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이이제이(以夷制夷) 2. 격동하는천하 3. 아련한기억 4. 몽고로가는길 5. 진실과 거짓 사이 6. 이어지는 인연 7. 흑풍대의 분전과 오해 8. 무림연합과 대금제국군의 충돌 9. 쓰레기 문파 천지문의 심법 10. 대(代)를 이어가는 우정 11. 뜻밖의 결투 12. 소림으로 돌아온 괴승 13. 개방도의 작당모의 14. 어울리지 않는 동행 15. 야반도주 16. 한 가지 부탁 이이제이(以夷制夷) 무림맹주와 무림사에 길이길이 남을 협정을 맺은 묵향은, 협정을 마친 무림맹주 일행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며 투덜거렸다,. "젠장, 그 빌어먹을 장인걸 때문에 내가 저런 쓰레기들과 손까지 잡아야 하다니......." 곁에 서 있던 군사 설민은 묵향의 눈치를 살피며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어쩔수가 없지 않습니까. 제 아무리 본교의 힘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거대한 제국을 상대로 혼자 싸울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겟습니까" 그 말에 묵향의 안색이 더 일그러지자 설민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다급히 말을 이엇다. "교주님께서 이번 협정에 대해 너무 마음 상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금과의 전쟁 대부분은 정의를 부르짖는 저놈들에게 은글슬쩍 떠넘기고, 본교는 배신자 장인걸을 잡는 데 전력을 다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설민의 그 말은 마음에 드었는지 묵향은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묵향은 발길을 돌려 수하들과 함꼐 감숙성 분타로 이동했다. 감숙성 분타는 철영 부교주가 오래 전에 몰래 건설해놓은 곳이였기에 현재 무림 각지에 건설되고 있는 타 분타들과는 달리 철통같은 방어진을 이미 갖춰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관지 장로가 흑풍대를 거느리고 비밀리에 이동하여 대기중이었다. 감숙분타에 도착한 묵향은 관지 자올를 은밀히 불렀다. "관지 장로" "예 교주님" "그대는 흑풍대를 이끌고 무한에서 양양성으로 이어지는 방어선을 지키도록 하게나" 묵향의 말이 떨어지자 관지 자올의 몸이 끓어오르는 격동에 부르르 떨었다. 완전무장을 갖춘 흑풍대를 이끌고 감숙분타 에 대기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관지는 이미 이런 명령이 떨어질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는 것과 그것이 명령이 되어 자신에게 하달되었을 때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묵향의 명령은 짧았지만 그의 자금은 주군에 대한 감동과 다시금 대송제국을 위해 한몸 바쳐 싸울 수 있다는 충성심 에 불탔던 것이다. "옛, 목숨을 걸고 명령을 완수하겠나이다." "아 목숨을 걸 필요까지는 없네, 자네는 본교에 아주 소중한 인재니까 말일세 자네는 한 가지만 주의해주면 돼 본교가 개입했음을 장인걸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 알겠나?" "옛 교주님의 말씀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네만 믿겠네, 어찌되었건 한시가 급하니 지금 바로 떠나는 것이 좋을 게야." "존명!" 관지가 서둘러 흑풍대가 대기하고 있는 막사를 향해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묵향은 미소를 지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마교에 몸 담고 있기는 했지만, 그는 황실에 대한 충성심과 대송의 앞날을 걱정하는 진정한 장수였다. "관지가갔으니 아마도 장인걸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방어선이 무너질 일은 없겠지" 묵향은 혼잣말로 중얼거린 후, 뒤돌아서서 설민 군사에게 말했다. "자 이제부터 금을 박살낼 계책이나 의논해보기로 할까?" 그러자 설민은 약간 난감한 기색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상대는 문파가 아니라 불붙듯 강렬한 기세로 일어서고 있는 거대한 제국입니다, 교주님, 아무리 무림맹과 연합했다고는 하나 쉬운 상대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거기에다가 더욱 안 좋은 것은 송 황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설민의 자신 없어 하는 말투에 묵향의 인상이 팍 일그러졌다. "이런 망할! 자네는 머리는 좋은데 왜 그렇게 소심한가! 쯧쯧, 설무지는 안 그랬는데 어찌 그 핏줄에서 저 모양인지 모르겠군 잘 들어! 문파나 국가나 다 똑같은 거야, 그놈들을 거대문파 그러니까 무림맹이 조그 더 커졌다고 생각하고 기탄없이 말해보란 말이야!" 묵향의 질책에 설민은 얼굴을 붉히며 슬쩍 고개를 숙였다. 하필이면 아버지와 비교해서 말하다니...... 사실 지략으로만 따진다면 자기 아버지를 능가한다고 자부하는 설민이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의 아버지와 그가 처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다. 설무지는 묵향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자신의 계책을 한없이 펼쳐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설민 은 어떠했나? 교주는 행방불명이 된 상태였고, 고집불통의 늙은 아버지와 범과 용같이 무섭기 짝이 없는 말 안 듣는 부교주들 사이에 끼어 수많은 눈치를 봐야만 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가 군사의 자리에 올라쓸 때 두 부교주간의 힘의 군형 을 맞추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만약 거기에 실패했다면 마교는 곧장 내전으로 치달았을 테니까 대국적 견지에서 마교의 중흉을 꾀하는 것도 좋다. 설민도 그걸 잘알고는 있었지만, 실행할 여우조차 없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아슬아슬하기 그지없는 마교의 상황을 유지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너무나도 벅찬 일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오랜 세월 지속되다 보니 자연 설민은 윗사람의 눈치를 보는 성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의 성격이 그렇다고 해도 그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묵향의 말에 울컥하지 않는다면 그가 사람이 아닐 것이다. 설민은 마음을 굳게 먹고 묵향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처음에는 제법 컸던 목소리가 말이 이어질수록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다. "병법에 이르기를적의 기세가 강할 ‹š는 피하라고 했습니다. 정면에서 승부하는 것보다는 그들을 피로하게 하여 자신들이 지닌 바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선결과제일 것입니다." 묵향은 짜증스럽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이야! 그 방법을 말해보란 말이야!" 묵향의 노성에 찔끔한 설민은 아까보다 더욱 작아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속하의 생각으로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병법을 쓰는 것이 어떨까 하는데......" "뭐! 이이제이?" 아무래도 묵향의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의 생각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듯하자 설민은 고개를 팍 숙이고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왜 묵향의 말에 자신이 울컥했는지 가슴을 치고 싶은 설민이였다. "예, 그러니까 이쪽에서 금을 치기 전에 먼저 이민족들의 힘을 빌리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금은 이민족도 상대해야 하고, 이쪽 도 상대해야 하고......" "그렇지, 바로 그거야! 홍진장로" 설민의 생각과는 달리 묵향은 이이제이의 계책이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마교의 정보를 총괄하고있는 미마대 대주인 홍진 장로를 불렀다. "예, 교주님." "금을 칠 만한 세력이 있는가? 참, 그러고 보니 요의 잔존세력들이 아직 남아있다고 들었는데 그들의 세력은 어떤가?" 묵향의 질문에 홍진 장로는 자신이 아는 대로 대답했다. "그들을 이용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직 남아있기는 하나 현재 잔존하고 있는 요의 세력은 조만간 붕괴될 것이 확실합니다. 뛰어난 인재가 있어 구심점 역활만 제대로 해준다면 애기가 틀려질 수도 있母윱求摸?..... 현 상황에서 인재를 키울 여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흠 그렇다면 요의 잔존세력은 도무지 도움이 안 된다 그거로군 그렇다면 고려는 어떤가?" 고려라는 말에 홍진 장로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고려의 군사력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괜히 금과 전쟁을 해봐야 잃는 것이 많아도 얻을 것은 하나도 없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계책을 묵향이 받아들인 듯하자 설민은 자신감을 얻었는지 슬쩍 입을 열었다. "교주님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고려는 불가능하겠지만 몽고족이라면 이야기가 틀리지 않겠습니가? 교주님께서도 잘 아시다 시피 그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자들입니다. 이쪽에서 뭔가 그럴듯한 대가만 약속해준다면 전쟁쯤이야 불사하지 않겠습니 까?" 설민의 말에 묵향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대송제국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지도 않았지 않은가? 더군다가 몽고를 일통할 만한 실력자도 없다고 들었는데......" 오래 전 찬황흑풍단에 소속되어 자신의 손으로 몽고를 휩쓸었던 묵향이었기에 설민의 의견에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홍진 장로 또한 설민의 의견에 찬동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흠, 설민 군사. 내가 맡은 정보로는 몽고쪽도 힘들 것 같소 누군가가 몽고를 일통할 만큼 큰 세력을 지닌 것도 아니고 군소부족들은 각자 족장의 뜻에 따라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이전투구(泥田鬪狗) 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오 특히 몽고의 동남쪽에 위치한 족장들은 상당수 금쪽에 붙기 시작하고 있다고 들었소. 그들로서는 금과 연합하여 요의 잔당을 치는 것이 매우 실속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오" 그 말에 자신 있게 앞을 나섰던 설민의 고개가 팍 수그려졌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묵향이 홍진 장로에게 물었다. "가장 금에 협력적인 부족은 어딘가?" "몽고에서도 흉폭하기로 손가락에 꼽힌다는 타타르 부족입니다." 묵향은 빈정거리듯 말했다. "호오, 흉폭하기 그지없다고? 그렇다면 원수질 일 또한 적지 않았겠군, 그 주위에 있는 족장들 중에서 타타르 족이라면 이를 가는 족장들이 당연히 있을거야, 안 그런가?" "물론 그런 부족도 있습니다. 테무진이라는 젊은 부족장이 타타르족 사람들을 가장 증오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가 지닌 세력 은 너무 보잘 것이 없어......" 홍진 장로는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묵향의 생각은 달랐다. 묵향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 왜 그렇게 증오한다고 하던가?" "그의 아버지를 독살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묵향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흠 과연 증오할 만도 하군, 그래 그가 몇 살 때 아버지를 잃었지?" 왜 그런 것을 교주가 궁금해하는지 의아해하면서도 홍진 장로는 성실하게 대답했다. 사실 묵향이 행방불명이 된 후 비마대는 그를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투자했다. 심지어 개방이나 무영문쪽의 정보까지도 슬그머니 사들였을 정도였으니 더 이상아 말이 필요 조차 없을 것이다. 그랬기에 홍진 장로가 몽고의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언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가 어렸을 때라는 것은 확실한 모양입니다." "좋아 바로 그 녀석으로 하자구. 몽고는 그야말로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야 아무리 뛰어난 족장이었다고 해도, 그가 죽은 후 그의 부족이 유지되었을 리가 없지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게 정상이니까 말이야 그런 와중에 젊은 나이에 자신의 힘으로 그 정도까지 세력을 키운것을 보면 보통 놈은 아니야 조금만 도와주며 타타르를 박살내 버릴 거야" 묵향이 태무진을 선택한 데는 과거 몽고 원정 때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철진천이라는 거목 뒤에서 기습해서 척살하자 마자 그를 따르던 몽고부족들은 순식간에 부너져버렸지 않았던가 그들에게 있어서 이미 죽은 자에 대한 의리 따위는 눈꼽만큼도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몽고의 대지는 척박했기 때문이다. 더군다가 흉폭하기 그지없다는 타타르 부족이 그 아버지를 죽이고 후환이 될지도 모르는 그의 핏줄을 살려둘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세력까지 유지하고있다면 테무진이라는 부족장의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묵향은 홍진 장로가 던진 말 몇 마디에 테무진이 충분히 이용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금에 협조적인 부족을 없애려면 어차피 누군가를 하나 택해서 키워줘야했다. 그래서 타타르 부족을 가장 증오하는 자를 물어본 것이 였는데, 그 부족장이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느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묵향이 고개를 주억거자 설민과 홍진 장로는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들로서는 교주가 왜 세력도 미미한 테무진이라는 부족장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묵향은 자신의 생각대로 테무진이 타타르를 박살냈을 ‹š를 가장해 봤다. "아마 그 때쯤이면 장인걸이 요를 끝장내버렸을 거야 요가 없어지면 몽고와 금은 국경을 마주하게 되지 그때 태무진을 충돌질해서 금을 괴롭히게 만든다면......" 생각을 정리한 묵향은 곧장 고개를 설민 쪽으로 돌리며 지시했다. "홍진 장로가 말한 그 테무진이라는 족장을 우리쪽으로 끌어들여라 물론 타타르 부족을 상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겠다며 말이야" 설민은 묵향의 명령이 납득되지는 않았지만 하늘 같은 교주의 명령에 감히 토를 달지 모 ㅅ하고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옛 교주님" 묵향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장인걸 그 광활하기 그지없는 대지를 모두 다 지키려면 쉬운 일이 아닐거다 흐흐흐" 혼자 좋아하고 있는 묵향을 향해 홍진 장로가 난처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교주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물론 테무진이 이이제이 병법의 적임자일 수도 있지만 그의 세력은 너무나도 보잘것이 없습니다.오히려 세력이 큰 케레이트 족의 수장 옹칸을 끌어들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는 남부 몽고에서 가장 강 대한 세력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송과 교역을 해왔기에 협상의 묘미를 잘 알고 있는 족장입니다. 그렇기에......" 묵향은 더 이상 들을 것 없다는 듯 확정적으로 말했다. "본좌는 테무진이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홍진은 필사적으로 간언?다 사실 그가 생각했을 때 교주의 계획은 너무나도 실현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를 끌어들어 봤자 본교의 지원이 없다면 그다지 쓸모가 없지 않겠습니까? 어느 정도 타타르와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려면 무사나 물자를 지원해줘야 할 텐데, 그렇다고 본교의 무사를 보내줄 수도 없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그가 있는 곳은 몽고 의 동북부입니다. 물자를 지원하는 것도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닙니다. 교주님" 홍진 장로는 동의를 구하려는 듯 설민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설민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고개를 돌려 홍진 장로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 못브에 홍진 장로는 내심 설민에게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 "태무진을 어느 정도의 세력까지 키워주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막대한 양의 물자를 지원해줘야 하는데 그 물자를 어떻게 전달한단 말입니까? 두ㅡ넓ㅇ느 몽고벌판을 가로질러야 합니다. 충분한 호위를 붙여야 할 텐데, 언제 장인걸과 전면전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많은 고수들을 –E 수 있母윱歐? 잘해봐야 자성만마대가 한계일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정도 세력 이 이동한다면 장인걸이 눈치챌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장인걸 또한 사방에 첩자들을 깔아놨을 테니 말입니다." 홍진 장로의 말이 끝나자 딴청을 피우던 설민이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홍진 장로의 의견도 일리가 있습니다. 물자를 호위하기 위해 많은 무사들을 움직인다면 무영문이 눈치챌 게 볼 보듯 뻔합니다. 무림맹가 협야글 맺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아무 해명 없이 그 정도의 세력을 움직인다면 괜한 의심만 살 수도있습니다." 설민의 말에 묵향도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곧 무슨 생각을 했느지 설민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본좌가 직접 이 일을 처리하겠다. 무림맹과 장인걸의 눈을 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병력으로움직일 것이니 군사는 장영길 장로에게 통보해서 자성만마대 대원들 중에서 5백명만 차출해 두라고 일러라." "교, 교주님 그 정도 일로 교주님께서 직접 가신다는 것은......" "왜, 본좌가 가면 어때서? 본좌가 못미덥다는 말이냐?" 홍진 장로는 당황한듯 고개를 저었다. "저 절대로 그런 뜻은 아닙니다. 교주님 교주님꼐서 가신다면 무슨 걱정이 있母윱構? 하지만 지금 교주님께서 자리를 비우신다는 것이......" 묵향은 손을 쓱 처들며 홍진 장로의 말을 막았다.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몽고에서의 일을 끝낸 후 곧바로 남하할 테니 남은 일은 너희들이 잘 처리해주리라 믿는다 만약 돌아왔을 때, 일처리가 시원치 않았을 때는......" 그러면서 묵향은 힐끗 설민과 홍진 장로를 노려봤다 그러자 그들은 찔끔하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母윱求? 교주님" 사실 묵향이 자리를 비울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막강한 본교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격동하는 천하 정사를 대표하는 거두들이 사이좋게 협정서를 교환한 역사적인 날 묵향은 바로 그날 흑풍대를 파견한 후 다음에 시행할 작전을 수립한다고 바빳다. 그렇다면 철천지 원수지간인 양쪽이 협정서를 맺도록 도와준 옥화무제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양쪽에서 사례로 받은 선물들을 앞에 수북이 쌓아두고 득의만만한 미소를 띠고 있었을까? 사실 그러고 있어야 함이 정상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녀는 지금 끓어오르는 울화를 삭이느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상태였다. 옥화무제는 이가 갈리는 듯한 암울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지금 뭐라고 했지요?" "그러니까... 지금 남경에서 고종꼐서 즉위식을 올리셨다고......" 옥화무제는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참지 모˜린渼쩝?자신이 앉아있는 의자의 손잡이 부분을 꽉 움켜쥐었다. 그만큼 지금 총관의 보고가 그녀의 속을 뒤집어 놓았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정강의 변으로 황제와 상황제 그리고 대소신료들은 모두 다 금에 잡혀가버 렸어요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황실의 인물을 끄집어내어 무조건 즉위식만 올리면 되는 것이였는데 그걸 본문이 주도하지 못 했다는게 말이나 되요?" "하... 하지만 정강의 변 이래 워낙 많은 일들이 갑작스레 벌어졌고,,, 그리고 태상문주님께도 자리를 비우셨던 터라......" 콰직! 옥화무제가 움켜쥐고 있던 의자의 손잡이 부분이 그녀의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거친 소리를 내며 터져나갔다, 울화를 참지 못 한 옥화무제가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너무 준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어쩔 수 없었던지 옥화무제는 이를 으드득 갈며 거칠게 탁자를 내리쳤다. "아무리 본녀가 없었다고 하지만 , 그걸 주도할 인물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말이 되나요?" 꽝! 그녀의 분노 어린 주먹에 탁자는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순간 보고를 올리던 총관을 찔끔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옥화무제는 그런 총관 을 한동안 못마땅한듯 노려보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수하의 모자람을 이제 와서 탁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휴우~ 본문의 규모는 더욱 커졌지만 너무나도 인재가 없군요 인재가......" 자신의 딸인 문주라도 그녀가 없는 동안 제대로 일을 처리했다면 상황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흐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영문이 한관 동관을 배후에서 움직여 천하를 농락할 수 있었던 것도 옥화무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옥화무제라는 존재가 없다면 그것이 가능 했을까? 옥화무제가 안타까워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과 같은 겅출한 인재가 무영문에 한 명 더 없다는 사실이. 황제 상황제와 함께 고위관료 3천명이 금에 끌려가버린 지금 송은 먼저 황제를 즉위시킨 자가 권력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였다. 무영문은 정보단체인 만큼 끌려가지 않은 모든 황족들의 위치도 알고 있었고 그 중 하나를 황제로 즉위시킬 힘도 지니고있었다. 그런데 무영문이 비상할 수 있는 그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그런 옥화무제의 분노 어른 눈길을 받으며 총관은 그것이 모두 자신의 책임인양 고개를 들지 못했다. 총관을 날카롭게 노려보단 옥화무제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했ㄷ. 사실 이 모든 것이 총관의 잘못은 아니지 않는가 자신의 딸인 문주의 잘못이요 또 손녀인 부문주의 잘못이었다. 그리고 문주와 부문주를 제데로 보좌하지 못하고 있는 그 나이만 헛 먹은 장로들의 잘못이기도 했다. 노력은 했지만 아직 울화가 가라앉지는 않았는지 옥화무제의 목소리는 거칠게 흔들렸다. "그래 누가 신황제를 옹립하는데 두축이 된 것인가요?" "진회라는 자입니다." 잠시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떠오르지가 않았다. "진회? 그가 어떤 인물인지 철저히 조사해보세요" "이미 조사해보라고 이렀습니다. 현재까지 올라온 자료를 봤을 때 지방의 하급관료로서 그렇게 특별한 데는 없는 인물인 듯합니다." 총관의 말을 듣고 보니 오히려 이제는 허탈한 심정까지 드는 옥화무제였다. 아예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지방의 하급관료 따위가 황제를 옹립하다니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총관을 향해 입을 열었다. "허 그런 인물이 황제를 옹립하도록 그저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니......" 총관은 다시 고개를 푹 수그리며 입을 열지 못했다. "그와 접촉을 한번 해보세요 이렇게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닙니까?" "예 명대로 따르겟습니다. 태상문주님" "아참 그리고 혹시 신황제에 불만을 품고 있는 황족이나 세력이 있는지 조사해보도록 하세요 만약 진회라는 자가 우리과 손을 잡기 거부한다면 그쪽으로도 생각해봐야 할 테니까요" "옛" 바로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총관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재빨리 문쪽으로 갔다 밖에 서 있던 문사차람의 중년인 하나가 총관이 나오자마자 귀에다가 뭔가 소곤소곤 소식을 전한 다음 총총히 물러갔다 총관은 재빨리 되돌아 와 태상문제에게 방금 들어온 정보를 전했다 마교와 관련된 특급 정보였던 것이다. "방금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마교의 흑풍대가 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마교에 흑풍대라는 단체가 있음을 알고 있는 자는 극소수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20여 년 전 마교의 내분 때만 활약했을 뿐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영문의 경우 마교에대해 유독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터라 이미 그들의 정체 를 알고 있었다. 그건 묵향의 공포스러운 능력을 일찍이 간파한 옥화무제의 명에 의해 마교와 관련된 것이라면 아무리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정보를 긁어모았기 때문이다. "흑풍대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건 이미 옥화무제가 예상하고 있던 것이었다. 마교의 실질적인 목표는 금이 아니라 장인걸이었다. 장인걸도 바보 가 아닌 이상 마교가 개입했다는 것은 눈치챈다면 모종의 대비를 해올 것이 분명했다. 그것을 미리 차단하려면 장인걸의 촉각에 걸리지 않을 만큼 마교의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강력한 단체를 파견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모든 조건을 갖춘 것은 마교 내에서 흑풍대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흑풍대의 간부들은 모두 다 찬황흑풍단의 무장 출신이었다. 금군을 상대로 한 대규모 접전에도 경험이 풍부할것이 분명했다. "예, 난주 인근의 관도를 빠른 속도로 이동중인 것이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은 옥화무제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흑풍대는 통상적인 마교의 단체들과 달리 엄청난 중무장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기마대이기에 아주 눈에 잘띄는 무력단체였다. 그런 그들이 십만대산 주위가 아닌 난주 인근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은 마교와 무림맹이 협정서를 조인 하기 훨씬 이전에 흑풍대가 움직이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분명 난주 인근이라고 했나요?" "옜! 태상문주님" "흠 그렇다면 그 정도 병력이 감쪽같이 숨어 있을 만한 규묘의 비밀분타가 그 근처에 있다는 말이군요 몇 개조를 투입해서 비밀 분타의 위치를 파악해 두도록 하세요 나중에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요" "옛" 묵향이 이토록 빨리 움직이기 시작할 줄이야 물론 장인걸에게 하루라도 빨리 복수가 싶은 그의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묵향 이 장인걸에 대한 복수를 완성했을 때 바로 그때가 금이 멸망하는 순간일 것이다. 장인걸이 없이 금이 버틸 재산은 없을 테니 말이다. 금의 멸망 "부드드득!" 금에 대한 일만 생각하자 도저히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지 그녀의 이빨리 갈리기 시작했다 그놈의 금 ‹š문에 자신이 얼마나 큰 피해를 당했던가 그녀 또한 묵향 못지않게 금에 대해 원한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흑풍대가 목적지에 최대한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도록 하세요" "옛" "그리고 난주쪽에서 중무장을 한 기마대가 움직이고 있다는것을 안다면 장인걸이 괴이하게 생각할 거예요 이쪽에서도 수많은 첨자 를 운용하고 있듯 저쪽의 첩자들도 사방에 깔려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들의 첩보망을 철저히 교란하도록 하세요"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몇 달 전 묵향에게 먼지 나게 쥐어터진 후 초류빈은 또다시 심기일전하여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것 외에는 그 꿈에 볼까 두려운 인간의 마수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왜 무공을 가르쳐주겠다는 그 말에 혹해서 이곳까지 따라왔는지 내가 미쳤지 젠장!" 초류빈은 식사를 마친 후 식사와 함께 보내진 독환 화주 3병을 마시며 푸념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묵향을 다시 만난 이후부터 느는 것은 무공이 아니라 주량이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솔잎을 헤아렸다는 것은 순 거짓말인 것 같고 뭔가 엄청난 무공을 비밀리에 수련한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씀 이야?" 아무리 주량이 늘었다지만 안 좋은 기분에 독환 화주를 계속 마시자 취기가 조금씩 올라왔다. 하지만 내공을 일으켜 억지로 취기를 억누르지는 않았다. 취한 기분에 속에 있는 불만을 이렇게라도 토해내지 않음녀 울화가 쌓이고 쌓여주화입마라도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Œm다시 술병을 들어올려 벌컥벌컥 들이킨 후 초류빈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울분에 참 어조로 외쳤다 "화경에 들었다면 그래도 중원에서 열 손가락에 들어가는 초강자잖아 젠장, 그런데 화경에 들면 뭘해! 그 빌어먹을 새끼에게는 통하 지도 않는데 그나마 성격이라도 좋으면 스승처럼 모시며 존경심이라도 갖지" 혼자 중얼거리던 초류빈은 생가할수록 울화가 치미는지 또다시 술병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취가가 오르자 슬슬 속에 쌓여 있던 불만이 거친 욕설과 함께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크아, 그나저나 예전에 사부가 말씀하시기를 무공을 대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성을 제대로 닦아야 한다더니 말짱 다 개소리였어 그렇지가 않다면 저 극악무도한 놈이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무공을 익히고있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설명이 안 되잖아" 초류빈은 묵향을 만나기 전까지 무공을 사사받았던 예전의 사부 즉 초씨세가의 전대 가주의 말을 떠올리며 투덜거렸다. 사부는 어느정도의 무공까지 숙달이 필요하지만 그 한계를 뚫고 깨달음을 얻어 무공을 태성하기위해서는 폭넓은 자연의 이해와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면서 명상을 통해 자연의 소리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초류빈은 고개를 흔들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딴 성질따위는 하나도 하지 않고 오로지 묵향에게 맞지 않겠다는 일념 그것 하나 만으로 악착같이 무공을 익혀 화경에 올랐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휴우~ 그 빌어먹을 놈 때문에 내 창창한 인생도 이렇게 비루하게 썩다가 종치게 되는구나 으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네 빌어먹을 새끼!" 얼큰히 취한 초류빈이 묵향을 떠올리며 이를 갈 ‹š였다. "뭐시라?" 갑자기 등 뒤에서 치미는 울화를 참고 있는 듯한 괴이한 울림을 간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 바로 뒤에 누군가 있었다 초류빈은 순간 취기가 확 달아다며 등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도대체 누가 있어서 자신의 지척까지 기척을 숨기고 접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초류빈은 도를 움켜쥐며 재빠르게 뒤로 돌아서며 외쳤다. "누구†n! 퍽! 초류빈은 순간 머리를 뒤흔드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얼마나 호되게 가격당했는지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돌아섬과 동시에 머리를 공격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픔보다는 어이가없었다. 화경에 다다른 자신이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는 하지만 상대가 이토록 가까이 다가설 ‹š까지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초류빈이 비틀거리며 일어설 때 억지로 울화를 참고 있는 듯한 억눌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초류빈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왠지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두려움에 떨어야 ?다 그만큼 그 목소리가 전해 주는 공포감은 소름 끼칠 만큼 끔찍했던 것이다. "네놈이 본좌를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단 말이지? 애써 무공도 가르쳐주고 먹여주고 입혀줬더니 하는 소리 봐라! 오냐 안그래도 장인걸 그놈때문에 짜증이 났었는데, 마침 너 잘 걸렸다. 이 배은망덕한놈 어디 죽어봐라" 순간 초류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제서야 상대가 누군지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상대가 누군지 확인된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그토록 무공을 익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묵향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력이 그저 원망스러울 따름이었ㄷ. 그리고 그런 무심시한 상대에 대해 아예 반항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자신의 무공이 어느 정도라는 자각보다는 상대가 안겨주는 공포감이 먼저 떠올랐기 ‹š문이다. 사실 아무리 묵향이라도 화경에 오른 초류빈의 감각을 속이고이토록 가깝게 접근해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초류빈이 정,상.적일때의 애기다. 지금처럼 솔에 취해 있을 때는 해당사항이 없는 것이다. 묵향에 따라 마교에 들어온 후 초류빈이 매일 당한 것은 지도갛ㄴ 구타였다.비무아닌 비무를 강요했다 그 덕분에 초류빈의 무공이 급상승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그는 묵향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였다. 지금까지 그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더욱 높은 경지의 무공을 연성하려고 노력해 온 것도 다 이 악몽과도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초류빈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얼른 묵향에게 변명하려고 했다. 안 그러면 맞을 테니까 말이다. "저 제가 잠시 술에 취해서 미쳤나......" 하짐나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분노에 찬 묵향의 발길질에 무자비하게 짓밟혀야만 했다. 퍽! 퍽! "으아아악! 제발 한 번만......" 초류빈은 아예 반항할 생각조차 못하고 최대한 몸을 움츠려 맞는 부위를 최소화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공력을 끌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묵향의 무자비한 구타에 본능적으로 행한 행동이었지만 설마 그것이 묵향의 분노를 더욱 돋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오호 호신강기? 몇 대 쥐어 패고 용서해주려 했더니 감히 호신강기를 일으켜 저항을 해!" 그 말을 듣는 순간 초류빈은 자신이 ㅗ애 그토록 기를 쓰고 무공을 익였는지 새삼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누가 호신강기를 일으키고 싶어서 일으켰나?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초류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빨리 묵향의 분노가 끝나기만을 참고 기다려야 했다. 사실 묵향이 자신을 죽이자고 패는 것도 아니었고 그도 구타라면 당할 만큼 당한 강골이 아닌가 묵향이 처음에 초류빈에게 무공을 가르쳐줄 때 우선 몸으로 먼저 느끼는 것이 진전이 빠르다며 무자비한 구타를 가했기 때문에 맞는 것이라면 이미 이골이 난 상태 였다. 몸을 살짝살짝 비틀어 통증을 최소화하는 기법에 있어서는 아마 무림 내에서 초류빈을 따를 자가 없을지도 몰랐다. 초류빈은 적당히 지병도 질러가며 묵향의 눈치를 힐끔힐끔 살폈다. '이쯤 했으면 화가 풀릴때도 됐는데......"' 그러다가 어느 정도 묵향의 표정이 누그러졌다는 생각이들자 초류빈은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사정했다. "잘못했습니다. 오랜만에 술을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해 그만......" "호오, 아까는 극악무도한 성격이라며? 취중진담이라고 하지 않았냐? 네가 평상시에 생각하는 내 모습이 그런 모양인데 말이야" 초류빈은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제가 감히 그런 말을 했단 말입니까? 결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천마신교가 배출한 가장 위대하신 지존께 제가 그런 망발을 입에 담을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마 잘못 들으신 거겠죠" 넉살 좋은 그 말에 묵향은 기가 막힐 수밖에 "어엇? 이녀석이 무공은 안 늘고 아부만 늘었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말은 진실이라니까요" 어차피 입에 발린 소리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묵향은 더 이상 따지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초류빈에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좋아 그건 그렇다 치고 너 나 좀 따라와라" "예? 어, 어디 가십니까?" "이번에 일이 생겨 몽고에 가야 하는데 혼자 가자니 심심해서 말이야 더군다나 명색이 부교주란 허구한 날 처박혀서 밥만 축내지 말고 일을 해야 할 거 아냐!" 묵향에 말에 초류빈의 안색이 팍 일그러졌다 쉽게 말해서 몽고까지 가며 심심하면 쥐어 팰 상대가 필요하다는 말이 아닌가 마교내에서 묵향의 등쌀에 견딜 수 있는 자라고 해봐야 자신과 천리독행 정도였다. 하지만 천리독행은 몸이 안쾌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만만한 건 자신뿐이었을 것이다. 초류빈은 얼른 표정 관리를 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괜히 묵향의 심기를 건드려 매를 버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이죠 교주님 하명만 하십시오 세상 끝까지라도 따라가겠습니다." 싫어도 초류빈은 눈물을 머금고 묵향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젠장 화경에 오르면 편할 줄 알았는데 어째 좀 더 귀찮아지는 것 같단 말씀이야' 넓은 정원에는 제철을 만난 듯 숨낳은 꽃들이 피어 있다. ‹š는 바야흐로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이 아니던가 벌과 나비가 춤을 우고 연못 위로는 잠자리들이 쌍으로 날아다니며 알을 낳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변 경치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연못 앞에 선 사내에게는 그런 것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연못에는 수많은 잉어들이 푸른 물살을 해치며 우아하게 떠돌고 있었지만그 모습 또한 수심어린 그의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 "가주 어인 일로 이 시간에 여기 서 계신 것이오?" 하지만 가주가 가만히 서 있자 중년 여인은 가주에게 다다다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가주 어찌 그리 수심에 찬 표정이시오?" 가주는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대꾸했다. "아 어머님께서 나오셨습니까?" 가주의 어머니 매화검 이옥연은 아들의 눈치를 살피며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지금 남궁세가를 떠받치고 있는 4명의 장로 들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아들이기에 앞서 남궁세가를 이끌어 가는 가주였기에 그녀는 아들에게 존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무슨 일로 그러신느 게요?" "워낙 세상이 뒤숭숭하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지금 무림을 뒤흔들고 있는 금 때문인 게요?" "예"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옥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무림맹주가 마교와 연합을 결심할 정도니 그들의 세력이 보통은 넘는 것 같더구려 하지만 지금껏 무림은 황실의 일에 관려鉢?적이 없었지 않소? 괜한 싸움에 끼어들어 피를 흘릴 필요는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어너니 하지만 5대세가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문세가에서도 문주께서 직접 가신들을 이끌고 참전 하시겠다고 통보를 보내왔습니다." 각 세가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였다. 사실 5대세가라고 불린다고 해서 얻는 것은 명성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무림세가 들 중에서 갖아 세력이 큰 것은 사실이었고 그들의 행보에 모든 세가들의 관심이 집중된 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다른 세가들과 달리 서문세가만은 그 중에서 특별한 데가 있었다. 왜냐하면 세가들 중에 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유일하게 화경의 고수를 배출했기 ‹š문이다. 거기에다가 서문세다는 5대세가 의 두번째라고 할 수 있는 종리세가와 사돈지간을 맺고 있었다 그가 움직이면 당연히 종리세가도 함께 움직일 것이다 또 종리세가가 움직인다면 종리세가의 가주 패도(覇刀) 종리영우와 의형제를 맺은 제갈세가의 가주 패검천령(覇劍天嶺) 제갈기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수라도제의 뜻에 따라서 5대세가 중 셋이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서문세가의 움직임이 모든 세가들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자병한 사실이었다. "으응? 수라도제 어른꼐서?" 이옥연은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노회하기 그지없는 그녀는 수라도제가 움직임으로 인해 그에 동참할 세력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말을 확인시켜주듯 가주의 말이 이어졌다. "예 퍄도 어르신께서 동참하시겠다고 하시더군요 아마 조만간에 제갈세가나 다른 세가들에서도 동참할 거라는 통지가 올 것이 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본가만 몸을 사릴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母윱歐?"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옥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에 자신을 얻은 가주는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그리고 만약 이렇게 해서 금을 중원에서 몰아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오랑캐를 몰아내는 데 힘을 보텐 사람 들은 모두 황실로부터 큰 포상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렇게까지 멀리 볼 필요는 없겠지요 실패했을 때라는 가정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주의 생각은 어떠신 게요?" "소자는 한 팔을 보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는 서문세가와 함께 움직이는것이 훨씬 피해가 적지 않겠습니까?" 그 생각에 찬성한다는 듯 매화검 이옥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시오?" "만약이라는 것도 있으니 창궁18수를 포함해서 1천정도를 거느리고 나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이옥연의 아미가 꿈틀했다. "가주가 직접 나가시겠다는 말씀이시오? 본가의 과거를 잘 생각해보세요 만약 가주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본가가 어떻게 될지를 말이오" 이옥연의 근심도 당연한 것이었다. 자신의 남편 즉 전대 가주를 잃은 과거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주가 혈기방장하기는 했으니근심에 젖어있는 어머니의 눈을 보면서 다시금 자신이 직접 나가募募?말을 되풀이할 수 없었다. 잠시 말 없이 가만히 서 있는 가주를 향해, 이옥연은 슬픈 눈빛으로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주는 한숨을 내쉬며 연못쪽으로 시선을돌렸다. "어너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천풍검(天風劍) 곡추에게 지휘를 맡기겠습니다." 그제서야 이옥연은 활짝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잘 생각하시었소 그러시는 것이 좋겠지요" 남궁세가 양양성으로 고수들을 파견하기로 의견을 모았듯이 무림 전역의 다른 문파들도 양양성으로 문파의 정예들을 출발시켰다. 그것이 현재 무림의 대세였고 또 무림맹이 추진하는 것이었다. 물론 목전의 이익만을 추구하느라 정신 없는 사파계열의 문파들 은 거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들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천마신교가 한 발자국 물서서서 관망하는 태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무림맹과 마교가 협정서를 조인하기는 했지만 그건 아주 극비에 속하는 것이었다. 정파의 핵이라는 무림맹도 마교와 손잡았다는 치부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마교 또한 장인걸의 이목을 의식하여 그것을 비밀로 숨겼기 때문이다. 협정서가 조인된 지 며칠이 지난 후 테무진에게 지원할 방대한 양의 물자가 준비되자 묵향은 초류빈과 함께 몽고로 출발했다 식량 및 무기 등을 싫은 마차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 그가 테무진에게 지원할 물자의 양이 어느정도인지 능히 잠작할 수 있었다. 마차를 중심으로 좌우에서 자성만마대가 호위했다. 그리고 그 일행의 가장 앞에서 수송대를 지휘하는 이팔삼은 뒤쪽에서 흐희낙락하며 따라오고 있는 상관들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겨우 자성만마대의 제12대장 따위가 교주와 부교주를 호위하며 길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기회에 교주에게 잘 보이겠다는 생각에 무영신마 장영길장로는 함께 따라오고 시어 했지만 이번 호위는 자성만마대 겨우 1개대 500명만 출동하게 되었다. 자성만마대의 전력이 고스란히 총단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나중에 어떤 일이 생길지도 알 수가 없는데 대주가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 •뼁?있는 사람들은 처지가 달랐다. 모두들 힘든 여정이 될 것이 뻔한 이 일에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문에 서로 간에 책임 떠넘기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선택된 인물이 바로 자성만마대 제 12대장 이팔삼이었다. 자성만마대라면 마교의 무력단체들 중에서 흑풍대를 포함해서 가장 하급에 놓이는 두 단체들 중의 하나였다 그렇기에 그들 중에서 500명을 거느린 대장이라고 해도 무림에서 말하는 신검합일 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 그가 지고한 두 양반을 모시고 먼 길을 떠나게 되었으니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교주와 함꼐 가고 있는 초류빈 부교주의 얼굴이 영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 떨떠름한 면상으로 봤을때 그가 결코 기분 좋아서 따라나서는 것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길을 나선 묵향의 기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아갈 듯한 상태였다 사실 그와 같은 승부사에게 있어서 교내에 틀어박혀 수하들과 각종 전략과 전술 그리고 모략을 세우는 것은 영 취향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대충 둘러대고 교 밖으로 나서니 이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 없었다. 묵향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여행하기 정말 좋은 날이로군" 하지만 묵향의 말과 달리 하늘은 잔뜩 구름이 끼어 있어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날씨가 아니었다. 뚱한 표정으로 초류빈이 아무런 ‹š구도 하지 않자 묵향은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어조에 무시 못할 여운이 가미되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군 이 좋은 날씨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별로 기분이 안 좋은 듯한데 너, 혹시 나한테 불만이라도 있냐?" 묵향의 기색이 영 심상치 않아 보이자 초류빈은 호들갑스럽게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한 번 개겨봤다가 무려 2시진을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는 그로서는 오로지 아부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무슨 말씀을...... 어떻게 제가 감히 교주님께 불만이 있을 수 있母윱歐? 주변의 풍경이 워낙 뛰어나 잠시 정신이 팔려 있었을 뿐입니다. 교주님을 따라나서지 않았다면 어찌 이런 경치를 구경할 수 있었겠습니까? 더군다나 해가 나오지 않았으니 덥지 않 아서 좋고 바람도 부니 선선해서 좋고 비도 내리지 않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이때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초류빈은 급히 덧붙였다. "허 부슬부슬 내리는 빗방울이 정취까지 더해주는군요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술 한잔 하면 얼마나 끝내주겠습니까?" 그 말에 묵향은 흐믓한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놈도 나하고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역시 교내에 쳐박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니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앞으로 일이 없더라도 자주 데리고 다녀야겠군.. 아마 초류빈이 묵향의 속마음을 알았으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호오 아주 좋은 생각이야 안 그래도 술 생각이 나던 참이었는데 말이야" 묵향은 품속에서 술병을 꺼내어 벌컥벌컥 들이킨 다음 초류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자네도 한 모금 할 텐가?" 묵향의 제안에 초류빈은 넙죽 술병을 받아들었다. "영광입니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에라이 아무리 구타가 무섭다지만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아부를 못하겠군' 묵향이 건네주는 술병을 받아 초류빈은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데 한 모금 들이킨 초류빈의 표정이 묘했다. 술이 입에 쩍쩍 달라붙었던 것이다. '오호 이거 정말 좋은 술이군 나는 싸구려 백주나 마시고 있는데 이 빌어먹을 놈은 이렇게 좋은 술을 마셔? 젠장 세상은 너무나도 불공평하단 말씀이야' 그들의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이팔삼은 기겁을 하고 달려왔다, "교 교주님" 다급히 달려온 이팔삼 대장의 말에 묵향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옛, 근처에 괘 유명한 주루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곳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행렬을 잠시 이곳에서 머물게 한 후 주루까지 호위해드리면 될 것 이라는 이팔삼 대장의 생각이었다. 하늘 같은 교주 님께서 이렇게 노상에서 술을 드신 것을 만약 교의 윗사람들이 알게 되면 교주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고 크나큰 문책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특히 자성만마대의 대주인 장영길 장로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장영길 장로의 경우 한‹š 장인걸의 수하였다가 교주님의 은혜를 받아 합류한 인물이었다. 그렇다 보니 처음부터 묵향과 행동을 같이?던 일부 장로들과 비교한다면 꿀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교주꼐 과잉 충성 하려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교주의 반응은 이팔삼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아닐세 갈 길이 급한데 그럴 필요 없어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그, 그래도......" 안절부절못하던 이팔삼은 갑자기 뭔가를 떠올린 듯 곧장 수하에게 명령했다. "이봐, 빨리 가서 교주님께서 드실 만한 고급안주 몇 가지를 챙겨도오도록 해라" "옛" 하지만 수하가 명령을 받고 달려가려는 순간 묵향이 말했다. "어허! 그럴 필요 없데두 그러는군 본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면서 묵향의 품속에서 육포를 꺼냈다. 그걸 쭉 찢어서 초류빈에게 한 토막을 건네준 후 말을 이었다. "본좌는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자네 할 일이나 하게" 그래도 그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자 육포를 질겅거리며 씹고 있던 초류빈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허어 괜히 부담가지지 말고 자네 일이나 보게 교주님께서는 먼 길을 가며 갖은 고생을 하게 될 자네들을 배려하여 하시는 말씀이니 부하들이나 잘 챙겨주게나" 이팔삼은 왠지 모를 감동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와 같은 하급고수가 교주님이나 부교주님 같은 지고한 존재들을 가까이서 볼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분들을 이렇듯 가까이서 뫼시게 되었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감동스러운 일이다. 더군다나 지금 그들이 하는 행동을 보라 너무나도 소탈하지 않은가 마교 내에서 서열 100위권만 되더라도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호사스럽게 움직이려 한다 심지어는 수하들을 마소쯤으로 ㅅ애각하는지 여덟명의 고수를 시켜 가마를 메도록 하고는 타고 다니는 자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저 분들은 마교의 하급고수들처럼 말을 타고 이동했다. 그리고 먼 길을 가게 되는 수하들을 베려하는 저 깊고 깊은 마음...... 저런 분들을 위해서라면 이 목숨 바친다 한들 무엇이 아쉬울 것이 있겠는가. 묵향과 초류빈을 향해 마음 속으로 충성을 다짐하는 이팔삼 대장이었다. 대원루라는 화려한 명판과는 달리 대원루는 조그마한 객잔이었다. 객잔 주인인 방 노인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빗줄기를 보며 혀를 찼다. "에잇, 젠장 무슨 비가 이렇게 쏟아지나 오늘 손님 받기는 글렀구먼" 웬만큼 급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이런 굵은 빗줄기를 뚫고 여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법이다. 이제 해가 지려는 참이었기에 사위는 더욱 빠른 속도로 어두워지고 있었다. "오늘 장사는 이만 끝인 모양이다, 문 닫을 준비 하거라" "예 나으리" 점소이는 방 노인의 지시대로 청소를 시작했다. 한참 점소이가 지저분한 곳을 쓸고 닦고 있는데 마을로 백여대에 달하는 마차들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마차를 호위하고 있는 무사들의 수만 해도 수백명에 달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방 노인은 재빨리 점소이에게 외쳤다. "손님 받을 준비하거라 주방 화로에 장작 좀 더 집어넣으라고 이르고 빨리!" 얼핏 본 것만 해도 마차와 함께 마을로 들어온 무사들의 수는 수백명에 달했다. 이 마을에 몇 개 있지도 않은 객점이나 객잔들은 모두 다 다음날 아침까지 그들로 북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마을에 그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만큼 커다란 객잔이 없으니 말이다. 잠시 후 온몸에서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는 인물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옵쇼! 지 모두들 자리에 앉으싶시요 폭우를 뚫고 오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방 노인은 처음에는 그들이 표사들인 줄 알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기를 휴대하고 있었기 ‹š문이다. 하짐나 방 노인은 곧이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손님들의 몸에서는 사람을 억누르는 것 같은 괴이한 기운이 뻗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표사들은 절대로 몸에서 저런 기운을 뿜어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방 노인의 손님 대하는 태도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객잔 안으로 들어선 무사들 중 두 사람이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초립을 벗어 탁자 옆에 놨다. 그것을 본 점소이는 재빨리 두 사람을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사람이 많은 만큼 빨리 빨리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을 드릴까요 손님?" 점소이가 방글거리는 얼굴로 말을 걸었지만 오히려 그 표정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상대가 대꾸했다. "야 비 맞은 사람 처음보냐? 뭐가 좋아서 해실거리는 거야?" 그러자 그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보통사람들보다 조금 더 굵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봐 비에 젖는 것이 싫으면 내공으로 튕겨버리면 될 일이지 그냥 다 맞아놓고 왜 이제와서 점소이에게 신경을 부리는 거야?" 체격은 앞에 앉아있는 사내에 비해 왜소해보였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말이 떨어지자 그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약간 비굴한 표정으로 꼬리를 말며 허둥지둥 대답했다. "교주님께서 그냥 맞으시는데 어찌 제가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마 수하들도 다 저와 같은 생각으로 비를 맞았을 텐데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말도 안 되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었군 누가 맞으라고 했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음식이나 시켜" "예? 예 이봐, 오리탕하고 술 좀 가져와" 점소이가 한눈체 척 봐도 그들 간의 상하관계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객잔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무사들로 꽉 차 있었지만 유독 이 둘이 앉은 자리에는 그 누구도 가까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 그것만 봐도 이 두 사람이 상당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일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점소이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예 금방 갖다 드리겠습니다." 눈치가 빠른 점소이는 다른 사람에게는 주분을 받지도 않고 곧장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런 다음 주방장에게 처음에 주문하는 오리탕 2그릇은 가장 신경써서 만들라고 주문했다. 겉으로는 안 그렇게 보였지만 어리숙해 보이는 점소 이는 거친 무사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주방에서 주문을 받은 식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점소이는 몸이 열개라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재빨리 움직일 수밖에 ㅇ 없었다. 