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序文) -- 모든 무공을 가장 크게 두가지로 구분한다면 정(正)과 사(邪)로 나뉜다. 어느 사이엔가 무공의 원류는 2가지로 나뉘더니 서로가 피를 피로씻는 복수와 반목 을 통해 왜 서로간에 싸웠는지 그 시초조차 아리송하여졌다. 정파는 사파를, 사파는 정파를 서로가 원수보듯 하며 서로가 서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 고 죽였다. 정파는 달마가 역근(易筋)과 세수(洗髓)의 두 진경(眞經)을 중원에 보급한 것 에 맞춰 그것을 기반으로 성장한 무공으로 대부분이 불가(佛家)나 도가(道家) 계통의 무술들이 주종을 이뤘고 이른바 5대 세가의 경우도 원류를 따지면 9파 1방 중의 속가제자중 뛰어난 자가 세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문파에서 뛰어난 자들이 튀어나와 새로운 문파를 만들다 보니... 근래에 이르러서는 그 갈래 조차 희미해질 정도다. 고대의 무술은 짐승이나 조류의 행동을 흉내내고 모방하는데서 시작되었다. 유명한 소림오권(小林五拳)은 호랑이, 표범, 뱀, 원숭이, 학의 움직임을 보고 이루어졌으며, 도가(道家)로부터 전수된 검법(劍法)도 동물들을 흉내내어 시 작되었다. 이러한 검법(劍法), 도법(刀法), 창법(槍法), 봉법(棒法), 권법 (拳法), 장법(掌法) 등의 무술을 통털어 외공(外功)이라 한다. 반면에 내공 (內功)은 단전호흡(丹田呼吸)이나 숨을 뱉고 쉬는 법을 일컫는 토납술(吐納 術)로부터 비롯되었다. 어린시절부터 오랜 기간을 두고 토납을 반복하면 몸속 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쌓이게 되고 그 무형의 힘을 권이나 장, 또는 검 에 실어 내보내는 무술을 내공이라 한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이 어느정도 쌓이 게 되면 몸 안을 일주천 시키며 더욱 그 힘을 증폭시켜 그것이 쌓이는 속도를 증가시키게 된다. 하지만 이때 그 힘을 어떤 순서로 어떤 혈도로 보내느냐에 따라 각종의 운기조식의 기법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정파의 경우 내공을 익히는데 있어, 그 공력이 천천히 쌓여 나간다. 그렇기에 다른사람의 진신내공(眞身內功)을 얻거나 영약을 복용하지 않고서는 통상의 경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련을 해도 절정고수에 이르려면 40세가 넘어야 가 능했고 초절정의 고수가 되려면 60세가 넘어야 가능했다. 물론 타고난 신력 (神力)으로 외공(外功)을 사용하는 자들도 있지만 내공이 받쳐지지 않고서는 절정고수에 들어가기는 어려웠다. 이렇듯 정파 내에서도 무공을 쌓는 방법에 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마교에서 처럼 파격적인 방법으로 속성으로 내공을 쌓 지는 않는다. 정파의 경우 자칭 명문(名門)이라 불리는 많은 방파가 있다. 그 들은 대부분 도가나 불가 계통이며 뛰어난 고수들을 많이 배출했기에 그런 명 가의 칭호가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명가의 제자들이 방문외도(傍門外道 : 명 가가 아닌 다른 다수의 군소 방파들을 낮추어 부르는 말)라 칭하며 깔보는 경 향도 있지만 실질적인 정파의 저력은 소수의 명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숫자를 자랑하는 군소방파들에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군소방파들은 내가무공 보다는 외가무공을 익히고 가르친다. 그 이유는 사파와는 달리 내가무공이 없 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외가무공을 익히고 가르치는 것이다. 명가(名家)의 경우 후계자에게 진신내공(眞身內功)을 전수하거나 영약을 섭취 시켜 빠른 속도로 내공을 쌓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각 문파의 정통 무공들이 교육되었고 그들은 적전제자라고 불린다. 적전이 아 닌 제자들의 경우 내공 부분에서 상당한 취약함을 드러내기 때문에 그 초식의 위력은 최소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상대에게 진신내공을 전수하는 경우 엄청난 고통이 내공을 전수하는 쪽에 가 해지기 때문에 일가 피붙이라도 잘 전수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진신내공의 전수에는 한가지 위험이 따른다. 같은 수련을 한 사람의 진신내공인 경우 성 질이 같기에 진신내공을 전수받아도 상관없지만 상대가 다른 종류의 수련을 하여 얻은 내공을 전수한 경우 아예 무공을 익히지 않은 경우를 제외하고 자 신의 진신내공과 얻은 진신내공이 합쳐지지 않고 서로 충돌하여 더욱 안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치료나 공격 등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내공 불어넣는 경우 그것 은 진신내공이 아니기때문에 내공을 받은 사람의 경우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이종(異種)의 내력이 소멸하고 또 내공을 집어넣은 사람도 곧이어 내력이 회 복된다. 정파의 경우 내공을 특출한 경지까지 연마한 고수들을 일컬어 사람들은 삼경 (三境)의 고수라 부르고 있다. 초절정 고수의 경우 내공의 정도와 그의 무술 실력이 거의 비례하기 때문에 삼경의 고수에 들어가는 경우 거의 적수를 찾기 어렵다고 하겠다. 제일경(第一境)은 조화경(造化境), 즉 화경(化境)이다. 이것은 천지인(天地 人)의 삼화(三化)와 수목금화토(水木金火土)의 오기(五氣)를 고루 몸 안에 이 루어낸 삼화취정 오기조원(三化聚頂 五氣造元)의 고수를 말한다. 온 몸이 무 예를 시전하기에 최적의 상태로 바뀌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을 경험하며, 이러 한 경지가 되면 능히 소리로 사람을 죽이고 손가락을 들어 작은 산을 무너뜨 릴 수 있다. 화경에 오른 현존하는 고수는 7명이며 그들을 삼황사제(三皇四 帝)라고 불렀다. 거의 비슷한 무공 수준이었지만 삼황과 사제로 구분하는 이 유는 서로간의 나이차 때문이 첫째 이유였고 사제보다는 삼황이 더욱 배분이 높은데다가 무공이 높았다. 정파의 고수들은 가장 뛰어난 마교가 배출한 4명 의 고수에게 사천왕(四天王)이란 칭호를 줬는데 그 칭호에서 자신들의 은근한 비 정상적인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과거 현경의 고수가 한명 있었지만 그가 죽은다음 최강의 고수들인 이들은 모든 정도 무림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제이경(第二境)은 신(神)으로의 입문이라 할수 있는 현묘(玄妙)한 경지(境地) 즉, 현경(玄境)이라 한다. 현경의 경지가 되면 몸에 만독이 침범하지 못하는 만독불침(萬毒不侵)이 되며 겉으로 전혀 정기가 드러나지 않는 반박귀진(返縛 歸眞)의 상태가 된다. 또한 나이가 연로한 사람이 이 경지를 이루면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치아가 새로나는 반로환동(反老換童)를 경험하며 몸에서 뿜어 나오는 예기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현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는 수천년 무림사에 과거 천하제일문(天下第一門)을 창설한 조사인 신검 대협(神劍大俠) 구휘(區揮) 단 한명 뿐이었다. 마지막 제삼경(第三境)은 불노불사(不老不死)의 진정한 신의 경지 즉, 생사경 (生死境)이다. 인간의 생과 사를 초월하고 우주만물의 법칙을 한눈에 꿰뚫어 내는 무예의 최고경지로 단 한명도 그 근처까지 접근조차 하지 못했기에 추측 만 있을 뿐 마지막의 생사경은 완전한 미지의 세계다. 수천년 무림사에 단 한 명도 탄생할 수 없었던 지고무상의 경지가 바로 생사경이다. 정파의 무공이 이상과 같다면 사파의 무공은 정파의 무공과는 완전히 다른 길 을 가고있다. 사파는 달마가 전래한 무공 대신 중원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무술이다. 그렇기에 토납술에 있어 정파와는 다른 방법을 택한다. 대부분의 사파의 경우 녹림(綠林;산적이나 해적 등 남을 등쳐먹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사는 사람들의 집단, 창부 등도 여기에 속함)이나 사파 무공을 익히는 역사가 짧은 작은 군소 방파들의 경우 내공의 기술이 정파보다는 떨어지므로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상대무공에 대한 파해식이나 기괴한 초식 등을 개발하여 기교 에서 앞서가는 외가무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때문에 약간의 기술과 그에 대한 숙련도만 있으면 되므로 빠른 시일안에 고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절정 고수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파 고수들이 미숙한 상태 기 때문에 이들의 무공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사파의 경우 검뿐 아니라 무기 에서 상대방에 대해 실리를 취하기위해 각종의 다양한 무기를 개발하여 사용 하며 암기 종류도 많이 애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사파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있는 방파가 있으니 그는 마교 (魔敎)다. 마교의 경우 오랜 역사와 전통에따라 각종 토납술이 개발되었고, 그들이 택한 것은 속성으로 내공을 쌓는 기술 중에서 가장 빠른 성취도를 이 룰 수 있는 역혈기공(逆穴氣功)이었다. 운기조식을 할때 내공을 몸에서 일주 천 시키는 방향을 반대로 한다면 대단히 속성으로 내공을 쌓게된다는 것을 알 아낸 이후 마교는 이 기공을 통해서 수많은 고수들을 배출했다. 세월이 흐르 면서 수많은 역혈기공의 기법들이 개발되었고 또 그에따른 패도적인 많은 마 공들이 개발되어 정파인들의 숨통을 끊어놨다. 속성으로 내공을 쌓는데 좋은 점도 많았지만 몇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번째 로 주화입마(走火入魔)에 걸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내공을 쌓는 속도가 빠 른 기술일수록 그 확률은 더욱 올라간다. 그때문에 마교에서는 처음 입문한 무사들은 가장 빠르게 내공을 쌓는 기술을 사용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 가 되면 좀 더 안전한 방법으로 바꾸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잘못하면 지금까지 고생해서 쌓은 내공은 고사하고 목숨까지 바쳐야 될 것이 뻔하기 때 문이다. 하지만 거기에서 생기는 이점은 주화입마의 위험도를 잊어버릴 만큼 대단하다.마교의 경우 20대에 절정고수가 가능할 뿐더러 30대에 초절정고수 로 올라설 수 있었다. 그때문에 마교의 고수들은 외가의 무공보다는 장풍(掌 風), 지풍(指風), 검풍(劍風), 검기(劍氣) 등을 이용하여 적을 공격하는 내가 의 무공을 사용했고, 특히나 패도적인 장풍을 쏘아내는 기법들이 많이 발달해 있었다. 그 다음으로 생기는 문제점이 산공(散功)의 위험이다. 엄청난 고통이 뒤따르 며 자신이 여태까지 쌓아놓은 내공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그 고통의 시간은 내공을 얼마나 쌓았느냐에 따라 다르며 절정의 고수일수록 그 고통의 시간은 증가한다. 하지만 마교에서 그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산공은 늙거나 병들어서 죽기 일보직전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 교의 고수들은 정파의 고수들처럼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를 염원했다. 그 다음 문제점은 일정수준 이상 무공을 쌓았을때 벽에 막힌 것처럼 더이상 진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을 마교의 고수들은 '보이지 않는 벽'이라고 불렀고 그 벽을 뚫으면 마(魔)의 정점(頂点)이라고 불리는 극마(極魔)의 경지 로 들어설 수 있다. 정파에서 삼경의 고수가 있듯이 마교에서도 그들이 익히기를 염원하는 경지가 있다. 그 첫째가 마인(魔人)의 정점인 극마(極魔)의 경지다. 온 몸이 무예를 시전하기에 최적의 상태로 바뀌는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경험하며, 마기(魔 氣)를 몸안에 고루 갈무리하여 자연스럽게 뻗어나오는 마기만으로 사람들을 전율시키며 내력이 약한 사람들은 그것만으로도 투지를 잃고, 보통 사람들은 생명을 잃기도 한다. 또 마음먹기에 따라 완벽하게 마기를 몸안에 갈무리하여 밖에 드러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뿜어낸 마기만으로 능히 주변의 사람들을 죽일 수 있고, 손가락을 들어 작은 산을 무너트릴 수 있다. 정파의 화경의 고 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고수로서 현존하는 극마의 경지에 이른 고수는 4명 이며 사람들은 이들을 4마제(魔帝) 또는 사천왕(四天王)라 부르며 두려워한 다. 그들은 보통때는 마기를 거의 밖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신경질이 나면 자 신도 모르게 살인적인 마기를 밖으로 흘린다. 그렇기에 그것을 보는 수하들은 피가 얼어붙는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둘째는 탈마(脫魔)의 경지로서 마인들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다. 탈마의 경지에 이르면 몸에 만독이 침범하지 못하는 만독불침(萬毒不侵)이 된다. 은 연중에 몸에서 뿜어나오는 마기는 극마의 경지에서 최대가 되었다가 차츰 안 으로 갈무리되어 사라지며, 탈마의 경지에 이르면 몸안으로 마기가 완전히 갈 무리되어 겉으로 전혀 마기가 드러나지 않게 된다. 또한 나이가 연로한 사람 이 이 경지를 이루면 머리가 다시 검어지고 치아가 새로나는 반로환동(反老換 童)을 한다. 모든 마인(魔人)이 두려워하는 산공이 없어지기에 마를 벗어났다 고 하여 탈마의 경지라 불린다. 탈마의 경지에 이르면 그 무한대의 마력(魔 力)으로 태산(太山)을 부술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윗단계는 없으며 아마 일부 마인들은 탈마의 윗부분은 정파의 생사 경과 같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그들은 무공의 시작은 다르지만 끝 은 같은 것으로 종결지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 탈마의 경지에 이른 사 람도 없는 형편이었으니 그 추측은 어디까지나 일부 마인들의 망상일 뿐이라 고 정파의 사람들이 일축하고 있다. 운명의 시작 갑자기 마교의 교주는 장로급 이상이 모두 모이는 1년에 1번 뿐인 정기집회 (定期集會)에서 특이한 안건을 내놨다. 현 마교 교주인 흑마대제(黑魔大帝) 한중길(韓中吉)은 극마의 경지에 이른 고수로서 일부러 충분히 마기를 숨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기를 언제나 은은히 뿜어내기를 좋아한다. 그가 익힌 자전마공(紫電魔功) 때문에 온 몸이 은은한 보라색을 띄고 있었기에 보는 사 람으로 하여금 괴기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본교는 사파 최대의 방파로서 2만에 가까운 고수를 보유하고 있소. 하지만 각 지단에 파견되어있는 하수들을 제외하고 그런대로 쓸만한 고수들만 든다면 10,000명도 되지 않소. 그 중에서도 정예를 가려 뽑는다면 5,000명이 될까말 까 하는 형편이니 현재 정파의 쓰레기들에 비했을때 언제나 열세에 몰리는 것 이오. 좀 좋은 방법이 없겠소?" 그러자 삼면인마(三面人魔) 소무면(簫無面) 장로가 이의를 제기했다. 그의 호 가 말해주듯 그는 세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정파와의 싸움에서는 미친듯한 광소(狂笑)와 잔인한 손속, 그리고 피에 굶주린 광기(狂氣)를 보여주며, 무림 인이 아닌 일반 백성들에게는 활불(活佛)과 같은 인자함을, 교내(敎內)에서는 엄격하고 치밀하며 자상한 면모를 보여줬기에 붙은 명호였다. 그는 교내 많은 수하들에게 인기있는 인물이다. "정파의 잡것들을 물리치는데는 현재의 힘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왜 고수가 없 다고 탓하십니까?" 소장로의 말에 대한 답을 적미살소(赤眉殺笑) 혁무상(赫武相) 장로가 했다. 그는 장로 서열 3위의 인물로서 그가 오랜시간 익혀온 적혈수라마공(赤血修羅 魔功) 탓에 긴 눈섭의 끝부분이 약간 붉은 빛을 띄고 있다. 그리고 죽이고자 하는 상대에게 보내는 살기띈 미소는 상대로 하여금 죽음에의 공포를 심어줬 다. 치밀한 두뇌의 소유자로서 무공도 뛰어났지만 그 심계(心界)가 깊어 교주 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현재 교내의 정보기관이라 할 수 있는 삼비대(三 秘隊)의 수장(首長)이다. "험, 그 이유는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직 미미한 단계이지만 아수혈교 (阿修血敎)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아수혈교는 모두들 처음 들어보는 말인지라 수석장로(首席長老)인 천도왕(天 刀王) 여지고(黎志高)가 물어왔다. "아수혈교가 뭐요?" "혈교(血敎)의 후신입니다. 이름만 바꾼 거지요." 혈교와의 과거 80년 전 치열했던 전투를 생각하며 좌중은 약한 신음을 흘렸 다. "음...." 그러자 혁무상 장로는 말을 이었다. "정파와의 대결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거기에 아수혈교가 끼어든다면 문제 가 있습니다. 저 옛날 아수혈교의 전신인 혈교(血敎)와의 전투를 잊으셨습니 까? 그때 혈교와의 정면 충돌로 본교 전력(戰力)의 4할이 무너졌었습니다. 본 교는 그 타격을 회복하는데 자그마치 50년이라는 세월을 허비했습니다. 그리 고 암흑마교의 움직임도 생각해야 합니다. 암흑마교의 움직임은 잡히는 것이 없지만 그래도 조심은 하는 것이 좋겠지요." 혈교는 강시나 실혼인 등을 제작하여 상대에 비해 떨어지는 무공을 각종 사이 한 대법이나 기술로서 보완하는 무리들로서 먼저 이들의 움직임을 처음 포착 한 것은 정파의 첩보기관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그 막강한 파괴력을 자 랑하는 강시라든지 아니면 사이한 대법 등을 파해하려면 보통의 무사들로는 힘에 부쳤다. 강시와 대결을 벌일려고 해도최소한 1갑자 이상의 내공을 갖춘 내가고수(內 家高手)가 아니라면 그들에게 타격을 입힌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적의 각종 대법에 걸리지 않으려면 웅후한 내력을 가지고 있어야 걸리지 않으므로 정파는 꾀를 부렸던 것이다. 무림맹 회의에서 그들과의 정면충돌을 견딜 수 있는 대량의 절정고수들을 보 유한 문파가 없었기에 쓸쩍 마교에게 그물을 씌워 계략을 통해 그들과 먼저 충돌하게 만들었다. 그때 정파가 옆에서 인심쓰는 척 하며 도와줬지만 마교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었다. 아마 정파와 마교가 연합전선을 펼친 것은 이때가 처음일 것이다. 물론 이때 정파에서는 초절정 고수들만을 파견해서 도왔다. 그 전투가 있은 후 정파에서 는 참가자들에게 함구령(緘口令)을 내렸고 마교에서도 그 일을 외부에 선전하 지 않았으므로 마교와의 연합전선은 영원히 묻혀진 사실이었다. 만약 그때 정 파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마교의 피해는 더욱 컸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마교의 사생아(私生兒)라고 볼 수 있는 암흑마교가 있는데, 이는 혈교와의 전투 후에 혈교로 부터 입수한 각종 서적들을 바탕으로 "우리 도 이런 사이한 대법을 사용합시다."를 외쳤던 집단들이다. 그만큼 혈교가 사 용했던 각종 기술들은 마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던 것이다. 그들의 우두머리였던 부교주 장인걸은 교주가 그들의 제안을 묵살하자 자신의 추종자 들을 이끌고 노획한 서적들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졌다. 그 후 그는 명호를 흑 살마제(黑殺魔帝)로 바꾸고 암흑마교(暗黑魔敎)를 창단했다. 그렇기에 암흑마 교의 경우 마교의 무공과 혈교의 사이함이 합쳐진 특이한 단체가 되었다. 염왕적자(閻王笛子) 한중평(寒重平)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새로운 정예고수들을 좀 더 키운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교주가 약간의 흥미를 보이며 말했다. "고수를 키우고는 싶지만 어떤 방법이 좋겠소?" "각 지단에 연락하여 10세가 되지않은 기재들을 대량으로 납치하여 교육시키 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없어지면 관(官)이나 정파에서 눈치 를 챌지도 모르니 3,000명 정도만 납치하면 어떻겠습니까?" 한장로의 말에 정면으로 반대하며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삼면인마(三面人魔) 소무면(簫無面) 장로였다. "여태까지 본교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외에 보통 1년에 300명 정도를 납치해다 가 전사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10배인 3,000명이라니? 그 많은 수를 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들을 어디서 교육시킨단 말입니까?" 그러자 혁무상 장로가 말했다. "그건 제가 대답을 하도록 하죠. 실상 3,000명을 데려왔다 하더라도 초고수로 키운다면 초기단계 내공을 쌓는 과정에서 최소한 1,000명 정도는 상실하는 것 은 익히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거기에 각종 무공 훈련을 시키다 보면 그중에 서 잘해야 500명 정도 쓸만한 인재를 뽑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실상 3000명이나 되는 식구를 가르킬 훈련장은 필요 없습니다. 어린애 3000명이 주 거할 허름한 숙소를 만들어 그들의 내공훈련을 시키고, 그 사이에 2,000명 정 도가 훈련할 수 있는 수련장을 만들면 됩니다. 거기서 키워진 500명 정도는 현재 있는 수련장만으로도 상승무공의 교육이 충분할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교주가 상당한 흥미를 느끼는 듯 했다. "듣고보니 그 말도 일리는 있소. 그렇다면 외총관. 아이들은 언제까지 준비될 수 있겠소?" "그래도 좀 괜찮은 애들을 뽑아와야 하니까 5달은 걸립니다. 통보하여 납치하 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이리로 쥐도새도 모르게 데리고 오는것이 문젭니다." "그건 외총관이 알아서 처리하시오." "존명" "이번 훈련을 할 훈련장의 건설의 총 감독은 소무면 장로가 수고해 주시오." "존명" "이번 훈련은 한중평 장로가 책임지고 해주시오. 이번에 키울 고수들의 능력 에 따라 마교의 장차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힘써 주시오." "존명" "그리고.... 내 직속의 암살대는 있지만 이들로는 좀 모자를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드니까 새로운 암살자들을 추가로 50명 정도 만들었으면 좋겠소. 그들은 흑살대(黑殺隊)라고 이름짓고 누구의 휘하에 두는 것이 좋을까......" 그러자 모든 장로들의 눈에 약간의 갈망과 희망이 떠올랐다. 교주가 직접 지 휘해서 만든 단체는 최정예일것이 분명했고 그들이 자신의 밑에 배속된다면 그만큼 자신의 입지도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좌중을 한번 둘러본 후에 교주는 입을 열었다. "그렇군. 내총관이 이들을 지휘하는 것이 좋겠어. 그리고 나머지는 능력이나 그때의 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하지." 회의가 끝난 후 교주는 삼비대의 수장인 혁무상 장로를 비밀리에 불렀다. "아수혈교의 총단은 알아냈소?"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세력이 점차적으로 잡히고 있습니 다. 그들도 현재 세력을 키워나가는 형편이기 때문에 움직임을 아주 조심하고 있기에 정보수집에 힘이 듭니다." "그들의 준동은 언제쯤이라고 생각하시오?" "빨라도 10년정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암흑마교의 경우는?" "그들의 움직임도 쫓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렇다할......." "그렇다면 혹시나 아수혈교와 암흑마교가 연합할 가능성은 없나?" "거의 없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에 대비해서 연구 조사하고도 있습 니다." "아직까지는 큰 문제는 없다고? 참! 정파 녀석들은 그들의 움직임을 알고 있 나?" "아마 무림 최대의 정보집단이라는 개방이나 무영문(無影門)에서는 얼마간 알 지도 모르지만 글쎄요.... 저희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포착한 사실이라....." "전에 정파 녀석들에게 당한만큼 돌려주는 방법은 어때?" "돌려준다 하심은?" "아수혈교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그들이 알게 해주는거야. 총단의 위치를 알 려주면 더욱 좋고." "흐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취하자는 말씀?"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본교가 혈교와의 싸움에서 얼마나 많은 타격을 받았 나? 우리끼리 싸울게 아니라 정파(正派) 녀석들도 사파의 무서움을 알게 해줘 야 한다구." "하지만 그들이 전처럼 먼저 사파의 통일을 우선시한다면, 그때는 전과같은 전투를 각오해야 할텐데요?" "그러니까 아수혈교 녀석들에게도 사파 통일보다는 정파의 핵심세력을 비밀리 에 기습해서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더욱 이득이 클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만 들어야지. 그들이 먼저 맞붙는다면 세력 회복에 최소한 10년, 아니 30년은 걸 릴거야. 그동안에 우리도 준비를 해야지. 고수 1명을 키우는데 1,2년이면 되 는줄 알아?" "숫자만 자랑하는 그 개방의 돌대가리들은 속이기가 쉽겠지만 그 여우같은 무 영문의 옥화무제(玉花武帝) 할망구는 속이기가 어려울 텐데요? 그리고 그 수 하들도 원체 교육이 잘된 녀석들이라....." "무영문에는 아주 조금만 알려줘. 그럼 그 악착같은 할망구가 알아서 할테니 까." "전처럼 그들이 공작을 한다면 우리가 역으로 당할수도 있습니다." "대신에 우리가 구파 일방과 오대세가의 세력이나 방어망 등 정보를 넌지시 아수혈교에 알려주면 돼. 아수혈교 녀석들도 바보는 아닐테니까 이 철옹성인 본교총단보다는 허술한 정파의 본거지들을 기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겠지. 일단 기습하고 나면 그다음은 정파와의 전면전쟁이 되도록 유도하는거야."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바쁠텐데 이만 물러가도록." 음모와 또다른 음모..... 힘이 월등한 단체가 등장하지 못하는 무림이고보니 각종 술수가 판치는 세상이었다. 모든 무림인들의 꿈이무림일통(武林一統)이 었지만 사실상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서로가 강대한 세력을 자랑하는 무림에 서 월등한 힘을 가진 집단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불가능했다. 어떤 한 집단에 만 초절정 고수를 대량으로 키워 낸다는 것도 힘들었다. 만약 그것이 밖으로 밝혀지면 상대방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필사적으로 방해 하기 때문이다. 특이한 인물 2044호 그로부터 10년 후...... "흑살대(黑殺隊)의 교육은 끝났나?" "예. 성공리에 끝마쳤습니다. 그런데 좀 안심이 안되는 부분이 좀 있습니다." "뭔가?" "그러니까..... 2044호가......" "2044호라면 들은 기억이 있군, 검에 특출난 재능을 보인다는 녀석이지?" "예. 쾌검이나 경신술, 은잠술의 달인인 녀석으로 아주 천부적인 암살자로서 의 재질을 타고난 녀석입니다. 그런데 도무지 암살에는 적성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건 무슨 말인가?" "글쎄, 암살보다는 정당한 대결에 더 맞다고 해야 할까요? 이상하게 완벽하게 암살을 행하고 있는데도 어둠의 살인자와는 거리가 먼 것같은 인상을 주고 있 습니다. 아직까지는 위의 지시를 잘 받아들이고 있는데 문제는 언제 그가 성 질을 부리느냐입니다." "그렇다면 딴 녀석으로 교체하면 어때?" "대단히 능력있는 1급 살수라서...... 그리고 특급살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대 단히 크고........ 또, 대체할 만한 이렇다 할 녀석이 따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적당히 써 먹다가 나중에 다른 소속으로 옮겨주는 것이좋겠군."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암살에 필요한 것 말고는 어떤 기술도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석의 검술에 대한 집착은 너무 커서, 지금은 아무것도 가르치 지 않고 있지만 스스로 터득하고 있는 지경입니다." "검수로서는 미래가 기대되는 녀석이군." "예. 그런데 지금은 살수가 필요하니 문제죠." * * * 그는 2044호로 불려졌다. 그가 이곳에 온지 벌써 10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의 나이 17세, 그는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곳에 온 이후로 끊임 없는 훈련의 연속이었다. 먼저 내공을 쌓았다. 그로서는 별로 힘든 일도 아니 었는데 수련중에 한명씩 쓰러졌고, 그 후로 그들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그 리고 틈틈히 격투 훈련을 받았다. 4년이 지난 후 흑의를 걸친 무사들 12명이 오더니, 아이들 팔의 경맥의 두께 를 보고 두패로 나뉘었다. 그런다음 한패를 데리고 떠났다. 그들은 다음부터 볼 수 없었다. 그의 경우 팔의 경맥이 가늘어 장법보다는 검법이 맞다는 판정 을 받고 검술 훈련을 했다. 그가 배운 것은 5가지의 쾌검술과 경신술, 신법 등이었다. 다시 3년이 지나자 그중에서 200명이 차출되었다. 그 2044호도 그 무리에 있 었다. 그들은 여태까지 배우던 무리에서 떨어져서 그들만의 훈련을 새로이 받 았다. 그것은 전문적인 살인술이었다. 이때 배운 검법은 여태까지 배운 검법 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쾌(快)....... 완전한 속도위주의 검법으로 방어는 무시하고 적을 죽이는 방법만을 배웠다. 그리고 은잠술과 기척을 죽이고 이동하거나 매복하고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기법들을 배웠다. 이곳 마교에 와서 2044호가 정을 붙인 것은 검이었다. 친구 로 사귄 아이들은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여러 친구들과 헤어지며 그들과 소식이 끊기자 그는 사람보다는 검에게로 애정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2044호는 살수로서의 훈련을 받으면서 검을 만들어 가졌다. 살수란 직업상 자 신의 손에 맞는 검을 각자의 취향에 맞춰 주문제작한다. 가장 아끼는 자신의 검에 묵혼(墨魂)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백련정강(百鍊精剛)으로 만들어 약 간 푸른빛이 도는 백색 광택의 반월형 기형검은 검신에 묵향의 주문에 따라 묵혼(墨魂)이란 글씨가 음각(陰刻)되어 있었다. 묵혼은 2척 3촌(약 70Cm)길 이의 짧은 검신과 1척 길이의 긴 손잡이를 가진 기형검으로 칼날받이도 없이 검은색의 수수한 검집과 손잡이를 가진 검이다. 2044호는 하루에 한번씩 무인 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검을 닦을때 묵혼의 그 탄력있는 아름다운 검신을 들 여다 보며 정신을 빼앗겼다. 주) 묵혼검이 휘어진 반월형인 모양인데도 검이라 불리는 이유는, 검과 도를 나누는 기준이 휘어지고 안휘어지고 간에 검은 양면에 날을 가진 것이고 도는 한쪽면에만 날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검은 양면에 날을 가지고 있지만 베 기보다는 찌르기를 위주로 한다. 그렇기에 일부 검들의 경우 손상가기 쉬운 검날을 일부러 뭉툭하게 만들고 찌르기에 사용되는 앞부분만을 날카롭게 만들 어 사용하기도 한다. 베기가 주축인 도는 그 공격이 단조롭게 보이는 것에 반 해 검의 경우 찔러나갈 때 손목이 조금만 움직여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키기기 에 검법은 도법보다 훨씬 더 화려하게 보인다. 그의 첫번째 살인은 정파의 천수검귀 공손수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것은 훈련 의 마지막 과정에 있는 것으로서 이제까지의 이론을 실습하는 기회였다. 그에 게 주어진 인물이 공손수였다. 교관은 그에게 종이쪽지를 내밀었다. 성명 : 공손수 호 : 천수검귀 특기 : 그의 독문검법 귀나천리도법 내공수위 : 1갑자 특기사항 : 대단히 뛰어난 검객. 여색을 많이 밝힘. 현재 7명의 첩이 있으며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음. 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딸이나 부인을 뺏아 팔아버 리기도 함. 그가 거주하는 저택에는 20명의 2급 무사와 2명의 1급 무사가 지 키고 있으며 총 600명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있음. 4개의 도박장과 2개의 전장 (錢場: 은행과 같으며 고리대금업을 한다.), 7개의 전당포를 가지고 있으며 고리대금업과 사기도박을 통해 거둬들이는 돈은 막대한 액수다. 그를 지키는 6명의 1급 무사들의 능력은 뛰어나다. 그들은 교대로 공손수를 경호하며 밖에 외출할 경우 그들 중 3명만이 따라간다. ....... 생략........ 주의사항 : 10일 이내로 죽여야 하며,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말것. 그가 읽고 있는데 교관이 말했다. "2044호, 이자를 해치우는 것은 너의 실력이면 충분하다. 살아봤자 별볼일 없 는 쓰레기 같은 녀석이니 별로 마음쓰지 마라." "알겠습니다." 2044호는 공손수의 저택 가까이에 접근해서 우선 6일을 기다렸다. 6일간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헛점을 노렸다. 하지만 무사들을 죽이지 않고 숨어 들기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부러 전장을 둘러보러 나간 공손수에게 표창을 던졌다. 공손수의 무공을 실험할 겸 호위무사들의 능력을 실험할 목적도 있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집에서 1급 무사들을 떼어놓는 것이 었다. 그러자 다음날 공손수는 기습공격을 받고 조심성이 발동해서 6명의 1급 무사 들을 모두거느리고 전장에 나타났다. 이제 기회는 온 것이다. 2급 무사 정도 의 수준으로 그가 집안으로 숨어들어가는 것을 눈치챈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집안으로 숨어 들어와 끈기있게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6일간의 감시를 통해 공손수는 잠을 잘때 8명의 첩이나 부인의 방 중 아무나 그때 기분에 따 라 들어갔다. 그렇기에 야습을 하기에 아주 힘이 들지만 9일간의 감시를 통해 거의 3-4일에 하루꼴로 새로 들어온 7번째 첩에게 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7번째 첩의 방에 숨어들어와서 2일간 묵혼은 초인적인 인내로 인기척을 감추 고 숨어있었다. 원래 숨어 들어가기 전에 용변을 마쳤고 완전히 빈속에 숨어 들어가서 빈속으로 최악의 경우 4일간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먹을 것이나 마 실것을 준비할 수는 없었다. 그것을 먹고나면 먹을 때는 좋지만 용변을 처리 하는 것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는 숨어 들어가서 7번째 첩의 침대 아랫쪽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기다렸다. 운 좋게도 2일째 저녘이 되자 공손수가 들어 왔다. 2044호는 공손수와 계집이 성교를 한다고 헉헉거리는 신음소리를 기준 으로 공손수의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 천천히 검을 윗쪽으로 올렸다. 검소리 조차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숨어든 그 순간부터 검을 뽑아놓고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손수의 위치를 잡은 순간 최대한 빠른 속도로 공손수의 숨결이 들려오는 방 향을 향해 찔렀다. 가벼운 신음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린 후 잠시 기다렸다. 더이상의 움직임은 없어지고 방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칼은 그대로 두고 침 대 밑에서 조용히 빠져나온 다음 그가 본 광경은 남녀의 머리를 관통하고 올 라온 묵혼의 검신이었다. 공손수는 여자를 껴안은 상태에서 머리에 칼이 관통 되어 죽어 있었다. 칼을 뽑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에서 피는 흘러나오지 않았 고 그때문에 피비린내는 나지 않고 여인의 체취와 정사(情事)의 냄새만이 방 안을 감돌고 있었다. 2044호는 천천히 창문을 열었다. 그리고 새벽이 오기를 기다렸다. 어떤 감시 고 간에 새벽이 되면 느슨해진다. 그리고 2044호가 새벽을 기다리는 첫번째 이유가 1급 고수들이 새벽 5시에 교대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약간의 빈틈이 있었다. 2044호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집안을 빠져나왔다. 묵혼을 집 안을 빠져나오기 직전에 뽑았기 때문에 거의 피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2044호가 실습을 마치고 훈련장으로 돌아온 다음 교관의 호출을 받았다. "2044호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교관은 종이뭉치를 들여다 보며 2044호에게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2044호! 자네는 왜 지금까지 5가지 검술을 익혔는데 그중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찌르기만을 해서 상대를 죽였지?" "분명히 증거를 남기지 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검술을 사용하면 시체의 상 흔(傷痕)을 통해서 죽인자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호오.... 가르치지도 않은 것을 빨리도 깨닫는군. 자네는 현재 그를 죽이는 데 3가지 흔적을 남겼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있나?" "예! 호위무사들의 주의를 돌리려고 사용한 표창, 그리고 시체의 머리에 있는 검흔, 나머지 하나는 침대밑의 구멍일 겁니다." "잘 아는군! 왜 표창을 사용했나? 돌같이 알아보기 힘든 것을 사지않고?" "그 표창은 무기점에서 많이 파는 것입니다. 본교에서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구입해서 사용했습니다." "생각은 좋지만 수소문하다보면 누가 그걸 사갔는지 밝혀낼수도 있다. 앞으로 는 표창보다는 동전이나 돌맹이를 이용해라!" "예!" "검을 그냥 찌르기만 한 것은 잘 했다. 현재 밖으로 드러난 것은 살수가 죽였 다는 것 뿐 누가 죽였는지는 도저히 오리무중이지. 그런식으로 하면 되는거 야. 앞으로도 열심히 해보도록!" "예" "이번에 성공한 자들을 위해 연회가 준비되어 있다. 내일부터는 마지막 훈련 이 시작된다." "알겠습니다." * * * 그는 훈련 과정에서 5번의 살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훈련이 끝났을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1급 살수라는 칭호와 묵향이라는 이름이 전부였다. 그는 언제나 검은색 무복을 입고 있었고 검은색을 칠한 죽립이나 두건을 애용했으 며 검도 손잡이나 검집이 모두 검은색, 그러다 보니 묵향이란 별칭이 붙었다. 묵향은 그를 지칭하는 일종의 별칭이었지만 7살때부터 이름이 없이 2044호로 불리다 보니 예전의 이름은 벌써 잊어버린지 오래고, 그러다 보니 이것이 정 식 이름이 되어버렸다. 그는 이번에 새로 조직된 흑살대에 배치되었다. 흑살 대는 마교내 서열 9위인 내총관의 휘하에 있었기에 상당히 좋은 대우를 받았 다. 하지만 묵향은 모든 동료들이 긴장감을 풀거나 쾌락을 위해서 주색에 탐익하 는 것을 보면서 자신은 지속적으로 무공을 연마하는데 노력했다. 실상 살수의 경우 단 1초의 공격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데다가 빠른 경공과 믿을 수 있는 은신술만 지니고 있으면 된다. 대부분의 시간은 사냥물을 기다리는 인내와 끈 기를 요하지만 그렇게 높은 무공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미있는 점이 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무공의 높낮이가 필요한 때도 있었다. 어떤 때 인가 하면 살인을 달성한 다음 탈출할 때가 그것이다. 죽기로 마음먹는다면 못죽일 사람이 없지만 자신은 살고 상대를 죽이자니 힘이 드는 것이다. 묵향이 검술을 익히는데 있어 가장 중요시 한 점은 속도였다. 여러번 기습을 통해 많은 고수들을 죽이며 무공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느낀 점 중의 하나가 쾌(快)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경공과 신법이었다. 숨 어있다가 최대한의 빠른 속도로 적에게 다가가서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빠 른 신법(身法)이 필요하다. 그리고 적을 해치운 다음 탈출하는데 필요한 경공 술이 뒷받침 되어야 했다. 물론 탈출하면서 추격하는 적과 전투를 벌여야 했 지만 살수는 결코 검법을 이용해서는 안되었다. 검법을 사용하면 정체가 탄로 나기 때문이다. 물론 살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끈기와 인내였다. 기다림이야 말로 기회를 만들어 주는 가장 큰 기술이었다. 그리고 적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 하여 분석할 수 있는 관찰력과 두뇌도 필요하다. 남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 은 상대의 약간의습관이나 버릇이 그에게 득을 주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 다. 묵향이 검술에 미쳐있는 것을 알고있는 대주(隊主)는 그에게 새로운 검술을 가르키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경신술이나 은잠술 등 각종 살수에게 필요한 기술은 가르쳤지만 유독 검술만은 가르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대주가 봤을때 묵향의 검술 조예는 거의 살수의 경지를 넘어섰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주가 봤을때도 묵향의 실력이라면 그 자신은 정면대결을 안해봐서 잘 모르고 있었 지만 정면공격을 해도 충분히 모두 다 죽이고 탈출할 수 있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검술이 강하다는 것을 모르던지 아니면 필요 없는 살생을 싫어하는 탓인지 그는 거의 전통적인 살수의 살인기법들을 선택 했고, 언제나 흔적도 없이 빠져나왔다. 아침일찍 일어난 묵향은 떠오르는 아침해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 다. '과연 검술의 끝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말하는 검에서 뿜어 나오는 검풍, 검기, 검강이란 것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질까? 현재 검에 공력 을 주입한 상태에서 휘두르면 뒤로 무형의 기운이 뻗쳐 나무 등을 자르는데 이것이 검풍인가? 아니면 검기인가? 그리고 뛰어난 고수는 검기 만으로 100장 밖의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하던데 이것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일까? 어검술 (御劍術)을 펼치면 검에서 빛이 나와 눈이 멀 지경이라고 들었는데 이것은 어 떤 조화일까? .......' 묵향이 이렇게 검술에 대해 끊임없는 사색을 하게 된 원인은 대주에게 있었 다. 우선 눈에 보이는 목표가 없으니 현재 알고있는 자신의 지식으로 한단계 씩 올라가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마교의 무사는 전통적으로 많 은 마공을 익힌다. 한가지 마공을 익히면 또 다른 마공을 익히기 위해서 힘쓴 다. 대부분의 경우 그 마공들은 갈수록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것들이었고, 상당한 내력을 소모시켰지만 마교의 고수들인 경우 정파의 고수들은 꿈도 못 꿀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내공의 증진을 보였기에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 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가 되려면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그것은 말이나 구결로서 알려 줄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정파의 경우 내공이 매우 천천 히 쌓이므로 자신의 검술을 익히는 데 한계를 가진다. 어떤 일부 검술들은 내 공이 딸려서 후반부를 익히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고, 그런 와중에서 적 과의 전투를 벌이거나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이 알고있는 것들을 연결하여 더 욱 더 강한 검술의 경지를 이룩하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교의 경우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할 필요도 없이 막강한 내공만으로 도 상대 고수들을 공격할 수 있고, 또 내공이 모자를 경우 마교의 비전(秘傳) 을 이용하여 순간적으로 자신의 공력을 최고 5배 까지도 증폭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그정도로 뿜어내면 목숨이 위태롭기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3배 정도로 만족한다. 3배 정도의 증폭은 공력이 약한 경우 그것이 죽음으로 연결되지만 고수의 경 우에는 일순간 그정도 내공을 뿜어냈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 때문에 마교의 고수들은 더욱 패도덕인 마공을 원했지만 마공을 익히면서 통 생각할 필요를 못느낀다. 이러다가 가장 윗부분까지 다가가다 보면 벽에 막힌 듯이 더이상의 진보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깨달음을 얻은 소수만이 극마의 경지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아수혈교의 출현 장로급 이상들 만이 모인 임시회의에서 때아닌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모두 들 긴장하는 이유는 부교주가 출석했기 때문이다. 부교주는 보통 중요한 일이 아니면 참석하지 않았기에 모두들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먼저 지금까지 행해 졌던 작전들을 적미살소(赤眉殺笑) 혁무상(赫武相)의 설명으로 들은 좌중들은 일시 침묵을 지켰다. 이때 가장 먼저 입을 연것은 교주였다. "이번 작전의 실패는 어디에 원인이 있다고 보시오? 비영대(秘影隊)의 특급요 원이 2명이나 죽었소. 원인을 알아야 그에 대해 대처를 할 게 아니겠소?" "교주님, 이번에 얻은 최신의 정보에 따라 침투한 아수혈교가 대망산(大網山) 에 건설한 분타는 대단히 치밀한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법과 많은 고수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첩보요원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주는 약간 침중한 표정에 빠지며 말했다. 약간씩 흘러나오기 시작한 마기 (魔氣)를 통해 장내의 모든 고수들은 교주의 심기가 별로 편하지 못하다는 것 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교주같은 극마(極魔)의 고수인 경우 평상시에는 마기를 잘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되겠나?" "정탐 등을 위해 키운 특수요원들은 은잠, 공작 등에는 뛰어난 교육을 받았지 만 무공이 약한 것이 흠입니다. 이번에는 3명 정도를 1 조로 만들어 투입할 계획입니다. 침투, 추격에 뛰어난 자 1명과 침투, 진법에 뛰어난 자 1명을 뽑 았는데 나머지 이들을 호위할 만한 뛰어난 실력을 지닌 무사가 없습니다. 물 론 침투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러자 교주는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니 느닷없이 부교주에게 말문을 돌렸다. "부교주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부교주인 벽안독군(碧眼毒君) 능비계(凌非癸)는 거의 틀에박힌 공식적인 행사 에는 잘 참석하지 않지만 교내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로 통했다. 그는 교내에서 도 몇명 되지않는 극마(極魔)의 고수였다. 하지만 교주와 다른점이 있다면 숨 통을 조일것 같은 마기(魔氣)를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은잠과 무공이 뛰어나야 한다면 살수가 좋지 않을까요?" 부교주의 말을 받아 수석장로(首席長老)인 천도왕(天刀王) 여지고(黎志高)가 말했다. "특급 살수 1명이나 2명 정도를 투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대호법 흑풍마령(黑風魔靈) 황노각(黃老角)이 말했다. "저는 반대입니다. 살수는 통상적인 기습공격에 능하지만 변칙적인 상대의 공 격에는 취약합니다. 저의 휘하에 있는 호법원의 초절정 고수 2명을 데려가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러자 긴 침묵을 깨고 환영비마(幻影飛魔) 구양운(丘陽雲) 장로가 말했다. "저는 대호법의 의견에 반대입니다. 호법원의 호위무사들의 경우 은잠이나 매 복과는 상관없는 정통적인 상승고수들입니다. 그들이 이번 임무에 적합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호법원의 무사들 보다는 천마혈검대(天魔血劍隊)의 고수 몇 명을 데려가는 편이 좋을겁니다. 이녀석들은 전장(戰場)에서 다져진 몸, 도움 이 될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멸절신장(滅絶神掌) 제갈천(諸葛天) 장로가 말했 다. "그런 살인밖에 모르는 검귀들을 데리고 어떻게 첩보활동을 한다는 말이요? 아예 저의 무영대(無影隊)의 고수 몇명을 보내는 것이 좋을겁니다." 교주가 약간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좋겠군. 원체 암행 감찰을 하는 집단이라 은잠, 침투는 뛰어날것이고 무공도 높으니." 그러자 흑살대(黑殺隊)를 맏고있는 수라혈신(修羅血神) 북궁뇌(北宮雷)가 말 했다. "저희 흑살대의 살수 1명을 천거합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2명은 무영 대의 고수로 하고 살수 1명도 같이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교주가 말했다. "내총관이 추천하는 인물은 어떤 인물이요?" "예, 전에도 말씀드린 묵향이란 녀석입니다. 특급살수는 아니지만 검술이 뛰 어납니다. 오히려 정면대결에 있어서는 특급살수보다 뛰어날 정돕니다. 살수 답게 침투에도 뛰어나지만 대단한 검귀로서 그의 검술실력은 제가 보장하겠습 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합시다. 비영대의 1급 요원 2명과 무영대의 고수2명, 그리 고 살수 1명으로 하는것이 어떻겠소?" 그러자 모두들 말했다. "그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그러자 교주가 일어서서 나가면서 말했다. "처음 작정한 것 보다는 대부대가 되어 버렸지만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자들이니까 그들이 그만큼 조심하면서 꾸미는 일이 무엇인지 밝혀보도록 하시 오." 그러자 일제히 일어나서 포권하며 외쳤다. "존명!" 회의가 끝난 다음에 부교주가 대호법에게 물었다. "태상(太上)께서는 요즘 건강이 어떠시요?" 태상이란 은퇴한 전임교주인 독수마제(毒手魔帝) 한석영(韓夕英)을 말하는 것 이다. 교주보다 35세가 많으며 교주의 아버지다. 그는 너무나 손속이 잔인해 서 독수(毒手)라는 칭호가 붙었다. 사마제(四魔帝)의 한사람이며 극마의 고수 다. "아직 정정하십니다." "요즘 통 얼굴을 못보겠으니, 원....... 원로원에도 한번씩 와 주십사 하고 전해주시오. 그리고 자네가 그분에게 좀 더 각별히 신경을 써드리게나." "알겠습니다.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체 세상을 등지신 분 이라...... 요즘은 매화(梅花)를 벗삼아서 지내시죠. 전에도 매화를 끔찍히 좋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자 부교주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껄껄... 나는 매화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분이 명호가 독수마제(毒手魔帝)라 니 예나 지금이나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모시는 저희들이야 취미가 그러시니 한결 편하죠. 거의 연공실이 아니면 정 원에서만 지내시니까요." "그분께서도 아직 더 높이 올라갈 경지가 있다는 것인가?" "혹시 압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최초로 탈마의 경지에 오르실지?" "아!.... 옛날이 그립구만, 사마제(四魔帝)가 함께 생활하던 그때가......." "어쩔 수 있습니까? 운명이 그런 것을....... 태상께서도 그때 일에 약간 충 격을 받으신 것 같았었는데요." "그럴지도 모르지....... 장인걸(張仁傑) 그녀석 흑살마장(黑殺魔掌)이 일품 이었는데...." 흑살마제(黑殺魔帝) 장인걸(張仁傑)은 사마제(四魔帝)의 일원으로 부교주 직 에 있다가 그의 추종자를 이끌고 탈교(脫敎)하여 암흑마교를 세웠다. 극마지 체(極魔之體)에서 뿜어 나오는 10성의 흑살마장은 공포의 대명사로 알려져있 다. "그럼 다음에 보기로 하지." 대호법이 정중이 포권하며 말했다. "예. 안녕히 가십시오." 음모(陰謀) 혁무상 장로는 교주에게 불려가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모종의 작전 실패 때문이었다. "도대체 그렇게 많은 정보를 개방이나 무영문에 흘려 보냈는데 왜 감감무소식 이오?" "그게 그러니까...... 아마 무영문의 그 할망구가..... 농간을 부리는 것 같 습니다." "농간이라니?" "지속적으로 개방에는 약간씩 정보를 흘리고 있고..... 무영문에는 운을 띄운 후 감시 중입니다. 그리고 무림맹이나 각 명문정파를 감시한 결과....." "......." "그들이 혈교의 움직임을 눈치챘고, 특히나 무영문의 경우 상당히 깊은 부분 까지 파고 들었음이 확실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무영문이 본교보다 더욱 뛰어 난 정보력을 가지니까요. 우리와 달리 그들은 대부분의 고수들이 모두 다 첩 자 교육을 받으니까 확실히 알것이 분명한데......" "그런데?" "그것이 이상하게 반응이 없습니다. 무림맹도 조용하구요. 명문정파들도 조용 합니다. 설마 혈교의 마수(魔手)가 벌써 명문정파를 잡고 있을 가능성은 없는 데 말입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한번 조사해 보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림사(小林寺)가 무림의 태산북두(泰山北斗)라 할 수 있으니 그만큼 영향력도 클터, 소림의 속가제자가 세운 문파는 없나? 소림과 밀접한 교류가 있다면 더욱 좋고." "그렇게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황룡문(黃龍門)이 있습니다. 그 문주는 석산(石山) 대사의 속가제자입니다. 지금도 긴밀히 교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황룡문은 어느정도 규모의 문파인가?" "그렇게 큰 규모의 문파는 아닙니다. 하지만 상당한 고수가 10여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주인 황룡태검(黃龍太劍) 이문학(李文鶴)도 상당한 고수고요." "그렇다면 황룡파를 통해 아수혈교의 준동을 알게 해주게나. 그러면 자연스레 소림까지 흘러들지 않을까?" "그것이 좋겠습니다. 참, 언듯 떠오르는 계책이 있는데 이것은 어떨지?" "말해보라." 그 말에 혁무상 장로는 전음으로 교주의 질문에 답했다. "............." "그것 참 괜찮은 수법이군. 당장 시행하도록!" "그런데 도와주셔야 할게 있습니다." "뭔가?" "................................" "그건 본좌가 부교주에게 부탁하지. 그리고 소품은 내일 천마보고(天魔寶庫) 에 일러둘테니 찾아가도록." "존명. 그리고 죄송하지만 아직 말씀드릴 기회가 없어서.... 전번의 침투작전 은 성공했습니다." "호오.... 그래? 어떻게 되었나?" 그 말에 혁무상 장로는 전음으로 교주의 질문에 답했다. "....................." "뭐야? 5,000구나?" "....................." "새롭다니?" "................" "실종된 고수?....." "......................" "이건 나 혼자서 독단으로 처리할 문제는 아닌 것 같군. 서열 9위까지 암흑소 실(暗黑小室)에 집합시키시오. 비밀회의를 해야겠소." "존명" * * * 실내에는 9명의 숨막히는 마기를 뿜어내는 고수들이 원탁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혁무상 장로의 보고내용을 간략하게 들은 후 입을 열었 다. 처음 입을 연것은 수석장로 여지고였다. "상대가 그정도로 사악한 방법으로 힘을 모으려 하다니...... 좀 의외로군요. 분명히 강시 5,000구가 맞소?" 그 말에 혁무상 장로가 답했다. "예. 하지만 더욱 위험한 것은 떠중이 강시들이 아니라 200구가 제작중인 신 형 강시들입니다. 그들의 능력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아마 예상컨데 그것들은 종래의 강시들 보다 최소한 3배 이상의 힘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는 강시만을 제작중인거요?" "그런것 같습니다. 적의 방비가 단단해서 자세한 것은 알아내기 힘들었습니 다. 대량의 여자들을 잡아들이는 것도 포착했는데 그 여자들을 강시에 쓸건지 아니면 흡정대법(吸精大法)에 쓸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후자가 맞다면 일 부 고수들도 그곳에서 양성한다고 봐야겠지요." "교주님. 지금 고수들을 모아서 선제공격을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상당한 모험입니다. 3할 정도의 강시는 이미 완성되어 실전에 투입될 날을 기다리는 모양인데 지금 처들어갔다가 그들과의 전면전쟁이 되면 그 피해 는....." "저도 동감입니다. 저들이 강시를 제조하는 곳이 그곳 한곳 뿐이라면 문제는 다르지만 또 다른곳에도 있다면 그 선제공격은 큰 가치가 없지요." "그렇다면 혁 장로는 어쩌자는 말이요?" "저도 그것을 궁리중인데..... 그 무영문(無影門)의 옥화무제(玉花武帝)가 있 잖습니까? 그러니까 옥화무제에게 마교라는 것을 숨기고 적당히 둘러대어 그 곳에서 어떤 인물 등을 찾아달라고 하는 겁니다. 참, 첩자가 봤을때 그.. 혈 수마인(血手魔印) 공손(孔孫)을 그 강시 중에서 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 망산 부근에서 그를 한번 봤었는데 좀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그러자 좌중은 모두들 약간씩 고개를 끄덕여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 무영문의 첩자들이 혈교의 계획을 알게 될것이고... 시일이 촉박하다 보니 우리들에게 올가미를 씌우기 보다는 먼저 정파에서 치겠죠." "음..... 그 계획이 참 묘(妙)하군요. 교주님! 그 계책을 사용하는게 어떻겠 습니까?" 그러자 교주는 말했다. "만약 안걸려 들수도 있소. 전번에도 할망구와 개방을 이용해서 아수혈교의 준동을 슬며시 흘렸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 아니오?" "그건 아마 아직도 아수혈교 총단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듣고 침중한 표정으로 부교주가 말했다. "그래도 약간이라도 아수혈교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있다면 명문정파들의 움직 임이 약간 이상할텐데 도대체가 기척이라곤 없으니........" "그래서 제2단계 작업도 추진중입니다. 걱정 마시기를.." 차석장로 사혈천신(蛇血天神) 호계악(胡戒惡)이 궁금함을 나타내며 말했다. "2단계라.... 그건 뭐요?" "그건 극비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알려 드리 겠습니다." 이때 갑자기 대호법 황노각이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런데 10만 사파 연합의 맹주인 마교에서 그따위 아수혈교의 총단위치를 알 지 못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의 질책에 혁무상 장로가 급히 말했다. "저도 열심히 알아보고 있으나... 분타주 이상급들만 알고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분타주 한명을 잡아다가 족쳐보면 알 것 아니오?" "괜히 그러면 타초경사(打草警巳;풀을 때려서 뱀을 놀라게 한다.)의 우(愚)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대호법은 입을 다물었으나 거의 입을 열지 않는 부교주가 말 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감시는 해야 합니다. 삼비대(三秘隊)의 인원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교주님, 추가로 인원을 더 보충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자 혁무상 장로가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혈화궁(血花宮)과 연계하여 첩보를 하고 있습니 다." 신중한 표정으로 수석장로인 여지고가 말했다. "흐음.... 혈화궁까지! 하지만 혈화궁은 원체 그런 단체다 보니, 정보가 역으 로 셀 우려도 있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그에 대해서는 혈화궁의 일부 요인들만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주의는 충분히 하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이까지 말이 나왔을때 교주가 말했다. "제군들이 언제나 명심할 일은 전처럼 정파에서는 아수혈교와 본교(本敎)가 정면충돌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그자식들 손안대고 코풀 작정이겠지... 수하들을 엄중히 단속하여 될수 있으면 아수혈교를 자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라." "존명!" 내총관인 수라혈신(修羅血神) 북궁뇌(北宮雷)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지위가 낮았기에 신중한 태도였다. "그런데 아수혈교가 먼저 선제공격을 가해올때는 어떻게 합니까? 전번의 전투 도 그쪽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닙니까?" 교주가 조용히 그의 질문에 답했다. "그에대한 공작은 하고있으니 염려말라!" ............. 기연(奇緣) 노상(路上)을 한 젊은이가 걷고 있다. 그의 등에 찬 검으로 보아 무림인이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둑 솟은 태양혈과 눈에 감도는 정기(精氣)를 통해 상당한 수련을 거친 고수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시원스레 솟은 콧날과 맑은 눈을 가진 잘 생긴 용모의 젊은이다. 아마 20대 중반쯤 되었으리 라...... 그는 천천히 길을 내려가 마을로 들어섰다. 그가 처음으로 찾은 곳은 작은 식 당이었다. 그가 들어오자 점소이가 환대를 한다. "어서오십시오." "만두 한접시하고, 술, 그리고 오리탕을 주게나." "예!" 그는 천천히 식당안을 둘러보았지만 눈에띄는 특이한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무림인들이 많다고 하지만 중원천지에 특별한 어떤 사건이 없고서는 나돌아 다닐때 거의 무림인들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그는 명문까지는 안되지만 그래 도 꽤 정파에서는 알아주는 문파의 수제자이며, 사부의 딸인 미영(美影) 소저 와 장래를 약속한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다. '전번 여행에서는 청수(淸修)를 데려와서 별로 심심하지 않았었는데 역시 혼 자 하는 여행은 너무 쓸쓸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옆 자리에 앉은 3명의 중 년 남자들이 주고받는 말이 들려왔다. "이번에 주서방집 딸이 없어졌다지?" "글쎄 말일세. 그 아이까지 합하면 이 근방에서 사라진 처녀가 8명이야. 도대 체 어떤 색마(色魔)가 날뛰는지...." "관부에서도 조사중인데 속수무책(束手無策)이라던데, 글쎄 증거조차 잡지 못 했다는 거야." "처녀들의 시신(屍身)이 발견되지 않는걸로 보면 야산에 묻었던지, 아니면 인 신매매단이 아닐까?" 그러자 앞의 사내는 벌컥 술을 비우며 말ㅎ다. "커... 글쎄말일쎄.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정말 살기가 각박해지는구먼." "제기랄! 진평(陳平)쪽에는 그래도 정도의 큰 문파가 자리잡고 있어 이런일이 들하다던데.... 도대체 관부 녀석들은 뭐하는건지....." "쉿! 이사람아 딴사람이 듣겠어. 잘못하면 잡혀가서 치도곤을 당한다고.." "에이 시팔.... 자 술이나 드세..." "자네. 대낮부터 술이 과한거 하닌가?" "이런 빌어먹을 세상, 술이나 좀 들어가야 제대로 보이지." "껄껄, 그도 그렇군." 그는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다가 음식이 나오자 천천히 먹기 시작했 다. '음, 이 근방에 인신매매단이 있는 모양이군. 어제 없어졌다는 걸 보면 좀 조 사를 해보면 운이 좋으면 잡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사부님 의 편지를 빨리 전달해야 하니 오랫동안 시간을 끌수도 없고.... 어떻게 한 다? 그래도 이삼일의 여유는 있으니 그동안 약간이라도 조사를 해보고 그동안 알아낸 것이 있으면 관부(官部)에 알려주고 떠나면 그들에게도 좋겠지..' 일단 마음을 잡자 그는 일어서서 옆의 장한들에게 다가가 포권을 하며 물었 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근처를 지나던 사람인데, 형장들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 다. 죄송하지만 이 근처에 색마가 날뛰는 모양인데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 까해서..." "젊은이, 뜻은 고맙지만 한두명이 아니라면 젊은이 혼자 객사(客死) 할수도 있으니 그냥 가시는게 좋을거요." "저도 꽤 알려진 문파의 제자, 산적쯤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 니다." "그렇다면 말인데..... 저쪽으로 가면 대홍산이 있소. 그곳에 김서방이 나무 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지. 관에서도 조사를 했었는데 알아내지 못했소. 만약 조사를 한다면 먼저 그쪽을 조사하는 것이 좋을 거요." "고맙습니다." "여보시오. 주인장! 말린 고기 5근하고 술 2병을 주시오." "여기있습니다. 모두 15냥(兩)입니다." "여기있네." "안녕히 가십시오." 그는 대홍산으로 향했다. 대홍산은 산세가 가파르고 수풀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 큰 산이었다. 그는 술과 말린 고기를 먹으며 산을 하루 종일 뒤졌다. 하 지만 아무런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도 오기를 가지고 계속 뒤져 나갔 다. 대홍산 중턱 부분에서 많은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뒤지다 보니 처음엔 몰랐는데 약간느낌이 이상했다. 방금 본 경치가 다시 나타나는 것 같은 느낌 이 들었던 것이다. '이상한데...? 혹시나 모르니 다시 한번 더 해보자.' 역시나 느낌대로 한참을 걸어가니 제자리에 와 있다는 것을 자신이 처음 출발 하면서 나뭇가지로 땅에 써놓은 글자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역시! 제자리야. 한번 실험을 해보자.' 그 글자를 중심으로 나뭇가지로 한번씩 가본 방향을 표시하며 한참을 왔다갔 다 하면서 알아낸 사실은 꼭 북쪽으로만 가면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앞에 진법이 있다.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지? 지금까지의 형태로 보 아 사람을 살상하기 위해 만든 진법이 아니라 이목을 속이기 위한 진법이야.' 그는 천천히 진법을 연구했다. 사부와 사모에게 진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그렇 게 높은 진법에 대한 지식은 없었는지라 그는 진법을 깨는데 엄청난 시간을 투입했지만 역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법을 좀 더 자세히 배워두는건데..... 