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조 장편 환타지소설 묵향 외전 다크레이디 5 묵향, 환타지 세계로 가다 지은이: 전동조 출판사: 명상 출판사 초판1쇄 : 1999년 11월 15일 초판6쇄 : 1999년 12월 17일 새로운 세계 쿵... 순간적으로 지상 위 2장(6미터)거리에 검은색 원반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한 물체가 떨어 졌다. 약간 불그스름한 황색을 띄는 덩어리였다. 하지만 그 덩어리는 땅바닥에 처박히자 튀어오르 듯이 몸을 일으켰다. 사람이었다. 완전히 벌거벗은 사내는 맨손 격투라도 불사하겠 다는 듯 먹이를 노리는 맹호처럼 살기 띈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곧이어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짙은 눈썹으로 인해 강인해 보이는 얼굴.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못생긴 것도 아닌, 그런대로 봐 줄 만한 얼굴이었다. 묵향은 혈교의 무리들과 싸우던 도중 갑자기 주위에 짙은 어둠이 내리고, 잠시 후 지독한 폭풍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는 사실을 기억해냈 다. 주위를 찬찬히 살펴보았으나 여기가 어딘지 도저히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아마도 놈들 은 뭔가 해괴한 술법을 동원하여 자신을 어디론가 날려 버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어디론가'라는 점 때문에 묵향의 마음은 약간 복잡해졌다. 어떻게 자신의 부하 들과 합류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은 둘째치고 지금 이곳이 어딘지, 어떤 위험이 도사리는 곳 인지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묵향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산과 골짜기뿐 위험은 느껴지지 않았다. 묵향은 천천히 끌어 올렸던 기를 다시 가라앉히고는 투덜거렸다. "제기랄... 중원 어디쯤인지 알아야 돌아가지. 순간적으로 하늘을 날아온 건가? 이해가 안 가는군. 거기다 옷은 어디 간 거야? 또 내 검과 비수는? 제길 돌아버리겠네... 어쨌든 민가를 찾아서 옷부터 구하고, 여기가 어딘 지나 알아보고 돌아갈 궁리를 해야겠어." 묵향은 길도 없는 숲 속을 경공술(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기술)을 전개해서 달리기 시작 했다. 옷을 홀랑 벗고 경공술을 펼치는 것은 그로서는 생애 최초의 경험이었다. 이윽고 삼 림지대가 나타나자 묵향은 곧바로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삼림지대의 경우 나무 밑으로 달 리는 것보다는 나무 위쪽의 가지들을 밟고 가는 게 덜 귀찮기에 묵향은 그 방법을 애용했 다. 거의 두 시진(4시간) 정도 달렸을까... 하지만 아직도 숲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배 가 고파진 묵향은 달리기를 멈추고 나무 아래로 내려갔다. '뭐라도 잡아먹어야 해. 그리고 가죽이라도 벗겨서 입으면 그래도 좀 낫겠지.' 이리저리 둘러보던 묵향의 눈에, 아니 눈이라기보다는 기에 무언가 생물이 포착되었다. 묵향은 그쪽으로 재빨리 몸을 날렸다. "큭! 뭐 저렇게 생긴 게 있지?" 묵향이 보기에 그놈은 정말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거의 10척(약 3백3센티미터)은 되는 장신에 부리부리한 눈알, 털은 없었지만 초록색이 나는 징그러운 가죽, 거기에 기괴하 게도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그 녀석은 한 손에 거대한 돌도끼를 들고있었다. 가죽으로 대 강 아랫도리를 가린 것을 보면 꽤나 지능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놈은 묵향을 바라보더니 뭐라고 떠들어댔다. "크르르르..., 호비트인가? 크르르르, 배고픈데 잘됐군..." 물론 이 말은 그 괴물 족속의 고유의 언어였기에 묵향으로서는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묵향은 곧바로 그 퍼런 놈의 행동에서 그놈의 뜻 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퍼런 놈은 묵향을 보자마자 거대한 돌도끼를 휘두르며 그에게 다가왔다. '이게 말로만 듣던 영물(신령스런 생물, 잡아먹으면 내공 증진에 효험이 있다)인 모양이 군. 아직 연수가 들 차서 말은 못하는 모양이지? 평생 영약, 영물은 먹어본 적도 없었는데... 크크크... 말년에 이게 웬 횡재냐.. 거기에 잘 말려놓은 가죽옷까지 입고있군...' 묵향은 그놈의 심장이 있을 거라 예상되는 지점을 향해 곧바로 지풍을 날렸다. 역시 그 놈은 덩치만 크고 동작은 굼떠서 그대로 지풍이 적중되었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색 피가 튀며 몸에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묵향은 그놈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니 눈에 보일 만큼 빠른 속도로 아물어 가는 것을 보고는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격력은 별볼일 없는데, 영물이라서 그런지 상처회복 속도는 끝내주는군. 그렇다면 이 거 한번 받아봐라.' 묵향은 그대로 손을 횡으로 쫙 그었고, 그의 손에서는 퍼런 강기가 반월형으로 상대에게 날아갔다. 상대는 그대로 몸통이 두 토막이 나는 것 같았지만, 그것도 곧이어 아물어버렸 다. 신경질 날 정도로 재생력이 좋았다. 묵향의 머리에는 과거 무림에서, 괴이한 무공을 익혀 비정상적일 정도로 강한 재생력을 가지고 있던 고수들과 싸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들의 재생력은 너무나 뛰어났기에 웬만한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고 상대적으로 상처가 작게 남는 칼로는 잘 죽지도 않았다. 그 기억이 떠오른 순간 묵향의 손에서는 다시금 강기가 뿜어져 나갔고, 그 목표는 놈 의 목이었다. 묵향은 상대의 목이 강기에 베어지는 순간 몸을 허공으로 날려 왼발 뒤 발꿈 치로 상대의 머리를 깨부숴 버렸다. 퍼런 녀석의 목은 재생해서 붙을 시간도 없이 타격을 받다 보니, 반쯤 터져 나간 채2장 반(약7.5미터)쯤 떨어진 나무에 맞아 아래로 떨어졌다. 그 리고 목을 잃은 그 퍼런 녀석은 서서히 앞으로 쓰러졌다. 놀랍게도 쓰러진 퍼런 녀석의 목에서는 녹색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묵향은 제일먼저 놈의 엉성한 가죽옷을 벗겼다. 막상 벗겨놓고 보니 너무 컸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찬밥 더 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었던 것이다. 가죽옷을 죽 찢어서는 대강 몸에 두른 후 그 녀석을 발 로 뒤집어 앞부분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루루루.., 내단, 내단..." 묵향의 손이 푸른빛을 띠며 놈의 배를 쭉 훑어 내리자 곧장 피가 튀며 배가 갈라졌다. 퍼 런 놈은 죽었는데도 계속 재생을 하는 바람에 일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묵향은 내단에 대한 집념을 떨쳐 내지 못했다. 내단은 영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기를 정제하여 한곳에 쌓아 두는 것으로서 그걸 먹으면 엄청난 내공 증진의 효과가 있었다. 그렇기에 묵향은 하늘 이 내려 주신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사실 묵향에게는 내단 따위가 필요 없었지만, 자신 의 부하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묵향은 상당한 시간을 들여 퍼런 놈의 뱃속을 샅샅이 뒤집어보고야 이놈에게는 내단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제기랄! 내단이 없다니... 아직 어려서 그런가? 할 수 없지. 이럴 줄 알았으면 후배들을 위해서 좀더 살게 놔두는 건데. 이왕 죽였으니 배고픈데 요기나 하는 수밖에... 예로부터 영물은 내단이 아닌 고기를 먹어도 힘이 솟는다고 하지 않던가? 흐흐흐." 묵향은 주위에서 나뭇가지들을 모아서는 손가락 끝에 양강의 기를 끌어올렸다. 곧이어 손가락은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열기를 뿜어냈고, 그걸로 묵향은 불을 지폈다. 그리고 한쪽 에 꿈틀거리는 그놈의 팔을 가져다가 굽기 시작했다. 재생력이 좋아서 그런지 잘 익지 않 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보통 고기들보다 조금 익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뿐 뭐 별다른 게 없었으니까. 맛은 별로였지만 배를 두둑하게 채우고는 남은 고기를 싸들고 다시 경공을 전개했다. 몇 날 며칠이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뭐 일직선으로 계속 달리다 보면 사람이 살던 흔적이 나올 테니까... 해가 지기 직전에야 묵향은 삼림지대를 벗어날 수 있었다. 들풀이 우거진 초원을 무시무 시한 속도로 달려가다가 완전히 어두워져서야 발길을 멈췄다. "제기랄, 인적이 안 보이는군. 오늘은 이쯤에서 쉬고 내일 또 달리기로 하지." 탈마의 경지에 이른 고수가 식량까지 준비 된 상황에서 모닥불을 피울 리는 없었다. 모닥 불 따위를 피워 봐야 그 불빛을 보고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밖에 더 모이겠는가. 묵향은 벌 렁 드러누워 가져온 고기를 씹으며 밤하늘을 쳐다봤다. 공기도 맑고... 촉촉한 습기를 안고있는 시원한 밤바람도 불어오고... 별들도 많고, 달들도 밝고... "헉!" 묵향은 벌떡 일어나서 하늘을 바라봤다. 눈까지 비볐는데도 변함이 없었다. 이번에는 꼬집 어도 보고... "으윽, 제기랄! 꿈은 아닌데... 달이 두 개가 될 수가 없잖아. 그런데 저건 뭐지?" 묵향이 아무리 부인을 해도 하늘 위에 떠있는 달들... 하나는 중원에서 보던 달만 하고 또 하나는 그것보다 조금 작았다. 그 달들의 숫자는 보이는 그대로 두 개였다. 꿈이라면 저 쪽에 보이는 조그만 달은 없어져야 하는데 말이다. 묵향이 떨어진 곳에서 대단히 먼 곳에, 면적은 제법 넓지만 그 국토의 90퍼센트 이상이 산이라서 별로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크라레스 제국이 있었다. 원래 크라레스 제국은 지금 보다 세배쯤 더 넓은 크기에 비옥한 크로나사 평야를 가지고 있었던 매우 풍요롭고도 아름 다운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였다. 그 이웃에 있는 코린트 제국과 동맹하여 그 둘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던 강 력한 아르곤 제국을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곤 제국의 황제가 갑자기 광신도가 되어 버렸는지 크로노스교를 국교로 선포하며 일어난 내전으로 인해 아르곤이 정신없는 사이 코 린트는 크라레스 제국을 기습했고 그 비옥했던 크로나사 평야를 차지해 버렸다. 코린트가 군사적으로는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기습까지 당하고 보 니 크라레스 제국은 완전히 박살날 수밖에 없었고 곧이어 국가가 멸망하는 사태라도 막 아보자는 일념으로 바운스고르 5세는 비옥한 크로나사를 영구히 포기하겠다는 굴욕적인 평 화조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 또 코린트로서도 그 쓸모 없는 대지를 차지한다고 장기적인 전쟁을 벌이기에는 너무 군사력의 소모가 크다는 점을 알고 그 조약에 찬성했다. 비옥한 영토를 차지함으로 인해 풍족해진 코린트는 30년도 지나지 않아 내전으로 전력이 약화된 아르곤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대국으로 올라서게 되었다. 현재 크라레스 제국의 수도는 크로돈. 과거에는 여름궁전이 위치하고 있던 황제의 여름 휴양지였다. 작은 별장처럼 지은 아름다운 궁전의 한 방에는 지금 수려하게 생긴 30세 정도 로 보이는 젊은이가 식사 중이었다. 그의 몸은 상당히 건장했고 꽤나 근육질이었다. 또 그 근육이 거져 얻어진게 아님을 인식시키듯, 그의 허리에는 바스타드 소드가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그 젊은이의 식탁에 놓인 음식들은 도저히 왕궁에서 먹는 음식으로는 보이지 않았 다. 각종 채소와 약간의 돼지고기를 넣고 푹푹 끓인 수프, 검은 호밀빵, 우유, 그리고 접시에 수북히 담긴 여러 가지 야채를 듬뿍 넣고, 쇠고기 조금을 넣고 볶은 야채볶음이 전부였다. 그가 한참 맛있게 식사를 하고있는 모습을 한 인물이 별로 기분 좋지 못한 얼굴로 바라 보고 있었다. 50세는 넘어 보이고 아직 60은 안되어 보이는 인물로 마법사들의 공식복장 인 로브(robe)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법사인 듯 했다. 그는 그 젊은이가 식사를 끝내 고 나서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키는 걸 보면서 조용하지만 뭔가 감정이 억눌린 듯한 음성으 로 말했다. "폐하. 제국의 안위는 폐하의 건강에 있습니다. 제발 기름진 식사를 하시옵소서. 웬만큼 사는 백성들도 이 정도는... 아니지, 이것보다는 더 잘 먹사옵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토지에르 경. 이 산골로 쫓겨난 후 대 제국 코린트에 복수한답시고 무거운 세금을 물리 고 있는데 어찌 백성들이 이 정도 식사라도 할 수 있단 말이오. 또 이 정도 식사라도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요. 나 혼자서 잘먹고 잘살자고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지 않소?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도 윗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하셨소. 또 그걸 실천 하셨구요. 내가 아버님 의 말대로 실천했다고 해서 내 건강이 나빠진 게 또 뭐가 있소?" "그래도 폐하께서는 모든 백성들의 희망이시옵니다. 좀 더 몸을 생각하시옵소서." "자자, 그 이야기는 그만두시구려. 내가 한 끼 잘 먹을 돈을 절약하면, 백성 수십 명이 한 끼 요기할 돈이 되는 거요. 나는 쓸데없이 낭비를 하고싶지 않소.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 오?" 토지에르 경은 침중한 안색으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코린트에서 사신을 보낸다고 합니다. 아마도 국경 부근의 산적과 몬스터 토벌을 위해 군 사력을 쓰라는 말이겠지요. 그러면서 그 녀석들은 군사력을 쓰지도 않고..." 그러자 젊은 황제는 늙은 신하를 따뜻한 어조로 위로했다. "너무 상심 마시오. 뭐 그런 일을 한두 번 당해보나? 아버님이 그놈들의 간계에 빠지셔 서, 그게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자살까지 하셨지. 내가 제위에 오른 게 8살 때 였으 니... 흐음... 벌써 28년 전에 있었던 일이군... 그때 이후로 그놈들은 본국이 힘을 기르지 못 하게 갖은 방법을 동원해오지 않았나? 산적과 몬스터 토벌이야 군사훈련도 되니 뭐 일석이 조지." 묵향은 토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나 사슴 비슷하게 생겼는데 뿔은 염소처럼 붙어있는 것들을 간혹 사냥하면서 4일을 달리고야 사람이 만들어놓은 도로를 볼 수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올라 한 시진(2시간) 정도 달려가니 언덕 위에 통나무로 만들어 놓은 색다른 모습 의 집이 한 채 지어져 있었다. 집이 색 다른 건 두 번째 치고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 하나만 보고 사람이 살고 있을 거란 생각에 묵향은 그 집을 향해 달려갔다. 똑똑... 그러자 안에서 13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가 문을 빼꼼이 열고는 밖을 바라봤다. 그런데 문 앞에 괴상한 가죽쪼가리를 걸치고 있는 묵향의 행색을 보고는 놀라서 물었다. "와... 몬스터를 만났어요? 옷은 왜 그래요?" '이런...' 묵향으로서는 가장 큰 한가지 문제점에 봉착한 순간이었다. 꼬마애의 생김새가 자신과는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한번도 본 일이 없는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 어찌보면 요괴라 고 생각이 들만큼 깜찍하게 생겼다. 그 덕분에 하마터면 주먹을 날릴 뻔 했지만... 뭐 생각 해보면 달이 두 개인데, 사람이 갈색머리에 파란 눈이 아니라 파랑머리에 갈색눈알이라도 이상할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참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꼬마 애가 떠드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단은 인간인 것 같지만, 말이 통하지 않으니 여기가 어딘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가 있나?' 난감해하는 묵향 앞에 한 여자가 나왔다. 아마도 묵향이 가만히 있자 어머니를 데려온 모양이다. 그녀는 묵향으로서는 본적이 없는 색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통이 넓고 긴치마에 천으로 만든 이상하게 생긴걸 그 옷 위에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상하게 생긴 것에는 허연 가루가 묻어있었는데, 묵향이 보기에는 밀가루가 아닌가 싶었다. 멍청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가죽을 대강 둘둘 말아서 몸을 가리고 있는 이상 한 남자를 보고 꼬마 애와 같은 갈색머리카락과 푸른 눈을 가진 그 여인은 조심스럽게 질문 을 던졌다. 지금 집에는 남자가 없었기에 이 눈앞의 이상한 남자가 광기라도 부리면 곤 란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세요?" "저 혹시... 제기랄, 이런다고 알아듣나?" 색다른 묵향의 말에 여인도 놀란 듯 했다. 그 여인은 재빨리 아이를 자신의 뒤로 숨기면 서 말했다. "뭘 원하는 거죠?" 원래 언어란 그 부근에는 다 통용되는 말이다. 인간의 말이 서로 다르면 의사 소통이 안 되니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의 언어가 색다르다면 이 부근 전체의 언어는 모두 다 이런 언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에 이곳이 국경이라면 또 모르지만... 하지만 묵 향은 여태껏 지나왔던 곳을 되돌아가서 반대편으로 갈 생각은 포기했다. 왜냐하면 여기는 달이 두 개였으니까... 그 말은 곧 이곳은 아무리 돌아다녀도 중원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는 말과 같지 않은가. 우선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이니까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도 록 실력을 닦는 게 무엇보다도 우선적인 과제였다. "저... 여기서 지내면서 말 좀 배울 수 없겠소?" "엄마, 저 사람 뭐라고 하는거에요?" "모르겠구나. 오크나 고블린도 아닌데 이상한 말을 하네..." 모녀가 의심스런 눈빛으로 묵향을 바라보며 쑤근거리고 있을 때 묵향은 말로해서는 도저 히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었다. 묵향 먼저 상대에게 그 사람의 옷을 가리 켜 본 다음 자신의 가죽옷을 가리켰다. '제발 좀 눈치채라!' 몇 번 더 손짓을 해대자 여인은 그 남자가 옷을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여인 은 자신의 남편이 입던 옷 중에서 제일 낡은 걸 사내에게 가져다 줬다. 묵향은 그걸 받아서 는 집 뒤로 돌아가서 입었다. 좀 크긴 했지만 어쩔 수 있나? 이나마 있는 게 어딘데... 묵향은 옷을 입고 나서는 주변을 휙 둘러본 다음 저쪽에 패다가 놔둔 장작더미가 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모녀의 의심스런 눈빛을 뒤로하고 묵향은 묵묵히 도끼로 장작을 패기 시작했다. "그래.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는 거야." 갑자기 묵향이 장작을 패기 시작하자 의아해 했지만 이 행동으로 그녀들도 한가지는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강도나 도둑은 아닌 거 같고... 그럼 옷을 얻어 입었으니 그 대가로 장 작을 패는 건가? 어쨌든 말이 안 통하니 두고 볼 수밖에. 하지만 묵향이 이 궁리 저 궁리하 면서 천천히 장작을 패는 동안 꼬마애가 묵향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걸 보고 묵향이 꼬마 애한테 물었다. 당연히 말이 안 통하니 손짓발짓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단 묵향은 자신이 쥐고있는 도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뭐냐?" 꼬마 애는 한동안 묵향이 의도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지만 끝내는 뭘 원하는지 알 수 있 었다. "도끼" "엑스(ax)?" "예. 도끼요." "그럼 이건?" 쌓아둔 장작을 가르치며 물었다. "장작!" "파이어푸드(firefood)?" 조금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그 꼬마 애를 데리고 다니며 이 근처에 볼 수 있는 모든 것 들을 물어대기 시작했고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은 꼬마 애한테 부탁해서 펜과 종이를 얻어 다가 열심히 써놨다. 사실 이 집안의 사람들은 글을 쓸 줄 몰랐다. 그 때문에 처음에는 그 냥 외우기만 하다가 나중에 뭔가 쓸 것을 구해달라고 부탁해서 잉크와 펜, 그리고 종이를 얻을 수 있었다. 펜이란 것도 처음 쓰는 묵향으로서는 상당한 인내심과 적응력을 필요로 했지만 뭐 어쩔 것인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지... 저녁때가 되어서야 돌아오는 그 집주인과 남자아이를 보고 묵향은 그가 사냥꾼이라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둘 다 큼직한 활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슴처럼 생긴 것 한 마리를 등에 이고 돌아왔던 것이다. 사냥꾼은 아내에게서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정체 모를 인물이 자신 의 집에 기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은 못마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대로 말도 못하는 데다가 꼬라지로 보아하니 뭔가 지독한 일을 당한 것 같기도 하고... 어?든 옷 한 벌 얻어 입었다고 장작을 패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걸 보면 나쁜놈 같지는 않아서 그냥 놔두었다. 며칠 지나고 나자 묵향에 대한 사냥꾼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사냥꾼이나 그의 아내가 조심스러워 하는 것을 눈치챈 묵향이 잠은 일부러 근처 숲에서 자고, 아침에나 돌아와서는 여러 가지 일을 거들어주면서 말을 배웠던 것이다. 묵향은 정말 열심히 글을 익혔다. 밤에 잠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말을 배우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일단 의사가 통해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틈틈이 사냥도 했는데 그 이유는 장작도 해주고 여러 가지 잡일도 도와줬지만 그 냥 얻어먹고 있을 수만도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 묵향에게는 반 시진(1시간) 정도 의 사냥이야 별로 시간이 아까울 것도 없었고 살수생활을 거쳤던 고수에게 있어서 토끼나 사슴 정도 추격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 덕분에 이래저래 밥값을 해주는 덕에 그 집사람들도 묵향이 말을 배우는 것을 잘 도와줬기에 빠른 시간 안에 말을 배울 수 있었 다. 쓸쓸한 표정으로 걷고있는 젊은 황제에게 한 남자가 걸어왔다. 그의 나이는 40대 초반정 도로 단단한 근육질의 우람한 덩치를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크라레스 제국의 근위대 대장인 프로이엔 폰 론가르트였다. "어서 오시게 론가르트 경." "폐하... 상심하지 마십시오." "상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코린트에 공녀를 200명이나 또 바쳐야 하는데... 내 백 성들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매년 있어온 일이 아닙니까? 그걸 없애려면 최대한 빨리 국 력을 회복하여 코린트에 맞먹는 힘을 길러야만 하지요. 그렇게 사소한 데까지 신경을 쓰시 면 몸이 못 견디십니다. 폐하." 그러자 젊은 황제는 씁쓸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 공녀는 차출해 놨소?" "예. 폐하. 일주일 후에 코린트로 떠날 것입니다." "가는 길을 철저히 호위하여 코린트 녀석들이 수작을 부리지 못하게 하게." 10여년 쯤 전에 산적을 가장하여 코린트 정규군이 공녀들을 빼돌린 후 공녀를 보내지 않 았다고 억지트집을 잡았던 일이 있었다. 그때 2백명의 공녀를 또다시 차출해서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그 후로 크라레스 제국에서는 공녀나 공물의 호위에 대단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소신이 직접 기사 100명을 이끌고 갈 것이니 심려하지 마십시오. 폐 하." "그럼 부탁하겠네." 2달 정도가 지난 다음에야 묵향은 이곳이 '트루비아'라는 작은 왕국이었고 여기서는 각 지방을 '귀족'이라 불리는 '영주'들이 다스린다는 것과 트루비아는 코린트라는 대 제국의 작은 속국이라는 사실, 또 이웃인 '토리아' 왕국과 사이가 안 좋다는 것 등 자잘한 사실들 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몬스터'라 불리우는 괴물들이 많다는 것과 그것들은 지능이 사람보다야 떨어지지만 그런 대로 뛰어나고 패거리로 행동하며 산적 질도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사람을 잡아서 먹기도 한다는 것도... 그래서 몬스터는 조심해야 한다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은 몬스터를 먹지 않는다는 거였다. 묵향은 그 사실을 돼지 비슷하게 생겼지만 짤막한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또 '취익... 취익...'하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맛깔스럽게 생긴 녀석을 잡아다가, 가져다주고 난 다음에 야 알 수 있었다. 물론 구역질 난다는 표정의 그녀들을 뒤로하고 오크를 가져다 버린다 고 하고는 숲 속에서 구워 먹어버렸지만, 쩝쩝... 역시 중화인 들의 식성은 대단해... 두 다리 달린 놈으로는 사람을, 네다리 달린 놈으로는 책상과 걸상을 제외하고는 다 먹을 수 있다 는 그 막강한 식성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꽤나 말이 잘 통하게 된 '타리아 블레어'란 꼬마 애는 느긋하게 도끼질을 하고 있는 묵향과 꽤나 가까워졌다. 오빠나 아빠와는 달리 별로 힘도 안들이고 슬슬 하는데도 나무들이 쩍쩍 토막이 나는 것을 신기한 눈으로 보라 보며 타리아가 물었다. "다크는 용병이에요?" 타리아는 '묵향'이란 발음을 할 수가 없었기에 처음에는 그냥 아저씨라고 불렀었다. 그래 서 묵향도 이곳에서 생활하자면 뭔가 이름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이름인 '묵향'과 뜻이 약간은 비슷한 '다크(dark)'라는 가명을 지었던 것이다. "용병이 뭔데?" "왜... 있잖아요. 돈 받고 고용되어 싸움질하는..." "아... 그게 용병이냐? 아니야. 나는 용병이 아니야." "그럼 뭐에요?" "나는 그러니까 마교의 교주지." "마키오? 마키오가 뭐예요?" "하하.. 뭐 그런 게 있어. 그런데 지금은 길을 잃어버려서 먹고 살길이 막막하단다. 그리고 다시 그리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묵향은 짐짓 웃음으로 얼버무렸지만 그의 눈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또 자신이 여태껏 살아왔던 그 친근했던 삶을 그리워하는 눈빛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걸 보고는 타리아가 약간 궁리를 하더니 대책을 떠들어댔다. "그럼 용병길드에 가서 알아보지 그러세요?" "용병길드?" "예. 용병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모두들 길드를 조직하거든요. 길드 (=조합)라는 조직을 만듦으로서 길드에서는 용병을 원하는 사람과 또 일없는 용병들을 연 결해 주죠. 길드 사무소는 큰 마을에는 다 있어요. 그리고 여러 가지 세상 돌아가는 걸 주어 듣는데도 빠르고요. 그러면 아마 돌아가는 방법을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호오... 이거 좋은 소식을 알게되었군.' "그런데 여자애가 그런걸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 용병은 남자들이나 하는 거잖아." "고리타분하게 무슨 말이에요? 여자 용병도 있다구요. 그리고 사실은 오빠가 용병을 하 려고 했었거든요. 세상구경 하겠다구요. 그러다가 가출한 뒤 얼마 가지도 못하고 아빠한테 잡혀서 죽도록 맞았지만..." "하하하하... 알만하다. 알만해." 왕궁의 구석... 그러니까 마법사들이 기거하는 곳에서 뭔가 빛이 번쩍 하더니 곧이어 왕성 이 흔들거릴 정도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콰쾅! 곧이어 그쪽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부상당한 채 비틀거리며 걸어나오는 마법 사들을 재빨리 부축하고는 치료를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신전에서 축복을 내린 포션이라고 불리는 성수가 매우 효력이 있는 치료약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포션은 가격은 비쌌지만 상처 치료에는 효과가 그만이었던 것이다. 한 노 마법사의 상처에 수련마법사(mage)가 포션을 바르고 있는데 젊은 황제가 나타나서 는 근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토지에르 경. 무슨 일인가?" 그러자 노 마법사는 황당함과 죄송함이 적절히 섞인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실험이 실패했습니다." "흐음... 벌써 실패가 5번째군... 과연 엑스시온을 새로이 만든다는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예. 하지만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실물을 만들다가 사고가 난게 아니라 자그마한 실험 용 엑스시온을 만들다가 폭발했으니 이 정도로 끝난 것이지요. 점점 더 많은 자료가 쌓이 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 간에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휴우... 대마법사(wizard) 안피로스의 던젼(일종의 마법연구를 위한 비밀 실험실)을 발 견했을 때 짐은 모든 게 끝난 줄로 알았는데 그게 아니군..." 그러자 그 마법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피로스의 던젼에서는 그가 과거에 만들었던 엑스시온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었고 만 년에 생각했던 엑스시온에 대한 자료만 있었습니다. 그도 그걸 이론으로만 만들었을 뿐... 실제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연구는 거의 90%이상 진척되어 있었습니다. 그 래서 소신도 그걸 만들어볼 생각을 했던 거구요.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조금만 더 참으십 시오. 폐하." "알겠소. 경만 믿겠소. 그걸 만들어서 백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를 줄 수만 있 다면... 10년, 아니 50년이라도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겠소." 뼈빠지게 노력하는 신하에 대한 깊은 신뢰를 황제의 눈에서 읽은 노마법사는 새로이 충 성심을 다지며 더욱 연구에 박차를 가할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폐하!" 여행의 시작 다크는 토미 블레어라는 사냥꾼 집에서 장장 2년이라는 세월을 소모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을 배우는 것이었고... 또 길 가다가 미친놈 취급 안 당하려면 그래도 이들 의 관습이나 생활습관 따위도 알아야만 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블레어 씨가 '알란' 마을에 사냥을 통해 얻은 가죽이나 말리거나 소금에 절인 고기, 버섯, 약초 따위를 팔려고 마을에 갈 때 그와 동행하면서 이들의 생활상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다크도 자신이 사냥한 것들의 가죽이나 이빨, 뿔 등 돈 되는 것들을 함께 팔아 약간씩 돈을 모았다. 여기서는 돈 의최하단위가 타라. 1백타라가 모여 1실버라는 1십 그램 무게의 은화가 된다. 그리고 5십실 버가 모여 10그램의 무게를 가진 1골드라는 금화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많은 동전 을가지고 다니지 않을 수 있도록 편의를 주기 위해 10타라, 25타라, 50타라 짜리 동전이 있었고 5실버, 8실버 짜리 은화도 있었다. 그리고 5, 10골드짜리 금화도.... 다크가 최초로 구입한 것은 옷이었다. 토미 블레어씨의 낡은 옷은 좀 컸기에 먼저 자신 의 체구에 맞는 옷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돈이 그렇게 많지 못했기에 보통 사람들이 그냥 평범하게 입는 바지와 셔츠, 그리고 속옷을 구입했다. 그리고 망토 도... 망토야 중원 에서도 권문세가의 자제들이나 멋내기 좋아하는 녀석들이 하는 것을 보긴 봤지만 여기서는 좀 더 실용적으로 사용되었다. 망토는 아주 두터웠고 여행자들의 경우 이걸 담요 대용으로 썼던 것이다. 다크는 블레어 가족이 사는 부근에서 언제나 노숙을 하고있었기에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아서 망토를 하나 구입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구입한 것은 이 세상에 대한 정보였 다. 즉 잡화점에서 35실버 16타라나 되는 돈을 주고 지도와 여행자를 위한 안내책자를 구 입했던 것이다. 다크는 그때서야 지금 자신이 사는 곳에서 아무리 동서남북 어느 쪽으로 죽자고 달려도 중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했었는데 그 최후의 가능성마저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다크는 포기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방 법을 찾아내려고 고심했다. 하지만 더 이상 조그만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으로는 자 신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 길드란 것들이 존재한다는 좀 더 큰 마을 로 떠날 결심을 굳혔다. 2년간 함께한 정이 그래도 좀 들었던 블레어 가족을 떠나 다크는 지도상의 좀 더 큰 마 을을 찾아 떠났다. 그의 첫 목적지는 이 지방 영주인 누구더라 하여튼 복잡한 이름을 가 진 녀석이었는데... 그자의 성이 있는 곳이었다. 주머니 안에는 12골드 8실버 62타라나 되는 돈이 들어있었고 뭐 이거라도 다 떨어지면 노상강도 짓이라도 하면 되니까 처음부터 돈 따위는 걱정도 안 했다. 다크가 길을 가면서 느낀 것은 대단히 짐승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몬스터 라는 것들도 그렇고 또 늑대나 여우 뭐 그런 것들... 토끼나 사슴등 수많은 동물들이 버글 거리고 있었다. 덕분에 며칠에 한번씩 맛깔스런 개고기를 - 늑대도 개니까 - 먹을 수 있 었지만... 그날 저녁도 개고기를... 아니지 늑대구이를 먹고있었다. 블레어 가족과 살면서 늑 대의 발이나 송곳니 같은 것은 꽤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있었기에 - 도대체 왜 이런걸 장신구로 쓰는 미친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 필요한 부분은 잘라내거나 뽑아내고 굽고있 었다. 그런 다음 이걸 잘 익혀서 뒷다리부터 뜯어먹고 있는데 늑대떼가 나타났다. 그날 달은 하나밖에 안 떠있었지만 보름달이었기에 제법 주위가 환 했다. 그런데 저쪽에 늑대들 사이에 괴상하게 생긴 늑대가 한 마리 있었다. 그걸 늑대에 포함시켜야 될지 감 이 잡히지는 않지만 머리는 늑대같이 생겼지만 몸통과 사지에는 수북한 털로 뒤덮인 녀석 이었는데 얼뜻 봐도 8척(240센티미터)은 되어 보이는 장신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크는 늑대 뒷다리를 우물거리며 중얼거렸다. "저건 도대체 또 뭐야. 하여튼 여기에는 별의 별것이 다 있군." 천천히 놈이 접근해 오는 것을 보면서도 다크는 빙그레 웃으며 늑대 다리를 쥐고 뜯을 뿐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는 짓이 같잖았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순식간에 다크를 덮 쳐왔다.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미처 예상을 못했기에 잠시동안의 주도권을 쥔 그 녀석은 열 심히 공격을 해댔다. 정말이지 놀라운 속도에, 또 놀라운 힘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다크의 손에서 퍼런 강기가 날아가 상대의 몸에 깊은 상처를 냈다. 하지 만 그놈의 살은 순식간에 아물어 버렸고 계속적으로 놀라운 공격을 퍼부었다. "제기랄, 정말 여기는 재생력 좋은 놈들이 많군. 그럼 이거나 먹어랏!" 다크는 왼손에 들고있던 늑대다리를 옆으로 던져버리고 장풍을 쏘았다. 물론 넓게 확대시 킨 것이 아니라 좁은 공간으로 한정시킨 것이었기에 그 위력은 더욱 강했다. 늑대 같기도 하고 인간 같기도 한 놈의 몸에 적중되자 그 녀석의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뒤로 튕겨졌다. 하지만 그녀석은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섰다. 물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가진 채로 말이다. 정말이지 놀라운 생명력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일어나자마자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저히 자신이 상대가 안될 정 도로 강자였기에... "멍청한 녀석! 그렇게 도망 갈 거면 처음부터 뭐 하려고 덤벼... 괜히 아까운 다리만 한 짝 버렸잖아." 저런 괴물이 대도시 부근에도 나타난다는 것은 치안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영주 라는 녀석이 산다는 '불케인' 마을까지는 이제 하루거리밖에 안 남았는데... 그런 대도시 주변까지 저런 놈이 나타나다니... 아마도 이곳은 상당히 치안이 엉망이던지 아니면 인구가 적은 지도 몰랐다. 다크는 중원에 있을때도 그래왔지만 정말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경공술을 사용하 지 않았다. 사실 급할 것도 없는데 죽자고 경공술을 전개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 도착하지 못하면 내일 도착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이 다 그놈의 탈마에 이른 덕분에 5백년에 이르는 생명을 보장받고 난 다음에 생긴 습성이 아닌가 싶다. 다음날 아침에도 어제 먹다 남은 늑대고기를 소금에 찍어 먹는 것으로 식사를 해결한 다음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말이 천천히지 보통 사람들이 빨리 걷는 것과 거의 비슷한 속도였다. "흐읍..." 상쾌한 아침공기였다. 그리고 이곳에 온 다음에 느낀 점도 그렇다. 여기는 대단히 대자연 의 기가 풍부한 곳이었다. 정말이지 이상할 정도로 강력했다. 다크 자신이 탈마에 이르러 있어 빠른 시간 내에 소모한 기가 보충된다고 하지만 여기서는 웬만한 무공을 사용해 가 지고는 거의 자신이 무공을 사용했었는지도 못느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기가 보충된다는 걸 느꼈던 것이다. '이런 곳이라면 아마도 무공을 익히기가 더욱 쉽겠지. 내공을 쌓는 게 그만큼 빠를 테니 까... 그렇다면 이곳의 고수들은 어떤 무공을 사용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는 사이 어느덧 제법 넓은 하천이 나타났고 그 위에는 마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다리가 놓여있었다. 그 다리위로 걷고 있는데 앞쪽에 웬 여자 가 다리 옆에 서있던 나무 뒤에서 나오면서 말을 걸었다. 황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의 제 법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긴 것과는 달리 2척정도 길이의 날카로워 보이는 검을 뽑아들고 서있었다. "이봐. 지금 어디가는 거야?" "불케인 시에..." "이 다리를 건너려면 통행료가 있다는 거 몰라?" "얼마냐?" "10실버..." "10실버라고? 엄청나게 비싸군. 못 주겠다면?" "헤엄쳐서 건너야지." "하하하... 이거 재미있는 '소저'군. 헤엄쳐야 한다... 이거지?" 그와 동시에 다크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 금발의 아가씨는 놀라서 찌르려고 했 지만 다크의 속도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재빨리 상대가 검을 잡은 손을 왼손으로 잡 고 그녀의 목을 오른손으로 거머쥔 다음 위로 들어 올렸다. 목을 잡힌 상태에서 위로 대롱 거리기 시작한 여강도는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다크는 못들은 척 말을 건넸다. "내가 솜씨를 보여줬으니 구경료를 내야지." "저.. 돈 없어요. 오죽하면 강도질을...?" "하하... 그건 네 사정이지. 나야 알바 아니고... 어디보자..." 상대는 멱줄을 잡힌 상태라 반항할 엄두도 못내고 있으니 몸수색은 아주 간단하게 이뤄 졌다. 허리에 있는 돈주머니를 꺼내보니 그래도 잔돈 얼마정도는 들어있었다. 그걸 대강 들 여다 본 다음 다크가 즐겁다는 듯 말했다. "히야... 이거 5실버는 되겠군. 감히 돈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다니..." 다크는 그걸 자신의 주머니 속에 넣은 다음 그녀의 단검과 그녀의 품속에서 꺼낸 작은 단검 2자루도 뺐았다. "제법 돈이 되겠군. 하지만 이거 가지고는 모자라." "뭐가요?" "구경료... 눈요기를 했으니 돈을 줘야할거 아냐? 할 수 없군. 벗어! 그거라도 팔아야지." 그 여자의 망토 와 외투까지 뺏은 다음 그녀의 손수건을 찢어 끈을 만든 다음 팔을 묶 기 시작했다. 여자는 감히 반항은 못하지만 그래도 입은 항의하라고 달려있다는 듯 떠들어 댔다. "뭐하는 거에요?" "조금 지나보면 알게 돼!" 그런 다음 여강도의 몸을 번쩍 들어올리자 그녀의 경악한 목소리... "도대체 뭐하는 거에요?" "아직도 구경료가 안돼. 나머지는 몸으로 대신해 줘야겠다." "끼야약...." 첨벙... 다크는 다리 위에서 강으로 바로 그 여자를 집어 던져버렸다. 다리는 안 묶었으니 수영 실력이 좋으면 운 좋으면 살수도 있겠지... 하지만 수영실력이 모자라서 익사하더라도 자 신의 책임은 절대 아니라는 게 다크의 생각이었다. 첨벙거리면서 차가운 물 속에서 다리 를 바둥거려 가까스로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하는 동작을 되풀이하는 그 여강도를 바라보며 다크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꼴 좋군. 이걸로 구경료는 됐어." "어푸.. 이자식... 죽여버릴꺼야...." 다크는 그녀의 키득거리며 악에 받친 욕설을 뒤로하고 그녀에게 뺏은 것들을 챙겨들고 불케인 시로 향했다. "폐하!" 젊은 황제는 허둥지둥 들어오는 신하를 느긋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약간은 의아함을 띈 얼굴로 질문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오?" "아주 긴급을 요하는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뭔가요?" "연구를 하면서 전에 획득했던 드래곤 하트만으로는 모자랐는데... 그 드래곤 하트를 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제 황제의 표정에 더욱 의아함과 궁금함이 짙어졌다. "어떻게... 드래곤 하트는 도저히 돈으로 살수도 없을 정도로 비싼데... 전에도 어딘가의 던젼에서 루빈스키 폰 크로아 경이 구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게 또 어딘가의 던젼에라 도 있다는?" "아닙니다. 지금 코린트 제국에 있는 지혜의 여신 아데나를 모시는 드로아 신전에서 보 유중인 드래곤 하트를 어떤 일로 트루비아로 잠시 빌려준다고 합니다. 이걸 가로채야만 합니다." 그러자 젊은 황제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트루비아는 별 볼일 없는 코린트의 작은 속국이었지만 코린트의 정규기사단이라면 얘기가 다른 것이다. "흐음... 드래곤 하트라면 경비가 엄중 할텐데... 그 가격이 가격인 만큼..." "안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드로아 신전이 위치한 국가는 대제국 코린트. 누가 감히 그걸 건드릴 생각을 하겠습니까? 입수한 정보로는 트루비아의 국경선까지는 코린트 제국에서 파 견된 기사들이 호위하며 그중 소드 그래듀에이트(sword graduate)는 한 명이라고 합니다." "흐음... 소드 그래듀에이트가 있다면 타이탄도... 이쪽에서도 타이탄 몇 대 동원하는 거 야 문제가 없지만 타이탄이 동원되었다면 어떤 국가가 그걸 훔쳤다는 걸 알고 철저히 추 격해올텐데... 안돼. 타이탄을 동원한다면 코린트가 눈치 챌거야." "예.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어쨌든 코린트에는 타이탄이 400여대나 있으니까요. 하지만 트루비아는 다르죠. 코린트 측 경비대는 트루비아까지만 호위한다고 합니다. 그 다음부터 는 트루비아에서 경비를 하죠. 정보로는 기사 한명, 그도 소드 그래듀에이트지만 타이탄 은 없는 자라고 들었습니다. 대신 기사들 50명으로 호위한다고..." 그러자 젊은 황제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흐음... 타이탄이 없다면 해볼 만 하겠군. 대신 꼭 배후에 국가가 개입되었다는 것을 숨겨 야만 해. 알겠나?" "예." "백성들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행동을 허락하겠소. 하지만 꼭 성공해야만 하오." "예. 폐하!" 불케인 시 불케인 시는 역시 영주가 사는 지방도시인 만큼 수많은 인간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다 크가 불케인 시에 들어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숙식을 해결할 곳을 잡는 일이었다. 일단 이곳에 얼마나 오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고 또 전과는 달리 사람의 이목이 많은 곳이라서 나무 위에서 잘 수도 없었다. 다크가 적당히 물어서 찾아간 곳은 식당과 여관을 함께 하 는 '흰토끼 여관'이었다. 그 건물은 4층이나 되었는데 중원에서는 2층 이상의 건물이 거의 없는데 반해서 이곳은 거의 대부분의 집이 몇 층씩이나 올라가 있었다. 다크가 문을 턱 열고 들어가자 살찐 흰토끼 마냥 덩치가 대단한 살이 투실투실 찐 여자 가 그에게 다가왔다. '음. 역시 이름이 주인과 잘 어울리는군...' 감탄을 하며 바라보는 다크에게 그녀가 물었다. "묵으실 거에요?" 다크가 고개를 조금 까딱 하자 그녀가 말했다. "말은 있어요?" 다크가 고개를 좌우로 젓자 그녀는 또 말했다. "지금 식사, 목욕, 수면? 어떤걸 원해요?" "식사." 그런다음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자 그녀가 말했다. "뭘 드실건데요?" "그런대로 맛이 괜찮으면 아무거나..." "그럼 술은?" "맥주" 다크는 느긋하게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맥주는 다크가 블레어 가족과 지내면서부터 한번씩 마시기 시작한 술이었는데 쌉쓰름 했지만 차게한 맥주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맛이 있었다. 다크는 음식을 먹으면서 맥주를 조금씩 마셨다. 맛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고 여기서 말하는 요리들의 이름이 뭔지 잘 알지도 못하는 다크로서는 설혹 맛이 수상한게 나왔다고 하더라도 뭐라 할말은 없었을 것이다. 다크가 2년간 지내온 곳은 사냥꾼 가족이 살던 시골구석의 외딴 집이었다. 그들이 음식을 만들어 먹어봐야 얼마나 많은 가짓수로 만 들어 먹었겠는가? 그냥 푸딩 몇종류하고 야채를 이용한 몇 가지 요리, 고기는 삶거나 굽 거나 튀기거나... 그 외에 과자 몇 종류 하고 빵 외에는 먹어본게 거의 없었다. 다크가 먹고있는 테이블 옆쪽에 또다른 손님들이 앉았다. 이들은 이미 묵은지 조금 된 듯 2층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다음 여러 가지 주문을 했고 음식이 나오기 전에 맥주를 시켜놓고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일행은 7명이나 되었고 그 중에 2명은 여자였다. 한 명은 날렵하게 차려입고 2척 반정도 길이의 얄팍한 검을 차 고있었고 또 한 명은 여러 가지 복잡한 문양이 수놓아져 있는 특이한 흰옷을 입고 있었 다. 그 외의 남자 다섯은 모두들 그냥 여행자들이 흔히 입는 옷들을 입고 있었지만 무장 은 각기 달랐다. 어떤 자는 얄팍한 2척(60센티미터)정도 길이의 검을, 어떤 자는 3척정도, 어떤 자는 무려 5척(150센티미터)에 달하면서도 두툼한 검신을 가지는 너무나 무거워 보여 서 사용할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검을 가진 자도 있었다. 그 사람은 검을 딴 사람들처럼 차고있지는 않았고 탁자 옆에 세워둔 상태였다. "샤헨으로 가는데 꼭 그쪽으로 둘러가야 해요?" "이런... 미디아 양은 여기 일은 잘 모르시는군요. 브루툰 방향으로 가면 빠르지만 그쪽 숲 에는 드래곤이 산다구요. 그것도 웜급 실버 드래곤이... 그래서 접근 금지구역이라구요." "예...." 이 세계 최강의 생명체는 드래곤이다. 그들의 힘은 도시 하나를 완전히 파괴하는데 1시 간도 안 걸릴 정도로 강력하다. 하지만 500살이 넘어서서 성체가 된 드래곤의 경우 안먹어 도 살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살생을 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구역을 침범하면 그 관례 를 깨고 침입자를 디저트로 먹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누구도 드래곤의 영역에 침범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크로서는 그 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또 이런말은 여기서 처음 들 어보니 구미가 당길 수밖에... 거기에 척 보아도 꽤나 노련한 맛이 풍기는 것이 여기저기 를 많이 떠돌아 다닌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면 아는것도 많을 것이다. 다크는 식사를 중단하고 일어서서 옆좌석으로 걸어가서는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말했 다. 샤헨이라면 트루비아의 수도였고 아무리 작은 왕국의 수도라도 일단 왕이 사는 곳이 니까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에는 그곳이 좋을 듯 했기 때문이다. "실례합니다. 샤헨으로 가십니까?" "예. 왜 그러시는지?" "저도 샤헨으로 가는 길인데... 동행할 수 없을까 해서 말이죠." 그들은 다크를 아래위로 찬찬히 살폈다. 아마도 다크가 과연 도움이 될 사람인지, 아니 면 짐이 될 사람인지 가늠해보는 것이리라... 다크는 7일간의 여행을 거쳐 이쪽으로 왔지 만 여행을 시작할 때 정든 블레어 가족이 여행용 옷을 새로 장만해 줬기에 옷만으로 봤을 때는 완전히 신출내기처럼 보였다. 거기다 다크가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니... 그리고 허리 에 차고있는 얄팍한 검. 그건 다크가 여강도로부터 구경료라는 정당한(?) 댓가로 받은 것 이었지만 아무튼 그 모양으로 봤을 때 이들로서는 좀 어리숙해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로서는 어쩌면 짐이 될지도 모를 상대를 데리고 가야할까, 말까 상당히 고심하는 것 이다. 그중 한 명이 다크를 지그시 보더니 말했다. "검을 쓸 줄 아십니까?" "그런대로..." 그러자 그중 두터운 검을 가진 인물이 약간은 걱정된다는 투로 말했다. "그런 샤벨(shabel)을 가지고 여행을 하기는 상당히 힘들텐데요... 그걸로 어떻게 몬스터 를 상대하려고 그러시오?" 그러자 다크는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걸로도 충분하죠. 당신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 거니까 같이 가면서 길만 알려주 면 되오." 그러자 상대 남자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다크를 세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뭐... 샤헨까지는 그렇게 어려운 길도 아니니 같이 가기로 하지요. 나는 팔시온 엘마리노 라고 하오. 이제 서른 넷이 되지요. 앞으로 잘 부탁하오." "나는 다크라고 불러주시오. 나이는.... 이제 스물... 다섯이지요." 다크는 나이를 말하면서 잠시 고심을 해야만 했다. 왜냐하면 '내 나이 일흔이 넘었소.'한 다면 상대는 분명히 '아, 그렇소? 미친놈하고는 같이 안가니까 혼자 가쇼.'라고 할게 뻔하니 상대가 자신을 봤을 때 정말 최대한으로 볼 수 있을 정도만으로 나이를 끌어올려서 말했 다. 너무 젊어도 골치 아프기 때문이다. 괜히 잡일만 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스물 다섯? 도저히 그 정도까지는 안되어 보이는데... 꽤 동안이군. 자 이쪽은 미네리아 로안스에르 사제님. 대지의 여신 케레스(ceres)를 섬기는 사제시지. 도저히 서른 다섯 살로 보이지 않지만 사실이야." 자신의 소개를 팔시온이 해주자 대단한 미모를 갖춘 여인이 방긋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왔다. "그리고 이쪽은 미카엘 드 로체스터. 무예수업을 한다고 돌아 다니는 사람이지." 자신의 소개를 해주자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우람한 덩치에 두툼한 근육질의 신체를 소 유한 짧은 콧수염을 기른 상당한 미남이 인사를 건네왔다. "미카엘이라고 부르게." 어쨋든 이런식으로 첫인사가 건네졌다. 미네리아는 사제기에 모두의 존경을 받는 듯 했 고... 나머지 팔시온, 미카엘, 미디아, 가스톤은 거의 나이들이 비슷했기에 서로에게 말을 놓 으며 대화를 했다. 그 외에 지미와 라빈은 갓 스물을 넘긴 정도의 애송이들이었기에 그들 에게 존대를 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묵향이 대강 생각해서 말한 자신의 나이 스물 다섯 살은 그 두 그룹의 중간에 위치하며 한쪽에서는 존대어를 받고, 또 한쪽에는 존대어를 해줘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안 그러면 그런 건방진 놈을 파티(party;패거리)에 받아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서로간에 탐색적인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면서 다크가 알아낸 사실은 몇가지 되지 않았 다. 사실 방금 만난 인물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시시콜콜 물어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 다크가 그 두툼한 검을 가진 '팔시온 엘마리노'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에게 말했다. "그 검을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러자 그 남자는 별 생각 없이 옆에 세워져 있는 검을 들어서 다크에게 건네줬다. 다크 는 그 검을 잡는 순간 놀랐다. 그가 검을 놓자 떨어지는 검을 그 주인인 팔시온이 재빨 리 잡은 다음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마력검(magical power sword)이라는 걸 눈치챘군. 놀라운 안목이야." 그러자 다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력검이 뭐지요?" 그러자 경악한 팔시온의 되물음. "설마? 마력검이 뭔지 몰라서 묻는건가?" 다크가 고개를 까딱거리자 상대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아마도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이라서 그런 상식적인 것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는 다크에게 자세히 설명을 시작했다. "아마도 시골에서 갓 올라온 모양인데 내가 차근차근 설명해 주지. 마법을 쓸 수 있는 검을 보고 마법검(magic sword)라고 부르고 그 마법검에는 두가지가 있지. 마력검, 봉인검 (seal sword)이야. 그 둘은 좀 차이가 있어. 마력검은 검의 외부에 새겨진 주문외의 마법 은 쓸 수 없지. 또 마법을 쓰려면 마나도 많이 필요로 하고 말이야. 그에 비해 봉인검은 상당히 다르지. 주문따위 안 새겨져 있다고 하더라도 물의 하급정령 운디네(undine)가 봉 인되어 있다면 운디네가 쓸 수 있는 모든 하급의 정령마법을 다 쓸 수 있지. 또 정령마법 자체가 마나를 많이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그것도 대단한 효과가 있고..." 그러자 다크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마나(mana)란게 뭐지요?" 그러자 주변의 인물들이 모두들 딱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고 그중 '가스톤 기빈'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검사로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갸냘픈 체구의 남자가 도저히 다크 의 무식함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참견했다. "마나도 모른단 말인가? 마나란 세상의 근원적인 힘이지. 마나는 보이지는 않지만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란 말일세. 그렇기에 마나가 있음으로 해서 세상이 생명이 넘칠 수 있는 것이구... 생명이 있는 존재는 모두 몸속에 마나를 가지고 있지. 하지만 저 마력검 이나 봉인검은 마법을 사용하게 해주지만 일반인으로 봤을때는 엄청난 마나를 사용자에게 서 뺏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능숙한 검사는 많은 마나를 몸속에 축적하고 있고 또 마법사는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주변의 마나를 흡수해서 사용할 수 있지. 또 그걸 다 소모한다 하더라도 대기에 떠도는 마나를 빠른 속도로 흡수하기에 어느 정도 마나를 상실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지만 일반인이라면 다르지. 잘못하면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마나까지 뺏겨 죽을 수도 있다네." '아... 기를 보고 마나라고 하는군. 이제서야 저놈의 검을 잡았을 때 내력이 빠져나간 이유 를 알겠군.' "흐음. 이제서야 이해를 하겠군요. 자세히 설명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정령이 란게 뭡니까?" 그러자 가스톤이 말했다. "아니, 세상에 정령도 모른단 말인가?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령술사의 눈에 는 보인다고 하더군. 물을 관장하는 정령, 불을 관장하는 정령... 뭐 하여튼 여러 종류가 있 지. 어쨋든 내가 눈으로 보여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런 게 있다고만 알고 있게." 그제서야 다크는 팔시온이 가지고 있는 검을 다시 받아들었다. 아주 미약한 기가 빠져 나가고 있었지만 일단 내력이 빠져나가는 이유를 알아냈는데 더 이상의 미지의 물건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이정도 쯤의 내공이야 별 문제될 꺼리도 없었다. 그러다가 다시 정 신을 차려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다섯자의 길이에 두께만도 4치(12Cm)가 넘어가는 검의 무게치고는 너무 가벼웠다. "이건 특별한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진 검인 모양이죠? 아주 가볍군요." 그러자 팔시온은 싱긋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건 마법이 걸려있기에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지. 일부 검에는 경량화의 마법을 걸지만, 사실 검의 무게를 줄여봐야 파괴력만 떨어지지. 검의 무게가 줄어들면 아마도 적의 공격으 로 검이 부서지는 경우는 줄일 수 있겠지만 제 위력이 나오겠나? 검의 무게도 공격에는 한몫을 하는데 말이야. 이 검은 파워업(power up)마법이 자동마법으로 걸려있어. 그래서 아주 가볍게 느껴지지만 힘이 평소의 두 배정도 강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왼손 으로 딴 물체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지." 