이 객전에 이렇게 많은 손님이 일시적으로 들이닥쳤던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점소이 한 명만으로는 모자라는 감이 있었다. 그 덕분에 방 노인까지도 음식을 날라야만 했다. 꽈당. 이때 문을 거칠게 열고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장한이 들어왔다 그 또한 빗속을 뚫고 왔기에 온몸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 지고있었다. 그리고 장한의 뒤로 대여섯 명의 수하인 듯한 인물들의 모습도 보였다. 장한의 모습을 보자마자 점소이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매가 날카로운 장한은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질적인 포두 녀석이었기 ‹š문이다. 하지만 곧 점소이는 자신이 언제 움찔했었냐는듯 재빨리 다가가서 방글거리는 얼굴로 인사했다. 어찌되었건 상대는 관부의 힘을 뒤에 업고 있는 포두였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당하지 않으려면 알아서 상대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것이다. "어서 옵쇼 임 포두 나으리 죄송스럽지만 지금 빈 자리가 없는뎁쇼 이거 어떻게 하나......" 임 포두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점소이를 옆으로 와락 밀치며 소리쳤다. "본관은 임대방 포두라고 하오. 방금 도착한 상단의 우두머리를 만나고 싶소이다." 옆으로 밀쳐진 점소이의 눈은 자신도 모르게 두 사람만 앉아있는 탁자쪽으로 향했다. 이제 곧 자신이 우두머리라고 생각한 인물이 일어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점소이의 예상과는 달리 그 옆 탁자에 앉아 있는 장대한 덩치의 사내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칼에 베인 듯 보이는 긴 상처가 뺨에 나 있는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인물이었다. "무슨 일이시오?" "큰 규모의 상단이 이곳을 통과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출동했소이다. 이 물건들은 어디로 가는 중이오?" 보나마나 이 물건들이 어디서 왔느냐부터 시작해서 어디로 가러냐 그리고 서T는 제대로 가지고 왔느냐 등등 각종 검사를 통해 트집을 잡으며 돈푼이나 뜯어내자는 수작이라는 것을 점소이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식으로 나오는 그에게 살그머니 돈을 쥐어주는 상인들을 몇 번인가 봐 왔기 ‹š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는 품속에서 명패 하나를 꺼내어 임 포두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천마신교에서 필요한 물건들이오" 천마신교라는 말에 점소이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천마신교라면 십만대산에 자리잡은 거대한 무림의 문파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옛날에는 중앙의 통제력이 지방의 곳곳까지 미쳤었다. 그렇기에 유사시에는 군대가 출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요와 금에 이르러서는 강대한 이민족 제국들의 여인은 등장으로 그쪽에 신경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던 탓에 주원의 서쪽은 지금 거의 방치최다시피 하고 있었다. 언제나 천하가 혼란스러울 때는 자신의 욕심만을 태우는 탐욕스러운 관리가 날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탐욕스러운 관리들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단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방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거대한 무림의 문파들이었다. 중앙에서 지원을 해주지를 못하니, 그들로서는 문파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이 일대는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마교의 세력권이였다. 점소이의 안색도 창백해졌지만 임 포두의 안색은 더더욱 창백해졌다. 임 포두는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사근사근한 어조로 말했다, "저렇게 많은 물자를 옮기시다니 고생이 많으시겠군요 하하하, 그럼 수고들 하십시오" 돈푼이나 뜯어먹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행차했던 임포두는 상대가 마교도라는 것을 알자마자 재빨리 꼬리를 말아버렸다. 괜히 기웃거리다가 상대가 시비를 걸면 오히려 골치 아픈 상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잘 아는 것이다. 임 포두가 사라지고 난 후 마교도들의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점소이와 방 노인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으면 친절해 졌다. 등 뒤로는 연신 식은땀이 흘렀지만 말이다. 이렇듯 마교의 세력권 안에서는 관리 매우 협조적으로 움직였기에 묵향 이 이끄는 수송대는 아무런 사고 없이 빠른 속도로 이동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이 마교의 세력권이 끝나는 시점에서 어떻게 바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아련한 기억 밤하늘을 따라 멀리 퍼져 나가는 금음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슬프다고 설취는 생각했다. 금을 타는 데 있어서 중원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사부가 들려주는 금을 거의 매일 밤 듣다보니 그녀의 귀도 금에 한해서는 매우 수준급으로 변해 있었다. 금음의 앞부분만 척 들어도 상대가 얼마나 금을 잘 타는지 파악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묵향의 경우 만통음제의 금음만 들어도 그가 뭘 표현하는 것인지 단번에 알아 맞추지만 아수비게도 설취의 능력은 그 정도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하짐나 곡조에 섞인 대략적인 느낌을 통해 금을 타고 게시는 사부님의 마음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된 설취였다. '아마도 마음이 복잡하신 모양이구나 사숙이 보고 싶으신 ㄱ선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문득 그녀를 부르는 사부의 중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취아야" "예 사부님!" 그녀는 급히 사부님의 처소로 달려갔다 만통음제는 금을 소중하게 갈무리해 넣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노부는 양양성에 가야만 하겠구나" 워낙 뜬금없는 말씀이시라 설취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양양성에는 왜 가신다는 것인가? "양양성에 말씀이십니까?" "들리는 소문으로는 패력검제가 이끄는 제령문도 그곳에서 싸우고 있다고 하더구나 물론, 함께 가자고 네게 강요하지는 않겠다. 황실이 무림에 관여하지 않았듯, 무림도 황실의 일에 관여하는 것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때 설취보다 먼저 그 제안에 우렁차게 답해 온것은 그의 첫째 제자 냉파천이었다. "저는 사부님을 따르겠습니다. 원칙이 어떻든 그게 무슨 상관이母윱歐?" 그 말에 만통음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너는 이곳에 남아 있거라"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부님께서 사지로 떠나시겠다는데 어떻게 대제자인 제가 이곳에서 발 뻗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제발 그 말씀을 거둬주십시오" 만통음제는 빙긋 미소지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네 마음은 고맙다만 너는 노부의 대제자가 아니냐? 너는 무림에 무명을 휘날리기에 앞서서 문파의 대를 이어야만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ㅇ다. 오랜 세월 이어져 내려온 문파의 명맥이 노부의 대에서 끊겨서야되? 느냐? 그렇기에 너는 이곳에 남아야만 한다." 냉파천이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물러났을 때 설취가 나지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출발은 언제 하시겠습니까 사부님?" "준비도 좀 해야 할 테고... 아무래도 2주쯤 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저는 그동안 할아버지 산소에 다녀오겠습니다. 오랫동안 가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없는 동안 화아를 아버지께 맡기려고 합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길이기에 그곳에 가보겠다는 말일 것이다. 설취의 할아버지와 만통음제는 막연한 친구 사이였다. 묵향과 만통음제의 관계처럼 그 둘도 무공의 고하와는 상관없이 음악으로 맺어져서 친하게 지냈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설취를 만나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다. "오냐 그렇게 하도록 하거라 조금 늦어지더라도 내 너를 기다리마" "감사합니다. 사부님" 다음날 새벽 설취는 제자 송활르 데리고 길을 떠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녀오는데 2주일 가지고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먼 거리였다. 하지만 무공을 익힌 그녀들에게 있어서 그 정도 거리를 오가는 데는 2주일이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관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길을 따라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이었기에 자주 야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야외에서 하루밤을 보내는 것도 매우 정취가 있다. 모닥불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있는 토끼 고기를 바라보며 옛날 이야기 기라도 나누면 더욱 재미있다. 재미난 추억이 곁들여전 구운 토끼고기는 비록 소금 간밖에 안 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 맛은 천하 진미가 부럽지 않을정도로 일품이다. "이렇게 토끼를 구워먹는 것도 아주 오랜만이로구나" "예 사부님" 송화는 토끼다리를 뜯어 먼저 사부에게 건넨 후 자신도 다리 하나를 들고 소금에 살짝 찍어먹으며 말했다. "너무너무 맛있어요" 어쩌면 이것이 제자와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제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설취의 눈빛은 너무나도 따사로웠다. "그래 많이 먹거라 할아버지를 따라가서 처음 사부님을 뵈었을 때가 어제 일인 듯 기억에 생생하구나 사부님께서 환골탈태한 고수라는 사실을 몰랐었던 나는 할아버지께서 후배를 만나러 나들이하신 건 줄 알았었지" 설취는 송화에게 자주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대해 말했었다. 그렇게 엄청난 무공의 소유자는 아니였지만 모든 이들에게서 대협이라며 칭송을 들었을 정도로 그는 명망 있는 고수였다. 거기에다가 지금 그 분의 산소에 가는 길이다 보니 자연 할아버지 와의 추억담이 그들의 대화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송화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조님꼐서는 그때도 지금과 같은 모습이셨나요? 설취는 자부심 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란다. 화경의 고수는 주안술을 익힐 필요도 없어 몸이 무공을 펼치기에 최적의 상태로 환골탈태하거든" 그러자 송화는 뭘 생각했는지 꺄르르 웃었다. "호호, 저도 처음 사조님을 뵈었을 때는 정말 당황했거든요 얼굴은 젊은 동안인데 수염을 길게 기르셔서 말이죠 사부님도 그러셨어요?" 그러자 설취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사부님꼐서는 수염을 기르시지 않으셨었지 수염을 깍으신 사부님의 모습은 정말 젊게 보였거든 할아버지께서 사부님을 소개하시며 앞으로 사부로 모시라는 말씀을 하셨을 때, 나는 싫다고 막 떼를 썼었지 너무 젊어서 왠지 오빠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사부라고 부르기는 싫었거든 그런 내 모습을 보신 사부님꼐서는 도저히 위엄이 안 선다고 하시면서 그때부터 수여을 기르시기 시작하셨지" 만통음제의 칠흑처럼 긴 수염을 떠올린 송화는 킥킥거리며 웃다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안의 모습에 긴 수염은 도저히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킥킥, 사조님께서 수염을 기르신 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젊은 외모를 하고 계시니 너무 어색하게만 느껴져요" 설취는 살짝 미소지은 후 말했다. "아마도 그건 화경의 고수를 만나는 모든 이들이 가지게 되는 감정일 게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것을 대하는 듯한 느낌, 거기에다가 질투심이 서로 반반씩 섞인 것이겠지"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사제지간의 애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원래 설취는 할아버지의 산소에 들른 다음, 그 인근에 있는 아버지의 장원에 들를 예정이었다. 그곳에 송화를 맡겨놓고 돌아가, 양양성으로 떠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제자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다 보니, 설취는 될 수 있으면 많은 것을 제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 그리고 그녀가 원했던 모든 것을...... 어쩌면 이번에 자신이 목숨을 잃더라도 제자에 의해서 그 모든 것들이 구현되기를 바랬던 것인지도 모른다. ㄱ교한 달빛에 취한 것인지 아니면 설취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게속 이야기를 받아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송화의 입에서 불쑥 튀어 나온 질문은 설취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부님께서는 왜 결혼을 안하세요?" 제자의 갑작스러운 당돌한 질문에 당혹스러움을 함꼐 간직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내가 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그러니까 사부님을 만나기 전이었단다. 내가 할아버지와 함꼐 무림에 처음 나갔을 ‹š였지 그때 어떤 무인을 만난 적이 있단다." 꿈을 꾸는 듯 과거를 회상하는 사부의 안색을 살피며 송화는 그 사람이 사부의 결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직감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예에? 그 사람이 누군데요?" 송화의 두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나도 고고하게만 느껴졌던 사부의 과거를 들을 기회가 온 것이다. 흥미가 동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설취는 쑥쓰러운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몰라 워낙 오래 전의 일이라 단편적으로 떠오를 뿐이지 그는 그 당시 악명을 떨치던 무뢰배들을 순식간에 제압해버린 사람이였지 그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그렇게 강하다는 것을 나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었거든, 그래서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구나 사실 그가 검을 쓰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나중에 그 흔적은 볼 수 있었단다 할아버지는 그 흔적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그가 엄청난 고수 였다고 말해줬어 할아버지보다도 훨씬 강한......" "그래서요?" 호기심 어린 제자의 눈동자를 보며 설취는 미소지었다. "그래서요는 무슨...... 어찌되었건 그 일이 있는 후부터 만나는 당사자들은 모두 다 그와 비교가 되는거야" 사실 워낙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 사람에 대한 거의 모든 기억 자체가 희미했다. 하짐나 그에게서 받았던 몇 가지 특정적인 기억은 남아 그것이 그녀가 남성을 보는 기준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우와! 그래서 아직까지...... 참, 그 사람이 누구에요? 사부님께 그 정도 인상을 남겼다면 지금쯤 무림에 명망 있는 대협으로 위명을 떨치고 계시지 않을까요? 어쩌면 아직도 결혼하지 않고 계실 수도 있잖아요?" "결혼하지 않았을 거야" 단호한 사부의 말에 송화는 눈빛을 빛내며 되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세요?" 설취는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동자공을 익히고 있었거든" 동자공이라는 말에 소오하의 눈이 휘둥잔만해졌다. 그녀도 동자공이 뭔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 정말이세요?" "내가 왜 네게 거짓말을 하겠니 그때 내가 동자공이 어떤 무공인지 모르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단다. 할아버지는 아주 난처해 하시며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된다고 하셨지 사실 동자공이 뭔지 나중에 알았을 때 왜 할아버지꼐서 그렇게 난처해하셨는지 이해할수 있었지, 어쩌면 그 때문에 그 사람이 더욱 기억에 남았는지도 몰라 지금도 동자공이라는 말을 들으면 할아버지께 질문을 던져 난처하게 만들던 때의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는걸" "서로 결혼은 할 수 없더라도, 왕래를 가질 수는 있잖아요 혹시 그 후에 그 분과 만난 적은 있으세요?" "아니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사부님을 만나고 또 너를 만나고... 이리저리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그의 이름까지도 잊어버리고 말았구나, 아주 독특한 이름이었는데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으니......" "그런데, 그 분의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이셨어요?" 제자가 매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해씨만 설취는 기억나는 대로 대답해주었다. "그 일일이 있기 전까지 꽤 오랜 시간 동행했었는데도 할아버지조차 그의 진정한 실력을 알지 못했어, 엄청난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주 겸손한 사라이었거든. 그리고 사건의 발단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상대로 벌어진 것이었어 무림의 명숙이셨던 할아버지도 건드리기 어려운 사람들이었으니 아주 강한 자들이었지 그런 만큼 그 상황에서 나섰다면 약자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봐야 하지않을까? 그리고 무참하게 모두 죽여버린 것을 보면 일단 칼을 뽑으면 망설임이 없는 사람이야 그런 멋있는 남자는 흔한게 아니거든" 가만히 듣고있던 송화는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사부의 설명에 매우 근접하는 인물이 한 명 뇌리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듣고보니 묵향 사숙조 어르신하고 비스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네요 사숙조 어르신 성격이 좀 그렇잖아요?" 그 말에 설취는 발끈했다. 제자의 천진난만한 추측이었지만 그녀의 오랜 추억을 박살내는 그런 말이었기 ‹š문이다. "뭐? 어떻게 그런 사람하고 비교를 할 수 있다는 말이냐?" 사부가 노화를 터뜨리자 송화는 찔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수는 없었기에 사부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이 생각한 바를 설명했다. "사실 나중에 자기가 천마신교 교주라고 밝히지 않았다면 몰랐을 정도로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안 하시잖아요 또 여행하면서 저한테 아주 잘해주셨거든요 그리고 보통사람들에게 자신이 강자라고 해서 일부러 시비 걸지도 않으시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 분과 싸워서 살아남은 사람이 전무하다는 소문을 들은 걸 보면 칼만 뽑으면 정말 무자비하신 모양이던데요. 사숙 어르신 ‹š의 일을 생각해보세요 한 차원 높은 경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까지 해주시는 자상함을 보이시다가 한번 수틀리니까 사숙님을 무참하게......" 그‹š 일이 생각나는지 송화는 두려움에 가볍게 몸을 떨기까지 하고 있었다. 이때 제자의 말을 들으며 설취의 뇌리 저편에 묻혀 있던 한토막의 기억이 갑작스럽게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길동무를 함께 하자며 의향을 묻자 그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좋지요 저는 묵향이라 합니다] 설취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혼잣소리처럼 중얼거렸다. "그. 그래 이제 기억이 나 그‹š 그 이름을 듣고 참 특이하고 멋있기는 하지만 무인의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했지" 그토록 오랜세월 기억해내력 애를 ›㎞퓔?기억나지 않았던 그 이름이 왜 지금에서야 갑작스럽게 떠올랐단 말인가 더군다나 그 이름이 자신이 그토록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던 마교 교주 묵향일 줄이야 설취는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그일리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쩌면 동명이인 일수도 있지 않을까? 설취는 머릿속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마교의 교주, 암흑마제, 악마들의 지배자 온갖 추잡스런 마공 들을 통해 절대의 경지에 들어간 악마 이 모든 것이 동일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런 사람이 자신이 지금까지 그리워하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인정할수없는 설취였다. 설취는 혼란스러운 심정에 거칠게 머리를 흔들었다. 이것을 본 소오하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사, 사부 갑자기 왜 그러세요?" 한참 머리를 흔들며 괴로워하던 설취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이 때 그녀의 눈과 송화의 눈이 마주쳤다. 제자의 맑은 눈동자를 보는 순간, 설취는 화들짝 놀랬다. 깨끗한 제자의 눈을 보자 마치 제자가 자신의 속마음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Š曠?착각이 들었던 것이다. 황급히 송화의 시선을 피하며 설취는 얼버무리듯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설취의 표정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사부가 자신의 말에 그토록 충격을 받을 줄 몰랐기에 송화 는 한껏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죄했다. "사부님 제가 너무 경솔한 말씀을 드려서, 사부님의 아픈 기억을 건드렸나 봐요" 설취는 왠지 콧잔등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그녀는 애써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제자에게 말했다. "그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어쨋거나 너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거라, 겸손하며 약자를 보호할 줄 알고 또 꼭 손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망설이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손을 쓰기 전에 세 번을 생각하거라 그렇다면 결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사부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설취는 다음에 묵향 사숙을 만나면 반드시 예전에 자신을 만난 적이 있었느냐고 물어보리라 다짐했다. 이때, 뭔가 엄청난 기운이 자신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점근해 오고 있음을 뒤늦게 눈치챈 설취는 재빨리 송화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그런 다음 검을 뽑아들었다. 워낙 늦게 눈치를 채서 그런지 벌써 침입자는 그녀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후였다. 모습을 드러낸 침입자는 무림인이 아니라 승려들이었다. 어둠을 뚫고 나타난 20여명의 승려들은 어리선가 치열한 격전 이라도 벌인 듯 행색이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설취는 승려들의 옷차림이 아니라 이마에 찍힌 계인(戒印)을 유심히 바라 보고있었다. 이마에 계인을 찍는 곳은 소림사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소림승들이란 말인가? 상대가 소림승이건 아니던 간에 일단 적의는 없어 보였다. 설취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으며 이쪽도 적의가 없음을 표시했지만 그래도 상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다. 그것을 보고 승려들 중의 한 명이 말을 걸어왔다. "아미타불, 소승은 광료(廣了)라고 하오 시주들의 휴식을 방해한 것같아 죄송하구려" 설취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광료라는 법명을 들은 적이 없었기 ‹š문이다. 하지만 저들이 가짜가 아닌 진짜 소림승이라고 가정한다면 광자배가 가지는 배분의 위치는 대단히 높은 것이었다. 현재 소림의 장문인이 대(大)자 배이고 그를 떠받치는 원로들이 덕(德)자배. 실질적인 행동을 하는 승려들 중에서 가장 높은 배분이 그 다음인 광자배인 것이다. 상대가 통성명을 하고 나왔기에 설취또한 마주 포권하며 대답?다. "유운비화 설취라고 합니다." 그 말에 광료는 함빡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오, 유운비화 시주셨구려 말씀은 몇 번 들은 듯하구려" 설취는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선사께서는 소림에서 나오셨습니까?" 그 말에 광료선사는 인자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답했다. "예 그러하오이다. 그건 그렇고 시주께 말을 건 것은 이곳에 얼마나 계셨었는지. 또 계시면서 혹시 무슨 이상한 일을 겪었 다든지 혹은 이상한 기척을 느낀 적은 없는지 하는 것을 묻기 위함이외다" 아마도 광료선사는 이곳에 피워놓은 모닥불을 보고 달려온 모양이다. 그 말에 설취는 적이 안심하며 대답했다. 일단 상대는 누가 뭐라 해도 공명정대하기로 이름난 소림승려니까 말이다. "이 아이는 제 제자 송화라고 합니다. 저희들은 지금 어딘가에 다녀올 곳이 있어 그곳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저녁 나절쯤 이곳에 도착하여 밤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지요 여기 있으면서 지금까지 이상한 기척을 느낀 적은 없었습니다." "그렇소이까? 협조해 주셔서 감사하오이다. 그럼 갈 길이 바빠서 이만......" 승려들은 누간가를 추적하던 중이었던 듯 그 말을 끝으로 재빨리 사라져버렸다. 승려들의 고절한 경신술에 송화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말했다. "소림이 무림의 태두라고 해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그게 아니네요 사부님" 설취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소림의 힘은 위대하단다 다만, 그들이 지닌 힘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겉으로 약하게 보인다고 해서 다 약한 게 아니거든" "그런데 소림사에서 저토록 잡으러 다니는 사람이 누굴까요?" "글쎄다 광자 배분의 승려가 나섰을 정도라면 대단한 인물을 텐데.. 별로 짚이는 사람이 없구나" 소림승들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는 설취의 머릿속에는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과연 소림승들이 누구와 싸우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소림은 될 수 있으면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의시이 갈 만한 단체나 대상이 떠오르지 않았다. 몽고로 가는 길 관도에는 대규모의 군세가 이동중이였다. 9천기에 달하는 인마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훈련을 잘 받은 병력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예비마 9천필에 여섯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 100여대가 뒤따르다 보니 그 규모는 엄청나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바로 이들이 관지가 이끄는 마교의 숨겨진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흑풍대였다. 지금 까지 단 한 번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흑풍대가 드디어 위풍당당하게 강호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해가 질 무협.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는 흑풍대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흑풍대와 싸우기 위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흑풍대를 돕기 위해 모여 있는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기저기 놓여 있는 커다란 솥단지에 서는 먹음직스런 음식 내음이 풍겨 낭고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는 커다란 건초다발이 놓어져 있었다. 물론 말먹이였다. 옥화무제의 명령을 받은 무영문은 흑풍대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여 이동할수 있도록 이렇듯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먼 길을 달려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자들은 저마다 흑풍대 대원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말을 받아 끌고 갔다. 병사들이 식사하는 동안 말이 흘린 땀을 건초로 닦아주고 여물과 물을 충분히 먹이기 위해서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 흑풍대 대원들은 여기에 무영문도 들이있다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음식과 말먹이를 제공하는 것에 당혹감을 표현했겠 지만 매일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오히려 지금은 그것이 당연스럽게 느껴졌다. 하짐나 그래도 상대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레 그들은 음식에 독이 있는지 살피고 말의 건강상태를 매일 점검하고있었다. 그리고 밤에는 보초병들을 세워 무영문도들의 동태를 철저히 감시했다. 어찌되었건 무영문으로 부터 편의를 제공받게 된 후로 흑풍대의 이동속도는 조금 더 빨라졌다. 사람과 말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보다 좋은 음식물을 먹고 마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급대원들이야 어떻게 생각 했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흑풍대의 천인대장 이상은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무영문이 지닌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흑풍대가 하루동안 이동할 수 있는 거리를 정확히 예측한 다음, 그곳에다가 음식과 여물 등을 미리 준비해 두고 있는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현재 이동중인 흑풍대의 인원은 보급대의 일꾼들을 포함하여 1만에 가까 웠다. 거기에다가 흑풍대가 보유한 말은 짐말까지 포함해서 2만필에 가까웠다. 그 많은 인마들이 충분히 먹고 마실 정도의 음식을 쉽사리 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처음 며칠동안은 준비가 좀 미흡했었다. 갑자기 그 많은 음식과 건초를 확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식을 배급하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었다. 그렇기에 모자라는 부분은 흑풍회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그게 하루하루 지날수록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싶은가하더니 지금에 와서는 반 시진도 되지 않아 모든 흑풍대원들이 식사를 끝내고 취침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말들 또한 배불리 먹고 마신 후 건강점검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영 문에서 고용한 대장장이가 말들을 둘러보며 편자의 상태까지 다 점검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강행군을 해오면서 잃은 말은 단 한 필도 없었다. "과연 정파의 힘은 무섭구나 본교의 세력이 그토록 강성함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과 전면전을 펼치지 않는가 궁금했었는데 요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겠다." 관지의말에 마화도 찬성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미 본교에서도 이렇게까지는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덕분에 식량과 건초의 소모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부하들의 사기도 대단히 높구요" "시작부터 아주 좋군" "예" "천인대장들에게 지시해서 수하들과 말의 피로도를 세심히 살피라일러라 그곳에 최대한 빨리 도착할 필요성은 있지만 피곤에 지친 상태로 도착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되니까 말이다" "옛, 명심하母윱求?" 이‹š 무영문도 중 한 명이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는 관지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보낸 후 입을 열었다. "매일 강행군을 하신다고 수고가 많으십니다. 혹시 마음에 안드시는 점은 있으셨습니까?" 관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렇듯 신경을 써주어 무영문주께 고마울 따름이네 그건 그렇고 전선에서 들려온 새로운 정보는 없는가?" "예 패력검제 대협께서 돕는데다가, 양양성을 맡고 있는 악비대장군도 대단히 뛰어난 인물입니다. 거기에다가 무당파의 도사들도 무림맹이 참전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에 합류하여 사력을다해 저항하고 있으니 쉽사리 함락되지는 않을 겁니다." 관지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드이 기를 쓰고 달려 갔는데 만일 그때까지 버티지 못하고 성이 함락 된다면 일이 훨씬 힘들어지기 ‹š문이다. "우리들이 도착하기 전에 함락당한다면 아주 골치 아파지지 그건 그렇고 무림맹의 세력은 패력검제가 거느리고 있는 인원이 다인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무한 방면에 대규모의 세력이 집결중입니다. 아마도 서문세가의 수라도제 대협께서 지휘 하시게 되실 겁니다. 무림맹주께서 직접 나서시지 않는 한 그 분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수라도제가 이끈다면 그들은 꽤 도움이 되겠군 무한을 방위하고 있는 송군의 세력은?" "2만 남짓입니다. 아무래도 송군은 별로 보탬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 본문의 추측입니다." 잠시 양양성의 정세를 머리에 그려보던 관지는 무영문도가 더 물어볼 것이 없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쳐다 보고 있음을 깨닫고는 얼른 입을 열었다. "그런가? 알겠네 알려줘서 고맙군"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시기를 바랍니다." 정중히 인사를 건넨 후, 무영문도는 자신의 일을 보기 위해 가버렸다 아직도 그에게는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기 ‹š문이다. 다음날 아침 아침식사를 끄낸 흑풍대는 또다시 길을 재촉하며 달려가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무영문도들은 어질러진 장내를 수습한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물론 그들 중에서 진짜 무영문도들은 거의 없었다. 먼 곳에서 품삯을 주고 고용한 일꾼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일꾼들이 장내를 정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무영문도중 한 명이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말했다. "휴우 겨우 끝났군" 이곳에 모인 수천 명의 이원들 중에서 진짜 무영문도는 겨우 4명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돈의 힘으로 끌어들인 일꾼 들인 것이다. "그러게 말일세 1만 명분의 음식과 말 2만필이 먹을 사료 그걸 시간 내로 구한다고 뛰어다닌 걸 생각하면 정말 식은 땀이 나는구먼"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일세" 사내 중 한명이 흑풍대가 다려간 방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건 그렇고, 애기는 들었지만 흑풍대의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러게 말일세 저 정도 중무장이라면 군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동료 중 한 명이 맞장구를 치자 사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만약 저들이 마교집단이라는 것을 몰랐었다면 아마 군대가 이동하는 줄 착각했을 거야, 이 변방에 저토록 잘 갖춰진 송군이 이동하고 있다느 자체가 이상한 일 아니겠는가? 그 덕분에 저들이 이동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제324첩보조가 연락을 보내 겨우 저들이 흑풍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더군" "그러게 말일세 태상문주께서 왜 그렇게 마교에 관련된 정보라면 특급으로 취급을 하시는지 이제야 알 것만 같군 어지간한 문파는 저들만으로도 아직이 날 테니까 말일세" 마교의 막강한 저력의 한 자락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사내는 불현듯 아직도 자신들의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에게 사내가 소리쳤다. "자, 자네는 흑풍대가 무사히 토오가했다는 것을 총타에 빨리 알리게 그리고 자네는 일꾼들에게 품삯을 지급하고 말이야 자 모두들 빨리 움직이세, 다음일이 가다리고 있지 않은가." 언제나 바쁜 무영문도들이었다. 양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마교와 정파의 정예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š諛′構?있었다. 하지만 양양성은 워낙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아직까지 무림의 주력이 당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양양성을 포위한 금군은 초반에 워낙 큰 피해를 당해서 그런지 그 다음부터는 그렇게 대규모의 공격을 가해오지는 않고 있었다. 오히려 이용하여 성에서 무림고수들이 튀어나와 몇번 휘젖자 금군의 강력한 벙아망을 갖추는 데 더욱 신경을 썼다 그런 다음 포위망이 완벽하게 갖춰지자 어쩌다 한 번씩 공격을 가해 양양성의 전반적인 방어 상태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그런느 한편 매일같이 무력 시위를 하여 자신들의 막강한 세력을 보여주며 적의 사기를 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요의 잔당을 처리 하기 위해 북쪽으로 이동한 완에 렌지에 대원수가 이끈느 주력부대가 나하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지자그 시간을 이용해서 진팔은 수련에 여념이 없었다. 자신에게 배정된 숙소에 앉아 끊임없이 명상을 하는 것이다. 그가 주로떠올리는 것은 패력검제가 보여줬었던 놀라운 무공들이었다. 물론 상대의 무공을 훔쳐 배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한 초식한 초식을 떠올리며 자신이 알고 있는 포식을 대입해보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그는 자신과 패력검제간의 가상대결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었다. 물론, 이때 자의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큰 힘을 보태주고 있었다. 안될 듯 하다가도 불현듯떠오르는 생각을 따라 흘러가다보면 그 초식을 막아낼 묘안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럴 때의 진팔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떠오랐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패력검제의 다음 초식이 그를 숨 막히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 다시 진팔은 그 초식을 상대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흐음, 이렇게 반격해 들어올 때 과연 막을 방법이 있나?" 진팔의 머릿속을 떠도는 각종 초식들은 대부분 급조해서 만든 것들이었다. 왜냐하면 사문의 도법으로는 패력검제의 단 1초식도 감당할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별의별 꽁수를 다 동원하여 상대의 공격을 막는 데 급급해 있는 중이었다. '그 순간 도를 던진 다음 튕겨 나온 도를 붙잡고 재차 휘두르며 영감탱이의 다리를 노린다면...... 으음 그렇게 했다가는 바로 목이 날아가겠군' 열심히 머리를 굴려가며 초식을 생각해보았지만 도무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한ㅊ팜을 고민하던 진팔은 거칠게 방바닥을 주먹으로 후려갈기며 투덜거렸다. "에잇, 젠장 어떻게 방법이 없나?" 패력검제와 다투는 데 사용하기에는 사문의 도법이 너무하다고 할 정도로 조약하기 그지 없었다. 어쩌다가 한 번씩 떠오르는 냄녀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한두 수는 막을 수 있었고 또 역공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 한두 수를 사용하게 되면 전체적인 초식의 운용이 엉망진창으로 뒤엉키게 된다.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이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젠장 누구야 금군이라도 쳐들어왔나?' 이런 생각을 잠시 하고 있는데 밖에서 흥분한 조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여기 있죠? 빨리 문 좀 열어봐요" 진팔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칠게 문을 열며 소리쳤다. "이봐요 여기 있죠? 빨리 문 좀 열어봐요" 진팔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거칠에 문을 열며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야?" 문밖에는 조령과 자타르가 함께 서 있었다. 진팔은 조령과 자타르를 번갈아 쳐다봤다 자타르의 한심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봤을 때 급한 일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저토록 흥분한 조령은 또 뭐란 말인가? 하지만 그 궁금증은 조령의 한 마디에 곧바로 풀렸다. "이겼다구요 내가 내기에 이겼어요" 순간 진팔의 이마에 퍼런 핏줄 하나가 튀어나왔다 무슨 전쟁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떨기에 나와봤더니 겨우 내기 바둑에 이긴 것 때문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좋아라 웃는 모습을 보니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었고 심드렁하게 대꾸?다. "아아, 패력검제 영감과 시작한 그 내기를 말하는 모양이군 축하하네" 김빠진 목소리롤 진팔이 말하자 조령이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따지고 들었다. "이봐요 그 얼굴, 별로 축하하는 표정이 아닌데요" 사실, 매일매일 바둑을 둬서 수백 번을 깨봉만?바보 멍청이가 아닌 이상 지금쯤 바둑판의 한쪽 귀퉁이에 자기 집을 마련할 때도 된것이다 하지만 그걸 곧이 곧대로 애기했다가 무슨 귀찮은 꼴을 당할지 잘 아는 진팔이 아닌가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다급히 손을 내저으며 변명했다. "무슨 그런 말을... 나는 진심으로 축하하는 거야 자 볼 일 다 끝났으면 들어가봐도 되毛?" "그러지 말고 자 가자구여 이긴 기념으로 한턱 크게 쓸게요 진 소협도 술 좋아하자구요? 한잔 하자구요" "글쎄... 내가 술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술을 파는 곳이 있을까?" 철없는 조령이야 아무 생각 없었지만, 진팔의 생각은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양양성은 적에게 포위당한 상태다 그리고 그 포위가 언제 풀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식량을 통제하게 된다. 먹을 식량도 없는 상항에서 술을 빚을 쌀이 있을까? 조령은 마치 꼬마애에게 말하듯 한껏 으스대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쯧쯧 겉보기와 달리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하시군요" '뭐시라?!' 진팔의 미간에 주름이 잡히건 말건 조령은 신경도 안쓰고 넉살좋게 말했다. "이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요 돈만 있으면 웬만한건 다 구할 수 있다구요" 진팔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술잔을 바라보고 있었다. 술잔안에는 투명하면서도 독하기 그지없는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이것은 바로 술, 조령의 말대로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었던 것이 없었던 것이다. 양양성에 금주령이 내려지고, 식량이 통제되기 전에 만들어진 술인 것이다.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통제를 가하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술을 식량으로 바꿔놓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물론 이런 술은 암암리에 거래가 되었고, 그 가격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비싼 값에 거래가 되었다 흔하디 흔했던 백주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아주 귀하신몸으로 변해 있었다.진팔은 술잔을 목구멍 안에 털어 넣었다. 찌르르한 느낌이 오장육부를 진동한다. "크으으~" "어때요? 비싼 돈값은 하죠? 자, 한 잔 더 하라구요" 안 그래도 무공을 수련하며 마음대로 잘 안 풀려 답답하던 참에 술을 마시니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술을 따라주募摸?옆에 달라붙어 애교를 떠는 조령의 모습이 싫지많은 않았다. '허구한 날 귀찮게만 하더니 가끔은 이쁜 짓도 하는군' 진팔은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조령의 모습이 왠지 이쁘다고 생각되었다. 사람을 좋게 보면 겉모습도 달라 보이는 모양이다. 하기야 지금까지 진팔은 그녀를 반쯤은 애물단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진팔이 화통하게 술을 들이키고 있는데 조령이 의기 양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봐요 술 파는 곳이 있는지 찾아보기를 잘했죠? 해보지도 않고. 이러이러할 것이다 하는 지례짐작에 포기하는 것은 못난 사내나 할 짓이라구요" 진팔은 힐끗 조령을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못났다고 말하는데 어느 누구가 기분이 좋겠는가 하지만 술까지 마시게 해주었는데 활르 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냥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령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진팔이 자신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진 소협은 그게 문제라구요 너무 고지식한 거 말이에요 사람이 좀 유연하게 사고를 할 줄도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조령은 아무 생각없이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진팔은 그 말을 듣는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다 진팔은 조령의 말을 듣더니 순간 깨달았던 것이다. 어린애한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하더니 역시 그녀의 말대로 자신의 마음가짐이 더욱 큰 문제인지도 몰랐다. 패력 검제가 무림에서 적수를 찾기 힘든 고수라는 점은 그도 인정하는 바이다. 머릿속으로 대련하면서 패력검제는 기기묘묘한 수를 동원하여 자신의 공격을 막고, 또 공격해 온다 숨도 쉬기 힘들 정도의 압박감을 흘리면서...... 그러면 자신은 그것을 막는 것만도 벅차다 공격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 모든 초식이 뒤엉키고, 손발이 따로 놀다가 자멸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마음 속 대련의 기준은 누가 잡은 것인가? 왜 그런 기기묘묘한 초식을 패력검제만 쓸 수 있고 자신은 사문의 초식만 써야 한다고 누가 정해놓은 것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껏 자신이 뭐 하고 있었나 싶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지는 진팔이었다. 조령은 진팔이 술을 마시다 갑자기 멍하니 생각에 빠젼 듯하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 해요? 술 마시다 말고?" 하지만 진팔은 지금 한가하게 술 마시고 있을 처지가 아니었다 일순간에 도를 ƒ틈莩쨈鳴?하더니, 진팔은 지금 그것을 경험하는 중이 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그의 손발은 어디로든지 뻗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아무리 괴이한 초식이라도 사용 가능할 것만 같았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순간 환골탈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울뿐이었다. 이것이 화경의 깨달음이 아니라 해도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이것을 통해 자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화경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설 것이다. 진팔은 꿈꾸는 듯 몽롱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아아. 나는 아직까지도 내면의 목소리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구나 너무나도 미숙했어" 백주를 훌쩍거리고 있던 조령이 궁금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내면의 목소리라니 그건 무슨 소리에요 진소협?" "아아 조 소저는 알 필요 없어 그걸 알 정도 수준이 되려면 이십 년은 검을 더 휘둘러야 할 테니까 말이야" 조령의 아미가 꿈틀하는 것 같았지만 그년느 곧이어 미소 띤 표정으로 애교스럽게 말했다. "에이. 그러지 말고 가르쳐줘요......" 하지만 진팔의 대답은 퉁명스럽기 그지없었다. "무공을 익히는 데 있어서 자기가 아무리 싫어도 필요한 단계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어 지금 조 소저는 가르침을 받는 초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따라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단계야." 마음이 상했는지 조령은 입을 삐죽거리며 투덜거렸다. "칫 사내가 쪼잔하기는...... 그냥 가르쳐 주기 싫으면 싫다고 할 것이지" "내가 가르쳐주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자신이 익혀야 할 단계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상태에서 윗단계를 알아봐야 허사라고 오히려 수련에 방해가 되고 몸만 망칠 뿐이야 알겠어?" 하지만 조령의 입은 오리 주둥이마냥 삐쭉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보며 진팔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조령을 진팔은 귀여운 동생을 대하듯 바라봤다. '지금처럼 아무것도 모를 때가 오히려 더 좋은 거야 경지가 높아질 수록 골치만 아프지, 조금 지나고 나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거다' 진실과 거짓 사이 요즘 근처에 마적단이 나타났다느니, 떼강도가 출몰했다느니, 산적들이 횡횡한다느니 하는 불안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었다. 적은 재산이나마 지니고 있는 자들은 그 소문이 몸을 움츠려야 했다. 옛날이 정말 좋았다. 강력한 대송제국의 힘이 나라 구석구석 까지 뻗치고 있을 때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세상에는 엇나가는 사람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방 포두는 치안이 허술하다고 난리를 떠는 지금이 오히려 더 좋았다. 요즘 그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하루하루가 행복하기 그지 없었다. "이봐 박 영감 며칠 전에 땅을 샀다면서? 그렇다면 세금을 내야 할거 아냐?" 자신의 말에 박 영감은 식은땀을 흘리며 애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세금이라면 벌써 다 드렸지 않습니까요?" 방포두는 짐짓 고개를 들어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어린 짓을 한두 번 해보는 게 아니다 보니 요령이 생긴 것이다 이럴 때에는 그런 애기에는 관심이 없단느 듯 딴청을 피우는 것이 돈을 뜯어내는 데 훨씬 효과가 있단느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흥 이런 능구렁이 같으니라구 애절한 목소리로 말하면 내가 마음이 약해질 줄 알았나?' 하지만 내심과는 달리 방 포두는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크흐흣 이봐 세금이라는 것은 말이야 황실에 납부해야 하는 것만이 아니야 자네가 도둑이나 공도 걱정 없이 하루하루 평안 하게 생활 할 수 있는 것도 다 이 방대이(方對二) 어르신이 노력한 결과라는 것도 알아줘야지 황실에서 자네 집에 도둑이 드는지 신경써주는 건 아니거든 안 그래?" 황실의 모든 이목이 금에 쏠러버린 지금 이곳 번경에는 무섭지대나 다름없었다 현감도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서 치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모든 관리들도 물론 위삿람들을 본받아 방대이 포두도 열심히 치부를 하는 중이었다. "어, 얼마나 드려야 합니까?" "은자 1냥" 순간 박 영감의 안색이 허žj게 변하는 게 보였다. 내가 너무 과하게 불렀나? 아니야 마음이 약해서야 이 사업을 할 수가 없지 이놈저놈 사정 봐주다가 언제 돈을 모은다는 말인다. "왜, 못주겠다는 말인가? 그 땅을 잘 활용하면 그 정도는 쉽사리 뽑아낼 수 있잖아 안 그래?" "하, 하지만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방 포두는 자신이 다 알아서 처리해주겠다는 듯 박 영감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다. "허, 이 사람 별 쓸대없는 걱정을 다 하고 있구만 설마하니 내가 자네의 처지를 모르고 이런 말을 했募째? 걱정 말게 그저 여기다가 도장만 꽝 찍으면 된다네" 하면서 방 포두가 은근슬쩍 내민 것은 차용증서였다. 방 포두에게 은자 1냥을 빌렸는데 그것을 나중에 갚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고 그뿐만이 아니라 차용증서 한쪽 귀퉁이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그 은자 한 냥을 갚을 때까지 매일 상당히 높은 이자를 지불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게 아닌가 박 영감은 차용증서를 내려다보며 치를 떨었다. 은자 한냥을 거저 뜯기는 것만 해도 억울해 죽겠는데 거기에 고리대금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높은 이자까지 받겠다는 심보니 말이다. 이건 완전히 날강도와 다를 바 없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 믄약 거절한다면 별의별 트집을 잡아 자신을 괴롭힐 것이 뻔했으니 말이다. 박 영감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도장을 찍고 있는 것을 방 포두가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포졸 하나가 허겁지거 달려와서 외쳤다. "방 포두 나으리 거상입니다요 거상" "뭣이? 그게 무슨 말이냐?" "지금 거상이 마을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여섯필의 말이 끄는 수레가 끝이 안 보일 지경입니다요" "뭣아? 어서 현감 어른꼐 통보를......" 여기까지 말하던 방 포두는 뭘 생각했는지 슬쩍 박 영감의 눈치를 보더니, 포졸의 귀를 잡고 속닥거렸다." "현감 어른께 통보는 드렸느냐?" "아, 아뇨 먼저 포두 어른꼐 알려드리기 위해 달려왔습니다요" "그래?" 방 포두는 박 영감을 서둘러 돌려보냈다. 물론 도장이 쾅 찍힌 차용증서를 받고 말이다. 거상인 만큼 그들을 슬쩍 찌르면 상당한 액수가 튀어나오겠지만 그 대부분은 현감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몰래 가서 찌르면? 물론 현감이 직접 하는 것보다는 액수가 적겠지만 현감이 먹고 남은 부스러기를 얻어먹는 것보다는 훨씬 액수가 크지 않겠는가 만약 제대로만 걸리면 큰 돈을 만질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입이 무거운 놈으로 20명만 대기시켜라" "예?" "멍청하기는! 한두 번 해보는 일도 아닌데 뭘 그러느냐? 척하면 알아들어야 할 것아니냐 물론 이번 건은 좀 덩어리가 큰 만큼 아이들을 세삼하게 골라야 할 것이야" 그 말에 포졸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 그제야 방 포두의 속셈을 눈치챈 것이다. "예 바로 애들을 불러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마을 바깥에 집결시키도록 해라 그리고 다른 녀석들에게는 내가 마을 근방을 순시하러 간다고 하더라고 전하거라" "옛" 어차피 그들을 붙잡아 적당히 구슬러 돈을 뜯어낸느 것은 자신의 역활이였다. 현감이야 관청에 앉아 자신이 뜯어낸 돈을 그저 챙기김나 하지 않는가 문제는 그들이 마을에 머무르냐 아니면 그냥 통과하느냐 에 달려 있다. 만약 머무르지 않고 마을을 통과한다면 미리 마을을 벗어나는 지점에 가 기다린 뒤 그들을 검문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현감에게는 그때 자신이 자리에 없어 그들을 심문하지 못했다고 적당히 둘러댈 생각이었다. '흐흐흐 드디어 애월루의 향이를 품게 되는구나.' 과연 부하 녀석이 말대로 거대한 상단이었다. 짐이 잔뜩 실린 마차가 도대체 몇 대나 되는지 셀 수도 없었다. 그것 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마차 주위를 에워싸고 움직이는 호위무사들이었다. 괴이한 기운까지 물씬 풍기는 것을 보면 상당한 실력자들인 것 같은데 과연 이들을 건드려도 괜찮을까? 좀 찜찜하기는 ?지만 그냥 놔두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저 정도 규모의 상단이라면 은자 10냥 20냥 정도는 돈도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은 국가의 녹을 먹고 있는 포두가 아닌가 만약 분위기가 이상하면 적당히 둘러대며 빠져나오면 충분할 것이다. 방 포두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천천히 상단 앞으로 걸어 나갔다 물론 최대한 얼굴 표정을 근엄하게 보이려 애쓰면서 말이다. "잠깐 멈추시오 이건 어디서 오는 마차들이오?" 관복을 입고 있는 그의 물음에 장대한 체구를 지닌 사내가 급히 다가왔다 칼에 난 상처인 듯 보이는 긴 흉터가 뺨에 있어 매우 인상적으로 보이는 인물이었다. "수고들하시는구려 이 물건들은 천마신교에서 필요한 물건들이외다." 하지만 천마신교고 말꼬랑지 신교고 간에 그런 곳이 있다는 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방 포두다 왜냐하면 이곳은 천마신교와 너무도 멀리 떨어진 곳이니 말이다. 자신이 들어보지 못한 상단 이름이었기에 괜히 겁을 먹었다고 생각한 방 포두는 거만한 표정으로 상단을 쓰윽 둘러보며 물었다. "천마신교라? 하여간에 목적지와 물품들의 품목이 뭔지 알려주시오 물론 관에서 발급한 증빙서류는 갖추고 있겠지요?" 자신이 꼬장꼬장하게 나가자 예상대로 “ƒ에 상처가 있는 그 장한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은근슬쩍 전냥 하나를 건네주며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수고들 하신느구려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일 끝나고 나서 술이나 한잔 하시오" 얼핏 무게를 가늠해보니 제법 묵직했다 아마 상당한 액수일 듯 싶었다. 이쯤에서 그만 둘가? 하지만 곧 방 포두는 생각을 바꿨다 살짝만 찔렀는데도 이 정도인데 조금만 더 귀찮게 하면 짭짤하게 한몫 챙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거둬들이는 은자가 모두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니 요심이 그의 눈을 가렸던 것이다. 방 포두는 우선 받은 전냥을 어른 품속에 챙겨 넣었다. 그리고는 짐짓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장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어 뭐 이런 걸 다...... 물론 본관은 편의를 봐드리고 싶지만 뒤에 있는 수하들의 이목도 있는지라......" 한 마디로 몇 푼 더 달라는 요구였다 뺨에 흉터가 있는 장한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 몇 개인가의 은자를 더끄집어냈다. 