠ.ㅠ 내일 오라고 하라면서...... 머...덕분에 할일이 없어서 이렇게 또 설을.... 하하^^ 다음 편이 있을까나............ 하루리는 이만 사라집니다아..... -허저비 작가 하루리 번 호 : 16361 / 16376 등록일 : 2001년 01월 30일 20:56 등록자 : S870706 조 회 : 41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7장-중간계>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이 곳이 중간계이냐?" "그렇습니다." "과연.........자유로운 곳이군." 나는 이 어린 용을 바라보았다. 한없이 강한, 절대적인 존재이나 너무나도 순진해 보이는 그 눈은 이 자유로운 세상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대가 아버님을 설득해 주시지 않았다면 난 지금 지겨운 용신전서를 외우고 있겠지." 가벼운 웃음을 터트리며 어린 용은 바라보았다. 자신의 앞에 펼쳐진 한없이 넓고, 자유로운 세상을. "가보자, 자유로운 곳으로." -라인더스의 '자서전' 중 '용황자와의 외출' 에서 발췌. <7장-중간계> -정말이야!? -그래, 속고만 살았나? 블러드는 기쁨으로 떨리는 몸을 주체못하고 환희에 겨운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호!! 그런 블러드를 바라보고 있던 루시펠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기뻐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저렇게 기뻐할 줄은 몰랐는데...... 그러면서도 같이 빙긋 빙긋 웃고 있는 루시펠이었다. -뭔데? -아......그게, 약간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말이야. 약간은 꺼림칙하지만..... -오래? 한 어느 정도? -길어진다면 몇 년까지도 걸릴 수 있지. -아아, 괜찮아. 난 오히려 좋아. 괜찮다는 듯이 손까지 휘휘 저으며 방실 방실 웃고 있는 블러드를 쳐디보던 루시펠은 잠시 킥. 웃더니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마족이 요즘 중간계에 손을 뻗치고 있다는 소식을 파워즈의 지도자, 카마 엘이 전해 줘서 말이지. -설마....마족 퇴치?! -그럴 리가 있겠냐? 성급히 지레짐작하는 블러드에게 면박을 주면서 루시펠은 생각했다. '저 녀석이 마족하고 싸운다면......아마도 용에다, 신들까지....난리가 나겠지?' 블러드의 열렬한 추종자(?) 크라비어스와 마리우스를 생각하며 잠시 심각한 고찰에 빠지는 루시펠이었다. 블러드는 블러드대로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있었고...... 서로 열심히 자신들의 생각을 하며 킥킥, 웃어대는 둘을, 지나가던 프린시펄리티즈 한 명이 보고 잠시 얼이 빠져 미카엘에게 가져가려던 찻잔을 깨트린 것은 묻어 두도록 하자. -흠흠, 마족들이 인간들의 국가 중 한 개인 라미나의 수도에 있는 왕립 아카데미에 잠입했다는 소식이다. 루시펠의 말이 끝나자마자 블러드는 책상을 쾅, 내리치며 소리질렀다. 그런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럼, 나도 왕립 아카데미에서.... -그래. -마족들을 깡그리 없애라고? -응....이 아니고, 뭐?! 깡그리 없애?! 그게 아니라 그냥 아카데미에 입학해서 그들의 동태를 살펴보는 거야, 게다가 네가 상대할 만한 자들이 아니라고. 아마도 그쪽은 웬만한 상급 마족을 보내는 모양이니까. 그런 루시펠의 말을 듣던 블러드는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뭔가 꼬이는, 한마디로 여자들의 비음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아마도 이걸 가르친 사람은 피오나밖에 없을 것이다. 참, 피오나. 애들에게 별걸 다 가르치는구나. -흐응, 그래? 그럼 왜 나 같은 도미니온즈에게 시킨 거지? -너밖에 없으니까. -...? -요즘, 마족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다들 바쁘다고. -쳇. -어쨌든, 할거지? -뭐...내키지는 않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기쁘게 받아들이던 블러드가 그래, 내가 마지못해 받아준다, 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자, 루시펠의 속에서는 무언가가 툭, 끊어졌다. -흐응, 그래? 그럼 하르엘에게 시키지, 뭐. 네가 싫다면야...... -아...하하, 괜찮아. 내가 할게. 뭐 희생정신을 발휘해서... -아니. 됐어. 네가 싫다면야. 루시펠은 블러드의 다양한 반응이 재미있어, 일부러 강경하게 나갔다. 그런 루시펠의 속마음을 모르는 블러드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몇 년이나 이 지겨운 신게에서 버텨 왔는데. 이제서야 그립고도 그리운 중간계로 나가게 되었는데. '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속으로 구호를 열심히 외치며 블러드는 루시펠에게 소리질렀다. -내가 할거야! -아.....?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해서 동태를 살펴보면 되는 거지?! 알았어, 내가 할게. 절대로 하르엘에게 시키지 마. 내가 할거니까! -에......? -알았지?! 그럼 난 간다! 블러드는 혹시라도 루시펠이 반박할까봐, 그런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열심히 자기 할 말만 다 뱉어내고는 재빨리 방을 빠져나왔다. 유유히 방에서 사라지는 블러드를 보는 루시펠은 작게 탄식했다. -맙소사......그 아카데미는 왕족과 귀족들 중에서도 우수한 자들밖에 입학할 수 없다고......그래서 내가 위조를 좀 해야 입학할 수 있는데. 블러드는 그곳에서 입학시험으로 보는 것들을 아무 것도 모르잖아? 특히...수학은 외우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닌데...... ....... 한 1년 정도 배우다 가라고 하려 그랬는데, 이를 어쩌나. 무엇보다...!! 이그드라실에게 줄 차원 이동 허가서를......... 차원 이동 허가서...... 그런 것도 있었단 말인가!! 참......신계인들이란...알다가도 모를 존재들이다. 그런 사정은 전혀 모른 채, 그저 지겨운 신계를 벗어나 중간계로 간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는 단순한 블러드였다. ** * * * * * * * * -크라비어스!! "무슨.....일이냐? 기쁜 듯이." 블러드는 자신의 침대에서, 자신의 베개를 배고도 아주 당당하게 자고 있는 작은 꼬마 용을 바라보며 소리질렀다. -나, 임무 얻었어!! "아, 중간계로 가나 보지?" -응. 아주 기쁜 듯한 블러드와는 반대로 크라비어스는 그게 뭐 대수냐는, 한 마디로 흥미없는 말투로 무심하게 대꾸했다. -같이 가자. "뭐......네가 특별히 고개 숙여 부탁한다면 가주지." -흐응, 그래? 그럼 난 마리우스에게 부탁해 봐야지. "어차피 마리우스는 바빠서 가지도 못해, 요즘 마계에서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잖아?" -어떻게 그리 잘 알고 있는 거지? 매일 집에서 잠만 자는 주제에......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블러드는 그런 크라비어스를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드래곤 특유의 철판 얼굴로 무시해버렸다. -어쨌든 갈꺼야? 참고로 말하지만 난 절대로 고개 숙여 부탁할 생각 없어. "아..알았어, 간다고, 가." 의외로 선선하게 허락한 그를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블러드와, 그것을 애써 외면하며 무시하는 크라비어스. 잠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던 블러드는 중간계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시작했다. 그러나 챙길 것은 별로 없었다. 솔직히, 인간들만 바글바글한 중간계에서 드래곤 본으로 만든 국자, 숟가락, 젓가락, 그릇들을 가지고 다니면............ 이처럼 의심받는 일이 있을까? 아무리 이 곳의 세상에 무지한 블러드라도 이 정도는 웬만한 책을 읽어 알 수 있었다. -뭐야......결국 챙길 것은 아무 것도 없잖아? 크라비어스. "왜?" -혹시 너 중간계 갈 때, 뭐 가지고 가야 하는지 알아? "내가 천사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겠냐? 너......보통 임무를 다른 차원으로 가려면 1년 정도는 그 차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다음에 갈 텐데, 너 혹시 막무가내로 그냥 자기가 하겠다고 외친 다음에 나온 거 아냐?" 정곡을 찔린 블러드는 따끔한 바늘이 자신의 양심을 쿡 쿡, 찌르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는 대답했다. -하하, 설마 그럴 리가. 그런 블러드를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다시 한 번 의심스럽게 물었다. 하긴, 누가 보더라도 블러드의 행동은 어색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너......혹시 중간계에 어떻게 가는 지는 아냐?" -아하하하.......몰라. 크라비어스......가르쳐 줄 수 있지? "...............일단 짐이나 싸.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역시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의 편이었다. 블러드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속으로는 루시펠 미안하다! 를 외치면서도 힘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런 걸보고 자기 절제력이 부족하다고 흔히들 그러지. -짐 쌀게 없어. "......그러면 일단 돈 될거라도 챙겨, 인간들 사이에서는 돈이 없으면 될 것도 안되니까." -돈 될 거라...........드래곤 본? 그래 드래곤 본이나 챙겨가자. "......."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이 순진한 천사에 대해 생각했다. '난 모른다.' 참으로 무책임한 종족이다. 용들이란 말이다. 블러드는 잠시 뭔가를 열심히 챙기더니 곧 크라비어스에게 돌아보며 말했다. -자, 다 됐어. "그래? 그럼 이동하자. 넌 이동 마법을 못 쓰니까......내가 써야겠군, 젠장." -그래...나 이동 마법 못쓴다. "알면 가만있어. <<텔레포트>>" 크라비어스는 곧 블러드의 옷자락을 입으로 물고는 마법을 발동시켰다. 입으로 문 상태에서 저렇게 완벽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니......... 역시 용은 다르다, 라고 생각하는 블러드였다. 블러드가 무슨 생각을 하던 말던 어느 새 둘의 몸은 크라비어스가 생각한 장소까지 이동되어 있었다. -어, 여기는? "그래, 이그드라실이 있는 곳이지." -그런데...왜 여기로? "당연히 이그드라실만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킬 수 있으니까." 블러드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 크라비어스의 그런 태도에 블러드는 발끈했지만 신경을 쓸 그가 아니었다. [어? 멍청한 용? 어쩐 일로 왔느냐?] "마룡 크라비어스가 이그드라실을 뵙습니다." 크라비어스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보이지도 않는 상대에게 인사를 하자 블러드는 조금 당황했다. 한 번도 남에게 존대를 하는 적이 없는 크라비어스가 누군가에게 존대를 쓰고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목소리는! 그때 나에게 무언가를 묻던 목소리?! [그래, 맞다. 어린 신족이여. 오늘은 무슨 일로 찾아온 건가?] 갑자기 그 무형(無形)의 존재가 자신에게 질문하자 블러드는 속으로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침착하게 대답했다. -에...그러니까, 중간계로 가야 하는데...... [아, 그렇군. 임무를 받은 모양이군. 중간계의 어디로?] -라미..... [라미나.] -아, 네. 그 곳의 수도요. [좋아, 좋아. 보내주지.] 이그드라실은 선선히 승낙하고는 크라비어스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눈길이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자 크라비어스는 잠시 움찔했다. [힘내거라.] 무엇을? 이라고 묻고 싶은 크라비어스이지만 어느 새 나타난 차원의 문 때문에 그 질문은 마음 속으로 묻어두기로 했다. 블러드는 난생 처음 보는 차원의 문에 황홀한 눈빛으로 그것을 쳐다보았다. [저곳으로 들어가거라. 쭉 들어가다 보면 입구가 나올 게다, 그 바깥이 중간계다.] 그 입구에서는 눈부신 황금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블러드는 실눈을 살짝 뜨고 그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자 눈부신 빛이 자신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블러드의 몸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크라비어스......] "네?" [그 안에서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네에......" [행운을 비네.] 크라비어스는 싱긋 웃더니 차원의 문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블러드 때와 똑같이 빛은 그의 몸을 감쌌고, 곧이어 그의 존재감은 이곳에서 사라졌다. * * * * * * * * * * -크라비어스. "응?" -언제 도착해? "거의 다 왔어." 눈부시게 빛나는 차원의 문과는 달리 그 통로는 어두컴컴했다. 온통 어두운 암흑. 그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고 있을 때, 앞쪽에서 한 줄기 빛이 보였다. -빛이다! "다 왔나보다." 눈부신 빛이 그들을 감쌌다. 블러드는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빛에 익숙하지 않아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자 크라비어스가 자신의 손을 잡고 앞으로 이끄는 것이 느껴졌고, 잠시 뒤, 걸음을 멈춘 크라비어스가 블러드에게 말했다. "눈을 떠, 블러드." -아..! 눈앞으로 보이는 정경에 블러드는 감탄성을 내뱉었다. 자신은 크라비어스와 함께 파란 잔디들이 깔려있는 언덕에 서 있었고 그 앞에는 인간들의 도시가 아침 안개 사이로 장엄하게 펼쳐져 있었다. 시끌벅적한 소리들과 여기 저기서 솟아오르는 아침 식사 연기들은 이곳이 중간계라는 사실을 더욱 더 부각시켜주고 있었다. "여기가 중간계야." ----- 퍼왔습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메일 많이 주세요.. 하루리님, 이걸 보신다면 저에게 연락을... ^^; 그럼 즐거움과 평안함이 늘함께하시길..^^; PRE>번 호 : 16246 / 16316 등록일 : 2001년 02월 01일 19:22 등록자 : S870706 조 회 : 76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7장-중간계>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스물 여섯번째 이야기... * * * * * * * * * * -크라비어스! 인간들 구경하러 가자! 블러드는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한심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솔직히 옛날에는 매일 보는 것이 인간이지 않은가, 인간을 못본다는 것은 죽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아주 외딴 무인도에 산다거나, 혼자 살지 않는 이상. 그러나 이제는 천사가 되어 근 몇 년간이나 인간을 보지 못했는데 당연히, 흥분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이봐, 블러드. 다 좋은데. 이제 말로 해. 말." -말이라니? "너, 말 할 줄 알잖아? 그런데 왜 자꾸 염원으로 하냐고. 그런 방식은 인간들에게는 어설퍼. 인간들 중에서는 사용하는 자도 거의 없고." "음.....이렇게?" "그래." 블러드는 서투르게 혀를 움직이며 여러 가지로 말해보았다. 아무래도 염원이란 편한 것이다. 입을 열거나 혀를 움직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으니. "빨리 내려가자. 인간들, 보고 싶어." "그렇게 좋냐?" "당연하지!" 당연하다는 듯이 소리치고 재빨리 언덕 밑으로 달음질쳐 내려가는 블러드를 보며 크라비어스는 헛웃음을 터트린 후, 천천히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블러드는 도시 입구에 도착해서 신기한 듯이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아무리 인간이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성문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한 나라의 수도가 조금 크겠는가? "우와, 크다!" 길고 붉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추스르며 두 눈을 크게 뜨고 놀랍다는 듯이 성문을 바라보는 귀여운 블러드의 모습은 상당히 많은 눈길을 끌었다. 곧이어 크라비어스가 내려오자 블러드는 급히 그에게 물었다. "크라비어스! 진짜 커! 나 이렇게 큰 건물은 처음 봤어." "아무래도 한 나라의 수도이니까." "들어가자!" "뭐...그러자." "참, 그런데 크라비어스." "왜?" "나, 발 아파."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의 발을 쳐다보았다. 당연히 아무 것도 신겨져 있지 않았다. 신계에서는 대부분 다 날아다니니까 신발을 신을 필요가 없었다. 웬만한 곳은 부드러운 구름 비슷한 재질로 되어있는 바닥이었고. 그러나 이 곳은 달랐다. 딱딱한 돌멩이들과 흙먼지. 심지어는 유리 조각. 당연히 발이 아플 것이다. 특히 태어나서 이런 곳은 처음 걸어보는 블러드의 발이야......말할 것도 없이 엉망이고 피까지 보이고 있었다. "이런." "헤에.....아프다." "너........혹시 바보냐?" "무슨 소리야!" "내가 안아줄까?" "필요 없어. 안에서 신발 사자." 블러드는 말을 끝내고 곧장 성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재빨리 성문 입구로 쪼르르 뛰어들어가는 블러드와, 그 뒤를 피식거리며 따라가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은 상당히 눈에 띄었다. 어느새 블러드는 성문 입구에서 그 곳을 지키는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 꼬마야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니?" "네! 형이랑 수도 구경하려고요!" 블러드는 손으로 크라비어스를 가리키며 힘차게 대답했다. 그러자 크라비어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재빨리 블러드를 낚아챘다. "하하, 그럼 이만." 뒷덜미를 낚아채고는 빠른 걸음으로 도시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경비병들은 허허, 웃음을 터트렸다. 한편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에게 역정을 내고 있었다. "내가 왜 형이야, 형?" "그럼 뭐라고 해? 아빠? 엄마? 동생? 삼촌?"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되잖아?!" "그럼, 그냥 아는 사람이랑 수도 구경하러 왔어요, 하면 좋겠냐?" "...하긴 그것도 그렇지만......" "거봐! 게다가 머리카락 색하고 눈 색깔도 똑같잖아?" 크라비어스는 아마도 영원히 블러드를 이기지 못할 것이다. 블러드의 독설에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뒤로 물러서는 크라비어스를 보며 주위 사람들은 웃음을 흘렸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별로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블러드는 크라비어스를 이끌고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블러드가 도착한 곳은 문 앞에 술병 그림이 그려져 있고 <승리의 노래> 라고 쓰여있는 곳이었다. 그 모습을 본 크라비어스가 옷을 추스르며 블러드에게 물었다. "너...여기가 뭐하는 곳인지는 아냐?" "당연하지! 술 마시는 곳이잖아!?" 블러드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크라비어스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평소에 판타지 소설들을 보면 반드시 모든 역사는 주점에서 이루어졌다. 반드시 주인공은 주점에서 술주정뱅이들을 만났고, 멋진 실력으로 그들을 물리치고 아리따운 아가씨를 구하게 마련이었다. 그런 소설들을 보며 자라온(?) 블러드로써는 일단 주점이라는 곳에 한 번 반드시 가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블러드의 이런 소망은 깨끗이 깨졌다. "너 미성년자잖아!? 미성년자가 무슨 술이야!?" "무슨 소리야! 나도 성년이라고! 분명히 성장했어!" 여기서 성장이란......신족들의 성장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주위에서 이 둘의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인간들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숙하는 단계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소리쳤다. "헛소리하지마! 네가 이제 몇 살이라고! 인간들의 나이로 15살이 되어야 가능해! 12년 지나서 마셔!!" "싫어! 어떻게 12년이나 기다리란 말이야!" "그럼 잠자코 있어!!" "싫다고! 싫어, 싫어!!" "헹, 웃기지 마! 그리고 신발 사러 가야지!" 이번에는 크라비어스가 블러드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고 가버렸다.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한 가지 말에 의문을 가졌다. 12년 뒤에 마시라. 그럼 지금 저 꼬마는 3살이란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다시 자신들의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너, 제발 평범하게 행동해! 평범하게!" "어떤 것이 평범한지 내가 알아야지...." 블러드는 기가 죽었는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블러드를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턱 쉬더니 조용조용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중요할 때 외에는 말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하는 대로 있어." "알았어." 크라비어스는 작게 대답하는 블러드를 이끌고 근처의 어느 상점으로 들어갔다.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블러드는 혼잡함을 느꼈다. 뭔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바글바글. "저기...크라비어스. 여기 뭐 하는 곳이야?" "옷." "옷이라니?" 블러드의 반문에 크라비어스는 또다시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런 둘의 모습은 역시 이곳에서도 튀었다. "너.....설마 그런 옷으로 돌아다닐 생각은 아니겠지?" 그의 말에 블러드는 자신의 옷을 살펴보았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신계에서 천사들이 주로 입는 흰옷이었다. 그냥 하늘하늘한 옷이었고, 그 외의 장식이고 뭐고 하나도 없었다. 그냥 걸쳐놓은 듯한 옷. 금새라도 떨어져 나갈 듯이. 확실히 여기서 입는 옷들과 전혀 틀렸다. "그렇구나........신발도 여기서 사?" "그래." "그런데 나 돈 없어." "............" 크라비어스는 잠시 침묵하더니 블러드의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둘의 모습을 종업원들이 황홀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돈이 없어도 얼굴이 아름다우면 모든지 용서되는 법이다. "우쒸, 발 아프다니까!" "잠깐만 기다려." 둘은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들어섰다. 크라비어스는 그 곳에서 잠시 뭔가를 생각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블러드는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뭐해?" "아, 내 집의 좌표." "집? 크라비어스 집 있었어? 여기에?" "용이라면 다 있어, 레어." 잠시 얼굴을 찌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던 크라비어스는 손으로 특이한 모양의 문양을 그려냈다. 특이한 문양의 완성되자 크라비어스는 작게 중얼거렸다. "전송." 그 말과 함께 그 문양에서 빛이 쏟아지더니 보기에도 황홀한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사파이어, 수정, 루비......화려한 목걸이, 팔찌, 반지...... "우와!" 크라비어스는 놀라운 탄성을 내지르는 블러드를 흘끗 쳐다보더니 그것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얼마 후, 다 주워담았는지 몸을 툭 툭 털더니 블러드를 보고 말했다. "가자." "크라비어스......부자였네?" "용이잖아."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온 둘의 모습을 보고 종업원들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역시 얼굴이 잘생겨야 한다. "손님, 무엇을 드릴까요?" 친절한 종업원의 말에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애한테 맞을 신발, 옷. 최고급으로 가져오고. 중요한 것은 남자용이다." "네......네? 남자용이요?" "그래," "그..그럼." 크라비어스가 말을 끝내자 종업원을 블러드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여러 명의 종업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목표물(?)이 들어오자 일제히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 흐냐냐...... 하루리입니다. 오늘은 별로 할말이...... 음....내용은 평소에 비해 적군요. 어제 쓰다가 10장에 가까운 분량을 날려버려서......ㅠ.ㅠ 그럼 하루리는 이만......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출처는 천리안, 작가님 멜은 S870706@chollian.net 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리고 즐거움과 평안함이 늘 함께하시길..^^ 번 호 : 16311 / 16316 등록일 : 2001년 02월 02일 21:28 등록자 : S870706 조 회 : 46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7장-중간계>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스물 일곱 번째 이야기... "자, 이것부터 입어보시죠." "그거 다음에는 이것입니다." "이것도 잘 어울리시는군요." "자..잠깐만요, 좀 천천히." 블러드의 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했다. 블러드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크고 유명한 가게에는 별로 들어오고 싶지 않아, 라고 중얼거렸다. 물론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다 돼었습니다. 마음에 드시는지요?" "네...네......마음에 들어요." 블러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다시 또 그 무서운 일을 겪어야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마음에 든다고 대충 둘러댔다. 그러나 블러드는 마음에 들어도 종업원들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음, 별로 어울리지 않아, 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블러드의 옷을 벗겨내고 다시 처음부터 입히기 시작했으니까. "다시 입어보세요." "이번에는 이 옷입니다." "사..살려줘......" 약 1레젠트라(시간)가 지난 뒤, 블러드가 잔뜩 지친 모습으로 걸어나왔다. 역시나 가장 비싼 것으로 가져다달라고 말한 보람이 있었는지 종업원들은 블러드에게 잘 어울릴만한 옷을 골라서 입혀 주었다. 역시 머리카락 색의 영향은 지대했다. 붉은 머리카락과 잘 어울릴만한 흰색 계열로 전부 통일해 놓은 블러드의 옷차림은 그리 튀지는 않았으나 귀족이라는 티를 물씬 풍기는 모습 그 자체였다. 확실히 신족은 가만히만 있어도 그 우아함이 저절로 풍겨 나오는 법이다. 이런 것은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그들만의 특징인 것이다. 블러드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툴툴댔다. "젠장, 넘어지면 엄청나게 더러워지겠군."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킥킥대며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여태까지 자신의 옆에 꾸준히 서 있던 종업원을 보며 말했다. "얼마야?" "네, 손님. 전부 합쳐서 36*골드 24*실버입니다." "이거면 되겠지?" 크라비어스는 종업원에게 루비 한 개를 던지며 말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루비를 종업원은 익숙한 솜씨로 받아내고는 주머니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 루비를 잠시 문지르더니 즉시 대답하기 시작했다. "네, 손님. 이 루비는 36캐럿에, 순도 97.3%. 거의 원석 수준입니다. 세공은 드워프제군요, 이 정도라면 현재 시가로 500 ~ 600골드까지 받을 수 있겠군요, 경매를 붙인다면 아마도 1천 골드까지는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요점이 뭐야, 요점이?" 크라비어스는 엄청난 말에 질린 듯 짜증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종업원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도대체 얼마를 투자했을까, 아마도 시험을 보아서 우수한 사원만 뽑았겠지. "현재 저희 가게에는 거스름돈으로 드릴 현금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다른 보석으로는 드릴 수 있습니다만." "거스름돈 필요 없어, 블러드. 가자." 크라비어스가 블러드를 이끌고 나가려고 하자, 종업원이 앞을 가로막았다. 점점 더 열받게 만드는군,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종업원에게 물었다. "왜?" "손님께서는 저희 가게의 특별 회원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회원 가 입을 하시면 전국, 아니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만 개의 저희 가게에서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 가게의 총수께서는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숙박사업, 보석상, 농업, 어업, 경매 등등에 손대고 계시기 때문에 특별 회원제에 가입하신다면 이 곳들에서 여러 가지 우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입하라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돈이 별도로 드는 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손님 정도의 재력을 지니신 분이라면 그 정도는 가볍게 지불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잠시 생각을 해보던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쳐다보았다. 블러드는 가입하자, 라는 듯이 크라비어스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쳐다본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푹 쉬더니 종업원애게 물었다. "알았어, 가입하지." "저를 따라오십시오." 종업원은 가게 안에 있던 큰문을 열고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문안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통로가 있었고, 통로는 온갖 보석으로 번쩍번쩍했다.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종업원을 따라 그 길을 걸어가는 크라비어스는 무덤덤했으나, 블러드는 눈을 휘둥그래 뜨고는 구경하기에 바빴다. 어느새 통로의 끝이 보였다. 그 끝에는 또 다시 화려한 문이 있었다. 종업원은 그 문을 망설임 없이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화려하고 둥근 홀이었다. 홀의 둘레 벽에는 그림들이 여러 장 걸려있었고, 군데군데에는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도자기들도 놓여 있었다. "휘유, 죽이는데?" "저속한 발언은 삼가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말도 많구만." 종업원은 홀 가운데에 놓여 있는 의자를 테이블에서 빼내며 둘에게 자리를 청했다. 물론 거부할 둘이 아니었고. 종업원이 박수를 짝짝 치자, 일행이 들어온 반대편에 있던 문에서 시녀가 손에 쟁반을 들고 나오더니 셋의 앞에 놓여있는 테이블에 놓고는 조심스럽게 차를 따랐다. 볼일이 끝나자 시녀는 다시 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시녀가 사라지자 크라비어스가 입을 열었다. "이봐, 너. 일개 종업원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데? 너 종업원이 아니지?" "네, 맞습니다. 제 이름은 타미카 폰 그라시엔. 그라시엔 가의 장남입니다."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종업원, 아니 타미카 폰 그라시엔. 그라시엔 가(家).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고 일컫는 유명한 명문가이자 세력가. 그들이 그런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는 각 국가들과의 친분이 큰 영향을 끼쳤다. 전대 그라시엔 가의 가주는 자신의 아들, 딸들을 전부 왕족가로 보냈던 것이다. 즉 현대 가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왕족가로 시집, 혹은 장가갔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대 그라시엔 가의 가주, 그리고 그의 아내가 아름다웠는지 그 자식들은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에 왕족들에게서 거절당할 염려는 없었다. 그 덕분에 그들은 무역에서도 각 왕국들의 소유인 해협들을 자유 자재로 넘나들 수 있었고, 그 결과 그들의 해상 무역은 더욱 더 활발해질 수 있었다. 그들의 사유지만 해도 전 세계의 약 10%나 되는 엄청난 부자이다. 그러나 그라시엔 가라는 가문이 그런 유명한 가문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래?" "크라비어스, 그라시엔 가라는 가문이 그렇게 유명해?" "내가 알겠냐?" 블러드는 겉모습이 어떻든 이제 겨우 3살짜리 어린애였다. 물론 그라시엔 가 하면 3살짜리가 아니라 2살짜리라고 해도 알아들을 정도로 유명한 가문이었지만 블러드는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이었을 때는 이 곳에 살고 있지 않았고. 크라비어스는 현재로써 약 7000살이 약간 넘는데 봉인된 지만 해도 2000년이 더 되었다. 유희를 즐기러 인간계에 왔다고 해도 2000년 전. 봉인이 풀리고서는 블러드의 곁에서 놀기만 했으니. 게다가 중간계로 내려온 것은 방금 막 내려오지 않았는가. 즉 둘은 그라시엔이라는 말조차 들어본 일이 없었다. "콜록 콜록, 그..그라시엔 가를 모르십니까?" "응, 몰라." "난....당연히 모르고." 타미카는 마시던 차 때문에 사례가 들렸는지 콜록대며 둘에게 다시 한 번 그라시엔을 모르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둘은 아주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그들의 눈을 살펴보던 타미카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는지 의아한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면 손님들께서는 저희 그라시엔 가문이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사실만 알아 두셔도 괜찮을 것입니다." 자신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실버 블론드의 머리카락을 뒤로 살짝 넘기는 그의 모습에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우아함과 기품이 서려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욕을 했다. '젠장, 꼭 누구누구를 생각나게 하는군.' 그런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다시 타미카에게 질문하는 크라비어스. 과연 7000년을 살아온 용답게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었다. "휘유, 그러면 너는 다음 대 가주겠네?" "그렇습니다, 후계자이죠." "후계자가 왜 자신 가문의 상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거지?" "저희 가문의 전통입니다." 무덤덤하게 대꾸하는 타미카를 보며 크라비어스는 생각했다. 참 특이한 가문의 전통이구나, 라고. 생각에 빠져 있는 크라비어스에게 그라시엔이 질문했다. "그 정도의 돈을 쓰실 정도라면 웬만큼 이름 있는 귀족이나 왕족 가문의 자제이신 모양이군요, 아니면 가주 자신이거나." "아, 유명하긴 유명하지." 크라비어스는 마룡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타미카는 그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봐, 어떻게 우리가 부자라는 것을 알았지?" 크라비어스의 질문에 타미카는 찻잔을 들어서 우아하게 한 모금 마시더니 대답했다. "루비의 가격을 현재 시가로 500골드라고 쳐도 옷 가격인 36골드 24실버보다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옷 가격을 제외해도 463골드 76실버나 남는데 그 돈이면 보통 성인 10명이 실컷 먹고 마시고 취미 생활 다 즐겨 가며 70살까지 평생을 즐길 수 있는 돈입니다. 그 정도의 돈을 가볍게 던져 버리실 정도라면 당연히 엄청난 부자겠죠. 그것도 전혀 망설임 없이. 아마 그 정도의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망설이지도 않고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저희 가문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유명한 세력가의 몇몇밖에 없죠." 그의 말을 듣고 과연 그렇구나, 하고 공감하고 있던 블러드는 도대체 크라비어스는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라는 심각한 고찰에 빠졌다. 성인 10명이 먹고 마시고 취미 생활 다 즐겨 가며 70살까지 평생을 즐길 수 있는 돈을 그냥 던져 버릴 정도라면...... 말을 끝낸 타미카는 황금색의 작은 펜을 들고 둘에게 질문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크라비어스, 얘는 블러드." 그의 말을 듣고 열심히 받아 적던 타미카는 희한하다는 눈빛으로 크라비어스와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가명은 안됩니다. 본명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약간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나 블러드도 별로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가명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본명이다." 크라비어스의 말에 담긴 짜증스럼을 눈치챘는지 타미카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아니 한 마디 하기는 했다. "2000년 전에 대마법사 라인더스에게 봉인된 마룡의 이름이군요." '젠장, 그게 진짜 나란 말이다.' 블러드는 속으로 자신의 화를 삭히며 중얼대는 크라비어스를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저러다 화라도 내면...... 다행히도 크라비어스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럼 성은?" 블러드가 자신과 크라비어스에게는 성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크라비어스는 아주 간단하게 말해 버렸다. "비밀이다." 타미카는 다시 말했다. 아무리 무표정하게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있다고 해도 이번에는 당황한 것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 "성을 말씀하시지 않으면 가입은 되지 않습니다." "아, 그래? 그럼 가입하지 않도록 하지. 블러드, 가자." 가볍게 말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둘을 본 타미카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22년을 살아오면서 이토록 황당한 일은 처음 보았다. 그라시엔이라는 성만 듣고도 다들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고, 심지어는 한 나라의 왕조차 자신을 마음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두 사람은 그라시엔이라는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조차 없었다. 아니 반응이 있긴 있었지. 그게 뭐냐는......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자 가문, 이라는 설명을 해 주어도 무반응. 아무리 무감각한 사람이라도 이 정도까지 말하면 다들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 두 명은 그런 데에 전혀 관심도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가입하면 무조건 최상위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특별 회원 자격도 깨끗하게 거부했다. 이 회원 자격이라는 것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었다. 왕족이라고 해서 다 받는 것도 아니고 부자라고 해서 다 받는 것도 아니었다. 왕족다운 재력과 세력, 그리고 그 자신의 능력과 배포를 보고서 가주나 그 가문에서도 유력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이렇게 황당한, 아니 재미있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놓칠 수는 없지. 타미카는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두 사람을 불렀다. "크라비어스 씨, 블러드 씨." 그의 부름에 둘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타미카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무표정만을 일관하고 있던 그가 미소짓는 것을 보자 좀 신기했는지 두 사람은 그것에 반응을 보였다. 타미카는 두 사람이 반응을 보이던 보이지 않던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 세부적인 것은 일체 묻지 않겠습니다. 거주지와 두 분의 관계만 말씀해주십시오." 그 말에 크라비어스는 회원 제도인지 뭔지가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몸을 돌려서 말했다. "거주지는 특별히 없으나 한동안 이곳에 있을 생각이다. 둘의 관계는 주종관계 정도라고 보면 되겠지." "주종관계라......블러드 씨가 크라비어스 씨의?" "그 반대다." 크라비어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타미카는 잠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더니 알았다는 듯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그의 손에는 번쩍이는 카드 두 장이 들려 있었다. 타미카는 그 카드 두 장을 블러드와 크라비어스에게 각각 나눠주며 말했다. "그라시엔 카드입니다. 저희 가문에서 설립한 지점이든 아니든, 일단 이것만 보여주면 어떤 가게에서도 우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 물론 너무 작은 소규모 개인 운영업체를 제외하고요. 참고로 가입비는 두 분 합쳐서 3000골드입니다." 크라비어스는 주머니에서 커다란 에메랄드를 두 개 꺼내 던지고는 카드를 들여다보았다. 카드에는 멋진 필기체로 <그라시엔> 이라고 쓰여 있었다. "호오, 꽤 유용한데? 돈은 모자라나?" "아니오, 충분합니다." 어느 새 보석 감정을 다 끝낸 타미카가 말했다. "좋아. 이제 가도 되겠지?" "그런데 두 분을 저희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은데요?" 타미카의 갑작스런 제의에 크라비어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는 열심히 표정으로 안 돼,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우린 바빠." "와 보시면 아마 후회되지 않으실 겁니다." 절대로 거부는 안됩니다, 라는 강력한 눈길로 쳐다보는 타미카에게 크라비어스는 항복하고 말았다. 블러드 미안해~,를 속으로 외치면서도 크라비어스는 결국 그에게 저녁식사시간을 묻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크라비어스를 무서운 눈길로 째려보는 블러드가 있었다. "언제?" "이 도시를 돌아다니고 계시면 아마 저녁식사시간에 맞추어 하인들이 찾아갈 겁니다." "참 편하군, 그럼 볼일 더 없으면 우리는 간다." "네, 마중해 드리겠습니다." "아, 별로 필요 없는데." "괜찮습니다."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는 가게 바로 입구까지 마중 나오는 타미카가 안 보이는 곳까지 와서 한숨을 푹 쉬며 생각했다. '지독한 녀석이다.' <단어 설명!! 그 아홉번째!!!> *골드(Gold): 화폐 단위의 하나. 1골드는 약 100만원. *실버(Slver): 화폐 단위의 하나. 1실버는 약 1만원. ----------------------------------------------------------------------------- 네에......안녕하세요, 하루리입니다. 어제 쪼끔밖에 못 올린 죄로 오늘은 많이!!! 그러나......한 번 썼던 것을 날리는 바람에...ㅠ.ㅠ 젠장. 하루리 내일 개학입니다. 개학 하면 자주 못올리겠죠....휴우....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중얼중얼......... 참, 퍼가겠다고 하신 네분인가 다섯 분인가......하여튼 그 분들 중에서......제대로 홈페이지에 들어가지는 분은 아스테리아 님과 KMS6854 님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분들...알아서 메모를 보내시던지......아님 멜을 보내 주십쇼. 저...연재 요청하면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와이!! 주소가 제대로 된 것이 없는지.... 하루리 울고 싶군요...ㅠ.ㅠ 그럼 이만......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하핫.. 퍼온 곳은 천리안,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그럼 즐거움과 평안함이 늘 함께하시길..^^ 번 호 : 16332 / 16331 등록일 : 2001년 02월 04일 23:57 등록자 : S870706 조 회 : 2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중간계>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스물 여덟번째 이야기... * * * * * * * * * * 과연 한 나라의 수도답게 거리는 활기찼다. 큰길가에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길 한쪽 옆에 자리를 펴놓고 열심히 자신들이 파는 신기한 이국의 물건들에 대해 설명하는 잡상인들과 그것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구경하는 사람들. 길가에 있는 집들의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고 친구를 불러대는 꼬마들. 색색의 화려한 원색 옷을 차려입고 군데군데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는 여인네들. 이렇게 밝고 화려한 도시. 그러나 양의 부분이 있으면 양의 부분도 있기 마련. 사람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상인들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곧이어 거리의 건물들에서 하나 둘 불이 켜지며 도시는 환락과 범죄의 도시, 음의 면을 드러낸다. 어두컴컴한 좁은 골목길에는 낮에는 구경도 할 수 없었던 험악하게 생긴 사내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곳곳에서는 마약 거리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길거리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여관 <승리의 여신>의 주인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두 손님 때문에 곤혹을 겪고 있었다. 그 두 손님은 날이 저물고 얼마 안 있어서 갑작스럽게 여관 문을 열고 나타났다. 이 <승리의 여신> 이라는 여관은 마약 거래, 노예 매매, 투기 등의 온갖 범죄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찾아온 두 손님의 행색을 보니 철모르는 귀족집 자제들 같았다. 더구나 생긴 것도 예쁘장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우아함이 물씬 풍기는 것이 완벽하게 '세상 모르고 가출한 귀족집 도련님' 이었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놈들이군. 이거 괜히 건드렸다가 나만 손해지.' 이런 생각을 하며 주인은 이 둘의 숙박을 거부했다. 이곳은 그들이 머물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닥치고 방이나 내놔, 가장 고급으로." 그러나 그는 살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청년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방을 하나 내줄 수밖에 없었다. 올해 쉰 살이 되는 그로써는 이 청년이 얼마나 싸움에 능한 자인지 금새 눈치챘다. 아직 어려 보이는 새파란 청년의 살기는 여태까지 그가 이 여관을 운영하면서 보아온 어떤 용병들보다도 강했다. '이 자는 강하다, 그것도 무척.'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둘은 열쇠를 받아들고 만족한 표정으로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 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 * * * * * * * * * "크라비어스." 블러드는, 방에 있는 두 개의 침대 중 한 개에 걸터앉아서 신경질난다는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는 크라비어스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예상대로 크라비어스는 약간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아..아무 것도 아니야." 기가 죽은 듯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숙이는 블러드의 모습에 크라비어스는 애써 화를 누르며 방을 둘러보았다. 방에는 침대가 양쪽으로 두 개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 발을 두는 쪽으로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왼쪽, 크라비어스가 앉아있는 침대의 머리맡에는 욕실 겸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고, 바닥에는 언뜻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게다가 향수를 뿌려놓은 건지 방안에는 약하게 장미꽃 향기까지 나고 있었다. '그래, 방이 꽤 좋은 편이니 참는다. 만약 방도 형편없었으면 내 이 따위 여관 당장 나가버려.' 크라비어스는 이 여관이 밤에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낮에는 보통의 여행객 또는 모험가들에게 음식과 술, 가끔가다 정보와 의뢰를 제공하는 곳이지만 밤이 되면 마약 거래, 노예 매매, 투기 등의 온갖 범죄행각이 벌어지는 곳으로 탈바꿈한다. 경험이 풍부한 그이니만큼 이런 여관이 밤에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으나, 이곳 외에는 마땅한 여관도 없었다. 많이 보아온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블러드는 좀 달랐다. 아무리 겉보기에는 15~18살 정도라지만 실제로는 이제 겨우 3살이 된 것 아닌가? 겨우 '성장' 하고 곧바로 이곳으로 온 건데...... 게다가 신계에는 당연히 이런 곳이 없다. 그럼 그라시엔 가에서 여기로 데리러 올 때까지 꼼짝말고 방에 있어야 하나? 거기까지 생각한 크라비어스는 지끈지끈 아파 오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블러드가 방금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는 것을...... 크라비어스는 화를 꾹꾹 누르며 블러드에게 조용히 말했다. "블러드." 블러드는 갑자기 크라비어스가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약간 말을 더듬으며...... "으..응?"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입밖으로 꺼냈다. 일단 블러드가 없어야지 자신이 조용히 생각할 수 있다. "아까 그라시엔 가에서 우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으니, 조금 있으면 데리러 가려고 올 테니까 목욕해라." "알았어." 그럼 너는? 이라고 묻고 싶은 것을 참고는 블러드는 얌전히 대답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물소리가 <쏴아> 하고 들렸고, 크라비어스는 물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그라시엔 가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의 지식을 화려한 토론을 통해 늘어놓는다, 물론 블러드에게는 약간 미안하지만...... 그러면 보통의 귀족들이 그러듯 그들도 우리를 초대하겠지. 하룻밤 자고 가라고. 그러면 이 위험한 여관에 있을 필요는 없는 거다. 여기까지 생각한 크라비어스는 한결 풀린 기분으로 아까 타미카가 준 봉투를 보았다. 그 봉투는 가게를 나오기 전에 타미카가 빙긋 웃으며 식사하러 올 때 입고 오라고 싸준 옷이었다. 그러나 그 봉투를 열어봄으로써 크라비어스는 약간은 나아졌던 기분이 다시 다운되는 것을 느꼈다. 부르르...... 블러드에게 타미카가 입으라고 준 옷을 두 손으로 들고 경직되었다. 그의 두 손은 가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망할 녀석......"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옷을 바라보았다. 드레스였다. 그것도 붉은색의 화려한 실크 드레스. 무척이나 고급으로 보이는...... 아름답고 블러드가 입으면 어울릴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화려한 것도 아니고 수수한 것도 아닌...... ".........이 녀석.................블러드를 여자로 착각한 건가?" 중얼거리던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생각을 고쳤다. 그러고 보면 블러드는 여자도 아니지만 남자도 아니지 않는가? 입어도 상관없겠지. 약간은, 아주 약간은 자신도 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어쨌든 말이다. 그러나 블러드의 의견이 중요한데......... "절대, 절대 안 입어! 아니 못 입어!" 역시 예상대로 블러드는 결사코 반대였다. 목욕을 끝마치고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이거 입어> 라며 눈앞에 시뻘건 천 쪼가리 - 적어도 블러드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 를 내미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그리고 잠시 그 천 쪼가리를 살펴본 블러드는 경악했다. "못 입어!! 절대 안 돼!!" 크라비어스는 불같이 화를 내며 반대하는 블러드를 천천히 설득했다. 설득이라기 보다는 거의 협박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그럼 어떡할 건데? 일단 초대받았으니까 입어 줘야지." "너 같으면 입겠냐?" "아니."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눈까지 감고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대답하는 크라비어스를 보며 블러드는 자신의 이마에 열 십자 모양의 아주아주 귀엽고 예쁜 빠직 표시가 꽤 여러 개 돋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왜 내가 입어!?" "그럼 내가 입으랴?" "내가 입으면 너도 입어야 하잖아?! 그런데 왜 너는 남자 옷이냐고!?" "난 완벽한 남자라고." "그럼 나는?!" "하지만 너는 여자도 아니지만 남자도 아니지. 즉, 입어도 아무 상관 없다 이거야." "그..그건 그렇지만......" "그럼 입어." 크라비어스는 눈을 감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블러드의 앞에 타미카가 보내준 붉은 드레스를 내밀었다. 블러드는 자신의 앞에 드레스를 내밀고 있는 크라비어스를 짱 돌로 쳐죽이고 저 저주받을 빨간 천 쪼가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느끼며 드레스를 받아들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하지만 크라비어스의 표정은 반대로 상당히 기대되고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블러드는 자신이 들고 있는 드레스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 드레스는 최고급의 실크로 만든 것으로, 옅은 분홍색의 옷자락에 달린 화려하나 어딘가 수수해 보이는 매우 진한 붉은 색의 레이스들이 걸을 때마다 둥글게 퍼지도록 만들어진, 아주 고급 옷이었다. 그리고 세트로 드레스 옆에는 작은 상자에 담긴 아름다운 목걸이와 귀걸이가 <선물입니다!> 라는 메모와 함께 얌전히 놓여 있었다. "젠장." 블러드는 작은 욕설을 중얼거리며 크라비어스에게 옷을 내밀었다. <뭐야?> 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블러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 이거 입는 방법 몰라. 입혀줘." "........." * * * * * * * * * * 네...... 오늘은 적습니다..... 할머니네 제사지내러 갔습니다. 10시가 넘어서 왔기 땜시...... 아하하...... 그나마 조금조금씩 공책에 써둔 것이 있어서 다행이지...... 비축분? 전 비축분따윈 없습니다. 크하하하핫!!! 그날 써서 그날 올리는!!! 개학한다는게 이렇게 힘든 걸줄야!! 크하하하핫!!!!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출처는 천리안 판츠, 작가님 멜 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꼭 밝혀달라고 하셔서..하핫..^^; 그럼 즐거움과 평안함이 늘 함께하시길..^^ 번 호 : 16457 / 16474 등록일 : 2001년 02월 06일 23:08 등록자 : S870706 조 회 : 26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7장-중간계>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스물 아홉번째 이야기... * * * * * * * * * * 라일란드는 자신이 선물한 드레스를 입고 온 블러드를 보고는 만족했다. 그리고 자신이 준 루비 목걸이와 귀걸이도 하고 있군. <붉은 색이 무척 잘 어울리는군, 싸주길 잘했어> 라는 생각을 하며 라일란드는 블러드와 크라비어스에게 인사하고는 보통 귀족의 여성에게 하는 것과 똑같이 블러드를 에스코트하려 했다. "환영합니다." 그러나 그 인사말에 돌아온 것은 싸늘한 시선뿐이었다. 의외의 반응에 깜짝 놀란 라일란드는 의아한 눈빛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블러드는 싸늘한, 그것도 무지무지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자신하고는 눈조차 맞추려 하지 않았고, 크라비어스는 무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째려보고 있었다. '나에게 이 시뻘건 천 쪼가리를 입게 한 원흉!!' 라인더스는 블러드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자신을 저주하고 있는 줄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것이다. 블러드는 가만히 그의 손을 노려보더니 홱 뿌리치고는 말했다. "충분히 혼자 걸어갈 수 있어." "에..?" 에스코트를 거절하는 여성은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라일란드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것도 자신이 직접 에스코트하겠다는데...... 보통 귀족의 여성들은 에스코트하지 않고 혼자 걸어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평소에 그런 것을 별로 탐탁하지 않게 여기던 그였지만 평소 습관대로 에스코트하려는 자신을 뿌리치며 직접 걸어가겠다고 하는 여성이라니...... 라일란드는 방금 전의 충격으로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앞서서 안으로 걸어가는 둘의 뒤를 따라가며 말했다. "저...실례지만 귀족이십니까?" "내가 귀족 따위로 보여?" 블러드가 <그래, 난 귀족이 아니라 신족이다> 를 속으로 중얼거리는 것도 모르고 라일란드는 멋대로 생각했다. '따위' 라는 말을 쓴다면 아마도 어느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여기에는 왕족보다 높은 것은 없으니까. '어느 나라의 왕족인가?' 둘의 걸음은 상당히 빨랐다. 보통 왕족이나 귀족들은 빨리 걷는 것을 천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귀족들의 자제로 이루어진 기사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래서 뛰거나 기타의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라일란드도 기사였기 때문에 평소에 몸을 자주 움직이고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둘의 걸음을 따라갈 수 있었다. '아마도 보통 왕족이나 귀족들은 이들의 걸음 따라가지도 못하고 지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라일란드는 이 둘을 따라가며 또 한 번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왕족이 아니라, 대 지주나 부호의 딸인가?' 둘이 빨리 걷던 말던, 그 뒤를 열심히 쫓아가며 생각에 빠져 있는 그였다. 그러다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라일란드는 급히 둘에게 소리쳤다. "길은 이쪽이 아닙니다만!" 그 말에 둘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다. 둘은 심각한 길치였다. 당황한 표정의 둘을 바라보며 라일란드는 속으로 실소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저희 집이 워낙 넓어서,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라일란드는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뭐라 중얼거리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잠시 뒤, 셋은 커다란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는...... 화려한 홀 가운데에 엄청나게 커다란 식탁이 놓여 있었고, 그 주위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춤을 추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둘은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히 식사에 초대한다고 했지, 파티에 초대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다면 이런 옷을 준 것이 이해가 되는군. "이봐......우린 식사에 초대받았지 파티에 초대받은 것이 아니라고." 크라비어스의 말에 라일란드는 빙긋 웃으며 둘을 쳐다보았다. "파티에 초대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요." 그 말을 들은 둘은 동시에 속으로 생각했다. '당했다.' 블러드는 더욱 짜증스런 눈빛으로 홀을 쳐다보았다. 홀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대고 있었다. 복잡하다! 그러나 블러드가 짜증을 내는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사람은 많지만 본격적으로 먹고 있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자신이 먹기 시작하면 얼마나 쪽팔릴까. ".......크라비어스, 일단 먹고 그냥 가자."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계획이 산산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원래는 그라시엔 가에서 묵을 생각이었는데...! 안되면 다시 그 추잡스런 여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도 이 옷을 입고!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은 유명한 사람이니 분명 바쁠 테고 우리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즉. 얌전히 먹고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 "젠장." 짧게 욕설을 중얼거리는 크라비어스에게 블러드가 물었다. "크라비어스, 이 파티의 주인공은 누구야? 보통 책에서 보면 파티는 대부분 주인공이 있던 데......왕족의 생일 파티 같은 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크라비어스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는 홀 안을 보았다. 분명 우리가 들어가면 저 라일란드라는 놈의 주위로 사람이 몰릴 테지. 아주 오랜 옛날이긴 하지만 왕족이나 귀족으로써의 꿈을 꿀 때, 파티에서 저런 왕족이나 귀족들이 얼마나 짜증나는 것들인지 알고 있는 크라비어스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툭하면 몰려들어 질문이나 해대지. 그 때, 라일란드의 말이 들려왔다. "왕족의 생일 파티죠, 현 왕인 다린 알페리노 라미나의 딸인, 왕녀 아델레이드 알페리노 라미나의 생일 파티입니다." "생일 파티가 무척이나 거창하구만." "왕족들은 원래 가식으로 가득 차 있죠." "너도 왕족이잖아?" "전 가끔 제가 왕족으로 태어난 것을 저주하죠." '특이한 녀석이네?' 속으로 중얼거리며 블러드는 다시 한 번 홀을 바라보았다. 사람은 아까보다 더 많았다. 블러드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크라비어스를 쳐다보았다. 라일란드는 빙긋 웃으며 둘에게 말했다. "들어가죠." 셋이 홀 안으로 들어가자 입구 근처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의 시선이 셋에게로 쏠렸다. 라일란드나 크라비어스 같은 경우에는 세계 제일의 부자에다가 이름도 유명한 마룡이 아닌가.당연히 시선에는 익숙했다. 라인더스는 세계 제일의 부자니.....허구한 날 하는 일이 파티, 또 파티...... 크라비어스야...... <으하하하! 보물을 바쳐라!> 라며 왕궁 하늘에 나타나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아이언 마스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블러드는 다르다. 여기저기서 따끔따끔한 시선들이 자신에 몸에 꽂히고 있는 것을 느끼자 온몸에 소름이 우수수 돋고 있었다. <태연하게, 태연하게> 를 속으로 외치며 천천히 식탁을 향해 걸어가려는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를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쌌다. "어머, 그라시엔 자작님. 이 아리따운 레이디는 어느 분의 따님이신가요?" "아, 레이디 사냐, 이따가 직접 알아보시죠. 저도 정확히는 몰라서요." 갈색 머리카락을 한 어떤 여성이 라일란드에게 다가가 말을 붙이자 라일란드는 확 풍겨오는 화장품 냄새에 질식할 것 같은 속을 숨기고 친절하게 대답했다. 곧이어 수염을 멋지게 기른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라시엔 자작, 오래간만이군." "찰스란 남작님, 오래간만입니다." "그래, 저들은 누구요? 굉장히 눈에 띄는 사람들인데?" "아, 오늘 처음 만났습니다." "하하, 그런 것 치고는 상당히 친해 보이는군." "그라시엔 자작님, 저 붉은 머리카락의 레이디는 누군가요?" "하하, 아까 말했듯이 저도 잘 모릅니다." 과연 라일란드.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곁에 달라붙는 사람들을 능숙하게 떼어내며 둘에게로 다가갔다. 라일란드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얼빠진 듯이 바라보고 있는 블러드에게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저와 춤을 추실 영광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춤 신청을 하면 받아 주기는 했으나 절대로 먼저 춤 신청을 하지 않았던 그가 이름 없는 한 레이디에게 춤 신청을 하는 것을 보자 주위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흥미롭게 라일란드와 블러드를 주시했다. "어머, 저 레이디는 누군데 그라시엔 자작님의 춤 신청을 받는 거죠?" "어머, 어머, 별꼴이야."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인기 있는 남자인 라일란드가 춤을 신청한 사람에 대한 질투와, 순수한 호기심. "세계 제일의 부자의 마음에 든 저 행운의 레이디는 누굴까?" "무척 아름답군. 과연 그라시엔 자작의 눈에 들만도 해." "우아해, 마치 신족을 보는 듯 하군." 방금 생각한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점쟁이 차려도 딱 맞겠다는 생각을 하며 크라비어스는 스트레스 받는 눈빛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블러드는 거절을 못하니 아마도 승낙하겠지? 하지만 춤을 못추는데......'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둘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블러드는 그라시엔에게 차갑게 말했다. "실례지만 저는 춤을 추지 못합니다, 게다가 무척 배가 고파서." --------------------------------------------------------------------- 젠장......블러드... 왜 거절한 거냐!! 처신하기가 힘들잖아!! 크아아악!!! 가뜩이나 수정본 때매 스트레스 받는데 너마저 이럴래!? .....;;; 아하하...... 적습니다. 아마도 개학했으니...계속 이럴 것 같은데...ㅠ.ㅠ 힘들군요. 후우.....;;; 중간계 3,4 편은 수정본을 올렸으니 삭제!! 아까븐 조회수~~~~ 으허허허헝.......ㅠ.ㅠ 안녕히...ㅠ.ㅠ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출처는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 번 호 : 16455 / 16474 등록일 : 2001년 02월 06일 23:00 등록자 : S870706 조 회 : 35 건 제 목 : 블러드 엔젤 수정본 <7장-중간계>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스물 일곱번째 이야기... "자, 이것부터 입어보시죠." "그거 다음에는 이것입니다." "이것도 잘 어울리시는군요." 약 1레젠트라(시간)가 지난 뒤, 블러드가 잔뜩 지친 모습으로 걸어나왔다.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킥킥대며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종업원들을 보며 말했다. "얼마야?" "네, 손님. 전부 합쳐서 36*골드 24*실버입니다." "이거면 되겠지?" 크라비어스는 종업원에게 루비 한 개를 던지며 말했다.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루비를 종업원은 익숙한 솜씨로 받아내고는 주머니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 루비를 잠시 문지르더니 즉시 대답하기 시작했다. "네, 손님. 이 루비는 36캐럿에, 순도 97.3%. 거의 원석 수준입니다. 세공은 드워프제군요, 이 정도라면 현재 시가로 500~ 600골드까지 받을 수 있겠군요, 경매를 붙인다면 아마도 1천 골드까지는 받을 수 있겠습니다." "요점이 뭐야, 요점이?" 크라비어스는 엄청난 말에 질린 듯 짜증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종업원을 훈련시키기 위해서 도대체 얼마를 투자했을까, 아니면 시험을 보아서 우수한 사원만 뽑거나. "현재 저희 가게에는 거스름돈으로 드릴 현금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다른 보석으로는 드릴 수 있습니다만." "거스름돈 필요 없어, 블러드. 가자." 크라비어스가 블러드를 이끌고 나가려고 하자, 종업원이 앞을 가로막았다. 점점 더 열받게 만드는군,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종업원에게 물었다. "왜?" "손님께서는 저희 가게의 특별 회원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회원 가입을 하시면 전국, 아니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만 개의 저희 가게에서 특별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희 가게의 총수께서는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 숙박사업, 보석상, 농업, 어업, 경매 등등에 손대고 계시기 때문에 특별 회원제에 가입하신다면 이 곳들에서 여러 가지 우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입하라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돈이 별도로 드는 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손님 정도의 재력을 지니신 분이라면 그 정도는 가볍게 지불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잠시 생각을 해보던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쳐다보았다. 블러드는 가입하자, 라는 듯이 크라비어스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쳐다본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푹 쉬더니 종업원애게 물었다. "알았어, 가입하지." "저를 따라오십시오." 종업원은 가게 안에 있던 큰문을 열고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문안에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통로가 있었고, 통로는 온갖 보석으로 번쩍번쩍했다.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종업원을 따라 그 길을 걸어가는 크라비어스는 무덤덤 했으나, 블러드는 눈을 휘둥그래 뜨고는 구경하기에 바빴다. 어느새 통로의 끝이 보였다. 그 끝에는 또 다시 화려한 문이 있었다. 종업원은 그 문을 망설임 없이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화려하고 둥근 홀이었다. 홀의 둘레 벽에는 그림들이 여러 장 걸려있었고, 군데군데에는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도자기들도 놓여 있었다. "휘유, 죽이는데?" "저속한 발언은 삼가 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말도 많구만." 종업원은 홀 가운데에 놓여 있는 의자를 테이블에서 빼내며 둘에게 자리를 청했다. 물론 거부할 둘이 아니었고. 종업원이 박수를 짝짝 치자, 일행이 들어온 반대편에 있던 문에서 시녀가 손에 쟁반을 들고 나오더니 셋의 앞에 놓여있는 테이블에 놓고는 조심스럽게 차를 따랐다. 볼일이 끝나자 시녀는 다시 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시녀가 사라지자 크라비어스가 입을 열었다. "이봐, 너. 일개 종업원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데? 너 종업원이 아니지?" "네, 맞습니다. 제 이름은 라일란드 폰 그라시엔. 그라시엔 가의 장남입니다."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종업원, 아니 라일란드 폰 그라시엔. 그라시엔 가(家).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고 일컫는 유명한 명문가이자 세력가. 그들이 그런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는 각 국가들과의 친분이 큰 영향을 끼쳤다. 전대 그라시엔 가의 가주는 자신의 아들, 딸들을 전부 왕족가로 보냈던 것이다. 즉 현대 가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왕족가로 시집, 혹은 장가갔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대 그라시엔 가의 가주, 그리고 그의 아내가 아름다웠는지 그 자식들은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에 왕족들에게서 거절당할 염려는 없었다. 그 덕분에 그들은 무역에서도 각 왕국들의 소유인 해협들을 자유 자재로 넘나들 수 있었고, 그 결과 그들의 해상 무역은 더욱 더 활발해질 수 있었다. 그들의 사유지만 해도 전 세계의 약 10%나 되는 엄청난 부자이다. 그러나 그라시엔 가라는 가문이 그런 유명한 가문이라는 것을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그래?" "크라비어스, 그라시엔 가라는 가문이 그렇게 유명해?" "내가 알겠냐?" 블러드는 겉모습이 어떻든 이제 겨우 3살짜리 어린애였다. 물론 그라시엔 가 하면 3살짜리가 아니라 2살짜리라고 해도 알아들을 정도로 유명한 가문이었지만 블러드는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이었을 때는 이 곳에 살고 있지 않았고. 크라비어스는 현재로써 약 7000살이 약간 넘는데 봉인된 지만 해도 2000년이 더 되었다. 유희를 즐기러 인간계에 왔다고 해도 2000년 전. 봉인이 풀리고서는 블러드의 곁에서 놀기만 했으니. 게다가 중간계로 내려온 것은 방금 막 내려오지 않았는가. 즉 둘은 그라시엔이라는 말조차 들어본 일이 없었다. "콜록 콜록, 그..그라시엔 가를 모르십니까?" "응, 몰라." "난....당연히 모르고." 라일란드는 마시던 차 때문에 사례가 들렸는지 콜록대며 둘에게 다시 한 번 그라시엔을 모르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둘은 아주 당연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그들의 눈을 살펴보던 라일란드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는지 의아한 눈빛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면 손님들께서는 저희 그라시엔 가문이 세계에서 가장 부자라는 사실만 알아 두셔도 괜찮 을 것입니다." 자신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실버 블론드의 머리카락을 뒤로 살짝 넘기는 그의 모습에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우아함과 기품이 서려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욕을 했다. '젠장, 꼭 누구누구를 생각나게 하는군.' 그런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다시 라일란드에게 질문하는 크라비어스. 과연 7000년을 살아온 용답게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었다. "휘유, 그러면 너는 다음 대 가주겠네?" "그렇습니다, 후계자이죠." "후계자가 왜 자신 가문의 상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거지?" "저희 가문의 전통입니다." 무덤덤하게 대꾸하는 라일란드를 보며 크라비어스는 생각했다. 참 특이한 가문의 전통이구나, 라고. 생각에 빠져 있는 크라비어스에게 그라시엔이 질문했다. "그 정도의 돈을 쓰실 정도라면 웬만큼 이름 있는 귀족이나 왕족 가문의 자제이신 모양이군요, 아니면 가주 자신이거나." "아, 유명하긴 유명하지." 크라비어스는 마룡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다행히도 라일란드는 그 말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봐, 어떻게 우리가 부자라는 것을 알았지?" 크라비어스의 질문에 라일란드는 찻잔을 들어서 우아하게 한 모금 마시더니 대답했다. "루비의 가격을 현재 시가로 500골드라고 쳐도 옷 가격인 36골드 24실버보다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옷 가격을 제외해도 463골드 76실버나 남는데 그 돈이면 보통 성인 10명이 실컷 먹고 마시고 취미 생활 다 즐겨 가며 70살까지 평생을 즐길 수 있는 돈입니다. 그 정도의 돈을 가볍게 던져 버리실 정도라면 당연히 엄청난 부자겠죠. 그것도 전혀 망설임 없이. 아마 그 정도의 돈을 쓰는 것도 아닌데 망설이지도 않고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저희 가문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유명한 세력가의 몇몇밖에 없죠." 그의 말을 듣고 과연 그렇구나, 하고 공감하고 있던 블러드는 도대체 크라비어스는 돈이 얼마나 많은 거야, 라는 심각한 고찰에 빠졌다. 성인 10명이 먹고 마시고 취미 생활 다 즐겨 가며 70살까지 평생을 즐길 수 있는 돈을 그냥 던져 버릴 정도라면...... 말을 끝낸 라일란드는 황금색의 작은 펜을 들고 둘에게 질문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크라비어스, 얘는 블러드." 그의 말을 듣고 열심히 받아 적던 라일란드는 희한하다는 눈빛으로 크라비어스와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가명은 안됩니다. 본명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약간 짜증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나 블러드도 별로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가명이니 어쩌니 하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닌 것이다. "본명이다." 크라비어스의 말에 담긴 짜증스럼을 눈치챘는지 라일란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아니 한 마디 하기는 했다. "2000년 전에 대마법사 라인더스에게 봉인된 마룡의 이름이군요." '젠장, 그게 진짜 나란 말이다.' 블러드는 속으로 자신의 화를 삭히며 중얼대는 크라비어스를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저러다 화라도 내면...... 다행히도 크라비어스는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럼 성은?" 블러드가 자신과 크라비어스에게는 성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크라비어스는 아주 간단하게 말해 버렸다. "비밀이다." 라일란드는 다시 말했다. 아무리 무표정하게 자신의 생각을 숨기고 있다고 해도 이번에는 당황한 것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 "성을 말씀하시지 않으면 가입은 되지 않습니다." "아, 그래? 그럼 가입하지 않도록 하지. 블러드, 가자." 가볍게 말하고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둘을 본 라일란드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22년을 살아오면서 이토록 황당한 일은 처음 보았다. 그라시엔이라는 성만 듣고도 다들 자신에게 고개를 숙였고, 심지어는 한 나라의 왕조차 자신을 마음대로 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두 사람은 그라시엔이라는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조차 없었다. 아니 반응이 있긴 있었지. 그게 뭐냐는......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자 가문, 이라는 설명을 해 주어도 무반응. 아무리 무감각한 사람이라도 이 정도까지 말하면 다들 대하는 태도부터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 두 명은 그런 데에 전혀 관심도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가입하면 무조건 최상위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특별 회원 자격도 깨끗하게 거부했다. 이 회원 자격이라는 것은 아무나 받는 것이 아니었다. 왕족이라고 해서 다 받는 것도 아니고 부자라고 해서 다 받는 것도 아니었다. 왕족다운 재력과 세력, 그리고 그 자신의 능력과 배포를 보고서 가주나 그 가문에서도 유력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여태까지 이렇게 황당한, 아니 재미있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놓칠 수는 없지. 라일란드는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두 사람을 불렀다. "크라비어스 씨, 블러드 씨." 그의 부름에 둘은 시큰둥한 반응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라일란드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부터 무표정만을 일관하고 있던 그가 미소짓는 것을 보자 좀 신기했는지 두 사람은 그것에 반응을 보였다. 라일란드는 두 사람이 반응을 보이던 보이지 않던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 세부적인 것은 일체 묻지 않겠습니다. 거주지와 두 분의 관계만 말씀해주십시오." 그 말에 크라비어스는 회원 제도인지 뭔지가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몸을 돌려서 말했다. "거주지는 특별히 없으나 한동안 이곳에 있을 생각이다. 둘의 관계는 주종관계 정도라고 보면 되겠지." "주종관계라......블러드 씨가 크라비어스 씨의?" "그 반대다." 크라비어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 라일란드는 잠시 얼떨떨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더니 알았다는 듯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그의 손에는 번쩍이는 카드 두 장이 들려 있었다. 라일란드는 그 카드 두 장을 블러드와 크라비어스에게 각각 나눠주며 말했다. "그라시엔 카드입니다. 저희 가문에서 설립한 지점이든 아니든, 일단 이것만 보여주면 어떤 가게에서도 우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 물론 너무 작은 소규모 개인 운영업체를 제외하고요." "호오, 꽤 유용한데? 좋아. 이제 가도 되겠지?" "그런데 두 분을 저희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싶은데요?" 라일란드의 갑작스런 제의에 크라비어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는 열심히 표정으로 안 돼,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우린 바빠." "와 보시면 아마 후회되지 않으실 겁니다." 절대로 거부는 안됩니다, 라는 강력한 눈길로 쳐다보는 라일란드에게 크라비어스는 항복하고 말았다. 블러드 미안해~,를 속으로 외치면서도 크라비어스는 결국 그에게 저녁식사시간을 묻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크라비어스를 무서운 눈길로 째려보는 블러드가 있었다. "언제?" "이 도시를 돌아다니고 계시면 아마 저녁식사시간에 맞추어 하인들이 찾아갈 겁니다." "참 편하군, 그럼 볼일 더 없으면 우리는 간다." "네, 마중해 드리겠습니다." "아, 별로 필요 없는데." "괜찮습니다."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는 가게 바로 입구까지 마중 나오는 라일란드가 안 보이는 곳까지 와서 한숨을 푹 쉬며 생각했다. '지독한 녀석이다.' ---------------------------------------------------------------------- 네, 수정본입니다. 어느 분이 지적하셨더군요. 마신왕 이름하고 그라시엔의 후계자 이름하고 같다고요... 그래서 이녀석 이름을 라일란드로 바꿨습니다. 헤에...죄송합니다...ㅠ.ㅠ 계속 수정본 올리겠습니다. 번 호 : 16456 / 16474 등록일 : 2001년 02월 06일 23:03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9 건 제 목 : 블러드 엔젤 수정본 <7장-중간계>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스물 여덟번째 이야기... * * * * * * * * * * 과연 한 나라의 수도답게 거리는 활기찼다. 큰길가에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활기차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길 한쪽 옆에 자리를 펴놓고 열심히 자신들이 파는 신기한 이국의 물건들에 대해 설명하는 잡상인들과 그것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구경하는 사람들. 길가에 있는 집들의 창문에서 고개를 내밀고 친구를 불러대는 꼬마들. 색색의 화려한 원색 옷을 차려입고 군데군데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는 여인네들. 이렇게 밝고 화려한 도시. 그러나 양의 부분이 있으면 양의 부분도 있기 마련. 사람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상인들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 곧이어 거리의 건물들에서 하나 둘 불이 켜지며 도시는 환락과 범죄의 도시, 음의 면을 드러낸다. 어두컴컴한 좁은 골목길에는 낮에는 구경도 할 수 없었던 험악하게 생긴 사내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곳곳에서는 마약 거리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런 길거리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는 여관 <승리의 여신>의 주인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두 손님 때문에 곤혹을 겪고 있었다. 그 두 손님은 날이 저물고 얼마 안 있어서 갑작스럽게 여관 문을 열고 나타났다. 이 <승리의 여신> 이라는 여관은 마약 거래, 노예 매매, 투기 등의 온갖 범죄의 중심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찾아온 두 손님의 행색을 보니 철모르는 귀족집 자제들 같았다. 더구나 생긴 것도 예쁘장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우아함이 물씬 풍기는 것이 완벽하게 '세상 모르고 가출한 귀족집 도련님' 이었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놈들이군. 이거 괜히 건드렸다가 나만 손해지.' 이런 생각을 하며 주인은 이 둘의 숙박을 거부했다. 이곳은 그들이 머물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닥치고 방이나 내놔, 가장 고급으로." 그러나 그는 살기어린 눈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청년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방을 하나 내줄 수밖에 없었다. 올해 쉰 살이 되는 그로써는 이 청년이 얼마나 싸움에 능한 자인지 금새 눈치챘다. 아직 어려 보이는 새파란 청년의 살기는 여태까지 그가 이 여관을 운영하면서 보아온 어떤 용병들보다도 강했다. '이 자는 강하다, 그것도 무척.'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둘은 열쇠를 받아들고 만족한 표정으로 계단을 걸어 올라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 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었다. * * * * * * * * * * "크라비어스." 블러드는, 방에 있는 두 개의 침대 중 한 개에 걸터앉아서 신경질난다는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는 크라비어스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예상대로 크라비어스는 약간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아..아무 것도 아니야." 기가 죽은 듯 말꼬리를 흐리며 고개를 숙이는 블러드의 모습에 크라비어스는 애써 화를 누르며 방을 둘러보았다. 방에는 침대가 양쪽으로 두 개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 발을 두는 쪽으로 밖으로 나가는 문이 있었다. 왼쪽, 크라비어스가 앉아있는 침대의 머리맡에는 욕실 겸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고, 바닥에는 언뜻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다. 게다가 향수를 뿌려놓은 건지 방안에는 약하게 장미꽃 향기까지 나고 있었다. '그래, 방이 꽤 좋은 편이니 참는다. 만약 방도 형편없었으면 내 이 따위 여관 당장 나가버려.' 크라비어스는 이 여관이 밤에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낮에는 보통의 여행객 또는 모험가들에게 음식과 술, 가끔가다 정보와 의뢰를 제공하는 곳이지만 밤이 되면 마약 거래, 노예 매매, 투기 등의 온갖 범죄행각이 벌어지는 곳으로 탈바꿈한다.경험이 풍부한 그이니만큼 이런 여관이 밤에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고 있었으나, 이곳 외에는 마땅한 여관도 없었다. 많이 보아온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블러드는 좀 달랐다. 아무리 겉보기에는 15~18살 정도라지만 실제로는 이제 겨우 3살이 된 것 아닌가? 겨우 '성장' 하고 곧바로 이곳으로 온 건데...... 게다가 신계에는 당연히 이런 곳이 없다. 그럼 그라시엔 가에서 여기로 데리러 올 때까지 꼼짝말고 방에 있어야 하나? 거기까지 생각한 크라비어스는 지끈지끈 아파 오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블러드가 방금 식은땀을 주르륵 흘렸다는 것을...... 크라비어스는 화를 꾹꾹 누르며 블러드에게 조용히 말했다. "블러드." 블러드는 갑자기 크라비어스가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약간 말을 더듬으며...... "으..응?" 그런 블러드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것을 입밖으로 꺼냈다. 일단 블러드가 없어야지 자신이 조용히 생각할 수 있다. "아까 그라시엔 가에서 우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으니, 조금 있으면 데리러 가려고 올 테니까 목욕해라." "알았어." 그럼 너는? 이라고 묻고 싶은 것을 참고는 블러드는 얌전히 대답하고는 욕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물소리가 <쏴아> 하고 들렸고, 크라비어스는 물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그라시엔 가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나의 지식을 화려한 토론을 통해 늘어놓는다, 물론 블러드에게는 약간 미안하지만...... 그러면 보통의 귀족들이 그러듯 그들도 우리를 초대하겠지. 하룻밤 자고 가라고. 그러면 이 위험한 여관에 있을 필요는 없는 거다. 여기까지 생각한 크라비어스는 한결 풀린 기분으로 아까 라일란드가 준 봉투를 보았다. 그 봉투는 가게를 나오기 전에 그가 빙긋 웃으며 식사하러 올 때 입고 오라고 싸준 옷이었다. 그러나 그 봉투를 열어봄으로써 크라비어스는 약간은 나아졌던 기분이 다시 다운되는 것을 느꼈다. 부르르...... 블러드에게 블러드더러 입으라고 준 옷을 두 손으로 들고 경직되었다. 그의 두 손은 가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망할 녀석......"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의 손에 들린 옷을 바라보았다. 드레스였다. 그것도 붉은색의 화려한 실크 드레스. 무척이나 고급으로 보이는...... 아름답고 블러드가 입으면 어울릴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화려한 것도 아니고 수수한 것도 아닌...... ".........이 녀석.................블러드를 여자로 착각한 건가?" 중얼거리던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생각을 고쳤다. 그러고 보면 블러드는 여자도 아니지만 남자도 아니지 않는가? 입어도 상관없겠지. 약간은, 아주 약간은 자신도 그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어쨌든 말이다. 그러나 블러드의 의견이 중요한데......... "절대, 절대 안 입어! 아니 못 입어!" 역시 예상대로 블러드는 결사코 반대였다. 목욕을 끝마치고 기분 좋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욕실에서 나오자마자 <이거 입어> 라며 눈앞에 시뻘건 천 쪼가리 - 적어도 블러드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 를 내미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였다. 그리고 잠시 그 천 쪼가리를 살펴본 블러드는 경악했다. "못 입어!! 절대 안 돼!!" 크라비어스는 불같이 화를 내며 반대하는 블러드를 천천히 설득했다. 설득이라기 보다는 거의 협박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그럼 어떡할 건데? 일단 초대받았으니까 입어 줘야지." "너 같으면 입겠냐?" "아니."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눈까지 감고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대답하는 크라비어스를 보며 블러드는 자신의 이마에 열 십자 모양의 아주아주 귀엽고 예쁜 빠직 표시가 꽤 여러 개 돋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왜 내가 입어!?" "그럼 내가 입으랴?" "내가 입으면 너도 입어야 하잖아?! 그런데 왜 너는 남자 옷이냐고!?" "난 완벽한 남자라고." "그럼 나는?!" "하지만 너는 여자도 아니지만 남자도 아니지. 즉, 입어도 아무 상관없다 이거야." "그..그건 그렇지만......" "그럼 입어." 크라비어스는 눈을 감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블러드의 앞에 타미카가 보내준 붉은 드레스를 내밀었다. 블러드는 자신의 앞에 드레스를 내밀고 있는 크라비어스를 짱 돌로 쳐죽이고 저 저주받을 빨간 천 쪼가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느끼며 드레스를 받아들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하지만 크라비어스의 표정은 반대로 상당히 기대되고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블러드는 자신이 들고 있는 드레스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그 드레스는 최고급의 실크로 만든 것으로, 옅은 분홍색의 옷자락에 달린 화려하나 어딘가 수수해 보이는 매우 진한 붉은 색의 레이스들이 걸을 때마다 둥글게 퍼지도록 만들어진, 아주 고급 옷이었다. 그리고 세트로 드레스 옆에는 작은 상자에 담긴 아름다운 목걸이와 귀걸이가 <선물입니다!> 라는 메모와 함께 얌전히 놓여 있었다. "젠장." 블러드는 작은 욕설을 중얼거리며 크라비어스에게 옷을 내밀었다. <뭐야?> 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에게 블러드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 이거 입는 방법 몰라. 입혀줘." "........." ----------------------------------------------------------------------- 제엔자아아앙----!!!!!!!! 아까운 조회수!!!!! 100 넘었는데!!!!! -하루리 ***************** 수정본입니다. 두개를 합쳤어요.. 출처는 천랸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번 호 : 16512 / 16520 등록일 : 2001년 02월 08일 22:50 등록자 : S870706 조 회 : 35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번째 이야기... 좌중은 조용해졌다. 세계 제일의 부자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보았을 때 무척 뛰어난 그라시엔 자작의 춤 신청을 거절하다니. 이곳에서 춤 신청이란 <당신에게 마음이 있는데요, 이따가 만나도 될까요?> 란 의미였던 것이었다. 그 때, 갑자기 사람들이 물결 퍼지듯이 좌우로 물러나고 화려한 제복을 입고 있던 한 명의 시종이 크게 소리질렀다. "폐하 납시오---!!!" 천천히 홀 한쪽에 있던 입구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블러드는 그를 보고 숨을 들이쉬었다. 자신이 상상한 늙고 힘없는 할아버지가 아니다. 거센 풍파를 헤치고 인생의 길을 걸어온 당당한 한 사람이다. 블러드가 정신 없이 왕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곧이어 다시 시종이 소리쳤다. "오늘 파티의 주인공이신 아델레이드 알페리노 라미나 제 2왕녀께서 드십니다---!!!!" 화려한 금발의 여인이 천천히 등장했다. 여인은 검은색과 금색이 화려하게 조화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흰 장갑을 낀 두 손에는 전혀 실용성이 없어 보이는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부채를 들고 있었다. 그 금발을 위로 틀어 올려 갖가지 보석으로 장식한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긴 했으나, 너무 화려하여 보는 이들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그녀와 왕이 완전히 걸음을 멈추고 약간 높은 자리에 준비된 화려한 의자에 앉았다. 홀 안이 어느 정도 조용해지자 왕은 의자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을 시작했다. "내 딸의 생일 파티에 힘들게 와서 모두들 고맙군. 오늘 나는 사정이 있어 이제 나가야 하지만 모두 내 딸을 잘 챙겨주길 바라네." 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 다시 앉았고, 자신의 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똑같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이렇게 많은 분이 제 생일 파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직 부족한 저를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즐겁게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말을 마친 왕녀는 자리에 앉았고 다시 경쾌한 노래가 시작되었다. 왕은 곧 왕녀에게 뭐라 말을 하고는 들어왔던 입구를 통해 다시 나갔다. 왕이 나가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홀 가운데로 나갔다. 사람들은 그녀를 중심으로 마치 파도가 갈리듯 물러섰다. 걸을 때마다 화려하게 금박을 수놓은 검은 비단 치맛자락이 물결쳤고, 보석들끼리 부딪치며 고운 소리를 냈다. 그녀는 둘에게 다가오더니 곧장 라일란드에게 말을 걸었다. "어머, 라일란드. 제 생일을 위해 오셨나요?" "황공하옵니다, 아델레이드 알페리노 라미나 왕녀님의 15회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라일란드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아델레이드 왕녀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그 옆에 가만히 서 있던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는 이 화장품 냄새를 지독하게 풍기고 다니는 여자를 보며 <재수 없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녀가 아닌가? 아무리 인간계에 무지한 그라고 하더라도 왕녀에게 무례를 범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블러드를 바라보던 그녀는 고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손을 들어 말없이 블러드의 뺨을 후려쳤다. "짜악---!!" 경쾌한 타격음이 홀에 울려 퍼졌고, 주위의 사람들은 경악했다. 라일란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왕녀와 블러드를 바라보았고, 크라비어스는 화를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둘을 향해 다가갔다. 왕녀는 오만한 목소리로 블러드에게 말했다. "감히 왕녀가 다가온 것을 알면서도 그 목을 뻣뻣하게 들고 있다니. 정말 무례하구나." "왕녀님!" 아직 블러드와 크라비어스의 정체를 잘 모르는 라일란드는 그들이 만에 하나 다른 나라의 왕족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하고 있던 도중에 갑자기 왕녀가 뺨을 후려치자 깜짝 놀라 소리쳤다. 크라비어스는 무서운 표정으로 블러드를 향해 걸어갔다. "블러드." 자신에게 다가온 크라비어스를 쳐다본 블러드는 그를 향해 슬며시 미소짓더니 곧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똑같이 후려쳤다. "짜악---!!" 난데없이 블러드에게 뺨을 얻어맞은 아델레이드 왕녀는 화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며 소리질렀다. "가..감히!! 미천한 것이 누구의 뺨을 치느냐!!"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그녀의 말을 듣자 블러드는 짜증이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블러드는 이 재수 없는 여자에 대한 분노로 아무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다. 맞았다. 그것도 뺨을. 이유도 없이.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것. 과거로 되돌아가는 길. "이 저주받을 계집애야!" <저주받을......저주받을............저주받을.....................> 아니야.....! 난 이제 저주받은 아이가 아니야! "감히? 하, 웃기시는군 왕녀. 그럼 왕녀, 너야말로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날 치느냐?! 기껏해야 소국의 왕녀 주제에!! 무례하구나!" 저주받지 않았어! "그럼 너는 누군데? 이 라미나 왕국보다 더 강대한 왕국의 왕녀라도 되는 모양이구나! 저 멀리 용족의 왕녀라도 되는 모양이지?! 출신 성분도 불분명한 여자야! 부모도 없는가!? 무례하게 왕녀의 뺨을 후려치다니!" <부모도 없는가......부모도 없는가............부모도 없는가...............> 블러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전에 슬픔부터 느꼈다. 저것은 사실이다. 없다. 아무도. 이 곳은 신계가 아니다. 중간계이다. 아무도 내 편은 없다. 주위의 사람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미나 왕국의 왕녀의 뺨을 후려친 이름 없는 레이디라...... 흥미로운 사건이 아닐 리가 없었다. 가만히 부들부들 떨며 서 있던 블러드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엄마..." "역시 부모도 없는 계집애였어! 라일란드! 왜 이런 여자애를 데려온 거죠?! 재수가 없으려니!" 블러드는 외치고 싶었다. <아니야! 난 재수 없는 애가 아니야!>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것, 과거로 되돌아가는 길. 다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사람들은 그런 블러드를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투명한 눈물이 눈에서 스며나와 바닥으로 뚝 떨어진다.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라일란드는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아델레이드 왕녀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아델레이드 왕녀님, 저 레이디에게는 신경 쓰지 마시고 저와 함께 춤이라도 추시죠." 사건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왕녀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갖가지 교육을 받아온 그녀가 아닌가? 아무리 그라고 해도 상대하기 힘든 상대임에는 확실했다. "아니, 라일란드! 나의 뺨을 후려친 계집애에게 레이디라뇨! 이건 사사로운 사건이 아니에요! 한 나라의 왕녀가 이름 없는 여자에게 뺨을 얻어맞다니! 이 부모도 없는 미천한 계집애를 노예로 팔아버리기 전에는 제 분이 풀리지 않겠어요!" "아니야......" "뭐냐! 감히 내 말에 끼여들다니!" "난 저주받은 아이가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블러드가 멍하니 서서 계속 뭐라고 중얼거리자 짜증이 솟구친 아델레이드 왕녀는 다시 소리질렀다. "닥쳐라!!" 그녀가 소리지르며 여전히 멍하니 울며 서 있는 블러드를 부채로 다시 한 번 후려치려는 순간, 갑자기 지독한 살기가 홀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곳곳의 여자들은 깜짝 놀라 부채나, 그 외의 장신구를 떨어트렸고, 남자들은 손에 들고 있던 글라스 같은 것들을 떨어트렸다. "쨍그랑--!!" 여러 곳에서 일제히 유리나 그 외의 물건의 파열음이 들려왔고,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살기가 뻗쳐져 나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가만히 서 있던 적발의 아름다운 청년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담고 왕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왕녀를 무시하고 블러드를 보았다. "아니야......" 블러드는 작게 흐느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내쉬며 블러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젠장..!' 속에서부터 부글부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블러드가 '성장' 할 때, 그의 꿈 안으로 들어가서 본 내용이 생각났다. 신족인 블러드가 어떻게 그런 일을 겪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 크라비어스는 아마도 그것이 전생이라고 생각했다 - 그 때 블러드는 울고 있었다. 그것을 본 뒤로부터 결심했다. 절대로 울게 하지 않겠다고. 그런데 또 울려 버렸다. 다짐을 한 지 10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저주> 와 <부모 없는> 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여기까지 생각한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내뿜는 살기로 인해 도망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떨고만 있었다. "방금......저 화장품을 처바른 여자가 뭐라고 했지?" 왕녀를 아주 무례하게 표현하는 말이었지만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반박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억누르는 지독한 살기에. 그들의 반응이 있건 없건 크라비어스는 계속 말을 이었다. "닥치라고?" 왕녀는 그제야 두려움을 느꼈는지 부들부들 떨었다. 수치스럽다. 왕녀인 자신에게 이런 망발을.... 그러나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억누르고 있었다. "누구에게......닥치라는 말을 한 건지 알고 있나, 왕녀?" 블러드는 눈물 젖은 눈으로 크라비어스를 쳐다보았다. 안 돼. 정체를 밝혀서는 안 돼. 그만 말해...... "그만....말해..........안 돼." 블러드가 작게, 그러나 애타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하자, 크라비어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번만은 안 된다. 자신의 마스터를 모욕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그것도 인간이...! "블러드. 난 지금 꿈을 꾸고 있지 않아." "?" 블러드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자 크라비어스는 작게 한숨을 쉬며 계속 말을 이었다. "난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무슨...뜻이야?" 여전히 이해 못한다는 눈빛으로 자신에게 묻는 블러드에게 크라비어스는 꿈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이건 꿈이 아니라 실제야. 난 내 정체를 숨겨야 할 이유가 없어." "무슨 소리야?" "꿈이 아니니까." 그래, 꿈이 아니야. 크라비어스는 작게 중얼거리며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주위 사람들은 꼼짝도 못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화가 나 본적이 있던가? 아아...... 마리우스 녀석과 대판 싸울 때. 전부 블러드 때문이군. 크라비어스는 피식 웃으며 다시 말을 시작했다. "지금 그대가......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나, 왕녀?" 아델레이드 왕녀는 이제 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라일란드는 한숨을 내쉬며 크라비어스를 쳐다보았다. 평범한 자가 아니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드래곤의 마스터에게......닥치라고?" 드래곤이었다니. "그것도 나의? 마룡 크라비어스의 마스터에게?" 그것도 그 유명한 마룡 크라비어스. "마룡왕인 나의 마스터에게 말한 건가?" 아마 마룡왕이었지? 모든 마룡들의 수장. "내가 난생 처음으로 맞이한 마스터에게?"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 저 청년이 마룡왕 크라비어스라니! 분명 대마법사 라인더스에 의해 봉인되었었는데...! "나의 봉인을 풀어준 자에게 <닥쳐라> 고 말한 건가?" -------------------------------------------------------------------- 흐냐..... 하루리입니다. 점점 허접해지는 소설....ㅠ.ㅠ 타천사 루시퍼를 다시 한 번 쫘악 빌려서 읽었습니다. 그래야 4권이지만...... 똑같은 천사를 주제로 다룬 소설이지만.... 어찌 그리 잘 쓰셨는지...ㅠ.ㅠ 눈물이 주르륵......ㅠ.ㅠ 하아..... 하루리 기운이 쫘악 빠집니더.... 다음에는 이제 어떻게 쓴다냐... 김샌다~~~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하루리님 저 고생안해요..^^ 퍼온 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여러분들께 즐거움과 행운이 영원하도록 빌며.. 오늘도 보자마자 퍼오는 제피로스입니다..^^ 번 호 : 16697 / 16794 등록일 : 2001년 02월 11일 23:21 등록자 : S870706 조 회 : 85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7장-중간계> (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한 번째 이야기... 홀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블러드를 주목했다. 저 작은 소녀가 봉인을 풀었다고? 위험하기 그지없는 마룡의 봉인을? 라일란드도 설마 봉인을 직접 푼 사람이 블러드이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듯이 놀란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블러드는 경악한 표정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체를 밝히다니! 이렇게 된 이상, 난 임무를 수행할 수가 없잖아!?' "왕녀, 이번 일은 우리의 정체를 모르고 한 일이었으니 너그럽게 용서하마.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주위를 흘끗 둘러보고는 아직까지 두려움과 수치스러움에 떨고 있는 아델레이드 왕녀에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내 마스터를 모욕하는 언행을 하면 절대로 지금처럼 너그러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겠다." 아델레이드 왕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7000여 년을 살아온 크라비어스의 살기를 바로 앞에서 맞서기에는 그녀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직 한참 미숙하기 때문이었다. 크라비어스는 그녀가 쓰러지던 말던 계속 말을 이었다. "<<인간들이여, 들어라. 여기 있는 이 애는 나, 마룡왕 크라비어스의 마스터다. 건드리는 자는 드래곤의 분노를 받을 각오를 하여라. 절대로 지금처럼 넘어가지는 않겠다.>>" 그는 마지막으로 드래곤 피어를 넣어 또박또박 말했다. 드래곤 피어의 여파로 주위의 유리들이 <쨍그랑> 하는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깨졌고,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살기가 거두어지자 여러 귀족의 레이디들은 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던 입을 떼어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아아악--!!!" "꺄아악--!!!" 아직도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있는 아델레이드 왕녀를 근처에 있던 한 사람이 부축해서 데리고 나가는 것을 신호로 사람들은 허둥지둥 홀을 빠져나갔고, 홀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크라비어스는 아직도 멍하니 서있는 블러드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었다. 이미 조심스럽게 빠져나가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그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자고 상당히 극악한 방법을 선택했다. "<<비켜라!>>" 아까보다 약간 강한 - 그래도 약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 드래곤 피어에 사람들은 기겁을 하며 도망가기 시작했고, 크라비어스는 얼른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두려움에 질린 사람들은 마구 비명을 질러대며 그의 앞길을 방해했다. 크라비어스는 약간의, 아주 약간의 곤란함을 느끼고 다시 한 번 말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가? 비켜라!>>" 아까보다 더 화가 난 듯한 그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서 허둥지둥 소리를 질러대며 입구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저 사람들을 헤치고, 무엇보다 블러드를 안전하게 사수(?)하여 데리고 나가기는 글렀다고 생각한 크라비어스는 좀 더 색다른 방법을 택했다. "<<그대 공기의 정령들이여, 그대들의 위대한 권능을 사용해 나의 몸을 그대들의 품속으 로 띄워라! 플라이!>>" 곧이어 보이지 않는 공기의 정령들이 크라비어스를 감쌌고, 잠시 뒤, 그의 몸은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크라비어스는 혼란에 빠져있는 사람들의 위를 지나가 아까 왕과 왕녀가 나왔던 그 입구로 다가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라일란드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재빨리 사람들을 헤치고 그들에게 다가가려 했다. 그러나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라일란드는 평소에 자신이 마법을 배우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으나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것. 다시는 되돌릴 수 없지. 어찌어찌하여 겨우 문 앞으로 다가온 라일란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성격으로 보아 크라비어스가 계속 블러드를 안고 갈 리 없다. 그러니 아마도 금새 따라잡을 수 있겠지. 그의 예상은 딱 들어맞았다. 아니, 약간은 틀렸지만...... 둘은 문을 열자마자 바로 그 앞에서 잠시 벽에 등을 기대고 쉬고 있었다. 약간의 황당함을 느끼며 라일란드는 둘에게 말을 걸었다. "블러드 씨, 크라비어스 씨. 잠시 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정중하게 질문한 라일란드에게 돌아온 것은 싸늘한 시선과 대답 뿐...... "아니, 우린 바빠." 그러나 라일란드는 불굴의 사나이였다. 그에도 굴하지 않고 다시 한 번 질문하는 라일란드는 끈기있는 사나이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었다. "잠시면 됩니다. 그리고 저도 상당히 급하거든요." "화장실?" 블러드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크라비어스와 라일란드는 동시에 허탈해지는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갑자기 화장실이라니...... "하하, 화장실은 아닙니다. 중요한 일이거든요." 상당히 라일란드가 안 되어 보였는지 블러드는 잠시 라일란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크라비어스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크라비어스, 그러면 그냥 한 번 들어주지." 블러드가 라일란드와 대화하자, 정확히는 듣자- 지만 어쨌든 라일란드의 말에 찬성하는 기색을 비치자 크라비어스는 별로 내키지는 않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도 인간들을 봤잖아? 도대체 제대로 하는 것들이라고는 없다고. 인사 좀 안 했다고 뺨을 때리지 않나, 저 녀석도 그런 인간이잖아?" 크라비어스의 말에 블러드는 빤히 크라비어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 블러드의 표정은 그런 말을 하는 크라비어스가 자신의 판단으로는 이해할 수 없이 매우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크라비어스, 나의 뺨을 때린 것은 그 아델레이드 왕녀인지 뭔지 하는 여자지, 라일란드가 아니잖아?" 정곡을 찌르는 블러드의 말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당황했다. 그렇다, 그건 사실이다. 분명히 블러드를 때린 것은 라일란드가 아니라, 그 화장품 냄새를 지독하게 풍기고 다니는 재수 없는 여자이다. 하지만...... "하지만 블러드, 둘 다 똑같은 인간이잖아?" "그럼 크라비어스, 나랑 하르 - 하르엘 - 가 같다는 얘기야?"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 분명히 하르인지 뭔지 하는 그 천사보다는 블러드가 백 배 소중하다. 마스터니까. '그럼 같지 않다는 건가?' 여태까지 자신의 사상이 산산히 부서지는 것을 느끼며 크라비어스는 이 작은 신족을 쳐다보았다. 참 재미있어.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기분좋게 웃으며 라일란드를 쳐다보았다. "좋아, 라일란드라고 하는 인간. 얘기를 들어보도록 하지." "그냥 라일란드라고 불러주시기 바랍니다만......" "시끄럽다. 내가 곧 진리이자 해답이야." 말도 안 되는 논리를 주장하며 크라비어스는 재빨리 블러드의 손을 잡고는 먼저 앞서가는 라일란드를 따라갔다. 라일란드는 속으로 빙긋 웃고 있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야.' 이런 라일란드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는 열심히 대화를 하며 그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크라비어스, 네가 곧 진리이자 해답이야, 라는 말은 좀 어폐가 있어." "맞아. 내가 해를 달이라고 하면 달이야. 내가 밤을 낮이라고 하면 낮이고. 신족을 마족이라고 하면 마족이야." "그건 너무 심해. 그럼 나한테 <너는 마족이다.> 라고 말하면 내가 마족이 된다는 말이야?" "응." 블러드의 정당한 논리에 크라비어스는 말도 되지 않는 억지를 부리며 꿋꿋이 자신의 논리를 주장했다. 블러드는 <우우> 를 연발하며 외쳤다. "말도 안 돼! 그럼 네가 <죽어라> 라고 하면 죽어야 하잖아?" "응, 너무 강한 녀석만 아니라면." "거짓말!" 그 때, 앞서가던 라일란드가 끼여들었다. "블러드 씨, 그것은 사실입니다. 이래봬도 크라비어스 씨는 7000살이 넘어가는 마룡이죠. 그것도 마룡왕. 크라비어스 씨 정도의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가능하죠. 이미 에인션트의 대열에 들어선 드래곤의 힘은 엄청나니까요. 솔직히 크라비어스 씨가 저한테 용언으로 죽으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전 죽을걸요?" "이봐......그 이래봬도, 라는 말은 뭐냐?" "하하하......" 웃음으로 크라비어스의 질문을 무마하려는 라일란드에게 블러드가 놀란 눈빛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에!? 정말이야?!" "네, 정말입니다. 에인션트의 드래곤이라면 자연스럽게 다 할 수 있죠." "헉, 크라비어스. 다시 봤어."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는 블러드. 이런 블러드를 보며 크라비어스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 지에 대한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라일란드는 그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도 재미있는 사람들, 아니 사람과 용이야.' 이처럼 각자 생각에 빠져 있는 이들은 잠시 뒤, 한 방문 앞에 도착했다. 라일란드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벽에는 고급 재료로 만든 큰 책장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갖가지 종류의 책들이 가뜩 꽂혀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은은하게 붉은빛이 도는 갈색의, 척 보기만 해도 최고급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카펫이 깔려 있었다. 방 가운데는 짙은 갈색의 탁자와 그 주위로 의자 여남은 개가 놓여 있었다. 크라비어스와 라일란드는 이런 고급 방에 익숙했으나 블러드는 그렇지 않았다. 신기한 눈빛으로 카펫을 쳐다보다가 자신이 신발을 신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벗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으나, 둘 다 신발을 신고 있는데도 전혀 상관 없다는 태도였기 때문에 벗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아까운 듯이 발을 조심스럽게 굴리는 블러드였다. 카펫에서 관심이 사라지자 그 다음은 책장이었다. "우와~ 책 많다! 라일란드, 나 이 책 읽어도 돼!?" "네, 마음껏 읽으시길..." "고마워!" 힘차게 대답하고는 금새 책 몇 권을 꺼내드는 블러드를 빙긋 웃으며 크라비어스가 바라보다가 이 방으로 온 목적을 생각해 내고는 블러드에게 말했다. "블러드, 그건 나중에 읽고 일단 라일란드의 말을 들어야지." "하지만......여기에 또 올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책을 들고 잠시 망설이는 블러드에게 크라비어스는 라일란드를 바라보았고, 라일란드는 약간 황당한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하, 언제든지 와도 좋습니다. 제가 드린 그라시엔 카드를 문지기에게 보여주신다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을 겁니다. 또 원하신다면 그 책을 드리도록 하죠." "에.....괜찮겠어? 비싸 보이는데......" 블러드가 망설인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책들은 전부 푸른색의 가죽으로 깨끗하게 싸여 있었고, 각각 가운데에는 화려하게 금색 실로 <신과 마, 그 미묘한 차이점에 대하여>, <마법, 그 발현에 대한 심각한 고찰>, <마나의 생성과 이동> 이라고 수놓아져 있었다. "하하, 괜찮습니다. 초자연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군요." "...응." 블러드는 아쉬운 눈빛으로 책들을 쳐다보더니 다시 책장에 꽂아 놓고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블러드와 크라비어스가 자리에 앉자 여태까지 계속 서 있던 라일란드도 의자 한 개를 당겨서 앉더니 둘을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제가 이렇게 개인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한 것은......" 라일란드가 무척이나 심각한 눈빛으로 입을 열자, 크라비어스은 잠시 그런 라일란드를 쳐다보더니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는 조용히 라일란드가 다음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고, 블러드는 갑자기 바뀐 라일란드의 분위기와 그 무언가에 약간 의아함과 궁금함을 느끼면서도 조용히 라일란드를 쳐다보았다. "블러드 씨께서 제 약혼녀가 되어 주셨으면 하는데요." -------------------------------------------------------------------------------- 아하핫, 하루리입니다. 참, 오래간만이군요. 오늘은 봄맞이 대청소를 했습니다. 9시가 넘어서 끝나고...... 그때부터 공부하고...피아노 치고...... 젠장! 죽는줄 알았습니다...ㅠ.ㅠ 어쨌든 겨우겨우 써서 올립니다. 하핫, 크라비어스의 지위에 대해서 묻는 분이 계셨는데...... 마룡왕입니다. 음.....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용은 최강용인 용신 '루이네' 와 그의 아내인 용황비 '알리네' 밑으로 마룡왕과 신룡왕으로 나누죠. 크라비어스는 마룡왕입니다. 즉, 용신하고 용황비 담으로 쎈 놈이죠. 신룡왕과 만만하고...... 그 담에 마룡왕 밑으로는 적룡왕 청룡왕 백룡왕 흑룡왕 황룡왕이 있습니다. 신룡왕 밑으로도 마찬가지이고. 즉, 마룡족 밑으로 적룡족, 청룡족, 백룡족, 흑룡족, 황룡족이 있구요, 신룡왕 밑으로도 마찬가지...;;; 속성이야...... 적룡은 불, 청룡은 물, 백룡은 바람, 흑룡은 독, 황룡은 대지입니다. 파워는 백룡이라고 약하고...적룡이라고 강하고...그런거 없이 다 똑같죠. 평등한 세상입니다^^ 신룡왕은...좀 더 나중에 나오죠. 아하핫, 근방에 나올 것입니다. 아스테리아님을 캐스팅했슴죠. 아하하핫! 신룡왕 아스테리아 입니다! 참고로 신룡왕은 백룡입니다. (웬지 백룡이 멋있어 보여서....교룡 카이엔의 영향이 지대했음...) 아스테리아님! 캐스팅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이름짓는게 아주 고역이거덩요.... 멋진 이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류이언니야! 생일 축하해!!! -하루리 ****************** 어제도 올렸는데.... 오늘도 올리는군요. 똑같은 내용을...ㅜ.ㅜ 어제 마스터님 홈피가 이상해서...ㅜ.ㅜ 우웅.. bbs방에 아직 있음 지워야겠습니다. 여기서 읽어주세요..^^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여러분들께 행운 한가득..^^ 서쪽바람. 번 호 : 16787 / 16794 등록일 : 2001년 02월 12일 23:29 등록자 : S870706 조 회 : 20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7장-중간계> (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두 번째 이야기... 둘은 조용하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라일란드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블러드의 옷자락 - 정확히는 치마 자락을 - 과 크라비어스의 옷자락 - 정확히는 바지 자락을 - 을 잡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크라비어스는 못 들을 것이라도 들었다는 듯 - 못 들을 것을 들은 것은 맞지만... - 이 창백한 얼굴로 문을 열고 먼저 밖으로 나가려고 했고, 블러드도 역시 창백한 얼굴로 크라비어스를 따라갔다. 그러나 라일란드에게 잡힌 옷자락 때문에 저지 당했다. 블러드는 싸늘한 얼굴로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라일란드를 잠시 지그시 쳐다보더니 그 뾰족한 구둣발로 사정없이 그를 밟아댔다. "파바박--!!!!" "아아악--!! 잠시만요--!!" 사정없이 울려 퍼지는 파열음과 라일란드의 애처로운 비명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멋진 음악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블러드는 그 애절한(?) 음악에 전혀 감동 받지 못했다. 물론 그것은 크라비어스도 마찬가지였다. "닥쳐--!!" "아직 말 안 끝났는데--!!!" "퍼버벅--!!" 얼마 동안의 시간 - 얼마인지는 묻지 말자 - 을 무표정한 표정으로 라일란드를 밟아대던 블러드는 씨근덕대며 거의 초죽음이 된 라일란드를 내팽개치고 소리질렀다. "아아악--! 드레스를 입으라고 해서 입은 것도 미치겠는데 이제는 약혼녀?!! 나를 아주 잡아먹어라, 먹어!!!"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의 잔혹성에 치를 떨고 말리면서도 그 말에 동조했다. "블러드, 참아, 참아-!!" "내 이 놈의 자식을--!! 크아악!!" 그는 블러드가 분노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하길...... '나라면 절대로 저 정도로 안 나둬. 채찍으로 사정없이 때린 다음 상처에 소금을 바르고 개미 소굴에다 던져 버릴 거야.' 참으로 잔인한 크라비어스였다. 블러드 보다 훨씬 더. 블러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 하자,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의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잠시 뒤에 라일란드가 슬며시 일어섰다. 일어서서 몇 번 자신의 몸을 툭 툭 털자 금새 온 몸의 먼지는 깨끗하게 털려 나갔다. 참으로 신기한 능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다시 부활한 라일란드를 보며 이를 갈고 있던 블러드는 이제는 다 표기했다는 듯이 의자로 터벅터벅 걸어가서는 털썩 주저앉고는 이죽거렸다. "그래, 할 말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했지? 어디 한 번 말해보시지." 블러드가 이죽대는 모습을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아직도 창백한 표정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고는 테이블 위에 몸을 기댔다. '피곤해.' 이것이 그의 심정이었다. 솔직히 하루 종일 건물 구경하는 블러드에게 끌려 다니며 엄청나게 고생했다. 이곳이 수도이지 않는가. 여기서 잠시 수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아 보자. 본래 수도란 한 나라의 왕이 기거하는 궁이 있는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당연히 왕이 살려면 근처에 많은 사람이 살아야 한다. 왕을 지켜야 하고, 왕이 사용할 물건을 생산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려면 당연히 집들이 많아야 한다. 그러니 당연히 건물이 많다. 사람이 많으면 많은 범죄가 발생한다. 그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기사들이 나타난다. 그러면 다시 그 기사들이 묵을 건물이 또 필요하다. 그들은 범죄자들과 싸우다 다치기도 한다. 그러면 다시 그 다친 사람들을 치료할 성직자라 필요하다. 성직자들이 있으면 당연히 신전도 필요하다. 그들은 쓸데없이 고귀한 척하는 녀석들이라 온통 흰 건물이 아니면 도대체 머물려고 하지를 않으니까. 그리고 좀 더럽고 작은 곳이라도 묵지 않는다. 그러면 엄청 크고 깨끗한, 흰 건물을 지어야 한다. 건물을 지으려면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 사람들을 먹여 살리려면 당연히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그러면 장사꾼들이 이때다, 라면서 각지에서 각종 곡물들과 여러 생필품들을 들고 올라와서 장사한다. 작은 시장이 생겨난다. 그 시장에는 음식을 사러 온 사람들이 바글댄다. 그러면 그 사람들을 본 장사꾼들은 고향으로 내려가서 말한다. <거 참, 사람 정말 많더구먼.> 사람들은 생각한다. <나도 한 몫 잡자.> 그러면 그 사람들은 장사꾼이 되어 다시 수도로 간다. 이번에는 식량이 아니라 갖가지 물건들을 들고. 그러나 그 도중에는 도적이나, 몬스터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럼 상인들은 용병을 고용한다. 용병들은 상인을 안전하게 수도까지 데려다 주고서는 할 일이 없어지니 수도에 머물며 근처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며 생계를 연명한다. 이들이 사용할 무기는 신기가 아니다. 당연히 망가지고 부서진다. 그러면 고칠 장소가 필요하지만 고칠 수가 없다. 그걸 생각한 어떤 똑똑한 사람이 대장간을 차린다. 그 사람이 부자가 되면 다들 너도나도 몰려들어 대장간을 차린다. 그리하여 무기 상점들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시장이 형성된다. 시장과 신전과 집이 계속 생겨나니 드디어 거대한 도시가 만들어진다. 도시에는 물이 필요하다. 그럼 사람들은 근처의 강물을 도시로 끌어오는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찾아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강물을 끌어들이고 나니, 이제는 근처의 강력한 몬스터들이 문제이다. 쓸데없이 겁만 많은 왕은 대신들에게 명령한다. <성벽을 쌓아라!> 그러면 대신들은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성벽을 쌓기 시작한다. 성벽을 쌓으려면 돌이 필요하다. 그 돌을 캐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의 사람이 필요하다. 또 직업을 찾아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집은 늘어난다. 성벽을 쌓으니 이제는 나갈 수가 없다. 왕은 다시 명령한다. <성문을 만들어라!> 대신들은 멍청하게 만들어진 성벽을 약간, 아주 약간 부수고 그 자리에다 튼튼한 성문을 만든다. 이렇게 수도가 탄생한다. 이런 수도에 구경할 만한 건물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물론 아니다. 정답은 <엄청 많다> 이다. 블러드는 미련하게시리 이것들을 전부 구경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참으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좀 달랐다. 아무래도 이제 한창 젊은 나이인 - 3 살 - 인 블러드에 비해 7000살이나 먹은, 용 중에서도 할아버지뻘에 끼는 그의 나이는 너무 늙은 것임에 틀림없었다. 크라비어스는 도저히 블러드의 그 팔팔한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가 기나긴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라일란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물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블러드와 크라비어스에게서 아까 같은 진지한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니까......제가 말한 것은 진짜 약혼자가 아닙니다." "그럼, 가짜 약혼자냐?" 블러드는 비아냥거리며 대꾸했다. 그러나 라일란드는 그 질문에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제 나이는 올해로 23살이 됩니다. 그런데 이곳 남자들은 젊으면 18, 많으면 27살 때 전부 혼례를 올립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저는 딱 결혼 적령기이지요." "그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블러드 씨,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볼 때 제가 못생겼습니까?" "에..?" 갑자기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질문하는 라일란드에게 블러드는 적지 않은 당황함을 느끼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아니, 그렇게 못생긴 건 아니고......" '오히려 잘생긴 편이지....그것도 매우.' 블러드는 이 말을 속으로 꿀꺽 삼켜버리고는 라일란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저는 세계 제일의 부자인 그라시엔 가의 후계자입니다. 당연히 저에게 청혼하는 가문도 많았죠. 심지어는 밤에 몰래 제 침실로 숨어드는 짓도 서슴지 않습니다." "허억...불쌍한......" "그러니까 블러드 씨께서 잠시만, 아주 잠시만. 적어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만 이라도 약혼녀 행세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 들은 블러드는 그 말에 동조했다. 자신도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 모자라서, 밤에 잠을 자는데 갑자기 침대로 쳐들어온다니...... 약간 기울어지기 시작한 블러드의 마음은 다음에 라일란드가 한 말로 인해 완전하게 기울어졌다. 물론 <약혼녀를 해주자> 라는 쪽으로. "일단 블러드 씨가 어떤 지위인지는 모르지만 지위를 숨겨야 한다는 사실은 알아냈죠. 저의 약혼녀가 되면 일단 그라시엔이라는 성을 얻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블러드 씨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하러 수도로 온 것 맞죠?" "어,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죠."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블러드의 말을 자르는 라일란드는 역시 둘 못지 않게 악독한 놈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지금 블러드 씨의 지위로는 절대로 왕립 아카데미에 입학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라시엔이라는 성을 얻는다면 사정은 달라지죠." "그..그런....!!" "어때요? 잘 생각해 보시죠." 블러드가 소리지르는 까닭을 자신이 너무 약점을 잡고 흔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라일란드의 예상은 깨끗이 빗나갔다. "파격적인......!!" "............" "좋아! 임시로 너의 약혼녀 행세를 해주지!" "...하하............" 라일란드는 슬며시 미소를 짓고는 피곤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쓰러져 있는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크라비어스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곯아 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크라비어스 씨도 찬성하는 것 같군요." "그럼. 크라비어스는 내 말은 반대하면서도 나중에는 결국 들어 주니까." 블러드의 말에서 크라비어스에 대한 강한 신뢰감이 풍겨 나오는 것을 느낀 라일란드는 빙긋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블러드에게 말했다. "자자, 배고프시죠?" * * * * * * * * * * 밤하늘에는 붉은 달이 휘영청 떠있었다. 달은 은은한 붉은빛을 자랑하며 검은 하늘에 박혀있었다. 블러드는 창가에 앉아서 달을 바라보았다. "레드 문이다......" 달은 아름다웠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피의 빛이었다. "미카엘이구나..............." 밤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우나, 매우 아름다웠다. 심연의 어둠. 어둠의 빛깔을 가진 날개. "루시펠이다." 칠흑같이 어둡고 아름다운 밤하늘에, 미치도록 아름다운 피의 달이 떠있었다. 둘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미카엘하고 루시펠이 일하는구나." 블러드는 창가에 몸을 기대고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레드 문이 뜨는 날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잘한 작은 별들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부터 다른 별들이란 것이 없을지도 모르지......' 블러드는 속으로 생각하며 창문을 활짝 열고 창 밖으로 상체를 내밀었다. 6층이었기 때문에 밑으로 화려하게 빛과 함께 물을 뿜어내는 분수와 함께 싱그러운 정원수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었다. 인위적인 것이나 더없이 자연적으로 보였다. 블러드는 창가에서 밑으로 뛰어내렸다. 뛰어내리는 순간 블러드의 등에서 1쌍의 붉은 날개가 솟아올랐다. 날개에서는 매우 아름다운 붉은빛이 쏟아졌다. 그렇게 환하지도 않은......은은한, 그런 빛. 그 붉은빛은 레드 문의 붉은빛과 더없이 어울렸다. "하하........." 블러드는 작게 웃으며 분수에 뛰어들었다. "첨벙!" 물소리와 함께 물이 사방으로 튀기며 블러드의 옷과 머리카락과 날개를 적셨다. 머리카락과 옷자락은 물에 젖은 채로 바람을 맞아 사방으로 물방울들을 떨어트리며 흩날렸고, 날개는 물을 먹어서 축 늘어졌다. 이상하게도 늘어진 그 모습이 흉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하하...................다들......보고 싶다............" 블러드의 목소리는 점점 작게 줄어들었다. 여전히 레드 문은 미치도록 아름다운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고, 밤하늘은 칠흑 같은 심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너무......보고 싶어............" --------------------------------------------------------------------- 크하핫, 하루리입니다! 어제도 올리고 오늘도 이어서 올리고!!! 아하하하핫!!! 너무 기쁘군요! 아린 이야기가 갈수록 재밌어지는 것 같아서 더 즐겁습니다!! 크하하핫!!! 좀있으면 발렌타인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어쨌든 7장 끝났고......^^ 담 편 기대해 주세용~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퍼온 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번 호 : 16850 / 16869 등록일 : 2001년 02월 13일 22:38 등록자 : S870706 조 회 : 33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8장-강림>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세 번째 이야기... 흩날리는 검은 머리카락. 하얗고 깨끗한 피부와 갸름한 얼굴. 살짝 감은 아름다운 두 눈. 몸 주위를 감고 있는 휘황찬란한 빛. 인간의 입으로는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천상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찬양해요. 지상의 어떤 생명보다 아름다운 그 모습을. 난 다시 봅니다. 보고 또 봅니다. 아름다운 그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온 그 모습은, 지상의 어떤 생명보다 아름다운 그 모습은. 도저히 이 입으로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모두 함께 찬양해요. 저 멀리 천상에서 강림한, 우리의 신을...... -'음유시인의 노래' 에서 발췌- 루시펠에게. 루시펠, 잘 있었어? 나 블러드야. 나는 아주 잘 있어. 왕립 아카데미가 귀족이나 왕족들만 입학하는 곳이라서 입학은 못하고 있지만... 참, 내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나의 약혼식에 참석해 달라는 거야. 다가오는 *아리느(Arin)의 세 번째 날에 나와 라일란드의 약혼식이 있어. 내가 편지를 쓰는 오늘이 아리느의 두 번째 날이니까, 아마 시간에 맞춰서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인간 구경도 좀 하고. 재미있는 것이 굉장히 많거든. 장소는 라미나 왕국의 수도에서 두 번째로 큰집이야. 참고로 라일란드네 집이야. 라일란드는 세계에서 제일 부자래. 꼭 참석해 주길 바래. 블러드가. -도대체......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타락천사가 될 생각인가? 루시펠은 블러드에게 온 편지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손에 쥔 편지를 구겨버렸다. -젠장! 인간과 약혼식이라니! 타락천사가 된다는 말로밖에 안 들리잖아! 루시펠이 소리지르고 있을 때, 갑자기 공간이 이지러지며 누군가가 나타났다. "루시펠!!" -아, 마리우스 님. 무슨 일이죠? 루시펠은 무척이나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이 불청객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마리우스도 만만치 않게 기분 나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보고 루시펠이 미처 뭐라 말하기도 전에 마리우스가 고함을 쳤다. "이 편지는 뭐야!! 블러드가 인간과 약혼식이라니!! 타락천사가 된다는 이야기잖아!!" 자신도 이것 때문에 미치겠는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왜 소리를 지르는 것인가? '가뜩이나 미칠 것 같은데...!!' 루시펠은 자신의 심정은 눈곱만치도 이해해 주지 않는 이 화를 내고 있는 거만한 신을 쳐다보며 빽 소리질렀다. -저한테 뭘 어쩌라는 겁니까!! 저도 이걸 받아서 미칠 것 같은데!! "너...도 받은 거냐?" 마리우스가 얼떨떨하게 묻자 루시펠은 속 터져 죽겠다는 듯이 소리질렀다. 괜히 자신에게 와서 짜증내는 이 신은 도대체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하, 그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정말 생각 없이 사는 분이시군요! 마리우스는 자신이 할 말이 없어지자 머뭇거리더니 다시 소리쳤다. 신 체면에 천사에게 밀릴 수는 없었다. "좋아, 난 내려가겠어!" 그 말을 들은 루시펠은 더욱 어처구니가 없어서 홧김에 소리질렀다. -맘대로 하십시오! 그럼 저도 따라 내려가죠! "흥, 네가 따라오던 말던! 난 가서 블러드를 데리고 오겠어. 아직 3살밖에 안된 어린애에게 일을 맡긴 것 자체가 잘못된 거지!" -어쨌든 '성장' 은 했지 않습니까? 그럼 당신이야말로 항상 놀지만 말고 무슨 일이라도 해 보시죠! "네가 언제 시켰나?!" -어떻게 제가 신께 일을 시킨단 말입니까? 알아서 해야지! 둘이 유치하게 싸우고 있을 때, 또 다시 공간의 흐름이 바뀌더니 이번에는 두 사람이 그 사이로 몸을 드러냈다. 피오나와 우프레틴이었다. "마리우스--!! 역시 여기 있었군!! 이 편지, 편지!! 어떻게 된 거야!!? 블러드가 타락천사가 된다고!!? 인간과 결혼해서!!?" 피오나는 나타나자마자 방에 서있는 마리우스를 발견하고는 소리질렀다. 그런 그녀의 옆에는 우프레틴이 귀찮다는 것이 절실히 드러난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나도 몰라서 지금 지상으로 내려갈 거란 말이다!!" "나도 갈래!" 마리우스가 맞받아서 소리치자마자 피오나는 곧장 대답했다. 루시펠은 이 시끄러운 신들 때문에 더욱 미칠 지경이었다. 전부 자기 집으로, 아니 일하는 방으로 몰려들어서 뭐 하는 짓인가? "시끄러, 이 여자야! 넌 알아서 내려가!!" "흥, 싫어! 나도 내려가서 블러드를 끌고 다시 신계로 돌아올 거야!!" "놀고 잇네, 이 멍청한 계집애야!! 너 따위가 내려가서 뭘 하겠다는 거냐!? 내가 내려가서 데려올 테니 넌 앉아서 술이나 마셔!!" 뚜욱------ 루시펠은 자신의 이성을 붙잡고 있던 한 가닥의 끈이 방금 끊어진 것을 느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잠시 후, 눈을 번쩍 뜨고는 있는 힘을 다해서 둘을 향해 소리질렀다. -아아악!!! 다들 닥쳐!!! 거기 마리우스,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빨리 내려가면 되지 왜 여기서 이 지랄이야!! 너 신 맞아!? 미친놈이지!! 피오나, 너는 또 왜 온 거야?! 우프레틴까지 끌고!! 돌았냐!!? 빨리 중간계든 어디든 꺼져버려!! 난 혼자서 내려갈 테니!! 피오나와 마리우스, 덤으로 우프레틴까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항상 차분하고 냉정한 분위기를 유지하던 루시펠이 이렇게 소리를 지르다니. 그것도 자신들에게 반말, 아니 거의 욕까지 해대면서...... 셋이 멍하니 서있을 때, 루시펠이 다시 분노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난, 이그드라실에게 갈 것이다. 이제 너희 따위에게 존대를 해야 할 이유를 못 느끼겠으니 반말로 하겠다. 뭐 의의 없겠지? 따라 오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라. dlehd(이동). 루시펠은 또박또박 말하고는 몸을 돌려서 천천히 공간 속으로 녹아 들어갔다. 이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셋은 잠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가 정신력이 엄청난 신답게 - 비록 그 정신 상태가 꼭 X같다고는 해도 말이다 - 곧이어 정신을 차리고 루시펠의 뒤를 따라갔다. "dlehd(이동)" "dlehd(이동)" "dlehd(이동)" * * * * * * * * * * 이그드라실은 황당한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공간의 문이 열리더니 전 차원에서 꽤나 유명한 세라핌인 루시펠이 나타나더니 곧 이어서 보기도 힘들다는 신이 세 명이나 쫘르륵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는 대뜸 하는 말이 <라미나 왕국의 수도로 데려다 달라> 였으니 황당해 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었다. [라미나 왕국의 수도?] -그렇습니다, 위대한 세상의 버팀목 이그드라실이여. [허허, 거절할 처지는 못 되지. 그들의 지위를 보았을 때 말이다.] -그러면 빨리 차원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빨리는 곤란하네, 난 말할 기회가 무척 적거든. 요 며칠 간 어지간히들 몰려들더니......그 천사는 행운을 상징하는 건가? 허허허.] -그 천사라뇨? 루시펠의 물음을 무시하고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이그드라실은 고개를 돌려 마리우스를 쳐다보았다. [자네와는 구면이군.] "네, 이그드라실이여. 그리 오래 된 시간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허허, 그래, 그 천사를 찾으러 온 건가?] "어..어떻게?" 피오나가 놀란 목소리로 묻자 이그드라실은 기분 좋게 웃으며 팔을 들어올려 손가락을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손위로 흰 빛이 생기더니 곧이어 그것은 종이로 변했다. 그 종이를 까닥까닥거리며 이그드라실은 빙긋 웃었다. [그 녀석이 나한테도 편지를 보냈거든.] "네에!?" 일동은 놀란 눈으로 이그드라실을 쳐다보며 소리질렀다. 이그드라실은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말했다. [난 아직 정정하네, 그렇게 소리지를 것까진 없지 않은가?] 모두들 생각했다. '저 모습으로 저 말투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 그렇다. 이그드라실은 지금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사와 비슷한 중성적인 면을 지닌 그 소년은 머리가 초록색이고 눈동자가 짙은 갈색이라는 점만 빼면 블러드와 거의 유사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던 말던 이그드라실은 편지를 다시 한 번 훑어보더니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건 약혼식 초대가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이그드라실이여." [그래......그 녀석 타락천사라도 될 것인가? 그런 녀석으로 보이지는 않았는데......더구나 그 녀석의 옆에 붙어있는 마룡왕 녀석만 보아도......] -마룡왕이라뇨!!! 루시펠은 이그드라실의 말에서 <마룡왕> 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마룡이라면 신족과 정 반대되는 성질이 아닌가? 그것도 보통 마룡이 아니라 <마룡왕> 이라니......!! "마리우스, 넌 알고 있었어!?" 피오나의 질문에 마리우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피오나는 화를 내며 소리질렀다. "왜 말하지 않은 거야!? 언제부터 마룡왕이 그의 곁에 있었지?!" 피오나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마리우스가 아니라 이그드라실이었다. 이그드라실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그들의 분위기를 보고는 은근슬쩍 끼여들어 말을 시작했다. [아아, 그 녀석이 봉인을 푼 모양이야. 마의 숲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저기, 냇가 있잖아? 그 냇가에서 낚시하다가 술병에 들어있는 것을 건졌대. 그런데 그 병에 <절대 열지 마시오> 라고 써져 있기에 열었다고 하더군. 그 대가로 마스터가 되어서 뭐 잘 하고 있겠지. 그 녀석의 곁에 있던 빨간색 도마뱀 있지? 그게 마룡왕 녀석이야.] -............... ".................." 일행은 일제히 침묵했다. <절대 열지 마시오>라니...... 게다가 빨간 도마뱀? 피오나는 허탈해지는 심정을 애써 감추며 물었다. "마룡 크라비어스를 봉인한 자가 대마법사 라인더스지요?" [그래. 그 녀석이 봉인했지.] "그래서......그것을 병에다 봉인한 거에요?" [그래.] "그리고 <절대 열지 마시오> 라고 써붙이고서?" [그런 모양이더라] "그걸 마의 숲의 냇가에 버린 건가요?" [자기 딴에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나보지.......] 피오나는 황당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모두들 마찬가지였다. "상당히.........대마법사 같지 않은 괴짜였네요." 피오나가 쯧쯧, 하고 혀를 차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이그드라실을 포함한 모두는 생각했다. '설마 너만큼 괴짜겠니.....?' 잠시 이그드라실을 포함한 일행은 침묵했다. 근처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이 구르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우프레틴이 그 침묵을 깨고 이그드라실에게 질문했다. "당신께서도 중간계로 내려갈 생각이십니까, 이그드라실이여?" [그럼 안 내려가냐? 이렇게 초대까지 받았는데? 난 초대받은 적은 처음이란 말이다.] 그럴 만도 했다. 어느 누가 이그드라실을 초대하겠는가. 우프레틴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이그드라실에게 말했다. "그럼 차원의 문을 열어 주십시오, 익드라실이여. 당신께서는 블러드가 간 곳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직접 보내주었으니까요." [하하, 그렇지. 내가 보내 주었지.] "그럼 그를 보내준 곳과 똑같은 장소에 다시 문을 열어 주십시오." [좋아, 그러지.] 이그드라실은 일어서서 가슴 정도의 높이까지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초록색 머리카락은 요동치는 마나의 영향으로 사방으로 흩날렸고, 곧이어 찬란한 황금빛의 문이 나타났다. 일행은 침을 삼키며 그 문을 바라보았다. 문은 점점 그 형상을 뚜렷하게 드러냈고, 이그드라실이 손을 내리자 완벽하게 형성되어 있었다.일행은 일제히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모두 들어가자 마지막으로 이그드라실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이그드라실이 들어가자 문은 소리 없이 닫혔고, 그 안은 어둠만이 자리했다. [저 쪽이다.] 이그드라실의 안내가 있었기 때문에 일행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앞쪽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시작으로, 그 빛은 점점 환해져서 드디어는 사방이 완전히 환해졌다. 그들은 주위를 바라보았다. 푸른 풀밭, 나무, 꽃. 모든 것이 여기가 신계가 아니라 중간계라는 것을 확실하게 부각시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인간의 도시. ------------------------------------------------------------------------ 네, 하루리입니다! 아린 이야기를 방금 읽었습니다. 어흐흐흑...... 부제가 헤어짐이더군요..... 세이몬~ 죽는 거냐!!? 아님 마계로 돌아가는 거냐?! 아린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뭐 하튼 일족한테 가는 것 같던데... 죽느니 차라리 마계로 돌아가라~ 어흐흐흐흑......ㅠ.ㅠ 참, 저에게.....쓸만한 이름을 보내주신 분. 아스테리아 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리는 충격...... 그 많은 감상멜에서...이름을 적어주신 분은 그 분 뿐...... 진정한 독자는 아스테리아 님 뿐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까? 차암.....슬프군요...ㅠ.ㅠ 어쨌든......중간계 챕터 끝났고....강림 챕터로 넘어갑니다. 아아, 창세기전 3 파트 2 열나게 하고 있슴다. 크하핫, 과연 불굴의 명작 창세기 시리즈!! 발더스 2는 포기!! 크하하하핫!!! 킹덤 언더 파이어 라는 게임을 샀슴다. 뭐......알피지하고 전략하고 섞인건데...... 할만 하더군요. ^^ 낼이 발렌타인 데입니다~ 모든 분들에게 루리의 싸랑의 초콜릿을~~ 그럼 이만 전 사라집니더~ 좋은 하루 되십쇼~ -하루리 ps. 어허허......9장이라고 쓰다니.....지적해주신 모모 님 감사...^^ 아뒤 까먹었음....;; ps2. 도대체 천랸 게시판은 왜이모양이냐..... 짤리고 또짤리고 또 짤리고~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오늘 올라온 따끈따끈(?)한 8장입니다. 퍼온 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여러분들께 행운 한가득! 서쪽바람 & 별이 빛나는 하늘. 번 호 : 16872 / 16889 등록일 : 2001년 02월 15일 21:54 등록자 : S870706 조 회 : 45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8장-강림>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네 번째 이야기... * * * * * * * * * * "괜찮으시겠습니까?" "에, 뭐가?" 선선한 날이었다. 아리느의 세 번째 날은 축복 받은 날이다. 이 날은 피의 여신 라쉬카의 축복을 받은 날이었다. 마지막 레드 문이 뜨는 날이기도 하고, 시들어 가는 나무와 풀들의 아름다움이 마지막으로 최고조에 달하는 날이다. 정원의 시들어 가는 잔디들이 마지막으로 그 생명력을 표출해 내고 있었다. 잔디들은 약간 옅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는데, 그 모습은 주위에 있는 나무들의 시든 낙엽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 잔디밭에 있는 흰 테라스에서 세 사람이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이 약혼식이지 않습니까?" "응. 그런데?" 라일란드는 이마에 손을 얹고 잠시 생각했다. 편지를 어제 보냈다. 파발마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집이 어디냐에 따라 도착하는 것은 빠를 수도, 늦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약혼식은 오늘이다. 집은 멀다고 했다. 당연히 아직은 편지도 도착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라일란드는 블러드에게 빽 소리질렀다. "......그런데라뇨?! 가족 분들을 초대하시겠다고 했는데, 어제 편지를 보내시고 오늘 오라니, 그건 말이 안됩니다! 아무리 약혼식 파티가 밤이라고는 하지만!" "아 참, 대게 떽떽대네......걱정 말라니까. 내가 보낸 것은 빠른 우편이고, 어제 보냈으니까 어제 도착해. 아마 지금쯤이면 수도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을 걸?" 블러드는 걱정 말라는 투로 느긋하게 말을 내뱉고 테라스 위에 놓여 있는 주스 잔을 들어서 쭉 들이마셨다. 그 여유 작작한 모습을 보고 라일란드가 부들부들 떨고 있을 때, 그를 약간, 아주 약간 불쌍하게 여긴 크라비어스가 말을 꺼냈다. "정말 걱정 안 해도 된다. 얘네 가족은 타고난 능력자들이니까. 편지를 받는 즉시 아마도 중간...아니, 여기로 왔을걸? 확실히 지금 길거리 구경이나 실컷 하고 있을 거야." 크라비어스는 말을 마치고는 그들을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편지를 받는 즉시 내려왔겠지. 지금쯤이면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이다. '블러드가 편지에 뭐라고 쓰냐에 따라서 말이지.' 그렇다. 편지에 뭘 쓰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편지에 실제로 <약혼식에 오세요!> 라고 썼다면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당장에 내려왔을 테 고......<나 보러 와주세요!> 라고 썼다면 기뻐하며 역시 당장에 내려왔겠지...... '결론적으로는 같은 결과잖아?' 크라비어스마저 태연하게 말을 끝내고는 테라스에 놓인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자, 라일란드는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궁금증을 느꼈다. 모름지기 천재란 궁금증이 많아야 하는 법이다. 저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도 그렇지 않았는가? 심지어는 오리알을 직접 품어보는 짓까지 하고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왕이 되었다. 라일란드는 천재였다. 인간 중에서지만...... 당연히 궁금증이 많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것까지 에디슨과 똑같았다. "능력자라뇨? *마술사입니까?" 라일란드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그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마술사가 맞는 것 같았다. 실지로 생겨나자마자 엄청난 힘을 자유 자재로 부리지 않는가? 그는 잠시의 생각 끝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응, 마술사 맞아." 크라비어스가 말하자 블러드는 그에게 질문했다. "마술사? 우리 가족이 마술사야?" "...............마술사잖아? 막 손에서 불나가고 <바람 불어라> 하면 바람 불고, 정령하고도 말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잖아?" "아, 그런 게 마술사구나." 블러드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것을 인정하자, 라일란드는 놀란 눈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맙소사, 블러드 씨도 마술사였습니까? 하긴 마룡왕의 마스터가 된 것 자체에서 평범한 것은 아니지만...마술사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그 정도의 능력이면 엄청나군요! 게다가 정령술사로써의 능력까지!" 라일란드가 놀라며 소리지르자 블러드는 그에게 다시 되물었다. "정령술사가 뭐야?" "에...정령술사란......정령과 마음대로 대화하고 그들의 능력을 빌려 쓸 수 있는 것입니다."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거야?" 블러드의 질문에 라일란드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블러드를 쳐다보았다. 이쯤 되면 아무리 둔한 라일란드라고 해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러드 씨, 도대체 어디서 자란 겁니까?" "나?" "네. 도대체 어떤 곳에서 자랐길래......" 블러드를 대신해서 그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크라비어스였다. "블러드의 집안은 암살자 가문이야." "네!?" "말 그대로야, 암살자의 가문이라고." 블러드는 속으로 <어째서 암살자야?> 라고 생각했지만 별 수 없었다. 어쨌든 자신은 이 곳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까. 게다가 마술사라면...... '에라, 모르겠다.' "그러니까...쟤네 집안은 비밀 암살자 가문이야. 가족이며 친척, 전원이 능력자. 게다가 각각의 능력만도 엄청나지. 강한 녀석들은 나만큼이나 세지. 저 녀석은 ......아직 어린 데다가 뭐......아직 정령과 대화조차 잘 하지 못하는 녀석이니까." "그러면......정말로 도착할 수 있는 겁니까?" "아아, 걱정 마. 그 녀석들도 한 미모 하니까 잘난 척하는 왕족과 귀족 녀석들 콧대를 꺾어 놓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을 거야." "그 뜻이 아니라......" "정말로 나와 비슷해. 엄청나게 강하지." ".........그게 아니라..." "정말 오늘 온다니까." '도대체 용과 비등할 정도의 힘이라면 그것이 인간인가?' 거짓말이긴 했지만, 어쨌든 비슷하게 설정해 놓은 크라비어스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며 블러드는 다시 주스 잔을 들어올렸다. 그 때, 저택의 집사가 왔다. 그는 멋지게 콧수염을 기른 전형적인 집사였다. "블러드 님을 찾는 손님 두 분께서 오셨는데요?" "봤지?" 라일란드는 뭐라 중얼거리며 집사에게 말했다. "여기로 안내하도록." 집사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다시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정문 쪽으로 사라지자 라일란드는 블러드를 쳐다보았다. 블러드는 창백한 얼굴로 주스 잔을 움켜쥐고 있었다. "블러드 씨?" "이..이럴 수가." 주스 잔을 꽉 움켜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블러드가 심상찮게 보였는지 크라비어스도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블러드를 쳐다보았다. "왜 그래?" "나...난......" "?" "분명히 10명한테 보냈는데......어째서 2명밖에..." "............" "............" 둘은 침묵을 지켰다. "아...하하하......블러드, 따로 따로 올 생각인가 보지." "그..그렇겠지?" "분명히 전부 오실 겁니다." 둘이 열심히 충격을 받아서 멍하니 있는 블러드를 진정시킬 때, 집사가 다가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에는 어깨 정도에서 찰랑거리는 금발머리를 가지고 옅은 초록색의 웃옷과 무릎 약간 위의 짧은 치마를 입은 17~19살 정도로 보이는 매우 아름다운 여자와, 짧지만 역시나 화려한 금발머리에 흰색의 깔끔한 옷을 입은, 역시나 무척 아름다운 남자가 서있었다. "레니스, 아네스!" 블러드의 반가운 외침에 둘은 빙긋 웃으며 다가왔다. "블러드, 약혼 축하해." "나도." 크라비어스는 그 때, 빨간 도마뱀이라고 불렸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상태라 둘을 아니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라일란드는 그 둘의 이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꽤 유명한 신의 이름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은 어느새 멀리 날아가 버렸다. 가까이 다가온 둘이 자신의 모습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라일란드 폰 그라시엔이라고 합니다." "그라시엔? 왕족이야?" "네." "그렇구나. 블러드, 왕족을 꼬시다니 대단한데?" 아네스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라일란드는 생각했다. '역시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야.' 라일란드가 어떤 생각에 빠져있든 레니스는 잠시 라일란드를 바라보고 있다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놀란 라일란드가 자신의 앞으로 내민 이 손의 의미에 대해 심각한 고찰에 빠져 있을 때, 레니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뭐, 약간 부족하지만 인간치고는 상당히 뛰어나니까. 자, 인사하자. 내 이름은 레니스야." "아..네. 레니스 씨." 둘이 이렇게 어정쩡하게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블러드가 아네스를 불렀다. "아네스." "왜?" 블러드의 부름에 아네스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눈에 테라스 위에 엎어져 있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 마룡왕? 그 때, 너랑 같이 있던 빨간 도마뱀?" "......도마뱀이라니...!" 크라비어스가 성을 내며 소리지르자 아네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실이잖아?" "그런데 아네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처음 본 그 날부터." "헤에......역시 다르긴 다르구나." <역시 신은 다르구나> 라고 하려던 블러드는 말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여기는 일단 신계가 아닌 것이다. 블러드는 아까 미처 하지 못한 질문을 그녀에게 했다. "아네스,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 "응. 너희말고도 8명이나 더 초대했어." 블러드의 질문에 아네스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대답했다. "아니, 난 몰라. 네 편지를 받자마자 곧장 내려왔는걸? 알다시피 나와 레니스는 이그드라실의 도움 없이도 <문>을 열 능력이 있다고." "......흐음...또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자가 누구야?" "희노애락 중 <애>의 크레아와......라파엘은 열 수 있지." "미카엘은?" "아, 그 녀석은 못 열어." 아네스의 말에 블러드는 궁금증을 가졌다. "어? 분명히 미카엘이 전투 능력은 라파엘보다 뛰어나다고 들었는데?" "라파엘은 바깥에 많이 나가야 하거든. 하도 자주 찾아오니까 이그드라실이 귀찮아서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줬나보지." "그렇구나." 둘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크라비어스 뿐이었다. 레니스는 라일란드와 의외로 마음이 잘 맞는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대해 토론을 나누고 있었다. 그 때, 멋진 수염의 집사가 다시 와서는 정중하게 말했다. "지금 바깥에 손님 세 분이 오셔서 블러드 님을 찾고 계십니다." "아, 여기로 안내해." 라일란드의 말을 듣자마자 집사는 정중하게 인사하고는 다시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집사가 다시 사라지자 라일란드는 하녀를 한 명 부르고는 넷을 향해 물었다. "차와 주스, 약간은 늦었지만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어느 것을 드시겠습니까?" "난 주스." "뜨거운 차." "차가운 아이스크림. 달게." "나도 아이스크림." 각자 주문이 끝나자 라일란드는 하녀에게 말했다. "뜨거운 라임 차 두 잔과, 그론 주스 한 잔. 크리프 아이스크림 두 그릇을 가져오도록." "네." 하녀는 눈을 감고 뒤로 물러서는 고난이도의 재주를 선보이고는 사라졌다. 모두들 그 능력(?)에 감탄하고 있을 때, 집사가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세 사람이 서있었다. "블러드!" 하늘색의 긴 생 머리를 가진 이가 블러드를 부르며 뛰어왔다. 그의 모습을 본 블러드는 테라스 앞에 놓여있는 의자에서 일어나서는 마주 뛰어갔다. "하르!" 블러드는 그를 껴안으며 미소지었다. 초절정 미모의 소유자인 둘이 나란히 껴안고 있는 모습은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가득 안겨주었다. 이 감격스러운 상봉을 바라보고 있던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고요하고 차분해 보이는 인상을 지닌 자가 빙긋 웃으며 블러드에게 말했다. "블러드, 저는 보이지도 않는가요?" "아, 라파엘 님. 오래간만이에요." 블러드는 하르엘을 놓고는 라파엘의 앞으로 가서 인사했다. 라파엘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약혼을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블러드는 황홀경으로 빠져들며 대답했다. '역시 라파엘님은 아름다우셔.' 속으로 생각하며 방긋 방긋 미소짓는 블러드에게 미카엘이 다가갔다. 라파엘이 고요하고 차분한 이미지라면 미카엘은 화려하고 섬세한 이미지였다. 물론 요즘 과로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약간의 더러움으로 가려지지 않는 법! "미카! 와줘서 정말 고마워." "뭘......" "어? 레니스 님과 아네스 님도 와 계셨네?" "응." 미카엘은 이제야 레니스와 아네스를 발견하고는 인사했다. "인사드립니다." "아, 너도 온 거냐? 일은 어쩌고?" "하하하......다른 이에게 맡겨 놓았죠." "......불쌍한..." 모두 인사를 끝내자 셋은 라일란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약간 당황한 라일란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아, 그래. 네가 블러드의 약혼자?" "네, 라일란드 폰 그라시엔이라고 합니다." "왕족인가보지?" "네." "내 이름은 미카엘이야." "나는 하르엘이라고 해." "라파엘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네." 라일란드는 이번에도 이들의 이름에 대한 심각한 고찰 때문에 두통을 앓았다. 몇 마디의 형식적인 말이 오가고 셋은 라일란드의 모습을 전부 살펴보고 평가를 내렸다. "인간치고는 뛰어나네?" "꽤 잘생겼잖아?" "똑똑해 보이는군요." "하...하하하." 라일란드는 이 황당한 일행에 대해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따져 보자면 한 개도 없지...... 크라비어스가 이처럼 불쌍한 라일란드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을 때, 하녀가 다가왔다. "주인님, 명령하신 라임 차와 그론 주스, 크리프 아이스크림을 가져왔습니다." "아, 그거 여기 테라스에 놓고. 잠시만 기다려." 하녀를 테라스 옆에 세워놓고 라일란드는 라파엘과 미카엘, 하르엘에게 물었다. "무엇을 드시고 싶습니까? 라임 차와, 그론 주스, 크리프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잠시 수군거리던 셋은 의견을 통일했는지 손가락 한 개를 내밀었다. 종류가 한 개이면 편하기 때문에 하녀는 빙긋 미소지었다. '착한 분들이시군.' 이런 생각을 하며.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라파엘의 한 마디 때문에...... "종류별로 한 개씩 가져다 주십시오." "네....." 하녀는 울화를 참으며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녀의 주먹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으나 눈치챈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녀가 가자마자 다시 집사가 나타났다. 집사의 멋진 콧수염은 축 처져 있었다. "지금 밖에 블러드 님을 찾으시는 손님, 다섯 분이 와 계십니다." "아, 안내해 드리도록." 집사는 걸었다. 걸어가는 그의 다리는 힘이 들었는지 축축 늘어지고 있었고, 콧수염은 더욱 처져 버렸다. <단어설명!! 그 아홉번째!!!> *아리느(Arin): 레드 문이 뜨는 시기. 레드 문은 3일간 떠있는데 그 3일간을 아리느라고 칭한다. 아리느의 첫 번째 날, 두 번째 날, 세 번째날 까지. *마술사: 이 곳에서 마술사의 의미는 태어나면서부터 마법적 재능이 뛰어나서 보통 마법사들이 걷는 길을 걷지 않고 스펠과 여러 동작을 생략하고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을 일컫는다. 정령술사일 경우에는 선천적으로 정령 그 자체의 몸을 타고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정령과 대화할 수도 있고, 정령의 힘을 공짜로 빌려 쓸 수도 있다. -------------------------------------------------------------------------------- 안녕하세요! 루리입니다! 오늘은 많이 썼습니다. 어제 못 쓴 댓가로......^^ 아하하핫............ 눈이 잔득 와서 저희 동네는 교통이 두절되었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방법은...... 77-3번 버스와 567번, 그리고 기차밖에 없는데... 버스는 두절, 기차도 안다닙니더......^^ 내일 학교는 어쩐다냐......? 어떻게든 되겠지~ 오호호홋~~ 그럼 하루리는 이만...... -하루리 ************************** 퍼오는 제피로스입니다.... 으음... 어제는 일찍 자야했기때문에 홈피에 안들렀습니다.. 단지 천랸만 잠깐 들어갔다 나왔지요..--; 퍼온 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여러분께 행운이. 서쪽바람. 번 호 : 16891 / 16924 등록일 : 2001년 02월 18일 15:13 등록자 : S870706 조 회 : 78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8장-강림>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다섯번째 이야기... "결국 오기는 다 왔잖아?" "그러네......"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10명을 초대했다고 했으니, 아까 2명 왔고, 방금 3명 왔고, 이제 5명 오니까 합하면 10명이 딱 맞네?" "응. 다 온 모양이야." "다행이군요." 저 멀리 정문 쪽에서 다섯 명의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고, 그 중 한명이 뛰어 오고 있었다. "블러드으~~~!!!!" 그 다섯 명의 사람 중, 뛰어오고 있는 파란 머리카락의 소유자를 뛰어난 시력으로 확인한 크라비어스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블러드에게 물었다. "윽. 블러드, 저 녀석도 초대한 거냐?" "응." 블러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덧붙였다. "만약 안 보내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 "그도 그렇군." 당연히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미친 듯이 화를 낼 것이다. '잘하면 나라 몇 개가 날아갈지도 모르지.' 둘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을 때, 그 파란 머리카락의 소유자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이제는 그 얼굴 윤곽을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블러드~~~!!!" 그 파란 머리카락의 소유자, 마리우스는 엄청난 속도로 블러드를 향해 달려와서는 껴안으려고 했다. 그러나 블러드는 살짝 몸을 돌렸고, 마리우스는 털푸덕, 하는 소리와 함께 샛노란(?) 풀밭과 찌인한 키스를 할 수 있었다. "으윽......너무해." "뭐가 너무하다는 거야?" 블러드가 매몰차게 대답하자 마리우스는 정말로 상처받은 얼굴이 되어 눈물을 글썽였다. 하지만 그것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여기 아무도 없었다. 모두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그나마 사람인 라일란드는 불행히도 천재였다. 원래 천재는 좀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고로 당연히 마리우스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리우스는 신답게 재빨리 부활해서는 블러드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블러드!!" "왜?" "너, 타락한 거야!!?" "뭔 헛소리야?" 갑자기 타락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마리우스가 꺼내자 블러드는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타락하지 않았다면서 왜 인간하고 결혼하는 거야!!?" "........." 마리우스의 질문에 블러드는 침묵했다. 크라비어스는 황당한 얼굴로 블러드를 불렀다. "블러드." "왜, 크라비어스?" 블러드는 고개를 크라비어스 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그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이 사실인지 질문했다. "혹시......" "혹시?" "정말로 <내 약혼식에 와주세요> 라는 식으로 편지를 쓴 건 아니겠지?" 설마, 설마 하는 표정으로 블러드에게 질문하는 크라비어스에게 블러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썼는데?" ".........마리우스." "흑흑...왜?" 마리우스는 풀밭에 쓰러져서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다가 크라비어스가 부르자 고개를 돌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크라비어스는 못 볼 것이라도 본 표정으로 고개를 슬며시 돌리더니 다른 곳을 응시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 약혼식은 가짜야. 어차피 얘가 왕립 아카데민지 뭔 지에 입학하려면 귀족이어야 한다며? 이 녀석이랑 약혼하면 그라시엔이라는 성도 얻고, 귀족도 될 수 있으니까 한 거라고. 라일란드 녀석도 어차피 약혼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랑, 특히 그 재수 없는 왕녀일 가능성이 많지. 화장품 냄새를 풀풀 풍기고 다니는." 이야기가 이쯤 되자 일행은 모두 크라비어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한숨을 푹 쉬었다. 도대체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고 편지에 단순하게 <약혼식에 와주세요> 라고 쓰다니...... 멍청해도 이렇게 멍청한 천사는 처음이다. 인간하고 결혼한다는 것은 당연히 타락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어쩌다 이런 인간을 마스터로 두게 되어서......' 어쨌든 그는 애타게 기다리는 일행을 위해서라도 설명을 해야 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하고 결혼하기 싫으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만 가짜 약혼녀 행세를 해 달라는 거지. 알아듣겠어?" 크라비어스의 말이 끝나자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제각각 한 마디씩 내뱉었다. 정말 타락하는 줄 알았던 것인가? 더구나...... 천사가 타락하는데 속 편하게 약혼식에까지 와서 한다는 말이 <축하해> 라고? 당연히 그 천사를 데리고 다시 신계로 올라가던가 그 즉시 처벌, 즉 소멸시킨다던가 해야지...... '이것들은 정말......' "아~ 괜히 걱정했잖아?" "그랬구나." "참, 그럴 줄은 몰랐지." "난 또 진짜 타락한다고......" "정말인 줄 알았다고." "그럼 왕족을 꼬신 게 아니잖아?" 사건이 대충 정리되자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같은 신계에 사는 그들이라고 해도 수명이 무한인 그들은 서로 만날 일도 별로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이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당연히 만나면 아주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엄청난 원수지간이었고, 만나기만 하면 서로를 씹어대는 것이었다. "어머나, 피오나!" "아네스!" "오래간만이야." "나도 마찬가지." "오래간만에 봐서 그런지 살쪘네?" "오호호홋. 너도 마찬가지구나." "난 언제나 날씬해." "웃기고 있네." "냐하하하하핫! 언제나 방안에 틀어박혀서 글 나부랭이나 쓰고 있으니 그렇게 살이 찐 거구나!" "오호호호호홋! 너야말로 언제나 방안에 틀어박혀서 조각 나부랭이나 하고 있었으니 그렇게 살이 찐 거구나!" 화르르르륵--- 불이 둘의 사이로 화르륵, 타올랐다. 역시 둘은 신이기 이전에 여자였다. 살이 찌고 안찌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몇 천만년을 사귀어 온 절친한 친구인 피오나와 아네스는 아주, 아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크라비어스와 마리우스는 원수라도 만난 듯이 서로를 째려보았다. "후후후후훗......마리우스, 그 때의 패전을 잊지 않고 또 왔구나." "그 때의 패전이라니......내가 이긴 것 아니었니?" "패자의 발악이라고 해두지." "아니야, 승자의 의기 양양한 미소지." "웃기고 있네." "어쭈? 한 판 해볼텨?!" "하! 니깟게 나한테 이기겠다고!?" "해보자는 거냐!!" "그래, 해보자!!" "어쭈구리! 감히 나한테 개겨?!" "개기는 게 누군데 그래?!" 쏴아아아아--- 파도가 둘의 뒤, 배경으로 멋지게 쳤다. 크라비어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는 마리우스를 무섭게 째려보았다. 그런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며 마리우스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고는 마주 쳐다보았다. 드래곤 특유의 살기가 주위를 맴돌았지만 신인 마리우스가 그런 곳에 위축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마주 보며 살기를 띄움으로써 싸움을 시작했다. 이 둘을 우프레틴이 간단히 침몰시켰다. "하긴 머리가 나쁘면 싸움이라도 잘해야지." "......" "......" 한쪽에서는 천사들의 싸움이 치열했다. "하, 미카엘. 달을 다스리려면 좀 제대로 다스려. 만날 눈이 시뻘겋게 충열된 채로 달을 다스리니...달이 제대로 될 리가 없잕아?" "루시펠. 너는 제대로 다스린다고 생각하나보지? 어떨 때는 너무 일찍 어둠을 내리게 하고, 어떨 때는 너무 늦게 내리고." "자신이 없으면 일찌감치 포기해." "너야말로." "어쩌다가 자르가엔이라는 작자가 밤을 다스리는 데 실패해서 그렇게 된 것이니...... 애초에 자신이 없었으면 자르가엔의 죄를 없애라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니니?" "어찌 나만의 편안을 위해 대의를 저버리겠나?" "놀고 있네." "어찌 학의 뜻을 참새가 알리오~" "그래, 내가 학이지. 너는 참새고." 파지지직---!! 둘이 사이에 전류가 파지직 흘렀다. 그런 둘의 바로 옆에서는 라파엘이 의자까지 가져다 놓고서는 편하게 관전하며 라일란드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라파엘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라일라드에게 물었다. "차 한잔 주실래요?" "그러죠." 라파엘의 옆에 놓여있는 의자에 편히 앉아있는 라일란드 역시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하녀를 불렀다. "라임 주스 2잔과 그론 차 2잔, 크리프 아이스크림 1그릇을 가져와." "네에......" 하녀는 공손하게 대답하고는 뒤로 물러서서는 주문한 것을 가지러 갔다. 그녀의 다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피곤하기도 하겠지...... 한편 한쪽에서는 사교적인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하르, 요즘 신계는 어때?" "아, 별일 없어. 너무 심심할 지경이야. 나도 여기서 좀 개기다 갈까?" "그러는 게 좋겠다. 솔직히 거기는 너무 심심해." "당연하지. 심심하면 갈 곳이 시장밖에 없으니까." "내가 임무를 받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후, 나도 임무 받고 싶어." 둘은 동시에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저쪽에서는 불쌍한 레니스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후후후후......또 나는 따구나. 젠장! 술이나 마시자......" 그렇다. 그는 요즘 신계에서 술로 시름을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엄청난 술주정뱅이가 되어 있었다. 희노애락 중 <희> 의 신이 아니라 술의 신이라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술을 마셨던 것이다. 항간에는 진짜 술의 신인 라닌다(Raninda)와 술 대결을 해서 이겼다는 소문도 퍼져 있었다. -------------------------------------------------------------------------- 여러분....!! 루리 돌아왔습니다!!!! 한동안의 잠수 끝에...... 새로운 소설을 좀 쓰느라구요...아하핫. 원래는 그거도 오늘 올릴라고 했는데.....제목을 뭐라고 할지.. 대충 지으면 블러드 처럼 또 후회할까봐서....아하핫^^ 아마도..이제는 자주 못 올릴지도 모릅니다만, 블러드 많이 사랑해 주세요!!! -하루리 번 호 : 17025 / 17094 등록일 : 2001년 02월 20일 22:15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25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8장-강림>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여섯번째 이야기... 라일란드는 이 황당하다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일행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했다. "푸후훗..." "뭐냐, 멍청한 인간." "이그드라실 님. 왜 그러시죠?" "아니, 저 인간이 갑자기 웃어서..." "인간이란 원래 이해하기 힘든 종족이죠." "그렇군." 블러드의 친인척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도저히 그렇게 볼 수 없었다. 라일란드는 잠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블러드에게 물었다. "블러드 씨, 블러드 씨의 아버님과 어머님은?" "아아......" 블러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빠와 엄마라...... '없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런 라일란드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블러드가 아니라 크라비어스였다. 크라비어스는 눈치도 빠르게 재빨리 둘러댔다. "그러니까 블러드의 부모는." "부모는요?" "아하핫...그게......" 크라비어스는 속으로는 엄청 당황했으나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뭐라고 둘러댈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아, 맞아! 암살당했어." "암살이요!?" 라일란드는 속으로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암살자가 암살이라니! 이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게다가 다들 뛰어난 능력자가 아닌가? 그것도 최상급의. 마법사로써의 능력도 정령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엄청난 그들이 암살이라니? "암살자가......" "암살을 당했냐, 이말이지?" "네." "그러니까...그 사연은 이야기하자면 좀 긴데......" 크라비어스는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이야기하기가 싫다는 말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니! 블러드라면 절대로 하지 못하는 기술이었다. 블러드는 이런 크라비어스를 감탄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 필사의 노력도 라일란드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 그래요? 그러면......" '옳지!' "주스라도 마셔서 목을 축이시고, 편히 이야기하시지요." '능구렁이 같은 녀석!' 크라비어스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물론 마음 속으로만...... 이곳에서 능구렁이는 있나보다.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속으로는 할 거 다 하고, 여간 사악하지가 않은 녀석, 줄여서 <라일란드 같은 녀석> 을 능구렁이라고 부르는 풍습(?)이 있으니...... 이런 크라비어스를 모두들 흥미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과연 뭐라고 둘러댈 것인가?' '상당히 마스터를 위하는 용이로군.' '마룡왕답지 않아.' '과연......!' '암살이라......잘도 둘러대는군.' '마룡 맞아?' '참으로......갸륵하도다.' '멋져! 크라비어스!' '제길......크라비어스, 나중에 두고 보자! 혼자서만 블러드를 위하는 척 하다니!' '블러드......좋은 용을 두었구나.' 이런 갖가지 생각들을 하는 이 신, 천사들을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슨 생각하는지 뻔히 보인다, 보여! 그러고도 너희들이 신이고, 천사냐!?' 아니, 중얼거렸다기보다는 절규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그 기나긴 인생의 역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은 블러드의 부모가 받은 암살 의뢰가 참 어처구니없는 것이었지." "어떤 것이었길래?" "어떤 용이어도 좋으니 레드 드래곤의 드래곤 스케일을 갑옷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만 가져다 달라는 의뢰였어." "그런데 그건 암살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하지만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 블러드의 부모로써는 그 의뢰를 거절 할 수 없었지. 그 의뢰는 의뢰금도 환상적이게 100만 골드였던 거야!" 100만 골드란 엄청난 금액이었다. 보통 10골드면 평민 한 가족이 편안하게 먹고 놀며 지내도 한 달이라는 기간의 생활비가 될 수 있다. 그런데 100만 골드면... 평민 10만 가족의 한 달 생활비가 되는 것이다! '거절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거절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라일란드는 속으로 이 말을 삼키고는 다시 이어질 크라비어스의 말을 기다렸다. 주위의 신, 천사, 그리고 지고의 존재(이그드라실)도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그들은 레드 드래곤의 레어를 수소문했지." "그래서요?" "말하는데 끼여들지 말아라." "네." 크라비어스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그는 완전히 자신의 말에 도취된 뒤였다. "그러다 그들은 외딴 오지에 살고 있는 드래곤의 작은 레어를 발견했어." "호오......" 라일란드마저 이제는 크라비어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다른 신, 천사, 지고의 존재(이그드라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생각했어." "어떻게요?" "그 드래곤은 이제 막 해츨링에서 벗어난 어린 드래곤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찾아올 드래곤 슬레이어들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외딴 오지에, 아주 작은 레어를 만든 것이다, 그것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드워프들을 잘 설득(?)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작은 레어를 지은 것이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군요. 솔직히 저 같아도 그런 생각을 한번쯤은 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블러드 씨의 부모님은 저. 를. 닮. 아. 똑똑하신 분들이었나 보군요." 라일란드는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약간 <저를 닮아> 부분에 악센트를 주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솔. 직. 한. 심정이었다. "이봐......" "네?" "너와 똑같다고 해서 다 똑똑한 것은 아니다." "에, 하지만 저는 천재인걸요?" "........." 라일란드의 말에 주위의 용 한 마리, 천사 네 마리(?), 신 다섯 명, 지고의 존재 한 그루(?!)는 침묵을 지켰다. 크라비어스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시작했다. "그렇지.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억측이었지." "이런! 역시 저와 같. 은. 것이 아니라 닮. 은. 것이었군요." 크라비어스는 그런 라일란드를 무시하고는 말을 계속했다. ".........어쨌든 블러드의 부모는 당장에 짐을 싸고 그 레어로 쳐들어갔어. 처음에는 드래곤에게 받은 돈의 반을 주겠다고 사정해서 드래곤 스케일을 좀 얻은 다음에 갈 생각이었어. 드래곤은 아무리 이제 막 해츨링에서 벗어난 어린 드래곤이라고 해도 인간으로써는 상대하기 힘든 지상 최강의 생명체니까." 그 대목에서 네 명의 천사들과, 다섯 명의 신들과, 한 그루의 지고의 절대자는 크라비어스를 쳐다보았다. 아니 째려보았다. 크라비어스는 하하, 웃으며 다음 대목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들의 그런 생각은 레어 밖으로 나온 드래곤을 보고는 바뀌었어." "아니, 어째서요?" "그 드래곤의 크기가 기껏해야 사람 세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엄청 작은 드래곤이었기 때문이지." "이런, 그 드래곤의 겉모습에 속아서 덤벼들었군요." "그래! 바로 그거야!" 크라비어스는 라일란드가 자신의 이야기에 동참하자 너무 기뻤는지, 크게 외쳤다. 이제는 모두들 그의 이야기에 깊숙이 빠져들어 있었다. 하다못해 블러드까지...... 이것은 몇 천년을 살아온 크라비어스의 말솜씨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크라비어스가 선천적으로 말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래 살아온 만큼 경험과 그 외 여러 것들이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에 그런 것일 뿐이었다. "그들은 그 드래곤의 앞에서 소리쳤지. <드래곤이여! 우리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온 인간들이다! 순순히 무릎을 꿇어라!>" "호오, 그래서 드래곤은요?" "드래곤은 코웃음쳤지. <멍청한 인간들이여, 감히 그대들이 나의 상대가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느냐? 지금 달아나면 용서해 줄 테니 어서 꽁무니가 빠지게 달아나거라.>" 라일란드는 맞장구쳤다. "저 같았으면 거기서 얼른 도망가겠어요! 아무리 작은 드래곤이라도 드래곤은 드래곤이니." "그래. 블러드의 부모가 둘 다 너 같았더라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네가 아니었다. 그들은 생각했지. 드래곤은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낸 생명을 절대로 살려두지 않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우리에게 이길 자신이 없나보다, 라고 말이야." "저런!" "그러나 그 드래곤은 그게 아니었어. 단지 귀찮았을 뿐이지." "그래서요?" "드래곤은 엄청 화가 났어. 그들이 도망가기는커녕 이렇게 소리쳤거든. <그대는 무슨 겁이 그렇게 많은가? 설마, 이 작은 인간 두 명을 두려워하는 것인가? 으하하핫!>" "이런! 제가 드래곤이었다면 그 두 사람을 묵사발 내버렸을 텐데요!" 블러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봐, 그 두 사람이 지금 우리 부모라는 거 몰라? 진짜 부모는 아니지만 말이야.' 블러드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던지 크라비어스는 자기 이야기에 자기가 도취되어 계속 말했고, 라일란드는 라일란드대로 그 용감한 모험담(?)에 손에 땀을 쥐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드래곤은 크고 위압감 있게 말했지. <인간들이여, 이제 늦었다. 그대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가리라!>" "...!" "드래곤은 곧 마법의 언어를 중얼거렸지. 그 마법의 언어가 끝나자마자 드래곤은 상상도 못할 크기로 변해버린 거야." "허억...! 폴리모프를 한 것이었다니!" "그래! 그 작은 모습은 폴리모프를 한 것이었어! 블러드의 부모는 무척 놀랐지. 그 드래곤이 갓 해츨링을 벗어난 어린 드래곤이기는커녕 에인션트가 넘어가는 엄청난 크기의 드래곤이었기 때문이었어." "...그때라도 빌었으면!" "그래, 그때라도 빌었으면 드래곤은 그 둘을 살려줬을 거야. 하지만 둘은 암살자로써의 자존심(?)이 엄청 강했기 때문에 끝까지 버텼지." "...그럴 수가!" 어느새 해는 서산 너머로 빠이빠이, 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야기에 도취되어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마치 자폐증 환자처럼. 자폐증 환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 걸려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어쨌든 해는 져버렸다. 그런데...해를 담당하는 미카엘이 여기 있는데 어떻게 해가 이렇게 제 시간에 질 수 있는 것인가? -으아아악!! 미카엘 님!! 도대체 언제 오시는 겁니까!! 신계에서는 웬 천사 한 명이 절규하고 있었다. 미카엘은 잠시 움찔했다. "이거......뭔가 중요한 것을 잊은 듯한 느낌이..." "이봐, 왜 그래?" "아냐, 이야기 계속 해." "드래곤은 너무 화가 났기 때문에 발을 들어올렸지." 크라비어스는 실제로 발을 들어 보이는 포즈까지 취해가며 리얼하게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역시 드래곤은 뭔가 다르긴 다른 것이다. 그 시점이 약간 이상하긴 하지만...... "그대로 그 둘을 밟아 버렸어." "맙소사! 그런 잔인한...!" "이봐, 하지만 드래곤의 심기를 거스른 그들이 더 잘못한 거라고." "그건 그렇군요! 감히 드래곤의 심기를 거스르다니! 간이 부었군요!" 라일란드는 아부를 잘 하는 녀석이었다. 아니, 원래는 그러지 않은 녀석일지 몰라도...... "이렇게 블러드의 부모님은 돌아가셨지." 크라비어스는 약간 허무하게 이야기를 끝마쳤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그리 자세하게 알고 계시는 겁니까? 제가 알기로는 크라비어스 님이 블러드 씨의 맹약자가 된 것은 2년 전 아닙니까?" "아...하하하........." 크라비어스는 잠시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 굴복할 라일란드가 아니었다. "예의가 아닌 것은 알고 있지만, 매우 궁금하군요." '예의가 아닌 것을 알면 묻지 말란 말이다!'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절규하며 말을 꺼냈다. 몇 천년 동안이나 그의 안에서만 기억되고 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지금 나오고 있었다. "그 드래곤이 나였거든." ------------------------------------------------------------------------- 오호홋, 하루리입니다! 다음 편이 강림 챕터 끝입니다! 글구......수라야...... 내 이름은 하루가 아니라 루리란다...... 내가 너를 '수라' 가 아닌 '아수' 라고 부르면 좋겠니? 나도 똑같단다....오호홋! 좋은 하루 되십쇼!!!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앞편은..빼먹었당....ㅜㅜ 번 호 : 17090 / 17094 등록일 : 2001년 02월 21일 21:20 등록자 : S870706 조 회 : 27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8장-강림>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일곱번째 이야기... 주위는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 "하...하하하......" "...큭큭......" "......아하핫..." "호..호호호홋......" ".........(큭큭)..." "...냐하...하하하......" "푸웃......" "............크크크큭..." 라일란드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것은 뒤에, 그리고 옆에 있던 신들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천사들, 지고의 존재인 이그드라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크게 으하하하, 하고 웃을 수는 없는 범. 예의 상, 웃음을 참아가며 작게 웃어주었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이런 라일란드와 라파엘, 미카엘, 등의 천사와, 피오나, 마리우스 등의 신들과 이그드라실이라는 지고의 존재(?)의 세심한 배려(?)에도 만족하지 못한 듯, 오만상을 다 찌푸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내가 왜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는 거지!!!?> 라는 필사적인 메시지가 팍팍, 느껴지고 있었다. "그..그랬군요." 라일란드는 한 가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질문했다. "블러드 씨의 가족분들은 당신과도 대등할 정도의 능력자들이라고 들었는데......" "자자, 모두들 이제 가야 할 시간 아니야?" 크라비어스는 그를 외면했다. 이미 해는 져서 어두컴컴했다. 그 때, 저쪽에서 집사가 천천히 걸어왔다. "주인님." "아, 왜 그런가?" "약혼식 파티가 끝났습니다." "아, 그래? 그러면 손님들 돌려보내고 정리하도록." "파티의 주인공을 보지 못했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남는 것이 돈이다. 돈으로 무마시켜." "알겠습니다." 저 훌륭한 자세! 참으로 훌륭한 집사와 그 주인이 아닌가! 이들의 이야기는 길이길이 남을지어다! 그렇게 약혼식 하루가 지나가고 신들과, 천사들과, 지고의 존재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에, 안 자고 갈 꺼야?" "그래, 아무 말도 없이 나온 거라서." "아쉽다." "자주 놀러오십시오." "그래, 크라비어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도 와야겠다." 블러드와 크라비어스, 라일란드는 돌아가는 그들을 배웅했다. 짧은 인사가 끝나고 이그드라실은 차원의 문을 열었다. 차원의 문에서는 황홀한 황금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신계로 이동하는 문이었지만 라일란드에게는 단순하게 순간이동 문이구나, 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졌을 뿐이었다. "오호홋, 재미있는 하루였다." "냐핫, 인간. 멋진 하루였어." "쳇...블러드, 꼭 다시 올게~" '별로 필요없는데...' "크흐흐흐......난 따다...으하하핫..." "............귀찮은 하루였어." "블러드." "라파엘님?" "좋은 꿈꾸세요." "감사합니다." "임무는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루시펠......딱딱하구나..." "블러드, 잘 있어. 또 올 수 있으면 또 올게." "하르.......나중에 또 와." "이런......해를 맡은 녀석 하나를 깜빡 했어." "......빨리 가봐." 모두들 하나씩 그 문으로 들어가고 마지막으로 이그드라실이 들어가며 말했다. "크라비어스, 이야기 솜씨가 꽤 좋더군. 과연 7000년을 넘게 살아온 용다워." "하핫, 뭐 그런 말씀을..." "크라비어스, 하나 묻겠다." 이그드라실이 갑자기 진지하게 물었다. "너에게 저 아이는 무엇인가?" "....?" "이것은 꿈인가? 꿈이 아닌가?" "......이그드라실 님. 저는 아직 모자라서 그런 것까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저의 마음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만 제가 알 수 있는 것은..." 크라비어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미소는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저 아이는 저에게 무척 소중한 존재라는 것과, 이것은 꿈이 아니라는 것뿐이죠." "그대는 이것을 후회하지 않는가?" "......" 크라비어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저에게 후회란 없습니다." 이그드라실은 웃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슬픈 미소였다. "예언 하나 할까?" "무슨...?" "그대는......이 일로 인해 크나큰 아픔을 얻게 될 거야." 오히려 크라비어스보다는 예언을 하는 이그드라실의 모습이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은 슬픈 모습이었다. "블러드, 너는......상처를 받겠지, 평생 지우지 못할 쓰라린 상처를." 조용히 침묵이 맴돌았다. 이그드라실은 하하, 웃으며 차원의 문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좋은 한 때를 보내도록." 그 말을 끝으로 차원의 문은 사라졌다. 그렇게 휘황찬란한 빛을 뿌리던 문은 순식간에 흔적도 남지 않았고, 셋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집사가 걸어와서는 라일란드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뭔가?" 라일란드는 약간 슬픈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 집사는 잠시 움찔했지만 그는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다. "그들을 안정시키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 전부 48만 골드가 들었습니다." "뭐라고!!" "초대하신 분이 전부 148명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길......" "그..그랬군. 어쨌든 잘 했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라일란드는 불안하게 자신의 집사를 쳐다보았다. "그 돈의 빈자리를 처리하는 일이 꽤나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요점이 뭐야, 요점이?" "오늘 밤샘 근무를 해주십시오." 그랬다. 라일란드네가 부자인 것은 괜히 부자가 아니었다. 라일란드는 그만큼 돈에 대한 능력이 탁월했던 것이다. 지금으로써 집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라일란드에게 밤샘 근무를 부탁하는 것 뿐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일..... "안돼애애애애!!!!!" 라일란드의 절규가 저택에 울려 퍼졌지만, 크라비어스와 블러드는 그것을 무시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크라비어스." "왜 그러나?" 블러드는 화려한 침대에 누워서 자신의 베개 옆에 있는 조그마한 바구니 안에 누워있는 조그마한 꼬마용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후회 안 하는 거야?" "그래, 잠이나 자라, 꼬마. 난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블러드는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크라비어스." "잠이나 자라니까!" "아니, 오늘 한 이야기, 진짜 있었던 일이지?" "잠이나 자!!"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들고는 빽 소리질렀다. 블러드는 킥킥대며 중얼거렸다. "정말.........재미있었어."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는 거다, 꼬마." "난 꼬마가 아닌데..." "3살짜리가 꼬마가 아니라면 누가 꼬마지?" "크라비어스..." 크라비어스는 불안하게 물었다. 저 녀석이 저럴 때에는 뭔가가 있어. "왜?" "3살짜리는 아기라고......" "자!!" 얼마 후, 크라비어스는 잠이 들었는지 조용해진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는 피곤했는지 색색대며 잘도 자고 있었다. 그는 바구니 안에서 일어나서 바닥으로 내려오더니 아찔한 붉은 빛과 함께 아름다운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 광경은 언제 봐도 아찔할 정도로 황홀한 광경이었다. 크라비어스는 침대 머리맡에서 고개를 숙여 하얀 팔을 내뻗어 블러드의 머리카락을 비비면서 엉망으로 만들어 놓더니 피식 웃었다. 잠시 눈을 감고 서있던 그는 블러드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반드시 지켜주마, 꼬마. 넌 나의 단 하나의 소중한 존재니까." --------------------------------------------------------------------------- 네에...루리입니다. 적습니다, 오늘은...... 소설을 두 개 쓴다는 것은.......매우 힘들군요. 으하하하핫!! 물론 비축분이 있긴 하지만......블러드는 없구요, 디아블리나 - 새로 시작한 소설 이름 - 만 비축분이 30장 정도 있을 뿐이죠. 으하하핫, 열심히 써야 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쇼!!! 참, 감상 주신 분들, 언제나처럼 감사합니다!!!!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하루리님~ 천랸에서도 나날이 조회수가 늘어가시는군요. 감축드립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혹, 퍼가고 싶으신 분은 이쪽으로 문의해주세요. 전 그저 퍼오는 사람입니다. 번 호 : 17165 / 17175 등록일 : 2001년 02월 22일 23:57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6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여덟번째 이야기... "어린 신족이여, 그대는 빛의 아이. 어째서 어둠의 아이인 마룡의 편을 드는 건가?" 나의 질문에 그 어린 신족은 벌벌 떨면서도 대답했다. "나..나는 그의 마스터니까!" "물러서라, 신족이여. 어리석은 빛의 아이야. 네가 그의 마스터라고 해도, 신족이라고 해도 나를 막을 수는 없다." 나는 힘있게 말했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강대한 힘의 압력을 견디기가 힘들었으므로...... 하지만 계속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봉인 마법진을 펼쳤다. "그만!! 그만해!!" 어린 빛의 아이는 자신의 힘을 다해서 언령을 펼쳤다. 꽤 강력한 신력이 나를 향해 날아왔지만 나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나는 그 대담함에 약간 놀랐지만 무시하고 나의 앞에 쓰러져 있는 청년을 보았다. 용의 아이. 강대한 용의 청년. 그는 울컥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나는 약간 긴장했다. 아무리 많이 상처 입었다고 해도, 용은 용.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외친 주문은 공격이나 방어의 술이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자여, 운명의 흐름을 벗어난 자여, 그대 원래의 시간으로, 그대 원래의 운명으로 돌아가라!>>" "크라비어스---!!" 어린 신족은 피를 토하는 외침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곧이어 빛에 휩싸여 시간의 흐름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몸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크라비어스--!!! 반드시...!! 반드시 봉인을 풀어 줄게!!!" "훗, 멍청한 꼬마야......넌 내 봉인을 풀지 못해. 하하하, 꼬마 주제에 말이야." 용의 청년은 마지막까지도 그 신족을 향해 웃었다. 아주 환하게............ 봉인의 술을 펼치는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라일란드의 '자서전' 중 '마룡의 마스터' 에서 발췌. 블러드는 번쩍 눈을 떴다. 자신의 두 눈에 파란 하늘이 아닌 붉은 하늘이 보였다. "우웅......하늘이구나. 그것도 빨간 하늘이야..." 그는 잠시 눈을 깜빡깜빡하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뒤척이던 블러드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늘...!?" 블러드는 자신의 주위를 바라보았다. 온통 붉은 모래만이 가득한 황무지였다. "뭐.....뭐야!!!" 블러드는 소리쳤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잠시 소리지르던 블러드는 그래봤자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구 툴툴대던 그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는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든.........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해.' 블러드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터덜터덜 황무지를 걷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땅. "사막 같아......" 분명히 자신은 약혼식 파티에 와준 신들을 배웅하고서 집으로 곧장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지 않았는가? 그런데 일어나 보니 왜 이런 곳에 있는 건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었다. 절대로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블러드는 한가지 가능성 있는 이유를 생각해 냈다. "혹시........." 불안한 듯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은 위태로웠다. "또 다른 세계로 떨어진 거 아니야?" 그랬다. 확실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다. 어차피 블러드는 이세계(異世界)에서 온 존재. 한 번 더 이세계(異世界)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건 좀 곤란한데............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을 만났다고.........그런데 또 사라져 버리란 말이야? 그러면 나를 잊고 말 텐데...?" 블러드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잊혀지고 싶지는 않았다. 소중하다고 말해 줬는데............ 잊혀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잊혀질 수 없었다. 절대로... "그건 싫어. 이제 잊혀지는 것은 싫어..." 블러드는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뺨에는 눈물이 살며시 흘렀다.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정말............이제는 지겨운데. 잊혀지는 것은......" 블러드는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온통 붉은 세상. 붉은 하늘, 붉은 땅. 나무라고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 심지어는 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디선가 빛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고, 주위는 델 것 같이 뜨거웠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고......" 중얼거리는 그의 시선에 한 청년이 보였다. 붉은 머리카락에......붉은 눈동자를 가진............ 블러드는 눈을 비볐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크라비어스!!" 블러드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그런데 정작 크라비어스는 냉정하게 블러드를 떨쳐 버렸다. "너는 누구냐?" "누..누구냐니?" 블러드의 어처구니없다는 말에 크라비어스는 냉정하게 물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지?" "......크라비어스?"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블러드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정말로 모른다는, 거짓이 담겨있지 않았다. 블러드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분명히 크라비어스가 맞다. 그런데......왜? "크라비어스? 장난치는 거야?" 블러드가 불안하게 묻자 크라비어스는 냉정하게 말했다. "신족, 어째서 여기에 온 건가? 신계에서 사신이 온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 그것도 너 같은 꼬마가." 그의 냉정한 목소리에 블러드는 움찔했다. 아니다. 저건 아니다. 적어도 내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어. 그러고 보니 크라비어스의 모습은 블러드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얼굴 생김새나 그 외의 것은 다 똑같았지만, 약간 더 어려 보였다. 머리카락도 어깨를 살짝 넘는 정도로 더 짧아졌고...... 하지만 분명히 이름은 크라비어스가 맞는다고 했는데......... 혹시......동명이인? 여기까지 생각한 블러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말이야, 마룡왕 맞지?" "그래, 내가 마룡왕 크라비어스다. 너는 무슨 일로 여기 온 건가, 신족?" 크라비어스는 굉장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그의 말 하나 하나에는 짜증이 팍팍 담겨있었다. 하지만 짜증나는 것은 오히려 블러드였다. 동명이인이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마룡왕이 둘이라는 것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크라비어스가 맞다는 이야긴데...... "여기는 어디?" 블러드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그야말로 열 받아서 다 부숴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 채로 답했다. "용왕계의 남쪽, 마룡족의 구역에서 중앙에 있는 마룡왕의 거처 근처이다." "마....맙소사! 용왕계라니!" 블러드는 소리쳤다. 이건 말도 안된다. 자신은 분명히 중간계에서 편안히 잠이 들었는데...! 어째서 눈을 뜨니까 용왕계에 있다는 것인가?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소리지르는 블러드를 기분 나쁘게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아주 옛날에 여기서 재미있는 녀석을 하나 주웠었지. 단지 그 녀석은 마족이었다는 점만 빼면 말이야. 눈을 뜨니까 이곳이었다는 말을 해대면서...... 재미있는 녀석이었지. 예쁘기도 했고. 저 녀석하고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도 했어.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크라비어스의 생각은 블러드가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깨져 버렸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냐고!!?" "그걸 나에게 묻는 저의가 뭐지?" "그야 넌 어제 나랑 같이 방에서 잤으니까!" 블러드의 말에 크라비어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너같은 꼬마를 안았을 거 같나?" 크라비어스의 말에 블러드는 얼굴까지 빨개지며 소리질렀다. '내가 아는 크라비어스는 저런 말이나 해대는 녀석이 아니었는데......' "안다니..! 무슨 헛소리야! 쪼끄맣게 변해서 바구니에서 잤잖아!" "나는 쪼끄맣게 변해서 바구니에서 자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꼬마. 그리고 나의 그런 모습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 따위의, 게다가 신족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도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난 강하지 않아." "하지만 어제는 분명히...!" 뭔가 중요한 사실일 것 같은 말을 하려는 블러드의 입을 재빨리 막으며 크라비어스는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꼬마야, 난 어제 흑룡족의 여성과 같이 밤을 보냈다. 너 같은 꼬마와, 그것도 바구니 안에서 밤을 보낼 정도로 여자에 굶주리지 않았어." 크라비어스의 말을 들은 블러드는 당장에라도 뒤로 넘어갈 것 같은 자신의 몸을 애써 추스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저건 크라비어스가 아냐......' "웃기는 꼬마로군." "내..내가 말한 것은 그런 뜻이 아니라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버벅대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쪼끔, 아주 쪼끔 귀엽다고 생각하며 킥킥댔다. "하..하여튼 나는 너를 알고 있단 말이야." "얼만큼이나? 네가 아는 나를 한 번 말해 봐." 크라비어스의 말에 블러드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그러니까, 이름은 크라비어스, 레드 드래곤이고, 마룡왕이라고 했어. 나이는 7000살 정도고..." "틀렸어." "에?" "틀렸다고." "무슨 소리야? 넌 분명히......" 놀라서 되묻는 블러드에게 크라비어스는 단호히 말했다. "난 7000살이 아니야. 이제 5000살 정도가 되었을 뿐이야." "무..무슨 소리야! 넌 분명히 2000년 동안 봉인되었..." 블러드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하는 크라비어스의 얼굴은 아까 잠시 보이던 웃음이 사라진 냉정한 모습이었다. "난 봉인되었던 적이 없어. 누가 감히 마룡왕을 봉인한단 말인가?" 오만하게 말하는 크라비어스를 보며 블러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분명히 봉인되었던 것을 자기가 풀어주지 않았는가? 블러드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어." "뭐가 그럴 리가 없다는 거지?" 블러드의 말에 크라비어스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 크라비어스를 보며 블러드는 이럴 때는 내가 아는 크라비어스와 비슷한데, 라고 중얼거렸으나 그는 듣지 못했다. 블러드는 제발 아니길 빌며 크라비어스에게 물었다. "지금이 몇 년도인지 알아?" "마룡력 30068년." 블러드는 열심히 자기가 몇 년도에 살고 있었는지를 계산했다. 피오나가 말했었던 것 같기도 했는데...... <호-호호호, 꼬마야. 네가 신족력 32065년도에 태어났으니까 오늘은 네가 태어난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구나! 축하한다!> 블러드는 속으로 열심히 계산했다. "내가 신족력 32065년도에 태어났고, 난 이제 3살이니까 그 때는 신족력 32065년도. 그러니 까...음......." "뭘 그리 계산하는 거지?" 크라비어스가 묻자 블러드는 성의 없게 대답했다. "내가 태어난 해." 성의 없는 블러드의 대답에 크라비어스는 약간 화가 난 것 같았지만 잠자코 있었다. 그것이 블러드에게는 다행이었다. 별로 머리좋지 않은 그로써는 누군가가 방해하면 계산같은 것은 할 수 없었으니까. 그 때, 블러드가 크라비어스에게 질문했다. "마룡력과 신족력은 어느 정도가 차이나?" 블러드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차이 따위는 없다." "에? 그런데 왜 그런 것을 나누는 거지?" "간단하다. 너는 신족이니까 신족력이고 나는 마룡이니까 마룡력이다." 블러드가 뭐라고 말하려 하자 크라비어스는 궁금한 표정으로 그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신룡이면 신룡력, 마족이면 마족력이야?" "그래. 간단한 거다." "그렇구나."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블러드가 태어난 것은 신족력 32065년도였다. 현재 블러드는 3살이니까 중간계로 내려간 지금은 32068년도. 그런데 크라비어스는 지금이 마룡력 30065년도라고 하지 않는가? "서...설마.........그런 일이........." 블러드는 현재 상황을 깨달았다. "이..이봐?" 크라비어스는 뒤로 힘없이 넘어가는 블러드의 몸을 재빨리 받아냈다. 블러드는 과거로 왔던 것이다. 그것도 2000년씩이나......... --------------------------------------------------------------------------- 후후훗.......루리입니다. 크라비어스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크캬캬캬캬!!!! 글구 아스테리아 님아......아마 특별한 변경이 없다면 신룡왕 아스테리아는 이번 챕터에 나올 거 같은데요....^^ 오늘은 많습니다!! 어제가 더 많았던 것 같지만...... 하핫, 디아블리나 올리러 갑니다~ 그럼 다들 즐통하세요~~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퍼가는 문제등등의 문의는 이쪽으로. 전 그냥 퍼오는 사람이에요오~~~~~ ...좀있으면 제가 나올듯...감사합니다..하루리님. 참고로 아스테리아가 접니당..핫핫핫..--; 늘 행복하시길. 서쪽바람. 번 호 : 17207 / 17210 등록일 : 2001년 02월 24일 01:21 등록자 : S870706 조 회 : 6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1) 혹시라도......똑같은 거잖아, 하면서 안 보실 분들을 위해서 앞에 글을 씁니다. 이거 수정한 겁니다. 꽤 많이...... 여기 봐야 뒷이야기가 연결되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여덟번째 이야기... "어린 신족이여, 그대는 빛의 아이. 어째서 어둠의 아이인 마룡의 편을 드는 건가?" 나의 질문에 그 어린 신족은 벌벌 떨면서도 대답했다. "나..나는 그의 마스터니까!" "물러서라, 신족이여. 어리석은 빛의 아이야. 네가 그의 마스터라고 해도, 신족이라고 해도 나를 막을 수는 없다." 나는 힘있게 말했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강대한 힘의 압력을 견디기가 힘들었으므로...... 하지만 계속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봉인 마법진을 펼쳤다. "그만!! 그만해!!" 어린 빛의 아이는 자신의 힘을 다해서 언령을 펼쳤다. 꽤 강력한 신력이 나를 향해 날아왔지만 나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나는 그 대담함에 약간 놀랐지만 무시하고 나의 앞에 쓰러져 있는 청년을 보았다. 용의 아이. 강대한 용의 청년. 그는 울컥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소리지르고 있었다. 나는 약간 긴장했다. 아무리 많이 상처 입었다고 해도, 용은 용. 그것도 마룡왕.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가 외친 주문은 공격이나 방어의 술이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자여, 운명의 흐름을 벗어난 자여, 그대 원래의 시간으로, 그대 원래의 운명으로 돌아가라!>>" "크라비어스---!!" 어린 신족은 피를 토하는 외침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곧이어 빛에 휩싸여 시간의 흐름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몸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넌......레드 문을 닮았어. 만날 때부터 생각났던 건데...... 하하하, 이름이 기억난 건 지금이네." 용의 청년은 마지막까지도 그 신족을 향해 웃었다. 아주 환하게............ 봉인의 술을 펼치는 나는 자조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라인더스의 '자서전' 중 '마룡의 마스터' 에서 발췌. <9장-과거로의 여행> 블러드는 번쩍 눈을 떴다. 자신의 두 눈에 파란 하늘이 아닌 붉은 하늘이 보였다. "우웅......하늘이구나. 그것도 빨간 하늘이야..." 그는 잠시 눈을 깜빡깜빡하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뒤척이던 블러드는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늘...!?" 블러드는 자신의 주위를 바라보았다. 온통 붉은 모래만이 가득한 황무지였다. "뭐.....뭐야!!!" 블러드는 소리쳤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 * * * * * * * * * '어디로든.........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해.' 블러드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터덜터덜 황무지를 걷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황량한 땅.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사막. 메마른 황무지에는 뜨거운 태양과 뜨거운 빛만이 존재했다. 그는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태양이 시야에 들어왔고, 눈이 부시자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더위는 자꾸 따라와 자신을 괴롭혔다. 블러드는 자신이 천사가 되기 전,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땅을 생각해 냈다. 온통 모래만이 존재하는 땅, 아무 생명체도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땅. "사막........." 블러드는 울고 싶었다. 분명히 자신은 약혼식 파티에 와준 신들을 배웅하고서 집으로 곧장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잠이 들지 않았는가? 나직나직한 크라비어스의 말소리를 들으며...... 그런데 일어나 보니 왜 이런 곳에 있는 건지...... 아무래도 비정상적이었다. 절대로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블러드는 한가지 가능성 있는 이유를 생각해 냈다. "혹시........." 불안한 듯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은 위태로웠다. "또 다른 세계로 떨어진 거 아니야?" 그랬다. 확실히 가능성 있는 말이었다. 어차피 블러드는 이 세계(異 世界)에서 온 존재. 한 번 더 이 세계(異 世界)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건 좀 곤란한데............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을 만났다고......... 그런데 또 사라져 버리란 말이야? 그러면 나를 잊고 말 텐데...?" 블러드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잊혀지고 싶지는 않았다. 소중하다고 말해 줬는데............ 잊혀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잊혀질 수 없었다. 절대로... "그건 싫어. 이제 잊혀지는 것은 싫어..." 블러드는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뺨에는 눈물이 살며시 흘렀다.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떨어진 눈물은 사막 모래의 뜨거운 열기에 순식간에 증발되어 사라졌다. "정말............이제는 지겨운데. 잊혀지는 것은......" 블러드는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온통 붉은 세상. 붉은 태양, 붉은 하늘, 붉은 땅. 나무라고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 죽음의 땅......... 주위는 델 것 같이 뜨거웠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고......" 중얼거리며 걷던 블러드는 목이 타는 듯이 마른 것을 느꼈다. "목말라." 이 곳이 사막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는 그런 사막이라면............ 이 곳 어딘가에는 오아시스가 있어야 했다. 만약 지금으로부터 1레젠트라 안에 오아시스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블러드는 이런 외딴 사막에 쓰러져서 쓸쓸히 인생을 마감할 것이 틀림없었다. "오아시스를 찾아야 하는데......" 중얼거리는 그의 시선에 뭔가 아른아른한 푸른 점이 보였다. "푸른 점?" 사막에 푸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오아시스일 수밖에 없었다. 이 곳은 온통 붉은 색 천지니까. 블러드는 있는 힘을 다해서 푸른 점이 보이는 그 곳으로 뛰어갔다. 아니 뛰어갈 필요도 없어. 순식간에 블러드의 등뒤로 커다랗고 아름다운 붉은 날개가 한 쌍 솟아올랐다. 그것은 작고 갸날픈 블러드의 몸을 허공으로 띄워 주었고, 블러드는 그 파란 점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물이다!" 파랗게 풀이 자라고 있었고, 나무는 열대에서나 볼 수 있는 야자나무였다. 그것은 물가로 늘어져서 멋진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작은 수풀까지 우거져 있었다. 중요한 것은 파랗게 찰랑대는 물이 있었던 것이다. "물이야!" 블러드는 기쁜 듯이 소리치고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블러드의 몸이 닿자마자 찰랑대던 물은 순식간에 뜨거운 모래로 변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주위에 있던 나무들과 풀도, 수풀도 뜨거운 모래로 변했다. '나폴레옹이 사막을 헤맬 때 오아시스를 발견했다고 했지. 그러나 그 오아시스는 순식간에 사막으로 변해 버렸지?' 블러드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신기루......"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블러드는 속에서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을 터트렸다. "왜냐고......" 블러드는 망연하게 사막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었다. 몸을 일으킬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누워 있었다. 이제는 싫다. '별로 살고 싶지 않아.' 눈물도 말라 버린 듯, 이제 흐르지 않았다. 날개를 집어넣는 것도 잊은 채 블러드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죽어 버릴까-- 죽어 버릴까-- 이제 끝내 버릴까-- 모든 것을 잃은 이상, 끝내 버리자-- 블러드는 피식 웃었다. "끝내 버릴 것도 없어,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조용히 죽어 갈걸?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할걸? 나 같은.........것 따위는 기억하지 못할걸? 아마도 기억의 한쪽에서 묻혀 버린 채로 죽어 가겠지" 블러드는 눈을 감았다. 이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누워 있으려니 더위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까만 것, 차가운 것. 한 번 겪어 보았었다. 이 이색적인 느낌. 죽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두운 옷을 걸친 사신이 자신에게 걸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박, 사박. 모래를 헤치는 그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천천히 다가와 주저앉더니 자신의 발을 살짝 건드렸다. 발부터 감각이 사라져간다. 찰랑, 찰랑. 사신의 황금빛 귀걸이와 팔찌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노랫소리 같은......맑고 부드러운 선율. 감각이 사라지고.........느낌이 사라지고.........생각이 사라지고............ 블러드는 그 부드러운 선율에 정신을 맡겨 버렸다. 그때였다. 그 목소리가 들린 것은.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아마. 이번편은 어제 올린 것의 앞부분일겁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그럼.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하시길. 서쪽바람. 번 호 : 17208 / 17210 등록일 : 2001년 02월 24일 01:24 등록자 : S870706 조 회 : 5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서른 아홉번째 이야기... "일어나! 이봐, 일어나!" 블러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목소리도 아주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이 아득하게 들렸다. 이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의 뺨을 철썩 철썩 때리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감각이 느껴졌다. 사신은 가 버린 듯 했다. 그 목소리가 들린 시점부터 사라지고 없었다. "일어나라고!! 여기서 죽으면 내가 곤란하다!!" 블러드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떴다. 그의 시야에 한 청년이 들어왔다. 붉은 머리카락에......붉은 눈동자를 가진............ 블러드는 눈을 비볐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크라비어스?" 블러드는 힘없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데 정작 크라비어스의 목소리는 냉정했다. 마치 모르는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너는 누구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누..누구냐니?" 블러드의 어처구니없다는 말에 크라비어스는 냉정하게 물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지?" "......크라비어스?" 불안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블러드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정말로 모른다는, 거짓이 담겨있지 않았다. 블러드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럴 리가 없었다. 분명히 크라비어스가 맞다. 그런데......왜? "크라비어스......장난치는 거야?" 블러드가 불안하게 묻자 크라비어스는 냉정하게 말했다. "신족, 어째서 여기에 온 건가? 신계에서 사신이 온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는데? 그것도 너 같은 꼬마가." 그의 냉정한 목소리에 블러드는 움찔했다. 아니다. 저건 아니다. 적어도 내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어. 그러고 보니 크라비어스의 모습은 블러드가 알고 있는 모습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얼굴 생김새나 그 외의 것은 다 똑같았지만, 약간 더 어려 보였다. 머리카락도 어깨를 살짝 넘는 정도로 더 짧아졌고...... 하지만 분명히 이름은 크라비어스가 맞는다고 했는데......... 혹시......동명이인? 여기까지 생각한 블러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마룡왕 맞지?" "그래, 내가 마룡왕 크라비어스다. 너는 무슨 일로 여기 온 건가, 신족?" 크라비어스는 굉장히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그의 말 하나 하나에는 짜증이 팍팍 담겨있었다. 하지만 짜증나는 것은 오히려 블러드였다. 동명이인이라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마룡왕이 둘이라는 것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럼 크라비어스가 맞다는 이야긴데...... "여기는 어디?" 블러드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그야말로 열 받아서 다 부숴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힌 채로 답했다. "용왕계의 남쪽, 마룡족의 구역에서 중앙에 있는 마룡왕의 거처 근처이다." "용왕계?" "그래 용왕계다." "용왕계......" 블러드는 힘없이 그의 말을 따라했다. 머리 속에서는 자꾸 현실을 거부하고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자신은 분명히 중간계에서 편안히 잠이 들었는데... 어째서 눈을 뜨니까 용왕계에 있다는 것인가?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것이다, 신족." 오히려 자신이 묻고 싶은 것을 묻는 블러드를 기분 나쁘게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아주 옛날에 여기서 재미있는 녀석을 하나 주웠었지. 단지 그 녀석은 마족이었다는 점만 빼면 말이야. 눈을 뜨니까 이곳이었다는 말을 해대면서...... 재미있는 녀석이었지. 예쁘기도 했고. 여기까지 생각한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팔에 힘없이 안겨 있는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저 녀석하고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도 했어. 똑같은 피의 붉은 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는데...... 크라비어스의 생각은 블러드의 힘없는 말에 깨져 버렸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는 거냐고......" "그걸 나에게 묻는 저의가 뭐지?" "넌 어제 나랑 같이 방에서 잤잖아." 블러드의 힘없는 말에 크라비어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가 너같은 꼬마를 안았을 거 같나?" 크라비어스의 말에 블러드는 얼굴이 빨개졌다. '내가 아는 크라비어스는 저런 말이나 해대는 녀석이 아니었는데......' "안다니.....쪼끄맣게 변해서 바구니에서 잤잖아. 뭐라고 중얼대면서......" "나는 쪼끄맣게 변해서 바구니에서 자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꼬마. 그리고 나의 그런 모습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 따위의, 게다가 신족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도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난 강하지 않아." "하지만 어제는 분명히........." 뭔가 중요한 사실일 것 같은 말을 하려는 블러드의 입을 재빨리 막으며 크라비어스는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꼬마야, 난 어제 흑룡족의 여성과 같이 밤을 보냈다. 너 같은 꼬마와, 그것도 바구니 안에서 밤을 보낼 정도로 여자에 굶주리지 않았어." 크라비어스의 말을 들은 블러드는 당장에라도 기절할 것 같은 자신의 몸을 애써 추스르며 속으로 생각했다. 가뜩이나 뜨겁고, 머리도 어질어질한데 크라비어스의 말은 블러드의 속을 더욱 더 헤집어 놓고 있었다. '저건 크라비어스가 아냐......' "웃기는 꼬마로군." "내..내가 말한 것은 그런 뜻이 아니라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버벅대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쪼끔, 아주 쪼끔 귀엽다고 생각하며 킥킥댔다. "하..하여튼 나는 너를 알고 있단 말이야." "얼만큼이나? 네가 아는 나를 한 번 말해 봐." 크라비어스의 말에 블러드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그러니까, 이름은 크라비어스, 레드 드래곤이고, 마룡왕이라고 했어. 나이는 7000살 정도고..." "틀렸어." "에?" "틀렸다고." "무슨 소리야? 넌 분명히......" 놀라서 되묻는 블러드에게 크라비어스는 단호히 말했다. "난 7000살이 아니야. 이제 5000살 정도가 되었을 뿐이야." "무..무슨 소리야! 넌 분명히 2000년 동안 봉인되었..." 블러드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하는 크라비어스의 얼굴은 아까 잠시 보이던 웃음이 사라진 냉정한 모습이었다. "난 봉인되었던 적이 없어. 누가 감히 마룡왕을 봉인한단 말인가?" 오만하게 말하는 크라비어스를 보며 블러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분명히 봉인되었던 것을 자기가 풀어주지 않았는가? 블러드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어..." "뭐가 그럴 리가 없다는 거지?" 블러드의 말에 크라비어스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 크라비어스를 보며 블러드는 이럴 때는 내가 아는 크라비어스와 비슷한데, 라고 중얼거렸으나 그는 듣지 못했다. 블러드는 제발 아니길 빌며 크라비어스에게 물었다. "지금이 몇 년도인지 알아?" "마룡력 30068년." 블러드는 열심히 자기가 몇 년도에 살고 있었는지를 계산했다. 피오나가 말했었던 것 같기도 했는데...... <호-호호호, 꼬마야. 네가 신족력 32065년도에 태어났으니까 오늘은 네가 태어난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구나! 축하한다!> 블러드는 속으로 열심히 계산했다. "내가 신족력 32065년도에 태어났고, 난 이제 3살이니까 그 때는 신족력 32065년도. 그러니 까...음......." "뭘 그리 계산하는 거지?" 크라비어스가 묻자 블러드는 성의 없게 대답했다. "내가 태어난 해." 성의 없는 블러드의 대답에 크라비어스는 약간 화가 난 것 같았지만 잠자코 있었다. 그것이 블러드에게는 다행이었다. 별로 머리가 좋지 않은 그로써는 누군가가 방해하면 계산 같은 것은 할 수 없었으니까. 그 때, 블러드가 크라비어스에게 질문했다. "마룡력과 신족력은 어느 정도가 차이나?" 블러드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흔들며 답했다. "차이 따위는 없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을 나누는 거지?" "간단하다. 너는 신족이니까 신족력이고 나는 마룡이니까 마룡력이다." 블러드가 뭐라고 말하려 하자 크라비어스는 궁금한 표정으로 그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신룡이면 신룡력, 마족이면 마족력이야?" "그래. 간단한 거다." "그렇구나." 그런데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블러드가 태어난 것은 신족력 32065년도였다. 현재 블러드는 3살이니까 중간계로 내려간 지금은 32068년도. 그런데 크라비어스는 지금이 마룡력 30065년도라고 하지 않는가? "서...설마.........그런 일이........." 블러드는 현재 상황을 깨달았다. "이..이봐?" 크라비어스는 뒤로 힘없이 넘어가는 블러드의 몸을 재빨리 받아냈다. 블러드는 과거로 왔던 것이다. 그것도 2000년씩이나......... 이런 엄청난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만큼 블러드의 몸은 건강하지 않았다. -------------------------------------------------------------------------------- 흐음......여기는 별로 수정한 것 없습니다. 그럼 계속해서 블러드 올라갑니다!!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어제 올린 부분과 거의 같습니다. 수정분만 읽어주세요..^^;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여러분들께 행복과 건강, 행운이 늘 함께하시길. 서쪽바람. 번 호 : 17209 / 17210 등록일 : 2001년 02월 24일 01:28 등록자 : S870706 조 회 : 4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번째 이야기... * * * * * * * * * * "우웅......" 블러드는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보인 것은 화려한 천장이었다. 검붉은 비늘을 가진 용이 천장에 꽉 차는 거대한 전신을 꿈틀대며 포효하고 있었고, 그 용의 주위를 붉게 빛나는 흰 구름이 감고 있었다. 용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새빨간 불길은 전체를 활활 태우고 있었고, 그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화끈하게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생동감 있었다. 그 모습은 매우 웅장했고, 아름다웠다.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생동감 넘치는 그 용을 보고 블러드는 잠시 중얼거렸다. "크라비어스랑 닮았네." 저렇게 커다란 모습은 한 번 밖에 보지 못했지만, 크라비어스가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화려한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몸을 뒤척이며 다시 눈을 감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졸려." 그 때, 블러드의 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나." 그 목소리는 매우 기분 나쁜 듯이 들렸지만, 블러드는 상관하지 않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싸악 무시했다. "일어나라니까!" "더 잘래............졸려." 이에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 크라비어스도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감히 자신에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도 모자라서 늦잠까지...! "일어나!!" 크라비어스가 소리를 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블러드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며 잠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블러드의 모습에 크라비어스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자게 놔둘까, 아니면 사정없이 깨워야 하나. 실제적으로 이대로 내버려둬도 상관은 없었다. 자신은 그냥 나가서 오늘 있을 회의에 참석하고 다시 오면 되는 거니까. 잠도 부족하지 않았고, 아까 신력이 느껴지는 곳으로 가면서 혹시라도 신이라도 올까봐 옷도 격식에 맞춰서 입고 있었다. 그대로 나가 버리면 그만인데...... 하지만 왠지 이대로 자게 놔두고 싶지는 않았다. 잠시 망설이던 크라비어스는 후자를 택했다. 이 침대는 자신만이 자는 자신의 침대이니까 그렇다고 생각하며...... "이 잠꾸러기야!!!" 그는 사정없이 블러드의 이불을 빼앗고, 아직까지 베개를 꼭 잡고 있는 손을 억지로 들어올려서 몸을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트려 버렸던 것이다. 물론 베개는 어디론가 던져 버렸고...... "아악!!" 블러드는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눈을 번쩍 떴다. 그와 동시에 환해진 시야로 화가 나서 씩씩대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 크라비어스의 모습은 평소에, 아침잠이 많은 블러드를 깨우며 화를 내던 그의 모습과 똑같았기에 블러드는 안심하며 중얼거렸다. "우웅.....크라비어스, 더 자자." 블러드는 아직까지 상황을 깨닫지 못하고 눈을 비비며 크라비어스의 손을 잡고는 침대로 다시 기어올라가서는 베개 대신 그의 팔을 베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끝까지 잠을 자기를 고집하는 블러드의 모습에 크라비어스는 분노보다는 황당함을 먼저 느꼈다.마룡왕인 자신의 침실에서 떳떳하게 잠을 자고, 그것도 모자라서 늦잠까지 자더니, 이제는 자신의 팔을 베고는 아주 편하게 잠들어 버리는......... 이제는 크라비어스마저 이대로 자 버릴까, 라는 고민까지 하며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잠시 옆으로 몸을 뒤척인 크라비어스의 눈에 색색대며 자고 있는 블러드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되었다. 그는 블러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무심코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만져 보았다. 부드럽게 감겨오는 것이 촉감이 좋다고 느끼며 붉은 실같은 블러드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크러트려 놓고서 기분 좋게 웃던 그는 블러드가 칭얼대자 움찔 하며 손을 뗐다. "우웅......" 블러드는 몸을 돌리며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는 크라비어스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가슴에 찰싹 붙어서 색색대며 잘 자고 있는 블러드를 황당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물끄러미 블러드를 바라보고 있던 크라비어스는 다시 손을 뻗어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매끄러워서 기분 좋다, 라고 생각하던 그는 블러드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이 천사의 이름도 모르지 않는가? 이 천사의 이름이 뭘까? 크라비어스는 궁금증을 느끼며 그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자신과 비슷한 피의 붉은 색이었다. "신족들 중에 피의 붉은 색을 지닌 천사는 드물지." 잠시 중얼거리던 그는 이 꼬마를 바라보면 무언가가 연상되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어렴풋이 생각 날 듯 말 듯 하며 머릿속을 빙빙 돌고 있는 그것을 굳이 생각해 낼 필요는 없었다. 그는 다시 이름에 대한 궁금증이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꼈다. 원래 같았더라면 당장 깨워서 물어봤겠지만 왠지 깨우고 싶지 않았다. 깨우기보다는 그냥 이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크라비어스는 천사를 살펴보았다. 예쁘게 생겼으니까. 이대로 봉인해서 영원히 잠만 자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지금은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지만 잠시 후에 깨어나면 곧장 마의 숲으로 가서 이그드라실에게 부탁해서 신계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크라비어스는 이 천사를 신계로 돌아가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자기 옆에 두고 싶었다. 봉인하면 영원히 이렇게 예쁘게 잠만 잘 테니까...... 여기서 말이지. 마음을 정한 크라비어스는 조심스럽게 블러드를 들어서 침대에 내려놓고 자신은 침대에서 내려와서 봉인의 술을 펼쳤다. "<<시간의 흐름을, 운명의 흐름을 관장하는 여신이여, 그대의 힘을 여기......>>" 붉은 빛이 방안으로 퍼져나갔다. 봉인의 술을 펼치려던 크라비어스는 잠시 움찔하더니 그것을 멈췄다. 