휴우.... 지금 후 회하면 뭐하나? 일단 해가 지고 있으니 어디 잠자리를 찾아서 쉬고 내일 아침 에 다시 시작하자.' 다음날 아침 그는 검(劍)으로 나무 막대기를 많이 만들었다. 길이는 젓가락 2 개 길이로 한 다음 그것을 앞에 놓고 안발작 앞으로 걸어간 다음 다시 젓가락 을 놓고 한발작 앞으로.... 한참을 가다보니 다시 제자리. 그 자리에 서서 앞 을 바라보니 젓가락이 약간씩 왼쪽으로 꺽이면서 빙 둘러서 이쪽 방향으로 다 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좋아! 7번째 막대기부터 옆으로 휘어져 있군. 그럼 7번째에서부터 약간씩 오 른쪽으로 돌리자.' 다시 시도를 한다음 제자리에 서서 그는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보고, 또 시도 를 했다. 10번째 시도가 끝나자 그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만약, 이 진법이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었다면 나는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냥 사람의 이목을 속여 안으로 들어오지만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다행이야. 응 그런데.... 저게 뭐지?' 그는 나무 밑에 아주 자그만하게 만들어 놓은 초가집으로 다가갔다. 초가집은 아주 낡은 나무로 된 것으로 보아 꽤 오래된 집인 것 같았으며 대강 손으로 만들어 놓아 안에는 서너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것이 한두 사람이 단시간 내에 대강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혹시 녀석들이 이곳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검을 천천히 뽑아 꽉 쥐고 기척을 죽이며 다가갔다. 초가집의 앞부분을 발로 부수고 검을 들이밀고 보니 안에는 한 중년인이 좌정하고 있었다. "쿨룩! 가까이 오지말게! 나는 독에 당했어." 그 말을 듣고 혁련운은 걸음을 멈췄다. 중년인은 혁련운을 지그시 바라보면서 힘이없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누구인가?" "저는 혁련운(赫蓮運)이라 합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자네에게서 뿜어지는 정기로 보아하니 정파의 인물이군. 쿨룩!" "그렇습니다." "나는 능비영이란 사람. 아수혈교(阿修血敎)의 뒤를 쫓다 이렇게 되었지." 혁련운은 그 중년인에게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능비영 선배님이시군요. 아수혈교? 저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쿨럭! 나는 거의 밖으로 활동을 안해서 거의 아는 사람이 없지. 자네는 혈교 라고 들어봤나?" "예. 사부님께 들었습니다. 대단히 사악한 단체였다고 하더군요. 마교에게 멸 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으윽!" 그러면서 능비영은 시커먼 피를 한웅큼 밖으로 토해냈다. "이제 좀 편하군. 보시다시피 완전히 박살났어. 전신 혈맥이 부숴지고 뼛속까 지 독기(毒氣)가 침투해서 오래 살 수 없다네. 참 그 혈교의 후신이 아수혈교 지." "그럴수가!" "그들의 사악함은 정말 대단하지. 부녀자들을 납치하는 것도 그들이네. 강시 를 만들기 위해서지." "강시라구요?" "왠만한 고수는 죽일 수도 없을 정도로 강한 것이 강시지. 그들은 새로운 전 보다 더 강한 강시를 200구나 만들고 있어. 쿨룩! 보통의 강시만도 5,000구나 만들고 있다네. 지금 3할 정도가 완성되었다. 빨리 전해서 그 수가 더 늘어나 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해." "강시가 만들어지는 곳은 어딥니까?" "대망산일세. 우리는 그곳에서 놈들에게 들켜서 이곳까지 그들과 싸우면서 도 망쳤네.... 자네를 만난것도 하늘의 도움인 것 같군. 모두들 죽고 나까지 이 모양이 되었으니 소식을 전하는 것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정말 운이 좋군. 쿨 럭, 쿨럭 우욱" "괜찮으십니까? 선배!" "별로 괜찮지 않다네. 거의 오장 육부까지 독기가 침투했어. 내가 죽으면 나 무를 줏어다가 태워주게나. 내 몸을 만지는 것도 위험하네.... 쿨룩.... 사망 시독(死亡屍毒)만 아니었어도 이꼴은 안ㄷ을 텐데...... 쿨룩, 쿨룩" "선배님,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마십시오." "말도 안되는 말은 하지말게.... 빨리 말을 전해야지. 나에게 남은 시간이 별 로 없다네.... 내 무공이 내 대에서 끊어지는 것이 원통하구만.... 쿨룩! 이 것도 인연인데 자네, 내 부탁 좀 들어주겠나?" "말씀하십시오." "자 이것이 내가 익혔던 비급이네. 이걸 혼자 익히기는 어렵겠지만 자네가 익 히고 비급과 내 소식을 전해주게." "누구에게 전하면 됩니까?" "장안(長安)에 천안루(天安樓)라는 객점이 있네. 그곳 객점 2층의 오른쪽 첫 번째 방에 투숙한 후 종이에 問(문)이라는 글자를 써서 창문에 밖에서 보이게 달아두게. 그러면 이틀 안으로 사람이 와서 만날 수 있을거야. 그에게 비급과 내 소식을 전해주면 돼." "알겠습니다." "꼭 전해줘야 하네." "예." "고맙네......" 그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는 죽었다. 혁련운은 그의 부탁대로 검으로 부근의 소나무를 잘라 오두막에 던져 넣은 후 불을 질렀다. 그는 불이 타오르는 것을 보면서 길을 떠났다. 진법 안에서 밖으로 나올때도 소나무로 만든 막대기를 따라 나오니 간단히 끝났다. 그는 사부의 편지를 전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태산파(泰山派)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날 여관에 묵은 후 그는 경황중이라 그냥 품속에 갈무리 한 비급 을 꺼내 들었다. 겉표지에는 '청월검법(靑月劍法)'이라 씌워져 있었다. 그 안 을 본 그는 깜짝 놀랐다. 이것은 대단한 경지의 상승무공(上昇武功)이었다. 그는 우선 이 비급을 약속대로 돌려줘야 했기에 비급을 이해하기 보다는 외우 기에 전념했다. 그는 사부의 편지를 태산파의 장문인에게 전한 후 그 답장을 받아들고 물었 다. "죄송하지만 한가지 약속이 있어서 그러는데, 이 답장은 사부님께 빨리 전해 야 하는 것입니까?" "그렇게 화급한 전갈은 아니네. 아마 자네 볼일을 보고 전해도 상관없을 거 야. 어떤 볼일인데 그러나?" "이번에 이곳으로 오면서 희한한 일을 당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그는 태산의 장문인에게 무공비급을 전한 것을 제외하고 모든 사실을 말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군. 자네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되네." "하지만 저는 그분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 약속은 지켜야 합니다." "하기야. 자네가 설명한 그정도의 고수를 기른 단체라면..... 그들도 알아야 하지. 그런데 그는 정파의 인물이었나?" "혹시 장문인께서는 청월검법이라는 무공을 아시는지요?" "청월검법이라고? 청월검법은 대단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무공이지. 그 검법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는 그 패도적인 위력 때문에 익히는 것을 금지하기 까지 했었지만 마교와의 다툼이 시작되면서 그 금제는 사라졌지." "정파의 무공입니까?" "음... 청성파(靑城派)가 자랑하는 검법이지. 장문인 외에는 익히는 것이 금 지된 무공이었지. 하지만 중간에 절전된데다 비급마저 사라졌어. 그런데 그가 설마 청월검법을 사용했다는 것인가?" "예. 그의 독문무공이라고 했습니다. 사망시독(死亡屍毒)만 아니었다면 당하 지 않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사망시독! 이것은 혈교(血敎)가 자랑하는 극독이지. 혈교가 자랑하던 사악한 무공인 수라혈시마공(修羅血屍魔功)에 맞으면 사망시독에 중독된다고 알려져 있네. 진정 혈교의 준동이 맞는 모양이군." "그런데, 그의 시체는 묻었는가?" "아닙니다. 그의 유언에 따라 독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태웠 습니다." "자네... 혹시 그의 품속을 뒤져봤나?" "예? 무슨 말씀이신지? 독에 중독되었기 때문에 그는 자기 가까이 오지 말라 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멀직이 떨어져서 대화만 나눴죠. 대화 중에도 기침과 함께 독혈(毒血)을 토했습니다." "휴우... 아까운 일이군. 어쩌면 자네의 무욕(無慾)으로 인해 귀중한 비급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네."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아닐쎄. 이만 가보게나." "안녕히 계십시오." 그는 태산파(泰山派)를 떠나 장안으로 향했다. 넓은 장안에서 천안루를 찾기 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장안에서도 이름난 대규모 음식점이었던 것이다. 그는 천안루에서 음식을 먹고 오른쪽 첫번째 방에 든 다음에 問(문)이라는 글 씨를 적어 창문에 걸어뒀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아무도 그를 찾아오는 사 람이 없었다. 할 수 없이 3일이 지난 후 그는 사부님께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길을 나섰 다. 길을 가면서 혹시나 누가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되어 주변을 살폈지만 아 무런 이상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저녘 마을에 들러 식사를 마치고 객점 에 들었다. 그는 또다시 비급을 오랜시간 들여다 보다가 잠이 들었다. 이제 모든 내용을 외웠지만 극성을 익히면 반월형의 푸른색 검강이 초식을 따라 뻗 어 나가 상대를 공격하며 무적의 위력을 자랑한다고 써져있는 이 비급을 혹시 나 한자라도 틀리게 외웠을지 걱정되어 밤마다 보고 또 보고 있었다. 한참 잠이 들었다가 목에 싸늘한 감촉을 느끼고 잠이 깼다. 그는 곧이어 이 감촉이 잘 드는 검날의 감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미동도 하지 않은채 말했다. "당신은 누구요?" "너는 누구지?" 비로소 눈을 뜨고 보니 한명의 복면을 한 괴한 검을 자신의 목에 겨눈채 서 있었다. 그는 상당히 작은 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굵직하면서도 힘이 있었으 며 싸늘했다. "본인은 혁련운이라는 사람이오." "청운신검(靑雲神劍)은 어떻게 되었나?" "청운신검이라뇨?" "청운신검 능비영을 모른다는 말인가?" "아! 혹시 능비영 선배를 만나기 위해서 오셨습니까?" "그렇다." "제 품속에 비급이 한권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마지막 남긴 말씀도 있구 요." 그 괴한은 혁련운의 품속에서 비급을 더듬어서 가져간 후 칼을 겨눈채 약간 떨어졌다. 그걸 본 혁련운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때 있었던 모든 일들을 차근차근 말했다.그의 말을 모두 다 들은 후 괴인은 말했다. "청운신검 같은 고수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다니. 놀랍군. 자네는 초막에서 청 운신검 한사람만을 봤나?" "예." "우리는 아수혈교가 하는 일을 정탐하기 위해 특급 고수 5명을 투입했는데 그 중 혼자만이 그것도 대리인을 통해 소식을 듣게 되는군. 자네에게 칼을 들이 대서 미안하이. 다음에 인연이 있다면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번에 있었던 일은 다른사람에게 말하지 않는게 자네 신상에 좋을거야. 목숨은 하나 뿐인 것이니까." 그 말과 동시에 괴인은 사라져버렸다. "후우... " 괴인이 사라지자 혁련운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생각에 잠겼다. '정말 대단한 고수로군. 거의 사부님과 같은, 아니 더 무서운 고수다. 빨리 이 일을 사부님에게 알려야 겠다. 나에게 이런 기연(奇緣)이 있을 줄이야. 이 번에 얻은 청월검법만 빨리 완성하면 나도 절정고수의 자리에 올라 설 수 있 어. 하지만 청월검법을 완성하려면 내공이 있어야 하는데..... 할 수 없지 그 건 세월이 해결해 주겠지.' * * * 혁련운이 사문에 도착하자마자 사부로 부터 불호령을 들었다. "너는 심부름을 시킨지 얼마나 지났는데 이제서야 나타나느냐? 이번 심부름은 중요한 것이기에 너를 보냈는데 대제자라는 녀석이 이모양이라니..... 쯧 쯧...."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운이 나름대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잖아요." "사부님, 사모님, 이번 일은 죄송하게 ㄷ습니다. 여기 태산파 장문인의 편지 입니다. 그리고 두분에게만 비밀히 아뢸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안되겠느냐?" "죄송합니다." "그럼, 내실로 들어가자." "예." 내실에 들어가자 혁련운은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이상한 일을 겪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혁련운의 말이 끝날때까지 침중한 표정으로 듣고있던 사부가 말했다. "정말 놀라운 기연이구나. 혈수마교에 대한 정보는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청 월검법까지 얻다니. 그 비급은 돌려줬겠지만 내용은 외웠느냐?" "예. 능비영 선배가 내용은 봐도 좋다고 허락하셨기에." "잘되었다. 우리 문파는 그 무공으로 더욱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여보, 나는 소림사에 잠시 다녀올테니 그동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경계를 철저히 하 시오." "예." "그리고 영아." "예. 사부님" "너는 내가 돌아올때까지 청월검법을 소상하게 기록해 둬라. 청성파(靑城派) 의 실전된 비급이니, 우리가 익힌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그럼 다녀오ㄲ소." "안녕히 다녀 오십시오." * * * 이문학은 소림사에 도착했다. 그를 보자 정문 앞 마당을 쓸고있던 스님이 그 를 반겼다. "어서오십시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나야 편안하네. 자네는 어떤가?" "예. 석산 스님께 연락을 드릴까요?" "아닐쎄. 수도하는 도중만 아니면 내가 그냥 가지." "그럼 저와 함께 가시죠. 이쪽으로 오십시오." 한참을 걸어간 후 어떤 방 앞에 서서 말했다. "석산 스님, 황룡파 장문인께서 오셨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기쁨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시라 해라." "예. 드시지요." "고맙습니다." "안녕하셨습니까? 사부님" "오랜만이구나." "긴히 드릴 의논이 있어 왔습니다." "어떤 일인데 그러나?" "다름이 아니옵고.........." "나 혼자서 알고 있어서 될 일이 아니구나. 이건 방장 스님과 의논을 해봐야 결론이 나겠어. 따라오너라." "예." * * * "수고스럽겠지만, 아까 내게 했던 말을 다시 해 주게." "예" ............................. 설명을 듣고나서 방장인 공지대사(空知大使)는 놀라움을 나타내며 말했다. "아미타불.... 이건 놀라운 소식이군요. 이 장문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우리는 벌써 아수혈교의 준동 상태를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10년 전부터요?" "그렇소. 하지만 그들에게 손을 쓰지 않은 이유가 그들의 총타의 위치를 알아 낼 수 없었기 때무이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분명히 3할이라고 하 셨지요?" "예. 강시는 3할 정도 완성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1,500구 정도가 만들어 졌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 수록 그 수는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새로운 강시라고 봐야 할 것입니 다. 그의 말에 따르면 최소한 보통 강시의 3배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 고 했습니다." 그러자 공지대사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 이건 노납이 혼자서 처리할 수 없고, 무림맹을 소집하여 각 문파 의 장문인들과 의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그때 그들을 치게 된다면 장문께서도 좀 도와주십시오." "미진한 힘이지만 손이 되는만큼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하오. 그런데 언제나 기연이라면 이것이 우연일 수도 있지만, 기연을 가 장한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예?" "능비영이라는 인물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 강시를 대량으로 제조하는 곳 이라면 대비 또한 만만치 않을터! 그곳을 상대에게 들켰는데도 어떻게 빠져나 왔는지 이상하지 않소? 보통의 고수로는 힘들기 때문이오." 그 말이 공지대사(空知大使)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황룡문주는 갑자기 말문을 닫았다. 그동안 고뇌하는 흔적이 역력했으므로 두 노승은 그가 생각을 정리하 고 말문을 열기를 끈기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마침 내 그는 말문을 열었다. "한가지 숨기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자 공지대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말해 보십시오." "대사께서는 청월검법이란 것을 알고 계신지요?" 공지대사는 가벼운 놀람을 나타내며 말했다. "청월검법! 그것은 청성파의 진산지보인데, 어찌 그것을 모르겠소?" "놀랍게도 그는 청월검법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험... 청월검법을 익힌 고수라면 그 지옥에서 탈출하는 것이 불가능 하지는 않았겠지요." "예. 저의 제자의 말로는 그는 마지막에 이런말을 했다고 합니다. '사망시독 (死亡屍毒)만 아니었어도 이꼴은 안ㄷ을 텐데' 하는 말입니다. 그의 동지 4명 도 사망시독에 당한 것 같습니다." 그러자 석산대사가 가벼운 놀람을 나타냈다. "사망시독?" "예, 사부님. 저주받은 마공인 수라혈시마공(修羅血屍魔功)의 부산물 말입니 다. 저의 제자와 얘기를 나무면서 끊임없이 독혈을 토해내더니 나중에 자신의 친구에게 자신과 동지들의 소식을 전해주길 부탁하면서 같이 부탁한 것이 청 월검법이었습니다." 공지대사는 궁금함을 나타내며 물었다. "그래서 비급은 황룡파에 있소이까?" "아닙니다. 그의 친구에게 전해줬습니다. 대신에 그가 보는 것은 허락했으므 로 제자가 그 비급을 완전히 외웠습니다. 제가 이리 오기전에 제자보고 기억 나는 것을 모두 써놓으라고 시켰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청성파에서 알면 그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저도 그점이 걱정이라 망설였던 겁니다." 한참을 생각하던, 공지대사가 제안했다. "시주께서는 사본을 하나 더 만들어 청성파에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석산대사가 동의했다. "방장스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청성파에도 한부를 준다면 그들도 별로 시비를 걸지 않을겁니다." "저도 그점도 생각해보지 않은것은 아니나, 원체 이름높은 비급이다 보니 욕 심이 앞서서...... 죄송합니다. 사부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신 장문인께서 중제를 좀 잘 해 주십시오." "이르다 뿐이겠소? 청성파도 완전히 잃었다고 생각했던 비급이 힘안들이고 돌 아오는 것이니 그들도 찬성해줄 겁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리고 거기에 밟히는 기는 놈 여기는 무림맹, 무림맹이라고 해봐야 그렇게 대단한 크기의 문파는 아니다. 무림맹의 맹주가 1명 있고, 무림맹 내에 각 명문대파(名門大派)의 지부와 각 지부에 고수들이 파견나와 있는 정도의 형식적인 문파다. 그리고 무림맹의 맹 주는 10년의 임기를 가지며 연임이 가능했다. 맹주로 취임한 명문대파의 제자 는 그의 일가(一家) 고수들을 이용해 무림을 이끌어 간다. 하지만 맹주라고 해봐야 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무림맹 맹주 단독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하면 1개 문파 정도의 숫자도 동원할 수 없는 것이 문제였 다. 무림맹이 만들어진 궁극적인 취지는 사파(邪派)의 발호를 정파의 힘을 모아 막자는 의도였으므로 한 인물에게 대량의 권력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잘못되어 한사람에게만 모든 힘을 집중한다면 오히려 더 안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무림맹의 소회의실. 회의실의 문 위에는 청룡실(靑龍室)이라는 간판이 걸려있 다. 대단히 기밀을 요구하는 회의만 이곳에서 소집되며 대규모 집회는 백호실 (白虎室)에서 열린다. 이곳에는 사각진 넓은 탁자를 기준으로 맹주와 함께 구 파일방의 장문인과 오대세가의 장문인, 그리고 요즘 대단한 세력을 떨치고 있 는 신진 5개 문파의 장문인들이 모여 있었다. 현 정파무림의 태두(泰斗)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들의 나이를 거의 20대 후반에서 30 대 후반 정도로 봤을 정도로 모두 다 젊게 보였다. 모두들 엄청난 내공의 소 유자임을 그 용모를 통해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석산대사의 보고를 신중히 청취(聽取)한 다음 모두들 생각에 잠겼다. 이때 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연것은 현 무림맹 맹주인 무극검황(無極劍皇) 옥청 학(玉靑鶴)이었다. "아수혈교가 날뛰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들이 그토록 대규모로 전력(戰力) 을 키우고 있는 줄은 소림 장문께서 말씀해 주셔서 처음 알았소.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소?" 패도적인 기상으로 유명한 제갈세가(諸葛世家)의 가주(家主)인 패검천령(覇劍 天嶺) 제갈기(諸葛忌)가 말했다. "기습공격을 하여 적을 먼저 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공지대사(空知大使)가 말했다. "아미타불. 아무리 기습공격이라 해도 엄청난 방비를 하고 있는 적진에, 그것 도 1,500여구의 강시가 있으니 대단한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이외다." 그러자 두개로 나뉜 개방( 幇)을 대표해 참석한 북개방(北 幇)의 만통신개 공수걸(孔收乞) 장문인이 동의를 표했다. "맞습니다. 전번에 혈교와의 정면대결에서 그 강력한 마교조차도 세력의 4할 을 상실했었습니다. 마교가 회복하는데 30여년이 넘는 세월이 들었다는 것은 모두 다 알고있는 사실입니다." 점창(點蒼)의 청허자(淸許子)는 딱하하는 듯이 입을 열었다. "무량수불.... 하지만 먼저 선공을 하는 외에 딱히 좋은 방법이 없으니...." 그러자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매화검(梅花劍) 이옥연(李玉然)이 말했다. 그녀 는 남편이 죽은 후에도 어린 가주(家主)와 남궁세가를 이끌고있는 강인한고 교활한 여자였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마교를 이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들에게 슬며시 정보를 흘리는 겁니다. 그러면 해묵은 감정도 있으니 전처럼 아수혈교와 사생결단(死 生決斷)을 하겠죠." 그러자 무영문(無影門)의 옥화무제(玉花武帝) 매향옥(梅香玉)이 반론을 제기 했다. "그것은 힘들어요. 우선은 시간이 없는데다 마교도 전에 뜨거운 맛을 봤기에 강시를 상대로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요. 그리고 마교는 핵심고 수들이 모두 총단 안에만 거주하기 때문에 정보공작을 하기가 대단히 힘들어 요." 그러자 개방의 만통신개 공수걸(孔收乞) 장문인이 동의를 표했다. 매향옥은 20대 정도의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할머니(?)였지만 모두들 뒤에서 구미호(九 尾狐)라고 쑤근거릴 정도로 속을 알 수 없는 뛰어난 인물이었기에 모두들 그 녀의 말을 무시하지는 못했다. "맞습니다. 십만대산은 요새중의 요새, 마교로서도 참고 기다리면 무림맹과 아수혈교가 먼저 붙을게 뻔한데 피해를 각오하고 아수혈교의 콧털을 뽑을 이 유가 없죠." 갑자기 생각난 듯이 맹주가 매향옥에게 물었다. "그런데.... 전에 말했던 공작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수혈교가 마교를 먼저 공격할까요? 사파의 통일은 상당히 먹음직한 먹이일텐데....." "그것이..... 어찌된 일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마교가 역공작을 하고 있 는 것 같습니다." "역공작이라뇨?" "현재 각 명문대파의 전력(戰力)에 대한 정보가 아수혈교 쪽으로 넘어가고 있 어요. 그것도 대단히 상세하게....."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말이오? 마교는 예전부터 힘만을 존중해온 단체! 잘 못 안것이 아니오?" "아닙니다. 전에 혈교와의 충돌을 통해 그들도 깨달은 것이 있는지 정보망을 대폭적으로 확충해서 지금은 거의 본 무영문(無影門)과 막상막하(莫上莫下)에 이르러 있습니다. 과소평가할 자들이 아닙니다." 맹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그렇다면 마교와 아수혈교를 충돌시키는 것은 힘들겠군." 청성(靑城)의 옥양자(玉陽子) 장문인이 맥빠진 어조로 말했다. "무량수불... 참으로 난감한 일이외다." 무당(武當)의 장노백(張盧栢) 장문인이 큰일이라는 듯이 쏟아부었다. "정말 큰일입니다. 아수혈교와 붙으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마교만큼이나 큰 힘을 지닌 단체가 본맹을 제외하고 어디 있어야지 말이죠." 그러자 제갈기(諸葛忌) 가주가 동의했다. "맞소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붙으면 마교의 세력은 누가 견제합니까?" 그때 갑자기 매화검(梅花劍) 이옥연(李玉然) 가주(家主)가 갑자기 생각난 듯 외쳤다. "맞아요!그만한 힘을 가진 단체가 하나 더 있어요." 그 말에 공지대사는 궁금함을 나타내며 물었다. "아미타불.. 도대체 어디입니까?" "황궁! 황궁이에요." 하지만 그녀의 말에 점창(點蒼)의 청허자(淸許子)는 강한 회의를 나타내며 말 했다. "무량수불.. 시주의 말은 약간 모순이 있소이다. 황궁은 무림의 일에 여태까 지 관여하지 않았소이다." 그런데 정보통인 옥화무제(玉花武帝) 매향옥(梅香玉) 방주가 매화검 남궁옥연 의 말에 약간 음흉한 미소를 띄며 조심스런 찬성을 나타냈다. "매화검 장문인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요즘들어 황궁에서 황궁무고의 무학 을 미끼로 대대적으로 무림인사들을 포섭하고 있다는 것은 지나가는 개(犬)도 다 아는 사실! 하지만 황궁은 아직까지 정보망이 별볼일 없는 미련한 존재들 이니 이용을 하는 것도 쉬울것 같아요." "시주는 어째서 황궁이 정보에 약하다 하시오? 시주도 알다시피 황궁은 금의 위와 같은 정보에 능한 단체들이 있지않소?" "호호...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반역도나 황권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 무림의 일에는 어두울 수 밖에 없어요. 그들이 무림인들로 찬황흑풍단(贊皇黑 風團)을 만들어 어디에 사용하고 있나요? 해봐야 겨우 새외의 떨거지들 청소 에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잖아요?" 매향옥의 말에 말에 맹주도 찬성했다. "확실히 찬황흑풍단은 그 지닌바 힘에 대해 너무 시시한 일을 하는 것은 사실 이요. 하지만 그들을 어떻게 이용한다는 말이오?" "황궁은 무림의 일에는 간섭하지 않지만 황권의 보호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 지 않죠. 황궁에 약간의 뇌물을 써서 동조자를 만든 다음에 '아수혈교가 황실 을 넘보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그와함께 '그 증거로 10만 황군을 괴멸시 키고 수도를 함락하기 위해 강시 5,000구를 대망산에서 제조중이다.'하는 정 보를 흘리는 거에요." 제갈기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찬사를 보내며, 약간 우려하는 점을 말 했다. "그것 참 괜찮은 생각이오. 그러면 아마 황궁에서는 찬황흑풍단을 투입하여 그들을 괴멸하려 들거요. 하지만 그러면 황실의 피해도 대단할텐데....." "그점은 염려없어요. 그들의 대망산의 방어상황을 자세히 찬황흑풍단에 알려 주면 그들도 그렇게 엄청난 피해를 당하지는 않을거에요." 이제 적당히 의견이 모이자 평소에 가졌던 불만을 토로하며 종리세가(鍾里世 家)의 가주 패도(覇刀) 종리영우(鍾里英宇)가 말했다. "휴우..... 이것으로 사건은 한단락 되었군. 그런데 찬황흑풍단 얘기가 나왔 으니 말인데.... 점점 더 황궁에서 강한 제자들을 보내달라고 재촉을 해대서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오. 고수를 키우는 것은 우리 문파를 위해서지 황궁을 위해서가 아니지 않소?" 제갈기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며 말했다. 그와 종리영우는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사이로 혼사(婚事)까지 거론되고 있는 절친한 사이었다. "맞습니다. 전에는 2류 제자들을 보내도 만족하더니 요즘은 적전제자들을 보 내달라고 성화를 부려 못살지경입니다." 무당(武當)의 장노백(張盧栢) 장문인이 말했다. "어떻게 하든지 해야지 원...... 맹주께서는 고견이 없으십니까?" "본좌도 어떻게 할 수가 없구려. 날이면 날마다 뛰어난 제자들을 보내달라고 성화라..... 만명이나 모았으면 되었지. 더이상 모아서 뭘하려고 하는건 지...." 맹주가 하소연을 하자 만통신개 공수걸(孔收乞)도 동의를 표했다. "맞습니다. 지금에이르러 찬황흑풍단의 힘만 봐도 거의 마교와 맞먹을 정도 입니다." 그러자 매향옥은 공수걸의 말에 의의를 제기했다. "아니에요. 아직 그정도 까지는 안되요." 그러자 발끈한 공수걸은 매향옥에게 따졌다. 정파의 2대 정보통 중 하나라고 자부하는 북개방의 방주가 공개적인 망신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 이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거요?" "아무리 뛰어난 고수들을 받아들였고, 또 황궁무고의 무학을 더 가르켜 막강 한 고수들만을 거느린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마교의 힘에는 못미쳐요." "황궁무고는 500년 이상 황궁의 무사들이 돌아다니며 모아들인 무공비급(武功 備急)들이 모여있는 장소! 그 무공을 익힌다면 범에 날개를 다는 격일텐 데..... 아무리 마교가 강하다 하나 그런 고수가 만명인데 어찌?" "마교는 천년 이상을 수많은 무학들을 발전시켜 왔어요. 요 근래에 비밀리에 입수된 정보로는 거의 1,000명에 가까운 고수가 새로 흡수된 것으로 파악되었 습니다. 이번 고수들은 아마 아수혈교와의 충돌을 대비해 키워진 자들로서 처 음부터 상승무공을 가르킨 인재들인 만큼 지금은 사용되지 않겠지만 그들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10년 정도 후에는 대단한 힘이 될거에요. 마교의 무 공은 우리 명문정파들이 흉내내지도 못할 만큼 속성으로 고수를 키워낼 수 있 어요." "하지만 겨우 1,000명이 더 가세한다 해도 저들을 막아내는데는 역부족이라 생각되오. 거기다 그들은 아직 완성된 고수들이 아니지 않소?" "마교의 진정한 저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그거야 강력한 마공(魔功)을 지닌 2만의 고수에 있는 것이 아니겠소?" "아니에요. 마교의 가장 강력한 저력은 은퇴한 거마(巨魔)들로 이루어진 원로 원에 있어요. 원로원 소속에는 최소한 500명의 전대(前代)의 노마(老魔)들이 있어요. 사실상 그들의 힘은 마교 전체 힘의 3할에 해당해요." 그러자 이들의 말을 한참 듣고있던 무당(武當)의 장노백(張盧栢)이 끼어들었 다. "하지만 원로원의 고수들이 무림을 횡행한 적은 없지않소? 노납도 원로원이라 고는 이번에 처음 들어보니 말이외다." "아니요. 딱 한번 있었어요. 과거 신검대협(神劍大俠) 구휘(區揮) 대협께서는 무림통일(武林統一)을 할 욕심이 없었지만, 그의 아들 구천(區天)대협은 구 휘 대협이 남긴 무학(武學)과 천하제일문(天下第一門)의 힘을 이용해 무림통 일을 위해 혈겁(血劫)을 일으켰었죠. 초반에 그렇게 기세가 높았던 그가 마양 에서 마교에게 대패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때 마교가 천하제일문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원로원의 막강한 고 수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죠. 실지 원로원을 뺀 상태에서 의 마교의 힘은 천하제일문을 능가할 수 없었어요." "호오.... 그렇다면 마교와 전면 대결을 하려면 숨어있는 3할의 힘을 언제나 생각해야 겠군." "아니오. 그럴 필요까지는 없죠. 그들은 은퇴한 고수들이기에 마교가 멸망할 위험에 처했을때만 나타나요. 그러니 마교가 공격을 해 들어올때는 그들을 볼 염려가 없어요." "그것 참 다행구료." "그 원로원 때문에 마교의 천년역사가 지켜진 것이죠. 어떤 문파라도 그렇게 강대한 힘을 자랑하면서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단체는 마교를 제외하고 없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구료." 이들의 말을 한참 듣고있던 맹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잡담은 이만하고, 황궁에 올가미는 매 여협(女俠)께서 해주시겠소?" "그러죠." * * * 마교 교주의 방, 그곳에 지금 3명의 인물이 차를 앞에 두고 담소를 나누고 있 었다. 찻잔이 놓인 식탁 위에는 낡은 책자가 1권 얹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간단한 다과가 올려져 있었다. 교주는 부교주에게 말문을 열었다. "이번 일은 수고했네." "뭘요. 별로 힘든 일도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부교주님의 연기 실력이 대단하셨습니다. 부교주님께서 무림에 들어 오신 것은 뛰어난 연극인이 한명 중원에서 사라진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죠." "껄껄... 무슨, 교주님 앞에서 과찬을..... 그녀석 비급을 보고 좋아하는 꼴 이라니.... 표정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그 눈빛은..... 킬킬.... 그리고 두 번째로 복면을 하고 살기를 뿜었더니 덜덜 떨더구만..... 짜식 그정도로 간이 작아가지고 나중에 무슨 일을 하려고...." "그렇지만 내상과 독상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연기를 고수의 안목을 속일정도 로 완벽하게 해내기는 힘듭니다. 그리고 그녀석이 밖에서 불을 놓을 때 움막 안으로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서 숨어야 하는데, 그녀석도 꽤 실력있는 고수라 서 그 이목을 속이고 숨어들기도 보통노릇이 아니죠." "허허... 이거 교주님 앞에서 내 얼굴에 완전히 금칠을 하는군." "덕분에 지금 무림맹에는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습니다. 이정도로 효과가 좋 을 것이라고 생각은 못했었는데요." 교주가 궁금함을 나타내며 물었다. "동정이 어떻던가?" "각파의 장문인들이 비상소집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로서 한바탕 혈풍이 불겠군." "저희 삼비대가 만들어진 이후 최대의 걸작품입니다.녀석들은 시간이 많지 않은 관계로 그렇게 깊게 조사를 할 수 없습니다. 저희들도 꽤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정보니까, 그들도 조사를 쉽게 하기는 힘들겁니다. 그리고 이 번에 모인것도 혹시나 우리들에게 올가미를 씌우려고 모의를 하는 것이 분명 한데, 우리가 그 올가미에 걸릴지도 의문인 상태에서 시간을 죽이다가는 강시 들은 더욱 많이 만들어 질거고.... 아무리 쑥덕공론을 해봐야 결론은 기습밖 에는 없다는 것이 드러날 겁니다." "자네도 수고했네. 그리고 자네도 참 수고했고." 부교주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앞으로도 부담갖지 마시고 시켜 주십시오." "만약 정파에서 기습을 한다고 가정하고 어느정도의 피해를 입을 것 같은가?" "확실히는 모르지만 현재 만들어진 강시들과 또 그곳에 쳐져있는 진법, 그리 고 상당히 뛰어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으니 알고 들어가더라도 엄청난 피해 는 각오해야 할 겁니다." "또 다른 강시를 제조하는 곳은 발견하지 못했나?" "예. 현재 중원에서 부녀자들이나 무림인사들을 상대로 납치 여부를 신중히 탐문하고 있습니다만 그렇다할 꼬투리는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 렸던 5곳은 휘하 고수들을 보내 조사해본 결과 인신매매단임이 밝혀졌습니 다." "그녀석들은 어떻게 처리했나?" "생껍질을 홀랑 벗겨서 소금을 뿌린 후에 던져뒀습니다." "허허허... 꼴이 가관이었겠군." "낄낄.... 전해들은 말로는 혼자보기 아까운 장면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외에 도 계속 조사중입니다." "전에 듣기로 상당수의 부녀자들이 새외로 납치되어 나간다고 했지않나? 그것 도 인신매매단인가?" "예! 아쉽게도 대규모 인신매매단이었습니다. 혹시나 아수혈교와 연관되어있 나 해서 잡는 놈 마다 철저하게 고문을 했지만 아수혈교는 관계가 없었습니 다. 부녀자들을 노예로 파는 것을 몽땅 다 잡아서 혈도를 제압한 다음 사막에 던져서 말려 죽였습니다. 사막과 같은 불모지에서 벌어진 전투라서 그런지 혹 시나 몰라서 구양운(丘陽雲) 장로가 거느리는 천마혈검대(天魔血劍隊)를 보냈 는데 구장로에게 들으니 사막을 건너면서 기막힌 고생을 했다고 그러더군요. 물이 떨어져 고생중인데 운좋게 마적단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그들에게서 물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부교주가 경악하면서 말했다. "세상에! 이번에 천마혈검대까지 투입했단 말입니까? 교주께서는 너무 적들을 과대평가하는게 아니신지요. 그 100명에 환영비마(幻影飛魔)까지 합치면 그 힘은 파천(破天)에 이르는데 과거 사파의 하늘이라던 사사천림(死邪天林)도 그들에게 무너졌는데 전면전(全面戰)도 아니고 그들을 출동시킨 것은 너무 과 한 처사가 아닙니까? 잘못해서 사막에서 아사(餓死)할 수도 있는데, 무사히 귀환한 것은 천만다행입니다. 그래 그 마적단 녀석들에게는 충분한 사례를해 줬다고 그러던가?" "예. 몽땅 다 발바닥 가죽을 벗겨서 사막 한가운데 풀어놨답니다. 살려서 보 낸것만 해도 얼맙니까? 낄낄.... 나중에 태양에 바짝 말라 죽었다 하더라도 그건 그녀석들의 실력이 부족해서 죽은것이지 우리탓은 아니지요." 그러자 교주가 느긋하게 거들었다. "만약 그들이 아수혈교였다면 기왕에 투입한 전력(戰力)으로 전면전을 벌여야 하기에 천마혈검대를 투입한 것이니 자네는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말게나." "예" 혁무상이 조심스럽게 교주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든 올가미 말입니다. 겨우 이런 일을 하려고 사용한 밑밥으 로는 너무 과한 것을 사용한 것이 아닙니까? 저는 그냥 그럴듯한 무공비급 한 권 정도만 줘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야. 그정도 경계를 뚫고 나올 정도의 고수라면 품속에서 청월검법(靑月 劍法) 정도의 절전지비(絶傳之秘)는 꺼내놔야 말이되지." "하긴 그렇군요. 하지만 나중에는 이 패도적인 무공을 익힌 자들이 많이 생길 것이니 그때가 큰일입니다. 이 청월검법의 위력은 대단하니 그에 대한 대비책 을 세워야 합니다." 교주는 느긋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청월검법은 마교 내에서 많은 연구를 거친 검법. 그것에 극성인 검법을 이미 개발했기에 그들에게 돌려준 것이네. 요 근래에 본좌가 부교주와 함께 벽마혼 원공(壁魔混元功)을 만들었네. 이 무공은 청월검법의 극성이니 이것을 3성만 익혀도 9성의 청월검법을 막아낼 수 있고, 4성 정도를 익히면 10성의 청월검 법을 막아낼 수 있네. 벽마혼원공은 그야말로 별볼일 없는 무공이긴 하지만 6 성 이상 익히면 타 무공도 일부 막아낼 수 있는 방어위주의 무공이라 할 수 있지." 교주는 품속에서 책 한권을 꺼내어 혁무상에게 주면서 말을 이었다. "이것이 벽마혼원공이니 복사하여 각 고수들에게 익히라고 하게나. 대신 이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청월검법을 쓰는 고수를 만나면 가지고 놀 생각을 말 고 무조건 빨리 죽여버리라는 말을 잊지 말게." "명심하겠습니다. 수하들에게도 전하겠습니다." 교주는 탁자위의 비급을 들어 혁무상 장로에게 주면서 말했다. "혁 장로, 이걸 나중에 천마보고(天魔寶庫)에 갖다두게." 혁무상 장로는 교주의 손에서 청월검법이라 쓰인 고서를 받아들며 말했다. "예." 기는 놈의 결말(結末) 수천년 무림사를 두고 피를 피로 씻는 복수와 복수가 행해졌다. 하지만 이것 은 어디까지나 무림(武林)이라는 한정된 세계의 사람들 끼리의 전쟁이었기에 관(官)에서는 관여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약 무림인들을 전부 없애버리려면 100만의 군사를 동원해도 불가능했기때문이다. 그리고 관에서 무림을 건드리지 않는 두번째 이유는 정파의 인물들인 경우에 한했지만 외적의 침입이 있을때 무림인들이 도와주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그 리고 사파의 인물들인 경우 일정한 대가를 지불할 용의를 보이면 도와주기도 했다. 그리고 각 문파들이 들어선 곳의 부근에는 산적 등이 얼씬도 하지 못했 다. 자체적으로 각 문파의 체면이 있었기에 부근의 치안까지도 그들이 책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관에서 관심을 보였던 점은 군부(軍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개인 의 능력이었다. 초절정 고수들의 경우 대부분 정파의 명가(名家)나 마교 출신 이 대부분이었기에 거의 만나기 힘들었지만 한번씩 볼수있는 3류 정도의 무림 인들이라도 그들이 보기에는 그 무공이 대단했던 것이다. 이래서 관부는 장군부 직속으로 무림인들을 모아 강력한 무력집단을 만들 계 획을 세웠다. 부귀영화를 보장하며 끌어모았지만 의외로 무림인들은 모이지 않았다. 모인다는 것들은 대부분 2류도 안되는 인물들이었다. 그러하기에 관 부에서는 무림인들에 대해 더욱 많은 조사를 했다. 최후에 나온 결론은 무림인들은 무공 연마를 밥먹듯이 좋아하며 부귀영화 보 다는 한권의 비급(備急)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래 서 오랜 시간 관부에서는 무림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림에 떠도는 각종 무 공비급들을 수집했다. 그것이 쌓이고 쌓였고 또 황궁 내에서 그 무공들을 익 힌 자들이 독창적인 무공들을 개발하기도 해서 모인것이 황궁무고(皇宮武庫) 였다. 이 황궁무고를 미끼로 무림의 인사들을 끌어들인 결과 5,000 명의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고수들의 집단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로 구성된 기병대를 찬황 흑풍단(贊皇黑風團)이라 불렀다. 초기에 황궁에서 끌어들일 수 있었던 무림인 들은 거의 3류 고수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을 무장시켜놓고 보니 대단한 힘을 발휘했다. 찬황흑풍단에는 뛰어난 명마(名馬)들이 주어졌고, 각 개개인들을 위해 완벽한 무구(武具)들이 지급되었다. 장검(長劍), 방패, 창, 활과 화살, 각종 암기(暗 器) 등등 자신이 원하는 무기들 이외에 두터운 갑옷과 투구, 그리고 말들을 보호하기위한 갑옷까지 지급되었다. 원래가 무림인들은 갑옷을 입지 않고, 설 혹 입는다고 하더라도 일부 중요부위만을 가리는 가벼운 것을 입는다. 그 이 유는 경공술을 사용하는데 무게가 많이 나가면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찬 황흑풍단은 기병대기때문에마상(馬上) 전투를 하기에 각자의 무게는 큰 문제 가 되지 않는다. 이렇듯 무장까지 잘 시켜놓다보니 이들은 기대 이상의 힘을 보여주었다. 황궁에서는 새외의 이민족들을 평정하는데 찬황흑풍단을 이용했다. 무공을 모 르는 이민족들에게는 무공을 약간이라도 할 수 있는 그들이 대단한 존재였다. 찬황 흑풍단은 처음 전투에서의 대승을 거두며 그 엄청난 힘을 과시하여 황실 을 놀라게 했다. 보통 10만 대군을 동원해야 할 정도의 사태에도 이들만 동원 하면 충분했던 것이다. 10만의 군세(軍勢)를 동원하는 것과 5,000의 군세를 동원하는 것은 엄청난 차 이가난다. 10만 정도의 군사력이라면 무조건 후방에서의 병참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5,000명 정도라면 노획물이나 민가에서의 징발, 또 현지 군대들에게서 약간씩 얻어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 아주 싼 가격으로 이민족들을 평정하던 황궁에서는 재미를 붙여 더욱 찬황 흑 풍단의 규모를 키워나갔고, 예전에는 3류 정도면 되던 것을 약간씩 등급을 올 려 나중에는 양과 질을 충분히 만족하는 무적(無敵)의 기병군단(騎兵軍團)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러는 사이에 찬황흑풍단은 점점 더 그 수를 늘려갔고 현재에 이르러 1만명 의 고수를 가지고 있었으며 5,000명씩 좌우 흑풍단의 2개의 부대로 나눠 관리 되고 있었다. 그들의 수장(首長)은 찬황흑풍단이 가지는 그 무시무시한 힘 때 문에 황제가 특별히 신임하는 무사만 임명되었다. 금의위와 마찬가지로 황제 직속의 단체였다. * * * 이곳은 황궁내 은밀한 밀실. 지금 이곳에는 황제와 찬황흑풍단의 단주, 금의 위의 수장인 대영반이 모여 비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이 회의는 대영반이 황 제에게 특별히 간청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당사자인 대영반은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 밀실에는 황제와 흑풍단의 단주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황제는 이런 저런 얘기를 먼저 나누다 문득 생각난 듯이 찬황흑풍단의 단주 옥영진 대장군에게 말했다. "어찌하여 흑풍단의 인물들은 대부분이 정파의 인물들이오? 일부 사파의 인물 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 수가 너무나 작소. 본인이 알기로 사파의 거두라는 마 교는 최강의 고수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던데 어째서 마교의 인물들은 한명도 없는가?" 옥영진 대장군은 나이 80을 헤아리는 노고수로서, 황실의 친족이었다. 무예를 사랑했던 정평왕의 아들로서 청성파의 속가제자로 한때 무정검(無情劍)이라는 별호를 얻었던 검의 고수였다. 황제의 특명으로 찬황흑풍단의 단주로 임명되 어 그 뛰어난 무공과 실력으로 찬황흑풍단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낸 실력자 였다. "폐하, 그것이..... 흑풍단을 뽑는다는 전단을 각 문파에 발송하면 각 문파에 서 뛰어난 기재들이 추천서를 가지고 찾아오나이다. 하지만 명문정파의 적전 제자(適傳弟子)는 한명도 오지 않는 것이 통례고...... 마교의 경우 여태까지 한명도 보내오지 않았사옵니다." "이런 괘씸한! 이것은 짐에 대한 불충이 아닌가? 짐은 최강의 고수들을 보고 싶고, 또 거느리고 싶다." "그런데 문제가 있사옵니다." "어떤 문제인가?" 옥영진 대장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폐하, 정파나 사파의 경우는 상관이 없지만.... 마교의 경우는 철저한 약육 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이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연공서열은 중요하지 않으며 무공의 강약에 따라 서열이 정해진다 하옵니다. 만약 그들의 우두머리 인 교주라 해도 더 강한 무공을 익힌 자가 있으면 그자리에서 쫓겨난다 하옵 니다." "그래서?" "마교의 인물을 받아들일 경우, 그들보다 더 강한 정파의 인물이 있어야 통제 가 가능하옵니다. 만약 대단히 강한자가 왔을때 잘못하면 반란의 여지 가......." "흠.... 그럴 수도 있겠군. 어렸을때 부터 그런 방식의 교육만 받았다면.... 그럴수도 있겠어....." "그러니 마교의 인물은 좀 더 재고(再考)를 하심이 좋을 것이옵니다." "하지만 경이 말했듯이 힘이 지배하는 단체라면 그대의 무공이 강하면문제없 을 것이 아닌가?" "그러하옵니다." "그런데, 왜 문제를 삼지?" "폐하! 마교란 단체는 대단한 전통을 자랑하는 무림의 강자이옵니다. 그쪽에 서 초고수(超高手)를 보내온다면 소신(小臣)도 이긴다는 보장을 할수가 없사 옵니다." "그들이 그정도로 강하다는 것인가?" "폐하! 마교에는 사파의 4천왕이 모두 모여있사옵니다. 그들의 능력은 태산도 무너뜨린다고 전해지옵니다." "흐음.... 그렇다면 정파의 인물들이라도 좀 더 강한자들을 뽑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럴러면 더욱 더 향기로운미끼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아직 비급을 모 으기 시작한지가 300년 정도라 명문정파의 무공에는 황궁의 무학이 떨어지옵 니다. 그것이 문제지요." "역대 황제들의 칙명으로 무공비급을 모으기 시작했는데도 아직 그렇게 양이 적단 말인가?" "폐하, 송구스런 말씀입니다만, 양이 문제가 아니옵니다. 질(質)이 문제이옵 니다." "질(質)이라..... 그렇게도 황궁의 무학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인가?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 "현재에 이르러 황궁 무학의 질도 그렇게 대단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옵니다. 하지만 현재 황궁 3대 무공의 경우 소신을 비롯한 일부 지휘관들만이 익히고 있사옵니다. 그런데 이런 무학들을 공개해 버린다면 문제가 되옵니다. 더욱 뛰어난 무학들을 입수한 연후에 그것들을 공개해야 하옵니다. 그러다보니 그 렇게 강한 무공들은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어...." "변명은 하지 마시오. 전에 경이 말했던 무학이 몇가지 있었는데 구했소? 그 러니까 대단히 강력한 무공들인데 주인이 없기 때문에 구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지않았소? 그것들이 뭐라고 했더라......." "폐하, 북명신공과 거기서 파생되어 나온 뇌전신공, 화염신공이옵니다." "그렇지, 바로 그것들이오. 그런데 북명이라 하면 저 요하의 동쪽, 그러니까 예전 고구려나 발해같은 이민족의 국가들이 들어섰던 자리가 아니오?" "그러하옵니다. 북명이란 바로 발해지방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북명신공이면 오랑캐 동이(東夷)족이 만든 무공이란 말이오?" "그러하옵니다." "무공은 중원의 무공이 최고인데 어찌 그따위 오랑캐의 무공을 구하려고 하시 오." "아뢰옵기 황송하옵니다만 폐하, 북명신공은 정확하게 말하면 발해의 상승무 공들을 모아놓은 책이옵니다. 무림사상 가장 강하다고 칭송받는 구휘라고 하 는 무림인이 만년에 이르러 이민족의 무공에 관심을 보이다가 발해지방에서 대단한 무공들을 발견했사온데, 그것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 북명신공이옵니 다." "그 무공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말인가?" "북명신공은 남은 많은 무공들의 조각들을 모아서 만들었기에 체계가 없이 하 나의 부분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난해한 무공이옵니다. 이 신공(神功)은 대 자연의 숨결을 흡수해 자신의 공력을 높이고, 초 상승의 무예 경지로 올라갈 수 있는 참고서 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초식보다는 무에를 익히는데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조심할 점,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무예를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지가 일부 기록되어있다고 하옵니다. 많은 무림인이 북명신공을 익 혔으나 너무나 난해하고, 초식조차 거의 없으며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완전한 내용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상실된 채였기 때문에 너무 나도 익히기가 어려워 이것을 익힌 자들은 거의 득을 보지 못했다 하옵니다. 그때문에 북명신공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점들을 뽑아내어 발전시켜 여러 무공 이 발생했사옵니다. 그것들이 화염신공과 뇌전신공이옵니다. 구휘는 이 북명 신공이란 비급을 만든다음 수하들로부터 왜 자신의 능력을 더 보태 완벽한 비 급으로 만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고 하옵니다. '내가 여기 에 토를 붙인다고 한다면 이 무공이 처음에 나타내고자 하는바를 무심결에 없 앨 수가 있다. 이것들은 다만 조각들일 뿐이지만 그 하나하나만으로도 너무나 도 완벽해서 더 이상 보탤 말이나 뺄 말이 없다. 나조차도 이것을 완벽히 이 해할 수가 없으니 언젠가 이것을 완벽히 연성할 수 있는자가 나타난다면 그자 는 아마 생사경의 고수일 것이다.'" "경이 말한대로 그렇게 익히기 어렵다면 구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 아니오?" "아니옵니다. 그 자체로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비급을 한번 보기위해 모여드는 무림인들은 많을 것이옵니다. 아직도 북명신공은 대단히 매력적인 미끼이옵니다." "흠... 그런데.... 서론이 긴걸 보니 구하지는 못한 모양이구려." "황송하옵니다. 소신의 능력으로는 어디로 갔는지 도저히 알수가 없었나이 다." "그렇다면 화염신공은? 화염신공이라는 것을 보니 양강의 무학인 모양이지?" "그러하옵니다. 극양의 무공으로 북명신공의 대자연의 기를 흡수하는 대신 손 쉬운 상대방의 공력을 흡수하는 것과 강철도 녹인다는 화염장을 주 무기로 한 다고 하옵니다. 여러가지 장점이 있었으나 너무 극양의 무공이라 배우기가 힘 들고, 포획한 진기의 융합에도 문제점이 많은 약간 미완성의 무공이옵니다. 지옥염화단(地獄炎火團)의 절기였으나 그들이 갑자기 멸망하면서 그 비급이 사라졌사온데 현재 조사한 바로는 아마 마교로 흡수된 것이 아닌가 추정되고 있사옵니다. 마교의 인물들이 흡성대법이라는 무공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화염 신공의 발전형으로 보아지기 때문이옵니다." "그렇다면 화염신공은 주인이 있구만. 뇌전신공은 어떻소?" "뇌전신공은 북명신공의 무예적인 요소를 한층 발전시킨 것으로 북명신공의 패도적인 파괴력을 이용하여 거기에 수많은 초식을 만들어 합해 더욱 정밀한 무공으로 발전시킨 것이옵니다. 과거 사파의 하늘이라 불렸던 사사천림(死邪 天林)의 무공으로 사사천림의 갑작스런 멸망과 함께 사라졌사옵니다. 지금은 사사천림이 누구에게 멸망당했는지도 모르는 지경이라 더욱 조사해보면 알 수 있을것이라 생각되옵니다." 이때 대영반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그는 황제에게 인사를 드린 후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신(臣) 장무기(張武己)아뢰옵니다. 신이 회의를 소집하기를 간한 것은 현재 무림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첩보 때문이옵니다." "심각하다니?" "예. 사악한 무림의 한 문파가 황권을 노리는 대역죄를 범할 준비를 하고 있 다는 것이옵니다." "말해보라!" "예. 신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아수혈교라는 무림의 문파가 있사온데, 이 들이 강시를 5,000여구나 제작중이라고 하옵니다. 이 강시는 왠만한 도검으로 는 상하게 할 수 없는지라 황궁의 하급무사들로는 당해낼 수가 없사옵니다. 이들이 이 강시를 제작하여 황궁으로 처들어 올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는 첩 보가 입수되었사옵니다. 현재 3할 정도가 완성되었다고 하오니 더이상 만들어 지기 전에 근심을 없애버리는 것이 좋겠나이다." "대장군은 그래도 예전에 무림에 있었던 사람! 강시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가? 겨우 5,000 정도로 황권을 넘볼 수 있을까?" "신 옥영진 아룁니다. 소신이 듣기로 강시란 것은 일단 죽은 사람을 각종 약 물과 특이한 대법으로 제조하여 인성을 상실한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이온데, 전체적인 힘은 어떨지 몰라도 도검이 들어가지 않고, 원래 죽은 사람이라 왠 만한 방법으로는 죽일 수 없다고 들었사옵니다. 만약 5,000 구의 강시라 한다 면 황궁을 넘볼 수 있을것으로 생각되옵니다." "그렇다면 큰일이구료. 속히 대장군이 흑풍단을 이끌고 황권이 존엄함을 보여 주시오. 언제쯤 그 악도들을 응징할 수 있겠소?" "예. 현재 우흑풍단(右黑風團)은 오랑캐를 치러 변경에 나가 있으니 그들이 돌아오는대로 좌우흑풍단을 출동시키겠나이다." 그러자 황제는 자신이 찬 보검을 끌러 대장군에게 주며 말했다. "복마천신검(伏魔天神劍)을 앞세워 반역도를 응징하고 오라." 복마천신검은 10대 기병(奇兵) 중의 하나다. 명장(明匠)인 여진(呂眞)이 만들 었다고 전해지는 보검(寶劍)으로 사악한 힘을 제압하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전해진다. 강시 등 사악한 술법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천적인 병기로 언제나 황제가 지니고 있었다. 대장군은 두손을 받들어 보검을 받으며 말했다. "신, 옥영진. 폐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한시가 급한 것 같으니 경은 지금 당장 나가보시오." "예!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 * * 그로부터 20일 후 최대한의 속도로 돌아온 우흑풍대를 포함하여 찬황흑풍대 총군세 10,325기(騎)가 출동했다. 여기는 대망산에서 20리(약 6Km)떨어진 지 점. 이곳에 대원수의 주력부대(主力部隊)가 속속 집결하기 시작했다. 막사 안 에는 옥영진 대장군 몇명의 휘하 장수들과 지도를 펼쳐놓고 의논을 하고 있 다. 이때 밖에서 한 젊은 장수가 들어오며 말했다. "지천수 상장(上將)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오! 빨리 들어오시라 해라." 지천수는 4명의 휘하 장수들을 거느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정중히 포권 하며 옥영진에게 말했다. "대장군을 뵈오. 늦어서 죄송하오이다." "아니오. 때맞춰 왔소. 이리 오시오." "예" "상장은 지금 얼마나 군사들을 거느리고 오셨소?" "어림군 5만을 거느리고 왔소이다. 더 못데리고 와서 죄송하오이다." "5만이면 충분할 것 같소. 5만을 3개 대로 나누어 이쪽과 이쪽 그리고 이곳에 주둔하여 반역도들의 퇴로를 차단하여 주시오." "알겠소이다." "그리고 전양 장군은 황군 2만을 반으로 나누어 이곳과 이곳을 맡아주시오. 절대로 반역도들이 밖으로 탈출해서는 안되오." 옥영진이 막대기를 이용해서 지도의 요소요소를 짚으며 각 부대가 맡을 장소 를 알려주자, 전양 장군이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탈출했다면 어떻게 하면 좋겠소이까?" "이미 탈출한 적들은 생각할 필요 없소. 아마 적들도 이곳을 완전히 포기하지 는 못할 터, 아마 소규모의 탈출, 또는 연락병이 탈출했을 수도 있기에 그에 대한 처리는 이미 해뒀소. 지금 현재까지의 정보를 토대로 할때 아직 적의 주 력은 계속 남아있음이 확실하오. 천령과 청남 일대의 향방군과 어림군 12만에 게 비상대기령이 떨어져 있고 그들에게 모든 통행인과 수송화물에 대해 검문 을 엄중히 하라고 일러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 연락용 비둘기나 매가 날아갈 것에 대비해서 그에 대해서도 대비해 뒀으니 제장들은 염려하지 마시 오." "대장군의 작전대로라면 찬황흑풍단만 반역도의 본거지로 돌격합니까?" "그렇소. 창칼이 잘 통하지 않는 무리들이니 일반 정병들로는 무리인것 같아 흑풍단만 쓰기로 했소. 그래도 좀 안심이 안되는 부분이 있으니 혹시 휘하의 부하들 중에서 신병이기(神兵異器)를 가진 자들이 있으면 그걸 좀 모아주시 오. 흑풍단에도 각종 신병이기를 가진 자들이 많으나 그래도 강시라고 하니 좀 걱정이 되는구려." "알겠소이다. 그런데 공격은 언제 시작됩니까?" "내일 새벽에 시작할 참이오. 그때까지 무기를 인도해 주면 고맙겠소. 그 명 세서는 착실히 작성하여 전투가 끝난 후 되돌려 줄 수 있게 해주시오. 만약 빌려준 신병이기가 파괴되면 그에따른 충분한 보상은 해줄것이오." "알겠소이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날 새벽 여명을 이용하여 찬황흑풍단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고수들 과 강시들 덕분에 아무리 강대한 흑풍단이라고 해도 그 피해는 컸다. 흑풍단 의 고수 2000여명이 죽음을 당했고 부상자는 부지기수(不知其數)였다. 그래도 이정도로 끝난 것이 무쇠를 무우베듯 할 수 있는 신병이기 덕분이었다. 그나 마 보통의 무기로 상대했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컸을 것이다. 특히나 푸른색의 옷을 입은 강시는 정말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일반의 강시들은 동작 이 느렸지만 그들의 속도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흑풍단 피해의 3할은 그들 때 문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수가 얼마 되지 않은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외곽을 완전히 포위하고 있던 7만의 군세(軍勢) 덕분에 적은 단 한명도 도망 가지 못하고 전멸을 당했다. 그리고 그 반도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서적이나 서류 등은 압수되었다. 적들이 불을 질러서 일부는 불타버렸지만 책들은 불에 잘 타지 않기에(책이란 원래 속까지 완전히 재가 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 함) 겉부분은 탔을망정 대부분을 압수할 수 있었다. 그 모든 책들은 황궁무고 로 보내졌고, 황궁의 각 무사들에 의해 그들의 무공이나 술법 등이 분석, 연 구되었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고수(高手)를... "교주님! 예상외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적미살소 혈무상이 방에서 쉬고있던 교주에게 긴급면담을 청한 후 다급하게 말했다. "무슨 일인가?" "아수혈교와 황궁이 격돌했습니다." "황궁이?" "예! 찬황흑풍단이 대망산을 공격하여 모든 강시들과 그곳에 있던 고수들을 진멸(鎭滅)했다 합니다." "찬황흑풍단이라면 무림의 고수를 골라 뽑아, 거기에 황궁무고의 무공을 더 가르쳐 주어 무공이 대단한 경지라 들었다. 그 강대한 힘은 태산을 무너뜨린 다 하더니 사실인 모양이군." "그런데...... 그게...." "뭔가? 말해보게" "찬황흑풍단이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고 합니다. 거의 전사자가 2000명 정도이 고 부상자가 6000명을 넘어간다고 합니다." "그럴수가 찬황흑풍단은 무림인들과 달리 중갑주(重鉀 : 두꺼운 갑옷과 투 구)를 입을 뿐더러, 말에게까지 갑옷을 입힌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피해가 클 수가 있나?" "정보로는 이미 만들어져 있던 강시 2,000여 구, 50여 구의 신형강시, 그리고 수비 무사들이 1000여명, 그중에도 대단한 고수들이 몇 있었는데 그들에게 입 은 타격이라고합니다." "하기야 황궁의 무리들은 내공보다는 외공에 치중하는 무리들! 하지만 그래도 찬황흑풍대는 일반 무사들과는 달리 내공을 쌓은 자들일텐데....." "무림인들을 상대로 했을때는 그들도 그정도의 피해를 입지는 않았을 겁니다. 무림인들은 칼을 맞으면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니까요. 문제는 왠만한 상승고 수가 아니면 죽일 수 없는 강시들 때문이죠. 그나마도 피해가 그정도에서 끝 난것은 두터운 갑주(鉀 )와 방패 덕분이라고 합니다." "하여튼 일이 재미있게되어가는군. 어떻게 된것이 붕어 미끼를 썼는데 잉어 가 잡히나?" "아마 무림맹에서 아직 무림의 사정에 어두운 황궁에 올가미를 씌운 것 같습 니다." "무림맹도 꽤 하는군. 클클클....." "이번의 사건으로 생각한 것인데..... 될수있으면 차후에 있을 충돌을 대비하 여 고수들을 많이 확보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각종 무공에 뛰어난 성취 를 보이는 녀석들만 골라서 특별히 교육시켜 다음세대의 고수들을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의 사건을 통해 고수들의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었습니다." "자네가알아서 하게나." "예. 지금 투입되어있는 묵향에 관한 말씀인데.... 1급 살수로서 23명을 완벽 하게 없앴지만 아직도 무공 면에서는 미숙합니다. 그녀석이 임무를 성공적으 로 수행한 것은 무공보다는 머리를 잘 굴렸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임무가 없을때는 무공을 익히고 있는데..... 이녀석은 검에 능하니 뽑아서 교 육시켰으면 합니다." "하기야... 나이도 얼마 되지 않은 녀석인데도 상층부에서도 녀석의 이름을 기억하는 자들이 많을 정도로 암살 실력과 검술이 뛰어나니..... 하지만 이미 본좌가 알아서 하라고 한 이상 자네 마음대로 하면 될것 아닌가?" "그렇지만 나머지는 수련생이라 상관없사오나 묵향의 경우 살수로서 내총관의 휘하에 있는지라 제가 그냥 데려가는 것 보다는 교주님께서 말씀해 주시면 서 로간에 입장이 편할 것입니다." "알겠네. 내 북궁 내총관에게 말해두지." "감사합니다." * * * 묵향이 7번째로 만난 교관은 상당히 노련한 사람이었다. 그는 전혀 살수같아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살수란 완전히 살수같이 보이지 않는다.누가 살수같 이 보이는 사람과 같이 있겠는가. 진정한 살수는 살인을 하는 그 순간에도 살 기를 드러내지 않는것이다. 여태까지 그를 지도했던 교관들은 모두 다 전직 아니면 현직 살수들이었다. 살수들 중에서 나이가 많이 들어 현역으로 뛰기 어려우면 후배들을 가르키는 데 투입된다. 하지만 이번의 교관만큼 완벽한 살 수라고 느낀 사람은 없었다. 생강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맵다는 속담이 있다. 그것은 오랜 연륜과 경험에서 오는 숙련미(熟練美)라고 할까..... 나이가 들 수록 그 진수를 뿜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교관들은 현재의 실력있는 살 수보다는 오랜 살수생활을 해서 은퇴한 고수들이 한다. 그럼으로서 그들이 자 신이 얻은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기를 원했던 것이다. 새로운 교관은 40대 초반으로 보였으며 그런대로 잘생긴 얼굴의 남자였다. 그의 얼굴 에는 상흔이 깊지는 않아 왼쪽 눈이 상하지는 않았지만 왼쪽 눈위에서 코 쪽 으로 난 긴 검상이 있었다. "본인은 환사검(幻邪劍) 유백(柳伯)이라 한다. 이제부터 너를 가르칠 것이 다." "유선배께서는 살수십니까?" "그건 왜 묻는가?" "도저히 살수같지 않아서 그럽니다." "클클클.... 나도 예전에는 살수를 한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검술교관을 하고있지. 나는 이제부터 자네만을 가르칠 것이네.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는 자네도, 나도 몰라. 어느정도 상부에서 원하는 정도까지 내가 지도할것이 야. 위에서도 많은 고심을 했는 모양이지만 드디어 자네를 살수로서 소모시키 기 보다는 무사로서 쓰기로 합의를 본 모양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살수란 상 대를 죽이기는 쉽지만 일단 상대를 죽이고 난 다음에 탈출하기가 정말 힘들거 든....." "알겠습니다." "검술을 익히면서 끊임없이 내공의 수련은 계속해야 하네. 하지만 본인이 느 낀 바로는 내공이 최고로 중요한 것은 아니야. 문제는 깨달음이지. 어떤 경지 를 익히면 내공은 자연적으로 얻어진다네. 그걸 꺼꾸로 얘기하면 어떤 경지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내공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말도 성립이 되지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선배님이 말씀하신 첫번째 생각에 찬성합니다." "실지 명문 검파의 젊은이들이 보통 타파의 젊은이들 보다 더욱 빠른 내공의 진보를보이지. 자네도 무림에 나가봐서 알겠지만 새파랗게 젊은 녀석이 나이 많은 고수를 격패시키는 것을 왕왕 봤을 것이네. 그것은 깨달음이 빨랐다는 것이지 실지 내공 수련을 그 젊은녀석이 노인보다 더 많이 했다는 것은 현실 적으로 불가능해. 내공의 경지를 1갑자, 2갑자 등으로 표시하는 것은 밀실에 박혀 60년 혹은 120년동안 내공만 닦았다는 것이 아냐. 하나의 주기(週期)를 나타내는 것이지. 