방 포두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지금 뭐 하는 겐가?" 장한은 다급히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참 은자를 건네받던 방 포두가 깜짝 놀라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한 주먹감이면 끝날 듯 보이는 삐쩍 마른 녀석이 오만한 자세로 서서 퉁명스레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눈에 척 봐도 세상 물정 모르는 대갓집 도련님 같은 인상이었다. 방 포두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쯧쯧 저런 철없는 놈들 때문에 아랫사람들이 고생하는 거야 아주 일 잘 하고 있구만 뒤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지 끼어들기는 왜 끼어들어; 그런데 그 순간 부잣집 도련님의 오만하기 그지없는 건방진 말투에 방 포두의 인상이 확 일그러졌다. "아무것도 아니기는...... 왜 저런 쓰레기 같은 놈에게 돈푼을 쥐어 주는 거지?" '뭣이 쓰레기라고? 감히 나 방대이를 쓰레기라고 불러?' 방대이는 노기 띤 어조로 소리쳤다. "아니 감히 이것들이 본관을 쓰레기라고 불러? 좋다 이것 다 필요 없어," 방 포두는 장한에게서 받았던 은자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다음 두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험악한 그의 표정과는 달리 방대이의 두 눈은 이리저리 굴러간 은자들의 위치를 쫓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회수해야 할 테니까 "애들아 저 마차에 실린 짐들이 어떤 것들인지 철저하게 조사해라 만약 그 속에 금지품목이 단 한개라도 있다면 너희들 모두 껍질을 홀랑 벗겨주마" 저들의 수가 많은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자신에게는 수하가 20여 명이나 있었다. 그리고 이 일대는 모두 자신의 관할구역이다. 거기에다가 내가 눅누가 나를 감히 쓰레기라고 불러? 내가 버럭 화를 냈으니 저런 세상 물정 모르는 대갓집 도련님 따위는 지금 바짝 겁에 질려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저 뺨에 흉터 있는 장한이 다급히 자신에게 다가올 테고 한두 번 튕기다 못이기는 척 하며 은근슬쩍 다시 협상을 하면 될 것이다. 하짐나 이 일은 방대이의 계획대로 풀리지 않았다. 자신이 화를 내면 지금까지 계속 먹혀들어갔듯 이번에도 효과가 확실할줄알았다. 관리들과 잘 지내려는 것이 상인들의 기본태도니까 말이다. 하지만 밥맛 없게 생긴 호리호리한 놈은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체 콧방귀를 뀌었다. 그것이 방 포두를 조금 두렵게 만들었다. 헉!이거 혹시 잘못 건드린 거 아냐? "흥 껍질을 벗겨주겠다고? 애들아." 그 말에 주위에 서 있던 무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하명하십시오" 너무나도 절도 있는 그들의 동작 하나만으로 방 포두는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뭔가 잘못 건드려 놓은 듯하다 재빨리 사태를 파악한 방 포두는 슬금슬금 뒷걸음치며 중얼거렸다. "뭐 말이 그렇다는 말이지요. 핫핫 유쾌한 여행이 되기를 빌겠소이다. 애들아 가자" 그들이 몇 발자국 가지도 못했을 때 뒤에서 예의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잡아서 꿇여라" "존명!" 마차를 호위하고 있던 무사 십여 명이 달려왔다 그 순간 후위에 서 있던 포졸들 중에서 제일 실력이 뛰어나다는 아삼이 재빨리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그는 칼을 채 휘두르지도 못했다. 어느새 두들겨 맞았는지 길게 쭉 뻗어버렸고 칼은 저쪽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가버렸다. 모두지 방 포두가 생각하고 있던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였다. 물론 방 포두도 잡히지 않기 위해 반항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무지막지한 주먹이 자신의 배에 꽃혔다. 퍼억! "크어어억! 쿠럭쿨럭!" 너무나도 통증이 극심해서 한동안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들은 양쪽에서 방 포두의 손을 붙잡아 끌고 갔다. 그 호리호리한 녀석은 자신의 앞에꿇려져서 핼쑥하게 질려 있는 방 포두 이행을 보며 이죽거렸다. "오기는 쉽게 왔는지 몰라도 갈 때는 너희들 마음대로 갈 수 없지 자 기왕에 껍질 벗기는 애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게 어떤 것인지 본좌가 가르쳐주지" 엄청난 실력차, 거기에다가 상대방은 500여 명이나 된다. 옛날이었다면 상부에 통고해서 어림군이라도 충동시킬 여지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다. 자신들도 상부의 통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뇌물을 먹었지만 역으로 자신들의 통제력을 상회할 정도의 무력을 지닌 채 반항하는 자들이 생겼을 때 그것을 막을 방법이 하나도 없음을 방 포두는 ƒ틈騁틴蔘?했다. 방 포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하 하늘을 몰라뵙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버러지 못한 새끼들 여봐라!" "옛" "이런 쓰레기들이 두번 다시 내 눈에 띄지 않게 해라" "존명" "그리고 저놈은 특별히 껍질을 홀랑 벗겨주도록" 그러면서 그는 방 포두를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방 포두는 자신은 성질난 김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몽땅 다 뺏겠다는 의미에서 껍질을 홀랑 벗기募募?표현을 썼지만 상대의 말은 말 그대로 껍질 그러니까 가죽을 벗기募募?소리였다. 그 순간 방 포두의 얼굴 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가죽을 벗긴다고? 어찌 사람 가죽을 벗긴단 말을 저렇듯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저놈들은 도대체 사람이라는 말인가? 아니면 백정들이라는 말인가 방 포두는 끌려가면서도 애절한 목소리로 악착같이 용서를 구했다. "대, 대인 제발 살려주십시오 대이이이인!!!" 하지만 흑의를 입은 무사들은 인정사정 없었다. 퍽!퍽! "크아아악!" 우선 모진 구타가 시작되었다. 방 포두와 그의 부하들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또 빌었지만 하나도 달리진 것은 없었다. 모두들 피투성이가 되어 기절하기 적전쯤 되어서야 주먹질과 발길질이 멈췄다. 그리고 그들 중의 한 명이 품속에서 작은 칼을 쓱 꺼냈다. 비도(飛刀)로 보이는 그 칼은 아주 얇고도 날카로웠다 그는 칼날을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내가 좀 실수해서 살점이 떨어져 나가더라도 참으라고 나도 사람가죽 벗기는 것은 처음이라서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방 포두는 극심한 공포를 도저히 참지 못하고 기절하고 말았다. 최근 마교의 동태를 기록해 놓은 보고서를 읽어보던 옥화무제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이건 도대체 뭐죠?" 총관은 옥화무제 옆으로 다가가서 어떤 보고서인지 확인한 후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설명했다. "예. 일단의 마교 세력이 북상하고 잇습니다. 엄청난 수의 수레에 뭔가를 가득 싣고 수송하고 있는게 그게 뭔지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옥화무제는 보고서를 찬찬히 ?어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상하군요 이들이 하는 행도은 완전히 '내가 이리로 가고있소'하면서 광고하고 있는거나 다름없잖아요 겨우 자성만마대 1개대 뿐인 전력만으로 말이에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마교에서 요 근래에 출발한 또 다른 고수들이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보라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미끼인 듯 보이는 그들 주위를 철저히 수색해보라고도 일러두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건진 것이 있었나요? 총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옥화무제에게 보고서를 올리기 전에 자신도 그것을 읽어보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들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š문이다. "아쉽게도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총타와 아예 연락을 주고받기를 포기한 듯, 그 어떤 연락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흐음...... 이해하기 힘들군요" 잠시 이리저리 궁리하던 옥화무제가 입을 열었다. "보고서 대로라면, 그들은 몽고쪽으로 가고 있는 모양인데......" "예 방향만으로 따진다면 몽고쪽으로 가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몽고 남부의 케레이트 부족 같은 경우 돈만 많이 준다면 충분히 포섭 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속하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었습니다. 엄청난 마차를 몰고 가면서 호위 무사가 겨우 자성만마대 1개대 뿐이었고 더군다가 가는 길에 포두의 가죽을 벗긴다든지 하는 눈에 띄는 행동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마치 지금 자신들의 행동을 봐주기를 원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총관은 잠시 옥화무제의 눈치를 살피며 혀로 입술을 축인 뒤 계속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속하의 생각으로는 양양성으로 가고 있는 흑풍대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연막을 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장인걸의 시선을 몽고쪽으로 돌려놓고 양양성 일대를 쓸어버리겠다는 계획이 아니겟습니까?" 옥화무제는 다시 한번 보고서를 쓱 ?어보며 말?다. "그게 가장 신빙성 있는 추리겠죠 마교 쪽에서는 본문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흑풍대를 지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사실 장인걸의 모든 이목은 본문이 막아주고 있는데 말이에요" "마교는 아직까지도 그걸 모르고 있을 겁니다." "사실 무영문이 흑풍대의 이목을 가리거나 지원을 해주고 있는 것들은 모두 다 마교와 사전에 합의가 된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마교쪽에서는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만큼 무영문의 움직임은 은밀한 것이니까 말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옥화무제가 고개를 들더니 총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금 몽고로 가고 있는 마교 세력에 대한 정보도 장인걸이 포착하지 못하도록 공작을 펼치도록 하세요" 그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지 의아한 표정으로 총관이 물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장인걸의 세력이 분산되면 분산될수록 더욱 좋지 않습니까?" 그 말에 옥화무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만약 장인걸이 무너지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겠어요? 마교와 무림맹은 또다시 무림을 두고 다퉈야 해요 이번에 마교가 더 많은 피해를 보도록 만드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20여 년 동안 축적된 마교의 힘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하니까 말이에요" 그 말에 총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다. "과연 그렇군요 마교와 무림맹의 세력이 모두 약해질수록 본문의 세력은 강성해질 테니까 말입니다." 무영문의 찬란한 미래가 보이는지 총관은 미소를 씩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미끼로 던져진 자성만마대 1개대는 태상문주님의 보살핌 덕분에 목숨을 벌었다는 것 조차 모르겠군요 대신 양양성에 모인 자들은 그 만큼 더 고생을 하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게 미끼가 아닌 진짜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이 결정 때문에 북방의 판도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되리라는 것 또한 그들은 알 수 없었다. 묵향 일행이 뇌물을 요구한 포두와 포졸들을 어떻게 했는지는 곧이어 그 일대에 소문이 쫙 퍼져버렸다. 대부분의 포두들은 묵향 일행이 나타나자마자 재빨리 기을 열어줬다 하지만 그 중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인물들도 있었다. 묵향 일행이 변방의 요지라고 할 수 있는 주천을 통과하고자 할 때였다. 백여 명이 넘는 포졸들이 십수 명의 포두들의 지휘를 받아가며 활과 창 등으로 무장을 갖춘 채 방어선을 치고 묵향 일행을 맞이했다. 포두들 중에서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앞에는 창과 칼을 든 포졸들이, 뒤에는 활을 든 포졸들이 도열해 있다. 활을 든 포졸들은 활 시위를 가득 당신 상태여서 명령만 내리면 곧장 발사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있었다. "너희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 길이냐?" 여태까지 봐오던 부패한 포두들과는 그 움직임부터 판이했다. 포졸들도 포두의 명령에 따라 절도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묵향은 뒤에서 아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팔삼 대장이 앞으로 쓱 나서며 대꾸했다. "우리들은 몽고와 교역하기 위해서 가는 길이오" "그대들이 이전에 벌인 만행은 잘 알고 있겠지? 감히 국가의 녹을 먹는 관리에게 상해를 입히다니 그것은 황실의 권위를 넘보는 행위임에 분명하다 이 상단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당장 앞으로 나와 나의 오라를 받거라" 이팔삼은 마른침을 굴꺽 삼키며 교주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교주를 보며 이팔삼은 다음 행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즉각 결정했다. "쳐랏!" 이팔삼의 손짓에 백여 명의 자성만마대원들이 전광석화처럼 돌진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포졸들이 쏜 화살 수십발이 날아들었다. 자성만마대가 아무리 마교에서 하급 무력다체라고는 하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포졸들이 쏜 화살에 당할 만큼 만만하지는 않았다. 포졸들은 채 두 번째 화살을 날릴 틈도 없이 제업당했다. 앞에서 창이나 칼을 든 포졸들이 뒤에 활을 든 포졸들을 방어해줘야 함에도 순식간에 무너져버렸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약간의 무공의 맛을 봤다고 자부하는 포두들도 몇 있었지만 정식으로 마교에서 수련을 쌓은 자들과는 수준차이가 벌어져도 너무 심하게 벌어졌다. ㄷ특히나 마교도들이 익히는 마공의 특성상 초기 연성속도는 그 어떤 문파보다도 뛰어났다 물론 윗단계로 올라갈수록 더욱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 단점을 무시해버릴 정도로 그 속도가 지니는 매력이 컸던 것이다. 그리고 사실, 웬만큼 뛰언나 고수들 정도야 수로 밀어버리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팔삼 대장은 앞을 가로막고 있던 포졸들을 처리한 후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여태까지 해왔듯 정신 좀 차리게 만들어줘라" "옛, 대장" 어딘가로 끌고 가서 주제 파악 좀 하도록 죽지 않을 만큼만 두들겨패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때 묵향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잠깐!" 이팔삼 대장은 재빨리 묵향의 앞으로 다가가 공손히 아뢰었다. "지시하실 것이 있습니까?" 이팔삼에게 대답도 하지 않고 묵향은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곳에는 포두와 포졸들이 꿇어앉아 있었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자신들이 어떻게 제압당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묵향은 거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쭉 ?어본 후 이죽거렸다. "호오, 이제는 뇌물을 받기 위해 떼거리로 몰려오는구먼 이 정도의 병력을 동원하려면 포두 정도의 힘으로는 안 될 텐데?" 그러면서 묵향은 제알 앞에 꿇어앉아있는 포두들 중의 한 명에게 물었다. "여기 현감놈이 시킨 것이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포두 한 명이 굵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크흐흐흑! 말세로다 어찌 이런 무뢰배들이 날뛴단 말인가 가욕관에 어림군이 주둔하고 있기만 했어도 네놈들을......" "신세타령은 그만하고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지? 여기 현삼놈이 뇌물을 거둬오라고 시키더냐?" "당치도 않은 말을 하지 말거라 현감님꼐서 어떠한 분이신데, 네놈따위가 함부로 입에 담는단 말이냐" 묵향은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범인을 말해야 껍질을 벗길 것 아니겠느냐? 자 순순히 이실직고 하지?" 그 말에 포두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자신의 말 한 마디에 목숨이 걸린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아, 아니다 내가 그랬느니라" 묵향의 눈이 실쭉 가늘어졌다 부하들에게 이 정도의 충성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여기 현감이 보통 인물물은 아닌 듯 보였기 때문이다. "크흐흐흣 좋다 현감에게 가서 알아보기로 하지 만약 아니라면 죽을 줄 알아" 그런다음 묵향은 고개를 돌려 이팔삼 대장에게 명령했다. "오늘은 때도 늦었고 쉬어야 할 테니, 주천에서 묵도록 하지" "옛." 묵향은 포두 한 명을 앞세워 현감의 처소로 달려갔다. 물론 초류빈도 함께였다. 달리 할 일도 없었던 초류빈 이었으니 상관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구경도 할겸 겸사겸사해서 따라나선 것이었다. "댁이 이 지방의 현감이시오?" 갑자기 묵향이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40대 초반의 현감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는 근엄한 표정으로 묵향과 함께 온 포두에게 질문부터 던졌다. "관 포두 대체 이 자는 누군가?" 현감의 물음에 관 포두는 면목 없다는 듯 대답했다. "현상 수배 된 일행의 우두머리인 듯합니다 현감어른" 현감은 집무를 수행하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서 묵향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래들은 누구인가? 무슨 일로 안 그래도 어지러운 변방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인가?" "글›?.., 그냥 상인들이라고 해둡시다." "본관이 보고를 듣기로는 저 청해성부터 시작해서 이곳ㅇ로 흘러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인이라니 그렇다 면 몽고와 상거래를 하기 위해 이동해 온 것인가?" "그렇다고 해둡시다" "그런데, 관의 수색에 불응한 것으로 보아 금지물품을 거래하는 자들인가?" 현감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묵향의 대답은 조금씩 퉁명스러워졌다. "그럴지도 모르지" 안하무인격의 상대방의 태도에 분기탱천한 현감은 드디어 노성을 터뜨렸다. "이런 발칙한! 금지물품을 밀거래하는 자들이 어찌 관을 이렇듯 업수이 여긴단 말인가?" 현감의 서리밭 같은 호통에 묵향은 시끄럽다는 듯 귓구멍을 후비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야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고 설쳐대는 관청놈들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건 그렇고 얼마면 되模?" 그 말에 현감이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뭣이? 그게 무슨 말이냐?" "얼마를 드리면 지명수배를 헤제해주고, 이곳을 무사 통과시켜 주겠느냐 이 말이오 사실 당신의 부하들은 내 수하들에게 제압당한 지 오래요 그런 만큼 내 제인을 따르는 것이 당신 신상에 좋을 것이오" 현감은 기가 막힌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이, 이런 발칙한!" 그러자 묵향은 쓱 검을 뽑아들며 짙은 살기를 뿜어냈다. "나도 쓸대없이 살생을 즐기지는 않으니 웬만하면 이 정도에서 타협하는 게 좋지 않겠소? 그렇지 않다면 지금 당신을 벨 수밖에 없소" "이Ÿ? 오냐 벨 테면 베어봐라 관에서는 네놈을 끝까지 추적하여 그 죄값을 치르도록 할 것이다" "호홋 이곳 현에서는 우리들을 잡을 만한 병력이 없지 않소 더군다나 어림군은 이곳을 떠난 지 오래지 않소? 자 어서 선택하시오" 그러면서 묵향은 검을 현감의 목에 가져다 댔다. 여차하면 벨 기세 무yㅇ이 내뿜는ㄴ 짙은 살기에 현감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항복하지 않았다. 단지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탄식을 터뜨릴 뿐이었다. "허어, 저런 무뢰배들이 날뛰는데도 어찌할 수 업다니... 대송제국의 앞날이 걱정되는구나" 잠시 그런 현감의 얼굴을 바라보던 묵향은 검을 거둔 후 자리에 앉으며 사과?다. 사실 방금 전까지 그에게 모질게 대한 것은 상대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이토록 청렴한 관리가 이런 변방에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대를 잠시 시험해서 미안하게 생각하오 나는 대송제국을 위해서 몽고에 군수물자를 지원해주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오" "뭣이?" "몽고를 충동질하여 금의 뒤를 치기 위해서지 아무래도 변방이 소란스러워지면 금으로서도 모든 병력을 송에다가 쏟아 붓기 힘들어지니 말이오 자 이제 대답이 되었소?"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던 현감은 묵향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이미 포졸들을 완전히 제압한 상태에서 상대가 거짓을 말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상대에게 지금까지 놀림을 당한 것 같아 화가 나기는 했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 면 상대의 지위는 대단히 높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중대한 사명을 받은 자라면 결코 신분이 낮을 리가 없기 ‹š문이다. 그렇기에 현감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황실의 밀명을 받고 움직이는 분이시오?"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소 하지만 귀하처럼 청렴한 관리자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소 " 그 말에 현감은 묵향이 황실과 관련된 인무일 것이라고 지레잠작했다. 그렇지 않다면 500명이나 되는 정예 병사를 이끌고 험난한 몽고벌판으로 갈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포두의 가죽을 벗긴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포두가 뭔가 그만한 죌르 지었음이 틀림없었다. 현감은 황송스럽다는 듯 ㄱ개를 조아리며 말?다. "무슨 말씀을...... 본관은 황상폐하의 명을 충실히 받들 뿐이외다 자, 먼 길에 수고가 많으신데 차라도 한잔 드시며 애기를 하시는 게 좋지 않겠소이까?" 그러면서 현감은 관 포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런줄도 모르고 자네들에게 괜한 짓을 시켰구먼 그래 다친 사람은 없는가?" "예 없엇습니다. 현ㄱ마 어른" "자, 돌아가서 볼 일이나 보게나 그리고 나가서 차를 대령하라고 이르게" "예" 묵향을 바라보며 현감은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워낙 나라가 어지럽다 보니 요즘 밀수꾼과 마적단들이 판을 치는지라 귀하신 분께 이런 실례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괜찮소이다. 이런 변방에서 마적단까지 상대하자면 많이 힘드실 것이오 자, 이건 그대에게 주는 자그마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시오" 현ㄱ마은 묵향이 건네준 전표를 받아본 후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통 큰 액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이렇게까지......" "이건 현감에게 주는 뇌물이나 선물이 아니오 마적단을 상대하고, 이 지방의 치안을 정립하려면 돈이 필요하지 않겠소? 거기에 보태주시오" "가, 감사하오이다." 묵향은 현감과 밤늦게 애기를 나누며 몽고쪽 정세라든지 여러가지 대화를 주고 받았다 현감은 묵향이 황실의 밀명을 받고 행동하는 관리라고 여겼기에 아주 깍듯하게 대접을 해왔다. 그리고 이런 둘을 바라보고 있는 초류빈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현감과 대륙으 ㅣ정세에 대해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묵향의 모습은 자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단순무식한 교주의 모습이 아니었다. 교교한 달빛을 받으며 현감과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묵향의 말을 듣다보니 자신이 그렇게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묵향의 지식이 대단히 폭 넓고도 깊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묵향의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현감의 모습을 보며 초류빈은 그가 자신이 아는 묵향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가마저 들었다. 요 며칠간 보여주는 묵향의 모습은 사내인 자신이 보더라도 웬지 너무나도 멋있었다. "허, 거 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이어지는 인연 며칠 후 국경을 넘은 묵향 일행은 길 안내를 하기 위해 비마대에서 파견된 막이첨의 안내로 몽고벌판 깊숙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몽고여인과 중원인의 혼혈아였는데, 그 때문인지 몽고어에 매우 능통할 뿐만 아니라 그쪽의 풍습에 대한 지식도 매우 해박 했다. 몽고하면 떠오르는 것이 광대한 평원이겠지만, 그들이 이동하는 이곳은 몽고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싱그러운 초목이 여기저기에 우거져있었다. ,몽고 남쪽은 몽고 전역에 비해 비교적 숲이 많이 우거져 있었고, 물도 흔한 편이었다. 막이첨은 이팔삼 대장하고 낮은 목소리로 뭔가 속닥거리더니 묵향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이 일대는 전부 케레이트 부족의 지배자 옹칸의 영역입니다. 그는 오랜세월 송과 교역을 해 온 인물이기에 아무래도 그에게 몇 가지 선 물을 주고 통행권을 얻는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뇌물을 요구한 관리들을 어떻게 만들어놨는지에 대해 이팔삼 대장에게 들은 막이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묵향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몽고에서도 강행돌파를 시도하자고 한다면? 이번 일은 대단히 어려워지면서도 귀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본교의 힘이라면 그렇게 안 하고 강행돌파를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한다면 말을 구입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묵향은 알아서 하라는 듯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몽고에 왔으면 몽고의 예법을 따르는 것이 순리겟지" 뇌물을 주는 것은 순리가 아니었기에 쓰레기들에게 돈을 바칠 이유가 없었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는 묵향의 대답이었다. 묵향에 말에 막이첨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옛, 이팔삼 대장에게 전하母윱求?" 뒤로 돌아서며 막이첨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자신들의 힘으로 돌파해 들어갈 수야 있겠지만 문제는 말을 살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말을 훔치거나 빼앗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케레이트 부족의 본거지에 도착한 후, 묵향은 이팔삼에게 명령을 내렸다. "자네가 옹칸을 구워삶도록 하게, 선물은 준비해 왔겠지?" "옛, 걱정마십시오" 명령을 받은 이팔삼은 수하 몇을 거느리고 옹칸이 기거하는 궁전으로 갔다. 대부분의 몽고 족장들은 궁전 따위를 건설 하지 않았다. 궁전을 만들 물자도 없었지만,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는 유목민족의 특성상 궁전을 만들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옹칸은 달랐다. 그의 수입원 중에서 가장 굵직한 것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무역이였다. 시장은 언제나 한곳에서 고정해서 열릴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 상인들이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했다. 그렇 기에 작은 궁전을 만든 것이다. 이팔삼은 통역관으로 막이첨을 거느리고, 수하 몇 명에서 성대한 선물을 들게 하여 옹칸 을 배알하러 궁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묵향은 이팔삼인 돌아오는 것Ÿ?기다리지 않고 수하들과 함께 마시장으로 나갔다. 그렇게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묵향이 몽고어를 구사하여 상인과 거래를 시작하자, 그를 수행하고 있던 수하들은 모두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천마신교에서 교주는 신적인 존재가 아닌가. 그런 분께서 몽고어를 구사하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른 데 있었다. 과거 묵향이 기억을 잃었을 대 옥영진 대장군 밑에서 일하면서 몽고어를 배운 적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하부르라는 몽고처녀와 함께 생활하면서 꽤 많은 몽고어 와 함께 몽고의 풍습도 배워둔 것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들은 묵향이 기억을 되찾으며 잠시 잊혀졌었지만 아르티엔이 기억을 몽땅 되살리며 모든 것을 되찾았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막이첨이라는 통역관이 있었기에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았지만 그가 없는 지금 묵향은 직접 상인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몽고마는 작고 다부지게 생긴 것이 특징이었는데, 생긴 대로 아주 끈질긴 생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살아가기에 최악의 조건에 가까운 몽고의 대지에 적응해서 살아가다 보니 그런 식으로 적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몽고마는 그 작은 덩치 때문에 송에서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있었다. 고작해야 싸구려 짐말 정도로 쓰기위해 수입하고 있을 뿐이지만, 이곳에서는 당당하게 전투마로 활용되고 있었다. 묵향이 사들인 몽고마의 수는 무려 3천필 그날 마시장에 나와 있는 거의 대부분의 몽고마를 사들인 수였다. 묵향은 수하들 에게 명령하여 각자 1필씩의 말을 지니고, 남은 말들에게는 중원에서 가져온 화물들을 실었다. 수레 100대분의 엄청난 분량이였지만 2천 5백필에 달하는 말에다가 나눠 싣다 보니 각 말 등에 실린 분량은 그렇게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마차들은 모두 표국 등지에서 빌린 것이기에 몽고접영에서 모두 돌려보내야 했다. 묵향이 수하들에게 지시하여 마부들 에게 품삯을 나눠주고 있을 때, 이팔삼이 도랑왔다. "그래 어떻게 되었나?" "예 자신의 영토를 통과하도록 허락해줬습니다." "수고했네,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일찍 출발하기로 하지" "옛." 막이첨은 인도로 묵향 일행은 몽고를 횡당하기 시작했다. 테무진이라는 족장이 있는 곳은 몽고의 동북부엿다. 그런 만큼 오랜 시간 몽고 벌판을 가로지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 누구도 묵향이 지휘하는 자성만마대의 진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들이 가져가는 화물을 노린 몽고족들의 공격을 몇 번 받기는 했지만, 몽고족들은 막심한 피해만을 입은 채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력(武力)에서 쌍방의 차이는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몽고족들의 공격을 가볍게 물리치는 것으로 그쳤지만 그게 자꾸 반복되자 짜증난 묵향이 공격해 들어온 몽고족을 철저하게 응징해서 본보기를 보였다. 그때 죽인 수백 명이나 되는 몽고족의 시체를 갈기갈기 토막내어 여기저기에 흩뿌려 놨던 것이다. 뒤에 따라오는 또 다른 몽고족이 있으면 보라는 듯.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그들을 건드리느려는 간 큰 몽고부족은 없었다. 설혹 그 와중에서 습격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졌던 몽고부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중원 상단과의 격전에서 가까스러 살아서 도망쳐 나온 생존자들이 그때의 참담한 전투상황 을 사방에 알렸다. 생존자들의 증언까지 듣고 나서도 중원 상단을 건드릴 뜻을 굽히지 않는 몽고부족은 없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공포스러운 집단을 상대로 감히도박을 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다. "전방에서 약 1천기의 몽고병들이 접근중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묵향은 피식 웃으며 이팔삼에게 명령했다. "호오, 오랜만에 손님이 오시는군 이팔삼 대장! 손님 맞을 준비를 해라" 그 말에 이팔삼은 긴장된 표정으로 명령했다. "모두들 전투준비를 갖춰라, 8개조는 앞으로 2개조는 말을 보호한다." 묵향은 초류빈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씩 미소 짓고는 말했다. "심심할 텐데 자네도 따라가서 몸 좀 푸는 게 어때? 요즘 할 일도 없었잖아." 초류빈은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공손한 어조로 대꾸했다. 사실 그처럼 뛰어난 고수가 덜떨어진 몽고병사들하고 싸워봤자 식후 운동거리도 될 수 없었기 ‹š문이다. "분부대로 시행합죠" 초류빈은 4백명의 자성만마대원들을 이끌고 앞서서 달려나갔다. 하지만 짐작관느 달리 이번에 접근한 무리는 약탈을 위해 달려온 것이 아니었다. 보급물을 싣고 오는 묵향 일행을 마중하기 위해 테무진이 부하들을 파견했던 것이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몽고기병들은 상대에게 적의가 없음을 나타내기 위해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 시작?다. 몽고병사 들의 우두머리인 듯한 사내가 손을 위로 들자 그들은 일제히 멈춰섰다. 우두머리인 몽고병사는 말에서 낼니 후 걸어서 초류빈에게로 다가왔다 공격 의사가 전혀 없음을 나타내는 행동이었다. 그것을 본 초류빈도 고삐를 당겨 말을 멈춰 세우며 말했다. "공격할 의사는 없는 모양인데? 자네는 어‰F게 생각하나?" 초류빈의 말에 이팔삼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대답했다. "테무진의 영역이 멀지 않았다고 막이첨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테무진이 보낸 사람이 아닐까요?" 이‹š, 자신들에게 다가오던 몽고병사가 그 말을 들은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말 사이사이에 '테무진' 이라는 말이 끼어 있었다. "자네 추측이 맞는 모양이군" 초류빈은 말에서 내려 몽고병사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팔삼이 따르고 있었다. 몽고병사는 처음 보는 중원풍의 복장을 한 사내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을 던지면서도 손에 쥐고 있는 가죽부대를 초류빈에게 건넸다. "이, 이게 뭐지?" 초류빈은 이팔삼은 곁눈질로 쳐다봤지만 그라고 상관이 모르는 것을 알 턱이 없었다. 몽고 풍속에 능통한 막이첨은 지금 뒤에 남아 있었다. "젠장, 이걸 어떻게 하라고?" 자신의 말을 알아 들을 턱이 없었다. 몽고병사는 손짓으로 그것을 마시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초류빈이 가죽부대를 슬쩍 흔들어봤다. 뭔가 액체가 가득 들어 있는 듯 찰랑거림이 느껴졌다. "아아, 먼 길에 왔으니 물이나 술을 대접하는 것인 모양이군 아주 독특한 풍습이네" 기세 좋게 마개를 열고 한 모금 입 속에 넣었던 초류빈은 하마터면 입 속에 들어온 액체를 푸학하고 토해낼 뻔했다. 이 느끼하면서도 괴이한 맛과 역한 냄새는 도무지 인간이 참고 마실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초류빈이 누구인가 그는 마시는 척하면서 입속에 들어온 액체를 다시 혀로 슬슬 밀어 가죽부대 속으로 원상복귀시켰다. 그런 다음 신나게 목젖을 움직여 벌컥벌컥 마시는 척했ㄷ. 하지만 그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마유주는 단 한 방울도 없었다. 몽고병사를 향해 한껏 잘 마셨다는 표정을 지어 보인 뒤 초류빈은 이팔삼을 슬쩍 쳐다봤다. "망할 자식, 혹시 알면서 나한테 엿 먹으라고 가만히 있었던 거 아냐?" 이상한 의심이 들기 시작한 초류빈은 그 가죽부대를 이팔삼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네도 한 모금 하게 환영의 표시니 맛나게 마셔주는 게 예의겠지?" 말이야 그렇지만 초류빈의 어감은 이거 맛나게 안 마시면 반쯤 죽여주겠다는 협박의 의미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었다. 눈치 빠른 이팔삼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사실 이팔삼은 초류빈이 자신에게 가죽부대를 건네주자 가슴이 뛰었다. 자신과 같은 하급무사가 하늘 같은 부교주님과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영광이 아닌가 그런 데 가죽부대를 건네는 순간 초류빈의 말투가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그는 긴장어린 표정으로 마른침을 꿀걱 삼키며 가죽부대를 받아들였다. "옛, 감사합니다. 부교주님" 그는 가죽부대를 받아 입가로 가져가며 슬쩍 냄새를 맡아보았다. '허억! 이 무슨 이상야릇한 냄새더냐!' 이팔삼은 그제서야 초류빈이 가죽부대를 건넬 때 퉁명스럽게 말하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냄새만 맡았어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지만 그는 애써 웃는 표정을 유지하며 가죽부대를 입가로 가져갔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부교주가 마시라면 마시는 거다 설혹 이 안에 독약이 들어 있다고 해도 맛나게 마셔야만 한다. 이팔삼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가죽부대를 곧장 입으로 가져가 사력을 다해 벌컥벌컥 들이켰다. 곧이어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괴상한 맛과 함께 위가 독극물이라도 들어온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 토해낼 수는 없었다. 이팔삼은 필사적으로 구토를 참아냈다. 사나이 이팔삼 여기까지 와서 상관에게 맞아죽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몇 모금이나 마셨는지 기억도 안 난다 배가 불러올 ‹š즘 되어 위장도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지 아니면 헛된 저항을 포기해 버렸는지 잠잠해진 지 오래다. 이팔삼은 가죽부대를 몽고병에게로 다시 넘겼다. 트림이 나오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괜히 트림을 하다가 마유주가 뿜어져 나올까 봐 이팔삼은 배에 힘을 꽉 주고 참아버렸다. 이팔사은 말 없이 엄지손가락을 지켜들며 억지로 활짝 미소지었다. 말을 하려고 입을 열면 곧바로 토할 것만 같았기 ‹š문이다. 그 모습을 보던 초류빈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았던 그 뭔가를 저놈은 아주 맛있다는 듯 벌컥 벌컥 마시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자신이 겪었던 그 고통을 네놈도 어디 한번 당해봐라 하는 심정에서 가죽부대를 건넸던 것인데 저렇게 맛있게 마시다니...... 거참 이상하네 혹시 냄새가 약간 고약해서 그렇지 맛은 아주 괜찮았던 게 아닐까? 가죽부대를 바라보며 별의 별 생각이 초류빈의 뇌리를 떠돌기 시작했다. 손님들이 환영의 의미로 준 마유주를 이렇듯 호쾌하게 들이키자 몽고 병사는 아주 기분이 좋은 듯 환한 웃음을 되돌리며 자신도 벌컥벌컥 마유주는 들이켰다. 묵향이 거느린 본대가 도착한 후에야 막이첨이 달려나와 몽고병사들과 겨우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교주님 저 자는 젤메라고 한답니다. 주군인 테무진의 명을 받들어 교주님을 영접하기 위해 파견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묵향도 그 말을 알아들었지만 그는 모르는 척 막이첨의 통역을 다 듣고 난 후 부하들에게 명령?다. "좋아 자 가자 조금만 더 지나면 목적지에 도착하袂? 반나절동안 벌판을 더 가로질러 간 후에야 묵향은 테무진을 만날 수 있었다. 테무진은 키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모든 근육이 잘 발달한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그는 묵향이 가져온 물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었기에 놀라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만해도 수천필이다. 이것만 해도 자신의 세력이 월등하게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선물을 가져왔다면 뭔가 바라는 것이 있을 것같았다. 그렇기에 테무진은 상대의 저의를 알고 싶다는 듯 길게 째진 눈으로 슬쩍 묵향을 살펴보았다. "서로 간의 동맹을 위해 이렇듯 먼 길을을 와준 것에 대해 감사드리는 바이오" 테무진은 묵향이 자신의 검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무인이 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탁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기회에 자신이 지닌 검을 자랑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검은 나의 아버지 예수게이께서 사용하셨던 검이오 아주 훌륭한 보검이지 않소?" 물론 그 모든 말은 사이에 끼어 있는 막이첨이 즉시 통역해줬다 테무진의 말을 들은 묵향의 눈에는 짙은 감회가 서렸다. 어찌 그가 그 검을 모를 수 있단 말인가 옥영진 대장군이 자신에게 사용하라고 줬던 청성 이라고 하는 검이었다. 황제가 공을 세운 신하에게 하사한 것인 만큼 장식이 아주 호화로운 검이었다. 그렇다보니 금방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 검을 과거 하부르를 맡긴 사내녀석에게 줬었지 용의 눈을 가지고 있던 뛰어난 아이에게 말이야 저놈은 아마 그 녀석의 아들은 모양이군 아무리 봐도 그 녀석보다는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옥영진 대장군의 휘하에서 싸우던 일이 마치 어제 일인 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역시 용의 눈을 지니고 있던 그 아이는 요절하고 말았구나. 하부르......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기가 그녀석이 다스리던 부족이라면 그녀 또한 이곳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그녀도 결혼했을 테고 아마 아이도 있을 것이다. 지금 그녀는 어‰F게 살고 있을까? 너무나도 궁금?다. 하지만 직므 묵향은 하부르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사적인 감정은 제쳐놓고 묵향은 테무진에게 말했다. "쓸만한 검이긴 하군 하기야 황제가 준 검이라고 옥 대장군에게서 들었는데 나쁜 것일 리가 없지 사실 그때 그놈에게 선물 하기는 좀 아까운 검이었어 그건 그렇고 멍청한 몽고놈 주제에 본좌와 동맹을 맺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이만한 물자까지 힘들여 운반해다가 안겨줬으니 목숨을 걸고 본좌에게 충성해야 해 알겠나?" 동맹을 맺을 상대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러면 어떤가? 저놈은 한어를 단 한마디도 모르는데 말이다. 황당하다는 듯 교주를 멍하니 바라보던 막이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대도 통역할까요?" "이런 멍청한 녀석 같으니라구 그런 사소한 것까지 본좌가 일일이 다 가르쳐줘야겠나?" 막이첨은 얼른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교주님" 그러고는 고개를 들고 테무진을 바라보며 유창한 몽고어로 말했다. "저희 교주님께서는 당신처럼 뛰어나고 용맹스런 부족장을 만나게되어 기쁘다고 하›靡弩甄? 더불어 당신이 다스리는 부족과 동맹을 맺게 되어 기쁘다고 하셨소이다. 더불어 당신이 다스리는 부족과 동맹을 맺게 되어 마음이 든ㄷ느하다고 하셨소이다." 막이첨의 통역을 들은 테무진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토록 많은 선물을 가져왔다면 뭔가 바라느 것이 있을 텐데...... 그게 무엇이오?" "우선 본좌가 원하는 것은 타타르 부족의 멸망이야" 그 말에 테무진의 눈이 번쩍 빛났다. 타타르 부족이라면 불구대첩의 원수였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에 그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대가라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소" "그게 다는 아니야 타타르가 멸망하면 네녀석의 영토는 금과 맞닿게 되겠지 안 그래?" 테무진은 불신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설마... 금을 치라는 말이오이까?" 그 말에 묵향은 고개를 끄덕인 후 대답했다. "물론" "그건 터무니없는 요구요 금은 워낙 강성한 제국이라 우리들의 감히 건드릴 수 없단는 것을 귀하도 잘 알지 않소" 테무진의 단호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묵향은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허허, 이런 멍청한 녀석이 아주 성급하게 판단하는군 내 말은 금을 공격해서 멸망시키든지 아니면 영토를 점령하라는 말이 아니야" 테무진은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달라는 말이시오?" "금과 몽고의 국경선은 아주 길지 이곳저곳 금군의 경계가 약한 곳을 골라서 약탈하고 도망쳐 달라는 말이야 금군과 치고 박으라는 말이 아니란 말이다. 그 정도도 생각 못하는 것을 보면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구먼" 막이첨의 통역을 듣던 테무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리기 시작?다. 그 일이라면 이 자가 부탁하지 않아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척박한 몽고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주위를 약탈해서 그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자가 원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해줄 수 있소이다." "하하핫, 좋아 자네가 나의 이해가 합쳐졌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군 나야 네놈이 금군들과 치고 박다가 죽든지 말든지 별로 신경쓰지는 않겠지만 네놈은 몸을 아끼지 말고 열심히 금의 국경을 괴롭혀야 돼 알겠나?" 묵향과 테무진의 사이에 끼어서 열심히 통역을 하는 막이첨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묵향의 거친 말을 최대한 정중한 용어로 바꿔 다시 태무천에게 통역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협상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테무진은 호탕하게 웃은 후 정중하게 말했다. "물론이오 자, 부하들에게 귀한 손님들을 위해 성대하게 잔치를 준비하라고 일렀소 오늘은 마음껏 먹고 마십시다." 일단 여기에 온 소기의 목적은 달성된 상태였다. 그렇기에 묵향은 지금껏 테무진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을 꺼냈다. "잠깐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는데...... 혹시 이 부족에 하부르라는 여자가 살고 있나? 과거에 안면이 있기에 여기 있다면 만나봤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테무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하부르는 매우 흔한 이름이기에 그것만 가지고는 그 여자를 찾기는 힘들 거요 우리 부족만 해도 그런 이름을 쓰는 여자가 몇 명이나 있소 그 여자의 나이가 어느 정도 되오?"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40은 넘을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해보던 테무진은 자신의 부하들을 불러들여 한참동안 쑤근거렸다. 그런 다음 그는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우리 부족에 그 조건을 충족하는 여자가 세 명 있다고 하오 지금 부하들에게 데려오라고 일렀으니 곧 올 거외다." "허, 그놈 참 행동도 재빠르군" 잠시 후 테무진의 부하 한 명이 몽고여자 세 명을 데리고 왔다. 하지만 묵향은 그들 중에서 하부르를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렀지만 그녀의 전체적인 윤곽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얼굴은 하부르와는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ㄷ. 그리고 그들 중에서 하나는 60을 넘어 보일 정도로 팍삭 늙은 여자였다. 묵향은 씁슬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젠장, 아무래도 내가 아는 그녀는 여기에 없는 것 같군" "그렇소? 그거 유감이구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실망한 듯한 묵향의 기색을 살피며 테무진은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듯 활당한 어조로 말했다. "자자 멀리서 오셨는데 전치나 즐기러 갑시다. 음식을 푸짐하게 준비해 두라 일렀소" 테무진은 먼 곳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 살찐 말과 양을 잡고 마유주에 취한 젊은이들이 하나 둘씩 나와 몽고식 씨름인 '버흐' 를 즐기며 자신의 용맹을 뽐냈다. 가죽으로 만든 꽉 끼는 반바지와 벗어젖힌 근육질의 상체가 그들을 더욱 용맹스럽게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부족장인 테무진과 묵향이 가장 상석에 앉고 묵향의 옆에 초류빈이 자리를 잡았다. 몽고 여자 들이 각종 음식들을 가져왔다. 초류빈은 먼저 보기 좋은 모양으로 잘라놓은 하얀 덩어리를 보고 약간 망설이다가 집어들고는 조금 맛을 봤다. 전체적인 향으로 보아 뭔가 동물의 젖으로 만든 것인 모양인데 고소한 것이 꽤 맛이 괜찮았다. 그걸 몇개인가 집어먹고 있던 초류빈의 눈에 문득 커다란 가죽부대가 보였다. 방금 전에 맛본 음식이 꽤 마음에 들었던 초류빈은 이번에는 가죽 부대에 든 음식물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앞에 놓인 사발에 조금 따른 후 냄새를 맡았다. '으읔! 정말 이 냄새는 도저히 적으이 안 되는군' 구역질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그는 조금맛을 봤다. 냄새와는 달리 맛은 아주 좋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입 속에 그것을 집어넣은 초류빈의 안색은 더욱 일그러졌다. 그는 그것을 마신 것을 후회하며 몰래 옆에다가 뱉어버렸다. 맛은 냄새보다 더욱 고약했던 것이다. "젠장 이따위 걸 마시고 있다니......" 이때 기가 막힌 생각이 초류빈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음흉스런 미소를 지으며 혼자 즐거워하다가 이윽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는 짐짓 커다란 사발을 묵향에게 권하며 말했다. 물론 표정관리를 충분히 하면서 말이다. "아까 막이첨의 말을 듣자하니 여기서는 이 술을 잘 마시면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교주님께서도 한잔 하시죠 동맹을 축하하는 자린데 테무진이 좋아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묵향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오오 자네가 그런 소소한 것까지 신경쓸 줄이야 제법이군 그럼 따라봐라." "옛." 따르라면 못따를 줄 알았는가 초류빈은 커다란 가죽부대를 가져와서 사발이 넘치기 직전까지 따랐다. 느글느글 거리는 묘한 역한 냄새를 흘리는 희뿌연 액체가 찰랑거렸다. 저걸 한 사발 들이킨다면 뱃속이 아마 뒤집힐 거다 물론 자신은 가죽부대 덕분에 마시는 척만 할 수 있었지만 저렇게 사발에 담아줬으니 어절 수 없이 몽땅 다 마셔야만 한다. 더군다나 지금 이 자리는 동맹을 맺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자리가 아닌가 아무리 제멋대로 인 교주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초류빈은 몇십 년 동안이나 묵혀 두었던 체증이 쑤욱 내려가는 것만 같은 통쾌함을 느꼇다. 초류빈이 음흉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모르는지 묵향은 정중하게 테무진에게 사발을 들어 보인 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오잉? 저럴수가...... 아 아니야 억지로 참고 있는 걸 거야 암, 그렇고 말고' 묵향은 숨도 쉬지 않고 그걸 다 들이킨 다음, 엄지손가락을 지켜들며 활짝 미소짓고는 말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말은 조금 엇갈려 있었다. "젠장. 그래도 옛날처럼 역겹지는 않군" 묵향의 호쾌한 모습에 테무진이 엄청나게 좋아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초류빈은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꼇다. 왜냐하면 묵향이 환히 웃으며 빈 사발을 자신에게 건넸던 것이다. "자, 자네도 한 사발 하지 이거 냄새는 좀 그렇지만 일단 적응만 하면 그런대로 참을 만할 거야 나도 옛날에 어쩔 수 없이 엄청 먹었지" 그때가 생각나는지 묵향이 미소를 지었다 하부르 때문에 과거 그가 얼마나 많은 마유주를 마셔야만 했던가 그 맛이 고소하다고 최면까지 걸어가며 마셨었다. 역한 냄새기는 했지만 그때의 추억을 마시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그런 추억 따위가 있을 리 없는 초류빈에게는 마유준느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았다. 묵향이 넘치게 따라준 마유주는 억지로 한 사발 마신 초류빈은 찡그러진 얼굴 표정으로 억지로 바로 펴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테무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지켜들었다. "제,젠장" 입을 열면 마유주가 쏟아져 나올까 봐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하지만 초류빈의 속사정을 알 리 없는 테무진은 활짝 미소지었다. 뭐라고 그가 말했지만 초류빈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뱃속에서 울컥 치밀어 올라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아 급하게 자리를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초류빈은 이를 악물며 재빨리 장내를 벗어난 후 경공술을 전개하여 멀리멀리 이동했다. 그리고 그 순간! "쿠어어억!" 묵향에 테무진과 반쯤 설 익은 고기를 맛나게 씹어먹고 있는 동안 초류빈은 뱃속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을 다 땅바닥에 토해내고 있었다. 한참을 토했건만 아직도 그 빌어먹을 마유주의 역한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위장이 뒤집어졌는지 씁쓸한 신맛까지 느껴졌지만 계속해서 헛구역질만 나왔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초류빈의 눈가에 살짝 눈물마저 맺혀 있었다. "빌어먹을, 그 새끼는 인간도 아니야! 이걸 참고 마시다니... 우욱!" 열심히 구역질을 하면서 초류빈은 생각했다. 역시 그 인간과 가까이 있어 봐야 좋은 일이라고는 절대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묵향은 이팔삼 대장을 호출했다. 묵향은 부리나케 달려온 이팔삼 대장에게 명령했다. "내일 출발할 것이다. 준비해두도록 해라" 이곳에 온 지 며칠이 흘렀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상대방에게 실례되지 않을 정도로 머물렀다고 ㅏㅍㄴ단한 묵향의 명령이었다. 그 명령에 이팔삼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옛, 교주님" 이곳에 온 지 며칠이 흘렀다. 이 정도면 충분히 상대방에게 실례되지 않을 정도로 머물렀다고 판단한 묵향의 명령이었다. 그 명령에 이팔삼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옛, 교주님" 이제 이 지긋지긋한 몽고족들의 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팔삼 대장의 대답은 평소보다 더욱 기운찬 것이엇다. 그 말을 옆에서 들은 초류빈의 안색도 환하게 밝아졌다. 그 역시 이 황량한 땅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기야 소기의 목적을 다완수한 지금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때 밖에서 막이첨이 들어와 보고했다. "교주님께 아룁니다." "무엇이냐?" "테무진이 오늘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며 교주님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래? 어디로 가면 되지?" "자신의 숙소에서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막이첨의 보고에 묵향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래? 젠장 또다시 마유주를 마셔야 하나? 생각만 해도 속이 느글거리는 것 같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놈에게 나중에 찾아가겠다고 전해라" "옛." 자신의 숙소에 불러들여서 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는 것을 보면 묵향을 그만큼 신뢰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만큼 막대한 물자를 실어다가 줬는데 그 정도 신뢰는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날 저녁 묵향은 막이첨과 함께 테무진의 숙소로 갔다. 커다란 몽고식 파오 안으로 들어가자 테무진이 반기며 맞이했다. 테무진은 자신의 식구들을 묵향에게 소개했다. 테무진의 어머니 그리고 두 명의 부인이었다. 그 중 한 명은 테무진의 첫번째 아들을 임신하고 있었다. 묵향이 인사를 하는데 아무래도 테무진의 어머니라는 인물의 행동이 수상쩍다. 묵향을 보고는 흠칫하는 것 같더니 자세히 관찰하는것이었다. 주름이 깊게 패인 그녀의 얼굴로 봐서 나이가 50은 넘어 보였다 그녀는 묵향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제서야 자신이 손님을 앞에 두고 무례한 행동을 하고 있었음을 ƒ틈騁年쩝?갑자기 허둥지둥 서둘러 며느리에게 마유주를 가져오라고 일렀다. 도저히 적응할 수 는 맛이기는 했지만 묵향은 마유주는 벌컥 벌컥 들이켰다. 마유주 한 사발을 묵향이 단숨에 들이키자 테무진은 환히 미소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은 후 그의 부인들이 음식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몽고의 음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흰 음식과 붉은 음식이다. 물론 흰 음식이라는 것은 유제품을 말하는 것이고 붉은 음식은 육고기를 말하는 것이다. 가축들의 젖을 생산할 때는 유제품 의 음식이 주를 이룬다. 가을부터 봄까지 즉 유제품이 생산되지 않을 때는 육류를 섭취하게 된다. 가을에 살찐 가축 들을 잡아 고깃덩이 채로 잘 말려 가루로 만들어 보관했다가 요리해 먹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주된 겨울 음식이 된다. 하지만 오늘처럼 중요한 손님을 초대한 경우에는 살찐 가축을 잡아 요리해서 내놓는다 물론 요리라고 해봐야 대충 삶은 정도다 테무진은 손님들이 음식을 베어먹을 작은 칼을 지니고 있는지 힐끗 바라봤다. 손님들은 그런 칼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알고 그는 칼을 가지고 와서 손님들에게 권했다. 칼을 가지고 있어야만 식사를 할 수 있는 몽고 마음ㅁ만 먹으면 상대를 찔러 죽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몽고에서 함께 식사를 하자는 것은 서로에 대한 대단한 신뢰의 표시였다. 설 익은 고기를 썩썩 베어먹으며 테무진은 묵향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사실 이 초원구석에 박혀 있는 그로서는 나중에 자신의 적이 될 대금제국에 대해 들어본 적도 거의 없었던 것이다. 막연하게 엄청나게 강하고 거대한 제국이라는 소문만 들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하나라도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열심이었다. 마유주를 조금씩 들이키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도록 애기를 하고야 말았다. 물론 중간에서 그들의 대환느 막이첨이 계속 통역을 했다. 술자리가 파한 후 묵향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파오를 나섰을 때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저 중원에서 온 손님" 막이첨이 뒤로 돌아선 순간 묵향도 함께 돌아섰다. 막이첨이 통역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묵향도 안 해서 그렇지 어느 정도 몽고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누가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 궁금?던 묵향이었기에 막이첨이 통역하지도 않았는데 뒤로 돌아선 것이다. 그곳에는 테무진의 어머니라고 소개받았던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난처한 듯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손님님께 조용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기다렸다오" 묵향은 자신과 막이첨을 번갈아서 손짓했다. 