완성되려던 봉인의 술은 깨져 버렸고, 아름답게 방안으로 퍼져나가던 붉은 빛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는 왜 자기가 이것을 멈췄는지 잠시 생각했다. 이렇게 죽은 듯이 잠자는 모습만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살아서 움직이고, 뛰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찰랑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동그란 두 눈동자가 땡글땡글 구르며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작고 빨간 입술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환히 미소짓는 모습을 보고 싶다. 봉인의 술을 펼치다 멈춰버린 크라비어스는 어쨌거나 자신의 의지였으므로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블러드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은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다. 흐트러진 블러드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크라비어스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만약 간다고 하면 못 가게 하면 돼. 신족이라서 안 된다고 하면 마족으로 만들면 돼. 날개도 붉은 색이니까 상관없을 거야. 도미니온즈 하나 정도야 자신의 힘으로 무마시킬 수 있었다. 그 이상의 계급이었다면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이 녀석은 도미니온즈였다. 설령 블러드가 도미니온즈보다 위에 있는 계급이었더라도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보내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래, 못 할건 없어. 난 마룡왕이니까. 그리고 이 녀석은 내 마음에 든 녀석이니까.' 크라비어스는 기분 좋게 웃으며 블러드의 옆에 누웠다. 그는 블러드에게 바싹 다가가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며 씩 웃었다. 블러드의 색색대는 고른 숨소리가 귀에 들렸다. 더운 숨결이 피부에 느껴졌다. 눈을 감고 잠을 청하던 그의 귀에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도 좋아." 크라비어스의 마이 떨어지자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푸른 머리카락의 청년이 들어왔다. 그는 지적인 분위기의 청년이었다. 차가움이 물씬 풍기는 무표정한 그의 눈이 한 곳을 향하더니 이채로운 빛깔을 띄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순식간에 원래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자신의 주군을 향해 딱딱한 목소리로 말 다. "주군, 30젠티쯤 뒤에 전체 용족 회의가 있습니다. 용신 루이네 님, 용황비 카인드라 님, 신룡왕 아스테리아 님과, 마룡족과 신룡족의 각 용왕들이 모두 방금 전에 도착하셨습니다. 사정상 지금 가보아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준비를 끝마치고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크라비어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 곧 가겠다. 모두 어디에 계시지?" 좀체로 부드럽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푸른 머리카락의 청년은 잠시 움찔했으나 곧 무표정하게 답했다. "지금 알현실에 계십니다." "그래, 잠시 후에 갈 터이니 차를 대접해 드려라." "알겠습니다." 그는 무표정하게 문을 닫고는 나갔다. 크라비어스는 잠시 자신의 품에서 자고 있는 블러드의 머리카락을 비비더니 곧 침대에서 일어났다. "옷은 아까 입었으니까 이대로 나가도 상관없지." 약간 구겨진 자신의 옷을 탁탁, 털며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에서는 느긋함이 풍겨 나왔다. 천천히 방문을 열고 나가며 그는 중얼거렸다. "오래 걸릴 것 같은데........." 크라비어스는 불안한 듯이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회의가 끝나고 돌아왔을 때 이 녀석이 내 눈에 보여야 한다. 여기에 얌전히 있어야 한다. 그는 성큼 성큼 다가와서는 간단한 마법을 걸었다. "<<슬리프>>" 크라비어스는 만족한 듯이 미소지으며 문밖으로 나갔다. '깨어날 리는 없다. 적어도 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이제 방에서는 블러드만이 있었다. ------------------------------------------------------------------------------ 네에.....루리입니다. 3연참입니다!!!! 오오오!!! 내 생전에 이런 연참을 할 일이 생기다니!!! 비록 내용은 적지만......어쨌든 연참입니다!! 크하하하하핫!!! 즐겁게 봐주시구요, 어쩌면 며칠간 못 올릴지도...... 아아, 크라비어스..변태가 되어가는......;;;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아앗~ 내이름 나왔당..ㅜ.ㅜ 신룡왕 아스테리아.. 흑흑.. 감동입니당...ㅜ.ㅜ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그럼 여러분들께 행운과,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하시길. 서쪽바람. 번 호 : 17356 / 17356 등록일 : 2001년 02월 25일 23:43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5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일 번째 이야기... 문밖에는 아까 그 청년이 크라비어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에게 차를 대접해 드렸나?" "네, 시녀에게 말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겠지요." "좋아, 가도록 하자." 크라비어스는 앞서서 걸어가기 시작했고, 그 뒤를 청년이 따라갔다. 그는 걸음을 약간 빨리 하여 앞서가는 크라비어스를 불렀다. "주군." "왜 그러지, 라야?" 푸른 머리카락의 지적인 분위기를 가진 청년, 라야는 자신의 주군을 바라보며 질문했다. "주군의 침소에 있던 아이는 누구입니까?" 자신의 방에서 아직도 색색대며 자고 있을 블러드를 생각하자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얼굴에 미소가 머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애써 그것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감정이 실려있지 않은 (적어도 자신의 생각에는) 목소리로 차갑게 대답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감정이라 불리는 것들이 잔뜩 묻어 나오고 있었다. "꼬마 신족이다. 성 밖에서 주웠지." "네!?" 라야가 소리지르듯이 되묻자 크라비어스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사신과 만나서 죽어가던 것을 내가 살렸으니까, 내 것이다." "하지만 신족이라면......신계와의 마찰이 있을 지도....." 그가 뭔가 반박하려 하자, 크라비어스는 라야의 말을 자르며 으르렁거렸다. "라야! 나는 왕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갖는다! 넌 신경 쓰지 마라!" 그는 제왕이었다. 용들의 위대한 제왕. 라야는 움찔하며 주춤거렸다. 그가 주춤거리던 말던 크라비어스는 상관도 하지 않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빠른 걸음이었기에 그를 따라가는 라야도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들은 1분 정도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꽤 많은 용들이 모여있었다. 크라비어스가 도착하자 그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마룡왕 전하를 뵙습니다."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경쾌한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모두 일제히 크라비어스에게 인사하기 시작했다. "마룡왕 전하, 그동안, 별일 없으셨는지요?" "아, 별일이야 없었소. 그대는 괜찮은지, 청룡왕?" "전 언제나 별일 없습니다. 그나저나 동생이 언제나 폐만 끼치고 있군요." "아, 라야는 아주 충실하네."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차가운 인상의, 라야와 비슷한 이미지의 자가 일어서서 크라비어스에게 인사했다. 하는 말로 보아서 그와 라야는 형제인 것 같았다. 그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냉혹해 보이는 여인이 크라비어스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마룡왕 전하를 뵙습니다." "아아, 흑룡왕." 그녀의 과묵한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크라비어스는 별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넘겨 버렸고, 흑룡왕도 당연한 듯이 인사하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창백해 보이는 백발의 청년이 일어나 크라비어스에게 인사했다. 그는 조용히 고개만 숙이고 다시 자리로 가 앉았고, 이에 크라비어스는 약간 인상을 찌푸렸으나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갔다. 붉은 머리카락의 활달해 보이는 여인이 재빨리 일어나서 크라비어스에게 다가갔다. "마룡왕 전하를 뵙습니다!" 그녀의 인사에 크라비어스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 지냈느냐, 크라비안?" "네, 마룡왕 전하도 잘 지내셨는지요?" 크라비안이라 불린 그녀는 쾌활하게 웃었고, 크라비어스는 따스한 눈길로 자신의 누이를 쳐다보며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라버니라고 부르라고 했잖느냐." "하하, 그래도 이제는 마룡왕 전하이시잖아요." 그녀가 빙긋 빙긋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가 앉자, 반대쪽에 앉아있던 다섯 명이 일어났다. 그들에게서는 마의 기운이 아닌 신의 기운이 흘러나왔고,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그냥 자리에 앉았다. 이에는 크라비어스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원래 마룡족과 신룡족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오히려 적대적이라면 적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그들이 크라비어스에게 인사를 하는 것은, 지금이 50년에 한 번 있는 용족 전체 회의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크라비어스의 지위가 그들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한 용족 전체를 다스리는 자와, 일족 하나를 다스리는 자의 지위 차이는 바로 한 단계 아래 일 뿐이었지만 그 힘의 차이에 있어서는 엄청났다. 가만히 서있는 크라비어스에게로 여태까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던 흰색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이 다가왔다. "잘 지내셨는지요, 크라비어스 님?" 그가 다가오자 크라비어스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으나 잠시였다. 곧 미소를 지으며 인사말에 답했다. "저는 언제나 잘 지낸답니다. 그쪽이야말로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아스테리아 님?" "하하, 저도 잘 지냅니다." 크라비어스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어젯밤 꿈자리가 하도 이상하여 물어보니 길몽이라고 하여서 어디 아픈 줄 알았습니다." 크라비어스의 이 말을 듣자 백발의 청년의 이마에 작은 빠직 무늬가 새겨졌다. 그는 잠시 미소를 짓고 있더니 한마디했다. "하하, 그것 참 아쉬우셨겠군요. 보다시피 저는 건강합니다만. 당신의 아름다운 얼굴로 저를 걱정해 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빠드득...... "그것 참 고마운 일이군요. 아까 붉은 사막에 가서 사신을 발견했기에, 그 사신이 당신에게 가는 줄 알고 얼마나 제가 슬퍼했는지 아십니까?" 아스테리아는 흰 머리카락을 잠시 쓰다듬다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 사신이 혹시라도 크라비어스 님에게 가지 않아서 참 다행이군요. 당신의 그 아름답고 고운 얼굴에 창백한 죽음이 서리는 것은 생각만 해 보아도 참 슬픈 일이지 않습니까?" 파직, 파직, 파직 둘의 사이로 번개가 쳤다. 그 때, 어디선가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흠....흠............" 그 소리를 들은 아스테리아는 조용히 말했다. "이런, 아무래도 이런 사적인 말은 나중에 해야겠군요." "흐응, 그것 참 유감이군요." 그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자,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돌려 중앙에 앉아 있는 자를 바라보았다.그는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용신 루이네 님과, 용황비 카드리안 님을 뵙습니다." 둘 중에 왼쪽에 앉아있던 푸른 머리카락의 여성이 빙긋 웃었다. 그녀의 모습은 고결했다. 매우 아름다웠다. 성결했다. 푸른 머리카락과 창백해 보이기까지 하는 흰 피부는 매우 잘 어울렸고, 그녀의 깊고 푸른 눈은 마치 은하수의 샛별이 반짝이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창백한 피부와 잘 어울리는 새빨간 입술이 살며시 열리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크라비어스." 크라비어스는 움찔하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 카드리안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아스테리아 님과 정말 친하군요. 하지만 사랑싸움은 집에서 하는 것이 어떻겠어요?" "카드리안 님!!!" "카드리안 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둘은 동시에 소리질렀다. "어머나, 정말 마음이 잘 맞는군요." 크라비어스는 화난 눈길로 아스테리아를 노려보았고, 그도 지지 않고 매서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그러나 카드리안, 그녀는 최강이었다. "호호호, 사랑의 눈빛이 정말 뜨겁군요." 아스테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크라비어스도 허탈한 미소를 띄웠다. 상황이 좀 진정된 듯 하자, 카드리안의 옆에 앉아 있던, 아무 말 하지 않고 있던 푸른 머리카락의 청년이 입을 열었다. "50년만이군, 크라비어스." "네, 루이네 님." "그래, 아직도 반려자를 맞이하지 않고 있는 건가?" "...아직은 이른 것 같습니다." 크라비어스의 어정쩡한 대답에 루이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말이 벌써 3000년 전부터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은 기억하는가?" "네." 당당하게 대답하는 크라비어스에게 그는 약간 당황했으나 용신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대가 1000여 살일 때 처음 물었었지. <반려자는 언제 맞이할 거냐?>, 그대는 아직은 이르다고 했지. 두 번째로 물었을 때는 1400여 살일 때였지. 그때는 <마룡왕이 되면 맞이하겠습니다.> 라고 했었지. 세 번째는 그대가 마룡왕이 된 후인 1600여 살일 때 물었지. <이제 마룡왕이 되었으니 반려자를 맞이해야겠군.> 그런데 또 미루었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하면서 말이야." "하..하지만..." 크라비어스가 항의하려 하자, 그는 가볍게 팔을 내저어 그것을 제지하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로부터 400년쯤 뒤에 다시 물었지. <이제 충분하지 않느냐? 반려자를 맞이하거라.> 그때부터 그대는 3000년 동안이나 <아직은 이릅니다.> 라는 대답을 지금까지 하고 있지. 그래, 지금도 그 대답을 할건가?" "네." 크라비어스의 대답에 주위의 모든 용들은 킥킥댔고, 루이네의 옆에 앉아있던 카드리안은 호호,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아니요." 그의 대답에 카드리안의 곱디고운 이마에 조그마한 빠직 무늬가 몇 개 새겨졌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크라비어스에게 말했다. "어제 저와 제 남편이 골똘히 생각했어요. 이번에도 <아직 이릅니다> 라는 말을 하면 이렇게 하자고요. 이 방법만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군요." "...무슨......?" "호호, 크라비어스. 조건을 걸어요. 어떤 자를 반려자로 맞이하겠다고. 그럼 그 조건에 충족되는 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대는 성혼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그러면...." "그래요, 크라비어스. 단지 조건은 단 한 개뿐이랍니다. 어때요, 하시겠어요?" 크라비어스는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카드리안에 물었다. "호호, 시간은 얼마 없답니다. 조건을 결정하셨나요?" "네." 크라비어스의 말에 카드리안은 속으로 작게 <나이스!> 를 중얼거렸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는 마룡족의 위대한 제왕이다. "어떤 조건이죠?" "무조건, 저보다 엄청나게 아름다운 자가 있다면 반려자로 맞겠습니다. 단지, 모든 차원에 사는 주신들, 혹은 최고 권위자가 인정한, 저보다 엄. 청. 나. 게. 아름다운 자입니다. 그런 자가 있다면 그 즉시 성혼하죠." 그의 말을 들은 카드리안의 표정이 꼭 뭐 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고 주위의 용왕들과 루이네의 표정도 볼만하게 변했다. "그..그런...!" "먼저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은 카드리안 님입니다." 크라비어스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덧붙였다. "신룡왕 아스테리아 님도 아직 성혼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만......나이도 저와 비슷한데 말이죠. 루이네 님. 이것은 부당한 처사가 아닙니까? 아스테리아 님에게도 반려자를 맞이하여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아스테리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크라비어스의 말이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카드리안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아스테리아." "네......카드리안 님." "조건을 거세요. 단지 똑같은 조건은 안 된다는 것을 아시죠?" 아스테리아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잠시 후, 그는 멋진 대답을 찾아냈는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카드리안 님. 무조건 저보다 강한 자가 나타나면 즉시 성혼을 치르겠습니다. 전 차원의 주신, 혹은 최고 권위자들이 보는 앞에서 저를 쓰러트리고 항복을 받아내면, 그 자와 즉시 성혼을 치르죠." 그 말을 들은 카드리안의 표정이 또다시 미묘하게 변했다. 다른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크라비어스는 훗, 역시 내 라이벌이 될 자격이 있어, 라고 중얼거렸으나 아스테리아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잠시 멍해있던 일동은 용신의 말로 정신을 차렸다. "흐흠, 자 그러면 전체 용족 회의를 시작하겠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한 회의장을 울렸다. "이번 회의의 안건은 용왕계의 사막화에 대한 것이네." "사막화라뇨! 그렇다면 환경 오염이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까?" "자네.........너무 책을 많이 읽었군." 신룡족 황룡왕의 질문에 루이네는 가볍게 면박을 주고 다시 말을 이었다. "알다시피 이번 신룡족과 마룡족의 왕은 백룡과 적룡이네. 적룡족의 화염 속성과, 백룡족의 바람 속성은 상당히 잘 맞지. 그 덕분에 마룡왕의 거처 근처부터 천천히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것은 신룡왕의 바람 속성을 타고 멀리 멀리 날아가서 점차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거지. 여태까지의 왕들은 대부분 적룡과 청룡, 혹은 황룡과 흑룡, 백룡과 백룡처럼 다 반대되는 속성이었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반대되는 속성으로 왕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네." 그의 말에 마룡족의 흑룡왕이 일어서서는 질문했다. "그러면 용왕을 교체하자는 것입니까?" "그런 의미도 되겠군." 루이네의 대답에 그녀는 의아한 듯이 물었다. "하지만 지금의 신룡왕과 마룡왕보다 강한 자는 없습니다만......" "그렇지, 그게 문제란 말이야. 하지만 방법은 용왕 교체뿐만이 아니지. 예를 들어 마룡왕의 거처를 중심으로 하여 오망성의 진을 펼치던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룡족 백룡왕이 일어서서 말했다. "하지만 오망성의 진을 펼친다는 것은 지금 5대 용왕들을 교체한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루이네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방법이 없으니까 이렇게 회의를 연 것 아니겠나?" 역시 용신은 막강했다. --------------------------------------------------------------------------------- 네, 루리입니다! 우움............블러드를 추천해 주신 분들이 꽤나 되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꾸벅............ 참, 블러드 엔젤은 이번 화를 마지막으로 연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는 뻥이구요......... 잠시 휴필하겠습니다. 다른 소설들을 읽으면서......(류이언니의 아메시스트)너무나도...... 화려한 그 묘사에 저는 눈 둘 곳을 모르겠더군요. 봄방학이 끝나고......새 학년에 좀 익숙해진 뒤, 다시 새로워진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머리도 아프구......좀 정리 차원에서...하핫............ 디나는......미치겠군요. 저장해 놓은 디스켓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오늘 연참할 생각이었는데...... 세시간 동안 두드렸는데 이것밖에 안되는군요...사실 쪼끔 더 있지만... 참 짜르기가 애매해서......그냥 여기까지만 올립니다. 그럼, 님들......블러드가 다시 찾아갈 때까지 행복하시구요, 우리의 작은 천사 블러드를 잊지 말아주세요!! 그럼 행복하세요!!!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에. 휴필이시라는군요......ㅜ.ㅜ 으음..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해주세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시길. 서쪽바람. 번 호 : 17441 / 17491 등록일 : 2001년 03월 03일 12:47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39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이번째 이야기... * * * * * * * * * * 블러드는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힘들게 들어올렸다. 아까도 보았던 화려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떴지만 왠지 정신이 몽롱했다.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사물이 명확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몽롱하게......... 투명하다시피 한 베일로 쌓인 듯한 느낌. 그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보았다. "크윽......" 온 몸을 압박하는 통증과 함께 억눌린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몇 천, 몇 만개의 바늘로 전신을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 고통은 블러드의 온 몸을 지배하고, 다시금 잠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러나 그는 필사적으로 눈을 떴다. 아니, 뜨려 했다. 눈꺼풀은 마치 쇳덩이처럼 무거웠고, 온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축 눌어졌다. '아아......졸려워.'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려던 블러드는 문득 느껴지는 추위에 온 몸을 떨었다. 추위가 느껴질 리가 없었다. 이 곳은 화룡의 거처였다. 그것도 화룡 중에 가장 강대한 왕의 거처. 그런 곳에서 추위가 느껴진다면 그것은 뭔가가 잘못되어도 한참이 잘못된 것이었다. 실제로는 추운 것이 아니라, 추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블러드는 무거운 눈을 다시 떠서 힘들게 옆을 살펴보았다. 정확히는, 원래대로라면 크라비어스가 있을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자리는 싸늘하게 식어 있는 것이, 나가 있어도 한참 전에 나간 것이 분명했다. "아무도......없는 거야?" 블러드는 불안하게 물었다. 그 물음에 대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 아무도 없었다. "나......혼자인 거야?" 다시 한 번 물었지만 대답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는 자신의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자 불안함이 온 몸을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혼자는 싫었다. 누구라도 자신의 곁에 있어 주었으면 한다. 누구라도...... 블러드는 조심스럽게 상체를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끔찍한 고통이 찾아왔지만, 블러드는 신음소리를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물론 완전히 일어나지는 못했지만. 힘들게 상체를 일으켜서, 이제는 누워 있는 것이 아니라 앉아 있었지만, 어서 일어나서 누군가를 찾아야 했다. 몸을 침대 기둥에 기대자 거짓말처럼 통증은 사라지고, 그 대신 졸음과 몽롱함이 찾아왔다. 눈꺼풀이 저절로 감겨왔다. 주위의 사물이 베일에 쌓인 것처럼 아른거리며 천천히 암흑 속으로 묻혀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자 버릴까?' 잠시 속으로 중얼거리던 블러드는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뿌옇게 보이는 그 얼굴은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 곳에는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 돼!' 블러드는 속으로 소리지르며 다시 눈을 번쩍 떴다. 계속해서 졸음이 밀려오자, 그는 미칠 것 같은 심정에 휩싸여 머리카락을 잡아뜯었다. 그와 함께 새빨간 실같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뽑혀 나오자, 약간의 통증과 함께 졸음이 얼마만큼 가시는 듯했다. 이 때다, 싶어서 얼른 블러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졸음이 밀려오기 전에 침대 기둥을 잡고 힘들게 몸을 일으키자, 다시 고통이 온 몸을 덮쳐 왔다. "으윽........" 입술 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억누르며 천천히 문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은 화려한 붉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그런 문임에도 불구하고 화려하다는 생각을 바꿀 수가 없었다. 황금으로 이루어진 듯 한 손잡이를 잡고 힘을 주자, 문은 무거워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의외로 쉽게 삐걱 소리를 내며 열렸다. "헉......!" 문을 열자마자 복도에서 어둡고 싸늘한 기운이 성큼 성큼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블러드의 흰 뺨을 쓰다듬고,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곧이어 그의 온 몸을 차게 만들었다. 블러드는 하마터면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으나, 문의 손잡이를 잡고 가까스로 주저앉지 않을 수 있었다. "차가워." 작게 중얼거리며 복도에 발을 내딛었다. 복도는 어두웠고, 차가웠다! 그러나 블러드는 밝고, 따뜻한 곳을 원했다. 작고 하얀 발에는 아무 것도 신겨져 있지 않았고, 차가운 복도의 기운은 그의 보드라운 발을 금세 발그레하게 물들였다.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끔찍한 고통. 의미 없는 공포. 그리고......슬픔. 차가운 복도, 차가운 벽, 차가운 공기. 그 어느 것도, 블러드의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었다. "지금은......혼자야." 지금은 혼자였다. 아무도 옆에서 자신을 도와줄 수 없었다. 자신의 혼자 힘으로 서있어야 했고, 걸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혼자 힘으로 따스한 햇빛을 향해 나아가야 했다. 블러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계속되던 끔찍한 고통도 차가운 복도의 기운이 어느 정도 누그러트린 듯 했다. 어둠, 어둠, 어둠. 복도는 너무나도 길었다. 계속되는 어둠에 블러드는 속으로 소리쳤다. '어둠은 싫어! 어둠은 싫어!' 계속해서 소리쳤다. 어둠은 싫어, 난 빛이 좋아. 어둠은 싫어, 난 빛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정말로 어둠이 싫은 거야? 어둠이 싫은 거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음침한 소리였다. 블러드는 움찔하며 몸을 사렸다. <왜 어둠이 싫어? 너도 어둠을 싫어하는 거야? 어둠을 싫어하는 거야? 아무도 어둠을 좋아하지 않아, 왜지?> 그 소리는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며 블러드를 괴롭혔다. <왜 빛은 좋아? 왜 빛은 좋아하는 거야? 어둠은 싫어해야 하는데 왜 빛은 좋은 거야?> "나..난 단지......" 블러드는 고개를 흔들며 주저앉았다. 새카만 어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만이 느껴지고 있었다. <정말로 어둠을 싫어해? 정말 싫어하는 거야?> "아..아니.........어둠 자체가 싫다는 것은 아니라고..." 블러드는 쪼그리고 앉아서 벽에 기댔다. 양팔로 무릎을 감쌌다. 벽의 차가움이 등을 통해 전달되었다. 소리는 계속 블러드에게 말을 걸었다. <카오스도 어둠이잖아? 그런데 왜 어둠을 싫어해? 네가 빛의 아이이기 때문에 어둠을 싫어하는 거야? 하지만 결국 하나였잖아? 어둠의 아이와, 빛의 아이는! 왜 싫어하는 거야! 왜, 왜, 왜! 왜 날 싫어하는 거지?>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새카만 머리카락에, 새카만 눈, 발끝까지 새카만 옷을 입고, 단지 피부만이 창백할 정도로 흴 뿐이었다. 그는 말했다. 자신이 '어둠' 이라고. <난 '어둠' 이야. 하지만 넌 '빛' 이지. 그래서 날 싫어하는 거야?> 소년이었다. '어둠' 은...... 그리고 약했다. 무너질 듯 했다. 그를 쳐다보는 블러드의 마음도 무너질 것 같았다. 너무나도 여려 보이는 그는 지금이라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러면 그는 갈기갈기 찢어져서 없어져 버리겠지. <내가 '어둠' 이라서? 넌 '빛' 이라서?> 그 눈, 그 눈, 그 눈, 그 눈! 아무 것도 없는 새카만 눈! 사랑 받지 못한 아이의 눈이었다. 사랑은커녕 미움만 받고 자란 아이의 눈이었다. 자신의 눈과 똑같은 눈이었다. 한없이 깊고, 한없이 슬픈 눈. 상처받은 사슴의 눈. 블러드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그 아이를 무심코 껴안으며 중얼거렸다. 눈물이 다시 흘렀다. "어둠은.....어둠은, 단지 보기가 힘들 뿐이야......혼자인 것 같아서........" <혼자? 넌 혼자가 아니잖아? 나도 있고, 너도 있어. 왜 혼자야? 왜 혼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넌 빛의 아이, 난 어둠의 아이. 우린 둘이야. 혼자가 아냐.> "나..난 빛의 아이가 아냐.........어둠의 아이도 아냐............난 평범한 인간일 뿐이었는데.........이런 것하고 관계없는 아이였는데..."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거야?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 평범하게 살던 때로?> '어둠' 은 블러드의 품안에서 슬픈 눈으로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어둠' 의 눈은 마치 가지 말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블러드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옛..날로...? 날 보내줄..수 있는 거야?" <정말로.........가고 싶은 거야? 그 옛날로?> 블러드는 잠시 망설였다. 그 세계에서 자신은 평범........평범? 그는 킬킬댔다. '내가 평범했다고?' 자신에게 물으며 웃었다. 내가 평범했어? 내가 평범했었어? 이 내가? <............> 아아, 그래, 난 평범하지 않았어. "이봐, 듣고 있어?" <그래.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어. 언제나 네 곁에 있어. 단지 보이지 않을 뿐이야. 카오스의 반려이자 빛의 아이여, 난 그대 곁에 있지.> 그 말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리고 블러드는 알아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킬킬대며 소리치듯 말했다. "옛날 따윈 필요 없어! 나에게 오직 지금만이 있을 뿐이지. 처음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이상, 나에게 옛날 따위는 필요 없어." <넌..................> 블러드는 그 말을 가로막듯이 말했다. '어둠' 은 블러드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아냐, 아냐, 듣고 싶지 않아. 난 미치도록 슬퍼. 혼자 있고 싶지 않아. 단지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을 뿐이야." <내가 있어. 카오스가 있어. 넌 혼자가 아니잖아?> "그래..................하지만 난 지금 찾아야 할 사람이 있어." -------------------------------------------------------------------------------- 푸하하하하하핫!!!!! 임시 연중 공지까지 올려놓고서...!!! 협박멜을 받고 짜증나서 그냥 올립니다... 보내신 분.....(자신은 아시겠죠...) '지맘대로 시작하고 지맘대로 연중하냐?' 라고... 크하하핫!!! 그래요, 제 맘대로 시작하고 제 맘대로 연중합니다. 당연한 거잖아요? 웃기시는군요...크크크큿....... 열받고, 짜증나서 그냥 대충 날림으로 쓰고서 올립니다. 엄마의 한마디가 결정적인... "또 날릴지도 모르니까 쓰면 그날그날 쓴 만큼 올려라." 그래서 그냥 올렸슴다... 크크큭.......쫌 있다가 한 편 더 올라갑니다. 쫌 있다도 아니지....그냥 올려버릴텐데....;;; 어쨌든!!! 임시든 뭐든 연중은 끝입니다. 휴필도요...... 판타지 하우스 갔더니......메모장에 제 소설을 기다리는 분들이 글을 써 놓으셨더군요. 너무나도 고마워서~ 글을 올립니다. 푸후후후훗......그러면 이만...... -하루리 *** 아앗.. 죄송합니다. 제가 통신에 늦게 들어와서요. 이제서야 소설을 올립니다. 기다리셨던 분들. 정말 죄송해요...ㅜ.ㅜ 고의적인건...아니었구요. ..영화가 재밌어서 2시까지 보다가. 컴에 이상이 생겨서 이것저것 하다가 늦었네요..ㅜ.ㅜ (참고로 저희집은 밤 11시 이후에나 통신을 할 수 있거든요..ㅜ.ㅜ) 저에게 메일 날리신 분. 이제 됐죠....ㅜ.ㅜ 퍼온 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 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언제나 행복하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길. 서쪽바람. 번 호 : 17442 / 17491 등록일 : 2001년 03월 03일 12:54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32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삼 번째 이야기... <누구!> '어둠' 은 심술난 듯이 소리쳤다. 소년의 화가 난 듯이 사납게 변한 큰 눈이 블러드의 맑고 깊은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블러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어둠' 의 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대는 카오스의 반려잖아! 누구를 만난다는 거야! 카오스는 너를 찾고 있어!> "그는......" '어둠' 의 화가 난 목소리에 블러드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카오스인지 어둠인지는 몰라도 모습이 꼬마인 이상 블러드는 별로 무섭지 않았다. 더구나 이제는 혼자도 아니니까. 어린아이는 보호해 주어야 하니까. "친구야,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 <친구?> 처음 듣는 단어라는 듯이 다시 되묻는 '어둠' 에게 블러드는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래,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함께 해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함께 울어 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해 주는, 그런 것이 친구야." 친절한 블러드의 설명에 '어둠' 은 더욱 더 모호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이 반려잖아? 그럼 '친구' 란 것은 반려를 말하는 거야?> "반려랑은 틀려." <무슨 소리야! 반려도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것이니까, 똑같은 거 아냐? '친구' 란 것은 결국 '반려' 랑 똑같은 의미의 것이잖아.> '어둠' 의 이론을 듣다 보니 블러드는 그도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세상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많지 않은가? 게다가 '반려' 라는 단어의 뜻풀이를 하자면 동료, 벗, 친구, 일행이란 뜻이니......결과적으로 반려는 친구가 맞는 것 같았다. 그럼 이곳에서는 친구를 반려라고 부르는 것이구나, 라고 생각해 버린 블러드는 '어둠' 에게 대 답했다. "그런가봐. 아무래도 반려는 친구랑 똑같은 의미인 것 같아." 블러드의 대답을 듣자 '어둠' 은 성난 표정이 되었다. 그의 갑작스런 변화에 블러드는 놀랐지만, 일부러 태연한 척하고 '어둠' 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어쨌든 지금 그의 모습은 작은 소년이니, 별로 무섭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가 가진 힘이 매우 크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블러드는 카오스의 반려야!> '카오스?' 블러드는 카오스라는 이름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혼돈?" 잠깐의 생각 끝에 나온 결론은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카오스였다. '태초에 세상은 카오스(혼돈)였다.' 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그리스 신화는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난 카오스라는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친구라는 거야?" 블러드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어둠' 이 그의 품속에서 성난 눈빛으로 소리쳤다. <반려는 만나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거야!> 자신의 품속에 안겨있는 꼬마를 바라보며 블러드는 허탈하게 웃어 버렸다. 그리고는 '어둠' 에게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친구는 반려가 아냐. 친구란 건 말이지, 만나봐야 알 수 있는 거야. 그것도 한순간에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지. 만나서, 같이 지내보고, 말해보고, 놀아도 보고, 싸워도 보면서.........차츰 차츰 우정이 쌓여 가면서 알게 되는 것이 친구야." <우정? 사랑이 아니라?> 블러드는 그만 소리내어 크게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이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네가 말하는 반려라는 것은,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해서........음...그러니까........." 막상 사용할 말이 없어서 블러드는 약간 허둥댔다. 그러나 그 뒷말은 '어둠' 이 대신 해주었다. <맞아, 만나서 사랑하고, 성혼하고, 밤을 같이 보내는 사람이 반려야.> 그의 대답에 블러드는 속으로 감탄했다. '저렇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었구나!' 속마음이 어쨌든 블러드는 '어둠' 에게 말했다. "그래, 친구하고는 결혼하거나 밤을 같이 보내지 않아." <다행이다.> '어둠' 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블러드까지도 기분이 좋아졌다. 창백한 얼굴이 웃으면 그나마 생기 있게 보이니까. <그럼 이제 그 '친구' 를 만나러 가봐.> 블러드는 그 말에 빙긋 웃으며 일어났다. 일어나는 순간, 사라졌던 고통이 다시 찾아왔다. "크윽...!" <블러드! 왜 그래?> "아..아무 것도 아냐." 블러드는 애써 웃으며 손을 내저어 보였다. 그리고는 '어둠' 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쪽으로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러나 '어둠' 은 창백한 - 원래부터 창백했지만 - 얼굴로 블러드의 손을 뿌리치고는 그의 이마에 손을 얹어 보았다. <이런!> "뭔가...알고 있어?" <마법의 부작용이야.> "그게...무슨?" 고통을 참기 힘든 듯이 신음소리를 애써 참으며 되묻는 블러드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어둠' 은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너는 지금 슬립 마법에 걸려 있어. 그 마법에 걸린 사람은 죽은 듯이 잠에 빠져서 시전자가 풀기 전에는 계속 잠들어 있게 되지. 그런데 지금 넌 무리하게 일어나 있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이 생긴 거야.> "그..그럼 계속 이렇게......." <그래야 될 것 같아. 그냥 여기서 자지 그래?> "하지만.........여기는 복도잖아?" 이제는 아까 '어둠' 과 이야기 할 때는 못 느꼈던 졸음까지 계속해서 밀려오고 있었다. 감기는 눈꺼풀을 애써 뜨며 블러드는 '어둠' 을 쳐다보았다. 너무 피곤했다. 블러드는 '어둠' 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있잖아.........나, 이제 어둠이 싫지 않아..." <그래, 고마워.> 그는 블러드의 말에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그러나 그런 인사 따위는 지금 상황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블러드는 애써 감기는 눈을 뜨고, 자신의 팔뚝을 꼬집어 가며 희미하게 '어둠' 을 바라보며 말했다. "계속...내 곁에 있어줄......거지?" 블러드의 질문에 '어둠' 은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지르듯 말했다. <그래! 난 언제나 내 곁에 있어!> "내..곁에.......좀....있어 줘." 그 말을 끝으로 블러드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혼자 남은 '어둠' 은, 발을 동동 구르며 외쳤다. <이봐, 이봐! 이제 좀 있으면 '빛' 이 찾아온다고! 그러면 난 너랑 같이 있을 수 없어!> 일어나! 라고 외치려던 '어둠' 은 잠시 움찔했다. 일어나면 무척 괴로워 할 것 이 틀림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아이가 괴로워하는 것은 별로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니었다. '어둠' 은 블러드를 보며 잠시 무슨 생각에 빠져 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들쳐업었다. 블러드보다 더 체구가 왜소한 - 그렇다고 블러드가 크다는 것은 아니지만 - 그였기에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으나 '어둠' 은 가뿐히 그를 업어들고 복도를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런!> 갑자기 눈부신 빛이 보였다. '어둠' 이 있는 곳은 아직도 어두웠지만 그 곳에서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은 환한 빛의 세상이었다. 그는 눈이 부시다는 듯이 눈을 살짝 감고, 미간을 찡그렸다. '어둠' 인 그에게 '빛' 은 치명적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복도의 벽면을 보았다. 큰 창문이 있었고, 눈부신 빛은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어둠' 은 밉살스럽다는 듯이 그 창문을 바라보다가 창문이 있는 쪽의 벽으로 바짝 붙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창문의 바로 옆까지 오자, 따스한 햇볕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을 '어둠' 은 매우 기분이 나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업고 있던 블러드를 한쪽, 햇볕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내려놓고는 팔을 뻗어서 창문을 열려 했다. 빛에 '어둠' 의 팔이 노출되자 치지직 소리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약간 괴롭다는 표정이었으나 재빨리 창문을 활짝 열었다. '어둠' 의 예상대로 창문 밑에는 녹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청년이 한 명 있었다. 그런데 그 청년을 자세히 살펴보니 귀가 뾰족한 것이 여느 인간들과는 달랐다. <그린 드래곤이었나?> 아까부터 자연의 기운이 꽤 강하게 퍼져 나오기에 상급 정령정도 되는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린 드래곤이었다니. 그린 드래곤은 꽤나 보기 힘든 드래곤이었다. 그들은 5대 일족 - 적룡족, 청룡족, 흑룡족, 백룡족, 황룡족. - 과는 달리 골드 일족, 실버 일족과 함께 매우 드문 일족이었다. 전체로 다 합해봤자 10개체 안팎 정도가 되는 극소수의 일족이었다. 그들은 식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자연을 매우 아껴 엘프들과도 무척 친하게 지냈다. 그린 드래곤들은 다른 일족들과는 달리 인간형이 아닌 엘프형이었고, 그나마 물에 사는 블루 드래곤이 인어형이었으나 육지에서는 다른 용들과 똑같이 인간의 모습이었다. 귀가 뾰족하고 초록색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을 가진 그들의 모습은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엘프들과 거의 다를 것이 없었다. 창문 밑에 서있던 그 청년은 '어둠' 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갑자기 열린 창문을 바라보았다. '이 때다!' '어둠' 은 이 때다, 라고 속으로 소리치며 블러드를 들어서 재빨리 창문 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블러드가 떨어진 창문은 2층이었다. 초록색 머리카락의 그 청년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레비테이션!>>" 떨어지던 블러드의 몸이 갑자기 둥실 떠올랐다. 아주 천천히 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블러드의 몸을 청년이 재빨리 받았다. 그는 블러드를 안고는 창문 위를 쳐다보았다.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청년은 아까 어둠의 기운이 이 아이에게서 나온 것인가, 하며 블러드를 찬찬히 살펴보았지만 어디서도 어둠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 흠............역시 이상해......ㅠ.ㅠ 오늘 친구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루리: 블러드에게 여자친구 만들어 줄꺼야. 친구 케민양: 어떤..? 루리: 다음 챕터는 '친구' 로 해서, 그때 나왔던 그 왕녀 - 블러드를 때렸던... - 랑... 케민양: 걔 싫어. 루리: 블러드도 원래 남자였어.. 케민양: 그래도 싫어. 성격이 별로야. 루리: 그럼 어떤 타입이 좋은데? 케민양: 하르같은...... 루리: ...하르? 걔가 누군데? 케민양: ............하르엘 말야, 하르엘. 루리: 아, 맞아...... 케민양: ......;;;;;; 대충 이런 내용의...;;;;;; 내 소설에 나온 인물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흠.....계속해서 디아블리나 올라갑니다! (디스켓 찾았음!)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2연참입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언제나 행복하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길. 서쪽바람. 번 호 : 17528 / 17545 등록일 : 2001년 03월 04일 20:38 등록자 : S870706 조 회 : 58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사번째 이야기... 다시 한 번 창문 위를 쳐다보는 그의 눈에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을 가진, 음침한 모습의 소년이 들어왔다. 그는 그 모습과는 다르게 소리지르듯이 말을 걸었다. <이봐, 거기 그린 드래곤!> 자신이 그린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아낸 것은 대단했지만, 초면부터 그렇게 반말이라니......그는 약간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꾹꾹 눌러 참으며 대답했다. 그것도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을 거시는 당신이야말로 누구십니까?" 그의 질문에 그 검은 머리카락의 소년은 한 손으로 태양을 가리며 계속 소리질렀다. 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그 엄청난 양의 마력은 그 소년에게서 풀풀 날리고 있었고, 비록 마룡족이지만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그린 일족인 그로써는 별로 달가운 것은 아니었다. <뻣뻣하기 짝이 없군. 거기 빨간 머리의 그 녀석 좀 부탁한다! 난 이제 나올 수가 없어! 으아악! 하여튼 부탁한다!> 갑자기 햇빛이 강해지자 그 소년의 몸에서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소년은 비명을 올리고는 재빨리 몸을 뺐다. 그런 그의 모습을 황당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던 청년에게 소년이 다시 소리쳤다. <혼자 있는 거 싫어하니까 딴 데 두지 말아라! 무슨 친구를 찾는다고 하니까, 그것도 좀 도와주면 좋고! 으악! 그럼 난 간다!> 그 말을 끝으로 소년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밖에서 햇빛에 노출되어 있던 몸을 창문 안으로 다시 들이 밀은 것뿐이지만 너무나도 번개같은 솜씨인데다가 다시는 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이...이런......" 청년은 자신의 품안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는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으로 보기에는 레드 일족 - 블러드의 붉은 머리카락 때문에 - 으로 보였고,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그린 일족과, 오직 파괴만을 일삼는 난폭하기 짝이 없는 레드 일족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청년은 그린 일족이었다. 그는 어쨌든 부탁 받은 사람이니... 라고 중얼거리며 블러드를 안고 서늘한 나무 그늘로 다가갔다. 블러드를 나무 밑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고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자신이 왕궁의 정원사를 맡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마룡왕은 왕궁의 정원사는 간단하고, 한가한 직업이라고 했는데......" 전혀 간단하고, 한가하지 않았다. 왕궁의 정원사의 일을 맡기로 한 바로 다음날에는 화가 난 마룡왕의 기운에 의해서 나무 몇 그루가 타 버려서 그것을 손보느라고 또 고생했고, 또 얼마 뒤에는 이제 편하나, 했더니 전체 용족 회의 때에 감정이 격해진 용들에 의해 정원이 큰 손실을 입었다. 어제는 갑자기 정원으로 쳐들어온 화이트 일족과 블루 일족의 아이 몇 명 때문에 고생했다. 그랬더니 이제 오늘은 웬 레드 일족의 아이 한 명을 부탁한다는 이상한 녀석 때문에 이 고생이지 않는가. 그는 다시 한숨을 푹 쉬고는 블러드를 살펴보았다. 슬립 마법에 걸려서 자고 있는 듯 했다. 누가 걸었는지는 몰라도 꽤 강한 슬립 마법이었지만 그것을 푸는 일 따위는 자신에게 별로 어려울 것도 없었다. "깨 있는 것이 더 불편하면 어떡하지?" 어제 나타나서 정원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간 아이들을 생각하며 그는 중얼거렸다. 이 레드 일족이 그 아이들보다 더 난폭하고, 거칠면 난 정원사를 그만 둘 테다,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그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 아이들을 생각하니 다시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지만, 그는 마법을 시전하며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난 너무 착하다니까......<<디스펠 매직(Dispell Magic: 마법 해제)...>>" 그의 손에서 초록색 빛이 퍼져나가서 블러드의 몸에 닿았다. 그 빛은 아름답게 너울거리더니 곧 몸 안으로 스며들었고, 그와 동시에 블러드가 눈을 번쩍 떴다. "에에...?" "정신이 드나, 꼬마?" 블러드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초록색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아른거리는 듯이 눈앞이 어질어질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잠시 뒤에는 뚜렷하게 보였다. "누구세요?" "카다즈. 카다즈 드 그린이다." 블러드는 속으로 급히 생각했다. 분명히 크라비어스는 나에게 자신의 이름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했었다. '내 이름은 크라비어스다, 꼬마. 크라비어스 드 레드.' 라고...... '드 그린' 이라면 드래곤의 성이 분명했다. "아..안녕하세요, 블러드라고 합니다." 그는 의외로 예의바른 꼬마의 모습에 다행스럽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레드 일족치고는 예의가 바르군. 그래 너의 부모는 누구냐?" "부..모요?" 되묻는 블러드의 모습에 카다즈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너......드래곤이 아니군." "아, 네. 저는 제 12클래스 소속 도미니온즈 블러드라고 합니다. 아, 아니 블러드엘이요." 평소에 입에 배어 있는 대로 인사한 블러드를 보며 카다즈는 더욱 더 의아한 눈빛이 되었다.그런 카다즈에게 블러드는 뭔가 잘못했나?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불안하게 그의 눈치를 보았다. "신족? 신족이 왜 여기 있는 거지?" 블러드의 기억으로는 이 곳은 마룡들이 사는 곳이었다. '마룡들은 신족과 별로 사이가 좋지 않지?' 겨우 이런 생각을 해내고는 블러드는 흠칫했다. 그럼 이 용도 마룡일 것이 아닌가? "저..저기......마룡이세요?" "그래." 블러드는 자신의 질문에 아주 당연한 듯이 대답하는 그를 보며 점점 더 공포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제 완전하게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왜 있는지는 모르지만, 응?" "아...........죄..죄송합니다! 당장 신계로 돌아갈 테니, 죽이지는 말아 주세요!" 왜 있는지는 모르지만 무슨 사정이 있겠지, 정원에서 편히 쉬다가 돌아가렴, 이라고 말하려고 하던 카다즈는 갑자기 소리지르듯이 말하는 블러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죽이지는 말아? 내가 그린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잊은 건가? 그린 드래곤은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일족이다. 그들은 살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파괴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리하여 레드 일족과는 완전히 상극으로, 사사건건 조그마한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싸우는 일이 많을 정도이다. 카다즈는 이 어린 신족에게 질문했다. "너....몇 살이지?" "3살이요..." 3살이면 아직 성장도 하지 않은 꼬마가 아닌가? 불안하게 자신의 눈치를 보며 간신히 대답하는 꼬마를 보고는 카다즈는 혹시,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질문했다. "너..........혹시, 가출한 것이니?" "가..가출은 아니에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자, 그는 의아한 눈빛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이제 겨우 성장도 하지 않은 3살 짜리가 가출한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마룡들이 사는 용왕계로 온 것인지...... 어쨌든 카다즈는 자애롭고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그린 일족이었다. "나는 살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럼 다른 용들은 좋아한다는 말인가요?' 라고 묻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는 블러드를 눈치채지 못하고 카다즈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그린 일족들은 자연과 평화를 좋아하지. 무식한 레드 일족같이 싸움과 파괴를 일삼지는 않는단 말이야." 레드 일족의 이야기가 나오자 감정이 격해졌는지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그의 말은 들은 블러드는 의아해했다. "크라...아니 지금 마룡왕은 적룡이잖아요? 그런데 왜 여기서 일해요?" 자신이 여기서 일하게 된 경유를 묻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카다즈는 자신이 이 일을 맡게 된 그 무시무시한 사연이 떠올랐다. 그 당시 이제 *고룡의 대열에 들어서 남은 여생 - 그래도 아직 천 년 이상이나 남았지만... - 을 평화로운 숲 속에서 엘프들과 함께 편하고 한가하게 지내려고 하는 그에게 이제 막 마룡왕이 된 젊은 용이 찾아왔다. "카다즈!" 별로 사이가 좋지 않은 그린 일족의, 그것도 고룡의 집에 갑작스럽게 찾아와서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이제 고룡인 자신은 아직 젊은 용인 그에게 별다른 감정을 가질 수는 없었다. 어쨌든 마룡인 그에게 인사를 올리고, 찾아온 이유를 묻는데 대뜸 하는 말이 나와 함께 가자, 라는 말이 아닌가? "마룡족의 제왕, 드래곤 로드께 그린 일족의 카다즈가 인사를 올립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잘 되었다, 너 나랑 같이 가자." "네?" "나랑 같이 가자고." "로..로드시여, 갑자기 무슨..." 어처구니없어하며 사연을 묻는 자신에게 들린 로드의 대답은 정말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정원사가 되어 주었으면 해서 말이다." 정원사라면 자연에서 살고 싶어하는 자신에게는 딱 맞는 직업이었지만 그 대상이 로드의 궁전이라면 상황은 좀 달라졌다. 누가 뭐래도 성질 더럽고 괴팍한 레드 일족이 아닌가? 점잖게 거절하려고 했는데...... "죄송하지만 신은 이제 남은 여생을 자연 속에 파묻혀서 한가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정원사는 한가한 직업이다. 게다가 자연 속에 파묻힌다니, 더더욱 좋지. 정원은 숲이 우거졌거든." 계속해서 말하는 어린 로드를 보며 카다즈는 착잡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런 황당한............ 로드의 거처에 정원사를 둔다니, 이런 예는 역대 어느 로드 때도 없었던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전하, 죄송하지만 그 명령은 철회해 주십시오. 이 늙은 몸으로는 그것을 지탱할....." "명령이다, 카다즈 드 그린."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정원사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아, 생각하니 다시 혈압이 오르는구나. 그 사연은 묻지 말아라, 어린 신족이여." "정 그러시다면야......" 속이 쓰린 듯이 괴로운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블러드는 참으로 황당함을 느꼈다. 드래곤에게도 혈압이란 게 있었던가, 라는 질문의 대답을 자기 나름대로 속에서 유추해 보고 있는 블러드였다. "그래, 어린 신족, 이름이 블러드엘이라고 했던가?" "아......네." "피라는 의미의 고대어로군. 그대는 이 의미를 알고 있었는가?" "네." "흠.........어린 신족치고는 대단하군. 그래, 누가 지어준 이름이지?" "루시펠이......" "그라면 그 이름을 지어줄 만도 하군." 단순한 선문답이 오간 뒤에 블러드는 이제 이 드래곤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저기.......드래곤 님은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 "네." 블러드의 질문에 그는 피식 웃었다. 용들에게 있어 이름이란 무척 중요한 것이었다. 그것을 함부로 다른 종족에게 가르쳐 줄 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물론 인간계에서 "으하하하, 난 마룡 ****이다! 금은 보화를 내놓아라!" 라고 말하는 멍청이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지고하신 고룡께서는 그 '멍청이들'에 자신의 로드인 크라비어스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이름이라........." "설마...이름이 없으신 건?" "............" 카다즈는 황당한 눈빛으로 블러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블러드는 알아서 고개를 푹 숙였고, 그에 카다즈는 기분 좋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내 이름은 카다즈 드 그린이다." "카다즈...드 그린이요?" "그래, 이왕 가르쳐 준 것이니 잊어버리지는 말아라." "네." 자신의 질문에 얌전하게 대답하는 블러드를 보고 카다즈는 호기심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도 호기심이 안 일어나는 것이 이상한 것이지만, 이 분께서는 지고하신 고룡이었던 것이다. "너는 왜 여기에 온 것이지?" "아......그러니까 그게.....좀 황당해서요." "걸어왔다거나 한다는 대답은 원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실이야.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종족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그러면 언령을 쓰지 못하거든." 블러드는 속으로 땀을 뻘뻘 흘렸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 라고 말하면 진실만을 대답해! 라고 하는 것과 똑같지 않은가? 그렇다고 사실을 말하면...... 거짓말을 하면 언령을 쓰지 못한다니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사실대로 말하자면........저도 잘 모르겠어요." "에엥?" "분명히 밤에 침대에 누워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일어나 보니까 온통 빨간 사막이더군요." ------------------------------------------------------------------------- 훗, 비축분 끝이라오... 이제는 연재 속도가 질질 끌겠소. 디아블리나는 오늘은 못 썼소. 머리아프오........... 잘 쓰지는 못했지만 많이들 봐 주시오. 참, 이 말투는 엘린군(제천대성 작가분)의 거만체요. 허락받았소. 후후훗, 기쁘오. 하지만 이 말투는.......역시 나한테 안 어울리는 듯 하오. 스톰님은 이 허접소설이 50회가 다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더군. 고맙소 스톰님. 언제나 행복이 머물기를 기원하겠소. 아아아............. 그럼 이만 쓰오. 한동안 못 뵙겠군. 그럼 안녕히......계시오.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부지런하죠??? (으아~~ 돌던지지 마세요.) 음음.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해주세요. 언제나 행복하시고. 언제나 건강하시길. 서쪽바람. 번 호 : 17683 / 17720 등록일 : 2001년 03월 10일 12:02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25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오 번째 이야기... "........." 카다즈는 조용히 침묵하며 짙은 녹색의 눈을 들어 블러드의 붉은 눈을 바라보았다. 블러드도 역시 조용하게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둘 사이에서 뜨거운 전류가 파지직 하고 흘렀고, 거센 파도가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고 있던 둘 중, 카다즈가 먼저 눈을 내렸고, 한숨을 내뱉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그렇구나. 자고 일어났더니........." 이상 증세를 보이며 뒤로 돌아서는 카다즈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블러드의 새빨간 머리카락이 때마침 불어온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다. 블러드는 커다란 나무 밑에 털썩 주저앉아 버린 그를 바라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가늘고 윤기가 흐르는 옅은 연두색의 머리카락이 둥근 어깨선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렸고, 짙은 녹색을 띄는 두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분명히 그의 모습은 매우 젊었지만, 두 개의 눈동자에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만의 지혜와 사물을 꿰뚫어보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초록색 색유리를 보는 듯한 투명한 눈이 자신을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두려웠다. 자신의 모든 것이 읽히는 듯한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일까? 베일에 쌓여 있는 비밀스런 무언가를 들춰내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블러드는 몸을 움츠리며 카다즈의 시선을 피했다.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블러드를 눈치챘는지 그는 피식 웃으며 딱딱하고 거칠거칠한 나무 기둥을 어루만졌다. 갑자기 그의 입술이 벌어지며 말소리가 새나왔다. "어떻게 할건가?" "아...저....저는......" 그가 갑작스럽게 그런 것을 질문하자 블러드는 적지 않게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솔직히 할 말이 없기도 했다. 일단은 크라비어스를 찾는 것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찾을 사람이 있는데요." "그래, 아까 '어둠' 도 그렇게 말했지." "어, '어둠'을 아세요?" 마치 친구의 이름을 부르듯 자연스럽게 어둠을 말하는 그를 보며 블러드는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용은 너무나도 밝고, 깨끗했다. 별로 '어둠' 과 친할 것 같지는 않았다. 블러드의 질문에 카다즈는 이상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둠' 의 이름을 모르는 용은 없다. 그를 모르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지." "에, 어째서요?" 궁금한 듯이 다시 묻는 블러드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카다즈의 눈빛은 천사면서 그것도 모르냐, 는 메시지가 팍팍 담겨 있었다. 어쨌든 그는 그렇게 블러드에게 속으로 뭐라고 해대면서도 자신의 알고 있는 사실을 요약, 정리하여서 말하기 시작했다. "'어둠' 은 카오스의 충실한 심복이자 친구이다. '어둠' 은 '빛' 과 함께 태초부터 카오스와 함께 했던 존재이지. 그러나 세상이 창조되고 얼마 후에 '빛' 이 사라지자 카오스는 '빛'을 대신할 몇 가지의 빛들을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해와 달이지. 그렇게 '빛' 이 사라지고 얼마 안 있어서 '어둠' 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이 곳에 봉인하였다고 한다. 봉인되었다고는 하나 그의 힘은 강대했고, 그 어둠의 기운에서 우리 마룡족이 탄생한 거지. 뭐, 우리 그린 일족들은 어둠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든 우리도 마룡족이니 말이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블러드는 뭔가 궁금한 것이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에게 한 가지를 질문했다. "어둠은 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봉인한 거죠?" 카다즈는 블러드를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인간들의 아이들이 노는 기구들 중에 시소라는 것이 있다. 그들이 시소 놀이를 할 때, 한쪽이 무게가 무거우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야 당연히......아!" "그래, '어둠' 은 사라진 '빛' 때문에 세상의 균형이 맞지 않자 그것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자신의 몸을 봉인한 거다." "그랬군요!" 블러드는 작은 탄성을 내지르며 이제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다즈의 말대로 라면 '어둠' 은 마룡족들의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왜 크라비어스의 방 앞에 있는 복도에서 그를 만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카다즈. 신룡족들은 빛 때문에 탄생하였나요?" "그래. 그리고 빛은 까마득하게 먼 옛날 사라졌다고 하지. 그 뒤로 카오스가 따라서 사라지고 어둠이 자신의 몸을 봉인하고." "왜 카오스는 사라졌어요?" "그런 것은 나도 몰라. 카오스와 '어둠' '빛' 그리고 이그드라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 뭐, 굳이 더 포함하자면 각 차원의 주신들 정도라면 모를까......" "........." '빛' 은 왜 사라졌을까? '어둠' 은 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봉인했을까? 카오스는 왜 사라진 거지? 계속 밀려오는 궁금증을 일단 한 곳을 밀어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정도를 알고 있을 정도면 이 초록색의 비늘을 가진 용은 상당히 나이가 많을 것 같았고, 더 이상 물으면 화를 낼 것 같았다. 블러드는 나무 밑에 앉아있는 카다즈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자신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개의치 않고 나무 기둥에 몸을 기댔다. 나무는 충분히 컸기에 카다즈의 몸이 기댔는데도 충분히 자리가 남았다. 블러드는 몸을 편하게 기댄 후에 눈을 감았다. 잠이 조금씩 밀려왔다. "졸렵군요..." 블러드는 작게 중얼거리며 몸에 힘을 뺐다. 신체는 이제는 축 늘어져서 안정감 있는 자세로 나무 기둥에 기대어져 있었다. 몇 개의 가는 나뭇가지가 길게 늘어져서 블러드의 뺨 근처에서 살랑거렸다. 부드러운 연녹색 잎사귀가 뺨을 간지럽히며 흔들렸다. 그 기분 좋은 촉감에 블러드는 눈을 뜨며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소리가 때마침 불어온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다. 바람의 정령들의 작고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곱고 아름다운 음색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나갔다. '기분 좋다.' 블러드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원래 세계 같은 것은 이미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이제는 단지 편안함만을 찾고 싶었다. 만족감만을 느끼고 싶었다. 더 이상 절망하고 슬퍼하며 눈물을 흘리기는 싫었다. 햇빛이 따스하게 블러드의 온 몸을 비추었다. 붉게 타오르는 해는 뜨거운 정열을 상징하는 증표. 카다즈는 깊고 따스한 짙은 녹색의 눈동자를 들어 용의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용인 자신의 눈에 비친 블러드는 너무나도 순진하고 아름다운 아이였다. 마치 환한 빛을 연상시키는 환하고 밝은 아이. 매우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작은 새 몇 마리가 날아와 카다즈의 어깨에 앉아서 고운 목소리로 지저귀었다. 새들의 목소리는 상쾌하고 부드러웠다. 그는 새들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린 일족에게 있어서 자연이란 보호해야 할 대상이자 친구였다. 물론 다른 일족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단지 모든 자연 그 자체와 공존하는 그린 일족과는 달리 블루 일족(청룡)은 물과, 레드 일족(적룡)은 불과, 화이트 일족(백룡)은 바람과, 블랙 일족(흑룡)은 어둠과, 옐로우 일족(황룡)은 땅과 공존하는 것뿐이다. 자연을 정복물로 삼는 인간과는 달리 그들은 자연과 공존하는 삶을 살았다. 그들에게 자연은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닌 친구였다. 블러드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새들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카다즈를 바라보며 기쁘게 웃었다.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과 다르게 자연과 공존하는 용들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기뻐요." "뭐가?" 블러드는 딱히 누구에게가 아닌 혼잣말로 중얼거렸으나 유난히 감각이 발달한 용인 카다즈는 그 말을 들었다. 무엇이 기쁜지 묻는 그에게 블러드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이 곳으로 오게 된 것이 말이에요." * * * * * * * * * * 크라비어스는 의미 없이 반복되는 말들만 되풀이되는 회의를 애써 하품을 참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정신은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그것은 대다수의 다른 용들도 마찬가지였다. "닥쳐요, 신룡족 적룡왕! 함부로 마룡왕을 교체한다는 말을 어디서 꺼내는 건가요?" "그럼 5대 용왕을 교체합니까? 마룡족 적룡왕?" "웃기시는군요! 그러면 차라리 신룡왕을 교체해요!" "문제가 있는 것은 마룡왕이지 않소! 그런데 왜 신룡왕을 교체하는 것이오!" 회의가 시작된 지 한참이 지났건만 의견은 나오지도 않고 아직까지 신룡족의 적룡왕과 마룡족의 적룡왕의 의미 없는 말싸움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레드 일족만의 그 특유의 불같이 강압적이고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서로의 작은 의견 충돌이 있었는데 양보를 하지 못해서 아까부터 저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사실상 크라비어스가 아무리 마룡왕이라고는 해도 레드 일족이었기 때문에 그들 특유의 다혈질적인 성격은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애써 힘들게 참고 있는데 이들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처음에는 괜찮았다. 그래도 용왕 교체에 관련된 이야기였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사적인 일로 넘어가 버려서 곤란스럽게 되었던 것이다. "흥, 마룡족 적룡왕, 당신이야말로 생활이 난장판이잖소!" "신룡족 적룡왕,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보죠? 2년 전에 흑발 머리의 여성과 함께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어요!" "그런 터무니없는 낭설이 어디 있소! 그대야말로 함부로 집안에 다른 종족을 끌어들이지 않 소!?" "제가 언제요! 당신은 얼마 전에 신계에서 사자가 왔을 때, 신들과 같이 온 천사나 꼬시러 다닌 주제에!" "마룡족 적룡왕! 그대의 컬렉션은 잘 알고 있소!" "아..아니, 그걸 언제!" "나의 이 정보 수집 능력은 용신께서도 알아 주시는 것이오!" "흥, 나도 그에 못지 않죠! 당신의 그 엄청난 수집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태워 버려도 좋을까요?" 저쪽에서는 신룡왕 아스테리아가 책상에 고개를 박고 졸고 있었고, 용신과 용황비는 끝말잇기를 하고 있었다. "테러범." "범죄자." "자해 행위." "위험 신호." "호색한." "한량." "당구장." "장기판." "판치기." 내용들이 어째 저 모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신룡족의 백룡왕과 마룡족의 백룡왕은 금화로 판치기를 하고 있었다. "나이스!" "으으으......137골드 째야!" "한판 더 할래?" "이길 때까지다!" 마룡족의 청룡왕은 손가락에서 나오는 물로 허공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신룡족의 청룡왕이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오오......강아지!" "...병아리다." "저게 어째서 강아지야? 병아리지." 그리고 황룡왕 둘은 자신들이 직접 흙으로 제작한 미니 골렘으로 격투를 하고 있었다. "한방 쳐!" "빠져! 빠지고, 훅!" "으윽! 지지 말아라 골렘!" "으하하하, 감히 나를 이길 생각을 하다니! 가소롭도다! 10만년은 더 수행하고 와!" 과연 용들은 스케일도 컸다. 흑룡왕은 둘 다 여자였기 때문에 사이좋게 서로의 긴 머리카락을 땋아 주고 있었다. 바닥까지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땋는 일은 매우 고난이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우왓! 다 했다!" "예쁘다!" "훗, 어때? 내가 100년 동안 수련한 솜씨가?" "나도 좀 가르쳐 주라." 크라비어스는 힘이 쭉 빠져나가는 자신의 몸을 애써 추스르며 의자에 고쳐 앉았다. ---------------------------------------------------------------------------- 우우, 오래간만이오. 정말 반갑소. 글 쓰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아스테리아 님, 정말 미안하오. 글을 이렇게 늦게 써서......ㅠ.ㅠ 흠.........너무 힘들다오. 학교 생활도 그렇고......여러 가지로.....;;; 다음 편은 언제가 될지.......그래도 내일이 일요일이니 다행이오. 근데 어떻게 독촉멜이 딱 1통이 올 수가 있소? 그 분 닉넴을 몰라서 죄송하오. 어쨌든 정말 감사하오. 편히 쉬기는 했지만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는 없었다오. 그럼 퍼가시는 분들, 수고 좀 하시라오. 얼굴에 철판 깔기로 했소. 기왕 들어온 거, 추천이나 감상 쓰고 가는 것이 어떻겠소? 그런 것은 이 허접 작가에게 많은 힘이 되는데......... 아아...머리아프오. 이만 써야겠소. 참, 디아블리나는 나중에 블러드를 완결내고 다시 올리겠소. 퍼가겠다고 하신 분들 삭제해주시기 바라오. 천랸에도 삭제하겠소. 어차피 본 사람도 별로 없지만서, 내용이 수정될 확률이 크기 땜시... 소설을 두 개 쓴다는 것은 나의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소. 어쨌든 좋은 하루 되시오. 참, 엘린군, 만약 이 글을 보면 감상 좀 써주시오. 하지만 엘린군에게 나는 내가 소설을 쓴다는 말을 안했기 때매......;;; 엘린군의 제천대성에 비해 나는 너무 허접했소. 말하기가 싫소...ㅠ.ㅠ 그럼 이만 쓰오. 안녕히......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오래간만이죠~! 하핫. 무지무지 반갑습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 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해주세요. 그럼 안녕히..^^ 번 호 : 17675 / 17697 등록일 : 2001년 03월 13일 23:10 등록자 : S870706 조 회 : 30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육 번째 이야기... 문득, 자신의 방에서 자고 있을 그 작은 천사가 보고 싶어졌다. 그는 물론 아름답긴 했지만, 신족들 중에서 추한 자가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으므로 그렇게 아름다운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단순히 예쁘다는 차원의 미(美)에서 좀 더 신비한 듯한, 아름답다, 라는 차원의 미일까? 오히려 미로써만 따지자면 용의 여인들도 절대로 뒤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미남, 미녀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천사에게서는 용들에게는 없는 <무엇> 이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울 것도, 특이할 것도 없는데도 이상하게도 그를 보고 있으며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한 번 마음이 들자, 그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달아올랐다. 이제 더 이상 이 무의미한 싸움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했다. 크라비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모두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 그를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몇몇 용들은 레드 일족 특유의 성질이 이제서야 발동한 것인가? 라는 의미가 담긴 눈빛을 주고받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크라비어스는 자신을 자제할 줄도 모르고 오직 자신의 기분만으로 움직이는, 이제 성장기를 지난 어린 용이 아니었다. 아무리 레드 일족이 광폭하고, 다혈질적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그것을 자제할 수 있게 된다. 나이라는 것은 쓸데없이 먹는 게 아닌 것이다. 게다가 용왕이 된다는 것 자체의 자격에 육체적인 강함도 포함되지만 무엇보다 정신력의 강함이 중요시된다. 그러므로 이 자리에 있는 용왕들은 육체적인 강함뿐만이 아니라 정신력의 강함 면에서도 다른 용들과 월등히 비교되는 것이다. 비록 아까부터 체신머리없는 짓들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들 본연의 기운조차 숨길 수는 없었기에 그들의 몸에서는 미약하게나마 색깔을 띄는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청룡왕에게서는 푸른 기운이, 적룡왕에게서는 붉은 기운이, 백룡왕에게서는 흰 기운이, 흑룡왕에게서는 검은 기운이, 황룡왕에게서는 노란 기운이 미약한 색을 띄고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것은 힘이 강할수록 더 진한 빛을 띄게 되는데 이들은 이것을 상당히 자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도 색을 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강하다는 증거가 된다. 만약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모든 힘을 개방한다면 인간들 중의 나라 한두 개는 몸풀기 정도로 거뜬히 박살낼 수 있으리라. 특히 가운데에 앉아 있는 용신에게서는 유독 진한 푸른색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오, 마룡왕?" 용신이 위엄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그의 이미지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였다. 특히 그 끝말잇기의 내용에서 그들의 저급한 수준을 알아볼 수 있었다. "더 이상 이렇게 쓸데없는 회의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습니다." 크라비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신룡족 적룡왕이 얼굴을 붉히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의는 전체 용족인, 마룡족과 신룡족의 대표들이 모두 한 장소에 모이는 딱 하루의 날. 그들에게는 아주 신성한 날이었다. 이런 신성한 날을 모독 받았으니 화가 날 만도 하였다. "무슨 말입니까, 마룡왕! 신성한 용족 전체 회의를 쓸데없는 회의라니!" "이렇게 다들 딴 짓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신성한 회의인가?" 그러나 크라비어스에게는 그것을 이해할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 그에게는 아까부터 계속되어 온 무의미한 회의를 더 지켜볼 마음은 눈꼽만치도 없었다. 오직 빨리 끝내고 자신의 방에 가서 그 천사와 함께 한숨 자고 싶은 마음만이 있을 뿐이었다. 계속 이 회의를 지켜보기에는 몸이 너무 피곤했다. "이제 회의는 더 이상, 용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들의 사소한 사생활로 이야기의 시점이 넘어가 버리지 않았나? 맨 처음의 용왕계의 사막화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으니 회의를 지속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크라비어스가 냉정한 목소리로 잘못을 지적했다. 크라비어스는 레드 일족답지 않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특유의 성격은 없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차분하고 침착한 성격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나 한 번 화가 나면 완전히 성격이 변해 버리는, 일종의 이중 용(龍)격자였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제 이의 용(龍)격으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언제 바뀔 지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나 신룡족의 마룡왕은 그런 크라비어스의 이중 용(龍)격성을 모르고 있는 상태였고,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신성한 회의에서 그런 발언을 하다니, 머리가 있는 거요?" "정말 웃기는군, 적룡왕. 그럼 이 신성한 용족 회의에서 싸움질이나 하는 당신은 머리가 있는 것인가? 같은 레드 일족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다." "무슨 말이오! 그 말은 나를 모독하는 것이오!" 신룡족 적룡왕이 큰 목소리로 소리치며 탁자를 쾅 내리치자 최하 몇 십 년은 묵었을 고급 나무로 만들어진 탁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가 소리칠 때마다 그의 몸에서는 손 하나하나, 팔 하나 하나의 움직임을 따라 아까보다 월등히 강해지고 진한 빛을 띄는 붉은 기운이 아른거렸고, 그 기운은 탁자에 새겨진 드워프의 솜씨가 분명한 아름답고 섬세한 반라의 여인의 몸에 비추어서 여러 각도로 반사되었다. 너무도 사실적으로 새겨진 그 여인의 몸은 원체 나무가 붉기도 했지만 적룡왕의 기운 때문에 더욱 더 화려하고 현란해 보이는 붉은 빛을 띄었고, 역시 붉은 빛을 띄는 그녀의 가늘게 찢어진 두 눈은 어찌 보면 섬뜩해 보이기까지 했다. "마룡왕! 아무리 당신이 나보다 지위가 높다고 해도 존중은 해 줘야 하는 것이오! 아무렇게나 막 말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오!" "나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 그러니 이제 이 무의미한 싸움은 끝내는 것이 어떤가?" 크라비어스가 아주 심사가 뒤틀리다는 듯한 목소리로 자신을 비꼬자, 원체 성격이 불같고, 다혈질적인 신룡족 적룡왕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는 분명히 다른 용들에 비해 정신력이 월등히 뛰어난 용왕이었지만, 나이도 이제 3000살 정도가 된 젊은 용이었고, 그 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마룡족 적룡왕과의 치열한 말싸움이 있던 후여서 그것을 자제할 수 없었다. 이 정도만 참아도 평소 그의 태도로 보았을 때는 많이 참은 것이었다. "닥쳐! 네가 뭔데 신룡족인 나에게 명령하는 거냐!" 그는 몹시 화가 난 상태로 소리질렀다. 그의 목소리의 리듬을 타고 뜨겁고 매서운 불길이 화르륵 타올랐다. 그 불꽃은 그의 주위를 중심으로 하여 매서운 기운으로 뻗쳐 올라가며 전신을 꿈틀댔다. 불의 정은 기쁨의 춤을 추며, 혀를 날름거리며 금새 용왕,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새카만 재로 만들어 버렸고, 곧 탁자로 옮겨 붙었다. 불의 정이 혀를 날름거리며 맛있는 먹이를 먹어치웠다. 탐욕스럽게 그것을 부수고, 쥐어 뜯고, 태워 버리고, 꿀꺽 삼켜 버린다. 반라의 여인이 불의 정의 입안에서 울부짖는다. 그녀의 몸이 타 들어간다. 아름다운 눈이 절망으로 흐려진다. 부서지고, 찢기고, 타고, 새카만 재로 변해간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는다. 오직 승리한 불의 정의 의기 양양한 웃음소리만이 들려올 뿐. 불길은 순식간에 탁자를 태워 버렸다. 고급 목재로 되어 있던 탁자는 새카만 재만 남기고 모조리 타버렸고, 태울 물건을 잃은 불의 정은 이제 바닥에 깔려 있는 카펫과 대리석 기둥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적룡왕은 화가 난 채로 다시 소리질렀다. "네가 뭔데!" 불의 정이 더욱 거칠고, 기쁜 춤을 추며 몸을 흔들고, 꿈틀댔다. 끝없는 탐욕의 혓바닥으로 몸에 닫는 모든 것을 먹어치웠다. 적룡왕이 한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불의 정도 따라서 같이 이동하며 몸을 비틀었다. 화려하고 현란한, 약간의 보랏빛을 띄는 그 불꽃은 무섭게 번져 갔다. 크라비어스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를 쳐다보았다. 자신도 불 속성을 지닌 용이었기에 별로 불이 뜨겁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단지 신의 속성을 띈 불꽃이기에 약간 몸을 꿈틀 했을 뿐이다. 화를 내고 있는 저 용왕의 불의 정령이 신성을 띈 불이라면, 자신의 불은 마성을 띈 불이었다. 뜨거움보다는 그것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불의 정이 크라비어스를 향해 그 뜨거운 몸을 이끌고 덥치려는 찰라, 푸르고 서늘한 기운이 불의 정을 확 덮쳐나갔다. 신룡족의 청룡왕이 더 이상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던 것이다. 남에게 간섭하기 싫어하는 그들이었지만 이대로 두었다가는 일이 크게 번질 것을 알고 있었다. 저 적룡왕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인 것도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은 더욱 새파란 빛을 띄고 의기 양양하게 불의 정을 옭아매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청룡왕은 태연하게 적룡왕에게로 다가갔다. 속성이 반대되는 것이라 뜨거움에 푸른빛을 띄는 피부가 빨갛게 달궈지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만 두시오, 적룡왕 키리얀." "놔! 하린!" 적룡왕, 키리얀은 무섭게 소리지르며 기운을 끌어 올렸다. 물의 정에게 꼼짝달싹 못하게 묶여 있던 불의 정이 다시 매섭게 타올랐다. 힘차게 몸을 꿈틀대며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큭......" 청룡왕, 하린의 입술로 작은 신음소리가 새나왔다. 뜨거운 열기가 피부로 확 끼쳐들었다. 그는 급히 물의 정으로 몸을 보호했지만, 피부는 빨갛게 익혀진 뒤였다. 다시 불의 정이 날뛰기 시작했다. 기쁜 듯이 거대한 몸을 꿈틀대며 끝없는 탐욕이 서린 눈빛으로 크라비어스를 쳐다보았다. 키리얀은 이제, 애써 자제하고 있었던 용 특유의 기질까지 되살아나 오직 살기만이 가득한 눈으로 크라비어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살기 어린 눈빛에 하린이 움찔했다. 물론 자신도 강한 자와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애써 자제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누군가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참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강함으로 왕을 정하고, 강함으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 힘은 그들의 판별의 중요한 척도. 오직 강한 자를 찾아서 싸우는 것은 그들의 즐거움. 용들은 어찌 보면 야만적이기까지 한 기질을 갖고 있었다. 가장 야만적이나 가장 문화적인 그들. 용들이 숫자가 적은 이유도 그곳에 있었다. 쉴새없이 싸우고, 쉴새없이 죽는다! 그들의 법칙이었다. 약한 자는 죽고, 강한 자는 산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것. 상처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것. 이런 그들이지만 싸움에는 법칙이 있었다. 제 힘을 낼 수 없는 부상자는, 어린아이는 건드리지 않는다. 우리의 창조주인 용신도, 용황비도 건드리지 않는다. 비겁하게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직 순수한 자신의 기운 - 마력 또는 신력 - 으로만 싸운다. 이것만이 싸움의 법칙. 이것에 위배되지 않는 자들은 끊임없이 싸우고, 또 싸운다. 그나마 강한 자들은 그것을 자제하고, 억누르는 편이지만 용들이 가진 특성 덕에 완전히 억누르지는 못했다. 그런 용의 기질, 강한 자를 죽이라는 기질이 지금 적룡왕에게 되살아난 것이었다. 그 기질은 신룡족보다는 마룡족이, 다른 일족보다는 레드 일족이 더 강하다. 그래서 마룡족을 사악하다고 말하는 것이고, 적룡들을 다혈질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강한 자를, 강한 자를, 강한 자를, 강한 자를, 강한 자를, 강한 자를, 강한 자를, 강한 자를! 강한 자를 찾아서 없애버려! 죽여버려! 더 이상 하늘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 버려! 용의 피가 안에서 속삭인다. 끊임없이 속삭인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힘있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강한 자를 죽여! 키리얀은 살기 어린 눈을 더욱 더 크게 뜨고는 달려들었다. 다른 용들도 강한 자들과 싸우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았기 때문에 굳이 말리려고 들지 않았다. 어차피 싸움이란 자신의 종족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붉은 기운이 폭발하듯이 솟아올랐다. 그것은 일정한 모양을 띄고 규칙적으로 몸을 꿈틀대고 있었다. 강대한 기운. 그 강대한 신력의 흐름에 주위의 용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 강한 자와 싸우고 싶은 것은 모든 용들의 공통된 희망이자 소망, 싸우는 것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않는 용은 그린 일족, 정도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들도 평소에 싸움을 별로 하지 않는 것뿐이지, 일단 싸움이 붙으면 레드 일족 못지 않게 무섭게 싸운다. 키리얀의 그 강함에 주위의 모든 용들은 흥분되는 피를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떨리는 몸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그러나 몸은 피를 요구하고 있었다. 흥분되는 그 싸움을 바라고 있었다. 마룡족의 적룡왕, 크라비안은 가볍게 떨리는 몸을 움켜잡으며 키리얀을 바라보았다. 여자지만 남자 못지 않게 강한 힘을 지닌 그였다. 아니, 용들에게는 애초에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이 별로 없었다. 남자가 육체적인 힘이 강하다면, 여자는 육체적인 힘은 약간 떨어지는 대신에 신력이나 마력이 강했다. 그러나 그녀는 보통 남자 못지 않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민첩성이나 그 외의 육체적 능력에도 다른 용들에 비해 전혀 뒤처짐이 없었다. 그리고......... 싸움을 즐기는 용 특유의 기질도 여느 용들보다 강했다. 그러나 지금 싸우고 있는 용은 자신의 오빠였다. 강하디 강한 자신의 오빠! 자신은 옛날에 오빠에게 한 번 패하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의 그녀는 그때보다 훨씬 강해지긴 했지만, 오빠라고 강해지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아마도 자신보다 훨씬 무서운 속도로 강해졌을 것이다. 그녀는 영리했다. 물러날 때와 나설 때를 아는 여자였다. 거대한 기운이 무섭게 폭발했다. 마나의 거친 흐름이 있었고, 주위의 모든 용들은 그것을 느꼈다. 키리얀과 크라비어스의 한 차례의 격돌이 있었고, 아직 그들은 많은 힘을 쓰지 않은 듯이 다시 덤벼들었다. 그 때, 청룡왕 하린이 키리얀을 붙잡았다. 강력한 물의 정은 키리얀의 발을 옭아매고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하린은 그리고 소리쳤다. "모두들 무슨 짓입니까! 하필이면 회의 시간에! 빨리 억누르십시오!" 그의 소리에 주위의 용들은 머리를 흔들며 자신의 피를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해야 했다. 청룡왕이 힘겨운 듯이 겨우 키리얀을 붙잡고 있자, 마룡족의 황룡왕이 나섰다. 그는 천천히 손을 몇 번 흔들어 거대한 흙 골렘을 만들어냈다. 그 골렘은 뚜벅뚜벅 걸어가서는 키리얀의 팔을 붙잡았다. "꺼져라, 멍청한 미물아!" 그러나 키리얀이 소리치며 힘을 높이자 골렘은 진흙처럼 물렁물렁하게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황룡왕은 당황하며 다시 골렘을 만들었다. 어차피 흙은 그의 소관. 원한다면 천 마리도, 만 마리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무너질 줄은 몰랐던 것이다. 두 명의 용왕이 힘들게 끙끙대고 있을 때, 신룡족의 흑룡왕이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 자신만만한 모습에 황룡왕이 자존심이 상한 듯, 발끈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흑룡왕은 발이 붙잡힌 키리얀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머리를 쳤다. "깡---!!!" 요란한 소음과 함께 키리얀이 푹 쓰러졌다. 주위의 용들은 놀란 눈빛으로 박수를 쳤고, 흑룡왕은 호호, 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자리로 들어왔다. 그렇지만 주위의 용들은 어쩐지 아쉬운 듯한 눈빛이었다. 신룡족의 청룡왕, 하린이 앞으로 나서서 크라비어스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마룡왕이시여. 실례를 범했습니다." 그는 공손하게 크라비어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는데...... 그의 눈에 비친 크라비어스는 웃. 고. 있. 었. 다.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짓고 있었다. 진득하니 살기가 묻어나는 미소. 아름다우나 위험한 미소. "그래, 끝난 건가?" "네..?" 하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묻자 크라비어스가 다시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끝난 거냐구." "아..네, 네." 그는 그제서야 말을 이해하고는 당황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라비어스는 그런 하린을 바라보며 진득하니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미소를 지었다. "미안한데......난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 저 녀석이 내 피를 부추겨 놨어." "그..그런....!" "네가 대신 싸워줄래?" 하린은 놀란 눈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비친 크라비어스는 피를 이기지 못하고 폭주해 버린 용으로 보일 뿐이었다. 더 이상 이성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고, 오직 피를 바라는......... "네가 대신 싸워줄래?" -------------------------------------------------------- 음....하루리요. 오래간만이구려. 후훗............ 독촉멜을 이번에는 꽤 많이 보내주셨더구려. 일일히 답장 쓰느라고 팔이 좀 아팠소. ....-_-;;; 이번 회는 정말 맘에 안 드오. 젠장...... 묘사가 너무 엉망이오. 참, 불멸의 기사를 봤소. 다크스폰 님의 작이었소. 그 엄청난 묘사! 특히 심리묘사! 정말 글 쓰기가 싫어졌소만......힘들게 쳤소...... 젠장..........ㅠ.ㅠ 나 철판 깔기로 한 것 알고 계시오? 기왕 들어온 거, 멜이나 보내 주시구려. 아니면 감상이나 추천 보내주시구려. 하핫.....^_^;; 그럼 나중에 보오. 아마도 한참 뒤가 될 것 같구려. 이거 쓰는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오. 존 하루 되시오. -하루리 *** 퍼오는 제피로스입니다. 재밌게 읽으시길. 퍼오는 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해주세요~ 번 호 : 17731 / 17786 등록일 : 2001년 03월 15일 00:14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35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칠번째 이야기...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여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크라비어스를 본 하린은 온 몸의 털이 다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냉정하고 침착한 블루 일족의 왕이라고는 해도 그 역시 용이었다. 용은 힘으로 모든 것을 판별했다. 실제로 자신도 전대의 용왕을 쓰러트리고 왕이 되지 않았는가? 강한 자와 싸우는 것은 용들만의 기쁨이었다, 그들만의 행복이었다. 강한 자는 살아남았고, 약한 자는 죽어갔다. 몇 십만 년 전, 몇 백만 년 전, 몇 천 만 년 전부터 되풀이되어 온 법칙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강했다. 강하면 살지 못하니까. 오직 힘으로 모든 것이 판별되었다. 강하다는 것은 모든 권리를 지닐 수 있었다. 반대로 약하다는 것은 모든 권리를 뺏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하린 역시 강한 자를 앞에 두고 피가 끓지 않을 수 없었다. 싸우고 싶었다. 뜨거운 피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블루 일족답게 영리했으며 냉정했고, 침착했다. 아직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계속 되풀이해서 속삭였다. 애써 흥분되는 자신을 감추고, 또 감추어서 가면으로 감춰 버린 후에 천천히 말했다. "아니오. 전 싸워드릴 수 없습니다." "왜?" 크라비어스는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용이라면 싸움을 피할 이유가 없었다. 상대가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거나, 혹은 그 반대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록 자신이 마룡의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힘은 비등할 수 있었다. 즉, 하린에게도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그는 그 기회를 포기했다. 언제나 싸움을 위해 사는 종족인 용. 비록 그 기질은 아주 침착하고 냉정하다고 알려진 블루 드래곤에게도 자리잡고 있었다. 실지로 지금 하린은 흥분으로 떨리는 몸을 애써 가누고, 피튀기는 싸움을 원하며 끓고 있는 자신의 피를 억누르느라고 별로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이성을 잃은 크라비어스보다, 하린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흑룡왕이 그의 상태를 먼저 눈치챘다. 흑룡왕 자신도 지금 일어날 지도 모르는 싸움에 대한 기대로 떨리는 몸을 애써 부여잡고 있는데 그 당사자인 하린이야 오죽할까. 흑룡왕은 잠시 생각했다. 하린은 아직 어렸다. 그런데도 다른 젊은 용들과는 달리 피의 외침을 거부하기만 했다. 너무 조숙한 아이였다. 강하긴 했지만......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했다. '이런 애에게는 한 번쯤 싸움이 필요해.' 그녀는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는 하린에게서 아까부터 아른거리던 미약한 푸른색이 점점 짙은 빛깔을 띄고 마치 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에게 종속된 물의 정들이 마구 소리쳤다. 발버둥을 쳤다. 자신들의 몸을 억누르고 있는 쇠사슬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꿈틀대고 소리질렀다. ".........크윽..." "참기 힘들지?" 몸을 움켜잡고 신음을 흘리는 그에게 크라비어스가 빙긋 웃으며 물었다. 그러나 하린에게는 그것에 대답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지금은 자신의 이 살기를 억누르는 것이 먼저였다. 그는 순간, 새빨간 피를 보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였다. 곧 다시 살기를 억누르기는 했지만,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 잠시 경직되었다. "싸우고 싶지?" "아....아니..요...." "피를 보고 싶지 않아?" "저..전혀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린은 애써 대답했다. 그 때, 옆에 있던 흑룡왕이 하린의 팔을 붙들었다. 살기 어린 눈, 그러나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하린에게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참지 않아도 좋아, 터트려. 그것은 우리 용들의 공통점이야. 참을 필요는 없어. 네가 용왕이라고 해도 그것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그것은 우리의 즐거움이자 행복인걸. 한꺼번에 터트려 버려. 그들의 말에 따라봐. 네가 가진 물의 정을 억누르려고만 하지말고 순응해봐. 그것이 자연의 섭리지." "......뭐..라고?" 그녀의 말에 하린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이어 그는 그동안 참아 왔고, 자신의 안에 꼭꼭 감추어 놓았던 어떤 것이 폭포가 쏟아지듯 한꺼번에 몸 바깥으로 터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을 느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라비어스와 그 주위에 있던 모든 용들이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강대한 힘이 그들을 휩쓸었다. 흑룡왕은 그런 하린의 곁에서 떨어졌다. 싸움이 일어날 때, 그 주위에서 얼쩡거리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었다. 엄청난 푸른빛이 커다란 홀 안에 가득 찼고, 곧이어 그 중심에서 하린의 모습이 보였다. 그의 몸 주위에서 푸른 이 일렁이고 있었고, 그가 발을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물의 정들이 아우성을 질러 대며 몸을 꿈틀댔고, 그의 작은 움직임 하나 하나에도 마치 슬로 모션처럼 새파란 빛이 아른거렸고, 물의 정들은 안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대한 힘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하린은 속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것을 들었다. 자신의 피였다. 용의 피, 블루 드래곤의 피, 용왕으로써의 피, 강대한 피의 외침. 죽여! 죽여! 죽여버려! 가슴을 찢고 피를 들이마셔! 모두 죽여버려! 패배자의 심장을 쥐어뜯고, 눈동자를 뽑아서 터트려 버려! 없애! 두 번 다시 하늘을 보지 못하게 만들어 버려! 그는 난생 처음으로 그 외침에 저항하지 않았다. 두 눈을 크게 치켜 뜨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피의 외침에 응답하여 살기 어린 두 눈으로 적을 쏘아보았다. 크라비어스도 마주 서서 미소를 띄우며 그를 바라보았다. 둘의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진득한 살기가 주위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용들은 그 살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도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절하지 않았다. 용왕들이 대거 싸움을 일으키면 이곳은 초토화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용왕들은 자신의 마음을 그래도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었다.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 강한 정신력으로. 그러나 강한 정신력도 본능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마룡족 적룡왕 크라비안은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손톱으로 자신의 팔을 할퀴었다. 피가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아차 하는 사이에 하린의 몸이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크라비어스의 앞에 도달해 잠시 멈칫 하더니 그의 배를 노리고 자신의 팔을 길고 빠르게 휘둘렀다. 너무도 빠른 공격이어서 미처 막을 새도 없었다. 그의 두 팔에는 어느 새, 단단하고 푸른 비늘이 돋아나 있었고, 손끝에는 역시 푸르고 날카로운 손톱이 길게 솟아 있었다. 이빨도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무슨 일이 없는 이상 절대로 부러질 리가 없는 손톱은 그가 죽기 전까지는 절대로 금이 갈 리도 없었고, 그것으로 뼈도 가루로 만들 정도로 엄청난 강도를 자랑했다. 그의 송곳니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가 죽어서 뼈와 살을 무로 돌리기 전까지는 그대로 남아 있으리라. 아무리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비릿한 혈향과 함께. 순식간에 팔을 걷고 재빨리 뒤로 물러선 그의 푸른 손톱 끝에는 살점과 함께 피가 묻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혀를 내밀어 살짝 핥아 보더니 살기가 진득하게 묻어 나오는 미소를 지었다. 피는 미치도록 뜨거웠다. 자신의 몸은 피를 바라고 있었다. 살이 떨리고 피가 튀기는 싸움을 바라고 있었다. 자신이 가진 용의 피는 그것을 외치고 있었다. 죽여! 하린은 기분 좋게 웃으며 그 말에 순응했다. 평소 같았으면 억지로라도 그것을 마구 억눌렀을 터였다. 애써 떨리는 몸을 가누며 자신에게 속삭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이성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피가 끓어왔다. 살이 떨려왔다. 온 몸이 흥분으로 터질 것만 같았다. 자신의 손안에서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보고 싶었다. 그는 크라비어스를 향해 다시 몸을 날렸다. 흐릿한 잔상을 남기며 사라진 그의 몸은 다시 크라비어스의 배에 긴 상처를 내고는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몸도 성하지 않았다. 어깻죽지에서 가슴까지가 예리하게 잘라져 있었다. 옷깃이 펄럭 떨어졌다. 그의 머리색과 똑같은 청의(靑依) 조각이 크라비어스가 자신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그의 왼손에서 자신의 것임이 분명한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아, 피는 미치도록 붉어. 갖고 싶어. 싸우고 싶어." 그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용들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물론 반박하는 용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 자신도 그런 마음일 것이 분명하기에...... 싸움은 틀림없이 격렬해질 것이다. 그 자리에 있는 자는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이미 크라비어스와 하린만의 싸움. 그들에게는 그것을 말릴 권리가 없었다. 누구도 그것을 말릴 수는 없었다. 그 자신들이 스스로 멈추기 전까지는 절대로 멈추지 않고 싸운다. 둘 중의 하나가 죽을 때까지. 크라비어스는 순식간에 불의 정을 불러내 함께 하린에게로 달려갔다. 후끈거리는 열기가 피부에, 피에, 심장에 느껴졌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진득하니 미소지으며 물의 정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 차례의 격돌이 있었다. 그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있었다. 콰아아앙-----!!!!! 푸른 물결과 붉은 불길이 부딪쳤고, 둘은 사력을 다해 맞붙었다. 물의 정이 거대한 몸으로 불의 정을 덮으며 몸을 비틀었다. 주위로 파란 기운이 마구 물결쳤다. 불의 정이 몸으로 물의 정을 핥으며 그 거대한 몸을 꿈틀댔다 두근, 두근. 자신의 규칙적인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 기분 좋은 심장 소리. 하린은 미소를 머금었다. 두근, 두근. 자신의 상대가 가진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갖고 싶었다. 자신의 손안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껴 보고 싶었다. 피는 너무나도 뜨거웠다. 하린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심장도 뜨겁겠지." 뜨거운 심장, 뜨거운 피, 뜨거운 살, 뜨거운 뼈! 다시 자신의 피가 소곤댔다. 나직하게, 부드럽게, 나긋나긋하게......부드럽고 아름다운 여인처럼 소곤댔다. 그러나 강하게......말했다. 심장을 쥐어뜯고, 피가 흐르는 것을 보려무나.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것을 보려무나. 죽여버리렴, 아가. 피는 뜨겁단다. 그리고 아름답단다. --------------------------------------------------------------- 11시부터 접속 시작해서 12시에 접속되었소....후후후훗..... 이렇게 안된 적은 처음이오.....크흐흐흐흣... 멜이 많이 와서 매우 기분 좋은 하루리요. 답장은 다 쓴 거 같던데.....혹시라도 안 온 분 있으면 다시 한 번 멜을..-_-;;; 내용이 좀 적소.... 그런데 드디어 10편이 되었소. 너무 기쁘오. 여태까지는 전부 8편이 다였는데.... 멜에서 내 이 거만체에 대한 질문이 많았소. 그 답을 여기서 해드리오리다. 정담은 '그냥' 이오. 왠지 이게 맘에 들었소이다. 훗훗.........^_^;;; 어쨌든 낼을 위해 좀 자야겠소. 존 하루 되시오. -하루리 *** 퍼오는 제피로스입니다. 흠흠. 어제 올라온 글이지만. 어제 일찍 자서..(에..11시 반에..잤습니다.엑스파일도 못보고..ㅜ.ㅜ) 오늘에서야 올립니다. 재밌게 읽으시길. 퍼오는 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나 감상멜은 이쪽으로 보내주세요. 그럼 여러분께 행운 한가득! 번 호 : 17974 / 17976 등록일 : 2001년 03월 21일 00:17 등록자 : S870706 조 회 : 22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1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팔 번째 이야기... "결계를." 그들이 본격적인 싸움으로 들어가자 용신은 용왕들에게 말했다. 보통 용들의 싸움 같았으면 따로 결계를 칠 필요는 없겠지만 용왕들끼리의 싸움이었다. 더구나 이곳은 궁전이었고. 그것도 '어둠' 이 잠들어 있는......... 신룡왕 아스테리아는 그의 희고 긴 백발을 휘날리며 걸어 나와서는 손을 앞으로 뻗고 마법의 언어를 중얼거렸다. "<<그대여, 지금 내 앞에 강력한 힘의 장막을 펼쳐 다오.>>" 그의 머리카락이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의해 휘날렸고, 손끝에서부터 눈부시게 흰빛이 솟아오르더니 곧 투명한 막을 형성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용황비 카드리안이 감탄했다. "과연, 엄청난 결계에요, 아스테리아. 이 정도의 결계는 나나 용신도 만들지 못하는 엄청난 수준이로군요." "과찬이십니다." 그녀의 칭찬에 겸손하게 아스테리아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흰 머리카락이 그가 고개를 숙임에 따라서 물결쳤다. 카드리안은 엄청난 머릿결을 자랑하는 아스테리아를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푸른빛 머리카락은 그냥 볼 때 예쁘기는 했지만 빗지 않고도 찰랑거릴 정도로 머릿결이 환상적인 수준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푸른색이라는 드문 색, 그 자체에서 그리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도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반면에 아스테리아의 머리카락은 가만 내버려둬도 알아서 찰랑이며 정리되었고, 엉키는 일도 없었다. 백발이라고 하면 보기 싫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백발은 티끌 한 점 없는 아주 새하얀 머리카락으로써 환상적이었다. 보통 노인들의 그 거무스름한 희끗희끗한 백발 머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처음에 부럽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그 부러움이 점점 시기와 질투로 바뀌어 갔다. 여자인 나도 저런 머릿결을 갖지 못했는데 남자인 아스테리아가 저런 머릿결이라니... 그녀는 속으로 절망했다. 그러나 어쩌랴, 그렇게 태어난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카드리안은 곧 아스테리아의 머리카락에서 다시 한창 싸움을 하고 있는 크라비어스와 하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짧은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건만, 그들의 싸움은 이제 막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둘 다 지칠 데로 지쳐 헉헉대고 있었다. 주무기로 사용된 손 - 정확히는 손톱 - 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다른 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크라비어스는 그 탐스런 붉은 머리카락의 군데군데가 피에 절어서 아주 검붉은 핏빛을 띄었고, 피가 말라붙기 시작해서 손톱 끝에는 거뭇거뭇한 핏덩어리가 엉겨붙어 있었다. 온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옷도 곳곳이 찢겨 있어서 거의 상체는 벗다시피 하고 있었다. 하린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하얀 피부에는 피가 튀겨서 붉은 자국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곳곳에 난 상처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푸른색이었음이 분명한 긴 옷자락은 피에 절어 푸른 옷인지 붉은 옷인지 알아볼 수도 없게 되었고, 머리카락에서 머금은 피가 조금씩 머리카락 끝에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똑, 똑, 똑......... 핏물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둥근 홀을 가득 채웠다. 잠시의 정적이 찾아왔다. "하아...하아........." 그 틈에 그들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상대편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서로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지, 지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서로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별로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싸우고 있는 자신들과,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들에게는 억겁의 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먼저 선두를 친 것은 크라비어스였다. 그의 신형이 흐릿하게 사라지더니 순식간의 하린의 앞으로 나타났고, 하린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콰콰콰쾅!!! 거대한 기의 충돌이 한 번 더 생겼다. 크라비어스의 손톱은 하린의 배를 헤집고 있었다. 그의 배에서는 큰 상처가 있었고, 그 곳에서는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크라비어스는 미소지었다. 손이 살을 헤집는 느낌이 손끝에서 기분 좋게 다가왔다. 하린의 억눌린 신음소리가 새나왔다. "크으윽.............." 하린은 잠시 몸을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크라비어스의 목을 잡았다. 자신의 배에 박힌 크라비어스의 손톱을 빼내려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오직 공격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의 손이 자신의 목을 꽉 졸라매자 크라비어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이성을 잃은 상태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무모할 줄은 몰랐다는 듯이 당황한 채로 하린의 배에 깊숙이 박혀있는 손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하린은 그냥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이 목을 더욱 꽉 잡았다. 점차 그의 손이 자신의 목을 옭아매는 것을 느끼자 크라비어스는 어차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그대로 그의 배에 깊숙이 손을 찔러 넣었다. 뼈가 부러지고 살이 파헤쳐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렸다. 그때였다. 홀의 바깥쪽에서 강대한 기운이 느껴진 것은. 그 기운은 점점 이 곳으로 오고 있었다. 그것을 느낀 크라비어스와 하린은 거의 동시에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다른 용들이 그것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들은 아까부터 그쪽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눈은 크라비어스와 하린의 싸움을 보고 있었지만 정작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쪽에서 느껴지는 그 기운은 거의 용신이나 용황비와도 맞먹는 엄청난 힘이었기 때문이다. 드래곤이 이 정도의 힘을 지니려면 적어도 20000년 이상 산 에인션트 급의 드래곤이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20000살을 넘기는 용들은 극소수였다. 대부분 10000살에서 15000살 정도에 다른 용들과 싸우다 죽어갔다. 즉, 나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 되는 것이었다. 용신, 루이네는 잠시 중얼거렸다. "저 정도의 힘이라면........." "각 용왕들은 전부 이 곳에 와 있죠. 용왕이 아니면서 저 정도의 힘을 지닌 자는 전체 마룡족과 신룡족을 포함해서 6명밖에 없지 않나요?" 카드리안이 눈치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루이네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으나 <역시 내 아내는 뭐가 달라도 달라.>라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내 남편은 역시 똑똑해.>라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둘 사이에 전류가 흘렀다. "호호, 각 신룡족과 마룡족의 골드 드래곤, 그린 드래곤, 실버 드래곤의 수장만이 저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지 않나요?" "그렇지. 여기 있는 것은 한 명밖에 없어." "네, 네." 기운은 점점 강해지더니 홀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더욱 강해진 그 기운을 느끼고 용들은 전율했다. 가뜩이나 흥분해 있는 상태에서 이렇게 강한 상대를 만나니 몸에 찌리릿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살기가 가득 찬 시선으로 문을 주시했다. 하린도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풀고 그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크라비어스도 마찬가지였다. "마룡족 그린 일족의 수장." "이름이 카다즈였죠?" "그래, 카다즈 드 그린." 그와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더니 녹색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청년 한 명이 걸어 들어왔다. 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으며 루이네와 카드리안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리고 카드리안은 절망했다. '어찌하여 내 주위에는 머릿결 좋고 예쁜 남자들만 있는 것인가! 그것도 여자라면 아무 말을 안 해! 왜 남자인 거야!' 그러나 여자라면 아마도 죽였을 것이다. 설사 죽이지 않느다고 해도 블루 일족 - 카드리안은 청룡임 - 특유의 냉정하고 차가운 성질과 그녀의 엄청난 질투심으로 인해 제 명에 못 살 것은 분명했다. "그린 일족의 수장, 카다즈 드 그린이 용신 루이네 님과 용황비 카드리안 님을 뵙습니다. 헌데......" 그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비웃음 섞인 웃음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제가 타이밍을 잘못 맞춘 모양이군요. 별로 좋은 시간이 아니었군요." 용들은 그리 호의적이지 못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특히 마룡족 적룡왕, 크라비안은 그를 씹어 먹을 듯이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눈치채지 못할 카다즈가 아니었다. "이런, 마룡족 적룡왕 크라비안 님께서는 제를 씹어 드시고 싶으시다는 눈빛이군요. 정 말......"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 모두들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린 일족은 그들 특유의 깐깐하고 고고한 성격으로 인해 다른 일족과의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다. "한심하군요! 용왕으로써의 자존심은 다 어디에 내버리고 이렇게 난리니까요. 더구나 그것을 제일 먼저 실천해야 할 마룡왕께서 저렇게 이성을 잃고 계시니........." 그린 일족은 너무나도 솔직하다. 아니 솔직하다 못해 깐깐하다. 그들은 말을 돌려 말하지 않고 모든지 직설적으로 다 말해 버린다. 그 덕에 깐깐하다, 고고하다 따위의 말을 듣는 것이었다. 그는 정말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크라비어스와 하린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뾰족하게 튀어 나왔던 손톱도 거의 사라졌고, 비늘도 차츰 엷어지고 있었다. 눈빛에서 나오는 살기도 이제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다즈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손님에게 보여드리기 심히 불편한 장면이군요." 그 말에 용들은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카다즈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등뒤에서 웬 아이 하나가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루이네는 그를 쳐다보고 놀란 듯이 말했다. "신족!" 그 말을 듣자마자 용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들이 떠드는 말은 신족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라는 내용의 말들이었다. 블러드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피투성이가 된 크라비어스를 발견했다. 그는 깜짝 놀라서 카다즈의 뒤에서 뛰쳐나가 크라비어스에게로 달려갔다. "크라비어스!" ---------------------------------- 흠, 흠....정말 오래간만이오. 홈페쥐 만든다고 지랄하다가 이렇게 늦었다오. 젠장......ㅠ.ㅠ 홈 따위..홈 따위............방학 때나 시간이 좀 남지... 담 편이 언제가 될련지는 모르겠소. 지금도 12시가 넘었다오. 젠장, 낼은 어떻게 학교 갈련지 모르겠소. 적어도 7시 10분에는 나가야 하는데....미치겠다... 요즘 미쳐가고 있는 하루리요. 존 하루 되시오. -하루리 *** 퍼오는 제피로스입니다. 오래간만이죠? 그래도 오늘 올라온것, 오늘 올립니당~ 착실하지 않습니까~? ..^^;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나 감상은 이쪽으로 해주세요..^^ 번 호 : 17971 / 17984 등록일 : 2001년 03월 22일 23:26 등록자 : S870706 조 회 : 31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1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사십 구 번째 이야기... 블러드가 크라비어스의 이름을 부르며 뛰쳐나가자 용들은 깜짝 놀랐다. 일개 신족이 함부로 마룡왕인 그에게 존칭조차 생략하고 이름을 그냥 부르는 것이 얼마나 큰 죄인지 그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성을 잃은 그에게 다가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아까에 비해서 살기가 훨씬 누그러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위험했다. 아직도 손톱이 삐죽 솟아 있었고, 비늘도 꽤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뒤에 들려온 말은 그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데에 충분했다. "크라비어스, 이 멍청아! 왜 함부로 싸우는 거야!" 감히 마룡, 그것도 마룡왕에게 멍청이라니! 다른 용들, 혹은 그것이 신족이나 마족, 그 외의 타 종족이라고 해도 하급이라면 사형, 중급이라면 중죄 감이었고, 상급이라면 자칫하면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으로 들려온 크라비어스의 목소리는 주위의 모든 용들을 석화 마법에 걸리도록 만들었다. "네..녀석......어떻게..여기에......있는..거지?" 크라비어스는 애써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싸움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성이 되돌아온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보통 싸움이 일어나면 그 싸움이 짧게 끝난다고 해도 삼 사일은 제정신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런데 크라비어스가 하린과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성을 되찾았다는 것은 분명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다. "으아악~ 이 상처!" 온 몸에 생긴 자잘한 상처들과 어깨 부분의 살이 찢겨서 너덜너덜한 것을 보자, 블러드는 울먹이며 크라비어스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애써 손톱을 하린의 배에서 빼낸 후,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애써 들어 블러드의 어깨를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분명히 움직이기도 힘든 상태였다. 그나마 이성을 잃고 반 변신 상태에서는 상처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상처도 제법 빨리 회복되었으나, 이제는 길게 튀어나와 있던 손톱도 사라졌고, 온 몸에 돋아있던 붉은 비늘들도 없어진 뒤였다. 그는 계속해서 헉헉대고 있었고, 숨을 쉴 때마다 입에서는 피냄새와 함께 단내가 풍겨 나왔다. 블러드는 울먹이며 크라비어스를 지탱했다. 그리고서는 힘들게 그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바닥에 눕혀놓은 크라비어스를 보는 블러드의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그것을 본 크라비어스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가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그 상황에서도 피식 웃으며 중얼댔다. "운 거냐?" "아, 아냐! 울지 않았어!" 작은 소리로 외치며 눈가를 쓱 닦는 블러드의 모습을 보며 크라비어스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으며 블러드에게 속삭였다. "나 때문에 운 거야?" "아니라니까!" "킥, 정말 솔직하지 못해." "......나..나는....네가 정말 죽는 줄 알고......" 블러드는 다시 눈가를 쓱쓱 문지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두 손을 크라비어스의 상처가 난 어깨에 갖다 대었다. 크라비어스는 작게 투덜댔다. "아프다구!" "치료해야 돼!" 손을 자신의 어깨에 대고 뭐라고 중얼대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팔을 뻗어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화난 목소리로 제지하는 블러드 덕에 다시 바닥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곧이어 자신에게 행해질 회복 마법을 기다렸다. 그 따스한 빛을...... 그러나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그의 귀에 들려온 목소리는 그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던 모든 용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나..나는 회복 마법 같은 것은 모른단 말이야." 세상에! 회복 마법을 쓸 줄 모르는 천사라니! 모두들 소리 없이 경악하고 있는 와중에 그 모습을 아니꼬운 듯이 지켜보고 있던 카다즈가 성큼 나섰다. 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블러드에게 면박을 주고, 곧이어 크라비어스에게 회복 마법을 행했다. "도대체, 회복 마법도 쓸 줄 모르다니! 너 도대체 몇 살이지? 회복 마법도 쓸 줄 모르는 애송이를 신계의 그 깐깐한 녀석을 내보낼 리가 없잖아!" "그..그게......" "됐다. <<치유의 정이여, 그대 나의 손에 머물러 부정한 상처를 치료하여라!>>" 주문을 영창하는 맑고 작은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눈부신 초록색 빛이 머물렀다. 그 빛은 정말 따스하고 밝게 느껴졌고, 곧이어 크라비어스의 어깨에 난 커다란 상처로 마치 눈 녹듯이 스며들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랗고 아직까지 피가 줄줄 흐르던 그 상처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아직 거의 살색과 비슷한 엷은 분홍빛으로 자국이 남아 있기는 했지만 이제 찢어지거나 피가 흐르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상처를 치료하고도 남아 있던 빛들은 크라비어스의 몸 전체로 스며들더니 온 몸에 자잘하게 나 있던 작은 상처들을 깨끗이 치유시켰다. 물론 이 정도의 회복 마법은 크라비어스도 쓸 수 있었지만, 방금 하린과의 싸움으로 마나의 대부분을 소모했고, 기력도, 체력도 다 한계인 탓에 더 이상 마법을 쓸 힘 같은 것이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엄청나다......" 블러드의 감탄 소리에 그는 약간의 자만심이 섞인 미소를 크라비어스에게 보이며 다시 냉큼 일어서서 잊혀져 버린 하린에게 다가갔다. 물론 크라비어스는 발끈하며 일어섰지만 카다즈는 깨끗이 무시했다. 카다즈는 겨우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하린의 상처를 바라보았다. 그는 크라비어스보다 더 심각했다. 배에는 구멍이 뻥 뚫려 있었고, 왼쪽 눈썹 위에는 새끼손가락 정도의 길이가 되는 상처가 길게 그어져 있었다. 물론 다른 곳도 무사하지는 않았다.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던 것이다. 카다즈는 혀를 차더니 재빨리 치료를 시작했다. 그린 일족, 특히 그의 회복 마법은 회복 마법으로 유명한 신계에서도 알아주는 것이었다. 그처럼 빠른 시간 내에, 완벽하게 치유를 행할 수 있는 자는 전 차원을 통틀어서도 각 차원의 주신들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고, 용들 중에서는 가히 최고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것은 용왕이라 하더라도 쉽게 행하지 못할 회복 마법이었던 것이다. "<<치유의 정이여, 그대 나의 손에 머물러 부정한 상처를 치유하여라!>>" 카다즈의 영창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다시금 눈부신 빛이 새나왔다. 그 빛은 아까보다 월등히 양이 많았고, 빛도 밝았다. 그 초록빛은 태고의 자연 그대로의 색이었으며, 현란하면서도 소박한, 그런 아름다움을 지닌 색이었다. 그것은 손에서 넘쳐날 듯 넘실대며 마치 물처럼 찰랑이고 있었다. 곧이어 카다즈의 손에서 하린의 상처가 난 몸으로 그것이 스며들었고, 하린의 상처는 천천히 낫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블러드가 무의식적으로 찬사하며 감탄했다. "우와, 예쁘다......" 저렇게 완벽한 회복 마법은 신계에서도 별로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본 자들은 신들을 제외한다고 해도 신계에서 그 마나, 혹은 강대한 신력, 언령은 물론이고 마법적인 면에서도 내노라하는 자들이 아닌가? 그런 자들 중에서도 저렇게 빠른 시간 내에 저 정도의 상처를 치료하는 자들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 상처를 치료하는 것도 별로 본 적이 없지만... - 예외라면 자비와 치유의 천사로 불리는 라파엘 정도일까? "으윽......" 하린이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뜨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카다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고, 연속해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의 뒤에 있는 용신과 용황비, 그 외 용왕들도 눈에 들어왔다. "이런......" 그는 곤란한 듯 중얼거리고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약간의 통증이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에는 그리 불편함이 없었다. 하린은 제일 먼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준 카다즈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그린 일족의 수장이자 고룡이신, 카다즈 드 그린께 신룡족 청룡왕 하린 드 불루, ." 용들에게는 고룡이라는 것 자체가 존경받을 대상이었다. 오래 살았다는 것 자체가 강하다는 증거였고, 강하다는 것은 충분히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카다즈는 벌써 20000년 이상 살아온 고룡이 아닌가? 분명히 지금의 마룡왕과 견주어도 절대로 밀리지는 않을 것이었다. 오히려 가볍게 이기면 이겼지. 그러나 특별히 권력에 관심이 없는 그린 일족으로써의 카다즈는 오히려 자연과 벗삼아서 살아가는 것을 더욱 더 가치 있게 여겼기에 크라비어스가 마룡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아, 그래. 신룡족 청룡왕 하린 드 블루, 오래간만이군." 카다즈는 하린의 인사를 무성의하게 받아넘기고 다시 블러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블러드는 여전히 걱정스런 눈길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블러드를 바라보며 크라비어스가 느끼하게 - 어디까지나 카다즈의 관점으로 볼 때였다. - 미소짓자, 그는 발끈하며 블러드를 잡아끌었다. "자, 블러드. 이제 가자." "에...나, 찾을 사람도 찾았는데요..." "저 분은 사람이 아니라 용이시다." "네..네, 용이요, 사람이 아니라." "그럼 됐어. 가자." "하지만..." 카다즈가 블러드를 잡아서 다시 홀을 나가려고 하자, 크라비어스는 왠지 모르게 이를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으드득......... 이 가는 소리가 섬뜩하게 홀 안을 울렸다. 블러드는 놀란 눈빛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빛에는 <이빨 부러지지 않았어?> 라는 뜻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카다즈는 고소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눈빛에 담긴 그 뜻을 안다면 불경죄가 분명했지만 그 뜻을 알아차린 것은 크라비어스밖에 없었다. "크...크라비어스?" 크라비어스는 어처구니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블러드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서는 뒤에서 껴안았다. 블러드는 평소에도 자주(!) 있는 스킨쉽이었기에 그냥 멀뚱히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며 그를 바라보았고, 크라비어스는 득의 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카다즈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푸하하하! 어떠냐, 너는 이렇게 못하지?' 빠드득......... 다시 이빨 가는 소리가 카다즈의 입안에서 새어나와 고요한 홀을 울렸다. 주위의 용들은 움찔하며 몸을 사렸다. 그는 크라비어스의 품안에서 멀뚱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블러드의 팔을 확 끌어당기며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블러드, 이제 가는 것이 좋아. 여기서는 전체 용족 회의를 하고 있거든. 마룡왕께서는 무. 지. 하. 게. 바쁘단다. 네 이름도 모르는 저 마룡왕 전하는 가도 상관없단다. 저분께는 위로해 줄 여자가 무척 많거든." "여자?" 블러드가 반문하자 카다즈는 사악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여자. 밤을 같이 보내주는 여자 말이야." "그렇구나......" 블러드가 시무룩하게 대꾸하며 카다즈의 손을 꼭 잡자, 그의 입술이 둥근 호선을 그리며 반원으로 휘어졌다. '크하하핫! 너는 이 애 이름도 몰랐지?' 크라비어스는 솟아오르는 화를 애써 누르며 블러드를 꽉 껴안고 카다즈에게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애는 내 꺼야. 내가 주웠고, 내가 제일 먼저 봤어. 그러니까 내 꺼야. 카다즈, 너는 건드리지 말아라." "어, 난 라파엘님을 제일 먼저 봤는데..." 크라비어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블러드의 말은 크라비어스를 맥빠지게 만드는 데 한몫 했다. 그 말을 들은 카다즈는 자꾸 말려 올라가려는 자신의 입 꼬리를 애써 추스르며 크라비어스에게 말했다. "먼저 발견했다고 자신의 것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게다가 이 애는 신족이 아닙니까? 한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는 없죠." "난 될 수 있어. 왕이니까." 열심히 떠드는 둘의 말을 가로막으며 블러드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난 라파엘님을.." "조용히 해, 신족!" "........." 크라비어스가 눈에 힘을 팍 주고 말하자 블러드는 찔끔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쪽 팔은 카다즈에게 꽉 잡혀 있었고, 몸은 크라비어스의 품안에 안겨 있었기에 이도 저도 뺄 수 없었다. 슬픈 현실이었다. "어쨌건 이 애는 내가 데려갈 것이다. 내 꺼야, 나랑 같이 있을 거다. 설마 나를 거역하지는 않겠지, 카다즈?" "........." 카다즈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이 마룡왕이 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일에서 자신이 후회를 한다니, 라고 중얼거리며 또 후회하고 있었다. '후회하면, 후회하지 않게 하면 된다.' 카다즈는 속으로 생각하다가 다시 크라비어스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것......그리고 이길 자신도 있었다. "그럼, 당신에게 도전하겠습니다." -------------------------------------------------------------------------- 오옷, 제 1회 블러드 찬탈 작전이오! 푸하핫! 하루 걸러서 올리는구려. 후훗, 그나마 빠른 속도요. 게다가 오늘은 좀 많소. 어제보다는...... 다시 방학이 되면 연재속도가 빨라질 테니......기대하시구려. 기대할 분이나 있을 지 모르겠소만......-_-;;; 아, 그럼 이만 쓰오. 옆에서 동생이 난리치오.... 존 하루 되시오. ps. 제발...부디...300줄을 넘기기를...(무모한 꿈이었나?) -하루리 *** 제피로스입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감상과 문의는 이쪽으로 해주세요...^^ 번 호 : 18117 / 18174 등록일 : 2001년 03월 26일 22:40 등록자 : S870706 조 회 : 119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1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번째 이야기... 모두들 그를 바라보았다. 도전 의식은 타 종족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신성하기 그지없는 행위였다. 설사 용신이나 용황비라 해도 그 의식은 막을 수 없었고, 그 당사자들이 아니라면 발언 여부도 있을 수 없었다. 크라비어스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 역시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그가 고룡이라고 하더라도 크라비어스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이 마룡왕 자리를 탐내지 않았고 도전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가 다른 용들과 가위 바위 보 해서 마룡왕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니었다. 크라비어스는 피식거리며 말했다. "네가? 나에게? 도전하겠다고? 지금? 나 마룡왕 크라비어스에게서, 이 마룡왕이란 자리를 빼앗겠다고?" 카다즈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런 그의 팔뚝에서는 벌써 작고 짙은 에메랄드빛의 비늘이 몇 개 생겨 있었다. 자신을 향한 살기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크라비어스는 천천히 블러드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블러드는 불안한 눈빛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도전이란 게......마룡왕 자리를 빼앗는 건가? 그거 세습제 아니었어? 힘이 세면 왕이 되는 거야?'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자신은 크라비어스의 아빠가 마룡왕이었기 때문에 그도 그 뒤를 이어 마룡왕이 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힘으로 정하는 것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기로는 저 카다즈 드 그린이라는 용은 강했다. 그것도 무척.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보여준 능력만 해도 엄청났다. 먼저 자신에게 크라비어스가 걸어 놓은 슬립 마법을 간단히 해제했으며, 순식간에 레비테이션을 사용해 떨어지는 자신을 받아 내기도 했다. 마룡왕이라는 엄청난 지위를 가진 크라비어스도 주문을 외워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또 식물과 대화하는 능력마저 가지고 있었으며, 마음대로 날씨를 바꿀 수도 있었다. 그 정도의 능력이라면 블러드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자신은 슬립 마법을 해제하기는커녕 그 마법을 사용할 줄도 몰랐으며, 레비테이션이라는 마법은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고, 그런 마법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더구나 식물에게도 말을 할 수 있는 언어 구상 능력(?)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식물이 말을 할 수 있다는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식물이 말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하는 능력이 있지도 않았으며, 날씨를 자기 마음대로 바꾼다는 것은 더더욱 생각할 수도 없는 엄청난 능력이었던 것이다. '아악, 결과를 말하자면 크라비어스는 절대로 카다즈 드 그린이라는 용을 이길 수가 없다는 거잖아!' 블러드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속으로 소리쳤다. 물론 그의 속사정을 알아차린 이는 이 장소에 한 명도 없었다. 물론 그 자신도 자신의 이런 생각을 말할 용기가 없었고...... 블러드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던지 말던지 크라비어스와 카다즈는 굳은 얼굴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앞으로 곧 벌어질 서로간의 싸움에 신경쓰는 것만 해도 바빴으므로 블러드의 일에 신경 쓸 새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약간 한가하고(?) 블러드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하린만이 그의 그런 상태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블러드에게 다가왔다. 곧 있을 싸움은 아마도 엄청난 싸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하고 있었고, 지금 이 신족이 다치거나 죽는다면 자신들 용왕계에도 그리 좋은 일은 아니었다. 신계 녀석들은 이래라 저래라 너무 말이 많으니까. 불안한 눈으로 크라비어스와 카다즈를 번갈아서 쳐다보고 있던 블러드는 아까 크라비어스와 싸우다가 큰 상처를 입고 있었던 푸른 머리카락의 청년이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블러드는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고, 크라비어스의 팔을 꼭 잡았다. "어!" 크라비어스의 팔은 딱딱했다. 아니, 뼈 때문에 딱딱했다는 뭐, 그런 뜻이 아닌 순전히 살이 딱딱했다는 것이었다. 마치 거북이의 등딱지를 건드린 느낌을 받는 ......... 깜짝 놀라 주춤 주춤 물러서는 블러드에게 크라비어스의 말이 들려왔다. "위험하니까 하린에게 가 있어." '하린? 하린이 누구지?' 블러드는 하린이라는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로 옆에 아까 자신에게 다가오던 그 푸른 머리카락의 청년이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분명히 큰 상처를 입었었기에 걷기도 힘들 텐데 이렇게 다가온 것을 보자 블러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신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블러드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하린은 되도록 이면 무감정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하려 노력했다. "이제 곧 도전 의식이 있을 거다. 안전한 곳으로 가지 그래." "네?" "도전 의식 말이다." "그게 뭔데요?" "............" 그는 침묵을 지키며 잠시 블러드를 응시했다. '이런 황당한.........' 하린은 태어나서 도전 의식을 모르는 신족은 처음 보았다. 신족들은 태어나자마자 다들 어린 천사들이 머무는 헤븐에서 교육을 받는다. 그 교육 과정 중에 용들에 관한 것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되는 것이 용들 특유의 도전 의식인 것이다. 자신의 앞에서 크고 동그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빤히 바라보는 이 천사는 성장을 치른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도전 의식을 모르다니! "정말...모르는 거냐?" "네." 묻자마자 곧장 튀어나온 대답에 하린은 혀를 찼다. "너..몇 살이지?" "..그러니까......" 그는 천천히 이 황당한 녀석을 바라보았다. 성장을 치른 천사가 분명했고, 미약하게 혈향이 풍기고 있었다. 천사가 혈향을 풍기는 경우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타고나면서부터 드물게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하도 많이 싸우고, 또 싸우고 싸워서 적의 피를 몇 번이나 뒤집어써서 그 피 때문에 풍기는 것이었다. 신족이 후자일 경우에는 투천사들이 있는 제 12클래스 소속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천사일 경우에 후자는 분명히 아니었다. 싸우고, 또 싸워서 피의 향을 갖게 되었다고 하기에는 그들 특유의 살기(殺氣)가 너무 미약했다. 그렇다면 남은 답은 한 개인데......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난 모양이군." "에..?" 블러드는 자신에게 레드 문 운운하는 이 용을 바라보았다. 푸른색 머리카락을 가지고, 다 찢어져서 너덜거리는 긴 옷을 입고 있었다. 푸른색임이 분명했을 그 옷자락은 피가 묻어서 본래의 색을 찾아볼 수 없게 된 지 오래였다. '그러고 보니 난 천사가 된 후로 참 레드 문이란 말을 많이 듣는 것 같애.' 속으로 중얼거리는 블러드에게 하린이 다시 물었다. "나이가 몇이지?" 블러드는 어영부영 대답했다. "그러니까...올해로........." '난 과거로 온 것이니까......2000년 전이니까......-2000살이 되는 건가? 아, 머리 아파. 실제로 -2000살이라고 하면 믿지도 않을 텐데...' 블러드의 별로 좋지도 않은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하린에게 또르륵 또르륵 들려왔다. 물론 실제로 들려온 것은 아니고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꼈다. 실제로도 블러드가 머리를 굴리고 있었고. '아, 머리 아파..' 비록 잠시간이지만 복잡한 생각으로 인해 블러드의 머리는 과포화 상태가 되었고, 블러드는 곧 자신의 나이를 계산할 생각을 포기했다. 그 때까지도 하린은 끈기 있게 블러드가 나이를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용들이 성질이 급하다고 한 놈 누구냐, 라고 블러드는 중얼거렸다. "뭐라고?"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역시 용들은 오감(청각, 촉각, 시각, 후각, 미각)이 예민하게 발달해 있었다. 블러드는 분명히 아주 작은 소리로, 자신에게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중얼거렸는데도 하린은 그것을 대충이나마 알아들었으니...... "그럼, 몇 살이지?" '이 사람, 아니 용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건가? 인내심이 뛰어나잖아? 크라비어스랑은 천지 차이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속이려고 했다. 그러나 막 자신의 나이를 101살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카다즈가 한 말이 떠올랐다. '걸어왔다거나 한다는 대답은 원하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진실이야.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종족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거짓말을 하면......언령을 못 쓴다고 했었지?' 블러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언령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불편한 점이 굉장히 많았다. 먼저, 별거 아닌 일에도 몸을 직접 움직여야 했고, 추울 때 불도 만들지 못했다. 더울 때 바람을 만든다던지, 옷을 만든다던지 하는 것도 불가능이었다. 여러 모로 볼 때, 언령을 못 쓴다는 것은 상당한 불편함이 따랐다. 블러드는 결정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3살이요." "3살?" "네, 3살이요." "다시 말해봐." 블러드는 잠시 그 곱디 고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한 번 말했다. "3살이요." 다시 들려온 블러드의 말에 하린은 그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엄청나게 머리가 좋고, 힘도 강해서 어린 나이에도 청룡왕의 자리에 오른 그였지만, 블러드의 이 말은 이해가 가 질 않았다. 그는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판 다음에 다시 물었다. 그의 차갑고 냉정한 이미지가 완전히 깨 지는 순간이었다. "뭐라고?" ------------------------------------ 흠...오래간만이오~ 그나저나 벌써 블러드가 50회라오!!!! 아아, 넘 기쁘오^^ 축하해주시오. 헐헐헐......난 사기꾼이오. 줄수를 늘리기 위해 이런 편법을...-_-;;;; 크하하하하핫!!!!! 잘하면 줄수 500줄 넘을 수도 있겠소. 난 미쳤소~~~~~!!!! 크하하하하하하핫!!!!!!! 참, 꾸준히 독촉멜 보내주신...카게오 님과 에이나 님, 감사하오. 두 분에게 초 울트라 슈퍼 초특급 퍼펙트 하이그 나이스 스페샬 땡큐를 드리겠소. 후훗......... 그럼 다음에 뵈오. 크하하하핫....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안녕히..존 하루 되시오~ ^_^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하루리님은 한 줄씩 띄.어.서. 올리셨는데...--; 제가 천랸에서 복사해서 갖다 붙이니 글들이 알아서 붙더군요...--;; 그.냥..올리겠습니다..하핫..용서해 주십쇼....^^; 그럼 이만 총총히..^^ 번 호 : 18166 / 18166 등록일 : 2001년 04월 01일 00:38 등록자 : S870706 조 회 : 0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1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일번째 이야기... '뭐야, 이 남자?' 블러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하린도 용이었다. 그는 그 깐깐한 철판으로 블러드의 눈빛을 싸악 무시해 버렸다. 블러드는 발끈하며 소리지르려고 했지만 그만두었다. 어쨌든 하린은 용이었고, 자신은 이제 막 성장을 치른 철없기 그지없는 천사였으니까......그리고 하린은 최상급 마법을 무차별적으로 남발할 수 있었지만, 블러드는 마법이라고는 신족의 대표 마법인 빛 계열의 마법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도! 쓸 줄 몰랐다. 게다가 하린은 검술로도 거의 신룡족과 마룡족을 포함한 전체 용족에서 10손가락 안에 꼽혔으며 - 용왕이니까 - 인간들 중에서도 소드 마스터를 제외한 나머지 검사들은 그리 힘들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다. - 물론 검으로만. 마법을 쓴다면...... - 그러나 블러드는 검이라고는 본 적도 없었다. 당연히 쓸 줄도 몰랐고... 또 하린은 순수한 악력만으로도 견고하게 대리석으로 만든 벽을 가볍게 깨부술 수 있었고, 체형과는 맞지 않지만 어쨌든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만으로 가볍게 휘두를 수 있었다. 물론 무식해 보인다고 쓰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블러드? 블러드는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기는커녕, 롱 소드를 들고 다니는 것이나 가능한지 모르겠다. 블러드는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더 이상 사고의 움직임을 멈춰 버렸다. 더 따지자면 끝도 없을 정도였지만......자신이 너무 처량했다. 그는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블러드는 잠시 생각했다. '너 자신을 알라. 그래...난 나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후후후......무능력하기 그지없는 ........후후후후......' 블러드는 미쳐가고 있었다...... "아니에요." "다시 한 번 말해보라니까." 하린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는지 끈질기게 블러드를 채근했다. 그는 불굴의 의지로 용들의 대표가 될 만했다. '이 자가 어떻게 용왕이 되었는지 알 것도 같다.' 블러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블러드가 생각한 하린은 실제로 그의 현실과 거의 흡사했다. 하린 드 블루. 그가 용왕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원래가 용들 중에서도 천재적인 재능 - 힘 -을 지니고 있었던 그는 알에서 태어나자마자 해저 10000라인 정도나 되는 엄청난 수압에도 불구하고 거의 곧장 인어족의 형태로 변했고 - 보통은 수압에 익숙해지기 위해, 혹은 수압을 견디지 못해, 2~3시간 정도는 용의 상태로 있는다. - 인어족의 형태로 변 한 후, 잠시 뒤에 자신을 낳아주고 품어주신 어머니께 "어머니, 알을 품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서 주위의 용들을 또다시 놀라게 했다. 어미용이 알을 품는 것은 당연한 것이므로 굳이 고맙다고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하는 용들도 당연하지만 없었다. 생후 50년이 되자, 첫 싸움에서 너무나도 쉽게 이겼다. 용들은 1000살 정도가 되어야 완전한 성년의 육체를 갖게 되지만, 싸움은 보통 100살 전후쯤 되어 시작한다. 그런데 하린은 그 100살이란 나이를 반으로 줄이는 사상 최대의 쾌거를 이룩하고 그 싸움도 간단하게 상대를 피투성이로 만들었던 것이다. - 성년이 되기 전까지 겪는 싸움은 상대방을 죽이지 않는다. - 싸움이 끝난 후에 그는 바닥에 형편없이 나부라진 상대를 바라보며 "훗, 시시하군." 이라고 말해 주위의 용들을 광분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그는 성년식을 치른 후에 소장로, 장로, 대장로를 차례대로 쓰러트리고, 1300살 전후에 그 당시 청룡왕이었던 그의 아버지에게 도전하여 신룡족 뿐만이 아니라, 마룡족까지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린은 그 싸움에서 겨우 자신의 아버지를 이기고 청룡왕이 되었던 것이다. 이는 신룡족 뿐만이 아니라 마룡족까지 통틀어서 이례가 없었던 일이었다. 여기까지는 아주 화려한 전적이었다. 그러나 그 숨겨진 일면에는 정말 눈물나는 그의 노력이 배어있었다. 그가 대장로를 꺾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도전하기까지 그는 53번의 패배를 기록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 청룡왕이었던 자신의 아버지를 꺾을 때까지는 무려 98번의 패배를 기록하였던 것이다! 이 또한 신룡족 뿐만이 아니라 마룡족까지 통틀어 이례가 없는 일이었으나, 불행히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은 극소수였다. 왜냐하면, 하린은 한 번의 패배를 기록하면 할 때마다 뒷산(?)에 올라가 정말 피나는 수련을 거듭한 후, 다시 도전해서 그 상대를 다시는 떠오르는 밝은 해를 보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실로 무서운 녀석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저리 잔인할 수가! 라고 소리지르는 자들도 있겠지만 용들의 세계에서 그것은 잘한 짓이면 잘한 짓이었지 결코 못한 짓은 아니었다. 그리고 청룡왕이 된 지 약 100년 정도 뒤에 역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그 당시에도 신룡왕이었던 아스테리아에게 도전했다. 왕에게 도전하는데 나이 제한이 없었던 것은 정말 천만 다행인 말이었다. 그는 아스테리아에게 이겼을까? 생각해 보라. 물론 아니다. 만약 이겼다면 아스테리아가 아직도 신룡왕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서 있을 리가 없었다. 만일 그가 하린에게 졌다면 그의 시체는 지금쯤 더러운 하수도 속을 뒹굴고 있지는 않았겠지만 어쨌든 지금 그가 희망을 가득 품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서 있을 리가 없는 것은 틀림없었다. 물론 하린이 그에게 도전한 것은 사실이었다. 단지...... 도전은 했지만 무참히 깨졌을 뿐이다. 하린은 그에게 아주 한심할 정도로 무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 뒤로 하린은 좀 강한 자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리기만 하면 가차없이 도전했고, 죽였다. 그 결과 신룡족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그때까지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었던 마룡족과의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실이 툭 끊어졌다. 결국은 신룡왕이 직접 나서서 아직까지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날뛰는(?) 하린에게 2000년 동안의 근신을 가장한 징역 선고를 내렸다. 그리고...... 2000년의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난 그는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비록 약간(?) 지나치게 잘난체를 하긴 했지만, 발랄하고(?), 활기찬(?) 소년(!)의 모습이었던 그는 차갑고 냉정한 블루 일족 특유의 성질에 완전히 냉기만 풀풀 날리고 다니는 냉정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가진 청년의 모습으로 변했던 것이다. 그는 다른 용들과는 잘 어울리려 들지도 않았고, 철저히 본능을 억누르고 자신을 가면 안으로 숨기고, 또 숨기는 지금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다. 그런 하린의 과거를 블러드는 거의 정확하게 집어냈다. 자신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블러드 때문에 하린은 잠시 움찔했다. '뭐지? 이 느낌은?' 블러드의 붉고...투명한 눈동자는 마치 거울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그것을 투영해서 보여주었다. 하린은 블러드의 시선을 피했다.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난 자들은 다른 자들과 달랐다. 그들은 피의 색을 짙게 띄는 붉은 색 머리카락에 역시 피의 색의 눈동자, 그리고 그에 대조되는 희디흰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진하고 향긋한, 먹음직스런 피 향기를 풀풀 풍기고 다녔다. 물론 능력 면에서는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블러드를 보아서도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피를 좋아하는 마족이나 용족의 표적이 되기 쉬웠다. 물론 그것은 그들이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의 향긋한 피는 맛도 좋았고, 굉장히 아름다웠다. 물론 인간이 아닌 자들의 시점에서 볼 때는 말이다......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난 자들은 보통보다는 아름다웠지만 그렇다고 뛰어나게 아름답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과 끝없이 빨려들 듯한 황홀한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보통은 같이 있기만 해도 편해지곤 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자들로부터 배척받았다. 특히 인간들 중에서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난 자가 있다면 그, 혹은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다. 인간들 중에서는 붉은 눈동자와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자는 극소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붉은 색에 민감했고, 붉은 눈동자나 머리카락 중 한 가지만 가지고 태어나도 그리 좋은 대접을 받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만약, 붉은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다면...... 그들은 버림받았다. 같은 인간들로부터. 그리고 부모로부터. 그리고, 그렇게 버림받은 아이들은, 레드 문의 아이들은......다른 종족의 먹이가 되어서 죽어갔다. 이들이 이렇게 배척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그들은 상대방의 과거를 거의 완벽하게, 또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이 능력은 그 자신에 따라서 천천히...혹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레드 문의 아이들은 분명히 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능력이 약하던 강하던. 혹은 천천히 나타나던, 느리게 나타나던. '능력'은 어느 누구에게나 발휘되었다. 비록 다른 종족 - 특히 마족이나 용족 - 의 표적이 되긴 하지만 보통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태어난 그들을 이렇게 불렀다.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난 자.' '피의 여신, 라쉬카의 저주를 받은 자.' '레드 문의 아이.' "이봐요?" "...아, 응?"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하린을 툭 치며 블러드는 그를 불렀다. 하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은 블러드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무심코 고개를 숙이며 손을 뻗어 블러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푸른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블러드의 시야를 방해했다. 하린은 그 상태 그대로 서서 다시 멍하니 생각에 잠겨들었다. '분명히 누군가와 닮았어.' 블러드는 잠시 움찔했지만 왠지 모르지만 그에게서 짙은 슬픔이 묻어 나왔기 때문에 가만히 있었다. 하린은 생각했다. '그런데......그게 누구였지?'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분명히............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던 것 같았는데......' 블러드는 가만히 자신의 두 손을 들어서 하린의 손을 감싸쥐었다. 붉은 실같은 머리카락이 사락 사락 소리를 내며 하린의 푸른 머리카락과 엉켜들었다. 하린은 약간 놀랐지만 그대로 가만히 서서 향긋한 향기를 맡아보았다. 달콤한 피 냄새가 나긋나긋하게 풍겨왔다. 이런 둘의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챈 것은 크라비어스도 아니었다. 카다즈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렇다고 주위에서 열심히 카다즈와 크라비어스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용들도 아니었다. 바로...... 바로............ 용황비, 카드리안이었다. 그녀는 왠지 묘한 분위기의 둘을 지긋이 주시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에, 자신의 옆에 있던 용신, 루이네의 귀를 무례하게도 잡아당겨서 그의 귀에 작고 부드러운 입술을 대고 뭐라고 소곤거렸다. 인상까지 찌푸려가며 열심히 듣고 있던 그는 잠시 블러드와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둘은 열심히 킥킥대며 무언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참으로 엽기적인 부부가 아닐 수가 없었다. 그 다음으로 눈치챈 자는 신룡왕, 아스테리아였다. 그는 너무 강했기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난 저런 어린애들 싸움 따위에 관심 없어요." 란 표정을 하고 지루하게 하품을 하며 뭐 재미난 거 없나? 라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블러드와 하린이 재수 정말 더럽게 없이 그의 눈에 띄었던 것이다. 아스테리아는 유난히 반짝이는 눈으로, 조용히 하린을 바라보며 그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블러드를 쳐다보고, 블러드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지며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는 하린을 바라보았다. '호오......' 그리고 크라비어스와 카다즈를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끝난 지금... 그는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번 호 : 18167 / 18166 등록일 : 2001년 04월 01일 00:41 등록자 : S870706 조 회 : 0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 (1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이번째 이야기... 먼저 그는 모두에게 다 들릴만한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아~ 심심해라~" 주위의 용들이 잠시나마 자신에게 신경을 쓰며 바라보자 그는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빙긋 웃었다. 그리고 용신, 루이네에게 말했다. "용신이시여, 이미 전체 용족 회의는 깨진 것 같으니 소신은 이만 거처로 물러나도 괜찮겠습니까?" '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네가 그런 미소를 띄우며 웃을 때는 불안하단 말이다. 이실직고해!' 용신이란 직책은 눈치로 해먹는 것이다. 루이네는 용신이다. 고로 루이네는 눈치가 빠르다. 루이네는 자신의 생각을 눈빛으로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정말 불안하다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그는 아스테리아의 모든 비리(?)들을 완전히 통달했고, 또한 꿰뚫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입을 열었다. 아니, 열려 했다. 아니, 열긴 열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가 아니었다. "헉......" 단지 작은 신음소리였을 뿐이다. 그의 옆에서는 용황비 카드리안이 입을 가리고 호호, 웃고 있었다. 그녀가 팔꿈치로 용신 루이네의 옆구리를 가격했던 것이다. 비록 가냘픈(?) 여인의 몸이긴 하지만, 그녀는 용이었다. 그것도 용족 중에서는 용신 루이네 다음으로 강한...... 어쩌면 최강자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옆구리 강타는 보통의 용들이 견딜만한 그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루이네는 보통 용이 아니었다. 그 이름도 찬란한 용신이었던 것이다! 보통 용이었다면 기절했을 지도 모르는 파워였고, 아직 여린 용, 해츨링이었다면 생명에까지 위협을 줄 수 있는 강렬한 파워였다. "크어어억......" 덕분에 지고하신 용신께서는 통증을 끊임없이 호소하며 자신의 신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옆구리를 부여잡고 미약하게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그가 용신이었기 때문에 좀 낳은 것이었다. 만약에, 만약에...... 블러드가 맞았더라면............별로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마도 블러드는 저만치 날아가고 입에서 피를 울컥 토하며......그리고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마스터가 이렇게 피를 토했다는 사실에 격분하며 용황비에게 달려들고, 용황비는 그 엄청난 힘으로 크라비어스를 가볍게 퇴치했을 것이다. 그리고 성깔이 여간 더러운 것이 아닌 그녀는 아마 스트레스 해소로 블러드도 날려 버리겠지. 그러면 블러드의 가냘픈 몸은 가볍게 날아가서 벽에 처박히고, 몸은 통증을 호소하다 죽어가겠지. 블러드가 외딴 오지(?)에서 그것도 용황비에게 인생을 마감한 것을 알게 된다면 신계에 있는 여러 신들과 천사들은 격노해서 용왕계를 칠 것이다. 그리고 마계는 용족을 도울 것이고, 정령계는 신족을 도울 것이다. 결국 제 2차 차원 전쟁이 벌어져서 세계는 멸망으로......... 다행히도, 용황비 카드리안은 블러드를 때리지 않았다. 카드리안. 그녀는 실로 무서운 여자였다. '무..무서운......' 아스테리아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뭔가 못 볼 거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카드리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루이네를 쳐다보았다. 이 작은, 사건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사건 덕분에 아스테리아는 새로운 결심을 굳힐 수 있었다. '성혼 잘못하면 저렇게 된다! 한 번 실수는 평생 후회!' 이 격언은 후에 아스테리아가 성혼을 한 뒤에 한 번 더 써먹어서 세상을 놀라게 만들고, 길이길이 기억되는 명언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이므로 지금은 신경쓰지 말도록 하자. 아스테리아가 이딴 생각을 하던지 말던지 용황비 카드리안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꿋꿋히 자신의 할 일만을 할 뿐이었다. 아아~ 이 얼마나 갸륵하고 훌륭한가! 이는 이 세상 모든 자들의 본보기가 되어도 부족함이 없는 태도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남이 뭐라 생각하던지, 말하던지, 수다를 떨던지, 소문을 퍼트리던지 혹은 욕을 하던지 말던지 상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자는 어디에서도 성공하기 마련이다. 물론 요즘에는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말이다. 게다가......이 말을 실천하려면 우선은 얼굴 가죽을 두껍게 만드는 훈련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 용황비 카드리안은 자신의 옆에서 불쌍하게도 미약하게 신음소리를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용신 루이네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의 일만 묵묵히 했다. 그 일이란...... 아스테리아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해 주는 일이었다. 그녀는 블러드와 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스테리아, 이만 가도 좋아요." '아스테리아, 가셔서 재미있는 사고 한 번 쳐보세요.' 그리고 다시 크라비어스와 카다즈를 흘끗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곳에 더 있어봤지 별로 좋을 것도 없는데요." '저것들이 저리도 싸우는 것을 계속 보니 별로 재미가 없네요.' "호호홋, 안전한 곳으로 가야죠." '저 신족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죠.' 그녀의 의미심장한 말에 아스테리아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용황비시여,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죠." '용황비시여, 더욱 재미있는 사고를 한 번 쳐보죠.' 그는 크라비어스와 카다즈를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두 분이 지금 도전 의식으로 바쁘니 말이에요." '그러니 제가 보살펴줄 수 밖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블러드와 하린을 흘끗 바라보며 카드리안에게만 들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전한 곳이라면 역시 제 방이죠." '역시 제 방으로 데려가야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둘의 그 웃음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웃음에 담겨있는 본래의 뜻을 눈치챈 자는 바로 옆에 있던 용신 루이네밖에 없었다. "오호호호호홋!" "아하하하하핫!" 둘은 통쾌하게 웃었고, 용신은 난생 처음으로 그들에게서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꼈다. 카드리안과 성혼하면서부터 그의 인생은 수난이었다. 아스테리아는 그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희미한 미소를 띄며 블러드를 뒤에서 번쩍 안아들었다. "에?" 블러드가 의미 없는 말을 내뱉었지만 아스테리아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쓰며 살았다면 벌써 예전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의미 없는 말과 죽음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블러드 대신에 하린이 말했다. 그는 어리둥절한 채로 아스테리아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하린은 아무리 높은 자가 앞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의견을 똑똑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신룡왕이시여......그는 마룡왕께서 제게..." 아스테리아는 그의 말을 자르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청룡왕 하린. 너는 신경 쓰지 말아라. 이 아이는 내가 맡겠다. 지금 마룡왕께서는 저렇게 바쁘시니 말이다." 그는 턱으로 크라비어스를 가리켜 보이고는 재빨리 블러드를 들고 입구를 향해 걸었다. 마음 같아서는 텔레포트를 쓰고 싶었지만 '어둠' 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서는 마법을 쓰기 힘들었고, 공간이 어긋나 있기 때문에 특히 텔레포트같은 마법을 쓴다면, 그 즉시 황천행인 것이었다. 아스테리아도 죽는 것은 당연히 싫었다. 더더구나 명예롭게 싸움 도중에 죽는 것도 아니고 성지에서 텔레포트를 쓰다가 죽는 것이라면 절대 사절이었다. 그리고 블러드를 안은 채 입구로 걸어가는 그를 하린은 그저 가만히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때, 크라비어스가 소리쳤다. "뭐 하는 짓이야, 아스테리아!" 카다즈도 소리쳤다. "손에 든 그것, 놓지 못해?" 순식간에 '그것' 물건 취급을 당해버린 블러드는 씁쓰름하게 미소를 삼켰다. 어쨌든 아스테리아가 블러드를 순순히 놓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어렵게 놓는다는 얘기도 아니었다. 그는 순순히 놓지도, 어렵게 놓지도 않고 그냥 당당하게 입구로 걸어, 이제는 뛰어 나가고 있었다.실제로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심리.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나, 천사나, 악마나, 용이나, 정령이나 마찬가지였다. 크라비어스는 아스테리아가 순순히 또는 어렵게 블러드를 놓을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소리를 쳤냐? 폼으로...... 어쨌든 그는 도전 의식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아스테리아를 따라 입구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카다즈도 따랐다. "이런..." 둘이 열심히 자기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바라본 아스테리아는 곤란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블러드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라." "예?" 아스테리아는 상냥하게 웃으며 블러드에게 속삭였다. 블러드는 어리둥절하여 가만히 있었고, 그런 그에게 아스테리아는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자, 잠시만 기다려라, 꼬마야." 꼬마라는 말에 블러드는 따질까 말까 생각해 보았지만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흰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은 아까 그 하린에게도 막 반말을 썼으니 당연히 나이가 더 많을 것이었다. 고로 자신이 꼬마인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 난 애다, 애야.' 블러드는 자포자기했다. 그의 표정은 모든 것에서 벗어나 해탈한 자의 가벼운 표정이었다. "으엿차!" 아스테리아는 잠시 기합을 내지르더니 블러드를 번쩍 들어서 어깨에 무슨 짐짝 매듯이 들쳐맸다. "으엥?" 블러드는 이제야 상황 판단이 된 듯 바둥댔지만, 이미 상황은 종결된 뒤였다. 그 모습을 본 카다즈는 아스테리아와 가장 가까이 있는 카드리안에게 소리쳤다. "용황비 님! 잡아요!" 그러나 카드리안은 아스테리아의 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재미에 죽고 재미에 사는 여자였다. 참으로 멋진 생임이 틀림없었다. "어머나!" 그녀는 뛰어가는 척 하다가 일부러 넘어져 버렸다. "꺄악!" 그 모습을 본 전원은 생각했다. '내숭...' '내숭이다..' '저건...내숭임이 틀림 없어.' '새빨간 내숭이다.' '저런...철판이 다 있나.' 각각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다 합쳐 보면 '카드리안은 내숭을 떤다' 라는 간단한 문장이 성립되었다. 그러나 기뻐하는 단 한 명. '나이스, 용황비 님!' 아스테리아는 기쁘게 웃으며 유유히 홀을 빠져나갔다. 그 모습은 용왕이고, 용신이고, 신룡족이고, 신룡이고를 떠나서 단순히 납치범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파하핫! 오래간만이오! 극악의 연재 속도를 자랑하는 하루리요. 오늘......판/하 식구들과 정팅했소. 우웃..잼있었소. 책 하나를 번역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뺏겨서...^_^ 후훗...잡담도 많이는 못쓰겠소. 놀러 가야지~ 이제 소설 보러 출바알~ 참..들어오신 김에 감상이나 추천 쓰는 것이 어떻겠소? 싫어? 싫으면 말고... 아, 존 하루 되시오.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제가 첫번째로 블러드을 봤습니다요~ 기뻐라..^^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번 호 : 18197 / 18205 등록일 : 2001년 04월 05일 22:33 등록자 : S870706 조 회 : 40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1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삼 번째 이야기... * * * * * * * * * * 블러드는 자신을 짐짝 취급 한 후에, 이상한 곳으로 데려와서 "으여차!" 라며 바닥으로 내팽겨친 이 무례하고도 파렴치한 납치범에 대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몹시 운 나쁘게도 그 자신을 - 정확히 말하면 그의 어깨에서 짐짝 취급을 당하며 대롱대롱 매달려 온 블러드를 - 쫓는 무리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가뜩이나 미로 같은 길을 빙글빙글 돌고 또 돌며 그들을 따돌렸던 것이다. 게다가 중간 중간에서 카다즈나 크라비어스 같은 패거리에게 따라잡힐 만 하면 블러드를 들이대며 "가까이 오면 이 천사를 죽이겠다!" 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매우 여유 만만하게 천천히 걸어서 그들을 따돌렸다. 재수가 좋은 건지, 없는 건지 그는 신룡족 답지 않게 매우 체력이 뛰어났고 그 결과 정신체인 천사이므로 당연히 무겁지는 않았지만 현재 물질화 되어있기 때문에 보통 15살 정도 되는 한 사람의 무게는 충분히 하는, 즉 그리 가볍지는 않은 블러드를 한쪽 어깨에 매고는 아주 가볍게 뛰어서 이 정체불명의 장소까지 왔던 것이다. 뭐, 블러드로써는 그가 자신을 여기에 팽개치던지, 화장실에 정중하게 모셔놓던지, 나무 위에 던져놓던지, 땅 속에 묻어놓던지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지금 현재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전이었으며, 그는 머리가 티끌 하나 섞여있지 않은 깨끗한 흰색이므로 백룡, 그것도 신룡임이 분명한 이 자가 자신을 미끼로 해서 이 마룡왕의 성을 벗어날 확률도 계산 속에 넣고 있었다. 물론 이것은 거의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다. "이봐." 아무리 예의가 바른 블러드라고 해도 이 상황에서 자신을 납치한 자에게까지 존댓말을 쓸 정도로 착하거나 혹은 순진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스테리아는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블러드가 자신에게 반말을 쓰는 것을 용납할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다구. 존댓말을 써." "싫어." "뭐? 이게 그냥 확 굶주린 이무기에게 먹이로 줘 버릴까보다." "아..알았어요." 물론 블러드는 협박에 약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블러드가 굶주린 이무기에게 자신을 먹이로 던져 주겠다는 그의 무시무시한 발언에 두려움보다는 "그런 이무기를 키우다니... 정말 취미도 이상한 놈이군. 게다가 굶기다니. 불쌍한 이무기들. 키우려면 밥이나 주지......" 따위의 말을 먼저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저기, 이름이 뭐예요?" "나?" 당연히 블러드는 자신을 납치한 이 자의 이름을 알아야 할, 보통 사람이라면 없어도 될 의무가 있었다. 그 물음에 멍청하게 되묻는 아스테리아에게 블러드는 친절하게, 물론 좀 한심하다는 기색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쨌든 정말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말해 주었다. "그럼 여기에 당신말고 또 누가 있나요?" "아, 그렇구나." 물론 블러드는 비꼬는 것이었지만, 이 신룡왕이라는 작자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스테리아. 정식 명칭은 아스테리아 드 화이트. 신룡왕 아스테리아라는 이름도 있어. 아명 - 어릴 때 쓰는 이름 - 은 아스테. 물론 이 아명은 애칭으로도 쓸 수 있지. 하지만 이 애칭은 아무나 부를 수가 없거든. 너라면 뭐, 허락해 주지. 허락도 받지 않고 내가 너를 납치했으니까 사과 차원에서 말이야." 하지만 블러드가 아스테리아에게 그런 애칭을 불러줘야 할 의무 따위는 없었다. 도 불러줄 생각도 없었다. 아무리 그가 '아스테' 라는 이상한 애칭을 부르는 것을 허락해 주어도 말이다. "그..그래요?" 블러드는 속으로 '이름 소개가 꽤 길군'을 중얼댔지만 아스테리아에게는 독심술까지 쓸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그리고 블러드가 속으로 무얼 생각하던지 아스테리아는 자신의 궁금증에 충실했다. "너는 이름이 뭐지?" "아, 블러드요. 정식 명칭은 제 12클래스 소속 도미니온즈 블러드엘이구요, 부를 때는 그냥 블러드라고 부르는데, 이 이름은 아스테리아 님과는 다르게 아무나 불러도 상관은 없죠. 아명 같은 것은 아직 충분히 어리니까 없어요. 아직 3살이거든요." 자신의 소개도 꽤나 길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블러드였다. 그리고 당연히 아스테리아도 '이름 소개가 꽤 길군'이라는 생각을 했다. 둘 다 그 자신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자들에게는 특별한 무언가의 교육이 좀 필요하나, 그 어느 누구도 이들에게 그 사실을 가르치려 들지 않았다는 현실이 슬프다면 슬픈 현실일 것이다. 어쨌든 아스테리아는 그 이름을 작게 중얼거렸다. "블러드라......블러드, 블러드. 제 12클래스 소속 블러드엘이라......요즘 새로 태어난 천사들 중에 그런 이름을 가진 천사가 있었던가? 못 들어 봤는데...............너는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났으니까 분명히 알려져야 정상인데...내가 알기로는 신족 중에서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난 것은 루시펠 다음으로는 네가 처음인데......" '루시펠이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났었구나. 물론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난다는 것의 의미는 나도 모르니까......나중에 한 번 물어봐야겠네.' 새로운 것을 알아냈건만 블러드에게는 그것을 기뻐할 만한 여유 따위는 없었다. 불러드는 따끔거리는 양심을 움켜잡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연신 중얼거리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스테리아의 기억력이 의외로 나쁘기를 빌며. 하지만 용의 기억력이 나쁘기를 기원하는 것은, 트롤에게 수학의 지수 법칙이나, 마나의 생성 공식과, 해체 공식을 외우라고 하는 것처럼 무모한 짓이었다. 그리고 블러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비록 그가 마나의 생성 공식이나, 해체 공식을 알고 있을 리가 전무했지만 말이다. 물론 지수 법칙이라는 것도 몰랐다. 자살했을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지수 법칙은 중학교 2학년 수학에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블러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 이름은 없는데. 그렇다면......" "아..하하............3년 전이라서..아마도 모르실 거예요. 게다가 알고 있는 천사도 얼마 없고......대인 관계가 뛰어나지 않아서." "사생아인가?" 천사에게 무슨 사생아가 있을까? 그들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의 개념이 없다. 당연히 알에서 깨어나지도 않는다. 그들이 태어나는 것은 천사들의 마나, 즉 신력의 집합체인 둥근 구체로써, 그들 자신은 이것을 '알'이라고 지칭하지만 실제로 그 '알'이 단백질로 이루어진 키틴질 껍질로 둘러싸인 둥근 물체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말하는 '알'이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신력의 집합체인 둥근 구체이다. 이것은 누가 만들고 싶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정기가 강한 곳에서 그 자연의 마나를 받아서 생기는 것이다. 주로 숲이나, 강, 바다 같은 자연의 정기가 강한 곳에서 생겨난다. 물론 극소수로 타락천사들이 인간이나 그 외의 타 종족과의 결합으로 알, 혹은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정말 극소수였다. 게다가 타락천사가 유성천사일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었다.그 '알'에서 그들은 1년이든, 10년이든, 100년이든 잠을 자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깨어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보내는 기간은 천사들의 능력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강한 천사이면 강한 천사일수록 그 안에서 보내는 기간은 길다. 루시펠 같은 경우에는 알에서 보낸 시간이 1000년이 넘는다고 알려진다. 물론 천사들 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그이기에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사..사생아요?" "그래." "아니에요! 전 알에서 태어났다구요!" 블러드가 '알'의 개념을 알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알을 언급할 수 있는 까닭은 간단했다. 당연히 "천사는 알에서 태어났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강박관념이 그렇게 올바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말이 통하니 다행이었지...... "천사는 엄마하고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다." 따위의 강박관념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러나 블러드는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자신이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군." "그..그럼요."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스테리아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는 블러드의 모습은 "나 의심스러워요!" 라고 온 몸으로 외치는 것 같았다. 물론 아스테리아도 그런 생각을 떼어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떼어버릴 수 있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그는 그 사실을 기억의 저 편으로 묻어 버렸다. 이것도 용의 능력 중에 한 개인지는 몰라도 꽤 편리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아도 좋으니까...... "뭐..할 수 없지." '의심스럽지만 말이야.' 아스테리아는 뒤에 붙일 말 한 마디를 꿀꺽 삼켜 버리며 말했다. "아아~ 그럼 그 사실은 잠시 묻어 두고. 어쨌든 지금 넌 내가 왜 너를 데리고 왔는지 매우 궁금하겠지." "당연하지" 라고 외치고 싶은 블러드였지만, 꾹 참고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그 사실을 아스테리아는 굉장히 애매한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뭐......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때로는 모르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내가 너를 이 곳으로 데려온 이유는 아주 간단하지." 아스테리아는 "음..." 이라는, 굉장히 애매하고도 깊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 간단한 거야." "그러니까 그 간단한 이유가 뭐냐구!" 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블러드의 인내심은 상당히 고도의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내가 생각해도 간단한 이유다." 블러드는 침묵했다.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이 용은 굉장히 엽기적인 용임이 틀림없었다. 잘만 하면 신계에서 지금쯤 자신을 알지도 못하고 뒹굴거리며 놀고 있을 그 신들과도 비교될 만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블러드는 발끈했다. 왜 자신이 과거로 와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어차피 이 곳에는 자신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역시 나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어~'를 속으로 생각하며 블러드는 끝없는 나르시즘에 빠져들었다. "블러드도 변태로써의 길을 걷는 건가!" 따위의 말을 소리치고 싶은 작가지만, 다행히도 블러드는 그런 길을 걸을 정도로 타락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왜냐하면 블러드는 당연히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왜?! 천사니까! 그리고 평범한 천사도 아니었다. 왜?! 원래 인간이었으니까! 그러면 평범한 인간이 아닌가? 아니다. 왜?! 천사로 변했으니까! 자, 쓸데없는 선문답은 그만 두고, 어쨌든 정말 다행인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변태 신에, 변태 천사에, 변태 용에......이제 주인공마저 변태가 된다면 이런 비극적인 일이 또 있을까! 게다가 아스테리아는 아직까지도 이유를 말하고 있지 않았다. 순 쓸데없는 말, "정말 간단한 사실이야" 따위의 나열해 놓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 전에 그 이유를 말해준다고 했을 때부터 다른 말은 하나도 하지 않고 계속. 그런 아스테리아도 아스테리아지만, 그 앞에서 꿋꿋이 그 말을 다 듣고, 그것도 모자라서 참고 있는 블러드가 더 대단했다. "정말 간단한 거야." 아스테리아는 꿋꿋했다. 그러나 블러드는 지독했다. 아스테리아는 꿋꿋하게 자신의 할 말을 했지만, 블러드는 당연히 지독한 인내심으로 그것을 기다렸다. 그렇게까지 해서 자신을 납치해 온 사유를 들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블러드는 기다렸다. "재미있어서." "재미?" "그래." "단순한 재미 때문에?" "그래, 단순한 재미." "정말?" "그래, 정말이야." "진짜?" "그래, 진짜야." "이게 그렇게 재미있어?" "그래, 정말 재미있어." "그래서 납치한 거야?" "그래서 납치한 거다." "그랬구나." "그랬어." 잠시 똑같은 말의 반복이 둘 사이를 오갔다. 그 말들을 쭉 늘어놓아 보자면, 재미있다, 단순한 재미다, 정말이다, 진짜다,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납치한 거다, 그랬다 따위의 말들로 지금 상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들임이 틀림없었다. 블러드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눈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이 용은 정말로 단순한 재미 때문에 자신을 납치한 거다. 그는 단순한 재미 때문에 벌어지는 너무나도 많은 일들을 알고 있었다. 인간들은 단순한 재미 때문에, 한순간의 쾌락 때문에 서로 놀리고, 때리고, 심지어는 죽이기도 했다. 그런 인간들 속에서 자란 블러드였다. 비록 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는 시간을, 순수하기 그지없는 천사들과, 자신을 너무나도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신들과 보냈지만, 그 3년은 더럽고 야비하고 자신에게 상처만을 주는 인간들과 보낸 14년에 비하면 1/4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용들도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살아가는구나." "뭐?" "용들도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 살아간다구." 아스테리아는 잠시 말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 머리를 초고속으로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에 블러드가 흘리는 눈물을 볼 수 있었다. --------------------------------------------------- 아아~ 한 번 날렸소. 기쁘오...^_^ 뻥이오. 슬프오...ㅠ.ㅠ 잘만 하면 오늘 2연참 할 수 있었는데...내용이 무지 달라졌소. 원래는 블러드가 하늘을 보고 웃다가 아스테리아가 그걸 때려서 기절시키고 끌고가야 정상인데...요상하게 바뀌어 버린...-_-;; 파하핫!! 오늘은 식목일이오. 식목일~ 나무를 심자~ 심어~ 파하하하핫!!!!! 미쳐가고 있소.....;; 물론 나무는 한 그루도 심지 않았소. 아니, 풀 한 포기를 뽑은 적은 있소. 잡초...... 나는 잡초 인간이다아앗!!!!! 크캬캬캬캬!!! 블러드는 미쳤다!!!! 돌아버리고 있는 하루리요.......-_-;; 미>ㅇ낢넝칾;ㅡㅇㄴ민ㄷ아러ㅜㅊ므,ㅏㄴㄹ어ㅣ낙ㅇㅊㅋ러ㅣ 외계인어요. 멋있소. 언제 봐도 난 천재요~~ 크하하핫!!! 마사루의 섹시 코만도다!!! 엘리제의 우울!!!! 그럼 이만 쓰겠소..... 언제나 존 하루, 멋진 생활, 엽기 행동 되기를......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는 이쪽으로 해주세요. 이거 제가 쓴 소설아닙니다. 제가 쓴 줄 알고 멜 보내시는 분들이 계셔서요.. 하루리님 죄송..--; 문의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씁니다. 천리안의 판츠는 천리안 회원만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나우나 하이텔처럼 공개(?)가 안됐습니다. 천리안 회원이시라면 go fants하세요. 그럼 이만 총총히.. 오늘은 잡소리가 많았군요.. 번 호 : 18106 / 18110 등록일 : 2001년 04월 10일 00:30 등록자 : S870706 조 회 : 22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1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사 번째 이야기... "왜?" "..아..아무 것도 아니야." 블러드는 훌쩍대면서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흰 소매에 눈물이 묻어서 더러워졌지만 아스테리아가 그런 것에 신경 쓸 리도 없었고, 블러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경을 쓰는 것이 이상한 거지...... "왜..운 거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스테리아가 물었다. 그는 블러드가 왜 우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슬퍼서." 블러드는 아주 평범하디 그지없는 대답으로 그 질문을 회피했다. 당연한 질문이었고, 당연한 대답이었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아스테리아는 오래 전에 자신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무언가를 생각해 낼 수 있었다. 그 '무언가' 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도 이렇게...... 슬프게 울고 있었다. 기쁘게 웃고 있었다. 이런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녀는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슬피 울고 있었다. 그리고 기쁘게 웃고 있었다. 자신을 원망하면서, 그리고 애타게 부르면서 울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 자신의 기억 속의 그녀는 아직까지도 울고 있었고, 웃고 있었다. 원망과 사랑과 애증이 한데 뒤엉킨 채로...... 아직도 울고 있었다. 그리고 웃고 있었다. 철저하게 무너진 자신을 보며 웃고 있었다. 비웃었다. 아직까지도...... 그리고 영원히...... 자신이 살아 있는 한...... 아스테리아는 고개를 흔들며 기억을 떨쳐냈다. 굳이 잊혀진 기억 속에서 '그것'을 끌어낼 마음은 없었다. 그저 그녀는... 원해서 울고 있는 것뿐이었다. ...원해서 자신의 안에서 울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굳이 자신이 나서서 울음을 달래줄 필요는 없었고, 그럴 생각도 물론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비웃음을 사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아마도... 그 생각은 영원히 이어지겠지.' 이렇게 자신을 다잡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생각난 옛 기억에. ...인간이라면 생각도 하지 못할 먼 옛날의 기억으로 인해 상당히 심란해지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것은 별로 좋은 경험은 되지 못했다. 언제나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이 보여도, 실제로는 다 계산에 들어가 있는 생각이며, 행동인 것이다. 지금 그것이 깨지려 하는 이상...... "그만 울어." "훌쩍...응......알았어..훌쩍.." 블러드는 애써 눈물을 멈추려고 하고는 소매로 다시 한 번 눈가를 쓱쓱 문질렀다. 더 이상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그는 빨개진 눈가를 만지며 아스테리아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방금... 아주 잠시지만 그가 약간 동요한 것도 같았다. 그 동요가 어째서인지는 몰라도...... 블러드는 캄캄한 암흑 속에서 혼자서 슬프게 울고 있는 어떤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실타래같이 흘러내려 자신의 얼굴을 다 가리는 붉고 긴 머리카락 사이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새빨간, 마치 루비 같은 두 눈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블러드는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이 아니라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자신을 향해서 지독하게도 아름다운 웃음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그리고 현란한... 붉은 루비의 아름다움. 그리고 피같이. 그녀는 웃.고.있.었.다. "무엇을 보는 거지?" "여자......예뻐." 블러드는 무엇에 홀린 듯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아스테리아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블러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몸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아스테리아가 이해하던 말던 블러드는 손가락을 들어서 허공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자, 울고 있어. 그런데...... 웃고 있어." "......!!!" 아스테리아는 자신의 생각이 맞음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저런 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이라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용이라고 해서 가질 수 있는 능력도 아니었다. 갖가지 종족에게 평등하게 나누어지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절대로 평등하다고는 할 수 없는..... 과거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 상대방의 과거와, 그에 감춰진 슬픔... 혹은 기쁨... 갖가지 감정들을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능력. 오랜 옛날,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아스테리아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차원전쟁이 끝난 후에 카오스에게 추방되었다는 그녀의 능력. 피의 여신 라쉬카의 저주를 받은 레드 문을 안고 태어난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 "예쁜 여자야. 그런데... 굉장히 슬퍼 보여. 그리고... 뒤에 보이는 것은...... 달? 빨간 달? 레드 문이다." "천천히... 보이는 것을 말해 봐." 바로 이 능력 때문에 그들은 배척받았다. 미래를 예지 할 수도 있는 그들의 능력.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능력. "나를 보면서... 웃어. 아주 황홀해. 정말 예뻐. 아니, 아름다워. 뭐라고 말하는데?" 블러드는 잘 보이지 않는지 눈가를 찡그렸다. 그리고 따라서 말했다. "응? 뭐라고? '찾아서 복수해'? 아니야? 아, 찾아서 부수라고? 그런데 왜? 그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사랑한다고? 그를? 그런데 왜 부숴야 돼?"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아스테리아에게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아주 느릿느릿하게. 희미하게. 그러나 또렷이...... <찾아, 그리고 부숴. 나는 그를 사랑해. 하지만 미워해. 증오해. 가증스러워. 그 자체를 증오해. 부술 거야. 없앨 거야. 하지만 너무나도 사랑해. 그 자체를 사랑해. 너무나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하지만...... 증오해. 증오해. 더없이 증오해.> 블러드는 웃었다. "누나, 이상해요. 예쁜데... 이상해. 머리 나쁜 거예요? 사랑하는데 어떻게 증오할 수 있는 거지? 사랑하면 그에게 말해 보세요,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그런데 증오하면 그에게 말해요, 미치도록 증오한다고. ...내가 볼 때 누나는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것 같이 보이는데요. 나는 잘 모르겠지만, 누나는 그를 사랑해요. 증오한다는 것은 말도 안 돼. 단지 핑계일 뿐이에요. 그건." <아냐!> 그녀는 비명같이 소리질렀다. <나는 그를 증오해! 그러나 사랑해!> 블러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사랑하는데 증오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고, 적어도 그는 생각했다. 그녀는 오로지 탈출구를 찾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사랑'으로부터 도망칠... 그리고 그 '사랑'의 굴레 때문에.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부술 거야!> 아스테리아는 귀를 막았다. 이제 더 이상 들었다가는...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쉴새없이 속으로 중얼댔다. '나는 아냐, 나는 아냐, 나는 아니라고.' ...... "아냐...... 아냐......... 이건 아니야. 그만, 그만해. ...내 앞에서 사라져. ...영원히... 사라져 버려!" 블러드는 웃었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물론 아스테리아도.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스테리아는 평정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그녀야...... 말할 것도 없었다. "누나, 사랑하는데 증오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요. 빈말이라도 그런 것은 말하면 안 된다구요. 증오하면 사랑할 수가 없어요. 그건 누구나 그렇고요. 사랑하면 증오할 수도 없어요. 오직 그 사람만 생각해요. 절대로 증오할 수 없어요."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그녀 자신의 시각으로 보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은 절대로 그녀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눈앞에서 뭐라 말하고 있는 이 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말했다. <나는 그를 사랑해. 그리고 증오해.> "누나, 이상해요." <아냐, 아냐, 그것은 천 년이 지나도, 만 년이 지나도 사실이야. 난 그를 증오해. 그러나...... 미치도록 사랑해.> 블러드는 이 여인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증오하는데...... 사랑한다니. 블러드의 시각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블러드는 현실에 충실했다. 지금 자신은 그런 상황에 처해있지 않았다. 실제로 처해 보지 않는 이상은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를 부술 거야. 그는 나를 버렸어. 그리고 무너졌지. 나는 그 모습을 봐야 해. 그에게 똑같은 슬픔을 맛보여 줄 거야.> 그녀는 말했다. <부술 거야.> 미치도록 황홀한 웃음이 그녀의 얼굴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다. 눈물이 한 줄기 또르륵 굴렀다. 눈물은 순식간의 그녀의 뺨을 지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사라졌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그러나 슬픈 눈물. 그러나 눈물은 슬프기에 더욱 아름답다. <부술 거야.> 그녀는 정말 아름답게 웃었다. 그리고 정말 슬프게 울었다. 두 개의 표정은 전혀 상반되는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잘 어울렸다. 마치 그녀에게 처음부터 어울리는 표정은 그것이었다는 듯. "누나......... 왜 부술 거예요? 부수면 누나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뭐예요?" 그녀는 약간 당황한 듯이 보였다. 아니, 적어도 블러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실제로도 그녀는 당황해 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녀에게 그런 것을 묻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아이도 없었다. <운명의 마법이지.> 이번에는 블러드가 당황할 차례였다. 운명이라니... 운명이란 것의 마법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부술 거라니...... 사랑하는 사람을 부수는 이유가 단지 운명이었기 때문이라니... 운명의 마법이라니.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생명이란 '자기 만족'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것을 운명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그런데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슬픈 운명. 사랑하는 사람을 부숴야만 하는 슬픈 운명. 그것은 정녕 운명인가? 운명은 자신이 개척해 나가는 것일까? 운명의 장난이란 말을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마법의 운명. ......운명이란... 무엇인가? ".........그러면... 그렇게 그 사람이 소중해요?" <그래.> 그녀는 정말 슬프게 웃었다. 그 모습은 황홀했다. 어느 누구라도 순식간에 매혹되어 버릴 듯한 아름다움. 마치 매혹의 마법처럼...... 마법은 순식간에 찾아온다. 일상의 모든 것이 마법. 마법이란 자신이 바라는 것. 그리고 언어. 소망이란 잠긴 문. 마법이란 열쇠. 신성한 언어로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마법. 신비의 마법. 매혹의 마법. 그리고... 운명의 마법. ...... 마법이란... 무엇인가? 그녀의 아름다운 루비 같은 눈에서 눈물이 다시 또 흘렀다. 투명한 눈물, 깨끗한 눈물이었다. 사랑하는 자를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처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너는...... 나를 이해할 수 없지. 그러나 네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미래에는...... 먼 미래에는...... 사랑하는데 증오한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 너의 운명의 마법 때문에 말이다. 너의 마법의 운명이 이끌 거야. 운명의 마법, 그리고 마법의 운명.> 그녀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는 천천히 사라져 갔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늪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물방울이 튀기는 것 같은 맑은 웃음소리. 그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세상이 모두 우는 듯한 슬픈 울음소리. 이제 그녀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녀의 알 수 없는 의미를 지닌 말의 여운 뿐.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법. 블러드는 생각했다. 사랑하는데 증오한다는 것. 그것은 운명. 끊을 수 없는 인연의 실. 이해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 그것이 바로 운명. 운명의 장난. 운명의 슬픔. 그리고... 마법의 운명. ...... 운명이란... 무엇인가? 자신이 바라는 것과 소망하는 것. 그것은 마법. 소망이란 잠긴 문. 마법이란 열쇠. 신성한 언어로 이루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마법. 신비의 마법. 매혹의 마법. 그리고... 운명의 마법. ...... 마법이란... 무엇인가? --------------------------------------------------------------- 으햐햐햐!!!! 아카 다녀왔소!!! 바로 어제!!!!!!! 코나에 님이 날 바람맞혔소!!!!!!! 이럴 수가....!!!!!!!!! 혼자서 즐기는 아카도 꽤 멋있다, 라고 생각했소만.....-_-;;; 그래도 코나에 님 용서할 수 없소!!! 두고 보자!!!! 돈 꽤 많이 썼다오..... 아아, 옆에서 동생 때문에 편지에 답장을 못 쓰는 것을 가엾게 여겨 주시오. 이따 밤에 또 올 테니까. 후후훗......... 그럼 이만. 언제나 좋은 하루, 멋진 행동, 엽기 생활 되시길....(호홋...멘트가 바뀐..) -하루리 *** 퍼오는 제피로스입니다. 퍼오는 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문의나 감상은 저리루 해주세요. 그럼 전 이만..^^ 번 호 : 18119 / 18124 등록일 : 2001년 04월 11일 23:24 등록자 : S870706 조 회 : 42 건 제 목 : [창작/하루리]블러드 엔젤-BLOOD ANGEL (1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오 번째 이야기... * * * * * * * * * * "왜... 블러드 씨가 못 깨어나는 것이지요?" "자잖아?" 크라비어스는 이상하다는 듯이 라일란드를 쳐다보았다. 그는 걱정스러운 듯이 침대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블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죽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뺨에 발그레하게 돌고 있는 홍조와, 미약하지만 규칙적으로 들이쉬고, 내쉬고 있는 숨소리가 그가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이게... 자는 겁니까?" "그래. 자는 거다." 흰 시트에 붉은 머리카락. 흰색 테이블 보에 새빨간 장미를 얹어 놓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붉은 색과 흰색은 정말로 잘 어울리는 조화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것만이 어울리는 색깔인 양, 두 색은 서로를 끌어당기며 묘한 분위기를 끌어낸다. 이것은 인위적인 아름다움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이다. 블러드의 머리카락의 색깔은 장미의 색깔과는 좀, 아니 꽤 차이가 있었지만, 그래도 핏빛을 띄는 새빨간, 짙은 선홍색이라는 사실은 분명한 것이었다. 드물게는 장미 중에서도 그런 색을 띄는 장미가 있기에...... 그리고 그런 장미는 흰색에 더 잘 어울리는 법이다. 그리고 현재 그가 누워있는 침대는 세계에서 가장 질이 좋다는 차이렌 산 마호가니를 마법국가 그노아에서 재련한 것으로, 주로 암살 당할 위험이 많은 귀족이나 왕족, 대부호들이나 쓰는 것이었다. 그것은 최면, 환각 계열의 마법을 무효화시키는 디스펠 매직이 걸려 있었다. 물론 그리 많은 종류의 마법을 완벽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무효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난 것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이 침대를 애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 사용하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리고 라일란드의 가문, 그라시엔 가는 그 극수소에 끼이는 자들이었다. 침대 위로 흰색 시트가 곱게 깔려 있었다. 흰 시트 위에 붉은 머리카락이 마치 실타래처럼 퍼져 있는 모습. 이는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조화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저것은 잔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라일란드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크라비어스가 보기에도 저것은 도저히 잔다고 볼 수는 없었다. 세상에 어떤 잠꾸러기가 며칠을 내내 잔단 말인가? 오늘도 깨어나지 않는다면 블러드는 장장 사흘 동안을 자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평범하게 잔다면 모를까, 블러드는 평범과는 전혀 거리가 먼 모습으로 자고 있었던 것이다. 죽은 듯이...... 아무런 움직임, 하다 못해 미약한 꿈틀거림도 보이지 않고...... 단지 조용한 숨을 내쉬며 자기만 할 뿐이었다. 물론 크라비어스는 블러드가 왜 이렇게 자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2000년 전...... ...시간의 강을 건너서. 먼 곳으로 여행을 갔으니까. 그리고 그 당시,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던 나에게 말해 주었으니까. '난 미래에서 왔어.'라고...... 그러나 그것을 누구에게도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이 인간에게도... 신들에게도... 이그드라실에게도... 용신에게도... 하다못해 카오스가 온다 해도 말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와 블러드만의 비밀이니까.' 블러드는 여전히 죽은 듯이 누워 있었다. 숨소리도 잘 들리지 않게. 아주 귀를 가까이 가져 대야지만 들을 수 있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이 이렇게 깨어나지 않는다면 응당 걱정하고 슬퍼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난리가 났겠지. 하지만 크라비어스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그것은 블러드도 마찬가지. 미약하지만 규칙적인 가는 숨소리가 그의 예민한 귀로 들려왔다. 크라비어스는 웃었다. 괜찮아. 하지만...... 빨리 돌아와. ......보고 싶어. * * * * * * * * * * 크라비어스는 얼마 안 있어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블러드와, 역시 제정신인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아스테리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아스테리아는 슬픈 듯한 눈빛으로 순순히 블러드를 넘겨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뭐랄까? 굉장히 큰 일을 겪은 자의 눈빛이었다. "데려가. 난...... 뭔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 그는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대듯이 말하고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그런 그의 모습을 크라비어스가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블러드는 어리둥절한 모습의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망막에 크라비어스의 모습이 또렷이 각인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마도 영원히 블러드의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크라비어스." 블러드는 어리광을 피우듯이 크라비어스에게 매달렸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대듯이 물었다. "사랑하는데 증오하는 것이 가능해?" 갑자기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잠시 의아해 했지만, 성심껏 대답했다. "가능하지. 얼마든지. 그것은 운명의 마법이고, 마법의 운명이야. 얼마든지 가능해. 네가 조금만 더 크면...... 알 수 있을걸?" 그러나 성심껏 대답한 크라비어스의 말은 제대로 듣는 것 같지도 않고 블러드는 중얼댔다. 그 말투는...... 하나도 모르겠다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였다. 확실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긴 했지만 말이다. 운명의 마법. 그리고... 마법의 운명.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그리고... 공통점은 무엇인가? "모르겠어...... 그 누나랑... 똑같이 말하잖아? 크라비어스도. 그런데... 난 모르겠어. 하나도...... 이해가 안 돼. 사랑하는데...... 어떻게 증오할 수가 있다는 거지?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어... 아무 것도." 칭얼대는 블러드를 크라비어스는 당황한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그는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멍하니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아니었다. 단지 허공을...... 아무 것도 아닌 허공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으로 중얼대고 있었다. "운명의 마법, 마법의 운명...... 그게 뭐지? 난 모르겠어......... 그 누나는... 다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내 운명의 마법으로, 마법의 운명으로...... 이해할 수가 없어. 어째서? 난...... 아무 것도 몰라." 블러드는 누군가에게 중얼댔다. 크라비어스는 알 수 있었다. 분명히 말하고는 있지만, 그것은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히 바라보고는 있지만, 그것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이 작은 아이가 자신 이외의 것에게 말하고, 자신 이외의 것을 바라보는 것을 용서할 수 없었다.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의 어깨를 잡고 좌우로 흔들었다. "이봐, 블러드? 너 뭐 하는 건지 알고 있어? 빨리 정신 차려!" 붉은 머리카락이 찰랑댔다. 그것들은 가는 실처럼 하나 하나가 반짝였다. 허공에서 나풀거리는 그것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동시에 무서운 모습이었다. 섬뜩한 느낌을 주는 그것에 크라비어스는 깜짝 놀라 손을 떼어버릴 뻔했지만, 다행히도 그대로 블러드의 어깨를 잡고 있을 수 있었다. 블러드는 빙긋 웃으며 자신의 어깨 위에 얹혀 있는 크라비어스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크라... 비어스? 너 거기서 뭐해?"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이며 자신에게 말하는 블러드를 본 크라비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자신의 이름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완전히 맛이 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지금의 모습도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맛이 간 것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는 크라비어스야말로 맛이 간 것처럼 보였다. "일어나. 가자." "어디로?"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블러드는 순순히 일어나서 크라비어스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어리광부리듯이 그에게 엉겨붙었다. 평소의 크라비어스라면 '웬일이냐? 네가 이렇게 예쁜 짓을 다 하고?' 라면서 장난으로 넘겨 버렸겠지만, 지금의 크라비어스는 평소의 크라비어스가 아니었다. 그리고 블러드의 모습도 느낌이 약간 달랐다. 분명히 블러드는 세 살이었지만, 가끔씩 보이는 어른스러운 모습은 크라비어스를(물론 과거말고 현재에 있는.) 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약간 달랐다. 아직 세 살짜리였지만...... 이렇게 어린 느낌은 주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마치...... ...어린애의 장난 같은 느낌이었다. 크라비어스는 자신에게 달라붙는 블러드를 애써 떼어냈다. 그리고는 더 큰 목소리로 블러드의 이름을 불렀다. "블러드! 넌 지금 제 정신이 아니야! 내 눈을 봐!"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의 어깨를 거세게 흔들며 말했다. 한순간, 블러드의 눈에서 반짝거림이 돌아왔다. 블러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대고 있는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곧이어 블러드의 입에서, 아니 정확히는 목에서 생명을 갈구하는 애타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놔! 어지러워!" 그와 동시에 크라비어스는 손을 탁 놓았다. 블러드는 관성의 법칙에 의해 흔들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소리질렀다. "뭐 하는 거야! 남의 몸을 마치 바구니처럼(?) 흔들다니! 무례하게! 감히 마룡왕 주제에 나에게 개기다니, 죽고 싶은 건가?" 물론 이 말은 크라비어스에게 배운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에게 저 말을 가르쳐 준 장본인이 맞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보다 훨씬 전의 과거였다. 쉬운 말로 하자면 조상이랄까...... 즉, 이 말을 듣고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눈물나는 노력을 했다. 머리를 부여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블러드의 모습은 가히 보기 좋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흉측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역시 미모의 탓이랄까? 아,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었다. 불공평한 세상이여, 너를 저주하리니...... "푸.. 푸흐흐흣........ 너... 그 말투...... 멋지다............. 환상적이야... 누구에게 배운 거냐? 네 성격으로 보아서는 절대로 그런 말투를 쓸 것 같지는... 않은데 말야." '네 녀석에게 배운 거다!' 블러드는 이렇게 소리치고 싶은 자신을 애써 자제했다. 그러나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자신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크라비어스는 절대로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블러드는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살해욕구를 자제하며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아, 옆에 짱돌만 있었다면, 저걸 그냥 확! 쳐죽이는 건데......' 꽤 위험한 생각임이 틀림없는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소매를 물어뜯었다. 이는 솟아오르는 살해욕구를 자제하기 위한 하나의 편법으로써 만약 블러드가 소매가 없는 옷을 입는 취미가 있었다면, 아마도 그는 전과자가 된 지 오래였을 것이다. 물론 각종 신, 또는 용, 혹은 인간의 살해 죄로...... 다행히도 블러드에게 소매가 없는 옷을 입는 별 희한한 취미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었다. 불쌍하게 된 것은 소매였다. 역시 블러드의 인내심은 신계에서 지낸 3년 동안 엄청나게 향상된 것이 틀림없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물론 각종 신들의 영향이 지대했겠지만 말이다. 이런 블러드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라비어스는 계속 말을 이었다. "신계에서 그런 말투를 쓸 수 있는 자라고는 신들밖에 없지. 네녀석 신들과 친분이 깊은 거냐? 신들이 그런 말투를 쓸 정도면 꽤 편하게 대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너.. 독심술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능력이 있구나.'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바꾼 블러드였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다시 말하지만 독심술 따위의 능력은 없었기에 이런 블러드의 생각을 알 리가 없었다. 안다고 해도 그렇게 기뻐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쨌든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데리고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블러드도 순순히 크라비어스를 따라갔다. 과거로 온, 아무도 자신을 모르고 있는 지금 상황으로써는 그나마 가장 믿을 만 한 것은 역시 크라비어스였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둘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정원에는 순식간에 찬 기운이 돌았다. 이것은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괴현상이었다. 그리고 한쪽 끝부터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어둠은... 정원 한 가운데에 있는 약간의 빈자리에 모이더니 차츰 차츰 사람의 형상을 취해 갔다. 창백할 정도로 흰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 검은 옷을 입은... 아름다우나 무척 싸늘하고 차가워 보이는...... 그것은 블루 드래곤의 차가움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그들의 차가움이 그래도 남을 배려하려 애쓰는 데에 비하면, 이 정체불명의 소년의 차가움은 주위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배려'라고 부르는 행위의 범위에는 그리 많은 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고 블러드는 그 중 하나였다. '어둠' 이었다. 주위의 식물들이 움츠러들었다. 군데군데에서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났다. 바람의 거세게 울부짖으며 식물들을 사납게 유린했다. 바람이 칼날이 되어서 '어둠'의 주위를 굶주린 육식동물처럼 배회했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어둠' 에게 상처 하나 줄 수 없었다. 그들은 육식동물이었지만...... '어둠'은 너무나도 강했다. 그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블러드가 말하던 '친구'가 저 용이구나. 하지만...... 카오스가 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카오스가 깨어나기 전에...... 빨리 기억을 되찾았으면...... 그것이... 너에게 있어서도...... 저 용에게 있어서도 좋을 텐데......" 그리고는 서서히 어둠 속으로 동화되었다. 그가 사라진 정원에는 다시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 이야아아앗....하루리요. 요번 주 내로 9장을 완결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에 부풀어..열라게 글을 쓰고 있는..-_-;; 흠, 흠, 확실히.....-_-;;; 내용은 엉망이지만........뭐...... 근데 내 소설을 퍼가는 곳 중에 판타지 하우스라는 곳이 있소. 주소는 http://fhouse.wo.to 인데..광고 차원에서..-_-;; 근데 거기서 내 소설 조회수가 1000이 넘었다오. 판츠보다 많다니..신기해라아아아........ 아, 이만 쓰겠소. 인터넷이 갑자기 또 안되서 한참을 고생했소...ㅠ.ㅠ 그럼 이만...-_-;; 언제나 좋은 하루. -하루리 *** 퍼온 제피로스입니다. 퍼온곳은 천리안의 판츠. 작가님의 멜주소는 s870706@chollian.net입니다. 그럼 이만 총총..^^ [4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19) -------------------------------------------------------------------------------- Ip address : 211.237.227.104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0; Windows 98;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육 번째 이야기... * * * * * * * * * * "으아악! 비켜, 비켜, 비키란 말야!" "싫어, 싫어, 싫단 말야!" "불편해! 난 졸려!" "자, 누가 자지 말래?" "이 상태로 도대체 어떻게 자란 말야!" 블러드는 열심히 소리를 쳤으나, 자신의 옆에서 도통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크라비어스를 비키게 할 수는 없었다. 아아~ 불굴의 투지를 가진 용이여, 그대는 과연 지상 최고의 종족이로다! 침대가 아무리 넓어도 원체 한 사람만을 수용하도록 만들어진 침대였기 때문에 두 사람이 넉넉하게 잘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블러드는 옆에서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잠을 설칠 수가 있는 위인이었다. 여태까지는 크라비어스는 잘 때, 조그만 도마뱀의 모습으로 바구니에서 자거나, 혹은 따로 잤기 때문에 그리 문제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방 하나 달라니까!" "없어." "거짓말하지 마! 이렇게 넓은 궁전에 어떻게 손님 하나 재울 방이 없다는 거야!" "네가 어떻게 손님이지? 너는 단지 불청객일 뿐이야." "어쨌건!" "흥." 블러드는 속으로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불쌍한...... 어쨌든 이대로라면 절대로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자신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이 크라비어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크라비어스와 달랐다. 무척이나...... 언제나.. 밝은 듯이 환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웃어주는 그 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다른 모습. 슬픈 모습. 절대로 자신에게 보여주지 않던 모습. "크라비어스, 얘기해도 돼?" "...해." 블러드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가 다시 뜨며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나를 지켜주겠다고 한 용이 있었거든..." "..." 크라비어스는 조용히 블러드의 말을 들었다. 몸을 뒤척여서 편한 자세를 찾으며 블러드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정말 바보 멍청이야. 지켜주겠다고 했으면서... 날 기억하지도 못하고...... 바보 같아. 하지만...... 정말 좋은 용이었어." 그 때 크라비어스가 한 마디 툭 내던졌다.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그게 어떻게 좋은 용이지? 지켜주겠다고 했다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용은 더 이상 용이 아니라고." '이봐, 그게 바로 너라고, 너.' 블러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끝까지 들어 봐. 들어 주겠다고 했잖아." "......해 봐." "그는... 항상 나를 놀리고 재미있어 했어. ......하지만 말야, 그가 없으면... 난...... 더 이상 살기가 힘들 정도로.. 그런데..... 이제는 날 기억하지도 못해. 눈을 떴을 때, 보인 그가 하는 말이 '넌 누구냐?'였어... 울고 싶었다고. 정말로......" 블러드는 지금쯤 자신을 기다려 줄 크라비어스를 생각했다. '내가.. 과거로 왔으니까.... 크라비어스는 어떻게 된 걸까? 시간의 흐름은.. 어떻게 된 거지? 난... 원래로 돌아갈 수나 있는 거야?' "모르겠어.. 아무 것도.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어쨌든 분명한 것은.. 내가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그가 있었어. 외로울 때도 그가 있었어. 슬플 때도.. 기쁠 때도...... 언제나 내 옆에는 그가 있었어.... 더 이상.. 그 없이는 안 돼. 나.. 망가져 버릴 지도 몰라." 감은 눈을 따라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정말로 원래대로 갈 수 없을지도 몰랐다. '아침에 눈을 뜨면 크라비어스의 모습이 제일 먼저 보이고... 그리고 루시펠하고...... 마리우스도 있겠지.. 피오나도...... 다들.. 보고 싶은데....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니겠지?' 블러드는 팔로 눈가를 가리며 말을 이었다. "돌아가고 싶은데... 돌아갈 수가 없어. 그가 보고 싶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기 있는 크라비어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크라비어스가 아니었다. 똑같은 자였지만... 같지 않았다. 다른 존재였다. 과거로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에게는 블러드, 자신이란 존재가 없었다. 각인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하나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그의 기억 속에는 자신의 존재가 뚜렷이 각인되어 있었다. '제 12클래스 소속 도미니온즈 블러드엘' 자신의 이름이, 존재가 뚜렷이 각인되어 있었다. 크라비어스는 울고 있는 블러드를 보았다. 그리고 화가 났다. 자신의 존재가....... 그렇게 무가치한 것이었던가? 그리고.. 지켜주겠다는 말 한마디로 이 작은 아이의 마음을 빼앗아간 그는 누구인가? 어째서...... 어째서......... 왜 나를 바라보며 울고 있는 거지? "블러드!" "...왜?"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앞뒤로 흔들며 또박또박 정확하게 말했다. "내 앞에서 그런 말하지 마. 눈물을 보이지도 마. 내 앞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왠지.. 화가 나." "바보..." "내가 바보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해. 그리고 지켜주겠다는 그의 말 따위는 믿지 마. 그런 말을 하고 잊어버리는 것은 용이 아니야. 내가 있잖아...... 나는 그런 말을 했으면 잊지 않아. 절대로 약속을 어기지도 않아. 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거야. 지켜준다고 하면 지켜 줘.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아. ..나는..." 크라비어스는 잠시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기꺼이 너를 마스터로 받아들일 수 있어." 그의 말에 블러드는 놀래서 동그래진 눈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더니 작은 미소를 흘리며 피식 웃었다. "바보야..." "................" 그 웃음은 기쁜 웃음이었다. 즐거운 미소였다. "너잖아.. 너..........." "뭐?" 어이없다는 듯이 되묻는 크라비어스에게 블러드는 다시 웃었다. 물방울이 튀기는 듯한 맑고 가벼운 웃음이었다. "난 미래에서 왔어." * * * * * * * * * * 그는 뚜벅뚜벅 걸었다.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그는 이 곳에 서 있을 자격이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했다. 그리고...... 이 곳에 있는 자들은 종족이 다르다고 배척하지 않았다. 그들의 배척의 척도는 '종족' 이라는 굴레에 얽매인 '피' 가 아니라 '힘' 이었다. 그의 어깨를 조금 넘는 정도의 검은 머리카락이 가볍게 찰랑거렸다. 그의 무겁게 가라앉은 회색 눈동자가 섬뜩한 빛을 뿌리며 번뜩였다. 남색의 로브 자락이 펄럭였고, 그를 따라 오른손에 든 갈색의 꼬불꼬불한 지팡이 끝에 달린 주먹만한 크기의 크리스털이 투명한 빛을 사방으로 뿌렸다. '그것'은 마치 이곳의 마력을 모조리 흡수하겠다는 듯이 눈부신 섬광을 뿌려댔고, 미미한 마력의 기운이 짙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허리에 매달린, 마법사가 소유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황금빛의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붉은 검이 흔들렸다. 마법검인 듯, 강력하고, 섬뜩한 마력을 사방으로 흘렸고, 낮게 웅웅대는 소리마저 들리고 있었다. 검 자루에 달린 은으로 만들어진 고리들이 흔들려 서로 부딪치며 낮게 짤랑대는 소리를 냈다. "이.. 곳인가?" 그 때, 그의 앞을 누군가가 가로막았다. 푸른 머리카락을 찰랑이는 그, 블루 일족의 아이, 라야였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용의 아이에게 말했다. "지고하신 용의 아이, 블루 일족의 아이여,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라야, 라야 드 블루. 마룡왕 전하를 모시는 자이다. 그대는 누구이기에 함부로 신성한 용의 땅으로 온 것인가? 돌아가라!" "나는 라인더스. 대마법사 라인더스. 그대의 왕에게 도전하러 왔다." 당당한 그, 라인더스의 말에 라야는 약간 당황했다. 그러나 그는 용의 아이였다. 강대한 용의 아이. 라야는 천천히. 그러나 힘있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가라, 인간의 대마법사여. 그 분은 너와 싸우시지 않는다. 아니 '인간'과 싸우시지 않는다." 그러나 라인더스는 깊게 가라앉은 회색 눈동자라 라야를 빤히 응시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직 앳된 목소리였으나, 강한 힘이 느껴졌다.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담긴 말. 말의 힘. 언령이라는 말로 신성시되는 것. '말'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나는 그와 싸울 자격이 충분히 된다." 라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너는 그 분과 싸울 자격이 없다." 그의 말에 라인더스는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어느 순간,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왜? 어째서인가? 역시 내가 인간이기 때문인가? '인간'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무가치한 것이었나? 그것 때문에, 그것 때문에...... 힘을 인정받지 못하는 건가! 그렇다면 인간은 왜 생겨난 건가! 난 누구를 원망해야 하지? 그 위대하신 카오스? 아니면 지고하신 용? 절대자인 신? 그것도 아니면 마족인가? 신족? 이그드라실을 원망해야 하는 건가? 누굴 원망하란 말인가!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 아닌데!" "......너의 운명을 저주하라. 그리고 원망하라." 라인더스는 왼손으로 입을 가리고 킬킬대며 웃었다. 섬뜩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강한 마력이 출렁대며 전신을 감쌌다. 마력은 일정한 모양으로, 마치 끈적끈적한 젤리 같은 형태를 이루며 라인더스의 주위에서 흔들렸다. 그는 천천히 두 손을 들어올리며 라야에게 말했다. "하지만, 용의 아이여. 너는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건 싸워봐야 아는 것." 말은 침착하게 했지만, 실제로 그는 동요하고 있었다. 자신은 이제 1000살 전후가 되는 어린 용. 성년식을 치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신의 힘을 다 끌어낼 수 있는지조차 미지수인, 어린 용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자는 대마법사.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마력(魔力)'을 쓰는 자. 마력은 오직 마족, 마신, 그리고 마룡만이 쓸 수 있다. 흑마법이 이에 해당되었다. 그와 반대로 신력은 신족, 신, 그리고 신룡만이 쓸 수 있다. 여기에는 백마법이 해당된다. 그 외의 종족들은 '마나(Mana)'를 다루어서 그들만의 고유한 파장을 만들어 냄으로써 마법을 쓸 수 있었다. 그것은 요정들이 사용하면 녹마법, 인간들이 사용하면 청마법이라고 불렀다. 그 외에 신성마법과 정령마법이 있지만, 이는 '마법'이라고 할 수 없었다. '마술'이었다. 오직 타고난 자만이 할 수 있는 것. 그러나 '대마법사'는 달랐다. 그가 괜히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인간임이 분명한데도 '마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흑마법을 썼으며, 방대한 양의 마나를 가지고 있었고, 그에 걸맞게 마나를 잘 다룰 수도 있었다. 더구나 그는 차원을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었다. 그래서 모든 이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차원의 대마법사.' 그는 강했다. 그러나 라야는 자신의 임무를 저버릴 수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약속'이기에...... 그리고 '맹세'이기에...... 천천히 온 몸의 피를 일깨우며 마력을 끌어올리는 라야의 모습에 라인더스는 한숨을 쉬며 기묘한 모양으로 비틀려 있는 지팡이를 앞으로 들어올렸다. 끝에 매달린 둥그런 크리스털에서 눈부신 빛과 함께 강한 마력이 흘러나왔다. "비켜라!" 그가 지팡이의 앞쪽, 크리스털이 박혀 있는 머리 부분으로 라야를 가리키며 좌우로 크게 흔들자 무형(無形)의 힘이 '쇄애액'하는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강한 힘임이 분명했지만, 라야에게도 그 정도를 막을 마력은 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마력을 운용하여 자신의 앞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쳤다. 곧장 라야를 향해 날아간 그 힘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혀 허공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 틈을 타서 라인더스가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 재빠른 움직임은 도저히 마법사라고 볼 수 없었다. 보통 마법사들은 자신만의 거처에 틀어박혀서 바깥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좀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라인더스는 특별한 케이스였다. 그는 마법뿐만이 아니라 검에도 능숙했다. 물론 마법만큼 한계를 뛰어넘은 정도는 아니었지만 웬만큼 내노라하는 검사들도 그를 상대로는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는 마법사이기 때문에 마나를 다루는 것에 능숙하다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소드 마스터였다. 검기를 자유 자재로 다룰 수 있었던 것이다. 라인더스가 들고 있는 붉은 검, 희다못해 투명하기까지 한 검신을 짙은 붉은 색의 마나가 감싸고 있었다. 그것은 웅웅대는 소리를 내며 무섭게 번뜩였다. 롱 소드보다는 짧고 숏 소드보다는 긴 그 검은 이제 검신을 감싼 붉은 마나 덕분에 롱 소드보다 약간 긴 정도의 길이가 되어 있었다. 그의 검은 일직선으로 나아가더니 넓게 포물선을 그리며 라야의 왼쪽 옆구리에 긴 상처를 내었다. 보통의 검이라면 그의 몸에 상처 하나 줄 수 없었겠지만, 그 검은 보통의 검이 아니었다. 그리고 라인더스 자신도 보통의 검사가 아니었다. "으윽!" 라야는 짧은 신음성과 함께 옆구리를 움켜쥐고는 움찔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지고하고 위대한 용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라야는 단 1합으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 상대는 종족 중에 가장 약하다는 인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어느 자보다 강했다. "들어.. 가라." 일단 진 이상, 패배에는 깨끗해야 했다. 라야는 깨끗하게 물러났다. 물러날 때가 있고, 나설 때가 있는 법. 그는 아직 어렸지만 그 정도의 분별력은 있었다. 최소한 발끈 하며 덤벼드는 아주 꼬마들과는 달랐다. 라인더스는 싸늘하게 가라앉은 회색 눈동자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용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미 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끝까지 약함을 보여주지 않는 모습. 그리고.. 깨끗하게 물러날 때를 아는 모습. 그는 검을 다시 허리에 매고 라야에게 고개를 숙였다. "끝까지 꿋꿋하게 용의 강함을 보여준 그대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약간 빠른 템포의 걸음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라야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졌지만 하찮은 인간에게 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강한 자와 당당하게 대결한 기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라야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들을 리가 없는 상대에게...... "나 또한, 그대의 '인간으로써의' 강함에 경의를 표한다." 후, 빨리 써서 다음 편 올려야겠소. 분량 꽤 많을 텐데.....-_-;;; 아, 모르겠소. 어쨌건 2연참을 위해 빨랑 쓰러 가야겠소이다. 그럼 이만. -하루리 -------------------------------------------------------------------------------- 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20) -------------------------------------------------------------------------------- Ip address : 211.237.228.67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0; Windows 98;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칠 번째 이야기... 안은 차가운 복도였다. 한 발자국 들여놓자 성큼 밀려오는 싸늘한 기운은 사람을 기겁하게 만드는 데에 충분했다. 그러나 라인더스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완전히 안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문이 '쾅' 소리와 함께 닫혀 버리고, 복도 안에는 빛이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는, 어둠만의 장소로 변해버렸다. 그는 어둠이 좋았다.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만이 가득한 세상! 언제나 자신의 추악한 부분을 가려주는 어둠이 좋았다. 꿈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해주었던 어둠이 좋았다. 