다크는 왼손으로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맥주잔을 한번 들어본 다음 팔시온이 한 말을 대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자동 마법이란게 뭡니까?" "하하... 자동마법은 지금 그 검처럼 사용자가 쥐자마자 마법이 실행되는 것을 보고 자동 마법이라고 부르지. 실지 그 검은 엄청나게 무거워서 마법 없이 들고 다니려면 상당한 힘 이 드는데... 그 검을 들때마다 '파워 업!' 하면서 주문을 외울 필요는 없을 거 아닌가? 그 반대로 마법을 사용할 때는 자신이 사용할 마법의 이름을 외쳐야만 발동하는 게 수동마 법이지." 다크가 대강은 이해를 했는지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걸 본 팔시온이 덧붙여서 말했다. "마법을 쓸 수 있기에 들고 다니기도 좋고... 사용하기도 좋지만... 별로 좋은 마력검이 아 니라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수가 몇 개 안된다는게 흠이지. 한번 그 검을 들고 '화이어 블레이드(fire blade)'라고 외쳐보게나." 다크는 속는 셈치고 따라했다. "파이어 브레이드!"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다크의 손에 쥐어진 팔시온의 검이 엄청난 열기를 뿜어내 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화염의 칼날이라고 할 만 했다. '양강의 무학을 익히지도 않고 단지 기만을 주고도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다니... 놀랍군.' "저... 이거 멈추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죠?" 그러자 팔시온은 멋쩍은 듯 싱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냥 검을 손에서 잠시만이라도 놓으면 되지.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는 신경을 안 써놓 은 검이라서..." 다크가 검을 손에서 놨지만 달아오른 칼날은 간단하게 식지 않았고 나무로 된 마룻바 닥을 태우기 시작했다. 뭉클뭉클 연기가 조금씩 올라왔지만... 딴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정작 검주인이나 여관 주인이 신경을 안 쓰고 있는데... 누가 신경을 쓰겠는가. "그 외에 간단한 방어마법 두개와 공격마법 하나가 더있지." 그러자 저쪽에서 가스톤이 다시 말했다. "다크, 그건 실험을 안해보시는게 좋겠네. 팔시온이야 마법을 배웠기에 저정도의 마나 소 모는 문제가 아니지만 자네 같은 경우 마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더 이상 마나를 검에게 뺏기면 잘못하면 어쩌면 수명이 줄어들지도 몰라." 하지만 다크는 그 말을 못들은 척 말했다. "그래도 모처럼 알게되었으니 한번 실험을 해보고 싶군요. 이번에는 뭐라고 하면 되 죠?" "화살 같은 걸 막아주는 포스 실드(force shield:물리력 방어막)하고 마법을 막아주는 매직 실드(magic shield:마법 방어막)가 있어." "흐음..." 다크는 바닥에 꼽혀있던 검을 다시 꺼낸 다음 잠시 시간을 끌다가 외쳤다. "포스 쉴드!" 그와 동시에 짧은 화살 하나가 보이지 않는 막에 튕기며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다크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제법 효과가 있군요. 그럼 공격마법은 뭐죠?" 튕겨나가는 화살을 보고 잠시 멍해졌던 팔시온은 다음 말을 이었다. "공격할 대상을 향해 검끝을 향하고... 화이어 볼(fire ball)" 이때 두 번째 화살이 포스 쉴드를 향해 날아왔지만 역시 뚫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검 끝은 창문 밖을 향했고 다크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파이어 볼!" 검끝에서 둥근 형태의 불덩어리가 빠른 속도로 어떤 지점을 향해 날아갔다. 그곳에는 다 크를 향해 화살을 날린 사내가 세 번째 화살을 석궁에 장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움 직임은 더 이상 쓸모 없는 화살을 장전한다고 허비되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 덩어리를 보고 경악한 그가 나무 아래로 뛰어내리자 마자 나무에는 불덩어리가 격중되었고 곧이어 나무는 화염에 감싸졌다. 아래로 급히 뛰어내린... 아마도 너무 급하게 뛰어내렸기 에 떨어지는 것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는지 다리를 절뚝거리는 사내가 인상을 구기겨 달 아나는 모습이 잠시 보였다. "하하... 정말 대단한 위력이군요." 여태까지의 상황을 지켜보던 일행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다크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다크 는 이들의 의문에 가득찬 시선을 받으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들의 의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보통사람이라면 이정도로 마나를 왕창 써먹었다면 지금쯤 축 늘어져야 정상인데... 이자는 그렇지가 않았다. 거기에다가 상대가 공격할 타이밍까지 잡 아가며 포스 쉴드를 동작시키지 않았던가? 팔시온이 가진 마력검은 겨우 1싸이클에 들어가 는 마법이기에 그 쉴드가 미치는 공간은 아주 작다. 즉 1인용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두발 이나 되는 화살이 다 쉴드에 맞고 튕겨나갔다면 그 공격은 이 '다크'라고 자신을 소개한 수상스러워 보이는 자를 노린 것이라는 확증이 되는 것이다. 드디어 저쪽에서 의심스런 눈길을 던지고 있던 흰색의 헐렁한 옷에 검은색의 각종 문양 이 다채롭게 수놓아져 있는 옷을 입고있는 '미네리아 로안스에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엄 청난 미모를 자랑하는 여자가 입을 열었다. "방금 그 화살... 당신을 노린거죠?" "글쎄요... 잘 모르겠군요. 쉴드를 펼치자 마자 날아왔으니... 하지만 나는 시골에서 방금 전에 올라왔고... 별로 원한을 살 사람이..." 다크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말을 하는 도중에 자신에게 원 한을 품음직한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이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자는 '여자'였는데...?' 하지만 다크의 설명을 들은 그자들은 창문으로부터 다크에게 가려졌던 한 인물에 주목했 다. 즉 그자와 창문 사이에 다크가 위치했으니까 아무래도 가장 기초적인 지식인 '마나' 도 모르는 인물보다는 '미카엘'이라 불린 그쪽이 더 원한을 살 일을 많이 했다는 것에 착 안한 것이리라... 미카엘 드 로체스터라는 남자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무예 수업자(palladian)로 서 3척 반정도 길이의 롱소드(long sword)를 가지고 있었다. 두툼한 근육질의 신체를 소유 한 미남자로서 짧은 멋진 콧수염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외모에 신경을 쓰는 인물인 모양 이었다. 다크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의 이목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미카엘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나한테 그런 시선 보내지 말라구. 나한테 원한 품은 인물들이 워낙 많아서 누군지 감 도 안잡히니까..." "흠... 아무래도 미카엘에게 날아가던 화살들이 다크가 뿜은 쉴드에 막혔다는게 더 신빙성 이 있는 추리겠군요. 어쨋든 운도 좋다니까..." 이런저런 말로 쑤근거리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문이 덜컥 열리며 두툼한 갑옷을 걸친 3명의 인물들이 들어섰다. 그들의 갑옷은 통짜로 된 철로 된 것이었지만 움직이기 편하게 상체만을 가리고 있었다. 그들은 허리에 달린 롱소드를 철그럭거리면서 걸어 들어와서는 술집 주인에게 물었다. "여기서 파이어 볼을 날린 놈이 누구야?" "본인이 날렸습니다만..." 옆에서 듣고있던 다크가 간단히 시인을 하자 그들은 다크에게 다가왔다. "감히 도시 한복판에서 파이어 볼을 날리다니. 자네 제정신인가?" "안 그러면 내가 먼저 죽을텐데... 날리지 않을 수 없었죠." 그러면서 옆에 떨어져있던 두 대의 화살을 그들에게 보여줬다. "나무 위에 숨은 녀석이 이걸 날리는데... 그럼 반격도 하지 말라는 말입니까? 여기 술 집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증인이라구요." 그러자 그들은 다크의 말을 확인하겠다는 듯 술집주인을 쳐다봤고 술집 주인은 그 말을 확인해 줬다. "저분들이 술마시는데 밖에서 화살이 날라왔습죠." 그러자 다크를 추궁하던 무사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크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가지 한복판에서 파이어 볼을 날리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 다." 그러자 다크는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도 그게 그 정도로 무식하게 큰 불덩어리가 날아갈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러자 그 무사는 다크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놔." "예?" "시의 재산인 가로수를 태웠으니 배상금을 내야 할거 아냐?"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5골드. 저 숲에서 나무를 하나 파다가 여기다 심으려면 그 정도 임금은 줘야 되지. 다 행히 다른 피해는 없으니 5골드만 내면 되는 줄 알라구." 사실 숲에서 나무 하나 파다가 심는데 5골드나 되는 돈이 들어갈 리는 없다. 하지만 아무도 의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시에 소속된 수비대원들이었고 이들과 시비 가 붙어봐야 좋을 거 하나 없기 때문이다. 뭐 남는 돈으로 그들이 술을 퍼마시든... 계집 과 하룻밤을 즐기던... 자신들의 돈이 뺏기는게 아닌 바에야 참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다크는 더 이상 상대하기도 귀찮아서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5골드를 상대에게 건네 줬다. 그들은 그걸 받은 다음 휘파람을 불면서 우루루 나가버렸다. 방금 여기서 돈을 뺏 았으니 그들의 얼굴가죽이 아무리 두껍다고 해도 여기서 곧장 술을 마실 수는 없었던 것이 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 다크는 팔시온에게 물었다. "여기 옷가지나 칼같은거 중고로 사는 집은 없나요?" "그건 왜 물으시오?" "팔 것이 조금 있는데..." "그렇다면 여기 풀어놔 보시오. 일단 여기서 팔릴만한 것도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오." 그러더니 술집에 앉아있는 손님들을 향해 외쳤다. "이보시오. 이 친구가 방금 돈을 뺏겨서 여비를 장만하려고 물건을 염가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혹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좀 구입해 보십시오." 술집에 앉아있던 인물들이 호기심을 포함해서 모여들자 다크는 들어오면서 여강도로부터 관람료로 거둬들인 것들을 꺼내놨다. 그가 꺼내놓은 것은 외투나 망토, 작은 단검 등 여 행에 꽤나 필수적인 품목들이었기에 몽땅 다 순식간에 팔려버렸다. 다크가 부른 가격이 상 당히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샤헨 시를 향하여 다음날 아침 일행은 여관을 나섰다. 다크를 제외하고 모두들 옷차림을 새롭게 갖추고 있 었다. 시골이나 어둑한 산골에만 들어가면 바로 산적은 고사하고 몬스터들이 설치는 곳에 서 간단한 옷차림에 돈주머니 하나 들고 여행할 골빈 놈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말을 가지고 있었고 가장 가볍게 무장한 사람이 미네리아였다. 미네리아는 35세였지만 외모상으로는 25세 이상으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대단한 미모를 지닌 사제로서 안에 가죽갑옷을 입고 위에 그 독특한 흰색의 바탕에 검은 문양을 새긴 정식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2척길이의 얄팍한 검을 차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녀 의 검술실력은 형편없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눈에 확 띄는 이상한 옷을 겉에 입고있는 이 유는 대지의 여신 케레스를 모시는 사제들은 공격마법을 거의 몰랐고 대부분 치료마법계 통을 익히기 때문에 상대가 해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었다. 미네리아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인물이 미디아 가드너라는 여자였다. 그녀는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는데 내부에는 체인메일(chain mail;사슬갑옷)을 입고 그 위에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말안장의 왼쪽에는 자그마한 금속방패가 매여져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활과 화살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2척 반정도 길이의 내로우 소드(narrow sword)라 불리는 가벼운 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그 외에 가죽갑옷 위에는 8개의 투척용 작은 단검이 줄줄이 꼽혀 있 었다. 듣기로는 그녀의 단검 투척솜씨는 대단하다고 한다. 하여튼 여자가 다루기 알맞은 작고 가벼운 무기들을 줄줄이 휴대하고 있었고 자신의 꼴사나운 모습을 큼직한 망토로 가 리고 있었다. 하지만 미디아보다 더 엄청난 무장을 갖춘 인물들이 있었으니 가스톤을 제외한 모든 남 자들이 완전한 중무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상체만이기는 하지만 투터운 강철갑옷 (half plate armor), 두터운 강철 방패, 3척 이상 길이의 검, 심지어 무예 수업자라는 미카 엘, 라빈 엘느와, 지미 도니에 들의 경우 한 대 맞으면 아침까지 일어나지 못한다는 묵직 해 보이는 모닝 스타(철퇴;;mace, Moningstar)까지 안장에 매달려 있었다. 미카엘이나 라빈, 지미의 경우 셋다 무예 수업자들이지만 30대 초반의 미카엘에 비해 라 빈이나 지미는 20살 정도의 애송이들이었다. 라빈과 지미는 엠페른 왕국에 있는 카로사 아카데미 기사학부를 수료한 동기이자 친구들로 현재 함께 여행을 하면서 무예수업을 한 다고 했다. 아마도 기사들은 철퇴를 정식메뉴로 배워야 하는 모양이었다. 모두들 흉칙하게 생긴 철퇴를 안장에 하나씩 매달고 있는 걸 보면... 이들이 모두 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시장에서 15골드나 주고 말을 사서 합 류한 다크 - 그가 그 돈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는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슬쩍했는지 아 무도 몰랐다. 모두들 처음부터 그가 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었는줄로만 알고있었다. - 이 렇게 8명으로 일행은 늘어났다. 그들이 천천히 말을 몰아 성문쪽으로 향하는데 뒤쪽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갈라지는 것이 흘낏 보였다. 그것을 눈치채자마자 팔시온이 무리를 이끌어 길 옆으로 일행을 인도했고 잠시 뒤 거의 50기가 넘는 기마병들이 번쩍거리는 갑주를 자랑하며 한 손에는 랜서(손잡이 앞부분이 둥 그런 찌르기 전용의 장창)를 잡고 보무도 당당히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크도 이 정도 장관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기에 자세히 그들을 봤다. 갑옷부터가 중원의 것과 는 완전히 달랐다. 송나라의 관군들은 완전히 옷처럼 생긴 갑옷을 입지 않았지만 여기는 완전히 달랐다. 빈틈이 없이 은백색의 철로 감산 그들의 사이로 흑색의 갑주를 입은 세 명 이 보였다. 그들을 보면서 팔시온이 말했다. "이야... 안드레이 남작(BARON)의 행차시군. 저분도 소드 그래듀에이트(graduate)지만... 아들까지 그래듀에이트의 시험에 통과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명문이야." "흐음... 소드 그래듀에이트가 무슨 말입니까?" "뭐? 자네는 그것도 모른단 말인가? 전쟁의 신 아레스(ares)를 모시는 신전에서는 각자가 가진 실력을 평가해 주지. 그런 다음 마나를 움직일 수 있는 고수들에게 '그래듀에이트 (graduate;자격을 얻은 사람)'의 칭호를 주지. 검을 쓴다면 소드 그래듀에이트, 맨손 격투 술이라면 그래플 그래듀에이트가 되는거지. 만약 정말이지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마스터(master;지배자,대가)의 칭호를 받을 수도 있어." 그러자 팔시온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다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자네는 도대체 어디에서 살았나? 그런 기초적인 상식도 모른다니..." "트레보크 산맥 주변의 사냥꾼...." "트레보크 산맥에서 줄곧 살았다면 아무 것도 모를 만도 하지." 그러면서 저쪽 지평선에 아스라이 보이는 높은 산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트보레크 산맥 부근의 일부도 안드레이 남작의 봉토였지만 사실 봉토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안드 레이 남작 자신이 그 근처에는 가지도 않았을 뿐더러, 지독하게 험악해서 사냥꾼들이나 간혹 들어갈까... 거기다가 드래곤들이 우글거리니 감히 주변에 사람이 얼씬도 못하는 곳들 이 많았던 것이다. 그런 산골짜기 얘기를 꺼내니 정말 세상물정이라고는 거의 백치쯤 되 는 사람으로 해석하고 팔시온은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했다. "아레스의 신전에서 그래듀에이트의 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야. 또 그 래듀에이트라면 거의 일정수준 이상의 실력들을 다 가지고 있지. 대단히 강한 인물들이야. 저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코린트 제국의 경우도 그래듀에이트의 자격을 받은 인물은 1000명이 채 안되지. 우리들이 살고있는 트루비아 왕국처럼 작은 나라는 34명 정도의 그래 듀에이트밖에 없지. 방금 지나간 대열에서도 단 한 명만이 그래듀에이트였다구. 이들은 엄 청난 검술실력을 가지고 있지. 그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래듀에이트라면 백작과 같 은 등급에 놓기도 하고... 또 일부 국가들은 공작의 위에 올려놓는 국가까지 있을 정도라 네. 그만큼 허울좋은 작위 따위 보다 강력한 실력이 우선시된다 이말이지. 다크 자네도 무 술을 배우는 입장인 열심히 해보게나. 그러다 보면 언젠가 그래듀에이트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저기 있는 저 친구들도 그래듀에이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아니겠나?" "그래듀에이트란게 그렇게 대단한 실력인가요?" "예를 들자면 방금 지나간 50명이나 되는 기사들 중에서 한 명만이 그래듀에이트지. 하 지만 그 그레듀에이트 혼자서 나머지 49명의 기사들을 모두 없앨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 겠나?" '제기랄... 이해가 안가는군. 그래듀에이트가 엄청난 실력인 것처럼 말하더니... 나혼자서 도 50명쯤이야 하루아침 해장거리도 안되지...' 말을 달려가는 도중에도 팔시온의 설명은 멈추지 않았다. 그도 이 산골 구석에서 갓 올라온 아이가 헛되이 목숨을 날리는 것을 보고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저기... 가스톤이 보이지?" "예." "가스톤은 마법사지. 3싸이클 정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꽤 수준급 마법사라 네. 하지만 지금 입고있는 차림을 보라구. 저게 마법사의 복장인지... 옷만 봐서는 검사 들과 차이가 하나도 없지. 하지만 가스톤은 옷속에 마법매개물을 숨겨두고 있는 진짜 마법 사지. 거기다가 검이라고는 거의 쓸 줄도 잘 모르는.... 그렇다면 가스톤은 왜 저렇게 무거 운 차림을 하고 있겠나?" 다크가 고개를 좌우로 젓자 그가 말을 이었다. "마법사라는 걸 숨기는 거야. 내가 만약 적이라도 기습의 첫째 목표는 마법사로 잡을 거 야. 마법사는 회피동작은 느리지만 그 주문을 외우기만 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거든. 아 무리 무식한 오우거(ogre)라도 그 점은 알고있다구.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자신들끼리의 공 식집회를 제외하고 마법사라는 사실을 숨기지. 가스톤의 경우 견습마법사(MAGIC USER) 는 벗어났고 아직도 수련마법사(MAGE)지. 아마도 운이 좋아서 5싸이클 급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들어간다면 그때서야 마법사 길드로부터 마법사(magician) 로 인정을 받게 되지. 하지만 지금 되어 가는 상황을 본다면 7싸이클 이상의 주문을 행한 다는 대마법사(WIZARD)라고 불릴 가능성은 정말 눈꼽만큼도 없어." 잠시 뜸을 들이더니 팔시온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가 하면 가스톤은 조금 늦게 마법을 배웠고 아직 별볼일 없는 마법사라는 거지. 하지만 나중에 몬스터와 싸울 때 그를 본다면 별볼일 없다는 말이 쑥 들 어가지. 그만큼 마법사의 위력은 대단해. 아군쪽에 있다면 대단한 보탬이 되지만 적이라면 아주 위험한... 그것이 마법사지. 그렇기에 자네도 명심할 것은 어떤 싸움이 벌어진다면 상 대방 마법사가 누군 지를 빨리 알아내는게 가장 중요하지. 그런 다음 마법사를 저 세상으 로 보내고 격투를 시작하는 거야. 그 원칙을 지키지 않고 상대가 마법을 쓰기 시작하면 아주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구." "명심하죠." 다크는 팔시온에게서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지식을 얻어들을 수 있었다. 이 시대, 이 세계에 대한 수많은 지식들... 하다못해 시 외곽에만 나가도 몬스터들이 출몰하기에 모든 도시들은 두터운 성벽으로 외곽을 감싸고 있었고 힘없는 주민들은 여행을 거의 하지 않았 다. 아니 하지 못했다고 보는게 옳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노예제도를 사용하고 있었 고 농노제도를 토착화하고 있었다. 농노제도 하에서는 영주의 한마디는 곧 법이었다. 이런 지독하게 폐쇄적인 사회였지만 젊은이들은 단 하나의 꿈을 가지고 무예를 닦았다. 사실 체계적인 수업 없이 무턱대고 노력만 한다고 익혀지는게 무술이 아니지만 그래도 운이 좋다면 변방의 수비대 정도로 출세할 수는 있었다. 더욱 운이 좋다면 어떤 도시의 수비대원이 될 수도... 전공만 잘세운다면 수입도 괜찮을 수 있었다. 몬스터는 버글거리고 있 었고 변경에서는 평화시라도 몬스터와의 전쟁으로 하루해가 뜨고 지는 판이었다. 운이 좋다면... 정말 운이 좋다면 우수한 동료나 상관을 만나 제법 족보에 있는 무술을 배울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 실력대로 조금 더 승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돈으로 자신의 아들을 아카데미에 보내 기사나 혹은 학자, 혹은 마법사로 키울 수도 있 었다. 물론 그 아들녀석이 잘해준다는 전제조건이 붙어야 하지만....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장사 쪽으로 진출한 자들이 더욱 유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뛰 어난 상인을 아버지로 둔 기사들은 의외로 수가 적었다. 아마도 자라나는 환경 때문이리 라... 그런 면에서 본다면 자손대대 무가인 집안이 더욱 유리했고 또 사실이 거의 대부분 기사들이 각 명문에서 탄생했다. 거기에 무가의 경우 남들보다 더욱 유리한 점이 있었다. 가전의 무술이 그것이다. 뛰어난 기사들을 계속 배출한 집안은 예외 없이 막강한 가전무예 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코린트 왕국이 자랑하는 소드 마스터(SWORD MASTER) 키에리 발 렌시아드 공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의 아들들과 손자들은 모두 다 그래듀에이트의 자 격을 가지고 있었고 아마도 키에리 공이 가장 아낀다는 셋째아들은 다음 세대의 소드 마 스터가 될 가능성이 컸다. 아직은 미숙하다고 하지만 그 셋째아들의 실력을 국왕조차도 아낀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뛰어난 무가의 사병으로 들어가도 좋은 무술을 교육받을 수 있다. 자신 개인의 군대니 더욱 강하게 가전의 무공 일부를 가르치는 거야 당연하니까... 이렇듯 비참한 지경에 처해있는 농민... 아니 농노들의 경우 가장 신분상승이 확실한 방 법인 무예수련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 단계부터 차곡차곡... 성문 수비병이라도 좋았다. 언젠가 자신의 아들은 진짜 수비병이 될지도 몰랐고 손자는 뛰어난 무가의 사병이라도 될 수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식으로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기 위해 기사를 바라보고 노력하 다보면 이름난 부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때는 외곽 수비대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 는 수도 있었다. 한밤의 방문객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길을 가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고 일행은 모닥 불을 피우고 야영을 준비했다. 가스톤은 의외로 상당히 부지런한 인물처럼 보였지만 그는 특히 먹는 것에 더욱 부지런했고 또 그만큼 신경을 쓰는 인물이었다. 그는 점심은 여관에 서 구입한 빵과 햄 등으로 해결했지만 이제 야영을 시작하자 곧바로 모닥불에 냄비를 올 리면서 식사준비를 시작했다. 그러자 다크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가스톤과 오랜시간 함께 생활했기에 그런것에 익 숙한 듯 팔시온은 조금 떨어진 개울에서 물을 길어왔고 미네리아나 미디아는 요리하는 것 을 도왔고 미카엘, 라빈, 지미는 이곳저곳을 뒤지며 땔감을 모으기 시작했다. 다크도 눈 치를 살피고는 주변을 돌면서 땔감을 줏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모닥불 주위에는 충분한 땔감이 쌓였고 맛있는 스프냄새가 사방 에 퍼져가기 시작했다. 그때쯤 되어 모든 준비를 갖춘 인물들이 모닥불 주위로 모여들었 고 그들은 미네리아가 돌리는 스프그릇을 받아들고는 시장에서 충분히 구입한 빵과 햄, 소시지 등을 돌리며 만족스런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가스톤이 팔시온에게 물었 다. "야영을 하면서 보초를 세울 필요가 있을까?" "여기는 시가 가까워서 별 필요는 없을 거야. 하지만 중부 대로에서 벗어나는 모래부 터는 돌아가면서 보초를 서야겠지." "그 근처에서 가장 무서운 몬스터라면 어떤게 있나?" 그러자 팔시온이 음식을 우물거리며 자신의 짐 보따리를 뒤지더니 책한 권을 꺼냈다. 그런 다음 잠시 뒤지더니 말했다. "뭐 별로 대단한 건 없어. 웨어울프(늑대인간) 정도군. 원래가 겉모양도 사람이고 또 사람 과 같이 살다가 보름달만 보면 발작을 하는 놈들이니... 도시 주변에도 자주 나타나는 모양 이지." 세명의 남녀가 밤이라서 아주 잘 보이고 있는 저 멀리 보이는 불빛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 었다. 그때 아주 부드럽고도 긴 금발머리를 가진 여자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옆사람에게 말 했다. 그런데 그 여자의 귀는 조금 특이하게 생겼다. 사람의 귀라고 보기에는 너무 컸고 윗 쪽이 뾰족했기 때문이다. "네가 말한 녀석이 저들 중에 있는게 확실하냐?" "예." "그럼.. 어떻게 생긴 녀석이야?" "보통 그냥 여행자 옷을 입었어요. 검은색 망토에 갑옷은 없었구요. 그리고... 응... 얼 굴은 20대 초반정도로 아주 젊어요." 그 말을 들으면서 저 멀리 보이는 불꽃 주위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쏘아봤다. 아무리 대 강 잡아도 거의 500미터는 넘어 보였기에 사람의 얼굴은 거의 좁쌀알 보다 작았다. 하지 만 그걸 바라보던 여자는 확정적으로 말했다. "알겠다. 저기 보이는군." "지금 공격할건가요?" "아니... 나중에 잠들기 시작하면.... 그런데 저 남자가 그렇게 실력이 뛰어나다는 게 사실 이겠지?" "예. 검술은 잘 모르겠지만 격투술은 대단하던데요... 거의 손도 못쓰고 칼 뺏기고... 돈 뺏기고... 옷 뺏기고... 익사 할 뻔 했다구요." 그러자 옆에 있던 남자가 덧붙였다. "저 녀석 마법도 쓸 줄 안다구요. 피하지도 않고 화살을 막은걸 보면 무슨 방어마법을 쓴 것 같았고... 또 곧바로 내쪽으로 파이어 볼이 날아왔다니까요. 정말 그때 죽는줄 알았어 요." "흥... 겨우 파이어 볼 가지구... 좋아 저놈은 내가 처리해 주지. 자 배고프니까 식사부터 하자구..." 첫 번째 화살은 어두운 밤하늘에서 갑자기 날아왔다. 저녁때부터 감도는 희미한 살기 때 문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하고있었기에 다크는 간단히 그 화살을 포착할 수 있었고 곧바로 허리에 매여있던 샤벨이 날아갔다. 쾅... 놀라운 일이다. 화살과 검이 부딪치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챙? 아니면 화살 잘리는 소 리 음... 싹둑 정도 되려나... 하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소리가 울려 퍼진 것이다. 화살 속에 폭탄이라도 집어 넣어뒀는지 화살은 강렬한 힘으로 폭발했고 아무 생각 없이 샤벨을 거기 가져다 댄 다크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물론 호신강기 덕분에 큰 부상은 면했지만 그래도 타격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앞부분의 옷이 폭발의 충격으로 찢어발겨졌을 정 도였으니까... 그 폭발음과 동시에 가스톤이 외쳤다. "마법입니다. 모두들 조심하세요." 그런 다음 그는 중얼중얼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그의 뒤에서 미네리 아도 함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때 나머지 사람들은 어디서 날아올지 모를 마법을 띈 화살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무예 수업 자들은 방패를 꺼내어 들었고 미디아도 얄팍한 방패로 마법사들의 앞을 가렸다. 그들은 자신의 몸이야 어찌되었든 우선적으로 마법사를 보호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또 다른 화살들이 몇 발 날아왔지만 이번 것들은 폭발 은 일으키지 않았다. 다 찢어진 옷을 보면서 망연히 서있는 다크를 보고 팔시온이 물었다. "몸은 괜찮아?" "아... 괜찮아요. 그런데 방금 그게 마법입니까?" "그렇지. 나도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마법사들 중에 궁술을 배운 자들을 위해 화살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전해지는 몇 가지 마법이 있다고 언젠가 들은 것 같아." "그러니까 상대는 마법사면서 궁수라는 말인가요?" "그렇지. 하지만 그렇게 강한 마법사는 아니야. 어이... 이봐.." 그와 동시에 다크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때 앞에서 또다른 화살이 날아왔다. '알고도 당할 바보는 없지. 무상검법 1장4절 방!' 다크의 앞쪽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둥그런 막이 형성되었고 그 화살은 방에 격중된 다 음 강렬한 열기를 뿜으며 폭발했다. 하지만 방을 뚫지는 못했다. 다크는 마법이 방을 뚫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더욱 빠른 속도로 경공술을 사용해서 접근해 갔다. 드디어 나무 옆에 몸을 반쯤 감추고 화살을 날리는 상대가 보였다. '한놈... 두놈... 세놈...' 그중에 화살을 활에 먹인 상태에서 중얼거리고 있는 여자가 한명 있었다. 그와 동시에 다크의 몸은 그쪽으로 날아갔다. 여자는 다크가 자신을 향해 접근해 오는 것을 보며 주문 을 완성할 시간도 없이 곧장 화살을 날렸고 그 화살은 허무하게도 샤벨에 막혀버렸다. 그 와 동시에 날아드는 다크의 주먹... 퍽... "꺅!" '그 다음 우아하게 몸을 선회하여 저 녀석...' 팍... "윽!" '나머지... 응..? 어딘가 본 여자 같은데...' 퍽! "악!" 다크는 한 대씩 맞고 기절해버린 두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를 보고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응? 이 녀석 체격이 나하고 비슷하군.'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타버린 옷을 벗어버리고 그 남자의 옷을 벗겨서 입었다. "뭐 쓸만하군. 옷을 태웠으니 보상을 해야지." 옷을 다 입은 다음 세명의 손과 발을 꽁꽁 묶고난 다음 그들을 깨웠다. 툭툭.. "이봐?" 그들이 깨어나자마자 다크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방금 공격한 이유가 뭐야?" 하지만 상대로부터 답은 없었다. "좋게 말로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런 거야?" 퍽! 그와 동시에 옆에 거의 벌거벗다시피 하고 묶여있던 남자가 정통으로 배를 차인 다음 고꾸라졌다. "말로할 때 들으라구. 왜 습격했지?" 그러자 저쪽에 있던 금발여자가 매서운 눈매로 다크를 노려보며 말했다. "네녀석이 더 잘알거 아냐? 불케인 시의 도둑길드 회원을 건드렸고... 또 도둑길드에는 신고도 안하고 도둑질을 했지? 그러고도 네녀석이 무사할 줄 알았냐?" 그러자 다크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야 처음부터 무사할 줄 알았고 또 지금도 무사하잖아. 가만있어봐라.... 일단은 그냥 놔 두고 가고싶다마는 그랬다가는 또 따라올 테고... 어떻게 하지?" 조금 궁리를 하던 다크는 좋은 방법이 떠올랐는지 곧장 달려들어서 그 두 여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끼약... 뭐하는거야? 이 파렴치한 놈." "이 치한..." 저마다 한소리씩 했지만 남자의 힘을... 그것도 무술 고수의 힘을 당해낼 여자는 없었고 그들의 속옷을 제외하고 홀딱 벗겨버린 다크는 그녀들의 짐보따리들을 몽땅 다 압수한 다음 뒤에 매여져 있던 말 세 필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그야말로 압수 아니 약탈이라고 하는게 맞을까? 어쨌든 압수했다. "두고보자 이 나쁜 놈!" "죽여버릴거야..." "흐흐흐... 좋으실 대로... 다음에 또 봅시다." 이제 다크는 휘파람을 불며 새로 생긴 말 세 필에 짐을 싣고는 일행에게 돌아가 버렸고 짐은 물론 옷까지 다 뺏긴 - 거기다가 앞부분이 타버린 옷까지 몽땅 다 가져가 버렸다. - 두 여자와 한 남자는 이빨을 갈면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남자라면 몰라도 여자가 속옷 만 입고 돌아다닐 수는 없었고 또 무기는 물론 말, 식량, 돈까지 다 뺏겼으니 추격할 방법 이 없었던 것이다.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다크가 말 세필을 끌고오는 걸보고 모두들 궁금해하며 물었다. "그건 웬 말이야?" "까불기에 몽땅 다 뺏아왔죠. 옷이고 식량이고 말이고... 다 뺏겼으니 꼼짝없이 다시 불케 인 시로 돌아가야 할겁니다. 아... 알고보니 저한테 원한이 있는 녀석들이더군요."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마법을 걸어놓은 화살까지 날아오나요?" "뭐 별짓 안했다구요. 불케인 시로 들어가는데 웬 여도적이 돈 달라기에 잡아서..." "수비대에 넘겼나?" "아뇨. 돈 뺏고, 옷 뺏고, 무기도 뺏은 다음 손만 묶어서 강에다가 던져버렸죠. 그래도 인 간적으로 손만 묶었으니까 익사는 안 했다구요. 그때 가게에서 팔았던게 그 도둑물건이니 까..." "꺄하하하.." 기발한 대응책에 모두들 배꼽을 잡았지만... 뭐 그래도 도둑길드의 회원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장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팔시온은 먼저 그 점을 상기하며 걱정을 해줬다. "그래도 상대가 도둑길드의 회원이라면 조금 귀찮아질텐데..." "상관없어요. 방금 그 녀석들도 도둑길드 회원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몽땅 다 뺏아왔죠."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미디아가 다크에게 조언을 했다. "그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군. 나도 어렸을 때는 도둑길드에서 일한 적이 있지. 단검 던 지기도 그때 배운거고... 도둑들은 상당히 하급 인생이니 만큼 자존심이 강해. 그래서 무너 진 자존심을 다시 살리기 위해 더 강한 사람하고 다시 올 거야. 그땐 아주 귀찮아지게 되 지." "뭐 괜찮을 거에요. 꽤 멀리 도망치면 찾기도 어려워질 거고 기껏 찾아서 복수 따위 한다고 해도 막대한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아마도 포기하겠죠." "그렇다면 좋을 텐데...." 충돌1 다크는 하늘 위에 박쥐같은 날개에 목과 꼬리가 길쭉한 이상하게 생긴 거대한 새가 날 아가는 것을 보고 팔시온에게 물었다. "우와... 저게 뭐죠?" 팔시온이 하늘을 자세히 보며 말했다. "으음... 아마 길이가 15미터쯤 되는 거 보니 야생 와이번이야. 흔히들 비룡이라고도 부르 지. 여기서 봤을때는 작게 보이지만 다 자란 녀석이네... 저걸 길들여서 용기사단에서 사용 하지. 입에서 화염을 뿜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녀석들이라구. 야생의 와이번은 아주 흉폭 한 녀석들이야. 가축이나 사람도 공격하지." "용기사단에서 사용한다구요?" "응. 저 녀석을 타고 날아다니는 기사를 특별히 용기사(dragon knight)라고 부르는데... 사실 기사급이 비룡을 타면 정말 당할자가 거의 없지. 모두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요즘은 저거로 정찰하는데나 긴급한 서신을 전한다든지 뭐 그런데 사용하지." "길들이기는 쉽나요? 저위에 타고 하늘을 날면 기분 좋을거 같은데..." "하하하... 아주 성질이 지독한 놈들이지. 새끼때부터 길들여야 해. 안그러면 길들이는게 거의 불가능하지. 길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길들인 비룡의 가격은 아주 비싸다구. 아마 1 만골드쯤 할거야." "1만골드라구요? 그럼 황금으로 1백 킬로그램이나 된다는 말이에요?" "응. 원체 가격이 비싸니까 저 남부최강이라 불리우는 마케론 제국의 적룡기사단도 와 이번이 500마리정도 밖에 없지. 어쨌든 꽤 무섭기도 하지만 편리하기도 한 존재야. 참... 자 네 돈이 좀 있으면 샤헨에서 좋은 갑옷(armor)을 살 수 있을거야." "갑옷이요?" "갑옷하면 와이번의 갑옷을 가공해서 만든게 좋지. 샤헨에는 저 마도 왕국 알카사스로 부터 '마법의 불'로 와이번의 비늘을 녹여 만든 각종 갑옷이 수입되지. 아주 가볍고 튼튼 하다구. 물론 와이번이 아니라 드래곤의 비늘을 녹여 만든 것이 훨씬 좋지만... 너무 비싸 고... 뭐 와이번만으로도 충분히 가볍고 탄탄하다구. 딴 나라는 마법이 안되니까 와이번 비 늘로 비늘갑옷(scale armor)밖에 못 만들지만 알카사스는 마법으로 녹여서 꼭 쇠로 만들 듯이 여러 가지 갑옷을 생산하지. 사슬갑옷(chain armor), 통짜갑옷(flate armor)... 뭐 없는 게 없어. 그걸로 만든 방패도 판다니까...." "방패도 와이번 비늘로 만들어요?" "응. 저기 미디아 양이 가지고 있는 얄팍한 방패가 와이번 비늘을 마법으로 녹혀서 만 든 거지. 아주 가볍고 튼튼하다구." "상당히 귀한걸 가지고 다니는군요." "미디아 양은 근래에 우리 파티에 합류한 용병이지. 나이를 말하지 않지만 아무리 적게 봐도 30살은 되었을 거야. 여자로서... 그것도 용병으로 그 정도 오랜 시간 살아왔다면 자신 을 지키는 몇 가지 비장의 술수는 간직하고 있다구 봐야지. 참. 좋은거 하나 알려주지." "뭔데요?" "저 장갑 보이지?" 그러면서 팔시온은 미디아가 끼고있는 스파이크가 박힌 검은 장갑을 가리켰다. "예." "저게 과거 마도 시대에 대량생산되었던 여자용 장갑 '다크네'야. 가볍고 질긴 회색늑대 가죽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지." "여자용 치고는 조금 무작스러운 모양을 하고있군요. 윗부분에 스파이크(강철 못)도 몇 개 박혀있고..." "하지만 정작 무서운건 그게 아냐. 저건 아까도 말했지. 마도 시대에 만들어진 물건이라 고... PUG(Power Up Gloves)라고도 불리던 건데... '파워 업'하고 주문을 외우면 두배까지 힘을 뽑을 수 있지. 다 쓰고나서 '파워 다운' 하면 원상태로 돌아가고... 아주 편리하지 않 나? 잠시만 사용한다면 정말 유용한 물건이지. 사실 물건따위는 잠시만 들어도 되는 경우 가 많거든. 활을 쏠때도 그렇고... 다크 너도 생각해 보라구. 싸움이 붙게 될때 상대가 여자 라면 여자의 힘을 어느 정도로 대강 예상하고 싸우게 되지. 더군다나 도중에 몇 번 검을 섞어봤으면 그건 예상이 아니라 확신이 되지. 이때 검을 섞는 그 찰나 힘을 높인다면..? 마법을 사용하는 시간이 아주 짧으니 마나의 소모는 크지 않지... 하지만 상대는 예상못 한 일격을 맞고 저 세상 가는거야. 이런 비장의 물건들을 몇 가지 가지고 있기에 용병들 은 아주 싸우기 피곤한 족속들이야." "그런 마법을 띈 물건들이 많아요?" "저 과거 마도시대때 만들어진게 거의 대부분이지. 그때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마법을 지닌 물건들을 대량으로 만들었었지. 방금 설명한 '다크네', '힘의 반지', '불의 반지', 각종 마법무기들 등등... 종류도 엄청나게 많지. 하지만 마도시대는 오래가지 못했어. 처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마법을 지닌 물건들은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사용자의 마나를 너무 많이 뺏았고... 나중에는 저주받은 물건이라고 사용을 회피했지. 사실 마력을 사용할 수 있 는 물건이 흡수하는 마나는 보통사람이 견디기에는 좀 무리가 있으니까 말일세. 그때가 아마 마법사들처럼 마법을 죽자고 익히지 않아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 하 나만 가지고 마법을 쓸 수 있는 방법이 갓 개발된 마법의 중흥기였을 때지. 그래놓으니까 나중에 그 피해가 밝혀진 다음에 사용자가 급감하고 생산이 중지되었지." 팔시온과 다크가 쑤근거리며 천천히 말을 달려 여기까지 왔을 때였다. 먼 곳에서 병장 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실 다크는 이들보다 훨씬 오래 전에 이걸 눈 치채고 있었지만 모른 척 했던 것이다. 뭐 자신에게 해가되는 것도 아니고 구해줘봐야 별 로 득도 없고... 돈이야 불케인시에서 충분히 장만(?)했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고.... 하지만 그들은 거의 실력이 엇비슷한지 그토록 다크가 시간을 많이 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치 고 박고 하고있었던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가스톤이었다. 사실 마법사들은 그 파괴력은 엄 청나지만 주문을 외울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에 절대로 앞에 나설 수 없었다. 상대가 마법 사라는 사실을 눈치챔과 동시에 곧바로 사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이보게 팔시온. 앞에 누군가 싸우고 있어." 다크와의 대화에 정신이 팔려 그 미세한 소리에 반응하지 못하고있던 팔시온이 청력을 집중했고(다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팔시온도 1싸이클 정도의 마법은 가능했기에 소리를 조금 크게 들리게 만드는 마법을 이용했다.) 곧이어 가스톤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눈치채 고는 곧장 말을 달려갔다. 그리고 나머지 일행도 그 뒤를 따랐고... 가장 뒤에 다크가 마지 못해 따라갔다. 일행이 현장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거의 상황이 종료된 다음이었다. 사방에 시체들과 주 인 잃은 말들이 널려있었고 그들을 죽였다고 짐작되는 회색갑옷에 청색 망토를 두른 인물 들이 여기저기 쓰러져있는 몇몇 아직도 목숨이 붙어있는 백색갑옷을 인물들을 확실하게 저 세상에 보내주고 있었다. "이런 나쁜 녀석들..." 다크가 봤을 때 회색갑옷을 입은 상대는 제법 뛰어난 인물들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부 상자가 그중 태반이라고 해도 12명... 조금이라도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아래 쓰러져있 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실력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죽어있는 회색의 수는 20명, 백색의 수는 무려 50명이 넘었다. 그렇다면? 여기 남은 12명은 아래 죽어있는 20명에 비해 운이 좋은 몇 놈을 제외하고는 더욱 실력이 뛰어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이 다. 12명은 새로운 적의 존재를 눈치채자 부상자들까지도 몸을 일으켜 말에 올라타고 중간에 세워져있는 마차를 호위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팔시온 등 여러 인물들이 그들을 향 해 돌격해 들어갈 때쯤에는 그들은 굳건한 방어태세를 갖춘 상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왜 상대를 확인하지도 않고 공격해 들어갔을까? 다크는 그게 궁금했지만 사실은 쓰러져 죽은 자들의 갑옷에 그 해답이 있었다. 은백색의 고급스런 갑옷... 이 갑옷은 지금 다크 일 행의 목적지인 샤헨을 수도로 삼고있는 트루비아의 정예, 라칸 기사단의 복장이었던 것이 다. 트루비아 땅에서 트루비아의 기사단을 죽였다면 당연히 그놈들이 적일 것은 당연한 사실... 아마도 저 마차안에는 저들이 노린 목표물이 들어있을 것이다. 거의 50미터도 넘는 뒤쪽에 마법사인 가스톤과 미네리아가 남고 나머지 5명이 상대를 향 해 돌진해 들어갔다. 다크까지 합한다면 6명이 12명을 상대해야 하지만 그 12명의 반이 약간씩이라도 다친 부상자임을 고려한다면 그렇게 꿀리는 대결도 아니었다. 거기에다가 상 대는 오랜 결전으로 지쳐있었고 뒤에는 막강한 화력을 가진 마법사 가스톤이 있는 것이다. 가스톤이 품속에서 수정으로 만들어진 짤막한 막대기(stick)를 꺼내어 들고는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는 사이 나머지는 상대를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이때 뒤쪽에서 주문을 외우고 있는 가스톤을 보고 회색갑옷 중의 한 명이 외쳤다. "마법사다!" 적도 노련하게 병력을 재배치했다. 7명이 돌진해 들어오는 5명을 막는 사이 나머지 5명이 마법사를 향해 달려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그 다섯 명의 동료들 뒤를 따라 접 근해오던 다크에게 가로막혔다. 상대는 겨우 한 명이기에 놈들은 간단하게 처치할 요량으 로 덤볐고 그들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다크가 뒤미처 검을 뽑았지만 오히려 다크의 검은 상대의 검 두자루를 튕겨냈고 그중 한 명을 두토막으로 만들어 버렸다. 뒤이어 다크는 말에서 몸을 날려 당황하는 상대에게 뛰어올랐고 또 다른 한 명의 목이 몸통에서 그의 검과함게 떨어져 나갔다. 다크의 현란한 움직임을 본 회색갑옷은 경악에 찬 비명성을 질렀다. "그래듀에이트다!" 이상하게도 놈들은 그렇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저쪽에서 팔시온을 압도하며 느긋하게 공격을 퍼붓던 회색갑옷 한 명이 재빨리 이쪽으로 말을 몰아 달려왔다. 그리고 회색갑옷 한 명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을 본 아직까지 살아남은 세명 중 두명은 다크에게 또다른 한명은 가스톤을 향해 말을 달렸다. 이때 가스톤이 "파이어 볼"하는 외침과 함께 불덩어 리를 던졌고 그를 향해 달려가던 녀석은 말과함께 통구이가 되어버렸다. 불기운이 다크에 게까지 은근한 열기를 전달할 때 즈음에 다크는 남은 둘을 해치웠고 이쪽으로 달려오는 조금 실력이 괜찮아 보이는 녀석과 일대일로 대면할 수 있었다. 상대는 거의 1.8미터 길이에 이르는 마상용 장검인 바스터 소드를 휘두르며 자신감 있게 다크에게 달려들었다. 말과 말이 가까워지는 그 순간 상대는 그 엄청난 장검의 힘을 십분 이용해 다크를 내려찍어왔다. 이때 다크는 상대의 검날에 푸르스름한 검기가 형성되어 있 는걸 볼 수 있었다. 다크는 검을 들어 상대의 검을 간단히 막음과 동시에 말 안장의 한쪽 발 디딤대에 얹혀있는 왼발을 지지대로 이용해서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상대의 머리를 향해 오른발을 날렸다. 챙... 퍽... 두가지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렸고 상대의 머리에 한방 먹인 다크는 왼쪽 발에 힘을 가 해 아예 말안장에서 벗어나 땅에 내려섰고 상대는 머리가 터지면서 낙마하여 반대편에 쓰 러져버렸다. '싱거운 싸움이군...' 다크는 남은 적들을 없애기 위해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때 팔시 온 일행도 남은 6명... 그것도 부상자 2명을 포함한 6명이었기에 간단히 세명을 헤치우고 남은 세명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원래 팔시온 일행은 잘 몰랐지만 회색갑옷들의 실력은 꽤 좋은 자들이었지만 눈앞에서 자신들의 대장이 웬 갑옷도 안 입은 여행자에게 간단히 머리가 터지는 것을 보고 사기가 갑자기 극도로 떨어졌다. 그들의 대장은 용맹한 기사였 으며 아레스의 신전에서 그래듀에이트의 자격을 받은 인물이었다. 그렇다면 그 대장을 저 리 간단히 발차기로 저 세상에 보냈다면 검을 쓰는 척 하고는 있어도 권법을 통해 그래듀 에이트의 자격을 받은 인물임이 확실했다. 그런 자의 수하들이 여기를 덮쳤으니... 사기는 순간적으로 땅에 떨어졌고... 그들이 순간적으로 기운을 잃었을 때 그들의 일부가 팔시온 일행의 검에 목숨을 날린 것이다. 이때 마차의 문이 열리고 검정 색으로 물들인 멋진 가죽갑옷을 입은 흰 수염을 멋지게 기른 중년인이 말에서 내려왔다. 그는 사방에서 싸우고 있는 주변을 오만스레 바라보더 니 중얼거렸다. "크크... 가소로운 것들...." 그런다음 그는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는 마법사였던 것이다. 그걸 눈치 채고 가스톤이 회색갑옷을 입은 녀석에게 발사하려고 준비한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번개 화살)를 흑색가죽갑옷을 입은 인물에게 날렸다. 회색갑옷을 입은 인물들이 동 료들과 얽혀서 싸우는 도중이었기에 파괴력이 큰 마법을 외우지는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라이트닝 볼트가 그렇게 위력이 약한 마법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작은 부위에 위력이 집중되는 만큼 오히려 그 파괴력에서는 파이어 볼 보다 앞서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간단히 매직 쉴드(마법 방어막)의 주문으로 막아낸 다음 계속 주문을 중 얼거렸다. 아마도 저정도 긴 주문이라면 따끈따끈한 1싸이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최소한 2 싸이클... 최악의 경우 4싸이클까지도... 흑색가죽갑옷을 입은 인물은 처음에는 간단히 마법을 막아내며 주문을 계속 외웠지만 그의 표정은 곧이어 굳어졌다. 그는 자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검을 들고 달려오는 다크를 봤던 것이다. 이 정도 속도라면 주문을 완성하기도 전 에 칼을 맞을 것이 확실했다. 마차 안에서 듣기로는 아무래도 저쪽에 그래듀에이트급이 있는 모양... 달려오는 속도로 봤을 때 이 자일 가능성이 최고... 그렇다면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었다. 다크의 검이 상대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기 직전, 흑색갑옷을 입은 인물은 "워프(공간도 약)!"라고 외쳤고 그가 끼고있는 반지가 순간적으로 밝은 빛을 뿜더니 그의 몸이 사라져버 렸다. 그리고 그의 몸이 사라지는 거의 그 순간 다크의 검이 그 빈 공간을 갈랐다. 다크가 멍하니 갑자기 사람이 없어져버린 공간을 쳐다보고 있는데 뒤에서 팔시온이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다크가 멍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자 이미 남은 상대방을 모두 헤치운 팔시온이 미소를 띄며 말했다. "자네 공간도약 마법을 처음 본 모양이군. 그 녀석 마법사면서 마법반지를 끼고 있었어. 저 녀석 정도 실력이면 거의 필요 없겠지만... 마법사 같은 경우 혼자 외부에 활동하는 경우 목숨이 아까운 녀석이라면 그만큼 방비를 하기 마련이지." "그런데... 어떻게 저게 마법반지라는 걸 알았지요?" "그야 당연하지. 공간도약은 4싸이클 마법이야. 여러 명을 함께 운반한다면 그건 5싸이클 에 들어가지. 그런데 4싸이클의 마법을 순간적으로 시동어만 외워 행한다면... 그건 마력반지 를 생각할 수밖에 없지. 그때 반지에서 빛나던거 자네도 봤잖아. 그건 그렇고 자네 정말 대 단한 실력이더군... 아마 우리들 중에서 최고겠어." "하하하.. 운이 좋았을 뿐이죠." 어디까지나 지금까지는 속셈을 숨기고 겸손한 척 하는 다크였다. 이번의 싸움에서 가벼운 부상을 당한 지미와 라빈을 가스톤과 미네리아가 치료마법으로 치료하고있는 동안 팔시온은 마차에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 혹시나 무슨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다면 왕실에 신고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차에는 웬 멍청하게 앉아있는 아 름다운 소녀만 한 명 있을 뿐... 아무 것도 없었다. 팔시온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 소녀 를 데리고 마차에서 나왔다. "뭔가 있어요?" 미디아의 물음에 팔시온은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아무래도 방금 도망쳤던 마법사 녀석이 가지고 튄 모양이야. 우리도 빨리 여기를 벗어 나자구. 재수 없으면 죄를 뒤집어 쓸 수도 있고... 안 그러면 성에 가서 모든 상황을 증언하 고 심문 당한다고 며칠이나 뺏길지 몰라." "스승님 성공했습니다." 제자의 말을 들은 노 마법사의 얼굴에 기쁨이 떠올랐다. 이제 폐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오... 그래. 수고했다." "저... 그런데... 카로사 경이..." "뭐?" "카로사 경이 죽었습니다." "그럴 리가. 정보에 의하면 알렉스 시드미안의 실력은 그렇게 뛰어난 것은 아닌데..." "예. 물론 알렉스는 간단히 처치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쫓아온 인물들이 있었습니 다. 그쪽의 기사는 대단한 실력이었습니다. 카로사 경을 간단히 해치운 후 달려들었으니까 요." "흐음... 문제군. 어쩌면 원체 중요한 물건이니 만큼 코린트에서 멀찍이서 보호하고 있었는 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증거는?" "하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돌아가는 사태를 주시하다 보면 놈들이 어느정도까지 눈치챘는지 알 수 있겠 지. 어쨌건 수고했다. 들어가서 쉬어라." "예. 스승님." 제자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노 마법사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안피로스의 엑스시온의 실험에 성공한 것은 5개월 전... 이제 프로토타입이 겨우 만들어 지고 있다. 이제 복수를 향한 시작단계인데 뛰어난 기사를... 그것도 그래듀에이트급 기사 를 잃다니... 신이시여, 불쌍한 저희 백성들과 인자하신 황제를 버리시는 겁니까? 제발 신이 시여..." 소녀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열 다섯에서 열 여섯 정도로 보이는 나이에, 허리까지 오는 아름다운 금발, 겁에 질린 듯한 커다란 갈색의 눈동자, 오똑한 콧날, 붉은 입술의 눈에 확 뛰는 엄청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얼굴에 붙어있는 그 모든게 적당히 어울려 꽤 미인에 들어 가는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아마도 조금 더 크면 대단한 미인으로 성장하리라... 키는 160센티미터 정도로 작았지만 가녀린 몸매로 인해 청순미와 가련미까지 보태어 보 는 이를 가슴 설레게 하고있었다. 거기에 약간 멍청한 듯한 눈빛에 의한 백치미까지... 왜 멍청한 듯 하냐고? 그건 팔시온 패거리가 그 소녀를 구출한 다음 곧이어 알게된 사실이었 다. 그 소녀는 기억을 상실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게 치열한 전쟁의 한가운데 있었 기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본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마법에 의한 기억의 봉인 때문이라는 점이 달랐다. 아마도 그 범인은 그 멋진 검은 가죽갑옷을 입은 마법사 녀석일 것이다. 그녀의 옷이 보통 상류층의 여성들이 흔히 입는 나들이 옷임을 감안한다면... 그녀의 신분을 정확히 잡 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신 트루비아가 자랑하는 라칸기사단 50여명이 호위할 정도의 인물... 어쩌면 그 여자를 호위한 것이 아닌 그녀가 가지고있던 어떤 물건 을 호위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지만 그 정도 물건 운반을 위임받았을 정도의 여자 라면...? 아마도 조금만 수소문을 해본다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뭐 며칠만 지나고 나면 트루비아에 소문이 쫙 퍼질테니 그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보는게 가장 속편한 방법이었다. 괜히 그녀의 정체를 알아본답시고 돌아다니다가는 재수 없으면 그 회색갑옷 입은 녀석들에게 포착 당할 수도 있고 어쩌면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 고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가만히 어디 처박혀서 그냥 체력이나 보충하며 소문이 흘러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더욱 안전했다. 일단 미디아는 그녀의 눈에 띄는 옷부터 갈아입혀버렸다. 소녀에게 입힌 옷은 다크가 여 자 도둑들에게 강탈해온 옷가지들이었는데... 조금 크긴 했지만 그런대로 보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미디아가 입던 옷은 그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소녀에게 너무 컸기에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떠오른게 다크의 노획물 중에 여자옷이 있다는 것이었고, 그 해결책 은 그런대로 괜찮은 결과를 그들에게 보여줬다. 일단 아무 마을에나 도착 할 때까지는 맞지 않는 옷이라도 할 수 없었다. 말이야 남아돌았기에 그녀를 태우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기억상실 때문 에 말도 제대로 못하는 그녀이기에 말이라고 제대로 탈 리가 없었다. 어색하게 말에 타고 있는, 아니 말등에 얹혀있다고 보는게 옳은 그녀가 떨어지지 않게 모두들 조심해서 천천히 말을 몰았기에 이틀이 걸려서야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때쯤에는 모두들 편의상 그녀를 "라라"라고 불렀다. 일단 강아지도 이름이 있어야 부 를 수 있으니 뭐 그 이름이 그 멍청한 여자아이에게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크게 중요하 지 않았다. 어쨌든 새로운 식구 라라를 모두들 따스하게 대했다. 그 피튀기는 장소에서 유 일하게 살아남은 사람이었고 더군다나 여자아이였으니까... 하지만 여기에 예외가 있었으 니 그녀석이 다크였다. 모두의 눈에도 뚜렷이 느껴지도록 다크는 라라를 짐짝취급을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아무 쓸모도 없는 아이였으니까... 다크가 대놓고 라라를 못살게 굴었다든지... 뭐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예 말을 걸지도 않 았을뿐더러 라라의 질문이라면 아예 무시를 해버리거나 아니면 그 질문만을 답해줄뿐 다 크가 말을 거는 적은 한번도 없었다. 팔시온이나 미디아 같은 경우 위태하게 말을타는 그 녀가 아래로 드리워진 나뭇가지 따위를 피하지 못할까봐 앞서가며 잡아주기도 했지만 다 크는 아예 신경을 끄고있었다.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에 미디아가 다크에게 발끈해서 도대체 왜그러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다크의 대답...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애를 데리고 다니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사실 다크가 이 애송이들과 함께 다니는 이유는 그들이 최소한 전투와 관련된 사항을 제 외한 모든 것에서 자신보다는 이 세상에 대한 지식이 넓다는 점이었다. 