둘 중 누구와 애기하고 싶냐는 뜻이었다. 그녀는 묵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님 말이오" 묵향은 막이첨에게 돌아가라고 지시한 후 그녀에게 약간 어눌하기는 해도 몽고어로 말했다. "무슨 말인데 그러십니까?" 사실 그녀보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온 묵향이다. 하지만 겉으로 봤을 때 자신은 새파란 청년이고 저 여인은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여인이 ㅏ닌가 그것도 동맹을 맺은 인물의 어머니였다. 괜힌 오해를 불러일으킬 이유도 없었으므로 묵향은 공손하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혹시 손님의 아버지께서는 대송제국의 장군이 아니시오?" 내 아버지가 장군이라고? 이건 무슨 소리인가? 내 아버지라면 여러 수십 년도 전에 죽었을 것이 확실한데.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묵향의 대답을 그녀는 그의 아버지가 장군이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미안하군요 바쁜 사람을 불러세워서...... 하지만 그 사람과 너무나도 닮아서" 닮았다고? 그 말에 묵향은 혹시나 싶어 뒤돌아서는 그녀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하부르?" 그 말에 그녀는 멈칫하더니 뒤로 돌아섰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는 조금씩 물기가 베어나오고 있었다. "여, 역시 그 분의 핏줄이셨군요" 황당스럽기 그지없는 그녀의 말이었지만 묵향은 격정에 찬 눈빛으로 다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하부르라는 이름이 아니시오?" 그러자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묵향을 빤히 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제 처녀적 이름을 알고 계시다니 정말 그분의 칫줄이 맞는가 보군요" 그 분의 핏줄이라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묵향은 눈앞의 여인이 자신이 찾던 하부르 하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를 발바ㅗ는 묵향의 눈빛은 어느새 아련하게 바뀌어있었다. 묵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다. "너를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묵향의 말에 하부르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작스런 하대도 그렇지만 자신을 알아보는 듯했기에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네 아들이 테무진이었구나 용의 눈을 가진 그 아이에게 너를 부탁하긴 했지만 설마 그녀석이 너와 결혼했을 줄이야......" 그녀는 뭘 생각했는지 갑자기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묵향을 살펴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큰 소리 로 말하면 상대가 사라져버리기나 하는 듯 "서, 설마...... 진짜로 당신이십니까?" "맞아 나야 묵향... 아니 국광" 그녀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 그럴 리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하나도 늙지 않다니......" 묵향은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중원에는 늙지 않도록 해주는 무술도 있지 배우기가 쉽지는 않지만 나는 그걸 익혔거든 물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오래 살기는 하겠지만 내가 불로불사의 신체를 지닌 괴물이라는 말은 아니야" "저, 정말인가요?" "내가 왜 네게 거짓말을 하겠니?" 묵향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들려줬다 그녀와 자신이 아니라면 알 수가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을 말이다. 그것을 듣고서야 그녀는 그가 묵향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묵향에게 다가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얼굴을 살며시 만지며 말했다. "그랬군요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당신을 워낙 닮았기에 당신이 남기신 핏줄인 줄 알았답니다." 하부르가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헤어진 지 벌써 몇십 년이 흘렀거늘 사람이 어떻게 하나도 변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정말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있었던 일이 꿈처럼 느껴져요 그렇지만......" 그러면서 그녀는 쭈글쭈글한 자신의 손을 봤다 그것을 보면 이게 꿈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하부르를 바라보며 묵향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동안 단 한 번도 연락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나한테도 많은 일이 있었거든 예수게이가 죽고 네가 그토록 고생하고 있는 줄 진작 알았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달려왔을 텐데...... 정말 미안하구나" 하부르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니네요 괜찮아요 예수게이는 없지만 대신 그와 나의 핏줄들이 남아있으니까요" 주저 없이 말하는 그녀의 말 속에는 후회 없이 자신의 삶을 살았다는 당당함이 묻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묵향은 대견하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곧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묵향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왜 테무진은 하부르라는 이름의 여자를 찾을 때 너를 소개시켜 주지 않았을까? 그랬으면 벌써 만났을 텐데" "저, 이름을 바꿨어요 예수게이와 결혼하여 호에룬이라고......" 그 말에 묵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젠장 그렇게 된 거였군" 하부르는 묵향과 오랜 시간 옜 이야기를 나눴다 예수게이와의 결혼 아이들을 낳은 것 그리고 남편의 죽음 그 후 엄청난 고생을 하다가 첫 아들인 테무진이 이토록 성장하기까지의 과정 그녀의 추억담은 한편의 경극을 보는 듯 너무나도 극적이었다. 그녀가 나이에 비해 이토록 겉늙은 것도 다 그때의 고생 탓이리라 묵향은 애정이 담뿍 묻어 있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를 안아주며 중얼거렸다. "이제 더 이상 너를 고생시키지 않을 거야 두고 보거라 네 아들은 몽고 제일의 강자로 거듭나게 될 거야 내 말을 믿어도 좋다." 그 말은 하부르에게 들려준다기 보다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이었다. 다음날 아침 이팔삼 대장은 묵향을 찾아와 출발 준비가 다 되었음을 보고?다. "준비는 이미 끝마쳤습니다. 교주님 언제 출발하실 것인지 하명해 주십시오" 이제 이 지긋지긋한 몽고 땅을 벗어난다는 생각에서인지 이팔삼 대장의 목소리는 아주 밝고 힘찼다. "오늘은 출발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짐을 풀라고 지시하도록" 묵향의 명령에 이팔삼 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계획을 변경하募?" "옛" "본좌는 조금 더 이곳에 머물 것이야 알겠나?" "존명!" 이팔삼 대장은 갑자기 교주가 왜 생각이 바꿨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묵향 외에는 하부르, 아니 호에룬뿐이었으니 말이다. 어쨌건 교주가 더 무멀고 싶다는 데야 이팔삼이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바로 그날부터 묵향의 테무진에 대한 교육이 시작되었다. 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각종 전략과 전술들을 가르쳤다, 과거 옥영진 대장군 휘하에서 엄청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 묵향의 지식은 그야말로 방대한 것이었다. 묵향은 테무진에게 말로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주변부족과의 전투에 참가하여 어떻게 병력을 운영하는 것이 최적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인지 눈으로 보여줬다. 영특한 두뇌를 지닌 테무진이 그것을 모를리 없었다. 상대는 자신을 필요에 따라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몽고의 패자로 키우기 위해 이런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그는 직감했다. 야만의 대지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워나갔을 뿐 체계적인 지식을 정립하지 못한 그였다. 그때끄때 닥친 일에 대한 임기응변에는 능했지만 전체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꾸준히 밀어붙이는 것은 아무래도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묵향의 가르침은 그에게 있어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고 모래에 물이 스며들 듯 묵향이 가르쳐 주는 것을 흡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모자라는 부분을 아낌없이 채워주는 상대에 대해 테무진은 한편으로는 고마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왜 자신에게 이런 호위를 베추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의 세력이 엄청나게 크다고 하면 상대의 행동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테무진이 거느린 정도의 작은 부족이라면 몽고벌판에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소이다." 테무진과 친밀해진 묵향은 아예 막이첨을 •馨?둘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테무진의 물음에 묵향은 마치 아들에게 말하는 아버지의 그것처럼 인자한 어조로 대답했다. 테무진을 하부르의 아들로 인정한 후부터 테무진의 대한 묵향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뭐든지 말해보게 내가 아는 한도 안에서는 대답해줄 테니" "왜 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소 사실 그대라 거느리고 온 부하들을 봤을 때 당신에게 내가 필요한 존재인지조차 의심스럽소 직접 하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법을 동원하는 거요?" "그건 자네가 호에룬과 예수게이의 아들이기 ‹š문이지" 그 말에 테무진은 의문에 가득 찬 시선을 보냈다. 그렇다면 이 자는 나의 아버지를 알고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자신보다도 어려 보인느데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자기는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말이다. "예수게이는 정말 뛰어난 용사였어 내가 하부르, 아니 호에론의 미래를 맡겼을 정도로 말일세 그리고 그 둘의 사이에서 태어난 것이 자네야 그런 자네에게 내가 이 정도 해주는 것이 무엇이 아깝겠는가?" 너무나도 간단한 설명이었다. '어머님을 맡겼다고? 그럼 저 자의 말이 사실인지 어머니께 물어보면 되겠군' 어머니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겠다고 생각하는 테무진이었다. 사실 어머니가 이방인을 위해 아들인 자기에게 거짓말을ㄹ 할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날 저녁 테무진은 틈을 보다가 어머니 호에룬에게 자신이 묻고자 하는 것을 밝혔다. "이번에 온 대국인 말입니다. 그에 대해서 어머님께 조언을 청하고 싶습니다." 평소에도 태무진이 '지혜로운 분' 으로 칭하며 대소사에 있어서 조언을 청해왔던 호에룬이었다.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것이냐?" "예. 그가 어머니를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알고 있는 듯하더군요 이건 중요한 일입니다. 그가 왜 그토록 제게 많은 것을 베푸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아야 대처를 할 것 아니겠습니까?" "아아 그것 말이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호에룬은 저으기 당황했다. 사실, 그 근원부터 애기하자면 찬황흑풍단이 몽고를 침략한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한 것은 테무진의 할아버지 철진천의 목이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묵향은 자기 아들의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아들에게 밝혀 쓸데없는 복수심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호에룬은 생가했다. 그만큼 그가 알고 있는 묵향이라는 사내는 훌륭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한때 사랑했었던 사람이었다. "그 분은 네 아버지의 안다이기 때문이지" 설명은 짧았지만, 그 한 마디로 테무진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몽고에서는 '안다' 라는 풍습이 있었다. 목숨을 맡길만한 친구를 칭하는 명칭이다. 안다가 되기 위해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특별한 의식까지 치뤄야만 했다. 그리고 어떤 이를 안다로 삼으면 그가 위급할 때 목숨을 걸고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다. 사실 에수게이의 안다였던 옹칸의 경우 그 안다가 죽음을 당한 것에는 애석해했는지는 모르지만 안다의 아들인 테무진에게 해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안다건 뭐건 어찌되었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자신의 이익과 부족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묵향이라는 자는 어떤가 저 멀리 송제국에서 온 아버지의 안다임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자신에게 베풀지 않는가 세상의 인심이라는 것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것임에도 말이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말이 있다. 가장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이다. 바로 이 자는 아버지의 진정한 안다일 것이다. 그가 아버지의 안다라면 자신에게 이렇듯 모든 것을 베푸는 것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테무진으로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아주 젊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가 어떻게 아버지의 안다라는 말씀이십니까?" 그 말에 호에룬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 분의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단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 그 분의 행동을 보면 짐작하기 힘든 깊은 연륜 이 느껴지지 않느냐? 그것이 그분이 지닌 매력 중에 하나니까 말이다." 묵향을 생각하며 테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다 이 지독한 몽고에서 살아남은 그와 비슷한 연령임에도 불구하고 묵향의 행동은 알 수 없는 노숙함이 있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 분의 행동은 바로 그 분의 연류을 나타낸느 거란다 그 분의 나이는 생각보다 아주 많지 내가 처녀 일 때 그 분과 처음 만났었는데 그때도 그 분은 지금과 똑같은 모습이었어" 그 말에 테무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ㄷ. 그렇다면 그 인간은 불로불사의 괴물이라는 말이 아닌가? 아들의 눈이 휘둥그레지지 호에룬은 살포시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단다 대송제국에는 사람을 젊게 만드는 그러니까 늙는 것을 억제하는 이상한 무술이 있는 모양이다 그 분은 그것을 익혔다고 하시더구나 물론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오래 살 뿐 영원히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 그것이 정말이십니까?" 아들의 말에 호에룬은 미소 띤 어조로 대답?다. "내가 왜 네게 거짓말을 하겠느냐 나도 그 분을 여기서 처음 봤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지 아버지와 나를 처음 만나게 해줬던 그 분과 꼭 빼닮은 모습에 그 분의 핏줄인 줄만 알았던 거였지 그래서 망설 이다 말을 걸었는데 옛날 그 분과 나만이 알고 있는 추억들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겠니 그래서 그 분의 핏줄이 아니라 진짜로 그 분인 것을 알았단다" 흑풍대의 분전과 오해 흑풍대는 최대한 빨리 이동하여 양양성 인근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곧장 금군과 전쟁을 벌일 수는 없었다. 금군의 수는 무리 30만에 달한다. 아무리 무공이 뛰어난 자들로 구성된 흑풍대라고 하더라도 그들을 상대로 정면대결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관지는 금군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막사를 치고 금군의 동태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따로 정찰대 30개 조를 뽑아서 금군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지만. 그 외에 무영문이나 비마대에서도 계속적인 정보가 흘러 들엉왔기에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정보의 부족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관지가 과거 대송의 무장 출신이었기에 가능한 한 가지 합동작전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곳에 도착하자 마자 주변의 어림군들에게 전령을 보냈다. 자신이 무림의 강대한 문파들 중의 하나인 천마신교에서 보낸 지원군임을 밝히고 상호 합동작전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적의 정보 외에 아군의 정보도 충분히 입수함으로 인해 작전을 보다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흑풍대가 이곳에 도착한지 1개월 정도가 흘렀을 때 드디어 금군이 움직이기 시작?다. "무영문에서 금군 20만이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정보는 보내왔고 정찰대 또한 그렇게 보고해 왔습니다." 관지는 지도를 세심히 살펴봤다. 이대로 이동해봐야 아래쪽은 태별산맥(太別山脈)이 가로막고 있다. 그곳을 넘는다면 광활한 곡창지대가 펼쳐진다. 그리고 곡창지대의 중심에는 호복성의 성도 무한이 있었다. ㅇ무한은 한수와 장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교통의 중심지였다. "놈들이 무한을 노리는 모양이군, 하기야 무한만 점거할 수 있다면 장강을 도하하기는 한결 쉽겠지" 무한은 교통의 중심지인 만큼 운송사업이 발달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배들을 징발하여 장강을 건너기도 쉬울 것이다. 설혹 무한에 있는 배를 모조리 불태운다 하더라도 그곳에 살고 있는 조선공들을 끌어모은다면 배를 건조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말에 마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틀림없습니다. 무한만 점령할 수 있다면 남양방면으로 뚫린 관도를 통해 보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굳이 무리해서 양양성을 점령하지 않아도 되죠" "그렇다면 선택은 두 가지군 무한을 방어하느냐 아니면 이제 10만으로 줄어든 양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놈들을 치느냐......" "먼저 양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놈들을 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마화의 말에 관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양양성은 얼마든지 더 버틸 수 있겠지만 무한은 다르다 양양성을 포위한 적군을 격파할 수는 있겠지만 아마도 그때쯤이면 무한을 잃게 될 거야 그리고 언제 장인걸이 거느린 대군이 남하해 올지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무한을 잃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뼈아픈 손실이 되겠지" "수하들에게 출동준비를 하라 이르게씁니다." "무한쪽에 있는 어림군에도 기별을 넣어라 금의 대군이 무한쪽으로 남하하고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무영문에도 통고하여 그에 대비하도록! 여기를 최후의 저지선으로 잡으면 될 거야" 마화는 관지가 지도에서 가리킨 지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것은 무한에서 북쪽으로 15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넓은 평원 이었다. 서쪽으로는 탁 트인 평원이었고 동쪽으로는 야트막하기는 하지만 산들이 펼쳐져 있었다. 일반 병사들에 비해 기동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흑풍대나 무림인들이 추축이 되어 방어진을 하는 데 있어서 결코 나쁜 지형이 아니었다. 무한은 양양성 처럼 요새화된 도시가 아니다. 그런 만큼 무한에서 시가전을 펼치는 것보다는 이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편이 훨씬 유리할 것은 틀림 없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그쪽으로 이동해서 그들과 합류해야겠군요" 그 말에 관지는 방긋 미소지으며 대꾸했다. "벌써부터 그쪽으로 갈 필요는 없지"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거기 모여들 병력의 수야 뻔한 것 아니겠나? 고작해야 5만도 안 되겠지 그 수로 20만의 병력과 정면대결을 하자는 말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들이 지닌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여 적들을 친다 마침 적들은 대별산맥으로 향하고 있다 매복하기 딱 좋은 곳이지 만약 그게 실패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정면대결을 해야겠지만 그러면 피해가 막심할 거야 안 그런가?" 그 말에 마화의 표정에는 얼핏 상관에 대한 존경의 빛이 떠올랐다. 관지에 대한 수하들의 신뢴느 바로 이것에서 비롯된느 것이였다. 최대한 수하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계획을 수립하는 것 바로 이 점 ‹š문에 수하들은 전장에서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되는 것이었다. 마화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수하들에게 그렇게 지시해두겟습니다." 양양성에서 이탈한 금군 20만은 하루 종일 강행군하여 약 80리를 이동했다. 그리고 다음날도 90리를 행군했다. 목표인 무한까지의 거리는 약 500리 무한을 방어하고 있는 송군이 방어준비를 갖출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 그들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할 필요성이 있었다. 거기에다가 송군은 지금 파멸 직전이었다. 겨우 양양성을 방어할 수 있을 뿐이 아닌가. 적의 기습을 받을 염려가 없으니 마음껏 강행군 하고 있는 것이다. 이틀 동안 무려 160리 길을 걸어왔기에 병사들은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외각에 보초병들을 세워놓고 모두들 피곤에 지쳐 달콤한 꿈나라로 들어갔다. 두두두두두...... 땅바닥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엄청난 규모의 기마부대가 접근한다는 것을 눈치챈 보초병들이 요란한 소리로 경종을 울려댔다. 그 소리에 막사에서 곤하게 잠들어 있던 병사들이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이때 흑색 갑주를 두른 수천의 기병들이 너도나도 손에 횃불을 하나씩 들고 들이닥쳤다. 하지만 자다가 놀라서 깬 금군 병사들에게 그수는 수천이 아니라 수만으로 보였을 게 틀림없다. 기병들은 빠른 속도로 주위를 달려다니며 우왕자왕하는 금군 병사들을 마구 학살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진 창검이 번뜻일 때마다 허둥대던 금군 병사는 시체로 바뀌고 있었다. 금군의 몇몇 장수들이 말을 타고 상대와 대적하기 위해 달려나갔지만 오히려 시체의 수만 늘릴 뿐이었다. "크아악!" 달려나오던 금군 장수를 간단하게 창으로 찔러 죽여버린 후 마화는 소리쳤다. "적이 혼란한 틈에 군량을 불살라라!" 적의 후위부대에는 20만의 인마가 머글 막대한 양의 군량이 있었다. 수천에 달하는 소가 끄는 수레에는 가득가득 군량이 적재되어 있었다. 흑풍대의 1차적 목표는 바로 이 군량이었다. 배가 고픈 상황에서 어찌 군대가 싸우 수 있겠는가 군량을 실은 수레들이 불타오르기 시작?다. 물론 그것을 막기 위해 금군들이 발악을 했지만 워낙 혼란스런 와중이라 집단적인 반격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소수의 반격쯤이야 흑풍대에게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최대한 많은 피해를 입혀야 한다 서둘러라!" 마화는 소리치며 말에 박차를 가해 적들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뒤를 십여 기의 수하들이 뒤따라 달려갔다. 그날 밤 근군은 지옥이 뭔지 경험해야만 했다. 수만이나 된느 적의 기마대가 새벽녘이 될 때까지 진 안을 휘젓고 다녔던 것이다. 투구를 멋진 깃털로 장식하고 있는 장수는 피로에 찌든 안색으로 막사 밖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금군 병사들이 여기저기에 쓰러진 시체들을 옮긴다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피해는 어떤가?" 그 질문에 그의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던 무장들 중의 한 명이 대답했다. "대단히 막심하옵니다. 원수 특히 치중대에서 수송하고 있던 군량을 모두 잃은 것이 가장 큰 피해이옵니다." 원수는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직까지도 송에 그만한 정예병력이 남아 있을 줄이야...... 놈들의 위치는 파악했느냐?" "척후병들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더 보내라 적의 규모를 알아야 할 것이 아니겠느냐?" "엣" 지시를 받은 무장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것을 바라보며 원수는 중얼거렸다. "군량만 불태우고 뒤로 빠진 것을 보면 적의 수는 생가 밖으로 적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 말에 무장들 중 한 명이 대답했다. "회군하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원수 지금 남은 군량으로는 얼마 버틸 수가 없사옵니다. 설혹 무한을 점령할 수는 있겠사오나 식량이 없이 그곳에서 어찌 주둔하려고 하시옵니까?" 그 말에 옆에 서 있던 무장이 신경질을 버럭 내며 외쳤다. "자네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원수 지금 계절은 바야흐로 가을이 아니옵니까? 주위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양도 꽤 될 것이옵니다. 병사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군량도 적은 양은 아니옵니다. 최소한 10일은 버틸 수 잇사옵니다. 그동안 무한을 점령 하면 문제될 것이 없사옵니다." 그러자 그 의견에 동조한다는 듯 그 옆에 있던 무장 하나가 호기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의 수가 적다면 계속 진격하는 것이 좋지 않겠사옵니까? 원수 놈들이 야습을 가해왔다고는 하지만 대비를 잘 갖춘다면 또다시 당할 일은 없을 것이옵니다." 잠시 장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군량을 잃은 것은 그만큼 뼈아픈 실책이었던 것이다. 그때 한 무장이 원수의 눈치를 힐끗 보더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너수께서 야습 한 번에 기가 꺾여서 패퇴했다는 것을 아신다면 황제폐하께서 대로하실 것이옵니다." 그 말에 마침내 원수는 마음을 정한 듯 벌떡 일어서며 명령했다. 부하의 말에는 이리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패퇴한다면 황제폐하께서 아무리 그를 봐주고 싶어도 봐줄 수가 없게 된다. 잘못하면 패전의 책임으로 큰 문책을 당할 수도 있었다. "막사 주위의 방책을 치고 기습에 대비해라 오늘 하루는 여기서 푹 수니 다음 내일부터 다시 진군한다" 원수의 지시에 무장들은 일제히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다. "옛." 다음날 금군은 다시금 진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이동하지도 않았을 때 3천 기 정도의 기마대가 앞을 가로막았다. 전신을 흑색 갑주 로 감싼 기병들이었다. 바로 간밤에 자신들의 진영을 들쑤셔놨던 그놈들...... 그들을 보자마자 금군 장수들 중 한 명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말에 박차를 가해 달려나갔다. 그는 창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그것을 본 상대편 기마무사들 중의 한 명이 안장에서 활을 꺼냈다. 그 무사가 살을 메겨 발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었다. 그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궁술에 조예가 있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피우우웅__! 대기를 찢을 듯한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끝났을 때,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달려나가던 금군 장수가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즉사였다. 그의 시체에는 화살 한 대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것을 본 금군 진영이 술렁거렸다. 샤실 이런 식으로 달려나가면 맞싸워주는 것이 예의가 아니던가, 그렇지 않고 곧장 화살을 날리다니 너무나도 비열한 행위였다. 하지만 금군의 반응이 어떻든 흑색갑주를 입은 무사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동료가 금군무사를 사살한 것이 마치 신호라도 된다는 듯 저마다 말 등에 매여 있던 활을 꺼내들었다. 서로간의 거리는 100장(약300m)이 넘었다. 활의 최대사거리를 한참 벗어나는 그런 거리였다. 아마도 활을 준비한 채로 돌진하면서 쏘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예측한 금군 자웃들은 창병들과 방패수드을 앞에 세우며 적의 돌입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기마병들이 화살을 쏴대기 시작했다. 활시위를 가득 당겨 발사한 화살은 하늘을 꿰뚫을 듯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금에 비해 뛰어난 장인들을 보유한 송은 활의 사거리가 훨씬 길다 하지만 길다고 해봐야 유효사거리 100보, 지금처럼 최대사거리로 쏜 다면 250보를 넘기기 힘들다, 그렇지만 금의 장수들은 모르고 있었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것이 송의 활이 아니라 저 이름 높은 고려의 활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동이(東夷)라고도 불릴 만큼 활에 능한 고려인들은 매우 정교하면서도 강력한 활을 만들 수 있었다. 정교하게 제작된 만큼 습기에 매우 약한 것이 흠이었지만, 그 엄청난 사거리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 약점은 약점도 아니었다. 고려의 활은 송의 활에 비해 무려 1.5배가 넘는 사거리를 자랑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그 활을 사용하는 자들은 무공이 뛰어난 흑풍대의 고수들인 것이다. 똑같은 활을 사용한다고 해도 훨씬 더 멀리 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저 앞 땅바닥에 꽃힐 거라고 예상했던 화살들이 무방비 상태로 서 있던 금군지영에 우박처럼 쏟아졌다. "으아악!" 갖가지 비명이 난무하는 가운에 정신을 차린 인물들은 등에 지고 있던 방패를 꺼내어 막았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은 화살을 피해 뒤로 도망친 다고 정신이 없었다. "모두들 당황하지 마라 방패수들은 앞으로! 위에서 떨어지는 화살을 막아라!" 몇몇 장수들이 뛰어다니며 혼란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장수에게 창검을 겨누는 자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전위가 혼란의 극에 달해 있을 때, 후위에서 대기중이었던 기마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전위부대를 지휘하던 장수가 앞에서 활을 쏴대는 적들을 쫓아내기 위해 기병을 투입한 모양이다. 기병들이 달려나오지 화살의 목표는 곧장 보병에서 기병쪽으로 돌려졌다. 말과 사람이 화살에 맞아 뒹구는 가운데, 금의 기병들은 미친듯 말을 몰아 서로간의 거리를 좁혀갔다. "하앗! 이럇!" 달리는 말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금의 기병들은 칼을 뽑아들었다. 이제 곧이어 놈들과 싸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흑색갑주의 기마대는 금군 기병들이 접근해오자 재빨리 말꼬비를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놈들을 추격해라" "다시는 화살을 못쏘도록 끝장을 내버려랏!" 곧이어 흑색갑주의 기마대와 금군 기병들 사이에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금군 기병의 수는 1만 2천 겨우 3천기밖에 되지 않는 흑색갑주의 기마대가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할것이 없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병들을 응원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에게 무자비한 화살을 퍼붓던 상대가 저렇듯 죽자 살자 도망치는 모습을 보니 속이 후련했던 것이다. "전군 전투 준비!!" 마화의 명령에 따라 숲 속에 매복하고 있던 흑풍대원들은 병장기를 꺼내들었다. 취향에 따라 장검이나 장도를 쓰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말 등에 비끄러 매뒀던 긴 자루가 붙은 참마도(斬馬刀) 나 장창을 꺼내들었다. 점차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다. 잠시 후 매복하고 있던 그들 앞쪽으로 관지 가 지휘하는 부대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리고 분노에 찬 함성을 질러대는 금군 기병들이 그 뒤를 바짝 붙어 쫓아갔다. 그와 동시에 마화가 창을 번쩍 들며 외쳤다. "돌격!" 마화의 뒤에 서 있던 6천기의 인마가 그 명령에 따라 매복하고 있던 장소에서 벗어나 대지를 박차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산길을 따라 앞뒤에서 포위당한 금군 기병들은 어디로도 도망칠 데가 없었다. 용맹스럽게 저항했지만, 이미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었다. 앞뒤에서 그들을 포위한 자들이 누군가 바로 마교가 자랑하는 흑풍대다 흑풍대를 구성하고 있는 무사들의 무공은 과거 변방의 이민족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찬황흑풍단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다. 그런자들을 상대로 포위당했으니 그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피해는?" 부대장인 마화의 짤막한 물음에 각 대의 대장들이 피해 상황을 보고했다. 치열한 난전이 벌어진 상황이었기에 아무리 흑풍대라 해도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물론 부상자들의 대부분은 격전의 와중에 쓰러지는 말과 함께 넘어져 구르다가 상철르 입은 자들이었다. 마화가 천인대장들의 보고를 받고 있는 동안 관지는 주인을 잃고 돌아다니고 있는 말들을 붙잡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수하들을 바라보고있었다. "100여 명 정도입니다만 크게 다친 자는 없습니다." "자 철수한다" 그날 저녁 또다시 흑색 갑주를 걸친 3천 기의 기마대가 자신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금군 진영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저들을 격파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1만 2천 기의 기병들이 전멸당했다는 것을 그들도 소문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다. 상대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상관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등에 지고 있던 방패를 꺼내어 앞을 가리는 자들도 있었고 방패를 지니고 있지 않은 자들은 두려움에 질린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추춤추춤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금군 장수들은 큰 소리로 병사들을 독려하며 진형을 짜는 데 여념이 없었다. 흑색 갑주의 기마대는 천천히 거리르 좁혀오더니 100장 정도 거리 에서 딱 멈춰섰다. 그리고 그‹š 그들 중 한 명이 활을 꺼내들었다. 활을 꺼내드는 것과 살을 메기는 것은 거의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병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공포스러운 파공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피우우우웅__! 퍼억! 군사들을 독려하고 있던 금군 장수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말에서 떨어졌다. 안 봐도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있었다. 병사들은 더욱 공포에 떨기 시작 했다. 이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ㄱ바주를 걸친 무장을 해치운 것이다. 갑옷을 꿰뚫을 정도라면 나무에 가죽을 덧씌울 방패 따위는 있으나 마나가 아닌가. 그것에 생각이 미치자 방패를 들고 있던 병사들은 하나둘씩 뒤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수많은 병사들이 겁에 질려 우왕자왕하기 시작했지만 장수들은 그들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상대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병사들이 아닌 바로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몇몇 장수가 말을 몰아 슬금슬금 뒤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물론 입으로는 병사들을 독려하는 척하면서 말이다. 화살은 쉬지 않고 계속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화살이 대기를 가르는 공포스러운 소리가 끝났을 때 어김없이 한 명의 시체가 남는 것이다. 이때, 아직까지 가만히 있던 다른 흑색갑주의 기마대가 앞으로 조금 더 전진해 나오며 화살을 쏴대기 시작했다. 이미 상대의 방패수들은 화살을 막을 형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쏜 화살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금군은 몰랐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고려 활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이 먼 거리에서 갑주를 꿰뚫을 정도로 강력한 화살을 날릴 수 있는 사람은 3천의 기병들 중에서 관지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엄청난 수를 지닌 금군이 앞으로 밀어붙일 생각은 하지 않고 뒤로 물러서기 š諛′舅?그것은 걷잡을 수가 없었다. 일단 병사들의 머리속이 공포라는 감정으로 꽉 차버리면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공포는 옆에 있는 병사들에게 전염되는 것이다. 6만이 넘는 금군의 전군이 겨우 3천기의 기병에 밀려 뒤로 도망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그 공포감은 뒤로뒤로 전염되며 중군(中軍)까지도 뒤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3천기의 기마대는 그들의 뒤를 여유롭게 쫓아가며 하살을 퍼붓고 있었다. 금군 장수들은 적과 싸운느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거느리는 병사들에게 밀려 우왕자왕하다가 화살에 맞아 죽었다. 상대가 기병이 아니라면 돌진해서 해치울 가능성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기병이 아닌가 이쪽 보병들이 돌격해 들어간다면 슬쩍 뒤로 내뺀 다음 다시 활을 쏠 게 뻔했다. [도저히 저들을 상대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이 병사들의 뇌리에 자리잡고 있는 한 극에 달한 병사들의 혼란을 수습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무엇들 하는 것이냐? 놈들은 겨우 3천이 아니냐!" 갑주에 호화로운 장식을 달고 있는 금군 원수는 입에 거품을 물며 주위에 서 있는 장수들에게 호령했지만 그들이라고 딱히 방법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병사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것ㅇ다. "일단 어느 정도 후퇴하셔야 할 듯하옵니다. 운수" "만약 이 상태로 적과 싸운다면 도무지 어떻게 손을 써볼 방법이 없사옵니다." 부하 장수들의 무기력한 말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원수는 노성을 터뜨렸다. "이 멍청한 놈들! 당장 쇠뇌를......" 여기까지 말한 원수는 황급히 말을 끊었다. 쇠뇌 부대를 모두 양양성에 두고 온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한은 성곽으로 둘러싸인 요새도시가 아니다. 무한을 공력하는 데 쇠뇌가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없어도 상관없었다. 20만씩이나 되는 병력을 동원하는데 쇠뇌쯤 없으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싶어 놔두고 온 것이다. 하짐ㄴ 그것이 천추의 한이 될 줄이야...... "기, 기병들을 내보내라!" 금군 원수는 지금까지 뛰어난 업적을 쌓아온 역전의 맹장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ㅏ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군 붕괴로 연결되면 안 된다. 붕괴는 곧 패망으로 직결된다 20만이 3천기에 박살나는 말도 안되는 사태가 일어나느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옛.!" 이미 전군(前軍)을 지우너하던 기병 1만 2천을 잃은 상태다 그렇기에 기병은 중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1만 5천이 전부였다. 병사들의 혼란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던 기병들은 원수의 명령에 따라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원래 기병의 역활이라는 것이 최저선에서 적진을 돌파하는 것과 후퇴하는 과정에서 가장 뒤에 남아 후방을 엄호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금군 기병들이 그들을 뒤따라 깊숙이 쪼아올 리 없다. 서로 간의 거리가 적당하게 벌어지면 곧장 흑색갑주의 기마대는 화살을 날렸다. 한 번에 수백 대가 넘는 화살이 날아오는 것이다. 금군 기병들의 피해가 없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죽고 말이 피를 뿜으며 나뒹굴었다. 그렇다고 저들을 향해 돌진해 들어갈 수도 없었다. 어디에 또 다른 패거리를 숨겨놓고 있는지 잠작조차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들은 지금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된 적군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동안 밀고 당기기를 하다 보니 금군 기병들의 피해는 가랑비에 옷 젖듯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기병들을 지휘하던 금군 장수는 부하들에게 퇴각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적들에게 계속 휘둘리다 보면 더욱 피해만 늘어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군 기병이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보병대는 한시름 돌릴 여유를 어들 수 있었다. 다시금 전열을 회복하고 방책을 세워 흑색갑주의 기마대의 난입에 ㅂ대비할 수 있었다. 금군은 기병들의 막대한 피해를 등에 업고 전군 붕괴로 이어지는 패퇴를 막을 수 있었다. 대요제국을 멸망시키고 또 대송제국의 주력부대를 멸한 것도 다 이런 금군 장수들의 뛰어난 실력이 밑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날 밤, 금군은 ㄱ적의 난입에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보초의 수를 평상시의 열 배로 늘이고 주위에서 나무를 잘라다가 막사 주위에 수많은 방책들을 만들었다. 그러고도 안심이 안 도어 모든 병사들에게 갑옷을 입은 채 잠을 자라는 명령을 내렸다. 다음날 아침 되자 금군의 사기는 그야말로 엉망하고도 진창이었다. 모두들 갑옷을 입고 잠을 잤기에 온몸이 찌뿌둥했다. 거기에다가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깊게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그래서 수면부족으로 머릿속도 멍한 상ㅌ였다 병사들은 삼삼오오모여 적들의 공포스러움에 대해 쑤근거리고 있었고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적과 싸울 수가 있다는 말인가 "퇴각해야만 하옵니다. 원수" 아직까지도 원수는 주저주저하며 결정을 미루고 있었다. 20쳄犬?되는 병력을 가지고 무한을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3만이 넘는 병혁만 잃고 후퇴한다면 잘못하면 자신의 목이 날아갈 우려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적과 싸움다운 싸움이라도 해봤으면 모르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병사들은 적과 접전을 벌이지도 못한 상황이 아닌가 휘하에 있는 많은 장수들이 후퇴를 건의하고 있을 때, 정찰 나갔던 병사들의 일부가 돌아왔다. 그들의 보고를 받은 장수는 분노에 가득 한 얼굴로 원수에게 보고했다. "적군의 규모를 파악해냈사옵니다. 원수!" 그 말에 원수는 다급히 질문을 던졌다 일단 적의 규모를 알아야 후퇴할 것인지 아니면 진격할 겄인지 결정을 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적의 규모가 이쪽과 대등 한 것이라면 그런 강대한 적을 상대로 후퇴했다고 해도 자신에게 큰 책임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 어느 정도 규모라고 하더냐?" 관지의 명령으로 적의 척후병들을 눈에 띄는 대로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일부가 흑풍대의 동태를 파악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겨우 1만 정도의 기병들이라고 하옵니다." 그 말에 우너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기병만 1만이라는 말이냐? 혹시 보병대으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고?" "주위를 샅샅이 뒤지라고 명령?사옵니다. 이 인근에 소군 보병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하옵니다." 그 말에 원수는 분기탱천해서 으르렁거렸다. "아니 그렇다면 겨우 기병 1 만 기에게 지금껏 조롱을 당하고 있었단 말이냐? 이런 씹어먹을 녀석들! 내 그놈들의 간뎅이가 얼마나 큰지 필히 배를 갈라 볼 것이야!" *** 무림맹에 모인 장로들의 안색은 어둡기만 했다. 무영문에서 방금 전해져 온 한 통의 전서 때문이었다. "크으윽! 공수개 장로 이것이 사실이오이까?" 공수개 장로는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노부가 알아본 바로는 유감스럽게도 사실이오" "허어, 참 마교놈들이 초전부터 적잖은 전과를 거두고 있다는데 본맹에서 글어 모은 무사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단 말이오?" 그들의 안색이 어두운 이유느 바로 이것이었다. 무림맹은 황실과 민초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대금제국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하고, 무림동도들을 향해 금과의 전쟁에 참가해달라는 격문을 돌렸다. 그 때문에 숨낳은 물미인들이 분연히 일어서서 전쟁터로 달려갔다 그들은 지금 세 방향에서 송군과 협력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달려간 무리는 패력검제의 지휘하에 양야성에서 분전중이었다. 그리고 수전에 능숙한 인물들은 회하에서 주둔중인 수군과 합류하여 금군이 도하 작전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인물들은 모두 수라도제를 중심으로 무한에집결중이었다. 물론 전쟁을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정파쪽이었고 양양성에서 상당한 전괄르 올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양양성에서 수십만의 금군과 상대로 분전하고 있다고 해도 양양성에서의 전투주체는 악비대장군이 이끄는 송군이였다. 다급히 그쪽으로 달려간 ㅅ수의 무림인들이 협조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마교놈들이 단독으로 작전을 감행하여 20만의 금군과 격전을 전개학 있는 것이다. 물론 20만을 상대로 1만으로 덤빈 그놈들이 씨몰살을 당했다면 또 애기가 다르겠지만 적잖은 전과를 올리고 있다고 하니 배가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수개 장로는 자신이 아는 대로 대답했다. "그놈들이 괘씸하게도 수라도제 대협에게는 무한 인근에서 방어전을 전개하자고 해놓고 자기들끼리만 앞에 나서서 싸운 모야입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격양에 찬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이런 망할 놈들으 봤나 맹주님 이건 놈들이 무한 방어전의 전공을 자기들이 독차지하기 위해 머리를 쓰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뒤늦게 수라도제 대협이 이끈느 세력이 합류한다고 하더라도 세인들은 처음부터 승리를 거두며 자신들의 힘을 과시한 마교 를 기억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마교가 다 이겨놓은 싸움에 무림맹은 그저 들러리를 섰다고 뒤에서 쑤근거릴 게 분명합니다" "수라도제 대협에게 최대한 빨리 이동하여 마교도들과 연합세력을 구축하라고 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쪽의 수가 월등하게 많은 만큼 승리를 거뒀을 대 본맹으 위상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무당파출신은 청호진인의 말이었다. 무림맹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로 봤을 때 그Ÿ?ㅢ견이 맹주파의 전체적인 의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 말에 옥진호 장로가 정면으로 대치되는 발언을 했다. 마교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물론 옥청학 전대맹주의 죽음은 공식적으로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어 있었ㄷ. 하짐나 옥화무제가 봉공직을 차지하여 맹주의 신물 빙백수룡 검을 ㄴ놨을 대 전대맹주가 마교의 내전에 휘말려 죽음을 당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마교와의 합작은 찬성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개인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느 일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생각해서 말했다. "청호 장로님의 의견도 이리가 있소이다. 하짐나 만에 하나 금군이 앞에 두고 해묵은 감정싸움이라도 벌이게 된다면 일이 난감해지지 않겠소이까? 어쩌면 마교쪼에서도 그것을 걱정하여 단독행동을 결심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사실 지금까지 철천지 원수로 지내온 마교와 연합전선을 펼친다는 거은 대단히 힘든 일일 것이다.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청호진인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수라도제 어르신에게 아랫사람들을 잘 통제해달라고 부탁드린다면 되지 않겠소이까?" 그러자 옥진호 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원수처럼 싸우다가 오늘 갑자기 친해질 수는 ㅇ벗는 일이 아니겠소이가? 물과 불처럼 절대로 융합될 리가 없소이다." 그건 옥진호 장로의 개인적인 감정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발언이었다. 그리고 사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의 모든 장로들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그도 그렇기는 하오만...... 어찌되었건 마교놈들이 더 이상 전공으 독점하도록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소? 연합전선을 펼치지 못하더라도 수라도제 대협에게 전서를 띄워 금군과 싸우도록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오" "곡 그럴 필요가 있겠소이까? 무한 방어는 마교놈들보고 하라고 하고 수라도제 대협에게는 양양성으로 향하라고 하는 것이 어떻겠소? 지금 양양성은 무한 쪽으로 20만이 빠져 나가 10만의 금군밖에 없지 않소 거기다가 양양성 내에 주둔하고 있는 송군과 패력검제 대렵 의 도움까지 기대할 수 있소이다. 20만의 금군과 싸운느 것보다는 그쪽이 훨씬 실익이 클 것이라고 본인은 생각하오" 상당수의 자오들이 옥진호 장로의 의견에 동의를 표시했다. 사실 마교와 ㅇ녀합하느니 단독으로 싸워 대승을 거두는 쪽이 확실이 이익일 것이다. 그것도 금군을 격파한다는 것 외에 양양성을 구했다는 말까지 챙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그러자 청호진인이 다급하게 말했다. 잘못하면 옥진호 장로의 의견대로 일이 처리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옥진호 장로의 의견도 상당히 일리가 있소 그러나 그 의견은 본맹이 왜 금군과 싸운고 있는지 그 근본적인 이유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소 물론 양양성을 포위한 금군을 친다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오 하지만 그러다 무한이 함락당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소?" 옥진호 장로도 지지 않겠다는 듯 대꾸했다. "그들이 예상외로 잘 버틸 수도 있지 않소이가? 그놈들은 지금 자기 들만의 힘으로 싸우고 있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 아니겠소? 또 설혹 일이 잘못되어 무한이 함락된다고 하더라도 수라도제 대협보고 양양성을 구한 후 밑으로 남하하여 그들을 치라고 할 수도 있지 않소이까?" "허어, 참 바로 코앞에 적이 있는데 그토록 멀리 돌아서 양양성을 포위한 무리를 치고 또다시 돌아올 이유가 없지 않소이까?" 그 둘이 자신이 세운 작전의 정당성에 대해 설토하고 있을 대 맹주가 손을 들었다. 그것을 보고 그 둘은 실전을 그만두지 않을 수 없었다. 더 이상 장로들의 의견은 필요 없다는 맹주의 의사였으니까 말이다. "두 분 장로님들의 의견이 다 타당한 것 같소 그렇기에 노부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이 결정을 수라도제 대협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고 보오 그가 직접 상황을 판단하고 어느 쪽이 더 옳은지 판단하라 하시오" 무한 외각에는 지금 수많은 막사들이 들어서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송군에게 사용하는 군용막사처럼 생겼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각 문파에서 파견한 무림인들이었다. 그들은 모두들 송군과 함께 무한 방어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형국이었기에 송군에서 무림인들의 편의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막사를 지원해준 것이다. 무영문의 지시대로 그들은 이곳에서 금군이남하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하해 오는 금군의 병력은 무려 20만 숫자만 들어고 기가 죽을 정도였다. 아무리 이곳에 3만에 달하는 무림의 고수들이 모여 있다고 하지만 20만의 금군을 상대하는 것에 엄두가 안 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송군에게는 무한 방어를 위해 병력을 ㅂ내주겠다는 통보가 오긴 했지만 그들은 아직까지도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막사라든지 식량 따위의 물자만 조금 지웠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통합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통보받은 마교도들 또한 아직까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허어, 이 일이 어찌된 일일꼬? 설마 20만의 금군을 우리들의 힘만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인가?" 아무리 수라도제가 화경에 이르는 고수라고 하지만 그 엄청난 숫자 앞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곳에 모인 무림인의 수도 엄청난 것이었다. 각 문파에서 차출된 고수 2만이 집결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 중에서 그 누구도 중무장한 군사들을 상대로 집단전을 벌여본 사람이 없다는 데 있었다. 아무리 병졸들의 무술실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나름대로 수많은 세대를 거쳐오면 발전시킨 효과적인 살상법을 가지고 있었다. 활, 각종 쇠뇌 투석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수라도제는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쪽은 경험이 전무하다 하지만 개개인의 무술실력은 금군보다 뛰어나다 그렇다면 정면대결보다는 기습을 가하는 편이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 낮보다는 밤 적들이 도착하는 바로 그날 밤을 노릴 수밖에 없는가?" 이때 무사 한 명이 뛰어난 경신술로 달려와 포권하며 외쳤다. "무림맹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 어디 보자" 무사는 품속에서 서선을 꺼내어 수라도제에게 건냈다. 서신을 읽고 있던 수라도제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부다 지금 제대로 읽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무림맹의 늙은이들이 미친 것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림맹의 통보로는 현재 일단의 마교세력이 남하해오는 금군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무림맹의 입장에서 봤을 때 마교놈들이 겁없이 날뛰다가 몽땅 뒈져버렸으면 기분이 상쾌했겠지만 문제는 그들이 승리를 거두고 있다는 데 있었다. 20만의 금군을 상대로 겨우 1만 남짓한 마교도들이 승리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무림맹이 끌어 모은 정파 세력은 무한 인근에 집결 해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무림맹 수뇌부로서는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었다. 마교는 적극적으로 참전하고 있는데 비해서 무림맹은 눈치나 보면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세인들이 판단할 수도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렇기에 그들은 수라도제에게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서 가장 옳다고 여기는 것을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북상ㅎ여 막도들과 합류하여 연합전ㅅ너을 구축하여 남하하는 금군을 막든지 아니면 남하하는 금군은 마교도들에게 맡기고 양양성으로 직행하여 양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금군과 싸우라는 것이다. 수라도제는 무사에게 지시했다. "모든 문파의 수장들을 소집하거라" "옛." 무사가 달려가는 것을 보며 수라도제는 감탄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어 참 겨우 1만으로 20만을 상대할 배짱을 지닌 인물이 마교에는 있었다는 말인가? 참으로 마교가 지닌 저력은 무섭구나" 장내에 처진 막사들 중에서 가장 큰 막사 안에서는 지금 한창 작전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교와 통합작전을 벌일 것인지 아니면 단독작전을 감행하여 양양성으로 향핼 것인지 서로가 일장일단이 있다보니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고심 하던 수라도제는 이윽고 마음을 정리한 듯 입을 열었다. "서로가 일장일단이 있는 작전이외다, 효율면으로만 따진다면 통합작전을 벌이는 것이 최선의 길이오 하지만 지금까지 원수처럼 지내왔던 마교도들과 통합작전을 벌인다면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불안도 있소 그렇다면 오히려 단독으로 양양성으로 직행하는 쪽이 훨씬 좋을 듯도 하오" 그러자 각 문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해댔기에 장내는 금방 소란스러워졌다. 그렇기에 수라도제는 손을 들어 그들을 조용하게 만든 후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일은 마교를 이끄는 자와 만나본 연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오 통합작전을 벌일 만한 제목이라면 통합작전을 벌이고 만약 그럴 만한 제목이 아니라고 판단됨녀 단독행동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 그 말에 종리세가의 가주 종이영우와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기가 찬성하자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모두들 수라도제의 의견을 따르기로 의견일치를 봤다 무공이나 세력 또 연륜을 봤을 때 수라도제를 앞서가는 인물이 단 한 명도 없 었기에 대부분의 경우 그의 의견대로 실행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종이세가와 제갈세가가 그의 편을 드는데 그 누가 그의 의견에 반대를 할 수 있겠는가 수라도제가 서문세가의 노신들을 불러 짐을 꾸리라고 지시하고 있는데 경비무사 한 명이 달려 들어와 보고했다. "천지문에서 파견한 문도들이 도착했습니다." 