현실을 모르도록, 현실을 가려 주었던 어둠이 좋았다. 그러나 빛은 어둠을 쫓아내고 그에게 현실을 가르쳐 주었다. 꿈에서 깨어나게 해 주었다. 추악한 부분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는 빛이 싫었다. 오직 라인더스의 검에서 나오는 섬뜩한 기운을 띄는 붉은 색의 빛줄기와, 지팡이에 박힌 크리스털에서 나오는 은은한, 달빛과 비슷한 시리도록 투명한, 은색의 빛줄기만이 이 곳에 존재하는 유일한 빛이었다. 라인더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여기인가? '어둠'이 잠들어 있다는 곳이? 그리고 마룡왕의 거처인가?" 그 순간에도 라인더스는 이런 곳에서 살다니 정말 취향이 의심되는군, 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서 피식 웃어 버렸다. 어쨌든 이 곳은 너무 어두웠다. "<<빛의 정령이여, 그대의 힘을...>>" 그는 마법을 사용하려고 왼쪽 손을 앞으로 내뻗다가 이 곳에서는 마법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거두어들이며 중얼댔다. "후, 마룡왕과 싸울 때는 힘들겠군." 단순히 마력의 운용뿐이라면 자신도 그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용과 사람의 싸움이니만큼 그것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었다. 타고난 마나의 양이 승패를 정하게 되는 것이다. 라인더스는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지팡이를 슬쩍 쓰다듬었다. '그'가 남겨준 유일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력을 지닌 물건일 것이다. '이것이 싸움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으스스한 기운이 라인더스의 온 몸을 휘감았다. 단순한 차가움과는 무언가가 달랐다. 그는 자신을 다잡으며 앞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순간 환한 빛이 라인더스의 시야를 덮쳤고, 그는 익숙하지 않은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 복도의 왼쪽에 벽면 한쪽을 다 차지하는 거대한 창문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밖으로는 우거진 녹림이 보였다. 둘레가 몇 아름은 될 것 같은 우람한 물푸레나무와, 잎을 시원시원하게 늘어트린 월계수, 청초하고 깨끗한 꽃을 피우고 있는 벚꽃나무. 화사함과 우아함을 자랑하는 난, 등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었고, 바위 사이로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에서 뿌옇게 물안개가 생기고 있어 환상적인 모양을 자아내고 있었다. "......도저히, 무시무시한 용이 사는 곳이라고는 볼 수 없겠군. 인간들이 생각하는 곳과는 전혀 달라." 인간들이 생각하는 용은 거대하고, 강하고, 사악한 그런 존재였다. 용사들의 책에 심심풀이로 등장하는...... 공주를 납치해 가고, 결국 백마 탄 왕자의 손에 생을 마감하는....... 그러나 현실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그도 그런 책을 읽고 환상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본 바깥 세상은 그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것은 꿈에서 깨어나는 것. 항상 똑같은 것만 비추던 거울이 깨지는 것. 거울은 깨졌다. 자신이 어른이 되는 순간, 바깥의 음과 양을 알게 되었을 때.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만 비춰주던 거울은 깨졌다. 남은 것은 거울의 파편. 남은 유리 조각. 꿈의 잔재들 뿐. 그것은 단지 '꿈'일 뿐이었다. 어린이들이 갖는 한순간의 꿈. 한순간의 몽상. 잠에서 깨면 사라져 버릴, 어른이 되가는 과정에서 없어져 버릴 한순간의 꿈. 라인더스는 꿈과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꿈'과 '현실'을 알게 해 준 '그'...... 환한 빛이 비치는 복도의 한 10라인(=10M) 정도를 지나자, 순식간에 다시 어두워졌다. 그리고 복도의 양옆으로는 횃불이 약 3라인 정도의 간격으로 꽂혀 있었다. 횃불이 타오르고 있는 받침대에는 정교한 솜씨로 용이 새겨져 있었다. 화르륵--- 갑자기 불들이 화르륵 타오르며 용솟음쳤다. 마력으로 타오르는 마법의 불꽃이었기에 라인더스의 강력하면서도 화려한 마력에 반응하여 더욱 무서운 기세로 타올랐다. 그의 그림자가 길게, 복도 끝으로 늘어졌다. 조용하게 발소리만이 들려오고, 희미한 불의 빛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뚜벅, 뚜벅. 무거운 발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붉은 빛의 불꽃에 비치어 저 앞쪽으로 거대하고 웅장한 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라인더스는 문 앞에 섰다. 마치, 곧이라도 튀어나와 자신에게 그 무서운 지옥의 불꽃을 쏟아낼 것 같은 붉은 용과, 그와 대조되게 보기만 해도 시릴 것 같은, 차가운 푸른 용이 그 장대한 몸을 꿈틀대며 포효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검을 연마한 손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희고 가는 손가락으로 붉은 용의 눈 부분을 어루만졌다. 정말로 레드 드래곤인 듯,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것은 '현실'이다." 라인더스는 작게 중얼거렸다. 똑같은 행동과 상황을, 언제든 다시 반복할 수 있는 '꿈'과 다른 '현실'이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잠시 문에 손을 대고 서있던 그는 결심을 한 듯, 팔을 앞으로 뻗어 천천히, 그러나 가볍게 그 거대한 문을 힘주어 밀었다. 삐꺽- 움직일 것 같지 않은 그 거대한 문이 작은 마찰음과 함께, 의외로 쉽게 열렸다. 문의 크기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소리가 조용하게 복도로 울려 퍼졌다. 어두운 홀이었다. 둥근 홀의 사방에는 아까 복도에 있는 것과 똑같이 마력으로 타오르는 횃불, 수십 개가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적발의 청년이 서있었다. 주위의 횃불은 그의 모습을 비추었고, 어두운 홀 안의 분위기와 그를 비추는 붉은 불빛 때문에 그의 얼굴은 더욱 어둡게 보였다. 라인더스와 그 청년의 마력에 반응하여 주위의 횃불은 일제히 더 크고, 더 높게 타올랐다. 그는 어두운 얼굴이었지만, 라인더스를 보자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슬픈 미소였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이번의 도전자인가?" 청년, 크라비어스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리고 짙게 묻어 나오는 슬픔. 라인더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룡왕, 크라비어스시여. 나, 인간의 대마법사 라인더스가 그대에게 도전합니다." "대마법사라..." 크라비어스는 피식 웃었다. "아무나 가질 수 없지. '대마법사' 라는 것은...... 너는 '그' 의 제자인 건가?" 의미심장한 질문에 라인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마법사라는 말 자체는 '마법을 마스터한 자.' 라는 단순한 칭호였지만, '대마법사' 는 하나의 대명사였다. 아주 오래 전에 있었던 최초의 대마법사. 인간으로써 마법을 마스터한 최초의 자. 그리고 이제는 라인더스. '대마법사' 는 오직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칭호. 하려고만 한다면 한없이 강해질 수 있는 다른 '완전한' 자들과는 다른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칭호.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완전해졌다. 모든 마법뿐만이 아니라 마술까지 마스터한 그들을 모든 존재는 '대마법사' 라 불렀다. 주위의 횃불이 희다 못해 창백하기까지 한 둘의 얼굴을 비췄다. 어른거리는 횃불 때문에 그들의 모습은 명암이 져서 더욱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전.. 하겠습니다." 라인더스는 크라비어스의 앞에서 깊게 고개 숙였다. 모든 용들의 지배자, 용들의 제왕이자 '완벽한' 존재인 그에게 보이는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으로써의 경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자는 극소수이기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그래, 도전에는 자유가 있지." 크라비어스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제 그들 사이에 말은 필요 없었다. 오직 힘, 힘만이 모든 것을 해결할 뿐. 어찌 보면 야만적이지만 가장 문화적이기도 한 방법. 우웅, 우웅, 우우웅! 라인더스의 허리에 매달린 검이 요란하게 떨렸다. 그는 재빨리 검을 뽑아들었다. 마법의 종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마법에 능한 그들에게 마법으로 상대하려고 하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도 강대한 마력을 지니고 태어났으며, 그것을 통제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그리하여 '마법의 종족' 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것이다. 실제로 마법의 종족은 요정들이었지만, 그들은 '조화'를 상징하는 자들. 그리고 조화 그 자체인 '하르모니아'를 섬기는 자들. 그들, 요정들은 절대로 먼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 결과 인간들에게 그나마 잘 알려지고 친숙한 용들이 그 칭호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한쪽 손이 꼭 잡고 있던 지팡이는 시릴 정도로 투명한 은빛과 함께 작아지더니 작은 방울 목걸이로 변했다. 투명한 은색의 방울 목걸이는 맑게 울리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라인더스는 그것을 목에 걸었다. 이것은 '그'의 것이었다. 무서운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그것들은 서로 주위를 돌고, 경계하며, 끊임없이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잠시 크라비어스의 몸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왔는지, 라인더스의 바로 앞에서 나타났다. "챙!"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라인더스는 뒤로 몇 발자국 밀려났다. 크라비어스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고, 둘 사이에는 잠시의 정적이 감돌았다. 라인더스는 덜덜 떨리는 팔을 부여잡았다. 한 번 격돌한 것만으로도 그의 힘을 받아내기가 무척 힘겨웠다. 두렵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거짓말이었다. 자신의 앞에 서서 그 강대한 힘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는 자는 용이었다. 그리고.. 용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용. 두려웠다. 두려웠다. 두려웠다. 두려웠다. 두려웠다. 하지만 더 두려워해야 했다. 더욱 더, 더욱 더 두려워해서 더 주의해야 했다. 더 침착해져야 했다. 라인더스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먼저 흐트러지는 쪽이 패자가 되는 법. "딸랑." 작고 투명한, 너무나도 맑아서 시릴 것 같은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라인더스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작은 은빛의 방울 목걸이를 손을 꽉 쥐었다. 이것은 '그'의 물건이었다. 라인더스는 미소지었다. '그가 나와 함께 있는 한, 나는 지지 않아.' -------------------------------- 후, 머리아프오. 이거 쓰는데 머리가 빠개지는 줄 알았소. 어찌어찌 해서 싸움은 다음으로 넘겨 버리긴 했는데......ㅠ.ㅠ 아아... 힘들다. 참, 부탁이 하나 있소. 내 소설 퍼가기로 한 분들. 내가 며칠 전에 컴을 포맷시켜서 그런데 주소 좀 보내주시오. 주소, 안 보내주신 분들은 아무리 전에 허락을 받았다고 해도 불펌이 될 수밖에 없소. 내일 올릴 때는 주소 보내주신 분들 올리겠소. 그러니까- 반드시 내일까지 보내 주시오. 미안... 하다오. -_-;; 줄 수가 너무 적소. 다섯 장도 안되니까...;; 으음, 미안하다오. 글고, 맨날 맨날 올라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감상 주시는 제피로스 님, 실버지니 님, 에린냥, 월향 언니랑 라스 님 감사하다오. 글고, 실버지니 님이랑, 에린냥, 월향 언니는 맨날맨날 보내주자나^^ 고맙소, 고마워~^^ 내가 이런 분때매 사는 거요. 제피로스님, 천랸에 또 퍼가시다니.. 너무 미안하오, 고마워서 어쩌나...;; 글고, 실버지니 님. 자료는 언제나 고맙게 받고 있소. 에린냥, 그 특 8단계 한번 보고 싶구만...;; 월향 언니가 보내준 그림 고맙게 보고 있어~ 글고, 라스 님. 그 (긁적) 질문 말이오. 왜 하린은 블러드를 보는 순간, 레드 문의 아이인 것을 척, 알아차렸는데, 크라비어스는 왜 못 알아차리느냐고 질문하셨는데... 으으으음... 할 말이 없소. 아니, 있소. 크라비어스는 단지 공부를 안 했을 뿐이오. 용은 기억력이 무지무지하게 좋지만, 공부 안 한 것도 알 수 있는 능력 따윈 없다오-_-;; 공부한 것은 다 기억하지만 공부하지 않은 것은 알지도 못하오. 즉, 크라비어스는 공부를 안 했고, 하린은 열심히 했다는 결과가 나온다오. 후훗, 님들도 공부 열심히 하시오. 그럼 나는 이만. 다음 편은..... 오늘(?)이겠군. 언제나 나이스- 한 하루. -하루리 덧. 잡담 길구려. 덧 하나. 지금 이누야사 오프닝이 나오고 있소. 덧 둘. 아, 애니 음악은 언제 들어도 멋있다는....-_-;; 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21) -------------------------------------------------------------------------------- Ip address : 211.237.227.81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0; Windows 98;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팔 번째 이야기... '그'는 세계 제일의 마법사. 그리고 최초의 대마법사. 인간으로써 최초로 차원의 문을 열 수 있었던 자. 그리고...... 자신에게 단 하나뿐인 스승. 한없이 자상했으나, 끝없이 엄격했던 자신의 스승. 마력이 무섭게 소용돌이쳤다. 라인더스는 마력을 모았다. 그것은 그의 팔을 타고 손끝에 도달해, 검을 둘러쌌다. 붉은 기운이 검날을 따라 넘실댔다. 우우웅--- 시릴 듯이 투명한 검은 어느새 붉은 색의 마력을 받아들여 붉게 빛나며 기괴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지옥에서 막 올라온 악마의 웃음소리일까? 그 소리는 너무나도 끔찍한 느낌으로 척추를 타고 올라가 라인더스의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그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려, 자신의 눈앞에 당당하게 서있는 크라비어스를 겨누었다. 온 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그리고. 그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의 몸은 마치 용수철 같이 튕겨 올랐다.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몸을 감싸는 그의 마력을 느꼈다. 무시무시하게 용솟음치며 자신의 몸을 억누르려는 그 어둡고도 칙칙한 기운은 도저히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였다. 너무나도 강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크라비어스는 앞을 바라보았다. 인간의 마법사, 그것도 '대마법사'가 자신에게 검을 겨누고 있었다. 천 년 전의 '그'와 똑같은 모습으로- 그 모습은 크라비어스에게 있어 전율을 불러 일으켰다. 자신의 몸을 바짝바짝 조이는 긴장감과 스릴을 즐기며,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마른 입술을 혓바닥으로 핥았다. 어느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위로 솟구쳤다.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머리 바로 위로 떨어지는 그의 검을 향해 몸을 날렸다. 어느 새, 길게 자란 손톱이 무시무시하게 빛났다. 그의 팔에 돋아 있는 붉은 비늘이 위협적으로 번쩍였다. 그렇지 않아도 붉게 빛나는 비늘이 횃불의 빛을 받아 더욱 더 새빨갛게, 더욱 더 현란하게, 더욱 더 무시무시하게 빛났다. 챙-- 요란한 금속음과 함께 크라비어스의 긴 손톱과, 라인더스의 검이 한 차례 격돌했다. 번쩍 하는 섬광이 일어났고, 동시에 거대한 마력의 충돌이 있었다. 둘의 마력은 충돌한 채로, 서로를 잡아먹으려 했다. 서로의 몸을 갉아먹었다. 무시무시하게 강력한 마력의 폭풍이 일어나, 위로 솟구쳤다. 천 년 전부터, 만 년 전부터, 십만 년 전부터, 백만 년 전부터, 천만 년 전부터...... 셀 수도 없이 오랜 옛날부터, 마룡족이 생겼던 그 때부터 쓰여왔던 신성한 장소. 그들의 왕이 도전 의식을 받아들이는 장소. 둥글고 거대한 천장에 새겨진 푸른 용, 용신의 거대한 몸이 힘차게 꿈틀거렸다. 그의 눈이 위협적으로 빛났다. 그의 비늘이 새파랗게 번쩍였다. 그의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위력적인 포효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 마력의 폭풍은 그의 몸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잠시 찾아온 정적. 침묵. "강하군." 크라비어스는 도전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앞에 꼿꼿이 선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여기 서 있는 '마룡왕 크라비어스'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단지 이 일로 인해 또다시 깨질 거울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다시 치워질 베일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다시 알게 될 새로운 것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 날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강했다. 그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었다. 크라비어스는 웃었다. * * * * * * * * * * * 블러드는 옆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있어야 할 그가 없었다. 그 자리는 싸늘하게 식어 있을 뿐이었다. 그가 오래 전에 나갔음을 암시하듯이...... "어디 간 거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블러드는 중얼댔다. 조금 더 잘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혼자 자기에 이 침대는 너무나도 넓었다. 방의 한쪽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러나 강력하게 그것은 늘어났다. <블러드?> "....'어둠'? '어둠'이야?" 그쪽에서 작은 말소리가 들려왔고, 블러드는 그가 '어둠'임이 틀림없음을 깨달았다. 그 특유의 어둡고 침침한, 우울한 분위기, 그가 가질 수 있는 창백하고 어두워 보이는 목소리, 그리고 슬픈 눈. <......네 '친구'는 싸우고 있어.> "싸워? 크라비어스가?" <크라비어스? 그러고 보니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기도 하군.> 그의 말에 블러드는 아직도 조금씩 밀려오던 잠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잠의 여신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왜.. 왜 싸우는 거야? 누구와?" 블러드의 다급한 목소리에 '어둠'은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조차도 블러드에게는 슬프게 보였다. <그는 용이야.>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말해주는 '어둠'에게 짜증을 느꼈는지, 블러드는 신경질을 부리며 소리쳤다. "알고 있어!" '어둠'은 웃으며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용들이 갖는 슬픔을...... 그리고 아픔을............ <그는 용이라고.> "그게 어쨌는데?" <용은 싸워. 그것도 목숨을 걸고.> "...그.. 그런..." <크라비어스라는 네 친구는 용이야.> "그..그럼 크라비어스도.." 블러드는 그 말에 놀랐다. 그제야 블러드는 카다즈와 크라비어스가 싸웠던 일을 생각해 냈다. 용들은 싸움으로 왕을 결정한다고 했다. <그래.>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블러드에게 '어둠'은 미소지었다. 그리고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슬픈 웃음이었다. 왜 슬퍼 보이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그렇게 커다란 슬픔을 안고 있는 것일까? 저 슬픈 눈은 블러드, 자신의 눈이었다.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란 이의 눈이었다. '어둠'은 말했다. <그도 싸워. 목숨을 걸고......> 그의 말이 끝나자 블러드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크라비어스가 죽는다면.. 자신의 곁을 떠난다면, 블러드는 과연 어떻게 될까? "절대 안 돼!" 블러드는 소리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눈물이 뿌옇게 앞을 가렸고,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흐릿하게 문이 보였다. 그는 재빨리 문을 열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덜컹. 문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텅 빈 방안에서 메아리쳤다. '어둠'은 웃었다. <바보.> 그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울고 있었다. <여기는 과거인데......> 그는 절대로 자신의 말을 들을 리가 없는 상대에게 말했다. <절대로 과거는 바꿀 수 없어. 모르고 있는 거야? '하르모니아'?> 일말의 감정도 담고 있지 않은 그의 공허한 목소리는 텅 빈 방안을 조용하게 울렸다. 정작 가야 할 사람에게는 가지 않고, 방안을 빙글빙글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어둠'은 천천히 방을 나서, 블러드가 나간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블러드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어디 있는지...... 그가 하는 일, 행동은 모두 알 수 있었다.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너는 곧 나. 나는 곧 너. 우리는 하나잖아?> 그의 머릿속으로 블러드의 모습이 떠올랐다. 항상 기쁘게 웃고 있던 그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울고 있었다. <난.. 네가 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어둠'은 블러드가 웃기를 원했다. 항상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기를 원했다. 그러나 지금, 블러드는 울고 있었다. <그렇게.. 그 용의 청년이 중요한 거야?> 그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자는 절대로 듣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나보다도? 난 곧 너 자체인데? '샤이른' 보다 중요해?> '어둠'의 발걸음은 점차 빨라지더니 어둠 속으로 천천히 잠겨 들어갔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얼댔다. <카오스보다 더 중요한 거야?>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은 천천히 공간을 뛰어넘었다. 눈을 뜨자, 다시 환해진 시야에 블러드의 모습이 보였다. 블러드는 지금 막 문을 열고 있었다. 붉은, 피의 색을 지닌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주위의 횃불이 자신의 마력에 반응하여 미친 듯이 타오르고 있었다. 블러드는 신성한 용의 땅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잠들어 있던 장소에...... -------- 쿨럭.. 이것도 연참인가? 어쨌든 연참이다! 아아.......... 퍼가는 홈피.. 주소.. 보내주신 분, 줄님밖에 없었소..;; 하긴.. 요즘이 시험기간이니..... 뭐, 빨리.. 보내주시기.. 바라오. 젠장.. 팔 너무 아프오..쿨럭. 감기까지.. 아, 코막혀...ㅠ.ㅠ 지금 시각 11시 29분. 이만.... 쓰오. 언제나 내 소설을 읽어주시는 당신께. 나이스- 데이! -하루리 -------------------------------------------------------------------------------- Name : 하루리 Date : 04-05-2001 22:19 Line : 303 Read : 111 [4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22) --------------------------------------------------------------------------------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오십 구 번째 이야기... "크라비어스!" "브..블러드? 어떻게 여기에?" 블러드는 큰소리로 크라비어스를 불렀다. 크라비어스는 앞에 있는 라인더스의 공격을 힘껏 받아치고는 그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비틀거리는 사이에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블러 드의 옆으로 달려왔다. "어떻게 온 거야?" "너.... 는 거야?" "응?" 고개를 푹 숙이고 뭐라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듯이 자신에게 묻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크 라비어스는 되물었다. 블러드는 고개를 번쩍 들며 소리질렀다. "왜 싸우는 거냐고!" 그 말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갑자기 환해진 얼굴로 물었다. "걱정한 거야?" "거.. 걱정은 무슨!"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부정하는 블러드였지만, 그것만으로도 기쁜지 크라비어스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난 괜찮아. 강하잖아?" "그래도......" 자신을 안심시키려는 크라비어스의 다정한 말에 블러드는 겨우 멈춘 눈물이 또다시 나올 것 같았다. 크라비어스는 아직도 그리 안심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블러드를 바라 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난 왕이야. 걱정하지 마. 여태까지 계속 이겼으니까.. 인간을 못 이길 리가 없잖아? 안 그 래? 그리고..." "...?" 크라비어스는 숨을 들이마시고는 또박또박 말했다. "이건 용으로써, 왕으로써 해야 할 일이니까." 그는 자신의 앞만 보고 달려간다. 언제나...... 뒤는 돌아보지 않는... 강한........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다시 달려간다. 앞으로.. 앞으로.. 끝없이 앞으로...... 그의 강함. 그의 힘. 그가 살아가는 모든 이유. "...하지만... 하지만........ 아까 올 때.. 라야가 말했어. 저.. 저기 있는 인간의 마법사는 강 하다고...... 크라비어스도 물론 강하지만..." 참았던 눈물이 봇물처럼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투명한 눈물이 가득 고인, 빨려 들어갈 것 같이 맑은 두 눈이 크라비어스를 똑바로 응시했다. 블러드는 힘들게 입을 떼었다. "...이기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겨우 그런 것을 걱정했냐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블러드의 등을 탁탁 쳤다. 배려가 담긴 웃음. "뭐야? 라야가 그런 말을 했어? 그 녀석, 두고 보자. 용서 못할 테니까." "...크라비어스." 크라비어스는 불안해지는 가슴을 애써 부여잡고 물었다. "왜?" "안.. 질 거지?" "그래. 난 안 져. 반드시 이겨. 왜냐하면.. 여태까지 그래 왔으니까." "그래.. 너는 안 질 거야...... 절대로..." 저 앞에 있는 것이... 그냥 보통의, 용에게 도전할 만한 능력의.. 하지만 평범한(일단 용에게 도전할 만한 능력을 가졌다면 절대로 평범한 것이 아니지만) 인간의 마법사이기만 해도 좋 으련만. 그러나 그는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었다. 위대한 대마법사. 인간의 마법사. 대마법사. 더구나... '그'의 단 하나뿐인 제자였다. 크라비어스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말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자, 이제 가. 가서 낮잠이라도 자고 와." 빙긋 미소지으며 자신에게 말하는 크라비어스를 보며 블러드는 왠지 불안해지는 마음을 감 출 수가 없었다. 이대로 가면... 못 볼 것 같은...... 하지만 그에게 있어 크라비어스의 강함은 절대적이었다. 절대로 그가 질 리가 없다는 믿음. 믿음... 믿음...... 절대적인 믿음. 무조건적인... 믿음...... 때로 그것은 파멸을 가져온다. 그 때, 아직도 비틀대고 있던 라인더스가 정신을 차렸는지 마음을 가다듬고 크라비어스에 게 달려들었다. 피유웃---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그의 검이 요란한 울림을 내며 크라비어스의 등뒤로 날아들었다. "크윽!" 투명한 검 날은 크라비어스의 등을 가차없이 파고들었고, 짧은 신음성이 홀을 울렸다. 검은 등을 뚫고.... 가슴으로 튀어나와 블러드의 눈앞에서 그 뾰족한 끝으로 피를 뚝 뚝 흘 리고 있었다. "왜.. 왜 막은 거야! 난 천사니까 그런 것쯤은 맞아도 상관 없다고!" "너.. 바보야? 빛 계열의 마법... 회복도 못 쓰는 주제에....... 맞으면 즉사야.... 나는 금방 낳는다고... 바보." 라인더스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이진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 았다. 분명히 그는 피할 것을 예상하고 검을 찔러 넣었는데도 그는 피하지 못했다. 아니, 피하지 않았다. 저 작은 신족을 지키기 위해서...... 그는 검을 뽑았다. 푹,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크라비어스의 가슴에서 검이 뽑혀 나갔고, 그의 입에서 핏덩 어리가 울컥 하고 튀어나왔다. "멍청이... 가라고.. 했잖아?" 크라비어스, 자신의 상처가 더욱 더 중요한데도 블러드를 재빨리 문 바깥으로 밀어 버리고 문을 닫는 크라비어스의 등과 가슴에서는 새빨간 피가 진득하니 흘러내리고 있었다. 피, 피, 피, 피! 똑같이 새빨간 피! 피가 울고 있었다. 그러나 웃고 있었다. 그는 용이고... 자신은 천사이지만 똑같이 새빨간 피. 그런 그를 보며 블러드는 울부짖었다. "바보! 왜 이러면서까지 싸우는 거냐고! 그렇게 왕의 자리가 중요한 거야? 그딴 거 버리고 나랑 같이 가면 되잖아!" 블러드는 닫히는 문 사이로 크라비어스의 미소를 보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 결코 억지로 웃는 것이 아닌... 진심으로 웃는 모습. "난 싸우는 것이 좋아...... 용이니까. 싸우는 것은.. 즐거워." "크라비어스!" 문은 완전히 닫혔고, 블러드는 닫힌 문 앞에서 주저앉은 채로 오열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된다고...... 으흐흑......." <블러드?> 블러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이 언제와 같은 새카만 옷을 입고 창백한, 그러나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 <응, 나야. 내 이름은 어둠이지만, 다키엔이야. 넌 나를 그렇게 불렀잖아? 항상 웃으면서 '다키'라고. '니아'....> "다키?" <그래, 니아.> "그런데 니아가 누구야?" <너잖아? 이름도 까먹은 거야? 니아는 너, 너는 니아. 그대는 조화를 상징하는 '하르모니 아'. 그리고 '니아'...> 블러드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어둠, 아니 이제는 다키엔을 바라보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평상시와 똑같은 창백하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뭔가가 달랐다. 미묘한 차이의.. 무언가가...... "나? 내 이름은 블러드야. 블러드엘." <바보. 넌 니아잖아? 블러드는 천사가 지어준 이름이고... 이제 카오스가 올 때가 다 되었 어. 카오스 앞에서 너는 언제나 '니아'야. 그리고 '니아'일 수밖에 없어. 너는 그의 반려니 까. 그리고 세상에서는 하르모니아.> 오늘따라 자신이 바보라는 말을 많이 듣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블러드는 웃었다. 카오스라 니... 자신은 '블러드'였다. 절대로 '니아'가 아니었다. "어둠.. 아니 다키. 나는 니아가 아니야. 그리고 카오스란 사람도 몰라. 언제나 나는 블러드 인걸. 언제나...... 블러드라구." <몰라? 카오스를? 하지만 카오스는 사람이 아닌걸...> 눈을 사납게 치켜세우며 자신에게 묻는 다키엔을 보며 블러드는 왠지 어린아이의 어리광을 보는 것 같아 유쾌해졌다. 실제 나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앞에서 그의 모습은 어린아이였다. 기껏해야 13살에서 14살 정도로 보이는...... "몰라. 본 적도 없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다키엔은 밝고 시원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자체가 어둠이어서 그런지 어떻게 예쁘게 웃는 다고 해도 결코 밝게 웃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의 웃음은 정말 밝았 다. 그리고 시원했다. 언제나 슬픈 미소만 짓던 그인데...... <괜찮아. 이제 카오스가 와. 그리고... 샤이른도.... 다 와. 조금만 기다리면... 넷이서 같이 놀 수 있어.> "샤이른?" 블러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질문에 다키엔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약간 붉어져 있었 다. <나의 반려. 난 그를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너무 좋아해. 이제 만날 수 있어. 오랫동안 기다렸으니까...... 이제.. 기다리지 않아도 돼.> 그의 말속에서 흥분과 기대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즐거움과 기쁨....... 블러드는 속으로 기원했다.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언제나 조화가 가득하기를...' 그 때, 다키엔이 한 손으로 굳건히 닫혀져 있는 커다랗고 웅장한 문을 가리키며 블러드에게 말했다. <그런데 블러드, 저 안의 용. 걱정되지 않는 거야? 그 인간의 마법사는 대마법사야. 용의 왕도 이기기 힘들걸?> 그제야 블러드는 싸우고 있는 크라비어스와 그 인간의 마법사를 생각해 냈다. 그리고 새파 랗게 질렸다. 이기기 힘들다니! 크라비어스는 강한데! "말도 안 돼! 크라비어스는 강해! 강하다구!" 블러드의 말에 다키엔은 웃었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그 용의 왕이 아니었다. 소중한 것은 오직 세 가지. 카오스. 샤이른. 그리고.. 블러드.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그는 세상이 없어진다고 해도 좋았다. 넷이서만... 넷이서만...... 옛날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그렇다면 그는 아무 것도 필요 없었다. 넷이서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 안녕하시오~~~~!!!! 하루리요!!! 으음... 요번 회 내에서는 드디어 9장을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건 필살 줄때우기요. 후후후후훗....... 이런 거에는 가히 신의 경지에 다다른...;; 아아... 미쳐가고 있는 루리요. 미앒ㅁ;ㅜ리ㅏㅍㄴ;ㅡㅇㄿㅁ츤잂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사람께는 특별한 무언가(?)를 드리겠소....;;;;; 아마도 모를 것이오. 왜??? 나도 모르니까. 음흐하하하하하하!!!!! 반드시.. 다음 파트에는 끝내도록 하겠소. 아아, 질질끄는 9장 과거로의 여행....;; 싫다, 싫어. 이제 내 동생 차례요. 으음....;; 이따가 좀 더 써서 연참 하고 싶지만. 동생 녀석이 끝내고 소설 쓰고 나면 아마도 12시는 넘을 테니... 포기..;; 음흐하하하하하하하!!!!! 그럼, 이만 쓰겠소. 나이스- 데이. 덧. 내 소설 퍼가기로 한 홈피. 라니안, 레드 드래곤 홈피, 판타지 월드, 줄님의 홈페이지, 피림님의 판타지 홈페이지, 제우스 판타지 신전(현재 공사중인 것 같던데... 열었는지도 모르겠소.), 실버지니님과 에린냥의 홈페이지(내일 모레 열 예정), 삼룡넷. 이상이오. 주소를 보내주신 분하고 내가 알고 있는 주소들...이라오. 으음.. 더 있는데... 보내주신 분은 없다오. 어쨌든 계속 보내주시기 바라오. 보내주시는 대로, 소설 쓸 때마다 여기다 적을 테니까... 참고로.. 이 홈페이지 외에 나머지 홈피들은.. 전부-- 무단 퍼감이오. -_-++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근래들어 무단 퍼감 홈페이지를 3개나 발견했 다오.... 이런 허접소설도 무단퍼감이 될 수 있다니 너무 반가웠소. 그러나..... -_-+++ 기쁘지만 용서 못함이오. 어쨌든.. 퍼가기로 한 분들.. 빨리빨리..... 주소 보내 주시기 바라오. 덧 하나. 이걸로 욕 엄청 먹겠구만. 덧 둘. 진심으로- 미안하다오. 덧 셋. 특히 세 번이나 멜 보내주신 삼룡넷 운영자분께는... 정말- 죄송하오. 이상, 나이스- 데이.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9장-과거로의 여행>(2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번째 이야기... "다키!" <왜?> "너 강하지?" 갑자기 그런 것을 묻는 블러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다키엔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도 그는 강했다. <그래, 난 강해.> 순순히 대답하는 다키엔을 보며 블러드는 그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블러드는 나이 치고 그리 키가 작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작아 보이는 것은 주위에 있던 자들이 대부분 훤칠한 키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다키엔은 그리 큰 키라고 말 할 처지는 아니었다. 블러드와 비슷하거나 약간 큰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블러드는 쉽게 그의 멱살을 잡을 수 있었고, 또 흔들 수 있었던 것이다. "도와줘!" <뭐?> "도와 달라고!" <............> 블러드는 간절한 눈빛으로 다키엔을 바라보았다. 블러드의 마음 속에서는 잘하면 다키엔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아니, 반드시 그가 자신을 도와 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블러드의 예상은 깨끗이 빗나갔다. 다키엔은 블러드를, 아니 정확히는 크라비어스를 도와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에 크라비어스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싫어.> "왜.. 왜! 어째서! 내가 소중하다면서! 도와 줘야 하는 거 아냐?" 다키엔은 싸늘하게 말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너'지 그 용의 왕이 아니야. 그가 싸우는 것은 그의 의지야. 네가 옆에서 뭐라 왈가왈부 한다고 해서 처리될 일이 아니란 거지. 그는 용이거든. 싸움을 즐기는 용이야. 그는 싸워야만 해. 도전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의무지. 즐거운... 의무.> "........" 블러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다키엔이 자신을 도와줄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솔직히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 더 염치없는 짓이었다. 블러드는 자신의 무능력함을 자책했다. 자신도 분명히 신족이건만...... 보통의 신족만큼도 능력이 없었다. "루시펠 만큼..... 라파엘 님 만큼....... 아니, 마리우스도.. 피오나도..... 다들 나보다 강하잖아? 나보다 능력 있잖아? 하다 못해 하르도! 왜 나는 안 되는 거지?" 블러드라고 해서 노력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처음에만 몇 번 되었을 뿐, 연이은 실패는 그를 낙심하게 만들었고, 이제는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까지는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능력 따위는 필요 없었다. 그 때 까지는......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누군가를, 설사 그 누군가가......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자라 할지라도... 상처 입히지 않으면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자가 상처 입는 것이다. "왜... 너는 왜 내가 소중한 거야? 능력도 없는데......"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다키엔은 불쑥 한 마디를 내뱉었다. <내가 너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은 능력 때문이 아냐.> "뭐?" <능력 때문이 아니라고......> "무슨 말이야?"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블러드에게 다키엔은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너는 저 용의 왕이 무능력자였으면 소중하지 않아?> "...아니. 그래도.. 그는 소중해." 그것 보라는 듯이 다키엔은 말했다. <그래, 그것과 똑같아.> 블러드는 이런 일에 괜히 어린아이처럼 반응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능력이 없다고 탓하는 것은...... 자신을 탓해야 했다. "..........내가 말릴 거야." <말도 안 돼. 위험하다고. 용은 자신의 싸움에 남이 끼여드는 것을 싫어해.> "싫어해도 할 수 없어! 나는 그가 피를 흘리고 아파하는 것을 볼 수 없어!" <왜?> 정말로 모르겠다는 다키엔의 질문에 블러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딱 부러지는 말투로 말했다. 그 목소리는 자신에 넘쳐 있었다. "좋아하니까. '친구'니까." <.........안 돼. 너는 그를 좋아할 수 없어. 너는 카오스가 있잖아?> "나는 카오스란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다니까?" <그래도 안 돼.> "실어! 나는 그를 도와줘야 해!" <니아! ...아니 블러드!> 블러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왜.. 왜.... 어째서 도와주는 거지? 그는 좋아서 싸우는 것이잖아? 그리고 그에게 도전한 자도 자신의 만족을 위해 도전한 것이고......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도와주는 거야? 그가...... 너에게 있어 그렇게 소중한 존재인 거야?> "응...... 소중해. 너무나도......" 다키엔은 꼿꼿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블러드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은 진실과.. 간절함을 담고 있었다. 소중한 자를 상처 입히고 싶어하지 않은... 그런, 간절한 눈. 다키엔은 그런 눈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을 가지고 있었던 자를 알고 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런 눈이었다. 자신의 하나뿐인 반려를 바라보며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소중하다는...... 더없이 소중하다는 눈. 더없이 슬픈 눈. 그리고, 한 때는...... 자신도 그런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가.> "미안, 다키." <가서, 그를 도와줘.> "다키......" <소중한 자는 지키는 거야. 가서 도와줘. 가, 블러드.> 문 앞에 선 블러드의 등뒤로 떨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블러드는 주저앉고 싶었다. 주저 앉아서, 차라리 엉엉 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직하게... 그리고 가늘게 떨리는 블러드의 젖은 목소리가 차갑고 어두운 복도로 울려 퍼졌다. "미안, 정말... 미안해...........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해.. 미안해........ 정말............ 너무나도, 미안해........." 다키엔이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말리지도, 도와주지도 않았다. 그저 바라볼 뿐. 하염없이 서서... 그저 바라볼 뿐. 웃었다. 블러드는, 그에게 웃어 주었다. '기다려.' 이제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 크라비어스는 위험에 처해 있을 지도 몰랐다. 그는 강했지만... 정말 강했지만....... 그와 싸우고 있는 인간은 너무 강했다. 문에 손을 대고 심호흡을 몇 번, 했다. 이제 이 문을 열면 싸움터로 가게 되는 것이다. 살벌한 용의 싸움터로...... 삐끄덕-- 듣기 싫은 마찰음과 함께 그 무거운 문이 열렸다. 아까 전에는 크라비어스가 가로막고 있어서 열리지 않았지만 이제 크라비어스는 문을 가로막고 있지 않았다. 싸움에 바쁜 건지...... 아니면.. 벌써 위기에 처해 있는지...... 쾅- 문은 다시 닫혔다. 이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꿈과 달리 현실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 블러드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앞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블러드의 눈에 크라비어스가 비춰졌다. 그는... 그는........ 상처입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크라비어스의 붉은 눈동자 속에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도 슬픈, 곧 울어 버릴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크라비어스 역시.. 울 것 같은 눈이었다. 무표정하지만... 눈은 울고 있었다. "왜.. 왜...... 왜 울 것 같은 눈을 하고 있는 거야?" "블러드?" "바보! 넌 강하잖아!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냐고!" 블러드는 그런 크라비어스의 시선을 견딜 수 없었다. 언제나 강하고, 자신에게 웃는 모습만을 보여 주었던 그가, 그렇게 약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따위는 보고 싶지 않았다. 싫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하지만 그는 소중했다. 그 때, 블러드와 크라비어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라인더스가 물었다. "어린 신족이여, 그대는 빛의 아이. 어째서 어둠의 아이인 마룡의 편을 드는 건가?" 그의 상태도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는 기품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승자만의 여유가 있었다. 블러드는 몸을 떨었다. 저 자는 진짜 크라비어스를 죽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크라비어스는 울컥 피를 토했고, 그 모습을 본 블러드는 결심했다. '나는... '나를' 지켜 줄 상대는 필요 없어. '내가' 지켜 줄 상대가 필요해!' 블러드는 벌벌 떨면서도 소리쳤다. "나..나는 그의 마스터니까!" 라일란드는 코웃음쳤다. 그는 한쪽 손에 든 지팡이를 쳐들며 위엄 있는 목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아니, 멍령했다. "물러서라, 신족이여. 어리석은 빛의 아이야. 네가 그의 마스터라고 해도, 신족이라고 해도 나를 막을 수는 없다." 그의 힘있는 말에 블러드는 움츠러들었다. '대마법사'인 라일란드의 강한 힘 앞에서 그는 아직 너무나도 어린 아이일 뿐이었다. 말 그대로 '아이'였다. 절대로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가 뻔히 보임에도 블러드는 포기할 수 없었다. "그만!! 그만해!!" 블러드는 힘껏 언령을 펼쳤다.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라인더스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그건 블러드의 신력이 너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라인더스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었다. 라인더스는 그런 대담함에 약간 놀랐지만 살짝 지팡이를 흔들어 블러드의 필사적인 공격을 무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크라비어스를 슬쩍 바라보았다. 용의 아이. 강대한 용의 청년.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이기기 힘든 상대임이 틀림 없었다. 아니, 질 수도 있는 상대였다. 물론, 애초에 지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역시.. 이기는 데에는 이 지팡이가 큰 역할을 했다. 아무리 용의 왕이 강했고 마나의 운용에 있어서는 가히 최고라고도 불릴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라인더스의 마력에 이 지팡이의 마력이 합쳐진 상태까지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은 지니고 있지 못했다.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 상태로는 블러드는커녕 자신의 몸도 지키기 힘들었다. 그는 천천히 하나의 주문을 속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했다. 라인더스는 크라비어스가 주문을 만드는 것을 눈치챘다. 아무리 많이 상처 입었다고 해도, 용은 용.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라인더스는 약간 긴장하며 지팡이를 꽉 쥐었다. 그의 손으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가 외친 주문은 공격이나 방어의 술이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자여, 운명의 흐름을 벗어난 자여, 그대 원래의 시간으로, 그대 원래의 운명으로 돌아가라!>>" "크라비어스---!!" 블러드는 피를 토하는 외침으로 크라비어스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곧이어 눈부시게 환한 빛에 휩싸여 시간의 흐름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는 자신의 몸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크라비어스--!!! 반드시...!! 반드시 봉인을 풀어 줄게!!!" "훗, 멍청한 꼬마야......넌 내 봉인을 풀지 못해. 하하하, 꼬마 주제에 말이야." 크라비어스는 웃었다. 자신의 몸이 봉인의 술에 휩싸여 천천히 감각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마지막까지 환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넌......레드 문을 닮았어. 만날 때부터 생각났던 건데......하하하, 이름이 기억난 건 지금이네." 라인더스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저 용의 왕을 이긴 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긴 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용의 왕에게, 일족의 왕에게 인간으로써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그가 저 강한 용의 왕에게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예의였다. 이미 블러드의 몸은 빛에 휩싸여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 * * * * * * 크라비어스는 눈을 감았다. 온통 캄캄한 암흑이 자신을 감싼 지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이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보이는 것은 블러드의 환한 얼굴, 즐겁게 웃는 모습. 오직 느끼는 것은 블러드의 환한 웃음소리, 기쁜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치던 블러드의 목소리. "크라비어스--!!! 반드시...!! 반드시 봉인을 풀어 줄게!!!" 사방은 캄캄한 암흑뿐이었고, 알 수 없는 무언가의 힘은 자신의 몸을 꼼짝달싹 못하게 옭아매고 있었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볼 수 없었다. 오직 들리는 단 한 마디의 외침. "반드시 봉인을 풀어 줄게!!!" "봉인을 풀어 줄게!!!" "풀어 줄게!!!" 그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크라비어스. 그리고 그는 블러드. 그는 나의 마스터. 나는 종속의 법에 매인 용. 그는 나의 마스터...... 마스터............ 이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크라비어스. 그는 블러드. 그래,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환한 빛이 크라비어스의 몸을 감쌌다. 그는 몸을 구속하고 있던 힘이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가운 공기. 바깥의 공기가 자신의 얼굴로 물씬 몰려들었다. 그리고...... 붉은 머리카락. 레드 문. 레드 문. 나의 레드 문. 크라비어스는 웃었다. 그래, 너는 약속을 지켰구나. 그러면 나도 약속을 지킨다. 너는 나의 마스터. 내가 평생에 걸쳐 가질 수 있는 단 한 명의 마스터. 그리고 나는 종속의 법에 매인 용. 나는 약속을 지킨다. 너는 나의 마스터. 평생 동안, 지켜 주마. 울지 않게 해주마. 크라비어스는 2000년 동안이나 열지 않았던 입을 열었다. [나를 봉인에서 풀어준 자는 누구냐.] [4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1) -------------------------------------------------------------------------------- Ip address : 211.115.239.2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NT 5.0;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일 번째 이야기... "마법이란 무엇인가?" 나의 스승, 나의 부모, 나의 모든 것...... 그는 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마법이란 자신이 바라는 것과 소망하는 것. 소망은 잠긴 문. 마법은 열쇠. 신성한 언어로 이루어지 는 것. 그것이 바로 마법이다." 그가 말했지만 나는 그 때,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검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 질문에도 답할 수 없었다. 내가 답을 원하는 듯이 빤히 바라보자 그는 한숨을 쉬었다. "검이란 자신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힘. 검을 안다는 것은 곧 자신을 안다는 것이지." 하지만 오랜 시간 후, 내가 마법이 무엇인지, 검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을 때, 그는 이미 나에게서 떠 나간 지 오래였다. -라인더스의 자서전 中 '검과 마법'에서 발췌- <10장-검과 마법> "크라비어스!" "왜?" 블러드의 힘찬 외침에 크라비어스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블러드야 언제나 젊고 활기차고 힘이 넘 쳐나니 하루 종일 도시를 돌아다니며 논다 치지만, 크라비어스는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과연 나이 많은 용답게 도서관에서 책이나 뒤적거리는 것이 다였다. 블러드도 신계에 있을 때는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책만 보면서 심심하게 지냈지만 중간계로 내려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아침이 되어서 아침 먹자마자 순식간에 저택 밖으로 달려나가더니 밖의 아이들과 어울렸던 것이다. 벌써 친구도 많이 만들었는지...... 원래 귀족이나 왕족들은 그런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라일란드는 그런 것을 싫어하지 않고 오 히려 좋아했고, 크라비어스 역시 인간의 왕족이나 귀족들의 의견을 따라서 블러드를 방안에 가둬 놓 고 가만히 책이나 읽게 한다는 것에 그리 찬성하는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블러드는 언제나 자유롭 게 지낼 수 있었다. 어쨌거나 크라비어스는 오늘도 도서관에서 낡은 고서적을 뒤적거리다가 블러드의 힘찬 부름을 받았 던 것이다. "무슨 일이야?" "나, 검하고 마법 배울래!" "......뭐?" "검이나 마법 둘 중에 하나 배우고 싶다고!" 크라비어스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전에 검과 마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했을 때는 귀찮아서 싫다면서 끝까지 우겨대서 결국에는 가르치지 못했던 쓰라린 기억이 아직까지 머리 한 구석에 남아있는 터라 블러드의 그런 부탁이 기쁘기는 했지만 황당했다. "검이나 마법?" "그래!"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제길! 파리 새끼가 검 배운다고 자랑해서! 골려 주겠어! 신족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크라비어스는 그럼 그렇지 하면서 혀를 찼다. 틀림없이 저 '파리 새끼'란 파르디얀 알케인 후작의 하나뿐인 아들인 파르시레인 알케인을 지칭하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과연 파르디얀 알케인 후작이 자신이 애지중지하며 키우는 아들이 '파리 새끼' 따위의 이름으로 불 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될까, 혹은 어느새 후작의 아들까지 꼬여내서 밖으로 나가다니, 따위 의 생각을 하며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킥킥댔다. 파르디얀 알케인 후작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검술로만 따지자면 크라비어스를 뛰어 넘을지도 모르는 자였다. 아무리 크라비어스가 마룡왕이라고 는 하지만 인간의 모습으로 낼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그 힘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었 다. 오히려 절대적인 힘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그래도 인간의 모습은 약했다. 원래 상태로 낼 수 있 는 힘의 1/20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파르디얀 알케인 후작은 비록 인간의 모습, 더구나 1/20 정도의 힘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크 라비어스지만 어쨌든 검으로는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용임을, 그것도 마룡왕이라는 사실을 밝힌 자신에게 당당하게 검술 대련을 요청하고 오랫동안 단련되지 못한 몸으로 인해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어정쩡하는 사이에 자신의 검을 날려 버리 고는 비록 인간의 모습, 그것도 2000년 동안이나 연습하지 못해 무뎌진 몸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에게 졌다는 쓰라린 현실에 잠시 멍해있는 크라비어스에게 손을 내밀며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인사하는 그의 모습이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생각하던 크라비어스는 다시금 오르는 혈압에 들고 있던 책을 지긋이 잡아 찢었다. "헉, 크 크라비어스?" "아, 아니야." 크라비어스는 생긋 웃으며 상냥하게 블러드에게 말했다. "그래, 뭐 배울래?" 블러드는 익숙하지 않은 크라비어스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힘차게 소리쳤다. "마법!" "그래? 그럼 따라와." 블러드는 크라비어스의 뒤를 따라갔다. "크라비어스, 마법 배우면 제일 먼저 그 녀석부터 한 방 날려 주겠어." "그래, 니 맘대로 해라." "제길! 재수 없는 녀석!" 크라비어스가 10분 정도 걸려서 블러드를 데리고 온 곳은 서재였다. "에? 크라비어스, 왜 서재야? 여기에 마법서가 있어? 그런데 마법서라면 네 집에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아?" 그 모습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발끈 했으나, 차분하게 말했다. "너 글씨 읽을 줄 알아?" "......" 그렇다. 블러드는 그 이름도 찬란한 문맹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고귀함과 전능함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신족, 그 찬란한 영광의 천사 중에 한 개체인 제 12클 래스 소속 도미니온즈 블러드엘는 글을 읽을 줄 몰랐던 것이다. 이것은 정말 카오스가 통탄하고, 이그드라실이 통곡하며, 신계의 주신 오딘이 한탄할 만할 일이었 다. 블러드는 힘겹게 말했다. "그냥 검 배울래." 크라비어스는 마법을 깨끗이 포기하고 검을 배우겠다고 하는 블러드의 모습에 상당한 아쉬움을 느 꼈다. 크라비어스는 육체적 능력이 월등하다는 마룡족이었지만 어쨌든 용, 그것도 용왕임에는 틀림 이 없기에 신룡왕보다는 못하겠지만 마법에도 상당한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블러드 에게 마법을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에 상당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검이라도 배우 는 것이 어디냐? 크라비어스는 아주 오랜만에(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르는) 학구열을 불태우며 블러드를 기사들이 수 련하는 수련장으로 데려갔다. "아아, 크라비어스 님, 그리고 레이디 블러드. 안녕하십니까?" "그래, 오래간만이다." "안녕하세요." 수련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둘을 맞은 것은 파르디얀 알케인 후작이었다. 그는 이미 뛰어난 솜씨 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매일 수련장을 찾아 하루에도 몇 시간씩 수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미 중 년의 나이로 접어들었지만, 그는 하루도 그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참된 기사의 표본 같은 사람 이었다. 그리고 그 아들인 파르시레인 알케인도 마찬가지였다. 매일매일 아버지를 따라 꼭두새벽부 터 그 무거운 검을 휘둘러댔고, 그 결과 아직 많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식 기사 작위를 받았던 것이 다. 물론 블러드는 이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크라비어스는 블러드가 아무리 노력에 노력을 다하며 피나게 연습해도 검으로는 절대로 파 르시레인을 따라잡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마법이라면 몰라도...... "오늘은 레이디 블러드와 함께군요. 기사들이 수련하는 것을 구경하려고 하십니까?" 알케인 후작의 말에 크라비어스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훈련을 하던 기사들은 고개를 돌려 흘끔흘끔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둘은 이 수도에서 상당히 유명했다. 세계에서 제일 부자인 그라시엔 가의 장남인 라일란드 폰 그라시엔의 약혼녀이자 마룡 크라비어스 의 마스터- 로 알려진 블러드와, 아름답고 순진한 아가씨(일까?)에게 반해 그녀와 맹약을 맺은 용, 크라비어스로...... 반 정도는 맞는 이 소문을 정작 당사자인 둘은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았기에 소문은 꼬리에 꼬 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어느새 기정사실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크라비어스는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알케인 후작에게 말했다. "오늘은 블러드가 검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검을 좀 가르쳐 보려고...... 라는 말을 하려고 했던 크라비어스는 갑자기 왁! 하며 소리지르는 한 사람의 비명에 의해 말문이 막 혀 버렸다. "닥쳐, 파리!" "뭐야? 계집애 주제에 어디서 검을 배우겠다고! 방에 앉아서 수다나 떨어!" "그런 구닥다리 사고방식에 젖어 있으니 시집오겠다는 사람이 없지! 파리 주제에!" "닥치지 못해? 빨강머리의 무례한 계집애야!" "뭐야?" "해 볼래?" "하자는 거냐!" "그래 하자는 거다, 멍청한 계집애!" "파리 주제에 어디서 인간에게 까부는 거야!" "놀고 있네, 내가 파리면 파리보다 못난 넌 뭐냐?" "내가 파리보다 못났어?" "당연한 거 아냐? 솔직히 네가 나보다 잘하는 게 뭐가 있어? 검을 잘해? 마법도 못하는 주제에! 말도 못 타잖아! 나보다 달리기도, 윗몸 일으키기도, 팔굽혀펴기도 못하잖아! 결국 저택에서 수다나 떠는 다른 여자들하고 똑같애!"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며 블러드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사실이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지막 말만 빼놓고는 . "내가 어떻게 똑같다는 거야! 그년들은 나보다 잘하는 거라고는 뜨개질하는 거랑, 수놓는 거하고 수 다 떠는 거, 욕하는 것밖에 없어!" 마지막 말에 수련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리고 크라비어스와 알케인 후작 의 얼굴은 마치 뭐 씹은 것처럼 변해 버렸다. 크라비어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그리고 알케인 후작은 천천히 걸어서 자신 의 하나밖에 없는, 아주 아주 소중한 아들의 뒤통수를 성의껏 갈겨 주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네 녀석이 라일란드 자작의 약혼녀 분께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이 분은 어쨌든 레 이디이시다! 빨리 인사해!" 그 말에 파르시레인이 억울하다는 듯이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버지! 저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것이 없어요! 그리고 절대로 이 레이디 같지도 않은 레이디 에게 인사할 수는 없다구요!" 그 말에 발끈한 블러드가 소리쳤다. "나도 이따위 녀석의 인사를 받을 생각은 없어요! 느끼하게시리 손등을 붙잡고 당신의 어쩌구 하는 말은 듣기도 싫다구요! 나는 검을 배우러 왔지 이따위 인사나 받으려고 온 것이......" 거기까지 말한 블러드는 핫, 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은 놀라서 휘둥그레진 얼굴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르시레인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은 명백히 비웃음이었다. "푸하하핫! 네가 검을 배운다고? 계집애가? 놀고 있네!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일 주일도 못 가서 검 을 놓고 만다!" 파르시레인의 비웃음을 가장한 놀림에 블러드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못 참겠던지 분노의 일격을 날 렸다. "크에엑!" 꼴사나운 비명과 함께 나자빠진 파르시레인과, 사람들의 놀란 시선을 뒤로하고 뛰쳐나가며 블러드 는 소리쳤다. "두고 보자! 반드시 완벽하게 검술을 익혀서 네 녀석을 꼴사납게 해주마!" -0-0-0-0-0-0-0-0-0-0-0-0-0-0-0-0 으음........ 한 편 올라갔소. 오래간만이오, 님들. 10장에 들어섰소이다....후훗... 너무 기쁘오. 클클클... 그럼, 이만. 잘 하면 밤에 또 한편이.. 잘 하면...-_-;; 아아, 그럼 나이스- 데이. 덧. 퍼가는 곳, 하나 더 늘었소. 카페 한개. 총 11개.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2) -------------------------------------------------------------------------------- Ip address : 211.115.239.2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NT 5.0;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이 번째 이야기... 큰 소리는 쳤지만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 블러드는 방구석에 처박혀서 혼자 끙끙댔다. "젠장... 이를 어쩌지? 크라비어스는 한 번 수련장에 가면 수련한다는 핑계를 대고 기사들을 두들겨 패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테고... 아이고... 머리 아파." 이것저것 고민을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심심해서 책이라도 읽고 싶었지만 불행히 도 그는 문맹이었다. 책들 중에서도 신어로 된 책(주로 마법서)은 읽을 수 있었지만 그런 책은 이미 예전에 다 읽은 후였다. 그리고도 몇 번이나 계속 읽어 버려서 이제는 지겨워서 읽지도 못하는 처지 였다. 게다가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에게 큰소리까지 치고 나오지 않았던가? 혼자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블러드의 뒤로 무언가가 스르륵 나타났다. "어? 다키? 다키야? 다키, 오래간만이다!" 그 새카만 무언가는 어느새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블러드는 재빨리 다키 엔에게 다가갔다. "우와, 오래간만이야! 왜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어?" 다키엔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 용의 왕이 봉인된 후에 잠이 들었다가 지금에야 깨어났어. 너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2000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까. 정말 오래간만이야 니아." "어, 다키, 너 목소리가 변했어?" "응. 일단 인간들이 많은 곳이니까." 블러드는 그제야 하나의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일단 다키엔은 '어둠'이었다. 게다가 '어둠'이라 면 용들의 창조주나 마찬가지인 존재 아닌가? 틀림없이 검술에도 능할 것이었다. "다키! 나 검 좀 가르쳐 줘!" "뭐? 검?" "응!" 다키엔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동자로 블러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한테 무슨 검이 필요해? 나도 검은 필요하지 않아. 샤이른도, 카오스도 검은 필요 없어." "그래도 나한테는 필요해! 마법을 배울 수 없으니까 검이라도!" 블러드의 절실한 말에 다키엔은 피식 웃었다. 지금 어떤 모습인지간에 어쨌든 블러드는 '조화'인 하 르모니아였다. 태초부터 카오스와 함께 존재해온 자. 그에게 검은 필요 없었다. 바라는 것은 무엇이 든지 이루어질 테니까. 하지만 다키엔으로써는 그의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았다. "검, 가르쳐 줄게." "나이스! 고마워, 다키!" 고마운 감정이 듬뿍 담긴 블러드의 말에 다키엔은 미소지었다. '카오스가 하르모니아를 찾으러 오기 전까지는, 그리고 샤이른이 오기 전까지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 도 되겠지.' 어차피 그들에게 시간이란 무한한 것이었다. 블러드는 다키엔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런데 니아. 너 검은 있어?" "......아니." 당황한 듯이 굳어져 있는 블러드에게 다키엔은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내가 하나 줄게." "우왓, 고마워. 다키." "뭘. 우리는 '친구'잖아?" "응. 그런데 다키. 검은 수련장에 가면 많이 있어." "어? 그래? 하지만 좋은 검은 아니잖아?" "그래도 처음에 연습할 때는 좋은 검으로 하는 것이 아니래." "그래? 처음 듣는다. 어쨌든 그러면 그걸 쓰지." 블러드는 다키엔과 함께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에는 그 빌어먹을(블러드의 시점에서는) 파르시 레인이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버린 채. 다키엔은 오랜만에 나와 보는 중간계가 너무도 많이 변해 버렸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조화가 사라진, 즉 제 역할을 못하게 된 중간계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그 때와....... 조화의 상징인 요정들은 다 숲으로 숨어살게 되었고, 남아 있는 것들이라고는 인간들과 소수의 다른 종족들. "자, 여기야! 다키, 크지?" "어, 그래." 여태까지 용왕의 궁에서 살아온 다키엔에게 어떻게 인간이 조잡하게(다키엔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 다) 만들어 놓은 수련장이 크게 보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블러드의 말인지라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그냥 어정쩡하게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들어가자!" 블러드는 당당하게 다키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 가 둘을 반겼다. "으아악! 크라비어스 님, 그만 해요!" "기사 주제에 왜 이렇게 허약해 빠진 거야! 기사의 자격이 없어!" "어떻게 용을 이겨요! 그것도 용왕을!" "용사들을 봐라, 불을 뿜는 용을 검 하나로 때려잡지 않던?" "그건 동화책이죠! 으아아악! 그만 하라구요! 제가 동네북이에요?" "누가 너더러 북이래?" "야, 누가 말려! 말리라구!" "네가 말려 봐! 어떻게 용을 말려?" "애 하나 죽겠어요!" 다키엔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을 바라보았다. 지금 수련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에게는 생소한 것이었다. 붉은 머리를 산발한 미친 용(다키엔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밖에)이 기사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고, 기 사들은 얌전히 맞고 있지 않고, 이리 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도망가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절대적인 힘과 마력을 가진 용이라든지, 타 인간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기사들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단지 개인이 집단을 구타하고 있는 추한 몰골일 뿐...... "크라비어스으읏!" 기사들은 구세주다, 라는 눈길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만 해! 누가 기사들을 집단 구타하랬어!" 크라비어스는 순식간에 들고 있던 목도를 내던지고 블러드에게 달려갔다. "블러드... 나를 혼자 두고 사라지다니.. 내가 저 우락부락한 기사들 사이에서 얼마나 혹사당했는지 알아?" 순식간에 기사들의 머리 속으로 사나운 맹수, 아니 용을 손짓 하나로 달래는 아리따운 미녀의 모습 이 연상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혹사? 하긴 혹사라면 혹사겠다." 암, 사람을 패는 것도 상당히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던 블러드에게 크라 비어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블러드, 여기 있는 이 까만 꼬마 녀석은 뭐야?" '너의 창조주야.' 블러드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이 말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아아, 이쪽은 다키엔. 나한테 검술을 가르쳐 주겠대." "다키엔이다." 순식간의 크라비어스의 눈이 샐쭉해지며 날카롭게 쏘아댔다. "이 꼬마가 너를 가르친다고? 말도 안 돼. 블러드, 가만히 생각해 봐. 나는 용왕이고 저런 것보다는 훨씬 더 경험도 많다고. 그러니까 그냥 돌려보내라. 어느 귀족집 자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고생 시키지 말고." 그러자 다키엔의 눈도 샐쭉해졌다. "니아, 이 무례하기 짝이 없는 용은 뭐지? 감히 반말이나 찍찍 해대고. 주제에 너에게 검술을 가르치 겠다고 하다니." "뭐얏?" "저.. 저기, 그러니까 크라비어스. 다키는.. 다키는....." 열심히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애쓰는 블러드의 모습이 안되 보였는지 기사들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셋에게 다가왔다. "저어.. 세 분. 그러니까." 그 때, 파르시레인이 등장했다. 그는 블러드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다시 수련장 바깥으로 뛰어나 가며 소리쳤다. "앗, 빨강머리 계집애다!" "뭐얏, 파리 녀석이!" "어머나, 무서워라~ 어머니, 오거 계집애가 저를 죽이려고 해요!" "닥쳐!" 상황은 더욱 더 악화되었다. 기사들은 그저 어서 이 상황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 얼마 나 통탄할 만한 일인가. * * * * * * * * * * "으음, 그러니까 이 애가 너한테 검술을 가르치겠다고?" "응." "무례하게 반말이나 쓰다니!" 자신과 눈을 맞추려 들지 않는 블러드에게 크라비어스가 수상쩍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블러드, 솔직해 말해 봐. 쟤의 정체는 뭐지?" "아..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면 언령을 못 쓴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겠지?" "그.. 그게 말이지." 블러드는 쩔쩔매며 크라비어스의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던 다키엔은 가엾 은 블러드를 도와 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불쑥 나서서 한마디했다. "나는 신이다." 자기 딴에는 그래도 자신을 낮춘 말이었지만 크라비어스와 주위에 있던 기사들에게는 먹히지 않았 다. "자, 빨리 정체를 밝혀." "나.. 난 정말 신이란 말이다!" "블러드, 얘 정신병자야?" "무례하다! 감히 나에게 정신병자라니!" "아아......" 블러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렸다. 언제 검술을 배울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이러다가는 검술은커녕 검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평생 파르시레인에게 놀림을 받으며 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끔찍한 결말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검." "응?" "검 안 가르쳐 줄 거야?" "아니, 가르쳐 줄게." 블러드의 말에 다키엔이 먼저 재빨리 일어섰다. "자, 내가 검 하나 줄게." 순식간에 그의 손에는 온통 새카만 빛을 발하는 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충분히 힘을 억제했다고 는 하나 그 검이 발하는 마기는 주위의 기사들을 잠시 움츠려들게 하는 데 충분했다. "흥, 저렇게 마기를 풀풀 날리고 다니는 검 따위는 필요 없어. 블러드, 내가 내 뼈로 만든 칼 한 자루 주지." "뼈로? 난 그런 칼 필요 없어." "뭐? 저런 시커먼 칼보다는 훨씬 좋단 말이다!" "훗, 멍청하긴. 어떻게 너의 뼈로 만든 검이 내 검보다 좋다는 거지?" "당연한 거 아니냐? 난 용왕이라고! 내가 환상적인 마법 검을 만들어 주겠다!" "아아, 검 배우고 싶어......"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3) -------------------------------------------------------------------------------- Ip address : 211.115.239.2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NT 5.0;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삼 번째 이야기...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블러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옆에서 그 싸움을 흥 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던 기사 한 명에게 물었다. "여기에서 검 제일 잘하는 인간이 누구예요?" "아? 네... 아무래도 알케인 후작님이 제일 훌륭한 검술 솜씨를 가지고 계시죠." "그런데 그 분은 바쁘시잖아?" "그렇죠. 지금 기사들을 육성하시는 데만도 힘에 부치실 테니까요. 게다가 벌써 60을 바라보는 나이 아닙니까? 그 몸으로는 무리가 있죠." "그럼 그 다음으로 잘하는 사람은?" 블러드의 질문에 기사의 눈동자가 급히 굴러갔다. 그는 재빨리 검술을 잘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았 다. 그의 머릿속으로 1위부터 5위까지 사람의 모습이 쫘르륵 나열되었다. 무서울 정도의 능력이었 다. "아무래도 알케인 후작님의 아들인 파르시레인이겠죠?" "뭐? 걔가? 걔보다 나이 많은 사람도 많잖아?" "그래도 일단은 재능이 있으니까요. 파르시레인 같은 경우에는 벌써 정식 기사 작위를 받았으니까 요. 물론 나도 받았지만.. 에에.. 그러니까.. 파르시레인이 훨씬 먼저 받았거든요." "말도 안 돼!" 그의 대답에 블러드는 그 가엾은 기사를 홱 밀치고는 수련장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크라비어스와 다 키엔이 동그래진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지만 지금 둘은 블러드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파르시레인! 파르시레인! 당장 나와!" 넓은 저택 안은 오늘 있을 파티로 인해 북적거렸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파르시레인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블러드는 잠시 그가 갈 곳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떠올렸는 지 재빨리 저택 바깥으로 달려나갔다. "아앗, 블러드 님! 어디 가시는 겁니까? 오늘 파티는 중요한..." 그러나 그 불쌍한 문지기의 말에 전혀 감동받지 못한 블러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알고 있어. 중요한 파티니까 내가 초대받아서 이렇게 크라비어스랑 지겹게 궁전을 배회하고 있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궁전 안에 있는 저택인가?' 궁전 안에 있는 저택이 맞는 표현이었다. 어쨌든간 문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는 미처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자신을 쌩 지나 달려나가는 블러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블러드는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파르시레인 그 녀석이 이 시간에 갈만한 곳이라고는 딱 한 군데밖에 없었다. 파르시레인도 블러드처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끄러운 파티를 싫어했으므로 틀림없이 조 용한 곳에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 장소는 블러드와 둘이서 찾아낸 장소이기도 했고. 헉헉대며 달리는 블러드의 눈앞에 유유히 흐르는 큰 강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제 다 시들어서 원래의 푸른빛을 잃어버린 잔디들이 깔려 있었고, 그 뒤로 장미 덩굴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때는 늦가을이라 꽃은 없었지만 잎사귀가 몇 개 남아서 팔랑이는 그 모습은 어쩌면 낭 만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장미 덩굴 옆으로 크게 솟아있는 느티나무 한 그루에 파르시레인이 기대어 있었다. 강쪽에서 불어온 미풍으로 그의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는 상당히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귀족들은 대부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귀족으로써 자라온 그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정도 길이가 되면 더 이상 기르지 않고 마법 을 이용해 자라지 않도록 하는 데에 비해 파르시레인은 그런 마법을 걸지 않고 계속 길렀기 때문에 허리를 약간 넘는 정도의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에 어둡게 실루엣으로만 비치는 그의 모습은 자못 경건해 보이기까지 해서 블 러드는 그를 부르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 작은 고민은 그가 먼저 블러드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인해 사라졌다. "어? 블러드?" "파르시레이이이인!" 자신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블러드를 보고 파르시레인은 의아한 마음을 가졌으나 그것도 잠 시였다. 곧이어 블러드가 내뻗는 주먹에 뺨을 얻어맞고 처참하게 비명을 질러야 했다. "꾸에엑!" "참나, 추하게 비명이 그게 뭐냐?" "네가 때렸잖아! 네가!" "그래, 미안하다." "에?" 너무나도 순순히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는 블러드의 모습에 파르시레인은 잠시 놀랐다. "너.. 뭔가 원하는 거라도 있냐?" "응." 잠시 고요한 침묵이 다가왔다. 물론 침묵이니까 고요한 것이 당연하겠지만 왠지 어색한 침묵이었다. 둘의 뒤에 펼쳐진 강물이 저녁 노을을 받아서 다홍색으로 물들었다. 하늘만큼이나 붉은 강물은 잔잔 하게 흐르며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뭔데?" "나 검 좀 가르쳐 주라." "크라비어스 님이 있잖아?" "걔한테 배우다가는 1000년이 있어도 못 배울지도 몰라." "......그럴 지도 모르겠다." 잠시 짤막한 대화가 오갔다. 파르시레인은 블러드를 흘끗 바라보았다. 도저히 검술을 할 수 있는 몸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얗기 만 한 피부에 가는 팔과 다리. 게다가 근력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가는 몸. 그것도 여자가 아닌가?(어쨌든 여기서는 여자 취급받고 있다.) "가르쳐 줄 거야?" 파르시레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투닥거리며 싸우기는 해도 이렇게 부탁하면 거절할 수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갑자기 밖으로 놀러가자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보통 귀족 영애들이나 부인들은 저택 밖으로 나가는 것을, 특히 걸어서 나가는 것을 아주 꺼려했다. 그것이 그녀들만의 자존심인지 아니면 단순히 걷는 것이 귀찮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천한 평민들 이 사는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천하다고 생각해서인지...... "그래." ".......고마워." "괜찮아. 단지 크라비어스 님의 뒤처리는 네가 해." "그 정도야 문제없지." 그 정도야 간단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블러드에게 파르시레인은 유사시를 대비해 항상 가지고 다니는 호신용 검을 한 자루 건네 주며 짤막하게 한마디했다. "이거 휘두를 수 있어?" "글세.. 별로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데?" 블러드의 대답에 파르시레인은 피식 웃었다. 자신이 5살쯤 됬을 무렵, 처음 검을 배우러 수련장에 갔을 때 자신도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들어 봐." 블러드는 별로 어렵지 않다는 눈빛으로 그 검을 받아들었다. 그 순간 블러드의 몸은 휘청하며 앞으 로 팍 고꾸라졌다. "으앗!" 앞으로 볼썽 사납게 넘어져 버린 블러드를 잡아 일으켜 주며 파르시레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눈빛으 로 천천히 말했다. "이거- 하루에 1000번씩 휘둘러야 해. 그렇게 적어도 열흘은 해야 한다고." "으에엑! 들기도 힘든 이 칼을 하루에 1000번씩이나?" "나도 그랬어." 블러드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검술은 자신의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들기만 해도 쓰러질 것 같은 저 검을 하루에 1000번씩이나 휘두른다는 것은 어지간한 체력과 끈기가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할거야?" 블러드는 잠시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파르시레인도 그렇고 수련장에 서 낄낄대며 장난만 치던 기사들도 다 이런 과정을 거친 것이다. 저 무거운 검을 하루에 1000번씩이 나 휘두른다는...... 울상이 되어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할래." "좋은 자세야. 하지만 오늘은 안 돼." "어? 왜?" 파르시레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오늘밤에는 파티가 있어." "안 가면 안될까?" "나도 가고 싶지 않다고." "너는 그나마 낫지. 난 그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가야 한다고." "하긴 그렇다. 그 속에다 코르셋인가 뭔가도 입어야 하고...... 장난이 아니겠다." "그래, 게다가 허리를 꽉 조이니까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고......" 배가 고파 죽겠는데 허리를 조이고 있는 코르셋 덕분에 밥을 먹지도 못하고, 실수로 손수건이라도 떨어지면 허리를 굽힐 수도 없다.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모든 귀족 여인들이 체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닌 것은 어쩌면 코르셋이라는 무시무시한 의상 덕분인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가야겠지?" "그렇겠지......" 둘은 동시에 한숨을 내쉬고는 터벅터벅 저택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쨌든 파티라는 무시무시한 마 수의 손에서 벗어나기에 둘은 너무나도 어렸다. 그리고 축축 처져서 돌아온 둘을 맞이한 것은 각자의 시종이었다. "블러드 님! 도대체 어디서 놀다가 지금 오신 겁니까? 게다가 그 꼴이 뭐예요? 조금만 있으면 파티가 시작할 텐데 저런 더러운 바지를 어디서 구하신 겁니까!" "미.. 미안해요, 헬렌." "분명히 오실 때까지만 해도 제가 힘들게 치장까지 다 했고, 깨끗한 흰색 드레스를 입혀 드렸을 텐 데! 이번은 라일란드 도련님께서 파티의 주인공이 되시기 때문에 아침 일찍 온 것이었는데! 어떻게 아가씨께서는 저의 이런 마음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라일란드 도련님의 약혼녀이신 아가씨께서 이 런 초라한 꼴로 있는 것을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세상에 상상도 하기 싫어집니다!" 그녀는 절대로 블러드가 입고 있는 '저런 더러운 바지'가 크라비어스의 궁전에서 가져온 최고급 옷 감으로 만들어진 데다가 마법까지 걸린, 왕도 입기 힘든 옷인지 모를 것이다. 단지 그녀에게는 자신이 맡아서 치장해야 할 레이디인 블러드가 저런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는 사 실만이 중요했고, 그것은 파르시레인이 어렸을 때부터 맡아서 키워 온 시종인 벤 또한 마찬가지였 다. "파티가 시작합니다. 빨리 옷을 갈아입으심이 좋을 텐데." "알았어, 벤." 단지 그는 그녀보다는 조금 침착했다. 그리고 과묵했다. 헬렌은 재빨리 블러드의 손을 잡아끌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손에 끌려 들어가는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따 보자.' '그래, 이따 봐.' 그래도 파르시레인은 블러드가 이곳에 와서 만난 가장 마음이 통한다고 볼 수도 있는 '친구'였다. '친구'...... "으아아악! 헬렌! 그만 해요! 끄에엑!" "괜찮다니까요, 아가씨는 허리가 날씬하셔서 더 조여도! 됩니다!" "으아악!" 꽤 긴 시간의 사투가 지난 후, 헬렌은 블러드의 허리를 그녀가 원했던 만큼 조이고 새로 준비해 온 흰색 드레스를 입힐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화장뿐인데...... "아가씨의 머리카락은 너무 길고, 붉은 색이라서 딱히 꾸미기가 힘들다고요." "안 꾸며도 된다니까!" "안 돼요! 제가 맡은 아가씨가 파티에서 다른 여자들과 견주었을 때, 뒤진다는 것은 수치예욧!" "헤.. 헬렌......" 헬렌은 재빨리 서랍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서랍을 탁 닫으며 짜증을 냈다. "아, 어쩌면 화장품이 이런 것밖에 없는 것일까! 이런 데에 신경을 쓰지 않으시는 라일란드 도련님도 그렇지만 아가씨께서는 어떻게 도련님께 사달라는 말을 하지 않으시는 거죠? 보통 레이디들이라면 보석 사달라, 화장품 사달라, 옷 사달라 말이 많을 텐데 말이에요! 정말 제가 여태까지 맡아 온 레이 디들과 너무도 다르군요! 어쨌든 화장은 해야 하니 이리 와요!" "네.. 네..." 그녀는 블러드를 화장대 앞에 앉히고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이 아가씨는 너 무나도 달랐다. "그런데, 헬렌. 크라비어스는요?" "아마 크라비어스 님도 준비하고 계시겠죠." "휴우, 부럽네요." "뭐가 부럽다는 거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여자들만의 특권이라고요!" '난 여자가 아니라구요, 헬렌.' 블러드가 속으로 중얼댔지만 헬렌에게 마음 속까지 들여다볼 능력 따윈 없었다. 블러드는 목까지 올 라오는 흰 드레스가 불편했는지 자꾸 목을 긁어댔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헬렌 은 빽 소리를 질렀다. "목 긁지 말아욧! 도대체 레이디가 추하게 무슨 짓입니까!" "아.. 알았어요." 문득 블러드는 생각했다. '그런데 매직 아카데미는 언제 입학하지?' -0-0-0-0-0-0-0-0-0-0-0-0-0-0-0-0-0 오오, 그리 오래간만이지 않구려. 어제도 뵙지 않았나? 으음- 몰겄소이다. 지금 시각 2시, 2시를 알려드립니다. 어째 야행성이 되어 가는 듯. 이따가- 오전 12시 지나서- 잘 하면 몇 편 더 올릴 수도 있겠구려. 으흠- 으흠- 참고로, 퍼가는 곳 하나 더 늘었다오. 소다미 님의 카페. 전부 13개가 되겠구려. 으음. 참. 중요한 버그를 지적해 주신 분이 계셨소. 무시무시했다오. 중간계 편에서 블러드가 책 제목을 읽었다고 나왔는데. 분명히 블러드는 문맹이오. 신어는 읽지만 그 외의 것은 아, 고대어(영어)도 좀 하는구려. 세상에- 주인공이 문맹이라니....-_-;; 내가 쓰고도 황당. 그래서- 그것을 고치기 위해 한 가지 술책을 부렸소. 그 책 제목은 신어로 쓰인 것이다- 라고. 신어는 분명 신계에서 쓰이는 말이지만 중간계에서도 쓰는 사람이 있다- 라고. 물론 좀 유명한 마법사나 그런 사람들이 신어를 배운다- 라고. ...-_-;;;; 후훗, 그럼 나이스- 데이. 덧. 감상 주신 분들, 언제나 감사하오-^^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4) -------------------------------------------------------------------------------- Ip address : 211.115.239.2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NT 5.0;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사 번째 이야기... -젠장! 블러드, 도대체 임무는 수행 안 하고 뭐 하는 짓거리야! 용서할 수 없어! 하르엘! -네? 무슨 일입니까? -네가 갔다와! 블러드가 한 번 중간계로 내려가더니 임무 수행할 생각은 안하고 놀고만 있잖 아! 무릎까지 내려와 찰랑대는 긴 흑발의 소유자, 루시펠은 짜증난다는 듯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물론 본인은 전혀 의식 못한다) 하르엘에게 말했다. 그 말에 하르엘은 웃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루시펠 님. 블러드는 중간계가 처음이잖아요? -그래, 그렇지만 이번 임무는 중요하단 말이다. 마족이 관련된 일이니까.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 루시펠님이 직접 내려가셔도 되잖아요?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하지만 빌어먹을 신 녀석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날 지 키고 있는 것을 어떡하냔 말이다! -에.. 그냥 몰래 내려가 버리지 그래요? -그럴까? 책상에 박고 있던 고개를 휙 하르엘 쪽으로 돌리며 루시펠은 중얼댔다. 그 추한 몰골에도 하르 엘은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빙긋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지깟 것들이 이미 내려가 버린 천사를 어쩐대요? 그리고 이것은 '정당한' 임무 수행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내려가 버려도 괜찮을 텐데...... 그 '지깟 것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경기를 일으킬 지도 모르겠지만 '지깟 것들'은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하르엘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기왕 내려가시는 거 저도 같이 내려가죠. 오랜만에 블러드 얼굴도 볼 겸. 루시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 가버리는 거야. 실로 두려운 녀석들이었다. 블러드는 재채기를 크게 했다. "엣취!" "아가씨?" "아니, 누가 내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블러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뭔가 오한이 도는 것이 별로 좋은 증상이 아니었지만 그냥 넘 겨 버렸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따위의 생각을 하며. "그런데, 헬렌." "왜요?" "언제 끝나요?" "아직 멀었습니다." 헬렌은 화장대 위에 놓여있는 여러 가지의 병들 중에서 찰랑대는 푸른 액체가 담긴 크리스털 병을 집어들며 말했다. 그 모습에 블러드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의 상황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벤, 이거 꼭 하고 가야 하는 거야?" "네." "유치하게 빨간색이 뭐야, 빨간색이!" "레이디 블러드께서 들으신다면 그리 좋아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일단 그 분은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동자를 가지셨으니까요. 참, 크라비어스 님도 기뻐하지는 않겠군요." "으으......" 무슨 말만 한 마디 해도 벤에게 꼬투리가 잡히니 결국 자신의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오직 벤의 취향대로만 고른 옷을 입게 되었던 것이다. 벤의 미적 취향이 엉망이 아닌 것이 심 히 다행이었다. "그런데- 검은 옷에 빨간색은 안 어울리잖아?" "그 옷은 검은색이 아닙니다. 그리고 빨간색이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으니까요. 겨우 칼 장식 을 누가 눈여겨보겠습니까?" 그것은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검은색이라고 하더라도 빨간색이 그렇게 흉측하게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언제 부터인지는 몰라도 왕족과 귀족들은 빨간색 검 장식을 주로 애용했다. 아마도 이 나라를 세운 초대 황제가 빨간색 검 장식을 하고 있었다- 는 근거 없는 소문 때문인지도...... "쳇, 그래 맘대로 하시구려." "어차피 제 맘대로 하고 있었습니다만." "좋아, 좋다구." 파르시레인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귀찮다기 보다는 자포자기한 듯 한 느낌이 더 강하게 나고 있었지만, 벤은 그것을 무시했다. 저택 밖에서 마차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함께 말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그리고 시종 들이 바빠진 듯이 급히 발을 옮기는 발소리까지, 기사 훈련으로 청각이 예민해진 파르시레인은 쉽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청각이 예민하다는 것은 귀족들이 하는 욕, 파르시레인은 어린 나이에 정식 기사 작위를 받았지만 왠지 재수가 없다- 따위의 쓸데없는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그리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귀부인들의 수다 소리까지...... "꺄악! 아가씨! 너무 예쁘잖아요!" 헬렌의 수다스런 목소리에 블러드는 시큰둥하다는 듯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았어요.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는 거죠? 예쁜 것 따위 별로 필요도 없는데." "제발 좀 가만히 계세요! 생각 같아서는 귀도 뚫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요! 예쁜 귀걸이가 많은데 그런 귀걸이를 못 한다니!" 귀를 뚫는다는 말에 블러드는 잠잠해졌다. "알았어요, 헬렌." "그런데 아가씨, 제발 말 놓으세요." 블러드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무리 시녀라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반말을 쓴다는 것은 아직도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름만 부르는 것도 어딘 데...... 헬렌이 아직 시녀치고는 어린 편이라지만 블러드는 실제로 3살이 아니던가? 솔직히 겉모습만 해도 자신이 더 어려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크라비어스나 다키엔- 같은 경우는 빼놓고 말이다. 겉모습이 젊으니...... "어? 그러고 보니.. 헬렌, 다키는 어디 있어요?" "아, 다키엔 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지금 그 분은 크라비어스 님의 거처에서 함께 준비를 하 고 계실 겁니다. 일단 신분이 정확히 밝혀지시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손님 대접을 받고 계십니 다. 그것도 귀한." "그래요?" 솔직히 말해서 헬렌은 다키엔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갑자기 나타나서 블러드에게 친근한 듯이 반말을 쓰면서 달라붙는 것도 그렇고, 정체불명이라는 사실도 그랬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헬렌." "또 뭡니까?" "저랑 라일란드랑 크라비어스야, 빨리 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왜 알케인 후작님하고 파르시레 인까지 일찍 온 거죠?" 블러드의 질문에 헬렌은 한숨을 푹 쉬었다. "알케인 가(家)는 특별합니다. 그라시엔 가(家)와 주종 관계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대대로 알 케인 가에서는 그라시엔 가의 영애들에게 충성을 바쳐 왔습니다. 바꿔 말하면- 알케인 가는 언 제나 그라시엔 가의 영애들을 레이디로 삼았던 것입니다. 물론 예외도 적지 않아 있지만 직계 자손, 그러니까 파르시레인 님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그라시엔 가의 영애를 레이디로 삼아야 되죠." "아, 그래요? 그런데 지금 그라시엔 가에는 영애가 하나도 없는데요?" "그럴 경우에는 그 약조는 취소되고 아무 가문의 영애나 레이디로 삼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솔 직히 파르시레인 님 같은 분이 레이디가 될 영애가 어디 없겠습니까? 얼마나 유명하신 분인데. 잘생기기도 했구요." "그 녀석이 잘생겼다구요? 우웩~" "아가씨!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알았어요." 블러드는 그제야 잠잠해졌고, 헬렌은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며 블러드에게 물었다. "자, 이제 다 됐습니다. 크라비어스 님을 만나보시러 가겠습니까?" "갈래요." "조심해서 일어나십시오. 조심- 조심!" 블러드는 헬렌의 말대로 조심해서 일어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일어나자마자 비틀거리며 푹 쓰러져 버렸다. 그것은 블러드가 선천적으로 허약하다거나 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단지 블러드는 구두가 너무 불편했을 뿐이다. 뾰족한 굽에, 흰색의 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그 구두는 블러드가 신기 에는 너무나도 굽이 높았다. 귀족 여인네들 사이에서는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높은 굽의 구두를 신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버 렸지만, 블러드는 그 '귀족 여인네'에 포함되지 않았다.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일어 난 블러드는 헬렌의 부축을 받으며 복도로 나섰다. "필로아 후작 각하와 후작 부인- 그 영애 드십니다!" 복도로 발을 내딛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블러드와 헬렌의 귀를 때렸다. "그런데 헬렌." "또 뭡니까?" "왜 우리가 일찍 와야 되는 거죠?" 또다시 이어지는 블러드의 질문에 헬렌은 살짝, 눈치채지 못할 정도만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사 실도 모르고 이곳에 왔다는 것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저 순진한 아가씨가 재수 없다 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신경질을 내고 보석이나 치장에 신경을 쓰는 다른 영애들보다는 낳은 편이었다.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서 탈이지만 말이다. "오늘 있을 파티는 라일란드 도련님의 동생 분이신 라이노 님의 성년식을 축하하는 파티입니 다. 성년식은 내일 아침, 집에 돌아가시 가문 사람들끼리만 조촐하게 보내는 거죠." "어? 라일란드한테 동생도 있었어요?" "아, 네. 그 분은 워낙에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아예 가주이신 그라시엔 후작님(라 일란드의 아빠)께서 전 세계에 있는 그라시엔 가의 상점을 시찰하는 일을 맡기셨기 때문에 얼 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일 년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드뭅니다. 그런 분께서 성년식을 맞이 하시니- 얼마나 성대한 파티가 되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헬렌의 상세하고도 상세한 설명에 약간 질려버린 블러드는 대충 대답했다. 그래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자신은 그라시엔 가에 무지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 때, 흰색과 검은색이 적당히 섞인 메이드 복장을 한 시녀 한 명이 헬렌의 이름을 부르며 급 하게 뛰어왔다. "헬렌! 아, 블러드 아가씨? 안녕하십니까?" "아, 네. 네." "헬렌, 헬렌! 지금 부엌이 너무 바빠. 좀 도와줘!" 헬렌은 블러드의 양해를 구한다는 듯이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는 잘 되었다 싶었는지 얼른 가보라고 손짓했다. "가 봐요, 헬렌. 크라비어스의 방은 나도 아니까." "아, 그럼. 아가씨, 실례하겠습니다." 헬렌은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한 시녀와 함께 급히 달려갔다.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시녀들 이 하고 있는 복장인 메이드 복이 오히려 자신이 입고 있는 드레스보다 더 예쁘고 깔끔하다는 생각을 하는 그였다. 블러드는 의외로 소녀 취향이었던 것이다. 헬렌이 완전히 보이지 않자, 블러드는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주워 들은 채로 크라비어스의 방 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물론 줍는 데만 해도 엄청난 시간을 소비했다. 입은 코르셋 때문에 쉽 게 허리를 구부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참으로 통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구두를 신지 않으면 당연히 양말이 더러워지겠지만 그런 것에 상관할 블러드가 아니었다. 어차피 자신이 빨래할 것도 아닌데. 한 편, 궁전 정문 앞에서는 문지기들이 갑자기 찾아온 두 손님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암 흑처럼, 심연의 암흑처럼 빨아들일 듯한 새카만 머리카락을 가진 키 1.8라인 정도 되는 자와, 옅은 하늘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1.6라인 정도 되는 키의 소년이었다. 둘은 문지기를 윽박지르 며- 아니 정확히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유자가 문지기를 윽박지르며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부 탁(?)하고 있었다. "아.. 손님, 그게 저. 오늘 파티는 초대받은 사람만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초대받았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는 무척 유명하니까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 하지만.." 그의 박력에 버벅대는 문지기들을 구원해준 것은 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었다. "루시펠 님. 그만 해요. 굳이 이렇게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러나 구원은 구원이 아니었다. "그냥 죽여버리고 들어가면 될 것을." "너- 발언이 불순해." "하핫, 결과적으로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으음- 그렇겠군. 일단은 암살자 가문이니까." "그렇죠? 그냥 슥삭 해버리고 가면 된다니까요." 손을 목에 가져다 대고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며 말하는 소년- 하르엘의 목소리는 문지기들에 게는 악마의 목소리로 들렸다. --------------- 오오, 다들 안녕하셨소? 반갑소이다. 루시펠 너무 좋아, 러브러브~ 하시는 제피로스님의 요청(했던가??)으로 루시펠 컴백이오~!! 크하핫.... 글고, 카오스가 보고 싶으시다는 분도 계셨소이다. 흐음-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인기가 꽤 많은 녀석이라오. 부러운 녀석. 하지만 등장하려면 아직도 멀었다오. 난 다키가 제피로스님만 좋아하는 줄 알았소. 그런데 아니더구만. 다키 러브리~ 라면서 필살 하트를 날려주신 엘리야 님께 감사하오. 하지만, 불행히도 다키는 별로 기쁘지 않은 모양이오. 녀석- 인기가 많았소. 근데 제피로스님은 크라비어스랑 다키 중에 누가 더 좋으시오? 궁금- 하구려. 으으으음..... 인기투표를 해볼까나? 아니다, 귀찮아. 보내줄 사람도 없을 것 같아...;; 으음- 오늘은 좀 많구려. 후훗, 기쁨에 휩싸여 있는 루리양이오. 아앗! 잡담을 쓰다 보니, 왼쪽에 하레스/연중이라고 쓰여있는 게시판이 보이는구려. 말도 안 돼! 여.. 연중??? 하레스라면 내가 꽤 재밌게 보고 있는 건데.... 내용이 내 취향이야. 으음- 안되겠다. 빨리 소설 보러 사라져야지. 그럼, 나이스- 데이. 덧. 냐암!!! 빨리 멜 보내~!!! -하루리 Name : 하루리 Date : 24-05-2001 21:06 Line : 281 Read : 24 [5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5) --------------------------------------------------------------------------------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오 번째 이야기... "토, 통과. 들어가십시오." "수고하세요, 아저씨들." 하르엘은 빙긋 웃으며 인사했다. 그러나 화사한 미소에 비해 경비병들의 얼굴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들은 어정쩡하게 서서 "어어, 감사합니다 "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그리고 루시펠이 하르엘을 따라 들어가자 경비병들은 그제야 안심했다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루시펠 님." "왜?" "블러드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아니, 몰라." 당당하게 말하는 루시펠을 바라보며 하르엘은 잠시 생각했다. 고귀한 세라핌 중 한 명이신 루시펠 님이 과연 저런 모습이었던가? 라고 중얼대며 . "그러나 걱정할 것 없다." "왜요?" "신족끼리는 특수한 파장을 주고받을 수 있거든." "하지만 블러드는 그것- 특수한 파장을 사용할 줄 모르죠." "그가 내는 그 특유의 파장을 찾는 일은 할 수 있어." "아아, 그랬군요. 몰랐네요." 하르엘은 새로 습득한 지식에 대해 기뻐했다. 그는 의외로 학구파였던 것이다. 루시펠은 자신이 가는 곳에 블러드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아주 당당하게 걸어갔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 그러나 그는 아무런 생각 없이 가는 것이 아니었다. 아까부터 꾸준히 자신의 파장을 읽고, 기억하고, 블러드의 파장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능력은 일종의 더듬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신족 특유의 파장을 읽고, 기억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루시펠은 당연하겠지만 블러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아, 블러드!" "루시펠?" 블러드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가 자신이 부른 이름이 맞는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틀림없는 루시펠이었다. "아? 어떻게 여기까지?" "섭섭하네, 블러드. 나는 보이지도 않니?" 루시펠 뒤에 있어서 가려졌는지 하르엘을 보지 못한 블러드에게 그가 쑥 앞으로 나서며 섭섭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제야 하르엘이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블러드는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블러드의 생각은 마치 신계에 커다란 일이 발생해서 둘이 자신을 데리러 내려온 것이다- 라는 생각이었다. 여기서 '내려온' 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분명히 신계와 중간계는 다른 차원이다. 그런데 어찌해서 내려온다는 것일까? 전 8차원은 바람개비 같은 모양으로 생겼다. 여덟 개의 날개 하나 하나가 각 차원이고, 중간에 압정이 박혀 있는 부분이 마의 숲의 이그드라실이다. 그러므로 내려온다- 는 말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어찌하여 내려온다고 생각한 것인가? 천사가 날개를 가지고 있으니까 당연히 높은 곳에 산다고 생각하였던 것인가? 까닭은 의외로 간단하다. '강박관념'이었던 것이다. 블러드는 한때(지금도 그렇지만) 천사가 '알'에서 깨어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신계는 중간계보다 높은 곳에 있다- 는 강박관념에도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하르도? 무슨 일이야?" "그런데 그 드레스 잘 어울린다." "아아, 고마워 가 아니라! 내가 입고 싶어서 입은 것이 아니야!" "알고 있어." 하르엘의 칭찬에 블러드는 고마워하기는커녕 버럭 화를 냈다. 참으로 배은망덕한 행동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런데 왜 왔어?" "아, 블러드. 네가 너무 일을 안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루시펠이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천사 하나가 직무유기라고 해서 세라핌이 직접 내려올 필요까진 없었다. 정말 더욱 더 솔직히 말하자면, 루시펠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심심했던 것이다. 신계는 정말 따분한 곳이었다. "으음- 잘 됐네. 오늘 파티가 있어. 라일란드의 동생이 성년식을 맞는다고 하던데. 나도 처음 봐. 놀다 가." "그럴 생각이었다." "그래, 맞아. 어차피 놀다 갈 생각이었어." '신이 알아차리기 전에 말이지.' 하르엘은 나오려는 말을 목구멍으로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헬렌이 너희가 입을 옷을 줄 거야." "헬렌?" "응, 자기 말로는 시녀라고 하는데 무지 시끄러워.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쟁이라니까." 블러드는 맨날 자신에게 잔소리만을 늘어놓는 그녀를 생각하며 중얼댔다. "음, 그렇구나. 그런데 우리 입을 옷이 있어?" "괜찮아. 하르는 여자라고 소개시키면 돼." "아, 그렇구나 ." 블러드의 놀랄 만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하르엘은 보는 이가 무서울 정도로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이렇게 침착한 태도는 억지로 꾸민다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동요한다면 아무리 그것을 감추려고 해도 티가 나는 법이다. 블러드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의외로 담담하다?" "응, 난 중간계로 일 나갈 때면 그냥 여자라고 해. 어차피 우리는 둘 다 아니잖아? 그리고 남자라고 하면 이 얼굴이 남자냐면서 귀찮게 하는 인간들이 많아서 좀 그렇거든." "아아, 그렇구나." 의외로 깊은 생각을 하는 하르엘이었다. 블러드는 이런 점은 본받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을 여자라고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무리 사람들이 귀찮게 해도 말이다 . "으음- 블러드?" 뭔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블러드를 루시펠이 슬쩍 불렀다. "아? 왜?" "무슨 생각을 그리 열심히 해?" "아니, 루시펠한테는 크라비어스의 옷을 입혀야겠다고 ." "그 마룡왕 말이냐?" "응." "흐음- 뭐, 상관없지. 그런데 그는 '꿈'을 꾸고 있지 않을 텐데 그러면 인간들은 그의 정체를 다 알고 있는 거냐?" "아, 응." "것 참. 아무리 마스터라고 해도 정체를 밝히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닌데 말야. 보통 마스터를 둔 용들은 마스터의 의사대로 한다고. 설마하니 네가 정체를 밝히고 싶어한 것은 아닐테고 말야. 또 용의 마스터가 될만한 사람은 그만한 인격과 품성을 갖추고 있으니 섣불리 정체를 밝히고 싶어하지도 않아." "아, 그랬구나. 하지만 그때는 어떤 공주? 아니 왕녀지. 왕녀라는 여자가 나를 때려서 화가 났거든. 그녀는 좀 재수가 없어. 진짜, 처음 보는 사람을 막 때린다니까! 인사 안했다구!" "호오, 그래? 할 수 없지. 왕녀라며? 지위가 높으니까." "그래도- 억울하다구." 블러드는 몹시 억울하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신분제에 익숙하지 않은 그로써는 이 곳에서는 자주 일어나는 불평등한 사건들이 사소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귀족에게 실수로 물을 엎질렀다고 얻어맞는 하인이나 하녀들을 보면서 저것은 인격 모독, 인간 차별, 무차별 횡포라고 생각하는 블러드한테는 그런 일이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흐음, 중간계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니까 참아.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구."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우리한테 대들면 혼줄을 내줘야 한다구요." "맞아! 인간들은 오냐오냐 해주면 계속 기어오른다고. 아무리 우리가 인간 행세를 한다고 해도 그런 녀석들은 죽지 않을 정도만 따끔하게 혼내줘야 한다고." 하르엘과 루시펠의 격한 말에 블러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어쨌든 간에 그래서 크라비어스가 열 받았나봐. 뭐, 그 다음에는 알만 하지." "으음- 그렇군." 쓰잘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은 계속 걸어갔다. 한 개의 문을 지나자 정원이 나왔고, 가운데에 분수가 있었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분수에 물은 없었지만 주위의 낙엽들과 어울려 그런대로 볼만한 장면을 연출해냈다. "이 분수 멋지지? 그리고, 저 위에 내 방이야. 저기, 6층. 6층에 커다란 창문 보이지? 빨간 장미로 장식하고 있는 방." "아아, 보여. 동방에서 수입한 흰 비단으로 커튼을 쳐 놓은 곳?" "어? 저게 비단이었어?" "그래." "그랬군." "그랬던 거다." "역시 그랬던 거야." 의미 없는 말을 잠시 주절거리던 둘은 고개가 아픈지 다시 시선을 분수로 향했다. 아까는 못 봤지만 이제 보니 분수에는 한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바람에 휘날리는 긴 은발머리를 뒤로 질끈 동여매더니 분수에 털썩 주저앉았다. 셋은 '어? 저기에 사람이 있었네?'라는 표정으로 그를 응시했다. 셋의 뜨거운(?) 시선에 그쪽도 이제야 셋을 발견하고는 약간 당황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며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라이라고 합니다." 성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은 귀족이나 왕족이 아닌- 곧 평민이나 천민, 혹은 하인이라는 것인데, 이런 태도가 도저히 평민, 천민, 혹은 하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블러드는 성을 밝히고 안 밝히고가 그리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당연히 몰랐다. "그러세요? 오늘 파티에 오셨나요?" "아, 그렇습니다." 그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웃는 것마저 철저히 왕국 예법에 따른 것이었기 때문에 블러드는 그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만약 잘못된다면 큰일이었기 때문에 블러드도 정해진 왕국 예법에 따라서 인사할 수밖에 없었다. 헬렌에게 지독한 잔소리를 듣는 것은 사절이었다. "아, 그렇군요. 저는 블러드라고 합니다. 심연의 어둠과 짙은 슬픔을 담아 어둠과 눈물의 루시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뜨거운 빛을 담아 정열과 사랑의 미카엘의, 두 손에 찬란한 빛을 담아 자애와 자비의 라파엘의, 지혜가 깃든 눈으로 바라보는 지식과 지혜의 가브리엘의, 가슴 가득 미소와 친절함을 담아 호의와 친절의 우리엘의 가호가 당신께 있기를 기원합니다." "저 또한. 심연의 어둠과 짙은 슬픔을 담아 어둠과 눈물의 루시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뜨거운 빛을 담아 정열과 사랑의 미카엘의, 두 손 가득 찬란한 빛을 담아 자애와 자비의 라파엘의, 지혜가 깃든 눈으로 바라보는 지식과 지혜의 가브리엘의, 가슴 가득 미소와 친절함을 담아 호의와 친절의 우리엘의 가호가 당신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나저나 당신이 라일란드 폰 그라시엔 님의 약혼녀였군요." 블러드가 지금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온 나라, '라미나'라는 곳은 대대로 천사들을 모셔온 곳이었다. 초대 황제가 나라를 세울 때, 세라핌 루시펠의 도움을 받았다는 근거가 없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시펠의 이름은 제일 먼저 나온다. 기나긴 인사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내뱉는 둘의 말에 질려 버렸는지 하르엘과 루시펠은 잠시 중얼댔다. "블러드 진짜 대단하다." "그렇군요. 하지만 저 라이라는 사람도 대단한데요?" "그런데 왜 내가 심연의 어둠과 짙은 슬픔을 담아 어둠과 눈물의 루시펠이야?" "인간들 해석하기 나름이죠." "그나마 맨 처음이니 봐주지." "그런데 루시펠 님. 진짜 초대 황제가 나라 세울 때 도와 주셨어요?" 하르엘의 중요한 질문에 루시펠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 "어? 진짜였네요? 보통 저런 소문치고는 맞는 것이 없거든요." "하지만 도와준 것을 후회하고 있지." " 중간계에 다녀온 자치고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가 없죠. 인간은 너무 짧은 생애를 살아가고 있거든요 하지만, 어찌 보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삶인데 우리가 느끼기에 찰나인 것은 변함이 없죠 . 100년도 되지 않는 정말 짧은 세월동안, 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이루어요." 하르엘은 한숨을 쉬었다. 루시펠의 눈은 조금 아파 보였다. 아주 조금만 . 하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아파하며 약해지기에 그는 너무나도 강했다. " 나보다 오래 살아온 것이 틀림없죠. 루시펠 님은 . 그래서 상처도 더욱 큰 것을 ." 둘이 뭐라고 하건 말건, 블러드와 라이는 계속해서 기나긴 왕궁 식 인사말을 읊어댔다. 마치 누가 더 길게 하나- 내기라도 하듯. " 찬란하고 신성한 말로 그대의 이름에 신성이 깃들기를 . 아, 젠장. 안 해먹어! 야, 너 빨강머리 계집애! 왜 이딴 말을 해대는 거야! 스트레스 쌓이게 말이야!" 갑자기 돌변한 라이의 태도에 블러드는 발끈했다. "뭐? 너야말로 짜증나게끔 긴 그 인사말을 다 기억해서 읊는 주제에! 그거에 일일이 다 회답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저거 외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닥쳐! 힘들게 여행에서 돌아왔더니 제일 먼저 " "본 것이 나니까 얼마나 다행이냐? 다른 녀석이었다면, 특히 귀부인이었다면 넌 그녀들에게 시달려서 얼마나 고통받아야 하는 지 알아?" " 그 그건 그렇지만 ." "그러면 감사하란 말야!" 블러드의 말에 라이는 잠시 멍해 있더니 곧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하! 너처럼 재미있는 애는 처음이야! 형도 운이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쁘군. 이런 애를 만나다니 말야!" "뭐 뭐얏?" "으음- 정식으로 다시 인사하지. 내 이름은 라이노. 라이노 폰 그라시엔. 라이는 내 애칭이고. 네가 형의 약혼녀라면서?" "뭐 뭐?" ---------- 이상하오- 분명히 한글에서 가운데 점을 사용했는데.. 말줄임표 말이오. .......으로 하니까 왠지 보기가 싫어서. 왜 안 나타나는 것인지... 사용하는 방법 아시는 분은 좀 갈쳐 주시오. 글고, 과거로의 여행 편에서 잘못된 곳이 있소. 카다즈하고 블러드의 만남에서 말인데... "저기.......드래곤 님은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 "네." 블러드의 질문에 그는 피식 웃었다. 용들에게 있어 이름이란 무척 중요한 것이었다. 그것을 함부로 다른 종족에게 가르쳐 줄 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물론 인간계에서 "으하하하, 난 마룡 ****이다! 금은 보화를 내놓아라!" 라고 말하는 멍청이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지고하신 고룡께서는 그 '멍청이들'에 자신의 로드인 크라비어스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이름이라........." "설마...이름이 없으신 건?" "............" 카다즈는 황당한 눈빛으로 블러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블러드는 알아서 고개를 푹 숙였고, 그에 카다즈는 기분 좋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다. "내 이름은 카다즈 드 그린이다." "카다즈...드 그린이요?" "그래, 이왕 가르쳐 준 것이니 잊어버리지는 말아라." "네." 이 부분 말인데... 좀 말이 안 돼오. 분명히 앞부분에서 이름을 가르쳐 줬단 말이오. 어째서- 그런데 어째서??? 이름을 또 물어보고 또 가르쳐 주는 거지? 그리고 카다즈는 이름이 용들에게 중요한 것이라면서 쉽게 가르쳐 줬던 거냐?? 그래서- 결국 수정하기로 했소. 퍼가시는 분들, 수고스럽겠지만 좀 고쳐 주시기 바라오, 아, 물론 귀찮으시면 안 고쳐 주셔도 상관 없소. 밑과 같이- 고치오. "저기.......드래곤 님은 이름이 뭐예요?" "내 이름?" "네." 블러드의 질문에 그는 피식 웃었다. 용들에게 있어 이름이란 무척 중요한 것이었다. 그것을 함부로 다른 종족에게 가르쳐 줄 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물론 인간계에서 "으하하하, 난 마룡 ****이다! 금은 보화를 내놓아라!" 라고 말하는 멍청이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 지고하신 고룡께서는 그 '멍청이들'에 자신의 로드인 크라비어스가 포함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 엉겁결에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던가? 순진하게 '이름이 뭐예요?' 라고 묻길래 꿈을 꿀 때 했던 것처럼 쉽게 이름을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가명이었고, 지금은 본명이었다. "이름이라........." "설마...이름이 없으신 건?" "............" 카다즈는 황당한 눈빛으로 블러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블러드는 알아서 고개를 푹 숙였고, 그에 카다즈는 기분 좋게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다시 한 번 가르쳐 주었다. "내 이름은 카다즈 드 그린이다." "카다즈...드 그린이요?" "그래, 이왕 가르쳐 준 것이니 잊어버리지는 말아라." "네." 이렇게---- 고쳐 주시면 감사하겠소. 정말- 죄송하오..ㅠ.ㅠ 글고, 공손찬님!!! 와이!!! 연재중단???? 어째서??? 와이? 왜? ...-_-;; 좀 흥분했소. 글고, 안보이는 말줄임표 처리는 이따 할 수 있으면 하겠소. 쯔읏.. 지금 시간이 없어서. 할 수 있으면 할텐데... 또 하나, 키노님. 감상- 아직 못 썼소. 시간이 되는 대로 써 드리겠소. 며칠만 있으면 성취도 평가라서...ㅠ.ㅠ 그럼, 나이스- 데이.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6) -------------------------------------------------------------------------------- -------------------------------------------------------------------------------- Ip address : 211.115.239.2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NT 5.0;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육번째... 블러드는 천천히 라이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분명히 보통의 귀족들이 입는 옷이었다. 흰색 레 이스(블러드는 레이스를 지독히도 싫어한다.)가 주렁주렁… 까지는 아니라도 적당히 달린 옅은 미색의 옷은 은발 머리와 잘 어울렸다. 그는 왼손에 크리스털로 만든 작은 유리잔을 들고 있었 다. 잔에는 포도가 열린 포도나무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분명히 사람의 솜씨임에 도 불구하고 상당히 세밀하고 아름답게 새겨진 그 모습에 옆에서 그를 살피고 있던 루시펠은 작게 감탄했다. 그 잔에는 마치 피같이 붉은 포도주가 1/3 정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여타 다른 귀족들과는 약간 틀렸다. 밝고 명랑하면서도 딱딱 끊어지는 절 제와 고상한 품위가 느껴지는 모습. "으음… 네가 라이노 폰 그라시엔?" "그래, 형ㆍ수ㆍ님ㆍ" 그의 장난스런 말에 블러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히 약혼하긴 했지만, 가짜. 그것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블러드는 이 남자에 대한 인상이 왕창 구겨지는 것을 느꼈다. "아아, 내가 원래 밖에 하도 나돌아다녀서 천박한 것을 용서해 주시길…." 그러나 그의 모습은 천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 그럼 볼일 끝났으니 안녕." 블러드는 미련없이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루시펠과 하르엘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려 했 다. 그런데 라이노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심심했고, 지금 블러드가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더 심심해져야 했다. 재수가 없으면 귀족 부인들을 만날 수도 있고……. "이봐, 잠깐만. 오래간만에 궁전에 와서 길도 모르는 이 불쌍한 나를 도와주지도 않고 갈 생각 이야?" "응." "…정말 너무하네. 도와 줄 수 있는 건 아냐?" 그가 처량한 눈빛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자 블러드는 약간 마음이 흔들렸다. 약간 재수 없긴 하 지만 저렇게 불쌍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블러드는 천천히 그에게 말했다. "나도 잘 몰라. 하지만 적어도 라일란드가 있는 곳까지는 데려다 줄 수 있지." "어? 형수님은 그냥 이름을 부르네? 호오, 신기하군." '당연하지…….' 라이노는 블러드를 따라갔다. 솔직히 길을 모르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금 궁전에 오는 것도 몇 년만인데… 길 따위를 그가 알 리 없었다. "형수님은 어디 가문이야?" "암살자." "우와, 형이 점점 더 부러워지는데? 암살자 가문의 여자를 아내로 맞게 되다니! 적어도 암살 당할 걱정은 없어졌잖아?" "그래, 그래." 확실히 이 라이노라는 남자는 정상이 아니었다. 보통 그렇게 유명한 자가 암살자 가문의 이름 도 없는 여자를 아내로 맞는다고 하면 놀라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 자의 반응은 절대로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블러드." "왜 하르?" "이 남자 좀 이상하다." 하르엘도 그렇게 생각한 것은 마찬가지였는지 블러드에게 말했다. 그런데 하르엘에게는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블러드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한 것이 아니라 루시펠, 라이 노에게까지 들리게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라이노는 정상이 아니었다. "우와, 거 영광입니다!" 그 말을 들은 하르엘은 다시 말했다. "역시 정상이 아니야." "……." 이런 허접한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궁전 뒤뜰까지 와 있었다. "블러드? 왜 이런 곳으로 왔어?" "너 미쳤어? 나 몰래 나온 거란 말야. 앞문으로 들어가다가는 헬렌한테 잡힐 지도 몰라. 그러 니까 뒤뜰에 있는 발코니로 해서 들어가야 돼." "…그랬군……." 정말 한심하다는 듯한 루시펠의 말투에 블러드는 발끈했다. "뭐야? 네가 한 번 내 처지가 되 보란 말얏! 얼마나 짜증나는데! 이렇게 치렁치렁한 긴 드레스 를 입고! 높은 구두에!" "그래? 그런데 구두를 신은 것치고는 잘 걷던데?" "그야 지금은 구두를 안 신었으니까…… 앗! 내 구두 두고 왔어!" "……정말… 한심하구나." 그러나 루시펠의 마지막 말을 블러드는 듣지 못했다. "못 찾으면 난 헬렌한테 죽는단 말야!" "호호호, 아가씨! 이미 늦었습니다!" "으앗! 헬렌?" 블러드는 지옥에서 막 올라온 악마를 보았다. 헬렌은 분수 바로 정면에 서서 블러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 손에는 구두를 달랑달랑 들고서 ……. "헤… 헬렌……. 미안해요! 미안하다구요!" "호호홋! 정말 죄송하군요! 자, 빨리 안으로 들어가욧! 라일란드 도련님께서 찾는단 말예요! 어머나! 라이노 도련님?" "아, 헬렌? 아는 사이였어요?" "그럼요! 처음 제가 이 저택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잘 해주셨는데요!" "그랬구나……. 그러면 라이노를 만난 기념으로 오늘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되나요?"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죠." --------------- 그냥 올리오. 적어서 두렵지만.....ㅠ.ㅠ 그럼 나이스- 데이. 사사사사사삭 사라지는...;;;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7) -------------------------------------------------------------------------------- -------------------------------------------------------------------------------- Ip address : 211.115.239.21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6.0b; Windows NT 5.0; DigExt)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칠 번째 이야기... 블러드는 씁쓰름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헬렌은 상당히 화가 난 상태였고 뒤에서는 루시 펠이 무시당해서 화가 난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하 르엘은 재미있다는 듯이 헬렌을 쳐다보고 있었고, 라이노는 정말, 정말 재미있어서 죽겠다는 느낌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헬렌, 그만 해요. 이제 곧 파티가 시작합니다." 평소에는 자주 쓰지 않는 딱딱한 말투로 블러드는 처음으로 헬렌에게 '명령'을 내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놀란 듯한 눈으로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놀란 그녀의 표 정은 당연한 것을 바라보는 듯이 평소의- 아니 평소보다 약간 딱딱한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 저게 당연한 거야.' 그녀는 속으로 중얼대며 일행을 안으로 안내했다. 루시펠과 라이노, 그리고 하르엘은 원래부터 이런 것에 익숙한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으나, 블러드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자꾸 무 언가가 응어리져서 답답하기 그지없었으나, 그것을 바깥으로 티내지는 않았다. 이런 느낌을 딱 뭐라 정의할 수는 없었겠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기분이 매우 나빴다. "크라비어스 님의 방으로 가실 건가요?" "네, 안내해주세요." 답답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블러드는 이곳을 빠져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곳은 그에 게 맞지 않았다. 그냥.. 빨리 빠져나가서... 크라비어스와 장난이나 치면서...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마음껏 웃고 싶었다. '갑자기 왜 이런 거지?' 사실 블러드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리라... 그 자신에게도 맞지 않고, 그 자체가 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라 생각되어 하지 않았던 '명령'을 내렸기 때문 에...... 그리고 헬렌은 그에 당연하다는 듯이 순응하는 것 뿐. 높은 구두가 정말 불편했다. 평소에는 편하기 그지없었던 루시펠 특유의 딱딱한 얼굴도, 하르 엘의 부드러운 미소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도착했습니다." 어색한 침묵을 깬 것은, 건조한 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지는 헬렌의 목소리였다. 블러드는 문을 살짝 밀었다. 역시나 안에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크라비어스와 다키엔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리고 둘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둘의 표정으로 보았을 때 또 한 판 싸운 것 같았다. 블러 드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파티가 시작해. 빨리 나와." "응." "알았어." 거의 동시에 들린 목소리에 블러드는 약간의 혼란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피곤해.'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새카만 암흑 속에, 오직 밝은 곳. 그곳에 그가 있었다. 블러드는 웃었다. 오직 생각나는 것은, 오직 자신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검은색 머리카락... 그리고 검 은 눈...... 모르는 사람이지만- 아니 사람이라는 느낌도 들지 않지만, 생각나는 존재. 오직 생각나는 것은 검은색 머리카락과 검은 눈, 그리고 자신을 향해 미소짓던 그 입술.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던 그의 입술을 바라보며 미소짓는 나. 그의 왼쪽에 찬란한 빛을 걸친 태양, 오른 쪽에 은은한 어둠을 걸친 달.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그게 당연한 거였다. 자연스러워야했다. 넷이 같이 있는 것이 당연했다. 모든 것은 오직 조화...... 혼돈에서 태어나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지혜였다. 당연한 듯이,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었다. 그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그런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것이 깨졌다. 마치 거울이 깨지듯이 산산조각 났다. 미래 가 깨져 버렸다. 더 이상 물레는 돌아가지 않았다. 운명의 실을 쉴새없이 감고 있던 물레는 돌 아가지 않았다. 운명의 여신 셋은 그 일을 그만두었다. 미래와 현재와 과거가 뒤엉켰다. 실들 이 온통 뒤엉켜 버렸다. 물레 곳곳에는 거미줄이 은빛 실을 드리우고 있었다. 세상은 혼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영원히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변했다. 검은 머리카락의 그는 고개 를 들었다. 머리카락이 찰랑댔다. 언제나 자신을 향해 미소짓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그는 울 고 있었다. 울었다.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조용했다. 그가 조용히 입술을 달싹였다. 자신에게 말했다. '기-다-릴-께- 깨어날 때까지- 영원히- 기-다-릴-께-' 그의 왼쪽에 있던 태양은 눈물을 흘렸다. 그의 찬란한 미소는 빛을 잃고 있었다. 그의 희디흰 날개는 더럽혀져 있었다. 그의 오른쪽에 있던 달도 울었다. 투명한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 렀다. 똑- 똑- 두 방울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사라졌다. 달의 새카만 날개는 더 이상 까맣지 않았다. 여러 가지와 섞여서 혼탁해진 검은빛. 더 이상 원래의 아름다운 검은빛이 아니었다. 윤기가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블러드의 눈앞에 새빨간 피가 보였다. 날개에서 피가 흘렀다. 흘렀다, 흘렀다. 많이... 많이...... 날개가 찢겨져 있었다. 블러드는 움직이지 않는 입을 달싹이며 말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입은 마치 달라붙은 것처럼 열리지 않았다.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블러드는 말했다. 태양에게, 달에게...... '울-지-마- 울-지-마- 제발, 울지 마. 슬퍼... 내가 슬퍼....... 울지 마-' "블러드?" "아? 으, 으응. 왜?" "아니, 갑자기 멍하니 허공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불안해서- 또 그때처럼 사라져 버릴까봐-' 크라비어스는 나오려던 말을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키엔을 끌고 바 깥으로 나가며 일행에게 한 마디 던졌다. "잠깐만, 얘기 좀 나누고 올게." "뭐?" "아니,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이야." "나는 할 얘기 따위 없다." "내가 있어, 내가!" 크라비어스는 이 말을 끝으로 바깥으로 사라졌다. 가기 싫다며 발버둥을 치는 다키엔을 질질 끌고서....... 쾅, 소리나게 문을 닫고 나온 크라비어스는 다키엔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다키엔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는 알지?" "뭐를?" 모르는 체, 딴청을 피우는 다키엔을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진지하게, 살기가 진득하게 묻어나 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게 이 일은 정말 심각했다. 또 다시 읽고 싶지는 않았다. "블러드가 누군지 말이다." "블러드? 천사잖아? 그것도 몰라?" "내가 원하는 답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텐데...... 빨리 말해." 크라비어스가 협박조로 다키엔에게 말하자, 다키엔은 인상을 쓰며 그를 밀어냈다. 단지, 단지 말했을 뿐이었다. "비켜라."라고...... 그 말 한 마디에 크라비어스는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그것과 동시에 그 의 몸은 뒤로 날아가 형편없이 내팽겨쳐진 후였다. 크라비어스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중 얼거리듯이 말했다. "알고는 있었지. 네가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하지만- 설마 했어. '다키엔'이 라는 이름을 듣고 어느 정도 짐작했었는데...... 이제야 확신하는군. 설마하니 네가 '어둠'이 었다니 말이야." 그의 말에 다키엔은 웃었다. 하지만 웃고 있는 것은 입뿐이었다. 그의 눈은 불쾌감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었다. 누군지 알면서도,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면서도- 그런 짓을 저질렀느냐? 라 는 눈빛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는 그의 모습을 보며 크라비어스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어둠이자 위대한 창조주이시고, 나는 너의 미천한 피조물, 마룡이지.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어. 지금 내가 궁금한 것은 나의 하나뿐인, 가장 소중한 마스터에 대해서야. 그 가 누군지- 무엇인지- 왜 저런 모습으로 있는지. 너는 말해줄 수 있지?" 다키엔은 다시 한 번 웃었다. 아니 아까부터 웃고 있었다. 얼굴만...... "그래, 내가 누구인지 알면서도 그렇게 무례한 꼴이라니. 블러드, 아니 '니아'가 누구냐고? 그 가 누군지 알고 싶어?" 크라비어스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키엔은 아직 진실을 알려줄 생각이 추호 도 없었다. 어차피 저 용이, 용왕이 자신의 피조물인 것은 상관없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 직 블러드, 아니 니아. '하르모니아' "그는 조화다." "뭐?"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던 반문에 다키엔은 피식, 진득한 미소를 흘렸다. 용들은 몰랐다. 진실 을...... 이 세계(世界)의 위대한 창조주(創造主), '카오스(Chaos)', '혼돈(混沌)'은 알고 있 었지만, 뒷면에 숨겨진 진실은 알지 못했다. 카오스의 영원한 동반자이자, 반려. '하르모니아(Harmonia)', '조화(調和)'는 모르고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인간도 '혼돈'은 알고 있었지만, '조화'는 모르고 있었다. 혼돈과 조화는 상반되는 것이기에- 하나가 존재하면 하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 다. 그러나 그것은 거짓된 진실이었다. 빛과 어둠이 적절히 존재해야만 하는 것처럼, 혼돈과 조화도 서로를 적절하게 견제하며 존재했 다. 하나만 있어도- 둘 다 없어도 안 되는...... 근 몇 만년 동안, 혼돈과 조화는 둘 다 존재하지 않았다. 그 동안은 각 차원 주신의 힘으로 겨 우겨우 세계는 버텨오고 있었다. '조화'의 존재를 알고 있는 주신들은 그의 중요성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사라진 이유만 은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혼돈'과 '조화'가 없는 이 세계... '빛'과 '어둠'도 없는 이 세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다. 그나마- 주신들과, 이그드라실의 힘으로 인하여 겨우 버티고 있던 세계였다. 그런데, 그들의 힘은 '혼돈'과 '조화'에 힘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둘의 힘으로 버티어져 오던 세계를- 그들은 지탱하지 못했다. 그들이 이제 세계를 지탱하지 못할 때. '조화'가 깨어났다. '어둠'인 자신도 깨어났다. 이제 곧 있으면, 조금만 더 기다리면...... '혼돈'도, '빛'도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혼란에 뒤덮인 이 세계를 다시 구원할 것이다. 넷이서 함께. 함께 구원할 것이다. 물레 는 다시 삐걱거리며 돌아갈 것이고, 운명의 여신 셋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수다 떨며 물레를 돌리며 운명의 실을 자을 것이다. 그러면 엉킨 미래와 현재, 과거는 다시 똑바로 돌아가겠지. 그 후에는 같이- 넷이서 같이. 영원히...... 미소지을 수 있을 거다. "그는 '조화' 그 자체지." "갑자기 무슨... '조화'라니..." "너희는 모를 것이다. 그것은 몇 만 년 전, 아니 몇 십 만년, 몇 백 만 년 전에 사라졌던 전설 이지. 그것이 이제야 깨어난 것이다. 조금만 있으면 '혼돈'과 '빛'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블러드, 아니 '조화'는 각성하겠지." 그는 웃었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따라서 웃을 수 없었다. '각성'한다면... 블러드가 정말 그 런 존재라면... '각성'한다면....... 또 떠날 것이다- ".......그런 것은.. 안 돼." 크라비어스의 끊어질 듯, 가늘게 이어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다키엔은 마치 노랫말을 읊조리듯 중얼거렸다. "깨어난다. '조화'는 깨어난다. 그리고 '어둠'도 깨어난다. '혼돈'과, '빛'이 깨어나면, 타락 한 이 세계를 지탱할 것이다. 모두 '각성'한다면- 이제 '조화'만 남았다. '혼돈'과 '빛'은 다 깨어났어. 그리고 다 각성했지. '조화'만 각성하면. 그러면 된다." "안 돼!" "왜? 왜 안 돼? 원래 위치로 돌아가는 것 뿐이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지." 크라비어스는 화가 났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아니 하지 못할 자신이... 그나마 강하다고 생 각했던 자신이- 이렇게 미약한 존재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젠장!" 단지 소리지른 것뿐인데- 벽이 우수수 소리와 함께 부서져 내렸다. 물론, 이곳은 황제가 거처 하는 궁전이지만 이렇게 부순다고 해서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는다. 아니, 탓할 수 없다. 이 궁전은 '하찮은' 인간의 것이고, 그는 '위대한' 용이니까. '하찮은? 위대한?' 크라비어스는 피식 웃었다. 그들은 하찮지 않다. 어차피 하찮음과 위대함의 차이란 힘밖에 없 지 않는가? 가지고 있는 능력. 인간은 그 능력이 저조한 것 뿐. 하찮은 것은 아니다. 벽 너머로 놀란 사람들의 눈초리가 보였다. 아직 크라비어스의 정체를 모르는 인간들이 비명을 질러대며 경비병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다키엔은 웃었다. "제기랄!" 다시 한 번 벽이 부서져 내렸다. 식탁이 뒤집어졌다. 날카로운 바람이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비명소리와 함께 샹들리에가 내려앉았다. 화려한 그것은 요란한 소음과 함께 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둥글게 퍼져 나갔다. 여기 저기에서 그의 강대한 기운을 견디지 못 하고 주저앉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크리스털로 만든 값비싼 잔들이 쨍그랑, 쨍그랑 소리를 내 며 깨져 나갔다. 유리 파편은 날카롭게 날아갔다. 유리창이 덜그럭거리더니 깨져 버렸다. 순식 간에 홀 안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 으음- 오래간만이오. 후, 슬럼프는 아니었소. 웬지 씁쓰름... 오늘은 좀 많소. 완결을 향해 치닫는 블러드!! 그래, 달려라!!! -_-;;; 하핫, 퍼가는 홈 추가됬소. 리얀 님께서 심마니 홈에 퍼가신다고 하셨고. 아미 님이 타통신(주소 보내달라고 했소)에 퍼가신다고 했소. 아미님, 주소나 좀 보내주시오. 빨리-!! 안 오면 불펌이오-_-;; 그럼, 이만 쓰오. 나이스- 데이. 덧. 지금 아쿠아 노래 듣고 있소. 아,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노래요. 덧 하나. 아니 아름답다기보다는.. 왠지 멋진....;; 덧 둘. 냐암^^ 마녀들의 파티 노래 멋있다. 죽였어. -하루리 [55] 블러드 엔젤-BLOOD ANGEL-<10장 검과 마법>(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팔 번째 이야기... * * * * * * * * * * "후아암~ 상쾌한 아침이다!" 블러드는 기지개를 쭉 펴고는 불어오는 서늘한 공기를 맞았다. 환한 하늘 한쪽에는 태양이 둥실 떠올라 있었고,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으며, 높고 푸른 하늘에 마구간의 말들은 통통하게 살이 쪄 있었다. 이름하여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물론, 천고마비의 계절이 다가온 지는 한참 되었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지금, 하늘은 높았으며 말은 살쪘고, 새가 지저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보내자!" 블러드는 힘차게 소리치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뒤로 처참하게 무너진 궁전의 모습이 배경이 되었다. 기둥이 무너진 채, 지붕이 내려앉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던 벽면과 바닥에 깔려 있던 대리석 타일, 그리고 마법으로 빛을 발하고 있던 아름다운 샹들리에...... 그것들은 이미 부서진 지 오래였다. "블러드!" 저쪽에서 하르엘이 뛰어왔다. 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돌아가야 해." "어, 벌써 돌아가는 거야?" "응, 몰래 내려온 것이라서......" "뭐?" 동그래진 눈으로 하르엘을 바라보며 블러드는 생각했다. 하르엘이라면 몰라도, 루시펠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세라핌이었으며 전투를 담당하는 제 12클래스의 대장(블러드의 표현으로는)이었다. 그런 그가 함부로 여기까지 내려온 것은, 직무 유기이었으며 직무 태만이었다. "그.. 그랬구나. 그러면 가야겠네." "응, 루시펠 님은 먼저 가셨고, 이제 나도 가야 하거든." "에? 내 얼굴도 안 보고 가버렸단 말이야?" 자신의 얼굴도 보지 않고 그냥 가버린 루시펠에게 섭섭함을 느끼며 블러드는 중얼댔다. 그러나 하르엘은 한심하다는 듯이 블러드의 머리를 툭툭 쳤다. "블러드, 너 너무 늦게 일어났잖아. 벌써 12레젠트라야... 정오를 바라보고 있다고." "헉, 그렇구나. 미안해. 그러면 언제 갈 꺼야, 하르?" "왠지 빨리 가기를 바라는 것 같아." "아.. 아니, 오늘은 크라비어스랑 갈 곳이 있거든." 무너진 궁전을 배경으로 나눌 대화는 아닌 듯 싶었지만, 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마도 이 궁전은 얼마 안 있어 전보다 훨씬 좋은, 엄청난 아름다움과 실용성, 기능성을 가진 궁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하르엘과 블러드의 주위에서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는 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이 사건의 장본인이 어디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피눈물을 흘렸다. 차마 마룡왕에게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었고...... "하하, 괜찮아. 지금 가야 해." "음... 다시 놀러올 거지?" "그런데 놀러올 때마다 이렇게 어지러우면 안 놀러와." "어제의 일은 정말 미안해." "아니, 괜찮아." 하르엘은 굉장히 유쾌한 목소리로 말하며 웃었다. 물방울처럼 튀기는 그의 웃음소리가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갔다. "그럼, 잘 있어! 마룡왕 전하께도 안부 전해 주고!" "응, 잘 가!" 자신을 배웅하는 블러드의 목소리에 하르엘은 다시 웃었다. 그의 몸은 천천히 허공 속으로 스며들었다. 반쯤 투명해지는 하르엘의 몸을 바라보며 블러드도 웃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자신도 신계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그러면- 모두에게 중간계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 줘야지. 주위의 사람들은 신비한 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있어 저런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고위급의 마법사가 아니면 저렇게 쉽게 마법을 시전 할 수 있지도 않았다. 인간들에게 있어 마법이란 그렇게 친숙한 것이 아니었다. "잘 가, 하르." "너도 빨리 마치고 와! 쓸데없는 짓 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알았어!" 하르엘은 미소를 띈 모습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다음에도 주위 사람들은 놀라운 듯이 그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블러드는 주위의 시선이 약간 거북했지만 뭐, 그럭저럭 견딜 만 했다. 이것이 다 어느 용과 어느 신들 때문일 것이다. "으음, 그럼 크라비어스를 깨우러 가볼까?" 그렇다. 블러드는 늦잠꾸러기였다. 그 증거로 벌써 정오가 다 되가는 시간에 상쾌한 아침 어쩌고 하면서 기지개를 펴지 않는가? 그것이 바로 늦잠꾸러기라는 증거였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더더욱 늦잠꾸러기였다. 그는 왕이라는 직책에 맞지 않게 엄청난 수면시간을 자랑하는 용이었다. 블러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놓으며 중얼댔다. "정말 용답지 않단 말야." 블러드는 문을 열자마자 눈앞을 가리는 옅은, 은은한 색을 자랑하는 얇은 붉은 색의 휘장을 손으로 걷어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손에 착착 감겨드는 휘장의 감촉을 느끼며 안을 바라보았다. 가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크라비어스?" "......왜?" 예상대로 크라비어스는 깨어 있었다. 잠은 많지만 워낙에 감이 발달했기 때문에 조그마한 기척에도 금새 깨기 때문이었다. 물론 완전히 잠에서 깨어나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다르다. 위급한 상황일 때에는 며칠 동안, 한 몇 달은 1레젠트라도 자지 않고 견딜 수 있었지만, 한가하고 느긋할 때에는 하루 종일, 아니 몇 백 년 동안 자는 것도 가능했다. "너 오늘 나랑 어디 가기로 했잖아?" 블러드는 조심스럽게 말을 걸며 크라비어스의 눈치를 살폈다. 잠에서 막 깬 그는 신경이 몹시 날카로워져 있기 때문에 괜히 신경을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블러드에게 무슨 피해가 가겠냐마는, 블러드는 또다시 궁전이 부서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아, 아.. 그래, 가기로 했었지... 밥 먹고...... 가자......." 다행히도 크라비어스는 그리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고, 잠에서 덜 깬,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성의한 대답에 약간 기분이 나빠진 블러드는 크라비어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왜 봐?" 역시나 잠에서 덜 깬 눈이었다. 졸려서 죽겠다는 듯한 눈빛.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블러드는 한숨을 푹 쉬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잠이 많은지 블러드로써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너, 그 때는 별로 잠 많았던 것 같지 않은데..." "아, 아, 응..." "그런데 왜 이렇게 잠이 많아졌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크라비어스는 겨우겨우 대답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베개를 끌어안고 침대로 엉겨드는 그를 억지로 떼어 내며 블러드는 빽 소리를 질렀다. "일어낫!" 블러드는 축 처진 크라비어스를 끌고 침대에서 나왔다. 그는 아직도 "졸려, 졸려 죽겠어, 날 제발 내버려 둬.." 라고 중얼대고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옷 입어!" "알았어... <<생겨나라>>." 지고하고도 절대적인 힘, 그리고 태초의 힘이 지금 사용되었다. 너무나도 한심한 곳에 사용되었기에 신비함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블러드를 놀라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크라비어스의 흰색 잠옷이 평소에 입는 짙은 붉은 색의 옷으로 바뀌었다. 푸른색의 긴 장식과 이마의 서클렛의 중앙에 달린 커다란 루비는 옷과 조화되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언제 봐도 신기하다! 어떻게 말을 하면 옷이 생겨나는 거지?" "...언령하고... 비슷해." "아! 그리고 보니 나도 사용했었지?" "그런데.. 블러드, 너... 내가 준, 서클렛 어쨌어?" "아, 서클렛? 방에 있는데?" "내 서클렛이랑 한 쌍으로 만든 거니까.. 하고 다녀라. 그러면.. 네가 어디 있는지.. 어떤 상황인지.. 다 알 수 있어." "응, 알았어." 크라비어스가 뭐라고 중얼대자 그의 손이 환한 붉은빛으로 둘러싸이더니 그곳으로 지금 그가 착용하고 있는 서클렛과 똑같은 모양의 서클렛이 빛에 감 싸여 나타났다. "자." "어.. 이거 어떻게 했어?" 이제 잠이 다 깼는지, 블러드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물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마나 구성을 기억해서 읽고, 그것을 이곳으로 이동시킨 거지. 별로 어렵지 않아." "아, 그렇구나!" 말이 '별로 어렵지 않아.'였지만, 궁전 마법사들이 알면 단체로 칼을 물고 죽어야 할 것이다. 크라비어스가 용이어서 다행이지, 만약 인간이었다면 마법사들은 정말로 칼을 물고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와, 이렇게 보니까 정말 예쁘다." "그렇지? 이쪽은 사파이어고, 이쪽은 진주야. 그리고 테는 내 뼈로 만들었지. 테두리는 미스릴에 황금을 약간 첨가시킨 것이고, 이쪽은 다이아몬드. 가운데 박혀있는 커다란 것은 루비인데, 이 정도 크기면 현재 인간들이 갖고 있는 것 중에서는 제일 클지도 몰라. 그리고 루비 주위는 자수정으로 장식하고 백금 가루를 뿌렸지. 예쁘게 반짝이지? 내 뼈로 만들어진 테에 새겨진 이 문자는 룬 문자인데 마법 문자라고 불리는 거야. 여기에는 초급 마법은 대부분 다 있고, 어느 정도의 중ㆍ 상급 마법도 있지." 가히 이 정도라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마법 무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크라비어스가 블러드에게 줄 선물로 특별 제작한 것으로 장식용이었다. 어디까지나 장ㆍ식ㆍ용이었단 말이다. 만약 사람들이 이 엄청난 장식용 물품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블러드는 평생을 암살자들과 용병에게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블러드는 이것의 가치를 몰랐다. 그냥 '아, 그렇구나. 엄청 좋은 거네~' 정도일 뿐. 그리고 크라비어스에게 이것은 필요가 없었다. 궁극 마법을 거의 무한대로 쏘아댈 수 있고, 주문도 없이 마법을 실행할 수 있는 데다가 용언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그에게 저 서클렛의 존재는 단순히 장식용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안녕하십니까,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진짜 반갑습니다~^^ 뭐, 이번 편은 필살 줄때우기가 너무나도 많이 들어간 느낌이군요. 독촉멜도 많았고, 그만큼 욕멜도 많은 나날들이었습니다. 이제 모두 빠이빠이입니다~!!!!! 그런데.... 거만체에 대해서. 하나. 재수없다고 하신 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둘. 그래서- 뭐, 사적인 자리에서는 쓰고, 공적인 자리(이런 거)에서는 안 쓰도록 하겠습니다. 여태까지 분들, 미안합니다. 으음- 그리고 무수히 쏟아진 욕멜에 관해서. 하나. 정말 짜증납니다. 욕멜 쓰신 분들. 정말 시간이 남아나는 분들이군요. 둘. 웃기네요. 뭐, 빨리 써라, 아그야~ 라는 대체적인 내용이더군요. 참, 웃겨서. 셋. 진짜 작가도 아니면서 시간 데게 끄네- 라고 하신 분들.. 그래요, 저 진짜 작가 아닌데요. 당신들이 뭐 해준 거 있나요? 정말 웃기네요. 진짜 작가도 아닌데... 물론 진짜 작가가 아니라고 해서 성의껏 쓰지 않는다- 막 써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 말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넷. 내가 쓰던 말던 내 맘입니다. 물론 어떻게 들으면 좀 재수 없는 말투지요. 이렇게 모두가 볼 수 있게 올린다는 것 자체에서 저런 권리(!)는 없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학생입니다. 아직 어리단 말입니다! 저- 대학생도 아닙니다. 이제 시험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시는 분들, 정말 짜증납니다. 그리고, 새로 퍼가는 홈피. 하나. 라이카 님의 홈페이지. 둘. 미카엘 님의 홈페이지. 그럼... 이상입니다^^;; 독촉멜과 응원멜 보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엘리야님, 리얀님, 실버지니님... 이 세 분은 정말 끈질기게 보내 주셨습니다. 참, 라야 님도 포함. 우후훗...;; 그러면, 이만 쓰겠습니다. 나이스- 데이. -하루리 [5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9)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육십 구 번째 이야기... "그.. 그래? 그럼 이게 있으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아니." 단호한 크라비어스의 대답에 블러드는 '뭐야?'라는 눈빛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 서클렛은 쓸모가 없었다. 단지 예쁘다- 정도? "넌 마나가 없잖아. 그게 있어야 마법을 쓰지." "그.. 그런가?" 크라비어스는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마나'의 개념조차 몰랐다니... 하지만 크라비어스에게 있어 블러드가 유능하고 무능하고는 상관이 없었다. 자기 자신이 충분히 유능하니 블러드는 무능해도 상관없다- 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실제로 그는 유능했다. 여러 면에서...... "자 씌워 줄게. 앉아." "응."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서클렛을 들고 크라비어스는 천천히 블러드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굽혔다. 의자에 앉은 블러드의 키는 크라비어스의 키보다 절대적으로 작았고, 그 때문에 크라비어스는 허리를 숙여야 했다. 하지만 블러드는 그의 마스터이기에 크라비어스는 기꺼이 고개를 숙일 수 있었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선명한 붉은 색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서 정리해 주며 크라비어스는 서클렛을 블러드에게 씌워 주었다. 신기하게도 그것은 블러드에게 딱 맞았고, 약간 무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 했기에 블러드는 기뻐했다. 그는 보석을 좋아했다. "우와, 예쁘다!" "음... 가운데 루비보다 사파이어가 나았으려나? 역시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 루비는 잘 눈에 안 띄잖아? 사파이어는 푸른색이니까 오히려 잘 어울릴지도......" "아니, 이게 좋아." 정말 마음에 드는지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의 이마 가운데에 위치하는 루비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는 서클렛을 씌우느라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잘 정리해 주며 말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응. 참, 크라비어스. 검은 나 파르시레인한테 배우기로 했어." "뭐? 알케인 후작의 아들 말하는 거냐?" "응. 검 잘 한다고 하던데?" 그 말에 크라비어스는 피식 웃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하고 어울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허락했고,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은 듯 했다. 크라비어스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언제부터 배울 거야?" "오늘부터." "어? 그래? 오늘 갈 데가 있잖아?" "저녁 때 와서 하면 되잖아?" "음, 갖다 오면 피곤하지 않을까?" "괜찮아, 괜찮아!" 자신만만하게 주먹을 흔들며 대꾸하는 블러드의 모습에 크라비어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래도 오늘 방문할 드워프들의 마을에서 검을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아, 블러드. 너 먼저 식사하고 있어. 나 잠시 어디 갔다올 테니까." "어.. 어디?" "아, 갔다올 데가 있어. 한- 30젠티 정도면 될 거야." "그래? 별로 오래 안 걸리네? 다녀와!" "하하하, 기대해라!" 웃음을 터트리더니 크라비어스는 순식간에 '스윽' 하고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주위의 시녀들은 자기들끼리 소근댔다. "정말, 언제 봐도 저런 건 신기하다니까- 요번에 아가씨는 정말 신비하신 분이셔. 안 그래? 지난번에 온 가족 분들도 저렇게 갑자기 슥 슥 사라지곤 했잖아? 전부 아름다운 모습에......" "맞아. 그.. 아가씨의 가문이 무슨 유명한 암살자 가문이래잖아." "저 용, 크라비어스 님은 가문과의 계약에 매여 있는 용이라면서?" "어머, 아가씨는 몇 천 년 전에 죽은 크라비어스 님의 연인의 환생이라고 하던데?" "그래?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상당히 소문은 왜곡되어 있었지만 당사자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았으므로 소문은 파도를 타고 퍼져나가 엄청나게 변형되어 있었다. 현재는 크라비어스가 라미나 왕국의 수호룡이 되었다는 둥의 소문이 좌악 퍼져 있었던 것이다. 이 황당하기 그지없는 소문은 당사자들도 모르는 것이었고, 왕궁의 사람들도 몰랐다. 만약 알게 된다면 크라비어스는 임무고 뭐고 없이 다 때려부수고, 이때다 라면서 블러드를 데리고 용왕계로 갈 것이 뻔했다. "우우, 크라비어스는 도대체 무슨 일로 사라진 거지?" 블러드는 혼자서 쓸쓸히 식당으로 향하며 중얼댔다. 그러나 하늘은 블러드를 쓸쓸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어디선가 라이노가 나타났다. "여~ 형수님~" "............고쳐." 블러드의 말 한 마디에 라이노는 말을 바꿨다. "...이 될 예정인 거기 아가씨~ 오래간만인데?" '저 말투는 꼭 누구누구를 생각나게 하는군.' 따위의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쓸쓸하게 터덜터덜 식당을 향했다. 라이노는 재빨리 블러드의 옆에 붙어서 따라가며 쫑알댔다. "음- 크라비어스 님은 어디 계셔? 항상 같이 있었잖아?" "어디 놀러 간 모양이야." "놀러가?" "그래." 힘없이 대꾸하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라이노는 '어차피 성년식은 무산되었고, 그러므로 난 성인이야. 얼마 뒷면 다시 떠나야 하는데... 떠날 때까지 심심하지 않겠군.'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블러드가 이 생각을 알았다면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블러드는 라이노의 이 파렴치한 생각을 몰랐다. 당연했다. 그는 독심술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럼 레이디 블러드는 이제 뭐 할꺼지?" "그냥 블러드라고 해라." "그래, 그래, 블러드는 뭐 할 거야?" "밥 먹으러 갈 꺼야." "오오, 그래? 아침 식사시간은 이미 한참 전에 지났고- 점심은 사냥 가서 먹는다고 하던데? 블러드는 사냥 안 가?" "그래? 사냥? 궁전이 부서졌는데 사냥이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어차피 블러드랑 크라비어스 님이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 아, 물론 이 생각은 제 1황자의 생각이야. 의외로 머리가 좋아서 왕위 계승자로써 부적합함이 없다고 하지. 타고난 황제라고 자칭하는데... 좀 재수 없는 녀석이야." "으음, 그렇게 자신을 자칭할 정도라면 재수 없는 것은 사실이겠다." 보통 황자에게 저런 말을 사용했다는 것은 왕권 모독으로 당장에 사형이었다. 그러나, 둘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한 명은 지나가는 어린애도 알고, 황제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그라시엔 가문의 사람, 그것도 직계였고, 한 명은 엄청난 뒷배경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천사였기에...... "어? 블러드? 어디 가?" 파르시레인이 나타났다. "파르시레인 안녕. 밥 먹으러 가는데 너도 갈래?" 그의 차림은 '나 막 잠에서 깨어났어요!'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에 잠옷 차림이었다. 그의 잠옷은 헐렁헐렁한 파자마 스타일이었고, 무늬는 별 무늬였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 별 무늬는 의외로 파르시레인에게 잘 어울렸다. 잠에서 덜 깬 듯이 멍한 표정에 헐렁헐렁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다 가리는 긴 남방과 비슷한 잠옷을 걸치고, 한 손에 베개를 든 그의 모습은 일부 매니아들이 본다면 상당히 좋아할 모습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파르시레인은 잠옷 차림에 베개까지 들고 궁전을 배회하고 있었던 것일까? 보통 궁전 복도에서 잠옷 차림으로 한 손에 베개까지 들고 돌아다닌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기사들에게 붙잡혀 당장에 창문으로 내던져질 테니까. "응, 나 배고파. 가자." 그 이유는 간단했다. 파르시레인은 아침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생각해 보니 배가 고팠다. 배가 고프므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었다. 어제 시종에게 옷을 맡기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잤다. 시종은 자신의 옷을 어디론가 가져갔다. 벤을 불렀다. 그런데 벤은 오지 않았다. 기다렸다. 배가 고파왔다. 자신에게는 맛있는 식사가 절실히 필요했다. 어쩔 수 없었다. 한 손으로는 베개를 꼭 붙들고 문을 살며시 열었다. 마침 아무도 없었다. 복도를 따라 계속 걷다 보니 블러드를 만났다. 이것이었다. 참으로 간단하기 그지없는 이유였다. "너도 어제 집에 안 갔어?" 블러드의 질문에 파르시레인은 헤- 하는 멍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 대답도 물론 멍했다. "응, 온 김에 그냥 자고 가기로 결정되었지. 누나랑 같이 의논한 결과. 아빠도 찬성하셨어. 헤헤.. 뭐, 침대는 여기가 더 푹신푹신하던데?" 파르시레인은 저혈압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정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한 채, 되는 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하지만 블러드는 이런 파르시레인의 추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라이노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이런 일에 놀라기에 그는 너무나도 거센 세상 풍파를 헤치고 자라온 사람이었다. "응, 그렇구나." 이렇게 해서 식당으로의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일행은 셋이 되었다. 셋은 주절대며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나랑 파르시레인은 그렇다 쳐도 라이, 너는 밥 아직 안 먹었어?" "응." "그래?" "아, 그럼 라이노 경도..." 파르시레인이 말을 꺼내자마자 둘의 따가운 시선이 그에게 날아가 꽂혔다. 마치 비수같이 섬뜩하게...... "왜.. 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둘의 말이 동시에 파르시레인을 향해 속사포같이 쏟아져 나왔다. "갑자기 무슨 경이야?" "이런 자리에서까지 존칭이냐!" 솔직히 말해서, 저 따가운 시선을 받고도 당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엄청나게 뻔뻔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은 뻔뻔했다. "그게 뭐가 어때서?" 당연한 듯이 묻는 파르시레인에게 블러드는 한심하다는 듯이 외쳤다. "아니, 무슨 라이노 경이야, 경은!" 그리고 라이노도 가세했다. "맞아! 갑자기 웬 경이야? 이런 데서까지 존칭이냐?" 둘의 모습에 파르시레인은 아무 생각 없이 답했다. "알았어, 알았다고." "진지함이 없지만 이번에는 봐주지." 라이노는 마치 선심 쓴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파르시레인은 그를 무시했다. "그런데 블러드, 아침 식사시간은 지났고, 사냥 갈 때까지는 아직 멀었는데 어떻게 식사를 하겠다는 거야?" "어떻게냐니? 부엌에서 먹어야지, 너 바보야?" "그건 그렇지만......" 웅얼대듯이 답하는 파르시레인에게 블러드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내가 한 말에는 '지금은 식사시간이 지났으니 그냥 부엌에 가서 몰래 먹어야지-'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거야. 알았어?" "아, 그런 뜻이었구나." 둘이 열심히 뭐라뭐라 하고 있을 때, 라이노가 앞을 보며 인사했다. "안녕." "안녕." 그리고 누군가가 대꾸했다. '어 누구지?' 라는 표정으로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고개를 들었다. 앞에는 다키엔이 서있었다. 다키엔은 뭔가 굉장히 불만이 있다는 표정으로 띠껍게 셋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키가 작아서 내려다보지 못한다는 것이 굉장히 억울하다는 눈치였다. ---------------- 오오, 반갑습니다. 약간 슬프다면 슬플 수도 있는 하루군요. 후훗, 홈페이지를 새로 업데해서 굉장히 피곤한 하루입니다. 참- 홈 주소 이전했는데......;;; http://my.dreamwiz.com/dragon21raja/0.html 요거니까 많이 와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후후후후훗...-_-;; 글고.. 제 소설이 연중된다는 소문이 도는데...;; 헛소문입니다! 저 연중 안해여...-_-;; 단지... 시험 기간이라서 바쁜 것 뿐이지...... 쿨럭, 쿨럭... 그럼 이만. 나이스- 데이. -하루리 Name : 하루리 Date : 01-07-2001 20:32 Line : 214 Read : 148 [5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 (10) -------------------------------------------------------------------------------- 블러드 엔젤-Blood Angle 칠십 번째 이야기... "그래, 안녕." "어, 안녕." "반갑다, 안녕." "어, 나도 안녕." "안녕." "안녕.." "안..녕.." "그만햇! 뭐 하는 짓이야?" 계속해서 이어지는 한심한 대화, 아니 대화라고도 할 수 없는 단순한 단어들의 나열에 블러드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때문에 그 대화라고도 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은 멈춰 버렸고, 그제서 넷은 그래도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그것도 제대로 된 대화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이른 시각에 어디 가는 거냐?" 이른 시각? 라이노는 중얼거렸다. 그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은 해가 하늘 한 가운데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른 시각 어쩌구 하는 다키엔은 정상이 아니었다. 아니, 물론 정상이 아니긴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파르시레인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식당 가." "나도 같이 가자." "그래." 이 말을 끝으로 그나마 대화라고 할 수 있었던 대화는 끊어지고, 넷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왜 식당으로 가는 데 이렇게 어색한 분위기여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쩌랴, 실제가 그러한 것을. 어느새 식당의 정문 앞. "도착했다." ..의 옆쪽에 있는 눈에 띄지 않는 조그마한 덧문. 블러드는 그 덧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갔다. 역시, 식당은 조용했다. 당연한 것이었다. 식사를 담당하는 시녀들은 모두 식당이 아닌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오늘 점심 때 있을 사냥에서 먹을 도시락을 가장한 만찬은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블러드는 조그맣게 탄성을 내지르며 조심스럽게 몸을 식당 안으로 들이밀었다. 황제와 황비, 혹은 황녀, 어쨌든 기타 등등의 신분 높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곳답게 식당은 휘황 찬란했다. 천장의 샹들리에는 금 세공품에 다이아를 박아 넣었고, 의자에는 에메랄드가 번쩍번쩍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식탁 다리에는 새빨간 루비가 자리하고 있었고, 식탁보는 금실 은실로 장식했다. 직사각형의 식탁 한 가운데에 있는 촛대는 은으로 테두리를 하고 진주를 박아 넣었다. 오오, 놀랍게도 의자를 덮고 있는 천은 새빨간 색이었다. 그 악취미적인 장식에 일행은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하나하나 떼어놓고 본다면 분명히 아름다울 모습이겠지만 저렇게 한꺼번에 장식해 놓으니 어울리지 않았다. 세상에, 새빨간 색이 무엇이란 말인가? "참... 식당은 처음 와 보지만, 정말 휘황 찬란하군. 끔찍할 정도야." 다키엔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으.. 응... 정말이다." "어떻게... 새빨간.......... 그것도 비단으로... 의자를 덮어씌울 생각을 한 거지?" "이거.. 디자인... 한 사람이.... 궁금하군..." 다들 한 마디씩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솔직히 엄청난 취미를 가진 자가 아니라면 이런 디자인의 식당을 보고 '아름답다' 따위의 말이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잘도 그 살집을 유지하는군- 따위의 상상을 하며 파르시레인은 중얼거렸다. 솔직히 황제는 너무나도 뚱뚱했다. 아니, 비대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음.. 그런데 아무도 없는 이 곳에서 어떻게 식사를 하려고 하는 거지?" 다키엔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블러드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걱정 마, 다 방법이 있으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잖아?" "그건 또 무슨 말이냐?" "아니, 있어. 이런 말이." 정확히 말하자면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은 이런 때 써먹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말의 뜻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블러드는 그 사실을 몰랐고, 다른 녀석들은 이 문장이 어떤 때에 쓰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블러드의 그 잘못은 은폐되었고, 아마도 영영 깨닫지 못할 것이다. "그래? 그럼 어떻게 먹을 건지 이제부터 한 번 설명해 봐." "아니, 실천해 봐." "그래." 블러드는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식당 한쪽에 있던,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조그마한 문으로 뭉기적대며 기어 들어갔다. 그 문의 용도는 아주 다양했다. 도둑들의 탈출, 혹은 도주 루트였으며, 블러드와 크라비어스가 가끔씩 배가 고플 때 이용하는 통로이기도 했다. 그러나 원래 목적은 부엌에서 기르는 고양이 '나비'가 드나드는 문이었다. 그런 문으로 드나드는 도둑들이나, 블러드나, 크라비어스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파르시레인의 눈이 그것을 보았다. 순식간에 '대단해!' 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 속을 번개같이 스쳐 지나갔다. 마찬가지로 그 외 기타 등등도 파르시레인과 비슷하거나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블러드. 그거 부엌으로 연결되는 거 맞지?" "응." "지금 부엌에 사람 많을 텐데?" "알아." "들어갈 수는 있어?" "크라비어스랑 자주 해봤어." "자주?" "응." "크라비어스 님도 들어가 지던?" "걔? 걔는 마법으로 변신한 담에 들어가면 되지." "아, 그렇구나."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는 사실에 파르시레인은 잠시 기뻐했다. 그러나 부엌에는 사람이 많았다. 그 증거로 떠들썩한 소리가 벽 너머로 들려오지 않는가? 지금은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도시락을 가장한 만찬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괜찮아?" "그래, 괜찮아." "안 들킬 자신 있어?" "어떻게 안 들켜? 너 바보냐?" 라이노는 잠시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이 여자(일단은)는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먹겠다는 거야?" "밥 달라고 하면 되잖아?" 칠십 회 축하 축하!!!!!!! 자아, 칠십 회입니다. 으음... 새로 퍼가는 홈피에.........몇 개 더 추가되었는데... 그건 차후에.. 다시 말하도록 하고..;; 음핫핫핫...;; 아- 핫핫핫^^;; 그럼, 이만. 오늘은 너무 적군. 고럼, 나이스- 데이. -하루리 덧. 리하, 미안해~~~~!!!!! [5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 (1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일 번째 이야기... 잠시 라이노는 침묵했다. 그래, 분명히 밥 달라고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왜 안 돼?" "뭐?" "왜 안 되냐구?" "어.. 어, 그래.. 분명히 안 될 이유는 없네?" "그렇지?" "응.. 그렇구나." 이상한 곳에서 납득하는 라이노였다. 그렇다면 라이노, 라이노 폰 그라시엔. 그 유명한 가문의 차남인 그는 블러드에게 패배한 것인가? "아, 내가 이겼군. 음핫핫핫." "그런 데서 무슨 이기냐 지냐를 따져?" 라이노는 분하다는 듯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블러드는 싹 무시하고 그 조그마한 입구로 잘도 꼼지락대며 기어 들어갔다. 상당히 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 다 들어갈 필요까지도 없었다. 고개만 살짝 내밀면 되는 것이다. "저기요." "아, 아가씨! 호호, 오늘도 식사하시려고요?" "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가져다 드릴 테니." "고마워요. 참, 그리고 오늘은 5인분이요!"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하얀 머릿수건을 두른 그 여인은 재빨리 요리사에게 다가가 뭐라고 소근거렸다. 그러자 요리사는 벙글벙글 웃더니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블러드는 고개를 다시 빼고는 일행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어때?" 일행은 또다시 침묵했다. 특히 귀족 가문에서만 자라온 파르시레인과 라이노는 더 심했다. 둘은 아주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예의 바르고 정숙한 그들에게는, 물론 개개인마다 차이점은 있지만, 어쨌든 둘은 이런 일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귀족 가문에서 자라지 않은 다키엔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그래. 하하하." "이제 식사.. 할 수 있겠구나.. 하.. 하하하." 이런 그들의 대화를 깨고 아까 그 여인의 외침이 들려왔다. "식사 나왔습니다!" 마치 식당의 여인네를 인상케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블러드의 속에 잠자고 있던 그리움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한가하게 그런 것에 궁상떨고 앉아 있기에 블러드는 너무 배가 고팠다. "자, 잘먹겠습니다!" 그 때, 다키엔은 식사가 4인분이 아니라 5인분임에 궁금증을 느끼고 막, 식사를 하려던 블러드 를 제지했다. "블러드, 왜 5인분이지? 우리는 분명히 4명인데?" "크라비어스." "크라비어스?" "그래, 크라비어스." "아, 크라비어스." 이 말을 끝으로 식사는 시작되었다. 그 화려한 식탁에서 식사가 된다는 사실에 심히 궁금증을 느끼겠지만, 그들은 너무 배가 고팠 다. 그리고 눈앞에는 맛있는 음식이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고 있었고. 주위 환경이 어떻든 그들 에게는 상관 없는 것이다. 아니, 조금 있기도 하겠지만. "어? 이거 의외로 맛있네?" 다키엔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정체 불명의 무언가를 한 스푼 떠먹었다. "어떤 거?" 그런 그의 모습에 블러드는 다키엔에게 물어보았다. 다키엔은 다시 한 스푼 뜨며 우아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미 깨질 대로 깨진 그의 이미지는 회복되지 않았다. "감자." "너 감자 싫어했어?" "응. 난 감자 별로 안 좋아." "그 맛있는 걸? 이상한 녀석이군." "뭐야? 내 취향까지 너한테 간섭받아야 할 필요는 없어." "간섭한 적 없는데. 난 그저 너의 그 취향에 대해 한 마디 하려고 했을 뿐이야. 그런데..." 블러드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주위가 갑자기 붉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강한 마력의 흐 름과 함께 공간이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이동이로군." 다키엔이 한 마디 하자마자 그 마력의 흐름이 딱 끊겨 버리더니 그 중심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중심이었던 자리에서 한 인형이 나타났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블러드를 향해 달려들었 다. "블러드, 나 왔어!" 그러나 그, 크라비어스가 껴안은 자는 블러드가 아니라 파르시레인이었다. "으엑! 넌 또 뭐야?" 기겁한 듯이 자신을 밀치는 크라비어스에게서 불쾌감을 느꼈는지 파르시레인은 정중하고 우아하 게, 딱딱 끊어지는 말투로 몇 마디 했다. "크라비어스 님께서, 먼저, 저를, 껴안으시지 않았습니까? 심히, 불. 쾌. 하. 군. 요!" 이렇게 보니 그도 상당히 간이 부은 인간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그것에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다른 때라면 자신에게 무례하게 굴은 인간을 사뿐히 즈려밟고, 태고부터 내려 온 용들의 권능으로 살짝 아주 살짝 구워 주었을 텐데 말이다. "어, 그래? 알았어. 블러드, 나 이거..." 크라비어스가 블러드에게 자신이 잠시 어딘가를 다녀온 이유를 설명하고 그 목적이 되는 물건을 주려는 순간, 블러드가 크라비어스의 앞으로 접시를 들이밀며 말했다. "크라비어스, 자, 여기 너의 몫, 밥." "오, 고마워~!" 어느새 자신의 원래 목적을 망각하고 눈앞의 밥에 정신이 팔린 크라비어스를 보며 블러드는 흐 뭇하게 웃었다. 음핫핫핫, 항상 적소. 하루에 한 편씩!!!! 이라는 원대한 꿈을 안은 대신......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거의 반 정도로..;; 으음.. 거만체가.. 자꾸 튀어나오려고 하는군요^^;; 하핫...;; 글고... 리얀 님, 괜찮습니다^^ 머... 클럽에 퍼가시기로 한 거.. 계속 올리셔도 상관 없죠~^^ 그럼, 나이스- 데이. - [59]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 (1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이 번째 이야기... "으음, 그래서 네 뼈로 검을 만들 거라고?" "뭐, 그런 뜻이지. 가는 김에 드워프들한테 좀 '부탁'하게." "하지만 난 오늘 파르시레인이랑 검 수련하기로 했는데? 너 혼자 갔다오면 안 돼?" "뭐? 싫어! 난 너랑 갈꺼얏!" "뭐냐... 7000살도 더 먹어 갖곤......" "하하하! 내가 원래 이렇다는 사실을 망각한 거야, 블러드?" "맞아.. 그랬지?" 블러드는 신계에서의 크라비어스를 생각하며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앞에 놓인 스프 그릇을 들어 한 번에 쭉- 마셔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크라비어스가 한마디 했다. "블러드." "왜?" "스프는 그렇게 마시는 것이 아냐. 숟가락으로 우아하고 고상하게 떠 먹는 거지." "어떻게든 먹기만 하면 되는 거야. 음식이란 그런 것이지! 도대체 격식을 차려서, 우아하게! 고상하게! 라고 외치는 자들을 이해할 수 없어." 참으로 편리한 생각을 갖고 있는 블러드였다. 어떻게 하던지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 이 얼마나 편한 사고 방식인가? 그렇게 보면 스프를 먹는(마시는) 원래의 목적은 영양분 섭취이니...... 가끔 영양분 섭취와는 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지만, 블러드는 그런 이유로 밥을 먹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스프를 어떻게 마시던 상관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됬든 난 궁극적 목적을 달성한 거야." "그.. 그런가?" "어.. 그렇구나." 일행은 모두 납득했다. 단지 그나마 그 중에서 정상적이 사고 방식과 생각을 가진 파르시레인만이 '거기서 왜 궁극적 목적이 나오는 거지? 스프 마시는 것과 궁극적 목적과 무슨 관계가 있나? 어쨌든 마룡왕의 마스터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능력이 있지 않으면 안 되니까 저렇게 얼빵하게 보여도 사실 블러드는 지혜롭고 똑똑한 것이 아닐까?' 따위의 어떻게 보면 한심한 의문을 품었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면 이제 다 먹었으니까 드워프의 마을로 출발하자!" "그래." 힘차게 외치는 블러드에게 크라비어스는 기분 좋게 대답했다. 그는 이번에 드워프들의 마을에 가면, 가는 김에 여러 가지를 잔뜩 제련해달라고 부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어쨌든 그들의 실력은 뛰어났고, 그들이 만든 작품은 아름다웠다. 그것을 블러드에게 선물하겠다는 웅대한 계획을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세우며 크라비어스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괴기한 웃음소리를 감출 길은 없었다. "히히히." 어디선가 새어나온 괴상망측한 웃음소리에 일행은 일제히 몸을 움찔했다. 도저히 무언가의 웃음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나라의 희망, 혹은 자랑이라고 불리는 그들의 똑똑하고 냉철한 머리는 벌써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판단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라이노는 그것을 말했다. 그의 성격상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묻어놓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으음... 이 괴기한 소리는 틀림없이 '즐거움이나 기쁨, 혹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한 감정이, 성대에 작용하여 성대의 울림 작용으로 인하여 새어나오는 소리'임이 틀림없어. 뭐, 쉬운 말로 하자면 '웃음소리'겠지." 그냥 간단하게 한마디 하면 될 걸 가지고 길게 늘어놓은 라이노를 째려보는 자가 둘 있었으니, 블러드와 다키엔이었다. 둘은 천재가 아니었다. 능력이 뛰어나기는 했지만 천재는 아니었다. 당연히 기나긴 말을 듣고 외울 재주 따윈 없었다. 물론, 누가 외우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라이노는 어쨌든 냉정하게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머리는 그것을 이해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은 각자의 사고에 빠져든 채로 걸음을 옮겼다. 블러드는 지금 곤혹을 겪고 있었다. 그는 지친 눈으로 자신 주위에 몰려든 작고 땅딸막한 이 종족을 바라보았다. "으하하하! 참 아름다운 아가씨로군!" "아... 하하하... 감사합니다." 울화가 치밀었지만 블러드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왠지 여자라기보다는 중성적인 느낌, 아, 그래! 무성인 것 같은 느낌이 더 많이 드는데?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런 느낌 말이다!" 마을의 우두머리격인 올해로 317세가 된다는 드워프, 그렌타이비오투스의 말에 블러드는 애써 당황하는 기색을 감추며 말을 얼버무렸다. "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이죠." "오오, 게다가 유머 감각까지 있어! 어떻게 그 말이 칭찬으로 들릴 수가 있지?" "아... 하하하하...." "뭐.. 칭찬으로 받아들인다니, 할 말 없구먼. 음, 하지만 아가씨는 드래곤과 같이 있어서 그런지, 드래곤의 마스터여서 그런지..." '둘 다 같은 말이잖아!' 블러드는 속으로 소리쳤다. 이 드워프는 부탁에 대한 대답은 하지도 않고 쓸데없는 말만 아까부터 계속 늘어놓고 있었다. 뭐, 여느 때라면 나쁜 것도 아니겠지만 손님에게 앉으라는 권유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앉아서 떠들다니! 그러나 그렌타이비오투스는 이런 블러드의 심정은 생각조차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인간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오히려 천사같다고나 할까? 아, 이건 마음씨가 천사같다는 인간계의 인용법이 아니라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다! 신족 알지? 신족!" "네.. 어쨌든.. 그거.. 고마운 말씀이시군요." 이번에 그의 말에는 블러드 뿐만 아니라 크라비어스마저 깜짝 놀랐다. 아무리 블러드가 신족이라지만 그의 기운은 미약했고, 더욱이 날개조차 밖으로 빼지 않았을 때는 느껴지는 신력도 거의 없다. 그런데 그것을 분위기만으로 눈치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정말 예리한 감각이 아닌가? 드워프가 생긴 모습은 거칠고 투박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날카롭고 섬세하며 부드럽고 강인한 종족이다. 그들의 손을 거친 것은 그것이 나무이든 돌이든, 심지어 진흙 같은 흔하고 투박한 것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것은 '경이'이면서도 '신기'이다. 그들의 작품은 때로는 섬세하고 아름답게, 때로는 부드럽고 인자하게, 때로는 강하고 굳건했다. 그렌타이비오투스는 '하하하'하고 통쾌하게 웃어제끼며 그 단단한 손으로 블러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작품이 그것에 어울리는 주인에게 가기를 원하지. 인간의 아가씨, 당신은 충분히 주인이 될 자격이 있어! 선물을 잔뜩 주겠네. 물론 검도 제련해 주고, 아가씨의 왕이 살고 있는 성도 고쳐 주겠네! 당연히 완벽하고 아름답게! 우리는 아름다움을 사랑하지. 아름다움이란 정말 멋진 거야. 그렇지 않나?" "그렇고 말고!" 그는 뒤를 돌아다보며 그의 종족에게 물었다. 그에 대꾸하는 다른 드워프들의 얼굴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자신들의 족장이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이유가 되었다. 슬퍼지는....-_-;;; 우웃......;;;;;;;; 으헤헤헤... 쿨럭, 쿨럭.....;; 나 생일이었는데........ 7월 6일....;; -하루리 [60]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0장-검과 마법>(1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삼 번째 이야기... "저게... 뭐야, 블러드?" 파르시레인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크게 치켜 떴다. 그에게 있어 이런 장면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뭐하긴... 드워프들이 궁전을 새로 짓잖아?" 그의 시야에 커다란 성이 들어왔고 그에 달라붙어 열심히 뭔가를 뚝딱대는 드워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커다란 쇠뭉치가 소음을 내면서 나무나 돌, 혹은 대리석 등의 건축 자재를 들어올렸다. 전혀 마법적인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쇳덩어리가 저 혼자 움직이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땅을 파 들어갔다. 희한하게 생긴 철마차가 저 혼자 덜커덩거리며 짐을 실어 날랐다. "저건... 도대체............. 마법이 아니잖아?" 그 질문에 그렌타이비오투스가 갑자기 끼여들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런 그의 목소리에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래, 마법이 아니지! 우리 드워프들의 걸작이지! 마법의 도움 없이 과학으로만 저렇게 움직인다고! 이만하면 마법보다 훨씬 뛰어나지 않은가!" "그.. 그렇군요. 정말 엄청나요!" 파르시레인은 감격스럽다는 듯이 다시금 궁전을 바라보았다. 그 때 크라비어스가 슬쩍 말을 걸었다. "하지만 과학의 힘만으로는 한도가 있다고! 그러니까 블러드! 넌 마법을 배워야 해!" "무슨 소리예요, 크라비어스 님! 블러드는 검을 배우기로 했다고요!" 크라비어스의 말에 파르시레인이 발끈하며 대꾸했다. 참으로 간덩이가 부은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지만, 파르시레인은 이미 크라비어스가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나쁜 용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깨닫고 있었다. "흥, 그깟 검. 마법을 배우면 손짓 하나로 도시를 날려 버릴 수도 있지." "그건 용들에 한하는 것이지요. 블러드는 '인간'이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적어도 90살은 넘어야 할걸요? 그것도 블러드가 재능이 있었을 때의 일이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블러드는 재능이 없어 보이는데......" "하, '인간'? '인간'이라고? 걱정 마!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나는 마룡왕이다! 마법 아이템 하나 만들어 주면 그깟 9클래스 마스터는 장난이지! 마나의 양만 어떻게 해서 늘려준다면 10클래스 마스터도 꿈이 아냐!" "그래봤자 블러드는 '문맹'이라고요! 한도가 있어요! 마나가 그렇게 쉽게 모아지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의 말에 발끈한 크라비어스는 소리질렀다. "정 안되면 신계의 신들에게 부탁해서 신의 권능을 빌 수도 있어! 신계 뿐만 아니라 마계에 부탁해서 마력을 얻는 것도 가능하지! 난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직위에 있으니까!" 그랬다. 그는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되었다. 마룡왕이란 직책은 가벼운 것이 아니니까. 용들의 왕이라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신에게까지 비길 수 있는 직책이었던 것이다! "흥, 그래봤자 블러드가 신들의 권능을 받아들일 정도로 육체적 능력이 뛰어나나요? 그럴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인간인 저도 안다고요!" '헹, 그릇? 블러드는 신족이라고!'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코웃음치며 대꾸했다. "블러드에게 아무런 능력이 없다면 내가 왜 마스터로 받아들였겠나! 블러드는 '그릇'으로써의 자질이 충분히 있어!" 그런 크라비어스의 말에 블러드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내가 그릇이 될 자질이 있다고? 그릇? 내가 그릇이란 말이야?" 똑같은 말이라도 크라비어스나 파르시레인이 하는 말과 블러드가 하는 말은 왜이리 다른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어쨌든 블러드의 그 말에 둘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둘은 다시 치열하게 말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내세우는 크라비어스나, 그런 크라비어스에 막상막하로 대적하는 파르시레인도 분명 보통이 아니었다. "아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과연 블러드가 그것을 원할까요? 손짓 하나로 나라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블러드가 원할지. 궁금해지는군요!" "블러드는 충분히 원하고도 남아. 그렇지 블러드? 넌 마법을 배우기 원하지?" 크라비어스가 부드럽게 블러드를 바라보며 묻자, 파르시레인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똑같이 물었다. "아냐! 블러드, 손짓 하나로 나라를 없애는 능력 따위 원하지 않지? 검을 배우고 싶지?" 둘의 싸움은 원래 목적을 상실하고 유치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블러드의 대답은 둘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나? 나... 사실, 헬렌한테 들었는데 그런 능력 별로 필요 없다고 하던데? 둘 다 별로 배우고 싶지 않아. 파르시레인은 검을 잘하고, 크라비어스는 마법을 잘하니까, 두 사람이 내 곁에 있는 이상 별로 배울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 "............" 블러드의 대답에 크라비어스와 파르시레인은 침묵을 지켰다. 둘, 아니 셋의 뒤로 "쿠콰콰쾅"하는 요란한 소음과 함께 쇳덩어리가 땅을 파 들어갔다. 시커먼 쇠뭉치가 시끄럽게 나무와 돌등의 건축 자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위로 위용도 당당하게 궁전의 지붕이 보였다.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선의 조화로 웅장함이 느껴지는 건물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더 위로 새파란 하늘이 펼쳐졌다. "하하하,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안 배울래." "......" "......" 파란 하늘로 흰 구름이 한 점 지나갔다. 더없이 맑은 날이었다. 오늘로써 검과 마법 편 끝~!!!! 아하하...;; 역시 난 뭔가를 얼버무리는 데 소질이 있어...;; 어쨌든 연참이다, 연참~!!!! 연참이다아앗....;;; 다음 편 예고...;; 머.. 크라비어스에 대한 얘기라고 생각....;;하시길...;; 과거는 아니고...;; 부제는 부전자전...... 고럼, 이만. 갈수록 떨어지는 조회수....ㅠ.ㅠ -하루리 [6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1장-부전자전(父傳子傳)>(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사 번째 이야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그가 다가왔다. 푸른 머릿결을 찰랑이며 그는 투명한 유리 알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시릴 듯이 푸른, 차가운 눈. "그대는 용의 왕을 이겼소. 하지만 그대는 용이 아니기에 왕이 될 수 없소. 그 사실을 인정하 오?"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며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입을 벌렸고, 말했다. "그래, 인정한다." 그는 잠시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하지만, 그대의 강함에 내 경애를 표하오. 일족의 왕을 이긴 그대에게 용으로써의 존경심을."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라인더스의 자서전 中 '투후'에서 발췌- <11장-부전자전(父傳子傳)> "그가 깨어났다." 싸늘한 분위기를 지닌 아리따운 여인이 자신의 아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윤기가 흐르는 새카 만 흑발, 아무 것도 없는 오직 어둠을 뜻하는 아름다운 검은색을 가진 그녀는 사랑스러운 자신 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오직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들이었다. 그녀의 그림자가 마법에 불꽃에 의해 흔들렸다.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사방을 감싸고 있는 새카만 벽은 그 둘을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게 구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 벽은 그들에게 아 무런 장애가 될 수 없었다. 둘의 일족은 원한다면 공간을 가르고, 시공을 넘나드는 능력을 지녔 으니까. 검은 머리카락이 전후로 흔들리며 옷깃에 스쳐 사락 사락 소리를 냈다. 그녀의 눈은 반 쯤 감긴 채로 자신의 앞에 무릎꿇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라, 나의 아들아. 가서 찾아라, 그를. 그는 강하고, 강한 우리의 왕이다." 청년, 아니 아직은 청년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소년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어중간한 나이 의, 청소년이라고 하는 편이 가장 맞을 듯한 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자신의 경애하는 어머니 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어머니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강했다. '하긴, 그랬기에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거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소년은 눈을 크게 뜨고 똑똑히 말했다. "어머니, 가겠습니다. 그리고 찾겠습니다." 만족스러운 대답에 그녀는 웃음을 흘렸다. 눈부시게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천천히 일어 섰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남쪽을 가리켰다. "남쪽이다. 남쪽에 '그'가 있다. 느껴 보아라. 강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이것은 화려하고 강 한 그만의 기운이다. 찾아라. 그리고 만나라. 그의 강함을 느껴라. 가라, 내 아들아." 소년은 일어났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경애하는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그의 검은 흑발이 흔 들렸다. 어머니를 똑 빼닮은 그의 흑발과 깊은 심연의 검은빛을 띈 아름다운 눈동자. 창백하리 만큼 흰 피부. 선이 뚜렷한 얼굴. 가는 입술.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최상의 미를 창출해내고 있었다. 소년의 모든 것은 어머니를 닮아 있었지만, 그의 어머니가 어둡고, 창백한 아름다움이라면 그는 화려하고 차가운 아름다움이었다. 그의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아름다움이었다. "안녕히 계십시오." 천천히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그의 몸은 흐릿하니 공간을 뛰어넘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장소에 는 아까의 그 여인만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높은 의자에, 조용하게.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런 그녀의 얼굴 위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제야 깨어나셨습니까, 전하? 너무나도 오랜 기다림이었습니다." 조용히, 그림자가 흔들렸다. * * * * * * * * * * 쨍그랑- 비싼 크리스털 잔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블러드는 불안한 눈초리로 크라비 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전에 없이 진지하게 창문으로 저 멀리, 북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무엇을 느끼고 있었고, 블러드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방금... 그게 뭐야?" "나도 몰라."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크라비어스는 입을 열었다. 그의 부릅쥔 주먹이 조금씩 떨려 왔다. 날카 로운 그의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곧 새빨간 선혈이 바닥으로 똑 똑 떨어졌다. 출혈은 금새 멈췄 지만 아마 상처는 쉽사리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용혈의 작용으로 창틀에는 강한 마법적 기운이 감돌았다. "심상치가 않아." 블러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잔뜩 찌푸린 것이 곧 비가 쏟아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 다. 그런데 저 하늘은 여느 흐린 하늘과 달랐다. 어둡고 음습한 느낌을 주는 그런 하늘. 블러드 의 기억 속에 그런 하늘은 없었었다. 흐리던, 맑던, 언제나 상쾌한 느낌만을 주는 하늘이었다. "흑룡의 기운이야. 너무 강해. 뭔가가 북쪽에서 오고있어." 크라비어스의 말에 블러드는 불안한 듯이 크라비어스에게 물었다. "어..디로?" 그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아마..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곳일 거야. 그것도 바로 나를 목표로 하고 말이지." "그.. 그러면..." 블러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는 알고 있었다. 과거에 용들의 치열한 싸움을. 왕위를 놓 고 싸우는 그들의 무서움을, 그 압도적인 힘과 전율이 흐르는 공포를! "블러드, 난 봉인에서 풀렸고, 이제 왕으로써의 임무를 다해야 하지. 아무리.. 마스터가 있는 용이라도, 다르지 않아." "하지만!"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크라비어스는 눈앞을 응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들어 보았다. 아직 힘은 다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2000년 간 지속되었던 봉인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완전히 풀려나는 것 은 불가능했다. '큰일이군.' 자신이 죽을 때의 걱정보다, 자신이 죽고 난 후 블러드가 더 걱정되었다. 일단 마스터와 그 용 과의 관계는 마녀와 패밀리어의 관계와도 같으니까. 거의 감각을 공유한다고 보아도 좋았다. 단 지, 그 '감각'이라는 것이 '감정'만을 뜻하는 것이지만. 강한 감정의 파동이 느껴졌다. 슬픔, 분노, 공포, 그리고 전율. 블러드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었 다. 크라비어스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죽고 싶은 마음 따위는 없었다. "괜찮아. 난 안 져." "바보. 그러면서 한 번 졌잖아?" "그.. 그건 그 녀석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야!" 크라비어스는 애써 변명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대마법사'라고 해도 인간의 마법사를 그가 이기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졌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수가 없었다. 그 날의 컨디션은 최상이었고, 넘쳐나는 기운은 자신도 주체를 못 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왜 졌을까? 그는 그 때를 생각하며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패배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별로 좋은 추억거 리가 되지 못한다. "그럼, 지금 오는 것이 용이지?" "응." 창밖에는 어느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번개가 간헐적으로 내리쳤다. 빗줄 기는 점점 강해져 이제는 마치 누군가가 양동이로 쏟아 붇는 것처럼 무서운 기세로 좍좍 내리 붓고 있었다. 우르릉, 쾅! 번개가 번쩍 하늘을 갈랐다. 창틀에 기대고 있던 크라비어스도, 크라비어스 옆에서 불안하게 하 늘을 올려다보던 블러드도 흠뻑 젖었다. 그러나 둘은 창문을 닫을 생각도 몸을 따뜻하게 말릴 생각도 없었다. 턱선을 타고 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별로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옷이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젖을 것이 있다는 듯이 고급 천은 물을 빨아 들였다. 우르릉, 쾅, 우르릉! 다시 한 번 번개가 하늘을 갈랐다. 캄캄한 하늘이 순간적으로 밝아졌다, 다시 어두워졌다. 하늘 에서 내리 붓고 있는 빗줄기를 바라보아 감정이 격해질 만도 하겠는데, 오히려 감정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빗물이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졌다. 블러드의 얼굴에서 빗물이 천천히 흘러 내렸 다. 마치 눈물처럼. "온다." "..벌..써?" "용의 속력은 빨라. 일단 목표 지점만 잡아낸다면 눈 깜짝 할 사이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 어. 그리고 누군지 모를 저 용도, 방금 내 기운을 잡아냈고." 크라비어스는 손을 뻗어 창문 바깥, 하늘을 가리고 있는 구름 사이를 가리켰다. 새카만 구름 사 이로, 그보다 더 새카만, 묵색(墨色)의 용이 언뜻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번개가 하늘을, 땅을, 구름을 갈랐다. 천지를 갈랐다. 비가 더욱 세차게 쏟아졌다. 주위에서는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둔감한 사람들이라고 해도 이즈음이면 눈치챌 만도 하다. 다시 한 번 용이 구 름 사이로 몸을 드러냈다. 새카만 비늘이 번쩍였다. 그 장대한 몸을 꿈틀대며 용은 하늘로 솟구 쳐 올랐다.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크오오오오- 소리이되 소리가 아닌 것. 그 아름다운 울림에 모두들 넋을 잃었다. 단지 크라비어스만이 불안 한 눈초리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느끼고 있었다. 저 용의 강대한 기운을, 그 리고 익숙한 듯한 기운을. 그리고 잠시 뒤,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대저택의 큰문이 손쉽게 열렸다. 덩치 큰 장정 몇이서 달라붙어 열심히 밀어야 열리는 문이, 더구나 잠겨있던 문이, 자물쇠가 산산이 부서지며 열렸 다. 열린 문으로 비가 매섭게 들이쳤다. 사람들은 비가 들이친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천 천히 저택 안으로 들어오는 자를 바라보았다. "어서 와라, 나의 일족이여." 크라비어스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 때 그의 모습은 왕의 모습, 그대 로였다. 절대로 넘볼 수 없는 힘을 은연중에 자랑하며 위엄있게, 그리고 우아하게. 그의 붉고 긴 머리카락이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는 세찬 바람이 날아갈 듯이 넘실댔다. 머리카락을 위로 높게 묶어 지탱하고 있던 얇은 비단 끈이 바람에 풀어져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약간 올린 부분에 꽂아 두었던 비녀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크라비어스가 입고 있는, 동양풍의 소매가 넓고 긴 옷이 미친 듯이 휘날렸다. 소매도, 발목까지 내려와 있던 옷자락도. 주위 사람들은 숨 을 죽인 채,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위대한 용의 제왕을! 그의 말에 느닷없이 들이친 낯선 방문객은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반절 이상이나 가리고 있던 겉 옷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찬란한 흑발이 앞으로 스륵 흘러내렸다. 비를 맞아서 더욱 윤기 있게 보이는 머리카락 사이로 깊은 심연의 눈동자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창백한 피 부가 비를 맞아서 더욱 창백하게 보였다. 가는 입술은 흰 피부에 대조되도록,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크라비어스의 앞으로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일족의 왕에게 표하는 예 의. "2000년 만에 깨어나신 용왕 전하께, 흑룡족의 크라이아드 드 블랙. 인사 올립니다. 경애하는 나의 아버지시여." --------------------- 중얼.. 아 머리아프다... 12시가 넘었네... 내일은 방학식.. 으헤헤...;; 근데...근데.... 6교시 정상수업이야아아앗!!!! 싫엇....!!!! ㅠ.ㅠ 중얼.. 이거 쓰는데 장장 1시간 걸렸다는..... 우우...... 왠지 진지해.....ㅠ.ㅠ 으응... 크라비어스의 아들 등장. 그동안... 여자 관계가 문란했으니...!!!!!! 자식 한둘 정도는... 후훗...; 기냥 아들로 만든....;; 딸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머... 기낭 아들로 하지. 중얼.... 내 소설에... 여자가 없다는 말... 들었습니다..... 쇼크.. 쇼크.. 생각해 보니... 정말... 극소수.......... 생각해 봐도....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역할의........ 헬렌과... 아델레이드 왕녀... 기억이나 할려나? 중요한 녀석 하나...... 등장했긴 하지만...... 고... 크라비어스.. 아내??? 아내는 아니지...... 그들에게는... 아내라는 개념이 없고...'반려'라는 거니까...;; 중얼.. 중얼...; 후..후후훗...!!!!! 그녀의.. 정체를 밝혀보자면..... 그.. 과거로의 여행.... 첫 부분에서 나왔던.......크라비어스의 대사. "난 어제 흑룡족의 여성과 밤을 보냈다." 그 여인네입니다...;; 아, 그리고 보니....;; 여자.. 크라비안... 있었지.... 크라비어스... 여동생입니다. 그녀.... 중요합니다. 일단... 그녀가 중요한... 무언가가 되거든요. 후.. 후후후.. 후후후훗!!!!! 어쨌든.... 이 녀석... 크라이아드.... 꽤나 분위기 잡으며... 등장했지만....... 망가질 겁니 다... 무섭게... 후..후훗...;; 아.. 아니... 망가지지 않는 인물, 한둘 정도는 있어야 하겠지만........ 대부분 다 망가졌기에... 유일하게.. 안 망가진 거라면.. 카다즈... 정도? 카다즈 드 그린. 맘에 드는 녀석. 나중에 다시 등장할 생각. 아.... 하린 드 블루도 있었구나. 그 놈도.. 마음에 듭니다. 나중에.... 재등장. 아아... 늦은 시각이라.. 이만... 눈이 감겨옵니다....=_-.... 우웅....... 다들..... 굿 나이트. -하루리 [6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1장-부전자전(父傳子傳)>(2) Ip address : 211.237.227.25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오 번째 이야기... 쾅, 우르릉, 쾅! 다시 한 번 번개가 쳤다. 모두들 조용히 둘을 바라보았다. 바늘 한 개가 떨어져도 그 소리가 다 들릴 만큼, 조용했다. 아니, 고요했다. 크라비어스는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무릎을 꿇고 있는, 자신의 아들이라고 말한 그 소년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화려하고도 섬뜩한 기운. "아네비아의 아들인가?" "그렇습니다." 조용하고 감정이 절제되어 있는 대답에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가... 아들을 낳았던가? 그렇다면 그건 나의 아이임이 틀림없겠군. 성년식은 치루었느냐, 아이야?" "4년 전. 정확히 제 나이가 1000살이 되던 해에 치루었습니다." "벌써.. 성년인가? 내가 봉인되어 있는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구나." 그렇게 말하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은 한없이 낯설면서도 우아하게 보였다. 블러드는 크라비어스에게 다가가려다 잠시 움찔했다. 알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왠지 서운함을 느끼면서도 한없는 자랑스러움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이라니! "그렇습니다. 아버지, 당신께서 깨어나셨으니 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입니다. 부디, 용왕계로 돌아와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크라비어스의 얼굴이 굳었다. "뭘, 모르고 있구나. 난 마스터가 있는 몸이다." 그렇게 말하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은 어째, '난 남편이 있어요.' 라며 프로포즈를 거부하는 여인의 모습과도 같았다고 생각하며 블러드는 킥 웃었다. 블러드의 생각이 어떻든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 알고 있을 텐데? 난 용왕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크라이아드 드 블랙! 마스터와의 관계는 절대적이다! 동족의 일도 두 번째가 될 정도로 중요하단 말이다! 용왕계의 일은 두 번째다. 나에게 있어 첫 번째는 언제나 나의 마스터이다! 너는, 무엇 때문에 왔느냐? 설마, 그 말만을 하러 내게 온 것은 아닐테고. 도전 의식 때문에 온 것이 아니지 않는가?" 크라비어스가 화가 난 듯이 소리지르자, 크라이아드는 움찔했다. 아무리 자신의 아버지라고 해도 그는 왕이었다. 그리고, 아직 크라이아드는 그에게 도전 의식을 치루기에 너무 어렸다. 그는 재빨리 부인했다. "아..아닙니다!" "그럼 뭐냐?" "..지..진짜로 아버지를 모셔오라는 어머니의 말씀 때문에.." 그 말에 크라비아스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 아이는 너무 어렸다. 아무리 성년식을 치루었다지만, 성년식을 치룬지 4년이라면 아직도 어린 용 취급을 받기에, 어머니의 가호를 받으며 그녀의 품에 있어야 했다. "후, 크라이아드. 너는 너무 어리다. 돌아가거라." "싫습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저도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뭐야?" 크라이아드의 힘있는 대꾸에 크라비아스는 설마 자신을 거역하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는 듯이 눈이 샐쭉해져서 되물었다. "아버지로써의 명령이라면 듣지 않겠습니다!" "왕으로써의 명령이라면?" 그 질문에는 크라이아드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왕으로써의 명령은 일족이라면 반드시 들어야 했다. 배반자가 아닌 이상. 그러나 크라이아드는 갈 수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아름다운 어머니가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시.. 싫습니다! 안 가요, 아니 못 가요! 절대로 못 갑니다!"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쉬었다. 크라이아드의 감정이 겪해져서인지 번개가 무섭게 번뜩였다. 무시무시한 칼날을 휘두르며 하늘을 갈랐다. 우르릉, 쾅! 천둥이 쳤다. 그 때, 다키엔이 끼여들었다. 그는 자신밖에 이 싸움을 말릴 자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한 명 더 끼워서, 자신과 블러드. "이봐, 그보다 문이나 닫지 그래?" 덜컹!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손도 대지 않았는데 저절로... "싸움은 나가서 하라고. 도전이라면 용왕계에 가서 하고. 너희는 괜찮겠지만, 블러드는 그렇지 않거든. 뭐, 너희야 눈밭에서 한 3일 자도 감기 같은 것에는 걸리지 않겠지만 블러드는 아니야. 일단, 지금은 말이지. 뭐, 나로써는 별 상관 없는 일이지만 여기 사람들도 그렇고." "넌 뭐냐!" 다키엔이 끼여들자, 크라이아드가 소리쳤다. 그로써는 자신의 대화에 누군가가 끼여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것도 중간계에서 말이다. "나? 어둠." "어.. 둠? 웃기지 마라! 어둠은 봉인된 지 몇 백만 년이 흘렀다고 했어!" "그래, 몇 백만 년이 흐르고, 이제야 깨어났지." 주위의 사람들은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로써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고, 알아 들어서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어쨌든, 크라이아드가 위험할 것 같으니 슬쩍 크라비어스가 나섰다. 그래도 자신의 하나뿐인 자식이었다. "크라이아드. 그만 해라." 계속해서.. [6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1장-부전자전(父傳子傳)>(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육 번째 이야기... "하지만, 저 인간이!" 크라이아드가 쥐어짜듯이 소리지르자, 크라비아스는 조용히 말을 가로막았다. "너는 저 기운이 인간의 기운으로 느껴지느냐? 저 강력한 마의 기운이? 아무리 어리다 해도 그 정도는 분별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아니면, 차분하고 침착하기로 유명한 블랙 일족이, 그것도 구분 못할 정도로 흥분한 거냐? 내가 용왕계로 가지 않겠다는 일 때문에? 아니면 '어둠'이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자 때문에?" 그 말에 크라이아드는 움찔했다. 분명히, 자신은 흥분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크라비아스는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건 너희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보아하니, 그라시엔의 성을 가진 자들은 전부 뭐하고 있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는군. 이 애가 묵을 방 정도는 하나 마련할 수 있겠지?" 부탁 같은 말투였지만,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자는 그들 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재빨리 흩어졌다. 저 용의 아들을 위한 방을 마련하기 위해. "크라비어스." "왜, 블러드?" "너, 상당히 이 집, 사람들에게 폐가 된다는 사실 알아?" "응, 알고 있어. 하지만 어쩌겠냐? 난 네가 있는 곳에 있을 뿐인데?" 크라비어스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의 말에는 '너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 못 챌 블러드가 아니었다. 아니, 이것은 특별히 눈치가 빠르지 않아도 다들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었다. 뭐, 블러드가 특별히 둔감한 것도 아니고. "뭐야? 그러면 그건 나 때문이라는 거잖아?" "뭐, 그런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 '나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지만, 네가 그렇게 해석한다면야.'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말을 내뱉고, 크라비어스는 다시 한 마디 했다. "물론 내가 말한 것이 반드시 그런 뜻으로 해석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냐." 아직 블러드는 크라비어스의 말솜씨를 따라잡기에는 일렀다. 일단 그는 7000년이나 살아온 용이고, 블러드는 이제 3살이 된 천사일 뿐이니까. 크라이아드는 어느새 생각을 끝냈는지 블러드를 이리저리 뜯어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무능력한 천사가 자신의 왕이자 아버지인 자의 마스터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 것 같았다. "이상해." "뭐가?" 블러드는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이 용에게 불쾌함을 느꼈는지 한마디 톡 쏘아주었다. "너같이 무능력한 자를 어째서 아버지가 마스터로 삼았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 나 같으면 유능한 자를 뽑겠어. 기껏해야 레드 문의 아이라는 것밖에는 장점이 없잖아? 보아하니 나이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 너 성장은 했냐?" "무.. 무슨 소리야!" "어? 너, 신.. 읍!" 무슨 말을 내뱉으려 했던 크라이아드의 입을 재빨리 한쪽 손으로 막아버리고 "하하하" 웃는 블러드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키엔은 실없이 웃음을 흘렸다. 크라이아드는 재빨리 블러드의 손을 떨쳐 버리고 소리쳤다. 긍지 높은 그로써는 자신이 말하던 것이 한낱 천사, 그것도 자신보다 한참 어린 녀석에게 막혀 버렸다는 사실이 굉장히 수치스러웠던 모양이다. "뭐 하는 짓이야!" "너야말로 뭐 하는 짓이야! 내가 중간.. 아니, 이곳에 있는 것을 봐도 몰라? 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그런데 말해 버리면 내 처지가 어떻게 되는지 생각이나 해 봤어? 너 의외로 머리 나쁘구나?" "뭐.. 뭐얏? 너같이 어린 녀석한테 그런 말, 들을 이유까지는 없어! 이래뵈도 1000살이 넘었다고! 올해로 정확히 1004살이야!" "천..사살?"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 아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키엔은 다시 한 번 웃음을 흘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블러드의 나이는 셀 수도 없었다. 태초부터 카오스와 함께 존재했던 자이니까. 그런 그가 저렇게 유치하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의외로 괜찮은 일이었다. 어쨌건 아직 카오스는 깨어나지 않았으니까. "너, 아직 100살도 안 됐지? 성장은 했어? 아니, 했으니까 내려왔을 테고, 너 마법 몇 클래스까지 배웠어! 난 9클래스 마스터라고! 이제 좀 있으면 10클래스 마스터가 된단 말이다! 너 어디까지 배웠어?" "난 마법 따위는 안 배워!" "뭐야? 그럼, 검사야? 너 소드 마스터야? 마나 소드 뽑을 줄 알아? 난 검술도 잘 한다고! 마나 소드는 물론, 그 마나 소드로 마법검도 만들 수 있어!" "나.. 난, 검술도 안 배워!" "그럼 정령사인 거야? 설마... 정령왕까지 불러내? 속성 뭐야! 그래서 아버지가 마스터로 삼았던 거냐?" "저.. 정령 따위도 안 배운다고!" 여기까지 대화가 이어지자, 크라이아드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마법도, 검술도, 정령도 안 쓴다면 도대체 무엇을 쓰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는 곰곰이 생각했다. 세 가지가 다 아니라면 남은 것은 몇 개 없었다. "그.. 그렇다면, 너 설마! 언령을 쓰는 거냐!" "언령? 아, 맞아! 그래, 난 언령을 쓸 수 있어! 염원을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불도 피울 수 있고, 바람도 불 게 할 수 있어!" 그 말에 크라이아드는 잠시 새파랗게 질렸다가, 다시 원래 색을 되찾았다. "뭐야? 겨우?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 바보 같은 녀석! 불 피우는 것 정도도 언령으로 못하면 어떻게 그게 용이냐? 물론, 용이 쓰는 것은 용언이라고 하지만, 다 똑같잖아!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그.. 그러냐?" 블러드는 엉겁결에 대답해 놓고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크라이아드는 더욱 심각했다. 그는 절대로 자신의 위대한 왕이시자, 경애하는 아버지가 무능력자를 마스터로 받아들였으리라는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그것도 신족인데, 신족을 마스터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틀림없이 블러드가 뭔가 위대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너! 설마! '태초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거냐! 그랬던 거냐! 역시 그랬던 거였어! 제길! 태초의 능력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그 순간 다키엔은 심하게 재채기를 했다. "에취! 쿨럭, 쿨럭!" 차 한잔 마시고, 또 한편..(후루룩) [6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1장-부전자전(父傳子傳)>(4) Ip address : 211.237.227.25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칠 번째 이야기... 태초의 능력이란, 고대에 신 아닌 위대한 자들이 썼다는 힘이었다. 바라는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 설사 그것이 어처구니없는 것이든, 가능한 것이든 상관하지 않고 능력의 주인이 바라는 것을 그대로 이루는 능력. 그것이 바로 태초의 능력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다키엔이 갖고 있는 능력이기도 했다. 물론, 다키엔 뿐만 아니라 하르모니아도. '블러드'가 아닌 '하르모니아'가 갖고 있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둘은 동일인물이지. 니아가 가지고 있으면 블러드도 가지고 있어.' 다키엔은 느긋했다. 서두를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 때, 블러드가 크라이아드에게 말했다. 그는 태초의 능력 같은 것은 사용할 줄 몰랐다. "태초의 능력? 난 그게 뭔지도 몰라." 그러나 크라이아드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혼자서 결론까지 추출해 내면서 블러드의 손을 덥썩 붙잡았다. "아아, 분하지만 졌다! 크흑, 그래, 너를 아버지의 마스터로 인정하마! 네가 태초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아버지를 용왕계로 다시 모시고 가는 것은 포기하마!" "그럼 너 다시 돌아가는 거야?" "나? 내가 왜? 나 여기서 살 건데?" "뭐..? 왜?" 블러드의 질문에 크라이아드는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아버지가 인간들에게 내가 묵을 방을 마련하라고 하셨으니까!" "저.. 그럼, 크라이아드." 조심스럽게 묻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크라이아드는 대답했다. "왜?" "너, 나를 크라비어스의 마스터로 인정한 거지?" 그 질문에 크라이아드는 경쾌하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응." "그럼, 인정한 거다! 나중에 물리기 없기다! 약속이야!" 왠지 '약속이야!'라는 말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크라이아드는 대꾸해 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블러드의 음흉한 속셈이었다. "그래. 약속이야." "좋아, 크라이아드. 나 할 말이 있어. 아주 중요한 거야." "뭔데?" 아주 중요한 거라기에 관심을 가지며, 크라이아드는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사실 천사 하나가 중요한 말이라고 해도,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일 테지만, 블러드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왕의 마스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도 중요한 것이 되는 거였다. 어떻게 보면 맹목적인 믿음만을 아버지이자 왕에게 주는 그였지만, 그것이 당연한 거였다. 용들에게는. 그리고 그 믿음은 그의 마스터인 블러드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나.. 태초의 능력 따위는 없어." "아, 그래?" "태초의 능력 없다고." "그렇구나." "응." 크라이아드는 잠시 웃었다. "뭐얏! 태초의 능력이 없다고! 태초의 능력 따위~? 따위라고? 그럼 도대체 어떻게 마스터가 되 거얏! 말도 안 돼!" 갑자기 소리지르며 발광하는 크라이아드에게 블러드가 대꾸했다. "하지만, 애초에 내가 그런 능력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잖아?" "그래도! 부정을 했어야지!" '언제 네가 부정할 시간이나 줬냐?' 블러드는 속으로 중얼대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분노하는 용에게 그런 말을 할 용기는 블러드에게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순간부터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었다. 그 때, 다키엔이 끼여들었다. 끼여들길 좋아하는 다키엔의 모습은 어찌 보면 정의의 사도같이 보이기도 했다. 물론 블러드의 시점에서는 말이다. "무슨 소리야, 블러드. 너 태초의 능력 사용할 줄 알잖아?" "나? 나 그런 거 못 써." "무슨 소리야! 너 쓸 줄 알잖아!" "못 쓰는데?" "아직 각성을 못 해서 그렇지, 곧 있으면 쓸 수 있어." "그.. 그런가? 하지만 지금 못 쓰잖아?" "곧 쓸 수 있으니까, 쓸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강경한 다키엔의 말에 블러드는 그만 질려 버렸다. 쓸 수 있다고 백 번을 말하면 뭐하나? 그래도 지금 쓸 수 없는데. 지금 쓸 수 없다면 아무리 좋고, 멋진 것이라 해도 소용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블러드였다. "으음, 그럼 블러드." "왜?" 크라이아드가 블러드의 이름을 불렀다. "너는 나중에 태초의 능력을 쓸 수 있게 된다, 이말이지?" "그런 것 같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 알았어! 아버지가 왜 너를 마스터로 받아들였는지! 네가 나중에 태초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될 줄 미리 예상하고 계셨던 거야! 역시 내 아버지야! 미래를 예상하고 그렇게 행동하실 수 있다니, 나로써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능력이야!" "이.. 이봐..." "오오, 존경합니다, 아버지! 당신의 그 능력에는 정말로 탄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용왕으로써 절대 부족함이 없으신 분!" "그.. 그만 하는 것이 어때?" "아, 아버지를 찬양하는 것은 이 정도로 해두고. 뭐, 어쨌든 그만 하도록 하지. 너는 아버지의 마스터니까 말야." "그래..." 블러드는 한숨을 쉬었다. '또 식구가 늘어나 버린 건가.' * * * * * * * * * * "용이 두 마리라......" 그는 천천히 자신의 은발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앞에 놓인 찻잔에서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는 서류 뭉치를 뒤적거리며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이로써 아무도 우리나라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겠군." "그렇습니다." "그 작은 여자아이가 이렇게 유용한 존재였다니 말이야. 보기에는 인간이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지. 게다가 이 정보 말일세." "아, 다키엔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상세 정보니 당연히 자세해야 하는데... 이것이 뭐지? 겨우 한 장인가?" "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름을 알아낸 것만 해도 대단했습니다. 물론, 그 이름이 본명이리라는 증거는 없지만 말입니다." "으음... '긴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 1.5라인 정도 되는 키에 괴이한 능력을 가졌다. 마치 태초의 능력 같은 엄청난 능력에, 용들에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하대를 하는 것, 그리고 용들이 그것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것이 더욱 흥미롭다. 추측으로는 다른 용의 마스터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이 다인가?" "네." "다른 용의 마스터라... 그런데 왜 이런 곳에 와 있는 거지?" "블러드라는 소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어쨌건 좋아. 이들 덕분에 우리는 더욱 더 국제적인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해 먹어야지.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이제 끝. [65] 선천적인것과 후천적인것(1)블러드 엔젤-BLOOD ANGEL <12장-선천 "왜 저는 안 되는 것입니까? 설마, 제 노력이 부족했던 것입니까?" 나는 나의 소중한 제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타고난 노력가였다. 그러나 마법사로써 필요한 자질, 타고난 센스! 그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아니다, 너는 충분히 노력했다. 네가 잘못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 틀린 것은 없다. 너는 올바른 선택은 한 것이다." 그는 차분히 말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는 점, 내가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 요인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한 요인이다. 둘째는 그의 노력의 열성 때문이고. "그럼 왜입니까? 어째서 제가 하지 못하는 거죠? 혹.. 과정에서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었나요?" "아니, 아니다." "그럼 어째서입니까?" "너는......" 나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아니, 열려고 노력했다. 내 하나뿐인 제자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까! 너는 재능이 부족해서 포기하라고? 어느 정도까진 가능하겠지만 고도의 경지는 불가능하니 마법 대신 다른 길을 찾아보라고? 나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해야만 했다. ".......재능이 부족하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는 평생 스승님처럼 될 수 없겠군요."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화를 내 주었으면 편한 것을! 어째서냐고 따지며 대들고 나섰으면 편할 것을! 그는, 나의 하나뿐인 제자는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마치 현자처럼! 소리치고 싶었다. 너는 현자가 아니라고. 그러니 차라리 화를 내라고.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기대에 어긋나서. 못난 제자를 두셨군요. 하지만 마법을 포기하란 말은 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는 이것이 좋고, 이것을 하고 싶습니다. 어느 경지까지 도달하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말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제가 얼마만큼 노력했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단지, 스승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이 괴롭군요. 선천적인 것은 아무리 후천적인 것으로 커버하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언가 머릿속으로 와 닿는 것이 있었다. 나는 나보다 한참 어린 제자로부터 교훈을 얻었던 것이다. -대마법사 라인더스의 '자서전' 中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재능과 노력)'에서 발췌.- <12장-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재능과 노력)> "간단하잖아?" 크라이아드는 다시 한 번 시범을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도 블러드는 여전히 따라하지 못한 채, 머리를 긁으며 중얼댔다. "이상하네, 난 왜 안 되는 거지?" 그런 그의 모습에 크라이아드는 '하'하고 웃으며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방금 행동에는 '너는 구제불능이 틀림없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왜 아버지가 너를 마스터로 받아들였는지 알 수가 없어." "그렇지? 나도 이상해." "그러게 말이야." "역시 난 행운아인가 봐." "그럴 지도 모르겠다." 둘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그 때, 문이 활짝 열리며 파르시레인이 뛰어들었다. 그는 다급하다는 듯이 둘을 향해 소리쳤다. "이봐! 큰일이야! 아, 크라이아드 님. 실례되는 행동, 죄송합니다." 순간, 블러드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파르시레인, 어째서 쟤는 존댓말이고 나는 반말이지?" 그 질문에 파르시레인은 의외로 간단하게 대답했다. "간단하지. 너는 약하고 저 분은 강하니까." "뭐야?" "오오, 마음에 드는 지론이군." 블러드는 벌컥 화를 냈으나, 크라이아드로써는 이런 생각을 하는 인간이 있었다니, 라며 기분 좋아했다. 파르시레인의 저 지론은 의외로 용들의 사고 방식에 거의 근접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 가지고 즐거워 할 때가 아니었다. 파르시레인은 정말로 다급하다는 표정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다급하건 말건 둘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러므로 둘은 느긋하고 태연하게 물었다. 둘은, 특히 크라이아드는 인간의 일에 급할 것이 전혀 없었으니까. "무슨 일이야?" 그에 파르시레인은 발끈했다. 그로써는 이 두 명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지 않았다. 물론 크라이아드야 인간이 아닌 용이니까 조금,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블러드의 저 행동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무리 용의(그것도 용왕의) 마스터이고, 마술사(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다.)이지만, 이런 행동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긴장감 좀 가져봐! 갑자기 용, 그것도 용왕의 마스터가 나타났다는 말이 벌써 다른 나라까지 퍼졌다고! 어차피 그리 기밀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빨리 그들의 귀에 들어갈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그 용왕이 아들이 또 나타났다는 사실조차 누설된 모양이야! 아무래도 궁정 내에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제기랄! 이렇게 되면 블러드, 넌 다른 나라로 가야 하거나 몸을 숨겨야 할지도 몰라! 국제적 입지가 어쩌고 하면서 말이지!" 그 때, 크라이아드가 냉큼 나서서는 말했다. "그런 것은 상관없어. 가서 그냥 밟아 주면 되니까. 내가 이곳에 있고 싶어서 있겠다는데 인간이 무슨 상관인가! 블러드도 마찬가지다! 일단 용의 마스터가 되었다는 것은, 그 순간부터 용들 사이로 받아들여졌다는 거나 마찬가지야! 인간의 일에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 인간들 또한 마찬가지이고! 그들이 가라 와라 한다고 해서 갈 나, 아니 우리가 아냐! 그들이 명령하면 모두 죽여 버리겠어!" "그것이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니까 내가 이러는 것이죠. 그들은 그런 것은 모릅니다! 머리 속은 온통 허영과 가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들의 나라에,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용이 두 마리나 우리나라에.." 순간, 파르시레인은 몸을 감싸는 살기를 눈치채고 말을 멈췄다. 그의 시선은 정확히 크라이아드를 향하고 있었다. 크라이아드는 무서운 눈으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말을 정정해라. '마리'가 아니라 '명'이다. 너희 인간들은 인간이 아니면 무조건 '마리'라고 세는 모양이지? 용 한 마리, 용 두 마리, 오크 한 마리, 오크 두 마리, 요정 한 마리, 요정 두 마리!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런 이기적인 면이 정말 싫다! 왜 아버지는 이런 곳에 굳이 계시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그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두려웠다. 저 용이. 저 위대한 검은 용이. 일찍이 그의 능력은 전에 보지 않았던가? 절대적인 능력! 어쨌거나 그는 용, 그것도 몸이 전율할 정도로 강한, 날씨를 바꿀 정도로 위대한 능력을 가진 용인 것이다!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말했다. 연속해서 한 편 더...;; [6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2장-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2) Ip address : 211.237.227.25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팔 번째 이야기... "정정하겠습니다." "음, 정정하겠다면야 굳이 화낼 필요는 없지." 크라이아드는 다시 블러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시 해보자." 그 말에 울상을 짓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파르시레인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과연 무엇을 하는 도중이었기에, 블러드가 저렇게 울상을 짓는 건지 궁금했다. "자, 이렇게 하는 거야. 빨리 해봐!" 맙소사! 지금 크라이아드가 열심히 블러드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검기(劍氣)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마나를 둥글게 물체에 덮어씌우는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나를 검에 덮어씌우면 검기, 몸 주위에 둘러치면 방어막, 그리고 주먹이나 발, 등에 두르면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자는 손으로 꼽을 만큼 극소수이지만 말이다. "아.. 안 되잖아!" 블러드는 다시 울상을 지으며 소리쳤고, 파르시레인은 황당하다는 듯이 크라이아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크라이아드는 소리쳤다. "뭐냐! 뭐가 불만이야?" "아니, 뭐. 위대하신 용이 하는 일에 제가 무슨 불만이 있겠냐만은... 블러드는 인간입니다. 당신과는 다른 인간이죠. 용이 아닙니다. 그런 것을 단시간 내에 해내는 것은 무리예요." 상당히 가시가 박혀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크라이아드가 누군가? 뭐, 용치고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1004년이나 살아온 늙은(물론 어디까지나 시점에서이다.) 용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크라이아드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가볍게 그 말을 받아쳤다. "블러드의 일족이라면 눈감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저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야. 원한다면 나라 하나를, 아니 이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녀석들이지. 용들보다 더 강할 지도 몰라." 파르시레인은 순간적으로 '용들보다 더 강하면 그것이 인간입니까?'라고 물을 뻔했지만, 자신의 방정맞은 입을 손을 막을 수 있었다. "그..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고요." 크라이아드는 다시 한 번 블러드를 재촉했다. "빨리 해!" "이씨, 못하겠단 말야! 난 저능아다, 그래! 다 하는 거 나만 못한다! 어쩔 거야! 나라 하나 파멸시키는 것 따위도 못하고, 용도 못 이겨! 그래, 나 저능아라고! 배 째!" 이제 아주 '배 째'라며 나오는 블러드를 보며 크라이아드는 한숨을 쉬었다. 신족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능력이거늘, 어찌하여 저 녀석은 못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애초부터 '신력'이라는 강한 능력을 신들로부터 선사받은 그들이라면 이런 것쯤은 눈감고도 해내야 했다. 그리고 신력을 사용해 만든 검기를 인간들은 '오라 블레이드(Aura Blade)'라고 칭한다. 같은 검기라도 다른 것이다. 그냥 검기는 순수한 마나 그 자체를 운용하여 만든 것이고, 오라 블레이드는 순수한 마나를 그들 특유의 능력으로 가공하여 '신력'이라는 형태로 바뀐 것을 운용하여 만드는 것이다. 