그가 트루비아의 수도 샤헨으로 가는 것도 샤헨에 있는 왕립학술기관인 샤헨 아카데미에 있는 쟁쟁한 마 법사들에게 도대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뭔지, 또 중원으로 돌아갈 방법이 존재하는 것 인지 물어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사실 샤헨 아카데미 같은 많은 왕립 학술기관들이 존 재해서 수많은 학자, 마법사, 마도사(흑마술을 익힌자들을 백마술을 익힌자와 구분해서 마 도사라고 부른다.), 기사 등 국가에 필요한 소중한 인재들을 키운다는 사실을 이들을 통 해서 알고 있었을 정도였으니 도움이 된다고 할 수밖에... 하지만 일행의 속도나 떨어뜨리 고 있고,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멍청한 계집애따위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색을 밝히지 않 는 다크에게는 혐오의 대상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샤헨 2주일간의 여행 끝에 팔시온 일행은 트루비아의 수도 샤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모두들 저마다의 계획이 있었기에 여관은 한곳을 정했지만 일단 짐을 풀고 난 다음 모두들 뿔뿔 이 자신의 볼일을 보러 흩어졌다. 용병인 미디아는 용병길드에 매력적인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러 갔다. 그리고 무예 수 업자들은 미카엘을 임시 두목으로 삼아 샤헨에 있는 검투 수련장과 경기장을 둘러보러 갔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경험을 쌓은 다음 어떤 기사단에 소 속되는 것이 소원인 인물들이었으니까... 미네리아는 샤헨의 동쪽에 위치한 대지의 여신을 모시는 신전에 놀러갔다. 그리고 남은 네명 즉, 가스톤, 팔시온, 다크, 라라는 저마다의 볼 일을 해결하기 위해 샤헨 아카데미로 갔다. 샤헨 아카데미는 왕립 학술기관이었기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었지만 가스 톤은 아카데미에 근무하는 사람을 알고있었기에 간단히 해결될 수 있었다. 가스톤은 연 락을 받고 달려온 머리가 벗겨진 살집이 좋은 중년 마법사를 향해 반갑게 미소지으며 인 사를 나눴다. "이야... 칼, 형편이 좋은 모양이군. 살이 더 찐거 같아." "이 녀석.. 독설은 하나도 안 변했구나. 그래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나니. 친구가 반가워서 모처럼 시간을 내서 찾아왔는데... 섭섭하군." "헛소리 하지마. 네녀석이 언제 그런거 따졌냐? 궁한일이 있을 때만 찾아왔지." 그러자 가스톤은 멋적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배 부분을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헤헤헤... 이거 내 속이 그렇게 훤이 들여다보이나... 어쨌든 몇 가지 알아볼게 있어서... 라라.. 이리 와봐라." 라라가 다가오자 가스톤이 다시 말을 이었다. "기억을 봉인 당한거 같은데...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서 데리고 왔어. 그리고 저기 있는 다크는 공간이동 마법에 대해서 잘 아는 마법사 좀 소개해줘. 몇 가지 알아볼 게 있 다고 하니까..." "뭐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군. 따라오게.." "만약에... 이렇게 생긴 여러 도형이 겹치는 중간쯤에 서 있다가 번쩍 한 다음 어딘가에 떨어져 내렸는데... 말도 안통하고... 모든 것이 자신이 알고있던 세계와 완전히 다르다면 그건 어떻게 된 일인가요?" "흐음... 아마도 차원이동의 마법일걸세." "차원(dimension)이라구요?" "그렇네. 차원이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지. 각 차원은 아무리 무한대의 거리와 시간을 투자해도 만날 수 없는 별개의 공간이지. 바로 코앞에 있다 하더라도 그건 완전히 별개의 세계야. 이건 아직까지 마법사들 간에도 이론으로 그것이 확실히 가능하고 또 실제 로도 몇 번 성공한 사례가 있지." "그러니까 요점은 그 차원을 달리해서 이동하는게 가능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자네가 대강 그려준 걸 보니... 마법진이군. 이걸 통한다면 대단히 강력한 마 법이라도 실행이 가능하지. 마법사는 그 진세를 발동만 하면 될 뿐... 나머지는 마법진이 주 위의 마나를 흡수하여 자동적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니까 말일세..." "그렇다면 A라고 하는 차원에서 B라는 차원으로 이동을 했다고 가정한다면... 그 역으로 B에서 A로 돌아갈 수 있나요?" "그건 어려울거야. 왜그러냐 하면 수많은 차원이 존재하기에 그중에 자신이 원하는 차 원이 어딘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점이지. 그걸 모르고서 차원이동을 한다면 A로 돌아가 는게 아니라 C라는 다른 차원으로 갈수도 있지. 오히려 그 가능성이 더욱 크고..." "그렇다면 다른 차원으로 가기는 쉽지만 어떤 특정차원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겁니 까?" "그렇지." "그렇다면 어쨌든 차원이동의 마법은 존재하기는 하는거군요." "그렇지. 하지만 옛날 마법이 극도로 발전했었던 마도시대 말기에 차원이동의 마법이 만 들어 졌었다고 들었고 또 그때 실험이 행해졌었네. 하지만 아무도 돌아온 사람은 없으 니... 뭐 결론이 나오지 않는거야." "그렇다면 지금 그 마법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없네. 마도시대는 거의 1000년도 전에 가장 마법이 흥성했던 시대를 이 르는 말이야.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어딘가에 기록으로라도 남아있을수 있잖아요." "흠... 저 과거 많은 마법사들이 건설했던 던젼이 조금씩이나마 발굴되고 있지만... 글 세... 아직까지 그런 마법이 발견되었다는 학술보고는 없었다네. 지금... 이거 자네얘기 하 고있는건가?" "그건 왜 묻는건가요?" "만약 그렇다면 아주 중요한 자료지. 다른 차원에서 이리로 생명체가... 그것도 사람이 날 아왔으니 획기적인 발견이 아니겠나?" "예. 그렇죠. 실은 저하고 아주 친한 친구가 그런 식으로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는걸 제 가 봤거든요. 그것도 어떤 마법사하고 싸울때였는데... 그 마법사가 그 도형이 있는 쪽으로 친구를 유인한 다음에 그런 짓을 했다구요." 그러자... 여태껏 다크를 상대했던 늙은 마법사는 김빠진 표정으로 바뀌더니 퉁명스레 말했다. "난 또... 자네가 차원이 동쪽으로 말을 이끌어와서 혹시나... 했지. 그건 아마 그 마법사 가 자네 친구를 당해낼 수 없으니 공간이동 시켜버린 걸거야. 짧은 거리라면 며칠... 먼 거 리라면 몇 달 기다리면 그 친구 멀쩡한 모습으로 자네 앞에 나타날걸세... 이만 가보게나. 괜히 시간만 낭비했군... 쯧쯧..." 다크가 투덜거리는 노마법사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을 때 가스톤, 팔시온, 라라가 그 를 기다리고 있었다. 라라는 더 이상 멍청한 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마법이 풀린 모양이었다. "마법이 풀린 모양이군요." 그러자 라라가 다크의 퉁명스런 물음에 고운 목소리로 답해왔다. "예. 저는 '라라'가 아니고 '라나 슈바이텐베르크'에요. 그리고 드로아 신전에서 지혜의 여신 아데나를 모시는 수련생이구요. 잡혔을 때 도와주셔서 감사드려요." "슈바이.... 뭐라고?" 다크의 말에 그녀는 약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슈바이텐베르크요. 저 아저씨는 머리가 별로 안좋은 모양이야." 다크가 울컥해서는 한소리 하려는데 팔시온이 다크에게 말했다. "역시... 그놈들의 목표는 라나가 아니였어. 라나가 가지고 가던 작은 상자였지. 트루비아 왕실 마법사 다리아 경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드로아 신전에 보관중이었던 그 상자를 샤헨 의 왕궁으로 가져오던 도중 기습을 받고 물건을 뺏긴거지." "그 속에 들어있는게 뭡니까?" "놀라지 말게. '드래곤의 심장'이야." 하지만 다크는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뭔 헛소리 하냐는 듯한 얼굴로 팔시온을 쳐다본 것이다. 그제야 팔시온은 자신의 실책을 깨닳았다. 다크는 검술실력은 엄청나지만 마법 쪽 으로는 아예 무식하다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아... 그러니까 드래곤의 심장이란 건... 드래곤의 목뼈와 척추 뼈가 만나는 지점에 불룩 튀어나온 부분인데... 그곳에 드래곤의 마나가 집중적으로 모이지. 사실 드래곤이 죽어버리 면 그 안에 남는 것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평생가도 모을 수 없는... 엄청난 마 나가 들어있다구. 그 부분의 색깔이 붉기 때문에 드래곤의 심장이라고 부르는데... 아마 그 부분의 뼛조각을 어떤 모양으로 가공한 덩어리가 그 작은 상자안에 들어있었던 모양이야." '아하... [내단] 같은 거군.' 다크는 감을 잡았다. 드래곤이 어떻게 생긴 영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의 공 통된 의견이 '엄청나게 강하다'는 말이었고... 그런 영험한 놈의 내단이라면 대단한 내공증진 의 효력이 있을지도... 하지만 다크는 자신이 지금 필요한 것은 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 그따위 내단 따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자신과 같은 경지까지 무공을 닦 았다면 쓸데없는 영약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깨닳음'이 더욱 중요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처음에는 놀랍다는... 그다음은 탐욕의... 그 다음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무욕으로.. 마지막에는 무관심으로 변해가는 다크의 얼굴표정을 재미있다는 얼굴 로 보고있던 라나가 말했다. 그녀는 지혜의 여신을 섬기는 만큼 눈치가 빨랐고 잔머리 굴 리는게 보통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 얼굴 표정이 다채롭게 변하네요. 한사람의 얼굴표정이 그렇게 순식간에 마구 변하 는건 처음 봤어요." 다크는 과도할 정도로 쾌활한 라나의 얼굴을 힐끗 본 다음 냉랭하게 말했다. "팔시온.. 저 쓸모 없는 계집애는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거죠?" '쓸모 없는 계집애'란 말에 발끈 하는 라나를 바라보며 팔시온이 말했다. "흠... 이제 기억도 돌아왔으니 드로아 신전으로 돌려보내야지." "아뇨. 저도 같이 갈래요. 드래곤의 심장을 찾으러 갈거 아니에요?" 그러자 다크가 냉랭하게 받아쳤다. "드래곤의 심장 따위 찾아서 뭐에 쓰려구. 전에 팔시온이 그 와이번 갑옷을 어디서 만든 다고 했어요?" "알카사스" "예. 거기. 알카사스로 가보지 않을래요?" "알카사스는 왜?" "당연히 제가 필요로 하는게 마법이니까 그렇죠. 마법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거기라면 서요. 가스톤도 마법사니까 거기 같이 가면 뭔가 배울 것도 있을 거 아니에요?" 팔시온은 시큰둥한 얼굴이었지만 마법사인 가스톤은 다크의 유혹에 조금 마음이 움직였 다. 그 모양을 본 라나가 다시 팔시온을 꼬시기 시작했다. "빨리 쫓아가지 않으면 그 마법사를 완전히 놓칠거에요. 생각해 보라구요. 드래곤의 심장 을 찾아다 주면 엄청난 상금을 지급해 줄거에요." 라나의 유혹에 팔시온과 가스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못 했다. 진짜 그걸 되찾을 수 있다면 엄청난 포상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회색갑옷들 과 검을 섞어본 팔시온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다크'가 아니었다면 자신들도 백색갑옷을 입은 자들과 마찬가지로 지금쯤 짐승들 밥이 되어있을테니까... 팔시온은 다크를 쳐다봤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다크 같은 든든한 실력자가 있 다면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다크는 전혀 이번 일에 끼어들 생각이 없다는 게 확실했다. 그 점을 확인하자 팔시온은 약간은 풀이 죽은 음성으로 말했다. "아니... 안되겠어. 그놈들 엄청나게 강해. 내가 봤을 때 그들 중에 그래듀에이트급도 한 명 있었어. 그때 죽을뻔 했다구. 역시 그래듀에이트급에는 그래듀에이트급이 상대해야 수지 가 맞지. 트루비아의 정예 라칸 기사단원 50여명을 겨우 30명 정도로 기습한 놈들이야. 우리들이 겨우 그따위 포상금 탄다고 설쳤다가는 목숨이나 잃기 딱 좋지." "그래듀에이트급이 있었다구요? 맞아... 그때 라칸 기사단을 인솔하신 분은 알렉스 시드 미언 경이셨지요. 그분은 그래듀에이트급의 기사셨는데.... 그렇다면 그분을 죽인 기사가 있 었을텐데... 당신들은 어떻게 저를 구하셨죠?" "운이 좋았을 뿐이야. 꼬맹이도 이제 돌아가거라. 우리들 중에서 목숨걸고 싸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가스톤, 팔시온.. 여관으로 돌아가죠." 모험의 시작 다크는 침대 위에 앉아 명상을 하고 있었고 팔시온은 다크에게 검술좀 가르쳐 달라고 조르다가 통하지 않자 밑에서 혼자서 간단한 수련을 하고있었다. 그리고 가스톤은 다크가 앉은 맞은편 침대에 드러누워 옆에 놔둔 땅콩을 집어먹으며 뭔지는 모르겠지만 두꺼운 책 을 읽고있었다. 아직 다른 일행들은 오지 않았기에 방안은 조용했다. 여관의 방은 큰 편이었고 3명이 묶을 수 있는 방에 무예 수행자 패거리가 투숙했고 여자들을 위해서도 3인실을, 그리고 나 머지 3인실을 빌려 가스톤과 팔시온, 다크가 묶고 있었다. 이때 계단이 쿵쾅거리며 엄청 덩치큰 인물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책을 읽고있던 가스톤이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댔다. 미카엘이 돌아온 줄 알았던 것이다. "하여튼... 무예 수행한다는 녀석들은 예의도 모르는지 일부러 사나운 척 쿵쾅거리며 남의 이목을 끈다니까...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이때 문이 덜컥 열리며 웬 낮선 인물이 들어왔다. 흔히 볼 수 있는 플레이트 아머(철판 을 두들겨 만든 갑옷)를 입은 엄청난 덩치를 가진 인물이었는데 갈색의 눈매가 싸늘해 보 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인물이었다. 그를 보고 가스톤이 의문을 표시했다. "무슨 일이시오?" 그때 그 의문의 방문객은 뒤를 보더니 말했다. "이 사람들 맞냐?" 그러자 그 남자의 뒤에서 작은 여자애의 머리가 튀어나오며 말했다. "예. 맞아요." 라나였다. 라나의 확인을 받은 그 남자는 가스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정중히 말 했다. 그 남자가 가스톤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을때 가스톤은 상대의 덩치와 은근히 흘러나오는 마나에 질려버렸다. 그리고 그 남자의 뒤에는 그에 못지 않은 덩치를 한 젊은 기사가 한 명 더 있었다. 아무리 팔시온이나 미카엘 같은 덩치큰 놈들 사이에 끼어있다고 해도 낮선 덩치큰 인물들 사이에 있다면... 그것도 정신적으로 의존할만한 팔시온 같은 우군도 없을 때 앞에 나타난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때 조금은 소심 한 가스톤의 유일한 위안이었다면 파티에서 가장 검술실력이 뛰어난 인물이 저쪽 침대에 앉아있다는 것 뿐... "라나를 구해주셨다구요." "예. 하지만 뭐 우연히 지나다가..." "라나에게 도난당한 물건이 뭔지는 들으셨겠지요?" "예." "그렇다면 그게 사악한 마법사의 손에 들어가면 얼마나 위험한지도 잘 아시겠군요." "어느 정도는..." "그렇다면 우리를 좀 도와주십시오." "예? 저희들은 그냥 여행자들입니다.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할 수는 없어요. 목숨이 몇 개나 되는 것도 아니고... 팔시온의 말로는 상대방에 그래듀에이트 급의 인물도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이건 그들의 뒤에는 어떤 국가가 후원한다고 봐야 하잖소? 우리들의 실력으로는 말도 안되는 일이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계속 말을 건네오자 난감해진 가스톤은 실례인줄 알지만 잠시 상대의 말을 중단 시켰다. "잠깐만요. 저는 파티의 리더가 아닙니다. 팔시온을 부를테니까 그와 의논하세요." 그런다음 창가로 가서는 뒷뜰에서 혼자서 용을쓰고 있는 팔시온을 향해 외쳤다. "야. 팔시온. 빨리 이리 와봐. 급한 일이야." 조금 지나자 쿵쾅거리며 땀에 젖은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는 팔시온이 올라왔다. 역시 근육질은 근육질들 끼리 있어야 균형이 잡혀 보인다. "이 사람들은 누구야?" 그러자 가스톤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도 몰랐으니까..) 팔시온에게 말했다. "너가 리더니까 알아서 해." 그러자 그 덩치큰 사내가 팔시온에게 인사를 건넸다. "당신이 리던가요? 드래곤 하트를 찾으려고 하는데 좀 도와줄 수 없겠소? 사례는 충분 히 하겠소." "아마도 가스톤이 말했을텐데요. 상대편에는 그래듀에이트급이 몇 명인가 있습니다. 사 실 뒷구멍으로 하는 일이니 그 정도 실력자가 많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한 명 이상은 된 다고 봐야겠죠. 저희 파티가 어떤 구성원으로 되어있는지 라나에게 못 들으셨나요? 무예 수행자 3명, 수련마법사 1명, 신관 1명, 용병 1명, 모험가 2명...(팔시온은 다크를 모험가에 넣었음.) 더군다나 지금 샤헨에 도착한 상태니 다음 여행에는 몇 명이나 따라나설지 아무 도 모른다 이말이죠. 이 전력으로 아직 정체는 모르지만 그 강한 놈들과 싸우란 말입니까?" "왜 내가 이런 부탁을 여행자인 여러분께 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가겠지만... 나는 여러 분의 실력을 믿기 때문이오.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듀에이트급 기사가 끼 어있을게 확실한 적들로부터 저 라나를 구해냈소. 왜 그래듀에이트급이 끼어있을 거라고 확신하느냐 하면... 그 마차의 호위대를 지휘한 인물이 알렉스 시드미언... 제 동생이기 때 문이오. 그 녀석은 2년 전에 그래듀에이트의 자격을 얻은 뛰어난 기사였소. 주위에 쓰러진 시체를 보면 거의 32명의 회색갑옷을 입은 자들이 널려있었소. 그 중에 마법 때문에 죽은 자도 있더군. 그리고 어떤자는 머리가 터져서 죽은자도 있었고... 어떤 자는 갑옷과 함께 몸통이 두토막이 난 사람도 있었소. 정말 대단한 실력의 검사가 당신들 중에 있다는 결론 이 나오지. 나는 트란 근위기사단의 그라드 시드미언이라고 하오. 사실상 놈들이 어느 정 도 정보망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기에 비밀을 지키기 위해 나만 올 수밖에 없었지만... 내가 지원해 줘도 안되겠나? 그리고 저기 있는 스미온 엘시란도 젊긴 하지만 뛰어난 기사 야." '트란 근위기사단'이란 말이 나오자 가스톤과 팔시온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각 국가 들마다 유명한 기사단 외에 근위기사단을 가지고 있다. 근위기사단이라면 그 국가 최고의 엘리트들만을 엄선해서 모집한 기사집단이다. 그렇기에 그 구성원은 모두 다 그래듀에이트 급... 여기 조그마한 왕국인 트루비아의 경우에도 총 2000여명의 기사들 중 34명만이 그 래듀에이트의 자격시험에 통과했다. 또 그 귀한 그레듀에트들 중에서 '트란 근위기사단'의 멤버로 뽑히는 영예를 받은 기사는 단 4명. 그중 한명을 보고있으니 놀랄 수밖에... "에?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사실 국가에서 개입하실 생각이라면 기사단에서 사람을 뽑아다가 직접 하셔도 될텐데 왜..." "후후... 지금 드래곤 하트를 도난당한 것을 극비에 부치고 있기에 정규 기사단을 동원하 여 난리를 칠 수는 없지. 놈들이 눈치를 채는 것은 두 번째로 치고 사실은 더 중요한 것 이 따로 있네. 코린트 제국에서 드래곤 하트의 도난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심한 대가를 치 러야 할지... 또 도둑놈들도 머리가 있다면 트루비아의 기사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최대한 신경쓸거야. 나는 근위기사인 만큼 각종 행사에 많이 참가해서 얼굴이 너무 알려져 버렸 어. 그래서 직접적으로 돌아다니기는 힘드니... 당신들이 앞장서서 수소문을 하고 내가 그 뒤를 받치겠다는 것이지. 또 당신들 쪽에 모험가가 두명이나 있으니 추격에는 훨씬 유리 할 것이 아닌가?" "흐음..." 팔시온은 오랜 시간 궁리를 해야만 했다. 뒤에서 이들이 받쳐준다면 위험도도 많이 떨 어진다. 거기에 성공한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아주 그럴듯한 제안임에는 틀림 없었다. 하지만.... "저 혼자서는 결정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일행이 다 모였을 때 같이 의논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흐음... 좋아. 그럼 내일 오겠소." "아닙니다. 내일은 너무 늦어요. 결론이 나면 오늘 저녁에라도 떠나야 하거든요." "알겠소. 그럼 그때..." 이때 가스톤이 문을 나서려는 그라드 시드미안 경에게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러지 말고 여기서 잠시 쉬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괜히 그런 차림으로 다녀 봐야 눈에 만 띌 뿐이죠." "딴은 그렇군."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술하고 안주를 준비해 오겠습니다." 가스톤은 곧 음식을 장만하러 밑으로 내려갔고 모두들 예전에 있었던 추억담을 늘어놓 는 가운데 시드미안 경은 남은 두명의 '모험가'를 찬찬히 훑어봤다. 팔시온은 모험가답게 장대한 체구와 우람한 근육질... 거기다 40킬로그램은 족히 되어 보이는 호화로운 바스터 소드(burst sword)를 지니고 있었다. 바스터 소드는 파괴검이란 말에 어울리는 마상용 장 검으로 보통 말안장에 매놓고는 기마전에서 사용하는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이자는 그 외 의 다른 검은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그것 하나뿐임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팔시온 이란 이름의 모험가는 바스터 소드만을 전적으로 사용하는 대단한 힘과 기술의 소유주임 이 확실했다. 그리고 또 한사람. 저쪽 구석에 앉아있는 다크라 불리운 자는 팔시온과는 달리 근육질의 몸매가 아니었으며 허리에는 얄팍한 여성용 검 샤벨을 차고 있었다. 검의 모양이 나 전체적인 분위기로 봤을때는 마법사처럼 보이지만 여기는 마법사가 1명뿐이라고 했고, 눈앞에 있는 가스톤이라는 사람이 마법사임이 분명한데... 그렇다면 힘보다는 속도위주의 검법을 구사하는 인물인가? 하지만 트롤이나 오우거 같은 거대한 몬스터와도 상대해야 하 는 모험가 생활에서 저런 파괴력이 형편없는 검을 사용하는 걸 보면 저 검의 파괴력이 아마 상상 이상인지도... '그렇다면 저 검은 마법검 같은 건가...' 마법검이라면 일단 설명이 된다. 마법을 쓸 수 있고 또 대단히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 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떠벌이는 가운데 술과 안주를 가베인이 가지고 왔고 방안은 좀 더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보통 이야기를 전개하는 사람은 많은 모험을 한 팔시온과 시드미안 경이었고 나머지는 듣는 입장이었다. 웃고 떠들면서 모험담을 주고받는 가운데 시간은 점차 흘러갔고 이윽고 창밖에 어둠이 내려앉을 때 계단이 쿵쾅거리며 소란스런 소음을 내며 사람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지나자 문이 벌컥 열리더니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미카엘이 그의 추종자들을 데리 고 나타났다. "어럽쇼? 우리가 나간 다음에 비겁하게 술파티를 벌이다니..." 미카엘은 가스톤이 들고있던 잔을 뺏어서 한잔 가득 부은 다음 입속에 털어넣었다. 그런 다음 잘 말린다음 알맞게 구워놓은 고기포를 입속에 집어넣고는 질정거리며 화통하게 말했 다. "이봐. 좋은 기회를 잡았어. 역시 여기는 수도라서 그런지 매주 일요일에는 경기장에서 대회가 열린다고 하더군. 트롤이나 뭐 그런걸 혼자서 때려잡으면 아주 큰 돈을 벌 수 있 다고 그러던데... 돈도 다 떨어져가는데 아주 좋은 기회잖아. 그리고 한달 후에는 샤헨 아카 데미에서 무투회가 벌어진다고 하더군. 우승자는 상금이 자그마치 1천 골드라구. 그리고 매 경기당 승리수당이 1십 골드야. 본선경기는 5십 골드고, 물론 상처 입으면 치료는 신전에서 공짜로 해주고... 어때? 팔시온, 한 몫 잡을 아주 좋은 기회잖아?" "괜찮군. 하지만 만만찬은 실력자들이 다 모일텐데?" "우승이야 못해도 상관없지. 아무리 못 벌어도 2백골드는 벌 수 있을 거야. 물론 재수없 어서 1회전에 그래듀에이트급하고 붙으면 가능성 없지만... 그래도 여기는 양심적으로 그래 듀에이트급은 무조건 본선에 올려준다고 되어 있더라구. 그때 그 망할놈의 기다스 아카 데미 무투회에서는 예선 1회전에 그래듀에이트급 기사하고 붙어서 떡이 난걸 생각하 면... 으... 이갈린다.. 꿀꺽꿀꺽.." 생각만 해도 열이 뻗친다는 듯 또다시 한잔을 목구멍 속에 쏟아 부은 다음 그는 말을 이었다. "세상에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를 예선전에 싸우게 만드는 속셈은 뭐야? 이길게 당연한 데... 그리고 그 알프레드 미트리에란 녀석도 그래! 아무리 돈이 궁해도 그렇지, 그 정도 실력의 기사가 할 짓이 없어 겨우 무투회 따위에 나오다니... 못된 녀석.." 미카엘이 한참 과거를 회상하다가 열이 뻗쳐 성질을 부리고 있을 때 미디아가 들어왔다. 그녀는 난데없이 웬 술파티냐는 듯 휙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모두들 웬일이에요? 방안에서 술파티를 하다니. 참. 아무래도 헤어져야 할 것 같아요. 용병길드에 가봤더니 안테로스 공국에서 용병을 모집한데요. 혹시 같이 갈 사람 없어요? 보수는 아주 후하대요. 월급은 한 달에 1십골드, 실력만 좋다면 한 달에 3십골드. 물론 숙 식은 그쪽에서 해결해 주고 말이에요. 혹시 같이 갈 사람 없어요?" 미디어까지 도착하자 팔시온이 입을 열었다. "이제 대충 다 모였으니 여러분들과 몇 가지 상의할 일이 있어. 미디아는 자리가 없으니 저쪽 침대 위에 앉아. 뭔가 하면 우리들에게 한가지 일거리가 떨어졌다 이거야. 며칠 전에 만났던 그 패거리들을 추격하여 어떤 물건을 회수해 오는 일이지." 팔시온은 아직 참가할 일행이 정해진 상태가 아니기에 일부러 '어떤 물건'이라는 표현 을 썼다. 혹시 참가 안 한 사람이 소문을 퍼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며칠전 만났던 그 패거리라면 그... 그래듀에이트급 기사와 마법사가 끼어있던 그들 말이 야? 팔시온 제정신이야? 그때는 다만 운이 좋았던 거였다구." "맞아. 그 녀석들이 우리를 얕보지 않았다면 몇 명 죽거나 부상당했을게 뻔해. 특히 그 마법사의 실력은 대단한 것 같던데..." "아. 그건 염려할 필요가 없어. 그래듀에이트급의 뛰어난 기사 한명이 우리를 도와주기로 했어. 여기 온 분이 우리들과 계약을 청하기 위해 온 분이시지. 보수는 상당히 괜찮아. 경비는 저쪽에서 부담할 것이고 또 그 물건을 안전하게 회수해 오면 그에따른 충분한 보 수도 준다고 했어. 자... 각자 생각해 보고 빠질 사람 있으면 지금 빠지라구. 일단 갈 사람 이 정해지면 그다음부터 출발에 대해 의논을 좀 해야하니까..." 그러자 미디아가 의의를 제기했다. 한사람 안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직 미네리아 양이 안왔는데요? 어쨌든 뛰어난 사제가 한 명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상대가 만만하지 않으니까 부상자도 많이 생길텐데..." "미네리아 양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사실 사제야 어디서든지 구할 수 있고 또 안되면 신전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도 있지. 그리고 미네리아 양같은 경우 치료마법밖에 못하잖 아. 자, 각자 참가할 건지 빨리 말해줘." "나는 참가하겠어. 얼마나 괜찮은 동료가 있을지 알지도 못하는 전쟁터에 가는 것 보다 는 이미 실력을 확인한 동료가 좋겠지. 그리고 보수도 괜찮은 것 같고... 안그러면 팔시온 이 권하지 않을 테니까..." "나도 하겠어." "우리들도 하겠어요." "자네는?" 지미와 라빈이 답하자 마지막으로 팔시온은 다크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는 저 여자애만 빠진다면 의의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조그만게 마음에 드는 구석 이라고는 한군데도 없으니까..." 그러자 팔시온이 시드미안 경을 바라봤다. 시드미안 경은 라나를 쳐다보더니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저 아이는 처음부터 돌려보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럼 됐습니까?" "지금 돌려보내세요." "이봐. 스미온, 돌려보내게." "예." 그러자 라나는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안돼요. 나 같이 갈래요.. 가게 해줘요.. 엉엉... 놔요. 데려가 줘요. 나 없이 잘되나 두고 보자..." 시드미안 경의 뒤쪽에 앉아있던 덩치 큰 사내가 라나를 끌고나갔다. 라나는 나가지 않 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최소한 4배 이상의 무게를 지닌 인물이 잡아끄는 데 끌려가지 않을 수 있는가? 발버둥을 치고, 떼를 쓰면서 라나가 끌려나가고 나자 모두 들 한숨을 쉬었다. 이런 모험여행, 특히나 기사급 인물들이 지원해 주는 만큼 꽤나 안전하 면서도 또 역으로 그런 인물들이 참가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이라면 누구나가 꿈꾸 는 멋진 모험이 된다. 그런 여행에 꿈많은 소녀가 참가하려고 발버둥을 치는거야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인정에 이끌리면 안되지... 짐이 될게 뻔한데... 라나가 끌려나가고 난 다음에 모두는 그들과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오늘 저녁에 출발하 기로 합의했다. 시드미안 경은 팔시온 일행에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성문 밖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후 나가다가 뒤로 돌아서며 말했다. "치료를 위한 신관은 내가 해결해 드릴테니 성밖에서 만납시다. 그럼..." 다크 일행은 새로운 모험을 향해 활기차게 말을 몰아 성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성 문 밖의 나무 아래 어두컴컴한 부분에 그들은 모두 모여서 시드미안 경 일행을 기다렸다. 밤인데다가 달빛까지 나무에 가려서 그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조금 기다리자 급히 말을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4명이 모습을 나타냈다. 2명의 여행복 안에 가죽갑옷 을 입은 새로운 인물들이 끼어 있었지만 나머지 2명은 익히 알고있던 인물들이었다. 그들 은 바로 시드미안 경 일행이었다. 시드미안 경은 일단 이동을 시작하라고 지시한 다음 이동하면서 새로 합류한 팔시온 일행 을 새로운 동료들에게 소개했다. 팔시온 일행의 소개가 끝나자 이번에는 팔시온 일행에게 새로 합류한 인물들을 소개했다. "이쪽은 안토니 크로와씨입니다. 5싸이클 마법까지 익힌 마법사시죠." 그러자 너무 학자풍으로 생겨 가죽갑옷이 안 어울리는 40살은 충분히 넘어 보이는 인물이 인사를 해왔다. "안토니 크로와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저쪽은 로니에 칸타로와 사제십니다. 샤이하드를 모시는 신관이시죠." 그러자 엄청나게 잘생긴 30대 중반 정도의 금발의 미남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 왔 다. 그는 미네리아와는 달리 허리에 바스타드 소드를 차고 있었다. 어쨋든 전번 여행의 동료였던 미네리아 로안스에르 사제나 그 말괄량이 라나 바렌슈타 인 등 하여튼 만나는 사제들은 모두 다 멋진 미남, 미녀인 것이 특이했다. 하지만 거기에 는 작은 비밀이 있다. 신을 모시는 사제들은 '신께서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다.'는 믿음 하에 각종 미에 관계된 신성마법들을 개발했고 그러다 보니 각종마법에 의해 그들의 얼굴과 몸매가 개조(?)되어 눈에 확 띄는 미남, 미녀가 된 것이지 타고난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여자 신관들의 경우 못된 녀석들에게 '강간'당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했다. 그렇기에 여자 신관들은 믿음직한 모험가 패거리(party)가 있을때만 함께 여행했다. 시드미안 경의 소개에 팔시온이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에도 샤이하드를 모시는 신전이 있는 모양이죠, 시드미안 경? 저는 아르곤 제국에 만 신전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러자 칸타로와 사제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다른 나라에 포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크로노스 교를 금하고 있기에 포교는 참 힘들지요. 그 때문에 보통 봉변을 당하지 않기 위해 타국 에 나갈 때는 전쟁의 신 아레스의 신관복을 가지고 다닙니다." "예." 그러자 옆에서 말을 달리던 지미가 팔시온에게 물었다. "샤이하드라는 신은 처음 들어보는데요? 설명좀 해줘요." "'크로노스교(敎)'의 경전 '니트라'에는 샤이하드 외의 신을 섬기지 못하게 하지. 대단히 폐쇄적인 종교로 이방신을 섬기는 자와는 한자리에서 식사조차 못하게 규정짓고 있어. 그 러니 타 신을 섬기는 신전, 신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악마나 암흑 신들과 관계를 맺는 흑 마법사나 마나의 힘을 이용하는 백마법사, 정령을 부리는 정령술사까지 전부 다 이교도 로서 죽임을 당하거나 추방당했지. 그렇기에 아르곤 제국은 마법사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국가가 된 거야. 샤이하드를 섬기는 '크로노스교'가 아르곤 제국에서 국교로 선포되었을 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어. 그렇기에 다른 나라들에서는 마법사들이 주축이 되 어 크로노스교가 자국에 들어오는 것을 엄중히 막고있지." 아르곤 제국은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했기에 크로노스교도 여기에는 거의 알려지 지 않았다. 그렇기에 모두들 팔시온과 지미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묵묵히 갔다. "백마술은 악마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잖아요? 그리고 정령술도..." "누가 아닌걸 모르냐? 하지만 고위사제들이 그걸 확대 해석하는 바람에 거기에 들어간 거지. 오직 샤이하드만이 제어해야 할 대자연의 원동력인 마나를 한낫 인간이 부리는 것 은 샤이하드에 대한 모독이며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마나를 부릴 권세를 얻었다고 주장하 는 것이지.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아르곤 제국에서는 그게 정설이야. 그래서 아르곤 제국 에서는 백마법이나 흑마법이나 정령마법까지 그것을 익힌 자들은 모두 다 악한 마신을 섬기는 자로 몰아서 모두 한꺼번에 처리한거지. 대신 기사는 좀 달라. 검을 오랜 시간 수 련하다 보면 자연스레 몸속의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니까... 그들까지 없앨 수는 없잖아. 그래서 그들은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기사들을 샤이하드의 은총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그렇다면 전쟁이 벌어지면 타국의 마법사들 때문에 고생하게 될텐데요? 아무리 기사단 이 강하다고 해도..." "흠..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지. 그 나라의 전 국민은 샤이하드를 받들고 있어. 그 말은 그들의 군대도 샤이하드를 받든다는 말이 되지. 하여튼 전 국민이 샤이하드 를 열광적으로 받드니까 말이야. 전쟁이 터지면 광신도들처럼 무서운 미친놈들이 또 어디 있는데... 험험.." 그러다가 팔시온은 자신의 말이 조금 헛나왔다는 걸 느끼고 헛기침을 좀 하면서 칸타로 와 사제를 힐끗 본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아르곤에서는 신앙심을 꽤 중요시하니까, 신성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의 수가 많아. 어 쨌든 기사들 중에서도 사제가 많으니까 말이야. 아르곤의 기사들 중에서 신성마법을 쓸 줄 아는 자들은 기사라고 안 부르고 성기사라고 부른다고 하더군." 기사들이 신성마법을 쓴다는데 놀라 지미가 감탄사를 터트리며 말했다. "와... 기사가 신성마법까지 쓴다면? 정말 대단하겠군요." "물론 신성마법의 특성상 흑마법이나 백마법 처럼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지 못하지만 그 방어력이나 치유력에 있어서는 흑마법이나 백마법보다 월등하게 뛰어나지. 아무리 흑마법 이나 백마법의 파괴력이 뛰어나다 해도 상대에게 피해를 못 입히면 모두 소용없는 거 야. 그래서 모두들 성기사를 두려워하는 거고... 또 성기사는 자신의 몸 곳곳에 신성마법 을 걸어놓지. 근력증가의 마법이나 뭐 반사신경이 빨라지는 마법 등등... 그게 신앙심이 유 지되는 한은 평생토록 유지되니까 얼마나 근사해..." "우와... 정말 대단하군요." 그러자 그 옆에서 듣고있던 라빈이 경탄에 어린 눈빛으로 칸타로와 사제를 바라보며 물 었다. "칸타로와 사제께서도 신성마법을 쓸 줄 아세요?" 칸타로와 사제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어떤 신을 모시는 사 람들이라도 사제급이 되려면 신성마법을 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와... 그러면 저한테도 근력증가 마법같은거 걸어주실 수 없어요?" 그러자 칸타로와 사제는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이 걸어주는 신성마법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해요. 오래가봐야 2-30분 정도... 그 렇기에 신성마법을 걸려면 자신의 몸에 걸어 그 신앙심을 흡수하도록 만들죠. 그러면 신 앙심이 유지되는 한은 그 신성마법은 영원히 지속되니까 말이에요. 그렇지 않고 타인에게 거는 경우는 전투를 벌이기 직전인 경우나, 전투중인 경우죠." 그러자 라빈이 약간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사라질 힘이라면 얻 어봤자 쓸모도 없는게 아닌가... "그러면 칸타로와 사제님도 그 마법을 몸에 걸어놓으셨어요?" 그러자 칸타로와 사제는 약간 부끄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답해줬다. "예. 저도 근력증가의 마법이나 뭐 그런걸 걸어놨죠. 사실 저는 전문적인 검투훈련 같은 것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제 몸을 지키려면 마법을 이용해서 몸을 상향조종하는 방법밖에 없었죠. 그 덕분에 바스타드 소드를 쓸 수 있는 것이구요. 저같이 전문적인 교육 을 받지 못한 사람도 신성마법에 의해 바스타드 소드를 다룰 수 있는데 성기사처럼 검투 교육을 받은 사람은 과연 어떻겠어요? 또 성기사들에게는 검술에 관련된 신성마법도 전해져 내려온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제가 알기로는 성기사의 능력은 전쟁의 신전에서 말하는 그 래듀에이트급 이상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이 없잖아요." "전에 발트란 공국에서 온 사신 일행중에 그래듀에이트급 기사 한 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와 성기사가 비무를 한적히 있었죠. 그때 비무는 성기사의 압승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그 렇기에 저의 조국인 아르곤 제국을 근방의 모든 국가들이 두려워하는 것이지요. 샤이하드 의 힘은 대단히 위대하답니다." 그러자 라빈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럼 성기사의 수는 얼마나 되요?" "제가 알기로는 3000명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지미가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성기사가 3000명이나 된다구요?" "예." "그럼 성기사 중에서 마나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되요?" "잘 모르겠지만 샤이하드의 축복으로 마나를 다스릴 수 있는 성기사는 아마 한 3-400 명 정도 되는 걸로 들었습니다." 그러자 지미는 약간 김이빠지는 걸 느꼈다. 그렇다면 진짜 실력자는 3-400명뿐이라는 말 이 아닌가? 웬만큼 큰 국가들의 경우 그래듀에이트급 기사 300명 정도는 보유하고 있었 다. "에이.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때 그래듀에이트급 기사와 비무했던 성기사는 직위가 낮은 사람이 었어요. 사실 마나를 다스릴 권능을 부여받은 성기사가 그런 하찮은 타국 기사와 비무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 말에 다크를 제외하고 모두들 놀라움을 느꼈다. 마나도 다스릴 줄 모르는 성기사가 마나를 다스릴 수 있는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를 이기다니... 물론 신성마법의 덕분이겠지만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놀라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마법이란? 그들은 계속 길을 달렸지만 무작정 달려가는 것은 아니다. 보통 팔시온이 주축이 되어 무예 수행자들이 정보를 모은답시고 동분서주 하면서 어렵게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크나 그 외 딴사람들은 별로 할 일이 없었고 그래서 심심한 김에 다크는 가스톤 기빈에게서 마법을 배웠다. 다크는 처음에는 마나를 체외에서 정신을 집중하며 외운 주문을 통해 움직인다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속의 마나를 꺼내어 외부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자 신의 몸을 매개체로 체외에 존재하는 대자연의 근원인 마나를 응축하여 움직인다? 어떤 면 에서 보면 북명신공하고 비슷한 이치인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따위 마나를 설혹 체외 에서 어떤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손 치더라도 이놈의 주문은 또 뭔가?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들을 중얼중얼 그것도 정해진 몸동작에 따라 손발을 움직여야 하다니... '염병... 이러고 앉아 있다가 먼저 칼맞아 죽겠다.' 다크의 생각은 과히 틀리지 않았다. 그전에 만났던 흑색갑옷을 입은 멋쟁이 마법사도 주문외우다가 칼 날아오는 것 보고 뺑소니 치지 않았던가? 그래서 마법사란 직업은 아 주 처량한 것이다. 그날도 다른 사람들은 이리저리 모두 다 상대를 찾는답시고 뿔뿔이 흩 어지고 난 다음 가스톤과 다크만 남아서 길을 가던 도중 쉬면서 화이어 볼의 순서를 연습 하다가 떠오른 생각이었다. "그게 아니고 이렇게." 그러면서 가스톤 기빈은 다시 한번 더 설명했다. "화염 마법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화이어 볼'인데 먼저 손을 이렇게 공을 쥐듯이 한 자세에서 시작하는 거야. 그런다음 주문을 외우면서 손을 천천히 들어올린 다음 머리 위 높게까지 올린다. 이때쯤 되면 주문은 거의 다 끝나가고 점점 불덩어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구. 이제 마지막 주문을 외우면서 오른손을 뒤로 천천히 빼는거야. 물론 주문의 속 도에 맞춰서 말이지. 주문을 빨리 외우면 빨리, 천천히 외우면 몸동작도 천천히... 알겠 나? 그런다음 오른손이 뒤로 완전히 빠진 후에 주문이 끝나면 시동어인 화이어볼을 외치 면서 그 공을 원하는 표적을 향해 던지는 거지. 알겠어?" "대강 알겠어요. 다시 한번 더 시범을..." "자 잘 보라구." 그런 다음 가스톤은 마법을 구사하기 전에 일단 동작에 맞춰 손을 뭔가를 쥐듯 앞에 끌 어모으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몸속에 타오르는 불의 기운이여, 만물을 불사르는 뜨거운 화염이여..." 어쩌구저쩌구 고대 마법어인 룬어의 주문이 진행될수록 가스톤의 손은 천천히 위로 올 라가기 시작했고 그의 양 손바닥 사이에서는 작은 불덩어리가 커나가기 시작했다. 또 다 크는 가스톤이 주문을 외워감에 따라 가스톤의 주위에 하나의 큰 기의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기의 흐름을 통해 방대한 힘이 가스톤의 양 손바닥 사이에 강력한 기가 집중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곧이어 작은 불덩어리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화이어 볼!" 가스톤이 시동어를 외침과 동시에 그의 오른쪽 손바닥에서는 거대한 불꽃덩어리가 확 피 어올랐고 가스톤은 그걸 아무 곳에나 던져버렸다. 원래 이래서는 안되지만 적이 없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인 것이다. "이제 알겠나?" "그러니까 그냥 주문을 외우다 보면 마나가 모인다는 말입니까?" "아니야. 주문만 외워서는 안되지. 정신을 집중해서 그 주문의 틀에 맞춰 마나를 모아야 만 해. 그런다음 계속 주문을 외우면서 주위에 만들어지는 마나의 흐름을 함께 통제해야 만 하지. 주문이란 주위의 마나를 흡수하여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는 도구일 뿐이지. 그 미세한 흐름 하나하나는 시전자가 직접 통제를 해야만 해. 그렇지 않으면 주문을 외우 다가 마나가 폭주하면서 잘못하면 사망하는 수가 있다구. 너는 잘 모르겠지만 주문을 외 우면 주위의 마나가 모여들어 그 마나의 흐름이 도너스처럼 둥근 원통형을 형성하며 빠 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하지. 이때 마나의 흐름을 더욱 가속시키면서 원통의 안으로는 압 축하고 또 원통의 밖으로는 마나를 계속 흡수해야 해. 이건 아주 어려운 작업이지. 이때 마나의 흐름이 그 원통을 벗어나기 시작하면 안되는 거야. 만약 벗어난다면 주문은 폭주 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바로 대폭발로 이어진다구. 주문이 잘되어 만약 성공한다면 그 원 통을 통해 마나를 압축하여 일직선 또는 하나의 덩어리로 만들게 되지. 그런다음 마지막 시동어를 통해 그 압축된 마나를 불꽃으로 형상화 시키는 것이지. 무슨 말인지 알겠어?" "글쎄요... 이해가 안가는데요..." "제길... 원래 차근차근 처음부터 설명을 해야하는데... 좋아. 처음부터 시작하자. 혹시 이 세상을 이루는 네가지 원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냐?" "없어요." "이 세상을 형성하는 네가지 원소는 불, 물, 바람, 땅이지. 이것을 사대원소라 부르고 그 각각을 관장하는 정령을 사대정령이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잡다한 정령들이 있지만 사대 정령이 가지는 힘이 가장 크므로 보통 정령마법같은 경우 그것들을 부린다고 하더군. 참, 무슨말을 하려다가 이리 왔더라? 그래! 그런식으로 마법도 몸속에 내재된 각 원소를 이용 하는 것이지. 정령의 힘따위 필요 없이 마법은 자신의 몸속의 기운을 통제하여 끌어내는 거야. 물론 그때 사용되는 엄청난 량의 마나는 무사들과 달리 자신의 몸속에 있는 마나가 아닌 체외에서 떠도는 마나를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그런 다음 시동어를 외치는 것 이 바로 그 응축된 마나와 시전자가 원하는 마법의 염원을 뒤섞는 작업이지. 그게 성공하 면 불덩어리가 되던지, 물 덩어리가 되던지 하는 거야. 알겠어?" "흐음... 그렇다면 일단 마법이란 것은 몸 주위에 거대한 원반형의 마나 덩어리를 가속하 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거군요." "그렇지. 하지만 그 마나의 덩어리를 가속하는 작업을 인간의 힘으로 혼자 할 수는 없어. 그걸 좀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게 주문이지. 사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걸 통제한다는게 불가능하거든. 물론 고위 마법사로 올라갈수록 그 주문을 오랫동안 써본 경 험이 밑바탕이 되어 빠른 속도로 주문을 외무면서 또는 그 주문을 생략하기도 하지만... 그 마나의 흐름을 유지, 가속, 압축, 혼합, 발사의 과정은 변함이 없지. 이게 바로 백마법이 야." "백마법? 그럼 흑마법도 있어요? 아니면 회색마법이나.." "흑마법은 있지. 흑마법은 자신이 직접 마나를 통제하는게 아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그 악마와의 계약에 의해 힘을 받아 행하는 마법인데... 으음... 그 계약을 한 악마의 등급 에 따라 그 위력이 완전히 달라진다고나 할까... 하여튼 별로 좋은 의미의 마법은 아니야. 흑마법 써서 잘된 인간은 한명도 못 봤으니까. 그리고 흑마법외에 정령마법이 있지." "정령이란게 뭐에요?" "정령이란 이 세상을 유지하는 각각의 어떤 원소를 다스리는 자를 말하는 건데... 그 정령에도 등급이 있지. 정령, 상위정령, 정령왕. 이렇게 세가지 등급이 있는 정령도 있고 어떤 정령은 정령왕이 존재하지 않던지, 아니면 아예 상위정령조차 존재하지 않는 정령도 천지야. 정령왕의 힘은 대단하지. 그 정령을 이용해서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게 정령마 법이야. 정령마법에는 세 가지가 있어. 하나는 정령을 소환하지 않고, 계약도 안한채 그 정령의 이름으로 그 힘을 빌려쓰는 마법이 있어. 하지만 그 정령과 사람은 계약을 맺지 않 았다 하더라도 어떤 매개물은 필요한 마법이지. 그러니까 어떤 책, 반지, 검 따위 말이야. 그걸 매개체로 시전 자는 자신이 모은 마나를 계약된 정령에게 건네주고 정령은 자신의 힘 을 빌려주어 정령마법을 구사하는 술법이지." "백마법이랑 비슷하군요." "응. 하지만 나머지는 완전히 달라. 두 번째는 정령과 계약을 맺은 후 그 정령을 직접 소 환하지 않고 그 정령의 주특기인 마법만을 구사하는 방법이야. 이건 마나를 응집시키거나 하는 따위의 행위는 필요 없고 그 정령과의 약속된 약속어만 떠들면 되니까 아주 편하지. 거기에다가 마나의 응집이나 뭐 그런게 보이지 않기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구." "대단하군요. 그렇다면 그냥 약속어만 떠들면 펑펑 마법이 날아간다는 말인가요?"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그 정령이란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그들의 힘을 이 세상에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에 준하는 힘을 시전자가 포기해야만 해. 그러니까 그것도 많이 쓰면 피곤하기는 매한가지지." "그렇다면 마지막은?" "마지막은 계약을 맺은 정령을 소환하여 그를 부리는 거야. 정령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 용하면 대단히 강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지. 하지만 정령마법은 정령과의 친화력을 가진 인물만이 가능하니까 웬만한 사람들은 익힐 수조차 없는 게 단점이지. 하지만 이것 도 정령의 힘을 현세에 나타내기 위한 통로역할을 시전자가 해줘야 하기에 강력한 힘을 쓸 수록 피곤하기는 매한가지지." "마법은 그거 뿐이에요?" "아니 큰 갈래로 본다면 하나 더 있지. 마지막 것이 신성마법인데 신을 섬기면서 그 신 이 축복으로 내린 힘을 사용하는 거지. 자신의 몸은 매개체가 되어 신성마법을 돌리게 되 는 거야. 하지만 이것도 흑마법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을 통해 신의 힘이 들락 거려야 하기 때문에 그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육체가 갖추어 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 완전 히 거저인 것 같은 이 힘도 많이 쓰면 쓸수록 지치기는 매한가지야." "큰 갈래라면 작은 갈래라도 있어요?" "그럼. 부적마법이라든지 마법진을 이용한 마법이라든지... 수많은 종류가 있지." "그럼 제가 익힐 수 있는 마법은 백마법 뿐이라는 말인가요?" "그렇지. 혹시 나중에 악마녀석과 계약할 수도 있으니까 흑, 백마법은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선제조건은 갖추어 졌다고 볼 수 있겠지." "방금 설명한 것들 중에서 제일 이해가 안가는게 섞는 부분 있잖아요? 응축된 기와 자 신의 염원을 섞는거... 그건데.." "당연히 이해가 안가겠지. 화이어 볼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마나가 있어. 그 이상의 마나만 공급해 준다면 그 마법을 구동시킬 수 있게 되지. 몇 가지 요령만 터득하면 자신의 염원과 응축된 마나의 덩어리를 혼합하는 것은 어려운게 아니야. 하지만 여기서 실 패한다면 정말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만..." "그럼 그 염원과 마나가 섞이는 것을 어떻게 좀 느끼게 해줄래요?" "그건 어려운게 아니야. 자... 조용히 눈을 감고 감각을 집중해 봐." 그러면서 가스톤은 다크의 뒤에 서서는 손목을 잡은 후 주문을 외워가기 시작했다. 그러 자 다크와 가스톤을 중심으로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걸 다크는 명확히 느낄 수 있 었다. 가스톤은 주문을 외우면서 다크의 손목을 잡고는 다크가 형식에 맞는 움직임을 취할 수 있게끔 이리저리 움직였고 드디어 주문이 완전히 다 끝났다. "어때 뭔가 느껴지는게 있나?" "아주 뜨거운 어떤 게 느껴지는데요?" "당연하지. 자네 바로 손 앞에 마나의 덩어리가 위치하고 있어. 이제 시동어를 외울거 야. 화이어 볼!" 그와 동시에 가스톤의 염원의 덩어리가 꼭 가스톤이 꼭 잡고있는 다크의 손목부분을 통 해 다크에게로 전달되었고 그것은 곧이어 다크의 손을 통과해서 마나의 덩어리와 합쳐졌 다. 그와 동시에 다크의 오른손 위에서 확 하고 불덩어리가 생겨났다. 그러자 가스톤은 다 크의 손을 앞으로 당기듯 하면서 불덩어리를 던졌고 그 덩어리는 앞에 있던 땅바닥에 맞으 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이해하겠나?" "뭔가 제 손을 통과해서 나갔는데..." "그게 불의 염원을 담은 덩어리지. 그 둘이 합쳐져서 하나의 마법을 만든거야." "흐음... 이거였나? 아니 이거였나?" 한참 다크가 이궁리 저궁리 해대더니 가스톤에게 말했다. "이제 어느정도 이해가 가네요." "사실 염원이란 건 별로 중요한게 아니야. 이렇게 되어 주세요. 하는 거니까. 가장 중요한 건 필요한 만큼의 마나를 응축시키는 거라구." "그럼 최고주문은 몇싸이클 까지 있어요?" "잘은 모르겠는데 내가 듣기로는 9싸이클 까지 있다고 하더군. 뭐 9싸이클 정도 되면 도 시하나를 묵사발을 낼수있다나? 그러던데 나도 잘 모르겠어. 어쨋든 그 정도까지 배운다 는건 불가능해. 마법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 즉 1,2싸이클을 사용할 수 있는 인물들을 견습 맙법사, 3,4싸이클은 수련마법사, 5,6싸이클은 마법사, 7싸이클 이상은 대마법사라고 하는데 대마법사는 전 세계를 통털어도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마법은 어려운 거야. 어때? 지 금부터 룬어를 좀 배워볼래?" "그럼 그 전에 화이어 볼 시범 한번만 더 보여줘요." "뭐 그건 어려운게 아니지." 다크는 또다시 가스톤이 기나긴 주문을 외워 화이어볼을 날리는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 아니 그의 행동을 유심히 봤다는게 아니라 그의 주위에서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지켜봤 다는 말이다.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한 흐름을 가지는 마나의 흐름... 다크는 슬며시 북명 신공을 응용하여 주위의 기를 끌어들어 하나의 원형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뭐 이까지는 힘들게 없었다. 그런다음 원통 내에서의 가속... 이때 가속하면서 그 원통의 겉부분으로는 기를 흡수하여 그 원통의 중앙부분으로 압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량의 기를 가속가속하면서 압축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죽자고 가속해낸 다음 기를 압축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제법 압축되었다고 생각되자 다크는 그 강력한 힘을 가진 기의 덩어리를 오른손쪽으로 유도하며 동시에 손을 앞으로 쭉 뻗어놓은 상황에서 몸속에 있는 가스톤이 지적해준 불의 기운을 담은 염원을 가져다가 둘을 합쳤다. 퍽 작지도 않은 소리가 나면서 손바닥 앞쪽에 진홍색으로 불타는 축구공 크기의 불덩어리 가 만들어졌다. 갑자기 그게 만들어지자 옆에서 지켜보던 가스톤은 놀라서 기절하기 일 보직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곧이어 다크는 그 불덩어리를 기를 이용해서 앞으로 날려버 렸다. 쿠왕!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가스톤의 화이어 볼의 수십배는 되어보이는 불 의 힘! 아무래도 가속과 압축을 너무 과도하게 한 모양이었다. 다크가 처음 성공한 마법을 통해 이 마법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구동하게 되는 것인지를 다시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있을 때 이제서야 이성을 회복한 가스톤이 놀랍다는 듯이 떠듬떠듬 물어왔다. "자네 마법을 할 줄 아나?" "예. 방금 할 수 있게 된거 보셨잖아요?" "그럼 그게 지금 배우고 한거란 말이야?" "그렇죠." "자네 천재인가? 난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군." "별로 어려운게 아니던데요? 자, 봐요." 이번에 다크는 호승심에 입각하여 원반을 두 개를 만든 다음 맹렬히 회전시키기 시작했 다. 그런다음 압축된 기를 전처럼 한군데로 합치지 않고 길쭉한 상태로 둘을 합쳐 기를 손가락 끝쪽으로 보낸 다음 거기서 불의 기운과 합치게 만들었다. 그러자 역시나 예상대 로 붉은 화염막대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이건 전번 1싸이클을 날릴때보 다 더 시간이 적게 들었다. 물론 이건 요령이 붙어서 단축된 시간이었다. 꽈꽈꽝! "봤죠? 방금건 2싸이클이었다구요. 이제 3싸이클에 도전해볼까?" 전에 가스톤이 몇 번 마법을 사용하는 모양은 봤으므로 그 원반들이 어떤 형식으로 교차 하는 모양을 이룬다는 것은 알고 있다. 물론 3싸이클 까지였지만... 하지만 지금 여기는 없 지만 5싸이클을 구사하는 진짜 마법사도 한 명 더 있으니까 그것도 알아내는데 별로 어려 울게 없을 것이다. 급속도로 가속, 압축, 혼합, 발사! 쾅! 지축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시뻘겋게 솟아오르는 불덩어리... "어때요? 3싸이클 주문의 위력이 맞죠?" 다크가 쏘아대는 화이어 볼을 보면서 경악감에 입을 딱 벌리고 있던 가스톤이 중얼거렸 다. "말도 안돼! 저게 3싸이클이라고? 5싸이클이라도 저 정도 파괴력은 없겠다." "으윽! 너무 기를 많이 압축했나? 어쨌든 아주 재미있군요. 원리만 이해하면 아주 간단 한거에요. 흡수, 가속, 압축, 혼합, 발사라..." "자네는 보면 볼수록 이해를 못하겠군. 아무것도 모르다가 가르쳐 주기만 하면 사람을 놀라게 만드니... 참. 시간이 많이 흘렀어. 빨리 가자구. 합류할 장소에 가서 나머지 설명을 더 해주지." "그러죠." 일행들은 가스톤과 다크가 둘이서 뭐가 좋은지 쑥덕거리며 떨어지지 않는걸 보고 수상 하게 생각했지만... 뭐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마법이란게 하루아침에 배워지는 것 도 아니고... 또 그들로서는 복잡한 마법주문인 룬어나 기타 그런 것에 대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실드란 것은 말이야 마법을 막는 매직 실드와 화살 같은걸 막는 포스 실드가 있지. 하 지만 그 둘을 한꺼번에 막지는 못한다 이말이지. 그걸 한꺼번에 막으려면 바리어를 쳐야 하거든. 바리어는 3싸이클부터 사용하는 마법인데 4,5,6싸이클 이상이라도 그냥 바리어지. 대신 그 방어하는 면적이 늘어나고 방어하는 강도는 변함이 없어. 그건 실드도 마찬가지 지만... 주문은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했으니 뭐... 넘어가고 그건..." 저녘식사를 끝낸 다음에도 저쪽에 둘이 누워서는 쑥덕거리는 걸 보면서 시드미안 경이 팔시온에게 물었다. "저 둘은 사제지간인가?" "아닙니다. 이번 길에 만난 동료지요. 시드미안 경." "보통 마법을 딴사람에게는 잘 가르쳐 주지 않는게 상식인데... 저 가스톤이란 사람은 꽤나 열심히 가르치는군." "글쎄요. 뭣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크한테는 죽도록 붙어서 가르치는군요. 내가 전에 가르쳐 달라고 떼를 썼을때는 며칠 가르치더니 그만둬놓고..." 사실 그때 가스톤은 팔시온을 며칠 가르쳤지만 며칠 지난 다음 자신의 가르치는 능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포기했던 것이다. 가르쳤을 때 배우는 상대가 잘 이해하면 가르치는 사 람도 엄청 재미있는 것이 상식이니까... "그런데 저 다크란 사람은 왜 데리고 다니는 건가? 이번 추격을 하는데 아무런 보탬이 안되고 있잖아? 물론 가스톤이라면 수련마법사니까 싸우는데 필요하겠지만..." 그러자 팔시온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직 적과 만나지 않아서 모르시는 거죠. 다크의 검술실력은 저희 파티에서 최고라구 요. 전에 그래듀에이트급 기사까지 헤치우는 걸 봤을 정도니까요. 그 기사가 누군가 하면 경의 동생분을 죽인 기사였죠." 