그 주기를 넘었느냐 못 넘었느냐에 따라 그의 실력이 결정 되는 것. 그 한 주기를 넘음에 따라 최소한 10배 이상의 힘이 생기지. 그리고 내공이란 음(陰)에도 양(陽)에도 치우치지 않게 익혀야 해. 한쪽으로 치우치 게 익히면 단기간에 고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 다 헛거야. 높은 경지로 올라갈수록 힘들어지지. 나중에는 생명까지 위험해져. 그러니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건 익히지 않는게 몸에 좋지. 나중에 내공이 계속 쌓이다 보면 그렇 게 무리하게 내공을 연마하지 않아도 극양, 극음의 무공을 할 수 있어. 물론 두가지 다 할수 있지. 구태여 모험을 하면서 처음부터 말도안되는 내공을 쌓 을 필요는 없는거야. 참, 듣자하니 자네는 검을 잘 다룬다고 그러던데....." 그러면서 유백은 자신의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그의 검은 뽑혀 나오자 투명 한 옥빛을 띄는 것으로 보아 보검(寶劍)임이 확실했다. 그의 검은 일반 강호 의 무리들이 사용하는 패검(覇劍;얇고 긴, 그러면서 앞부분의 날은 잘 발달되 어 있지만 양쪽의 검날은 무뎌서 베기보다는 찌르기에 유리한 검)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점이 있다면 양쪽의 날이 대단히 날카로워 베기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검(劍)이란 원래 베기 보다는 찌르는 것에 중점을 지닌 무기지. 그렇다고 베 기를 전혀 하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찌르기를 더욱 중요시 하는 무기야. 강호 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패검의 경우 군인들이 사용하는 검과 달리 가볍고 가늘 며 길다는 점이 다르지. 그때문에 적이 베거나 찌르기를 해올때 그것을 막는 데 날카로운 날이 서 있다면 칼날만 상하고 어쩌면 상대방 무기의 압력때문에 검이 부서질 수도 있기에 날을 날카롭게 세우지 않지. 하지만 보검의 경우 그 강도(强度)가 뛰어나므로 날을 날카롭게 세워도 무방하지. 그에 비해 도(刀) 의 경우 한쪽만 날이 있고 날을 직선이 아닌 보통 반월형으로 만들어 찌르기 보다는 적을 베는데 전문적으로 사용한다. 물론 찌르기를 못하는 것은 아냐. 도의 경우 날이 없는 두터운 부분 덕분에 적의 강력한 일격에도 도가 부숴질 염려가 없지. 어떤 이들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서 적을 공격하기 편하도록 아 주 무거운 도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어. 심한 놈들은 60근(30Kg)에 가까운 걸 사용하지. 자네의 무기를 한번 보기로 할까?" 묵향은 그의 검을 반 정도만 뽑아서 유백에게 보여줬다. 예의상 윗사람에게 무기를 보일때 검을 완전히 뽑으면 안된다. 윗사람이 받아들고 자신이 완전히 뽑는 경우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경우 3할에서 5할 정도만 뽑아야 한다. 묵향 과 같은 살수의 경우 1차 훈련이 끝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검을 제작한다. 나중에 취향이 바뀌면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바꾸기도 한다. 어떤 살수는 상 대에게 더욱 큰 타격을 주기 위해서 검의 날을 완전히 톱니와 같이 만들어 베 기보다는 상대의 살을 찢어내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검에 찔리면 검 이 뽑힐때 엄청난 고통을 준다. 그리고 내부의 장기(臟器)를 톱니가 끌고 나 옴으로 인해 더욱 큰 타격을 준다. 물론 피부를 베었을때도 잇점이 있다. 피 부를 베면 일직선으로 베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뜯고 지나감으로 인해 나중 에 치료하기가 힘들고 출혈이 심하다. 살수가 각종 기형적인 무기들을 사용하 는 이유는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상대를 확실히 저세상에 보내야 하기 때 문일 것이다. 묵향의 애검 묵혼(墨魂)검은 반월형의 검으로 검신의 길이는 2 척 3촌(약 70Cm) 손잡이 부분의 길이 1척으로 칼날받이도 없는 기형검이다. 검신의 손잡이 부분 가까운 곳에 묵혼(墨魂)이란 글자가 음각(陰刻)이 되어 있었다. 검을 찬찬히 보던 유백이 입을 열었다. "누가 살수 아니랄까봐 자네도 상당히 특이한 검을 애용하는군. 묵혼검이라. 하지만 검신이 검지는 않군?" "지금은 좀 더 좋은 오철(烏鐵;검은색이 나는 합금으로 정강보다는 강도가 뛰 어나다.)같은 검은색이 나는 강한 금속으로 검을 만들어 주겠지만 이걸 만들 당시만 하더라도 제 직위가 낮아 백련정강(百鍊精剛;100번이나 연마한 정순한 강철로 된 검, 대단히 튼튼..)으로 만들었으니 그렇죠." "왜 이런 검을 만들었나? 전체 길이는 보통 검과 마찬가지지만 손잡이가 너무 길어 들고다니기에 불편할 것 같은데...... 지금도 허리 뒷부분에 비스듬하게 걸리는게 고작이잖아? 이래서는 너무 눈에 띄지." "하지만 그 잇점도 많습니다. 손잡이의 뒷부분을 잡으면 이 검의 길이는 3척 이 되고 짧게 잡으면 2척 3촌이죠. 저는 검을 사용하면서 계속 잡는 위치를 변화시키므로 상대방이 저와의 간격(間隔)을 잡기가 어렵습니다.(검도를 해본 분은 이말이 이해되겠죠?) 유선배님도 알다시피 짧은 검은 속도가, 긴 검은 속도는 떨어지지만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다는 각각의 상반된 장점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검의 날을 날카롭게 세운 것은 베기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죠. 여태까지 제 공격은 거의 모두 다 암습이었기에 적의 무기와 무딪친 적은 없 습니다." "흠..... 그렇게 말한다면 자네도 이 검을 만든다고 상당한 잔머리를 굴렸군. 하지만 절정의 검술은 겨우 간격을 헤깔리게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냐. 적을 단 한번에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는 일격필살(一擊必殺)의 각오가 없이 너는 죽고 나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지닌다면 도 저히 절정의 경지로 들어서지 못한다네..... 살구멍을 찾으면서 휘두르는 검 은 도저히 그 날카로움이 나타나지 못하지. 정면대결을 할때,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적수는 최악의 경우 같이 죽겠다는 양패구상의 검법을 구사하는 녀석 이지. 아예 실력이 떨어진다면 몰라도 비슷하다면 이기기 어렵고, 설혹 실력 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그녀석을 해치우려면 부상은 각오하고 싸워야지, 안그 러면 오히려 자기 목숨을 날린다네. 병법에도 이르지 않던가.... 죽고자 하는 자는 살것이라고...." "후배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정든 녀석이니 버리고 새걸로 바꿀수도 없습니 다." "그건 자네 마음대로 하고, 여태까지 몇가지 검법을 익혔나?" "12가지를 익혔습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한번도 검술을 써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검술을 사용하면 들통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검술을 사용 하지 말고 그냥 죽으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흠.... 원래 검법이란 것은 각종 공격과 방어의 초식을 모아놓은 것. 일단 공격과 방어의 개념을 자세히 이해하면 초식이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 지... 그렇다고 초식이 완전히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닐세.... 나는 자네한테 20가지 검법을 가르칠 예정이네. 하지만 이 검법 자체를 사용해선 안돼. 초식 의 일부분만을 이용해야 해. 이 검법들은 모두 정파(正派)의 검법들로 여러 파의 검법들이지. 초식 전체를 펼치지 않고 초식의 일부만을 이용하여 상대와 겨룬다면 왠만한 실력자가 아니라면 그 근원을 알아내기는 힘들지. 그 초식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고 일부만 사용되기 때문에 그에대한 대비를 하기도 어려 워. 자네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무적의 검법이란존재하지 않아. 어떤 검법이 라도 그 천적(天敵)인 검법이 있기 마련.... 그때문에 명문인 무가에서는 최 후에 사용하는 1-2가지 검법은 꼭 숨겨두지. 그것들은 생사의 갈림길이 아닌 한 사용되지 않아. 그 이유는 상대가 그 검법을 알면 그에대한 대항초식이 만 들어진다는 점을 알기때문이지. 하지만 이렇게 초식을 잘라서 사용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런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일반 초식을 익히는 것 보 다 잘라서 사용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네. 본인도 이것을 깨닫는데 오랜 새월 이 걸렸지. 그리고 이렇게 사용하면 살수에게는 또 한가지 잇점이 생기지. 여 러 파의 검법을 조각조각 내서 이용하면 상대는 흉수를 알아내기가 아주 힘들 어. 그리고 전문가가 보더라도 시체의 상처를 보고 그 흉수를 알기는 힘들지 혹시 알아낸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검법이 어우러져 있으니 확실히 알아낼 재 간이 없지. 어떤 경우에는 일부러 이간질을 시킬려고 일부러 초식전체를 사용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잘라서 사용하게 나. 우선 자네는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도록 수련해야 하네. 시각이야 모 든 이들이 타고난 것이고, 청각을 예민하게 다지는 것이 중요하지. 소리만으 로 부근의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경지가 되어야 해. 나머지 감각들도 차례로 개발해 가자구. 살수이니 만큼 감각은 꽤 잘 발달되어 있을테니 자네 는 그만큼 덕이라는 점을 감사히 여기고, 언제난 검술을 수련하면서 명심해야 할 점은 검술을 잘 한다는 것과 살인을 잘한다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점이 라는 것을 이해해야해. 수많은 고수들이 암습에 의해 저세상에 갔지.... 눈앞 의 적 보다는 등뒤의 적이 무서운 거라네..... 그러니 수련하는 도중에 나는 자네를 틈만 나면 암습할 생각이야. 그 점 잊지말고 대비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참, 자네 여자를 아는가?" "예?" 묵향이 갑작스런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다시 물었다. "여자와 성합(性合=性交)을 해본 적이 있느냔 말이다." "아직 없습니다." 묵향은 얼굴이 약간 붉어지며 답했다. "그렇다면 너는 내공 수련에 있어 2가지 선택할 수 있구만. 여태까지 자네가 배운 것을 사용해도 상관없고, 또 하나는 그것을 약간 변형한 방법인데.... 일종의 동자공(童子功)을 혼합하는 방법이지. 후자의 방법이 훨씬 더 빠른 성 취를 볼 수 있으나 단점이 있다면 여자와 한번이라도 잠자리를 함께하면 동자 공 자체가 파괴된다는 단점이 있다. 선택은 자네한테 달려있어." "선배님의 생각으로는 어느쪽이 더 좋습니까?" "약간의 문제는 있지만 빠른 성취를 원한다면 동자공이 좋아. 하지만 무림이 란 곳이 원래 정면대결보다는 암습과 술수가 난무하는 곳이라 잘못해서 미약 종류에 당한다면 모든게 끝장이지. 선택은 자네가 해야해." "예, 그럼 여태까지 해오던 방법을 쓰겠습니다. 괜히 동자공을 익히다가 적의 술수에 걸려 모든걸 잃을 수는 없거든요." "그럼 이제 시작해 보세나...." 유백의 교육은 지독했다. 면벽수련을 통해 아침 저녘으로 청각을 단련했고, 또 내공을 닦았다. 그 외의 시간에는 검법과 암기술, 경신술을 익혔다. 그에 게 가장 힘든 것은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암습이었다. 서로가 얘기를 잘 나누 다가도 유백은 한번씩 검을 뽑아 기습을 했고, 아슬아슬하게 날아드는 그의 검과 표창( 槍)을 막으면서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이것도 세월이 가 면서 익숙해져 적당히 막아낼 수 있게끔 되었다. 하지만 유백은 점점 더 공격 에 쏟는 공력을 늘려갔으므로 묵향으로서는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절정(絶頂)의 세계로 유백은 대단한 실력의 검사였으며 각종 검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그는 수련 도중 틈틈이 묵향에게 무림에서 사용되는 여러가지 무공들을 얘기해 줬 고, 그 대처방법도 일러줬다. 그와 함께 한지도 5년이 지난 어느날 유백은 묵 향에게 말했다. "자네는 내 나이가 얼마나 되어 보이나?" "40대 후반 정도가 아닌지요?" "아닐쎄... 내 나이 벌써 70이 넘었지. 자네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 '맙소사.... 세상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것도 당연한 이치군' "스물 일곱입니다." "그런가... 좋을때군.... 자네도 벌써 결혼하고 아이 몇은 거느리고 있을 나 이인데 검술을 익힌답시고 세월을 보내고 있었군. 나도 참 오랜시간 그놈의 검을 다룬다고 허송세월을 보냈지. 내 이미 은퇴를 했어야 하는데.... 아직도 무슨 미련이 있다고 여기에 매달려 있는지 모르ㄱ군. 아마 자네를 가르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게 될것 같아. 참! 자네는 내공을 수련한 사람의 육체 가 완전히 삭아가는 나이가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나?"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60세야. 이 60세가 모든 것의 분수령이지. 60세가 되기 전에 극마(極魔), 그 러니까 정파에서 말하는 화경(化境)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그 다음부터는 급속 도로 근력이 떨어지지. 만약 극마에 들지 못하면 10을 익힌다면 4 이상의 성 취를 얻기도 힘들지. 거기에 약간이라도 수련을 게을리하면 3씩 퇴보하는거 야. 때문에 60세 이후에 화경에 들기는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렵다네. 나도 극마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어. 여태까지 극마에 들어간 사람 중에 살아있는 사람은 고작 4명 정도..... 내공을 익히는 속도에 있어 본교를 따라갈 집단은 없는데 이상하게도 최고의 경지까지 도달하는 사람이 드문것은 아마 내가 생 각하기에 수련방법이 잘못된 것 같아. 나도 요 근래에 들어 그런 생각이 들었 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아마 내가 살수생활을 오래해서 그럴거 야. 살수란 원래 본교의 초식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 "그래서 좀 진보가 있던가요?" "별로...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60이 넘으니까 내공은 상관없지만, 근골 (筋骨)이 외관상으로 표시는 안나지만 삭아 들어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더군. 외관이야 내공의 힘으로 노화를 막는다던지 아니면 주안술(珠顔術)을 사용해 서 젊음을 유지하는 자들도 있어. 하지만 근골의 쇠퇴는 어떻게 할 수가 없 지. 내 친구 중에도 흡성대법(吸成大法)을 익혀 엄청나게 내공을 쌓은 자도 있지만 끝내는 극마(極魔) 근처에도 못가더군. 오히려 나중에는 그게 방해가 되어 오래전에 죽었어. 상대에게 흡수한 공력은 어떻게 해도 완벽한 자신의 것이 될 수는 없어. 오죽하면 본교(本敎)의 상층부에 들어가는 고수들은 흡성 대법을 익히지 않았겠어? 그러니 자네도 이런말 하기는 뭣하지만 무공의 정도 (正道)를 걷게나. 속성으로 되는것은 아무것도 없어." "유선배님 같은 경우, 다종(多種)의 무기를 사용하는 자들을 어떻게 생각하십 니까? 제 동료 중에서 살인을 저지를때마다 무기를 바꾸는 녀석이 있거든요. 그녀석은 권술(拳術), 장술(掌術), 검술(劍術), 창술(槍術), 봉술(棒術), 편 술(鞭術) 등 못하는 게 없죠. 저도 부러울 정돕니다. 그러니 큰 문제만 없다 면, 선배님께서 제게 그것도 가르쳐 주십시오. 벌써 선배님께 검술 교육만 받 은지 5년이 흘러가고 있어서 약간 지겨운 면도...." "헛소리....." 유백은 큰 소리로 묵향을 꾸짖은 후 말을 이었다. "무술은 모두 함께 통하는 것이야. 모든 무술은 손이 기본이지. 검술이나 창 술이나 모두 다 손의 길이가 약간 더 늘어난 것이라 생각하면 돼! 쓸데없이 이것저것 익히면 그것에 시간이 들어가 한가지에 대성을 할 수 없어. 지금 정 파 무림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떨치는 문파가 어디냐? 소림이냐?" "아닙니다. 소림이 예전에는 이름을 크게 떨쳤지만 요즘은 무당이 더 이름이 높죠." "소림은 72종 무예라 하여 수많은 무예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기본으 로 하고 있고.... 각종 무기를 다루는 것을 초반부터 배워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그에비해 무당의 경우 오로지 검! 검이 아니냐? 무당의 고수 들이 어느정도나 검술에만 미쳐있는가 하면 손으로 바위도 깨지 못한다구. 아 예 그런 무공 자체가 없어. 어떻게 피와 살로 이루어진 손으로 바위에 구멍을 낼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가진 무당의 고인들도 많다구. 그렇지만 그들의 손에 검이 잡혔을 때 무당의 고수들을 만만히 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구. 너 도 그들과 같이 한우물을 파야한다. 검을 이용해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마지 막 한방울까지 뽑아낼 수 있어야 해.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상당히 궁금한 점이 있는데.... 대답을 해 주실 수 있는지요?" "뭔가?" "선배님은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계신데... 그 얼굴의 상흔(傷痕)은 어떻게 생긴 겁니까?" 그러자 유백은 무심결에 상흔을 만지면서 말했다. "이건... 내가 53번째 목표를 없앨때 생긴거지. 물론 그 목표는 저세상으로 보냈어. 그 뒤에 탈출하다가 생긴거지. 상대는 자네가 알지 모르겠네만환상 검수(幻像劍手)라고 들어봤나?" "예. 청성파가 배출한 대단한 검의 고수라고 들었습니다." "그녀석이 53번째 목표물의 호위무사였어. 암습하기 전에 딴 방향으로 유인했 다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셈인지 돌아와서는 나를 이모양으로 만들었지. 몇번 검을 섞어보니 분하지만 나보다 고수더군.... 본교의 초식을 사용한다 하더라 도 이길 수 없었어. 그래서 싸우는 도중에 암기를 기습적으로 발사했는데 이 게 그녀석의 허벅지에 맞았지. 서로의 내공이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덕분에 내 암기는 녀석의 호신강기를뚫고 박혔어. 하지만 내가 보니 전력으로 던졌는데 도 겨우 반치 정도도 못 뚫은 것 같더군. 암기 끝에 독물을 발라뒀던 덕분에 녀석이 독물때문에 동작이 둔화된 것을 이용해 도망치는데 성공했어. 너도 알 지 모르지만 고수를 만났을때는 무조건 1개의 암기만을 쏴야해. 여러개를 쏘 면 그중 하나가 맞더라도 호신강기를 뚫지는 못해. 1개의 암기에 내력을 최대 한 실어 쏘면 운 좋으면 상대의 호신강기를 뚫을 수 있지. 쓸데없는 말을 주 절주절 하고있었군.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이런 식으로 매일 무공을 익히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유백은 자신이 아는 모 든 것을 묵향에게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유백으로서도 묵향이 자신이 키운 최후의 제자기 때문에 그 애착이 더 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알려 준 모든 것을 최선을 다해 수련하고 또 수련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것 을 보고 가르치는 보람을 더욱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묵향 또한 여러가지 살수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의문점들을 유백의 답변을 통해서 이해하면서 점점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서고 있었다. * * * 묵향이 30세가 된지 2달 정도가 지난 어느날 유백은 묵향의 검술이 이제 완벽 하게 초식을 잘라서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음을 보고 잠시 쉬는 시간을 통해 말했다. "네녀석의 검술은 이제 거의 완성되어 가는구나." 그 말을 듣고 묵향은 빙긋이 웃으면서 정중히 포권하며 유백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어. 검술의 완성은 무초식에 있다. 초식을 계속 자르고 잘라 가다 보면 나중에는 완전히 초식이 없는 지경까지 이르지. 쓸데없이 초 식을 사용하는 것은 공력의 낭비야. 내가 한가지 검법을 시범을 보일테니 이 것이 무슨 검법인지 맞춰 보거라." "예." 유백은 검을 잡고 일어섰다. 그는 검을 잡고 약간 자세를 잡더니 개문식(開門 式;어떤 무공을 행하는데 있어 그것의 이름을 상대가 알 수 있도록 하는 독특 한 자세. 모든 무공은 이것을 행한 후 시작한다.)도 하지않고 초식을 운용하 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검빛에 뒤덥히면서 사방으로 살벌한 검기가 뻗어나왔 다. 그때 문득 전방으로 붉은 빛의 반월형의 검강(劍剛) 수십개가 튀어나오며 10장 밖의 담장에 부딪치며 괭음을 냈다. 콰쾅... 먼지가 가라앉은 후 보니 흙과 돌로 다져서 쌓은 담장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약간 놀란 얼굴로 보고있는 묵향을 바라보며 ㅇ은 미소 를 띄고있던 유백이 물었다. "어떤 검법이냐?" "히히... 제가 속을 줄 아십니까? 그건 검법이 아닙니다. 본교가 자랑하는 수 라월강도법(修羅月剛刀法)을 검으로 펼치신게 아닙니까?" "클클... 자식 눈썰미는 제법이군. 이 도법을 익힌 적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럼 이걸 배워보자. 나도 아직 9성밖에 익히지 못해 제위력은 나오지 못하 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도법이지. 그 외에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도 가르 쳐 주마. 둘다 9성 이상 익히면 강기(剛氣)를 검에서 뿜어내어 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잇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내력의 소모가 엄청나지. 하지만 너도 생각해봐라. 이 두 무공을 조각내어 사용하여 검강 한가닥만 뿜어낼 수 있다 면 대단한 것이 아니겠냐? 나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너는 해낼 수 있을거라 생 각한다. 나는 그것을 알아내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 우선 알아둬야 할 것은 검강의 모양이다. 도법에서 뿜어 나오는 강기는 대부분 반월형이지. 그 리고 검법에서 뿜어나오는 검기는 대부분 막대모양이야. 천강혈룡검법에서 혈 룡이란 명칭이 붙은 것도 붉은 용과 같은 모양의 둥글고 긴 강기가 뻗쳐나오 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알겠느냐?" "혹시 도는 휘두르는 상황에서, 검은 찌르는 상황에서 강기가 뿜어지기 때문 이 아닙니까?" "크하하하.... 맞아. 바로 그거야. 그때문에 모양이 그렇게 되지. 너도 살수 니까 잘 알겠지만 사람이란 동물은 별로 강하지 못하다. 단 하나! 단 하나의 치명상이면 된다. 2개도 필요없어. 적에게 1개의 치명상만 주면 돼. 뭣때문에 그렇게 많은 상처를 입힐려고 내력을 소모한단 말이냐. 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일단 강기(剛氣)를 뿜어내는 요령을 익히면 거의 무적에 가까운 경지에 들어 선다고 했다. 꼭 내가 언급한 두가지 무공을 거치지 않아도 강기를 뿜어낼 수 있지. 정파에는 현문(泫門)이라는 단체가 있다. 들어봤느냐?" "저... 무당 같은 도가계통을 보고 현문이라 하지 않는지요?" "맞아. 현문에서 최고로 치는 무공이 강기다. 일단 강기를 뿜어낼 수 있는 경 지에 이르면 손(手), 검(劍), 도(刀), 막대기, 풀줄기 어디서든지 강기를 뽑 아내어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검이나 도를 이용하는 것이 풀줄 기를 이용하는 것 보다는 강기를 뿜어내기 쉬울 것이다. 검 자체가 가지는 예 기(銳氣:날카로운 기운)가 있기에 아마 풀줄기를 이용하는 것 보다는 공력이 적게 들겠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지. 때문에 절정에 오른 고수일수록 검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는다는 말이 생기지 않겠냐? 현문에서는 강기 자체를 이해하 여 그것을 뿜어내지만 본교의 무공은 그와 다르다. 일종의초식을 만들어 강 제로 강기를 뽑아내기에 그 위력에 비해 내공의 소모가 너무 심해. 아무리 본 교의 공력이 타파에 비해 강하다고 하지만, 그런 초식을 몇번 쓰고나서 공력 이 고갈될 정도라면 아예 안쓰는게 낫지. 그러니 네녀석도 그따위 무공에 연 연하지 말고 우선 강기에 대해 이해를 해보거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강기를 뿜어내는 헛고생을 하는 것 보다는 천강혈룡검법과 수라월강도법을 가 르쳐 줄테니 이 두가지 무공에서 강기를 뿜어내는데 따르는 차이점을 생각해 보는 것과 또 조각조각 잘라보는 것. 이 두가지를 하다보면 남들보다는 빨리 이해할 수 있겠지. 나도 원래 검만을 쓰지만 수라월강도법을 배운 이유가 두 가지를 비교해 볼 욕심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늙은 머리로는 도저히 더이상 깊이 들어가기가 힘들구나. 너는 아직 젊으니 한번 나의 꿈을 이뤄내기를 바 란다." "알겠습니다." 또다시 피와 살을 말리는 수행이 재개되었다. 묵향으로서는 어떤 목표가 생기 고 또 그 구체적인 방법이 대강이라도 나온이상 그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 려갔다. 하지만 1년... 2년... 세월이 흘러가는 가운데서도 강기에 대해서는 도저히 감을 잡기 힘들었다. 그는 어느덧 천강혈룡검법(天降血龍劍法)과 수라 월강도법(修羅月剛刀法)을 9성까지 익혔지만 그나마 강기를 익히기 위한 자료 로 익히고 있는 이 두가지 무공도 10성까지 익히기도 어려웠다. 9성까지는 그 런대로 빨리 익혔지만 9성에서 10성으로 진입하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왜 자 신이 본 최고의 고수인 유백이 두가지 무공을 9성까지 밖에 익히지 못했는지 이해를 했다. 그가 너무 밤낮으로 애쓰는 것을 본 유백이 보다못해 옆에서 참 견을 했다. "9성에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은 진정한 강기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검기가 약간 응축된 형태라고나 할까? 실지 강기란 못부수는 것이 없는 순수 한 파괴의 정점(頂點)이라 할 수 있지. 9성에서 벽을 향해 발사한 강기는 담 벼락을 파괴하지만 아마 실지 엄청난 힘을 가진 진짜 강기는 아마 벽에 큰 구 멍을 뚫는 대신 작은 구멍 수십개를 뚫을거야. 너도 알잖냐? 주먹으로 공력을 모아 벽을 칠때 권풍에 밀려 큰 구멍이 뚫리지만 일정한 힘을 벗어나면 오히 려 작은 구멍이 뚫리지. 대신 더욱 깊게 깊게 파고든다. 그걸 보면 이건 강기 가 아냐. 그냥 검기의 발전형이라고 봐야지. 너무 조급해할 것 없다. 너는 아 직 내공이 딸려 10성의 경지로 들어서지 못하는 것 뿐이야. 좀 더 시간을 두 고 차분히 수련을 하고 명상을 해라. 그러면 다른 방법이 생길꺼야." "알겠습니다. 가르치심 감사합니다. 그런데 유선배님 선배님께서는 제게 너무 잘해주시는군요. 그점 제가 죽는다 해도 잊지 못할 겁니다." "컬컬.... 아마 나도 늙어서 그런가봐. 옛날에는 엄하게 제자를 다스렸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 엄하게 할 놈이 있고 부드럽 게 할 놈이 있어. 너는 후자에 속해서 그런 것 뿐이야. 그리고 나 자신도 너 가 마지막 제자라 생각하니 약간 더 감상적이 되어가는 것 같구나...." 어느덧 묵향의 나이도 서른일곱이 되었다. 그는 문득 아침에 명상을 하며 유 백을 만난 것은 자신이 얻은 최고의 행운이란 생각을 했다. 그는 자신이 죽었 다 깨어나도 얻을수 없을만큼 막대한 지식의 소유자였다. 그는 무인이며 또한 여러가지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점심과 저녘때 묵향과 대련하는 시간이나, 묵향을 암습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유백은 오전중에 수련을 끝내고 여러가지 일을 했다. 지금 묵향과 유백이 거처하는 곳 부근에는 여러가지 나무들이 심 어졌고 유백은 그중에서 매화를 특히나 좋아했다. 그리고 틈틈히 꽃들도 가꿨 고, 50세가 넘어 시작했다는 수묵화(水墨畵)도 그렸다. 그리고 밤에는 퉁소나 금(琴;거문고)도 탔다. 그러면서 틈틈이 묵향에게 그것들을 가르쳤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무인이란 무식한 칼잡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서도 약간은 가르쳐 줬는데 유백 자신의 지식이 짧아서 그런지 그렇게 깊게 까지는 가르치지 않았다. 그 외에 자신이 알고있는 몇가지 진법들도 틈틈이 교육을 시켰다. 그러던 어느날 묵향은 의문을 가지고 유백에게 물었다. "진법이란 것이 제가 보기에는 별 볼일 없는 것 같은데 이런 걸 배울 필요가 있나요?" 묵향의 질문을 들은 유백은 아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내가 이런놈을 잡고 가르치고 있었다니.... 이 무식한 놈아! 모르 면 잠자코 줏어들어. 진법이란 원래 가장 간단한 천(天), 지(地), 인(人)을 뜻하는 삼재진(三才陣)으로 시작되어 더욱 복잡하게 발전되어 나가는 거다. 만약 1사람을 공격하는데 무턱대고 3이서 공격하는 것 보다 어떤 일정한 법칙 을 잡고 공격하면 서로간에 같은편에게 방해를 받지않고 더욱 효과적으로 한 사람을 밀어붙일 수 있지. 이렇게 최소한의 힘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기위해 여러가지로 발전된 것이 진법이지. 하지만 이 진법을 부수는데는 방법이 있 어. 하나는 생문(生門)을 찾아 뚫고 나가는 방법인데... 이건 진법을 알고 있 다면 어느정도 실력만 되면 누구나 할 수 있지. 그렇기때문에 내가 알고있는 한 많은 진법을 가르쳐 주려고 하는거야. 하지만 너처럼 무식한 녀석은 2가지 를 선택할 수 있지." "뭡니까?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있나요?" "아주 간단하지. 들어가서 죽는거야. 진법을 깰 실력이 못되면 죽어야지... 암... 진법에 자신도 없는놈이 진 안에 왜들어가?" "그럼 또 다른 방법은요?" "무공이 극강(極剛)의 경지에 이르면 왠만한 진은 설령 사문(死門)에 들어가 도 살아나올 수 있지. 눈에 보이는 놈은 모조리 죽이는거야. 하지만 그정도의 고수가 되기는 힘들지. 아마 왠만한 진법은 그냥 파괴하려면 무림에서 20대 고수 안에 들어가야 가능할거다." "..." "극마(極魔)의 경지에 들어서면 마(魔)의 극한(極限)에서 뿜어나오는 힘에 의 지해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지. 진법을 이루고 있는 왠만한 녀석들은 모두 저세상에 보낼 수 있다는 말이야. 아무리 진법이 강하다 해도 그 진법 자체도 사람이 만든 것이지. 예를들어 7명이 구성하는 것이 소북두진(小北斗陣)인데 그 북두진은 7명이 서로 도와 1명 또는 다수의 적을 한번에 공격하고 방어하 는 것이 주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야. 만약 상대가 공격하면 1명이나 또는 3명 정도가 방어하고 나머지는 모두 공격, 상대가 방어에 열중하면 모두가 다 공 격. 뭐 이런 건데.... 이때 방어하는 사람과 공격하는 사람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동료의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 일 종의 상승효과까지 얻으므로 아주 강한 힘을 내지. 물론 상대가 이 7명을 한 번에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7명 다 죽을 수 밖에.... 하지만 그정도 실력이 안되는 상태라면 어떤 녀석이 공격하 고 어떤 녀석이 방어할지, 또 그들의 움직임이 어떨지 알고있다면 그들을 공 격해서 진법을 짜서 움직이는 걸 방해하거나 아니면 그 진법을 역이용해서 공 격할 수도 있는거야. 알겠냐? 이 무식한 놈아!" "예.... 그런데 '무식한 놈'이란 건 좀 심한 말이 아닙니까?" 유백은 묵향의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갈(曷)! 말도 안되는 푸념하지 말고 열심히 익혀." * * * 묵향의 나이 마흔이 되었을때, 아침에 명상에 잠겨있는데 어떤 생각이 번쩍 떠오름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앞으로 피를 토했다. 이것 을 옆에서 보고있던 유백이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외쳤다. "대성을 축하하네.... 이제 깨달았나?" "예. 선배님 조금 더 명상을 하고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명상은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보통 이런 식으로 깨닫음을 얻고 그 엄청난 충격에 피를 토하는 경우는 정파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지만 마교에서는 거의 없다. 하지만 유백의 경우 마도의 무공에 한계를 느끼고 정 파쪽 무공에도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에 대해 줏어들은 것이 많아 그렇게 외쳤던 것이다. 묵향의 명상은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졌다. 묵향이 명 상을 끝낸 후 그는 애검 묵혼을 가지고 언제나 유백과 비무를 하던 뜰에 섰 다. "제가 깨달은 것입니다.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그는 간단하게 유백에게 예를 취한 후 천천히 검을 뽑았다. 검을 뽑 아 비스듬히 들고 있는데 검에서 붉은 빛 광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걸 보 고 유백은 숨을 죽였다. 붉은 광채는 점점 커지면서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얼 마 지나지 않아 반장(半丈)정도 떨어진 거리까지 붉은 사슬과 같기도 하고 뇌 전(雷電)같기도 한것이 뻗어나갔다. 그때 나지막한 기합소리가 들리며 검이 위에서 아래로 허공을 베고 나갔다. 그러자 검에서 반월형의 붉은 색 강기(剛 氣)가 앞으로 순간적으로 뻗어 나가며 벽에 구멍을 세로로 길게 뚫었다. 다시 한번 기합소리가 들리며 이번에는 앞으로 찌르기를 한번 하자 붉은색 끈같은 것이 앞으로 뻗어나가며 벽에 작은 구멍을 하나 뚫고 지나갔다. 그것을 본 유 백은 외쳤다. "정말 대단하군! 이것이 검강이란 것인가? 노부가 한평생을 살아오면서 진짜 검강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야. 드디어 자네 대단한 고수가 되었군." "글쎄요.... 아직도 얼떨떨 한 기분입니다. 그렇게도 검강이 되지 않더니.... 심지어는 초식으로도 만들기 어려웠는데 어제 아침에 문득 길을 잘못들고 있 다는 생각이 들더니 갑자기 강기가 뭔지 깨달아 지더군요. 검강을 뿜어내는 방법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지만 정말 그 순간은 대단히 평안하고 기분이 좋 았습니다." "껄껄... 이제 자네는 나보다도 더 고수가 되었어. 이제 나도 자네를 두고 은 퇴할 수 있겠어." "아직 선배님께 배울게 많습니다. 은퇴는 좀 더 미루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럴까.....무공에 대해서는 자네에게 가르킬 것이 없지만 딴거라면 아직도 자네보다는 내가 낫지. 정도 많이 들었으니..... 술한잔 걸직하게 내면 내 마 음을 바꿀 수도 있지...."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묵향은 최고로 속도를 내어 경공술을 펼쳐 술통을 들고왔다. 묵향과 유백이 술잔을 나누며 여태까지 하지못했던 여러가지 대화를 펼쳤다. 유백은 여태까 지 묵향을 까마득한 후배로서 묵향이 도저히 넘지못할 어떤 선을 긋고 그를 대했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니, 무공을 보여준 후에는 대접이 완전히 달라졌 다. 그는 묵향을 자신의 오랜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해줬다. 그만큼 묵향의 성 취를 그는 인정해 주었던 것이다. "자네의 성취가 이토록 빠르니 언젠가는 자네가 오랜 본교의 숙원을 이룩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오랜 숙원이라뇨?" "원래 무공이란 그 깊이가 끝이없어서 익히면 익힐수록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지. 어떤 이는 검술의 한계를 느끼고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자 도 있을정도로 어떤 한가지에 깊게 파고든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야. 하지만 자네는그래서는 안돼. 왜 쓸데없이 자신의 육체를 학대하나? 지금 안되면 나 중에는 될거야. 만약 자네가 안되면 자네 제자는 해낼거고.... 자신이 익힌 모든것을 후대에 알려주면 되지. 하기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선배도 있군...." "그 사람이 누굽니까?" "옛날 오랜 옛날 발해라는 이민족이 건설한 국가가 있었다네. 자네 혹시 아 나?" "예. 한번 들어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주 간단하게 배웠지요. 위대한 우리 한족도 아니고 겨우 변방의 오랑캐에게 멸망한 걸 보면 별볼일 없는 국가였던 것 같습니다. 그 전에 세워졌던 고구려같은 경우 아주 대단했다고 얼핏 들었 던 것 같지만요." "아니야... 자네가 잘 못 안거야. 발해란 국가는 대단한 국가지. 딴건 모르겠 지만 무공에 있어서는 대단한 나라야." "대단하다니요? 무공이 대단한 국가가 겨우 이민족에게 무너진단 말입니까?" "자네 혹시 신검대협(神劍大俠) 구휘(區揮)란 사람을 아나?" "예. 들었었습니다. 누구도 올라가지 못했던 현경(玄境)까지 올라간 고수가 아닙니까?" "맞아. 현경이라 함은 본교에서 말하는 탈마(脫魔)와 같은 경지. 그 누구도 올라가 보지 못한 곳이지. 탈마에 이르면 완전히 마(魔)에서 벗어난다고 전해 지네. 누구도 올라가 보지 못했으니 잘 모르지만 극마에 이른 사람은 좀 있으 니 그들을 보면 거의 알 수 있어. 극마의 경지 가까이만 가도 자신이 밖으로 뿜어나오는 마기의 량을 조절할 수가 있지. 자네도 우리들 끼리 있으니 잘 모 르겠지만 진짜 마도의 인물들을 만나보면 이해를 할걸세. 우리들이야 살수니 까 처음부터 마기를 밖으로 나타내지 않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받거나 아니면 아예 마공을 익히지 않지만 나머지는 그런 훈련을 받지 않거든. 참, 그런데 얘기가 잠시 샛길로 빠졌군..... 어디까지 얘기하다가 이리왔지?" "구휘에 대해....." "그래 그 구휘가 만년에 무공을 여러가지로 연구하다가 옛 발해의 무공들을 긁어모았다네. 그런다음 그것들을 모아서 북명신공(北冥神功)이라 이름붙였 지. 원래 북명(北冥)이란 것은 발해가 속해있던 지방을 말하는 거야." "그 구휘가 신공(神功)이란 말을 붙일 정도로 대단한 무공입니까?" "그렇지. 너무 대단해서 아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야." "무슨 말씀인지...." "원체 오래된 것이고, 또 국가까지 멸망해서 없어진 상태에서 여기저기서 닳 아빠진 양피지 등에 새겨진 것들을 줏어모은 것이기에 상당히 많은 부분이 사 라졌지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신공(神功)은 대자연의 숨결을 흡수해 자신 의 공력을 높이고, 초 상승의 무예 경지로 올라갈 수 있는 참고서 같은 형식 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초식보다는 무에를 익히는데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조심 할 점,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무예를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지가 일부 기록되 어있다고 하더군. 많은 무림인이 북명신공을 익혔으나 너무나 난해하고, 초식 조차 거의 없으며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완전한 내용이 아니라 상당 부분이 상실된 채였기 때문에 익힌 사람은 한명도 없다네." "아무도 못익힌다면 그건 휴지나 다름없쟎습니까?" "아니지. 이 북명신공에서 파생된 무공이 몇개 있는데 자네도 들어봤을거야. 흡성대법, 화염신공, 뇌전신공이 그것들이라네. 이중에서도 흡성대법은 그렇 게 대단한 것이 못되지. 초기에 이게 개발되었을때는 많은 사람들이 익혔었는 데 뒷탈이 큰덕분에 요즘은 거의 안익혀. 이 흡성대법은 화염신공에서 분화되 어 나왔지. 화염신공 또한 대단한 무공이지만 많은 문제점을 안고있어 이게 본교로 흘러든 후 흡성대법으로 발전했네. 하지만 발전형인데도 흡성대법은 화염신공보다 못하지. 너무나도 진기의 흡수와 그 관리에만 매달리다 보니 본 래의 공격력이 없어졌어. 그때문에 단순히 그냥 내공흡수쪽으로만 더욱 발전 된거야. 그리고 뇌전신공(雷電神功)이 있는데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고 그러더 군. 하지만 익히기가 대단히 힘든 무공이야. 이건 북명신공의 파괴력만을 발 전시킨 무공인데 엄청난 내공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익히기가 힘들고 또한 내 력 소모가 심해서 거의 안익히지. 이것도 본교에 있는데 상층부 고수들은 익 힌다는 소문이 들리더군." "상층부 고수들이 익힌다면 대단한 무공이겠군요." "아니야. 모두다 북명신공의 발전형..... 말이 발전형이지 내가 보기에는 퇴 보형이야. 그러니 자네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발해의 문자를 익히게나. 내 내일부터 그에대한 서적을 구해줄테니 익히라구. 북명신공은 본교에 보관되어 있어. 아주 상층부 고수들만이 그 책을 볼 수 있다고 하더군." "그런데 언젠가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책을 보기위해 글을 새로 익힌다 는 것도 좀 우습군요." "헛소리 하지말고 익혀. 그리고 자네 다음에 무림에 나가면 여자를 조심하게 나. 여자는 무공을 익히는데 있어 천적이야. 시간을 좀먹지. 나중에 나처럼 나이가 들어서 여자를 탐해도 늦지 않다구." "히히... 선배님의 나이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아직도 여자 생각을 하십니까?" "헛소리 하지말고 조심해. 그리고 혹시나 외부에 나갈때 적이다 싶으면 무조 건 뜸들이지 말고 해치우라구. 괜히 시간 끌다가 자네의 실력이 탄로나면 상 대도 조심하게 되니까, 처음부터 강공으로 나가는게 최고지. 그리고 증거는 절대 남기지 말라구. 자네의 살인 장면을 본 사람은 모두 죽여버려. 알겠나? 이건 네 스승으로의 명령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쓸데없이 손속에 인정을 두다가 죽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있어. 그러니 자네도 자네보다 고수에게 죽는다면 별문제지만 자네보다 하수에게 죽는다는 건 내 체면이 용서하지 못해." 고수(高手)의 출현(出現) 그로부터 3년간 묵향은 별 일 없이 평안한 생활을 보냈다. 그는 그동안 끊임 없이 강기(剛氣)를 수련했고 드디어는 완전히 강기를 이해하게 ㄷ다. 그는 적 수공권(赤手空拳)으로도 강기를 뿜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발해의 문자 도 틈틈히 익혔다. 그러면서도 시간을 내어 유백으로 부터 여러가지 잡기들을 배워 자신의 교양을 채워나갔다. 끊임없이 무식한 놈이라는 말을 들으며.....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한명이 찾아왔다. 그는 상당한 고수로서 10장 내에 다 가오기 전까지 기척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는 정중히 유백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유백 어르신" "오... 자네가 왠일인가? 이봐! 향아, 이 어르신은 장양(張楊)이란 분이다. 인사해라." "안녕하십니까? 후배, 묵향이라 합니다." "상당한 고수로군. 유선배님 확실히 후배 교육시키는 실력은 대단하십니다. 아마 이번이 마지막 제자겠군요. 그런데 왜 한명만 교육시키십니까? 여러명을 시키면 본교로서도 더욱 이익일텐데...." "글쎄... 나는 이녀석만 교육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네.... 나도나이가 있으니 봐준거겠지. 덕분에 편하게 교육시켰어." "찾아뵌 것은 다름이 아니라 묵향에게 볼일이 있어섭니다." "묵향에게?" "예. 이것 받게나." 그러면서 장양은 묵향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서신을 뜯어보니 낙양에 있는 분 타에 가서 일을 도와주라고 써져 있었다. 그리고 부분타주로 임명한다는 말과 함께 서신 안에는 부분타주의 명패와 부분타주로서의 부임 서류가 들어있었 다. 장양은 옆에서 힐끗 보더니 부분타주의 명패를 보고 축하를 해줬다. "묵형제 축하하네... 자네 출세가 빠르구만, 벌써 부분타주라니. 그것도 낙양 은 상당히 중요한 곳이라 꽤 많은 교도(敎徒)들이 있는 곳이라네. 요즘 들어 서 그곳에 꽤 많은 고수들이 파견되고 있어. 아마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 질지도 모르니 가서 조심하게나." "감사합니다." "그럼 언제 떠날려나?" "오늘은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출발 준비를 하고 내일 떠나려고 합니다. 서신 에는 언제 출발하라는 지시가 없는 걸 보니 화급을 요하는 것 같지는 않군 요." "그럼 내 위에는 그렇게 전해 두겠네. 그럼 수고하네나. 그리고 선배님도 안 녕히 계십시오." 그날 묵향은 여행준비를 간단히 마치고 늦은 시각까지 유백과 술을 마시며 이 별의 슬픔을 달랬다. 그런후 그는 부임지를 향해 다음날 새벽에 출발했다. * * * 묵향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낙양쪽으로 가고 있었다. 지나가면서 그는 될수있 으면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가 검을 뽑은것은 시시한 산적들 5 명이 길을 막았을때 뿐이었다. 그는 유백의 가르침 대로 그들의 목을 단칼에 잘라 죽였다. 그런다음 유유히 갈길을 재촉했다. 그가 행로에 오른지도 벌써 13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날 저녘 그는 약간 이른시간이기는 했지만 여관을 잡아 투숙했다. 지금 떠난다면 노숙을 할게 뻔했으므로 그는 여관을 잡아 투 숙한 다음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저녘시간이 되자 그는 방에서 나와 1층에 있 는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는 쭉 둘러봤지 만 자리가 보이지 않자, 위로 올라갔다가 나중에 내려올까 하는 생각도 했지 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줏어듣는 것도 약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점원을 불 렀다. "부르셨습니까요,나리" "자리가 있나?" "보시다시피 자리가 없는뎁쇼. 혹시 합석이라도 상관없습니까요?" "부탁하네." 그러자 점원은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손님들에게 의사타진을 하더니 곧이어 묵향이 있는 곳으로 왔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나리" 묵향이 간 자리에는 나이 많은 남자1명과 젊은 남자 1명이 앉아 있었다. 본능 적으로 묵향은 그 젊은이가 여자임을 알아챘다. 둘다 패검을 차고 있는 것으 로 보아 무림인 인 것이 확실했다. 묵향 또한 짧은 검을 차고 있기에 점원은 무림인들 끼리 앉게 한 것 같았다. 보통 사람들은 칼을 차고있는 무림인들과 합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때문이다. 그들은 묵향이 다가오자 묵향을 힐끗 처다봤다. 그들은 눈은 묵향이 비스듬히 허리 뒷쪽으로 차고있는 검에 순간적으로 머물렀다가 다시 묵향을 바라봤다. 묵향의 검은 일반적으로 사용 하는 도(刀)와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묵향이 강기를 익히자 유백의 조 언으로 묵혼의 손잡이를 약간 줄여 6치로 바꾼 것이다. 그러니 딴 사람들은 그의 반월형으로 휘어진 검집을 보고 약간 짧은 도(刀)를 사용하는 사람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런 모양의 도를 사용하는 사람 중에 유명한 도객이 없었으 므로 그들은 내심 긴장을 풀며 묵향을 바라봤다. 묵향은 그들의 눈길이 자신 에게 향하자 포권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자리를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자 나이많은 남자가 답례를 했다. "뭘요. 사해가 동포라 했으니 어려울때 도와야지요. 앉으시오." "예. 이봐, 오리탕 하고 만두 약간, 그리고 죽엽청을 주게나." "예, 나리" 묵향은 그의 앞에 놓인 녹차를 마시며 주변에서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 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 오가는 대화는 그에게 있어 쓸모없는 것이었다. 이때 나이많은 사람이 물었다. "젊은이는 어디로 가는가?" "예, 천양으로 갑니다." "오오.... 천양에는 어쩐 일로 가는가?" "예, 천일루(泉溢樓)에 들를까 해서요." "호오. 이번이 무림에 초출이신 모양이군." "하하.... 몇번 무림에 나온적은 있는데 그때마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무림초 출은 꼭 들른다는 천일루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그리로 가는 길이면 노부와 같이 갑시다. 길동무도 될것이고... 저 아이도 이번이 초출이라 그곳에 가서 노부가 한턱 낼려고 하는데 젊은이의 의향은 어 떻소?" "좋지요. 저는 묵향(墨香)이라 합니다. 선배께서는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 지...." "묵향? 특이한 이름이군. 노부는...... 그냥 노백(老伯;그냥 늙은이라는 뜻) 이라 부르구려. 그리고 저아이는 무령(武玲)이라 부른다네." 묵향은 이 40대 초반 혹은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이 사람이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둘러댄다는 것을 눈치챘다. 노백이라 함은 일가를 이룬 우두머리 를 말함이니 무림의 선배임은 확실하고..... 또 저 젊은이의 이름이 령(玲)이 니 여인임이 분명했다. 노백은 그 기도로 볼때 상당한 고수임이 확실했으므로 약간 꺼림직한 면도 있었으나, 그는 자신도 신분을 알려줄 필요가 없기에 이 들과 그냥 어울리기로 생각하고 이것저것 쓸데없는 말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이 근처에 천령산이 경치가 좋으니 쪽으로 둘러서 구경하고 가 요." "자네는 어떤가? 시간이 나겠나?" "저도 이 근처로는 와본적이 없으니 선배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알겠네. 그런데 자네의 사문(師門)이 어떻게 되나?" "하하... 그건 밝힐 수 없습니다. 선배님도 안밝히시는데..... 후배 또한 밝 힐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밝히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대단하군." "뭐가 대단하다는 거에요? 할아버지" "소협의 스승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이정도의 기재를 배출하다니... 대단 한 명문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그러자 무령은 깜짝 놀란듯이 한번 자세히 묵향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할아버지께서 그렇게 칭찬하시기는 이번이 처음이네 요." "아마 자네가무림의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최고인 것 같군..... 노부와 겨룬 다고 해도 노부의 생각으로는 이기기 힘들정도야. 소협은 나이가 어떻게 되 나?" "소협이랄 것도 없습니다. 이제 마흔 셋입니다." "이런... 내가 착각을 해도 유분수지... 미안하구만 자네 얼굴을 보니 이제 갓 스물을 넘겼을 정도라 생각해서 실수를 했네. 주안술(珠顔術)을 익혔나?" 묵향은 주안술을 익힌 적은 없지만 그의 높은 공력과 산골에서 적막하게 생활 하다 보니 감정에 치우칠 일이 거의 없어 아주 젊게 보인 것이다. 하지만 묵 향은 자신의 실력이 너무 상대에게 노출된다는 생각에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쳤 다. "예. 젊었을때부터 주안술을 익혔고, 산골에서 적막하게 생활하다 보니 그렇 게 나이를 많이 먹지 않은 것 같습니다." "흠.... 주안술이란 것이 대단한 무공이긴 하지만 너무 그것에 빠져들지는 말 게나. 외모로는 젊게 보이지만 실지로는 공력의 소모가 따르고, 또 자신도 근 골이 늙어가는 것을 잊어버릴 수도 있으니 될수 있으면 사용하지 않는게 좋 지." "약간의 공력 소모야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자식은 있나?" "없습니다. 동자공(童子功)을 익힌 덕분에 결혼은 꿈도 못꾸죠." 묵향이 천연덕 스럽게 거짓말을 하자 노백이 약간 안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동자공은 정말 익힐 게 못되는데, 자네같은 젊은이가 후손이 끊기니 정말 안 타까운 노릇이군."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무령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할아버지 동자공이 뭐에요? 대단한 무공인가요?" 그러자 노백은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 손녀에게 동자공을 설명해 주려고 생각 을 해보니 막막해서 약간 얼굴을 붉히며 대꾸했다. "동자공은 공력 상승이 큰 심법이지만 약점이 많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익 히지 않는단다." "약점이 뭔데요?" "그건 험험....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될테니 지금 여기서 묻지 말아라. 소협과 얘기하고 있는데 왜 자꾸 끼어드냐?" "흥....." 노백의 퉁명스러운 대답을 듣자 무령은 낮게 콧방귀를 뀌면서 외면했다. 아마 단단히 토라진 모양이었다. "자네는 동자공 때문에 그렇게 나이가 적게 들어보이는 모양이군. 하지만 동 자공이 깨지면 대단히 위험하니 언제나 조심하는 게 좋을걸쎄." "예." 묵향은 노백과 함께 술과 음식을 들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리에 서 일어났다. 다음날 아침 일행은 출발하여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을 했 다. 노백은 동행이 된지 3일 후 무령이 자신의 손녀라는 것을 소개했다. 강호 에는 여러가지 거친 일들이 많기에 변장을 하고 같이 여행을 한다는 말이었 다. 하지만 묵향으로서는 그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실지 노 백은 상당한 수준의 고수였고, 또 손녀인 무령 역시 그런대로 실력이 있어 자 신의 몸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자신들의 정체를 숨 기고 여행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들과의 동행이 시작된지 15일이 지나자 일행은 천일루에 도착했다. 천일루 는 3층이나 되는 거대한 주루로, 강변에 세워져 있었으며 주변의 경관이 빼어 났다. 역시나 이곳에는 무기를 휴대한 강호인들이 많이 보였는데 대부분이 선 배인 듯한 사람이 같이 와서 초출을 축하하며 여러가지 주의사항이나 강호의 정세 등을 일러주며 술을 권하고 있었다. 일행은 3층에는 자리가 없어 2층에 자리를 잡았다. 2층에서 보는 주변의 경치도 대단히 아름다웠다. 그들은 몇가 지 안주와 술을 시키고는 둘러앉았다. "이곳은 정말 경치가 아름다워요. 할아버지." "아무렴. 그러니 이곳에 강호인들 말고도 많은 일반인들이 경치구경을 하러 오는 거란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갑자기 옆의 탁자에서 시비가 붙었다. 옆의 탁자에는 3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가 술을 마시고 있는데 그 옆쪽에 앉았던 남자가 시비를 건 것이다. "호오.... 이게 누구신가, 여기서 유명한 한서삼귀(寒 三鬼) 나으리들을 뵙 다니.. 너희들 같은 사파(邪派) 놈들이 어딘줄 알고 여기로 굴러왔냐?" 이 말을 듣고 묵향이 보니 저쪽 탁자에 앉아있는 자들은 8명으로 이쪽보다 개 개인의 무공이 강한 것이 확실했다. 5명의 남녀가 8명의 남자들에게 모욕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 묵향은 이것을 그대로 놔두고 모른척 할려고 처음에는 생 각을 했으나..... 사파의 마음은 사파가 안다고 외면하기는 너무나 힘이 들었 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직접 참여하는 대신에 앞에 앉은 노백에게 부탁하기 로 마음을 먹었다. "노백선배, 저들을 좀 도와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흠흠.... 내 도와주기 어려운 것은 아니나.... 좀 사정이 있어 나서기가 힘 드네. 저따위 녀석들이 정파라고 깝죽거리다니, 세상이 말세로군." "그래도 선배께서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도와줄 순 있잖습니까?" "힘들어. 저 세녀석은 표안나게 제압할 수 있지만 저 5명은 얘기가 다르지. 지금 저들은 자칭 무산오웅(巫山五雄)이라고 칭하는 녀석들인데 모두 상당한 무공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행패가 심하지만 그래도 누구 하나 나서서 저들 을 벌할 사람이 없는 형편이야. 노부도 저들과 맞붙는다면 200초가 넘어야 결 판이 날텐데... 거기다 저들이 아무리 문파에서 따돌림을 받는 녀석들이라 하 지만 저들을 죽이면 무당파에서 묵인을 할지 그것도 미지수고... 현재 구파일 방(九派一 ) 중에서 가장 강한 세력을 나타내는 것은 무당이니 아무도 무당 과 원수를 맺을려고 하는 사람은 없어. 그러니 자연 저녀석들이 더 설치는거 겠지. 노부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군." 잠시 묵향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걸 이대로 모른체 넘기기는 힘들었다. 따끔한 맛을 보여놔야지 사파에 대한 정파의 푸대접이 약간은 식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시비를 거는 녀석들중의 한명에게 말을 건넸다. "어이, 형씨..." 새파란 녀석이 불러대는 것을 보고 무산오웅중의 한명이 가당치도 않다는 표 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나를 불렀냐?" "그렇소. 너무하는 것이 아니오? 근처에 많은 손님들이 있는데 좀 조용히 해 주시는게 어떻겠소?" "이런 빌어먹을 녀석이..... 헛소리 하지말고 어르신들 하는 일을 닥치고 구 경이나 하거라." "그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러시오. 그냥 조용히 있는 사람들에게 시 비를 걸 필요가 있소?" "무슨 헛소리. 모르면 닥치고나 있어. 이녀석들은 냄새나는 사파의 녀석들이 란 말이다. 이런 자식들이 옆에 앉아 있으면 구린내가 나서 음식이 목구멍에 내려가질 않는다구. 네녀석은 그런것 신경을 쓰지 않거든 닥치고 앞에놓인 음 식이나 퍼먹고 꺼져." "흠.... 나도 사파(邪派)니 참견을 안할 수가 없어서 그러오." "흐흐흐.... 그래? 그렇다면 네녀석도 이곳에서 꺼져줘야 겠군." 묵향이 사파라는 말을 하자 앞에 앉은 노백과 무령의 표정이 약간 바뀌었다. 그것을 묵향은 놓치지 않고 봤다. 아마 그들도 사파에 대해 약간의 선입관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할 수 없군. 실력행사를 하고싶지는 않았는데...." "뭐? 네녀석이 실력행사? 흐흐흐 죽을려고 환장을 했군." 그러면서 모두들 각자 가지고있는 무기들을 뽑았다. 그걸 보면서 묵향은 주위 를 향해 외쳤다. "여기 이 녀석들과 상관없는 사람들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시오. 공연히 목숨 을 날리지 말고.... 만약 셋을 셀때까지 남아있는 자들이 있다면 같은 패거리 로 생각하고 공격하겠소. 혹시 사파의 분들이 여기 있다면 같이 물러나시오. 동도를 같이 저세상으로 보내기는 싫소. 잠시만 자리를 비켜 주시오." 그의 내공이 실린 묵직한 음성이 흘러나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 어났다. 4개의 탁자에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었는데 무산오웅과 그 옆 자리에 앉은 6명의 남자들, 그리고 사파인 당사자들, 동행이 아직 남아 있었다. 무산 오웅은 그의 내력이 실린 목소리를 듣고 약간 움찔 하는 것 같았지만 다수를 믿고 그렇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직도 상관없는 자들이 남아있 었으므로 묵향은 그들에게 충고했다. "노백 선배님과 무령 소저도 잠시 나가주십시오. 같이 싸울게 아니라면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쪽에 있는 다섯 분도 좀 나가주 시오. 당신들이 있어봤자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이오." 그가 약간 심하게 말을 하자 5명의 흑도(黑道=邪派)인들은 약간 노려보더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노백과 무령도 밖으로 나갔다. 무산오웅 패거리들도 묵향과 같이 있던 2사람이 나가자 상대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므로 그들이 나갈때까지 손을 쓰지않고 기다렸다. 그들이 나가자 14명의 거한들은 묵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묵혼이 뽑혔다. 묵향은 노백에게 들은 말도 있고 또 유백의 당부도 있었기에 처음부터 강공(强攻)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묵향이 검을 뽑자마자 주위로 달려들던 거한들의 몸이 강기의 회오리 속에 말 려 들어갔다. 그러자 그중의 한명이 다급한 신음소리를 질렀다. "이럴수가....모두들 조심해라 검....." 챙챙챙..... 그의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고 병기가 부딪치는 소음속에서 끊어졌다. 그리 고는 거의 동시에 14명의 몸이 토막이 났다. 사방에는 두토막이 난 그들의 무 기들과 토막난 몸체들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하나같이 그들의 눈은 경악과 불 신을 말하고 있었다. 죽어가는 그들 자신도 도저히 자신들의 죽음을 믿지 못 하는 듯 했다. 묵향은 천천히 검을 검집에 집어넣은 다음 밖으로 몸을 날렸 다. 그런다음 마굿간으로 달려가서 자신의 말을 탄 다음 낙양으로 달려갔다. 더이상 이곳에 남아있어봤자 좋을것이 없었다. 재수없으면 관원들이 뒤쫓을 수도 있었다. 원래 대부분의 경우 관원들이 무림의 일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무림인이 묵향을 고발하면 귀찮은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체 하면 할수록 그의 얼굴을 더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어 무당파와 시비가 붙 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층이 조용하자 자리를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올라왔다. 그들이 본 것은 14구의 시체들로서 아주 깨끗하게 뼈채로 토막이 나 그들을 벤 사람의 실력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손님의 상당수가 무림인이었기때문에 그들은 시체와 무기 조각들을 보면서 이들이 어떤 무공에 의해 주살되었는지 각자 추리를 하기 시 작했다. 그 중에는 노백과 무령도 있었다. 노령은 몸통이 갈라진 시체의 잘라 진 부분을 주의깊게 보면서 손녀에게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군. 아주 깨끗이 잘렸어. 여기를 봐라. 그녀석의 섬세하 면서도 비범한 솜씨가 보이지 않냐?" 그러자 손녀는 역겹다는 표정으로 찡그리며 대꾸했다. "무슨말을 그렇게 해요? 내가 보기에는 정말 끔찍해요. 할아버지. 무기들이 이정도로 토막이 나 있는 걸로 봐서 아마 보도(寶刀)를 사용한 것이 아닐까 요?" 그러자 노백은 잘려진 무기 조각을 들고 손녀에게 보이면서 말했다. "그런 것 같지도 않구나. 이 잘라진 귀두도(鬼頭刀)을 봐라. 아주 두텁고 큼 직한게 아마 30근(15Kg)은 족히 나가는 중병(重兵)일거야. 여기를 봐라, 아주 깨끗하게 잘려 나갔잖아. 이건 일격에 두부썰듯 잘랐다는 말이지. 거기다 도 신(刀身)이 은은한 보라색을 띈걸 보니 합금으로 만든 것 같은데..... 거기다 저 철봉(鐵棒)을 봐라. 저것도 합금으로 만든거야. 약간 검붉은 색을 내잖냐? 저것도 일격에 토막이 났어. 이것들을 그녀석이 가지고있는 얄팍한 도(刀)로 는 아무리 보도(寶刀)라 해도 일격에 토막내긴 힘들다. 이건 무공에 의해... 그러니까 십중팔구 강기(剛氣)에 의해 끊어져 나갔다고 봐야 할거야. 거기에 모든 녀석들이 모두 일검에 죽었어. 어떤 상승도법(上昇刀法)의 초식을 사용 한 것이 아냐. 그냥 벤거야. 그러면서도 도강을 뿜어냈다면 이건 대단한 고수 (高手)다. 사람과 무기는 토막이 났으되 루의 기둥이나 벽에는 이상이 없을 정도로 강기를 잘 제어한다면 혹시 그녀석이 말로는 사파(邪派)라고 했지만 현문(泫門;도가의 제자들을 통털어 현문이라고 부름.)의 제자가 아닌지 모르 겠구나. 현문의 제자들 만이 이정도의 강기를 수련할 수 있지. 나도 꽤 안목 이 높다고 자신하며 그녀석을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보 니 노부가 오히려 과소평가 했구나." "그렇다고 꼭 현문의 제자일 가능성은 없잖아요. 혈마(血魔)의 경우에도 사파 의 인물인데도 강기를 사용하잖아요?" "그렇군.. 혈마의 제자일 수도 있겠어. 하지만 혈마가 직접 한다고 해도 이정 도로 깨끗하게는 처리하기 힘들 걸... 직접 구석에서 구경을 해두는건데.... 노부의 생각이 짧았어. 그녀석이 이길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그 리고 상승의 무공을 사용해서 끝을 낼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할아버지, 강기(剛氣)라는 게 그렇게도 대단한 거에요?" "아무렴. 강기를 뿜어낼 수 있는 고수는 몇 되지 않아. 설마 했는데 이녀석은 벌써 화경(化境)에 들어간 고수로구나. 화경에 들어 삼화취정(三化聚頂) 오기 조원(五氣造元)의 경지에 들지 않고서는 절대로 임의로 강기를 만들어 낼 수 없단다. 그렇지 않고 검법에 의해 강기를 만들 수도 있는데.... 청성파의 청 월검법(靑月劍法)이라든지 남해파가 자랑하는 청룡천승검법(靑龍天昇劍法) 같 이 억지로 강기를 만드는 검법과는 차원이 다르지. 그건 내공만 많이 쌓으면 시전이 가능하지만 내력의 소모가 심해 별로 경제적인 검술이 아니다. 반면 정반칠식(正反七式)같은 경우 내력의 소모가 심하다는 단점은 해결한 뛰어난 검법이지만 아주 정밀한 공격이 가능한 대신 위력이 제한적이라 적에게 큰 타 격을 입히기가 힘들어." "혹시 이게 정반칠식이 아닌가요?" "그건 아니다. 현재 이들의 모양을 보아하니 거의 2초의 검법에 절단났어. 앞 쪽의 무리들을 먼저 벤 다음에 순간적으로 뒤로 돌아서서 뒷쪽의 나머지들을 베어버린 거지. 초식도 뭣도, 아무것도 아냐. 그리고 아무리 정반칠식이라도 이정도로 강력한 위력은 없어. 이정도의 합금강으로 만들어진 무기들을 토막 내는게 어디 쉬운 일인줄 아냐? 믿어지지 않는다면 네 검을 뽑아서 내가 들고 있는 도를 한번 쳐봐라." 그러면서 노백은 자신이 들고있던 귀두도를 옆으로 들어올려 손녀가 치기쉽게 만들어주었다. 손녀는 얄팍한 2척 반 길이의 검을 뽑았는데 싸늘한 예기(銳 氣)를 뿜어내는 것이 평범한 검은 아닌 것 같았다. 손녀는 모진 기합소리와 함께 귀두도의 토막을 내려쳤다. "얍" 챙----! 무령의 검과 부ㄷ친 귀두도의 토막에서는 불꽃이 일어나면서 약간의 흠집이 만들어졌다. 이걸로 보아 소녀의 검이 상당한 보검(寶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손이 얼얼해질 정도로 힘껏 내려쳤는데도 약간의 흠집만이 만 들어진 것을 유심히 보더니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대로 정말 단단하군요." "아무렴. 내 전에도 말했지만 이들도 보통 잡졸들이 아냐. 무산오협이란 녀석 들하고 저쪽에 뻗어있는 세녀석은 상당한 고수라서 노부도 그들 전부를 제압 하려면 500초는 걸린다구.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일을 무당에서 어떻게 처리할지 그것이 문제로구나. 피바람이 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너도 이걸 보고 하늘위에 하늘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까불지 만 말고 무공에 힘 쓰도록 해라." 부임(赴任) 묵향은 낙양에 들어섰다. 