마력 또한 마찬가지이고. 단지 마력을 운용하여 만든 것을 '참 블레이드(Charm Blade)'라고 부르는 것만이 다를 뿐. "도대체 너 할 줄 아는 것이 뭐야! 너 밥 잘해? 빨래는? 청소는 할 줄 알아? 좋아, 백 보 양보해서 상관없다고 쳐. 그러면, 너희 가문 고유의 능력도 못 쓰잖아! 태초의 능력이 생길 때까지 이 몸께서 직접 가르쳐 주겠다는데 뭐가 불만인 거냐!" "그래, 나 못한다! 보태준 거 있냐고! 옆에서 소리만 지른 주제에!" 반성은 못할망정, 바락바락 대들자 열 받은 크라이아드는 소리질렀다. "좋아! 그렇다면 몸으로 보여줄 수밖에! 넌 몸으로 때워! 밖에서 수련하자! 따라와!" 소리지르며 블러드를 끌고 나가는 크라이아드를 따라 나가며 파르시레인은 실없이 웃음을 흘렸다. 그의 머릿속은 '드디어 저 녀석이 고생하는 꼴을 보는구나'라는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크라이아드는 이번에야말로 이 건방진 녀석의 콧대를 꺾어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정원으로 뛰쳐나왔다. 그 때, 파르시레인이 슬쩍 끼여들어 말했다. "그러지 말고 기사들이 수련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 곳에는 수많은 기사들과, 견습 기사들이 '열심히' 수련에 수련을 가하고 있으니까요. 블러드에게 좋은 귀감이 되리라 생각하는데..." 유난히 '열심히'란 단어를 강조하는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며 크라이아드는 씩 웃어 보이고는 파르시레인이 안내하는 데로 따라갔다. 애초에 원래 목적은 잊어버린 그들이었다. 이웃 나라에서 기밀을 알아차렸네 운운하던 것은 이미 파르시레인의 머리 속에서 까맣게 잊혀졌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다른 생각만으로도 바빴으니까. 블러드는 둘이 가려고 하는 곳을 알고 비명을 지르며 열심히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으아악!"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던 기사들은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황당한 광경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보통 하는 거 아무 것도 없이 집안에서 수다를 떨거나, 파티에 가는 일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았던 귀부인이, 그것도 결혼을 앞둔 레이디가!(아직 약혼 상태이지만)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더 빨리 휘두르지 못해! 앙? 반항인 거야?" 빽빽 소리지르며 재촉하는 크라이아드를 바라보며 바락바락 대드는 블러드의 모습은 상당히 웃겼기에 파르시레인은 아까부터 계속 주저앉아서(귀족의 권위를 상하게 하는 일이라는 것 따위는 이미 그의 안중에 없었다) 큭큭대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둘의 모습은 약관 15세 정도의 나이로 보였기에 더욱 더 재미있었다. "안 되는걸 어떡하냔 말이야! 이게 넌 반항으로 보여? 내 능력이 딸리는 것을 어떡하냐구! 오늘 처음 휘둘러보는 거란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크라이아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처음? 처음이라고? 좋아. 나도 솔직히 말하자면 검을 휘둘러보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마나 소드를 못 만든다는 것은 아니고, 검기를 뽑아내지 못한다는 것도 아니지. 단지 검을 휘둘러보지 못했을 뿐이야. 야! 거기 너!" "네.. 넷?" "네가 들고 있는 검 줘봐!" "하.. 하지만 이것은 정규 기사용으로 상당히 무거운.." 그의 필사적인 변명은 수포로 돌아갔다. 크라이아드가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그의 검은 냉큼 빼앗아 들었기 때문이다. 검을 빼앗긴 기사는 얼떨떨한 얼굴로 서있었다. 그로써는 기사의 생명이라는 검을 저런 꼬마에게, 그것도 손쉽게 빼앗긴 것이 상당한 수치였던 모양이다. "돌려줄 테니 그런 표정 짓지 말라구! 자, 블러드 봐라! 뭐야, 그 표정은! 이 몸이 손수 실력은 보여주겠다는데!" "아, 그래..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 블러드는 탐탁치 않다는 표정으로 크라이아드를 바라보았다. 겉모습이 어떻든 그의 마음 속에서는 크라이아드가 저 무거운 검을 들고 낑낑댈 것이 너무나도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쁜 마음은 1분도 안되어서 박살나고 말았다. 크라이아드는 진지하게 검을 들고 섰다. 정규 기사들이 사용하는 검이었기에 상당히 무거웠으나 그에게 있어 인간이 만든 조잡한 물건의 무게 따위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는 그 '조잡한 물건'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주위의 공기가 울렸다. 우웅- 대기가 진동했고, 풀들이 떨렸다. 블러드는 순간적인 압박감에 눈을 크게 떴다. 순식간에 검이 힘차게 대기를 갈랐다. 계속해서 검은 움직였다. 무언가 무형의 기가 주위의 이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아닌, 간단한 동작에 그들은 모두 매료되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순수한 강함, 그리고 힘이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강함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고 확연히 느낄 수 있을 만큼! 검이 천천히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놀랍게도 검에서는 전혀 빛이 새나오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검이 빛들을 모두 흡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 좋은 검도 아니었다. 그저 정규 기사의 연습용 검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손에 들어감으로써 '인간들이 조잡하게 만든 물건'은 최상의 무기가 되어 있었다. 아름다운 검무가 절정에 이르렀다. 사실은 검무라고 할 것도 없는 간단한 동작의 나열이었지만, 그것은 이미 구경하고 있는 자들에게 인식되지 않았다. 동작 하나하나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담겨 있었고, 아름다웠다! 놀랍게도, 그것은 아름다운 검이었다! 우웅- 우웅- 우웅- 한 차례의 검광이 홀을 휩쓴 뒤, 크라이아드는 숨을 내쉬며 검을 거둬들였다. 검은 언제 그렇게 빠르게 힘차게 움직였냐는 듯이 조용히 있었다. 한동안의 침묵이 연습용 홀을 휘감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홀 안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과연 단련된 기사들이어서 그런지 박수 소리도 절제되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크라이아드에게 다가갔다. 분했지만, 그는 너무나도 강하고 아름다웠다. "멋졌어. 분하지만, 뭐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하하하! 나의 실력을 이제야 깨달았느냐!" 크라이아드는 블러드를 꼼짝 못하게 한 것이 기쁜지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잊을 수 없다는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그럼, 이제 너도 마저 연습해야지?" "......오늘은 이만 하면 안될까?" 그 말에 크라이아드는 펄쩍 뛰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나처럼 되고 싶지 않아?" "아니, 되고는 싶어." "그럼 매일 연습해야지! 겨우 몇 시간이나 했다고 벌써 지친 거냐!"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럼 연습해." 단호하게 말하는 크라이아드를 보며 블러드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분명 저렇게 멋있게 검을 사용하고는 싶었다. 그러나 귀찮고, 힘들었다. 그런 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죽으면 끝인 몸, 즐길 때 즐겨야지! 라는 신조를 갖고 살아가던 블러드로써는 정말 참기 힘든 일임에 틀림없었다. "후우......" 한숨을 쉬는 블러드의 옆으로 파르시레인은 눈을 빛내며 크라이아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로써는 저 용이 저렇게 훌륭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었다. 물론 강하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아름다울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저런 아름다운 검술. 반드시 하고 싶었다. "크라이아드 님!" "앙? 파르시레인? 무슨 일이냐?" "저에게 검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뭐.. 뭐?" 갑작스런 부탁에 크라이아드는 당황했다. 물론 크라이아드는 남을 가르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가르칠 수 없었다. 그의 능력은 타고난 것이지, 그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므로. 게다가 특별한 검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가로 베기, 세로 베기, 대각선 베기, 왼쪽 찌르기, 오른쪽 찌르기, 머리 찌르기와 같은 기본적인 베기, 찌르기의 검술의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의 동작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을 뿐이다. 그것을 그저 차례대로 쭉 시행해 본 것 밖에 없었다. 그 밖의 요소는 그의 용으로써의 능력과 위압감, 그리고 아름다움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파르시레인에게 그런 것이 있을리 만무했다. 물론, 그도 인간으로써 타고난 것이 많았다.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경지까지 들어섰다는 것에서 그것을 잘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그것과 용의 그것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넌 못 배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오늘은 이만..;;웅냐...졸렵다. 오늘은 2연참... 중얼.... 내일도 연참 행진이다...졸려...=_= [6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2장-선천적인 것과 후처적인 것>(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칠십 구 번째 이야기... "재능이 부족하다고." 파르시레인을 비롯한 모두는 크라이아드를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재능이라니!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크라이아드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블러드도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그 나이 또래로써는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그가 재능이 부족하다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블러드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재능이 부족하다고?' 그런 파르시레인의 생각을 읽었는지 크라이아드는 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아, 물론 내가 말한 재능은 그런 재능이 아냐. 너는 훌륭해. 물론, 블러드 보다는 말이지. 내가 말하는 것은 인간으로써의 재능이 아니지. 넌 인간으로써의 재능은 뛰어나지만 그 외의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아~ 물론 보통 인간보다는 뛰어나. 충분히. 너무 걱정할 것은 없고." "그럼.. 그럼 블러드는 뭡니까?" "걔는 다르지. 너희와는 종.. 이 아니라, 어쨌든 그 녀석은 아버지께서 마스터로 삼았을 정도니까 인간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거든. 그 '무언가'는 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니 생략하도록 하고. 어쨌든 다르거든." 전혀 알아들을 수 없게 횡설수설하는 그의 말에 파르시레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다른 건 몰라도 재능이, 그것도 블러드보다 떨어진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저는 방금 크라이아드 님의 검술을 배울 수 없다는 말입니까?" "이봐, 이봐, 이봐. 정확히 하고 넘어가자고. 내가 한 것은 '검술'이 아냐. 아, 물론 검술이라면 검술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희들도 모두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내가 한 동작이 뭐라고 생각해?" 크라이아드의 질문에 파르시레인을 포함한 기사 모두는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방금 전, 10젠티(=분)쯤 전에 한 그의 동작. 그것은 단순히 검술의 차원을 넘어서서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 동작 자체는...... "아!"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듯이 파르시레인은 눈을 크게 뜨고 신음성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의 눈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설마 아니죠?'라는 눈빛으로 크라이아드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그가 상상한, 아니 생각한 것은 바로 그 사실이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이럴 수가!" "내가 한 것은 단순한 기본 동작에 불과해. 어떤 검술에도 다 포함되어 있는 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난 검술을 하나도 몰라. 간단한 기본 초식만 알고 있을 뿐이야. 당연히 너도 알고 있는 것들이지. 그런 것들을 가르쳐 달라고?" "그.. 그런..." 파르시레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 재능의 차이라면, 적어도 '인간'인 그에게는 가망이 없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봤자 '인간'이었기에. '인간'의 한계는 다른 종족의 그것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 있기에. "뭐,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 "정말입니까?" 무심코 중얼거리는 크라이아드의 말에 파르시레인은 눈을 번쩍 떴다. "그래, 네가 '인간'이니까 가능한 건데...... 음, '한계'란 것은 매우 미묘해서 말이지." 블러드는 이미 그의 말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그는 혼자서 중얼중얼대며 바닥에 낙서를 끄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파르시레인은 귀를 기울여서 크라이아드의 말을 경청할 준비를 했다. "그러니까, 너의 '한계'는 한정되어 있어. 그것도 매우 낮은 단계에서 말이지. 음, 물론 다른 종족에 비해서 낮다는 말이야. 인간들 중에서는 뛰어난 편이거든. 하지만, 네가 인간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좀 어려워서 그렇지......"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간단해. 한계를 뛰어넘으면 되거든." "네?" "말 그대로야.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간단하지? 물론, 말은 간단하겠지만 어려운 일이야. 여태까지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은 몇 없으니까. 그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이 대부분이지. 최소한 요 2000년 간은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아, 그래, 가장 나이가 적은 자는 대마법사 라인더스일걸? 그렇다고 해도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말야. 또, 검 쪽으로 한계를 뛰어넘은 자는... 오히려 마법보다 적어. 아니, 검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결과적으로는 마법으로 다 통하게 되 있다고. 마법으로 시작한다고 해도 나중에는 검술에까지 통달하게 되지. 마나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들 수 있고.. 음, 검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결국 소드 마스터가 된다면 그것도 마나를 자유 자재로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마법까지 자유자재로 실현시킬 수 있거든. 뭐, 그렇게 되면 대마법사라기 보다는 대마검사가 되야 할 것 같군. 실제로 라인더스 그 사람도 검술에 능통했어." "대..대마법사 라인더스? 하지만, 그 분은! 인간으로써 최고 경지에 올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어떻게.." "바보 녀석. 한계는 도전하라고 있는 거다." "!"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치는 파르시레인에게 크라이아드는 한마디 했다. 그 말을 들은 파르시레인은 매우 놀랐다. '한계는 도전하라고 있는 거다.'라니! 그 말은 파르시레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후, 그럼 난 이만 가보지. 야! 블러드! 너 안 들은 거냐?" "응." "이 바보 같은 녀석! 너 같은 것 때문에 너희 집안이 망하는 거다!" "안 망했는데..." "망할 거라고! 앞으로!" "하하, 그런 근거 없는 주장은 하지 않는 거야. 크라이아드." "근거가 없다니! '너 같은 것 때문에'라는 근거가 당당히 붙어 있는데!" "말도 안 되잖아?" "되!" "...그래, 그래, 된다 되." 블러드는 포기한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나 정작 울고 싶은 것은 크라이아드였다. 이미 둘의 머릿속에서 '검술 훈련'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없었다. 낄낄대며 저택으로 뛰어가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파르시레인은 주먹을 꽉 쥐었다. ------ 컴백~ 우후후후후..;; 이어서 한 편 더. -하루리 [6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2장-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번째 이야기... * * * * * * * * * * "음, 그래?" "그래서라뇨! 아버지! 다른 건 몰라도 재능이 부족하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것도 블러드보다 재능이 부족하다구요? 말도 안 되요!" "뭐, 그렇다면 그런 거지 사내 대장부가 뭐 그렇게 말이 많느냐?" 이 곳은 화려한 홀. 천장에서는 샹들리에가 천천히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으나 애초에 설계할 때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므로 위험성은 전혀 없었다. 황금색의 틀에, 초록색 가죽을 덮어씌운 형태의 의자는 화려하기 보다 고상하고, 우아하다는 표현이 알맞아 보였다. 왕궁 '어디어디'의 식당과는 다르게. 그리고 역시 고급스러운 식탁 주위에 세 명이 둘러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이 천천히 스테이크로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어머나, 파르시레인. 재능이 부족하다고? 레이디 블러드보다?" "네! 그래서 제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호호호, 하지만 파르시레인. 꼭 여자가 남자보다 재능이 부족하라는 법은 없단다. 대표적인 예로, 이 나만해도 너희 아버지보다 강하잖니? 물론 지리학에서는 지지만. 호호, 하지만 역사학은 이 어머니가 이긴단다." 파르시레인의 어머니이자 파르디얀 그라시엔 후작의 아내, 즉 그라시엔 후작 부인인, 레이디 하르나 그라시엔은 놀랍게도 대륙에 몇 없다는 소드 마스터였다. 그녀의 남편도 검술에 있어 뛰어난 경지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그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물론 그도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는 했지만, 소드 마스터에도 여러 등급이 있었다. 그렇긴 해도 파르디얀과 하르나는 둘 다 대륙에서 한 손에 꼽히는 놀라운 실력자들이었다. 물론, '대마법사'들을 제외하고. 파르시레인은 식탁을 쾅 하고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것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파르디얀 후작은 천천히 스테이크를 자르며 말했다. "뭐가? 레이디 블러드가 너보다 재능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 파르시레인. 재능과 능력은 좀 다르단다. 나도 네 어머니를 이기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가했지만, 크흑... 결국은 이기지 못했지 않느냐? 너무 실망하지 말아라. 보아하니 레이디 블러드는 검술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던데, 그렇다면 그녀가 너를 따라잡을 가능성은 더더욱 없단다. 아무리 재능이 많아도 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하지만 네 어머니는...... 어머니는......" 그는 갑자기 손에 들고 있던 조그마한 칼로 스테이크가 아닌 접시를 가르며 중얼댔다. 아무리 그가 자신의 아내보다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접시 하나 자를 정도의 능력은 그에게 있었다. 그가 뛰어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의 아내가 너무나도 뛰어난 것이었다. 그 때, 하르나는 "호호"하고 웃으며 접시를 통째로 들어올렸다. "그 정도로 되나요? 저를 따라잡으시려면 아직도 멀었답니다." 그녀는 접시 서너 개를 한꺼번에 자르며 웃었다. 너무도 간단하게.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작은칼을 무형의 기가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은 자만이 쓸 수 있다는 검기를 접시를 자르는 하찮은 일 따위에 남용하고 있었다. "뭐야?" 서걱.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식탁 모서리가 잘려져 나갔다. 깨끗하게. 스테이크 잘라 먹는 칼로 인하여. 놀라운 일이었다. 파르디얀 후작이 이를 갈며 접시와 함께 식탁 모서리까지 잘라 버렸던 것이다. "어머나! 이 식탁이 얼마나 비싼 건지 아세요?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식탁이 비싸다'따위를 소리치면서도 그녀는 순식간에 식탁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쿵"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식탁의 가운데가 밑으로 푹 꺼져 버렸다. 여러 식기들이 "쨍그랑, 쨍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이익! 식탁이 비싸다면서!" 그러는 파르디얀 후작은 다시금 식탁을 세로로 잘랐다. 식탁은 정확히 사등분 된 채로 형편없이 내팽개쳐졌다. 그 말에 레이디 하르나는 소리질렀다. "뭐예욧?"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거대한 고목도 단 한 방에 잘라버리는 파괴력을 지닌 그녀의 검기가 파르디얀 후작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식칼을 들어 그것을 쳐버리고 식칼까지 던져 버리고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자신의 검을 꺼냈다. "두고 보자, 하르나!" 오크 서너 마리의 목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터트려 버리는 그의 검기가 레이디 하르나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웃으며 가뿐하게 그것을 모두 쳐냈다. 그리고는 그녀 또한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검을 들어 검기를 덮어씌웠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그녀의 치렁치렁한 치맛자락을 무릎 위까지 찌익 찢어내고는 파르디얀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호호호홋! 받아랏!" 그녀의 웃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검이 "휭"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파르디얀의 머리를 겨냥하고 날아갔다. 한 방 맞으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나를 죽이려 들다니! 으하하하하!" 파르디얀은 가볍게 그것을 피하고, 그의 날씬한 검신을 자랑하는 검이 날카롭게 그녀의 배를 노렸다. 그녀의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가 파르디얀의 레이피어와 부딫쳤다. 놀랍게도 하르나는 바스타드 소드를, 파르디얀은 레이피어를 쓰는 것이다! 하르나는 한 힘 하는 검사들도 잘 쓰지 못하는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큰 검인 이상 스피드가 잘 나지 않았다. 그 반면에 파르디얀은 레이피어를 쓰는데 그의 공격은 날카롭고 빨랐다. 표적을 맞추지 못한 검기가 이리 저리 날아가서 식당 한 구석에 처박혔다. 벽이 갈라지고 바닥이 파였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졌다. 파르시레인은 지끈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식당 입구를 향해 소리쳤다. "집사! 집사! 또 시작했어!"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기 하나를 가볍게 피했다. 이른 아침, 블러드는 졸린 눈을 비비고는 일어났다. 크라이아드는 잠시도 블러드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실수 한 번 할 때마다 '네가 그러고도 아버지의 마스터라고 할 수 있어?'라고 소리소리 질러대니...... "야! 잠 좀 자자!" 블러드의 예상대로 크라이아드는 똑같이 소리질렀다. "뭐야? 네가 그러고도 아버지의 마스터라고 할 수 있어?" "...제.. 제발 잠 좀 자자..." "안 돼!" 크라이아드는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지르며 블러드를 끌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기사들이 수련하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또 가?" "그래! 빨리 달려!" 얼마 뛰기도 전에 헥헥대는 블러드를 재촉하며 크라이아드는 먼저 달려갔다. 블러드는 정말 울고 싶었다. 어째서 자신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어야 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저것 봐! 파르시레인이 수련하잖아! 너도 연습해야지! 인간에게 진다면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 "져.. 져도 된다구......" 블러드는 웅얼거리며 터벅터벅 수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싫었다. 그런데 오늘은 여느 때와 분위기가 달랐다. "어?" 팔십 회 달성~ 이어서 한 편 더..;; -하루리 [69]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2장-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일 번째 이야기... 수련장에 여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한 손으로 들고! 그녀는 파르시레인과 대련하고 있었다.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이 그녀를 가볍게 이기리라고 생각했다. 파르디얀 후작 다음으로 세다고 했지 않은가? 그러나 상황은 그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으아악! 살려줘요!" 거대한 검이 휭 휭 허공을 가르며 그를 노렸고, 파르시레인은 겨우 피해 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녀는 크게 소리지르며 검을 다시금 휘둘렀다. "파르시레인! 반격을 해야지, 피해만 다니면 어떡하냐!" "하지만, 어머니!" "어.. 어머니?" 블러드는 중얼댔다. 어머니라니, 어머니라니! 저 여자가 파르시레인의 어머니라고? 그 때 파티에서 본 그녀?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다른 여자들과 다르게 수다도 떨지 않고 얌전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 저 거대한 검을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는 저 여인이? "어머니는 소드 마스터잖아요!" 이어진 파르시레인의 말에 블러드는 더욱 충격 받았다. 대륙에 몇 없다는 소드 마스터! 블러드의 귓가를 어떤 기사의 말이 스쳐지나갔다. "후우, 역시 하르나 님이셔. 듣자하니 어제 파르디얀 후작님과 한판 하셨다면서?" "응. 파르디얀 후작님이 무참하게 깨지셨대. 역시 하르나 님은 달라." '허어억! 파르디얀 후작님이 깨지셨대! 그것도 무참하게!' 충격으로 비틀대는 블러드에게 크라이아드가 말했다. "저 여자 강해. 검으로는 나도 이길걸? 아냐, 어쩌면 아버지도 이기겠다." "크라비어스보다 강하다고?" "그럴 것 같다고. 아, 물론 검으로는! 검으로만!" 검으로라도 용을 이긴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었다. 블러드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댔다. 엄청난 것이었다. "엄청나네......" "으음, 저 여자는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아, 어쩌면 '대마법사'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마법사? 하지만 그녀는 검사잖아?" "어떻게든 한계를 뛰어넘으면 '대마법사'야." "하지만 대마법사는 모든 마법을 마스터한 자라고.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했어." "그건 사전적 정의지. 대마법사란 것은 일종의 대명사라고! 그래서 대마법사라고 하면 다들 라인더스를 말하는 것인지 알고 있지.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마법사란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이야. 저 여자가 한계를 뛰어넘으면 마법에도 능통하게 되지. 그것은 한순간이야. 깨닫는 순간 마스터하게 되는 거지. 1젠티도 안 걸려. 일단 깨달으면. 깨닫는 데 좀 오래 걸려서 그렇지...... 봐, 저 여자의 검을." 블러드는 천천히 그녀의 검을 바라보았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무형의 기운이 공기를 진동시켰다. 그 기운은 무언가가 좀 달랐다. "저거 뭐야? 이상해..." "그치? 저게 마력이야. 대마법사가 되려면 말 그대로 모든 마법을 마스터해야 하지. 그러기 위해서는 자질이 필요해. 가능성이 필요하다구. 저 여자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기운은 분명히 신력이야. 하지만 검기는 마력이지. 게다가 그녀를 따라 미약하게나마 정령들이 움직이고 있어. 저 여자는 충분히 대마법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구." "노.. 놀라워!" 한계를 뛰어넘는 자가 생긴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더구나 '대마법사'라는 것은 일종의 세습이므로 대마법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은 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발견되는 즉시 인간들의 일에서 손을 떼야 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데리러 '대마법사'들이 오는 것이다. 두 개의 대륙을 떠도는 그들이 유일하게 자신을 밝히는 때 중에 하나가 바로 그 때였다. 일단 한계를 뛰어넘는다면 그들은 그 순간부터 생명에 대해 초월하게 된다. 즉, 죽음을 거부하려면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 순간부터 '운명'의 손을 벗어난다. 운명을 거부할 수 있고, 그 때문에 그들은 운명에 얽매이지 않고, 얼마든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자신의 판단이라고 해도 그 조그마한 행동 하나 하나가 운명에 얽매이는 다른 이들과는 확연하게 차이나는 것이다. 그런데 방금 크라이아드라는 용이 저 여인이 대마법사가 될 자질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대마법사가 될 자질은 대마법사들이 평가한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강했다. "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자들은... 매우 극소수라고 들었는데? 백만 년에 한 명 나타날까 말까 하는......." "으음,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야. 하지만 블러드. 너 라인더스가 몇 살이라고 생각해?" "글쎄.... 2000년 전에도 있었으니까... 한 4000살 정도?" 그 말에 크라이아드는 웃었다. "4000살? 아버지가 지금 7000세이셔. 그리고 아버지가 3000살쯤 되셨을 때, 라인더스의 스승이 아버지께 도전했지. 물론 그도 한계를 뛰어넘은 인간이었어. 하지만 그는 그 당시 그의 모든 마력의 원천이 되는 지팡이를 제자인 라인더스에게 넘긴 후였지. 아, 오해하지 마. 그래도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버지께 패했어. 그리고 2000년 후에 다시 라인더스가 도전하고 아버지는 봉인 당하셨어. 적어도 그의 나이는 10000살이 넘어. 아버지보다 많지. 뭐,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일단 한계를 뛰어넘으면 그들의 힘은 모두 똑같으니까. 하지만 용들을 이기는 건 그래도 힘들지. 게다가 본래 모습의 용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아마도 아버지가 본래 모습이었다면 절대로 지지 않았을 거야!" 천 단위가 블러드의 눈앞에서 왔다갔다했다. 너무나도 큰 그 단위에 블러드는 그것을 잘 인식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신족이라도 블러드는 이제 겨우 3살이었다. 그런 블러드에게 크라이아드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뭐, 그 이상은 나도 잘 모르고. 저 여자가 반드시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건 아냐.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가능성은 인간 모두가 가지고 있어. 단지 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큰 쪽을 선택하는 거지." 크라이아드는 다시 한 번 웃었다. "가능성이란 건 후천적인 것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오직 선천적인 것만이 좌우하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것은 안 되는 거야." "그러면, 그러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면..... 그 사람이.. 너무 불쌍하잖아?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것은.... 그럼, 가능성은 누가 결정하는 거지?" 이상했다. 가능성이라는 것이 그렇게 그 사람의 앞날을 좌우한다면 그 가능성은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 블러드는 이 불공평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운명이 결정하지. 그 가능성은 오직 하나, 운명이 결정해. 누구나 다 타고나는 것이거든." 크라이아드의 말에 블러드는 소리쳤다. "하지만, 하지만 말야! 한 사람이 그것을 좌지우지한다면 그것은 너무 불공평한 것이 아냐? 불공평하잖아? 가능성이 있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성공하고, 가능성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는 거잖아? 불공평해!" 블러드의 외침에 크라이아드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는 아직 어렸다. 하지만 지혜로운 용이었다. 적어도 블러드에게 그런 것을 깨우쳐 줄 수 있는 수준은 되었다. 블러드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새하얀 백지 같은 상태. "하지만 블러드. 세상은 불공평한 것인걸? 가능성이란 것은 불공평하게 배분되는 거야.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의 차이는 너무나도 커."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 챕터 끝~ 후후후후...;; 홈 대문짝 만들었소... 대문짝 주소는, http://tearwing.com.ne.kr 이오. 놀러들 와주시게나. ..-_-;; 아, 아, 거만체 안쓰기로 했지? 익숙해져서...;; 어쩄든... 놀러와서 방명록이라도 한 자 남기고 가세욤..;; 담 파트는 13장, 샤이른 각성 파트당~ 내가 얼마나 쓰고 싶었던지...T^T 쿨쩍..;; 음훼훼훼~ 그럼, 이만. 나이스으으으~~~~ 데이~~!!! -하루리 [70]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3장-샤이른 각성>(1) Ip address : 211.237.228.21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이 번째 이야기...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 때,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오랜 옛날, 그들이 있었고,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을 알 뿐.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 일을 잊고 있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을 때를! 그들은 최고의 지배자였다. 모든 것은 혼돈에서 태어나 조화롭게 살아갔고, 빛과 어둠이 적절하게 하루를 조절하고 있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운명의 물레는 돌아가고 있었고, 모든 것은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그들은 사라졌다. 죽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삶과 죽음을 초월한 존재들이었다. 이 세상을 그들이 만들었고 그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세상을 다시 없애는 것뿐인데! 그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빛과 어둠은 이제 없다. 모두들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자연스럽게 아침이 오고 다시 밤이 온다. 그러나 아침의 빛은 그때의 빛이 아니다. 밤의 어둠은 그때의 어둠이 아니다. 혼돈도 없고, 조화도 없다. 모든 것은 그저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고의 지배자를 잃은 지금, 이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라일란드의 '자서전' 中 '지금은 잊혀져 버린 그 옛날의 최고의 지배자들'에서 발췌. <13장-샤이른 각성> "저.. 전하!" 젊은 청년이 흑발을 휘날리며 화려한 방으로 뛰어들어왔다. 그의 옷차림은 엉망이었다. 그것은 그가 얼마나 급히 이곳까지 뛰어 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방안에 있던 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알고 있다." 그는 놀랍게도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흰 옷. 더없이 우아한 모습이었다. 신룡왕 아스테리아! 그는 위대한 신룡족의 제왕이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창문 바깥으로 하늘이 보였다. 빛으로 가득 차 있는 그 하늘! 무언가 커다란 것이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깨어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막을 수 없었다. 아스테리아는 천천히 말했다. "마룡왕에게 '어둠'이 각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각성했다면 결론은 하나지. 이제 각성하는 것이다. 이곳에 봉인되어 있는 그것이." "그.. 그런.......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청년의 외침에 아스테리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둘 다 깨어났다면, 둘은 완벽하게 각성한다. 어둠과 빛이 함께. 이제 더 이상 우리 용족은 필요가 없지. 빛과 어둠의 역할을 대신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뿐이지 않는가?" 조용한 절규였다.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이 말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절망과 슬픔, 그리고 아픔. 그를 대신해서 청년이 절규했다. "왜! 왜입니까! 어째서.. 어째서 우리가 사라져야 한다는 말입니까! 누가, 그 누가 그걸 결정했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그것은 카오스가 말했지. 그들이 깨어나면 우리는 사라진다. 그것이 숙명인 것을. 어찌하겠느냐?" * * * * * * * * * * "온다." "뭐? 뭐라고 했어, 다키?" 다키엔은 더없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흥분, 기쁨과 희망이 한데 엉켜 있었다. "온다구! 와! 그가 와!" 그러나 그런 그의 흥분된 말에 대조되게 블러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시큰둥하게 되물었다. "그가 누군데?" "샤이른!" "그게 누구야?" 블러드는 샤이른이라는 자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야? 샤이를 모른다고? 왜?" "모르니까 모르지... 모르는 데 이유가 필요하냐?" 가시 돋친 말을 톡 쏘아주며 블러드는 돌아누웠다. 그는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 때문에...... 하지만 다키엔은 그 일에 대해 모르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블러드가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는 사실도 몰랐다. 그는 지금 너무 흥분한 상태였다. "그가 오고 있어! 온다구! 너무 기뻐! 빛 말야! 빛이 온다고!" "그런데 다키." "왜?" "너는 그 때, 빛에 몸이 닿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은 왜 아무렇지도 않아? 그리고 빛이 오는데 어둠인 네가 왜 기뻐해?" 분명히 2000년 전 그 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다키엔은 완전에 가까운 형태였다! 이제 그가 온다면, 다키엔은 완전하게 각성할 수 있었다. 어둠의 완전한 형태가 될 수 있었다! 오호홋... 한 편 더..;; -하루리 [7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3장-샤이른 각성>(2) Ip address : 211.237.228.21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삼 번째 이야기... "난 거의 각성했으니까! 마룡왕이 봉인되어 있던 2000년 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완전하게 각성할 수 있어!" "그렇구나...... 그러면, 이제 빛이 오는 거야? 넌 각성했으니까, 빛이 무섭지 않은 거지?" 그 말에 다키엔이 발끈하며 외쳤다. "난 예전에도 빛을 무서워하지 않았어!" "아, 그래, 그래." 블러드는 상당히 유쾌해진 기분으로 말했다. 뭔지 몰라도 기분이 좋아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굉장히 기분이 저조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굉장히 좋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온다구! 얏호!" 온다! 그가 온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다키엔은 너무나도 기쁜 듯이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했다. 너무나도 큰 일이었다. 그가 각성했다!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는 그를 보며 블러드는 빽 소리질렀다. "가만히 좀 있어!" 그 말에 다키엔은 화난 듯한 표정으로 블러드를 노려보았다. 그런 그의 표정에 블러드는 움찔했다. 어쨌든 다키엔이 화를 내면 어떻게 되리라는 것 정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는 블러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화가 난 것은 분명했다. "뭐야? 니아! 그가 깨어났는데 어째서 그렇게 있을 수 있지? 설마, 그가 깨어나는 것이 기쁘지 않은 거야? 이제 곧 카오스도 깨어나는데? 그런 것은 용서 못 해!" '누가 기쁘지 않다고 했었나?' 블러드는 속으로 툴툴댔다. 하지만 지금 다키엔은 드물게 화를 내고 있었기에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키엔의 화는 금방 풀려 버렸다. 그가 온다는 것은 다키엔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일이었다. 현재 그는 너무나도 기뻤다. "어쨌든 온다구! 이얏호! 그가 와! 니아, 니아! 그가 오면 곧 있으면 카오스도 올 거야! 기쁘지 않아? 기쁘지? 기쁘지? 그렇지? 그가 온다구! 너무 좋아!" "그래, 그래." 아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시큰둥한 말에 다키엔은 잠시 발끈했으나, 그것은 말 그대로 잠시였다. 그는 여전히 방을 서성였다. 그 때, 크라비어스가 문을 벌컥 열며 소리질렀다. "야! 점심 먹으래!" 어느새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버렸던가? 위대한 마룡왕이 저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용왕계의 용들이 알게 된다면 아마도 그는 용왕직에서 물러나야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블러드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다키엔을 바라보았다. 작은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너무나도 기쁜 듯이 방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크라비어스가 물었다. "쟤 왜 저런데?" "온대." "뭐가?" "나도 자세히는 몰라." 크라비어스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약간 어두운 얼굴로 블러드에게 물었다. "블러드, 혹시 말야." "혹시 뭐?" "온다는 것이......... '빛'?" "어? 어떻게 알았어? 분명히 빛, 샤이른이 온다고 했어." "그.. 그렇구나." 약간 당황한 크라비어스의 태도에 블러드는 의아함을 품었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단지, 아까부터 느껴지는 이 감정들이 좀 신경 쓰일 뿐이었다. 아픔과, 슬픔. 그리고 약간의 절망.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은 오히려 그에게 있어 당황함만을 안겨 줄 수도 있으니까. "하하! 너무 좋은 거 있지? 니아! 나 지금 너무 기뻐!" 식당으로 가면서도 다키엔은 계속 떠들어댔다. 그답지 않게 너무나도 많은 말을 쏟아내고, 굉장히 다양하게 감정을 표현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블러드는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주관이 서지 않았다. 다키엔이 기쁘면 왜 그런지는 몰라도 같이 기뻐지고 있었다. 동화된다고 할까? 하여튼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가슴 부근에서 아련하게 느껴지는 슬픔은 그런 기쁨을 눌러버리고 있었다. 그렇게 다키엔이 열심히 떠들고, 둘이 열심히 듣고 있는 상태 그대로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에서는 요즘 너무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든 라일란드와, 이제 내일이면 다시 일을 하러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 라이노 두 사람이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라일란드는 예의 바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했다. 그러나 라이노는 그 상태에서 고개를 까딱 해 보이고는 식사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라일란드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아무렇지도 않았으니까 별 말은 하지 않고 넘어갔다. 블러드는 자리에 앉으며 라이노에게 말했다. "라이, 너 이제 간다며?" "응. 알고 있었네?" 열심히 샐러드를 먹고 있던 라이노는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옆에 있던 수프 그릇을 들고 쭉 마셨다. 그 모습을 라일란드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봤다. 자신의 동생이 아무리 밖으로 나돌아다닌다고 해도 예의 없게 수프 그릇을 들고 마셔 버리다니! "라이노!" "아, 형. 걱정하지 마. 블러드에게 배운 거니까." 그 말에 다키엔이 얼른 대꾸했다. "맞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말아라." 식사시간에도 잘 말하지 않고, 그들의 행동에 신경 쓰지 않던 다키엔이 직접 나서서 말하자 둘은 놀란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다키엔은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뭐, 지금은 기분이 좋으니 그 무례한 시선은 용서해 주도록 하지." "하하하! 다키, 너 지금 굉장히 기분이 좋은가 보다?" "응!" 블러드의 말에 다키엔은 재빨리 대답하며 수프 그릇을 들고 마셔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블러드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수프 그릇을 똑같이 들고 마셨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스테이크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포크로 찍어서 먹어 버렸다. "오오!" 그러자 라이노는 역시 질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빛내며 자신의 앞에 놓인 스튜를 보았다. 그리고 그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스테이크에 부었다. "으악! 뭐 하는 짓이냐, 라이노!" "아, 형. 걱정 말라니까. 양념 대신이니까." "그.. 그것을 양념 대신이라니! 무슨 헛소리냐!" "아아, 난 괜찮다니까." 라이노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아주 우아하게 잘라먹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블러드와 다키엔은 동시에 소리쳤다. "질 수 없다!" "나도!" 그것을 시작으로 한바탕 식사 전쟁이 붙었다. 라일란드는 그것을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그만 해!" "으하하하! 어떠냐!" 샐러드에 마요네즈 대신 스튜를 부어 먹으며 블러드가 소리쳤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수프에 넣을 양념으로 후추 대신 간장을 부으며 말했다. "내가 더 엄청나지?" "오오, 질 수는 없지!" 라이노는 재빨리 버터를 듬뿍 바른 빵을 돈가스 소스에 찍어먹으며 소리쳤다. 라일란드는 아파 오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들을 말리려고 노력했다. "그.. 그만 하십시오!" 차 한잔 마시고(후루룩) 고기 한 점 집어먹고(냠냠) 한 편 더 -하루리 [7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3장-샤이른 각성>(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사 번째 이야기... 넷이 신성한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도중에도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푹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라이아드는 이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크라비어스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그에게 있어 이런 사실은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아 있는지는 그도 잘 몰랐다. 하지만,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난... 먼저 가보겠다. 크라이아드가 걱정되는군." "헤에, 크라비어스, 그래도 아들이니까 걱정되는구나. 하지만 웬일로 먼저 가?" 블러드가 돈가스 소스를 듬뿍 뿌린 빵을 한쪽 손에 들고 물었다. 크라이아드는 억지로 웃음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그의 감정을 속일 수는 없었다. 다른 자들은 다 속일 수 있어도 블러드는 속이지 못한다. 마스터와의 관계는 감정을 연결할 수 있으니까. "아.. 몸이 좀 안 좋아서." 용이 몸이 좋지 않다는 말을 누가 믿을까? 블러드도 믿지 않았다. 그는 빵을 내려놓고 냅킨으로 손을 닦으며 크라비어스에게 말했다. "같이 가자." "아냐.. 넌 마저 식사해. 크라이아드에게 말할 것이 있어.... 미안." 크라비어스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블러드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을 앎으로써 그가 아파한다면, 영원히 모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는 천천히 크라이아드의 방으로 발을 옮겼다. 원한다면 순식간에 크라이아드가 있는 곳으로 갈 수도 있었다. 어차피 그, 아니 그들에게 있어 공간의 제약이라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니까. 그러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크라비어스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삐걱 무미건조한 소리가 메마른 공기를 갈랐다. 문이 열리고 침대에 엎드려 있는 크라이아드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라이아드는 고개를 들었다. "아.. 아버지?" "그래." "아버지는... 알고 계시죠?" 크라이아드는 메마른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이었다. "우리의 운명이 어떠한 것인지! 알고 계시는 거죠? 어..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실 수가 있는 거죠? 우리의 운명이! 우리가... 그런 결말을 맞게 되는데! 어떻게!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는 것인지, 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러나 그 외침은 단순히 메아리가 되어 방안을 맴돌 뿐이었다. 크라비어스는 조용하게 그의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위로해 주는 것 뿐. "......울지 마라." "......우윽....흑....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런 결말이 나온단.. 말입니까...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흐..흑...... 왜.. 왜!....." 놀랍게도 그는 울고 있었다. 위대한 용의 아이가! 억지로 삼켜 가며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크라비어스는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느껴 보거라. 이 공기가. 네가 태어났을 무렵.. 그래, 1000년 전, 500년 전과 다르지? 더 신선한 느낌이야. 마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헌 공기를 새것으로 갈아넣기라도 한 것처럼. 세 명의 여신들의 운명의 물레를 알고 있지? 그것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낡은 물레는 이제 삐걱거리며 돌아간다. 아무도 그것을 멈추게 할 수 없지. 그녀 자신들도 그것을 바꾸진 못해. 그녀들은 그저 예정된 미래를 바라보며 눈물 흘리고, 슬퍼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어떠냐? 이 새로운 공기가. 이제 아무도 그것을 바꾸지 못한다. 그저 흘러갈 뿐." "..하지만, 하지만! 난 두렵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말도, 행동도! 그 모든 것이 이미 예견되어 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다 옛날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두렵단 말입니다...... 너무나도... 결국... 우리의 미래가 그것이라면......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은 것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최후의 그 날까지. 그것이 운명이기에." * * * * * * * * * * 얼마 만에 보는 하늘인지. 그리고, 땅인지. 얼마 만에 느껴보는 공기인지. 탁하고 어두운 그곳과는 달리 이곳은 신선한 공기가 감싸고 있었다. 맴돌고 있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태양이 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의 빛은 그 옛날, 태초의 빛에 비하면 너무나도 미약했다. 그는 낮게 웃었다. 너무나도 기뻤다. 시원하게 바람이 불어왔다. 그는 하도 길어서 헤아릴 수조차 없는 긴 시간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바람의 감촉을 즐겼다. "아하하하하! 하하하! 하.. 하하핫!"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시작이었다. 지금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모든 '가짜'들을 다시 '진짜'로 바꾸어 놓아야 했다. 그러면 완전히 각성할 수 있다. 그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찾아야 할 자가 있었다. "다키...... 돌아왔습니다. 당신도 깨어났군요. 하하.. 하하하! 너무.. 좋군요. 정말 얼마 만에 이렇게 웃어 보는지...... 저 차가운 곳은 너무나도 추웠습니다. 당신의 포근한 어둠과는 다른, 가짜 어둠이었죠. 하지만... 이제 됐습니다. 당신이 있으니까. 그 차가운 어둠은 포근한 어둠으로 바뀌었어요. 그것은 제 정신을 붙잡고...... 저를 깨웠습니다. 이제 갑니다...... 당신에게로." 위대한 자, 빛 그 자체인 샤이른은 깨어났다. * * * * * * * * * * 어두운 밤이었다. 그러나 그 어둠은 다키엔에게 아무런 장애를 주지 못했다. 어둠은 그의 친구들, 그 자체였다. 아무리 짙은 어둠이 깔려 있다고 해도 그에게 있어 그것은 자신이나 친구일 뿐, 행동에 장애를 주지는 못했다. 침대에 누워서 뒤척이며 잠을 이루려고 애쓰던 그는 눈을 번쩍 떴다. 온다! 그가 온다! "왔다!" 더 이상 자려고 애쓸 필요는 없었다. 다키엔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달렸다. 천천히 공간을 뛰어넘으면 된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그는 침착하지 못했다. 방문이 쾅 하고 열렸다.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잠을 깼다. 하지만 다키엔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기에. 재빨리 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발걸음 소리가 "쿵쾅쿵쾅" 요란하게 들려왔다. 마음만 먹는다면 발걸음 소리 따윈 전혀 내지 않고 걸을 수, 아니 뛸 수도 있는 그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았다. 그가 오는 것이다! 그 때, 블러드가 자신의 앞을 막았다. "다키? 왜 그래? 한 밤중에?"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깼다는 듯이 졸린 눈을 비비며 블러드가 말했다. 물론, 블러드도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 오는 이는 더 중요한 것이다! 그는 스윽 하고 블러드를 지나쳤다. "니아, 빨리 와! 온다구, 그가 와!" "뭐?" "오는군." 어느 새, 다가온 크라비어스가 블러드의 뒤에서 중얼거렸다. 그는 천천히 걸어나갔다. 대저택의 입구까지는 그렇게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다키가 공간을 뛰어넘지 않는 이상 그의 속도로는 5젠티에서 3젠티 정도 걸릴 것이다. "가자, 블러드. 위대한 '빛'을 영접해야지." 크라비어스는 씁쓸하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너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히 먼 곳에 존재하겠지만. 나중에는 내가 잡을 수 없는, 바라볼 수조차 없는 곳으로 가버리겠지.' 천천히 블러드의 손을 잡고 걷는 크라비어스에게 블러드가 말했다. 그는 똑바로 크라비어스의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든 늘리려고 발버둥치는.. 루리... 이어서 한 편 더. -하루리 [7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3장-샤이른 각성>(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오 번째 이야기... "크라비어스, 난 가지 않아. 떠나지 않는다구. 절대로. 이건 '약속'이야. 네가 먼저 떠나지 않는 이상 나도 떠나지 않아." 크라비어스는 피식 웃었다. 아아, 그래. 넌 언제나 이랬지. 갑자기 코앞까지 다가와서는 내 마음을 건드리고 다시 눈 깜짝할 사이에 멀어지곤 했지. 그는 웃었다. "그래, 바보야. 내가 왜 널 떠나겠냐?" "빨리 와, 니아! 왔어, 그가!" 저쪽에서 다키엔이 소리쳤다. 그는 급한 듯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주위에는 깬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대문이 "덜컹"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열렸다. 그리고 그 너머로 누군가가 서 있었다. 눈물이 시야를 뿌옇게 했다. 화사한 금발머리를 사방으로 휘날리며 서 있는 소년이었다. 그의 눈이 둥글게 곡선을 그렸다. 그는 생긋 웃었다. "안녕하세요? 이런 야밤에 방문해서 죄송합니다." 그의 주위에서는 밤인데도 찬란한 빛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아니, 그의 주위가 아닌 그에게서 직접. 그는 화사한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상큼하게 미소지었다. 아직 소년처럼 보이는 그의 외모에 어울리는 웃음이었다. 아니, 미소지은 자가 그라면 어떤 모습이라도 다 어울릴 듯한 웃음이다. "돌아왔습니다, 다키. 그리고 니아." 갑자기 다키의 몸이 흐릿하니 사라지더니 그에게 안겼다. "샤이, 샤이! 보고 싶었어! 보고 싶었다구! 왜 지금에야 깨어난 거야?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그 몇 백 만년 동안...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네, 다키. 돌아왔어요. 그대의 어둠이 저를 깨웠죠. 이제 됐습니다. 각성의 때가 다가왔어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기나긴.... 시간동안......" 위대한 빛 그 자체인 존재, 샤이른은 빙긋 웃으며 다키엔의 입술에 살짝 입맞췄다. 이제 각성의 때가 다가온 것이다. 갑자기 그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다키엔의 몸에서 짙은 어둠이 솟아났다. 둘은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듯이 천천히 융합했다. 그리고 둘이 완전히 하나로 변했을 때, 빛과 어둠은 조화로운 모습으로 깨어났다. "저.. 저거 지금.... 어떻게 되는 거야?" 블러드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가 말한 '완전체'라는 것이 이것이었나?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다키엔이 자라고 있었다.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그리고 샤이른, 그도 자라고 있었다. 소년처럼 보이던 그의 외모는 어느새 청년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외모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팔다리가 늘씬하게 쭉 뻗었다.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자라 몸을 뒤덮었다. 가는 머리카락들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두 가지 색의 머리카락은 한 데 뒤엉켰다. 황금빛과 검은빛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약간은 둥글어서 마냥 어린아이같이 보이던 얼굴이 갸름하게 변했다. 블러드 뿐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경악한 듯이 숨을 삼키고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가는 목을 머리카락이 뒤덮고 있었다. 둘은 모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닫혀 있던 심연의 검은 눈동자가, 찬란한 황금빛 눈동자가, 천천히 열렸을 때, 주위 사람들은 모두 숨을 들이켰다. 미치도록 아름다웠다. "저.. 저기, 다키? 다키 맞아?" "아아, 니아." 다키엔은 천천히 블러드를 불렀다. 맙소사, 목소리마저 변해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저 가늘기만 한 미성과는 다른, 약간 허스키하면서도 기분 좋은 울림을 띄고 있는 목소리. "깨어났다. 능력이." "더 깨어날 능력이 있었어?" 그렇지 않아도 대단했던 그의 능력이 완전한 것이 아니었다니! 블러드는 저기에서 더 강해지면 그것은 범죄라고 생각하며 샤이른을 바라보았다. 그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니아. 보고 싶었어요." "어.. 고마워." "아직 각성하지 않았군요. 아! 카오스가 깨어나지 않았으니! 그가 깨어나면 당신도 각성할 겁니다.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어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 아니 별로 상심하지는 않았는데......" 그러나 샤이른은 그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다키엔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하나뿐인 반려이자 너무나도, 세상과 바꾸래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자였다. 샤이른은 그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다키엔이 샤이른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가 자신을 빤히 응시했다. "기다려 준 겁니까?" "응. 얼마나.. 기다렸는데......" 다키엔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름다운 황금빛 눈동자는 몇 백만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 없이 자신을 담고 있었다. 이 눈동자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될 줄을. 그 눈동자에 자신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다키엔은 천천히 샤이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는 그 옛날, 태초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샤이른은 천천히 다키엔의 새빨간 입술에 부드럽게 입맞췄다. "거기까지! 멈춰, 멈추라고!" 갑자기 블러드가 소리쳤다. "응? 니아?" "오.. 옷이나 입어! 사랑 타령은 나중에 하라구!" 블러드는 빨개진 얼굴로 둘을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 그리고는 어떻게든 둘을 가려 보려고 애쓰며 경이, 호기심, 두려움, 놀라움 등의 감정을 시선에 담고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구경났어? 뭘 보는 거얏! 아무 것도 안 입고 있는 사람을! 빨랑 들어갓!" 그런 그의 외침에 모두는 찔끔하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크라비어스가 피식 웃었다. 에헤헷.... 저....저거 쓸까말까.. 무지 고민.... 망했다아.. 돌던지지마..;; 앞으론 자주 나올 텐데....ㅠ.ㅠ 로맨스 소설이나 읽어서 단련을!!!!! 으읍!! 고스트 님이 얼마나 힘드셨는지 알 듯..ㅠ.ㅠ ..우에엥...ㅠ.ㅠ 돌던지지 마요... 나..나도... 아니, 블러드도... 야오이의 길로 접어드는 거신가!!!!! 아.. 안 돼..ㅠ.ㅠ 그러면서 스윽 침닦는..;; 우웅.. 가능하다면 좀 더 찐하게... 스읍.. 크크크..;;; (아아, 이래선 안돼! 루리!) ....이만, 루리양의 생쇼였슴다. -하루리 [7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3장-샤이른 각성>(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육 번째 이야기... "음.... 많이.. 바뀌셨군요......다키엔 씨." "그래." "그런데, 이 분은?" 어젯밤 그 소란 속에서도 잘 자고 다음날 아침, 아무 것도 모르고 일어난 라일란드에게 블러드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렇게 된 거야, 알겠지?" "아, 네. 그런데... 이 분은 누구신지?" "여태까지 뭐 들은 거야?" "하지만, 블러드 씨. 레이디가 설명한 것 중에 이 분이 누구인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만?" "그.. 그랬나?" 어떻게 설명하면 좋은지 약간 당황하고 있는 블러드에게 샤이른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소년의 모습이 아니라 다 자란 청년의 그것이었다. 어깨를 살짝 덮는 그의 화려한 금발머리가 부드럽게 흔들렸다. "설명할 필요 없습니다, 니아. 이제 나와 다키는 얼마 안 있어 이 곳을 떠날 거니까요. 그것이 지금이 될지, 아니면 좀 나중이 될 지는 몰라도 짧은 시간 내에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이여. 우리의 정체에 너무 신경을 쓸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고 해도 너무나도 미약한 그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주위의 몇몇이 "무례한!"이라며 발끈했지만 라일란드는 그것을 가볍게 제지했다. "그렇습니까? 물론 당신께서 인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옆에 계신 분도 마찬가지지요. 당연히 인간인 저로써는 당신들의 정체를 알아 봤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이곳은 중간계, 인간들이 사는 곳입니다. 설사 그대가 신족이라 하더라도 이곳은 신계가 아닙니다. 마족이라 하더라도 마계가 아니죠. 그 외의 종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은 중간계. 인간들의 차원이죠." 그 말에 샤이른은 웃었다. 그 웃음은 비웃음이었다. 그리고 다키엔이 대신 말을 이었다. 그는 한심하다는 말투로 대꾸했다. "한심한 인간이여, 그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구나. 그 누가 중간계가 인간의 차원이라고 단정지었던가! 그대 인간들의 차원은 없다! 인간계란 존재하지 않는단 말이다, 인간이여! 이 곳은 요정들이 살아간다! 그리고 난쟁이들이 살고 있다! 그 외의 수많은 종족이 살고 있다. 그대들이 '괴물'이라 치부해 버리는 수많은 종족들! 그들이 살고 있다! 그런 곳을 인간들의 차원이라고? 뭘 모르는군, 한심한 자여. 그리고 이 곳이 중간계인 것과 우리가 우리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것과 무슨 상관인가? 우리에게 '우리의 차원'이란 모든 차원이다. 신계, 마계, 용왕계, 선계나 정령계, 명계! 하다 못해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니라는 자들이 존재하는 환수계도 우리의 차원이다! 존재하는 모든 여덟 차원이 우리의 차원이라는 거다, 인간."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모든 차원의 주인은 각각 한 명뿐입니다!" 다키엔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바보같은 녀석, 차원의 주인은 차원을 만든 자이다. 나는, 아니 우리는 전 차원의 지배자이다." 그 말을 끝으로 다키엔은 멍하니 있는 라일란드를 무시하고 샤이른에게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고요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샤이, 이제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필요 없어. 가자." "그렇게 하죠." 자리에서 일어나며 샤이른은 대답했다. 둘은 더 이상 이 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마음먹은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샤이른은 블러드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어차피 짧은 헤어짐이었다. "니아, 잘 있어요. 나중에 다시 봅시다." "곧 볼 수 있겠지. 니아, 잘 있어라." "어? 왜 가려고 하는 거야? 설마... 화 난 거야?" 그 질문에 샤이른과 다키엔은 피식 웃었다. "아닙니다. 곧, 다시 만날 것입니다. 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언제 보는데? 너희가 말하는 시간의 개념은 너무나도 크다고. 정확히 어느 정도 후에 만날 수 있는 거지?" "아마... 10년 이내에는 볼 수 있을 겁니다." "시.. 시.. 십 년? 절대로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소리치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샤이른은 씁쓸하게 미소지었다. 다키엔이 그것 보라는 듯이 샤이른을 쳐다보았다. "내가 뭐랬어? 변했댔지?" "...많이.. 변했군요, 니아." "그래?" "어쨌든, 다시 만날 날을 기원하며." "니아, 아니, 아직 각성하지 않았으니 블러드지. 블러드, 짧은 꿈. 즐겁게 꾸길 바래. 10년이야. 10년이면 모든 것이 끝나. 조심해. 거울은 약하다고. 깨지기 힘들어. 거울 소중히 보관해라. 뭐, 어차피 그것도 10년이면 끝나겠지만." "무슨 말이야?" "몰라도 돼." 수수께끼 같은 그의 말에 블러드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별 생각 하지 않고 넘겨 버렸다.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은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럼, 갑니다, 니아. 즐거운 꿈꾸십시오." 블러드는 투덜댔다. "아까부터 꿈, 꿈 하는데 이건 꿈이 아니라고." 그 말에 샤이른은 피식 웃었다. 아직 멀었다. 꿈에서 깨기까지는. 꿈을 꾸는 도중에는 그것이 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법이다. 깨어나면 한순간인 꿈. 10년이면 끝이다. "글쎄요...... 다키, 빨리 오세요." "응." 그 말을 끝으로 둘은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마치 유령같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공간 속으로 녹아들었다. 시간과 공간은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얼마 만큼인지 모를 공간이 지나가고, 시간이 흐르고, 둘은 새파란 하늘 속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새파란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몸을 자랑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바람을 음미하고 있던 다키엔에게 샤이른이 말했다. "그럴 시간 없습니다. 우리는 아홉 개의 봉인을 해제하러 가야 해요." "알고 있어. 음.. 하지만 아직도 니아가 각성하지 않았는데?" "니아는 아직 각성하지 못합니다. 그는 기억도 찾지 못했잖아요?" "하지만, 카오스가 깨어나려면 봉인을 깨야 하잖아. 아홉 개의 봉인 중에 죽은 자들이 사는 명계의 봉인, 마력을 쓰는 자들이 사는 마계의 봉인, 그리고 용왕계의 두 봉인 중 마룡의 봉인, 이 세 개는 내 힘의 봉인, 또 세상의 구성 물질인 자들이 사는 정령계의 봉인, 신력을 쓰는 자들이 사는 신계의 봉인, 용왕계의 신룡의 봉인, 이렇게 세 개는 네 힘의 봉인, 나머지 세 개...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자들이 사는 선계의 봉인, 죽은 자도 아니고 산 자도 아닌 자들이 사는 환수계의 봉인, 그리고 여러 종족들이 섞여서 사는 중간계의 봉인은 니아가 갖고 있는 힘의 봉인이야. 물론 우리가 풀 수도 있지만, 우리가 없는 곳에서 그가 각성한다면... 아니, 우리가 없는 곳에서 그는 각성할 수 없어. 혼자서는 각성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우리는 니아를 데리고 가야 해." 다키엔은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말했다. "...하지만 말야, 니아는 아직 안 돼. 게다가 아직 우리도 완전히 각성한 것은 아니잖아? 태초의 능력도 완전하지 못하고..." "일단 여섯 개 먼저 풀자는 거죠. 우선 우리 힘을 봉인한 여섯 개의 봉인을 풀면 우리는 완전히 각성합니다. 그리고 니아를 데리러 가는 겁니다. 그가 나머지 세 개의 봉인을 풀면 그도 각성하잖아요? 일부러 10년간의 유예를 준 것은 당신이지 않습니까? 지금 당장 그부터 각성시키는 것도 가능한데 말입니다." 그 말에 다키엔이 슬픈 얼굴로 하늘 저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샤이. 난 볼 수 없어. 니아가 슬퍼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고." 의아한 얼굴로 샤이른이 다키엔을 바라보았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니아 뿐만이 아니라 당신도, 그리고 카오스가 슬퍼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카오스가 빨리 깨어나지 않는 것이 그에게는 더 슬픈 일이잖아요?" "아냐, 그 용. 마룡왕이 있어. 니아는 그를 사랑해. 니아는.. 카오스를 몰라. 아무 것도 모르고 있어. 아마 니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은.. 그 용일 거야." 힘들게 꺼낸 그 말에 샤이른이 경악하며 소리질렀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무.. 무.. 무슨 소리입니까! 니아가 사랑하는 자라니! 그것은 카오스 외에는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니아가.. 카오스 외에 사랑하는 자라니! 그.. 사실을.. 물론 사실일 리도 없겠지만! 카오스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카오스에게 있어 하르모니아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데! 끔찍해요! 파멸입니다, 그대로! 세상은 없어진단 말입니다!" "알아... 하지만 사실인걸? 니아는....... 그를 위해 슬퍼했어! 알아? 눈물을 흘렸다고! 카오스 이외의 자를 위해서 슬퍼했다고! 그의 눈물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알잖아? 생명을 살리고! 모든 것을 조화로 이끄는 그 눈물을 말야! 엄청난 힘의 집합체인 그 눈물이... 카오스 이외의 자를 위해서 쓰여지는 것은 볼 수 없어! 하지만.. 하지만... 사실인 것을 어떡해! 니아는 그를 사랑해! 그가 죽으면 슬퍼할 거야, 울 거라고! 난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절대로 안 돼." 샤이른은 싸늘하게 말했다. 다키엔은 하나뿐인 자신의 반려였다. 그가 다른 자를 위해서 슬퍼하는 것은 그도 볼 수 없었다. 설마 그것이 하르모니아나, 카오스라 하더라도! 그의 눈물은 자신만을 위해서 있는 것이었다. 샤이른은 카오스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다키엔이 자신 이외의 자를 위해서 눈물을 흘린다면, 그 자를 사랑한다면. 자신은 기꺼이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카오스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대로 세상은 파멸이었다. 하나의 세계, 하나의 차원으로 끝낼 자신과는 달랐다. 그에게 있어 '하르모니아'라는 존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사랑하는 존재였다. 자신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다. 오죽하면 그를 위해 자신의 몸을 스스로 봉인했겠는가? 그리고 그에게는 세상을 파멸시킬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그렇다면 더욱 더 시간이 없습니다. 빨리... 니아가 각성하는 것을 도와야 합니다. 카오스... 그가 분노한다면......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다키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를 죽이는 것을... 봉인을 푸는 것을 뒤로 미룰 수 있어요. 물론, 그래 봐야 10년이지만 말입니다." "10년... 10년이면 충분해. ...있잖아 나 말이야. 내 봉인을 마지막에 풀래. 10년 뒤, 마지막에. 먼저... 너부터 풀고, 내 봉인 두 개를 풀고... 니아의 봉인을 모두 해제한 뒤에... 마지막으로.. 한 개 남은 봉인을 풀 거야. 그렇게 하는 것이.. 니아에게 슬픔을 덜 주겠지? 그가 덜 슬프겠지?" "아마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운명의 물레를 돌리는 운명의 여신들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잘못한 것인가? 운명의 실은 어디서부터인가 잘못되었다. 꼬여서, 물레가 돌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그래도 물레는 돌아간다.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때까지. 물레가 부서질 때까지. 결국은... 파멸까지. 머리아프다.... 설정할 것이 너무 많소...ㅠ.ㅠ 웅.....................으으..머리야.....지끈지끈... 어쨌든 100회가 다 되어가오!! 아자아자~!!!!!! 힘내자!!!!!!!!!!! 완결을 향한 그 날까지!!! 캬캬캬캬~^^ 필!!! 살!!! 줄!!! 때!!! 우!!! 기!!!!!!!! 음하하하하하하!!!!!!!!! 어쨌든 오늘 분량은 딴 때보단 많은 편이오. 어떻게든 짤라서 연참을 하려고 했으나...-_-;; 잘하면 오늘 더 쓸 수도 있겠소. 웅......... 문제 하나~ 요즘들어 루리가 미친 듯이 전에 안하던 연참을 하는 이유는? 이유를 맞추면...... 연참이오~!! 음훼훼훼... 맞춘 수 만큼!!! 1분이 맞추면 2연참!! 2분이 맞추면 3연참!!!!! 3분이 맞추면 4연참!!!! ........ ............. 10분이 맞추면 11연참!!!!!!!! 이런 식으로..후후후......... 그럼, 이만. 나이스- 데이. -하루리(dragon21raja@hanmail.net) [7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칠 번째 이야기... "왜 그러는가, 인간의 마법사여?"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바로 전, 바로 전에 만날 때까지만 해도 성스러움과 고귀함에 가득 차 있던 그는 달라져 있었다. 이제 더 이상 그는 천사가 아니었다. 성스럽고 고귀한 신족이 아니었다. "어.. 어... 어째서! 저에게 신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었습니까! 제.. 제가 인.. 간이기 때문입니까? 인간에게 신력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입니까? 날개를 잘리고...... 타락천사가 될 만큼?" 나 때문에, 그 찬란했던 날개를 모두 잘리고 이마에 선명한 각인이 찍혀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꼭 감았다. 나 때문에, 나 때문이라면...... 그러나 그는 빙긋 웃었다. "괜찮다, 너에게 신력을 가르쳐 주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내가 사용할 수 없을 뿐, 어떻게 사용하는 지 정도는 내 머릿속에 남아 있으니." "무슨.. 소리입니까! 그런 것 따윈.. 바라지 않아요!" 성스러움과 고귀함을 잃고, 악의 구렁텅이로 빠졌다는 타락천사의 모습이 왜 그렇게 성스럽고 고귀하게 보였던 것일까? 왜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을까? 몇 천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나는 이따금씩 생각한다. 내가 대마법사가 되기 전, 마법의 길을 처음 걸을 때,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 준 아름다운 천사를. 더없이 성스럽고 고귀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그를. -라인더스의 '자서전' 中 '타락천사'에서 발췌.- <14장-타락천사> -왜 하필이면 그가 해야 하는 거야? 다른 자들도 많이 있을 텐데! -그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지. 요즘 그의 주위에서 느껴졌던 강한 마의 파동이 느껴졌어. 어둠의 기운이 느껴졌잖아? 가장 적합해. 지금으로써는. 미카엘은 묘한 여운을 남기며 말을 흐렸다. 그도 이런 결정에 그대로 찬성하는 것은 아니었다. 화가 났다.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오히려 자신의 직위를 탓했다. -미카엘이 한 말이 맞아, 루시펠. 현재로써는 그가 가장 적합해. 아니, 그밖에 없어. 우리엘은 루시펠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의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찰랑댔다. 그의 눈은 깊고도 맑았다. 지혜가 담겨 있는 눈. -하.. 하지만, 그가 잘못하지도 않았는데! 왜.. 왜, 어째서! 너무 억울하잖아? 우린 신의 잘못을 처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진정해, 방법이 없어. 너답지 않은 일이야. -나.. 답지 않다고? 나다운 것이 어떤 건데? 어떤 것이 도대체 나답다는 거지? 이해할 수 없어! 없다고! 그는 잘못하지 않았어! 지나치게 흥분하는 루시펠을 바라보며 미카엘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으로써는 방법이 없었다. 그 때, 라파엘이 나섰다. -왜 그렇게 흥분하나요? 어차피... 우리는 항상 이런 방법으로 일을 처리해 오지 않았나요? 항상 이런 방법이었는데.......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어요. 주어져 있는 것은 직위뿐. -너, 너, 너.. 라파엘! 그가 얼마나 널 따랐는지 몰라?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는 루시펠을 막으며 가브리엘이 나섰다. 그는 새파란 머리카락을 뒤로 질끈 동여매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평소와는 다르게 냉정한 빛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어떡하겠다는 거야? 그렇다고 네가 그를 반려로 삼을 거야? 라파엘의 말처럼 항상 이렇게 처리해 왔잖아? 그러면 다른 자로 한다고 치자, 그는 안 되고 다른 자는 된다는 거야? 그거야말로 불공평하지 않아? -하지만.. 왜 나냐구! 왜 내가 해야 하는 거지? 다들 알고 있으면서! -...네가 가장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그도 너라면 안심할 거고...... 그리고 루시펠. 반려로 삼는다고 해도 이 결정은 변하지 않아. 우리를 배신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겠어. 그 말을 듣던 우리엘은 아무도 못 듣게 혼자 중얼거렸다, -매일 반려자를 독수공방시키는 주제에 말은 잘하네... 그러나 아무도 못 들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의 착각일 뿐이었다. 세라핌들은 청각이 극도로 발달해 있어, 매우 예민했다. 어찌 보면 동물적인 감각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뭐야! -내가 틀린 말했냐? 가브리엘은 이를 갈며 말했다. -흥, 그래도 누구누구처럼 허구한 날 인간들하고 놀아나지는 않아. -뭐.. 야? 그러는 너는! 너는 얼마나 잘 한다고! 최소한 지금 상대에게는 진심이라고! 죽을 때까지는 잘 대해 주는데! -그런 점이 이상하다는 거다.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면, 여태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자하고 놀아났다는 거냐? 100년을 하나로 쳐도... -요정도 있었어! -얼씨구? 이젠 요정까지 건드렸냐? 시작도 유치했지만 이제는 유치찬란하게 변해 버린 둘의 싸움을 말리려 미카엘이 끼여들었다. 일단 세라핌을 통솔하는 자로써의 의무는 변치 않았다. -그.. 그만 하는 것이 어때? -너도 만만치 않아, 미카엘! 가브리엘이 고개를 돌리며 톡 쏘자, 우리엘도 따라서 말했다. -맞아, 넌 남 얘기 할 때가 아니야! -무슨 소리얏! 내가 얼마나 순수한 사랑을 하는데! -수.. 순수한 사랑이래~ 어린애를 밝히는 밝힘증 주제에! -그래, 겨우 14살짜리 천사가 그렇게 좋아? 우리엘이 빈정거리듯 말하자 애초에 싸움 중재가 목적이었던 미카엘마저 싸움에 끼여들고 말았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겨우 14살이라니! 사랑은 순수한 거야! 나이하고는 관계없어! -어, 그래? 하지만 네 나이를 생각해 보시지? 얼마나 차이 나는지. 몇 백, 아니 몇 천, 몇 만! 그렇게 차이나는 상대를 반려로 맞아들이다니! 그것도 이제 14살이 된 것이지 반려로 맞아들일 당시 14살이었던 것은 아니잖아! -애가 태어나자마자 프로포즈 한 주제에. 변태. -으아악! 뭐? 반려란 것은 태어날 때 알 수 있는 거야! 모르겠다는 루시펠이 이상한 거라고! 그러는 우리엘, 너는 어떻고! 인간하고 너하고 얼마나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오십보 백보라고! 너도, 몇 만이야! 그리고, 가브리엘, 라파엘이 불쌍하지도 않아? 명색이 반려자인데 허구한 날 잠만 자고! 얼굴을 마주보는 것은 어쩌다 한 번! 그것도 대부분이 회의 때! 너희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하고 있는 줄 아나보지? 라파엘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루시펠에게 부탁했다. -설탕 조금만 주실래요? -여기. 루시펠이 건네주는 설탕을 받으며 라파엘은 물었다. -그런데... 루시펠. 정말로 그를 반려로 삼을 건가요? -몰라. 하지만... 그는 달라. 소중하다고.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해. 하지만 어떨 때는 불안해. 다른 곳을 조금만 보고 있으면...... 그대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먼 곳을 보듯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루시펠을 바라보며 라파엘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천천히, 또박또박 루시펠에게 말했다. -루시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가 소중하다고 해도. 가브리엘의 말처럼 나, 아니 우리를 배신하면 용서하지 않겠어요. 루시펠은 고개를 숙였다. 지금 그는 자신의 마음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하지만...... 하지만...... 무엇을 모르는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모르겠어...... 라파엘은 그런 루시펠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불안했다. 이어서 한 편 더 [7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팔 번째 이야기... * * * * * * * * * * "어.. 어려워! 어렵다구!" "야! 글자도 모르는 주제에 어떻게 왕립 아카데미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거야? 글자부터 익혀! 글을 읽고 쓸 줄만 안다고 가는 것도 아니란 말야!" 크라비어스는 발끈하며 소리질렀다. 글도 모르는 주제에 왕립 아카데미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블러드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이럴 때는 정말 자신의 마스터만 아니라면... "이게 '아'자인지 '어'자인지 내가 알게 뭐야!" "해! 외우라고!" "히.. 힘들단 말야!" 테이블 위에 책 한 권을 펴놓고 옥신각신하는 둘의 모습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책은 양피지로 만든 커버에 화려하게 붉은 글씨로 '어린아이를 위한 글씨 익히기'라고 곱게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블러드는 깃펜을 들고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책에 적혀있는 꼬불꼬불한 글씨는 도대체 무엇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고, 블러드가 종이에 써 놓은 글씨는 한술 더 떴다. 이리 삐뚤, 저리 삐뚤... 악필 중에 악필이었다. 더구나 깃펜에 익숙하지 못한 탓도 있었고... 파르시레인은 블러드를 비웃었다. "그게 뭐냐? 글씨가. 3살 난 어린애도 너보다는 잘 쓰겠다." "뭐.. 뭐야? 넌 얼마나 잘 쓴다고!" "훗, 나의 실력을 보겠다는 거냐?" 파르시레인은 귀족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의 수업을 받아 왔다. 그것도 아버지가 후작이라는 높은 지위에 있는 대귀족가의 자제였다. 당연히 그는 글씨도 잘 썼다. 흰색 깃펜에 검은 잉크를 듬뿍 묻혀 종이에 글씨를 써 나가는 그의 모습을 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블러드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어떠냐! 이 찬란한 글씨가!" "......뭐라고 쓴거야?" "바보 같은 녀석!" 다시금 블러드를 비웃으며 파르시레인은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천재 파르시레인 님! 블러드 따위는 상대도 안 돼! 라고 썼다." "천재병!" "난 실재로도 천재라구. 천재가 아닌 사람이 자신을 천재라고 우기는 것은 천재병이지만 천재인 사람이 자신을 천재라고 우기는 것은 천재병이 아냐."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말이 되는 이야기를 꺼내는 파르시레인의 얼굴에 블러드는 깃펜으로 찍 그어버렸다. "이 멍청아! 뭐 하는 짓이야!" 파르시레인은 깜짝 놀라며 똑같이 깃펜으로 복수했다. 날카로운 깃펜이 얼굴을 스치며 긴 상처를 냈다. "아야! 아프잖아!" "바보 녀석! 네가 먼저 했잖아!" "뭐.. 뭐야? 맛 좀 봐라!" 책상을 탁 치고 일어나는 파르시레인에게 블러드는 잉크를 들고 확 끼얹어 버렸다. 새카만 잉크를 뒤집어쓰고 있는 그의 모습이 웃겼는지 블러드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런 블러드를 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파르시레인은 책을 들어 블러드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아야야! 뭐 하는 짓거리야!"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블러드가 벌떡 일어났다. 블러드는 뭔가 복수할 것이 없는지 주위를 살폈지만 눈에 띄는 것은 테이블 가득한 종이들밖에 없었다. 블러드는 악에 받친 모습으로 종이를 들어 휙 뿌려버렸다. "이이익! 망할 년!" 파르시레인은 자신의 옷에서 브로치를 찌익 뜯어내고는 그것을 던져 버렸다. 사파이어가 가운데 박혀있는 그 브로치는 허공을 가르고 날아가 정확히 블러드의 이마에 명중했다. "죽을래!?" 빨갛게 부어오르는 이마를 문지르며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을 노려보았다. "아아악! 둘 다 그만해!" 둘의 싸움은 크라비어스가 소리를 지를 때까지 계속되었다. 크라비어스는 벌떡 일어나서는 둘을 향해 음산하게 말했다. "씻고 와." 그 말에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반항은 감히 꿈에도 못 꾸고 천천히 서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찢어지는 듯한 여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아가씨! 오.. 옷이 이게 뭡니까! 머리는!" "미.. 미안해요, 헬렌." "푸하하! 한심한 녀석!" 그러나 헬렌의 권한은 막강했다. "파르시레인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카락이 온통 잉크에 젖었잖아요! 빨리 씻으러 갑시다! 아가씨도 따라와욧!" 곧이어 문 밖에 조용해지고 약 20젠티쯤 뒤에 둘이 말끔해진 얼굴로 다시 들어왔다. 하지만 둘 다 얼굴에 난 날카로운 상처만은 그대로였다. "언젠가는 처치할테다.." "흥, 내가 할 소릴..." 으르렁대는 둘의 사이를 가르며 라일란드가 말했다.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자, 차 한잔 마시고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 좀 쉬자!" "흥, 쉴 생각밖에 없어서는......" 라일란드의 제안에 블러드는 물 만난 고기처럼 반색을 하며 책을 탁 덮었다.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은 좋지만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때는 겨울을 바라보고 있었고, 따스한 차 한잔은 피로에 젖은 몸을 풀어주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별로 피로에 젖어 있지 않았다. 단지 두 명만이 싸우느라 지친 심신을 차 마시는 시간으로 가장한 휴식으로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후~ 맛있다." 넷이 탁자에 앉아 차를 음미하고 있을 때, 집사가 발소리도 없이 천천히 걸어왔다. "손님 한 분이 찾아왔습니다." "누구더냐?" "레이디 블러드를 찾는 분이신데......" "모셔 와라." "네." 집사가 천천히 걸어 나가고 서재에는 넷이 남아 있었다. 크라비어스는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루시펠이로군." "엉? 어떻게 알았어?" "간단해. 천.. 아니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운은 다르거든. 일종의 파장이라고나 할까? 특히 그 같은 경우는 강하니까 구분이 더욱 쉽지. 물론 너야, 마스터니까 더 쉽겠지만." "그런데.. 그 분이 무슨 일로 여기 오신 거죠?" 라일란드의 질문에 블러드는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를 취해 보이며 말했다. "몰라." "흠.. 나쁜 일이 아니라면 좋을 텐데." "설마 나쁜 일이겠어?" 블러드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곧이어 집사의 뒤를 따라 루시펠이 서재로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평소에도 무표정했지만 오늘따라 더했다. 게다가 알 수 없는 우울함마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루..시펠?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어? 아.. 아냐, 블러드. 오래간만이다." "응~" 밝게 대답하는 블러드의 모습을 보자 루시펠은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그래도 자신의 손으로 해야 했다. 루시펠이 아닌, 제 12클래스 소속 세라핌 루시펠의 임무니까. 루시펠은 슬픈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저 미소를 영원히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괜찮아. 그의 곁에는 저 마룡왕이 있으니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블러드의 앞으로 걸어갔다. "어? 왜?" "미안...... 미안해, 블러드..." "루시펠? 무.." 갑자기 자신을 껴안으며 목에 고개를 묻는 루시펠의 모습에 블러드는 미쳐 말을 마치지 못했다. 목으로 따뜻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쿠..쿨럭.. 한 편 더 [7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팔십 구 번째 이야기... "우는 거야? 루시펠, 울어? 뭐.. 뭐야?" "미안해... 정말로......... 나.. 용서하지 마..." 루시펠은 블러드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터였다. 그런 이상한 루시펠의 모습에 블러드는 그의 어깨를 잡아 자신에게서 떼어놓으며 말했다. "뭐 하는 거.."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블러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멍한 표정으로 루시펠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한심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크라비어스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새카만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맺혔다가 곧 흘러내렸다. "미안... 블러드." "뭐.. 뭐야! 너! 무슨 일이야?!"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대는 블러드의 손을 탁 쳐내며 루시펠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블러드에게서 몇 걸음 떨어졌다. 그의 눈은 어느새 평소의 냉정한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그쳤다. 단지 뺨에 흐르던 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루.. 루시펠?" 설마 자신의 손을 날카롭게 쳐내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듯이 블러드의 목소리는 매우 당황해 있었다. 루시펠은 냉정하고 극히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12클래스 소속 도미니온즈 블러드엘. 너를 직무 유기와 마족 혹은 마룡 등의 마의 기운과의 접촉으로 신법 제 39조항과 신법 제 167조항을 어겼다. 죄를 인정하는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죄라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루시펠을 바라보며 블러드는 소리쳤다. 뭔가가 잘못된 거였다. 자신은 죄 따위는 저지르지 않았다. "다시 묻는다. 죄를 인정하는가?" "장난.. 치는 거지?" "이것은 사실이다! 제 12클래스 소속 도미니온즈 블러드엘! 죄를 인정하는가?" 할 말을 잃은 듯이 멍하니 루시펠을 바라보는 블러드를 제치고 크라비어스가 나섰다. 그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직무 유기 같은 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어차피 기한이 없는 임무였으니 만큼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직무 유기 따위의 죄목에 블러드가 걸릴 리 없었다. 그리고 마의 기운과의 접촉은! 자신과의 일은 이미 이그드라실도 알고 있는 사실로 허락을 받은 일이나 다름없었다. "자.. 잠깐만 루시펠! 너 지금 뭐 하는 건가?" 그러나 루시펠은 차가운 눈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마룡왕 전하께서는 상관하실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 신계의 일입니다. 다시금 묻는다. 죄를 인정하는가?" 눈앞이 새하얗게 탈색되어 버리는 것 같았다. 멍하니 있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루시펠은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기계음 같은. "그렇다면, 제 12클래스 소속 도미니온즈 블러드엘. 그대는 죄를 인정하지도 않고 내 물음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이것은 상관에게 불복종으로 신법 제 75조항을 어긴 일이다. 명령에 따라... 처벌한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루시펠은 욱신거리는 가슴을 움켜쥐고 손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크라비어스가 끼여드는 것이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야! 멈춰! 여긴 중간계야! 그것도 인간들의 저택이라고!" "마룡왕 전하, 저희에게 그런 것은 상관없습니다." 순간 눈부신 빛이 그들의 눈을 강타했다. 눈부셔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빛에 익숙해졌을 때쯤 블러드는 살며시 눈을 떴다. 새카만 날개 12장을 달고 공중에 떠있는 루시펠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도. 어느새 블러드의 뒤에는 피같이 붉은 색을 가진 날개 세 쌍이 돋아나 있었다. "그대를... 신계에서 제명한다." 약간 머뭇거리는 듯한 루시펠의 목소리와 함께 살이 타는 듯한 통증이 이마에 느껴졌다. 아팠지만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아직까지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신께서 그대에게 주신, 모든 권능과 상징을 신의 뜻으로 거두어 가겠다." "시.. 싫어......." 어느새 그의 손에는 그의 애검인 플로렉스가 날카로운 날을 자랑하며 들려 있었다. 날씬한 검신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블러드는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올 일을 알았는지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섰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몸은 이해하고 있었다. 루시펠은 한숨을 내쉬고는 블러드에게 다가갔다. 끔찍한 고통이 블러드의 몸을 강타했다. "아.. 아아아아악!" 붉은 피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팠다. 너무너무 아파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피같이 새빨간 깃털이, 바닥에 흥건히 고인 핏물 위로 떨어졌다. 주위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지만, 블러드에게 그런 것을 신경 쓸 정신은 남아 있지 않았다. 금새라도 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고통이 몸을 감쌌다. 눈물이 떨어졌다. "블러드! 너.. 이 자식! 죽인다!" 강력한 마력의 폭풍이 서재를 휩쓸었다. 탁자가 쓰러지고 책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것은 날카롭게 루시펠을 향해 날아갔다. "진정하십시오, 마룡왕 전하." 그것을 막으며 루시펠은 그에게 말했다. "이것은 신계의 일. 전하께서 상관하실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다! 단지.. 내 마스터가 괴로워하고 있어! 용서할 수 없다! 죽여버리겠어!" 또다시 강력한 마력의 검날이 루시펠을 향했다. 그는 그것을 막아 내며 "큭"하고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었다. 일은 끝났다. 이제 그는 신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브.. 블러드... 미안..... 마룡왕 전하도... 죄송합니다......" 눈물이 다시금 떨어졌다. 루시펠은 블러드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울고 있었다. 울고 있는 모습 따위는 보고싶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는 슥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크라비어스는 그를 따라가려고 하다 이를 악물었다. 지금은 블러드가 더 중요했다. "블러드! 야, 임마! 정신차려!" 희미하게 크라비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블러드는 적이 안심했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고통과는 달랐다. 슬픔이었다. "나... 버림 받은 거지?" "무슨 소리야!" "나 이제 신계로 돌아갈 수 없지?" "멍청이!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데려가 주겠다! 난 마룡왕이야! 왕이라고! 신계로 데려다 주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원한다면 신족들을 모조리 죽여주마! 내 수하들과 함께, 세라핌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죽여줄 수 있어!" "괘.. 괜찮아... 그런 것은......... 하지만... 나 버림받았어...... 루시펠에게......" 블러드는 팔로 눈을 가렸다. 눈물이 흘려 나왔다. 몸에 힘이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까 까지만 해도 자신의 몸 속을 지배하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졌다. 다리에 힘이 빠져 블러드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버림받았다고.. 흐흑..... 흑흑....." "제기랄! 죽여주겠다니까! 남김없이!" "피.. 필요 없어... 이제....... 돌아갈 수 없다고...... 크라비어스... 몸이 이상해...... 어제하고는.. 다른 무언가가 있어...." "당연히 다르지! 넌 신력을 잃었어! 잃었다구!" "흐흑..... 시.. 싫어......" 크라비어스는 끓어오르는 화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놀람, 경이, 두려움, 호기심 등을 담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가라, 인간들이여! 꺼져 버려!" 아무도 둘에게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분노한 용에게 다가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는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달랐다. "뭐냐!" "이봐요! 크라비어스 님! 화내는 것은 좋지만.. 블러드는 다쳤다구요! 피를 이렇게 흘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신족이라도 다르지 않다고요!" 파르시레인은 간이 부은 것처럼 크라비어스를 향해 소리치고는 블러드의 모습을 살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옷소매를 쫘악 찢어내더니 지혈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려고 했을 뿐, 하지는 못했다. "...이.. 이.. 이...... 이럴 수가! 으아아악!" 쿨럭... 한 편 더..... [7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번째 이야기... "...이.. 이.. 이...... 이럴 수가! 으아아악!" 그런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며 크라비어스는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그는 이 어이없는 인간으로 인해 조금 기분이 풀린 상태였다. 그리고 오히려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용왕계로 데려가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신계에서 제명당한 그들, 타락천사는 마에 속한 쪽이니까. "무슨 일이냐?" "브.. 블러드가... 블러드가!" 크라비어스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없어! 남자였어!" 그런 그의 말을 듣던 크라비어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리고는 파르시레인을 향해 소리쳤다. 방금 신족이라고 했건만... 인간의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크라비어스였다. "이 멍청한 인간! 얘는 신족이라고 했잖아! 신족은 성별이 없다고!" 그 말에 파르시레인은 더욱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러자 크라비어스는 이번에는 또 뭐냐는 듯이 다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창백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 그럼... 블러드가...... 변태?!" "이 미친!" "저는 안 미쳤습니다!" "무성이라고 변태냐?! 바보 녀석!" "적어도 제 지식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니 지식이지!" "그.. 그만...해..." 결국에는 블러드가 아픈 몸을 이끌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둘을 중재하고서야 둘은 잠잠해졌다. 어쨌든 크라비어스는 지금 급했다. 빨리 지혈하지 않으면 정말 이대로 죽어 버릴지도 몰랐다. 실제로 타락해서 날개를 잘린 천사들 중에는 대다수가 출혈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따로 처리하지 않아도 천천히 죽는 것이다. 부드럽고 성스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잔인한 그들, 신족들은 굳이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려고 하지 않았다. 몇몇 극소수를 빼놓고. 그리고 그들 대신 손을 더럽힐 존재가 필요했다. 그것이 제 12클래스인 것이다. "야! 거기 인간들! 가만히 보지만 말고 붕대 가져와!" 그제야 사람들은 허둥지둥 움직이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헬렌이 달려왔다. "아가씨!" "헬렌, 고쳐. 얘는 아가씨가 아냐. 무성이래.... 후후.. 무성...이래... 후후후..." "닥쳐욧! 그래도 아가씨는 아가씨라구욧!" 헬렌은 급히 블러드의 상체를 들어 일으켰다. 그리고는 옷 위에 그대로 붕대를 감아 버렸다. 어쨌든 지혈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 "어머, 어머나! 정말 가슴이 없네! 평소에도 절벽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쓸데없는 소리 말아라!"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재빨리 허공으로 슥 사라져 버렸다. 블러드의 방에 도착해서, 그를 천천히 침대에 내려놓고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침대가 피에 젖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미안... 미안해, 블러드. 또.. 지켜주지 못했어. 또 울려 버렸어..." 그는 처연하게 웃었다. 힘없는 미소가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 "이럴 때는... 혼자 있는 것이 좋겠지? 천천히 생각해 봐. 앞으로의 일을... 내가 해줄 수 있는 충고는 하나 뿐이야. 현실을 직시해, 블러드." 방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방안에는 고요가 맴돌았다. 블러드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다시는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하니 계속 눈물이 흘렀다. 슬퍼서 미칠 것 같았다. 그것보다도... 자신의 몸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무언가가 신경 쓰였다. "이상해......" 메마른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이게 뭐지?" 굉장히 오래된 것이 자신의 몸을 감돌았다. 마치 아주 오랜 옛날, 태초에 잊어버린 무언가를 되찾은 듯한. 알 수가 없었다. "모르겠어." 블러드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잠시, 아주 잠시지만...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블러드는 다시 창문을 바라보았다. "뭐야!" 경악한 눈으로 다시금 창문을, 아니 창문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이미 아무 것도 없었다. 썰렁한 벽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 잘못 봤나?" 자신의 눈을 비비고는 블러드는 시험삼아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 블러드는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끝. 헉.. 왜이렇게 짧다냐... 짜악 올리고서 살펴보니 남은 내용이 너무 적어..;; 쿨럭... 정답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응모(??!!!!)해 주셨습니당..;; 맞춘 분은 극소수지만... 웅...수하랑.. 갑옷이랑...리하가... 정답을 맞췄습니다~ 딩동댕동~ 그리하여.. 4연참입니다아앗!!!! 정답이 무엇이냐면... 개인적으로... 저 세 분하고 친분을 쌓아서.. 열심히 구슬려서... 알아내시길...바라오. 후후후후... 축 90회요!!!!!! 나 무지 연재속도 느리오. 알고 있소.. 오마이갓도 나보다 늦게 연재시작했는데..벌써 100회 넘었소. 마신소환사도 그렇소... 아무리 생각해도 물의 왕국 루 나르도 나보다 늦게 시작한 것 같소.. 그런데... 나보다 많소.. 이게 어찌된 일일까.. 연재가 느린 하루리. 극악의 연재속도를 자랑하는 루리여!! 힘내라~!!!! -하루리 [79]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일 번째 이야기... "뭐야! 도대체... 그 녀석이... 신계에서 제명당했다고? 말도 안 돼! 아버지의 존재가 그렇게 쉽게 무시될 정도로 낮은 거냐구! 아버지는 마룡왕인데!" "그만 해라, 크라이아드." "저.. 절대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요! 그리고 왜 블러드는 저렇게 맥이 빠져 있는 거죠? 어차피 마룡, 그것도 마룡왕이라는 존재와 직접 접촉을 한 이상, 이 정도는 예상했던 것 아닌가요!?" "넌 몰라. 그의 고통을." "그래요! 당연히 모르죠! 난 그가 아니니까! 하지만, 적어도 현실을 직시할 수는 있어요!" 크라이아드는 화가 난 듯이 소리질렀다. 자신의 경애하는 아버지에게 소리지른다는 것은 평소의 그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 그는 너무 흥분해 있었다. 아버지의 마스터가, 마룡왕으로써 존경하는 아버지의 마스터가 저 꼴을 당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로 저렇게 형편없이 무너져 버리는 꼴이라니! 위층에서 "와장창"하고 물건 부서지는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마 쇼크를 못이긴 그가 발작적으로 물건을 집어 던지는 것이라고 그들은 추측했다. "하지만, 크라이아드 님. 실제로 타락천사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는 알 수 있을 텐데요? 그들으 고통은 물론 그들만이 알고 있겠죠. 하지만, 문헌 등을 통해 알고 계시는 점이 없지 않아 있을 겁니다. 제 짧은 지식으로나마 어느 정도의 고통은 상상하고 있었죠. 하물며 크라이아드 님께서 모르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데요?" 조리있는 파르시레인의 말에 크라이아드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맞는 말이었다. 분하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너무 흥분했다. 진정해야 했다. 성난 자신을 진정시키며 크라이아드는 중얼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이해할 수 없어. 그들을..."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건, 그들 뿐이죠. 아무도 그들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건 불가능이죠. 한낱 꿈에 불과해요." 조그맣게 중얼대는 파르시레인의 말에 크라이아드는 수상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달랐다. 그는. 크라이아드는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그는 침착하고 냉정한 흑룡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마룡왕이었다. 크라이아드는 침착함과 냉정함, 그리고 다혈질적인 성격까지 가지고 있었다. "달라." 문득 내뱉은 말에 크라이아드는 해답을 찾았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파르시레인에게 물었다. 일단- 시작하면 장난이란 없다. "너, 누구지?" "저요? 하하, 농담도 참 심하시군요." "거짓말은 용서 못해. 넌 누구냐?" 날카롭게 파르시레인을 쏘아보는 크라이아드의 눈초리에 그는 킥킥댔다. 너무 재미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하지만 대답해 주고 싶어도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파르시레인 본인도 알지 못했으니까. 누구일까? 누구일까? 몇 번이나 생각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이 '파르시레인 폰 알케인'이라는 인간인지.. 아니면, 그 전에 수없이 많았던... 그것들인지. 하지만 그는 인간이었다. 어떤 부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인간'이었다. "일단은- 인간인 것은 확실합니다만... 그리고, 파르시레인 폰 알케인이라는 것도 분명해요. 나이는 16세. 제 친아버지가 파르디얀 폰 알케인이라는 것도, 제 친어머니가 하르나 폰 알케인이라는 것도 사실이죠. 아아~ 이건 모두 사실입니다. 전 오직 진실만을 말하죠. 평범하기 그지없는 귀족 가문의 도련님이라구요. 음... 또,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블러드라는 친구를 가지고 있으며... 나이에 맞지 않는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 저 자신이지만 제가 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별로 없죠. 남을 알기보다 자신을 알기가 더 어려운 법이죠." 그는 빙긋 웃었다. "평범? 하, 웃기는군. 정말 감쪽같이도 속였군. 대단해. 그 정도로 기운을 갈무리하는 것도 어렵지 않나? 음, 내가 보기에는 재능은 그저 약간 많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 정도라니. 그리고 네 눈. 열 여섯 살이라기에는 너무 깊어. 많은 것을 담고 있어. 도대체 넌 뭐지?" "음- 아실까 모르겠네. 하도 오래 전이라. '잊혀진 자들', '로스틱'을 알아요?" 그 말에 크라이아드가 아닌 크라비어스가 놀란 눈을 했다. 아직 어린 크라이아드는 '잊혀진 자들' 혹은 '로스틱'이라는 대명사를 몰랐다. "놀랍군!" "내가 바로 그거예요. 저주받은 것들. 놀랍죠? 음.. 크라이아드 님은 모르시는 듯 한데...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죠. 저는 전생의 기억, 또 그 전생의 기억, 또 그 전생의 기억... 다 가지고 있답니다. 전생에서 쌓은 지식, 깨달은 지식, 터득한 능력. 그 모두를 가지고 있어요. 특별한 재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수백, 수천의 시간동안 쌓아온 노력은 나를 강자로 만드는 데 충분하죠. 내 전생, 그리고 그 전생, 그 전생. 헤아릴 수 있는 것만 해도 수백 개가 넘어갈걸요?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나는 아닙니다. 아니, 어느 것도 다 나라고 할 수 있기도 하겠지만... '진실함에 눈을 뜰 때, 그들은 진실한 자신을 찾을 것이다'라는 고대 문언의 문구가 있죠. 즉- 아직 진실함을 찾지 못한 나는 내가 아닙니다." "그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던가." "보다시피. 내가 마지막은 아니고.. 음- 몇 번 최근에 느꼈으니까. 몇 명 더 있겠군요. 그들이 '진실함'을 찾았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진실함은 자신이 느낀다고 해요. 보는 순간. 그것이 살아있는 생명이 될 수도 있고. 무생물이 될 수도 있고. 예를 들어, 한 로스틱이 넓은 바다를 보았다고 해요. 그는 그 광활한 바다에서, 변하지 않는 바다에서 진실함을 깨닫고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어요. 이처럼 진실함을 느끼는 대상은 다 달라요. 웃기죠? 이런 재수없는 운명을 타고 난 제가? 하하,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어요. '로스틱'이란 녀석들이. 그리고 내가."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말을 마쳤다. 놀라운 사실이었다. 크라이아드는 한낱 미천한 인간으로만 보았던 그가 그런 존재라는 사실에 적지않은 충격을 먹었다. "노.. 놀랍군." "흠, 여기까지 말했으니 이제 끝. 모두 잊어 주십시오. 상황이 어쨌거나 전 지금 가족과 배경을 사랑합니다. 지금의 삶에 충실하죠. 꿈이라고 말해도 할 말 없어요. 단지 꿈이라고 말한다면, 꿈을 깨우지 말아 주세요." "물론, 꿈을 꾸고 있는 이상 너는 동족이나 마찬가지. 비밀은 유지된다." 크라비어스는 거만한 자세로 앉아서 고개를 까딱거렸다. 당연한 거였다. 비밀 유지는. 아직 진실한 자신을 찾지 못한, 꿈을 꾸고 있는 로스틱은 일족과도 같았다. 그들은 일족과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로스틱이 아닌 이상. 크라이아드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되면 이제 이 인간은, 아니 이 '로스틱'이란 존재는 자신보다 월등한 자인 것이다. 그 때, 다시금 위에서 물건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질렀다. "더 이상은 못 참아!" 그는 쿵쾅대며 계단을 올라갔다. 크라비어스가 말리려고 했지만, 현재 크라이아드는 아무 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아버지의, 자신의 왕의 마스터가 저 꼴을 당했다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린 것이었다. "야! 블러드!" 콰당-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크게 블러드의 이름을 부르며 안으로 들어가던 크라이아드는 흠칫했다. "뭐.. 뭐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에 크라비어스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는 크라이아드를 밀쳤다. 지독히도 아찔한 혈향이 코를 찔렀다. 안을 들여다 본 크라비어스는 놀라움과 경악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블러드?" 크라비어스가 블러드의 이름을 부르자 블러드는 가느다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으..흑.... 흑흑.... 나.. 이상해졌어...... 이제... 완전히... 괴물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이상해..... 흑흑... 으흐흑..." 방 한 구석에 블러드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못하는 어두운 곳, 빛이라고는 방금 연 문을 통해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전부였다. 아무렇게나 찢긴 커튼과 침대 시트가 내팽겨진 채로 피에 절어 있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뭐.. 뭐야, 이게?" 방 안에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았다. 정해진 원칙대로, 바닥에 안정감 있게 놓여 있는 것은 블러드를 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침대가 아슬아슬하게 블러드의 위를 스쳐 지나갔다. 깨진 유리 파편이 날카로운 모서리를 섬뜩하게 빛내며 공중에 둥실둥실 떠다녔다. "오.. 오지마... 나, 이상해졌어. 다칠 거야." "무슨 소리야!" 크라비어스는 블러드에게 다가가려다 멈칫했다. 무언가 다른 힘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직감이 맞다면- 이 기운은, '어둠'이나 '빛'과 같은 기운이었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좀 더 조화스런 기운이랄까? "각성의.. 때?" 하지만 아니었다. 크라비어스가 알고 있기로는 아직 각성의 때는 되지 않았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아홉 개의 봉인 중, 아직 풀린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무슨 일입니까?" 파르시레인이 들어왔다. 들어오자 가장 먼저 블러드의 형편없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블..러드?" 그는 천천히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의 그와 달랐다. 모습이 달라졌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시간의 흐름이 느껴졌다. 태초부터 존재했던 힘. 그것이 미약하게 그의 내부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로 통하고 있었다. 순수한 진실. 태초부터 존재했던 그것은 지금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태초부터 계속되어왔던 로스틱의 피는 해답을 찾았다. 답은 하나라는 것을, 그는 이제 막 깨달았다. "하.. 하하하!" 그가 소리내어 웃었다. 크라비어스와 크라이아드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환희가 차올랐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환희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그는 말했다. "찾았다." 케엑.. 지금 시각 오전 5시 10분 나중에 수정해야지 중얼...쿨럭.. 케케 파르시레인 녀석 원래는 저런 녀석 아니었는데.. 막 미쳐서 쓰다보니.. 쿨럭.. 케엑~ 졸려.... 졸려어어어... -하루리 [80]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이 번째 이야기... 파르시레인의 말에 크라비어스는 그를 돌아보았다. '찾았다'고? '진실함'을? '진실'을 찾았다고? 물론 로스틱이라는 존재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제멋대로이긴 하지만, 순수한 '힘'을 보고 진실함을 깨달을 줄은...... 크라비어스가 어떤 생각을 하던지 파르시레인은 신경 쓰지 않고 그윽한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나의 진실, 오직 하나뿐인 진리여." 그와 동시에 눈부신 빛이 그의 양손을 감쌌다. '진실함에 눈을 뜰 때, 그들은 진실된 자신을 찾을 것이다.' "진실함의 각성이로군. 잊혀진 자들이 깨어나다니... 과연 세상은 끝을 향해 치닫는 것인가. 혼돈이... 깨어나는 그 날까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씁쓸하게 미소지으며 크라비어스는 카오스가 잠든 이후. 최초로 각성하는 로스틱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각성한다는 것은, 진실함을 찾는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진실을 찾을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아무리 다양하고, 세상이 넓다고 해도... 결국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결국 진실함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절대적인 혼돈, 아니면 절대적인 조화. 블러드가 날개를 잘림으로써, 신력은 사라졌다. 신력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의 힘을 막고 있던 일종의 '제약'이 풀렸다. 약간이나마...... 그리고 그 제약이 풀린 것을, 파르시레인은 깨달은 것이다. 깨달음과 동시에, 진실함을 얻은 것이다. 진실함을 얻은 그들은 최강의 존재. 창조주의 축복을 받은 자들, 사랑을 얻은 자들. 창조주가 사라지고, 그들은 저주를 받았다. 그들을 질투하는 세상으로부터. 과거에 축복받은 자들이라고 불렸던 로스틱이, 카오스가 잠든 것과 동시에 저주받은 자들이라고 불리게 된, 그 모순을. 기쁨에 차있는 파르시레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손등에 선명한 문양이 떠올랐다. 로스틱의 각인. 그들이 수많은 생을 거듭하며 깨달은 모든 지식과 지혜와 힘의 집합체. 그것은 용들이 지닌 마나의 집합체라는 드래곤 하트의 능력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그들 자신이 깨달은 각각의 진실함을 위해 쓰여질 그것은 놀랍도록 아름다운 무늬였다. 이제 그는 완전하고 진실한 자로써 각성하게 된 것이다. "파르.. 시레인?" 블러드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자의가 아니었다고 하기에는 그의 얼굴이 너무나도 기쁨과 환희에 차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선사한 진실을, 경애하는 그대에게. 진실이란 오직 강력한 힘, 태초부터 존재했던 강대한 힘. 그 힘을 지닌 당신은 진실. 내가 얻은 진실을 그대에게 바칩니다." 파르시레인은 블러드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손등에 떠오른 각인은 이제 놀랍게도 선명한 푸른빛을 띄고 있었다. 블러드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어리둥절하게 파르시레인과 크라비어스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크라비어스는 잠시 꼼짝도 않고 블러드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무심코 '저렇게 무릎 꿇고 앉아 있으면 다리 저릴 텐데.'라고 생각한 그는 피식 웃었다. "블러드." "크.. 크라비어스. 쟤 왜 저러는 거야?" 불안한 목소리로 자신에게 묻는 블러드를 본 크라비어스는 알 수 없는 느낌에 잠시 움찔했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며 말했다. "대답해 줘, 블러드." "뭐?" "대답해 주라고." "대답하고 자시고가 아니라! 왜 이러는 거냐고?" "그는... 아, 됐어. 빨리 말하기나 해. 안 그러면 그는 죽을걸? 그들은 원래 그런 녀석들이니까." "파르시레인은 인간이야!" "인간이었지." 과거형의 말에 불안함을 느낀 블러드는 외치듯이 물었다. "무슨 말이야?! 그러면.. 그가 이제 인간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 그는 널 보고 각성했어. 너의 힘을 보고 각성했다고." "그.. 그러면...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바보 녀석!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저 녀석은 원래 진실함을 보고 각성하는 거라고! 전혀 나쁜 게 아니야! 전부 네 녀석 탓으로 돌리지 말라고!" "나.. 난, 뭐라고 해줘야 할지.." "그냥...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그러면, 나머지는 저 녀석이 다 알아서 한다고. 저들은 진실의 의사를 중요히 여기지. 자신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아." 말은 점점 작아져서, 마지막에는 말꼬리를 흐리듯이 아련하고 작게 들려왔다. 다행히도 블러드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블러드는 새파랗게 질린 체로 외치듯이 물었다. "뭐라고 해줘야 하지?" "아무렇게나 상관없어.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만 전달하면 되니까." 파르시레인은 블러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던 블러드는 말문이 막혔다. 뭐라고 해 줘야 좋을까... 뭐라고 해야 할 지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그의 투명한 눈동자를 마주 대하니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왜? 평소에는 아무 말이나 막 하면서 잘 지낼 수 있었는데. 편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이런 건 정말 싫었다. "거부하시는 겁니까?" 빤히 블러드를 바라보던 파르시레인이 입을 열었다. 블러드는 당황해 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 아니야." "그러면 왜?" 그는 슬픈 듯이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의 머릿속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내키지 않으신다면... 굳이 받아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아냐! 받아들일게, 받아들이겠다고!" "억지로.. 받아들이신 것은 아니죠?" "아냐!" 블러드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물론, 약간 그런 면도 있긴 했지만 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상관없었다. 친구를 죽일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불안한지 파르시레인은 재차 되물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으.. 응, 괜찮다니까." 몇 번이나 다시 묻고, 그때마다 대답이 똑같자 파르시레인은 그제야 환한 얼굴이 되었다. 진실에게 거부당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기나긴 그들의 역사 속에 거부당한 로스틱은 거의 없었다. 일단 각성하면, 최강의 존재로 거듭나게 되는 그들을, 그 누가 거부하겠는가? 파르시레인은 웃었다. "오직 타브릿트를 위하여. 소중한 타브릿트, 그대여. 나의 힘, 나의 지혜, 나의 지식. 내가 얻은 그 모든 것을 그대에게." 의식의 언어를 읊고 있는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며 블러드는 크라비어스에게 물었다. 아직 그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익숙해질 수 없는 것이었다. "타브릿트가 뭐야?" "뭐, 대충 진실, 혹은 진리라는 뜻이야. 저들만의 언어이기 때문에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런데 너는 어떻게 알았어?" "나야 뭐. 워낙 공부를 열심히 하니까." '에에~'라며 부정하는 블러드의 얼굴은 여러 가지 감정이 한데 섞여 있어 복잡 미묘한 표정이었다. 즐거움이나, 호기심. 혹은 알 수 없는 그 외의 여러 감정들.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제 완전한 진실로써, 최강의 존재로써 다시 태어난 것이다. 창조주의 사랑을 받던 그들. 이제 그는 축복 받은 자. 크라비어스는 씁쓰름하게 생각했다. '그래, 저들은 최강의 존재야. 블러드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편해진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크라비어스는 자신의 감정을 느끼려고 하지 않았다. 투명한 짙은 풀색 눈동자가 반짝이며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크라비어스 님, 감사합니다." "뭐가?" 알 수 없는, 아니 알 수는 있지만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의미를 담은 그의 말에 크라비어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파르시레인은 빙긋 웃었다. "여러 가지로 말이죠." "감사할 건 없어. 그게 저 녀석을 지키는 데 편하기 때문에 한 것뿐이니까. 나한테 전혀 감사할 것 없다고." 그의 마지막 말은 가시가 박혀 있는 듯한 음성이었지만, 파르시레인은 그것을 그냥 웃어 넘겼다. 이제 그는 최강의 존재였다. 그를 해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 그런 그에게서는 여유로움이 넘쳐 나왔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은지 뿌루퉁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블러드는 그것을 알아챘는지 불안한 눈초리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고 있었고. 허접하다... 뭘까.. 뭔내용일까.. 중얼중얼...케케케... 어.. 어떻게든 없애야... 쿨럭.. 켈룩..;; 그럼.. 이마아아안.. 후후후후.. (저조한 연재속도. 더욱더 떨어지는.. 연재속도.. 케엑. 쿨럭.) -하루리 [8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삼 번째 이야기... 크라비어스는 블러드를 의자에 앉혀놓고 주의를 주고 있었다. "절대로! 절대로 이 서클렛을 벗지마. 네 이마에 찍힌 각인은 신에게 반하는 것이라 하여 신족들 뿐만 아니라 인간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해. 그리고 봉인은... 나도, 저 녀석도 완벽하게 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필요 이상으로 능력을 쓰거나 흥분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어중간한 봉인은 풀려 버릴 거야. 파르시레인이라면 몰라도 내가 이 모습으로 낼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지금의 네 힘은 너무나도 강해. 넌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지? 어둠이나... 빛. 깨어났잖아? 자신이 누구인지 짐작은 할 수 있겠지. 네 힘을 약간이나마 각성했고, 그 힘을 느낀 자들이 너에게 다가올 거야. 그들이 인간일지... 아니면 다른 자들일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 알고 있는 사실은... 그들은 결코 너의 도움이 되지 않아. 그들은 위험할 거야. 조심해." "응." 불안한 듯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블러드에게 파르시레인도 한마디 했다. "부디.. 주의하십시오." 자신에게 존댓말을 쓰는 파르시레인이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그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보다.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태연하게 말하고 있으니. 그리고 자신의 몸을 감싸고, 몸 내부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알 수 없는 무언가. 그것이 자꾸 블러드의 신경을 건드렸다. 불편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전부터 계속 존재해 왔다는 듯이- 편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불쾌한 것이었다. 원래 내가 아니었던 것이, 마치 나 자신처럼 몸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더구나 그 느낌이 나와 그것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익숙하다면, 그건 친숙함을 넘어서 불쾌감을 주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거야?" 블러드의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망설였다. 그가 내린 결정은 상당히 위험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지위를 함부로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지위였다. 왕이라는 것은. 또 그만큼 블러드도 소중했다. 일단 자신의 마스터이니까. 주인이니까. 더구나 큰 위험에 빠져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음.. 블러드. 잘 들어. 난 이제 용왕계로 돌아가 볼까 해. 용왕계는 내가 없으므로 엉망이야. 신룡과의 조화가 맞지 않아. 내가 돌아가야 해. 이전까지는... 내가 없으면 널 지켜줄 수 없었지만, 이제는 파르시레인이... 있으니까. 괜찮잖아?" 그리고 그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 말은 블러드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믿을 수 있는 자들이 하나 둘 자신을 떠나고 있었다. 다키엔도, 루시펠도, 그리고 이제는 크라비어스도. "...뭐?" 불안한 눈초리로 되묻는 블러드의 모습에 크라비어스는 황급히 변명했다. "아, 물론 계속 그 곳에 있겠다는 것은 아니고... 너는 이제 강하니까 충분히 너 자신을 지킬 수 있잖아. 게다가 내가 없으면 용왕계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무엇보다 파르시레인은 강해." '어쩌면 나보다도 더... 말이지.' 마지막 말을 삼켜 버리고, 크라비어스는 씁쓰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블러드의 표정은 울 것같이 변해 버렸다. 버림받는다는 것은 정말 슬픈 것이었다. 더 이상 아프기는 싫었다. 하지만, 크라비어스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그가 바라는 것이라면... 싫어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너무너무 소중하니까. "그.. 그렇구나. 그럼... 언제 오는데?" 그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작은 목소리로 간신히 대답했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 말에 블러드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다. 하지만... 크라비어스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변명이란 쓸모 있을 때가 있고, 쓸모 없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런 둘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파르시레인의 표정이 험상궂게 변했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양 미간이 일그러졌다. "무슨 생각이신 겁니까, 크라비어스 님?" "아무 생각 아냐. 네가 있으니 블러드 하나 정도는 지켜줄 수 있겠지. 난 그렇게 판단했을 뿐이야. 나는 용왕이니까, 용왕으로써의 역할을 해내야 하거든." "물론 위대한 당신의 말씀이니만큼 정확합니다. 저는 당연히 타브릿트를 지켜줄 수 있죠. 하지만 타브릿트에게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제가 아닌 당신이." "그래서?" 크라비어스는 느릿느릿하게 되물었다. 아직 아니었다. "타브릿트를 슬프게 하는 일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무력으로라도 못 가게 만들 겁니다." 그 말에 크라비어스는 웃었다. "그대의 힘이 강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내 힘에는 미치지 못하지. 넌 나를 막지 못한다. 무력으로? 무력에는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용들의 지배자, 나 마룡왕 크라비어스를 무력으로 막겠다고? 하하하! 그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비꼬는 그의 말에 파르시레인의 표정이 변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파르시레인의 힘이 강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크라비어스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더구나 그에게는 강대하기 짝이 없는, 거대한 육체가 있지 않은가? 단단한 비늘이, 여느 갑주 못지 않게 몸을 둘러싸고 있는데 말이다. 크다는 것은 단순히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무기가 되는 법이다. "그.. 그런 것은 해 봐야 아는 것입니다!" 그 때 블러드가 나섰다. 블러드는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파르시레인. 크라비어스는 왕인걸. 다키가 왕은 언제나 싸워야 한다고 했어. 그러니까... 난 크라비어스를 보내줄 수 있어." "무슨 소리입니까! 그는 당신의 용입니다! 계약에 매여 있는 용이라고요! 당신의 말 한 마디면 그는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에 블러드는 슬프게 미소지었다. 처량한 그 미소는 보는 사람의 가슴을 덜컹 가라앉게 만들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너무 소중하니까. 난 그의 말이라면 다 들어줄 수 있는걸." ㅡ어어어억... 미안...미안... 다들 미안하오.. 기다려주신 분들께..ㅠ.ㅠ 크에엥..ㅠ.ㅠ 미치겠다.. 수정도 힘들고.... 쓰는건 더힘들어.. 끄에엑.. ........ -하루리 [8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 (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사 번째 이야기... "갑자기.. 왜 가시기로 한 겁니까, 아버지? 파르시레인이 각성... 했기 때문입니까?" 크라이아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물론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용왕계로 돌아가길 절실하게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자신의 어머니가 울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용왕계의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다. 요 2000년 간 왕이 없었던 용왕계는 엉망이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을 새로 정하지 않은 것은 아직 그들의 왕을 이긴 용이 없다는 이유였다. 크라비어스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갈 필요까진..." "크라이아드. 넌 내가 가길 바라고 있지 않았느냐? 내가 가는 것이 너에게 있어 더 좋은 일일텐데... 굳이 이럴 필요까진 없을 거다."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을 바란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무엇이든지 마스터의 일이 먼저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버지이면서!" "이제 파르시레인은 블러드를 지켜줄 능력이 충분히 되니까." "그것하고는 상관없지 않습니까!" "난 상관 있다." 여전히 무표정하게 대꾸하는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며 크라이아드는 입을 닫았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지켜줄 능력이 된다고 해서 자신의 마스터의 안전을 그에게 맡기다니! 자신이라면 절대로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만약 마스터가 생긴다면 그, 혹은 그녀를 위해 살 것이고, 지킬 것이다. 그리고 그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되었다. 셋 다 말이 없었다. 블러드가 없는 지금 이들에게 감히 말을 걸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파르시레인이라면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았으니까 그렇다 쳐도, 강대한 그의 힘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은 아무리 둔한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강하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하인이나 하녀같은 천한 신분에게 있어서는 용왕인 크라비어스나, 용왕의 아들, 즉 용왕자인 크라이아드나, 귀족 신분인 파르시레인이나 그게 그거였다. 어차피 셋 다 꿈도 못 꿀 높은 지위에 있는 분들이니까. 그 때 문이 열리며 블러드가 들어왔다. "블러드, 왔어?" "으.. 응." "다행이다. 배웅도 안 해주려는 줄 알았어." 웃으며 자신에게 말을 거는 크라비어스의 태연한 모습에 블러드도 억지로 태연한 척 하려 했다. 그래도 설움이 복받쳐 오르는 것을 어쩔 수는 없었다. 속이 어떻든 겉으로는 태연하게 보이려 애쓰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파르시레인은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오래 살아온 만큼 그는 남의 감정을 눈치채는 것에도 익숙했다. 기분 나빴다. "아냐, 배웅 정도는... 해줄 수 있어." "당연하지, 이 멍청이! 용이 떠나는 데 배웅도 안 하다니! 무례한 거라구!" "응..." 애써 웃으려 노력하며 블러드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어젯밤 잠을 한 숨도 못 자서 그런지 너무 피곤했다. 그러나 그것을 티내지 않으려고 하며 애써 멀쩡한 척 했다. 지금은 크라비어스를 배웅해야 하니까. 지금 가면 언제 올지 모르니까. "그럼, 잘 있어." 지금 크라비어스를 따라 용왕계로 돌아가는 크라이아드도 인사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정이 들어 버린 그였다. 이렇게 빨리 헤어지게 될 줄은 몰랐었다. "빨리 돌아올 거니까, 너무 낙심하지 말고." "그래..." 둘의 몸이 공기 속으로 사라지려고 했다. 밑부터 천천히 흐릿하게 사라져 갔다. 거의 다 사라졌을 때, 어젯밤부터 계속 참아왔던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크라비어스도, 크라이아드도 갑자기 쏟아진 블러드의 눈물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멈칫 했지만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한 번 시전된 마법은 멈추지 않는다. "울지.. 마십시오." "하지만... 흑흑... 슬픈 걸... 다시는.. 못 볼 수도 있으니까..." 파르시레인은 블러드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타브릿트가 슬퍼하면 그도 슬펐다. 하지만 그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그들의 눈물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우는 것이니까. 그리고 귀하기에 그것은 가치있다. 어떤 종족이든, 생물이든 슬플 때, 우는 눈물이란 것은 가치가 있다. "갔어... 갔다구.... 으흐흑... 다.. 가버렸어....." "다시... 돌아올 겁니다.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둘은 오랫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허어... 오래... 간만... 이로구나...... 마룡왕... 크라.. 비어스...] "그간 아무런 일 없으셨습니까?" [나야... 언제나...... 멀쩡.. 하지......] "그렇군요." [헌데...... 네 옆에.. 있는...... 용의... 어린...... 아이는... 네... 아들?] "네. 그렇습니다." [허허... 참으로...... 많이.. 자랐군. 흑룡...... 이구나.] "마룡족, 흑룡족의 크라이아드 드 블랙이 지고의 존재 이그드라실께 인사드립니다." [그래...... 반갑.. 구나... 너처럼... 예의.. 바른... 아이를... 만나 본.. 것이..... 얼마.. 만인지..... 세상.. 한 번.... 말세.. 지...] 이그드라실은 그 특유의 음성으로 그들에게 말했다. 크라비어스와는 구면이지만, 크라이아드와는 초면이었다. 흑룡은 물과 비구름, 그리고 번개를 다스린다. 헌데 그 세 가지는 전 차원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것들이다. 그것들을 다스릴 때, 흑룡들은 비구름에 몸을 맡기고, 물을 빨아올리고, 번개를 내리치며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것이다. 처음 중간계로 올 때는, 그런 식으로 왔기에 굳이 이그드라실에게 올 필요는 없었다. 물론 다른 용들도 자신의 매개물을 이용하여 차원을 이동할 수는 있었다. 예를 들어, 적룡은 불과 불 사이로. 이 곳에 있는 불로 들어가 그 곳에 있는 불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자신이 직접 행선지를 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불편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에 불이 없을 경우도 있고. 더구나 나오는 곳은 무작위적으로 결정되니까. [헌데...... 용왕계..로...... 돌아가는... 것인가?] "네, 차원의 문을 열어 주셨으면 하는데..." [그런데....... 왜... 너의.... 마스터는..... 보이지... 않지?..... 블러.. 드는?] 여기서 크라비어스는 움찔했고, 크라이아드는 이그드라실마저 알고 있는 블러드의 무한한 인간 관계에 경애를 가졌다. 놀라운 일이었다. "중간계에... 두고 왔습니다." [뭐? ... 그 녀석...... 신계에서... 제명당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네." 이그드라실은 놀랍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의 몸에는 눈이 없기에 바라본다는 것은 이그드라실의 시점에서만 적용되는 말이었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에 크라비어스는 절대로 자신의 마스터를 버리고 오는 녀석이 아니었다. 그것도 위험에 빠진 마스터를. [흠... 왜... 두고.. 왔지? 그건... 너희의... 율법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그를 지킬 자가 그의 곁에 있으니까요." [호오... 용의....... 왕보다... 더... 안전한... 자가?] "네, 그의 곁에는 로스틱이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너의 힘에... 못 미칠.. 텐데...] "......"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크라비어스에게 이그드라실은 피식 웃어 보이고는 차원의 문을 열었다. 황금빛으로 휩싸인 문이 천천히 그 자태를 들어내고, 크라이아드는 처음 보는 장면에 말을 잃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기에.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문, 그것은 아름답고, 또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잘....... 가거라...... 단지... 블러드는... 너의.. 마스터의......... 슬픔도......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 하지만 크라비어스는 그 말을 무시하고는 문으로 들어섰다. 크라비어스가 들어가 버리자 크라이아드는 자신의 아버지를 대신해 무례에 대한 사과를 했다. "이그드라실이여, 아버지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길. 저렇게 말하지만 아버지도 상당히 슬픈 상태라." [이해.. 한다... 어린...... 용이여. 너도... 어서 들어.. 가거라.] "네. 그럼, 안녕히. 이그드라실이여." 그 말을 끝으로 크라이아드도 문안으로 몸을 들여놓았다. 곧이어 문은 눈부신 광채를 흘리며 사라져 버렸다. 이그드라실만이 피로에 젖은 몸을 이끌고 그곳에 외로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중얼댔다. [블러드에게...... 아니, 하르.. 모니아... 님께... 가봐야... 겠군. 외로우실.. 테니까.] "그래서... 그렇게 왔다구요?" "그렇다, 크라비안." "뭡니까! 마스터를... 배신하고, 용왕계로 돌아와서... 저희가 기뻐할 줄 아나요? 마스터는 최우선입니다! 그것이 율법이라구요! 그것이 신족이든지, 인간이든지 상관없죠. 단지 마스터가 우선이에요! 하다못해 용왕계로 데리고 오실 수도 있잖아요!" "배신한 건 아니다. 그를 지킬 자는 있으니까. 로스틱이... 그의 곁에 있으니까." "로스틱하고는 상관없잖아요! 로스틱이... 그 분을 보고 각성한다는 것쯤.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그 분은 당신의 마스터입니다! 2000년 전부터 있었던! 지킬 자가 있다고, 그 분을 떠나다니요! 게다가 그 분, 신계에서 제명 당했다고 했죠? 제명당한 신족이 얼마나 위험한 지 알고 계시는 건가요! 결코 인간들에게서도! 요정들에게서도! 중간계에서는 절대 환영받을 수 없어요! 중간계만큼 신계와... 마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 차원도 없으니까! 로스틱이... 강하다고는 해도, 그에게는 폐하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재산과 지위가요! 싸움을 걸어 올 때마다 다 싸우게요? 네, 좋아요, 좋아. 다 싸우라고요! 다 부숴 버리라고요! 가뜩이나 약한 중간계 다 무너지게. 뒤에 이그드라실께서 화내실 일은 걱정 안 되나 보죠? 용왕계는 폐하가 없어도 제대로! 돌아간다구요!" "......" 그녀의 날카로운 질타에 크라비어스는 아무 말 없었다. 그가 아무 말 없자 크라비안은 크라비어스 옆에 서 있는 크라이아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 크라이아드 드 블랙! 폐하의 곁에 있었으면 제대로 처신해야지! 이게 뭐냐! 마스터를 내버려두고 그냥 오시게 만들어? 나중에 네가 마스터가 생긴다면 어떡할 거야! 이렇게 내버려 둘 거야? 그것도 위험에 빠진 마스터를! 아무리 용왕자라고 해도, 이번 일은 넘어갈 수 없다!" "......" 크라이아드 역시 아무 말 없었다. 아마 그녀가 무섭다거나 반성이라기보다는 그녀의 말에 질려 버린 것 뿐. 후회란 없다. 적어도 크라이아드에게 있어서는. 하지만 크라비어스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 많이. 끝. 케케케..-_-;; 오늘은 좀 많다. 후.. 후후후...;; 멜 보내신 분들.. 답장 아직 다 못 보냈는데.. 미안하구요...;; 빨리 보내야지... 어쨌든.. 멜 고맙습니다. 루리는... 그걸로... 먹고 살아요오오오..... 케케...-_-;; 그.. 그러면~ 바이바이이이~~~ -하루리 [8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4장-타락천사> (9)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오 번째 이야기... "하지만 갈 수 없어." "왜요!" 크라비어스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왜 그랬을까? 그 자신도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분명히 위험했다. 파르시레인이 강하다고는 하나, 아직 자신의 힘에는 미치지 못했다. 후에 어떻게 변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왜 블러드를 두고 왔을까? 그것도 위험에 빠진 상태였는데. 그는 잠시 움찔했다. 이유를 잘 모르기도 했고, 자신의 누이에게 그 이유를 가르쳐 주고 싶지 않았다. "크라비안 드 레드! 너의 거처로 가거라. 난 쉬고 싶다. 인간들과 생활하는 것은 피곤해. 크라이아드 너도." "하지만!" 그 말에 크라비안은 뭐라 말하려 했으나, 크라비어스의 냉정한 제지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무리 친누이라고 해도 일단 크라비어스는 왕이니까. "명령이다. 설마... 왕의 명령을 어기진 않겠지? 둘 다." "...죄송합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크라비안은 인사를 하고는 황급히 방을 빠져 나왔다. 그녀는 지금 당황한 상태였다. 아무리 피를 나눈 혈족이라고 해도, 그가 자신의 오라버니라 해도, 그는 왕이었다. 전 마룡족을 다스리는 왕. 그런데 왕에게 소리를 지르다니! 그것은 큰 무례였다. 분명히 자신이 잘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혈기를 꾸짖으며 처소로 향했다. 그녀가 나간 후에도 크라이아드는 잠시 나가지 않고 방에 남아 있었다. 크라비어스가 그런 그를 바라보자 그는 자신의 왕이자, 아버지에게 한 마디 했다. "아버지, 아니 전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 전하는 강합니다. 그것은 분명합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행동하십시오.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법이죠.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전 전하의 편입니다."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힌 후, 크라비어스는 굳은 표정으로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 침대에 블러드도 누운 적이 있었다. 2000년 전의 자취를 찾으려고 잠시 크라비어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뀐 것은 없었다. 가구도, 위치도. 단지 그가 없을 뿐이었다. 그를 만난 이후로, 처음(물론 봉인되어 있을 때를 제외하고) 떨어져 보는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방에 있는 것도, 그를 만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혼자 있는 것 정도는 7000년 동안이나 익숙해져 있었던 것인데, 그를 만나서 함께 지낸 3년. 그 3년이 자신을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텅 빈 방안에 혼자 있는 것, 불안했다. 자신의 신변에 위험이 있을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지금 그가 혼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두려웠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는 혼자가 아니다. "바보 같잖아. 지금은 파르시레인이 있어. 그리고 그가 있을 동안, 빨리 힘을 되찾아야 해. 이것으로는...... 그를 지켜줄 수 없다고." 하지만 파르시레인은 오래 살지 못한다. 그들의 비애. 그것은 하나의 저주이자, 축복이었다. 각성했으니 이제 몇 년, 아니 어쩌면 몇 달 못 있어 그는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을 낳고는, 자신의 혈육을 남기고는 죽어갈 것이다. 몇 백, 몇 천 년간 살아온 그들의 정신체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소멸해 버리는 것이다. 한 줌 재로 화해 시체도 남기지 않고. 그들 자신은 그것을 젊은 모습 그대로 영원히 사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행복한 지는 모른다. 영원히 사는 것 따위가 행복한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자식이 또다시 오랜 세월을 살아오겠지. 환생해서, 태어나고, 죽고, 또 다시 환생하고, 또 다시. 그 윤회를 몇 십 번, 몇 백 번 반복할지는 운명에 따른 것이다. "졸려. 이제 한계야." 힘이 다해가고 있었다. 봉인되어 있던 2000년 동안 자신의 힘 중 반 이상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요 3년 동안 그의 힘은 비정상적으로 향상되었다. '어둠'이 깨어나면 그들의 힘은 강해지는 것.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마계와 명계도 같은 상황일 것이다. 마력의 근원은 어둠. 어둠이 깨어났다면, 마력은 강해진다. 대다수의 힘이 봉인되어 있어 거의 사용하지 못했던 마력이 완벽하게 깨어나 전 차원을 활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신력도 마찬가지였다. 블러드는 신족이지만, 지금 그의 적은 신족이다. 마력이 강해진 만큼, 신력도 강해졌다. 그러나 오랜 시간 봉인으로 약해진 그의 마력은(비록 3년 동안 비약적으로 향상하긴 했지만 그것은 2000년 동안 약해진 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을 상대하기에 버거웠다. 마력을 되찾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잠을 자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완벽하게 회복되어 있을 것이다. "난...... 피곤해. 빨리 힘을 다시 찾아야 해. 자고 나면... 한 숨 자고 나면......" 그 말을 끝으로 크라비어스는 잠에 빠져들었다. 몇 달, 몇 년이 될지 모르는... 한없이 깊은 잠에. "후, 그러니까. 왜 떠나시는 거죠? 정체가 발각되어서... 입니까?" "그.. 그런 것도 있고." 라일란드의 질문에 블러드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자신의 정체가 발각된 이상, 이곳에 더 있다가는 이곳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변함없는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은, 헬렌과 라일란드. 파르시레인 정도였다. "크라비어스 님이.... 떠나셔서 그러시는 겁니까?" '그가 있었다면, 견딜 수 있었을까?' 만약 그가 가지 않았다면, 이 시선들을 견딜 수 있었을까? 자신을 괴물 바라보듯이 보는 이 시선들을? '모르겠어.' "아... 냐. 이제 내 정체도 발각되었으니까... 더 있으면 이 곳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말릴 수는 없겠죠. 하지만, 혼자서는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혼자가 아냐. 파르시레인이 있어." "네?" 그는 놀란 눈으로 파르시레인을 흘끗 쳐다보았다. 라일란드는 왜 인간인 파르시레인이 그를 따라가는지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아직 파르시레인이, '로스틱'이라는 존재임을, 인간이 아님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크라비어스가, 가기 전에 파르시레인한테 무슨 무기를 주면서... 나를 부탁했거든. 부모님께도 허락 받았어."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혹시 가는 길에 필요하신 것이라도 있습니까?" "크라비어스가 다 준비해 줘서... 없어. 성의는 고마워." 그 말에 라일란드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블러드 씨께서 이 저택에 계시는 동안 즐거웠습니다. 여태까지의 일은, 한순간의 꿈이라고 생각해 두면 됩니다. 아마도, 다시 만날 일은 없겠죠. 블러드 씨와 저는 너무나도 다른 존재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만난다면...... 저희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응. 고마워." 세심하게 배려해 주는 그의 마음이 고마워서 블러드는 빙긋 웃었다. 어차피 더 이상 관련되어 봤자, 둘 모두에게 상처만 줄 뿐. "안녕히 가십시오. 사정이 있어 배웅하지 못하는 것이 죄송하군요." "아냐. 어차피 배웅도 위험한걸. 이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이잖아." "하하! 그렇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응. 라일란드, 약혼녀 역할 끝까지 못해줘서 미안하고, 앞으로 좋은 여자 만나." 그 말에 라일란드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블러드도 웃었다. 그 미소는, 그 웃음은, 너무나도 밝고 환한 것이라서, 도저히 헤어지는 자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네." 헤어질 때도 웃을 수 있도록. 블러드는 크라비어스에게 강함을 배웠다. 흠, 판타지 피아의 테드님께서~ 제로보드 하나 만들어 주셨소오오~ 테드님 싸랑해요오오! 근데 올리기 귀찮아...-_-;; 아아..... 귀찮아..귀찮다구..;; 에헤헤^^;; 이걸로 타락천사 파트 끝~!!!!! 그럼, 이만~ 좋은하루. -하루리 [8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15장-카오스>(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칠 번째 이야기... ...그렇게 해서 카오스는 사라졌다. 하지만 왜? 왜 사라졌을까? 이것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미스테릭한 일이다. 그는 최강의 존재였고, 최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의 창조주이자 모든 것의 주인이었다. 그런 그가 사라진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너무나도 이율배반적인 존재라서, 한때 최고의 지배자였던 그가 사라진 뒤에 그를 배신했다. 까맣게 잊고, 그 낡은 기억에서 그를 지워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잊혀져 버린 존재는 존재가치가 사라진 것이다. 우리 '인간'은 그를 배신한 것이다.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인간을 만든 것은 카오스가 아니다. 우리 인간을 만든 것은 찬란한 영광 속의 신들이고, 카오스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의외의 모든 종족은 알고 있다. 요정들은 잊지 않았다. 난쟁이도 잊지 않았다. 신족도, 마족도, 용도, 정령도. 모두 잊지 않았다. 잊은 것은 인간뿐. 배신한 것도 인간뿐. 모두들 기억하라! 카오스는 다시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인간들에게 그 증오의 화살을 쏠 것이다. 그 무시무시한 증오의 화살을 쏠 것이다! 주의하라! 잊지 마라. 잊는 것은 존재가치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기억하라! 오, 가엾은 그대, 절대적인 존재, 카오스여. 그가 한때 우리의 지배자였다는 것을. -예한드라 칼슈인, 「고서적」에서 발췌 "피곤해." 소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스륵 흘러내렸다. 발끝까지 닿다 못해 질질 끌릴 것 같았다. 창백한 입술이 굳게 닫혔다. 검은빛을 담고 있는 눈동자가 잠시 빛을 보였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여기는 어디?" 그리고 역시나 검은 옷이 바람에 흔들렸다. 온통 검은 것에 비해 놀랍도록 흰(창백하다는 표현이 더 알맞을 듯한) 피부가 섬뜩함을 띄었다. 아무 것도 신지 않은 두 발은 소년의 몸에 비해 너무도 큰 옷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빛을 잃었지만, 그래도 까만 동공이 보이고 있던 눈이 아예 닫혀 버렸다. 눈꺼풀로 가려져 버렸다. 그가 기대앉은 나무가 흔들렸다. 땅 위로 울퉁불퉁하게 드러난 뿌리들이 그 나무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왔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분명 깊은 산 속이었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소년은 자연에 동화된 듯 했다. 더 이상 이 곳에 존재하는 것 같지 않은. 그 때 누군가가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어쩌다 이런 오지까지 오게 된 거야!" "시끄러, 내가 방향을 잘 못 잡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잖아?" "그러면 얌전히 나에게 길을 맞겨야지! 바보 같은 예나인!" "닥쳐, 샤오엔. 혹시 알아, 이런 오지에서도 무슨 수확이 있을 지..." 거기까지 말한 그들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들의 시야에 소년이 들어왔다. 눈을 감고 나무에 기대어 자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 것이다. "맙소사, 샤오엔. 정말 무언가를 발견한 것 같은데." 약간은 푸른빛이 도는 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청년, 예나인은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그것은 그의 옆에서 아까부터 계속 투닥투닥하고 있던 금발머리의 청년도 마찬가지였다. 화사한 금발머리의 청년, 샤오엔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질렀다. "이럴 수가! 어떻게 예나인의 말이 맞을 수가 있지? 기적이야!" 샤오엔이 뭐라고 하던 말던, 예나인은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갔다.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을 다 가려서 제대로 된 인상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남에게 불쾌감을 주는 외모는 아닌 듯 했다. 그는 소년을 흔들었다. "이봐, 이봐. 일어나! 이런 곳에서 자면 죽는다고!" 소년이 전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약간 발끈한 그는 힘차게 소년의 상체를 좌우로 흔들며 소리질렀다. "임마! 일어나란 말야!" "진정해, 예나인. 애 하나 잡겠다." 어느새 샤오엔까지 예나인의 뒤에 바짝 붙어서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런 곳에서 자고 있다는 것, 정상이 아니었다. 아직은 잘 모르지만, 어떤 괴기한 것이 있는지 모르는 곳이었다. 실제로 자신들도 여기 오면서 이미 수십의 괴물을 만나지 않았는가? 아마도 자신들이 이 애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앞으로 채 30젠티(=30분)이 지나기 전에 소년은 굶주린 괴물들에게 먹혀 버렸을 것이다. 그 사실에 더 열 받은 예나인은 크게 소리질렀다. "일어나--!" 그제야 소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 잠에서 덜 깬 듯한 멍한 표정은 무엇이든지 똑똑하고 빠릿빠릿한 것을 좋아하는 예나인의 심기를 거슬렸다. "뭐지?" 소년의 한마디에 그는 양팔을 허리에 얹고는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하! 뭐지? 방금 뭐냐고 물었어? 너 여기서 잠이 들다니 도대체 정신이 있는 거냐! 까딱하면 그대로 죽는다고! 일행도 없이 꼬마 혼자서 이런 곳에 올리는 없고, 길을 잃어버린 거냐?" "난 길 따위 잃어버리지 않아. 어디든 원하는 곳은 마음대로 갈 수 있으니까. 일행은 지금 이곳에 없고." "뭐야, 시건방진 꼬마잖아! 예나인! 이런 애는 내버려두고 그냥 가자!" 그리고 샤오엔은 시건방진 꼬마를 싫어했다. "두고 가. 너희 같은 것에게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 내가 죽던 말던 그건 내 일이지 너희의 일이 아니지." "뭐야앗?" 방금 그 말로 인해 샤오엔은 이 건방진 꼬마를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단단히 버릇을 고쳐주리라! "예나인! 우리 이 애 데리고 가자! 버릇을 고쳐주겠어!" 다혈질적인 성격 탓에 샤오엔은 금방 화를 내며 예나인에게 말했다. 예나인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에게 그를 말릴 의무 따위는 없었다. "그래, 그래. 마음대로 하셔. 어차피 내가 말린다고 해서, 들을 너도 아니고." "야, 이봐. 꼬마! 일어나!" 그 말에 소년은 다시 감았던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는 이 불쾌한 방문객 둘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지만, 시끄럽게 쨍알대는 것이 왠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는지는 몰라도 꽤 오래 있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소년은 풀어헤친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아주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 "웃지마! 정들어!" 샤오엔이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소년은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남'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 그리고...... 예나인이 소년에게 물었다. 그에게는 앞으로(얼만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같이 다닐 일행의 이름을 알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뭐, 계속 꼬마라고 부를 순 없으니까. 이봐, 네 이름이 뭐지?" "카오스." "뭐?" 소년, 카오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숨막힐 듯한 아름다움이 머물렀다. 세상의 모든 미를 모아놓는다면 이렇게 될까? 둘은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 새카만, 심연의 암흑이 깃든 눈동자에, 잠깐이지만 웃음이라고 불릴 만할 것이 스쳐지나갔다. "내 이름은 카오스라고." "지독한 녀석!" 예나인은 욕설을 내뱉었다. 벌써 이곳을 헤매기 시작한지 3레젠트라(=3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길이라 불릴만한 것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저 소년, 실실대고 웃으며 역시나 자신을 바라보는 샤오엔까지. 모든 것이 심기를 거슬렸다. 그래도 샤오엔은 자신이 지치니까 심각하게 길을 찾았지만, 아까 만난 저 소년, 카오스라고 했던 저 애만은 전혀 지치지도 않고, 별로 심각한 것 같지도 않은 표정으로 천천히 걷고 있었던 것이다. "야, 카오스! 길 아는지 물어봤잖아!" "......몰라도 돼." 자신이 길을 아는지 모르는지 몰라도 된다는 것인지, 길을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울화통이 치솟아 올랐다. 분명히 예나인과 샤오엔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을 알 텐데도 찍찍 내뱉는 반말은 건방진 아이를 싫어하는 샤오엔의 비위를 거슬렸고, 졸렵다는 표정으로 세상만사에 관심 없다는 듯한 행동은 똑똑하고 빠릿빠릿한 아이를 좋아하는 예나인의 비위를 거슬렸다. "괜히 데려왔잖아!" 예나인은 화가 난다는 듯이 소리질렀다. 샤오엔이 잠시 움찔했지만, 정작 카오스는 일말의 표정도 변하지 않은 채 꼿꼿이 허리를 세우고 걷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방금 예나인의 행동은 괜히 기운만 빼는 쓸데없는 짓이 되어 버렸다. 여태까지 걸어온 3레젠트라 동안 만난 괴물만 해도 수십 마리. 당연한 말이지만 카오스는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고, 강한 편이지만 초인적인 편은 아닌 둘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갖고 있던 약도 모조리 써 버렸고, 이제 먹이를 찾아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오거라도 발견하면 꼼짝없이 그 밥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샤이른은 비명 지르듯이 외쳤다. "으아악! 이렇게 죽기는 싫다고!" 카오스는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도 자세히 그들을 살피고 있었다. 신도 아니고, 용도 아니다. 요정도, 난쟁이도, 정령도 아니다. 마족, 신족. 다 아니다. 하다못해 환수도 아니다.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불쑥 물었다. "너희는 무엇이지?" "뭐?" 예나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그러자 카오스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가시켜서 질문했다. "너희는 신도 아니고, 용도 아니다. 그렇다고 요정도, 난쟁이도, 정령도 아니지. 마족, 신족도 아니다. 하다못해 환수나, 선인도 아니다. 그렇다면 너희는 무엇이지?" 그 말에 샤이른과 예나인은 동시에 카오스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반대편 손을 자신의 이마에 올려놓고 말했다. "멀쩡한데.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이상한 녀석이로군." 그러자 카오스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그 손을 홱 뿌리치고는 말했다. "나는 정상이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대답해. 너희는 무엇이지?" 샤오엔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에나인도 마찬가지였다. 푸른빛이 도는 보랏빛의 신비한 색. 그런 신비함을 가진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화사한 금발이 빛을 머금었다. 그리고 샤오엔의 초록색 눈동자가 카오스의 검은 눈동자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이봐, 카오스. 우리가 신? 용? 요정이라고? 파하핫! 우리가 그런 대단한 존재로 보이냐? 그래, 그래,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사실 우리는 위대한 빛의 신이야. 인간을 정화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으악!" 그 말에 카오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로써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이란 존재는 카오스가 잠든 후에 창조된 생명체였다. 예나인이 샤오엔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바보 녀석. 카오스, 너 이상한 녀석이로군. 우리는 인간이지, 그 외의 것으로 보이냐? 음, 뭐, 요정처럼 아름답고 난쟁이처럼 손재주가 좋고, 용처럼 강하고, 신처럼 전능하고, 환수처럼 무한한 생명을 가진 자들이란 것은 사실이지만, 으악!" 똑같은 패턴으로, 이번에는 예나인이 얻어맞았다. 카오스는 더욱 더 눈살을 찌푸렸다. "인간? 그건 누가 만든 거지? 나는 아닌데...... 혹시 니아가 나 몰래 만든 것인가? 그것도 중간계에서 살고 있다니. 이상하다, 분명히 어둠의 기운도, 빛의 기운도 적당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을 봐서는 니아가 만든 것 같은데." "파하하핫! 얘 좀 봐! 기억 상실증에라도 걸렸나봐! 하긴, 그런 숲에서 그렇게 잠을 자고 있으니 정신이 이상하긴 했지. 하지만... 하지만, 인간이... 푸하하핫!" "카... 카오스? 인간은, 자비로우신 빛의 주신 오딘께서 창조하신 생명체라고." "오딘? 그 녀석이 이런 것을 만들었다고?" "야! 신성모독이야! 그 녀석? 신관이 들었으면 넌 반쯤 죽었어." "신성모독?" 카오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표정이 의외로 귀여웠기에 예나인은 그의 머리를 슥슥 문질러 주었다. 윤기가 흐르는 흑발이 엉켜 버렸다. 그러나 금새 풀려 버리는 그 머리카락에 흥미를 느꼈는지 샤오엔이 슬슬 그쪽으로 다가왔다. "그래, 신성모독. 신은 위대하시고 전능하신 분이란 말이다." 그 말에 카오스는 피식 웃었다. 자신이 잠든 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사실은 왜곡되었다. 절대로 신은 전능하지 않다. 전능한 건 단 넷이다. 아자, 오늘도 힘내자. 카오스 등장~ 후... 후후후....-_-;; 개학해서 그런지... 굉장히 드문드문 올리는군. 아아, 꾸준히 멜 보내준 분들. 루리양의 초 울트라 스페샬 땡스를 드리오. 한동안은 카오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킬 예정이오. 음, 음. 그리고.. 100회가 다되가는데(갑옷이가 얘기해줬음 절대로 내가 하고 싶은게 아냐..;;) 무슨 이벤트나 하나.. 마련해 보도록 하겠소. 음, 음, 아직 백회는 안되었지만. 인기투표나 해볼까... 규칙을 설명드리겠소. 아니 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캐릭터 3명만. 순위 따지지 말고-_-;; 그냥 3명. 싫어하는 놈도 3명. 순위 따지지 말고. 그러면 한표씩 추가되는 거고.. 그렇게 해서 총 집계를 해서..... 음, 그런 식으로 낼 것이오(뭔말인지 하나도..-_-;;) 그냥 좋아하는 녀석 3명만 쓰란 말이오. 싫어하는 녀석하고. 그러면 총 여섯 명을 뽑게 되는 거지. 한 사람이. 이건 내가 100회를 올리는 그날부터 메일 받기 시작하오. 그전에도 보내주면 받겠소.-_- 그리고... 솔직히 나 인기투표 잘 안하오. 결과는 열심히 살펴보지만... 그러니까, 인기투표 해주신 분께는 특전을!!!! 내가 해줄 수 있는 특전이야... 별로 없고... 연참 같은 건, 투표 하던 안하던 모두 볼 수 있는 거니까. 투표를 보내주신 분께는!!!! 특별히...... 블러드에 관해서 질문 다섯 개를 받겠소. 다섯 개만이오... 그리고... 이유도 써주시오. 싫어하든, 좋아하든. 이유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써 주시길. 간단해도 상관 없으니까.....쿨럭.. 그.. 그러면..... 루리는 이만... 쿠울럭.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팔 번째 이야기... "왜 웃는 거냐? 뭐가 불만 있어?" "아니, 그런 것은 없다." 딱 잘라서 단호히 말하는 카오스의 말에 샤오엔은 주눅이 들었는지 차마 입밖으로는 내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그런데, 샤오엔. 너말야, 길 안다고 했지?" 예나인의 한마디에 샤오엔은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 댔다. "야! 이 바보 녀석아! 도대체 아까부터 계속 길 안내하겠다고 한 건 뭐냐! 자기가 하겠다고 바락바락 우기더니 이제 뭐? 이런 숲까지 와서 어떻게 길을 찾아!" "그... 그건. 차마, 말로 못할 사정이......" "무슨 사정이야! 얼어죽을 놈의 사정!" 예나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중얼댔다. 그 모습이 퍽 가련해 보였으나, 샤오엔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까부터 계속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고 했는데, 저 빌어먹을 녀석은 전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 심각한 방향치인 주제에 말이다! "이럴 때 배고파서 먹이를 찾아 어슬렁대는 오거라도 만나면 어떡하려고! 으아악! 난 이런 곳에서 죽고싶지 않다고! 나에게는 원대한 야망과 꿈이 있어!" "시골에 내려가서 제시랑 귀여운 아기 낳아서 잘 사는 게 원대한 야망과 꿈이냐?" "당연하지! 그렇게 평범하고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 것이 나의 목표!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모아야 한다고!" "아, 그래?" "뭐야? '아 그래'라니! 좀 더 감탄해 볼 수는 없어?" 둘이 열심히(일방적으로 샤오엔이) 싸우고 있을 때, 카오스는 문득 숲을 바라보았다. 뭔가 기분 나쁜 초록빛의 피부를 가진 무언가가 희끗희끗 풀숲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물론, 평범한 인간인 예나인과 샤오엔은 느끼지 못했지만 약간의 살기도 느껴지고 있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군." "뭐? 안 나는데?" 예나인이 묻자, 카오스는 아까 그 풀숲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였다. 예나인과 샤오엔의 시선이 "저기"라고 말하는 카오스의 손가락을 따라 그 끝까지 도착하자, 둘은 '헉'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오거잖아!" 깜짝 놀란 샤오엔이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지르자, '그것'은 자신의 먹이감이 자신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깨닫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바보 같은 녀석!" 예나인은 샤오엔의 뒤통수를 성심껏 갈겨 주었다. "으아악! 가까이 오잖아!" 호들갑을 떠는 샤오엔을 기꺼이 진정시켜 주기로 마음먹은 예나인은 그의 복부를 가격했다. '윽'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샤오엔은 허리를 팍 구부렸다. "이 녀석이!" "닥쳐, 샤오엔. 지금 호들갑을 떨 상황이 아니란 걸 잘 알잖아?" "응, 물론 알고 있지." 전혀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은 유들유들한 말투에 화가 오른 예나인은 칼을 뽑았다. '스르릉'하는 쇠가 마찰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칼이 빛을 반사했다. "예나이이인! 너 이 녀석!" "닥쳐." 지금은 분명히 호들갑 떨 상황도 아니지만, 칼로 같은 편을 공격할 상황도 아니다. 무시무시한 오거가 나타난 것이다. 오거는 어느새 둘, 아니 셋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은 천천히 허리를 폈다. "맙소사." 약 5라인(=5M)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신장은 오거의 모습을 한층 더 무시무시하게 보이도록 해주고 있었다. 물론, 예나인이나 샤오엔같은 실력자들이 오거 한 마리를 못 이기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둘은 지쳐 있었고, 오거는 배가 고팠다. 둘의 싸구려 철검은 하도 괴물들의 피를 많이 뒤집어써서(그런 녀석들의 피는 강한 독성을 띄고 있는 것들이 많다) 녹이 슬다못해 날이 빠져 있었고, 오거의 유일무이한 무기인, '몽둥이'는 전혀 잘못된 곳 없이 멀쩡했다. 게다가 이 오거는 여타 다른 오거들과는 달랐다. 훨씬 큰 몸집에, 훨씬 큰 이빨에, 훨씬 큰 몽둥이에...... 그냥 보통의 오거를 두 배로 늘여 놓으면 이렇게 될까? 평범한 용병이라면, 보통 오거 하나도 이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둘은 '평범한' 용병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록 과거에는 귀족이었지만 지금은 용병이었고, 길드 랭킹 10위에 드는 실력자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있어 1 + 1 = 2 가 아니었다. 둘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모양 만났다 하면 싸우지만, 항상 붙어 다녔다. 진짜로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싸움할 때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진다. 이만큼 잘 맞는 파트너는 찾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이들이지만 오늘 이름도 모르는 이곳에서 뼈를 묻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암담한 심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죽다니...... 그것도 예나인 저 녀석과 함께! 으아악! 이건 수치야, 수치라고!"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야! 카오스, 넌 멀리 떨어져 있어! 위험하니까!"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카오스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을 생각이었다. 그는 별로 이들을 도와주고 싶지도 않았고, 도와줄 마음 또한 없었다. 카오스가 멀리 떨어진 것을 확인한 예나인은 샤오엔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샤오엔도 딱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불안했다. "가자!" "크르르르......" 지저분하고 끈적끈적한 침이 오거의 입에서 흘러 뚝뚝 떨어졌다. 샤오엔은 진저리를 치며 중얼댔다. "으, 정말 싫어." "크와아앙!"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오거가 포효를 내질렀다. 둘은 재빨리 검을 들어 가드를 보호하며 경계 태세로 들어갔다. 그러나 오거는 둘을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아니 그것은 그나마 먹기 쉬워 보이는 카오스 쪽을 선택했다. "크르르, 크르르릉! 크와앙!" "앗! 카오스! 피해, 빨리 피하라고!" 카오스는 자신의 앞으로 달려드는 이 무식하게 큰 못생긴 짐승을 바라보았다. 입에서 지저분한 타액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며, '거북하군'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할 생각이 없었다. "그륵, 그륵." '이것도 신들이 만든 건가? 참 못 만들었군. 만들려면 좀 예쁘게 만들 것이지.' 그는 하나를 잊고 있었다. 자신이 잠든 다음에 만들어진, 창조된 생명들은 카오스를 모른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알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 저능한 생명체는 카오스라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퍼억.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오거의 커다란 몽둥이가 카오스의 가녀린 몸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윽?" 의문이 담긴 신음성을 내뱉으며 카오스는 멀리 내팽개쳐졌다. 그는 나가떨어지는 순간에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는 자신을 공격할 수 없었다. 아니, 공격하지 않았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크와아아앙!" 새로운 먹이를 얻었다는 생각에, 오거는 기쁨의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예나인과 샤오엔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렸다. 저런 것에 한방 맞으면 아무리 단련된 전사라고 해도 죽음이나 치명상을 피하지 못했다. 그런데 카오스가 맞아 버렸으니! "카오스!" 샤오엔은 소리지르듯이 외치며 카오스가 떨어진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보다는 약간 더 오거가 빨랐다. "안 돼!" '우적우적'하는 살점을 뜯어먹는 소리, 새빨간 피, 그리고 귓가를 따갑게 만드는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 여기저기 흩어진 살점. 뭐, 이런 것들이 보여야 했다. 별로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샤오엔의 뒤를 따라 달려오던 예나인은 멍하니 서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마치 슬로 모션처럼 천천히 펼쳐지는 그 장면에 둘은 넋을 잃었다. "감히!" 카오스가 소리를 지르자, 오거의 그 비대한 몸뚱어리는 형편없이 나가 떨어져서 저 멀리 고목에 사정없이 부딪쳐 버렸다. 그것으로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카오스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은 옷이 다 찢어져서 피부가 보이는 것 외에는 멀쩡했다. 그는 오거에게로 뚜벅뚜벅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터·져·라." '펑'하는 소리와 함께 예나인과 샤오엔의 시야를 무언가 새빨간 것이 가렸다. 그리고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들려왔다.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카오스의 비명 소리는 아닌 것이 틀림없었다. 눈을 뜬 둘은 앞에 보이는 터무니없는 광경에 입을 벌렸다. 바닥에 흥건히 괴여 있는 풀빛을 띈 붉은빛의 걸쭉한 피, 잘게 찢어진 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초록빛의 살점, 박살이 나 있는 희끗희끗한 뼛조각들. 그리고 그 가운데로 카오스가 서 있었다. 그가 쓴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는 몰라도, 분명히 평범한 기술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단지 '터져라'라고 말했고, 그 말 그대로 오거는 '터져' 버렸다. 무시무시한 광경이었다. 너무나도 참혹한 광경에 오랜 세월동안 싸움에, 피에, 터지는 비명에 익숙해진 둘마저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카... 카오스?" 예나인의 부름에 카오스는 고개를 돌렸다. 그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말했다. "이것, 너무 지저분해. 이것도 오딘의 창조물인가?" "무슨 소리야! 그런 저능한 것들이 빛의 주신 오딘 님의 창조물이라니! 이것들은 마신 이그나티어스의 소관이야!" "이그나티어스? 마계의 신 말이지?" "그래! 이런 저능한 것들을 왜 중간계에 풀어놓은 것인지!" 그 말에 카오스도 얼굴을 찌푸리며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 "흠, 역시 이것은 너무 못생겼어. 추해. 흉칙하다고. 이런 것은 없애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아앗, 연재속도 따라잡았당~ 이제 저조한 연재속도로 컴백. 후후후...후후훗..;; 다들 좋은하루.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구십 구 번째 이야기... 카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미'의 개념이 철저한 이그나티어스가 이런 생물체를 만들었다는 것은 도무지 믿겨지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소관인 마계의 모든 생명들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아름다울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저능하고 지저분한 생명체가 그의 작품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그는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흔들었다 하는 카오스의 모습에 둘은 약간 의아함을 느꼈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샤오엔이 카오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방금 쓴 기술 말야, 도대체 어떤 기술인 거지?" 그 질문에 카오스는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뭐라고 대답해야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카오스는 문득 자신의 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남이 받아들이던 말던 그것은 자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이해하던지 말던지 자신은 그냥 대답만 해 주면 되는 것이었다. 아니, 대답할 의무 따위도 그에게는 없었다. 왜냐하면 카오스는 모든 것의 위대한 창조물이고, 그들은 미천한 인간이니까. 그런 그들을 자신이 배려하려고 했다는 생각에 카오스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당연히 눈앞에 보여야 할 '그들'은 보이지도 않았고,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이상한 '인간'이란 것이 돌아다니고, 희한하게 생긴 괴물들이 자신을 공격했다. "야? 카오스?" "몰라도 된다, 인간이여." 샤오엔은 그런 카오스를 잠시 바라보더니 예나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으쓱 했다. "얘 미쳤나봐." "무례하다! 감히 누구에게 미쳤다니!" 샤오엔의 손을 날카롭게 쳐내며 카오스는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샤오엔은 웃음을 터트렸을 뿐이다. 그에게 있어 카오스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아무리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저 꼬마일 뿐이었다. "하하하! 너 굉장히 재미있구나." 카오스는 약간 화가 났다. 이들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난 카오스다." 샤오엔은 무성의하게 대꾸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 나도 알아." "난 카오스란 말이다! 이 미천한 인간들아!" 무섭게 소리지르는 카오스의 모습에, 둘은 아까 카오스가 보여 주었던(사실은 자신들이 본) 그 이상하고도 두려운 능력을 생각하며 잠시 움찔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카오스를 모르는가?" "알아. 너잖아? 바로 내 앞에 서있는 꼬마. 너." "모른단 말인가?" "몰라. 지금 만나기 전에는 몰랐다고!" 자꾸 화를 내며 이상한 것만 묻는 카오스에게 짜증이 치밀었는지 예나인은 버럭 소리질러 버렸다. 그는 '카오스'라는 것을 몰랐다. '카오스'라는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꼬마는 알고 있지만, '카오스'라는 명사는 없었다. "뭐?" 카오스는 놀란 듯이 물었다. '카오스'를 모른다니! 자신을 모른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뭔가 잘못된 것이었다. 분명히 자신이 잠든 지는 오래되었지만, 완전히 망각의 늪으로 빠져 버릴 정도로 자신의 존재가 주는 영향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오딘이 잘못한 것이다! "오딘이 말해 주지 않았나? 너희의 창조주가 말이야." "빛의 주신 오딘 님 말이야? 미쳤어? 어떻게 신을 만나보겠냐!" "못… 본다고? 이상하군. 신을 볼 수 없는 세상이라니." 정말로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카오스의 모습에 예나인과 샤오엔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들이 어떤 녀석을 주웠는지는 몰라도, 잘못 걸리긴 단단히 잘못 걸린 것이다! 예나인은 한가지의 불길한 생각을 했다. "있잖아, 샤오엔." "말하지 마. 나… 네가 생각한 것을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역시……. 그런 것 같지 않아?" "아마도… 그것이 맞을 것 같은데." 둘은 저 카오스가 인간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용이나, 정령, 혹은 그 외의 종족. 이곳에는 인간 말고도 수많은 종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그들도 알고 있었다. 저렇게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해대는 존재는, 적어도 인간 중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카오스가 보여주었던 정체불명의 능력. "카오스, 너 인간이 아니야?" "샤오엔! 이 멍청이 녀석!" 예나인은 샤오엔의 뒤통수를 갈겨 주었다. 둘이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카오스는 고개를 들고 둘을 빤히 바라보았다. 설마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했으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었다. 인간으로 보인다니? '내가? 인간이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인간이라는 것은 굉장히 둔감하고… 즉, 무능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런 괴물 하나 죽이지 못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다- 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물론, 인간이 다른 종족에 비해 무능력하긴 했다. 그리고 카오스에게 있어서 인간이란- 벌레만도 못한 존재. 자신이 직접 만든 것도 아닌, 잠든 사이에 어느새 생겨나 버린 것. 전혀 애착이 갈 이유가 없었다. "그래, 난 인간이 아니야." "우아앗! 예나인, 예나인! 인간이 아니래잖아!" "바보 녀석! 아까부터 짐작하고 있었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으이구." 예나인은 한숨을 쉬며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인간답지 않은 점은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애초에 이런 곳에서 자고 있었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다. 인간이 아닌 종족을 데리고 간다는 것은 많은 위험 부담이 따른다. 물론, 저 엄청난 능력이라면 그리 위험하지도 않겠지만… 그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 저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에게 쏟아질 시선들. 그는 인간들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던 요정을 하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로 쏟아지던 그 무수한 시선들. 호기심, 놀람, 경이, 그리고 두려움. 그런 시선들을 받으며 그래도 인간들을 알고 싶다고, 이해하고 싶다고 꿋꿋하게 돌아다니던 그녀는 결국 인간의 부랑배들에게 강간당하고는 자신의 종족이 살고 있는 숲으로 가 버렸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인간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군요'라고 했었다. '뭐 어쩔 수 없잖아. 이미 주워 버렸는걸.' 그는 정말 후회했다.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주워 버렸으니까. 그리고 이미 만나 버렸는걸. "빨리 가자. 길을 찾아야지." 웅.. 구십구회~ 축~~~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번째 이야기... £ "아자아아앗! 받아라!" 샤오엔의 검이 여섯 마리 째의 고블린을 베고 있었다. '퍼억'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머리가 으깨져 버렸다. 뇌수가 흘러내리고, 눈알이 튀어 나왔다. "으윽, 징그러워." 그는 진저리를 치면서도 꾸준히 고블린들을 하나 하나 베어 나갔다. 아니, 벤다기보다 두드려 죽인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았다. 일곱 마리 째의 고블린의 머리를 내리쳤을 때, 샤오엔의 검이 드디어 쨍강 소리를 내며 고블린과 함께 명을 다했다. "으악! 이 고물 검!" 자루만 남은 검을 자신 앞으로 달려드는 고블린의 배를 향해 던져주고는 샤오엔은 드디어 맨손으로 고블린에게 덤비기 시작했다. 서른 마리 가까이 되는 고블린 떼를 죽이는 것은 힘들다거나, 위험하다기 보다는 귀찮았다. "하하하! 죽어랏, 죽어!" 꽤 비싼 금속으로 만든 듯한 건틀릿이 샤오엔의 손부터 팔꿈치까지 길게 끼워져 있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그것은 매우 단단해 보였다. 퍼억! 살이 뭉개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가슴이 움푹 패였다. 그와 동시에 샤오엔은 오른쪽 다리를 들어 그 놈을 힘껏 차 버렸다. 그에 따라 뒤에 몰려있던 고블린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쓰러져 버렸다. "역시 맨손이 편하다니까." "그게 무슨 맨손이냐, 바보 녀석." "아, 그래, 그래. 검보다는 어쨌든 이게 편해."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고블린을 하나씩 차례로 쓰러트려 나갔다. "케켁, 죽어라!" 그리고 가끔씩 바보같이 카오스에게 다가가는 고블린은, 예의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케에엑!" 카오스는 고블린의 터진 잔재를 발로 툭툭 건드리며 둘에게 물었다. "아직 멀었어?" "아냐, 이제 거의 다 되었어." "파이어!" 예나인의 검에서 불이 화르륵 솟아오르더니 검이 높게 솟아올랐다. 그것은 원래 롱 소드 정도의 길이었으나, 이제는 굉장히 긴 대검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예나인은 그것을 들어 그대로 정면을 향해 그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고블린 세 마리가 한꺼번에 잘라지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버렸다. "치사하게 마술을 쓰다니!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다! 아자앗! 아이스!" 크게 소리를 지르며 샤오엔은 그대로 고블린에게로 돌진했다. 순식간에 여러 녀석이 나가떨어지고, 예나인은 중얼댔다. "바보. 어차피 쓰지도 못하면서." 용케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샤오엔은 가까이 다가오는 고블린 하나를 발로 차서 부숴 주고는 대꾸했다. "멋있잖아!" "바보녀석." 그리고 예나인도 가뿐하게 고블린 서너 마리를 구워 주었다. 샤오엔이 고블린 한 마리를 밟아 죽이고는 훌쩍 뛰어서 예나인 앞에 무사히 착지했다. "마지막인가?" "흠, 그런 것 같군." 시체의 가슴에서 칼을 푹 뽑아내며 예나인이 대꾸했다.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런 괴물들의 피는 정말 싫다. 카오스가 다가왔다. "어때?" "아아, 괜찮아." "…그래?" 샤오엔이 문득 우측을 바라보며 둘에게 말했다. "길… 찾은 것 같다." "아, 정말? 다른 건 하나도 못하지만 길 찾는 것 하나는 끝내주는군." "하하, 고마워." 샤오엔은 머리를 긁적이며 예의 바르게 대꾸했다. 그러나 그런 샤오엔을 예나인은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바보녀석아. 이건 칭찬이 아니란 말이다." "아, 그런가?" 예나인은 지끈대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이 멍청한 녀석은 전혀 바뀐 게 없었다. 어쨌든 길을 찾았으니, 마을도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는 수풀 사이로 보이는 길 쪽으로 가며 둘에게 말했다. "빨리 와." "으악! 예나인, 내가 앞장설게!" "싫어! 내가 할거야!" "또 잊어버리면 어떡하려고 그래!" "아, 길을 찾았으니까 길대로만 가면 되잖아? 뭘 그리 걱정하는 거야! 난 그 정도로 길을 못 찾지는 않아. 길만 따라가면 되는데 뭘……." "그… 그래, 한 번 해봐." 정말로 자신 있다는 듯이 말하는 예나인의 모습에 샤오엔은 약간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로 허락했다. 그러나 얼마 뒤에 샤오엔은 자신의 그 결정을 엄청나게 후회했다. 셋이 마을에 도착한 것은 날이 저물고 어둑어둑해 질 무렵이었다. "침대다!" "목욕탕이다!" "밥도 있다고!" "맥주!" 둘은 소리를 지르며 마을로 뛰어들어갔다. 카오스는 피식 웃으며 그 뒤를 따라 뛰었다. 둘의 다리는 상당히 빠른 편이었지만, 그 정도는 카오스에게 문제도 되지 않았다. "어서 옵쇼!" 여관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 맘 좋게 생긴 퉁퉁한 여인이 셋을 맞이했다. 정말 얼마 만에 보는 인간의 집이냐, 라는 생각에 샤오엔과 예나인은 감격했다. 그리고 카오스도 어떤 면에서는 약간 감탄했다. 인간이 사는 곳이라는 것에 대해……. 몬스터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뭘 줄까요?" "침대하고 목욕탕." "따뜻한 음식하고 시원한 맥주." "침대하고 목욕탕, 따뜻한 음식과 시원한 맥주! 알았수다! 이층으로 올라가서 맨 끝에서 세 번째 방이유. 그리고 안에 빗장이 있으니까 그걸로 문을 잠그던지 하고. 셋 다 남자지?" 예나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여자답지 못하게 호쾌하게 웃더니 예나인의 등을 철썩 소리가 나도록 때려 주었다. "으헉!" "껄껄걸! 뭐 그것 가지고 그러나!" 그녀는 그 풍만한 몸을 흔들대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잘 불지도 못하고, 박자도 엉망인 휘파람을 휙휙 불어대며. 그녀의 거구가 주방 안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예나인은 한쪽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접시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카오스와 샤오엔에게 물었다. "방과 목욕, 음식하고 맥주 중 어느 것부터 할래?" "난 목욕부터 하고 싶군." "나도야. 아까 고블린의 피를 실컷 뒤집어썼다고." "그래? 그럼 먼저 올라가지. 아줌마! 우리 좀 이따가 다시 내려온다!" 주방 쪽을 향해 예나인이 소리지르자, 아까 그 여인네의 목청 좋은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맘대로 하슈!" 샤오엔이 먼저 계단을 소리내어 뛰어 올라갔고, 그 뒤를 카오스가 따라갔다. 솔직히 카오스는 목욕 같은 것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는 피로 따위를 느끼지도 않았고, 목욕도 마법을 사용하면 순식간에 해결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오스는 오래간만에 뜨거운 욕탕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가 잠들기 전에도 '욕탕'이라는 개념은 있었으니까. 물론, 욕탕이라기 보다는 온천에 좀 더 가깝긴 했지만 말이다. "여기다." 나무로 아무렇게나 엉성하게 만든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이런 문이라면 굳이 빗장이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두어 번 부딪치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데……. 어쨌든 셋은 안으로 들어갔다. 예나인은 어차피 쉽게 부서져 버릴 문이지만, 그래도 빗장을 채우고는 안을 둘러보았다. 방은 꽤 넓었다. 그리고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고, 한쪽으로는 욕탕이 붙어 있었다. 조금 추운 지역이라 그런지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 있었고, 침대 위에는 두툼한 이불이 여러 장 잘 개켜져 있었다. "누구부터 목욕할래?" "나!" 샤오엔이 손을 번쩍 들었다. 예나인은 그의 뒤통수를 친절하게 갈기며 말했다. "손은 왜 들어? 이 바보야. 그리고 나부터 할꺼야." "뭐야? 그러면 왜 물어봤어!" "예의상 물어 본 거다! 예의상!" 카오스는 그 사이에 벌써 욕탕에 들어가 있었다. "둘이 싸우니까 나부터 하지." "뭐야?" "야비해!" 둘은 소리질렀지만 카오스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는 킥킥댔다. 저 인간 두 명. 너무 재미있었다. 자, 자. 백회요!!! 백회입니다~!!!! 그리고, 테드님. 조회수가 올라간 이유. 다른데다 이 게시판 링크시켜달라 부탁했거든요. 히죽...... 낙띠님의 인기투표를 받을 수 있겠구나. 헤헤헤......^^ 인기투표 해주신(앞으로 해주실) 분들하고, 밑에 리플 남겨주신 분들. 싸랑해요오오오오~~~!!!! 참, 실냥. 링크시킬꺼야??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일 번째 이야기... "치사하다, 치사해." "맞아, 카오스! 빨리 나와!" "싫어." "나오라니까!" 지치지도 않는지, 바깥에서 시끄럽게 문을 두드려 대며 소리지르는 둘 덕에 카오스는 정말 오래간만에 하는 목욕을 금방 끝낼 수밖에 없었다. 슬픈 일이었다. "후, 그럼. 샤오엔, 나부터 들어간다." "으악! 너무해! 넌 그래도 마술 덕분에 괜찮았지만 난 직접 때려죽이느라고 피가 흥건하다고! 이 찜찜한 냄새가 나지도 않아?" "흥. 어차피 네 일인걸." 그 말을 마지막으로 예나인은 욕탕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카오스는 어느새 새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불행한 샤오엔은 피에 절은 옷을 입고 있었기에 바닥에도, 침대에도 앉을 수가 없었다. "으… 제기랄." 그는 욕설을 내뱉으며 겉옷을 벗기 시작했다. 피와 땀에 절은 짙은 남색의 긴 옷이 바닥에 떨어졌다. 긴 옷자락이 바닥에 엉겨서 핏자국을 만들어 냈다. 그 속에 간단하게 입은 하늘색 T-셔츠는 땀에 절고 약간 구겨진 것만 빼면 깨끗했다. 바지도 긴 옷자락에 가려져서 그런지 그리 지저분해 진 곳은 없었다. "문제는 겉옷이로군." 겉에 걸치게 되어 있는 긴 옷자락을 가진 옷은 속에 입은 옷을 거의 완벽하게 가려주긴 했지만, 그 대가로 괴물들의 피에 절어 있었다. 몇 번이나 빤다고 해도 다시 입을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이고, 저게 가격이 얼만데……." 투덜투덜 한탄을 하면서도 샤오엔은 바닥에 내팽개쳐진 옷을 들어 올렸다. 일단 이 옷이 없으면 노숙할 때 엄청나게 추울 것이 분명했다.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욕탕 안에서는 '쏴아-' 하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샤오엔은 더욱 더 투덜댔다. 잠시 뒤, 말쑥해진 얼굴로 예나인이 욕탕에서 나오자, 샤오엔의 그 투덜거림은 더욱 더 심해졌다. 마지막에 씻으려니 귀찮은 것도 많았고, 무엇보다 배가 고팠다. "아… 배고파……. 이게 다 누구누구 때문이야." 차마 크게 말하지는 못하고, 조그맣게 중얼대는 그의 목소리를 보통 사람 이상으로 귀가 예민한 예나인이나, 인간이 아닌 카오스에게 들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둘은 못 들은 체 하고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먼저 내려가서 밥 먹는다. 천~ 천히 씻고 와." "그래, 먼저 내려가지." "으아악! 빨리 씻고 내려갈 꺼야!" "그래그래, 느긋~ 하게 하고 오려무나." 샤오엔은 허겁지겁 욕탕 안으로 뛰쳐 들어갔다. 그리고 예나인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으며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고 그것을 밟고 밑으로 내려갔다. 널찍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예의 그 여인이 쿵쾅거리며 다가왔다. 더운지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는 그녀는 콧소리를 내며 둘에게 물었다. "뭐 드실라우?" "음… 양고기 스튜 여덟 그릇이랑 야채 샐러드 정도로 하지. 아~ 시원한 흑맥주도 두 잔 추가." 예나인이 주문한 음식을 잠시 속으로 되뇌어 보던 그녀는 주방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양고기 스튜 여덟 그릇! 야채 샐러드! 시원한 흑맥주 두 잔!" "오케이!" 안에서 회답 소리가 들려오자 다시 쿵쾅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른 테이블로 달려가는 그녀를 보며 카오스는 히죽 웃었다. 그 때, 계단이 요란스레 울리며 샤오엔이 급히 뛰어 내려왔다. "너희드으으으을! 나만 빼고 다 먹어 버린 것은 아니겠지이이이!" 끝이 길게 늘어지는 이상스런 발음으로 샤오엔이 외쳤다. 외치는 것인지, 묻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게 되어버린 발음이었다. 그는 급한 발걸음으로 둘이 앉아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의자에 앉으며 무심코 테이블을 건드리자 그것은 심하게 삐걱댔다. 소리까지 내며 심하게 흔들리는 폼이 금새 부서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예나인은 '이런 시골 마을에서 좋은 여관을 찾는 것은 무리라고 봐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편히 앉으려고 했다. "으아악!" 그러나 그는 이런 시골 마을의 작은 여관에서는 의자에 등받이가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꼴사납게 바닥으로 자빠져 버린 그를 바라보며 샤오엔이 낄낄댔다. 예나인이 눈을 부라렸지만 그는 아까 방에서 당한 것에 대해 보복이라도 하는 듯이 더욱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 예나인, 그 꼴이 뭐냐! 바닥에 의자와 같이 쓰러져서는 눈을 부라리다니!" "뭐야?" 예나인은 날카롭게 외쳤다. 그러나 그런 외침은 전혀 무섭지가 않다는 듯이 샤오엔은 또다시 낄낄댔다. "그런 꼴로는 하나도 안 무섭다고! 으히히히." "이… 자식이! 죽어 볼래!"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던 예나인은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생각해서인지 사나운 눈초리로 샤오엔을 바라보며 의자를 세우고 자리에 도로 앉았다. 그것은 상당히 꼴사나운 행동임이 틀림없었다. 카오스조차 작게 숨죽여 웃었을 정도니까! "카… 카오스, 너마저." 애처로운 표정으로 카오스를 바라보는 예나인의 모습에 카오스는 그만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리고 샤오엔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배를 움켜잡고 켁켁댔다. 물론, 그 괴기한 소리는 웃음소리였다. £ "아…… 깨어나셨더냐?" "……네." 자신의 주군 앞에 꿇어앉은 청년은 침통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 주군, 창가에 서서 창 밖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그는 슬픈 눈으로 어느 한곳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청년은 자신의 주군이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이동시켰지만, 그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텅 빈 허공이 있을 뿐……. 눈처럼 새하얀 백발을 한쪽 손으로 쓸어 넘기며 아스테리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때가 다가오는군. 봉인은 벌써 꽤 많이 풀렸더구나." "……예……." 아아? 어중간한 곳에서 짤렸군. 하. 하. 하. 참, 타냐님. 새롭게 변신~ 하셨더군. 맞나?? 낙띠님이지. 원래는. 이름 불러주는게 좋다고 하셔서 불러 드리겠소. 푸하하. -_-;; 백회가 넘었소. 101회요 히죽. 인기투표. 언제가 마감일로할까... 제발 부탁이니.. 인기투표할때 이유좀 써줘요. 그리고..... 퍼가시는 분들. -_-;; 바쁘시겠지만, 곤란하지 않으시다면 링크해주십시오. http://fantasypia.new21.net/zboard/zboard/zboard.php?id=gnovel_haruri 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ㅡㅡ;; 그럼, 좋은하루.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 번째 이야기... 요정, 妖精, Elf. 이들을 지칭하는 명사는 다양하나 이들은 하나이다. 보통 엘프나 요정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매우 아름다우며, 무한한 마법적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오히려 마법적인 능력만 가지고 본다면, 마법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용들조차 뛰어넘을 것이다. 진정한 마법의 종족은 이들 요정이지만 정작 그 본인들은 그런 칭호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화 그 자체이며, 조화를 섬기는 자들이다. 어떤 이는 이들이 쉽게 동화된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쉽게 동화되는 대상은 숲이나 동족에 한해서 만이다. 이들은 오히려 동화되지 않는다. 요정들은 절대로 인간과 함께 살 수 없다. 하프 엘프(Half Elf), 반요정(半妖精)들이 귀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요정은 우리 주위에서 매우 친숙한 존재들이다.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다니는 페어리(Fairy), 용사 이야기에 꼭 등장하는 활을 쓰는 아름다운 엘프(Elf), 아름다운 외모로 사람을 홀린다는 드라이어드(Dryad) 등.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 그것이 바로 요정인 것이다. -일린, 「요정에 관한 이야기」에서 발췌 <16장-요정들의 마을> "이게… 이… 그러니까…… 누구세요?" 블러드는 마땅히 그들을 지칭할 명사를 찾지 못한 채 허둥댔다. 그냥 갈 데도 없어서 터벅터벅 아무 데로나 걷고 있던 파르시레인과 블러드 앞에 나타난 자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뭐, 뾰족한 귀에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보통 인간의 평균치 키보다 약간 더 큰 신장은 그들이 어떤 자들인지를 확연하게 나타내 주고 있었지만, 블러드는 그들을 알지 못했다. "요정이군요!" "요… 정?" "네, 엘프 말입니다." "아~ 엘프. 그런데 그… 요정이 여긴 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엘프'라는 낱말보다는 '요정'이 더 마음에 들었는지 일부러 '요정'이라는 단어를 넣어가며 블러드는 물었다. 그로써는 요정들과 아무런 원한도 없었고, 만나본 적도 없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만날 일(특히 그쪽에서 일부러 찾아 올 정도로)은 절대 없었다. "실례지만, 왜 오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조심스럽게 묻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그들 중 한 명이 경쾌하게 웃었다. 그가 웃자, 나머지 두 명도 미소지었다. 까르륵대는 웃음소리가 마치 물방울처럼 허공으로 퍼져 나갔다. "삼가 문안 드리옵니다, 위대한 조화시여." 은발에 가까운 금발, 백금발이라고 봐야 할 신기한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요정 한 명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아? 네, 네. 저… 저도 삼가 문안 드립니다. 음… 위대한 요정이시여." 요정들의 인사법은 상당히 엄격하다고 생각하며 블러드도 고개를 숙이며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그것은 틀린 것이었는지 그들은 다시 웃어댔다. "아니옵니다, 위대한 분, 조화시여. 당신은 저희께 예를 올릴 필요가 없사옵니다." 무슨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말투에 블러드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물론 대 귀족가의 저택에서 생활해 온 블러드였지만, 이런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가요?" 그래도 상당히 침착한 말투로 대꾸하며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 행동에는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이냐는 무언의 질문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파르시레인도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방법 따위는 모르고 있었다. "부탁드리옵니다. 제발 저희 왕께서 계시는 곳으로 같이 가 주실 수 없겠사옵니까?" "네… 네?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그 중에 옅은 초록빛의 머리카락에 짙은 남색 눈동자를 가진 요정 하나가 자신의 옆에 있는 친우에게 뭐라고 소곤거렸다. 그러자 그 여인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저희는 요정입니다." "그건 알고 있는데요." "호호……. 게다가 보통의 요정이 아닙니다. 인간의 말로 치자면 왕족 정도 될까요?" "핫… 왕족이세요?" 약간 놀라며 주저하는 블러드의 모습에 그녀는 다시 까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옆에 있던 사내가 양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그녀에게 핀잔을 주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러자 여태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한 걸음 정도 뒤에서 얌전히 서있던 청년이 걸어나왔다. "위대하신 조화를 배알하옵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어정쩡한 블러드의 대꾸에도 그는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무표정을 일관하며 말했다. "미천한 소신의 이름은 카나인이라고 하옵니다. 그리고 저기 있는 은발머리의 소녀는 클라이안, 초록색 머리카락의 청년은 체샤인입니다." "안녕하시옵니까, 조화시여. 체샤인이라고 합니다." 한 청년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며 소개를 했다. 클라이안이라는 여자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 소개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자 카나인은 황급히 변명하는 것처럼 말했다. "모두 저의 절친한 친우로써, 절대로 조화께 해가 되는 일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아… 그런 것은 알고… 있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알고 있었다'가 아니라, '예상도 못했다'이다. 처음 보는, 그것도 이렇게 깎듯이 예의를 지키는 자들이 해를 끼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갑자기 해를 끼치지 않는… 운운하는 요정, 카나인의 말에 블러드는 약간 당황했다. "저희 왕으로부터의 전언이옵니다. 조화께서 아직 각성하지 않은 것은 알고 있사오나, 저희 왕께선 위대하신 분을 만나 뵙고 싶어하옵니다. 예의가 없는 것은 알고 있으나 왕께서는 요즘 몸이 좋지 않으셔서……." "아… 아뇨. 제가 갈 수 있어요. 몸이 안 좋다면 제가 가야죠. 갈게요." 그 말에 그들의 표정은 확 변했다. 처음에는 약간 불안한 듯한 표정이었으나, 지금은 안도하는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렇사옵니까? 그렇다면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저기……."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블러드를 바라보며 카나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솔직히 조화가 깨어났다는 것- 자신 요정들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물론 힘이 강해졌다는 것 하나는 좋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리 강한 힘이 필요 없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힘으로도 몸 하나를 지키는 것은 충분했다. 더 이상의 힘은 쓸데없는 욕심을 낳을 뿐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을 창조하고, 힘을 주신 창조주라는 분- 어떤 분일까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어리고 약간 멍청한 듯한 분이라니…….' 불경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생각을 하며 그는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요정의 마을… 음, 그러니까. 왕이 계시는 곳까지는 얼마만큼 걸리죠?" 그 질문에 그만 카나인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곳까지는 단 1젠티(=1분)도 걸리지 않는다. 괜히 요정이 마법의 종족이겠는가? "걱정 마시옵소서, 위대하신 분이여. 제가 만든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면 순식간이옵니다. 부작용 같은 것도 없사오니, 위대하신 분께서 걱정하실 것은 하나도 없사옵니다." "아… 그래요?" 태연하게 대꾸했지만 블러드는 별로 속이 좋지 않았다. 이 고귀하고도 자존심 높은 요정, 카나인이라는 자는 아까부터 계속 자신을 비웃는 듯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 않는가! 자신이 위대한 조화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눈초리는 정말 끔찍했다. 차라리 대놓고 말한다면 낳을텐데……. '쳇, 어차피 각성인가 뭔가를 하지 않아서 그렇겠지! 쫀쫀한 녀석들! 그깟 거 안하면 어떻다고 대게 떽떽대네!' 그는 속으로 투덜댔다. 파아앗-! 곧 눈부시게 황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금빛으로, 때로는 은빛으로, 때로는 찬란한 초록빛으로, 혹은 붉은빛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이야아……." 블러드의 입에서 감탄성이 새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황금색으로 빛나기만 하는 차원과 차원 사이를 넘나드는 문과는 수준이 달랐던 것이다. '이그드라실 님의 차원의 문은 왜 단순할까? 취향의 문제인가? 나중에 더 멋진 것으로 바꾸자고 건의해 봐야지.' 별로 이 상황에 실용적이지 못한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신기하다는 듯이 그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요정들은 그런 블러드의 모습이 의외라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있어 조화란 전능한 존재, 자신들의 창조주. 그리고 위대하신 분. "까르륵, 카나인. 너무 재밌지 않아?" 클레이안이라고 카나인을 통해 소개받은 요정은, 다시금 웃음을 터트리며 카나인에게 물었다. 그녀로써는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자신들의 위대하고 전능한 창조주이신 조화를 배알하러 가는 영광스런 역할을 맡게 된 것도 즐거웠지만, 이렇게 의외인 창조주라니! "클레이안, 그런 건 불경한 생각이야. 하지 말라고! 어쨌든… 이 분은 우리의 창조주시잖아. 안 그래?" "그렇지 물론. 호호… 하지만 너무 재밌잖아? 이 상황 말야!" 카나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때, 체샤인이라고 아까 이름을 밝힌 초록빛 머리카락의 청년이 그의 어깨를 쿡 찌르더니 문을 가리켰다. "위험하지 않겠어?"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블러드는 그냥 파르시레인의 옷깃을 꽉 붙잡았다. 이들의 시선, 별로 기분 좋지는 않았다. 카나인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걱정하지 마. 이 정도면 열 명은 충분히 통과하고도 남는다고." "그렇다면 다행이고……." 둘이 그런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블러드는 조심스럽게 파르시레인에게 물었다. "어떡하지?" "저는 당신의 의견을 따를 뿐입니다. 그대가 결정한 것을 선택하고, 또 그것을 행할 겁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해할 자는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그… 래." 너무나도 달라져 버린 그의 분위기에 블러드는 그에게 말을 걸고 장난칠 기분이 들지 않았다. 물론, 각성인가 뭔가를 해서 강해졌다고는 들었지만… 분위기, 말투, 평소 습관까지 완벽하게 변해 버릴 줄이야! 이제 그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옛 흔적이라고는 그 부드러운 눈동자였다. 자신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짙은 녹색의 눈동자. 풀빛 눈동자. 괜찮았다. 하나라도 변하지 않았으니까, 그는 분명히 파르시레인이다. 중간계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다. 자신을 '동등한' 존재로 봐 준 친구이다. 그러니까 소중하다. 체샤인이 블러드의 팔을 잡아끌었다. "으앗…?" 깜짝 놀라 작게 비명을 지르는 블러드의 모습에 파르시레인은 순식간에 경계 태세로 돌입했다. 이들은 분명 조화를 섬기는 요정들이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그런 파르시레인의 모습에 체샤인은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아무 말 없이 블러드의 팔을 잡고 다른 쪽 손으로 그 화려한 문을 가리켰다. "…문이……." "네? 문이 뭐요?" 클레이안이 그런 체샤인을 바라보며 웃었다. 약간은 경박한 듯한 웃음이었지만, 그녀의 모습으로 인해, 보기 싫다거나, 듣기 싫을 정도는 아니었다. "체샤인은 부끄러움이 많사옵니다. 말이 적죠. 수줍어하는 것이옵니다. 조화시여, 이해해 주시옵소서." "아… 예, 괜찮아요." 뭐, 자신이 부끄러움이 많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문득 체샤인의 얼굴을 바라보니 고개를 푹 숙인 그의 볼이 약간의 홍조를 띈 것 같기도 하다. 블러드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체샤인이 불안한 듯이 조그마한 목소리로 묻자, 블러드는 최대한 부드럽게 대꾸해 주었다.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에요." "……." 카나인이 먼저 문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갖가지 색채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문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일렁이며 그의 몸을 삼켜 버렸다. "으음… 약간 무서운걸?" "…안심… 저건 안전… 하옵니다……." "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클레이안이 들어갔다. 문은 그녀의 몸 역시 삼켜 버렸다. "파르시레인… 나부터 들어갈까?" "뜻대로." "음… 그럼, 먼저 들어갈게." 약간의 두려움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체샤인인가… 하는 요정이 안전하니까 안심해도 괜찮다고 했으니까. "하하… 그런데 체샤인은 안 들어가나요?" "저는……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곧 들어갈…… 것이옵니다……." "아, 그래요." 두서없이 장황한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뜻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블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 물처럼 일렁이는 문이라니! "하아… 역시 불안하다. 그래도 들어가야 되겠지?" 파르시레인은 아무 말 없이 블러드를 번쩍 안아 들었다. "에…?" 그리고는 문안으로 펄쩍 뛰어서 들어갔다. 블러드를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 뛰었기에 그리 무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발이 문안에 닿는 순간, 마치 물렁물렁한 진흙처럼 쑤욱 발이 빠져 들어가자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그것은 끝이 없는 듯이 빠져 들어갔다. 진흙 같은 느낌의 그것에 빠져 들어가 이제는 목까지 차 올랐을 때, 블러드는 비명을 내질렀다. 물에 빠져 죽는 듯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으아악!" 괴기하게도 물처럼, 혹은 불처럼 일렁이는 벽 같은 것이 블러드의 시야에 들어왔다. 막상 닥쳐오니까 아름답기보다는, 무섭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마치 그것들이 자신의 몸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블러드는 눈을 감고 파르시레인의 어깨를 꽉 잡았다. "도착했군요." "아… 도착했어?" 파르시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러드는 그제야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어느새 온통 나무뿐인 숲 한가운데에 있었다. "우와…!" 어떤 나무들은 그 둘레의 길이가 그 속을 파서 집으로 쓸 수도 있을 만큼 두꺼웠다. "저런 데서는 요정들이 살고 있을까?" 그 대답에 대꾸한 것은 카나인이었다. "저희는 저런 곳에 살지 않습니다. 간단하나마 집을 짓죠." "아니… 조그마한 요정들 말이에요……. 키가 작고… 난쟁이 같은 거요." 그러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요정으로써 난쟁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숲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있어, 광석을 채취한답시고 숲을 마구 파헤쳐 놓는 난쟁이들이 좋을 리가 있겠는가? "난쟁이요? 그들은 땅속에 삽니다! 광석을 채취한답시고 지저분하게 땅굴 같은 곳에서 살죠! 저런 나무 속에서 살 정도로 그들은 낭만적이지 않아요!" "아… 아니, 뭐…… 그렇다면야." 박력있게 말하는 카나인의 모습에 블러드는 약간 당황했다. '요정하고 난쟁이는 사이가 안 좋은가?' 그리고 그 때 봤던 난쟁이, 드워프를 생각해 보았다. 호탕한 성격의 그는 아무하고나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리고 그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키가 작은 건 사실이었지만……. 블러드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은 저런 나무를 파고 살 정도로 작지는 않았다. 분명히 집이 좁아서 불편할 것이다. 블러드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앞서 걷는 요정들을 따라 걸었다. 의외로 빠른 걸음에 약간 놀랐지만 못 따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파르시레인이야… 말할 것도 없었고. 네, 깁니다. 오래간만입니다, 모두들. 자주 못 올려서 죄송해요오오....ㅡㅡ;; 자아, 드디어 엘프 등장입니다! 아아...... 엘프란 거... 왜 이렇게 내 글에는 안나오는지...ㅡㅡ;; 음... 인기투표 말인데요. 꽤 많은 분들이 투표해 주셨지만... 더 해주새요! 아직은... 발표하기에는 좀 모자른 것 같아서요. 음...... 아냐, 그냥 발표할까..ㅡㅡ;; 어쨌든!! 꼭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메일 주소는,dragon21raja@hanamail.net 입니다. 투표해 주세요! 음...... 그럼, 이만 씁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참~ 리플 달아주시는 분들,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루리 외전 <1장-라일란드> "아, 힘든걸?" "괜찮으십니까?" 라일란드는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쭉 폈다. 근육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괜찮습니다, 레이디 사냐." 부드럽게 웨이브진 갈색 머리카락이 약간 흔들렸고 사냐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라일란드도 미소지었다. 그녀의 단촐한 미색 드레스가 약간 흔들렸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레이디 사냐, 밤이 늦은 시각인데… 괜찮습니까?" 그녀는 살짝 웃었다. 속눈썹이 살짝 흔들리며 입술이 둥글게 호선을 그렸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약혼한 사이이기도 하고……." "하하하……." "더구나 엄청난 양의 업무에 힘겨워하는 약혼자를 도와 드릴 수도 있죠." 라일란드는 빙긋 미소지었다. 자신이 겨우 찾아낸 반려는… 너무나도 유능했다.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이거 감사합니다. 그럼, 도움을 받는 김에 왕창 받아볼까요? 이것 좀 처리해 주십시오. 어차피 그라시엔 가의 일원이 되실 분이니, 그라시엔 가의 일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사냐는 공손하게 두 손을 내밀어 한 다발의 서류 뭉치를 받았다. 엄청난 양에 약간 아찔했지만, 라일란드는 항상 이런 일을 하면서 산다고 생각하니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사각사각 하는 펜 소리와 종이 넘기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휴우……." 몸이 뻐근해진 사냐는 기지개를 폈다. 애처로운 신음 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나왔다. 생각했던 것 의외로 힘든 일이었다. "힘드신가요?" "네, 약간……." 라일란드는 빙긋 웃었다. "그럼 조금 쉴까요?"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사냐에게 손을 내밀었다. "에스코트 해 드리지요, 레이디 사냐." "기꺼이." 사냐는 빙긋 웃으며 그 손을 잡았다. 발코니에 나가자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보였다. 그것은 짙은 남색 밤하늘에 무수히 많이 박혀 있었다. "아름답군요. 도화지에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아요." "그렇습니까? 저는…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상상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그 말에 사냐는 웃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 나가서 난간에 몸을 기댔다. 3층이었기에 약간 아슬아슬하기도 했지만 그런 것쯤은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스릴 있기까지 했다. "위험합니다, 레이디 사냐." "어머! 라일란드 경. 당신도 저를 규중의 연약한 여인네로 보시는 건가요?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랍니다." 라일란드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이런 여인을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너무나도 작고… 아리따운 여인이었다. 그렇다고 아무런 능력도 없는 여태 여인들과는 다른……. "와인이라도 한 잔 할까요?" "좋죠. 와인 모으시는 특이한 취미가 있는 분의 와인이라면 얼마나 멋질까요? 기대되는군요." "하하하, 별로 없습니다만……. 아마 레이디 사냐의 입맛에 맞을 만한 건 몇 가지 있을 겁니다." 최고급 목재로 만든 찬장에는, 역시나 최고급품의 술들이 가득 있었다. 주로 왕들이나, 왕족이 즐겨 마신다는 푸이이퓌메부터, 대중 와인인 뮈스카데, 백와인의 최고급이라는 샤토 글리레, 보졸레 누보, 아스티 스프만테, 베르무트라던지……. 바르폴리체라라는 유명한 술부터 바르도리노, 수아베, 단맛이 도는 레치오토, 프리스카티, 라크리마 크리스티, 키안티……. 가격은 의외로 싸고, 구하기도 쉬운 편이지만 마르살라도 꽤나 애호가들 사이에 사랑 받고 있는 술이다. "흠……." 라일란드는 가장 아끼는 올해로 42년째인 바르폴리체라를 한 병 꺼내 들었다. 다시 발코니로 나가자 사냐가 라일란드를 기대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투명한 잔을 두 개 중에 라일란드는 한 개를 사냐에게 건넸다. 크리스털로 만든 고급 잔이었다. "자, 따라 드리지요." 향긋한 향기와 함께 약간 새빨간 액체가 잔에 담겼다. "바르폴리체라군요!" "잘 아시는군요." 라일란드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 귀한 것을 이렇게 마셔도 되는 건가요?" "안심하시길 레이디 사냐. 술은 마시라고 있는 겁니다." "호호…. 그렇다면 감사히 마시죠." 그녀는 잠시 잔에 담긴 붉은 액체를 바라보았다. 황홀한 향기가 밤하늘로 퍼져 나갔다. 한 모금 마시자, 약간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혀에 느껴졌다. "적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샤토 글리레는 어떻습니까? 최고급 백와인으로, 올해 15년째인 것이 한 병 있습니다만." 약간 당황하며 말을 잇는 라일란드의 모습에 그녀는 살풋이 웃었다. "아뇨. 맛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색깔이……. 피 색이잖아요." '아…!' 라일란드는 그녀의 과거를 생각했다. 약간 어둡고, 암울한… 피에 젖은 그녀의 과거. 하지만 라일란드에게 있어, 붉은 색은 나쁜 기억이 아니었다. 문득… 레드 문의 핏빛을 지닌 한 소녀가 생각났다. 한 100년쯤 지나면 전설로 굳어지겠지. 라일란드는 그 이야기로 동화책이 나온다면 자신의 이름도 나올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는 피식 웃었다. "라일란드 경?" "아닙니다, 레이디 사냐. 아름다운… 빛깔을 지닌 한 소녀가 생각나서요." "호호… 약혼녀인 저를 앞에 두고 다른 여자 생각을 하시다니요!" "아뇨, 어찌 레이디 사냐의 아름다움에 비견하겠습니까?" 약간은 느끼하다고 할 수 있는 말이 줄줄줄 쏟아져 나왔다. 사냐는 이런 것에 익숙한 듯이 웃었다. 맑은 웃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그 소녀는… 행복할까요?" "행복하겠죠." 단언하는 그녀의 말에 라일란드는 웃었다. 그의 눈은 약간의 그리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피같이 붉은 빛의 와인이 투명한 잔 안에서 찰랑댔다. 향기가 코를 자극했다. 잔을 들어올려 한 모금 마시고는 라일란드는 밤하늘을 응시했다. 오늘은 아리느의 날이 아니다. 레드 문은 없다. 작은 그리움이 고개를 들지만,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 아름다운 색의 소녀. 라일란드는 자신 옆에 서 있는 사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리고 강했다. "오늘 이상하군요, 라일란드 경." "아뇨, 잠시 그리운 사람이 떠올랐을 뿐입니다. 그저… 약간 그리운 사람이요." 그는 사냐의 말에 답하면서 잔을 높이 들어올렸다. 달이 와인에 비추어져 빨갛게 보였다. '사랑하는 자도 찾았으니…… 조금은… 조금은 당신 생각을 해도 되는 거겠죠?' 스쳐 지나간 인연, 하룻밤의 꿈일 뿐이다. 헤어짐은 한순간, 그러나 그리움은 영원이다. 쿨럭~!!! 네에, 돌을 던져 주십시오. 던져요~!! 휘익~!!! 크아악!!!! 네에.... 죄송합니다. 이런 걸 올려서..ㅠ.ㅠ 문득...... 써보고 싶다.. 라는 욕구에 휘말려...ㅡㅡ;; 쿨럭. 자아, 외전 1장이 있단 얘기는.. 외전 2장도 있단 얘기겠죠. 아마도... 루시펠이라던지, 아스테리아가 될 것 같은데. 아스테리아 먼저 쓰고 싶군요. 그녀석은... 정말 쓸 얘기가 많은 놈입니다...ㅡㅡ;; 마지막 부분... 생각했던 것만큼 잘 표현되지 않는군요. 후우, 글발 딸리는 사람의 비애입니다.. 훌쩍...ㅠ.ㅠ 내용도 짧고... 그런데, 물어볼 게 있습니다! 제 글이.... 요즘들어..... 제가 읽어봐도 재미 없을 정도로 바뀌고 있는데...ㅡㅡ;; 왜 그럴까요..... 혼자서.. 중얼중얼대며 고뇌하는.... 루리양이옵니다. 아아, 어떻게든 10월달까지..... 분량을 완성시켜야 하는데....ㅡㅡ;; 쿨... 럭. 네네, 좋은하루 되십시오~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 번째 이야기... 그렇게 한참을 걷던 블러드는 문득 중얼거렸다. "불편해." "무엇이… 말입니까?" 파르시레인이 물었다. 그는 현재 상황이 그리 좋지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최소한 그와 그의 타브릿트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없었고, 요정들이라면 믿을 만한 족속들이었으니까. 그러나 블러드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투덜대듯이 입을 열었다. "상황이 말야." 그도 그럴 것이, 마을은 언제 나오는지 몰라도 아까부터 계속 아무 말 안하고 빠른 걸음으로 걷고만 있는 카나인, 아까부터 계속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는 클레이안, 자꾸 무슨 말을 하려는 듯 하나 하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만 있는 체샤인…….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인 것이다. '윽…. 요정들은 왜 이렇게 불편한 거냐!' 차마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투덜대는 가엾은 블러드였다. "후, 그렇다면… 굳이 요정의 마을로 갈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닙니까?" 파르시레인의 질문에 블러드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후~ 그야 그렇지. 하지만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는데… 불쌍하잖아." "어차피 그들이 우리를 데려가지 못한다고 해도 처벌받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요정들은 서로를 처벌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어정쩡한 블러드의 대꾸에 파르시레인은 잠시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골치 아팠다. 잠시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와 그의 옅은 갈색 머리카락을 살며시 흔들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은 다시 블러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힘들어, 힘들다고." 계속해서 투덜대는 블러드의 모습에 아까부터 우물쭈물하던 체샤인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로써도 상당히 용기를 낸 일이었다. "저… 피곤하시면…… 마법을… 사용할 수도……." "아, 그… 그래요? 그러면 왜 마법을 안 쓰고 이렇게……." 겉으로는 최대한 정중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왜 마법을 안 쓴 거야! 너희들 바보냐?'라고 외치고 싶은 것이다. 체샤인은 더 불안한 듯이 뭐라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요정들……. 걷는 것을 좋아… 하옵니다……." '너희는 좋아하겠지! 너희는 말야! 하지만 난 아니라고!' 블러드는 속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것을 듣는 자는, 아니 들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하… 그, 그래요?" 그러자 파르시레인이 한 걸음 나섰다. "거기 요정!" 약간은 무례하다고 할 수 있는 그의 말투에 카나인의 발걸음이 뚝 멈춰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일행의 발걸음은 모두 멈추었다. "뭐라… 고요?" "타브릿트께서 피곤하다고 하신다. 너희 마을이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마법을 쓰는 건 어떤가?" 말투는 '~하는 것은 어떤가?'였으므로, 분명 제안하는 식의 어법이었지만 파르시레인이 말하자 그것은 제안이 아니라 명령이 되어 버렸다. 카나인은 잠시 고개를 돌려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아…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위대한 로스틱께서 자신의 소중한 타브릿트를 위해 손수 회복 마법을 걸어 주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저희 마을에서는 마법을 못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비꼬는 듯한 그의 말투에도 파르시레인은 여전히 위압적으로 말했다. "회복 마법 따위를 아무리 써도 피로 회복은 되지 않지. 피로 회복을 할 수 있는 것은 신성 마법뿐이다. 그러니까 어서 마법을 써라. 너희 마을까지 갈 수 없다면, 그 앞으로까지." 카나인은 '하'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이 숲은 신성이 깃든 숲입니다! 마법은 쓰지 못합니다만! 좌표를 알려 드릴 테니 위대하신 로스틱께서 써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뭐… 뭐라고?" 파르시레인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졌다. 저 요정은 굉장히 재수 없게 굴고 있었다. 그는 이를 갈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타브릿트의 뜻만 아니었다면……!" 그러나 요정들은 귀가 밝았다. 괜히 귀가 큰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흥, 그럼 타브릿트의 뜻이었다면 우리를 죽일 수도 있겠군요! 난쟁이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야만적인 족속입니다!" "뭐… 뭐야?" "난쟁이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야·만·적·인 족속이라고요!" '야만적인' 부분을 강조해서 말하는 카나인의 모습에 클레이안이 급히 말했다. "카… 카나인! 위대하신 분의 로스틱께 무슨 짓이야!" 체샤인도 말은 않았지만 당황한 듯한 눈빛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카나인은 조용한 눈빛으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가시가 잔뜩 박혀 있었다. "흥! 위대하신 분의 뜻만 아니었다면……!" 아까 파르시레인이 한 말에서 '타브릿트'를 '위대하신 분'으로 바꾼다면 저렇게 될 것이다. 파르시레인은 발끈했다. 그는 이런 모욕을 견딜 수 없었다. "닥쳐라!" "조용히 하시지요, 이 숲은 신성한 곳입니다! 요정 중에서도 높은, 그러니까 귀족이나 왕족들만 사는 곳입니다! 예의를 지켜 주십시오! 아무리 야만적인 자라고 해도 이 정도는 지켜 주실 수 있겠죠?"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벌써 파르시레인은 골백번은 죽었을 것이다. 날카로운 말을 내뱉는 카나인의 눈동자는 매서웠다. 그리고 파르시레인도 만만치 않았다. 둘은 서로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괜히 피해를 보는 것은 블러드였다. 이런 것을 흔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고 하던가? "파… 파르시레인?" "네에~! 타브릿트시여! 저 요정이 저의 신경을 무척 거슬리는군요! 하지만… 이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습니다!" 카나인도 질세라 말했다. "아뇨, 위대하신 분이여! 저기 로스틱께서 이 성스러운 숲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아서 말이옵니다! 하지만…… 위대하신 분의 로스틱이니…… 얼마든지! 참겠사옵니다!" "아… 아? 도대체……." 블러드는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할 말은 있었는데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았다. 저런 모습, 왠지 무서웠다. 클레이안은 카나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불안했다. 저렇게 어리숙해 보이는 자지만…… 어쨌든 창조주가 아닌가! 자칫해서 심기를 거스른다면! '겁을 먹은 모습이잖아!' 그녀는 자신의, 아니 자신들의 창조주가 겁을 먹은 모습이란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저런 모습이지만… 실은 우리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휩싸였다. "카나인! 진정하라고! 너답지 않잖아, 왜 그래?" "흥, 아무 것도 아냐, 클레이안. 야! 체샤인, 빨리 가자고. 조화시여, 가시지요." 그는 씩씩대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은 이를 갈았다. '제기랄!' 블러드는 찍소리 못하고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는 속으로 중얼댔다. '뭐, 위대하신 분 어쩌고… 타브릿트여 어쩌고 하더니만…… 나는 안중에도 없잖아. 쳇!' 그는 상당히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이 못마땅하게 변했다. 그래도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리 나쁜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한참을 생각에 빠져 걷고 있던 블러드에게 체샤인의 약간 더듬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조화시여…. 도착…… 했사옵니다." "네? 아, 네……." 