시드미안 경은 새삼스레 다크를 바라본 다음 말했다. "그렇게 대단한 실력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검술실력이 뛰어나단 말이오?" "거짓말 같지만 진짭니다." 또 다시 만난 말썽꾸러기 "스승님" "뭐냐?" "좋은걸 발견했습니다. 혹시 흥미가 있으실 것 같아서 우선 몇 권 가져왔는데요." 그러면서 내미는 책 세권... 토지에르 경은 그 책을 받아서 쭉 훑어봤다. 마법책들이었 다. 그것도 6싸이클 급의.... 토지에르 경은 놀라움에 가득찬 어조로 제자에게 물었다. "이걸 어디서 구했느냐?" "전부터 우리가 사용해오던 거점 중 한곳이 마법사의 집이란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 밑에 있는 던젼에서 발견했죠. 그거 말고도 거의 천권에 달하는 책들과 마법을 실험하는 장비들이 있습니다. 그중 쓸만한 거는 다 가져왔으니 한번 보시죠." "오오... 정말 잘했다. 이건 대단한 발견이야. 국가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폐하께 최고의 선물이 되겠어." "그 중에서 마법 도구(tool)도 몇 개 있더군요. 바로 이것들입니다." 그는 제자가 꺼내놓은 검 한 자루와 반지 두 개, 또 수정구슬 하나를 바라보며 만족스런 신음소리를 흘렸다. "흐음... 대단해. 빨리 사람들을 보내서 그것들을 왕궁으로 옮겨라. 아니지 우선 내가 그 리 가봐야겠다. 빨리 안내하거라." "예." 일행은 1주일동안 추격을 했는데도 상대의 꼬리가 지나간 길은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었지만 정작 상대의 꼬리조차 구경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가스톤만이 아니라 안토니 크로와까지 섞여서 다크가 열띤 토론을 하고있는데 팔시온이 급히 들어왔다.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멀지 않은 마을 외곽에 세워진 집인데 거기에 적들의 본거지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자 재빨리 시드미안 경이 일어며 외쳤다. "그럼 빨리 가보자." 그들은 재빨리 말을 타고 팔시온이 찾아낸 상대방의 본거지를 향해 달려갔다. "상대의 수효는 얼마 정돈가?" "그게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좀 수상한 곳이라고 주민들이 그러더군요. 그 검은가죽갑옷 을 입은 녀석을 봤다는 사람도 그놈이 그곳이 어딘지 묻더라고 하구요." "그 집이 규모가 큰가요? 만약 성처럼 지어놨다면 이 인원가지고 힘들지도..." "그렇게 큰 집은 아니랍니다. 옛날 마법사가 살던 집이라고 그러던데..." 일행이 도착할때쯤에는 이미 날이 저물었지만 달빛을 이용해 보니 과연 집은 그렇게 큰 집이 아니었다. 2층의 벽돌로 지은 건물이었고 뒤쪽의 마굿간에는 말도 몇필 매어져 있는 것이 분명히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집은 꽤 넓은 공터 에 지어져 있었기에 그쪽으로 들키지 않고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 것처럼 보였다. 일 행이 도착하자 저택이 잘 보이는 숲쪽에 지미와 라빈이 기다리고 있었다. 팔시온은 일행을 둘러본 후 급히 물었다. "미디아는?" "반대편을 둘러본다고 가셨어요. 지금쯤 올 때가 넘었는데..." "뭐 조금 있으면 오겠지. 보초는?" "정문에 한 명, 마구간 쪽에 한 명 있어요." "흠... 여기서 저택까지는 500미터는 족히 되겠는데? 이거 활가지고는 힘들겠군. 어떻게 한 다? 이봐요, 안토니. 마법으로 어떻게 안될까요?" "흐음... 마법으로 안되는 건 아니지만 혹시 저쪽에도 마법사나 혹은 기사가 있다면 마 나의 움직임을 눈치챌텐데..." "제길. 정면돌파 외에는 방법이 없군. 안그런가요, 시드미안 경?"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내가 스미온을 데리고 정문을 맡지." "그러면 우리들은 후문을 맏지요. 그러니까 그 시간은 이걸로..." 팔시온은 품속에서 작은 모래시계 2개를 꺼낸 다음에 말했다. "이건 10분 단위로 모래가 떨어지죠. 10분 후에 합시다." "알겠소." 모두들 와글와글 하고 있었지만 다크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 건물안에서는 강력한 기를 지닌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건물 안에 10 명 정도의 인물들이 들어있었지만 쓸만한 실력을 가진자는 한명도 없다는 말과 같았다. 우우우! 미카엘, 지미, 라빈은 각자 말안장에 매어진 활을 가지고는 상대를 향해 발사했다. 이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상대에게 활을 날린다면 그 정확도를 기대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거기다 밤이라서 상대도 잘 안보였고... 거기에 상대가 맨몸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갑옷을 입었다면 큰 타격을 과연 줄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활을 날렸고 상대는 어 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는 모르지만 쓰러졌다. 그걸 확인한 다음 그들은 살며시 전진했다. 푸르륵 거리는 말들을 달래며 마구간 옆에 있는 문에 접근한 팔시온은 시드미안 경 일 행도 반대편 문에 접근해 왔기를 빌면서 곧장 문을 열고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갑자기 검을 든 인물들이 들이닥치자 널찍한 탁자에 앉아 야식을 먹고있던 덩치큰 녀석 들이 각자 옆에 세워둔, 혹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아들고 반항하려고 했지만 그 반수 정도 는 검을 채 뽑아보지도 못하고 팔시온의 거대한 검에 두토막이 되어버렸다. 이때 2층에서 인기척이 들려오더니 남은 5명 정도가 검과 방패를 들고 나타났다. 하지만 이쪽이 숫자 도 원체 많았지만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들도 많아 간단히 살해되고 말았다. 마지막 두명 을 간단히 헤치워버린 시드미안 경은 두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2층을 검사하기 위해 뛰어 올라갔고 지미나 라빈은 1층 내의 여러 방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보게 안토니 이리좀 와보게나." 시드미안 경이 안토니를 부르자 무슨 일인가 하고 팔시온과 가스톤까지 2층으로 올라갔 다. "여기 문이 잠겨있는데 도저히 열리지가 않는군." "어디 좀 보게 비켜 주십시오." 안토니는 이리저리 문을 검사해보더니 확정적으로 말했다. "마법을 걸어놨습니다. 직접적으로 문짝에 마법을 걸어놓은 것 같지는 않고... 아무래 도 문지기 부적을 걸어놓은 모양인데요?" "문지기 부적? 열수는 있나?" "별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문짝에 마법을 걸어놨으면 그 문을 마법이 직접 방어하지 만 부적은 다르죠. 어떤 약속어를 말하기 전에는 문이 안열리게만 막아주니까요. 그냥 문을 때려부수면 되죠. 하지만 이런 부적은 비싸니까 되도록이면 살살 부숴주세요. 회수해서 써 먹게..." "알겠네." 시드미안 경은 곧장 검을 꺼내서는 경첩부분을 잘라내 버린 다음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 뒤쪽에 부적이 붙어 있는게 보였다. 아마도 이 부적은 단순한 도둑 방지용이거나 아니 면 부하들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붙여놓은 모양이었다. 시드미안 경이 안으로 들어서자 그 방안에는 거의 가구도 별로 없었고 창문에 부적한장 붙어있는 것과 책상 위에 부적 몇장이 놓여있는거 외에는 별것도 없었다. 시드미안 경이 서랍을 뒤져 나가는 동안 팔시온은 휴지통을 뒤지기 시작했고 나머지는 이곳저곳에 뭔가 있나 해서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때, 스미온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시드미안 경을 불렀다. "시드미안 경, 이것좀 보시지요."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어 있을 때 그곳 의자에는 멍청한 표정으로 예쁜 여자애 가 한명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 꼬마아이는 모두다 알고있던 라나 슈바이텐베르크였다. 맙소사... "이게 어떻게 된거지?" 라나의 몸을 살펴보던 안토니가 곧장 답했다. "마법에 의해 정신이 제압당해 있군요." "또? 그 마법을 풀수는 없겠소?"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 십시오." 안토니 크로와 마법사가 라나의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 거리기 시작하자 손바닥에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깨어나라!" 그러자 눈을 동그랗게 뜬 라나가 사방을 둘러보더니 곧이어 눈에익은 얼굴들이 잔뜩 모 여있는 것을 보고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 그냥 이리저리 물어보며 따라오다가 또 그사람한테 잡혔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기 억이 안나요." "당연하겠지. 저 애를 어떻게 돌려보내지?" 시드미안 경의 한탄이 좀 섞인 질문에 팔시온이 곧 대답했다. "돌려보내도 또 따라오려고 들텐데요. 거기다 누구에게 이 아이를 호위시켜 보낼 겁니 까? 지금 한사람이 아쉬운데... 어쩔 수 없어요. 그냥 데리고 갑시다. 그건 그렇고 너 배는 안 고프냐?" "배고파요." "안토니씨, 죄송하지만 저 아이좀 데리고 가서 뭘 좀 먹어주십시오. 밑에 식당이 있습니 다." "그러지요." 안토니 크로와가 라나를 데리고 계단 밑으로 내려가자마자 시드미안 경이 팔시온을 붙 잡고 말했다. "저 아이를 데리고 갈수는 없소. 이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아주 위험하다구."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시드미안 경. 그렇지만 지금은 돌려보낼 방법도 없구요. 또 돌려보내는 방법을 그 아이 앞에서 쑤근거리면 그 애도 주의하게 될텐데 그때는 잡아서 돌려보내기도 힘들어지죠. 일단 국경 경비대나 신전같은 신뢰할 수 있는 단체를 만나면 꽁 꽁 묶어놓고는 그들에게 부탁하고 떠나도 괜찮죠. 그렇지만 또 따라온다고 하다가 잡힐수 도 있으니... 제길.." 한참 생각하던 팔시온이 덧붙여 말했다. "할 수 없군요. 우선은 추적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다크에게 맏기기로 하죠. 검 술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니 별 문제야 없겠죠." 던전 발굴 "뭐... 뭐야?" "뭘 그리 떫은 표정인가? 자네는 따로 할 일도 없잖아?" "날보고 저 '애물단지'를 데리고 다니란 말인가요?" 그러자 저쪽에서 식사 중이던 애물단지가 다크를 향해 눈꼬리를 쳐올리며 악을 썼다. "뭐에요? 이리저리 얘기를 들으니 아저씨도 짐이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같이 좀 있으면 어때서 그래요?" "뭐야? 말 다했냐? 어른들 얘기에 끼어들고있어... 버르장머리 없는 계집애가." "그러는 아저씨나 예절이란 걸 배워 보라구요. 예절 교육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못받은 촌 놈 주제에.." "뭐라고?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 " "이봐 제발 좀 참으라고... 꼬마애한테 왜그래?" 급기야는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라나에게 다가가던 다크 를 팔시온이 밖으로 끌고 나갔고 다크도 저런 꼬맹이와 일순간이지만 아웅거렸다는게 자 존심이 약간은 상해 그냥 마지못해 끌려나가는 척 해줬다. "나는 절대 못해요. 저런 버르장머리 없는 꼬맹이를..." "그래도 귀엽게 생겼잖아?" "그러면 팔시온이 데리고 다니지 그래요? 나는 애나 보자고 따라온게 아니란 말이에 요." "돌겠군... 그럼 누구한테 맡긴단 말인가?" "가스톤한테 맡겨요. 그쪽도 일안하기는 마찬가지잖아요." "그도 그렇군. 하지만 가스톤은 원체가 수련마법사라서... 누군가를 지켜준다는게 좀 벅찬 노릇이지. 대신 자네가 그들을 멀찍이서 지켜준다고 약속한다면..." "약속한다면?" "가스톤에게 맏기기로 하지." 그러자 다크가 씨익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좋아요. 절대로 죽지는 않게 해주죠." 이때 집 구석구석을 살펴본 가스톤이 다가와서 말했다. "이 집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어요." "밑에 내려가 봤어요?" 그러자 가스톤은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했다. "탐지마법에 따르면 이 집 지하에 널찍한 공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입구를 찾지 못해서 한동안 고생을 했었는데 드디어 찾았어요. 조금 들어가 봤는데 아주 깊어요. 어쩌면 그냥 지하실이 아니라 던젼이 있을지도 몰라요." 던젼이란 말이 나오자 무예 수업자들이나 안토니 크로와가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던 젼이란 것은 마법사의 작업실을 말하는 것으로 그 마법사가 뛰어날수록 던젼의 규모는 컸 고 그 마법사가 생전에 모아놓은 여러 가지 귀중한 것들이 있을 수 있었다. 보물이라든지 마력물건... 또는 마법책자 등등 어쩌면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을 구할 수도 있었다. "혹시 밑에 누군가가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교묘하게 위장되어 찾기가 아주 힘든 위치에 있었죠. 그리고 딱히 사람이 지나다닌 흔적은 없어요." "그럴까? 하지만 그 검은가죽갑옷 입은 녀석도 마법사니까 이 밑에 뭐가 있는지 알고 있 었을거 아냐?" "어쩌면 그는 확인해보지도 않았는지 모르죠. 이 집 지하에 뭐가 있는지... 아니면 이 밑의 구멍을 뒤진다고 시간낭비를 할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르구요. 드래곤 하트를 훔쳐갈 정도라면 그들은 인간의 힘 능력 이상의 마법을 사용할 작정인게 틀림없죠. 그렇다면 그들 은 이미 그 정도로 높은 수준의 마법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 그가 보통 마법사가 차지하고 앉아있던 지하실을 뒤지는 수고를 할까요?" "흠... 일리가 있는데? 하지만... 그 검은 갑옷입은 마법사가 언제 이리 올지 모르는데 우리들 이 아래로 내려가서는..." 시드미안 경이 고민에 잠기자 급히 팔시온이 말했다. "그럼 저희들이 밑을 탐색하는 동안 시드미안경께서는 여기 계십시오. 스미온까지 있으 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렇게까지 말하자 시드미안 경은 승락했다. "괜찮은 생각이군." "꺅! 지금부터 던젼을 탐험하는 거에요?" 라나가 좋아서 팔짝팔짝 뛰며 비명을 질렀다. 던젼 탐색... 이 얼마나 근사한 소리냐... 음.... "너는 안돼!" 묵향이 말하자 라나가 반박했다. "뭐에요? 왜 안돼요? 나도 들어갈 자유가 있다구요." "위험해." "흥! 그러는 아저씨나 몸조심하라구요. 나는 아데나님을 모시는 수련생. 신의 축복과 함 께한다구요." "헛소리하지마. 이 꼬맹아." "꼬맹이라니 말 다했어요? 나도 조금 더 있으면 늘씬하게 커진다구요. 별볼일 없는 검객 주제에 누구보고..." "뭐야? 지주제를 파악해야지." "아저씨 도움 따위 필요 없다구요. 그리고 나를 보호해 주는 건 가스톤 아저씨지 당신같 은 멍청이가 아니란 말이에요." "뭐야? 이걸 그냥..." 급기야 다크의 주먹이 날아가려는 찰나 팔시온이 그를 제지했다. "자네가 참게나. 너 꼭 내려가고 싶냐?" "예." "으휴... 할 수 없지. 너는 꼭 내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알겠냐?" 그러자 라나가 방긋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예." 그러자 다크가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저 꼬맹이가 가면 난 안가겠어요." 그러자 가스톤이 재빨리 대답했다. "좋을대로 하게. 별로 어려운 것은 없을거야. 만약 자네가 필요하면 부르지." 팔시온은 못마땅한 시선을 애써 그녀에게서 돌리며 말했다. "그럼 내려가 보기로 하죠. 지미 식량은?" "지금 우리가 가져온게 일주일치 정도 있어요. 지금 가져오죠." "말에 실려있는 짐들을 모두 가져오게. 그리고 횃불도 많이 만들어. 안은 엄청나게 깜깜 하니까..." "그럼 저도 가죠." "저도 도와드릴께요." 팔시온의 말에 라빈하고 라나까지 신이 나서 밖으로 달려갔다. 일단 던젼을 탐색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지 잘 모르니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다. 마법사의 던젼은 그냥 마법사 한사람이 땅굴 야트막하게 파놓은거라고 생각했다간 목숨이 열 개라도 안된 다. 들리는 전설이나 옛 이야기에 따르면 마법사는 자신이 부릴 수 있는 하급 마물이나 마법을 통해 던젼을 구축하기에 그 규모는 엄청난 크기였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내려가자구." 지하실의 문을 열고 롱 소드와 방패를 든 미카엘을 선두로 무예 수업자 패거리가 앞장 섰고 그 뒤를 마법사 두사람과 라나가 따라갔다. 그 다음은 팔시온이 후방을 호위하며 들 어갔다. 동굴 속은 완전히 암흑의 세계였다. 거기에 모두들 옛 전설속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던 젼을 생각하고 '대략 던젼이란 이런 것이다.' 하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뭔가가 튀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천천히 발밑을 확인하면서 걸어갔고 그러다 보니 10m를 전진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참 밑으로 내려가던 지미가 투덜거렸다. "제길... 뭐가 이렇게 깊어?" 그러자 가스톤이 말했다. "원래 던젼은 다 그래. 오히려 깊으면 깊을수록 좋은거라구. 하지만 지금 아주 조심해서 내려왔기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렇지 별로 깊이 내려오지도 못했어. 아마 지하 5m정도 내려왔으려나?" "그런데 왜... 힉!" "뭐냐?" "앞에 발을 디디자 마자 푹 꺼졌어요. 앞발에 별로 힘을 안주면서 확인해서 갔기에망 정이지 안그랬으면 빠졌을 거라구요." 약간 뒤따르면서 방패를 앞세워 걷고있던 미카엘이 밑을 툭툭 쳐보자 흙들이 와르르 쏟 아져서 아래로 떨어졌다. "함정이군." "어디 통로가 있는지 한번 때려봐." "이쪽 벽 가쪽으로 길이 있습니다." 지미가 왼쪽 벽쪽에 붙어있는 폭 40센티미터정도의 공간을 찾아내고는 말했다. "자네가 한번 가봐. 아니. 내가 가는게 낫겠군." 미카엘은 방패로 자신의 몸에서 중요한 부분을 세심히 가리면서 앞으로 나갔다. 그러면 서 옆쪽에 만들어져 있는 함정의 폭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또 이 런 식으로 다리를 굽히고 걸어가는 편이 언제 이 발판이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아 주 효과적이었다. 곧장 다리를 뻗으면서 뛰어 오르면 될테니까 말이다. "함정의 끝이야. 다리는 안전해. 가면서도 삐걱거리는 소리 하나 안났으니까... 함정의 폭은 5미터정도... 한 명씩 조심해서 건너와." 먼저 무예 수련자 패거리가 한 명씩 다리를 건너갔고 그들은 방패를 이용해서 앞에서 날아올지도 모르는 뭔가를 방어하며 다리를 건널 동료들을 보호했다. 모두들 무예 수련자 패거리의 보호 아래 손쉽게 다리를 건넌 후 앞으로 2미터정도 갔을까 앞쪽에서 둔탁한 소 리가 들려왔다. 쿵! 퍽! "이봐! 무슨 일이야?" 팔시온의 물음에 미카엘의 간단한 대답. "제길... 저쪽 어두운 쪽에서 화살이 날아왔어." "뭐 화살이야 보통이지. 방패로 잘 가리라구. 어쩌면 마물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마물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데? 아 막다른 골목이다." 조금 더 걸어가자 구멍이 몇 개 뚫려있는 벽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아마도 그 구멍에서 화살이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벽의 오른편에 폭 2미터정도의 문이 달려 있었다. 문 을 잡고 흔들어보던 미카엘이 말했다. "이거 문이 안 열리는데?" "뭐야? 뒤로 좀 물러 서봐." 주섬주섬 살펴보던 가스톤이 말했다. "이거 마법이 걸린 문이야." 그러자 지미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마법이요? 그럼 어떻게 열어요?" "뭐 별로 어려울건 없지. 여길 파라구. 문으로만 안들어가면 되지." 그러면서 가스톤은 문 옆의 벽을 가리켰다. "이 문 뒤쪽 아니면 어딘가에 이 문에 마나를 공급해주고 있는 마법진이 있을거야. 그걸 찾아서 부숴버리면 간단하게 열리겠지만 어느 세월에 그걸 찾겠나? 또 그게 문 뒤에 있을 가능성이 제일 큰데... 어쨌든 옆의 벽을 뚫고 들어가는게 빠르지." "저... 연장이 없는데요? 조금 기다리실래요? 가서 곡괭이하고 삽가지고 올께요." "에잉? 그도 그렇군. 비켜봐. 아니지. 참 저 구멍 앞을 방패로 막고있어. 혹시 벽을 부수면 그 충격으로 저기서 또다시 화살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주춤주춤 라빈과 지미가 벽쪽으로 다가가서는 방패로 구멍을 가리자 가스톤은 안토니에 게 히죽이 말했다. "힘좀 써보시죠." "그럴까? 모두들 조심하게...." 안토니 크로와는 룬어로 된 복잡한 주문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가스톤하 고는 레벨이 틀린만큼 그 주문을 외우는 속도는 더욱 빨랐다. "화이어... 볼!" 엄청난 불덩어리가 날아가서 벽에 작렬했고 그 벽에는 엄청나게 큰 구멍이 뚫렸다. 그걸 본 가스톤이 박수를 치면서 외쳤다. "우와... 엄청나게 강력한 화이어 볼이군요." "물론 4싸이클의 마나를 집어넣은 화이어 볼이니까 그렇지.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화이 어 웨이브(fire wave;화염 파동)같은 주문을 쓰면 벽은 뚫리겠지만 모두들 통구이가 되겠 지. 요는 좁은 공간에 최대한의 힘을 집중시키는 거니까..." 일단 구멍이 뚫리자 미카엘이 구멍안에 횟불을 집어넣고는 안쪽을 세심히 살펴본 다음 지미와 라빈과 함께 들어갔다. 그들만이 방패를 가지고 있었기에 불시의 기습에 강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디아도 방패는 가지고 있었지만 위험한 장소에 여자를 먼저 집어넣을 수 는 없지 않은가? 일단 그들이 긴장하며 주위를 살펴본 후 김빠진 음성으로 말했다.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자 모두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안은 마법사가 오랜시간 뭔 짓거리를 하고있었는지 곰팡이 냄새가 나는 여러권의 서적들이 쌓여 있었고 몇가지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한쪽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저쪽에 가스톤이 이미 말한 문에 마나를 공급하는 큼직한 마법 진이 하나 있었다. 일단 어느 정도 안전해지자 가스톤은 가스톤이 주문을 외운 다음 시동어를 외쳤다. "문라이트(moonlight)!" 그러자 조그마한 원구가 하나 가스톤의 손에서 튀어나오더니 보름달 정도 밝기의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있던 지미가 투덜거렸다. "좀 더 빨리 꺼냈으면 이놈의 횟불은 안 만들어도 좋았잖아요." "이봐. 이거 만드는 마나는 거져 생기는 줄 알아? 나도 꽤 신경쓰면서 만들어낸 빛이라 구. 자. 나중에 쓸지도 모르니까 모두들 횃불 끄고 뭔가 쓸만한거 있는지 뒤져봐." 가스톤의 말에 모두들 이리저리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보물은 없을까? 하는 기대 를 하면서 말이다. 이때 지미가 말했다. "여기 책장 뒤로 문이 하나 있는데요?" "그럼 한번 열어보게." "어? 이건 그냥 열리네... 열리는데요?" "그럼 몇 사람 밑으로 내려가 보게나." 그러면서 가스톤과 알렉스는 이책 저책 뒤져본다고 정신이 없었다. 혹시나 자기가 모르 는 어떤 마법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 속에서... 무예수행자들과 팔시온, 그리고 라나는 잔뜩 부푼 기대감 속에 밑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들은 한참 지나서 올라오더니 투덜거렸다. "밑에는 그냥 넓은 공간만 하나 있을 뿐이라구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밑으로 어느정도 내려갔나?" "한 20미터 정도?" 그들의 실망스러운 표정에도 불구하고, 마법서들을 읽어보던 가스톤이 놀랍다는 듯 말했 다. "역시 짐작이 맞았군요. 상당한 마법사가 여기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이건 꽤나 차원 이 높은 마법서입니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마법서들의 일부는 6싸이클 정도까지도 올라 가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안토니 크로와도 가스톤의 말에 찬성했다. "맞아요. 대단한 마법사가 살고 있었던 곳입니다. 아무래도 연락해서 이 책들을 성으로 운반하라고 해야 겠군요. 상당한 재산입니다." 마법사들끼리 두런두런 대단한 성과라고 떠들어대자 열받은 지미가 외쳤다. "아니.. 겨우 이 따위가 던젼입니까?" "이게 던젼이지. 그럼 자네는 뭘 바랬나?" "그래도 마법사의 던젼이라고 해서... 엄청난 규모에 마수들도 돌아다니고, 또 수많은 기 기묘묘한 함정... 뭐 그런걸 생각했었죠." "쯧쯧... 그건 전설에서나 나오는 엉터리야. 마법사 한사람이 던젼 하나를 파는데 무슨 힘 으로 그렇게 엄청난 규모로 만든다는 건가? 마법서적을 수집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각 마법사는 자신이 장기로 연구하는 마법들이 있기 마련이고 여기 모여있는 천여권의 책이 라면 정말 엄청나게 많은 책이야. 그리고 깊숙하게 동굴 하나 파서 거기에 넓은 공간을 만들어 마법 실험실 하나 만들어 놓고... 그럼 끝이지. 뭘 더 바라나? 여기저기 잘 뒤져보면 몇가지 건질지도 몰라. 한번 뒤져보게." 그러자 모두들 신이 나서는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아무리 털어도 책이나 쓸모 없는 고물들 뿐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렇지만 그 고물들과 책들 은 마법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다음날 아침 일찍 통신비둘기를 날려 책을 왕성으로 옮길 사람들을 부른 다음 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충돌2 시드미안 경 일행이 던젼을 발견한 그 다음날 저녁, 어둠속에서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 도의 희미한 빛이 나더니 세명의 인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중 한사람은 검은색 가죽갑 옷을 입고 흑색 망토를 날리고 있는 상당한 미남자였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60세는 되어 보이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그 남자도 검은 가죽으로 만든 갑옷과 검은색 망토를 입고 있었는데 그도 그 옆의 젊은이처럼 근육이 별로 발달하지 않은 학자처럼 생긴 것으 로 보아 그의 직업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또 한명은 당당한 체구의 30대 중반의 젊은 이로 그도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가 차고 있는 검은 노인이나 옆의 젊은이의 가 벼운 샤벨(shabel)이 아니라 길이 1미터, 폭 16센티, 무게가 40킬로 이상은 나가 보이는 브로드 소드(broad sword)였다. "이곳이냐?" "예. 스승님." 노 마법사는 거의 1킬로미터이상 떨어져있는 작은 2층집을 가리키며 제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저기에 보이는게 목적지가 아니냐? 그런데 왜 이렇게 멀리에?" "부하 녀석들 중에 쓸만한 무사가 없기에 조금 조심하는 것 뿐입니다. 스승님." "좋아. 제법 많이 늘었구나. 그렇다면 저기의 지하에 다론, 네가 가져온 그 책들이 있 었다는 말이냐?" "예. 스승님. 그중에서 스승님이 흥미있어 하실만한 것 세권만 가져온 것이지요. 그 외에 도 그 던젼에는 천권이 넘는 책들이 쌓여있습니다. 그리고 가져다 드린 그 마법도구들도 모두 그 던젼에 있던 것들이구요." 스승은 제자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며칠 후에는 사람들이 뒷따라 올테니 그들을 이용해서 그걸 본국으로 옮기면 되겠구 나."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렇게 직접 가보실 필요는 없을텐데 무리하시는 건 아니십니까?" "클클... 무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좀 빠져나가 있다고 해서 이번에 진행되는 일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참. 스승님." "왜 그러느냐?" "전에 심부름할만한 똑똑한 아이를 원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주 괜찮은 아이를 하나 구해 놨습니다. 거기에 잠자리에서는 스승님 회춘하시는데 보탬까지 되니 일거 양득이죠." "누군데 그러느냐?" "지혜의 여신 아데나를 모시는 드로아 신전의 수련생입니다. 척 보시면 마음에 드실겁 니다. 아주 예쁘고 귀여운데다가 머리도 잘 돌아가거든요. 하하하." "클클... 다론 네가 웬일이냐? 네가 내 생각을 다 해주고..." "존경하는 스승님께 그런 간단한 것 하나 못해드리겠습니까? 마음 쓰시지 마십시오. 어 서 가시지요. 으응?" 다론이라 불린 그 청년은 집으로 가려다 말고 갑자기 멈춰섰다. 그러자 그것에 의문을 느낀 스승이 말했다. "왜그러느냐?" "저... 보초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좀..." "혹시 네가 없다고 들어가서 모두들 자는 것은 아니고?" "보초를 철저히 서라고 지시해 놨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도때도없이 들락거리기 때문에 보초를 안서는 간큰 짓거리를 할 부하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침입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보자..." 그 노인은 가만가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시동어를 외쳤다. "뷰 마나 포스(view mana force)!"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지금 그 노인의 눈에는 이 주변에 어떤 것이 마나를 띄 고있는지 그 마나의 양에 따라 특이한 영상이 되어 잠시 비쳤다. 마나를 크게 가지고 있 는 것은 빨간색으로, 마나를 가장 적게 가진 것은 보라색으로... 일종의 적외선 안경을 끼 고 사물을 보는 것과 비슷한 영상이 잠시 그 노인의 눈에 비쳤고 그것으로 노인은 상대의 수와 힘을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노인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고민이 생겨났다. "으음..." "왜 그러십니까? 스승님." "네놈은 도대체 뭘 조사한 거냐? 얼마 전에 들은 보고로는 위험한 추격자는 없다고 하더 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예? 저는 세심히 조사해 봤습니다. 혹시나 하고 조사해봤지만 코린트 제국에서는 드래 곤 하트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고 있었구요. 그러니까 트루비아에서 추격대를 보냈다고 해 도 뛰어난 기사는 아닐 겁니다. 이번에 드래곤 하트를 훔친 후에 트루비아 기사들 중 그 래듀에이트급은 특별히 따로 동태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33명으로 줄어든 그래듀에 이트급 기사들 중에서 자리를 이탈하고 있는 사람은 단 5명. 그중 3명은 몬스터 토벌을 위해 변방에서 싸우고 있고... 또 하나는 사이가 나쁜 이웃나라 토리아 왕국과의 국경선을 순시한다고 갔고 또 한 명은 발트라 공국에 사신으로 간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러니 별 볼일 없는 인물이라고...윽!" 그의 말이 끊긴 것은 갑자기 스승이 그의 정강이를 들고찼기 때문이다. "전에 드래곤 하트를 훔쳐올 때 네 녀석에게 검을 날렸다던 그 수상한 기사도 조사해 봤냐?" "예. 쭉 조사해봤지만... 아무래도 코린트에서 보낸 인물은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안 그랬 다면 코린트가 아직까지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죠. 있다면 트루비아의 기사인데... 방금 말 씀드렸다 시피 그래듀에이트급은... 아윽!" 이제는 아예 있는 힘껏 정강이를 들고 차버린 후 그 고통에 어쩔 줄 모르는 제자를 내 려다보며 스승이 말했다. "멍청한 녀석! 그렇게 말했는데도 겉으로 드러난 것만 신경쓰다니..." 제자에게 일단 화풀이를 끝낸 스승은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이드 마나 포스(hide mama force;마나의 힘을 숨겨라!)!" 일단 주문에 의해 이쪽에서 일어나는 마나의 움직임을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차단한 후 스승이 제자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잘 들어. 네놈도 뷰 마나 포스의 주문을 알고 있을 테니 저 안을 봐라. 얼마나 호화찬 란한 인물들이 들어있는지 보란 말이다." 그러자 그 젊은이도 스승처럼 주문을 외워서 한번 내부를 살펴본 다음 얼이빠진 표정이 되었다. "저 안에는 뛰어난 인물이 4명 있다. 둘은 그래듀에이트급에 조금 못미치는 인물이지 만 나머지 둘은 그래듀에이트급을 오래전에 초월해버린 뛰어난 인물들이지. 그중 하나는 정말이지 나도 저렇게 선명한 붉은빛을 띄는 인물을 본적이 없어서 말을 못하겠는데... 어 쩌면 말로만 듣던 마스터급인지도 모른다. 저정도로 강력한 마나를 몸속에 가지고 있다니... 그리고 남색의 인물 둘... 하나는 조금 더 짙은 남색인 걸로 봐서 마법사다. 저정도 떼거리 가 안에 있는데 그들이 그냥 놀러왔다고 생각하냐?" 마법사는 몸안에 마나를 축적하는 것이 아닌 주위의 마나를 움직이는 하나의 통로 역할 을 하는 존재기에 사물이 가진 마나의 양을 보여주는 뷰 마나 포스라는 마법에는 마나가 많지 않은 것, 즉 남색으로 보인다. 그 외의 무생물인 마나가 없는, 또는 거의 없는 것들 은 보라색으로 보인다. 여기서 팔시온의 경우 마법과 검술을 함께 사용하기에 그의 몸은 마법사처럼 일종의 통로로서 발전되어 마법사의 특징이 함께 나타나므로 오히려 평범한 사 람에 가까운 색깔로 내려갔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거론되지 않은 것이지 그의 검술실력은 미카엘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었다. 스승의 힐책에 제자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떠듬떠듬 말했다. "저... 저도 그게 어떻게 된건지..." 그러자 노 마법사는 제자에게서 눈을 떼고 무사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칼리오!" "예." "혹시 문제가 벌어질지 모르니 자네가 앞에서 나를 좀 지켜주게." "예." 칼리오라 불린 무사가 앞에 브로드 소드를 빼들고 앞에 서자 그 노인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들의 주변에는 넓은 마법진이 하나 만들어졌다. 이런식으로 주문에 의 해 만들어진 공간이동 마법진은 위에서 사람이 뛰고 구른다고 지워지는게 아니다. 또 마법 진을 만들면 그것을 만드는 시간은 조금 많이 들이만 직접 공간이동 마법주문을 외울때와 는 달리 그 시동어를 외치기 전까지 마법진 자체가 가지는 마나로 저절로 유지된다는 장점 을 안고 있었다. 그 노인은 그 마법진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신과 자신이 데리고 온 두 명 을 명확히 지정해 놓은 후 그 다음에 또 다른 주문을 외우기 시작해서 두 가지 마법을 그 무사의 무구(武具)에 걸었다. 그러자 무사의 브로드 소드는 옅은 무지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그의 갑옷 역시 그런 빛을 띄었다. 일단 앞에서 지키는 기사에게 방어마법을 걸어준 후 노마법사는 또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만일을 대비한 모두를 위한 주문이었다. "매직 파워풀 실드 (magic powerful shield;강력한 마법 방어막)" 매직 파워풀 실드는 마법 방어막 중에서도 최상급에 들어가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그런 것까지 치는 걸 본 제자가 약간은 놀란 듯이 물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을 대비해서다. 방어마법은 확실히 걸어놨으니 이제 함께 저 집과 함께 저 안에 있는 놈들을 박살낸 후에 탈출한다. 너는 최고로 강한 공격마법 주문을 외워라." "예." 그의 제자가 나름대로 자신이 익힌 최강의 주문을 외우고 있을 때 노 마법사도 또한 흑 마술 최강의 주문을 외우기 위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국가와 민족을 살린다는 명제하여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 자신의 국가가 예전처럼 위대해진다면 자신의 영혼이 어떤 댓가를 치르던 그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가 계약을 맺은 악마는 어둠의 마왕 크로네티오... 악마라는 존재들은 보통의 신들과 달리 상하관계가 뚜렷하다. 그렇기에 강대한 악마를 불러내어 계약을 맺을수록 흑마술의 파괴 력이나, 또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의 가짓수는 늘어난다. 대신 한가지 결점이 있다면 상대 가 자신이 계약한 악마보다 더 뛰어난 악마와 계약을 맺은 경우 자신의 공격이 별 소용 없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지만 어둠의 마왕은 악마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마신... 그는 악마 의 힘을 믿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의 마법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도 상대 는 마스터급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을 때 그 집의 문이 열리면서 다크가 걸어나왔다. 다크는 뭔가 멀찍이서 기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하고는 무슨일인가 싶어서 나온 것이었다. 사실 기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면 다크도 동태만 살펴보며 그냥 있었을텐데... 그 기가 순식 간에 사라져버렸다는게 더 큰 문제였다. 중원에 있을때도 느낀거지만 위험한 인물일수록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법. 그 때문에 산책삼아 밖으로 나와본 것이었다. 어쨌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실력을 동원하여 주문을 다 외운 제자는 자신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있는 어떤 인물이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녀석과의 거리는 400미터정도... 그는 주문의 힘을 유지하면서 스승을 살짝 쳐다봤다. 스승도 방금 전 에 주문을 완성해놓은 후, 그제서야 다가오는 인물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네가 저 녀석에게 주문을 날려라." 흑마법은 온 정신을 집중하여 마나를 끌어모으는 작업이 선행되는게 아니기에 스승의 표 정은 주문을 외우기 전과 같았다. 하지만 흑마법은 그 마법을 펼치면서 엄청난 힘이 들 어간다. 어쨌든 마법이란게 위력이 강할수록 힘이 많이 소모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 힘이 언제 투입되느냐의 미소한 차이만 존재할 뿐... 어쨌든 제자는 스승의 말대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자를 향해 자신이 모아놓은 힘을 개방하며 시동어를 외쳤다. "익스플로우젼(explosion;폭발)!"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서는 붉은 빛의 파동이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상대 는 그들 쪽으로 몸을 튕기듯 날아오르며 동시에 검을 뽑아들었고 그 검에서는 푸르스름한 선들이 뻗어 나왔다. 그걸 보면 상대는 확실한 소드 마스터... 검술의 극한을 깨닳은 자. 검 에서 뿜어나오는 무형의 기운을 유형의 기운으로 승화시킨 자.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인간 이었다. 꽈꽝! 두 개의 기운이 맞부딪치며 엄청난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노 마법사는 그 엄 청난 폭발속을 뚫고 튀어나오고 있는 상대를 보고 전율을 느꼈다. 5싸이클급 최강의 파 괴주문으로도 놈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한 것이다. 그걸 알아채자 노 마법사는 그 인간같 지도 않은 놈을 향해 곧장 흑마법의 힘을 개방했다. "프레임 오브 루인(flame of ruin;파멸의 불꽃)"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서는 어둠의 기운이 앞에서 달려들어오고 있는 상대를 향해 뿜어 졌다. 그와 동시에 일어난 무시무시한 대폭발... 거의 150미터도 안되는 지근거리에서 대폭발 이 벌어졌지만 그 폭발의 화염은 마법사 일행을 덮치지 못했다. 노마법사가 노파심에 걸 어뒀던 매직 파워풀 실드에 막혀 그 암흑의 기운이 들어오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마 법사는 그걸 감상할 시간여유도 없었다. 재빨리 적이 죽었는지 확인할 여유도, 시간도 없 이 곧장 공간이동을 위해 설치한 마법진을 움직이는 시동어를 외쳤다.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짓은 다 했으므로 재빨리 탈출하는 것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만약 놈이 살아있다면 죽은 목숨이기 때문이었다. "이동!" 곧이어 그들은 약간의 빛을 살짝 뿜더니 곧장 어둠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시드미안 경 일행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마 내일이나 모래쯤 이곳에서 발견한 마법책들을 회수해 갈 사람들이 올 것이다. 그들에게 이것들을 준 후 또다시 추격 에 나서면 되는데... 또 어떤 위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 시간이 있을 때 최대 한 휴식을 취하는게 최고였다. 이때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고 붉은 빛이 창문을 뚫고 들어오며 대낮처럼 실내를 밝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시드미안 경과 팔시온이 자리에서 뛰어 일어서며 옆에 놔뒀 던 검이나 허리에 차고있던 검을 뽑아들었다. 그 순간 일어난 두 번째의 폭발... 순식간에 폭풍이 일어나며 한쪽 벽면에 위치한 유리창들이 다 박살나버렸고 일부 약한 벽까지 폭발하듯 무너져버렸다. 그걸 보고 놀란 라나는 기절해서 넘어졌고 시드미안 경 이나 팔시온, 미카엘, 스미온은 검을 뽑아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남은 지미와 라 빈, 미디아는 마법사들을 보호했고 마법사들은 즉시 공격마법 주문을, 또 로니에 사제는 신성마법 중에서 방어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밖으로 뛰어나온 일행들은 한 800미터는 떨어진 지점에 엄청난 구덩이가 파져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글쎄요. 일단 가보기로 하죠." 모두들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그쪽으로 서서히 접근해 들어갔다. 엄청나게 큰 구덩이에 는 연기만 피어오르고 있을 뿐 크게 이상한 점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그쪽에 다가갔을 때 거대한 구덩이 옆에 다 찢어진 옷을 입고 심한 상처를 입은채 뻗어있는 다크를 볼 수 있었다. 팔시온은 즉시 다크에게 다가가 흔들어봤다. "이봐, 다크..." 하지만 다크의 움직임은 없었다. 팔시온은 다크의 경동맥(목에 있는 머리로 혈액을 공 급하는 동맥)에 손을 대본 후 말했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이봐, 미카엘, 스미온, 둘다 근처를 좀 수색해봐. 뭔가 이상한 놈들 이 있는지." "알겠어." 미카엘과 스미온이 검을 들고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팔시온은 다크를 안고는 집으로 돌 아갔다. 집에 팔시온과 시드미안 경이 도착했을 때 남은 일행들은 아직도 긴장을 풀지 않고 공격 및 방어준비를 갖추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팔시온은 그들 중 로니에 사제를 보고 외쳤다. 역시 치료에 있어서는 신관을 따라갈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크가 다쳤습니다. 빨리 치료좀 해주세요." 로니에 사제는 급히 팔시온 쪽으로 다가왔고 나머지 인물들은 아직도 주위를 향해 의심 스런 눈초리를 던지고 있을 때 마법사들은 서로 의논을 약간 하더니 둘다 웅얼거리며 주문 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조금 일찍 주문을 완성한 안토니가 외쳤다. "뷰 매직 포스!" 그 상태로 안토니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자신도 주문을 완성한 가스톤도 시동어 를 외쳤다. "뷰 마나 포스!" 둘은 한참 주위를 살펴보더니 안토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주위에 보이는 마법의 기운은 없어." "저쪽과 저쪽에 마나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혹시 밖에 나간 사람 있어?" 가스톤의 물음에 대한 팔시온의 대답. "미카엘하고 스미온이 수색중이야. 그 둘 뿐이라면 놈들은 공격후에 재빨리 도망간 모 양이군. 쥐새끼같은 놈들..." 팔시온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로니에 칸타로와 사제의 손에서는 하얀 빛 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는 그 손을 다크의 몸에 올리고는 치료를 시작했다. 노 마법사는 일단 안정권 밖으로 벗어났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다. 파멸의 불꽃까지 날려 야 할 정도로 강력한 존재를 만날 줄은 생각도 못해보고 있었다. 노 마법사가 뭔가 생각 에 열중한 듯 거의 무의식적인 걸음걸이로 왕궁의 한쪽 구석에 있는 이동마법진에서 걸어 서 자신이 기거하는 쪽으로 걸어가자 그 뒤를 따라오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그놈이 죽었을까요?" 하지만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그의 스승. 제자는 좀 더 큰 소리로 물었다. "스승님, 그놈은 죽었을까요?" "으응? 아마도 죽었을거다. 비록 내 실력이 모자라서 '파멸의 불꽃'이 완전한 힘을 발휘하 지는 못했지만 그 정도 위력이라면 지아무리 마스터급이라도 아마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 르지. 어쨌든 며칠 후에 놈들이 있는 곳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와라." "예." "대지의 기억에 물어서 놈들의 정확한 신상을 파악해야 한다. 어쩌면 그 녀석은 코린트 가 가진 세명의 소드 마스터들 중 한명일거야. 본국이 중흥의 깃발을 올리는데 최고의 장 애물이다. 철저히 조사해서 나한테 돌아오는 즉시 보고해라. 알겠냐?" "예." 제자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는 걸 멍하니 보면서 스승은 중얼거렸다. "코린트가 이번 일을 눈치채지 말아야 할텐데... 만약에 그놈이 코린트에서 보낸 자라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미래를 관장하는 신이시여... 제발 크라레스를 버리지 말고 지켜 주십시오..." 방에서 로니에 사제 땀을 훔치며 나오는 걸 보고는 팔시온이 급히 물었다. "어떻습니까?" "흐음... 샤이하드님의 가호로 위험한 지경은 넘은 것 같아요. 어쨌든 상당히 심한 상처를 입었으니까요. 그런데 왜 그런 대폭발이 벌어진거죠?"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마법사들에게로 돌아갔다. 일부 화학약품들을 넣어 폭발 을 일으킬수도 있지만 사실상 이 세계는 마법이 너무 발달하는 통에 과학의 발전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과학은 일종의 마법의 시녀라고 할까? 과거 화약이란 물질이 개발되기도 했 지만 마법사가 한방 날리는 것보다도 파괴력이 떨어지니 자연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아무리 과학적 기술로 뛰어난 병기를 만들어 냈다손 치더라도 무적의 병기 타이 탄에 비교하면 형편없었기에, 이 시대의 과학은 최강의 마법병기 타이탄의 파괴력에 가려 빛을 잃고 있었다. 어쨌든 의문은 제기된 상태고 가스톤은 아직 별볼일 없는 수련 마법사라서 일행의 의문을 해결해줄 수 없었기에 그도 또한 자신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를 처다볼 수밖에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안토니가 약간은 쑥스러운 듯 헛기 침을 하면서 입을 열었다. "험... 내가 보기로 이번에 사용된 마법은 두가지에요. 하나는 익스플로우젼, 또 하나는 뭔 지는 모르겠지만 그 폭발과 함께 느껴진 암흑의 기운... 흑마법입니다." "흑마법이라구요?" 흑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또 그걸 익힌 자들은 모두 악당이라는게 정설 이었다. 이게 왜 정설로 굳어졌나 하면 옛날 용사이야기에도 있지 않은가? 용사가 무찌 르는 대상은 사악한 흑마법사, 못된 드래곤, 마신 등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이나 마신을 악 역으로 만들어 놓으면 영 주인공이 이길 가능성이 없어지게 되므로 주로 즐겨 사용되는 악당 캐릭터로 등장하는 인물이 마신에게 영혼을 팔아 막강한 힘을 손에 넣은 사악한 흑 마법사였다. 그렇기에 그게 사실이라면 전설이 아닌 실지로 사악한 흑마법사와 전쟁을 벌 이는 용사가 될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이따위 생각을 하면서 눈빛이 초롱초롱해져서 지미와 라빈이 묻자 안토니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 흑마법이야. 그것도 대단한 수준의... 어쩌면 그 엄청난 위력을 봤을 때 대마도사 일지도... 8백미터에서 일어난 폭발의 여력에 집이 반쯤 박살났을 정도니까 말이지. 어쨌든 상대는 두명 이상이에요. 마법에 의한 폭발은 두 번 있었죠. 익스플로우젼은 5싸이클급의 파괴마법이니까 아마도 적은 둘다 최소한 마법사 또는 마도사 클라스라고 봐야겠지요." 순수 백마술만을 쓰는 사람은 마법사, 그 외의 흑마법 등도 함께 익힌 자들을 마도사라 고 부른다. "어쨌든 자세한 것은 날이 밝는데로 녀석들이 있었던 곳을 찾아가서 대지의 기억에 물 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이만 밤도 늦었으니 쉬고 내일 좀 더 정보가 모이면 의논을 해보 기로 하지요." 다음날 아침이 되자 일행들은 모두 모여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어쨌든 상대방에 엄청난 실력의 마도사가 있는 이상 마음 편히 추격하기는 애시당초 그른 노릇이 되어버렸기 때문 이다. "어쨌든 상대방의 힘이 상상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 안토니, 뭔가 알아낸게 있으면 좀 말해주게." 시드미안 경이 말하자 안토니 크로와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팔시온과 함께 쭉 둘러보고는 놈들의 발자국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어떤 자들 인지 알아보기 위해 리멤버란스 오브 더 어스(remembrance of the earth;대지의 기억)란 마법으로 그 위에 서있었던 인물들이 어떤 자들인지 조사했습니다. 그때 공격한 인물들은 세명이더군요. 그들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러지. 보여주게." 안토니 크로와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미지(image)!" 그러자 안토니의 머리에 들어있던 기억이 자그마한 영상으로 표현되기 시작했고 곧이어 그들의 앞에는 자그마한 사람의 모습 세 개가 나타났다. "바로 이들입니다. 대지에 기억된 그들의 능력을 측정해 보면 이쪽의 중무장을 한 무사 는 그래듀에이트급입니다. 그리고 저쪽에 있는 둘은 마법사죠. 보나마나 저 노인이 어제 흑마술을 구사한 마도사라고 생각됩니다." "흐음..." "혹시 이중에서 알고있는 사람은 없습니까?" 그러자 팔시온이 곧장 대답했다. "저기있는 젊은 마법사는 그때 라나를 납치했던 녀석이에요. 그녀석이 틀림 없어요. 상 당한 실력의 마법사인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4에서 5싸이클 정도? 어쨌든 가스톤보다는 훨 씬 윗줄의 마법사였으니까 말입니다." 팔시온의 말을 안토니가 약간 수정해서 말했다. "5싸이클이 맞을 겁니다. 어제 첫 번째 폭발을 일으킨 마법은 5싸이클 주문인 '익스플로 우젼'이었으니까요. 그러니까 젊은쪽이 5싸이클급 마법사, 저 노인이 최소한 6싸이클급의 마도사일겁니다." 6싸이클이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들 약간 찔끔 했다. 전 세계를 통털어도 6싸이클급의 마법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보통 어떤 나라에 가도 6싸이클급의 마법사들이 궁정제1마 법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주 강대한 마법을 자랑하는 코린트나 마도 왕국 알카사스 등 몇몇 나라만이 7싸이클급의 대마법사를 가지고 있었고 전세계를 통털어 7싸이클은 5명도 되지 않았다. 그만큼 마법이란 것은 배우기가 힘들었고 보통 사람이 특 별한 계기가 없는 한 뼈빠지게 평생을 수련하면 올라갈 수 있는 경지로 6싸이클을 꼽고있 을 정도였다. 그런데 적이 6싸이클의 마법을 구사하는 놈이라니... 모두들 침묵에 빠지자 시드미안 경이 살며시 말문을 열었다. "안토니의 추측이 정확하다면 그들은 또 한 명의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를 보유하고 있다 는 말이군. 이렇게 되면 전에 죽은 녀석까지 그래듀에이트급 두명, 마도사 1명, 마법사 한명인가? 어쨌든 이번 여행을 하면서 그래듀에이트급을 많이도 보는군. 요즘은 그래듀에 이트급을 키우는 학교라도 있는 모양이지? 제기랄! 국가급의 단체가 후원하지 않는 한 그 정도 고급인재를 가질 수는 없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갑작스런 미디아의 말에 시드미안 경이 움찔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미디아 양? 기사 둘을 국가가 아닌 단체에서 모으기는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려워요." "그렇다면 지금 저희 파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팔시온이나 미카엘 같은 경우 거의 그 래듀에이트급은 안되기지만 그에 가까운 능력정도는 되죠." 그러자 시드미안 경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미디아 양. 말하는 도중에 가로막아서 미안하지만 그래듀에이트급과 그에 근접한 것과 는 천지 차이요. 내가 정확히 설명을 해주겠소. 진짜 그래듀에이트 자격을 통과한 인물이 라면 팔시온과 미카엘 같은 사람 다섯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적수가 될 수 없소. 그만큼 서로간의 실력차는 상당한거요." 사실 미디아의 경우 그 귀한 그래듀에이트급에 들어가는 인물들이 싸우는 모습을 실질 적으로 본 적은 없었다. 전에 그런 인물과 다크가 싸우기는 했지만 워낙 순간적으로 상 대가 허무하게 부숴져버린 관계로 그 실력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좋아요. 그럼 그래듀에이트급은 안되지만 그에 준하는 실력이 두명, 그리고 수련기사 두명, 그리고 수련마법사 1명, 그리고..." 시드미안 경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자신이 이어줬다. "거기에 여자 용병 1명. 그 정도 전력을 지닌 파티(party;동아리)는 아주 많아요." "아니에요. 시드미안 경께서는 여기에 빠져있다고 한사람을 뺐어요." "아. 참. 다크 말인가? 모험가 1명 더 보탠다고 해서... 하기야 그의 실력은 좀 수상한 점 이 많아. 그래듀에이트급을 처치했다면 최소한 그 이상은 된다는 말이겠지. 어제 일어났던 그 폭발에서도 살아남았고... 어쨌든 모든건 다크가 정신을 차린 다음에야 알 수 있겠군." 시드미안 경이 약간 더듬거리자 미디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반격했다. "그렇죠? 어쨌든 다크의 실력은 최소한 그래듀에이트... 그 정도 실력자를 보유한 파티는 거의 없을걸요?" 하지만 시드미안 경에게는 아직도 반격의 여지는 있었다. "흐음... 그렇게 볼수도 있겠군. 하지만 다크처럼 어쩌다 한명이라면 이해를 할 수 있겠지 만... 놈들은 벌써 50여명의 병사들과 그래듀에이트급 두 명에 궁정 마도사급 1명을 가지고 있어. 그 외에 또 얼마나 더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지. 어쨌든 대단히 힘든 모험이 될 수밖에 없을 거야. 어쨌든 지금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말인데... 상대의 힘은 거의 국가 에서 후원하는 정도 수준이지. 당신들은 이 상태에서도 같이 모험을 할건가?" 모두들 서로간의 눈치를 조금씩 보는 것 같았지만 곧이어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설혹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정도 모험은 평생가도 한번 하기 힘들 정도일 것이 다. 어쩌면 악당인 흑마술사를 해치운 용사 파티로서 살아있는 전설이 될지도 모르는데... 모두들 계속 추격에 가담할 뜻을 밝히자 시드미안은 팔시온에게 물었다. 팔시온이 안토 니를 따라나간 이유는 안토니의 보호도 있었지만 흔적의 발견이란 목적도 있었기 때문이 다. "모두 다 참가하겠다니, 정말 고맙소. 그건 그렇고 팔시온, 뭔가 알아낸 것이 있나요?" "예. 가까스로 희미한 흔적을 찾아냈어요. 그 흑색갑옷을 입은 놈을 얼핏 봤다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리고 그 회색갑옷을 입은 패거리도... 갈로시아 방향에서 오더라고 하더군요. "좋아. 그럼 성에서 병사들이 오면 여기 일을 맡기고 떠나기로 하지. 로니에 사제님. 그 때까지 다크가 일어날 수 있도록 좀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지요." 그 후에 집중적으로 행해진 치료마법 덕분에 다크는 몇 시간 후에는 깨어날 수 있었다. 다크는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깨어났다. 사실 아무리 중원천지에서도 그 정도 파괴 력이 있는 무공에 격중되어 본적이 거의 없었기에 첫 번째 익스프로우젼을 간단히 파괴한 후 뛰어들어가다가 상대의 흑마법을 뒤늦게 눈치챘고 그걸 호신강기와 거의 본능적으로 펼 쳐진 무상검법의 방, 망강 정도로 때웠기에 제대로 된 방어가 힘들었었다. 그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었지만... 일단 자신이 깨어나자 사방에서 모두들 원숭이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는 걸 보고는 먼저 짜 증이 밀려왔다. 얼마나 할 짓이 없으면 누워있는 사람 주위에 쭉 늘어서 있겠는가 말이다. "으으응... 쭉 둘러서서 뭐하는 짓이야?" "아.. 이제 정신이 드는 모양이군. 어쨋든 큰일 날뻔 했네. 이제 깨어났으니 어제 상황을 좀 설명해 주지 않겠나?" 일순간 다크는 망설였다. 자신의 강대한 힘을 딴 인물들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 다. 거기에 저들이 물어보는 걸 보니 어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있는 사람은 없는 모 양이고... 또 자신이 상대를 얕잡아보고 사소한 실수를 해서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맞았다 고 실토하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크는 알짜배기는 빼고 그 냥 두리뭉실하게 설명을 하기로 했다. "어떻게 된거냐 하면... 어제 밖에 산책을 하는데 조금 앞쪽에서 대폭발이 일어났지. 그 다 음에는 기억에 없어." 그런 후 다크는 돌아누워버렸고 그 외의 잔줄기는 각자가 상상해서 메울 수밖에 없었다. 일행이 만들어낸 줄거리는 이렇다. 다크가 산책을 나갔다. 그래서 쭉 가는 방향에 어쩌면 상대방이 공격준비를 하기위해 모여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자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운 좋게? 으음... 이 다음부터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그 정도 마법을 구사했다면 그걸 명중시킬 실력 도 가지고 있을 텐데... 그래서 모두들 좀 더 닥달하자 답이 나왔다. 다크 왈... "첫 번째는 막았고 두 번째는 맞았다. 그런 다음 이모양이지. 더 묻지마. 귀찮다구." 그렇다면 첫 번째 날아온 익스프로우젼은 간신히 막았고 아마 근처에서 폭발하는 그 충 격 때문에 두 번째 마법은 실수로 조준이 빗나가서 그 앞에 맞았다. 그래서 저 모양이 되었다. 흐음... 말이 되는군... 