낙양은 오랜 옛날 수도였던 도시로, 지금도 이 근방 의 교통, 상업, 문화, 군사의 중심지로서 황제가 거하는 중경(中京)으로의 동 쪽 관문이었다. 낙양은 정북원수부(正北元帥府)가 위치하고 있으며 정북 원수 부는 휘하의 20만 정병(精兵)을 이용해 낙양 외곽 수비와 몽고족들에 대한 국 경수비를 하고있었다. 그리고 중경에는 4명의 왕중 한명인 영양왕(英揚王)의 별장이 있는 아름다운 도시였다. 묵향은 우선 낙양성을 약간 구경하고 분타로 가기로 작심한 후 성안으로 들어갔다. 남문을 통해 들어가면서 보니 성문을 지키는 수비병들의 보였다. 수비병의 복장은 그가 보통 보아오던 각 관청에 소속되어 민생치안을 담당하며 유사시에나 출동하는 향방군(鄕防軍;지방군)과 달리 전투를 전담하는 어림군(御臨軍;중앙군)이라 그런지 눈초리가 매서웠고 잘 발달된 근육이 상당한 훈련을 받은 정병(精兵)들임을 무언중에 나타내고 있었다. 어림군(御臨軍)은 향방군과는 달리 각 장군들이 지휘하며, 순전히 전투를 위 해 존재하는 군대다. 이들은 국경을 위시하여 각 지방의 중요 거점, 수도 외 곽을 방위하기 위해서 주둔한다. 어림군은 황제가 통솔하는 중앙정부의 명령 만을 받으며 그 수는 112만에 달한다. 어림군 안에는 10만 정도의 직업군인들 로 이루어진 군대와 5만 정도의 외인군(外人軍;용병)들도 있으며 그 전투력은 통상의 어림군보다 강하다. 어림군은 각 지방의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들 이나 변경의 요새들에 주둔한다. 그 외에 이이제이(以夷除夷;오랑캐로서 오랑 캐를 제압한다.)의 원칙에 따라 교묘한 외교정책으로 국경을 접한 오랑캐들을 적절히 다스려 그들이 연합하지 않고 서로 다투도록 만들어, 오랑캐들의 세력 이 강대해지는 것을 억제하고 있었다. 어림군의 최고 계급은 원수, 대장군, 상장군, 장군의 4계급으로 구분되며 5명 의 원수가 각각 20만명씩의 어림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대규 모 전쟁이 벌어지면 그 지역의 향방군과 대비군(對備軍;예비군 - 각 관청에 소속되며 농한기에만 군사훈련을 받으며 전쟁이 벌어지면 출동하게 된다.), 타 지역에서의 지원군을 통괄 지휘하게 되므로 어떤때는 100만에 가까운 군세 를 1명의 원수가 지휘하기도 한다. 대원수(大元帥)란 직책도 있긴 하기만 통 합된 작전을 위해 전시(戰時)에나 직분이 생기고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거의 유명무실(有名無實)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다음 그가 늙어서 은퇴하면 후임 자를 뽑지 않기에 평상시에 대원수란 직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황제가 아닌 다른 한사람에게 군권(軍權)을 집중하면 그만큼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는 낙양성을 구경한 다음 낙양성에서 나와 낙양성 서쪽으로 길을 잡았다. 낙양의 서쪽 외곽에 천령원(天領院)이라는 큰 장원이 있다. 이 천령원은 부근 에 상당한 면적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모든 농토를 소작농에게 대여하 고 있었다. 천령원의 주인인 방대인(龐大人)은 그런대로 소작농에게 후한 편 이라 부근의 주민들에게 평이 좋았다. 그리고 방대인은 엄청난 자금력으로 주 변의 상권의 3할을 잡고 있었으며 많은 장인(匠人)들을 고용해 여러가지 상품 을 만들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는 위인이었다. 근래에는 천령표국(天領慓局) 까지 만들어 부근의 물품이나 군수물자(軍需物資) 수송사업에도 참여해 상당 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뒷구멍으로는 전장이나 도박장, 주루(酒 樓) 등을 만들어 고리대금업 등 약간 불법적인 사업을 하여 방대한 돈을 긁어 모았다. 묵향은 천령원을 향해 천천히 말을 몰며 다가갔다. 그가 다가서자 정문을 지 키던 호위무사가 그를 제지시켰다. "멈추십시오. 무슨 일이 있어서 오셨습니까?" 호위무사의 눈초리나 분위기와는 달리 그의 말은 상당히 정중했다. 아마 손님 접대에 대해서 상당히 훈련을 받은 친구인 모양이다. 묵향은 호위무사에게 말 했다. "방대인을 뵈올려고 왔습니다." "사전에 약속이 있으십니까?" "예. 대산(大山)에서 왔다고 하시면 아실겁니다." 무사는 '대산'이라는 말을 듣고 허겁지겁 안으로 통보를 했다. 대산이라 하면 마교의 본타가 있는 십만대산(十萬大山)이 아니겠는가? 봉우리가 10만개나 되 지는 않지만 많은 봉우리를 가진, 절정의 산악에 마교가 뿌리를 내렸고 십만 대산이라 하면 왠만한 멍청이가 아니면 '마교'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험악한 산세와 그 산세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요새들에 힘입어 그 오랜 마교의 전통이 지켜져 내려왔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갔던 무사는 쫓아와서 묵향에게 말했다. "고삐를 이리 주시고 안으로 드십시오. 오서오십시오. 방대인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는 서둘러 안에있는 하인을 불러 묵향을 안내해 주기를 부탁하고, 또 다른 하인을 불러 말을 마굿간으로 가져가서 정성껏 돌볼것을 지시했다. 그가 하인 에게 호들갑을 떨고있는 것을 보고 묵향이 보다못해 말했다. "그 말은 내가 아끼는 애마도 아니고 그냥 길을 떠나기 위해 구입한 말이야. 그러니 그렇게 신경쓸 필요는 없네. 말에있는 짐은 나중에 내방으로 보내주게 나. 그럼 수고하게...." "알겠습니다. 대인" 방대인은 들어서는 묵향을 상당히 반겼다. "어서 오시게. 기다리고 있었네." "안녕하십니까? 소생은 묵향이라 합니다. 주위를 좀 물리쳐 주실 수 있겠는지 요?" 그의 말을 듣자 방대인은 말했다. "취월아. 차를 빨리 가져오너라. 잠시만 기다리시게나. 차를 내온 후에 같이 얘기를 나누기로 하지" 묵향과 방대인은 차가 나올때까지 여행에서 있었던 일이나 기타 별 쓸데없는 한담으로 시간을 죽였다. 일단 차를 하녀가 가져오자 그는 하녀에게 일렀다. "손님과 조용히 할 말이 있으니 주위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해라." "예, 나으리" 취월이 나가자 묵향이 입을 열었다. "총단에 왔습니다. 여기 영패와 부임서류가 있습니다." 방대인은 묵향이 내미는 서류와 영패를 보고 난 후 그에게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본타에서는 한가지 사업을 새로이 시작했소. 표국(慓局)을 개설했는 데 이 표국 사업에 본교의 상층부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계시는 중요한 사업이오. 자네는 혹시 표국 사업에 대해 좀 아는 게 있나?" "표국에 대해서, 아니 일체의 상행위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검술 뿐이죠." "호.... 자네의 말을 듣고보니 큰 힘이 되는군. 표물운송 사업이란게 원래가 신용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보니, 우선 맏은 물건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원하는 장소로 보내줘야 한단 말일쎄. 그런데 곳곳의 깊은 산중에는 산적이나 도적들 도 많고.... 그리고 이곳은 약간 변방이기때문에 치안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 역이라, 이번에 총단에 좀 실력있는 고수들을 보내달라고 했지. 얼마 전에도 30여명 정도 도착했는데... 영 내 마음에는 차지 않더군. 그래 자네 나이는 어떻게 되나? 그리고 그전에 한 일은 뭐고?" "이제 마흔 셋입니다. 살수로서 흑살대(黑殺隊)에서 일하다가 20년 전에 검수 로 뽑혀 계속 교육을 받았습니다. 20년만에 세상에 나왔으니 세상사에 어두운 편이라 잘 부탁드립니다." 흑살대라는 말이 나오자 거드름을 약간 피우던 방대인 나으리의 안색이 확 변 했다. 흑살대라면 내총관 직속의 암살대다. 뛰어난 인재들만을 보유하고 있었 고 그들의 능력은 엄청나다는 소문을 약간이나마 듣고 있었던 것이다. "흐.... 흑살대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흑살대에에서 무슨 일을 했나?" "1급 살수로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1급 살수...." 그러면서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수건을 꺼내어 닦았다. 그런 후 찻잔을 들어 목을 축이더니 말을 이었다. "20년 전에 1급 살수... 셨다면... 대단하시군요. 허허... 몰라뵙고 실수를 저질렀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방대인은 묵향으로 부터 그렇게 대단한 기도가 느껴지지 않자, 총단에서 보내 온 하급무사나 아니면 행정쪽에 뛰어난 인물인줄 알고 처음에는 수하를 다루 듯 거드름을 피우다가 묵향의 신상내력을 알고난후에는 가슴이 철렁내려앉았 다. 표물의 안전한 운송을 위해 고수를 원하긴 했지만 너무 강한 고수가 온 것이다. 20년 전에 1급 살수였다면..... 끅! 그 뒤는 생각 안해봐도 알만하 다. 마교란 본래 무공의 고하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단체다. 그렇기에 그에 게는 더욱 조바심이 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인 것은 이자가 상행 위에는 거의 백치나 다름없는 순수 무골(武骨)이라는 점이다. 아마 그때문에 그에게 부타주의 직위를 맡겨 이곳으로 보낸 모양이다. 그리고 본타에서 직접 온 인물인 만큼 자신에 대한 감시자의 임무도 약간은 띠고 있을거라는 생각에 방대인은 이 평범한 옷을 입고 검은색 반월형의 도(刀)를 차고있는 녀석에게 식은땀이 날만큼 조심에 조심을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아마 본타로 돌아간다 면 자신의 바로 윗자리도 아닌 한참 윗자리에 포진할 것이 뻔한 이녀석에게 잘 대해주고 좋은 인상을 주면 나중에 자신의 꿈인 총단으로의 승진에 보탬이 될지도 모르고 또 다음에 유력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표국은 요 근래에 시작해서 꽤 장사가 잘되는 관계로 여기저기에 새로 만들 어놓은 분점(分店)들을 만들었습니다. 그곳에 흩어져있는 많은 고수들에 대한 통제도 문제고.... 또 제가 벌여놓은 많은 일들도 있어 직접적으로 표국을 운 영할 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총단과 분타들에서 50여명의 고수들이 새로이 배 치되어왔지만 그래도 역부족이죠. 아무래도 대규모의 표물 운송에는 힘이 붙 여 뛰어난 분을 보내달라고 부탁했습지요. 그런데 이렇게 높으신 분이 오셔 서...."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엄연히 부분타주로 왔습니다. 저에게 하대를 하십시오. 그런식으로 말씀을 하시면 껄끄럽습니다. 그리고 수하들도 이상하게 생각할 거구요. 그냥 수하들에게는 고수를 한명 초빙해 왔다고 말하 고 그러니까.... 제 이름은 유향(柳香)이라고 수하들에게 소개 하시죠." "이거 원.... 그런데.... 자네가 이번에 온 것을 모든 사람에게 비밀로 붙여 야 하나?" "그렇게 해 주십시오. 방대인 같은 경우 믿을 수 있으나 그 나머지는.. 특히 대인의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해주십시오. 그리고 무공이 있으니 수하들에게 의심받지 않고 움직일려면 표두(慓頭)로 행세를 하는게 좋겠군요. 그래야 표 물 운송에도 참가할 수 있을 것 같구요. 그리고 지금 이곳에 있는 본교의 고 수들은 얼마나 됩니까?" "분타 자체의 인원이 1,000여명 정도 되네. 그리고 각 분타나 총타에서 파견 나온 고수들이 100여명 있지. 그중에서 50여명은 요 근래에 도착한 고수들이 네. 그들은 각곳에 배치되어 일을 하고 있지. 전방, 기방, 전당포 등 안하는 일이 거의 없네. 합법적인 사업도 많고 불법적인 사업도 많은데 특히 불법적 인 사업의 경우 무력이 많이 필요하지. 지금 낙양 상권의 3할을 잡고 있는 데... 표국 업무가 정상화되면 그 비율은 더욱 늘어날거야. 표국의 신용이 올 라가면 변방으로 보내는 병참금의 수송에 관여하면 더욱 큰 돈을 벌수있지. 일반 군수물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군의 수송부에서 관할하지만 병참금의 경우 돈에 눈이 뒤집힌 산적들이 덤벼들 가능성이 있어 표국을 이용하지." "낙양에 이곳 말고 표국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표국 5개가 더 있네. 그중 3곳은 작지만 2곳은 상당히 크지. 어차피 그들과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어. 그렇지만 실지 외부에서 표물을 거의 위탁받지 않더 라도 낙양분타에서 돌리는 물자가 엄청나기때문에 그것만 해도 상당한 일거리 지. 그 외에 변방에서 말이나, 양, 모피 등 많은 물자들을 수입해올 생각으로 있는데 그쪽의 통로가 개척되면 변방으로의 무역로가 열려 막대한 이익을 줄 것으로 생각하네. 그 외에도 인력과 돈만 있으면 정당한 방법으로도 더욱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네." "집안의 하인들은 어떻습니까? 본교의 인원들인가요?" "아닐쎄. 지금 원체 사업을 확장해놔서, 그정도 여력이 없어. 기밀이 중요하 기는 하지만.... 아주 중요한 곳에 출입하는 자들과 밀정으로 심어놓은 자들 만 본교의 인물들이지." "그렇다면 저에대한 비밀을 철저히 유지해 주십시오. 암수에 걸려 목숨을 잃 기는 싫으니까요. 아무리 고수라도 암수에 걸리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 보지 도 못하고 가는것이 정석이니까요. 그리고 대인께서 알아두셔야 할 점이 있는 데.... 저는 동자공을 익혀 여색을 가까이하지 못합니다. 만약 어느날 갑자기 제가 여자를 청한다면 그건 가짜라고 보면 옳겠죠. 그리고 또 대인이 저에게 여자를 붙여준다면 그 또한 대인이 가짜라고...." "알겠네.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가족에게도 안되나?" "예. 많은 사람이 알수록 비밀이 샐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할 수 없군. 그런데 미리 양해를 구해두겠는데.... 자식들 중에 몇명이 아주 버릇이 고약한 놈들이 있으니.... 그때문에 실례를 범할 수도 있기에 하는 말 일쎄." "그정도는 상관 없습니다. 상대를 안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제 방은 좀 작은 걸로 해서... 안채와 좀 떨어진 곳이 좋겠는데... 괜찮은 곳이 있습니까?" "흠... 표사중에 한명이 쓰던 집이 있는데 좀 낡기는 했지만 수리를 하면 쓸 만할거야. 하지만 너무 집이 작아서..." 하면서 방대인은 묵향의 눈치를 봤다. 그로서는 묵향의 취향을 가늠하기 힘들 었던 것이다. "작아도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밥을 지어줄 하녀는 제가 구해서 쓸테니 걱정 하지 마십시오. 그럼 오늘은 물러가겠습니다." 인연(因緣)의 시작(始作) 묵향이 머무르게 된 집은 작은 방이 3개, 부엌이 1개, 천장에 다락이 1개 있 는 자그마한 초가집이었다. 묵향은 우선 하인들이 머무르는 작은 방을 하나 차지하고 앉아서 집의 수리부터 시작했다. 그가 수리를 하기위해 나온 인부들 에게 지시를 한 후 4일만에 집은 깨끗이 수리되었다. 방 1개를 욕실로 만들고 천장이나 벽을 수리하는 작업이었기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방 대인이 하녀를 한명 주겠다고 했지만 실지 식사는 표국에서 했으므로 목욕하 고 잠만자는 집을 위해 하녀를 둘 필요는 없었다.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표두로서 물품이 안전하게 운송되도록 노력했다. 시간이 지나자 얼마 되지않 던 인원들이 300명 정도로 늘어났고 표국은 각종 화물의 출입에 따라 쉴사이 없을 정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묵향은 바쁜 와중에서도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 시간이 없으면 잘시간 을 줄여서라도 운기조식을 했다. 그는 여러가지 무공을 익히고 있었고 요즘 그가 힘쓰고 있는 것은 어검술(御劍術)이었다. 어검술이란 글자 그대로 칼 (劍)을 다스리는(御) 기법이다. 강기와는 달리 어검술은 진기를 이용하여 검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밖으로 끌어내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어검술 을 사용하면 보통의 강철 검으로 신검(神劍)와 같은 파괴력을 낼 수 있다. 그 의 어검술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그는 검강을 뿜어내기 직전 검에 붉은 빛 의 강기가 뇌전이 흐르는 것 같이 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어검술이 아닐까 하 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파고들면 파고 들수록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노릇인지 궁금증만 쌓여서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날도 묵향은 검과 씨름을 하다가 골치가 아파짐을 느끼고 밖으로 나왔다. 여러가지로 심경(心境)이 복잡할때는 바람을 쐬면서 걷는게 상책이다. 집구석 에 들어앉아 골을 싸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가 여기저기 기웃 거리며 돌아보고 있을때 한 계집아이가 만두를 훔치는 것을 봤다. 그 아이는 만두를 가지고 얼마 가지도 못해 잡힌 다음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 다못한 묵향이 끼어들었다. "아직 어린앤데 너무 심한게 아니오?" 묵향은 코피를 흘리고 있는 때가 꼬질꼬질 묻은 옷을 입은 비쩍 마른 12살 가 량의 소녀를 보면서 안스럽다는 듯이 주인에게 말했다. "이것도 심한게 아니오. 얘는 맞아야 해. 어디가서 일해서 벌어먹을 생각은 하지않고 도둑질 부터 할려고 드니....." 그러면서 또다시 그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이는 그냥 포기한 듯 맞고 만 있었다. 그 반항하지도 않는 아니 반항할 기운도 없는 그 아이를 보고 묵 향의 마음이 움직였다. 묵향은 또다시 쥐어박으려는 가게 주인의 손을 잡은 후 말했다. "아이를 놓아 주시오." 묵향이 잡은 손에 힘을 약간 더 주자 사내는 바로 손을 놓았다. 그러자 묵향 도 그 주인의 손을 놨는데 그 손에는 붉게 손자국이 찍혀 있었다. 묵향은 소 녀를 보고 물었다. "왜 훔쳤니? 일을 해서 벌수는 없었냐?" "저는 너무 어려서 아무 일도 시켜주지 않아요." 아이는 힘없이 대답했다. 묵향이 바라보니 아이는 그렇게 맞았는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 "너 요리 잘하냐?" "예? 못해요." "할 수 없지. 날 따라 오너라." 아이가 주섬주섬 망설이자 묵향이 말했다. "일자리를 주려는 거다. 일을 하고 싶으냐?" 그 말을 듣자 아이는 조르르 따라왔다. 묵향은 천천히 걸으면서 아이에게 물 었다. "이름이 뭐냐?" "소연(蘇衍)이요." "좋은 이름이구나. 식구는 있냐?" "집에 아픈 엄마가 있어요." "어버지는?" "재작년에 돌아가셨어요." "너 말고는 식구가 없냐?" "예." "너희 집이 어디냐?" "그건 왜 물어요?" "너에게 일을 시키려면 너의 어머님께 허락을 받아야 될 것이 아니냐." "응.... 그럼 따라오세요." 그러면서 소연이는묵향을 안내했다. 소연이의 집은 낙양 구석의 빈민가에 있 었다. 다 쓰러져가는 작은 집에 소연이는 묵향을 안내했다. 묵향은 망설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은 창을 넘어 들어온 하수구의 냄새 때문인지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고 방 구석에는 다 떨어져 걸레가 되어있는 이불을 덮고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 소연이의 어머니의 병세가 심각한 것 처럼 보였다. 그래서 묵향은 소연이의 어머니를 급히 안고는 의생(의사)을 찾아 갔다. 가마 따위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안고가는 것이 환자에게 충격이 적게 가기 때문에 그는 그냥 그 여인을 안고갔다. 의생의 말로는 그 여인은 과로와 영양 실조가 병의 원인이었다. 그는 의원 부근에 자리를 잡고 그 여인이 적당히 회 복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마를 불러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 다음부터 묵향의 기묘한 동거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여인은 1달 가량 영양 있는 음식과 탕약을 먹으며 몸을 조리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 여인 을 자신의 가정부로 고용했다. 그런다음 1달에 1번 이상 충분하고도 남을 정 도의 돈을 가져다 주었으므로 집은 작은 편이었지만 상당히 모녀에게는 풍족 한 삶이 시작되었다. 여인은 어려운 생활 때문인지 음식솜씨가 형편 없었지만 묵향과 소연이가 열심히 먹어대는 동안 어느덧 시간이 흐르자 차차 나아져 갔 다. 그리고 소연이는 점점 밝은 표정으로 바뀌어갔다. 그는 소연이와 함께 집 앞에 작은 정원을 만들고 꽃씨를 뿌렸다. 그리고 소연이에게 자신이 아는 한 도 내에서 글이나 그림, 음악 등을 가르쳤다. 소연이가 곧잘 했으므로 바쁜 와중에서도 소연이를 가르치는 것은 묵향의 조그마한 기쁨이기도 했다. 어느날 밖에서 놀다가 들어온 소연이가 마루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는 묵향에게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도 무술을 해요?" "뭐?" 퍼뜩 정신이 든 묵향이 되물었다. "아저씨도 무술을 할줄 아느냐고요." "왜그러니?" "오늘 거리에서 칼싸움을 하는데 사람이 하늘로 새처럼 붕붕 날았어요. 아저 씨도 날줄 알아요? 아저씨도 칼차고 있잖아요? 좀 가르쳐 줘요." 아마 소연이는 근처 마을에 놀러갔었던 모양이다. 묵향이 거주하고 있는 곳은 소연이가 살던 낙양 성에서 좀 떨어진 곳이다. 그래서 심심하면 아이들과놀 기위해 가까운 마을로 갔다. 이번에는 아마 무림인들이 싸우는 걸 보고 놀란 모양이다. 소연이의 말도 안되는 질문에 그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아저씨는 하늘을 날 줄 몰라." "아저씨는 약해요?" "??... 응, 약하지. 그러니까 이렇게 작은 집에서 살고 있잖아. 내가 강하면 많은...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이만큼 큰 집에서 살겠지." 묵향이 과장스럽게 손짓을 해대며 말하자 소연이는 이해한 모양이다. 묵향은 소연이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 까불다가 잠든 소연이를 보며 생각에 잠 겼다. '소연이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는 것이 좋을까? 쓸데없이 피비린내 나는 무림 의 세계에 발을 들이밀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이리 저리 생각하다가 아무리 여자애라도 약간의 호신술을 알고있는 것이 좋 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연이도 무술을 배우고 싶냐?" "예." "그럼 가르쳐 주기로 하지. 내가 잘 모르니까 그렇게 대단한 건 못가르쳐 준 다. 그렇지만 무술을 배우면 심신을 닦는데 많은 도움이 되니 한번 배워보 렴." "예. 그러면 아저씨가 내 사부가 되는거에요?" "아니. 그냥 배우는 거지, 사부는 무슨.... 나는 제자를 받을 생각은 없어. 우선 심법(心法)부터 배우는 게 좋다. 이건 태허무령심법(太虛無靈心法)이란 것으로 정통적인 도가(道家)의 내공을 쌓는 심법이지. 이걸 꾸준히 익히면 무 병장수할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예뻐진단다." "아저씨도 그걸 익혔어요?" "익히지 않았다면 어떻게 너에게 가르키겠냐?" "하지만 아저씨의 모습은 예쁜게 아니잖아요?" "음..... 그러니까 내 말은..... 실수했구나. 예쁜게 아니라 튼튼해 지는 것 이다. 이건 우연히 내가 배운 것인데.....(마교에서 훔쳐배웠다고는 죽어도 못가르쳐 주지...) 여태까지 내가 익히던 것 보다는 좀 더 뛰어난 심법이지. 이것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내가 좀 수정을 해서 만든 것이니 다른 이들 에게 말해서는 안된다. 알겠냐?" "예." "그리고 이걸 한번 익히면 아침에 일어났을때와 자기전에 2각에서 4각(30분에 서 1시간) 정도 매일 수련해야 한다. 할 수 있겠냐?" "예." "이걸 익히기 시작한 다음에는 다른 심법(心法)은 익히지 말고 언제나 이것만 을 익혀야 한다. 안그러면 내공(內功)이 정순(靜純)하지 못해서 높은 경지에 이르지 못한단다." "예. 그런데 내공은 뭐고 정순하다는 건 또 뭐에요?" "내공이란 건 몸 속에 쌓이는 형태가 없는 힘인데 이걸 이용해서 네가 말한대 로 날아 다니는 거란다. 너도 날아 다니는 걸 봤다면서?" "예. 그게 내공을 이용해서 날아가는 거에요?" "그렇지. 정순하다는 건 맑고 순수하다는 말이야. 내공이란 건 정순해야지 그 렇지 않으면 나중에 너가 말한대로 날아다닐 수 없어. 알겠니?" "예." "도가(道家)의 심법(心法)은 마음을 편안히 다스리는데 그 모든 요결이 있지. 그 때문에 심마(心魔)에 빠지지 않고..." "심마가 뭐에요?" "그러니까.... 에..... 심마란 여러 가지 잡념을 말하는 거야. 오욕칠정 에....(이런 말을 해서 알아듣나?) 아니, 심마란 나쁜 거란다. 이게 생기면 아주 나쁜 일을 당하게 되니까 그냥 그렇게 알고 있거라." "예..." 묵향은 소연이에게 약간씩 무공을 가르쳤다. 그는 소연이에게 위험부담이 대 단히 큰 마교의 심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그보다 덜한 도가계통의 것을 가르치 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현문의 내공심법을 익히면 사술(邪術)에 걸리지 않는 다. 심신을 맑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묵향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 작고 귀여운 소녀에게 사술에 걸리지 않게 해주는 현문의 심법을 가르치기로 작정 한 것이다. 정통 마교의 고수들과는 달리 살수 등 특수한 계층에 종사하는 마교의 고수들 은 상대방 즉 사파나 정파의 무공을 폭넓게 익힐 수 있다. 그 무공의 장단점 을 알아야 쉽게 기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무공들은 마교가 한번씩 정파 와 충돌을 벌이면서 습득하거나 훔쳐낸 것들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소림이나 각 문파들에 비해 더 많은 정파의 무공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마교라고 볼 수 도 있다. 마교의 본거지인 십만대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천험의 요새였고, 그 덕분에 한번도 본거지가 괴멸당한 적은 없다. 그리고 관부(官部)에서도 손을 못쓰는 결과 수많은 무공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정파의 무리 들은 황궁의 압력에 일부 무공들을 뺏기기도 해서 황궁에서도 많은 수의 무공 서적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지 각 문파의 최고 무공은 약탈하지 않는 한 압력을 가한다고 뺏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연이에게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로 묵향은 매일 밤 소연이의 방에서 두세시진을 보냈다. 처음 소연이가 잠든 이후 묵향이 그 방에 들어오자 소연 이의 어머니가 약간 놀랐다. 다짜고짜로 묵향이 방에 들어온 다음 소연이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묵향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으리, 어째서 이러십니까?" "왜 그러느냐?" "소연이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십니까요?" "그게 아니다. 나는 다만 안마를 해줄 뿐이다. 지금 아이에게 무공을 약간 가 르쳐 주고 있는데 밤에 안마를 해주면 좀 더 빨리 익힐 수 있지." "그렇습니까?" 그녀는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며 물러섰다. 그러자 묵향은 속옷을 남기고 다 벗긴 다음 천천히 내력을 쏟아 소연이의 혈도를 뚫어나갔다. 거의 2 시진동안 안마를 해댄 묵향은 아직도 자지않고 옆에서 지켜보고있는 그녀에게 말을 했 다. "이걸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시오." "꼭 비밀로 해야 합니까요? 나으리." "그럼 내가 맨날 안마한다고 온 마을에 떠벌일 일이오?" "알겠습니다. 나으리" 대강의 내용을 안 그녀는 손쉽게 허락했다. 하지만 묵향이 말하지 않은 것이 몇가지 있으니, 내공을 익힐 때 낮에 무공을 익히거나 심법을 익힐때는 내력 이 강제적으로 혈도를 돌아 천천히 내공이 쌓이지만 밤이되어 잠이들면 그 내 력은 멈춰 원상으로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밤에 내공의 고수가 혈도를 타고 강제적으로 내력을 돌려주면 낮에 익히는 것의 2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부(師父)들이 제자에게 이걸 해주지 못하는 이유는 이 작업은 먼저 시술자가 2갑자 이상에 이르는 내력이 있어야 한다는 기본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정도에 이르지도 못했는데 시도하다 간 시술자의 몸이 견디질 못하고 또 진기의 유도(誘導)에 실패하면 상대방도 심한 내상을 입을 수 있다. 그리고 2갑자에 이른다 하더라도 그걸 매일 몇 시 진씩 해대면 잘못하다간 내력의 소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칫 진원지기(眞原 之氣=진신내공;眞身內功)를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시진에 걸친 이 인타유기혈공(引他誘氣穴功)을 땀한방울 안흘리고 묵향이 했기에 그녀는 그가 단순한 안마를 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다음날 딸이 아주 상쾌한 기분에 잠 에서 깨어나서 심법을 행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묵향이 하는 것을 완전히 믿 었고 더 이상의 의문은 제기하지 않았다. 살육전(殺戮戰) 밤낮으로 소연이를 가르치면서 묵향은 내공을 주로 가르쳤지 검술이나 권술 등은 일부러 조금만 가르쳤다. 묵향은 소연이가 무림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쓸만한 남자를 만나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렇게 평 화스러운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날 갑작스런 방대인의 호출에 놀라 급히 그에 게로 달려갔다. 그러자 방대인은 다급하게 말했다. "큰일났네." "무슨 일입니까?" "황량산 쪽에서 오던 표물이 산적에게 강탈당했어. 이번의 표물은 군자금을 수송하는 것이라서 본교의 고수를 5명이나 넣었는데도....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나? 자그마치 은자 10만냥(은 3125Kg)이라구." "누가 손을 댔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군자금을 건드릴 정도로 간큰 도적들은 그렇게 많지 않지. 그리고 자네는 온 지 오래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산적에게 털리면 국주가 직접 충분한 예물 을 가지고 가서 사정하며 표물을 돌려주는게 원칙이지. 돌려주지 않는 집단이 있으면 모든 표국의 공동 적이 되어 멸망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이번의 적은 쉽게 돌려주지않을 것 같아서 그러네. 보통 산적의 경우 표사들을 잘 죽이지 않아. 설령 죽인다 하더라도 짐꾼을 죽이지는 않는다네. 그런데 이번에는 모 두 다 죽었어. 호위무사 10명과 짐꾼 30명까지 몽땅 다 죽였다고. 이걸 보면 아마 적은 완전히 증거를 없애 모든 짐을 꿀꺽할 심산인 모양이야.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다 보니 자네를 불렀네." "우선 조사를 하십시오. 상대가 누군지 알아 보고 저에게 통보를 해 주십시 오. 그러면 제가 본교의 고수 20명 정도를 이끌고 가서 예물을 가지고 한번 접촉을 해보고 안되면 모두 다 없애버린 후 물건을 찾아오면 됩니다. 그것도 귀찮으시면 제가 가서 통보도 필요없이 다 없애버리죠." 1달 후 방대인은 도적들의 거처를 알아냈다. 황령산에서 좀 떨어져있는 대설 산에 똬리를 틀고있는 산적들의 소행이었다. "대설산의 산적들의 짓임이 밝혀졌네." "흠... 좀 이상한데요. 아무리 하급이라 해도 본교의 무사 5명이 함께 갔는데 겨우 산적들에게 모두 피살되었다는 게 이상합니다." "대설산의 산채는 이 부근에서는 제법 큰 규모요. 200명 정도의 도적들이 있 지. 관군이 토벌작전을 벌인다 하더라도 쉽게 전멸시키기는 어려울 정도의 규 모요. 거기다가 외부에서 고수 몇명을 영입하여 같이 해치운 것 같소." "그렇다면 그 고수들은 어디있습니까?" "조사한 바에 따르면 3명은 아직 산채에 남아있고... 3명은 자신의 몫을 챙긴 다음 떠난 걸로 알고있소." "그렇다면 총타에 통보하여 그 세녀석을 추적하여 없애버리라고 하십시오. 저 는 20명 정도 데리고 그녀석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주고 오겠습니다. 본교의 고 수들 중에 대설산의 지리를 알고있는자를 한두명 포함시켜 주십시오." "알겠네." "그럼 준비가 되는대로 떠나겠습니다." "예물을 가지고 가겠는가?" "아뇨. 그냥 기습을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편이 피해가 적을 것 같군요." "알겠네. 부탁하네." * * * 묵향은 20명의 고수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일행이 길을 나선지 12일 만에 대 설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묵향은 대설산 가까운 마을의 객잔에 말들을 매어 놓은 후 도보로 대설산에 접근해갔다. 산을 올라가자 과연 산채가 있었다. 그 의 수하들은 모두 다 쓸만한 고수들이었기에 묵향은 길을 따라 올라가지 않고 수풀을 헤치며 올라갔다. 그때문에 산적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산채 가까운 곳 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일단 산채에서 400장(1.2Km) 정도 떨어진 거리 까지 접근할 후 수하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건량(乾糧)을 먹고 좀 쉬어라. 기습은 묘시(卯時) 초(새벽 5시)에 하 기로 하지." "존명!" 지시를 내린 후 묵향은 건포(乾脯)를 뜯으며 요기를 한 후 휴식을 취했다. 드 디어 묘시 초(卯時 初)가 되자 그는 수하들과 함께 산채에 바싹 접근한 후 지 시를 했다. "내가 들어가서 공격을 시작하면 도망치는 놈들이 생길거다. 너희들은 사방에 잠복해 있다가 도망가는 놈들은 한놈도 남기지 말고 없애버려라." "존명" 그는 묵혼을 빼든 후 산채로 뛰어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전개했다. 묵혼이 휘둘릴때마다 산적의 몸뚱아리가 토막이 나며 떨어져 나갔 다. 그가 순식간에 40여명을 해치웠을때 통나무집 안에서 4명이 뛰어나왔다. 그들은 모두 상당한 고수였지만 가죽을 깁어서 만든 옷을 입은 자의 무공이 제일 떨어졌다. 아마 그가 이 산채의 주인인 듯 했다. 그두목이 외쳤다. "너는 왠 놈이냐?" "...." 하지만 묵향은 그의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근처에 모여드는 산적들을 토막내 고 있었다. 그걸 본 두목은 옆의 3명에게 말했다. "형님들 빨리 저녀석을 없애주시오." "알겠네." 그 세명이 묵향 근처로 뛰어드는 순간 묵향은 강기를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공력이 약한 2장 내에 있던 산적 3명이 강기의 회오리에 휩쓸리면서 몸의 앞 부분의 옷가지와 함께 피부가 찢어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모진 기합소리와 함께 묵향 부근에 모여있던 산적들과 3명의 무림인들이 토막이 나 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급한 일도 없었기에 묵향은 상대의 무기와 함 께 몸통을 베는 방법을 쓰지않고 무기는 놔둔 상태에서 상대의 몸에만 구멍을 내거나 잘라 나갔다. 적에게 입은 피해가 큰 이상 이녀석들의 무기를 팔아서 라도 약간은 보충을 할 작정이었다. 내부에서 난리가 나자 망루위에 있던 녀석들이 묵향을 향해 화살을 퍼부어댔 다. 묵향은 경공술과 신법을 사용해서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산적들을 베고 있었으므로 묵향쪽으로 날아온 화살은 거의 없었다. 설혹 날아온다 하더라도 그가 먼저 눈치를 채고 칼로 막았다. 그러던 중 1개의 화살이 묵향의 등에 맞 았다. 망루에서 쏜 화살 중 한대가 우연히 맞은 것 같았다. 하지만 화살은 묵 향의 호신강기에 막혀 헛되이 옷에나 구멍을 뚫을까 피부를 뚫고 들어가지 못 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산채 밖에서 대기중이던 부하들이 암기를 날려 망루에 있던 산적들을 모두 해치웠다. 일각(1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산체 안에는 살아있는 자들은 한명도 없었 다. 묵향의 손에 죽은 인원만 140여명이 넘었다. 그리고 나머지 묵향의 악마 같은 살겁을 보고 반쯤 정신이 나가서 비명을 지르며 탈출을 시도한 60여명도 모두 밖에서 대기하던 부하들에게 살해되었다. 살인의 축제가 끝난 후 묵향은 아직도 산채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하들에게 말했다. "혹시 살아있는 놈이 있으면 모두 확실히 숨통을 끊어라. 한놈도 살아 나가서 는 않된다. 시체 밑에 숨은 녀석도 있을 것이다. 하나하나 확인해라. 밖에서 부터 하나하나 확실히 처치해라. 죽었다 하더라도 몸뚱이가 두토막이 나지 않 은 시체는 확실히 두토막을 내버려라." "존명" 밖에서 부하들이 산적의 시체들을 토막치고 있을때 묵향은 오두막 안으로 들 어갔다. 이곳 산채에는 12채의 통나무 집이 지어져 있었다. 묵향은 한채 한채 확실히 뒤져갔다. 5번째 통나무 집에 들어갔을때 침대 위에는 벌거벗은 계집 이 이불로 몸을 감싸며 앉아 있었다. 묵향은 천천히 다가가서 바로 여자의 몸 을 두토막 내어 버렸다. 침대 밑까지 착실하게 뒤져서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 는 것을 확인한 후 묵향은 다음 통나무 집으로 들어갔다. 통나무 집 안에는 14명이 구석에 있었다. 13명의 반은 벌거벗다 시피한 계집들과 산적 두목이었 다. 두목은 칼을 계집들에게 겨누고 발악했다. "더이상 가까이 다가오면 이년들을 없애버리겠다." 그 모양을 보고 묵향의 얼굴에는 짙은 살기를 띈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천천 히 다가서며 말했다. "안그래도 죽여버릴 계집들이니 마음대로 하시게나." 인질을 사용하는데도 상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두목은 약간 당황했다. 납치 한 여자를 구출하기 위해서도 아니라면 도대체 이녀석은 뭣때문에 온 것인가? 그때 갑자기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천령표국의 부탁을 받고 오셨소?" "잘 아는군....." "네녀석이 훔친 걸 숨기기 위해 짐꾼까지 모두 다 죽였듯이 나 또한 자네에게 예물을 주고 부탁하는 순서가 빠졌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죽여야 해. 안그러면 주변의 표국들로 부터 비웃음을 받을게 뻔하 니까.... 이제 소문은 이렇게 날걸쎄.... 천령표국에서 값비싼 예물을 올리고 자네에게 은자를 들려줄 것을 간청했지만 네녀석이 거절해서 할 수 없이 산채 를 토벌한 후 은자를 찾아왔다고....." 말을 하면서 묵향은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얼굴과 분위기를 읽은 두 목은 자신이 도저히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옆에 있 는 이 계집들 역시.... "안돼.." 그의 비명은 순간적으로 끊어졌다. 왜냐고 묻는다면 허파에서 분리된 머리통 은 더이상 비명을 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두목을 없애버린 후 묵향은 나머지 계집들도 모두 다 없애버렸다. 안량한 자비심으로 계집들을 놓아보낼 수는 없 었다. 만에 하나 이들 중에 산적 패거리가 끼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 자 산적도 있으니까.... 묵향의 패거리는 날이 밝을 때까지 주변을 자지않고 계속적으로 감시했다. 혹시나 탈주자가 있으면 큰 탈이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어 주위가 밝아지기 시작하자 그들은 시체를 하나하나 뒤지며 혹시 나 살아있는 놈이 있는지 확인을 했다. 완벽히 처리가 되었다는 것이 확인되 자 산적들이 여태까지 약탈해서 모아둔 모든 물건들을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 다. 점심때가 가까워지자 표국에서 짐꾼들과 표사들이 도착했다. 묵향은 그들 에게 모든 짐을 맡긴 후 산채를 불태웠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숨은 놈이 있는 지 감시의 눈길을 쉬지 않았다. 산채가불바다가 된 후 일행은 떠났다. 하지 만 묵향은 수하 5명을 데리고 가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런후 기척을 숨기고 천천히 산채에 접근해서 기다렸다. 그날 저녘때가 되어 사방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벌거벗은 여자 1명을 베 었던 그 통나무 집이 있던 곳의 잿더미가 흔들거렸다. 그런후 좀 지나자 안에 서 머리통 하나가 약간 나오더니 조심스럽게 사방을 살폈다. 밖에서 아무런 동정이 보이지 않자, 보따리가 하나 밖으로 던져져 나왔다. 그런 후 한명의 거한이 안에서 기어올라왔다. 거한은 한숨을 쉬면서 나직이 말했다. "정말 대단한 악귀들이군. 내가 10년에 걸쳐 이룩해놓은 모든 것을 하룻밤 사 이에 없애버렸어. 먼저 큰형님께 찾아가 이녀석들의 잔악상을 말하고 천령표 국에 복수를 해야겠어." 그는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펴보다가 아무런 이상이 없자 안심했다. 그가 투 덜거리면서 고개를 숙여 보따리를 줏어들고 막 걸음을 옮겨 놓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눈앞에 한 사람이 서있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는데 고개를 숙였다 들자 사람이 서 있는 것이다. 그순간 그의 등 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녀석은 어디서 나온거지?' 하지만 그의 생각은 오랜시간 이어지지 못했다. 눈앞이 번쩍하는 느낌과 동시 에 의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묵향은 그 괴한이 쓰러지고 난 후 남겨놓은 보따리를 살펴봤다. 그 안에는 금 과 보석 등이 들어있었다. 묵향은 낮은 목소리로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저자의 몸을 뒤져서 돈될만 한건 모두 챙겨라. 그리고 자네는 저 보따리를 들어라. 검은 어떤가? 돈이 좀 될것 같아?" 검을 약간 뽑아 살펴보던 사나이가 말했다. "보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좋은 도입니다. 꽤 비쌀 것 같은데요." "좋아. 이제 철수하자." "존명!" * * * 사무실에서 묵향과 방대인은 이번에 약탈한 물품에 대한 명세서를 총관에게서 듣고 있었다. 묵향으로서는 계산은 질색이었지만 자신이 가져온 것을 방대인 에게 인수인계를 해야했기 때문에 동석하고 있는 것이다. 총관은 말했다. "이번에 되찾은 금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은화 8만 5천냥, 금화 50냥, 금화 10냥에 맞먹는 금괴 12덩어리 그러니까 금화 120냥, 진주목걸이2개 합쳐 은 화 1100냥, 보석이 붙은 금반지 9개 합쳐 은화 1200냥, 보석이 붙은 금목걸이 2개가 합계 은화 1150냥, 그 외의 각종 패물을 몽땅 합하면 은화 8430냥, 산 적들의 무기 중 보검 1자루 은화 500냥, 상급의 도(刀) 1자루가 은화 40냥, 상급의 검 2자루 합계 은화 100냥, 그러니까... 여기까지가 은화 10만920냥입 니다." "그 외에는?...." "그리고... 나머지 모든 무기류를 합해 계산하면 대략 12350냥, 싯가 50냥인 상급 비단이 60필 그러니까 3000냥, 싯가 384문인 비단이 120필 그러니까 은 화 4608냥, 싯가 25냥인 하급 비단이 100필 그러니까 2500냥, 싯가 12냥인 고급 무명이 240필 그러니까 2880냥, 싯가 10냥인 무명이 120필 그러니까 1200냥, 싯가 8냥 정도의 하급 무명이 150필 그러니까 1200냥, 그리고 쌀이 300석이니까 11520냥, 그 외 잡곡이나 육류 등 나머지 잡다한 것들을 몽땅 긁 어모아서 대충 4750냥, 그리고 전체 산채에서 뒤져서 긁어모은 잔돈이 83456 냥, 그래서 합하면 127464냥! 그러니까 은화 663냥 하고 168냥.... 그러니까 앞의것과 뒤에것을 합하면 총 긁어들인 것이 은화 101583냥 하고 168냥입니 다." 주) 냥(兩)이란 중국의 화폐의 단위가 아닌 무게의 단위다. 그당시 중국은 0.1냥 무게의 구리덩어리로 동전을 만들어 '문'이라 불렀다. 구리와 은과의 환율은 시대에 따라 차이가 심하지만 여기서는 1920문이 은화 1냥으로 했다. 그리고 1냥 무게의 구리덩어리로 만들어진 것이 동전(銅錢) 1냥이다. 그러니 까 동전 10문이 동전 1냥이란 말이다. 금이나 은으로 만들어진 주화인 경우 언제나 금, 은을 밝혀야 한다. 서로간의 오해가 없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은대 금의 환율은 시대에 따라 다르지만 여기서는 20:1로한다. 그러니까 은화 20냥이 금화 1냥에 해당한다. 여기 나열된 물건의 가격은 그당시 현실을 최대 한 자료를 토대로 반영한 것이니 그런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이당시 금과 은의 환율은 1대 20! 그러니까 은화 20냥이 금화 1냥이란 말이 된다. 그렇기에 언뜻 생각하면 은화 십만냥이면 1000관(貫;3125Kg)인데 비해 금화 5000냥(156.25Kg)이면 50관(貫)이니 금으로 운반하는 것이 훨씬 운반하 기가 수월하다. 그러데도 왜 군(軍)에서 그 자금을 덩치크고 무겁게 은화로 부탁했는가 하면 이걸 금화 오천냥으로 운반하면 훨씬 덩치는 작아지지만 그 것을 장병들의 녹봉으로 지급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총관의 계산을 듣고있던 묵향은 약간 안심이 되었다. "휴... 그런대로 본전치기는 하신 것 같군요, 축하드립니다. 방대인" "아니야! 관부와 군부에 무마하기 위해 사용한 뇌물들, 산채의 위치를 파악하 는데 들어간 비용, 그리고 지금 3명이 각기 은화 오천냥씩 들고 도망간 모양 인데 이들을 추적하는데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이건 본전치기도 못돼! 만약 놈들을 빨리 잡아서 은화의 일부를 회수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상 당히 믿지는 장사가 될거야. 이보게... 유표두!" "예!" "그자들은 은자 오천냥씩 가지고 갔으니 아마도 말이나 나귀 등속에 짐을 싫 고 있을꺼야. 그놈들이 전장(錢場=은행)에서 은표로 바꾸기 전에 잡아내야 해. 수하들에게 지시는 해놨나?" "예. 산채에서 없어진 은자를 파악한 다음 지시를 했습니다. 전장부터 시작해 서 거액의 은자를 바꾼 자들을 추적해 나갈 것입니다. 그 외에도 묵직한 물건 을 실은자들을 포착하여 수색하라고 일렀습니다. 은자 오천냥이면 50관이나 되는 무게니까 손쉽게 꼬리가 잡힐것입니다." "안그럴지도 몰라. 어쩌면 어디 산속 깊이 묻어두고 돌아다닐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난감해지는 거지." 그렇게 묵향에게 대꾸한 다음 총관에게 말했다. "빨리 돈을 만들어 오늘내로 수송을 시작해라. 몽땅 다 팔아버리고 빨리 팔리 지 않을 물건에 대해서는 그 액수만큼 전장(물론 자신이 경영하는)에 가서 돈 을 대출해와라. 그 외에 무기종류는 표국과 호위무사들에게 배급하고 쓸모없 는 것들은 대장간에 팔아버려. 자 빨리빨리 움직여라!" 그런다음 다시 묵향에게 정중히 말했다. "이번에는 유표두(柳慓頭)가 직접 10명 정도 이끌고 호위를 해 주게나. 시간 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수부(元帥府)에는 협조를 얻어놨으니 별 문 제는 없을걸쎄. 그리고 총관에게 물어보면 좋은 술 20통을 줄테니 그것도 같 이 가져다 주게나. 표물을 전해주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걸 주라고." "알겠습니다. 그럼!" 이 사건이 있은 다음 천령표국의 신용도는 더욱 높아졌다. 천령표국은 표물을 뺐겼지만 예물을 가지고 산채로 갔는데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을 완전히 산적들 을 토벌하면서까지 되찾아와서 표물을 운송해 줬던 것이다. 그 외에 운송이 2 달 이상이나 지체된 것에 대해 의뢰자에게 약소한 예물을 올리며 정중히 사과 함으로서 모든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여기까지가 강호에 퍼진 소문이었다. 하 지만 실지 산적한테 예물은 주지도 않았고, 순전한 기습적인 살륙전이었는데 다 위약금(약속을 어겼을때의 비용으로 표물 운송대금으로 받은 금액의 2배로 변상해야 한다.)을 내지 않기위해 여기저기 20만냥(약 은화 1040냥)에 가까운 액수를 뇌물로 뿌린 것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야 약간 지체되었다 하더라도 대규모 운송을 깨끗하게 마무리 지었다는 점을 높이 사서 표물 의뢰 가 쏟아지기 시작해 2달도 안되어 이때 입은 손해를 만회했다. 묵향이 낙양에 도착한지 3년이 지나자 그도 표물 운송에 대해 상당히 많은 것 들을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천령표국의 경우 소극적으로 산적에 대해 방어 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있은 후 일부 고수들을 동원해 산적의 본거지들 을 소탕해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낙양 부근에 산적을 구경하기 힘들었다. 산적을 소탕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수익도 상당한 액수라 북쪽에 대 규모 산적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소수로 이루어진 가난한 산적들은 아직 남아 있었짐나 이들의 힘으로는 표사들을 헤치우고 표국의 표물을 뺏는다는 것은 꿈도꿀수 없는 일이었다. 낙양분타의 표국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방대한 량의 물품을 운송, 저장하는 그 능력을 바탕으로 낙양의 상권을 점차 침식해 들어가 3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상권의 6할을 주무르게 되었다. 묵향으로서는 자신의 할 일이 거의 없어지자 무공수련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거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련으로 소연도 묵향의 얼굴을 거의 못볼 지경이었 다. 물론 소연의 어머니는 묵향이 소연이가 잠든 후 안마를 해주러 올 때 오 랫동안 볼 수 있었지만 소연이는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소연이의 경우 표 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16살의 건강하며 아름답고 귀여운 아가씨로 성장 해 갔다. 거친 표사들이 소연이를 보고 아씨라고 존칭을 쓰며 공대하는데는 물론 묵향이 거의 자신의 수양딸처럼 보살펴주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 다. 15살의 생일때 묵향이 선물한 조랑말을 타고 소연이는 열심히도 이곳저곳 을 돌아다녔다. 표사들이 다투어 무술을 가르쳐 주는 바람에 요즘 들어서는 소연이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었다. 물론 묵향이 봤을때는 어린애 장난이었지만.... 영전(榮轉) 그렇게 평화스런 하루하루가 지나가던 여름의 어느날 문득 방대인이 수련실에 서 무공수련을 하고있는 묵향을 불렀다. 묵향이 서둘러 가보니 방대인은 흑의 (黑衣)를 입은 중년인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 중년인은 상당한 고수 로서 은근한 마기를 풍기고 있는 걸로보아 아마 총단에서 온 인물인 모양이 다. "대인(大人)의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묵향이 의례적인 인사를 하자 대인은 기겁을 한 듯이 놀라 도리어 인사를 했 다. "대인의 승진을 축하드립니다. 어서 앉으십시오." 어리둥절해서 묵향이 자리에 앉자, 흑의를 입은 중년인이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셨습니까? 총단에서 연락을 가지고 왔습니다. 이번에 성취하신 공적에 대해 총단에서 대단히 만족해 하고 계십니다. 이것을 읽어 보시지요." 서신을 뜯어보니 그 안에는 총단으로 돌아오라는 명령과 함께 천랑대(千狼隊) 의 백인대장(百人隊長)으로 임명한다는 임명장과 그 명패가 함께 들어있었다. 천랑대라면 마교서열 12위 천리독행(千里獨行) 철극광(鐵極光)이 지휘하는 단 체다. 철영(鐵營)은 천리길을 혼자 달릴 수 있다 하여 외호가 천리독행인 그 는 자를 극광(極光)이라 붙였을 정도로 경공술의 달인이다. 천랑대는 엄청난 1000여명의 고수들로 이루어져 있다. 실지로는 정확히 1000명은 아니고 또 그 들은 각기 서열이 정해져 있다. 그 안에는 십인대장(十人隊長)과 백인대장의 직책이 있다. 천랑대는 마교가 자랑하는 5개의 강력한 무력단체 중의 하나인 만큼 그 안에 소속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며 그 권한과 힘도 막강하다. 그 중에서도 백인대장 급으로 발령을 받았으니 분타주라 해도 그 서열은 까마득 하게 차이가 난다. 앞의 두명이 그에게 존대를 하는 것은 당연했다. "언제까지 총단에 가면 되나?" "여러가지 정리할 점도 있으실테니 2달 이내로 오시면 됩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묵향은 편지를 품속에 갈무리한 다음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총단에서 보기로 하세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타주" "예" "지금 돈이 여유가 좀 있나?"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지금 내가 돌봐주는 모녀를 독립시키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그리고 돈은 얼마나 들까?" "모녀에게 가장안전한 방법은 땅을 많이 사주고, 그 땅을 소작에 붙이는 겁 니다. 그런다음 그 돈으로 생활하면 되죠. 지금 있는 곳도 괜찮지만 마음에 안드시면 치안이 좋은 곳에 한채 새로 장만하면 될겁니다. 별로 돈도 안들구 요." "그렇게 하기로 하세. 자네가 좀 알아봐주겠나?" "알겠습니다. 맏겨만 주십시오." 묵향은 천천히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보니 소연은 망아지를 타고 밖에 놀 러가고 없었다. 작은 집에 살기는 하지만 풍족한 살림이었다. 소연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묵향에게 매달려 귓속말로 소곤소 곤 부탁하곤 했다. 만약 큰 소리로 부탁하다 엄마의 귀에 들리면 잔소리를 듣 기때문에 애교를 부리며 귓속말을 하면 그녀의 소원은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이루어졌다. 그 외에도 묵향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 으면 사서 표사를 시켜 집으로 보내줬으므로 소연은 집은 초가집이었지만 걸 치고있는 옷차림은 대가집 아가씨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소연은 해질녘이 되어 돌아왔고 셋은 방에 모여 식사를 했다. 소연의 어머니 는 묵향과 같이 산지 3년이 흘러 둘의 사이는 밤에 잠자리를 같이하지 않는다 는 것과 언제나 '나으리'로 부른다는 것 뿐 거의 부부와 마찬가지였다. 오래 간만에 식사를 하면서 모녀와 같이 늦게까지 정담을 나눈후 묵향은 잠자러 옆 방으로 가는 소연에게 말했다. "내일은 모두 함께 갈데가 있으니까 밖으로 나가지 말아라." 그러자 소연이는 조금 과장되게 우는 소리를 하며 애교띈 투정을 했다. "이잉... 친구들하고 약속을 했는데..." "소용없어. 내일 함께 가볼데가 있으니 밖에 나가지 말아라." 묵향이 드물게도 엄하게 말하자 소연은 군말없이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어 쨋건 이집의 가장(家長)은 묵향이었으니까..... 다음날 점심때가 가까워서 표국에서 표사가 뛰어왔다. 그는 두툼한 봉투와 궤 짝 1개를 묵향에게 전해준 후 표사는 묵향과 모녀를 데리고 새로 생긴 넓은 농토를 보여주며 소작농들과 인사를 주선해 줬다. 그런 후 그들은 낙양 시내 로 들어갔다. 4명은 식당에서 늦은 점심 식사를 한 후 표사의 안내로 한 기와 집으로 갔다. 기와집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는 아담하 고 운치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1명의 하녀도 있었다. 그녀는 방대인이 급히 구해서 보내준 믿을 수 있는 하녀였다. 기와집 안을 구경한 다음 묵향에게 물 었다. "이게 이제부터 우리 집이에요?" "그럼. 네가 좋은 방 1개를 골라라. 이제 너도 다 컸으니 어머니와 한방을 쓸 수는 없지 않겠냐?" "와아!....." 소영은 환성을 지르며 방을 고르려고 뛰어 들어갔다. 소연이 들어가고 나자 묵향은 소연의 어머니에게 두툼한 봉투를 주며 나지막히 말했다. "이것은 집문서와 땅문서요. 잘 보관하도록 하시오." "예, 나으리." "옛 집에서 물건들을가져다가 쓰던지 아니면 새로 장만해서 가구와 집기들을 들여다 놓으시오. 소작준 땅에서 나오는 돈만 해도 충분히 살고도 남을거요. 그리고 소연이 시집도 보내야 하니 약간씩 저축도 해두는 것이 좋겠소." "예, 나으리. 그런데 어제부터 나으리의 안색이 좀 평상시와 다른것 같습니 다. 몸이 좀 않좋으십니까?" "아니오. 안의 방은 적절히 분배해서 당신이 사용하면 될것이고 집 뒤편에 작 은 마굿간이 있으니 거기에 조랑말을 넣어두면 되오." 그런다음 묵향은 작은 상자와 돈이들어있는 주머니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 주머니에 들있는 돈이면 충분히 올해 수확할때까지 쓸 수 있을거요. 그리 고 이 상자에는 금화 3개가 들어있소. 이건 잘 보관해 뒀다가 소연이 결혼식 때 보태쓰시오." 금화 3개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것은 은자 60냥이니 보통 한 식구가 1년 생활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은화 5냥이 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액수인 것이다. 소연이 어미로서는 평생에 만져보기는커녕 구경도 하기 힘든 거금이 었기 때문에 묵향의 말을 듣고 경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으리,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나는 내일 길을 떠날거요. 아마 다시는 만나기 힘들거요. 물론 죽으러 가는 길은 아니오. 다만 외인들과 단절된, 그래서 당신네 모녀들과는 같이 갈 수가 없소. 여러가지로 준비를 한 것이니 이정도면 아마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거요. 당신과 소연이는 이곳에 계속 있으시오. 표국에서 초가집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이리로 보내 줄거요. 그럼 안녕히 계시오." "나으리.....흐흑.." "소연이를 잠시 불러 주시겠소? 작별인사를 하고싶소." 그러자 잠시 후 소연이와 그녀의 어머니가 같이 나왔다. 그녀의 어머니는 계 속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소연아. 이번에 나는 오랬동안 여행을 해야 할 것 같구나. 몇달 정도 걸릴 것 같으니 어머님 말씀 잘 듣고 얌전히 지내야한다. 알겠지?" "예" 원체가 묵향은 자주 몇칠, 또는 몇주일씩 산적사냥을 한답시고 돌아다녔으므 로 소연이는 그가 오랜 여행을 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는 떠나는 묵향을 향해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묵향도 같이 손을 흔들어 답을 하며 표국으로 돌아왔다. 표국에서 묵향은 여행에 필요한 돈과 말을 방 대인으로 부터 받은 후 곧바로 길을 떠났다. 비무(備武) 총단에 돌아온 후 단조로운 일상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래가 마교의 주력(主力)이 되는 5대 단체의 구성원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 같다. 훈련... 훈련... 훈련.... 그것이 혼자만의 수련이든 그렇지 않으면 집단으로 모여 진 을 펼쳐 적을 상대하는 것이든 연속되는 훈련이다. 마교에서 위로 올라가려면 남보다 강한 무공을 지녀야 하기에 모든 이들이 그것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하루에 한번씩 10명이 펼치는 십절마검진(十絶魔劍陣), 일주일에 3번씩 100명 이 펼치는 백랑검진(百狼劍陣), 일주일에 1번씩 1000명이 모여 펼치는 천랑검 진(千狼劍陣)을 연습한다. 언제나 혼자서 무공을 수련해왔던 묵향으로서는 처 음에는 배울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이틀 지나면서 나중에 는 모든 것을 이해하자 그다음부터는 심드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모든것 이 너무 시시했던 것이다. 아예 이따위 시시한 검진 연습할 시간에 혼자서 수 련을 좀 더 하는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도 없는 것이 유사시에 총력을 내기 위해서는 필요없는 훈련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받 아두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은 잘 할 수 있다고 자신이 빠지고나면 자신이 이 끌어야 할 100명의 대원들은 천랑검진에서 누굴 지휘자로 움직여야 할까.... 답은 나오지 않으니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부장(副長)을 불러 지시했다. "다음부터는 자네가 본대를 이끌어 검진을 펼치도록 하게나. 그리고 평상시의 훈련도 자네가 이끌어줬으면 좋겠어." 그러자 그는 난색을 띄며 반대했다. "하지만 대장. 그건 규칙에 어긋납니다. 제게 모든 지시를 받던 아이들이 실 지 큰 전투가 벌어지면 대장과 손발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아. 그러면 그때도 자네가 지휘하고 나는 뒤로 빠지면 되니까..." "하지만...." "쓸데없는 말 하지말고 자네가 해. 나는 이번에 떠오른 몇가지 생각때문에 머 리가 터질 지경이니까!"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이행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얄팍한 수단은 바로 다음에 들통이 났다. 모두들 같은 복장이기 에 표가 나지 않을것이라고 묵향은 생각했지만 천리독행(千里獨行) 철극광(鐵 極光)의 예리한 눈이 그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그는 훈련이 끝나자마자 묵 향을 호출했다. 묵향은 천리독행 근처에 가기도 전에 그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그래서 묵향은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대주(隊主)를 뵈옵니다." 대주는 주위에 있는 수하들을 의식해서인지 극도로 화를 억누르며 말문을 열 었다. "네녀석은 뭘하고 있었나?" "예?" "정해진 훈련시간에 뭘하고 있었냔 말이다." "수련하고 있었습니다." "검진의 훈련보다도 중요한 일인가?" "......." "빨리 대답하라!" "그렇습니다." "흥. 그렇다면 네놈의 그 알량한 수련이 어느정도인지 노부가 심사를 해주겠 다. 따라오라." 그런다음 독이오른 천리독행은 대천랑검진이 펼쳐졌던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 뒤를 묵향과 수하들도 하는 수 없이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저 영감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연무장의 중간에 온 천리독행은 천천히 검을 뽑으며 싸늘하게 외쳤다. "자 빨리 검을 뽑아라." "그럼 삼가 묵향이 대주께 비무를 청합니다." "헛소리 하지말고 검이나 빨리 뽑아!" 천리독행은 독이 오를대로 올랐는지 묵향의 의례적인 절차에 따른 인사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말했다. 묵향은 천천히 묵혼을 뽑았다. "자! 어디 네녀석이 익히고 있는 검초가 어느정도 위력이 있는 것인지 한번 노부에게 보여봐라. 그런대로 위력이 있는 거라면 노부가 용서해주지." 용서해준다는 말을 듣고 묵향은 더이상 망설이지 않고 진기를 끌어올렸다. 그 러자 검이 용트림치듯 웅웅거리기 시작하며 주위에 푸르스름한 안개같은 것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천리독행이 경악해서 외쳤다. "맙소사. 검기인가? 아니 이것은 눈에 보일 정도의 유형(有形)의 것이니 검강 (劍剛)! 검강이로구나." 이미 검강은 1장(3M정도) 밖으로까지 천천히 뻗어나가고 있었고 그 푸르스름 한 안개같은 것에 가려져 묵향의 모습은 희미하게 밖에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근처까지 그 강기가 다가오자 천리독행은 놀라고 있을수만도 없었다.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친 걸음이니 할수도 없었다. 그는 검을 들어 진기를 돋우어 뻗어나오는 검강을 후려쳤다. 불꽃이 번쩍거리 며 힘들게 검강의 일부를 잘라내는데 성공했지만 곧 그것들은 다시 합쳐졌고 계속 밖으로 뻗어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천리독행은 훌쩍 2장뒤로 도약해서 물러선 다음 모진 기합성과 함께 검초를 펼쳤다. "이얍" 그가 펼친 검초는 천강혈룡검법중의 일초인 유운혈룡(流雲血龍)! 그것도 10성 의 공력으로 펼쳐지며 붉은 혈룡 10여마리가 묵향이 만들어낸 강기들과 부딪 쳐갔다. 두가지의 강기들이 부딪치며 엄청난 굉음이 울려펴지며 강기의 회오 리가 일어났지만 끝내 천리독행의 혈룡들은 두터운 푸른 강기의 막을 뚫고 들 어가지는 못했다. 그러자 독이오른 천리독행은 더욱 진기를 끌어올려 강기를 발사했다. 이번에는 전번보다 더욱 큰 혈룡들이 날아갔다. 그러자 갑자기 푸 른 강기의 막 속에서 묵향이 앞으로 달려나오며 묵혼검으로 혈룡을 쳐냈다. 이때 묵혼검은 푸른 빛을 내고 있었는데 그 검신은 두께가 5치(15Cm)정도 되 는 푸른 기운이 이글거리며 뿜어 나오고 있었다. 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붉 은 강기들이 이글거리는 묵혼검과 부딪치자 폭음을 일으키며 튕겨나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천리독행의 눈동자는 더욱 크게 부릅떠졌다. 그러면서 힘빠진 말이 새어나왔다. "어검술(御劍術)까지...." 검강(劍剛)이란 검에서 유형의 강기를 응축시켜서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의 위 력은 검기나 검풍에 비해 더욱 강력하다. 이 검강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같 은 검강이나 아니면 어검술(御劍術)을 쓰는 것이다. 어검술이란 검(劍)을 완 전히 다스릴(御) 수 있는 사람만이 펼칠 수 있는 수단(術)으로 자신의 진기를 이용하여 검이 가진 모든 능력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일반 철검을 가지고도 강철을 두부자르듯 할 수 있다는 전설적인 무예다. 어검술보다는 약 간 질이 떨어지지만 어기충검술(御氣充劍術)이 있다. 이것은 기를 다스려(御 氣) 검(劍)에 기를 충만히(充) 채워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術)로 어검술과 같 은 이글거리는 광택은 없지만 시술자의 경지에 따라 여러 광택이 나며 그 위 력은 어검술보다 떨어진다. 어검술을 펼치면 그 무엇도 자르지 못할 것이 없 는 상태가 되는데 이때 우수한 보검이나 신검 종류라면 어기충검술 정도로도 어검술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도 보검으로 어검술을 펼친다면 막기 힘 들다. 어검술에 더욱 능숙해지면 진기로서(以氣) 어검술을 펼친 검을 어검술을 유지 한 채 날려 100장밖의 고수들도 마음대로 해칠 수 있는데 이것을 이기어검술 (以氣御劍術)이라 불렀고 검술에서도 최고의 위치를 차지한다. 이것은 심검 (心劍)과 함께 검술에 있어 최상승의 경지였다. 일반 무림인들이 진기를 다스 려(御氣) 검을 움직여(動劍) 사람을 해치는 어기동검술(御氣動劍術)과는 그 파괴력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같은 어검술이나 검강이 아니면 이기어검으로 날아오는 검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검강은 상대의 검과 맞부딪칠 뿐, 지속 적인 힘이 없기에 실질적으로는 어검술이 아니면 어검술을 막을 수 없다는 말 이 된다. 만약 있다면 한가지 심검(心劍)뿐인데 이것은 전설상에나 있는 최고 의 기술로 어검술보다 윗단계의 무공이다. 이것 또한 검강의 한갈래이므로 막 대한 내력의 소모를 필요로 하지만 어검술은 검강에 비해 검의 능력을 최대한 짜내는 것이므로 진기의 소모가 훨씬 작다. 묵향은 천리독행이 경악하건 말건 그대로 어검술로 천리독행을 향해 직선으로 찔러 들어갔다. 이제 천리독행이 할수있는 행위는 2가지 뿐이었다. 그 쳐들어 오는 검을 막던지 아니면 아주 찔러들어가 상대와 동귀어진하는 방법 뿐이다. 하지만 어검술로서 들어오는 검을 신검(神劍)이 아닌 다음에야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천리독행은 이를 꽉 다물고 마주 찔러들어갔다. 묵향은 천리독행의 검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급히 몸을 틀면서 순간적으로 돌려진 몸 의 탄력을 이용해 상대의 하체를 향해 베어나갔다. 