그 말에 블러드는 깜짝 놀라 눈앞을 바라보았다. 카나인은 여전히 못마땅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움찔한 블러드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윽! 어째서 내가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거야!' 그리고 카나인은 카나인대로 불만이 많았다. '어째서…! 저런 바보 같은 자가 우리의 창조주인 거지?' 나름대로의 불만을 속으로 외치며 그는 블러드에게 말했다. "자, 여기가 우리의 마을이옵니다, 조화시여. 그리고…… 로스틱이시여." 그 앞에는 작은 마을… 마을이라기 보다는 부락이란 말이 좀 더 맞을 듯한,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조그마한 공터가 보였다. 집들은 전부 엉성하게 지어져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봐도 한 나라의 왕이 사는 곳이라기에는 뭔가 어폐가 있어 보였기 때문에, 카나인은 급히 변명하듯이 말을 내뱉었다. "나는, 아니 우리들은 자리를 항상 이동하옵니다……. 나무들을 심고, 또 떠나기 때문에…… 그러니 집 같은 것은 굳이 정교하게 지을 필요가 없사옵니다." "아…… 그… 그래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설명해주는 카나인의 모습에 약간, 아주 약간 호의를 가진 블러드였다. 그러나 그것은 말 그대로 '아주 약간'이었다. 그 때, 그 안에서 한 무리의 요정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 매우 아름다운 한 여인이 천천히 블러드의 앞으로 나왔다. 은발에 가까운 금발, 실버 블론드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매우 고왔으며,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스르륵 흘러내리는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는 짙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블러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깊은 눈동자는 오래 살아온 자로써의 연륜과, 무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우윳빛 피부는 티끌 한 점 없이 고왔다. '우와…. 예쁘다!' 블러드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정말로 그녀는 아름다웠고, 좀 어울리지는 않지만, 인자해 보이기까지 했다. 천천히 모든 요정들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고, 아까 그 아름다운 요정의 여인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앵두 같은 입술이 살짝 열리면서 한 마리의 파랑새 같은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대한 조화를…… 요정들의 왕인 나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가 배알하옵니다." 윽... 내가 봐도 재수없군. 저 요정녀석...ㅡㅡ;; 쿨.. 럭....;; 지금까지로 살펴봤을때... 아무래도... 카오스나... 크라비어스.. 루시펠... 셋중에 하나가 일위일 거 같다는.....ㅡㅡ;; 집계하기 귀찮아서 안하고... 있지만....ㅡㅡ;; 쿨.. 럭. 그럼, 좋은하루. 리플 남겨주신 분들, 언제나 감사^^ -하루리 외전 <2장-카오스> "뭐 하는 거야, 니아?" 억지로 꾸민 듯한 웃음소리, 그리고 짐짓 경쾌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흑발흑안(黑髮黑眼)의 청년이 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얀 대리석 벽과 기둥들이 신성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의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 그리고 검은 옷은 이곳에 그리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질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나오는……. 그리고 그 앞에 새빨간 머리카락을 바닥에 늘어트린 채로 수경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한 청년이 보였다. 이질적인 느낌의 청년과는 다르게 그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듯이 주위의 흰 벽과, 흰 기둥과, 흰 바닥과, 그리고 모든 사물들과 더 없이 어울리고 있었다. 청년이라기에는 약간 어려 보이고, 소년이라기에는 약간 성숙해 보이는 그는 고개를 돌리며 흘끗 흑발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아…… 카오스." 무덤덤하게 대답하는 하르모니아를 보며, 카오스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곧 다시 앞에 놓인 수경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를 보며, 카오스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뭐 하는 거야?" 그건 질문이 아니었다. 나올 대답은 카오스도, 하르모니아도 뻔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단지…… 단지…… 확인사살일 뿐이었다. "보고… 있어." "뭘?" 정말로 모른다는 듯이 카오스가 재차 묻는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카오스도, 하르모니아도 알고 있다. 마치 사실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요정계(妖精界)……." 카오스는 여전히 같은 대답에 실망했다. 그럼에도 대화를 끊기는 싫었는지 계속해서 물었다. 이미 몇 번이나 물어, 뻔히 알고 있는 것들인데……. "그 곳이 그렇게 좋아?" "응." "역시…… 요정들이 사는 곳이니까?" "…응." '그렇겠지…….' 카오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자신이 처음 만들어 본 세계이니 만큼 애착이 가는 것도 사실이리다. 하지만…… 저건 너무 정도가 지나치지 않는가? "그래도 니아. 하루 종일 수경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너무하잖아?" "재미있는걸……." "그야… 그렇겠지만." "요정들 말야, 재밌어. 카오스도 볼래?" "아냐…… 나는 괜찮아."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르모니아는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하르모니아를 바라보며 카오스는 한숨을 쉬었다. 적발적안(赤髮赤眼)의 그는 자신에게 없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하지만 말야, 니아……. 네가 자꾸 그러면 난… 나는…….' 접시라기에는 너무 우아한- 하나의 예술품 같은 그 그릇에 담긴 물로 손을 가져갔다. 물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쳤다. 카오스는 심술궂게 수경에 손을 집어넣은 채로 저어 보았다. 파문이 일면서 화면이 흔들리더니, 사라져 버렸다. "뭐 하는 거야, 카오스!" 약간은 신경질적이게 소리지르는 하르모니아를 바라보며 카오스는 괜한 심술이 이는 것을 느꼈다. "너무하잖아!" "흥, 너무한 게 누군데 그래? 나하고는 놀아 주지도 않고, 항상 수경만 바라보는 주제에! 이럴 줄 알았다면 요정계 따위는 만들어 주지 않는 거였어!" 물론, 요정계는, 그리고 요정들은 하르모니아가 만든 것이었지만 그 세계의 기반이 되는 차원, 곧 세계를 만들 장소는 카오스만이 만들 수 있었다. 오직 혼돈으로 가득 찬 무의 공간을 생성해 내는 것 따위, 카오스에게는 아무런 일도 아니었지만 하르모니아는 그것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혼돈의 공간에, 자신의 조화를 가득 불어넣어 세계를, 요정계를 만든 것은 하르모니아 자신이었다. "…미안해, 카오스." "쳇." 투덜대며 카오스는 하르모니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놀러 가자." "싫어. 이거- 계속 보고 싶은걸." 그에게 잡힌 손을 빼며 하르모니아는 수경을 바라보았다. "너무해……." "미안." 카오스는 힘없이 그를 잡은 손을 놓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 카오스를 보며 하르모니아는 물었다. "갈 꺼야?" "응. 이따 보자." 하르모니아는 궁금한 듯이 물었다. 마땅히 그가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물론 그 말은, 모든 곳이 그가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뜻도 된다. "어디 가려고?" "글쎄…… 다키나 샤이한테라도 가볼까?" "그러던지…." 다시 수경으로 시선을 돌리는 하르모니아를 바라보며 카오스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배웅 정도라면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여기는 자신의 거처가 아니라 니아의 거처이긴 했지만…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럼… 간다." "응, 잘 가." 다시 몸을 돌려서 터덜터덜, 힘없는 걸음걸이로 사라지는 카오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하르모니아는 곧 수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약간은 흔들리는 화면에 요정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푸른 초원, 높디높은 나무들, 그들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듯 깔끔하게 지어진 작은 집들,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샘물, 그리고 귀가 길쭉하니 매우 어여쁜 이들. 요정들. 하르모니아의 창조물이었으며, 자식이었다. 처음으로 만들어 본 그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의 눈에 비친 요정계는 조화 그 자체였다. 과연 하르모니아가 만들어서인지 살아가는 생명체들로부터 시작해서 무생물 하나까지 전부- 조화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예쁘잖아.' 그것을 바라보던 그의 입가에 조그마한 미소가 걸렸다. £ "싫어. 요정들." 카오스는 투덜대며 바닥의 돌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만들어 주는 게 아니었어." 그의 눈이 위험스레 빛났다. 진득하니 살기를 띄고 중얼거렸다. "그래…… 만들어 주는 게 아니었어." 카오스는 재빨리 달려갔다.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후회할 필요는 없다. 그는 위대한 카오스. 전지전능하다. 만들 수도 있지만…… 부술 수도 있으니까. 그의 몸이 공간을 뛰어넘어, 어느 한 장소에 다다랐다. 요정계……. "여기가… 니아의 세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푸르른 녹림. 뛰노는 작은 생물들. 그리고 요정. 분명히 조화로운 세계였다. 그리고 더없이 아름다웠다. 만든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서 니아를 빼앗아 갔어." 퍼엉-! 곧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반경 5000라인(=5Km)은 초토화되어 버렸다. 나무는 새카맣게 타 버렸고, 대지는 불을 뿜었다. "큭큭큭……. 다시 부숴 버릴 꺼야." 여기저기에서 요정들이 뛰쳐나왔다. 카오스는 증오에 물든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누구냐!" 그러나 그 물음에 카오스는 대답 대신 그의 목숨을 받아갔다. "이 악마! 하르모니아께서 가만 계시지 않을 거다!" 카오스는 웃었다. 그는 손을 휘저었고, 그들은 죽어 버렸다. 새빨간 피가 튀었다. 그들은 참혹하게 찢겨 죽어 버렸다. 여기저기에 찢겨진 살점이 떨어져 있었다. "그래, 다 부술 거야." 그는 진득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퍼엉- 퍼엉- 쾅! 우르릉! 그가 걷는 곳마다 폭발이 일어났다. 한 발자국 떼어놓을 때마다 주위는 무섭게 폭발했다. 그리고 새카만 것이 세계를 먹어 들어갔다. 그래, 말 그대로 먹어 들어가고 있었다. 카오스의 앞은 분명히 대지가 있었다. 그러나 뒤는 없었다. 이제 그가 이 세계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요정계는 없다. "으아악!" 비명과 함께 한 요정의 생명이 사라졌다. 카오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니아는 수경으로 이 모습을 보고 있을 거다. 하지만 막진 못할 것이다. 세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니까! 그러니까, 하르모니아는 이것을 막지 못했다. 정신없이 부수고, 태우고, 죽이다 보니 도착한 곳은 마의 숲. 아홉 차원을 지탱하는 이,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이그드라실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들려왔다. [위대한… 자…… 카오스…… 시여…… 어쩌자고… 요정계를…… 부수는…… 것입니까? …하르모니아께서…… 마음에 들어하는… 곳인데…….] "이그드라실이여, 이제 요정계는 없다." 그 말과 동시에- 카오스의 뒤를 따르던 새카만 그것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한 옴큼의 땅을 삼켜 버렸다. [……!] 카오스는 히죽 웃었다. 그리고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가리켰다. "저 가지 하나. 없애겠다." [무슨…… 짓을? ……!] 끔찍한 고통이 그의 몸을 강타했다. 그는 물론 육신이란 것이 없었다. 있다면 저 거대한 나무. 저것이 그의 육신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아홉 가지 중에 한 개가 잘려 버렸다. 아홉 번째 가지. 제 9 차원 요정계로 통하는 길이 잘려 버렸다. 그리고 육신의 한 부분이 잘려 나간 지금, 이그드라실은 만들어진 이후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아… 악! 무슨…… 도대체!] "넌 알 것 없다." 거대한 가지 한 개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초록색 잎사귀가 같이 우수수 떨어졌다. 카오스는 다시 한 번 미소지었다. 그는 입을 열어 선고하듯이 말했다. "이제 요정계는 없다." £ "뭐 만드는 거야, 니아?" "……." 온통 새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곳. 조화, 하르모니아의 거처에서 카오스는 또 다시 물었다. 붉은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늘어져 있었다. 대답하지 않는 하르모니아에게 카오스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뭐 만드는 거야?" "…요정." 잠시 머뭇거리며 그가 대답했다. "요정?" 카오스는 놀란 듯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정계는 이미 자신이 부숴 버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요정계는 없잖아?" "중간계에… 키울 거야." "하지만 그 곳은 우리의 장소라고! 중간계에는 우리 외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어! 나하고 너하고 샤이하고 다키! 넷만의 장소라고!"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지르는 카오스를 바라보며 하르모니아는 입을 열었다. "하지만 카오스… 네가 부쉈잖아?" 그 말에 카오스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이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해, 니아." 아무 말 없이 다시 작업에 열중하는 하르모니아를 보며 카오스는 투덜댔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사랑하는데." "…나도." 카오스는 확인하듯이 다시 물었다. "정말 날 사랑하는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하르모니아의 성의 없는 모습에 카오스는 별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말해 줘." "뭘?" 투정부리듯이 하르모니아에게 매달리는 카오스의 질문에 그가 물었다. "사랑한다고." "……사랑해." 이런 질문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한 템포 늦는다. 왜 그럴까? 그것을 미처 묻기도 전에 하르모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카오스에게 한 마디 했다. "나 잘 꺼야." "응……." 카오스는 시무룩하게 대꾸하며 밖으로 걸어나갔다. "잘 자." "그래."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밖으로 걸어나가는 카오스를 바라보며 하르모니아가 한 마디 했다. "카오스." "응?" "사랑해." 그리고는 후닥닥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하르모니아를 바라보며 카오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경쾌하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5일만에 컴백한 루리이옵니다아아!! 으음...ㅡㅡ;; 재섭는 요정들을 보며, 이걸로 조금이나마 화가 풀리시길. 하아, 점점 연애물로 빠져 들어가는 블러드! 그래, 갈데까지 가라~!!! ㅡㅡ;; 포기다 포기...ㅜㅡ 으음... 이러다간 인기투표 집계 못하겠다. 백 십 일 회를 언제 채우냐....;; 이렇게 외전으로 땜빵을...ㅡㅡ;; 쿨럭. 계산하기도 귀찮아. 흑흑흑..........ㅠ.ㅠ 리플 남겨주신 분들, 감사드리옵니다아아~!!!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 번째 이야기... "아… 안녕하세요." 블러드는 머뭇거리며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왠지 무슨 말이든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안 그러면 계속 이렇게 무릎을 꿇은 채로 있을 것 같으니까. 그녀는 생긋 웃었다. "네, 안녕하시옵니까, 조화시여. 먼 길 수고하셨사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소서." "아… 네."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라고 이름을 밝힌 요정의 여왕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일어서서 블러드를 안으로 안내했다. 한 일족을 지배하는 왕이 사는 곳이라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그곳의 모습에 블러드는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이들을 만들었다지만 그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 옛날의 일이고, 지금은 블러드로써의 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블러드는 태평할 수 있었다. "제가 살아 생전에 조화의 모습을 뵙게 될 줄은 몰랐사옵니다. 정말 분에 넘치는 영광이옵니다." '하… 하하, 그래요? 하지만 그건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요.' 속으로 중얼대는 블러드였지만, 여태까지 다른 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위대한 요정의 왕은 독심술 따위를 쓸 줄 몰랐다. "음…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고 저를 부른 거죠?" 원래 지금의 분위기는 저런 말 따위를 할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태평하게 말을 꺼내는 블러드는 상당한 강철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은 노력의 산물(이라기에는 강제적이었지만)임이 틀림없었다. "아, 네. 그것은 제가 위대하시고 전능하신 조화의 모습을 뵙고 싶었기 때문이옵니다." '이 여자가 정말!' 블러드는 하마터면 욕설을 내뱉을 뻔했으나, 바로 직전에 이를 악물 수 있었다. '그렇게 뵙고 싶었으면 오면 될 거 아냐! 결국은 움직이기 귀찮았다 이거네! 위대하니 어쩌니 하지만 결국 똑같아!' 속으로 절규하는 블러드였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그녀는 독심술을 쓸 줄 몰랐다. "그… 그래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차마 칠 수 없었는지 블러드는 꽉 쥐었던 주먹에 힘을 뺐다. 하긴 어차피 그녀를 칠 능력도 되지 않지만 말이다. 저렇게 가냘파 보이지만 왕인 것이다. 마법적 능력이 얼마나 뛰어날지……. 물론 블러드야, 일단 각성하기만 하면 저것과 비교도 안 될 엄청난 능력을 가질 수 있지만 그건 각성한 뒤의 일이고 지금은 아닌 것이다. 각성의 때가 가까워 오고 있다지만 아주 약간의… 그것도 크라비어스의 봉인으로 인해서 그리 많은 능력을 쓸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물체를 띄워서 움직이는 정도? 그것도 자유자재가 아니기 때문에 잘 쓸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타브릿트시여, 어찌하실 겁니까?" 파르시레인이 블러드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물었다. 말투에 비하면 무례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지만 블러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글쎄……." '가고는 싶지만… 저렇게들 난리인데.' 블러드도 소곤거리는 말로 대꾸해 주었다. "그냥 여기서 놀다 가자. 어차피 갈 곳도 없잖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지만, 파르시레인은 그 말에 동의했다. 어차피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타브릿트의 뜻이지 자신의 뜻이 아니니까. "당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저는 언제든 그리 할 수 있습니다." "어, 그래." 둘이 열심히 속삭이고 있을 때,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라고 이름을 밝힌 요정의 왕은 어느 한 곳에 멈춰 섰다. "이곳이 제 거처이옵니다. 누추하지만 부디 머물러 주시옵소서." "아, 네…… 그렇게 하죠, 뭐." 그렇게 대답하고 블러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안 들어가는 거지?' 하도 걸어서 발이 아픈데도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카렌시아의 모습에 블러드는 의아함보다는 짜증을 먼저 느꼈다. 정말 이런 곳에서 살다가는 하루도 제대로 있지 못하고 도주해 버릴 것이다.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정말 내가 만들었지만 재수 없는 녀석들이야.'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안 들어가죠?" "먼저 들어가시옵소서." '켁, 이 사람, 아니 요정들 내가 먼저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네, 그럼 먼저 들어가죠." 염치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발이 아파 오다 못해 저려 왔으므로 블러드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는 걸까, 벗지 않는 걸까- 라는 궁금증을 가졌지만 잠시였다. 왕의 거처라고 밝혀진 그 곳- 나무로 만든 바닥은 모래와 기타 등등의 이물질로 더러웠기 때문이었다. "상당히… 작군요." 방에 들어간 블러드의 첫 감상이었다. "네. 저희는 그리 큰집이 필요 없사옵니다." 물론 이 집은 다른 집들에 비하면 크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집들에 비해서였다. 대 귀족의 저택에서 지내온 블러드로써는 작다- 정도가 아니라 초라하다- 인 것이다. 이 정도라면 이건 왕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작은 마을의 촌장이 머무는 곳이라는 것이 더 어울릴 거다. "근데 여기서 뭐 하라고요?" 그 질문에 카렌시아는 그 은빛 머리카락을 찰랑대며 생글생글 웃었다. "네, 조화시여. 누추하지만 잠시 이곳에 머무시면서 저희에게 깨달음의 말씀을 들려 주시옵소서." '깨… 깨달음의 말씀~?' 황당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요구에 블러드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파르시레인도 마찬가지였다. "저… 저는 그런 것은 모릅니다." 그러나 카렌시아는 딱 잘라 말했다. "저희의 창조주이신 조화이십니다. 당신의 말씀이라면 모든 것이 이치에 닿는 말일 터, 저희에게 그 고귀함을 알려 주시옵소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모든 것이 이치에 닿는 말이라니!' 그녀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블러드는 정말 당황했다. 그는 그런 것은 하나도 몰랐다. 깨달음의 말씀이 어떻고 이치에 닿는 말이 어떻다니! 그런 황당무계한 요구를 어떻게 들어주란 얘긴가! "어… 어떡하지 파르시레인?" "그런 걸 저한테 물으시면 어떡합니까? 일단은 먹고 보자고요. 배고프다고 하세요." "이런 상황에서 쪽팔리게 배고프다니… 그런 말을 어떻게 해." "그럼 그 '깨달음의 말씀'을 들려주실 겁니까?" 깨달음의 말씀 부분을 강조해서 묻는 파르시레인의 모습에 블러드는 약간 발끈했지만 곧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깨달음의 말씀인지 뭔지, 그런 건 모른다니까." "그럼 모른다고 해요." "아까 했는데도 소용없잖아." "……." 파르시레인은 잠시 침묵했다. "…나도 모릅니다." "그… 그러지 말고 뭔가 좀 가르쳐 줘. 너 전생을 기억한다면서? 그… 현자 같은 거 해본 적 없어?" "혀… 현자요?" "응." 열심히 소곤대는 둘을 바라보며, 요정들도 소곤댔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위대하신 창조주인 조화를 의심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느낄 수 있으니까. 저 분이 우리의 창조주라는 것을. 그들이 뭐라고 소곤대던 말던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열심히 의논했다. "해본 적은 있습니다만……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어느 날 보니까 다들 절 현자라고 부르던데요?" "그… 그래, 그런 것이라도 괜찮아. 그 때 했던 말 중에 유명한 거 아무거나 좀 해봐." "유명한 것이라면 이미 저들도 알고 있는 말일 걸요?" "그… 그려면 그렇게 유명하지 않은 말." "이제 일 그만하고 놀자. 같은 것도 됩니까?" "…그런 거 말고. 좀 그럴 듯한 걸로." "차차 생각하고, 일단 밥이나 먹자니까요." 그 때, 카렌시아가 나섰다. "조화시여, 아무 말이나 들려 주시옵소서." 그 말을 듣고 블러드는 다시 파르시레인에게 속삭였다. "저것 봐. 들려 달래잖아." "그걸 왜 나한테 그러십니까?" "너밖에 없잖아." 한참을 실갱이하던 둘은 결국 파르시레인이 먼저 항복해 버리고 말았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열었다. "휴, 알았습니다. 그러면… '일은 나중이다, 언제나 밥이 중요하다.'도 괜찮습니까?" "그게 뭐야… 너 정말 현자 해본 거 맞는 거야?" "맞다니까요." 비록 전생이지만 자신을 의심하는 블러드의 말에 그는 잠시 발끈했다. "그럼, '살아가는 이유는 죽기 위해서이다.'는요?" "어, 그건 좀 괜찮은 것 같은데." "비슷한 걸로 '삶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도 있는데. 어떤 것이 더 낫습니까?" 꽤 그럴 듯한 말에 블러드는 감탄했다. 어쩌면 정말 현자였을지도- 라는 생각에 그는 다시 한 번 파르시레인을 감탄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두 번째 것이 더 낫지 않아? 일단 알아듣기가 쉽잖아." "하지만 현자라는 건 알아듣기 어려운 말만 하는 게 더 폼나잖습니까?" 블러드는 방금 생각을 취소했다. "그러냐……. 그냥 두 번째 것 할래." "그럼, 말하십시오." 자아 안녕하시옵니까. 홈 세 번째 리뉴얼이옵니다. 후우, 힘들어라. http://tearwing.com.ne.kr 놀러들 와 주세요오오~ 그리고. 변명 아닌 변명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제 소설이 야오이화 되어 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간단하게 관계를 설명하죠. 나는 동인녀다 → 동인녀는 야오이를 좋아한다 → 즉 나는 야오이를 좋아한다 → 그런데 야오이를 좋아하는 내가 글을 쓴다 → 당연히 글은 야오이화 되어 간다. 이상입니다. 네에, 그래요. 저 무지무지 야오이 좋아합니다! 혹시라도, 야오이의 뜻을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요? 으음... 설명은 생략하고. 그러니까 제 글이 야오이틱해지는 겁니다. 저는 뭐,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거부감 같은 것도 별로 없기에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싫어하거나,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어쩔 수 없죠.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각이니까요. 그러니- 제발. 제발... 욕멜은 그만 보내요!!!!!! 그.. 그만...ㅠ.ㅠ 읽다보면 머리가 빠개집니다. 싫으면.. 보지 마십시오. 정말.. 유치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싫으면.. 제발.. 그냥 뒤로를 눌러주십시오. ㅡㅡ;; 부탁드립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십시오.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 번째 이야기... '윽…….' 저렇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요정들에게 엄청나게 부담을 가져버린 블러드는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 그래, 삶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거라고 하는데?" 난데없는 블러드의 말에 주위에 있던 요정들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삶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거라고 하던데? 갑자기 웬 난데없는 말인가? 요정들은 조심스레 그 뜻을 서로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삶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거란다. 그러면… 죽기 위해 산다- 즉, 사는 것은 죽는 것처럼 괴로운 것이다. 그러므로 생애란 것은 죽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빨리 죽어 버리라는 뜻? '헉! 설마…… 아까 카나인에게 무시당한 것에……?' 엉뚱한 풀이를 하며 클레이안은 두려움에 떨었다. '저… 저 작은 자가…… 아니, 우리의 창조주께서는…… 매우 화가 난 것이 틀림없다!' 그녀는 전혀~ 원래 뜻(도 명확치는 않지만)과 동떨어진 풀이에 어이없게도 겁을 먹어버렸다. 물론, 현자들의 말이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저렇게 어처구니없는 해석은 또 뭐란 말인가! 하지만 다행히도 여기 있는 자들 중에서 독심술을 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바들바들 떨며 여왕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무언가를 소곤댔다. 그러자 카렌시아의 안색도 클레이안과 비슷하게 변해 버렸다. 그녀는 재빨리 주위 요정들에게 무언가를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왠지 기분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저렇게 무례한 행동이라니! "그… 그럼 조화시여, 편히 쉬소서." 잠시 무언가를 수군대던 그들은 당황한 듯한 인사말과 함께 허둥지둥 바깥으로 나가 버렸다. 정말 당황해 버린 것은, 방안에 남아 있는 둘이었다. 이런 썰렁한 방에서 편히 쉬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둘로써는 이런 방에서는 절대로 편히 쉴 수 없다. 그래도 피곤한 것은 사실. 블러드는 꾸물거리며 그나마 있는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방에서 쉬라고 한 이상 이 곳에 있는 침대에서 자야 할 것이 아닌가? 침대는 나무로 엉성하게 엮어 만든 것이었고, 딱딱했지만… 그래도 몹시 피곤한 블러드에게 있어서는 그것도 감지덕지일 수밖에 없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침대로 파고드는 블러드를 보며 파르시레인이 물었다. "잘 거야." "네?" "잔다고!" 괜히 신경질을 부리며 블러드는 이불을 홱 뒤집어썼다. '제길! 각성인지 뭔지 몰라도… 저 요정들 재수 없어!' 자고 일어나면… 각성인지 뭔지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해야 할 것- 좀 빨리 하면 어떤가? 오히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아팠다. 더 많이 알고 싶었다. 더 많이 깨닫고 싶었다. 과거를… 잊어버린 자신의 과거를 기억해 내야 했다. 약간은 씁쓸한 듯한 파르시레인의 시선을 느끼며 블러드는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 "여기가 어디지?" 파르시레인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묻는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자신은 모르겠지만 블러드가 잠든 시각은 시간상으로는 저녁때였고, 지금은 아침이다. 적당히 10레젠트라(=10시간) 정도 잔 것 같군- 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르시레인은 여태까지 계속 블러드의 머리맡에 앉아 있었다. 뭐, 침대가 하나밖에 없었던 탓도 있지만, 일단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타브릿트의 안전이었고 잘 때만큼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되는 때도 없는 것이다. "타브릿트시여, 잘 주무셨습니까?" 블러드를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한 파르시레인은 여느 때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누구냐?" "예…?" 얼빠진 듯한 대답에 블러드는 다시 한 번 신경질을 내며 물었다. "누구냐니까!" 그에 파르시레인은 약간은 멍한 상태로 대답했다. "당신의 로스틱이죠." "로스틱? 나의 로스틱이라고?" "네." 오만한 말투로 말하며 블러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그것은 상관없다. 그는 어디 있지?" "네?" "한번 물어서는 대답을 않는군. 카오스는 어디 있는 거냐?" "카… 오스? 그분께서…… 깨어나신 겁니까?"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파르시레인의 말에 블러드는 빽 소리를 질렀다. "무슨 말이냐! 깨어나다니! 그가 잠들기라도 했단 말인가!" "……?" 점점 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일어나더니 저게 무슨 일인가? 문득 파르시레인은 블러드의 정체를 떠올렸다. 하르모니아- 조화 그 자체인 위대한 자. "혹시… 하르모니아- 이십니까?" "그럼 내가 하르모니아지 누구로 보이는 거냐. 나를 카오스에게로 안내해라.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단 말이다." 그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각성이라는 것- 이런 식으로 다가올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그렇다면…… 각성한 후에는… 각성 전의 기억은 모두 잃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 분명히- 전에 각성했던 빛과 어둠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멀쩡했다. 기억을 잃는 일 따위는 없었고, 모든 것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혼란에 빠져 있는 파르시레인을 툭 치며 블러드- 아니 하르모니아가 물었다. "그래, 로스틱. 네가 카오스가 있는 곳을 알 리가 없지. 휴우~ 좋아. 네 이름은 무엇이지?" "아, 제 이름은 파르시레인 드 알케인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위대하신 조화- 당신의 로스틱입니다." "파르시레인 드 알케인? 이름 한 번 복잡하군. 뭐라고 부르면 좋겠느냐?" "파르시레인이 이름이고 알케인은 성입니다." "그래? 그럼 레인이라고 부르도록 하지. 파르시레인은 너무 길어." "아, 네. 당신의 뜻이라면." 하르모니아는 짜증난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더니 작아진 자신의 키에 놀랐다. "뭐야! 또 작아져 버린 건가!" 신경질을 내는 하르모니아의 모습에 더 황당한 것은 파르시레인이었다. 보통 자신의 몸이 작아졌다면 화를 내는 것은 둘째치고- 경악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렇게 익숙한 듯한 말이라니. 게다가 '또'? 또라고? 그렇다면 전에도 작아진 적이 있다는 말인데- '몸이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것이 일상이라니…… 놀랍군.' 속으로 약간은 불경한 생각을 하며 파르시레인은 잠시 킥 웃었다. "뭐냐, 레인."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흠…… 그나저나 카오스는 정말 어디로 간 거지? 레인, 여기가 어디지?" "여기는 제 1차원 중간계의 한 숲입니다. 요정들이 거주하고 있죠." 파르시레인의 대답에 하르모니아는 놀랍다는 듯이 탄성을 내질렀다. 요정이 이 곳에 살고 있다면- 일은 훨씬 수월해진다. 일단 그들은 자신의 자식이나 다름없는 이들이니까. "요저엉~? 요정이 여기 살고 있다고?" "네." "흠… 그래?"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그는 손을 딱 소리나게 마주쳤다. "그래! 일단 드렌슬란을 만나보자. 이봐, 여기 왕이 어디 있지?" 그 물음에 파르시레인은 최대한 공손하게 답했다. 솔직히 말해 그 재수 없는 요정들이 각성한 블러드- 아니 하르모니아에 의해 된통 당해 버리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물론 만난 뒤에 특별히 나쁜 짓은 하지 않았지만, 처음에 카나인이 보여준 그 무례한 태도! 로스틱인 자신을 앞에 두고도, 그들의 창조주가 눈앞에 있는데도! 그만큼 첫인상이라는 것은 중요한 것이다. "그녀는 밖에 있을 것입니다." 그 대꾸에 잠시 고개를 끄덕이던 하르모니아는 핫- 하며 물었다. "그녀? 그녀라고? 지금 왕의 이름이 뭐지?"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 입니다만." "뭐야? 카렌시아? 그새 왕이 바뀌어 버린 건가? 쳇, 빨리도 죽어 넘어지는군." 물론 요정들에게 주어진 세월인 1000년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요정 중의 그 선조나 다름없는 그(드레슬란)는 그 배 이상 되는 수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하르모니아에게 있어 시간이란 무한히 주어진 자원. 쓰고 또 써도 다 닳지 않는 무한한 자원이다. 퍼내고 또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것이다. 아니, 샘물이라면 그래도 그 수맥이 마르면 끝이겠지만- 이 세계가,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그들은 남아 있다. 어차피 시간이란 무한히 주어진 것. 천 년 정도야, 종족이나 세계를 하나 만들고 나면 금새 지나가 버리는 것이다. 자아 일제히- 손에 흉기를 들고. 그것을 루리양을 향해 던져 주십시오. 슬럼프와 시험을 가장한 휴식 기간이었슴다. 동면. 히죽.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당...ㅠ.ㅠ 글도 안써지고... 갑자기 시작된 허술한 각성. 이건 또 뭐냐...ㅡㅡ;; 아무래도- 요정녀석들. 내가 쓰기에도 재수없어서. 된통 혼내주려고.. 근데.. 쓰다보니 니아 성격이 망가지는군. 하... 하하...^^;; 후우, 인기투표 집계는 언제하냐.. 그럼, 이만-입니당. 좋은하루- 되십시오~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육 번째 이야기... "어쨌든 좋아. 만나러 가자." "그렇게 하죠."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하르모니아의 뒤에 섰다. 옅은 갈색 머리카락이 풀빛 눈동자와 잘 어울렸다. 하르모니아는 자신에게는 조금 큰 옷을 추스르며 말했다. "그대의 모습은 나무를 연상시키는군." 하르모니아의 한마디에 파르시레인은 어리벙벙하게 서있었다. 갑자기 웬 나무란 말인가? 나무를 연상시킨다니… 그는 약간 놀랐다. "예?" "나무 말이다. 갈색 머리카락에 풀빛 눈동자라니. 흠, 잎이 너무 적은가?" 역시 요정들은 키가 좀 컸다. 그 반면에 하르모니아의 현재 상태는 평균치보다 작은 정도였다. 그런데 그가 갈아입은 옷은 요정들의 옷이었고- 덕분에 그에게는 조금 컸다. 헐렁헐렁해서 흘러내리는 옷을 애써 추스르며 하르모니아는 천천히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아~" 그제야 파르시레인은 말뜻을 알아차렸다. 물론 자신의 머리카락 색깔이나 눈동자의 색이 나무를 연상시킨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나무를 연상시킨다고 말하자- 파르시레인은 마치 자신의 모습이 정말로 나무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사소한 것 하나에서조차 그의 힘이 드러나는 것 같아 파르시레인은 잠시 움찔했다. 물론 위대하신 분, 조화의 로스틱이 된 건 평생의 영광이었다. 다른 자들도 두고두고 부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지켜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강한 타브릿트라면… 그건 그리 기쁜 건 아니었다. "좋아, 왕… 카렌시아는 어디 있지?" "밖에 있을 것입니다." 하르모니아는 터벅터벅 밖으로 걸어나갔다.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 것은 무성한 녹림, 그리고 파란 하늘. 옹기종기 모여있는 허술한 집들, 여기저기에서 뛰어 다니는 요정들……. 그는 잠시 감회에 젖었다. 중간계에 데려다 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잘 적응해 살아나가다니.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자들이다. 이번 잠은 꽤 길었는지 중간계는 확실히 변해 있었다. "카렌시아는 어디 있지?" 근처에 있던 요정 하나에게 묻자 그는 활짝 웃으며 반대쪽에 있는 오두막 하나를 가리켰다. "그래, 고맙구나." 빙긋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표시를 하자 그 요정은 너무 기쁘다는 듯이 눈물까지 글썽였다. 요정인 그로써는 자신의 창조주이신 위대하신 분을 이렇게 만나 뵙고, 또 대화까지(일방적인 하르모니아의 질문이지만) 나눈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어떻던지 하르모니아는 재빨리 그 오두막으로 갔다. 그리고 그 뒤를 파르시레인이 따랐다. 촤르륵- 문이 힘차게 열리고 안으로 놀란 눈의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 현 요정들의 왕이 보였다. "아, 위대하신 조화시여. 기침하셨사옵니까? 식사를……." 재빨리 일어나 인사를 하고는 뭐라 말하려는 그녀를 제지하며 하르모니아가 입을 열었다. "식사 따위는 어찌되든 좋다. 너는 드렌슬란의 손녀인가? 내가 잠들었을 때까지 해도 그의 아들, 화이렌이 왕이었는데?" 어제와는 확실히 달라져 버린 그를 바라보며 그녀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느껴지던 이질적인 무언가는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완전한 조화였다. 말투가 바뀌었다거나-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카렌시아는 입을 열었다. "드렌… 슬란? 드렌슬란 카옌샤 아르 슈레이나 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화이렌이라면, 화이렌 카르벨라 슈안 마이오나 님을 말씀하시는 것 맞습니까?" 이 대목에서 파르시레인은 무심코 탄성을 내지를 뻔 했다. 저렇게 긴 성이 여태까지의 왕들이 다 제각각 이라면……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였다. 지금 나온 세 왕의 이름, 드레슬란 카옌샤 아르 슈레이나, 그리고 그의 아들이라는 화이렌 카르벨라 슈안 마이오나, 지금 요정들의 왕인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 기억하려면 골치 꽤나 아플 것 같았다. 저걸 다 기억하고 있는 저 요정들의 왕이라는 여인은 대단한 존재인 것이 틀림없었다.(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그래. 그들은 죽어 버린 건가?" 무슨 소리냐는 듯이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 두 분은 제 선조이십니다. 까마득한 오래 전, 혼돈, 조화, 빛, 어둠께서 이 세상에 머무실 때 계셨던 분입니다. 직접 조화께서 창조하신 분 아닙니까?" "뭐야? 까마득한 오래 전? 그래, 물론 너희에게는 까마득한 오래 전이겠지. 내가 묻고 싶은 건, 너는 그의 손녀, 아니면 딸인가?"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그 분은 저의 조상이자 시초이십니다." "아니라는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하르모니아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과 그녀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혼돈, 조화, 빛, 어둠께서 이 세상에 머무실 때? 그럼, 지금 그들은 이 곳에 있지 않다는 건가? "좋아, 어떻게 되었든……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 너를 요정의 왕으로 인정하지." "아… 아아…… 조화시여……." 그녀는 감격스럽다는 듯이 하르모니아를 바라보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 조화에게 직접 인정받은 요정의 왕이 기나긴 그들의 역사 속에 과연 몇이나 될까? 기껏해야 1대 왕인 드렌슬란 카옌샤 아르 슈레이나와, 그 다음 대 왕인 화이렌 카르벨라 슈안 마이오나 정도?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왕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조화의 인정을 받지 않았고- 그건 진정한 왕이 아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그 주위에 있던 자들도 감격스럽다는 듯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들이 무릎을 꿇던 말던 하르모니아는 자신의 생각에 빠져들었고, 파르시레인은 파르시레인 대로 이 요정들의 황당무계한 사고 방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잊고 있던 과거의 흔적. "맞다! 우리는 전부 잠들었었지!" 이제야 기억났다는 듯이 손뼉을 딱 치며 하르모니아는 재빨리 카렌시아를 보았다. 그녀는 기쁜 듯이 하르모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로써는 자신의 대에 이 위대하신 조화, 하르모니아- 요정들의 창조주가 깨어났다는 사실이 더없는 영광이었다. "요정의 왕, 카렌시아여. 나는 깨어났고……." 그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모든 힘을 되찾을 것이다." 여전히 그녀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하르모니아를 바라보았다. 하르모니아는 다시 한 마디 했다. "모든 힘을 되찾기 위한 방법…… 잘 알고 있을 테지?" "네, 조화시여." "그래도 기쁜가?" "제 대에 조화께서 깨어나셨고- 조화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는 것은 오직 영광, 영광이옵니다." 그 말에 하르모니아는 웃었다. "하지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네가 아니다, 요정의 왕이여.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네가 지니고 있는 힘, 아니 너의 핏줄이 지니고 있는 힘일 뿐이다." "그래도 상관없사옵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제가 그 일에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 그것만으로도 저는 더 없는 영광이옵니다." 그 말을 할 때의 카렌시아는 정말로 영광이라는 표정이었다. 하르모니아는 이들을 약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자신이 만든 것이니 만큼, 자신을 위해 모든 지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요정이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하르모니아에게는 그녀를 동정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자식은 있는가?" "아들이 둘 있사옵니다." 그녀의 답에 놀란 것은 블러드가 아니라 파르시레인이었다. 저 몸매, 저 얼굴, 저 모습으로…… 아이가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있다고? '헉, 요정이란 거…… 역시 대단한 거였어.' 그가 어떻게 생각하던지 하르모니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내 세 개의 봉인 중 중간계의 봉인. 중간계의 봉인은 두 개. 그 중의 하나가 너, 요정의 왕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네." "그리고 그 봉인을 푸는 방법 또한……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렇사옵니다, 조화시여." 그녀는 여전히 환하게 웃었다. 그녀의 짙푸른 사파이어 빛깔 눈동자가 빛났다. 실버 블론드가 햇빛에 찬란하게 반짝였다. 창조주에 대한 철저한 맹종.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 "네." 그리고 그 미소에 답하듯이 하르모니아도 웃어 주었다. "너는 훌륭한 왕이었다." 가뜩이나 적은 것... 어찌어찌해서 이연참 분량 만들었더니. 어디서 자를지가... 심히 고민되는지라... 후후후...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라고... 후.. 후후후후후......;; 음.. 블러드의 성격. 찬반이.. 반반씩. 좋다는 분들도 계시고, 나쁘다는 분들도 계시고~ 실제로... 요정들이 싸가지없던 착하던... 요정말에선 깨어나야 했던 겁니당. 그리고.. 담편으로.. 요정말 챕터 끝납니당....ㅠ.ㅠ 우우.. 드디어...~!!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칠 번째 이야기... 그 한 마디는 그녀에게 있어 다시없는 칭찬이자, 선물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중간계의 봉인 중 하나인 요정의 봉인. 지금 나 하르모니아가 풀겠다." 그와 동시에 카렌시아는 풀썩 쓰러졌다. "왕이시여?" 주위에 있던 요정들이 깜짝 놀라 그녀를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힘없이 흐느적거릴 뿐이었다. "조… 조화시여, 이게 무슨……?" 이 난데없는 상황에는 파르시레인도 약간 놀랐다. 그러나 요정들이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약간은 보기 좋기도 했다. 하르모니아는 놀라우리만치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죽었다." "네… 네?" "도대체 무슨 말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소리치다시피 묻는 그들에게 다시 한 번 천천히 대꾸해 주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섬뜩해서, 파르시레인은 움찔했다. "듣지 못했나 보군. 그녀는 죽었다고 했다." "무슨……!" 장로 한 명이 그녀를 일으키려 애쓰며 소리쳤다. 그러자 하르모니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또박또박 말했다. "몇 번을 말해야 알겠나. 그녀는 죽었다고 했다. 더 이상 묻는 건 허락하지 않겠다."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요정의 왕이었던 그녀의 영혼 잃은 육신이 힘없이 늘어졌다. 그녀의 육신이 천천히 스러지기 시작했다. 그 괴이한 현상에 그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천천히… 뼛조각 하나 남기지 못하고 그녀의 육신은 재가되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불어온 바람 한 줄기가 그 가루를 쓸어 가버렸다. 너무나도 빠른 시간 내에-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그녀 때문인지…… 그들은 아직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위해 하르모니아가 친절히 앞으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지시해 주었다. "그녀의 아들 중 첫째를 왕으로 세워라. 나는 그의 앞길을 축복해 주겠다. 그리고 카렌시아 드룬 탈 루안샤- 그녀는 봉인이었다. 내가 깨어난 때의 왕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영혼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팔다리가 미끈하게 뻗었다. 약간은 통통하고 둥글어서 어리게 보이던 얼굴이 갸름하게 변해갔다. 황홀한 붉은 빛이 몸을 감쌌다. 하르모니아는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손가락이 길고 가늘게 뻗었다. 동글동글해서 순하게 보이던 눈매가 약간은 날카롭게- 그리고 이지적으로 변해갔다. 키도 훌쩍 커버렸다. 주위의 자들은 순간적으로 숨을 들이쉬었다.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경이 그 자체였다. 봉인이 한 개 풀릴 때마다-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간다. 요정들의 봉인이 풀림으로써, 그는 육체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타… 타브릿트시여?" 하르모니아는 씨익 미소지었다. 목소리도 약간 변한 것 같았다고 생각하며 파르시레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봉인은 풀렸다." 그 앞에 일제히 요정들의 무릎을 꿇었다.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되찾은 조화, 하르모니아 앞에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서 있는 것은 무례인 것이다. £ 하르모니아는 천천히 자신 앞에 서있는 요정을 바라보았다. 실버 블론드에 짙푸른 사파이어 빛 눈동자. 그의 어머니를 쏙 빼닮은 듯한 모습이었다. "나 조화, 하르모니아는- 차야니안 갈루마 데인 혜른칼리안을 요정들의 왕으로 인정하고, 그 앞길에 찬란한 영광이 있을 것을… 맹세한다." 요정들의 왕의 상징인 붉은 루비가 박힌 짧은 봉을 받아들고, 새로 요정의 왕이 되 자는 기분 좋게 미소지었다.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죽어 버려 놀랐을 텐데 전혀 흔들림 없이 사실을 인정한 그는- 어찌 보기에는 냉혹하고, 어찌 보기에는 침착했다. 하지만 새로 왕이 되 자가 어떻든 그건 하르모니아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 때, 요정들을 헤치고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윽, 카나인 녀석이잖아?' 파르시레인은 속으로 중얼댔다. 초록색 머리카락, 그리고 짙은 남색의 눈동자. 저 재수 없는 면상의 주인은 카나인. 파르시레인이 곁에서 자신을 째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그는 그것을 무시하고 천천히 하르모니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위대하신 조화시여, 나 카나인 하이레셴 아르 벨리온은 위대하신 분의 곁에서 평생 당신을 수호하겠사옵니다." 그 말에 파르시레인은 경악했다. 그러나 하르모니아는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물었다. "왜?" 그 황당하지만 당연한 질문에 카나인은 전혀 흔들림 없는 모습으로 대꾸했다. "자의 반, 타의 반."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하르모니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진 않겠지." 그것은 허락의 말이었다. 그에 카나인의 얼굴에는 무미건조한 미소가 감돌았고, 파르시레인의 얼굴에는 경악이 드러났다. "나는 카나인 하이레셴 아르 벨리온이 나를 곁에서 모시는 것을 허락한다." 곁에서 파르시레인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하르모니아는 그것을 깨끗이 무시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요정의 마을에서는 더 이상 볼일이 없다. 다음으로 가야 할 곳은 난쟁이들의 마을. 두 번째 봉인을 풀어야 한다. 그는 배시시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왕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랑스런 자식들이나 다름없는 이들. 자신이 직접 만든 생명체. 그만큼 이들은 완벽했다. 그리고 완벽하기에… 더 이상 자신이 필요 없다. 물론,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에게 이들이 필요 없는 것이지만. 이제는 이들에게도 자신이 필요 없고, 자신도 이들이 필요 없다. "난 떠난다." 아무도 붙잡지 않았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저 위대하신 조화는 자신들에게 필요 없었다. 물론 계셔 주신다면 좋지만- 저 분이 자신들을 필요로 해 주지 않는 이상, 그들은 하르모니아를 붙잡을 생각이 없었다. 하르모니아는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을 흘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레인, 그리고 카나인. 따라와라." 루비와 같은 빛깔의 눈동자가 둘에게 명령했다. 서로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은 같은 주군을 모시는 상태. 파르시레인은 카나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카나인은 그 손을 잡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것은 신뢰의 의미- 저 불완전한 각성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언제 다시 '블러드'라는 존재가 나타날 지 모르겠지만……. 저 모습이 지속되는 이상, 목적지가 없는 여행의 길은 훨씬 수월해질 것은 틀림없었다. 아싸, 어른으로 변했당. 아아, 표현력의 한계. 일단은 어른 모습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루리이옵니당. 후후후. 시험이 일주일 정도 남았습니다. 루리는... 다시....... 무한잠수로 들어갑니다아앙.. 후후후. 잘만 하면 추석연휴때 뵙겠군요. 아아.. 인기투표는.... 언제 집계한담.... 후우... 먼산... 감상은 메일로. 쿨럭. 좋은하루. 되십시오오오~ -하루리 1위는 블러드 2위는 카오스 3위는 루시펠 네에, 안녕하십니까. 하루리입니다~! 이벤트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정성스런 투표로... 무척이나 만족스런 이벤트가 되었습니다. 하하^^ 투표해 주신 분들 다들 감사드립니다! 네네, 글은 언제 쓰냐구요? 글쎄요...... 시험... 끝나면? 호호, 오늘 밤을 새서... 한번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ㅡㅡ;; (해우출판사에는 마감이 없답니다. 편집자 담당님의 독촉만이 글을 빨리 쓰게 하는 것. 하지만, 제게 편집자 담당님께서 "느긋하게 써놔, 삼권 분량까지"라고 하신 겁니다!) (제 글이 늦는 이유는 다 저거 때문이에욧!! ← 변명) "놀랍게도... 이백 분이 넘는 인원께서... 투표를 해 주셨습니다. 쏟아지는 멜에... 기쁨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침대에서 뒹굴고... 아아, 잡담 그만두고 결과나 말하라고요? 네에, 알겠습니다. 알겠다구요.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이벤트 결과~ 기립박수!!!!!" ......조용 ......여전히 조용 "...네에, 어쨌든 멋진 것입니다. 이벤트 결과를... 정말로!! 말씀드리죠. 1위는. 놀랍게도...... 역시 주인공인 것일까? 263표라는 무시무시한 지지수를 차지하는 블러드였습니다!!" 색종이가 뿌려지고 트럼펫이 울린다. 어디선가 하얀 비둘기 떼가 공중으로 날아간다. 특별히 마법사들을 고용해서 만든 마법진이 돌아가고 위험하게시리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시전된다. 무섭게 쏟아지는 거대한 운석들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다니며 하루리 다시 마이크를 입가로 가져다 댄다. 순간 거대한 운석 하나가 머리를 직격한다. 그러나 단단한 하루리의 머리는 그까짓 운석에는 부서지지 않는다!! 대단한 인내심으로 한 손으로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 손으로는 이벤트 결과가 쓰여 있는 종이를 들고 마이크를 공중에 띄운다. 이 능력은 "필살 게으름 물체 띄우기 공중 부양"이라는 기술로, 궁극 게으름의 시초나 다름없는 작가의 기술인 것이다.(나태수트를 만들 여력은 되지 않는다.) "아아, 블러드를 불러볼까요? 네, 싫다구요? 하지만 안 됩니다. 왜냐? 이미 부르기로 했으니까요. 자, 블러드 군? 양? 뭐라고 부를까요? 씨? 그러죠. 자아~ 블러드 씨!! 아... 안 어울리는군요. 그럼 뭘로... 할까요?" 하루리 갑자기 왠 종이를 들더니 조심스레 읽는다. 그리고는 그것을 구겨서 버리고는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네에, 방금 전에 안 어울리게 괜히 난리떨지 말라. 라는 메모가 왔습니다.(진짤까요?) 좋아요. 좋아. 블러드, 나왓!!!" 저 멀리에서 블러드가 허둥지둥 뛰어 나오다 자빠진다. 그리고는 다시 재빨리 일어나 하루리가 있는 쪽으로 뛰어온다. 그러나 평소에 운동을 안해서인지 형편없는 속도이다. "으앗! 왔어요, 왔다고요!" "흠, 왔군요. 네에, 그럼. 여러 분들께 받은 질문 중에서 제가 공개하고 싶은 것만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블러드 군? " 무슨 질문이 나올까, 불안한 듯한 눈초리로 작가를 응시한다. "네에?" "음...... 질문입니다. '왜 블러드는 점점 여성틱해지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답해 주십시오." 이 질문을 한 독자의 의향이 점점 의심스러워지는 하루리지만 아직까지는 이성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블러드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것이 볼만하다. 가능하다면 독자분들께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이다- 라는 생각을 품고 있는 하루리. "...으... 으아앙! 지네가 몇 개월동안 드레스 입고 화장하면서 여자 취급 당해 보라고 그래! 어떻게 되나 보게!" 발악하다시피 외치는 블러드. 263표라는 결과가 심히 궁금해지는 중이다. "좋아, 좋아. 두 번째 질문." "이상한 거면... 안할거야." "이봐, 이봐. 자네에겐 거부권이 없다고." 다시금 울먹이는 블러드지만, 하루리는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 질문은...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한 질문입니다!! '카오스와 블러드는 도대체 언제 만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 주십시오, 블러드 군." 블러드 잠시 곰곰히 생각하는 포즈를 취한다. 그 유명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이다. 그러나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는 하루리인 것이다! "그...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근데 카오스가 누구야?" ".........자자,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누구냐니까!" 아, 이제 많이 컸다는 것인가! 막 작가에게까지 대들고 있는 블러드인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전지전능의 표본~!! 저 위대한 카오스도 이 세계에서는 작가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이다! 이 어찌 아이러니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으리오. 정말 작가의 전지전능함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어디선가 날아오는 고운 목소리. '헬 파이어~!' 그리고 그것에 맞고 날아가는 블러드. "블러드 군이 출연 불가능으로... 다음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빠바바밤~!! 어디선가 트럼펫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고 다시금 색종이가 뿌려진다. 휘황찬란한 그 색은 꽃분홍색~!!! "2위는...... 영광의 2위는.....!!!! 168표를 차지한 카오스 군이었습니다!!" 갑자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화려한 빛깔을 띄고 연속해서 '펑, 펑' 폭발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카오스가 폼~ 잡으면서 걸어나온다. "음- 하하하핫!!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2위를 차지하다니! 역시 난 대단한 놈인 것이야!!!" "재수없는 놈의 표본을 보는 듯한 기분이군요. 그럼, 카오스 군!! 2위를 차지한 소감은!!" 어디선가 '앗, 블러드 때는 이거 안했잖아'라는 외침이 들려오지만 싸그리 무시한다. 카오스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대꾸한다.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1위를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한 것이지. 1위를 한 것이 니아가 아니었다면 진~ 작에 없애 버렸을 것이다! 아- 하하하핫!!!" "네, 굉장한 자신만만함이군요. 그럼, 카오스 군. 퀘스쳔~ 타임!!!" 무엇이든지 질문해라- 라는 표정으로 하루리를 바라보는 카오스. "가장 압도적인 수를 차지한 질문인데요, '왜 니아를 찾지 않는 거냐!'라는 질문에 답해 주시길."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카오스는 정말 알 수 없다는 듯이 대꾸한다. "니아가 깨어났냐?" "......네에,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니아의 현 애인(!!)인 크라비어스를 만난다면 어떡할 거냐!'라는 질문에는?" 카오스의 주위로 물결치듯이 폭발이 콰과광 일어난다. 그리고 연속해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하루리는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마이크를 가져다 댄다. "뭐라고오오오!!! 니아의 현 애이이이인!!!??? 죽여... 버리겠다아아!!!" 혼돈, 그 자체인 기운이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작가의 전지전능함을 다시 한 번 설명할 수 있는 헬 파이어가 날아온다. "뭐냐!! 이런 허접한 마법 따위로 나를 해칠 수 있으리라 생각하냐?? 크라비어스라고오오??? 그딴 녀석은 죽여 버리겠다아앗!!!" [비상- 비상- 카오스 분노- 독자분들은 빨리 대피 바람- 크라비어스를 재물로 살려고 하시는 분들은 저쪽 휘장 뒤에 있으니 데려 가시기 바람-] 어디선가 요란하게 싸이렌 소리가 울려퍼지고 비상벨이 켜진다. 그러나 무섭게 분노하던 카오스는 갑자기 푹 쓰러진다. 이는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괴현상으로, 굳이 설명하자면 작가의 전지전능함 정도? 어쨌든 기절한 카오스는 어디선가 나타난 엑스트라들의 들것에 실려 나간다. "네에, 무시무시한 집계인 것입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시는 분은 빨랑 밖으로 피신해 주시길." 하루리는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어디선가 다시금 나타난 엑스트라 수리공들. 그들은 재빨리 망가진 이벤트 홀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3위는... 대망의... 3위는.... 5표 차라는 아쉬운 결과, 163표를 차지하신 우리의 크라비어스 님인 것입니다아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메아리 '왜 크라비어스만 '님'인 것이냐아아아' 그러나 싸그리 무시한다. 작가의 사랑을 받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법~!! "자, 크라비어스 님. 소감을?" 크라비어스가 어디선가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하품을 크게 하고서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졸려...... 왜 부른 거냐..." "네에, 우리의 크라비어스 님께서 피곤하신 관계로... 나머지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또다시 어디선가 '우우~'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에는 무시하지 못하겠는지 하루리는 재빨리 종이쪽지를 든다. "퀘스쳔 타임입니다!!! ......???" 어디선가 들려오는 무시무시한 포효 소리에 하루리는 질겁을 한다. "헉...? 어머니!!???" 이는 '어머니'라는 괴수로써 길이 500라인(=500M)에 달하고 무시무시한 포이즌 브레스는 컴퓨터를 제외한 모든 것을 녹여 버리는 것이다. [내 차례다아아아아아- 나 디아 할 거다아아아아- 오늘 약속 있단 말이다아아아--- 비켜라, 내 딸아----] 무시무시한 괴성이 울려퍼지고 장내는 아비규환이 된다. 하루리는 허둥지둥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는, 마이크를 든다. "네!! '어머니' 괴수의 출현으로 이벤트 결과는 다음으로 미뤄지겠... 크엑! 어머니, 죄송합니다!! 디아 하세요! 해요오오~!!!! 난 노트북으로 할께요오오! 미안하다구요!!" 그리하여 미뤄진 이벤트. 과연 이 '어머니' 괴수의 목적은 무엇이었던가? 괴수의 포효에도 불구하고 해설자는 열심히 해설을 하겠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컴퓨터 게임. 디아블로인 것이다. 요즘에는 확장을 즐기고 있다. 세트 아이템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즐거워하는 그녀는 무시무시하다. 게임을 내 동생(참고로 남자)보다 잘하는 것이다. 우리 가족 레벨 현황 나(최저: 86), 내 동생(중간: 93), 어머니(최고: 99). 아마 하루리가 지금 끄지 않는다면, '어머니' 괴수는 나에게 주기로 약속한 디펜스 700몇 짜리 갑옷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벤트는 미뤄진다. 작가를 원망마라! 무시무시한 '어머니' 괴수는 작가를 못살게 굴고 있다!! "으아아아악~!!!" "네. 시간상의 관계로… 짧게, 짧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하루리는 재빨리 마이크를 집어든다. 오늘은 동생도, "어머니" 괴수도 외출중이다. 그러므로 이 넓은 집안에는 하루리 혼자만 있는 것이다. "그럼, 어제 미처 질문하지 못한 크라비어스 님을 불러 보겠습니다! 크라비어스 님! 나와 주세요~!!" 잠이 그럭저럭 깼는지 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사뿐 사뿐(?) 걸어나오는 크라비어스. 역시 '마룡왕'이라는 지위는 대단한 것인지, 조명과 배경에 상당히 신경을 쓴 듯하다. 어디선가 최고위 마법 중 하나라는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시전되고 눈부신 섬광이 시력을 감퇴시킨다. 물론, 여기에 있는 자들 중에 겨우 그따위(?) 마법에 당할 자는 하나도 없으므로 이벤트는 계속 진행된다. "자, 어제 "어머니" 괴수 때문에 미처 하지 못한, 퀘스쳔~ 타임~!!!" "후후훗…… 그 정도라면 무엇이든지- 질문해라!" 자신만만한 크라비어스. 역시 재수없음의 표본입니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하루리의 눈에는 그 역사도 길고 휘황 찬란한 '콩깍지'라는 것이 씌여 있는 것입니다!! "…이 있기 전에…… 크라비어스 님께서 3위를 차지한 비결을 발표드리겠습니다! 대다수의 불특정 다수 분들이 블러드를 위한 헌신적인 노력이 눈물겹다- 라는 의견을 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특정 소수에 의한 용이라서 좋다- 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왠지 나중에 블러드를 슬프게 할 것 같다- 라는 의견… 아, 이건 싫어하는 이유였군요. 정정하겠습니다. 하여튼 이상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천장에서 전광판이 내려온다. 색색의 화려한 글자로 '퀘스쳔 타임'이라는 글자가 써있다. 펑, 펑, 하는 효과음과 함께 하루리는 마이크를 높이 쳐들고 외친다. "그럼 퀘스쳔 타임! 가장 압도적인 숫자를 자랑한 질문입니다!! '도대체 블러드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라는 질문에 답해 주십시오." "흠……." 무언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듯 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고 질문에 답한다. "아무래도 역시 나의 마스터니까 무지무지 소중한 것이다. 용과 그 마스터의 관계는 한낱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고하고도 절대적이고도 신성한 것! 감히 그딴 질문을 하다니!" "네에~ 잘 들었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과연 크라비어스는 언제 깨어나서 블러드에게 가는 거냐!'라는 질문입니다." 문득 하루리는 크라비어스에게 묻는 질문만은 왜 '~하는 거냐!' 식의 명령문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한다. 그러나 돌을 굴려봤자 뭐가 나오겠나? 금새 포기한다. 포기도 빠른 하루리. "글쎄… 힘을 다 되찾으면……." "그러니까 그게 언젠데요?" "나도 몰라." 상당히 형이상학적인 답변에도 불구하고 하루리는 꿋꿋하게 마이크를 들고 다시 외친다. "네~ 상당히 추상적인 대답이었습니다! 그럼… 크라비어스 님, 이벤트에 참석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는 하루리의 모습을 불쾌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크라비어스는 아까와 같은 화려한 조명과 요란한 효과음 사이로 사라진다. 어디선가 '헬 파이어'와 '버스트 프레아'가 시전된다. 그리고 눈부신 섬광이 찬란하게 빛난다. "물론, 그리 정상적이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퇴장이었습니다!!! 그리고 4위!!" 두두두두두두두!!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오고 따라라라라~ 하는 서부 영화에서 결투할 때 나오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하루리는 종이를 들고 응시한다. 그리고는 양 팔을 높이 쳐들며 외친다. "영예의 4위는…… 120표의 루시펠 씨입니다!!" 여기 저기 처져 있던 얇은 휘장이 척 하고 들쳐지더니 루시펠이 고고하게 고개를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다. 한 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새카만 머리카락이 찰랑대고 매서운 눈빛이 주변을 좌악 째려본다. "네, 루시펠 씨. 소감은?" "…지금은 별로 대답할 기분이 나지 않는군." 이마에 고운 빠직빠직 표시가 몇 개 새겨진 하루리는 화를 참으며 억지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다시 집어들고 말한다. "네, 루시펠 씨께서는 대꾸하실 마음이 들지 않는답니다! 그리고 루시펠 씨께서 4위를 차지한 이유는… 블러드의 날개를 자르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라는 의견도 많았군요. 오, 놀랍게도 왠지 불쌍해서 찍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대꾸하거나 말거나 루시펠은 여전히 고개를 쳐들고 고고한(?) 모습으로 서있을 뿐이다.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이고, 깊은 눈동자가 빛을 발한다.(;;) "놀랍게도 블러드의 날개를 자르는 모습- 문제의 그 모습인데요." 갑자기 벽에 거대 화면이 떠오른다. 그리고 타락천사 2편 첫 부분의 장면이 뜨기 시작한다. "우는 거야? 루시펠, 울어? 뭐.. 뭐야?" "미안해… 정말로…… 나… 용서하지 마……." 루시펠은 블러드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이제 다시는 보지 못할 터였다. 그런 이상한 루시펠의 모습에 블러드는 그의 어깨를 잡아 자신에게서 떼어놓으며 말했다. "뭐 하는 거…." 미처 말을 잇지 못하고 블러드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멍한 표정으로 루시펠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한심하기 그지없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크라비어스도 마찬가지였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새카만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맺혔다가 곧 흘러내렸다. "미안… 블러드." "뭐… 뭐야! 너! 무슨 일이야?!" 자신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대는 블러드의 손을 탁 쳐내며 루시펠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블러드에게서 몇 걸음 떨어졌다. 그의 눈은 어느새 평소의 냉정한 그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그쳤다. 단지 뺨에 흐르던 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화면이 짜안- 끝나면서 하루리가 다시 마이크를 들고 나타난다. "네, 이 모습입니다! 바로 이 모습 때문에 루시펠 씨께서는 반대표도 많이 얻었지만 지지표도 상당히 얻었죠! 그리고 엘리야 님께서 뽑아주신 '블러드 엔젤 명장면'에 들어가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물론 뒤에 날개 자르는 부분까지이긴 하죠. 페이지 사정상(그런 것도 있었나? ㅡㅡ;;) 조금 잘랐습니다." 루시펠은 여전히 기분 나쁘다는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루리는 재빨리 다음으로 진행시킨다. "네, 그럼. 퀘스쳔 타임입니다! 가장 많았던 질문 '루시펠은 언제 행복해질까?'라는 물음에 답해 주십시오, 루시펠 씨." "글세…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하냐?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하하…… 그렇긴 하군요. 그럼, 다음으로 넘기겠습니다! 다음 질문, '왜 블러드의 날개를 자른 건가요?'라는 질문이군요!" "흥, 상부에서의 명령인데 어떡하냐?" 하루리, 끝내는 꼬투리를 잡겠다는 듯이 묻는다. "그럼, 상부의 명령이 블러드보다 소중하다는 말씀인지요?" "공과 사를 뚜렷이 구분하는 것은 세라핌으로써의 의무. 하지만, 그런 나도 기분 좋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길 바란다." "네… 그… 그러도록 하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서는 하루리. 그리고 루시펠이 '흥'하는 한 마디의 대사와 함께 천천히 걸어서 뒤로 퇴장한다. 그리고 하루리는 여전히 마이크를 잡는다. "네, 이상으로 이벤트를 모두 끝마치겠습니다! 모두 감사드리고요, 기타 다른 캐릭터는 차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빰빠라밤~ 빰빠밤 빰빠라밤~ 요란한 트럼펫과 나팔 소리의 합주가 이어지고, 계속해서 차이코프스키의 슬라브 행진곡이 펼쳐진다. 그리고 천천히 붉고 두꺼운 커튼이 내려오면서 무대를 가린다. ----(총집계)---- 1위. 블러드 ( 263 표 ) + 6 표 ( 수정 결과 ) 총합계 : 269 표 2위. 카오스 ( 168 표 ) + 4 표 ( 수정 결과 ) 총합계 : 172 표 3위. 크라비어스 ( 163 표 ) + 7 표 ( 수정 결과 ) 총합계 : 170 표 4위. 루시펠 ( 120 표 ) 5위. 다키엔 ( 53 표 ) + 4 표 ( 수정 결과 ) 총합계 : 57 표 6위. 하루리 ( 42 표 ) 7위. 하르모니아 ( 36 표 ) 8위. 파르시레인 ( 28 표 ) 9위. 이그드라실 ( 18 표 ) 10위. 라일란드·마리우스 ( 15표 ) ----(싫어하는 캐릭터)---- 1위. 카나인(외 기타 엘프) ( 63 표 ) + 3 표 ( 수정 결과 ) 총합계 : 66 표 2위. 신·천사들 ( 35 표 ) 3위. 카오스 ( 27 표 ) 4위. 크라비어스 ( 23 표 ) 5위. 루시펠 ( 22 표 ) 6위. 마리우스 ( 19 표 ) 7위. 블러드 ( 17 표 ) 8위. 샤이른·파르시레인 ( 14 표 ) 9위. 라일란드 ( 13 표 ) 10위. 예나인·샤오엔 ( 7 표 )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팔 번째 이야기...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드넓은 대지가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상쾌한 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스쳤고, 웃음을 터트리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물론 저 앞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많은 것들이 숨어있겠지만, 그것은 차차 알아나갈 것이고 지금은 지금이다. 허리에 매달린 검이 울었다. 낡은 천으로 아무렇게나 둘둘 감아 놓은 그 검도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감했는지 기분 좋은 울림을 띄고 있었다. "좋아, 좋다고." 나는 가뿐하게 첫 발걸음을 떼어놓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마을에 도착했고, 절망했다.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었던 것이다. 문득 '아까 검의 울림은 이 일을 예고하는 것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한심해져서 잊어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직면한 것은 큰 문제였다. 대마법사가 되어 그 어떤 거대한 괴물이나, 심지어는 용도 두렵지 않던 나였지만… 이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라일란드의 자서전, 「여행의 시작」편에서 발췌. <17장-돈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형편> "큰일이에요, 큰일이라고요." "아까부터 계속 그 말만 반복하던데, 도대체 무엇이 큰일이란 건지 말해 봐라, 레인." "없어요!" 파르시레인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의 양팔을 축 늘어트리는 제스처를 취해 보이며 하르모니아에게 말했다. 그러자 하르모니아는 정말 큰일이라는 듯이 심각하게 대꾸했다. "그래, 지금 나에겐 힘이 없어. 그건 큰일이야. 빨리 찾아야 한지. 그러니 서둘러라." "그게 아니라 돈이 없다고요!" 소리를 질러 버린 파르시레인은 제풀에 놀라 핫 하고 입을 다물었다. 어쨌거나 그 말은 하르모니아 뿐만이 아니라 카나인까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돈이… 없다고?" "네! 없어요! 어제 저녁에 여관에서 쓴 돈이 전부라고요! 이제 저희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바람이 조용하게 불었다. 카나인은 몸을 움찔했고, 하르모니아는 괜히 딴 곳을 응시했다. 파르시레인은 발을 동동 구르며 카나인을 가리켰다. 그는 움찔하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카나인, 네 머리카락! 백금발은 금발보다 귀하지. 덕분에 최고급으로 쳐준다고." "윽… 이건 안 됩니다." "할 수 없어! 우린 지금 당장이라도 노숙해야 할 형편이라고!" 카나인은 급히 모자를 깊게 눌러썼다. 그의 행동에서는 필사적으로 머리카락을 어떻게든 보호해 보려는 노력이 담겨 있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나… 난 요정이라 노숙해도 상관없습니다." "난 요정이 아냐!" 비명 지르듯이 말하고 파르시레인은 연속해서 하르모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도 카나인과 똑같이 몇 걸음을 뒤로 옮겼다. 그리고는 중얼댔다. "머리카락 정도는 상관없어. 또 자랄 테니까." 그러나 파르시레인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붉은 머리카락은 귀하긴 하지만 웬만해선 어울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상품으로 치지 않아요. 타브릿트께서 돈이 될만한 것이라면…… 입고 계시는 옷! 비단은 귀하죠. 그리고 서클렛은 이제 필요가 없으시겠죠? 어느 정도는 각성하셨으니까요." 하르모니아는 손을 이마로 가져가며 황급히 말했다. "서클렛은 안 돼. 이… 이 건 안 된다고." 그답지 않게 말까지 더듬으며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하르모니아의 모습에 파르시레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좋아요, 좋아. 서클렛은 그만 두죠. 뭐, 머리카락이야 또 자랄 테고…… 옷은 아무 것이나 입어도 상관없겠죠?" "……." "……." 그 강압적인 말에 하르모니아와 카나인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비단 옷을 포기할 수는 없었는지 하르모니아는 억울하다는 눈빛으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째서 우리는 돈에 이렇게 쪼들리는 거지? 카오스와 여행할 때는 이렇지 않았다. 아무리 작은 마을에 갔어도 모두 무료로 우리에게 최상급의 숙식을 제공했었지." "그…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뭐가?" 저렇게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다. 파르시레인은 곤란한 듯이 고개를 저었다. 뭔가 설명할 말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카나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조화시여, 인간들은 무지합니다." "뭐?" "인간들은 무지하기 짝이 없죠. 위대하신 조화를 몰라 뵙는 것입니다." 하르모니아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예나 지금이나 무지한 것은 그 어떤 것으로도 고칠 수 없는 법이야." 전혀 생긴 것과 매치가 되지 않는 그 행동에 파르시레인은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예전 그의 모습이 어떨지는 몰라도, 아마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은 없었을 것이리라- 고 생각하며 그는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그럼,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일단 머리카락부터 자르지." 그 말 한마디에 카나인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그에게 있어 머리카락은 어렸을 대부터 몇 백 년간 길러온 소중한 친구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머리카락을 자르라고? "저… 절대! 절대 안 됩니다!" 요정답게 가벼운 몸놀림으로 펄쩍 펄쩍 몇 발자국을 떼어 뒤로 물러서자 금새 둘의 차이는 10라인(=10M)이상 나게 되었다. 그는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파르시레인도 만만치는 않았다. 저래 보여도 그 위대한 로스틱이라는 존재가 아닌가! 그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따라붙는 파르시레인의 모습에 카나인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나의 친우, 바람의 정들이여! 지금 태초부터 전해 내려오는 계약에 따라 나를 도와 달라!" 바람의 기색이 달라졌다. 날카로운 바람의 창날이 파르시레인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쇄액- 쇄액-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그것들이 파르시레인을 향해 똑바로 날아왔다. 카나인은 정말 필사적이었다. "죄송하지만 절대로 머리카락을 잘릴 수는 없습니다! 그대 물의 정들이여, 그대들의 권능으로 강력한 파괴와 안전한 수호를! 아쿠아 토네이도!" 연속해서 물 계열 마법 중에 하나인 아쿠아 토네이도가 시전되었다. 그것은 범위가 넓을 때는 그리 뛰어난 파괴력을 보여 주지 못하지만, 일단 그 범위가 좁거나, 한 대상만을 목표로 할 때에는 거의 최강이나 다름없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보여준다. 더구나 마법 시전자의 보호와, 목표물에 대한 공격을 한번에 실행할 수 있으므로 고위 레벨의 마법사라면 필수적으로 익히고 있는 마법이기도 했다. 물론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자는 별로 없지만 말이다. 거대한 물기둥이 무섭게 회오리치며 파르시레인을 향해 그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며 달려갔다. 그 물기둥에 휘말리기만 해도 온몸이 갈가리 찢겨 사라질 판이었다. 그러나 파르시레인은 코웃음을 쳤다. "흥, 아쿠아 토네이도? 물론 강하지. 그러나 내게는 소용없어! 네가 아쿠아 토네이도라면 난 썬더 라이트닝이닷! 썬더 라이트닝-!" 그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카나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외쳤다. "무슨 소리십니까! 다른 마법을 외우기엔 시간이… 응?" 눈부신 섬광이 그의 눈을 가렸다. 요정으로써 그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 빛은 자연적인 것이 아님이 분명할 터. "부… 분명히 빛 계열 마법의 썬더 라이트닝이다. 무슨… 아직 주문을 외우지도 않았는데!" 그의 시야에 의기 양양한 파르시레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느 새 아쿠아 토네이도의 물기둥도, 썬더 라이트닝의 섬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양손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었다. "으하하하! 이 로스틱의 각인이 보이지도 않느냐! 이것은 메모라이즈 기능을 대신 해주는 거지! 난 메모라이즈 할 필요도 없이 시동어만 외치면 자연적으로 마법이 실현된다! 네 녀석은 아직 어려!" '으드득'하는 이빨 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려왔다. 지금 카나인의 머릿속에는 머리카락에 대한 생각보다 이렇게 형편없이 당한 것에 대한 자존심의 상처만이 남아있었다. 조금 쉽게 말하자면 쓸데없는 자존심이라는 것일까? 그는 그가 알고 있는 주문들 중 가장 강력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습니다! 한쪽 손에는 마력을, 다른 한쪽 손에는 신력을! 태초에서 지금까지 내려온 고대의 계약! …그것은 마성의 약속, 신성의 약속! 그러나 둘 다 간직한 혼돈의 약속……." 야아, 적다. 어찌어찌해서 이연참 분량을 완성했더니만......ㅡㅡ;; 네에, 늦어서 죄송인 것입니다. 담주부터 시험입니당. 그래서 이연참~ 음. 오랫만에. 밝게. 밝게. 밝게 나가보자. 이벤트 결과는 다들 잘 보셨는지? ^^;;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구 번째 이야기... 그러나 확실히 그 능력이 강할수록 주문도 길어진다. 주문의 길이에 따라 마법사의 능력이 드러나는 것처럼 강한 마법일수록 주문도 길어지는 것이다. 카나인은 저래 보여도 인간의 마법사 중에서는 고위급에 속할 것이다. 그런 그가 저 정도의 주문을 외운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파르시레인에게도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 있다. 머리카락 하나(는 아니지만) 때문에 이 지경까지 이르다니. 파르시레인은 경악했다. "그… 그… 그것은… 혼돈마법?" "…오래된 자들의 위대한 계약에 따라 내가 명한다." 파르시레인이 그것을 깨달았을 때 이미 주문은 완성된 뒤였다. 카나인은 공중에 반쯤 뜬 상태로 씨익- 하는, 일명 '비웃음'이라고 불리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게 요정인 네 녀석이 혼돈마법인 카오틱 블레이드를 쓸 수 있는 거냐! 거짓말이라고 말해 줘어어어~ 으아악!" 전혀 긴장감 없는 대사를 외쳐대며 팔딱팔딱 뛰는 파르시레인을 본 카나인의 얼굴이 더욱 볼만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양손에서 타오르는 마력과 신력의 불길이 거세게 용솟음쳤다. "더… 더욱 더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잘못한 게 뭔데? 난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한 죄밖에 없다고!" 카나인은 씨익 웃었다. "바로 그 죄입니다." 그가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그 강력한 마력과 신력의 덩어리를 던지려 할 때였다.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섬광과 함께 재빠르게 카나인의 앞에 다가왔다. 순간적으로 그의 시야에 보인 것은 파르시레인의 싸늘하게 웃는 얼굴과, 그의 한쪽 손에 들린 검의 날카로운 칼날이었다. 서걱- 신체의 일부분이 잘려나가는 결코 듣고 싶지 않았던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카나인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백금의 물결이 출렁였다. "훗, 감히 나에게 덤비려 들다니. 물론, 카오틱 블레이드는 훌륭했다. 네가 그렇게 지체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위험했을 거야." 검을 든 반대편 손에 힘들었던 싸움의 결과물을 들고 파르시레인은 미소지었다. 그리고 카나인은 비명을 질렀다. "내 머리카라아아악-!" 거의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고 탐스러웠던 백금발은 목 위엣 부분까지 깨끗하게 싹둑 잘려나간 상태였다. 파르시레인은 왼손으로 승리의 브이 자를 만들어 보였다. "하하하, 나의 승리!" "이… 이… 이럴…… 수가……." "헉?" 파르시레인은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해체되지 않고 그의 양손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마력과 신력의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카나인의 왼손에서 마력의 덩어리가 무섭게 일렁였다. 그리고 오른손에서 신력의 덩어리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닷! 카오틱 블레이드으읏-!" 마력의 새카만 불길이 무섭게 용솟음치며 타올랐다. 신력의 새하얀 물결이 출렁이며 폭포수와 같은 기세로 쏟아졌다. 쿠콰아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파르시레인의 비명이 울렸다. "으아아악!" 마력의 폭풍이 소용돌이치며 그의 육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신력의 섬광이 날카롭게 빛나며 그 무시무시한 칼날로 그의 육신을 베어갔다. 그때 가녀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줘어~!" 갑자기 들려온 파르시레인의 것이 아닌 비명소리에 카나인은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시야에 하르모니아가 그 무시무시한 카오틱 블레이드의 여파에 휘말려서 조금은 추한 모습으로 한쪽으로 날아가 버리는 광경이 보였다. "헉! 조화시여! 능력을 사용하시지 않고 왜… 그런……." 무슨 말을 하려던 카나인은 갑자기 들려온 그의 말에 굳어 버렸다. "용서 못해! 파르시레인 너 뭐 하는 거야! 로스틱이라면 나를 구해야지! 크라비어스라면 날 이렇게 내버려두진 않는단 말얏!" 분명히 '파르시레인'이라고 했다. '레인'이 아닌 '파르시레인'이었다. "그렇다면……." 카나인이 미처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파르시레인이 외쳤다. "블러드?" 그리고 연속해서 화가 난 채로 씩씩대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블러드지 누구야! 도대체 왜 싸우는 거야! 씨, 아파 죽겠네……." 나무에 꽤나 세게 부딪쳤을 머리를 문지르며 눈물까지 찔끔거리는 그를 바라보며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왠지 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다. "저기… 타브릿트시여? 여기가 어딘지 아십니까?" "미쳤군." 그 물음에 간단하게 한마디했다. 그러자 카나인이 그런 파르시레인을 비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러면… 자신이 누구인지는 아십니까?" "돌았어." 비슷하게 돌아온 대답에 카나인은 잠시 발끈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휴우, 하는 한숨을 내쉬며 거의 동시에 말했다. "돌아왔군." "돌아왔군요." "아무래도… 카오틱 블레이드의 충격 때문에 돌아온 모양인데?" "그런 것 같습니다." 둘의 그런 모습에 블러드는 자신만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에 물었다. "왜 내가 모를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그 질문에 파르시레인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타브릿트시여." 그 답변에 그리 만족하지 못했는지, 약간은 꿍한 표정으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던 블러드는 그의 오른손에 들려있는 정체불명의 물체를 눈치챘다. 새카맣게 그을리고, 끝이 타서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길이밖에 남아있지 않은 그것은 희미하게나마 백금의 빛을 띄고 있었다. "파르시레인, 저게 뭐야?" "예? 저거라니? 이거 말입니까?" 파르시레인은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우리 밥줄이지요.'라고 웃으며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막 말하기 전에 카나인의 이상하고도 미묘한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오른손에 들린 물체를 살펴보았다. 더 이상 '백금의 머리카락'이라고 할 수 없는 그 물체를……. "로… 로스틱이시여……." 부들부들 떠는 카나인의 모습에 파르시레인은 태평하게 블러드의 옷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하하' 웃으며 대꾸했다. "걱정 마, 카나인. 비단 옷이라도 팔면 된다고. 비단이 얼마나 비싼데 그래?" 그 말에 반응을 보인 것은 카나인이 아니라 블러드였다. 그는 분명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비쌌을 자신의 비단 옷을 만지작거리며 중얼댔다. "이걸 판다고?" 그 말에는 '이건 귀해서 팔면 안 돼'의 뜻이 아니라, '이걸 살 사람이 있을까?'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파르시레인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는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 하…… 하하하……." 셋의 모습은 이제 거지나 다름없었다. 파르시레인의 성의없는 칼에 아무렇게나 싹둑 잘려버린 헝클어진 머리카락의 카나인. 그리고 헝클어진 머리카락도 모자라 카나인의 무시무시한 카오틱 블레이드에 여기저기 찢긴 옷을 입고있는 파르시레인. 카오틱 블레이드의 여파에 휘말려 여기저기 찢긴 옷을 입고, 머리카락까지 마구 헝클어진 데다가 한술 더 떠서 온 몸 여기저기에 더러운 이물질을 잔뜩 묻히고 있는 블러드. 그 누가 이들을 위대한 조화, 그리고 잊혀진 종족인 로스틱, 숲의 신사라 불리는 요정이라고 생각하겠는가? "휴우." 셋은 터벅터벅 마을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문득 블러드의 발길에 웬 종이 조각이 채였다. 거기엔 무언가가 마구 휘갈겨 써있길래 블러드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응? 이게 뭐지?" "흠……." 카나인은 그 낡아빠진 종이 조각을 심각하게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그나마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지붕 아래서 잠을 자려면 이 종이 조각에 쓰여져 있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겠군요." 파르시레인이 동의했다. "그렇겠군. 타브릿트시여…… 이대로 함이 어떠신지?" "어?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난 문맹이라 뭔 말인지도 몰라.' 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블러드는 종이 조각을 휙 던져 버리고는 둘을 따라갔다. 먼지가 날리는 길에 종이 조각이 휙 떨어졌다. 그 종이에는 잉크를 묻혀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글씨로 글이 몇 줄 써있었다. '갈레안 시티로 갈 상인들을 보호할 용병 모집. 자격 무. 모월 모일까지 마을회관 앞으로.' 시험기간인데. 홈 4차 리뉴얼을 하고 말았던 것입니다...ㅡㅡ;; http://tearwing.com.ne.kr 놀러와 주세용. 휴우. 어찌어찌해서. 다시 블러드로 컴백. 쿨럭......ㅡㅡ;; 이.. 이제... 정말... 시험 끝날 때까진.. 아.. 안 돼... 쿨럭...ㅡㅡ;; 정말 맘에 안드는 부분인 것입니다. 휴우. 시험은 사람을 황폐화시킨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추석때 놀지도 못하고...ㅠ.ㅠ 놀지도 못했지만 공부도 못하고...;;) -하루리 덧. 마법은, 백마법, 흑마법, 혼돈마법, 청마법으로 나뉩니다. 백마법은 신족. 흑마법은 마족. 청마법은 인간. 혼돈마법은 이제 사용하는 자가 거의 없죠. 카오스 시절에나 쓰던 마법입니당. 신력과 마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건데요, 꽤나 힘들 겁니다. (저는 안써봐서 몰라용..;;) 정령술과 신성력 같은 건 '마법'이 아니라 '마술'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제외♡(;;)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번째 이야기... £ 블러드는 기쁜 듯 히죽 웃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파르시레인이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봐, 내가 더 크잖아?" "겨우 이 정도 가지고 무슨 더 크다, 작다 입니까!" 왼손 검지와 엄지로 손가락 반 마디 정도 되는 길이를 만들어 보이면서 파르시레인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그러나 블러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에게 있어 '요만큼'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은 파르시레인보다 '요만큼' 더 작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는 '요만큼' 더 큰 것이다. 블러드는 다시금 히죽 웃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자신의 정체, 그 조화인가 뭔가 하는 그것과 관련되어 있는 것은 확실했다) 잘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키가 훌쩍 커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 외에도 전체적으로 많이 달라졌다고 카나인이 말해 주었다. 가장 기뻤던 것은 역시 파르시레인보다 키가 크다는 점일까?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역시 카나인의 태도였다. 건방지기 짝이 없던 그의 행동은 아주 고분고분하고 순순하게 바뀌었다. 어찌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것은 기분 좋은 것이다. "아냐, 파르시레인. 잘 봐. 그 '요만큼' 때문에 너는 나보다 작잖아?" "쳇!" 파르시레인은 뭐라 투덜대며 홱 돌아앉았다. 그리고 블러드는 의기 양양한 미소를 만연에 가득 머금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카나인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인간들의 문화란 참으로 시끄러운 것이군요." "뭐?" 다시 한 번 주위를 돌아보며 카나인이 말했다. "인간들의 문화란 참으로 시끄러운 것이라고요. 보소서, 저들을." "흠……." 카나인이 가리킨 곳에는 한 무리의 용병들이 큰 소리로 떠들고 웃으며 주위에 상당량의 소음과 시각적인 불쾌감을 주고 있었다. 물론 용병이란 언제나 싸움터에서 살아가는 자들이니 거친 것은 어느 정도 봐줄 수 있겠지만, 저 해괴한 옷차림은 좀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하는 심정으로 블러드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카나인이 말한 대로 저들의 모습은 '시끄럽다'라는 말 한 마디로 수식할 수 있을 듯 했다. 블러드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저건 문화라 보기에는 좀 그렇지 않을까?" "그런… 사옵니까? 어쨌든 제가 책에서 배운 인간들의 삶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사옵니다." "그래? 나는 그런 것은 잘 모르겠어." 그렇게 셋이 한 구석에 앉아 있을 때 콧수염을 기른 한 남자가 나타나서는 출발 시각과 목적지, 루트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을 시작한지 1분도 지나지 않아 용병들의 야유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둬라, 그만 둬! 무엇 때문에 그렇게 돌아서 가는 거냐!" "맞다~ 조금 위험해도 차라리 최단 루트로 가는 것이 낫겠다!" "갈레안 시티까지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냐! 그리고 그 길은 조금 위험한 게 아니라, 별로 위험하지 않다고! 설사 조금 위험하다고 해도 그 정도도 못 감수하고 물건을 팔러 간다니." "우우~" 그들의 그런 야유에 그 중년 남자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그는 용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제일 먼저 콧수염을 스윽 쓰다듬고 한쪽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톡톡 쳤으며, 마지막으로 헛기침을 몇 번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그 지역에서 원인불명으로 사라진 자들이 늘어났고, 상인들은 최대한 안전한 길로 가길 원합니다. 저희는 보수 면에 있어서는 꽤 넉넉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선불은 전액의 10%입니다. 즉 10실버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목적지인 갈레안 시티까지는 약 반 개월입니다. 이 일을 할 의사가 없으신 분들은 그냥 돌아가 주시면 되는 겁니다. 억지로 부탁하지는 않습니다." 꽤나 진지한 그의 말투에 좌중은 조금 조용해졌다. 그러더니 몇몇은 수군대더니 다른 일거리를 찾아 이곳을 떠났고, 몇몇은 편하고 쉬운 일인데다 보수도 그리 적은 편이 아니라고 판단해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남아 있기로 결정한 그 몇몇에는 블러드의 일행도 끼여 있었다. "근데 파르시레인. 왜 이들은 굳이 갈레안 시티에서 물건을 팔려고 하는 거야?" "아, 갈레안 시티는 물가가 비쌉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싸게 물건을 사다가 갈레안 시티에서 비싸게 파는 거죠. 상인들에게 있어 '비싼'은 갈레안 시티에서는 '싼'이 되니까요." "아~" 블러드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이 어마어마한 행렬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팔러 가는지는 몰라도 그 양이 굉장히 많은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게다가 이 상인들이 이루고 있는 길드는 그쪽에서도 꽤나 유명하다고 하니까- 질적으로도 상당히 우수할 테지. "출발 시각은 앞으로 1시간 뒤입니다! 반복합니다. 출발 시각은 앞으로 1시간 뒤입니다!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까 그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시간이라는 말을 듣자, 주위의 용병들은 하나 둘 일어나 필요한 것을 사러 가기 위해, 혹은 적은 시간이나마 피곤한 몸을 쉬게 하러 각자 흩어졌다. 그러나 아직 선불을 받지 못해 땡전 한 푼 없는 거지인데다 특별히 갈 곳도, 특별히 쉴 필요도 없는 일행이 하나 있었으니. "한 시간동안 뭐 하지?" "글쎄요…… 그냥… 여기서 기다리죠." "윽… 한 시간 동안이나?" 파르시레인은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하지만 그거 외에는 뭐 할 게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숙식은 전부 무료 제공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얼른 카나인이 말을 이었다. "여기서 늘어지게 한시간 동안 낮잠이나 자는 거죠." "안 돼!" 말이 끝나자마자 블러드가 외쳤다. 그러자 파르시레인은 왜 안 되냐는 눈빛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블러드는 꿋꿋하게 말했다. "어쨌든 낮잠만은 절대 안 돼." "도대체 왜요?" 진지한 눈빛으로 블러드는 답했다. "생각해 봐. 만약 잔다면 말야, 한 시간으로 될 것 같아? 최소한 두 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고. 한시간 정도 자서는 괜히 더 졸렵기만 해."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더니 카나인이 방안을 내놓았다. "그럼 조화시여,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사옵니까? 조화께서는 주무십시오. 출발할 시각이 되면 제가 조화를 업고 이동하겠사옵니다." "이봐……." 파르시레인이 황당하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카나인은 꽤나 진지했다. 하지만 블러드는 그런 진지한 카나인의 방안에 별로 찬성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냐, 업혀서 가는 건 불편해." "그렇습니까?" 카나인은 조금 시무룩하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파르시레인이 '휴우~'하고 한숨을 내쉬며 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부드러운 미풍이 한낮의 뜨거운 열기 사이로 불어왔다. 마른 먼지가 날렸고, 물건들이 가득 들어 있는 마차들을 끄는 말들이 푸르륵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여튼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란 것은 확실했다. "자리를 옮기죠." "그러지." 파르시레인이 먼저 일어나서는 그나마 깨끗하고 시원하다고 여겨지는 나무 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뒤를 블러드가 따라갔고, 맨 마지막이 카나인이었다. 나무 기둥에 기대고 앉은 그들은 나뭇잎들이 뜨거운 햇빛을 막아 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한시간이면…… 뭐,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요." "음… 너희들 자고 싶으면 자도 돼. 내가 미안하잖아." 블러드는 친절하게 말해 주었지만, 둘은 정중하게 사양했다.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사옵니다." 그 대꾸에 블러드는 뚱하게 말했다. "어… 그래?" 솔직히 그들로써는 블러드를 혼자 내버려두고 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며칠 정도는 일분도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그들이 아닌가? 그리 피곤하다고 느끼지도 않았고, 졸렵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기에- 그냥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대고 편히 앉아서 바람이나 쐬면서 휴식이나 취하자-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야, 왜 내가 이렇게 커진 거지?" '사실상으로 말하자면 훨씬 전에 나왔어야 할 질문이었는데…'라고 생각하며 파르시레인은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적당한 단어를 골랐다. 얼마 후, 설명하기 적당한 말을 골랐는지 그는 입을 열었다. "비밀입니다." "……있잖아, 파르시레인. 진담이라면 재미없고, 농담이라면 하나도 안 웃겨." "……이하동문입니다." 블러드와 카나인이 그를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그는 얼굴이 약간 따끔거림을 느꼈고,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하하… 사실은 그게 여차저차해서 저차여차된 것입니다." 둘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답시고 하는 파르시레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후, 블러드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여차저차해서 저차여차 되었다는 게 어떻게 되었다는 건데? 설명을 하려면 좀 자세히 해야지." "역시나 이하동문입니다." 파르시레인은 잠시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한탄조로 중얼거렸다. "하~ 역시 나의 이 뛰어난 머리를 범인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었군. 천재의 고독함이라니." 음. 세권분량 완성되었기에. 어찌어찌해서 사장님께 전화했습니다. 그랬더니 한권 분량 보내달라고 하시길래. 어젯밤 세워서 오타수정하고 기타 등등에 죽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수정을 좀 했더니만 분량이 이십페이지 정도 쫙 줄어 버린 것입니다. 쿠어어. 어쨌든 보내드려야죠. 휴우. 지금 봉신연의 나타 테마송 '탄생의 의미'라는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허스키한게 아주 죽이네요. ^^;; 음. 사과의 말 한 마디.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쨌든 시험은 끝났고. 또 열나게 써서 오늘중으로 올리도록. 해야죠. 휴우. 무지무지 힘든 하루입니다. 수정하면서 제가 쓴 글을 읽다보니, 무심코 너무 글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이 커지거나 뭐 그러는데도 아무런 부담감 없이 받아들이는 주인공이나. 크라비어스가 7000살이나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린 왕이라는 것.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대폭 수정을 하기로 했죠. 뭐, 블러드 녀석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나이 면에서는 왕창 수정을 해버렸습니다. 간단하게. 뒤에서 0 하나씩만 빼면 되죠. 크라비어스는 700살. 뭐, 2000년 동안 봉인되었던 것은 200년으로. 무심코 하고 보니 '적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코 적은 것이 아니더군요. 7000살이라면. 크라비어스가 기원전 5000년 경에 태어났다는 것인데. 무슨 역사가 이렇게 길까? 라는 생각에 약간 쇼크였던 것입니다. 지질학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지구의 나이가 46억살이라니까 7000년 하면 별로 긴 것 같지 않지만. 기원전 기원후로 따져보니 엄청나더군요. 기원전 5000년이라면 아직 문자라는 것도 생기지 않았을 땐데 그런 용이 도대체 몇 세대를 이어온 걸까? 또 그렇게 역사가 오래 되었는데 아직 발전은 과거 중세 시대 정도라니. 그것도 이상해서. 결국은 나이 면에서 대폭 수정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 노래 끝났네요. 다시 들어야지^^;; 그리고 프롤로그도 수정되었어요. 아직 수정은 안했지만, 수정될 겁니다.(;;) 흠. 나타 테마송 보니까 성우인지 나타의 일본식 발음인지는 몰라도 '미야타 하루노리'라고 써있네요. ^^;; 아, 프롤로그 얘기는요. 좀 복잡합니다. 무심코 쓸 때는 그냥 써버렸지만 지금 생각하니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욕도 많이 먹었고요.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되었기에. 솔직히 삶이 지겹다고 자살하는 녀석이 흔하겠습니까. 참 재수 없는 녀석이다- 라는 생각을 저도 해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래서 수정하기로 했고요. 앞부분 말입니다. 굉장히 수정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신어.(흠, 이것도 욕 꽤나 많이 먹었죠. 참, 희안한 것이 제 글이 조회수 50, 60 정도일 때는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던 분들이 조회수가 차차 오르고 출판 제의까지 받고 나자 180도 상황이 바뀌는군요) 처음 쓰기 시작할 때는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이 썼기에 상관 없었지만. 무심코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아예 신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 버렸습니다. 아, 물론 신어라는 것은 있지만- 특별히 쓰이지도 않고, 그냥 고문서나 고서적 같은 곳에만 쓰인다는 설정입니다. 노래 바뀌었습니다. 봉신연의 OST 별의 비군요. 요즘에는 한국의 옛 가수들 노래를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 많으신 분 좀 보내주세요. 참, 저희 집에 레코드가 생겼습니다. 원래는 한 개밖에 없었는데 큰맘 먹고 한 개를 더 샀어요. LP도 이제 꽤 숫자가 많기에 기뻐하는 하루리였습니다. *^^* 음. 그리고 또 수정된 것. 길이 단위였습니다. 여태까지는 '1M=1라인'이라는 그야말로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단위 방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심코 화가 나 버렸습니다. 왜 굳이 있지도 않은 말을 만들어 가면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래서 500장이 다 되어가는 분량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전부 단위를 바꾸어 버렸던 것입니다. 즉, 단위 체계는 M. Cm, Mm 단위로 쓰게 되었다는 얘기죠. 정말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아서 제가 미워지는군요. 휴우~ 아마도 책으로 나오면 굉장히 내용이 달라질 것 같군요. 하하. 이만 쓰겠습니다. (글 내용만큼이나 길어져 버렸네요) 이따 한 편 분량 완성되면 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리 백 십 일 번째 이야기... 이번에는 블러드와 카나인, 둘 다 그 말을 무시해 버렸다. 블러드는 결국 사건의 전말을 카나인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 커 버린 건지……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된 건지……. 그는 알아야만 했다. 자신의 일이었고, 더 이상 주위 사람(엄연히 말하면 아니지만)들에게 폐를 끼치기는 싫었으니까. "카나인." "네, 조화시여." 블러드는 카나인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어째서 내가 이렇게 커져 버린 거지?" 이번에는 카나인이 고민할 차례였다. 도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적당할지. 파르시레인은 자신이 바보가 되는 한이 있어도 제대로 설명을 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것에 대한 것은 만약 블러드가 알면 자신의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해 혼란을 느낄 테고, 조금은 슬프겠고, 약간은 가슴아플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니까 말할 수 없었다.(차라리 둘에게 자신이 바보 취급을 받더라도 말이다!) "사건의 전말은… 조금 설명하기는 곤란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대충이나마 말씀드리겠사옵니다." "응, 고마워." 그러나 카나인은 조금 달랐다. 그에게 있어 조화는 그의 존재를 이 세상에 있게 해준 창조주였고, 그의 모든 것이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위대한 조화께서 궁금해한다면, 그것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그는 그럴 각오가 되어 있었다. 설사 그 질문이 그 어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일 경우에도 말이다.(일단 조화께서 친히 그에게 질문했다고 하는 자체가 영광스러운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음… 조화께서는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계시지요?" "응… 대충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는 블러드의 모습에 카나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모른다면 그것까지 또다시 설명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훨씬 복잡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 그렇다면 더욱 이야기하기가 수월해졌군요. 조화께서는 각성의 때가 다가왔기 때문에 그것이 정신적인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옵니다. 말 그대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거죠. '조화'로써의 인격과 지금 당신의 인격이. 아, 그렇다고 이중인격을 뜻한 것은 아닙니다. 완전히 각성한다면 두 개의 인격은 자연스럽게 합쳐질 테니까요. 일단 저희 마을에서 그렇게 되신 것은, '봉인'이(저희 왕이었던 자가 말이죠) 그 곳에 있었기 때문이죠. 본래 조화께서 가지신 기억에 관련된 것이 나타난다면- 그것에 반응하여 그렇게 되는 것 같사옵니다. 앞으로 완전히 각성할 때까지 또 그런 일이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사옵니다." 그 말을 들은 블러드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 그 '조화'가 무엇인지 그는 자세히 몰랐다. 하지만 대충 알 수 있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무한한 힘을 가진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과 다키엔이 말한 것처럼 언젠가는 각성해 버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블러드'라는 인격은? 두 개의 자연스럽게 합쳐진다는 카나인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임할 수는 없었다. 그도 전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진짜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다. 일단은 다키엔이나… 샤이른. 혹은 이그드라실. 굳이 한 명 더 추가하자면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카오스일까? "그렇구나……." 블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괜히 죄 없는 풀을 쥐어뜯었다. 진한 풀 냄새가 주위로 퍼졌고, 손은 풀물이 들었는지 얼룩덜룩하게 녹색 물이 묻어 있었다. 파르시레인이 말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타브릿트시여. 어차피 다 잘 될 테니까요. 어떻게든 되겠죠." 낙천적이다 못해, 대책 없는 그의 말에 블러드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일이 아니니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거겠지. '내 정체인데도… 왜 내가 모르는 걸까?' 그래도 파르시레인으로써는 열심히 위로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정 걱정되시면… 그 어둠, 다키…엔이었나? 하여튼 그 분을 만나보시면 되지 않습니까? 어디 계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타브릿트께서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니까요. 금방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군요." "하지만…… 불안해." 땅을 바라보며 중얼대듯이 말하는 블러드를 보며 파르시레인은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꽤나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고 자부(그 '살아왔다'라는 것의 의미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해온 그였지만, 이런 경우에 어떻게 위로를 해 줘야 하는지- 그런 것 따위는 잘 모르고 있었다. 여하튼 그로써는 최대한의 위로라고 할 수 있는 말을 건넸다. "불안해 해 봤자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정해진 것이라면 보다 즐겁게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구나.' 그랬다. 어차피 정해진 것이라면… 보다 즐겁게 하는 것이 최우선인 것이다. 어차피 정해진 길을 가야 한다면, 지금보다 더 즐겁게 그 길을 걷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어차피 할 것이라면. 보다 즐겁게. 보다 행복하게. "파르시레인." "예?" 블러드는 진심으로 그에게 말했다. "정말 고마워." 그리고 파르시레인은 미소지었다. 타브릿트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만 해도 그에게는 기쁜 일이었고, 고맙다는 인사말까지 들었다. "아뇨, 영광입니다." 블러드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기지개를 쫙 폈다. 굳어 있던 몸이 펴지면서 여기저기서 뚜둑 소리가 들렸지만, 별로 아프지는 않았다. 그는 할 수 있는 가장 쾌활한 목소리로 둘에게 말했다. "가자, 이제 시간 다 되었겠다. 어쨌든 지금은 우린 용병이니까 말야. 일해야지~"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짐짓 헛웃음을 터트리며 따라 일어났다. 마차들이 여기저기 줄지어 서 있는 곳에서 예의 그 중년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야, 이 놈들아! 출발할 시간이다! 일어나, 일어나서 출발할 준비를 하란 말이다!" 발로 여기저기 쓰러져서 코를 골고 있는 용병들을 걷어차며 말 위에 올라타는 그의 모습은 아까의 예의 바르고 정중한 모습과는 꽤 많은 차이가 있었다. 마부들이 말을 출발시키려고 어르는 "이랴" 소리가 곧이어 들려오고 말들의 발굽에 채인 돌이며 풀 등이 뽀얗게 먼지를 일으켰다. "후~ 어쨌든 갈레안 시티까지 돈벌면서 가겠다!" 재빨리 마차 옆에 붙어 서며, 블러드가 카나인에게 말했다. 카나인은 히죽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돈 따위야 어찌되든지 좋사옵니다. 공짜 밥 먹게 생겼군요." "헉……." 음. 적군요. 적은 것입니다. 문득. 공책들을 책상 위에 정리하다 보니. 왠지 슬퍼졌습니다. 우리나라 캐릭터보다는, 일본 캐릭터가 점점 더 많아지는군요. 아무래도 타래팬더 이후인 것 같네요. (그러면서 타래팬더 공책 3 권, 부루부루 공책 2 권을 가지고 있는 몰상식한 루리) 그 우리 캐릭터 중에서는 다래와 머루였던가? 그 댕기머리 여자애하고 더벅머리 남자애요. 그거 좋았는데. 요즘에는 안 나오는 것 같네요. (음, 한동안 팬시점엘 잘 안 갔는데. 없던 것 같던데요) 한국식으로 그림도 참 예쁘게 잘 그린 것 같았는데. 승마장에서 잘 아는 아줌마가 있습니다. 그 분이 오늘 이상한 풀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풀이라기 보다는, 빨간 열매가 달려 있고, 그 밑에 잎사귀가 두 개 있는데요 열매를 막 조물락조물락 해서 말랑말랑 해지면 그 꼭지를 조심스럽게 떼어내서 속에 내용물을 다 빼낸 다음에 속에 공기를 넣어서 동그랗게 부풀리고 입으로 불면 예쁜 소리가 난다고 하시는군요. (이름이 생각이 안나요;;) 아줌마가 먼저 시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글쎄요, "통통통통-" 하는. 예쁜 소리라기 보다는, 정겨운 소리였습니다. 저는 안 되더군요^^;;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요. 하. 하. 사라져 가는 옛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는 루리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리 덧. 언제나 리플 남겨 주시고, 메모 보내 주시고(게시판에 메모 기능이 있더군요~^^;;), 메일 보내 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덧 하나. 책 사 주시겠다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덧 둘. 제피누님. 책에 싸인해서 보내줄께^^;; 덧 셋. 혜지나, 너도 책 보내주련? 덧 넷. 모두들 행복하세요.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이 번째 이야기... 그런 카나인을 보며 블러드는 속으로 '이 녀석, 성격이 변했어~'라고 울부짖었다. 차마 겉으로 소리칠 용기는 그에게 없었다. 덜컹, 덜컹. 마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길을 지나갔다. 먼지가 뽀얗게 날리자, 블러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휘휘 저어댔다. "휴우, 먼지는 정말 싫어." 마차 옆에 바짝 붙어서 가는 것은 괜히 먼지를 더 뒤집어쓰는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두어 발자국 옆으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마차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중간계에 내려온 지 꽤 되었지만, 이런 마차를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떼로 몰려다니는 마차 부대를. 무심코 말 옆에 다가갔다가 말이 푸르륵 대는 바람에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자, 마부가 껄껄 웃으며 소리쳤다. "이봐, 촌뜨기! 말 옆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채일걸?" "우와, 크다!" 그 충고를 무시하고 블러드는 조금 빠르게 뛰어서 말 옆으로 가 보았다. 정말 무시무시한 크기였다. 물론, 크라비어스가 변신한 모습도 본 적 있었지만, 그것은 정말 비현실적으로 컸기에 그 크기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직접 봤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러 번 봤다면 모를까… 겨우 한 번 본 것인데. "우와! 장난이 아니잖아?" 말의 어깨 높이만 해도 자신의 키보다 더 큰 것을 알고 블러드는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저 긴 목! 기린을 본 적이 없기에, 기린 목이 어느 정도로 긴 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정도면 기린에도 필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무심코 자신의 목을 만져보았다. 물론, 실제로 놓고 비교하자면 기린이 더 길겠지만 실제로 이 마차를 끌고 있는 말은 대형 종에 속하는 샤이어라는 이름의 말 종류로써, 대형 말 중에서도 굉장히 큰 편에 속하는 말이었다. 자신의 허리까지 오는 커다란 마차 바퀴는 서부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것이었고, 마차 부대를 호위하듯이 각자 말을 타고(물론 말이 있는 자들만) 주위에서 속보로 뛰고 있는 용병들은 블러드가 다시금 탄성을 지르게 하는 데 충분했다. "이제 그만 들어오십시오!" 파르시레인이 블러드를 보고 소리쳤다. 그는 마차 위에 걸터앉아 있었고, 꽤나 불안정한 자세였지만 희한하게도 그리 불안정해 보이지는 않았다. 상인들은 말을 소지하지 않은 용병들을 위해 그들을 태울 마차까지 준비해 준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전부 마차 부대의 기동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지만. "잠깐만~" 파르시레인을 향해 팔을 흔들어 보이며 블러드는 걸음을 빨리 했다. 말이 투레질을 하며 고개를 흔들자, 블러드는 깜짝 놀라 두어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 때, 무언가가 블러드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어엇?" 공중에 뜬 두 발을 버둥대며 의문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잡힌 뒷덜미가 너무 아파서 눈물까지 찔끔 나올 뻔했다. 블러드가 버둥대며 두 팔로 자신을 들어올린 그 기둥 비슷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붙잡자, 뒤에서 그 무언가가 대꾸했다. "이봐, 너무 말 주위에서 얼쩡거리면 말이 놀라 날뛸 수도 있다고." 간신히 뒤를 돌아본 블러드는 입을 떡 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크… 크다……." 팔뚝 굵기만도 자신의 허벅지 정도는 될 것 같았고, 울퉁불퉁 솟은 근육… 허리에 찬 거대한 칼(자신이라면 드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은)……. 게다가 못 나가도 50Kg은 될 자신의 몸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다니……. 그가 타고 있는 말이 왠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타브릿트시여!" "하르모니아시여!" 동시에 터져 나온 비명과도 같은 소리에 블러드를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사내는 "응?"하며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금방이라도 마차에서 뛰어 내릴 것만 같은 포즈로 블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당히 절박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그 사내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애처롭게도 자신의 팔을 붙잡고 낑낑대는 녀석을 바라보았다. "이봐, 너 이름이 뭐냐? 저기 갈색머리 놈이 말한 거, 그… 뭐였더라? 타브리… 그거냐 아님 꼭 잘라먹은 것처럼 머리카락을 꼴사납게 하고 있는 녀석이 말한 거냐?" "브… 블러드요." "난 크래커다." "아… 그래요, 아저씨." "뭐? 아저씨? 내 이름은 크래커라니까, 크래커!" 그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가르쳐 주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간신히 대답하며 블러드는 허공에 떠 있던 발을 말의 안장에 걸칠 수 있었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나마 안전한 자세로(그리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있게 된 블러드는 그제야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안절부절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둘의 모습에 블러드는 '난 멀쩡해'라고 말해 주려고 했으나, 크래커라고 이름을 밝힌 사내가 등좌째 발을 들어 툭 하고 블러드의 다리를 쳤기에 비명을 지르며 다시금 허공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으악!"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로 낑낑대는 블러드의 모습을 본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실제로 그 말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그 불안감은 더 컸다. 저러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러나 둘의 불안은 금방 사라졌다. 블러드가 다시 발을 버둥대서 안장에 얹혀 놓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크엑!" 다시금 툭 치는 크래커의 발에 의해서 대롱대롱 매달린 블러드. 그에 따라 사색이 되어 가는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의 얼굴. 그 상황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크래커. "아저씨, 뭐 하는 거예요!" 바락 소리를 지르며 블러드가 허공에서 버둥댔다. 그러자 크래커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내 이름은 크·래·커·다. 아저씨 따위가 아니라고!" "아… 알았어요, 크래커! 빨리 내려 달라고요!" 절박하게 외치는 블러드의 모습에 크래커는 피식 웃으며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타고 있는 마차로 말을 몰았다. 곁으로 바짝 따라붙으며 블러드를 던지듯이 마차에 내려놓자 파르시레인이 이를 갈았다. "이 자식! 무례하다!" "무례라고?" 크래커는 파르시레인이 한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크게 웃어 버렸다. "푸하하핫!" 그리고 당연히 파르시레인은 발끈 화를 내며 소리쳤다. "뭐… 뭐 하는 거냐!" 그리고는 재빨리 장갑을 빼서 저 몰상식한 녀석의 얼굴에 던져 주려고 했다. '감히 나와 나의 타브릿트를 모욕한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 주겠다!'라고 생각하며 그는 왼손 장갑을 빼려고 했다. "어?" 평소 습관대로 장갑의 손목 부분에 달린 고리로 장갑을 빼려던 파르시레인은 뭔가 허전함에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장갑이 없다!' 그가 잠시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크래커가 그의 머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당연히 다시 화를 내려던 파르시레인은 문득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냈다. "이봐, 네 녀석 보아하니 귀족이지? 장갑을 빼려고 하는데 장갑이 없으니… 그 어리둥절한 표정이라니! 웃겨 죽겠군! 이봐, 이봐. 귀족 나으리. 우린 용병이라고." '마… 맞다! 난 이제 귀족이 아니지!' 사실대로 말하자면 귀족보다 훨씬 높은 신분일 테지만 인간들에게 '로스틱'이라는 신분은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은 용병인 것이다! 물론 각성했다고 해서 '드 알케인'이라는 성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일단 가문의 힘에 의지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했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파르시레인은 옆에서 카나인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것을 보고 울컥 했다. "훗! 역시 아직 익숙하지 않으시군요!" 그 말에 파르시레인은 곧장 반격했다. "너… 너는 얼마나 잘났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냐! 물가도 잘 모르는 주제에!" "윽…… 갑자기 여기서 물가가 왜 나오는 겁니까?" "네가 익숙하지 않다며? 물·가·에도 익숙하지 못한 놈." 그렇게 둘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을 때, 옆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파르시레인이 먼저 뒤를 돌아보고, 곧이어 카나인이 입을 떡 벌렸다. "우와, 멋진데요? 크래커 씨." 둘이 본 것은, 블러드가 크래커의 뒤에 매달려서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었다. 왠지 말이 불쌍하게 느껴지는 것은 둘만의 착각일까? "이봐, 이봐. 다 좋은데 말야…." "예?" 곤란한 듯한 크래커의 말에 블러드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이 등에 닿아서 약간 간질간질했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천진난만한 블러드의 목소리에 크래커는 주르륵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 "제발 말을 뒤로 타는 것은 좀 사양해 주라." 블러드는 안장 뒷부분의 손잡이를 잡고, 말을 뒤·로· 타고 있었던 것이다. 크래커의 말에 블러드는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앞을 보고 타면 시야가 가려져서 싫어요." "……." 블러드와 크래커라고 이름을 밝힌 용병의 사이좋은(?) 한 때를 지켜보고 있던 파르시레인의 입에서 "빠드득"하는… 일명 '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카나인은 그런 파르시레인에게 한마디 했다. "갈레안 시티에 도착하는 데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돈을 받는 데로…… 마시장에 가서 말을 세 마리 사죠." 그 의견에는 파르시레인도 전적으로 동감이었다. 아, 평소보단 많은 듯 합니다.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고 생각하다가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봐야지. 라고 결론이 났습니다. 예전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예전 우리 나라 게임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 사이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상당한 많은 발전을 했다고 봅니다. 특히 창세기전 시리즈는 매우 좋아하는 게임이기도 하고요^^;; 제 취미이기도 한 게임 시디 모으기- 때문에 저희 집에는 게임 시디가 꽤 많습니다. 정말 돈 많이 드는 취미죠. 모아도 꼭 정품을 모으니까요. 저희 엄마는 굳이 정품을 살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저는 아닙니다. 게임을 저희가 사야지 회사가 게임을 만들 것이고 우리 나라 게임 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솔직히 우리 나라 게임 시장에서도 국산 게임은 몇 안 되고(음, 그래도 꽤나 많지요?) 오히려 외국 게임이 더 많은 듯 합니다. 예전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우리 나라 게임 실력도 외국에 비해 전혀 떨어짐이 없다고 보는데요. 특히 창세기전 시리즈. 정말 명작이죠. 1, 2, 3. 특히 요번에 3는 굉장히 감동, 또 감동이었습니다. 일러스트도 굉장했고, 그 장대한 사운드와 탄탄한 스토리라니. 게임 플레이 방식도 전보다 훨씬 나아 졌으면 나아졌지, 못하지는 않더군요. 뭐, 돈이 없어서 게임 시디를 못 사겠다- 하는 분들도 많지만. 한 달에 한 개씩 사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몇 달에 한 번 정도 사는 겁니다. (아, 물론 저 같은 경우에는요. 자금 부족으로 인해;;) 게임 출시가 빨리 되는 것도 아니니까. 하나 만드는데 몇 년이 걸리고. 그러잖아요? 기왕이면 다운받아 플레이 하는 것보다는, 사서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중입니다. 일단 정품 시디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기쁨으로 다가오거든요. 음. 이번에는 악튜러스를 사러 가야겠습니다. (진짜 몇 달만이냐. 시디 사는 것이ㅠ.ㅠ) 좋은 하루 되세요. 덧. 쓸데없는 이야기를 또 주절댔군요. 휴우. 반성, 반성. 덧 하나. 네, 그 식물 이름. "꽈리" 였습니다. 가르쳐 주신 ...님 감사합니다~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삼 번째 이야기... £ "하아암~" 블러드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쫙 폈다. 갈레안 시티로 출발한지 벌써 사흘 째. 그러나 도적은커녕, 그 흔한 오크 한 마리 안 보이는 것에 실망하고 있었다. 지붕이 없는 마차 위에서 쏟아지는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블러드의 옆에 파르시레인이 눈을 부릅뜨고 앉아 있었다. 그러나 부릅뜨고 있었다는 것은 자신의 시점에서인 듯 카나인이 보기에는 아슬아슬하게 마차 끝에 걸터앉아서 졸린 눈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있는 것이, 곧이라도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혹시라도 자기가 졸거나 한 사이에 블러드가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요 사흘 동안 한 숨도 자지 못했던 것이다. 덜컹, 덜컹. 돌을 밟기라도 했는지, 마차가 잠시 허공으로 8Cm 정도 튀어 올랐다. 마차에 타고 있는 이들의 몸도 8Cm 정도 튀어 올랐다. 그러나 요 며칠 동안 단련된(?) 블러드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약간 몸을 뒤척였을 뿐, 그 외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조… 졸려.' 속으로 중얼대며 파르시레인은 자신의 팔을 힘껏 꼬집었다. "아야!" 눈물까지 찔끔 나온다. 블러드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파르시레인을 돌아보았다. 파르시레인은 어설픈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옆에 놓여 있는 검을 만지작댔다. 그리고 그 행동에 카나인은 또 불안한 듯 했다. '저러다 베일 것 같아.' 그리 좋은 검은 아니었지만, '검사'인 파르시레인이 매일 열과 성을 다해 정성껏 갈아 놓은 것이었다. 당연히 날은 날카롭게 서 있었고, 검집이 없는 이상은… "으아악!" …바로 지금과 같이 되는 것이다. "이봐, 왜 그래?" "뭐라도 나타났냐?" 이번에는 소리가 꽤 컸는지, 주위의 용병들이 웅성대며 파르시레인을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왜 그러느냐는-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다 자신의 검에 베인 것이라는 것을 알자, 키득대는 소리가 걱정의 소리 대신 주위를 메꾸었다. "파… 파르시레인? 졸린 거야?" 블러드가 불안한 듯이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꽤나 깊게 베였는지 피가 손등을 타고 흘러 파르시레인의 남색 바지를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피가 줄줄 흐르는 한쪽 손을 꽉 잡고 파르시레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블러드의 눈에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표정이, 무지 아프다는 표정이었던 것이다! "아프겠다. 난 마법 같은 건 못 쓰는데…… 아, 그게 있었지! 잠깐만."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는 무엇을 생각하던 블러드는 천천히 파르시레인의 상처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아·물·어·라." 잠시 파르시레인의 손에 조그마한 빛이 머물었다. 그것을 본 이는 다행히도 파르시레인과 블러드, 그리고 카나인밖에 없었고, 그리 큰 빛도 아니었기에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는다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빛 속에서 파르시레인의 손은 분명히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었다. "타… 타브릿트시여?" "태초의 능력?" 둘은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명히 '각성'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이 능력을 쓸 수 있는 것인가? "아, 이거 말이지? 크라비어스가 해준 서클렛 때문에 많이는 못 쓰지만… 이 정도는 가능한 것 같더라고." 둘의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이 블러드가 해명했다. 그는 자신이 쓴 능력이 그리 대단한 것인지도 몰랐고 모든 종족의 마법사들이 그토록 바라 마지않는 '태초의 능력'이라고 불리는- '언령'과는 또 다른 능력이란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말하는 데로(너무 심한 것만 아니라면) 다 이루어지는 능력이 어디 흔한가? 엄청난 능력이라는 것만은 잘 알고 있었다. "헤헤, 진짜 대단하지? 나도 이제는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거라고." '물론 치료에만'이라고 중얼거리긴 했지만, 그 말은 블러드 의외에 그 어떤 누구도 듣지 못했다. 어찌 되었든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감격했다. 하르모니아(혹은 타브릿트)께서 드디어 태초의 능력을 쓸 수 있다니- 라고. 조화의 각성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다. 블러드야 '그게 어떻게 영광이 되는 거야?'라고 말했겠지만, 둘에게는 다시없는 영광인 것이다! "하… 하르모니아시여……." "으… 응?" "감격입니다." 정말 감격한 얼굴로 카나인이 말했다. 그에게 있어 '하르모니아'란 창조주, 주인, 종주… 기타 모든 것이었다. 그런 위대하신 분의 각성을 옆에서 지켜본다니! 하여튼 카나인은 감격, 또 감격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도 상황은 비슷했다. 둘은 '오오, 드디어…' 따위를 중얼거리며 서로 마주보면서 키득댔고, 그 모습이 두려워진 블러드는 잠시 주춤- 했다. 그 때, 카나인이 히죽 웃으며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였다. 그리고는 둘에게 말했다. "돈은?" "갑자기 웬 돈이야?" 블러드의 말대로 갑자기 왜 여기서 돈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몰랐지만- 그 이야기를 하는 카나인의 모습이 매우 사악해 보여, 마치 악마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말에 딱딱하게 경직되는 파르시레인의 모습은……. 분명히 손은 다 아물었을 텐데, 아까보다 더 고통스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조용히 뭐라고 중얼댔다. 태초의 능력이 어떻고, 각성이 어떻고, 조화가 어떨지 몰라도- 셋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돈'이었다. "그런데 말야…… 갈레안 시티에 도착하면 어떡할 건데?" 그리고 블러드가 결정타를 날렸다. "……." "……." 블러드의 이 질문에 둘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하르모니아'의 의식이었을 때, 그는 "난쟁이들의 마을로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둘은 난쟁이의 마을이 어딘지 몰랐다. 지금 '하르모니아'가 사라지고 다시 '블러드'가 된 이상은……. "…난쟁이의 마을을 찾아가야 하죠." 파르시레인은 오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확실히 '오래된' 것이니만큼 정확하지 않았다. 정보도, 기억도. 카나인은 요정이니만큼 앙숙인 난쟁이가 사는 곳 따위를 알 리가 없었다. 분명히 '그런 야만적인 종족이 사는 곳을 왜 제가 알아야 합니까?'라고 그 재수 없는 면상(어디까지나 파르시레인의 시점에서이다)을 들이밀며 말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은 블러드였다. 어쩌면, 정말 아주 어쩌면…… '하르모니아' 때의 기억이 약간은 남아 있을 지도 몰랐다. "거기가 어딘데?" 갈레안 시티에 도착하면… 정보 길드부터 뒤져야 하겠군- 이라고 중얼대며 파르시레인은 혼자서 마차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정보 길드에서 정보 값이 얼마였더라?"라고 중얼대며 "후후후"라는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서 일행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리고 마차가 조금 기우뚱했다. 선금으로 10실버를 받긴 했지만… 셋이서 여행하며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값이다. 그에 카나인이 "계속 이런 식으로 용병을 하면서 다니면 어떨까요? 밥과 잠자리도 공짜로 제공해 주니까 돈도 벌지, 여행도 하지. 일석이조잖아요?"라는 의견을 냈지만 "이런 일자리 찾기가 쉬운 줄 알아? 대부분이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야. 우리는 어떨지 몰라도 타브릿트께서는 안 돼"라며 단호히 말하는 파르시레인에게 면박을 당했다. 그리고 블러드가 "태초의 능력으로 돈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의견을 냈지만, "불가능합니다"라는 파르시레인의 말에 그 역시 조용히 카나인과 함께 한쪽 구석에서 찌그러졌다. 마차는 다시 균형을 잡았다. 즉, 일행에겐 현재 '돈'이 필요했다. 이대로 가다간 갈레안 시티에 도착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지도 몰랐다. 정말 다른 것은 몰라도 그것만은 사양하고 싶은 셋이었기에 필사적으로 돈을 아껴야 했다. 말 사는 거야… 어쩔 수 없고. 카나인이 물었다. "그럼 어떡하죠?" 셋은 결국, 일단 갈레안 시티에 가서 생각하고 보자는- 참으로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결론을 내리고는 각자의 일에 빠져들었다. 오랫만입니다. 이번 편은,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요. 성취도 평가에 찌들어서 기운없던 사이에 마구 휘갈겨 쓴 것이라 그런지. 허접하기 그지없고. 내용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을. 나중에 수정해야죠(항상 나중이래;;) 피곤한 하루입니다. 아해의 장에 미쳐서 지내는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 권 살까- 라며 중얼중얼 만화책에 빠져서는. 이런, 루리. 안 돼! 점점 위태로와져 가고 있습니다. 메일 보내주신 분들, 쪽지 보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님 계좌번호로 돈 보내드릴 테니 싸인된 책 보내주세요'라는 메일이 12통이나 왔습니다. 읽는 순간 '출판사에서 공짜로 책 받는 거니까! 내가 이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후우. ;; 루리는 아직 멀었나 봅니다. 해탈의 길까지! ;; 문득. 200회 이벤트 상품은 그걸로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물론, 아직 200회까지는 멀었고. 과연 200회까지 갈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다면- 한 번 그걸로 해봐야지. 후후후. 출판사 분들께 욕먹어도 난 몰라.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사 번째 이야기... '마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어떤 것을 떠올릴까?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면 쭈글쭈글한 피부에 매부리코, 부리부리한 눈망울, 이리저리 뻗친 철사 같은 머리카락, 한쪽 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 무언가 정체불명의 것들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이글이글 끓고 있는 아궁이, 검은 옷에 검은 모자, 숲 속의 오두막… 등을 상상할 것이다. 그러나 마녀의 사전적 의미는 약간 다르다. '특별한 수단이나 방법을 통해 마력을 사용하는 여자'가 마녀의 사전적 의미이다. ……중략…… 일반적으로 마녀란 사악한 악의 화신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나 실제로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을 살펴보면 그 배후에는 마녀의 손길이 닿아 있음을(아주 약간이라도) 깨달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마법국가라 불리는 그노아의 건국기를 살펴보자. 초대 왕인 '살루핀 1세'를 도와 그노아를 건국했다는 정체불명의 여인. 나중에는 살루핀 1세와 결혼하여 왕비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도, 나이도, 출신도… 무엇 하나 정확하게 남겨진 것이 없다. 그리고 그녀는 전혀 늙지 않는 것 같았다고 서적들은 전해 온다. 그리고 그녀는 살루핀 1세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셋 두었는데, 그 중에 둘은 아들이고, 하나가 딸이었다. 살루핀 1세가 죽자 그녀는 살루핀 2세가 된 장남과 둘째 아들을 남겨둔 상태로 딸만을 데리고 사라졌다. 마녀들은 보통 남자와의 사이에서 난 자식들 중 아들은 남편에게 양육권을 넘기고 딸만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는다. 마력이나 그 외의 마법적인 감각 등이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월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들로 보았을 때, 그노아의 초대 왕비였던 그녀의 정체는 사실 마녀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일린, 「역사의 배후에 숨겨진 마녀들」에서 발췌. <18장-안개 숲의 마녀> "어이~" 방금 막 '잠이나 자지 뭐'라고 생각한 블러드는 크래커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특별히 이름을 지칭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음의 높낮이나 길이 등을 살펴보았을 때, 저 '어이'라는 부름은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왜요?" "저기 숲 보이지?" 한 2Km에서 3Km 정도 떨어진 곳에 희미하게 보이는 초록색 점을 가리키며 크래커가 말했다. 멍하니 크래커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던 블러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자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살폈지만, 크래커가 말한 초록색 점은 보이지 않았다. "아뇨, 안 보여요." 단호한 블러드의 대꾸에 크래커는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곧 평상심을 되찾고는 원래 하고자 했던 말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 "그… 그러냐? 어쨌든 저 앞에 숲이 있거든? 저 숲에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데 그게 꽤나 무시무시하단 말야. 멀리서 볼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숲 가까이만 가면 안개가 자욱히 끼고 그 안에서 무시무시한 마녀가 나타나서 사람들을 홀려 잡아간다는 거야. 그리고는 손가락부터 잡아먹고 뼈는 장작으로 쓴다고 하더라. 무섭지?" "하하…… 크래커……." "응?" "그런 어린애도 안 속을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에 누가 무서워하겠어요?" 정말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는 블러드에게 크래커는 한층 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냐, 정말이야. 정말이라고. 실제로 상인들이 저 숲을 지나가려다 실종된 적이 많다고. 그것도 원인 불명으로 말이야. 출발할 때 어떤 남자가 말했잖아? 숲에서 상인들이 실종되어서 멀리 돌아간다고." 블러드는 에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개가 끼는 것은 어떤 자연적인 현상- 예를 들자면 숲에는 나무가 많으니까 당연히 습기도 많고… 그것이 다른 숲보다 조금 지나쳐서 사람들이 들어가면 그 체온과 기타 등등으로 인해서 안개가 낀다든지……. 그리고 마녀가 잡아간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정말 헛소문일 것이다! 무슨 마녀는 마녀인가! 비록 이곳에는 용도 있고, 천사에다 악마도 있고, 신도 있고 마법사도 있고 괴물도 있고 기타 등등……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것들이 잔뜩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녀가 사람을 잡아가서 손가락부터 먹고 뼈는 장작으로 쓴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았다. '아… 아냐…… 어쩌면 마녀도 있을지 몰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던 블러드는 잠시 주춤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는 용도 있고, 천사도 있고, 악마도 있고, 신도 있고, 마법사도 있고, 괴물도 있다! 그런데 마녀라고 있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지… 진짜인가?' 블러드는 다시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피식 웃으며 자세를 고쳐 않던 그는 잠시 경직되었다. '아냐… 어쩌면 진짜일 수도 있어…….' 크래커의 어처구니없는 말은 블러드의 사고에 큰 혼란을 가져오고 있었다. 그런 사이에도 마차는 계속 숲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드디어 숲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기 시작했다. 초록색 점 같은 것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리고 마차들이 숲에 가까워질수록, 숲이 더욱 더 또렷하게 보일수록… 블러드의 사고는 처절하게까지 바뀌어 가고 있었다. '어… 어느 게 맞는 거지?' 심각한 고찰을 사이에 두고, 마차는 어느새 숲 앞에 다다랐다. 그리고 용병과 상인들 사이에서는 내분이 일기 시작했다. 어차피 용병이란 것이 위험한 직업이니만큼 위험을 무릅쓰고 숲을 가로질러 이틀 내로 갈레안 시티에 도착하자는 의견과,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릴지언정 숲을 빙 돌아서 안전하게 가자는 의견이 갈렸다. "아니, 무슨 소리요! 어차피 용병이란 게 위험한 직업 아니오? 그냥 숲을 통과해 가자고! 허구한 날 생사를 넘나드는 주제에 무슨 안전은 안전!" "옳소! 어차피 용병인데… 까짓 거 조금 위험하면 어떻소!" 한쪽에서 이렇게 소리치자, 다른 한쪽에서는 또 그들대로 소리질렀다. "당신들은 괜찮겠지만 우리 상인들은!" "정작 위험한 지경에 직면했을 때 죽을 가능성이 가장 많은 것이 우리들이라고!" "맞아, 당신들이야 무술을 훈련했겠지만 우린 아니잖아!" 이렇게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블러드의 고뇌는 심각해지고 있었다. '어떤 게 진실이지? 누가 나에게 진실을 알려 달라!' £ 결국에는 용병들의 의견대로 숲을 가로질러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나 버렸다. 난폭한 용병들과 유약한 상인들.(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승부였던 것이다. 아무리 상인들이 뭐라 말해도 "우리는 시간이 많지 않아. 이거 하나 해서 평생 먹고살 만한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빨리 끝내지 못하면 이 의뢰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라고 하며 거의 배 째 수준으로 나오는 용병들에게 이길 수는 없었다. 물론 용병 몇몇은 숲을 빙 돌아서 가는 의견이었기에 투덜대긴 했지만 동료들의 날카로운 시선에 곧 잠잠해졌다. "저… 저기 파르시레인……." "네?" 블러드는 잠시 머뭇댔다. 약간은 부끄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공포심보다 강하지는 않았다. "지… 진짜로…… 이 숲에 마녀가 사는 거야?" 파르시레인은 피식 웃었다. '물론 전과 비교해서 한 일억만 배쯤은 달라졌겠지만 저럴 때는 정말 재수 없음이야.'라고 생각하며 블러드는 작게 투덜댔다. 그 질문에 파르시레인 대신 카나인이 충실히 대답했다. "이 숲에 마녀가 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사실은 저희 요정들도 알고 있는 엄연한 '사실'로써, 이곳의 지명은 '안개 숲'… 물론 요정들의 지명으로는 말이죠. 그녀는 부리부리한 눈망울에 이리저리 뻗친 빨간 철사 같은 머리카락을 가졌고 늙은 노파라고 합니다. 주식은 사람을 즐겨 먹고 그 뼈는 장작으로 쓴다고 하죠. 장작으로 쓴다는 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사람을 즐겨 먹는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똑같은 말을 파르시레인이 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카나인이 하면 왠지 거짓도 진실처럼 들렸다. 요정은 거짓말을 안 한다- 라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까? 블러드는 파랗게 질린 채로 카나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 지… 진짜야……?" 여느 때의 블러드라면 절대로 믿지 않을 말들이었지만 지금 상황이 그로 하여금 카나인을 믿게 만들고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짐승 울음소리, 간간이 나무 위에서 무언가가 후닥닥 뛰어 다니는 소리, 안개 숲이라는 지명답게 한치 앞도 분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짙은 안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용병들도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몰고 있었다. 덜컹, 덜컹. 마차 바퀴 소리와 작은 말 울음소리, 작게 소곤대는 소리가 일행이 지닌 소리의 전부였다. 블러드는 마차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불안한 듯이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혹시 못 볼 것이라도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은 안 보느니만 못한 것. 괜히 알면 더 두려울 것 같았다. 결국 블러드는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 말았다. 그리고 그 직후, 파르시레인이 작게 카나인에게 소곤댔다. "카나인, 너도 참 악취미다." "이런 것도… 가끔은 재미있지 않을까요?" "참 나, 쭈글쭈글한 피부에 철사처럼 뻗친 머리카락? 마녀가 안 늙는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텐데." "하르모니아께서는 모르죠." 어깨를 으쓱하며 뻔뻔하게도 무표정으로 대꾸하는 카나인의 말에 파르시레인은 다시금 카나인의 말에 대해서 중얼대듯이 말했다. "사람 고기를 먹고 뼈를 장작으로 쓰는 마녀라니. 정말 황당하고 한심해서 웃기지도 않는다." "이곳에 마녀가 산다는 것은 사실이라고요. 요정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고요." 파르시레인이 엄숙하게 말했다. "요정이 아니라도 웬만한 녀석들은 안다고." 그리고 둘은 작게 숨죽여서 키득댔다. 사실 카나인은 아까 블러드와 크래커의 대화를 들었던 것이다. 마녀가 사람 고기를 먹고 뼈를 장작으로 쓴다는 둥 어쩐다는 둥. '약간은… 무서운걸?' 그렇게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키득대는 것을 모르고 블러드는 두려움 반 호기심 반에 살짝 얼굴을 내밀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이 짙은 안개만 아니라면 보통의 숲과 비슷했다. '카나인의 말을 차라리 안 들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중얼대는 블러드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 무언가가 소곤대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나뭇잎 스치는 소리인 것 같기도 하고… 조그마한 짐승이 내는 소리인 것 같기도 했다. 이번에는 호기심 삼분의 이 정도, 두려움 삼분의 일 정도로 다시 한 번 밖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곧 다시 들려왔다. 갉작, 재깍, 스르륵, 사륵, 졸졸, 통통, 할짝……. 오만 가지 소리가 합쳐진 듯, 들을수록 애매하기만 했다. 자세히 들어보니 꼭 무슨 음악소리 같기도 했지만 음악소리만은 아니었다. 약 5분 정도를 그렇게 소리만 듣다 보니 두려움이 조금 가셨다. 하지만 완전히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아직은 살짝 몸만 돌려 바깥을 보는 정도였다. 조금 더 고개를 돌려보자 작은 새가 한 마리 보였다. '우와, 새잖아?' 그 새는 블러드의 주먹보다 약간 더 큰 크기로 보통의 숲에서 볼 수 있는 새와 거의 비슷한, 평범하기 그지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몸의 삼분의 일 정도를 차지하는 꽁지깃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블러드의 눈동자도 위아래로 움직였다. 삐이이익- 삐이이이익- 잠시 뒤, 맨 선두에 선 이가 호각을 길게 두 번 불었다. 휴식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 호각 소리를 듣고 마차들이 거의 일제의 멈춰 섰다. 주위가 약간 시끄러워지자 용기랄 얻은 블러드는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폈다. 아까의 그 새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주위가 시끄러워지면 날아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약간 서운한 기분이었다. "타브릿트시여?" 파르시레인이 다가오며 의문을 표하자 블러드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양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리고는 숲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안개에 둘러싸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방금 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포근한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안개가 숲을 보호하듯이 감싸 안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르모니아시여, 시장하시옵니까?" "아니, 괜찮아." 고개를 살짝 저으며 부정의 의미를 전달한 블러드는 문득 생각했다.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이런 분에 넘치는 대우를 매우 당연한 것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각했는지. 지금은 이렇게 잘 해 주지만, 이들이 평생 자신의 곁에 있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둘은 평생 곁에 머물 것이라고 한결같이 대답하지만 그렇지 못하리란 것은 마음 속 깊이부터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떠나가리라는 것을. 블러드는 왠지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져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드디어 주간 연재로 들어가는 것이느뇨, 루리. 다들 죄송합니다. 꾸벅;; 그리고 잊지 않고 독촉멜 날려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시한번 꾸벅. 사과의 의미에서. 다른 때보다 깁니다. 네에, 제 생각에는요. 음, 문득 보니. 저 밑에 제 홈과 판타지 피아 배너가 들어가 있군요. 아아, 테드님께는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꾸벅. 근데 판타지 피아 배너가 X표 되네요. ^^;; 에, 저는 밤을 좋아합니다. 아무 것도 안 보인다는 것. 어렸을 때는 굉장히 무서웠지만 지금은 별로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자기 전에 음악을 틀어놓습니다. 테잎이라면 계속계속 반복해서 돌아가지만 시디는 한 번 돌아가면 꺼지니까요. CDP로 외부 사운드 해 놓고서 켜 놓습니다. 아주 작게, 작게 틀어 놓습니다. 처음에는 잘 안 들려요. 이불 부시럭대는 소리와 숨소리 때문에 방해가 되어 잘 들리지 않죠. 그러나 숨소리마저 죽여가며 조용히, 가만히 들어보면. 점차 또렷하게 들려옵니다. 그리고 노랫소리와 함께 시계 바늘이 똑닥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손목시게는 전자시계를 사용하지만, 방에 있는 시계는 바늘 시계죠. 돈이 있다면 추가 있어서 뎅그렁, 뎅그렁 하는 옛날 시계를 들여놓고는 싶지만^^;; 그건 조금 무서울 것 같군요. 전자시계가 바늘시계보다 확실히 편리하고 정확한데도 사람들이 바늘시계를 사용하는 이유가 그것에 있는 것 같습니다. 밤에 가만히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으면 들리는 그 소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는 것 같습니다. 그 정겨운 소리에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바늘시계를 애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 월트 디즈니 만화 영화에 나오는 삽입곡과 주제곡들을 담아 놓은 시디가 네 장 있습니다. (똑같은 것이 네 장이라는 얘기가 아니라 각각 다른 것입니다^^;;) 어떤 것들은 굉장히 발랄하고 화려하지만 잔잔하고 조용한 것들도 많은데요. 특히 작은 인어공주의(음, 세바스찬의 Under the sea만은 무척 발랄하죠) kiss the girl을 굉장히 즐겨 듣습니다. 밤에 틀어 놓고 듣다보면 잠이 소르르 쏟아지고. 어느새 잠들죠. 마음도 편안하고, 기분도 좋습니다. 이제는 음악을 틀어놓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음. 언제나 주제가 없이 횡설수설이군요. 낮에 듣는 것과 밤에 듣는 것은 차이가 많습니다. 어둠 속에서 차분히,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그 속에서 차분하게 음악을 듣고 있으면 왠지 허브차라도 한 잔 마시고 싶어지는군요;; 아, 물론 제가 밤에 음악을 틀어놓고 차를 마시는 둥의 고상한 취미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친구 중에 허브를 무척 좋아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그 덕에 집에 몇 그루 키우던 허브를 찻잎으로 쓴 적이 몇 번 있어서요. 물론, 귀찮아서 자주 해먹지는 못하지만요. ;; 에, 그러니까 결론은. 밤에 음악을 들으면 좋다고요. 하하^^;; 좋은 하루 되십시오. 언제나 횡설수설이군요.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오 번째 이야기... "휴~" "왜 그러십니까?" 깊게 한숨을 푹 내쉬자 파르시레인이 의아하다는 듯이 또 묻는다. 블러드는 재빨리 자세 를 바로 하고는 손을 내저었다. '이제는 한숨도 편히 못 쉬겠구나.' 물론, 둘이야 무시하고 그냥 속 편하게 행동하면 좋겠지만 블러드에게는 그것이 더 속이 불편한 행동일 것이다. 자신 옆에 저렇게 죽자사자 붙어 있는 둘을 무시한다는 것은 무리 였다. 좀스런 행동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어?" 문득 옆을 돌아보니 아까 그 새가 나뭇가지 끝에 앉아 있었다. 나뭇가지는 가느다란 것이 휘청휘청 위태로워 보였다. 물론 새가 무거운 것은 아니었지만, 나뭇가지는 너무 가늘었다. 블러드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뻗는다고 잡힐 나뭇가지나 새도 아니었거니와 블러드 본인 도 잡을 생각이 있어서 뻗었던 것은 아니었다. 검은색 깃털에 붉은 색 꽁지깃……. 약간은 현란한 색이 눈앞에서 왔다갔다했다. 안개가 조금 더 자욱해졌다. 이젠 바로 옆에 까지 스멀스멀 기어와 시야를 흐렸다. "과연 안개 숲이로군!"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건 용병들이 들고 있는 횃불이 그나마 안개를 쫓고 있다는 것이다. 저것마저 없었다면……. 가뜩이나 길눈이 어두운 블러드는 절대로 일행을 찾지 못할 것이다. 일행이 블러드를 찾는 다면 모를까. "타브릿트시여, 아직 출발 시각까지는 30분 이상이 남았으니… 좀 쉬심이 어떠십니까?" "어… 괜찮아. 어차피 난 계속 마차에 타고 왔는걸." 파르시레인은 그렇다면야- 라고 중얼댄 후 잠시 어디 좀 갔다 오겠다고 말하고 어디론가 가 버렸다. 여간해서는 블러드의 곁을 떠나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은 카나인도 옆에 있고 용병들, 상인들이 이렇게 많은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파르시레인이 믿었던 카나인은 블러드보다 이 숲에 신경을 더 쓰고 있었다. 오랜만 에 숲으로 들어서서 기분이 좋은지 사방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역시 요정이기 때문 일까? '하여간 숲은 무지 좋아한다니까' "하르모니아시여, 숲을 조금 둘러봐도 괜찮겠습니까?" "길 안 잃어버리겠어?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데?" 걱정스런 블러드의 물음에 카나인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저희 요정들이 숲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인간으로 친다면 저희에게 숲 은 주작대로나 마찬가지죠. 안개 따위의 자연물이 길을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 "어, 그러냐……." 블러드는 '그래, 너 잘났다.'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을 참았다. 역시 본질은 변하지 않는건 가… 라고 중얼대는 것을 그 잘난 청력으로도 듣지 못했는지 카나인은 앞으로 걸어 나가 고 있었다. 만약 파르시레인이 이렇게 카나인마저 어디론가 가 버린 것을 알았다면 그에게 또 뭐라 몇 마디 할 것이다. 아니, 몇 마디 하기 전에 미리 블러드의 곁을 떠나지는 않겠지. "아차, 하르모니아시여. 만약 제가 도착하기 전에 일행이 떠난다면 기다리지 말고 일행과 같이 떠나십시오." 뛰어 가다가 깜빡 잊었는지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카나인의 모습에 블러드는 고개를 끄덕 였다. "알았어." 그리고 블러드가 자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는 것까지 다 확인한 그는 성큼성 큼 걷는 건지, 훌쩍훌쩍 뛰는 건지 모를 발걸음으로 어느새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졸지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라는 훌륭한 가이드이자 안내자, 보호자 그리고 동반자를 멀리 떠나보낸(?) 블러드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새는 지치지도 않는지 아직까지도 그 나뭇가지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었다. 이제 완전히 안개 속에 혼자 내팽개쳐진 블러드는 새나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조금 자세히 살피자 그냥 까만 줄 알았던 머리에 작게 붉은 점이 여러 개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우, 무슨 새가 저러냐." 평범한 줄 알았던 새는 이제 보니 완전 별종이었다. 주먹보다 약간 큰 정도의 작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무식하게 큰 울음소리. 그런 주제에 소리는 꽤 아름답다. 검은색에 빨간색 이라는 부적합한 배색인데도 의외로 잘 어울리는 그 괴상함. 게다가 머리에 박혀있는 빨 간 점은 또 뭔지……. 황당했다. "……뭐, 이런 곳에 새가 사니… 당연하지. 평범한 걸 기대한 내가 잘못이다. …그래, 그 래, 열심히 울부짖어 봐라. 목에 피가 나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새를 상대로 열심히 중얼대는 블러드는, 누가 본다면 자칫 미친 녀석으로 착각할 만한 오 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그리고 새는 블러드가 자신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한 것을 알아챈 건지 시끄럽게 울어댔다. "시끄럿!" 옆에 있던 돌을 하나 집어던지자, 그제야 조금 조용해진다. 그러나 한 5분쯤 뒤 블러드는 새에게 용서를 비는 추태를 저질러야 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파르시레인도 카나인도 떠 나고 그나마 있던 새소리마저 사라지자 무서웠던 것이다. 용병들은 흐릿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야, 미안하다. 그냥 다시 울어라. 응?" ………… "미… 미안하다니까. 그냥 울어." ………… "진짜 미안하다고!" 몇 번의 달램에도 그저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기만 한 새의 모습에 블러드의 화는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겨우 그거 가지고 화를 머리끝까지 내는 거나, 새를 상대로 이렇게 화를 내는 거나… 두 개 다 똑같이 유치한 짓임에는 틀림없었다. "으이씨, 저걸 그냥, 확." 다시 한 번 돌을 집어던지는 제스처를 취하자 여태까지 꼼짝도 않던 새가 움찔한다. 아니, 새에게 움찔한다는 동사를 집어넣는 것도 좀 이상하지만 분명히 새는 '움찔했다'……. 그 리고 블러드는 새가 '움찔하는' 그 장면을 확실하게 보았다. "호오~" 블러드는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짙은 안개에 가려져 있는 옆의 풀숲에서도 무언가가 흥미로움과 약간은 짖굳은 장난기로 눈을 번뜩 빛냈다. 그것은 블러드가 눈을 빛낸 것과는 약간 다른 의미의 것이었다. "그랬구나……." 뭐가 그랬다는 것인지도 모른 채 블러드는 새를 상대로 중얼댔다. 물론 알아들으라고 한 소리는 아니었다. 블러드가 키득대며 다시 돌을 주워드려는 순간, 안개에 가려진 풀숲에서 눈을 빛내던 무언 가가 블러드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새가 길고 크게 울었다. 삐이이이이익- 주위의 용병들이 반사적으로 그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불행히도 짙은 안개 때문 에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너무 빠른 행동이었기에 얼이 빠져 미처 소리를 지르지 못했지만, 하얗고 고운 손이 블러 드의 입을 꼭 틀어막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어차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정체불명의 괴인에게 질질 끌려가며 블러드는 무심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는 납치까지…… 내가 유명하긴 유명한가 보다.' 괴인의 생김새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약간은 호리호리한 몸에 큰 키에 어깨 정도에서 찰 랑이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었다. 하여튼 괴인의 몸으로 보아 그리 힘이 세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혹은 그녀)는 블러드를 끌고, 아니 안고도 휙휙 잘 지나가고 있었다. 마치 이 숲 전체가 제 집인 것처럼 그 짙은 안개에도 구애받지 않았다. 어디에는 나무 그루 터기가 있으니 조심하고, 어디에는 나뭇가지가 너무 낮으니까 조심하고, 어디에는 물기가 다른 진흙보다 특별히 많은 진흙이 많은 웅덩이(결국은 늪이란 소리겠지)가 있으니 조심 하고……. '여기 사나?' 특별히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고, 어차피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이 구해주러 오겠지- 하 는 태평한 생각에 그다지 이 괴인이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짙은 안개 너머로 흐릿하게 나무와 바위들이 휙휙 지나쳐갔다. 부딪칠 것 같은데 용케도 부딪치지 않는 그 모습에 블러드는 손만 자유롭다면 박수를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단은 이 상황을 벗어나야 했다. 어쨌든 그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도움을 기다리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우웃……!" 해석 불가능인 말을 외치며 발버둥을 쳐보았지만, 이 괴인은 그런 것에는 전혀 신경쓰지 도 않고 가볍게 블러드를 몇 번 뒤흔들었다. "으으으읍… 으읍!" 어지러움으로 비명을 질러보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그를 화나게 만든 건지 몇 번 심하게 흔들린 후, 블러드는 이 상황을 타파해 보려는 마음을 버렸다. '그래, 운명에 순종하자고…….' 약간은 비겁한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자신을 합리화시키려 노력했다. 게으름의 극치가 되어버린 루리입니다. 잡담은 안 넣겠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여기서 그냥 답하거나, 그 정도만 말하겠습니다. 잡담이 긴 것을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한번 줄 정리를 해봤습니다. 이렇게 하는게 맞나 모르겠네요. 보기 불편한가요?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육 번째 이야기...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문을 두드렸다. 나무로 된 문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허술하기 그지 없었지만 분명히 눈에는 보이지 않는 마법이 걸려 있었다. "집에 없나?" 중얼대며 집 주위를 둘러보는 그의 시야에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숲임에도 불구하 고 재빠른 몸놀림에 호리호리하게 큰 키, 가는 몸……. 이곳의 짙은 안개는 인간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은 파르시레인의 시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웬만한 안개 정도는 있거나 없거나 그게 그거겠지만, 이곳의 안개는 평범하지 않았다. 마법적인 무언가로 생성된 것이다. 앞에 흐릿하게 보이는 누군가의 움직임은 경쾌하면서도 빠른 것이 안개에 거의 영향을 받 지 않는 것 같았다. 적어도 그의 지식 내에서 생각하기에 이곳에서 안개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한 명이었다. "그녀인가?" 그러나 그 인물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자 파르시레인은 자신의 생각을 취소했다. 분명히 그 인물은 가는 몸이긴 했지만 '남자'였고, 길쭉한 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나인이로군." "아, 파르시레인 님께서도 여기 계시군요." 카나인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담담했다. 그에 비하면 파르시레인은 약간 의외라는 듯한 눈 빛을 하고 있었다. 둘의 간격이 어느 정도 좁혀져 서로의 윤곽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가 되자, 파르시레인이 물었다. "그녀를 아는 건가?" "모를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녀라면 요정들과도 상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숲 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그녀의 허락을 받아야 하기에 여기 온 거죠." "마찬가지의 이유로 왔지.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그녀와는 아는 사이니까." 이번에는 카나인이 놀랄 차례였다. 솔직히 요정이라면 그녀와 어느 정도의 친분 관계는 유지하고 있다. '안개 숲'이라는 매개 체를 통해 요정들과 교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딱히 개인적으로 이렇다 할 만한 친분은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녀는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려 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 파르시레인이 그녀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놀랍군요. 그녀는 누구와도 깊이 사귀려 들지 않는데 말이죠." "물론 이 몸으로 그녀를 만난 건 아냐." "아!" 카나인은 그제야 파르시레인이 로스틱이라는 것을 상기해 냈다.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긴 생을 살아왔을 테니까, 그 기나긴 삶들 중 어느 하나에서 그녀를 만났을지도 모르는 일 이다……. 파르시레인이 아니꼽다는 눈빛으로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왜 떫냐?" "아,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잠시 침묵과 함께 찾아온 공백이 끝난 뒤, 파르시레인은 발길을 돌렸다. 카나인도 약간 머 뭇대며 그 뒤를 따랐다. 그 때, 누군가가 밟았는지 마른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스락- 그것은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에게 소리의 크기는 그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소리가 났다는 사실이고, 둘은 그것을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응?" "무슨……?" 둘은 거의 동시에 소리가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 나뭇가지를 밟은 주인공 이 날카로운 얼굴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깔끔하게 뒤로 빗어 내린 갈색 머리카락, 약간은 호리호리하게 마른 몸, 훤칠한 키에 날카 로운 얼굴선. 파르시레인이 무척이나 잘 아는 얼굴이었다. "엘……?" 그녀의 입에서 그리운 듯한 목소리가 새나왔지만 파르시레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지금 그녀의 등에 업힌 채 울상을 짓고 있는 블러드였다. "타브릿트시여!" "하르모니아시여!" 이번에도 거의 동시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튀어 나갔다. 그리고 3초쯤 뒤에야 그녀가 둘이 그렇게 찾아다니던 장본인이란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안개 숲의 마녀 페린 페로시우스여." 카나인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예를 차렸지만 그녀- 페린에게 카나인의 모습은 눈에 들 어오지 않았다. 페린은 그 자리에 경직된 채로 겨우 입을 열었다. "엘이야? 돌아… 온 거야?" 카나인은 잠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아, 파르시레인 님과 아는 사이라고 했지?' 카나인은 속으로 중얼대며 페린의 등에서 거의 떨어지려고 하는 블러드를 조심스럽게 받 아 들었다. 블러드는 흔들려오는 등위에서 멀미 때문에 고생했는지 아주 죽상이 되어 있었 다. "카나인……." 이런 상황에서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을 만나게 되자 너무 기뻤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는 블러드였다. "아, 페린. 오래간만이네." 파르시레인은 페린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는 블러드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십니까?" "응, 별로… 잘못된 곳은 없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래도… 고생이 심하셨을 텐데……." 블러드의 귀로 그 '페린'이라고 지칭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엘." "역시 제가 곁을 떠나지 말았어야 하군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 괜찮아." 그런 그녀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파르시레인은 블러드의 흙투성이 옷을 탁탁 털어 주었다. 옆에 있던 카나인과 블러드가 더 곤란한 듯한 얼굴이었다. "…엘!" 그제야 파르시레인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페린은 약간 화가 난 표정으로 파르시레인을 바 라보고 있었다. "아아, 페린. 도대체 무슨 일이야? 그렇게 화난 듯이……." "각성한 거야?" 파르시레인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보면 몰라?" "그 애가 너의 타브릿트야?" "응." 그녀의 질문에 파르시레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무심코 이를 악물었다. 꼭 쥔 주먹 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일단 들어와." "저… 저기, 고맙습니다." 블러드가 애써 감사의 인사를 하자, 페린이 사납게 블러드를 노려보았다. 그 날카로운 시 선에 움찔하며 뒤로 몇 발짝 물러섰다. '왜… 저러는 거지?' 아아. 약 일주일만의 컴백이옵니닷;; 엘리야가, 놀랍게도 편지와 소포를 보내주었슴닷!! 편지의 내용은 노 코멘트고;; 소포는 감이었습니다;; 맛있게 먹을게에..>< 힘을 내서, 수행평가를 때려치고 이렇게 글을 잡아 약 한 시간만에 이렇게.. 후훗;; 죽을고생했다는;; 이렇게 글을 안쓰는 이유는. 컴만 잡으면...... 새로산 게임인 악튜러스가 눈앞에 아른아른. 하다보면 세시간 훌떡훌떡 지나가고... 엘리야...>< 감... 진짜 고마워어~!! 내가 엘리야 싸랑하는거 알쥐? 그럼. 이만 씁니닷;;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리 덧. 페린님 홧팅~!! 덧 하나. 무슨 말 하려고 했는지 까먹었당;; 덧 둘. 앗, 생각났다. 뒷부분을 조금 예상해서 써보았습니닷;; 자기가 쓴 글에 슬퍼서 막 베개를 껴안고 침대에서 뒹굴뒹굴했습니닷;; 덧 셋. 죽는 장면이었죠;; 왜 전 그런 장면만 더 잘써지는걸까;; 누가 죽는 거였을까요?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칠 번째 이야기... 블러드의 의문을 뒤로하고 일행은 그 허름한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페린까지 포 함한 넷은 모두 둥그런 식탁에 둘러앉을 수 있었다. 한쪽 벽에서는 벽난로의 불이 탁탁 소리를 내며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페린은 그녀 의 어깨까지 오는 까만 머리카락을 뒤로 슥 넘기고는 장작을 몇 개 벽난로에 밀어 넣었다. 잠시의 침묵 뒤에 파르시레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설마 페린, 여기서 쭉 지낸 거야?" 그 질문에 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파르시레인이 꽤나 놀란 것을 봐서는 아마도 상당한 세월을 이곳에서 살아왔나 보다. "내가 안 왔었다면… 안 왔었다면 어떡하려고?" 놀랍게도 파르시레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블러드와 카나인은 이 이 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 당시 아직 각성하지 않았을 그의 존재를 알 고 있는 걸까? "나에게 주어진 세월이 끝나는 날까지… 여기 있었겠지." "그 기나긴 삶을… 여기서 쓸쓸하게 보낼 거라고?" 페린은 단호하게 말했다. "너에게 주어진 시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난 너와 달라!" 파르시레인이 비명 지르듯이 소리쳤다. 격한 감정이 담긴 애절한 목소리였다. 그의 풀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요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다르다고! 내 삶은 결코 길지 않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아. 그 전까지의 시간은 다 거짓된 삶이라고! 그건 결코 내가 아냐! 하지만 넌 아니잖아, 페린? 너에게 주어 진 세월, 몇백 년일지 모르는 그 세월은?" 그러나 페린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네가 없는 삶은… 진짜 삶이 아냐." 그제야 블러드와 카나인은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이… 이럴 수가!' '무… 물론, 오래 살아온 만큼…… 그, 그렇지만…….' 둘은 침을 꼴깍 삼켰다. '도저히… 저 파르시레인의…….' '…연인이라니!' 둘은 과거에 연인 사이였던 것이 틀림없었다! 100%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저 파르시레인이 단지 '조금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저렇게까 지 흥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페린의 떨리는 목소리, 대사! '안개 숲의 철혈 마녀'라 고까지 불리는 그녀의 저런 모습은! 둘의 그런 모습은 블러드와 카나인에게 있어 하나의 결론에 이르도록 발돋움할 수 있는 아 주 튼튼한 발판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하하, 그… 그럼 저희는 잠시 밖에 좀 나가 있겠습니다. 여기는 너무 더워서, 아… 아 니, 하여튼 밖에 좀……." "그… 그럼 안녕히 계시고, 그리고 파르시레인, 천천히…… 와. 먼저 가 있을 테니까. 알았 지?" 횡설수설한 둘은 몇 초 뒤에 오두막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까 마당 한 쪽 귀퉁이에 털썩 주저앉았다. 카나인이 먼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어서 블러드가 "후후훗"하는 괴상망측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후후훗……. 연인, 연인이라. 그래, 좋을 때지." 자신은 절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음을 분명히 깨닫고 있는데도 저런 말을 지껄인 것으 로 보아, 블러드의 정신상태는 지금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하하… 뭐, 오랜 세월을 살아오니만큼…… 뭐, 그럴 수도 있겠죠. 저희가 이해할 수밖 에 없죠. 무엇보다… 파르시레인 님도 남자이니만큼…… 우후후훗." 그런 말을 하는 카나인, 그 자신도 남자임에 분명하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무언가 상당 히 불편한 공기임에는 틀림없었다. 저런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 이상……. 블러드는 고개를 저었다.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둘은 이번 일을 모르는 체 하기로 결 심했다. 실제로 일행의 재정을(그래봤자 빈털터리지만 말이다) 손아귀에 쥐고 있는 파르 시레인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카나인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뒤, 블러드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놀랍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카나인을 향해 말했다. "카나인, 가자." "그리 하죠, 조화시여." £ "……." "…어째서 나를 선택하지 않은 건지 물어봐도 될까?" 페린의 질문에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페린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 녀의 입술 사이로 한탄 섞인 한숨이 새나왔다. "왜지? 왜 나를 선택하지 않은 거지?" 조그맣게 파르시레인의 대답이 들려왔다.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녀에게는 왜이리 크게 들리는지……. 누군가가 바로 귓가에 대고 크 게 소리치는 것처럼, 왜이리 크게 들리는지……. "너에게서는… 진실이 느껴지지 않았어." "왜…? 어째서? 어째서 느끼지 못했던 거야?" 그녀는 물었다. 자꾸 더듬대고 조그마한 목소리였지만, 마찬가지로 파르시레인에게는 크 나큰 외침이었다. 절규였다. "몰라…… 나도… 모르겠어." 머리를 감싸쥐고 파르시레인은 탁자에 얼굴을 기댔다. 힘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만 약, 자신의 임의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만약에 그렇다면… 그는 그녀를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만약은 없다. 에. 약 3주만의 블러드입니다;; 다들 안녕하셨는지;; 후후훗......-_-;; 조금(?) 늦었군요. 에, 그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짧고, 재미없고, 이해하기도 힘든 안개숲 4편이었습니다;; 후, 글이 안써지는건 아닌데...... 쓰기도 귀찮고, 음, 시간도 없고;; 이제 2주 뒤엔 시험이고...;; 아. 하. 하;; 요즘에는 이누야샤에 빠져 있습니다;; 아실 분은 아실테고 모르실 분은 모르실테죠;; 우리나라 출판본 이름은 견야차인데요... 이정도면 아시는분 꽤나 되실테죠;; 犬夜叉(いぬやじゃ)라는;; 후훗. 무지무지 재밌습니다...>.< 만화책도 재밌고, 애니메이션도 재밌는...... 신비로 가면 51편까지 다운받을 수 있구요, 매주 화요일마다 한편씩 나오는건데. 무지무지 재밌어요>.< 개인적으로는 셋쇼마루를 가장...// 아아, 쓰잘데없는 잡담이었습니다. 부디 빠른 시간내에 다시 뵙기를 기원하며;;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팔 번째 이야기... "됐어, 페린. 이제 난 엘이 아니라 파르시레인이야. 지금 나의 타브릿트는…… 저 위대한 분인걸?" 찻잔을 움켜쥔 페린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엘… 아니, 파르시레인. 하지만 말야, 모든 일이 끝나면…… 내게로 돌아와 줄 거 지? 너의 타브릿트라는 자, 인간이 아니지만… 너보다 오래 살 순 없을 거 아냐? 돌아와 줄 수… 있는 거지?" 파르시레인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짙은 풀빛 눈동자가 우울한 빛을 띠고 깊게 가라앉는 가 싶더니 금새 머리카락 사이로 가려졌다. "바보구나… 모든 일이 끝나는 건…… 내가 죽은 뒤야." "하… 하하! 무슨 소리야, 엘…? 아니, 파르시레인이랬지…… 너는 죽지 않잖아! 반복되는 긴 삶! 다시 태어나면… 이렇게 다시 나에게로 와줄 수 있잖아?" 까만 머리카락이 불안을 담고 흔들렸다.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파르시레인은 우울 하게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억지로 외면하려 들지 마, 페린. 다 알고 있잖아? 타브릿트를 찾은 이상… 나의 삶은 반복 되지 않아. 너도 잘……." "아냐!" 미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페린이 벌떡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나 동그라지고 탁자가 흔들렸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난폭한 행동이었지만 의식하지 못하 고 있었다. "아냐, 아냐, 아니라고! 그럴 리가 없어!" "페린……." 거칠게 외치고는 헉헉대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파르시레인은 그녀의 얼굴을 감싸쥐 었다. "도대체 왜 그래? 힘들게 살지 말라고… 나 같은 것 빨리 잊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봐. 그 옛날처럼 밝게… 웃어 줘. 너답지 않게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 야…… 제발…." 똑바로 파르시레인의 눈을 바라보던 페린은 그의 손을 세차게 뿌리쳤다. "나다운 것? 나다운 게 어떤 건데? 나는 항상 웃고만 지내는 줄 알아? 나도 울고 화내고 슬 퍼할 수 있어! 난 인간이야!"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였다. 그리고 그 검푸른 눈동자 속에서 파르시레인의 모습이 흐릿 하니 사라지는 순간 눈물이 또르륵 굴러 내렸다. "나도 울 수 있다고!" 그녀는 문을 덜컹 열었다. 문 열리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파르시레인은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나며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다. "페린-!" 그 순간, 파르시레인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리고 페린은 눈을 크게 부릅떴다. 둘은 뛰어 나가려는 자세 그대로 꼼짝도 못하게 얼어붙어 버렸다. "아하하…… 얘기 끝난 거야?" "그럼 저는 이만…." 문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귀를 문에 가져다 댄 포즈로 어정쩡하게 인사하는 블러드, 그리 고 그 옆에서 슬그머니 일어나서는 뒤로 몸을 빼는 카나인. "타브릿트시여 여기서 도대체 무슨… 그리고 카나인?" "새… 생각해 보니 아까 숲에서 심한 상처를 입은 사슴을 본 것을 깜빡 했군요! 그럼 저는 이만-! 케엑!" "어딜 가는 거야, 카나인~?" 블러드는 재빨리 카나인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하… 하지만 상처 입은 사슴이……."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블러드는 그에게 한 마디 했다. "거짓말하지 마." "와하하, 마음 넓으신 조화께서 겨우 그 정도 갖고 뭘 그러시옵니까? 서… 설마 조화께서 상처 입은 사슴을 치료해주는 것 정도도 용납 못 해주실 만큼 째째하신 것이옵니까? 아 아, 이 카나인, 실망이옵니다." 상처 입은 사슴이 어쩌고 하면서 혼자서 주절거리는 카나인의 머리에 블러드는 적당한 크 기의 혹을 하나 만들어 주었다. 무심코 혹을 어루만지던 카나인은 의외로 커다란 그 크기에 중얼거렸다. "아프다……." 순간, 뒤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느껴졌다. "에…?" 파르시레인과 페린이었다. 둘의 주위를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감싸고 있었다. '차 마 말로 할 수 없는 무언가'는 둘의 주위에서 용솟음치며 그 무시무시한 살기를 사방으로 뿌리고 있었다. 고오오오오- "로… 로스틱이시여?" 딱! 쿵! "으아악!" 고통스런 비명이 절로 터져 나왔다. 카나인은 이제 눈물을 글썽였다. 긴 귀가 쫑긋거리며 밑으로 축 처졌다. "왜… 왜 두 대를……,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저만 때려요!?" "에잇!" 딱! "타브릿트의 몫까지 한 대 더 맞아라." "너… 너무 해요!" 아픈 머리를 움켜쥐고 반항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때, 또다시 카나인의 머리를 누군 가가 강타했다. 따악-! 콰앙-! 파르시레인의 것과 비교가 안 되는 소리에 파워였다. "……!" …페린이었다. 그녀는 고오오- 하는 표정으로 무섭게 카나인을 째려보고 있었다. 치켜든 오른쪽 주먹이 너무나도 위협적으로 보였다. 이제는 너무나도 엄청난 고통에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카나인은 입을 뻐끔거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너무해! 조화께서 먼저 엿듣자고 했는데!' 속으로 외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블러드는 블러드대로 양심의 가책에 고통받 고 있었다. '하… 하지만…… 저거에 맞느니… 차라리 양심을 팔고 말아…….' 그러나 무력 앞에서는 비굴하기까지 한 블러드였다. 블러드는 카나인이 눈물어린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끼고는 그 즉시 스윽- 하 고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 버렸다. '조… 조화시여!' 결국 배신당한 카나인만 불쌍하게 된 것이다. 뭐랄까. 디스켓으로 불러오기를 하려하면 자꾸 지울 수 없는 파일입니다- 그러면서 안되는 거 있죠? 그래서 몇십번 시도하다가 다른 디스켓으로 저장해서 하니까 되더라구요..-_-;; 나참 허무해서;; 에. 사실 이거 쓰다가 한번 날렸습니다. 글을 날린게 아니라 열심히 잡담을 쓰고 있는중에 날려버린 겁니다;; 허무하기 그지없는;; 쿠오, 실수로 esc키를 눌러버려서요-_-;; 몰랐죠, 전 그냥 음악 끄려고 한건데... 에, 이누 51화 보고 짧은 감상. 이누야샤... 제발 양다리는 그만ㅠ.ㅠ 에에, 다음편엔 셋쇼마루가 나오겠군요. 번뜩+_+ 다음편에 이누야샤가 폭주할테니... 힘내라, 이누야샤!! (폭주한다는데 도대체 뭘;;) 그럼, 이만. 좋은하루 되세요~ 덧. 매일연재를 위하여! 덧 하나. 저 힘낼께요! 리플 남겨주시고 메일 보내주시고 쪽지 보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해요오오오...ㅠ.ㅠ 덧 둘. 페린님...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저런 성격파탄자가.. 쿠오~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십 구 번째 이야기... 여기 있는 이들 중에서는 아무도 카나인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으니까. 아니, 불쌍하게 여기기는커녕 화풀이의 상대! …로만 여기고 있을 뿐이었다. '흑… 괜히 왔어.' 카나인은 평화롭고 안전한 요정의 마을을 떠난 것을 후회했다. 그곳에 있었다면 이렇게 무 시당할 일도 없을 테고, 무엇보다 그곳에서 그는 '차기 장로'였으니까. 그러나 여기 와서는 그렇게 소중히 여기던 머리카락도 잘려 버리고… 툭하면 얻어맞고, 저 로스틱이란 작자는 항상 자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조화께서는 불행히도 무능력 하기 그지없어서 밥걱정에 잠자리걱정에… 마을에선 또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야 하고, 또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저… 정말 난 불행한가봐.' 자신의 처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던 카나인은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 상태로라면… 분명히…… 제 명에 못 살고 죽을 것이다. '이대로는 안 돼!' 그날, 카나인은 난생 처음으로 도주를 생각했다. £ "…에, 그러니까 파르시레인. 그 여자가 전생에 네 애인이었다고?" "네." 블러드는 심각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은 더 심각했다. 요약해 보자면, 전생에 파르시레인의 애인이었던 마녀가 파르시레인을 못 잊어서 그가 다 시 태어나서 자신에게로 돌아올 때까지 이 숲에서 기다렸다는 건데… 참 취향도 독특하 지. 마녀를 애인으로 삼다니 말야. 물론, 페린은 마녀였지만 겉보기에는 전혀 마녀 같지 않 았고, 상당한 미인이었기에 남자라면 누구든지 호감을 가질 것이다. "어떡할 거야?" 블러드의 질문에 파르시레인이 전혀 모른다는 듯이 되물었다. "어떡하다뇨?" "페린 말야, 페린! 네가 무지무지 좋은가 본데… 이대로 버리고 갈 거야?" 그러나 파르시레인은 무표정하게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전생의 '엘'이지 제가 아닙니다. 지금 저는 파르시레인. 그것도 이미 각성해 버린 로스틱입니다. 오직 당신만을 바라볼 뿐, 그녀 따위 어떻게 되든 제겐 하등 상 관없습니다." 상당히 닭살 돋는 말을 잘도 지껄이는군- 이라고 중얼대며 블러드는 곤란하다는 듯이 머 리를 긁적였다. 정말 지금의 상황, 블러드가 가장 싫어하는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었다. 마치 두 사람의 연인 사이에 자신이 끼여들어 버린 것 같아서 곤란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파르시레인은 아직 저 여자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대로 계속 상황 이 진전된다면……. '윽! 어떡하지?' 이럴 땐 역시 카나인이 최고다. 블러드는 어떻게든 의논해서 파국으로만 치닫지 않도록 해 야겠다는 사명감 아래 불타고 있었다. "카나인! 카나인~!" "왜~ 그러시나요? 조화~ 시여?" 한쪽 구석에서 음침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나인을 보며 블러드는 '헉'하고 숨을 들 이쉬었다. 저 상태라면……. 당분간 카나인과 의논하기는 그른 것 같다. "타브릿트시여?" "아, 파르시레인. 아무 것도 아냐. 아무 것도~ 그나저나 페린은 어디 갔어?" 페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파르시레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녀는… 잠시 외출했을 겁니다." 딱딱하게 굳어진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파르시레인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던 블러드는 더욱 더 쓸데없는 사명감을 불태웠다. '카나인을… 어떻게 해서라도 끌어들여야 한다!' 모름지기 이런 일은 혼자서는 안 된다. 적어도 둘 이상의 사람이 모여서 해야 재미가 나는 법이다. 지금 있는 사람, 아니 요정은 카나인밖에 없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카나인을 끌어 들여야 한다! "그럼, 파르시레인. 잠시 집 좀 보고 있어." "아, 네? …네." 블러드는 재빨리 카나인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뒷덜미를 끌고 밖으로 허둥 지둥 뛰어 나갔다. "파르시레인, 집 잘 부탁해." "네… 네에." 쾅- 요란하게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블러드는 문에 몸을 기대고 숨을 몰아쉬었다. "카나인!" "네? 조화시여, 무슨 일이시옵니까?" 블러드는 카나인을 다시 질질 끌고 집을 조금 벗어났다. 여전히 안개가 자욱해서, 집 주위 에서 한 50M 정도만 떨어져도 집이 흐릿하니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정도로 떨어졌으면 되었을 거다- 라고 생각한 블러드는 비실비실 바닥에 쓰러지듯이 주저앉은 카나인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한 번 심각한 얘기를 나눠 보자." "…무슨?" 카나인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되물었다. 갑자기 무슨 심각한 얘기? "그러니까 저 둘 말야." 카나인은 정말 재수 없게도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되물었다. "저 둘이라뇨?" "파르시레인하고 페린이라는 마녀 말야." "아~ 그 둘이요? 그런데 두 분이 뭐가 어때서?" '이럴 땐 정말 재수 없음이란 말야.'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블러드는 차근차근 방금 전에 자신이 계획한 것을 카나인에게 설명 하기 시작했다. "저대로 놔두면 둘은 틀림없이 파국이야. 파국! 완벽하게 깨져 버릴 거라고. 내 생각에는 페린은 파르시레인을 좋아하고, 파르시레인도 아직 페린을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 "음… 그건 제 생각도 비슷하옵니다." 카나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귀가 따라서 쫑긋거렸다. 블러드는 잠시 그 귀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둘이 깨지지 않도록 우리가 도와주는 거야!" "흐음……." 그러나 생각 외로 카나인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는 이 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 다. 파르시레인이 페린을 좋아하던, 페린이 파르시레인을 사랑하던, 둘이 서로 연인 사이 었던…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서로 헤어지고 싶다면 헤어지면 되는 거지- 굳이 이렇게 제 3자가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한 다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데요?" "어, 왜?" 카나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꾸해 주었다. "두 분이 서로 좋아하던, 사랑하던 저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 않사옵니까? 게다가 빨 리 용병대와 합류해야 하는 처지이고. 두 분이 헤어지고 싶다면 헤어지게 놔두는 것도 상 관없다고 생각하옵니다. 제 3자가 끼여드는 것을 오히려 그쪽에서 싫어할 지도 모르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블러드는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카나인의 말도 분명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블러드 의 생각과는 한참 다른 생각이었다. "에… 하지만 말야 카나인. 둘이서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 고민 같은 것도 그렇고 말야… 친구잖아?" "……그렇긴 해도 남이잖아요?" 블러드는 풋 하고 웃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 아닌 것들 은 어째서 생각이 전부 이 모양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째서 남이야? 친구인데 말야." "그…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사옵니다." '역시 카나인은 무언가 머릿속이 잘못된 게 틀림없어. 저 요상한 말투하며… 생각하는 게 꼭 정도 없는 녀석 같다니까. 저런 녀석은 뼛속까지 뜯어 고쳐야 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나인에게 블러드는 마지막으로 엄포를 놓았다. "알았지? 어떻게 해서든지 우리는 둘을 이어줘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않으면?" "…틀림없이 큰 일이 날 거야!" 카나인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큰 일? 둘이 이어지지 않는다고 큰 일이 난다니. 틀림 없이 무언가 잘못된 말임이 틀림없었다. "큰 일이라 함은?" "생각해 봐. 파르시레인은 페린을 좋아한다고. 그런데 둘이 깨지면, 틀림없이 파르시레인 은 낙심할 거야. 우리 일행의 재정은 현재 파르시레인이 다 쥐고 있는데 그가 기분이 저기 압이라고 생각해 봐! 어떻게 되겠어! 또 페린은? 이 숲의 모든 권력(?)은 그녀가 쥐고 있잖 아? 안전하게 통과하려면 그 방법이 최고라고." 분명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것이 희한했다. 카나인은 얼떨결 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런 카나인의 손을 꽉 잡고 블러드는 말했다. "그럼 찬성한 거지?" "예… 예에." 블러드는 눈을 빛내며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그 부담스런 눈빛에 카나인은 조용히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그가 그러던 말던 블러드는 고귀한 사명감에 불타는 목소리로 외쳤다. "좋아, 그렇다면 이 작전의 이름을 'CANON'으로 정한다!" 그리고 카나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 뜻이라도 있는 겁니까?" 그 질문에 블러드는 당당하게 대꾸했다. "아무 뜻도 없어." "……." 카나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 이런 일에 동참하게 되었는지. 아니, 어쩌다 이런 일행 을 만나게 되었는지. 아니, 그 전에 왜 자신이 요정의 마을을 떠났는지. '차기 장로'의 지위인데……. 다시 한 번 카나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 맘잡은 루리. 이걸로 안개 숲의 마녀 편도 끝입니닷; 다음 파트 제목은. 작전명 CANON, 파르시레인과 페린 이어주기! ...입니닷;; 오.. 호호홋;; (외면) 아, 페린님은 블러드가 좋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음, 빨리 크라비어스 나왔으면 좋겠다. 화요일이 무지무지 기다려집니닷+_+ 이누~ 이누~ 이누야샤~ (완전히 푹 빠져버린) 네픽에서 이누야샤 버튼하고 브로마이드를 샀습니다. 버튼은 정말 거짓말 조금도 안 보태고 엄지손가락 두개 크기만합니다;; 고거 한개에 3000원. 저 기절하는줄 알았슴다;; 아무리 일본 직수입이라고 해도... 쿠오, 기절하겠당;; 또 브로마이드라고 해서 전 B4정도 되는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가로 한 7, 8센티? 세로 13센티? 그정도 되는 크기인데 고거 여섯 장 들어 있습니다. 그거 삼천원;; 기절초풍. 박스가 생각외로 크기에 기뻐했었는데...... 내용물은 장난 아니더군요;; 크흑. 우송료만 이천원. 차라리 돈을 조금 더 모아서 족자를 살걸...ㅠ.ㅠ 후회중인 루리입니닷;; 에. 다음편도. 빠른 시일내에 볼 수 있기를... 덧. 플로피 디스크가 드디어 맛갔습니다;; 덧 하나. 뭐랄까... 발더스 게이트2를 하다가 엔딩 바로 직전에서 우리 파티원이 다 죽었습니다. 기분 좋게 로드를 하려는 순간, 실수로 세이브를 해 버렸습니다. 파티원 다 죽고 주인공 혼자만 살아남은 시점에서... 로드해야 할 파일에 세이브를 해 버린 그 기분. -_-;;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번째 이야기... <19장-작전명 'CANON' 파르시레인과 페린 이어주기!> "…그 때, 우리가 이렇게 해 주는 거야. 알겠지?" "대충은요." 블러드의 말에 자신 없는 목소리로 카나인이 대답했다. 블러드의 작전을 대충 요약해 보자 면, 둘이 있을 때 자리 피해주기, 억지로 둘을 마주치게 하기, 식사나 그 의외의 상황에서 둘을 같이 앉게 하기… 등등의 유치한 작전이었다. 차마 입 밖으로 말을 못 꺼내고 있을 따름이지, 카나인은 도저히 이런 허접하고 유치한 작 전이 성공할 것 같지 않았다. "잘 될 거야!"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주먹을 꼭 쥐며 다짐하는 블러드에게 차마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었 는지, 카나인은 모기 만한 목소리로 조용히 대꾸했다. "…네, …아마도요." 게다가 모기 만한 목소리로도 모자란 것인지, 카나인은 자신의 말 뒤에 '아마도요'라는 말 을 붙이고 말았다. 그러나 블러드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자신의 작전에 만족한 웃음 을 짓는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이런 작전이 성공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카나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 '어색하다-' 지금 블러드가 느끼고 가장 큰 감정이었다. 그야말로 '우린 지금 어색한 사이에요!'라고 말하듯이 파르시레인과 페린의 사이는 어색하 기 그지없었다.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임이 분명한데, 이따금 숟가락과 젓가락이 그릇과 마찰하는 소리, 옷 자락이 식탁에 스치는 소리, 혹은 조용히 음식물을 씹어 삼키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 도 들리지 않았다. 뻣뻣하게 굳어 있는 팔 동작, 손동작, 손가락을 움직이는 그 하나 하나의 미세한 움직임! 이 모든 것이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피… 피곤하군.'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을 정도였다. 애초에 둘을 같이 앉혀 놓으려는 작전은 성공했다. 식탁에 의자는 네 개뿐….(그것도 세 개는 급히 어디선가 구해 온 것이었다) 그 중에서 블러드와 카나인이 재빨리 두 개를 차지 하면 되는 거니까. 그러나 이 어색하기 그지없는 상황은? 둘은 자리가 두 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정확히 말하자면 둘이 붙어 앉아야 한다는 것) 을 깨닫자 표정이 상당히 볼만하게 변했다. 그리고 이어진 상황…… 이 지금 현재인 것이 다. 도저히 이 폭풍 전야의 고요함과 같은 두려움을 견디지 못하겠던지 카나인이 먼저 자리에 서 일어났다. "저… 저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앗, 카나인, 배신이야!' 속으로 외치면서도 블러드는 눈을 꼭 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행히도 상당히 큰 폭풍인 듯 하니…….' "나… 나도 이만……." 역시 블러드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이다. '탁탁탁'하는 발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방안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싸늘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표정은 그야말로 얼음, 그 자체였다. 파르시레인도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위축되었는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 하 는 것이, 말은 페린이 사랑한 건 전생의 엘이니까 난 전혀 상관없다- 따위로 했지만 속이 편하지는 않은 듯 했다. "어이, 페린." "…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꾸하는 페린을 보며 파르시레인은 '훗'하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분명히 따스한 목소리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저렇게 차가운 목소리라니! 아무리 지금 상황이 이렇다고는 하지만 과거의 연인 아닌가! 조금은 따뜻하게 대해주면 어떻다고, 정말 치사하군! … 따위의 말을 소리치지 못한 것은 역시나 페린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일까? "그러니까… 날, 좋아하는… 에, 뭐랄까… 그… 저, 저기…… 페린?" "……." 무언가 보이지 않는 기류가 형성되었다. 파르시레인은 잠시 동안 벌거벗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바다를 수영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분명했다. 지금 페린은 파르시레인을 째려본 것이다! (그것도 매우 무섭게) "아… 아, 그러니까… 그, 그게……." 파르시레인이 잠시 말을 더듬는 동안 '휭'하는 찬바람 소리와 함께 페린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텅 빈 방 안에서, 아무도 없는 식탁 앞에서, 달랑 혼자 의자에 앉아서, 못한 식사를 마저 하 며 파르시레인은 이를 갈았다. '제… 제길,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차가운 눈길이라니! 두고보자, 페린! 나를 좋아한다고 말하게 만들겠다!' 파르시레인은 야채 수프를 한 숟갈 떠먹으며 중얼댔다. "쳇, 음식은 여전히 맛있군. 빌어먹을……." £ 블러드와 카나인이 약 한 시간동안 페린을 관찰한 결과, 둘은 그녀가 전혀 마녀답지 않다 는 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 마녀라면 모름지기, 쥐나 부엉이의 배설물이나 눈물, 발톱 같은 것으로 괴기한 약을 만들 고 '히히히' 하고 웃으며 처녀를 산 제물로 바친다거나 하는 일을 해야 했다. 물론 페린이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거, 일이 더 어렵게 된 것 같지 않사옵니까?" "음, 확실히… 골치 아픈 형태로 발전했어." 귀에 꽂은 펜, 손에 들고 있는 보고서와 종이들… 그리고 카나인이 들고 있는 잉크병…… 블러드는 펜을 오른손에 쥐고 카나인이 들고 있는 잉크병에서 잉크를 조금 묻힌 다음에 종 이에 휘릭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카나인이 그걸 보고 '호오'하며 감탄했다. "이거 고대어 아닙니까?" "어? 어, 고대어야."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카나인은 감동 받았다. 저 능숙하게 써 내려가는 필체, 고대 어를 완벽하게 발음하고, 쓰고 있다! 역시 조화는 무언가 달라도 다른 것이다. 특별한 능력은 거의 없는 것 같지만 저렇게 고대 어에 능숙하다니! 요즘에는 고대어를 쓰는 자들도 거의 없고, "KANAIN- Come and see it! 이런 거 말야?" "오오, 엄청나십니다!" "하하, 뭐 별 거 아니지." 기분이 좋아진 블러드는 히죽 웃으며 다시 보고서로 눈을 돌렸다. "그게 어쨌든 간에, 이 상태로 보면……." "…분명 파국입니다." 둘이 바라보고 있는 곳에는 파르시레인과 페린이 있었다. 페린은 뭐가 그리도 바쁜지 여기저기 총총총 뛰어다녔고, 파르시레인은 그 뒤를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무슨 말을 걸어 보려고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시도는 냉정하다못해 싸늘한 페 린의 반응에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그게… 그래, 페린! 너 아직도… 날……." "……." 스윽- 하는 소리와 함께 페린이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마치 '계 속 말을 하면 그냥 확…….'이라는 의사를 무언으로 전달하고 있는 듯 했다. 분명히,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긴 한 것 같았다.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반나절 사이에 형세가 역전된 거지?" 분명히 아까 전 까지만 해도 페린이 눈물을 글썽이며 사랑한다고, 다시 와달라고 하지 않 았었나? …블러드와 카나인은 공통된 의문을 품으며 둘을 관찰한다는 명분 아래의 스토킹 을 시작했다. 오호호호홋! (샬랄라, 날리는 꽃 배경으로) (현실도피중)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일 번째 이야기... "…페린!" 참지 못한 파르시레인이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싸늘한 눈길뿐이었다. 기 세 좋게 소리친 파르시레인이었지만 그 얼음 같은 냉정한 눈길에는 어쩔 수 없는지 슬슬 꼬리를 내린다. 그리고는 잠시 무언가를 중얼대더니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또다시 돌아온 싸늘한 눈 초리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고……. 아까부터 지루하게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아암~" 열심히 둘을 감시하고 있던 블러드와 카나인마저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는 수풀 속에서 꾸 벅꾸벅 졸고 있을 정도였다. 애써 잠을 달아나게 하려고 뺨을 살짝 꼬집어보거나 눈을 비벼보기도 하지만 이 지루함을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지겨워……." 블러드가 카나인에게 소곤댔다. 그러자 카나인도 동의한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지루하긴 할 것이다. 둘이 파르시레인과 페린을 관찰하기 시작한지 약 2시간 정도가 흘렀다. 그리고 둘의 사이 는 2시간 전과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있어, 더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고 있었다. 확 실히 지겨운 상황이었다. "카나인, 나 좀 잘래." "네? 그럼 저는 어찌 하고요? 저도 자고 싶사옵니다." 그러나 블러드는 그 말을 싹 무시한 채 수풀 속에서 돌아누웠다. 분명히 벌레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잊어버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원래부터 벌레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 은 건지……. 꽤 지루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조그맣게 코를 골며 잠에 곯아떨어진다. 혼자 남겨진 카나인은 울상이 된 채로 파르시레인과 페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에… 저 페린……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애써 말을 걸어보려 시도하지만 가여운 파르시레인은 페린의 무시무시한 눈초리에 슬그머 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결국은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5분쯤 뒤, 다시 파르시레인이 말을 걸었다. "페린…… 그러니까 말야…." 뭐라 말하려는 파르시레인의 말을 페린이 가로막았다. "파르시레인!" "아, 응? 왜?" 약간 당황한 파르시레인은 얼떨결에 부동자세로 페린 앞에 딱 섰다. 페린이 무슨 말을 하 려는지 약간은 두근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제발 부탁이니까……." 페린의 눈이 화를 참는 듯이 꾹 감기고, 꽉 쥔 주먹이 바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옆에 와서 찝적대지 좀 마!" '콰콰콰쾅'하는 소리와 함께 파르시레인이 나락 속으로 떨어졌다.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은 채로 애처롭게 페린을 올려다보았지만, 그녀는 '흥'하는 비웃음과 함께 다른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오, 약간은 다른 전개?" 카나인은 감탄하며 종이에 열심히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실상으로 보자면 전혀 쓸 필 요 없는 것들이지만 왠지 그것이 더 폼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서 대충 파르시레인과 페 린의 대사라든지 행동을 간단하게 써 놓고 있는 것이다. "어?" 그 때였다. 페린이 거칠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파르시레인도 약간은 쭈뼛대며 졸졸 따 라 들어가 버린 것이……. 마당에 남겨진 카나인은 잠든 블러드를 잠시 바라보았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턱을 괴고 헛웃음을 지었다. "훗……." 그리고 카나인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어쩌면 그는 지금 속으로 잘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방안에서는… "페린, 그니까 내 말 좀 들어 보……." 역시나 돌아오는 건 춥고 황량한 겨울 벌판의 싸늘함……을 가장한 눈초리. 몇 번이나 반복되는 이 상황에 드디어 질려 버렸는지 파르시레인이 주먹을 꽉 쥔다. "제길!" '쾅'하며 벽을 주먹으로 쳐버렸다. 과연 로스틱의 힘은 대단했던가! 좌악 균열이 가며 갈라 지는 벽……. "히이익! 이… 이럴 생각까지는……." 파르시레인은 소스라치게 놀라 팔을 좌우로 내저었다. "훗……." 페린은 이제 이마에 손을 얹고 자포자기의 한숨 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은 매우 당황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페린에게 변명을 늘어놓아 보려 했지만 소용없는 짓 같았다. 그녀는 척 봐도 굉장히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으니까. 때로 사 람들 중에서는 웃는 모습이 정말 무서운 사람이 있다. 페린은 그런 사람에 속했던 것이다. "파르시레인!" 페린이 매섭게 파르시레인을 노려보며 그의 이름을 부른다. "왜… 왜?" 역시나 얼떨떨하게 대답하지만, 페린은 아무 말 없이 이를 악물고는 파르시레인을 노려보 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그러고 있던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오히려 파르시레인이 당황하고 말았다. 그는 촐랑대며 페린을 달래 보려고 애썼지 만, 별로 소용이 없었던 듯, 잠시 후에 그녀의 눈에 고인 눈물 방울이 또르륵 굴러 떨어졌다. "나를……." 한쪽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페린이 소리쳤다. "나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고 싶은 거냐고!" "뭐… 뭐?" 그녀는 당황해 하는 파르시레인에게 계속해서 소리쳤다. 그녀의 갈색 머리카락이 어깨에 서 찰랑댔다. "그래, 내가 네 발 밑에 꿇어앉아서 제발 날 버리지 말아달라고 비는 꼴이라도 보고 싶었 어? 그럴 정도로 내가 싫어진 거야?" "그… 그런 게 아냐!" 꽉 쥐여진 주먹이 경련을 일으키고 긴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통증이 느껴진다. 검푸른 눈 동자에서 눈물이 다시 흐른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뭔데!" 발갛게 상기된 뺨이 예뻐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분노 때문에? 아직도 페린을 잊지 못하고 미련이 남아 있는 건가? 하나 분명한 것은, 페린은 그때와 똑같이 예뻤다는 것이다. 페린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의 몸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이가 부득부득 갈려 왔다. 철썩- 매서운 타격음이 숲을 울렸다. 하나 다행인 것은, 블러드와 카나인이 원래의 목적을 잊고 잠들어 버린 까닭에 이 전대미 문의 사건을 목격한 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아아, 황당하다 내 글이지만 주체를 할 수 없는...... 지겹다, 지겨워;;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이 번째 이야기... £ "잘 가." "응, 잘 있어… 페린." 파르시레인의 작별 인사에 페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좋아진 듯한 둘의 관계에 블러드와 카나인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 체 이들의 사이는 몇 시간을 주기로 몇 번이나 바뀌는 건지! "그럼……." 카나인이 고개를 꾸벅 숙이는 것을 마지막으로 일행은 페린의 오두막을 떠났다. 약간은 싸 늘하면서도 냉정한, 그러나 조금은 슬퍼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뒤로 한 채 떠나는 파르시 레인도 약간은 슬퍼 보였다. "늦겠다." "그렇겠군요." 파르시레인의 말에 카나인이 동의했다. 하루를 꼬박 페린의 거처에서 보냈기 때문에 어서 상인들을 따라가지 않는다면 그들을 놓 쳐 버릴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일행의 입장에서 그것은 그리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일 단, 그들을 놓치면 돈을 못 받게 되니까…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일행은 알거지라는 거다. 블러드는 페린이 헤어지며 어느 정도의 노자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여태껏 그가 읽었던 책들에서는 으레 그러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러나 그가 하나 예측하지 못했던 게 있었다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돈은 다 몇 백년 전 의 것으로, 지금은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이었다. "휴우~" 블러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지금 상황에서 방해만 되고 있었다.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원한다면 지금으로부터 30분 이내에 상인 일행을 찾을 수 있었다. 며칠을 내리 뛰고도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을 자신이 있는 그들의 튼튼한 다리는 블러 드를 생각해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제멋대로 자란 채로 앞길을 방해하는 나무 덩굴을 치우고 앞으로 나아가며 블러드는 자신 의 무능함을 원망했다. "저기, 조화시여. 차라리 제가 안고 뛸까… 하옵니다. 괜찮겠습니까?" "으… 응? 무겁지 않을까?" 깜짝 놀라며 되묻는 블러드에게 카나인은 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 쓱 해 보였다. 블러드가 그리 작은 키가 아니었기에 파르시레인이 안고 뛰기에는 조금 무 리가 있었다. 물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그리 할 수 있는 그였지만……. "괜찮다면 나야 고맙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블러드를 번쩍 안아들며 카나인은 파르시레인에게 눈짓했다. 먼저 뛰 라는 뜻. OK사인을 보내며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앞으로 뛰어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리 빠 르지 않았지만 1초, 2초, 3초가 지나고 10초 정도가 지났을 때, 파르시레인은 주위의 풍경 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며 카나인이 뛰고 있었다. 분명히 블러드라는 짐 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뒤쳐지는 바가 없었다. 당연한 것이, 그는 요정이었다. 그 것도 차기 장로가 될 예정이었던……. 더구나 여기는 요정들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숲이 었다. 이 짙은 안개만 아니라면 눈을 감고도 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처음 와볼지도 모르는 이 길을, 페린과는 비교가 안 될 속도로 달리고 있는 둘을 바 라보며 블러드는 씁쓰름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원체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던 풍경이 휙휙 뒤로 지나쳐 갔다. 관광? 그런 거 할 틈 도 주지 않는 속도였다. 이제 10분이나 달렸을까? 파르시레인이 먼저 멈칫했다. 그리고 이어서 카나인이 천천히 속도를 줄여갔다. 코를 찌르는 이 냄새, 끔찍한 악취, 병기가 부딪치는 소리, 시끄러운 소음, 말이 히힝대고, 마차가 덜커덩거리는 소리, 타다 만 나무의 냄새……. 인간의 기척이었다! "피 냄새?" 카나인이 불쾌한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불쾌한 냄새는… 인간의 것이로군요." 파르시레인이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표정도 그리 밝지만은 못했 다. 특별히 사람들이 죽어 가는 것을 즐길 생각도 없었지만, 도와 줘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 다. 파르시레인은 이미 그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어디서 싸움이라도 하는 거야?" 블러드의 질문에 파르시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아무래도… 우리와 함께 있던 상인들인 것 같군요." "그… 그러면 도와 줘야 하잖아?" "그렇겠죠." 한숨을 푹 쉬며 파르시레인은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어느새 카나인의 품에서 내려온 블러 드는 그 뒤를 따라가며 그의 기색을 살폈다.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카나인도 마찬가지. "후, 이런 숲에서 싸우다니… 정말 몰상식한 사람들이군요! 이런 나무 하나를 자연적으로 키워 내려면 몇십 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네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옳다고 생각한다. 정말 피곤하 게 만드는군."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투덜대며 천천히 숲을 헤치고 나섰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 이르렀 을 때,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윽… 이게 무슨 냄새지?" 블러드의 질문에 카나인이 푹 한숨을 내쉬며 대답해 주었다. "인간의 피 냄새, 그리고 살 타는 냄새, 덜 마른나무와 다 마른나무가 타는 냄새, 결정적으 로 아직 부패되지 않은 시체 냄새입니다." "뭐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사린다. 분명히 반가운 냄새는 아닌 것이다! 세상에, 아직 부패되지 않은 시체 냄새라니! 상상만 해 도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은 냄새다. "타브릿트께서는 카나인과 여기 계십시오. 제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나… 나도 갈래!" 블러드가 말했지만 파르시레인은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된다는 뜻 이기 때문에 블러드는 고개를 푹 숙이며 알았다고 대답했다. "카나인, 그럼 타브릿트를 부탁한다." "네." 둘을 뒤에 남겨두고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수풀을 헤치고 앞으로 나갔다. 1분도 안 되어서 그는 처절한 싸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명히 방금까지 처절한 사투를 벌였을 흔적들……. 부러진 병장기들, 부서진 마차 몇 대와 죽어 나자빠진 말 다섯 마리, 사람 여덟, 그리고 괴 이하게 생긴 괴물 셋……. '흠…….' 보통 사람의 1.5배 정도나 되는 큰 키에 거칠거칠하고 털이 많은 다갈색 피부, 그리고 삐죽 삐죽한 이빨과 손톱이 그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확연히 드러내 주고 있었다. 파르시레인은 조용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싸움이 끝난 지 몇 분 지나지 않은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는 천천히 주위를 정리하기 시 작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같이 보냈던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 나자빠져 있으니까 당연히 묻 어 주고, 슬퍼해 주어야 한다는 정의감 따위는 파르시레인에게 없었다. 단지, 자신의 소중한 이가 이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을 보고 놀라하지 않도록, 겁먹지 않도 록, 두려워하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뿐이다. 꽤 많은 시체들과 무기들, 그리고 마차의 잔해를 한 군데에 모아 불을 지폈다. 일일이 묻어 줄 만큼 시간이 많지도 않았고 설사 시간이 많다 해도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타닥, 타닥 마른나무가 타는 소리와 함께 시체 타는 냄새가 퍼져 나갔다. 청각만큼이나 후각이 예민 한 카나인이라면 이 구역질나는 냄새가 철이 녹고, 시체 타는 냄새라는 것 정도는 순식간 에 알아챌 수 있겠지만 블러드는 그렇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체들이 형체를 잃어간다고 생각했을 때 파르시레인은 느릿하게 블러드와 카 나인이 기다리는 곳으로 향했다. 휴우, 출판사에를 다녀왔습니다;; 피곤, 피곤합니다=_=;; 1, 2권 분량 순식간에 후딱 처리하고, 수정할게 무지 많더군요;; 작가의 말 쓰는게 제일 어려웠습니다...-_-;;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걸로 19장도 끝장이군요;; 좋은 하루 되세요 -하루리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삼 번째 이야기... 풀숲을 헤치자 블러드와 카나인의 모습이 보인다. "대충 정리가 끝난 것 같으니 나오셔도 됩니다." 블러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르시레인을 따라 풀숲 밖으로 나왔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아직까지 불씨가 남아 꺼지지 않은 모닥불이었다. "파르시레인이 태운 거야?" "네." 그 대답에 블러드는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대며 모닥불 쪽으로 가 보았다. 그리 좋 지 않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살짝 눈살을 찌푸리자 카나인이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아, 응."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겁지겁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을 따라 그곳을 벗어난다. 순 식간에 모닥불은 수풀 사이로 가려져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직까지 코끝에 미묘하게 남아 있는 악취가 약간 거슬렸지만, 심각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헉헉대며 카나인의 뒤통수를 바라보았다. 왜 저리 빠른 건지, 왜 하나도 지치지 않는 건지. 조금 억울했다. "조… 조금 천천히 가……." 그제야 뒤를 돌아보며 걸음을 멈춘다. 그 모습에 약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걸 누굴 탓할 수 있을까? 속으로 투덜대며 블러드는 카나인의 뒤에 바짝 붙어서 말 했다. "이제 가도 돼. 단지 조금 천천히……." "아, 죄송합니다." "제가 미처 하르모니아의 심기를 살피지 못하고……." 정말 죄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둘에게 오히려 당황해 버린 블러드였다. 괜찮다 는 뜻으로 손을 휘휘 저어 보이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잠시 수군 대더니 블러드에게 말했다. "저희에겐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괴물들에 대한 페린의 통제력이 숲 전 체에 고루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상인 일행은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들이 모두 죽거나 하면 우리는 돈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 그렇지…….' 블러드는 약간 한심하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 에 뭐? 돈이 어쩌고 저째? 하여튼 이해할 수 없는 녀석들이야' 라고 중얼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타브릿트나 하르모니아, 혹은 돈이지 인 간의 목숨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인간이 아니니까. "그런데 왜 페린의 통제력이 약해진 거지? 페린이 약해진 거야? 옛날에는 이 숲 전체를 페 린이 지배하다시피 했다면서?" 블러드의 질문에 카나인이 먼저 대답했다. "당연히 그녀는 강합니다. 단지 괴물들이 너무 강해진 것뿐이죠. 그리고 그녀는 지금도 숲 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역시 괴물들이 강해진 이유는… 어둠이 깨어났다는 것 때문이겠죠." "엥? 다키가?" 블러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물론, 다키엔이 어둠이라는 것 정도는 직접 들어서 알고 있 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못생긴 괴물들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었는데……. 그런 블러드의 마음을 읽기라도 했듯이 파르시레인이 다시 대답했다. "직접 창조한 것이든, 아니든 간에 보통의 괴물들은 어둠을 원천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카나인이 나서서는 블러드 앞에 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부득이 제가 하르모니 아를 안고 뛸 테니, 무례를 용서하여 주소서." "아, 그… 그래." '후~ 또 안겨서 가야 하나?' 물론 그리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속도도 훨씬 빠르고 자신은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되니까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품에 안겨서 간다는 것, 개인적으 로는 그리 좋게만 생각할 수 없었다. 자존심이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 카나인은 블러드를 번쩍 들어올리고서는 훌쩍훌쩍 뛰어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카나인은 빨랐다. 약간 마른 체형인 그의 몸 어디에서 이런 힘이 나오는지, 블러드를 안고서도 전혀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잘만 뛰고 있는 것이다. 블러드는 억울했다! "저기다!" 앞서가던 파르시레인이 손가락으로 한 장소를 가리키며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카나인도 따라서 방향을 확 틀었다. "으갸갸갹!" 그 속도로 달리면서 어떻게 거의 90도 정도 되는 방향을 이렇게 확 틀 수 있는지! 눈앞에 커다란 나무가 다가왔다. 막 부딪치려는 순간, 카나인은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 카나인이 야 어땠을 지 몰라도 안겨 있는 블러드로써는 절대절명의 위기나 다름없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잠시 뒤, 블러드는 카나인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냥 휙휙 스 쳐지나가던 주위의 풍경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무, 풀, 나무, 풀, 나무, 풀……. "헥… 헥……." 어째 힘들게 달린 카나인보다, 편하게 안겨 온 블러드가 더 힘들어 보이는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들리십니까?" 블러드를 사뿐 바닥에 내려놓으며 카나인이 물었다.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마치 오래 되 건물이 우르르 무너지듯 쓰러지며 블러드는 바닥에 철 퍼덕 앉아서 물었다. "…엥? 뭐가?" 그러나 질문했던 블러드는 잠시 부끄러워졌다. 시끄러울 정도로 사람들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부터는 대답을 하기 전에 상황부터 제대로 판단해야겠다고 결심하며 블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들려." "휴~ 어쨌든 간에 상인들과 용병들을 찾았군요." 카나인은 하하 웃으며 먼저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블러드와 카나인이 그 뒤를 따랐다. 그 리고 수풀을 헤치자마자 가장 먼저 본 것은 커다란 마차.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커다란 나 무판. 바로 눈앞에 웬 나무판이 떡 하니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셋은 동시에 멈췄다. 얼 굴과 나무판 사이의 거리는 약 1센티미터 정도……. "하… 하마터면 부딪칠 뻔했다……." "아슬아슬… 하군요."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엥? 카, 카나인?" "이런… 가여운." 카나인은 아무래도 조금 늦었던 것 같다. 하긴… 앞장섰던 것은 그였으니까. 볼썽 사납게 도 이마에 큰 혹이 하나 나 있었다.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이를 갈고 있는걸 봐서는 꽤나 아팠던 모양이다. "괘, 괜찮은 건가?" 파르시레인의 질문에 카나인은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저었다. 무지무지 아팠다! 그 꼴을 보고 블러드가 한마디했다. "보통은 그럴 때, 예의 상으로라도 괜찮다고 말해주잖아?" "그렇지만… 진짜 아픕니다." 블러드는 한숨을 푹 쉬었다. "나도 알아. 진짜 아프게 보이니까." 그 때, 한 용병이 그들을 발견했다. 솔직히 아직까지 못 발견했다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이었 지만. "앗! 너희들은……." 그리고 그가 말을 꺼냄과 거의 동시에 그의 뒤쪽에서 거구의 용병이 두다다 달려왔다. 그 는 성난 황소처럼 콧김을 씩씩대며 먼지를 날렸다. 가장 처음 일행을 발견했던 용병이 미 간을 찌푸렸다. "크래커!" 블러드의 반가운 듯한 목소리에 크래커는 "아아~"라며 그 투박하고 커다란 손을 들어 블 러드의 머리를 슥슥 문질러 주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블러드에게 바락 소리 쳤다. "품위가 없군요!" "더구나 굉장히 지저분합니다!" 크래커는 한쪽 눈매를 찌푸리며 둘을 손가락을 까닥까닥 흔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굉장히 시끄럽군! 더구나 쓸모 없는 말을 지껄이기까지 해! 하여튼 귀족들이란 족속들은 내뱉는 말만큼이나 쓸모가 없다니까!" 그 말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얼굴까지 붉혀가며 바락바락 소리질렀다. 파르시레인은 귀족이다. 아니, 귀족이었다. 자신이 이곳에 계속 머무르는 이상, 그들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기왕 이렇게 된 것, 귀 족으로써의 특권을 철저히 누려주겠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그리고 카나인은 왕족이었다. 아버지는 장로의 위치, 그리고 카나인은 차기 장로. 그의 아 버지는 여왕(전대)의 동생이었고, 지금의 왕은 그의 고종사촌 뻘이 되는 것이다! 즉, 요정의 왕족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요정의 왕족은, 인간의 왕족보다 훨씬 높은 능 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특권 면에서는 인간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귀족이 아니다!" "그 말 당장 취소해!" 크래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시끄럽군." 분통이 터지는 일이었지만, 둘은 결국 이 구제불능의 용병을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계속 상대했다가는 그들 자신이 미쳐 버릴 것 같았으니까. "후, 어쩔 수 없지." 카나인이 한숨을 내쉬자, 파르시레인이 곧장 말을 이었다. "그래, 저런 미천한 자를 상대하느니…… 내가 말을 말지." 그리고 그 말에 카나인이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크래커는 그 말을 듣고 있 지 않은 듯 했다. "흠… 괴물이 세 마리나 쳐들어왔단 말이에요?" 블러드의 질문에 크래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열심히 그 끔찍했던 괴물의 모습을 묘사 해 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초록색 피부에, 더러운 침을 끈적끈적하게 흘리는… 하여튼 끔찍한 놈들이었지. 그놈들 이 몽둥이를 한 번 휘두르면 커다란 나무가 우지끈 부서질 지경이었으니까." "헤에…… 굉장하네." 감탄하는 블러드에게 크래커는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뭐, 죽일 수는 있었지만 그 대가로 우리 쪽도 피해가 꽤 컸으니까 말야. 꽤나 죽었지? 아 마도 말야." 그 말에 블러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주… 죽어? 진짜로 죽었단 말예요?" "그럼 진짜로 죽지, 가짜로 죽는 줄 알았냐? 다섯인가? 일곱 정도 죽었을 걸? 말도 몇 마 리 죽은 것 같았고……." '그럼 아까 전에 파르시레인이 태운 것이……?' 블러드는 아까 모닥불 속에서 타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댔다. 그것이 사람 의, 그것도 하루 전까지만 해도 같이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의 시체였다고 생각하니 구역질 이 날 것만 같았다. 물론, 직접 보지 못해서 심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직접 봤다면……. "윽… 끔찍할 거야." "뭐가?" 고개를 쑥 들이밀며 질문하는 크래커에게 블러드는 황급히 두 손을 내저으며 대답해 주었다. "아, 아뇨." £ "돈이다." 파르시레인은 히죽거리며 중얼댔다. "돈이야."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돈이라고! 이얏호!" 으히히히, 하고 웃으며 펄쩍펄쩍 뛰어 다니는 그로부터, 블러드와 카나인은 최대한 멀어졌 다. 모른 체 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모… 모르는 사람이야.' '누구신지…….' 둘은 속으로 중얼대며 파르시레인과 최대한 멀어지려 애썼다. 분명히 도시 한 가운데서 저 렇게 펄쩍펄쩍 뛰어다니며 소리치는 것은 정상적인 자들이라면 피할 만한 일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런 둘의 필사적인 노력은 파르시레인이 둘의 이름을 크게 부름으로써 무산되어 버렸다. "타브릿트시여~ 카나인~ 이것 좀 봐! 돈이라고, 돈! 으히히힛……." 시선을 땅으로 향한 채, 카나인과 블러드는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주위의 시선이 따 갑도록 자신들에게로 와서 박히는 것만 같았다. 저 빌어먹을 녀석은 부끄러움이란 것도 모 르는 건가? "자, 그럼 어서 갈레안 시티를 떠나자고." 그 말에는 블러드와 카나인 둘 모두 눈을 휘둥그래 뜰 수밖에 없었다. "예엣? 벌써 여길 떠나요? 말도 안 되요! 저는 지금 몹시 피곤하다고요! 휴식이 필요해요! 이 팅팅 부은 눈 좀 보세요!" 카나인은 호들갑스러웠다. 그는 정말 피곤했다. 보기보다 꽤 무거운 하르모니아를 안고서 뛰는 것은, 상당히 피로한 일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파르시레인! 나도 피곤해! 숲을 걷는 일인 매우 피곤하다고! 말 타는 것 도 마찬가지야! 나도 휴식이 필요해!" 그리고 블러드도 호들갑스러웠다. 그는 말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말은 높고, 흔들리 고, 시끄러웠다. 게다가 다리가 무척 아팠다. "떠나야 해." 그러나 파르시레인은 완고했다. "왜!" "왜요!" 동시에 비명을 지르듯이 묻는다. 그 질문에 파르시레인은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갈레안 시티는 물가가 비싸다고 했잖아? 이 돈으론 셋이서 며칠을 버티기도 힘들어. 먹 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싶다면 빨리 떠나는 것이 좋을걸?" '이럴 수가!' 둘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뼈마디가 덜거덕거리는 것이, 몸은 당장 휴식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그런 블러드와 카나인의 심정을 모른 체, 파르시레인은 잡화점에서 산 지도 를 펼쳐 들고 어느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기가 우리가 다음으로 들릴 도시지. 이곳에 가면 난쟁이의 마을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을 거야! 인간 외의 많은 종족들이 있으니까 말야!" 둘에겐 그것보다 휴식이 필요했다. 나도 필요해;; 네, 그랬습니다. 카나인은 왕족이었던 것입니다! -_-;; 그리고, 둘은 피곤합니다;; 저도 피곤해요. 오늘은 좀 깁니다. 그만큼 전 더 피곤해요 지겹지 않으실려나;; 여기까지 읽어주신 당신, 따랑합니닷>_< 하아;; -하루리 안녕하세요, 하루리입니다! 26일, 바로 내일!! 책이 나옵니다-_-;; 정말 기나긴 여정을 거쳐, 드디어 책이 나오게 된 것입니당;; 호호홋;; 1, 2권 동시출판...인데요, 제가 깜빡잊고(라기보다는 바빴었죠;;) 삭제공지를 안읽어서요;; 죄송합니닷;; 오늘 2권분량까지 삭제하겠습니다. 몇장인지는 잘 기억 안나고, <검과 마법> 편 까지입니당;; 휴우, 삭제공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무한한 한계를 잘 알 수 있는 연휴였습니다ㅠ.ㅠ 저 이브날 밤샜어요 이누코스 옷 완성했슴다.. 바지 완성한 거 보고 하는 말이 "이거 푸대자루야? 바지야?" 