만약 이게 줄거리라고 가정한다면 다크는 익스프로우젼을 막았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 면 '5싸이클급의 마법을 막았다면 어느 정도 실력이어야 할까?'하는 의문이 일어나게 된다. 일행의 의문은 당연했고 그 답은 안토니가 내려줬다. "익스프로우젼을 막았다면 아마도... 시드미안 경과 동급 정도라고 생각하면 맞을걸... 그 래듀에이트급은 상회한다고 봐야지." 어쨌든 모두들 그러려니 하고는 출발준비를 하고 있다가 다음날 점심때쯤 병사들을 이끌 고 도착한 기사에게 마법책을 성으로 옮기는 작업을 지시한 후 출발할 수 있었다. 마법 병기 타이탄 성내였기에 마법사들의 정장인 로브를 입은 토지에르 경은 거대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 다. 어쨌든 사라진 드래곤 하트를 찾겠답시고 오고있는 놈들이 무시 못할 정도로 강한 전 력을 갖춘 놈들이라는 것이 예상을 벗어났을 뿐... 모든 일이 자신의 뜻대로 잘 되어가고 있었기에 그의 기분은 별로 나쁘지만은 않았다. 건물 안에는 수많은 기술자들이 매달려서 작업한다고 매우 바빴고 일부 기술자들은 엑 스시온을 완성한다고 달라붙어서는 마무리 작업이 한참이었다. 토지에르 경은 그 기술자들 중의 한 명에게 다가가서는 말을 건넸다. "어떻게 되어가나?" 그러자 상대는 한참 바쁘게 일하느라 자신의 뒤에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가 뒤를 돌아본 후 재빨리 일어서서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오십시오. 토지에르 경. 일은 순조롭게 되어 갑시다." "엑스시온들 안에 드래곤 하트는 아직 넣지 않았나?" "예. 내일 봉인작업이 시작될 겁니다." "지금 전 세계에 남아있는 드래곤 하트는 몇 개 되지도 않으니까 아주 조심해서 다루 게." 토지에르의 말에 상대는 아주 공손하게 대답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프로이에 경께서 그걸 정확한 크기로 잘라 주셨습니다." "몇 개나 만들어졌나?" "예. 다행이 이번에 가져온 드래곤 하트는 많은 마나를 간직하고 있기에 9개를 만들 수 있었지요. 조금 남았는데 가져가시겠습니까?" "나중에 내 방에 보내주게." "예. 다행히도 모두 다 준비되었으니 더 이상 드래곤 하트를 구하러 다니지 않아도 됩 니다." "흠... 그럼 전에 가지고 있던 것까지 12개군." "예." "그럼 내일 봉인작업을 구경하러 오지." "안녕히 가십시오. 토지에르 경." 토지에르는 천천히 건물의 문으로 걸어가며 흥겨운 듯 괴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흐흐흐... 대마법사 안피로스의 던젼을 발굴한 것은 정말이지 큰 수확이었어. 그가 만년 에 개발한 '엑스시온'.... 이것만 완성되면 이 엑스시온을 심장으로 12대의 블루 나이트 (blue knight;청기사)가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폐하와 모든 국민들의 소망인 코린트 놈들에게 복수하는 것도 꿈은 아니지. 흐흐흐..." 그가 지나가고 있는 통로의 좌우에는 한쪽에 6대씩... 12대의 높이 6미터정도의 거대한 강철로 만든 사람모양의 형상들이 서 있었고 그것들에는 수많은 기술자들이 달라붙어서 여러 가지 손질을 한다고 여념이 없었다. 갈로시아로 가는 길에 모두들 약간은 들뜬 듯한 표정으로 말을 몰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각자 마음속에 사악한 악마의 앞잡이인 무서운 마도사와의 영웅적인 전투를 그리 느라 제각기 바빴기 때문이다. 극악무도한 흑마법사와의 멋있는 대결... 몇몇 경험 있는 인 물들은 그 마도사와 싸우려면 어느 정도 힘들지를 고심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질 것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멋진 일격에 최후, 최강의 주문을 외우다가 채 외우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마도사... 그러면서 '세계가 조금 있으면 내 손안에 있을 뻔 했는데...' 어쩌구 하는 상투적인 말도 내뱉지 않을까? 원래 악당들은 다 그러니까... 원래 이따위 영웅 이야기들이 순진한 청년들을 버려놓는 결과가 되기도 하지만... 뭐 어 쨌든 여태껏 있어왔던 수많은 영웅들의 대부분이 청년들이었던 이유는 아마도 죽을 동 살 동 모르고 덤비다가 요행이 운이 좋아서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그 한 명의 영웅 이 만들어지기 위해 같은 목표를 세웠던 얼마나 많은 파티들이 도중에 허무하게 전멸했 는지까지 말해주는 전설은 없었다. 사실 그것까지 알려주면 거기 도전할 골빈 놈들은 없 을게 뻔하기에 그 부분은 전해 내려오면서 심의삭제를 가한 것이었다. 사실 강력한 조직 을 갖춘 악당을 없애는데 극소수로 이뤄진 파티로 승리하려면 그 가능성은 소수점 이하 로 떨어진다. 개개인의 실력에도 약간은 차이가 날 수 있겠지만 대략 성공률을 냉정히 따 져보면 최고로 보면 1퍼센트에서 작게 보면 0.00000000000001퍼센트 정도 되려나? 어쨌든 막상 부딪치면 '정의가 승리한다.'하는 말도 안되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일행들은 빨리 놈들을 찾을 수 있기만을 간절히 빌고 있었다. 사실 빨리 만나면 누가 먼저 저 세상 갈지는 거의 정해져 있었지만... 딴 인물들은 달콤한 꿈을 꾸는지 어떤지 모르지만 다크가 조용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중원으로 돌아가는 것.... 사실상 묵향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것뿐이었다. 생판 알지도 못 하는 낮선 이곳에서 살다가 뼈를 묻기는 싫었다. 벌써 이곳에 온지도 2년이 넘었고, 세월이 약이라고 자신과 피터지게 싸웠던 인물들의 얼굴을 보면 아마 반가움에 끌어안고 뽀뽀라 도 하고싶어질 거라는 생각까지도 하고있는 판이었던 것이다. 자신과 같이 치사한... 아니군 격조높게... 비열한 장인걸, 배신자 한중평, 거기에 함께 동 조해서 까불어댄 옥청학, 이 알수도 없는 세계로 보낸 얼굴도 모르는 못된 놈들... 그들 중에서 과거 자신의 가장 큰 원수였던 한중평이나 옥청학은 장인걸에 의해 제거되었고, 또 장인걸은 서로가 교주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을 뿐 그렇게 직접적으로 원수진 일은 없다 고... 아니지, 장인걸 녀석이 배후조종을 했으니 가장 못된 놈은 장인걸인데... 어쨌든 세월 이 지날수록 기분 나빴던 일은 서서히 잊혀지고 과거 살아왔고, 싸우고, 죽였던 고향에 대 한 그리움만이 가중되고 있을 뿐이었다. 오죽하면 장인걸이 보고싶겠냐구.... 어쨌든 모두들 각자의 생각으로 바빠서 대화도 없이 길을 가는데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미카엘'이라 불리는 망나니 무예 수련자로서 아마도 나이가 있는 만 큼 꿈에서 빨리 깼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이때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미카엘이 소리치자 팔시온이 시큰둥한 어조로 답했다. "뭐냐?" 하지만 상대가 어떻게 나오던 간에 신경 쓰지 않고 미카엘이 약간 겁먹은 어조로 말했 다. "상대방의 배후에는 어쩌면 국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드미안 경이 말했지?" "그랬지." "그렇다면 어쩌면... 놈들이 타이탄(titan)을 동원한다면 어쩔거야?" 그러자 다크를 제외한 모두의 안색이 하얗게 바뀌어 버렸다. 아무도 그까지는 생각을 못 해봤던 것이다. 사실 놈이 엄청난 세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 시대 최강의 마법병기 타이탄 을 안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타이탄이 이 세상에 만들어진 후부터 마법사는 일거에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았던가? 팔시온은 시드미안 경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질문했다.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있습니까?" 시드미안 경은 모두에게 안심하라는 듯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 타이탄인 '쿠마'가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자 마법사 둘을 제외한 모두는 사방을 기웃거리면서 말했다. "어? 타이탄이 어디 있어요? 있다면 벌써 봤을 텐데..." 그러자 시드미안 경은 빙긋이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타이탄은 들고다닐 필요가 없어요. 자신과 관계를 맺은 주인이 부르면 차원이 다른 공 간에서 이쪽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쿠마는 바로 옆에 있지만 서로간의 차원이 다르기 때 문에 쿠마의 모습을 볼 수가 없을 뿐, 제가 소환하면 그 모습을 드러내죠."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좋아요. 동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불러드리죠." 그와 동시에 한쪽 공간이 갈라지면서 거대한 덩치의 금속 인간이 튀어나왔다. 그 타이탄 은 길이 3m는 됨직한 거대한 검을 들고있었고 한쪽 손에는 엄청나게 큰 방패를 들고 있 었다. 그 방패에는 트란 근위기사단을 뜻한는 쌍두사자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고 타이탄의 곳곳에도 여러가지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정말 엄청나게 크군요..." 거의 5미터 크기의 금속인형... 두터운 갑주를 걸친 무사의 형상을 한 타이탄은 사람을 압 도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이게 뭐죠?" 다크의 질문에 팔시온이 타이탄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대답해줬다. "이 시대 최강의 마법병기 타이탄(titan)이야. 나도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라구." "병기라면... 그럼 저게 움직인다는 말이에요?" "그렇지. 그것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상에..." 다크는 새삼스레 그 거대한 강철로 된 거인을 쳐다봤다. 저게 움직인다면 정말 대단하 리라... 시드미안 경은 모두가 얼이 빠져서 타이탄을 보고 있을 때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저 녀석이 쿠마죠. 트루비아에 있는 8대 뿐인 타이탄들 중의 한 대입니다. 이제 안심이 되시나요?" 그러자 팔시온이 시드미안경을 향해 약간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상대가 더 많은 타이탄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되나요?" "그때는 제가 막고있는 동안에 도망치는 길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인간이 강하 다고 해도 타이탄에는 상대가 안되죠. 타이탄을 부술 수 있는 건 타이탄 뿐이니까요. 이제 돌아가라." 시드미안 경이 말한 다음에 곧이어 타이탄은 공간이 갈라지며 그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아마도 쿠마 한 대만 해도 충분할 겁니다. 보통 어지간한 국가도 400대 이상의 타이탄 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 국가 자체라면 몰라도 그들이 후원하는 단체에 타이탄 을 여러대나 줄 수 있을까요? 10대도 안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자 그 말에 용기를 얻은 일행은 또다시 보이지 않는 적을 찾아 출발했다. 어쨌든 이 최강의 파티에는 타이탄까지 있으니 허무하게 전멸당하지는 않을거라는 게 모두의 생각이 었다. 다크는 안토니 크로와에게 도대체 저 타이탄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안토니, 저 타이탄이란 건 어떻게 움직이는 거예요?" "마법으로 움직이지." "마법으로요?" "응. 과거 마법시대에 번창했던 마법중에 고렘(golem)을 만드는 많은 방법들이 연구되었 지. 참 고렘이란 건 사람형상을 하고 움직이기는 하지만 나무나 돌따위로 만들어진 거야. 나무, 돌, 철 등 뭐든지 고렘을 만드는 재료가 될 수 있어." 도대체가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의 다크... 사실 혈교와의 전쟁에서 시체에 특별한 처리를 가해 만들어낸 강시는 봤지만 쇠나 돌덩어리가 걸어 다니는 건 본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냥 돌이나 쇳덩어리가 사람처럼 움직인다는 말이에요?" "응" "그렇다면 그게 왜 움직여요? 돌이 움직이는 건 본적도 없는데..." "일종의 부적마법 같은거지. 과거 초기에 고렘을 움직이던 동력은 부적이었어. 하지만 나무나 돌덩어리같은 경우 부적을 넣기 쉽지만 쇳덩어리 안에 부적을 집어넣기는 힘들거 든. 그래서 마법사들은 철의 고렘을 만들려고 강철덩어리의 사람 형상에 넣기 위해, 주문 과 강력한 마법을 새겨넣은 '가고레'라는 걸 만들어냈지. 가고레는 고렘의 주인이 보내오는 마나를 증폭하여 그걸 강철 골렘의 곳곳으로 보내 엄청난 힘과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줬 지." "대단하군요." "흠... 마법의 힘은 대단한거야. 하지만 아무리 그것을 움직이는 심장이 가고레로 바뀌었지 만 골렘을 움직이는 명령체계는 변함이 없었어. 자신을 만든... 또는 자신의 주인으로 인정 한 시전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는데 크류이오라는 대마법사가 시전자가 외부에서 조종하는 것보다는 내부에 들어가서 조종하는 편이 훨씬 시전자에게 안전하다는 점을 생각해 냈지. 사실 마법사는 기사에 비해 너무나도 형편없는 격투능력을 가지고 있 었기에 생각해낸 방법이었지만 말이야." "그래서요?" "그래서는... 그래서 만들어진, 사람이 안에 탑승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고렘을 고렘이라 부 르지 않고 타이탄(titan)이라고 불렀지. 그 크기는 보통 5미터 정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 지만 사실 덩치가 커지면 가고레에서 만들어내는 마력만으로는 속도가 너무 느려져서 쓸 모없어진다구. 타이탄은 겉에는 대마법주문을 새겨놨고 그 주문은 타이탄의 마력에 의해 발동되기에 웬만한 공격마법에는 끄떡도 없어. 오로지 타이탄에는 타이탄으로... 이 게 정석이지. 그때는 타이탄의 속도가 느렸기에 그래듀에이트급의 무술실력을 가진 인물이 라면 어느 정도 대적할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 경지에 올라간 인물들은 거의 없었으니 까..." "흐음..." "하지만 지크로라는 대마법사가 또다시 그걸 변화시켰지. 타이탄은 내부에 타고있는 사 람의 지시에 의해, 그 사람의 능력에 맞는 힘을 구사하지. 타이탄의 심장인 가고레에 힘을 공급하는 건 누구도 아닌 거기에 타고있는 마법사니까. 하지만 주문을 외워야만 마나를 움직일 수 있는 마법사보다 직접적으로 마나를 제어하여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그래 듀에이트급 기사가 타는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낸게 그 사람이야. 그 실험은 성공적이었지. 하지만 공급하는 마나의 량에 있어서 마법사보다 형편없는 탑승자 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가고레를 뜯어고칠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 더욱더 복잡한 수많 은 기법들이 동원되었고 그렇게 탄생한게 엑스시온이야." "엑스시온?" "응. 엑스시온은 탑승자인 기사가 보내주는 순수한 마나를 수십 배로 증폭시켜 그것을 마법의 힘으로 바꾼 후 그 힘으로 타이탄을 움직이지. 거기에 그래듀에이트급 기사가 마 나를 움직이는 것은 거의 순간적이니 만큼, 타이탄은 대단한 속도를 지니게 되었어. 그 다 음부터는 타이탄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타이탄밖에 없게 되어버렸지. 기사가 타고있는 타이탄을 부술 수 있는 것은 같은 기사가 탑승한 타이탄뿐이었으니까... 지금 전 세계에는 타이탄이 오천대 정도 남아있지." "오천대나? 저런 괴물이?" "응. 사실은 더 많은 타이탄이 만들어졌지만 도중에 파괴된 것들도 많으니까... 현재 기록상으로는 그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아." "그렇다면... 뛰어난 기사가 타고있다면 그 타이탄이 다른 타이탄 보다 더 세다는 말인가 요? 그 기사의 기... 아니 마나에 의해 움직이니까..." 안토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그 타이탄을 움직이는 건 기사니까 기사의 능력이 뛰어날수록 타이탄도 엄청난 힘을 내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동급의 기사가 타고있을때는 더 좋은 타이탄에 타고있 는 사람이 이기지." "그럼, 타이탄에도 등급이 있어요?" "그럼. 타이탄을 만든... 그러니까 타이탄의 핵심인 엑스시온을 만든 사람이 누구냐에 따 라 타이탄의 힘이 결정되지. 강력한 엑스시온은 같은 량의 마나라도 더욱 많은 마력으로 증폭해 내거든. 하지만 그렇게 큰 힘의 차이는 없는 편이야. 그러니까 보통 타이탄이 100 의 힘을 낸다면 아주 좋은 타이탄이라도 120정도의 힘을 내지. 하지만 진짜 유명한 타이 탄은 달라. 역사상 유명했던 위대한 마법사들이 만든 타이탄은 그 성능 자체가 다르지. 그 것들은 보통 150 이상의 힘을 내는 걸로 알려져 있어." "그럼 한배 반 이상이나 강하단 말인가요?" "응. 안피로스라는 대마법사(wizard)가 만든 에프리온이나 헬 프로네, 코타스라는 대마법 사가 만든 다크 나이트(dark knight;흑기사) 등등 위대했던 대마법사들이 제작한 것들이 지." "여태껏 많은 타이탄들이 만들어졌을텐데... 어떻게 트루비아에는 8대 밖에 없어요? 좀 더 많이 만들면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도 편리할텐데..." 안토니는 씁쓸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타이탄을 1대 만드는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 타이탄은 사실 엑스시온이란 심장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거대한 강철로 만든 인형과 같아. 인형은 어떻게 움직이지?" 갑자기 안토니가 이상한 질문을 했으니 다크는 버벅거렸다. "그... 글쎄요. 저는 남자라서 인형은..." "아..참. 말도 안되는 질문을 했군. 그럼 예를 들어 나무를 깎아 갑옷을 입은 사람의 형상 을 하고있는 인형을 만든다고 하자. 그냥 나무를 깎아 사람을 통째로 만들면 그 인형이 움직이냐?" 아직도 이해를 못한 다크의 대답. "아니죠. 인형이 왜 움직여요?" "이런... 질문이 잘못되었군. 나무를 파서 그렇게 만든 다음 너가 인형의 손을 잡고 위로 올렸을 때 그 인형의 손이 올라가느냐 이걸 물은거야." "글쎄요." "물론 그냥 파놓은 나무인형이라면 손이 부숴지지 그 손이 외부에서 힘을 가한다고 움직 이지 않지. 하지만 그 인형의 손이 움직일 수 있도록 관절을 만들어 놨다면?" 이제서야 어느정도 감을 잡은 다크는 간단히 답했다. "그 관절이 허용하는 각도안에서는 움직이겠죠." "바로 그거야. 강철로 하나의 인형을 만들면서 어떤 각도로든 움직일 수 있도록 관절을 만들어놓은 것. 그게 타이탄의 뼈대지. 그 위에 두꺼운 장갑을 입히면 타이탄의 겉부분은 완성되는거야. 하지만 사람의 움직임과 같은 움직임을 내려면 수많은 관절이 들어가게 되 지. 한두 사람의 작업으로 만들 수 있는게 아니라구. 일단 타이탄의 외형이 완성되면 내부 에 그 심장이 될 엑스시온을 집어넣지. 그러면 타이탄이 완성되는데... 사실 그렇게 만들 어 놓으면 타이탄이 제대로 된 힘을 못내. 엑스시온에서 나오는 막강한 마력을 효과적으 로 타이탄의 말단부분까지 전달해줄 '크로네'라는 마법을 빨리 전달해주는 물질을 넣어줘 야 하지. 그 크로네의 가격은 엄청나게 비싸." "그렇군요." "그리고 거기에서 끝나는게 아니야. 마법사들이 숨어서 어떤 마법공격을 가해온다면 덩 치 큰 타이탄은 아주 좋은 목표물이 되지. 그러니까 대마법주문을 타이탄의 전신에 새기 지." "하지만 시드미안 경의 타이탄에서는 그런 복잡한 주문은 못봤는데요?" "물론 못봤겠지. 일단 타이탄의 표면에 그 주문을 새겨놓은 다음 그 위에 마법을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금속으로 알려진 미스릴을 입히는 거야. 미스릴도 엄청나게 비싸지. 그 미 스릴 위에 또다시 페인트를 칠하면 이제 타이탄이 완성되는거야. 이제 타이탄의 외부는 설명했고... 그 타이탄의 심장이 될 엑스시온 말인데... 엑스시온을 만드는 건 엄청나게 어려 워. 엑스시온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거의 대마법사 정도가 투입되어야 겨우 만 들 수 있다구.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또 얼마나 비싼데... 타이탄 한 대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거의 웬만한 국가의 1년 예산에 필적하는 거금이라구. 하기야 예전에 만 들어진 일부 타이탄들 같은 경우 비용절감을 위해 미스릴 처리를 하지 않은 것도 있지 만..." "미스릴을 빼도 상관없는거 아니에요?" "강력한 마법사나 마법진을 만나지 않는다면 상관없지. 5m가 넘는 강철덩어리의 외부 에 미스릴을 입히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을 절약하는 것만 해도 엄청 나지. 참... 그러고 보니 미스릴 처리를 하지 않은 타이탄 중에서 아주 유명한게 있는데..." "뭔데요?" "그 에프리온을 만든 안피로스라는 대마법사가 만년에 만든 3대의 타이탄이 있지. 안피 로스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헬 프로네'들에는 미스릴 처리를 하지 않았어. 그냥 대마 법주문이 새겨진 그 문양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뭐 그것들은 외형이야 어쨌든 안피로 스가 만들었기에 강력한 마력을 내는 엑스시온이 탑재되어있지. 미스릴 처리가 안된 만큼 딴것들 보다 더 가볍고... 그래서 더 빠른... 그러니까 재빠른 몸놀림을 좋아하는 기사가 타 기에 이상적으로 설계되었다고도 하지. 하지만 전해지는 또다른 말로는 그때 안피로스가 속해있던 크루마 제국이 전쟁중이라 미스릴 입힐 돈이 없어서였다고도 해. 어쨌든 일단 그 심장인 엑스시온이 가동되기만 하면, 엑스시온은 자신의 몸에 부착된 모든 걸 자신의 신체 일부분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게 부숴지면 자동적으로 복구하려고 들지. 그 말은 그 위에 나중에 미스릴을 입힌다 하더라도 그 녀석은 그걸 자신의 몸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그렇게 되면 한번 싸울때마다 충격으로 미스릴이 조금씩 벗겨지는데... 무슨 돈으 로 계속 미스릴을 입힐거야? 그래서 그 셋은 아예 미스릴 처리가 되어있지 않기에 아주 알아보기 쉽지." "그럼 미스릴 처리 안된 타이탄은 그 세대 뿐인가요?" "무슨... 엄청나게 많아. 특히나 돈이 많이 절약되니까 미스릴 처리 안한 타이탄이 전 세계 타이탄의 반수 이상이야. 좀 심한 타이탄은 크로네도 거의 안넣든지 아니면 아예 안넣는 데... 그래서 대부분이 별로 유명한 타이탄은 없어. 그런 타이탄들은 대부분이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 크기도 조금 작고 말이야... 하지만 강력한 타이탄과 싸우기 전에는 그걸 막을게 사실상 없으니 뭐 상관없지. 크로네를 안넣고... 미스릴 처리 안하고... 기준출력의 반도 못내는 엑스시온을 가진 타이탄이라도 순식간에 성벽을 허물 수 있다구. 그런 타이탄의 강한 점 때문에 말도안되는 싸구려 타이탄들이 생산되는 거지." 갈로시아 갈로시아는 인구 5만명 명도가 모여있는 상당히 흥청거리는 상업도시였다. 이웃나라인 탄벤스 공국에서 들어오는 수입물품이 대부분 갈로시아를 통과하기에 더욱 흥청거리게 된 국경무역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탄벤스 공국은 투루비아의 2.5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진 트루비아 보다는 월등하게 강한 국가였지만 그 정치체계의 최고 우두머리를 공왕이 맡고 있었다. 국왕처럼 강력한 힘이 집중된 존재가 아닌 공왕, 말그대로 세습되지 않는 투표에 의해(전 국민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귀족들이 참여하는) 선출되는 인물이 왕이 되기에 그의 권력은 전제왕정보 다는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공왕의 권력이 상당부분 제한되기에 이웃나라와는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상당히 평화로운 국가로 행세하고 있었다. 아무리 호전적인 공왕이 등극한다 해도 귀족들의 반대 때문에 이웃나라 침공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시드미안 경의 설명으로는 탄벤스 공국에는 거의 72명의 그래듀에이트급 기사가 있었고 또 30명의 그래듀에이트급 기사를 보유하고 있는 발키리아 기사단이 있었으며 기사들 중 최고의 엘리트 10명으로 구성된 발칸 근위기사단이 존재했다. 근위기사의 무서움은 역시 타이탄에 있다. 탄벤스 공국이 가지고 있는 19대의 타이탄 중에서 10대는 발칸 근위기사 단에, 나머지 9대가 발키리아 기사단에 있었다. 그리고 타이탄들 중에서 강력한 것들은 모 두 다 근위기사단이 보유하게 된다. 타이탄이란 궁극의 마법병기는 그 안에 탑승한 인물 의 실력에 비례하는 힘을 발휘하기에 이 배치는 당연한 것이었고, 모든 국가들이 이런식의 배치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근위기사단의 멤버로 뽑힌다는 것은 정말이지 자랑스럽고 도 명예스러운 것이다. 최고들 중의 최고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단서는 찾았나?" 가스톤의 지나가는 듯한 물음에 추종자들을 이끌고 당당히 식당 안으로 들어와 가스톤의 앞자리에 앉던 미카엘은 씁쓸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급사에게 외쳤다. "맥주 셋!" "왜? 점심은 안먹을거야?" 가스톤의 질문에 미카엘이 엄청 더운 듯한 행동과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뭐... 나중에 먹지. 지금은 시원한 맥주 생각밖에 없어. 어쨌든 열심히 수소문했는데...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물어보면 뭔가 나올줄 알았더니..." "뭐, 팔시온이나 시드미안 경에게 기대를 해봐야지. 미디아양한테는 기대도 안하지만... 그 둘은 뭔가 건질지도..." "미디아 양은?" "라나를 데리고 용병길드에 갔어." 그러자 좌우를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다크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방안에 처박혀서 머리를 싸매고 생각하고 있어. 우리들과 만나기 전에 애인한테 차였는지, 아니면 무슨 큰 사고라도 당했는지...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닌 것 같 더군." "그 친구 정도의 실력에, 외모도 아예 엉망은 아니잖아. 새로운 여자를 찾는 건 별로 어 려울 것도 아닐텐데... 사내녀석이 쪼잔하기는... 꿀꺽.." 이렇게 넷이서 궁시렁거리면서 술을 마시고 있을 때 외곽을 둘러보겠다고 나간 시드미안 경이 부하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이 피곤한 안색으로 들어서는 걸 보며 미카엘이 급사 를 향해 외쳤다. "맥주 셋 더!" "뭐 좀 찾았습니까?" 시드미안 경도 미카엘처럼 수확이 없었는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혹시 이리 안온거 아닐까요?" 민트가 조심스레 추측하자 나머지 일행들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수긍하는 듯한 모습이었 다. "도중에 딴 길로 들어왔을 수도 있겠지." "그럼 어떻게 하죠?" "할 수 있나? 모두들 돌아오는 대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흔적을 찾는 수밖에..." "30여명의 기사에 큼직한 마차 한 대면... 사람들 눈에 잘 띌텐데..." "뭐 어쨌든 팔시온이 올 때까지 술이나 마시기로 하지요. 그런 후에 모두들 피곤하니 까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아침에 출발합시다." 시드미안 경의 제안에 모두들 찬성하며 맥주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우와!..." "간만의 휴식이군..." 한참 맥주를 마시던 시드미안 경이 갑자기 생각났는지 말했다. "참, 미디아 양은?" "라나가 심심해 하니까 그 애 데리고 용병길드에 갔어요." "다크는?" "방안에 처박혀서 궁상떨고 있어요." "그럼 다크도 불러서 신나게 마시지." "안마신데요. 사실 여기 와서 다크가 술마시는거는 식사때 반주로 맥주 한잔 정도 마시 는 것 말고는 본적도 없으니까요." "뭐, 싫다는 사람 억지로 먹일수는 없지. 자 오늘 찐하게 한잔 해보세." 모두들 왁자지껄 밑에서 얘기를 나누면서 술파티를 벌이고 있으때 다크는 머리를 감싸안 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제길... 어떻게 하면 돌아갈 수 있지? 샤헨에서도 약간의 방법은 있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던데... 오래전에 그 방법이 실전되었다면 돌아갈 방법은 아예 없는거나 다름없잖아. 도 대체... 어떻게...?" 다크가 다름대로 중원에 돌아갈 방법을 궁리하느라 정신없는 그시간... 아래층에서는 모두 들 통쾌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마침 팔시온이 돌아왔다. "어떻게 되었나?" "발견했어요. 이쪽이 아니라 말테리아 산맥을 타고 그쪽 산길을 따라 갈로시아 근방으 로 내려와서 수도쪽으로 이동한 모양입니다. 그쪽으로 가보니까 산길을 타고 이동하는 회색갑옷을 입은 기사들을 봤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럼 빨리 그쪽.... 아니지. 오늘은 여기서 푹 쉬기로 하지. 내일부터는 아무래도 산길을 통한 강행군이 될 것 같은데..." "그러지요. 그러고 보니 오랜만의 휴식이군요. 이봐! 여기 맥주 큰거로 한잔!" "스승님. 다녀왔습니다." "그래. 결과는?" 검은가죽갑옷을 입은 젊은 마법사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예. 바로 이녀석들입니다." 검은가죽갑옷을 입은 마법사는 중얼중얼 마법을 외운 후 시동어를 외쳤다. "이미지!" 그러자 사람의 영상들이 여러개 나타났다. 그 청년은 그 하나하나를 지적하면서 말했다. "여기있는 이 무사가 파티의 지도자인 모양입니다. 가장 많은 마나를 보유하고 있죠. 그 리고 이자는 검은 엄청나게 큰 걸 가지고 다니지만 그렇게 위험인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나의 양이 보잘 것 없었어요. 그리고 이 둘은 마법사인데... 이자는 5싸이클급, 이자는 3 싸이클 급입니다. 그리고 이자들 셋은 무사로서 꽤나 수련을 쌓긴 했지만 그라듀에이트급에 는 못미칩니다. 또 이 둘은 그보다도 못한... 아마도 아카데미를 갓 졸업한 인물들인 것 같 습니다. 그리고 이쪽에 있는 잘생긴 인물은 그 생김새로 보아 아무래도 신관인 것 같습 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제가 스승님께 말한 그 장난감이죠." 그러면서 그 젊은 마법사는 예쁜 얼굴의 소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일 마지막에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인물이 그 마스터급의 인물입니다. 놀랍게도 그들이 떠난 자리를 탐색해보니 그녀석도 있더군요. 그 엄청난 폭발 속에서도 살아남은 모 양입니다." 그러자 스승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정말 대단한 놈이군. 그래, 그녀석에 대한 자료는 조사해봤느냐?" "예.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코린트 제국에도 없었고... 트루비아에도... 전쟁 의 신전에 가서 물어봤지만 등록된 12명의 마스터들 중에서 그렇게 생긴 인물은 한명도 없 었습니다. 대부분 그정도 실력이 있다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또 인정받기 위해 전 쟁의 신전에 들리는게 정상인데 말이죠." "흐으음... 그렇다면 코린트쪽에 좀 더 깊게 조사해 보거라. 혹시 사냥개(암살자를 말함)로 쓰기위해 비밀리에 키운 놈인지..." "알겠습니다. 좀 더 깊게 조사해 보겠습니다. 저... 스승님. 그건 그렇고 크로마스 경께서 뵙기를 청하는데요?" "내가 불렀으니 들어오라고 해라." "예." 제자인 다론이 나간 후 잠시 시간이 지나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굳건한 체구의 무사가 들어왔다. 이곳은 본거지라서 그런지 갑옷은 입지 않았지만 바스타드 소드는 차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자 노 마법사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어서 오게나." "안녕하셨습니까? 토지에르 경." "그래. 내 부탁이 있어 그대를 불렀지." "무슨 일입니까?" "제자녀석을 보내 이번에 드래곤 하트를 훔친 것을 조사하는 녀석들의 인상착의를 알아 오라고 불렀네. 혹시 이 사람이 기억에 있나?" 그러더니 노 마법사는 주문을 외웠다. 물론 이미지 주문이었지만 그 주문을 다 외우는 시간은 제자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았다. "이미지!" 그러자 당당한 모습의 기사 한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염을 덮수룩하게 기른 무인 영 상을 노려보던 그의 얼굴이 약간 찌푸려지더니 곧 씁쓸하게 입을 열었다. "그라드 시드미안이군요." "그래. 잘 봤네. 이자가 드래곤 하트를 찾아서 이리로 오고있어. 뭐 갈라파인 지역에서 부터 흔적이 끊기기는 하겠지만... 하지만 그자의 데이터를 보니 약간 구미가 동해서 말일 세." "무슨?" "그자는 근위기사라지?" "예." "그렇다면 타이탄을 가지고 있을거 아닌가? 지금 국가가 이렇게 어려울 때 타이탄 1대 는 정말 큰 보탬이 될거야. 만약 파괴된 타이탄이라도 타이탄 1대에 들어간 귀금속의 양 은 정말 엄청나지." "그러면?" "자네가 맡아 주겠나?" "하지만 그놈들 중에서 빠져나간 놈이 있다면 문제가 클텐데요. 잘못하면 코린트에서 눈 치챌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를 상대하려면 타이탄을 동원해야만 하니까요." "으음... 그게 문제군. 한번 궁리를 해보세나. 성공하면 댓가는 정말 엄청나니까 말일세."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어떻게?" "그건 어렵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근위 타이탄인 카프록시아급을 사용한다면 곧 발 각되겠죠. 타이탄의 발자국이라든지... 파편 따위를 조사해 보면 알 수 있죠. 거기에 대지의 기억까지 알아보면 금방 그 위에서 싸운 타이탄은 알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나라 에서 사용되는 타이탄을 이용한다면 얘기는 다르죠." 그러자 노 마법사의 얼굴 위에 약간의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좋은 생각이군. 참... 그리고 그놈들 중에 마스터급의 인물이 있어." "예? 지금 마스터급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놈을 확실하게 저세상에 보내줄 수 있겠나?" "불가능합니다. 여러나라에서 사용되는 그런 저급 타이탄으로 마스터급을 상대하다뇨. 마 스터급이 타고있는 타이탄과 상대하려면 카프록시아로도 힘들 겁니다. 또 그 마스터급이 재수없게 헬 프로네라도 가지고 있다면 청기사로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토지에르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후 입을 열었다. "아마도 헬 프로네는 나오지 않을거야. 헬 프로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은 내가 모두 다 알고있어. 어쨌든 헬 프로네의 주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세계 최강의 대열에 들어가는 인물이니 말이야. 코린트의 키에리 발렌시아드, 크루마의 카렌 켄타우리, 타이렌의 엘빈 코타리스... 지금 헬 프로네의 주인들이지. 카렌은 여자니까 빼고... 키에리는 자네도 얼굴 을 알테니 빼기로 하지. 그럼 이제 남은 사람은 그래플 마스터 엘빈 코타리스 뿐이지. 하 지만 나와 내 제자녀석이 함께 본 그놈은 그래플 마스터가 아니었어. 소드 마스터였지. 검 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공스러운 검강... 그렇다면 이제 답은 나왔다고 봐야지. 타국의 마 스터급이 저들 일행에 낄 리는 없어. 만약 코린트에서 파견했다면 말이 되겠지만... 어쨌든 상대가 가진 타이탄이 있다면 근위 타이탄급은 안될 거다 이말이지." 하지만 그래도 크로마스는 뭔가 불안한 점이 남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집니다. 별볼일 없는 하급 타이탄을 가지고도 괴력을 끌어낼 수 있는게 마스터들입니다. 어쨌든 이번 일은 상대가 타이탄을 가지고 있다면 도저히 할 수 없습니다." "흐음... 그럼 어쩔 수 없겠군. 일단 타이탄 4대를 가지고 놈에게 싸움을 걸어보게. 될 수 있다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면서 말이야. 만약 놈이 타이탄을 꺼낸다면 재빨리 후퇴해야겠지. 만약 없다면... 그 뒷처리는 자네에게 맏기겠네. 혹시 타이탄을 가 지고 있다면 빨리 나에게 알려주게나. 과연 그놈의 뒷배경이 누군지 궁금하니까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타이탄 사용 허가는 내가 폐하께 받아둘테니 그건 걱정말고 빨리 떠나게." "옛!" 허리에 찬 바스타드 소드를 철거럭 거리면서 방을 나서는 미온지에 폰 크로마스를 보면 서 노 마법사는 미소를 지었다. 속마음 같아서는 이번기회를 청기사의 시험무대로 썼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청기사는 완성되지 않았다. 2달 정도만 더 지나면 먼저 3대가 완 성될 것이고 그 뒤 4개월이 지나고 나면 나머지 9대의 청기사가 완성된다. 그러면 이제껏 소중히 다뤄져 왔던 근위 타이탄은 카프록시아에서 청기사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 반년만 더 지나면... 우리는 코린트에 복수할 만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될거야. 대마법사 안피로스가 설계한 엑스시온... 다른 엑스시온들과 달리 드래곤 하트를 이용해 더 욱 힘을 극대화하는 최강의 심장. 흐흐흐... 반년이 지나면 전 세계는 경악하게 될거야. 다 른 타이탄들 보다 3배나 많은 마력을 뿜어내는 엑스시온을 심장으로 가진 6미터의 거인 청 기사를...'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똑..똑... "무슨 일이냐?" "안티노스 경께서 상의하실 일이 있다고 잠시 뵙기를 청합니다." "드시라고 해라." "예." 잠시 후 중후한 덩치를 지닌 50대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러자 전과는 달리 노 마법사 가 재빨리 그를 영접하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안티노스 경. 이봐 차를 가져오너라." "예." "무슨 일이십니까? 안티노스 경." 그의 눈앞에 있는 이 거구의 사내는 국내외의 모든 정보를 관장하는 위치에 있는 폐하 의 심복인 지그발트 폰 안티노스였다. 요즘 들어서는 수련도 별로 않하는지 나날이 배가 나오고 있었지만 과거에는 상당히 뛰어난 기사였다. "흐음... 자네의 의견을 듣고자 왔네." "예." "아르곤 제국에서 이번에 마도왕국 알카사스로부터 또 엑스시온 10개를 주문했어. 여태 껏 그들이 사들인 것은 30개 정도인데... 과연 그걸 가지고 그들이 타이탄을 만들 수 있을 까?" "흐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마법 방어주문 처리는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요? 그게 중요한데..." "첩자들의 보고로는 타이탄에 사용하는 방어마법주문이 기록된 책자를 비싼 대가를 치 르고 알카사스에서 수입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그 책만 가지고 타이탄의 방어 마법진이 발 동할까?" "발동합니다." "뭐?" "마법진은 그 책자에 그려진 대로 그대로만 조각해 넣으면 됩니다. 그걸 가동시키는 것 은 엑스시온에서 공급되는 마력이지요. 엑스시온이 수입된다면 마법사는 한명도 없어도 상 관 없습니다." "큰일이군...." "저..." "뭔가?" "아르곤에서 수입한 엑스시온의 성능은 어느 정도인가요?" "카로텔에서 생산한 최상품. 그 출력은 통상의 1.24배라고 보고 받았네." "통상의 1.24배라고요? 역시 그놈들 돈이 많으니까..." "아마 그걸로 제대로 된 타이탄을 만들기만 한다면 본국의 카프록시아급에 맞먹겠지." "그럼 여태껏 수입한 30개가 모두 다 1.24배짜린가요?"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보고 받았네. 아마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액 수의 돈을 지불했겠지." "으음... 하지만 그쪽에는 마나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기사는 많지 않지 않습니까?" "폐하께서도 거기에 희망을 걸고 계시지. 놈들은 너무 신성마법에 의존하고 있어. 그따 위 것 타이탄을 구동하는데는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데 말일세..." "그럼 그 30대가 타이탄이 된다면 이제 아르곤에는 몇대나 되는 타이탄이 존재하게 되는 겁니까?" "아마도 320대 정도... 전에 있었던 토프라크 전쟁에서 타이탄 12대가 파괴되었다고 들었 네. 처음 엑스시온을 수입할 때는 파괴된 타이탄에 넣어서 그걸 살리려고 하는 줄 알았지. 그런데 계속 수입하는 거야. 그래서 과연 그걸 가지고 타이탄을 만들 수 있는지 자네에게 물어보려고 왔지. 만약 이번 엑스시온들로 타이탄들이 완성된다면 아르곤에는 마나를 움 직일 수 있는 모든 성기사가 타이탄을 보유하게 될 것 같아." "으음... 어쨌든 큰 문제로군요. 하기야 그놈의 아르곤 백성들은 원체 신앙으로 뭉쳐 열 심히 일하기에 남아 도는게 돈이니... 본국은 겨우 청기사 12대를 만든다고 온 국력을 퍼 부어 20년을 노력했는데..." "약소국의 비운이지... 어쨌든 청기사들만 완성된다면 본국의 타이탄도 124대가 되지. 타 국의 눈치 안보고 풍요로운 스바시에 제국을 병합할 수 있게 된다 이말이야. 자네가 좀 더 힘을 써주게." "감사합니다. 안티노스 경." 도둑들과의 세 번째 만남 '오늘은 휴식이다.'하는 안도감에 모두들 술에 취해서는 이제 술이 술을 먹는 단계를 지 나 술이 사람을 먹는 단계에 근접해가고 있었다. 이번 파티가 결성된 후 추격을 해오며 상당한 마법사의 던젼을 발견하기도 했고... 또 놈들이 어느 쪽으로 도망쳤는지 그 흔적을 놓치지 않고 계속 따라왔다. 거기에 상대와 몇번 대적까지 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어쨌든 기분이 좋을 수밖에... 그렇게 이들이 술을 마시는 동안 8명이 우루루 2층계단으로 중무장을 한 채 올라가는 것을 무심히 흘리고 말았다. 그들의 복장은 약간 특이했다. 딴 복장은 보통 사람들과 차이가 없었지만 적당히 넓은 망토는 몸속에 무기들을 숨기기 편하게 되어있었고 가죽장화도 거의 무릎 가까이 까지 올라오기에 단검 따위를 숨기기에 용이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그게 아니라 장화의 밑창에 있었다. 일반 신발들이 밑창을 단단한 가죽을 덧댄다든지, 또는 철판이나 구리판 까지 달아서 신발이 닳는 것을 방지하는데 반해서 이들의 장화 밑은 무두질도 안한 생가 죽을 털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도록 붙여놨다. 그렇기에 땅과 접촉하는 부분에 짐승의 털이 끼임으로 인해 발걸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어쨌든 모종의 전문직 종사자에게 매우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주문 제작된 것이었다. "이봐, 이방이 맞아?" "예." 덩치큰 인물의 말에 옆의 그보다는 조금 덩치가 작은 남자가 대답했다. 그러자 그자는 살며시 단검을 뽑아들면서 일행들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일행인 인물들도 일제히 무기를 소리나지 않게 뽑아들었다. 일행들의 준비가 갖춰지자 그자는 살며시 문을 열었고, 곧장 방안에서 머리를 싸안고 고민에 빠져있는 남자의 뒤통수를 볼 수 있었다. "꼼짝마라!" 일제히 검을 겨눈 채 상대방의 무장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하기야 무장이라고 해봐야 허리에 찬 60센티미터길이의 가벼운 샤벨이 전부였지만... 어쨌든 검을 뺏은 후 튼튼한 쇠 심줄을 꼬아만든 줄로 손을 꽁꽁 묶었다. 그런 후에야 조금 안심이 되는지 각자 무기를 품 속에 감춘다음 그 중의 한 명이 말했다. "좋게 말할 때 따라와." 하지만 그 상대는 오히려 빙긋이 미소지으며 적반하장으로 말했다. "좋다. 안내해라." 상대의 태도가 조금 눈에 거슬렸지만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오는데야 딴말을 할 수 있 나. 그자의 뒤에 선 인물만이 단검으로 여차하면 찌를 태세를 갖추고는 그자를 안내하여 (?) 자신들의 소굴로 돌아갔다. "앉아!" 다크가 의자에 앉자 곧이어 한명이 가죽끈을 가져와서는 더욱 튼튼하게 의자에 꽁꽁 묶 었다. 묶는 작업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한 인물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 인물은 모자를 푹 눌러써서 거의 눈만 가까스로 나올 뿐... 이마나 귀까지 모자에 덮여있었다. 하지만 그 미모 나 몸의 굴곡으로 봤을 때 수컷이 아닌 암컷이라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녀는 방안의 정경을 쭉 훑어본 다음 다크를 이쪽으로 끌고 왔던 그 덩치큰 남자의 옆에 가서 말 했다. "실력 좋네... 그 정도만 말해줬는데 간단히 잡아오는 걸 보면..." "흐흐흐... 내 실력 좋은 거 이제 알았냐? 전에 망신 당한게 있다면서... 지금 갚을거야?" "당연히." "좋아. 어떻게 해줄까? 아예 반쯤 죽도록 두들겨 패줘? 손을 아예 못쓰게 만들어 줘?" 남자의 끔찍한 말에 그녀는 빙긋이 살기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먼저 죽도록 팬 다음, 아예 병신을 만들어 버려." "크흐흐흐... 알겠어. 얘들아 들었냐?" "예." 방안에 남아있던 10여명의 부하들은 일제히 몽둥이를 주워 들었다. 아까부터 이들은 저 쪽에 앉아서 오만한 미소를 짓고있는 놈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그 명령이 내려오기를 학수고대하던 참이었다. 이들이 몽둥이를 들고 접근하려 할 때 갑자기 의자에 묶여있던 다크가 힘 한번 쓰자 손 발에 묶여있던 가죽끈이나 쇠심줄로 만든 줄이 썩은 새끼줄 끊어지듯 힘없이 끊어져 나갔 다. 그리고 그와 함께 느껴지는 엄청난 위압감... "네 녀석들이 감히 본좌에게 뭘 하겠다고? 죽기로 작정을 했군." 다크가 싸늘하게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그의 몸이 사라졌다. 쿵, 퍽, 퍽! 으악! 악! 으엑! 이건 애시당초 게임이 안 되는 한판 승부였다. 배를 한 방 얻어맞고 열심히 팬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놈들부터 시작해서 기절해서 인사 불성인 놈들까지... 10여 명이 한꺼번에 바닥 에 쭉 뻗은 꼴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다크는 옆에 떨어져 있는 샤벨의 검대를 집어 허리에 차고는 싱긋이 웃었다. 그리고 저쪽 에 엎드려 다행이 아직 기침만 콜록콜록 하는 우람한 덩치를 가진 놈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올렸다. "야, 네가 이놈들 두목이냐?" "예? 예." "네놈들 실력에 맞는 사람을 건드려야 할 거 아냐?" 퍼퍽! "우엑!" 그대로 복부에 직격탄 두 발을 맞은 거한은 그대로 침몰하여 부하들과 사이좋게 팬 케이 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쿵닥거리는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 아니지, 가죽끈을 끊었을 때부터 뭔가 잘못되어 간다 는 걸 느낀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쓴 여자. 곧장 도망치려고 했지만 뭔가 끈적한 것에 잡힌 듯 도망도 못 치고 얼었다가 한 대 맞고 뻗은 그 여자도 어김없이 다크의 손에 멱살이 잡혀 몸을 일으켜야 했다. "흐음, 반반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그러고 보니 낯이 익은데, 너 나하고 어디에서 만난 적이 있지?" 그 여자는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고개를 열심히 좌우로 저으며 완강히 부인했다. "아뇨, 이번이 맹세코 처음이에요." "콩알만한 계집애가 감히... 안 그래도 요즘 계집애 하면 이 갈리는데 너 잘 만났다." 퍽! "꺄, 억! 우엑!" 그녀도 어김없이 두목 옆에서 사이좋게 팬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배에 그 정도 타격 을 받고 뱃속에 든 물건을 게워 올리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니든지 아니면 그 전날부터 금식 기도를 하던 인물일 것이다. 아직도 잡혀 온 데(?)대한 분이 안 풀렸는지 다크는 팬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녀석들의 머리를 지근지근 밟아서 팬 케이크 위에 얼굴 도장까지 확실하게 찍어 댔다. 과연 그게 잡 혀 온 데 대한 분풀이인지 아니면 요즘 한참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운좋게(?)만난 자들에게 푸는 건지 좀 모호하긴 했지만, 이건 전적으로 힘도 없는 주제에 강자를 초대(?)한 놈들의 잘못이었다. 다크는 의자에 푸근히 앉은 채 얼굴과 옷에 오물이 잔뜩 묻은 놈들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일어서." 목소리는 작았지만 모두 재빨리 일어섰다. 방금 전에 꾸물거린 여자 동료가 기절할 정도 로 두들겨 맞는 걸 친히 목격한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앞으로 누워." "뒤로 누워." 정신없이 섰다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를 한 시간 정도 반복하면, 이틀 전에 먹은 것까 지 속이 울렁거려 다 토해 내게 되어있다. 그걸 지그시 감상하면서 다크는 요 며칠 동안 여 행하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확실히 풀었다. 이게 웬 횡재냐 하면서 말이다. 모두의 몸이 땀과 오물로 뒤범벅이 되었을 때쯤 다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두목!" "옛! 헥헥..." "그럼 이렇게 너희들의 몸을 생각해서 운동을 시켜 주신 이 몸께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 거 아냐? 응?" 퍽! "꾸엑!" 비명을 지르기는 했지만 두목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 하고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다크에게 내밀었다. 여전히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헥헥, 약소하지만 헥... 감사의 뜻으로... 헥헥헥." "뭐야? 50골드도 안 되겠는데? 이 녀석이 나하고 장난하자는 거야? 내가 너희들 몸을 생 각해서 무려 세 시간이나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서 놀아 줬는데?" 그러자 두목은 재빨리 부하에게 튀어가서 모두의 주머니를 털었다. 아무리 돈이 들더라도 저 재수 없는 손님을 빨리 보내는 게 급선무였다. "헥헥, 약소하지만 정말, 헥헥헥, 이게 전부입니다. 헥헥... 제발 용서해주세요. 헥헥헥..." "흐음, 아까보다는 그래도 낫군. 그런데, 야." "예? 헥헥헥..." "나는 왜 이리 데리고 온 거냐? 설마 달밤에 체조시켜 달라고 초빙한 것은 아닐 테고..." "죄송합니다. 헥헥헥, 사람을 잘못 보고... 헥헥헥, 제발, 용서해 주세요. 헥헥헥..." "정말이야? 아닌 것 같던데... 야! 모자, 이리와봐." 모자를 목숨처럼 꼭 붙잡고 있던 여자가 재빨리 앞에 와서 섰다. 상대는 여자라고 봐 주 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여자라고 꾸물거리던 애들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았던 가? 아주 더러운 성격을 가진 망나니였고 자신의 힘이 상대에게 주는 공포를 잘 알고 있었 다. 또 그것을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피도 눈물도 없는 놈이었다. "옛! 헥헥헥..." "그럼 네가 날 불렀냐?" "아뇨! 헥헥헥, 저는 초면이라고 이미 말씀 드렸어요. 헥헥, 절대 만난 일이 없습니다. 헥 헥헥..." "그럼 그 모자 벗어." 재빨리 모자를 벗자 커다란 귀가 드러났다. 금발에 오똑한 코, 붉은 입술, 커다란 눈동자. 귀가 좀 큰게 흠이었지만 상당한 미인이었다. "응? 그 커다란 귀는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예? 헥헥헥, 엘프는 모두 커다란 귀를 가지 있다구요. 헥헥헥..., 저는 하프 엘프라서, 헥 헥..., 그러니까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귀가 클 뿐, 헥헥헥... 엘프는 아주 많아요. 헥헥헥, 착각하셨겠죠. 헥헥..." "흐음, 그럴지도 모르지. 좋아. 이번은 넘어가 주겠다. 다음에도 귀 큰 엘프인가 하는 게 걸리면 그때부터는 표시 나게 이마에다가 낙인을 찍어 놓던지 해야겠어." 혼자말처럼 중얼거린 다크의 말을 들은 하프 엘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좋아. 오늘은 사례비도 받았고, 이만 돌아가기로 하지. 오랜만에 즐거웠다. 다음에 또 만 날 수 있기를... 흐흐흐." 다크는 통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돌아갔다. 다음날 시 외곽 경비병들은 얼마나 맞았는지 얼굴이 떡이 된 엘프 여자가 우울한 얼굴로 시를 떠나는 걸 목격했다고 한다.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 47명의 마법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하여튼 5싸이클을 구사해 마법사 라는 칭호를 받은 인물들은 여기 다 모여 있었기에 그 중에는 토지에르 경이라는 그 궁정 제1마법사와 그의 제자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높이2.1미터의 모서리가 둥근 육면체를 보고 있었다. 가로 1.2미터, 세로 80센티, 높이 2.1미터의 이 물건은 보통의 타이탄에 사용되는 엑스시온 보다는 조금 더 큰 것이었다. 그 엑스시온의 외부에는 엄청나게 복잡한 마법주 문이 빽빽하게 써져있었으며 그 윗부분에는 마법주문 대신 여러개의 마법진들이 복수로 교차되어있었다. "오오... 이게 청기사의 심장입니까? 정말 크군요." 그러자 그 노 마법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보통의 엑스시온 보다는 좀 크지. 자네들을 여기 모두 부른 것은 이제부터 저기에 새 겨진 주문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서야. 물론 저녀석이 깨어나면 통상출력의 세배나 되는 마력을 발휘하는 만큼 그 작업에 필요한 마력도 엄청나지." "도대체 어느정도 마력이 필요한데 저희들을 다 부르셨습니까?" "9천 2백 만 기간트라." "9천2백만 기간트라라구요? 그건 보통의 엑스시온을 만드는데 필요한 마력의 세배가 넘는 양입니다." "얻는게 크면 대가도 큰 법이니 어쩔 수 없지 않나? 저게 돌아가기만 하면 우리의 노력 은 보상받을 수 있는 거지. 안 그런가? 자... 이제 모두들 마법진에 각자의 위치를 알려줄 테니 거기 서게. 이제부터 마법진을 돌려 저 엄청난 거인을 깨워야지... 흐흐흐..." 그들은 토지에르의 지시에 의해 거대한 마법진의 곳곳에 위치한 후 주문을 외워 마법 진을 돌리기 시작했고 거기서 발생되어 나온 엄청난 마법의 힘이 마법진의 중앙에 놓아 둔 엑스시온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엑스시온은 한낫 죽어있는 금속덩어리에서 생명을 가진 물질로 재탄생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세 시간이 지난 후 토지에르 경의 지시에 의해 마법진의 구동이 멈추자 사방에서 탈진할 정도로 힘을 쏟아낸 마법사들이 픽픽 쓰러져서는 비오듯 땀을 흘리며 숨을 몰아쉬기 시작 했다. 이제 겨우 1대의 엑스시온이 완성된 것이다. 토지에르 경도 피곤에 쩔은 지친 모습 이기는 했지만 완성 일보직전에 있는 엑스시온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지금 가사상태에 놓여있는 저 엑스시온은 청기사의 몸체가 완성된 후, 그 속에 정확하게 자리가 잡힌 다음에야 잠을 깨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곧이어 엑스시온은 자신에게 주어진 육체를 인식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그게 다 끝나고 나면 이제 완벽한 최강의 병기로서 완성 되는 것이다. 모든 마법사들이 힘을 다 뽑아내고는 지쳐서 비실거리고 있을 때 허름한 작업복을 입은 인물이 토지에르 경에게 다가온 다음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저... 토지에르 경. 엑스시온이 완성되었으면 청기사에 탑재해도 상관없겠습니까?" "프로토타입 청기사의 외형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나?" "이제 미스릴 입히는 작업이 남았을 뿐입니다. 그전에 엑스시온을 넣어야만 하기 때문 에..." "알겠네. 지금부터 시작하게." "예." 그 작업복 입은자의 지시로 여러명의 작업인원들이 달라붙어서는 도르레를 이용하여 엑스시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 엑스시온은 천천히 공중에 매달린 채로 프로토타입 이 위치한 지점까지 이동했고 곧이어 작업인원들이 달라붙어 청기사의 머리 윗부분을 해체 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붙였지만 머리 부분을 해체해야만 엑스시 온이 안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머리 윗부분과 어깨부분 일부까지 해체하고 나자 그 안에는 거대한 사각형의 공간이 드 러났다. 그와 동시에 저쪽에서 도르레에 큼직한 쇠로된 용광로가 이동해 왔다. "천천히 부어, 야 이새끼야. 천천히 하란 말이야. 이게 얼마짜린줄 알아? 한방울도 밖으로 나가지 않게..." 그 사각형 안에 검붉은색의 쇳물같은 형상을 하고 흘러들어가는 것은 같은 무게의 황 금보다 10배나 비싸다는 최고로 비싼 금속 크로네다. 크로네를 어느 정도 채운 후 그 구 멍 안으로 엑스시온이 천천히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엑스시온은 크로네에 완전 히 둘러싸이게 되었고 튼튼하게 청기사와 접합하게 되었다. 모든 작업이 다 끝나고 나자 일부 기술자들이 달라붙어 위로 튀어나온 크로네들을 말끔 하게 깎아내기 시작했다. 엑스시온의 윗부분... 그 복잡한 마법진들이 그려진 이 부분에 기 사가 탑승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들은 모두 나중에 청소 및 유지관리가 편하게 끝손질을 깨끗하게 했다. "지금 빨리 조립을 끝내. 빨리 움직여 이새끼들아. 그 의자도 제자리에 붙여... 야 너 죽을래? 계집 다루듯 살살 다루란 말이야." 입이 거친 지휘자의 지시자에 따라 기술자들은 재빨리 움직였고 엑스시온의 윗부분에 프로토타입을 지급받게 된 최고의 기사 프로이엔 폰 론가르트의 체형에 맞는 의자를 부착 시켰다. 그리고 그 윗쪽으로 청기사의 거대한 강철머리가 내려져서는 고정되기 시작했다. 기술자들이 모두들 작업에 여념이 없는 동안 지친 마법사들은 모두들 쉬기 위해서 자 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오늘과 같은 작업을 앞으로 11번이나 더해야 하는 것이다. 이 정도 힘을 뺐으니 만큼 다음 작업은 일주일 후에나 있을 예정이었다. 그들이 떠나고 난 다음 멋진 근위기사복 차림의 기사가 작업장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의 붉은색과 금색 을 합해놓은 근위기사복은 정말 멋있었고 그의 허리에는 배틀 소드가 걸려 있었다. 그 남자답게 잘 생긴... 검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30대 초반의 기사가 들어서자 욕설을 퍼 부으며 지시하고 있던 그 기술자들의 우두머리가 깎듯이 예의를 지키며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론가르트 경. 이런 누추한 곳에는 무슨 일로..." "아니.. 신경쓰지 말고 일을 하게. 나는 내 귀염둥이를 보러 왔네. 참. 자네에게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예?" "저 아이는 언제 완성되나?" "방금 엑스시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미스릴을 입힐거고... 그게 다 식은 후... 그 러니까 3일 후에 청색 페인트를 칠하게 되죠. 그런다음 장갑판들을 조립한 후 엑스시온을 깨우게 됩니다. 엑스시온이 자신의 육체를 완전히 인식하는데는 거의 두달의 시간이 걸리 죠.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엑스시온은 처음이니까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지는 누구도 모르 고 있습니다." "알겠네. 으음... 정말이지 멋진 녀석이야..." 다음날 아침 시드미안 경 일행은 또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오랜만의 휴식으로 모두들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몇 사람만 빼고... 라나는 신관인 주제에 술에 대한 유혹을 참지 못하고 - 사실 16살짜리한테 먹인 놈이 더 나쁘지만 - 약한 칵테일 몇 잔으로 시작해서 맥주까지 몇 잔 마시고는 아직도 띵한 표정이었고 라나에게 술을 먹 인 장본인인 미디아도 술이 들깼는지 얼굴이 부석부석했다. 막강 주량을 자랑하던 팔시온 과 미카엘은 아직도 멍한 표정이었고 가스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강인한 정신력 덕분에 겉으로만 멀쩡했지 입에서는 아직도 술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상태가 그런대로 좋은 인물은 높은 무예의 경지 덕분에 술기운을 제압해버린 시드미안과 상관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못마신 스미온과 안토니, 그리고 오랜만에 피의 유희를 즐긴 후 기분좋게 잠든 다크 뿐이었다. "야 너 괜찮냐?" 