그 말에 수라도제는 의아하다느 듯 되물었다. "천지문에서?" "옛." 그ㅜ 말에 수라도제와 함께 있던 서문세가의 노신들의 인상이 묘하고 일그러졌다. 천지문이라면 강호에서 유명한 박쥐들의 문파가 아닌가 유일하게 마교와 협정을 맺은 문파 그런 그들이었기에 낙양이 금에 함락되어 피난을 떠난 처지가 되었지만 그 누구 하나 그들을 동정하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들이 지운군을 보내온 š이다. "이런 몰염치한 것들을 봤나 태상가주님 그놈들을 내쳐야만 합니다." 서문세가 노신들의 의견이 이와 같을진대 다른 문파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짐나 사루도제는 잠시 고심하지 않을 수없었다. 그들을 도려보내야 하나? 아니면 함께 싸워야 하나 하지만 직므 싸워야 할 상대는 마교가 아니었다. 그런 만큼 그들을 의심할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금은 단 한 명의 무인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정해진 것이 아닐까 수라도제는 침착한 어조로 서문세가의 노신들을 향해 말했다. "노부가 자네들의 마음을 모른느 바는 아니지만 지금 우리들은 마교와 싸운느 것이 아니지않소/ 지금 금이라는 오랑캐를 앞에 두고 서로간의 해묵은 감정으로 대립하고 있어서는 아무것도 안되지 않겠소? 모두들 표정관리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소" 태상가주의 말에 노신들은 일단 분노를 억눌렀다. 하짐나 아직 그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음을 느꼈기에 수라도제는 덧붙여 말했다. "그놈들도 다 쓸 데가 있지 않겠소? 미끼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소모품으로 쓸 수도 있지 않소 그러니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오" 그 말에 노신들의 안색은 확연히 밝아졌다 과연 그렇게 써먹을 수도 있募募?생각에서다 사실 상황에 따라 어떤 문파 혹은 어떤 고수 들을 사지로 몰아넣어야 할 때도 있다. 서로가 다 아는 처지에서 사지로 가기를 권하기도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그때 그들을 이용한 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과연 태상가주님의 말씀이 옳으십니다." 수라도제는 경비무사에게 말했다. "그래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예, 제가 그곳으로 뫼시겠습니다." "허어 천지문도들이 이곳에는 무슨 일일꼬?" "그러게나 말이외다 낙양의 쓰레기들을 이곳에서 보고 될 줄은 몰랐소이다." 경비무사에게 안내를 받아 한곳에 자리를 잡고 대기한느 천지문도들을 향해 여기저기서 비방한느 소리들이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그래도 그들은 묵묵하게 대기했다. 자신들과 합류하다는 허락이 떨어질 것인지 아니면 돌아가라는 명령이 떨어질 것인지 조금 있으면 밝혀질 것이다. 그때까지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짙은 푸른색의 날렵한 경장차림의 그들은 하나같이 4척은 됨직한 두툼한 거도를 등에 지고 있었다. 도와 손잡이에 천지라는 글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어 자신들이 천지문 소속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때 황색 경장차림을 한 중년사내 하나가 앞으로 쓱 나서며 천지문도들을 향해 말을 걸었다. "본인은 하북팽가(河北澎家)의 팽조라는 사라이외다." 팽조가 자기 소개를 하자 천지문도들 중에서 한 명이 나와 정중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그녀는 간편한 경장으로 맵시있게 차려입은 중년여인 이었는데 무공으로 단련된 늘씬한 체형이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거기에다가 미모 또한 상당한 수준이 아닌가 물론 젊은 것들과 같은 풋풋한 맛은 없었지만 중년의 여인이 지니고 있는 완숙함이 그 부분을 보충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가녀린체형에 이지적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지혜로운 여성이라는 생각은 들어도 전혀 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녀는 천지문도들을 이끌고 있는 소연이라고 합니다. 철혈권(鐵血拳)대협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슬쩍 시비를 걸기 위해 말을 건 것이었는데 계집이 튀어나와 지가기 천지문도들의 수장이라고 소개를 하니 철혈권 팽조로서는 입맛이 씁슬할 수밖에 없었다. 계집을 상대로 시비를 걸어봐야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것이다. 물론 강호에서 호젓하게 둘이 만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놔도 상관없겠지만 이곳은 사람들의 이목이 많은 장소다. 조금만 심하게 괴롭혀도 잘못하면 변태 소리를 들을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곳은 그대들 같은 인면수심의 무리들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곳이다. 그러니 그만하고 물러가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 말에 소연은 다소곳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것이 무림맹의 결정입니까?" "무림맹에 물어볼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자네 같은 쓰레기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악취 때문에 코를 못들겠으니 꺼져 달라는 말일세 본인의 말을 알아듣겠는가?" 쓰레기라는 말까지 하며 천지문을 격하시켰지만 소연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무림맹에서 돌린 격문에는 천지문ㅇ느 필요 없다는 구절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출발하기 전에 이곳에 모인 문파들을 가장 연배가 높으신 수라도제 대협께서 이끄신다고 들었습니다. ㅓㄹ혈검 대협께서 하신 말씀이 수라도제 대협의 의견을 반영하고 계시는 것인가요?" 그녀의 말은 부드러웠지만 하북팽가처럼 작은 문파의 문도 따위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는 것을 밝히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팽조는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들은 팽조는 화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의 말은 어느정도 타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요와 금에 이르는 오랑캐들이 연경을 점령한 덕분에 고향을 잃어버리고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하북팽가의 고수가 듣기에는 머리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팽조의 귀에 그녀의 말은 하북팽가를 아주 업수이 여기는 것으로 들렸던 것이다. 팽조는 슬쩍 고개를 돌려 저쪽에 자리 잡고 있는 한 노인을 바라봤다. 노인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그 노인이 바로 팽조의 사부였다. 무림명숙인 사부는 자신이 직접 시비 걸기가 뭣했기에 그 제자에게 그들을 망신주고 오라 시킨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잘하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잘못하면 사부님께 누를 끼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팽조는 조금 억지를 부려보기로 했다. "계집이기에 조용히 말로 하려 했거늘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구나 너는 내가 누군 줄 알고 그토록 오만방자한 것이냐?" "하북팽가의 여덞 분 장로들 중의 한분이신 혼원패권(混元覇拳) 팽선대협의 제자분이시라고 들었습니다." "멍청한 것 나를 잘 알고 있으면서 그따위 말대답을 해대다니!" 그와 동시에 팽조의 손이 쾌속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팽조의 움직임에 맞춰 소연도 함께 움직였다. 그녀는 가볍에 손을 들어 그의 손을 잡은 것이다. "어쭈? 천지문의 잡것이 감히 반항을 해?" 처음에는 무례한 계집의 뺨을 한 대 친느 것으로 징계를 가하고 끝낼 속셈으로 움직인 것이었지만 이렇게 되고 보니 슬며시 화가 치미 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손에 내력을 뿜어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3성에서부터 시작한 공력을 5성으로 끌어올렸는데도 불구하고 계집의 표정에는 미동도 없었다. '이런 망할 년을 봤나! ㅁ매끈한 얼구을 봐서 다른 사람들에게 표 나지 않도록 5성의 공력만 사용해줬거늘, 아직도 물러서지 않다니' 드디어 팽조의 머리 뚜껑이 활짝 열러버렸다. 팽조는 상대에게 가하는 공력을 점차 가중시키기 시작했ㄷ. 내력이 8성에 이르자 팽조 의 장포가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쯤 팽조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미 엎어진 물어있다. 내력 대결을 펼치는 도중에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점점 더 내공의 수위를 높이고 있었다. 잠시 후, 모든 공력을 다 뿜어내기 시작한 팽조의 안색은 점파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이마에는 핏줄이 곤두서기 시작?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지만 상대의 표정에는 그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제서야 팽조는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후회하기에는 너무나도 늦은 상황이었다. "셋 하면 공력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습니다. 철혈건 대협" 낭랑한 그녀의 목소리는 팽조에게는 구원이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공력이 딸린다고 갑자기 멈출 수도 없었다. 순식간에 상대의 기가 자신의 몸을 타고 들어와 오장육부를 바스러뜨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쪽에서 그녀가 한 제안을 먼저 할 수도 없었다. 그건 바로 항복을 뜨하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 팽조는 손을 떼자마자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거칠게 숨을 헐떡거렸다. 누가 봐도 자신의 패배가 분명했다. 저 가냘픈 계집의 내공이 저토록 막강할 줄은 예상도 못했ㄷ. 하지만 그렇다고 꼬리를 말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사문과 사부의 명예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젠장! 다시 한 번 해보자" 팽조가 나서러년 순간 뒤에서 그의 어깨를 잡는 사라이 있었다. 팽조가 뒤돌아보니 자신을 잡고 있는 것은 그의 사부였다. 사부는 엄한 눈으로 팽조를 흘겨본 후 중얼거렸다. "미숙한 녀석!" 팽조는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사부님" "뒤로 물러서서 운기조식이나 하거라" 팽선은 앞으로 쓱 나서며 날카로운 어조로 소연을 지책했다. "감히 하북팽가를 업신여기다니" "소녀가 무엇을 했다는 말씀이십니까? 혼원패권 대협 수라도제 대협께서도 같은 의견을 지니고 계시냐고 물은 것이 그토록 큰 실례였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물러나라고 했으면 물러날 것이지 그것에 토를 단 것이 죄이니라 얄팍한 한 수를 익혔다고 기고만장해서 감히 반가에 대들다니 그 죄를 알렷다?" "바른 소리를 한 것이 죄가 된다는 말은 혼원패권 대협께 처음 듣습니다." "아이야 네 입을 원망하거라" 그 순간 팽선의 호가 왜 혼원패권인지 주위에서 구경하는 사람은 실감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펼쳐진 극성의 혼원벽력장은 너무나도 패도적인 기운을 물씬 뿜어내고 있었다. 그 권풍의 기세가 너무나도 강했기에 주위에서 구경하던 자들도 황급히 방어자세를 갖춰 살을 찢는 권풍의 위력을 막기에 급ㄱ브할 따름이었던 것이다. '이거 어쩌면 전력을 다해야 할지도 모르募쨉?' 팽선은 긴장감 때문에 마른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제법 한 가닥 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빨리 끝내기 위해 기습에 가까운 공격을 가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거대한 도 ‹š문이었다. 그녀의 도가 완만하게 움직인느 순간 불꽃 과 함께 뇌성이 터지며 팽선의 공세를 짓눌러버렸던 것이다. 그렇다 막은 것도 아니고 팽선의 힘보다 더욱 막강한 힘으로 짓눌러버린 것이다. 그 순간 계집이라고 약간 얕잡아 보던 팽선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계집이 보여줄 수 있는 힘과 파괴력이 아니었다. 무거운 무기만을 잡고 수십 년 동안 고련한 사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반응 중도(重刀)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대처였던 것이다. '계집이면 계집답게 연검이나 휘두를 것이지, 젠장!' 수라도제가 천지문도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왔을 때는 팽선과 소연의 대결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ㄷ. 권풍과 도기가 흩날리고 그 둘 을 사이에 두고 광풍이 일고 있었다. 수라도제는 그곳에서 두 눈을 반짝이며 관전에 열중하고 있는 무당파의 장로를 발견하고 급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처음 파견된 무당파의 고수들은 지금 양양성에서 싸우고 있지만, 그 다음 대규모로 파견 된 고수들은 금군 때문에 양양 성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이곳에 와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수라도제는 다급히 질문을 던졌지만, 장로는 흥미롭다는 듯 장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대답했다. "혼원패구너이 천지문 아이를 상대로 드잡이질을 벌이고 있는 중이지요 물론 시비는 혼언패권이 먼저 걸었지만...... 노부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택한 것 같소이다." 그 의견에는 수라도제도 동감이었다. 무시무시한 구너법의 소유자인 팽선을 상대로 웬 중년여인이 분전하고 있었다. 겉으로 봤을 때는 팽선이 우위를 저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중년영니이 일부러 조금씩 양보해 주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할 수라도제가 아니었다. "허헛, 참 일이 고약하게 되어버렸소이다 함께 싸워야 할 동도들이 싸움질을 벌이다니, 그것도 일분의 장로라는 자가 앞장서서 말이오" 그 말에 무당파의 장로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외다 히지만 조금 이면 끝날 듯도 하오 슬슬 혼원패권이 밀어붙이고 있지 않소/ 천하의 혼원패권을 상대로 200 여 초식을 버텼다면 저 아이의 실력도 보통은 넘는 게지요" 남들에게 멸시받는 천지문도를 상대로 그것도 이름도 없는 여자를 상대로 200여 초식이나 싸워야 했다면 그의 명성에 흠이 갈 것은 뻔한 사실이었다. 하짐나 무당파의 장로는 지금 그녀가 일부러 상대의 체면을 봐서 전력을 다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까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만큼 수라도제가 파악한 그녀의 실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허참 실력만큼이나 마음 씀씀이도 곱구먼' 하지만 감탄만 하고 그대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대로 사만히 있는다면 승자와 패자가 갈리게 된다 물론 승자는 팽선이겠지만 후에 그가 저 아이가 봐줘서 승리했음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또 그가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결코 뒷맛은 ƒ틀暉舊?못할 것이다. 수라도제의 몸이 스르르 사라지는 가 싶더니 어느새 그의 몸은 한참 대결 중인 두 고수 사이에 서 있었다. 과연 화경에 다다른 고수라는 윔여에 걸맞는 뛰어난 신법이었다. 워낙 갑작스럽게 수라도제가 등장한 것이었기에 대결에 몰두해 있던 팽선과 소연은 미처 쏘아낸 공격을 회수할 여유조차 확보할 수 없었다. 이를 악물고 소연이 쏘아낸 공력을 회수하련느 순간 그녀의 귀에 부드러운 전음성이 들려왔다. <무리에서 공력을 회수하려고 하지 마라 몸만 상할 뿐이다.> 그 순간 소연은 목소리의 주인공 즉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믿기로 했다. 얼핏 봤을 때 그리 고강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이 곳에 모습을 드러낼 때 그가 사용한 신법만으로도 그는 최강자의 대열에 서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느꼈던 것이다 양쪽에서 짓쳐 들어오는 공격을 수라도제는 간단하게 막아냈다. 물론 그것은 그 광경을 옆에서 구경한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수라도제 자신은 이를 꽉 깨물어야만 했다. 격전 을 벌이는 둘은 모두 다 엄청난 고수들인 것이다. 수라도제가 아무리 화경에 든 고수라고 하지만 쉽게 막아낼 성질의 공격은 아니었다. 수라도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빠른 것은 눈의 착시현상 때문에 오히려 느린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주위에 서 있는 자들은 거의 대부분은 수라도제가 발휘한 최고의 한 수를 견식하는 영광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퍽!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 후, 장내는 정리되었다. 자신이 가한 혼신의 공격을 수라도제가 간단히 막아내버리자 팽선은 씁쓸한 듯 입맛을 다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이마에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자신의 체면이 달린 문제였기에 계집아이를 빨리 제업하기 위해 상당히 무리를 해던 탓이다. "수라도제 대협께서 여기는 어쩐 일이시오?" "허허. 이 사람 한 팔 더하겠다고 온 동지를 상대로 드잡이질을 하다니 정신이 있는 겐가? 아무래도 저 아이가 다칠 것 같아서 나설 수밖에 없었다네" 팽선은 수라도제가 한 뒷말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자신의 체면을 지켜주지 않았는가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여아가 거도를 들고 다니기에 그냥 장난 좀 쳐본 것 뿐이오" 말을 마친 팽선은 자신의 일이 끄났다는 듯 천천히 장내를 벗어났다. 그동안 수라도제는 소연을 향해 전음을 날리고 있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신경을 써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수라도제 대협> <허허헛 노부를 알아보다니 영광이로세> <아닙니다, 수라도제 대협의 한 수를 견식할 수 있어 소녀가 더 영광이었습니다.> 소연의 전음에 수라도제의 눈에 이채가 발했다.자신이 사용한 한수를 완전히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아차렸다는 말이 아닌가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한 차원 더 높은 고수가 분명했다. 참으로 무림은 와호잠룡의 세상이라고 생각해보는 수라도제였다. "천지문에서 왔다고 했는가?" 상대가 전음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소연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노부의 소개가 늦었구먼 노부는 서문길제라고 한다네" "예, 소녀는 천지문도를 이끌고 수라도제 대협을 도우라는 문주님의 명을 받들고 온 소연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게습니다." 수라도제는 주위를 두러봤다 저ㅉ고에 소연과 비슷한 차림새를 하고 있는 사내들이 보였다 그 수는 5백여 명 수라도제의 시각에서 봤을 때 적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숫자였지만 그것이 천지문의 전체 문도수를 따져본 경우람녀 애기가 완전히 틀려진다. '허어 5백씩이나? 천지문의 규모를 생가했을 대 적지 않은 출혈을 각오한 모양이구만 그것도 저렇게 뛰어난 고수를 앞세우다니......' 수라도제는 아직까지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소연을 아래위로 자세히 한 번 더 ?어봤다 이건 웬만한 명문대파의 장로급이라고 해도 전려 손색이 없는 여고수 거기에다가 그를 더욱 기분 좋게 한 것은 그런 여고수가 거대한 도를 등에 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도(刀)를 숭상하는 그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소연은 평상시에 가벼운 도를 애용했지만 전쟁터에 나가는 것인 마늠 전투용의 중도 를 가져온 것이었다. 천지문은 작은 문파였다 그런 문파에서 이토록 뛰어난 여고수를 키워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녀를 아낌없이 전장에 투입한 것은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사실, 생사를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그녀가 털컥 죽어버린다면 그 피해는 얼마나 크겠는가 그것만 봐도 천지문이 이번 양양성 전투에 어느 정도의 각오로 임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먼 길을 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노부와 차나 한잔 하지 않겠는가?" "영광입니다. 수라도제 대협" 소연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후 수라도제를 따라갔다. 수라도제 대협과 담소를 나누며 장내를 빠져 나가는 소연의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서 있던 천풍검 곡추는 입이 바짝 타는 듯 하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방금 전에 벌어진 비무를 봤을 때 결국에 가서는 소연이라는 천지문의 고수가 팽선에게 패?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하북의 범 같은 고수인 팽선을 상대로 저 정도나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곡추 자신도 분노에 가득 찬 팽선을 상대로 100초식이상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 그것만 봐도 그녀의 실력은 이미 증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허어~ 진팔에 이어서 이번에는 소연이라는 여고수의 등장인가? 정말 천지문은 가볍게 볼 문파가 아니로구나" 진팔을 억류하려고 했엇던 남궁세가주의 결정은 정말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내린 치명적인 실수였다고 생각하는 곡추였다. 무림연합과 대금제국군의 충돌 두려움에 떨던 금군의 모습은 하루의 충분한 휴식과 새로운 방어도구의 장만으로 용기백배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이 어려 있지 않았다. 적군의 화살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새로운 방어도구가 지급된 것이다. 방패 두 장을 하나로 묶은 것이었는데 적의 화살에 노출되는 병사들만 지니면 되는 것이기에 서로 교대해가며 들고 가면 되니 방패가 2배로 무거워졌다고 하지만 문제될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장수들의 설명을 듣고 자신들과 싸우는 적의 규모를 앍 되었ㄷ. 겨우 1만 남짓한 기병들이라니...... 17만 군세를 자랑하는 그들에게 그 수는 가소로운 것이었다. 제 아무리 적의 기마대가 신출귀몰하다 해도 무한만 점령하면 일은 끝나는 것이다. 무한이 주 전쟁이 된다면 그들은 그것을 수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마대의 기동력이 보병들에 비해 월등이 뛰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도 충분한 활동영영ㄱ을 보유하고 있을 대의 애기다. 어느 한 장소에 얽메이게 되면 그들을 전멸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봐야 했다. 또 다시 금군을 공격하기 위해 접근하던 도중 관지는 적병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봤다. "일이 조금 어렵게 되었군" 그 말에 제3천인대장 정삼이 의아한 듯 질문을 던졌다. 그는 오랜 세월 관지를 모시고 있었기에 상관이 이런 식으로 넋두리를 하는 것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장" 관지는 금군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쯤이면 풀 죽은 강아지 꼴을 하고 비실비실 움직여야 정상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 저놈들이 저렇게도 위풍당당하게 행군하고 있느냐 말이다 아마도 이쪽의 세력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획듯한 모양이야" "그렇다면 어떻게 하죠?" 정삼의 의문에 관지는 간단명료하게 대꾸했다. "뭘 어떻게 하겠나?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자 가자!" 관지의 전투방식은 어제와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최대한 적들로부터 떨어진 거리까지 접근해서 화살을 퍼붓는 것이었다. 일단 관지는 말을 타고 병사들을 지휘하는 금군 장수들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말을 중군에 맡기고 거어서 부하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수들이 보이지 않으니 목표는 선두에 선 병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의 화살이 파공성을 흘리며 날아가자 처음 두 명까지 화살에 맞아 쓰러졌지만 그 뒤는 쉽지않았다. 각자 방패를 꺼내어 앞을 가린 것이다. 퍽! 관지가 쓴 화살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방패에 꽃혔다. 두 겹을 닷대놓은 것이었기에 뚫지 못한 것이다. "제법이군 조금 더 다가간다" 관지의 명령에 기마대는 서서히 거리르 조히며 화살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100장이었던 서로간으 거리가 차츰 80장 60장으로 좁혀졌다 물론 그렇다고 금군 궁수들의 사거리 안으로 들어가지느 않았다. "후퇴!" "후퇴하라!" 더 이상 적의 전위부대를 상ㄷ로 이 방법이 효과가 없음을 깨닫고 관지는 후퇴명령을 내렸다. 물로 아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적군의 규모는 무려 17만이나 된다. 수십 리에 걸쳐 금군이 행군하고 있는 것이다. 제일 앞에서 걸어가는 적들이야 대비가 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중군이나 호위는 애기가 다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날 흑풍대는 적들의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화살을 무진장 쏴댔다. 하지만 금군은 소수의 적 기마대와 드잡이질을 벌이는 대신 무한 침공을 우선시 하는듯 최대한 방어에 힘쓰며 꾸준히 전진하고 있었다. "이렇게 가면힘들겠어" 지도를 봄 관지가 중얼거리는데 제3천인대장 정삼이 들어오면 보고했다. "화살 보급이 끝났습니다. 또다시 출동하실 겁니까?" "아니 오늘은 그만한다. 이런 식으로 화살을 마구 소모한다면 총타에서 많은 화살을 가져왔다고 하나 곧이어 바닥이 드러날 것이 분명하다 더 이상 화살을 헛되이 소모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렇다면 어떻게 하시겟습니까?" 관지와 마화 그리고 9명의 천인대장들이 모여 차후의 작전에 대해 토의하기 시작?다. 한참 작전토의를 하고 있을 때 밖에서 10인대장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군례를 올린 후 보고했다. "무한 방향에서 3만여 무리가 이쪽으로 이동해 오고 있습니다. 행색으로 봤을 때 금군은 아닌 듯하고 무림인들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그 보고에 관진느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합류지점에서 기다리다가 지쳐서 이리로 올라온 모양이군 좋아 기왕에 여기까지 왔으니 만나봐야겠지" 관지는 마화를 향해 명령했다. "나는 그들을 만나러 가牡?귀관은 수하들을 인솔하여 작전지역으로 이동하도록" '존명!" 수라도제는 경비무사의 안내를 받아 막사로 들어온 사내를 찬찬히 바라봤다. 다부진 턱과 시원하게 솟은 콧날...... 그러면서도 어떤 일이 라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강인한 정신력을 담은 강렬한 안광(眼光)을 내뿜는 두 눈 그야말로 패기(覇氣)가 넘치는 뒤어난 무사임이 분명 했다. '허 이런 인재가 마교에 있었을 줄이야......' 감탄스러운 시선으로 새삼 다시 한 번 상대를 바라보는 수라도제였다. 상대가 머리 위에서 발끝까지 시커먼 갑주로 감싸고 있다 보니 문득 과거 변방의 오랑캐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찬황흑풍단이 생각났다. 검은색 갑주를 입은 단체는 지금까지 그것 말고는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수라도제는 설마하니 상대가 찬황흑풍단과의 연관성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원래 마교도들이 검은 색을 좋아했기에 그저 그러려니 했을 뿐이다. 흑색갑주를 입은 무장은 눈매를 날카롭게 빗내며 입을 열었다. "노부는 흑풍대를 맡고 있는 관지라고 하오 여러 무림의 명숙들을 뵙게 되어 영광이라 생각하오" 자성만마대를 제외한 마교의 상급단체들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더군다나 흑풍대의 경우 마교의 내전에만 출동했을 뿐 정식으로 무림에 드러낸 적은 단 한 번도 ㅇ벗었다. 그렇기에 좌중에 앉아 있는 인물들 중에서 흑풍대라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소개를 통해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상대는 바로 마교의 아홉 장로들 중의 한 명이었고 마교와 무림맹에 연합하는 한 그만큼의 대우를 해줘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만나서 반갑소이다. 노부는 서문세가의 수라도제라고 하오" 자신의 소개를 한 수라도제는 좌중에 앉아 있는 각 문파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돤지에게 소개했다. 그런 다음 관지에게 말했다. "귀교 단독으로 이곳에서 금군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소이다. 그건 그렇고 노부들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귀교에서 우리들 과 연합하여 작전을 수행할 의지가 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었소 지금까지의 행동으로 봤을 대 귀교는 우리들과의 연합작전을 망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š문이오" 그 말에 관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본관이 여러분을 못 믿어서 그렇게 행동한 것은 아니었소이다. 저들의 수는 엄청났고 이쪽의 수는 양쪽이 연합한다고 해도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소 그렇기에 이왕이면 본격적인 호전이 시작되기에 앞서 저들의 강성한 기운을 누르고 사기를 떨어뜨릴 필요가 있었소이다. 아마 나중에 귀하들이 기다리고 있는 지점까지 진출한 금군은 오랜 싸움에 지켜 피폐한 몰골로 나타났을 거요 그대, 연합하여 금군을 일거에 소탕할 생각 이었소" "그렇소이까? 그런 줄도 모르고 달려온 노부들의 생각이 ˆ瞞年째『맙? 수라도제의 말에 관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왕에 여기까지 오셨으니 좀 도와주셔야겠소이다 이곳에 지도가 있소이까?" 곧이어 커다란 지도가 간이탁자위에 깔렸다 관지는 지도의 이곳 저곳을 손으로 ?으며 금군을 상대할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라 도제는 그런 관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몇 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관지라는 마교의 장로는 마공을 연성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패도적인 마기가 뿜어져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마공 대신에 뭔가 다른 무공을 익힌 모양이다. 그런데 마공을 익히지 않은 자가 마교의 장로가 될 수 있을까? 둘째 지도를 보며 그가 설명하고 있는 작전이다 관지 장로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면 그가 이런 일에 매우 능숙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만들었다. 그런 그를 보며 수라도제는 그가 마교도가 아니라 군대의 장군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렇다면 마굔느 왜 저런 전략과 전술에 능통한 장수 같은 인물을 키웠을까? 셋? 저 자는 강철로 만든 갑주를 입고 있었다. 보통 무림인들이라면 웬만해서는 입지 않는 갑주를 말이다. 그 상태에서도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을 보면 갑주를 그가 평상시에도 자주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저 자의 수하들도 갑주를 입고 이쓸 가능성이 컸다. 신검합일급에 이르는 강력한 고수가 저토록 두터운 중갑주를 입을 정도인데 그 부하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마교는 왜 저런 단체를 키워냈을까? 처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예측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지금 현재의 정보들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수라도제는 나중에 무영문족에다가 통지를 해서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마교가 무림일통을 하기 위해 흑풍대를 키운 것이라면 무림 맹쪽에서도 그런 중갑주로 무장한 단체가 하나 필요할 테니 말이다. 어찌되었건 수라도제는 이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은 지금까지 너무나도 마교라는 곳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런 수하들을 키워내고 또 그들의 충성을 받을 정도의 인물이라면 마교 교준느 상상 이상의 거목일 것이 분명했다. '허어 마교 교준느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저런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의도눈 또 뭐란 말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수라도제는 관지에게 점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단지 마공을 익히지 않은 자가 장로라는 사실에 놀랐지만 관지 장로의 설명에 계속되는 동안 적의 허를 찌르는 그의 치밀한 전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술도제는 어느 순간 관지 장로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금군 20만을 상대로 지금까지 싸워왔다는 것이 수긍이 되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도우러 오지 않았다면 그들만으로 금군 20만을 끝장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아까 전에 관지 장로가 말했던 것처럼 약속지젖ㅁ까지 밀고 내려온 금군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일 게 뻔했다. '허어 참으로 탐이 나는 인재로고 이런 자가 어찌 흉악한 마교 무리에 섞여 있단 말인가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구나' 수라도제는 관지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전략과 전술에 뛰어난 인재가 자신의 밑에 있다면 서문세가는 9파1방을 앞서는 최강의 문파가 될 것이 아닌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금군은 서서히 진격하여 평우너지대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한 빨리 무한을 점령하려 했지만 송군이 계속 괴롭혀대기에 어쩔 수 없이 진격 속도가 느려진 것이다. 평워에 도착하여 드넓은 대지에 자라고 있는 곡식들을 보자 금군 병사들의 마음도 한결 안정되었다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휴대식량이 다 떨어진다고 하여도 ㅚ소한 굶지는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금군이 평원 안으로 한참 진격하고 있을 때 또다시 예의 그 시커먼 갑주를 입은 기마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일 반복된느 일상사가 시작되다 보니 금군, 병사들은 처음관느 달리 노련하게 그에 대처하기 시작?다. 여러번 충돌해본 결과 적 기마대가 보유하고 있는 활의 사거리를 파악할 수 있었고 또 그들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려워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날 가해진 공격은 다른 날과는 족므 달랐다. 불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폭넓게 산개해서 쏘아대기 시작한 불화살들은 크게 원을 그리며 여기저기에 떨어져 내렸다. 그런데 이때 괴변이 일어났다. 아무리 계절이 가을이라 초목들이 말라간다고 하지만 저렇듯 활활 타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뭔가 손이라도 써놓았던 듯 불화살이 떨어지자마자 순식간에 불길이 확 퍼져 오르며 사방으로 번져 가자 금군 병사 들의 눈에는 짙은 두려움이 깔리기 시작했다. "제법 하는군" 사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그에 따라 금군들이 이리저리 우왕자왕 움직이는 것을 보며 수라도제는 감탄스럽다느 듯 중얼거렸다. "지금 돌격하는 것이 어떻겠소이까? 사돈" "허허, 사돈 조금만 더 기다리는 것이 좋을 듯하오" 종리영우의 말에 대답해준 수라도제는 전장을 주의 깊게 살폈다. 적들의 주위에 놓아둔 인화물질들이 활활 타오르며 짙은 연기를 뿜어낼 때 바로 그대가 돌격해 들어갈 적기였다. 관지 장로의 작전에 따르면, 적은 이쪽의 군세를 기병 1만으로 알고 있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자는 것이다. 적은 아직까지 무림맹 세력이 가세했음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성공의 열쇠였다. 그리고 관지 장로의 작전은 집단전에 대한 경험이라고는 거의 없는 무림맹 고수들에게 매우 적합한 것이었다. 무림맹에서 끌어모은 각 문파들의 무사들은 지금까지 합돌해서 격전을 벌여본 적이 없는 인물들이다. 개개인의 무공은 엄청나게 강할지 몰라도 상대가 조직적으로 대행해 온다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전으로 이끈 다면 애기가 달라진다. 뒤죽박죽 얽힌 상태에서 작전이고 나발이고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개개인의 무력이 강한 쪽이 승자 가 되는 것이다. 사방에서 치솟는 불길에 당황해하는 금군 병사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수라도제는 이윽고 때가 되었다는 생각했는지 뒤를 돌아보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돌격!" 수라도제가 앞에서 엄청난 경골수을 발휘하여 달려나갔다. 그리고 수많은 문파에서 내노라하는 고수들이 앞 다투어 그의 뒤를 쫓아 달려갔다. 순식간에 벌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방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단발마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렇듯 뒤엉켜서 싸운 다면 무술실력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금군 병졸들이 압도저그로 불리할 것은 당연한 사실이아닌가. 그런 와중에 멀찍이 떨어져서 적을 교란하고 있던 흑풍대가 들이닥쳤다. 그 순간 전장은 더욱 혼전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이제는 작전이고 뭐가 아무것도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적들을 베고 또 베는 것이다. 각각의 승리가 합쳐서서 한 지역의 적을 제압하고 나면 그들은 또 다른 곳으로 달려간다. 이런 식으로 사방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인물들이 몇 있었다. 수십 어쩌면 수백명의 금군을 죽여 없앤 인ㅁ루들이다. 서문세가의 태상가주 수라도제라든지 종리세가의 가수 종리영우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기 그리고 그 외에 많은 수의 무림명숙들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자신들이 쌓아놓고 있었던 이름값을 하려는 듯 가장 위험한 전장에 뛰어들어 무자비한 살육을 감행하고 있었다. 특히나 그들 중에서 가장 이름 있는 수라도제의 경우 언제나 그에게 따라붙는 '화경의 고수' 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금군 병사들이나 장수들을 그야말로 학살 하고 있는 중이었다. "크아아악!" 메케한 연기가 가득 차 있는 전장에서 비명성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수라도제가 던진 거대한 도가 크게 한 바퀴 돌며 수십 명에 달하는 금군 병사들의 허리를 토막내고 지나간 후 수라도제의 손에 돌아갔다. 고색창연하던 그의 도는 어느새 금군 병사들의 붉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수라도제는 피에 젖은 거도를 꼬나쥐고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명호에 왜 전쟁의 신 아수라가 들어 있는지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금군 병사들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수라도제를 멍하니 바라봤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단느 말인가? 피에 젖은 도를 쥐고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수라도제가 방금 전 그 엄청난 살육극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수라도제의 육중한 도가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사방으로 번뜩하며 검강이 뿜어져 나간 후, 돌진해 들어갔던 금군 병사들의 몸은 예리한 뭔가로 잘려 나간 듯 피보라를 일으키며 산산히 분해되었다. 몸통 에서 떨어져 나간 손과 발이 사방으로 굴러나갔다. 그 순간 금군 병사들은 공포에 질린 비명을 지으며 이리저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도망쳐 봐야 어디로 가겠는가 사방에서 격전의 소용돌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격전의 주인공들 중에는 무림의 명숙들도 있었고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창궁18수 같은 단체로 활동 하는 인물들도 있었다. 모두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이름값에 맞게 금군 병사들을 주살하며 뛰어난 전공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라도제만이 예상한= 이변이 이 격전지의 한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강호의 쓰레기들로 치부되고 있던 천지문 의 눈부실 정도의 분전이였다. 그들 500명의 인솔자 소연을 중심으로 금군을 상대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크으윽!" 소연의 거대한 도가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서너 명의 금군 병사들이 피를 뿜었다. 창백하기 그지없는 안색을 하고서도 소연은 이를 꽉 악물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토록 뛰어난 무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바깥 세상에 이름이 안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금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렇게 지독한 피 냄새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었다. 속이 울렁거린다. 속 시원하게 토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는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지금 그녀는 천지문의 제자들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는 막중한 의무를 지고 있는 것이다. 천지문도들 중에서 조금 앞서 나간 인물이 여덞 명의 금군에게 포위된느 것을 보자마자 그녀는 신형을 날렸다. "크아아악!" 그녀의 거도가 빛무리를 일으키며 기운차게 회전하는 순간 여덞 명의 금군 병사들은 차마 바라볼 수도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고깃덩어이로 화해 버렸다. "우욱!" 순간 또다시 그녀의 뱃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그년느 그것을 참으며, 다시금 도를 휘둘렀다. 그녀의 부드럽게 흘러내렸단 머리카락은 어느 샌가 붉은 선혈로 뒤덮여져 있었다. 악착같이 저항하던 금군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마친내 후퇴하기 시작했다. 10만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후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후 패퇴하는 적드을 추격하며 잔인하기 그지 없는 살육전이 전개되었다. 이날, 금군은 너무나도 막심한 피해를 당했다. 17만에 달하는 병사 들 중에서 살아서 도망친 자들은 겨우 5천도 안 되었다. 원수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장수들이 그 혼전의 와중에 죽었고 마교.정파 연합군이 노획한 물자는 너무나도 많아서 쌓아도 쌓아도 끝이 없을 지경이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멍하니 서 있던 소연의 모습이 수라도제의 눈에 띄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그녀가 사용하던 피 묻은 도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로 몇몇 천지문도들이 토악질을 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수라도제는 침착한 표정으로 주위를 빙 둘러봤다. 이곳은 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시페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중에는 ƒ틀暉構?죽은 시체보다 끔찍한 형상으로 죽은 시체가 더욱 많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이 검이나 도 같은 무기로 인해 죽은 시체였다 뛰어난 내가의 고수들이 무기를 휘둘렀으니 적당한 깊이로 베이는 정도를 넘어 아예 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이번 전재에 참가한 무림맹 소속의 수많은 문파들 중에서 이런 대규모 격전을 겪은 적이 있는 문파가 있을 리 없다. 그렇다 보니 오랜 무림생활을 거치면서 많은 살인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토악질을 하거나 소연처럼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ㅅ라도제는 자신이 왜 소연 같은 뛰어난 여고수를 몰랐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문파 내에게 수련은 열심히 했는지 모르지만 강호 경험은 거의 없는 게 분명했다. 수라도제는 소연에게도 천천히 다가갔다. "몸은 괜찮은가?" 소연은 화들짝 일어서서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대협께서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격전장은 처음인지라......" "허허,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네 무림 경험이 좀 있닥 자부하던 사라들도 이런 난장판에서 제정신을 유지하는 인물들은 드물 테니 말일세 그래 천지문의 사상자는 많지 않은가?" 그 말에 소연은 다소곳이 대답했다. "소녀가 부족하여 다섯의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큰 상처는 아니니 대협께서 걱정해주실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그 말에 수라도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문파에서 사망자가 최소한 몇 명씩은 나왔을 정도로 치여한 격전이었다. 그런데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다니 수라도제는 주위에 흩어져서 쉬고 있는 천지문의 제자들을 살펴봤다 무공이 제법 뛰어난 자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단 한 명도 사망자가 없었다는 것은 그의 눈앞에 보이는 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여인이 몸을 아끼지 않고 그만큼 열심히 뛰어다녔다는 증거였다. '허어 무공도 뛰어나지만 인성은 더욱 뛰어나도다 그것 참 정말 탐나는 인재로고.....' 수라도제는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 슬하에 자식은 있는가?" 그 말에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떠올랐다. "아직 결혼은 하지 못했습니다. 대협" 그 말에 수라도제의 입이 귀 밑까지 찢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수라도제는 재빨리 자신의 표정을 바로 잡은 후 넌지시 말했다. "허어, 그런가? 그럼 노부가 중신을 서주면 되겠구먼" 그 말에 소연은 당혹스러운 듯 대답했다. "그, 그러실 필요까지는......" "아닐세 내 좋은 혼처를 알아보지 지금까지는 무공을 연마하느라 주위를 돌보기 힘들었을 테지만 자네처럼 뛰어난 인재가 핏줄을 남기지 않는다면 것도 무림의 크나큰 손실이 아니겠는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수라도제의 속셈은 따로 있었ㄷ. 자기 문파에 있는 인재들 중에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녀석을 하나 골라 그녀와 맺어 주는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자연히 남편이 있는 서문세가로 들어올 테니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자신의 계획이 마음에 든 듯 흐믓한 미 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던 수라도제의 눈에 마교도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또 노획품들을 챙기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이런 격전장을 수없이 많이 경험해본 듯한 노숙함이 자연스럽게 풍겨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그들 모두에게서 마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도 흑풍대라는 단체 자체가 모두 다 마공 대신 뭔가 다른 특별한 무공을 익히는 모양이었다 수라도제는 족므 전 전투에서 흑풍대의 활약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었다 성난 이리떼처럼 몰려다니며 금군 병사들을 휘몰아쳐 가는 그 모습은 수라도제의 등꼴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그들은 체계적으로 금군 병사들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이끌고 온 무림맹의 어줍잖ㅇ느 무사들보다는 훨씬 이러한 전투에 맞는 행동이었고 무공이었다. '확실히 뭔가 있음이 틀림없이 마교가 저들을 키운 것을 보면 말이야 그건 그렇고 참으로 무림은 넓구나 큰 사건이 벌어지자 지금껏 한 번 들어본 적이 없었던 용과 범 같은 인물들이 계속 나타나는 것을 보면 말이야' 잠시 생각하던 수라도제는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래, 이 기회를 이용하여 그들을 포섭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하군" 문득 수라도제는 소연이 자신의 시선을 따라 마교도들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단하지않나? 마치 물을 만난 고기처럼 격전장을 휩쓸고 다니는 저들을 보며 노부는 감탄을 아낄 수 없었다네 물론, 사네를 빗대로 말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말게나" 처음 이런 아수라장에 참여하게 되어 새파랗게 질려 있는 그녀가 혹여 자신이 말한 의도를 잘못 이해했을까봐 급히 덧붙이는 수라도제였다. 하지만 당황한 수라도제를 안심시키기라도 하듯 소연은 미소 띤 어조로 대답했다. "오해를 하다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십니다." 그 말에 한 결 안심한 듯 수라도제가 말했다. "저들과 자네를 비교하지 말게 저들은 저 옛날부터 격전장을 헤치며 살아온 인물들이라니 물론 마교라는 아수라장을 말이야 철혈을 숭상하는 그들에게 있어서 이런 아비규환의 전쟁터는 고향처럼 익숙한 곳이겠지" 소연은 수라도제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수라도제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소연의 모습을 멀리서 훔쳐보고 있는 사내가 있었다. 바로 하북팽가의 장로들 중 한 명인 혼원패권 팽서이다. 소연 과의 비무는 도중에 수라도제가 끼어들었기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언젠가 기회가 오기만 한다면 못다 끄낸 승부를 마무리지을 속셈 이었다. 그러자면 아무래도 상대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더 관찰해두는 것이 이익이 아니겠는가 사실 팽선이 무림후배에게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못다 끝낸 승부도 있긴 했지만 비무 중에 느꼈던 묘한 위화감 때문이었다. 자신이 승리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오랜 무예로 다져전 그의 육감은 한 번씩 위험 신호를 보내왔었다. 그것도 상대를 바짝 몰아붙이며 승기를 타고 있을 ‹š 그 느낌이 왔던 것이다. 물론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도 초식을 펼침에 있어서 허점이 없을 수가 없었다. 고수라면 상대의 그런 허점을 파고드는 자이고 하수라면 그 허점을 알아채지는 못한 채 자멸하는 자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던가 팽선은 소연과 비무하면서 한참 공격에 열중하던 순간 갑자기 등 골이 오싹하는 느낌을 몇 번씩인가 받았었다. 공격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허점으로 소연의 도가 뚫고 들어오는 착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짐나 소연은 방어에만 급급할뿐 공격은 가해오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자신의 육감이 틀린 것인가? 팽선은 자신과 함께 온 하북팽가의 다른 장로에게 청해 비무를 해봤다 물론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도록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싸웠다 그 장로와 자신의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기에 용호상박의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었ㄷ. 한순간이라도 한눈을 팔았다가는 생명이 위험할 정도다. 치열한 비무는 어느덧 끝났고 그 장로는 돌아가버렸다. 하지만 팽선은 돌아갈 수가 없었다. 치열한 대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등골이 오싹하는 그런 위기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소연과의 비무 때를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허전하기까지 했다. '허어, 참 이상한 이이로다" 한동안 생각을 거듭하던 팽선은 그 장로와는 워낙 오랜 시간 자주 비무를 해봐서 상대의 공격하는 방식을 너무나도 뻔히 알고 있기에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지었었다. 똑같은 공격이라도 예상을 한 것과 모한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에야 팽선은 그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것은 자신보다 뛰어난 고수를 상대했을 때 오는 느낌이었다. 한 순간 한 순간 자신의 허점이 드러날 때마다 상대가 그것을 차분히 관찰하여 '저놈을 이 한수에 박살낼까 말까' 궁리하는 그 순간에 오는 위험 신호였던 것이다. 사실 그런 위험 신호를 감지한 것을 보면 소연과 그의 수준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 게 분명했다. 만약 그 차이가 크다면 그런 것을 느끼기도 전에 황천길로 가게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종이 몇 장 정도의 간겨일지라도 소연이 그보다 조금 더 높은것은 사실이었다. "허어 참 아마도 수라도제는 저 계집의 간교한 속셈을 한눈에 꿰뚫어보고 내가 더 이상 망신을 당하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 끼어든 모양이군" 그렇게 생각하자 수라도제가 중간에 끼어든 것이 고맙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저 간악한 계집은 어떤가?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 슬슬 밀리는 척하며 노부를 방심하게 만들었다가 나중에 한 방을 노려 노부에게 망신 주려는 속셈이었瑁?젠장 그런것도 모르고 신이나서 저 계집의 장단에 맞춰 놀아주고 있었다니......" 팽선이 지니고 있는 천지문도들에 대한 선입관은 대단히 안 좋은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연이 고운 마음씨 때문에 그 당시 일부러 져주고 있었 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팽선이 승리를 거둬버렸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수라도제 때문에 대결은 중지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팽선이 소연의 행동을 오해했다고 해도 그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열 받는 팽선이었다. 무림명숙인 자신을 무찌 름으로서 그것을 발판으로 명성을 얻는 것이야 큰 문제가 될 수가 없었다 그런 일은 늘상 벌어지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아?' 팽선은 분노에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노기에 찬 음성으로 외쳤다. "그래 두고보자 내 언젠가는 이 수모를 갚을 날이 있을 것이야" 팽선은 주먹을 꽉 쥐며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다." 처절한 전투가 끝난 후 수라도제가 이끄는 무림맹 연합세력의 고수들은 마교에서 파견한 흑풍대가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능력을 인정해야만 했다. 사실 대부분의 정파 고수들의 경우, 중갑주를 착용한 그들의 모습에 처음에는 약간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전투가 끝난 지금 그런 그들을 멸시하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막강한 전투력과 조직력으로 시종일관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 그들에게 약간의 두려움 마저도 느끼고 있었다. 한명 한명을 사대한담녀 이쪽이 이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평지에서 집단 대 집단으로 싸운다면 누가 그들으 상대 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피 튀기는 전투를 벌이기느 했지만 의외로 무림인들의 피해는 적었다. 그것도 다 흑풍대가 전장을 가장 무림인들이 싸우기 편한 상태로 만들어준 덕분 이었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흑풍대는 질서정연하게 양양성을 향해 앞서 나가버렸다. 군대처럼 철저하게 체계가 잡힌 그들은 사상자를 처리하는 것에 있어서도 수라도제쪽에 비해 그 속도가 훨씬 빨랐다. 수라도제는 각 문파의 수장들에게 명령하여 사망자의 유품을 수습하고는 간단하게 죽은 자의 넋을 위로했다. 부상자는 부상의 경중에 따라 가벼운 자는 휴대한 약품으로 치료하고 무거운 자는 후송하여 의원에서 치료받게 했다. 중상을 당한 자들에게는 치료가 끝난 후 자신이 소속된 문파로 돌아가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그런 다음이야 그들은 흑풍대의 뒤를 딸 이돌하기 시작?다. 거의 3만명에 이르는 무림인들이 이동하는 것이다 보니 흑풍단에 비해 그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서로 간에 실력차가 매우 심하게 나기에 경공술 을 사용하여 하루종일 달려갈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수라도제는 전체 무림인들의 실력에 따라 5개 무리로 나눴다 물론 구성원 개개인들의 실력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각 문파가 보낸 정예들의 평균적인 실력을 말함이다. 기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적당한 수준의 경공술을 사용하여 이동하게 된 후부터 무림맹 연합의 진격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며칠동안 강행군을 시작한 후에야 그들은 양양성을 볼 수 있었다. 쓰레기 문파 천지문의 심법 "대원수님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밖에서 달려오는 검은 옷차림의 중년의 문사 오랑캐의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한인의 생김새였다.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말 또한 유창한 한어였다. 바로 이 자가 장인걸의 귀 노릇을 하고 있는편복대의 대주였다. "무슨 일인데 그러느냐?" "남쪽 전선에서 전서가 도착했습니다." "그래?" 장인걸은 편복대주에게서 문서를 받아들었다 그것은 전서에 기록도니 암호를 풀어 기록해놓은 것이였다. "파저 원수가 패배했다? 놀라운 소식이로구나 뛰어난 용장인 그가 생존자가 수천에 불과할 정도로 대패를 당하다니 이제 더 이상 송에는 그를 상대할 만한 군사력이 없으리라 자신하고 있었거늘...... 아직까지도 그만한 군사력이 남아 있었더란 말이냐?" 편복대주는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다. "본대가 풀어놓은 첩자의 보고를 종합해봤을 대 무림인들이 개입한 것이 확실하옵니다." 