후후훗;; 혹시라도 축제 가시는 분들, 푸대자루와 비슷한 이누바지를 입고 있는 무언가 추잡한 쪼매난 여자애를 보면 저인줄 아세요..;; 하아, 지금 왕피곤... 왕피곤...;; "하루면 옷 다 만드는구나"라고 동생놈이 그럽니다;; "나니까 되는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은데.......=_=;; 아아, 이야기가 샜습니당;; 하. 하. 하;; 어쨌든간에!! 삭제할께용;; 모두들 좋은하루 되세요 덧. 며칠 못올려서 죄송합니다. 말했다시피 이누코스 옷 만드느라고;; -하루리 블러드 엔젤 <20장-초래>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사 번째 이야기... 아무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다가오는 위험을, 그리고 다가오는 피의 바람을. 그것은 예고도 없이, 그리고 징조도 없이 다가와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바로 옆에 다가와서 미소짓고 있는 사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바탕 피의 바람의 불고 난 뒤에는 조용한 어둠이 깔리고, 광명의 해가 떠오를 것이다. 피의 바람이 불 동안은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다. 조용한 어둠이 깔린 동안에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광명의 해가 뜨고서야 비로소 눈을 뜨고, 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 모든 생물들은 그 동안의 고통을 보상받을 수 있으리. -어느 이름 없는 예언가의 예언서에서 발췌 <20장-초래> 푸욱. 섬뜩한 소리와 함께 파르시레인은 이제 세 명 째의 적의 심장에서 칼을 빼냈다. 아직 남아 있는 적의 숫자가 훨씬 많다. '겨우 세 명, 이제 세 명이다. 아직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그는 다음 적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살기를 띤 눈이 무섭게 번 뜩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놈들이 공격해 왔다. 앞에 있는 놈의 공격을 막고 그놈을 처리하려 하면, 옆에서 공격해 오고 또 그 녀석을 막으 면 뒤에서 치고 들어온다. 혼자라면, 혼자라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빠져나가 도망갈 수 있 겠지만, 혼자가 아니었다. "제기일! 나의 친우, 불의 정들이여! 지금 태초부터 전해 내려오는… 필요 없어! 당장 나와!" 카나인이 무섭게 소리지른다. 그와 동시에 주위에서 '화르륵' 하며 불길이 타오르고, 이글 이글거리는 불길의 칼날을 적을 향해 뻗쳐간다. "……." 아무런 예고도 없이, 징조도 없이 나타난 놈들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스피 드와, 웬만한 마법은 그냥 튕겨 버릴 만한 마법 저항력, 그리고 어지간한 공격 정도는 무위 로 돌려버릴 만한 단단한 결계를 가지고 있었다. 방금 카나인의 공격은 그들에게 어느 정도는 먹혀들었는지 주춤하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 선다. 하긴, 어차피 공중에 떠 있으니, '몇 발자국' 정도의 개념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만……. 아무 말 없이 양손을 앞으로 내민다. 그리고 '그것'이 놈들의 몸에서 방출될 때마다, 거대 한 폭발이 덮쳐온다. "큭……." 이를 악물며 훌쩍 뛰어 공격을 피하며 달렸다. "카나인!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빨리 이 곳을 벗어나! 타브릿트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 고 움직여!" 파르시레인의 외침에 카나인은 잠시 이를 악물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자, 잠깐만 카나인! 파르시레인을 두고 갈 순 없다고!" 당황한 얼굴로 블러드가 외치자 카나인은 곤란하다는 듯이 블러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물론,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일단 바라는 데로 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안전을 보장할 순 없습니다. 아직 완전 각성하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명계로 떠 나 버리면 다시는 되돌아 올 수 없다는 것 정도, 알고 계시죠?" 블러드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방어를 최우선으로 해서 이동하십시오. 최대한 빠른 속도로. 제가 옆에서 보조해 드 릴 겁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의 칼이 네 번째 희생양의 가슴을 꿰뚫었을 때, 뒤에서 검은 그림자와 함께 뾰족한 것이 그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왔다. "멈춰!"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들 사이를 갈랐다. 공격하던 자도, 방어하던 자도, 일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블러드가 '적'이라고 판별한 자들이 말 그대로 '정지'했다. "아……?" 파르시레인은 흠칫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 바로 뒤에 날카로 운 무기를 양손에 쥐고 있는 한 놈이 자신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피할 수 없을 만큼 가 까이 다가와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멈춰 있었다. "이 무슨?" 어처구니없다는 파르시레인의 질문에 블러드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 "안 돼, 시간이 없어! 나도 오래 끌지는 못해!" 어느 새 상황 판단이 다 되었는지 파르시레인은 블러드를 훌쩍 안았다. 그리고는 뛰기 시 작했다. 그리고 카나인도 그 뒤를 따라 뛰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어느 곳을 목표로 해야 할 지… 목적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멈춰 있는 사이에 최대한 멀리, 최대한 그들로부터 떨 어지도록! 분명 둘은 빨랐지만, 적들도 빨랐다! 그러니까,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했다. 콰직! 중간에 카나인이 나무를 몇 개 부숴 놓았다. 자연을 사랑하는 요정으로써는 그리 탐탁찮 은 일이지만, 이걸로 적들의 진로를 조금이라도 방해할 수 있다면 상관없었다. 그리고 여 섯 그루 째의 나무를 부쉈을 때 파르시레인이 그를 말렸다. "소용없어, 카나인. 이런 것으로 그들의 진로를 방해할 수는 없다고. 너는 달릴 때 이런 것 에 구애받지 않잖아? 결코 우리보다 아래가 아냐. 차라리 빨리 인간의 마을로 들어가는 것 이 나아. 그들도 인간의 장소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은 힘들 테니까 말야." 카나인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속도를 한층 더 높였다.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사람들의 냄새를 쫓아서……. 양쪽은 까마득한 높이의 절벽이었다. 하지만 떨어질 위험 같은 것은 없었다. 일행은 절벽 위를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밑을 달리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즉, 골짜기 밑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떨어질 염려 따위를 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오히려 위에서 떨어지는 바위나 흙더미 에 깔리기라도 하면 위험하다. '응?!' "피햇!" 블러드가 소리질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각자 양쪽으로 몸을 날 렸다. 콰쾅!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방금 전까지만 해도 둘이 달리고 있던 곳이 움푹 패였다. 정통으로 맞았다면 틀림없이 중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그, 그보다 먼저 비켜줄래? 무겁다고." "아, 네. 죄송합니다." 밑에 깔린 채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는 블러드의 모습에 파르시레인은 당황하며 몸을 일으 켰다. 다행히 이쪽은 무사한 듯 한데, 카나인은? 파르시레인은 주위를 살폈다. 뽀얀 흙먼지 때문에 시야가 어두웠지만 그 정도는 무시할 만 한 것이었다. 몇 초쯤 뒤에 콜록대는 소리와 함께 카나인이 상체를 일으켰다. 폭발과 함께 무너진 흙더미에 깔렸는지 온 몸이 먼지와 흙투성이다. "콜록, 콜록. 제… 제길! 뭐야, 이건!" "무사하군." 안도의 한숨을 쉬며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주위를 살폈다. 위협을 끼칠 수 있는 것은 보이 지 않았다. 그런데 느껴지는 이 아찔할 정도의 살기는?! "파, 파르시레이인…." "잠시만요… 지금 무언가가 우릴 노리고 있습니다."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로 블러드가 파르시레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손가락을 입에 가져 다 대며 '쉿!' 해 보이면서 파르시레인은 주위를 경계했다. "그러니까 그것들이… 하, 하늘 말야……." 그 말과 거의 동시에 카나인이 위로 솟구쳐 올랐다. "네놈들, 여기 있는 거냐!" 그리고 이를 갈며 손가락으로 놈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카오틱 블레이드!" 발휘된 카오틱 블레이드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하며 돌진해 갔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 로 카나인은 뛰었다. 공중에서……. "어떻게 주문도 안 외우고 쓸 수 있는 거지?" 블러드의 질문에 파르시레인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아까 달려오면서 외우고 있었겠죠! 주문을 외울 만큼 강력한 마법이 아닌 이상 녀석들의 몸에 상처 하나 줄 수 없을 테니까요!" 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블러드는 다시 한 번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우와, 카나인은 하늘을 나는 능력도 있구나… 그리고 방금 공격으로 둘이나 죽어 버렸 어……." "플라이!" 미처 블러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파르시레인이 마법을 시전했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 의 몸도 부웅 떠올랐다. 빠른 속도로 앞을 향해 전진하고, 그 뒤를 놈들이 따랐다. 아까 넷 을 처리했으니, 여섯. 그리고 카나인의 카오틱 블레이드의 둘 정도가 또 죽은 듯 하다. 이 제 남은 건 넷. 넷이다. 애초에 열이었다. 열 명이었다! 파르시레인도, 카나인도 강했지만, 열 명은 무리였다. 왜냐 하면 그들도 만만찮게 강했으니까. 놈들 중에 하얀 로브를 뒤집어쓴 녀석이 "큭" 이를 갈더니 무섭게 눈을 부라렸다. 아무래 도 그 녀석이 리더였는지 아까부터 선두에서 다른 놈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재수 없게도 딱 눈이 마주쳐 버렸다. "히익!" 블러드는 그 살기 등등한 눈길에 말을 잊고 말았다. 정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자꾸 죽이 려고 따라 오는 거야! '물론 우리도 너희들을 죽이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당 방위였어!' 속으로 소리지르며 블러드는 눈을 꽉 감았다. 이제 하얀 로브와의 차이는 겨우 몇 미터. 놈 은 손만 뻗으면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다… 위험했다. 눈을 살며시 뜨니 녀석이 씨익 미소 를 짓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리고 놈이 마악 손을 뻗었을 때, 블러드는 이를 악물며 소 리쳤다. "터져라!" 파악! 폭발을 일으키려는 손이 허무하고 허공을 갈랐다. 목표를 잃고 공중을 부유하다가 밑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 로브가 스윽 벗겨지며 놈의 얼굴이 보였다. 놀랍게도… 아직 소년의 얼 굴이었다! 그 눈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몸이 갈라지는 걸 느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산산이 찢기는 걸……. 피와 살점이 파박 하고 블러드의 몸에 튀겼다. "아… 아아…?" 블러드는 의미 없는 말을 중얼대며 자신의 뺨을 문질렀다. 피와 살점이 범벅이 된 채 로…… 손에 묻어 나왔다. 뒤에서 따라오던 나머지 셋이 움찔했다. 하얀 로브의 몸은 갈가 리 찢긴 채로 밑을 향해 낙하했다. "소년… 이었어?" 블러드를 안고 있던 파르시레인이 말했다. "저건 소년이 아닙니다. 단순히 가면일 뿐, 겉가죽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그래, 나는 적을 죽인 거다. 인간을, 소년을 죽인 게 아냐! 저건 괴물이었어!' 애써 자신의 머리에 주입시키며 블러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일행을 뒤쫓던 놈들은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 흰 로브의 녀석이 리더였기 때문에 리더가 죽은 이상 더는 쫓을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쫓아오지 않아?" 카나인이 중얼대듯 물었다. 별로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르시 레인은 친절하게 답해 주었다. "리더가 죽었으니까. 타브릿트께서 처리했잖아? 매우 훌륭하십니다." 블러드는 왠지 당황스런 기분이었다. 물론, 인간이 아니었다지만… 생명을, 그것도 소년 을 죽여 놓고서는 칭찬 받다니……. 무언가가 어긋나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죄책감에 휩싸여 있는 블러드의 모습을 보며 카나인이 말했다. "너무 죄책감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죽이지 않으면 죽으니까요." "뭐?"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고요. 설마, 하르모니아께서는 죽고 싶으셨던 겝니까?" 블러드는 고개를 저었다. 죽이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죽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도 죽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죽이지 않고 그들을 설득할 방법은 없었을까?" 그 질문에 둘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적들을 설득시키는 방법이라… 그런 방법 따위, 그 들은 배우지 않았다. 그것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공격해 들어오는 적이라면, 설득할 필요성 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은 이 순진하지만 위대한 분께 안심할 만한 대답을 해 주어야 할 필요성은 있 었다. "글쎄요… 다음에 다 같이 생각해 볼까요?" 파르시레인의 그 말에 블러드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나인은 고개 를 들어 골짜기 너머를 바라보았다. 한층 더 진하게… 피의 역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어쩌면 그는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 다가올 더욱 더 큰 위험을……. 왕피곤..=_=;; 어떤 분이, 이거 읽을 때, 눈이 피곤하다고 하시기에.. 조금 엔터를 많이 쳐봤습니다;; 너무 많이쳤나.. 그래도 이거 꽤 많은 분량입니당;;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 새해 첫날부터 이런 내용을 쓰다니..=_=;; 아아, 무언가 내용이... 쿨럭;; 해피 뉴 이어! -하루리 덧. 책 나왔던데.. 보셨습니까? 블러드 엔젤 <20장-초래>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오 번째 이야기... 모두들 피투성이로 들어온 이 수상쩍은 일행을 바라보았다. 일행은 셋이었는데, 셋 모두 매우 창백하고 피곤한 얼굴이었다. 터벅터벅 카운터로 걸어와서는 감기는 눈을 애써 뜨며 한 청년이 말했다. "방, 식사, 그리고 목욕." 놀랍게도 그는 인간이 아니었다! 호리호리하니 큰 키, 보기 드문 실버 블론드, 무엇보다 뾰 족하게 긴 귀는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물론, 이곳에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들이 많이 살고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혼혈 로, 오랜 시간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가며 피가 섞인 이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얼핏보면 인간과 거의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닮아 있다. 보통의 인간보다 약간 더 긴 귀라든지, 조금 더 뾰족한 송곳니라든지, 조금 더 북실북실하게 나 있는 털이라든 지… 이런 것들만 빼면 인간과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이 청년은 달랐다. 확연히 큰 귀, 남색 눈동자, 실버 블론드의 머리카락… 같이 겉 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을 빼더라도 인간과 다른 무언가가 온 몸에서 발산되고 있는 것이다. 잠시 멍하니 카운터에 서 있던 여관의 주인은 자신을 바라보는 짜증스런 눈길에 화들짝 놀 랐다. 인간이 아닌 청년이 자신을 불쾌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 예. 방, 식사 그리고 목욕이요? 여기 열쇠 있습니다. 삼 층으로 올라가셔서 네 번째의 왼쪽 방입니다. 식사는 방에서?" "그래. 최대한 간편하게……." 그리고 뒤에 서 있던 또 다른 일행 둘이 열쇠를 받아들더니 먼저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청년이라기엔 어리고, 소년이라기엔 너무 나이가 들어 보이는 둘은 척 보기에도 피곤 해 보였다. '으윽… 3층까지 언제 올라가냐.' '피… 곤해.' 삐꺽 문이 열리고 깔끔하게 정돈된 넓은 방이 보였다. 침대 세 개와 가운데에 탁자 한 개. 그리 고 욕실……. 셋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욕실이라니! 이 얼마 만에 보는 제대로 된 것이냐! …라는 감 동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침대에 털퍽 드러누워 버렸다. "목욕해야 하는데……." "누가 먼저 하죠?" 블러드가 말했다. "난 맨 마지막." 그러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비겁하다는 눈길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물론, 먼저 하는 편이 편하고 깨끗하고 좋을 테지만…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난 두 번째." 파르시레인이 말했다. 카나인은 뭐라 중얼대며 천천히 욕실로 걸어 들어갔다. 역시 오래 살고 봐야 하는 것이다. 블러드인 경우엔 자기 자신은 깨닫지 못하겠지만 그로써는 상상할 수도 없는 오랜 세월을 살아왔을 테고, 파르시레인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수천 년일지도 모르는 그 의 생명은 용들과 비교해서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다. 물론 본인은 그 삶들이 진짜가 아니라고 박박 우기긴 했지만……. 겉보기에는 제일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그래봐야 몇 살 정도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리기 에… 저 둘이 뭐라 하면 거역할 수 없는 게 카나인의 처지인 것이다. £ "미쳤군, 이 녀석들." "아아, 동감입니다." 잔인한 웃음을 띄우며 샤이른이 말했다. 그 말에 둘의 앞에 서 있던 놈들이 움찔했다. 분명 히 그들도 무모한 짓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거다. 거의 각성한 저들에게 덤벼드는 것이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라는 것 정도,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다. 다키엔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 "멈춰라, 나의 종속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아. 소멸하고 싶지 않다면 덤비지 마라. 너희의 본 질이 어둠인 것 정도, 아무리 감춰도 알 수 있는 것. 너희들은 나를 공격할 수 없다." 부드러운 듯 하면서도 살기가 실려 있는 그 말에, 놈들은 잠시 이를 갈더니 곧 덤벼들었 다. 분명히 무모한 짓인 줄 알고 있을 텐데……. "촤악!"하는 소리와 함께 가장 먼저 덤벼든 한 놈이 찢겼다. 샤이른이 웃었다. 금빛 황홀한 미소가 아찔했다. 그리고 연속해서 두 번째의 희생양의 사지를 찢어 발겼다. 시야가 붉은 베일로 가려진 듯, 피의 빗속에서 그는 또다시 웃었다. "쳇, 미친 녀석들.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덤벼들다니." 다키엔이 중얼대며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기의 덩어리를 훌쩍 피해냈다. 저 어리석은 자신 의 종속들이 바라는 것은 뻔했다. '봉인의 열쇠' 그걸 원하는 것일 테지. 하지만 순순히 넘 겨주진 않아. 그건 꼭 필요한 거니까. 지금 자신들에게 온 녀석들은 저급한 놈들이었다. 물론, 그리 하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 도는 아니었지만 진짜 알맹이들은 다른 곳으로 간 거다. 그곳은 어디? '…카오스에게… 인가?' "훗, 무모하군." 황당한 웃음을 흘리며 다키엔이 슬쩍 자신 앞까지 온 놈의 몸을 쿡 찔렀다. 그리고 놈은 푹 쓰러져 버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다키엔은 너무나도 허무하기까지 한 죽음에 쳇 혀 를 찼다. 그래도 조금은 즐겁게 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야. '감히 창조주에게 덤벼드는 것 치곤 너무 약하잖아?' 하지만 이렇게 자신에게 종속되는 아이들을 죽여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했다. 조금, 아주 조금만 슬펐다. 그래도 공격해 온다면, 죽고 싶은 거겠지. 그러니까 죽여주는 거다. 다키엔의 손가락이 어느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쪽에 있던 녀석들이 잠시 움찔했 다. 그러나 어느 누구의 눈동자도 공포에 차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허공을 천천히 갈랐을 때, 공간에 균열이 발생했다. 후두둑! 대량의 피와 살점이 바닥으로 철퍼덕 떨어졌다. 공간의 균열은 녀석들의 몸까지 깨끗하게 잘라 버렸다. 갑자기 찾아온 사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이 그들의 눈동자에 잠시 머물렀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잠시'였다. 곧 그들은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고,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되었으니까. "너 하나 남았네?" 샤이른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녀석은 이를 갈며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섰다. 이 상 황이 되었는데도 공포에 질려 도망가지 않은 것이 용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그걸 칭찬해 줄 자는 아무도 없으니, 그것이 애석할 뿐.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다가온 충격. "컥!" 계속 침묵을 일관하던 녀석의 입에서도 신음소리라 할 만한 것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몇 줄기의 선혈. 불행히도 그의 앞에 선 이 강력한 적은 마술뿐만이 아니라 체술도 뛰어났나 보다. 방금 그 한 방으로 그는 무릎을 꿇고 털퍼덕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샤이른은 고개를 숙 여 놈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큭!"하고 이를 갈며 뒤로 물러서는 녀석 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말해, …누구지?" 주어가 빠진 허술한 문장이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당연지사. 그리고 어느 샌가 다 키엔이 샤이른의 뒤에 서 있었다. 더 이상은 공격하는 것도, 도망가는 것도 통하지 않으리 라는 것을 깨달은 그의 눈이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 …가…." "뭐라고?" "… ……께서… 시키셨… 큭!" 그의 입가로 귀를 바싹 가져다 된 샤이른이 되물었다. 그것은 말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 아 니었다. 단지, 들은 말이 정말 진짜인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기 위 해서. "다키엔, 방금 들었습니까?" 그 질문에 다키엔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들이 들은 말이 진실이란 것을 깨달은 둘의 눈동자가 천천히 슬픔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다시 절망으로, 절 망에서 슬픔으로, 또 분노로 물들게 되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이… 그들이 우리를 배신했다고?" 넋이 나간 듯한 샤이른의 반응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다키엔은 녀석의 멱살을 잡고 흔 들었다. "그럴 리 없다! 헛소리하지 마! 거짓말이라고 말해, 말하란 말야!" "죽었습니다, 다키엔." "뭐……?" 샤이른을 올려다보며 묻는 다키엔에게 샤이른은 친절하게 한 번 더 말해 주었다. "그 녀석은 죽었다고요." "아아……." 손을 놓자 그대로 바닥으로 허물어진다. 아무래도 다키엔의 살기와 강대한 기운을 이겨내 지 못했기에 쇼크사 비슷한 걸로 죽어 버렸을 거다. 다키엔은 이를 뿌득 갈았다. 정말로 그들이 배신한 거라면 절대로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봉인이 풀리는 즉시 모조리 죽여 버릴 테다! 그래도 믿었던 이들인데! 자식과도 같은 이들이었는데! 짧은 시간의 향연, 백일몽에 취해 버린 게다. 그들은……. 그렇기에 자기 분수를 잊고 분 에 넘치는 것을 얻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그건 그들을 멸망으로 이끌 어 줄 거다. "사실이라면… 용서 않는다." 허공을 응시하며 끊듯이 말을 뱉어내는 다키엔의 모습에 샤이른이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 를 두드려 주었다. 조심스런 위로의 행위. 자신보다는 다키엔이 더 상처를 받았음을 알고 있다. 더 공을 들였기에, 더 정성을 쏟았기 에,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기에…… 배신당했을 때의 상처도 쓰라린 것을. "정말로 배신이라면… 절대 용서 못한다." 갑자기 나타난 어둠에 종속되어 있는 아이들… 자신의 일부인 어둠을 종속으로 한다는 것 은 자식과도 같은 것. 공을 들였었다. 정성을 쏟았었다. 사랑을 주었었다. 자식같이 아끼 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찢어 죽인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배신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그래, 다키엔. 정말 배신이라면… 전부 소멸시켜 버립시다. 그리고 새로 만들면 되잖아 요? 그게 우리의 특권이잖아요. 우리가 가진 유일한 능력인데요……." 절망을 가장한 슬픔으로 물든 눈이 분노로 차 올랐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새카 만 분노가 이성을 지배했다. 둘은 화가 났다. "샤이른, 남은 봉인은 몇 개지?" "겨우 두 개를 풀었을 뿐입니다. 아직도 네 개나 남아있죠." "네 개…… 용왕계의 두 개, 마계, 명계… 내 봉인은 하나도 못 풀었잖아." 중얼대듯이 다키엔이 말했다. 물론, 가장 마지막에 자신의 봉인을 푸는 건 그가 원했던 것 이기도 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된 이상… 이렇게 파멸로의 길을 달려가고 있는 이상은 빨 리 봉인을 푸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봉인이 된 이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아무리 충성을 다한다 해도, 죽고 싶어하는 이들은 없을 테니까. 분명 샤이른과 다키엔은 그렇게 생각했다. 가장 큰 본능은 생존본능. 분명히 만들 때만 해도 그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해서 만들었거늘, 그들의 피조물들은 좀 달랐다. 충성, 사랑, 우정, 명예, 권력… 이런 하찮은 것들 때문에 목숨을 버린다. 하찮은 '정'이라 는 것에 모든 생명을, 인생을, 젊음을 바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들이 자신의 피조물들 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였다. '하긴, '생존본능'이 결여되어 있기에… 이런 허무맹랑한 짓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만…….' 둘은 피식 웃었다. 피조물인 자신들끼리는 그렇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창조주인 우리에게는 충성을 바칠 수 없다는 말이냐! 서로를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던질 각오가 되어 있으면서, 창조주인 우 리의 각성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건 억울하다는 거냐! 둘은 그걸 이해할 수 없었다. 덤벼든 놈들보다 너네가 더 미쳤어=_=;; 죽이면서 웃을 수 있다니... 왠지 섬뜩해진 루리입니다. 쿨럭;; 그런데 이놈들 불쌍한 놈이에요;; 힘만 강하지 그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가여운 놈들... 쿨럭;; 조금만 더 빨리 올렸어도 연참일 수 있었거느으을...;; -하루리 덧. 아싸, 오늘 책온다!! +_+ 여태껏 미뤄만 왔던 동인지들...ㅠ.ㅠ 드디어 샀당!! 덧 하나. 제 홈으로 오셔서 글 읽으시는 분들, http://tearwing.wo.to 로 들어와서 읽어주세요;; 주소가 희안하게 변형된 상태로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구요=_=;; 블러드 엔젤 <20장-초래>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육 번째 이야기... £ "이건 뭐지, 카오스?" 약간은 화가 난 듯한 예나인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렇게 물어봤자 나도 모른다." 별 도움이 되지 못한 대답, 아니 질문조차 지금 상황엔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었겠지 만… 어찌 되었든 간에 예나인은 조금 화가 났다. 어째서 이런 재수 없는 녀석들에게 쫓겨야 하는지. 그리고 왜 저 녀석들은 본 적도 없는 우 리에게 살기를 품고 있는 건지, 하는 질문들 모두 지금 상황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 이 틀림없었다. "우왓, 예나인! 이 녀석들 강해, 것도 무지무지." "나도 알아, 바보야." 친절하게 대꾸해 주며 검을 뽑아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노리는 것은 카오스였다. 왜 노 리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같이 있는 자신들도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는 것 정도? 생각 할수록 열 받는 일임이 틀림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저 까만 꼬마 녀석 때문에 이렇게 자신 들까지 위험해져야 하는지. "어?" 평소엔 절대로 전투에 끼지 않던 카오스가 슬쩍 예나인의 겉으로 다가온다. 그가 싸오는 꼴이라고는 처음 만난 날 거대한 오거 한 마리를 처치한 것 뿐. 그 외에는 전혀 본 적이 없 었다. 그런 주제에 먹기는 엄청 많이 먹어대고……. "오오, 카오스 네가 웬일이냐? 싸움엘 다 끼여들고." 하지만 그가 싸움을 한다는 건 전력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는 것임이 분명하기에 샤오엔은 기쁜 듯이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런 관심에도 "헹"하고 코웃음치며 카오스는 오만하게(분 명 거만하게, 라는 형용사가 더 어울려야 할 상황인데도) 말했다. "이 녀석들 강하다. 그러니까 너희들 절대로 못 이겨." 그 말에 샤오엔은 길길이 뛰었다. "뭐, 뭐라고! 웃기지 마!" "그래봤자 못 이겨. 가만히 뒤에서 기다려. 샤오엔 너 멍청하지만 죽는 건 싫으니까 싸워 주는 거다." "웃기지 마, 이 자식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샤오엔에게 강력한 펀치를 한 방 먹여주며 예나인은 눈을 부릅 떴다. 그 위압적인 모습에 샤오엔은 잠시 주춤했지만 지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하, 하지만 예나인, 카오스가 우리한테 약하다고 했다고!" 물론 카오스는 샤오엔에게 약하다고 한 적 없었다. 단지 못 이길 만큼 저들이 강하다고 했 을 뿐이다. 예나인은 훗 하고 웃으며 샤오엔에게 말했다. "그럼 너는……." 그 순간 예나인의 말을 끊으며 둘의 앞에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카오스는 훌쩍 뛰어 피했 고, 둘은 슬쩍 뒤로 물러섰다. 예나인은 미처 못한 말을 하며 샤오엔의 멱살을 잡았다. "…저렇게 손만 내뻗으면 폭발을 일으키는 녀석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단 말이냐? 앙? 이길 수 있어? 그럼 가서 싸우라고, 이 골빈 멍청한 자식아!" 거친 말에 샤오엔이 움찔했다. 그는 마치 풀죽은 강아지같이 깨갱대며 뒤로 몇 발자국 물 러서며 중얼댔다. "다들 나를 미워해… 흑흑."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지 마!" 둘이 시끄럽게 떠드는 사이에 카오스는 벌써 둘을 처치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몸을 쓰는 일 따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태초의 능력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고, 쓸 때마다 몸에 부 담을 준다. "쳇." 혀를 차며 놈들 중 가장 가까이 있는 녀석의 심장에 손을 푹 찔러 넣는다. 마치 물 속에 손 을 담그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쉽게 들어가고 나온다. 아주 무표정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 고 웃고 있는 것도 아닌, 평소 그대로의 표정이었기에 더욱 더 섬뜩했다. 옆에서 한 놈이 덤벼들지만 가볍게 밀어내고 목을 비틀어 버린다. 그건 특별히 힘이 든다 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애가 곤충을 잡아 다리를 떼어내며 노는 것처럼 아주 가뿐 한 몸놀림. 피가 확 튀기며 카오스는 물론이고 꽤나 멀리 떨어져 있던 예나인과 샤오엔의 옷까지 적셨 다. 셋은 미간을 찌푸렸다. 바닥에 흥건하게 고인 새빨간 피가 기분 나쁠 정도였다. 저렇 게 많은 피가 몸 속에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 "으엑, 싫다 정말." 샤오엔이 투덜대며 몸에 묻은 피를 털었다. 예나인은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카오스를 바 라볼 뿐이었다. 카오스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정도,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잔혹하게 죽여 버리는 꼴은 별로 달갑지 않았다. 뭐, 어찌 되었든 둘에겐 적들을 막을 능력이 없었고, 오히려 카오스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지… 카오스가 아니면 저런 것들이 우리에게 달려들 이유도 없잖아?' 한가지를 깨닫고는 남몰래 이를 갈고 있는 예나인이었다. 둘은 눈치채지 못하겠지만 저들은 인간이 아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폭발을 일으켜 둘을 죽여버리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것. 그런데 죽이지 못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카오스 때문이었다. 죽여 버리려 해도 어느 샌가 앞을 가로막고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심장을 뜯기고 마지 막 순간에야 코앞까지 다가온 사신을 눈치챈다. 죽음까지는 순식간인 것이다. 그들 자신 도 스스로를 강하다고 자부해 오고 있었고, 또 실제로도 그들은 강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카오스의 발 아래의 것들. 모든 힘은 전부 카오스의 것을 따라한 아류작일 뿐이다. 진 정한 힘 앞에서 그들의 힘은 어린애 장난 보다 못한 것이었다. "크아악!" 또 한 놈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다. 혼이 빠져나간 시체만이 남겨져 형편없이 바 닥에 널브러진다. 그것을 그대로 우직 밟아버리며 카오스는 나머지 녀석들을 바라보며 다 음 희생양을 물색했다. 잠시 그들끼리 시선을 교환하더니 일제히 카오스를 향해 손을 내뻗고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을 퍼부었다. 범위를 넓게 한다면 큰 마을이나 작은 도시 정도는 한번에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공격이 카오스를 향했다. 좁은 사정거리인 만큼 파괴력은 더욱 월등해진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방대한 양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방출되었다. 사방으로 흙먼지들이 날려 시야를 방해했다. 예나인과 샤오엔은 눈을 부릅뜨고 카오스가 서 있던 곳을 바라보았 다. 아무리 강한 카오스지만 저 정도로 거대한 폭발 속에서 살아남았을 리가… "카, 카오스!" "…카오스!" 둘이 거의 동시에 카오스를 불렀다. 그리고 흙먼지 속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왜 그래?" 멀쩡한 듯한 그 목소리에 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저 폭발 속에서 살아남다니……. 놀란 건 둘째치고 일단은 안심했다. 카오스가 죽으면 그 다음은 당연히 자신들이기에… 아니, 카오스가 죽고 난다면 어쩌면 저들은 자신을 살려 줄지도 모르는 일 이었다. 어차피 원래 목적은 카오스였으니. 하지만 목숨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카오스가 죽는다면 그들은 검을 빼들 각오가 되어 있었 다. 비록 상대도 되지 않겠지만 카오스는 자신들의 일행이었고, 동료였으니까. 물론, 쓸데 없는 걱정이긴 했다. 카오스는 죽을 리가 없었다. "…휴우, 이번 건 좀 강했군. 너희들 대단하군 그래? 확실히 예나인하고 샤오엔보다는 강 하네. 하긴, 쟤네는 너무 약했어." "뭐얏!?" 걱정한 건 잠시였고, 그 말에 순간 또 발끈 해버렸다. 언제나와 같이 자신들을 무시하는 발 언이다. 평소에도 너희들은 너무 못생겼어, 너무 멍청해, 왜 그렇게 둔한 거지? 너무 약 해, 따위의 말을 입에 달고 살긴 했지만…… 이런 때에까지 저런 발언이라니! '…슬슬 열이 받기 시작하는데?' 카오스는 속으로 중얼대며 슬쩍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까맣고 차갑다. 그렇지만 결 코 어두운 건 아니다. 까맣지만 어둡지는 않다. 둥근 구체. 그의 힘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그만 끝내자." 그 말과 함께 카오스는 그걸 녀석들에게로 던졌다. 그냥 가뿐하게 던졌을 뿐인데, 그것은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더니 놈들과 부딪치고 터져 버렸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스멀스멀 기어가서는 몸을 먹어 버린다. 꿀꺽 꿀꺽 잘도 삼켜 버린다. 몸이 사라지는 그 공포. 전혀 고통스럽지도, 아프지도, 심지어는 간지럽지도 않다. 단지 극 심한 공포에 젖어 사라져간다. "끄아아악!" "아아… 악!" 여간해서는 신음소리조차 내지 않는 그들도 공포에는 어쩔 수 없었는지 새된 비명을 질렀 다. 자신의 몸이 사라진다는 것, 존재가 없어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공포이기에. 정신 적인 고통이기에……. "하하핫!" 카오스는 그런 그들을 보며 통쾌하게 웃어 제꼈다. 적들이 공포에 젖어 죽어간다는 것이 그에게는 기쁨이었는지. 문득 예나인과 샤오엔은 카오스가 두려워졌다. 아주 조금. 그리 고 아주 잠깐. 둘은 슬며시 카오스에게로 다가왔다. 잠시 카오스가 두려웠던 그들이었지만 카오스가 언 제나 똑같았던 그 표정으로(약간은 비웃는 모습으로) 바라보자 어느새 그 두려움이 가셨 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뭐야, 그 비웃는 표정은!" 다혈질적인 샤오엔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예나인은 상당히 차분하고 침착했기 때문에 그 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단지 손에 조금 힘을 주어 카오스의 몸에 묻은 흙을 털어 주었을 뿐이다. "뭐야, 예나인! 네가 더 사악해! 아프단 말이다!" "단지 흙을 털어 주는 것 뿐이야." 카오스가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자 잠시 반대쪽의 허공을 바라보며 덧붙인다. "단지 그것뿐이라니까?" "쳇." 카오스는 혀를 차며 몸을 툭툭 털었다. 그리고 카오스가 무사한 걸 알자 예나인과 샤오엔 은 그냥 가벼운 한 판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는지 편히 웃어 보였다. 그 웃음, 기분 좋아지는 그 웃음에 카오스는 이들이 늙어 죽을 때까지 같이 있어주기로 마 음먹었다. 60년, 아니 어쩌면 그보다 짧을 수도 있고 그보다 길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되 었든 간에 카오스에게 있어서는 찰나의 시간. 마음 편한 그 웃음을 이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곁에 있어주겠다고……. '니아를 찾는 건 그 뒤에도 늦지 않아.' 어쨌든 하르모니아도, 다키엔도, 샤이른도… 카오스만큼의 시간을 갖고 있으니까. 그런 생 각을 하며 슬며시 미소짓는다. 이봐, 이봐=_=;; 너 빨리 블러드 찾아야지. 뭐하는 거야;; 너희둘이 만나는게 늦을수록 완결도 늦단 말이다! 빨리 찾아!! =_=;; 제길 조금 적죠? 하핫 (웃음으로 무마하기) 이누야샤 극장판은 언제 볼 수 있으려나. 하아;; 메노우마루라는 녀석 목소리가 궁금했는데.. 제길;; 대충. 일행을 나눠 보자면... 1. 블러드+파르시레인+카나인 일행 2. 다키엔+샤이른 일행 3. 카오스+예나인+샤오엔 일행 4. 크라비어스(수면중;;) 이 되는건가;; 이것들이 전부 떨어져서 뭐하는 짓이야!! 그래, 니들 시간 많다, 많다구!! 흑;; =_=;; 핫핫 그냥 주접이었습니다. -하루리 블러드 엔젤 <20장-초래>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칠 번째 이야기... £ "도대체 뭐야!" 파르시레인이 소리질렀다. 그러나 블러드와 카나인은 의외로 덤덤했다. 둘은 소리지르며 악을 써대는 파르시레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 추하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기 에… 별로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여기는 이렇게 조용한데 저렇게 떠들고 있다 는 것… 그리 맘에 들지 않았다. "왜 우리가 이렇게 잡혀 있어야 하냐고!"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일행이 여관에서 하룻밤 잘 묵고 다음날 아침, 내려와서 카운터에 돈을 내고 여관을 떠나려고 할 때 갑작스럽게 성 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일명 신관 기사라 고 하는 그들은 '오라'라는 특별한 기술을 쓸 수 있는 자들로, 그들이 사용하는 오라 블레 이드는 신성력과 검술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갑자기 들이닥친 성 기사들은 블러드 일행을 밧줄로 꽁꽁 묶어 근처에 있던 주신 오딘을 모시는 성 하딧사 신전으로 압송했던 것이다. 이유도 모른 체 이렇게 끌 고 와서 아무도 없는 빈방에다 밀어 넣고는 세 시간이 넘도록 사람 비슷한 것이라고는 코 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이 어찌 열 받지 않는단 말인가! "이 녀석들아! 최소한 밧줄은 풀어 주는 것이 예의 아냐!? 염치도 없는 녀석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신관이야!? 무례하게 이 몸을 이렇게 묶어두다니! 10초 셀 때까지 안 오면 밧줄 그냥 풀어버린다!" "뭐 하시는 겁니까?" 카나인이 기분 나쁘단 얼굴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너는 화도 안 나냐!?" 물론 그도 화가 나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잡혀온 이상, 자신을 잡아온 이유를 묻 고,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걸 빌미로 돈을 뜯어낸 다음에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 그의 목 적이었기에…… 파르시레인처럼 떠들 필요도, 난리를 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당연히 나죠." "그럼 어떻게 좀 하란 말이다!" "흠, 물론 얼마든지 밧줄을 끊을 수는 있지만… 무식하게 힘으로 끊는 건 제 성미에 맞지 않는군요. 물론 위대하신 로스틱께서는 그렇게 생각지 않으시겠지만……." 파르시레인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가장 열 받는 이유가 이 거만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 는 요정 녀석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녀석이 차기 장로라니, 요정들도 다 미쳤지, 미쳤 어… 라며 중얼대도 보지만 솔직히 말해 카나인이 유능한 건 사실이었다. "으랏차!" 힘껏 기합을 지르며 팔에 힘을 주었다. "얼레?" 다시 한 번 힘을 잔뜩 주자 밧줄이 요동을 치며 더 세게 죄어든다. "으, 으아악! 아파, 아프단 말이다!" 눈물까지 찔끔 흘려대며 소리지르자 조금 느슨해진다. 그제야 이 밧줄이 보통 밧줄이 아님 을 눈치챈 파르시레인. 그리고 파르시레인을 통한 임상 실험 덕에 자신의 생각에 확증을 가질 수 있었던 카나인. 그런 둘을 지켜보며 과연 누가 더 사악한가를 생각해 보고 있는 블 러드. "하아…." "왜 그러십니까?" "왜 그러시죠?" 한숨을 한 번 내쉬자 걱정되는지 거의 동시에 물어본다. 그리고는 서로를 쳐다보며 으르렁 댄다. 둘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에도 이미 익숙해졌는지 블러드는 둘을 무시했다. 잠시 뒤에 묶인 채로 벌렁 드러누우며 블러드가 중얼댔다. "졸려…." 순간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의 머릿속으로 희비가 교차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대부분 착각 임이 분명한)이 빠른 속도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둘은 마음을 느긋하게 먹기로 마음 먹었다. "후우… 그럼…." "뭐, 할 것도 없는데……." 한숨처럼 카나인이 중얼대고, 그 뒤를 곧장 파르시레인이 받았다. 둘은 잠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약 삼십 분쯤 뒤에 여신관 한 명이 들어왔을 때는 셋 모두 뒤로 벌렁 드러누워 코까 지 골며 깊이 잠들어 버린 지 오래였다. "일어나십시오, 신탁이 내렸습니다." 그녀는 셋에게 말했다.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청각이 필요 이상으로 발달한 파르시 레인과 카나인은 곧 깰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가 들어왔을 때부터 정신은 말짱한 상태였다. 그들의 예민한 감각은 누군가가 이 방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 왔으므로……. 그리고 잠시 뒤에 블러드도 몸을 뒤척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셋 모두 잠에서 깨어난 것을 확인하자 여신관은 입을 열었다. "주신 오딘을 모시는 미천한 소녀의 이름은 성 안드레라고 합니다. 그대들에 대한 신탁이 내렸습니다." "헤에…." '성'이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디바인 파워를 쓸 수 있을 만큼 신성력이 높 은 고위의 사제, 혹은 '사악한' 이교도를 물리치는 데 큰 공로를 한 사제. 비록 서로 다른 신을 모시는 사제들끼리 사이가 그리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법적으로는 다신교를 인정하고 있기에 요 몇 십 년간 큰 분쟁은 없었다. 그러므로 이 여인의 경우는 전 자에 해당되리라. 카나인이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 "요즘 인간들의 신은 길을 지나가는 극히 평범한 여행객들을 강제로 붙잡아 놓고 신탁을 내리는군요. 극히 불쾌합니다." '극히 평범한'이라는 말에는 블러드와 파르시레인 모두 의문을 가졌지만 아무런 말도 하 지 않았다. 어쨌든 간에 강제로 붙잡아 온 것은 사실이니까. 그러나 성 안드레라고 이름을 밝힌 소녀는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것도 신탁이었습니다. 그대들께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한 것은 아 니었지만 주신 오딘을 모시는 저희로써는 신탁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 주 십시오." "싫어." 파르시레인이 불쑥 말을 뱉었다. "이거 풀어라." "……." 성 안드레는 천천히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나는 파르시레인 드 알케인. 이국의 후작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만큼 그대 국가의 군 사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알케인 후작님의 아드님이신 것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허나 당신의 국가에도 주신 오 딘을 모시는 신전이 꽤나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천 개가 될 지도 모르는 그 신전에서 그대들을 잡아들이라는 신탁이 내렸다면?" 파르시레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심히 불쾌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 정도 밧줄쯤이야 풀 수 있었다. 포박의 주문이 걸려 있는지 풀려 하면 심한 통증과 함께 죄어들었지만, 그 는 로스틱이다. 이 정도야 간단하게 풀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밧줄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건 고위 사제 몇 명이 직접 디바인 파워를 써 가며 만든 포박의 주문이 걸려 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끊는……!?" 그녀는 끊어진 밧줄 쪼가리를 휙 휙 던져버리는 파르시레인을 보고 양손으로 저절로 벌어 지는 입을 가렸다. 성 하딧샤 신전에 있는 디바인 파워를 쓸 수 있는 사제 셋(물론 그녀 자 신도 포함된)이 며칠동안 끙끙대며 걸어둔 포박의 주문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이야! "이, 무… 무슨! 그대들은 악마의 힘을 빌렸나요?" "쳇, 악마의 힘은 무슨 얼어죽을 악마의 힘." 꼭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악마의 짓으로 치부해 버린다니까… 라고 중얼대 며 카나인은 자신의 몸을 옭아매고 있는 밧줄을 뚜둑 끊어 버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리고는 블러드에게로 돌아섰다. "하르모니아시여, 밧줄은… 아, 푸셨군요." "아, 응. 풀리던데?" 스르륵 흘러내리는 밧줄을 들고 서서 블러드는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특별히 풀 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곧 풀려버린 밧줄. 이 능력이 다키엔이나 샤이른이 말한 '태초의 능력'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점 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도……. "에, 그럼 이제 어떡할 거야?" "흠… 일단 이 신전을 빠져나간 뒤에 생각하죠." "하지만 저 누나는?" 입술을 꼭 깨물고 서 있는 성 안드레를 바라보며 블러드가 카나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카 나인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다. 살기가 묻어나는 시선에 성 안드레 는 잠시 몸을 움찔했다. 분명 신탁은 내렸다. 그들을 '처리'하라고……. "죽여 버리고 갈까요?" "무슨 소리야!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고." 하지만 과연 성 하딧샤 신전에 있는 사제들만으로 저들을 처리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런 의문을 가지며 몸을 돌렸다. 쓸데없는 희생을 낼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성 하딧샤 신 관의 최고위 사제였으니까. "가십시오." "엉?" 의외로 쉽게 포기한 것이 이상하다는 듯이 파르시레인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는 일행에 게 자신을 따라오라는 듯이 손짓을 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쪽이 출구입니다." "헤에, 의외로 쉽게 포기하는군. 어렸을 때 마녀 사냥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정말 끈 질기게도 마녀를 태워 죽이더군. 정말 희한한 녀석들이야. 광신도란 것들은…. 그래서 솔 직히 말해 오딘의 개인 네 년이 이렇게 우리를 놔준다는 것이 의심스러워." "파르시레인! 실례잖아!" 블러드가 파르시레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그는 그런 블러드에게 혓바닥을 내밀 며 '헤'하고 웃어 보였다. 약간은 바보 같은 웃음이었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에 감춰진 본성 을 느꼈을까? 성 안드레는 재빨리 고개를 푹 숙여 그의 눈을 피했다. "뭐, 네 녀석들은 겁을 상실한 녀석들이니까 말야. 언제 덤벼들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고. 디바인 파워 성직자 따위, 떼거지로 덤벼도 상대가 안 돼." 살기가 진득하게 묻어 나오는 말투로 파르시레인이 성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무례 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때쯤 되자 그녀는 이들이 강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 고 있었다. 발끈 성을 내며 덤벼들 마음 따위, 싸악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추, 출구입니다." 하얀 기둥, 하얀 벽, 하얀 문, 하얀 건물……. 온통 하얀색 천지다. 분명히 성스럽게 느껴져 야 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블러드는 몸서리를 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너무 조용하고 깨끗해서 인간이 사는 곳 같지가 않다. "휴우~" 자신이 방금 전까지 이런 곳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진저리가 난다. 블러드는 재빨리 신전 의 문을 벗어나며 중얼댔다. 카나인이 그 뒤를 따랐다. 파르시레인은 슬쩍 성 안드레를 보 며 말했다. "다음에 또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라고. 주신 오딘을 모시는 성 하딧샤 신전의 최고위 디바 인 파워 성직자, 성 안드레 님. 킥…." 파르시레인은 그 말을 끝으로 재빨리 블러드의 뒤를 따랐다. 정말 한시라도 이곳에 더 있 고 싶지 않다는 듯, 평소보다 더 빠른 걸음이었다.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본 성 안 드레는 잠시 비틀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섭게 살기를 뿜어내던 소년이 사라지자, 언 제 그랬냐는 듯이 평화롭게만 느껴지는 성 하딧샤 신전이다. 너무 고요하고 깨끗해서… 두 려울 정도의 평화. "성 안드레 님!" "괜찮으십니까?" 주위의 사제들이 몰려든다. 그녀는 그들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섰다. 그래도 그녀는 성 하 딧샤 신전의 최고위 디바인 파워 성직자.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교황청에 연락을……!" 하아, 이걸로 초래 챕터 끝~>_< =_=;; 언제쯤 되야 클라이막스로 접어들려나;; 문득 생각하는 것이, 자모사의 마감이 일주일에 한번이라면.... 일주일에 한번씩 고스트님 의 엄청난 연참행진을 볼 수 있겠구나... 하아, 자모사 다음 마감이 언젤까=_=;; 고스트님은 언제 글을 올려주시려나;;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은 루리입니다;; 왕피곤=_=;; 오늘은 좀 많죠오오? 다른때보다 한페이지나 반페이지 정도 많은 분량입니다;; 핫핫;; 너무 많으면 읽다가 지겨우실 것 같아서;; (핑계;;) 좋은 하루 되세요>_< -하루리 블러드 엔젤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팔 번째 이야기...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헉, 헉…."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흐른 땀을 쓱 소맷자락으로 닦아냈다. 슬금슬금 맴도는 더위 에 짜증을 내며 신경질적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등에 업힌 소년이 히죽 웃으며(분명히 웃을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말을 건다. "안 쫓아오지?" "안 쫓아오는 게 아니라, 못 쫓아오는 겁니다! 이미 멀리 도·망· 왔으니까요!" '도망'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며 파르시레인이 대꾸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지만 카나인 도 여간 짜증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디바인 파워 성직자라 해도, 아무리 오라 블레이드 의 소유자인 신관 기사라 해도, 비록 그 숫자가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숫자라 해도… 이 렇게 비굴하게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건 그들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무겁습니다! 내려요!" 블러드가 짜증을 내지 않는 상황 중에 하나가 이것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편하게 파르시 레인의 등위에 업혀서 이동을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블러드는 겉보기보다 무겁다. 언제 나 업고 다니는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으로써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엄청난 숫자였다고. 절대 못 이긴단 말야." "최소한 죽지는 않을 수 있어요!" 절대 하르모니아께 소리를 지르는 둥의 무례한 행동은 금지였지만, 도무지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었기에 카나인은 블러드를 향해 소리를 빽 질렀다. 하지만 블러드도 지지 않고 소 리를 질렀다. "그럼 죽여야 하잖아!" "좀 죽이면 어때서요! 그 녀석들이 먼저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데!" 어이없다는 듯이 이마에 주름을 잔뜩 만들며 소리치는 카나인에게 블러드는 다시 한 번 고 함을 질렀다. "죽이면 어때서라니! 살인이잖아, 그건!" 질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빽빽 질러대는 블러드의 모습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마찬가지로 질 수는 없었다! "먼저 죽이려 드는데 우리는 죽이면 안 된다고요? 도대체 어디서 나온 사상입니까!" "그래도 살인은 안 되! 안 된다면 안 되는 거야!" 저렇게 나올 때는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 분명히 가장 높고 가장 위대한 자리에 있는 그이지만, 흔히 인간들이 '죄'라고 부르는 행위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마치 인간같이……. 게다가 블러드가 누구인가?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의 '주인'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자가 아 닌가. 스스로 고집을 꺽지 않는 이상은 절대 그 뜻을 거스를 수가 없는 것이 둘의 처지인 것이다. "제길!"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다음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겨놓는다. 그리고 블러드가 그 뒤를 따 른다. 맨 뒤는 당연히 파르시레인이다. 이런 식의 일이 며칠동안 하루에 몇 번씩이나 반복 되고 있다. 한 번 싸운 뒤에는 사이가 어색해지는 것이 당연지사.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셋 의 신경은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짜증스럽게 변해 갔다. "뭐야? 방을 내 줄 수 없다고?" 카나인이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짜증스런 눈길로 여관 주인을 바라보자 땀을 뻘뻘 흘리면 서 변명하기에 애쓴다. 말을 더듬대면서 뭐라뭐라 말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전의 짓이 다. "그, 그, 그, 그것이… 신전에서 선포가…… 그, 그, 그러니까… 제 의지가 아니라…." "됐다!" 더 이상 짜증스런 여관 주인의 얼굴을 대하고 싶지 않았는지 카나인은 말을 끊고는 신경질 적으로 뒤를 홱 돌아보았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 역시 허탈한 얼굴이었다. 분명한 건 그 리 기분이 편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 "어찌 하실 겁니까? 방을 내어 줄 수 없다는데요?" "망할 신관 녀석들……." 분명히 신관들에게 쫓길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신전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 다. 혹시라도 해서 마을에서 가장 구석지고 좁은 곳에 있는 여관을 골랐건만(물론 좁고 더 러운 여관방에서 자는 건 성미에 맞지 않지만)… 꼼꼼한 신관 녀석들은 이런 곳까지 선포 하는 것을 잊지 않았나 보다. 거칠게 여관 문을 열고 나오며 파르시레인이 투덜댔다. "우리 얼굴을 알아보고 저런 반응이란 것은…." "역시 몽타주가 배포되었다는 거겠죠." 그렇다면 더 머리가 아프다. 그 몽타주가 그림은 없고 단순히 글로써 생김새를 표현해 놓 은 것이라 해도, 셋은 그 외모부터가 일단 평범한 사람들과 차이가 많다. 머리카락이나 눈 동자 색깔은 일단 제쳐놓는다 해도 얼굴 생김새 자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것을……. "이렇게 된 이상,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다니는 수밖에 없군요." 그건 불편하다. 일단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겨울이면 그렇다 쳐도 여름철에 는 시도 때도 없이 얼굴에 땀이 줄줄 흐른다. 재수 없으면 땀띠가 얼굴에 생기는 끔찍한 일 도 생길 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후드는 어디서 구해?" 블러드의 한 마디에 파르시레인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관이 저 렇다면 당연히 상점들도 마찬가지일 터. "어쩌면 작은 상점 중에는 파는 곳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어쩌면……." 파르시레인의 그 말을 끝으로 일행 사이에는 침묵이 맴돌았다. 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이 대로 라면 일행은 마을을 벗어난 숲 속에서 노숙을 해야할 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사양이 었다. 일행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걸음을 내딛었다. "아아, 왕 피곤이다." 블러드가 투덜댔다. 일단은 상점을 찾아 나서기로 했지만 지금 일행이 들린 마을은 그리 작은 규모가 아니었다. 게다가 웬만한 곳에는 이미 몽타주가 배포되었을 테니 구석진 곳 에 자리하는 상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젠장할, 욕설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파르시레인은 혀를 찼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중얼대봤자 전 혀 쓸데없는 짓. 게다가 아까부터 계속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몽타주를 나눠주었 다면… 틀림없이 현상수배일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파르시레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여태까지 그 생각을 못 했는 지… 몽타주를 나눠주었다면 그건 뻔하다. 현상수배. 주위 사람들은 아까부터 자신들을 주 의 깊게 주시하고 있었다. 단지 너무나도 당당한 그들의 행동에 괜히 주눅이 들었던 것뿐 이었다. "이 곳을 빨리 벗어나죠." "엉? 왜?" "일단은… 마을을 벗어나서……." 다행히 이 마을엔 신전이 없다. 지금 신고한다 해도 신전에서 신관들이 오는 데까지는 꽤 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했다. 괜히 속력을 내서 달려봤자 좋은 일 하나도 없는 것이다. 아아>_< 이사했습니다. 그리고 이사한 지 사일만에 인터넷이 설치되었습니다=_=;; 바로 오늘!!!! =_=;; 글도 못쓰고... 내용도 적고.... 무슨 말인지 알아볼 수도 없고;; 왕창 수정봐야겠습니다=_=;; 미안해요오오ㅠ.ㅠ 앞부분에 넣을 발췌문은 아직 작성 못했습니다=_=;; 너무 어렵다;; 다음에 또 소설을 쓰게 된다면(아주 만약;;) 절대로 저런 발췌문은 안넣는다=_=;; 이상, 하루리였습니다>_< -하루리 블러드 엔젤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이십 구 번째 이야기... 자기 자신은 초조하기 그지없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블러드와 카나인은 여유작작이었 다. 그 꼴을 보니 괜히 화가 치밀어 오른다. 누구 때문에 자신이 이 꼴인데……. 블러드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다. 물론 그의 정체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 고, 자신의 타브릿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였기에 지금처럼 화가 치밀어 오른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저 빌어먹을 요정 녀석, 카나인을 만난 뒤로부터는 되는 일이 없다! 나이도 많은 녀석이! 더구나 차기 장로가 될 정도라면 인간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테 고, 정체를 숨기고 인간들의 세상을 여행하는 것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박식해야 했다. 헌 데 저 녀석은! 저 무능하기 그지없는 녀석은 도대체 아는 것이 뭔지! 저런 녀석을 차기 장 로로 지목한 요정들은 전부 눈이 삐었던 게 틀림없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무 것도 모르는 저 둘 때문에 알케인 가의 저택을 나온 뒤로부터 고생만 하고 있었다. 마 치 유모처럼! 정작 자신은 유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와, 저거 맛있겠다." 태연하게 가게에 진열된 빵이나 바라보며 저따위 소리나 지껄이는 타브릿트께서도……. '핫,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무례하다, 무례하다고! 분명히 타브릿트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그분에게 자신은 무슨 생각을 품은 거냐! 파르시레인은 자괴감에 젖어서 머리를 움켜쥐었다. 단지 피곤한 거다, 단지… 반복되는 지 루하고 무의미한 쫓김과 쫓음에 피곤을 느꼈던 것뿐이다. 그래, 단지 그뿐이다……. '아직… 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아직은 아니다.' "하르모니아시여, 일단은 로스틱께서 마을을 나가자고 했으니까, 서두심이 어떨까요?" 그나마 카나인 녀석은 눈치라도 있다. 꽤나 눈치가 빨라서는 어느 샌가 자신의 기분이 바 닥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태평하게 '아 배고파, 닭고기가 먹고 싶어' 따위의 말 을 지껄이는 블러드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그리고는 슬쩍 파르시레인의 눈치를 살 펴보았다. "빨리 이 지겹고 짜증나는 곳을 떠나 버리자." 파르시레인은 중얼댔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전부 빌어먹을 신관 녀석들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마을 안의 공기는 후덥지 근하고 텁텁했다. 뜨거운 여름날의 공기 같다. 지금은 분명 여름이 아닌데……. 아직까지 남아 있는 낙엽이 눈에 거슬리는 가 싶더니 뚝 떨어져 버린다. 너무도 허무하기 까지 한 마지막. "출구다!" 블러드가 가볍게 말을 걸었다. 여느 때 같다면 '그렇군요, 벌써 출구라니. 걸음이 빨라진 게 틀림없어요.' 따위의 농으로 답해 주었겠지만 그런 말을 해주기에 지금은 너무나도 피 곤하고 짜증스러운 기분뿐이었다. 괜히 입을 열었다가는 퉁명스럽게 내뱉는 말이나 하고 말 거다. 파르시레인은 그런 말을 하느니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경비병이 셋을 가로막았다. 일단 몽타주가 배포된 이상(더구나 그것이 신전에서 정식 배 포된 것이라면), 순순히 길을 열어주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렇다고 순순히 잡힐 이쪽도 물론 아니지만. "신전에서 수배령이 내려져 있습니다. 실례가 되겠지만 조사에 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짜증이 난다. 틀에 박힌 듯한 똑같은 대사. 실례가 되는 걸 알면 하지 말라고, 이 자식아! 라고 외쳐주고 싶은 기분이다. 카나인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싫다면?'이라고 말하고 싶 은 듯한 표정. 틀림없다. 블러드만 아니었으면 그는 인상을 박박 쓰며 '인간이란 종족은 길 을 통과하려는 평범한 자를 붙들고 수사를 하는 모양이죠? 우린 단지 길이 있고, 그 길을 지나가려고 한 것뿐인데. 정말 인간이란 종족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따위의 말을 숨 하 나 안 쉬고 경비병을 향해 쏘아주겠지. 당연하겠지만, 블러드는 의외로 순순히 수사에 응해 주었다. 신전이란 말을 듣고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은 모양인지 평소 그대로의 어리숙한 얼굴로 웃으면서 "네!"하고 힘차게 대 답해 버렸던 것이다. 오히려 당황한 건 경비병 쪽인 듯 했다. 그는 잠시 인상을 쓰며 동료들을 향해 뭐라고 악 을 써댔다. '잘못 본 게 틀림없어!' '이렇게 당당할 리가 없다고' '설마 백주대로를 활보하 겠냐?' '약간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가지고 사람을 착각하다니!' 따위의 얘기임으로 보아 그 는 틀림없이 동료들의 성화에 못 이겨 자신이 직접 수사를 하러 온 것이 틀림없었다. 다행히 몽타주는 그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저… 가도 되나요?" "아, 네, 네. 가십시오." 고개를 숙여 보이며 경비병이 인사한다. 그저 허무할 따름이다. 그만큼 치안이 형편없다 는 얘기도 되겠지. 물론 그편이 이쪽에서는 더 좋긴 하지만 말이다. 파르시레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잿빛 하늘이 우중충한 것이 금새 눈이라도 쏟아질 것 같다. '마치 내 기분을 말해주는 것 같군' 중얼대며 고개를 푹 숙였다. 뼈대만 남은 앙상한 나무들이 양팔을 벌리고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마치 하늘을 맞이하듯 이. 그러나 하늘은 아니다. 저들이 맞이하려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맞이하려고 저러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이다. 이 상황에서는 전혀 쓸모 없는 생각이었다. 오늘따라 감상적이 되는 것 같아서 파르시레인은 피식 웃고 말았다. 블러드가 옆에서 중얼댔다. "오늘 파르시레인 이상하다. 어디 아프냐?" "…아뇨." 5분 정도 평평한 돌이 깔린 길을 걷다 보니 바닥은 어느 새 흙이다. 뭐, 딱딱한 돌보다는 부드러운 흙 쪽이 좋다. 비만 오지 않는다면……. 뭐, 비가 오는 날에 조금 크고 조금 평평 한 돌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비를 맞으며 빗소리를 듣는 것도 괜찮긴 하다. 처량맞게 보이 긴 하겠지만. "휴우~" 카나인이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이맘 때 되면 나타난다. 싸우거 나 소리질러도, 도시에까지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가 되면… 슬금슬금 어디선 가 쥐새끼가 나타나듯이 나타난다. '쥐새끼라…….' 그들을 쥐새끼에 비유한 것을 그 자신이 알면 길길이 날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하는 꼴이 딱 쥐새끼인걸. "푸훗" 블러드는 실소를 머금었다. 하얀 옷에, 하얀 갑옷에, 하얀 모자……. 왜 저렇게 하얀색을 고집하는 것일까? '내가 뵈었던 오딘 님은 저렇게 흰색을 좋아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는데. 왜 흰색이지? 오히려 약간 어두운 녹색이나 파란색 쪽을 좋아할 것 같았는데.' 몇 겹을 입었는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층층이 펄럭대는 옷자락. 하지만 옷감이 얇아서 일까? 그리 뚱뚱하다거나 두껍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리고 하얀 갑옷. 분명히 무언 가 신성스럽게 느껴지긴 했다. 하지만 그건 흰색이기 때문에 신성케 느껴지는 것은 아닌 데. "이단자들-!" 그 중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이단자들? 누구를 가리키는 말? "너희의 죄를 알렷다!" '죄가 있어야 알지.' 중얼대며 미간을 찡그렸다. 또 꽁지가 빠져라고 뛰어야 할 생각을 하니 골이 아파 온다. 파 르시레인은 한숨을 내쉬며 블러드에게 등을 내밀었다. 카나인이 그것을 보더니 피식 웃었 다. 그 재수 없는 웃음에 발끈하지만 익숙해져 버린 것이 사실이다. '네 녀석이 업을 차례가 되었을 때 보자꾸나.' 속으로 이를 갈며 투덜댔다. "엿차~" 등에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살찌셨군요." "……너무하는군." 하지만 더 무거워졌단 말이다! 파르시레인은 투덜댔다. 무거워지면 무거워질수록 업고 뛰 는 것도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 당연히 파르시레인으로써는 블러드의 살을 빼야 했다. '항상 업혀만 다니니까 살이 찌지.'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요새는 한숨만 느는 것 같다고 투덜대는 파르시레인이었 다. "네 놈들!" 그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성 기사 한 명이 발끈하며 바락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한 신 관이 그를 제지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일행을 바라보았다. 저들은 항상 저 것이 문제였다. 쫓는 주제에 언제나 품위와 예의를 지키려고 애를 쓴다. 품위? 예의? 그것이 밥 먹여 주나? 의외로 서민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일행이었다. 지위는 높은 주제에……. "그럼 신관, 그리고 성 기사 여러분." "안녕히." 그 말을 끝으로 일행은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자, 달리자, 달리자, 달리자……. 한심하지 만 지금은 도망치는 거다. 아무 말 없이 뛰고는 있지만 카나인은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 고귀한 요정께서 하찮은 인간 따위(본인은 그렇게 굳게 믿고 있음)에게 쫓겨 달아나야 한 다니. 그리고 역시 아무 말 없이 블러드까지 업고서 달리고는 있지만 파르시레인은 얼마 나 울화가 치밀까. 위대한 로스틱께서 짜증나는 신관 따위(이쪽 역시 굳게 믿고 있음)에 게 쫓겨 도망쳐야 한다니. "헉, 헉"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까지 차 오르고 땀방울이 허공으로 흘렀다.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피부에 달라붙 는 것이 기분 나쁘다.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었고 폐는 정신없이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 탄소를 내뿜는 운동을 계속한다. 오늘따라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뭐, 절대로 따라잡지는 못하겠지만 기척을 알아챌 수 없 을 정도까지 멀리 달려야 하는 것 때문에 조금 곤란했다. 문득 얼굴에 차가운 것이 닿았다. 정신이 번쩍 들어 하늘을 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등뒤 에서 블러드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봐, 눈이 내리잖아?" 구름이 잔뜩 낀 잿빛 하늘 아래로 하얀 깃털 같은 눈들이 쏟아져 내린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로, 흙으로 뒤덮인 길 위로, 그리고 일행의 머리 위로. "아아……." '나무들은 저것을 맞이하고 있었던 거구나.' 파르시레인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카나인이 얼굴을 찌푸리며 따라 멈추었다. 말은 꺼 내지 않지만 '왜 멈춘 겁니까?'라고 묻고 싶은 표정이다. 블러드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한 다. "괜찮아 카나인. 이런 때는 눈을 맞으며 걸어보는 것도 괜찮잖아?" 카나인은 뒤를 바라보았다. 신관들은 보이지 않는다. 문득 그는 한가지를 깨달았다. '우리가 너무 조급했구나.' 쫓긴다는 전에 겪어본 적 없는 상황이 그들을 조급하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짜증스럽고 신 경질적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전혀 조급할 것이 없다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은 것이다. 아 무리 그들이 '쫓는 자'라지만, '쫓기는 자'인 우리들은 그들보다 훨씬 월등했다. 아무리 쫓아와도 여유롭게 도망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놓여 있던 것이다. '뭐야.' 카나인은 그만 픽 웃어 버렸다. '이런 거라면… 쫓기는 여행도 괜찮잖아?' 파르시레인은 속으로 중얼댔다. 눈은 계속 내려서 일행의 발자국을 지워 주었다. 그리고 온 세상을 살풋 덮어 주었다. 블러드가 맞는 중간계에서의 첫눈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소제목을 첫눈이라고 할걸=_=;; 무슨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의 불행한 일대기.. 정도가 되는 듯;; 쿨럭;; 놀랍게도... 엑스 16권이 나왔습니다!!! 예상대로 세이시로 죽는군요ㅠ.ㅠ 스바루도... '천룡으로썬' 죽어버렸다고.... 크흐흑..ㅠ.ㅠ 너무 슬퍼요오오오~ 아아, 오늘 정글북엘 갔었습니다. 책을 한권 샀는데요.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제목인데. 뭐, 생각만큼 재밌진 않았지만. 제가 애독가라기보단 애서가 쪽이라서요=_=;; 표지가 넘 이쁘더군요>_< 어린왕자도 한 권 살까 했는데... 있는책.. 왜사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거기 있던 책은 정말 사고 싶을 정도로 표지가 예뻤습니다. 음. 십만 이천원어치 책을 사버렸습니다=_=;; 요즘 아더 왕과 베오울프라는 고전에 빠져 있어서요. 알라딘에서 사니까 싸더군요. 이만원 넘게 절약했습니다! (으쓱;;) 글쎄 아더 왕 원서가 3000원이 안되는 거 있죠? 감동+_+ 또 암야귀문이라는 소설도 샀는데. 그거 좋아합니다+_+ 뭔가 야오이틱해서 더 좋다는. 하지만 일단은 주인공이 맘에 들고, 표지도 맘에 듭니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체가 친구는 이상하다고 했지만 딱 제가 좋아하는 그림체더라구요. 암야귀문 1권부터 8권까지 쭈르륵 사버렸고, 그... 아발론의 영혼인가? 하는 책도 1권부터 4권까지...;; 거기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랑 거울나라의 앨리스도 사버렸습니다!! =_=;; 배오울프는 한권밖에 못샀고... 으음=_=;; 아더 왕 이야기는... 꽤 많이 샀는데.. 무슨 원탁의 기사인가 하는 책부터.. 성배의 탐색;; =_=;;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제가 딱 사는 순간 절판되더군요. 넘 기뻤습니다ㅠ.ㅠ 아아;; 너무 말이 어긋..... 잔혹동화도 사고 싶었는데..=_=;; -하루리 블러드 엔젤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번째 이야기... £ "무엇입니까, 이 기록은!" 여간해선 화를 잘 내지 않는다는 그가 이렇게 화를 낸다는 건 심상찮은 일이다. 하얀 얼굴 이 약간 상기되어 있고 황금빛 머리칼은 흐트러져 있었다. 초록색 눈동자가 분노를 띄고 그녀를 응시했다. 며칠간 계속 밤을 지새운 덕에 피곤해 보이는 얼굴, 거기에 옷은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다. "진정하십시오, 성 알카세스 님. 무척이나 죄송하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그들은 인간이 아 닙니다. 사악한 악마의 앞잡이로 이단자들인 것입니다. 처리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 한… 꺄악!" 성 알카세스는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자신의 앞에서 변명을 늘어놓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을 실패한 것까지는 어느 정도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변명은 용서 없다. 주신 오딘을 모시는 신전의 최고위 성직자, 그리고 최강의 디바인 파워를 소유한 성 알카 세스였지만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예고도 없이 내린 신탁. 그리고 그 신탁은 단 한 마디. '이단자들을 처리해라' 연속해서 신탁은 내려졌다. 수도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레그론의 성 샨테 신전에서 두 번째 신탁 소식이 들어왔다. 그것은 이단자들의 이름. 세 번째 신탁은 성 카랸 신전이었 다. 그곳의 담당자인 성 클라나는 수경으로 이단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함께 신탁을 들 을 수 있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이름과 모습. 왜 그들이 이단자들인지, 왜 처리해야 하는지, 왜 우리 가 이렇게 희생당해야 하는지! 성 알카세스는 얼굴을 구겼다. "나가 주십시오!" 자신 앞에서 아직까지 주춤대는 신관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지르고 그는 책상에 얼굴을 묻었 다. 벌써 나흘째 그는 잠을 자지 못했다. 그의 뛰어난 신성력으로도 그들의 위치를 정확하 게 잡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충 어디에 그들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알아내 는 정도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피곤했다. 그런 고생은 모르고 자신에게 불만 어린 의견만 내놓는 고위 신관들! 게다가 벌써 그 이단자들은 신관들과의 네댓 번의 마주침이 있었다. 첫 번째 마주침은 성 하딧샤 신전의 성 안드레였다. 그녀는 뛰어난 디바인 파워의 성직자였고, 그들을 신전까지 잡아들이는 데 성공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성 안드레는 그들의 구속권을 포기했다. 후에 그녀가 자신에게 와서 한 말 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그러나… 결코 악마는 아니에요.' 그리고 그 뒤로 있었던 몇 번의 마주침 동안, 신관들은 그들에게 손가락 하나 닿지 못했 다. 보고에 따르면 그들은 '도주했다'고 되어 있었지만 성 알카세스는 알 수 있었다. '이건 도주가 아니다. 그들은 우릴 놀리고 있다. 이단자들은… 우리에게 관대하다.' 얼마간의 그들의 행적을 쫓아본 결과, 한 가지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결코 약 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신관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디바인 파워 성직자까지는 아니더 라도 어느 정도의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신관 기사들의 다섯 중 하나는 오라 블레이 드의 소유자였고. 그런 그들이 나흘을 쫓았는데 잡지 못했다. 여러 번의 마주침에도 손끝 하나 닿지 못했다. '도대체 어째서? 주신 오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거지?' 요 몇 달간, 성 알카세스는 별자리의 이상한 조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천문학에 대해서 는 어느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는 바였고, 실제로 그와 천문학으로 겨루어서 이 길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고 봐도 전무할 정도였다. 헌데 그런 성 알카세스도 제대로 추측해 낼 수 없는 이상한 움직임이었다. 대략적인 내용 은 알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은 도무지 무리였다. "안되겠다. 내가 직접 나서야겠군."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대로 밑의 사람들에게만 맡겨 놓는다면 몇 년이 흘러도 그들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조금 위험하더라도 단독 행동을 하는 쪽이 편했 다. 자신의 실력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의 움직임은 점점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곧 한파가 몰아침에도 불구하고 북쪽으로 가는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조심스럽게 추측하며 성 알카세스는 방을 나섰다. 이런 일을 굳이 떠벌리고 다닐 필요까지 는 없었다. 몇몇 주요 인물들만 알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일을 알고 있을 몇몇 사람들을 추리기 시작했다. '교황, 그리고 성 안드레, 성 클라나, 성 하론…… 대충 이 정도로 하고, 가장 먼저 교황부 터 뵈어야겠군.' 눈살을 찌푸리며 하얀 기둥이 늘어선 복도를 지나 홀로 들어섰다. 교황청까지는 그리 멀 지 않았다. 하루나 이틀이면 도착할 테고, 절차를 거쳐 교황을 뵙고 허락을 받을 때까지 대 략 사나흘 정도로 잡아 놓으면 충분했다. '출발은 앞으로 사나흘 뒤라는 거군.' 속으로 중얼대며 성 알카세스는 걸음을 빨리 했다. £ "조금 피곤하군."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피곤한 얼굴은 아니었다. 꽤 많이 피곤한 얼굴이었다. 교황청에서 허락을 맡는 데는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저 우유부단하기만 한 교황은 성 알카세 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 강한 신성력을 가졌으면서도 한평생 이용만 당하며 살아 갈 팔자인 것이다. 성 알카세스는 그를 동정했다. 하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 어리숙하기 그지없는 판단 때문에 출발이 지 체되어 버린 것과, 몇몇 고위급 신관을 설득하기 위해 돌아다니느라 사나흘을 꼬박 새워 서 엄청나게 피곤한 것, 게다가 자신이 직접 손을 쓴다는 사실이 고위급 신관 거의 모두에 게 알려져 버린 것이다. '젠장!' 우유부단한 교황은 그런 판단 하나를 내리는 것조차도, 자신의 판단력으로 부족하다고 말 하며 고위급 신관들을 전부 불러모아 회의를 열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회의는 반대하는 쪽 으로 기울어져가고 있었다. 그들 모두 이 일로 자신의 명성이 올라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특별히 마음속을 읽는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들의 생각은 보지 않아도 뻔했다. 하얀 신관 복장과 대조되게 온통 시커멓게 물들어 있을 그들의 마음 속! "썩어빠진 속물들!" 성 알카세스는 나직하게 중얼대며 이를 갈았다. 그나마 완전히 반대하는 의견이 되지 않았 던 것은 자신의 영향력을 생각해서이리라. 성 알카세스가 직접 손을 쓰는 건 싫다. 그러나 만약 반대했다가 의견이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자신은 성 알카세스의 영향력으로 중앙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니 회의가 어중간하게 흘러나갈 수밖에. 그나마 성 안드레와 성 클라나의 노력으로 회의는 무사히 종결될 수 있었다. 출발은 내일 아침. 별자리의 영향으로 그들의 가는 방향과 목적지 등을 대충이나마 알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그는 발코니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남색의 밤하늘 위에 별들이 뿌 려 놓은 것처럼 반짝거렸다. 성 알카세스는 잠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뭐, 오랜만에 바깥 구경도 할 겸.' 그는 피식 웃었다. 겉만 하얗지 이 시커멓기 그지없는 신전을 빠져나간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들떴다. 그리고 그 이단자라고 '판명된' 그들을 처리하면 끝. 얼마나 그들이 대단 할 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눈을 피해 달아날 수는 없다. 그들은 곧 전면공격으로 대비책을 바꾸겠지. 일단, 공격으로 대응을 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면… 그 순간부터 그들은 고립되는 거다. '백성들은 신전 편이니까 말야.'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성 알카세스는 정말 맛대가리 없었던 저녁 식사를 생각 했다. 일단 그는 식사를 검소하게 하자는 주의였고, 음식도 웬만해선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도 무지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우선 교황청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평소에 그가 즐기는 식단에 비해 무척이나 화려했다. 뭐 그것까지는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입은 어떻게 한다 해도 눈 만은 도무지 어쩔 수 없었는지……. 그는 웃으며 식사를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시 한 번 뼈저리게 절감했다. 명색이 성직자라는 사람들이 수련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살만 피둥피둥 쪄서는 가뜩이나 기름기 많은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는 것은 생각만 해도……. "눈이 피곤해……." 결국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식당을 나가고 만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까부터 배에서 는 꾸르륵 소리가 요란했다. 가뜩이나 피곤했는데 음식마저 그 모양이라니.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밖에 나가면… 맛있는 것부터 먹어야지." 교황청에서 나오는 음식은 왜 그렇게 맛없는지, 그것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성 알카세스 였다. 반지의 제왕;; 표를 구하려다 결국 못 구해서;; 다운을 받아버렸습니다. 아아, 반지의 제왕만은 영화관에 서 보고 싶었건만ㅠ.ㅠ 성 알카세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녀석입니다+_+ 야망도 있고, 무엇보다 정. 상. 적. 이라는 것이;; 어쨌건 드디어 '쫓는 자' 등장!! 모름지기... 도주란, 쫓는 자와 쫓기는 자가 대등해야지 재밌는 거 아니겠습니까. 훗훗 성 알카세스. 강합니다. 쟤 무지무지 강해요오오;; 에에, 오늘... 좀 기나요? =_=;; 늦어서 죄송합니다아아아아....... -하루리 블러드 엔젤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일 번째 이야기... £ "온닷!" 파르시레인이 고개를 들고 소리쳤다. 이곳은 식당. 조그마한 마을의 조그마한 식당이었다. 파르시레인의 외침에 블러드와 카나 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오늘로 벌써 네 번째다. 정말 지겹게도 쫓아오 는 녀석! "빨리 나가자고, 빨리." 블러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을 재촉했다. 파르시레인이 재빨리 짐을 챙겨들고, 카나인 은 블러드를 훌쩍 업었다. 몇 없는 식당의 손님들이 놀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지만 신 경 쓰지 않았다. "밥 다 못 먹었는데……." 아쉬운 눈길로 식탁을 바라보며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저 멀리에서 무서운 속도로 뛰어오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헉, 벌써 저기까지 왔어!" 물론 그는 일행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지니고 있는 능력에 걸맞지 않게도 그는 인간이었 기 때문이다. 뭐, 일행으로썬 다행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몇 번이나 마주칠 뻔했고, 잡 힐 뻔했다. 느껴지는 기운만으로도 저 녀석은 강했다. 마주쳐서 좋은 일 하나도 없는 것이 다. 물론, 진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빠, 빠르다……." 블러드가 중얼댔고, 파르시레인은 뛰기 시작했다. 눈이 내린 뒤라서 길은 푹푹 빠지고 질 퍽질퍽했다. 정말 기분 나빴다. 뛰기 시작한다면 온통 젖어 버릴 게 틀림없었다. 그나마 파 르시레인은 나은 편이었다. "제기이일!" 카나인은 블러드를 업고서 파르시레인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눈이 파바박 튀겨 올 랐다. 신발 바닥이 금새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카나인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하르모니아시여." "응?" "살 좀 빼십시오!" 그 한 마디에 블러드는 상처받았다. 저렇게 단호한 목소리로 '살 좀 빼십시오!'라니…….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몸이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에 내가 정말 살이 찌는구나! 라는 생 각마저 들었었는데. "요즘엔 많이 먹으니까 그래!" 애써 변명해 보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일단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움직이는 양이 많기 때 문에 먹는 것도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즉, 블러드가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 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그나마 예전에는 걷는 것이라도 있었지만 요즘에는 거의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의 등에 업 혀서 이동했으니. 살이 찌는 것이 당연했다. 만약 그렇게 먹고,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는데 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 그건 많이 움직이는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에 대한 모독이나 마찬가 지였다! 덜컥! 성 알카세스는 재빨리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섰다. 숨이 턱까지 차 올랐다. 뭔 녀석들이 저렇 게 빠른지……. 그는 저렇게 빠른 자를 보는 것도, 이렇게 꽁지 빠지도록 달려본 적도 난 생 처음이었다. 중간 중간에 피로 회복 마법을 써가면서…… 다 젖은 처량 맞은 꼴로 그들 을 쫓고 있는 것이다. "없어!" 그러나 어디에도 그가 찾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제길!" 욕설을 내뱉으며 문을 벌컥 열고 식당을 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눈길 사이로 유난히 깊 게 패인 발자국이 보였다. 그들의 발자국이었다! 눈길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면 깊게 파이 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주위가 눈으로 엉망이 되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성 알카세스는 그 발자국이 생긴지 얼마 안 되었다는 것을 곧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빨리 달린다 해도 그들이 이 정도의 흔적 을 남기며 이동할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그들도 상당히 급한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성 알카세스는 슬슬 이동할 준비를 했다. 근력강화의 주문과 가속의 주문은 그리 외우기 어려운 주문은 아니었다. 피로회복의 주문과 근력강화의 주문, 그리고 가속의 주문. 이렇 게 세 개의 주문을 함께 외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로회복." 오늘만 벌써 여덟 번째 이 주문을 사용하고 있다. 약간 지겨웠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백주대로에서 주문을 외워 마법을 쓰는 것은 확실히 눈에 띄는 일이 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은 저 이단자들을 잡는 것에 주력해야 하 니까. 백성들의 눈에 띄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근력강화." 두 번째 주문을 외우자 확실히 마나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성 알카세스는 이마를 찡 그렸다. '이래서야 오늘은 잡기 글러 버렸군!' 속으로 중얼대며 세 번째 주문을 외웠다. "가속." 확실히 몸에 힘은 붙었지만 피곤하기 그지없다. 육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피로는 보통 함 께 하지만, 이럴 경우는 육체적인 피로는 없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계속 쌓이게 마련이다. 가장 부작용이 심한 케이스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일단 그는 신을 모시는 몸이었고, 그의 신께서 명령하신 것이니까. '하지만 역시 마음에 내키지 않아.' 이유도 모른 체 무슨 명령을 수행해야 한다면, 그것만큼 짜증나는 것도 없는 법. 하지만 그 에게 명령한 존재는 훨씬 위에 존재하는 자였으므로. '짜증나.'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이. 내가 알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내 눈을 가려 버리는 모든 것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내가! '짜증나!' 성 알카세스는 달리기 시작했다. 점차 속도가 올라가고 곧 주위의 사물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며 흐릿한 잔상만을 남긴다. 그의 몸조차도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흐릿하니 잔상 만을 남기며 빠르게 사라지는 것으로 보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의 속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저 앞에 그들이 보였다. "으아아악! 야, 벌써 쫓아왔어! 쫓아왔다고!" "카나인, 빨리 달려!" "무겁단 말입니다!" 소란스러웠다. 블러드는 뒤를 바라보며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날려 시 야를 방해했지만 뒤를 바싹 쫓고있는 저 성직자의 모습만은 뚜렷이 보이고 있었다. 그가 입은 하얀 옷이 펄럭였다. '분명 저런 옷을 입고 뛰기는 힘들텐데.' 쓸데없는 생각에 잠긴 채로 블러드는 중얼댔다. 물론 그를 죽이는 건 쉽다. 여기서 '터져 라'고 소리친다면… 그는 죽을 지도 모른다. 일단 그는 강하니까 죽지 않을지는 몰라도 일 단 이 상황을 타개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바라지 않았다. 사람이 다치는 것, 사람이 죽는 것,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 '왜 안 되는데?' 마음속에서 묻는다. '그건 죄니까.' 마음속에 있는 그는 블러드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걸까? 블러드가 지금 자신의 뒤를 쫓아 오고 있는 저 신관의 온몸을 갈가리 찢고 그 피를 뒤집어쓰고, 살점을 뜯어내길 바라는 걸 까? 저 신관을 죽·여·버·리·길· 바라는 걸까? '왜 죄인데?' 저렇게 묻는다면 딱히 대답해줄 말이 없었다.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건…….' 블러드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어쨌든 싫었다. 그건 죄악이니까. 왜냐고 묻는다면 대 답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르모니아시여, 말하세요!" 카나인이 힘겹게 소리질렀다. 단순히, 막연하게 말하라는 말뿐이었지만 블러드도 카나인 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뭐라고? 뭐라고 말해야 하는 건지. 블러드는 잠시 머뭇거렸다. "뭐라고 말해!?" 바람이 쉭 쉭 귓가를 스쳐지나갔다. 마치 기사들이 전쟁터에서 말을 타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가는 것 같다.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나가는 느낌을 카나인의 등에 업혀서 느끼게 되다니. 약간 신기했다. 그만큼 카나인이 빠르다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주위가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는 그것들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제대로 보이는 것이라 곤 앞에 카나인의 머리카락과 자신의 머리카락. 그리고 저 뒤에 쫓아오는 신관의 하얀 옷 자락. "멈추라고 소리쳐요! 멈추라고!" 파르시레인이 저 앞에서 소리질렀다. 이대로라면 잡힌다. 잡히면 어떻게 되지? 신전으로 끌려가겠지. 끌려가면 어떻게 되는데? 온통 하얀 신전에서 몇 시간을 또 그냥 보내고 이상 한 말만 해대는 신관들이랑 대면해야겠지. "그건 싫어! 멈춰버려어엇!" 소리질렀다. 그리고 '태초의 능력'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파동도 없이 발휘되었다. 에에, 목요일에 반지의 제왕 보러갑니다. =_=;; 결국 영화예매 하고 말았습니다. 목요일이 마지막 상영일. 롯데시네마는 제가 산 표 3장이 마지막이었습니다=_=;; 전부 매진. 훗훗훗;; 화르륵 불타올라서는 홈페이지를 반지의 제왕으로 업뎃시켜버리고는=_=;; 그 여세를 몰아 글을 썼습니다;; 레골란스 씨, 당신 정말 원츄얏>_<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물론, 원본 팬이신 분들이 보면 기분 상하실 지는 몰라도;; 확실히 원본보단 영화가 재밌더 라구요;; 책에선 느낄 수 없는 속도감, 그리고 사운드 트랙, 화려한 전투 신 같은거요. 물론, 영화에선 표현할 수 없는 상상력을 책에서는 표현할 수 있겠지만요;; -하루리 블러드 엔젤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이 번째 이야기... 성 알카세스는 움찔했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헌데 그 '무언가'는 무엇? 그는 재빨 리 몸을 피했다. 바로 옆으로 무시무시한 기의 덩어리가 휙 하고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와 동시에 황금빛 머리카락이 싹둑 잘려 버렸다. 금빛 실가닥 같은 머리카락이 공중으로 확 퍼져 나갔다. 너울너울 춤을 춘다. 겨우 피한 듯 하지만 몸은 완전히 옆으로 기울어져 속도가 현격히 줄어 버렸다. 오늘도 역 시 잡기는 글러 버린 듯 하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서 불길한 생각을 저 멀리 날려버렸 다. 어느새 도망자들은 저 앞까지 전진해 있었다. 그들 쪽도 자신이 피할 줄은 예상도 못했다는 듯이 속도가 아까 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 있 었다. '훗.' 성 알카세스는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피했어……?" 블러드가 어리둥절하게 중얼거렸다. 그로써는 예상도 못한 일이었다. '태초의 능력'을 피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해 봤다. 블러드는 이를 뿌득 갈았다. 이건 도주와 추적의 범 위를 넘어선 자존심 문제였다. "제길, 그렇다면…… 폭발!" 이건 애초에 성 알카세스를 목표물로 삼았던 것은 아니었다. 바로 그의 앞, 진로를 방해하 기 위한 것. 그러나 성 알카세스는 그리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 역시 호락호락하게 당해 줄 마음은 없는 듯, 훌쩍 뛰어서 폭발을 가뿐하게 피해 버린다. 문득 파르시레인이 뒤를 돌 아보았다. "히에엑!" 가까이 붙었다, 잡힌다! 파르시레인은 속도를 한층 더 올렸다. 땀방울이 공중으로 떨어졌 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허공에서 춤을 춘다. 근육들이 탄력 있게 튕겨 올라가고 두 다 리가 땅을 박찬다. "제길! 폭발, 폭발, 폭발, 폭발!" 쾅, 콰앙, 쾅, 콰콰쾅!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몇 번의 폭발이 동시에 일어났다. 먼지가 자욱히 일어났다. 성 알 카세스의 모습은 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끝난… 건가?" 블러드가 중얼거렸다. 연기가 바람에 날려 시야에 방해를 주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도 성 알카세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블러드는 환호했다. "아싸, 해치웠다!" "……으득." 카나인이 이를 갈았다. 어쨌거나 파르시레인보다 뒤에서 달리고 있는 카나인은 폭발의 여 파에 휘말릴 위험도 더 높기에 달리면서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던 것이다. 덕분에 파 르시레인과 카나인의 거리는 10미터 이상 벌어져 버렸다. 셋은(정확히 말하자면 둘은) 성 알카세스의 추적을 따돌린 뒤에도 5분 정도 더 뛰었다. 혹 시라도 그가 다시 나타날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의심되지 않는 것이, 그 동안 그 는 정말 끈질기게도 일행을 쫓았으니까. 그 '끈질기게'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이 켜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정도로. "헉, 헉…." 거친 숨을 몰아쉬며 파르시레인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 뒤로 카나인이 속력을 줄이며 오 는 것이 보였다. 정말 태어난 뒤로 이렇게 꽁지가 빠져라고 달려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 고 이렇게 지칠 정도로 달리며 누구에게서 도망쳐 보는 것도. 수치스러웠다. "젠장." 욕설을 중얼거리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카나인이 위에서 내려다본다. 카나인의 키가 더 큰 것이 사실이기에 조금 기분이 나쁘지만, 뭐, 자신의 키는 계속 크고 있는 데 반해 카나 인의 키는 단 1 센티미터도 크지 않으니까. 언젠가는 그보다도 더 커질 것이다. 카나인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블러드를 내려놓았다. "으쌰~" 상쾌하다는 듯이 기지개를 쫙 펴는 블러드를 카나인이 원망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원 망스럽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리라. 당연하겠지만 블러드는 꽤나 무거우니까. 날이 어둑어둑 저물어 가고 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한쪽 하늘이 발갛게 물들어 있더니 금새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 버리고 이젠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 카나인이 중얼거렸다. "산이나 숲에선 해가 빨리 지죠." 파르시레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천상 오늘은 노숙을 할 수밖에 없겠군요. 꽁지 빠지게 뛰어오는 도중에 마을을 몇 개나 그 냥 지나쳐 버렸으니까요." "으엑! 노숙이라고? 이렇게 추운데?" 카나인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또 뛰면 되잖아?" 그 말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무섭게 블러드를 노려보았다. 그들은 피곤했다. 아무리 체 력이 좋은 그들이라 해도 너무 오랫동안, 너무 빠르게, 너무 긴 거리를 달렸다. "저희는 골렘이 아닙니다!" "맞아요, 저희도 피곤합니다!" 의외로 강경하게 소리치는 둘에게 블러드는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자신이 너무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들도 피곤할 테니까. 자신은 요 며칠간 계속 그들의 등에 업혀 서 이동했으니까. "아, 알았어, 미안하다고." '추운데…….' 블러드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잔뜩이라도 찌푸린 것이 눈이라도 한바탕 내릴 기세다. 노숙 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데 눈까지 내린다면……. '정말 싫다.' 블러드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을 때도 일은 착착 진행이 되고 있었다. 카나인이 주위를 둘러보며 노숙에 최대한 이점이 많은 곳, 예를 들자면 돌멩이가 적고 땅이 평평한 곳, 습기 가 적고, 작거나 큰 식물들로 둘러싸여 있어 포근한 곳 등등……을 찾고 있는 동안 파르시 레인은 짐에서 모포를 꺼내 먼지를 털고 있었다. 왠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다. 블러드는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자리에서 일 어섰다. 지금 상황에서 블러드가 할 수 있는 일은, 땔감 찾기 정도일까? "내가 땔감 찾아올게." 주춤주춤 일어나서는 말을 거는 블러드에게 카나인이 말했다. "하르모니아시여, 땔감을 찾을 땐 살아 있는 나무는 안 됩니다. 죽거나 마른나무를 구해 오 셔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블러드는 주위를 살펴보았다. 죽거나 마른나무, 죽거나 마른나무, 죽거 나 마른나무……. 어두워서 찾기가 조금 힘들긴 했지만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블러드 는 주섬주섬 나무를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 블러드를 흘끗 바라보더니 파르시레인이 카나인에게 말을 걸었다. "네가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하르모니아께선 자신이 직접 찾기를 원하십니다." 무신경하게 답하며 곧 다시 자기 일에 집중한다. 그런 카나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파르 시레인은 '쳇'하고 혀를 찼다. 그로서는 카나인을 이해할 수 없었고, 마찬가지로 카나인도 파르시레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둘은 서로가 너무나도 다르니까. 사상도, 생각도, 느낌도, 하다못해 종족도. 잠시 뒤, 블러드가 양팔 가득 나뭇가지들을 끌어안고 돌아왔다. "이 정도면 될까?" 조심스레 물어보자, 파르시레인이 나무를 받아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이 그리 크지 않았지만 개중에는 어른의 팔뚝을 두 개 정도 합쳐놓은 것 같은 크기의 나무들도 있었기 에 오늘 하루 정도는 너끈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충분합니다." 카나인이 블러드에게 모포를 한 장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추우면 말씀하십시오." 카나인 자신은 요정이기에 추위도, 더위도, 하다못해 피곤함도 잘 느끼지 않는다. 물론 '완 전히'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고, 다른 이들에 비해 잘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므로 지금 상황 에선 그도 충분히 피곤했다. "자, 이제 문제는 저녁 식산데……." 파르시레인이 중얼거리자마자 셋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일행에게는 식량이 없었다. 솔직히 노숙을 하는 것이라곤 이번이 겨우 세 번째였다. 대부분 빠르게 달 리다 보면 하루에 마을을 한 두개 정도 만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신관들에게 쫓기기 시 작한 뒤로부터는 정말 되는 일이 없었다. "결국… 사냥인가요?" 굶을 순 없었다. 블러드가 카나인을 쳐다보았다. 자신은 일단 제쳐두고,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 중에 한 사람이 사냥을 해와야 한다는 건데, 칼을 들고 사냥이라니…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일단 카나인은 요정 아닌가? 마법도 있고, 활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나인이 해야겠네?" "왜요?" 어이 없다는 듯이 되묻는 카나인에게 블러드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넌 요정이잖아? 활도 잘 쏠거 아냐?" "활이요? 전 활 못 쏩니다. 만져본 적도 없어요." 훗 하고 웃으며 대꾸하는 카나인의 말에 블러드도, 파르시레인도 경악했다. 일단 요정 하 면 활 아닌가? 헌데 요정인, 그것도 차기 장로라는 지위였던 카나인이 활을 못 쏜다니! 아 니 그건 둘째치고 만져본 적도 없다니! "엑!" "넌 요정이잖아?" 그 질문에 카나인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음, 요정이라고 다 활을 쓰는 건 아닙니다. 활을 쓰거나, 마법을 쓰거나, 칼이던, 창이 던… 하여튼 자기 맘입니다. 전 마법을 택했을 뿐이고요." 아무리 그래도 활을 못 쏘는 요정은 폼이 안 난다. 블러드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면 누가 사냥을 해 와야 하는 건가? 그 때 카나인이 툭 말을 내뱉었다. "하르모니아께서 하십시오. '죽어라'든지, '멈춰라'든지……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습니 까? 죽이는 것이 힘들면 멈추라고만 하십시오. 멈춘 다음에 제게 가져오면 요리는 제가 할 수 있으니까요." "그, 그렇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셋 다 귀찮다, 는 심정이 가장 강했다. 그렇다고 해서 굶는 건 더 싫었다. 하루 종일 피곤했으니까. 그 때 파르시레인이 둘에게 말했다. "그럼 역할을 분담하면 되잖습니까? 한 명은 사냥을, 한 명은 설거지를, 한 명은 불 피우기 를……." "근데 설거지할 그릇이 있어?" 블러드의 한 마디에 파르시레인은 말을 멈췄다. 그러나 블러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소금은? 후추는? 하다못해 간을 내서 먹을 양념이라도 있어? 아니면 요리를 할 그릇이 있 어? 어떻게 먹을 건데?" 사실이었다. 일행에게는 소금도, 후추도, 간을 내서 먹을 양념도, 요리를 할 그릇도 없었 다. 사냥을 해 온다 하더라도 털을 다 뽑아버린 담에 통째로 구워서 먹는 방법밖에 없는 것 이다. 하지만 일단 숲에 사는 야생 짐승들에게선 지독한 노린내가 나기 때문에 그냥 먹는 건 괴로웠다. "그냥 굶죠, 뭐." 카나인이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절대 굶으면 안 될 정도로 배가 고픈 것은 블러드 뿐으로,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은 그리 배가 고프지 않았다. 단지 조금 피곤할 뿐. 이것도 카나인에게는 하룻밤 숲 속에서 자고 일어나면 말끔히 가셔 있을 것이다. 그는 숲의 종족 이라 불리는 요정이니까. 아, 반지의 제왕... 보고 왔습니다+_+ 이미 다운받아서 봤지만.... 그 감동에 쿨럭; 친구랑 같이 눈물까지 질질 짜가며 봤습니다;; 으아.. 특대 화면으로 보는 건 역시 다르더군요;; 사방에서 음악이 들려오고.... 으아, 진짜 멋있었어요오오오..=_=;; -하루리 블러드 엔젤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삼 번째 이야기... '이거 억울해서라도 빨리 각성인가 뭔가를 하던지…….' 속으로 투덜대며 카나인이 준 모포를 둘둘 감고서 나무 밑에 주저앉는다. 그러자 파르시레 인이 따라서 그 옆에 앉았다. 그는 나무를 살펴보고 있는 카나인에게 툭 던지듯이 말을 건 넸다. "노래나 불러 봐." "엑, 노래요?"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카나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래, 노래. 넌 요정이잖아? 요정들은 노래도 잘 부른다고 들었어."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말을 꺼내며 파르시레인이 모포 자락을 끌어올렸 다. 배기는 것이 있는지 몇 번 몸을 뒤척거리더니 무릎 밑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꺼내 던 져 버리고는 말을 이었다. "요정들은 목소리도 아름답고 악기도 잘 다룬다고 해. 그러니까……." "그건 '대다수'의 요정들이죠. 제 얘긴 아니에요."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툭 내뱉는다. 그러자 약간 당황한 듯이 블러드가 카나인에게 물 었다. "그럼 카나인은 활도 못 쏘고 노래도 못 부르는 거야? 목소리는 정말 듣기 좋은데…… 말 하는 것도 꼭 노래하는 것 같고 말야." 카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아닙니다!" 목소리를 조금 높여 말하자 파르시레인이 툭 하 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요정 주제에 노래도 못한다니." 블러드는 정말이냐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 되자 그는 정말로 당황해 버렸다. 그는 살아가면서 별로 노래를 부를 필요도, 활을 쏠 필요 도 느끼지 못했었다. 노래야, 다른 요정들이 언제나 부르는 것을 들어 왔으니 굳이 자기가 부를 필요 없었고 굳이 사냥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 활을 쏠 필요도 없었다. 물론 자기 주위 대다수의 요정들은 노래 부르는 것과 활쏘기를 즐기는 편이었다. 하지만 카나인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흐음, 요정인데… 그래도 일단 한 번 배워 보면 잘하지 않을까?" 파르시레인이 검지를 턱에 대고 카나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카나인은 완 고했다. 거칠거칠한 나뭇결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로… 배울 마음 없습니다만." 블러드가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카나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왜, 멋있잖아? 예를 들어서 공주를 구하러 가는 용사의 이야기를 노래로 읊는다던가 하 는 일 말야. 무슨 건국 신화 같은 것도 노래로 하면 더 멋있지 않아? 네가 용사 일행에 끼 여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노래를 짓는 거야. 일행이 한 명 죽을 때마다 그를 애도하는 노래를 짓고……." 카나인이 블러드의 말을 딱 잘랐다. "그건 음유 시인들이나 하는 겁니다." 그 말에 블러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는 여행을 하며 들린 여관에 있던 음유 시인을 생각 해 보았다. 그건 상상 속의 음유 시인과는 전혀 달랐다. 전혀! 물론 가지고 있는 하프 비슷한 악기는 정말 멋졌었다.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는 뿔로 된 테 두리, 그리고 몇 개의 줄……. 하지만 그는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었다. 마치 웅변하는 듯이 박력 있는 어조로 이야기를 읊어 주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블러드는 잠이 올만한 이야기를 부탁했었다. 하지만 그런 걸 들으면 있던 잠도 다 달아나고 없을 게 틀림없다. 그 굵고 투박한 목소리라니……. "그들은 음유 시인이라고 할 수 없어. 노래도 못 부르잖아!" 퉁명스런 블러드의 어조에 카나인이 대꾸해 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노래를 듣고 싶으시다면 가수한테 가 셔야죠. 그들은 음유 가수가 아니에요." "……그래도 이야기책에서는……." '보통 음유 시인은 노래를 잘 부른다고.' 그런 블러드의 생각을 읽었는지 파르시레인이 대꾸했다. "물론 노래도 잘 부르는 음유 시인이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그들은 그 많은 이야기들을 다 외우고 다니느라 항상 피곤할 겁니다. 노래까지 잘 부르기를 바라는 건 너무 큰 바램이 에요. 가끔씩은 노래도 잘 부르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난 노래가 듣고 싶어!" 어린아이가 떼를 쓰듯이 투정 부리는 어조로 말을 잇자 파르시레인이 카나인을 바라보았 다. 카나인은 잠시 몸을 움찔했다. "불러라, 카나인." "싫어요." 분명 명령이었음에도 카나인은 필요 이상으로 몸을 사리며 노래 부르기를 필사적으로 거 부했다. 분명 그는 요정이었고, 목소리도 항상 노래하는 듯한 어조였다. 노래도 굉장히 잘 부를 것이 틀림없었다. 헌데 왜 부르지 않으려는 걸까? "불러!" "싫어요!" "내 뜻이 아니라 타브릿트의 뜻이야!" "아무리 하르모니아의 뜻이라 하셔도 노래만은 못 부릅니다!" "왜!" "제 마음입니다!" "저, 저기… 나 굳이 노래 안 들어도……." 블러드가 끼여들었지만 무시당했다. 파르시레인은 파르시레인대로, 카나인은 카나인대로 서로의 자존심을 세우며 절대 질 수 없다는 듯이 바락 바락 소리를 질러댔다. 블러드는 잠 시 움찔하더니 조심스레 모포를 뒤집어쓰고 나무에 기대어 잠을 청하기로 했다. 괜히 끼여 들어 봤자 좋은 일 하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불러!" "안 불러요! 절대!" 그 말을 끝으로 카나인은 뒤로 홱 돌아서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파르시레인은 씩씩대 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파르시레인 바보." 블러드가 중얼거렸다. "뭐라고요?" "카나인을 결국엔 쫓아버렸잖아. 마치 며느리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는 히스테릭 시어머니 같아." 여전히 중얼거리는 어조로 파르시레인을 향해 몇 마디 더 말해주었다. 그러나 파르시레인 은 그런 블러드의 말을 그냥 넘길 생각이 없는 듯 했다. "히스테릭 시어머니? 노래를 듣고 싶다고 한 건 타브릿트께서 먼저였잖아요!" "하지만 난 중간에 괜찮다고 했어." 거기서 둘의 대화는 딱 끊겨 버렸다. 파르시레인에게는 더 이상 대답할 말이 없었고, 카나 인이 화가 나서 숲으로 도망가(?) 버리게 만든 것도 결국엔 자신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 자면 딱히 노래를 듣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거봐, 결국은 히스테릭한 거잖아." 블러드가 퉁명스럽게 한마디했다. '난 정말 히스테릭한가?' 쓸데없는 질문을 품으며 파르시레인은 모포를 끌어올렸다. 문득 모닥불 근처에 카나인이 떨어트리고 간 모포가 보였다. '쳇!' 속으로 혀를 차며 그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지금 은 좀 자야 했다. 어차피 그는 요정, 숲에서 그를 위협할 것은 거의 없다. …고 파르시레인은 믿고 있었다. £ 카나인은 씩씩대며 어두운 밤, 숲 속을 정처 없이 배회했다. 밤의 숲길처럼 위험한 것도 없 지만 그에게 있어선 그리 위협적일 것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요정이었으니까. "제길!" 얇은 옷자락 사이로 차가운 겨울의 숨결이 느껴졌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 바람도 그에게 아무런 피해를 줄 수 없었다. 그는 숲의 종족이라 불리는 요정이었으니까. 그의 종족은 추 위나 더위 따위에도 눈 하나 깜빡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겨우 노래 하나 부르냐 마냐 따위의 문제로 이렇게까지 하는 건 조금 어폐가 있어 보이지 만 어쨌거나 그는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싫다는 것을 억지로 시킨다는 것, 그로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 그 때 문득 발에 무언가가 툭 걸렸다. '뭐지?' 밑을 내려다보니 무언가 사람 비슷한 물체 가 쓰러져 있었다. 아니, '사람 비슷한 물체'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왠 사람이 여기 있는 거지?" 카나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밑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숲 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기력이 다 해서 쓰러진 듯 했다. '이런 숲 속이라면 흔한 일이지' 중얼대며 귀를 그 사람의 왼쪽 가슴에 갖다대었다. 미약하 긴 하지만 숨을 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살아 있었다. 잠시 카나인은 3초 정도 내가 이 사람 을 구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4초쯤 후, 그는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구부려 그 사람의 몸 위에 쌓인 낙엽과 서리, 나뭇가지나 흙 등을 탁탁 털어 주기 시작했다. "…!" 그리고…… 어디 미련하게 숲길에서 쓰러져 버린 인간의 얼굴이나 보자, 라며 그의 머리카 락을 휙휙 제치고 얼굴을 확인한 카나인은 그 자리에 소리 없이 굳어 버렸다. 그리고 그는 좀 더 긴 시간인 1분 정도 이 자식을 과연 구할까 말까 하는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아아-_-;; 컴이 드디어 맛갔습니다. 로그인 기능도 안되고, 분명 로그인했는데도 안 되 있고, 또 해도 소용없고-_-;; 컴이 미쳤어요...ㅠ.ㅠ 고치는 방법을 아시는 분께는-_-;; 연참신공을 펼쳐 드리겠습니다아아...;; 쿨럭;; ..........타박타박.........((((((((((((((( -) ..........우뚝.........(*-_-*) 베실...;; ..........두리번두리번..........(-"-;;)(;;-"-) ..........촤르륵...........\( -"- )/ .........넙죽.................( -"- )( _"_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실건가요..ㅡㅜ ㅇ(-"-ㅇ)(ㅇ-"-)ㅇㅇ(-"-ㅇ)(ㅇ-"-)ㅇ 아앙아앙-....젠장..흑.. (친구가 가르쳐줬어요오오;;) 후훗;; 그리고.... 저 드디어 올랜도 블룸 씨 팬 사이트 개장해버렸습니다>_< http://marianrose.wo.to/ 입니다~ 많이 놀러와주세요~ (헉, 나 뭐하는 짓이지?) 으아, 레골라스 씨 당신 멋져!! 참;; 반지의 제왕 DVD를 샀습니다. 아마존닷컴에서... 13.99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자면... 만 오천원이 훨씬 넘어가는 겁니다!!! 저는... 분명 Buy DVD라고 써진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째서 비디오 테잎이 오냐구요오오오!!! 것두 만화!!! ㅜ.ㅜ 하아.. 하소연하기도 피곤..;; 이만..-_-;; -하루리 블러드 엔젤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사 번째 이야기... £ 성 알카세스는 정처 없이 숲을 헤매고 있었다. 그 이단자 일행 중 하나가 언령의 소유자인 모양인 듯, '폭발'이라고 외치자 폭발이 일어났고 그는 그 자리에서 폭발을 피하기 위해 잽 싸게 몸을 움직였다. 일반적으로 언령이란 것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언령 을 남발한다든지 하는 짓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인 것이다. 하물며 신성력에 있 어서는 제 이인자의 자리가 무색한 성 알카세스조차 한꺼번에 열 번 이상은 힘들 것임이 틀림없는데…. 어쨌거나 그는 그 덕분에 이단자 일행을 놓쳐 버렸고, 더 이상은 신성 마법을 쓸 기운도 남 아 있지 않았다. 폭발에 휘말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젠 오돌오돌 춥기까지 했다. 옷은 너덜너덜해져서 애초의 기능을 전혀 못 하고 있었으니, 찢어진 틈새로 바람이 술술 들어왔다. 소름이 돋았다. "에취!" 작게 재채기를 하고 나니 더 추워지는 듯, 성 알카세스는 몸을 움츠렸다. '그냥 일행을 몇 명 더 데려올 걸 그랬나?' 그러나 그는 곧 그 생각을 취소했다. 어차피 신관들 중에 자신 의 이동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 자는 드물다. 지치지 않고 신성 마법을 사용하면서 저들을 따라갈 수 있는 신관이… 성 알카세스 의외에 또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제길……." 투덜대며 나무에 몸을 기댔다. 지금 상태로 더 걷는 건 자살 행위일 듯, 몸이 말을 듣지 않 았다. 그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은 그쳤지만 바닥에 쌓인 눈까지 없애버릴 수는 없었다. "하필이면 이런 날 눈까지 내릴 게 뭐람!" 그는 계속 혼자서 투덜댔다. 듣는 사람 은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무척이나 피곤해서 눈이 감겨왔다. 오늘 온종일 남발한 마법의 부작용이 이제서야 슬슬 나 타나는 듯, 온 몸이 쿡 쿡 쑤셔댔다. 몸도 마음도 몹시 지쳐버려 당장이라도 바닥에 누워 한 숨 자고 싶었지만, 그는 똑똑했기 때문에 지금 잠들어 버리는 것이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애써 몸을 추스르며 계속 걸음을 옮겨 놓았다. 바람이 불어 그의 머리카락을 날렸다. 성 알카세스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체력만 뒷받 침해 준다면 온 힘을 다해 뛰어서 이 숲을 가로지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의 체력은 한계였다. "아아, 역시나… 아까 그 언령만 아니었다면, 아니 애초에 그들을 따라서 숲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었어. 언령으로 내팽개쳐진 시점에서 그만두고 마을을 찾았어야 하는 건데. 짐 도 다 잃어버리고… 휴우……." 성 알카세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노숙을 하고 싶어도 그에겐 아무 도구도 없었다. 하 다못해 몸을 덮을 모포라도 한 장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 굴뚝같았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떼어놓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매서운 바람의 손길이 그 의 옷과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찬란했던 금발은 흙투성이가 되어 더럽혀지고 헝크러졌다. 하얀 피부도 몹시 지저분해졌다. 성 알카세스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제자리에 털썩 주 저앉아 버렸다. '아아, 이젠 나도 몰라.' 그는 속으로 중얼대더니 하늘을 향해 소리치기 시 작했다. "어쩌다 내 신세가 이 꼴이 되었던가! 재수도 없지…… 애초에 바보 같은 자만심에 젖어 이 일을 자진해서 나서지만 않았아도 지금쯤 따스한 신전에서 나에게 주어진 식사에 만족 하며 아스라이 밝혀진 등불 아래 신께 기도를 드리고 있었을 텐데! 이런 곳에서 비참하게 죽어가야 한다니! 최고의 신관이라는 내 명성도 필요가 없는 것이매 이런 장소에서 나의 신성력이며, 명성이 무슨 소용인가!" 시를 읽는 어조로 잠시 자기 비탄에 빠져 있던 그는 이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픽 웃어 버렸다. 성 알카세스는 나무에 몸을 기댔다. 이젠 완전히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던 것이다. 재수가 좋다면 살 것이고, 운이 나쁘다면 죽겠지. 슬슬 눈이 감겨왔다. '이대로 죽는 건 가' '아냐,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두 생각이 엇갈렸다. 어떻게든 살아서 신전으로 돌아가야 하겠다는 마음과는 반대로 눈은 점점 감겨오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지기 만 할뿐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아아, 내가 져버렸네.' '그것 보십시오. 절대 저를 이길 수는 없다니깐요.' '응?'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성 알카세스는 슬며시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타 닥타닥 타오르는 모닥불이었다. "헉…" 그는 무심코 숨을 들이쉬었다. 불이 너무 가까이 있 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인식하자 곧 뜨거운 열기가 피부로 화끈화끈 느껴 졌다. "어, 깼네?" 성 알카세스는 아직도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자신을 구해 준 이 고마 운 일행을 위해서라도 어서 일어나서 감사의 인사를 해야 했다. 핀잔하는 듯한 목소리가 누군가를 탓하고 있었다. "우리를 신나게 쫓아오던 녀석을 구해 오다니, 너도 많이 물렀구 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럼 죽어 가는 생명을 구하지 말고 모른 체 하란 말입니까?" 성 알카세스는 잠시 자신의 사고가 마비되는 것을 느꼈다. 일으키려던 몸이 뻣뻣하게 굳 어 경직되었다. '뭐라고? 누가 누굴 구해?' 그는 속으로 중얼댔다. 그리고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장 가 운데에 앉아서 호기심이 잔뜩 담긴 얼굴로 자신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긴 붉은 머리카락의 소년, 그의 왼쪽에 앉아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갈색 머리카락 소년, 그리고 나무에 기 대서서 무심한 표정으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실버 블론드의 요정. 이렇게 세 명이었 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일행의 외모라든지 숫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자신이 그렇게도 쫓아다니 던 그 이단자 일행이 아닌가! 엄청나게 당황해 버린 성 알카세스였지만, 잠시 뒤에는 곧 평 정을 되찾았다. "아, 일단. 제 생명을 구해 주신 것에 대해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정말 대단히 감사 합니다, 여러분." "뭐, 괜찮아." "구해준 건 접니다." 카나인이 블러드를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때 파르시레인이 말했다. "일단 중요한 건 이 사람에게 물어볼 게 있다는 거야." "아, 맞다, 그랬지?" 블러드가 깜빡 했었다는 표정으로 성 알카세스를 바라보았다. 에헴 하고 헛기침을 두어 번 한 블러드는 그에게 질문했다. "이름이 뭐예요?" "아, 성 알카세스라고 합니다." 그가 답하자 블러드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와 우 '성'자가 들어갔군요?" 성 알카세스는 이제 완전히 평정을 되찾았는지 평소의 느긋한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고 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는 천천히 블러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쪽 분의 이름은?" "아 전 블러드라고 합니다." 블러드가 답하자 성 알카세스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한 번 질문했다. "그럼 그쪽 분들은 왜 이단자로 몰린 건가요?" 거기까지 물었을 때 파르시레인이 화난 표정으로 끼여들었다. "이봐, 너, 신관! 그건 우리 가 묻고 싶은 말이다! 감히 우리를 이단자로 몰다니, 주신 오딘이 미친 거 아냐? 죽고 싶 대? 아니, 정말 신탁이 내리긴 했어?" "미치다뇨! 그건 신성 모독입니다! 당장 사과해 주십시오!" "싫어." 당장에 튀어나온 대꾸에 성 알카세스는 자신의 처지를 상기하며 숨결을 가다듬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탁을 받은 건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받았고, 연속해서 다른 신전의 신관들도 신탁을 받 았다는 것을 알려 왔으니까요." "도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했다고! 너무해 오딘 님은!" 블러드가 투덜댔다. 이런 상황까지 되었는데도 그는 아직 그들을 믿고 있었다. 그들이 절 대 자신을 해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뭐, 그만큼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피곤해지 겠지만. "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이라면 몰라도 요정이 이단자일리는 없다고 생각중입 니다. 일단 그들은 믿는 신 자체가 다르니까요. 오딘 님은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을 용서해 주고 계십니다." "용서라니…… 그건 당연한 거다." 카나인이 거만하게 한마디했다. 그러나 성 알카세스는 그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일단 제 역할은 여러분을 잡는 것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것 같군요." 잠시 허탈한 미소를 띠었다. 그 모습을 본 블러드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게 어때요? 지금은 그냥 서로 못 본 척 해주는 거예요. 어차피 에, 그쪽은 많이 지쳐서 우리를 잡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괜찮은 의견입니다." 성 알카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시레인도 찬성하는 듯 했고, 카나인도 별 불만은 없 어 보였다. 카나인은 잠시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의 시간이 더 있 어야 했다. "하르모니아시여, 아직 해가 뜨려면 세네 시간은 더 있어야 합니다. 한숨 자 두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아, 응." 그 말에 블러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모포를 뒤집어썼다. 그리고는 실눈을 뜨고 성 알카세스 를 바라보았다. 블러드가 보기에 그는 그리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관계로 만 나지만 않았어도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에 혀를 차며 블러드는 눈을 감 고 잠을 청했다. "신탁의 내용은 어떤 거였지?" 잠결에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밀려오는 졸음에 대화 내용까지 정확히 파악하기란 무 리였지만, 블러드는 그들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자장가 삼기로 마음먹었다. "당신들을 '처리'하라는 내용." 카나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이 상 황이 하나 둘씩 이해되고 있었다. 왜 자신들이 신관에게 쫓기지 않으면 안 되는지, 왜 신들 은 자신들을 처리하라는 터무니없는 내용의 신탁을 내렸는지. 모든 것이 하나씩 맞아 떨어 져가고 있었다. 그들은 취해 버린 거다. '권력'이라는 터무니없이 달콤하고 매력적인 유혹에……. "훗, 짐작이 가시나 보군요?" 성 알카세스가 피식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오히려 똑똑하고 영 리했다. 파르시레인이 생각하는 것, 생각하고 있는 것.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해 낼 수 있 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는 거냐?" 카나인이 물었다. 성 알카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여기 더 있었다가는 제가 무슨 말을 하게될지 저 자신조차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중요한 기밀이라도 불어버리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떠야겠죠."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툭툭 털었다. 아직 완전하게 몸이 회복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신성마법을 쓰고 달려갈 정도는 되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다음 마을에서 뵙겠군요." "글쎄…… 우리가 다음 마을에서 머문다면 말이지. 누구누구 덕에 마을에서는 도저히 머 물 상황이 아니거든." 파르시레인이 심드렁하게 답했다. "그런가요?" 신성마법을 자신에게 사용하며 성 알카세 스가 성의 없이 되물었다. 그는 주의 깊게 자신의 몸을 살펴보고는 몇 번 바닥에 발을 굴 러 보았다. 이 정도면 되었겠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옷을 여미고는 파르시레인과 카나인 앞에서 고개 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에, 무척 감사했습니다. 잠들어 계신 분께도 안부의 인사말 전해 주십시오." 뭐랄까. 단단히 슬럼프에 걸려 버린 듯 합니다;; 내용도 안떠오르고. 귀찮기만 하고. 죄송합니다-_-;; 글도 점점 더 어처구니없어지고 재미도 없고 희안한 내용만 생기는 것 같고. 아아, 최대한으로 빨리 완결을 내야겠군요;; 일단 성 알카세스부터 어떻게든 처리를;; 연참을 하고 싶어도 그게 또 안 되는군요. 왜 이렇게 글이 안써지는지ㅠ.ㅠ 한글 열어놓고 궁상만 떨다가 시간 다 보내는 것 같습니다;; 하아...... 죄송해요ㅠ.ㅠ 꾸벅.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뵙길 빌며.;; -하루리 블러드 엔젤 <21장-쫓기는 자와 쫓는 자> (8)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오 번째 이야기... £ "흐음……." 성 알카세스는 마을의 주점에서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낡아서 삐걱대는 의자가 약간 불편 했지만 그냥 그런 대로 견딜 만 했다. "흐으음……." 다른 사람이 보기엔 한심하기 그지없는 고민일 지도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 이었다. 신앙이냐, 양심이냐. 이 두 가지로 고민하는 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은 가장 복잡하고도 어려운 것이다. 그는 이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아, 도저히 정할 수가 없어."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신앙심이 남달랐고, 그 자신도 정말 정성을 다해 신을 모시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부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릴 줄 알기 전에 신을 찬양하는 기도를 먼저 드렸고, 그가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었던 신분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장신구들로 장식된 귀 족들의 옷보다, 하얗고 단정하기만 한 신관들의 옷을 먼저 입었다. 귀족으로써 당연한 의 무 중에 들어가는 검을 잡기 이전에 두꺼운 신학 책을 먼저 집어들었고,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기 이전에 그 뒤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의 사이를 누볐다. 그런 그에게 신을 뺀 삶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평생을 신에게 얽매여 살 아가기에는 그가 지닌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거대했다. 애초부터 지니고 있었던 것, 그가 살아가면서 스스로 얻어낸 것, 앞으로 얻게 될 것. 그리고 그 자신도 그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성 알카세스는 다시금 심각하게 고민했다. 신앙이냐, 양심이냐. 그들은 분명 잘못하지 않았다. 자신도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고, 그들이 특별히 제거되어 야 할 정도의 인물도 아니었다. 그러나 신께서는 명령했다. 그들을 처리하라고. 그렇다면 그 사이에 끼여버린 자신의 입장은 어떻게 되는 건가? 세계는 돌아가고 있다. 그 돌아가는 세계 사이에 눌려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달려야 하는 것이다. 그는 두려웠다. 그 사이에 눌려져 버릴까봐……. "하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아아, 이렇게 된다면 또 며칠간은 단식하며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 건가.' 속으로 중얼대며 과연 누구에게 고해성사를 해야 할지, 성 알카세스는 잠시 고민했다. 카운터에 돈을 내고 주점을 나서자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반짝이는 금발이 허공에 서 춤을 추며 내려앉았다. 초록색 맑은 눈동자가 미소를 머금고 실날같이 가늘게 웃었다. 광장에 걸린 커다란 시계는 어느새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장이 활기를 띠고 시끄 럽게 움직였다. "그래, 움직이고 있지." 그는 작게 중얼대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시끌벅적한 도시였다. 사람들이 활기차게 돌아다 니고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몰려다닌다. 허공에 머물러 있을 공기들조차 활기를 띠고 있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 채로 성 알카세스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거기 총각, 비켜요, 비켜!" 채소를 잔뜩 실은 마차가 요란스레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마차 위에 앉은 사내가 성 알카 세스를 향해 소리치고, 그는 재빨리 한쪽 옆으로 비켜섰다. 눈이 녹아 고인 흙탕물이 그의 옷에 철벅 튀겨 일정한 무늬를 그려냈다. 성 알카세스는 약간은 곤란한 듯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숙여 옷을 털었다. "아이고, 미안하이!" 마차 위에 앉아 있던 사내가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치며 멀어져갔다. 성 알카세스 는 무심코 웃어버리고 말았다. 그가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외침소리, 고함소리, 사람들의… 사람들의……. '그래, 그걸 바랬을 뿐이었어.' 귀족으로 태어나 곧장 신에게 바쳐진 몸인 그로써는 시끄럽고 활기찬 것과는 거리가 먼 생 활을 해 왔었다. 그래서일까? 무의식적으로 평민들이 생활하는 '바깥 세상'을 동경하게 된 것이. 그는 미소를 띤 얼굴로 발걸음을 돌렸다. 여태까지 숨돌릴 틈도 없이 달려왔던 추적의 시 작점을 향해 거꾸로 걷기 시작했다. 바삐 달려올 때는 눈치채지 못했던 세상의 작은 것들 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하기만 한 나무들도, 파란 하늘에 그저 떠가는 흰 구름도, 바닥을 굴 러다니는 조약돌도, 신기하기만 했다. 왜 여태까지 이 놀라운 아름다움들을 몰랐는지 의문 이 생길 정도였다. '다시 신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교황께 고해성사를 해야겠군! 어쩌면 파문 당할지도 모 르겠군! 이단자들을 그냥 놓아주고 말았으니. 이런, 이런. 어리석구나…….' 속으로 중얼대며 성 알카세스는 가뿐하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는 정 말 '성직자' 그 자체일 지도 몰랐다. 성직자로써 태어나서 성직자의 길을 걷는, 오직 신만 을 섬기는 그런 사람. 그러나 성직자로써 만족하기에는 그가 지닌 것들이, 그가 지닌 야망 이 너무나도 많고, 또 거대했다. 그러므로 그는 성직자가 아니었다. 신만을 바라보며, 신만 을 담기에는 그 그릇이 너무 크니까. 눈을 감고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어본다. 그 팔로 하늘을 포옹할 수 있도록. 커 다란 하늘을 그러안을 수 있도록. 짧지만 연참-_-;; 이 정도에서 챕터 21은 끝내는 것이 좋을 듯;; ..더 써봤자 괜히 이상하게 꼬이기만 할 것 같아서요. 다음 챕터 제목을 뭘로 해야 하나;; -_-;; 하하, 모두들 새해 복(=돈;;) 많이 받으세요. (꾸벅) 리카 오빠도, 응원해줘서 고마워ㅠ.ㅠ 그리고 저 슬럼프 맞아요;; -하루리 블러드 엔젤 <22장-시작>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육 번째 이야기... 시작된다, 그것이.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굼벵이만큼이나 느리 게, 어떻게 보면 빛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하늘이, 땅이, 물이, 불이 말해주고 있다. 시작된다, 그것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시작된다, 그것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몇 번 이나 반복해서 천천히 말해준다.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느낄 수 있다, 그것을…, 그것이 시작되는 것을……. -어느 이름 없는 예언가의 예언서에서 발췌. <22장-시작> "카오스…?" 하르모니아가 의아한 그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위험한 색의 기운이 그에게서 풍겨 나오고 있어 하르모니아는 불안해졌다. 그가 카오스의 궁전까지 오는 일은 드물었다. 분명 카오스 를 사랑하긴 했지만 온통 까맣기만 한 카오스의 궁전에는 도무지 정을 붙일 수가 없었기 에. 그리고 카오스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자신이 찾아가면 찾아갔지, 구태여 하르모니아 를 자신의 궁전으로 부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긴 거다. …적어도 하르모니아는 그렇게 판단했고, 그 렇기에 이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카오스! 왜 그래?" 걱정스런 목소리가 궁전을 울려 천장에서 빙글빙글 맴돈다. 그제야 카오스가 하르모니아 를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오직 붉은 머리카락이 보이고, 어지러운 세상에 오 직 그 하나만이 서 있다. 카오스는 무심코 손을 앞으로 뻗었다. 영원을 살아간다 해도 결 코 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 "니… 아……." 다 쉬어버리고 열에 들떠 흔들리는 목소리가 가녀리게 새나온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데,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잡을 수 없는 건지, 왜 가질 수 없는 건지. 카오스는 하르모니아의 옷자락을 움켜쥐려다 움찔하며 손을 거두었 다. 하르모니아는 불안과 알지 못할 또 다른 감정으로 세차게 두근대는 심장을 억누르며 카오스에게 다가가 그를 꼭 껴안고는 속삭이듯이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카오스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품에 안겨 있으니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 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런 건 일시적일 뿐이지, 근본적인 게 아니었다. 그가 바라는 건 다 른 거였다. 갖가지 감정으로 일렁이는 탁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를 들어 하르모니아를 바라 보았다. 어둡게 빛나는 그 눈동자의 의미를 알아차렸는지 그가 움찔하며 카오스에게서 떨 어졌다. 그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앉아 있던 윤기 흐르는 검은 돌로 된 옥좌에 까만 머 리카락이 스르륵 스쳐지나간다. 멍하니 풀린 눈이 하르모니아를 응시했다. 일어나기가 무 섭게 비틀대는 그 모습에 하르모니아가 득달같이 달려가 부축하려 했다. "저리… 가!" 그러나 카오스는 세차게 하르모니아를 밀어냈다. 그건 전에 없던 일이라 하르모니아는 당 황해 버렸다. 그는 주춤대며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비틀대며 한쪽 팔을 옥좌에 대고 몸을 지탱하는 모습이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가는 팔이 부들부들 떨린다. 긴 머리카락이 아무렇 게나 풀어헤쳐져 후드득 흘러 넘치고, 까만 눈이 멍하니 풀린 채로 복잡한 감정을 담고 하 르모니아를 빤히 바라본다. 길게 흘러내리는 옷자락을 끈으로 고정시킨 그 새카만 옷으로 가려진 하얀 피부가 유달리 창백하게 보인다. 입술을 꽉 깨물어 피가 주륵 흘러내렸다. 하르모니아는 눈을 크게 떴다. 심장이 더욱 세차게 고동친다. 그의 빨간 핏방울이, 그의 하 얀 피부가, 그의 까만 옷이, 한데 어우러져 빙빙 맴을 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으로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다. 하르모니아가 외쳤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카오스! 괜찮아?" 불안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윙윙대며 맴돈다. 비틀대다가 결국엔 다시 옥좌로 쓰러지듯이 주저앉았다. 온몸에서 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 카오스는 이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외쳤 다. "저리 가, 니아! 오지 마! 나가! …나가라고!" 하르모니아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는 그제야 아까부터 세차게 고동치는 심장 속의 이 감 정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태까지 느껴본 적도 없었고, 느낄 필요도 없을 테고, 느낄 일 도 없을 줄 알았던 이 감정. 공포! '어째서, 어째서……, 카오스에게 공포를 느끼는 거지?' 카오스가 성난 야수의 눈으로 하르모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움찔했다. 이런 눈으로 자신 을 바라본 적은 한 번도 없기에, 그 기나긴 세월 동안 함께 했지만,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 기에, 두려웠다. 카오스는 강했다. 하르모니아보다 훨씬 더, 훨씬 더 강했다. 그는 하르모 니아가 생겨나기도 전부터 있었고, 하르모니아가 사라진 뒤에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는 강했다. 홀로 영원을 살아가는 존재이니까, 그러니까, 외롭고 고독하니까, 너무나도 강 했다. 카오스가 이를 악물었다. 으득!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입술이 터져 피가 투둑 흘러내렸다. "나가라니까!" 다시 한 번 그 가 외쳤다. 절규하는 듯한 음성이 입술 사이에서 새나와 그의 까만 궁전을 쩌렁쩌렁 울렸 다. 하르모니아는 주춤대며 뒤로 물러섰다. "아… 아아…?" 의미 없는 신음을 흘리며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자 그가 무서운 눈으 로 하르모니아를 노려보았다. 이성이라곤 한 줌도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은 까맣고 탁하게 가라앉은 눈동자. 가슴이 떨려온다. 심장이 세차게 맥박친다. 두근, 두근, 두근. 공포가 온 몸을 지배하기 시 작했다. 무시무시한 전율이 발끝부터 천천히 몸을 타고 올라왔다. 투명하게 깨끗한 두 눈 이 부릅떠졌다. 카오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두 걸음 하르모니아를 향해 걸 어오기 시작했다. 그건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듯이 위태롭고 비틀대는 걸음걸이였지만 그 위압감이라니! 몸짓 하나 하나마다 느껴지는 그 압도적인 힘이라니! 하르모니아는 비틀대며 홱 몸을 돌렸다. 그리곤 달리기 시작했다. 사정없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 카오스의 까만 궁전을 벗어나기 위해, 카오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역시나 마 찬가지로 어둡고 까맣기만 한 긴 복도를 달릴 때, 뒤에서 무시무시한 포효가 들려왔다. 마치 금방이라도 지옥에서 올라온 마귀의 웃음소리가 이런 것일까? 하르모니아는 지옥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지옥의 마귀나 악마를 두려워하지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나약한 생명체들이 느끼는 지옥에 대한 감정을 절실히 이해할 수 있었 다. 발이 자꾸만 꼬여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다. 공포로 심장이 쿵쾅쿵쾅 세차게 고동쳤다. 그는 분명 한 세계를 창조했고, 많은 생명들을 창조했고, 또 앞으로 많은 세계와 생명들을 창조할 창조주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력한 생물처럼 그저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가장 믿었고, 가장 사랑하는 카오스에게서부터. "이동! 이동해라!" 목이 터져라고 부르짖었다. "다키! 샤이! 이동하란 말야! 나를 내 궁전으로 데려다 줘!" 항상 이름만 부르면 한참 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허공에 스윽 나타나곤 하던 그들이었기 에 하르모니아는 둘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너무도 절박하게 그 능력이 필요 한 순간에, 능력은 멈춰버렸고, 평소보다 너무도 절박하게 필요한 둘은 부름에 응답하지 않는다. 순간 무시무시한 기운이 뒤에서 느껴졌다. 하르모니아는 공포로 떨리는 눈을 들 어 뒤를 돌아보았다. 평소의 그가 아니었다. 저건 결코 카오스가 아니었다! …하지만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온 몸의 감각들이 외치고 있었다. 저건 카오스라고, 저건 누구도 아닌 카오스라고. 하긴 카 오스가 아니라면 그 누가 저런 기운을 뿜어낼 수 있겠는가, 카오스 다음으로 생겨난 하르 모니아를 압도시킬 수 있는 저런 기운을, 카오스 아닌 그 누가 가지고 있겠는가? 의도하 지 않았지만 저절로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카오스……." 너무도 많은 감정들이 일렁이고 있어 오히려 무감각해 보이는 어두운 눈동자가 하르모니 아를 바라보았다. 어둠으로 탁하게 가라앉은 짙고 까만 눈동자가 빤히 하르모니아를 응시 했다. 암흑의 색을 지닌 머리카락이 기의 폭풍에 천천히 허공에서 흩날렸다. 빨간 핏방울 이, 하얀 피부가, 까만 옷이, 빙글빙글 눈앞에서 맴돌았다. 하르모니아는 떨리는 눈동자로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열리며 평소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아닌, 이미 쉴 대 로 쉬어버린 목소리가 새나왔다. "그런가. 그대는… 이런 순간에도 내 이름이 아닌…… 다른 자의 이름을 부르는 건가." 멍하니 허공을 울리는 목소리에 하르모니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외쳤다. "도대체 무슨 소리야!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카오스! 도대체 왜…… 으윽!" 카오스는 그리 힘을 쓴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방어할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몸이 튕겨 허공으로 붕 떠 날아올랐다. 3, 4미터 정도 허공을 날아 벽에 콰당 부딪치고야 상황의 심각 성을 깨달았다. 하르모니아는 설마하니 카오스가 정말로 자신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는 듯 이 고통과 공포와 경악으로 얼룩진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차라리…… ……라면…." 카오스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하르모니아의 일렁이는 눈동자 가 그를 바라보더니 곧 고통과 공포와 경악이 한 데 뒤섞여, 그 극심한 감정의 파도에 눈물 이 주륵 흘러내렸다. "카오스-!" 목이 터져라고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였다면…. …차라리…, 그대가 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애초에 생겨나지 않았더라 면…… 이런 감정 느낄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랬을 텐데… 차라리 그게 나았을 텐데…." 몸을 일으키며 하르모니아가 천천히 능력을 발휘했다. 유일하게 카오스의 능력을 잠재울 수 있는 능력이라면 그의 능력, 조화로써의 능력 뿐.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다. 잠재우고 진 정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것도 오직 카오스가 원할 때만……. "그만 둬, 카오스!" £ 블러드는 꿈에서 깨어났다. ...멍청.... 근 한 달만. 한달이 넘었네요. (멍) 출판사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4월 5일까지 원고 내주세요." 세상에나! 그건 너무도 친절한 목소리라서, 너무도 부드러운 목소리라서. 차마 아직 반의 반도 못썼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 (멍하니 열린 창문으로 밤하늘을 바라본다) 두시간 가량 쓴 게 이겁니다. 루리는... 오늘 밤을 새워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저는 이만 계속해서 글쓰러 가야겠네요. (운다) 글도 안쓰면 퇴화되는군요. (나는 바보바보바보~ㅠ.ㅠ) 반지의 제왕에 빠져 지내느라고... 반지의 제왕 패러디나 쓰고 다른 분들 패러디나 읽으면 서 반지동맹에서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해리곤이랑 렉포이 군이랑 러브러브 홈이 라던지.... 결국엔 홈을 하나 더 만들어 버렸다던지 하는 거요. 그래요, 다 내가 죽일 년이에요. (운다) 어떤 분 글을 보고 급히 에디트합니다. 저 배수의 진 치는거에요, 지금!!! 저, 마감이 4월 5일입니다! 4월 첫째주엔 책이 나올거라구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반드시 써야해요! 배수의 진인 겁니다. 님들, 자아, 4월 첫째주엔 책이 나와요 (운다) 저 많이많이 독촉해 달라구요. (말없이 먼산을 응시한다) 블러드 엔젤 <22장-시작>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칠 번째 이야기...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으로 눈을 가렸다. 눈물이 주륵 흘러내 려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공포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드는 오한에 블 러드는 부들부들 떨며 몸을 구부리고 팔을 벌려 무릎을 감싸쥐었다. "뭐지, 이 꿈은…?" 모처럼 여관방을 얻어 푹신한 침대에서 편하게(노숙할 때에 비해서는 편한 잠자리였다) 잠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도대체 뭔지, 이 말도 안 되는 괴상망측한 꿈 은…. 분명히 블러드 자신의 꿈은 아니었다. 카오스라는 자도, 자신을 '하르모니아'라고 불 렀으니까. 블러드는 하르모니아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카오스도. 모두 알고 있 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꿈이, 기나긴 세월 전, 아주 오랜 옛날에 있었던 하르모니아의 기억의 한 부분이라는 것 을. 블러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서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금 이곳은 3층, 창 문으로 뛰어내리기엔 무리가 없지 않은 높이이다. 물론, 다른 이들이라면 분명히 3층이 아 니라 더 높은 곳에서도 훌쩍 훌쩍 잘도 뛰어내릴 수 있겠지만 말이다. 조용히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어둠이 복도에 짙게 깔려있었다. 문득 꿈에서 본 그 기나 긴 까만 복도가 생각나 블러드는 흠칫했다.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올 것만 같았다. 가벼운 회색 망토로 몸을 감싸며 몸을 가볍게 떨었다. "무서워." 1층은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카운터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중얼대며 돈을 세는 여관 주인과 술에 절어 만신창이가 된 취 객 몇 명이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었다. 그리 밝은 불빛은 아니었지만 아스라이 비춰오는 그 옅은 주황색의 불빛에 블러드는 약간 안심했다. 문득 언제나 환하고 따스한 빛으로 가득 차 있던 신계가 그리워졌다. 또다시 눈물이 주륵 흘렀다. 오른손을 들어 손등으로 눈물을 슥 닦아내고는 중얼댔다. "이씨, 이상한 꿈 때문에 갑자기…." 루시펠이 보고 싶었다. 라파엘이 보고 싶었다. 하르엘이 보고 싶었다. 마리우스도, 피오나 도, 다들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모두가 그리웠다. 이런 날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었 다.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쫓기는 신세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취객들은 블러 드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여관 주인도 흘끗 쳐다보고는 다시 돈을 세는 일에 열중했다. 블러드는 천천히 계단을 마저 내려와 작고 투박한 테이블 앞에 앉았다. 여관 주인은 블러 드가 테이블에 앉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약간 놀라더니 귀찮은 듯한 눈빛으로 블러드에게 물었다. "뭐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아, 따뜻한 코코아 한 잔 주세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찬장에서 나무로 된 투박한 잔을 꺼내들고는 작은 쪽문을 열 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코코아를 타고, 데워 가지고 나올 때까지 블러드는 물끄러미 생각에 잠겨 있었다.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이 말한 각성의 때라는 것, 물론 강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카나인의 말로는(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자아가 둘로 나뉘는 일 따위는 없을 거란다. 그리고 세상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강대한 힘을 손에 넣게 되는데, 불안할 일 따위 아무 것도 없는데, 그런데도 왜 이렇게 불안한 건지. "크라비어스…." 언제나 당당하고 올곧은 저 용의 제왕이 너무나도 그리워졌다. 언제나 당연하다는 듯이 자 신의 옆에서 아낌없는 봉사와 희생을 감수하던 그가 그리웠다. 자신을 위해 울고, 자신을 위해 화내고, 무엇이든지 블러드를 위했던 크라비어스가 그리웠다. 자신만을 위해서 살라 면, 다른 것 신경쓰지 말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서 살라고 한다면, 그건 위대한 용의 제왕 에게 너무도 가혹한 일이 되리라. 그래도 그가 언젠가는 다시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기에, 그렇기에 웃으며 보 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가 있었더라면 안심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파르시레인이 나 카나인이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그 셋은 너무나도 다른 존재인걸.' 블러드는 중얼댔다. 갑자기 블러드의 코앞으로 나무로 된 컵이 불쑥 들이밀어졌다. 깜짝 놀라 위를 쳐다보자 여관 주인이 블러드를 바라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코코아가 가득 담긴 컵을 들고 서 있 었다. "여기 따뜻한 코코아 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블러드는 코코아 잔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뿌연 김을 가만히 응시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여관 주인이 자신의 앞에 앉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블러드 를 빤히 바라보았다. "안 피곤하시나요?" 엉겁결에 블러드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사람 좋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뇨, 이젠 익숙해졌기 때문에.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데릭이라고 하죠. 음, 그쪽의 이름 은?" "블러드라고 합니다." 얼떨결에 인사까지 하며 이름을 가르쳐 줘 버렸다. 블러드는 묘하게 사람을 대화로 끌어당 기는 재주가 있는 이 데릭이라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묘한 황갈색 눈동자에 그리 길지 않 은 거친 적갈색 머리를 뒤로 낮게 묶고 있다. 거기에 약간 다갈색을 띄고 있는 피부까지. 여관 주인답지 않게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지만, 무언가 퇴폐적인 향기가 진하게 풍기는 이국적인 티가 물씬 풍겨 나오는 자다. 그가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블러드 씨. 만나서 반가워요. 데릭이라고 불러주세요." "아, 네. 데릭. 저도 그냥 블러드라고 불러 주시면 되요. 굳이 '씨'자 붙일 필요 없고요. 그 런데 갑자기 무슨?" 데릭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 쪽으로 가 더니 나무잔과 흑맥주 병을 들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코르크 마개를 퐁 따고서 나무 잔에 넘치도록 따른 뒤에 거품을 후르륵 들이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블러드의 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서 말이죠." 그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지금이야 이래 보여도 여행 꽤나 많이 했죠. 알 건 다 아는 놈이라고요. 고민이 있으시 죠? 그것도 아주 중요한 고민." 그 말에 블러드는 놀란 눈으로 데릭을 바라보았다. 데릭은 여전히 싱글벙글한 미소를 짓 고 있었다. 뺨에 약간 발그레한 것이 벌써부터 술기운이 돌리는 없고, 선천적인 듯 했다. 블러드는 손에 들린 나무잔 안에서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며 빙글빙글 돌고 있는 코 코아의 걸쭉한 액체를 바라보며 중얼대듯이 말을 시작했다. 데릭의 시선이 왠지 따스하게 느껴졌다. "중요한 걸 찾고 있어요. 그런데, 처음부터 잘못되었나봐요. 친한 사람들로부터는 버림받 고, 너무나도 좋아하던 사람도 나만을 위해서 살 수 없었기 때문에 떠나가 버렸어요. 물론 언젠가는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너무나 그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에요. 지금 당장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고민이 어떤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는 게 고민인가요,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 떠나간 게 고민인가요? 그것도 아니면 친한 사람들로부터 버림받 은 게 당신의 고민인 건가요?" "…셋 다 고민이에요." 데릭이 웃었다. 조금 큰 웃음소리라서 취객들 중에 하나가 풀려서 발간 눈으로 둘을 멍하 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테이블에 얼굴을 박고 코를 골기 시작했다. 데릭의 약간 낮 으면서 단조로운, 그러나 정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나직나직하게 노래부르듯이 말을 이어 나갔다. "셋 다 한 번에 해결하기를 바라다니, 욕심이 과한 분이군요. 인생을 조금 더 많이 산 자로 써의 충고입니다만, 한 개씩 한 개씩 해결해 나가도록 하세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바라 는 건 그리 현명한 행동이 아니죠." 블러드는 팔에 얼굴을 묻었다. 힘없는 목소리가 천천히 새나왔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어요. 셋 다 너무나도 중요해요." "하나를 선택하라는 게 아닙니다. 결국엔 셋 다 해결하게 될 테죠. 제 말은, 단지 순서를 정 하라는 거죠. 어느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고, 어느 것이 가장 나중에 해야 할 일인 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가. 일단 앞으로 나아가 보세요. 그대로 쭉 가다 보면, 길이 보일 겁니다. 그 길은 돌길이나 가시밭길에 좁고 위험하지만, 결코 무섭거나 외 로운 길은 아니에요. 사람의 길이란 것이, 외길이 아니라서 반드시 그 옆에는 인생의 동반 자의 길이 붙어 있을 테니까요. 살아가며 몇 명의 동반자를 만나는가 하는 건 자기 자신에 게 달린 일입니다." 살아가는 길은 돌길이나 가시밭길에 좁고 위험하다. 그러나 결코 무섭거나 외롭지는 않 다. 사람의 길이란 것은 외길이 아니다. 언제나 동반자의 길과 함께, 함께 걸어가는 것이 다. …멋진 말이라고 블러드는 생각했다. 사람의 길이란 것이, 그런 거라면, 살아가는 길이란 것이 그런 거라면, 사람이 아닌 자신 은? 살아갈 필요도 없이,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자신은? 그런 자신의 길은? 마치 블러드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데릭이 계속해서 말했다. "사람이던, 사람이 아닌 그 외의 다른 종족이던, 길은 똑같습니다.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의 선택, 그리고 의지. 운명이란 것도 그 앞에선 무용지물일 뿐이죠. 자기 자신을 믿고 앞으 로 나아가세요. 설사 힘들고 무섭더라도, 위험하더라도, 그냥 쭉 나아가 보세요. 그럼 당신 이 가야 할 길이 보일 겁니다." 아스라이 주위를 밝히고 있는 촛불이 흔들리고, 둘의 그림자도 따라 조용히 흔들린다. 어 두운 주황색의 불빛이 천천히 꺼져간다. 둘 사이에는 오랫동안 침묵이 맴돌았다. 블러드 는 식어버려 미지근한 코코아를 쭈욱 들이마셨다. 달착지근한 맛이 입안에 퍼지고, 달콤 한 향이 입안에서 잡힐 듯 말 듯 맴돌았다. 블러드의 투명한 붉은 빛의 눈동자가 슬픔을 띄 고 아련하게 일렁였다. 그야말로 부드러운 린넨 천 같은 가늘고 긴 머리카락이 조심스럽 게 찰랑댔다. 그렇게 자르겠다고, 잘라 버리겠다고 악을 썼지만 이젠 익숙해져 버린 이 긴 머리카락. '없으면 허전함을 느낄 지도 모르지.' 조그맣게 속으로 속삭였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데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 와 거의 동시에 열어 놓은 창문으로 뿌옇게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쪽 하늘부터 옅 은 주황색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해가 고개를 내민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블러드와 데 릭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데릭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취객들이 아직도 난장판이 된 테이블을 차지하고 코를 골고 있었다. 그의 단정한 얼굴이 피곤으로 약간 흐려졌다. 뒤로 허술하게 묶은 거친 갈색 머리카락을 습관적으로 쓰다듬으며 그는 취객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데릭." "예?" 블러드는 수줍게 인사했다. "고마워요." 그 인사에 데릭은 웃어버렸다. 명랑한 웃음소리가 아침 햇살 속으로 퍼져 나갔다. 빛의 무 리 속에서 맴돌았다. 조용하게 반짝이는 햇살 아래 블러드는 다다다 계단을 올라 3층의 방 으로 돌아갔다. -- 현재시각 3시 1분입니다. (멍) 졸려워요. 내일 학교는 어떡할지 심히 걱정되요.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운다) 1 편 올리고서 사력을 다 해 키보드를 두드려서 (실은 그 중간에 꽤나 놀았다;) 이렇게 2편 작성해 올립니다. 어쨌건 연참이 된 건가요? (웃음) 다음 편은 오늘 저녁때쯤이 될 것 같네요. 모두들, 배수의 진 작전에 동참해 주세요. (그야말로 간절하게 애원) 루리는 어떻게든 연 참을 하고, 어떻게든 써야 한다구요. (털푸덕, 쓰러진다) 에, 그리고. 게시판에 글은 쓰지 말아주세요. 댓글만 남겨주세요. (리플도;) 판퍄 관련 운 영자분 아니시라면 올리신 게시물(잡담이나 기타 등등)은 삭제할겁니다. (죄송해요) 무엇보다. 밑에 편들, 추천수가 많아서 놀랍다는. (털썩) Recomend가 추천이랍니다; (눌러달라고 은근히 강요하는;) 블러드 엔젤 <22장-시작>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팔 번째 이야기... 삐끄덕 낡은 문이 천천히 열리고, 블러드는 침대 속을 파고들었다. 밤을 새우다시피 했으니 분명 히 졸음이 밀려들어야 정상이었지만, 왠지 정신이 점점 더 말짱해지는 듯한 느낌이라서 블 러드는 약간 신기했다. 파르시레인은 그렇다 쳐도 카나인이야 요정의 특성상 원래 일찍 일 어나는 성격이니 지금쯤이면 일어나 있을 거였다. 해가 뜨기도 전부터 일어나 부산스럽게 짐을 챙긴다 어쩐다 하면서 난리 법석을 떨어대던 그였다. '그래도 오늘은 오래간만에 침대에서 자는 거니까, 둘 다 푹 잘지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서 궁시렁대다 보니 약간 졸음이 왔다. 하지만 지금 자면 이따가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불을 확 들치고는 일어났다. 커튼을 확 제치고 창문에 덧댄 나 무문을 열자 눈부신 빛이 방안으로 쏟아 들어왔다. 해가 떴기 때문에 사방은 훤했고, 노숙을 할 때에는 언제나 급히 일어나서 허둥지둥 짐을 챙기고 주위를 정리하고서는 뭐가 그리 급한지 다음 마을을 향해 부산스럽게 떠나곤 했 다. 그러나 오늘만은! 느긋하게 침대에서 늦게까지 아침의 여유를 즐기리라, …고 생각하 며 블러드는 혼자서 침대에 앉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았다. 밖은 바로 시장 거리였기 때문에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 일어 나 밖으로 나와서는 바닥을 쓴다, 물건을 밖으로 내놓는다, 하며 소란스러웠다. 가로수로 심어 놓은 이름 모를 나무에는 겨울이기 때문에 잎이 하나도 없었지만 여름이나 겨울이나 여전히 시끄러운 새들이 모여들어 재잘재잘 떠들어대고 있었다. 블러드에게는 새의 말을 알아듣는 재주가 없었기에 뭐라고 하는지는 몰라도, 무언가 수다를 떨고 있는 것만은 분명 했다. 블러드는 베개를 끌어안고 턱을 괴고는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블러드는 보지 않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그가 파르시레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나인은 언제나 문을 열고 들 어오기 전에 노크를 두 번 하는 버릇이 있었고, 반드시 블러드에게 들어와도 좋아, 라는 말 을 듣고서야 들어왔다. 가끔씩은 심통이 나서 대답을 하지 않더라 해도 한 10초 정도의 간 격을 두고 정말로 끊임없이, 쉬지 않고 문을 두드려대기 때문에 나중에는 기어코 대답을 듣고 말았다. "자, 자, 일어나셔야죠, 빨리 식사하시고 출발해야 합니다. 어, 일어나셨군요? 그럼 빨리 옷 챙겨 입고 나오세요." 그 말을 하고 미처 블러드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파르시레인은 곧 문을 큰 소리나게 쾅 닫고서는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뭐가 그리도 급한 건지 계속해서 카나인에게 뭐라고 소리 쳐댔다. 예를 들자면, '카나인, 준비 다 되었어?' 혹은 '빨리 출발해야 하니까 짐 서둘러 싸' 아니면 '노숙을 하게 될 일이 많으니까 식기도구랑 소금이랑 후추는 꼬박꼬박 챙 겨', '모포는 두껍고 따스한 걸로 가져가야 해' 등등…… 다행히 카나인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그에 모두 따르는지 투덜거림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이젠 완전히 능숙한 여행자 티가 나는 파르시레인의 모습, 그리고 그에 꼬박꼬박 따라 모 든 짐을 완벽하게 챙겨 놓는 카나인, 둘 다 어느 정도 이 힘들고 언제 끝이 날 지 모르는 여 행에 익숙해진 듯 했다.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건 블러드 자신뿐인 듯 해서 왠지 한숨이 나 왔다. "에휴휴~" 오늘만은 '늦은 아침의 여유' 라는 것을 조금 즐겨 보나 했더니,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여 전히 부산스럽고 부지런했다.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 같아서는 조금 더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파르시레인에게 무슨 말 을 들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휘적휘적 벗어났다. 문을 열고 나오자 차가운 기운이 확 엄습해온다. 따뜻한 방안에 있던 것과는 또 달랐기 때 문에 블러드는 으슬으슬 떨려오는 몸을 잡고서 밖으로 나갔다. "차가워……." 아무리 해도 방마다 일일이 펌프를 설치해 둘 수는 없었나보다. 펌프가 설치된 3층의 복 도 맨 끝으로 가자 아침이라 세수를 하러 나온 투숙객들이 꽤나 되었다. 맨 뒤에 줄을 서 서 기다리며 블러드는 혀를 찼다. 도대체 이런 건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조금 돈 이 많이 들더라도 방마다 설치해 주면 안 되나? 아주 고급처럼 수도꼭지까지는 안 바래 도, 펌프 정도는 좀 설치해 주었으면…… 내심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손을 문질러댔다. 기 다리다 보니 어느새 펌프 앞까지 와 있었다. 펌프는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분명한 듯 이 펌프 손잡이를 누를 때마다 차가운 물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열 다섯 번쯤 누르니 대 야가 어느 정도 찼다. "윽! 정말 싫다, 이 겨울에 차가운 물이라니." 내심 투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든다. 여관에 목 욕탕이 없었기 때문에 목욕은 못 했지만, 머리는 여기서 감을 수 있는 듯 했다. 그러나 뒤 에서 줄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이런 차가운 물에 머리를 감기도 싫어서 블러드는 대 충 세수하고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났다.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이 본다면 지저분하다는 둥 시끄럽게 떠들어대지만, 이런 겨울에 저런 차가운 물에서 머리를 감으라고? 그것만은 절대 사절이다. 세수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작은 가방 속에 넣어둔 나무빗으로 엉 긴 머리를 대충 빗어 내리고 까만 고무줄 끈으로 낮게 동여맸다. 평소 같다면 파르시레인 이나 카나인이 꼼꼼하게 따 주었겠지만, 지금은 둘에게 따 달라고 할 형편도 못 되었기에 그냥 묶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따 점심 먹을 때 땋아 달라고 해야지.' 하지만 역시나 그냥 묶는 건 머리카락이 자꾸 엉기고 목에 달라붙어서 불편하다. 침대 왼쪽 옷걸이에 걸어둔 두툼한 스웨터를 입고서 가죽 양말을 챙겨 신었다. 신발 끝에 어제 잡화상에서 산 털뭉치를 넣어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발끝이 훨씬 따뜻한 건 사실이었기에 별 불만은 없었다. 거의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긴 가죽 신 발을 신고 테이블 위에 놓아둔 끈으로 꼼꼼하게 신발 앞부분을 여몄다. 중간에 몇 번이나 잘못 매서 다시 처음부터 매는 일이 다행히 오늘 아침에는 없었다. 별로 든 것도 없는 가벼 운 가방을 튼튼하게 매고 여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훨씬 더 추운 북쪽 산악 지대에 산다 는 무슨 희한한 이름의 산짐승의 털로 짠 목도리와 장갑을 집어들고서야 블러드는 1층으 로 내려갔다. 내려가니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뭘 드실래요?" 예의 상 카나인이 물어왔지만 묻고 자시고도 없다. 이런 작은 여관에서 아침에 먹을 수 있 는 식단이 다양해봤자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희멀건한 고깃국과 딱딱한 빵, 그리고 간단 한 샐러드가 다였다. 그래도 물어봤으니 대답해주는 것도 예의. 블러드는 일부러 카운터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 젯밤에는 분명히 데릭이 카운터를 지키고 서 있었는데 오늘 아침은 짧은 파랑머리에 얼굴 엔 주근깨가 몇 개 있는 소년이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봐도 데릭 은 왠지 밤하고 어울리는 것 같았다. 처음 본 사람인데 어울리고 어떻고까지 생각하다니. 블러드는 피식 웃어버렸다. "그냥 고깃국하고 빵하고 샐러드. 간단하게 먹고 빨리 가야하잖아?" "그럼 저희도 그걸로." 재차 말하지만, 그래봤자 식단은 고깃국과 빵, 샐러드밖에 없다. 카나인이 카운터에 대고 빵과 샐러드, 고깃국 삼 인분을 소리쳐 외친 지 얼마 안 있어 소년이 재빨리 식사를 커다 란 쟁반에 내 왔다. 그 모습이 새삼 아슬아슬하게 보여 블러드는 미숙해 보이는 소년이 금 방이라도 쟁반에 담긴 식사를 바닥으로 모조리 떨어트려 버릴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 출 수 없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셋은 곧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깃국과 빵, 그리고 샐러드를 앞 에 둘 수 있었다. 숟가락을 들고서 고깃국을 휘저어 보지만, 당연히 고기조각은 보이지도 않는다. 블러드는 괜히 투덜댔다. "고기도 없는데 무슨 고깃국이야." 그럴 때면 언제나 파르시레인이 엄숙하게 블러드를 타이른다. "서민들은 이런 것도 없어서 못 먹습니다." 그러면 으레 카나인이 샐러드를 바라보며 중얼댄다. "샐러드가 신선하지 않군요." 파르시레인이 톡 쏘아준다. "그냥 먹어! 어디서 그런 걸 따지고 있어." 결국 블러드와 카나인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뭐, 언제나 그렇 게 투덜대긴 하지만 그릇을 깨끗하게 싹싹 비우는 것이 둘 다 배가 고프긴 고픈 거다. 고기 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 고깃국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딱딱한 빵을 가루 하나 떨어트 리지 않고 모조리 고깃국에 적셔서 먹는다. 샐러드도 결국은 깨끗하게 다 먹어치우게 되 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노숙을 하게 되면 그나마 이것도 없어서 마을에 도착할 때까 지 쫄쫄 굶거나, 정말 맛없는 딱딱한 빵과 말린 고깃덩어리를 씹으며 허기를 달래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에휴~ 라일란드의 저택에 머물 때가 좋았어. 그 때는 적어도 먹을 건 많았는데……."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고 투덜대자 파르시레인이 블러드를 좌악 노려본다. 블러드는 한숨 을 쉬며 목을 움츠렸다. 거의 모든 여관은 후불제가 아닌 선불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날 미리 모든 요금을 낸 뒤라 식사 후에는 급하게 여관을 나선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이 식 탁 앞에 앉아 잠시 쉬고 있으면 카나인이 말을 끌고 여관 문 앞까지 와서는 둘을 소리쳐 부 른다. 그건 대부분 20분에서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왜냐하면 카나인은 주제에 요정이랍시 고 말들과 대화를 나눈다나? 항상 말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어젯밤은 어땠니? 따위를 운 운하기 때문이다. 그건 말들의 언어를 알지 못하는 블러드나 파르시레인으로써는 분명히 웃긴 일이다. 그것도 한두 마리라면 모를까, 마구간에 있는 거의 모든 말들과 그런 아주 일 상적인 대화를 주절댄다. 블러드도 파르시레인도 그런 웃기는 일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 일이라 괜찮은데, 제발 아 침 일찍부터 마구간에 간 한 손님이 그 꼴을 보고 카나인을 비웃는 일이 없기만을 기원할 뿐이었다. -- 문득, 방에 있는 작은 욕실로 들어가서 세수를 했다- 고 쓰려다가. 수도꼭지가 여관마다 일일히 설치되어 있었던가? ..는 질문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냥 여관 주인이 새벽부터 들어와서 물을 채워놨다고 하자. 라고 마음먹었는 데, 생각해 보니 블러드는 밤을 새웠는데... (;) 결국엔, 각 층마다 펌프를 설치해 버렸습니다. (운다) 왠지 내용이 일상적인 내용으로 들 어가는 것 같아요. 겨울인데, 일행의 옷차림에도 변화가 있어야겠죠. (중얼) 그리고 신발 속에 넣는 털뭉치는... 겨울등산 갈 때 자주 하거든요. (털썩) 승마 할 때도 넣어요 (;) 그래서 승마 부츠는 한 사이즈 큰 걸로 신죠; 언제나. (웃음) 식사는, 음, 중세 시대 식습관에 대한 책을 사서 좀 읽어봐야겠습니다. 아는 게 거의 없어 요. (운다) 자료가 있다 해도 대부분 귀족들에 관한 거지 일반 평민들은... 하아~ 이따 피아노 치고 와서 글 더 쓸게요; 참, 어제는 왜 글을 못올렸냐면, 집에 와서 좀만 자자면서 자리에 누웠는데, 오늘 아침 7 시 반에 일어났어요. (운다) 헉! 추천수가 과다하게 늘어나서 경악하고 있는 루리입니다. 루리는 제 게시물에 남겨진 댓글이랑 추천수를 생각하며 히죽히죽 웃고 있습니다;; 블러드 엔젤 <22장-시작>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삼십 구 번째 이야기... "오늘 아침 떠나시는 겁니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둘은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보았다. 데릭이 만면에 미소를 머금 고 서 있었다. 겨울인데도 팔을 팔꿈치까지 걷어 부치고 왼손에 든 큰 쟁반에 다 먹은 그릇 을 챙기고 있었다. 블러드가 대꾸했다. "네. 갈 길이 머니까요." 웅얼거리는 듯한 말에 데릭이 웃었다. 무심코, 블러드는 그가 웃는 모습이 정말 잘 어울린 다고 생각했다. 길지 않은 적갈색의 거친 머리카락이지만, 깔끔하고 단정하게 뒤로 묶은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문득, 이렇게 스쳐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십명, 몇 백 명씩 보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슬퍼졌다. "타브릿트시여! 로스틱이시여! 말 몰고 왔습니다, 빨리 나와요!" 바깥에서 카나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들어도 마치 노랫가락을 읊조리는 듯한 말투였고, 흥얼대는 듯한, 청아한 목소리였지만 오늘따라 그 목소리가 더욱 경쾌하게 느껴 졌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안녕히 가십시오, 저희 여관을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데릭이 장난스레 웃으며 인사했다. 블러드도 미소를 띄고서 고개를 끄덕여서 인사했다. 어 느새 밖에 나간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부산스럽게 자기를 부르는 게 느껴져 문을 열고 나 가며 데릭에게 말했다. "음, 데릭. 만약에 모든 일이 끝나면, 이곳에 다시 오겠어요! 반드시오!" 그 말에 데릭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기대하겠습니다." 블러드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밖으 로 나가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말의 고삐를 붙잡고 블러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드러 운 동작으로 고삐를 넘겨주며 파르시레인이 말에 훌쩍 올라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부 드러운 갈색 털을 가진 말이 고개를 휘저으며 투레질했다. 카나인도 말 등에 올라탔다. 그 는 특별히 따로 안장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에 그가 탄 말은 간단한 고삐만을 착용하고 있 었다. 쓸데없는 것 더 해봤자 불편하기만 하다나? 어쨌든 블러드는 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단단하게 매고서는 말 위에 올라탔다. 이 말 위에 올라타는 간단한 동작 하나도, 처음에는 혼자 못 올라가서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이 도와주어야 했었다. 고삐를 살짝 잡아당기며 박차를 가하자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시장에는 사람이 많 아서 조심해야 했다.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십시오!" 라고 파르시레인이 말했지만, 그럴 것도 없이 말이 알아서 사람들을 피해가고 있었다. 갈기를 짧게 깎고 꼬리털이 무척이나 긴 블러드가 탄 이 말은 파르시레인이 탄 말과 비슷한 크기였지만, 카나인이 탄 말보다는 약간 작았다. 그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새카만 색이었다. (자신 있게 말하지만, 블러드는 이 말을 고른 이유 중 에 색이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부정하지 못했다) 가끔씩 말에 툭툭 부딪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도, 일행도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에 별 로 신경 쓰지 않았다. 정말 불안한 건 말이 사람의 발을 밟거나 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 는 것이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걸 모두 깨달은 뒤였다. "하아~" 사람이 많아 복잡한 마을을 벗어나자 카나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요정인 그는 아직도 저렇 게 사람들이 북적대는 것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런 그를 고려해서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지도를 보며 최대한 숲이 있는 쪽으로, 최대한 사람이 적은 길을 선택해서 가곤 했다. "여기가 최단거리야." "에엑!" "말도 안 됩니다!" 최단거리라면서 파르시레인이 짚은 거리는 전혀 '최단'거리 같지가 않았다. 최장이라면 모 를까…… 중얼대며 블러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말도 안 돼." 그리고 카나인이 파르시레인의 말 옆으로 바짝 붙어 말을 몰며 그가 가리키는 기나긴 행로 의 중간쯤에 위치해 일행의 여정을 돌아가게 만드는 길고 높은 산맥을 손가락을 짚어 보이 며 말했다. "여길 넘어갑시다." "미쳤군, 카나인! 케네숀 산맥을 넘자고? 됐네, 됐어. 케네숀은 절대 못 넘어! 여기 날씨랑 같다고 생각하지 마! 그곳은 만년설이라고 만년설! 알아들어? 만 년 설! 바람은 살을 엘 듯 불어오지 곳곳에는 긴 크레바스가 뻥뻥 뚫려서는 입을 쩍 벌리고 가여운 희생자를 기다 리겠지. 기온도 영하 몇 십 도까지 죽죽 떨어지는 곳이라고!" 파르시레인이 정색을 하며 소리질렀다. 블러드도 그건 사양이었다. 차라리 조금 더 오래 걸리더라도 안전한 길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을 듯 했다. 지금 찾는 것이 난쟁이들의 마을이 라면……. "용한테 물어보면 빠를 텐데." 블러드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 말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동시에 소리쳤다. "드래곤!" 그리하여 일행은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드래곤을 찾기 시작했다. 용이란 것이, 사람 의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사람이 만든 지도라면 반드시 표시되어 있는 것이, 중간계에 거주하는 용의 거처였다. "물의 숲은 어떨까?" "너무 멀어. 게다가 너무 위험해요. 물의 숲에 살고 있는 그린 드래곤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이 카나인이 몸서리쳤다. 그 끈적끈적하고 지저분한 늪지대에 살고 있는 초록색 도마뱀은 틀림없이 일행을 보기만 하면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독 하고 끔찍한 브레스를 뿜어내 일행을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녹여 버릴 지도 몰랐다. 물 론, 순순히 당할 일행도 아니었건만……. 일행에게 필요한 건, 난쟁이들의 왕이 살고 있는 곳의 정확한 위치를 친절하게 가르쳐 주 고, 그곳까지 태워다 주면 더 좋은, 하여튼 그런 친절하고 착한 용이었다. 그러나 '친절한 드래곤' 찾기가 조금 쉬운가? 카나인이 산을 하나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기 살고 계시는 다난테 님은 어떨까요?" "드래곤 이름까지 다 외우는군, 네 녀석은." 파르시레인이 질린다는 듯이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카나인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그러나 파르시레인은 그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황룡 다난테에 대해 생 각해 보았다. 원체 황룡이란 것이, 느긋하고 여유작작한 데다가 대화를 좋아하는 감이 없 지않아 있기 때문에 꽤나 그럴싸하게 들렸다. "아, 그 분은 얼마 전에 휴면기에 들어갔던가요?" "왜 말했냐……."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파르시레인이 조금 빠르게 말을 몰았 다. '반'이란 이름을 가진 갈색 털의 말이 작게 울며 다가닥 다가닥 자갈을 튀긴다. 인간의 특성 중에 편한 것이, 이 '길'이라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다. 다른 종족은 길 따위는 뚫어놓 지 않는다. 예외라면 땅 속에 이리저리 꼬불꼬불하게 굴을 파 놓는 난쟁이 정도랄까? 보통 은 이렇게 산을 깎고 숲을 밀고 강을 메워 길을 만들거나 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말 이다. 요정이라면 그냥 익숙한 데로, 기억하는 데로 숲을 헤치고 다니면 된다. 그들이 다니는 자 리엔 발자국 하나 남지 않으므로 당연히 길 따위 생길 일도, 특성상 만들 일도 없다. 용이 라면 더더욱 필요 없다. 마법을 쓰던지, 날던지 둘 중에 하나다. 굳이 그 육중한 몸을 이끌 고 걸어갈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 외의 많은 유사 인종들도 마찬가지이다. 길을 만드는 건 오직 인간과 난쟁이 뿐이다. 다음의 다음 마을까지는 길만 주욱 따라가면 된다. 그러므로 굳이 지금 앞으로 가게 될 머 나멀고 아득한 길 따위를 가지고 옥신각신할 필요 없지만, 미리 해 두어야지만 마을에 도 착해서 편하게 쉴 수 있다는 파르시레인의 말에 블러드와 카나인도 무리 없이 찬성했던 것 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블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여긴 어때?" 블러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커다란 원이 파랗게 칠해져 있고 가운데에 '션 호'라고 큼지막하게 써놓고서 그 밑에 '블루 드래곤(청룡) 히에니온 서식중'이라는 글씨가 빨간 색 으로 쓰여져 있었다. "히에니온 님이라면… 아, 재작년쯤에는 30년간의 휴면기에서 깨어나 계시겠군요. 용왕계 로 돌아갔다거나 유희를 즐기러 나갔다는 소식은 못 들었으니 아직 거처에 계실 겁니다. 흐음, 그러고 보니 그 분이 가장 유력하군요."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그런 카나인을 대단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요정들은 정보에도 강한 건가? …따위의 거의 불필요한 의문점을 품어보며 파르시레인은 히에니온의 거처인 션 호로 가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말을 타고 가는 거라면 이렇게 물의 숲을 돌아서 그 뒤쪽으로 빠지는 게 가장 빠를 겁니 다. 물의 숲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빠져야 해요." 파르시레인의 말에 블러드와 카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제 뒤를 따라오십시오." 솔직히, 길 찾고 이동하는 건 파르시레인이 가장 능숙하다. 카나인도 의외로 지도에는 약 해서 항상 헤매니까. 블러드는 가끔씩 근사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 외에는 거의 도움이 되 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있는 것만으로도 둘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 물론, 블러드가 들었다면 극구 부정할 사실이긴 했지만. 파르시레인은 고삐를 휙 잡아채며 박차를 가했다. 반이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기 시 작했다. 서서히 속력을 높여가고 그 뒤를 블러드가, 그리고 맨 뒤를 카나인이 따랐다. 다가 닥 다가닥 소리도 경쾌하게 돌길을 박차며 말들이 달린다. 그 뒤로 햇빛 속에서 뽀얗게 먼지가 일었다. -- 졸려워요. (운다) 왜 그 전까진 파르시레인하고 카나인하고 무슨 드래곤을 찾아갈거냐고 옥신각신하면서도 블러드의 한 마디에 다들 그게 제일 낫다고 여기는지.... 에 관한 질문은 받지 않습니당♡ (웃음) 반지동맹 분들과 난생 처음으로! 채팅을 해봤습니다. 예상대로 모두 원츄-이신 분들. (털 썩) 다들 존경해요. (반짝모드) 윗치님을 (상당히 사악한 이러저러 방법으로) 재촉하여 빨 리 화이트데이 다음편을 쓰게 만든다. 아하하- 펜릴님 문어항아리. (푸훗-) 하품이 찍찍 나옵니다. 아아, 졸려워요. (운다) 하루에 두 편이 한계인 건가. (중얼중얼) 그 것도 벌써 12시가 넘어 버렸다구요. (칭얼칭얼) 블러드 엔젤 <22장-시작>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번째 이야기... 눈물이 한 방울 똑 떨어진다. 눈부시게 화려한 흰색과 어두운 검은색이 한데 어울려 빙글 빙글 돌아간다. 눈앞이 어지러웠다. 새카만 빛이, 새하얀 빛이, 새빨간 빛이, 한 가지의 색 을 향해 치닫는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모든 것이기도 한 존재. 결코 닿을 수 없지 만, 닿기 위해 노력한다. 맨 처음부터 있었고, 맨 마지막까지 있을 그는 가장 슬픈 존재. 언제나 슬픔 속에서 지나 가 버린 그 옛날의 추억들을 그리워하며, 혼자가 됨으로써 오는 외로움을 저주하며 살아가 게 될 존재.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지고 있는……. …이건 과연 누구? 언제부터일까, 내가 이곳에 있었던 것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서만 둥실둥실 허공을 떠다니는 것만 같다. 육신도, 마음도 갖지 못한 채, 단지 의식만이 존재할 뿐.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니 아무 것도 없는 곳에 오직 자신 혼자 외로이 우 뚝 서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곳, 넓지도 좁지도 않은 곳. 여기는 어디일까? 혼자는 외롭다. 외로운 건 싫다. 그러니까 혼자 있는 건 싫다. 이 곳에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것들을 만들 거다. 만약 이 곳 이 아무 것도 아니라면, 내가 이 곳을 만들 거다. 내가 모든 것을 만들 거다. 아무도 없는 곳에,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그리고 아무 것도 아닌 곳에, 내가 숨을 불어넣어 주겠다. 생명 을 불어넣어 주겠다. 외롭지 않기 위해서. …이건 누구의 꿈? 화려한 황금색이 사방에 휘날리고 새카만 검은색이 천지를 덮는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황 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9일 밤 9일 낮 동안의 거대한 폭발이 일었고, 8일 밤 8일 낮 동 안의 거대한 지진이 있었다. 7일 밤 7일 낮의 거대한 홍수가 있었고, 6일 낮 6일 밤의 거대 한 화재가 있었다. 이렇게 네 차례의 무시무시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5일 낮 5일 밤 후 에 세상이 탄생했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구나 다 의도하고 있었던 세상의 탄생. '이 곳'의 탄생. 그리 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만든 넷의 창조주. 모든 것을 만들고 모든 것에 숨을 불어넣어 준, 생명을 불어넣어 준 위대하고 전능하신, 그리고 지고하신 절대적 존재. 그들이 만든 것은 세상, 그리고 모든 것. …이건 누구의 기억? 맑고 투명한 유리알 같은 눈동자가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아무 것도 모르지만, 모든 것 을 알고 있는 깊은 눈동자. 누군가가 그를 향해 다가오고 그의 앞에 주저앉는다. 맑은 목소 리가 그를 향해 물었다. "넌 누구야?" 까만 눈동자가, 까만 머리카락이, 빨간 입술이, 하얀 피부가,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최 상의 미를 창출해낸다. 그가 반가운 목소리로 손을 흔들었다. 가지런한 손톱이 단정하게 보였다. 타오르는 붉은 머리카락이, 일렁이는 붉은 눈동자가, 발갛게 물든 입술이, 투명한 피부가, 약간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난 하르모니아, 조화." 생겨날 때부터 하르모니아였고, 생겨날 때부터 조화였으며,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것일 수밖에 없는 하나의 숙명. 가느다란 실같은 까만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흩날리고, 가 는 입술이 둥글게 호선을 그리며 상큼하게 미소지었다. 눈동자가 빙긋 눈웃음짓고 그가 손 을 내밀었다. "난 카오스, 혼돈. 난 지금까지 계속 혼자였어. 이제 네가 있으니까 내가 아니라 우리야. 우 린 둘이야. 틀림없이 외롭지 않고 무척 재미있을 거야." 하르모니아는 잠시 그 손과 카오스의 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왼손을 뻗어 카오 스가 내민 손을 꽉 잡았다. 그 순간,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바뀐다. 블러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제는 미 처 마을까지 도착하지 못했기에 겨울인데도 잎이 파랗게 돋은 나무덤불 옆에서 노숙을 했 었다. 아직 미처 녹지 않아 주위에 약간 쌓여있는 눈, 모닥불을 피우던 흔적, 옆에 모포를 뒤집어쓴 채 나직하게 숨을 내쉬며 자고 있는 파르시레인과 카나인.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 렸다. 요즘 들어 더 심했다. 이 악몽 아닌 악몽!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미 예전부터 깨닫고 있었다. 그 꿈은 추상적일 때도 있었고, 구체적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꾸면 꿀수록 점점 더 또렷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과거에 있었던 어느 누군가의 기억 이라는 것. 블러드 그 자신이,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될 것만 같았다. 그것이 두려워 서 양팔로 몸을 꽉 끌어안았다. "조화시여?" 카나인이 조그만 목소리로 블러드를 불렀다. 블러드는 움칠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카나인 이 그 아름다운 밤하늘 색의 일렁이는 눈동자를 들어 블러드를 응시하며 자리에서 스륵 일 어났다. 백금발이 어깨 조금 안 되는 높이에서 찰랑댔다. "악몽을 꾸신 겁니까?" 몸을 일으켜 블러드 쪽으로 다가가며 카나인이 물었다. 블러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감자 의도하지 않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직 캄캄한 밤이라 하늘에서 별 이 빛나고 있었다. 카나인이 아무 말 없이 그 맑은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다정한 위 로의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편이 위로가 되는 듯 하여 블러드는 적잖이 안 심했다. 눈물을 슥 닦아내며 블러드는 입을 열었다. "꿈을 꿨어. 아주 옛날의 꿈인데,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는데도 슬퍼서… 그냥 슬퍼 서…… 눈물이 나와." 카나인은 블러드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 양팔을 뻗어 블러드의 머리를 안아주었다. 부드 러운 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밤하늘 빛 눈동자로 말없이 블러드를 위로해 주 었다. 그 행동이 너무 부드러워서, 너무 다정해서, 블러드는 그만 왈칵 울어버렸다. 카나인 의 옅은 풀빛과 밝은 황금색 실로 곱게 수놓아진 긴 옷자락을 붙들고 그 품에서 울어버렸 다. 낮고 헐겁게 묶은 아름다운 붉은 머리카락이 치렁대며 공중에서 흔들렸다. 카나인은 블러드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미래는 두렵지 않았다.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미래 따윈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건 과거였 다. 이미 지나가 버린 옛날의 시간들, 얽매일 수밖에 없는 그 세월들, 결코 바꿀 수 없는 오 래 전의 흐름들. 정말로 두려운 건 그런 것들이었다. 흐느끼는 블러드에게 카나인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작고 나직한 요정의 아름다운 노 래를 불러 주었다. 나직나직하게 밤하늘로 울려 퍼지는 그 노랫가락은 너무 부드럽고 아름 다워서, 너무 아득하고 잔잔해서, 블러드는 그 낮고 부드러운 허밍으로 울려 퍼지는 노랫 가락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 옛날에,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네 명의 창조주가 있었다고 해요. 그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봉인하고, 깊은 곳에 숨어서 잠들어 버렸대요. 가슴아픈 눈물과 슬픔 속에 울면서,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몸에 사슬을 걸고, 자신의 몸에 봉인의 술을 사용해, 깊디깊은 심연 속에 잠들었대요. 기나긴 시간이 흐른 뒤에, 그들이 그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세상은 다시 돌아간다고 해요. 영생불변의 아름다운 모습의 창조주는, 멈춰있는 이 세상을 구제하고, 쓰러져 가는 이 세상을 구제하고, 세월 속으로 묻혀져 간 모든 아름다운 것들도, 구해 낼 거래요. 서로서로 아주 많이 사랑하면서, 그들이 만든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될 거래요. 옛날에,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네 명의 창조주가 있었다고 해요. 그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자신의 몸을 스스로 봉인하고, 깊은 곳에 숨어서 잠들어 버렸대요. 가슴아픈 눈물과 슬픔 속에 울면서,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몸에 사슬을 걸고, 자신의 몸에 봉인의 술을 사용해, 깊디깊은 심연 속에 잠들었대요. 옛날에, 옛날에, 아주 먼 옛날에…… -- 이게 왠 유치뽕짝 시리어스 신파라냐-ㅁ- (먼하늘) 어쨌거나! 노랫가락인지 시인지 모를 저 정체불명의 유치뽕짝 찬란 시리어스 신파가 한 페 이지 이상을 차지해 주어서 얼마나 기쁘던지. 아하핫 (최대한 경쾌하고 명랑하게) 벌써 150회군요. 음, 이 기나긴 연재 기간동안, 여태까지 블러드 엔젤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고마워요. (울먹울먹) 아직 완결까진 험한 여정이 남았지만; (정말 어떤 분의 말씀대로 제목이 의미가 없어;) 카나인은 누구 말씀대로 음치가 아니었던 겁니다. ;ㅁ; 에에, 근데, 슬슬 크라비어스 나올 때가 되었...죠? (멈칫) 이번 챕터는 말 그대로 '시작'이 니까, 빨리빨리 다들 시작해야 하는 겁니다. 헌데 하도 많아서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일단 은 처리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ㅁ; 크라비어스는 그 다음. 카오스는 그 다음. ;ㅁ; 블러드 엔젤 <22장-시작> (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일 번째 이야기... £ "마, 말도 안 돼!" 이곳은 용왕계의 남쪽, 뜨거운 사막의 붉디붉은 열기가 지배하는 땅. 사방은 온통 붉은 모 래, 붉은 구름, 붉은 하늘, 붉은 바위, 붉은 색뿐이었지만 위대한 마룡족의 왕이 머무는 이 곳만은 그렇지 않았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 주렁주렁 그 실한 과실을 매달고 햇 빛 아래 빛나는 초록색 잎을 자랑하는 열대 식물들, 자연적인 것이 아님에 분명한 그 정원 만은 화려하고 선명한 원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용왕이 머무는 궁전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방, 곳곳에 놓여진 거대한 기둥들을 화려 하게 조각된 거대한 용이 구불구불 타고 올라가고 있다. 가장 처음에 있었던 그들의 선조 부터, 가장 마지막에 있을 그들의 후손까지. 신성한 의식의 장소로 쓰이는 그 방, 아직은 어린 푸른 용, 라야는 너무도 놀라 그만 한쪽 손에 들고 있던 양피지 두루말이를 툭 떨어트 리고 말았다. 그는 여느 때와 똑같이 아직도 수면에 들어가 있는 크라비어스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의 식에 쓰이는 방의 커다란 문 앞에 종종걸음으로 도착했다. 그리고 그 후에 소매에서 열쇠 를 꺼내 문을 열려고 했다. 실제로 왕이 수면에 들어간 이상 방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왕을 시중드는 역할을 맡은 라야 뿐이기에 열쇠는 그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고, 방문을 열 수 있 는 열쇠는 라야가 가지고 있는 것, 단 하나뿐이었다. "여, 여, 여, 열쇠가…." 만약 그 열쇠를 잃어버린다면, 결코 누구도 그 방에서 나올 수 없고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그 궁전은 아주 오랜 옛날 지금은 알 수도 없는 고도로 발달된 문명의 기 술에 의해 지어진 것이었고, 강력한 마법 수호에 의해 보호되고 있었기에, 설사 용신이라 할지라도 부수거나 할 수 없었다. 라야는 바들바들 떨며 소매를 다시 뒤졌다. 없을 리가 없었다. 분명히 일주일에 한 번 하 는 용왕 전하의 상태 체크를 위해 어젯밤에 넣어두었던 상자 안에서 꺼내 소매 속에 고이 모셔두지 않았던가. 그리고서 곧장 아침에 옷을 입었고 지금까지 계속 입고 있으니까, 만 약 누군가가 가져갔다면 지난 밤사이에 가져갔다는 것이 되는데……. 아무리 라야가 어리 다고는 해도 밤중에 누군가가 몰래 방에 들어오는 것을 모를 정도로 둔하지는 않았다. 어 찌되었든 간에 그는 용이니까. 설마 용왕계에서 소매치기 같은 것을 당할 리가 없었기에 그 사실은 아예 처음부터 배제해 두는 라야였다. 그의 파란 머리카락이 마치 파도가 일렁이듯이 흔들렸다. 평소에는 날카롭고 매서운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라야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소매를 뒤졌 다. 그는 이성을 잃고서는 크라비어스가 잠든 방의 거대한 문 앞으로 다다다 달려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 "맙소사, 전하! 이 미천한 소신의 실수로 이곳에서 다시는 나오시지 못하는 몸이 되시다 니… 모든 것이 제 불찰입니다! 으흐흑! …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리려던 라야는 미간을 살며시 찌푸린 채 방금 자신의 주 먹질을 고스란히 견뎌 내야 했던 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혹시나 잘못 본 것인가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설마 이 문이 이렇게 약했을 리도 없고, 자신이 이렇게 강 했을 리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주먹질을 견디다못해 흔들리고 있는 문을 멍하니 응시했 다. 그리고 한 5초 정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왜 문이 열려있는 건지……. 문이 열려있지 않다면 라야가 한 오 천만 번쯤 주먹질을 한다 해도 문이 흔들린다거나 하 는 일은 기필코 없을 게 틀림없었다. 저기 좌우로 천천히 흔들리고 있는 저 문은, 분명히 열려있었다. 라야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대해 고개를 마구 흔들며 자리에서 벌떡 일 어나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뛰어들어가며 외쳤다. "말도 안 돼! 전하는 아직 깨어나실 때가…." 라야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분명히 그는 깨어나 있었다. 하지만 예상대로라면 수면은 적 어도 두어 달 정도 더 지속되고 있어야 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라야는 알 수가 없 었다. "전하…?" 약간 넋이 빠진 목소리로 묻자 크라비어스가 그 불꽃처럼 일렁이는 눈동자를 들어 라야를 응시한다. 초점이 흐릿하니 맞지 않는 두 눈이 멍하니 라야를 바라보더니 곧 시선이 허공 으로 던져진다. 그 눈동자는 아무 것도 보지 않는 것 같았지만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보이 고 있는 걸, 라야는 알 수 있었다. 어느 새 인간의 모습으로 화한 건지 화려하고 치렁치렁한 옷자락이 그의 몸짓 하나 하나 에 흩날린다. 약간 느슨하게 여민 옷은 강력한 힘의 바람에 펄럭였다. 크라비어스는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건 특별히 누구에게 말한다기보다는 혼자서 중얼대 는 듯한 말투였지만, 라야는 그 목소리를 똑똑하게 들을 수 있었다. "느낄 수가… 없다. 사라져 버렸어! 갑자기, 갑자기… 자고 있을 때도 분명히 그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없다! 어디로… 어디로 간 거냐……." 라야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바닥에 떨어진 양피지 두루말 이라든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열쇠 따윈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수면을 정상적으로 끝마 치지 못한 데다가 마스터의 존재마저 느낄 수 없다! 그게 의미하는 건 한 가지밖에 없지 않 던가? 절대적 계약의 파기……. "블러드…? 어디, 어디에 있는 거냐. 지금 너는… 무엇을…… 무엇을 하고 있느냔 말이다!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 난 이런 것 따위… 의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어째서냐, 왜 계 약이 파기된 거냐!" 크라비어스는 소리질렀다. 방이 우르르 울렸다. 타오르는 눈동자가 날카롭게 정면을 쏘아 보는가 싶더니 다시 아련하게 허공을 바라본다. 길고 검붉은 색의 머리카락이 불타오르듯 한순간 솟아올랐다가 다시 천천히 가라앉는다. "어째서 계약이 파기된 거냐!" 나약한 인간의 육신이 급격하게 변하는 감정의 파동, 치솟아 오르는 힘의 흐름을 이기지 못해 작고 부드럽기 짝이 없는 인간의 그것을 벗어나 강력하고 거대한 본래 형상으로 돌아 가려는 듯, 눈이 새빨갛게 충혈 되면서 손톱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등에서 검붉은 날개 가 옷을 찢고 파악 솟아오른다. 라야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이 정도쯤 된다면 다른 이들이 이 상황을 알 아차리고 와줄 것이 틀림없다. 왕이 수면에 들어간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시점, 도전 의식이 갑자기 시작될 리가 없다는 것쯤은 당연히 깨닫고 있을 거다. 네 용왕들이 와주기 만 한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해 나갈 방책이 생길지도…. "전하! 정신차리십시오!" 버럭 외쳐보지만 그 뜻이 이해되는 것 같지 않았다. 그 시뻘건 눈으로 흘끗 쳐다보고 시선 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완전히 본모습으로 돌아가기 전에 어떻게든 금제를 걸어야 한다. 자의가 아니게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라면 대부분이 어느 한쪽의 죽음. 만약 정말로 한쪽 이 죽은 것이라면, 그리고 죽은 쪽이 마스터라면… 그의 죽음을 드래곤이 말짱한 정신으 로 버텨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라야는 아직 젊고 어리기에 마스터가 없다. 맹약의 노래를 불러본 적도, 맹약의 주문을 외 워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스터를 잃고 미쳐버린 드래곤들을 주위에서 본 적이 있 었다. 제정신으로 돌아온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에 그럴 때는 대부 분 무력을 사용해 강제적으로 금제를 걸어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시켜 그 드래곤을 잡아두 어야 했다. 그렇게 강제로 금제의 술을 몸에 걸게 된 드래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약하고 천한 종족 들이나 흘리는 눈물이란 것을 줄줄 흘리면서 울고 있었다. 나약해 빠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몸을 웅크리고 울고 있었다. 라야는 자신의 왕이 그렇게 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 크라 비어스가 온 몸을 금제의 술로 꽁꽁 매어 두고서, 나약하게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을 보 고 싶지 않았다. 라야는 이를 악물었다. 크라비어스가 그렇게 되느니, 네 용왕들의 손에 의해 몸을 결박당 하고 슬픔에 질식해 천천히 죽어 가는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자신이 처벌받게 되더라도 그가 용왕계를 빠져나가 그 갈곳 없는 분노를 다른 곳에 쏟아 붓는 것을 보는 게 낫다! 그 무시무시한 폭염의 분노를 다른 차원에 들이붓는 것을 보는 게 낫다! 그는 사람 한두 명의 몸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슬쩍 열린 문을 바라보았다. 크라비어 스의 몸은 이제 변화할 대로 변화해서 앞으로 몇십 초 이내에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것만 같았다. 최소한 그 전에 빠져나가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었다. 라야는 재빨리 문으로 달려갔다. 옅은 푸른색의 옷자락이 펄럭이며 길게 늘어졌다. 콰당-! 문이 벌컥 열렸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두 개로 덧댄 문이 활짝 열렸고 크라비어스는 그 문 을 바라보았다. 라야가 크라비어스에게 눈짓했다. 어서 빠져나가십시오, 어서 이 곳을 나 가서 그 폭염의 분노를 다른 곳에 들이붓고 그렇게 분노로 미쳐 가십시오, 슬픔에 미치는 처량 맞은 모습보다는 그게 나을 겁니다. 그래요, 그게 낫습니다. 빠져나가십시오. 이 꽉 막힌 감옥을! 일체의 소리 없이 눈으로 외친다. 그걸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본능인지 크라비어스는 홱 하고 몸을 돌려 문을 향해 뛰 었다. 거무튀튀한 날개가 팽팽하게 긴장하더니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 몸이 흐릿하니 잔상 을 남기고 스쳐지나갔다. 라야는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그 옆을 그대로 지나쳐 복도로 나 서고,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창문을 깨고 밖으로 솟아오른다. "라야! 붙잡아! 전하를 붙잡아라!" 저쪽에서 용왕 중 한 명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야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짙은 푸른 색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를 한 자신의 혈육이 평소의 냉정을 잃고 소리치고 있었다. 라야 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라야!" 비명과도 같은 외침소리를 무시하고 시선을 돌려 창 밖을 바라보자 검붉은 거대한 신체를 꿈틀대며 드래곤 하나가 하늘을 향해 비상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하게 포효를 내지르며 궁 전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래요, 당신은 슬픔에 젖어 서서히 죽어 가는 것보다, 그렇게 강대한 힘을 자랑하며, 그 무시무시한 폭염을 내뿜으며 분노에 젖어 서서히 미쳐 가는 것이 훨씬 나은 걸요. 그게 훨 씬 나은 걸요. 가장 강하니까… 그런 건 어울리지 않습니다.' 라야는 속으로 중얼댔다. 용왕들은 라야에게는 시선 하나 주지 않고 각기 창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곧 원래 모 습으로 화해 이미 점이 되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크라비어스를 따라 하늘을 갈라 헤엄 쳐 갔다. 갖가지 색의 드래곤들이 강대하기 짝이 없는 위압적인 육체를 뽐내고 유리알같 이 투명한 눈동자를 빛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몸을 바람에 띄웠다. 낮은 포효 소리가 사 방을 울린다. "처벌은 후에 말하겠다." 라야의 단 하나뿐인 혈육, 그도 그럴 것이 다른 혈육은 모조리 그의 친애하는 형님, 청룡왕 께서 그 손으로 갈가리 찢어버렸으니까. 그 생명을 빼앗고 육체를 씹었으니까. 그는 피식 웃었다. 청룡왕은 눈썹을 약간 꿈틀대더니 곧 다른 용왕을 따라 깨어진 창 밖으로 몸을 내 던졌다. 순식간에 푸르디푸른 아름답고 시원한 빛깔의 용이 그 강력한 힘을 주체못하며 거대한 신 체를 꿈틀대고 포효를 내지른다. 몸의 주위에서 희미하게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빛이 굴절 되어 무지개가 비친다. 라야는 비릿한 비웃음을 머금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크라비어스가 슬픔으로 무너 지는 꼴을 그렇게도 보고 싶단 말인가?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 절망과 아픔으로 죽어 가게 만들고 싶단 말인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용을 쓰는 건 즐겁습니다. 용을 좋아해요. 요정도 좋아합니다. 용과 요정을 무척이나 좋아 합니다. 헌데 제 소설에서는 어째 용과 요정이 이렇게 슬픈 역, 아니면 망가지는 역만 맡 는 건지 ;ㅁ; 용의 그 장대하고도 아름다운 신체를 묘사하는 걸 좋아해요. 거대한 몸이 꿈틀대며 허공 을 날아오르는 걸 좋아하고, 부드럽고 낮게 포효를 내지르는 걸 좋아해요. (본 적은 없지 만서도;) 요정이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걸 묘사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길죽한 귀가 움직이고 머 리카락이 흔들리는, 아름답지만 슬픈 요정을 쓰는 걸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자연 속을 돌 아다니며 시를 읊는 요정을 좋아해요. (마찬가지로 본 적 없지만;) 쓰다보니 개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아, 이번 편도 마음에 들 수가 없어요 ;ㅁ; 이야기가 왜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거야! (바락-) 이렇게 되다간 완결이 점점 더 멀어질 것 만 같아요. ;ㅁ; 안 되는데. 이번 편은 조금 길죠? 쓰면서 즐거웠습니다. 용들이 제 상상 속 에서 각자의 특성을 갖고 변화해 가는 걸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요 ^^; 마스터를 향한 그들의 절대적인 사랑이 좋아요. (문득) 계약이 파기된 건, 블러드가 더 이상 블러드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에, 블러 드가 아닌 건 아니고요, 블러드가 더 이상 '블러드만'으로 남아있을 수 없기 때문이죠. 즉, 순수한 블러드는 이제 사라진 거나 다름없죠. 음, 남아있는 건 하르모니아와 블러드가 반 정도 섞인 거랄까요? (;) 크라비어스가 맹약의 노래를 불렀던 블러드는 예전의 신족 블러드, 하르모니아로써의 그 무엇이 섞여있지 않은, 단지 하나의 천사일 뿐이었던 블러드이기 때문에, 블러드가 더 이 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즉 '죽어버린' 것으로 인식된 거죠. 뭐, 대충-ㅁ-; 아, 그리고, 책과 통신 연재본이 얼마나 다르냐는 질문이 있는데, 꽤나 많이 다릅니다. 대 체적으로 통신 연재본에 빠진 장면이 꽤나 많; (털썩) 음, 통신본에는 크라비어스가 블러드에게 맹약의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이 빠졌고, 빛이 깨 어나는 장면에서 적당히 빠졌고, 카오스 파트에서도 좀 빠졌어요. 특히 앞부분은 엄청 많 이 다르다는..(타앙-) 아하하..; 다음 편은 내일. 좋은 하루 되세요! 엘렌 실라 루멘띠엘보;ㅁ; (맞는지;) 나마아리에- 블러드 엔젤 <22장-시작> (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이 번째 이야기... £ 블러드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빨간, 정말 말 그대로 새빨간 머리카락 이 후드득 흘러 넘쳤다. 파란 하늘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그대로 빨려들 것만 같았다. 정말 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블러드는 입안으로 노랫말을 흥얼대며 말에 박차를 가했다. 곧 경쾌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말이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으음." "왜 그래, 카나인?" 카나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찬 얼굴로 작게 투덜댔다. 블러드가 의아한 듯 묻자 카 나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수에 찬 요정의 얼굴이 씁쓸함을 머금고 흔들렸다. 짧 은 은발이 찰랑이며 흔들리는 걸 관심 있게 지켜본 블러드는 카나인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 드리는 시늉을 해 보이며 웃었다.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아뇨, 아무 것도…." 극구 부정하며 한숨을 내쉰다. 저건 절대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아니다. 파르시레인은 비 릿한 비웃음을 머금고 카나인을 무시했으며 카나인도 그런 파르시레인에게 익숙해져서인 지 그리 신경 쓰지는 않았다. 단지 블러드만이 걱정스런 얼굴로 카나인의 안색을 살필 따 름이었다. '히에니온'이라는 용의 거처를 찾아가기 시작한지 어언 나흘째. 물의 숲 뒤쪽을 돌아서 가 면 그가 거주하는 곳이 나온다는데, 아직 물의 숲은커녕 수풀 비슷한 것도 구경하지 못했 다. 도대체 얼마나 더 걸릴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그리고 카나인이 저렇게 변해 버린 지 이틀이 지났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한숨을 내쉬었으며 금방이라도 눈물을 툭 떨굴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말 위에서 사색에 잠기곤 했다. 스스로는 어떨 지 몰라도 블러드나 파르시레인이 보기에 는 상당히 위태로운 모습이라 조금 거친 길을 지나칠 대는 조마조마해지곤 했지만 카나인 은 용케도 떨어지지 않았고, 가끔씩 작은 나무나 풀이 스쳐지나갈 때마다 멍한 얼굴로 그 것을 주시하곤 했다. 노숙을 할 때마다(마을이 정말 드문드문 있었기에 나흘 내내 노숙만 했다) 개울이나 샘 가에 앉아서 요정의 말로 나직하게 노래를 부르곤 했다. 블러드도 파르시레인도 정령을 볼 수 있었기에, 카나인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작고 예쁜, 투명한 파란색 몸을 가진, 그러나 의외로 수줍음이 많은 정령들이 부드러운 노랫가락에 맞 추어 춤을 추는 걸 구경하며 시간을 때우곤 했다. 그래도 물의 숲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개울이나 샘, 가끔씩은 작은 강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물은 확 실히 깨끗해서 파란 물의 정령들이 호기심어린 눈동자로 셋을 바라보았고, 요정인 카나인 을 반겼다. 노숙할 장소는 대부분 샘이나 개울 근처에 잡기 때문에 일행은 저녁때마다 물 장난이나 낚시를 즐기곤 했다. 카나인은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이 낚시를 하거나 물장난을 칠 때, 멍한 눈길로 하늘을 바라 보거나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니면 손가락으로 물의 정령을 건드리며 놀기도 했다. 블러드 나 파르시레인에게는 왠지 그의 이미지가 점점 더 '요정', 아니 '정령'에 가까워지는 듯 해 서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 나빠진 건 없지만(오히려 좋아졌다고도 할 수 있었다), 분명 저건 이상했다. "카나인!" "아, 예, 예? 왜 그러십니까?" 소리 높여 부르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며 블러드를 바라본다. 밤하늘 색 아름다운 요 정의 눈동자가 빛을 머금고 블러드를 응시하자, 되려 블러드가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청량 하고 맑은 목소리가 귓가에 머무르고, 블러드는 문득 요정을 만든 알지 못하는 자신에 대 해 새삼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저렇게나 아름답고 고아한 모습이라니! 만약 정말 파르 시레인이나 카나인이 말한 대로 '원래 힘'을 되찾게 된다면 요정 비슷한 걸 만들어 봐야 지, 하는 다짐을 새기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어느 쪽 길로 가는 게 더 빠르냐고 파르시레인이 묻던데?" "아, 그건 왼쪽 길로 접어들어서 핀넨 언덕을 넘어 레 미르를 따라 쭉 가는 게 가장 빠를 겁 니다." 물의 숲은 금역 아닌 금역으로 치부된다. 그 곳은 특별히 위험하지도, 특별히 아름답지도, 특별히 거대하지도 않은, 그저 특별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숲이지만, 그래도 그 곳은 들어 가서는 안 될 곳이다. 그리하여 옛 상인들은 물의 숲 외곽을 따라 쭉 걸었고, 그 길을 지금 은 상인들의 길, '레 미르'라 부른다. "흐음, 그래? 대단한걸, 그런 것까지 다 알다니 말야." 블러드가 감탄하자 카나인은 머쓱하게 씩 웃었다. 아주 옛날의 길이라든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깊숙한 곳의 길 따위는 카나인이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파르시레인 은 워낙에 오래 살아서인지 여기저기 많이 다녀본 데다가, 지도 보는 솜씨 또한 매우 뛰어 나다. 당연히 길을 잃을 일 따위는 거의 없었다. '레 미르란 이름, 꽤나 예쁜 것 같아.' 별로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말을 몰아 파르시레인의 뒤를 따라갔 다. 문득 고개 돌려 카나인을 바라보니 역시나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다. 불안하기는 여전히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많이 익숙해진 장면이기에 블러드는 곧 흔들 리는 말갈기에 시선을 집중할 수 있었다. "맙소사!" 갑자기 선두에서 말을 몰던 파르시레인이 새된 비명을 내질렀다. 그 소리에 일행도 말도 모두 놀라 갑자기 멈춰 섰다. 파르시레인은 능숙하게 말고삐를 조종해서 재빨리 말을 수 풀 사이로 난 작은 길로 몰았다. 모두가 깜짝 놀라 멍하니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는 와중에 블러드가 파르시레인에게 물었다. "왜 그래, 파르시레인?" 파르시레인은 짧게 대꾸했다. "저 앞에 알 수 없는 게 있어요." 블러드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반드시 일행에게 해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잠시 멈칫거렸지만, 뒤에서 카나인이 말없이 재촉하자 당혹스런 얼굴로 말을 몰아 파르시레인의 뒤를 따라 수풀 사이의 작은 길로 들어섰다. 곧 이어 카나인도 블러드의 뒤를 바짝 쫓았다. 카나인은 파르시레인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파르시레인같이 뛰어난 전사는 자신의 앞에 놓인 것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적이냐, 그렇지 않느냐. 살의를 품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 친밀감을 느끼느냐, 그렇지 않느냐. 어찌 되었든 간에 파르시레인은 자신 만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설정해 놓은 기준 안에서 모든 것을 판단해낼 수 있었으며 모 든 것을 일치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준 하에 내려진 판단은 가장 정확했으며, 어떤 경우에도 오판이란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만약에 어느 기준에도 들어맞지 않는 것이 나타난다면? 아무리 해도 판단내릴 수 없는 게 나타난다면? 그럴 경우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알지 못하는 것, 전혀 보지도 듣 지도 못한 것, 무엇보다 자신의 '기준선' 안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무언가. 알지 못 하는 건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다. 파르시레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에 존재하고 있던 그건 도대체 무엇인지, 짐작조차 가 지 않았다. 도저히 그 실체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무언가. 오한으로 떨려오 는 마음을 다잡으며 파르시레인은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그리고 일행이 수풀 속으로 뛰어들어간 지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 때, 무언가가 허둥지둥 뛰어왔다. "니아!" 카오스였다.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목소리로 몇 번이고 다시 소리쳐 부르지만 응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까맣고 긴 머리카락이 급하게 뛰어와서인지 헝클어진 채로 흩날렸다. 허 공에서 한 올 한 올 춤을 추었다. 맑은 눈동자가 어느 순간 흐려진다 싶더니 그대로 눈물 이 툭 떨어졌다. "카오스! 왜 그래?" 예나인이 안절부절하며 카오스를 흔들었다. 카오스는 예나인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만날 수 있었는데 만나지 못했다. 찾을 수 있었는데 찾지 못했다. 볼 수 있었는데 보지 못했다. 그 아쉬움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대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능력만 있었더라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지는 않았을 텐데. 있을 때는 그리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느끼지 못 했던 그 능력이 왜 이리도 절실하게 바라게 되는지. 카오스는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으 며 이를 악물었다. 아직도 다 풀리지 못한 아홉 개의 금제. 스스로의 입으로 주문을 외웠 고 스스로의 힘으로 주술을 만들었으며 스스로의 몸을 금제의 술로 얽매었다. 그것이 이리 도 후회될 줄은. 시간은 많다, 시간은 많아, 카오스, 정신차려. 나에게도 그에게도, 시간은 많다. 어차피 주 어진 것이 시간, 모든 것이 끝나는 그 날까지, 주어진 것은 시간. 유일하게 주어졌던 것이 시간. 그러니 조금 더 느긋하게, 조금 더 한가롭게. 여유를 가져, 마음을 느슨하게.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어도, 또 되뇌어 봐도, 마음은 여유를 가질 수 없다. 팽팽하게 당겨 진 활줄처럼 언제나 긴장된 상태로 하르모니아의 흔적을 찾게 된다. 그가 옆에 없으면 안 심하고 쉴 수가 없다. 피로에 몸을 맡겨버릴 수가 없다. 잠의 손길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 축복이 저주로 변해 버린다. 예나인은 당혹스런 얼굴로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소중한 누군가를 급히 찾아야 한 다는 말, 듣기는 했지만 이리도 절실한 줄은 몰랐었다. 그토록 오만하던 얼굴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리고, 그토록 당당하던 몸을 작게 움츠리고 슬퍼하고 있다. 예나인은 샤오엔을 바라보았다. 샤오엔도 마찬가지로 당황과 당혹이 한 데 섞인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갑자기 카오스가 입을 열었다. "그도 깨어나 있었어. 내가 깨우지 않았는데도 벌써 깨어났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나인과 샤오엔은 알 수 없었다. 카오스가 직접 '깨우지 않았는 데' 벌써 하르모니아가 '깨어났다'는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둘은 알 수 없었다. 카오스 는 고개를 끄덕이며 멍하니 혼잣말처럼 중얼댔다. "괜찮아, 그는 깨어나 있으니까, 그도 나를 찾으러 올 거야. 반드시, 반드시 찾으러 올 거 야. 틀림없어. 약속했었거든." 만약에 네가 나보다 먼저 깨어난다면, 나를 찾아 줘. 그리고 내가 먼저 깨어난다면, 내가 너를 찾을게. 약속이야. 이 금제가 풀리는 날, 나를 찾아 줘. 그리고 너를 찾을게. 반드시…… -- 졸렵습니다. 너무너무 졸려워요. 엉망입니다. 마감은 4월 5일. 남은 건 82p 아하하하 (자포자기의 웃음) 몰라요, 몰라. 어떻게든 되겠죠 ;ㅁ; 이걸로 시작 챕터도 끝났습니다. 현재 피아 배경음악으로 깔려 있는 이수영 씨의 노래, '그 리고 사랑해' 좋군요 ;ㅁ; 노래 멋있어요. (현실도피중) 컴이 드디어 됩니다 ;ㅁ; 한동안 망가져서 나흘간 컴퓨터 만져보지도 못했어요. 으앙- 음, 이제 카오스가 하르모니아가 깨어났다는 걸 알았고, 본격적으로 '추격전'이 시작되는 겁니다. (아마도요;) 크라비어스 얘기 생각하면 골이 아파옵니다. 드디어 카나인의 '정신 분열증'이 시작되는구나. (맞는다) 신계 쪽도 어떻게든 마무리를...!! (발악) 늦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ㅁ; 원래 카오스의 '괜찮아, 그는 깨어나 있으니까, 그도 나를 찾으러 올 거야. 반드시, 반드시 찾으러 올 거야. 틀림없어. 약속했었거든.' 이란 대사에서, '약속했거든.' 대신 '사랑한다 고 말했으니까.' 라고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요. '했을' 뿐이어요 ;ㅁ;) 닭살돋아서 그만뒀습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카오스와 하르모니아의 사랑은 에로스 러브 가 아니라니까요 ;ㅁ; 플라토닉 러브라고 봐주세요. (울먹) 아니면 아가페, 혹은 무조건적 인 사랑... (여하튼 에로스는 아녀요!) 왜 '블러드가 여자로 변하나요?' 따위의 질문이 아직까지 오는 겁니까? ;ㅁ; 여자로 안변해 요. 절대로. 여자로 변하면, 변하면, (듣게 될 원성이 두려워)...(먼산) 블러드 엔젤 <23장-용>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삼 번째 이야기... 거대하고 압도적인 육체가 꿈틀거렸다. 인간의 나약한 육신으로는 절대 표현해내지 못할 그 압도적이고 무시무시한 강력함, 그 고결하고 우아한 아름다움. 여덟 장의 날개가 하늘 을 향해 펼쳐지고 비막이 팽팽하게 당겨져 바람소리를 냈다. 천천히 저 푸르고 높은 하늘 로 비상해간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거대한 육신이 허공에 들리고 쉭쉭대는 바람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운다. 보석과도 같은 그 아름다운 비늘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건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보석. 신비롭게 빛나는 부드러운 눈동자가 한없이 깊은 지혜와 한없이 높은 지식을 지니고 저 하 늘 높은 곳의 태양을 응시한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아무리 발돋움해도 닿지 못할 고결하 고 고아한 영혼이 순수하게 빛을 발한다. 용이란 그런 것. 아름답고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것. 강함 의 아름다움을 지닌 것이 바로 용. 하지만 너무도 아름답고, 너무도 강해서, 그래서 외롭 고 고독한 것 또한 용. 한없는 슬픔과 고독 속에서 더욱 강해지고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 바로 용. -예한드라 칼슈인, 「용」에서 발췌. <23장-용> "맙소사!" 블러드는 의미 없는 탄성을 내질렀다. 눈앞에 용의 막강한, 거대한, 경외감과 공포심을 자 아내는, 그러나 아름다운 육신이 소리 없이 꿈틀대고 있었다. 푸른 물빛의 보석 같은 비늘 은 분명히 파충류의 그것이었지만, 여타 파충류 따위와는 달리 너무도 아름다웠다. 푸른 물빛으로 빛나는 육신은, 살아있는 보석 그 자체였다. 오랜 삶 동안 쌓여온 한없는 지혜와 지식이 담겨있는 냉철한 푸른 눈동자가 천천히 블러드 의 두 눈을 응시했다. 그 압도적인 힘이 느껴지는 시선에 블러드는 무의식적으로 움찔했 다. "아아, 타락천사의 아이로군!" 용이 감탄한 듯이 중얼거렸다. 약간 기분이 상해 버린 블러드였지만, 잠자코 그를 바라보 았다. 이런 하찮은 걸로 분노하기엔, 그가 너무도 아름답고, 고결한, 그리고도 강한 그런 드래곤이었으니까. "요정의 아이에… 로스틱까지! 꽤나 호화찬란한 일행일세." 히에니온이라 이름 지워진 아름다운 블루 드래곤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일행을 바라 보았다.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지며 형형색색으로 빛났다. 놀랍도록 아름다 운 물빛 보석. 인간의 모습 따위로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전부 표현해내지 못했다. 그들의 거대한 본 모습일 때에, 그 압도적인 강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그들 본연의 순수한 모습 일 때에, 경외감과 공포심으로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그 앞에 무릎꿇어 경애를 표할 수 있 다. 용이란 이런 것. "어린 타락천사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지! 이런 곳에서 잠을 자고 있어도 들릴 것은 다 들리게 마련. 소문이란 무섭게 퍼지거든. 마룡과 맹약을 맺은 가상한 신족에 대해서 말 야. 그 마룡이 젊고 혈기 넘치는 마룡왕 전하라는 것도 대단한 일이야." 히에니온은 냉철하고 날카로운 눈동자로 일행을 끊임없이 살펴보며 말을 꺼냈다. 그 앞에 서 일행은 천천히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기운이 쫙 빠져버려 축 늘어진 몸과 마 음을 애써 부여잡았다. 한번 늘어졌던 긴장감은 히에니온이 의아스럽다는 말투로 입을 열 었을 때 다시 최고조로 상승되었다. "헌데 이상하군. 왜 네게는 맹약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거지? 아니, 분명히 너는 맹약을 맺었어, 그것도 강한 자와.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맹약을 파기한 건가 어린 타락천사의 아 이여?" 블러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히에니온을 올려다보았다. 저 용이 괜히 자신을 가지고 농 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저런 썰렁 한 농담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맹약의 파기는 서로가 원해야만 가능하다고 했어요." 당혹스러운 마음에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히 에니온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 일행의 눈에는 분명히 그렇게 보 였다 - 다시 한 번 블러드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새파란 눈동자가 모든 것을 꿰뚫어 보겠 다는 듯이 날카롭게 예기 어린 빛을 발하며 블러드를 쏘아보듯이 응시했다. 꼭 쥔 손바닥 에 땀이 고여 축축했다. 하얀 피부와 빨간 입술이 창백하게 질리고 이를 너무 세게 악물어서 잇몸이 다 얼얼했다. 히에니온은 웅크렸던 몸을 천천히 펴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크던 육신이 그가 몸을 펴려고 하자 몇 배는 더 크게 보였다. 여덟 장의 접힌 날개가 하나씩 그 비막을 드러내고, 감춰졌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동굴의 어둠 속에서도 예리하게 빛났다. 그 거처가 물 속에 자리하고 있었기에, 동굴 안은 반 이상이 호수였다. 동굴 천장에 빽빽하게 들어찬 종 유석에서 차가운 물방울이 목덜미로 떨어지는 느낌이 섬뜩했다. 질릴 정도로 큰 몸에 일행은 혀를 내둘렀다. 날개는 네 장 이상이 밖으로 드러났고 누워 있 던 몸을 천천히 일으키자 동굴이 부스스 흔들리며 물기를 잔뜩 머금어 축축한 돌덩어리와 흙들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렇게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의 몸 중에 반 이상이 물 속에 들어가 있었다. 지금도 이렇게 큰데 저것마저 모두 나온다면, 저 여덟 장의 접혀져 서 낡은 날개를 쫘악 펴고 높고 맑은 하늘 속으로 비상해 올라간다면, 그건 또 얼마나 아름 답고 압도적인 모습일까? "……." 몇 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몇 분간의 시간이 왜이리 길게 느껴지는지. 블러드는 빳빳하게 긴장한 채로 침을 꿀꺽 삼킨 뒤 히에니온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이 일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사실이란 말인데, 블러드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주먹을 꼭 쥐고 는 격하게 외쳤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예요! 나, 난 맹약을 파기하는 행동 따위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도 그런 걸 원할 리가 없다고요!" "그는 당연히 그런 걸 원하지 않을 거다. 너 또한 마찬가지. 그렇다면, 본인들의 의지가 아 니었다면 남은 건 한 가지, 깨어져서는 안될 절대적 맹약의 파기, 그건 곧 어느 한쪽의 죽 음을 의미하지." "말도 안 돼요!" 블러드가 거세게 고함을 내질렀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강한 힘을 그 거대한 육체 속에 감 추고 있는 용은 아름다운 눈동자로 블러드를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블러드는 애써 그럴 리 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는 듯 했다. "그러니까, 그가 만약, 물론 그럴 리도 없겠지만, 죽었다면! 그렇다면… 제가 모를 리가 없 잖아요! 당연히, 당연히 가장 먼저 알아야 하고, 가장 먼저 느껴야 해요! 하지만 요 얼마간 크라비어스의 느낌은 전혀……." 문득 블러드가 말을 멈추었다. 그랬다. 요정의 마을을 벗어난 이래, 크라비어스를 전혀 느 끼지 못하고 있었다.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는 맹약으로 매여진 몸, 감정과 감각 공유라는 자유로운 의지의 속박 속에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 처 해 있든, 서로를 느끼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감정과 감각 공유가 끊긴 거라면, 자유로운 의지의 속박이 끊긴 거라면, 그 것이 의미하는 건 단 한가지. 절대적 맹약의 파기, 어느 한쪽의 죽음, 자유의지의 소멸, 속 박의 절단. "용은, 자신이 죽을 때가 되면, 만약 맹약에 얽매여 있는 몸이라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이 를 위해 자기 자신을 감추고 숨기지. 복종의 의지를 없애고, 속박의 끈을 잘라내고, 최종적 으로 모든 감각을 몰아낸다. 그건 아무도 눈치챌 수 없는 거야. 아무리 하나뿐인 마스터라 할지라도." "그럴 리가 없어요!" 히에니온은 잠시 웃었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왜냐하면 마룡왕 전하께서 그 주어진 생명의 시간을 다하고 라 켈 느로 돌아갔다는 말은 나 또한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 중대한 사건이라면 당연히 모 두가 알아야 하지. 그는 아직 젊으니까 말이다." 블러드는 점점 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맹약의 파기 따위 원하지도 않았고, 어느 한쪽에게 주어진 생명의 시간이 끝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맹약이 파기되었는 가? 파르시레인은 블러드를 살펴보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 모습은, 슬픈 것도 그렇다고 기쁜 것도 아닌, 모 호한 표정이어서 파르시레인은 당황해 버렸다. 문득, 블러드가 고개를 들고 히에니온을 똑 바로 올려다보았다. 깊고 푸른 물빛 눈동자와 화려한 붉은 불빛 눈동자가 서로를 가볍게 응시했다. 블러드는 그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는, 크라비어스는 죽지 않은 건가요?" 히에니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해 주었다. "그는 죽지 않았어."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 다. "죽었다면 네가 가장 먼저 느꼈을 테고, 그리고 네가 느끼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가 알 았을 테니까 말이다." 블러드는 그만 웃어 버렸다.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저 죽지 않는다면, 그러면 그것 만으로도 좋다. 어딘가에 살아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테 니까. 하지만 조금은 슬펐다. 맹약의 파기, 블러드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원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으니 슬펐다. 그 리고 블러드는 크라비어스를 믿었다. 그 또한 맹약의 파기 따윈 원하지 않았을 게 틀림없 다. 그러니까, 맹약의 속박은 사라졌지만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면, 다시 한 번 만나게 된 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다. 파르시레인은 조심스럽게 블러드에게 물었다. "슬프신 겁니까?" 블러드는 고개를 저었다. 잠시 미소를 짓고는 대답해 주었다. "아니, 괜찮아. 그냥 어딘가에 살아만 있다면… 그러면 되니까.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볼 수 있잖아? 그러니까 괜찮아." 위로하듯이 되풀이한다. '괜찮아, 난 괜찮아' 마치 자기 자신을 위로하듯이, 속으로 끊임없 이 되풀이해 자신에게 속삭인다. '난 괜찮아, 그저 살아만 있다면 좋아'……. -- 이게 왠 신파란 말인가. (먼산) 아, 역시나 용이 좋습니다. (카나인은 한번도 안나왔네;) 졸 려워요. 어제 밤새서 글쓴다는 것이 잠들어 버렸습니다. (울먹) 써야죠, 이제... 겨우 3장 썼으니까... (멍) 하아. 모르겠습니다. 식목일이라서 성묘갔습니다. 갔다오니 10시 반이더군요. 그때부터 쓰기 시작해서 현재시 간 11시 17분. 어제 한 두장 정도 써놨으니, 47분 사이에 한장 쓴거죠; (우후후후;) 모두들 나무 많이많이 심으세요+_+ 우리나라는 나무부족 국가입니다! ; 그럼 글쓰러 뾰로롱;ㅁ; 블러드 엔젤 <23장-용>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사번째 이야기... 파르시레인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그들은 히에니온을 만나 그에게 난쟁이의 마을을 물어보고 혹시라도 그곳 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줄 용의가 있는지 물어볼 작정이었는데. 그런 그를 차갑고 냉정하지만 부드러운 눈동자로 바라보던 히에니온이 문득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들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알고 있지." 파르시레인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푸른 눈동자가 가늘게 휘며 자애롭게 눈웃 음지었다. 오랜 삶의 지혜가 가득 담긴 아름다운 보석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는 가볍게 피식 웃으며 - 용의 입장이라서 '웃는다'는 형용사가 어디까지 통용될 지는 모르겠지만 여 하튼 그는 웃었다 - 말했다. "난쟁이의 마을, 그것을 찾으러 온 것이 아니던가?" "어, 어떻게…?" 블러드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을 더듬었다. 그건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당황해 버 렸다. 어찌 보면 이런 분위기 속에 그런 말을 꺼내기가 민망하기도 해서 곤란하기도 했는 데, 그가 먼저 이렇게 말을 해주니 반갑기도 했다. "아주 긴 시간을 살다 보면, 먼 곳에 있는 것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생기기도 하지." "와아!" 대단하다는 듯이 블러드가 탄성을 내질렀다. 보지 못한 것, 듣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는 건 분명히 멋진 능력임이 틀림없었다. 블러드는 다시 한 번, '용'이라고 이름된 자들의 능 력에 대해 경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크라비어스도 그랬고, 카다즈도 그랬다. 상상도 못 해봤을 그런 엄청난 능력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 능력에 걸맞은 영혼을 소유자들이었 다. 이 상황에서 블러드가 생각한 건 딱 한 마디였다. '부럽다.' 솔직히 말해, 처음부터 있었던 자 중에 하나라고 해도, 온 세상을 만든 창조주 중에 하나라 고 해도,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그 옛날의 헛된 미명 따위 블러드에게는 별로 필요 없었 다.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화려하고 멋진 것들이 많이 있는데, 왜 자신에게는 그런 것 이 없는지. 블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은 불공평해.' "하지만 불행히도 난 그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네." "에, 어째서?" 파르시레인이 당혹스런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여 소리치다시피 물었다. 히에니온이 진정하 라는 슬쩍 파르시레인을 내려다보았고, 파르시레인은 멋쩍은 듯이 얼굴을 살짝 붉히며 뒤 로 두어 발짝 물러섰다. 히에니온이 입을 열었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난 오랫동안 잠을 잤고 이제야 깨어났다. 이 근처에도 난쟁이들의 도 시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 내가 첫 번째 잠에 빠졌을 때 짐 싹 싸들고 이 때다, 라며 도 망쳐 버렸지. 그 뒤론 집을 옮기기도 귀찮고, 난쟁이 따위 근처에 있어봤자 시끄럽기만 해 서 그냥 이대로 살고 있지." "하, 하지만 용은 보석을 무척 좋아해서 난쟁이의 세공 솜씨를 필요로 한다고…." 