그러자 천리독행도 순간적 으로 몸을 옆으로 틀면서 묵향의 단전을 찔러갔다. 근접전이 시작되자 일초일 초가 모두 동귀어진(同歸御盡)의 초식이었다. 천리독행이 묵향의 어검술을 상 대로 이만큼이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무시무시한 경신법 덕분이었다. 만약 그의 신법(身法)이 조금이라도 느렸다면 그는 벌써 패배를 자인했을 것 이다. 하지만 천리독행은 입으로 말은 안했지만 벌써 자신이 패했다는 것을 뼛속깊이 느끼고 있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호흡이 가쁜 자신에 비해 묵향은 담담하게 일초일초 그를 향한 공격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접전이 시작된 후 30초가 지나자 묵향은 뒤로 도약해서 4장여를 떨어져 나 온 후 검을 아래로 내려가게 잡으며 포권하며 말했다. "대주의 검술은 정말이지 대단합니다. 소인 많은것을 깨달았습니다.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소인을 용서해주실 수 없겠는지요?" 천리독행은 더이상 근접전이 진행되면 둘중 한사람은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사실과 또 그 사람이 십중팔구는 자신일 것이라는 걸 알고 있 었다. 묵향의 몸은 어검술을 사용해서 검이 빛나는 와중에도 초식에 따른 예 정된 움직임이 아닌 천리독행의 움직임에 따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연하면 서도재빠르게 움직이며 천리독행의 혼을 빼놨던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이렇 게 숙이고 나오자 자신의 체면을 살려주면서 묵향이 물러났다는 것을 알아챘 다. 그래서 그도 마지못해 검을 천천히 검집에 넣으며 그에대해 답례를 했다. "험험... 자네의 검술이 이정도로 진전을 봤는지는 노부가 몰랐군. 내 밑에 있을 정도의 실력이 아니라는 걸 노부가 미리 알아채지 못해 미안하구만. 이 제부터는 모든 훈련에 참가할 필요가 없네." "대주,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가자..." 그 말과 함께 천리독행은 수하들을 이끌고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천리독행 은 이미 이 비무의 결과가 오늘중으로 교주에게 알려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 었다. 마교 내에는 수많은 교주의 눈과 귀가 숨어있는 것이다. 이들의 보고가 교주의 귀로 들어간다면 묵향은 어쩌면 자신보다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는 최대한 부드러운 어조로서 양보했던 것이다. 사이가 안좋은 상태에서 나중에 묵향이 그의 윗자리로 승진한다면 그것만큼 골치아픈 것도 없으니까.... 그 사건이 있은 후 2주일 후 묵향은 교주의 부름을 받았다. "교주님을 뵈옵니다." "오.... 요즘 열심히 수련을 하고있다는 말은 들었네. 이번에 자네를 부른 것 은 한가지 일을 맏기기 위해서야." "하명만 하십시오." "흠... 자네가 설명해 주게나." 그러자 교주의 옆에 서있던 혁무상이 말을 시작했다. "이번에 자네도 낙양에서 일을 해서 잘 알고 있겠지만 본교에서는 요즘들어 은밀하게 세력확장을 꾀하고 있네. 쓸데없는 분타들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 라 여러 사업을 확장중에 있어. 그중에서도 낙양을 시작으로 꽤 효과가 좋았 기에 3개의 표국을 더 열었네. 그리고 각종 사업채들도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시작하고 있지. 그런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우리들이 하는 사업장과 제령문 (諸令門)이 충돌했어. 제령문의 경우 200여명의 식솔을 거느리는 작은 방파지 만 그 문주가 대단한 사람이지. 자네는 강호 사정에 어두워 잘 모르겠지만 삼 황오제에 들어가는 뇌전검황(雷電劍皇)이 이끄는 문파지. 아마 좀 더 시간이 지난다면 그 문파에서 그 부근에 뿌리를 내리려는 본교의 의도를 알아챌 가능 성이 높아.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하는 거네." "뇌전검황을 없애란 말씀입니까?" "그렇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자를 1달 내로 없애버려. 문주가 없어 지면 그들의 세력이 꺽일거야. 그 문파에는 20명 정도의 대단한 고수들이 있 다고 하지만 문주가 없어지면 우두머리가 없으니 이제부터 한풀 꺽이겠지." "하지만 그정도의 고수가 암살당하면 그 뒷감당을 하기가..." "자네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정파의 초고수들 가운데 파악하기 쉬운 위치에 있는 사람은 몇 안돼. 그렇기에 본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그 자를 없앨 필요가 있다구. 실로 무림은 너무나도 넓은 곳, 삼황오제에 필적하 는 고수가 숨어지내고 있다고 해도 알기는 어렵지. 그들에 대한 경고차원에서 라도 이번의 임무는 꼭 성사되어야 해. 알겠나?" "존명!" "자네의 퇴로를 지원하기 위해서 본교의 고수 4명을 지원해주겠네. 그들을 데 리고 가게나." "필요없습니다. 속하 혼자 가도 충분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기이한 만남 그날 저녘 묵향은 조용히 총단을 떠났다.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었기에 그는 천천히 길을 재촉해 제령문이 있는 산서로 향했다. 검은색 일색의 옷차림에 테가 짧지만 경사가 급해 눈아래까지 내려오는 삿갓을 쓰고있는 그의 옷차림 새는 약간 눈에 띄는 것이지만 옷 자체가 과거 낙양에 있을때 소연의 어머니 가 만들어준 것이라서 많이 낡은데다가 묵혼도 아무런 치장이 없는 싸구려 검 으로 보이는지라 주위 사람들은 그가 방랑하는 거렁뱅이 무사 쯤으로 생각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거기에 묵향의 경우 거의 직선으로 나가고 있었기 에 산과 들을 통과하며 야숙(野宿)을 하는지라 거의 사람들과 만날 일도 없었 다. 그러던 어느날 제법 넓직한 황무지(荒蕪地)를 통과하다가 저녘밥으로 토끼 두 마리를 잡아 불에 굽고 있었다. 이때 멀리서 오솔길을 따라 말4필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묵향에게 다가오더니 그중 한사람이 말을 건넸다. "안녕하시오?" "안녕하시오?" "혹시 이 근처에서 이런 사람을 못봤소?" 그러면서 그는 품속에서 종이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 두루마리에는 그런대로 준수하게 생긴 사람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현상금 은화 40냥이라고 씌여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오. 대체 그사람이 뭐하는 사람이오?" "뭐긴 범법자지. 이제 날도 저물어가니 이곳에서 함께 야숙을 해도 상관없겠 소?" "좋을대로 하시구려." "고맙소." 그러자 일행이 모두 말에서 내리는데 그중 한명은 상당히 덩치가 좋은 대한이 었고 또 한명은 여자였다. 묵향에게 말을 건넨 사람은 그중에서는 가장 나이 가 많은 사람인 모양이다. 그들은 서둘러 주변에 흩어져 사냥을 해 토끼 3마 리를 잡더니 불에 구으면서 말 안장에서 만두와 빵, 술을 꺼냈다. 그런다음 놋쇠 주전자에 물을 붓고는 불에 묻어 차를 끓이기 위해 물을 덥히기 시작했 다. 먼저 묵향의 고기가 다 익혀졌으므로 묵향은 그들에게 예의상 같이 먹기 를 권했다. 그러자 그 나이많은 사람은 토끼 한마리를 들고가면서 제법 큰 만 두 1덩어리와 술을 권했다. 모두들 식사를 시작하면서 그 나이많은 사람이 얘 기를 시작했다. "우리가 찾는 사람은 이름은 잘 모르오. 하지만 대단히 뛰어난 고수라고 그러 더군요. 천일루에서 14명의 고수를 죽인 살인귀(殺人鬼)인데.... 그때 죽은 사람 가운데 무산오웅(巫山五雄)이 끼어있다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이때 죽은 사람 가운데 1명이 이제 강호 초출인 태진문 문주의 아들이 끼여있는게 화근 이라.... 그 장문인이 무당파 장문인과 공동으로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들었 소." 묵향은 토끼고기를 우물거리며 그의 말을 듣다가 다 씹은 고기를 꿀꺽 삼킨 후 그에게 물었다. "그렇지만 너무 막연하지 않소? 당신들도 현상금 사냥을 하는 사람들인 모양 인데 그정도 정보만 가지고 상대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러자 그 사내는 싱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우리들도 그때 목격자들을 만나 자세하게 물어봤소. 상대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자가 검은 옷을 즐겨입고... 또 검은 색 검을 차고......" 그러다가 그 나이많은 사내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과 얘 기를 나누고있는 상대방이 지금 입으로 지껄이고 있는 현상범과 인상착의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사내가 말을 끊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묵향은 천천히 그 들이 준 술을 마신다음 말문을 열었다. "노형이 알려줘서 고맙소. 원체 오래전의 일이라 깜빡 잊고 있었구려. 앞으로 는 검은색 옷도 입지 못하게 생겼군. 꽤 정이 들었던 옷인데....." 그러자 4명은 튕기듯이 일어나 병기를 뽑은다음 묵향의 기습에 대비했다. 그 모양을 보면서 묵향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대들을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벌써 골백번도 더 죽였을거고, 또 지 금이라도 그대들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니 이리 앉으시오. 나에게 무기를 겨눈 자를 살려준 적은 없지만 그대들은 나에게 만두와 술을 권한 사람들이니 내 이번은 용서해 주고싶소." 가만히 앉아서 추호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말하는 묵향의 기도에 잠시 그들은 압도되었다. 하지만 그중 덩치큰 사내가 큼직한 귀두도(鬼頭刀)를 들고 앞으 로 달려 나갔다. 그때 나이많은 사람이 그 덩치 큰 사내를 손으로 제지하며 외쳤다. "막내! 멈춰라. 도저히 우리가 손쓸수 없는 상대다." 그러자 옆에있던 여자가 아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형(大兄) 저자가 그렇게 강하다는 거에요?" 하지만 나이많은 사내는 그 대답에 답하는 대신 묵향에게 정중히 포권을 하며 말을 던졌다. "목숨을 살려주셔서 감사하오. 우리는 지금 물러서겠지만 당신도 그렇게 많은 상금이 걸려있으니 조심을 좀 하셔야 할 거외다." "클클... 겨우 은화 40냥에 눈이 먼 자들이라면 그렇게 대단한 실력자는 없을 거요. 대신 자네들에게 한가지 정보를 알려 주지." "뭡니까?" "나는 지금 뇌전검황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는게 어떻겠소? 만약 내가 그자에게 패한다면 내 목만 들고가면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거요." 그러자 4명은 경악하며 외쳤다. "뇌전검황! 그대는 뇌전검황이 어느정도의 실력자인지 몰라서 찾아간다는 거 요?" "나는 무림에 거의 나오지 않기에 이번에 그 명호는 처음 들었소. 혹시 실례 가 안된다면 자네들이 안내를 좀 해주지 않겠나? 혼자서 찾아갈 수도 있지만 자네들의 안내를 받는 것 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피차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그 나이많은 사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좋소. 같이 갑시다." 그렇게 해서 묵향은 그들과 기묘한 여행을 시작했다. 그 나이많은 사내의 이 름은 정량(玎良)이라 했고 나머지는 현상금 사냥을 하면서 만난 동지들로 서 로 형제의 의리를 맺고는 여태까지 같이 지내오고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 민 옥(玟玉)이라는 젊은이는 입담이 좋아서 여행에서 동행들이 피곤하지 않게하 는 재주가 있었다. 모두들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다음 목적 지까지 와 있는 것이다. 모두들 서로 중요한 것들은 숨기고 있겠지만 같이 얘 기들을 나누다 보니 상당히 친해졌다. 여행을 시작한지 25일째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묵향은 당당하게 문을 지키는 호위무사에게 물었다. "검황을 만나뵙고 싶소. 안내를 하던지 아니면 연락을 좀 해주시겠소?" "나으리께서는 지금 거의 문의 일에서 은퇴를 하고 총관 나으리에게 대소사를 일임하고 계십니다. 볼일이 있으시다면 총관님을 뵙는게 낫지요." "이 일은 노가주(老家主)가 아니면 안되오." "나으리께서는 저곳의 초가(草家)에서 지내십니다. 시중드는 몇사람만을 거느 리고 계시는데 혹 가시더라도 만나뵙기는 어려울 겁니다." "알려줘서 고맙소." 묵향 일행은 말을 달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묵향은 산길을 지나가다가 갑 자기 멈춰서며 소리쳤다. "모습을 나타내라!" 그러자 갑자기 4명의 흑의 복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을 보고 동행들은 경악하며 출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 하지않고 묵 향은 흑의 복면인들에게 물었다. "누가 보내서 왔느냐?" 그러자 그중 한명이 대답했다. "혁장로께서 보내셨습니다. 대장(隊長)을 지원하라는 분부셨습니다." "돌아가라." "그렇게 말씀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속하들은 돌아갈 수 없습니다." "흠.... 그럼 할 수 없군. 너희들은 나를 따라오되 결코 내 지시가 없이는 손 을 써서는 안된다. 약속할 수 있느냐?" "명에 따르겠습니다." "좋다. 따라오라!" 중인들은 따라오기 시작한 4명의 복면인들이 극도로 훈련된 고수들이라는 사 실을 깨닫고 농담도 집어치우고 묵묵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거의 기척이 없 이 따라오는 그들의 움직임으로 봤을때 정상적인 무림인은 아님을 사냥개의 감각으로 곧 알아챘던 것이다. 묵향이나 그 흑의 복면인들도 말이 없었으므로 초가에 도착할때까지 모두들 말없이 길을 재촉했다. 초가에 도착할때는 저녘 때가 다되어 모두들 시장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초가에 도착해보니 한 노인이 정원의 매화 나무를 손질하고 있었고, 그 옆에 는 청의동자(靑依童子) 한명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하는 것을 보 고있던 노인이 반갑게 말을 걸었다. "어서들 오시게나. 식사는 했나? 얘야. 빨리가서 문향주 위로 모든 고수들을 불러오너라. 급한 일이라 일러라." "예." 답을 하더니 동자는 쪼르르 경신술을 써서 달려 내려갔다. 순간 흑의인들이 잠시 꿈틀했지만 묵향의 말없는 제지를 받고 동자가 멀어지는 모습을 그냥 지 켜봤다. "령(鈴)아! 손님들이 오셨으니 차를 내오거라. 모두들 이리 오시게나." 검황은 손님들을 안내해서 마루 한쪽편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흑의 복면인들은 그냥 마당에 서 있을뿐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을 보다못한 묵향이 노인에게 말했다. "저들에게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럼 신경쓰지 않기로 함세. 자네는 이리와서 나하고 얘기좀 하지 않겠나?" "예 그러죠." 복면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령이라 불리는 홍의소녀(紅依少女)가 가져 오는 차와 간단한 음식을 먼저 들었다. 묵향이 차를 마시는 것을 물끄러미 보 던 노인이 물었다. "차마시는 모양을 보니 완전한 야인(野人)이 분명하군. 예절 교육이라곤 받지 않은 모양이네 그려." "저는 태어나서 지금껏 그런 교육은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근래에 마지막 사 부를 만나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오랜동안 습관이 되어 고치기가 어렵군요." "고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고치지 않은 거겠지." "하하... 그거나 그거나 비슷한 거죠. 저는 세세한 사항에 얽매이기는 싫습니 다." "자네는 보아하니 천하를 탐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찌하여..." "의리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차맛이 어떤가?" "좋군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차맛을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냥 입맛에 맞다 안맞다만 느낄 뿐 그 외에는 모르겠습니다."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군. 자네들은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나?" "예." "그럼 령아, 음식과 술을 준비해라." "예." "산속이라 별로 찬은 없으니 이해해 주시게나." "별말씀을요." 모두들 노인과 묵향이 주고받는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금까지 들 리는 말에 의하면 그런대로 노인이 이쪽에 호의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태도는 언제 바뀔지 모르는 노릇이고, 묵향 자신이 이 노인을 해치 러 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사정이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그들은 노인 의 환대에 의아해 했지만 그냥 잠자코 있으면서 마음속으로 대비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밑으로 연락을 하러 달려간 청의동자에 대한 걱정도 있 었다. 그녀석이 많은 고수들을 거느리고 오면 일이 복잡하게 되는 것이다. 하 지만 묵향이 잠자코 있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 고받는 가운데 홍의소녀가 가져오는 음식들을 들었다. 모두들 술과 음식을 들 면서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에도 흑의 복면인들은 그냥 한군데에 서 있을뿐 자 리에 끼어들지 않았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 즈음에 밑에서 15명 정도의 고수들이 최대한 빠른 속도 로 경공을 펼쳐 올라왔다. 그들의 신법으로 보아 상당한 수련을 거친 자들임 이 확실했다. 모두들 우려하던 현실이 다가오자 바짝 긴장하면서 만일의 사태 에 대비했다. 정량의 패거리는 직접 싸우러 온 자들이 아닌만큼 긴장이 들하 기는 했지만 불문곡직(不問曲直) 달려든다면 자신들도 위험하므로 싸늘한 긴 장감이 흐르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이 달려들어오는데도 묵향의 표정 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그는 달려오는 고수들을 보며 노인에게 말했다. "상당히 잘 단련된 아이들이군요." "클클... 다 허장성세(虛張聲勢)일 뿐 저들 중에서 쓸만한 녀석은 몇 안돼 네." 제자들은 달려온 다음 그 중에서 한명이 노인에게 포권을 하면서 말했다.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오냐. 너희들은 거기 앉아 이 늙은이가 나누는 얘기나 듣고 있거라. 많은 도 움이 될지도 몰라 내 부른 것이다." "예." 그러더니 그들은 그 노인 뒷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이 앉을 자리가 충 분하지 않았기에 홍의소녀는 돗자리를 내와서 대부분은 마당에 자리를 잡았 다. 그들에게도 차가 주어졌다. "자네 무공 말고도 배운 것이 있나?" "몇가지 배웠죠. 모두 마지막 사부가 가르쳐 준 것인데, 음악과 수묵화를 좀 배웠습니다. 그리고 사부가 정원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셨기에 그것도 어깨너 머로 좀 배웠습니다. 원체 재주가 없어서 별로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습니 다." "음악을 좀 한다구? 그럼 혹시 금(琴)을 탈줄 아나?" "조금" "령아. 금을 가져오너라." "예..." 홍의소녀가 금을 가져오자 그 노인은 금을 넘겨주며 말했다. "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곡 들려주면 감사하겠군." "그럼.." 묵향은 줄을 고른 후 금을 타기 시작했다. 묵향은 금음에 약간의 내공을 불어 넣어 운용했기에 듣는이의 심금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것은 마교의 음공 (音功)의 일부를 모방한 것으로 실지 이런 방식으로 내공을 더욱 많이 주입한 다면 듣는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묵향의 경우 그걸 유백 에게 배웠지만 자신은 음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석에 어긋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사람의 심금을 울리도록 조미료로 내공을 이용하고 있었 다. 이때 옆에서 듣고있던 홍의소녀와 제자들보다 나중에 달려온 청의동자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라 그런지 홍의소녀는 참지못하고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그걸 본 묵향은 연주를 멈추며 말했다. "미천한 곡을 계속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확실히 자네의 금을 타는 솜씨는 별볼일이 없어. 하지만 그 오묘한 내공의 운용은 정말 대단한 경지로군. 령아가 눈물을 흘릴 지경이니.... 본격 적으로 금을 배우면 음공만으로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겠군. 자네의 생각 은 어떤가?" "음악이란 음(音)을 이용해서 마음에 감동을 받으며 즐기기(樂)위한 것이지 그걸로 사람을 죽이라는 건 아닌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 은 많고 많은데 무엇 때문에 그 방법을 택하겠습니까?" "특이한 친구군. 내공이 강한 경우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대단한 득이 되지. 만통음제(萬通音帝)의 경우 그 살인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나? 많 은 사람을 한번에 별 수고도 없이 죽이는데는 그게 최고인 것 같더군." "저는 좀 힘들더라도 음을 살인에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네는 검이란 뭣이라고 생각하나?" "아니? 검을 아직도 모른단 말입니까?" "......" "지금 저들이 차고있는게 검이 아닙니까? 양쪽에 날을 가진 아름다운 살인도 구죠. 보통 길이는 2척 8촌정도...." "내가 그걸 묻는게 아닌줄은 자네도 잘 알텐데..." "그게 그거죠. 무공이란 무공인 것이고, 검은 검, 도는 도입니다. 왜 무공과 검을 혼동하십니까?" "대단하군. 그정도 경지에 이르렀다니.... 하지만 아직도 많은 멍청이들이 그 걸 혼동하고 있지. 저기있는 내 아들녀석도 그걸 혼동하지. 실지 검이란 아무 것도 아냐. 그냥 손이 좀 더 길어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까? 오랜만에 자네 와는 밤새워 얘기를 할 수 있을 기분이 드는군. 자네는 어떤가?" "좋죠." 비무의 결과(結果) 묵향과 그 노인은 밤새워 얘기를 나눴다. 거의 대부분은 무공에 대한 것이었 지만 무공외의 얘기도 많이 오갔다. 하지만 둘의 대화는 그뿐으로 서로의 신 상이나 주변의 얘기는 일체 없었다. 그들은 술을 조금씩 마시며 동이틀때까지 얘기를 나눴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 들의 대화는 대단히 높은 경지의 무공에 대한 것들이었고, 그들이 이해하기는 너무나도 힘든 부분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노인과 묵향은 신이나서 서 로의 이론에 반박하기도 하면서 대화는 계속되었다. 노인이 사는 곳에서 해지 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는 탁 트여 해뜨는 장관을 볼 수 있었다. 해가 떠오르자 모두는 하던 대화를 멈추고 그 장관을 혼이 나간 듯이 즐겼다. 해가 완전히 나오자 노인은 다시 물었다. "자네는 좋은 검을 만들어 나가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러자 갑자기 묵향은 안색이 약간 굳어지며 말했다. "그 질문의 대답은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차선(次善)의 대답은 해드릴 수 있죠. 모두 잊으면 됩니다. 완전히 잊으면 좋은 검이 만들어질 겁니다." "모두 잊는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실행이 불가능한 대답이군. 그럼 최선의 답 은 뭔가?" "그건 제가 구상중에 있는 검법의 서문(序文)이기에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 검법은 아무에게도 알려줄 생각이 없거든요." "다음에 받을 제자에게도 말인가?" "저는 제자를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무공의 끝이 어딘지 알고 싶을 뿐 입니다. 계속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다가 늙어 죽을 생각입니다." "대단한 친구군. 그렇다면 구상중인 검법의 이름을 좀 알려줄 수 있겠나? 참 궁금하군." "무상검법(無上劍法)이라 지었습니다." "대단히 광오한 명칭이군. 무상(無上)이라. 더 이상의 검법이 없다는 말이 니... 어떤 것인지 더욱 궁금하네 그려." "좀 있다가 보시게 될겁니다." "그 무상검법은 몇가지 초식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고정된 초식은 없습니다." "초식이 없다구? 그렇다면 어찌 검법이랄 수 있나?" "무초식의 초식을 내포하고 있죠. 초식이 있다면 그걸 역이용한 대응 무공이 나오게 되어있죠. 하지만 초식이 없기에 그것이 무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검법은 어떤 형태로 되어있나?" "지금까지는 총 4개의 장(章)으로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더 늘려갈 생각입니 다." "그걸 간단히 알려줄 수 있나?" "어려울 것 없죠. 1장은 검기(劍氣), 2장은 검풍(劍風), 3장은 어검(御劍), 4장은 검강(劍剛)입니다. 실질적으로는 검을 이용했다 뿐이지 검법도 아닙니 다. 하지만 그렇게 이름붙이고 싶어서 불렀을 뿐입니다." "전설적인 무공들이 모두 망라되어있군. 더욱 구미가 당기는군. 자네도 여태 껏 기다리느라 진이 빠졌을테니...... 령아. 내 검을 다오." 그러자 홍의소녀는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검을 말씀입니까?" "오냐." 홍의소녀는 안으로 들어가더니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고검(古劍) 1자루를 가 지고 나와 노인에게건넸다. 그러자 노인은 검을 천천히 뽑아 묵향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내가 이녀석을 30여년 전에 우연히 구해 아직도 애지중지 하고 있다네. 아주 대단한 보검이야. 내 손에 들어온 것을 나는 아직도 감사한다네. 어떤가?" "아주 훌륭한 검이군요. 검신이 곧은 것이 산악(山岳)의 기운을 담고 있으니 대단한 보검이라 생각됩니다. 그 검의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요?" "패왕검(覇王劍)이라네. 일반적인 보검과 같은 예기가 없어 보통 검처럼 보 여, 나도 처음에는 이녀석의 진면목을 잘 알아보지 못했지. 하지만날이 갈수 록 마음에 드는 녀석이라 내가 그렇게 이름을 지었지. 자네의 검은 어떤 것인 가?" "제것은 그냥 정강(精剛)으로 만든 보통 검입니다. 아주 오랜세월 정이 들었 기에 그냥 사용하고 있을 뿐이지 뭐 보검도 뭣도 아니죠. 하지만 아주 제 마 음에 쏙 들게 잘 만들어진 검입니다." 묵향은 묵혼을 꺼내어 보이며 말했다. "짧은 검을 좋아하는 모양이군." "그렇지도 않습니다. 예전에는 검자루의 길이가 1척이나 되어 그걸로 사람의 눈을 현혹하길 즐겼지만 지금은 그것도 귀찮아서 잘라버려 보통 검보다 약간 긴 정도일 뿐이죠." "1척이라. 대단하군. 확실이 자루가 1척이나 된다면 보통 고수가 아니고서는 간격을 잡기가 힘들지. 그럼 이제 자네의 실력을 보고싶군. 이리 따라오게." 두명이 일어서자 모두들 따라 일어섰다. 그걸 본 노인이 그들에게 말했다. "모두들 여기에서 구경하는 게 좋겠군. 우리는 저 밑에서 비무를 할테니 까.... 정(靜)아. 너는 만약에 이 아비가 죽더라도 복수할 생각을 말아라. 이 것은 비무일 뿐 그 무엇도 아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서진(徐眞)아." "예. 사부님" "내가 죽으면 이 패왕은 너가 가져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그것은 사부님의 신물(信物)인데 어찌 제자가 감히." "이건 장문인을 나타내는 신물이 아니다. 그냥 내가 애용하던 검일뿐. 너는 아직 미숙하나 그 기상과 기운이 나의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에 이걸 너 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다. 이걸 가지고 정이를 도와주도록 해라." "예, 사부님." 노인은 천천히 묵향의 뒤를 따라 내려와 오두막 밑에있던 밭의 가운데에 섰 다. 밭은 평평하고 제법 넓직해 20장 정도의 넓은 비무장을 제공해 주고 있었 다. 노인은 성큼성큼 걸어가 거의 묵향과 7장(약 21M) 거리까지 떨어진 다음 천천히 검을 뽑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해 보자구." 고수들이 사용하는 강력한 무공들의 경우 거의 강기 계통을 사용하여 상대를 공격하기에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결투가 시작된다. 묵향도 검을 천천히 뽑은 후 정안으로 겨누어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예의는 필요없이 처음부터 살수(殺手)를 쓰기로 하죠." 언제나 실전이 아닌 비무에서는 예의가 있다. 비무라는 말이 나오면 동년배끼 리는 서로 3초를, 후배와 선배가 상대할 때는 선배가 3초를 양보한 다음에 본 격적인 대결이 시작된다. 말과 동시에 묵향의 몸 주위로 푸른색 구름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노인은 대경해서 말했다. "검강! 대단하군. 이런 식으로 검강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본적이 없네. 이것도 무상검법인가?" "예. 지금것은 4장 3절, 망강(網剛;강기의 사슬)이라는 것입니다. 수비에 효 과적이죠." 그러자 노인은 앞으로 달려나오며 우렁찬 목소리로 기합을 토했다. "으얍" 그와 동시에 강맹한 초식이 펼쳐졌고, 노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의 회 오리와 푸르스름한 안개가 부딪치며 불꽃을 튕겼다. 하지만 약간 갈라지던 안 개는 곧이어 원상태로 돌아갔다. 이걸 본 노인은 신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대단한 보호력이군. 뚫고 들어가기는 힘들겠어." 그러자 안개 저편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노야(老也)의 능력이라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겁니다. 괜히 투덜거리지 마 십시오." 그와 동시에 노인은 앞으로 뛰쳐 나오며 외쳤다. "묵룡세(墨龍勢)!" 그와 동시에 노인의 검에서 십여가닥의 강력한 강기가 뇌전처럼 뿜어져 나오 며 안개를 찢어놓기 시작했다. 강기와 강기가 부딪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검강, 검기의 회오리가 일어났다. 검강의 사슬인 경우 얇고 가는 가슬이 두텁 게 연결되어 있기에 강력한 검기라 하지만 뚫고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강기의 사슬을 찢는데 성공하자 노인은 즉시 묵향에게 검을 찔러넣 으며 외쳤다. "용신세(龍身勢)" 패왕검은 웅웅거리는 검음과 함께 푸르스름한 빛을 띄면서 묵향을 향해 덮쳐 왔다. 수십마리의 용들이 자신을 덮쳐오는 환각이 일어날 정도로 푸른 빛을 띈 패왕검이 묵향을 향해 순간적으로 10여번 전신요혈을 향해 찔러왔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검기가 함께 일어나며 묵향의 전신을 덮쳐왔다. 이때 묵향이 "3장 1절, 어검"이라는 말을 낭랑히 말함과 동시에 평범하던 묵혼검에서 푸른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상태로 묵향은 묵혼을 들어 찔러들어오는 패왕검의 검초를 막았다. 몇번 패왕검의 검초를 몸에서 약간씩 빗나가게 흘려보냈다. 이때 묵향의 어검술과 노인의 막강한 검기가 부딪치며 엄청난 폭음과 함께 회 오리가 일어났다. 노인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순간 묵혼검과의 사이에 서 일어나는 회오리와 같은 반탄력을 이용해 뒤로 튕겨나가며 외쳤다. "비룡세(飛龍勢)" 그와 동시에 빛이 나는 패왕검은 노인의 손을 떠나 막 노인을 추격하려는 묵 향을 향해 빛과 같은 속도로 찔러 들어갔다. 묵향은 찔러 들어오는 패왕검을 옆으로 쳐내며 노인을 따라가려고 했다. 하지만 튕겨나간 패왕검은 타원을 그 리며 다시 묵향을 향해 덮쳐왔다. 묵향은 그것을 보고 나지막히 말했다. "3장 2절 이기어검" 그와 동시에 묵향의 손에서 묵혼이 빠져나가 어기동검술(御氣動劍術)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패왕검과 공중에서 부딪쳐 나갔다. 묵향은 묵혼이 자신의 손에 서 떨어져 나간 그 순간 노인이 있는 곳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러면서 "4장 1 절, 통강(通剛)" 그와 동시에 그의 장심(掌心)에서 푸른색의 길쭉한 용과 같 이 생긴 것이 노인을 향해 뻗어 나갔다. 그것을 본 노인은 대경해서 옆으로 피했다. 노인이 옆으로 피해 나가자 묵향은 이번에는 손을 수평으로 그으면서 말했다. "4장 2절, 절강(絶剛)" 그러자 그의 손에서 푸른색의 반월형과 비슷한 물체가 노인이 피해나간 위치 를 향해 광범위하게 날아왔다. 거의 동시에 노인은 위로 몸을 날렸다. 노인의 신발 아래쪽으로 아슬아슬하게 그 반월형의 물체가 날아갔고 그것이 밭의 바 깥부분에 있던 나무들에 맞자 일순간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곧이어 나무들 이 밑동이 잘려서 쓰러져 나갔다. 수십그루가 잘려 나가는 걸로 보아 그것의 위력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노인이 위로 떠오르자 묵향은 기다렸다는 듯이 노인이 날아오르는 위치에 손 을 뻗으면서 말했다. "4장 1절, 통강" 그러자 이번에도 길쭉한 푸른색 용이 각각 그의 양손에서 노인이 있는 위치로 쏘아져 나갔다. 노인은 그걸 보고 외쳤다. "좋군! 부룡장(浮龍掌)" 노인은 오른쪽 상방을 향해 장풍을 발사하고 그 힘에 의지해서 옆으로 떨어져 내리며 묵향의 공격을 피해냈다. 화경의 고수라면 능공허보를 펼칠 수 있다. 공중을 걸어다닐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서 갑작스럽 게 빠른 움직임은 불가능하므로 그런 동작이 필요할때는 장법(掌法)을 써서 그 반동을 많이 사용한다. 노인은 땅에 착지하자마자 묵향을 향해 손가락을 오그리며 외쳤다. "탄령지(彈翎指)" 그와 동시에 열손가락에서 각기 지풍이 뻗어 나오며 묵향을 덮쳐 왔다. 그러 자 묵향은 오른손을 들어 노인을 향하면서 말했다. "2장 1절, 잠룡풍(潛龍風)" 묵향의 손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는데 곧이어 노인의 손에서 뻗쳐 나온 10 줄기의 지풍은 공중에서 산산조각 나며 굉음을 울렸다. 노인은 옆으로 피하면 서 외쳤다. "무형(無形)의 권풍(拳風)인가?" "아닙니다. 그냥 검풍(劍風)일 뿐이죠." 그러자 노인은 대경해서 외쳤다. "그럼 여태까지 사용한 모든 것이 장법(掌法)이나 권법(拳法)이 아니라 모두 검법(劍法)이란 말인가?" "일정 실력을 벗어나면 한낫 풀뿌리도 검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왜 사람 몸속 의 뼈는 검이 되지 못한다는 겁니까?" "오호라. 묘(妙)하군 묘해." 그와 동시에 묵향은 저쪽에서 서로 아직도 패왕검과 싸우고 있는 묵혼을 불렀 다. 노인과 묵향은 정신과 진기를 잘 조절해 사용했기에 두 검은 아직도 싸우 며 서로의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견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묵혼이 묵향이 있는 곳으로 날아오자 뒷따라서 패왕검도 다가왔다. 묵향은 묵혼을 쥐자자마 외쳤다. "1장 1절, 탄(彈)" 그와 동시에 묵향으로부터 엄청난 기운이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거의 강풍과 같기도 했다. 그 강렬한 반탄력에 밀려 주위 3장 안의 밭에 심어져 있던 콩 줄기와 흙이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노인이 그 튕겨져 나가는 힘을 막기 위해 앞으로 자세를 잡으며 버티자 곧바로 묵향의 음성이 들려왔다. "1장 2절, 흡(吸)" 그와 동시에 노인은 엄청난 흡인력(吸引力)에 안그래도 앞으로 쏠렸던 힘이 가세하여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묵향쪽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묵향의 말소 리가 들렸다. "4장 1절, 통강" 노인은 그 말뜻이 뭔지 알고 있었기에 그 말과 동시에 위로 뛰어올랐다. 노인 의 발 밑으로 묵향이 발사한 강기가 지나가는 걸 느끼고 식은땀이 흘렀다. 비 무가 아니었다면 실지 이런식으로 자신이 사용할 초식을 알려주며 대결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걸 알려주지 않고 구령과 실질적인 무공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지만 않았어도 노인은 이미 저세상에 갔을 것이다. 노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며 수세에 몰리자 노인의 제어(制御)를 잃은 패왕검은 묵향의 옆에 떨어 져 땅에 꼽혔다. 만약 노인이 이때 패왕검을 계속 사용하여 묵향을 밀어붙였 으면 이정도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인은 그런 생각을 순간적으로 하고 있을 때 묵향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1장 3절 파(破)" 그와 동시에 묵향의 위로 솟아오른 노인의 복부쪽으로 엄청난 검기의 회오리 가 몰아쳤다. 노인은 순간적으로 손을 아래로 내리며 외쳤다. "비룡파(飛龍破)" 그와 동시에 엄청난 굉음과 함께 노인이 뿜어낸 장풍과 묵향이 뿜어낸 검기가 부딪치면서 토해낸 반탄력에 의해 몸이 더욱 높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노 인의 애검 패왕검이 위로 떠올라 노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노인은 검을 잡음 과 동시에 외쳤다. "파룡세(破龍勢)" 그와 동시에 수십가닥의 강기가 묵향의 머리위에서 날아왔다. 하지만 묵향은 옆으로 피하는 대신 그냥 가만히 있었다. 노인은 이때 묵향의 목소리를 들었 다. "1장 4절 방(防)" 노인은 묵향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던 수많은 검강들이 묵향 주위 반장 정도 거리에서 더 이상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막히는 것을 보았다. 노인의 강기들 은 묵향이 꼭 반원형의 보이지 않는 막을 친 것처럼 더 이상 안으로는 들어가 지 못했다. 묵향의 주위는 엄청난 량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강기들이 땅에 부딪치면서 일으키는 폭발로 좌욱한 먼지가 일어났다. 묵향은 노인의 일격을 받은 후 천천히 검을 노인쪽으로 올리며 말했다. "2장 2절, 파황풍(破荒風)! 3장 2절, 이기어검" 그러자 묵혼이 묵향의 손에서 떨어져 나가며 맹렬한 기세로 노인을 향해 날아 왔다. 노인은 묵향이 2가지 초식을 사용한 것을 알고 있지만 새로운 초식은 아무런 느낌도 그에게 주지않았다. 노인은 푸른 빛을 발하며 덮쳐오는 묵혼 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2장은 검풍, 검기와 검풍은 검강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검강이 가장 강하나 눈에 보이기에 막을 시간적 여유가 있고, 검기는 그 위력이 약하기에 내 호신강기를 뚫지 못한다. 하지만 검풍은 보이지도 않으면서 그 위력은 강 기에 떨어진다고 하나 그래도 엄청나지.... 대신 검풍은 검강보다 속도가 떨 어지는데 약점이 있지. 이녀석이 지금 뭘 하려는지 알겠다.' 생각이 정리되자 그는 지체없이 몸을 오른편으로 꺽으며 왼손으로 장풍을 발 사하며 그 반탄력으로 더욱 속도를 내어 사지(死地)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빠져 나왔다. 이때 묵혼이 따라오며 그를 괴롭히자 그는 다시 묵혼을 향해 검 을 던지며 외쳤다. "비룡세" 그와 동시에 땅에 내려선 노인은 옆의 풀줄기를 뽑아들며 외쳤다. "묵룡세(墨龍勢)" 그와 동시에 휘둘러진 풀줄기에서 수십가닥의 강기들이 묵향을 향해 날아갔 다. 묵향은 그 강기를 피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다음 노인을 향해 오른 손을 뻗으며 외쳤다. "1장 5절, 박(縛)" 그런다음 왼손을 뻗으며 외쳤다. "2장 2절, 파황풍(破荒風)" 노인은 묵향의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또다시 새로운 2가지 초식이 나왔군. 도대체 뭔지 모르지만 일단 피하고 보 자' 생각은 찰나. 노인은 옆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생각만 옆으로 몸을 날렸을 뿐 어떤 끈적끈적한 아교 같은 것에 몸이 완전히 갖힌 것 처럼 더 이상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은 대경했다. '이것이 1장 5절 박인 모양이군. 정말 사로잡힌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 하군. 하지만 이제 곧 검풍이 닥칠 건데......' 노인은사력을 다해 외쳤다. "풍룡세(風龍勢)" 그와 동시에 노인이 가진 풀줄기에서 초식에 따라 엄청난 검기가 뿜어져 나왔 고 그 검기들이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던 기운과 부딪치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노인은 잠시 몸이 자유스러워짐을 느꼈다. 이때를 이용해 노인은 옆으 로 5장 가량 도약해 움직인 다음 외쳤다. "백룡세(白龍勢)" 이걸 본 묵향이 나직이 말했다. "대단하시군요. 여태껏 박을 뚫을 수 있는 고수는 없을거로 생각했는데...." 하지만 묵향도 한가하게 말할 처지가 못되었다. 말이 백룡이지 100마리는 안 되겠지만 거의 그정도는 될것같은 수없이 많은 강기들이 노인의 몸에서 뿜어 져 나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면서 유선형으로 움직여 모든 강기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묵향에게로 날아왔기 때문이다. "대단한 초식입니다. 1장 4절 방" 이들의 대결을 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다 손에 땀을 쥐었다. 묵향과 노인이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지만 노인의 말과는 달리 묵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노인이 외치는 목소리만 쩌렁쩌렁 계곡을 울리고 있었 다. 이들의 대결은 정말 대단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초식들이 강호 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높은 수준의 무학이었고 서로의 검기와 검강이 부딪치 며 튕겨나오는 강기의 회오리에 주변의 숲과 땅이 초토화가 되고 있었기 때문 이다. 그걸 보고 여정(呂靜)이 사제들에게 말했다. "잘 봐 두거라. 아버님께서 목숨을 걸고 우리들에게 보여주시는 보배와도 같 은 무공들이다. 아버님도 대단하시지만 저사람도 대단하군.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예. 사형. 사부님께서 저토록 고생하시는 상대는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저 자의 능력은정말 대단하군요." "무상검법이라길래 무슨 이름이 그렇게 대단한가 했더니 정말 보기 드문 검법 입니다. 사부님의 10성에 이르는 창룡검법(漲龍劍法)에 저정도로 버티는 사람 이 있다는 것이 기적입니다." "하지만 창룡검법은 익히기가 너무나 힘든 검법이다. 초식의 대부분이 검기나 검강을 주축으로 상대를 공격하기에 엄청난 공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그래 서 대부분이 시작도 못해볼 정도고 여태까지 그 검법을 10성까지 익히신 분은 본문에서 두 분 밖에 없으셨어. 너무나도 난해한 검법인데 그걸 막아내다 니..... 저자의 검법도 대단하군." 말을 나누면서도 초가 주위에 모인 사람들의 눈은 두사람의 움직임을 주시하 고 있었다. 이들의 검법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다음에 이 검법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 대단한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둘의 검법은 거의가 일정한 틀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강기의 발사를 주무기로 하고 있었기에 그들은 근거리에서 정신없이 공격하여 강기를 발사하지 못하도 록 막는 외에 표족한 수가 없음을 모두들 느끼고 있었다. 이때 두사람의 비무 는 끝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묵향의 공격을 피한 노인은 묵향의 3장 거리로 순간적으로 다가가며 외쳤다. "뇌룡세(雷龍勢)" 그와 동시에 노인의 검에서는 번개와 같은 강기가 뻗어 나오며 사방을 뒤덮었 다. 묵향이 시전하는 망강(網剛)과도 비슷했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좀더 강기 의 두께가 두껍고 강력하지만 안개와 같이 촘촘하지는 않고 빈틈이 많은... 그러니까 방어 위주의 망강보다는 근거리에 다수의 적을 공격하기 위한 초식 인 모양이었다. 묵향은 뇌전과 같은 강기가 노인의 몸에서 뻗어 나오자 뒤로 후퇴하지 않고 노인의 몸으로 뛰어들어가며 외쳤다. "4장 3절, 망강! 3장 1절, 어검(御劍)" 그와 동시에 묵혼에서 뻗어나온 망강과 패왕검에서 뻗어나온 뇌전과 같은 강 기가 부딪치며 엄청난 소음과 반탄력을 뿜어냈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 고 묵향은 더욱 접근해 들어오며 푸른색으로 이글거리는 묵혼으로 너무나 강 해서 망강을 뚫고 들어오는 강기들을 잘라내며 노인에게 접근했다. 그와 동시 에 강기를 잘라내기 위해 밑으로 내려갔던 검을 위로 쳐올렸다. 노인은 대경 하며 외쳤다. "묵룡세(墨龍勢)..." 하지만 노인의 초식은 이어지지 못했다. 묵향의 검은 너무나도 빨리 노인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노인은 초식을 펼칠 시간이 없자 최대한 검에 기를 주 입하여 묵혼을 막았다. 그와 묵혼과 패왕검이 부딪힘과 동시에 묵향은 그 반 탄력을 이용하여 노인의 다리로 묵혼을 베어나갔다. 노인은 뒤로 물러나며 묵 향의 목을 찔러왔다. 묵향은 피하며 노인의 팔을 베어나갔다. 이런 식으로 물 고 물리는 근접전이 펼쳐졌다. 이런 난투극이 벌어지면 뛰어난 감각과 시력, 순간적인 판단력, 빠른 검놀림과 경공술이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의 초식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노인의 경우 묵향은 어검술을 사용하지만 자신은 초식 을 사용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상당한 불리함을 안고 있었다. 대신 노인의 패 왕검은 보검중의 보검이라 기를 주입한 상태만으로 묵향의 어검술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검이 묵혼과 같은 일반적인 정강으로 만든 검이라면 벌 써 검과 함께 몸이 두토막이 났을 것이다. '이 상태로는 내가 불리해. 약간의 기회만 주어진다면 몸을 뒤로 빼면서 비룡 세를 펼칠 수 있는데....' 하지만 그 약간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은 왼손을 이용해서 허리에 차고있는 검집을 뽑아냈다. 이 검집으로는 어검술을 막을 수 없지만 패왕검으로 어검술을 막고있는 사이 이걸로 상대의 몸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 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노인의 오른손과 왼손은 따로 놀기 시작했다. 오른손 의 패왕검으로 묵혼을 막으면서 왼손에 쥔 칼집을 움직이며 외쳤다. "뇌룡세" 그와 동시에 칼집에서 번개와 같은 강기가 뻗어 나오기 시작하자 묵향은 급히 왼손을 앞으로 들이밀며 외쳤다. "4장 4절, 수강(守剛)" 그러자 묵향의 왼손이 팔뚝까지 푸른 강기에 뒤덮였다. 그런다음 왼손을 강기 가 뻗어나오는 노인의 검집을 향해 뻗었다. 묵향의 손과 뇌전의 검강이 무딪 치자 불꽃이 일어났다. 묵향은 더욱 손을 뻗어 검집을 움켜 쥐었다. 검집이 잡히자 묵향은 나직이 말했다. "2장 3절, 측파풍(側破風)" 그와 동시에 노인이 쥐고있던 검집에서 검풍이 일어나며 노인을 강타했다. 순 간적으로 노인의 검집을 쥐고있던 손이 팔목까지 터져나갔다. 노인은 엄청난 충격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검을 중심으로 측면으로 강 렬하게 뻗어나온 검풍의 회오리가 노인의 왼손을 손목까지 피떡을 만들고도 모자라 호신강기를 파괴하면서 너무나 강렬한 타격을 입혔던 것이다. 노인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 나가자 묵향도 따라서 튀어 오르며 쫓아갔다. 노인 이 회전하며 중심을 잡기도 전에 번쩍하며 묵혼이 푸른 빛을 토해냈다. 그걸 로 끝이었다. 쓰러진 노인의 옷은 아래에서 위로 완전히 찢어져 있었고 바지 는 동강이 나서 아래로 내려가버려 성기(性器)까지 드러나 있었다. 몸의 아래 위로 붉은 선(線)이 그어져 있다는 것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을뿐 그 외에는 거의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 노인이 쓰러지자 제자들이 아우성치며 위에서부 터 달려 내려왔다. 그들은 검을 뽑아 묵향을 막으며 사부를 보호하려고 했다. 이때 노인이 그들을 제지하며 묵향에게 물었다. "대단한 실력이군, 젊은이. 자네가 봐주지 않았다면..... 나는 내 실력을 제 대로 펼쳐보기도 힘들었을거야...... 자네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나?" "묵혼지주(墨魂之主;묵혼의 주인)라 불러 주십시오." "이름을 알려주기 싫다면 할 수 없지. 그렇다면 묵혼지주, 내 제자들을 해치 지 말아주게..." "알겠습니다." 묵향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을 얻어내자 노인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내 유언은 알고 있을거다. 만약 너희들 중에서 복수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 나정도의 고수가 5명이 모이기 전에는 꿈도꾸지 말아라. 맹세할 수 있느냐?" "제자. 맹세하겠습니다." "문파를 잘 다스려 나가기를 바란다. 정아, 네게 문파를 맏기니 부탁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현경(玄境)의 고수와 겨뤄보다니 정말...... 영광..... 큭" 그러면서 노인의 몸은 아래에서 위로 두토막이 났다. 노인은 심후한 내력으로 두토막이 나려는 몸뚱이를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죽음직전에 최대한 긁어모았던 내력이 고갈되자 몸이 두토막이 나면서 세상을 떠났다. 노인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자 제자들 중에서 가장 성질이 팔팔한 곽 삼(郭杉)이 검을 뽑아들고 나서며 외쳤다. "이런 죽일놈, 이정도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그와 동시에 그는 묵향을 찔러갔다. 곽삼의 움직임에 4명의 제자가 동조하며 나섰다. 그들도 곽삼의 움직임에 맞춰 검을 뽑으며 묵향을 향해 공격을 가했 다. 하지만 그들의 의욕만 앞섰을뿐 묵향이 검을 휘두르자 검과함께 모두들 두토막이 나서 좌우로 쓰러져갔다. 묵향에게 제자들이 죽임을 당하기 시작하 자 나머지 제자들도 이성을 잃고 검을 빼들며 묵향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모 양을 지켜보던 여정(呂靜)이 서진(徐眞)에게 일렀다. "너는 빨리 패왕검을 가지고 이곳을 벗어나서 사정을 동문들에게 알려라." "하지만 대사형..." "잔소리 말고 빨리 도망가라. 아버님을 격패시킨 현경의 고수다. 우리들이 덤 빈다고 될 상대가 아니야. 이건 모두의 생사가 달린 일이다. 여민(呂敏)이를 나처럼 잘 도와주기 바란다. 빨리 가거라." 그러자 서진은 최대한 공력을 돋우어 산아래로 도망쳐 내려갔다. 그걸 본 묵 향이 외쳤다. "죽여라." 그러자 여태까지 묵묵히 위에서 지켜보던 흑의 복면인들 중에 2명이 아래로 쏜살같이 쫓아 내려갔다. 서진이 도망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위에 올라왔던 모든 제자들은 죽임을 당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죽은 것이 여정이었다. 그는 노인의 수제자 답게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묵향과 같은 초고수를 상 대하기에는미숙했던 것이다. 묵향은 모두를 다 죽인 후 초가로 올라갔다. 그 곳에는 청의동자와 홍의소녀가 떨며 서 있었다. 그것을 보고 묵향은 부드럽게 말했다. "얘야, 너도 노인의 제자냐?" "아뇨. 사손(師孫)입니다." 청의소년의 겁에 질렸으면서도 애써 당당히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묵향은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중에 꽤 그럴듯한 녀석이 되겠군. 너는?" 그러자 홍의소녀가 말했다. "저는 시녑니다. 음식과 차를 장만해 드리죠." 묵향은 이번에는 정량의 패거리에게 말했다. "미안하군. 내가 죽어줬어야 자네들이 현상금을 탔을텐데...." 그러자 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하늘을 몰라 뵙고 헛소리를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건 그렇고 이일을 어쩐다......" 이때 밑에서 두명의 흑의 복면인이 달려 올라왔다. 그들을 보고 묵향이 외쳤 다. "어떻게 되었느냐?" "죄송합니다. 대장. 도망쳤습니다. 대단한 실력자였습니다. 처음에 기습당해 암기를 맞는 바람에 도저히 그를 없앨 수 없었습니다." "그정도 실력을 가지고 나를 돕겠다고 오다니..... 멍청한 자식들! 이만 돌아 가자." "하지만 저들은?" "닥쳐!" 그런다음 묵향은 정량의 패거리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자네들만 헛걸음을 했군. 하지만 나중에 도 기회가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 너무 낙심하지 말게. 미안하지만 혹시 시간 이 나거든 내가 무당파와 태진문에 나에게 현상금을 건 사실에 대해 문책을 하러 언젠가 들릴 것이라고 전해주게나. 지금은 시간이 없어 나중에 다시 강 호에 나오면 꼭 한번 갈테니까 말이야. 전해줄 수 있겠나?" "전해 드립죠." "그럼 수고비로 이걸 받게. 은화 4냥일세. 이정도면 수고비로는 충분하겠지. 일부러 시간내서 갈 필요는 없고 시간이 얼마나 흐르던지 간에 나중에 그 근 처에 들를 일이 있거든 전해주게나. 만약 내가 먼저 가도 그녀석들이 재수없 어 그런거니 자네들 탓은 아무도 하지 않을걸세." "명심합지요." 정량의 패거리에게 말을 마친 묵향은 청의동자에게 말했다. "다음에 훌륭한 고수가 되면 만나자꾸나. 그럼 잘 있거라." 그런다음 흑의 복면인들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묵향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정량이 한숨을 쉬면서 그 동료들에게 말했다. "휴.... 아까 그젊은이가 도망쳤으니 망정이지 안그러면 여기서 목이 날아갈 뻔 했군." 그러자 뚱뚱한 남자가 물었다. "그는 그렇게 부드럽게 말했는데 왜 대형은 그런 말씀을 하시오?" "원래 노인만 죽였다면 상관없었겠지만, 그 제자들까지 다 죽여놨으니 완전히 입을 막기 위해서 다 죽여야 하는거야. 하지만 1명이 살아서 도망쳤으니 1명 이 살아있으나 7명이 살아있으나 매한가지지. 실지 우리들로서는 그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으니까, 그러니까 목숨을 건진거야. 빨리 떠나자. 혹시나 마음 이 변해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그 말과 동시에 그들은 오두막을 떠났다. 서진(徐眞)은 추격자들을 기습을 가해 격퇴하고 급히 산을 내려갔다. 그가 낭 패한 몰골로 경공을 최대한 전개하여 내려오자 문을 지키는 무사들이 놀라서 물었다. "공자님, 어쩐 일이십니까?" "빨리 비상을 걸어라. 습격에 대비해, 빨리! 그리고 여민(呂敏) 사형은 돌아 오셨냐?" "예, 오늘 아침에 돌아오셨습니다. 금화당에 계실 겁니다." 그러자 서진은 금화당으로 달려갔다. 금화당은 각 동문들 중의 고수들이 기거 하는 곳으로 제법 큼직한 방들이 많이 붙어있는 집이다. 이들보다 조금 더 실 력이 떨어지는 자들이 은화당의 작은 방에서, 그보다 떨어지는 자들은 동화당 의 큰 방에서 여러명이 집단생활을 한다. 그는 금화당으로 뛰어들어가 여민이 기거하는 방문을 급히 열었다. 여민은 몰래 밖으로 나가 마신 술기운때문인지 아직도 술냄새를 풍기며 자고 있었다. 그는 급히 여민을 흔들어 깨우며 말했 다. "사형, 큰일났습니다. 사부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은 들은 여민은 술이 완전히 깬 듯 눈이 둥그래지며 물었다. "아버님의 몸이 안좋으시다는 말은 못들었는데..... 모두들 오두막에 있나?" 그러면서 그는 일어나 급히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게 아닙니다. 비무에 져서 돌아가셨습니다." "비무에 지셨다고, 상대는 누구냐?" "묵혼지주(墨魂之主)라 칭하는 자입니다. 엄청난 고수였습니다. 사부님이 임 종시(臨終時)에 '현경의 고수와 겨뤄서 영광'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부님은 어 떤 일이 있어도 복수를 하지말라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복수를 하지말라고? 어떻게 복수를 안할 수 있단 말이냐!" "모두들 복수를 하려고 달려들었다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한명한테요. 상 상하기도 힘든 고수입니다. 어쨋건 전설의 현경의 고숩니다. 우선 그자가 이 리로 쳐들어 올수도 있으니 대비부터 해야 합니다." "형님은?" "대사형도 돌아가셨습니다." "형님까지? 음....." 여민은 침울한 표정으로 한탄했다. "예. 대사형께서 사형을 장문으로 임명한다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대사형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저는 보지 못했지만 대사형은 동문들과 묵혼지주의 싸움이 시작되자 저보고 떠나라고 하셨습니다. 사부님께서 제게 물려주신 패왕검을 적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고 하시면서요." "크흑.... 청량(晴梁)있느냐?" 그러자 밖에서 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예." "모든 동문들을 모아서 적의 내습에 대비하라고 일러라." "모두들 대비하고 있습니다. 몇 명 추려서 산쪽으로 보냈는데 아무런 동정이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자네가 10명 정도 이끌고 산에 올라가 동정을 살펴 보시게."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아버님의 유언과 이 일이 일어난 사정을 말해봐라." "예, 어제 일이었습니다. ......" 여민은 서정에게 모든 경과를 보고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여민은 서진에게 말했다. "아버님이 목숨을 걸고 싶을 정도로 높은 현경의 경지까지 올라간 고수다. 너 는 바깥일에는 신경쓰지 말고 기억나는 대로 밤새도록 아버님과 그자가 나눈 대화를 기록해라. 아버님이 본문의 무공이 한계(限界)가 있다고 언제나 말씀 하셨는데 아무래도 그것이 그 돌파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알겠습니다." 2시진 정도가 지나자 산위로 올라갔던 정찰조들이 돌아왔다. 그들은 차마 시 체를 들고올 생각은 못하고 문파로 돌아오고있던 미령(美鈴)과 이숙(李淑)을 데려왔다. 여민이 그들에게 물어보자 서진이 한 말과 일치했다. 그는 미령과 이숙에게도 밤에 주고받은 대화를 기록하라고 일렀다. 그런다음 미령과 이숙 이 자신의 방으로 가는 것을 보며 청량에게 말했다. "자네는 빨리 가서 장의사와 의생들을 모셔오게나. 모든 시신들이 그렇게 토 막이 나 있다면 어쨌건 살들을 붙이고 꿰매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어머님도 마지막으로 가시는 아버님의 시신을 한번이라도 뵐 수 있을테니까 말일세. 자 네가 수고해 주게나." "알겠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고속 승진 묵향은 마교로 돌아온 다음 상세한 보고를 올렸다. 교주는 묵향보다도 그를 수행했던 4명의 고수들이 보고한 것을 읽어보고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묵향을 맞이했다. "교주님을 뵈옵니다." "이번 임무의 성과는 잘 받아보았다. 그런데 왜 암살을 하지않고, 정면대결을 택했나? 이겼으니 다행이지만 졌다면 본좌는 우수한 고수를 한명 잃을 뻔 하 지 않았나?" "송구스런 말이지만 그정도의 고수와 만난 이상 죽더라도 한번 검을 섞어보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배운것도 많습니다." "클클.... 그따위 말을 하다니... 제법 간이 큰 녀석이군. 네녀석은 본좌와 대결을 해서 이길 자신은 있느냐?" "기회만 주어진다면...." "크하하하... 광오한 녀석이군. 3황 중의 한명을 죽일 정도의 실력이라면 그 정도의 배짱은 있어야 하겠지. 그래 네녀석이 원하는 것은 교주의 자리냐?" "아닙니다. 저는 무공을 더욱 익히고 싶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혼자였고, 또 많은 수하들을 이끌 자신도 없습니다." "흠... 독보천하(獨步天下)는 가능하지만 무림제패(武林制覇)는 불가능한 친 구로군. 너는 무림을 제패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 "제 한몸 다스리기도 힘든데 어찌 무림 전체를 손에 넣겠습니까? 그리고 그런 일을 하고싶지도 않습니다." "내 아들은 무공이 너만큼 뛰어나지 못하다. 너는 나이도 어리지만 거의 본좌 와 겨룰 수 있을 정도의 무공을 쌓았다. 내가 너에게 교주의 직위를 이어주려 하는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싫습니다. 교주의 직책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아 제가 무공을 쌓을 시간이 없습니다." "크흐흐흐... 세상을 살다보니 별녀석도 다있군. 유백에게 들으니 너의 무공 의 주(主)는 마공이 아니라 정파의 무공이라고 그러더군. 자네가 생각하기에 는 어떤가?" "마공이 주축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정파의 무공도 주축이 아닙니다. 둘다 섞여있다고 봐야지요. 살수란 흔적을 남기지 않아야 하기에 여러가지 정파의 무공을 익혔을 뿐, 제가 마공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으로 익힌 것은 아닙니다." "그것 또한 유백에게서 들었다. 이번에 부교주와 의논을 해본결과 너를 부교 주로 임명하고자 하는데 어떻냐?" "충분히 자유시간을 주신다면 좋습니다." "물론 시간은 충분히 주어질 것이다. 대신 본교의 원칙상 부교주는 수하를 거 느리지 못한다. 대신 5명 정도의 독립호위대를 거느리지. 잡다한 일이 없는만 큼 자네에게는 아주 괜찮은 직위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좋습니다." "호위는 어떻게 하겠나? 자네가 지명할 사람이 있나?" "교주님이 뽑아서 주십시오. 대신 마기(魔氣)를 풍기는 사람이 아니면 좋겠습 니다." "나중에 보내 주겠네. 숙소는...." "말씀중에 죄송하지만 교주님, 제 숙소는 좀 떨어진 한적한 곳에 작은 초가집 하나만 세우고 거기서 밥해줄 사람 한명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번잡한 곳에 숙소를 잡으면 신경이 집중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건 자네 좋을대로 하게나. 위치를 말해주면 내총관이 알아서 해줄거야. 그 럼 모든 사항은 끝났으니 이만 돌아가 보게나. 부교주로 정식 임명되는 것은 1달 후에 할 것이네. 그때 임명식에 사용할 검을 골라보게. 천마보고(天魔寶 庫)에 쓸만한 검들이 몇 개 있으니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나. 호위무사들 에게 말해놓을테니 들어가서 고르게나." 묵향은 묵혼을 가르키며 교주에게 말했다. "저는 이걸로도 충분합니다." "아니야. 마교의 부교주가 정강으로 만든 보통 검을 사용한다면 모든 이들이 비웃지." "하지만 저는 이런 모양의 검에 익숙해져서 다른 것은 사용하고싶지 않습니 다." "흠..... 그렇다면 내가 지시해서 새로 하나 만들어주지. 좀 시간은 걸리겠지 만 내 무량(武樑)에게 일러둘테니 그에게 말하면 만들어 줄거야."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피곤할테니 이만 물러가 보게나." 묵향은 교주에게 인사를 건넨 후 유백에게 가서 얘기를 나눴다. 본타에서 정 이 많이 든 사람은 유백 한사람 뿐이었고, 또 그를 그만큼 아껴준 사람도 그 뿐이었다. 유백은 묵향을 진심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유백은 묵향이 오랜만에 부교주가 되어 돌아온 것을 축하하기 위해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그 도중에 유백은 묵향에게 한가지 조언을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자네는 본교 내에서 격리된 곳에서 생활해서 잘 모르겠지만, 마교 내에는 여 러개의 무공비급을 보관하는 장소가 있어. 서열 100위 이상급이 들어갈 수 있 는 장소가 천마보고(天魔寶庫)지.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초상승 마공과 정파에 서 탈취한 상승의 무공들이 들어있어. 그리고 마존무고(魔尊武庫)의 경우 2000위 이상급의 고수들이 들어갈 수 있지. 그 외에 4곳 천동무고(天東武庫), 지서무고(地西武庫), 현남무고(玄南武庫), 황북무고(黃北武庫)의 무공은 모두 똑같은 책들이 들어있는데 이곳은 그 외의 하급고수들이 사용하는 마공들이 들어있지. 왜 네곳을 만들어 놨느냐 하면 그중에 한곳이 소실될 우려도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한곳에 같은 비급 4권을 놔두는 것 보다는 다른 비급들을 4곳의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만든 거 야. 자네의 경우 모든 곳에 다 들어갈 수 있으니 좀 더 마음에 드는 새로운 무학들을 연구할 수 있을거야. 그중에서도 마존무고에 들어있는 북명신공은 꼭 한번 살펴보게나. 북명신공은 교주의 허락이 있어야 볼 수 있는 3가지 무 공 중의 하나지. 나머지 2가지는 교주가 허락하지 않겠지만 북명신공은 아마 관람(觀覽)을 허락할거야. 나중에 밑져봐야 본전이니 한번 청해보도록 하게 나." "예." 유백은 술한잔을 입에 털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마교의 고수들이라면 흑미륵마공(黑彌勒魔功)을 꼭 익히지. 이걸 들어봤나?" "아뇨." "금강불괴란 말은?" "들어봤습니다." "금강불괴란 것은 소림사가 만든 금강불괴신공에서 유래된 것인데 신체를 강 철과 같이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무공이지. 그와 비슷한 것으로 고목신공(枯 木神功)이란 것도 있지. 이것은 사람의 신체를 나무와 같이 딱딱하게 만들어 왠만한 도검(刀劍)으로는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무공이야. 이에 비해 마교에도 그에 대비하는 무학들을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흑미륵 마공이지. 이 마공을 운용하면 왠만한 타격에는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지. 몸의 껍질만을 튼튼히 만들어주는 금강불괴와는 반대로 혈관(血管)과 혈도(穴 道), 뼈를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주어 왠만한 타격에서는 치명상을 입지 않게 막아준다네. 이건 꼭 익히면 좋을거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자네의 경우 원체 강기를 잘다뤄 별 문제는 없겠지만 적수공권에서는 소수마공(素手魔功)만한 것이 없지. 아니면 혈수마공(血手魔功)이나. 소수마 공의 경우 극음, 혈수마공의 경우 극양의 마공이야. 그 마공을 운용한 팔은 희거나 붉은 광택을 발하며 도검이 불침하고 그 뿜어나오는 한기나 열기에 적 이 치명상을 입는다고 전해지지. 아주 근거리의 적을 공격하는데는 최적의 무 공이지. 일부 초고수들은 그중 하나나 아니면 둘다 익히고 있을거야. 자네도 익혀두는게 좋을걸세." "명심하겠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무학들이 있지. 