입에서 술냄새를 풍기며 팔시온이 말하자 꺼실한 수염을 하고있던 미카엘이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며 투덜거렸다. "말도 마라... 골이 깨지는 것 같다." 이들의 하는 짓거리를 보고있던 가스톤이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게 작작 마시라니까..." 그러자 미카엘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가스톤도 남의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입에서 술냄새 난다구. 또 술마시는게 절제가 되 냐? 오랜만의 술파티인데... 죽기 직전까지 마셔야지. 그건 그렇고 팔시온." "왜?" "점심 먹을 만한 곳은 있냐?" "있어. 조금 늦은 점심이 되긴 하겠지만 작은 마을이 있더라. 거기서 얻어먹지 뭐. 안주 면 거기서 해먹어도 되고." "설마... 그정도까지 인심이 야박하려고..." 그들이 마을에 도착한 것은 팔시온의 말대로 점심시간도 한참 지나서였다. 그곳에서 인 심 좋은 시골여자를 만나 일행은 배불리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돈을 지불하기 는 했지만... 빵을 억지로 씹어 삼키고는 뜨끈한 돼지고기가 들어간 야채스프를 들이키고 난 후 모두 들 그런대로 얼굴 표정이 그런대로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때 음식을 날라준 시골여자가 집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미카엘이 투덜거렸다. "제길... 조금 더 얼큰하게 끓였으면 더 좋았을건데..." 그러자 미디아가 곧장 반박했다. "이런 산골짜기에서 고춧가루 구하기가 어디 쉬운 줄 알아? 여기서는 재배가 안되니까 귀한거야." "하기야..." 미카엘은 미디아의 말에 수긍하면서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작은 병을 하나 꺼내서는 그 가루를 스프에 조금 뿌렸다. 그 독특한 향기.... 후추(pepper)였다. "이봐, 나도 좀 줘." 팔시온이 말했지만 미카엘의 작은 후추병은 재빨리 그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헛소리 하지마. 이게 얼마나 비싼건데..." 미카엘이 질색을 하는 이유도 있었다. 고추는 웬만한 기후 조건에서도 재배가 되지만 후추는 열대지방에서만 재배된다. 하지만 인구는 대부분이 열대지방보다는 온대지방에 더 많았고 또 강대한 제국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타이렌 왕국의 경우 생산과 소비의 불일치를 이용해서 후추를 독점함으로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 타이렌이라는 망할놈의 국가가 존재함으로 인해 후추가격은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쌌던 것이다. 그래도 요즘은 좀 가격이 많이 내린 편이지만 예전에는 거의 동일한 무게의 황금과 맞바 꿔질 정도로 비쌌던 때도 있었다. 어쨌든 돼지고기의 그 독특한 냄새를 없애는 데는 후추만한 것도 없었고, 멧돼지 같이 맛은 있지만 냄새가 더 고약한 놈은 후추가 필수였다. "제길... 겨우 후추가지고 정말 그럴래?" "후루룩... 내것을 내가 안 주겠다는데 왜 그리 잔소리가 많아. 꼽으면 너도 가지고 다니 라구." 미카엘이 약을 올리자 팔시온이 미카엘을 덮쳤고 곧이어 둘은 겨우 후추병 하나를 놔 두고 드잡이질이 시작되었다. 그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있는 인물들이 있었다. 하는 짓거리를 한참 보고 있던 그들 중 한명이 미소를 지었다. "꽤나 유쾌한 패거리군." 그의 말에 뒤에 서있던 인물들 중의 한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지금 시작할까요?" "아니야... 나중에 하지. 여기는 지형이 안좋아서 타이탄을 사용하기는 별로야. 이 산맥을 통과한 후에 하기로 하자." "너무 늦지 않을까요?" "아니야. 이런 산길에서 저놈들이 도망치면 잡기도 어려워. 일단 평지로 나가면 그때 타 이탄을 불러내서 시작하기로 하지." "예." "또 놈들 중에 마스터급이 있다고 하니까... 어쨌든 만약에 그놈이 타이탄이 없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기회에 죽여버려야 한다. 그렇기에 산속이라면 추격 자체가 불가능해. 그러니까 지시가 있을때까지 멀찍이서 추격만 하기로 하자." "알겠습니다." 프로토타입 청기사의 거대한 몸체가 들수많은 쇠사슬에 연결되어 들리기 시작했다. 청기 사의 몸체에는 구석구석에 대마법주문들이 기록되어 특이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천천히 올려 이새끼들아..." 청기사의 거대한 몸이 완전히 들려진 후 청기사는 천천히 눕혀졌고 그 위에 기술자들 이 달라붙어서는 청기사의 몸체 위에 미스릴을 녹인 액체를 부어서 두껍게 코팅을 시작 했다. 한쪽이 모두 다 끝나면 약간씩 청기사의 몸을 돌리면서 그 작업은 계속되었다. 청 기사의 몸체 전체에 미스릴을 입히는 작업은 무려 이틀에 걸쳐 계속되었다. 청기사의 본체가 완성되자 이제는 페인트공들이 달라붙어서는 매끄럽게 조금 짙은 푸른 색 페인트를 세심하게 칠하기 시작했으며 그 작업도 저녁때에 이르러는 끝났다. 이제 청 기사를 만드는 공정은 끝에 다다라 가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청기사의 조립이 시작되었다. 손, 발, 요부(허리), 흉부(가슴), 견부 (어깨)에 마련되어 있던 요철부위에 이미 미스릴을 입힌 후 페인트까지 세심히 칠해서 준 비해 뒀던 1차장갑이 부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업과 함께 청기사의 흉부 2차장갑이 부착되었다. 그리고는 그게 떨어지지 않도록 확실하게 처리했다. 그런 후에야 이제 가장 두꺼운 타이탄의 갑옷인 2차장갑과 흉부 3차장갑을 입히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보통의 타 이탄은 흉부라도 조금 두껍기는 하지만 2차장갑을 붙이는 것으로 끝내지만 청기사는 3차 장갑까지 입혔던 것이다. 그날 저녁 늦게서야 그들은 모든 장갑판들을 청기사에 부착시키는데 성공했고 그때 궁정 제1마법사 토지에르 경이 등장했다. 그는 청기사의 왼손에는 거대한 방패가, 오른손에는 3.6m에 이르는 엄청난 장검이 장착된 다음(타이탄의 검에는 검집을 만들지 않는다) 청기사 의 위로 올라갔다. 청기사의 머리는 뒤로 제껴진 상태였기에 토지에르 경은 손쉽게 청기사 의 조종석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청기사 위에 놓여진 좌석에는 앉지 않고 그냥 선 채로 손을 앞으로 뻗고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대 위대한 힘을 간직하고 있는 자여, 그대에게 새로운 몸이 주어졌으니 이제 잠에서 깨어, 이 세상을 오만하게 굽어보며 그 위대한 힘을 자랑하여 보라." 그와 동시에 엑스시온에 희미하지만 영롱한 빛이 뿜어나오기 시작했고 토지에르 경은 재 빨리 프로토타입 청기사에서 내려오며 말했다. "두부를 원상복귀시키고 청기사 주변에 있는 모든 철 구조물을 치워라." "예. 야. 모두들 빨리 움직여라. 이봐. 그 사다리 빨리 치워. 머리에 감긴 사슬 천천히 내 려 이새끼들아. 살살... 그렇지." 청기사의 머리가 닫힌 후 쇠사슬까지 완전히 제거되자 토지에르 경이 기술자들의 우두 머리에게 말했다. "자네 밑에 사람 부리는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 나는 완전히 조립이 끝나려면 내일 점 심때가 넘어서야 가능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는 상급자의 칭찬에 입이 귀있는 곳까지 찢어졌다. "감사합니다. 토지에르 경." 토지에르 경은 품속에서 제법 묵직해 보이는 가죽주머니를 그 남자에게 건네주며 부드 럽게 말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모두들 함께 술이라도 한잔하게나. 청기사의 프로토타입이 완성된 데 대한 폐하의 기쁨의 표시라 생각하고 오늘은 모두들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게." "감사합니다. 토지에르 경." 평지에서는 그런대로 따라왔지만 험난한 산길을 통과하게 되자 라나가 드디어 말썽을 부 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그런 여행을 감당할 만큼 체력이 따라와 주지 못했던 것이다. "팔시온... 발아파요. 좀 쉬었다가 가요." 워낙 험한 산길이라 말을 탈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짐만 적당히 실고 끌고 다녀야 하는데 조금만 걸으면 '발아파요'였고 약간만 강행군을 하면 얼굴색이 하얘지면서 뒤로 넘어갔다. 그야말로 체력에 있어서는 완전 꽝이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 짐덩어리로 인해 시간 은 더욱 지체되고 있었고 모두들 곱지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거기다 약간만 험한 일을 시키면 연약한 여자가 어쩌구 해대면서 반항하고... 심지어는 설걷이조차 안하려고 드니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말이다. "제길... 그때 꽁꽁 묶어서 병사들 편에 보내버리는 건데..." 시드미안의 투덜거림에 팔시온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기에 제가 보내자고 했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중간에 도망쳐서 또 따라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 "어쨌건 이왕에 데리고 왔으니 일단 이 산맥을 넘어야지요. 놈들의 흔적으로 봤을때는 아무래도 토리아 왕국쪽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토리아와는 사이가 안 좋기에 좀 조심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흐음... 토리아의 국경요새를 거치지 않고 들어가는 길은 없나?" "몇군데 있습니다. 사실 그 많은 곳을 다 지킨다는 건 무리니까요. 요새들이 건설된 곳 은 많은 군사들이 통과할 만한 넓직한 산길들이죠. 좀 길은 험하더라도 돌아가면 길은 많 습니다." "좋아. 제일 안전한 곳으로 부탁하네." "하지만 라나가 따라올 수 있을지..." 그러면서 둘은 저 뒤에서 말등에서 위태위태하게 중심을 잡고있는 소녀를 쳐다봤다. 이 렇게 험한 산길에서까지 말에 타야만 하는 짐덩어리라니... 타이탄의 공격 미온지에 폰 크로마스는 자신이 데리고 온 수련마법사가 그런대로 넓직한 곳이 나오자 그곳에다 책을 보면서 마법진을 그리는 걸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마법사라고 불 리는 인물들은 지금 모두들 청기사 제작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그나마 4싸이클급이라도 할 당받은게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지만 보통 마법사들과 함께 다녔던 과거로 미루어 봤을 때 하는 짓이 영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 끝났습니다. 크로마스 경." 큼직한 마법진의 중간에다가 수정구슬을 놓은 후에 주문을 외워 마법진을 가동시킨다음 수련마법사가 크로마스에게 알렸다. 크로마스는 수정구슬에 다가가서는 말했다. "토지에르 경!" 그러자 수정구슬에 노마법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예정시간 보다 좀 늦었군." 크로마스는 특별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관계로 연락을 위해 수련마법사를 할당받았고 언제나 연락시간은 저녁 9시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산길이다 보니 넓직한 공터를 찾기 힘들어서 오늘은 약간 늦은 것이다. "예. 그런데 혹시 새로운 정보가 있습니까?" "있네. 이건 트루비아에서 나온 정보인데... 시드미안이 트루비아 국왕에게 보낸 전갈에 따르면 지금 그와 함께 행동하는 인물들은 단순한 모험 파티야. 그들의 신상기록에 따르 면 무예 수련자 3명, 여자 용병 1명, 3싸이클의 수련마법사 1명, 모험가 2명이라고 하며 신관 1명과 5싸이클 마법사 1명, 기사 1명을 데리고 시드미안이 합류한다고 되어있더군. 지 금까지는 코린트에서 사람을 파견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더군. 정보에 따르면 그 후에 국 왕이 타이탄 쿠마 사용 허가서를 시드미안에게 보낸 모양이야. 그걸 보면 상대는 아마도 타이탄은 쿠마 1대 뿐인 것 같으니 잘 해보게." "알겠습니다. 힘이 나는 것 같군요. 하하하..." 일단 통신을 끝내고 나서 수련마법사가 마법진을 지우고 있는 사이 기사들은 모여서 공 격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놈들의 이동속도는 형편없으니까 자네는 뒤에서 자네는 오른쪽, 자네는 왼쪽, 나는 앞으로 간다. 공격시간은 2일 후 놈들이 평원에 나간 후다. 공격개시 시간은 오전 10시. 놈들로부터 10킬로 밖에서 쿠마를 불러내어 탑승한 후 돌격해 들어간다. 알겠나?" "예." "사방에서 포위하며 압박해 들어가야 하니까 시간을 철저히 지켜야만 한다." "예." "일단 지금까지의 정보로는 놈들의 타이탄은 1대다. 하지만 그 정보가 틀릴수도 있으니 두 대의 타이탄이 나타나면 무조건 후퇴한다. 알겠나?" "예." "먼저 세대는 쿠마를 공격하고 자네는 검은색 옷을 입은 검사가 있으니 그놈을 공격해 라. 딴놈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우선 그놈부터 죽이고 난 후 다른놈들을 죽여라. 모 두 다 죽이고 난 후 우리와 합류해서 함께 쿠마를 요리하기로 하지." "명심하겠습니다." 근 14일을 소비해서야 시드미안 경 일행은 산맥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는 토리아 왕국에 들어서게 되었으므로 대단히 조심해서 이동해야만 했다. 산맥을 사이에 둔 토리아 왕국은 트루비아 왕국보다는 덩치가 훨씬 더 큰 왕국이었다. 하지만 그 둘의 사이에는 거대한 산맥이 가로막고 있었기에 토리아에서는 트루비아를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아주 어려웠다. 또 트루비아도 토리아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약소국임에도 불구하고 빡세 게 나갔으므로 사이가 아주 안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토리아 왕국인데... 혹시, 토리아에서 꾸민 짓이 아닐까요?" "흠...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앞으로 행동 조심하게. 트루비아 사람이란게 들키면 무슨 봉 변을 당할 지 모르니까." 팔시온의 말에 시드미안 경은 침착하게 대꾸한 후 일행을 지휘해 계속 이동을 시작했다. 시드미안 경은 보통 남자들이 그러하듯 콧수염만 짧게 길렀지만 여행을 시작하면서 한번도 면도를 안했기에 수염이 덮수룩하게 자라 만약 자신을 예전에 만났던 인물이라도 얼핏 보 면 알아보기 힘든 형상을 하고 있었다. 평지에 도착한 후 이틀째가 되자 시드미안 경은, 자고있지만 그래도 그 입속에 묽은 스 프를 넣어주고 있는 미디아를 잠시 바라보다가 팔시온에게 물었다. "언제쯤 인가가 나올까?" "국경 근처 마을은 경비가 삼엄하기 때문에 돌아왔으니까 아마도 한 3일정도 더 가야 할겁니다." "삼일이라... 어? 그런데 이게 무슨 소리야?" 아주 약한 쿵쿵거리는 소리와 미세한 땅의 진동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라뇨? 아무것도..." 하지만 시드미안 경의 말과 동시에 안토니 크로와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 드미안 경은 안토니의 주문이 끝나기를 기다려줄 입장이 아니었다. 이런 땅을 울리는 진 동음은 타이탄 외에는 내지 못한다. 그것도 한두대가 아니었다. 입으로 외치지는 않았지만 시드미안 경의 마음과 연결된 타이탄 쿠마가 공간을 열고 모습 을 드러냈다. 시드미안 경은 쿠마의 머리통이 위로 들리는 것을 보면서 안토니에게 외쳤다. "모두들 조심해. 이거 타이탄이 한두대가 아니야." 그런다음 쿠마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후 윗쪽에 마련된 좌석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위 로 올려졌던 머리가 다시 아래로 내려왔고 좌석의 앞쪽으로 밀려있던 철 구조물이 시드 미안 경의 몸쪽으로 바짝 붙으면서 안전벨트 역할을 했다. 시드미안 경은 쿠마의 머리에 뚫려있는 여러개의 구멍들로 밖을 바라봤다. 역시 자신의 위치가 5미터나 높아진 만큼 더 멀리까지 보였다. "으음..." 시드미안 경은 사방에서 달려오고 있는 네 대의 타이탄을 보면서 신음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법사들은 일제히 자신이 알고있는 최고의 공격마법을 외우기 시작했고 로니에 사제는 각 무사들의 검에 마법을 걸어준 후 그 다음부터는 샤이하드의 축복을 내리기 시작했다. 축복을 받으면 어느정도 두려운 마음이 가라앉고 방어력이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타이 탄의 한방에 맞았을 때 그게 과연 효과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명의 신 관 라나는 사방에서 달려오는 거대한 타이탄을 보고는 완전히 두려움에 휩싸여 비명을 지 르고 난리였지만 그녀도 신관이었기에 샤이하드의 축복이 아예 통하지 않았다. 샤이하드 는 다른 신을 받드는 자에게는 힘을 내려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드미안은 사방에서 네 대가 달려오며 포위망을 좁혀오는 것을 보고 경악해서 중얼거 렸다. "로메로급이 네 대나... 하지만 로메로 급은 토리아 왕국에는 없을텐데?" 로메로급 타이탄은 마도왕국 알카사스에서 총 242대나 생산된 대단히 우수한 타이탄이 다. 알카사스에서 생산해서 과거에는 주력 타이탄으로 사용했었지만 그게 노리에급으로 대체되면서 모두 다 외국에 수출해버린 것이다. 그 때문에 거의 상당수의 국가들이 약간씩 가지고 있었다. 로메로에 미스릴은 상당히 얇게 입혔지만 입히기는 입혔다. 그리고 높이 4.6미터인 작은 체구에 출력이 1.0배 짜리나 되는 엑스시온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높이도 표준보다 조금 낮고 뼈대도 쓸데없이 두껍게 만들지 않아 아주 가벼운 타이탄이 었다. 그렇다 보니 스피드가 아주 빨라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타이탄들 중의 하나였다. 거기에 여러 나라에서 약간씩 가지고 있는 매우 널리 알려진 타이탄이었기에 모든 표식이 나 문장을 다 지워버린 상대의 타이탄만 보고는 어느나라에서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가 매우 힘들다는 이점도 안고 있었다. "최악이군. 포위망이 좁혀지기 전에 선수를 치기로 하지." 드디어 쿠마가 빠른 속도로 한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 달려오던 두 대가 쿠마쪽으로 달려갔고 남은 한 대는 일행들이 모여있는 쪽을 향해 계속 달려왔다. 타이탄 들이 가까워지자 지축을 울리는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쿵... 쿵... "흠... 저녀석은 내꺼라 이거지." 누가 말릴 틈도 없이 다크가 검을 뽑아들며 뛰어나갔다. 쾅! 쿠마가 검을 내리찍자 로메로는 재빨리 방패로 막았다. 하지만 상대의 무게가 더욱 무거 웠고 또 출력도 좋았다. 거기에 쿠마의 안에 타고 있는 인물은 훨씬 자기보다 뛰어난 인 물이었다. 그렇기에 쿠마와 맞부딪친 로메로에 타고있던 기사는 방패에 힘을 주어 밀치 기 보다는 상대가 내리찍는 힘을 이용해 뒤로 빠졌다. 먼지를 흩날리며 뒤로 거대한 로메로가 후퇴하는 걸 보면서 쿠마가 검을 휘두르며 압박 해 들어갔다. 하지만 상대는 방패로 재주껏 막기만 할 뿐 반격을 하지 않았다. 이때 쿠마 는 양옆에서 두 대의 로메로가 뛰어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뒤로 힘껏 도약했다. 쿵! 쿠마는 거의 15미터 높이로 도약해서 20미터 정도 뒤로 빠져버렸고 뒤로 재빨리 빠지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로메로 한 대가 휘두른 검이 처음에 쿠마와 대결하고 있던 로메로 의 방패에 직격했다. 쾅! "제길. 저자식은 왜 저렇게 눈치가 느려?" 미온지에 폰 크로마스는 멍청한 부하가 적의 움직임에 속아서는 동료를 공격하는 걸 보 고 기가찰 뿐이었다. 거기에 새로이 자신의 종이 된 로슈토르의 힘이나 무게가 별로 마음 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로슈토르의 육중한 체구를 앞으로 움직이며 외쳤 다. "시드미안! 네녀석이 3개월만 늦게 왔어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내 귀염둥이의 첫 번째 재물로 만들 수 있었는데... 운 좋은 줄 알아라." 상대가 돌진해 들어오자 쿠마는 곧장 거대한 방패를 들어 상대를 가격했다. 그러자 상 대도 함께 방패로 맞받아쳤다. 쾅! 무게가 가벼운 상대의 몸이 휘청하는 찰나 쿠마는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옆에는 또다른 로메로가 검을 휘둘러 오고 있었다. "제길.." 챙! 쿠마는 셋을 상대로 싸우면서 힘겨운 싸움을 전개해 나갔다. 하다못해 둘만 되도 어느 정도 이길 가능성이 있을텐데... 거기에 공격을 리드해 나가는 로메로 한 대의 검술실력은 상당했다. 칼리안은 정말 이렇게 황당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콰콰쾅! 타이탄에 타고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얄팍한 검 한자루 들고 있는 검객의 검에서 푸른 섬광이 번쩍일때마다 그는 방패로 막기 바빴고 방패에서는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지고 있 었다. <적의 공격력은 엄청나다. 방패가 이미 15퍼센트의 손상을 입었다. 반격을 하지 않고 계 속 방어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타이탄은 원래가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고렘이란 생명체의 연장선상에 있는 마물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자아를 가지고 있었고 또한 직접적으로 의사표현도 가능했다. "제길 알고 있어." 칼리안은 자신의 로메로급 타이탄인 그로스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고민하고 있었 다. '어디서 저런 놈이 나왔지?' 이때 그의 눈앞이 벌개지면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꽈광! 저쪽에 있는 마법사 중 한명이 제법 강력한 마법을 날린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저따위 약한 마법으로는 자신의 종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7싸이클 급 이상의 마법이라면 몰라도... <위험하다.> "앗차!" 그가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앞에 있던 놈이 또다시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엄청난 강기세 례를 퍼부었고 그걸 그로스가 직접 움직여 방패로 막은 것이다. "정말 대단해... 하하하... 이정도 엄청난 놈들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거나 먹어 랏!" 또다시 검에서 뿜어져 나가는 퍼런 강기의 다발... 하지만 이번 것은 상대도 막기가 약 간 난해했다. 왜냐하면 다크가 그 장기인 경공술을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며 타이 탄의 등뒤에서 퍼부었기 때문이다. 순간 그로스는 등을 약간 구부렸다. 그리고 머리 부분도 자신이 숙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구부렸다. 꽝! 다크의 강기세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엄청나게 강한 강철 외피를 뚫고 들어오지는 못 했다. 그와 동시에 그로스가 몸을 뒤로 틀면서 검을 아래로 찍어내렸다. 펑! 검이 흙속으로 깊게 뚫고 들어갔지만 토막난 시체는 없었다. 이미 다크는 옆으로 비켜 선 후 위로 몸을 날린 것이다. 그런 후 약간 흐트러진 상대의 자세를 알아보고는 그로스 의 머리에 강기다발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로스는 재빨리 방패로 그걸 막았고... 펑! 모든 공격이 통하지 않자 다크는 재빨리 뒤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상대가 그대로 도 망치도록 놔둘 정도로 킬리안도 멍청하지는 않았다. 쿵 쿵 쿵 타이탄은 그 엄청난 덩치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그 검객을 향해 돌진해 갔다. 하 지만 그 자는 이상하게도 팔시온 일행들로부터 500미터 정도 떨어졌을까. 그곳에서 걸음 을 멈추고 상대가 다가오기를 느긋하게 기다리기 시작했다. 쿠마는 계속적인 경고를 주인에게 보내고 있었다. <스커트(치마처럼 여러개의 강철판을 붙여 다리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장갑판)가 잘 려나갔다. 그리고 흉부(가슴부분) 2차장갑도 파괴되었다. 더 이상 상대와 싸우는 것은 위험 하다.> "헛소리 하지말고 싸움에 집중해!" 시드미안 경은 쿠마에게 소리치며 또다시 공격을 퍼붓는 상대의 검을 방패로 밀어내며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놈들은 치고빠지는 작전을 계속하며 약간씩의 타격을 지속적으로 쿠마에게 가하고 있었다. 일대 일이라면 겁날게 없는 놈들이지만... 치고빠지기만을 계속하 니 시드미안은 어쩔 수가 없었다. "상처수복에 마나를 보내지 마라." <왜?> "모험을 하겠다." 그와 동시에 쿠마가 그대로 검을 일(一)자로 가로그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검기가 뿜 어져 나오며 상대 로메로들을 덮쳤다. 그들은 재빨리 방패로 검기를 막았다. 시야가 자신 의 방패에 잠시지만 막힌 것이다. 왜냐하면 머리부분과 가슴부분이 타이탄의 가장 중요 한 부분이기에 그쪽을 우선시 해서 막기 때문이고 또 쿠마의 검기가 때린 곳도 상대의 머 리쪽이었기 때문이다. 쿠마는 검기를 뿌림과 동시에 재빨리 움직여 시야가 가려진 오른쪽 로메로의 다리를 베 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쿠마가 시드미안의 명령을 거부했다. <위험하다.> 쿠마가 시드미안의 마나를 흡수하며 재빨리 방패로 막자마자 엄청난 진동이 전해졌다. 쿵! <상대가 검기를 사용했다.> "놀랍군. 일반 기사로는 타이탄에 타고 검기를 구사할 수 없을텐데... 타이탄에 타고 검기 를 뿌리려면 보통때의 마나보다 4배정도가 더 드니까... 저기 있는 녀석도 엄청난 놈이었군. 제길..." 시드미안은 쿠마를 재빨리 뒤로 후퇴시키며 투덜거렸다. 이때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고 그 소리에 무심결에 뒤로 고개를 돌린 시드미안의 시야에는 뿌연 연기같은게 로메로 한 대 를 덮치는게 보였다. 가만히 서서 기다리고 있던 다크는 자신을 향해 검을 들고 달려드는 타이탄 그로스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죽어랏!" 그러면서 검을 그대로 땅에 박아넣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쿠콰콰콰콰... 다크의 기와 대지의 기가 충돌하며 무시무시한 기운이 터져나왔다. 칼리안은 공격하고 자 했으나 그로스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주인의 생명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로스가 방 패로 앞을 막음과 동시에 무시무시한 강기의 폭풍이 그들을 덮쳤다. 순식간에 방패가 박살 나버렸고 외부 장갑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2차장갑 파괴, 1차장갑 파괴, 본체에 12%의 손상을 입었다. 이제부터 상처수복에 들어간 다.> "크윽!" 칼리안은 자신의 몸속에서 방대한 마나가 유출되기 시작하는 걸 보고 신음성을 터뜨렸 다. "그만... 상처수복은 필요없다."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 최소한 1차장갑 만이라도 있어야 한다.> 그로스는 자신의 주인인 칼리안의 말을 무시하고 상처수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정도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때는 재빨리 타이탄에서 탑승자가 내려야 한다. 안그러면 최악의 경우 타이탄까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칼리안은 움직이지 못했다. 엄청난 마나가 빠져나감으로 인해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상대의 움직임이 거의 멈추기는 했지만 그래도 상당한 량의 기가 느껴지는 걸보고 다크는 그대로 상대를 향해 강기를 퍼부었다. 쿠쾅! 타이탄의 내부는 주물로 만들어진 본체와 강철판으로 된 1차장갑, 또 그 위에 더욱 두터 운 강철판으로 된 2차장갑이 있다. 그 말은 곧 가장 외부의 2차장갑은 깨부수기 어렵지만 1차는 그래도 2차보다는 쉽고, 가장 내부인 주물로 된 본체는 1차 장갑보다 훨씬 약하다는 말이 된다. 그 본체에 강기가 격중되자 본체부분이 퍽퍽 파이기 시작했다. <이번 공격으로 장갑이 더욱 얇아졌다. 이제 같은곳을 동일한 힘으로 두 번 더 직격당 하면 엑스시온이 파괴된다.> 그로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쾅하는 굉음과 함께 또다시 진동이 느껴졌다. <적의 공격력이 수복력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더욱 많은 마나가 필요하다.> "......" 하지만 더 이상 칼리안의 대답은 없었다. 엄청난 마나의 손실로 이미 기절해버린 것이 다. 곧이어 다크는 상대방에게서 더 이상 괴이한 마력이 느껴지지 않음을 느꼈다. 그로스는 자신의 주인 칼리안의 마나를 더 이상 뽑아내면 죽을 것이라는 걸 알고 엑스시온에 저장 된 마력을 상처수복에 쏟아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엑스시온이 엑스시온으로서 동작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마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게 본체를 수복하기 위해 소모되기 시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엑스시온은 폭주를 시작했고 곧이어 그 생명력을 잃고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엄청난 광경을 보며 넋을 잃었는지 모두들 움직임이 잠시 중지되었다. 하지만 곧이 어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나게 큰 검이 다크에게 날아왔고 다크는 재빨리 그걸 피했 다. 그 틈을 이용해서 로메로 한 대가 재빨리 다가오더니 파괴되어 쓰러져있는 로메로를 들 고는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고 나머지 두 대의 로메로들도 그 뒤를 따라 엄청난 속도로 도망쳐버렸다. 다크는 상대의 뒤를 추격해볼까 했지만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공포와 긴장으로 굳었던 몸을 풀고있는 걸 보고는 아예 추격을 포기해버렸다. 사실 그 정도 강기세례를 퍼붓는다고 그의 공력도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봐, 다친 사람 없나?" 시드미안이 재빨리 쿠마에서 뛰어내리며 일행들에게 다가갔고 일행들은 서로를 두리번 거리더니 말했다.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군요." "저 아이 빼고..." 팔시온의 손짓을 따라 시선을 옮긴 인물들은 거품을 물고 쓰러져있는 라나를 볼 수 있 었다. "흐음... 별건 아니군. 아마도 공포 때문에 기절한 것 같아. 미디아 양이 라나의 간호좀 해주겠소? 나는 저녀석의 상처가 너무 심해서 치료를 도와야겠는데..." 모두들 시드미안 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쿠마가 느지렁 느지렁 걸어다니며 자신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파편들을 줏고 있었다. 미디아가 담요를 펴서 라나를 눕힌 후 햇볕이 비치는 방향에 말을 끌어다가 햇빛을 가 리고, 수건에 물을 적셔 닦아주고... 그러고 있을 때 안토니 크로와는 치료마법으로 라나의 원기를 북돋아 주고 있었고 나머지는 식사준비를 한다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두들 식사준비를 하는 사이 쿠마는 위에 탑승한 시드미안의 마나를 흡수하며 자신의 몸에 떨어져 나갔던 조각들을 붙이고 있었다. 스커드의 잘린 부분을 들고는 그 부분에 딱 맞붙이고 재생해서 매끈하게 연결하고... 또 찢겨지고 떨어져 나갔던 가슴부분 2차장갑 판 조각도... 어쨌든 격투를 통해 놈들이 치고빠지면서 타격을 가했기에 큰 상처는 없었지 만 2차장갑이 거의 너덜너덜해 진것만은 사실이었기에 그 복구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대로 쿠마를 공간 저편으로 보내버리면 나중에 복구는 되겠지만 그 시간이 엄청나게 많이 걸릴것이 분명하기에 이렇게 해서 복구를 하는 것이다. 일단 쿠마의 복구를 완료한 시드미안은 천천히 쿠마를 몰고와서 상대가 다크에게 던졌 던 그 검을 잡고는 완전히 가루가 날때까지 박살을 내버렸다. 화풀이라도 하듯이 검을 부 수고 있는 쿠마의 위에 탑승한 시드미안을 향해 미카엘이 물었다. "화풀이 하시는 중입니까?" 그러자 시드미안이 빙긋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잘 봤네. 화풀이하는 중이지. 타이탄의 검은 단 하나야. 처음 엑스시온이 동작하면서 몸에 부착했던 검 한자루. 이걸 내가 가루로 만들어버리면 놈이 나중에 이걸 찾으러 와 서는 신경질 머리 끝까지 오르겠지. 어차피 나중에 복구가 되겠지만 검 한자루 복구하려면 들어가는 마나가 꽤 되거든." "어쨌든 모두 끝났으니까 이리 와서 식사나 하시죠." "작전은 완전히 실패입니다." 미온지에 폰 크로마스의 보고를 들은 토지에르 경은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놈이 타이탄을 가지고 있었나?" "아닙니다." "그렇다면?" "검하나만 달랑 들고 타이탄 한 대를 완전히 박살을 내 버렸습니다. 가지고 왔으니까 나중에 한번 보시죠. 타이탄은 완전히 죽어버렸고 타고있던 기사는 너무 많은 마나의 상 실로 5개월은 정양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흐음... 세상에 로메로 정도 되는 타이탄을 겨우 검한자루 들고 박살낼 만한 실력자는 없 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마스터급이 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정도나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이지 엄청나게 강하더군요." "그렇다면 그자를 없애려면 어느 정도 숫자의 타이탄이 필요할까?" "글쎄요. 그 엄청난 기술을 연속으로 사용할 수는 없을테니까 10대 정도면... 충분하지 않 을까요?" "사람 하나 죽이자고 로메로를 10대나 소모한다는 말인가? 그거 말고 딴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저... 토지에르 경." "왜그러나?" "저는 검만을 써왔기에 이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만... 상대가 정말 강할 때 힘 으로 그를 제압하기는 힘듭니다. 속임수를 쓴다든지 아니면 인질이나 뭐 딴걸 생각해보시 면 어떨까요? 꼭 적과 싸우는데 검에는 검으로 대결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흐음... 하지만 타이탄을 박살내고, 그 엄청난 파멸의 불꽃을 맞고도 살아난 놈인데... 어 떻게? 그렇다면? 아! 그 방법이 있었군.... 흐흐흐..." 노 마법사의 눈이 점점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그는 곧 큰 소리로 그의 제자를 불렀다. "다론!" 그러자 조금 지나서 그의 제자가 달려왔다. "예." "나하고 갈데가 있다. 자네도 함께 가겠나? 우리의 가장 강력한 적이 사라지는 순간을 구경해보는 것도 좋지 않나?" "예. 가겠습니다." 최악의 저주 일행들의 여행은 토리아 제국에서 사실상 끝났다. 토리아 제국의 수도가 있는 갈라파인 평야. 거기서 그 회색옷을 입은 기사들의 흔적은 끝이 나 있었다. 일행들은 모두들 흩어 져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혹시 회색 갑주를 입은 기사들과 검은색 가죽갑옷을 입은 젊은 이가 함께 가는걸 못 봤느냐?'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3일정도가 지난 후에도 그런 자들을 봤다는 인물들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더욱 범 위를 넓히며 알아보고 있었고 그 와중에 다크는 잠깐 수도의 마법사 길드에 들러 혹시나 차원,시간,공간을 함께 거슬러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러 갔지만 이곳에서 도 뾰족한 방법을 제시받지는 못했다. 그런 후에는 그냥 여관에 박혀있기도 하고 때로는 거리를 산책하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팔자 좋게도... 하지만 그가 여관에 안있고 거리를 배 회하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콩알만한 계집애 하나가 정말이지 꼴보기 싫어서였다. "저기 있군요." "예. 바로 저놈입니다." "좋아. 너는 공간이동 마법을 준비해라. 내가 저놈에게 저주를 걸기로 하지." "예." 그의 제자가 세명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동 마법을 외우고 있을 때 노 마법사는 왼손 에 끼고있던 반지를 향해 중얼거렸다. 저주의 주문처럼 장기간 지속되는 마법인 경우 언 제나 마법의 매개물이 필요하다. 그 매개물을 명확히 정하지 않았을때는 시전자 자신이 되 지만 이번 대상의 경우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기에 매개물을 자신의 반지로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법의 매개물은 상당한 강도를 가지는게 좋다. 그래야 실수로 그게 부서져 마법 이 풀릴 가능성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석종류는 아주 각광받는 여러 가 지 마법의 매개물이었다. "...이 반지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되어라." 6싸이클에 들어가는 마도사인 그가 제법 시간을 들여 외워놓은 주문은 저주... 그 저 주들 중에서도 꽤나 고위급에 들어가는 저주였다. 이 저주는 걸린 놈들이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서 자살할 확률이 99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뛰어난 위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이걸 쓰 기만 하면 저 황당할 정도로 강한 놈도 자살의 충동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잘못 저주에 걸려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한 놈이 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살기 위 해서 죽자고 도망다녀야 하는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왜 그는 상대가 뭐가 될지 도 모르는 불명확한 저주라는 방법을 택했느냐 하면 그 상대를 죽일 방법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제자가 모든 주문을 다 외운 후 고개를 까딱거려 신호를 하자 노마법사는 저 멀 리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놈을 향해 시동어를 외쳤다. "디스라이크(dislike)!" 노 마법사가 주문을 외움과 동시에 반지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쪽에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던 다크의 몸에서도 빛이 났다. 다크는 자신의 몸에 서 빛이 나오는 걸 느낌과 동시에 기가 느껴지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방금 전에는 막대 한 기는 느껴졌지만, 그 어떤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모른척 했던 것인데 그게 지금 엄 청나게 후회스러웠다. 막대한 속도로 다크가 뛰어오는 걸 본 다론은 재빨리 시동어를 외쳤다. "워프!" 겨우 1-2초 정도 주문이 발동되는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느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었 다. 상대와의 거리가 순간적으로 좁혀지는 그때 갑자기 상대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 는 것이 보였고 그 순간 그들은 공간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적당히 땅위에 그려놓은 마법진이 갑자기 엷은 빛을 띄기 시작하더니 세명이 모습을 드 러냈다. 공간이동 마법은 대단히 위험한 마법이다. 이동위치는 어느 정도 잡을 수 있지만 만약 그 높이 설정에 실패하면 곧바로 땅바닥이나 나무에 끼여서 사망하는 수가 있는 것이 다. 그 때문에 대부분 공간이동을 할 때는 반대편에 높이설정을 해주는 마법진을 그려두던 지 아니면 아예 끼일 위험성이 없는 하늘 위로 워프해서 거기서 비행주문을 외우는 것이 통상적인 방법이었다. 어쨌든 토지에르 일행은 워프에 성공해서 나타났고 토지에르는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었 다. 그걸 본 크로마스가 말했다. "성공한 것 같습니까? 저는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아무래도 성공한 것 같네. 자네도 그걸 봤겠지? 놈의 속도가 나중에 급속도로 느려지 기 시작하는걸 말일세." "예." "그 밝은 빛 때문에 뭐로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건 확실해. 놈은 지금 상태 보다 훨씬 더 약해졌어. 그건 우리 쪽으로 돌진해오던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만 봐 도 알 수 있지. 일단은 성공했으니 이제 돌아가세... 다론!" "예. 스승님." "돌아갈 준비를 해라." "예." 다론은 커다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왕궁에 있는 거대한 이동 마법진 을 향해 장거리 워프를 하기 위해서는 쓸데없이 마나를 움직이고 주문 외운다고 시간을 소 모하는 것보다는 초대형 마법진이 최고였다. 대강 그려놓으면 나중에 바람한번 불고 나면 그 흔적은 사라질 것이고, 또 마법진이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주문을 알지 못한다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이동에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쓱쓱 제자가 마법진을 그리는 걸 보면서 토지에르가 크로마스에게 말했다. "우리 나라에도 저런 이동 마법진 체계를 만들어야겠어. 좀 힘은 많이 들겠지만..." "돈이 많이 들텐데요. 지금 전 국토에 이동마법진을 깔아놓은 국가는 마도왕국 알카사 스 뿐이지 않습니까?" "하지만 나중에 전쟁이 시작되면 간이 마법진이라도 만들어 둬야 만일의 사태가 일어났 을 때 대비가 되지. 저 옛날 코린트가 습격해왔을때도 이동마법진만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 하게 당하지는 않았을거야." 서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다론이 노 마법사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다 끝났습니다. 스승님." 그들은 마법진의 중앙으로 걸어가서 위치했고 곧이어 다론의 주문에 의해 마법진이 발 동했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사물이 뿌옇게 흐려지면서 곧이어 시커멓게 바뀌었다. 그 순 간 토지에르경은 자신의 손까락에 끼고있던 그 반지를 벗어서 던져버렸다. 공간과 공간 의 틈속에 던져진 이 반지는 무슨 수단과 방법을 써도 찾기는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토지에르 경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어렸다. 아무래도 좀 이상했다.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쳐다보는 것도 이상했고, 온 몸에 힘이 없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허리에 걸린 그 얄팍한 샤벨이 이렇게 무겁다 는 것도 이상했다. 하여튼 아까 몸에서 빛이 난 이후로 모든 것이 이상할 뿐이었다. 이때 문득 다크는 자신의 소매가 손목이 아닌 저 밑에까지 내려와 있다는 걸 느꼈다. 손을 들어보자 자그마한 손이 소매속에 가려있는게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잘 맞던 옷이었는데... 문득 이상함을 느낀 다크는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만져봤다. 확실히 좀 이상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느낌뿐인 것 같기도 하고. 몸위로 손이 지나가는 감각이 오는걸 보면 몸에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은데... 이때 문득 그의 손에 뭉클하고 큼직한 살덩어리가 만져졌다. 그와 함께 다크는 경악해서 여관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이 달려가는 거지 아 무리 꽁지 빠지게 힘을 써도 속도는 나지 않았다. 온 몸에서 기라고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 다. 70년을 수련해서 모았던 기가 일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곧이어 숨이 턱에 차기 시작 했고 몸 곳곳에서 산소를 원하는 아우성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헉... 헉... 헉..." 지금 여관에 남아있는 사람은 마법사들과 라나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이라면 지금 왜 자신임 몸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알려줄지도 몰랐다. 쿵! 갑자기 라나가 문을 박살낼 듯 열고 들어와서는 숨을 헐떡거리는 걸 보고 가스톤은 놀 라서 말했다. "왜 그러니? 놈들을 봤냐?" "헉헉헉...헉..."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있는 라나를 보다가 가스톤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라나가 다크의 옷에 다크의 검을 차고 있었으니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봐요. 가스톤... 갑자기 산책하다가 내 몸이 이상해진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좀 해줘요." "산책하다가 무슨 일을 당했는데?" "그때 봤던 그 마법사 놈들을 만났는데 이상한 주문을 외웠고 내몸이 이렇게 변하는 사 이 도망가버렸다구요." "크하하하하..." 대강 일의 전말을 알아챈 가스톤은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무슨 저주 같은 걸 받은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라나로 되다니... "왜그래요?" 다크가 약간 언성을 높이자 가스톤은 두말하지 않고 저쪽에 있는 거울을 가리키면서 말 했다. "직접 봐봐. 내가 백번 말해봐야 소용없으니까 직접 보라구." "꺅!" 그와 동시에 다크가 쓰러져버렸다. 그러자 가스톤은 가벼운 다크의 몸을 안아들고는 침 대에 눕힌 다음 중얼거렸다. "놀라운 저주야. 육체가 완전히 바뀌었어. 아무리 정신이 강하다 해도 육체가 그 충격을 버틸 수는 없었겠지.... 일이 더럽게 되어가는데..." 저녁때가 되자 수색작업에 나갔던 일행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가스톤으 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크는?" "지금 자고 있어요. 아마 충격이 컸겠죠." "흐음... 지금 다크의 실력은 어느정도인가?" 그러자 가스톤은 시드미안의 질문에 침중한 어조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물론 라나보다는 낫겠죠. 그러니까 지금 어떤 상태인가 하면 검술의 궁극을 강의만 받 아서 이론상으로는 완전히 터득하고 있는 어린 여자애와 같다고 보시면 될겁니다." 그러자 시드미안은 로니에 사제를 향해 물었다. "그 저주를 풀수는 없었습니까?" 로니에 사제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이미 도착하자마자 자고있는 다크 를 향해 축복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저주를 풀수있다고 배운 모든 신성마법을 다 실행해보 고 내려온 길이었던 것이다. "대단히 고위급의 저주인 모양입니다. 제 실력으로는 불가능하니까... 어디 신전에라도 가서 문의를 해보시는게 좋겠더군요." 그러자 저쪽에 앉아있던 스미온이 궁금하다는 듯 말했다. "저... 안토니씨, 다크는 이제 완전히 여자가 된건가요? 아니면 얼굴과 체형만?" 그러자 이해한다는 듯 미소를 띄며 안토니가 대답했다. "아... 그게 궁금한 모양이군. 지금 다크는 완전히 여자야. 원래 다른 형태로 모습을 바꾸 는 트란스포메이션(transformation;변형) 같은 경우 겉모습은 완전히 바꿀 수 있지만 타고 난 성이 바뀔 수는 없지. 그러니까 남자가 어떤 여자의 모습으로 트란스포메이션 한다면 겉모습은 그 여자와 같게 되겠지만 성기는 남자의 것이야. 물론 유방이 붙을 수도 없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아... 예..." "다른 종으로 바뀐다 해도 그건 변함이 없어. 개구리로 바뀐다 해도 수캐구리가 되고 닭이면 수탉이 되는거야. 하지만 저주는 다르지. 완전히 성은 물론... 무엇으로든 바뀐단 말이야. 대신 트란스포메이션이나 마찬가지로 무생물로는 바뀌지 않아. 즉, 저주를 걸면 사 람이 개구리나 뱀 등으로는 바뀔 수 있어도 의자나 탁자로는 바뀔 수 없어. 하지만 완벽한 변환에 있어 저주가 가장 무서운 거야. 성별까지 완전히 바뀐단 말일세. 대신 저주도 조금 문제가 있는데 이번에 일어난 일처럼 상대가 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구. 다크가 갑자 기 개구리가 될 수도 있었고, 말, 소, 고브린, 오크, 트롤, 오우거, 늑대 등 뭐든지 될 수가 있었지. 알겠나?" "헤... 재미있군요. 그 저주란 거 배우기 어려운 건가요?" "저주의 주문은 대표적인 흑마법이지. 흑마술을 익히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지. 악마를 불러내기가 힘들지만 일단 불러내기만 한다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지. 그놈에게 영혼만 팔 면 되니까 한번 생각 있으면 시도해 보게나." "에엑! 싫다구요." 이때 다크는 침대에 멍청하게 앉아있었다. 잠시 기절했다가 그게 잠으로 연결되었지만... 사람이 낮잠을 몇 시간이나 계속 잘 수는 없었기에 잠에서 깬 것이다. 나중에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렇게 형편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이지 비 극적인 사건이었다. 다크는 여자로 바뀌면서 자신이 평생 이룩한 모든 것을 잃었다. 70년 동안 쌓았던 그 막강했던 내공과 환골탈태를 거치면서 다져진 육신을.... 다크는 허리에 찬 샤벨을 천천히 뽑았다. 여자용 검 샤벨... 처음 이곳에서 여행을 떠났을 때 여강도로부터 빼앗은 검... 처음 뺏어서 쓸 때는 종이장보다도 가볍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한 손으로 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묵직한 무게가 전해져 왔다. 지금의 육체로는 3킬 로그램도 너무나도 무거웠던 것이다. "과연 나는 중원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나약한 몸으로... 지금은 나한몸 지킬 힘 도 없어... 흑흑..."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져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다 크로서는 너무나 큰 시련이었다. 이때 미디아가 방안으로 들어오려고 문을 열었다가 다크 가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는 살며시 방문을 닫고는 사라졌다. '실컷 울면 기분이 좀 가라앉을거야.' 절망스러운 나날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 두사람의 닮은꼴은 만나기 싫어도 만날 수밖에 없었다. "아악... 도대체 저 애는 누구에요? 어쩜 저렇게 나하고 닮을 수가 있죠?" 앉아서 일행들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식탁으로 다가오는 다크를 보고는 비명을 지르고 있 는 라나... 하지만 곧이어 그녀의 앞에는 그녀와 똑같이 생긴 여자아이가 시큰둥한 표정으 로 헐렁한 옷을 입고는 생긴 것에 어울리지 않는 검을 차고는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 "닥쳐. 사람 처음보냐?"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가스톤?" 그러자 가스톤이 씁쓸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되긴? 다크가 마법에 걸린 모습이지." "그런데 어떻게 마법에 걸리면 내 모습하고 똑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그게..." 가스톤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저주를 받고는 저모양이 되었으니 다크가 저모 습이 된 것은 결코 좋은 뜻은 아니었다. 축복을 받고 저렇게 바뀌었다면 몰라도... 하여튼 뱀이나 개구리... 또는 지독한 병이 든 사람 따위가 되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긴 했지만... 하 여튼 라나에게 곧이곧대로 사정을 말해줄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하긴... 다크는 평상시에도 라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귀찮게 생각했고, 또 막대해 왔으니까... 저게 최악의 저주가 될지도... 어쩌면 함께 있으니까 더 싫어했는지도 모르지. 나도 저 라나란 애는 별로인데...' "어쨌든 밥먹고 나서 다크의 몸에 맞는 옷을 좀 사야겠어. 저렇게 큰 옷을 입고 다닐수 는 없잖아. 안그래? 미디아." "알았어요. 내가 데리고 가서 옷을 사입히죠." 미디아와 함께 걷고있는 다크를 모든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 나게 큰 헐렁한 옷에 허리에는 검까지 차고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얼굴은 예쁘지만 반쯤 미친 여자앤줄 알았던 것이다. "뭘 찾으십니까?" 상인 특유의 느글거리는 미소를 피워 올리며 옷가게 주인이 말했다. "저 아이한테 맞는 옷." 그러자 다크가 예쁜 눈동자를 날카롭게 만들며 첨가했다. "남자옷!" 미디아는 다크를 잠시 바라봤다. 아무리 알맹이는 그래도 껍데기는 귀여운 여자아인데 남자옷을 입혀도 될까? 하는 걱정과 또 다크에게 여자옷을 입히는게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 도 들어서 미디아는 막무가내로 말했다. "어떤게 저애한테 맞는 여.자.옷이죠?" 그러자 주인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소녀를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 "저기 있는 옷들이에요." 미디아는 그것들 중에서 예쁜거 한벌을 들고는 반항하는 다크를 끌고 옷갈아 입는 곳으 로 갔다. 계속 다크가 옷을 벗지 않으려고 반항하자 미디아가 다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계속 반항하면 기절시킨 다음에 벗긴다." 그러자 다크의 저항이 멈췄다. 사실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반항이나 조금 할 수 있을까 용병으로서 다져진 미디아와 격투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분노를 머금은 눈으로 쏘아보 는 다크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미디아는 재미있는 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크의 옷을 모두 다 벗겨버렸고, 속옷부터 착실하게 입히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래서 힘이 없는자는 서럽다 니까... 예쁜 치마와 브라우스를 걸친 다크를 데리고 나오는 미디아의 손에는 여섯벌의 각종 옷 들과 여자용 속옷들이 들어있었다. 어쨌든 여행을 하다보면 세탁을 하기도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속옷은 여러벌이 있어야 했다. 미디아는 옷집에서 나오면서 이전에 다크가 입었던 옷들은 모두 다 쓰레기통에다가 집어넣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크를 끌고 나왔 다. "제길... 두고보자." 분한 듯이 다크가 그 커다란 눈으로 쏘아보며 말하자 미디아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호호호... 두고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은 하나도 없더라. 어쨌든 거기 보면 여자용 여행복도 두벌 넣었으니까 돌아가서 그걸로 갈아입고 한번 비무라도 해볼래? 자신의 실력 을 알고있는 것도 중요하니까 말이야." "좋아." 둘은 서둘러서 여관으로 돌아간 다음 준비를 갖췄다. 미디아는 먼저 뒷뜰에 나가서 다 크가 나오기를 기다렸고 곧이어 간편한 여행복으로 갈아입은 다크가 나왔다. 무릎 위까지 오는 가죽 반바지와 그 위에 무릎 약간 아래까지 오는 스커트를 입어 그 가죽반바지를 가 리는 것이 보통 여자용 여행복의 하의였다. 왜 스커트만 입는게 아니라 그 안에 반바지가 들어가냐 하면 말을 타는데 맨살로 탔다가 잘못하면 가죽(?) 벗겨지는 수가 있기 때문이었 다. 어쨌든 그 상태로 내려와서는 다크는 일단 샤벨을 쭉 뽑았다. 그걸 보고 미디아도 내로 우 소드를 뽑아들었다. 그런 다음 둘은 즉시 공격을 시작했다. 처음에 미디아는 겨우 저 체구로... 하는 마음으로 처음에는 큰 공격을 했지만 다크가 살짝 피하면서 반격하는 바람 에 하마터면 큰 상처를 입을 뻔했다. 몸이야 엉망이라도 예전의 그 엄청났던 기술은 남아 있는 것이다. 그걸 느낌과 동시에 미디아는 예전에 자기가 검을 처음 배우던 때 사용했던 무식한 검 법... 즉 '마구 휘두르기'검법을 사용했다. 저런 한수 하는 자들은 보통 카운터를 노리기 마련... 어쨌든 힘은 형편없지만 기술이 엄청난 자를 상대하는 최고의 방법은 힘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었다. 마구잡이로 사방으로 쉴새없이 들어오는 공격에 다크는 계속 뒤로 밀렸다. 반격을 하려 고 해도 재빨리 상대의 빈틈으로 찔러 넣을 근력도 없었다. 상대가 큰 기술을 써서 빈 틈이 크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라도 있는데 얄팍한 기술로 연속공격을 퍼부어 대니 그걸 막는 것만 해도 벅찼고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비무는 5분 정도 더 지속되다가 다크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검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끝났고 다크는 신경질 머리끝까지 올라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버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겨우 자신의 몸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에 절망감밖에 남지 않았으리라... 지금 이상태라 면 복수는커녕 지금의 라나처럼 짐밖에 안 되는 처지였다. 다크는 미디아에게 박살난 후 가스톤과 마법에 대해 쑥덕거리면서 본격적으로 고대에 개 발된 마법을 위한 언어인 룬 언어 학습에 들어갔다. 어쩌면 이놈의 저주란 걸 자신이 마 법을 익혀 부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서 였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는 게 아 니었다. 전에 썼던 마법은 다크가 천재라서 가능했었던게 아니라 북명신공의 도움으로 만 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룬 언어 단어나 몇 개 외울 수 있었을까 하나도 보탬 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한 두세시간 시험삼아 열심히 해보던 다크는 그것마저 때려치우고 말았다. 점심때가 되자 그들은 식사하러 식당에 갔고 조금 지나자 급사인 여자아이가 주문받은 음식을 가져와서 각자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 왔을때는 음식만 놓고간 후 두 번 째는 반주로 시킨 술을 가져왔는데 그것들을 쭉 나눠주다가 말했다. "이... 갈렛슈는 누가 시킨 거에요?" "내가..." 그 대답을 한 사람을 급사는 기가막혀서 바라봤다. 예쁜 옷을 입고있는 아직 솜털도 못 벗은게 확실한 예쁜 계집아이가 그 독한 술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갈렛슈는 토리아에서 생산되는 과실주를 증류한 술로서 알콜 순도가 50퍼센트에 달하는 지독하게 강한 술이다. 어른도 그걸 한병을 못 마시는데... 새파란 계집아이가... "너 몇살이니?" "충분히 나이 먹었으니까 줘." 그러면서 다크는 주위를 둘러보며 원군을 청했다. 그러자 지금현재 다크의 정신상태를 충분히 감안하고 있는 미디아가 곧장 말했다. "그거 이리 줘." 그러자 그 여자는 미디아에게 술과 잔 1개를 건네준 다음 물러섰다. 그런 다음 여러 가 지 일을 하면서도 저쪽 테이블에서 과연 그 꼬마애가 술을 마실것인지 주의깊게 보기 시작 했다. 