파르시레인의 말에 히에니온이 약간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탐욕스런 눈으로 보석을 바라보는 건 성질 더럽고 급한 붉은 용 뿐이야. 망할 레드 일족들 은 집에 보물을 산더미같이 쌓아 놓곤 하지. 하지만 블루 드래곤은 안 그래. 나는 푸른 사 파이어와 오팔, 그리고 진주를 좋아하지만, 난쟁이 따위에게 맡기느니 내가 직접 세공하 는 게 나아. 그걸 즐기기도 하니 말이다." 파르시레인은 경악의 눈길로 히에니온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된다면 일이 엇갈려도 한참 엇갈린 게 되어버린다. '크라비어스'라는 대표적인 붉은 용을 곁에서 지켜본 파르시레인으 로써는 당연히 히에니온 역시 크라비어스처럼 난쟁이가 있는 곳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 다. 비록 붉은 용과 푸른 용은 '엄청난' 상극이지만 말이다. "그곳 외에는 하나도 모르는 건가요?" 히에니온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일행은 입을 딱 벌렸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살아 왔으면서 아는 도시가 자기 집 근처에 있는 그것 하나밖에 없었다고? 블러드는 당혹 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그래도 하나 정도는 더 알지 않을까요?" "몰라." 단호한 그의 대꾸에 블러드는 침울해졌다. 잠시 기억을 더듬던 히에니온은 '아하' 하는 표 정으로 고개를 들고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 거대하 고 압도적인 육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호수에 반 이상 잠겨있던 몸이 드러남에 따라 블 러드의 눈에는 물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 같이 보였다. 곧 히에니온은 그 거대한 몸을 완전히 호수 밖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빛나는 푸른 비늘에서 물줄기가 주르륵 흘러내렸고, 간간이 물풀들도 보였다. 바로 눈앞에 서 히에니온의 '커다랗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거대한 발 한 짝을 마주보게 된 카나인 은, 그의 발톱에 잔뜩 낀 물이끼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는 조화의 상징인 요 정답게 오랫동안 물 속에서 자면 이렇게 된다고 자기 자신에게 중얼대며 그것을 애써 이해 하려 노력했다. 그래도 역시나 발톱은 너무했다. 코를 찌르는 그 끔찍한 물 냄새에 카나인의 안색은 곧 파란 비늘과도 비교할 만큼 새파랗 게 질려 버렸다. 그러나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히에니온의 거대하고 압도적이며 아름다 운 보석 그 자체인 몸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기에만도 바빠 그런 카나인의 심정을 이해해 줄 수 없었다. "지도 정도는 줄 수 있지. 조금 오래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잠들기 전에 직접 여행 하며 기록한 것이니만큼 정확할 거야." 거대한 만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기적어기적 - 도저히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걸음 걸이였다 - 걸어가며 그가 말했다. 일행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 압도적이며 경이로 운 '무게'에……. 동굴이 쿵 쿵 울렸다. 블러드는 동굴이 무너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했고, 파르시레인이 "그 가 몇 백년동안이나 이 동굴에서 살았는데도 이렇게 이상 없이 아무렇지도 않지 않습니 까? 설마 지금 와서 무너지겠습니까?" 라며 위로할 때까지 걱정과 두려움으로 딱딱하게 굳 은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어서 따라오게나." 히에니온이 앞에서 일행을 불렀다. 일행은 그 뒤를 멈칫거리며 따라가기 시작했다. 파르시 레인도 블러드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다. 잠을 자는 동안 계속 움 직이지 않았으니까 살이 더 쪘을지도 모르는 사실, 사실 그들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 닌 것이, 동굴은 이제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카나인은 이런 축축하고 지저분한 - 어디까지나 카나인의 시점이었다. 블러드와 파르시레 인이 보기에 동굴은 전혀 지저분하지 않았으니까 - 동굴에 파묻혀서 죽는 건 정말로 '난쟁 이스러운' 더럽고 치욕적이고 모욕적이고 비굴하며 무가치하고 쓸모 없으며 비열하고 추 잡하며 상스럽고 잡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굳이 그런 위험을 부담해가며 히 에니온을 뒤따라가는 것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이 동굴에 서 있는 것만도 끔찍하게 싫은지 연신 불만스럽게 투덜대며 블러드에게 지도를 받는 건 파르시레인에게 맡기고 먼 저 동굴 밖으로 나가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안 돼, 그건." 그러나 블러드가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바람에 그러면 자신만이라도 먼저 동굴 밖으로 나 가 있겠다고 부탁했다. 평소 같다면 블러드는 카나인을 붙잡고 히에니온을 따라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하 는 카나인의 표정은 정말로, 정말로 끔찍하다며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기에 차마 붙잡을 수 없었다. 실제로 카나인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소리치고 있기는 했다. 그리고 블러드는, 바람 같은 발걸음으로, 아니 사실은 허겁지겁 뛰어가는 모습이었지만 발걸음이 어찌 되었 든 간에 카나인이 나가는 것을 본 뒤에야 아주 많이 불안하다는 표정으로 히에니온을 쫓아 갈 수 있었다. "빨리 오십시오!" 파르시레인이 저 앞에서 소리내어 블러드를 불렀다. 블러드는 발소리를 죽이며 최대한 빠 른 속도로 뛰어갔다. 발소리를 죽인 이유는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쿵쿵 울리는데 더 이상 발소리를 냈다가는 정말로 동굴이 무너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블러드는 아 무리 해도 요정인 카나인처럼 소리 없이 가볍고 더없이 율동적이며 하늘거리는, 마치 바람 에 날리는 깃털처럼 가뿐한 발걸음으로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작게나마 발소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투박한 걸음걸이를 원망해 보지만 별 수 없었다. 히에니온이 둘을 안내한 곳은 도서관인 듯 했다. 도서관이라 해도 마치 사람의 그것처럼 책꽂이에 일정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꽂혀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닥이나 벽에 비죽비죽 튀 어나온 평평한 돌 위에 아무렇게나 쌓아 놓았다. 그건 분명 장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동굴이 굉장히 넓었기 때문에 꽤나 많은 양의 서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블러드는 눈을 크게 뜨며 감탄했다. 히에니온이 아무렇게나 내뱉었다. "지도는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이라는 책 184페이지에 꽂혀있다. 참고로 그건 내 가 아주 어릴 적 집을 마련할 때에 봤던 책인데 잠들기 전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지. 딱 184 페이지까지 읽었거든." "아, 예. 그럼 책 주세요." 블러드가 공손하게 두 손을 내밀었다. 물론, 히에니온이 그 발을 하나라도 블러드의 손 위 에 올려놓는다면 블러드는 분명 납작하게 짜부라질 게 틀림없고, 그 자신도 그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그 책을 손위에 내려놓아 주리라고 생각하고 내민 건 아니었다. "엥? 왜 그걸 나한테 달라고 하는 건가?" 당황한 건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이었다. "다, 당연히 히에니온 님의 책이니까 히에니온 님이 주셔야 하잖아요? 제 책이 아니라 히 에니온 님 책인걸요." "나한테 없어. 네 눈은 장식인가? 여기가 바로 내 책 저장고다. 여기서 찾으라고 너희를 데 려온 거란 말이다." 히에니온의 그 한 마디에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경악했다. 아무리 적게 보아도 책은 수 천 권은 족히 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설마 이 많은 책들 중에서 진짜 찾으라고 할 리가 없 다는 생각에 블러드가 조심스레 물었다. "지, 진심이신 거예요?" "용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히에니온이 엄숙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 그리고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암담한 절망의 구 렁텅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 머엉. 힘들다. 이거 쓰는데 도대체 몇 시간이 걸린걸까. (먼산) 중간에 딴짓을 좀 하긴 했 지만, 그림 그린다고 조금 끄적거리긴 했지만, 갑자기 거미가 나타나서 조금 난리 법석을 떨긴 했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마아아안....... (울먹) 피곤하다 ;ㅁ; Still not king-!!!!! 전하 만세;ㅁ; 블러드 엔젤 <23장-용>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오 번째 이야기... £ 블러드가 아직 살펴보지 못한 책 더미에서 '승리한 전쟁, 그 내면을 알아본다'라는 제목의 책을 '다 살펴본 책 더미' 속으로 던져버리며 입을 열었다. "저기 파르시레인, 우리 이거 하는 것보다 차라리 난쟁이들의 도시를 찾아다니는 게 더 빠 르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책을 뒤지고 있던 파르시레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책 열 네 권을 살펴본 책 더미 쪽으로 힘차게 던졌다. 책들이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지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평소라면 책을 아끼는 블러드나 파르시레인으로서 당연히 조심스럽게 대했겠지만 이 책들 은 모조리 보호마법 비슷한 것이 걸려있어 찢어도 찢어지지 않고 물에 넣어도 젖지 않는다 는 것을 깨닫고 난 뒤로부턴 마구잡이 식으로 책들을 뒤지며 휙휙 던져버리고 발로 툭툭 차면서 다니고 있었다. '이 모든 책에 일일이 보호마법을 걸어 놓은 히에니온에게 경의를 표한다.' 라며 파르시레 인은 속으로 그를 비꼬았다. 차마 소리내서 말할 수 없는 처지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서글펐 다. 파르시레인은 왼손에 든 '효과적인 검술을 위하여'라는 책을 멀리 던져버리고 오른손으로 찾아낸 책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책을 발로 툭 차서 살펴본 책 더미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타브릿트시여, 부디 이성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세상이 더 넓을까요 아니면 이 도서관이 넓을까요? 우리는 이걸 찾아야만 합니다! 반드시…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의 183 페이지에 꽂혀있는 지도를 찾아내고야 말겠습니다!" 파르시레인은 불타올랐다. "184페이지야." 그러나 블러드가 '정령의 신비'라는 책을 한쪽 구석으로 휙 던져버리며 매몰차게 한 마디 내뱉음으로써 불타올랐던 파르시레인은 피시식 가라앉았다. 둘은 다시 한 번 남아있는 엄 청난 양의 책들을 보고는 암담한 미래를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끔찍했다! 그 때, 반대쪽에 있는 책들을 뒤지고 있던 블러드가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던 파르시레인 을 부르며 손짓했다. "맙소사, 파르시레인 이 책 좀 봐, 푸히히, 제목이 '그대만을 위해 불타오르는 내 사랑'이 야! 이렇게 유치한 책을 보는 취미가 용에게도 있다니!" 블러드가 빨간색 양장에 황금색의 반짝이는 금박으로 테두리를 싸고 제목을 멋지게 필기 체로 쓴 화려한 책을 들어 보이며 웃음을 터트렸다. 파르시레인이 와서는 흥미로운 눈길 로 그 책을 바라보자, 블러드는 시범 삼아 책을 펴보았다. 펴자마자 보이는 그림은 - 분명 히 그건 그림이었다 - 초롱초롱 반짝이는 눈동자와 엄청나게 긴 속눈썹을 가진 웬 여자가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고 그 옆에서 왠 남자가 냉정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 라보고 있는, 상당히 닭살 돋는 그림이었다. "서, 설마… 그냥 모아놓기만 한 거겠죠." 파르시레인이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책에서 눈을 돌리며 대꾸했다. 그리고는 한쪽에 모여 있는 책 더미를 훑어보며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이 보이지 않자 책 더미 째 스윽 밀어서 살펴본 책 더미에 추가했다. "그녀는 그에게 애절하게 외쳤다. '가지 마세요' '아니오 난 가야 하오' 그녀의 눈에서 하염 없는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이렇게 애까지 만들어 놓고 가면 저와 애는 어떡해요!' 그녀 는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라도 해서 그의 마음을…… 푸, 푸하하핫! 이게 뭐야, 이 유치한 신파극은!" 블러드가 눈물까지 찔끔대며 정신없이 웃어대자, 파르시레인은 호기심이 동했는지 블러 드 쪽으로 다가가 책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당장에 눈에 들어오는 건, 찬란한 금발머리의 여자가 바닥에 쓰러져서 눈물을 흘리는……. 파르시레인은 창백한 안색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문득 책 겉 표지에 쓰여있는 글씨를 발견 했다. 그는 놀라운 표정으로 블러드에게 말했다. "타브릿트시여! 이건 정말로 대단한 발견입니다, 이 책, 히에니온 님께서 직접 쓰신 모양이 에요! 보세요, 많은 책 중에 이렇게 가죽으로 겉을 싸 놓고서 반짝이는 금박으로 화려하 게… 삽화까지 삽입되어 있고 말이에요. 게다가 상태도 다른 책들에 비해 너무나 좋다고 요! 게다가 여기……." 블러드가 파르시레인의 말을 가로막았다. "뭐어? 말도 안 돼! 겨우 그거 가지고 단정짓기엔, 그는 용이고 게다가 나이도 무척 많은 아름다운 용인걸. 설마 이런 유치찬란하게 빛나는 신파극을 그가 썼겠어? 그리고 양장은 저기에도 꽤나 있어." 용이란 건, 상당한 선입견으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다른 자에게는 어쩔 지 몰라도 적어도 블러드에게는…. 블러드가 고개를 흔들며 절대 아니라고 극구 부정하자 파르시레인은 더 흥분해서는 침까지 튀겨가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게 아니고, 여길 보십시오! 이 표지를! 보세요 'Written by Hienion'이라고 쓰여있잖아 요! 여기, 여기 제목 밑에 말이에요!" 그 말에 블러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표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경악 으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분명히 'Burning my love only for you'라고 화려한 필 기체로 쓰여진 그 밑에는 'Written by Hienion'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황금색으로 빛나 고 있었다. 블러드는 멍한 눈길로 그 글씨를 바라보고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몇 번을 바 라보아도 'Hienion'이라는 글자는 변하지 않았다. "맙소사!" 블러드가 탄식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다시 한 번 비통한 목소리로 외치자 파르시레인이 옆에서 정신없이 웃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서 책을 깔아뭉개며 눈물까지 찔끔대고 있었다. 그리고 블러드가 다시 한 번 침울하 게 외쳤다.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위대하고도 압도적이며 경이로운 용이, 그런 용이, 이런 유치찬란하 게 빛나는 신파극을 쓰다니! 이건, 이건, 카오스가 통곡할 일이야!" 그리고 블러드도 정신없이 웃기 시작했다. £ "구천 구백 삼십 육, 구천 구백 삼십 칠, 구천 구백 삼십 팔, 구천 구백 삼십 구, 구천 구백 사십, 구천 구백 사십 일, 구천 구백 사십 이, 구천 구백 사십… 삼, 구천 구백 사십 사, 구 천 구백 사십 오, 구천 구백… 으아악!" 카나인이 비명을 내질렀다. 그는 동굴을 나온 채로 곧장 숫자를 세기 시작했었다. 처음에는 그리 걱정하지 않았고 길 어봤자 이십에서 삼십 분 안에 지도를 받아서 오리라고 생각했다. 삼십 분이 넘어가서 오 십 분, 한 시간이 다 되어가자 대화를 나누느라고 조금 늦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애 써 그들을 이해하려 했다. 그리고 한 시간 반이 넘어가자 파르시레인은 아는 게 많고, 오래 살았고, 히에니온 역시 마 찬가지이니 둘 사이에서는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 틀림없으니 당연히 조금 늦을 수밖에 없 겠지, 라고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두 시간이 넘어가자 블러드는 분명 처음부터 있었던 자들 중 하나이니 히에니온이 그걸 우 연한 기회에 알게 되거나 했을 테고, 그걸 설명하고 감탄하고 어쩌고 하는 새에 이야기가 더 길어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그렇게 다른 이를 이해하려고 애써 노력하던 카나인도 세던 숫자가 칠 천을 넘어가 자 슬슬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왕 세기 시작한 거 일만을 채우자는 위대한 미명 아래 카나인은 다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구천 구백 사십 육, 구천 구백 사십 칠……." 그는 주저앉아서는 근처의 막대기를 주워들고 바닥에 낙서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바닥 에 주저앉은 채로 낙서를 하고 있는 요정이라니, 분명히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기에 블러 드나 파르시레인이 봤다면 자신이 매일 아침마다 말과 심오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들켰 을 때만큼 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나인은 심심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가 바닥에 '로스틱은 바보, 조화께서도 나빴어'라고 이천 번하고도 구백 번, 그리고도 아 흔 세 번을 더 썼을 때, 세던 숫자는 만 오 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카나인은 이제 입 속으로 웅얼대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나는 하나, 둘은 둘, 셋은 셋, 넷은 넷, 랄랄라, 다섯은 다섯, 여섯은 여섯, 일곱은 일곱, 여덟은 여덟, 그 외엔 아무 것도 아니라네. 아홉은 아홉, 열은 열, 열 하나는 열 하나, 숲의 요정이 노래부르네." 눈을 감고 노래부르자 분노와 짜증으로 흔들렸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분명 가사는 엉망이었지만 다행히도 카나인은 노래를 무척 잘 불렀기에 그리 듣기 싫을 정도는 아니었다. 부드럽고 맑은 음의 여운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그의 은발이 바람에 찰랑대고, 반쯤 감은 눈으로 보이는 남색 두 눈동자가 아름다운 밤하늘의 빛깔로 물들었다. 흥얼흥얼 대듯이 노래를 읊조리고 그 노랫가락에 맞춰 춤추는 정령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카나인 뿐 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요정들이 즐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건 요정이 아닌 자의 눈으로 보기에도 꽤나 낭만적이며 멋진 일임이 틀림없었다. 실제로 파르시레인은 카나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카나인의 노랫소리와 아름답고 부드러우며 맑고 청량한 요정의 노래 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맑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어떤 새라 할지라도 따라할 수 없는 고운 음색. 카나인은 잠을 청하듯이 눈을 반쯤 감고는 요정의 노래를 흥얼댔다. 당연 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사는 창작이었다. -- 아아, 한 편 또 올렸다. (←기쁨) 아무래도 오늘은 밤을 새야 할 듯. 내일은 학교가는데. 이젠 자포자기. 하하하-! 그래요. 카나인이 바닥에 쓴 숫자는 2993. (맞나?) 우리 왕자님 나이인 거여요;ㅁ; 블러드 엔젤 <23장-용>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육 번째 이야기... "이천 구백 팔십 칠은 이천 구백 팔십 칠, 이천 구백 팔십 팔은 이천 구백 팔십 팔, 로스틱 이란 존재는 세상에 둘도 없는 멍청한 구제불능의 바보라네, 랄랄랄라, 이천 구백 팔십 구 는 이천 구백 팔십 구, 이천 구백 구십은 이천 구백 구십, 이천 구백 구십 일은 이천 구백 구십 일… 이천 구백 구십 이는 이천 구백 구십 이, 아름다운 요정이여 그 빛나는 눈동자 와 아름다운 모습에 조화께서 내리시는 축복 있으라, 이천 구백 구십 삼은 이천 구백 구십 삼…… 으흠." 다시 이천 번하고 구백 번, 그리고 아흔 번하고도 아홉 번을 노래부르고 나자 목이 쉬어 더 이상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주위는 어둑어둑해졌고, 하늘에서는 별이 빛나 고 있었다. 밤의 추위가 으슬으슬 몰려들자 카나인은 얼어죽는 최초의 요정이 되고 말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에취!" 이천 구백 아흔 아홉 번이나 노래부른 결과로 목도 쉬었고, 만 오천 삼백 칠십 삼 까지 숫 자를 센 결과로 머리도 아팠고, 이천 구백 아흔 아홉 번이나 바닥에 '로스틱 바보, 조화께 서도 나빴어'라고 쓴 결과로 팔목이 끊어질 것 같았다. '최악이야.' 카나인은 투덜대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아아, 요정이여! 인내와 끈기의 종족이라고 불 려도 전혀 손색이 없으리라! 카나인은 장장 열 시간 이상을 그 자리에서 노래부르고 숫자 를 세고, 글씨를 쓰며 끈기 있게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것도 그들을 원망하지 않으려고 노력까지 해 가면서! 그는 잠시 3초 정도 히에니온의 거처로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다. 들어가자니 축축하고 더 럽고 기분 나쁜 동굴 따위는 정말 싫었다. 그건 요정으로써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거였다. 일단 요정에게 '동굴이라고 하면 뭐가 가장 먼저 생각나나요?' 라는 질문을 백 명에게 물 어보면 아흔 아홉 명 정도가 '더럽다. 축축하다. 기분 나쁘다. 최종적으로 난쟁이' 라고 대 답할 정도이니까. 하지만 들어가지 않자니 춥고 피곤하고 배가 고팠다. 아무리 요정이라지만 그도 먹어야 사 는 생명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아침을 아주 간소하게, 정말로 '간소하게' 차려먹었고 그 이 후로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카나인은 고픈 배를 움켜쥐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5초쯤 뒤에 카나인은 결국 들어가기 로 결정했다. 무척 피곤하고 지쳤지만 - 노래부르는 거나 글씨를 쓰는 건 꽤나 피곤한 일 이다 - 그의 발걸음은 아직도 가볍고 경쾌했다. 차마 쾌활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분명 아 직까지는 가볍고 경쾌하고 바람에 날리는 깃털같이 부드럽긴 했지만, 그래도 그 발걸음에 서는 카나인이 분명 피곤하고 지쳤음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마치 괴물의 입처럼 시커먼 동굴 입구에서 카나인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 다. 거부감이 밀려들었다. 카나인은 입구 앞에 멈춰 서서 7초 정도 들어갈까 말까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잠시 뒤에 '이왕 들어가기로 한 거, 끝까지 들어가야지' 하는 생 각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얼굴로 확 끼쳐드는 축축한 물의 느낌에 카나인은 얼굴을 찡그렸다. 분명 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시냇가나 호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였지만, 동굴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똑같은 물이지만 동굴이라는 밀폐된 장소에 갇혀서 움직이 지 않는 물이 싫다. 카나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물이란 모름지기 끊임없이 움직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무한한 순환, 그것이 바 로 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카나인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요정들이 그랬다. 물은 끊 임없이 움직이는 것, 마지막에서 시작으로 돌아가는 것, 무한히 순환되는 것. 그렇지만 동 굴은 아니다. 그래서 동굴의 물이 싫었다. 기분 나빴다. 동굴 안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굉장히 높고 커다랗고 푸르스름 한 빛을 띄고 있는 그 벽은 굉장히 길어서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꽤나 돌아가야 할 듯 했다. 카나인은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일이 왜이리 꼬이는 건지. '근데 아까도 이런 벽이 있었던가?' 인상을 팍팍 찡그려 가며 동굴 안을 살피던 카나인은 갑자기 바로 눈앞에 커다랗고 푸른 눈이 확 떠지자 깜짝 놀랐다. "으악!" 카나인은 나직하게 비명을 질렀다. 벽인 줄로만 알았던 것에서 갑자기 커다란, 아주 커다란 파란 눈이 생긴다. 그 누구라도 놀 랄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휙 뛰어 그 정체불명의 '눈'에서 멀 어진 카나인은 세차게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가라앉히며 그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파 란 눈은 보석처럼 어둠 속에서도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요정의 아이여, 일행을 찾으러 온 건가?" 이제는 벽이 쩍 갈라지며 말소리까지 새나오자 카나인은 드디어 그 거대한 벽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용이었다. 블루 드래곤 히에니온. 왜 그걸 몰랐는지, 카나인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조심스레 경계를 낮추었다. 사실 은 히에니온이 말을 꺼냈을 때, 순간적이나마 '말하는 벽!?'이라고 생각해 버린 자신의 어 리석음이 훨씬 더 부끄러웠다. 블루 드래곤은 정말 대하기 껄끄러운 자들이다. 카나인은 물론 용이 좋았다. 자연을 사랑 하는 용이 좋았다. 물론, 아예 편견이 없을 수는 없었기에, 그 중에도 그린 드래곤이 가장 좋긴 했다. 찬란한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그 녹색 용들은 풀과 나무와 꽃을 무척이나 사 랑했고, 요정을 반기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푸른 용들은 달랐다. 언제나 다가오지 않고 한 걸음 밖에 물러서서 그 차갑고 냉철 한 눈으로 상대방을 살펴본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결코 이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면 냉정하게 등을 돌린다. 철저하게 공과 사가 구분된, 그런 이들. 그렇게 차가운 자들. 그 게 바로 블루 드래곤이었다. 카나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일행을 찾으러 왔습니다. 어디에 계시는지 알고 있습니까?" 히에니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나인이 벽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히에니온의 목과 얼굴 부 분이었다. 히에니온이 고개를 쳐들자 벽은 사라졌고, 카나인은 그 엄청난 크기에 압도당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 '저렇게 쓸모 없이 크기만 한 거, 전혀 소용없는 거야. 움직일 때 불편하기만 하잖아? 그만 큼 표적도 커지고…….' 그가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히에니온이 입을 열었다. 웅웅대는 듯한 아름다운 목소리 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카나인은 퍼뜩 놀라 고개를 들고 히에니온을 바라보았다. 그 냉정 하지만 자애로운 푸른 눈동자가 미소짓고 있었다. "네 일행은 저 안쪽 책 창고에 있지." "책?" 카나인이 흥미로운 눈길로 히에니온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차기 장로라는 건 그냥 받는 게 아니었다. 카나인은 책을 좋아했다. 책 속의 무한한 세계를 좋아했다. 책 속의 끝 없는 상상의 세계가 좋았다. 둘이 서재에 있다는 걸 알자, 카나인의 분노는 피시식 사그라 들었다. 그 둘이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는 거라면 이렇게 늦게까지 나오지 않는 것도 이해 가 된다. 실제로 카나인 자신도 한 번 서재에 들어가면 길게는 몇 달 동안이나 안에 틀어박혀서 나 오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 그럴 때는 식사도 챙길 겨를이 없어서 언제나 식구들이 식사를 챙겨주었었다. 그러나 그나마도 먹지 않을 때가 많았기에 식사는 하루에 한 끼 정도로, 대 부분 간단하게 했었다. 서재에서 나오면 그때까지 못 먹었던 만큼 엄청나게 먹어대곤 했었다. 그런 카나인을 친구 들은 '책벌레' '밥벌레'라며 놀려대곤 했었다. 잠시 추억에 잠겨있던 카나인은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빠른 발걸음으로 서재를 향했다. 물 론, 그 전에 히에니온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용에게 밉보여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카나인은 중얼대며 히에니온이 가리킨 방향을 향했다. 책이란 소리 를 듣자마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며칠 정도는 이곳에 머물자고 부탁해 봐야지.' 이렇게 오랫동안 서재에 들어가 있을 정도면 분명히 둘도 책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게 틀림 없다. 그러니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카나인은 자신의 입이 귓가에 걸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히에니온이 의미 모를 미소를 짓고 있는 것도……. 문득, 예민한 카나인의 귀에 웃음소리 비슷한 것이 들려왔다. 카나인의 뾰족하고 긴 귀가 쫑긋거렸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웃음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웃음소리의 근원지는 히에니온이 가리켰던 서재였다. '어째서 이런 곳에 웃음소리가?' 작은 의문을 가지며 카나인은 서재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길고 꼬불꼬불한, 매우 복잡 한 동굴로 되어 있는 히에니온의 거처에 문 따위가 있을 리 없다. 당연히 복도에서 '히에니 온의 책 창고 - 허락 없이 함부로 들어가지 말 것!'이라고 쓰여진 쪽으로 한 번 방향을 틀 자마자 카나인의 눈에 서재의 광경이 적나라하게 들어왔다. "아, 카나인이네?" 너무 웃어서, 아니 이젠 웃다못해 울어서 새빨갛게 부은 눈을 들어 블러드가 카나인을 바 라보았다. "낄낄낄, 얼레, 카나인?" 아직까지도 바닥에서 구르며 웃고 있는 파르시레인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멍한 눈빛으로 카나인을 올려다보았다. 카나인은 그 자리에서 돌이 되었다. 불 리가 없는 바람이 셋 사이에 맴돌았다. 카나인은 잠 시 비틀대다가 옆에 꽤 높은 높이로 차곡차곡 쌓아 놓은 책으로 된 탑의 끝을 붙잡고 몸을 지탱했다. 그러나 곧 맨 위에 놓여있던 책의 제목을 보고는 다시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오오, 내 사랑, 아름다운 그대여'라는 제목을 가진 책의 표지에는 짙은 풀빛 머리카락과 황금색 눈동자의 매우 아름다운 여자 '요정'이 빙긋 웃으며 갈색 머리카락의 '인간' 남성 과 껴안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이, 이, 이, 이건 대체 뭡니까! 이 적나라한 그림은!" 카나인은 책을 들어 좌라락 책장을 넘겨보았다. 차마 글로 옮기기 민망한 내용들이 카나인 의 눈에 들어왔고 그는 얼굴을 확 붉히며 상당한 감정을 담아 책을 저 멀리로 던져버렸다. "이 적나라한 내용은!" 파르시레인은 하도 웃어서 배가 아프다는 듯이 배를 부여잡고는 아직도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카나인에게 책을 한 권 권했다. "이거, 엄청 웃겨. 진짜야, 진짜라고. 너도 바닥을 구르며 웃게 될걸?" 카나인은 분노로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는 그 책을 거칠게 받아 들어서는 던져버렸다. 둥 글게 포물선을 그리며 멀리 멀리 날아가는 '사랑의 기쁨'이란 제목의 책을 바라보며 블러 드가 소리를 질렀다. "나 아직 그거 못 봤단 말이야!" 카나인이 둘에게 고함을 질렀다. "도대체 받아 오겠다던 지도는 어떻게 된 겁니까!" -- 기적적인 4연참. 하아, 세상에나! 난 정말 대단해;ㅁ; 12장이나 썼어. 오늘 하루, 약 열두 시간 동안. (한숨) 물론 중간에 밥먹은거랑, 낮잠잔거랑, 피아노친거랑, 그림그린거랑, 소설 읽은 시간은 빼 야겠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컴 앞에 앉아있다시피 했는걸. (한숨) 그러고 보니 테드 오빠가 게시판 아래쪽에 제 홈페이지 배너를 넣어 주었군요! (몰랐다 는;) 테드오빠 고마워. 헌데 저 배너,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맘에 안들어;ㅁ; 헌데 저렇게 표로 되어 있으니 왠지 예쁜 것 같기도. (먼산) ; 현재시각 11시 43분. 5연참은 불가능이었던가?; 블러드 엔젤 <23장-용>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칠 번째 이야기... 높은 소프라노로 외치며 주변의 책들을 휙휙 던져댄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능숙한 솜 씨로 그것들을 피하며 대꾸했다.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이라는 책 184페이지에 끼워져 있대." "그래서 미련하게 그걸 여기서 찾고 있는 건가요?" 블러드의 말에 카나인이 이를 부득 갈며 소리쳤다. 그가 신경질적인 손놀림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책 더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날 카로운 요정의 시각으로도 그건 무리였다. 그렇다. 분명 무리였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 이 알기에는 그랬다. "여기 있잖아요!" 카나인이 어느 한쪽으로 휘적휘적 걸어가더니 한 책 더미를 가리키며 외쳤다. 날카로운 그 의 목소리가, 히스테릭한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음악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블러드와 파 르시레인은 아스트랄 쇼크 상태를 경험했다. "뭐야, 이거, 우리는 몇 시간이나 땀 뻘뻘 흘리며 찾아 헤맸는데, 요정이란 거, 세상에나! 너무 불공평하잖아, 카나인!" "땀 뻘뻘 흘리며? 자지러지게 웃고 계셨던 건 도대체 누굽니까? 요정과 인간의 가당치도 않은 러브스토리 따위를, 따위를… 읽고 계셨잖아요!" 그 민망하기 그지없는 내용이 떠올랐는지 카나인은 확 얼굴을 붉혔다. 그런 그를 파르시레 인이 작게 비웃었다. 그리고 블러드는 카나인을 외면했다. 그러나 카나인은 그렇지 않은 듯 했다. 날카로운 목 소리로 연신 쨍알대며 블러드에게 소리소리 질러댔다. 그 엄청난 잔소리에 블러드는 귀를 틀어막고 중얼댔다. '저건 음악적인 목소리야, 저건 음악이야, 저건 카나인이 부르는 노랫소리야, 저건 부드러 운 요정의 음악이야….' "듣고 계신 겁니까!" 카나인이 미간을 있는 대로 구기며 소리쳤다. "아악-! 이건 말도 안 돼!" 그 때 파르시레인이 아까 카나인이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이란 제목의 책을 찾아 냈던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다. 그 무시무시한 비명 소리에 블러드도, 카나인도 눈을 동그 랗게 뜨고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둘의 시야에 머리를 감싸쥐고 고통스런 표정 을 짓고 있는 파르시레인이 들어왔다. "뭐 하는 거야, 파르시레인?" "어리석은 로스틱! 추잡하게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평소라면 카나인의 신경을 거슬리는 말에 대해 몇 마디 다다다 일장연설을 쏟아내 주었겠 지만, 지금 파르시레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카나인에게 설교를 늘어놓기에는 정신적, 심리적인 충격이 너무나도 컸다. "이 책, 이 책이 글쎄…." "이 책?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을 말하는 거야?" 블러드가 질문하자 파르시레인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주르륵 쏟을 것만 같은 표정으로 고뇌하더니 잠시 뒤에 너무도 괴롭다는 듯이 매우 힘겨 운 동작으로 수북히 쌓여있는 책 더미를 가리켰다. 2, 3초쯤 뒤에 그가 쥐어짜는 듯한 목소 리로 간신히 한 마디 외쳤다. "시리즈 도서였어요! 그것도 238권 완결!" £ "아스트랄의 끝을 맛본 기분이야." 블러드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카나인이 핼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옆에선 파르 시레인이 음침한 표정으로 쭈그리고 앉아서는 연신 뭐라고 중얼대고 있었다. 셋은 이제 책 이라면 질릴 지경이었다. 절대로 '레 미르'가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에 블러드는 한숨 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손에는 밥도 못 먹고 하루 낮, 하루 밤을 꼬박 투자한 결과물인 지 도 한 장이 들려있었다. 그건 과정에 비해 너무도 보잘것없는 결과였기에 일행 모두 그 지도를 북북 찢어버리고 싶 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카나인은 악에 받친 눈빛으로 지도를 찢어버리려고 했었 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의 필사적인 방어 덕에 다행히도 지도는 무사했지만 말이다. 어쩌 면 일행은 카나인을 말리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238권으로 완결되는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 시리즈를 세 부분으로 나눠서 각각 한 부분씩 맡았었다. 지도는 전권을 거의 다 뒤질 무렵이 되어서야 파르시레인이 맡은 부 분이었던 102권에서 발견되었다. "도대체 누가 썼기에 238권이나 되냐… 지겹지도 않나?" 블러드가 투덜대자 카나인이 대꾸했다. "틀림없이 엄청나게 시간이 많아서 일생이 한가하다못해 지루했던 사람일 겁니다. 틀림없 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지겹디 지겨운 글을 쓸 리가 없죠. 항상 지겹게 살다보니 정신마 저 지겹게 세뇌된 것이 틀림없습니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이 동의했다. 드물게 셋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이건 정말 드문 일이어 서 잊어버리려 해도 잘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 될 것이다. 238권 완결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의 이름 모를 작가는 순식간에 카나인 뿐만이 아니라 일행 모두에게 '엄청나게 시간이 많아서 일생이 한가하다못해 지루해서 정신마저 지겹게 세뇌된 사람'으로 취급당해 버렸다. 연신 하품을 해대며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카나인도 이곳이 동굴 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계속해서 투덜대며 블러드의 옆에 앉아 축축한 벽에 등을 기댔 다. 평소라면 이런 지저분한 곳에서 잠을 자는 게 어떠느니 하면서 한바탕 요정의 기나긴 설교를 늘어놓겠지만, 그러기엔 지금 너무나도 피곤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저 자버리고 싶었다. 히에니온은 한 번도, 정말 단 한 번도 들어오 지 않았다. 그런 그를 원망하며 블러드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의외로 가장 먼저 잠든 건 파르시레인이었다. 곧 그가 나직하게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고, 파르시레인이 잠 든 걸 안 블러드가 마음놓고 푹 잠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고른 숨소리가 색 색대는 걸 자장가 삼아 카나인도 곧 잠들었다. 셋은 무척이나 배고프고 힘들었으며 자리는 불편하고 축축했지만, 마치 밀물처럼 밀려드 는 졸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곧 히에니온의 서재는 더없이 안온하고 평화로운 잠자리가 되어버렸다. 그의 소장본인 귀중한 책들은 일행의 베개가 되었고 이불이 되었으 며 바닥에 까는 멋진 요가 되었다. 다행히, 셋의 잠버릇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다. -- 짧습니다. 그리고 저도 졸렵습니다. 멍해요. 너무너무 졸려워요. 마감은 결국... 끝장났습니다. 55페이지 정도 남았군요. 루리는 이제 자러갑니다. 지금 시각이 정각 3시인 관계로 5연참 은 아니군요;ㅁ; 아아... 졸렵습니다. 너무나도... 블러드 엔젤 <23장-용> (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팔 번째 이야기... £ 아침이었다. 이 곳은 더럽고 축축하고 어두컴컴한 데다가 한 겹 더 겹쳐서 지저분하기까지 한, 더없이 난쟁이스러운 - 카나인의 말을 빌자면 - 동굴 안이었기 때문에 아침 햇살이 찬란하게 빛난 다던가, 작고 귀여운 새의 아름다운 지저귐 소리가 들려온다던가, 상쾌한 아침 공기가 기 분 좋게 피부에 느껴진다던가, 맑고 투명한 아침 이슬이 싱그러운 나뭇잎에 맺혀 있다던 가, 하는 아침에 당연히 있어야 할 것들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일행은 지금이 아침이라 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히에니온은 여전히 커다란 호수에 푸른 용이라는 그 이름답게 그 육중하고 거대한, 그러 나 더없이 아름다운 푸른빛을 띄고있는 육신을 삼분의 이 이상 담그고 있었다. 블러드는 왜 그가 그렇게 몸을 물에 담그고 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제의 그 동굴이 흔 들리는 일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히에니온은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새파란 물빛 눈동자로 느긋하고 천천히 일행의 모습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흐음, 상당히 늦게 나왔군!" 그렇게 책이 많았는데 어떻게 빨리 나온단 말이냐! …라고 외치고 싶은 일행이었지만, 왠 지 그랬다가는 이렇게 힘들게 찾아낸 지도마저 빼앗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만두기로 했 다. 하지만 분한 마음은 억누를 길이 없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내가 찾기 귀찮아서 읽다가 그냥 처박아 두었던 '레 미르, 그 형성과 발 전 과정'까지 찾아주었으니, 고맙기 그지없군." 셋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 결국 히에니온은 자신들을 그 책을 찾기 위해 '이 용'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래도 강자 앞에서 놀랄 만큼 비굴한 셋이었기에 대들거나 하는 짓 따위는 하지 못했다. "잠깐만요! 그럼 히에니온 님께선 당신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셨단 말씀이 십니까? 어떻게 그리 무례하실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일행 중에 유일하게 가장 정상적이고 가장 정의로우며 가장 공정하고 가장 공명정 대하고 가장 의협심에 불타는 이는 카나인이었던 듯, 그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파르시 레인이나 블러드처럼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지 못했다. 히에니온은 그를 한 번 스윽 훑어보 고는 한 마디 했다. "그런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겠군, 과연 요정의 아이다워!" 마지막은 카나인을 칭찬하는 말임이 분명했지만, 지루한 행동들의 반복과 공복으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이런 난쟁이스러운 동굴 안에 있다는 카나인의 그 분노는 그 비꼬는 듯 한 말로 인해 더 플러스되어 버렸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허리에 손을 척 올려놓고는 자그 마치 블루 드래곤 히에니온을 상대로 한바탕 기나긴 - 요정으로써는 짧다고 생각하는 - 일 장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손님의 자격으로 히에니온 님을 찾아온 겁니다! 게다가 예의를 갖추 어 히에니온 님께 인사를 드렸으며, 어디까지나 예절과 공적인 일을 잊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싸움의 불씨가 되는 행동이라고는 털끝만치도 보이지 않았고 저희 스스로도 그런 행동을 자제했습니다!" 카나인은 한 번 숨을 들이쉬고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런데 히에니온 님께서는 그런 저희를 성심껏 맞이하기는커녕 저 어둡고 차갑고 퀴퀴하 며 지저분한, 마치 다락과도 같은 동굴 방에 가두어 놓다시피 하고는 자그마치 238권 완 결 '레 미르, 그 형성과 발전 과정'이라는 책을 찾게 했습니다! 그건 분명히 저희를 위해 지 도를 찾는 행위라고는 하지만, 그리고 분명 저희를 위한다면 저희가 해야 하는 것도 사실 이지만, 사실은 히에니온 님께서 사리사욕을 위해서 저희를 이용한 것이 아닙니까? 이런 건 분명 공명정대하신 조화, 하르모니아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며 다시는 있어서도 안 되 며, 있을 리도 없는 일이어야 합니다! 저희에게 사과와 친애의 표현을 담아 하르모니아의 이름으로 정중하게 사과해 주십시오!" "싫어." 히에니온은 고개를 스윽 돌리며 한마디했다. 파르시레인과 블러드는 카나인이 괜한 짓을 해 버리고 만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카나인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한 숨을 푹 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쩔 수 없군요." 히에니온은 침착하고 냉정한 블루 드래곤이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적절 하게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성을 잃고 감정에 휘말리는 그런 다혈질적인 일은 태어나 서 이제껏 그 긴 삶 동안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게다가 비록 그는 용으로써 죽 을 때가 다 되었을 만큼 나이들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룡족과 신룡족을 포함한 전체 용들을 통틀어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상당한 자제 심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일행에게는 정말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쳇, 역시 용이란 건 어쩔 수 없어. 언제나 위대한 조화 하르모니아의 뜻을 어기면서 살아 가지. 그런 무례한 자들에게 조화의 사상을 이해시키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거야. 더 구나 이런 더럽고 축축하고 지저분한 동굴이라니! 더없이 난쟁이스러운 짓이 아닌가! 거대 한 육체와 강력한 힘을 가졌다 뿐이지 그 외에 문화적인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더없이 야만적인 종족이야!' 카나인은 속으로 투덜대며 자신을 위로했다. "흐음, 그러면 지도도 받았겠다, 이제 나에겐 볼일이 없겠군?" 히에니온이 일행을 흘끗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마치 최고급의 사파이어처럼 새파란 눈 동자가 웃음기 어린 물빛을 머금고 가늘게 휘어졌다. 그 질문에 블러드가 얼떨결에 고개 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에, 뭐 그렇죠." 일행은 몹시 피곤하고 지쳐 있었다. 잠은 약간 잤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할 정도로 졸립지 는 않았지만, 어제 아침에 간단하게 식사를 한 뒤로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당연히 히에 니온이 아침 식사 정도는 대접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단 한 착각인 듯. "그럼 헤어질 시간이네." "예에?" 블러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알 수 없는 신음을 내질렀으며 파르시레인은 김빠진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카나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역시나 무례한 드래곤'이라는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그런 셋의 모습을 본 히에니온의 심기 역시 편할 수만은 없었다. "아니 내가 무엇을 잘못 말했는가! 그건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 않나? 난 그대들에게 지도 를 제공해 주었고 그대들이 지도를 찾기 위해 내 소중한 책 창고를 어지럽히는 것도 기꺼 이 허락해 주었네. 그리고 그대들은 이제 그 원래의 목적을 이루었으니 당연히 내 거처에 서 나가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하, 하지만…." 블러드가 애써 뭐라고 말해 보려 했지만 히에니온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히에니온은 굉 장히 아쉽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나도 그대들에게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불행히도 이곳에 는 그대들이 먹을 만한 것이 없지." 그 한마디에 블러드의 얼굴은 울 듯이 변해 버렸다. 히에니온은 약간 당혹스런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날 생선이라던가 괴물 요리도 괜찮다면 대접해 줄 순 있네만……." "아, 아뇨, 성의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히에니온의 제의에 파르시레인이 정중하게 사과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아무리 굶주리 고 허기졌다 해도, 날 생선이나 괴물 요리를 먹는, 정상적인 식생활로써의 그 무언가를 상 실한 행위 따위는 별로 하고싶지 않았다. 그건 파르시레인 뿐만이 아니라 블러드도, 카나 인도 찬성하는 공통된 생각이었던 듯, 둘도 별 말 없었다. "흐음, 그런가? 아쉽군. 난 꽤나 괴물 요리를 잘 하는데 말일세." 정말 아쉽다는 듯, 능청스럽기 그지없는 그 말투에 일행은 속으로 투덜댈 수밖에 없었다. 오래 살면 살수록 얼굴 가죽도 두꺼워지는 듯, 히에니온은 정말 능글맞았다! 분명 아름답 고 고귀하며 냉정하고 침착하고 참을성에 인내심까지 많은, 흠잡을 곳 하나 없는 그였지 만, 그런 그였지만… 이런 것만은 참기 힘들다. 일행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제 헤어지는 게로군!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예의바른 손님이었어. 그대들처럼 나 또한 즐거운 시간이었네." '그대들처럼 나 또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속으로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블러드였다. '왠지 빨리 가라고 하는 것 같아.' 파르시레인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파르시레인의 그 짐작은 정확했다. 히에니온은 분명히 예의바르고 친절한 데다가 생긴 것도 멋진, 그러나 어딘지 대하기 껄끄러운 이 일 행을 빨리 보내버리고 천천히 쉬고 싶었다. 이번 수면 때는 그답지 않게 삼십 년간이나 잠 을 잤기 때문인지 - 평소보다 훨씬 긴 수면이었다 - 도통 의욕이 없었다. 사실 잠을 자는 이유가 너무 길어서 지겨운 삶의 의욕 상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렇게 된다 면 잔 것도 다 소용없는 짓이 되 버린다. 히에니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 나름대로의 고민이 꽤나 많았던 것이다. 다 늙어서 여행을 하자니 그것도 좀 뭐했고, 나이든 용이 젊은 용들과 싸우는 것도 다른 용 들의 귀범이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거처에서 천천히 보물이나 살펴보고 책이나 읽으며 남은 여생을 즐기려고 작정하고 있었다. 나이가 드니 자연히 싸움도 시들해지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용왕계까지 가는 것도 귀찮 다. 그건 히에니온과 나이가 비슷비슷한 용들 모두 마찬가지였기에 히에니온은 피 튀기는 싸움 따위는 아예 포기하고 있었다. "아, 예. 그럼 편안한 휴식되길 기원하겠습니다." 히에니온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그 부드럽고 아름다운 눈동자로 일행을 지긋이 내려다보 자 블러드가 애써 그 시선을 피하며 어정쩡하게 인사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파르시레인 역시 시선을 피하려고 노력하며 당혹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카나인은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고개 숙여 예의 바르게 인사하긴 했다. 다만 '요정의 화법'으로……. "찬란하고 아름다운 빛, 차갑고 깨끗한 물, 시원하고 부드러운 바람. 이들의 손길은 그대 의 영원한 벗이자 나의 영원한 벗. 내가 떠난 뒤에도 그들의 진정한 축복과 가호가 지금처 럼 계속 그대에게 있기를 기원합니다. 블루 드래곤, 히에니온 님."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히에니온 역시 반가운 표정은 아니었다. 지겨운 요정! …히에니온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듯 했다. 아니, 속으로 는 틀림없이 그렇게 소리치고 있을 것이다. £ 일행은 히에니온의 거처를 한 2킬로미터쯤 벗어난 곳에서 지도를 펴들었다. 가장 가까운 난쟁이의 마을을 찾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그 일은 지도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파르시레인 에게 맡겨졌고, 블러드와 카나인은 천천히 걷고 있는 말의 등위에서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 볕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한참동안 열심히 얼굴을 찡그려 가며 지도를 살펴보고 있던 파르시레인이 갑자기 둘을 바 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심각하다는 듯이 그리 넓지도 않은 미간에 있는 대로 주름을 잡 으며 물었다. "누구, 용이 쓰는 말 아는 사람?" -- 마에 고반넨;ㅁ; (울먹) 이틀만에 한 챕터가 이렇게 쫑났습니다 ;ㅁ; (너무 기뻐요!) 그래도 마감은 놓쳐버렸다죠. (웃음) 몰라요, 몰라 ;ㅁ; 이젠 나도 몰라. 그저 쓰는 거여 요, 그저... (울음) 으음, 그리고 어떤 분이 이걸 물어보셨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Elen siila luumenna omentielvo 엘렌 실라 루멘나 오멘띠엘보 아, 저건 아마도 '시일라'로 읽어야 할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루멘나가 아니라 '루우멘 나'인가. (;) 뜻은, 뭐. a star shines upon the hour of our meeting 우리 만남의 시간에 별이 빛납니다 ...라는 뜻이죠. (털썩) 그냥 멋있어서; (웃음) 그리고 '나마아리에Namaarie'는, 음, 별 뜻 없어요. '안녕히farewell' 대충 이런 뜻; 아하하; 헤어질 때 인삿말, good bye정도로 생각 하시면 될 듯. (아악- 왜 이야기가 이런 쪽으로;) 참고로 말하면, 꿰냐라죠; 블러드 엔젤 <24장-Meet again>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사십 구 번째 이야기...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 지금은 마음을 접어 두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그대를 위해, 솟구치는 그리움을 접어 두렵니다. 그대 지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으니, 살아만 있다면 만날 수 있으니, 언젠가 만날 수 있으니, 지금은 괜찮다고 자신에게 타이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타이르고, 또 타일러도, 그리움에 사무치기만 한 내 이 마음. 슬픔에 사무치기만 한 내 이 마음. 비록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 지금은 그리움을 접어 두렵니다. 솟구치는 그리움을 접어 두렵니다. 다시 만날 그 날을 위해서……. -어느 이름 없는 음유시인의 노래 <24장-Meet again> 블러드는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렸고 애써 그것을 추스르 며 고개를 들어 저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왜 이리 감상적이 되어 버렸는지 알 수 가 없었다. 얼굴에 와 닿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둘이 바짝 붙어서 끙끙대며 열심히 용의 말을 해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모습은 분명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았을 때, '사이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게 틀 림없었다. 카나인이 발끈하며 파르시레인에게 외쳤다. "아 글쎄 이건 그런 뜻이 아니라니깐요!" 파르시레인도 지지 않고 빈정대며 대꾸했다. "그럼 이거 외에 또 무슨 뜻이 있냐고! 다른 건 가능성이 없잖아! 감정적이 되지 말고 이성 적으로 생각하란 말야!" 그러자 카나인이 그런 그를 비웃었다. "그런 말을 그대에게서 듣게 될 줄은 몰랐군요! 친애하는 로스틱이시여! 그쪽이야말로 이 성적으로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어요? 그런 뜻을 집어넣으면 말이 안 되잖아요! 말이! 문 맥이 이상하단 말예요!" 파르시레인은 낮게 으르렁댔다. "그 중에 이 뜻이 가장 낫다는 말이야! 다른 건, 그럼 다른 건 문맥이 맞는 줄 알아? 이성적 으로 생각하란 말야!" 블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린다.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티격태격 싸우는 소리는 분명 바로 옆 에서 들려야 할 텐데, 왜 이렇게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지. 알 수 없는 긴장과 흥분으로 심장이 제어를 잃고 날뛰었다.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심장 박동 소리가 막 달리 기를 하고 난 것처럼 세차게 두근두근, 들리는 것만 같았다. 블러드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덥기는커녕 춥다고 해도 괜찮을 날씨, 약간은 쌀쌀한 바람, 나뭇잎 하나 없이 앙상한 가지 만을 드러내 놓고 서 있는 나무들, 분명 지금은 겨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에서 열이 나는 건지. 블러드는 의아했다. 아픈 건 아니었다. 열병 따위는 앓아본 적도 없고, 앓을 리도 없다. 그리고 감기 따위의 병 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어디서 그 자신감이 나오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말 은 없었다. 단지, 그냥 알 수 있었다. 이건 그런 병 따위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 다……. 언뜻 하늘을 스쳐 지나가는 무엇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블러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 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헛것까지 보는구나.' 그 순간, 또 무언가가 하늘을 갈랐다. 블러드는 입을 딱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물론,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말다툼에 열중해서 보지 못한 듯 했다. 무언가 울긋불긋한 것이 분 명히 하늘을 스쳐 지나갔다. 날아갔다. 구름 사이로……. 그런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 수 가 없었다. 블러드는 당황했다. "파르시레인, 카나인! 하늘 좀 봐! 뭐가 있어!" 손짓하며 부르자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블러드를 한 번 바라보고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 의 하늘을 흘끗 바라보았다. 그들은 분명 블러드보다 시력이 좋았다. 그러나 타이밍의 운 은 둘을 따라주지 않았다. "아무 것도 없잖아요?" 파르시레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나인이 동의하듯 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이, 있었다고! 너희가 너무 늦었어!" 그게 꽤나 억울했는지 블러드가 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이제 익숙해진 그 억지스러움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성의 없게 말하고는 다시 지도에 정 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알았어요, 있었다고요." "저희가 타이밍이 나빴나 보죠." 꽤나 성의 없는 대답이었기에 블러드의 기분은 약간 상해버렸지만 그 정도로 삐지기엔 너 무 째째하지 않은가? 블러드 자신도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그리고 째째하다는 소 리를 듣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관두기로 했다. 그들의 타이밍이 나빴던 거라고 자신에게 토닥토닥 타이르며……. 그리고 두 번째, 두 번째로 그것이 나타나 블러드의 눈에 뜨였을 때, 정말 당혹스러운 마음 을 감출 수가 없었다. '뭐야, 저건, 날 놀리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서 하늘을 바라보자 불그스름한 것이 휙 스쳐 지나간다. 커다랗긴 한 데, 너무 빨리 지나가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 블러드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하늘에서 시 선을 돌렸다. 더 이상 봐 봤자 전혀 소용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화시여, 길은 아무래도 이쪽인 것 같습니다." 장장 몇 시간에 걸친 난투 끝에 일행이 가야 할 길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만약 그 길이 아 니라면? 정 반대쪽이라면? 그런 것에 대한 대비책 따위, 그들이 세워두었을 리가 없었다. 내 의견이 맞네, 아니네 하면서 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빠 보였으니까. 블러드는 다 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고는 문득 요즘 들어 자신이 내뱉는 한숨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길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속도를 올립시다." 파르시레인이 제의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조화께옵소선 아직 말에 익숙하지 못하시니 당연히 천천히 가야 하죠! 가장 중요한 분이 누구인가를 생각하십시오!" 카나인이 반박했다. "무슨 소릴 하는 건가, 멍청한 요정! 빨리 난쟁이의 마을을 찾아서 원래 힘을 되찾는 것이 가장 큰 목표! 너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파르시레인이 소리쳤고, 카나인은 아무 말 없이 말에 박차를 가했다. 카나인이 졌다. 파르 시레인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만면에 가득 띄었다. 블러드는 또다시, 정말 지겹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처럼 파르시레인이 가장 먼저 달렸고, 그 뒤를 블러드가 따랐다. 마 지막은 당연히 카나인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블러드도 이제는 말에 꽤나 익숙해져 있었다. 따로 승마를 배우지는 않 았지만 장장 일주일을 넘는 시간 동안, 그것도 하루 종일 말을 타다시피 했으니 당연히 익 숙해질 만도 한 것이다. - 무엇이든지 연습보다는 실전이 중요한 법이다 - 그러나 카나인 의 불필요하다시피 한 과보호는 정도가 좀 지나쳤다. 파르시레인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카나인보다는 낫다. …고 블러드는 생각하고 있었다. -- (먼산) 난생 처음으로 부제에 영어를 써 보는구나. '다시 만남'이라고 하면 그건 또 이상하 고, '만남'이라고 하면 다시라는 말이 빠지니 그것도 안되고. (한숨) 곤란해, 곤란해. 역시나 한국어는 어려워;ㅁ; 아아, 현재시각 3시 2분. 난....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한숨) 아, 근데, 블러드가, 분통터지게 답답한..가요?; (전혀 몰랐음) 카르세아린을 보면서, 난, 저렇게 답답하게, 멍청한, 분통터지는, 저런 놈은 만들지 말아야 지. 하면서 다짐했었는데. 정말, 정말 블러드가 답답해요?; 블러드 엔젤 <24장-Meet again>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번째 이야기... £ 붉은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눈동자가 갈 곳 없는 깊은 분노와 가슴아 픈 슬픔을 담고 일렁였다. 긴 옷자락이 치렁치렁 바닥에 끌리고, 지친 듯한 숨소리가 거칠 게 입술 사이로 새나왔다. 옷에 달린 금속 장식들은 분명 아름답고 멋지긴 했지만 이런 추격전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 지 않는다. 장식들끼리 부딪치고 짜랑 짜랑 소리가 맑고 곱게 울려 퍼지는 것도 평소에는 분명 듣기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추격전에서는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이 되어 버릴 뿐이다. 만약 그가 제정신이었다면 달릴 때 불편하기만 할뿐인 이 치렁치렁한 옷을 찢어내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적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꼴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닌 소리로 한 걸 음 옮겨놓을 때마다 쩌렁쩌렁 시끄러운 쇠붙이 장식 따위를 모조리 뜯어내 버렸을 것이 다. 아니, 그 전에 이미 쫓기거나 하는 일 따위도 없었을 것이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길고 가는 나뭇가지와 날카로운 가시덤불에 걸려 고급 천으로 만든 화려한 예복은 이미 여기저 기 뜯기고 헤져 있었다. 손톱이 뾰족하게 솟아올랐지만 더 이상 몸에 변화는 없었다. 더 이상 변화하기에는 체력적 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무리가 간다. 게다가 이런 곳에서 변화했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더 불리해질 뿐이었다. 그는 분명 가장 강했지만, 상대는 하나가 아닌 여럿, 그리고 지금 은 본래 그가 가진 힘을 전부 사용하며 싸울 수도 없다. '그는 어디에?' 사실은 싸울 마음 따위도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이를 되찾는 것, 다 시 한 번 만나는 것. 그리고 그의 곁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다. 입에서 단내가 느껴졌다. 지 쳐 버렸다. 다시 한 번 허공을 바라본다. 그러나 없다, 보이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느껴 지지 않는다. 아니 느낄 수 없다! 왜? 도대체 왜? '어디 있는 거냐…….' 어느 정도 달리고 또 어느 정도 힘이 빠져서 더 이상 거대하고 압도적인 힘을 가진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그 본연의 경이로운 힘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 을 때, 다행히도 그의 적들의 기척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힘을 잃은 이상, 해를 끼칠 수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몸의 긴장이 좌악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적 이 없다는 게 이렇게나 기쁠 줄이야. 명예를 건 정당한 전투와 한쪽의 일방적인 추격은 전혀 다르다. 당연히 같을 수 없다. 전투 는 명예와 기쁨, 그리고 순수한 흥분을 줄 수 있지만 추적은 그렇지 않다. 추적이 주는 것 은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아픔뿐이다. 살아가는데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할 것들. 명예를 훼 손시키는 것들. 그것은 죽음에 대한 순수한 두려움. 전투 때는 느낄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 그건 무척이나 수치스러운 일임이 틀림없었다. 며칠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한 숨도 자지 않고 일 분도 쉬지 못한 채, 달리기만 했다. 그저 도망치고만 있었다. 찾아 헤매고만 있었다. 그건 그냥 달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피로 를 느끼게 해 준다. 단순히 달릴 때는 가질 수 없는 극도의 긴장감이 온 몸을 지배하고, 전 신이 뻣뻣하게 굳어 온다. 적이 사라진 지금,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들고 졸음까지 느껴졌다. 몸이 무거워졌다. 눈꺼 풀이 천근이라도 되는 듯, 눈이 감겨온다. 애써 고개를 저어 졸음을 달아나게 하려 해보지 만 소용이 없었다. 한 걸음을 떼어놓기가 마치 물 속에서 걷는 것처럼 힘들다. 발이 땅에 달라붙은 듯, 떨어지지가 않았다. 수풀을 헤치자 좁은 오솔길이 나타난다. 분명 인간이 다니겠지. 현재 그의 모습을 다른 자, 특히 인간들에게 들켰을 때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분명 그가 제정신이었다면 그 길 을 피했을 것이다. 제정신이었다면……. 비틀대는 발걸음으로 길로 들어섰다.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은 아까 전의 격렬한 추격에 서 바닥의 뾰족한 돌이나 나무 그루터기에 여기저기 부딪치고 긁혀 피투성이이다. 걷는 것 이 신기할 정도로 절대 멀쩡하지 않은 모습. "아아…." 흐릿한 눈을 들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몇 개의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자기가 옳다 며 치열하고 싸우고 있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를 가장 먼저 찾아야 해, 아냐, 지금은 쉬어야 해, 피곤해, 그는 너의 마스터야! 가장 소 중한 존재란 말야! 하지만 졸려, 피곤해, 힘들어, 무서워, 왜? 왜 무서운데? 그가 없으니 까, 그러니까 그를 찾아내야 해. 찾아야만 해. 그의 곁에 있어야만 해. 그는 강하지 않으니 까. 나도 강하지 않으니까. 아냐, 난 강해. 그러니까 그의 곁에서 그를 지켜줘야만 하는걸. 둘 모두 강하지 않으니까 함께 있어야 해. '모르겠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공기의 정령이 흐릿하게 보였다. 세상이 어질어질 흔들리고 있 었다. 반쯤 감긴 몽롱한 눈을 들어 애써 초점을 맞춰보려 노력하지만 흐릿하게 빗나가기 만 한다. 시야에 들어오는 온 세상이 어지럽게 일렁이는 붉은 불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온 세상이 타오른다……. "힘들어." 픽 쓰러지듯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에 등을 기대자 피로와 졸음이 밀 물처럼 밀려든다. 그대로 잠들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냥 이대로 잠들면, 그렇게 하면 어떻 게 될까? 아마도 일어날 때쯤이면 그에게서 더 멀어져 있겠지. 내 가장 소중한 이에게서 더 멀어져 있겠지. 힘들게 벗어난 그 곳으로, 힘들게 도망쳐 나온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 야 할 지도 모르지. 그것만은 사양이다. "찾아야 해." 쉬는 것보다는 찾는 걸 택했다.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멍한 정신으로 주위를 둘러본 다. 그는 어느 쪽에 있을까, 그는 어디에 있을까? 그도 나를 찾고 있을까? 그도 나를 기다 리고 있을까? 그래, 반드시, 그도 나를 찾고 있을 거야, 그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속 으로 중얼대며 마음을 다잡는다.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이다. 꼭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왜 냐하면 내가 그를 찾기를 원하니까.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을 타이른다. 반드시 만날 수 있 을 거라고,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휘청거리는 다리가 금방이라도 픽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용케도 쓰러지지 않고 걸음을 옮 겨놓았다. 온 몸은 크고 작은 상처투성이였고, 옷에도 군데군데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황 금색 실로 용무늬가 정성스럽게 수놓아져 있는 화려하고 치렁치렁한 붉은 바탕의 옷은 먼 지와 기타 이물질로 제 색을 잃고 있었다. "찾아야 해." 반복해서 말했다. "찾을 수 있어." 자기 자신에게 타일렀다. "찾는다." 다시 한 번 결심했다. 반복된 말은 다짐으로, 다짐은 의지로, 의지는 신념으로, 신념은 확신으로 변한다. 몸을 움직였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가 어디인지, 그 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가는 길 끝에, 그 길의 도착점에 그가 있으리 라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그 마지막 길에 그가 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그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단지 그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탄력 있는 근육이 튕겨 올라가고 천천히 속도가 빨라진다. 다른 때에 비하면, 상태가 정상일 때에 비하면, 원래의 힘을 모두 쓸 수 있을 때에 비하면 형편없는 속도이지만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몸에 힘이 넘쳐흘렀 다. 가장 소중한 이를 생각하면 강해질 수 있었다. 아무리 최악의 상태라도, 아무리 힘들어 도, 아무리 피곤해도, 그를 생각하면 한없이 강해질 수 있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용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 기뻤다. 더없이 강한 용으로 태어난 것이 기 뻤다. 자신에게 도전한 모든 이를 쓰러트리고 최강자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 기뻤다. 자신 의 가장 소중한 자를 지켜줄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피식 피식 웃음이 흘렀다. 주변의 것 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를 생각할수록,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 느껴졌다. 흐릿하던 세상이 점차 뚜렷하게, 무채 색이던 세상이 유채색으로 변해 가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높게 뛰어오르자 햇빛에 눈이 부시다. 타오르는 붉은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흩날리며 춤을 춘다. 일렁이는 붉은 눈동자 가 웃음을 머금고 가늘게 휘어진다. 입이 가는 미소를 띠고 둥글게 휘어졌다. 화려한 옷자 락이 공중에서 흔들렸다. 분명 육체는 피곤을 호소하고 있었다. 뼈마디가 덜그럭거렸고,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아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곳이 어떻더라도 정신만은 그 어느 때보다 멀 쩡했다. 그 어느 것이라 할지라도 앞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길을 막지 못한다. 일렁이는 붉 은 눈동자가 가장 소중한 이에 대한 그리움과 희망으로 빛났다. 그를 향한 약간의 그리움 과 약간의 희망으로……. "아…."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반대쪽에서 그가 자신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것이 보였 다. 온 세상이 아름다운 붉은빛으로 가득 차고, 그대로 멈춰버렸다. 더 이상 시간이 흐르 지 않는 것만 같았다. 그대로, 지금 상태 그대로 정지해 버렸다. 눈물이 가득 차 올랐다가 어느 순간 주르륵 흘러내렸다. "세상에나, 크라비어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픔에 콱 메인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깃들어 있는 기쁨과 흥분과 놀라움을 그 누구보다도 잘 느낄 수 있었다. 뺨으로 눈물이 흐 르는 것이 느껴졌다. 만나면 가장 먼저 뛰어가서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았는데, 그 동안 무엇을 하면서 지냈 는지, 누구를 만났고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는지, 내 생각은 얼마 동안이나 했는지, 그리 고… 왜 절대적 맹약이 파기되었는지, 우리는 절대 그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파기되었는 지……. 묻고 싶은 것이 정말로 많았는데, 막상 이렇게 만나니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굳어 버린 듯이 몸은 움직이지 않았고 입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급하게 말에서 내려 자 신에게로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다가오는 것이 마치 하나의 슬로 모션처럼 느껴졌 다. 심장이 두근두근 미친 듯이 뛰었다. "크라비어스!" 그가 말에서 내리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그가 울 것만 같은 표정 으로 달려오고, 마지막으로 그가 와락 울음을 터트리며 자신을 껴안자, 그제야 시간이 정 상적으로 흘러간다. 그제야 모든 것이 제대로 보인다. 무채색 세상이 빙글빙글 돌다가 천 천히 유채색으로 변하며 제자리에 멈추었다. 그는 전보다 더 커졌다. 전보다 더 강해졌다. 그래도 그는 그대로였다. 헤어질 때 그 모습 그대로나 다름없었다. 약간 햇빛에 그을린 피부가, 훨씬 보기 좋아졌다. 하얗기만 한 것보 다는 훨씬 좋았다. 그가 자신을 꽉 끌어안았다. 눈물이 축축하게 느껴졌다. 그의 어깨를 꽉 붙잡고 흐느꼈다. "블러드…." 한숨과도 같은 흐느낌과 함께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이 꺾여 버렸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두 팔에 힘을 주어 꽉 껴안았다.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던 온 몸에 힘이 쫙 빠져나 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투명한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저 이렇게 안고 있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드디어 다시 만났다는 생 각만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크라비어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심장이 사정없이 뛰었다. 따뜻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 다.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 "블러드." "왜…." 반복해서 불러 보았다. "블러드." "왜 불러?" 드디어 웃을 수가 있었다. "다시 만나서… 정말 기뻐. 진심으로, 아주 많이, 많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뻐. 정 말 네가 느껴지지 않았을 때는, 얼마나, 얼마나 내가 슬펐는지, 얼마나 절망스러웠는지, 모 를거야. 나, 난, 맹약이 파기되었다는… 걸 알고서는 얼마나… 얼마나 슬퍼했는데, 절망스 러웠는데… 맹약이……." "알아, 다 알아." 어린애처럼 흐느끼는 크라비어스의 등을 토닥이며 블러드가 입을 열었다. "나도 똑같이 슬펐으니까, 나도 똑같이 절망스러웠으니까. 절대적 맹약이 파기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 너만큼 똑같이 슬펐고, 똑같이 절망스러웠으니까." "똑같았으니까…." 멍하니 그 말을 따라하며 크라비어스가 블러드의 눈을 바라보았다. 눈물로 흐려진 그 눈동 자가 일렁였다. 블러드가 중얼거리듯이 속삭였다. "맹약은 파기되었어도, 동시에 똑같은 걸 느꼈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젠 떠나 지 마… 제발. 두고 가지 말라고…." "응, 약속할게, 아니, 네가 원한다면 맹세할게, 떠나지 않겠다고, 다시는 너를 두고 떠나지 않겠다고." -- 우욱- 속이 안좋습니다. 닭살...입니다. 어떻게든 줄수를 떼우기 위해 필사적인 발악을 하 다가.... 우으으윽.... 출판본에서는 삭제시켜 버리던지. (맘에 안들어요!) 어쩌다 이런 글이 되어버렸는지. (허탈) 엄청 쓰기 힘들었습니다;ㅁ; 4시에서 5시 사이가 엄청 졸려서 좀 고생했다죠. 중간 부분은 졸면서 써서 완전 개판이옵니다; (쓰러진다) 하 아, 저 글쓰는 속도 정말 극악이더군요. 두세 시간 정도 투자해서 겨우 한편;ㅁ; 게다가 반복해서 쓰니 능률도 떨어져요! 맙소사! 이 불쏘시개 글이 벌써 150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울먹) 대단해요, 대단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엄청나요. 한 편당 4페이지라 쳐도 150이면 600!!! (이라지만 실제로는 532페이지밖 에 안된다는;ㅁ;) 이제 45페이지 남았습니다. (쓰러진다) 응원해주시옵소서;ㅁ; 블러드 엔젤 <24장-Meet again>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일 번째 이야기... £ "닭살이었습니다." 파르시레인이 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카나인이 그 말 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아스트랄 계의 끝을 맛본 표정을 하고 있었다. 실제 로 둘의 팔에 우수수 돋아 있는 닭살이 그걸 증명해 주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아까 그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크라비어스는 못 들은 체 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고요." 일부러 크라비어스한테 들으라는 듯이 소리 높여 명랑하게 말했다. 여분의 말이 없어 어 쩔 수 없이 블러드와 함께 말을 타게 된 크라비어스가 그런 파르시레인을 무섭게 째려보았 다. 그러다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해 보이며 능청스럽게 대꾸해 주었다. 왠 지 히에니온과 닮았다고 생각되지만, 아직은 수행이 부족하다. "네 녀석은 용이 아니니 알 턱이 없지. 용의 마스터를 향한 그 순수하면서도 고귀한 감정 을 말이다. 아아, 낭만이라곤 전혀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크라비어스가 말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 "닭살인 건 사실이잖아요?" "시끄러!" 한 마디 내뱉어 주고는 투덜댄다. 어쩌자고 그런 극적인 만남에 저 불청객이 끼여들어야 하는가. 그 순수하고도 고귀한 감정을 알지 못하는 저런 멍청이가! 크라비어스는 처음 보 는 낯선 요정을 빤히 바라보았다. 은발머리에 밤하늘 빛 눈동자 속에는 별이 빛나고 있었 다. 척 보기만 해도 엄청 깐깐하게 생겼다. "하지만 정말 닭살이었어요. 세상에나! 대패가 필요할 지경이었죠, 그렇지 카나인?" 갑자기 카나인을 바라보며 전에 없이 다정하게 묻는다. 당황해 버린 카나인은 스리슬쩍 시 선을 돌려 대답을 회피했다. 이런 상황에선 그저 스리슬쩍 빠져나가는 것이 제일이다. 어 느 한쪽에게라도 밉보이면 앞으로의 여행이 순탄치 않을 것이 분명하니까. 파르시레인도 순순히 존댓말을 써 가며 꼬박꼬박 순종적이지만 속으로는 꽤나 악에 받쳐 있을게 틀림없 다. 여하튼 둘 다 만만치 않으니까. "한 번만 더 말해 보시지." 크라비어스가 이를 갈며 파르시레인에게 으르렁댔다. "정말, 진심으로, 엄청나게, 로스틱의 각인을 걸고, 타브릿트께 맹세컨데, 나의 이름을 걸 고, 그 행동들이 닭살이었다고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파르시레인이 대꾸해 주었다. '능글맞기 짝이 없는 로스틱!' 카나인은 속으로 탄식했다. 평화로웠던, 아니 최소한 평화로워 보이기라도 했던 일행의 결속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용과 로스틱과 요정, 분명히 최악이다. 상극 그 자체! 그리고 중간에 낀 약간 멍청한 창조 주라니! 여정은 아직 멀고도 멀다. '아아, 멍청한 로스틱도 부족해서 성질 더러워 보이는 요정까지! 요정들은 괜히 말만 많 고, 아니 잔소리도 많단 말야! 난 왜 이리도 재수가 없을까. 저 멍청한 로스틱만으로도 충 분히 힘들건만 잠시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저런 거대한 혹이 하나가 더 붙어버리다니! 에휴, 내가 정말 못살아.'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더럽고 지저분하고 축축하며 어두운, 그야말로 더없이 난쟁이스러운 동굴에 사는 용을 만나서 정말 죽을 고생한 것에다가 멍청하고 자기 생각만 하는 로스틱만으로도 부족 해서 이제는 용과 일행이 되다니! 이제 이런 여행 따위는 지겨워, 지겹다고! 평화롭게 살 던 때가 좋았어….' 카나인이 속으로 투덜댔다. '멍청하고 미련하기 그지없는 데다가 한술 더 떠서 잔소리까지 많은 요정에다가 세상은 나 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라는 거만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누구든지 나 건들기만 해 봐 당장 이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해 주지, 라고 말하는 듯한 용까지! 아, 왜이리 일이 내가 예 상했던 정 반대로 꼬이는 거지?' 파르시레인이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난 왜이리 재수가 좋을까! 엄청나게 유능하고 지도도 잘 읽고 글씨도 예쁘게 쓸 수 있는 데다가 귀족이기까지 한 로스틱에, 파르시레인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유능하고 덧붙여 서 노래까지 잘 부르는, 거기다 발도 가볍고 달리기도 잘 하는 데다가 차기 장로인 카나 인, 이제는 유능한 건 물론 마찬가지이고 싸움도 엄청나게 잘하고 왕인 데다가 돈도 많은 크라비어스까지! 더구나 셋 다 엄청난 미인들! 난 정말 운이 좋은 녀석이야, 사람은 역시 운이 좋고 봐야 해. 내가 잘하지 못해도 주변에서 알아서 다 해주잖아? 아, 난 정말 대단 해. 난 정말 운이 좋아.' 블러드가 후후 웃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생각들이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일행 각자의 희비가 엇갈리고 지극 히 주관적인 생각들이 서로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리고 블러드를 뺀 나머지는 역시나 지극 히 주관적인 자신들의 판단에 투덜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크라비어스 그 동안 뭐 하고 지냈어?" 블러드가 물었다. 그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별로 생각할 것도 없이 냉큼 대꾸했다. "잤어." "정말 그것밖에 안 했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묻는 블러드를 크라비어스가 그럼 뭘 했겠냐, 하는 표정으로 바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그것 외에 할 게 또 뭐가 있겠냐?"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 따위의 생각을 하며 블러드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래도 가능하다면 자신이 없는 동안에 크라비어스가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지를 알고 싶었 다.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듯 했지만. "정말 잠만 잤다니까. 계속 잤어, 네가 느껴지지 않아서 갑자기 잠에서 깼을 때 이후로는 잘 기억이 안나. 음, 그리고 나서 얼마 뒤에 너를 만난 거야." 솔직히 말해, 기억이 날 것 같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블러드나 파르시레인, 카나인이 보기 에도 그 때의 크라비어스는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쉽사리 그 때의 기억이 난다 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았다. "헤에, 기막힌 우연이네. 네가 우리가 가는 이 방향으로 뛰어와서 정말 다행이다. 안 그랬 더라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 말야. 만약 반대쪽으로 뛰어가기라도 해봐. 너는 빠르 니까 순식간에 우리랑 멀어질걸?" 블러드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만약 만나지 못했다면,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말로 만약에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크라비어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그냥 오늘 하루도 무의미하게 지나쳐 보냈겠지.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 쉬자 크라비어스가 이해할 수 없는 녀석, 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블러드의 머리를 마구 문 질러서 엉망으로 만들어 주었다. "뭐야!" 블러드는 성을 내며 크라비어스의 긴 머리카락을 뭉텅이로 잡고는 꽉 잡아당겼다. 머리카 락 몇 올이 뽑히는 바람에 크라비어스는 가벼운 비명을 올렸다. 그리고는 질 수 없다는 듯 이 블러드의 땋아 내린 머리카락을 확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균형을 잃어버린 블러드는 뒤로 자빠지려다가 정말 아슬아슬하게 크라비어스의 허리띠를 붙잡았고, 덕분에 크라비어 스마저 말에서 떨어질 뻔했다. 처음부터 존재했던 자들 중에 하나인 위대한 조화의 반각성체인 블러드와 저 고아하고 강 대하며 경이롭고 아름다운 용들의 왕인 크라비어스, 이 둘이 동시에 낙마할 뻔한 희대의 사건을 바라보며 파르시레인와 카나인은 그만 무례하게도 소리 죽여 킥킥 둘을 비웃어 버 리고 말았다. 다행히도 크라비어스와 블러드는 허둥지둥 말 위에서 다시 균형을 잡느라고 그런 둘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 맞아, 파르시레인, 카나인! 크라비어스는 용이니까 용의 말을 알 거 아냐? 그 지도 크 라비어스한테 보라고 하면 되겠다!" 블러드가 문득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다. 솔직한 심정이라면, 정말 더 이상은 파르시레인 과 카나인의 싸움을 지켜보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다 좋은 거 아닌가? 파르시레인과 카나인도 더 이상 이 백해무익한 싸움을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던지 냉큼 지 도를 크라비어스에게 넘겨주었다. 얼떨결에 지도를 받아들게 된 크라비어스는 주춤거리 며 지도를 펴 보았다. 낡아서 색이 누렇게 바랜 양피지 두루말이로 된 지도는 꽤나 운치 있 었다. 크라비어스는 한 8초 정도 지도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설마 용으로 태어나서 용의 언어도 못 읽는다는 둥의 말 따위 하실 리가 없으리라 믿겠습니다." 파르시레인이 피식 웃으며 빈정댔다. 그러자 크라비어스가 발끈하면서 외쳤다. "이건 용의 말이 아냐, 이 멍청이들아! 도대체 이 따위 조잡한 글자를 도대체 누가 용의 말 이라고 한 거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황해 버린 건 크라비어스가 아니라 파르시레인이었다. 그가 가장 먼 저 지도를 읽었고, '용이 사용하는 말 아는 사람?' 하면서 지도에 쓰여진 말을 용의 말이라 고 단정지었고, 여태까지 파르시레인과 그것 때문에 끙끙대지 않았던가? 파르시레인의 얼 굴이 창백하게 질리더니 곧 본래 혈색을 되찾았다. 그리고는 명랑하게 하하하 웃으며 말했 다. "그럼 그렇지! 내가 모르는 말 따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괜히 놀랐잖아! 역시나 이런 조잡한 글자 따위, 모르는 게 당연했던 거야! 하하하!" 일행은 일제히 굳었다. 카나인은 이제야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이 지도를 슥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저 또한 저 조잡한 글자가 용의 글자가 아니라는 걸 알아서 정말 기쁘군 요. 저는 그 몇 백년 사이에 용들이 쓰는 글자가 엄청나게 바뀌어 버린 줄 알고 깜짝 놀랐 습니다! 설마 했더니 역시나였군요, 그건 용이 쓰는 말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런 조잡한 글 자 따위, 이번만큼은 파르시레인 님의 말에 동의하죠." 크라비어스는 저런 녀석들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휙 돌아섰다. 그리고는 블러드에 게 지도를 들어 보이며 물었다. -- 블러드는 원래 유머 소설이었던 겁니다. 원래는 가볍게, 아주 가볍게 쓰려고 작정하고 손댔던 글인데, 왜 일이 이렇게까지 확산되 어 버린 건지 (울음) 루리의 유머감각 부족과 기타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하아, 결국 선천적으로 시리어스에 단편 체질이었던 건가요? (울먹) 블러드 엔젤 외전 <2장-카오스> (上) 외전 <2장-카오스> 上 "뭐 하는 거야, 니아?" 억지로 꾸민 듯한 웃음소리, 그리고 짐짓 경쾌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검은 머리카락과 검 은 눈동자의 청년이 커다란 홀 안으로 들어섰다. 어딘지 모를 곳이지만, 커다란 홀 안에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높고 웅장한 벽과 기둥 들이 신성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이 자리에 들어선, 검은 머리카락과 검 은 눈, 그리고 검은 옷, 온통 검은색 일색인 그 청년은 이곳에 그리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 았다. 하지만 왜일까, 그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혼란을 느끼게 되는 건. 이질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나오는 모습이었지만, 이 장소는 그를 거부하지 않았다. 의지 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이 장소, 하나의 장소에 하나의 의지, 그것은 장소의 주인 이 원하지 않는 자를, 그 자의 더러운 발을 이 신성스런 장소에 들여놓지 못하게 한다. 그 런데 분명 방금 들어온 청년은 초대받지 않은 자였지만, 아무도 거부하지 않았고, 거부할 수 없었다. 청년은 천천히 앞을 바라보았다. 바로 그 앞에 길고 붉은,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바닥에 치렁치렁 늘어트린 채로 매끄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하얀 돌로 만들어진 화려한 의자에 앉아 쟁반 만한 크기의 수경에 신 경을 집중하고 있는 한 청년이 보였다. 이질적인 느낌의 청년과는 다르게 그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듯이 주 위의 흰 벽과, 흰 기둥과, 흰 바닥과, 그리고 모든 사물들과 더 없이 어울리고 있었다. 청년이라기에는 약간 어려 보이고, 소년이라기에는 약간 성숙해 보이는 그는 고개를 돌리 며 흘끗 흑발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아, 카오스. 미리엔 세나아엔에 온 걸 환영해."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흘끗 바라보며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 신하는 하르모니아를 보며, 카오스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곧 다시 앞에 놓인 수 경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를 보며, 카오스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뭐 하는 거야?" 그건 질문이 아니었다. 나올 대답은 카오스도, 하르모니아도 뻔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벌 써 몇십 번이나 물어보고 또 물어봤던 질문이었으니까. 단지 확인사살일 뿐, 그 이상도 이 하도 아니었다. 하르모니아는 눈을 반쯤 내리깔며 느릿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보고… 있어." "뭘?" 정말로 모른다는 듯이 카오스가 재차 묻는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카오스도, 하르모니아도 알고 있다. 언제나 반복되는 물음, 그리고 대답. 하르모니아는 평소와 똑같이 그에게 대답해 주었다. "요정계." 카오스는 여전히 같은 대답에 실망했다. 그럼에도 대화를 끊기는 싫었는지 계속해서 물었 다. 이미 몇 번이나 물어, 뻔히 알고 있는 것들인데……. "그 곳이 그렇게 좋아?" "응."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온다. 카오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대화 들, 이젠 지겹다. 하르모니아는 몇 년째 계속 수경만 들여다보고 자신은 상대도 해주지 않 았다. 카오스는 입술을 댓 발이나 내밀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카오스는 침묵이 싫었는지 곧 다시 질문했다. 물론, 어제와 똑 같은 질문… "역시 요정들이 사는 곳이니까?" "응." …그리고 똑같은 대답. '그렇겠지.' 카오스는 김빠진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자신이 처음 만들어 본 세계이니 만큼 애착이 가는 것도 사실이리다. 하지만…… 저 건 너무 정도가 지나치지 않는가? 속으로 투덜대며 카오스는 항의하듯이 그의 머리카락 을 살짝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래도 니아. 하루 종일 수경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너무하잖아?" 은근슬쩍 돌려서 말했지만 '나와 놀아달란 말야'라는 의미가 절실하게 배여 있다. 하르모 니아는 그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매정하게 대꾸한다. "하지만 봐도, 계속해서 봐도 재미있는걸. 그저 좋은걸." 카오스의 손을 홱 뿌리치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하자, 약간 부루퉁한 카오스의 목소 리가 들려왔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카오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수경 안을 살짝 들여다보 았다. 뿌옇게 흔들리는 수면으로 무언가가 비친다. 요정이었지만 그것들이 보기 싫어 카오 스는 시선을 돌렸다. "그야 니아가 직접 만든 세계니까 그렇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르모니아는 그런 카오스에게 왠지 미안해져서 카오스를 바라보며 친절하게 제의했다. "요정들 말야, 재밌어. 카오스도 볼래?" 그러나 별로 내키지 않았다는 듯, 정중하게 거절한다. "아냐…… 나는 괜찮아."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하르모니아는 빤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하르모니 아를 바라보며 카오스는 한숨을 쉬었다. 카오스는 하르모니아보다 약간 더 어려 보이거 나, 아니면 동년배로 보이지만 분명 그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나이가 어찌 되 었든 간에 하르모니아는 카오스가 만들지 않은 몇 안 되는 것들 중에 하나였고 카오스 다 음으로 오래된 자였다. 카오스는 하르모니아를 사랑했다. 분명히 사랑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속으로 투덜대 보지만 그런 것은 하르모니아에게 들리지 않는다. 접시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우아한, 하나의 예술품 못지 않은 그 그릇에 담긴 물로 손을 가져갔다. 물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쳤다. 카오스는 심술궂게 수경에 손을 집어넣은 채로 저어 보았다. 파문이 일면서 화면이 흔들리며 흐릿해지더니, 곧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어 버렸다. "뭐 하는 거야, 카오스?"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지르듯이 묻는 하르모니아를 바라보며 카오스는 괜한 심술이 이 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르모니아가 그런 카오스를 바라보며 미간 을 찌푸렸다. 그는 절대로 소리지르는 법이 없었다. "너무하잖아." 언제나 소리지르지 않고 나긋나긋하게 타이르기만 한다. 자신보다 훨씬 더 나이가 적으면 서 더 어른스럽게 구는 게 괜히 미워졌던 것일까, 카오스는 평소에는 부리지 않는 심술까 지 부려가며 하르모니아에게 신경질을 냈다. "흥, 너무한 게 누군데 그래? 나하고는 놀아 주지도 않고, 항상 수경만 바라보는 주제에! 이럴 줄 알았다면 요정의 세계 따위는 만들어 주지 않는 거였어!" 물론 요정계는, 그리고 요정들은 하르모니아가 만든 것이었지만 그 세계의 기반이 되는 차 원, 곧 세계를 만들 장소는 카오스만이 만들 수 있었다. 오직 혼돈으로 가득 찬 무의 공간 을 생성해 내는 것 따위, 카오스에게는 아무런 일도 아니었지만 하르모니아는 그것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혼돈의 공간에, 자신의 조화를 가득 불어넣어 세계를, 요정들의 세계를 만든 것은 하르모니아 자신이었다. 하르모니아도 자신이 너무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머쓱하게 고개를 숙이더니 사과했다. "…미안해, 카오스." "쳇." 투덜대며 카오스는 하르모니아의 손을 잡아끌었다. "우리 놀러가자." "하지만 그건 싫어. 이거 계속 보고 싶은걸. 나중에 가자." 그에게 잡힌 손을 빼며 하르모니아는 흘끗 수경을 바라보았다. 카오스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 버렸다. 그는 이럴 때만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하르모니아의 팔을 잡 고 흔들며 투정을 부렸다. "너무해……." "미안해, 카오스." 보통 이 정도 조르면 못 이기는 척 같이 나가는 것이 마치 습관적이었다. 그러나 하르모니 아는 정말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사과할 뿐이었다. 카오스는 조금 놀랐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그가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하르모니아 는 무리한 게 아니라면, 더구나 그게 자신의 부탁이라면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이는 듯한 부 탁도, 자신이 할 수 있다면 들어주고는 했다. 그랬었다. 그게 바로 하르모니아였다. 그는 미안하다는 듯 힘없는 표정으로 다시 사과했다. "미안." 카오스는 힘없이 그를 잡은 손을 놓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런 카오스를 보며 하르 모니아는 물었다. "정말 나랑 같이 요정계 구경하지 않고 그냥 갈 꺼야?" "응, 별로 볼 마음이 없어. 그럼 이따 보자." 하르모니아는 궁금한 듯이 물었다. "어디 가려고?" 마땅히 그가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물론 그 말은, 모든 곳이 그가 갈 수 있는 곳이라는 뜻도 된다. 하지만 카오스는 자신의 거처이자 자신의 궁전인 라 캄바네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글쎄… 다키나 샤이한테라도 가볼까?" "그러면 되겠네." 다시 수경으로 시선을 돌리는 하르모니아를 바라보며 카오스는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배웅 정도라면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여기는 자신의 거처가 아니라 니아의 거처이 긴 했지만…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까짓 배웅하는데 몇 분이나 걸린다고… 째째하 게시리. 카오스는 몸을 돌렸다. "그럼… 간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 부루퉁한 표정으로 카오스는 발길을 돌렸다. 그런 그 에게 하르모니아의 성의 없는 인사말이 뒤통수를 때렸다. "응, 잘 가." 다시 몸을 돌려서 터덜터덜, 힘없는 걸음걸이로 사라지는 카오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 던 하르모니아는 곧 수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약간은 흔들리는 화면에 요정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푸른 초원, 높디높은 나무들, 그들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듯 깔끔하게 지어진 작은 집들, 곳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샘물, 그리고 귀가 길쭉하니 매우 어여쁜 이들. 요정들. 그의 창 조물이었으며, 자식이었다. 처음으로 만들어 본 그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즐거이 웃고 미소짓고 노래를 부르고 시를 짓기도 하면서 풀밭에서 뛰논다.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도 좋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그들이 좋다. 그래서 계속해 서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하르모니아의 눈에 비친 요정의 세계는 조화 그 자체였다. 과연 조화, 하르모니아가 만들 었기 때문인지 살아가는 생명체들로부터 시작해서 무생물 하나까지 전부 조화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모든 것은 혼돈에서 태어나 조화롭게 살아가고 마지막엔 다시 혼돈으로 돌아가리니. '예쁘잖아.' 그것을 바라보던 하르모니아의 입가에 조그마한 미소가 걸렸다. £ "정말 싫다 요정 따위." 카오스는 투덜대며 바닥의 돌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하얀 조약돌이 툭 하면서 멀리 날 아갔다. 라 캄바네로 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 것도 없는 까만 궁전 따위, 어쩌다 자신의 궁전이 저런 곳이 되어버린 건지. 그래도 하르모니아 없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장소가 그 곳 뿐이니 어쩔 수 없다. 카오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만들어 주는 게 아니었어. 니아가 요정들만 신경 쓰잖아. 세계를 만들어 준 건 난 데, 쳇, 치사해, 니아." 듣지도 못하는 상대에게 투덜대 봤자 별로 소용은 없다. 그의 눈이 위험스레 빛났다. 그의 미소가 진득하니 살기를 띄고 웃음소리가 왠지 섬뜩하게 울려 퍼진다. 카오스는 천천히 되 풀이해서 중얼거렸다. "그래, 역시나 만들어 주는 게 아니었어. 난 실수했던 거야." 카오스는 재빨리 달려갔다. 요정들의 세계를 만들 세계 따위, 그 기반 따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었다. 카오스가 실수했던 것이다. 하지만 후회할 필요는 없다. 그는 위대한 카오스. 전지전능한 존재. 처음부터 있었던 존재 들 중 하나, 그리고 그 중에 가장 위대한 자. 세상을 만들 수도 있지만 당연히 세상을 부술 수도 있으니까. 만든 게 실수였다면, 다시 부수면 된다. 후회할 필요는 없고, 후회할 일도 없다. 하르모니아가 또 예의 그 슬픈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볼 걸 생각하면 가슴 한쪽이 쿡쿡 아 려왔지만, 이대로 그가 요정들만 바라보며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그의 몸이 공간을 뛰어넘어, 어느 한 장소에 다다랐다. 요정계. 조화의 종속들인 요정의 세계. 그 창조주인 하르모니아를 닮아 더없이 아름답고 더없이 조화로운, 고아하기 그지없는 요정들이 살아가는 요정만의 세계. 온갖 아름다운 것 만이 살아가는, 하르모니아의 세계. 조화의 세계. "여기가… 니아의 세계?"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본 적과 들은 적은 많았지만 직접 와본 건 처음이었다. 샤이른과 다키엔이 다녀와서는 하르모니아를 꼭 빼어 닮은 아름다운 세계라고, 너도 분명히 좋아하 게 될 세계라고 시끄럽게 떠들어댔었다. 흰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물감이라도 풀은 듯 새파란 쪽빛 하늘, 부드럽고 향긋한 풀이 자라고 있는 너른 들판,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차 있는 깊은 숲, 뛰노는 크고 작은 - 공통점이라면 순하고 아름답다는 것 - 생물들, …그리 고 요정. 금발, 은발, 혹은 갈색, 검은색, 간혹은 풀색 머리카락도 보였다. 색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자연의 색을 그대로 넣어 만든 듯한 눈동자, 아름답게 일렁이는 저 눈 동자, 다키엔을 닮았는지 그들은 귀가 뾰족하다. 샤이른을 닮았는지 황금색 머리카락에 흰 옷을 입은 이들이 많다. 그리고… 나는? 나는 어디에 있지? 분명히 조화로운 세계였다. 그리고 더없이 아름다웠다. 만든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 내 주는 것 같았다. '반드시 너도 좋아하게 될 거야, 카오스. 그렇지 샤이? 나 다키엔이 증명하지. 하르모니아 가 만든 세계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 사랑스러운 세계야. 요정들은 조화로운걸 그것도 엄청나게! 어둠과 빛 속에서 공통되게 살아가고 있지. 넌 반드시 요정의 세계를 좋아하게 될 거야.' '그래요, 카오스. 요정계는 아름다운 세계입니다. 그대도 틀림없이 좋아하게 될 거예요. 니 아를 꼭 빼어 닮은 아름다운 세계인걸요.' 하지만 카오스는 도저히 요정계가, 요정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좋아할 수 없잖아. 이것은 나에게서 니아를 빼앗아 갔는걸…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겠어.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겠어." 카오스는 눈을 감고 천천히 기를 끌어올렸다. 차가운, 그러나 너무나도 뜨겁게 타오르는 힘이 자신의 내부에서 끓어오른다. 자신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있었으며, 사라지는 그 마 지막까지 있을 유일한 것, 바로 자신의 힘. 손발을 쓰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손쉽게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이것. 카오스는 피식 미소지었다. -- 예전에 올렸던 외전 카오스. 수정판이랍니다. 수정하다보니 여러 모로 카오스의 성격이 엄청나게 달라졌더군요. 올릴 까 말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올립니다. (한숨) 너무 길어져서 상하로 나누어 올릴께요. 제가 썼지만, 예전에 썼던 거라 그런지 차마 봐줄 수 없을만큼 민망하게 못썼더군요. (한 숨) 완전 개판이었다죠. 어떻게 그런걸 잘도 올릴 생각을 했는지;ㅁ; 저... 건전해진 듯한 느낌이 듭니다. 잔인한 장면까지 다 빼버리고. (한숨) 역시나 난 건전해진 거야! (발악) 블러드 엔젤 외전 <2장-카오스> (下) 블러드 엔젤 외전 <2장-카오스> 下 곧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났다. 적어도 반경 5Km는 초토화되어 버렸다. 햇빛에 찬란하게 빛나는 초록색 잎을 자랑하던 나무는 새카맣게 타 버려 앙상한 나뭇가지로 하늘을 향해 빌었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풀 로 덮여 있던 대지는 불을 뿜으며 거칠고 황폐하게 되어 하늘을 향해 그 눈을 돌렸다, 옹기 종기 모여서 풀을 뜯던 크고 작은 동물들은 두려움에 질려 여기저기 도망 다니며 겁에 질 린 눈동자로 간절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세주여, 구세주여, 우리의 창조주, 하나뿐인 조화 하르모니아시여, 우리를 구원해 주십시오, 사악한 마의 손길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십시오. 가장 처음부터 있었던 자들 중 하나인 조화 하르모니아시여, 우리의 창조주, 우리의 하나뿐인 창조주시여, 우리를 구원해 주십시오, 우리를 구원해 주십시오, 혼돈의 손길로부터 우리를 구원해 주십시오, 이 아름다운 세계를 지켜 주십시오. 직접 그 손으로 만들어 내신 이 아름다운 세계를 지켜 주십시오, 만들어 내신 그 손으로 지켜 주십시오, 만들어 내신 그 손으로 구원해 주십시오. 구원해 주십시오……. "아무리 빌어도, 아무리 기도해도, 아무리 외쳐도, 하르모니아는 오지 않는다." 카오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하르모니아의 슬픈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죄책감이란 게 들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한 번 결심한 일은 멈추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다 해도 한 번 결정한 일은 끝까지 해내야 한다. 결정이란 건 하나의 약속이니까. "아무리 울부짖으며 하늘을 바라봐도, 아무리 발버둥치며 하늘을 바라봐도, 너희들을 바라 는 창조주는, 너희들을 바라는 구세주는 오지 않는다." 카오스가 냉소를 머금고 중얼거렸다. 여기저기에서 요정들이 뛰쳐나왔다. 그들은 카오스 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직 조화로운 마음만으로 가득 찬 그들은 카오스를 절대 이해하지 못했다. 이유 없는 살생, 이유 없는 파괴, 계속되는 만행들. 왜 그 런 짓을 저지르는 건가요? 왜 그런 일을 하는 건가요? 하르모니아, 조화에게서 태어난 그 들은 절대 카오스, 혼돈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파괴하는 겁니까? 왜 부수는 겁니까? 왜 죽이는 겁니까? 그렇지 않아도 짧은 생명, 그 렇지 않아도 언젠가는 죽을 생명, 왜 이리도 일찍 받아 가시는 겁니까? 왜 이리도 빨리 가 져가시는 겁니까? 특별히 증오하는 건 아니다, 특별히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단지, 단지, 하르모니아가 자신보 다 그들을 더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없애 버리는 거다. 특별히 원한은 없다, 특별히 증오하 지도 않는다. 그저 미안할 뿐. 그저 미안할 뿐. 미안해, 미안해, 속으로 속삭인다. 결코 듣 지 못하겠지만, 잠시 뒤면 그 짧은 목숨 끝나겠지만, 자신이 이 손으로 생명을 거두어가겠 지만, 그래도 속삭인다. 미안해, 미안해. 그가 걷는 곳마다 일어나는 살육의 만행. 그건 잔혹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카 오스의 힘, 그 무시무시한 혼돈의 힘이 모든 생명체를 집어삼키고, 모든 살아 움직이는 것 을 집어삼키고, 최후에는 남아있는 모든 것을 먹어버린다. 아무 것도 없는 무의 공간으로 돌려버린다. 그것이 카오스의 힘, 혼돈의 힘. 카오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는 수경으로 이 모습을 보고 있을 거다. 하지만 막진 못할 것이다. 그냥 그 특유의 투명한 눈동자로 이곳을 바라보고 있겠지. 그것 이 바로 자신에 대한 특별한 배려인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심술궂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카오스는 샤이른이나 다키엔과는 달랐다. 그냥 다 이해해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자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믿고, 단지 깊은 애정만을 나타내 주는 것. 카오스는 그들처 럼 할 수 없었다. 때로는 샤이른이나 다키엔처럼 사랑하고 싶었다. 그저 믿고, 그저 이해하고, 그저 애정을 보여만 준다. 절대 표현하지 않고, 단지 보여만 준다. 그저 한 걸음 물러서서 천천히 바라 만 보고, 보여만 준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사랑한다. 언제나 한 걸음 밖에 있으니 상처받을 일도 없다. 상처 줄 일도 없다. 샤이른이나 다키엔처 럼 사랑하고 싶었다. 상처받고 싶지 않고,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자신은 상 처받았고 상처 주고 있다. 하르모니아는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다. 조금 슬픈 얼굴로. 하지만 절대로 막지 못한다. 세 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니까! 그러니까, 하르모니아는 이것을 막지 못한다. 문득, 카오스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마의 숲까지 왔던가. 마의 숲은 아 홉 차원을 지탱하는 자, 세계수 이그드라실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유일하게 넷이서 힘을 합쳐 만든 것, 그만큼 완벽하고, 그만큼 강력한 존재였다. 세계수 이그드라실, 그 조그마 한 묘목을 처음 심을 때가 생각나서 카오스는 그만 피식 웃어버렸다. 이그드라실의 목소리가 느릿하게 들려왔다. 태초부터 존재했던 자, 가장 먼저 존재했고 가장 마지막까지 존재하실 전지전능하고 위대 하신 카오스시여. 어쩌자고 이런 곳까지 납셨나이까. "이그드라실이여, 이제 요정계는 없다. 나는 요정계를 없애기로 결심했고, 그러므로 요정 계는 없어진다. 그대가 나에게 협조해 주어야 하겠군." 이그드라실은 눈이 없었지만, 만약 있었다면 분명 놀란 눈으로 카오스를 바라보았을 것이 다. 그는 카오스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를 추측해 보며 애써 카오스를 달래 보려고 노 력했다. 그토록 오래 살아왔지만 의외로 순진한 카오스는 작은 꼬심에도 금방 넘어가곤 했 다. 단지 어린아이처럼, 금방 화를 내고, 금방 싫증내고, 금방 질려 버린다. 너무도 쉽게 울 고, 너무도 쉽게 웃는다. 위대하신 창조주 카오스의 뜻,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마찬가지로 태초부터 당 신과 함께 존재했던 자, 조화, 하르모니아께서 직접 창조하신 세계. 아무리 카오스라 할지 라도 요정계를 멸한다면 그 분의 분노를 피해 가는 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께 간언하오니 부디 이 일을 그만두십시오. 카오스는 그만 웃어 버렸다. 하르모니아가 자신에게 화를 낸다고? 그의 분노를 피하기 어 려울 것 같다고? 지금 화가 난 쪽이 어느 쪽인데 이그드라실은 저런 말을 하는 건지, 카오 스는 화를 낼 여력도 없이 허탈해져서 웃어 버렸다. 그로써는 필사적일 것이다. 요정의 세 계처럼 아름답고 조화로운 세계를 없애고 싶지 않다 이거겠지. 카오스는 피식 웃었다. 분 명 카오스는 이그드라실을 좋아했다. 유일하게 창조한 생명이 있다면 바로 저것이니까. 하 지만 이건 이그드라실이 바라는 대로 해 줄 수 없다. "차원의 버팀목 이그드라실이여." 카오스는 천천히 이그드라실의 오래되어 거칠고 울퉁불퉁한 껍질에 이마를 댔다. 그의 육 신은 나무이지만 안에는 마치 움직이는 동물의 피가 흐르는 듯,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살아있는 생명의 기운. "그대는 내가 창조한 단 하나뿐인 생명. 비록 다 함께 했다 하지만, 그대의 몸을 이루는 것 들 중 사 분의 일은 나의 힘일 테지. 그럼 그대는 나의 자식이라 할 수 있겠는가? 나의 피 가 흐르는 혈육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그드라실은 당황했다. 갑자기 카오스가 찾아와 요정계를 부수기 시작하는 것도 너무나 도 놀라운 일이었기에, 쓰러질 수만 있다면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는데, 이제는 전에 한 번 도 없었던 짓을 하며 궁상을 떨고 있다. "대답해 보아라. 그대는 나의 자식인가? 나의 피가 흐르는, 나의 혈육인가? 다른 이들처 럼, 나도 혈육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자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 감상적이 되어간다. 카오스는 자기 자신에게 싸늘한 냉소를 날리며 천천히 이그드라실의 낡고 오래된 껍질을 움켜쥐었다. 바스락 소리를 내며 부스러지지만 이그드라실에게 그 정 도는 아픔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바늘에 긁힌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상처일 뿐이 다. 카오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그드라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대하신 창조주, 경애하는 아버지 카오스시여. 어찌하여 그런 의문을 품으시옵니까? 당 신은 그런 의문 따위 품을 필요도 없고, 앞으로 품을 일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 세상의 창조주이시고, 이 세상 그 자체입니다. 모든 것의 부모입니다. 모든 것이 당신 의 혈육입니다. "모든 것이… 내 자식?"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천천히 반복해서 말해본다.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모든 것이 나의 자식, 모든 것이 나의 혈육,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을 만들어낸 것은 카오스였다. 비록 직접적으로 생명을 만드는데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 생명은 주로 다키 엔과 샤이른이 앞장서서 만들었다. 하르모니아는 몇 안 되는 자신의 수족을 만들었을 뿐이 다 - 그 생명이 살고 있는 땅은 자신이 만든 것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져 있다. 그 생명 이 먹고 있는 것은 자신이 만든 것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져 있다. 그 생명이 태어나는 것 도, 살아 숨쉬는 것도, 모두 카오스의 뜻. 저는 언제까지나 당신의 혈육입니다. 당신의 자식입니다. 당신의 힘이 제 속에 살아 숨쉬 고 있습니다. 당신의 힘이 제 몸을 이루고 있습니다. 당신의 힘이 제 영혼을 이루고 있습니 다. 저는 당신의 혈육입니다. 당신의 자식입니다. 이그드라실이 다시 한 번 강한 신념과 확신을 갖고 말했다. 하지만 카오스는 이그드라실처 럼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질 수 없었다. 무조건적인 신념을 가질 수 없었다. 자신보다 강한 자가 없으니까, 기댈 수 있는 자가 없으니까. 자신보다 강하고 자신보다 지혜로우며 자신 보다 현명한 자의 품에 누워서 편안하게 쉴 수 없으니까. 기댈 수 있는 자가 하나도 없으니 까. 부모는 없다. 형제 따위도 없다. 그나마 동등하다고 할 수 있는 자라면 하르모니아. 그러 나 그도 결국에는 자신을 떠나갈 것이다. 카오스는 알고 있었다. 결국엔 가장 먼저 생겨나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것을. 결국엔 다시 혼자가 되어 모든 것의 끝이 찾아오 는 날까지 외로운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을. 카오스는 날카롭게 외쳤다. "어떻게 확신하는가,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그것이 진실인지, 그것이 현실인지, 그것이 과연 진정 참된 것인지!" 하찮은 의문 따위는 부질없는 것. 당신의 말이 모두 진실, 당신의 행동이 모두 현실, 당신 의 의지야말로 진정 참된 것. 당신이 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이 세상이 원하는 것, 당신 이 바라는 것이야말로 진정 이 세상이 바라는 것. 당신은 이 세상 그 자체이기에, 가장 처 음부터 존재했던 세상 그 자체이기에. "그래도… 그래도 난 안 된다. 난 믿을 수 없다. 너처럼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없다… 불안 하니까, 너무도 불안하니까……." 이그드라실은 애처로운 눈길로 - 비록 눈은 없지만 -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가장 강한 자이건만, 분명히 가장 위대한 자이건만, 분명히 가장 두려운 자이건만… 왜 이리도 작아 보이는 건지, 왜 이리도 약해 보이는 건지, 왜 이리도 어려 보이는 건지. 카오스는 꽉 쥔 주먹에 힘을 주었다. £ "뭐 만드는 거야, 니아?" "……." 온통 새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곳. '미리엔 세나아엔'이라 이름 지워진 하르모니아의 거처에서 카오스는 또 다시 물었다. 여전히 그의 아름다운 붉은 머리카락이 치렁치렁하게 바닥으로 늘어져 있었다. 아무런 대꾸도 없이 열심히 자신이 하고 있던 일에 집중하고 있 는 하르모니아에게 카오스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뭐 만드는 거야?" 잠시 머뭇거리며 그가 대답했다. "…요정." "요정?" 카오스는 놀란 듯이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정계는 이미 자신이 부숴 버리지 않았는 가? 그런데 어떻게 다시 요정을 만든다는 건지, 어디에 요정을 살게 할건지, 그렇게 다 부 숴 버렸는데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건지……. "요정계는 없잖아?" 카오스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물었다. 하르모니아는 여전히 카오스에게는 눈길 한 번 주 지 않고 열심히 손을 놀렸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춤을 추듯 움직이며 요정의 형상을 만들 어낸다. 꼭꼭 힘주어 눌러 부드러운 진흙으로 요정의 모양을 빚는다. 하나의 생명을 만들 어내는 신비로운 작업. "중간계에 키울 거야." 하르모니아가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카오스는 놀라 숨을 헉 들이쉬었다. "말도 안 돼! 싫어!" 그러나 카오스의 필사적인 거부에도 불구하고 하르모니아는 아무 말 없었다. 저렇게 나오 면 이미 결심을 굳힌 거다. 그 누구보다도 그와 오랫동안 함께 있었던 카오스는 그의 습관 이나 버릇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카오스는 한 번 더 하르모니아를 설득 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 곳은 우리의 장소잖아, 니아. 중간계에는 우리 외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걸 잘 알잖아, 애초에 만들 때 그렇게 하기로 했었던 거 아냐? 나하고 너하고 샤이하고 다키. 이렇게 넷만의 장소라고 말야. 그랬었잖아…."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열심히 하르모니아를 설득하려는 카오스의 모습에 하르모니아는 입 을 약간 비틀어 올리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카오스… 네가 부쉈잖아?" 그 말에 카오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힘으로, 자신의 의지로… 하르모니아의 세계를, 아름답고 조화로운 요정의 세계를 파괴시켜 버리지 않았던가? 이그드라실의 가지를 하나 잘라내서 완전하게 소멸시켜 버린 것이 자신이 아니던가? "너무해, 니아." 아무 말 없이 다시 작업에 열중하는 하르모니아를 보며 카오스는 투덜댔다. 그의 하얗고 긴 손이 생명을 빚어낸다. 진흙을 주무르듯이 꼭꼭 눌러주고 다듬는다. 그리고 그것이 결 국 요정의 모습을 띄게 될 때까지. 조심스레 손으로 다듬어 주고는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그 동작 하나 하나에 듬뿍 넘쳐나는 애정. 나뭇잎의 풀색과, 태양의 황금색, 나무의 갈색과, 과실의 빨간색, 물의 푸른색. 그것이 천 천히 색깔을 입어간다. 초록색과 황금색의 자연스러운 조화.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카오스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그 과정을 살펴보고 있었다. 카오스는 생명을 만들어 본 적 이 없었다. 그는 생명을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고, 단지 자신이, 하르모니아가, 다키엔 이, 샤이른이 살 세계를 만드는 데 족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생명을 만드는 데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과, 애정을 쏟아 부었다. 그 리고 보고 있는 자신이 질투가 날 정도로 자신의 창조물을 사랑해 주었다. 왜 그럴까? 이 렇게 넷만 있으면 그 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는데, 왜 그렇게 창조물을 만드는 걸까? 왜 그렇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걸까? 왜? 어째서? 카오스는 그것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 사랑하는데." 하르모니아가 무성의하게 대꾸했다. "…나도." 카오스는 확인하듯이 다시 물었다. "정말 날 사랑하는 거야?"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하르모니아의 성의 없는 모습에 카오스는 별로 만족하지 못했 다. 그는 마치 어린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듯이 하르모니아의 긴 옷자락을 잡고 손가락으로 꼬물꼬물 만지작대며 입을 열었다. "말해 줘." "뭘?" 모르는 체, 능청스럽게 되묻는 하르모니아에게 투정부리듯 매달리며 카오스가 친절하게 대꾸해 주었다. "사랑한다고." 하르모니아는 잠시 손을 멈췄다. 3초쯤 뒤에 그는 다시 바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기 분 좋은 향기가 잔잔하게 코끝을 스쳤다.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천천히 아주 느릿느 릿하게 입을 열어 카오스에게 대답해 주었다. "……사랑해." 이런 질문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한 템포 늦는다. 왜 그럴까? 그것을 미처 묻기도 전에 하르모니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들던 요정들을 바닥에 잘 세 워놓고 곳곳에서 가져온 색료들을 한쪽으로 잘 정리해 둔다. 요정을 칠하던 붓은 순식간 에 깨끗이 빨아지고 잘 말려져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놓아진다. '처음부터 있었던 자'들에 게만 허락된 능력, 태초의 능력. 말 한 마디로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으리니.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쭉 펴자 온 몸에서 뚜둑 소리가 들려온다. 가뿐하게 제자리에 서 몇 번 정도 콩콩 뛰어주고는 하품을 한 번 했다. 그리고는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카오스 에게 한 마디 해 주었다. "나 잘 꺼야." 정말 졸렵다는 듯이 다시 한 번 하품을 했다. 하긴 몇 날 며칠을 계속해서 쉬지 않고 요정 을 만드는 데만 온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나니 당연히 피곤할 수밖 에. 카오스는 대번에 풀이 죽어서 어깨가 축 처져 버렸다. 그리고 그는 하르모니아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카오스는 시무룩하게 대꾸하며 터벅터벅 밖으로 걸어나갔다. 아무래도 자신의 거처인 라 캄바네로 돌아갈 생각인 모양이었다. 라 캄바네에서는 자는 일밖에 할 것이 없는 카오스 가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건 정말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다. 카오스는 하르모니아가 만 들다 만 요정들을 흘끗 쳐다보았다. 분명 모두 파괴시킨 것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긴 했다. "미안해 니아." 카오스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하르모니아에게 말했다. 하르모니아는 갑자기 왜 그러냐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가 미안한데? 카오스, 너 나한테 잘못한 거 있었어?" 나직하게 웃음기 어린 투명한 목소리가 하얗고 깨끗하고 미리엔 세나아엔의 웅장한 홀을 맑게 울렸다. 카오스는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떨어지지 않는 입을 애써 열었다. 얼굴 이 붉게 물들었다. "그, 그러니까, 음, 요정계 말야, 정말 미안해. 나, 나, 다시는 요정을 건드리지 않을게! 니 아가 요정을 많이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나도 요정을 좋아할래. 니아가 원한다면 요정계 도 다시 만들어 줄 수 있어. 진짜로, 정말 미안해, 니아…." 당황한 나머지 말이 횡설수설 나와버렸다. 아아, 엉망이야. 카오스는 속으로 중얼거리면 서 얼굴을 팍 숙였다. 뺨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 때, 맑고 청량한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 카오스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하르모니아가 소리내어 웃고 있었다. 탐스러운 붉은 머리채가 치렁치렁 흔들리고, 얇은 흰 색 옷에 주렁주렁 매달린 갖가지 보석이며 백금, 황금 장식들이 부딪쳐 차랑 차랑 맑고 고 운 소리를 냈다. 그 누구보다 흰색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하르모니아는……. 카오 스는 그만 넋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말았다. "카오스." 하르모니아가 너무 웃어서 눈가에 괴인 눈물을 닦아내며 아직까지도 웃음기 어린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카오스는 약간 당황해 하며 대답했다. "응?" "사랑해." 하르모니아는 자신이 말해 놓고도 조금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탁탁탁 빠른 발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오스는 잠시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음 을 터트려 버렸다. 그리고는 발걸음 소리도 경쾌하게 달려나갔다. -- 제가 썼지만 민망합니다. (;//) 이건 플라토닉이야-! 를 몇 번이나 외쳐 보아도, 그래도 민 망한 걸 어떡해요;ㅁ; 확실히 쓰는 것과 보는 건 다릅니다! (단호) 누구 아포크리파 제로 아시는 분? 블러드 엔젤 <24장-Meet again>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이 번째 이야기... "이 지도, 히에니온에게 받은 거지?" "어라, 어떻게 알았어?" 그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이를 갈더니 소리쳤다. "당연하지! 마룡족, 아니 전 용족을 통틀어 이딴 괴이한 글자를 만들어내는 취미를 가진 녀 석은 그 녀석밖에 없으니까!" 히에니온은 나이가 많았다. 나이가 많은 용은 여러모로 할 일이 없게 마련이다. 여행을 떠 나려 해도 젊은 용들 눈치가 보이지, 같은 나이대의 용들은 전부 무기력해져서 서로 싸우 는 것도 귀찮지……. 싸우다가 어느 한쪽이 죽기라도 하면, 대부분이 장로급이라 상당히 문제가 커진다. 그렇다고 혈기 왕성한 젊은 용들과 싸우기도 좀 그렇다. 지기라도 하면 체 면이 말이 아닌거고, 이겨봤자 새파랗게 어린놈과 싸워 이겼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다닐 까? 한 마디로 심심하다 이거다. 그런 상태에서 히에니온이 과연 무엇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랠까? 대부분 히에니온 나이대 의 용들은 싸울 만큼 다 싸우고 더 이상 전투로 죽는 일은 거의 없다. 벌써 먹을 만큼 나이 를 먹어 어지간한 용왕 정도야 눈에 차지 않을 정도로 강해진 데다가, 싸워서 질만큼 강한 상대는 적어도 장로, 아니면 용왕들. 거기다 그만큼 오래 살았으니 자기 자신도 일족 사이 에서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에는 싸워서 어느 쪽이 죽든지 간에 용왕계에 일대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든 자들은 싸움 을 자제한다. 실제로 히에니온은 벌써 예전에 이천 살이 훨씬 넘었고, 이제 곧 삼천 살을 바라보고 있 다. 용들의 평균 수명이 천 살에서 천 오 백 살, 많아야 이천 살 정도라는 걸 감안한다면 정 말 엄청난 나이인 것이다. 거기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강해지는 - 물론 개인적인 차는 있 지만 - 용들의 특성상, 히에니온을 쓰러트릴 수 있을 만한 강자는 전 용족을 통틀어 열 손 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극소수이다. 그러니 정말 삶이 지겨워져서 자살이라도 하기 전까지는 몇 천년을 더 살아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구구절절 길게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어찌 되었든 히에니온은 심심하고, 그 무료함을 달 래기 위해 글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별로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것도 잘 만들면 말이라도 안 하지, 문체도 조잡하기 그지없는, 발음도 구리기 짝이 없 는, 이런 거나 만드니까 문제라는 거다! 물론, 아무리 용왕이라 할지라도 개인적인 취미생 활에 뭐라고 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문제는 그 녀석이 그걸 다른 용들에게까지 거의 반 강제로 사용하라고 요구한다는 거야!" 블러드는 땀을 삐질 흘렸다. 그리고 파르시레인과 카나인도 흥미로운 눈길로 크라비어스 를 바라보았다. 크라비어스는 분노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잠시 눈을 감고 분노를 가라앉 히려 노력했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갑자기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는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듯이 외쳤다. "그 녀석이 내 언어학 스승이었다! 그 빌어먹을 자식이 고대 용골문자 시간에 고대 용골문 자랍시고 뭘 가르쳤는지 알아? 바로 이 빌어먹을 글자였단 말이다! 그 녀석은, 이걸 자그 마치, 자그마치 13년 동안이나 가르쳤어! 그리고 나는 그걸 진짜 고대 용골문자인 줄로만 알고 열심히 배웠지! 13년 동안이나!" "멍청하긴." 파르시레인이 중얼거렸다. 크라비어스가 그를 확 노려보았다. 파르시레인은 그런 그의 시 선을 피하며 휘파람을 불었다. 차마 말은 못하지만 카나인도 파르시레인과 비슷한 표정이 었다. 그는 정말 동정심 가득한 표정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게 또 크라비어스 의 심기를 거슬렸던 듯, 크라비어스는 왁 소리를 질렀다. "늙은 용이면 늙은 용답게 집에나 처박혀서 책이나 읽으란 말야! 밖으로 싸돌아다니면서 이따위 글자를 강요하지 말고! 일년에도 문체개판, 발음엉망인 주제에 어렵기는 또 더럽 게 어려운 이 글자를 강제로 배우게 되어서 그것 때문에 호소하는 용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차마 고룡이 배우라고 협박하는데 어떻게 안 배울 수가 있냐면서! 이런 건 횡포나 다름없어, 고룡으로써의!"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었을 때, 일행은 모두 크라비어스의 신세한탄과도 같은 이야기 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차마 지고하고 전능하신 용왕 전하의 말을 가로막을 수 없어 서 애써 하품을 참아가며 듣고 있는데 이런 식의 '전제정치'를 참지 못하는 자유로운 요정 카나인이 용감하게 나섰다. "크라비어스 님! 분명 히에니온 님의 반강제적인 주입식 교육은 잘못된 것이 틀림없습니 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크라비어스 님께 한 가지 제의를 하고 싶습니다. 말은 말대로 하시 고 길은 길대로 안내하는 겁니다. 그러면 저희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고, 크 라비어스 님은 하고 싶은 말을 하실 수 있어서 좋으니 이거야말로 한 개의 돌을 던져서 두 마리의 새를 잡는 것! 만약 제 제의대로 하지 않으신다면, 물론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 렇다면 저희는 지겹게, 아차, 아니 여하튼 그 긴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할 것이고 시간은 밤 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밤에 이동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말들 때문에 저희는 여기서 노 숙을 해야 할 것이고, 노숙을 하면 일단 하룻밤의 아까운 시간들이 그냥 지나가는 건 둘째 로 치더라도 다음 날, 딱딱한 돌과 차가운 밤이슬의 부작용으로 몸이 더 피로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물론 요정인 저는 빼고요. 아, 용이신 크라비어스 님도 빼고, 로스틱이신 파르시 레인 님도 뺍니다. 으음, 그러면 조화께서 혼자 남는군요. 그건 어찌 되었든 간에 노숙을 하게 되면 다음 날 아침 조화께서 거동하시는 데 불편함이 굉장히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크라비어스 님의 말씀은 분명 과거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저희에게 '언젠가는 도움 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필요가 없는 이야기들! 그러므로 굳이 지금 들을 필요 는 없습니다. 언젠가 함께 노숙을 하게 될 때,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 말이죠, 그 때 밤에 모 닥불 주위에 둘러앉아서 즉석으로 작곡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떨까요? 그 편이 훨씬 듣 기도 좋고 나중에……." "알았어, 그만! 그만해!" 요정의 지나칠 정도로 긴 화법으로 인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크라비어스가 소리 를 질러 카나인을 멈추게 했다. 카나인은 금새 자신의 말에 자신이 도취되었는지 약간은 멍한 눈길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아쉽게 입맛을 다시더니 얌전히 입을 다 물고 조용해졌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감탄한 듯한 - 그러나 약간 지겨운 - 눈길로 카나인을 바라보았 다. 아무리 생각해도 요정이란 거, …역시나 정말 대단하다. 블러드는 다시 한 번, 머나먼 옛날 요정을 만들었던 알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더불어 무한한 자긍심 - 흔히 자만이라 불리는 - 을 갖게 되었다. 어쨌든 크라비어스는 지도를 해독했다. 사실은 해독이라 할 것도 없는 단순한 지도 읽기였 지만, 히에니온이 워낙 악필이었고, 크라비어스가 그 글씨를 그리 열성적으로 배우지 않았 기에, 난쟁이의 도시가 있는 곳을 찾는 건 거의 암호 따위의 비밀 문자를 해독하는 수준이 었다. "아아, 용케도 제대로 된 길로 왔군. 정말 대단해." 크라비어스는 감탄했다. 일행은 지도도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던 주제에 길은 그래도 제대 로 왔던 것이다. 크라비어스는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에게 빈정대면서 지도를 달랑달랑 흔 들었다. 그 지도에는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이 해석한답시고 둘이서 열심히 의논해 여기저 기에 뭐라고 써놓은 것들이 보였다. "해석은 정말 엉망인데도 길은 제대로 찾다니, 신기할 지경이야. 혹시, 해석을 해 놓고 지 도를 읽을 줄 몰라서 이렇게 된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우린 정말 이 끈질긴 행운에 감사해야 하는 거로군." 파르시레인은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그는 마치 오페라라도 찍는 것처럼 양쪽 팔을 넓게 벌리고 슬픈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건 정말로 상황에 맞는, 그리고 대사에 맞는 애 절하고 안타까운 목소리여서 일행은 파르시레인이 오페라에도 재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오, 이런 맙소사! 설마 로스틱인 제가 지도도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만약 제 어린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거라면 큰 '오판'이라고 말해드리고 싶군요. 경애하는 용왕 전하께서 로스틱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크디큰 착각을 하시다니…… 있을 수도 없는 일이 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임이 틀림없죠." 그의 말이 끝나자 크라비어스가 곧장 말을 받았다. 둘의 목소리는 일정한 음율을 띄고 듣 기 좋게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블러드는 이 음악과도 같은 말싸움이 조금 오래 길어 진다 해도 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 현명하고 지혜로운 로스틱이 어쩌다 '오역'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묻고 싶군. 아무 리 이 문자가 조잡하고 지저분하다고는 해도, 그 오랜 세월 동안 문자의 특성에 대해서는 하나도 공부하지 않았나 보지? 이 정도야 '쉽게 번역해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대의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군." 파르시레인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을 이었다. 그는 눈을 반쯤 감고 한쪽 팔 은 자신의 가슴에, 한쪽 팔은 저 대지를 향해 펼치고는, 시를 읊는 듯한 부드럽고 우아한 어조로 느릿느릿 말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용왕 전하의 현명하신 고견 잘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오랜 세월 동 안 문자의 특성에 대해 꽤나 많은 것을 공부했다고 자부해 왔지만, 도저히 저 '조잡하고 지 저분하며 어렵고 복잡하기만 한데다가 문체엉망 발음엉망에 문장구조 엉망'인 글을 번역 해 낼 자신은 없군요. 이 미숙한 제게 전하의 훌륭하신 실력을 관람할 수 있도록 너그러운 처사를 내려주시지 않겠습니까?" 그 제의에 크라비어스는 굉장히 자비로우나 한없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순간적으로 파르시레인이 움찔했고, 크라비어스는 눈을 지긋이 감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목소리로 파르시레인에게 말했다. "아, 아쉽구려, 그대. 우리 용들의 풍습을 잘 모르는군. 하긴 아무리 오래 살았다지만 모르 는 게 한둘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겠지. 우리 용들은 자신의 마스터, 자신이 충성을 맹세한 상대, 혹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상대 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대가 내 고귀한 해석을 듣고 싶다면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야 하겠지. 그래, 나의 천금과도 같은 말 씀을 듣기 위해 충성을 맹세할건가? 물론 내 고귀한 가르침은 백 만금을 준다해도 살 수 없는 것임을 미리 이야기해 두도록 하지." -- 조, 졸려워요;ㅁ; 몇날며칠 밤을 새웠더니. (으윽 피곤!) 가능하다면 내일 학교 따위 가고싶지 않아요. (울먹) 아아, 힘들...어요. 블러드 엔젤 <24장-Meet again>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삼 번째 이야기... "무척 고맙지만, 제 지식 수준은 아직 용왕 전하의 그 고귀한 가르침을 받고 이해할 수 있 을 만큼 뛰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양하겠습니다." 파르시레인이 졌다. 크라비어스는 통쾌한 듯이 웃음을 터트렸고 파르시레인은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 블러드는 한심하다는 듯이 그런 둘을 바라보았고, 카나인은 애초에 신 경조차 쓰지 않았다. "자아, 이제 출발하는 거야?" 블러드가 물었다.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에서 내렸다. 블러드가 깜짝 놀란 눈으 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크라비어스는 '이제야 홀가분해졌네' 라는 표정으로 가뿐하 게 제자리에서 몇 번 뛰어 보더니 입을 열었다. "아아, 무언가를 타고 달리는 건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난 내 다리로 달릴래. 그게 가장 빠르고 가장 편해." 카나인은 그 말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파르시레인은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그 는 능숙하게 말고삐를 쥐고 말을 자유자재로 조종해 보이더니 크라비어스를 향해 빈정대 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과연 야만적이군! 뭐, 말을 탈 줄 모르니까 그런 건가? 아아, 역시나 이래서 용은 안 된다 니까, 뭐 우아하고 문화적인 내가 참는 수밖에." 물론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다면 절대로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크라비어스 도, 카나인도, 하다못해 블러드마저 '평범한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블러드의 예상과는 다 르게 크라비어스는 벌컥 화를 내며 소리치거나 성을 내며 으르렁대고선 파르시레인을 향 해 협박을 늘어놓거나 하지는 않았다. - 이럴 때 평소 행실에 대한 평가가 나타나는 것이 다 - 그는 우아한 포즈로 팔을 들어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더니 파르시레인에게 한마디 톡 쏘아주었다. "패자는 말이 많은 법이지." 파르시레인은 입을 딱 벌리고 얌전히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말 위에 침울하게 허 리를 축 구부리고서는 크라비어스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무언가 레벨 업이 되었나 하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카나인은 언제나 자신을 괴롭히던 파르시레인이 크라비어스에 게 저렇게 찌그러지는 걸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역시나 사람은 평 소에 잘 하고 봐야 한다. "흐음, 그러니까 블러드. 일단 우리는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아~ 알겠어. 그럼 여기로 해 서 이렇게 가는 거다? 좋아, 일단 케네숀은 제쳐두고, 한바퀴 빙 돌아서, 아, 그래 그게 좋 겠다, 그럼 그쪽으로 가자." 누가 들었다면 크라비어스 혼자 신나게 주절대는 걸로 들렸을 게 틀림없다. 실제로 주위 에 있었던 - 둘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던 - 인물인 파르시레인이나 카나인도 대화 중에서 블러드의 목소리라고는 '이쪽으로', '아니', '그 쪽보다는 이쪽이 더 낫지 않아?', '그래 좋 아', '그럼 그걸로'… 밖에 듣지 못했다. 아니, 물론 이렇게 보면 꽤나 많은 대사처럼 느껴 지지만 블러드의 목소리가 모기소리만큼이나 작은 목소리였기 때문에 거의 들리지 않아 서 크라비어스 혼자 떠드는 것 같이 들렸다는 말이다. "길은 결정된 겁니까?" 카나인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지도를 바라보며 크라비어스에게 물었다. 요정으로써의 학구 열과 호기심은 그 극악한, 조잡하고 지저분하며 문체엉망 발음엉망에 문법엉망인 히에니 온의 문자 - 일명 히에니온문 - 를 피해가지 않았다. "만약 시간이 남아 한가하고, 그럴 마음이 있다면, 제게 그 독특하고 흥미로운 문자를 가르 쳐 주실 마음이 있습니까?" 예의바른 요정의 화법으로 묻는다. 크라비어스는 그런 카나인을 스윽 훑어보았다. 그리고 는 최대한 친절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해 주었다. "물론, 저녁 식사 후에는 한가할 테니까." 크라비어스는 예의 바른 아이를 좋아했다. 용의 아이들은 아직 채 자라지도 않은 약해 빠진 육체를 가진 주제에 쓸데없이 자존심에 호승심만 높아서 어른에게 손톱을 세우고 이빨을 드러내고선 바락바락 덤벼들고 물어뜯 고 할퀸다. 차마 어린애라 그냥 확 없애버릴 수도 없고…… 여러 모로 용의 어린아이란 스 트레스를 주는 존재인 것이다. "아아, 예의바른 아이를 보는 게 정말 얼마 만인지…… 감동적일 정도로군! 뭐야, 블러드,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네가 용의 어린아이를 보지 못해서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거야! 용의 어린아이가 얼마나… 얼마나…… 됐다, 그만두자." 블러드가 점점 더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거나 말거나 크라비어스는 감동에 젖은 얼 굴로 블러드의 말 옆에 나란히 붙어서 두 다리로 '말과 동등한, 아니 그 이상의 속도를 내 며' 달렸다. 그는 잠시 생각에 빠져 있었다. 달리면서 생각에 잠긴다는 건 꽤나 위험한 일이다. 더구나 달리는 장소가 이런 숲의 오솔길이라면 위험성은 플러스되고, 말과 함께 나란히 달릴 때 는 그 위험성이 2배로 늘어나 버린다. 첫 번째 장애물은 길 한가운데로 쓰러진, 그리 크지 않은 나무였다. 가장 앞장서서 달리고 있던 파르시레인이 능숙하게 말을 몰아 나무를 훌쩍 뛰어넘었다. 넘 는 과정에서 말 배에 나뭇가지가 스쳐서 조각난 나뭇잎이 조금 묻은 것 정도는 그래도 양 호한 편이었다. 블러드는 잠시 움찔했지만 다행히 말이 명마였기 때문에 어찌되었든 무사 히 뛰어넘었다. 허벅지를 나뭇가지에 조금 세게 부딪친 정도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었다. 크라비어스도 블러드의 말과 함께 점프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무사히 착지했다. 그가 무 사하고 안전하게 착지하는 순간, 블러드가 탄 말의 눈동자가 커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건 접어두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카나인이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그는 그야말로 '사뿐사뿐' 말을 몰아 길에 쓰 러진 나무 기둥을 훌쩍 뛰어넘었고, 카나인 자신에 몸에도, 말에도, 필요 없는 이물질 따위 는 전혀 묻지 않았다. 두 번째는 눈이 녹아서 생긴 진흙과 물이 반쯤 섞여서 응고된 듯한 웅덩이였다. 파르시레인은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고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진흙이 튀겼지만, 그는 신 경도 쓰지 않았다. 블러드는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망설였다. 말은 자꾸 머뭇거리는 주인 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거칠게 투레질을 하더니 훌쩍 웅덩이를 뛰어넘었다. 블러드는 하 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고 그 순간 안장에 붙어 있는 예비용 연결 고삐를 꽉 잡지 않았더 라면 말에서 떨어져 버렸을 것이다. 신발과 무릎 밑의 바짓단에 진흙이 묻은 건 어쩔 수 없 는 일이다. 크라비어스는 여전히 무사했다. 단지 점프하는 순간 튀긴 진흙이 팔에 묻어있 다는 것만 뺀다면. 카나인은 여전히 가뿐하게 말을 몰아, 사뿐하게 웅덩이를 뛰어넘었다. 그의 새하얀 백마에 는 진흙 덩어리 하나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얇은 흰색 린넨 천에 옅은 풀빛과 화사한 황금빛 색실로 정성스럽게 수를 놓아서 만든, 움직이기 편한 전형적 요정의 복장인 카나인 의 옷도 마찬가지였다. 세 번째는 조금 난해한 장애물이었다. 도대체 왜 평범한 오솔길에 이런 것이 놓여져 있는 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전에는 꽤나 화려하고 컸을 것이 분명한, 부서진 마차의 잔해였다. 그리 넓지도 않은 길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는 그것들 때문에 일행은 결국 말고삐를 잡아당 길 수밖에 없었다. 크라비어스가 가장 먼저 훌쩍 훌쩍 잔해들을 뛰어넘어서 통과했다. 이런 곳에서 말처럼 큰 짐승은 불편하기만 할뿐이다. 그 다음으로 간 건 카나인이었다. 카나인은 괜히 요정이 아니었던 듯, 나직하게 속삭이는 듯한 요정의 말로 말에게 뭐라고 말했고, 3초쯤 뒤 말은 뒤로 몇 발짝 물러서더니 앞으로 내달리며 가뿐하게 점프해서 그것을 뛰어넘었다. 블러드 와 파르시레인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마, 말로 저걸 뛰어넘었어……." "세상에나!" 빨리 오라는 듯이 건너편에서 크라비어스와 카나인이 손짓했다. 블러드는 카나인을 소리 쳐 불렀다. "카나인, 내 말에도 아까 했던 그런 거 해줘!" 그러자 카나인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자신 없다는 표정이었 지만 블러드가 타고 있는 말을 향해서 소리쳤다. "리엔 나 나아르!" 블러드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내달리더니 마차 앞에서 바로 딱 급정지했다. 이렇게 되자 당황한 건 카나인이었다. 카나인은 이럴 줄 알았 다는 표정으로 블러드에게 말했다. "역시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자신이 타고 있는 말에 한해서인가봅니다. 그냥 말에서 내 려서 저기 수풀을 헤치고 오세요." 약간 자존심이 상했지만 블러드는 얌전하게 말에서 내려 고삐를 단단히 붙잡고 길의 옆으 로 빠졌다. 의외로 쉽게 수긍했던 건 파르시레인도 마차를 뛰어넘지 못했으니 혼자가 아니 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블러드의 키 높이 정도까지 비죽비죽 올라온 풀들이 무성한 수풀 을 헤치고 나오자 바로 뒤에 파르시레인이 보였다. "어?" 그런데 파르시레인은 말에서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말 위에 서 블러드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도대체 왜 말에서 내리신 겁니까?" "그, 그거야 카나인이……." 블러드는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며 카나인을 가리켰다. 그러나 카나인은 딴 곳을 보고 있었 다. -- God의 길을 들으면서 글을 썼습니다. (사실은 랜덤으로 마구마구 나온다죠) 갑자기... 파르시레인이 "아아, 역시나 이래서 용은 안 된다니까, 뭐 우아하고 문화적인 내 가 참는 수밖에."라고 하는 장면에서. "아아, 역시나 이래서 길은 안 된다니까, 뭐 길하고 길인 길이 참....." 까지 쓰고서 경악했 습니다. 마구 꾸벅꾸벅 졸면서 썼걸랑요; 내가 쓰고도 당황해서 마구 웃어버렸다는. 덕분 에 잠은 좀 깼죠. 그리고, 아포크리파 제로 오프닝인 맹세의 에스페로스를 들었습니다. 갑자기 인물들 이름이 막 플라티나로 바뀌는가 하면 알렉으로도 바뀌었다가 갑자기 '제노 바'라는 정체불명의..!! (먼산) 제노바가 뭘까. (웃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한글에 파스툴 가문은 멋져- 라는 말을 몇줄이나 줄줄줄 써놓고... 갑자기 카나인 이름이 레골라스로 변화하는가 하면-ㅁ-; (다행히 '레골..'까지만 쓰고 멈 췄다;) 카나인은 머크우드 왕 스란두일의 아들로써 아버지를 닮아 포도주를 좋아하고 샬 라샬라..... (먼산) 갑자기 카롤 마르텔... 씨의 생김새를 묘사하기 시작하고 '파란색의 아주 길게 치렁치렁 늘 어진 머리카락에 초록색 커다란 모자를 눌러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과 어딘지 멍 한 눈동자가 인상깊은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그리고 블러드는 그에게 말했다. "알렉! 위험 해요!" 알렉은 고개를 돌렸고, 순간 그의 파란 머리카락(알렉은 금발이란 말이다!;ㅁ;)이 후드득 흘러 넘쳤다. 그대로 싹둑 잘려버렸다. "안돼애애-!!" 카롤이 비명질렀다' ...내가 미친게다... 카롤 씨의 모습을 묘사해놓고 갑자기 왜 알렉이 나오는거야! 아포크리파 제로에는 나락왕이란게 나옵니다. (주인공 둘이 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싸 우는 거죠) 갑자기 두 페이지나 줄줄줄 써놓길, 괄호 안은 제가 지금 첨부; 나락왕을 물리치러 일행은 길을 떠났다. 두 패거리로 나뉘었는데 하나는 제 1왕자, 알렉이 었고 하나는 제 2왕자 플라티나였다. 플라티나는 여행을 떠나는 도중에 참모인 제이드 데 이비스와 '삐리삐리 므흐흐'한 관계가 되고, 쌍둥이인데 왜 1왕자가 되었는지 모를 알렉 은 그 참모를 가장한 유모인 사피루스 호손과 플라티나를 쓰러트리는 여행을 떠난다. (왜 갑자기 여기서 여행이 또 떠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도중에 카롤 마르텔이라는 초절정 미청년 파란 머리카락 화염속성 마법사 씨를 만 난다. 카롤은 플라티나의 샬라샬라 찬란한 은발머리와 싸늘하고 냉정한 푸른 눈동자에 반 해서 플라티나의 수하로 들어간다. ...중략-ㅁ-; (정말 내가 쓴거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깁니다;ㅁ;) ...결국 제이드와 사피루스가 타천사라는게 밝혀지고 둘은 배신한다. 그러나 제이드에 대 한 플라티나의 뜨거운(;) 사랑 덕에 제이드는 반성하고 플라티나와 행복하게 살게 된다. 사피루스도 어쩌다보니 알렉에게 꼬리잡혀서 평생 유모 노릇이나 해가면서 유치한 녀석들 끼리 짝짜꿍해가며 잘먹고 잘살았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번져.. (중략) .... 플라티나 를 빼앗긴 카롤은 결국 카롤을 지겹게 쫓아다니던 (그러나 알렉 편이었던) 루비 잭슨과 함 께 살게된다. (왜!?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결말이 나오는거지!?) ...후략... 한글 97에 그대로 남아있다죠. 이 기나긴 원문이.... 제가 자그마치 세시간을 졸면서 떼워 버렸... ;ㅁ; (젠장할) 오늘은 이만 잘렵니다. 오늘도 마감은 지나가는구나. 후후후. 아포크리파 노래, 너무 좋습니다;ㅁ; 여하튼, 아포크리파, 그림 너무멋지다죠. 판타스틱 포츈 캐릭터 디자인하셨던 유우키 아즈 사 상이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담당했다고 합니다. 판타스틱 포츈보다 그림체가 더 우아 해지고 더 화려해지고 더 아름다워졌다죠 ;ㅁ; 단지 일본어판, 그리고 2장짜리인데 한장에 7500엔이라는 경악할만한 가격이... (아악- 잠 담이 길어진다!!!) 이만씁니다;ㅁ; 블러드 엔젤 <25장-난쟁이>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사 번째 이야기... 그들은 보통 작은 부락 단위로 살아간다. 난쟁이들은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의외로 섬세 하고 예민한 종족이다. 그들은 주로 커다란 도끼를 들고 다니며 호탕하고 튼튼하며 술을 좋아한다. 그들은 무척이나 친절한 자들이며, 때때로 방문객들에게 멋진 선물을 주기도 한다. 난쟁이들의 특징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그들의 매우 뛰어난 손재주일 것이다. 그것은 차마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것이므 로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그 아름다움과 우아 함, 화려함과 섬세함, 온갖 미사여구를 다 가져다 붙여도 부족할 것만 같은 그들의 예술품 을 반의 반 만이라도 표현할 수 있다면 그건 인간의 말이나 글이 아니라 신의 그것일 것이 다. -일린, 「난쟁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발췌 <25장-난쟁이> 일행이 케네숀 산맥을 향하기 시작한지 어언 닷새. 비록 케네숀이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힐 만큼 매우 춥고 높고 험준한 산맥이라고는 하지 만 그곳에는 각종 광석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난쟁이들의 왕이 사는 거대한 도시가 형성 되어 있다는 것이 크라비어스의 설명이었다. 일행은 모두 거세게 반발했지만, 크라비어스 는 케네숀의 광석을 원하기는 한데 차마 케네숀으로 올라갈 용기가 없는 난쟁이들이 형성 한 작은 부락만 해도 그 근처에 꽤나 되기 때문에 굳이 케네숀으로 올라갈 필요까지는 없 다고 일행을 설득했다. 블러드는 말 위에서 오돌오돌 떨며 모포 자락을 뒤집어썼고, 그 덕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블러드를 위해 크라비어스가 말을 인도하고 있었다. 말은 본디 추운 곳에 서식하는 짐승 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행의 상태뿐만이 아니라 말의 상태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밤 이면 가뜩이나 짧은 털에 서리가 엉겨붙어 다음날 아침이 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 에 이르렀기 때문에 일행은 아까운 모포를 말에게도 선사해 주어야 했다. "추운 곳에 사는 말은 없는거야?" 블러드가 투덜대자 파르시레인이 엄숙하게 대답했다. "물론 그런 말도 있지만 저희가 말을 산 곳은 추운 지방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실은 타브릿 트께서도 잘 기억하고 있으실 텐데, 잊으신 겁니까?" "하아……." 블러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카나인의 상태는 더욱 좋은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쉴새없이 자신이 타고 다니는 말이 너무 수다스럽다고 투덜거렸고, 추워지니 불만불평이 더욱 많아졌다고 투덜거렸다. 그리고 말 들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자못 염려스러운 듯이 말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와 일행을 괴롭게 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가끔씩은 눈을 동반 한 그 바람은 일행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곤 했다. 그럴 때는 꼼짝없이 근 처의 나무들 사이에서 노숙을 해야만 했다. "다음 마을에선 말을 팔고 툴라프를 네 마리 구해야겠습니다. 크라비어스 님도 더 이상 걸 어 다니실 수만은 없으니까요." 카나인이 한아름 땔감을 안고 오며 제의했다. "그래, 그게 좋겠다. 산을 오르는 거나 추위를 견디는 거나 툴라프를 따라갈 짐승은 없지. 말은 이런 곳에선 오히려 짐만 될 뿐이야." "옳은 말이로군. 툴라프보다는 말이 비싸니 약간의 돈만 더 보태면 툴라프 네 마리를 충분 히 살 수 있을 거야. 더구나 케네숀 근처에선 훌륭한 툴라프를 구하기 쉽지. 잘하면 야생에 서 잡아온 툴라프를 살 수 있을지도……." 파르시레인과 크라비어스가 찬성했다. "에, 말을 파는 거야? 하지만 정도 많이 들었잖아?" 블러드만이 그리 내키지 않는 듯한 반응이었다. 근처에 나뭇가지에 고삐를 걸어두고 모포 를 걸쳐준 다음에야 모닥불 근처로 온 블러드는 불이 그리 강하게 타오르지 않는다는 사실 에 약간 실망했다. "마법을 쓰거나 정령을 불러내면 훨씬 쉽지 않을까?" 블러드가 제의하자, 셋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크라비어스가 친절하게 블러드를 타일렀다. "블러드, 이런 일에 마법을 쓰기는 좀 그렇잖아?" 파르시레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블러드에게 설명했다. "더구나 마법을 쓰는 건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에요." 카나인이 그 말에 동의하며 정령을 불러냈다. "나의 친우, 불의 정이여. 지금 태초부터 전해 내려오는 계약에 따라 나를 도와달라. 이곳 에 몸을 드러내 그 뜨거운 업화의 불을 불사르라." 갑자기 모닥불이 세차게 타올랐다. 불꽃 속에서 언뜻 새빨간 눈동자가 떠올랐다가 다시 불 길 속으로 사라졌다. 일행은 입을 딱 벌렸다. 불 속에서 천천히 타오르는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모닥불 위에 떠 있는 불의 정령은 예상 했던 것처럼 도마뱀의 형상은 아니었다. 온 몸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을 걸치고 있는 작 은 꼬마아이의 모습이었다. '귀, 귀엽잖아?' 블러드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불의 정령은 웅웅대는 정령의 말로 카나인에게 뭐라 말을 거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카나 인 외에는 아무도 정령의 말을 알지 못했으므로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앉아서 그걸 지 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카나인은 반가운 낯으로 부드럽고 속삭이는 듯이 불의 정령 에게 뭐라 말했다. 불의 정령은 무표정한 눈동자를 들어 약간은 부드럽게 카나인을 바라보 다가 곧 다시 불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일행은 멍하니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크라비어스가 벌떡 일어나서 카나인의 멱살을 움켜 쥐고는 소리쳤다. "뭐야, 정령을 불러낼 줄 알았던 거야!?" 파르시레인은 말리지 않았다. 블러드가 당혹스런 얼굴로 둘을 바라보았지만 말릴 마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켁, 서, 설마 몰랐으리라고는… 생각 못…… 이거 좀 놓고, 당연히 다 알고… 있으리라, 생 각했죠, 켁, 놓아 달라니까요! …." 카나인이 두 팔을 허우적대며 크라비어스를 밀쳐냈다. 크라비어스는 두 손을 놓으며 멍하 니 생각에 잠겼다. 카나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요정이었고, 요정 하면 당연히 정령 아닌 가. 왜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는지. 절대로 자신이 단순하게 생각이 얕았기 때문이라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크라비어스였 다. 카나인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입을 댓 발이나 삐죽 내밀고는 모닥불 근처에서 머리끝까지 모포를 뒤집어쓰고는 누워버렸다. 자신의 단순함이 카나인에게 상처를 준 사실을 깨닫지 못한 건지 아니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건지는 몰라도 여하튼 크라비어스는 전혀 미안하 지 않다는 표정으로 뻔뻔스럽게 입을 열었다. "배고프다. 야, 빨리 식사 준비해." 이젠 블러드와 파르시레인도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 라는 표정으로 크라 비어스를 바라보더니 모포를 뒤집어쓰고 누워 버렸다. 혼자 남은 크라비어스만이 눈을 동 그랗게 뜨고서 그런 셋을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일행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던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서는 투덜댔다. "뭐, 게으른 일행과 함께 있으니 어쩔 수 없는 건가." 물론, 셋은 못 들은 척 했다. 들으라고 한 말이었으나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자 크라비 어스는 정말 안되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매어놓은 말에게 다가가 짐을 꺼내들었다. 그것을 자기가 앉아 있던 자리에 놓아둔 다음에 그릇을 들고 물을 뜨러 갔다. 셋은 크라비어스가 어디로 가고 있다는 건 발걸음 소리로 알고 있었지만, 무엇을 하러 가 는지는 보지 못했으므로 당연히 몰랐다.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고……. "에구구." 크라비어스는 자리에 주저앉아서 자신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는 물을 가득 떠온 그릇을 옆에 밀어 놓고 중얼거렸다. "나도 이제 늙은 건가, 아아, 벌써 몸이 결리네." 아무도 자신의 말에 신경 쓰지 않자 크라비어스는 더 이상 셋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행동 을 그만두었다. 그는 냄비에 물을 삼분의 일쯤 채우고 말린 고기를 쏟아 넣었다. 그리고는 불 위에 올려놓고 끓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냄비라면 불에 타버리거나 녹아 버리겠지만 특별히 노숙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그럴 염려는 없었다. 이제는 자신이 직접 요리를 해 먹어야 한다니,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린 고기 와 빵이 들어 있는 짐 속을 뒤지자 몇 개의 양념들이 얌전히 병 속에 들어있는 채로 발견되 었다. 크라비어스가 그 중에서 알고 있는 건 소금과 후추밖에 없었다. "흐음." 그는 이것저것 다 열어 보더니 냄새를 맡고 살짝 맛을 보았다. "웩. 이건 맛없네, 넣지 말아야지." 약간 푸른빛을 띄는 액체의 맛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뚜껑을 대충 닫고 짐 속으로 밀 어 넣었다. 대충 맛있는 양념과 맛없는 양념을 구분해 낸 크라비어스는 나머지를 다시 짐 속에 넣어두었다. 이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 냄비 속에서는 고기가 적당히 풀어져서 그럭저럭 먹을 만하게 보이고 있었다. 크라비어스는 맛있다고 구분된 양념들을 냄비에 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넣어야할지 고민했으나 맛있는 건 많이 넣을수록 맛있는 게 너무도 당연한 거라 는 생각을 하며 적당히 양념을 냄비 속으로 쏟아 부었다. 그나마 나중에 쓸 것을 생각해 다 넣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슬슬 잠이 들어가고 있던 카나인은 코끝을 자극하는 미묘한 냄새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 는 멍한 눈으로 상체를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라비어스가 모닥불 앞에 앉아서 뭐라 고 중얼대며 짐을 뒤져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아까부터 코끝에서 맴도는 이 기묘한, 아니 괴이한 냄새는 계속해서 카나인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었다. -- 결국 학교는 가지 않았다죠. 귀찮아-ㅁ-; 아침에 7시에 엄마가 깨웠습니다. 내가 일어나지 못하자 엄마는 이불을 덮어주며 더 자라 고 하셨습니다. 제가 일어났을 땐 11시였습니다...... 블러드 엔젤 <25장-난쟁이>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오 번째 이야기... "뭐죠, 이 냄새는?" 이때쯤 되자 파르시레인과 블러드도 무언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라비어스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셋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주 거만한 표정으로 - 블러드는 크라비어스가 사실은 카나인보다 훨씬 더 거만한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는 걸 깨 달았다 - 국자를 집어들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워낙에 게을러서 결국에는 내가 음식을 만들었지." 파르시레인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잡고 고개를 모포 속에 파묻었다. 그는 더 이상 아 무 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눈을 감고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현실도피를 하고 있 는 파르시레인을 바라보며 블러드는 조용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도 곧 모 포를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더 이상은 시끄럽고 손이 많이 가는 일에 참견하고 싶지 않 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둘은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카나인은 일행에서 그나마 가장 정상적이고 가장 양심적이며 가장 평범하고 가장 인간적인 - 요정인 그에게 인간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 만 - 사고방식을, 다른 말로 바꿔 말하면 본인에게 가장 스트레스가 많이 주고 가장 피해 를 많이 받으며 가장 손해를 많이 보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파르시레인 이나 블러드처럼 그냥 보아 넘기고 모포를 뒤집어쓴 채로 잠을 청하는 형식의, 그런 현실 도피를 해버리지 못했다. 그는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크라비어스에게 다가갔다. 그의 주위에는 양 념 병이 이리저리 널려 있었고, 그것을 본 카나인의 얼굴은 꽤나 볼만하게 변했다. 처음에 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카나인이었지만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그것을 주워들어 서 살펴본 결과, 무엇인지 깨닫고 말았다. "이, 이, 이건, 양념 아닌가요?" 크라비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나인은 그 순간 크라비어스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반 이상 비어있는 양념병과 크라비어스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 는 듯이 양념이 가득 담겨있었던 병을 두어 번 흔들어 보고서야 카나인은 제정신으로 돌아 왔다. "도대체 이걸 왜… 왜 이렇게 많이 넣은 겁니까!" 카나인이 발악하듯 외쳤다. 절망적인 표정으로 외치는 카나인이었지만 크라비어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아주 당 당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난 그것들 전부의 맛을 봤다. 맛있는 것만 넣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맛있는 건 많이 넣 을수록 맛있어지는 게 당연지사." "요리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이 넣으면 내일은 어떻게 하 려고요! 내일 모레는, 내일 모레의 내일은요? 또 그 내일은 무엇으로 요리를 할 생각이신 겁니까!" 카나인이 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주섬 주섬 이리저리 흩어진 채로 널려있는 양념 병들을 주워 짐 속에 챙겨 넣으면서 다시 한 번 크라비어스에게 소리쳤다. "도대체 생각이란 걸 하고 사시는 겁니까?!" 분명히 크라비어스가 어느 정도 정상적인 사고 방식을 가졌다면 이즈음에서 자신의 잘못 을 깨닫고 카나인에게 사과해야 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크라비어스는 절대, 절대로! 정상 적인 사고방식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의 사고방식에서, 세상의 중심에는 크라비어스 자신이 당당하게 서 있고, 그 옆에는 블 러드가 있고, 또 옆에 크라비어스의 부하들이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약간 신경 써야 할 문제들이 있다. …나머지 전부는 별로 신경 쓸 필요 없는 것들. 몇 개 빼놓고는 전부 '별로 신경 쓸 필요 없는 것들'에 포함되는 것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는 정상적이라거나 평범한 것과 거리가 먼 사고방식을 갖 고 살아가는 아주 좋은 전형적인 예였다. 크라비어스는 귓가에 쨍쨍대는 요정의 시끄러운 소리에 미간을 찌푸린 채 분주하게 양념 병을 챙기는 카나인을 향해 한마디했다. "역시나 요정이란 건 시끄럽군." 그러자 카나인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당신이 절 시끄럽게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정말 제 명에 죽지 못할 것이다. 불길한 예감에 오한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예언이나 예감 따위에 정말 소질이 없었으니 이번 예감도 맞지 않 을 것이다. …라고 애써 생각하며 카나인은 중얼댔다. 저 멍청하고 자기 생각만 하는 로스틱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충분히 피 곤한 데다가 충분히 힘들었는데…… 이제는 더럽게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더구나 난쟁이스러운 용까지 추가되었다. 이런 거야말로 불행예감. 카나인은 피곤으로 축 처지는 몸을 애써 다잡으며 짐을 정리했다. 문득 가방에 손을 댔던 카나인은 축축한 느낌에 흠칫하며 가방을 돌아보았다. "아악! 왜 양념이 가방 안에서 새서 질척질척한 겁니까!" 카나인은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렀다. 가방 안은 양념 병 하나가 새서 완전히 축축하고 질척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아까부터 카 나인의 엄청난 잔소리에 질려 한 마디도 하지 않던 크라비어스가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입 을 열었다. "아 그거… 아까 내가 맨 처음으로 맛본 다음에 가방에 넣었던 양념인데. 난 분명 뚜껑을 닫았다고. 분명히 기억해." "닫기만 하면 뭐합니까! 꽉 닫아야 하죠! 봐요, 이렇게 뚜껑은 닫혀 있지만 틈으로 새서 가 방이 완전히…… 으악! 이거 제 가방이잖아요! 도대체, 도대체… 제대로 하시는 일이 뭡니 까! 싸우는 것밖에 못하는 건가요!?"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더욱 깊숙하게 모포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귀를 틀어막았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안 들린다…… 중얼대며 애써 눈을 감았다. 카나인이 조금 불쌍했지만 그건 자신이 자초한 것이니까. 이렇게 계속해서 자기합리화를 시키며 블러드 와 파르시레인은 다시 잠을 청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케네숀을 향해 달려야 하니까……. "흥, 나는 왕이니 당연히 그런 것 따위 할 필요 없다." 단호하게 잘라 말하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을 보고 카나인은 더 이상 소리칠 마음이 들지 않 았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축축한 가방에 들어있는 짐을 모조리 꺼내 불 근처에 잘 펴놓은 다음에 가방을 탁탁 털어서 모닥불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크라비어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능숙한걸? 혹시 천성적으로 부하나 시종 체질 아냐?" 카나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이 가는 소리가 섬뜩하게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에게까지 들려왔고, 크라비어스마저 흠칫했다. 그는 결국 이 정도 놀려먹었으니 더 이상 이런 유치 한 장난은 그만두기로 했다. "어, 어이, 이봐?" 카나인은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크라비어스를 사악 노려보았다. 화가 난 요정이 어디까지 험악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잘 보여주는 얼굴이었다. 크라비어스는 하려고 했던 말을 잊고 말았다. "왜 부르셨습니까? 설마, '아무 일도 없는데 그냥' 불러본 건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면 전 그냥 있지 않을 겁니다." 크라비어스는 온몸이 경직되는 걸 느꼈다. 그는 애써 할 말을 생각해 보았다. 저건 정말로 그냥 있지 않을 것 같았다. 앞으로 요정을 놀리는 건 적당히 해야지, 란 생각을 하며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할 말을 찾던 크라비어스는 카나인이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다시 한 번 사악 노려보자 대번에 움츠러들고 말았다. 요정에게 움츠러든 용왕이라니! 상상도 되지 않는다. 그것도 요정의 왕이라던가, 혹은 여왕, 하여튼 왕이나 여왕, 장로도 아니고, 물론 왕이나 여왕이나 장로에게 움츠러들었다고 해서 '죄값'이 작아지는 건 아니지만… 이런 일개 - 크 라비어스는 카나인이 엄연히 요정의 차기 '장로'라는 사실을 몰랐다 - 요정에게 움츠러들 었다니! 이 사실을 다른 용들이 알았더라면 분명히 크라비어스는 용왕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 다. 어쩌면 온몸에 돌을 맞으면서…… 크라비어스는 애써 불길한 예감을 지워 버리려 노력 하며 입을 열었다. "아까 네가 가르쳐 달라고 했던 히에니온 문자를 가르쳐 주도록 하지." "필요 없습니다." 카나인은 모포를 뒤집어쓰고 날카롭게 한마디 내뱉었다. 단호하게 거절당한 크라비어스 는 잠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리고는 모포를 뒤집어쓰고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짓… 지 는 않았다. -- 문득 보니까, 24장은 5편에서 끝났고 23장은 6편, 22장은 7편, 21장은 8편에서 끝났더군요. 그럼 이번 챕터는 4편에서 끝나는건가?; 블러드 엔젤 <25장-난쟁이>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육 번째 이야기... £ "그럼 그걸 누가 할건데?" 크라비어스가 투덜거렸다. "그러니까 제가 한다니깐요?" 카나인이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다. "네가 하면 문제가 많이 생기잖아." 마지막으로 파르시레인이 곤란한 듯 말했다. 그는 양팔을 들어올리는 제스처를 취해 보이며 어깨를 으쓱 했다. 그리고 크라비어스가 카 나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빠져." 단호한 그 말에 카나인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변했다. 그러다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입술 을 비죽 내밀고는 항의했다. 요정이 밤하늘 빛 눈동자가 가늘게 반쯤 감기며 거센 항의의 빛을 띄고 일렁였다. "에, 왜요?"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엄격했다. 그는 카나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와 파르시레인은 할 수 있지만 넌 못하잖아? 아무리 네가 마법을 쓸 수 있다 해도 안 돼. 아무리 난쟁이라고 하지만 그는 왕이야. 너보다는 강할걸? 거기다 난쟁이의 과학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아? 이상한 쇠로 된 공에 불을 붙여서 펑펑 쏘아대는데 용이라도 어 린 녀석은 한방 맞으면 치명적이야. 넌 척 겉만 봐도 비리비리한 것이 한방만 맞아도 이 세 상과 이별할걸?" 그 말에 카나인이 바락 소리질렀다. "비리비리하다뇨! 그건 여기 계시는 파르시레인 님이나 크라비어스 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건 옳지 않아요!" 크라비어스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또 그 기나긴 요정의 화법이 시작될까 봐 두려웠다. 그건 정말 최강이다.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어쨌든 넌 약하잖아?" 카나인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강하고 약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분명히 그는 자신의 죽음을 아주 태연하게 받아들일 테니까요. 조화를 위해서 나의 여왕도 편안하게 죽음을 택했습니다. 영원한 죽음이었는데 도 말이죠. '블러드'가 진짜 조화인 것을 확인한다면, 그는 분명 조화를 위해 자신의 죽음 을 택할 겁니다. 분명히……." 파르시레인이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엘프 여왕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장 본인이기도 했다. 그가 본 엘프 여왕은 분명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고 조화를 위해 기꺼 이, 아주 기쁘다는 듯이 희생했다. "그의 말이 맞아요." 크라비어스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둘을 바라보았다. "요정의 여왕, 그녀는 조화를 위해서 삶보다 죽음을 원했어요. 아주 기쁘게, 환하게 웃으 며 죽었죠. 조화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죠. 그 어떤 희생도 기쁘게 받아 들이죠. 그게 요정이에요. 그게 바로 조화의 종족입니다." 카나인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쳐들었다. "만약 그게 나였더라도 기꺼이 희생했을 겁니다." 크라비어스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크라비어스 자신도 블러드를 위 해서라면 얼마든지 희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조금 달랐다. 블러드는 자신의 마스터 였고, 마스터와 용의 관계는 창조주와 창조물의 관계와는 조금 달랐다. 만들어 놓으면 그 만이지 왜 그들의 생에까지 간섭하는가? 크라비어스는 절대 자신의 창조주인 어둠을 위해 희생할 생각 따윈 가지고 있지 않았다. 만약 그런 순간이 오더라도 절대 그 따위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크라비어스는 시큰둥하게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창조주로군! 그리고 창조물이야." "하지만 그 창조주는 당신의 가장 소중한 마스터이죠." 파르시레인이 조용한 눈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 가장 소중한 타브릿트이기도 하고요." 어찌 되었든, 그러니 셋 중 아무나 하나가 가서 그 일을 해야 한다. 충성의 그 상대가 '하르 모니아'이든 '타브릿트'이든 '블러드'이든. 결국 그는 하나일 뿐이니까. 크라비어스가 조용 히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내가 하지." 반복해서 말했다. "내가 하도록 하지."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은 그 결정이 약간 못마땅한 듯 했지만 크게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그 냥 크라비어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이제 앞으로 반나절 안에 케네숀 산맥, 난쟁이의 마 을에 도착할 수 있다. '블러드'는 자신이 어떻게 요정의 봉인을 풀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이 그 요정의 여 왕을 죽였는지 모르고 있다. 괜찮다, 그런 건 상관없다. 모르는 것 따위, 봉인이 모두 풀리 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몰랐던 그 모든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모르는 것 따위는 괜 찮다. 지금 당장, 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행위, 그런 것 따위, 알아서 상처받느니 차라 리 모르는 게 낫다. 크라비어스는 중얼거렸다. '그가 '블러드'이든, '하르모니아'이든, '타브릿트'이든…… 그는 하나, 그러니 내가 충성 을 바칠 상대도 하나, 내가 맹약의 노래를 불러준 존재도 하나, 내가 맹약의 시를 읊어준 존재도 하나. 이렇게 혼란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혼란스러워 할 필요는 전혀 없어. 그는 하나니까….' £ 툴라프는 확실히 편했다. 이런 거친 산길에서 말보다 빨리 달릴 수 있었고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었으며 여간해서는 지치지도 않았다. 추우면 추운 지방일수록 툴라프의 진가는 확실 하게 드러난다. 긴 목을 양쪽으로 흔들면서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위에 탄 사람이 조금 불 안하긴 했지만 안장의 형식이 말의 것과는 전혀 다른 구조로 되어 있어 떨어질 염려는 없 었다. 케네숀 산맥에 가까워지고 있긴 있는 모양인지, 갈수록 추워지고 갈수록 험해진다. 걸핏하 면 눈이 펑펑 쏟아졌고, 그럴 때는 모두들 안장에 붙어 있는 요를 재빨리 들어 머리에 뒤집 어써야 했다. 일행이 산 툴라프는 그리 젊지는 않은 것들로, 어느 정도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데다가 이 미 케네숀 산맥은 몇백 번도 더 오르락내리락 했기 때문에 굳이 위에 탄 사람이 조종할 필 요 없이 자기가 알아서 케네숀 산맥의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른 길로 들어선다는 상인의 말이었다. 일행은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앞을 볼 수도 없을 만큼 눈이 펑펑 쏟아져 안장에 부착된 모포를 뒤집어쓴 채로 툴라프의 긴 갈기를 꽉 붙잡고 바람에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히에니온이 준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도 않던 길로 접어든다. 깜짝 놀라면서 당황하다 보면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목표했던 마 을로 들어서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따라 툴라프는 이리저리 당황하고 있었다. 일행이 탄 이 네 마리 중에서는 카 나인이 탄 것이 가장 나이 많고 연륜 있는 툴라프라고 하는데, 이 툴라프가 다른 세 마리 는 전혀 몰랐던 길로 들어서려 하는 것이다. 툴라프라고 하는 짐승이 가장 나이 많은 툴라프를 중심으로 작은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는 짐승이고 하니 가장 나이 많고 연륜 있는 툴라프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따른다.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던 툴라프들은 결국 가장 나이 많고 연륜 있는 툴라프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 다. 일행의 줄은 카나인이 앞장서고 그 뒤를 블러드, 크라비어스, 파르시레인이 차례로 따 르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굉장한 눈바람이 휘몰아쳐 일행은 모두 모포를 푹 뒤집어쓴 채로 툴라프 위에 찰싹 엎드리 다시피 한 자세로 있었다. 블러드가 앞장서 가는 카나인에게 힘껏 외쳤다. 바람에 목소리 가 휘말려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카나인! 너 툴라프의 말도 알아듣는 거야?" 카나인은 용케도 알아들었는지 되묻는다거나 하는 일없이 모포를 들추고 뒤를 바라보며 힘껏 외쳤다. "네! 아까 제가 탄 툴라프에게 우리가 가야 할 지도의 목적지를 가리키며 설명했더니 이 길 이 더 빠르다고 하는데요! 으악!" 카나인은 하마터면 눈 위를 뒹굴 뻔했다. 그리고 일행의 사이를 눈바람보다 한층 더 싸늘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블러드는 아무 말 하지 않고 툴라프에 찰싹 엎드려서 두꺼운 모포를 더 깊숙이 뒤집어썼다.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는 느리지만 분명히 툴라프는 달리면서 앞으로 나아갔고 그에 따라 바람이 더욱 세 차게 느껴졌다. 눈바람은 말 그대로 눈을 동반한 바람이다. 더구나 케네숀 근처의 북부에서 불어오는 바람 이란 것은 엄청나다. 바람이 아니라 태풍이라 불러줘야 그 위력에 어울릴 것 같은 정도이 다. 눈도 우박이라 불릴 정도로 큰 덩어리들이 하늘에서 뚝뚝 떨어진다. 이런 데를 일행까 지 등에 태우고, 거기다 짐까지 싣고서 걸어가는, 아니 뛰어가는 툴라프가 대단하게 느껴 졌지만, 모두들 자기 자신이 툴라프 위에 앉아서 떨어지지 않는 것만 해도 충분히 힘들었 기에 툴라프에게까지 신경을 써줄 여력은 없었다. '추, 춥다.' 블러드가 속으로 중얼댔다.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춥지 않다면 그게 이상한 거다. 문득 뒤 에서 크라비어스가 저 앞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카나인에게 말하는, 아니, 소리치는 것 이 블러드의 귀에 들려왔다. "카나인! 너, 툴라프에게 물어봐!" "뭐라고 물어봐요!?" "이 길, 설마 난쟁이의 도시로 직행하는 길은 아니겠지!?" 일행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카나인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잠시만요! 물어보고 대답해 드릴께요!" 제발 아니기를, 제발 아니기를, 제발 아니기를. 블러드는 속으로 되풀이해서 중얼거렸다. 파르시레인도, 크라비어스도 마찬가지였다. 잠시간의 침묵이 일행 사이를 맴돌았고, 1분 쯤 뒤에 카나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직행이라고 하는데요!" "당장 돌려어엇!" 크라비어스가 고함쳤다. 그리하여 일행은 천천히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카나인이 눈바람 속에서 힘들게 지도를 들고 서서 자신의 툴라프에게 다음으로 가야 할 마을의 위치를 짚어주며 열심히 설명했 다. 그리고 난쟁이의 마을은 최종적인 목적지이지 직행으로 갈 곳은 아니라고. 그 툴라프 가 알아들었는지 알아듣지 못했는지, 그건 카나인만이 알뿐이다. 크라비어스가 카나인을 향해 소리질렀다. "지도 안 날리게 조심해!" 이렇게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에서 한 번 날리면 절대 못 찾는다. 손에서 놓치는 순간 날카 로운 바람의 칼날에 갈가리 찢겨서 사방으로 흩날려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언제나 지도 를 놓치지 않으려고 조심해야 한다. "예!? 뭐라고요!?" 카나인이 못 들었는지 고개를 돌리며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손에서 지 도를 놓쳤다. "아아아악! 너 죽을래!?" 크라비어스가 비명을 질렀고 파르시레인이 땅으로 떨어졌고 블러드의 모포가 툭 떨어졌 다. 크라비어스가 홧김에 상체를 일으키며 소리치는 바람에 단단하게 고정시켜 놓았던 그 의 붉은 머리카락이 풀어져서 사방으로 흩날렸고 파르시레인이 고삐를 놓치고 툴라프에 서 떨어진 채로 바람에 날려 5미터쯤 밑까지 굴러갔으며 블러드가 뒤집어쓰고 있던 모포 가 땅으로 떨어져 이리저리 바람에 날려 파르시레인 쪽까지 날려갔다. 카나인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건지 어리둥절하게 지도가 없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 았다. 그리고는 잠시 뒤에 모든 상황을 이해했는지 울 것만 같은 목소리로 일행을 향해 외 쳤다. "지도를 놓쳤어요!" -- 깁니다! 필살 글쓰기 모드 돌입 ;ㅁ; 아자아자! 이제.. 내일 있을 수행평가를 위해 줄넘기 연습이나 하러 가볼까나; 마감이 끝나면 좀 띄엄띄엄 올라오겠죠?; 이렇게 지겹게 올라오는 겁니다; 블러드 엔젤 <25장-난쟁이>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칠 번째 이야기... "이 멍청한 요정! 어리석은 엘프! 바보 같은 녀석아!" 파르시레인이 악을 썼다. 그는 힘들게 자신의 툴라프가 있는 곳까지 비틀비틀 '기어간' 후에 다시 위로 올라타려고 애를 쓰며 다시 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의 부드러운 갈색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미친 듯이 날려 시야를 가리우고, 파르시레인은 머리카락을 추스르랴 툴라프 위에 올라가랴 여러모 로 힘들었다. 한참 뒤에 겨우겨우 툴라프 위에 올라탄 파르시레인이 이제는 카나인에게 삿 대질까지 해가며 악을 써댔다. "어떡할 거야, 이제!" 블러드는 모든 것을 초월한 상태였다. "아하하, 아하하하하하……." 그 웃음소리를 들은 크라비어스가 흠칫했다. 그는 파르시레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미친 듯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추스르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 결국 모자를 날려보냈고 손끝을 벗 어나 날아가는 모자를 잡으려다 툴라프에서 머리부터 굴러 떨어졌다. "으악!" 파르시레인은 결국 머리카락을 높게 묶는 것을 포기하고 낮게 묶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 고 비웃다가 그만 머리 끈을 날려보내고 말았다. 그러나 모자를 날려보내고 툴라프에서 굴 러 떨어진 앞의 누구누구와는 다르게 그것을 잡으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다가 툴라프에 서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쉽게 포기하기에는 조금 고급스러운 끈이었지만, 그래도 아무 수확 없이 바닥에 떨어져서 눈 위에 구르는 것보다야 나았다. 보기 흉하게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건 한번으로도 충 분했다. 블러드는 잠시 모포를 주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앞의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는가까지 잘 보아두었기 때문에 섣불리 툴라프에서 내려가 모 포를 줍는 일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툴라프에서 내려가지 않고서 그대로 줍자니 그것도 좀 그렇다. 상체를 굽히고 팔 을 뻗어서 모포를 주우려는 순간, 그대로 툴라프에서 굴러 떨어지고, 연쇄 작용으로 인해 이 엄청난 바람에 그만 머리가 풀려버리고,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미친 듯이 날리는 걸 추 스르려고 애쓰고, 시야를 가리는 머리카락 때문에 툴라프에 올라오려고 힘들게 고생하고, 모자를 날려보내고, 머리를 다시 묶으려다가 머리 끈을 날려보내는… 이런 일은 겪고 싶 지 않았다. 블러드는 모포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일행은 그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파르시레인이 툴라프 위에서 모포를 뒤집 어쓰고 블러드에게 바락 소리질렀다. "빨리 모포 주워요! 이런 곳에서 모포 없이 어떡하려고!" 다들 겉으로는 걱정하는 듯 하다. 그러나 속마음은 어떨지……. 별로 줍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블러드는 툴라프에서 내렸다. 내리는 것도 힘들긴 했지만 그대로 줍다가 바닥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그 연쇄 작용으로 더 엄청난 일이 일어난 다. 블러드가 툴라프에서 내리는 순간, 무언가 커다란 것이 세찬 바람에 날려와 블러드의 얼굴을 정면에서 강타했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10미터 이상 바람이 불어오는 데로 데굴데굴 굴러간다. 저대로 계 속 굴러가다 보면 절벽 같은 곳에 떨어져 버리거나, 어딘가에 부딪쳐 멈출 때까지 계속 굴 러가겠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신이 눈으로 덮인 눈사람이 되어버린 채로 꽁꽁 얼어서 그 자리에 십 년이고 백 년이고 그대로 '살아있는 얼음 화석', 아니 '살아있는 얼음 동 상'이 되어 서 있을 게 틀림없다. 블러드는 온통 눈 범벅이 된 채로 한동안 쓰러진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일 행은 일제히 카나인을 무섭게 노려보며 고함쳤다. "도대체 뭘 던진 거야!" "아, 저, 전, 단지, 제 툴라프의 등위에 커다란 눈덩어리가 얹혀 있기에 그가 불편할 것 같 아서 그걸 털었을 뿐인데요? 저, 전 아무 잘못 없어요! 단지 조화께서 재수가 없었을 뿐이 라고요!" 당황과 당혹과 추위로 심하게 말을 더듬는다. 카나인은 상체를 일으키고 일행을 돌아보며 양팔을 내저었다. 그 순간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아아악!" 카나인은 툴라프 위에서 떨어졌다. "빨리 출발해야 한다고! 얼어죽고 싶어!?" 크라비어스가 계속되는 사고에 (모포 속에서)소리를 질렀다.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 다.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블러드에게 허약 체질이라고 비웃으며 삿대질을 하고 카 나인에게 빨리 툴라프 위에 올라타라고 재촉했다. "으으……." 블러드가 겨우겨우 일어났다. 온통 눈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기어서 툴라프 앞까지 온 블 러드는 툴라프의 긴 털을 붙잡고 몸을 지탱해서 일어섰다. 바람이 조금 약해진 틈을 타 재 빨리 모포를 집어들고 툴라프 위에 버둥대며 기어올라간다. 올라가자마자 모포를 팍 뒤집 어쓰고 두 번 묶어서 절대로 모포가 떨어지지 않게 조치해 놓은 뒤에 떨어지지 않도록 고 삐를 꽉 쥐었다. 그 반면에 카나인은 의외로 수월하게 툴라프 위에 올라탔다. 요정답게 키가 커서 한층 더 호리호리하게 보이는 그는 이 정도 바람에는 그냥 휙 날아갈 것만 같았지만 어느 누구보 다 쉽게 안장에 몸을 걸치고 모포를 뒤집어쓸 수 있었다. 크라비어스와 카나인은 키가 비슷비슷했지만 카나인은 정말 말 그대로 '호리호리했 다'……. 그런 주제에 크라비어스나 파르시레인만큼이나 휙휙 잘도 뛰어다니고 힘도 보기 보다는 훨씬 세다. 여하튼 카나인은 앞의 '누구누구'와는 다르게 쉽게 툴라프 위에 올라탔다는 말이다. '요정이란 건 정말 좋은 거야. 불공평할 정도로.' 블러드는 속으로 투덜댔다. 천천히 일행은 방향을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도를 날려보내기 전 에 카나인이 툴라프에게 가야할 마을을 설명해 주었고, 그 툴라프는 몇백 번이나 이 길을 지나다녔다고 하니 틀림없이 제대로 찾아갈 것이다. 어느 정도 대열의 틀이 잡히자 일행은 그제야 안심해서 바짝 몸을 숙이고 모포를 뒤집어 쓴 채 잠시 눈을 감고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잠들 수는 없다. 춥고 바람이 너무 세기 때문 에 잠들었다가는 그대로 죽어 버린다던가 - 물론 이 일행에 그런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 툴라프에서 굴러 떨어질 게 틀림없다. "마을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해!?" 블러드가 소리쳐 물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다시 한 번 외쳤다. "얼마나 더 가야하냐고!" 파르시레인이 화가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타브릿트께선 눈도 없습니까!? 저 앞에 바로 마을 보이잖아요!" '아, 보이는구나.' 블러드는 살짝 모포를 들어서 앞을 바라보고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귀신처럼 모포 를 푹 뒤집어쓰고 있었으니 당연히 보지 못했을 수밖에. 200미터쯤 되는 곳에 바람과 눈 사이로 아련하게 마을 입구가 보였다. 튼튼한 나무로 꽤 나 높은 울타리를 쳐 놓고 있다. 이 울타리는 특별히 적의 침입을 막는다기보다는 바람을 막는 의미가 더 강할 것 같다고 블러드는 생각했다. "자, 힘냅시다! 고지가 눈앞에 있어요!" 왠 고지? …… 카나인이 힘차게 외쳤다. 그러나 일행은 모두 지쳐버려서 더 이상 그 말에 대답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나인은 힘차게 툴라프의 박차를 가했다. 그는 일행을 돌아보며 외쳤다. "마을에 들어가면 따뜻한 여관 먼저 잡자고요! 그리고 지도를 사는 겁니다! 맛있는 것도 먹… 으헉!" 그러다 떨어질 뻔했다. 모두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카나인은 가장 먼저 입구에 도착했다. 굳게 닫혀있는 문 앞에서 그는 놀란 눈빛으로 일행을 돌아보았다. 바람 을 피하기 위해 툴라프를 능숙하게 몰아 바짝 울타리에 붙이고서 그는 아직 도착하지 못 한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문이 닫혀 있어요! 어떡하죠!? 못 들어가는 건가요!? 다음 마을로 가야 해요!? 왜 문이 닫 혀 있는지 아세요!?" 무시할까 말까, 무시할까 말까, 크라비어스는 잠시 고민하다가 외쳤다. 진짜로 가버리면 그를 붙잡기 위해 몇 분이지만 실랑이를 해야 할 테니까. "멍청한 엘프! 두드리면 되잖아!" "예에!? 뭐라고요!? 안 들려요!" 저 긴 귀는 당장에 잘라 버려야 한다. 크기만 했지 전혀 쓸모가 없다. 한마디로 불편하기 만 할뿐이다. 크라비어스는 속으로 중얼댔다. 대답을 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해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빨리 말해줘요! 방금 뭐라고 했어요!?" 4초 정도 고민하고 있던 크라비어스는 들려온 카나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고서 바 락 소리질렀다.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어리석은 엘프자식! 문을 두드리란 말이다! 문이 두드리라고 있지, 그럼 뭐 하라고 있겠 냐! 생각 좀 하면서 살아!" 저런 말을 크라비어스에게 듣다니, 죽고 싶겠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의 공통된 생각이 었다. 카나인은 이제야 알았다는 듯이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툴라프에서 내렸다. 내리 는 순간 바람에 휘청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툴라프의 고삐를 꽉 잡고 문 앞으로 가 서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 친구랑 쪽지팅하다가 늦어버렸; 왜 학교 안나왔냐고 닥달하는바람에-ㅁ-; 블러드 엔젤 <25장-난쟁이>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칠 번째 이야기... 쾅쾅쾅 "이봐요! 문 열어 주세요!" 일행은 일제히 휘청거렸다. 카나인은 분명히 지혜롭고 똑똑한 요정이지만, 어떤 때는 바보 같이 보일 정도로 한심해 보인다. 그야말로 멍청이. 어찌 되었든 간의 카나인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작은 덧문이 삐꺽 하고 열리더니 웬 사람의 손이 삐죽 튀어나와 손짓하며 말한 다. "빨리 들어와!" 그러나 카나인은 들어가지 않고 머뭇거리며 그 손의 주인에게 말했다. "저……." 카나인이 들어오지 않고 머뭇거리자 손의 주인은 손이 시린지 재빨리 손을 집어넣고는 짜 증스럽고 날카롭게 소리질렀다. "바람 들어오니까 빨리 들어오란 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이런 사람을 대하는 건 처음이라 카나인은 엄청나게 당황하고 말았다. 그는 머뭇머뭇하며 말을 꺼낼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그러나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 사람은 버럭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조금 느긋하게 살면 어때서……. "들어올 거면 들어오고 말할 거면 빨리 말해!" 세 번째로 그가 소리쳤을 때 카나인은 그가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릴까봐 발을 동동 구르며 그를 향해 외쳤다. "그 작은 문으로는 툴라프가 들어갈 수 없어요!" 그 순간, 파르시레인이 카나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멍청한 요정! 어리석은 엘프! 바보 같은 놈!" 중얼거리는 그 모습이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카나인은 아픔에 뒤통수를 부여잡고 징징대 며 파르시레인에게 소리쳤다. "왜 때려요!" 카나인도 많이 컸다. 파르시레인은 마치 자기 자식이 다 커서 자신에게 대드는 것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카나인은 눈을 치켜 뜨더니 그에 게 한마디했다. "쳇, 그러면 위대하고 대단하신 로스틱께서 말을 거시죠." "시끄러운 녀석. 툴라프는 여기로 들어가는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까 이 작은 덧문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저기 큰문을 열어달라는 거죠! 못 알 아듣는 것이 이상한 거예요!" "네 눈은 장식이냐!" 파르시레인이 버럭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문의 끝 쪽을 가리켰다. 그곳은 툴라프를 넣어두는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 문이 있었다. 그곳에는 긴 복도가 있었 기 때문에 특별히 닫아 놓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곳의 툴라프 우리는 단체로 사용하는 듯 그 앞에서 툴라프를 보살피는 꼬마가 두터운 옷을 입고 이제나저제나 카나인 이 툴라프의 고삐를 넘겨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카나인은 이제야 자신의 실수를 이해했는지 머쓱한 표정으로 꼬마에게 툴라프의 고삐를 넘겨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이 창피했는지 얼굴이 사과처럼 달아올라서는 재빨리 덧문으 로 들어가 버렸다. 요정답게 그는 가뿐한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걸어서 덧문 안으로 자취 를 감추었고 블러드가 아까 그 꼬마에게 툴라프의 고삐를 넘겨주고 문으로 들어가며 크라 비어스에게 투덜거렸다.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내 발자국은 이만큼이나 남았는데 카나인은 1센티도 안 파였어. 엄청 가벼운가봐. 다이어트를 하는 게 틀림없어." 크라비어스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요정이잖아, 이 바보야!" 블러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질문했다. "그럼 요정은 다이어트 할 필요 없이 원래 가벼운 건가?" 그 질문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잠시 동안 요정의 무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요정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근데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이따 카나인을 들어보리라고 마음먹으며 블러드는 일단 의문을 접었다. 파르시레인은 마 지막으로 들어오며 한숨을 쉬었다. 울타리 때문인지, 사람이 많기 때문인지 바람이 잦은 듯 했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일은 이따 어디든지 여관에서 방을 얻은 후 에 들어가서 하기로 했다. 신기한 건, 이렇게 추운 날씨인데도 주위에 사람이 매우 많다는 것이었다. "빨리 들어가서 눕고 싶다." 블러드가 투덜거렸다. 온몸이 눈 범벅이 되어 버렸다. 뜨거운 물에 목욕하고 푹신한 침대 에 누워서 자고 싶었다. 그건 일행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파르시레인도 오늘만은 편안하 게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고 싶었다. 짠돌이라 불리는 그였지만 오늘만은 일인실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관은 금방 눈에 뜨였다. 카나인이 가장 먼저 가뿐한 발걸음으로 뛰어들어가고 블러드가 그 뒤로 뛰어들어갔다. 몇 백살도 훨씬 더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겉모습만은 젊어 보이는 다 늙은 노인네 둘이 터벅터벅 힘없는 발걸음으로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그 뒤를 따라 들 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일반적인 여관의 구조와는 달리 정면에 카운터가 있었다. 그리고 블러드 와 카나인은 당연히 돈 계산은 파르시레인이 할거라는 듯이 카운터 앞에 놓인 의자에 편하 게 턱 걸터앉아서 이것저것 주문하다가 크라비어스와 파르시레인이 들어오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돈 계산은 저 사람들이 할 거예요." "…저 자식이……." 크라비어스와 파르시레인은 거의 동시에 주먹을 불끈 쥐며 중얼거렸다. 이마에 퍼런 힘줄 이 돋았다. 그 둘이 너무도 당연한 듯이 말했기 때문에 더더욱 화가 났다. 파르시레인은 성 큼성큼 다가가서 카운터를 쾅 내리쳤다. 블러드와 카나인이 화들짝 놀라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났다. 블러드가 열심히 접시를 닦고 있던 여관 주인에게 말했다. "방금 말한 주문 다 취소하죠." 여관 주인은 인상을 썼다. 크라비어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쥐고서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는 잠시 식사로 무엇을 할 까 생각했다. 파르시레인이 카운터에 서서 정말 피곤한, 아까보다 배는 피곤해졌다는 표정 으로 여관 주인에게 말했다. "일인실 방 네 개, 식사와 목욕을 하고 싶군요." "일인실 방 네 개에 식사와 목욕이요? 알겠습니다. 일단 여기 열쇠 받으시고. 이층으로 올 라가셔서 42, 43, 44, 45호실입니다." 파르시레인은 열쇠를 받아서 일행에게 각자 한 개씩 나누어주었다.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파르시레인이 42호실, 카나인은 43호실, 블러드가 44호실, 크라비어스가 45호실을 각각 차 지하게 되었다. "식사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최대한 맛있는 것으로, 2인분씩 4명. 모두들 지쳤으니 한 사람 당 적어도 2인분은 먹어치 울 것이 틀림없어." 마지막 말은 중얼거리듯이 작아서 여관 주인은 듣지 못했다. 파르시레인은 엄청나게 줄어 든 돈주머니를 살펴보며 슬퍼했다. 크라비어스는 명색이 용왕이면서 돈은 한 푼도 보태지 않았다. 나중에 반드시 닦달해서 돈을 왕창 뜯어내리라, 파르시레인은 눈을 반쯤 감고 기 운 없이 중얼거렸다. 블러드는 자신에게 주어진 방에 숫자에 대해 재수 없는 숫자가 두 개나 겹쳤다면서 틀림없 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투덜거렸다. 결국엔 그 투덜거림을 견디다 못한 카나인이 자신의 43호실 열쇠와 바꿔 주었다. 그리고 크라비어스가 용족에게는 길한 숫자인 4가 왜 재수 없는 숫자냐고, 4는 네 방향을 가리키니 분명히 좋은 의미가 있는 숫자라고 잔소리 를 했다. 파르시레인은 지끈거려오는 머리를 움켜쥐고 급하게 계산을 끝마친 채 먼저 방으 로 올라갔다. 그리고 블러드를 향해 오늘은 눈에서 뒹굴어서 온몸이 젖었으니 반드시 목욕 하라고 소리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라비어스는 모두들 지쳤으니 천천히 뜨거운 물로 목욕을 즐기면서 피로를 풀고 나오라 고 일행에게 말했다. 그렇게 말한 후에 식사는 각자 방으로 올려보내 달라고 여관 주인에 게 부탁했다. 그리고는 먼저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카나인과 블러드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 목욕이란 언제나 기분 좋은 것이다. 파르시레인은 오랜만에 뜨거운 물로 목욕을 막 하고 난 뒤라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비 록 목욕탕이 좁고 불편했지만 뜨거운 물이라는 하나만으로도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방 금 전에 식사를 4층까지 들고 온 소년에게 팁을 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식사가 매우 풍성했기 때문에 용서해 주기로 했다. 파르시레인은 느긋한 자세로 침대에 걸터앉아서 눈을 반쯤 감고 옷을 챙겨 입었다. 자리 에 일어나서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갈색 머리카락을 꽉 짜고 수건으로 문질렀다. 바 닥이 물로 젖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어차피 자는 건 침대에서 자고 방에서도 실내화를 신고 돌아다니니까. 다시 침대에 걸터앉아 빗을 꺼내들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바깥은 춥지만 여관 안은 따뜻했다. 추운 지방이었기 때문에 방마다 벽난로가 활활 타고 있었고 그 주위에 장작이 담긴 양철통이 놓여 있었다. 그것도 나름대로 운치있다고 생각하 는 파르시레인이었다. 문득 반쯤 감겨있던 옅은 풀빛 눈동자가 크게 떠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빗을 침 대 위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채로 방을 뛰쳐나갔다. 아직 덜 마 른 갈색 머리카락이 목에 달라붙었다. 43호를 벌컥 연 파르시레인은 블러드가 아직도 목욕하지 않고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는 것 을 보고는 발을 굴렀다. "빨리 목욕하란 말입니다!" 소리지르자 블러드가 귀찮은 듯이 몸을 일으킨다. 파르시레인은 문 앞에 서서 눈에 힘을 주고서 블러드에게 말했다.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아무거나 함부로 시켜먹지 말아요! 나중에 다 후불로 나간단 말입 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블러드의 옆에는 다 먹어치운 과일 껍질들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애써 그것들을 감춰보 려 노력했지만 파르시레인의 날카로운 눈을 피해갈 수는 없다. 파르시레인은 한숨을 쉬고 서 지끈대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과일을 재배할 수 없는 추운 지방에서 파는 과일은 다른 곳에서 파는 것들보다 몇 배는 더 비싸다. 언뜻 봐도 세네 개는 먹어치운 듯, 내일 여관을 나서며 저것들까지 계산할 생각을 하니 속이 쓰려온다. 블러드가 투덜거렸다. "뭐야, 파르시레인. 후작 아들이면서 째째하게스리." 파르시레인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그는 애써 분노를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나직한 목소 리로 음산하게 말했다. 파르시레인은 주먹을 꽉 쥐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이 더욱 설득력 있게 들렸다. "지금 사먹은 건 용서하겠지만, 더 이상 과일이나 기타 등등, 어떤 것이든지 사먹으면 어떻 게 되는지 후에 알려드리죠." 그 무시무시한 모습에 블러드는 대번에 움츠러들었다. "……아, 알았어, 사먹지 않을게." 파르시레인은 블러드의 방문을 쾅 닫고 나갔다.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에 대한 불만을 주절 주절 늘어놓으며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44호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갑자기 안에서 카나인의 가시 돋친 비명소리가 파르시레인의 귓전에 들려왔다. 파르시레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으아악! 파르시레인 님, 파르시레인 님, 크라비어스 님이!" 카나인은 막 목욕을 하려던 참이었는지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뛰어나와 파르시레인을 붙잡 으려고 했다. 파르시레인은 그를 슬쩍 피했고 카나인은 그대로 반대쪽 벽에 코를 박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크라비어스가 머리를 긁적이며 천천히 파르시레인이 서 있는 문 쪽으로 나왔다. "어라, 파르시레인?" 파르시레인을 보고는 놀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카나인에 비해 크라비어스는 너무 나도 여유작작한 태도여서 파르시레인은 도대체 둘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물어보는 듯한 눈빛으로 카나인을 바라보자 그가 비명을 지르듯이 말했다. "크라비어스 님이 저를 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싫다고 했더니 제 의견을 묵살하고서 강제 로 들어올리려고 했다고요!" 카나인이 겁에 질린 눈동자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고 파르시레인은 더더욱 상황을 이해 할 수 없게 되었다. 들어보겠다는 것이 무언가 은유적인 표현인가, 파르시레인은 속으로 중얼대며 요정들의 화법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다. "좀 들어보겠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들어보겠다고 하니 겁에 질려서 나를 슬 슬 피하다가 가까이 가니 비명을 지르더군. 이상한 녀석." 크라비어스가 이상한 눈으로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필사적으 로 소리질렀다. "들린다는 것이 요정에게 있어 얼마나 치욕적인 일인지 아시는 겁니까! 절대로 들릴 수 없 어요! 그런 일만은 절대 거부입니다!" 크라비어스와 파르시레인은 더더욱 요정을 이해할 수가 없게 되었다. 크라비어스는 어처 구니없다는 듯이 카나인을 윽박질렀다. "좀 들어보겠다고 하는데 왜 그리 난리야! 네 녀석이 여자냐! 너 그렇게 몸무게 많이 나 가? 몸무게를 밝히는 게 치명적일 정도로? 아니면 내가 네 녀석을 강간이라도 한단 말이 냐! 단순히 들어보겠다는 거잖아! 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남자에게는 취미 없어! 얌전히 들 리란 말이다!"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일 생각이신 겁니까? 절대, 절대 못 들려요! 그게 요정에게 얼마 나 치욕스럽고 모욕적인 행위라는 걸 모르시는 겁니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 커다란 실 례란 말입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들리는 게 왜 치욕스럽고 모욕적이냐!" 분명히 무언가 대화의 핀트가 어긋나고 있다. -- 쓰다보니 문득... 날리기 전에 올려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죠. 이제 몰라요-ㅁ-; 어떻게든 4권 분량을 떼우기만 하면 되는 거여요;ㅁ; 수정은 나중에 해 도 되요!! 된다구요;ㅁ; 놀고싶어.. 챗하고 싶어.. 게임하고 싶어.... 아아악-!!! ;ㅁ; 4권분량까지 이제 3페이지 남았습니다+_+ 블러드 엔젤 <25장-난쟁이> (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팔 번째 이야기... 파르시레인은 천천히 발을 돌렸다. 더 이상 이 바보들의 전혀 무익한 실랑이에 끼여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파르시레인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하마터면 원래 이곳까지 왔던 목적을 잊을 뻔했다. "아, 잊어버릴 뻔했네. 쓸데없이 무언가를 사먹지 않기를 '명령'합니다. 카나인도, 크라비 어스 님도. 무언가를 사먹는다면 전부 몸으로 때우도록 하게 할겁니다. 둘 다 힘은 넘쳐나 는 듯하니… 북쪽에선 격투가 성행한다죠." 이 말을 남기고 파르시레인은 발걸음을 돌렸다. 잠시 멍해있던 크라비어스와 카나인은 곧 제정신을 차렸다. 격투라고? 파르시레인이 감안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면 상금을 걸고 하는 무차별적인 격투는 분명 조화의 종족, 숲의 요정인 카나인에게는 끔찍한 것이겠지만 크라비어스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호오, 격투라……." 크라비어스는 솔깃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막 방문을 열려던 파르시레인의 귀에 카나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 여관에는 너희들만 묵는 게 아냐! …라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일단은 배가 고팠다. 부디 파르시레인과 카나인에게 밥을 가져다주러 올라오는 소년이 이 상한 오해를 하지 않기만을 빌 뿐이다. £ 크라비어스는 결국 카나인을 들어보는 데 성공했다. 카나인은 어제 밤새도록 흐느껴 울었 다고 한다. 그리고 크라비어스와 카나인은 여관을 나서며 식사를 가져다주러 왔던 소년의 미묘한 눈길을 받아야만 했다. "어땠어? 무거웠던 거야?" 블러드가 호기심어린 눈동자로 물었다. 크라비어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별로 무겁지는 않았는데? 그냥 그 키의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가벼운 정도의 무게였어. 역시나 눈 위에 발자국이 잘 남지 않는 건 무언가 다른 비결이 있는 것 같아. 배우고 싶을 정도인데?" 그런 크라비어스를 카나인이 무서운 눈길로 노려보았다. 어제 밤새 울었다는 게 사실인 듯 그의 눈은 발갛게 부어 있었다. 그러나 일행 중에 요정은 카나인 혼자밖에 없었으므로, 한 번 들린 것이 어째서 그렇게 모욕적이고 치욕스러운 일이 되는지, 아무도 카나인을 이 해해 줄 수 없었다. "요정으로써 다른 이에게 들려 버리다니…… 그렇게 치욕스러운 일을, 그렇게 모욕적인 일 을… 친구 녀석이 장로 수행으로 여행을 떠난답시고 나갔다가 돌아와서 들렸다면서 펑펑 울었을 때는 그렇게 쉽게 들렸냐면서 비웃었었는데… 내가 그 꼴이 되어버리다니…… 아 버님과 어머님 얼굴을 어떻게 볼지…." 일행은 불안한 눈으로 아까부터 계속 뭐라 중얼대고 있는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걷다보니 어느새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모두들 각자의 툴라프를 받아 들고 위에 훌쩍 올라탔다. 오 늘은 그래도 어제보다는 바람이 잦은 것 같았다. "친구 녀석이 죽겠다고 나무 위에서 소리소리 지를 때도 미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는 데, 실제로 들려버리니 나도…… 젠장, 조상님 얼굴을 뵐 면목이…… 난 불효 자식이야, 아 버님 어머님의 교육에 어긋나는 짓을 당해버렸어. 들리다니…." 카나인은 툴라프 위에서도 내심 멍한 표정이었다. 셋은 그런 카나인을 흘끗흘끗 바라보았 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크라비어스는 저 정도일 줄이야, 하면서 찔리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깥으로 나오자 여전히 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아까 전에 바람이 잦은 것 같다는 생각 은 착각이었던 듯, 블러드는 모자를 날릴 뻔했고 일행은 급히 모포를 뒤집어썼다. 파르시 레인이 멍하니 앉아 있는 카나인을 팍 밀고 모포를 뒤집어씌웠다. "이 자식이 날아가려고 작정했나!" "날아가 버려도 괜찮아, 이미 들려버린 이 몸 따위……." "도대체 들린 게 뭐가 어떻다고 그러는 거야!" 확실히 무언가 정상적인 대화는 아니다. "난 죽어야 해!" 카나인은 핏발선 눈으로 툴라프에서 뛰어내렸다. 거센 바람에 비틀대면서 용케도 몸에 균 형을 유지하고 서 있었다. 일행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저 자식이 미쳤나!" 크라비어스가 외쳤다. "카, 카나인!" 블러드가 소리질렀다. "뭐 하는 짓이야!" 파르시레인이 악을 썼다. 눈발이 세차게 날리는 한가운데에서 카나인이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가 버린 다. 셋은 일제히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그런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날려 데굴데굴, 공이 굴러가듯 데굴데굴, 계속해서 굴러간다. "누, 눈사람이 되어버렸어……." 블러드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아무도 그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카나인의 몰골은 그야말 로 눈사람, 그 자체였다. 파르시레인이 허둥지둥 툴라프를 몰아 카나인이 타고 있던 툴라 프의 고삐를 잡아채고 카나인 쪽으로 달려간다. 가는 도중 두 번이나 툴라프에서 굴러 떨 어질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로스틱의 힘이란 건 정말 대단한 것이어서 그대로 카나인을 휙 들어올려 툴라프 위에 척 올려놓는다. 들렸다는 충격 때문인지, 아니면 눈 때문인지,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 도 카나인은 혼절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정말 다행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정신을 차 리고 있었더라면 하루에 두 번이나 들려 버렸다면서 이번엔 바위에 머리를 박고 죽으려 들 지도 모른다. 파르시레인은 그 상태로 꽤나 능숙하게 모포 자락으로 카나인의 몸을 단단하게 툴라프의 안장에 고정시켰다. 몇 번 그의 몸이 꿈틀댔지만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블러드가 소리 쳤다. "길을 알고 있는 건 그 툴라프야! 조심해야 해!" "알고 있습니다!" 크라비어스는 '한심한 요정'이라고 소리치고 싶은 표정으로 새파랗게 질려서 눈 범벅이 되 어버린 카나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들리는 것 따위가 뭐가 그리 큰 문제라고 저 난리인지. 죽을 정도로 심각한 건가? 크라비어스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렇다면 사과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니면 인간 세상에서는 인간의 법을 따라! …라고 소리치며 그냥 무시할까. 그러다가 카나인과 서먹서먹하게 되어 버리면 여행도 곤란해질 뿐이다. '사과를 해야 하는 건가?' 어찌 되었던 간에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계기로 더더욱 요정을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 린 일행이었다. 카나인을 짐짝 취급해 가며 툴라프의 안장 위에 꽁꽁 매어 놓은 파르시레인은 완전히 녹초 가 되어버린 채로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둘에게 왜 도와주지 않은 거 야? …라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기에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는 결국 카나인을 실은 툴라프 의 뒤쪽에서 안장과 모포를 둘러가며 카나인을 꽁꽁 묶어 고정시켜 놓은 긴 끈을 번갈아 가며 잡고 가야 했다. "으악!" 블러드가 소리질렀다. 그러나 세찬 바람과 눈 때문에 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고, 크라비어스도 파르시레인도 그 비명소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블러드는 얼굴 정면으로 날아 들어온 커다란 눈덩어 리를 털어 내며 모포를 더욱 깊게 뒤집어쓰기 위하여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잡고 있던 끈 이 툭 떨어졌다. 옆에서 가고 있던 크라비어스가 소리 없이 경악했다. 파르시레인이 무서 운 눈길로 블러드를 노려보았다. 아직도 혼절 상태인 카나인이 데굴데굴 굴렀다. 모포로 돌돌 말아 놓았기 때문에 평소에 비해 더욱 잘 굴러갔다. 요정이라 눈에 잘 파묻히지도 않 아서 다른 사람에 비해 더더욱 잘 굴러갔다. 또다시 파르시레인이 달려갔다. 그는 카나인이 굴러가는 쪽으로 냉큼 달려가 카나인을 영 차 들어올렸다. 자신의 툴라프 위에 턱 실어놓고, 크라비어스가 카나인이 실려있던 툴라프 의 고삐를 잡고 파르시레인 쪽으로 달려간다. 그러면 파르시레인이 카나인을 툴라프 위로 밀어 넣고 크라비어스가 잡아당긴다. 다시 카나인을 끈으로 꽁꽁 묶어서 이번에는 크라비 어스가 잡고 간다. 파르시레인과 크라비어스의 한심한 듯한 눈길을 묵묵히 받아내던 블러드가 이해할 수 없 다는 듯이 말했다. "이해할 수 없어. 그냥 끈으로 안장하고 연결시키면 되잖아! 뭣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끈 을 들고가는 거지?" "세상에나!" 파르시레인이 블러드를 바라보며 외쳤다. 블러드는 자신이 또 무슨 말을 잘못했나, 라며 주춤거렸다. 모포자락을 뒤집어쓴 채로 파르시레인은 아무도 못 듣게 작은 소리로 중얼거 렸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 창피하니 그냥 아무 말 않고 이렇게 가라고 해야지." -- 이젠 모른다. 되는데로 쓸 뿐이다. 몰라요, 모른다구요;ㅁ; 어떻게든 넘긴다음에 수정은 출판사로 가서!!! 블러드 엔젤 <25장-난쟁이> (7)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백 오십 구 번째 이야기... 블러드가 알았다면 틀림없이 저주를 퍼부어 주었을 것이다. 일행은 한참 동안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거센 바람과 무시무시한 추위에 손발이 얼어붙 고 눈앞이 가물가물해진다. 온몸이 차갑게 식어 오돌오돌 떨려왔다. 블러드는 이를 악물 고 속으로 중얼댔다. '내 다시는 케네숀 따위 안 온다!' 케네숀으로 오기 전에 크라비어스가 굳이 케네숀까지 올라갈 필요는 없고 그 근처에 흩어 진 난쟁이들의 부락이 꽤나 많으니까 그곳으로 가면 돼, 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 나 그 근처에는 난쟁이들의 부락이 꽤나 많기는커녕 하나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있을지 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일행이 찾은 건 하나도 없었다. 블러드의 뒤에서 파르시레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 목적지가 바로 난쟁이의 마을입니다! 저희는 난쟁이의 마을에서 따뜻한 불 앞에 둘 러앉아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을 맛볼 수 있겠죠!" 파르시레인이 악을 쓰다시피 소리를 질렀다. 크라비어스는 외친 파르시레인의 성의를 생 각해서라도 대답해 주기로 마음먹었는지 약간 핀트가 어긋난 대답임에도 불구하고 성실하 게 답해 주었다. "안심해, 지도는 사라졌지만 카나인의 툴라프가 길을 기억하고 있어! 우리는 그 뒤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된다고! 따로 조종할 필요도 없이 말야! 말보다는 훨씬 편리한걸? 그렇지 않 아?" 파르시레인이 다시 소리친다. "별로 안 남았어요! 앞으로 두세 시간만 더 고생하면 되요!" 블러드가 중얼거렸다. "두, 두세 시간이나 이렇게 더 가야 한다고?" 입술이 파랗게 질려 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도 않다. 고개를 툴라프의 갈기 사이에 박고 떨 어지지 않도록 고삐를 꽉 움켜쥐었다. 차라리 카나인처럼 온 몸을 모포로 꽁꽁 두른 다음 에 튼튼하게 연결시켜 두는 편이 편할 것 같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엔 반드시 그렇게 해 달라고 해야지.' "그래, 파르시레인! 난쟁이의 도시에 도착하면 독한 보드카로 카나인을 깨우면 돼! 걱정할 필요 없어! 요정은 겉보기보다 튼튼하다고!" "아주 좋아요! 봉인이 하나 더 풀리면 어쩌면 올 때는 편하게 올 수 있을지도 모르죠! 크라 비어스 님이 원래 모습으로 변한 다음에 드래곤의 등에 탄 다음에 구름 위로 날아오는 것 도 괜찮을 거예요!" "어쩌면 보드카로 깨우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 깨어나는 대로 들렸다느니 어쩌느 니 하면서 머리를 박고 죽으려 들지도 모르지! 거기다 센스가 최악이니, 동굴 따윈 지저분 하기 그지없느니 따위를 운운하며 난쟁이들의 속을 박박 긁어 놓고 결국에는 성난 난쟁이 들의 도끼에 머리를 맞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블러드는 귀를 틀어막았다. 이제는 저 둘의 사이에 끼여서 어처구니없는 대화를 듣는 것 도 질린다. 저렇게 소리지르는 것도 꽤나 피곤할 텐데. 저 둘은 아직도 체력이 넘쳐나는 건 가. 이대로 기절해 버릴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이대로 기절해서 카나인처럼 꽁꽁 묶인 채로 가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저건 굴러 떨어질 염려도 없고, 힘들다는 걸 느낄 겨를 도 없으니까! 눈앞이 희미했다. 시간 개념이 희박해져 마을을 출발한 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도 모르겠다. 블러드는 속으로 외쳤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이쯤 되자 툴라프를 존경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올 때는 부디 크라비어스의 등에서 편하 게 올 수 있기를… 블러드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크라비어스는 높이 날 수 있으므로 구 름 위로 날면 이런 추위나 바람은 느끼지 않을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블러드가 한 가지 간과하지 못한 게 있다면, 너무 높은 곳으로 올라갈수록 산소가 희박해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용들도 너무 높이까지는 날지 않는다. 산소결핍으로 땅에 떨어지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직까지는 산소결핍으로 땅에 떨어지는 것을 원 하는 용은 하나도 없었기에 당연히 그런 경우도 없었다. 문득, 블러드는 모포 사이로 뻥 뚫린 구멍을 하나 보았다. 그것은 동굴이었다. 그랬다. 이 곳은 산이었다. 그것도 매우 크고 높은……. 당연히 동굴이 한두 개 정도는 있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크라비어스, 파르시레인! 동굴이야! 우리 저기서 쉬다 가자!" 악을 쓰며 손가락으로 동굴이 보인 쪽을 가리키자 크라비어스와 파르시레인이 힘겹게 방 향을 돌린다. 그들도 힘들긴 블러드와 마찬가지였던 듯, 아무 말 없이 블러드의 의견에 따 랐다. 동굴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것이 꽤나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해골의 눈동자 구멍 처럼 뻥 뚫린 동굴은, 특별히 음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라고 블러드는 생각했다. 음침한 건 딱 질색이다! 일행은 서둘러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툴라프의 등에서 내 렸다. 모포에 수북하게 쌓인 눈을 털어내고 툴라프를 입구 쪽에 놓아 두어 바람을 최대한 가려 보려 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곧 없어졌다. 그냥 약간 파인 동굴이라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동굴은 어디론가 끝없이 이어져 있었 고, 조금 깊숙이 들어가니 바람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빛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 점이 있었지만. 모포로 몸을 둘둘 감고 툴라프에 기대어 앉자 - 툴라프는 말과 달리 앉아서 휴식을 취하 곤 한다 - 졸음이 밀려온다. 블러드는 중얼대듯이 물었다. "자도 되나?" "불도 없습니다! 자지 말아요!" 파르시레인이 블러드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해 주었다. 이럴 때 정말 카나인이 필요하다. 최소한 그는 정령술을 쓸 수 있으니 불의 정령을 불러 동굴 안을 훈훈하게 만들어 준다던 가, 최소한 모닥불을 피우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크라비어스도 그 생각을 했 는지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는 카나인을 툭툭 건드려 본다. 파르시레인은 한숨을 쉬며 그 를 툴라프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꽁꽁 졸라맸던 끈을 조금 풀어내 느슨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완전히 짐이다, 짐. "이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도 안 깨어나다니, 이거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요정들에 대 해서 아는 게 뭐 있어야지." 크라비어스가 손가락으로 카나인을 쿡쿡 찌르며 물었다. 그러나 그 질문에는 아무도 대답 해 줄 수 없었다. 요정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파르시레인은 잠시 블러드를 바라보았지만 블러드가 난 하나도 모른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해 보였기 때문에 결국 카나인은 그냥 이대로 싣고 가기로 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난쟁이의 마을에 도착해서 보드카를 좀 얻어 깨우던지 하면 될 테니까.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는 걸 보니 다행히도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파르시레인이 물끄러미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크라비어스가 움찔했다. "뭐, 뭐야?" "크라비어스 님은 레드 드래곤이신데 불을 일으키는 것은 못하나요? 설마, 화룡이라 불리 기도 하는 레드 드래곤인데 그것도 못하겠어요? 그렇죠?" 크라비어스가 자신을 향해 빈정대는 파르시레인에게 버럭 외쳤다. "마법의 도움 없이 불을 일으키는 건 고룡의 대열에 들어서야 할 수 있는 거다! 난 용왕이 지만 아직 젊은데 그런 걸 어떻게 하냐! 히에니온을 잘 꼬셔서 데리고 왔어야지! 비록 생 긴 것과 하는 짓은 그래 보여도 그 녀석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늙어빠진 용이니 여러모 로 도움이 많이 될 거 아냐!" "그럴 걸 그랬군요." 파르시레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히에니온 님은 블루 드래곤입니다만?" £ 모르는 사이에 다들 깜빡 잠들었던 모양이다. 심지어는 블러드에게 자지 말라고 소리지르 던 파르시레인마저. 제일 먼저 깨어난 건 의외로 카나인이었다. 그는 반쯤 감긴 멍한 눈으 로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곧 이 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동굴이잖아! 이런 젠장, 재수도 더럽게 없지, 가장 먼저 눈을 뜨자마자 본 것이 축축하고 지저분한 동굴의 천장이라니!' 한참을 추운 곳에 있었던 데다가 묶여 있기까지 해서 손발이 저렸다. 카나인은 저려오는 자신의 손발을 꼭꼭 주무르며 일행을 살펴보았다. 너무 곤히 자는 것 같아서 깨우기가 미 안했다. 그는 동굴 안이라도 훈훈하게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나의 친우, 불의 정이여. 지금 태초부터 전해 내려오는 계약에 따라 나를 도와달라. 이곳 에 몸을 드러내 그 뜨거운 업화의 불을 불사르라." 중얼대듯이 나직하고 부드럽게 속삭였다. 곧 일렁이는 불길로 온몸을 감싼 아름다운 불의 정령이 허공에서 스윽 나타났다. 원래 불의 정령을 부를 때는 작으나마 불이 있는 곳에서 해야 한다. 불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곳에서 불의 정령을 부르는 건 꽤나 힘든 일 이다. 카나인은 옅은 풀빛 눈동자를 반쯤 감고 미소지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카나인을 바라보는 불의 정령의 눈동자에서 못마땅한 기색이 살짝 비춰졌다. 틀림없이 불도 없는 곳에서 자신 을 부른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탓한 것이겠지. 카나인은 정령의 말로 그에게 동굴 안을 따 뜻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불의 정령은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그에게 주어진 불의 힘을 발 휘했다. 순간 동굴로 따뜻한 기운이 퍼져나가며 가운데에 화륵 불이 일었다. 따스한 그 불 은 주어진 그 힘이 다 하는 날까지 타오를 것이다. 카나인이 조용하고 나직하게 정령의 말로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다음부터 이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 카나인이 피식 미소지었다. 불의 정령은 부드러운 몸짓으로 카나인의 이마에 자신의 얼굴 을 갖다 대더니 무표정한 얼굴에 감정이라 불리는 것이 퍼져 나가고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 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건 네 몸에도 영향을 미쳐' 일렁이는 그 목소리가 천천히 울림을 띄고 퍼져 나갔다. 카나인은 걱정 말라는 듯이 부드 럽게 웃어 주었다. 동굴 안은 아까 전에 비해 훨씬 따뜻해졌다. 일행의 표정도 한결 편해 진 듯이 보였다. 불의 정령이 못마땅하게 물었다. '저들은 네게 친절하게 대해 주지 않아. 심지어는 들어올리기까지 했지. 그런데 왜 이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는 거지?' 음의 높낮이가 없이 일정한 그의 목소리가 싫은 기색을 띄고 퍼져 나갔다. 카나인은 조용 하게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는 투로 말했다. 부드러운 요정의 목소리가 나직나직하게 노래 부르듯이 들려왔다. '그래도 나의 창조주께서 나를 필요로 해 주시니까. 날 곁에 두시길 원하니까. 내 힘을 필 요로 하니까. 난 기꺼이 이 한 몸 바쳐 희생할 수 있어요' 그 때, 동굴 안쪽 깊숙한 곳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도란도란 말소리와 함께. 카나인은 귀 를 쫑긋 세우며 안쪽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도 요정의 날카로운 시 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카나인은 얼마 되지 않아 안쪽에서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이들의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카나인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질렀다. "난쟁이!" "맙소사!" 거칠고 투박한 목소리가 비명을 지른다. 그 옆에 있던 또 하나의 난쟁이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카나인을 바라보고 그의 수염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는 카나인을 손가락질하 며 외쳤다. "요정이 이곳에 들어왔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또 하나가 그 말을 받는다. 카나인은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갑자기 나타난 두 명의 난쟁이들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 곳에 난쟁이가 나타난 것인지, 카나인은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이 곳은 난쟁이 의 도시로 통하는 일종의 길이었던 것이다. 만약 블러드가 길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시끄러운 소리에 크라비어 스가 깨어났다. 그리고 연속해서 파르시레인도 깨어났다. 둘은 가장 먼저 깨어나 있는 카 나인을 보고 놀랐으며, 동굴 안이 훈훈하다는 것을 깨닫고 더 놀랐다. 마지막으로 난쟁이 를 보고는 기겁했다. "난쟁이입니다!" "제대로 찾아왔던 거야! 우리는 재수가 좋았어! 블러드, 블러드, 일어나! 난쟁이야, 난쟁이 라고!" 크라비어스가 호들갑스럽게 블러드를 깨웠다. 두 명의 난쟁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댔고, 카나인은 날카롭고 못마땅한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았다. 불의 정령은 어느새 사라진 지 오 래였다. "레이더에 정령의 기운이 잡히기에 손님인 줄 알고 왔는데 요정이었다니! 이건 말도 안 되 는 거야!" "요정인 줄 알았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거야!" "나도 난쟁이가 올 줄 알았다면 절대 정령을 부르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 맙소사, 빌어먹 을! 하필이면 난쟁이라니 재수도 없지!"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며 카나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러운 동굴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난쟁이 따위와 함께라니! 이 곳보다는 차라리 눈보라 가 쌩쌩 몰아치는 저 바깥이 낫겠군요!" "오, 멍청한 요정!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야! 우리 도시에 너 따위 요정은 들어올 수 없다 고! 당장 나가버려!" "요정이 우리 도시에 들어오는 순간 네 녀석의 머리는 용감한 우리 난쟁이 전사의 도끼에 부서지고 말 거다! 그 얄랑한 목숨이 아깝다면 들어오지 않는 게 좋아!" 그 격한 말투에 카나인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날카롭게 소리쳤다. "어리석은 난쟁이! 이 더럽고 기분 나쁜 족속 같으니라고! 물론 그런 걸 바라지도 않지만 그대들에게는 최소한의 예의란 것도 찾아볼 수가 없군요! 내 머리가 도끼에 날아가기 전 에 내 날카로운 마법이 그대들을 갈가리 찢어 버리고 화가 난 내 정령이 그대들을 새카맣 게 태워 버릴 겁니다!" "뭐야!" 화가 난 난쟁이 중에 하나가 자신의 손에 들린 도끼를 쳐들며 외쳤다. 카나인도 질 수 없다 는 듯이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일단 요정은 난쟁이보다 키가 컸지만 훨씬 호리호리했다. 그리고 난쟁이는 요정보다 키가 작았지만 훨씬 힘이 세 보였다. 하지만 블러드가 보기에 는 카나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여기서 해보자는 건가요!" 저 무시무시한 주먹에 한방만 맞으면 픽 쓰러질 것만 같다. 이런 생각을 한 걸 카나인이 안 다면 틀림없이 길길이 날뛰겠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결국엔 블러드가 끼여들어 중재 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자, 잠깐 카나인! 그만둬!" 요정과 난쟁이가 이렇게 사이가 나쁠 줄은 몰랐다. 만나자마자 욕설을 퍼부으며 싸울 태세 로 들어가다니.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었다. 크라비어스와 파르시레인 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요정과 난쟁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우리의 목적은 난쟁이의 도시였잖아! 난쟁이를 만났으니 이제 목적을 거의 다 이룬 거나 다름없어!" 그러니 싸울 필요는 없어…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멍청한 난쟁이! 정말 용서할 수 없군요!" "미친 요정 자식이 어디서 큰 소리야! 시끄러워!" 최종적으로는 크라비어스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용으로써의 그 위엄과 강대한 능력 을 아낌없이 사용해 주었다. 그가 막 싸우려고 하는 요정과 난쟁이를 슥 훑어보며 냉정하 게 입을 열었다. "요정이든, 난쟁이든, 화가 나서 다 밟아버리기 전에 빨리 도시로 안내해." -- 끝이다---!!!!!! 난쟁이 챕터도, 25장도, 마감도 끝입니다아아아----!!!!!!!!!!!! 아아;ㅁ; 너무 기뻐요, 아싸리 (덩실덩실) 지금시각 3시 10분.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요! (아싸리;ㅁ;) 이제 모두들 안녕! 한달 뒤에 봅.. (퍽) 친구와 무척이나 엄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 하아, 좋습니다 좋아요;ㅁ; 내일은 집에 와서 실컷 게임하고 잘겁니다;ㅁ; (울먹) 끝났어요, 끝났다구요!! 모두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나중에 봐요>_< 블러드 엔젤 <26장-봉인>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그리하여 위대하신 창조주께서는 스스로의 몸을 봉인하사 중간계를 파괴의 멸망에서 지 켜 내셨나이다. 스스로의 입으로 주문을 외우고, 스스로의 힘으로 봉인의 술을 만드셔서 스스로의 몸을 봉인했나이다. 그건 이 세상 누구도 풀 수 없는 것이었기에, 단 하나를 제외 하고는 절대 풀 수 없는 것이었기에, 어느 누구라도 그가 다시 잠에서 깨어나리라고는 생 각하지 못했나이다. 저 차원을 떠받치는 지고한 세계수, 이그드라실의 뿌리에 그 뼈를 묻고, 주위에 살을 흩었 으며, 땅에 피를 뿌렸나이다. 그로 인해 마의 숲은 그야말로 '마'의 숲이 되어 버렸고, 창조 주께서는 깊은 잠에 빠져드셨나이다. 우리 요정들은 이것이 절대적 사실만을 기록했음을 위대하신 창조주, 조화의 이름으로 맹 세하며 머나먼 미래에 창조주들께서 깨어나셨을 때 그 시대를 살아갈 아둔한 후세들에게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이 되기를 기원하나이다. -2대 요정왕, 화이렌 카르벨라 슈안 마이오나, 「몰락」에서 발췌 <26장-봉인> 루시펠은 눈을 떴다. 막 자고 일어나서인지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흘러내렸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이고 나니 세상이 또렷하게 보였다. 검은 눈동자가 여느 때와 같이 무심하게 주 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곧 그가 가진 능력으로 입고 있던 옷이 스르륵 바뀐다. 분명히 신기한 장면이지만 정작 본인은 몇 만 번도 더 해 본 일이기에 이제 는 아무런 느낌도 없다. 어제 아침과 같이 졸린 눈길로 탁자를 향해 비틀비틀 걸어간다. 컵을 집어들고 물을 두어 모금 마신 뒤에 창문을 활짝 연다. 시원한 바깥바람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부드럽고 차가 운 기운이 그 몸을 스치고 지나가 깨끗하게 닦아준다. 10분, 아니 5분도 되지 않는 아침의 짧은 여유. 루시펠은 느릿느릿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 다. 바깥에서는 푸른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 그 잎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바깥에 놓여진 흔 들의자에는 이슬이 맺혀 있어 축축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털썩 앉았다. 짧은 한숨을 내쉬자 그 여운의 아쉬움을 느꼈는지 주위의 풀들도 함께 한숨짓는다. "응?" 술렁대는 기운이 느껴져 루시펠은 반쯤 감다시피 했던 눈을 떴다. "루시펠, 루시펠!" "무슨 일이지?" 미카엘이었다. 그 투명한 금발은 땀에 절어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고, 양 볼은 급하게 날아와서인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욱 크게 뜨고 호들 갑스럽게 루시펠을 잡아 일으켰다. "무슨 일……." 미카엘이 투명한 두 눈동자를 들어 루시펠을 바라보았다. 연유를 물으려던 루시펠은 나지 막하게 한숨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미카엘의 눈동자가 마음의 동요로 일렁 이고 있었다. 루시펠은 미카엘을 따라 일어났다. 순식간의 그의 뒤에서 날개가 펼쳐졌다. 아름다운 흑 색 날개가 빛을 머금어 더욱 새카맣게 빛났다. 미카엘이 먼저 급하게 몸을 띄웠다. 그 뒤 를 따라 루시펠이 허공으로 발을 디뎠다. 루시펠의 바로 눈앞에 찬란한 금발머리가 바람 과 함께 휘날리고 티끌 한 점 없이 새하얀 날개가 펄럭였다. 그야말로 '천사' 그 자체인, 누구보다도 성스럽고 고결한 모습. 부러웠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죽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부러워해봤자, 그 새하얀 날개와 황금빛 머리카락을 탐내봤자, 영원히 자신 의 것이 되지 못할 것임은 틀림없는데…… 부질없는 짓. 루시펠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앞에서 날고 있는 미카엘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날개가 팽팽하게 긴장하고 날카로 운 바람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천천히 속도를 줄여간다. '응?' 문득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주위를 스쳐 지나갔다. 루시펠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커 다란 날개가 급작스런 방향 전환을 이겨내지 못하고 허공에서 몇 번 펄럭이는가 싶더니 곧 중심을 되찾았다. 미카엘 쪽은 더 상황이 나쁜 듯, 왼쪽 팔의 옷이 찢겨 나가고 피가 뚝 뚝 흐르고 있었다. 그는 허공에 뜬 채로 왼팔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제길." 평소에는 입에 담지 않던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미카엘이 인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그가 재차 말했다. 인상을 박박 쓰며 허공에서 중심을 잡고 공격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았 다. 특별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이런 것도 하나 피하지 못하다니, 몸이 둔해져 버린 건 가? 미카엘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늙은이들, 그만큼 살았으면 되었지 더 살고 싶은 건가? 그냥 얌전히 소멸되어 주면 좋잖 아! 빌어먹을, 망할, 제길!' 