그 말에 장인걸은 놀랬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무림인들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한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전쟁의 흐름이 뒤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뭣이? 무림인이 개입했다고? 그래 그 수는 얼마나 된다고 하더냐?" "엣. 3만 정도라고 들었나이다. 그들이 송군 기병 1만여와 합동하여 작전을 펼쳤다고 하옵니다." "3만이라고?" 무림인 3만이라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옛! 속하가 조사해본 바로는 무림맹주가 격문을 돌려 본국과의 전쟁에 가담하라고 수많은 문파들을 부추겼다고 하옵니다." '크으윽! 무림맹 네놈들이 감히......"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으르릉 거리던 장인걸은 곧이어 뭔가 떠올랐다는 듯 편복대주에게 물었다. "천마신교의 동태는 어떻다고 하더냐? 무림맹에 3만이나 되는 고수들을 이쪽에 동원했다는 것을 알면 천마신교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그 말에 편복대주는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속하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천마신교는 금과 전쟁하는 동안 서로 불가침하기로 무림맹과 협약을 맺었닷고 하더이다" 그 말에 장인걸은 노성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이런 망할 녀석들! 손톱만한 기회라도 있다면 마교천하를 이룩하기위해 열과 성을 다해야 하는 것이 그놈들의 사명이거늘 감히 불가침 협약 을 맺어? 그놈들이 왜 그따위 협약을 맺는다는 말이냐? 혹시 본좌가 이곳에 있음을 눈치챈 것은 아니겠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사옵니다 대원수께옵서 이곳에 계신다는 거을 알았다면 진즉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옳았지 않겠사옵니까? 대원수께옵서 묵향 교주를 처치한 후 천마신교는 지난 20여 년간 아주 조용히 지내왔사옵니다. 대원수께옵서 자신들의 교주를 살해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도다한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설무지라는 뛰어난 군사가 살아 있을 때는 그의 능력이 워낙 뛰어난 지라 천마신교를 통제할 수 있었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그가 죽은 지 몇 년이 흘렀사옵니까? 속하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부교주들간에 교주 직을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내분이 시작되지 않았나 사료되옵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마교는 외부에 힘을 쏟을 처지가 아니지 않겠사옵니까?" 그 말이 옳다고 생ㄱ가되었는지 장인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리저리 생각을 정리하던 장인걸은 이윽고 결정을 내렸는지 편보O주에게 말했다. "양지에 장군을 불러라" 편복대주가 밖으로 나가서 양지에 장군을 부르라고 통고한 후 돌아오자 장인걸은 이리저리 계책을 떠올리다가 이윽고 말을 꺼냈다. "이봐" "옛. 대원수님" "전서구를 띄워 양양성을 포위하고 있는 무안 대장군에게 최대한 빨리 후퇴하라 일러라" "예?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무안 대장군은 역전의 명장이옵니다. 속하의 생각으로는 무안 대장군에게 중원군을 보내 그 일에 대해 압력을 가하면서 적들을 양양성에 묶어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아무리 무안 대장군의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상대는 무림인들이다. 이쯤에서 손을 터는 것이 좋아 안 그러면 본좌는 파저에 이어 무안까지 잃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지금, 즉시 시행해라" "옛." 평복대주가 무안 대장군에게 전서를 보내기 위해 달려나간 후 양지장군이 도착해š? 그는 장인걸에게 군례를 올린 후 말했다. "부르셨사옵니까? 대원수님" "그래 본좌는 지금 급히 남쪽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곳을 정히라기 위해 남아야 하는데...... 10만을 줄 테니 그것으로 요의 잔당들을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장인걸이 거느린 대군은 요의 잔당들 중에서 가장 큰 세력들은 다 괴멸시켜 버린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남은 자들만 정리하면 되는 것이다. "속하에게 맡겨만 주신다면 견마지로를 다해 임무를 완수하겠사옵니다." "잔당들의 세력이 날로 감소하고 있는 형편이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게다 본좌는 내일 일찍 ㄸ날 것이다. 귀관도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게야" "옛" 양양성을 완벽하게 포위하고 있던 금군 10만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양양성의 수비군들도 방어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 채 금군의 동태를 살폈다. 적들이 공격해 들어오려고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금군은 질서정연하게 한 곳에 집합하더니 곧 이동하기 시작?다. 금군이 물러난 다음 날 검은 갑주로 몸을 감싼 기마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마대는 주위를 빙 둘러본 후 곧바로 금군이 물러간 방향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들의 행동으로 봤을 때 도대체 어느쪽 소속인지 알 수 없었다. 금군인지 송군인지, 아니면 무림맹인지...... 그들이 입고 있는 갑주의 형상이 송군의 양식이었기에 어쩌면 송군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송군이라면 왜 악비 대장군에게 인사 도 안 하고 그냥 사라졌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수라도제가 이끄는 2천명의 무림인들이 양양성에 도착했다. 다섯 무리들 가운데 무공이 뛰어난 인물들로 구성된 집단이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경공술이 워낙 높은 만큼 최단거기로 가로질러 달려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양양성을 지키고 있던 패력검제와 양양성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온 수라도제가 한자리에 만날 수 있었다. 패력 검제에 비해 수라도제가 훨씬 더 연배가 높았기에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패력검제는 먼저 정중히 인사를 건넸ㄷ. "어서 오십시요 수라도제 대협" "만나서 반갑네 그래 얼마나 수고가 많았는가" 둘은 찻잔을 사이에 놓고 지난 애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눈 대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은 남하해 오던 20만에 달하던 금군의 궤멸이었다. "피해가 크지는 않았습니까?" "의외로 피해가 적었다네 그것도 다 마교애들 덕분이지" "마교애들이라고요? 마교도 여기에 동참했습ˆ‘?" "허어, 참 자네는 못들은 모양이군 마교 교주와 무림맹주가 금을 무찌르자고 협정을 맺은 지가 얼마나 자ˆ는데...... 하기야 이곳에 고립 되어 있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마교 녀석들은 어디 갔나? 우리보다 함참 앞질러 갔으니 벌써 도착했을 텐데 말일세" "예?" 아무리 생각해봐도 패력검제는 여기에서 마교도들을 본 적이 없었다. 잠시 생각해보면 패력검제는 며칠 전에 봤던 기마대를 뗘올릴 수 있었다. 하기야 여기 있으면서 본 특이한 존재는 그 흑색 기마대뿐이었으니 말이다. 혹시 그들이 마교도들이 아닐까.? 하지만 그들의 몸에서는 그 어떤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었다. "저 어제 이상한 무리를 봤는데 말입니다. 모두들 흑색 갑주로 무장을 갖춘 기마대였습니다. 혹시 그들이?" "바로 그들이 내가 말했던 마교도들일세" "예? 아무리 봐도 마교도 같지는 않았는데요? 원래 마교도들은 괴상한 기운을 뿜어내지 않습니까?" 패력검제의 말에 수라도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네도 그렇게 느꼈겠지만 참으로 알 수 없는 단체였어 특히나 그 수장되는 인물인 관지라느 장로는 어찌보면 무림인이 아니라 일국의 대장군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 패력검제는 그 말에 놀랍다는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떴따. "아니 그런 자가 마교에 있었다는 말입니까?" "노부다 한 번 만나봤는데 관지라는 인물은 정말 마교에서 썩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사내더구먼 정말 훌륭한 무인이었다네 자네에게 도 소개시켜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는 표정을 짓던 패력검제는 곧 정색으 하며 입을 열었다. "후퇴하는 금군을 따라 갔으니 조만간 기회가 있겠지요 그건 그렇고 저도 대협꼐 소개시켜 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데 그러냐?" "만통음제라고 불리는 분이시죠 칠흑처럼 어두운 밤에 금군 진영을 뚫고 제자와 함꼐 들어오셨지요" 만통음제라는 말에 수라도제는 대단히 흥미가 당시는 모양이었다. 음의 대가라는 풍문은 들었지만, 사실 그도 지금까지 만통음제를 만나본 적이 없었ㅇ니 흥미를 느끼는 것은 당연?다. "허 그 분이 이곳에 계신다는 말인가. 빨리 만나보고 싶군" 성내의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걸어가자 제법 규모가 큰 객점이 보였다. "바로 이곳입니다." 패력검제는 점소이에게 부탁하여 만통음제에게 자신이 찾아왔음을 알리게했다. 그리고 잠시 후, 웬 중년여인이 가벼운 경장차림으로 그들에게 다가왔다 바로 만통음제의 제자인 설취였다. 그녀는 패력검제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시오 패력검제 대협" 설취의 안내로 패력검제와 수라도제는 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신선 같은 모습으로 명상을 즐기고 있던 만통음제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만통음제가 내놓는 맛있는 술과 음식을 즐기며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눴다. 모두들 중원을 떨게 만드는 최강 의 고수들인 만큼 처음 만난 자리니 할 애기도 많았을 것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패력검제는 수라도제에게 말했다. "또 한 명 소개할 사람이 있는데 한 번 만나보시겠습니까?" "허허 이번에도 3황 5제에속한 인물인가?" "아닙니다. 몇 달 전에 만난 강호의 후기지수인데 대단히 뛰어난 녀석입니다." "말을 하는 패력검제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뛰어난 후기지수가 커다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기쁨이 아니겠는가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한번 만나보는 것이 좋겠지" 그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만통음제도 슬그머니 끼어들었다. "노부도 함꼐 갔으면 하오" 안 그래도 별로 할 일도 없는데 잘된 것이다. "물론이죠 선배님께서도 꽤 흥미를 느낄 만한 녀석일 겁니다." "바로 저 녀석입니다." 패력검제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높디높은 성벽 위에 걸터앉아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 못브을 가만히 지켜보던 만통음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법 쓸 만한 녀석이외다. 도대체 사문이 어디요? 느껴지는 기운으로 봤을 때는 도가 계열이 아닌가 싶은데......" 하지만 수라도제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그녀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그도 만통음제와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만난 후 였고 그녀가 풍기는 기운을 잘 알고 있었다. 거의 밖으로 느껴지지 않는 아주 잘 갈무리된 기도를 말이다. "천지문인가?" 그 말에 만통음제는 아연한 표정으 지엇ㄷ. 왜 여기서 천지문이 갑자기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천지문은 강호에 소문난 쓰레기 문파였다. 물론 마교와 제휴한 것 ‹š문에 그런 소문이 퍼져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ㄷ. 교주와 호형호제하는 그에게 있어서 마교에 대한 선입견 따위는 거의 없었다. 그느 자신이 본 것만 믿는 것이다. 그가 강호행 중에 몇 만나봤던 천지문도들 중에서 저런 특이한 기도를 풍기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패력검제의 반응은 예상밖이었다. 패력검제는 기겁하듯 놀랐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패력검제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수라도제느 빙긋이 미소이즈며 말했다. "수많은 강호경험을 쌓다보면 그 정도느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법이지" 그 말에 만통음제의 눈이 실쭉 가늘어지기 시작했다. "노부에게 빗대서 하는 표현이오?" 잘못하면 싸움 나게 생겼기에 수라도제는 다급히 마 ㄹ했다. "농담이올시다. 원......" 성질도 급하다고 내심 투덜거리며 수라도제는 말을 이엇다. "저 아이와 아주 비슷한 기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얼마 전에 만났는데 그 아이는 천지문의 제자라고 하더군요 아마 며칠 지나면 이곳 에 도착할 것이외다." "호오 그래요? 그 말이 맞는지 나중에 두고 봅시다." 만통음제의 말이었고, 패력검제의 생각은 달랐다. 진팔에게 도를 가르쳤다는 심사저에 관해서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 소연이라는 아이입니까?" 그 말에 이번에는 수라도제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대꾸했다. "어, 어떻게 알았는가?" "물론 저녀석이 알려줘서 알았지요" "그 아이는 벌써 노부가 찍었으니 넘볼 생각 하지 말게" 그 말에 패력검제는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시 새장가라도 드실 생각이십니까?" 수라도제는 당황한 듯 대꾸했다. "그건 아니고...... 노부가 혼처를 알아봐주겠다고 말해놨으니 그리 알란 말일세" 슬며시 그녀를 서문세가의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는 수라도제였다. 사실 그가 알아봐주는 혼처라고 해봐야 서문세가의 사람일 것이 뻔하니 말이다. "서문세가가 오늘날 왜 그리 세력이 큰지 알겠습니다 오늘 아주 좋은것을 배웠습니다. 그려" 페력검제의 말 속에서 뼈가 있는 듯했지만 수라도제느 빙긋 웃으며 두리둥실하게 대꾸했다. "허 무슨 그런 말을...... 노부는 단지 뛰어난 인재에게 어루리는 넓은 물을 마련해주겠단느 것뿐, 별다른 욕심은 없다네" "조심하시는게 좋을 겁니다. 워낙 덩어리가 커서 털도 안 뽑고 통?로 삼키시면 목구멍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건 무슨말인가?" 하지만 패력검제는 빙글빙글 웃기만할뿐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그는 이미 아는 것이다. 진팔의 기도가 특이한 것은 태허무령심법 ‹š문이다. 그런데 수라도제의 말에 따른다면 그 소연이라는 아이도 그와 똑같은 심법을 익히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 아이의 심법또한 교주가 알려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 둘의 뒤에는 교주가 있다. 수라도제가 그녀를 꿀꺽하겠다고? 그러다가 일이 잘못되면 어쩌면 교주와 칼부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이 직접 교주와 싸워본 적이 있는 패력검제가 그렇기에 아무리 수라 도제라 해도 교주와 싸운 후에 어떻게 결론이 날지 뻔히 아는 것이다. 흐흐흣 선배도 한번 당해보시구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 순간 이해할 수 있을 거요 근엄하기 그지없는 수라도제가 볼썽사납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즈럭워지는 패력검제였다. 며칠 후 소연 일행이 도착했다. 그녀를 바라본 만통음제의 고개가 절로 끄덕어졌다. 확실히 수라도제의 말대로 진팔이라는 녀석과 그 기도가 너무나도 흡사했다. "허어 참 저런 고수들을 키울 수 있다니...... 천지문은 소문과 달리 그야말로 용담호혈이로다 그토록 노력해서 노부는 겨우 한 놈을 건졌거늘 천지문주는 복도 많은 인물이로고" 패력검제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그렇지요 저 또한 제 아들놈 하나 겨우 절정의 반열에 올려놨을 뿐이니 말입니다. 가시죠 수라도제 선배가 소연이 라는 아이를 소개해준다고 했으니 만나봐야 할 것이 아니母윱歐?" 사실 수라도제나 만통음제의 경우 신검합일급에 들어선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을 것이다. 또, 이번에 결성된 무림맹 연합에 속해 있는 인물들 중에서 그 정도 실력을 지닌 고수들의 수는 제법 많은 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 문파가 자랑하는 정예들을 보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그 둘에게 지대한 관심을 표정하는 것은 첫째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천지문의 제자라는 점이었고 둘째는 그들의 특이한 기도였다. 전문적인 살수처럼 웬만한 이목으로는 정확힌 실력을 꼬집어낼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이 지닌 기도가 아주 은밀했다. 어떤 심법으로 어떤 무공을 익히며 저렇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인지 아주 궁금하지 않으 수 없었다. "사저!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진팔의 당혹스런 물음에 소연은 살짝 아미를 찌푸리며 대꾸했다." "원래는 임사형꼐서 나오시려고 했었지만 내가 대신 오겠다고 했다 네가 행방불명이 되었으니 찾아봐야 할 것이 아니겠느냐" 그 말에 진팔은 고개를 푹 수그리며 풀 죽은 어조로 말했다.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사저" 진팔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소연은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네게서 뿜어 나오는 기세를 보니 그동안 무공이 몰라보게 진보하였구나 아무튼 축하할 일이구나 그래 그 동안 잘 지냈느냐?" "예" 진팔은 뒤쪽을 힐끗 본 다음 소연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사저께 소개시켜드릴 사람이 있는데요" "누군데 그러느냐?" 소연이 보니 저 뒤쪽에서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 중에 한 명은 그녀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바로 3황 5제의 한 사람 수라도제 대협이다. 그리고 남은 셋이 더 있는데 그 중에서 여자는 한눈에 보기에도 그리 대단한 무공을 지 니고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저 두 사내를 자신에게 소개하겠다는 말일 것이다. 둘 다 삼십대 정도로 보였고 하나같 이 무공을 익힌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그 말은 그들의 실력이 그녀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나다는 말일 것이다. 저런 사람들과 사제가 어울리고 있었다니...... 그것을 보면 사제의 가출(?)이 꽤 유익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는 소연이었다. 패력검제는 수라도제 등과 함꼐 소연을 만나 간단하게 다과를 함께 하며 담소를 나눴다. 그런 다음 패력검제는 그들과 헤어져 문도 들이 거쳐하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길모퉁이를 돌아섰을 때 패력검제는 문 앞에 서 있는 남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만통음제와 그의 제자였다. 아마도 경공술을 사용하여 앞질러와 여기서 패력검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서 오시게나 갑자기 찾아와서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구먼" 객에게 주인이 자기 집 앞에서 어서오라는 마을 듣는다는 사실 자체가 조금 우스웠지만, 패력검제는 그들을 거처로 초청했다. 만통음제는 제자를 따로 떼놓고, 패려검제와 둘만 자리를 잡았다. 차가 나온 후 만통음제는 자기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밝혔다. "슬쩍 눈치를 보니까 자네는 뭔가 알고 있는 모양이더군"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저 두에 얽힌 비밀을 말일세. 천지문의 다른 제자들이 풍기는 기도와 비교했을 때 그 둘은 너무나도 달라 자네는 뭔가 알면서 숨기는 듯한데...... 노부에게 아려줄 수는 없겠나? 비밀은 꼭 지키겠네" 만통음제의 경우 정사중간에 위치하고 있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엇다. 무림맹에서 하는 일에는 신경도 안 쓰는 인물이었으며, 자신의 기분이 내키는 대로 행동했다. 보통 사람들이 정파와 사파라는 큰 둘레를 그어놓고 사람을 사귄다면 그는 음악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선을 긋는다는 차이저이 있었다. 그런 인물인 만큼 진팔이 가진 비밀을 알려줘 봐야 큰 문제는 없을 듯했다. "천지문이 마교와 협정을 맺은 유일한 문파라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만통음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거야 강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이 아닌가." "그걸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서,. 설마 저것이 마공이라는 말인가? 마교의 무공과 정파의 무공이 합쳐지면 저런 독특한 기도를 풍기는 것인가? 이해할 수가 없구먼 노부는 정총적인 현문의 것이라고 봤었는데......" 그 말에 패력검제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마교에서 흘러나온 무공이란느 뜻이었습니다. 마교는 그 어떤 문파보다도 더 많은 정파의 무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각 문파에서 절전된 것까지도 가지고 있죠" 만통음제는 이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호오 그래서 자네가 비밀을 지키는 것이었군" "그건 아닙니다. 사실 그들이 협정을 맺었단느 것을 다 아는데 무공 몇 가지 흘러들어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뭔가?" "저들이 익힌 심법이 현문에서도 잊혀져버린 태허무령심법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실 수 있겠습니까?" 만통음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태허무령심법을 익힌 것이 뭐 그렇게 허물이 되募째?그게 마교에서 흘러나왔다고 하더라도......" 거기까지 말한 만통음제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현문이 만든 심법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이 바로 태허무령심법이었다. 그런데 왜 그것이 도중에 절전되었을까 그것은 아무도 안 익혔기 때문이었다. 워낙 뛰어난 것이었기에 인정받은 소수만이 익히다가 대가 끊어져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심법이었기에 누구나 다 익히도록 권장되었는데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지독하게 대성하기 어렵다는 점 그렇다고 마교에서 그 심법이 적힌 비급만 슬쩍 건네준 것이 아니라 빨리 익힐 수 있도록 모종의 도움까지 줬다는 말이 된다. 마교가 골빈 집단이 아닌 이상에야 아무나 잡고 그만한 공을 들일 이유가 없다. 진팔과 소연은 어떤 이유에야 아무나 잡고 그만한 공을 들일 잉가 없다 진팔과 소연은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마교에서 대단히 중요하게 취급되는 인물임이 확실했다. 그만한 투자를 할 만큼 "허어 참 일이 아주 심하게 꼬여 있구먼 그래서 자네가 삼키다가 목에 걸릴 거라고 말했던 것이로군" "하하핫! 그냥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 그걸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계셨습니까?"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 말이 그 상황에서 나올 이유가 없었으니 노부가 궁금증을 가지게 된 것이지" 여기까지 말한 만통음제는 느닷없이 전음을 날렸다. <마교 교주가 저들의 뒤에 있는 것인가?> 그러자 패력검제는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떳다. <허어 과연 대단하십니다. 어찌하여 선배님의 명호에 만통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인지 이제서야 알겠습니다.> 만통음제는 피식 미소지은 후 입을 열었다. "그래 저 둘 중에 그가 총애하는 아이는 누구인가? 아마도 자네는 이미 짐작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저라고 그 둘을 다 대해본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진팔이라는 녀석이 그의 욕을 엄청하면서 이를 갈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진팔은 아니라고 짐작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소연이라는 아이겠군 그가 왜 그 아이를 그토록 총애하는 것이지? 이해할 수 없구먼" 패력검제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곧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재님 어쩌면 한순간의 변덕이 아닐까요?" 진팔이의 경우를 보니까 거의 충동적으로 가르쳐준 모양이던데 말입니다. 진팔이 녀석의 말에 따르면 심법을 배운 게 아니라 고문만 당했다 하더군요 어쩌면 혈도에 강한 자극을 준 것을 가지고 고문이라며 엄살을 떠는지도 모르죠" 잠시 말이 없는 만통음제는 전음을 던졌다. <자네, 진골측근마공이라고 들어봤나?> 패력검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꾸했ㄷ. "아뇨 들어보기도 처음입니다만" <노부가 알고 있는 친구들 중에 사파의 인물들도 몇 있지 그들에게 서 마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적인 šZ들 중에서 몇 가질를 들은 기억이 있네 그 중에 진골축근마공이라는 것이 있지?> "그... 그렇습니까?" <말이 마공이지 그건 마교가 개발한 최고의 속성법이라고 할 수 있다네 그걸 받으면 임의로 환골타태를 한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뼈와 근육이 재배치되지 똑같은 시간 동안 운기를 ㅎ도 그 효과는 몇 배가 될 걸세> 패력검제는 만통음제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무공이었기에 ‹š문이다. 만약 만통음제의 말대로 그런 마공이 진짜로 존재하고 또 환골탈태를 한 것과 같은 효괄르 볼 수 있다면 신검합일의 경지까지는 순식간에 올라갈 수가 있다는 말이기 ‹š문이다. "그런 엄청난 무공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효과가 큰 대신 단점도 몇 가지 있지 일단 시전자의 능력이 최소한 극마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이고 또 한 가지는 시전 받을 때 지독한 고통을 당한다는 점이야 이때 고통을 참지 못하고 단 한번이라도 비명을 지르면 모든 게 허사가 되지 그리고 두 번 다시는 그것을 받을 수 없다고 들었네 아주 재미있는 무공이기에 노부는 아직고 기억하고 있지> 이제서야 패력검제는 왜 만통음제가 전음으로 이 사실을 말해야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었ㄷ. 만통음제의 말은 진골축근마공을 그가 직접 시전했음을 알려준느 것이었으니 말이다. <허어, 참 바로 그것이었군요 진팔이 받았다는 것이> <그래 엄청난 기연을 받은 것이지 모든 마교도들이 꿈에도 그리는 대법을 받은 거야> 패력검제는 허탈한 듯 웃음을 터뜨린 다음 말했다. "저는 또 어떤 혈을 자극하면 내력을 쌓는 속도가 올라가나 하고 연구하고 있었더니 그게 말짱 헛고생이었군요" 만통음제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사람 사는 것이 다 그런 시행착오의 연속이 아니던가 똑같은 잘못을 연속해서 반복하지만 않는다면 현자로 불리는 세상이지 자넨 생각보다 그는 정사를 불문하고 아주 다방면의 무공에 조에가 깊다네 그를 따라가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일 게야" 대(代)를 이어가는 우정 처음 묵향이 아버지의 안다라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들었을때, 테무진이 느낀 감정은 고마움이었다.다른 안다들은 모두들 등을 돌리는데,묵향만은 자신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베푸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하지만 그건 그가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이었을뿐, 부족의 족장인 입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언제든지 부족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에게 등을 돌릴 수 있는 상태였다. 원래가 몽고라는 대지에 서 살아남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보니 테무진은 고마움을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상물정모르고 도움을 주는 묵향을 멍청한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그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있었다. 데무진은 묵향과 함께 생활하며 그에 대한 존경심이조금씩 싹트고 있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묵향이 지니고 있는 지식도 지식이었지만, 여러가지 일이 벌어졌을때 그때그때에 맞는 정확한 판단과 추진력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힘은 너무나도 놀라운 것이었다.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어떤 몽고족보다고 더욱 잔인한 행동도 서슴지않았다. 그러면서도 부하들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배려하여 최상의 상태로 전투에 임하도록 만들었다. 또, 부하들 각자가 지닌 장점들을 재빨리 파악하여 그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여 활용함으로서 부하들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그렇다 보니 묵향이 이곳 에 머물면서 거의 사을이 멀다하고 전쟁이 벌어졌지만, 단 한 번도 패배한적이 없었고, 부족의 전사수는 그가 오기 전보다 세 배나 늘어나 있었다 하지만 테무진이 느끼기로는 지금 현재 체제만 유지해도 이 상태에서 부족의 수가 10배가 더 늘어난다고해도 부족은 효율적으로 움직일 것이 확실 했다.어느 날, 묵향은 테무진에게 말했다. "이번 공격 목표는 바르탄 부족으로하지. 인근에 있는 부족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니까 그들을 공략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많은것을 배울수 있을 게야. 나는 이번에 구경만 할 테니 자네가 알아서 처리해봐." 일종의 시험이었다. 묵향은 테무진이 자신이 가르쳐준 지식들을 제대로 활용하는지 알어보려는 것이다. 그리고 테무진 또한 그것을 잘알고 있었다. 존경해 마지 않는 아버지의 안다에게 못난 모습을 보일수는 없지 않겠는가. 자신을 믿고 그토록 많은 것을 베풀었는데 말이다.테무진은 곧장밖으로 나가 젤메를 불렀다. "자네가 20명을 이끌고 가서 바르탄 부족을 정찰해라." "옛." 다음 날 정찰을 마친 젤메가 돌아왔다. 젤메의 보고를 찬찬히 들은 테무진은 핵심적인 부하몇을 불러들여 작전을 수립했고, 그것을 묵향에게 들려줬다. 그런다음 그는 부하들을 거느리고 바르탄 부족을 치기위해 떠났다.테무진이 바르탄 부족을 공격한 것은 대낮이었다. 왜 밤에 기습을 가하지 않았느냐 하면, 낮에는 젊은이들의 대부분이 양과 말을 방목하기위해 사방으로 흩어진 다음, 밤에 모두 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밤이 되었을 때가 바르탄 부족을 치기가 더욱 어렵다.테무진의 부대는 가는 길에 2개로 나뉘었다. 전사의 수로 봤을때, 적의 수가 훨씬 많기에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각개격파당할 우려가 있었지만, 테무진은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바르탄 부족을 이길 자신이 있었던것이다.바르탄 부족의 본진을 공격하는 것은 젤메에게 맡기고,그는 부하들을 이끌 고 외곽으로 빠졌다. 그리고 바르탄 부족으로 통하는 넓은길을 골라 커다란 말뚝을 두개 박았다. 물론 말뚝 근처에 구덩이를파고, 그 위를 풀로 잘 덮어 표시가 나지않도록 했다. 그런 다음 말뚝의 양쪽에 병사 하나씩을 배치했다.덫이 완성된 후, 테무진은 기다렸다. 아마 조금 있으면 젤메가 적들에게 쫓겨서 이쪽으로 달려올 테니까 말이다. 몽고족의 경우 집에 양식을 대량으로 쌓아두는 것도 아니고, 금은보화를 쌓아두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말과 양이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식량이었고, 힘든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의 원천이었다. 그렇기에 부족의 전사들을 모두말과 양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을 갖춘 채 방목지에서 지낸다. 마을에 남아 있는 것은 모두여자나 어린애, 혹은 노인들뿐인 것이다. 그곳을 젤메가이끄는 기마대가 덮친 것이다. 젤메는 그곳에서 오랜 시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파오 몇채를 불태우고, 남아있는 전사나 늙은이들을 죽였다. 어차피 늙은이들은 필요 없으니 지금 없애 버리는것이다. 그런 다음 주뤼를 둘러봤다.잠시후, 사방에 흩어져서 말과 양을 방목하던 바르탄 부족의 전사등이 용맹스러운 기세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을 보자마자 젤메는 부하들을 이끌고 다망치기 시작했다. 젤메가 이끄는 기마대가 도망치는것을 본, 바르탄 부족의 기마대도 맹렬히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본거지를 불 태우고, 또 동족들을 학살한 놈들이니 추격을 포기할 리가 없었다. "왔다." 테무진의 명령으로 말뚝근처에 숨어있던 몽고 전사들은 젤메의 부대가 통과한 후, 곧바로 말뚝사이에 걸쳐져 있던 줄을 잡아당겼다. 그런 다음 재빨리 밧줄을 말뚝에다가 단단히 묵었다. 젤메의 기마대가 건조한 들판을 전속력으로 통과한 후였기에 희뿌연 먼지가 온통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밑에 쳐저 있는 밧줄이 보일리가 만무하다. 앞쪽에서 달려가던 수십필의 말들이 밧줄에 걸려 나뒹굴고 난 다음에야 후미는 가까스로 말을 멈출 수 있었다. "공격!" 바로 그때, 그근처 야트막한 언덕을 엄폐물 삼아 뒤쪽에 숨어 있던 기마대가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활에 화살을 먹여 시위를 가득 당겼다. 몽고 활은 활을 만들 좋은 나무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가, 그것을 잘 만드는 장인이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니 그성능만으로 따진다면 정할 현편없는 무기라고 할수 있었다. 아무리 힘껏 쏴봐야 그 사거리는 50보도 채 안된다.하지만 이활을 가지고 마상사격을 한다면 애이가 완전히 틀려진다. 활의 크기가 작기에 휴대하기 편하고, 연사속도가 아주 빨랐다.흔들리는 말 위에서 아무리 훌륭한 활을 가지고 쏜다고 해봐야 제대로 맞출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기에 사거리는 짧더라도 좀 더 빨리, 더욱 많이 쏠 수 있는 활이 그들에게는 더욱 유용했던것이다.밧줄에 막혀 우왕좌왕하고 있는 바르탄 부족의 전사들에게 화살 비자 쏟아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오른편에서 대규모의 적들이 나타나 화살을 쏘며 돌진해 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방금 전에 부리나케 도망치던 녀석들도 말머리는 돌려 자신들을 덮쳐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적이 쳐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이 정도까지 된 상태라면 그뒤는 안봐도 뻔하다. 기마대가 지니는 최고 강점은 타인보다 높은 곳에서 싸울수있다는 이점과 그속도에 있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그들에 비해 두방향에서 돌진해 들어간 테무진의 부하들이 몇 배는 강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바르탄 부족의 전사들은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있었다.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었다.수많은 바르탄의 부족민들이 밧줄에 묶인 상태로 꿇어 앉아 있다.테무진은 바르탄 부족의 주력부대를 격멸함과 동시에 사방에 병사들을 보내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재산, 즉 말과 양을 약탈했다. 그리고 본진에 남아 있던 그들의 처자식의 운명 또한 그와 다를바 없었다. 약탈물들을 한곳에다가 잘 정리해놓은 후, 테무진은 그것을 모든 부족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보통 상대편 부족을 정벌했을 때, 약탈물은 거의 족장이나 그의 측근 들이 독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몽고세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뿌리 깊게 내려져있었다. 그렇기에 몽고사회는 핏줄이 매우 중시되고 있었다. 상대가 누구의 아들인지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는 것이다,하지만 테무진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이익분배 방식을 과감하게 깨버렸다. 그도 과거에는 다른 부족들처럼 약탈물을 나눴 었지만, 묵향을 만난 후에 그 방식을 바…f다. 마교의 경우 능력 위주의 사회가 아닌가. 그렇기에 묵향이 이익분배 방식을 그렇게 바꾸는 것이 좋을거라고 조언했던 것이다.그렇게 바꾸고 나서보니, 평상시에는 몸을 사리던 하층민들이 자신의 명령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싸우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죽거나 다치더라고 승리를 거둔다면 열심히 싸운 만큼의 보상이 뒤따른다는 것을 이해한 뒤부터 그들은 테무진 부족의 강인한 전사로 거듭났던 것이다. 약탈물의 분배가 다 끝난 후, 테무진은 묵향에게 다가가 그의 조언을 청했다. 어머니인 호에룬에게 묵향이 아버지의 안다라는 사실을 들은 이우, 묵향을 향하는 테무진의 대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마치 아버지를 대하는 듯했던 것이다. "마음에 드셨습니까?" 묵향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는 타고난 전사일세. 내가 더 이상 알려줄 것이 없을 정도야." 그 말에 테무진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났다. "과찬이십니다." "특히나 노획물의 분배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네. 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뒷처리는 더욱 더 중요하다는 것을 언제나 명심하도록 하게." 묵향의 조언에 테무진은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다. "예, 자나 깨나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네의 부족민도 좀 있으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될 게야. 지금은 수가 많지 않기에 상관없을지 모르지만, 그때는 지금의 체계로는 효율적인 통제가 어려울거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묵향은 마교의 예를 들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본교는 효율적인 명령체계를 위해 부하들을 여러 등급으로 나눠둔다네. 본교에는 6개의 무력단체가 있고, 그것들은 6명의 대주들이 맡고 있지. 그리고 각 무력단체는 그규모에따라 10개에서 20개의 대로 나눠 대장이 지휘하지. 그런식으로 자네가 이끄는 전사들이 효율적으로 자네의 명령 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게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할걸세." 잠시 묵향의 말을 곱씹어보던 테무진은 곧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러니까 부족의 전사들을 여럿으로 나눠 각각의 장을 두고, 그 장들에게 명령을 내린다는 말씁이십니까?" "그렇지. 그렇게 되면 자네는 그 자들만 제대로 통제하면 전체 부족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될 거야." 그 말에 테무진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그런 좋은 방법이 있을 줄이야....." 그날 밤 테무진은 부족내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자들을 모두 불러 모아 부족을 체계적으로 분리하는 것에 대해 토론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보고크와 밍칸이다.한어로 번역한다면 보고크는 30호장, 밍칸은 300호장이다. 평상시 부족들은 30호 단위로 뭉쳐서 신선한 풀을 찾아 이동하며 방목을 하다가, 유사시에 테무진의 부름에 따라 병력을 차출해서 보내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언제나 얼굴을 맞대고 협동해서 유목을 하던 처지인 만큽 화합도 잘될 것이 분명했다.묵향이 테무진의 거처에 자리 잡은 지도 두달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 풍요롭던 가을이 끝났음을 알리듯 새벽에는 서리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묵향은 어제의 전투를 보고 이제 자신이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자신이 없더라도 테무진이 잘해 줄거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찾으셨습니까?교주님." "그래, 내 자네에게 한가이 임무를 내리고자 불렀네." 임무라고 해봐야 이제 중원으로 돌아가겠다는 통보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팔삼 대장은 기운차게 대답했다. "옛, 하명하십시오." "본좌는 내일 중원 으로 떠나고자 한다." "옛, 수하들에게 준비하도록 이르 겠습니다." "자네는 수하들과 남아 테무진을 돕도록 해라." 그 명령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지 이팔삼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찼다.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가? "예?" "자네는 수하들을 거느리고 이곳에 남아 테무진을 도우란 말일세." 아무리 교주의 명령이 자신의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그는 완수해야만 했다. 그게 본교의 율법이었으니 말이다. "존명!" 묵향은 자신의 앞에 부복하고 있는 이팔삼에게 이곳에서 해야할 일들 을 자세하게 설멸했다. 테무진의 세력규합, 타타르의 멸망, 그 다음 목표는 금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변방이 소란스러워지면 금은 싫어도 정예군을 몽고와의 접경에 배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금과 몽고가 접하고 있는 땅은 너무나도 광대했다. 그 모두를 지키려면 막대한 병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금의 세력이 한곳에 전력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바로 그것이 이팔삼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먼 이국땅에서 생활하려면 고생이 심할 것이다. 하지만 자네가 앞으로 하는 모든 일이 본교에 크게 도움이 되는 일임을 언제나 명심하고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라." "옛, 교주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자네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내리라고 믿기에 이곳에 남으라고 하는 것이야. 본좌의 말을 이해하겠는가?"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다음날 아침 날이 밝자 묵향은 파오를 나와서 주변을 찬찬히 둘러봤다. 다음에 언제 다시 오게 될지 알수 없었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하부르와 그의 아들이 살고있는 곳이니까 말이다.묵향이 걸어나오자 그곳에는 초류빈과 그의 독립호위대인 초연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떠난 다는 생각 때문인지 초류빈의 안색은 어느 때보다도 회색이 만연했다. "자, 오르시지요." 묵향이 말에 오르자 테무진의 명령에 따라 커다란 사발이 하나 운반되어 왔다. 그리고 그 사발에는 마유주가 잔뜩 들어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묵향의 눈썹이 미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추억삼아 마시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웬만한 솥 단지만큼 큰 사발에 든 마유주를 마신다는 것은 거의 고문이나 다름없는 행위였던 것이다.테무진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자, 단숨에 쭉 들이키십시오." 묵향이 난감해하고 있을 때, 교주와 부교주 일행을 마중하기 위해 나와 있던 마교도들 중에서 앞으로 나서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바로 막이첨이었다. 몽고의 풍습을 잘알고 있는 그는 난감해하고 있는 교주를 향해 조언을 건네려고 하는 것이다.사실, 하급무사 주에에 하늘 같은 교주님께 참견하는 것은 거의 불경죄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묵형과 지내오며 소탈한 묵향의 성격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부하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좋은 상관 이었던 것이다. "교주님, 빨리 그걸 다 드셔야만 합니다." "왜?" "이것도 다 테무진 족장이 교주님께서 제발 며칠만이라도 더 머물러 달라고 붙잡고 싶어 하는 심정의 표현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묵향은 기가 막한다는 듯 대꾸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군. 그냥 며칠만 더 게시다가 가라고 말하면 될 것을, 저렇게 엄청난 마유주를 마시라고 하는게 말이된다고 생각하나?" "몽고에는 귀한 손님이 길을 떠날 때, 손님이 말에 탄후 대접에 마유주를 가득 담아 건네는 풍습이 있습니다." "별말도 안되는 풍습이 다있군." "사실 이건, 귀한 손님을 하루라고 더 붙잡고 싶은 순박한 마음의 표출이라고 보시면됩니다. 이걸 다마신 다음 술에 취해 말에서 떨어지거나, 다마시지 못하면 여기에 게속 남아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붙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과연 순박한 마음의 표시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속보이는 행위가 아닌가?두 사람이 낑낑거리며 들고 있을 정도로 큰 마유주 사발이라니, 저걸 먹고 살아있을 정도라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런 아뮤주 사발을 들이밀 정도로 묵향을 붙잡고 싶어하는 테무진의 마음이 엿보이는 것같아 가슴 한편이 따듯해진다. "풍습이 그렇다면 마셔줘야겠지." 그커다란 사발에 가득 담신 마유주를 쉬지 않고 벌컥벌컥 들이키는 모습을 보며 테무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저것을 다 마실 수 있다는 말인가? 부족에서 가장 용맨한 전사며 우람한 덩치의 소유자인 젤메도 저 큰 사발에 든 마유주를 한번에 다 마시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렇게 체구도 작은사람이 저것을 다 마실 수 있다는 말인가?도저히 경악감을 감추기 어려웠다. "끄억! 한 사발만 더 먹인다면 사람 잡겠군. 자, 이제 됐는가?" 일단 사발이 깨끕하게 비자 테무진은 잘 가시하고 인사를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아직까지 절망감에 차 있지는 않았다. 아직 한가지 남아 있는 것이다. 과연 저걸 다 마시고 말을 탈 수 있을까?한번에 마셨으니 취기는 조금 더있다가 올라올 것이다. 말타고 가다가 취해서 떨어지면 하루를 더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묵향은 테무진의 그런 기대를 무참하게 무너뜨렸다. 기운차게 말을 몰라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던 것이다. 그것을 보며 테무진의 눈에는 촉촉하게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고 어떻게 저렇게 기운차게 떠나버린단 말인가? 정말이지 야속하기 그지없었다.안녕히 가십시요 아버지의 안다여. 다음에 만났을 때는 몽고를 발 아래 둔 대족장으로서 당신을 성대히 맞이할 것을 맹세합니다.상념에 잠겨있던 테무진은 혼잣말처럼 줄얼거렸다. "도저히 술 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드는군. 젠장, 다음에는 곱절은 더큰 사발을 준비해둬야겠어." 이건 완전히 사람을 잡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렇기에 그말을 옆에서 들은 막이첨은 쓴웃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뜻밖의 결투 묵향과 초류빈은 엄 청난 속도로 경공술을 전개하며 순식간에 만리정성을 넘어 남하해 오고 있었다. 수하들과 함께 이동하면 편이한 점도 많지만, 되려 불편한 점이 더욱 많았다. 지금도 그런 경우다. 그 둘은 혹 가다가 농담까지 나눠가며 달려가는 것이었지만, 초연대 무사들은 아예 따라올 수가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인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꼭 수하들과 동행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초류빈은 그의 수하들에게 양양성으로 오라는 말만 남기고 묵향과 함께 앞서가고있는 중이었다.묵향과 초류빈이 산서성의 태원(太原) 인근에 이르렀을 때, 고수들끼리 접전을 벌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힘과 힘이 충돌한 듯 벼락 치는 듯한 굉음을 뿜어내는 파괴적인 폭발력! 엄청난 공력을 지닌 내가고수들의 겨룸이 진행되고 있는모양이다. 초류빈은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도데체 이게 무슨 일이죠? 여기는 금의 영토가 된지 오래일 텐데....." 묵향은 초류빈이 그 소리를 듣기 훨씬 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쪽으로 방향을 잡아 달려가는 중이었다. "모르지. 어떤놈이 그나라 쓰레기들하고 싸우는 중인지." "병사들이 저런 괴력을 지닌 인물과 싸울 수나 있겠습니까? 저 소리는 분명히 엄청난 실력을 지닌 내가고수들이 싸우는 소리가 분명합니다." 그말에 묵향은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내 말은 장인걸 패거리를 말하는 거야." 혹시 장인걸의 수하들이 누군가와 싸우고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묵향이 흥미를 느낀 것이었다. 초류빈은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묵향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묵향은 그곳에 도착한 후, 실망감 어린 한숨을 푹내쉴 수밖에 없었다. 혹시 천마혈검대에 소속된 놈들이라도 만날수있다면 아작을 내버릴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달려온 것이었건만, 이곳에서 싸우는 것은 모두 승려들이었던 것이다. 이곳에는 지금 수많은 승려들이 단 한명을 상대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남루한 행색을 하고 있는 젊은 승려는 포위당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양측의 싸움을 지켜보던 초류빈은 도무지 그들이 왜 싸우는 것인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모두들 승려의 행색을 하고 있는 데다가, 이마에 계인까지 찍혀있는 것이아닌가. 저렇게 이마에 보라는 듯 계인을 찍고 다니는 자들은 소림승들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집안싸움이라는 말인데, 왜 그들이 소림의 영역에서 엄청나게 떨어진 이곳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인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소림의 승려들인 듯한데요? 그런데 소림승들끼리 왜싸우는 걸까요?" 초류빈의 질문에 묵향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하고있는 꼴은 모두 똑같지만 쓰는 무공이 틀리잖아. 저 중간에 있는 놈은 소림의 정통무공이고, 나머지 놈들은 괴상한 무공을 쓰고 있는 걸 모르겠냐? 그렇다면 결론은 뻔한거지. 저놈은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고.....에잇 김샜군.가자" "예? 그건 무슨 말씁이십니까? 소림승이 합공을 당하고 있는데 구해줘야하는거 아닙니까?" 초류빈의 말에 묵향은 한심하다는 듯 대꾸했다. "이녀석이 아직도 자신이 천마신교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 하고있군. 땡초가 누구하고 싸워서 죽건말건 신경쓸 필요가 뭐있냐?" 묵향은 소림승과 싸우는 승려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놈들이 괴상한 무공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본교의 무공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히려 그 원류를 따진다면 소림무공과 유사함이있어. 자기들끼리 치고 박는 싸움인데 이쪽에서 낄 이유가 없지않느냐." 초류빈은 묵향이 다방면으로 무공에 대한 지식이 뛰어나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우선 그한 것은 소림승 을 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빨리 가자." 잠시망설이던 초류빈은 재빨리 검을 뽑아들고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으로 달려나갔다. "야, 이멍충아. 거기 안 서!" 뒤에서 묵향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초류빈은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나중에 묵향에게 명령불복종으로 문책은 당하더라도, 일단 소림승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초씨세가에서 자라난 초류빈으로서 그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그는 포위당해있는 소림승의 옆으로 떨어져 내리며 외쳤다. "멈춰라! 감히 소림의 승려를 공격 하다니, 네놈들의 정체가 무었이냐?" 초류빈이 등장하며 사용한 신법이 워낙 뛰어난 것이었기에 괴승들도 감히 그를 경시하지 못했다. 그들은 새로운 적의 출현에 잠시 움찍한 듯했지만, 곧이어 차분히 괴인에 대한 공격태세를 갖췄다. 초류빈은 상대의 반응을 보며 이들 또한 대단히 뛰어난 고수들이라고 생각해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주위를 경계하며 소림승에게 말을 걸었다. "괜찮으시오? 선사. 어쩐 일로 이렇듯 협공을 당하시게 되셨소이까?" 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림승에게서 돌아온것은 비릿한 조소였다. "크흐흐흣, 본 부처님을 돕겠다고 나서다니, 가소롭기 짝이 없도다.네놈 또한 저놈들과 작당하여 본 부처님을 돕는 척하다가 내 뒤총수를 치려는 것이 아니더냐?" 초류빈으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뭐,뭐라구?" 바로 그 순간, 자신을 부처로 자처하는 그 소림승이 초류빈에게 공격을 가해오는 것이 아닌가. 대력금강장을 주축으로하는 소림의 상승무공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권법을 구사하는 소림승의 주먹에 자연스레 푸른빛이 어리는 것만 봐도, 그의 실력은 결코 초류빈의 아래가 아니었다.기겁을 한 초류빈은 다급히 도를 들어 상대의 공격을 방어했다. 도(刀)와 사람의 손이 부딪쳤는데도 피가 튀지 않고 불꽃이 번쩍거리며 폭음이 터져 나왔다. 초류빈은 한 호흡에 수십 초의 공격 을 막아낸 후, 그 충격에 뒤로 주르륵 밀려 소림승으로부터 튕겨 나왔다.포위하고 있던 괴승들 중의 한명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초류빈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어느 방면의 고수이신지 모르겠지만 방금 큰일을 당하실 뻔하셨소이다. 소승은 소림의 덕혜(德慧)라 하오이다.” 초류빈이 소림승을 구출하겠다는 일념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을 알기에 그의 말투는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초류빈은 기겁해서 외쳤다. “아니, 소림승이셨다는 말씁이십니까? 그렇다면 저 사람은 도데체 누구란 말입니까?” 그말에 덕혜선사는 한숨을 푹 쉰 후 불호를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아미타불…, 저 분은 세간에서는 만사불황(萬邪佛皇)이라고 불리는 분이십니다.” 명호에 ‘황(皇)’자를 아무나 붙이는 것이 아니다. 황자를 붙이는게 멋있다고 제멋대로 자기 명호에 붙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명호라는 것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붙여주는 것이기 ‹š문이다.황자가 붙는다면 최고한 화경급의 고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저런 소림승의 모습을 한 화경의 고수는 불계불황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초류빈은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만사불황이요? 불계불황은 알겟는데, 만사불황은 잘…..” 초류빈의 말에 덕혜선사는 습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과거에는 계율을 지키지 않는다고 불계(不戒)라고 불렸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사악한 행위들을 한다고 만사불황으로 불리지요. 그런 것도 잘 모르시는 것을 보면 시주께서는 강호사정에 어두운 분이신 모양이구료. 소협의 의협심은 감사하나, 이건 소림 내부의 일이니 마음만 감사히 받겠소이다.” “이런 젠장.” 초류빈은 무의식중에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교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림승을 구해주겟다는 일념으로 나선 것이었건만, 현실은 완전히 자신의 의지와 반대로 되어버린 꼴이 아닌가. 이제 교주에게 명령불복종으로 깨질 것이고, 또 재수없어서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면 저들과도 한 판 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초류빈은 ‘그럼 수고들 하십쇼.’ 하며 슬그머니 내빼려고 햇다.하지만 바로 이때, 묵향이 황홀할 만큼 완벽한 경신술을 선보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묵향은 나타나자마자 광소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크하하하핫! 초류빈, 네녀석이 드디어 밥갑ㄹ을 하는구나. 오냐, 안그래도 불계불황을 만나려고 했었건만, 이렇게 기회를 마련해주다니 정말 잘했다.” 그 말에 초류빈의 안색은 똥색으로 물들었다. 과연 현경의 고수. 그 먼 곳에서도 대화를 엿듣다니 도무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때, 소림승들 중에서 가장연배가 높아 보이는 인물이 입을 열였다. “그러는 시주께서는 또 누구시오?” 그말에 묵향은 코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네녀석들은 그걸 알 자격이 없다. 본좌가 왔으니 이제 꺼져 주는 일만 남았군. 좋아, 불계불황, 아니 만사불황. 이제부터 본좌하고 건설적인 대화나 좀 나눠볼까?” 만사불황은 가소롭다는 듯 손가락을 꺽어 뚝뚝소리가 나도록 관절을 풀며 말했다. “크흐흐훗, 별 미친 중생을 다 보겠도다. 본 부처님과 대화를 나눠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고?” “물론 네놈을 본좌의 수하로 삼겠다는 말이지.” 그말에 만사불황은 물론이고 덕혜선사를 비롯한 다른 소림승들도 그 광오함에 어이가없어 멀뚱멀뚱 쳐다봤다.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묵향의 말에 비웃음은 경악에 찬 싸늘한 침묵으로 굳어버렸다. “네놈을 본교의 세 번째 부교주로 만들겠노라.” 너무 놀라 말도 하기 힘들 정도 였지만 덕혜선사는 황급이 정신을 추스린 후 묵향에게 질문을 던졌다. “부교주? 그렇다면 시주께서는 마, 아니 천마신교의 교주 암흑마제란 말씀이시오?” “그렇다.” 덕혜선사는 장중한 어조로 불호를 외운 뒤, 단호하게 외쳤다. “아미타불…., 교주께서 그렇게 하게 놔둘 수는 없소이다. 무림맹과 천마신교가 연합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소림은 교주가 하는 일을 가만히 좌시할 수 만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주셨으면 하오.” 묵향은 덕혜선사의 말이 가소롭다는 듯 대꾸했다. “크흐흐,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좋아. 마음대로 해봐라. 이봐,초류빈.” 갑자기 교구자 왜 자신을 부르는 것을 알 수 없었던 초류빈이 떨떠름한 어조로 대꾸했다.: “왜요?” “본좌가 저 부처님하고 잠시 볼일을 보는 동안 저 쓰레기들을 막든지 쫓아내든지 마음대로 해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다면 너 혼자만으로도 충분할 게다.” ‘젠장,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이야.’ 묵향의 말을 들은 초류빈의 얼굴은 그야말로 똥색으로 바뀌어버렸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꼬일 수가 있다는 말인가? 소림승을 구하려고 한 소기의 목적과 달리, 이제는 자신이 직접 소림승들을 ‹š려잡아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다. 그것도 한눈에 척봐도 보통실력들이 아닌 것 같은 소림의 고수들을 말이다. 소림사를 지탱하는 최정예들, 그들을 초류빈은 혼자서 상대해야하는 것이다.그리고 그 말에 소림승들의 이목도 초류빈에게로 집중되었다. 분명 초류빈이라고?다. 그렇다면 과거 칠룡사봉에 꼽혔던 초씨세가의 기대주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인물이 아닌가.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다. 저 자가 바로 탈명도 초류빈이 분명했다. 정파의 촉망받던 후기지수가 마교의 개가 되어있을 줄이야.