아마도 저거 두잔도 못마셔서 인사불성이 될게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일단 귀찮은 여자가 불러나자 다크는 미디아에게서 술과 잔을 건네받은 후 한잔 가득 따 르기 시작했다. 보통 이 갈렛슈는 큰 잔의 아랫쪽에 얄팍하게 따른 후 조금씩 마시는게 정석인데 그걸 잔 가득히 채우는 걸 보고 미디아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거 억수로 독한 술이야. 그렇게 잔뜩 따르면 안돼!" 다크는 예쁜 얼굴에 단호한 표정을 띄며 말했다. "상관 없어." 그러더니 다크는 그걸 그대로 한 모금 꿀꺽 마신 후 잔을 내려놓으며 심하게 기침을 했다. 정말 엄청 독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크는 거기서 지지 않고 또다시 음주에 도전했고 마침내는 그걸 다 뱃속에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어차피 그래봐야 한잔이었지만... 귀여운 여자애가 백주대낮에 그 독한 술을 오기로 들이키기 시작하는 걸 보고 식당에 있는 사람들 의 이목이 그쪽 테이블로 집중되기 시작했다. '과연 저 한병을 다 마실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 한잔을 깨끗이 비운 후에 다크의 얼굴은 빨갛게 변했다. 일부러 취하자고 마시는 술 이니 점잔빼면서 마신것도 아니었고 또 원체 독한 술이라서 그런지 그 술기운을 정신은 모르겠지만 몸이 견뎌내지를 못했다. 두 번째 잔을 마시기 위해 헛손질을 해대던 다크는 조금 지나서 그대로 오믈렛이 담겨있는 접시에 얼굴을 박으며 골아떨어져 버렸다. 그걸 본 미디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급히 다크의 얼굴을 오믈렛 접시에서 들어낸 후 얼굴을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서는 방으로 안고 올라갔다. 혹시나 저 술을 몽땅 다 마시는 괴력을 발휘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바 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신의 앞에 놓여진 음식을 들기 시작했고 그 꼬마애를 비웃는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방에서 내려온 미디아는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 그런 미디아를 보면서 시드미안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다크는?" "괜찮아요. 그냥 술에 취해 골아떨어진 것뿐이에요. 침대에 눕혀놓고 내려왔어요. 아무래 도 그 일이 엄청난 충격이었던 모양이에요." 그러자 지미가 미디아의 말에 찬성했다. "당연하죠. 만약 제가 그런 일을 당한다면 아마 미쳐버릴거에요. 내가... 저런 덩치작은 꼬마애로..." 그러자 모두들 지미와 라나를 번갈아 바라봤다. 확실히 기사가 되기위해 수련의 길을 걷 고있는 지미의 근육질인 거대한 체구와 근육이라고는 거의 붙어있지 않은 날씬한 라나의 체구는 좋은 대조가 되었다. 가스톤이 미소를 지으면서 대꾸했다. "설마 그렇다고 미치기까지 하겠어?" "아니에요. 가스톤같은 경우 이해를 못하시겠죠. 마법사니까... 마법이란 것은 정신력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지 체력이나 근력과는 상관없죠. 하지만 저희들 같은 무사 는 다르다구요. 제 체격이 라나처럼 된다면 저는 제가 가진 갑옷부터 검까지 모두 다 새 로 바꿔야 되요. 그걸 휘두를 체력이 없기 때문이죠. 믿어지지 않는다면 라나 이거 한번 들 어볼래?" 그러면서 자신의 허리에 차고있던 롱 소드를 뽑아서 라나에게 건네줬다. 롱 소드는 원 래가 한 팔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검이다. 그렇지만 그 길이는 1미터, 폭 5센 티, 무게가 자그마치 8킬로그램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롱 소드보다 더한 검도 있는데... 무사들이 한팔로 버틸수 있는 최대무게를 가정해서 만들어진 배틀 소드(battle sword)가 있다. 이건 무게가 13킬로그램이 나간다. 아무튼 25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바스타드 소드를 한팔로 휘두르는 괴물도 있으니 뭐 그에 비하면 배틀 소드는 꽤나 무사들 팔의 근력을 생각해서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걸 여자가 휘두를 수 있느냐 하면 그게 아니다. 당당한 덩치의 여자용병 인 미디아의 경우에도 검은 6킬로그램짜리 내로우 소드(narrow sword;협검), 방패는 엄청난 돈을 주고 와이번 비늘로 만든 걸 착용하지 않는가? 거기에다 한술 더 떠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다크네라는 마법장갑까지 끼고 있을 정도니... 그 검을 받아든 라나의 팔이 아래로 축 늘어졌고 무게를 어떻게든 버티려고 용을 쓰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다크의 충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다 바뀌어 버린 것에 대한 충격... 어떤 생리적인 변화는 두 번째로 치고 자신의 단련된 육체가 일순 간에 쓸모 없는 육체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모두들 동료의 불행에 침울해있자 팔시온이 그걸 없애버리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하실 겁니까? 꽤 찾아봤는데도 답이 없는데요. 아무래도 놈들은 의 도적으로 여기서 흔적을 지운 것 같은데..." 팔시온의 말에 안토니가 한가지의 의견을 내놓았다. "신전에 알아보면 어떨까요? 지혜의 여신 아데나를 모시는 신전에서 신탁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 참고가 되지 않을까요?" "글쎄... 어쨌든 그 방법밖에는 없군. 여기 아데나를 모시는 신전이 어디에 있나?" "잠깐 기다려 보세요. 이봐요." 팔시온이 부르자 멧돼지 처럼 생긴 우람한 덩치의 주인이 다가오며 그 생김새에 어울리 지 않게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더 필요하신게 있습니까?" "맥주 두잔 더 주시구... 여기 근처에 아데나를 모시는 신전이 있습니까?" "아. 별로 멀지 않습니다. 그 신전은 수도 내에 있죠." 주인은 맥주 가지러 가버렸고 일행들에게는 또 하나의 문제가 주어졌다. 그들이 아직도 이 근처를 배회하는 이유는 이곳이 사이가 좋지 않은 토리아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작은 도시들에 들어갈 때는 문제가 될게 없지만 수도로 들어가려면 아무래도 성문에서 신원조사 가 좀 더 확실할게 뻔하다. "그냥 돌아가면 어떨까요? 샤헨에 가도 아데나 신전은 있잖아요." "안돼. 그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어쨌든 수도에 들어가서 신탁을 받아야 해. 어쩔 수 없이 많이 알려진 우리 일행은 안될 테니 팔시온 자네가 좀 해주겠나?" "저도 국적이 트루비아기 때문에 좀... 참. 미카엘 자네가 가지." "좋아. 자네가 가기 싫다는데 뭐..." "참. 그리고 다크하고 라나도 데려가. 라나야! 너도 여기 아데나 신전을 한번 구경하고 싶지 않냐?" "예. 좋아요." "그럼, 미디아. 아까는 다크 때문에 외출했지만 지금 보니까 라나도 옷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은데 라나옷도 한벌 좀 사주겠나? 그냥 여행하는데는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신전에 갈건데 신경을 좀 써야지." "그러죠. 가자! 라나." 라나는 좋다고 미디아를 따라나섰고 그들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시드미안 이 말했다. "신탁을 받은 후에는 또다시 어디로 여행을 떠나야 할지도 몰라. 그러니 라나를 여기 떼놓고 가자구." 시드미안의 제안에 팔시온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또 따라오다가 그놈들에게 잡히면 누가 책임을 질 겁니까?" "아예 못따라오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그러자 안토니가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 방법이 과격해도 상관없을까요?" "상관없어!" "그럼 기억을 봉인시켜 버리죠. 저는 아직 실력이 모자라서 일부 기억만 봉인시킬 수는 없습니다. 전체 기억을 봉인해야만 하는데... 그러면 그 아이가 기억이 봉인된 동안 누가 돌봐줄건가요?" "그래! 그방법이 있었군. 기억을 봉인해버린 다음에 아데나 신전에 맏겨버리면되겠지. 그 럼 그들이 알아서 해줄거야. 물론 한 1년동안은 기억을 되찾아 주지 말라고 부탁도 하면 서 말이지." "그게 좋겠군요. 그런데 다크는?" "다크는 당연히 저주 건 놈이 지금 어디있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데리고 가야지. 그리고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도 물어봐야 할거고... 어쩌면 거기 있는 고위사제들은 그걸 풀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음날 아침이 되자 미카엘과 그 추종자들, 안토니, 라나, 다크는 토리아의 수도인 크로 멜로 향했다. 크로멜은 그들 일행이 묵고있는 작은 지레온 이란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 에 있었기에 그날 저녁때면 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들이 수도로 떠나기로 합의되자 여러 가지 시골에서는 구하기 힘든 잡다한 것들을 사오라는 빽빽한 글자가 채워진 종이쪽지하고 돈까지 일행들로부터 건네 받았다. "어디로 가는거에요?" "크로멜로." "그런데 쟤는 왜 데리고 가는거죠?" 다크가 저쪽에서 안토니와 떠들고 있는 라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야 아데나 신전으로 가는 길이니까 인사도 시킬 겸 해서 데리고 가는 거지." 점심때가 가까워졌을 때 그들은 성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성안으로 들어가려면 약간 의 문제가 있다. 시드미안이 국경을 벗어나면서 다크에게 만들어준 트루비아의 신분 증 명서를 이곳 적국에서는 쓸수가 없었기에 전에 다크는 마법사 길드에 갈때는 성벽을 넘어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 힘을 쓸 재주도 없었고 또 그걸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다크는 여자가 되었기에 그 신분증명서에 써져있는 최소한의 유사점도 찾아볼 수 없는 몰골 이 되어있었다. 어쨌든 미카엘은 트루비아 태생이 아닌 자신이나 지미, 라빈은 그대로 신분증명서를 제 시했고 안토니 크로와는 팔시온의 신분 증명서를 써먹었다. 모험가로서 일자리를 찾으러 왔다는... 그리고 귀여운 두 여자애들은 쌍둥이 자매로서 숲속에서 만난 하프엘프 고아들 이며 그냥 여행에 데리고 다닌다고 소개했다. 아름다운 금발과 미모 그리고 작은 체구를 보고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은 신분이 확실하 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들을 통과시켰다. 반쪽짜리 엘프니까 꼭 그 귀의 모양이 엘프 를 닮으란 법도 없지 않은가? 거기다 예쁘고 갸냘프게 생겼으니 그 말이 사실이겠지 하고 그냥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아데나 신전에 가는데 내가 왜 따라가야 하는 거에요?" "그야 거기도 신전이니까 혹시 저주를 풀 수 있을까 해서지." "그러자고 가는 인원치고는 너무 많은데요?" "물건도 살게 많고... 또 안토니도 여기 볼일이 있어서 왔고, 라나는 여기 신전을 방문 하기 위해서 왔어. 모두들 이유가 있다구. 그러니 따지지 마" 그들이 아데나의 신전에 도착해서 신탁을 받기를 원한다는 전갈을 넣고 한참 기다리자 아름다운 여자 신관이 걸어오며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신탁을 받고 싶으시다구요?" "예." "어떤 신탁을?" "신탁을 받고 싶은 것은 세가집니다. 첫째는 사라진 드래곤 하트가 어디로 갔는지. 둘 째는 저 아이의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시술자를 족치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을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저 아이에게 저주를 건 녀석의 행방이죠." 저주라는 말이 나오자 그 신관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미카엘이 가리킨 방향을 쳐다봤 다. 그곳에는 엄청난 덩치의 사내들 틈에 쌍둥이처럼 닮은 여자아이 둘이 서있었다. 그 둘 을 신관이 찬찬히 살펴보자 곧이어 둘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명은 쉴새없이 주 위를 두리번거리며 색다른 것들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한 명은 그냥 무표정하게 가만히 서 있는 걸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걸 알아챈 다음 그녀는 미카엘에게 불쌍하다는 듯이 말했 다. "가엾게도 예쁜 아인데... 눈이 보이지 않는 저주를 받았나요?" 미카엘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럼 벙어리가 되었나요?" 또다시 고개를 가로젓는 걸 본 여신관은 매우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럼 어떤 저주를 받았나요?" "원래 일행이었던 남자인데 여자애가 됐어요." "예?" 그 신관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간신히 말했다. "모습을 보니 저주라고 할 수도 없겠군요. 어쨌든 6백골드." "에? 6백골드라니 무슨?" "신탁을 의뢰하셨으니 돈을 주셔야죠. 한 건당 200골드에요." "저... 그럼 한가지만 좀 묻겠는데요. 아데나를 모시는 신전은 외국의 딴 신전들과 연결되 어 있나요?" "그건 당연하죠. 외국의 모든 신전들과 연결되어 있죠. 어쨌든 같은 아데나 여신님을 모 시고 있으니까요." "그럼 코린트의 드로아 대신전과도 연결되어 있습니까?" "예. 코린트에 있는 드로아 대신전은 아데나 신전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엄청난 규 모의 대신전이지요. 그러니 당연히 그쪽과 연락을 안 할 수는 없지요." 그 여사제가 말하자 미카엘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번 드래곤 하트를 찾는 일은 트루비아 왕실에서 부탁한 겁니다. 그리고 잃어버린 드 래곤 하트는 코린트에 있는 드로아 대신전에 있던 것을 트루비아 왕실에서 잠시 빌렸던 것이구요. 어쨌든 드래곤 하트가 트루비아 국내에서 없어졌으니... 트루비아 왕실이 발벗고 나서서 그걸 찾고 있는 겁니다. 저희들이 그 일을 위탁받았는데 그걸 훔쳐간 놈들을 추 격하는 중에 일행이 저주를 받는 불상사가 벌어진 거구요. 저기 두리번거리는 저 애가 드로아 대신전에 있었던 견습사제지요. 그러니 공짜로 안될까요?" "저... 그건 제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대사제님과 의논을 해봐야겠어요. 잠 시만 기다려 주세요." 한참이 지나자 그 사제는 기품있게 보이는 중년여인과 함께왔다. 나이가 꽤 들어보였지 만 정말이지 대단한 미녀였다. 미카엘은 그녀가 대사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무예 수련자 미카엘이라고 합니다." "오... 당신들이 드로아 대신전에서 일을 의뢰받은 사람들인가요?" "예." "드로아 대신전에서 들은 말로는 시드미안 경이 그 책임자라고 하던데..." "그는 얼굴이 너무 알려져서... 적국의 수도로 들어올 수가 없어서 제가 부하들과 함께 왔습니다. 그리고 동료의 저주도 풀 수 있다면 더 좋겠구요." "잠깐 저주에 걸린 사람을 볼 수 있을까요?" "다크! 이리 와봐." 맵시있는 여성용 여행복 차림을 한 아름다운 소녀가 그들에게 걸어오는 걸보고 그녀는 놀랍다는 듯이 말했다. "라나... 군요." 미카엘이 히죽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예. 아시는 모양이죠?" "물론 잘 알고있어요. 1년전에 드로아 대신전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봤었죠. 그런데 어쩌다가?" "모르겠습니다. 저주를 받았는데... 어떤 저주를 받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흐음..." 그 대사제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다크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는 축복의 주문을 외 우기 시작했다. 저주의 극성은 축복이었기에 웬만한 싸구려 저주의 경우 축복 한방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복이 끝난 후에도 다크의 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꽤 고위급 저주에 걸리신 것 같군요. 이런 때는 그 시전자가 아니라면 풀 수 없을 겁니 다. 안되면 그 시전자를 죽이던지, 또는 그 매개물을 찾아야겠죠. 어쨌든 다크씨의 모습을 보니 드로아 대신전에서 부탁받은 일이란 걸 바로 알겠어요." "저기 라나도 데려왔는데 만나 보시겠습니까?" "예." "라나! 두리번거리지 말고 이리와라." 라나는 재빨리 달려오더니 오랜만에 만난 그 여인에게 처음에는 공손히 인사를 했다. 하 지만 몇 분 지나지도 않아 그 여인에게 수다를 떤다고 정신이 없었다. 한 한시간 정도 여 정을 떠들어대는 걸 참으며 듣고있던 안토니가 더 이상은 시간을 지체하며 참을 수 없었는 지 조용히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동안 라나는 원체 자신의 수다에 자신 이 도취되어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이윽고 주문을 다 외 운 안토니가 미카엘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미카엘이 라나가 도망치지 못하게 꽉 잡았 고 그와 동시에 안토니는 재빨리 라나의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는 시동어를 외쳤다. "리멤버란스 실(remembrance seal;기억봉인)!" 그와 동시에 안토니의 손이 약한 빛을 뿜었고 또릿하던 라나의 눈동자가 멍청하게 풀려 버렸다. 이걸 보고있던 대사제는 놀라서 외쳤다. "당신들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그 말에 안토니는 죄송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대사제님도 이 아이가 얼마나 말썽꾸러기인지 아실겁니다. 처음 떠날 때 이아이를 돌려 보내고 떠났는데도 무턱대고 따라오다가 나쁜 놈들에게 사로잡혀 있는걸 구출하기도 했 죠. 그냥 돌려보낸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기에 기억봉인을 한 겁니다. 저 애가 얼마나 말 썽을 피웠으면 동료 하나가 저주를 받아서 저 모양이 되었겠습니까? 일단 이 아이를 이 상 태로 1년만 좀 데리고 계셔주실 수는 없을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한적으로 기억을 봉인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데리고 가서 드래곤 하트와 우리 파티에 관계된 것들만 모두 없애시던지요. 적들은 지금 타이탄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파티에서 한 명 도 안죽었다는게 신기할 정도라구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능력도 없는 라나를 보호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대사제께서 우리들의 조치를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만히 듣고있던 대사제는 그제서야 얼굴 표정을 풀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 아이를 떼놓는데 기억봉인이라는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면... 대신 나 중에 저는 저 아이를 드로아 대신전으로 보내서 좀더 제한적인 기억봉인을 하도록 할 생 각입니다. 안 그런면 라나가 너무 불쌍하니까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어쨌든 신탁을 받으려면 시간이 좀 많이 걸리는데... 따로 볼일이 있으시면 보고 나중에 오세요." 대신관의 말에 일행은 돌아다니며 부탁받은 물건들을 사러다녔다. 또 안토니는 상처를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물인 포션이라든지, 여러 가지 약초, 각종 광석을 가루낸 것 등 을 사러다녔고 나머지 일행들은 옷, 양말, 식량, 양념류 등 살게 정말 많았다. 하기야 여태 껏 여행해 오면서 될 수 있으면 현지조달을 하면서 그런대로 왔지만 대부분이 물가가 비 싼 시골지방이었기에 여행에 꼭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대도시에는 각종 물품이 대량으로 공급되므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많은 량 을 살 수 있었다. 특히나 세련된 디자인의 옷이나 양말 또는 여행용의 말린 고기포 따위 는 시골에서 구하기 힘들다. 특히나 마법에 관계된 물품이라면 더욱 시골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 덩치큰 장정들이 떼거리로 돌아다니며 눈에 힘을 주고 거의 협박하다시피 흥정을 하니 물건도 꽤나 싸게 구입할 수 있었지만... 다만 그들도 한가지 부탁을 수행함에 있어 문제가 있었다. 뭔고 허니 미디아가 자신은 이까지 오기 귀찮다고 하며 부탁한 속옷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여자 옷가게 앞에서 30분 정도 서성거리다가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안에 들어갈 수 없음을 느끼고 다크에게 통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다크도 껍데기는 어떤지 모르지만 남자였기에 그리로 들어가기를 완강히 거절했기 때문이다. "제발 좀 들어가서 사주라. 응?" "내가 왜 여자 옷을 사러 들어가야 하죠?" "제길! 너도 지금은 여자잖아. 너는 속옷 필요없냐? 너꺼 사는 김에 같이 사면되잖아." "내껀 미디아가 그때 다섯 벌이나 구입해 줬어요. 더 이상 필요 없다구요." "그럼 그때 왜 자기 것은 안 사고 네꺼만 사준거냐?" "모르지요. 자기 말로는 그쪽은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러던데... 너무 촌스럽다나 어쨋다나..." "그래도 어쨌든 이까지 왔으니 사기는 사야 할거 아냐?" "그거야 미카엘 사정이죠. 내가 부탁받은건 아니니까..." "제길... 이럴 줄 알았다면 물건을 먼저 사고난 후에 라나의 기억을 봉인하는건데... 좋 아. 여기 써진거 가서 사오면..." "사오면?" "앞으로 설거지 하지 않아도 된다. 어때?" 미카엘의 미소 띈 얼굴을 다크가 예쁜 눈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말도 안돼! 나는 그냥 설겆이 하고 말래." 다크가 끝까지 저항하자 미카엘은 전술을 바꿔 다크의 약점을 찌르기 시작했다. "좋아. 정 그렇게 나오면 나는 너와 완전히 개별적으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내가 무슨 짓을 해서라도 팔시온과 가스톤을 설득해서 이번 모험에서 손떼게 만들거야. 그럼 너는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할걸? 어여쁜 여자애로. 자, 어떻게 할거야?" "제길... 좋아. 대신 설거지하고... 식사 당번까지 빼줘. 좋아요?" "그래 좋다." "쪽지하고 돈 내놔요." 그렇게 해서 다크는 진열장에 아름다운 여자 옷들을 전시해 놓은 여자 옷 전문점에 혼자 들어가게 되었다. "어서오세요. 어머! 정말 예쁜 아가씨네... 뭘 찾아요?" 상점 안에는 여자들만 13명 정도 우글거리며 여러 가지 물건들을 둘러보고 점원들과 흥정하고 있었다. 다크는 쪽팔림을 무릎쓰고 인사를 건네오는 여자에게 쪽지를 건네며 말 했다. "이거 주세요." "으응? 이거 꽤 고급 속옷인데... 조금만 기다려요." 잠시 후 여자는 속옷들을 가져오며 말했다. "거기 써진 것 들이에요. 그런데 써진 치수 대로라면 아가씨한테는 너무 클건데...?" "심부름이에요." "아, 예. 12골드 34실버에요." 다크는 재빨리 계산을 마치고는 그걸 들고 나왔다. 그런 다음 상점에 들어가기 전에 놔 뒀던 짐들이 몽땅 없어진 걸보고 두리번거리자, 그것들이 지미와 라빈의 짐더미 속에 함께 들어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짐 내놔." 사실 다크는 별로 짐을 잘 지고 다니는 편은 아니었지만, 여자로 변한 후에는 남자들이 일부러 자신에게 짐을 안주는 것을 느끼고 오기로 자청해서 지고 다녔던 것이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무거웠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있었다. "너는 그거만 들어. 괜히 힘없는 여자애 부려먹는다고 딴사람들이 욕할거 아냐?" "제길..." 신탁 미카엘 일행이 낑낑거리며 짐을 지고 와서는 아데나 신전에 맡겨 뒀던 말들에 짐을 실었다. 그리고 신탁 내용을 듣기 위해 신전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 물음이 사라진 드래곤 하트의 행방이라고 하셨죠?" "예." "신탁에 따르면 푸른색 괴물이라고 하더군요. 두 번째 물음에 대해서는 답이 없데요. 그 냥 통상적인 저주를 푸는 방법뿐... 세 번째 물음이 저 아이에게 저주를 건 마법사의 행 방이죠?" "예." "거대한 건물에 있다는 군요. 그 건물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큰 기둥들이 세워진걸 보 면... 이게 신전인지도... 어쨌든 사제의 말을 토대로 그 둘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그러니 그 걸 보시면 참고가 좀 되실지도..." 미카엘은 달랑 두장의 그림만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두 그림 다 그냥 대강 그려진 것이었기에 뭐가 뭔지 알아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한 장의 그림은 정말 괴물 이었다. 거대한 머리통만 봐가지고는 뭔지 알 수가 있나? "떠그랄... 이게 뭐야?" 같이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지미도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글쎄요..." "색깔이 푸르죽죽하니, 트롤인가?" 옆에서 함께 보던 라빈이 거들었다. "하지만 트롤은 뿔이 없잖아요." 그러자 지미가 대꾸했다. "뭐 모르지. 트롤의 변종인지... 아니면 뿔이 세개일 수 있어?" 둘의 의견을 듣고있던 미카엘이 투덜거렸다. "이거 네발로 걷는지 두발로 걷는지 몸통도 그려야 할거 아냐? 제길... 머리통만 대강 그 려놓고는 이게 뭔줄 알고 찾으라는 거야?" 그러자 지미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딴 그림도 그래요?" "이게 그 딴 그림이다." 그 그림에는 널찍한 홀 중간에 마법진 같이 보이는 것이 몇 개인가 그려져 있고 크고 높은 기둥들이 그려져 있는 이상한 그림이었다. 이게 그냥 넓은 건물인지... 아니면 신전의 일부인지 알기도 힘들었다. "이거만 봐서는 알 수가 없겠는데요." "제길... 이래서 처음부터 저 신탁이란걸 믿지 않았어." "원래 신탁이란게 이래요?" "신탁 자체가 이상한 약먹고 오랜시간 아데나 여신에게 바치는 춤이랍시고 광란의 춤 을 추면서 본 어떤 환각을 말(言)이나 그림으로 표시한거니 환각제 먹고 지랄하는 미친년 들하고 뭐가 달라." "말이 그렇게 되나요?" "어쨌든 필요한건 다 구입했으니 돌아가자." "휴우.. 또 한 대 더 만들었군." 한 마법사가 토지에르 경의 푸념에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는 널찍한 걸물의 한 귀퉁이에 쌓여있는 엑스시온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엑스시온 한 대 만드는데 이렇게 힘이 들어서야... 과연 저 많은 것들을 다 만들수 나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폐하의 칙명이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완성해야 하는거야. 그건 그렇고 자네들은 수고했으니 이만 들어가서 쉬게나. 또 일주일 후에는 중노동을 해야지." 마법사들은 감히 궁정제1마법사 토지에르의 앞에서 투덜거리지는 못하고 모두들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토지에르 경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마법진의 중심으로 걸어가서 이번에 생명을 불어넣은 엑스시온을 쓰다듬으며 뿌듯한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확실히 왕국 내의 전 마법사를 동 원해야만 하나의 엑스시온을 만들 수 있다면 문제가 있었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타이탄 을 못 만드는 것은 돈이 없어서, 또는 타이탄을 만들 재료가 부족해서... 그러고 보니 그 말 이 그 말이군. 뭐 어쨌든 이런 이유들이었다. 확실히 자금의 문제는 타이탄의 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몸통이야 쇠니까 별 문제가 없지만 크로네나 미스릴 같은 경우 엄청난 액 수의 돈을 들여야 구입할 수 있었다. 또 엑스시온을 만드려면 상당한 량의 금과 은, 백금, 크로네가 필요했고 또 엑스시온의 힘의 핵을 만드는데는 루비(홍옥)가 필요했다. 물론 이때 루비가 완벽한 덩어리일 필요는 없다는 점 때문에(가루가 된 상태라도 상관없고 많기만 하면 된다.) 어느 정도 돈이 적게 들지만... 청기사의 엑스시온은 달랐다. 엑스시온의 크기가 더욱 커짐으로 인해 더 많은 귀 금속들이 들어갔는데다가 루비와 함께 다른 엑스시온에는 들어가지 않는 드래곤 하트까 지 집어넣었던 것이다. 안피로스가 최후에 개발해낸 엑스시온 제조법에 따르면 엑스시온 내에 홍옥과 함께 드 래곤 하트를 일정량 넣으면 더욱 막강한 증폭력을 가진다는 것이었다. 안피로스의 마지막 작품은 헬 프로네의 엑스시온을 더욱 발전시킨 형태의 것이었다. 아쉽게도 그의 던젼에는 그가 마지막에 연구하던 여러 가지 물건들과 자료들이 발견되었을 뿐... 과거 크루마 제국 궁정 제1마법사로 활동하던 시절에 만들었던 타이탄들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었다. 만약 그게 있었다면 아마도 청기사가 아닌 위험도가 훨씬 떨어지는 헬 프로네에 미스릴을 입힌 것이 만들어졌을 것이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이 청기사는 여태껏 안피로스 조차 드래곤 하트를 구하지 못해 이론 상으로 설계한 작품일 뿐... 실질적인 테스트를 거친 작품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프로토타 입 엑스시온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거의 10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시험용 소형엑스시온에 마력을 불어넣다가 폭발사고도 몇번 있었다. 하지만 토지에르 경은 그때마다 그의 뛰어난 실력으로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또 안피로스의 이론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데도 성공했던 것이다. 그 첫 번째 수확물이 저 구석에 서서 얕은 잠을 자고 있었다. 아직 완성품이 나오지 않 아 알 수는 없지만 그 출력은 2.5배 내지 3.5배 사이일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사 실 헬 프로네급이 2.2배였으니까 그보다 더 발전된 엑스시온은 그보다 더 뛰어나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보통보다 좀 더 큰 엑스시온을 위해 청기사 설계진들은 6.1미터의 거구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과연 프로토타입의 엑스시온이 어느 정도 출력을 내 줄지는 신만이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튼 저 프로토타입 청기사가 깨어난 후에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시간은 60일도 남지 않았 다. 토지에르 경이 여태까지의 고생을 회상하며 감회어린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제자 녀석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이냐?" "저, 놈들의 동태를 감시하라고 보낸 첩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오, 그래? 어떻게 되었느냐?" "여관을 착실하게 감시했지만 더 이상 검은색 옷을 입은 검객의 모습은 볼 수 없다고 합 니다. 아무래도 자살하거나 파티를 떠난 모양입니다." 토지에르 경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피어 올렸다. "호오, 너도 오늘 피곤했을 텐데, 이렇게 달려와 알려줘서 고맙구나. 이제 들어가서 푹 쉬 거라." "예, 스승님. 스승님께서도 쉬십시오.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탁은 도저히 도움이 되지 않는데..." 미카엘은 파티를 이끌어가고 있는 리더격 존재들인 시드미안 경, 팔시온, 안토니와 맥주 를 마시며 앞으로의 향방에 대해 의논을 시작했다. 하지만 얄궂은 그림 한 장으로는 도저 히 알아낼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도움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소. 이 그림을 보면 확실히 괴물이오. 하지만 이 세상에 뿔달린 짐승만 한번 생각해 보면 뭔가 답이 나올 수도 있지." 시드미안 경의 말에 안토니가 덧붙였다. "푸른색에 뿔달린 짐승이라... 거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면 가장 유력한 녀석이 있기 는 있죠." "누군데요?" "블루 드래곤. 나도 본적이 없어서 뿔이 몇 개나 달렸는지, 아니면 안달렸는지 모르겠지 만... 어쨌건 드래곤의 색상 중에는 블루도 있어요." "드... 드... 드래곤이라구요? 저는 이렇게 빨리 죽고싶은 생각은 없어요. 안토니도 좀 더 오래 살고 싶으면 딴걸 생각 해보라구요. 우리가 가기만 하면 불문곡직 아작아작 씹어서 디저트로 먹어버릴텐데..." 미카엘의 엄살에 시드미안 경은 침착하게 대꾸했다. "꼭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지. 어쨌든 드래곤을 방문하려면 좀 더 강력한 동료가 있는 게 좋겠지. 일단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알카사스로 가자. 거기서 할 일이 있으니까." "마도왕국 알카사스에는 왜요?" "그야 다크의 저주를 그쪽에서는 혹시 풀수있을까 알아보려고... 만약 안된다고 해도 어 떤 저주에 걸렸는지는 알 수 있을거 아냐? 그럼 누가 알아? 그런 저주가 아주 독특한 거 라면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지..." "그럼 제가 일행들에게 연락하죠." 팔시온이 위로 뛰어 올라가는데 위에서 미디아가 약간은 창백한 얼굴로 뛰어내려와면서 급히 말했다. "혹시 다크 못 봤어?" "어? 미디아 하고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아까 저녁식사때 술 실컷 마시고 뻗어서 네 가 데리고 올라갔잖아." "그런데 자기전에 샤워한 다음 보니까 없잖아." "이런 제기랄, 콩알만한게 되게 말썽을 부리는군." 다크의 위기 "아저씨, 포도주 한 병 주세요." 예쁜 여자애가 약간은 술에 취한 것 같은 어조로 말하자 상점 주인이 물었다. "설마 네가 마시려고?" "설마요. 아빠 심부름이에요." "그래, 착한 아이구나. 여기있다. 5실버 22타라다." 그 여자애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지불을 한 후 상점에서 나오자 마자 병을 따 고는 나발을 불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크아... 달콤하고 쌉싸름 한게 죽여주는데..." 그녀는 비실비실 걸어가서는 사람이 별로 안 다니는 골목길 옆에 놓여있는 작은 상자 에 걸터앉아서는 계속 마셔대기 시작했고 한 반병쯤 마신 후에는 거의 맛이 간 상태가 되 어 있었다. 이때 그 길 앞을 지나가던 패거리들 중 하나가 혹시 골목길 안에서 키스라도 하는 장면 을 훔쳐볼 수 있으까 살짝 보다가 그 안에서 술취한 예쁜 여자애를 발견하고는 일행에게 손짓을 했다. "저것봐!" "이야... 꽤 예쁜데...?" "관둬라. 어린애잖아." "어린애는? 저 정도면 다 큰거라구." 그중 한 녀석이 소녀에게 다가가서는 슬쩍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봐, 맛있니?" "그러어엄... 아아주 아아주 조오오아." 완전히 혀꼬부라진 소리가 돌아오는 걸 듣고 그녀석의 눈에 음침한 빛이 어리기 시작했 다. '봉잡았다' 하면서... "더 좋은거 있는데 같이 가자." "더 조오은 거어? 가레이슈?" "그래, 갈렛슈도 있지. 응? 같이 안갈래? 흐흐흐..." 그러자 옆에있는 놈의 말. "이봐, 여기서 해치우지 어디로 가자는 거야?" "이런 예쁜애를 이런 곳에서 먹는다는건... 거기다 완전히 맛이 갔는데... 좀 더 분위기 좋 은데서 즐긴 후 노예상한테 팔아버리자구. 아마 못 받아도 2백골드는 받을 수 있을거야. 거 기다 칼까지 차고있는데? 여행객인 모양이야. 뒤탈도 없을 거고..." "하긴..." 그들은 슬쩍 소녀의 허리에서 검집을 벗겨서는 무장해제를 시키고 나서 인사불성인 상태 의 그녀를 부축하듯 끌어안고는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저기 맞아?" "예. 술취한 금발머리 여자애를 부축해서 데리고 가더라고 하던데요?" 미카엘의 말에 기가 찬다는 듯 지미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자 미카엘이 화가 머리끝 까지 났는지 그쪽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이런 나쁜 새끼들... 모두 죽여버리겠어." 안에서 불빛이 새나오는 반쯤 부숴진 폐가의 문짝을 단숨에 박살내고 미카엘이 뛰어들 었을 때 이미 세놈의 남자들은 여자애의 옷을 다 벗겨놓고는 누가 먼저 할 것인지(뭘?) 한참 제비를 뽑느라 정신이 없는 때였다. "이런 못된놈들... 죽엇!" 퍽퍽퍽! 우람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미카엘은 많이 봐줘야 이제 갓 스무살이나 되었을까 하는 젊 은 남자 셋을 그야말로 개패듯이 패기 시작했고 뒤따라 들어온 지미도 그놈들을 지근지근 밟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젊은이들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제 화풀이를 다 끝 낸 지미와 미카엘이 씨근덕거리면서 인사불성인 다크의 몸 위에 그녀의 옷을 덮어주고 있 을 때 들이닥친 라빈의 분풀이 상대도 되어줘야만 했기 때문이다. 다크가 갑자기 없어져버 린 덕분에 시드미안 경 일행은 모두들 밖으로 뛰어나가 '금발머리의 예쁜 여자애 못 봤 어요? 키는 이만한데...' 하면서 밤거리를 여태껏 뛰어다녔던 것이다. 여태껏 마음 조렸던 것까지 합쳐서 한참 라빈이 이미 기절해버린 세녀석들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 때 헐 레벌떡 뛰어온 미디아도 실내의 정경을 보고는 어떻게 된 일인지 금방 눈치를 때릴 수 있 었다. "야. 모두들 밖으로 나가. 그리고 지미 너!" "예?" "내가 나갈 때까지 저녀석들 정신차리게 만들어 놔. 다크 옷입히고 나가서 아예 죽여버 릴테니까." 여태껏 보지못했던 분노에 찬 미디아의 표정에 질린 지미가 얼른 대답했다. "알았어요." "아...앙.... 벌써 아침이야?" 비실비실 기지개를 켜며 잠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목욕탕으로 걸어 들어가는 소녀를 보고 지미와 라빈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의 그 사건... 그걸 통해서 지미와 라빈 은 미디아를 다시 보게 되었다. 도대체 그렇게 무자비하게 사람을 팰 수 있다니... 여자가 그렇게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은 그때 처음 깨달았던 것이다. 미디아는 정말 죽기 일보직 전까지 그 녀석들을 두들겨 팬 다음 다크를 안고 이리 왔는데, 정작 정조를 상실할 위험 에 처했었던 당사자는 그 사건의 전모를 알지도 못하는 얼굴이니 웃길 수밖에 없었다. 그날 아침은 마도왕국 알카사스로 떠나는 준비에 바빠 모두들 이리저리 짐을 챙기고 물 건을 구입한다고 바빴다. 그런 다음 떠나려고 할 때는 이미 다크는 또다시 술에 골아떨 어진 다음이었다. 지미가 완전히 인사불성의 상태가 되어버린 여자애를 안고 나오자 팔시 온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디서 찾았냐?" "뒷뜰에서요. 포도주 한병을 다 마신 모양이던데요? 빈병이 굴러다니는 걸 보니..." "제기랄... 이 녀석은 라나보다 더하군." "그래도 라나보다는 나아요. 최소한 시끄럽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어쩌죠? 완전히 뻗어버 렸는데..." 잠시 방법을 궁리하던 팔시온이 단호하게 외쳤다. "말등에 묶어버려. 어차피 점심때쯤 되면 깨겠지. 으휴... 술취한 계집애는 정말 대책이 없구만..." "으윽! 이건 뭐야?" 꽁꽁 묶여있던 여자애가 떠들어대기 시작하자 팔시온이 못 말리겠다는 얼굴로 중얼거렸 다. "깼군..." 그러더니 그 여자애쪽으로 자신의 말을 몰고가서는 말했다. "한숨 더 자지 그래?" "이 자세로 잠이 오겠어?" "그것도 그렇군." 팔시온은 서둘러서 끈을 풀어줬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에요?" "아... 너가 잠든 사이에 이동중이야. 그래서 할 수 없이 말등에 묶어놓은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갸냘픈 여자애를... 나도 이 정도까지는 안했는데..." "너가 여자냐?" "...." 한참 말이 없던 다크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어디로 가는 거예요?" "마도왕국 알카사스. 거기서 할 일이 있어." 이때 뒤쪽에서 미카엘이 팔시온에게 말했다. "야... 마을은 멀었냐? 가까운데 마을이 없으면 여기서 밥먹고 가자." "저기 고개만 넘으면 마을이니까 조금만 참아." 과연 고개를 넘고나니 작은 마을이 나타났고 그들은 곧이어 작은 식당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당당히 식당안으로 들어서서 자리를 차지한 후 주문을 해대기 시 작했다. "오무라이스, 야채스프, 그리고 갈랏슈 큰걸로 한컵 가득!" 급사인 16살 정도 먹어보이는 남자애가 다크를 살짝 훔쳐보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가 그 주문내용을 듣고는 놀라서 말했다. "그거... 그거 너... 너가 마실거야?" "빨리 가져와." "너... 너는... 너무 어려서... 안돼! 내가 주... 주인 아저씨한테 혼난다구." "이런 꼬맹이까지 나를 말랑하게 봐?" 고운 목소리기는 했지만 약간 언성을 높이며 말한 후,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일어서는 다크를 보고 시드미안 경이 제일 먼저 지금의 사태를 눈치챘다. 강렬한 살기를 읽음과 동시에 시드미안의 몸은 튕기듯 움직였고 다크의 샤벨이 매끄러운 발검동작에 이어져 소 년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가까스로 손으로 잡을 수 있었다. 만약 다크의 힘이 조금만 더 셌다면 막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방금전에 날아오던 그 칼날을 생각하며 급사소년이 바짝 얼어있는 것을 알고 시드미안 경은 그 소년을 툭툭 쳐서 정신이 좀 나게 만든 후 말 했다. "갈랏슈 큰거 한잔... 가득 따뤄서 빨리 가져와. 죽고싶지 않으면..." 소년은 방금 일어났던 그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소녀를 힐끔거리며 주방 으로 뛰어들어갔다. 이윽고 식사가 날라져 오자 다크는 그걸 약간씩 먹어치운 후 반주로 한컵을 몽땅 기침 을 해대며 목구멍 속으로 집어넣었고 일행이 식사를 마칠 때쯤 되어서는 완전히 뻗어있었 다. 다크가 픽 쓰러지자 시드미안이 그제야 일행들에게 말했다. "다크의 칼은 지미 너가 보관해. 아무래도 지금 저 정신상태로는 너무 위험 한 물건이야. 사실 도움도 되지 않고..." "그러죠." "이제 식사 끝났으면 또 이동하자." 시드미안의 말이 떨어지자 지미는 다크의 몸에서 검집을 풀어낸 후 어깨에 지고가서는 말등에 묶기 시작했다. 식당 앞에서 예쁜 여자애를 말등에 묶기 시작하자 길가던 사람들이 쭉 늘어서서는 의심 스런 눈길을 지미에게 보내며 쑤근거리기 시작했다. 중간중간에 인신매매가 어쩌구 하는 걸 듣고는 지미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제길... 쫄따구인게 죄지. 나 그렇게 나쁜놈 아니란 말이에요.'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자기가 가만히 생각해 봐도 인신매매범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행 동을 하고있다는 것이 억울할 뿐이었다. "제길..." 이때 저쪽에서 무장한 경비병 두명이 다가오더니 말했다. "당신들 통행증 좀 봅시다." "예?" "이 애는 왜 묶는거요?" "일행이 술취해서 완전히 뻗어버렸으니 묶죠. 인신매매범 아니라니까요? 자 봐요." 통행증에 모험가 일행으로 알카사스에 무투회 참석차 간다는 인증이 붙은 국경 통행증을 보고는 그 경비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생이 많으시겠수. 술 못먹게 좀 두들겨 패버려요. 어디 콩알만한게 벌써부터..." "휴... 팰 수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차마 때릴 데가 없는데..." 마도 왕국 방문 시드미안 일행이 알카사스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1달 후였다. 중간에 약간씩의 말썽이 있었지만 요즘들어 다크의 히스테리는 뭐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있었기에 일행들로서 는 큰 문제가 될게 없었다. 미리 샤벨은 빼앗아버렸기에 다크의 작고 연약한 주먹으로 맞 아봐야 아플 것도 없었고 잘못 맞으면 눈탱이 부근에 퍼렇게 멍이나 들까... 그냥 그러려 니 하고 넘기고 있었다. 또 행패의 거의 대부분이 술주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 근래 한달 동안 다크는 완전히 자포자기해서 술에 절어서 살고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일 행들 이 이런 다크의 행패를 참고 있는 것도 사실 잡고 두들겨 패려고 해도 잘못하면 뼈다귀 부러질까봐 때리지도 못하는 것이지 결코 힘이 밀려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히야... 여기가 마도왕국 알카사스로군요." 앞에 펼쳐진 특이한 경치를 보며 지미가 감탄사를 터뜨리자 팔시온이 그보란 듯이 말했 다. "어때? 국경을 넘어오고 나니까 완전히 풍경이 다르지?" 색다른 경치에 조금 경험이 떨어지는 일행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걸 보고 미카엘이 약간 짜증섞인 소리로 말했다. "이봐! 두리번거리면서 촌놈티 내지말고 빨리 가자." 그들이 목적지로 잡은 곳은 알카사스 제국 서쪽에 위치한 대도시 미네온이었다. 미네온 은 예로부터 엑스시온의 생산으로 유명한 도시였지만 요즘은 카로텔이 더 유명하다. 그 이유는 알카사스의 국왕이 출력 1.25이상의 출력을 지니는 엑스시온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그 통제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1.20이상의 엑스시온은 카로텔에서만 생산하도록 지시 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카로텔 하면 강력한 엑스시온을 생산하는 도시로 소문이 났 고 나머지 도시들은 그 명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국경을 통과한 후 2일을 소비해 도착한 알카사스의 국경도시 그렉시아는 거대한 마법진으로 둘러싸인 도시였는데 사방에 수많은 마법진같이 생긴 형상들이 보인다는 것 자 체가 마도왕국 다운 도시였다. "아주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있네. 무슨 성벽을 꼭 마법진처럼 만들어놨어요?" 라빈의 말에 팔시온이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마법진처럼 만든 게 아니라 마법진이야. 성 외곽에 과거에는 방어마법진이 구축되어 있어서 웬만한 공격마법으로는 알카사스의 도시를 공격할 수 없었지. 하기야 옛날에는 방어마법진이 꽤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타이탄의 등장으로 별로 쓸모없어졌 어. 대신 곳곳에 있는 마법진들은 방어가 아닌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다시 보수되어 그 나름대로 아주 뛰어난 기능들을 시민들에게 베풀고 있지." "뛰어난 효용이라구요?" "그럼. 저쪽 시 외곽에 엄청나게 거대한 마법진들을 만들어 그쪽에 끌어들인 물을 덮인 후 그 뜨거운 물을 도시에 공급하지. 그 때문에 알카사스의 대부분의 도시에 있는 상수도 관은 온수와 냉수의 두가지 관으로 되어있어. 트루비아의 경우 샤헨 등 몇몇 대도시에나 상수도가 설치되어 차가운 물이 공급되지만 여기 알카사스는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상수도 시설이 되어있지. 물론 뜨거운 물까지 나오는 상수도가 말이야. 또 방어마법진은 온도조절 마법진으로 바뀌어 알카사스의 도시들은 겨울에도 꽃이 필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 "이야..." 그들이 마도왕국 알카사스로 들어가는 그렉시아 시 외곽에 도착하자 경비병 두명이 그 들을 가로막은 후 질문을 던졌다. "통행증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시드미안은 토리아 국경을 넘어오며 발급 받은 신분 증명서를 그들에게 건네줬다. "으음... 미네온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무투회에 참가하시러 오셨군요. 무투회 참가하러 많 은 파티들이 오고있죠. 어쨌든 꽤 특이한 파티시군요. 무예 수행자 6명, 노예 1명, 모험가 1 명, 마법사 둘에 신관 1명. 여기 기록되지 않아서 그런데 어떤 신을 섬기시나요?" 그러자 팔시온이 재빨리 말했다. 알카사스는 크로노스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었으 며 샤이하드를 받들고 있다는게 드러나면 무조건 사형이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를 섬기는 사제시죠." 여행 중이기에 신관의 옷이 아닌 가죽갑옷만을 입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팔 시온이 시치미 뚝 떼고 말하자 상대는 존경스럽다는 듯한 눈빛으로 '신관'을 바라본 후 정중하게 말했다. "아... 그러십니까? 여기 통행증 있습니다. 미네온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무투회는 거의 대 부분이 마법사들이 참가하기에 기사들은 거의 안오시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무투회는 한달 후에 열리는데 좀 빨리 오셨군요. 그런데 저 노예는?" 그러면서 말안장에 꽁꽁 묶여있는 예쁜 여자애를 가리켰다. "예. 토리아에서 구입했죠. 노예 매매 증서도 보여드릴까요?" 그러면서 시드미안이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있지도 않은 서류를 찾는 척 했다. 술에 취한 엘프는 말도 안되기에 이번에는 다크를 노예로 둘러댄 것이다. "아닙니다. 그걸 보여주실 필요까지는 없구요. 여기 알카사스는 사람을 노예로 부리지는 않습니다. 노예로 쓴다면 엘프나 드워프, 수인족 같은거죠. 하지만 저 아이는 사람인데... 그 러니까 여기 알카사스에 있을때는 저렇게 묶어놓지 마세요. 보기에 안좋으니까..." "하지만 그러다가 도망치면 당신이 책임져 줄겁니까? 어제도 도망치려고 해서 아예 술 을 잔뜩 먹인 후에 이렇게 묶어놨는데...." "예. 어쨌든 여기서는 사람을 노예로 쓰는 곳이 아니니까 좀 눈에 띄지 않게 해주십시 오. 어쨌든 무투회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공간이동 문은 어디에 있습니까?" "저쪽에 파란색 건물 보이시죠? 저기에 있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팔시온이 모두를 인도해서 파란색 건물로 다가가자 지미가 궁금한 듯 물어왔다. "공간이동 문이 뭐에요?" "알카사스는 마도왕국이란 명성에 어울리게 각 도시를 잇는 이동마법진이 건설되어 있 지. 그래서 왕국의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데 1분도 안걸린다구." 그들이 그 건물에 도착하자 한쪽에는 '입구', 한쪽에는 '출구'라고 써져있었고 입구라고 써진 곳 앞에서 탁자를 하나 놔두고 앉아있던 사람이 물어왔다. "어디로 가시나요?" "미네온으로 갑니다." 그 사람은 탁자위에 올려놓은 두꺼운 책을 꺼내서 이리저리 뒤적거리더니 옆에서 푸른색 종이를 한 장 꺼내서 기록을 하면서 말했다. "으음... 11명하고 말 11마리. 사람은 30실버, 말은 40실버에요. 그러니까 모두 770실버입 니다." "여기 있소. 15골드 20실버." "감사합니다. 여기있는 표를 가져가셔서 나중에 보여주세요." 그러면서 그사람은 '그렉시아, 사람11, 말11, 770실버'라고 써진 파란 종이를 건네줬다. 일단 돈 계산이 끝난 후 팔시온은 팔시온은 입구라는 글자가 써진 곳으로 말을 끌고 갔고 모두들 따라서 들어갔다. 그 안은 거대한 공간으로 100명 정도는 너끈히 서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모두가 그 안으로 들어오자 팔시온이 외쳤다. "미네온, 이동!" 그와 동시에 주변이 뿌옇게 흐려지다가 암흑속에 묻히는 것 같더니 순식간에 또다시 뿌 옅게 흐려졌다가는 다시 원래대로 그 마법진 안이었다. "어떻게 된거에요?" "미네온에 왔다. 자, 나가자구." 문 입구에는 여러명의 무장한 경비병들이 서 있다가 밖으로 나오는 팔시온 일행에게 말 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렉시아에서요. 통행증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용권도..." 팔시온이 내미는 서류와 전번 그렉시아에서 받았던 파란 표를 본 후 경비원이 말했다. "모두들 토리아에서 오셨군요. 그런데... 이 아이는 왜 통행증이 없죠?" "그쪽에서도 내가 말했지만 노예한테 무슨 통행증이 있다는 말이오? 안그래도 도망치려 고 한 벌로 꽁꽁 묶어놨는데..." "흐음... 노예라구요?" 경비병은 말등에 꽁꽁 묶여있는 다크의 아름다운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찬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통과!" 모두들 건물 안은 사실 바뀐게 하나도 없었기에 모두들 반신반의하고 있다가 밖으로 나 오자 완전히 풍경이 바뀌어 있는 걸 보고는 놀랬다. 국경 부근의 작은 도시였는데 여기는 완전히 번화한 대도시였던 것이다. "정말 신기하네요." "이래서 마도왕국이란 칭호가 붙은거지. 마법을 실생활에 적절히 이용해서 대단히 사 람이 살기에 쾌적하게 만들어놨어. 여기서는 사시사철 따뜻한 물이 나온다구." "정말이요?" "그럼. 수도꼭지에서..." "수도꼭지가 뭔데요?" "이런 무식한... 나중에 설명해줄테니까 길거리에서 이러지 말고 가자." 알카사스의 햇살은 매우 부드러웠고 따스했다. 팔시온의 설명으로는 이곳의 온도는 언 제나 따스한 봄... 모두가 마법진의 위력이라는게 조금 꺼림직했지만 사람이 살고, 생활하 기에 최고의 조건임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것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 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조금 다를 뿐... 그들은 길을 가는 도중에 특이한 복장을 하고 돌아다니는 경비원(guard)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경비원들은 보통 두명씩 짝을 지어 다녔는데 허리에는 롱 소드나 내로우 소드를 차고 있었다. 그들을 멀찍이서 보면서 팔시온이 설명했다. "알카사스는 풍요로운 국가야. 그렇기에 그만큼 치안이 아주 좋지. 아마 소매치기 걱정 안해도 되는 국가는 알카사스와 아르곤뿐이겠지. 물론 아르곤은 잡히기만 하면 샤이하드 의 율법에 따라 도둑질한 팔을 자르니까 소매치기가 성행하기 힘든 거지만..." "그런데 우리 지금 어디로 가는거죠?" "물론 여관을 잡으러 가는거지. 일단 여관을 잡은 다음 갈데가 있어." "어디 여관 아는 곳 있어요?" "물론... 없지. 나도 여기는 처음이니까. 저기 여관이 그럴듯해 보이는데 들어가자구." 그들은 "수정 지팡이 여관"에 우루루 들어갔다. 물론 그 여관의 1층은 보통 여관들이 그러하듯 식당이었다. 여행객이 들이닥치자 주인인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나오며 그들을 반겼다. "어서 오세요." "방이 있소?" "예. 하지만... 저 아가씨는?" 그러면서 주인인 여자가 가리킨 곳에는 지미가 말등에 엎어져서 꽁꽁 묶여있는 다크를 풀어주고 있었다. "예. 도중에 몸이 아프고 열이 심해서... 그래서 말등에서 안떨어지게 묶어놓은 거죠. 방 있어요?" "예. 방은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 묵을 방은 없는데요... 방이 세 개 뿐이라... 요즘 무 투회가 벌어질 때가 다 되어가니까 타지의 손님들이 많이 오시거든요."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방 세 개면 충분하지. 어떻게 구성을 맞춰 잠자든 그건 우리 들 책임이고 말이오. 말들이 지쳤으니 콩을 듬뿍 섞어서 여물을 부탁하오. 그리고 우리들 에게도 식사를..." "예. 네리! 말들을 마굿간에 넣어라. 손님들은 저를 따라 오시죠." 그 여자는 앞서서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 후 2층에 방 1개, 3층에 방 두 개를 보여주며 알아서 들어가라고 한 후 내려갔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 다 4인용 방이라는데 있 었다. "그럼 2층의 방은 미디아양과 다크가 쓰고, 3층 첫 번째 방에는 팔시온, 미카엘, 지미, 라빈, 가스톤이... 그리고 남은 방에는 나하고 스미온, 안토니, 로니에 씨가 쓰면 되겠군." 그러자 미카엘이 투덜거렸다. "이건 불공평해. 누군 4인용 방을 둘이 쓰고... 누군 4인용 방에 다섯이 낑겨 자란 말이에 요? 그래봐야 땅바닥에 잘 사람은 정해져 있으니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구요. 좀 다른 방 법을 생각해 봐요." "아...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나중에 방이 비면 바닥에서 잤던 사람 둘이 4인용 방을 차지하게 해주지. 어때?" "그건 별로 좋은 의견이 아니에요." "그럼 어쩌자는 말이야?" 그러자 스미온이 절충안을 제안했다. "그럼 제비를 뽑아서 하나를 여자들 방에다 집어넣으면 어떨까요? 그러면 침대수와 인원 수가 딱 맞잖아요." 이때 미카엘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이 지미나 라빈을 넣기로 하지. 녀석들 어려서 무슨 짓을 하지는 못 할테니..." 그러자 지미가 펄쩍 뛰었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술에 취해 곤드레가 되어서는 맨날 술 주정이나 하는 계집애와 같이 있고싶은 사람이 있을까? "싫어요. 다크하고 같이 있기는 싫다니까..." "그건 저도 싫어요. 뒤치다꺼리할게 뻔한데..." 미카엘이 주먹을 지미의 눈앞에 들어보이며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 "너희들이 지금 싫고 좋고 따질 위치냐? 좋게 말로 할 때 들을래? 아니면 몇 대 맞고 들 을래?" "좋아요... 누가 싫다고 했나요? 헤헤... 제비뽑기할래?" 역시 눈앞의 주먹에는 약해지는 것이 인간인가... 지미의 말에 라빈이 말했다. "야... 그냥 둘이서 같이 들어가자. 서로 번갈아가며 치닥거리하면 편하잖아." "좋아." "야. 다크 데리고 따라 와." 지미는 쓰러져있는 다크를 어깨 위에 짐짝처럼 들고는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 다. "이방이에요. 나머지 손님들은 저를 따라서 3층으로 올라오세요." 나머지 일행들은 3층으로 올라가고 지미와 라빈, 미디아와 다크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은 제법 넓었고 창문이 커서 꽤나 실내가 밝았다. 좌우로 2층 침대 두 개가 놓여있는 걸 보면서 지미와 라빈은 오른쪽의 침대들을 점령했고 여자들은 왼쪽을 차지하게 되었다. 미디아는 일단 방에 들어오자마자 목욕부터 하겠다고 목욕탕으로 들어갔고 피끓는 두 젊은이는 앞으로 들려올 소리(?)를 감상할 준비를 하고있었다. 곧이어 쩔그렁하는 소리도 들리고 뭔가 가벼운게 떨어지는 듯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이건 옷 벗는 소리같은데?" "아마 조금 지나면 물소리가 들리겠지." 하지만 곧이어 들린 소리는 그소리가 아니었다. "아악! 어떻게 하면 물이 나오는 거야? 물은 어디있는 거지?" 덜컹 살짝 방문을 열고는 미디아가 머리만 꺼낸 상태로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어떻게 하면 물이 나오는 거야? 팔시온좀 데려와." "예." 팔시온이 막 라빈과 함께 들어섰을 때 다크가 갑자기 상체를 침대 밖으로 기울이더니 곧 바로 토하기 시작했다. "우웨... 웩... 웩!" 그런 다음 속이 편해지자 다시 침대에 눕는 걸보고 팔시온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투덜거렸다. "정말... 누가 데리고 살지 걱정된다. 걱정돼." 그런 팔시온을 보고 미디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팔시온, 이거 물 어떻게 하면 나오는 거야? 여기 목욕탕이라고 해놓고 물이 없어." "이런 멍청하기는... 철로 만든 휘어진 것들이 벽에 붙어있는게 보이지?" "응." "그 위에 보면 십자모양이 붙어있지?" "응." "그걸 오른쪽으로 돌리면 물이 나오고 왼쪽으로 돌리면 안나오게 되어있어. 하기야 대 도시에 가 본적이 없으니 수도꼭지도 모르지." "그래. 난 변두리 전쟁터만 쫓아다녔다. 보태준거 있어?" "빨리 씻고 아래로 내려와. 밥 먹고 미네온 마법사 길드에 갈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다크 정신 좀 차리게 만들어. 알았어?" 팔시온은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가버렸고 이제 둘만 남은 지미와 라빈에게는 웬수 덩어리가 토해놓은 오물을 뒷처리하는 임무가 남아있었다. "으이그..." "휴... 냄새 한번 고약하네. 토하려면 마시지를 말지..." "뭐 다크가 토한 게 한두 번이야? 