교주의 경우 자전마공을 극성까지 익히고 있는데 왜 자네도 봤잖아? 교주의 얼굴이 자색(보라색)을 띄어 기괴하게 보이 는 걸...." "예" "자전마공의 경우 그 위력이 엄청나다고 들었어. 그것 또한 상당히 배우기 어 려운 극양의 마공이지. 조금 익혀가지고는 별 효과를 보기 힘들지만 8성이상 익히면 그 위력이 대단한 마공이야. 물론 자네의 경우는 좀 힘들거야.... 큭 큭...." 갑자기 유백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묵향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소리 죽여 웃을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하하... 자네는 여자를 멀리하는 인물인데.... 자전마공을 익히는데는 여자 가 필수거든." "필수라뇨?" "너무가 강력한 양강(陽剛)의 무학이라 그 양기(陽氣)를 주체할 수가 없지. 끊임없이 욕정이 일어나게 돼. 하루에도 여러번씩 정사(情事)를 치루지 않으 면 그 욕화를 다스릴 방법이 없지. 그러면서 자연스레 여자의 음기(陰氣)를 흡수하여 균형을 잡는거야. 그렇지 않으면 혈맥이 터져서 죽는다네. 이제 알 겠나? 킬킬..." 그 말을 들은 묵향은 약간 얼굴색이 붉어지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그래도 제가 익히지 못할거는없잖아요?" "자네는 동자공(童子功)을 익힌다고 헛소문을 내, 나중에 있을 사태에 대비하 는데 그걸 익히면 말짱 여태까지의 노력은 헛거지...." "아.... 그점까지는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죄송합니다." "그 외에 무형마공(無形魔功)도 익혀둘 만 하지. 유마권(柔魔拳), 마영지(魔 影指), 마음장(魔陰掌)의 세가지가 있는데 모두 무형(無形), 무성(無聲)이라 상대가 방어하기 대단히 까다로와. 대체적으로 위력이 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기습에는 최고지. 거기에 10성까지 익히면 상대의 내장만 가루 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더군." "하지만 저는 그것 비슷하게 펼칠 수 있는뎁쇼?" "그래도 한번 봐두는게 좋아. 네가 펼치는 수법과 어떤 방식이 다른지 봐두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알겠습니다." "흑살마장(黑殺魔掌)도 한번 봐두게나. 익히는 걸 권하지는 않지만, 엄청난 위력을 지닌 마공으로 그 장법에 격중되면 살이 검게 급속도로 썩어들어가기 에 붙은 명칭이지. 약간의 상처라도 입으면 그 부분부터 썩어들어가기에 조금 이라도 방심하면 그걸로 끝이야. 거기에 이걸 극성으로 익히면 강기의 형태로 이걸 발사할 수 있지. 너무나 악랄한 마공이고 또 익히기도 까다롭지만 그래 도 그 위력은 대단하다네. 그걸 극성으로 익힌 사람은 탈퇴한 부교주인 암흑 마교 교주, 흑살마제(黑殺魔帝) 장인걸(張仁傑)뿐이야. 9성 이상 익히기가 대 단히 힘든 마공이지. 다음에 이사람을 만나면 아주 조심해야 해. 알겠나?" "예. 마음에 새겨두겠습니다."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눈 묵향은 다음날 일찌감치 무량을 찾아갔다. 무량은 천마창(天魔廠)이라 불리는 고수들을 위한 무기 제작소를 책임지는 뛰 어난 장인(匠人)이다. 그가 만든 이름있는 마병(魔兵)들이 많았고 서열 500위 안에 들어가는 인물들은 그에게 직접 부탁해서 병기들을 만들어 사용했다. 천 마창은 마교 주력부대(5대 무력세력)들의 무기 생산장소로 이름이 높은 곳이 었다. 그들 외의 일반 마도의 무리들은 마전창(魔戰廠)이라는 곳에서 생산하 는 무기를 사용했다. 그가 도착하자 무량이 반갑게 맞이했다. 무량은 50세는 넘어 보이는 나이든 장인으로 잘생기지는 못해지만 우락부락한 표정에 굵은 호랑이 수염이 뻗쳐있는 당당한 노인이었다. "어서오십시오. 교주님께 통보는 받았습니다." 묵향은 묵혼을 허리에서 풀어 무량에게 주며 말했다. "이 모양대로 만들어 줄 수 있겠나? 가볍고 날카롭게...." "예. 교주님께서 현철(玄鐵)을 보내주셨습니다. 그걸 사용하면 현철 자체의 무게가 있는지라.... 가볍게는 안되는뎁쇼?" "그렇다면 최대한 검신을 얇게 만들어 주게나." "현철 자체가 너무나 강해서 얇게 만들기는 하겠지만 그렇게 얇게는 힘들겁니 다. 시간이 좀 많이 걸려도 상관 없습니까?" "상관없어. 내 살아생전에 못써도 상관없으니 천천히 자네 마음껏 만들게." "손잡이 이쪽을 자르셨군요. 손잡이 길이는 이정도로 해드릴까요? 그리고 아 주 수수한 모양의 검집을 가지고 있고, 칼날받이도 없군요." "칼날받이는 만들지 말고, 손잡이는 정확히 그정도, 그리고 검신의 길이도 그 대로 해주게." "그렇다면 검의 이름은?" "이것과 같이 묵혼(墨魂)이라고 음각으로 검신에 파주게나." "그러시다면 이 검을 파기할 생각이십니까? 아주 검날이 깨끗한데요? 오래 사 용하신 것 같은데도 검날에 손상이 없는 걸 보니 대단히 아껴서 사용하신 것 같군요. 같은 이름, 같은 모양의 검을 두자루나 가지실 필요가 있을까요?" "파기할 생각이네. 검은 1자루면 충분해. 너무 많아도 필요없어."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러더니 무노인은 들어가서 묵직한 현철 한덩어리를 가져오더니 묵향에게 내 주며 말했다. "여기에 진원지기(眞原之氣)를 약간만 불어 넣으십시오." 약간 의아하게 생각한 묵향이 물었다. 진원지기란 거저생기는 것이 아니다. 일가 피붙이에게도 나눠주는 것을 꺼릴정도로 무림인에게 있어서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진원지기를? 왜그래야하나?" "진원지기는 각 무인의 품성을 나타내죠. 그걸 불어넣어 검을 만들면 그 주인 의 마음에 꼭 드는 녀석이 나옵니다. 지독한 마인(魔人)일수록 엄청난 마검 (魔劍)이 만들어 지니 부교주님 마음에 쏙 드는 마검이 만들어질 겁니다." "알겠네." 묵향은 씁쓸하게 미소지으며 진원지기를 현철 덩어리에 불어 넣었다. 묵향이 현철에 진원지기를 불어넣는 것을 보며 무노인이 다시 물었다. "묵혼검은 짧고 얇기 때문에 만드는데 현철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지 않아 현 철이 많이 남을겁니다. 그걸로 뭘 만들어 드릴까요? 표창을 몇 개 만들어 드 릴까요?" "아닐세. 묵혼검과 비슷하게 생긴 얇고 작은 단검을 하나 만들어 주게나. 야 숙할 때 사슴이라도 잡으면 썰어먹는데 쓰게." "알겠습니다. 그럼....." 그러면서 묵향을 힐끗 쳐다본 후 무노인은 말을 이었다. "평상시 밖에 나가실때도 그차림 그대로 나가십니까?" "왜, 내 모양이 어때서?" "보아하니, 암기를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 "나는 암기를 안써. 단도도 없어서 큰 사슴을 잡으면 묵혼으로 썰어서 구워먹 었는데.... 검으로 하자니 귀찮아서그러네." "세상에... 검으로 사슴고기를 써시다니... 알겠습니다. 신경써서 단도 하나 를 만들어 드리죠." "고맙네. 나중에 완성되면 연락을 주게나." "빨리 만들기는 힘들겁니다. 한 반년 정도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 안은 이녀석을 사용해 주십시오." 그러면서 묵혼을 다시 묵향에게 건네줬다. 묵향은 그 묵혼을 허리에 찬 다음 떠나며 말했다. "알겠네. 그럼 수고하게나." 그런다음 묵향은 여태 봐뒀던 마교 총단 건물에서 많이 떨어진 산 중턱쯤 으 슥한 지역에 작은 집을 한채 만들도록 지시했다. 작은 방 2개, 목욕탕 1개, 부엌 1개가 다인 작은 집으로 그전에 소연이 모녀와 함께 살던 집과 거의 같 은 구조였다. 집이 완성된 다음 묵향은 그 곳에서 묵었다. 한번씩 유백이 놀 러오는 외에 아무도 묵향의 집에 찾아오는 이는 없었다. 그의 경우 딴 사람들 이 말하는 정상적인 코스를 거쳐오지 않은 벼락출세를 한 장본인인데다 살수 출신이라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일종의 비밀병기같은 성격도 띄고있는 인물이라 그가 부교주의 직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도 거의 없었다. 사군자의 결성 묵향은 부교주 임명때 그의 독립호위대 4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임명식에 참가한 인물은 채 30명이 되지 않았다. 이때 묵향은 부교주임을 나타내는 살 아있는 듯한 룡이 그려진 작은 옥패를 받았다. 원래는 이때 교주가 주는 무기 도 받아야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그건 묵혼검으로 대신했다. 그의 호위들은 남자 3명에 여자 1명이었는데 묵향의 요구대로 마기를 풍기지 않는 고수들이었다. 그걸로 봐서 이들은 정통 마공을 익힌 자들이 아닌 것만은 확 실했다. 아마도 살수나 첩자 계통의 여러 분야에서 일하던 인물들인 모양이 다. 교주는 그들을 옥련(玉蓮), 환수(幻壽), 마식(馬殖), 진춘(辰椿)이라 소 개했다. 하지만 묵향의 경우 그들의 무공 수위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에 그들 을 이끌고 초옥으로 가면서 물었다. "자네들의 명호는 있나?" 진춘이 모두를 대표해서 답했다. "없습니다. 정식으로 활동하지 않았기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럼 자네들 전직을 물어봐도 괜찮나?" "예. 저와 옥련은 얼마전까지 비영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은퇴한 것 이지요." 그러자 마식이 말을 이었다. "속하는 호법원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끝으로 환수가 말했다. "속하는 흑살대 소속이었습니다." 환수의 말을 들은 묵향이 반가워했다. "나도 흑살대 소속이었네. 반갑군. 같은 살수를 만나다니.... 그런데 그렇게 이름을 부르는 것 보다는 좀 다르게 이름을 바꾸기로 하는게 어떻겠나?" "명을 따르겠습니다." "나는 자네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없네. 그래도 4명이니 사군자(四君子)로 정 하는 게 어떻겠나? 매(梅), 난(蘭) 국(菊) 죽(竹)이라 하고 그에 맞는 이름은 자네들이 정하게나." "독립호위대의 명칭은 그들의 주인이 정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교주님의 호위 대 같은 경우 십혈룡(什血龍)이라 불리고 붉은 옷에 각자의 서열을 붉은 두건 위에 써두고 있는 걸 아실 겁니다. 사군자라. 괜찮군요. 그런데 너무 마교같 지 않은 기분이 드는데요?" "괜찮아. 아주 괜찮은 이름이라구. 딴 녀석이 시비를 걸면 나한테 끌고 오게 나. 껍질을 벗겨놓을테니. 각자의 명칭은 어떻게 정하는게 좋을까?" 그러자 유일한 여자인 옥련이 말했다. "소녀는난을 하겠습니다." "그거 괜찮군." 묵향이 찬성하자 냉큼 마식이 말을 이었다. "그럼 속하는 죽을 하죠. 나머지는 너무 남자같지 않아서...." 그러자 이에 질세라 진춘이 말을 이었다. "속하는 매를 하겠습니다. 나무라서 그래도 국보다는 나을 것 같군요." 묵향은 환수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국이라도 상관 없겠나?" "저는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그럼 모두 정해졌군. 나는 이제부터 집에 가서 무공연마나 할테니까 자네들 도 돌아가서 쉬게나. 호위따위는 필요없으니, 무공연마를 하든 술을 마시든, 뭘하든 자네들 마음대로 하게나." 그러자 매가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부교주님을 모시는 독립 호위들인데..." "교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나? 그럼 이렇게 하지. 내가 밖에 나갈때만 호 위해 주게나. 그리고 나한테 맡겨질 일이라면 대단한 고수들을 상대해야 할 가능성도 크니 자네들도 열심히 수련을 쌓아 두는 것이 좋을거야. 처음으로 맡은 부하들이 내 눈앞에서 죽는 걸 보고싶지는 않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1개월 후 묵향은 사군자를 소환했다. 그들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궁금함을 약간 눈에 비치며 묵향에게 도착했다. 그들을 보고 묵향이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잊은게 있어서 불렀어. 자네들의 무공이 어느정도인지 확인 을 해보고 싶네. 나를 따라 오게나." 묵향은 그들을 거느리고 넓직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묵향은 한명씩 무 기를 들고 나서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처음 무기를 들고 나선 것은 매였다. "속하는 도(刀)를 사용하겠습니다." "자네가 가진 모든 기량을 펼치게. 암기도 상관없어.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좋으니 마음쓰지 말고 공격해 보게나." 그 다음 둘은 비무를 하기 시작했다. 매의 무공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독립호위대에 끼일 정도로 대단한 실력은 아니었다. 둘은 열심히 비무 를 했고 묵향은 매와 70초식을 겨룬 다음 말했다. "매! 정말 제법이군. 하지만 아직 미숙한 점이 많구나. 자네의 실력은 이제 알겠으니 이번에는 난의 실력을 알고싶군." 그러자 난이 나섰다. 그녀의 무공은 매보다는 좀 떨어졌지만 경공은 매보다 약간 뛰어났다. 그녀는 정통 검법과 더불어 뛰어난 암기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 다음으로 나선 사람은 죽이었다. 죽은 호법원 출신답게 사군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국은 흑살대 출신 답게 살기를 숨기는 실 력이나 은잠술(隱潛術)이나 살인에는 뛰어났지만 사군자 중에서는 무공이 가 장 약했다. 하지만 그의 원칙을 벗어난 살인검술은 상당한 경지에 올라있는 것이었다. 비무를 마치고 잠시 생각해본 다음 묵향은 입을 열었다. "자네들의 무공은 모두 거의 비슷한 수준이야. 하지만 그중에서 죽이 가장 뛰 어나니 자네가 수장(首長;우두머리)이 되게나."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네들의 무공은 보통의 독립 호위대 수준보다 좀 떨어지지. 그건 내 가 무공을 기준으로 선발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라 마기(魔氣)를 좀 적게 풍기는 녀석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야.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자네들 의 모자라는 무공을 내가 닦아줘야겠어. 1명씩 아침에 나한테 오게나. 2각(30 분)정도 대련을 하면서 무공을 가르쳐 주겠네. 그런다음 나머지는 자네들끼리 알아서 수련을 하게나." 그러자 모두들 감격하여 외쳤다. 이정도 뛰어난 고수가 직접 지도해주는 것은 정말 대단한 영광이며 생애에 한번 만날까 말까한 기연이었기 때문이다. "부교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우연한 해후 묵향은 사군자를 교육시키면서도 남은 시간을 모두 자신의 수련에 사용했다. 하루하루 지나감에 따라 더욱 넓고도 깊은 무학의 길에 감탄을 하면서 끊임없 는 수련을 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묵향은 더 이상 발전이 잘 안되는 것을 느끼고 자신의 수련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면 3시간 정도 운기조식(運氣調息)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해서 마 루에 앉아 사군자의 한명이 도착할때까지 명상을 했다. 그런다음 사군자의 한 명과 2각 정도 대련을 하면서 지도를 해준 후 그가 가져온 음식으로 아침식사 를 했다. 식사를 끝낸 다음 휴식을 취하다가 10시가 되면 다시 폭포로 가서 8 시간동안 폭포물을 맞으며 명상에 잠긴다. 6시에 저녘식사를 한 후 이번에는 방안에 앉아 조용히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명상에 잠기든지 아니면 경공 수련을 하든지 또는 꽃밭을 가꾸든지 그것도 아니면 무공비급을 읽었다. 이런 수련이 처음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마교의 무공비급은 방대한 분량이었 고 수많은 각종 무공이 있었다. 묵향이 수많은 무공비급을 가져다 보자 일시 마교의 수뇌부는 긴장했지만 묵 향이 그걸 익히는 것도 아니고 거의 하루에도 수십 종류 정도의 무공비급들을 보는 것을 보고 모두들 어떤 특이한 무공을 찾고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묵향은 자신이 알고있는 방식이 아닌 좀 더 색다른 방식의 무공이 있는지 궁 금했던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공들은 거의 똑같은 내용들을 가지고 조금 씩 초식을 바꾼 것 뿐 어떤 일정할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번씩 특이한 내 용을 담고 있는 것은 의외로 정파의 무공이었다. 정파의 무공들은 대단한 깊 이를 담고있는 것들이 제법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 한순간 뿐.... 보고 (寶庫) 구석에 쌓여있던 혈교의 비급은 더욱 쓰레기였다. 간혹 파격적인 내용 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꽤 쓸만한 것 들도 있었지만 사술(邪術)로서 사 람을 현혹시는 내용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따위 사술로서 현혹시키는 것은 내공이 낮은 사람에게는 통할지 몰라도 내공이 시술자보다 높거나 아니 면 현문의 정순한 내공을 익힌 사람들에는 통하지 않는다. 처음의 명상을 위주로한 수련은 여러 가지 비급을 보면서 생겨난 의문점들이 나 생각들을 정리하는데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더 이상 볼 비급이 없어지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련방법을 바꾸고 자 했다. 하지만 뾰족한 좋은 수련방법이 없었다. 자신이 거의 탈마(脫魔)의 경지를 넘어선 이상 다른 교내의 고수들과 비무를 해봐도 별 소용이 없었고 또 교내의 여러 가지 수련관문들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 하는 것이었지만 묵향에게는 어린애 장난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날 무공을 배 우기 위해 찾아온 죽(竹)은 묵향이 골돌히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 한참을 기 다리다가 도저히 묵향이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자 살며시 물었다. "부교주님. 왜 그러시는지요." 일시 정신을 차린 묵향이 되물었다. "뭐라구?" "왜 그러시는지요?" "자네 생각으로는 어떤 일이 불가능한 일일 것 같은가? 인간이 하기 힘든 일 일수록 좋아. 새로운 수련방법을 찾는데 영 좋은 방법이 없군" "불가능이라.... 십만대산 서쪽의 마신봉쪽의 절벽이 있는데 거길 올라가 보 시면 어떠신지?" "그건 나한테는 쉬운거야." "그렇다면... 장강(長江;양자강)을 걸어서 건너보시면?" "그것도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양자강은 너무 멀어. 그리고 가려면 교주 님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구." "그렇다면.... 바위부수기? 아니지... 참! 여기서 남쪽으로 5리 정도 가면 소 나무 숲이 있는데 나뭇잎이나 세어보시죠." "나뭇잎이라.... 정말 좋은 생각이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나?" "전에 소림사에서 말썽꾸러기 고수가 한명 나타났는데 그를 금제하는 방법으 로 써먹은 거라고 들었습니다. 1000그루의 소나무잎을 헤아린다면 밖으로 나 와도 좋다구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그곳에는 지형상 하루에 두 번씩 강한 바람이 부는데 오후에 뜨거워진 공기 가 골짜기 안으로 불어서 들어가고 저녘에는 차가와진 공기가 반대로 뿜어져 나오죠. 그 때문에 소나무 잎들이 흔들려서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저히 그 것들을 셀수는 없습니다. 결국 소나무 숲 안에서 늙어죽었죠. 그 안에서 늙어 죽도록 수련을 한걸 보면 그래도 신의는 대단한 사람인 모양입니다." "정말 잘 생각해줬어. 거기에는 소나무가 몇그루나 있나?"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3000그루 정도 있습니다. 대신 바람은 안부니까 그자와 조건은 비슷할 겁니다." "알겠네. 조언을 잘 해줘서 고맙군. 그럼 이제 수련을 시작해볼까..." 묵향은 매일 소나무잎을 헤아리러 숲에 갔다. 소나무잎을 헤어보니 뛰어난 암 산실력과 시력, 그리고 경공술이 필요하다는 걸 즉시 알 수 있었다. 그는 하 루하루 잎파리를 헤아려 나갔다. 처음 헤아릴때에는 10그루도 셀 수 없었던 것이 차츰 요령이 생기면서 계속 그 숫자가 늘어나갔다. 그는 계속 잎을 세어 나가면서 아마도 무공의 끝이 이 안에 있지 않을까 하는 절망감까지 들 정도 로 진척의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그래도 숫자상으로는 그날 보다는 다음날 헤아린 잎의 수가 하나라도 많았기에 그는 질릴 줄 모르고 잎을 헤아려 나갔 다. 이윽고 겨울이왔지만 소나무는 상록수(常綠樹)라 잎이 많이 남아있어 겨 울에도 그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소나무잎을 헤아리기 시작한 후 날만 밝으면 그는 소나무 숲속에 있었고 그에게 무공을 배우러 사군자도 소나무숲으로 왔 다. 그러면서 사군자는 그날 먹을 식사를 가져왔다. 그날도 난이 식사를 가져온 다음 묵향에게 전하면서 말했다. "저어... 부교주님." "뭐냐?" "실은 무량(武樑)이 사죄할 것이 있다고 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그래? 거의 2년만이군. 알겠다. 지금 가보지." 묵향이 마전창(魔戰廠)에 도착하자 무량이 묵향의 앞에 엎드려 사죄하며 말했 다. "부교주님. 용서해 주십시오...." 조금 당황한 묵향이 그를 일으키며 말했다. "무슨일이오?" "그게.... 실은 검을 만드는데 시간을 좀 더 주셨으면 해서 그렇습니다." "왜? 별로 잘 안되고 있소?" "그게...." "시간은 언제까지나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소? 내가 죽은 후라도 괜찮다고 말 했을텐데..." "실은... 다시 한번 더 진기를 불어넣어 주시면 안될까요?" "왜그러시오? 검을 만드는데 실패했소?" "예. 실패했습니다. 그것도 이만저만한 실패가 아니라.... 검을 만들기는 했 는데 아무래도 파기하고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 실례를 무릎쓰고 부교주 님을 뵙자고 청한 것입니다." "검을 만들기는 만들었다고? 그럼 됐잖소. 그걸 주시오. 본좌는 그렇게 좋은 검을 필요로 하지는 않소." "하지만...." "괜찮으니 주시오." 그러자 무량은 마지못한 듯 구석에 처박아둔 검을 꺼내왔다. "이겁니다. 제 일생일대의 실패작(失敗作)이라...." 그러자 묵향은 검을 받아들면서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소. 겉모양은 그럴 듯 한데...?" 그러면서 천천히 검을 뽑았다. 은은한 묵빛이 풍겨나오는 2척 3촌의 얄팍한 검. 대단히 얇은 검신에 높이도 낮았고 적당히 휘어져 올라간 검신이 현재 묵 향이 차고있는 묵혼검과 거의 유사한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아주 좋군. 내 마음에 꼭드는군. 그렇게 신경쓰지 마시오. 그런데 내가 보기 에는 괜찮은데 뭐가 마음에 안든다는 거요?" "저는 본교 역사에 남는 마검(魔劍)을 만들어 바치고자 했는데 이건... 이 건... 마검도 신검도 아닌 이상한게 되어버렸습니다." "신검이나 마검이나 그검이 그검 아니겠소?" "엄연히 다릅죠. 원래가 마인은 마검을 차야 하는법. 그래야 마공(魔功)의 위 력이 배가됩니다. 그런데 이따위 검으로는 강대한 마공을 펼치기 어렵습니 다." "그래? 그럼 한편 펼쳐볼까?" 묵향이 진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하자 묵혼검이 웅웅거리며 강렬한 마기가 검신 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의 혼백을 앗아버릴 것 같은 무시무시한 마기앞에 내공이 약한 무량은 한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이때 묵향이 묵직한 함성을 터트리며 하늘을 향해 초식을 전개했다. "진파천월!" 그러자 하늘을 향해 엄청난 청색 검강들이 강렬한 마기를 뿜어대며 날아올랐 다. 그걸 보면서묵향은 미소하며 말했다. "보시오. 아주 좋지않소?" "그럴 리가.... 이 검은 마와 정의 기운을 동시에 가지고 있군요. 소인의 생 각이 짧았습니다. 왜 이런 엉터리가 만들어 졌는지만 생각한다고 부교주님의 내공이 마와 정이 혼합된 것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이건 부교주님의 손에서만이 최고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검이 될것입니다." 그러자 묵향은 자신이 검대에 차고있던 묵혼검을 끌러 무량에게 넘겨주며 말 했다. "이녀석을 파기해 주시게나." 그런다음 검대에 새로운 묵혼검을 묶으며 말했다. "그런데 검집이 너무 호화로운 것 같군." 그러자 무량은 약간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림의 소눈깔들 중에서 그 검집이 그렇게 화려하다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자 들은 흔치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어쨌든 고맙네..." 그런다음 묵향이 돌아가려고 하자 황급히 비수를 한자루 가져다 주며 말했다. "묵혼검과 짝으로 만든 비수입니다. 소인이 멋대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묵영 비(墨影匕)라고 합니다." "좋은 이름이군... 잘쓰겠네..." "이 비수는 써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슴가죽 벗기는데나 쓰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이죠." 그러자 묵향은 미소지으며 이 장인의 솜씨와 쏟아준 정성에 찬사를 보낸다음 다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 * * 사군자의 말을 빌리면 '미친짓'이라는 수련을 계속해 나가던 따뜻한 봄. 그날 묵향은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서 잠을 자려고 소나무 숲을 나섰다. 요즘 들어 서는 거의 사흘에서 일주일 단위로 집에 갔다. 소나무잎을 세지 않을때는 사 군자와 비무 할때를 제외하고 모든 시간을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많은 잎 파리를 셀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사용했다. 그는 집에 가까워오자 누군가가 집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명이군. 제법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자들이다. 그런데 풍겨나오는 기(氣)로 봐서 본교의 인물들은 아닌 것 같군. 그렇다면 어떤 간큰 녀석들이 본교에 들 어왔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묵향은 집으로 다가갔다. 그렇지만 그는 추호도 자신이 벌써 눈치채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마음속으로 그는 벌써 그 에대한 대비를 하고있었고 또 서서히 진기를끌어모으고 있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명이 비수를 들어 묵향의 목에 들이댔다. 하지만 살기(殺氣) 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묵향은 반격을 하지 않았다. 혹시나 교주가 실력을 시 험하기 위해 보낸 본교의 무사들이라면 죽이면 안되기 때문이다. 비수는 묵향 의 목에서 반치(1.5Cm)정도 되는 곳에서 멈췄고 나지막한 남자의 위협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해!" 그와 동시에 옆에있던 또다른 사람이 묵향의 허리에 찬 검을 빼았았다. 묵향 이 방을 둘러보니 그에게서 검을 빼앗은 남자의 호흡이 일정하지 않은 걸로 보아 상당한 부상을 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한명은 저쪽 구석에 누워있었다. 가슴이 불룩히 솟아있는 걸로 보아 그 사람은 여자인 모 양이다. '셋다 부상을 당한 모양이군. 그렇다면 본교의 인물들은 아닌 모양인데? 지금 해치울까? 아니면 좀 있다가?' 묵향은 후자를 택했다. 이들은 언제나 해치울 수 있는 자들이다. 지금 해치우 는 것 보다 시간을 끌면서 이들의 정체를 파해치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들자 묵향은 그들의 말을 순순히 들었다. "여기는 어디냐? 이곳에서 마교의 영역을 벗어나려면 얼마나 더 가야하지?" "마교의 영역을 벗어나려면 30리는 더 가야하죠." 그러자 칼을 뺏었던 사람이 절망적이라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사형 어떻하면 좋죠?" 그러자 칼을 들이밀었던 인물이 다시 싸늘한 어조로 물었다. "너는 누군데 여기서 살고있나?" 그러자 묵향은 겁에 질린듯한 어조로 말했다. "소인은 오랫동안 이곳에서 살았죠. 예전에는 마교에서 한자리 했었는데 권력 다툼에 밀려서 이곳에 쫓겨난 분이 소인의 선친(先親;돌아가신 아버지)이시라 여기서 계속 살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무술을 익히면 마교에 들어가려고 요." "그래?" 그 남자는 부싯돌을 한번 튕궈 잠시동안 일어나는 불꽃을 이용해서 묵향의 용 모를 보더니 딴 사람에게 말했다. "정말인 것 같군. 마기도 없고 도저히 무술을 잘 모르는 것 같아. 거기다 상 당히 젊쟎아. 너는 우리를 안내해서 마교의 영역 밖으로 보내줄 수 있나?" "소인도 목숨이 걸린 일이라. 헤헤.... 돈을 좀 주셔야 겠는뎁쇼." "돈은 나중에 줄 수 있다. 은자 1냥이면 되겠냐?" "쓰는김에 좀 더 쓰시죠. 나으리" "좋아. 5냥 주마." "좋습니다요. 그런데 저쪽에 계신분의 몸조리를 좀 한 다음 떠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요. 소인이 의술을 좀 알고 있으니 제가 상처를 봐도 되겠는지 요?" 그러자 그 사내는 비수를 치우며 말했다. "좋다." 묵향은 등불을 켠 다음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 여자는 상당한 외 상과 함께 심각한 내상까지 입고 있었다. '흑마장(黑魔掌)에 당했군. 이쪽 상처는 칼에 긁힌 상처인데... 별로 깊지는 않아. 그 외에 몇대 더 먹었는데 가장 심하게 당하기로는 유마권(柔魔拳)이 야. 본교의 무형마공중 무형의 권풍을 일으키는 유마권을 사용한 자의 수준이 그렇게 깊지 않았는데다가 현문의 정순한 내공을 지니고있어서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야. 아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맞았겠지. 내상이 심해서 빨리 치 료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겠어... 그런데 이 얼굴은 낮이 익은 것 같 군.... 그런데 누구더라....? 꽤 오랫동안 현문의 정통심법을 수련한 사람중 에서 내가 아는 사람은 없는데....' 묵향은 이생각 저생각 하면서 그 여자의 옷을 벗긴 다음 침을 꺼내어 그 여자 에게 찔러넣었다. 옷을벗기고 보니 그렇게 심각한 외상은 많지 않았다. 묵향 은 품속에서 금창약(禁瘡藥)을 꺼내어 발라줬다. 그런다음 마교에서 내상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하는 단환을 3알 먹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명의 남자들도 치료해줬다. 그중 검을 뺏었던 남자는 복부에 깊은 검상이 있었지만 치명적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에게도 단환과 함께 금창약을 발라줬다. 무림인들이 가지 고 다니는 필수품이 금창약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금창약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일단 잡혀서 금창약 등을 뺏긴 다음 다시 탈출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 다. 묵향으로서는 알 수 없는 점이 한가지 있었다. 여자는 현문의 정통 심법을 익 혔는데 나머지 두명의 남자는 현문의 심법을 익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내력은 두 남자가 여자보다 강했지만 그 정순함에 있어서는 여자가 더욱 뛰어 났다. 아마도 이삼십년이 지나면 여자가 두 남자들을 앞서갈 것이 분명했다. 왜 이들은 심법이 서로 다를까? 이것이 묵향의 고민중의 하나였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난(蘭)이 수련을 하기위해, 또 묵향의 식사를 가져다 주 기 위해 왔다. 묵향은 마루에서 명상을 하며 기다리다가 난에게서 음식물을 받아들고 말했다. "고마워. 영영! 지금 집에 쌀과 반찬이 떨어졌는데 좀 사다주지 않겠어? 나도 계속 얻어먹을 수만은 없어서 집에서 좀 해먹어야겠어. 그리고 금창약하고 내 령마속환(內逞魔屬丸)이 떨어져서 그러니 한 30알 정도 가져다 줘." 그러면서 묵향은 약간의 은자를 난(蘭)에게 건넸다. 난은 묵향의 말이 평상시 와는 다르다는 걸 알고 약간 당황한 듯 전음(傳音)을 보내왔다. <왜그러십니까? 부교주님. 혹시 탈출한 무리들이 이곳에 왔나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고 내가 지시한 걸 좀 가져다 줘. 좀 알아볼 게 있 다.> "알겠습니다. 곧 가지고 올게요." 1시진 반 정도 지나자 난은 3명의 하인들을 시켜서 음식물들과 약품들을 묵향 에게 가져다 줬다. "수고해줘서 고마워. 잘 먹을게." 그러면서 인부들에게 동전 3냥씩 수고료를 쥐어줬다. 그러면서 난에게 전음을 보냈다.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는 않았겠지?> <알리고 말고 할것도 없어요. 지금 모두들 이들이 부교주님 집에 있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부교주님이 그냥 계시니까 모두들 가만히 있는거죠.교주님께 서도 알고 계십니다.> "나는 바빠서 오래 얘기를 나눌 수 없군. 잘가." <이들은 누구냐?> "몸조심 하세요. 다음에 뵈요." 난은 인부들과 함께 천천히 멀어지면서 전음을 보내왔다. <그들은 천지문(天地門)의 제자들입니다. 천지문과 본교가 충돌했고 그들 중 200여명을 뇌옥에 가둬뒀었는데 그들의 일부가 탈출을 시도했어요. 모두 잡아 들였는데 그중 3명만이... > <나중에 매(梅)보고 지붕에 올라오라고 해. 물어볼 것이 있으니까.> '천지문이라... 낙양에 있는 문파인데 어떻게 여기까지? 도대체가 알수가 없 군. 매는 비영대 출신이니까 좀 많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묵향이 그들을 치료하는데 지붕위에 사람이 올라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매 의 은잠술이 뛰어나서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묵향은 매에게 전음 을 보냈다. <이들은 누구냐?> <천지문의 제자들입니다.> <천지문의 제자들이 왜 본교에 있지?> <2달 전에 천지문과 본교간에 다툼이 있었습니다. 천지문은 낙양에서도 알아 주는 대 문파입니다. 그래도 이들이 본교에 도전할 수는 없는데 본교의 비밀 분타를 건드린게 그들의 화근이죠. 낙양에서 20리(약7Km)정도 떨어진 지점에 서 본교의 고수들과 충돌해서 몽땅 다 잡아다가는 뇌옥에 넣어뒀는데 이들이 도망친겁니다. 꽤 감시를 엄밀히 했는데도 제법 실력이 있는 자들이라 그 만... 그래서 본교의 고수들이 출동해서 몽땅 다 잡아들였는데 이쪽으로 도망 친 세명만이 아직 잡히지 않았죠. 교주님께서도 왜 부교주님께서 이들을 잡아 들이지 않는지 궁금하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부교주님이 하시는 일이라 모두 들 어쩌지 못하고 있지만 이 근처에 5명의 고수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부교 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하명해 주십시오.> <너는 교주님께 내가 하는일에 간섭하지 말아달라고 부탁드려라. 이번에 사로 잡은 천지문의 인물들은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천지문도 거의 고수들의 삼분지 일을 상실했기 때문에 상당히 당황하는 모양입니다. 그들로서도 알 수 없었겠죠. 비밀분타는 노출되었기 때문에 팔아버리고 다시 새로운 곳으로 옮겼습니다. 이들을 다시 천지문에 돌려주고 몸값을 받을건지... 아니면 모두 처형해버릴건지 결정되지 않은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수석장로와 차석장로, 혁무상 장로에게 이 일은 내가 처리할 생각 이니 내 얼굴을 봐서 간섭하지 말라고 전해주게. 천지문 녀석들이야 구워먹던 삶아먹던 내가 상관할 필요 없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게 있어서....>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해 두겠습니다.> <부탁하네.> <존명!> <참, 천지문은 현문의 한 갈래인가?> <아닙니다. 도가계통이라기 보다는 불가계통이라고 보시는 것이 옳습니다. 천 지문을 일으킨 시조가 소림사의 속가제자라고 들었습니다.> <알겠네. 지시할 사항이 생길지도 모르니 하루에 한번은 지붕위로 오게나. 이 제 그만 가보게나.> 그와 동시에 지붕위에서 사람의 기척이 사라졌다. 묵향은 그들을 한달 정도 치료하면서 여러 가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묵향이 낮익어하던 여자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남자들은 여자를 소사매(蘇師妹)라 고 불렀고 나머지 묵향에게 칼을 들이댔던 사람이 그들 중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모양인데 전사형(田師兄)이라 불렸으며 또 다른 묵향에게서 칼을 뺏았던 남자는 임사제(林師弟)라 불렸다. '소사매(蘇師妹)라. 그러면 성이 소(蘇)씨군.... 소씨 여자 중에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가? 소씨라.... 소씨라..... 그리고 현문의 정통..... 그 렇군 내가 왜 그생각을 못했지?' 그걸 눈치챈 다음부터 묵향은 이들에게 상당히 정성을 쏟았다. 1달 정도가 지 나자 모두의 상처가 거의 나았다. 그들은 묵향이 자신들을 성의껏 대해주는 걸 알고 상당히 기뻐했고 속으로 의심하던 마음도 차츰 풀려갔다. 이들의 상 처가 거의 낫자 묵향은 이들을 모아놓고 탈출할 방도에 대해서 설명을 해나가 기 시작했다. "여기서 마교의 영역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도 최소 3번 이상 마교의 눈길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숨어서 나간다 해도 어떻게 할 수 없죠. 변장을 하고는 당당하게 나갈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그래도 경비가 허술한 곳이 없습니까?" "경비가 허술한 곳은 없어요. 탈출할 곳은 이쪽을 통해섭니다." 묵향은 붓을 들어 종이에 대강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했다. "여기서 이쪽을 통해서 나가면 5번 보초에게 발각되게 되죠. 그리고 여기저기 매복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도 띌겁니다. 하지만 이 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 니기 때문에 내가 앞장서서 나가면 나는 자주 이곳을 왕래했기 때문에 별로 의심받지 않을겁니다. 그리고 변장을 잘해야되요." 그러자 전사형이라 불린 사람이 의심에 가득찬 눈초리로 묵향을 바라보며 말 했다. "당신이 말한 것은 너무 눈에 잘띄는 길이에요. 산길을 타고 갈 수는 없습니 까?" "산길로는 매복이 더 심하죠. 그리고 각종 진법들이나 기관매복이 깔려있습니 다. 이곳은 마교의 총타가 위치한 곳입니다. 1000년의 역사를 가진 마교가 아 직 단 한번도 총타를 적에게 점령당하지 않은 이유가 뭐겠습니까? 아무리 숲 속이 총타의 내부보다 매복이나 함점들이 적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수많은 첩 자들이 저세상으로 떠날 정도로 강력해요.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거랴면 좀 더 편하고... 그러면서 가능성이 많은 쪽을 택하는 것이 좋을거요." 소사매가 묵향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길이 가장 안전하다는 말인가요?" "그래요. 나는 이길의 통행증을 가지고 있고 또 자주 왕래하기에 모두와 안면 이 많습니다. 모두들 망태기를 지고 속에다가 약초 등속을 집어넣은 다음 여 기서 약초를 캔 다음 시내에 내다 팔거라고 말하면 되죠. 얼굴에 진흙을 묻히 고 내가 옷을 줄테니 그걸 입고나가면 됩니다. 당신들이 입고있는 그 옷을 입 고 나가면 1리도 못가서 잡혀갈게 뻔합니다." 그들은 어찌되었던 묵향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기에 묵향을 따라나섰다. 허 름한 옷과 망태기에는 약초를 몇뿌리씩 넣고 그들은 길을 재촉했는데 벌써 묵 향의 지시를 받은 보초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제제도 하지않았다. 묵향은 그들 을 거느리고 십만대산을 내려온 다음 말했다. "십만대산을 기준으로 100리 안쪽까지는 마교의 영향권 안이오. 일단 100리만 벗어나면 그래도 좀 안심할 수 있을겁니다. 낮에는 쉬고 밤에는 걸어가면 괜 찮을 겁니다. 헤헤.... 그런데 돈은 어떻게? 지금 계산하시겠습니까?" "지금은 돈이 없습니다. 나중에 본문에 돌아간 다음 사람을 보내어 계산해 드 리죠." "제 칼도 돌려주시죠. 이제 위험은 벗어났는데 제 칼까지 뺏아가는 건 너무하 시는 처사인데요." 그러자 임사제라는 사람이 등에진 봇짐을 풀어 검을 돌려주며 말했다. "정말 좋은 검이더군요. 잘 썼습니다." 묵향은 검을 받아 허리에 찼다. 그런다음 싱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예의가 없는 친구들은 아니군." 묵향의 말투가 갑자기 바뀌자 그들은 안색이 변했다. 그러면서 모두들 진기를 끌어올리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묵향은 그들의 행동에 아랑곳 하지 않고 외쳤 다. "난(蘭)!" 그러자 난이 숲속에서 섬전과 같은 속도로 뛰어나와 묵향의 앞에 부복했다. 그 전에 식량과 약재들을 가져다 줬던 여자임을 알아본 그들의 얼굴이 점점 더 굳어지며 만전을 기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부탁한걸 주게나." "여기있습니다." 묵향은 난에게서 건네받은 작은 꾸러미를 소사매라 불린 여자에게 내밀며 말 했다. "갑자기 닥친 일이라 좋은걸 준비할 수 없었다. 자그마한 나의 성의로 알고 받아주렴." 묵향이 부드럽게 말하자 소사매라 불리는 여자는 망설이는 기색으로 그 꾸러 미를 받아들었다. 묵향은 꾸러미를 건넨 후 품속에서 주머니를 하나꺼냈다. 그런다음 그걸 전사형이라 불리는 남자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 안에 은자가 약간 들어있다. 모두들 무일푼일테니 여비로 쓰게나." 그런다음 묵향은 아주 먼곳을 바라보는 듯한 추억에 잠긴 시선으로 소사매라 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나서 반가웠다. 몸조심 하거라." 그런다음 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때 소사매라 불리는 여자는 그 꾸러 미를 풀어보자 그 안에는 예쁜 한쌍의 귀걸이와 작은 보석이 달려있는 금목걸 이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여자는 그걸 보면서 한참 말이없더니 급기야 뭔가 떠오른 듯 멀어져가는 묵향을 향해 외쳤다. "아빠!" 그렇지만 묵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들에게서 멀어져갔다. 이걸 보고 난 (蘭)이 궁금한 듯 묵향에게 물었다. "따님이십니까?" "응. 내 양녀(養女)지. 낙양에 있을 때 거둬들였었는데.... 천지문에 들어갔 을 줄은 생각도 못했군. 무림인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았었는데 말이야." "그러면 좀 아는체라도 하시는 것이...." "아니야... 나는 사파고 저 아이는 정파니 그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게 저 아 이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을거야. 그리고 내가 이렇게 젊은 얼굴을 하고있는데 다른 두명이 설마 의심하겠어? 그냥 내가 저 여자애에게 흑심을 조금 품었나 하고 생각하겠지. 죽(竹)에게 연락해서 저들이 천지문에 도착할때까지 저들이 모르게 호위해 주라고하게나." 묵향이 집으로 돌아가자 국(菊)이 초조한 듯 기다리고 있다가 묵향이 오자 말 했다. "교주님께서 찾으십니다. 빨리 오시랍니다." "알겠네." 묵향이 교주가 기다리고있는 곳으로 가자 그곳에는 장로들과 능비계 부교주까 지 앉아있었다. 묵향이 다가가 교주에게 인사하자 교주는 약간 노기가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 "묵향 부교주, 이번일은 어떻게 설명하겠나? 왜 그들을 놓아줬지?" "사정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실 것인지 확정되어 있 었습니까?"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자네 혼자서 독단으로 처리할 정도로 가벼운 사항은 아니었어." "감히 교주님께 청합니다. 천지문의 포로들을 돌려보내고 그들과 비밀리에 교 섭을 하여 될 수 있으면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갑자기 자네가 왜 그러나? 천지문이란 곳이 2000명 정도의 제자들을 거느리 는 제법 큰 방파라 하더라도 우리가 숙이고 들어갈 필요없이 정예고수들을 보 내어 초토화를 시켜버리는 것이 간단해. 왜 쓸데없이 그들과 협정을 맺느니 어쩌니 해서 시간을 낭비하나? 이번에 놓아준 사람 중에 한명이 친분이 있는 사람인가?" "예." 교주는 탁자에 놓인 서한을 한동안 바라보더니 묵향에게 말했다. "자네가 여자애한테 그정도로 빠질줄은 몰랐군." "제 양녀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년도 전에 낙양에서 헤어졌고 또 핏줄도 아닌데 자 네가 그정도로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들을 놓아줄 필요가 있나? 그렇다면 사전 에 나한테 상의라도 했어야지." "죄송합니다." 교주는 들고있던 서한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흐유.... 자네가 그렇게 정이 많은사람인줄은 몰랐군. 겨우 낙양에서 3년 정 도 같이 있었고 거기에 그 여자애는 자네가 부리던 하녀의 자식이 아닌가? 집 안이 좋은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네의 무예를 전수받은 제자도 아니 고.... 그런 거렁뱅이한테 상당한 재산까지 투자해서 독립시켜 줬으면 자네가 할 도리는 다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저의 양녀인지라..."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어. 일단 자네가 저지른 일이니 자네가 수습하게나. 혁무상 장로." "예" "자네가 묵향을 도와주게. 그리고 이번 일에 책임을 물어 묵향 자네는 이번 일을 수습하는대로 5년간 근신할 것을 명하네." "교주님의 은혜 감사드립니다." "그만 물러가게나... 쯧쯧... 모두들 물러가게...." 그런다음 능비계 부교주를 가르키며 말했다. "자네는 남게나. 내 할말이 있네..." 뒷 수습 묵향은 교주가 묶고있는 천마전(天魔殿)에서 나오자 밖에는 사군자가 기다리 고 있었다. 묵향은 그들과 집으로 걸어가며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죽(竹)은 떠났나?" 그의 질문에 난(蘭)이 대답했다. "예. 그들이 모르게 호위해 주라고 전했습니다." "매(梅), 자네는 비영대 출신이니까 여러 가지 정보수집에 능할거다. 너는 난 (蘭)과 국(菊)을 데리고 지금 낙양으로 출발해라. 그런다음 소연이가 어떻게 해서 천지문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좀 알아보게. 그리고 소연이의 어미는 어 떻게 지내는지... 등 세부사항을 알아보도록 하게." "존명" "그리고 천지문의 문주가 어떤 사람인지 철저히 조사를 해봐. 과연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1달의 시간을 주겠다. 철저히 알아보도록!" "존명!" 묵향은 품속에서 부교주를 나타내는 영패(令牌)를 꺼내 매에게 주며 말했다. "될수있으면 최대한 빨리 알아내라. 그 일을 하는데 모든 수단을 사용해도 상 관없다. 내가 연락을 해둘테니까 너희들이 낙양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낙양의 비밀분타와 천령원의 방대인(龐大人)이 사람을 풀어 조사를 시작할거야. 자네 들은 그 자료들을 검토해서 정확한 사실을 뽑아내라. 그리고 너희들이 도착하 는대로 그들을 지휘해서 더욱 확실한 정보를 나에게 보내주면 된다. 대략적인 자료는 비영대에 있을테니 내가 원하는 것은 비영대도 모르는 정확한 자료가 필요하다. 1달은 짧은 시간이지만 죽자고 파해치면 알아낼 수 있을거야. 나는 한달 후에 낙양에 갈거다. 그때 나에게 그 자료를 알려주도록!" "존명." "그리고 낙양으로 가고있는 죽(竹)에게 연락해서 임무가 끝난 다음 본교로 복 귀하지 말고 낙양에서 합류해서 자네들의 일을 도우라고 하게. 죽이 실질적인 수장이지만 이번일은 정보수집이니 임시로 매가 수장으로서 모두를 이끌도록 하라." "존명" "빨리 가봐라." 수하들을 보낸 후 묵향은 혁무상 장로를 찾아갔다. 혁무상 장로는 교주가 묵 향에게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묵향의 의도를 물어왔다. "교섭을 하러 사람을 언제 보낼까요?" "교섭이 빠를 필요는 없소. 자네는 천지문의 문주가 누군지 아나?" "예." 그러더니 옆에서 기다리고있던 문사(文士)사림을 한 중년의 사내에게 지시했 다. "천지문의 문주에 대한 자료를 가져와라. 그리고 천지문에 대한 모든 자료를 가져와." "예." 문사차림의 사내는 곧이어 한 뭉치의 서류들을 가져왔다. 그중에서 하나의 서 류를 골라낸 다음 혁무상은 묵향의 앞에 펼치며 말했다. "이자가 천지문의 문주인 대력도패(大力刀覇) 진양(振揚)입니다. 6척 1촌 (185Cm)의 장신에 근육질의 사내로서 대단히 뛰어난 무인입니다. 현재까지 드 러나기로는 대단히 광명정대한 인물입니다. 가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죠. 그 런데 마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젭니다." "마교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아버지가 마교의 고수와 싸우다가 치명상을 입고 거의 5달의 치료를 받 다가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뭐 그냥 흔히 있는 일이죠. 낙양에 저희들이 세력권을 뿌리내리던 초기에 천지문과 약간의 충돌이 있었는데 그 때문에 그는 마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보기보다는 증오한다고 봐야겠죠." "흠... 믿을 수 있는 인물이라 그거지." "예. 그렇지만 증오는 이성을 잃게 만들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천지문의 제자가 2000명 정도라고 교주님이 말씀하셨는데 그중에 쓸만한 자 들은 몇 명인가?" "예. 500명 정도는 꽤 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번의 충돌로 인해 그중 삼 분지 일은 본교의 뇌옥안에 있다고 봐야하지요. 만약 화해 쪽으로 끌고나가신 다면 그들도 응해올겁니다. 진양 문주도 바보가 아닌 이상 한번만 더 본교와 충돌하면 멸문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을테니까요." "그들이 외부 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최근의 정보에 의하면 진양은 무림맹에 원조를 청했고 무림맹의 고수 200명 이 천지문에 와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원체 잘난척을 하며 거드름을 피워대서 천지문의 수하들과 약간씩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도 알아냈습니다. 무림맹의 용천익 당주가 그들을 이끌고 있는데 그들의 행태에 진양까지도 별로 곱지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꽤 자세히 알고있군." "예. 저야 교내의 모든 정보를 책임지다 보니, 저의 맡은바 일에 충실할 따름 입니다." "만약 한치라도 그 정보가 잘못된 점이 드러난다면?" "속하의 목을 치시죠." "글쎄...." 그러면서 그는 무의식을 가장해서 묵혼의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혁무 상 장로의 안색이 미세하게 바뀌는 것과 함께 기(氣)가 불안정해지며 그가 한 껏 속으로 긴장했다는 것을 알고는 묵향은 내심 만족해했다. 그의 마지막 사 부인 유백의 말에 따르면 한번씩 이렇게 겁을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고 묵 향은 그걸 실천한 것이었다. 묵향의 검술실력은 마교 내에서도 최강(最强)이라는 사실을 수뇌부에 있는 인 물들은 모두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뇌전검황(雷電劍皇)을 죽일때부터 마 교의 수뇌부들은 묵향이 탈마의 경지에 들어서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래 서 일단 묵향이 헤치우고자 마음을 먹는다면 교주도 그의 검을 피할 수 없다 는 점을 모두들 말은 안했지만 알고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교주도 그에게 교주의 자리를 물려주려고 했던 것이다. 마교에서는 교주 앞 2장(6m정도) 안 으로 검을 차고 접근하는 것은 금지된 사항이었다. 암습을 방지하기 위한 것 이었는데 그것에 예외가 인정된 최초의 인물이 묵향이다. 묵향의 경우 거리에 상관없이, 그리고 검을 가지고있건 그렇지 않건 교주의 목숨을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묵향은 의아한 듯이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혁무상 장로에게 능청스레 물었다. "왜그러시오?" "예? 예 갑자기 좀...." 묵향은 짐짓 자신의 손을 보는 척 한 다음 능청을 떨었다. "아하. 검을 만지는 건 오랜 습관이라.... 미안하오. 이거무의식적으로....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다오. 만약 자네를 없애려고 한다면 검따위 필요도 없 으니까..." 그 말을 들은 혁무상의 안색이 더욱 시퍼래졌다. 묵향은 이제 화제를 돌릴때 라고 생각했다. "본좌는 진양에게 서로 불가침 협정을 맺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렇지만 그건 천지문으로서도 지키기 힘듭니다. 무림맹에서 만약 협동하여 본교를 대적한다면 그들만 빠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마교와 연합하는 세력이라고 오해를 받고 심한 경우에느 무림의 공적(共敵)으 로 몰리게 되면 본교보다도 먼저 멸문당할 우려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그걸 피해나가면서 평상시에는 평화적으로 지낼 수 있는 조건이 없느냐 이말이오." "그렇다면 협정 항목에 정파가 사파를 연대해서 공격한다면 그에 동참해도 된 다는 게 있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예외적인 사항들을 인정해 줘야 하기 때문에 불가침은 어렵고 조건부 불가침은 가능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군." "........." "자네가 먼저 협정서의 초안을 잡아주게나. 물론 천지문이 그 협정서를 타 문 파에게도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주게.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는 의심 을 받게되고 쓸데없이 무림맹의 시선이 낙양쪽으로 돌아가게 되지. 그러면 여 태까지 본교에서 벌여놓은 여러 가지 일이 들통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명심하겠습니다." "협정서는 언제까지 완성할 수 있겠나." "여러가지로 의논을 해봐야 하니까 1주일은 걸릴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도 될까요? 정파와 협정서를 나눈 적은 본교의 역사상 한번도 없 었던 일입니다." "괜찮아. 서로가 그런대로 편안하게지내면 되지. 왜 쓸데없이 긴장을 고조시 켜 피를 흘리나. 일단 피를 흘리면 완전히 뿌리를 뽑아서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게 만드는게 좋지만 처음부터 아웅다웅 할 필요는 없지." 10일 후 묵향은 총단에서 출발하여 낙양으로 향했다. 이번길은 여러명이 함께 했으므로 제법 숫자가 많았다. 혼자서 다니기 좋아하는 묵향으로서는 별로 마 음에 들지 않았지만 교주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었다. 묵향은 사혈천신(蛇血 天神) 호계악(胡戒惡) 차석장로와 고루혈마(枯 血魔) 옥관패(玉冠覇) 외총 관,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 좌외총관, 묵인겁마(墨刃劫魔) 초진걸(楚眞 杰) 좌호법과 그가 거느리는 호법원의 고수 20명이 따라왔다. 묵향에게는 옥 관패 외총관이 눈에 거슬렸다. 고루혈마(枯 血魔)라는 명호에 어울리게 추하 게 생긴 비쩍마른 곱추였는데 안그래도 별로 예쁜 구석이 없는데 거기에 흑시 마조(黑屍魔爪)를 극성까지 익혀 광택이 나는 검푸른 빛을 띈 손을 가지고 있 어 더욱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이 흑시마조(黑屍魔爪)는 마교가 자랑하는 최강의 조법으로 10성까지 익힌 사 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걸 익히면 소수마공계열과는 달리 손의 모양이 갈쿠리 와 같이 비쩍 마르며 살이 빠지고 검푸른 빛을 띄게된다. 그모양이 아주 기괴 (奇怪)하기에 파괴력은 좋으나 여자들은 절대로 익히지 않는다. 아무래도 무 공을 익힐바에는 소수마공처럼 손이 희고 투명해져 너무나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도 있는데 궂이 이런 걸 익힐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흑시마조(黑屍魔 爪)를 익힐 때 처음 시작은 소의 뇌에 손을 담근 상태에서 익히기 시작하며 2 성이 넘으면 그때무터 시체를 이용하여 시독(屍毒)을 흡수하는 방법을 병행하 게 된다. 강철과 같은 손까락에 긁히면 시독에 중독되어 죽고마는 대단히 악 랄한 마공이다. 이것과 유사한 정파의 무공으로는 구음백골조(九陰白骨爪)가 있고 그 익히는 방법도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 정파가 자랑하는 구음진경이라는 비급에 있는 데 구음백골조와 흑시마조는 상당히 유사점이 많기에 그에대한 논쟁이 분분했 다. 서로가 상대방이 베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파의 무공으로서는 구음백 골조는 익히는 방법이나 또 그 사악함에 있어 타 무공과 차이가 있기에 지금 에 이르러서는 구음백골조가 흑시마조를 상당부분 본따서 만들었다는 것이 지 배적인 의견이 되어가고 있다. 흑시마조는 마교에서 끊임없이 전해져 내려왔 지만 구음진경의 경우 매우 뛰어난 비급임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실전되어버렸 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길을 가면서 쉬엄쉬엄 간 결과 20일만에 낙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가 길을 재촉하지 않은 이유는 사군자에게 1달 후 도착할 것이 라고 알렸었고 또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에게서 금(琴)을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음희는 처음 자신이 명호를 음공(音功)을 사용해 서 사람을 기쁘게 해서 죽일 수 있다는 뜻으로 음희(音僖)라 지었는데 그녀의 아름다운 용모와 냉혹한 성격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금음으로 즐거워하다 죽게 만드는 재간을 보고 모두들 같은 음인 음란함을 즐긴다는 음희(淫嬉)로 바꿔 불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다 보니 그녀 자신은 음희(音僖)라고 우겼 지만 종내는 음희(淫嬉)로 바뀌어버린 웃지못할 사연이 있는 여고수다. 낙양분타에 묵향이 도착하자 사군자가 지금까지 조사한 것들을 묵향에게 설명 했다. 물론 묵향의 사생활인 소연 모녀에 관계된 자료는 발표하지 않았다. 매 는 묵향에게 두터운 서류뭉치를 건네며 말했다. "대력도패(大力刀覇) 진양(振揚)은 내공(內功)과 외공(外功)을 고루 익힌 뛰 어난 고수로서 여태까지 약속을 어긴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는 산적토벌에 앞장서거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때마다 돈을 아끼지 않 고 주변의 주민들을 도와 꽤 인심을 얻고있습니다. 그는 1명의 부인과 2명의 첩을 거느리고있으며 또다른 1명의 정부(情婦)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부는 지금 32살난 여자로 시어머니를 모시고있는 미색이 출중한 과부인데 그때문인 지 조심해서 만나고있으며 정부와의 사이에 1명의 딸이 있습니다. 시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시어머니가 죽고나면 정식으로 받아들일 계획인 모 양입니다. 그 외에 부인에게 2명, 두 첩에게서 3명 합해서 4남 2녀의 자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식들을 아주 사랑하며 부인들과의 사이도 꽤 원만한 것으 로 알려져 있고 저희들이 1주일간 주야로 감시했는데 한가지를 제외하고 소문 대로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더 정확한 정보를 원하신다면 하인을 몇 명 납치해서 주리를 틀수도 있겠지만 부교주님이 오시기 전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의 제자들의 행실도 대단히 좋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방금 한가지를 제외하고라고 했는데 뭔가?" 그러자 매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며 말했다. 마교의 인물들은 여색에 있어서 거의 극과 극을 달린다. 일부 여체를 필요로 하는 마공을 익힌 자들의 경우 완전히 호색한으로서 수많은 여자들과 동침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마교내의 빡빡한 훈련과 수련, 그리고 각종 임무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보니 여색을 탐 할 시간조차 얻기 힘든 경우가많았다. 매도 후자의 경우로 그는 동자공을 익 힌것도 아니지만 본의아니게(?) 아직도 동정(童貞)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조금 변태적인 성향이 있습니다. 한번에 두세명 의 부인과 함께 성교를 나눈다던지, 손발을 묶어놓고 성교를 나누기도 하 고.... 심지어는 항문에다가도...." 주변에서 듣고있던 사람들이 킥킥거리자 매의 얼굴이 좀더 붉어지며 말을 멈 췄다. "뭐... 조금 변태적인 짓을 한다고 해서 그렇게 나쁠 건 없지. 안그래?" 그러자 호계악(胡戒惡) 차석장로가 웃으면서 묵향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하하.. 그럼요. 자고로 침실에서까지 정인군자인 친구는 없다고 들었습니 다. 하하하" 그의 말을 들은 모든 남자들이 키득거리며 웃으면서 저마다 한마디씩 거들었 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유일한 예외는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이었다. 그 녀는 명호와는 달리 얼굴이 벌개지면서 고개를 숙이고있더니 조금 지나자 그 냥 놔두면 음담패설(淫談悖說)이 언제 끝날지 몰라 말문을 막기위해 묵향에게 질문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진양이란 자는 꽤나 정대한 인물인 모양인데 부교주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요. 계획대로 그들과 협정을 맺으실겁니까?" 묵향은 두터운 서류뭉치를 들어보이며 말했다. "이걸 살펴보려면 시간이 좀 걸리니까 별일이 없다면 3일 후에 찾아가기로 하 지. 그동안 자네들은 좀 쉬게나." "알겠습니다" 일단 불이붙은 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초진걸 좌호법은 나가면서 매한 테 물었다. "하하하... 그래 그친구 양물(陽物)의 크기가 얼만하기에 그 안에 들어간단 말인가?" "이만 하던데요." 기어들어가는 매의 목소리... 그러자 놀랍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인가?" 그러자 또다른 약간 비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그만한걸 그 안에 집어넣다니... 사람잡겠군...." "킬킬킬..." 모두들 히히덕거리며 물러간 다음 묵향은 매를 조용히 불렀다. "소연 모녀의 일은 알아봤나?" "예. 그 안에 적혀있습니다." "이걸 어느 새월에 읽는단 말인가? 무공비급도 아니고 시간낭비야. 그래 지금 소연의 어미는 어디서 살고있나? 예전의 그집인가?" "아닙니다. 지금은 천지문 근처에있는 작은 집에서 살고있습니다. 수소문을 해본 결과 진양은 시간이 날때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능이있는 인재를 모아들이는데 우연히 낙양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처음에 그녀가 상당한 수준 의 무공을 알고있다는 걸 눈치채고 몇가지 시험을 해보는 중에 내력(內力)은 상당한 수준인데 약간의 호신술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는 걸 알고 그녀를 제자 로 받아들였다고 하더군요. 타 문파의 무공을 익혔지만 그녀가 현문의 정통심 법을 익혔다는 걸 알고 진양은 따로 심법을 가르치지 않고 그걸 계속 익히기 를 권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지금 14살 위인 셋째 제자 장진(張璡)이라는 사 람을 좋아하는 걸로 알고있는데 장진은 또 진양의 둘째 딸을 좋아해서 아마 결혼은 힘들거라고 그러더군요." "뭐... 그런거야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 장진은 지금 어디에 있나? 뇌옥에 있나?" "예. 같이 탈출한 모양인데 본교의 추적을 받고 뿔뿔이 흩어져 도당치다가 장 진은 다시 체포되어 뇌옥에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소연 어미는 건강하던가?" "예. 정정하시더군요. 아주 지조있고 말수가 적으며 언제나 아름다운 꽃밭을 가꾸는 중년 부인으로 주변에 좋은 인상을 주는 여자였습니다. 몇번 청혼이 들어왔었는데 모두 거절했다고 들었습니다." "멍청하기는...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텐데. 자네는 이만 나가보게나." 묵향은 이틀동안 천지문 주위를 배회했다. 소연의 어머니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마당에 묵향이 과거에 그들과 지내며 마당에 심었었던 화초들을 가꾸 고 있었다. 묵향은 그녀가 꽃밭에 물주는 모습을 멀리서 한참동안이나 바라보 다가 소연이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천지문은 상당히 넓은 문파였고 또 그 주변에서 안을 살펴볼수도 없어 묵향은 언덕위에서 그냥 천지문 내부를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언덕에서 2시진 정도 밑을 내다보는데 옆에서 어린 남자애가 다가왔다. 아마 도 12살쯤 되었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 아이는 매우 개구쟁이 인 모양으로 옷은 흙투성이에 여기저기 풀잎이 붙어있었다. 그 애는 묵향에게 다가오더니 나무칼을 묵향에게 겨누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꼼짝마. 너는 밀정이지." 묵향은 그 애의 행동을 보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니라면?" 그 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니면 왜 여기서 천지문을 바라보고 있느냐?" 꽤 말투에 위엄을 지어보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었고, 그 아이의 의복이 상당 히 좋은 걸로 미루어 아마 이 아이의 아버지는 천지문에서 꽤 높은 직위를 차 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묵향은 갑자기 장난이 하고싶어져서 그 애에게 말했 다. "내가 천지문을 바라보고있는건 너를 납치하기 위해서인데, 마침 잘 만났군." 그러면서 묵향이 천천히 칼을 빼들자 그 애는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무.... 무.... 무엄하다." "무엄하고 자시고.." 그러면서 묵향은 그 애를 향해서 묵혼검을 찔렀다. 그러자 그 애는 제법 침착 하게 대응했다. 묵향의 검이 그렇게 속도가 빠르지 않았기에 그 아이에게 여 유가 생긴 모양이다. '자식이 다시 간이 커졌군.' 그 애는 초식을 펼쳐 묵향의 검을 비스듬히 쳐내며 묵향의 허리를 베어왔다. 제법 격식이 갖추어진 초식이었다. 그 애는 묵향의 허리에 목검이 격중되자 자신만만한 어조로 외쳤다. "내가 이겼다!" 하지만 묵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튕겨진 묵혼검을 다시 돌려 그 애의 목 쪽으로 비스듬히 베어내렸다. 그 아이는 묵향이 졌다는 내색도 하지않고 자신 의 목을 향해 베어오자 놀란 모양이다. "앗. 비겁하다. 내가 먼저 베었는데..." 하지만 그 아이의 검은 목검이었고 별로 힘도 없어서 묵향에게는 모기가 무는 정도의 타격도 주지 못했지만 묵혼검의 경우는 달랐다. 아무리 살살 베어도 그 애의 허리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것이다. 그 애는 놀라서 씨근 거리며 묵향을 향해 도술(刀術)을 펼쳐왔다. 