떨떠름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소림승들의 눈을 보는 순간, 초류빈은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소림승을 구해주려는 내 마음은 하나도 몰라주고, 마교도라는 말에 자신을 저 따위 눈빛으로 바라보다니….. 좋아, 이판사판이다. 저런 놈들도 승려 라고 내가 구해주겠다고 나섰다니, 이런 빌어먹을!초류빈은 소림승들에게 도를 겨누며 외쳤다. “귀하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소. 하지만, 구태여 싸우겠다고 나선다면 마다하지는 않겠소.” 소림승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곧이어 경악감에 바뀌어야 했다. 완전히 한판 하기로 마음먹은 초류빈 의 몸에서 범인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패도적인 기운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던것이다. 그리고 위로 쳐든 초류빈의 도에서는 푸른색의 기운이 은은하게 뿡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저렇게 자연스레 어기충검술을 사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화,화경의 고수?”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만사불황과 싸워서 어느정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가 익힌 무공에 대해 극성을 지닌 무공을 사용했기에 가능 한 것이었다. 물론 상대가 제대로 깨달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사불황은 반쯤 미친상태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깨달음을 발현할 수 있는 정신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덕분에 지금까지 어느정도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듯 진짜 화경의 고수라면 얘기가 완전히 틀려진다.이‹š, 소림승들 중에서 한명이 앞으로 쓱 나서면서 묵직한 음성으로 말을 걸었다. 희끗희끗한 수염이 그의 나이를 대변해주는 듯했지만, 그의 피부는 젊은이들의 그것인 양 아직도 팽팽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모습만 봐도 상당한 경지의 무예를 연마했음을 알 수 있었다. “노납은 소림의 대정(大正)이라고 하오.” 대정선사라면 현재 소림 장문인의 사형이었다. 젊어서부터 뛰어난 무위를 자랑한 그는 소림사상 다섯 번째로 젊은 나이에 나한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나한으로 대표되는 나한전에 들어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가 뛰어난 무승(武僧)으로서 자질을 인정받았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나한전을 거쳐 소림방장실을 경호하는 팔대호원에서 수련을 쌓은 그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계율원의 원주로 임명되어 추상과 같은 규율을 소림에 세워나가는 데 앞장서게 된다. 그런 전설 적인 승려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선사. 초면에 이렇듯 무례를 범하게 되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미타불…..,초류빈 시주, 꼭 막아서야만 하겠소이까?” 초류빈은 잠시 망설였다.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소림승과의 대결은 불가피해진다. 그렇다면 물러설까? 하지만 절대로 그럴 수는 없었다. 교주가 자신을 가만히 둘 리가 없기 ‹š문이다. “어쩔 수 없소이다, 선사. 나를 용서하시구려.” 잠시 생각해보던 대정선사를 문듯 떠오르는 것이 있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화경급의 고수라면 마교의 부교주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던 것이다. “아미타불…, 그렇다면 시주가 천마신교의 두번째 부교주라는 것이오?” 초류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소. 자, 어떻게 하시겠소이까? 들어오시겠소? 아니면 물러나시겠소?” 하지만 대정선사는 들어갈 마음도, 또 그렇다고 물러설 마음도 없는 듯했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초류빈은 무시하고, 그는 묵향과 만사불황의 동정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었다. 만약 교주가 공공사숙을 제압하지만 못한다면 굳이 초류빈과 다출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또소문대로 교주의 무공이 그렇게 높다면 척상대상인 만사불황을 그가 대신죽여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대정선사가 기대하는 최선의길은 서로 싸우다가 둘다 죽거나 큰피해를 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 기회를 빌어 무림의 화근이라고 할 수 있는 둘을 동시에 없애 버릴수 있을 테니 말이다.승려들과 초류빈의 대치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묵향과 만사불황과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봐, 본좌의 수하로 들어올 생각은 없나? 돈을 좋아한다면 평생 쓸 돈을 줄 것이요, 계집을 좋아한다면 원도 한도 없이 붙여줄 수 있는데 말씀이야.” “크흐흐훗, 본 부처님에게 그 따위 망발을 일삼는 놈이 존재할 줄이야. 좋다. 우선 그 주둥이를 찢어놓은 후에 해탈에 이르게 만들어주겠노라.” 공공대사라면 소림이 자랑하던 최고의 고수였다. 역대 최연소로 나한전에 들었으며, 지객당에 소속되어 있을‹š는 300여 명의 무림인들을 상대로 비무를 펼쳐 단 한번도 패한적이 없었다. 후에 화경에 든 후에도 수련에 방해가 된다며 방장직까지 사양하고 사형에게 물려준 전설적인 인물이었다.하지만 인세의 모든 욕심을 버려야만 해탈할 수 있다는 불경의 가르침을 거역했기 ‹š문일까? 화경에 든 것에 만족할 줄모르고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르기위해 정진하던 공공대사에게 재앙이 닥쳤다. 어느날 갑자기 미쳐버린것이다.묵향을 공격하는 만사불황은 그의 무공 원류가 소림에 있음을 알려주듯 소림 최강의 무공들을 줄줄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반야신공, 대승범천신공, 무상대능력, 대력금강장, 금강권, 염화지 등등 상대와의 거리를 불문하고 갖가지 무공을 조합하여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공격하는 언계기를 자랑했다. 그 하나만 봐도 그가 얼마나 숙련된 무승인지 알 수 있었 다.만사불황의 장력에 땅거죽이 푹푹파여들고, 엄청난 먼지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것뿐, 그의 공격은 묵향의 옷깃 한올 건드리지 못했다. 한동안 여유롭게 만사불황의 공격을 피하던 묵향이 김샜다는 듯 투덜거렸다. “젠장, 알짜배기인줄 알았더니 빈껍데기잖아. 빈껍데기 초식만을 기억하고 있을뿐이라니….. 내공만 심후하지, 형편없는 놈아냐!” 미꾸라지처럼 자신의 공격을 피하고만 있는 상대가 얄미웠는지 만사불황은 더욱 공격에 박차를 가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상대의 공격에 점점 지겨워지기 시작한 묵향이 한순간 손을 ›㎱?때, 묵향은 상대방의 반응이 뭔가 특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빈껍데기뿐인 초식만을 기억하는 자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교묘한 한 수로 묵향의 공격으 피한 만사불황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오히려 역공까지 가해왔던 것이다. 그 공격은 방금 전까지 만사불황이 보여줬던 공격과는 판이하게 틀렸다. 강맹한 위력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엄청난 경력을 일으키며 먼지를 비상시키지도않았다. 하지만 사실 그것이 더욱 무서웠다. 만사불황이 가지고 있는 웅후한 공력을 단 한 지점에 집중해놓은 공격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겉으로 봤을 때는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지만, 그전에 펼쳤던 공격에비해 수십배, 아니 수백 배는 강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그공격은제아무리 현경에 든 묵향이라도 회피하기 어려울정도로 쾌속한 속도와 쿄묘한 시간차를 두고있었다.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만 묵향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정도의 반전을 통해 공중에서 세바퀴 몸을 돌리며 재빨리 상대의 공격권에서 빠져나갔다. 한순간의 방심 때문에 일격을 허용할 뻔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묵향의 가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묵향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물론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3할의 실력을 감추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공격은 그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간신이 신검 합일에도 못든 고수가 일순간에 화경을 넘어서는 무공을 사용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그렇단면 지금까지 만사불황은 본신의 무공을 숨기고 있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ㅇ벗었다. 반쯤 미친그가 그토록 교활한 수법을 쓸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 다면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호오, 그렇군. 네놈의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구나. 이거 까다롭게 되었는데?” 바로 이 점 ‹š문에 소림에서 파견된 승려들도 소림무공에 극성인 항정멸법신공(抗正滅法神功)을 극성까지 익혔는데도 불구하고 만사불황에게 결정적인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그를 조금씩 조금씩 밀어붙이고만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묵향은 잠시 망설였다. 과연 저자를 제압할 수 잇을까? 상처없이 제압하기 에는 상대가 너무 강했다. 혈마(血魔) 선배의 경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상대는 화경의 끝에 도달한 인물이었다. 거기에서 한 발자국을 나아가지 못하고 실패해서 반쯤 미친 것이 아닌가.과거 묵향이 만난 최강의 고수 카렐은 이렇게 말했었다. [의식과 한계이상으로 성장한 무의식이 충돌하며 미쳐버리는 거야] 미쳐버렸으니 이제는 의도한 대로 자신이 깨달은 무공을 펼칠 수 없다. 하지만 그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무공의 경우는 완전히 애기가 틀리다. 그의 무의식은 현경의 무예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사불황이 위급시에 무의식적으로 평치는 무공은 화경이 아니라 현경급의 무예였던 것이다. 그런 자를 생포한다? 그건 말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젠장! 어쩐지 너무 쉽다고 생각했어." 묵향은 재차 공격준비를 하고 있는 만사불황을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상대의 공력이 고갈될때까지 슬슬싸워서 힘빼기로 나가볼까? 하지만 공력 만은 3황 중에서도 최강이라는 말을 수십년 전부터 들어론 만사불황이다. 그를 상대로 지구전을 펼친다면 도대체 며칠동안 싸워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묵향은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 이런 빌어먹을! 좋다. 본좌가 언제 이것저것 따지고 싸웠었냐? 너이리 와봐. 뼈가 녹도록 한번 싸워보자." 꽉 쥔 묵향의 주먹에서는 우두두둑 하는 소리가 울려 나오고 있었다. “아, 아미타불…..” 대정선사는 너무나도 경악한 나머지 불호마저 외우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어느덧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흘려내리고 있었다. 마교 교주와 세 시진째 치열한 사투를 전개하고 있는 만사불황, 아니 사숙의 모습은 과거 그가 존경해 마지 않았던 공공대사의 한창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금까지 소림승들과 싸우며 공공대사는 생명이 위급할 때 무의식적으로 펼쳐지는 단 한수 만을 보여줬었다. 그리고 그것 만으로도 충분했다. 소림승들의 포위망을 피해 도망치고, 또다시 포위당해 싸우고…..이런 식의 반복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지금 마교 교주의 공격은 한초식 한초식이 그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만사불황이 지닌 무의식적인 연계기 한 수 정도로는 한숨을 돌릴 여유조차 확보할 수 없었다. ‘오늘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보게 되는도다.’ 지금껏 그는 공공대사를 뛰어넘을 만큼 강력한 고수가 있음을 한 순간도 믿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밤낮 생각한 것은 사숙, 아니 만사불황을 어떻게 해서라도 제정신으로 돌려놓든가, 아니면 소림의 이름에 똥칠을 하지 못하도록 제거해버리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오늘 만사불황을 압도하는 무위를 지닌 인물을 만났다. 지금 만사불황은 정신없이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무공 중에는 깊은 불문의 깨달음을 간직하지 않은 것이 단 한 수도 없었다. 그만큼 상대는 한 순간도 만사불황이 정신을 차릴 수없을 정도로 밀어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묵향은 언제부턴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만사불황을 상대하기가 조금 까다로워졌다고 느꼇다. 그 이유가 뭘까? 치열한 격전의 와중이었기에 이유를 생각 하고 있을 여유는 거의 없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끊어지고 끊어지던 생각들이 하나씩 연결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한 순간 묵향의 뇌리를 때리는 것이 있었다. ‘공격이 대단히 능동적이잖아!’ 지금까지 만사불황은 완전히 수동적으로 싸워왔다고 볼수있다. 묵향이 압박을 가하면 가공할 만한 무공이 튀어나오는것이다. 물론 그렇지않을 때는 만사불황이 지니고 있는 맹하기 그지없는 화경에도 못미치는 초식에 의존한 무공이 튀어나온다. 그렇기에 그의 공격은 대단히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먼저 시작을 해줘야 그도 공격다운 공격을 할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언제부처인지 모르겠지만 그공격이 대단히 능동적이 되어 가고있었다. 물론, 이건 묵향의 느낌일 뿐이다. 숨쉴 틈 없이 지속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었 기에 상대의 연계기에 의한 반격을 능동적 공격으로 잘못 느꼇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묵향의 느낌은 그것이 연계기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묵향은 공격 의 강도를 낮추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그에 맞춰 만사불황이 묵향을 따라붙으며 무지막지만 공격을 가해왔다. 그 순간, 묵향은 자신의 느낌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슬그머니 물러서면 상대는 멍청하기 그지없는 공격을 가해와야 하는데, 이 엄청난 압박감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묵향의 짐작대로 만사불황은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이 시대 최강의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묵향과 싸우며 만사불황은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순간 생명의 위협이 느껴졌고, 외부에서 가해지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의식과 무의식이 합쳐지고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만사불황의 탐욕어린눈매는 이자한 고승의 그것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놀라 운 변화였다. 묵향 같은 고수와 생사를 걸고 접전을 벌이게 된 것은 공공대사로서 생애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큰 기연을 얻은 것이라 할수 있었다.묵향은 재빨리 상대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며 입을 열었다. "지금껏 말은 많이 들었지만, 공공대사를 뵙게되어 영광이라고 생각하오." 묵향이 정중한 어조로 말하자, 초류빈과 그와 대치하고 있던 승려 들의 시건이 묵향에게로 쏠렸다. ‘저 자가 갑자기 왜 저러지?’ 하는 의문을 담고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말에 대한 화답이 있었다. 만사불황 또한 공격을 멈추고 장중한 움직임으로 합장하며 대답했던 것이다. "아미타불... 노납 역시 시주와 같은 무위를 지닌 인물을 지금껏 대면해본 적이 없었소이다. 시주께서는 대체 누구시오?" 공공대사로서도 황당스럽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지금껏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엄청난 고수와 싸우고 있지않은가. 왜그와 싸우기 시작했는지는 생각도 나지 안ㅅㅎ았다. 하지만, 태평스럽게 그런생각하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상대의 공격이 목전에 임박하고 있는데, 그 따위 생각을 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싸웠고, 그다음에는 호승심 때문에 싸웠다. 그런데, 이제 상대의 정체를 물어볼 여유를 지니게 된 것이다.하지만 만사불황이 정신을 차렸음을 알 리 없는 승려들은 경악했다. 저 정상적이기 그지없는 만사불황의 반응은 또 뭐란 말인가? 어느날 갑자기 미쳤을 때와 같이, 갑자기 그의 정신이 되돌아오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도무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기에 대정선사를 비롯한 승려들은 만사 불황의 언행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다.묵향은 주위의 반응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고 싸늘하게 미소지으며 공공대사의 물음에 대꾸했다. "본좌는 천마신교의 교주 묵향이라고 하오," 그런 다음 그는 허리에서 검을 쑥 뽑아들며 싸늘하게 외쳤다. "이왕에 이렇게 된 거, 그대를 살려 둘수 없음을 이해하시구려!" 공공대사가 정신을 차렸다면 얘기가 틀리다. 그가 존재한다면 현경의 고수를 보유한 소림사의 위상은 얼마나 높아지겠는가. 지금 그를 없애버리고, 또 저 떨거지 소림승들까지 없애버린다면 소림이 현경의 고수를 배출했다는 사실을 조용히 묻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승부사 묵향이 아닌 마교 교주 묵향으로서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묵향은 자신이 지닌 전력을 다해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 검을 뽑아든 것이다.그 기세에 공공 대사도 감히 경지하지 못하고 얼굴을 굳히며 대답했다. 이 순간 인자하기만 한 고승의 모습은 사라지고 승부욕에 타오르는 무림인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시주가 마도에 몸담은 자라면 노납도 부득불 손을 써야만 하겠소이다. 부디 극락황생하시길 빌겠소이다. 아미타불…." 한마디로 ‘죽여 버리겠다’ 는 소림식의 엄포였다. 이렇게 해서 무림 역사상 처음 펼쳐지는 현경급 고수들간의 대결이 갑자기 벌어졌다. 한쪽은 소림사가 낳은 최강의 고수였고. 또 다른 한쪽은 마교가 낳은 최강의 고수였다. 불세출의 두고수가 마주한 자리, 어느 한쪽이 행동을 취한 것도 아니었건만 둘 사이에는 폭발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와 범인의 접근을 불허하고 있었다. 공공대사는 합장을 한 채 온몸의 기를 일주천시켰다. 이순간 지금 까지 그를 괴롭혀 오던 모든 탁기들이 전신모공에서 빠져나가며 청순지체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는 은은한 금광이 뿜어져나왔다.그모습을 보며 대정선사의 입에서는 경악을 담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금강불괴 사숙께서 드디어 정신을 차리신 것인가?" 이제 분명해졌다. 불문의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는 금강불괴신공을 익히기 위한 기본은 중생을 보호하며, 타인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대자대비한 포용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니 말이다.사숙께서 드디어 정신을 차리셨다는 감동에 대정선사의 눈에는 또 다시 물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한가하게 감상에 젖어 있을때가 아니었다. 지금 마교 교주는 사숙을 없애려 하고있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공공 사숙을 지켜라." 대정선사의 명령에 따라 승려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묵향과 그들 사이를 가로 막고 있는 초류빈은 거도를 쥔손에 힘을 주며 인상을 찡그렸다. 정말 일진이 사나운 하루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아무리 그대들이 소림승이라도 내앞을 지나갈 수는 없다고 했소. 빨리물러나시오." 초류빈의 엄포에 대정선사가 장중한 어조로 대꾸했다. "초류빈 시주. 문답무용(問答無用)이라했소." 더 이상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에 초류빈은 얼굴을 찌푸렸다. "이런, 떠그랄!" 소림에 돌아온 괴승 장인걸은 60만 명으로 몸집이 불어난 대군을 거느리고 남하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 중 절반은 요의 잔당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흡수된 거란족 병사 들이었다. 그리고 양지에 장근에게 맡긴 10만 명도 거의 대부분은 거란족 병사들이었다. 장인걸이 봤을 때, 그는 거란족 병사들을 거느린 상황에서도 충분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에게 이곳의 상황을 맡긴 것이었다.물론 그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수도 있었다. 의외의 변수라는 것은 언제나 발생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때대로 자신이 대군을 거느리고 한 번 더 올라오면 될것이다. 문제는 지금 강대 한 적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자신이 키운 정예병들을 분산시키면 절대로 안된다는 사실이었다. 특히나 기적과 같은 역사를 만들어낸 최정예 병사 10만 명은 무슨 일이있어도 결코 양보할 수 없었다.60만 대군이 연경 부근을 통과하고 있을 때, 장인걸은 황제를 배알하기위해 연경에 가있었다. "북방을 점령하느라 수고가 많으셨소, 대원수." "응당 해야 할일을 했을 분이옵니다, 폐하." "안 그래도 짐이 대원수에게 남방을 평정해달라고 청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듯 빨리 대원수의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소이다. 북방 전선은 벌써 평정되었소?" 그말에 장인걸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신이, 양지에 장군에게 맡겼사오니 그가 잘 해낼 것이옵니다. 그건 그렇고 폐하. 이번에 남방 전선에서 무림인들이 출몰했다고 들었는데 폐 하께서는 그 사실을 들으셨는지요.” 그말에 황제의 안색이 흐려졌다. "물론이오, 적들과 대치하고있는 대원수가 심란해할까봐 짐이 연락하지말라고했었으나, 얼마 전 황궁에도 무림인들로 의심되는 무리들이 침입한 적이있었소." 그 순간, 장인걸의 눈이 번쩍 하고 날카롭게 빛났다. <환영비마(幻影飛魔)장로.> 장인걸의 전음에 굵직굵직한 사내다운 전음이 화답해 왔다. 그가 바로 장인걸이 황제를 호위하기 위해 천마혈검대 40명과함께 남겨뒀던 구양운 장로였다. <예,교주님.> <어떻게 된일 인가 설명해 보게.> <예, 약 100여명의 무림인들이 습격해 온 적이 있습니다. 모두들 대단히 무공이 뛰어난 자들이었는데, 그들이 사용하는 검술로 보아 종남파의 고수 들이 아닌가 사료됩니다.> 그보고에 장인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종남파라고? 이런 썩을 놈들을 봤나.> 장인걸은생각을 굳힌 듯 황제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무림맹이 참전을 결의한 것이 확실한 모양이옵니다, 폐하." "무림맹? 무림맹이 무엇이오? 대원수." 황제가 무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자, 장인걸은 무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무림을 활동하는 고수는 크게 두파로 나누어지옵니다. 사파와 정파가 그것이지요." 그러면서 장인걸은 황제에게 무림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세력판도에 이르기까지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파의 연합이라고 할수 있는 무림맹이 본국과의 전쟁을 선포한 모양이옵니다." “허어, 참. 경의 말을 들어보면 무림맹이라는 것의 세력도 대단한 모양인데, 그들이적이 되다니 참안타까운일이로고. 그래, 경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보시오?" “본국을 적대하면 어떻게되는지 시범을 보이는 것이 옳을 듯하옵니다.” 장인걸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황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들을 모두 잡아다가 목을 베자는 말이오? 그들의 무공이 뛰어나다면 모두 잡아들인다는 것은 아주 어려울텐데….” “그것이 아니옵고, 정파에 소속된 거대문파들의 상당수는 북쪽에 자리잡고 있나이다. 즉, 폐하의 영토안에 있다는 말이옵니다. 군사들을 파견하여 그들을 응징하고. 그식솔들을 인질로 잡는다면 무림맹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옵니다.,” 그말에 황제는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다. “호오 그것 참 기가 막힌 의견이로다. 그대로 시행하도록 하시오.” 예, 폐하.” 황제와의 회담이 끝난 후 장인걸은 재빨리 자신이 이끄는 부대로 돌아갔다. 장인걸이 돌아온 후, 60만 대군은 크게 두개로 나뉘었다. 50만은 양양성 방면에서 후퇴해 오고 있는 무안 대장군의 병력과 합류하기위해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인걸이 직접이끄는 10만은 무림의 각 방파들 을 파괴하기위해 흩어졌던 것이다. 10만 대군 중에서 가장빠른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장인걸이 직접 이끄는 1천 기의 기마대였다. 그들을 목적 지가 워낙 멀다보니 길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서안인근에 있는 검의 명가 종남파였다. 서안까지 가려면 정주와 낙양을 거쳐 머나먼 길을 달려가야한다. 그렇다 보니 길을 서두르는 것이다. 장인걸이 왜 직접 종남파를 택했는가 하면 그들이 황제를 시해하기 위해 황궁에 침입했다는 혐의가 있었기에 철저하게 파괴해버릴 필요성이있기때문이었다. 공공대사는 도망치는 마교도들을 따라 몸을 날리려는 소림승들을 불러세웠다. “멈추거라!” “무슨일입니까?사숙.” 공공대사의 행색은 가공할 만한 묵향의 공격을 받아 엉망진창이 된 상태였다. 소림의 전설이라 할수 있는 연대구품(蓮帶九品)의 최상승 신법을 사용하고 도 이 모양이라니…… 만약 금강불괴 신공을 대성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극심한 부상을 당한 쪽은 초류빈이 아니라 자신일지도 몰랐다.공공대사가 진기를 끊자 그의 몸에서 뿜어나오던 황금빛 광채가 서서히 사라졌다.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론 후, 잠시 말없이 서있던 공공대사는 믿어지지 않는 다는 듯 물었다. "대정 사질, 그들이 마교도가 맞기는 맞는 것인가?" 그물음에 대정선사는 아연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 자들 입으로 말?지 않습니까? 마교의 교주와 부교주라고 말입니다." 공공대사는 도무지 알수 없다는 듯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을 터뜨였다. “어찌 마교의 교주라는 자가 사용하는 무공은 도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상의 절기들이요, 부교주라는 자는 악독한 살수를 쓰지 못하고 시종방어에만 일관하다가 무너진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도다. 아미타불….." 그말에 대정선사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사숙, 그건 또 무슨 말씁이십니까? 초류빈이라는 시주의 무공은 그야말로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는데 말입니다.” 공공대사는 모여있는 소림승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대정선사가 거느리고 온 승려들은 정확히 152명, 하나같이 뛰어나지 않은 무승들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 단한명도 중상을 당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아무리 초류빈이 화경에 도달한 고수라고하지만 그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벅찬 수라고 할수 있었다. 하지만 화경에 오른 막강한 고수가 그들중 한명에게도 중상을 입히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사실이었다. 묵향이 공공대사와 싸우면서 지속적으로 초류빈의 안위를 살폈듯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초류빈이 승려들을 상대함에 있어서 지독한 살 수는 일부러 피했고 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상황이 몇십번이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한번도 마지막 일격을 날리지 않았음을 잘알고 있었다. “화경에 이르는 고수와 싸우고 단 한 명도 중상을 당하지 않았음을 사질은 어찌생각하는고?” 사숙의 말을 듣고 나서야 대정선사는 그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가 아무리 강력한 화경의 고수라도 싸우다 보면 결국에는 승리를 거둘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다수가 한명을 족치는데 있어서 최강이라는 나한진법을 익힌 소림승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단한명도 부상당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대정선사기에 사숙의 말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이 순후하여 살수를 평치지 않았음이야. 그리고 그 덕분에 노납도 목숨을 건졌고 말일세.” “예? 그건 무슨 말씁이십니까?” 대정선사가 봤을 때, 교주와 사숙은 거의 대등한 대결을 펼치고 있었다. 그러다가 초류빈이 부상을 당하자 교주는 황급히 그를 구출해서 탈출한 것이 아니었던가. "사질이 봤을 때, 대등하게 비쳤을지 모르나 그와 노납의 사이에는 종이 몇 장 정도의 간격일지라도 엄연히 실력차가 존재했다네. 그대로 게속 싸웠다면 결국에 가서는 노납이 쓰러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 대정선사는 놀랍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그 마물이 그토록 강하다는 말씁이십니까?” 하지만 공공대사는 사질의 질문에는 대답도 하지않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수하를 그토록 아끼는 마교의 교주라. 허어,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그런 자에게 정도가아닌 마도의 길을 걷게 하셨을꼬.” 사실 자신과 비슷한 등급의 고수와 겨루다가 몸을 –A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묵향은 그걸 해냈다.갑작스럽게 무지막지한 공격을 억수같이 퍼부어 공공대사를 뒤로 밀어버린 후, 재빨리 뒤로 돌아서서 초류빈을 들고 튀었던 것이다.만약 그때 공공대사가 그 틈을 노려 역공을 가해 왔다면 큰 피해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교도라는 자들이 인간이기를 거부할 정도로 비정한 자들 이라고 굳게믿고 있었던 공공대사였기에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자를 상대로 승리 를 쟁취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 그때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기회를 놓치고 나니, 다잡은 물고기를 놓친것 같은 기분에 공공대사는 묵향이 사라진 곳을 향해 아쉬움이 가득 배인 눈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공공대사는 나직이 불호를 외며 뒤로 몸을 돌렸다. 이제서야 사질을 자세히 관찰할 여유를 가지게된 공공대사는 뭔가 오늘 아침과 다르다는 것을 느꼇다. 사질의 얼굴이 이렇게 나이들어 보였었던가? 그것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도 많이 늙었....." 여기까지 말한 공공대사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시 한번주위 에 포진하고 있는 승려들을 둘러봤다. 모두들 낯선 인물들이었다. 그것참 아무리 생각 해도 모를 일이었다. 소림에는 수많은 승여들이 있다. 그 중에도 무승도있고. 불법에만 정진하는 선승(禪僧)도 있다. 그들을 모두 다 공공대사가 알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이처럼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인물들이라면 얘기가 틀려진다.그렇다면 이유는 단 한 가지. 무슨 이유 에선지 모르지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상당한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말일 것이다.그의 기억에 따르면 자신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연공실에서 수련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어디라는 말인가? 너무나도 낯설은 지형과 지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이곳이 결코 소림인근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거기다가 오늘 아침 까지만 해도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한여름이었지않은가. 그런데, 왜이렇듯 선선한 게절로 바뀌어 있다는 말인가.왜마교의 교주와 부교주와 자신들이 싸우게되었을까?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이엄청난 무위를 지닌 소림의 정예들이 왜 여기에 있다는 말인가. 개개인의 실력으로 보아 모두들 소림내에서 이곳에 모여있단말인가. 그리고 왜 자신은 그들을 따라 이곳에 와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공공대사는 그이유를 알수가 없었다. "이보게." "예, 사숙." 공공대사는 대정선사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 나한테 뭔가 할 말이 없는가?" 그제서야 대정선사는 공공대사가 정신을 차린것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님을 깨달았다. "저..,사숙. 그, 그것은...." "솔직히 말해보게.자네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노납이 직접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닐 것이야." 공공대사의 엄포에 대정선사는 한숨을 내쉬며 이실직고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숨겨도, 또 아무리 세월리 흐른다고 해도 세상 사람들은 만사불황을 기억할 것이다. 그만큼 엽기적인 삶을 살고있는 소림의 무승이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세상에 퍼진 애기들은 한 다리 걸치면서 더욱 살이 보태지고 부풀려져 있었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사숙께서 얼마나 상처를 받겠는가. 그럴바에는 차라리 자신이 직접 애기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물론 정확하게 그대로가 아니라 조금 축소된 형태로 말이다.대정선사로부터 자신의 잊혀진 과거사에 대한 얘기를 듣는 공공대사의 눈길은 예상외로 아주 무심했다. 오히려 그 점이 대정선사를 안심 시켰다. 혹시 절망감에 자살이라도 하지 않으실까 하는 두려움에 서는 벗어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랬었는가?" "예, 세상에는 이런저런 소문들이 많이 퍼져 있습니다. 원래 추악한 소문이라는 것이 한 사람씩 건너뛰면서 더욱살이 붙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니 더욱 부풀려져있습니다. 혹시 제가 드린 말씁 외에 딴것 이 있더라도 이해하시고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공공대사는 허탈한 듯 공허한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나도 어이가없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가지고 반성을 하거나 사과할수있을까? 반성이라는 것도 자의적으로 저질러놓고는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부터 할 마음도 없었고, 또저지른 기억도 없는데 뭘 반성할 것이 있단 말인가? "허허허..., 이런일이 있을 수 있다니. 물론 과거에 있었던 일을 변명하고 넘어가자면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겠지. 내가 그일을 기억하지 못하니, 만사불황이라는 인물과 노납이 별개의 인물이라 자위하며 살아갈 수도 있음이야.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인게지. 이것도 다 무공에 대한 부질 는 욕망을 끊어 버리지 못하고 한업이 파고든 노납에게 부처님께서 내린 징벌이리니." "사, 사숙.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필요는....." "더 이상 긴 말은 필요 없느니라. 먼저 소림으로 가자. 가서 장문인께.... 참, 장문인께서는 아직도 공지사형께서 맡고 게시느냐? "아닙니다. 지금은 대덕(大德)사형께서 맡고 계십니다." "그러신가....." 장문직이 사질들에게 넘어갈 정도로 오랜 세월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것이 더욱 공공대사를 슬프게했다. "자, 앞장서거라. 돌아가자꾸나." 소림으로 돌아가는 공공대사의 뒷모습은, 마교 교주와 싸우며 엄청난 무위를 자랑하던 그의 모습과 달리 너무나도 초라한 것이었다. 묵향은 안전한 지역까지 도망친 이후에야 초류빈을 내려놓으면 말했다. "이런 젠장, 괜찮아?" 초류빈의 상처는 매우 깊었지만, 지혈을 해놓은 상태였기에 출혈은 거의 없었다. 수십 명이 넘는 소림승들에게 속된말로 다구리를 당한 것을 생각한다면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진것이다. 물론 이것도 다 묵향이라는 희대의 고수가 그를 도왔기에 가능해던일이었지만 말이다.초류빈은 고통에 헐떡거리며 중얼거렸다. "괘,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얄미웠는지 묵향은 신음성을 흘리고 있는 초류빈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망할녀석!내가 그래서 인정사정 봐주지말고 도륙내라고 했잖아. 네놈주제에 어줍잖게 봐주면서 그놈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생각했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묵향은 초류빈의 품속을 뒤져서 금창약을 꺼내 상처에 발라줬다. 자만심이 극에 달한 묵향이야 금창약 따위는 아예 가지고 다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초류빈에게 운기조식을 하라고 이른 다음, 욱향은 그 옆에 주저 앉았다. 아무리 뛰어난 고수라도 운기조식중에는 취약한 법이다. 그렇기에 묵향은 초류빈이 안심하고 조식을 할 수 있도록 호법을 서주는 것이다.어두운 밤하늘 사이로 공공대사의 움직임이 환영처럼 스쳐지나가고있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빠른 신법, 소림이 말하는 연대구품이라는 초상승 절학이다. 그리고 그 화려한 움직임과 함께 터져 나오는 소림의 무학들 . 그하나하나가 아무리 약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격에 바위를 꿰꿇을 정도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땡초들의 무학이 그 정도였던가..... 그놈들이 무림의 대두하고 불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군." 묵향은 씁쓸한 시선으로 초류빈을 힐끗 바라본 후 중얼거렸다. "당분간 이 빚을 같기는 아주 어렵겠어. 물론 내가 혈랑대와 수라마참대를 이끌고 쳐들어간다면 못할것도 없겠지." 곧이어 묵향은 결심을 굳혔다는 듯 주먹을 세차게 불끈 쥐며 중얼거렸다. "오냐, 나중에 장인걸을 끝장낸 후에 그 다음 목표는 소림이다. 아예 무공을 익힐 엄두가 안 나도록 싹 쓸어버리는 거야. ‹중이면 땡중답게 불도에나 힘쓸일이지 감히 무공을 익혀? 그래, 나중에 도고 보자." 초류빈이 운기조식을 통해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하자 묵향은 초류빈을 이끌고 산서성에 마련해놓은 비밀분타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몸을 추스린 후, 총타로 돌아가라." "교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빨리 회복할 궁리나 해라. 장인걸과의 접전이 시작되면 네가 필요해질 테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묵향은 밖으로 나오며 산서 분타주에게 물었다. "요즘 양양성쪽의 전황은 어떻다고 하던가?" 그말에 분타주는 고개를 조아리며 당황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은 아직 제대로 된 전투 세력을 보유한 곳이 아니었다. 그런만큼 이곳에서 정보를 취합하여 총타로 보내는 것은 몰라도, 중앙에서 이쪽으로 정보를 넘겨줄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중원의 전체적인 판도에 대해서 거의 깡통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저, 그게.., 글리는 소문으로는 양양성 인근에서 금의 대군과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묵향은 차가운 어조로 산서 분타주의 말을 끊었다. "됐네. 본좌가 괜한 것을 물어봤구먼. 이곳의 공사 진행은 어떻가?" 분타주는 이번 질문에는 신들린듯한 어조로 자신감있게 대답했다. "옛,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길게 잡아도 2개월내에는 본교의 고수들을 머물게 할수있을것입니다." 묵향은 흡족한 듯 치하했다. "아주 수고가 많았군." "황송합니다. 교주님." 산서성 비밀분타를 나선 묵향은 문득 만통음제가 만나고 싶었다. 만통음제를 만나기 위해 개봉쪽으로 방향을 잡는다고 해봐야 그렇게 많이 돌아가는 길은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혹시 누가 아는가? 형님을 꼬셔서 같이 갈수 있을지 말이다.물론 묵향은 만통음제의 본거지가 어딘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수제자인 냉파천의 거처가 어딘지는 알고있다. 냉파천에게 물어보면 만통음제가 있는 곳을 가르쳐줄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묵향은 냉파천이 살고 있는 장원을 향해 몸을 날렸다. 숭산의 소실봉 중턱에 위치한 소림사는 수많은 크고 작은 건물들로 이루어져있다. 무려 8천 명에 이르는 수많은 승려들이 거주하는 곳 인만큼 그규모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그중에서도 소림승들이 가장소중히 관리하는 건물들은 몇 개로 압축된다. 소림사의 장문인이 기거하는 방장실(方丈室), 귀중한 불교의 경전들과 무공비급을 보관하는 장격각(이제부터그냥한자안넣겠음 ㅡㅡ 시간잡아먹어서리), 선대 고승들의 유약한 선승들이 불법을 수도하는 게지원이 그것이다.특히나 방장실의 경우 팔대호원을 두어 완벽하게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그토록 삼엄하게 보호되고 있는 방장실에 지금 통보도 하지않은 방문객이 들어왔다. "누, 누구?"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갑작스런 인기척에 장문인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순간 수많은 세월을 불법에 정진하여 쌓아온 평정심도 소용이없었다. 여기가 어딘데 외인이 갑작스레 들어올수 있다는 말인가?더군다나 침입자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장문인은 하마터면 심장이 멎어버릴 뻔했다. 어떻게 저얼굴을 잊을수 있다는 말인가? 한때 소림의 자랑이었다가, 우환 덩어리로 전락해버린 사내를 말이다. 그 순간 장문인의 뇌리에는 만사불황을 없애버리겠다며 소림사를 나선 사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소림 최고의 정예들이라고 할수 있는 12금강과 32수좌승 그리고 108나한까지 거느리고 길을 나섰다.그덕분에 지금 팔대호원의 핵심전력이라고 할수 있는 32수좌승은 모두 자리를 비운상태였다. 아마도 그 때문에 그가 별 어려움 없이 이곳에 들어왔겠지만 말이다.'그렇다면 그들 모두가 죽었다는 말인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같다. 대정 사제와 한께 간 그들이 누구인가.108나한은 나한전의, 12금강은 장생전의 그리고 32수좌승은 팔대호원의 핵심전력이었다 . 그들 모두가 만사불황에게 목숨을 잃었다면 소림의 위명은 이제 끝장난 거나 다름 없었다. "아, 아미타불.... 어, 어떻게 이곳에 오셨소?" 다리에 힘이 빠져 일어설 수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만사불황이 무너지듯 꿇어 앉으며 오체복지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장문인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가 왜 갑자기 오체복지를? 이때 만사불황에 가려있던 또다른 인물이 장문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바로 대정사제였다. 대정선사는 장문인이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자 그 심정을 십붙 이해 한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대정선사의 인자한 눈매는 슬픔으로 가득 차있었다. "사, 사숙께서 정신을 차리신 겁니까?" 공공대사는 오체복지한 채 장중한 어조로 말했다. "소림 제자 공공, 오랜 방황을 끝내고 소림에 돌아왔음을 장문인께 고하는 바입니다. 그동안 큰 심려를 끼쳐 드린점 너무나도 송구스업기 그지없습니다." 아직까지도 장문인은 지금의 상황이 도무지 현실같이 않은지 멍한 상태였다. "그동안 쌓은 죄업을 참회하기 위해 참회동에 들고자합니다." 그말에 장문인은 화들짝 놀랬다. 그가 쌓은 죄업이 크다는 점은 장문인도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공공 사숙이 누구인가? 현존하는 소림최강의 고수가 아닌가. 그가 말썽을 일르킬때라면 몰라도 정신을 차렸다면 애기가 틀려진다. 지금처럼 세상이 뒤숭숭할때 그의 존재다 ㅇ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그런 그를 참회동에서 썩게 만들 수는 없었다. "사, 사숙. 모르고 한죄는 죄가 아니라고 하였지 않습니까? 그러니." 공공대사는 장문인의 말꼬리는 잘라버리며 말했다. "아무리 기억에 없다고 하나, 소승이 쌓은 업보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 소승이 그 사실을 몰랐다면 모르되 알고도 참회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더 이상 소승을 잡지 마시기를 간청드립니다. 그럼, 소승은 물러가겠습니다." 장문인에게는 한가지 과제가 사라지고 또 다른 과제가 남겨진 셈이었다. 어제까지만해도 제발 세상에서 사라져 줬으면 하던 인물이 이제는 더없이 소중한 인물이 된것이다. 화경급고수..... 지고한 경지를 개척한 인물이 문파에 존재하느냐 그렇지않느냐에 따라 그위상이 달라지게된다. "후우, 공공 사숙을 저리 보낼 수는 없는데, 도대체 방법이 없겠는가?" 대정선사라고 해서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로서는 여기까지 오면서 공공사숙의 결심이 얼마나 굳은것인지 너무나 잘알고 있다는 것이 더욱 문제였다. "사숙께서는 아마도 참회동에서 생을 마감하시려는 듯하더군요." 그말에 장문인은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뭣이? 마감한다고?" "예, 참으로 안타까운일입니다. 본사가 최고로 배출한 현경의고수를 그렇게 잃어야 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말에 장문인은 기절하기 직전까지 몰렸다 "뭐, 뭐라고했나? 현경이라고?" "에, 지금까지 현경의 고수하고 알려진 마교교주와 거의 대등하게 싸우셨습니다. 아마도 정신을 차리시면서 무공은 더욱 진보하신 듯하더군요. 그분께서 그토록 소원하시던 현경에 들었으되 수많은 업보를 쌓으셨으니 참으로 부처님의 오묘한 뜻은 알길이 없습니다." 마교교주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니... 수틀린다고 화산파를 멸문시킨자가 바로 마교 교주였다. 아무리 소림의 저력이 막강하다고 하지만, 힘만을 숭상하는 거대문파 마교와 쌍벽을 이룰 수는 없었다. 하지만 공공 사숙이 함께 한다면 그게 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장문인은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서며 외쳤다. "무슨 일이 있더라고 그 분께서 자진하시는 것만은 말려야 하네. 자, 빨리가세나." "예" 개방도의 작당모의 묵향은 관도를 따라 최대한 빨리 이동해서 한때 대송제국의 수도였던 개봉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개봉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한때 호화찬란 한 황국이 들어서 있던 곳은 모조리 불타 버려 이제는 페러만이 남아있었고, 수많은 사람들도 북적거리던 번화한 거리는 사람이라고는 거의 없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허어, 놀라운 일이로구나. 천년의 영화를 자랑할 것만 같았던 개봉이 이렇듯 폐허로 변해버리다니...." 묵향이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금군 병사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도성을 함락시켰으면 하다못해 몇명이라도 남아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묵향이 이리어지 주위를 둘러보며 가고 있을때, 그의 눈에 개방도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지금껏 여러 봤었던 거지와 행색은 똑같았지만, 그 눈동자는 큰차이가 있었다. 게슴츠레 살짝 눈을 감으며 나른 한듯 하품을 하고 있었지만, 살짝살짝 보이는 불타는 듯 번쩍이는 그의 안광은 내가무공을 깊은 수준까지 익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묵향은 슬그머니 늙은 거지에게 다가가 동전푼을 던져주며 질문을 던졌다. "이보시오, 여기있던 금군들은 다 어디 갔소?" 늙은 거지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동전을 힐끗바로본후 나른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낙양을 치기위해 이동했습죠." "그런가? 이곳에는 한 명도 주둔시키지않고?" "페허가 되어버린 도성따위 무슨필요가 있다고 미련을 가지겠소? 모든보물들을 약탈해서 연경으로 보내버린후, 낙양으로 갔습죠." 딴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묵향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양양성의 전투는 어떻게 되었소?" "물론 아직도 열심히 싸우는 중입죠. 그런데 그런 것을 왜 저같은 늙은 거지에게 물으시는 겁니까요? 그런거는 아무나 잡고 물어보면되는데....." "당신한테 안 물어보면 누구한테 물어보겠소? 여기와서 처음보는 개방도인데 말씀이야." 그말에 늙은 거지는 바짝 긴장한 눈치 였다. 하지만 묵향은 그런것은 개의치않고 질문을 마저 던졌다. "개봉에서 개방이 완전히 철수했나? 왜이렇게 거지들이 안보이지? 하나찾는다고 한참을 돌아다녔잖아." "그, 그건 대답해줄수 없소." 그말에 묵향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 "대답해주는게 신상에 좋을텐데?" 그 누가 있어서 자신이 개방도임을 뻔히 알면서 이토록 핍박을 가한다는 말인가? 이것은 무림최대의 방파라고 할 수 있는데 개방쯤은 물로 봐야 가능한 일이었다. 늙은 거지의 눈이 묵향의 얼굴에 자헤이 머물렀다. 그 순간 그는 상대의 얼굴이 꽤나 눈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거지의 뇌리에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있었다. 수많은 거지들을 학대한 개방의적! "허억! 다, 당신은 서, 설마 암흑마제?" 뒤로 넘어갈 듯한 늙은 거지의 반응에 묵향은 약간 쑥스러운 듯 대꾸했다. "본좌가 그렇게 유명했었나? 하기야 지금까지 때려잡은 개방도만 몇명인지 기억도 안 나는군. 자네도 그 안에 포함되지 말고 그냥 실토하는게 어때?" 두려움에 질려 떨리는 목소리이기는 했지만 거지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그럴 수는 없소." "젠장,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너일루 와봐." 묵향은 개방도의 멱살을 잡아 질질 끌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끌려들어가면서도 개방의 늙은 거지는 사력을 다해 반항했다. 물론 이미 점혈을 당한 상태라서 몸으로 저항항 수는 없었겠지만, 그의 입은 아직 살아있었다. "무림맹과 협정서를 주고받은 상태에서 이럴수가 있소? 개방도를 건드린 것이 알려지면 무림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요." 묵향은 늙은 거지의 말에 피식 웃으며 이죽거렸다. "본좌가 언제 그런거 겁내고 살았는 줄 알아? 그리고 협정까지 주고 받은 상태에서 정보를 숨기는 것은 협정위반 아닌 줄 알아? 서로가 피장파장 이야. 알겠어?" "그, 그건 억지요." "억지인지 아닌지는 조금 지나보면 알 거야. 크흐흐훗." 잠시 후 골목길 안에서는 사람 잡는 비명 소리가 구슬프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2각 정도가 흐른 후, 묵향은 손을 탈탈 털면서 골목안에서 느긋한 걸음걸리오 걸어 나왔다. "허엇, 참. 처음부터 얘기해줬으면 그런꼴은 안당했을거 아냐? 멍청한놈! 그래도 머리가 좀 돌아가는 놈이었다면 본좌가 누군이 알아챔과 동시에 몽땅 다 불었을텐데, 어찌 그리고 사서 매를 버는지 원..." 개발의 늙은 거지를 족친 결과 묵향은 자신이 궁금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들을 모두 다 알아낼 수 있었다. 그 개방도는 제법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듯 상당히 깊은 수준의 정보까지 알고있었던 것이다. "자, 이제는 형님을 만나러 가는 일만 남았군." 묵향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만통음제의 대제자인 냉파천이 기거하는 장원으로 찾아갔다. 고색창연한 장원의 겉모습은 변한것이 하나도 없었다. 묵향 은 만통음제를 만난다는 기쁨에 들떠 대문을 두들겼다. "무슨 일이십니까요?" 문을열던하인은 묵향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짝 얼어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묵향이 이곳에 와서 행패를 부린것을 그하인이 기억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인을 개 패듯 패놓은자는 처음봤으니까 말이다. "허억!" 기겁하는 하인에게 묵향은 말을 건넸다. "자네 주인에게로 안내하게." "예? 예" 엄청난 무공을 소유한 냉파천을 박살내놓은 상대니, 하인이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하인은 순순히 냉파천에게로 그를 안내했다. 냉파천은 묵향이 왔음을 알고는 황급히 달려나왔다. 그의 얼굴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차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상대는 사숙이기에 앞서 마교 교주니까 말이다. "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사숙." 한참후에 냉파천은 마지못해 사숙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소행이 괘씸하기는 했지만 묵향은 그냥 넘어가기고 했다. 좋은 일로 찾아와서 두들겨 패버릴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형님을 만날려고 찾아왔다네. 어디에 계신가?" "사부님께서는 양양성쪽으로 출발하셨습니다. 그곳에서 패력검제 대협과 합류하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벌써 떠나버렸다고? 에잉...,한발 늦어버렸군." 더이상 냉파천에게 볼일은 없어진 셈이다. 묵향은 아무 말도 없이 돌아서서 몇 발자국 걸어가는 듯하더니 뭔가 할말이 있는 듯 다시 되돌아왔다. "이봐 사질." "예?" 묵향은 냉파천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너 말이야. 앞으로 호칭 똑바로 안 하면 죽여버릴 줄 알아. 알겠어?" 그말이 냉파천은 들 뒤로 식은땀을 흘리며 재빨리 대답했다. "옛." 그말을 끝으로 묵향은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다. 개봉성 외곽에는 수많은 거지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이있다. 거지들의 거처가 그렇듯 그곳에 있는 건물들은 하나같이 허름하기 그지없었다. 바로 이곳이 북개방의 총타였다. 개방도의 숫자가 워낙 많았기에 개방은 효율적인 방도들의 통제를 위해 편의상 남북개방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모두들 한식구임에는 변함이 없었다.요즘 개방도들은 매우 바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청난 수의 금군이 몰려와 개봉을 약탈하고 지나간지 채 몇달 지나지도 않았다. 개방의 고수들도 황군들과 함께 그때 방어전을 펼쳤었기에 매우 피해가 컸었다. 그리고 전투가 끝난 후, 뒤처리할 일도 엄청 나게 많았다.그런곳에 개방도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돕고 있었기에 묵향의 눈에 개방도들이 별로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묵향이 유유히 개봉성을 벗어나고 있을 때, 개방의 늙은 거지들이 건물들 중의 한곳에 모여 한창 회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놈을 게속 놔둘 겁니까?" 늙은 거지의 말에 또 다른 거지가 한숨을 푹내쉬었다. 아무리 생각 해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거지도 다른 거지와 같이 누더기를 입고 있었지만, 허리에 개방의 방주를 상징하는 9개의 매듭이 지어져 있는 허리띠를 매고있었다. "파풍개의 용태는 어떻소?" 방주의 질문에 다른 거지가 재빨리 대답했다. "다행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모양입니다. 머리도 식힐 겸, 구걸고 할겸 볕을 쪼인다고 나갔던 그가 너무 오랫동안 오지 않는 것을 괴이 하게 여긴 제자 하나가 그를 찾아 나서지 않았었다면 시체하나 치울 뻔했습니다." 파풍개는 6결제자였다. 그런 만큼 그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 또한 대단한 것이었고, 그 덕분에 그가 사라진 것도 빨리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소행도 그놈이 벌인 것이 확실하오?" 방주의 질문에 여기 있는 거지들 중에서 가장 살이 뒤룩뒤룩 찐 자가 노기를 참기 어렵다는 듯 다급히 대답했다. "방주님, 그건 안봐도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놈이 아니라면 어떤 간 큰 놈이 감히 개방의 제자를 걸레 짜듯 쥐어짠단 말씀이십니까?" 이때, 옆에 앉아 있던 거지중 하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허어, 참. 그거 알 수가 없는 노릇이네. 분명 마교에도 정보 조직이 있거늘, 왜 궁금한 일이 있기만 하면 무조건 주위에있는 개방도를 찾아 족치는 지 이해를 할 수가 없구려." 그말에 살찐 거지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이유야 뻔하지 않소? 그놈은 본방의 방도들을 족치는 것에 재미를 붙인것이 틀림없소. 그놈 손에 걸레가 된 제자만 벌써 500여 명을 넘어섰소이다." 바짝마른 거지가 고개를 흔들며 반박했다. "내 생각은 좀 다르오. 그자는 대부분의 경우 수하들을 거느리지 않고 단독행동을 즐기고있소." 그말에 다른 거지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거렸다. "맞아요. 그렇다는 보고는 몇번 받았소이다." 바짝 마른 거지는 자신의 허리에 매달린 호로병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한잔 하고는 싶은데, 회의중이라서 못마시다보니 술이 가득 든 호로병이나 매마지는 것이다. "상상을 해보시오. 자신이 아주 뛰어난 고수하고 말이오. 그리고 부하들과 떨어져서 혼자다니고 있소. 그러다가 덜컥 궁금한 일이 생긴단 말이오. 그때 당신네들 같으면 연락을 넣어 수하들을 불러들인 다음 그것을 물어보는 것이 빠르겟소?아니면 널리고 널린 본방의 제자를 찾아 족치는 것이 빠르겠소?" 그 말에 모든 장로들은 놀라운 발견을 했다는 듯 고해를 끄덕였다.맞다. 만약 자신이 강자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편이 훨씬 편리 하면서도 빠르니까. 사실, 그자처럼 개방이 지닌 힘을 아예 물로 보는 다람이 생각해낼법한 방법이었다. 수틀린다고 화산파도 하루아침에 멸문시키는 놈인데 거지 한둘 족치는 것쯤이야 뭐 그리 큰일이겠는가. "허어, 그렇다고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수만은 없이 않소이까?" "취선개장로. 그런 거까지 생각해봤을 정도라면, 그 해결책도 생각해두신 것이 있겠구려." 취선개는 주위를 쭉 둘러본 다음 말했다. "그 자는 현경의 고수가 아니겠소? 무슨짓을 해도 본방의 능력으로는 그놈을 없앨수 없소. 본방의 식솔이 30만이나 된다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고수다운 고수다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외다. 그렇다면 대답은 정대진 것이나 다음없소. 그놈이 물어보는 것은 뭐든지 아는 한도 내에서 친절이 가르쳐주는 것 말이오." 그 말에 뚱뚱한 거지가 노성을 터뜨렸다. 그건 말도 안 돼오! 본방도 엄연히 정파의 기둥이란 말이오. 마교 교주놈의 궁금증을 채워줬다는 것이 알려지면 나중에 무슨소리를 듣겠소이까?" "킁! 정파의 기둥이 부상자를 줄여줍니까? 마교가 본격적으로 본방을 치고 들어온것도 아니고 마교 교주혼자서 궁금한거 몇가지 물어보나가 생겨난 다툼이오. 처음부터 붙잡아 고문을 한 것도 아니고, 좋은 말로 질문을 던지다가 이쪽에서 불지 않으니 고문을 가하는 형식이오 일이 끝난 후 증거 인멸을 위해 본방의 제자들을 죽이지도 않았소. 그런 사실을 가지고 그자를 처지하자고 무림공론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소? 젠장! 오히려 본방의능력이 형편없음을 전 무림에 떠벌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지." 취선개의 지적에 장로들은 할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때문에 아직도 그놈을 응징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가 지금은 무림맹과 마교가 협정까지 맺고 금과 대치하는 상황이오. 