제기랄... 계집애 뒤치닥거리 하자고 따라나선 여행이 아니었는데..." 둘은 투덜거리면서 깨끗이 바닥청소를 끝낸 후 다크의 예쁜 입술까지 닦아주고 나자 미 디아가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닦으면서 밖으로 나왔다. 그녀를 보고 지미가 서둘러서 말했 다. 빨리 내빼지 않으면 또다시 무슨 일을 해야할지 모르니까... "우리들은 샤워하기 전에 밑에 내려가서 수련좀 할 테니까 그때까지 다크좀 부탁드려 요." "알았어." 두 남자가 나가고 난 후 미디아는 문을 잠그고 나서 다크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충격이 크긴 컸던 모양인데... 도대체 더 이상 방법이 없을까? 이래 가지고는 몸만 더 상 하지..."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한참 시키고 안마까지 해줘서 이제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다크가 미디아에게 끌려 식당으로 들어섰다. 예전에 미디아가 사줬던 예쁜 옷이 그런대로 잘 어울 렸지만 그새 밥도 거의 안 먹고 술타령한다고 살이 더 빠졌는지 그 옷도 약간 헐렁했다. 살이 빠져서 눈이 퀭한 미녀를 보면서 팔시온이 이죽거렸다. "정말 맨 정신인 모습 보기 힘들다. 에휴..." "그래서? 보태준거 있어?" 두눈 똑바로 뜨고 대드는 여자애를 보면서 팔시온이 기가 차다는 듯 말했다. "어쭈? 이젠 아예 막가는군. 뭐먹을래?" "갈렛슈!" "여기는 갈렛슈 없어. 또 미성년자는 음주 금지라구. 밥이나 먹어. 또 어디 가볼데도 있 으니까 말이야." "그럼 맥주라도 줘." "밥이나 먹어! 안그러면 입에다가 퍼 넣어 줄 테다." "제기랄!" 대강 몇숫까락 먹고는 재빨리 옆자리의 지미 앞에 놓여있던 맥주를 낚아채서 입으로 가 져가는 다크를 양옆에 있는 인물들이 제지했다. "술은 안 된다고 했잖아. 정말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냐?" "그래, 때려 봐라. 누가 겁낼 줄 아냐?" 성질난 김에 손을 높이 들었던 팔시온... 하지만 도저히 때리지 못하고 손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저주에 걸려 자포자기가 된 동료... 그전의 자신만만했던 그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지금의 저 갸냘픈 몸을 차마 때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길 오우거라도 됐다면 편하겠다. 그건 마음껏 팰 수라도 있을 테니...' "으이그..." 한바탕 한 후 다크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팔시온이 지미에게 말했다. "따라가서 술 못마시게 막아. 전처럼 어디 가서 아버지 심부름이라고 사가지고 또 마셔 대면 골치아파." "예." 또 다른 깨달음 점심 식사 후 시드미안 경 일행은 미네온 마법사 길드를 향해 길을 나섰다. 미네온 마 법사 길드는 제법 높지막한 탑같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높이는 8층이었다. 그런데 그 마 법사 길드 건물의 옆에는 거대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라빈이 호기심에 그 건물 안 을 들여다보더니 놀라서 지미를 불렀다. "지미!" "왜?" "이리와봐" 지미도 그 안을 살짝 들여다보고는 감탄성을 터뜨렸다. "우와!" 모두들 호기심에서 그 안을 보자 거대한 공장같은 건물이었는데 6대의 타이탄이 줄지어 서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타이탄을 만든다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타이탄을 만드는 공장이군. 저 타이탄은 쿠마보다 훨씬 작은 거 같은데?" 이때 뒤에서 근엄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작을지도 모르지. 저건 '크로메'라는 타이탄으로 높이가 4미터밖에 안되니까 말이다." 그들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근엄하게 생긴 노 마법사가 마법사의 정식복장인 로브를 입고 서 있었다. "저건 트미란 국가연합에서 주문한 타이탄이야. 몬스터 토벌을 위해 주문한 거지." "몬스터 토벌에도 타이탄을 써요?" "그럼. 대신 저 타이탄은 대타이탄전투를 생각하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에 출력은 형편없 지만 원체 가벼워서 제법 빠르지. 저거 가지고 오우거(ogre) 사냥을 하면 꽤 재미있을지도 몰라..." 여기까지 노 마법사는 지미에게 말한 후 당당한 덩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리더처럼 꽤나 실력이 있어 보이는 시드미안에게 말했다.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이오? 일반인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인데..." "아... 그게... 마법사 길드에 볼일이 있어 왔다가 우연히 안을 들여다보게 된 겁니다." "마법사 길드에는 무슨 일로?" "다크! 이리 와봐." 여자애의 양쪽 어깨를 그 큰 팔로 잡고는 그 노마법사를 향해 밀어보이며 팔시온이 말했 다. "이 아이가 저주에 걸렸죠. 혹시 고칠 수 있을까요?" "흐음... 저주라고? 저주에 걸린지는 얼마나 되었나?" "한달 정도 되었죠." "한달 이나? 으음... 어디 보자.." 이리저리 주문을 중얼거리면서 다크를 살펴보던 그 마법사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디스라이크군." "디스라이크요?" "그렇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어떤 것이 되도록 만드는 주문이지. 그런데 왜 이런 예 쁜 여자애가 된거지?" "그야 그 여자애를 다크가 끔찍이도 싫어했으니까요. 정말 감당 못 할 애였거든요." "그래도 이렇게 젊고 예쁜 애가 되었으면 다행 아닌가? 꼭 원상태로 돌아가야만 하나?" "저... 사실 다크는 남자라서 생활하기가 좀... 그리고 원래 아주 뛰어난 무사였는데, 이 근 육가지고 어디 힘이 나오겠어요?" "그건 그렇구만...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군. 디스라이크는 상당히 고위급 저주라서 시전 자나 풀 수 있을까... 대안으로 트랜스포메이션을 걸어준다 해도 그건 최대 30일 정도밖에 효과가 없는데다가 여자 몸에 근육을 아무리 붙여줘봐야 그게 그거거든. 아무리 마법이 전능하다고 하지만 저정도 이상은 안돼." 그러면서 노 마법사는 꽤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고 있는 미디아를 가르켰다. "그러면 과거 지녔던 마나라도 회복할 수 없을까요?" "흐음... 그건 힘들지. 육체는 그대로고 마나만 되돌리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아." "그럼, 아예 방법이 없는 겁니까?" "그렇다네. 저주라는 것은 매우 완벽하게 몸을 바꿔주지. 트랜스포메이션은 안그렇지 만... 저 아이는 이제 아이도 낳을 수 있어. 그러니 딴생각 말고 그냥 지금의 상태에 만족 하고 적응하는게 최선의 방법이겠지. 저 몸을 가지고는 복수의 꿈도 꾸지 않는게 좋을거야. 그 정도 고위급 흑마법을 구사하는 마도사라면 대단한 인물일테니까..." "그럼 그 정도 흑마법을 구사할만한 인물들의 명단을 혹시 알 수 있을까요?" "복수라도 대신해주게?" "예." "자네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그런 명단은 없어. 나도 과거 흑마법에 대해 연구를 좀 해본 적이 있어서 약간 알 뿐... 사실 흑마법사들은 악마와 거래를 하는 사악한 자들이기 에 대놓고 '나는 흑마법을 배웠다'하고 떠벌이지는 않는다 이말일세. 그러니 지금 이 세계 에 얼마나 많은 흑마법사들이 존재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 "어쨌든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이 인사를 하고는 돌아가려고 하는데 노 마법사가 급히 말했다. "다크라고 했나? 이리 잠깐만 와보게." 다크가 다가가자 그 노마법사는 약간은 불쌍한 듯한 눈빛을 띄며 말을 이었다. "흑마법사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 저주란 주문에 꽤나 자주 걸리게 되지. 아무리 능력있 는 마법사라도 저주의 손길을 벗어나기는 힘들지. 미리 저주를 막기위해 매직 실드나 바 리어라도 치고 있었다면 모르지만... 어쨌든 디스라이크에 걸려 아직도 자살을 하지 않은 걸 보면 자네도 꽤나 정신력이 대단한 인물인 것 같아서 하는 말야. 자네는 지금 육체만 이 엉망일 뿐... 자네가 쌓았던 그 높은 무술에 대한 기억은 보존하고 있지?" 그 노마법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크가 성질난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렇죠.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어떤 사람이라도 한번 갔던 길을 또 가기는 쉬운 법이야. 노력을 한다면 과거와 같은 힘을 발휘하기는 힘들겠지만 그와 비슷한 경지까지는 몇 년 걸리지 않아 이룩할 수 있을지 도 모르지. 그런 노력한번 안해보고 포기하기에는 이르지 않을까?" "다시 한번 더... 해보라구요?" "그렇네. 저주를 건 마도사를 잡는다 하더라도 저주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도 몰라. 무턱 대고 언젠가 저주가 풀릴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몸이라도 최대한 단련을 해보 게. 그러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지." 노 마법사의 친절한 조언은 꽤나 다크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여태껏 자신을 지탱해 왔던 것은 끈기와 집념이 아니었던가? 그게 아니었다면 어떻게 현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라설 수 있었겠는가? 다크는 무의식중에 중원에서 인사하던 방식 즉, 양손을 포개 쥐며 포권배례를 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이 특이한 인사법에 노 마법사는 약간 어리둥절해졌지만 그래도 그 상대의 말속에서 깊 은 감사의 감정을 읽었기에 따뜻하게 배웅을 했다. 그 다음부터 보여준 다크의 태도는 모두의 경악을 사고도 남았다. 그대로 여관에 돌아 간 다음 현문의 태허 무령 심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속마음 같아서는 속성인 마 교의 내공심법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자신처럼 조급한 마음상태로 마교의 심법을 썼다가는 언제 주화입마 당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고 또 주화입마에 걸리면 지금 이 상태로는 곧 바로 죽음이었다.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이상한 자세로 앉아 눈을 반쯤 감고 내공수련 을 하고있는 다크의 모습을 그들은 약간 특이하게 생각했다. 이들도 명상을 하기도 했지 만 근본적으로 고도로 발달된 내공수련이란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나가 충만한 곳에서 지속적인 수련만 해도 자연스레 기가 돌면서 어느 정도 성취를 얻게 되는데, 거기 에 기초적인 토납법 정도만 익혀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 육체의 수련을 선으로 내공 의 수련을 후로 보는 그들의 입장에서 그따위 가냘픈 육체로 내공만 수련하는 사람이 이 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면 무리가 있었다. 내공만 가지고 모든게 되는건 아니었기 때문이 다. 하지만 다크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3일간 시간을 준 후 시드미안은 다크에게 말했다. "드래곤을 만나러 가는데 너도 갈거냐? 아니면 여기서 계속 수련하면서 우리들을 기다 릴래?" "같이 가죠." "내일 아침에 출발 할 테니까 준비해." 다음날 아침 일행은 전과 같이 공간이동 문으로 갔다. 그곳에서 사용료를 준 다음 그레 이시온 산맥 부근에 있는 제법 큰 상업도시 고헨으로 향했다. 그들이 밖으로 걸어나오자 전과 마찬가지로 경비병들이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각 도시에는 도시 나름대로 경비 병들을 고용하고는 도시내의 치안을 관리했기에 떠날 때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그 안으로 들어갈때는 이와 같이 복잡한 절차가 기다리는 것이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미네온에서요. 통행증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용권도..." 팔시온이 내미는 서류와 미네온에서 받은 파란 표를 본 후 경비원이 말했다. "모두들 토리아에서 오셨군요. 그런데 방문 목적에는 무투회 참가라고 되어있는데 여기 는 무슨 일로?" "아... 여기 그레이시온 산맥에 몬스터들이 많다고 해서요. 그거 좀 사냥하면 서 무투회 준비도 할겸 해서 말이지요." "오... 몬스터를 잡아주신다면 저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죠. 그런데 이 아이는 왜 통행 증이 없죠?" "그쪽에서도 내가 말했지만 노예한테 무슨 통행증이 있다는 말이오?" "흐음... 노예라구요?" 경비병은 다크의 아름다운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찬찬히 살펴보더니 말했다. "하지만 인간인데?" "인간처럼 보이지만 하프 엘프요." "아. 하프 엘프(사람과 엘프 사이에 태어난 아이). 귀가 사람 같아서 깜빡 속았군요. 많 이 사냥하시길 빌겠습니다. 참. 그런데 그레이시온 동쪽에 있는 카마가스 지대에는 가지 마십시오. 거기에는 성질 더러운 드래곤이 살고있으니까요." "예.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통과!" 청기사, 힘을 드러내다 그들이 찾아가고 있는 블루 드래곤은 썬더 드래곤이라고도 부르는 푸른색이 나는 드래 곤으로 뇌전의 정령을 다스리며 다른 드래곤 과는 달리 브레스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 뿔에서 엄청난 뇌전을 뿜어낸다. 다른 드래곤들의 브레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속에 축 적된 뇌전의 기운을 토해내는 것으로 마법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타이탄의 대마법주문이 무용지물이었으므로 정면승부는 매우 힘든 상대가 이 드레곤이었다. 어쨌든 드래곤이 세계에 정확히 몇 마라나 살고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누가 그 무 서운 드래곤의 레어까지 가서 인구... 아니군 용구조사를 하러 다닐 것인가? 그렇기에 한 번씩 말썽을 부린 녀석들의 명단만이 나돌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드래곤이 어디어디 에 산다고 해서 찾아갔다가 살아돌아오기 힘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포악한 놈 의 명단을 들고 찾아갔으니 애시당초 살아돌아올 생각을 말아야지. 어쨌든 시드미안 일행의 사정도 그와 비슷했다. 현재 알카사스와 코발트 제국의 국경선 역할을 하는 그레이시온 산맥에 블루 드래곤 1마리가 살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것도 되게 포악한 놈이... 그야말로 대화 몇 마디 나누러 목숨걸고 찾아가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과거 드래곤은 뭔가 일이 있어 동면을 한다고 헛소문이 퍼진 적이 있었다. 왜냐하면 소 란하던 녀석이 몇 백년간 조용하니 그런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소문은 그야말로 헛소문이었다. 사람 괴롭히기도 심드렁해진 드래곤이 그냥 레어에서 낮잠이나 퍼자면서 기나긴 시간을 때우고 있었던 것인데 그걸 동면이라고 착각하다니... 만약 드래곤이 주기적으로 동면하는 게 사실이라면 그 취약한 동면기간 중에 아마도 이 세상의 모든 드래곤들은 시체가 되어 드래곤 통구이가 되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었기에 그걸 노리고 부스레기라도 얻으러 갔던 모험가들이 되려 통구이가 되어 버렸지만... 일행은 고헨에서 그레이시온 산맥쪽으로 가기 전에 고헨 시 당국으로부터 여행증명서를 새로이 발급 받았다. 여행목적은 '몬스터 사냥'이었고 여행 취지는 '무투회 예행 연습'이었 다. 어쨌든 그들은 그걸 가지고 그레이시온 산맥을 향해 이동했고 고헨시가 꽤나 그레이시 온 산맥 부근에 위치한 도시였기에 3일만에 그레이시온 산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블루 드래곤 키아드리아스? 몇살짜리에요?" "여기 써져 있기로는 아마도 4천살 정도 되는 모양인데?" "어디 한번 봐요." "여기 있네." 시드미안 경이 건네준 종이에는 별로 상세하지도 않은 기록이 써져 있었다. 이름 : 키아드리아스 서식지 : 그레이시온 산맥 동편. 종명 : 블루 드래곤 주식 : 마나.(별식으로 인간도 먹음) 특징 : 매우 흉폭하므로 그의 서식지에 출입을 금함. 들어가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전무함. 약 4000살 정도로 추측. 쭉 읽어보던 미카엘이 말했다. "이거 얼마나 줬어요?" "정보료 50실버." "도둑놈들... 겨우 저따위 기록으로 50실버라니! 저... 시드미안 경." "왜 그러나?" "대화를 나누려면 뭔가 뇌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드래곤은 원래 까마귀처럼 반짝이는 걸 좋아한다고 하니까 금이라든지..." "금을 한 1톤 정도 가져가도 그 녀석 덩치로 봤을 때는 얼마 되지도 않을텐데... 또 그 정도 돈도 없고." "그럼 그놈이 수틀리면 어쩝니까?" "어쩌기는 죽어라고 도망쳐야지." 언뜻 듣기에는 대단히 리더로서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건 사실이었고 또 그 방 법이 최고였다. (내 앞에 서있는 그대는 누구인가? 희미한 마나의 기척이 느껴지는데...) "나는 그대와 주종의 맹약을 맺고자 하는 사람이다. 나는 뛰어난 기사다. 그렇기에 그대 에게 실망을 안겨주지는 않을 거야." (좋다. 비교하며 주인을 고를 입장도 아니니 그대의 청을 수락한다. 이제부터 그대와 나 는 태고적부터 내려오는 고렘의 맹약에 따라 주종이 되었다. 내 이름은 페가수스. 그대의 이름은?) "나는 현재 왕국 제일의 기사이며 근위대장. 프로이엔 폰 론가르트다. 너의 머리를 들 어라." 그러자 거대한 청기사의 머리가 열렸고 프로이엔은 그 안에 재빨리 뛰어 들어갔다. 그리 고 머리가 닫힌 후 천천히 시험작동을 하면서 프로이엔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청기사가 정말이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뼈속깊이까지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무게를 지탱하는 발이 대지를 쿵쾅거리며 밟을 때마다... 왕국의 고위층에 소속된 인물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수가 많지는 않았다. 이번에 테스트하는 타이탄은 너무나도 강했고... 그렇기에 극비리에 제작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높은 좌석에 앉은 호화로운 복장을 한 오만한 표정의 인물이 냉랭하게 "시작해라."하고 말하자 곧이어 두 대의 타이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대는 현재의 근위 타이탄인 카프록 시아, 또 한 대는 미래의 근위 타이탄인 이번에 최초로 생산된 프로토타입 청기사였다. 당당한 모습의 카프록시아를 창문틈으로 바라보고 있는 프로이엔의 귀에 말소리가 들려 왔다. (저녀석을 해치우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 그러면서 네가 가진 모든 힘을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과시하는 게 목적이야." 카프록시아급 타이탄 겔리오네스가 폐하의 명에 따라 준비를 갖추며 방패와 검을 들어 올려 준비자세를 갖추는 걸 보며 페가수스가 프로이엔에게 말했다. (좋아.) 그와 동시에 청기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기사는 그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덩치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속도로 다가가서는 재빨리 검을 쳐내렸다. 또 그걸 본 겔리오네스도 당할 수만은 없다는 듯 재빨리 방패로 막았다. 쾅! 그와 동시에 청기사는 검을 그대로 아래로 밀어붙이며 왼손의 방패로 상대를 그대로 가 격했다. 쿠앙! 강력한 충격에 비실비실 뒤로 밀리는 겔리오네스를 보면서 청기사는 그대로 검을 강력 하게 휘둘렀다. 겔리오네스가 방패로 막았지만 두 번의 칼질에 방패는 거의 박살이 나버렸 고 세 번째 칼질은 방패를 박살내며 그대로 겔리오네스의 몸통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걸 보고 관중석에서는 경악에 찬 신음성들이 터져나왔다. 전쟁터가 아닌 이상 저렇게 할 필요는 없었고 또 저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둘 다 왕국을 지탱하는 최고의 힘인 데... 겔리오네스는 가까스로 뒤로 물러섰고 그와 동시에 겔리오네스의 앞부분을 휩쓸고 지나 간 청기사의 검에 의해 흉부의 2차장갑이 잘려서 예리하게 길게 째진 상처를 만들어버렸 다. 이때 갑자기 청기사의 머리가 들리더니 프로이엔이 뛰어내리며 외쳤다. "이봐! 괜찮아?" 그러자 겔리오네스의 머리가 들리며 또다른 기사가 말했다. "괜찮아. 하지만 아까건 정말 위험했다구. 좀 살살해. 무게도 꽤 차이가 나지만 힘도 엄청 나게 차이가 난단 말이야." 그 말을 듣고 프로이엔은 천천히 관중석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 "폐하. 강력한 타이탄을 하사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옵니다. 방금 전의 테스트만으로 두 타이탄의 힘의 차이를 느끼셨을 겁니다. 소신도 아직 너무나 강력한 청기사의 조종에 미숙한 부분이 남아 있사오니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그 압도적인 청기사의 힘에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있던 젊은 황제는 부드럽게 말했다. "허락하노라." "문제가 있습니다. 토지에르 경."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론가르트를 보며 토지에르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정중히 말 했다. "무슨 문제인가요?" "페가수스가 제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오늘 비무도 저는 그냥 마나만 공급해 주고 있었 을 뿐... 아니 뺏기고 있었다고 보는 게 옳겠군요. 싸움은 완전히 페가수스 혼자서 다 했습니 다." 토지에르 경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흐음... 역시 우려한 일이 발생하고 있군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엑스시온이 강한 만큼 청기사도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알고있죠. 그만큼 자존심 과 자아가 강하다는 말입니다. 웬만한 타이탄만 되어도 처음에 기사가 자신의 몸을 조종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지게 되죠. 아직 청기사는 길이 들지 않은 상태입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친구가... 동반자가 되어 청기사를 길들여 보십시오. 사실 청기사의 이목을 미스릴로 막지 않았다면 왕국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그대도 청기사의 주인이 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자신을 얕잡아 보는 듯한 말을 하자 자존심이 상한 프로이엔의 눈이 약간 꿈틀 했다. 하지만 토지에르는 그걸 짐짓 모른 체 무시하고 계속 말했다. "그건 지금 주인을 마음대로 고르고 있는 유일한 타이탄인 헬 프로네가 입증 해주고 있 죠. 헬 프로네의 주인들은 모두가 마스터 급입니다. 아마 청기사에 미스릴을 입히지 않았 다면 그 심사기준은 헬 프로네보다 더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을거에요. 우리는 그만큼 콧대높은 미인을 길들이고자 하는 겁니다. 그건 당신의 실력과 정성에 달려 있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히야... 어쨌든 파티 내에 실력자들이 많다는 건 정말 좋군요." 그날 하루종일 산길을 강행군 한 후 해가 저물자 모두들 노숙준비를 했고, 이때 지미가 스프를 끓이면서 내뱉은 말에 라빈도 동의한다는 듯이 말했다. "맞아요. 미카엘하고 셋이서 다닐 때는 감히 이런 산골짜기에서 식사준비는 꿈도 못 꿨 는데..." 그러자 미카엘의 눈이 살짝 가늘어지며 말했다. "야. 그렇다고 내가 너희들을 굶기기를 했냐? 왜 투정이야?" "이런 산골짜기에 들어갔을 때 따뜻한 식사한끼 한 적 있어요? 모두 그놈의 말라빠진 고 기포... 아니면 비스킷, 딱딱한 빵쪼가리... 뭐 그랬지." 사실 이렇게 깊은 산골짜기까지 들어와서 해가 질 때쯤 시작되는 저녁식사는 무조건 고기포나 비스킷 같은 거로 정해져 있다. 그 이유는 요리를 하면 그 불빛을 보고 몬스터 들이 달려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파티에는 뛰어난 인물들도 꽤 많았고 거기에 타이탄 쿠마가 있지 않은가? 그런데 처량하게 고기포나 우물거릴 수 있는가? "그건 그렇고 내일이면 키아드리아스의 서식지로 들어가게 되는데... 혹시..." 라빈의 말을 팔시온이 가볍게 받아넘기며 말했다. "괜찮아. 죽기밖에 더하겠어? 자... 식사나 하자구." 오랜만의 산악 행군으로 일행들은 모두 피곤에 지쳐 밥맛도 별로 없는 상태였지만 어쨌 건 내일도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먹어둬야 했다. 모두들 들어가지도 잘 않는 음식을 꾸역꾸역 먹어치운 후 잠자리에 들었다. 다크는 그 몸으로 험한 산길을 걸어서 그런지 식 사후에 곧장 곯아떨어지다. 첫 번째 불침번을 자원해서 맡은 로니에 사제는 모두들 잠든 모습을 지켜본 후 편안하 게 잠들어있는 아름다운 소녀를 잠시 바라봤다. 그런 후 모포 아래쪽을 들어냈다. 그러자 그녀의 예쁘고 날씬한 다리가 나타났다. 하지만 양말 부분을 본 로니에 사제의 얼굴이 살 짝 찌푸려졌다. 물집과 피가 살짝 배어나온게 보였기 때문이다. 로니에 사제는 서둘러 양말 을 벗겨내고 물집 투성이가 된 발을 꺼내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 정도가 되면 엄 청나게 고통스러웠을게 뻔한데도 아프다는 소리 하나 안하고 따라왔다는게 놀라운 사실이 었다. 다크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지만 로니에 사제는 이미 다크의 발이 엉망진창일 거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다. 전에 라나도 산길을 한번 간 후에 이랬었기 때문이다. 물론 라나의 경우 이상태가 되기 전에 죽는소리를 해대며 일찍이 가스톤에게서 치료를 받고 뻗 은 척 하면서 말에 실려갔지만... 어쨌든 로니에 사제는 성스러운 치료마법을 동원해서 다크의 발을 깨끗하게 치료한 후 다시 양말을 신기고는 모포를 원상태로 돌려놨다. 그런 후 이번에는 파티의 모든 구성원 에게 샤이하드의 축복을 내렸다. 이렇게 축복을 내려놓으면 근육통이 사라지고 내일 아침 편안하게 잠에서 깰 테니까... 그는 신관으로서 뒤에서 조용히 구성원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모든 작업을 끝낸 후 로니에 사제는 충실하게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로니에 사제는 두 번째 불침번인 가스톤을 깨운 후 잠이 들었고 가스톤 또한 어김없이 다크의 발바닥을 살피기 시작했다. 양말이 엉망인데도 발바닥이 매끈한 것을 본 가스톤 은 이미 로니에 사제가 치료를 해줬다는 걸 눈치채고는 원상태로 모포를 잘 덮어줬다. 어쨌든 다크의 모습을 보면 과거 자신이 존경한 뛰어난 실력의 선배가 저주에 걸려 오크 가 된 후 절망감에 자살했던 쓰라린 기억이 떠올랐다. 그 선배는 오크가 된 후 며칠 지 나지 않아 자살했지만 다크는 마음을 다시 잡고 또다시 수련을 시작하는 걸보고 가스톤 은 마음속 깊이 존경어린 찬사를 보냈었다. 어쨌든 이번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기 때문 이다. 세 번째 불침번을 서게 된 지미는 뭔가 부스럭 하는 소리에 놀라서 약간씩 졸다가 벌떡 일어섰다. 자세히 보니 뭔가 어둠속에서 번쩍이는 게 있었다. 그걸 보고는 놀라서 시드미안 을 깨웠다. "뭐야?" "일어나봐요. 뭔가 있어요." 시드미안은 벌떡 일어서서 주위를 살펴본 후 말했다. "트롤이다. 한 30마리는 될 것 같은데... 모두들 깨워." "이봐요. 트롤이에요." 지미의 말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일어서기 시작했고 각자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무조건 머리를 날려버려." 트롤(troll)은 묵향이 이 세계에 처음 와서 싸운 괴물로 그 치유력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좋아서 딴곳을 공격해봐야 씨도 안 먹힌다. 그렇기에 최고로 좋은 방법이 머리를 잘라버 리는 것이었다. 트롤들과 인간들 간의 대규모 접전이 시작되었다. 힘이 약한 마법사나 신 관들은 말과 다크를 보호하며 안쪽에서 지원을, 검객들은 밖에서 격투를 벌이며 치열한 전 투를 시작했다. 트롤이 휘두르는 거대한 돌도끼를 방패로 막으며 각자 있는 실력을 다해 상대의 목을 노 렸고 그들에게 보호받고 있는 마법사들은 놈들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이들이 겨우 트롤 30마리를 가지고 시간을 끈데는 다크가 전투불능이라는 이유가 컸다. 트롤 30마리쯤이야 다크 정도의 실력자라면 얼마 걸리지도 않겠지만 보통사람들이 봤을 때는 거의 목숨걸어야 하는 상대인 것이다. 어쨌든 이들의 리더인 시드미안은 그 근위기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거의 반수에 가까운 트롤들의 목을 잘랐고 나머지는 동료들이 합심해서 물리칠 수 있었다. 만남 다음날 아침이 되자 그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키아드리아스의 영토 안으로 들어가게 되 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거의 바뀐 것은 없었다. 한번씩 몬스터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그정 도 몬스터에게 당할정도로 약한 파티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참 험한 산길을 꾀를 부려대 는 말을 억지로 끌면서 팔시온이 앞서갔고 그 뒤에서 스미온이 다크것까지 두필을 끌고 따라왔다. 사실은 자기 말의 안장에 다크말의 고삐를 매서 끌고있는 것이었지만... 그 뒤로 줄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참 전진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드미안이 팔시온에게 외쳤다. "이봐. 잠시 쉬어가세." "예? 좀 더 가는게..." "저기 좀 보게. 더 가서 될일인지." 시드미안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얼굴이 창백해진 다크가 땀을 있는대로 흘리며 주저앉아 있었다. 그걸 보고는 팔시온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확실히 같은 육체라도 그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이렇게 바뀌는군요. 라나라면 죽는소 리를 하면서 더 이상은 못간다고 떼를 써댔을텐데... 저지경이 되도록 아무소리 안하고 따 라오고 있었다니..." "인내심이 대단한 녀석이야. 지금의 육체로는 조금만 험한곳을 걸어도 죽을 지경일텐 데... 아마 저상태로 조금만 더가면 곧바로 인사불성이 될걸?" "으휴... 그래도 계집애라면 칭얼대는 맛이 있어야지... 저렇게 다부져서야 누가 데리고 살겠어요?" "하하하... 자네가 걱정 안해줘도 나중에는 데려갈 사람이 줄을 설거야." 이때 미카엘이 시드미안이 있는 곳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도대체 키아드리아스는 어디 있는거죠?" "모르지... 뭐." "계속 안나타나면 어떻게 할거에요?" "어떻게 하기는?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레어까지 찾아가야지." "돌았군요." "돌지 않았어. 그 방법 뿐이지. 그럼 어쩔거야?" 모두들 투덜거리며 어쨌든 또다시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카산드리어스는 그레이시온 산맥의 동쪽에 위치한 카마가스 지역에 산다고 하니까 그 일대를 배회하다 보면 뭔가 수 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될 수 있으면 좋은 길을 택해가며 말을 끌고 갔다. 그런 식으로 한 며칠 걸어가다 보니까 그들의 발아래 에는 넓은 구릉지대 같은 판판한 곳이 나타났다. 곳곳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돌무더기들이 있다는 걸 제외하고는 별로 의심스러운 곳도 아니었다. "어째 기분이 좀 으시시한데요?" "그러게 말이야. 돌무더기들이 꽤 많군. 적게 잡아도 1천개는 되겠어." "저 구릉지대 중간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요?" "으응? 그렇네. 건물 같기도 하고 안토니 저게 뭐지?" 안토니는 중얼중얼 주문을 외워대더니 시동어를 외쳤다. "클레어보이언스(clairvoyance;천리안)!" 그 상태로 안토니는 구릉지대의 구석구석을 훑어본 다음 말했다. "돌무더기들이 괭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작은 집이 한 채 있어요. 사람이 사 는 듯 작은 밭도 하나 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가보자." 일행은 산 위에서 내려오며 구릉지대 안으로 들어섰다. 사방에 쌓여있는 돌무더기가 별 로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뭐 그게 걸어다니면서 공격해올 가능성은 없으니 차분하게 중 간에 있는 집으로 걸어갔다. 똑... 똑! 꽤 낡은 집이었긴 하지만 그래도 본바탕이 튼튼한 돌로 만들어진 집이라서 아직도 버티 고 있는 모양이었다. 똑똑... "이거 뭐야? 사람이 안사는거 아니에요?" "설마... 저기 작은 밭이 있는데 사람이 안 살 리가 있나?" 똑똑...똑똑... 한 20분 정도 문을 두들기고 있는 걸 보고있던 미카엘이 투덜거렸다. "사람이 안 사는 거라니까요. 그냥 들어갑시다." "글쎄... 밭이 있는 걸 보면 외출한 모양인데 들어갈 수야 있나. 이 근처에서 그냥 기다리 기로 하지." "으유... 속터져. 여기까지 와서 기사흉내를 내야만 하겠어요?" "나는 트루비아의 자랑스런 기사라네. 그것도 근위기사라는 영광스런 칭호를 받은 사람 이지. 아무리 어려운 곳이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지. 자... 야영할 준비나 하게." 시드미안의 말에 모두들 움직이기 시작했다. 숲쪽으로 미카엘, 지미, 라빈, 팔시온이 나 무를 줏으러 갔고 미디아가 음식만들 준비를 했다. 그리고 시드미안과 스미온은 주위를 둘러보러 갔고 마법사들은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대지의 기억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일단 주인이 누군지는 알아야 실례가 없을 테니까... 지미와 라빈이 먼저 돌아온 다음에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디아는 여자였지만 영 음 식솜씨가 형편없는 관계로 지미와 라빈이 음식준비를 도맡고 있었다. 돌덩이 몇 개를 놓 고는 그 위에 솥을 올려놓고, 밑에다가는 모닥불을 지핀다. 우물물은 이미 미디아가 길러 놨으니 그 물을 펄펄 끓여서는 대강 가지고 있는 거 다 집어넣고 밀가루 좀 풀어서 잘 저 어 걸죽하게 만든다고 지미가 휘휘 젓고있는 동안 라빈은 또 다른 모닥불에 프라이펜을 올려놓고 밀가루를 반죽해가지고는 적당히 간을 맞춰 팬케이크를(한국말로 밀가루 부친개 비스무리) 부쳐대기 시작했다. 보통때는 빵을 덮여서 스프하고 함께 먹는데 며칠동안 산속을 헤메다 보니 빵은 다 먹어 버렸고 이제부터 건조식품을 대강 끓여서 먹기 시작하는 단계에 온 것이다. 이들이 한참 음식을 만든다고 부산을 떨고있을 때 팔시온과 미카엘이 좀 더 많은 량의 나무를 가져왔고 딴 방향으로 정찰나갔던 시드미안과 스미온 역시 땔감들을 한아름 가지 고 왔다. 시드미안은 한쪽에 땔감들을 놔두며 안토니에게 물었다. "수상한 점은 없는 거 같던데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가?" "저 역시 수상한 건 못느꼈습니다. 이집 주인은 엘프더군요." 안토니가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고 나자 잘 생긴 엘프 남성의 영상이 만들어졌다. 약간 낡은 듯한 망토와 고풍스러운 검이 아주 잘 어울리는 엘프였다. "바로 이 사람이 집주인인 모양입니다. 대지의 기억에 따르면 아마 오늘 아침까지는 여 기 있었던 것 같은데요." "그러면 좀 지나면 날도 저물 테니 돌아오겠군. 지미 식사는 멀었냐?" "이제 다 됐어요. 자... 둘러들 앉으세요." 그러자 시드미안이 저쪽 구석에서 심법을 펼치고 있던 다크에게 외쳤다. "다크! 밥먹어라! 밥!" 요즘 들어서 다크는 시간만 나면 태허 무령 심법을 통해 내공을 쌓고 있었다. 하지만 원체 단련이란 단어라고는 모르던 육체가 되어놔서 그런지 거의 일주일 이상 내공을 운용 해봤지만 거의 기가 모이지 않고 있었다. 일단 기가 모이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쉬운 데 처음에 기가 지나다닐 통로를 개척하고 정말 실낱같은 기를 끌어 모아 하나의 자그마한 덩어리로 형성해 나가는 것은 엄청나게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좀 지나서 심법을 마치고 끼어 앉아서는 지미가 내미는 스프와 팬케익 덩어리를 잡는 다크를 보며 시드미안이 조심스레 물었다. "조금 진전은 보이냐?" 그 말에 다크는 씁쓰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언젠가는 되겠지요." 식사를 마친 후 설걷이는 도움을 거의 주지 못한 미디아와 다크가 해치우고 쉬려고 할 때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드미안은 미카엘에게 외쳤다. "텐트를 쳐!" "뭐라구요? 집이 옆에 있는데 텐트를 왜 쳐요. 집으로 들어가자구요. 나중에 집주인에게 사정을 설명하면 되겠죠." 가만히 생각해보던 시드미안이 말했다. "그도 그렇군. 혹시 잠기지는 않았나?" 문을 슬쩍 밀자 문은 끼긱거리는 소리를 내며 손쉽게 열렸다. "자... 안으로 들어가자. 팔시온, 미카엘, 가스톤, 지미, 라빈은 말에서 짐을 꺼내서 집안에 넣고 나머지는 집안에 들어가서 불좀 피워. 스미온, 안토니 자네들은 나좀 따라오게." 기사들의 신조가 '숙녀(lady)를 위하여'가 되다보니 여자들은 일단 비를 피할 수 있는 집 안으로 집어넣고 남자들은 비를 맞으며 각자에게 할당된 일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단 모두들 일을 끝낸 후 집안으로 들어온 다음 집안이 외부에는 낡고 허름했는데 반해 내부 치장은 아주 고풍스럽고도 멋있게 잘 지어진데 놀랐다. 거기에 갖가지 아름다운 금, 은 세 공품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매우 아름다운 여자의 그림도 몇점인가 걸려 있었다. "우와... 정말 대단하네... 도대체 그 엘프는 이런 멋진 장식을 이런 시골집에 해서 뭐하려 고 하는거지?" "뭐, 각자 취향이 있는거니까... 꽤 고급스런 취향을 지닌 엘프인 모양이군." "이야... 저 활좀 봐요. 정말 멋있는데..." 그러면서 한번 만져보려고 하자 가스톤이 제지했다. "될 수 있으면 만지지 말고 감상만 해. 엘프는 대단히 뛰어난 마법사들이야. 누가 알아? 딴사람이 못만지게 저주라도 걸어놨는지..." "저주쯤이야 걸려봐야..." 그러다가 지미는 저쪽 구석에서 일찌감치 또다시 수련을 시작한 다크를 보면서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저 꼬라지가 되면 절단이지...' 한참 지난 후 비에 흠뻑 젖은 시드미안들이 돌아왔다. 또 근처에 뭐를 하러 갔었는지 모르지만 장작은 한아름씩 안고 있었다. "적당히 말려가며 태우면 되겠지. 그건 그렇고... 아직도 주인은 안돌아왔나?" "예." "어디서 비라도 피하는 모양인데... 어쨌든 오늘은 이대로 쉬고..." 집안을 두리번거리면서 다음말을 이었다. "따뜻한 보금자리를 빌리는 것만 해도 고마운 거니까 집안 물건에는 손대지 않도록 주 의하게. 화낼지도 모르니까." "아무것도 안만졌다구요." 그 집 주인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 돌아왔다. 일단 집안이니까 모두들 안심하고 푹 자 고있는데 문이 슬쩍 열리면서 그 남자가 들어왔다. 사람의 기척을 느끼고 시드미안이 재빨 리 검을 잡고 일어서는 순간 어제 안토니가 보여줬던 그 영상과 같은 엘프가 약간은 놀라 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를 보고 시드미안은 재빨리 인사를 했다. "죄송합니다. 어제 저녁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실례를 하게 되었습니다. 용서해 주시 기를..." 그러자 엘프는 빙긋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어제 저녁 추웠는데 이불이라도 좀 가져다가 쓰시지..." "그럴수야 있습니까? 허락없이 지붕을 빌린 것만 해도 죄송한데... 이봐! 일어나. 빨리 일 어나." 시드미안이 깨워대자 모두들 뿌시시 일어나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집주인이 왔어. 인사해야지." "안녕하십니까? 허락 없이 집에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모두들 서로 인사가 시작되자 지미가 시드미안에게 저쪽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수련중 인 다크를 가리키며 조용히 속삭였다. "다크는 어떻게 할까요?" "자기가 수련할 때 몸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으니까 옆에 가서 말을 해. 못듣는거 같으 면 좀 더 큰 소리로 말하고." 약간 시간이 지나자 다크도 그들 쪽으로 걸어왔고 모두들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저도 인간세상을 조금 떠돌아 다녀 봤는데 모험자분들 치고는 꽤나 예의에 밝으시군 요." "아닙니다. 과찬의 말씀을..." "그런데 이곳에는 무슨 일로? 이 일대는 공포스러운 블루 드레곤 키아드리아스의 영토 인데... 혹시 드래곤 슬레이어(dragon slayer;용 살해자)라도 되고 싶으시오?" '카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엘프가 약간 농담조로 말하자 시드미안이 미소지으며 답 했다. "아닙니다. 드래곤 슬레이어야 꿈만 많은 몽상가들이 하는 소리고... 혹시 그를 만나면 물 어볼 말이 있어서요." "드레곤에게 물어본다고요? 당신 제정신이오? 물어보기 전에 뱃속에 들어갈게 뻔한데..." "그래도 목숨을 걸고라도 물어봐야 할게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나도 젊었을 때는 제법 세상을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약 간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소." "그럼... 혹시 블루 드레곤에 뿔이 달려 있습니까?" 무슨 엄청난거나 물어볼 줄 기대했는지 한참 흥미를 보이던 카렐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 했다. "당연히 있죠. 드래곤 중에 뿔없는 드래곤이 어디 있습니까? 그래 그거 알아보려고 목 숨을 거셨소?" "그건 아니구요. 블루 드래곤의 뿔은 몇 개인가요?" "나야 여기서 살면서 몇 번 키아드리아스를 봤는데 내가 봤을 때 분명히 하나였소. 이 렇게 이마 중간에 길게 하나가 솟아있죠." 그 말을 들은 시드미안은 실망한 듯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그럼 블루 드래곤도 아니군..."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그럼 혹시 이렇게 생긴 짐승이 있는지 아십니까?" 카렐은 주의 깊게 신탁에서 받았던 그림을 보더니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푸른색이 나면서 이렇게 생긴 짐승은 없소. 색깔을 무시한다고 해도 마 찬가지지. 내가 여행하면서 듣기로 레드 드레곤이 뿔이 세 개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생기지 않았소. 이건 아예 무슨 투구나 마신의 머리모양같군요." "투구나 마신이라구요? 하지만 투구는... 아닐거고... 마신이라면... 이보게 안토니, 마신중 에서 이렇게 생긴 마신이 있을까?" "마신들이야 원체 숫자가 많으니까 그 생김새들을 기억할 수는 없죠. 하지만 꽤 모양이 다양하니까 어쩌면 이렇게 생긴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 그럼 다시 돌아가서 이제부터 마신에 대해 연구를 해보면 되겠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데 그러시나요? 그대를 보아하니 꽤 수련을 쌓은 분 같은데... 그냥 모 험가나 할 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말입니다." "예. 저희들은 드래곤 하트를 훔쳐간 놈들을 추격하는 중인데 드래곤 하트의 행방을 물 으니까 이런 종이가 달랑 신탁으로 나왔죠. 그리고 그놈들 중에는 뛰어난 흑마법사까지 있거든요. 그걸 보면 아무래도 이 그림이 마신일 가능성이 크겠군요." "드래곤 하트라... 정말이지 인간들이 가지기에는 너무 위험한 물건이군요." "예. 드래곤의 마나가 집중된 것이니 만큼 그게 나쁜 목적에 사용된다면 큰일이지요." 한참 같이 얘기를 나누던 카렐은 저쪽에서 또다시 내공수련을 하고있는 다크를 보면서 말했다. "저 아이도 동료인가요? 동료치고는 너무 어리군요..." "아주 뛰어난 동료였습니다. 디스라이크라는 저주에 걸려서 저 모양이 되었지만요. 실의 에 빠져 한달 정도 술독에 빠져있다가 요즘들어 다시 수련을 시작했죠. 어쨌든 대단한 정 신력을 갖춘 검객이죠." "후후... 디스라이크에 걸린 것치고는 꽤나 특이한 모습이군요. 그건 그렇고 대단한 젊은이 군요. 저렇게 자연스레 마나를 다스릴 줄 알다니..." "마나를 다스린다구요?" "그럼 그대는 그걸 못 느꼈단 말이요? 아주 미약한 량이지만 스스로의 통제에 의해 움 직이고 있어요. 그러면서 외부에서 마나를 조금씩 흡수하여 그 덩어리를 키우고 있지요. 어 쨌든 대단한 기술입니다. 나는 여태껏 저런 방식으로 수련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그 말에 시드미안의 얼굴에는 약간은 씁쓰레한 미소가 떠올랐다. 다크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게 약간은 마음에 걸렸지만 상대는 정령을 부리는 엘프니까 어쩌면 마나의 움직임에 특별히 민감할수도 있기에 시드미안은 별 생각 없이 말했다. "그러실만도 하실지도... 저주를 받기 전에는 타이탄도 박살냈던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였 으니까요. 아마 전쟁의 신전에 등록은 되지 않았겠지만 그때 그는 아마 마스터의 경지에 있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지요." "어쨌든 서론이 길었던 것 같은데 여기 먹을것도 좀 있으니까 식사라도 같이 하시겠소? 과일이나 채소뿐이지만..." "아닙니다. 지금 동료들이 준비하고 있으니 같이 드시지요. 밖으로 나가시죠. 아마 지금쯤 준비가 다 끝났을 겁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내 것도 가져올 테니..." 모두들 죽 둘러앉아 카렐이 가져온 생과일이나 과일 절임을 그들이 끓인 스프나 팬케ㅇ 과 함께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그 와중에 카렐은 여자답지 않게 퍼질고 앉아서는 무표정 하게 음식들을 씹고있는 다크를 보며 말을 건넸다. "그대는 누구에게 검을 배웠나요?" "스승들에게서요." "스승들이라고요? 그러면 당신의 스승들도 당신만큼 검을 다룰 줄 압니까?" "아니요." "흐음...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나는 여기 사람이 아니에요. '송'이라고 불리는 아주아주 먼 곳에서 왔지요." "송? 들어본 적이 없는데?" "당연히 들어본 적이 없겠죠. 여기와는 차원도, 시간도, 공간도 다른 곳이니까." 카렐은 경악하며 다시금 다크를 찬찬히 살펴보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이 세계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예. 그렇게 봐봐야 별로 차이도 못느낄거에요. 그놈의 저주 때문에 겉모양이 바뀌었으니 까."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의 수준까지 올라갈거라고 생각합니 까?" "10년 이내. 어쩌면 그보다 더 당겨질지도... 어쨌든 여기는 내가 살던 곳보다 기... 아니 마나가 더욱 충만한 곳이니까..." "그렇다면 겨우 10년만에 마스터의 경지까지 오를 자신이 있다는 말입니까? 지금의 그 쓸모 없는 육체에서?" "내 계산 정확하다면요. 사실 그보다 더욱 앞당길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정신상태로는 그건 목숨을 건 도박이라서 실행을 못하고 최대한 안전한 방법을 택하고 있을 뿐이에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거든요." "놀랍군요. 그토록 빠른 시간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니..." "그건 내가 한번 지나왔던 길이니까 그렇지요. 그건 그렇고 당신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 입니까?" 다크는 그 커다란 눈으로 상대의 눈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내 눈과 천천히 다져져 가는 감각... 그리고 느낌은 당신이 절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고 경고를 보내고 있어요. 엄청난 경지까지 검을 이해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지요. 안그런 가요?" 하지만 카렐은 그 미소를 아직까지 지우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느낌은 종종 틀릴 수도 있지요." 그러면서 그는 허리에 찬 고풍스런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녀석은 내가 오래전 세상을 떠돌 때 사용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이걸 써본 적은 거의 없어요. 그때 배웠던 검술도 거의 다 잊어버렸구요." 미소띈 카렐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다크는 다시 스프를 먹기 시작하며 말했다. "검이란 것은 배우기도 어렵지만 잊어버리기는 더 힘들지요. 나도 배웠던 수많은 검술들 을 완전히 잊어버리는데 40년 정도가 걸렸으니까요."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일행들은 모두 음식 먹기를 멈추고 다크의 예쁜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 중에는 먹던 게 목에 걸렸는지 기침을 심하게 하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이는 놀라서 입속에 있던 음식이 튀어나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카렐은 좀 더 짙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대가 저주에 걸리기 전에 만났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다크도 방긋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 또한..." "그대의 나이는 몇살이오?" "일흔둘. 그대는?" "4백 20세라고 해두지. 나도 잘 모르겠으니까..." "대단히 오래 사셨군요." "원래 엘프의 수명은 500년 정도니까 그렇게 길다고는 할 수 없지요..." "그런데 왜 내가 여기 와서 만난 그 어떤 인물보다 강한 무예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이곳 에서 숨어 지내고 있죠?" 그러자 카렐은 빙긋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는 결코 숨어지내는게 아니에요. 다만 추악한 인간들 근처에서 살고싶지 않을 뿐... 그 더러운 욕망과 추악한 심성을 그만큼 뼈저리게 느꼈으면 되었지 더 이상 내가 인간 세 상에 미련을 둘 필요는 없겠지요. 또 엘프에게 자연과 함께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 결코 은둔이 아닙니다. 이 세상 거의 모든 엘프가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지내는게 좋으시다니 다행이군요. 내가 알고있던 어떤 선배도 그렇게 세상을 떠 돌며 사는 사람이 있었죠. 그의 경우는 과거 저질렀던 어떤 실수에 대한 사죄같은 거였지 만... 어쨌건 내가 아는 강자들은 이상하게 세상과 떨어져서 살기를 더 좋아하는군요." "그도 당신만큼이나 강했나요?" 다크의 눈이 회상에 잠기듯 약간 몽롱해지며 살짝 미소를 띄고 말했다. "나보다도 더 강했었죠. 단 한번 잠시 스쳐가듯 만났었지만 그에게서 꽤나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지요. 다음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카렐은 그런 다크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러면 나중에 당신이 잊었던 무예를 되찾았을 때 나와 한번 비무를 해주겠습니까?" "예.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어요." 그러자 카렐은 빙긋이 미소지으면서 자신의 손까락에 끼워져있던 아름다운 푸른 보석이 박힌 반지를 빼내어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내가 오래전에 했던 여행에서 얻었던 거죠. 원래가 나한테 별로 맞지않는 반지였 는데... 나중에 힘을 되찾으면 이게 필요도 없겠지만... 지금은 당신을 지켜줄겁니다. 사양말 고 받아요." 은근히 권하는 통에 다크는 할 수 없이 그 반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크는 카렐의 굵은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그 반지가 자신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끼워진 후 잠시 빛을 내더니 곧이어 자신의 손가락에 딱 맞게 줄어드는 것을 보고 이게 마법반지라는 걸 알았 다. "그녀석의 이름은 아쿠아 룰러(AQUA RULER;물의 지배자). 그녀석을 잘 못 사용하면 그대의 목숨이 사라질 수 있지만... 그대가 그런 사악한 인물이 아니라고 믿고 주는 것이 니 그 반지를 사용해야만 할 때는 꼭 세 번 생각해서 사용하기를 바랍니다. 지금 그대의 힘으로는 그걸 사용할 수 없어요. 그러니 그냥 끼고만 있다면 나머지는 그녀석이 알아서 해 줄겁니다." 아쿠아 룰러라는 말이 나오자 그 말이 뜻하는 걸 알고있는 몇 명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것은 무한한 힘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걸 모르는 다크는 잠시 생각해 보 더니 말했다. "그럼 제 힘을 찾을 때까지만 빌릴께요. 내 힘을 되찾았을 때 그때는 이걸 돌려드리겠어 요. 사실 그때쯤 되면 이건 필요가 없어질 테니까요." 다크의 말을 들은 카렐은 미소하며 말했다. "내가 주인을 꽤 잘 찾아준 것 같군. 그럼 그때 되돌려 받기로 하지요." 그들은 사실 그곳에 더 이상 있을 이유도 없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이 있었기에 기억에 남을만한 아침식사를 끝낸 후 카렐과 작별을 하고 서둘러서 산을 내려가야만 했다. 카렐 과의 대화에서 아무래도 마신일 가능성이 높아진 이상 마법에 대한 연구가 잘 되어있는 알카사스에서 그에 대한 단서를 뒤져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재빨리 돌아가기 위해 점심은 건조식량으로 때우면서 길을 재촉한 다음 밤이되 어 모닥불을 피우고 식사를 끝낸 후 쭉 둘러앉아서 곧바로 다크가 받은 반지에 대해 얘 기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의 시발점은 시드미안이 끊었다. "다크." "왜요?" "카렐이 엄청난 실력의 검객인 건 어떻게 알았지? 나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그야 당연하죠. 엄청나게 높은 경지까지 올라가면 자신이 가진 기를 몸속 깊이 숨겨서 밖으로 드러내지 않죠. 그냥 보면 평범하게 보여요. 나도 오랜 시간 수련을 하며 쌓은 경 험에 의한 것일뿐... 꼭 뭐라고 찝어서 말할 수는 없군요." 그러자 팔시온이 말했다. "아까 그말 정말이야? 일흔두 살이라는거." "정말이에요." "이야... 그렇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 고령자가 가장 어리게 보이는 소녀로 군... 그건 그렇고 이렇게 되면 내가 말을 높여 불러야 할까요? 다크 어르신?" 그러자 다크가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킥킥... 그따위 소리하지 말고 같이 놓자. 그렇게 덩치 큰 인물이 나한테 높임말을 쓰면 다들 미쳤다고 생각할거야. 아니면 나를 귀족쯤으로 생각하겠지. 하여튼 그 둘 다 내가 원 하는 건 아니야." "그도 그렇네. 하기야 엘프들은 1백살이 다되어 가지고 세상에 나오면서 20살 정도의 외 모를 가지니까... 그들이 모험가들과 파티가 되었을 때 모험가들이 엘프보고 존댓말 쓰는 거 본적이 없으니 뭐 그렇게 하지. 또 갑자기 존댓말 쓰자니까 거북하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72살의 나이에 20대 중반 정도의 외모를 가질 수 있었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이해가 안가는데..." "그야 내가 예전에 살았던 곳에서는 '화경'이란 단계에 들어가면 체내에 쌓인 그 엄청난 마나로 육체를 완전히 바꿔 젊은 육체로 새로 바꿀 수 있지. 화경이 검강을 뿜어낼 수 있 는 단계니까 아마 이쪽의 마스터하고 같은 무예수준일거야. 혹시 마스터라고 불리는 사람 을 본적 있어?" 그러자 모두들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마스터란 존재는 이 세상에 12명 정도가 생존해 있 을 뿐인 정말이지 지고무상의 존재였기에 그들과 만날 가능성은 평생 길거리를 가다가 1 만 골드를 주을 확률보다 낮았다. 모두가 고개를 가로젓는 걸 보면서 다크가 말했다. "아마 그들도 나처럼 젊은 육체를 가지고 있을거야. 또 몸속에 쌓인 마나의 양이 많다 면... 그러니까 지금 시드미안 정도의 량만 있다면 어느정도 기술만 배우면 노화를 막을 수 있어. 노화를 억누르는 것은 마나만 많다면 결코 어려운게 아니니까..." 그러자 솔깃해진 시드미안이 말했다. "그 기술 나한테 좀 가르쳐 줘." 다크는 빙긋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래봐야 겉모습 뿐이야. 근골의 노화는 똑같이 진행되니까... 말짱 헛거야. 대신 너희들 이 말하는 마스터부터는 다르지. 그때 완전히 새로 몸이 재구성되는 '환골탈태'라는 걸 경 험하게 되는데... 그걸 여기 말로는 잘 모르겠어. 그걸 거치면 어거지로 노화를 억누르는게 아닌 진짜로 몸이 젊어진다고... 여기서는 여러 가지 마나를 이용한 기법들이 발달되지 않 은 것 같은데, 그들 정도 경지까지 올라갔다면 그따위 기법은 필요없이 저절로 몸이 젊 어지게 되어있어." 미카엘이 그 말을 듣고는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대단하군. 나는 마스터라면 엄청나게 늙은 인물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닐 줄이 야... 앞으로는 젊어 보이는 사람들한테도 조심해야겠어." "그건 그렇고 다크 너, 그 아쿠아 룰러가 뭐하는 반지인줄 알고 있는 거냐?" 시드미안의 물음에 다크가 고개를 가로젓는 걸 보면서 지미가 말했다. "우리들한테도 말해줘요. 우리들도 그게 뭐하는 건지 잘 모르니까." 그러자 시드미안이 쭉 주위를 둘러본 후 말했다. "내가 설명하기는 좀 그러니까 전문가인 안토니가 좀 설명해주게. "예. 그러니까 아쿠아 룰러는 물의 지배자. 물을 지배하는 강력한 마력반지죠. 전설에 따르면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naiad)의 힘이 봉인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봉인 반집니다. 그 힘을 모두 끌어내면 폭우를 부를 수 있다고 전해지는 엄청난 물건입니다." 안토니의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빈이 말했다. "그런데 정령왕이 봉인되어 있다면 이 세상에 물은 없어야 되잖아요. 또 홍수도... 비도 없어야 하는데 왜?" "아... 그건 라빈 네가 잘 못 알고있는거야. 말이 봉인이지 사실은 봉인이 아니거든. 이 세상에 정령을 봉인할 수 있는 물건은 없어. 그냥 정령과 계약을 맺을 수 있을 뿐이지. 저 아쿠아 룰러를 통해 나이아드는 자신의 힘을 원하는 자에게 주겠다고 계약을 맺었을 뿐이 지. 그러니까 결론은 저 아쿠아 룰러가 곧 나이아드고 나이아드가 곧 아쿠아 룰러가 되는 거야. 언제라도 아쿠아 룰러를 매개체로 나이아드를 불러낼 수 있으니까 말이야. 아마도 카렐이 한 말은 아쿠아 룰러 자신이 파괴되지 않도록, 또는 그걸 가진자를 어느정도 수준 까지는 지켜줘야 하는 계약도 있는 모양이지. 그러니까 저걸 가지고만 있어도 어느 정도 힘이 되어줄 거라고 하는 거지." 지미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아쿠아 룰러가 그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무렴. 과거 저걸 이용해서 도시 하나가 완전히 물속에 잠긴 일이 있었지. 하지만 그 후로 거의 300년간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는데... 설마... 카렐이 그 사건의 주인공은 아니겠지?" 안토니가 농담 삼아 뒷얘기를 하자 가만히 듣고있던 미디아가 말했다. "어쩌면 그 나쁜놈을 카렐이 죽이고 그걸 뺐았는지도 모르죠. 카렐이 말했잖아요. 나쁜 일에 쓰면 목숨이 날아간다고..." 그들의 말이 언제 끝날지 모르게 계속 이어지자 시드미안이 손을 저으면서 일행의 대화 를 끝마쳤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어쨋든 그만 자자. 내일도 또 엄청나게 걸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