아이를 데리고 노는것도 꽤 재미 가 있었다. 그 아이를 가르친 사람은 상당한 수준인 모양이고 제법 내공의 기 초도 잡혀있었다. 아마도 7살도 되지 않아서 심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을 거라 고 묵향은 생각했다. 아이는 24가지 초식을 쓰더니 이제 밑천도 다 떨어졌는 지 더이상의 초식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응용력은 대단해서 여러 가지 변 초(變招)로 묵향을 공격하거나 방어했다. 묵향은 그 아이의 초식만으로도 천 지문의 도법이 어느정도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천지문의 도법은 변화가 다양했고 상당히 많은 변초를 내포하여 상대의 헛점을 찌르는 교묘한 초식이 많았다. 하지만 변화가 너무 심해 어떤 면으로봤을때는 가벼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도법이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야 한다. 항상 중 도를 택해야 하는 것이다. 한시간 정도 애를 데리고 놀자 그 아이는 급기야 힘이빠져 핵핵대기 시작했고 땀을 비오듯 흘렸다. 묵향은 순간적으로 아이의 6군데 혈도를 봉쇄한 다음 천 지문에서 제일 가까운 음식점으로 어깨에 이고 갔다. 점소이를 불러 음식을 시키고 아이를 의자에 앉힌 다음 다리 혈도를 제외하고 모든 혈도를 풀어주면 서 말했다.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음식을 들어라. 너도 방금 내가 점혈하는데 쓴 초식을 보고 내 실력을 짐작했겠지. 다른건 몰라도 너같은 아이는 100명이 와도 안된 단 말이야." "먹기 싫어." 묵향은 일부러 인상을 쓰면서 위협조로 말했다. "안먹겠다면 끌고가서 똥을 입속에 퍼넣겠다." 그러자 아이는 혀를 빼서 묵향에게 내밀며 비웃듯이 말했다. "아저씨는 비겁해요." "그럼 나는 아주 비겁하지." "그리고 치사해요. 아이를 핍박하다니..." "그럼... 아주 치사하지... 그런데 이왕이면 격조높게 비열(卑劣)하다고 하거 라." 아이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면 얼굴이 벌개 지며 성을 내는데 이양반은 한술더뜨기 때문이다. "못할줄 알아요? 아저씨는 비열해요." "그럼 그럼... 사양말고 칭찬해." 아이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욕을 칭찬으로 듣고있으니 더 이상 떠들어봐야 입만 아프기 때문이다. 음식이 나왔다. 제법 괜찮은 요리였고 묵 향은 술을 천천히 마시면서 아이의 얼굴을 노려봤다. 아이는 입속에 똥을 넣 겠다는 말도 안되는 위협에 대해 절대로 똥은 먹을 수 없다는 듯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차곡차곡 천천히 꼭꼭 씹어서 음식을 먹는 자세 를 보고 묵향은 꽤 교육을 잘 받은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맛이 괜찮니?" 그라자 아이의 시큰둥한 목소리. "아뇨. 맛없어요." 묵향은 싱긋이 웃으며 일부러 말소리를 낮춰서 위협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똥은 어떨까?" 그러자 아이는 잠시 얼어붙는 것 같더니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예... 예.. 이거 아주 맛있어요. 둘이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는데요." 적당히 음식을 먹은 다음 묵향은 아이의 다리 혈도를 풀어주면서 말했다. "오늘 아주 즐거웠다. 너도 그렇지?" 그러자 혈도가 풀린 아이는 저만큼 도망가더니 소리쳤다. "이 나쁜녀석아. 나중에 두고보자." "하하하... 그래, 나중에 보자." 그 아이는 천지문을 향해서 달려갔다. 묵향도 이곳에 남아서 천지문과 시비를 벌일만큼 바보는 아니므로 혼자서 키득거리며 분타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친 후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다가 모두들 천지문으 로 갔다. 묵향일행이 도착하자 천지문의 위병은 갑자기 30여명의 무장한 무림 인들이 들이닥치자 일부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매는 가볍게 말에서 뛰어내 려 바짝 긴장하고있는 위사(衛士)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는 천마신교(天魔神敎)에서 왔소. 문주를 뵙고 상의할 일이 있소. 안에 기별해 주시오." 그러자 안으로 위사중 한명이 달려서 들어갔다. 1각 정도 지나자 그 위사는 또다른 중년인을 데리고 나왔다. 그 중년인은 묵향일행에게 정중히 포권하며 말했다. "문주께서는 귀교와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돌아가라고 하십니다." 그러자 매가 말했다. "그러면 뇌옥에 갖혀있는 귀 문하의 300여명의 목이 떨어져 나가도 상관없 소?" "그대들은 우리에게 협박을 하러 찾아온겁니까?" "아니오. 몇가지 협상을 할게 있어서 찾아왔소. 먼저 문주를 만나게 해주시 오." "기다리십시오." 그러더니 2각 정도를 기다리자 그 중년인이 다시 나와서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묵향이 말에서 내려 걸어들어가자 나머지도 하는 수 없이 말에서 내렸다. 묵 향의 뒤에서 지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은 이곳에서 남아 말을 돌보고 있어라." 묵향 일행은 문에 10명의 무사들을 남겨두고 중년인을 따라 들어갔다. 묵향일 행이 기다리는 중에 준비했는지 넓은 마당에 넓직한 탁자 2개가 연결되어 놓 여있고 의자 6개가 놓여있었다. 실지 탁자의 넓이로 봤을 때 충분히 10개 이 상의 의자를 놓을 수도 있는데도 한쪽에 3명씩 앉을 수 있도록 의자의 수를 제한해 놓은 것은 상대의 우두머리가 누군지 알아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저쪽의 의자에는 아무도 앉아있지 않고 100여명의 고수가 검을 허리에 찬 채로 서있는 것으로 보아 문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았다. 묵향은 이쪽에 할당된 세 개의 의자중에 중간에 위치한 의자에 털썩 앉은 다음 문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1각 정도 더 기다리자 문주가 나왔고 그 뒤에는 크고 두꺼운 도(刀)를 가진 젊은이가 뒤따랐다. 과연 보고대로 6척이 넘는 큰 키에 다부진 근육을 가지고 있는 부리부리한 눈매의 소유자였다. 그는 중간의 의자에 어떻게 보면 문약한 서생같이 그렇게 근육이 발달하지도 않은 새파랗게 젊은 인물이 앉아있는 것 을 보고 약간 놀란 듯 했다. 그리고 앉기전에 한번 둘러본 다음 대부분의 위 사들이 40대 정도의 용모라는 점과 그 외에 상당히 젊게 보이는 사람들이 많 았고 또 왼편에 앉은 깡마른 곱추의 손이 검푸른 광택을 내는 것을 보고 점점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런다음 묵향의 뒤쪽에 서있는 여자의 손이 투명할 정도로 새하얀 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밖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거 의 경악할 정도까지 놀랐다. '이들은 마교의 최고 정예다. 저 검푸른 광택의 말라비틀어진 손에 말라깽이 곱추라면 마교서열 13위 외총관 고루혈마(枯 血魔) 옥관패(玉冠覇)가 틀림없 어. 그리고 저 서생같은 자 뒤의 사이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집은 소수마공 을 극성까지 익혔고 금음(琴音)으로 사람을 웃으며 죽게 만든다는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 좌외총관이다. 대부분 평생가도 저들 중 한명의 얼굴도 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이 둘이 한꺼번에 나타나다니.... 소문대로라면 저 둘만으 로도 본문을 멸문시킬 수 있을거야.' 이때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이 가 다가왔다. 아주 깨끗한 고급옷을 입은걸로 보아 제법 신분이 높은 것 같았 다. 허리에 패도를 찬 걸로 보아 천지문의 인물은 아닌 모양이다. 그자는 문 주의 오른쪽에 비어있는 의자에 거만하게 앉더니 말했다. "천마신교에서 여기 무슨일이오?" 그러자 곱추인 옥관패가 비웃음을 띄며 입을 열었다. "네녀석은 여기서 입을 열 신분도 못돼. 우리는 네녀석이 아닌 문주하고 얘기 하기 위해서 총타에서 이곳까지왔단 말이다." 거들먹거리던 그 젊은이는 곱추를 째려봤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곱추의 손에 멈추자 일순간 말을 잊을 정도였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그가 말했다. "귀하는 고루혈마(枯 血魔) 옥관패(玉冠覇) 어르신이 아니십니까?" "알면서 왜 묻나?" "이런 구석진 곳에 어떻게 천마신교 서열 13위의 나으리가 오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럽니다." "본좌보다 더 높은분도 와 계신데 내가 못올것도 없지." 그 말을 들은 그 젊은이는 이제 정신을 차려 마교측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봤 다. 마교의 인물들 중에서 외부에 드러난 고수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여태까지 고작해야 고루혈마 옥관패 외총관과 그 수하인 우외총관 천진악과 좌외총관 설약벽이 밖에 드러난 최고의 고수들이다. 그런데 그중 두명이 이곳에 있고 그나마도 음희 설약벽은 앉지도 못하고 서있는 걸 보고 그는 도무지 지금 돌 아가는 사태를 짐작하기도 힘들었다. '이정도 고수들이 이 구석진 곳에 왜 왔지? 솔직이 저뒷쪽에 서있는 인물들에 게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마기(魔氣)로 보아 모두다 보통 고수들이 아니야. 앞의 세명은 빼고 저기 서있는 자들의 반만 동원해도 이따위 시골 문파쯤 잿 더미로 만드는 건 식은 죽 먹기겠군. 맹에서 파견된 우리들까지 포함해서... 그런데 이해할 수가 없는건 이 중간에 앉은 젊은 녀석이군. 도무지 마기를 느 낄 수가 없어. 무림인이라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하겠어. 어쩌면 마교의 핵심 인물인 혁무상인가? 혁무상이 마교의 두뇌라고 들었는데....' 그가 잠시 할말을 잊은 사이에 설약벽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대력도패(大力刀覇) 진양(振揚) 문주님. 이번에 저희들은 귀 문파와 협상을 하기위해서 왔습니다. 본교는 귀 문파와 조건부 불가침 협정을 맺고자 합니 다." 그러자 오른편에 앉은 젊은이가 말했다. "문주님 속아서는 안됩니다. 저들은 계략을 통해 이 문파를 통채로 먹으려고 하는 겁니다." 설약벽은 그 젊은이에게 말했다. "이 협정은 천지문과 본교와의 일입니다. 협정을 맺을 것인지는 천지문의 문 주님이 결정하실 일이지 무림맹의 용천익 당주 따위가 끼어들 일이 아니에요. 문주님, 이 협정이 맺어지면 물론 귀 문파에세 잡혀온 300여명의 포로들을 돌 려드릴겁니다. 이것이 그 협정서입니다." 일단 밑져봐야 본전이었으므로 진양은 그 협정서를 읽기 시작했다. "一 : 이 협정서는 상대방이 해제를 원하거나 상대 문파의 수장(首長)이 바뀌 기 전까지 유효하다. 만약 한쪽의 수장이 바뀌면 다시 협정서를 작성, 협의해 야 한다. 二 : 천마신교와 천지문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하고 설혹 실수로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면 무력보다는 상호 토의를 통해 원만히 처리함을 원칙 으로 한다. 아울러 천마신교는 천지문 문파를 기준으로 20리 안에는 절대로 침범할 수 없다. 三 : 만약 피치못할 사정으로 이 협정서를 위반해야 할 일이 발생하면 협정 서 해제를 원하기 1달 전에 상대방에게 통보해야 한다. 예외로 천지문의 경우 정파의 모든 문파가 서로 합동하여 천마신교를 침입해야 할 때 통지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예외의 경우 타 문파들의 압력에 의해 자의가 아닌 행 동이 되므로 아직 협정서는 유효하게 된다. 따라서 천마신교는 공격해 들어오 는 천지문의 제자들은 공격할 수 있으나 절대 천지문을 공격할 수는 없다. 四 : 만약 천지문에서 200리 내에서 천마신교가 정파계열의 문파와 충돌했을 때 천지문에서 중제를 요청하면 최대한 무력행사를 자제해야 하며 중제 요청 과 동시에 1달간 천마신교는 절대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 五 : 천마신교를 위협하는 세력이 천지문 20리 내에 존재할 때 천마신교는 그들을 임의로 공격할 수 없고 반드시 천지문의 허락을 얻어야 공격이 가능하 다. 六 : 천지문은 꼭 천마신교가 타 문파와 충돌을 일으켰을 때 도와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천마신교는 천지문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도와주어야 하고 만약 돕지 못한다면 천마신교에 서신도착 후 1달이내에 돕지 못하는 사유를 적어 천지문에 통보해 주어야 한다. 七 : 위의 여섯가지 내용은 협정서가 유효한 한 지켜져야한다." 찬찬히 읽은 다음 진양은 왼쪽에 앉은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중년인에게 협정서를 넘겨주며 말했다. "제가 읽어보니 이건 일방적으로 천마신교가 불리한 조항들이 많소. 귀하들의 진심을 알고싶소." "우리들의 진심은 그것입니다. 첫째항을 둔 이유는 본교에서는 진양 문주님을 믿을 수 있지만 문주님의 후계자까지 믿을 수는 없습니다. 이건 귀 문파도 마 찬가지일 것입니다. 저희 교주님께서도 20년 안에 소교주님께 모든 권한을 넘 기실 겁니다. 귀 문파도 소교주님을 못믿기는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그렇소." "이번에 생긴 일도 서로가 잘 상의해서 넘길 수 있는 일인데도 귀 문파는 수 상한 점이 있다고 본교의 비밀분타를 공격해 왔습니다." "그건... 원체 수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우리들은 그걸 산적들의 소굴로 판단하고 공격을 했는데 공격해 들어간 제자들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1 주일 전에서야 그중 3명이 돌아왔소. 그 아이들의 말을 듣고는 귀교와 충돌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소." "이번 일은 교주님의 허락하에 벌어지는 것입니다. 될 수 있으면 본교는 귀 문파와 충돌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 이걸 거절하신다면 저 희들은 지금 귀 문파를 멸문시킬 수밖에 없습니다. 이점을 충분히 고려해 주 십시오." 진양은 힐끗 무림맹에서 파견나온 용천익 당주를 보더니 말했다. "본인은 이 협정서의 일곱가지 내용을 수락하오." 여태까지 말이없던 묵향이 자신의앞에 놓여있는 협정서에 서명하고 인장을 찍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본교와 천지문은 조건부 불가침 협정을 맺은 것입니다. 그 협정서 에 인장을 찍어 이리 주십시오." 진양이 서명하고 인장을 찍은 후 그 협정서를 묵향에게 넘겨주자 묵향도 자신 이 서명하고 인장을 찍은 협정서를 넘겨줬다. 옆에서 설약벽이 서로간에 협정 서 교환이 끝나자 말했다. "건네 받으신 협정서에 다시 자신의 서명과 인장을 찍어주십시오. 각 협정서 는 각 문파에 따로 보관되며 협정이 유효한 한은 무한한 가치를 지니게 될 것 입니다." 진양 등은 넘겨받은 협정서에 써져있는 서명을 보고 경악했다. 용천익 당주는 서명을 보더니 얼굴을 들어 묵향을 멍청히 바라봤다. 그도 그럴것이 그 서명 은 이렇게 씌여 있었다. <천마신교 교주 대리, 천마신교 부교주 묵향> '겨우 이런 문파에 2만의 정예 고수를 가지고있고, 또 10만 사파를 영도한다 는 마교의 부교주가 오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 진양이 이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용천익 당주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 다. '마교에 새로운 부교주가 임명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정보다. 만약 저자가 진 짜 부교주라면 최소한 극마의 경지를 넘어선 자야. 빨리 본맹에 연락을 해야 겠군.' 서로가 각기 머리를 굴리는 사이 묵향은 벌써 자신이 보관할 협정서에 서명하 고 인장을 찍은 후 그 협정서를 설약벽에게 건넸다. 그런다음 주위를 둘러보 다가 갑자기 일어섰다. 묵향이 갑자기 일어서자 모두들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이때 묵향이 건물의 오른쪽 얕은 토담을 향해서 외쳤다. "이봐. 이리 나와. 맛있는거 사줄께." 그러자 토담 안에서 한 개구쟁이의 얼굴이 나오더니 말했다. "이젠 안속아. 이 비열한 녀석아." 그러자 갑자기 진양과 진양의 왼편에 앉은 40대 초반 사내의 얼굴이 동시에 홍당무가 되었고 주변에 있던 천지문의 고수들은 웃음을 참느라고 곤욕스런 표정이었다.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묵향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어제 둘이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다고 해놓고는.." "헛소리 하지마! 우리 할아버지한테 일러서 네녀석을 죽여버릴거야." "어제는 두고보자고 하더니.... 고작 한다는 짓이 할아버지를 찾는거냐? 꼬맹 아." "난 꼬맹이가 아니야. 그럼... 그럼... 나중에 내가 직접 너를 죽여버릴거 야." 그 말을 듣고 묵향은 비웃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말했다. "흥! 나중에? 나중에 언제?" 아이는 한참 망설이는 것 같더니 말했다. "10년 후에 두고보자." "하! 10년 후라." 그와 동시에 약간 묵향의 신형이 움직이는 것 같더니 그 순간 묵향은 제자리 에 서 있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그 소년을 잡고있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주변의 인물들은 묵향의 신법이 빠름에 경악했다. 거의 순간의 시간에 5장 (15m정도)거리에 있는 아이를 잡고는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다. 묵향은 아이한 테 짐짓 화났다는 태도로 말했다. "나한테 할아버지 잘못했어요 하고 빌어라. 다시는 이러지 않겠다고..." "그렇게는 못해! 놔 이자식아." 그러자 묵향은 가소롭다는 듯이 콧웃음을 치며 말했다. 묵향의 말투는 상대를 한껏 깔보는게 확연했다. "흥! 그럼 내가 그 말을 하도록 만들어 주마! 좋게 말할 때 빌어!" 아이는 고집스런 얼굴로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안해! 못해! 놔 아자식아....." "못된녀석! 네녀석이 비명을 지르고 잘못했다고 벌벌 떨게 만들어 주지." 그런다음 순간적으로 아이의 혈도 64곳을 점했다. 그런다음 아이의 몸 곳곳을 만져대자 뼈가 부서지는지 우두득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애와 장난 을 치는 줄 알고 모두들 재미있어 했지만 사태가 진전될수록 진양과 그 왼쪽 에 앉은 사내의 얼굴이 점점 굳어지더니 급기야 제지하고 나섰다. "이럴수가 있소?" 그런데 이때 설약벽이 언제 다가왔는지 진양의 손을 잡고 말렸다. 진양은 그 손길을 뿌리치려 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 이 터지도록 입을 꽉 다물고 신음하고있는 손자를 보고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 려 했다. 하지만 그의 괴성은 나오지도 못했고 몸은 앞으로 나갈수도 없었다. 그는 이 순간 요사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미녀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도달하 기조차 힘든 경지에까지 올라선 고수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협정을 맺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린애를 저렇게 괴롭히다니... 세상에... 어린애한테 분근착골(粉筋鑿骨)의 고문을 행하다니 저자식은 사람도 아니다.' 그의 눈에는 피눈물이 쏟아졌다. 그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수하들도 문주와부문주 그리고 부문주의 아들이 사로잡혀있기에 칼을 빼들고 달려들 수조차 없이 숨을 죽이고 사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림맹에서 파견된 용천익 당주도 자신의 1장 앞에서 노려보고있는 고루혈마(枯 血魔) 옥관패(玉冠覇)의 위세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며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들의 수하는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빨리 비명을 질러 이자식아. 비명을 지르지 않으면 이번에는 뼈다귀를 부숴 버릴거야." 묵향은 갖은 욕설을 퍼부으며 그 아이를 위협했고 그 아이는 그에 질수 없다 는 듯이 비명도 지르지 않고 묵향의 고문을 견뎠다. 2각(30여분)이 지나자 아 이는 차츰 혈색이 돌아왔다. 아이의 몸속에서 들려오던 우드득거리는 소리는 멈춘지 오래였다. 또다시 1각여가 지나자 아이는 정신을 차렸다. 이제 모든 고통이 끝난 것이다. 그러자 묵향이 이번에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직히 말했 다. "내가 진기를 유도할테니 운기조식을 해라." 묵향은 아이의 머리위에 손을 올린 다음 그 애의 운기조식을도왔다. 그런데 좌중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방식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이상하군. 운기조식을 도운다면 등에 장심을 붙이고 진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인데 저녀석은 왜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 있는거지..' 점점 시간이 지나자 아이의 얼굴은 더욱 평안해졌다. 운기조식을 시작한지 2 각 정도가 지나자 묵향은 손을 떼고는 아이를 일으켜 주며 말했다. "정말 용감하게 견뎠다. 내가 협정서가 조인된 기념으로 너에게 준 선물이다. 방금 너가 익힌 심법은 현문의 태허무령심법(太虛無靈心法)이다. 이미 정파에 서는 실전된 무공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모든 사마(邪魔)가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준다. 너는 매일 1시진씩 이 심법을 행해야 하고 그 어 떤 다른 심법도 익히면 안된다. 진기가 정순(靜純)하지 못하면 태허무령심법 으로 쌓은 내력은 별로 힘을 쓰지 못해. 이것은 내력이 쌓이는 속도는 느리지 만 일단 경지에 이르면 대단한 진전을 보이는 것이 장점이지. 너는 내가 임의 로 근골의 형태를 바꿔 환골탈태(換骨奪胎) 한 것과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하면 더욱 빨리 무공을 익힐 수있지.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진짜를 맛볼거다. 그런데 이 방법은 대단한 효과가 있지만 그 고 통이 너무나 지독해 도저히 인간으로서 참을 수가 없지. 단 한번이라도 비명 을 지르면 기가 흩어져 그때까지의 고생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거기다 다시는 이방법을 쓸 수가 없다. 네가 참아낸 것이 대견하구나." 그러면서 묵향은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런 다음 아직도 어벙벙 한 상태에있는 좌중을 훑어본 다음 진양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그럼 안녕히... 저아이는 나중에 천지문을 이끌어나갈 최고의 고수가 될 것 입니다. 잘 키우시기 바랍니다." 그런 후 아이에게 미소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꼬마야! 다음에 만났을때는 그따위 엉터리 도법이 아닌 좀 더 좋은 솜씨를 보여주기 바란다." 그런다음 외쳤다. "돌아가자." 모두들 묵향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하는데 미소를 머금은 설약벽이 진양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손자분의 성취에 축하드립니다. 저 무공은 진골축근마공(珍骨縮筋魔功)으로 극마(極魔)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시전이 가능한 대단히 높은 경지의 무공입니 다. 모든 천마신교의 젊은이들이 저 수법을 받아보기를 원하지만 실지로 받은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의외로 부교주님께서 손자분이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저 수법을 받는 도중에 아이에게 충격을 주면 안되기에 다급한 상황이라 손을 썼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뇌옥에 갖힌 천지문의 제자들은 본교의 제자들이 호위해서 안전하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럼" 설약벽은 경신술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말이 기다리고있는 문쪽으로 몸을 날렸 다. 천지문의 중인들은 그녀의 그 비쾌한 경신술을 보고 찬탄을 아끼지 않았 다. "정말 대단한 신법이군." "음희(淫嬉)는 냉혹하고 지독한 손속에 음란(淫亂)한 계집이라고 들었는데 소 문이란게 얼마나 믿을게 못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겠군." 현상범은 싫어요 묵향은 천지문을 벗어나자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급히 호계악 차석장 로가 쫓아오더니 말했다. "부교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교주님께서는 이 일이 끝나는 대로 근신하시라 고...." "일이 아직 안끝났어. 매(梅), 국(菊)!" "예!" "너희들은 호 장로를 모시고 교로 돌아가라. 그리고 옥 외총관" "예" "설 좌외총관을 좀 빌립시다." "예?" "나는 어디 좀 다녀올데가 있는데 여태까지 금을 배우던 것이 있어 며칠 더 빌립시다. 그리고 교주님께는 일이 끝나는 대로 돌아갈거라고 전해주시오." "시간이 얼마나 걸리시는지?" "2달 내로 돌아갈거요." "제발 부교주님! 그러시면 저희들 목이 위태롭습니다. 좀 더 줄여주십시오." "그럼 1달 반! 더 이상은 안돼"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오실거라고 교주님께 아뢰겠습니다." * * * 묵향은 설약벽에게 금을 배우며 천천히 길을 갔다. 뒤따르던 설약벽이 궁금하 다는 듯이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응.. 묵은 빚을 받으러" "빚이라구요?" "그래." "어디에 빚이 있으십니까?" "무당파와 태진문! 그녀석들이 간 크게도 본좌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지. 많이 걸면 본좌도 묵인해 주려고 했는데 겨우 은자 40냥 정도... 날 뭘로보고..."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하십니까?" "그 두 문파 장문인 녀석들 다리뼈를 부숴놔야겠어." "그러시면 안됩니다. 그러면 혈풍이 불게 된다니까요" "상관없어. 혈풍따위 불어도... 내가 천마신교에 관계되어 있다는 걸 아는사 람은 없어. 너희들은 근처까지 따라와서 내가 그 두 문파를 완전히 초토화 시 키는 걸 구경이나 하라구." 난과 죽, 그리고 설약벽은 무당파에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묵향을 설득하려 했지만 묵향의 고집을 꺽을 수가 없었다. 최후에는 설약벽이 결심한 듯이 외 쳤다. "만약 뒤집어 엎으려면 아예 무당파를 멸문시켜 증인을 완전히 없애버려야 합 니다. 그러려면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근처 분타들에 연락하겠습니다." "그럴필요없어. 상대는 군대가 아니야. 활이나 쇠뇌따위로 공격하지 않고 방 패도 쓰지 않지. 나 혼자서도 충분해." 그러더니 문앞에서 보초를 서고있는 무당파의 제자 5명에게 걸어갔다. 그런다 음 차갑게 말했다. "장문인을 불러다오." "뭐라고. 웬 미친놈이..." 제자들은 검을 반도 뽑기전에 4명은 기절하고 한명은 묵향에게 목이 잡혔다. 묵향은 혈도를 짚는 수고를 생략하고 한방씩 주먹떡을 선사했고 늑골이 부숴 지고 오장육부가 진동하는 충격에 모두들 기절한 것이다. 묵향이 서서히 손아 귀의 힘을 가하자 점점 목이 졸려오는 걸 느낀 무당파의 제자는 기절초풍해서 검을 뽑을 엄두도 못내고 부들부들떨며 종내는 검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말았 다. "장문인에게 안내해." 묵향은 그자의 목을 그러쥔 상태로 무당파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삼인은 묵향이 하는 짓을 보며 경악해서 그냥 멍청히 바라볼 뿐이었다. 한 괴한에게 동문제자가 목이 잡힌채 엉거주춤 들어오자 모두들 검을 뽑아들고 외쳤다. "왠놈이냐." "게 섰거라." "겁도없군" 저마다 한마디씩 했지만 묵향은 단 한가지만을 원할 뿐이었다. "장문인을 불러와라. 과거 빚진걸 받으러 왔다고 하면 알거다." 반시진 정도를 기다리고 있자니 한 도인이 여러명의 도인들을 거느리고 다가 왔다. 그는 묵향의 앞에서 간단히 포권하며 말했다. "시주께서는 본좌에게 무슨 빚이 있다고 찾아오셨소?" 묵향은 이제 장문인을 만났기에 더 이상 그 제자를 잡고있을 필요를 못느끼고 주변에 칼을 뽑아든 채 모여있는 제자들에게 던졌다. 상대는 갑자기 동문을 자신에게 던지자 앞으로 겨눴던 칼을 황급히 내리며 날아오는 동문을 구출한 다음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묵향이 그냥 목만 잡고있었는데도 그의 목 에는 묵향의 손자국이 벌겉게 찍혀있었다. "왜 왔느냐고? 당신은 나를 보고싶었으니까 내 목에 현상금을 걸었을게 아닌 가?" 묵향의 싸늘한 대답을 듣고 장문인은 경악했다. '바로 그 검귀로구나. 뇌전검황이 고혼이 된 걸로 미루어 보아 오늘은 길(吉) 보다는 흉(凶)이 많겠구나. 전 제자가 달려든다면 죽일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그 피해가 어느정도일지 짐작이 가지 않으니.... 그렇다고 벌써 은거하신 사 숙조(師叔祖) 어르신을 부를수도 없고...' 장문인은 먼 산을 가만히 보고있더니 제자들에게 명했다. "모두들 물러서라." 이때 장문인의 왼편에 서있던 젊은이가 장문인을 말리며 말했다. "장문인께서는 참으십시오. 제가 해보죠." 그런다음 묵향의 앞으로 나섰다. "그대는 누군가?" "나는 황룡문의 부문주다." "자네와는 별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 또 황룡문과 원수지기는 싫으니 비키게나." "황룡문을 알고있다면 여기서 물러서 주시오." "제기랄! 황룡문은 어디에있지? 나는 지금 시간이 별로 없어. 황룡문까지 잿 더미로 만들시간은 없다구. 빌어먹을 빨리 비켜!" 그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자는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기운을 읽으며 묵향도 천천히 묵혼검을 뽑으며 말했다. "제법이군." 그 젊은이는 묵향의 빈정거림에 약간 화가났는지 기를 있는대로 끌어올렸다. 그는 옷이 한껏 부풀어오르자 곧바로 공격을 가해왔다. "직교단월(直交斷月)!" 그와 동시에 10여개의 반월형의 푸른 검강(劍剛)들이 묵향을 향해 뻗어나갔 다. 순간 묵향의 몸이 앞으로 튕겨져 들어왔다. 그때 묵혼검은 검게 빛나며 검푸른 빛과 같은 것이 검신 주위를 5치 두께나 타오르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묵향은 묵혼검을 이용해서 푸른 검강들을 파괴하며 앞으로 다가서더니 곧바로 젊은이의 오른쪽 허리에서 왼쪽 어깨위 방향으로 베어올렸다. 그 젊은이는 경 악해서 최대한 빠른속도로 몸을 뒤로 빼며 자신의 도로 막았다. 하지만 묵혼 검은 그 젊은이의 도를 두토막내며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그 젊은이는 몸은 묵혼검의 사정권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다. 묵혼검이 짧기에 얻어진 요행이었 다. 하지만 묵혼검의 앞쪽으로 흘러나온 어검술의 강기에 휘말려 젊은이의 호 신강기는 완전히 박살났고 그의 옷과 함께 오른쪽 허리에서 왼쪽 어깨까지 살 덩어리가 찢어져 나갔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았기에 내장까지 흘러내릴 정 도는 아니었다. 주변의 무당파 제자들이 황급히 그를 부축하자 그는 고개를 숙이며 피를 토했 다. 아마 호신강기가 무너지면서 상당한 내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요행이라도 그 젊은이의 호신강기가 강력했기에 이정도에서 끝난 것이 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검술에서 뻗어나온 강기의 회오리에 말려 두토막이 났 을 것이다. 그걸 본 묵향은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쯧쯧... 겨우 청월검법(靑月劍法)따위를 믿고 나를 상대하려고 했다니... 자 네는 그 검법을 10성까지 익힌다고 고생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정도 무공으 로 다른사람 대신 목숨을 걸고 나설정도는 아닌 것 같군. 이보시오 장문인! 이제 당신이 나설차례인 것 같소만...." 제자들이 방금전에 보여준 묵향의 무공에 경악하여 엉거주춤 물러서자 장문인 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이 모든 일은 본인 혼자서 저지른 일이오. 나만 죽이면 될것이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검을 뽑지않지?" "뇌전검황도 그대의 손에 목이 날아갔는데 빈도는 도저히 그대의 적수가 되지 못하오. 5초도 안되어 끝날텐데 반항해서 뭣하겠소. 그냥 내 목을 벤 다음 조 용히 떠나주시오." 뇌전검황의 목이 날아갔다는 말에 방금전에 묵향에게 덤벼들었던 <우물안 개 구리>는 경악한 시선으로 묵향을 바라봤다. 장문인은 옆에있는 도인에게 말했 다. "풍진(楓進) 사제가 내 뒤를 이어주시게나. 절대로 내 복수는 하지말게. 뇌전 검황의 제자들도 그의 유언을 듣지않고 복수를 하려다가 결과가 어떻게 되었 는지 자네도 알걸세" 묵향을 에워싼 무당파의 제자들은 무림인같지도 않은 새파랗게 젊게 보이는 눈앞의 청년이 사실은 반노환동(反老還童)의 경지에 들어선 고인(高人)이라는 점에 놀랐는지 모두들 조금씩 더 뒤로 물러섰다. 묵향은 초연한 장문인을 보 고는 선뜻 베지 못하고 묵혼검의 그 맑게 빛나는 검은 검신(劍身)을 한참 들 여다 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 그대와 같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주 힘드는 일이오." 그런다음 묵혼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그대의 목숨을 살려줄테니 나중에 나의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겠나?" "그럴 수 없소. 지금 내 목을 치시오." "목숨을 잃는 것보다 작은 부탁 하나를 들어주는게 더 좋을텐데.." "어떤 부탁은 목숨을 잃는 편이 더 좋은것도 있소."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군. 나는 자네가 내 부탁 한가지를 나중에 들어주기를 원하네. 물론 그 부탁을 들어본 후에 자네가 거절한 권리도 있지. 자네는 내가 부탁한 것 중에서 당신이 부탁을 들어줘도 상관없는 것 하나만을 택해 들어주면 되네." "그렇다면 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이겠소." "이건 부탁은 아니지만 한가지 물어보겠네. 태진문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는게 가장 빠르지?" "저쪽으로 걸어가면 되오. 60리(20Km정도) 정도 가면 볼 수 있을거요. 하지만 내가 사과할테니 태진문으로 가는 건 그만두는게 서로가 좋지 않겠소? 현상금 은 내가 태진문주에게 말해서 취소하겠소." 묵향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소. 나도 쓸데없는 살생은 하고싶지 않소." 그런다음 묵향은 무당파에서 걸어나가며 정문 부근에 서있는 3명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묵향 일행이 말을 타고 멀어지는 걸 보며 혼자말을 나직히 뱉었다. "오늘 운이 아주 좋은지도 모르겠군. 내 평생 전설의 어검술(御劍術)을 볼 수 있을줄이야. 어검술에 죽을 수 있다면 억울한것도 아니지...." 장문인이 부상입은 청년에게 말했다. "너무 억울해 하지 마시게나. 저정도 검객과 검을 섞어본 것을 영광으로 생각 하시게나. 저자는 아마 무림사상 두 번째 현경(玄境)의 고수로 기억될거야." 그러자 그 청년도 피가묻은 입 주변을 소매로 쓱 닦은 후 미소지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사람이 저정도로 강해질수도 있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괴물과 은원(恩怨)을 맺으셨습니까?" "말하자면 길다네..... 안으로 들어가세나. 치료도 해야하고..." 북명신공(北冥神功) 묵향은 본타로 돌아가서 교주에게 호된 질책을 받았다. 임무를 끝낸 후 5년간 근신을 해야 하는데 교주의 허락도 없이 말썽을 더 부렸다는 걸 교주가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묵향은 무당산에 올라간 죄로 2년의 근신이 추가되었다. 묵 향은 매일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며 단조로운 생활을 보냈다. 그의 무공도 솔 잎을 셀 수 있는 숫자만큼 계속 증가되어 나갔다. 그것도 4년, 4년간 솔잎을 세자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다. 묵향은 1년간 왜 그런지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집어봤지만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교주를 찾았다. 교주에게는 묵향이 오래전부터 원해왔던 것이 있었고 어쩌면 그것이 묵향의 앞을 가로막고있는 장벽을 무너뜨릴 하나의 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때문이었다. 교주는 묵향이 근신중이었지만 그가 무공의 수련 때문에 상 의할 것이 있다는 요청을 거절하지는 않았다. 묵향이 들어서서 인사를 올리자 교주는 퉁명스럽게 물었다. "뭣 때문에 그러나." "북명신공(北冥神功)을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북명신공은 역대 교주들만이 보아온 무공이다. 그렇기에 자네는 볼 수 있는 권한이 없어." "그래도 교주님의 은혜를 바랍니다." "왜 그러나. 북명신공을 익히지 않아도 자네는 강해. 왜 그렇게 강함에 집착 하나." "강함에만 집착하는 게 아닙니다. 무공의 끝을 알고싶을뿐... 그 이상도 이하 도 아닙니다. 요 근래에 수련에 수련을 거듭했는데... 더 이상의 진전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한계가 바로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제 실력으로는 도 저히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한계를 뚫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이 혹시나 있을지 몰라서 부탁하는 겁니다." "역대의 교주들은 모두 다 그 비급을 봤고, 본좌도 그걸 봤다. 하지만 자네가 말하는 그정도의 도움이 되기는 힘들거야....." "그래도 한번 보기를 원합니다." "자네가 아무리 원한다 하더라도 역대 교주들이 정한 규칙을 어길수는 없어. 나를 이어 교주가 되겠다면 그걸 보여줄 수도 있네." "그건 벌써 얘기가끝난걸로 아는데요." "그렇다면 나는 이걸 보여줄 수는 없네. 내 목을 따기 전에는 규칙을 어길수 는 없어." 그러자 묵향은 순식간에 기를 끌어모으며 묵혼검을 뽑아들었다. 뽑아들었다 싶은 순간 묵혼검은 푸른빛으로 이글거리며 교주의 목을 향해 날아가고있었 다. 마치 예상이라도 하고있었던 듯 교주는 가까스로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 서 외쳤다. "잠깐... 내 보여주겠네. 원.... 성미가 이렇게 급해서야....." 그러면서 교주는 목을 만지며 투덜거렸다. "아직도 붙어있는지 의심이 가는군.... 정말 자네의 어검술은 공포스럽군. 아 무리 내가 내 목을 따야한다고 말했지만 정말 딸려고 들줄이야.... 혹시나 하 고 준비하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안그랬으면 농담 한마디 하고 저세상 갈뻔 했 군." "보여 주시겠습니까?" "보여주겠네. 대신 자네 혼자만... 그리고 들고 나갈수는 없고 내 연공실(硏 功室)에서 보고 나가게나." "감사합니다." "따라오게..." 묵향이 교주 전용의 연공실에서 기다리자 교주는 곧 책자 한권을 가지고 왔 다. 교주는 묵향에게 그것을 건네주며 말했다. "여기있네. 도움이 될지모르겠군..." 묵향은 떨리는 마음으로 책자를 바라봤다. <北冥神功(북명신공)> 그가 첫 번째 종이를 펼치자 웅대한 필치로 글이 써져 있었다. 필체로 보아 글쓴이의 호쾌함을 짐작할 수 있었다. <본좌는 저 멀리 북명(北冥)의 하늘에서 열두조각의 별을 모아 이곳에 남기니 이것을 북명신공이라 명명했다. 개개의 조각은 연관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 며 또 무공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니 이것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자 천하 무림인이 꿈꾸어온 생사경(生死境)을 열리라.> 그 다음장을 열어보자 한쪽에는 오래된 양피지에 팥알 정도 크기의 옛 발해의 문자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 양피지는 놋쇠조각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책장 에 붙어있었고 그 뒷장부터는 그 양피지의 발해문자를 한문으로 번역해놓은 형태로 내용이 이어지고 있었다. 양피지는 12장이었고 대부분이 오랜 세월에 의해 헤어져서 일부 글자를 알아보기가 힘들었고, 일부는 찢어진 것도 있었으 며, 일부는 불에타서 약간의 내용이 소실된 것도 있었다. 뒷장의 번역을 보니 앞장의 웅장한 필치와는 달리 세심하고 꼼꼼하며 부드러운 필체로 된 것을 보 아 아마 이것을 번역한 서생의 필체임이 확실했다. 아마 구휘는 발해어를 모 르다 보니 발해어를 할 줄 아는 서생에게 부탁해 번역한 것이 분명했다. 묵향 은 이 북명신공을 보기위해 유백에게 발해문자를 익히라는 조언을 들은 후 오 랜 시간 발해 문자와 씨름을 해온 결과 그럭저럭 발해어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양피지의 원문을 읽어나가며 해석을 해서 그것이 서생의 해석과 맞아떨 어지는지 살펴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읽어나가던 묵향은 이 내용이 상당히 친숙한 감이 있다는 걸 느꼈다. 조금 더 읽어보자 이건 바로 어검술에 관계된 내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자신이 사용하는 방법에 비해 서생의 진기의 운용 방법이 약간 틀리다는 걸 알아낸 묵향은 그 부분을 더욱 꼼꼼이 해석해 나갔다. 그결 과 그가 알아낸 것은 이 해석이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진기의 운용의 일부가 틀리게 기술되어 있었다. 이건 일부러 틀리게 기록한 것이 확실했다. 그 서생이 왜 착오를 일으켰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묵향은 원문의 내용과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을 서로 비교하고 검토하며 또다시 실험을 하면서 어느 쪽이 더욱 좋은 방법인지 차근차근 연구해 나갔다. 이것이 자신이 알고있는 내용이었으므로 일부 읽을 수 없는 글자부분까지 모두 짐작이 가능했다. 오랜 시간 첫째장을 가지고 씨름한 결과 묵향은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미 소한 차이에 따라 어검술의 위력이 더욱 차이가 남을 그는 깨달은 것이고 자 신이 어검술을 익히는데 어떤 부분을 잘 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묵향의 경우 어검술을 오랜 경험과 깨달음으로 알아낸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여 러 종류의 어검술과 비슷한 내용을 가지는 검술을 짜맞추기로 해서 익혀낸 것 이기에 정통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를 보니 이것은 상승의 무공을 익히는데 있어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수련을 행하는데 있어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거의 상당부분을 묵향이 몸으로서 체득해낸 것이기에 이것을 알아내기는 그렇게 어 렵지 않았다. 세 번째를 보니 이것은 무공이라는 그 자체를 두고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설명 을 하고 있었다. 공력이 쌓이는 과정이나 그 공력을 제어하여 뿜어내는 기법, 그리고 그걸 한번에 끌어올려 자신의 10성의 공력을 있는대로 뿜어내는 요령 도 써져있었다. 이것을 읽으면서 묵향은 대단한 희열을 느꼈다. 무림인들은 언제나 상대를 만나면 싸우기 전에 먼저 공력을 끌어올려 준비를 한다. 아무 런 준비도 없이 그냥 한번에 10성의 공력을 뿜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준 비도 없이 그냥 있다가 상대의 기습을 맞받아치기 위해 5성의 공력 정도만 갑 자기 끌어올려도 그 영향으로 상당한 내상을 입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고수들이 자신보다 무공이 떨어지는 살수들에게 암습당해서 저세상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있는 내용은 순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량의 내공을 자신의 8성 공력까지라고 기술하고 그 기법에 대해 써져있었다. 하지 만 좋아하던 것도 잠시 이것의 밑부분의 일부가 찢어져 나가고 없었기에 묵향 으로서는 그 밑부분을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었다. 네 번째는 검(劍)과 도(刀)를 다루는데 있어서 주의할 여러 가지 조언들이 써 져있었다. 그중에서는 상승의 검법을 이루는데 필요한 많은 내용이 있었다. 이것의 내용은 크게 두가지로 갈라져 나가고 있었는데 기를 검에 가두는 방법 과 기를 검에서 뿜어내는 방법이다. 가두면 어검술이 되고 뿜으면 검기, 검 풍, 검강이 된다. 그 수많은 요령들과 주의해야 할 점들이 간략히, 그러면서 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꼭 집고 넘어가는 것이 정말 어떤 자가 양피지에 기술 했는지 대단한 고수임에 틀림없었다. 다섯 번째는 강기(剛氣)에 대한 내용이었다. 강기를 발생시키는 여러 가지 기 법들에 대해 써져있었고 여러가닥을 뿜어내면서 어떤 식으로 기를 조절해야 하는지가 기술되어있었다. 여섯 번째는 기를 제어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능공섭물(能空攝物)에서부 터 시작하여 어기전성(御氣傳聲)까지 무엇이든 기를 응용하여 사용하는 방법 은 대부분 짚고넘어가고 있었다. 다만 너무나 간략하게 설명해놓은지라 알아 보기에 힘든 것이 문제점이라고나 할까... 일곱 번째는 이기어검술에 대한 내용이 써져있었다. 이 부분은 앞쪽의 상당부 분이 어검술에 대해 기록한 부분과 비슷한 것이 많았다. 오른쪽 옆부분이 불 에타서 없어져버려 전체적으로 알아보기에는 대단히 힘들었다. 여덟 번째는 강기(剛氣)를 제어하는 기법에 대해 써져있었다. 뿜어낸 강기를 제어하는 요령으로 더욱 깊게 들어가면 심검(心劍)으로 들어가는 내용이었다. 아쉽게도 일부가 찢어져 나가서 모든 내용을 알수는 없었다. 아홉 번째는 기를 뿜어내는 여러 가지 요령에 대해 써져있었다. 강기에 비해 서 이것은 광범위한 영역을 파괴하기 위한 요령들이었다. 기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부드러운 성질, 강한성질, 폭발적인 성질, 끌어당기는 성질 등 등 여러 가지 성질의 기를 발하는 요령에 대해 기술되어 있었다. 열 번째는몸속의 쓸데없는 나쁜 기를 없애는 방법에 대해 기록되어있었다. 이것은 폭좁게 사용한다면 해혈수법에도 응용이 가능했지만 이건 더욱 차원이 높은 방법이었다. 주화입마를 통해 폭주하는 기를 없앤다던가 심지어는 자신 이 가지고있는 모든 내공을 소멸시킬 수도 있는 기법이 써져있었다. 열한 번째는 기의 흡수방식에 대해 써져있었다. 대자연의 기를 흡수하여 자신 의 체내에 흡수하는 기법이 써져있었는데 이걸 약간 응용하면 상대의 내공을 흡수하는 방법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원래 여기서는 자연의 기를 흡수하여 정순한 내공을 쌓는 기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내공을 흡수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기술되어 있었고 일단 모든 기법을 터득하 고 나면 신의 경지를 만들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열두 번째는 자신의 기를 골고루 체내에 쌓아두는 요령이 써져있었다. 필요없 을 정도로 넘쳐나가는 내공을 체내에 분산시키는 기법이었다. 이 내용을 전부 다 읽고 난 다음에야 묵향은 어떻게 해서 마교의 흡성대법이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흡성대법을 묵향도 읽어봤지만 상대 내공의 흡수와 함께 그 내공을 체내에 쌓아두는 방법이었다. 그러니까 열한번째와 열 두번째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무공인데 쌓아만 두자니까 자신의 내공이 아닌 이종(異種)의 내공이라 이것을 억누르기가 힘들어 소림의 금강합환심법(金剛 合幻心法)을 훔쳐다가 이종의 진기를 녹여서 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 는 너무 많은 내공을 흡수하면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것에 있었고 또 아무리 금강합환심법으로 이종의 진기를 섞어서 흡수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진기간의 미세한 충돌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심한 경우 진기의 제어에 실패해서 주화입마당하여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종종있었다. 그 때문에 마교에서 정통의 무공을 익히는 고수라면 흡성대법을 익히지는 않는다. 그런데 묵향이 약간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열한 번째 양피지였다. 양피지의 아 랫부분에는 좀 더 오래된 발해문자로 무어라고 써져있었고 그 부분의 번역된 부분은 찢어져 나가고 없었다. 이 부분의 글자는 묵향으로서도 해석이 불가능 했기에 아마 대단히 중요한 무엇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그 부분만을 베껴적었 다. 묵향은 다시 맹렬히 수련을 시작했다. 북명신공은 간략하게 설명되어 그 전반 적인 내용을 알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거라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었고 그 것을 익히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새월이 흘러 드디어 교주가 제한한 근신기간의 종료가 1년앞으로 다가왔을 때 묵향은 교주의 호출 을 받았다. 묵향이 교주에게 가보니 교주는 여러명의 장로들과 의논을 하고있 다가 묵향을 반겼다. "어서오게나. 이번에 부탁할 일이 있어서 불렀네." "어떤 일이십니까?" "사천에서 당문(唐門)과 약간의 일이 생겼네.처음엔 별거아닌 일로 사파연합 의 한 방파인 지령회(蜘逞會)와 시비가 붙었는데 이게 서로가 한치도 양보하 지 않다 보니 나중에는 겉잡을 수 없이 일이 벌어져 벌써 3번에 걸친 혈투를 벌인 모양이야. 거기에 오대세가(五大勢家)의 둘까지 가담해서 공방전을 해대 니 급기야는 그들이 본교에 지원을 요청했고 본교의 3개 분타에서 고수들을 보냈지만 상대가 원체 대단하다 보니 이렇다할 성과를 못올리고 있어. 까짓거 사천당문 쯤이야 한번에 쓸어버릴 수도 있지만 오대세가는 만만하게 볼 수 없 지. 그들의 뒤에는 구파일방과 무림맹이 버티고 있단 말이야. 이런 쓸데없는 일로 전면전을 펼치고 싶지 않고 거기에 지금은 때가 아니야. 될 수 있으면 서로가 좋은 상태에서 사태를 종결짓고싶은데 자네가 이 일을 처리해 주겠 나?" "글쎄요... 저는 근신중이라...." "하하하... 근신은... 잊어버리게나. 기억력도 좋군. 나는 벌써 잊었는데 말 이야..... 난 자네의 부탁을 다 들어줬는데 자네는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 다는 말인가?" "저 말고도 좋은 사람이 있잖습니까? 예를들어 혁무상 장로같은..." "아니야. 이놈의 사건이 원체 언제 전면전으로 발전할 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본교에서는 총력을 투입할 수 없는 입장이야. 일단 아수혈교도 있고 그놈의 암흑마교도 있고... 그래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지금의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해 나가야 한단 말일세. 내가 자내를 보내는 이유는 최악의 경우 자네라면 전면 전으로 몰고나가지 않고 그들의 우두머리들만 몽땅 다 저세상으로 보내버리 면..." "아하! 왜 제가 필요한지 알겠군요.... 좋습니다." "알겠네. 자네에게 수라마참대(修羅魔斬隊)를 빌려주겠네." "적당히 마무리 짓는데 그들을 데리고 갈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야. 이들을 사용하라는 말이 아니라 무력시위(武力示威)용이야. 될수있 으면 쌍방간의 위신을 세워주면서 분쟁을 종결시키되 도저히 말로해서 통하지 않으면 어느정도 맛을 보여주도록 하게나. 이것들이 요즘 우리들이 조용하니 까 간이 배밖으로 나온 모양이야. 만약 갑작스럽게 전면전이 된다면 그 부근 에 있는 3개 분타와 1개의 비밀분타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힘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 그것도 대비해서 데리고 가라는 걸쎄. 그리고 인원도 500명 정도밖에 안되니 그렇게 눈에 띄지는 않을거야." "알겠습니다. 그 외에 부탁하실 게 있습니까?" "흐음.... 험험...." 그러더니 교주는 묵향에게 어기전성(御氣傳聲)으로 말했다. 어기전성이란 전 음과는 달리 완전히 기(氣)를 제어(御)하여 거기에 소리(聲)를 실어 상대에게 전달(傳)하는 무공으로 내공이 대단한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시전이 불가능하 다. 내공이 높을수록 그 전달할 수 있는 거리도 멀어지며 화경에 이르면 5장 (15M정도) 정도의 거리에 소리를 보낼 수 있다. 일반 무림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전음(傳音)의 기술이 소리에 내공을 실어 멀리 보내는 것이기에 일단 아 주 작은 소리라도 내어야 하므로 전음을 사용하려면 약간이라도 입을 움직여 야 하지만 어기전성은 기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므로 입을 움직일 필요가 없었 다. 일부 복화술(腹話術)을 배운 무림인들이 어기전성을 흉내내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음의 변형된 형태에 불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기전성이 전음에 비해 뛰어남을 알고 있지만 전음이 애용되는 이유는 익히기도 어려울 뿐더러 전달할 수 있는 거리가 짧다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 <낮뜨거운 부탁이네만.... 험험... 내가 알고있는 사람이 사천 부근에 살고있 는데.... 등량산(燈亮山)이라는 곳에 가면 정량사(整良寺)라는 절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지석(知晳)스님이 계신데... 그분에게 이걸 전해 주게나.> 그러면서 교주는 품에서 작은 꾸러미를 꺼내어 묵향에게 줬다. 그런 후 아수 라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새겨진 흑옥패(黑玉佩)를 주며 말했다. "이 천마령(天魔令)을 가지고 가서 모든 일을 처리하게. 이번 일을 수단과 방 법을 가리지 말고 재빨리 종결짓게나. 그 모든 행위를 교주의 이름으로 허락 하겠네." "존명!" 묵향은 전반적인 사태 파악 및 정보수집을 위해 사군자를 먼저 파견한 다음 인도(人屠) 동방뇌무(東方雷武)를 호출했다. 동방뇌무는 마교의 최고 정예인 5무력세력중 두 번째 수라마참대(修羅魔斬隊)를 지휘하는 마교서열 11위의 장 로다. 수라마참대가 교외에 출동한 적은 단 3번. 하지만 수라마참대에 대해 거의 무림에 알려지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가 증인이 될만한 사람은 모두 다 저세상에 보냈다는 데 있다. 그야말로 상대 문파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개한 마리 남기지 않고 모두 다 죽여버렸으니 그에대한 소문이 퍼질 리가 없었다. 깡마른 체구에 4척 3촌(127Cm)이나 되는 장검(長劍)을 등에 지고있는 그가 묵 향에게 도착했다. 키가 5척 6촌(170Cm)인 이 양반은 깡마른 몸매로 인해 더욱 크게 보였다. 길게 째진 눈과 광대뼈가 튀어나온 그의 얼굴은 그의 성격이 잔 인하고 무자비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어서오시오. 다름이 아니라 사천에서 벌어진 일을 해결하는데 좀 도와주셔야 겠소." "예" "수라마참대를 이끌고 비밀분타에서 대기하시오. 만일의 경우 부르겠으니 내 가 부르기 전까지는 부하들을 풀어놓지 말기 바라오. 이번일은 최선을 다해 화친(和親)을 해야 하오. 그것이 불가능할 때 무력을 행사할 것이니.... 무슨 말인지 아시겠소?" "예." "3일 내로 출발하도록 하시오." "존명!" 묵향은 그날 오후에 출발했다. 날씨도 그럴듯하니 좋았고 오랜만에 하는 세상 구경이라 기분도 상당히 좋았다. 거기에 귀찮은 수하들을 몽땅 다 따로 움직 이게 만들어 뒀으니 홀가분해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는 말을 천천히 몰아 길을 가면서 여기저기 구경을 했고 색다른 풍물이 있으면 가던 길을 잠시 멈 추고 구경했다. 이상한 유괴범과 인질 묵향이 길을 나선 후 5일째. 작은 마을이라 큰 식당은 한곳밖에 없었다. 묵향 이 그 식당으로 들어서자 안에는 40여명의 무림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여 기저기 빈자리도 몇 개 있었다. 그는 살벌한 남자들을 피해 아름다운 4명의 아가씨들이 식사를 하는 곳 옆에 자리를 잡았다. 두명은 상전인 듯 했고 2명 은 하녀들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가 들어오자 일제히 모두 그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이때 점소이가 다가오더니 말했다. "나으리. 이곳은 벌써 예약이 끝났으니 다른 식당을 이용해 주십시오." 점소이는 사색이 되어 말했지만 묵향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나는 간단히 식사만 하고 갈거고 여기 빈 자리도 많은데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나? 여기 만두 1접시하고 고량주 1병만 가져다 주게."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덩치가 크고 키가 6척은 되어보이는 사내가 묵향에게 다가오더니 시비를 걸었다. "이봐. 밖으로 나가라는 말 못들었어?" "왜 자리가 있는데도 그러시오? 어련히 밥만 먹으면 나갈텐데..." "이녀석도 꼴에 검을 가진 무림인이라고 뻐기는 모양인데 뼈다귀 몇 개 부러 져 나간 다음 기어나가고 싶지 않으면 지금 꺼지셔." "만약 나가지 못하겠다면?" "소원대로 해주지." 그러더니 그자는 묵향을 향해 주먹떡을 선사했다. 묵향은 그자의 주먹을 손바 닥을 이용해서 옆으로 흘린다음 가까이 다가온 그의 단전을 향해 주먹떡을 되 돌려줬다. 사내는 엄청난 충격을 단전에 받자 단전을 감싸쥐며 주저앉았다. "내 소원은 이거야. 조용히 밥을 먹게 해달라는 거다." 그러자 옆에있던 얼굴에 면사를 드리운 여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녀석을 끌어내!" 그러자 일제히 주위에 앉아있던 무사들이 일어서면서 칼을 뽑았다. 그와 동시 에 묵향은 그 여인에게 전광석화처럼 다가갔고 다가섬과 동시에 혈도를 짚었 다. 그런 다음 손에서 비수(匕首)를 꺼낸 다음 그 소녀의 목에 가져다 대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안그러면...." 모두들 그 비수가 검은 광택을 띄고있는 대단히 훌륭한 보검이란 걸 알고 묵 양의 말을 순순히 들었다. 묵향은 비수를 흔들면서유쾌한 듯이 말했다. "이게 제법 쓸만하군. 사슴고기 자를려고 만들라고 한건데 이렇게 위협하는데 도 괜찮군." 그러자 그 소녀의 분노를 억누른 음성이 들려왔다. "고인(高人)을 몰라봤군요. 그 신법은 정말 대단하군요. 점혈수법도 그렇 고... 탄지신통 같던데 소림 문하인가요? 본녀한테 이렇게 무례하게 굴고 편 할줄 알아요?" "시비는 누가 먼저걸었는데 내 탓을 하지?" 묵향은 한껏 비꼬아 말한 다음 그 여자의 몸을 더듬었다. 여인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떨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묵향은 그녀의 품속에서 찾아낸 것들을 봤다. 그 속에는 재미있는 모양의 암기가 몇개 있었고 작은 비수 하나 와 옥으로 정교하게 다듬은 武(무)라고 씌어진 봉황이 그려진 명패도 있었다. 그 외에 푸른색과 붉은색의 옥병도 있었는데 묵향은 그걸 냄새를 맡아봤다. 하나는 지독한 독이었고 또 하나는 그 해약이었다. 묵향은 그것들을 몽땅 다 자신의 품 속에 집어넣은 다음 다시 뒤져서 지갑(紙匣)도 찾아냈다. 그 속을 보니 5냥짜리 은표 7장과 10냥짜리 은표 5장이 들어있었다. 그 외에 은화 20 냥 정도도 나왔다. "흐흐흐... 오늘은 재수가 좋구만..." 그러면서 묵향은 그것들을 몽땅 다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비수를 왼 손으로 바꿔쥐고 그녀의 목에 댄 다음 오른손으로 젖가락을 집어서 탁자위의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쩝쩝.... 맛이 괜찮군. 이 요리는 뭐라고 부르지?" "이런.... 네녀석의 뼈를 갈아서 마시지 않는다면 내 성을 갈겠다." "쩝쩝... 아마 힘들거외다. 그렇게 말한 사람이 몇 되는데 아무도 성공한 사 람이 없거든... 쩝쩝... 이것도 맛이 괜찮군... 내가 떠난 다음 혈도 푸는데 고생하지 말고 그냥 기다리면 내일 아침쯤 풀릴테니 그때 쫓아오시구려... 쩝 쩝" "흥... 네녀석이 내일 아침까지 살 수 있을줄 알았더냐?" "쩝쩝... 아마 살 수 있을거야. 내가 떠나고 난 다음 여기 수하들이 많으니 몇 명은 너를 지키고 나머지는 나를 죽이라고 보내겠지?" "잘 아는군." "하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쉽게 되는게 아냐." 묵향은 품속을 뒤적거리더니 작은 흰색 병을 꺼냈다. 그런다음 그 안에서 빨 간 환약을 하나 꺼낸 후 짐짓 황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냄새를 한번 쓱 맡은 다음 말했다. "이게 뭔지 아냐?" "본녀가 알게 뭐냐?" "이건 환희천락환(歡喜天樂丸)이라는 거지. 아주 약효가 뛰어난데 이 향긋한 약을 뱃속에 집어넣으면 뱃속까지 시원해지다가 반시진 정도 지나면 뱃속에서 열화가 피어오르지. 풀 수 있는 해약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고생이 되니까 그냥 옆에 잘생긴 남자들도 많으니 눈 딱감고 쾌락을 즐기면 모든게 해소되지. 너가 쾌락을 즐기는 사이 이몸은 멀리멀리 도망갈테니 까..." 묵향이 느긋하게 조롱하는 투로 말하자 여인은 몸을 가볍게 떨면서 치가 떨리 는지 가만히 있었다. 묵향은 느긋하게 계속 음식을 집어먹으면서 말했다. "설마하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세상은 언제나 편하고 좋은게 아니라니깐..." 그러면서 묵향은 그녀의 코를 막았다. 여인은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용을쓰고 호흡을 참았지만 사람이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는 변함없는 진리에 따라 입 을 벌리고 말았다. 그러자 묵향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약을 입속에 집어넣은 다음 내공을 이용해서 입속 깊이 밀어넣고 그녀의 이마를 탁 치자 여인의 의 지와는 상관없이 약은 뱃속깊이 들어가버렸다. 약을 삼킨 다음 여인은 너무 놀라서 까무라칠 지경이었다. "쩝쩝... 이 약을 해독하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있지." 그런다음 묵향은 품속에서 붓과 종이를 꺼내 쓱쓱 쓰면서 말했다. "이걸 가져다가 약효가 발작하기 전에 꼭꼭 씹어서 삼키면 되는데 이때 웅담 (熊膽)도 같이 먹으면 더 좋지. 이때 주의할 것은 약의 량이 조금도 틀리면 안된다는 거야. 잘 씹어서 먹으면 8할은 해독이 될거고, 완전히 해독시키려면 하루에 1번씩 2번 더 복용하면 된다구. 이 시골구석에서 이것들을 구하려고 뛰어다니자면 나를 잡으러 다닐 생각은 애시당초 말아야 할걸... 아참! 내가 실수를 했군. 혈도를 짚어놓으면 쾌락을 즐기는데 방해가 될텐데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 묵향은 여인의 혈도를 몇군데 치고난 다음 말했다. "이제 약효가 발작할때쯤 되어 혈도가 풀릴테니 잘 즐기도록 하시게나. 그리 고 너는 영 차가와서 말동무가 되지 않겠고...." 그와 동시에 묵향은 여인의 옆에 앉아있던 여자를 잡았고 순식간에 혈도를 제 압해버렸다. 모두들 그 수법의 빠르고 정확함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이 아이가 그럴 듯 한 것 같으니 인질로 데려가겠다. 그 와중에도 나를 추격 해 귀찮게 하면 안되니까.... 나중에 보내줄테니 걱정하지마. 만약 나를 추격 하면 이 년의 무공을 폐해버린 다음 창녀굴에 팔아넘겨버릴테니 알아서 하라 구." 그런다음 그 여자를 왼손으로 잡고는 오른손에 든 비수로 목을 겨누면서 일어 서서 식당을 나서며 말했다. "식사대접 고마웠어. 아주 맛있었어. 다음에 보자구. 하하하..." 그런다음 묵향은 말에 올라타고는 쏜살같이 도망쳐버렸다. 30리 가량 죽자고 달리던 묵향은 이제 느긋하게 지친 말을 끌고는 즐기면서 가기 시작했다. 앞쪽에 엎어놨던 여자도 아혈은 풀어서 말은 할 수 있도록 만 들어준 다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갔다. 아혈을 풀어주자 그 여자는 말 했다. "당신 정말 간이 크군요. 우리가 누군지 알아요?" "누구긴... 지나가는 사람 등쳐먹는 칼잽이들이지. 정말이지 산적과 다를바가 없다니까... 그건 그렇고 너 이름은 뭐냐?" "...." "이름을 안말하면 너도 그 약을 먹일거야." 그러자 그녀는 황급히 말했다. "옥령인(玉零仁)이에요." "령인(零仁)이라 재미있는 이름이군. 아마 이슬비 오는날 태어난 모양이지?" "예. 그래서 零(령)자를 붙이셨죠." 3리 정도 더 가자 옥령인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언니는 괜찮은 거에요?" "언니라니?" "아까 약을 먹였잖아요. 그 해독약은 확실한 거에요?" 묵향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는 그녀의 얼굴을 한참 일그러진 얼굴로 바라 보더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박장대소(拍掌大笑)를 터트렸다. "하하하... 해독이라구? 그 약은 춘약같은게 아냐. 내가 가지고있던 내상을 고치는 약일 뿐이지. 그냥 재미있을거 같아서 먹였는데 그녀가 진짜인줄 아는 것 같아서..... 참 너도 알다시피 그 여자 아주 성격이 못된 것 같던데 아니 냐?" "아니에요. 언니는 검술이 뛰어나서 남자를 좀 우습게 본다는 것 말고는 나무 랄데가 없는 성격이죠. 그런데 그 약이 정말 내상약이에요?" "하하하... 내상약이지... 좀 더 골려주고 싶어서 쓰기로 이름난 한약재들을 골라서 적어줬으니 그걸 꼭꼭 씹어서 먹으려면 혼백이 달아날걸... 지금쯤 약 을 씹으면서 아예 쾌락을 즐기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있겠지. 하하하.." 평소에 그렇게 냉정하고 침착한 언니가 그 지독하게 쓴 한약을 꼭꼭 씹어먹으 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그녀의 얼굴에도 절로 미소가 어렸 다. "그런장난은 별로 좋지 않아요. 당신은 성격이 별로 좋지 않군요." "그럼... 그럼... 나는 성격이 아주 안좋지. 나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그런다구."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상대로 그렇게 치사한 장난을 칠 필요는 없잖아요." "나는 원래가 치사하니까 마음쓰지 말라구. 그건 그렇고 너는 몇살이냐?" "스물 다섯이에요." "네 언니와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던데?" "고수의 눈은 못속이겠군요. 언니는 서른 여덟살이에요." "그런데 결혼은 했을텐데 왜 형부가 안보이지? 덕분에 재미있게 놀았지만... 형부가 있으면 같이 즐기면 그만이니 그걸 씹을 리가 있겠어?" "언니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요. 언니는 오직 검에만 뜻을 뒀고 아버님에게 자신과 비무를 해서 이기는 상대와 결혼을 승낙하겠다고 했죠." "별로 무공이 대단한 것 같아 보이지 않던데?" "언니를 그렇게 가볍게 다루는 분은 오늘 처음봤어요. 여태까지 언니한테 청 혼한 사람이 60명이 넘었는데모두들 들것에 실려 나갔거든요." "그건 아마 무공이 비슷한 상태에서 상대방은 신부로 맞아들일 생각이니까 살 수를 쓰지 않았을거고 반대로 언니는 죽자고 살초를 펼쳤을테니 자명한 사실 일테지. 겨우 여자하나 못 해치울 사람이 어디있어?" "당신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어요. 비겁하게 암수를 써서 기선을 제압했잖아 요." "나는 원래 비겁하다니까... 그래도 비겁하다는 말은 듣기에 별로 좋지않군." "그런말을 들을짓을 하니까 그렇죠." "아냐. 