그누구도 그가 거지 몇족쳤다고 마교와 싸우려고하지는 않을거란 말이오." "그건 취선개 장로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소이다." "놈을 못잡을 바에는 차라리 부상자라도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 아니겠소? 거기에다가 그렇게하면 한가지 부수적인 이익도있소. 파풍개가 당함으로 인해 우리들은 그놈이 개봉에 왔었음을 알았소.그리고 그가 뭘 궁금하게 여겼는지도 파풍개를 통해 알수 있었소. 그걸 역으로 이용하면 매우 그럴듯한 정보가 되지않겠소이까?" 개방방주도 그럴듯하다고 느꼇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말했다. "호오, 그건 취선개 장로의 말이 옳은 듯하오." 취선개는 호로병을 한번 더 쓰다듬은 후 말했다. "친절하게 놈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놈은 본방의 방도들을 이용하는데 재미를 ”各?수밖에 없을 거요. 최소한 과거보나는 더 자주 본방을 애용하게 되겠지요,. 놈의 위치, 그리고 놈이 원하는 정보. 이 두가지를 파악하면서 게속 놈의 행방을 추적하다보면 어쩌면 기가 막힌 기회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 이겁니다. 그때는 무림맹이나 다른문파의 손을 빌려서 복수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개방방주는 취선개의 마지막말에 무릎을 탁치며 외쳤다. "좋은 생각이오. 그대로 시행하도록 합시다." 이 회의가 끝났을 때쯤에 묵향은 자신도 모르게 천하에서 가장 방대한 정보조직을 공짜로 거느리게 되었다. 물론 그게 나중에 화가될지 복이 될지 아무도 알수 없었지만..... 어울리지 않는 동행 요즘 매화검 옥대진은 심사가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그의 바로 곁에는 무림 최고의 재녀라는 4봉 중의 한명이 착 달라붙어 아양을 떨고있음에도 전혀 그의 심사는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더우 그의 심사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봐야했다.화산장문인인 현천검제의 비리를 폭로하며 자신의 명성을 떨치고자 했지만 그건 하나도 이룩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은 더욱 꼬여들어 연인인 능비화의 뒷배경인 화산파만 박살이 나고 말았다. 야심이 큰 옥대진이 능비화를 꼬신 것은 그녀가 강호 후기지수들중 최고라는 4봉의 일원이라는 점 외에도 화산파라는 뒷배경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산파가 사라진 지금, 옥대진에게 있어서 능비화가 지닌 가치는 날로 하락하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그녀가 4봉만 아니었어도 화산파가 무너진 그순간 옥대진은 능비화를 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4봉이라는 희소설을 지니고 있었다. '젠장! 4봉만 아니었어도.....' 하지만 그런 옥대진의 마을음 아는지 모르는지 능비화는 옥대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사문도 없어진 지금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옥대진 뿐이었으니 말이다. "자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는 겐가?" 닥자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준수한 청년은 파양검 황보룡이었다. 말을 걸었는데도 대꾸가 없어서 가만히 상대를 관찰해 보자 뭔가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배경도 옥대진에 못지않은 그였기에 짜증을 감추지못하고 인상을 팍 일그러트렸다.지금 객잔에는 옥대진을 비롯하여 7룡 4봉에 속한 젊은 후기지수 다섯명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그들은 모두 무림맹의 뜻을 毓?양양성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상대는 금나라의 잡졸들이 아닌가. 그 곳에서 한바탕 휘저어주면 자신들의 명성이 팍팍 올라갈 것이다. 더욱이 잡졸들이 상대인 만큼 위험부담도 적을게 분명했다. 그런 만큼 이들은 한가로이 유 람을 떠나는 기분으로 양양성을 향하고 있는 중이었던것이다. 화들짝 정신을 차린 옥대진이 사과했다. "으응?아,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죄송하게 되었소이다.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 그마음을 십분 이해한다는 듯 황보룡이 망했다. "걱정말게. 금의 세력이 아무리 강성하다고 하지만, 그들은 무공이라고는 익히지않은 잡졸들이 아닌가." 황보룡의 말에 옥대진이 퉁명스럽게 반문했다. "누가 금나라 잡졸들이 두렵다고 했소?" 이때, 상대의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던지 황보룡은 능비화를 향해 정중하게 포권하며 말했다. "이 황보룡의 생각이 얕았소이다. 능비화 소저의 처지를 생각하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오." 그런 다음 그는 옥대진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곳에는 마교의 세력도 있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에 걱정인 게로군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번일이 끝난 후에 그놈들에게 죄값을 물어도 늦지 않을 걸세.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흘러도 늦지 않는다고 하지 않던가." '누가그따위것걱정이나한데? 이런젠장! 처음부터 초미를 물었어야 했어. 초씨세가의 힘이 조금 미약하다고 하지만, 그계집의 미모는 4봉중에서 으뜸이지 žb은가. 이런 덜떨어진 계집보다는 초미가 백배나은데 말씀이야. 쩝, 바로앞에 앉아서 얌전을 빼고 있는 당소진도 나쁘디는 않군. 하지만 저 계집하고 결혼 한다면 데릴사위로 들어가야 한다는게 영 마음메 안든단 말씀이야.' 옥대진이 자신을 빤히바라보고 있자 능비화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쑥스럽게..., 뭘 그렇게 바라 보니사요?" 위기에 몰린 옥대진은 가증스럽게도 짐짓 부드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며 느끼한 말로 응답했다. "아니오. 너무나도 그대가 아름다워서 내가 잠시 실례를 했소." 그의 말이 너무나도 뻔뻔스러웠는지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헛기침을 크게 터뜨리며 말했다. "험험, 에잇 젠장. 이거 짝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는가." 바로 이때, 객잔 문이 활 짝열리면서 엄청난 기세를 뿜는 무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객잔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주위를 살핀 다음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강인해 보이는 청년이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섰다. 허리에 매인 고색창연한 보검 하나만 봐도 그가 보통 신분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옥대진 등은 벌떡 일어서서 그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상대는 화려한 뒷배경을 지닌 그들이라도 무시못할 신부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바로 황룡문의 문주 황룡무제 혁력운이었으니 말이다. "노부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그래 자네들은 누구인고?" 황룡무제의 물음에 그들은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 황룡무제는 원래 그들의 이름만 듣고 지나칠 생각이었는데, 이들이 현세대의 7룡4봉이라는 점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과거 자신도 7룡4봉의 일원으로 뽑혀 그들과 폭넓은 교류를 가졌었지 않았든가.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자신이 이 자리에 서있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황룡무제는 따뜻한 말로 후배들을 대하며 그들과 동석했다. "자네들의 준걸한 모습을 보니 노부의 마음이 흡족하구먼. 그래, 자네들도 양양성으로 가는 길이었던가?" "예,선배님. 미약한 힘이지만 저희들도 한판 거들고자 나섰습니다." 황룡무제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헛, 장한 일이로다. 자네들 같은 후기지수들이 있는 한 무림의 앞날은 밝게 빛날 것이야." "과찬의 말씁이십니다." "허허, 참. 자네들 아직 식사 전이라면 노부와 같이 식사를 하지 않겠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옥대진을 비롯한 후기지수들은 일제히 포권하며 소리쳤다. "영광입니다, 황룡무제 대협!" 말이좋아 3황5제지, 평생가도 그등 중의 단 한 명도 만나기 힘든 게 바로 이 넓고도 넓은 강호다. 그런데 오늘 강호 최강고수 중 한명에 들어있는 후기지수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노강호를 극진히 모시고있었다.모처럼 황룡무제가 강호 후배들을 앞에두고 목에 힘주고 있을때였다. 또다시 객잔 문이 활짝 열리며 아무도 청하지 않은 불청객 한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자가 모습을 드러냈을때, 화통하게 술잔을 들이키고 있던 옥대진이 푸학아고 술을 내뿜었다. 그가 뿜어낸 술방울은 앞에 앉아 있던 황보룡이 고스란히 덮어쓰고야 말았다. 활보룡은 화를 버력내며 외쳤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하지만 옥대진에게 황보룡이 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눈은 화등잔만하게 커져서 밖에서 들어온 인물을 응시하고 있었다. 옥대진 의 상태를 가장 민감하게 느낀것은 당연히 그옆에 앉아있던 능비화였다. 그녀의 시선이 옥대진을따라 움직인 순간, 그녀는 너무나도 놀라 젓가락을 높치고 말았다. 젓가락이 땅바닥을 구르고 있을때, 화룡무제가 무슨일인가하여 쓰윽 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는 봤다. 무림에서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자의 얼굴을..... "끄어억!" 황룡무제의 입 속에서 괴상한 음성이 튀어나올 무렵, 상대도 혁련운을 알아봤는지 방글거리며 다가오는 중이었다. "여어, 이게 누구신가. 워낙 오래전이라 이름은 잊어먹었지만, 그얼굴은 잊을 수가 없지. 아주 건강한 모양이군."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황룡무제의 등을 툭툭 치는 사람. 그 모양을 보고 동석하고 있던 후기짓수들은 경락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황룡무제가 누구인가. 화경에 오른 극강의 고수이자, 황룡문의 문주가 아닌가. 그런 그의 등을 스스럼없이 때릴수 있는 인물이 존재할 줄이야 그누가 상상 이나 했겠는가.하지만 황룡무제는 얼빠진 듯 미소를 지으며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바로 무림역사상 두번째로 현경을 개척했다는 마교 교주였다. 아무리 그라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노, 노야께서도 건강하신 것같아 기쁘군요." 묵향은 옆 탁자에서 의자를 끌어당겨 털썩 주저 앉으며 말했다. "자네도 양양쪽으로 가는모양이지?" "예." 묵향은 넉살좋게도 탁자위에 놓여있는 음식들을 스스럼없이 집어 먹으며 말했다. "잘 됐군. 나도 그쪽으로 가는 길인데 함께 가면 딱이겠군." 초류빈을 돌려보낸 후, 형님과 함께 가고자 개봉에 갔다가 허탕을 친 묵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화경급의 고수를 만났으니, 이게 하늘의 뜻이 아닌가, 웬만한 일은 모두 다 이녀석에게 시켜버리면 아주 편리할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묵향의 생각이야 어떻든 간에 그말을 들은 황룡무제의 얼굴은 똥색으 로 바뀌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그와 함께 가기 싫다. 하지만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무림맹이 마교와 협정을 맺기전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전장에서 함께 싸워야 하는 아군이 된것이다. 황룡무제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옥대진과 능비화는 지금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이 자가 현천검제하고도 친하게 밀담을 주고 받더니, 이제는 황룡무제까지? 과연 이 자가 마교교주가 맞기나 맞는 것인가? 어떻게 정파의 기둥이라고 할 수 이는 3황 5제의 둘과 이렇듯 스스럼 없이 지내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들로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하지만 그것을 알리없는 다른 후기지수들은 저마다 묵향에게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황룡무제가 저렇듯 공손히 대하는 것을 보면 무림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명숙일 것이 분명하니 망이다.하지만 옥대진과 능비화는 저마다의 생각에 바쁜지라 묵향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묵향에게는 별다륵 생각이없었다. "이쪽은 공동파의 매화검 옥대진 소협이고, 저쪽은 화산파의 능비화 여협입니다." 자신들이 묵향에게 소개되자 능비화는 찔끔하는 듯 옥대진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화산파의 능비화라고?' 묵향은 그때부터 둘의 관계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분위기로 보아하니 꽤나 깊은 사이인 듯한데, 왜 자신을 경계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이때, 묵향의 뇌리에 떠오르는 기억이있었다. 맞다. 전에 아르티어스와 여행앴을 때, 패력검제 녀석하고 같이 다니던 아이들이 아닌가. 그렇 다면 충분히 지금까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누군지 저둘은 알고 있을 테니말이다.저쪽에서 모두들 자기소개를 하는데 묵향이라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렇기에 묵향은 싱극 미소지으며 말해줬다. "본좌는 천마신교를 책임지고 있는 묵향이라고 한다네." 기 순간 침묵이 흘렀다. 모두들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눈치다. 개중에는 자신의 귓구멍을 파는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잠시후, 그들은 자신이 들은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감히 마교놈이 합석을 하고 있단 말인가.그런생각이 들자 한 젊은이가 벌떡 일어서며 우렁차게 호령했다. 자신을 팽대성이라고 소개한 우람한 덩치를 지닌 젊은이였다. 팽대성은 건곤신장으로 대변되는 권법의 명문 하북팽가의 후계자겼다. 하북팽가는 권법 으로도 유명했지만, 그 불같이 급한 성질로도 유명했다. "감히 마교놈이 이 자리에 합석하다니 네놈의 간덩이가....." 하지만 팽대성의 말은 도중에 막혀버렸다. 그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그를 붙잡아 앉힌 것이다. 그러면서 노기에 불타오르는 그의 뇌리에 전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보게 팽 소협, 성급한 행동을 자제하게, 방금 저 자가 마교를 책임진다고 했지않은가? 그렇다면.....> '천마신교를 책임진다' 라면 바로 교주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저 자가 암흑마제라는 말인가? 설마하는 기색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묵향은 아주 재미있다는 듯 씩 미소지었다. 그런 다음 결정타를 날려줬다. "남들은 본좌를 암흑마제라고 부른다네, 젊은이들." 그런다음 묵향은 방금 자신에게 따지고 들었던 팽대성에게 미소띤 얼굴로 이죽거렸다. 물론, 그 말을 듣는 팽대성의 입장에서는 그 얼굴이 아마도 악귀의 모습처럼 보였을 테지만. "본좌도 정파놈들하고 여행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것도 네녀석같은 애송이라면 더욱 그렇지. 네놈들을 보자마자 껍질을 홀랑 벗겨놓지않은 것도 다그놈의 무림맹주하고 주고 받은 협정서 덕분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알겠어?" 그말을 들은 젊은이들은 모두 얼굴색이 새 하얗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황룡무제는 묵향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지금까지 묵향을 두 번이나 만나고도 살아남아 있는 그였다. 피도 눈물도 없다는 암흑마제 의 탈을 쓰고 있지만, 사실 그의 마음 씀씀이가 대협의 풍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렇지 않다면 커다란 고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자신과 비무까지 해주면서 가르침을 줬을 리가 없었다. "허허헛, 너무 아이들을 겁주지 마십시오. 협정서가 유효한 한은 동도하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자, 한잔드시죠." "그러지." "과거 크나큰 은혜를 주셨었는데, 그 사례도 못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오랫동안 소식이 없으셔서 혹시 큰일이라도 당하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뵈니 과거와 하나도 변하신게 없으시군요." 무림명숙이라는 황룡무제가 이 정도까지 저자세로 나오는데 묵향의 마음이 흡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클클, 본좌야 언제나 그렇지 뭐, 자네도 한잔 들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후기지수들은 아연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찌 이런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마교 교주와 황룡문 문주가 저렇듯 가까운 사이라니, 그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후기지수들은 묵향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황룡무제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룡무제 대협, 저..., 천마신교의 교주님과 함께 가시는 자리에 저희들 같은 무림 밀학들이 함께할수도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들은 먼저 출발했으면합니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하게." 황룡무제가 이끌고 온 황룡문의 무사 수는 100여 명에 이른다. 아무래도 이동할 때는 수가 많은 것보다는 적은 것이 다소 유리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황룡무제는 그들의 부탁을 허락했다. 하지만 옆에서 듣고있는 묵향에게는 그게 그런 뜻으로 들리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호오, 본좌하고 함께 가는게 껄끄러운 모양이군. 천마신교라는 단체가 그렇게 마음에 안드나?" 그말에 젊은이들은 화들짝놀라며 대답했다. "그, 그건 결코 아닙니다. 저희들은 그냥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가기 위해서,....." "아아, 그건 걱정말아. 안 그래도 그곳에는 본좌의 수하들이 먼저가서 열심히 싸우고 있을테니 말이야. 자네들은 천천히 가도 괜찮을거야. 사실, 괜히 피 튀기게 싸워봐야 뭐하나? 산천구경이나 하면서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지. 안그런가?" 마지막에 가서 황룡무제의 동의를 구하는 묵향이었다. 황룡무제라고 그말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는 없었다. 사실 정사를 불문하고 세력이나 무공만으로 무림명숙의 순서를 잡으라고 한다면 그 첫손에 꼽힐 인물이 묵향이 아니던가. 에전처럼 서로 원수지간일 때는 애기가 달랐겠지만, 지금은 금이라는 적을 앞에 두고 서로 협동해야 하는 처지다. "교주님의 말씀도 옳은듯 합니다. 사실, 아무리 서둘러봐야 며칠 상관이나 있겠습니까?" "하하핫, 본좌의 말이 바로 그말이야. 자,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아침이나 들지?" 말투는 호탕하면서도 부드러운 듯했지만, 그의 눈초리는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만약 자신의 말을 안들으면 곧바로 곤죽을 만들어놓겠다는 의지가 듬뿍 배어 있었던것이다.후기지수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묵향은 희희낙락하며 중얼거렸다. "과연 명가의 제자들답게 잘먹어서 그런지 기골이 잘대하구먼. 부려먹기 딱이겠어." 야반도주 무림명가의 후손들인 옥대진 등이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있었겠는가. 더군다나 그들은 모두 무림최고의 후기지수라고 칭해지는 7룡4봉에 까지 뽑히지 않았는다. 그런 그들이 맨날 남의 수발이나 들어야하다니..... 그것도 불구대천인 원수라고 교육받아왔던 마교의 교주를 말이다. 저앞에서 사이좋게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달려가고 있는 묵향과 황룡무제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옥대진이 동료들에게 전음을날렸다. <아무래도 탈출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듯 싶소.> 팽대성은 사납게 콧김을 뿜었다. 생각만해도 분통이 터졌던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오늘 밤에 실행하는 것이 어떻겠소? 놈도 사람인 이상 밤에 잠을 자지않겠소?> <팽 소협의 말씀이 옳은 듯하오.> 옥대진은 분노는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황룡무제도 교주녀석과 뭔가 밀월관게가 있는 듯하오. 그렇지 않고서야 그놈이 그토록 오반방자를 떨고 있는데 가만히 놔둘리가 없지 않소? 이 일을 무림맹에 알려 철저히 시비를 가려야 할것이오.> 그말에 황보룡도 찬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옥 소협이 옥진호 대협께 말씀 잘 해주시오.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오? 불구대천의 원수인 마교도와..., 아니 마교 교주놈과 그토록 친밀 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다니 말이오. 이건 틀림없이 뭔가가 있다고 보오.> 그들이 아무리 무림에서 최고의 후기지수라고 알려져 있었고, 또 자신들도 그렇다고 믿고 있었지만 단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있더. 화경급이 넘어가는 인문 들 중에는 다른 사람이 주고 받는 전음을 도청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더군다나 현경에 달한 묵향 이 그걸 못알아들을리 없었다.묵향은 살기 찬 미소를 씨익 지으며 중얼거렸다. "호오, 본좌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지?" 하지만 묵향과 함께 담소를 나누던 중이었던 황룡무제는 갑자기 튀어나온 묵향의 말에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예? 그게 무슨 말씁이십니까? 저는 그냥 양양성에서 패력검제 대협이 붙투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을 뿐인데....." 묵향은 슬며시 둘러댔다. "아, 아닐세. 본좌가 잠시 딴생각을 했다네. 미안하구먼. 그래, 자네는 어찌할 생각인가?" "예, 일단은 무한에 포진하고 게시는 수라도제 대협과 행동을 함께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양양성은 금군에게 완전히 포위당한 모양이던데 말입니다. 물론 저 혼자라면 야밤에 간단히 들어갈 수 있겠지만 딸린 식솔들이 있다보니 그렇게는 할 수 없거든요." "그게 좋겠군." 그런데, 대화를 나누는 묵향의 표정이 너무나도 기분이 좋은 듯 싱글벙글이라 황룡무제로서는 어리둥절할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객잔의 2층 창문이 살며시 열리고 다섯명의 인영이 소리없이뛰어내렸다. 그들은 창문에서 뛰어내리자마자 재빨리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다. 안 그래도 어두운 밤에, 달빛마저 피하고나자 그들의 모습을 찾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살며시 주위를 살핀 다음 마구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말을 타고 도망칠 요량이었던것이다.하지만 바로 이때, 밤하늘을 꿰뚫고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침입자다!" 물론 묵향이 변성하여 낸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파장은 너무나도 컸다. 객잔에서 자고 있던 황룡문 무사들이 속옷 바람인 것을 개의치 않고 각자 무기를 든채 모두 다 후다닥 튀어나왔던 것이다. 누구의 목솔인지는 알수 없지만 침입자가 들어왔다는데야 안 일어 날수가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어디냐?" 이리저리 손짓과 전음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들은 주위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젊은이들은 황당스럽기 그지없었다. 이대로 숨어있어봐야 조금있으면 들통날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자니 저들은 자다가 황급히 일어난 것이 역력한데, 자신들은 단정히 옷까지 입고 있는 데다가 각자 지니고 다니던 짐까지 다 들고 있지 않은가. 이것을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정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그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 질팡하고 있을 때,황룡문 무사 둘이 구들을 발견했다. "웬 놈들이냐?" 그들이 큰소리를 치자, 곧바로 그곳을 향해 모든 황룡문 무사들이 달려왔다. 무사들이 그 일대에 쫙 깔려 포위망을 형성한 후에야, 그들을 지휘하고 있던 인물이 네명의 무사를 대동한 채 침입자가 숨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가 뽑아들고 있는 장검이 달빛을 받아 시퍼런 광택을 뿜고 있었다.이때, 재빨리 옥대진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희들입니다, 광 대협." 그말에 황룡문 무사들을 지휘하고 있던 인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옥소협이 이곳에는 왜?" "사실 이렇게 떠나는 것이 에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마교 교주와 행보를 같이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껄끄러운일이라서,.... 그냥 눈감아 주시면 안 되시겠습니까?" 옥대진이 애걸했지만, 광 대협이라는 인물은 난처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 참. 일이 난감하게 되었군. 이렇게 떠날 요량이면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소란통에 문주님께서도 일어나셨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저쪽에서 마교 교주와 황룡무제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냐?" "큰일은 아닙니다, 문주님." 황룡무제는 현장에 도팍한 다음에 어떻게 된일인지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아무리 어둠속에 숨었다고 하지만, 그걸 못알아볼 그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허어, 참."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며 그는 묵향의 눈치를 살폈다. 과연 그가 가만히 있을까? 생각 같아서는 저녀석들 보고 빨리 눈앞에서 꺼지라고 말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묵향의 눈치를 보니 그게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묵향은 한껏 비웃음을 머금고 으르렁거렸다. "호오, 이녀석들 봐라. 그래, 본좌가 그렇게 싫었단말이지?"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아니야. 싸가지없는 것들. 같이 가고 싶지않으면 그냥 떠나고 싶다고 말할 것이지 슬그머니 야밤도주를 해? 네놈들의 아버지는 무림에 나가 선배들을 그렇게 대하라고 가르치더냐? 아무래도 본좌가 친히 교육좀 시켜야겠군." 손을 걷어붙이고 묵향이 나서려고 하자, 황룡무제가 말렸다. 가만히 놔눴다가는 그의 성격상 사고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노야께서 나서실 필요까지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타이르기는 뭘 타일러! 본교에서는 아랫것들 교육을 이렇게 안시키는데, 하여튼 정파라는 것들은 밖으로는 잘난척 떠들면서, 도데체 후배놈들 인성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이따위로 처신하는지.... 쯧쯧, 무공을 익히기에 앞서 인간이 되어야 할 거 아냐!" 그 말에 황룡무제의 안색이 노기로 붉게 물들었다. 어찌 인륜까지도 저버린다는 마교도에게 저런 소리를 들어야 한단 말인가. 그것도 막무가내로 행동하며 온톤 소란을 일으키는 저따위 인간에게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눈앞의 상대에게 그런소리 떠들어봐야 통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것이다.대신, 황룡무제의 노여움은 저쪽에서 떨고 서 있는 다섯 명의 젊은 교주에게 저딴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속마음 같아서는 방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명문의 자제들인 만큼 그 뒷배경이 여간 껄끄러운것이 아니기때문 이다. 그렇기에 황룡무제는 자신의 숙소로 걸어가며 말했다. "노야 좋으실 대로 하십시오. 단 살인은 안 됩니다." "흐흐흐, 본좌도 그 정도는 알고 있으니 염려 놓고 푹 자게나." 음흉스런 웃음 을 흘리며 대꾸하는 묵향이었다. 그런 다음 묵향은 구석에서 떨고 있는 다섯 젊은이들을 향해 이죽거렸다. "자, 자네들은 본좌하고 애기좀해볼까? 왜 야밤도주를 결심한 것인지 아주 궁금하구먼, 서로간에 대화가 좀필요할 것같아. "크으윽! 변태새끼." 그말에 팽대성은 화들짝 놀라 묵향의 눈치를 살피며 황보룡에게 전음을 날렸다. <아서게! 저자가 들을까 겁나네.> 전음을 듣고 정신을 차린 황보룡은 저쪽에서 신음소리를 흘리며 말위에 간신히 앉아 있는 능비화와 당소진을 걱정스러운 듯 바라봤다. 덩치좋은 사내인 자신도 온 삭신이 쑤시는데, 그녀들의 상태는 더욱 비참할 것이 뻔했다. <어찌 여자를 그토록 무자비하게 두들겨 팰 수가 있다는 말이오? 역시 저놈은 사악한 마두답게 변태중에서도 변태가 분명하오.> 그날 저녁, 무림최고의 후기지수들중 다섯 명은 묵향에게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았다. 남자고 여자고 그런면에서는 매우 공평하게 취급하는 묵향이었다. 하지만 황보룡의 생각은 달랐다. 덩치 큰 자를 좀더 많이때리고, 여자는 살살때려야 하는 것이라고 굳베 믿고있는 그렸다. 팽대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반쯤은 포기한 듯 풀이 죽은 어조로 전음을 날렸다. <허어, 그럼어쩌겠소?때리는데. 맞아야지.> <왜 그리 나약한 말씀을 하시는게요? 팽소협의 덩치가 아깝소이다.> 그 말에 팽대성은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어젯밤의 악몽이 떠올랐던것이다. 어제 저녁 자랑스러운 팽가의 후예가 어찌 마두의 주먹을 맞고 신음을 흘리겠느냐고 저항했고, 묵향은 기꺼운 마음으로 가를 반쯤 죽여놨던것이다.그런 그를 향해 측은한 시선을 보내며, 황보룡은 복수를 다짐했다. <젠장, 이 복수는 언젠가 꼭하고야 말겠소. 두고들보시오.> 옆에서 황보룡과 팽대성이 전음을 나누고 있을때, 옥대진과 능비화도 자기들끼리 전음을 주고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가께서는 좋은 방법이 없으신가요?> 능비화의 전음에 옥대진은 난색을 표했다. <나라고 딱히 좋은 방법이 있을 리가 없지 않소? 어젯밤 그 난리를 피웠는데, 아무래도 슬그머니 도망치는 것은 어려울 듯하오.> 능비화는 앞에서 가고 있는 묵향을 살펴보며 전음을 날렸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을까요? 저 흉악 무도한 자가 가가까지 해칠까봐 너무 두려워요.>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오., 주위에 황룡무제와 그문도들이있소. 그자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대놓고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는 없을거요.> <하지만 화산에서의 일을 생각해보세요.> <아아, 능매는 그가 화산파를 멸문시킨 것때문에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런걱정은 하지말라니까. 어젯밤 일을 생각해보시오. 능매가 화산파라는 것을 그놈도 분명알고 있었소., 소개를 해줬으니 말이오 하지만 딱히 능매에게만 해코지를 한것도 아니지 않소?> <그 말이 아니에요. 장문인께서 저 자와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무림맹에 알린후, 화산파가 멸문당했어요. 아아, 그때 장문인께서 마교와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무림맹에 알리지 않았어야 했어요. 가가가 그 사실을 무림맹에 알렸다는 것을 저 자가 눈치 챈다면 가가를 가만히 둘리가 없잖아요.> 능비화의 전음을 듣고서야 옥대진은 모골이 송연해짐을 느꼇다. 그렇다. 거기까지는 그도 생각해보지 못했던것이다. <그, 그럴수도 있겠구려, 그럼 어찌하면 좋을까....> 한동안 식은땀까지 흘려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옥대진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동료 모두에게 전음을 날렸다. <이보시오. 나에게 좋은 생각이 있소.> 옥대진의 전음에 모두들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생각인데 그러시오?> <멀지않은곳에 무당파가 있지 않소? 그리고 갑시다. 거기에서 도움을 청하면 되지 않겠소?> 그말에 모두의 안색이 활짝 밝아졌다. 무당파라면 현 무림맹주인 대극검황을 배출한 검의 명문이 아닌가. 그곳이라면 마교교주도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가장 좋을 것같소.> <누가 황룡무제 어르신께 그말을 전하는 거이 좋을 듯하오.> 옥대진이 제안하자, 황보룡이 자신있게 나섰다. <내가 가겠소.> 묵향은 지금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뒤에서 들려오는 전음성을 도청하는 재미에 흠뻑취해 있다가 옥대진과 능비화가 나누는 전음을 듣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말이 아니에요. 장문인께서 저 자와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무림맹에 알린후, 화산파가 멸문당했어요. 아아, 그때 장문인께서 마교와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무림맹에 알리지 않았어야 했어요. 가가가 그 사실을 무림맹에 알렸다는 것을 저 자가 눈치 챈다면 가가를 가만히 둘리가 없잖아요.> 이전음을 들은 후 묵향은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의 사제가 그 모양이 되도록 만들어 놓은 원흉들이 이곳에 있는것이다. 성질 같았으면 곧장 뒤로 달려 가 그연놈들을 단숨에 때려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곧이어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그렇게 싱겁게 죽이면 안 된다. 저것들 때문에 사제는 모진 고초를 겪었다. 만약 아르티어스가 없었다면 불구의 몸으로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사제가 그런 꼴을 당하도록 만든 연놈들에게 간단하게 죽음을 선물해? 그건 당치도 않은 일이었다.그다음부터 묵향은 저것들을 어떻게 말려 죽일 것인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수없이 많은 방법들이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그리고 묵향이 그러고있는 동안에 황보룡과 황룡무제는 말을끝내고 무당파를 향해 방향을 잡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황룡무제는 무당파와 상당히 친분이 있었다. 특히 무당파의전대장문인과는 매우 절친한 사이였다. 그렇기에 무당파에 들렀다가 가자는 황보룡의 제란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한 가지 부탁 무당파는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과거에도 검의 명가로서 9파1방중에서 가장 강대한 힘을 자랑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서는 무림 맹주까지 배출했으니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를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첫 서리를 맞은 나부들은 저마다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깔로 단장하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ㄷ. 당소진과 능비화는 온몸에서 전해 오는 통증도 잊고 무당산의 절경에 취해 사방을 두리번거리기에 바빴다. 그리고 7룡 중에서 3명이 이제 마교 교주 라는 찐드기를 털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희희 낙락 하고 있는 중이었다.저 멀리 산문을 지키는 무당 문도들이 보이자 가장 앞서가고 있던 황룡문도들 중의 한 명이 외쳤다. "황룡문에서 왔소이다. 길을 열어주시기를 부탁드리오" 황룡문이라는 말에 도사들 중 한 명이 다급히 달려 내려왔다. 그리고 또 한 명은 내부에 통보하러 달려 들어갔다. 백여 명이나 되는 대단한 인원이다. 거기 에다가 앞쪽에는 황룡문주 황룡무제까지 보였다. 그런 판국이니 산문에 서 있던 도사들의 태도는 정중하기 그지 없었다. 무당파 내로 깊숙이 안내되어 들어가자 그곳에는 무당파 장문인이 두 명의 장로를 대동한 채 나와 있었다. 황룡문이 그렇게 큰 문파는 아니지만 상대는 화경의 고수였ㄷ. 그가 무림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봤을 때 이 정도 대접은 해줘야 하는 것이다. "허허헛, 먼 길을 오시느라 수고가많으셨소이다." "예, 장문인꼐서도 건강하신 듯하여 안심입니다. 이 근처에 전쟁이 벌어졌는데 문에는 별고가 없으신지요" "무량수불 다행이 원시천존께서 보우하셔서 그런지 이곳은 무탈하외다" "오다가 보니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한데 모두들 양양성쪽으로 가신 것입니까?" "허허헛, 무림맹이 발 벗고 나서는일인데, 본문이 동참하지 않을 수 있겠소? 자, 안으로 드십시다" "예" 이때 뒤쪽에 서 있던 젊은이들이 앞으로 우루루 달려나와 무당 장문인에게 말했다. 그들은 앞 다투어 자기소개를 한 후, 묵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무당 장문인꼐 꼭 알려드릴 것이 있어서 이렇듯 실례를 무릅쓰게 되었습니다. 바로 저 자는 마교의 교주입니다. 정사불립이라는 말이 있는데 장문인께서는 저 자가 무당파 영내를 더럽히는 것을 방관하실 겁니까?" "마교 교주라고?" 장문인은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묵향의 아래위를 살펴본 후 묵향에게 말했다. "이 아이들의 말이 사실이오이까?" 그 말에 묵향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임을 인정했다. 장문인은 싸늘하기는 했지만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상대가 마교의 교주인만큼 어느 정도 대우는 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단히 죄송하지만 교주께서는 ”I문에서 묵으실 수 없습니다. 물론 무림맹과 마교가 협정을 맺은 것은 노도 역시 잘 알고 있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 기거하도록까지 해드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겠소이까?" "장문인의 말이 옳은 듯하군" 돌아서서 몇 발자국 가던 묵향은 갑자기 떠오랐다는 듯 뒤도아서며 장문인에게 말했다. "전대 장문인의 처소가 어딘지 일러주겠나? 아직 살아 있다면 한 번 만나보고 싶구먼" 그 말에 장문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사숙께서는 아직 생존해 계시오 그런데 왜 그 분을 만나겠다는 것인지 노도로는 이해할 수가 없구료" 그 말에 묵향이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 여기까지 온 김에 한번 만나보려고 말이야 그때 만났을 때는 정말 정파에도 이런 인물이 있었는가 싶었지 그동안 세월이 참 많이 흘렀으니 서로 간에 나눌 애기도 많을 듯하고...... 거기에다가 혹시 아는가? 노부를 하룻밤 재워줄지 말이야" 아니 하는 애기를 들어보니 이건 완전히 전대 장문인인 장춘진인이 마치 자기 친구라도 되는 듯하지 않은가 누군가 옆에서 들은 사람이 있다면 오해하기 딱 좋은 것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장문인의 눈썹이 미미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교 교주에게 대놓고 분노를 터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숙께서는 귀하와 같은 인물을 아실 리 없으니 농은 그만하시고 돌아가주시면 고맙겠소이다." 이‹š 저쪽에서 장춘진인이 시동 한 명을 거느랜 채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장춘진인은 황룡무제하고 절친한 사이였기에 그가 왔다는 말을 듣고 서둘러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이었다. 갑자기 마교 교주가 전대 장문인을 찾았기에 주위의 모든 이목은 장춘 진인에게 집중되었다 "오오 어서 오시게나 황룡문주" "오랜만에 뵙습니다. 문내의 일이 바빠 자주 찾아뵙지 모˜맙?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허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가 빈도도 한 문파를 다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일세 소소한 일이 많아 짬을 낼 틈이 없음을 잘 알고 있다네 오랜만에 자네를 보니 해줄 말이 참 많을 듯하이 자 어서 내방으로 가세나" 하지만 주위의 공기가 좀 심상찮으을 느낀 장춘진인은 이리저리 주위를 두러보다가 말했다. "아직 애기가 다 끝난 게 아니었던가?" 무당 장문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마교 교주가 사숙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더군요 오랜 친구라면서 말입니다. 사숙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장춘진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마교 교주가? 이상한 일이로다 노도는 그를 알지 못하는데......" 이대 묵향이 쓱 앞으로 나서며 음흉스런 어조로 말했다. "도장은 노부를 모르겠소? 은원을 갚겠다고 그 난리를 친 것이 엊그제 같소만, 노망에 걸리지 않은 이상 그 일을 잊을 수는 없었을 텐데?"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는 듯 묵향을 바라보던 장춘진인 하지만 은원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뭔가 떠오른느 것이 있었다. 그는 동의를 구하는 듯 황룡무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황룡무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그의 기억이 맞다고 알려줬다. "시주는 그때 그......" "맞소 겨우 은자 40냥 가지고 그 난리를 부렸던 묵향이외다" 은자 40냥이라는 말에 장문인의 얼굴이 핼쑥하게 질렸다. 사실 무 당파에 난입해 들어온 자가 그때 그 자 말고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장문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교주를 다시금 노려봤다 그때 저 자가 마교도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가만히 안 놔뒀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회를 놓쳐버리다니...... "허어 참 그 후에 시주에 대한 소식이 없어 궁금해하던 참이었소이다. 나중에 황룡문주에게 시주에 대해 물어봐도 당혹스런 표정으로 대답을 거부하기에 좀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주가 마교에 계셨을줄은 생각도 못했소이다. 챰으로 만나서 반갑구려" 그 말에 묵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교주가 된 것이 뭔 자랑이라고 동네방네 떠들겠소? 그건 그렇고 여기 장문인은 나를 재워줄 수 없다고 하는데 도장은 어떻소이까? 하루밤 재워주실 수 있겠소?" 그 말에 장춘진인은 소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헛 그깟 게 뭐 큰일이라고 손님을 내치겠소이까? 자 따라오시오!" 손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앞서가는 노도장의 모습은 온갖 세상의 명리를 초탈한 완숙된 도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그걸 난들 알겠소?" 묵향에게 모진 고난을 당하고 있는 젊은이들은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설마하니 그 자가 장춘진인과 면식이 있을 줄이야 이런 식이라면 그를 이곳에서 떼어놓고자 하는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절실함이 옥대진만 하겠는가 그들의 경우 마교 교주와 함꼐 가는 것이 싫다는 것이었을 뿐 그 외의 감정은 없었다. 묵향이 그날 밤 그들을 구타한 것도 선배고수로서의 예우를 안 해?기 에 일어난 사건이 아닌다. 마교도라서 그런지 자신의 감정을 좀 화끈하게 배출한 것이었을 뿐 다른 선배고수들이라도 그런 경우를 당했다면 화를 냈을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옥대진과 능비화는 지어놓은 죄가 있다보니 속으로 전저긍긍하고 있었다. 혹시 자신들이 밀고자라는 사실을 교주가 눈치챈다면 그날로 자신들은 죽은 목숨이 아니겠는가 현천검제만한 고수를 간신히 포섭해놨는데 그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놨으니 화가 날 만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놀라움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가가 이게 어‰F게 된 일이죠? 어떻게 그 자가 전대 장문인까지 알고 있을까요?> <낸들 알겠소? 어쩌면 무당의 전대 장문인도 그 자에게 포섭되었던 인물들 중 하나였을지 모르지> 능비화는 고개를 내저었다. <혹시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수십 년 전에 만났다고 하고 전대 장문인도 저렇게 꺼리낄 것 없이 자신의 처소로 안내하는 것을 보면...... 혹시 과거에 서로 무림행을 하다가 잠시 면식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황룡무제 대협도 그렇고 전대 장문 어르신도 그렇고...... 그렇다면 어쩌면 장문인꼐서도 저 자와 개인적 친분이 조금 있었을 뿐 내통 한 것이 아닐 수도 있었잖아요> 그 말에 옥대진은 화들짝 놀랬다. 사실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걸 인정한다면 자신은 천고의 죄인이 될 것이 아닌가 죄도 없는 현천검제를 모함한 죄인 말이다. 그렇기에 그는 슬그머니 그 죄를 지금은 사라진 화산파에다가 전가시켰다. <그, 그럴 리가있겠소? 무림맹은 그 분을 축출하는 데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소 화산파에다가 그 사실을 통고한 후에 그 사후보고 만 들었을 뿐이오 그 분을 축출한 것은 순전히 화산파 장로들이 내린 결정이었소 그 분들이 죄도 없는 장문인을 축출할 정도로 어리석을 리가 있겠소?> <그렇지는 않지만......> 옥대진은 앞쪽에서 가고 있는 묵향의 눈치를 살피며 전음을 날렸다. <자자, 쓸대업는 생각은 그만두고 이곳을 조용히 벗어날 궁리나 좀 해봅시다.> 무당 장문인은 갑자기 장춘진인이 자신을 부르자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왔다. 장춘진인의 처소에는 묵향과 황룡무제가 숭사을 앞에 놓고 한참을 담소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ㄷ. "어서 오시게나 장문인" "예, 무슨 일이십니까 사숙" "한 가지 알려둘 일이 있었기에 장문인을 부른 것이네 장문인도 기억하고 있을걸세 과거 교주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를 말일세" 장춘진인의 말에 장문인은 웬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는지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예" "그때 ㄴ도는 한 가지 약속으 했었네 무당파의 장문인으로서 말이야 그 약속은 내용은 교주가 청하는 부탁 한 가지를 꼭 들어주겠다는 것이었지 물론 무당이 할 수 있는 일에 한해서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말이세" 장문인은 이미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사숙,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때 상대가 마교도란느 것을 몰랐을 때 한 약속이었지 않습니까? 마교도를 상대로 무슨 약속을 지킨다고 그럿비니까? 그 약속은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말입니다." 장춘진인은 잠시 안타까운 눈빛으로 장문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허허 답답한 일이로고 장문인 내 애기를 한번 들어보겠는가?" "예, 말씀하십시오" "상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장문인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정(正)의 길을 걷는 자는 마음이 한결 같아야만 하네 상대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하는 것은 장문인이 말하는 사를 쫓는 무리들이 하는 일이지 더군다가 도(道)를 이루려는 장문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상대가 누구건 약속이라는 것은 천금과 같이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장 문인의 생각은 어떤가?" 장문인은 잠시 얼굴을 일그러트렸지만 곧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숙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리고는 묵향을 바라보며 딱딱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 본문에 청하고 싶은 게 무엇이오?" 묵향은 피식웃은 뒤 말했다. "그런 것 없소 또, 앞으로도 청할 일은 없을 거외다" 왠지 묵향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장문인이었다 안 그래도 전대 장문인의 부탁 때문에 억지로 한 가지 청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 까지 자신이 양보했거늘 그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본 후 그게 필요 없다니 꼭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기에 장문인은 발끈해서 외쳤다. "그건 무슨 말씀이오? 뭐든지 한 가지는 들어준다고 빈도가 말했잖소" 묵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때 내가 도장에게 한 가지 청을 들어달라고 한 것은, 그 순간에 무당 장문인을 죽이지 않고 물러날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였소 그렇게 해야 함께 동행하고 있던 내 수하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테고 또 그 당시 본교의 교주였던 흑마대제를 납득시킬 수 있었을 테니 말이오 하지만 지금은 본좌가 교주요 본좌는 그런 청 따위 안해도 충분히 무당을 제어할 수 있소 수틀림녀 쓸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이제 대답이 되었소?" 너무나도 광오한 묵향의 대답에 장문인은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지, 지금 그 말 진정으로 하시는 말씀이오?" 얼굴이 시벌개져서 따지는 장문인을향해 묵향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왜 본좌가 못할 것 같나? 본교에는 본좌 이외에도 극마급 고수가 둘은 더 있다네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고수들이 있지 그럼 묻겠네 무당에는 그 정도 세력이 있는가?" 당연히 있을 턱이 없다 무당으 대표하는 유일한 화경급 고수는 지금 무림맹주가 되셔서 무림맹에 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무당파의 세력이 강하다고는 해도 단일 문파로 마교에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장문인이었기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만히 서 있자 묵향은 음흉스런 미소를 지으며 이죽거렸다. "화산파를 본좌가 어떻게 끝장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본좌에게 있어서 무당하나 박살내느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쉽다는 점을 명심해주셨으면 좋겠소이다 알겠소?" 장문인의 얼굴색이 울그락 불그락 변하는가 싶더니 치미는 화를 도저히 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어딘가 가서 화풀이라도 할 심산인 모양이다. 장문인이 나가고 난 후 묵향은 언제 자신이 그랬ㄴ는 듯 능청스럽게 장춘진인에게 말을 건냈다. "그건 그렇고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흐른 것 같소이다. 도장의 머리카락이 이렇듯 새하얗게 된 것을 보면 말이오" "허허 모든 것이 자연의 이치를 따라 변하는 것 빈도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것이야 세월의 흐름에 순응한 게 아니겠소" 말을 하다 잠시 멈춘 장춘진인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묵향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빈도야 그렇다 치고 시주에게는 세월의 흐름조차 비켜 가는 듯하구려 참으로 무림의 복이 아닐 수 없소이다. 무량수불" 묵향은 무슨 소리냐는 듯 피식 웃으며 반박했다. 상대가 무림의 복이라고 지켜세우는 저의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본좌가 생존하고 있음이 복이라는 것은 도장에게서 처음 듣소이다. 도장의 말씀을 무림맹의 떨거지들이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구료" "허허, 그 무슨 겸양을 말씀을...... 무림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 나선 시주에게 그 누가 그런 표정을 짓는단느 말이오 빈도가 비록 힘없는 늙은 도인에 불과하나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장하오" 묵향은 그제서야 전대 장문인의 저의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금군의 세력이 워낙 강성하다 보니 지금 본좌에게 아부를 하는 게요?" "무슨 그런 말씀을 천지만물의 모든 것이 흥하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쇠하는 것이 바로 자연의 이치가 아니겠소 비록 지금은 금의 세력이 융성하다 하나 그것이 세세토록 이어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오 거기에 시주가 한 팔을 보탠는 것 뿐인데 빈도가 왜 아부까지 한다는 말씀이시오?" "참나 자신의 말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대립전화(對立轉化)의 법칙까지 들고 나오다니......" 장춘진인은 묵향에 말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허어 이ㅉ 심오한 도가의 사상까지 알고 계시다는 말씀이시오? 빈도 그저 놀라울 따름이오" 장춘진인이 놀랄만도 했다. 대립전화의 법칙은 노자의 사상 중에서도 핵심을 이루는 사상으로 어지간히 도가 경전을 공부하지 않고 서는 알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극악무도의 대명사인 마교의 두목 묵향이 심오한 도가 사상까지 들먹이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묵향의 한마디에 장춘진인은 등골이 서늘해 지는 느낌이었다. "본좌보고 금군과 박 터지게 싸우라는 소리를 뭐 그렇게 어렵게 빙빙 돌려서 말하는지, 참내 어이가 없어서" 애써 웃는 못브을 유지하고 있는 장춘진인은 묵향이 정말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마교 교주를 무당파에서 ‹車貂渼募?젊은이들의 야무진 꿈은 실현 되지 않았다. 무당파를 나서는 인원의 수는 들어갈 때와 비교해서 하나도 더해지지도 빠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젊은이들은 교주와 헤어질 수 있다는 야무진 꿈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지금 까지 그들이 통과해온 거리르 따져본다면 무당산을 지나고 나서 양양성까지는 지척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래 양양성에만 도착하면 우리는 해방이야 거기에는 정파의 많은 원로 고수분들이 계실 테고 엄청난 고수들도 있을 거야 거기에서까지 교주가 깝죽거리지는 절대로 못할걸?' 모두 다 그런 생각으로 위안을 삼으며 양양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때 황룡무제가 저 지평선을 가르키며 묵향을 향해 말했다. "저기가 바로 양양성입니다. 아직까지 송군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것을 보면 무사한 모양이군요" "그런 것 같군" 다른 사라들은 이들의 대활르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황룡무제가 가리키는 곳을 봐도 보이는 것은 거의 없었ㄷ. 아주 눈이 좋은 사람들이라야 겨우 양양성이 있다는 것 정도나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위에 나부끼는 깃발이라니? '저 둘은 저기서 뭔가를 봤다는 말인가?' 7봉 4룡의 젊은이들은 저 두 사람이 얼마나 엄청난 고수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진팔은 수련에 여념이 없었ㄷ. 그때, 자은 ƒ틸邇㎱?얻은 이후 진팔은 더욱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모든 초식이 물 흐르듯 연결될 것만 같은데, 막상 실행을 ㅎ보면 그게 안 되는 것이다. 애써 노력은 해봤지만 초식이 뒤엉키거나 내력의 흐름이 불안하여 연결이 안 된느 것ㅇ다. 그래도 진팔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뭔가를 양손에 움켜쥘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잡힐 듯 잡힐 듯 아무리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해라 무공이란 자연스럽게 흘러야 하는 것,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초식을 연결하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몸이 상할 수도 있음이야" 진팔은 소연의 말에 한 차례 심호홉을 한 뒤 천천히 몸을 세웠다. "뭔가 될 것도 같은데, 그게 잘 안 되니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사저" 소연은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미 그녀도 그 길을 가봤기에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는 것이다. 만약 초식같이 고정화되어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조언이라도 해주련만 이것은 그거이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초식의 틀을 깬 후의 몸놀림은 같은 천지문의 고수라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자 초식을 깨는 와중에 깨달은 것이 틀리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조급해 할 것 없다 나도 네 마음 추분히 이해한단다 마음은 앞서가는데 몸이 따라가지 못하니 정말 안타깝겠지 하지만 무턱대고 도를 휘두른다고 해봐야 몸만 상할 뿐이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보거라 초식의 틀을 완전히 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소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선가 구슬픈 금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만통음제가 타는 금음이었다. 저음(低音)을 찾아 애절하게 흐르는 그의 선율은 너무나도 애달파서 듣는 이의 마음을 침ŸQ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진다며 악비 대중군이 제발 밤에는 금을 타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도 슬픈 곡이로구나" 왠지 감상에 젖은 듯한 소연의 중얼거림에 진팔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음(音)이라고는 잚 ㅗ르지만 저 곡을 들으면 만통음제 어르신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누군가를 정말 그리워하시는 것처럼 아주 애절한 음률이라 듣기에 참으로 안타깝군요" 어느새 소연의 눈가에는 살짝 이슬이 맺혀 있었다. 애절한 금음을 듣고 있자니 가슴 속에 고이 묻어두었던 과거의 상처가 조금씩 파헤 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눅누가를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야" 과거 소연은 장진사형으 사모했었다 하지만 그는 문주의 둘째딸과 결혼해버렸다. 워낙 오랜 세월이 흘렀기에 벌써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저 곡을 듣고 있으니 자꾸 그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소연이 과거의 사랑을 생각하고 있을 때 진팔은 그런 소연을 애절한 눈비층로 바라보고 있었ㄷ. 진팔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첫사랑은 바로 눈앞에 서 있는 사저였으니 말이다. 사랑한다는 사람을 앞에 두고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그는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하지만 진팔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그렇게도 사랑하는 사저가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멍하니 사저를 바라보던 진팔은 거칠게 머리를 흔든 뒤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서 그토록 그리워하시는 분을 꼭 만났으면 좋겠군요" 한동안 양양성을 휘감고 돌던 애절한 금음이 어느 순간 들리지 않았다 잠시 사저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의 늪에 빠져 있었던 진팔은 이를 악물고 연무장으로 걸어나가š? 미친 듯이 수련이라고 해야 사저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천천히 팔다리를 푼 뒤 다시 수련을 시작하려던진팔은 전신에 소름이 쫘악 끼치는 것을 느꼇다. '흐억!' 이게 뭐란 말인가? 너무 쉬어서 몸이 차가워졌나? 그렇게 날씨가 차가워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소림과 ㅎ마께 갑자기 떠오른느 기묘한 불안감을 또 뭐란 말인가 한참동안 수련에 마음을 집중하지 못한 진파은 자시도 모르게 성문 쪽을 바라봤다 마치 불안함의 근원이 그쪽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