그만큼이나 권력을 누리고, 그만큼이나 달콤한 착각 속에 빠져 있었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이지, 이제는 넘봐서는 안될 것까지 노리는 간 큰 작자들. 허울 좋고 명목 좋은 위선적 인 빛으로 몸을 감싸고 언제나 자비로운 척, 인자한 척, 너그러운 척, 구역질이 날 것만 같 은 미소를 지어댄다. 상황이 좋지 않아. 루시펠은 중얼거렸다. "미카엘?" 미카엘은 눈을 날카롭게 뜨고는 저 멀리 아련히 보이는 곳을 노려보았다. 그러다 루시펠 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머리를 긁적였다. 상황 설 명을 부탁한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며 미카엘을 바라보았다. "대략적인 건, 너도 알다시피… 그대로, 이고. 특별한 건 없어. 단지 봉인을 풀러 '그들'이 찾아왔다는 것… 정도일까?" 루시펠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다. 슬슬 '그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것, 아주 옛날부터 듣고 또 들어서 귀에 박힐 지경인 말. 그들이 온다, 봉인은 풀린다, 신들은 멸망한다, 그리고…… "모든 것은 처음으로…." 무심코 중얼거렸다. 미카엘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눈이 따가웠다. 지금 쯤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 너무도 갑작스러워서 현실감이 없었다. 이건 실제 상 황이야, 몇 번을 자신에게 속삭인다. "바보 같은 신들, 결국엔 더 살고 싶어진 거지. 그만큼이나 권세를 누리며 살아오고도, 그 만큼이나 권력을 휘두르며 살아오고도, 그만큼이나 영광 속에서 살아오고도, 결국엔 더 살 고 싶은 거지." "…그래." 루시펠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 고귀한 척 하지만 결국은 그들도 똑같았던 것이다. 명목 좋은 허울에 더더욱 큰 권력을 누 리고픈 그 마음, 더더욱 큰 명예를 거머쥐고픈 그 마음. 더럽다. 추악하다. 그것이 어떻게 고귀한 신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미카엘이 고개를 들어 목적지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들은 가야 했다. 천사였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천사니까. 다시 한 번 날개를 저으며 바람을 가로지른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 두둥-! 이런 큰일이-!!! (발악) 지난 회가 몇 회였는지 기억이 안나요.; 평소에도 지난 회 올린 거 보고 아, 이번엔 몇회구나- 이런 식이었는데; 싸그리 삭제를 해 버렸으니 알 수 있을 턱이 있나. (먼산); 에..헤헤헤; 조금 늦었죠?; 시 험도 끝났고, 아포크리파도 구했고, 왕자님Lv.1도 구했고. ^^ 놀 일만 남았답니당♡ 좋은 하루 되세요>_< 블러드 엔젤 <26장-봉인>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뭐랄까……." 샤이른의 머리카락은 처음 깨어났을 때보다 약간 자라 있어 이제 어깨를 훌쩍 넘고 있었 다. 끝에서 살짝 웨이브진 부드러운 금발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맑은 황금빛 눈동자 가 또렷하게 주위를 응시했다. "정말 오래간만이군요. 여기는." 빛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를 비추었다. 한숨쉬듯이 흐르는 목소리가 약간의 떨림을 안 고 있었다. 곧 옆에서 약간 삐딱한 대꾸가 들려왔다. "아아." 다키엔은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리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은, 딱 적당한 정도의 보기 좋 은 까만 속눈썹 사이로 어둡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살짝 보였다 다시 사라졌다. 다키엔 특 유의 거만한 목소리가 약간은 낮게 울렸다. "깨어난 이후로는 처음이니까." 샤이른이 낮게 웃으며 키득거렸다. "그렇군요." "태평하게 '그렇군요'가 아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힌다고." 다키엔이 퉁명스럽게 투덜댔다. 그러니까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 골치가 아파 온다. 이럴 때는 또 묘한 것이, 하찮은 것들이나 신경 쓰는 것인 줄로만 알았던 '정'이라는 게 있어 더 곤란해지고 마는 것이다. 샤이른이 빤히 다키엔을 바라보았다. 그는 잠시 아련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더니 곧 다 시 고개 돌려 다키엔을 응시하며 빙긋 웃었다. 레몬향 나는 그의 웃음이 평소보다 상쾌하 게 말끔하다. "왜 그런 걸 생각하는 거죠, 다키? 언제나 그랬던 것과 똑같아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하 면 되는 거예요. 우리는……." "아아. 그래… 언제나 했던 것처럼, 그렇게 하면 되는 거겠지." 다키엔이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네 말이 옳아, 샤이. 언제나 그랬지. 언제나 그래 왔던 방식대로." 목소리는 점차 작아졌다. 마지막은 마치 혼자서 한숨쉬듯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되어 버려 잘 들리지 않았다. 다키엔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놓기 시작했다. 샤이른이 뒤에서 뭐라고 투덜대며 따라 걸었다. "무언가 이상하네요. 카오스에게도 연락이 없다고요. 니아 쪽도 마찬가지 상황. 카오스는 인간 따위와 어울려 돌아다니고 있는 모양이고, 니아는 조금 낫네요. 용 하나 요정 하나 로 스틱 하나. 아아, 요정이나 로스틱은 이해할 수 있겠는데 용이라니." 반응은 없었지만 그가 세심하게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샤이른은 계속해서 투덜거 리듯이 중얼거렸다. 빠르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겨놓을 때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이 옥죄어 온다. 가슴이 답답하다.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에 머리카락을 감았다가 풀어 버리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했다. 숯 많은 부드러운 황금색 머리카락이 타박타박 걸음을 옮겨놓을 때마다 찰랑찰랑, 어깨 높이에서 흔들렸다.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니아는 용이라면 질색할 정도로 싫어했잖아요. 물론 하늘을 나는 용의 모습은 좋아했지 만. 뭐어, 하늘과 관계된 것이라면 정말 끔찍이도 좋아했으니까요. 불행히도 그는 하늘에 대한 권능까지 가지고 있지 않았으니까, 요정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일 따위 할 수 없었지 만. 아니었더라면 틀림없이 요정에게도 날개가 달려 있었을걸요?"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사는 거냐?" "앗, 그럴 리가 없잖아요." 다키엔이 지겹다는 듯이 돌아보며 톡 쏘아준다. 그래도 그 말투에 짜증이나 분노 따위는 실려있지 않다. 다키엔의 속도가 빨라졌고, 샤이른은 빙긋 미소지으며 한층 발걸음을 빨 리 했다. 어쩐지 마음과는 다르게 화창한 날씨다. '아, 신계는 늘 화창한 날씨로 만들었었던가.' 워낙 만든 지 오래 되어서… 라고 변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창조주씩이나 되어서 그런 것 도 까먹어 버리다니. 샤이른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항상 화창한 날씨로 설정했냐고 묻는 다면, 그 당시 마음이 너무 우울해서였을까? 너무나도 긴 '존재함'에 무언가 전환점이 필 요할 때였다. 신계를 처음 만들 때는. "아아, 니아는 언제 완전히 깨어나려나." 나른한 듯이 기지개를 쫙 펴며 다키엔이 중얼거렸다. "뭐, 그래도 천천히 봉인을 풀고 있긴 있는 모양이더군요. 중간계의 봉인은 대충 풀린 듯 하니까. 하지만 굉장히 느린 속도라고요. 이대로 가다간 도대체 언제가 되야 완전히 풀릴 는지. 역시나 각성하지도 않은 혼자만의 힘으로 푼다는 건 무리였나." "너 말야……." 그 말에 다키엔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샤이른을 노려보았다. 미간을 지긋이 찌푸리며 똑바 로 응시하자 샤이른이 당황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한다.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미소지 어보지만 별로 소용이 없는 듯. 다키엔은 입술을 비쭉 내밀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걸 다 아는 거지? 설마 나한테 말하지 않고 정보 수집을 하는 거야? 물론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하하, 그렇죠." "시끄러워! …아아, 마중 나온 건가?" 샤이른을 한 대 치려는 제스쳐를 취하던 다키엔이 피식 웃으며 들어올렸던 팔을 내려놓았 다. 입가에 싱글벙글한 웃음이 섬뜩하게 보인다. 잠시 샤이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 고는 투덜투덜 짧은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모처럼 분위기 좋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금은!" 둥글둥글, 온화해 보이지만 날카로운 두 눈동자가 둘을 매섭게 관찰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두 눈동자 외에 연륜이란 것은 찾아볼 수 없는 통통한 얼굴과 자그마한 키로 꽤나 대 단한 위압감을 뿜어낸다. 무언가 아이러니컬한 모습. 애초부터 노화라는 권능을 부여받지 못한 자이니만큼, 그런 것이 당연하겠지만. "아아." 잠든 지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던가. 그런데도 이들은 아직 자신이 그 당시 내려주었던 권 능을 지니고 있다. 직접 만들었던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을 맞이한다. 무언가 알 수 없 는 희열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이런, 이런." 다키엔은 처음부터 자신은 이 일에 관계하지 않겠다는 투로 팔짱을 낀 채 옆으로 비켜섰 다. 어두운 검은빛 눈동자가 무심하게 샤이른을 응시했다. '어떻게 할거야' 라고 묻고 있 는 것이다. 분명 샤이른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할 수 있어야 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해야겠죠?' 라고 대답해야 했다. 반 장난처럼 웃으면서 넘겨 버려 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말이지." 샤이른이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눈을 가늘게 내리깔았다. 황금빛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입술이 가는 미소를 머금었다. 태연한 척, 태연한 척, 억지로 쥐 어 짜내는 듯한 웃음소리가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오래간만이구나, 내 종속들이여, 내 자식들이여." 거만하게 서서 그들에게는 눈길 하나 주지 않는 다키엔을 뒤로 한 채 샤이른은 그들을 향 해 한 발자국 내딛었다. 그와 동시에 퍼져 나가는 동요의 물결. "헌데," 긴 소맷자락이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펄럭인다. 하얀 옷차림이 그렇게 고아해 보일 수 없다. 온몸의 장신구들이 부딪치며 쩔그럭 쩔그럭 소리를 내고, 그 하나 하나가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이상한 얘기를 들었지." '신(神)'이라 이름지어준 자신의 종속들, 자식들. '주(主)' 다음으로 권위로운 이름을 주었 건만 어찌하여 이런 꼴이 되었는가. 어찌하여 이런 상황이 되었는가. 샤이른은 속으로 탄 식했다. "그대들이 주인인 나를, 아니 우리를 저버린다는 얘기." 신들의 무리에서 동요가 퍼져나갔다. 그것은 점차 확대되어 나중에는 주신 오딘이 직접 나서 그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같은 신 이라 해도 처음에 만들어진 자로써 부여받은 권능은 그 차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으로, 일개 다른 신들과 비교할 바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의 주인, 그리고 우리의 주인이여." 오딘이 맑은 눈동자를 천천히 올려 샤이른을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침묵이 그들 사이에 맴 돌았다. 샤이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딘의 눈동자가 샤이른이 알고자 했던 것을 모 두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부터 하고자 했던 일을 모두 말하고 있었다. 알고 싶지 않 았던 내용이었다. 거짓말이었으면 했었다. "알겠다, 너희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그의 눈동자에 잠시 슬픔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곧 샤이른의 밝은 눈동 자는 여느 때와 똑같이 침착하고 무심한 빛으로 돌아갔다. 그 때, 여태까지 끼여들지 않고 눈을 반쯤 감고 샤이른의 행동거지를 지켜보고 있던 다키엔이 한 마디 했다. "한 가지만 알고 있어라, 빛의 종속들이여, 빛의 자식들이여." 모두가 다키엔을 응시했다. "너희가 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이 세상의 역사 속에서 몇 번이나 반복되었던 행동일지를." -- ..한편 더 블러드 엔젤 <26장-봉인>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투박한 수염이 부르르 떨렸다. 왕방울만하게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둥 그래지더니 곧 통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크라비어스는 당황했다. 자신이 책임지고 난쟁이의 왕을 죽이고 그 봉인을 풀겠다고 말했 기에 거의 강제적으로 드워프의 왕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오다시피 왔다. 그리고는 일단 파 르시레인과 카나인의 말대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뭐, 그가 반 항한다고 해봤자 어차피 난쟁이, 용인 자신의 앞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부릴 수 있었던 호기였다. 헌데 이 상황은 뭔가. "젊은 용의 왕이여, 그래, 그대가 우리의 주인을 모시고 있다고?" 어처구니없는 하대, 물론 젊은 건 사실이었지만 몇천 살이나 먹은 나이든 용들에게서도 꼬 박꼬박 존대를 들어오던 크라비어스였다. 헌데 이런 하찮은 - 어찌 되었든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 난쟁이에게 하대를 듣게 된다니. "그래, 그러니 네가 순순히 죽어 주는 쪽이 나로서는 편하지. 물론, 죽고싶지 않다면 쓸모 없는 발악 정도는 허락해주마. 그래봤자 결말은 똑같을 테니 말야." 특유의 거만한 말투로 노려보듯이 바라보며 말하자 상대는 약간 움찔하는 듯 했다. 아무래 도 용과 난쟁이의 차이란 것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 어울리지 않는 깊은 한숨을 내 쉬며 난쟁이의 왕이 입을 열었다. "그 분은… 그 분은 어떤가? 기록으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것처럼 고결하고 성스러우 신 분이겠지? …그렇게 아름답고 강력하시며… 위대하신 분이겠지? 언젠가, 일족의 왕들 에게 내려져 오는 숙명을 치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그것이 내 때가 될 줄은 몰랐지. 하아, 그 분은… 위대하신 우리의 창조주께서는, …아니, 아냐, 그 분이 그 위대한 모든 힘을 되찾는 것을 기원하네. 그저 기원할 수밖에. 용의 젊은 왕, 그대가 곁 에서 수호해 주고 있으니." 크라비어스는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왠지 모를 망설임에 움직임을 멈췄다. 이대로 손을 내 리치면, 삐죽하게 솟아난 손톱으로 목을 꿰뚫기만 하면 그대로 끝이다. 두 번째 봉인이 풀 리고 블러드는 힘을 되찾는다. 그러나 이 설명할 수 없는 망설임은 무엇인가? "너는……." 무덤덤하면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표정이 서린 얼굴로 차분하게 크라비어스를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무언가 말을 해 주어야 할 것만 같았다. "블러드가, 아니 조화께서 인정한… 난쟁이 일족의 왕." 수염투성이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져나갔다. 거칠거칠한 손가락이 쉴새없이 자신 의 도끼자루를 더듬는다. "아아, 그렇군. 우리는 자랑스러운 조화의 이름 아래, 조화의 종족이다." 붉은 피보라가 일렁였다. 어느 한 순간 팍 하고 피가 튀어 올랐고, 꺼져 가는 하나의 생명 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천천히 쓰러졌다. 육체를 잃은 가여운 영혼이 갈 곳 없이 방 황하다가 사라져간다. 크라비어스는 손등으로 태연하게 얼굴에 튀긴 피를 스윽 닦아냈다. 날카로운 손톱 사이에 낀 고깃덩어리가 껄끄럽게 느껴진다. 쓰러진 영혼 잃은 육체 앞에 크라비어스는 망설였 다. 그러나 망설임은 잠시, 곧 그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돌아가는 그 등뒤로 밤하늘의 달이 시리다. £ "……." 속으로 고통스런 신음을 삼키며 눈을 부릅떴다. 무모한 짓이었다, 애초에… 이런 가능성 없는 반란 따위, 어처구니없는 짓이었던 것이다. 검붉은 핏덩어리를 울컥 토해냈다. 뻥 뚫 려버린 복부에서 내장이 주르르 쏟아졌다. 애써 배를 움켜쥐며 눈앞에 서 있는 자를 바라 보았다. 그의 온 몸에 튀긴 피는 필시 그 자신의 것이 아니리라. "역시… 너희들이 우릴 이길 수는 없었던 거야." 침울한 빛으로 가라앉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투명한 피부가, 하얀 옷이, 화사 한 금발이, 온통 검붉은 피로 얼룩졌다. 짐짓 태연한 척, 그것들을 닦아내며 샤이른은 눈 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긴 속눈썹이 바르르 떨렸다. 그렇게 강대하게만 보이던 신들의 힘이, '본래의 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간다. 너 무나 강한 그 힘이, 이젠 어처구니없게 보이기까지 한다. 애써 일어나려 해 보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제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흐릿해지는 시야로 샤이른을 바라보았다. 긴 검은 머리카락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너의 이름… 기억하고 있지." 샤이른이 쓸쓸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감겨가던 눈동자가 번쩍 뜨이고 샤이른을 응시했 다. 그 아름다운 검은 머리카락을 감아쥐며 샤이른이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열두 장의 어 두운 밤 하늘빛 날개, 다른 이와 구분시켜주는 명백한 증거였다. "어둠의… 루시펠." 그의 이름을 소리내어 부르며 샤이른이 그 앞에 주저앉았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 라 샤이른은 입술을 깨물며 루시펠을 껴안았다. 자애로운 부모의 마음으로 그를 보듬어주 었다. 그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주며 샤이른은 중얼거렸다. "왜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했을까, 왜 네가 나를 배신했을까, 왜 네가 나보다 신을 택했… 을까. 어째서, 어째서 네가 그랬던 걸까." "잊지… 않았습니다." 루시펠이 억눌린 목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여태까지, 한 번도… 잊어본 적 따위는 없는데……."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거센 분노와 아득한 슬픔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맴돌 았다.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자애로운 창조주를,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하나 뿐인 주인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제가… 아니 저희들이…… 신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은 당신이지 않습니까!" 피를 끓는 듯한 음성으로 절규했다. 어째서 창조주께서는 우리를 그런 몸으로 만드신 걸까, 오로지 신만을 위하고, 신만을 섬 기도록 만드셨을까, 왜 창조주를 섬길 수 없게 만들었을까. 만약 그렇게 만들어졌다면 이 한 몸 기꺼이 창조주를 따라 함께 잠들었을 텐데. "당연히… '그 때' 당신을 따라 함께 잠들었을 텐데……." "그래서, 그래서 너희를 그렇게 만든 거다." 조용히 루시펠을 토닥여주며 샤이른이 속삭였다. 만약 신족을 그렇게 만들지 않았다면, 틀 림없이 자신을 따라 이미 예전에 잠들어 버렸을 테지. 그리고 깨어나지 않았겠지. 그래서 신족들이 신을 거부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신들은, 신족과 다르게 '자신을 위 해서' 살 수 있으니까. "아아." 루시펠이 부릅떠진 눈을 천천히 감았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무리 증오하는 체, 원망하는 체, 마음을 감추려 해도, 진실된 마음을 어떻게 감출 수 있을까. 감은 두 눈으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의 주인, 어머니시여……." 샤이른은 아무 말 없이 그런 그를 꼭 껴안고 있을 뿐이었다. 화사한 금발이 루시펠의 어깨 로 흘러내렸다. 가슴이 아려왔다. 이미 힘을 잃은 루시펠의 몸을 조심스레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찮은 거야?" 약간 비틀대는 발걸음으로 몇 걸음 옮겨놓자 다키엔이 다가와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샤이른은 고개를 돌리며 밝게 웃었다. 피투성이가 된 몸이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이 그의 모습은 '빛' 그 자체였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몇 번이나 반복해 왔던 일인걸요,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뭘." 빙긋 웃으며 걸어가는 샤이른을 바라보는 다키엔의 얼굴은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자신 도 저 슬픔을, 저 고통을 알고 있었다. 자식이나 다름없는 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없애는 그 것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샤이." "네?" 환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다키엔을 뒤돌아보았다. 다키엔은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가슴이 욱신거린다. 검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우리는… 슬플 때 울고, 기쁠 때 웃어. 너도… 그렇잖아?" 간신히 입을 열었다. 샤이른이 삐끄덕거리는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로 무너지기에 자신은, 자신들은 너무 강하다. 이 정도로 눈물 흘리며 슬퍼하기에는 너무도 강하다. 여기서 울면,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그러니까, 슬퍼할 수 없다. 울 수 없 다. 샤이른은 웃었다. "물론 그렇죠. 난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신계의 봉인이 풀렸다. -- .....샤이른은 엄마였던 겁니다. 아, 머메이드님. 제가 구한 아포크리파도 복사본이랍니다;ㅁ; ....비매품으로 잊혀진 기억.. 인가? 그 CD가 있다던데, 구하고 싶어요, 구하고 싶어요;ㅁ; 어쩌면 세레스와 신의 이야기 가 나올지도 모르잖아요!! 세레스사마 러브러브입니다-_-!!! 해피니즈 케이지.... 에서 조금 실망을 했기에;; 아하하;; 성실하게 연재할 수 있도록, 신이여 나에게 힘을...;;; 블러드 엔젤 <27장-슬픔>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내가 긴 일생을 살아오면서 만났던 로스틱은 딱 하나였다. 물론 그도 자신만의 진실을 찾 지 못한 상태였고, '진실된 힘'이 사라진 지금, 그가 각성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 가 나를 보고 진실을 찾기를 바라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리라. 태초부터 존재했던 마법에 대해 관심이 많고, 연구해 오던 나이기에, 내가 그것을 조금이 라도 성공시켰다면 그가 나를 보고 진실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먼 옛날, 창조주의 사랑을 받았던 로스틱은 '진정한 진실'을 느끼기 전에는 각성할 수 없었다. "언젠가는 그대도 각성할 수 있을 겁니다." 각성하지 못한 로스틱은 언제나 슬프다. 그는 슬픈 눈동자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는, 한 번 미소지은 뒤 떠나갔다. -라인더스의 자서전, 「슬픔」편에서 발췌. <27장-슬픔> "왠지 기분이 묘해." 블러드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중얼거렸다. 눈을 가늘게 뜨고는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 면서 무언가를 가늠해 보고 있었다. 잠시 뒤 블러드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양미간을 찌푸 리며 크라비어스에게 투덜댔다. "역시나, 모두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인걸." "아무 것도 안 숨겼어." 곧장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너무도 당당해서 오히려 기가 죽어 버렸다. 블러드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붉은 머리카락이 풀어져 허리께 근처에서 찰랑댄다. 물결치듯이 흔들리는 그 머리카락을 바라보던 크라비어스가 정말로 태연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땋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 다. 블러드는 침대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침대로 다가가 털썩 드러누우며 작게 속삭였다. "아무 것도 없었다면… 힘이 돌아올 리가 없잖아." 불안하다는 듯한 블러드의 모습에 파르시레인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어차피 힘은 천천히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고 없고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요." 새빨간 거짓말. 카나인이 속으로 외쳤다. 이 거짓말쟁이들! …이라고 외쳐주고 싶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이 일은 비밀에 붙이기로 결정했었으니까. 게다가 자신도 그것 에 동의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블러드가 알고 싶어한다 해도 이번만은 안 되는 것이다. '용서해 주시옵소서, 조화시여.' 피눈물을 흘리며 카나인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블러드에게 가장 만만했던 건 역시나 카나인이었다. 침대에 누워서 뿌루퉁한 표정으로 뒹 굴거리고 있던 블러드가 갑자기 상체를 확 일으키며 카나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카나인은 화들짝 놀라 블러드의 시선을 피했다. 무시무시한 붉은 색 눈동자가 카나인의 밤하늘 빛 눈동자를 좌악 노려보았다. 카나인은 휘 파람을 불며 시선을 돌렸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만약 여기서 모든 게 탄로나 버린다면 일 단 블러드는 둘째치고, 나중에 크라비어스와 파르시레인에게 당할 구박과 수모가 더 두려 웠다. "그·러·니·까!" 블러드가 눈에 힘을 주며 소리질렀다. "뭘 숨기고 있는 거냐고! 말해, 빨리!" "사, 사실은 그게……." 저렇게 노려보면서 명령하면 거부할 수가 없다. 카나인은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순간, 그 의 뇌리로 크라비어스가 파르시레인의 무시무시한 얼굴이 떠올랐다. 뺨으로 땀방울이 삐 질 흘러내렸다. 여기서 모두 말해버린다면, 말해버린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카나인은 급히 무언가 변명할 말을 찾았다. "아, 저, 저기, 저는, 화,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카나인은 발걸음도 거칠게 방을 나섰다. 쾅! 문 닫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오 고 방안에는 싸늘한 정적이 맴돌았다. 크라비어스는 여전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성의 있게 땋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고, 파르시레인은 침대에 누워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블러 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크라비어스와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뭐야, 너희들! 뭘 숨기고 있는 거야!" 그러나 크라비어스나 파르시레인은 카나인처럼 녹녹하지 않았다. 둘은 동시에 블러드를 외면했다. 블러드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투덜댔다. 그러더니 의외로 깨끗하게 포기하고 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근데 요정도 화장실에 가나?" 문득 블러드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대듯이 물었다. "아하하, 무슨 말씀을… 요정도 생물인 걸…요." 파르시레인이 손을 휘저으며 웃었다. 아니, 웃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차차 굳어가더니 나 중에는 창백한 얼굴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파르시레인은 무언가 이루 말할 수 없는 표정을 한 채로 크라비어스에게 질문했다. "정말… 가나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크라비어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마에서 땀이 삐질 흘렀다. 파르시레인도 괜한 걸 질 문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얌전히 입을 다물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블러드는 조용히 이불 을 덮어썼다. 일행의 머릿속에는 '요정은 이해할 수 없어'라는 공통된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 …함께 방을 쓴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다. 카나인은 그래도 요정이랍시고 잠을 적 게 자도 상관 없다나, 밤늦게까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을 서성거렸다. 도중에 파르시레 인이 잠 좀 자자고 소리를 빽 질렀지만 별로 소용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크라비어스는 의외로 잠버릇이 좋지 않았다. 항상 넓은 침대에서만 자다가 이런 작은 여관 의 좁은 침대에서 자게 되니 불편한지 자꾸 이리저리 뒤척댔고, 지난밤에만 스무 번은 넘 게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듯 했다. 그걸로 끝났다면 좋겠지만 한 번 굴러 떨어질 때마다 일 행을 다 깨울 정도로 소란스럽게 투덜대니……. 그나마 파르시레인은 나은 편이었다. 단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출발 준비를 해야 한다 면서 부산스럽게 난리를 떨어 일행 모두 새벽잠을 설친 것만 빼면. "우, 우우……." 블러드는 기운 없는 한숨을 내뱉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창백한 얼굴은 완전히 귀신 그 자체였다. 축축 처지는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떠날 준비를 했다. 파르 시레인과 카나인은 멀쩡했지만 블러드와 크라비어스는 그렇지 않았다. 졸려서 침울한 표 정으로 계속해서 투덜댔다. "아, 그 서클렛." 크라비어스가 문득 블러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아직도 하고 있었던 거야?" "아아, 이거." 블러드는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이마의 서클렛을 슥슥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빙긋 웃었 다. 서클렛은 꽤나 마음에 들었기에 아직까지 가지고 있었다. 머리카락으로 가리면 그렇 게 티 나지도 않으니까. "이제 필요 없을…텐데? 어차피 이젠… 아니, 아무 것도 아냐." "바보야, 크라비어스?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거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며 블러드가 투덜댔다. 머리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크라비어스를 가리키자, 크라비어스는 잠시 눈썹을 찌푸리더니 곧 평소대로 의 표정으로 돌아와 블러드의 머리카락을 슥슥 문질러주며 웃었다. "아니, 아무 것도." "…?" -- 마감이.... 6일 남았군요............. 자, 즐거운 것만 생각합시다.^^; 한국이 16강 들었습니다-!! 와아>___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블러드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밖에서 파르시레인이 발을 동동 구르며 부르는 바람 에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다. "아아, 갈게! …크라비어스, 빨리 와." 크게 대답하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려다가 고개를 돌려 크라비어스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햇빛 아래 빛나는 붉은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아아, 응." 밖으로 내려오니 다른 일행은 모두 말 위에 올라 있었다. 선불제라는, 대부분의 여관 운영 방침에 의해 이미 모든 요금을 어제 냈기 때문에 아침에는 특별히 시간을 지체할 것도 없 이 출발하기만 하면 된다. 크라비어스는 카나인이 잡고 있던 자신의 말고삐를 넘겨받아 훌쩍 말 위에 올랐다. 가볍 게 박차를 가하자 몇 번 긴 울음을 뱉어내더니 다가닥 다가닥 발걸음 소리도 경쾌하게 여 관을 나섰다. 블러드가 질세라 그 뒤를 따랐고, 파르시레인과 카나인도 재빨리 말을 몰아 둘을 따라왔다. "이제 어디로 가면 되는 거지?" 블러드가 말을 달리며 질문했다. "으음, 아무래도, '환수계'인 듯 하네요. 봉인을 푸는 것이 급선무이니만큼, 중간계를 차분 히 구경하고 다닐 만큼의 시간은 없다고요." 파르시레인이 대꾸했다. "그 정도쯤은 알고 있어." 부루퉁하게 입술을 삐죽였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간의 여유가 있었 다. 아침에 파르시레인이 꼼꼼하게 땋아 준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등을 때리는 것이 신경 쓰이는지 자꾸 몸을 움찔거렸다. "그럼 목적지는 마의 숲…인가." 크라비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이그드라실 님을 다시 만날 수 있겠네!" "글쎄……." 피식 웃으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대꾸하는 크라비어스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런 블러드에게 카나인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이그드라실 님을 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지고하신 절대자이라 불리시는 차원의 연결 자 이그드라실 님을 뵐 수 있게 되다니. 전 행운아일지도 몰라요!" "아아, 맞아! 차원의 문은 굉장히 예쁘다고." 블러드가 맞장구쳤다. "잠깐." 크라비어스가 말고삐를 휙 잡아당겨 정지시켰다. 가장 앞에서 달리고 있던 크라비어스가 멈추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뒤따라 달리고 있던 일행도 깜짝 놀라 말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췄다. "히히히힝……" 가장 먼저 카나인이 타고 있던 말이 긴 울음소리와 함께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연속적 으로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이 타고 있던 말들도 정지했다. "히힝, 히히힝!" "푸르륵." 앞발을 크게 쳐들며 몸부림치자, 위에 타고 있던 블러드도 당연히 깜짝 놀라 소리지를 수 밖에 없다. 덩달아 놀란 파르시레인까지 당황해 버렸다. "으아아악!" "으헉." "무, 무슨 일입니까아!" 그나마 수월하게 말을 컨트롤할 수 있었던 카나인이 외쳤다. 블러드와 파르시레인은 아직 도 놀란 말을 진정시키느라, 아니 그 전에 놀란 가슴부터 진정시키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모든 사건의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크라비어스는 정말 뻔뻔스럽게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너 정말 바보 아니냐?" "지금 상황에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파르시레인이 발끈 소리질렀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더더욱 어처구 니없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 하더니 입을 열었다. "뭣하러 마의 숲까지 말을 타고 가는 거지? 마법은 장식으로 있는 줄 아냐?" "컥." "아…." "그, 그런." 순간, 블러드가 비틀했고 파르시레인이 말을 잃었으며 카나인은 정지했다. 크라비어스 는 '이런 천하의 바보들을 봤나'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 - 틀림없었다 - 으로 일행을 바라보 고 있었다. "마법… 그, 그걸 왜 생각을 못 했는지." 파르시레인이 중얼댔다. "바보니까 그렇지." 크라비어스가 냉담하게 대꾸했다. 잠시 절망하던 파르시레인은 곧 제정신을 차리고 부활했다. 잠시동안, 마구 달리느라 흐트 러진 옷과 머리카락을 추스르고 정리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마법을 쓰면 분명 빨리 갈 수 있습니다. 음, 마의 숲 내에서 마법을 쓰는 건 불 가능하지만, 밖에서 마의 숲으로 이동하는 마법은 가능하기 때문에, 조금만 머리를 쓰면 마의 숲 내로 들어갈 수 있어요." "호오, 어떻게…?" 크라비어스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파르시레인은 다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게 더블 스펠이죠. 마의 숲 결계 체제 자체가 영구적으로 발동하는 것이 아니 라 '방문자'가 있을 때에만 발동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종의 눈속임 비슷한 겁니다." 여기까지 설명하자 이미 크라비어스는 흥미를 잃은 상태였고, 카나인만이 호기심 어린 눈 동자로 열심히 파르시레인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었다. 블러드야, 뭐, 애초에 관심이 없었 고. 어쨌든, 한 명이라도 듣는 사람이 있으면 계속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로 파르시레인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매직 서클입니다. 일단 한 번 발동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풀리지 않는 매직 서 클의 특성을 이용하는 거예요. 결계의 주의를 매직 서클 쪽으로 쏠리게 하는 거죠. 결계의 마법은, 디스펠 매직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니까요. 아직 매직 서클의 여파가 남아 있을 때 우리는 다른 간단한 이동 마법으로 중심부로 가면 되는 거죠. 의외로 간단해요." '간단…?' 블러드는 중얼거렸다. 크라비어스도 머리가 아플 지경인지 혀를 내둘렀다. 카나인은 정말 로 이해한 건지, 아니면 그냥 그런 척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감탄하며 열심히 고 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 좋아." 크라비어스가 입을 열었다. "너희 둘은 잘 이해하고 있는 듯 하군. 그럼, 너희 둘이 매직 서클을 만들어서 어떻게든 우 리를 이동시켜라. 난 뭐가 뭔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으니까." "그런 건 자랑이 아냐." 블러드가 지적했다. "너무하는군요." 파르시레인이 투덜댔다. 잠시 침울하게 중얼대던 그는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내뱉었다. "뭐, 어차피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말이죠." "억, 너무해!" -- 집중력의 한계. 더이상은 못써. 우우... 파르시레인의 매직 서클 - 디스펠 매직 론은 나도 잘 몰라요; (룰루♪ 게임이나 하러 가자) 블러드 엔젤 <27장-슬픔>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다키엔이 천천히 손을 내뻗었다. 새카만 어둠의 기운이 그 손안에서 넘칠 듯이 요동치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우글거리는 끔찍한 괴물의 형 상을 취했다가 금새 녹아 흘러내리고 또다시 다른 괴이한 형태로 변해 가는 것이었다. 보 통의 사람들이 보았다면 그 공포에 심장이 억눌려 기절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무시무시한 장면의 연속. "가장 어두운 지옥의 밑바닥에서 흘러내리는 암흑." 샤아아아아.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어둠이 무언가의 형태를 취해갔다. 마치 끈적끈적한 체액에 뒤덮 인 것처럼 겉껍질을 뚫고 나오려는 듯, 다키엔의 손안에서 몸부림친다. 그 새카만 어둠의 기운이 넘실대며 괴이한 형태로 변하고, 넘실대며 흘러 넘친다. 다키엔의 입술이 그것에 숨을 불어넣듯 주문을 외웠다. "그 암흑 속에 끝없이 타오르는 억겁의 불길." 캬아아아아. 다시금 소름끼치는 비명소리가 어둠 속을 꿰뚫는다. 다키엔의 하얀 피부가 은은하게 빛나 는 달빛 속에서 더욱 창백한 은빛을 띈다. 그 새카만 검은 머리카락은 어둠 속에 녹아내려 물결처럼, 혹은 불길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 불길에 몸을 태워 더욱 강력하게 태어나는 어둠 속의 존재들." 어둠의 기운이 어느 한 순간 더욱 거대해지는가 싶더니 차차 정상적인 것의 형상을 취해간 다. 두근, 두근, 두근.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르는 심장 소리가 텅 빈 공간을 울린다. 뜨거 운 숨결이 내뱉어진다. "이제 어둠의 생명을 얻은 자들이여, 일어나서 내 명령에 따르라." 피를 머금은 듯한 새빨간 입술이 나지막하게 마지막 주문을 외워 마법을 완성시킨다. 어둠 속에서 눈동자들이 빛을 내며 다키엔을 응시한다. 피처럼 붉은, 어둠처럼 새카만, 그 야말로 '어둠의' 자식들. 들려오는 심장 소리가, 내뱉는 호흡 소리가, 그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키엔은 날카로운 두 눈을 들어 달을 바라보았다. 피처럼 붉은 레드 문, 만월이다. £ "…여기가 환수계야?" 블러드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주위가 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실제로도 타오르고 있었다. 갖가지 색깔의 불꽃들로 너울너울 흔들리 며 타오르고 있는 세상. 단지 뜨겁지 않다는 것만이 진짜 불과는 달랐다. "우, 우와아아아… 엄청나다!" 놀란 것은 블러드 뿐이었다. 크라비어스는 이미 여러 번 환수계에 와본 일이 있었고, 파르 시레인도 몇 번 환수계에서 살아본 적이 있었다. 또 카나인은 옛날부터 각종 서적을 통해 환수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바닥이 일렁이고 있어… 이래서야, 편하게 걸을 수가 없잖아." "환수들은 '걸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파르시레인이 앞서 걸어가면서 대답해 준다. 그리고 그 대답이란 것에 블러드는 깜짝 놀라 고 말았다. 걸을 필요가 없다니. 이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종족인 건가, 환수란 것들은. 미간을 찌푸리며 블러드가 되물었다. "엥? 걸을 필요가 없다고? 그럼 다리는 왜 있대?" 파르시레인은 친절하게 다시 대답해주었다. 물론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다리가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그것도 그렇구나." 언제나 이렇게 이상하게 납득해 버린다. 물, 혹은 불 위를 걷는 것 같이 일렁이는 땅 위를 걷고 있다. 분명히 굉장한 체험이지만, 정작 주위 일행들이 너무나도 태연하게 걸어가고 있어서 오히려 호들갑 떠는 것이 어색하다. "아아, 근데 여기서 이제 뭐 할건데?" 분명히 자기 일이건만, 자기 자신이 전혀 관심이 없다. 거기에다 그 '해야 하는 일'에 대해 별 생각도 없다. 그냥 모두들 하니까 같이 따라 하는 정도? 이제나저제나 빨리 각성하기만 을 바라고 있는 - 대표적으로 카나인 - 일행에 비해서 너무나도 태평스러운 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절망적이다. 이럴 때는 정말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인지, 괜히 열을 내며 봉인을 풀러 다니는 자기 자신 이 한심스럽기만 하다. …가 블러드를 제외한 모든 일행의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그래도 가장 블러드에게 헌신적인 것이 카나인이다. "이제부터 저희는 환수계의 봉인을 풀러 갈 것입니다. 조화께서 각성하시려면 모든 봉인 을 풀어야 하지요. 한 개의 봉인을 풀 때마다 조화께서는 점점 강해지시고, 본래 모습도 되 찾아 가게 되는 것입니다." "에에, 그런 거였구나. 난 몰랐는데……." 관심 좀 가지란 말이다! …가능하다면 소리질러 주고 싶었다. 파르시레인은 그저 모든 것 을 달관하며 저 앞에서 폴짝폴짝 뛰어가고 있었다. 일렁이는 땅에 걸을 때마다 발목까지 푹푹 빠져 들어가는 느낌. 그러면서도 잘도 뛴다.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해 그런 일행의 뒤를 쫓아가던 블러드는 문득 궁금증이 떠올라 가 장 가까이 있던 - 사실은 가장 만만한 - 카나인에게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봉인이 풀어지는데?" "아, 아아, 그러니까, 저, 그게…." 카나인은 순간 당황했다. "그러니까, 각 세계의 주인에게 가서 허락을 받으면 풀어진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 당연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걸 진짜로 믿었는지, 아니면 믿지 않았는지, 여하튼 간에 블러드는 얌전히 넘어갔다. 일단 지금은 발 밑의 일렁이는 땅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 었으므로,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새가 없었다. "환수계의 주인… 환수신 마리아나. 그렇죠?" 가장 맨 앞에서 걷고 있던 파르시레인이 잠시 중얼대더니 크라비어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뒤쪽에서 따라오던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투덜대듯이 말 을 이었다. "분명히 그런 이름이었어. 콧대만 높은 그 멍청이. 아직까지도 바보 같은 그 복장을 고수하 고 있는지 궁금하군." "바보 같은? 그건 환수신의 정식 복장입니다. 게다가 꽤나 멋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화려 한 것 같으면서도 단정하고, 우아하면서도 기품 있죠. 정말로 바보 같은 복장이라면 오히 려 용왕들의 정식 복장이 훨씬 바보 같습니다만. 파랗고 빨갛고 노란, 그 선명한 원색의 복 장이요." 파르시레인이 비꼬는 듯한 어조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 크라비어스는 어처구니없다는 표 정으로 그런 파르시레인을 바라보았다. "너 지금 시비 거는 거냐?" "설마 그럴 리가." 이제는 이 둘의 계속되는 말싸움에도 익숙해져 버렸다. 긴 옷자락을 들고 발목까지 푹푹 빠져드는 것만 같은 길을 조심스레 걸었다. 언제부터일까, 이렇게 길고 치렁치렁한 옷이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기 시작한 것이……. 흰색의 옷은 분명 더러워질 만도 할 법 한데 전 혀 더러워지거나 때를 타는 일없이 처음과 똑같이 하얗게 깨끗하기만 하다. 흰 천에 은실 로 수를 놓은 이 옷은 요정의 마을에 갔을 때 받았던 옷, 요정의 솜씨를 백분 발휘한 것인 지라 굉장히 편하고 아름답다. 문득 블러드가 고개를 들고 질문했다. "그런데 환수신이 사는 곳으로 가야 한다며? 얼마나 걸려? 길은 알아?" "아, 아아, 환수계에서 거리란 중요하지 않아. 바란다면 얼마든지 어디로든지 언제든지 갈 수 있어. 환수계란 그런 곳이지." 크라비어스의 친절한 설명에 블러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 는 설명인가.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왜 당장 가지 않고 굳이 이 괴상한 길 사이를 헤쳐나가 야 하는 건지……. 백 번 들어봤자 알 수 없다. 환수계의 진정한 모습을 알기에 '말'이란 것 은 너무도 부족한 것. "엥? 그런데 왜 안 가는 거야?" "무슨 소리야, 블러드. 저기 있잖아, 환수신이 사는 궁전. 안 보여?" 그 질문에 크라비어스가 정말로 이상하다는 듯이 양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블러드는 두 눈동자를 들어 그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블러드는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엥?" 분명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커다란 궁전이 일렁이는 불길 사이로 보이고 있었다. 궁전조차 마치 바다 속의 미역 같은 해초처럼 흐느적흐느적 흔들리는 것이 불안해 보였지 만 어찌 되었든 간에 새하얀 궁전이 바로 블러드의 눈앞에 또렷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이상해! 방금 전에도 없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오자마자 우린 여기로 들어왔다고." 크라비어스가 핀잔을 주었다. 파르시레인과 카나인도 이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블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블러드는 뭐라 반박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주위의 광경이 흐릿하게 바뀌더니 온통 새하얀 곳으로 변해 버렸다. 어느 새 블러드는 갖가지 색의 불길들이 일렁 이는 곳이 아니라 온통 하얀 불길만이 주위에서 느릿하게 흔들리고 있는, 틀림없이 궁전 안이 분명한 곳에 서 있었다. "에, 에에에에……?"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블러드는 자신이 이 곳 에 무척이나 익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 차피 이 세계는 아주 오랜 옛날, 블러드가, 아니 하르모니아가 만들었던 세계. 그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머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 곳…… 알고 있어, 난.' 천천히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랬다. 모르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이 세계는 환수계. 살아있는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자들이 살아가는 곳, 그렇다고 해서 유 령은 아니다. 육신은 있지만 육신에 구애받지 않는다. 땅은 존재하지만 땅에서 걷는 자는 아무도 없다. 거리는 있지만 거리에 구애받는 자는 아무도 없다. 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시 간에 얽매이는 자는 아무도 없다. 눈동자가 있지만 눈으로 보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이들에 게는 부질없는 것. 환수계의 모든 것은 환수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단지 그 곳에 있을 뿐. 단지 그것 뿐. 원한다면 어디로든지 갈 수 있다.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볼 수 있다. 마음이 가는 곳에 몸 이 따라간다. 마음먹기에 따라 시간의 흐름도 달라지는 곳, 그곳이 바로 환수계. 조화, 하 르모니아가 만든 세상 중 가장 걸작이라 평가받는 곳. "아아, 도, 도착한 건가?" 얼떨떨하게 블러드가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크라비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통 사방으 로 쭉 뻗은 넓은 광장. 끝이 보이지 않는 것도, 단순하게 사방으로 쭉 뻗어 있기만 한 것도 당연하다. 이 궁전은 애초부터 정해진 모양이란 것이 없으니까. 일행이 서 있는 장소는 무척이나 환했다. 사방에서 일렁이는 하얀 불길이, 그곳을 더욱 밝 게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없는 길의 한쪽이 더욱 화려하고 환하게 일렁이기 시작하 더니 순간 흔들리는 실루엣이 일행의 눈에 들어왔다. "아." 카나인이 멈칫 탄성을 내질렀다. 온통 하얀, 아니 투명한, 정말 투명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하나의 환수가 미끄러지듯 일행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가는 실 같은 머리카락은 그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공중에서 하늘하늘 일렁이고, 아무 것도 신지 않은 맨발, 그리 고 가는 발목에 걸린 은색 발찌가 차랑차랑 맑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가늘고 투명한 몸 을 감싼 천은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 지도 모른 채 그저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었 다. 허리 부분을 묶어 옷을 고정시키고 있는 백금 빛의 얇은 천이 그가 스르륵 미끄러져 다 가올 때마다 허공에서 펄럭거렸다.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블러드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그를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 주 오랜 옛날, 분명 자신이 '직접' 만들었을 하나의 생명체, 가슴이 아려온다. 곧 일행의 앞 에 선 환수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커다란 눈에 가득 찬 옅은 황금빛 동공, 징그럽다고 생 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분하게도 그 눈동자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가장 찬란한 흰빛의 영광과 가장 투명한 영혼을 내려주신 창조주시여. 환수신 마리아 나, 그대 앞에 인사드립니다." 그가 블러드의 앞에 날아갈 듯이 무릎을 꿇었다. -- 안녕하세요~ 다들~ 모두들 저 안잊었죠~? (탕탕탕) 아니! 기억나지 않으신다구요!? 저예요, 저!; (처절하다) 아아;;;; 네에, 죄송합니다아;;; 이거야........ 월간연재..인가;; 어제가 제 생일이었기 때문에... 생일기념 연참이나 해볼까나, 하면서 아주 오래간만에(강조) 글을 쓰려고 했는데.... 30분 정도 쓰다가, 모처럼 집에 아무도 없는데 실컷 게임이나 해야지. 글은 내일쓰자. ...........고 생각해버렸어요;; 어디보자, 마감은 7/10...... 오늘은 7/7... 오늘, 내일, 모레, 그리고 마지막. 4일...........무사하게 끝낼 수 있을까. (중얼) 왜이렇게 글이 땅파고 들어가는 건지. -_-다들 삽질에는 소질이 있는건가봐요. 저는 밝고 발랄하고 즐겁고 경쾌한 내용을 좋아하는데, 이거야 원;;; 자아자아, 힘냅시다!!!;;;; 언제나 감상 메일 날려주시고, 리플달아주시는 분들, 다들 사랑해요♡;;; 블러드 엔젤 <27장-슬픔>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누구?" 블러드가 고개를 돌렸다. 환수계의 주인, 환수신 마리아나는 일행을 각자의 방으로 안내 해 주었고, 지금 블러드가 있는 방은 마리아나의 궁전, 라엔 세나아엔에서도 가장 크고, 가 장 아름다운 방이었다. "하르모니아시여." 하얗게 흔들리는 벽, 그리고 문. 투명한 황금빛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문에 똑바로 서서 블 러드를 바라보고 있는 환수신 마리아나. 황홀한 황금빛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블러드를 똑 바로 응시한다. 블러드가 그런 그를 바라보았다. 직접 만든 생명이라는 것이, 정성을 들여 서 손수 만든 생명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나? 그 아름다운 모습에, 고결한 모습에, 혼자 서 꿋꿋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에, 가슴이 아련해지는… 그만큼의 사랑을 저 하나 의 환수에게 주었던 건가. "저는…." 날아갈 듯이 사뿐한 발걸음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온다. 텅 빈 머릿속을 울리는 건 은 색 발찌의 가뿐하게 찰랑대는 소리 뿐. 시야에 온통 투명한 황금빛이 가득 차 오른다. 눈 을 똑바로 바라보자 마리아나의 눈이 어느 한 순간 가라앉았다가 다시 살아나는 불처럼 피 어오른다. "더… 살고 싶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블러드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 황금빛 눈동자가 슬픔으로, 아픔으 로 얼룩진다. 기나긴 세월 동안 받아온 상처가 보인다. "죽고 싶지 않아요." 긴 손가락이 무엇을 잡으려는 듯이 허공을 힘없는 손짓으로 움켜쥔다. 마리아나의 황금빛 눈동자가 바로 눈앞에서 일렁였다. 블러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는 수 만가지 생각이 동시에 교차한다. "말해… 주세요, 제발." 저렇게나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자신에게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데도,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 지 알 수가 없다. 심장이 욱신거린다. 가슴이 아파 온다. 그 의 눈동자가 슬픔에서 절망으로, 절망에서 분노로… 바뀌어 간다. 슬픔이 눈물로 바뀌어 황금빛으로 빛난다. 어느 한 순간, 황금빛 보석은 주르륵 흘러내린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블러드는 마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숨이 턱 막혀온다. 시야가 흐릿 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흔들리는 시야 사이로 마리아나의 슬픔에 잠긴 눈동자와, 그 의 투명한 은빛 머리카락이 떠오른다. 블러드는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미…안해……." 무엇이 미안한지도 모른 채, 무언가 말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블러드는 계속해서 말했 다. 마리아나의 뺨을 따라 이미 말라버린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미 사라져 버린 슬픔이 따 라 흘러내린다. 눈물을 닦아주고 싶어. 더 이상 울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 …세상이 아늑 하게 붕 떠버리는 느낌. "…미안해." 갑자기 주위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막혀왔던 숨이 탁 트이며 사방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 했다. 순간 다리에 힘이 빠져 블러드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지러운 머리를 몇 번 흔들고 고개를 들자 무시무시한 얼굴로 마리아나의 멱살을 움켜쥐고 있는 크라비어스 의 모습이 보였다. "자, 잠깐! 크라비어스, 무슨 짓이야!" 엄청나게 당황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꼬여 다시 털썩 주저앉고 말았 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굉장한 타격음과 함께 마리아나가 울컥 피를 토해냈다. 블러드는 눈을 크게 떴다. "감히!" 크라비어스가 고함을 내지르자 그의 몸 주위에서 시뻘건 불길이 화악 하고 일어났다. "어디서 누구에게 해를 입히려 하는 거냐!" 붉은 두 눈이 이글거렸다.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마리아나가 눈을 가늘게 좁히 며 몸을 일으켰다. 강렬한 황금빛 바람이 그의 주위를 감싸고 거세게 몰아쳤다. 커다란 눈 동자를 가늘게 뜨고 크라비어스를 노려보았다. 주위를 맴돌던 바람이 날카로운 화살이 되 어 몰아쳐 간다. 아련한 바람의 빛이 황금빛 속에서 떠오른다. "타브릿트시여!" 파르시레인이 정신도 제대로 못 차리고 울 것만 같은 얼굴로 블러드에게 허겁지겁 다가왔 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블러드의 상태를 살피더니 타오르는 풀빛 눈동자로 마리아나 를 노려보았다. 카나인은 그나마 침착한 얼굴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도 얼굴이 창백한 것이 긴 장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블러드는 애써 몸을 일으켰다. 마리아나가 지금 한 짓이, 자신 의 목숨에 위해를 가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아니, 그것이 그라면… 그대로 목 숨을 내 주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그러니까 괜찮았다. "그만둬." 눈을 감았다. "제발 그만둬." 눈물은 흐르지 않고. "이제는……." 더 이상 울 수도 없는걸. 파르시레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시무시한 힘의 돌풍이 몰려오고 눈부신 빛과 함 께 으르렁대는 바람이 날카롭게 휘몰아친다. 파르시레인의 갈색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풀 빛 눈동자가 강한 의지를 갖고 바로 눈앞에서 블러드를 마주 바라보았다. 그가 블러드를 꽉 껴안았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빛났다. 블러드를 껴안은 그의 팔에 힘이 스르륵 빠져나갔다. 실이 풀어진 인형처럼 기운 없이 얼 굴을 블러드의 어깨에 기댔다. 그리고 죽음에 잠겨 가는 그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온 몸 에 맥이 탁 풀려버렸다. 꿈속을 맴도는 듯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저 모두 한 순간의 꿈인 것처럼…… 아련하기만 하다. "파르시레인?" 블러드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둡게 가라앉은 풀빛 눈동자가 투명하게 블러드를 담고 있 었다. 찰랑댔던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피에 절은 채로 딱딱하게 굳어 바닥에 축 늘어 졌다. "괜찮은 거야?" 지독히도 현실감 없는 세상. 파르시레인의 눈이 가볍게 미소지었다. 블러드의 질문에 대답 하려는 듯이, 그가 잠시 입을 벙긋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난 괜찮아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부드럽게 말해준다. "난 괜찮아요. 그러니까…." 조그맣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창백한 입술에서 피가 묻어 나왔다. 그는 매우 추워하는 것 같았지만 몸을 떨지 않았고, 매우 아픈 것 같았지만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파르시레인 이 다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울지 마세요, 나의 단 하나의 진실이여." 블러드는 눈가를 스윽 닦아 보았다. 그러나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난 울지 않아." "울고… 계시잖아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대답하자 파르시레인이 미소짓는 듯, 희미한 웃음기가 어린 목소 리로 말했다. 블러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지? 무슨 말을 해 줘야 하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난 눈물을 흘리지 않아." "흘리고 계시잖아요." 그렇지 않아. 울지 않아. 울 수가 없어.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손이 가늘게 떨 렸다. 무엇이… 두려운 걸까? "아냐." "다… 보이는 걸요." 파르시레인이 가늘게 미소지으며 블러드의 왼쪽 가슴을 가리켰다. 힘없는 손이 더욱 창백 하게 느껴진다. 언제나 힘차게 검을 쥐었던 손이… 힘없이 늘어지려 한다. 블러드는 무의 식적으로 파르시레인의 손을 꽉 쥐었다. "여기서… 울고 계시잖아요. 눈물 흘리고… 계시잖아요." "너는… 로스틱이지? 그러니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거지? 다른 삶으로 태어나서, 또 다 른 진실을 찾을 거지? 그럴 거지?" 블러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질문에 파르시레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희미 한 미소를 머금고 가늘게 웃을 뿐이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은데, 울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을 수 있었는데. 웃고 우는 감정마저 무뎌져 버 린 듯한 느낌에, 가슴이 아릿해졌다. "슬프게… 해 버렸군요." 그리고 블러드는 알 수 있었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더 이상 파르시레인을 볼 수 없 음을. 이게 그가 말하던… '죽음'이라는 것을. 카나인이 조용히 눈을 감고 나직한 목소리 로 요정의 말로 된 애도의 노래를 불렀다. 블러드는 그의 손을 다시 한 번 힘주어 잡았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울 수는 없었다. "그대에게… 조화의…, 나의…… 축복이." 블러드가 힘없이 말했다. 파르시레인의 눈동자가 조그마한 미소와 평화를 담고 흐려져 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손 가락 끝부터, 조그맣게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져간다. 갈색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확 치솟 더니 투명하고 가는 실날같이… 사라져 버린다. 풀빛 눈동자가 어느 순간 투명하게 변해 버리더니 허공으로 흩어진다. 진실을 찾아, 진실 된 삶을 산 로스틱의 마지막. -- 어라? 이렇게 허무하게 죽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계속해서 올라갑니다아; 블러드 엔젤 <27장-슬픔>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블러드는 마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미워해야 하나? 그가 미운가? 그를 죽이고 싶을까? 정 답은 '아니다'였다. 왜냐고 물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눈동자는 아직도 타오르고 있었 다. 처절하리만큼 깊은 감정으로 얼룩진 눈동자가,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죽었습니까?" 그가 재차 물었다. "당신은… 우는 겁니까?" 마리아나의 황금빛 눈동자에 슬픔이 가득 들어찼다. 은빛 투명한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하 늘하늘 흩날렸다. 그 주위를 맴돌고 있는 바람이, 뾰족한 칼날의 형태에서… 변하지 않는 다. 날카로운 살기가 바람을 감싸고 강렬한 힘의 폭풍이 휘몰아치는데도, 마리아나의 주위 만은 폭풍의 눈인 양 더없이 고요하다. 폭풍 전야. "사랑해 주세요." 황홀한 그 황금빛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투명한 뺨을 타고 주 르륵 흘러내렸다. 블러드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기운이 쫙 빠져버려, 더 이상 아무 말 도 할 수가, 아무런 움직임도 취할 수가 없었다. "나의 창조주, 어머니시여." 마리아나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나를 사랑해 주세요." 거대한 힘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사방으로 거센 바람 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난폭하게 움직이는 그 바람을 조종하며,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을 능숙하게 제어했다. "죽고 싶지 않습니다." '너는 나로부터 영원한 삶을 약속 받았어.' "사랑해 주세요." '난 사랑과 정성을 쏟아 부어 널 만들었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답을 해 줘야 하는데, 더 이상 저 애를 슬프게 해서는 안 되는 데, 그런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련한 시야 사이로 크라비어스의 모습이 보였다. 그 는 분명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리아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분명 슬퍼하고 있었 다. 하지만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 블러드는 몰랐다. 그들이 왜 화를 내고, 그들이 왜 슬퍼하는지. 블러드는 그걸 몰랐다. 강력한 힘이 치솟아 오르고 크라비어스가 취한 인간의 몸은 그것을 버티어 낼 수 없었다. 그는 마리아나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분노가 몸을 뚫고 날뛰었다. 천이 찢겨지고 등에 서 여덟 장의 날개가 솟구친다. 날카롭고 거센 바람에 비막이 금방이라도 찢겨질 듯 팽팽 하게 긴장되고 곧 힘차게 펄럭이며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힘줄이 투둑 투둑 튀어나오고 부풀어오르더니 날카로운 손톱이 비죽 비죽 튀어나온다. 두 눈이 분 노로 새빨갛게 이글이글 타오른다. 피잉.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바람의 칼날이 크라비어스를 향해 돌진 했다. 마리아나가 바람을 양손에 담고 크라비어스를 노려보더니 곧이어 두 번째 공격을 날 린다. 차앙! 파공음과 함께 가볍게 그것을 쳐버리고 크라비어스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마리아나를 향 해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그리고 다가와 크게 팔을 휘둘렀다. 뾰족한 손톱이 그의 몸을 찢 는다. 그러나 그 순간, 마리아나는 흐릿한 잔상과 함께 사라지고 손톱 끝에는 찢어진 옷 조 각이 걸려 있을 뿐이었다. 크라비어스는 뿌득 이를 갈며 살기에 찬 눈빛으로 사라진 마리아나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 았다. 그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고 곧 적이 있는 자리를 직감으로 알아내 재차 공격에 들 어간다. 붉은 머리카락이 함께 휘날린다. 그는 당당하게 서서 마리아나를 바라보았다. 강 자의 여유, 압도적 강함을 지닌 자의 여유. 그러나 마리아나도 그 못지 않게 강하다. 블러드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라비어스도, 마리아나도, 힘겨워 보였 다. 그렇게 힘들고, 그렇게 아픈데… 왜 싸우는 건지. 저대로 놔두면 모두 크게 다칠 것이 틀림없었다. 둘은 모두 강하니까……. 여기서 더 이상 누군가를 잃는 건 싫었다. 힘없는 팔 을 들어 크라비어스를 가리켰다. "멈춰, 크라비어스."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저 저대로 놔두면 크라비어스는 마리아나를 죽일 것이고, 그것만 은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만약 마리아나가 죽는다면, 굉장히 슬프고, 굉장히 화가 날 것 같아서… 그래서 절대로 마리아나는 죽어서는 안 되었으니까. 일단 멈추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둘 중에 하나라도 멈춘다면, 더 이 상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지는 않을 테니까. 더 이상 아무도 죽지 않을 테니까. 더 이상 바 라지 않는 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지금의 블러드라면 할 수 있었다. 거의 다 되찾은 그의 힘이라면 할 수 있었다. 바라지 않는 모든 것을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힘은 발휘되었다. 눈앞으로 붉은 빛이 스치운다.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에 찢긴 살 사이로 피가 공중에 흩뿌 려진다. 순간 눈앞에 캄캄해졌다. 깨닫지 못했다. 자신의 힘이, 이제는 그 누구의 통제도 소용없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것을……. 설사 그것이 저 강력한 마룡족의 위대한 제왕이 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 블러드는 멍청하게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거짓말같이 현실 감 없게 느껴졌다. 카나인이 경악스런 눈길로 블러드를 바라보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느 끼지 못했다. 바라던 것은 이런 결과가 아니었다. 그저 모두 다치지 않기를… 죽지 않기를 바랐을 뿐인데.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지……. "이게 아냐…." 블러드가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움직여 크라비어스에게로 다가갔 다. 자신의 힘이 이렇게 강해졌음을, 단순히 '멈추라'는 이 말 한 마디가, 그 대상의 모든 것을, 하다못해 생명 활동까지… 말 그대로 '멈추어' 버렸음을…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까. 블러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죽지 않은… 거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격한 감정에 쉬어버린 목소리로 나직 하게 묻고 대답하는 바보 같은 자문자답. 마리아나조차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 다. 언제 그렇게 분노에 찬 눈빛으로 살기를 띄웠냐는 듯이, 너무나도 평온한 황금빛 눈동 자가 침착하게 블러드를 살폈다. "넌 강하니까…." 가슴이 아려온다. 심장을 쥐어뜯기는 듯이, 쓰라린 고통에 눈물조차 말라버린 양, 가슴아 픈 슬픔을 삼킨다. 괴로워, 괴로워, 괴로워… 가슴이 아파. 이걸 바란 게 아냐, 바라지 않 는 건 일어나지 않아. 그런데 왜? 조용히 읊조린다. 가장 거대한, 가장 위대한, '맨 처음에' 있었던 마법의 힘. "절대로 죽지 않아." 슬픔이 극한에 다다라서, 더 이상 눈물도 흐를 수 없는 지경이 되자… 그 슬픔으로, 그 분 노로, 그 절망으로, 마법이 만들어지고 마법은 말이 된다. 그리고 말은 현실이 된다. 가장 처음부터 있었던 말의 힘. 바라는 것만 이루어지도록… 바라지 않는 건 이루어지지 않도록……. "…울지 마." "크라비어스…?" 길고 가는 손가락이 블러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나 그랬던 듯이, 마치 아무 일도 없 었다는 듯이, 평온한 표정으로 스윽 스윽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린다. 블러드는 눈을 크게 떴다.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뿌연 시야 사이로 부드럽게 눈웃음 짓고 있는 크라비어스의 모습이 보였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눈물이 투명하게 뺨을 따라 흐른다. 영원 속에 찾은 안도. 가슴이 벅차 올라 블러드는 그만 왈칵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난 죽지 않아… 절대로." 지켜주지 않아도 돼, 강하거나, 남위에 군림할 필요도 없어. 그저 살아만 준다면… 옆에서 쓰다듬어주고 웃어만 준다면… 아니,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서 존재해 주기만 한다면,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 그것만으로도 난 웃을 수 있으니까. "응…." -- 한놈이 죽었는데 이놈들은 이리도 태평스럽게 러브러브란 말인가;;-_- 마리아나는 애정 결핍이었던 걸까. 왜 블러드는 파르시레인은 살릴 수 없었으면서 크라비어스는 살릴 수 있었던 걸까. 더 이상 울수 없다면서 왜 크라비어스가 죽어갈 때는 울었을까. (회피) 블러드 엔젤 <27장-슬픔> (6)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무언가… 따분한걸." 크라비어스가 중얼거렸다. 모두들 그 답을 알고 있었지만 결코 입 밖으로 내비치지는 않았 다. 그것만으로도 일행 사이에 무언의 약속이 성립된 듯 하다. 그것을 말하는 순간, 인정하 고 싶지 않은 현실이 진실이 되어 버릴 듯 해서. 그래서…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인정 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라면… 결국 '답은 알고 있다'는 점일까? 멀쩡한 진실을 두고, 이리저리 피해 보려 하지만 소용없는 짓. 진실은 무슨 수를 써서 피하 더라도 결국에는 너무도 쓰디쓰게 눈앞에 다가와 버린다. 잊을 만 하면 생각나 버리고, 이 제 무감각해질 정도가 되면 또다시 생각해 버린다. "날씨가 너무 좋은가." 파르시레인이 없으니까. 더 이상 그와 대화할 수도, 티격태격 할 수도,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준비하며 일행을 재촉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없으니까. 그의 다정한 풀빛 눈동자도,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도. 다 시는 볼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이처럼 가슴아픈 일인가, 죽음이 란 것은……. 환수계의 봉인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블러드는 마리아나를 죽일 수 없었다. 직접 만들 었다는 것은, 자신의 손으로 직접 탄생시킨 '아이들'이란 것이… 그 끈이… 블러드의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죽일 수 없다. '왜 그랬냐고 물어도… 어쩔 수 없었는걸….' 복수를 하지 않을 거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파르시레인보다 마리아나가 소중했던 거 냐고 물어도 대답할 수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자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자 중에서… 누 가 더 소중하냐고 묻는다면…… 결정된 대꾸는 하나, 그러나 말할 수 없다. 그걸 말한다는 건, 그걸 인정한다는 건, 너무도 가슴아픈 일임이 틀림없으니까. 그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이니까……. '미안해.' 무덤 하나 만들어주지 못했다. 찾아온 죽음과 함께 빛의 입자로 흩어져 버린 그의 육신은, 일말의 감정조차 남겨놓지 않았다. 그의 죽음을 슬퍼할 애도의 시간조차 없었다. 홀가분 한 건 떠난 자, 슬퍼하는 건 남은 자. '그러니까, 기억해 줄게.' 함께 지냈던 그 날들의 추억만이, 그 추억에 대한 기억만이… 유일하게 남겨놓은 마지막 감정.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깨어진 유리 조각처럼 산산이 흩어져 결국에는 저 깊은 기 억의 파편 속에 묻혀져 버릴 그런 기억들만이… 그가 남겨 놓은 것. 하지만 자신 있다. 영 원히 그를 잊지 않을 수 있다. '영원히… 기억해 줄게.' 그건 자신을 사랑한 자에 대한 동정심일까? 아니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자 에 대한 애도일까? 무엇이든지 상관없다. 시간이 흐르면 무감각해져버리는 그런 감정을, 자신이 느꼈던 것마 저 그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희미해져버리는 감정 따위를 정의 내리 는 말 같은 건 전혀 상관없다. 분명한 건, 지금… 너무도 슬프다는 것 뿐. £ 다키엔은 침울한 눈빛으로 샤이른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자신처럼 울적한 것이 기운이 없 어 보였다. 언제나 이맘때쯤 되면, '다시 세상을 만들어야 할' 때가 다가오면, 이례 없이 온 몸에 힘이 빠지고 무언가를 할 의욕이 없다. 직접 손을 쓰고 싶지 않아 권능을 사용해 자신들의 일을 대신 처리해 줄 아이들까지 만들었건만… 역시나 급하게 만들었던 건 정성을 들인 것과 다 른 법인지, 별 도움도 되지 않고 그의 힘 앞에 허무하게 소멸해 버렸다. 결국은 자신들이 직접 나서야 했다. "니아는, 요정을 살려 두었다지?" 문득 다키엔이 말을 꺼냈다. 그건 정말 전에는 없던 일이라서 둘 모두 놀랐다. 하르모니아 가 이렇게 오랫동안 기억을 되찾지 못한 것도, 카오스가 이 '무너져 가는 세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도, 모두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요?" 짙은 피 냄새가 주위를 감돌았다. 손에 묻은 피를 멍하니 바라보며 샤이른이 중얼거리듯 물었다. 언제나 이래 왔으니까, 이번에도 괜찮아… 라고 몇 번을 자신에게 말했다. 그래도 이해할 수 없다. 왜 우리는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거지? 왜 우리는 항상 만들고 다시 부수는, 그런 의미 없는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거지? "모두 우리를 위해서잖아?" 다키엔이 대답했다. 지독히도 이기적이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자신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그리 고 이 세상조차……. 그것이 아니라면 만들 필요도 없었던 세상. 그리고 생명. 아무리 그 럴 듯한 말로 치장해도, 아무리 숨기고 감추려고 해도, 결국에는 자신들을 위해서 만드는 세상이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부서져 버려야 하는 세상이 아닌가? "이럴 때만은 정말……." 샤이른이 중얼거렸다. "왜 이런 운명을 우리에게 '주었느냐'고."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요. 모든 것을 초월한 절대자, 그건 그들을 지칭하는 말. 하지만 절대자라 할지라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받은' 건 없다. 있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그들이 있었던 때가 가장 처음, 하다못해 가장 기본적인 기분조차… 그들은 받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받 는다'는 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자들만이 갖고 있는 단어.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조 차 되지 못하는 말. 자신이 만든 자들의 피가, 자신이 부순 자들의 피가, 새빨갛다. 지독히도 새빨갛다. 이건 자신의 눈물, 그리고 아이들의 피. 아이를 죽인 부모의 자신에 대한 분노, 갈 곳 없는 절 망… 끝없는 슬픔……. 샤이른이 이제 영혼이 빠져나가, 힘없이 늘어진 그 육체를 끌어안았다. 창백한 입술이, 꼭 감긴 두 눈이, 흐트러진 하얀 머리카락이, 새빨간 피에 젖는다. 피 속으로 잠겨 들어간다. 그 영혼조차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데… 어디엘 가도 찾을 수 없는데…… 그 육체만이 여 기 남아 눈물짓는다. 울고 싶지만 울 수 없다. 예전에 말라버린 눈물, 하지만 슬픔은 계속된다. 다키엔이 노래를 부른다. 죽어버린 자들을 위한 애도의 노래, 다시는 볼 수 없는 자를 위 한 가녀린 장송곡. 서글픈 목소리가 허공으로 퍼져 나간다. 세상이 무너져 간다. 새빨간 피 에 투명한 눈물에… 새하얀 슬픔 속에, 세상이 묻혀진다. 노랫가락이 슬픔과 함께 울린다. 새빨간 피에, 투명한 눈물에, 슬픔으로 얼룩진 아이야. 무너져 가는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야. 피는 더 이상 흐르지 않고, 눈물은 말랐지만, 슬픔만은 살아서 계속된다. 더 이상 우리는 울 수가 없다. 애도의 눈물 대신, 고통의 울음 대신, 우리는 노래를 부른다. 슬픔을 대신해서 노래를 부른다. 더 이상 네 영혼조차 볼 수가 없는데, 의미 없는 육신은 남아 눈물짓는데, 왜 우리는 울 수가 없을까. 무너지는 세상 속에, 흐르는 피에, 차 오르는 눈물에, 우리는 슬픔으로 가득 찬 노래를 부른다. 언제까지나…… -- 나중에 수정할꺼야. (제길) 아, 시를 많이 넣으면-_- 그만큼 줄수도 때워지는구나. 많이많이 넣어야지;; 시는 빨리 쓸 수 있으니까;; 지금 시각 AM 2:21, 난 이시간까지 무엇을 한 걸까. =_=잤지, 뭐;; 이런데도 태평하게 게임CD를 사버렸습니다. 무려 하루카 2!!!;;; (두둥) (한국에서는 '머나 먼 시공 속에서'란 이름으로 단행본이 있습니다만, 게임은 나오지 않은 것 같더군요;) ...데미지가 컸습니다. 관세가 이리도 많이 붙을 줄은. (비틀) 세상에, 정말 맹세코, 아포크 리파보다 비싼 게임시디-_-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아포크리파는 두 장이지만 그래도 한장 만 따지자면-_- 그렇게 비싼건 아니었습니다; 무려, 그렇게 재미없던 프레그런스 테일-_-도 8800엔인데... 아포크리파는 7500엔; 비록 호화 성우진 더빙이지만, 그건 아포크리파도 마찬가지고, 거기다 아포크리파는 무려 풀더 빙... 아, CG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인간적으로 프레그런스 테일-_- 너무나 도 엄청난 노가다; 거기다 엄청 어려워... (맨날 베드엔딩;) 아, 워3를 구했습니다. (비록 복사판이지만요;) 스토리 멋지더군요. 왜 영어 게임은 한글 화 안 되어서 잘도 나오면서 일본 게임은 반드시 번역되어서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루리였습니다;; 전략 시뮬레이션은 전투만 하면 된다. 라는 건가;;;;; 너무해; -_-아, 워3... 스토리가 더 멋지더군요. 거기다 그것도 풀더빙입니다;;;;;; 다 목소리 나오던 데요. 주인공... 휴먼의 왕자..였죠. 무려 팰러딘. -_-그 녀석 목소리가 정말 마음에 들어버 렸습니다. 제이나. 라는 마법사도 강하고-_-; 뭐랄까... 디아와 스타크래프트를 반쯤 섞어놓으면 저렇게 될까?; 오히려 킹덤 언더 파이 어를 닮은듯;; 영웅과 레벨 개념, 거기다 아이템 개념까지 도입=_=; 네, 나이트 엘프족이 가장 멋있습니다. 본기지(일단 '마마'라고 부름;)가 나무인데, 마구마구 움직이고 일어나 서 공격도 해요;; 3.3.3발전 다 하면 궁수들도 데미지 세지고-_- (단지 방어력이;) 다 업그레이드 시키면 무 려 그레이트 마마-_- 공격력 죽입니다; 아, 수다떨 때가 아닌데;; 글쓰러 갑니다;; 블러드 엔젤 <28장-만남 그리고>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만나고 싶어." 그러나 만날 수 없다. "보고 싶어." 그러나 볼 수 없다. "만약 우리 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두 손 모아 기도한다. "그에게 부탁드립니다." 무릎 꿇어 누군가를 향해 애원한다. "제발 그를 만날 수 있기를…."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해도, 그렇게 원하고 있어도, 만나고 싶어도, 보고 싶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가장 강력하면서 가장 위대한 두 존재가, 서로 바라는 것인데도 이루어지 지 않는 소원이란 건, 얼마나 애절한 것인가. 하지만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더욱 가치 있는 것을,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소원 이라 불리는 것을, 그래서 더욱 슬픈 것임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알고 있으면서도, 언 제까지나 의미 없는 기원을 반복한다. 오늘도 서로 기원하며 소원을 말하고 있는 그대, 영원한 슬픔 속에 무너져 가리니. -라인더스의 자서전 중, 「소원」 편에서 발췌. <28장-만남, 그리고…> "살아나라." 카오스는 중얼거렸다. 창백한 얼굴, 죽음이 서린 얼굴은 두 번 다시 화색이 돌지 못할 것이 다. 그는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살아나라." "이 꼬마 미쳤군!" "동료가 죽더니 미쳐 버렸나? 좀 불쌍하지 않냐?" 그 말에 주의를 둘러싸고 있던 녀석들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들로써는 카오스의 행동 이 어이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카오스는 '모든 것을 초월한 절대자', 그리고 그들 은 그에게 있어 '하찮은 미물'…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둘의 상관관계. 죽은 사람보고 살아나랜다고 살아나나? 즉, 동료가 눈앞에서 죽어 버리자, 그 충격으로 미 쳐 버린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카오스는 멀쩡했다. 그는 더없이 정상이었으 며, 머릿속은 이상하리만치 투명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쳤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 었다. 이것이 '죽음'이란 것인가? 차갑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카오스의 주위에서는 아무도 죽지 않았다. 소중한 그들 은 강했고, 그들이 만든 필멸의 생을 가진 것들 따위, 카오스의 관심 밖이었다. '죽음'이란 것은, 이토록 허무한 것이었나? 그대로 끝나 버리는… 지나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마지 막. 왜 그들은 죽음을 만든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명령한다. 살아나. 살아나라." 이미 영혼을 잃은 육신에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카오스는 예나인의 창백한 육신을 꽉 끌어안았다. 너무나 차갑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다. 숨결조차… 더 이상은 없다. 피 에 젖은 금발이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다. 카오스는 이제는 빛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 그 화사했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샤오엔에게는 뭐라고 말하지? 고향에 있다는 예나인의 약혼녀에게는? 예나인이 돌아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그녀에게 뭐라고 말하지? 샤오엔이 이제 충분히 돈도 모았으니 일을 그만 두자고 했을 때, 자신이 찾아야 할 사람을 아직 못 찾았다는 말에 같이 가준 예나인이 죽었다. '결국은 나·때·문·에 죽은 거야.' 문득, 카오스는 니아를 생각했다. 다키를 생각했다. 샤이를 생각했다. 그들은 결코 죽지 않 는다. 자신만큼 강하니까, 또 서로가 서로를 지키지 않아도 될 만큼 강하니까…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또 누군가를 위해 다치거나 할 일도 없다. 결코 서로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 는다.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강하니까… 서로가 서로만큼 강하니까. "그들은 강해." 멍하니 중얼대는 카오스의 모습에 짜증을 느꼈는지, 그들은 소리질렀다. "야! 빨리 꼬마 어디 데려가서 버리고 와. 근처 마을에다 갖다 주던지." 카오스는 다시 한 번 중얼댔다. "강하면 안 죽지." 그렇다. 그들은 강하다. 누구도 그들을 해칠 수 없었다. 그러니까 죽지도 않는 것이다. 하 지만 예나인은 달랐다. 자신이 만든 완벽한 창조물이 아니라, 신 따위가 만든 불완전한 창 조물이었다. 예나인은 약하다. 하지만 강하다. 그를 해치는 것은, 오거나 트롤 따위의 괴물이 아니다. 같은 인간이다. 가장 분하고, 가장 억울한 것. 왜 그는 '같은 이'들에 의해 죽어야 하는가. 끝나야 하는가. 그리고 그 약한 것들에게서… 왜 자신은 예나인을 지키지 못했던가. 아무리 약해지긴 했어 도, 자신은 그들이 바라볼 수조차 없을 만큼 강하고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데. 그런데도 지 키지 못했다. "예나인, 살아나라. 명령한다, 살아나." 분명 자신의 힘이 약해지긴 했다. 하지만, 힘이 약하다는 것이 이토록 분한 것일 줄은 몰랐 다. 자신의 힘이,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예전의 반만큼만 있었더라면 '살아나라'는 이 한 마 디에 예나인은 살아나야 했다. 생명을 주는 일, 생명을 뺏는 일… 어느 게 더 어렵고, 어느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 말하지 는 못하지만, 최소한 카오스는 둘 다 할 수 있었다. 빠져나간 영혼을 다시 육신에 붙잡아 넣는 것 따위, 못할 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지 못한다. 과거의 수많은 시간들 동안 할 수 있었던 건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그 힘이 절실 히도 필요한 지금 이 시간에… 새로운 생명을 주는 힘을 쓸 수가 없다. 분했다. 너무나도 분해서… 가슴이 아팠다. 생명을 만드는 데 익숙한 다른 이들이라면, 너무도 쉽게 해낼 수 있었을 텐데……. 명계의 신, 이스라가 자신의 명령을 듣지 못할 정도로, 힘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이 인간 이 자신의 소유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힘은 약해져 버린 것이다. "니아, 예나인이 죽었어. 너한테 소개시켜 주고 싶었는데. 죽어 버렸어. 약해빠진 인간 같 으니라고." "야, 꼬마! 일어나! 그 놈은 죽어 버렸다고! 우리는 너 같은 꼬마를 죽일 정도로 야박하지 않아. 근처 마을에 데려다 줄 테니까, 알아서 지내보라고." 들리지 않는다. 아무 것도…. 주위를 맴도는 건 갈 곳 없는 분노, 처절한 슬픔, 끝없는 절 망. 차가운 죽음이 피부에 느껴졌다. 자신은 왜 그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까. 답은 금방 나온다. 죽음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까. 한 번도, 자신의 옆에서 누군가가 죽 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예나인. 복수해 줄게. 나, 힘이 약해졌지만… 살려줄 수는 없지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야! 일어… 으아아악!" "그러니까 괜찮아." 사내의 몸이 산산조각 나 버렸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던 병사들은 깜짝 놀라서 다시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 산산조각이 되어 버린,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는 자신 의 동료를 보았다. 그들은 분노를 느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떠들던 동료가 죽어 나자빠졌다. 시체도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하지만 카오스는? 예나인은? 하나의 죽음은 또 다른 죽음만으로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니 었던가? -- 아닐걸. 블러드 엔젤 <28장-만남 그리고>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이 꼬마 녀석이!" 하나가 분노에 떨며 칼을 집어들고 카오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오스는 웃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울을 수도 없었다. 너무 많이 슬퍼해서…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말라버린 자들과 다른 이유로. …애초에 그는 '우는 방법' 같은 건 몰랐으므로. "그 정도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나보지?" 한 차례의 피보라가 일었다. 달려들던 사내들이 순식간에 갈가리 찢겼다. 허무하다고 말 할 수 있을 만큼 어이없게 찾아온 죽음.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신의 낫은 그들의 육신뿐만 이 아니라 영혼까지 함께 베어버린다. 그들에게는 명계도 소용없다. 영혼마저 사라진, 아 무런 의미도 없는 육신의 잔재만이 그들이 살아온 흔적의 전부. 카오스는 다시 한 번 말을 끊어서 또박또박 말했다. "예나인을 죽인 너희들, 모두 죽어라. 용서하지 못한다." "뭐… 뭐야!" 그들이 공포에 떤다. 하늘을 향해 외친다. '신이여'라고……. "다 죽어 버려라." 또 한 차례의 피바람이 휘몰아쳤다. 고깃덩어리들이 투두둑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말 의 힘, 태초부터 전해 내려져 온 말의 힘. 말 한 마디로, 그들이 바라는 것은 모두 이루어질 것이니… 태초의 능력. 그것은 강하기 짝이 없는 말의 힘. 가장 성스러우면서도 가장 마성에 젖은 힘 이 바로 그것. 그러나 그 힘은 가장 강력하고 가장 위대하다. 거대한 힘의 폭풍 속에 흐르 는 한 줄기 빛. 그 한 줄기 빛은 힘의 폭풍을 제어한다. "예나인을 죽인 너희, 그리고 너희를 죽일 나. 세상은 돌고 도는 것. 끝없는 반복 속에 모 두 함께 사라지는 너희들은 영원 속에 살아가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 그리고 나 역시 너 희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한 것. 모두… 죽여주마." "미쳤어!" "으아아악!" 단말마의 비명 소리와 함께 또다시 수십의 생명이 육신을 잃었다. 영혼이 없는 그것은 이 제 단순한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았다. 피에 절은 옷가지가 찢긴 채로 이리 저리 바람에 날렸다. 그들의 처절한 비명은 카오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어차피 그에게 있어서는 '벌레'나 '인간'이나 똑같은 것이었으니까. "살려줘!" "그래, 예나인도 너희 앞에서… 그렇게 말했지. 그는 약하다. 그는 약해, 너무나도 약한 데… 그런데 너희들은 그를 죽였다." 카오스는 잠시 숨을 들이쉬었다. 흑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의 새카만 눈이 무섭게 번뜩 였다. 광채를 띈 그 눈은 살기가 담겨 있었다. "같은 인간이라는 것이면서!" 주위의 자들은 숨막히는 살기에 몸부림쳤다.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들은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 검은색 머리카락에 치솟는 힘의 바람에 넘실거렸다. 어두운 검은빛의 눈동자 가 분노를 담고 아련하게 빛났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러니까 나도, 너희들이 살려달라 애원해도 살려주지 않아." 한 청년이 절규했다. "그는 적이었다! 적국에게 고용된 용병을 병사된 우리가 죽인다는 것이 어째서 죄지?" 그 말에 카오스는 싸늘하게 미소지었다. "그는 너희의 적, 너희는 그의 적, 나는 그의 편, 나는 너희의 적. 말이란 건, 그렇게도 부질 없는 것인데. 말의 힘을 지니지 못한 자들이 말로써 나를 설득하려 들다니. 어리석구나, 너 희들은……." 카오스가 조소했다. 그리고 그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청년은 알 수 없는 힘이 자신의 몸을 갈가리 찢는 것을 느꼈다. 그 고통. 아픔. 그는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그러나 지를 수 없었 다. 이미 목소리를 내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던 성대는 찢겨 버린 후였다. 소리 없는 비명 은 그의 안에서만 맴돌았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자신의 고향을 생각했다. 사랑스러운 아내, 그리고 아들. 어머니. 자 신의 어머니. 아름답고 고요하던, 행복하던 그 때를 생각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용서하지 않아." 만약 하르모니아가 죽었다면 카오스는 이렇게 분노했을까? 아니, 틀림없이 더 했을 것이 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는다. 하르모니아는 죽지 않는다. 카오스가 누군가의 '죽음'으로 분노하는 건 처음. 그래서 그는 어떻게 화를 내야 하는지, 어떻게 슬퍼해야 하는지… 알 수 가 없었다.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폭풍우가 오고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번개가 무 섭게 쳤다. 순식간에 사방이 어두워졌고, 무시무시한 번개의 검이 하늘을 갈랐다. 이미 주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예전에는 생명이었던 고깃덩어리만이 널려 있었다. 진한 피 냄새가 풍겨왔다. 어차피 이 세상은 카오스가 만든 것. 카오스가 분노하면 이 세상도 따라서 분노한다. 카오 스가 슬퍼하면 이 세상도 따라서 슬퍼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처음에는 가늘던 빗줄 기가 점점 굵어져 이제는 하늘에서 쏟아 붓는 것처럼 좍좍 내리고 있었다. 이미 예나인의 시체는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카오스는 그런 예나인을 꽉 껴안았다. 익숙지 않은 '죽 음'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게 바로… 죽음이란 것인가?'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그렇게 오래 살아왔으면서, 왜 이런 걸 몰랐을까. 정말 죽음으로 써 모든 것이 끝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필사적으로 막았을 것이다. 죽는다 해도, 명 계에서 데려올 수 있다, 라는 안이한 생각에 젖어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태평스러울 수 있 었던 것이리라. 설마 저런 것들에게 죽겠어? …하는 생각에, 거대한 괴물들도 이기고야 말던 그였기에, 더 욱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가슴이 아릿하다. 심장을 쥐어뜯기는 듯, 욱신거린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카오스는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예나인, 춥지?" 이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상대에게 말을 걸었다. 평소에도 장난기 많은 성격의 그였기 에,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서 '놀랐지?'라고 하며 웃을 것 같았다. 문득 카오스는 하르모 니아를 생각했다. 하르모니아라면, 그라면 절대 이렇게 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강하니까, 이렇게 하찮은 인간에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신은 그를 데려가지 않 는다. 아니, 데려갈 수 없다. 하르모니아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위대한, '처음부터 있 었던 자들'중의 하나니까. "하지만 예나인은 데려갈 수 있잖아." 차가운 빗방울이 둘의 몸 위로 떨어졌다. 죽은 자들의 영혼을 삼켜 버리는 무시무시한 마 귀들이 주위를 맴돌았다. 이제 막 죽은 영혼들을 먹어 버리려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나 그것들은 카오스가 위협적인 검은 눈동자로 흘끗 스치듯 바라보자마자 그 강렬한 기운에 눌려 소멸하듯이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카오스가 속삭이듯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편히 쉬어. 더러운 마귀들이 너의 영혼을 삼켜버릴 수 없도록 해줄게. 굶주린 콘 도르들이 너의 육신을 뜯어먹지 않도록 해줄게. 내가 계속 네 곁에서 지켜줄 테니까 걱정 하지 말고……." 눈을 감았다. 번뜩이는 눈동자가 스르륵 감겼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그런 것 따위 카오 스는 알지 못했다. 지금 죽음 속에 잠겨버린, 떠나가 버린 예나인이 어떤 기분인지, 그건 알지 못했지만 단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남겨진 자는 미칠 듯이 슬프다는 것. 그 가슴을 쥐어뜯어 심장을 뽑아내고 싶을 만큼… 슬프다는 것. "죽음의 아늑한 휴식 속에 편안하게 잠들기를, 그리고 나, 카오스의 가호가 영원히 그대와 함께 있기를……." 그리고 카오스는 일어섰다. 예나인의 몸을 무로 돌려버릴 것이다. 그 누구라 할지라도 함 부로 침범할 수 없는 카오스만의 영역으로… 그를 보낼 것이다. 아무도 그 육신을 뜯어먹 지 못하도록, 아무도 그 영혼을 삼키지 못하도록, 그 어떤 누구도 그를 괴롭히지 못하도 록……. 그의 육신이 새카만 무언가에 먹혀 들어갔다.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어두우면 서도 결코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따스한 기운조차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왜 저렇게 도 굉장한,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공포가 스물스물 솟아 나오는 것인지. 그것이 압도적인 힘에 대한 공포라는 것,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여. 신이 창조한 하찮은 미물들이여. 그대들은 불완전하지만, 왜 그런……." 마지막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졌다. 카오스는 몸을 일으켰 다. 그는 이제 찾아가야 한다. 카오스의 몸이 흐릿하게 잔상을 남기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 '부서져야만 하는 세상'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다. 아주 조그마한 미련이 남 아있긴 하지만… 무시해도 될 정도로 작은 것이니까. 카오스는 흘끗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곧 그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 보 이지 않게 되었다. -- 에구에구-_- 죽겠다. 마감이랑 시험 때는 살이 찐다-_- 가만히 있으니까 계속해서 먹고, 스트레스 쌓이니까 또 먹고. (투덜투덜) 판타스틱 포츈 드라마 시디 듣고 있습니다. 디아나... 목소리 귀여워요. 뭐, 일본인들의 극악 발음에 대해서는 이미 신경 끄기로 한 지 오래니까 상관 없는데-_- '디아나 엘 서크릿'은 그럭저럭 제대로 발음하는데, 왜 가젤 은 '가제르..'로 발음하는거지~??!!! (이해할 수 없다) 실피시-_- 목소리 멋있어. 이시다 아키라상은 목소리는 멋있어요. (인정) 아, 이시다 상이 라면, 당연히. 슬레이어즈에서 제로스를 생각해 버리니까. (투덜투덜) 근데 그런 이시다상 이 분명히 '여자가 될지도 모르는' 실피시 성우를 하시다니말야;; (둥) 불타올라 버려서-_- 실피시로는 반드시 세리오스다!! (발악) ...라고;; 우리나라 판은-_- 실피시 성우 여자가 했기 때문에... 충격. 거기다 이리스 성우도 여자분 이 하셨잖아. (투덜투덜) 남자인데 왜 여자가 하는거야. 거기다 아이슈 목소리도 완전 아 저씨-_- (충격) 본 아이슈 성우분 목소리가 얼마나 로리로리, 미소년틱한 목소리인데;;; 말 죽죽 늘어지고 느릿느릿한 것이-_- 딱! 아이슈였는데... 한국판 성우는 윽;; 정말 인간 적으로-_- 한국 성우분들 싫어하는 건 아닌데, 목소리 톤이 대부분 다 남성적이라서;;; 로 리로리 샤방샤방 미소년이 많이 나오는 일본 게임이나 만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디아나 목소리만은 한국판 성우분 목소리가 더 좋아요. 일본판은 정말-_- 완전히 이쁜척 귀여운척 여자애 목소리라서;;; (탕탕탕) 레오니스 목소리는-_- 한국판은 정말 아저씨. 질 저리가라-_-;;;; (둥둥) 악... 수다떨 때가 아니라니까!!!;; ps. 시르피스... 라는 발음은 너무해. 소개하는데, '와따시노 나마에와 시르피스 카스토니 즈도 모시마스' .....너무해;; (대충격) 일본식 영어 발음 싫다;; (목소리는 멋있어) 블러드 엔젤 <28장-만남 그리고>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이제 뭘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잖아." 들으라는 듯이 투덜댔다. 카나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블러드에게 말했다. "하지만 조화시여, 저희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계시는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이제 또 어떤 봉인을 풀어야 하는지, 무엇을 풀었고 무엇을 풀지 못했는지- 전부 당신만 이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봐, 이봐, 나한테 그런 걸 기대하다니, 너 말야, 난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고! 그런 건 하 나도 기억나지 않는걸." 블러드가 입술을 비죽 내밀고 투덜댔다. 카나인은 다시 한 번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 었다. "뭐,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요." "뭐야!?" 솔직히 말해서, 정말 블러드가 아니면 '지금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앞으로 몇 개의 봉인이 더 남았는지, 어디로 어떻게 가서 그것들을 해 제해야 하는지… 그나마 카나인만이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요정들의 서적들로 대략적 인 위치와 방법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럼 일단, 관광 여행이라도 다닐래?" "와아, 정말?" 크라비어스의 제의에 블러드가 환호성을 터트렸다. 내려온 이후로 이래저래 너무도 많은 사건이 터져서 한참 동안이나 이곳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구경한 것은 없다. 언 제나 쫓기거나, 도망치거나, 그것도 아니면 목적이 있어 서둘러 목적지를 향해 급하게 달 렸었다. 느긋하고 한가하게 무언가를 즐겨 본 적이 있었던가. 식사도 서둘러 해치워야 했 고, 늦잠이라곤 자 보지도 못했다. "그래, 여행 말야. 어차피 돈이야 남아도는 것이니까 한가하게 여행하는 것도 괜찮잖아? 인간들의 세상이란 것이 10년만 지나도 정말 불어오는 바람처럼 변해 버리니까 말야. 볼 것, 들을 것, 정말 많은 곳이지. 나 역시도 이 곳을 여행한지는 꽤나 오래 되었고 말야. 카 나인, 네 녀석은 인간 세상을 구경한 적도 없겠지? 이번이 처음이지?" "아아, 뭡니까! 그 무시하는 듯한 말투는!" 카나인이 바락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블러드가 손뼉을 쳤다. "이번만은 네 의견에 찬성할래. 정말 멋진 의견이야." "어이, 그 '이번만은'이란 말은 또 뭐냐." 블러드의 의미심장한 말투에 크라비어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흘러내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환수계에 다녀오면서 말들을 다 놓아주었기 때문에 지금 일행은 터벅터벅 걷 고 있었다. 모름지기 길이란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놓는 것, 고로 길이 있으니 쭉 걷다보면 그 끝에는 마을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크라비어스의 지론에 따라 일행은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먼지가 폴폴 날리는 시골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봐, 네 의견에 따라 이렇게 길을 걷고 있는 게 벌써 몇 시간째인지. 넌 분명 짧은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잖아." "이봐, 기억 상으로라고, 기억 상으로는! 그리고 내 기억은 꽤나 오래 된 것이라서 믿지 않 는 게 좋을 거라고 누누이 얘기했건만." "언제 네가 그런 얘기를 했어!" "무슨 소리야! 처음 여기 내려왔을 때부터 강조했던 내용이라고!" 또 어처구니없는 말싸움으로 이어져 버린다. 카나인은 또다시 감정이 담긴 깊디깊은 한숨 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파르시레인마저 없으니 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것들 을 - 이 부분에서 카나인은 자신이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어떻게 제어해야 할지. 말발로 밀어 붙여? 라고 생각해도, 말발이라면 자그마치 칠백 년 이상을 살아온 크 라비어스도 만만치 않다. 아니, 어쩌면 더 뛰어날지도 모른다. 나이는 헛것으로 먹는 게 아 니니까. 차라리 자신이 엄청나게 강력하기라도 하면 힘으로라도 막지… 요정인 카나인에 게는 그것도 불가능하다. …앞길이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그런 카나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블러드는 태평하게 외쳤다. "아싸 여행이야, 여행~" …이렇게 외치며 여행을 시작한 게 일주일 전의 이야기였다. "뭐야 도대체! 우리의 '느긋하고 한가한 여행'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거냐고!" 블러드가 발악했다. 정체불명의 괴물들에게 쫓기기 시작한지 어언 일주일. 더 이상 일행 의 신경은 치솟을 때까지 치솟았고, 인내심은 바닥난 지 오래였다. 때늦은 한가로운 늦 잠? 호화로운 식사? 그런 건 지금 꿈도 못 꿀 형편이었다. 카나인은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무기를 점검했다. 어차피 마법을 주로 쓰는 그에게 있어 무기라고 해도 작은 단검 하나. 크 라비어스도 따로 무기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만약의 상황이란 것이 있으니 일단 은 다 검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뭐, 결국 최악의 상황에서는 마법을 믿을 수 밖에 없지만. "그렇게 소리지를 기운이 남아 계시면, 힘을 제어하는 방법이라도 연습해 두시는 게 어떻 겠습니까? 지금 상태에서는 저희도 당신을 지켜드리기 힘듭니다. 목숨을 걸고… 라면 모 를까. 위급한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 힘은……." 블러드는 한숨을 쉬었다. 역시나 그랬다. 힘을 조금 더 능숙하게 쓸 수 있다면, 최소한 자 기 몸은 자신이 지킬 수 있을 테니까. '다른 일행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좋겠지. 역시나.' 너무나 당연한 소리다. 그럼 도움이 되는 게 좋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좋냐는 말이다. 곧 블러드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크라비어스가 가르쳐 준 대로 힘을 제어하는 방법을 연 습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 연습방법은 도무지 효율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 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하는 연습이다 보니 툭하면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이고, 머릿 속에는 쓸데없는 망상이 가득하다. 오늘도 블러드는 속으로 투덜대며 연습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노력은 쓸모 없는 것이었던가. 자꾸 자신들을 추격하는 그 정체불명의 괴물들- 머리끝부 터 발끝까지 시커먼 그 녀석들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그게 이 상한 거다. 아직까지 큰 격돌은 없었지만 이렇게 숨가쁜 추격전이 계속된다면 언제 어디 서 맞붙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다면, 자신 들을 쫓는 자들의 정체. 크라비어스는 저들이 분명 인간이 아닐 거라고 말했고, 그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솔직히 마력의 소모가 큰 그런 거대한 흑마법들을 펑펑 날려대는 놈들이 인간이라고 믿기에는 힘들었다. '대마법사'라면 모를까……. '잠깐, 대마법사는… 인간……이던가?' 이제는 자신의 기억도 믿을 수 없다. 지금의 기억과 예전의 기억이 뒤죽박죽 되어버려 뭐 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무언가 하나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정말로 '블러드가'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하르모니아가' 알고 있는 것인지. 또 자신은 둘 중 어느 것을 믿어야 하는지……. "하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자기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여태까지 무엇을 해온 건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웠다. 하지만, 정말로 두려운 건 과거. 바꿀 수 있는 미래보다는… 바꿀 수 없는 과거가 훨씬 무서웠다. 가끔씩은, 자신 이 정말 일행에게 짐만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너무도 걱정이 된다. 이 여행 자체가 전부 자 신을 위한 것이라고 그들은 말하지만, 자신이 아니었다면 평생을 편안하게 호강하며 살 수 있는 그들이 아닌가. 이런 고생들이 전부 자신 탓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진다. '지금은 이런 걱정을 할 때가 아냐. 힘내자!' 블러드는 자신의 양 볼을 짝 소리 나게 때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라비어스와 카 나인이 블러드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말을 걸기 미안할 정도로 혼자서 무슨 생각 에 골똘히 집중해 있다가 갑자기 자신의 볼을 아프게 때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 도대체 무슨 어처구니없는 짓이란 말인가. "갑자기 웬 자학이야?" 크라비어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녀석- 이라 는 표정을 짓고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그 말에 블러드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눈을 동 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엥? 자학? 내가 언제?" "방금 지 볼을 아프게 때렸잖아. 자학이 아니면 뭐야." "무, 무슨 소리야! 그건 정신 차리려고 그런 거였다고!" 블러드가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며 바락 바락 소리질렀다. 그러나 크라비어스는 과연 레드 드래곤. 그 특유의 철판으로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시끄럽다는 듯이 귀를 막은 채로 태 연하게 입을 열었다. "아아, 그런 거였어? 난 또, 네가 마조히즘을 가지고 있는 변태인 줄 알았지. 그럼 난 변태 마스터를 가진 바보용이 되어버렸을 거야." "시끄러워!!" -- ...큰일났네. 마감은 놓쳤는데 써야 할 건 100장이나 남았고. 이번 내로 완결은 내야해-_-; 아차차, 아포크리파 제작사인 Stacksoft사와 Vividcolor사에서 공동제작으로 새로운 게임 하나 만들었다네요. 18금 BL입니다만;; 예고편 동영상 보고 왔는데 멋지더군요. -_-성우진들이 멋져요. 전부 가명;; 처음에는 신인들인 줄 알고 에에, 별로네. 라고 생각했 다가, 목소리 듣고 알았어요. 왜 이시다상이-!! (발악) 세키상이 어째서 가명으로!! -_-어 떤 분은 야오이 게임 XX개 이상 성우 하신 분은 가명으로 나올지도. 라고 하셨는데;; 저, 정말인가;;; 아, 여하튼 멋있었단 겁니다;; 하지만 하루카 2 산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게임을 살 수는 없어요; 7월 26일인가? 발매 예 정이던데... -_-불가능입니다;;; 돈이 없어요; 하, 하지만 너무 멋집니다. 예고편 동영상에 서 뻑 가버렸어요. 풀더빙이라면 전 미쳐버릴지도 몰라요;; 설마 Stacksoft-_- 또 예고편 동영상에서 CG남발은 아니겠죠?;; 아포크리파에서 그랬던 것처럼-_-;;; 블러드 엔젤 외전 <3장-창조>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외전 <3장-창조> "어라, 또 뭐 만들어 니아?" 카오스가 발랄한 걸음걸이로 들어오다가 문득 멈추었다. 봉인이 모두 풀리고 잠에서 깨어 나 다시 세상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온 몸에서 힘이 넘쳐 났다. 지 금의 기분은 최고였다. 다들 슬슬 세상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해 있을 때였지만, 어제로써 하르모니아는 자신의 세계를 완성했었다. 그런데 또 이렇게 미리엔 세나아엔에 처박혀서 무엇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라니. "엑? 이건 뭐야? 다키를 닮았네?" 하르모니아가 활짝 웃었다. "응, 요정이야, 요정. 어제 밤새 고민해서 이름지었지. 원래 다키랑 닮게 할 생각은 아니었 는데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지 뭐야. 귀엽지? 어제 완성한 세계에서 살게 할거야. 잘 어울릴 거야." "헤에, 굉장한걸, 니아. 생명 창조의 힘은 역시나 우리 중에 네가 최고야. 이런 걸 만들어 낼 수 있다니 대단해. 난 아무리 해도 이상스런 것들밖에 못 만들겠더라구. 언제 시간 내 서 너한테 배워야겠어." "아앗, 무슨 소리야, 카오스! 난 아직 멀었는걸, 이런 걸 아무리 만들어도 카오스가 만들어 주지 않는 세계가 없으면 소용없는 거잖아."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가 환하게 미소짓는다. 카오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웃음을 터 트렸다. 허리께에서 흔들리는 치렁치렁한 검은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흩어져 빛과 함께 빛 난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둘 중 누구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거지. 그렇지 않아?" "당연한 말을 왜 하는 거야, 카오스. 둘 뿐이 아니라 넷이지. 넷 중에서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거라고, 우리는." 하르모니아가 기쁘게 웃으며 수경에 몸을 기댔다. 카오스는 하르모니아가 만들고 있던 요 정이라는 생명에 관심이 가는지 그 주위를 빙빙 돌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요정을 살펴보았 다. 한참을 그러던 카오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카 오스가 물었다. "근데 이거, 누구 닮았다?" 하르모니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에, 다키 닮았다고 말했잖아." "아니, 아니, 다키 말고. 그… 구시대에 있었던 것 같은데?" 카오스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얼굴을 요정에 바싹 가져다 대며 심각한 표정 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아무런 권능도 주어지지 않았기에 그저 모습만 존재하고 있었다.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요정의 모습을 바라보던 하르모니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봉인이 풀리기 전에 구시대에 가장 오래 있었잖아. 거기서 본 것 중에 하나인가 보 지. 하도 오래 되어서 기억도 제대로 안 난다고. 무의식적으로 닮게 만들어졌나봐. 뭐 내 눈도 괜찮네. 예쁘게 생겼잖아." "그런가?" 못마땅한 듯이 카오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찰랑거리는 매끈한 은발, 뾰족한 귀에 부드러 운 초록색 눈동자, 살금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는 가는 입술… 분명 어디서 굉장히 많이 본 모습이다. 그냥 한 번 보고 지나쳤다고 치기에는 그 모습이 너무나 낯이 익다. 기억에 남 아 있는 모습. '내가 죽였나?' "있잖아 니아, 이 애, 구시대에서 봉인이었어?" "그랬나 보지. 그렇게 낯이 익다면 봉인인 거 외에 더 있겠어? 그래도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걸. 그 때 봉인을 풀던 상황 같은 거. 너도 제대로 기억 못하잖아? 다키도 샤이도 그럴걸? 그런 거 기억해봤자 별 필요도 없으니까."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이 하르모니아가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건 그래. 카오스 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다시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동자를 들어 하르모니아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어떤 권능을 줄 거야? 영생을 줄 거야?" 잠시 멍하니 요정에게 줄 권능을 생각하던 하르모니아는 나직한 목소리로 그것들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마법과 지혜,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아름다움과 땅의 어떤 것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날 쌘 몸, 멀리 있는 것도 뚫어볼 수 있는 날카로운 눈동자와 지평선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 도 들을 수 있는 귀, 그러나 영생은 주지 않아." "에엑-! 그렇게 많이 주면서 정작 영생은 주지 않는다고?" 카오스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마법과 지혜는 오래 살게 되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법이 있으면 아름다움이나 날쌘 것은 그리 필요 없게 된다. 시력과 청력도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주면서 정작 그 모든 것을 이룰 수 있 게 하는 영생은 주지 않는다니.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카오스의 말에 하르모니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꾸했다. "하지만 카오스, 만약 얘가 영생이라면 마지막 우리가 봉인에서 풀려났을 때에 우리 손으 로 이 애를 죽여야 하잖아? 직접 만든 걸 죽여야 한다면 그건 별로 좋은 게 아니니까. 차라 리 영생을 주지 않는 게 낫다고." "으, 으으음… 니아는 마음이 여리구나." 그 말이 이해하기 어려운지 카오스가 오만상을 쓰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오스는 자 신의 손으로 직접 만든 생명을 죽여본 일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세계'를 만들었지 '생 명'을 만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직접 만든 자식과도 같은 생명을 죽이는 그 아픔을, 그는 알지 못했다. 누구나 한 번 겪어보면 뼈저리게 깨닫게 되거늘. "으음, 그럼 니아, 얘 이름은 뭐라고 할거야?" "글쎄… 아까부터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름이 하나 있어." 빙긋 웃으며 하르모니아가 말했다. 그는 요정의 은빛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요정의 부 드러운 초록색 눈동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손 가는 대로 만든 요정이지 만, 왠지 낯이 익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오스의 말대로 정말 구시대의 봉인이었던 걸까. 그 봉인의 모습이 인상깊었나 보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비슷하게 만든 걸 보니. 카오스 는 절대로 허튼 소리는 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인상에 남았다는 건 정말 봉인을 푸는 데 애를 먹었다던가… 아니면 기억을 찾기 전, 기나긴 불각성의 기간 동안 마음을 주었던 상 대였다던가. "느낌이 딱 와서 꽂혔단 얘기지? 멋진 이름이겠는걸! 응? 뭔데? 어떤 건데? 빨리 말해 봐, 니아. 궁금하다고." 카오스의 재촉에 잠시 망설이던 하르모니아가 입을 열었다. "화이렌." 카오스가 멈칫했다. 그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변해갔다. 그러나 하르모니아는 그런 그의 변 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굉장히 들떠 버렸다. 아까부터, 아니 만들기 전부터 머릿속을 뱅뱅 맴돌던 이름. "화이렌 카르벨라 슈안 마이오나… 멋진 이름이지?" …기나긴 불각성의 기간 동안 마음을 주었던 상대. 구시대의 마지막 봉인. -- 외전으로 페이지수를 떼우자. 랄라랄♪ 블러드 엔젤 <28장-만남 그리고> (4)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그래, …찾았다고?" 카오스가 중얼거렸다.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거대한 검은 짐승의 목을 긁어주며 잠시 생 각에 잠겼다. 그 짐승은 기분 좋다는 듯이 목에서 골골대는 소리를 내며 낮게 으르렁댔다. 카오스의 새하얀 손이 암흑처럼 검은 색의 부드러운 털을 쓸어주자 그 얼굴을 카오스의 팔 에 비벼댄다. 주인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 대한 철저한 맹종. 마음이 없는 생명이 라는 것은… 이래서 편하다. 카오스는 나직하게 중얼댔다. 마음이 없으면 이렇게나 편한 데, 왜 그들은 굳이 마음이 있는 것들을 만들려 하는 것인지…… 어차피 창조물에게 요구 되는 것은 절대적인 복종과 철저한 맹종 뿐, 사랑 따위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굳 이 정성을 들여 '마음이 있는' 생명을 만드는 그들, 카오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도… 중간계에 있었구나."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중얼대며 눈을 감았다. 둘 다 완전 각성 상태라면 금 방 서로를 찾아낼 수 있었겠지만, 불행히도 아직은 둘 다 각성하지 못한 상태이다. 자신 도, 그리고 그도. 이 상태에서는 그 기운을 찾아 읽어내 장소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불가 능했다. 그래서 번거롭더라도 찾아내려면 이런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한히 용솟음치는 자신의 힘을 뽑아내 실체를 주어 찾게 만드는 것이다. 카오스는 한쪽 팔을 허공으로 뻗었다. 눈부신 햇빛을 가리려는 듯 손을 쫙 편다. 동굴 안 널찍한 공터의 천장 한 가운데쯤에 뻥 뚫려있는 구멍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카오 스는 빛을 싫어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었 다. "곧 갈게." 눈부신 빛에 검은색 눈동자가 조금 일그러진다. 오래된 봉인에서 풀려나면 언제나 그렇듯 조금 피곤했다. 이대로 이 장소를 암흑 속에 묻고 주변에 자신의 힘을 잔뜩 풀어놓아 무시 무시한 결계를 만들어 이대로 몸을 굽히고 힘을 억눌러 두 눈을 굳게 감아 잠들고 싶었지 만 그건 안 되는 일이었다. 한 번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도대체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 있 을지, 그 자신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으니까. "잠은 자지 않아."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옆에 누워있던 짐승이 따라 벌떡 일어났다. 날카로운 노 란색 눈동자가 번뜩이는 빛을 발했다. 나직하게 으르렁대며 카오스에게 몸을 기댔다. 어 떤 것이든지 한 방에 찢어버릴 수 있을 듯한 날카로운 송곳니가 언뜻 입 사이로 보였다. 그 굳건한 네 다리의 팔꿈치 부분에 날카로운 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 보통의 고양 이과 짐승과는 다른 큰 발에 뾰족한 발톱들이 여덟 개씩 나란히 자라있었다. 끼긱, 끼기긱. 발톱으로 바닥을 긁으며 카오스를 빤히 바라본다. 형형이 빛나는 그 눈길을 받아 카오스 가 짐승의 뾰족한 귀 사이를 문질러 주었다. 카오스의 나직한 목소리가 조금 침울하게 동 굴 안으로 울려 퍼졌다. "자지 않아." 슬픈 목소리가 동굴 벽에 부딪쳐 메아리로 웅웅댔다. "그대를 찾을 때까지는…." 반쯤 감긴 눈이 또렷하게 떠졌다. 그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가 아련한 그리움의 색으로 물 들었다. 검은색 숱 많은 풍성한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일렁였다. 위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에 긴 옷자락이 펄럭였다. 곱게 누빈 새카만 천에 흑진주로 장식한 고급스러운 옷이 흔들 리는 가 싶더니 곧 카오스의 모습이 흐릿하니 허공 속으로 녹아들었다. "…하르모니아……." £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의 파도에 그저 숨을 죽이고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 었다.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더없이 익숙한 느낌에, 그 품에 안겨 잠들고픈 욕심에, 블러 드는 이미 반쯤 감겨버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련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그의 모습 이 너무나 상냥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살랑이는 시원한 바람에 얼굴을 부드럽게 간지럽히는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깊고 맑은 검 은 두 눈동자가, 더없이 아련하고 그리운 느낌. 손끝부터 천천히 힘이 빠져나갔다. 이 자라 면, 이대로 모든 것을 맡기고… 편하게 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왜 이 순간에… 그 에게서 공포가 느껴지는지, 마음속에서 이 자를 세차게 밀쳐버려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이 대로 맡겨버려야 하는지 혼란이 일었다. 어지러웠다. 무릎에 힘이 풀려 그대로 털썩 주저앉듯이 쓰러졌다. 힘없이 무너지려는 블러드의 몸을 그 가 가볍게 지탱했다. 껴안고 있는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블러드는 주먹을 꽉 쥐었다. 세상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 주변이 빙글빙글 돌아간다. "니아, 니아… 니아…… 보고 싶었어." 목이 꽉 메어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가 속삭인다. 이건 누구? 누구지? 잠시 머릿속이 어지 러웠다. 왜 지금, 갑자기 이런 곳에서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포옹을 당해야 하는지 그리 고 알 수 없는 감정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괴로워야 하는지. 눈썹이 꿈틀했다. 피가 나 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니아." "난 하르모니아가 아냐." 중얼거리듯이 말하자 카오스가 잠시 간의 간격을 두고 블러드를 올려다보았다. 그 검은 눈 동자가 알 수 없다는 빛을 띄우고 차분히 블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검은 머리카락, 검 은 눈동자, 하얀 피부에 빨간 입술, 날카로운 이목구비… 굉장히 익숙한 느낌. 그러나 알 지 못한다. 아니, 기·억·나·지·않·는·다. 그가 다시 블러드를 부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올려다보았다. "니아." 블러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난," 이상스러울 만큼 마음이 안정된다. 블러드는 차분히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익숙하지 만, 그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익숙한 사람, 그것뿐일지도. 그래, 단지 그것뿐 이다.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중얼거리며 입을 열었다. "블러드야." 흔들렸던 정체성이 굳건히 자리를 잡아간다. 블러드를 빤히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흔들린 다. 그가 힘주어 다시 말했다. "하르모니아!" 블러드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도, 아무리 아니라고 외쳐도, 결국 단 하나뿐 인 진실은 미소지으며 말한다. '너는 하르모니아다-' 라고……. 하지만 어리석은 마음은 조금이라도 더 상처받고 싶지 않은 바램에, 그 입으로 거짓을 말하고, 거짓을 듣고, 거짓 속에 묻혀서 눈을 감는다. 진실을 보지 않는다. "하르모니아." 그가 다시 한 번 소리내 블러드를 불렀다. 자신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 그가 누군지,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줄은 풀리지 않고 결국 이와 같은 끝으로 치닫게 만든다. 어쩌 면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머리로는 '기억나지 않아'라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을 회피하고 외면해 버린다. 그러 나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을 거다. 결국엔 이렇게, 또다시 이렇게 끝나 버릴 것이라 는 걸…….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모든 것을 파괴하고 끝없는 절망감에 빠져 또다시 만들 고… 그 죄책감을 외면하려 잠든다.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면… 또 이 어리석고 무의미한 파괴의 행위를 계속하겠지. "카오스……." 자신도 모르게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자신의 입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모든 것이 기억났다. 모든 것이 생각나 버렸다. 자신은 누구인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해 왔는지, 지금 왜 이런 모습으로 이 곳을 떠돌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여기까지 생각해 낸 블러드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카오스 안…." -- -_-그러니까요, 완결은 냈는데 말이죠. 줄수가 터무니없이 모자라..(탕) 블러드와 카오스가 어떻게 만나면 좋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만나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스스슥.......;;;;;; 얍삽해졌습니다, 저;ㅁ; 누구 좋은 생각 있으신 분은 알려주세요;ㅁ; 수정하겠습니다아아.. 블러드 엔젤 <28장-만남 그리고> (5) 블러드 엔젤-BLOOD ANGEL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눈앞에 새빨간 피의 잔상이 떠오른다. 푸욱-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붉은 피가 흩뿌려진다. 파바박 하고 얼굴에 새빨간 피가 튀었다. 그것을 닦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블러드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슬로 모션처럼 재빠 른 그 일련의 동작들이 눈앞에 잔상을 남기며 흐려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눈앞이 캄캄해졌다. 두근두근 펄떡펄떡 뛰는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 소리가 현실에서 붕 떠버린 듯, 저 멀리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하얀 뼈대가 살을 찢고 그대로 바깥으로 그 익숙한 구조를 드러냈다. 얼굴에 묻은 붉은 자국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카오스의 손에 들린 것이 아직까지도 살아 그 생명력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었다. "…이게 뭐야." 블러드가 중얼거렸다. "이게 아니었어." 지독히도 현실감 없는 세상 속에 너무나도 붉은 피가, 그래서 더욱 더 거짓말같이 느껴지 는 핏방울이 떨어진다. 뭐랄까,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블러드는 카오스를 뿌리쳤다. 카오스가 설명을 요구하는 듯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조용히 블러드를 바 라보았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정신이 아득 해지고 눈앞이 흐려졌다. "너에게는… 내 힘이 깃들어 있는데… 왜……." 쥐어짜듯이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내뱉었다.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금방이라도 정신 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 때와는 달랐다. 자신의 힘 때문에… 크라비어스가 마리아나에게 죽음을 당할 뻔했었을 때도, 이런 절망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때는 그저 모든 것이 거짓 말 같아서, 그냥 한 마디만 하면 다시 살아나서… 함께 걸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저 거짓말 같아서, 그저 가볍게 웃고 넘길 수 있는 농담 같아서…… 정말 이건 '거짓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분명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버렸다. 보이는 것 모두가 지독히도 현실감 없는 세상이었 지만, 그 흐르는 붉은 피조차, 희미하게 짓는 미소조차, 너무나도 익숙한 그 하얀 뼈대조 차, 아직까지 뛰고 있는 그 심장까지…… 모든 것이 거짓말 같았는데도, 그랬는데도 '이건 틀림없는 현실'이라고 누군가가 말해 주는 것 같았다. 의도하는 바가 아니었지만 중얼거리는 듯이 나직한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한숨과 함께 침울한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나왔다. "…넌 죽을 수 없는데……." 말의 힘이 지속되는 이상, 크라비어스는 죽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이건 달랐다. 현실감은 없었지만 이 상황은 '진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라는 사실이 머릿속 깊이 새겨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에 그대로 죽어버릴 것만 같 아서, 무슨 말이라도 하면 이것이 정말 현실이라는 것을 깨닫고 말 것만 같아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이 자리에 서서 그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서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멍했다. "…블러… 드." 그의 목소리가 몇 겹으로 겹쳐서 들린다. 꿈속을 걷는 듯, 아련한 목소리가 귓가에 와 닿 고 그의 모습이 마치 환상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지, 마음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머리로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신속하게 생각하고 결론을 도출해 낸다. 그게… 원망스럽다. "함께, 가주지… 못하는구나…."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블러드의 마음을 옭아맨다.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쩍, 쩌억 들 려오는 것 같았다. 눈이라도 돌리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대로 똑바로 서 서 그를 바라보는 수밖에……. 울컥 핏덩이를 토해 내고는 힘없는 눈으로 블러드를 올려다보았다. 크라비어스의 붉은 머 리카락이, 붉은 눈동자가 그보다 더 새빨간 피에 젖어 잠겨 들어간다. 그 피는 너무나도 붉 어서, 어지러울 정도였다. 마음이 아팠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붉은 피, 피, 피, 새 빨간 핏방울, 핏자국… 그리고 크라비어스. "미안해, 끝…까지 가주지 못해서." "그만 말해!" 버럭 소리질렀다. 이건 거짓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크라비어스가 붉은 피 속에서 죽어 가는데 저렇 게도 절실히 도움을 바라고 있는데- 자신이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할 리가 없다. 자신은 강 한데, 이제 크라비어스가 지켜주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강해져서 그가 위험할 때 그를 지켜 줄 수 있는데… 왜 지금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것인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바 라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인지. "그래도 넌… 강해졌으니까……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카오스가 싸늘하게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저 용이 죽지 않는 건, 하르모니아 의 말의 힘 덕분이리라. 아무리 자신이 강하다고는 해도, 하르모니아는 처음부터 있었던 자들 중 하나. 그 힘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다. 더구나 생명 창조의 힘은 넷 중 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던가……. '그래봤자 내 생명 파괴의 힘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말야.' 그는 속으로 조소했다. 하르모니아는 아직 각성하지 않았다. 그 불각성의 기간 동안 필멸 의 생명에게 마음을 줘 버리는 일은 허다하게 있는 것이다. 그래 봤자 그들은 어쩔 수 없 는 필멸의 생명,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있는 하르모니아와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것 은 오직 같은 영생을 지니고 있는 자신 뿐. 그러니까 자신은 이렇게 느긋하게 하르모니아 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카오스는 블러드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래도, 그가 마음을 주었던 생명과의 마지막 정도는… 함께 할 수 있도록. 이 정도만이 카오스가 하르모니아에게 해줄 수 있는 단 한가 지 배려. "…더 이상 넌 작지 않으니까……." 서서히 꺼져 가는 생명이 마지막 불꽃을 불사른다. "더 이상 내가 지켜줄 필요가 없으니까." 마음이 무너진다. 세상의 파편 속에 함께 묻혀져 간다. 흔들리는 생명의 불꽃 속에서 눈물 이 함께 타오른다. 블러드는 복잡한 감정이 숨겨져 있는 눈으로 크라비어스를 바라보았 다.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서로 교차했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반복. "…왜 그가 살아나지 않지?" 음의 높낮이가 없이 무뚝뚝하게 블러드가 질문했다. "내가 너보다 강했으니까." 카오스가 대답해 주었다. 그의 싸늘한 눈길에 잠시 동정의 빛이 스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 시, 곧 다시 그의 눈동자는 무감정하게 변했다. 블러드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런 그를 바 라보았다. 이 감정은, 증오?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알 수 없는 감정에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질문했다. "왜 그가 죽어야 하지?" "그는 마지막 봉인이었으니까." 친절하지만 냉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블러드는 그가 하는 말을 알고 있었다. 크 라비어스가 무엇인지, 왜 죽어야 하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조그 맣게 중얼거렸다. "아냐, 그는… 죽지 않아도 되었는데……." "그는 죽어야 했어." 카오스가 단호하게 블러드의 말을 잘랐다. 싸늘한 눈동자가 블러드를 직시해온다. 차마 그 눈을 똑바로 마주 바라볼 수가 없어서 눈 길을 돌렸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이상할 만큼 침착해진다. 그들이 끝까지 내게 숨겼 던 '봉인을 푸는 방법'이란 것이… 이런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다 른 한 편으로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상처받지 않길 바랬던 것이리라. 그 때의 자신은 너무나 작고 약해서, 보호받아야 했으니까. 그래서 언제나 눈을 가리고, 그들이 인도해 주는 대로, 손을 잡고서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겼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은 강해졌다. 더 이상 보호받지 않는 위치에 서 있다. 아니, 그 누구보다 강해서, 그래서- 모든 것을 부드럽게 포옹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강해져 버려서…… 혼자 일어서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걷고, 뛸 수 있게 되어 버렸다. 그래도 눈 을 가리고 손을 잡고 비틀대며 위태로운 발걸음을 옮겨놓았던 그 때가 그립다면, 그건 자 신의 욕심일까? "난 강해졌어." "하지만 난 언제나 너를 보호해야 하지." 블러드가 카오스를 바라보았다. 그가 웃고 있었다. 입술이 둥글게 호선을 그리며 부드럽 게 미소짓는다. 상냥하고 싸늘했던 두 눈동자가 친절하고 따스한 빛을 띄고 블러드를 바라 보고 있었다. "난 어린애가 아냐." "나에게 있어서 넌 아직까지도 어린애일 뿐이야." 친절한 그 목소리가 블러드를 달래듯이 리듬감 있게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너무 다정하 고 친절해서, 정말로 그렇게 되어 버린 듯이- 그 말대로 될 것만 같은 기분에 블러드는 입 술을 꽉 깨물었다. "잊어, 니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그 격렬한 감정마저 무엇이었는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무뎌져서… 조금씩 잊혀질 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존재하고 있는 거니까. 일일이 감정에 휘둘려져서는 안 돼. 그래서 넌 아직도… 약 하다는 거야." 카오스가 블러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니아. 우리의 '집'으로." -- 아싸, 드디어 죽였다. (둥) 어느어느 분이 말씀하신 대로-_- 결국엔 카오스에게 죽는겝니다.;; 블러드 엔젤 <29장-마지막>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결국 우리들의 존재가, 그들을 위해서만 존재했던 것이라면… 그럼 우리는 왜 살아가야 하 는가? 이 세상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우리를 위한 창조주의 선물이 아니라… 단지 그 들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는… 그런 엄청난 사실을 알고서 멀쩡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이 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가. 왜 우리는 그들을 위해서 죽어가야 하는가. 왜 이 세상은 그들을 위해서 만들어져야 하고, 왜 이 세상은 그들을 위해서 파괴되어야 하고, …왜 이 모든 것은 그들을 위해서만 있어야 하는 건지. 그럼 우리는 왜 존재하고 있는 건지. -구 시대 마지막 생존자의 일기에서 발췌 <29장-마지막> 멍하니 두 눈을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무의식적으로 볼에 튀긴 피를 닦아내며 터벅터 벅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새빨간 피가 잔뜩 묻은 손으로 닦아내 보았자, 닦아지기는커녕 더 진하게 묻을 뿐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손으로 몸 여기저기에 묻은 피를 문지르며 계속해서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발길 닿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왜 자신은 이렇게도 붉은 피 를 그들에게 주었을까. 이 생명의 빛깔을 그들에게 주었을까.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 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철벅, 철벅 바닥에 피가 고여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철벅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영혼 잃은 육신의 잔재들이 발에 밟혀 우직거리며 부서져 간다. 그와 함께 마음도 무너져 간다. 어제도, 오늘 도, 그리고 내일도 똑같은 일의 반복.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슬퍼할 수밖에 없다. 내가 내 일은 무엇을 할지. 그 다음 날은 무엇을 하게 될지. 걸어가게 될 길도, 무너지게 될 운명 도, 모두 알고 있다. 그렇게 슬픈데도 울 수 없으니까.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대신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슬픔으로 가득 찬 눈물의 노래를. 계속해서 무너지는 마음의 조각들. 입으로 흘러드는 피 맛이 혀끝에 느껴진다. 그러나 이 제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다. 손에 잔뜩 묻은 피가 지독히도 현실감 없어서, 블러드는 그만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아하하하." 이런 세상 따위,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 무너져야만 하는 세상의 서글픈 운명. 필멸의 생명이 걸어가는 길의 그 마지막. 피로하고 지친 채 도착한 그 목적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창조주로부터 내려온 파멸이라는 이름 의 쓰라린 선물. 모든 생명들은 죽어가면서 외친다. '조화시여'……. 그 누구도 블러드의 이름을 부르지 않 는다. 정말로 자신은 블러드가 아니라 하르모니아인 것인지. 그들이 말하는 조화라는 이름 의 창조주인 건지.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하지만 그러면, 이 기억들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블러드의' 기억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난… 블러드인가? 아니면, 하르모니아인 건가?"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자신의 위에 서 있는 자는 없으니까, 그래서… 자신이 멋대로 상상해 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제자리에 주저앉아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거짓을 듣는다. 너는 블러 드야. 설령 그것이 거짓이더라도, 믿고 싶다. 자신은 하르모니아 같은 대단한 창조주가 아 니라, 그저 블러드일 뿐이라고. 누군가가 확실하게 말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있는 그대 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진실은 속삭인다. 너는 하르모니아야. 너는 창조주야. 봉인은 완전히 풀렸다. 겉모습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제외한 그 모든 것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는 걸 본인이 그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확연하게 느껴지는 이 엄청난 힘의 파동,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오랜 옛날, 과거의 기억들. 그것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모든 봉인은 풀렸고, 힘은 되돌아왔노라고. …이제 모든 것의 마지막이라고. £ "이런 무의미한 파괴 행위…." 카나인이 걱정스런 눈길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그만 두십시오." 그의 남색 눈동자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블러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카나인 을 바라보았다. 온 몸에 묻은 피가 바닥으로 뚝뚝 흘러내려 미리엔 세나아엔의 하얀 궁전 을 핏빛으로 물들인다. 카나인의 손길이 블러드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투명한 눈물 이 뚝뚝 떨어져 피에 물든 옷깃을 적셨다. "이렇게… 피투성이가 되어서……." "내 피가 아냐." 블러드가 고개를 저었다. 흰색 하늘하늘한 옷이 자신의 것이 아닌 피에 물들어 새빨간 핏 빛으로 젖어 있었다. 원래는 새하얗고 깨끗했던, 그러나 지금은 꽉 쥐어짜면 그대로 핏물 이 주르르 흘러내릴 정도로 피를 흠뻑 머금은 피로 물든 붉은 옷을 입고, 블러드는 그 자리 에 그대로 서 있었다. 카나인이 블러드의 어깨를 껴안았다. "그렇게 울고 계시면서." "우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피가 카나인의 옷에 얼룩진다. 그 자국이 깊은 마음속 상처를 침식해 나가는 것처럼 붉게, 붉게… 얼룩져 가는 것이 가슴아프다. 그 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카나인이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무나 가늘고 힘겨워서 금방이라도 끊겨 버릴 것만 같은 목 소리가 애써 이어진다. "그렇게… 가슴아파 하시면서." "……." 블러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카나인의 흐느끼는 소리만이 미리엔 세나아엔의 텅 빈 홀을 울렸다. 조심스럽게 카나인을 밀쳐내고 터벅터벅 걸어가서 커다란 수경 옆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걸어간 자리마다 바닥에 핏자국이 길게 이어진다. 멍한 눈동자가 수경 속을 빤히 응시했다. 곧이어 자조적인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킥킥…." 한쪽 손을 커다란 수경에 담그고 빙글빙글 돌려본다. 수경 속 맑은 물이 손에 묻어 있던 피 로 붉게 변해간다.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스러져 가는 세상의 모습. 그것이 그리도 재미 있는지 연신 키득대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정리하지 않아 흐트러진 피처럼 붉은 머리카 락이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모습을 그대로 비춰줄 듯, 투명하게 맑은 바닥은 무엇 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몽롱한 눈동자가 수경에 비 친 세상을 응시한다. "하하, 아하하하…." 웃음이 터져 나온다. 모든 것이 미치도록 비현실적이다. 저기 수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도, 지금 자신의 모습도, 몸을 감싸고 있는 이 능력도…… 이대로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잡지 못하는 그의 모습도…….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허공을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었다. 수경에 기대고 몸을 기울여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또렷하게 비치는 세상의 모습, 더 이상 아름답지 않다. 세상이 존재해야 했던 이유를 모두 잃어버린 지금, 세상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정신없이 키득댔다. 산산이 부서져 버린 마음은 계 속해서 슬픔에 잠겨 가는데, 눈물을 흘릴 수가 없다. 날카로운 절망감이 심장을 찌른다. 찢 어지는 듯한 고통에 노래를 부른다. "조화시여." 카나인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블러드가 홱 고개를 돌리며 카나인을 노려보았다. "난 블러드야." 언제나 동글동글 인상 좋고 귀여운 미소를 띄고 있던 눈동자가 가늘어지며 날카롭게 카나 인을 직시해 온다. 카나인은 흠칫했다. 이제 어깨를 훌쩍 넘어버린 백금발이 불안하게 흔 들린다. 밤하늘 빛 눈동자가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흐려졌다. 블러드가 조그맣게 속삭이듯 이 중얼거렸다. "조화 따위로 부르지 마." 가슴이 아리다. 블러드는 카나인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이 것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은 없 다. 이 세계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따위… 찾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대로 팔에 힘을 주 어 카나인을 껴안았다. "난 블러드인걸."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너만은……." 카나인은 그저 잠자코 블러드를 바라볼 뿐이었다. 부드럽고 상냥한 밤하늘 빛 눈동자가 흔 들렸다. 블러드는 눈을 감았다. 카나인을 꽉 붙잡고 있는 양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 애는 여기 있으니까, 모든 봉인이 풀리고 이제 부서져야만 하는 세상의 마지막 생존자로써 여기 에 남아 있으니까… 돌아갈 필요도, 돌아갈 곳도 없다. "…죽게 놔두지 않아." 이제 세상 따위 부서져도 상관없다. -- 아싸 길다. 마지막에 남는 건 카나인? 그리고...? 블러드 엔젤 <29장-마지막>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온통 어두운 곳, 빛이라고는 초 몇 자루에서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롭게 타오르는 촛불 뿐, 그 외에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창문이란 창문은 꼭꼭 닫고 두꺼운 커 튼을 쳐 놓아서 그런지 작은 소리도 크게 울린다. 흔들리는 촛불 사이로 그림자 두 개가 함 께 흔들린다. 나직한 말소리가 기쁜 듯이 홀을 울렸다. "체크 메이트." 상대방은 고민하는 듯이 체스판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이 위기의 상황을 빠져나갈 좋은 수 를 생각해 보지만 사방팔방 막혀 있어 어떤 것도 통하지 않을 것만 같다. 카나인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슬며시 백기를 들었다. "끄응, 이거야 도대체 수가 없군요." "하하하, 내가 이겼어, 카나인. 실력이 많이 줄었는걸, 헤헷. 그럼 이번에는 네가 먼저 해. 아아, 걱정하지 말고, 난 실력이 많이 늘었다니까." 그 말에 블러드는 기쁜 듯이 얼굴 가득 함박미소를 지으며 체스 말들을 모두 쓰러트렸다. 흑백의 체스 말들을 다시 체스 판에 세워 놓으며 카나인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지막으로 블랙 퀸을 제자리에 놓으며 그가 입을 열었다. "으, 으음, 한 번 이긴 것 정도로 그렇게 자만하시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십니다. 이번 판 은 운이 좋으셨어요. 다음에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굉장히 분한 듯한 카나인의 말에 블러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깔깔댔다. 어두컴컴한 미리 엔 세나아엔의 넓은 홀에 경쾌한 웃음소리가 퍼져 나간다. "앗, 정말 그럴까?" "자아, 그럼 백 육십 이 번째 판, 시작합니다." "아아, 물론." 너무나도 태평한, 이번에도 당연히 이겨주지- 라고 말하는 듯한 블러드의 목소리에 카나 인이 발끈 화를 내며 소리질렀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백 육십 일 번 둔 체스에서 제가 이긴 게 백 십 삼 개입니다! 당신 은 겨우 사십 팔 번밖에 이기지 못했다고요." "아하하, 그러니까 이제부터 이겨주겠다고." 카나인이 나이트를 옮기려는 순간, 굳게 닫힌 문이 벌컥 열렸다. 커다란 문을 통해 바깥에 서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덜컹 블러드는 움찔하며 카나인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열린 문 쪽을 바라 보았다. 창백한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검은 눈동자. 입고 있는 옷도 검은색 일색이 다. 만약 그의 옷 장식이 다이아몬드로 된 것이 아니라 흑진주로 된 것이었다면 블러드는 그를 카오스로 착각했을 것이다. "니아, 나야, 다키." "문 닫아!" 블러드의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문이 덜컹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도로 닫혔다. 그 와중에 초 두 개가 피시식 소리를 내며 꺼져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여덟 개의 초 뿐. 다키엔이 당 황해 버린 얼굴로 블러드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런 곳에서 처박혀서. 넌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을 거야? 카오스는 이미 세상을 다 만들었어. 이제 우리 차례인데, 넌 여기서 뭘 하는 거지, 니아? 샤이른도 나도 벌써 한참 전에 작업에 들어갔다고. 이런 곳에서 한가하게 체스나 둘 때가 아냐." "바깥은 보고 싶지 않아." 몸을 사리며 말하는 블러드의 모습에 다키엔은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인가. 다키엔은 그대로 허공에 몸을 기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의자라 도 있는 양, 그의 몸은 허공에 붕 떠서 움직이지 않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허공에 붕 뜬 채로 그가 물었다. "알았어, 알았어. 뭐, 세상을 만드는 데 한 번 정도는 참여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으니까. 단 지 네가 여태까지 세상을 만드는 데 꼬박꼬박 참여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걱 정했을 뿐이야. 그런데 도대체 이 꼴은 뭐야? 미리엔 세나아엔이 어두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잖아? 심경에 변화라도 생겼어? 카오스의 라 캄바네처럼 만들고 싶어진 거야? 주위 를 단단한 결계로 몇 겹이나 둘러싼 채?" 블러드가 중얼대듯이 대꾸했다. "환하면… 너무 잘 보여. 볼 것 못 볼 것, 전부……." 그 말에 다키엔은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야! 너도 카오스도! 언제나 해 왔던 일인데 새삼스럽게 뭘 그러는 거야! 아니면 우리보다, 너 자신보다, 죽어버린 마지막 봉인 따위가 더 소중해졌다는 거야? 이봐, 니아. 나도 너와 똑같은 아픔을 겪었어. 너와 똑같다구!! 도대체 왜 그래!? 어찌 되었든 간에, 나 와 샤이 둘이서만 모든 차원과 봉인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고. 카오스는 됐다 치고, 최소 한 너라도 도와줘야 할 거 아냐?" "난… 블러드야." "얼씨구, 아직까지도 잠꼬대 하냐? 그 때가 그렇게 행복했냐? 넷이서 함께 있을 때보다? 정신 차리고 일어서! 넌 하르모니아야!" "제발… 제발 다키…… 나 힘들어, 더 이상은… 슬퍼하고 싶지 않아."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힘겹게 새나왔다. 다키엔은 벌떡 일어났다. 공중에 붕 뜬 그의 모 습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블러드는 카나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절대로 놓 치지 않겠다는 듯이 양손에 힘을 주어 그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다키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그의 눈동자가 무섭게 빛났다. 다키엔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던지 입 술이 터져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는 홱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그의 몸이 흐릿 하게 사라져 미리엔 세나아엔을 나가 버렸다. 탕 거칠게 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미리엔 세나아엔은 완전한 어둠 속으로 잠 겨 들어갔다. 카나인이 블러드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차츰 마음이 안정되어 블러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떠나지 마." 카나인이 속삭이듯이 대꾸했다. "떠나지 않아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목소리가 가늘게 카나인에게 명령한다. 자신의 창조 주, 모든 것의 위에 군림해야 하는 그인데, 그 모습은 너무나도 약해 보여서, 그게 너무나 도 안타까워서…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 데도 가지 마." 한숨이 새어 나온다. "아무 데도 가지 않습니다." 이건 어린애의 유치한 욕심. "상처받고 싶지 않아, 아무 것도 몰라도 좋으니 그냥 편안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인 데…… 안 되는 걸까? 그냥 다 함께 행복하게, 세상 같은 것과 상관없이… 그렇게 살고 싶 은 건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는데 왜 난 안 되는 건지. …이 힘 때문이라 면, 이것 때문이라면…… 이런 것 따위 몇 번이라도 버려줄 수 있는데…… 그런데 난 왜 행 복하게 살 수 없는 건지." 두서없이 장황하게 흘러나오는 말에 카나인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요, 이제… 편히 쉬시는 게 좋겠어요." 부드러운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와서 블러드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반쯤 감긴 눈이 아 련하게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부드러운 백금발이, 친절하고 상냥한 빛을 띈 밤하 늘 빛 눈동자가 블러드를 위로했다. 꿈결 같은 카나인의 말은 계속되었다. "당신은 너무 지치고… 피곤하십니다." 그래 맞아. 블러드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딱딱하게 굳어 버린 피딱지 가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지만 카나인은 그것을 상관하지 않고 블러드를 부드럽게 감싸주 었다. 그 몸짓은 너무 상냥해서, 울어 버리고 싶었다. "언젠가는… '이것으로 된 거야'라고 생각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 이것 참, 자를 데가 묘하네. 덕분에 짧군요;ㅁ; 죄송해요오오;;; (라기보다 이런 민폐소설따위 길면 지겹잖아!;) 블러드 엔젤 <29장-마지막>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 검은 궁전. 새카만 기둥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늘어져서 좌르륵 서 있다. 그 기둥들이 떠받 치고 있는 높은 천장에는 도저히 지상의 살아 있는 것의 솜씨라고는 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조각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그 강대한 힘에 육신을 꿈틀대며 포효하는 거대한 드래곤, 성스러운 새하얀 날개를 펼치 고 드높은 창공으로 솟아오르는 천사, 숲을 거닐며 아름다운 말로 노래를 부르는 요정, 활 활 불이 타오르는 모루에서 망치를 두드리는 난쟁이, 이마에 비틀린 뿔을 가지고 싸늘한 미소를 짓는 악마, 괴성을 내지르며 돌진하는 갖가지 괴물들…. 여러 종족들, 여태까지 만들어졌던 세상 속에 존재해 왔었던 갖가지 종족들의 모습이 생생 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세상의 처음이자 세상의 끝에 존재한 궁전. 라 캄바네-. 오늘의 라 캄바네에는 그 주인 외에도 세 명의 손님이 더 있었다. 하얀 옷자락에 바닥에 질질 끌렸다. 정리하지 않아 마구 흐트러진 붉은 머리카락 사이로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가 카오스를 응시했다. 어느 한 순간 그 눈동자 속에 검은빛이 부풀 어졌다. 그리고 투명한 빛이 방울져 주르르 흘러내렸다. 흘리지 못했던 마음속의 상처, 울고 싶었지만 울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아파서, 너무 슬퍼서…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계속 아파서…… 상처가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다. 이 미 다 말라버린 눈물 대신에 상처가 새로운 눈물이 되어 눈동자 가득 차 오르고, 곧이어 주 르르 흘러내렸다. "카오스, 나, 힘들어. 아주 많이…… 가슴도 아프고. 더 이상은 안 돼. 이런 걸, 끝도 없이 반복…하라고 하면, 내 마음은 정말로 죽어버릴 지도 몰라." 하르모니아가 울고 있다. 카오스는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카오스의 검은 눈동자에서 투명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하르모니아의 얼굴을 감싸쥐고 이마를 맞댄 채로 속삭 이듯이 말했다. "울지 마." "…눈물이…… 흘러. 왜?" 무표정한 얼굴에서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붉은 눈동자에 투명한 빛이 고인다. 그리 고 빛나는 보석은 어느 한 순간 눈물로 화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말라 버렸던 눈물이 다 시 흘러 메마른 감정의 길 사이를 적신다. "우리는 모두 울고 있었어." 다키엔이 대신 대답했다. 너무나도 카오스를 닮은 그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 린다. 무감각한 표정 속에 숨겨져 있는 그 괴로움이, 그 고통이, 그 슬픔이… 너무나도 가 슴 아파서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아주 옛날부터……." 길고 하얀 손가락이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이 힘없이 허공을 향해 뻗어간다. 허공을 움켜 쥔 채로 다키엔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두운 검은빛으로 일렁이는 긴 머리카락이 앞으로 흘러내려 그의 얼굴을 가렸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바닥에 떨어지는 눈물 방울로 그 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꼭 감은 두 눈으로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왜 우리는 울어야만 하는 걸까?" 샤이른이 질문했다. 그의 황홀한 황금빛 눈동자가 슬픔에 얼룩진 채로 일렁였다.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그 결 좋은 금발이 피에 젖은 채로 딱딱하게 굳어간다. 계속된 슬픔이, 계속된 아픔이… 끝없이 반복될 그것들이 두려워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 다.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미래를 만들어가면서 그 운명의 길을 밟고 나설 수 있다면… 만약 그렇다면 설사 앞에 남아 있는 것이 절망 뿐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들은, 미래를 만들 수 없고, 운명의 길이 이미 모두 결정되 어 있는 걸 알고 있는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눈물이라는 이름의 황금빛 보석이 그의 눈에서 흐른다. 카오스가 조용히 하르모니아를 껴안으며 말했다. "니아… 하르모니아…… 우리, 이제 모든 것을 끝내자." 카오스는 자신이 만든 생명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들이 만든 생명도, 세계도, 이 세상도… 그는 필멸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사랑하는 영원은 너무 많이 아파한다. 조화도, 빛도, 어둠도, 모두 아파하고 있다. 울고 있다. 사랑하는 자의 고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카오스의 가슴이 찢어진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래서 카오스는 이 무의미한 반복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다.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하겠어." 하르모니아가 투명한 눈물이 흐르는 두 눈동자를 들어 카오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바닥으 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카오스가 하르모니아를 껴안은 채로 한쪽 손을 다키엔과 샤 이른에게 내밀었다. "너희도 함께 가자." 카오스가 내민 그 손을 잡으며 다키엔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넷이 함께 하는 게 아니라면 상상할 수 없어." 샤이른이 조용히 다키엔을 껴안았다. 그의 하늘하늘한 금발이 다키엔의 얼굴을 간지럽혔 다. 황금빛 황홀한 눈동자에서 떨어진 눈물이 다키엔의 옷깃을 적셨다. 샤이른이 금방이라 도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두 함께… 가요." 카오스가 미소지었다.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거짓말이라는 양, 너무나도 환한 미소였 다. 그의 찰랑대는 검은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흩날렸다. 검은 눈동자가 조용히 저 먼 하늘 을 응시했다.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걸로… 모두 마지막이야." 이름은, 크라비어스, 크라비어스 드 레드. 이번에 만드는 것이 마지막인걸. 그러니까 영생을 주어도, 내 손으로 죽이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난 이제 두 번 다시 깨어나지 않을 거니까. 저 높은 하늘을 힘차게 날 수 있는 날개를, 그 어떤 무기도 뚫지 못하는 비늘을, 누구라 해도 고개 숙일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힘을,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앞만 보며 달려가는 용기를, 그 찬란한 빛에 경애를 표시하는 아름다움을, 이 모든 권능을 이 애에게 주겠어. 내 마음 속 깊이 있는 사랑까지도. 이게 마지막이야. 더 이상은 없으니까… 이걸로 끝이니까. -- 이거야말로 필살 페이지 떼우기. 아싸 힘내자! 블러드 엔젤 <30장-다시> - Fin -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아무 것도 모르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아이야, 이건 네가 몰라도 되는 이야기이지만 꼭 알 고 싶다니 들려주도록 할게. 중요한 건, 내가 말하는 이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라는 거야. 옛날 이야기라는 건 대부분이 사실에 근거해서 만들어지는 법이거든. 아, 너에게는 너무 어려운 얘기였니? 그럼 지겨운 서론, 그러니까 앞 이야기… 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이건 그만두고 이야기를 시작할게. 그러니까 이 세상은 네 명의 창조주가 함께 만들었는데, 그 전에도 훨씬 많은 세상들이 있 었다고 해. 창조주들에게는 그 세상이 꼭 필요했기 때문에, 봉인을 풀면서 언제나 세상을 만들고 또 부수고는 했지. 그러나 자신들이 사랑과 정성을 쏟아서 만든 세상을, 그리고 그 세상에 살고 있는 자기 자식과도 같은 생명들을 부수는 건 그들에게도 무척이나 가슴아픈 일이었어. 너무 많이 울고, 또 울어서… 그 마음속에 눈물이 모조리 말라버려 더 이상 눈물이 흐르지 않게 될 때까지……. 그들은 더 이상 슬퍼하고 싶지 않았어. 더는 힘들어서 이 무의미한 파 괴와 재생의 행동을 반복할 수 없었대. 그래서 그들은 모든 것을 끝내기로 결심했어. 이 세 상을 마지막으로 하기로……. -여행자가 들려주는 아주 오래된 옛날 이야기 <30장-다시> "그, 그래서 어떻게 된 거예요?" 초롱초롱한 황금빛 눈동자가 어서 빨리 다음 이야기를 해 달라는 듯이 여행자를 빤히 바라 보았다. 그는 짐짓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창조주들은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아무런 세상도 만들지 않 기로 결심했단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는 살아갈 수가 없는 몸이었어. 왜 그런지는 그들 도 몰랐어. 그들이 처음 생겨났을 때는 말 그대로 세상의 처음이어서… 아무도 물어볼 사 람이 없었거든." "에엑! 그러면 밥이라든지 화장실도 못 가잖아요?!" 찰랑대는 긴 백금발을 가진 여행자는 그만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리고는 친절하고 상냥 한 밤하늘 빛 눈동자로 아이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아 이는 기분 좋다는 듯이 까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창조주들은 태어나는, 아니 부모의 몸을 빌어 태어난 것이 아니니 말을 바꿔야겠구나. 그 래, 생겨난 그 때부터 완벽해서 밥도 먹을 필요가 없고, 화장실도 갈 필요가 없단다. 그들 은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했거든." 그 말이 조금 어려웠는지 황금빛 머리카락에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아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여행자의 다리에 머리를 기대고 편히 앉아 다음 내용을 기대하며 귀 를 쫑긋 세웠다. 약간 부스스한 그 황금빛 머리카락을 다시 스윽 스윽 문질러 주며 그는 말 을 이었다. "이 세상을 만들고서… 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깨어나서 세상을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그 손으로 사랑하는 자식들의 목숨을 끊지 않도록… 스스로의 몸을 서로가 봉인해서 깊은 슬픔과 눈물 속으로 잠겨 들어갔단다. 그 끝없는 절망과 고통 속에 눈을 감고 잠들어 있단 다. 지금까지도 말이지." "끝이에요?" 더 없냐는 듯이 아이가 물었다. 여행자는 실소를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는 미소가 그의 입술에 걸렸다. 아이가 걱정스러운 듯한 감정을 커다란 황금빛 두 눈동자 가득 담고 여행자를 바라보았다. "오빠, 울어요?" "아?…아아." 여행자가 무심코 손을 자신의 눈가로 가져갔다. 축축하게 눈물이 묻어 나왔다. 투명한 눈 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는 눈물을 슥슥 닦아내며 소녀에게 베시시 웃어 보였다. 그러 나 아이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녀가 자기 옷을 뒤지더 니 손수건을 하나 꺼내 건네주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뭐가 들어가서 그래. 손수건, 고마워." 소녀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여행자를 향해 외쳤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여행자는 박력 있는 소녀의 말에 깜짝 놀라 손수건을 떨어트릴 뻔했다. 소녀의 황금빛 머 리카락이 허공에서 흔들렸다. 그녀의 동그란 눈동자가 더욱 동그래지며 그 조그마한 입술 을 오물거리며 여행자를 향해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의 밤하늘 빛 눈동자가 놀라 움으로 커졌다. "눈에 뭐가 들어갔다고 해서 그렇게 눈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고요! 오빠는 틀림없이 무언가 엄청나게 슬픈 일이 있는 거예요. 엄마가요, 정말로 슬픈 일이 있으면 자신이 우는 줄도 모르게 울어 버린다고 했거든요!" "아, 아아, 똑똑하구나, 너는……." 그가 말을 더듬었다. "어른들한테 그런 소리 많이 들었죠, 에헴! 아차차, 근데 오빠 이름은 뭐예요? 처음 만난 사람의 이름은 꼭 들어 두어야 한다고 했어요. 나중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니 까 오빠는 이름을 가르쳐 주어야 해요. 눈물은 이제 그쳤죠?" 이야기를 들을 때는 조용하더니 이야기가 끝나자 쉴새없이 조잘댄다. 그것이 짐짓 싫지는 않아서 여행자는 조용히 미소를 머금었다. 오래 전에 있었던 얘기를 했더니 감정이 북받쳐 서 그만 눈물이 흘렀나 보다. 한숨을 내쉬고 눈물 자국을 닦아내며 그는 입을 열었다. "음, 내 이름은 조금 긴데… 네가 기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단은 이름만 가르쳐 줄게. 내 이름은 카나인이라고 해." "안 돼요! 풀 네임을 가르쳐 주셔야죠, 풀 네임을! 나중에 제가 무슨 일이 있을 때 손수건 빌려준 걸 핑계삼아서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 그냥 이름만 가지고는 사람 찾기 힘든 세 상이라고요. 알겠어요?" 카나인은 그만 웃어 버렸다. 그는 상냥한 미소를 띈 얼굴로 소녀에게 속삭였다. 카나인의 화사한 백금발이 햇살 속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밤하늘 빛 눈동자는 낮에 보기엔 너무나 도 신비롭다. "좋아, 네게만 살며시 가르쳐 줄게. 사실 내 이름은 이제는 쓰이지 않는 말로 만들어졌단 다. 카나인 하이레셴 아르 벨리온. 이게 내 이름이야." "카나인 하이레…셴 아르 벨리온? 정말 지금은 쓰이지 않는 이름이네요. 좋아요. 제 이름 도 가르쳐 드릴게요. 저는 D.K.v.리옌이라고 해요. 찾으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걸요? 우 리 나라에서 'D.K.v' 성을 쓰는 건 저희 집안밖에 없으니까." 리옌의 말에 카나인은 모른 척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거, 이거, 알고 보니 공주님이셨군 그래. 불경죄로 잡혀가는 거 아냐, 나?" 장난스러운 그 말에 리옌은 풋 웃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지며 함박웃음 을 머금었다. 작은 손가락으로 카나인의 이마를 딱 하고 튀기며 그녀가 명랑하게 웃었다. 하얀 손에 분홍색 손톱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것이 오밀조밀해서 귀엽다고 카나인은 생각했다. "그럴 일은 없을 걸요?" "음, 내가 알기로 왕족은 레드 드래곤…일 텐데?"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나인이 질문하자 리옌이 재빨리 대꾸했다. "아빠 쪽이 귀족으로 골드 드래곤이었거든요." "아아." 그 때 둘이 앉아 있는 반대쪽에서 남색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터벅터벅 걸어왔다. 푹 눌 러쓴 로브 자락 사이로 언뜻 보이는 회색의 차가운 눈동자가 카나인을 응시했다. 카나인 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의 허리에 매달린, 평범한 일개 여행자가 소유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황금빛의 화려한 문양이 들어간 붉은 검이 그가 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흔들렸다. 아주 오 래 된 마법검인 듯, 강력하고, 섬뜩한 마력을 사방으로 흘렸고, 낮게 웅웅대는 소리마저 들 리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굉장히 위험한 물건임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었다. 게다가 '검'이라는 것 자체 가 드문 이 시대에, 저리도 당당하게 검을 매고 다니는 그가 이해되지 않는지 리옌이 그를 바라보았다. "카나인." 카나인은 걸터앉아 있던 나무 그루터기에서 몸을 일으켰다. 요정 특유의 가뿐한 몸놀림으 로 가볍게 일어서자 리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나인을 바라본다. 그녀의 옅은 하늘색 레이스가 화려한 드레스가 더없이 잘 어울린다. "안녕히 계세요, 꼬마 공주님. 여행자는 이제 길을 떠날 시간이랍니다." "에엑-! 벌써 간단 말이에요? 말도 안 돼요! 저희 집에서 며칠 정도 묵으면서 노래를 들려 주세요. 저희 아빠는 음유시인을 엄청나게 좋아하는걸요. 거기다 카나인은 노래를 잘 부르 잖아요. 밤에는 도적들이 많이 출몰해서 위험하다고 했어요!" 리옌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 카나인의 옷자락을 잡았다. 옅은 풀빛과 부드러운 낙엽 빛 천 으로 만든 카나인의 옷에서는 향기로운 풀과 버섯 냄새가 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카나인 이 부드럽고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허리를 굽혀 리옌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쓰다듬어 주며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리옌에게만 알려 주는 거지만, 나는 드래곤이 아니란다." 남색 로브의 사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못마땅한 얼굴로 카나 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카나인은 그 무시무시한 시선에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웃는 낯 으로 계속해서 소녀에게 말했다. "에… 에에엣!?" 카나인은 자신이 쓰고 있던 밑으로 치렁치렁한 모자 - 모자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사막의 사람들이 감고 다니는 터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 를 벗었다. 그러자 폭포수처럼 흘러내 리는 아름다운 백금빛 머리카락 사이로 드래곤의 것이 아닌 게 분명한 뾰족한 귀가 보였 다. 리옌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두 눈동자를 더욱 크게 떴다. 황금빛 귀여운 눈동자가 놀라움으로 흔들렸다. 카나인이 계속해서 소곤거렸다. "나는 요정이라는 건데, 이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 세상의 종족이란다. 지금은 없는 종족이 라서, 내가 살아 있는 마지막 요정인 거지. 나는 누군가가 날 죽이기 전까지는 영원히 살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오래 살아왔단다." 오직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행복했던 그 날의 추억들, 그리고 추억에 대한 기억들을 되씹 으며 아련한 그리움에 눈물짓는 것 뿐, 그것이 불멸의 자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길. 언제까 지나, 그 끝나지 않는 삶에도 마지막이 있다면 그 마지막의 날까지, 사라져 간 것을 애도하 고 슬퍼한다. 세상은 저리도 숨가쁘게 돌아가는데, 계속해서 사라지고, 또 나타나는데, 멈 춰 있는 것은 불멸의 자신들 뿐. 카나인은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살아온 만큼 강해서 말이지, 리옌이 걱정하는 것처럼 되지는 않을 거야. 난 이래 봬도 마법을 사용하거든." 그 말을 마지막으로 카나인은 몸을 일으키고는 다시 모자를 눌러썼다. 신기한 귀는 다시 모자 속으로 감춰졌다. 카나인은 옆에 벗어둔 낙엽 빛 망토를 두르고 가던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무릎까지 치렁치렁한 그의 백금발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저물어 가는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가자." 일행인 듯, 남색 로브의 청년을 따라 카나인이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을 구르고 있는 돌을 장난스럽게 탁탁 치며 재빨리 걸어갔다. 남색 로브의 청년은 그런 카나인을 잠시 물끄러 미 바라보더니 곧 발걸음을 빨리 해 앞서 걸어갔다. 리옌은 그런 카나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카나인을 향해 뛰어 가며 손을 힘차게 흔들었다. "카나인- 카나인! 그러니까 카나인은! 잠들어 계신 네 명의 창조주 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거죠!? 그 분들이 깨어날 때까지 여행하고 계시는 거죠!?" 그 말에 카나인이 미소지었다. 그는 리옌을 향해 팔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그녀가 듣지 못 할 정도의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글쎄…… 내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걸. 안녕, 공주님. 만나서 반 가웠어요.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요." 뒤에서 팔을 흔드는 그녀를 향해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어준 뒤 카나인은 일행을 따라 재빨 리 길을 걸었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어차피 스쳐 지나가는 인연, 영원한 삶 속에 수많은 그 만남을 다 기억하고 다 아쉬워한다면… 그들은 살아가지 못한다. 미련을 두지 않고, 아쉬워하지 않 고,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 그렇게 이 삶을 자신의 손으로 끝낼 용 기가 생길 때까지……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이것으로 된 거야, 카나인." 로브 속에서 언뜻 보이는 회색 눈동자가 짐짓 먼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마치 위로 하는 듯한 그의 말에 카나인이 빙긋 웃었다. 경쾌한 웃음소리가 일렁이는 물결처럼 맑은 하늘로 퍼져 나갔다. 그가 흘러내린 녹아 내린 꿀 같은 백금의 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실없이 웃었다. "그렇지요…. 그 분들이 계실 때, 언젠가는 '이것으로 된 거야'라고 말할 날이 올 거라고 했 었거든요. 당신도 기억하지요? …라인더스." -END- -- 이것으로 디앤드. 남은건 페이지 때우기용 외전인가. (둥) 왜 갑자기 라인더스가 나왔을까. 글쎄 나도 모르겠는걸.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고마워요. (울먹) ps. 사실은 카나인 풀네임, 저도 기억 못했어요. (둥) 블러드 엔젤 외전 <4장-영원> (1) 블러드 엔젤-BLOOD ANGEL <외전> <4장-영원> (1) "세상의 마지막?" 라인더스가 중얼대듯이 물었다. 귀를 조금 넘는 그의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댔다. 냉정한 회색 눈동자가 그의 눈앞에 서있는 자를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것 이 화가 났다는 증거. "왜 여태까지 저에게는 아무런 말씀 한 마디 하지 않으신 거죠?"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단다." 보기 좋은 흰 수염을 길게 배까지 기른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조금 마른 듯 한 체구의 노인이 한숨을 내쉬며 라인더스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듯이 손을 저었다. 그러 나 라인더스는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방안을 서성이다가 푹 한숨을 내 쉬며 의자에 털썩 거칠게 앉았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혼자서는 조금 크다는 생각이 들만한 크기의 방이다. 라인더스의 성격 답게 딱 필요한 것만 놓여 있는 단정한 공간. 하지만 약간 싸늘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노인 만의 착각이었을까? 그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단정한 얼굴이 옅은 분노를 안고 일그러졌다. 노인은 그런 라인더스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곧 자신이 여기에 온 본래 목적에 대해 이 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너는 어떻게 할거냐?" "어떻게 하다뇨!? 너무나 당연한 걸 묻는다고 생각하시지는 않는 겁니까!" 라인더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평소 같다면 당연히 연장자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깍듯하 고 공손히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갑자기 찾아와 버린 세상의 마지막, 아무리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이런 건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법인데, 하물며 '대마법사'들 중에서 가장 나이 어린 그가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커 다란 현실임이 분명했다. 노인은 자신의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인더스, 대마법사들은 세상과 함께 사라지는 걸 택했다." 노인의 말과 함께 라인더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잠시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었다. 라인더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회색 눈동자를 크게 치켜 떴다. 흰 수염의 노인이 한숨 쉬듯이 말을 이었다. "네가 세상과 함께 사라지던지, 아니면 새로운 세상을 보던지… 그것은 네 선택이다, 라인 더스. 그러나 대부분의 대마법사들은 세상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택했지. 그리고 나 역 시……." "왜…?" 말문이 막히는지 제대로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겨우 물을 수 있었다. 그의 사고방식으로 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마법사란 것은 '운명이나 세상과 전혀 연 결되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은가. 그 누구에게도 침범 당하지 않는 그런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데… 왜 그것을 이제 와서 포기하고,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왜냐고 묻는다고 해도 그런 건 대답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더 이상의 대마법사는 없을 것이고… 새로운 세상에 불멸은 없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도 불멸은 드물어!" 비명을 지르듯이 외쳤다.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 세상엔 신이 있었다. 신족이 있었다. 그리고 불멸에 가까울 만큼 오랜 삶을 가진 이들 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엔 아니다. 우리는 이제 구시대의 유물. 낡은 잔재는 무너지 는 세상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좋은 거야." "하! 설마 당신들이 외롭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 라인더스가 코웃음쳤다. "외로운 게 아냐. 세상의 순리를 따르는 거지." "여태껏 실컷 세상의 순리 같은 거 어겨온 주제에 당신들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해!? 순리를 따르려면 진작에 그 낡아빠진 몸뚱이부터 처분했어야지! 알아서 백 살이 나 처먹기 전에 죽었어야지! 여태까지 그런 거 실컷 어겨왔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세상의 순리를 따지고 그래?" 비웃는 듯한 그의 목소리가 그리 넓지 않은 방을 울렸다. 평소답지 않은 그의 이 무례한 행 동에도 노인은 일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어색한 침묵에 더 화가 난 것은 라인더 스였다. 그는 발을 굴렀다. 거센 분노에 그의 언제나 침착하고 냉정했던 회색 눈동자가 이 글거렸다. "그래, 나를 찾아온 게 겨우 그 따위 이유였단 말이지." 이제 무너져 가는 세상을 따라 사라지려는 다짐에 대한 질문. 이 문제는 '겨우 그 따위 이 유'로 취급되기에는 너무나도 큰 문제다. 왜 그는 알지 못하는 걸까, 왜 그는 이해하려 하지 않는 걸까, 왜 그는 이 모든 선택이… 창 조주로부터 주어진 우리의 마지막 기회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걸까. 순리를 어겨 더 이상 '살아 있는' 생명이 아니게 된 우리를 용서하려는 것임을… 왜 깨닫지 않으려고 하 는 걸까. 노인은 슬픈 눈빛으로 라인더스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시선을 돌렸다. 입술을 피가 날 정 도로 꽉 깨물었다. 냉정한 회색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여기까지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 모든 걸 얻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이 제 와서 그걸 포기하고 세상과 함께 얌전히 사라지라고? 정해진 순리를 따르라고? 구시대 의 유물? 불멸? 외로움? 그런 것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다. "세상 따위 될 대로 되라지." 그는 몸을 돌렸다. "그런 것 따위, 어찌 되든 상관없어." 그대로 방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등뒤로 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꼈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 고 곧장 문을 거칠게 닫았다. 이걸로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입술 사이로 한숨과 도 같은 흐느낌이 새어나왔다. "제길." 대마법사들은 운명을 벗어난 존재, 더 이상 순리대로 살지 않는 존재. 그야말로 세상과 거 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다. '창조주가' 만든 생명이 아닌, '신이' 만든 인간이었으니 가능 한 어처구니없는 오류. 불완전한 신에게서 창조됨으로써 완전해질 수 있는 그야말로 아이 러니컬한 '실수'…….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세상과 관련될 필요도 없다. 세상이 멸망한다고 그들이 따 라 멸망의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어찌 보면 그 창조주보 다도 자유로운 존재. 이 어처구니없는 오류에, 아이러니컬한 실수에, 창조주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물론, 갑작스레 나타난 그들의 존재를 미처 제대로 깨닫지 못했던 점도 있었지만 그들 자 신을 벗어난 존재가 있다는 것… 그것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것에 위안을 가졌던 것 이 아닐까? "하지만 난……." 라인더스가 중얼댔다. 자신은 욕심꾸러기이다. 그렇게 오랜 삶을 살아 왔으면서, 인간으로써 정해진 수명을 훌 쩍 뛰어넘고, 인간으로써는 절대 손대선 안 될 '불멸'이라는 달콤한 금단의 구역까지 건드 려 버렸으면서, 아직도 더 살아남고 싶다고, 자신의 존재를, 영혼을, 그 모든 것을 끝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세상과 함께 사라지는, 세상의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그것마저도 거부하고… 결국에는 그 끝까지 살아가고 싶다는 욕심에 순리대로 살 수 있는 그 마지막 기회마저 저 멀리 던져 버렸다.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 그래도 더 살고 싶다는 그건, 욕심? -- 힘듭니다. ...제가 너무 성급한 감도 있었고... (한숨) 그냥 모든 걸 잊고 산으로... 만화책하고 소설책하고 먹을 거랑, 게임시디랑 컴퓨터 가지 고 잠적하고파... 다들 죄송합니다;ㅁ; 블러드 엔젤 외전 <4장-영원> (2) 블러드 엔젤-BLOOD ANGEL (2) 만약 외롭게 된다면 '카나인 하이레셴 아르 벨리온'이라는 요정을 찾아. 그는 너와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신시대의 유일한 존재니까. 라인더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새로운 세상에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기 시작한 지 벌써 셀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수많은 만남이 있었고, 또 그만큼의 헤어 짐이 있었다. 그리고 개중엔 깊은 사랑이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상대도 있었지만… 오랫 동안 함께 있을 수 있었던 건 하나도 없었다. 가끔씩은 마법의 힘으로 보통보다 월등히 긴 삶을 살아가는 자를 만난 적도 있었다. 그러 나 그건 단지 '남보다 조금 긴' 삶 정도였다. 아무리 마법을 배워도,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예전처럼 정해진 삶을 벗어나 버리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왜냐하 면 여기 있는 생명은 전부 '완벽한' 창조주가 만든 '완벽한' 창조물이니까. 정해진 길을 벗 어나는 일 따위는 없었다. 시작이 있으면 그 끝도 언젠가 있는 법, 그러나 라인더스에게 끝 따위는 없다. 시작한 건 생각조차 나지 않는 까마득한 옛날. 하지만 아무래도 그에게 끝은 돌아오지 않는다. 마지 막 따윈 없다. 하지만 라인더스가 보기에 이 새로운 세상은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평화로웠고, 아름다웠 다. 과연 마지막 작품, 이라고 감탄하며 말할 수 있을 만큼 굉장했다. 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성을 쏟아 부은 듯한 그런… 세계. 여태까지 있었던 모든 세상의 온갖 아름 다운 것들을 다시 만들어내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단 한 가지 불만이 있 다면 너무나도 완벽해서… 자신과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생겨날 가능성이 단 1%는커녕 완전한 제로라는 것 정도……. 라인더스는 '카오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세계를 만드는 데 참여하여 생명을 만들 었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지만, 과연 수많은 종족 중 어느 종족이 카오스의 가호를 받은 종 족인지, 여러 개의 세계 중 어느 것이 카오스가 자신의 힘을 불어넣어 만든 세계인지는 알 수는 없었다. 라인더스는 앉아 있던 바위에서 일어났다. 바위 사이는 그나마 그늘이 있었지만 일어나니 그 그늘은 더 이상 햇빛을 가려줄 수가 없었다. 그늘이 라인더스를 따라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지 않는가? 옆에 놓아둔 검을 집어들며 그는 중얼댔다. "슬슬 갈까나……." 너무 오랫동안 앉아 있었더니 다리가 저리다. 다리를 툭툭 두드리며 라인더스는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 놓았다. 주변에는 온통 뿌옇게 붉은 모래뿐이었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이 싫 어 남색 로브를 푹 눌러썼다. 로브 안은 후덥지근하긴 했지만 최소한 무시무시하게 살인적 인 햇빛에 익어 가는 것보다는 나았다. 셀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삶을 살긴 했지만 그래도 그 몸은 인간의 것. 뜨거운 햇빛 아래서 는 마법도 무용지물이다. 라인더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빛에 눈이 부셔 손으로 시야를 가렸다. "휴우, 화끈거리는군." 어차피 이런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라인더스는 그만 피식 웃어 버렸다. 이 세상에 자신을 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자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자신은 강해지는 것이라면 몰라도 약해지지는 않는다. 분명히 한 세상에 살고 있건만 그들과 자신은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 않는다. 항상 남겨진 자가 될 수밖에 없는 라인더스는 그저 혼자서 길을 걸어가며 먼저 가 버린 자들을 애도할 뿐……. 정말 그것밖에는 할 것이 없다. 이제는 살아가는 이유도 모른 체 그저 죽 나 있는 길을 따라 그냥 이렇게 걸어가고 있을 뿐 이다. 그 마지막이 어떻게 되던지, 그 가는 길에 무엇이 있는지, 그런 것 따위 생각하지 않 은 채로 그냥 세상을 바라보고 동경하며 그 주위에서 맴돌고 있을 뿐이다. 섞이고 싶다거 나 혹은 계속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그럴 수는 없 었다. 멈춰 있는 자신에 비해 그들은 계속해서 변하고 움직이고 있으니까. 때로는 라인더스가 그 급격한 변화에 놀라 버린 적도 있었다. 도저히 그걸 따라갈 수가 없었다. 자신은 이렇 게 제자리에서 그걸 바라만 보고 있는데, 그들은 자신을 두고 저만치 앞으로 가버린다. 그 리고 언제나 먼저 주어진 죽음으로 발을 들여놓는다.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그 추억들은 자신 속에만 남아서 외롭게 커 져 가고 있을 뿐, 결국엔 그 모든 것을 자신 외엔 아무도 기억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가 장 처음부터 가장 마지막까지……. "어쩌다 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완벽하지 않은 존재가 만든 완벽하지 않은 존재. 그건 신의 만든 인간을 가리키는 말. 하지 만 그 덕분에 그는 세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세상은 신이 만든 것 이 아니었으니까. '신의 법칙' 따위 세상에 통용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이 세상에 신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 왜 자신은 가끔씩 '신이여'라고 도움의 손길을 바라 는 걸까. "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가장 나았을까." 가끔씩은, 차라리 구시대의 마지막에 다른 이들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나았을까 고민하곤 한다. 그러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자신의 선택은 어차피 하나뿐일 것을 깨닫고 는 피식 웃고 만다. 그래도 결국은 후회하고 마는 자신의 모습에 고개를 젓고 마는 것이다. 마음의 빈틈이 생 겨선 안 된다. 혼자뿐인 이 세상에서 자신은 완벽해야 했다. 라인더스는 쯧쯧 한숨을 내쉬 었다. 감상적인 생각에 빠져 과거를 생각하다 보면 언제나 자기 비하로까지 발전하게 된 다. 이렇게 되면 자신감이 사라져 결국은 자아 붕괴라는 끔찍한 결과만을 가져온다는 것 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라인더스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찰싹 때렸다. 뜨거운 태양에 가물가물해지던 시야가 확 뜨이며 정신이 말짱해졌다. 이럴 때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었다. 좀 더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했다. "나는 외로운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본다. 라인더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불멸이 사라진 세상이라고 하 지만 그래도 이곳에는 보통보다 훨씬 기나긴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 과 함께 있으려면 얼마든지 함께 있을 수 있고, 친구가 필요하다면 그것 역시 얼마든지 사 귈 수 있다. 그래 봤자 그들은 아무리 애써도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절대 정해진 길을 벗어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결국은 그들의 마지막까지 알고 있기에…… 라인더스는 지금 상황을 외롭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흐음, 난 외로운 거구나." 자기 자신이지만 이렇게 무덤덤할 수가 없다. 등을 타고 흐르는 미적지근한 땀에 라인더스 는 몸서리를 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겨놓기 시작했다. 헉헉대는 숨결이 걸음을 옮겨놓을 때 마다 거칠게 새나온다. 저 하늘의 뜨거운 태양은 누구에게나 가차없는 햇빛을 퍼부어 준 다. 허리에 걸린 검이 흔들린다. '만약에 외로우면 그를 찾아가라. 너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너와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의 유일한 존재이니…….' 문득 기억도 나지 않는 옛날, 아직 구시대를 살아가고 있었을 때, 그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자가 말한 것이 기억났다. "뭐, 이렇게 된 이상…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건 최소한, 혼자보다는 낫겠지. -- 에구에구, 노래방엘 갔는데 왜 맹세의 에스페로스가 없는거야. 다들 잘 부르셨다는데.. 가족노래방 미워... 뭐, 서비스는 잘주지만>_ (3) 블러드 엔젤-BLOOD ANGEL (3) 카나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모두들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멈춰 있는 건 오로지 자 신 뿐. 가슴이 아팠다. 자신 앞에 가만히 누워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다 자라 완 전한 성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카나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언제까 지나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인 말괄량이 어린 소녀였다. "하아."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촛불이 가만히 흔들렸다. 꺼져 가는 생명과 함께 아스라이 사라 져 가는 불빛. 여기 또 다시 한 생명이 그들에게 주어진 안식의 장소인 죽음으로 발길을 들 여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필멸의 생명에게 주어진 끝이자 시작… 그들에겐 '환생'이 있다. 헐떡이는 가쁜 숨이 그 마지막을 알려온다.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나무의 풀빛 머리카락이 죽음과의 힘겨운 싸움으로 인해 땀에 젖어 있었다. 그 머리카락을 정리 해 주며 카나인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카나인… 들어 줄래요?" "말해요, 에린, 나의 작은 소녀. 난 여기 있으니까." 카나인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 말에 에린이라 불린 여인이 피식 미소지었다. 작은 웃 음기가 그녀의 메마른 얼굴 위에 잠시 머물렀다. 그녀의 손가락이 카나인의 얼굴에 닿았 다. 생명의 마지막 불꽃으로 인해 너무나도 뜨거운 손. "당신처럼 긴 생명을 받은 요정의 이야기, 들어본 적이 있어요." 옛날을 생각하듯이 아련한 그녀의 표정으로 즐거운 빛이 떠올랐다. 창백한 뺨에 약간 홍조 가 돌았다. 그녀는 아픈 게 아니다. 애초에 주어진 자신의 명을 다하고 이제 떠날 때가 되 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흐를 정도로 슬픈 건지. 그녀를 내려다보는 카나인의 얼굴에 짙은 슬픔이 맴돌았다. "저는 당신을 만나 행복했어요… 그러니까 당신도…… '영원히' 행복했으면… 해요. 비록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나와 같지 않은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실은 당신과 언제까 지나 함께 하고 싶었는데……." "나도 그래요." 슬픔이 카나인의 얼굴을 지나쳤다. 에린은 천천히 카나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어 느 한 순간, 꺼칠꺼칠한 손가락이 힘을 잃고 툭 떨어졌다. 카나인은 그녀의 손을 놓치지 않 겠다는 듯이 꽉 잡았다. 슬픔이 눈물이 되어 툭 떨어졌다. "영원히 안녕, 에린. 나의 작은 소녀." 카나인은 그녀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까지도 죽음이 머물어 일렁이는 방을 미련없이 떠났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시선이 잠시 침대 위에 그녀에게 머물었다. 손으 로 눈가를 닦아내자 눈물이 묻어 나왔다. 삐걱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작은 오두막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고요하게 풀벌레가 울고, 청명한 밤하늘엔 노란 달이 둥실 떠있었다. 그것은 밝은 빛으로 사방을 환하게 만들고 있 었다. 카나인은 새벽 이슬에 젖은 잔디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리 없이 투명한 눈물이 뺨을 타 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고개를 두 팔 사이에 묻고 소리 죽여 흐느꼈다. 밤하늘 빛 아름다 운 눈동자가 눈물로 젖어 들어갔다. 새로운 세상에서 이번이 몇 번째 맞이하는 이별인지… 이제는 세고 싶지도 않았다. 길어 야 몇백 년 정도도 살지 못하고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죽음 속으로 발을 내딛는다. 자신 의 곁을 영원히 떠나가 버린다. 이제 세상의 주인이 된 용족, 그들은 강했고, 노화를 부여받지 않아 살아있는 이상은 언제 나 아름다웠지만… 영생은 받지 못했다. 카나인과 함께 할 수 없었다. 너무도 잘 알고 있 는 그 사실이 새삼 서글퍼져서, 카나인은 눈물을 떨궜다. 타박타박 그 때,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카나인의 긴 귀가 쫑긋거렸다. 그가 고개를 들자 눈앞에 키가 큰 자가 서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커다란 남색 로브를 뒤집어쓴 자였다. 깊게 눌러쓴 로브 자락 사이로 그의 날카로운 회색 눈동자가 슬쩍 카나인을 내려다보았다. 카나 인은 할 말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누, 누구?" "네가 카나인 하이레셴 아르 벨리온?" 카나인의 귀로 무뚝뚝하지만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그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목소리여서 카나인은 잠시 깜짝 놀랐다. 그러나 그건 잠시, 곧 카나인은 그 정 체불명의 사내가 자신의 풀 네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어 긴 백금발이 허공에 나부꼈다. 마치 춤이라도 추듯이 하늘하늘 흔들리는 그 머리카락 사이로 밤하늘 속에서 더욱 신비한 남색 눈동자가 찌르듯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 다. 남색 로브의 사내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난 라인더스." 라인더스라고 이름을 밝힌 자가 잠시 시선을 먼 하늘로 옮겼다. 하지만 라인더스라는 이름 은 '구시대를 살았던' 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이름이어서… 카나인은 깜 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와 같이 영원한 시간 속에 멈추어 있는 자. 그리고 이 움직이는 세상을 동경하는 자이기 도 하지." "어,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카나인이 말을 더듬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새로운 세상에 남겨진 마지막 구 시대의 유물, 그것이 카나인이 아니었던가. 구시대의 잔재로 그는 영원한 생명을 창조주로 부터 받았고, 그것은 지금 더 없는 속박이 되어, 다시없을 저주가 되어 카나인의 몸을 옭아 매고 있었다. '같은' 시간 속에 멈추어 있는 자. "너는 외로운가?" "예, …예?" 라인더스가 재차 물었다. "너도 외로운 건가." '너도' 나처럼 이 끝없는 삶을 걸어가는 것이 외로운 것일까? '너도' 나처럼 모두와 같은 시간을 살지 못하고 혼자서만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외로울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같아. "아, 아마도……." 그 질문에 카나인은 엉겁결에 대답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야 자신이 한 대답을 깨닫고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해 버린다. 라인더스는 그런 카나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에 보일 듯 말 듯한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카나인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그의 얼굴에서 미소는 곧 사라졌다. 라인더스가 몸을 돌렸다. 그는 온 길을 다시 터벅터벅 되짚어 걸어가고 있었다. 새벽 이슬 에 젖은 잔디를 밟는 그의 발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카나인은 제자리에서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라인더스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카나인의 시선이 그의 뒷통수로 꽂혔다. 라인더스가 뒤 를 돌아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둠 속에서 요정의 시선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 그런 그의 표정 변화가 세세하게 다 보이고 있었다. 라인더스가 몸을 돌려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비 틀린 듯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냐, 안 와?" 무심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기, 기다려!" 날아갈 듯한 발걸음이 라인더스 앞에 머물렀다. 카나인은 잠시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고개 를 돌려 작은 오두막을 바라보았다. 슬픈 듯한 시선이 잠시 오두막의 창문턱 즈음에 머물 더니 곧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오두막의 창문에서 아스라이 비춰 오던 촛불이 타오르다 제풀에 꺼졌는지 스르르 주위가 어두워져 갔다. 카나인은 잠시 그런 오두막의 창문을 바라보다가 아차 하며 앞서 걸어가 는 라인더스를 따라 재빨리 뛰어갔다. 고요한 밤하늘에 나직하게 흥얼대는 콧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 뭐랄까... 이걸 끝내면 신분을 뛰어넘은 운명적이면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쓰고싶 다;; 주인공은 무표정 검사 아가씨에, 그 뷰티풀한 파워(;;)에 반해버린 누군가... 팔불출 같은 남자애 이야기를...;;;; 아니면 바보같고 조금 멍청한 여자애에다가... 그래-_-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써보는 것 도 나쁘지는 않겠지;; 나오는 남자마다 모두 잘생기고..(둥) 결정적으로 전부 주인공에게 반해야해... (탕-) 주인공에게 반하는 남자는 신, 왕, 왕자, 용, 마왕.. 기타등등....;;;;;; 근데 일단 마감부터 끝내고;; (삐질) 블러드 엔젤 외전 <4장-영원> (4) 블러드 엔젤 외전 (4) "응…?" 허무한 동공이 허공을 응시한다. 아무 것도 담지 않은 무심한 눈동자가 투명하게 깜빡이 며 카나인과 라인더스 쪽을 바라보았다. 바닥으로 치렁치렁 끌리는 긴 머리채가 발에 밟 힐 정도였다. 눕기만 해도 그 포근함에 잠이 들어 버릴 것 같은 푹신푹신한 커다란 쿠션들이 곳곳에 떨 어져 있었다. 방을 온통 가리고 있는 하늘하늘한 휘장, 방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려 있는 두꺼운 천들. 그 사이에 놓여져 있는 원목에 에메랄드 빛 고급 빌로오드로 장식한 의 자에 그가 앉아 있었다. "어떻게 여기엘…." 묻는 듯이 다시 카나인과 라인더스 쪽을 바라보았다. 카나인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바닥에 깔려 있는 천들 때문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는 그가 있는 쪽으로 갔다. "다행이군요. 늦지 않았어요." 카나인이 기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상한 눈빛으로 그가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그 허 무한 동공에 잠시 빛이 돌아오는가 싶더니 곧 그 눈동자에는 다시 아무 것도 담기지 않고 그저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용왕님이라고 불러 드릴까요? 아니면…." 그는 흥미를 잃은 듯이 의자에 몸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크라비어스라고 불러 드릴까요?"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눈동자가 '어떻게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라고 묻 고 있었다. 카나인은 빙긋 웃었다. 크라비어스가 기운 빠진 듯이 털썩 의자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리듯이 대꾸했다. "좋을 대로 불러." "야아, 드디어 눈에 저희가 비치는군요." 카나인이 기쁘게 웃으며 말했다. 크라비어스는 의자 받침대에 몸을 기대고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 는 의심의 빛으로 가득 찬 눈이 카나인과 라인더스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가 금방이라 도 끊어질 듯 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누구지……?" 라인더스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약간 낮으면서도 듣기 좋은 그의 목소리가 커다란 방 에 울려 퍼졌다. "너와 같은 시간을 걷고 있는 자." 크라비어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몇 걸음 그들 쪽으로 걸어왔 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을 때마다 강대한 힘이 느껴진다. 그 붉고 긴 머리카락이 치렁 치렁 바닥으로 끌리고 몇 가닥이 허공으로 흩날렸다. 재료를 알 수 없는 부드러운 옷자락 이 펄럭였다. 황금빛 무늬가 수놓아진 끈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 세상과 함께 나이를 먹어 가는 자." 라인더스가 팔짱을 끼고 거만하게 서서 턱을 치켜들고 말을 이었다. 그의 남색 로브 자락 이 바닥에 끌렸다. 크라비어스가 뚫어지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 붉은 눈동자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구시대를 살아간 자." 크라비어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고개를 들 고 라인더스를 바라보자 라인더스는 무릎을 꿇고 크라비어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 며 한숨을 내쉬었다. "넌 그래도 아직 울 수 있구나." 정말로 오래 살아서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겪고, 그것 때문에 너무도 많이 슬퍼 눈물 흘리 고 울게 되면… 결국엔 그 감정조차 무뎌져 버려서 눈물도 흐르지 않게 되어 버린다. 울 수 조차 없게 된다. 옆에서 누군가 그 붉은 생명의 액체를 흘리며 갈기갈기 찢겨 죽어가도 무표정을 유지할 수 있고, 괴로움과 공포와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아우성을 치며 손을 내밀어도 냉정하게 뿌리쳐 버릴 수 있고, 그 냉정함에 사람들이 저주하고 욕을 퍼부어도 태연하게 발걸음을 돌려버릴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모든 것이 허무하고 하릴없게 느껴지게 된다. 그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난… 너희가 알고 있는 '크라비어스'가 아냐. 내가 있지도 않았던 구시대의 일 같은 건, 알 지도 못하는 걸." "우리도 알고 있어. 네가 우리가 알고 있는 '크라비어스'가 아니란 것을……." 카나인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방안을 살펴보았다. 그러더니 가벼운 발걸음으로 둘에게 다 가왔다. 그가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친절한 목소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크라비어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기댈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계속해서 쾌활하게 말했다. "당신은 세상의 '처음'이니까, 당신보다 위에 있는 자는 없었으니까……." 카나인의 맑은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퍼져 나갔다. 그가 한쪽 눈을 찡긋 하며 빙긋 웃었 다. 라인더스가 못 말린다는 듯이 아픈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크라비어스가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지만 우리는 구시대를 살아온 자. 구시대의 마지막을 지켜본 자. 당신보다, 그리고 이 세상보다 훨씬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까." 말을 이었다. "마음껏 울고 기대도 되는 걸요." 크라비어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애써 흘러내릴 것만 같은 눈물을 삼키며 두 다리에 힘 을 주어 휘청거리는 몸을 일으켰다. 카나인이 의외라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라인더스 가 따라 제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너와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어. 함께 가자고 부탁해 보지. 너도, 그리고 우리 도… 더 이상 외로운 건 싫으니까. 어때, 따라올래?" 손을 내밀며 말하는 라인더스의 모습에 크라비어스는 잠시 망설였다. 저 손을 잡으면 더 이상의 헤어짐은 없이 그저 함께 걸어갈 수 있다. 잡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자신에게 내려 온 단 하나뿐인 구원의 손길, 아마도 처음이지 마지막일……. 그건 자신이 잡아주기를 기 다리고 있었다. 크라비어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난 갈 수 없어." 그 붉은 눈동자가 슬픔으로 흔들렸다. 라인더스와 카나인이 놀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 다. 카나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그 청명한 밤하늘 빛 눈동자가 이 해할 수 없는 당황과 거센 혼란을 담고 흔들렸다. "왜……!?" 라인더스가 조용히 카나인을 말렸다. 카나인이 시선을 돌려 라인더스를 바라보았다. 어째 서 자신을 말리느냐고 묻고 있는 눈동자가 평소의 침착함을 잃고 당황과 혼란으로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라인더스가 천천히 내민 손을 거둬들였다. "네가 우리를 따라 영원히 함께 걷는 것을 선택하던지, 아니면 여기 혼자 남아 그 죄책감 에 떠나가 버린 자를 애도하며 살아가던지, 그건 네 선택이야. 강요할 생각은 없어. 단지 우리는…… 네가 함께 걸어 주기를 바랬을 뿐이야." 목소리가 한숨 쉬는 것과도 같이 흘러나온다. "누구라도 외로운 건 싫으니까." 그 말에 크라비어스가 고개를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 저주받은 '존재함'에 운명 을 탓할 수도 없게 되었다. 운명으로부터는 분명히 '기회'가 왔고, 그것을 걷어차 버린 것 은 자신이었으니까. 세상의 처음과 함께 시작된 저주. 물 흐르는 듯한 크라비어스의 목소 리가 조용히 허공에 울렸다. "그래도 난… '처음'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 분들이 나에게 당부한 것을 기억하고 있 으니까……. 내 일족을, 내 사명을 잊을 순 없어. 그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을 저버릴 수 없어. 그게 무서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난 세상의 처음으로써, 용족의 처음으로써… 가지고 있는 사명을 저버릴 수 없어. 분명히 외롭지만…… 그래서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외로울 테지만… 그래도, 그게 내 길 인 걸 분명하게 알 수 있으니까. 창조주께서 정해주신 내 길이라고 모두들 내게 외치고 있 으니까." 라인더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 다. 그래도 그는 이렇게 강하니까. 안심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잠시 동안 마음을 놓을 수 는 있을 것이다. 창조주가 직접 만들어낸 완전한 존재, 창조주가 직접 그 권능을 불어넣 어, 사랑과 정성을 담아… 만들어낸 존재이다. 그래서 그는 아무리 해도 세상을 거스를 수 없다. 아무리 불멸의 존재라 할지라도, 함께 같은 시간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라도, 결국은 세 상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을… 그는 결국 창조주가 내려준 사명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을……. "넌 정말……."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긴 눈초리가 크라비어스를 응시했다. "어쩔 수 없이 '완벽한' 존재로군." 크라비어스가 천천히 양팔로 몸을 지탱하고 제자리에서 일어섰다. 흔들리는 발걸음으로 그가 원래 앉아 있었던 의자에 털썩 쓰러지듯이 앉았다. 서 있어도 바닥에 질질 끌릴 만큼 긴 머리채가 황홀하게 붉은 빛으로 물든 서쪽 저녁 하늘같다. 그것들이 허공에서 한 가닥, 한 가닥, 하늘하늘 흩날린다. "이제 안녕." 쉰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새어나왔다. 라인더스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카나인은 그래 도 아쉬운지 흘끗 흘끗 뒤를 바라보며 재빨리 라인더스를 따라 나섰다. 크라비어스는 끝까 지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양팔에 머리를 묻고 눈을 감았다. 안타까운 듯한 카나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결 국엔 눈물을 흘려버리고 만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 그대의 정신이 피폐하지 않기를." '그게 가능할까?'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저들도 그리고 자신도, 너무나도 길어서 그 끝조차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존재. 근데 그것을 혼자서, 수많은 만남과 또 그만큼의 헤어짐을 겪 고, 그것보다 훨씬 많은 눈물을 흘리고 난 후에도… 과연 자신이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있 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크라비어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나는 여기서… 그들의 '신'이 되어 주어야지. 창조주를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로 써, 그들을 이끌어 주어야지. 그래야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길이니까…… 자유로운 그 들과 다른 나의 길이니까……." -- 크라비어스라는 이름으로 이런 걸 쓰니까 좀 묘하네요=_=; 둘은 아무래도 전혀 다른 존재니까. 음, 이름만 같지 나머지는 거의;; 성격조차 비슷하진 않습니다;;; 아무리 창조주라 할지라도 '완전히 없어져 버린' 영혼을 되살리는 건 못합니다;; 그럼 왜 그녀석들이 그리도 슬퍼했겠습니까;;; 카오스라면 죽은 지 얼마 안된걸 '살려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만; 그게 좀 개념이 달라서;;; 봉인은 그야말로 그 영혼을 완전히 없애버리는거니까요; 또 살려낸다고 해도 그것이 좀비랑 비슷한거죠;; 이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만 빼고요;;; 아, 그리고, 2부는 안쓸 생각입니다만;; 블러드 엔젤 외전 <4장-영원> (5) 블러드 엔젤 외전 (5) 카나인이 쉴새없이 조잘댔다. 한쪽 손으로는 아까 전 마을에서 산 달콤한 말린 과일을 계 속 집어먹고, 입으로는 그것을 우물우물 씹어서 삼키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짐을 실은 나 귀의 고삐를 붙잡고 걸으면서도 잘도 떠들어댄다. 뭐, 좋다. 외롭지 않은 것까지는. 하지만 이 끝도 없이 늘어지는 수다는 정말 고역이다. 하 도 많이 들어서 조금 면역이 되긴 했지만 이렇게 길을 따라 그냥 쭉 걷자면 마땅히 할 일 도 없는 카나인의 쏟아지는 그 수다를 도무지 견뎌낼 수가 없다. 라인더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근데 말이에요, 이번에는 어디로 갈 건가요? 어때요? 이번에는 요정계로 가봐요. 뭐, 이 미 고향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저와 같은 동족들이 있는 곳이니까, 한 번쯤 은 가보고 싶었거든요. 에에, 물론 여기도 충분히 좋지만 말이죠, 아무래도 여긴 지루해 요. 정말 신족들이란! 언제나 조용하잖아요. 거기다 말을 해도 제대로 대꾸하지도 않아요! 언제나 네, 혹은 아니오. 고개를 끄덕끄덕 아니면 절레절레. 마치 벽에 대고 얘기하는 느낌 이라고요. 네, 알아요?" 라인더스가 으음 하고 혀를 찼다. '그렇다면 나도 충분히 벽을 보고 얘기하는 기분이 들어야 할 텐데.' "뭐, 당신도 그런 점에선 비슷하지만… 에휴, 지금은 제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라인 더스 당신밖에 없으니까 이렇게 당신을 상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구요. 어지간해서는 대꾸 정도는 해 주는 게 어때요? 저 혼자서 이렇게 목이 아프도록 떠벌떠벌 떠드는 게 불쌍하지 도 않아요?" 그럼 말하지 말란 말이다! …라고 소리질러 주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참 기로 했다. 라인더스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바깥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해 주던 로브조차 카 나인의 수다를 차단할 수는 없었다. 귓가에서 그의 목소리가 웅웅 울려댄다. 분명히 그의 목소리는 맑고 듣기 좋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계속되는 수다라면, 아무리 천상의 목소리라 할지라도 달콤한 아침잠을 깨우는 시끄러운 참새 소리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 서로에게 명상과 생각의 시간을 주는 조용한 침묵이라는 것을 좋아해 왔고, 좋아하고 있 고, 앞으로도 좋아할 것이 틀림없는 라인더스로써는 이것이 영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억지로라도 크라비어스를 끌고 올 걸 그랬다고, 라인더스는 무척이나 후회했 다. 최소한 한 명이 더 있으면 수다도 반으로 줄 것 아니겠는가. 거기다 말끝마다 계속 되 묻고 있으니 무시할 수도 없다. 저렇게 사람 좋은 미소를 생글생글 짓고 있어도 한 번 토라져 버리면 곤란하다. 지난번에 는 한 번 토라지게 했다가 지옥을 경험하는 줄 알았다. 마을에 들어갔더니 마을의 모든 짐 승이 일제히 날뛰며 라인더스를 향해 달려들어 공격한다던가,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그 뛰어난 요정의 시력으로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길을 표시하느라 꺾어 놓은 나무들 을 몰래 다시 재생시킨다던가 하는……. 굉장히 쪼잔한 방식으로 보복하기 때문에, 하긴 딱히 보복할 방식이 그런 것 정도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다. 라인더스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던지 카나인은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아삭, 아삭, 말린 과일을 씹는 소리가 들려온다. "차원의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당신이니까… 뭐 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죠? 이그드라실이 없는 이 세계에서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건 이제… 당신과 나 정도? 하아, 하지만 나보단 당신이 오래 살았으니까. 뭐, 이제 그런 것 정도는 따질 수도 없을 만큼 살아왔지만 말이 죠. 여하튼! 이번에는 요정계로 가요!" "요정계는 지난번에도 가지 않았던가." 그가 투덜대듯이 말했다. "한번쯤은 다시- 라고 말할 정도로 안 간 것도 아니고 말이다." 카나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곤란하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그의 밤하늘 빛 푸른 눈동자가 생긋 웃었다. 자르지 않아 이제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백 금발이 찰랑댔다. 백금발이라는 머리카락은 확실히 드문 색이다. 실버 드래곤과 골드 드래 곤, 그리고 화이트 드래곤이 어중간히 섞인 듯한 색이랄까? 그리고 남색 눈동자. 머리색 과 눈동자의 색깔이 다르다는 건 용족이 아니라는 증거. 그것이 아니라면 혼혈. 이 둘 중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동족이잖아요, 동족!" 동족이란 말을 강조하며 카나인이 다시 미소지었다. "동족이 아냐. 넌 생김새부터가 그들과 다르다. 구시대의 것이니까. 하다못해 주어진 시간 조차도 다르지. 너도 그리고 나도……. 이 새로운 세상에서, 숨가쁘게 돌아가고 변해 가는 이 세상에서… 언제나 그대로 멈춰버려 움직이지 않는 영원한 삶 따위를 가진 존재란 배척 받을 수밖에 없는 거야." 카나인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댔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삶을 약속받은 존재는 당신과 나 말고도 하나 더 있잖아요. 초 대 용왕. 레드 일족의 강하고 아름다운 왕 말이죠." "그래서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너도 잘 알고 있을 테지?" 라인더스의 그 말에 카나인은 입을 다물었다. 카나인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되어 버렸는지. 그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영생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세상,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활기가 넘치고, 급속하게 변하고, 움직이고, 돌아가는 세상에 영생은 어디서든 환영받을 수 없다. 불멸의 자신들과 는 다르게 너무도 빨리 사라져 가는 필멸의 존재들, 순식간에 나타나서 마음을 느슨하게 낮춘 사이에 어느 샌가 곁으로 성큼 다가온다. 그리고 어느새 저만치 멀어져 버린다. 잡으 려고 해도 잡을 수 없고, 쫓아가려 해도 쫓아갈 수 없다. 흐르는 시간 자체가 다른 것을. 행복은 찰나, 그러나 슬픔은 영원하다. 불멸은 그래서 언제나 슬플 수밖에 없는 것을… 이 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한 그는 주어진 영생을 견뎌내지 못했다. 세상과 함께 나이를 먹 어간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몸을 옭아매고, 그가 아는 최대한의 마법으로 자신의 몸에 상처를 주고, 봉인 의 사슬을 온 벽에 감고 자신의 몸에 못을 박아 넣어 날개를 접고, 몸을 웅크린 채 어두운 암흑으로 끝없이 빠져드는 늪 속에 갇혀서 잠이 들었다. 그것이 그가 선택한 삶. 살아 있는, 그러나 잠든 '용족의 신으로써'……. 그는 결국 몸을 봉인하는 그 마지막까지 길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안타까움과 가여움에 마음이 아팠다. 그는 과연 깨어날지, 아니면 그대로 '영원히' 잠들어 있을지……. 카나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은 단지 익숙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 다. 주위에 함께 할 수 있었던 자가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다. 카나인 은 애써 그것을 라인더스에게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니까요, 우리는 둘이잖아요. 그러나 그는 언제나 혼자니까……. 그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겠지요. 만약 그의 곁에 영생을 가진 또 다른 자가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가 있었다." 라인더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손을 내밀었다." 반복해서 말했다. "그러나 그걸 거부한 건 그였지." 그랬다. 그 때, 이미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지만, 어쨌든 그의 곁에는 카나인과 라인더 스가 함께 있었었다. 손을 내밀었었고, 함께 가기를 이쪽에서 먼저 원했었다. 그는 분명 원 한다면 얼마든지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카나인, 그리고 라인더스와 함께 영 원한 삶의 길을 걸어갈 수 없었다. 아무리 그가 영원에 닿아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는 '새로운 세상'에 속해있는 존재. 구시대의 잔재나 다름없는 불멸 따위에 매여 있을 수 없다. "그럼… 그 분께선, 그가 이렇게 되어 버릴 줄, 알고 계셨을까요?" 카나인이 힘없이 물었다. "글쎄……." 차분한 웃음이 라인더스의 얼굴에 머물렀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부드럽게 웃었다. 귀밑에 서 찰랑이는 그의 짧은 검은색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렸다. 갑갑한지 남색 로브 자락을 걷어내자 하얗고 단정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가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래도 지금 마 시고 있는 공기는 새로운 세상의 것. 더욱 상쾌했다. "저기… 당신은 나보다 많이 살았으니까…… 알지도 몰라요." "무엇을?" 무심하게 스쳐 가는 듯한 시선으로 카나인을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침묵 뒤에 라인더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너보다 많이 알지 않아. 우린 서로 너무도 많이 살아왔으니까, 누가 조 금 더 많이 살고, 적게 살고는 의미가 없는걸." 바람이 불어 카나인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것은 전혀 변하 지 않았다. 카나인과 라인더스의 능력은 여전했으며, 이제는 구시대의 것이 되어버린 카나 인의 요정으로써의 능력도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단지 그들과 계약했던 정령들이 모 두 사라져 버린 것만 빼고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이렇게 되었는데 세상이 바뀐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든 것이 바뀌었다지만 구시대를 살 아가던 자신들에게는 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실제로도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자신들은 구시대의 잔재나 다름없는 '불멸'을 얻었다……. 카나인의 어깨가 힘없이 축 처졌다.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보다 오래 산 라인더스에게 기 대고 싶은 건 이기심이겠지. 불멸의 존재라곤 단 둘뿐인 이 세상에, 최소한 동등한 위치에 서 주어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자꾸 의지하게 되어 버린다. 카나인이 자신 없는 목 소리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내가 모르는 것을 당신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걸." 그런 카나인의 말에 라인더스가 로브 자락을 걷고 카나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라인 더스의 회색 차갑고 냉정한 눈동자와 카나인의 남색 상냥하고 부드러운 눈동자가 맞부딪 쳤다. 라인더스는 언제나 저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굉장한 신뢰, 절대적인 믿음… 하지 만 그 자신은 그런 신뢰를 받을 만큼 강하거나 믿음직스럽지 않은데, 오히려 그쪽에게 기 대어 포근한 안식을 찾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그 눈빛을 알기에, 그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을 거부할 수 없기에, 언제나 강한 척, 언제나 믿음직스러운 척…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양 침착하게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래서, 네가 모르는 그것은 무엇인데?" 사실 조금 더 산 것 정도로는 이런 것, 알 리가 없는데……. "그 분들에 대한 것." 더 이상 그 슬픔을 견딜 수 없기에 영원한 잠으로 빠져 들어가 버린 그들의 창조주. 차라 리 울 수 있다면, 하고 얼마나 애원했던가. 차라리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하고 얼마나 바 래 왔던가.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는 거지?" "그 분들은… 언제가 되어야 다시 깨어나실 수 있을까요? 정말로 '영원히' 잠들어 버린 걸 까요? 아니면 완전히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신 걸까요? 우리, 다시는 그 분들을 뵐 수 없 는 거겠죠… 역시나." "정확한 건 나도 몰라. 하지만 그분들은 절대 죽지 않아. 사라질 수 없어. 마지막이 없으니 까, 정말로 영원히 잠들어 버리신 거지. 스스로의 가장 강력한 힘으로 몸을 봉인해서……. 그것을 풀지 않는 이상은 깨어나실 리가 없지. 물론 누군가가 봉인을 풀어 버린다면 그분 들도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실 테지만……." 라인더스가 웃었다. "그 누가 그분들의 가장 강한 힘으로 만들어진 봉인의 술을 깰 수 있겠어?" 그게 당연하다. 그들은 이 세상뿐이 아니라 모든 것의 처음, 그들보다 강한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할 수도 없다. 그들의 힘을 비껴가게 되어 버린, 너무나도 아이러니컬 한 오류인 라인더스라는 '신이 창조해낸 생명'이 존재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들의 힘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결국에는 신조차 그들이 만들어 낸 바보 같이 세상의 흔적에 묻혀 버 린 그림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새로운 창조주, 새로운 '카오스'가 생겨나지 않는 이상은, 절대 그들의 봉인을 풀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누구도. "억울해요!" 카나인이 외쳤다. "무엇이?" "우리에게 이렇게 불멸 같은 것을 줘 버리고, 자기들끼리만 잠들어 버리고, 남겨진 우리의 마음은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게 아무 것도 알려고 하지 않고 우리만을 남겨둔 채 잠 들어 버리기나 하고……." 그렇게 잠들어 버리면, 남겨진 자의 슬픔 같은 건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고, 끝없는 잠 속 에서 언제까지나 행복한 꿈만을 꾸면서 살 수 있다. 머릿속에서 복잡한 생각 따위 할 필요 도 없고, 슬퍼할 필요도 물론 없다. 단지 꿈속에서 행복하게 웃으며 몸을 웅크리고 더 깊 은 잠의 늪 속으로 빠져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불공평하게……." 그러나 결국에 꿈은 꿈일 뿐……. 아무리 애원해도 잠에서 깨어나면 그걸로 끝나 버리는 한순간의 망상일 뿐이다. 그래서 창 조주들은, 그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지 않도록, 그것이 단순한 꿈일 뿐이라는 사실을, 결코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싶지 않기에… 잔혹한 현실을 외면해 영원한 잠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잠만 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카나인이 중얼댔다. 그 상냥한 눈동자가 슬픔으로 흐려졌다. 정말 그렇다. 잠만 자는 것으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들이 잠들어 꿈속으로 빠져버린 건 아마도 '어차피 잠드나 잠들지 않나, 결과는 똑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이 아닐까? "억울해요…." 둘의 발걸음이 멈췄다. 라인더스가 애써 밝은 척 하며 축 처져 있는 카나인의 어깨를 툭 쳤 다. 카나인이 깜짝 놀라 라인더스를 돌아보았다. 라인더스는 그답지 않게 미소지으려 노력 하며 카나인에게 말했다. "뭐, 그러면… 우리는 계속 강해지고 있는데 비해 그분들은 더 이상 강해지지 않으니까, 엄 청나게 강해져서 봉인을 깨트려 버릴까?" "예에!?" 너무도 엄청난 소리에 카나인이 눈을 크게 뜨고 라인더스를 바라보았다. 그 굉장한 반응 에 라인더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의 이런 모습은 그렇게 오랫동안 같 이 있었는데도 처음이라서 카나인은 놀라 버렸다. "아니 뭐, 조금 억울하니까. 우리가 정말로 강해져서 봉인을 풀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정 말 짐작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시간이 흘러야 할 텐데, 그렇게 오랫동안 자고 일어났으 면 기억도 희미해졌을 테고 말야, 지금 이대로는 억울하잖아. 우리는 그분들처럼 잠들 수 도 없으니까 말이지……." "아, 아하하, 아하하하. 그렇군요." 카나인이 실없이 웃어 버렸다. "그렇게 되면, 우린, 목표가 생겨 버린 건가요?" 그냥 단지 걷기만 하는 건, 조금 허무하니까… 심심하고 재미없으니까…… 목표가 있다 면, 그 단조로운 일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켜 줄 수 있을 게 틀림없다. 그렇게 목표에 도달 하기 위해 주욱 걷는 것은 분명히 지겹고 힘들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최소한 지금의 이 허 무한 삶보다는 낳을 것이다. "목표…라." 기왕 이렇게 된 것, 목표를 가지고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끝이 없는 그 길의 어 딘가에 목표점을 지정해 놓고 걸어가 보는 것이다. 단지 그 목표는 까마득히 먼 곳에, 보이 지도 않는 곳에 만들어 놓아야만 한다. 그래야 주어진 이 긴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래도 그게 더 낫겠군요. 그렇죠?" -- 징하게 길군요. (둥) 일단 이것으로 블러드 엔젤은 디앤드. 라고 믿고 싶습니다만;ㅁ; 정말 남은 17페이지를 어떻게 때우지요?;;; 앞부분이나 수정해야겠습니다... 길게 늘..려야겠죠;; (가뜩이나 지겨운 글이 점점 늘어나는군요;) 블러드 엔젤 후기 <후기> 안녕하세요, 바보 같은 작가의 바보 같은 후기입니다. (死) 이제 이 5권을 마지막으로 지겹 게도 질질 끌어왔던 블러드 엔젤이 완결이군요. 무언가, 글을 완결한 것은 단편 빼고는 처 음이라 굉장히 감동이면서도 속시원한 기분입니다. 그 동안 이 녀석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많았던 지라, 이제 그것들을 하나하나 해 나갈 생각을 하니 벌 써부터 제 앞길은 장미꽃이 뿌려진 찬란한 길… 이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질 않는군요. (웃 음) 마지막 부분은 마릴린 맨슨의 Rock is dead라고, 굉장히 정신없는 노래죠. 여하튼 Rock is dead를 들으며 썼기 때문에 정말 정신없게 되어 버렸습니다만, 그래도 감동적이었다 고 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쓰다 보니 저마저도 알 수 없게 완전히 뱅글뱅글 머리 아픈 글이 되어 버렸거든요. 후기를 쓰는 지금은 마그나카르타의 엔딩송인 Time passes by를 듣고 있는데요, 노래를 들으며 쓰다보니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사무쳐서 감동적입니다. 게임, 아포크리파 제로와 워 크래프트 3에 유혹 받아가면서도 겨우 마지막 마감을 무사히 (응? 정말?) 끝마치게 되어 감동입니다. 이번 마감은 시험이 끝나고 4일 뒤여서 훨씬 촉박 했습니다. 더구나 생일까지 겹쳐 버렸고요. 그래서 이렇게 굉장히 늦어 버렸지만, 화내시 지 않던 편집장님, 죄송합니다. 속 편하게, 별 생각 없이 시작했던 글이 이렇게 출판까지 가게 되었을 때도 무언가 묘한 기 분입니다만, 또 이렇게 완결까지 내게 되자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굉장히 기분이 이상하네 요. 제가 이런 걸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고, 또 '작가'라는 기분이 들게 된 것도 정말 상상도 못 했었습니다. (웃음) 글을 쓰면서 참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저 나름대로 발전도 많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네, 저 나름대로… 말이죠. 사실은 글을 쓰게 된 동기가, 인터넷을 막 처음 시작했었던 터 라 좀 더 많이 친분을 쌓고 싶어서 쓴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판타지에 관련된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고, 나름대로 다른 작가 분들과도 많은 친분을 쌓게 되었습니다. 또, 독자로써 혹 은 친구로써 여기까지 험난한 길을 함께 걸어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 사드려요. 글이 작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 알게 되었습니다. 인물들 나름대로의 특색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저는 그것을 굉장히 못하는 것 같더군요. 더욱 더 노력 해야겠지요. 결국에는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마지막이 되어 버렸고, 제목조차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가장 큰 오류) 많은 분들이 2부를 쓸 것이냐고 물어보셨는데, 2부 계획은 없고요, 계획할 일도 없을 겁니 다. 더 이상 이 글을 붙잡고 질질 늘어지고 싶진 않고요, 제가 워낙에 이렇게 여운이 많이 남는 마지막을 좋아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더 이상 이 글을 쓰라고 하면 지겨워서 못 쓸 것 같군요. (웃음) 그리고 역시나 많이 물어봐 주셨던 다음 글 계획도 현재는 없습니다. 쓰게 된다면 굉장히 노멀한 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일단 거의 모든 활동은 동인계에서 할 생각입니다. 당분 간 판타지는 쓰고 싶지가 않아서요. 판타지 쪽은 Fantasy Pia에서 거의 모든 활동을 할 생 각이고요. (개인적인 이야기로 빠지고 있음) 여기서부터는 Special thanks to…. (웃음) 블러드 엔젤이 여기까지 오게 도와주신 해우 출판사의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요. 특 히 언제나 마감 안 지켜서 뻘뻘 땀을 흘리는 제게 화도 내지 않으시고 언제나 웃으시면서 도와주신 편집장님, 고맙습니다!! 글에 대해 충고 많이 해주시고 출판사 갈 때마다 친절하 게 대해 주신 사장님도 감사합니다^^ 마감 때마다 힘내라면서 어깨 툭툭 쳐주던 친구 윤정이랑 수영이도 고맙고, 연재 처음 시 작할 때부터 연재 끝나는 오늘까지 함께 해준 휘프노스 언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요. 특히 저도 기억 못하고 있었던 연재 시작 일 - 2000년 12월 24일 - 을 기억해주고 있던 터라 너무 고맙네요.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이브. (웃음) 언니, 이제 연재 끝났으니 시간 나 는 데로 1권부터 5권까지 소포로 부쳐줄게. 그런데 요즘에 언니 홈페이지 자주 못 가서 미 안해. (머쓱) 그리고 알게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요번 마지막 마감 때 계속 곁에 있어 주면서 MSN Messenger로 힘내라고 말 걸어주신 시나님, 감사합니다. 판타지에 별로 관심이 없 으셨는데도 제가 MSN, Messenger 들어갈 때마다 시나님이 옆에서 관심 가져주시고 힘 내라고 말 걸어주신 거 절대 안 잊을게요. 제가 몸담고 있었던 Fantasy Pia의 테드오빠랑 또 그 외 모든 분들도 고마워요. 쉬엄쉬엄 하라면서 웃어주신 엄마도 고맙고요, 마감 중인데 게임 하자면서 유혹한 동생 녀 석, 넌 안 고마워! 완결까지 모두 함께 해준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작가 녀석은 이제 친구와 같이 노래방이나 가야죠. 여기까지 함께 해 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