이왕이면 격조높게 비열하다고 하라구. 하하하... 비겁이라든가... 치 사하다든가... 너무 격조가 떨어지는 것 같아.." 그러자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정말 못말릴 사람이군요." "흐흐.... 그러고 보니 여자하고 함께 말타는 것도 오랜만이군. 아주 기분이 좋은데..." 그러면서 묵향은 노골적으로 옥령인의 유방을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이러지 말아요." 옥령인은 계속 부탁하다가 도저히 묵향이 들어주지 않자 급기야는 울음을 터 트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묵향은 손을떼며 말했다. "울지 말아. 손을 뗐는데도 계속 울면 아예 울음소리를 들으면서계속 만지겠 다." 그러자 옥령인은 황급히 울음을 멈췄다. "제법 말을 잘 듣는군. 이제 화제를 바꿔서 같이 얘기나 나누면서 가자구. 긴 여행이 될 것 같으니까.. 그리고 도망가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혈도도 풀어주 지." "약속해요." 묵향이 혈도를 풀어주자마자 옥령인은 묵향의 명치를 향해 공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팔꿈치로 한 대 먹인 후에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묵향의 명치는 돌덩어리 마냥 딱딱했고 옥령인은 팔이 부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아악!" "풀어주자마자 도망칠 생각부터 하는군. 일단 첫 번째니 간단하게 벌을 주겠 다. 혹시 들어봤는지 모르겠군." "뭘요?" "분근착골(粉筋鑿骨)이라고..." 그 말과 동시에 묵향은 옥령인의 혈도 몇군데를 쳤다. 옥령인의 몸속에서는 뚜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의지와 상관없이 비명이 터져나왔다. 묵향은 잠시 후 분근착골을 풀어주며 말했다. "탈출을 시도할때마다 시간은 2배씩 늘어날거야. 알아서 하라구." 묵향이 빙글거리며 말하자 옥령인은 악에 받쳐서 소리질렀다. "비열한 자식!" "하하하... 나한테는 더없이 좋은 찬사지. 난 원래 성격이 그렇다니까... 좀 더 칭찬하라구!" "....." 유괴범과 인질은 하루이틀 지나자 점점 친숙해지며 급기야는 농담을 나누면서 길을 가게 되었다. 묵향은 첫 번째 마을에 묵으면서 그녀에게 말을 사줬고 그 녀는 다음날 아침 말을타고 두번째 탈출을 시도했다가 혼찌검이 난 다음 아예 탈출을 포기했다. 묵향이 그녀에게 못되게 구는것도 아니었고 그녀 또한 꽁할 정도로 성격이 여린편도 아니었다. 묵향이 자주 농담을 걸면서 편하게 대하자 그녀로서도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자연스레 동화되어버린 것이다. 하루도 안되어 옥령인은 묵향이 금을 잘타고, 피리또한 잘 불며 대단한 수준의 무공 을 익힌 고수라는 걸 알게되었다. 거기에 처음에 그녀에게 유방을 만지며 장 난을 좀 쳤을뿐 그 후로는 그녀에게 무례한 짓을 하지 않았다. 도중에 여관에 서 잠을 잘때는 방 1개를 잡은 다음 옥령인과 함께 잤지만 그녀의 혈도를 짚 어 못 도망가게 만든 후 운공조식을 하며 밤을 새웠다. 놀랍게도 이 납치범은 그녀가 봤을 때 1각도 잠을 자지 않았다. 이때 그녀는 그의 머리위에 뿜어져 나온 기가 완전히 뭉쳐 하나의 연꽃 형상이 되는 것을 보고 엄청난 고수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서로가 깔깔거리며 길을 가며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 묵향은 이 옥령 인이라는 여자가 대단히 총명하다는 걸 알게되었고 각종 서적이나 진법 등 수 많은 책을 읽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무식한 묵향으로서는 말빨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함께 길을 간 후 7일째 되는 날 옥령인이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다가 묵향에 게 갑자기 생각난 듯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에요?" "친구집에.." "친구집에 납치한 저를 데리고 가겠다는 거에요?" 잠시 생각하더니 묵향이 입을열었다. "이번에 가는 일은 아주 골치아픈 거야. 그래서 한가지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데... 네가 원체 똑똑한 것 같아서 물어보는거야." "뭔데요?" "내 친구는 그런대로 재산도 많은 부자야. 하인들도 많지. 그런데 그녀석이 사는 동네에는 또다른 부자집이 하나 더 있어. 이 둘은 서로 평소부터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급기야는 싸우기 시작했지. 일의 발단은 이쪽집과 저쪽집의 하 인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한건데 그 일이 커지다 보니 나중에는 주인들이 각기 하인들을 거느리고 곡괭이를 들고 육박전을 벌인거지." "정말 대단하군요. 그런 곳에 고수인 당신이 가면 한순간에 싸움이 끝나겠는 데요? 그런데 뭘 물어봐요." "일이 그렇게 쉬운게 아니라니까. 그래서 서로 싸우다가 이들은 각기 자신의 힘만 가지고는 상대를 완전히 항복시킬 수는 없다는 걸 알고 각기 외부에 도 움을 청했지." "그래서 가는게 당신인가요?" "아니야. 먼저 간 사람들이 있다구. 그들은 서로 주변에 안면이 있는 지주들 이나 무술도장에 부탁해서 사람을 동원했고 정말 박터지게 싸우고있는데... 나는 이걸 중제해 주러 가는거야." "당신이 한쪽편을 들고있다면 상대를 그 무공을 써서 단숨에 굴복시키면 되잖 아요." "그런데 나를 보낸 사람은 서로가 체면을 세운 상태에서 서로서로 좋게 끝내 라는 거였어." "그런식으로 해결한다면 상당히 어려운 일이군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건 지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듣기로 그 상대방 집에 금지옥엽인 손녀가 하나 있는데 걔를 납치한 다 음 그애를 미끼로 협상을 하면서 풀어나가면..." "오히려 더욱 사태를 악화시킬텐데요." "그게 문제라니까.. 저쪽에도 그렇게 많은 하인들의 머리가 깨졌으면 휴전을 하자고 나와야 하는데 이녀석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야." "만약 좋은 방법이 없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먼저 그 지주와 그를 도와주는 지주들의 집으로 몰래 들어가서 몽땅 다 목을 따버릴 생각이거든. 그러면 아마 싸움이 종결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당신의 실력으로는 별로 어려울 것이 없겠지만... 그래도 모두 죽인다는 건 좀 심한 게 아닐까요? 갑자기 모두들 살해당하면 그 아들들이 가만있지 않을 텐데요. 거기에 관(官)에 신고라도 하면..." "그것도 문제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지경이야." "그들을 찾아가서 담판을 해보는 건 어때요? 그러면서 실력을 보여주는거에 요. 당신의 무예를 좀 보여주면 상대의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죠." "상대방 안에도 무예가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구. 협공을 당하게 되면 잘못하 다간 내 목을 거기 두고와야 할판이야." "그래도 그 수 밖에는 없잖아요. 중제자가 나서야지요. 당신이 도와줄 지주한 테 '하인을 보내어 휴전하자'고 말하게 한다면, 먼저 당신이 도와줘야할 지주 가 자신의 체면이 꺽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흐유... 이래저래 내가 갈 수밖에 없나? 참. 너가 가면 안될까? 예쁜 아가씨 가 가서 중제를 해주면 서로 좋아할텐데..." "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걸요. 도중에 나설 명분이 없잖아요?" "네 이름은 필요없어. 너는 그런대로 말을 잘하니까... 내 이름을 빌려서 서 로를 달래면 된다구. 내가 따라가서 너를 보호해 줄테니 걱정말고..." 묵향이 산길로 접어들자 의아한 듯이 옥령인이 물었다. "이길로 들어가면 지주집은 없는데요? 그 지주라는 사람이 산적(山賊)을 겸업 (兼業)하고 있나요?" "아니야. 난 지금 절에가는 길이야. 이리 가면 정량사(整良寺)라는 절이 있다 고 아침에 여관 주인이 그러더군." 묵향은 절에 도착하자 한 동자승을 불러 지석(知晳)스님을 만나뵙게 해 달라 고 부탁했다. 옥령인과 얘기를 나누며 잠시 기다리자 지석스님이 나왔다. 놀 랍게도 그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릿따운 여승(女僧)이 었는데 한창때는 대단한 미인이었을 것이 분명했다. 묵향은 그녀에게 합장을 했다. 그러자 지석스님도 함께 합장을 하며 물었다. "중길(中吉)님이 보내서 오셨군요." "예. 이걸 전해드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묵향은 교주에게서 받은 작은 꾸러미를 전해줬다. "이걸 받을 이유가 없어요. 수고스러우시겠지만 돌려주세요." 쌀쌀하게 말한다음 그녀가 돌아가려 할 때 묵향이 그 여승에게 물었다. "혹시 시주를 좀 할 수 없을까요? 이건 한중길님이 보내는 게 아니라 제가 시 주를 하는 겁니다만..." "시주야 안받을 수 없죠." 묵향은 품속에서 지갑을 꺼내어 그 안에 든 돈을 몽땅 다 지석스님에게 전했 다. 지석스님은 그 액수에 약간 놀란 것 같았지만 다음순간 평정을 되찾고 있 었다. 오히려 안색이 변한 것은 옥령인이었다. 그녀가 다급히 말하려고 하자 묵향은 그녀의 아혈을 제압해서 말을 못하게 만든다음 능청스럽게 말했다. "전해드리는 물건을 그래도 성의가 있으니 좀 봐주십시오." "아무리 시주를 많이 하셨다고 해도, 소승은 이미 받지 않겠다고 말씀 드렸는 데요." "정녕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보시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지석스님에게 이걸 보여드려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으니까요. 만약 계속 거절하신다면 먼저 절을 불태운 다음...." 묵향이 악담을 시작하자 지석스님의 안색이 핼쓱하게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묵향에게 기습을 가해왔다. 놀랍게도 그녀가 사용한 무공은 불문의 무학이 아 니라 극성의 소수마공(素手魔功)이었다. 묵향은 그녀가 순간적으로 내력을 끌 어모으는 것을 느끼고 대비를 했지만 여승의 손에서 마공(魔功)이 전개되자 상당히 놀랐다. 여승은 묵향이 교주가 특별히 보낸 만큼 상당한 고수일 거라 고 생각하고는 암암리에 진기를 끌어모은 다음 기습을 가해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소수마공은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없었다. 그녀의 벽옥(碧玉)처 럼 아련한 푸르스름한 광채를 띈 희디흰 손은 은은한 빛을 내며 묵향을 향해 뻗어들어갔지만 묵향이 손으로 막자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묵향의 손에서는 푸르스름한 강기가 뻗어나왔고 그 강기의 막에 막혀 여승의 손은 불 꽃을 튕기며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여승은 묵향이 강기를 사용하 자 약간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어떻게 현문의 강기를 익혔지?" 그녀는 소수마공을 응용하여 각종 권법과 장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실력으로 보아 과거 마교에 있을때는 대단한 수준의 고수였음에 틀림없었다. 그녀의 장 법은 모두 다 소수마공을 통해 뿜어졌으므로 모두 다 강력한 한기(寒氣)를 내 포하고 있었다. 묵향은 본격적인 대결이 시작되자 바로 옥령인의 혈도를 찍은 다음 뒤로 던져버렸다. 옥령인은 갑자기 혈도가 잡힌 다음 날아오르자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아혈까지 제압된 상태라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몸이 땅에서 2자 거리까지 맹렬하게 떨어져 내리다가 그 다음부터는 속도가 줄어들며 부드럽게 땅에 안착하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일단 위기상 황이 끝나자 옥령인은 두 고수의 대결을 열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녀로서는 그들이 사용하는 정밀한 무공의 뒷수까지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 의 실력이 안되었지만 한눈에도 여승은 마교의 상승무공을 사용하고 있었고 또 자신을 납치해오고 나서 절에 불을지르겠다고 협박하는 파렴치한 인간은 정파의 상승무공을 사용하는 걸 보고 온 정신이 뒤죽박죽 얽히기 시작했다. 저 둘의 신분이 무엇이기에.... 옥령인은 묵향이 여승에게 지기를 간절히 염 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승의 무공은 가공할 만 했으나 묵향의 적수는 아니었다. 묵향은 강기를 제 마음대로 다루고있었고 시종 여승 을 압도하더니 급기야는 여승의 혈도를 짚고 말았다. 여승은 쓰러지더니 소리 쳤다. "날 죽여라." "당신은 이걸 보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안보시겠다면 먼저 절에 불을 지르겠 습니다. 그래도 안보신다면 여기 있는 중들을 하나하나 고문을 하기 시작하겠 습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한명씩 죽이기 시작해서..... 모두 다 죽이고 난 다 음에도 안된다면 또 다른 절을 한군데 찾아갈겁니다. 마침 저 옆산에 절이 하 나 더 있는걸 봐뒀거든요. 그쪽에서도 같은 행동을 할겁니다. 당신이 이걸 풀 어서 보기 전까지 나는 계속 절을 불지르고 중들을 고문한 다음 죽일겁니다. 만약 스님께서 이걸 보시지 않으시고 자살하신다면 저는 최소한 20군데 이상 의 절을 완전히 박살내 드리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누가 먼저 이기는지 한번 시작해볼까요?" 하지만 지석스님은 설마 불지르랴 싶었는지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묵향 이 절의 부엌으로 가서 불이 붙은 나무를 가지고 나오자 당황해서 소리쳤다. "이보게... 내가 졌네." "생각 잘하셨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다음 묵향은 지석스님의 혈도를 풀어줬다. 묵향이 자신의 혈도를 완전히 풀어줬다는 걸 안 지석스님은 그의 자신감에 놀랐다. "혈도를 완전히 다 풀었군." "예." "내가 다시 기습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나?" 그러자 묵향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다시 혈도를 제압한 다음 설득하면 되죠." 지석스님은 한숨을 쉬며 꾸러미를 풀면서 말했다. "시주의 자신감과 무공은 정말 놀랍군. 한중길이라도 자네만큼은 안될걸쎄." "감사합니다." 꾸러미 안에는 편지가 하나 들어있었고 또 몇장의 은표가 들어있었다. 여승은 편지를 다 읽고 난 다음 삼매진화(三昧眞火)로 편지를 불사르면서 말했다. "그의 뜻은 잘 알겠다고 전해주게. 여러 가지로 신경써줘서 고맙다는 말도 함 께 전해줬으면 고맙겠군." "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시주는 현경(玄境)을 깨닳은 모양이군. 축하하네." "현경이 아니라 탈마(脫魔)라고 하시는 것이 듣기에 좋습니다. 마인에게 는...." "시주는 마공보다는 현문의 정통무공을 더욱 깊이 익힌 것 같은데 그렇지 않 나?" "예. 제 신분상 할 수 없이 마공보다는 정파의 무공을 더 많이 배웠습니다." "그렇다면 현경이 맞군. 자네는 처음부터 마인(魔人)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물론 내공자체는 마교의 정통심법으로 익혁겠지만 그 무학의 근본은 정 파의 것이기 때문이지." "그럼 현경이라고 해두죠." "참! 빨리가서 동행의 혈도를 풀어주게나. 뒤로 던진 것은 이해하겠는데 왜 혈도를 짚었나?" "소중한 인질이거든요. 도망가면 골치 아프기 때문입니다." 지석스님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반문했다. "인질이라구?" 그녀로서는 그들을 처음 봤을 때 도저히 인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 이다. 묵향이 혈도를 풀어주자 옥령인은 옷을 털고 일어나며 날카롭게 쏘아댔다. "철두철미 하군요. 그사이 내가 도망이라도 갈까봐서 그랬어요?" 그러자 묵향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엄. 여태까지 네가 한 행동으로 봐서 너도 안그렇다고는 못할껄..." "이제 여승에게 중길이란 분의 심부름을 해준 모양이니 다음에는 어디로 갈거 에요?" "내가 말 안했던가? 친구집에 볼일을 보러 간다구." "아. 그 화해건이요? 당신은 해결사인가요?" "좀 대체적으로 그런편이지." "무슨 대답이 그래요?" "모든 골치아픈 일은 모두 다 나한테 넘어오거든."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말해줄래요?" "뭔데?" "당신 사문(師門)은 어디에요? 그리고 사부님이 누구시죠?" "그건 나중에 자연히 알게 될거야." "그럼 내가 알아맞춰볼께요." "좋을대로..." "혹시 저 전설의 전진(專眞)의 제자가 아니세요?" "어떻게 그렇게 생각했지?" "우선 당신이 사용하는 무공은 모두 현문의 초상승무공이죠. 무당이나 점창 청성 종남 등 수많은 현문의 명가들이 있지만 당신만큼 강기(剛氣)를 다룰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비뚤어진 성격에 한번 한다면 물불 을 가리지 않죠. 그건 정파의 성격에는 벗어나니.... 자연 떠오르는 문파는 전설의 전진문파 밖에 없죠. 전진문파는 무공에 있어 꼭 정파의 방식을 고집 하지 않고 각종 사파 무공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그 장점을 채택하여 함께 배 워나간 문파죠. 원체 전진의 제자들이 나타난 적이 거의 없어서 전설이 된 문 파지만 그 제자들의 무예는 가히 세상을 경악시킬 정도였잖아요?" "네가 전진이라고 생각하고 싶다면 그렇게 알고있으라구. 잠시동안은 즐거울 테니까." 묵향의 비꼬는 듯한 말투에도 옥령인은 지지않고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나한테 전진의 무공을 좀 가르쳐 줘요. 예?" "내가 왜 너한테 무공을 가르치는 수고를 해야하냐?" "에이.... 그래도 납치범은 인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잖아요. 인질이 이렇 게 원하는데 그러지 말고...." 계속 옥령인이 응석을 부려대며 묵향에게 끈질기게 부탁을 해대자 나중에는 묵향이 두손 들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어떤 수단을 쓰던간에 이 어처구니 없는 사태에서 빠져나갈 생각뿐이었다. "좋아. 하지만 너도 나한테 무공을 가르쳐 줘야 서로가 공평하지." "하지만 제가 아는 무공은 당신의 것에 비해 형편없는것들 뿐인데요." "상관없어." "그럼 제가 가장 자신있는건 본문의 적하무류검법(赤霞舞柳劍法)이에요. 아직 실력이 별볼일 없어서...." "괜찮으니 한번 보자구." "그러니까 구결은" "구결따위 필요없으니 초식을 한번 펼쳐봐." "이 검법은 검무(劍舞)로 만들어져있는 아주 부드러운 검법이에요. 36초로 이 루어져있고 변초가 각기 12가지씩 총 432초식으로 구성되어있죠." 그런다음 허리에서 2척 5촌 길이의 검을 뽑았다. 묵향은 한번씩 그녀의 혈도 를 제압했을 뿐 그녀의 검을 뺏지는 않았다. 옥령인이 검을 빼들고 덤벼봤자 묵향에게 별 타격을 주지도 못했으므로 일부러 뺏지않고 그냥 둔 것이다. 그 녀는 검을 뺀 다음 격식에따라 검신이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손잡이를 쥔 채 로 가볍게 묵향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미숙한 실력이지만...." 옥령인은 예법에 따라 각 무공이 가지고있는 독특한 개문식(開門式)의 자세를 취해 그가 사용할 무공을 상대에게 알렸다. 그런 후 검초를 시작하며 외쳤다. "적하매장(赤霞每壯)! 적하유천(赤霞流天)! 적하정심(赤霞靜沈)!...." 옥령인의 검법은 꽤 정심한 것이것고 부드러운 가운데 무서운 살초들이 감춰 진 아주 뛰어난 것이었다. 적하(赤霞)라 이름붙였을 만큼 검무를 펼치는데 있 어 검에서 은은한 붉은색 광채를 띄는 검기가 배어나왔고 각 초식은 여러 방 향으로 움직이며 상황에 따라 각종 변초를 사용하기 쉽게 안배가 되어있었다. 묵향은 그녀가 432초식을 끝낼때까지 기다렸다가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움직임이 꽤 절도가 있고 막힘이 없으니 과연 명문의 검법이라고 부를만도 하긴 한데 이건 내가 알고있는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을 훔쳐서 좀 고친 거야." 그러자 옥령인은 얼굴이 벌개져서 따지고 들었다.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을 하는거에요?" "그럼 내가 보여주지. 잘 보라구. 본 후에도 딴소리 하지말구." 묵향은 천천히 묵혼검을 뽑은 후 예의는 일단 생략하고 개문식따위도 생략한 다음 바로 초식을 전개했다. "적하매장(赤霞每壯)! 적하유천(赤霞流天)! 적하정심(赤霞靜沈)!...." 묵향은 일단은 옥령인이 하는 초식을 훔쳐서 뼈대로 삼은 후 그 상당부분을 고쳐서 검초를 전개했다. 초식의 이름은 짓기도 귀찮고 힘들었기에 그대로 그 냥 뒀다. 묵향의 검법은 검무의 형태가 아니었고 대단한 속도를 가진 쾌검의 형태였으며 가공할만큼 패도적인 기운과 파괴력을 가지고있었다. 옥령인은 그 녀의 초식과 상당히 비슷하면서도 어떤 면으로는 완전히 다른 검법을 보고 경 악하기 시작했다. 그녀로서는 묵향이 이미 정해진 초식의 틀에 억매이지 않는 인물이란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그 안에초식의 상당부분을 어검술이나 검강, 그리고 붉은빛이 나오도록 가공할만한 검기를 뿌려대자 정말 자신의 검법이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을 훔쳐서 만들어진 검법인줄 착각하기 시작했다. 묵향은 432초식이나 펼치는 수고를 생략하고 과감하게 필요없는 부분은 없애 버려 144초식만을 사용했다. 검법이 끝나자 부근의 나무들이 쓰러지고 날아가 버려 넓직한 공터가 만들어져있었다. "이래도 네가 알고있는 무공이 적전(適傳;바르게 이어짐)이라고 우길거냐?" 묵향이 원체 자신있게 말하자 옥령인은 점점 자신이 없어져 기어들어가는 목 소리로 변명했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건 할아버지께서 어느날 저녘놀을 보시고 거기서 깨 달음을 얻으신 다음 3년에 걸쳐 완성하신 무공이라고 들었다구요." "흥! 그 영감탱이는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남의 무공을 훔쳐서는 자신의 것이 라고 우기다니. 기분나빠서 가르쳐주지 못하겠어." "그러지 말고 가르쳐 주세요. 그걸 가르쳐 주시면 또 다른 무공도 알려드릴게 요." "그따위 무공 아무리 가르쳐 줘도 필요없어." 이때 묵향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묵향은 자신의 속마음이 드러나지 않게 짐짓 정색하며 말했다. "좋아.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을 가르쳐 줄테니 내가 친구한테 화해하러 갈건데 거기가서 날 좀 도와줘야해." "별로 도움이 될것같지 않은데요?" "아냐. 넌 말도 잘하고 설득력도 있고, 또 배운것도 많으니 그 일에 적합할 것 같다. 거기에 당사자도 아닌 제 3자 입장이니 둘다 네 말은 잘 들을 것 같 군. 어때 허락하겠냐? 물론 생명의 안전은 내가 책임지지." "좋아요. 빨리 가르쳐 줘요." "이걸 누구에게도 가르쳐주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면...." "좋아요 맹세할께요. 천지신명께 맹세합니다. 저 옥령인이" "따라하라구. 묵향에게서 배운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을 다른사람에게 절대로 알려주지 않겠습니다. 만약 알려준다면 하늘에서 천벌이 떨어질 것입 니다. 언제 비명횡사를 해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니 굽어 살펴 주십시오." "묵향에게서 배운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을 다른사람에게 절대로 알려주 지 않겠습니다. 만약 알려준다면 하늘에서 천벌이 떨어질 것입니다. 언제 비 명횡사를 해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니 굽어 살펴 주십시오. 그런데 당신 이름 이 묵향이에요?" "내가 말 안해줬던가?" "그런데 맹세의 내용이 좀 이상해요. 비명횡사를 한다니... 설마 알려준게 당 신 귀에 들어가면 나를 비명횡사 시키겠다는 협박이에요?" "그럼. 너도 알지? 나는 내뱉은 말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야. 이제부터 구결을 부를테니 잘 기억해라. 설마 네 할애비가 초식을 훔쳤다 하더라도 구결까지 훔친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말이야." "예" 초식(招式)이란 무공의 외형이다. 몸을 움직이는 순서나 그 방법이 초식이라 서 초식만 알아서는 진정한 그 무공의 파괴력이나오지 않는다. 그 초식을 펼 치는 순간순간의 내공의 흐름을 자세히 설명한 것이 구결(口訣)이다. 이 구결 에 따라 모든 초식을 연결해 나가야 하니 둘중 하나라도 빠지면 진정한 위력 을 가진 무공이 되기는 애시당초 그른 노릇이다. 하지만 무공에따라 약간씩 그 중요도가 바뀌기도 하니... 예를들어 소수마공(素手魔功)의 경우 초식은 없고 구결뿐인 무공이다. 초식은 기타 여러 가지 장법이나 권법을 사용하되 그 구결만을 소수마공으로 사용하면 소수마공이 가진 그 엄청난 음기로 상대 에게 치명타를 줄수 있는 것이다. 묵향은 자신이 거짓으로 펼친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의 도중에 행했던 진기의 이동을 기억하여 천천히 구결로 불렀다. 대부분의 무공구결은 일부러 비밀의 방지를 위해 어려운 말로 함축해서 표현하거나 수많은 암호들을 나열 해 암기하기가 대단히 까다롭다. 그에 비해 묵향은 각 구결을 함축할 단어들 을 생각할 시간여유도 없었을뿐더러 그걸 함축할 만한 지식도없었다. 그러기 에 옥령인으로서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말이 순서에 따라 이 치에 맞았기에 옥령인으로서도 다른 무공의 비급을 익힐때처럼 말도안되는 문 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기억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묵향이 세 번 불 러주자 옥령인은 모든 글자를 완전히 다 기억할 수 있었다. 옥령인은 모두 다 한자도 틀리지 않고 외운다음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이 구결은 정말 쉬워요. 모든 구결이 이렇게 앞뒤가 잘 맞으면 한결 기억하 기 쉬울텐데..." "그럼. 훔쳐배운 것 하고 정통과는 이런 큰 차이점이 있지." 묵향의 말에 옥령인이 발끈하며 항변했다. "계속 그렇게 할아버지를 욕하지 말아요." 묵향은 심심풀이삼아 옥령인에게 검법을 가르치며 지령회(蜘逞會)를 향해 나 아갔다. 며칠 더 가자 옥령인이 궁금한 듯 물었다. "설마 우리가 가는 곳이 사천은 아니겠죠?" "아니! 사천이야." "그럼 당문(唐門)의 당 아저씨 부탁을 받은 건가요?" "너는 그런 건 몰라도 돼." "저도 관련이 좀 있어요. 당문과 지령회(蜘逞會)간의 충돌은 무림에 쫙 소문 이 나 있다구요. 모두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데요?" 한참 더 가서 갈림길을 들어서자 옥령인이 다급히 말했다. "이 길이 아니라구요. 길을 잘못 들었어요." "아냐. 이길이 맞아." 묵향이 자신있게 대답하자 옥령인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그런가?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나? 하기야 원체 오래전의 일이라..." "일단 도착하고나면 너는 내 동행이라고 소개할테니 잠자코있어. 안그러면 시 끄러워지니까. 나는 너를 장로의 망나니 딸이라고 소개할테니 너는 그렇게 알 고 있으라구. 갖혀 지내다 보니 바깥바람을 쐬고싶다고 앙탈을 부려 할수없이 데리고 왔다고 하면 상대는 아주 대우를 잘해줄거야. 그리고 내 근처에서 떨 어지지 말고... 안그러면 꽁꽁묶어서 처박아둘거다." 묵향의 으름장에도 옥령인 소저는 생글거리며 가만히 있었다. 그녀로서는 당 문에 도착하기만 하면 반대로 묵향을 잡아 묶어놓고 지금까지 당한 수모를 돌 려줄 생각에 마음속까지 뿌듯하게 차오르는 쾌감을 즐기고있었다. 하지만 그 녀의 그런 즐거움도 오래가지 않았다. 최종 종착점이 지령회(蜘逞會)라는 걸 알게되었던 것이다. 10리 정도 더 말을 타고 도착한 곳은 제법 그럴듯한 커다 란 장원이었고 정문위에는 커다란 현판이 붙어있었다. 蜘逞會(지령회) 이 글자를 읽은 옥령인 소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지금 자신과 함께 가는 인물이 약간 사파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임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무공으 로 보아 명문정파의 제자라고 굳게 믿고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그런 속사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묵향은 느긋하게 말을 타고 나가 지령회의 수문(守門) 무사 들을 향해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보였다. 그러자 그들은 높은 상전이라 도 만난 듯이 호들갑을 떨며 그들을 반겼다. 옥령인은 먼저번의 묵향의 부탁 대로 조용히 사태가 돌아가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묵향일행은 곧이어 안채로 안내되었고 그곳에서 지령회주(蜘逞會主)의 환대를 받았다. 여기서 옥령인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묵향의 호칭이었다. "어서오십시오. 부교주님.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교주님이라는 말이 나오자 옆에 서있던 옥령인 낭자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가 다시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옥령인 낭자는 경악하기는 했지만 현명 하게 그냥 잠자코 있었다. "오다가 교주님의 부탁이 있어 잠시 지체되는 바람에 좀 늦었네. 사군자가 와 있을텐데 그들은 지금 어디있나?" "정보수집차 밖에 나가셨습니다. 저녘때는 돌아오실겁니다." "저 아가씨는 천리독행의 손녀로 원체 세상구경이 하고싶다고 해서 데리고 왔 네. 철소저라고 부르면 될거야." "예." "먼저 목욕부터 좀 하세나. 오랜 여행을 했더니 먼지 때문에 말이아니군." "예예.. 소화, 매화가 시중을 들어드릴겁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지 분부를 내려 주십시오." "오는길에 봤더니 시체도 없고 조용하더군. 소강상태(小康狀態)인가?" "아닙니다. 3일전에 또 심하게 붙었는데 그 때문에 조용한거죠. 각 분타주님 들이 도와주셔서 그런대로 버티고 있습니다." "이번일은 내가 확실히 마무리를 지어줄테니 걱정하지말게나. 자네도 바쁠텐 데 내가 너무 잡고있는 것 같군. 나중에 사군자가 오면 그때 같이 회의를 하 기로 하세나." "알겠습니다. 물러가겠습니다." 목욕후 산뜻한 향기가 나는 차를 마시며 시비(侍婢)들을 물리친 다음 옥령인 은 나직한 소리로 묵향에게 싸늘히 말했다. "그대가 마교의 부교주인줄은 꿈에도 몰랐군요." "왜? 실망하셨나?" "어떻게 정파의 무공을 익혔죠?" "언제나 예외적인 특수한 상황이 존재하기 마련이야. 그리고 너도 알아둘건 오랜 다툼으로 인해 마교의 서고(書庫)에는 엄청난 분량의 정파의 무공이 들 어있다는 점이지. 십만대산은 1000년동안 본교의 요새로서 단 한번도침략을 당하지 않았지. 그에비해 역대 정파들의 대부분의 문파들이 본교에게 한번씩 은 집안을 털려봤을테니 그걸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텐데?" "하지만 마교에서는 정파의 무공을 마공보다 많이 익히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 을텐데요?" "있지. 하지만 예외라는 게 있어. 나는 원래 살수(殺手)출신이야. 살수란 직 업상 본문의 무공을 익힐수는 없어. 예를들어 너가 정파의 인물이고 내가 너 를 암습한다면 내가 마공을 사용해서 너를 죽일 것 같아? 아니지 정파의 무공 을 사용할거야. 그래야 표시가 안나거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정파의 무공을 그렇게 깊게까지 익힐 필요는 없잖아요. 당신 실력의 반만으로도 기습할 경우 상대가 저항하지도 못할텐데...." "아니지... 너의 할아버지가 상당한 고수라고 했으니 그 영감탱이를 기준으로 말해보자구. 내가 만약 그 영감을 죽이려고 든다면 별로 어려울게 없어." "그럼 뭐가 문제라는 거에요?" "죽이고 난 다음 탈출하는게 문제지. 탈출하는 과정에서 그 영감이 기른 수많 은 제자들이 덤빌거고 나는 그들과 암습이 아닌 정식으로 검으로 그들의 포위 망을 돌파하고 도망쳐야 하는거야. 그때 마공을 사용하면 모든게 끝장이지. 요컨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마공을 사용하면 안되는거야." "그래서 마공을 처음부터 배우지 않았나요?" "배우지 않았다고는 하지 않았어. 나는 대단히 높은 수준의 마공을 배웠다구. 그걸 사용하지 않을 뿐이지. 단순히 마공만 사용해도 웬만한 고수들은 모두 다 저세상으로 보낼 수 있어. 한번 보여줄까?" 옥영인이 호기심을 느끼며 말했다. "예.." "이게 뭔지 알겠어?" 묵향의 손이 점차 약간 푸르스름하면서도 하얀 광채를 띄기 시작했다. 좀 시 간이 지나자 묵향의 손은 완전히 하얀 광채를 띄며 살속까지 무색투명해져 손 의 혈관까지 비쳐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걸 본 옥령인은 차가운 한기(寒氣)에 몸을 떨며 말했다. "그때 그 여승이 펼친 소수마공(素手魔功)이잖아요." 그러자 이번에는 묵향의 손이 붉은빛으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사방으로 열기가 퍼져나갔다. 팔목까지 투명한 붉은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걸 보고 옥령인이 말했다. "이건 혈수마공(血手魔功) 같은데요?" "그래. 혈수마공이지. 나는 이 두개를 같이 익혔기 때문에 소수마공이나 혈수 마공을 익히면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 손에 나타나지 않아. 내 손은 그런 대로 곱고 아름답긴 하지만 투명할 정도로 하얗지 않지. 그리고 손이 고우면 서도 붉은빛도 띄지 않아. 그래서 본교 내에서도 내가 이걸 익힌 걸 아는 사 람은 없어. 하기야 강기를 사용하면 이건 별 필요도 없지만...." "참. 이번 일은 어떻게 할거에요. 당아저씨와 싸울건가요? 아니면 전에 나한 테 말한대로 평화롭게 해결할건가요." "일단은 너를 앞세워 평화롭게 처리해나갈거야. 상황을 보고 3일이내에 당문 에들어가서 교섭을 해봐야지." "만약 교섭이 안된다면?" "나는 귀찮은건 딱 질색이야. 능력도 없는것들이 까불어대는 꼴을 느긋이 볼 정도로 마음이 좋지 못하거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수라마참대(修羅魔斬隊) 를 데리고왔지." "수라마참대라구요?" "왜 알고있나? 본교의 일은 거의 밖에 알려진게 없는걸로 아는데.." "할아버지한테 들었어요. 마교에는 여러개의 무력단체가 있지만 그중에 5개가 가장 강하다고 했어요. 천마혈검대(天魔血劍隊), 수라마참대(修羅魔斬隊), 천 랑대(千狼隊), 염왕대(閻王隊), 자성만마대(紫星萬魔隊)가 그들인데 그중에서 자성만마대는 자주 무림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나머지 4개는 거의 나오지 않는 다고 그러더군요. 특히나 천마혈검대나 수라마참대는 한번도 무림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하셨어요." "아니야. 둘다 무림에 몇번 나왔지. 대신 그걸 알고있는 사람이 없는거야." "하지만 무림에는 개방이라든지 무영문같은 정보에 능한 단체가 있는데요?" "그들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아. 이번에 수라마참대를 끌고 온것도 나는 혼자서 싸우는 것은 자신있지만 무리를 지휘할줄은 몰라. 병서따위를 읽은 적 도 없고 진법같은 것은 거의 백지나 다름없지. 그래서 통째로 데려온거지. 도 저히 안되면 나는 한마디만 하면 끝난다구. '이봐 인도(人屠)한테 싹 쓸어버 리라고 전해.' 그렇게 말이야." "그럼 사람백정(人屠)이란 사람이 모든걸 알아서 처리한단 말인가요?" "그럼. 그친구 아주 대단한 백정(屠)이거든. 그러니까 너는 그 사람들을 잘 설득하라구. 내가 최후의 수단을 쓰지 않게 말이야." "어떻게 하면 되죠?" "우리가 그런대로 양보할 수 있는건 양보할 수 있어. 상대의 조건이 너무 건 방지지만 않다면 말이야. 이쪽에서도 겨우 사천당문 따위와 씨름하는 것에 수 라마참대를 오랜시간 밖에 내놓을 수 없다구. 마교에는 언제나 많은 적들이 있어왔고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무력이 필요해. 지금 너는 잘 모 르겠지만(사실은 묵향도 잘 모름) 드러나지 않은 단체들이 많다구. 그들 때문 에 마교는 지금 정파와 정면격돌을 원하지 않는다구. 그렇지만 단기간에 분쟁 이 종식된다면 어떤 수단을 써도 상관없다는 허락이 있으니까 모든게 틀어지 면 먼저 상대의 우두머리들을 모두 다암살한 다음 수라마참대를 풀어서 기습 공격으로 끝장을 내버릴 생각이야. 어때 나도 꽤 똑똑하지?" 묵향의 자신있는 말투에 옥령인이 뽀루퉁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어이가 없군요. 상대의 우두머리들이 그렇게 호락호락 당할 것 같아요?" "내가 직접 나선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그 때문에 교주도 나를 이리로 보낸거 고." 그러자 옥령인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요." "그럼. 나는 언제나 자신감으로 넘치고있지. 나는 지금 무림에서 무적이라 구." 옥령인은 한껏 비웃는 어조로 말했는데도 묵향이 한껏 우쭐대며 자화자찬을 해대자 그만 말문이 막혔다. "세상에...." '정말 못말릴 정도로 멍청한 자식이군... 저런녀석이 어떻게 부교주가 되었 지?' 저녘이 되자 사군자가 돌아왔다. 사군자가 모두 인사를 올리자 옆에서 보고있 던 옥령인은 약간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교육받기에는 마교의 인 물들은 모두 지령회주(蜘逞會主) 처럼 마기가 스산하게 풍겨나오는 악당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군자의 경우 전혀 그런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 파의 인물들을 보는 것 같이 그냥 높은 수준의 무예를 익혔다는 점만 신체상 의 특징으로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때 매(梅)가 입을 열었다. "3일 전에도 치열한 다툼이 있었지만 속하들이 조사해본 결과 당문의 뒤에는 종리세가(鍾里世家)와 제갈세가(諸葛世家)가 있습니다. 그 두 가문의 가주(家 主)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먼저 종리세가가 끼어들자 제갈세가도 돕겠다고 들어온거죠. 당문의 경우 암기와 독극물로 유명한 문파라서 이쪽의 피해가 상 당히 큽니다. 빨리 손을쓰지 않으면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것은 지 금까지 조사한 보고서입니다. 상대방의 전력(戰力)이 자세히 파악되어있습니 다." 묵향은 그 보고서를 대강 들춰본 다음 말했다. "인도에게도 보냈나?" "예. 동방 장로께도 보냈습니다. 동방 장로께서는 명령만 내리시면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겠다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옆에있던 난(蘭)이 거들었다. "속하가 비영대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부근의 정파계열의 문파들도 참여하려 고 주시하고 있으며 무림맹에서도 이쪽으로 사람을 보낸 것으로 알고있습니 다." "무림맹까지?" "예. 그들의 목적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매화문검(梅花文劍)이 50여명의 고수들과 함께 당문으로 출발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무림맹까지 끼어들기 전에 조속히 종결을 지으라는 교주님의 분부가 계셨습니다." "국" "예. 내가 준비해 두라고 한 소품은 준비해 뒀나?" "예." "교주가 몇권이나 주던가?" "3권입니다." "그 세 개 다 당문에는 실전된 게 확실한가?" "예.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알겠다. 내일 아침에 당문에 가서 협상을 해봐야겠군. 회주께서는 나중에 협 상이 되면 될 수 있으면 응해 주시오. 그래야 내가 수고한 보람이 있지." "예. 노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일찌감치 쉬고 내일 출발하기로 하지. 죽(竹)!" "예." "자네가 회주와 상의해서 간단하게 예물을 준비해라." "예." "그만 물러가도록." 담판(談判) 다음날 아침 일찌감치 지령회를 나선 묵향일행은 당문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점심때가 지나서 당문에 도착한 일행은 문주와의 회담을 원했고 그 회담은 받 아들여졌다. 먼저 일행을 안내한 나이든 고수는 태청당(太晴堂)이라는 건물로 묵향일행을 안내했다. 묵향이 바라보니 크지않으면서도 꽤 위엄있게 잘 지어 진 건물에는 웅대한 필치로 太晴堂(태청당)이라는 현판이 붙어있었다. 이때 그들을 안내해온 나이가 지긋한 사내가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무기는 가지고 가실 수 없으니 저에게 맡기시지 요." "알겠네. 너도 검집을 풀어라." 묵향은 묵혼검과 옥령인의 검을 죽에게 주며 말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난(蘭), 예물을 다오." 준비한 예물을 난이 묵향에게 건네주자 묵향은 옥령인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 갔다. 안에는 7명이 묵향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쪽에는 6개의 의자가 놓여있 었고 그 반대쪽에는 7개의 의자가 놓여있었다. 그 의자에 모두들 앉아있다가 일어나며 묵향 일행을 맞이했다. 그런데 묵향으로서도 경악스러운 것은 사천 으로 오는 도중에 놀려준 그 여인이 7개의 의자 중 중간에 앉아있다가 일어서 며 똥씹은 얼굴로 묵향을 노려보있다는 사실이었다. 묵향은 그 여인을 잠시 바라본 다음 껄껄 웃으며 말ㅎ다. "하하하... 정말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고 그러더니 오랜만이구료. 옥소저." 그 여자는 노화가 머리끝까지 뻗쳐 허리의 검을 뽑으며 외쳤다. "흥! 못된녀석! 네녀석의 농간 때문에 그 쓴 약재를 3번이나 씹어먹었는데 당 문주의 말로는 그게 절대 춘약이 아니라고 하더군. 나를 가지고 놀다니 내 기 필코 네놈을 찢어..."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묵향이 싸늘하게 말했다. "오늘 화해는 그른 것 같은데 할 수 없이 지금 모두 죽여서 조속히 해결해야 겠다." 그와 동시에 아무것도 없던 묵향의 손에서 푸른색 강기가 치솟아올랐다. 그 길이는 무려 3척에 이르렀고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막대기 같은 모양이었다. 모두들 이걸 보고 경악성을 터트리며 다급히 검을 뽑아들며 일어섰다. "심검(心劍)을..." 묵향은 중인들이 경악하건 말건 싸늘히 외쳤다. "나를 원망하지 말게나..." 그와 동시에 묵향의 신형은 앞으로 쏘아나갔다. 제일 첫 번째 목표는 옥소저 라는 그 버릇없는 계집이었다. 묵향이 섬전과 같은 속도로 자신에게 쏘아져 들어오자 옥소저는 황급히 뒤로 물러섰고 대신 옥소저의 좌우에있던 사내들이 날렵하게 몸을 날리며 묵향의 강기를 맞받았다. 검과 강기의 덩어리가 충돌하 며 불꽃을 일으켰고 다음순간 두 남자는 피를 뿜으며 뒤로 퉁겨져 나갔다. 묵 향이 재차 목표를 향해 강기의 덩어리를 날리려는 순간 옥령인이 묵향의 앞을 가로막았다. 묵향은 싸늘히 그녀를 향해 외쳤다. "비켜." "이러지 마세요. 말로 해결하면 될 것을 꼭 힘으로 해결해야 하나요? 이리 온 것도 서로 좋게 해결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리고 그걸 저한테 다 맏긴다고 했 잖아요. 그런데 왜?" "지금 분위기를 보고도 몰라. 저쪽에서 먼저 검을 뽑았다구. 그럼 내가 목을 내밀며 '날 죽여주슈' 할줄 알았어?" 묵향과 옥령인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있던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그들의 대화 를 들어보고 아직도 말로 풀수있다는 희망이 있음을 깨닫고 그들의 대화에 끼 어들었다. "이보시오 대협. 우리 서로 말로 잘 풀자고 모인게 아니오. 서로 이성을 찾고 말로 해결해 봅시다." 그 남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도 묵향의 무공을 보고 도저히 이 방 에있는 모든 사람이 덤빈다 하더라도 상대가 불가능한 고수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이다. 심검(心劍)은 왕년의 정파 최고의 고수 구휘조차도 이론적으로 가 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힘들다고 두손을 들었던 지고(至高)의 무공이다. 그런 데 이걸 익힌자라고 한다면 구휘보다 더 강했으면 강했지 약할리가 없기 때문 이다. 일단 나중에 싸우게 되더라도 일단 상대의 말을 들어서 믿질거는 없기 에 그는 대화를 청하고 나온 것이다. 이때 튕겨나가서 벽과 심하게 부딪쳐 그 호신강기 덕분에 벽에 구멍을 뚫을 뻔한 남자가 몇번 기침을 한 다음 피를 뱉 아내고는 일어서며 말했다. "잘 해결하자고 모인것이니 서로 말로서 해결하도록 해봅시다." 그러면서 옆에 떨어진 자신의 애검을 보니 검날은 다행히 상하지 않았다. 그 의 검이 보검이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검과함께 반토막이 났을 것이다. 그리고 옆의 사람을 보니 그도 주춤주춤 일어서고 있었다. 그의 도(刀)도 대 대로 물려내려오는 보도였기에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이때 밖에서 한명이 다 급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의 뒤에는 약 50여명의 수하들이 검을뽑고 서있 었다. "문주님 괜찮으십니까?" 그러자 묵향에게 말로 해결하자고 하던 건장한 체격의 그 남자가 말했다. "약간의 오해가 있었으니 너희들은 소란떨지말고 나가거라." "예. 그럼 물러가겠습니다." 그 건장한 체격의 꽤 정성들여 수염을 다듬은 문사풍의 얼굴을 가진 사내는 수하들이 물러가자 묵향에게 말했다. "아직 소개를 못했군요. 본좌는 이곳의 문주인 당진천(唐眞天)이라고 합니다. 자자 모두들 앉으십시다." 그러면서 그가 자리에 앉자 묵향으로서도 더 이상 소란을 피울 수 없어서 강 기를 거둬들인 다음 의자에 앉았다. "밖의 분들은 안들어 오십니까?" "아. 그들은 모두 제 수하들입니다. 그 아이들은 적수공권(赤手空拳)에 능하 지 못해서 저혼자 들어왔죠. 그리고 제 검과 이 소저의 검을 지킬 사람도 필 요하구요. 너도 거기 서있지 말고 이리와서 앉거라." 옥령인이 묵향의 옆에 앉자 묵향이 정식으로 자기 소개를 했다. "본인은 지령회를 대신해서 중재를 위임받은 마교의 부교주 묵향이라고 하오. 그리고 이쪽은 그쪽과 대화를 풀어나갈 옥령인 낭자요." 그러자 상대방 남자는 옥령인의 얼굴을 보고는 잠시 곤욕스런 표정을 지었는 데 그 반대쪽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한결같이 이상했다. 물론 묵 향으로서는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아무래도 저 여자와 자매라고 하 니까 그래서 그럴거라는 생각만 하고있었다. 이번에는 저쪽에서 소개를 해왔 다. "저분은 종리세가(鍾里世家)의 패도(覇刀) 종리영우(鍾里英宇) 대협이십니 다." 그러자 묵향에게 도를 맞대고 튕겨나갔던 그 남자가 포권을 해왔다. "그리고 이분은 제갈세가(諸葛世家)의 패검천령(覇劍天嶺) 제갈기(諸葛忌) 대 협이십니다." "대협은 무슨.... 아무튼 그대의 대단한 무공에는 정말 놀랐소이다." 그러면서 검을 잡고 튕겨나갔던 사내가 포권을 해왔다. "그리고 이쪽은 무림맹에서 나오신 매화문검(梅花文劍) 옥매화(玉梅花) 여협 이십니다." 그러자 그 여인은 묵향을 모르는체 했다. 그녀로서는 방금전에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되었는지 거친숨을 아직도 내쉬고 있었다. "이쪽은 내 자식인 당인걸(唐仁傑)입니다. 귀하의 눈에는 차지도 않겠지만 그 래도 무림에서는 꽤 소질이 있는 기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식인지 당 문주는 자랑을 약간 한 다음 다음사람을 소개했다. "저 두사람은 본문의 외총관 이정과 내총관 당평입니다. 그럼 회의를 진행해 보기로 하지요. 이봐라. 차를 가져오너라." 그러자 밖에서 시비(侍婢) 3명이 들어와 각자의 의자옆 팔걸이에 차를 올려줬 다. 묵향은 시비중 한명에게 예물을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작은 성의이니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서로 말을 잘 해뒀으 니 옥령인과 상의를 해보십시오." 그러자 당 문주는 의아한 듯이 묵향에게 물었다. "저 옥령인 소저는 무림맹주의 손녀입니다. 그런데 그녀와 만약 의논을 해서 합의점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귀교에서 그걸 받아들일 겁니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옥령인 소저에게는 내가 모든 걸 말해뒀으니 서 로 상의해 보도록 하십시오. 나는 원래 여기 저 소저의 생명의 안전만 책임지 기로 하고 따라왔으니 말이오." 그러자 옥령인 소저가 말했다. "천마신교는 지령회와 당문이 쓸데없는 일에 자존심을 세워 지금 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냥 서로 휴전할 수는 없을까 요?" 그러자 내총관이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본문이 입은 피해는 상당합니다. 우리는 그 피 해에 대한 보상을 어느정도 받기를 원합니다." "만약 보상을 안해주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옥매화 소저가 싸늘하게 내뱉었다. "그렇다면 회의는 해보나 마나야." 그녀의 말에 외총관도 거들었다. "다시 소모전을 하는 수밖에 없소." 당 문주가 그들의 말에 추가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밝혔다. "무림맹에서 추가로 40여명의 고수가 가담했고 새로이 제갈세가와 종리세가에 서도 100여명의 고수가 도착했습니다. 그 외에 주변의 문파들에서 다음에 벌 어질 충돌에 자신들의 제자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문파가 3곳이나 됩니다. 우리는 지령회의 회주가 당문에 정중히 사과하고 피해를 어느정도 보상해 줘 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묵향이 나직히 그러나 또박또박 물었다. "그 문파들의 이름을 알려줄수 있습니까?"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당 문주가 말했다. "그건 왜 묻습니까?" 그러자 옆에 앉은 옥령인이 말했다. "묵향 부교주는 이곳에 오실 때 수라마참대를 이끌고 오셨습니다." 그러자 앞에 앉은 사람들은 경악했다. 수라마참대라면 마교의 최고 정예가 아 닌가? 그들을 이런 별볼일 없는 소모전에 끌고오다니... 거기다이 싸움은 마 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것도 아닌데..? 정신을 수습한 당 문주가 묵향에게 물었다. "옥령인 소저가 하는 말이 정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귀하는 우리들에게 협박을 하는 겁니까?" 그러자 옥령인이 당 문주에게 대답했다. "협박이 아니에요. 지금 천마신교는 이 별볼일 없는 소모전이 오래 끄는걸 원 하지 않습니다. 너무 질질끌면 천마신교의 이름에 먹칠이 된다는 것이죠. 그 래서 협상을 해보고 잘 끝나면 다행이지만 만약 무력을 써야한다면 수단 방법 을 가리지 말고 재빨리 종결지어버리라는 교주의 명령이 있었답니다." "아무리 수라마참대라도 당문과 2대 세가를 한번에 무너뜨리기는 쉬운일이 아 닐거요."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묵향 부교주는 지금 앉아계신 여러분들부터 먼저 죽인 다고 했습니다. 그런 후 수라마참대를 풀어 우두머리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나 머지를 한번에 처리할거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하는 말은 거짓이 보태진건 없 습니다. 대신 여기서 서로가 화해를 한다면 서로간에 예물이 와야하며 서로간 에 사과가 대외적으로 행해져야 합니다. 대신 천마신교측에서는 예물을 보태 어 좀 더 많이 이쪽으로 드릴것입니다. 천마신교가 원하는 것은 양쪽 다 외부 에 체면을 손상당하지 않고 일이 끝나는 것이죠. 그리고 이건 빨리 해결되어 야 합니다." "귀교가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군요. 우리 두 세가가 여기 합동한 것도 귀교가 개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랜시간 모른체 하다가 갑자기 빨리 화 해하지 않으면 쓸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다니... 그 이유부터 설명해주지 않 겠습니까?" 그러자 묵향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혹시 그대들은 암흑마교(暗黑魔敎)라는 단체를 알고 계십니까?" 그러자 옥매화 소저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알고있어요. 본맹에서 수집한 정보로는 그것은 혈교의 한 분파인 것 같으며 그수는 거의 5000에 이르는데 고수들이 많아 정보수집에 어려움을 겪고있어 요." "그 암흑마교는 본교에서 이탈한 1000명의 제자들이 세운 단체요. 그대들이 말하는 사천왕의 한명인 흑살마제(黑殺魔帝) 장인걸(張仁傑)이 그를 추종하는 천여 고수들을 이끌고 나가 세운 단체지요. 그들의 행동을 본교에서는 치밀하 게 감시하고있고 또 아수혈교도 그렇고 여러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판치고있 습니다. 그들에 대해 신경쓰는 것만 해도 마교에서는 벅찰 지경이오. 몇해 전 에는 많은 부녀자들이 납치되는 것을 보고 일종의 사이한 대법을 연성하는 무 리가 있는 줄 알고 새외(塞外)로 천마혈검대(天魔血劍隊)가 출동하기도 했소. 그들을 토벌하고 나니 단순한 인신매매단이라는 걸 알고 철수했지만.... 아무 튼 우리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으로 정신이 없소. 그래서 교주의 명령으로 그대들과의 협상을 중재하고 있고 만약 안된다면 수라마참대를 빨리 본교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기습을 가해 잿더미로 만들 수밖에 없소." 그러자 옥매화 소저가 비웃는듯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지금 알았으니 기습은 힘들텐데요." 그러자 묵향은 싱긋 웃으며 옥령인에게 말했다. "당신 언니는 이번에 쓴약을 너무 먹어서 머리가 잘못된 모양이군. 왜 내가 돌아갔다가 이리 다시 와야하지? 솔직히 말해서 당문쯤 박살내는건 나와 사군 자만 있어도 충분해. 지금 수라마참대는 제갈세가와 종리세가를 부술 준비를 하고있지. 당문이 박살났다는 말을 들음과 동시에 그 두 세가도 끝장날거야." 그럼과 동시에 문 밖에서 묵향의 검이 날아들어왔다. 묵향은 자신의 앞에 날 아와서 둥둥떠있는 묵혼검을 집어서는 허리에 차며 말했다. "그대들은 나에 대한 예비지식이 하나도 없는 모야이군. 본교에서도 교주의 근 처 2장 안으로 들어가려면 검을 차고있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있지. 역대로 제법 많은 교주들이 암습으로 저세상에 갔거든. 하지만 그 규정에 유일한 예 외로 인정받은 사람이 나야. 아무리 교주라도 내가 검을 가지고 있던 없던간 에 내가 죽이고자 마음먹으면 곧장 천국으로 보내드릴 수 있다는 걸 모두들 알기때문이지. 자 그대들은 어떻게 하시겠소? 화해요? 아니면 싸움이오?" 그러자 당 문주가 굳어진 얼굴로 대꾸했다. "이건 완전한 협박이란걸 알고 있소?" 그의 말에 묵향도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나는 당신에게 불리한 걸 권하는게 아니오. 오히려 유리하지. 본교에서는 그 대가 화해에 응한다면 은화 2000냥을 드릴거요. 대신 그대들도 우리쪽에 예의 를 표시해야 하오. 그대들이 지령회에 은화 1000냥 정도 주면 그들은 아주 좋 아할거요. 그리고 본교에서 가지고있는 당문의 실전된 무공비급 중 3가지를 돌려드리겠소. 내가 양보할 수 있는건 여기까지요. 서로 상의들 해보시오." 그런다음 옥령인에게 말했다. "너는 밖에서 기다려라." "예? 왜그래요?" "만약 혈투가 벌어지면 사군자가 너를 지켜 줄거다." "당문에서 거절한다면 살육전을 시작할건가요?" 묵향이 말없이 고개를 약간 끄덕이자 그녀는 슬픈듯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요. 저는 그냥 여기서 언니를 도와 당신과 싸울거에요." 그런다음 옥령인은 천천히 걸어서 옥매화 소저의 앞에 섰다. 그런 모습을 보 며 묵향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 배운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으로 말인가?" "예. 그동안 저한테 정말 잘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때밖에서 옥령인의 검이 날아와서 옥령인의 앞에 멈춰섰다. 묵향은 진기를 이용해 옥령인의 검을 주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싸우고 싶다면 검이 있어야겠지. 일단 시작되면 서로 편하게 제일 먼저 저세 상에 보내줄께. 내가 해줄수있는건 이것밖에 없구나." "고마워요." 전음으로 쑤근거리면서도 그들은 묵향과 옥령인이 하는 대화를 모두 들었다. 묵향은 거의 방심상태인 듯 진기를 끌어모으지도 않고 앉아서 습관적으로 가 만히 묵혼검을 쓰다듬고있었고 옥령인도 그런 묵향을 바라보며 그냥 서있었 다. 이때 묵향이 긴 침묵을 깨고 말했다. "함께한 시간이 얼마되지도 않았지만 정말 즐거웠어. 이런 상황에서 만났다는 게 아쉽군. 우리는 아주 친한 친구로 지낼 수도 있었을텐데..." "그래요. 하지만 당신은 너무 장난이 심해서 아주 친한 친구는 안될 것 같아 요." "하지만 재미있잖아. 우리가 처음만났을 때... 큭큭큭.... 너의 언니에게 십 전마령환(十煎魔寧丸)을 먹인다음 그걸 춘약이라고 하니까... 하하... 너는 옆에 있으면서 그 당황한 표정을 못봤지?" 그러자 상황이 이렇게도 급박한데도 옥령인은 까르르 웃고말았다. 반면 저쪽 에서 열심히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던 옥매화의 얼굴은 점점 뻘개지기 시작했 다. "그때 정말 그 표정 걸작이었다구. 그런데 나는 지금도 궁금한건 네 언니가 내가 써준 약재들을 꼭꼭 씹어먹으면서 어떤 표정을 짓고있었을까 하는 점인 데.... 하하하... 이거 원 웃음이 멈추지 않는군." 옥매화는 그 비웃는 말에 머리꼭대기까지 화가나서 검을잡고 묵향에게 뛰어들 려고 했지만 주변에있는 사람들이 잡는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했다. 묵 향이 옥령인을 잡고 여행중에 있었던 재미있는 사건들을 골라서 얘기해대자 옥령인은 배를잡고 웃어대며 맞장구를 쳤고 묵향도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나 눴다. 이때 옆에서 당문의 문주가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말했다. "험험... 묵향 부교주. 이쪽은 결론이 났습니다." "어떻게 하실건지?" 그와 동시에 장내의 모든 사람들은 정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묵향이 기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수있었다. 정말이지 묵향은 순식간에 엄청 난 공력을 끌어모아 출수를 준비했고 얼마나 그 기세가 대단했는지 주변에 바 람이 일 정도였다. 그때 모든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중 하나도 이때 벌어졌다. 묵향과 마찬가지로 옥령인도 최대한 빠른속도로 기를 끌어모으며 준비하기 시작했고 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 발검자세를 취했다. 이들은 지금 까지 농담을 나누며 히히덕 거렸었는데.... 이곳에 모인 7명은 묵향이 방금전 에 농담처럼 했던 가장먼저 너를 죽이는 것이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라고 했던 말이 진담이라는 것을 모두들 느꼈다. 아마도 묵향이 최대한도의 공력을 끌어모으는 것을봤을 때 자신이 가진 최강의 무공을 사용해 옥령인을 비롯해 여기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일격에 죽일거라는 것을 어렵지않게 짐작 할 수 있었다. 당문의 문주는 막상 대답을 하려하는데 묵향이 필요이상으로 기를 끌어올려대자 그 엄청난 위용에 압도되어 온 몸이 떨려오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저.... 그대의 조건을 ... 받아들이겠소." 그러자 모두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묵향의 폭발 적으로 증가하던 기는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보통 기를 끌어모으는 것도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일단 최고조로 끌어모은 기를 다시 가라앉추는데도 약간 의 시간이 걸린다. 이것들이 거의 순간적으로 벌어졌다는 것은 묵향이 자신이 가진 모든 공력을 끌어모으지 않았다는 걸 단적으로 말해준다. 묵향의 기가 순간적으로 사라진것에 비해 옥령인은 아직도 몸 전체의 기를 천천히 해소하 며 근장했던 근육들을 풀고있었다. "잘되었소. 그럼 이걸로 그대들과도 이별이군. 교주님께서도 그대들의 선택에 만족해 하실 것이오." 그러더니 밖에다가 외쳤다. "국(菊)!" "예." "준비한 것을 가져오라." "예." 국이라 불리운 사내가 안으로 들어오며 천으로 감싼 꾸러미 세개를 묵향에게 건넸다. 지금까지 사군자가 무엇인가를 들고온 것이 보이지 않았던 점으로 미 루어 이 각각의 꾸러미는 사군자 3명이 각각 품속에 보관하고있었던 모양이 다. 묵향은 국에게서 그것을 받은 다음 국에게 말했다. "너는 지금 동방 장로에게 가서 본교로 귀환하라고 일러라. 본좌도 곧 따라갈 것이다. 너는 동방 장로와 함께 귀교해라." "존명!" 그와 동시에 국은 섬전과 같이 튀어오르며 최고의 속도로 경공술을 펼치며 사 라져갔다. 그 엄청난 속도를 보며 중인들은 경악했다. 그 속도만으로 봤을때 는 거의 자신들의 아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들이 부교주를 직접 호위하는 자들이니 뭔가 달라도 다른점이 있을거라 생각하고있을때 묵혼이 국 에게서 받은 세 개의 꾸러미를 당 문주에게 주며 말했다. "이것이 약속한 비급들이오. 물론 모두 다 정본이오. 대신 본타에는 이것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베낀 사본이 있으니 그점은 양해해 주시기 바랍 니다." 그런다음 품속에서 금표한장을 꺼내며 말했다. "이것은 꽤 신용있는 전장에서 발행한 금표로 금화 100냥입니다. 오늘 중으로 화해를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지령회주에게는 벌써 말해두었으니 그도 화 해를 아주 좋아할겁니다." 묵향이 화해의 선물로 약속했던 것들을 순식간에 내주자 당 문주는 다소 얼떨 떨한 표정이었다. "될 수 있으면 서로 좋게 지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에 본교에서 사 건이 좀 생기지 않았으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었을거요. 그럼 본인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묵향은 그들에게 정중히 포권한 후 옥매화에게 말했다. "깜빡 잊고 그냥갈뻔 했군. 이건 당신거니 돌려드리겠소." 그런다음 품속에서 전에 옥매화에게서 뺏았았던 모든 물건들을 걸상위에 올렸 다. 그 속에는 텅빈 지갑도 끼어있었다. "죄송하게도 지갑안에는 돈이 한푼도 없는데... 가난한 절에 당신의 건강을 빌며 시주했으니 아마 죽을때까지 춘약의 피해는 입지 않을거요." 묵향이 이죽거리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머리 끝까지 화가난 옥매화 소저가 순간적으로 검을 빼들고는 묵향을 찔러왔다. 하지만 그녀의 검은 묵향의 몸 근처에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무엇에 막힌 것처럼 튕겨나갔던 것이다. 그걸 보고 옥매화가 낭패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이게 무슨 사술(邪術)이냐?" 그걸 보고 묵향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대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이게 뭔지 알려줄거요." 묵향은 고소하다는 듯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옥령인 이 조르르 따라나오면서 물었다. "벌써 갈려고 그래요?" "그럼. 올때도 말했지만 나는 해결사나 비슷한 존재야. 본교에서 해결하기 힘 든 일이 있을때만 내가 나서게 되지. 이제 일이 끝났으니 돌아가야지." "돌아가시면 뭘 하시는데요?" "뭘하긴. 매일같이 수련이지. 너도 나같은 고수가 될 수 있어. 매일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죽자고 수련만 한 30년 하면 되지." "저는 그럴수가 없어요. 어떻게.... 아무리 무공을 좋아하는 언니도 그정도까 지는 안한다구요."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어. 일이 끝났으니 가서 또다시 수련을 해야지." "당신같은 고수도 수련이 필요해요?" "나는 아직 너희들이 말하는 현경(玄境)의 수준에 머물러있어. 그래도 남자로 태어나서 생사경은 넘어봐야 하지 않겠냐?" "본맹에 한번 찾아오실수는 없으세요? 할아버지가 참 좋아하실거에요." 그러자 묵향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갑작스런 묵향의 웃음에 옥령인은 약간 괘씸한 듯 물었다. "왜 웃는거에요?" "네 할아버지는 정파의 기둥이고 나는 천마신교의 부교준데 뭘 좋아하겠니? 이 철없는 아가씨야... 네 언니처럼 검을 뽑아들고 죽이려고 하지 않으면 다 행이지." "그건 당신이 만날때마다 언니를 놀려대니까 그러죠." "내가 없더라도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을 열심히 익힐 수 있지?" "예." "그럼 다음에 혹시 만나면 비무를 해보기로 하지. 그때는 그런 엉터리 검무를 추지 않기를 바래." 그런다음 사군자를 향해 외쳤다. "돌아가자." 암흑마교와의 결합 묵향이 교내에 돌아왔을때는 이상하게 마교 전체가 술렁이고 있었다. 사군자 를 보내 알아보니 뭔가 큰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때 교주는 묵 향이 돌아오자마자 갑자기 비밀 회의가 있다고 교내의 핵심 고수들을 소집했 다. 모두들 긴장해서 긴 탁자에 서열 순으로 앉았다. 모두 착석하자 교주는 혁무상 장로에게 사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이번에 토의하게 될 안건은 본교를 탈퇴했던 암흑마교의 교주 흑살마제(黑殺 魔帝) 장인걸(張仁傑)에 대해서입니다. 그는 여러 가지로 무림의 패권(覇權) 을 장악하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자신의 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이 번에 다시 본교와 암흑마교를 합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암흑마교의 교 도는 5000여명으로 그중에서 고수급은 많아봐야 2000여명 정도입니다. 장인걸 은 부교주의 지위로서 자신들의 수하들과 함께 본교에 '통합'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에대해 토의하기 위한 회의입니다." 그러자 음침한 시선으로 이 혁무상을 바라보고있던 구양운이 질문을 했다. "만약 암흑마교를 받아들인다면 집안에 호랑이를 놔두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요?" "그점도 생각을 해봤소. 장인걸이 본교를 탈퇴하면서 이끌고 떠난 고수가 거 의 1000여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걸 장인걸은 빠른 시간동안에 다섯배로 불 려놨습니다. 솔직히 그들의 힘은 대단합니다. 본교에서도 1000여명을 다시 보 충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 정도로 그 암흑마교의 주축세력인 1000 여명의 고수들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그들을 제대로 흡수한다면 본교에 더 바 랄것이 없을 정도로 이득을 가져다 주겠지만 만약 그들이 두마음을 품고 들어 온 것이라면 어쩌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지고 수석장로가 노성(怒聲)을 터트렸다. "그들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소! 밖의 적은 본교의 사정을 잘 모르므로 기습을 당할 우려가 적지만 그들이 안에서 반란을 일으킨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오." "수석장로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무림의 정 세에 비추어 5000명의 세력은 꽤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그 중에서 최소한 1000명은 대단한 실력자들입니다. 그점도 감안을 해야 합니다. 이들을 바로 흡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힘을 적당히 해소를 해서 힘을 좀 빼놓은 후에.... 아니면 합병 후 장인걸을 없애버리면 자연히 그들의 세력은 본교에 완전히 흡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적당히 해소한다는 건 무슨 뜻이오?" "그러니까.... 장인걸이 본교로 들어온 이후에 이들을 여러개의 전투집단으로 만들어각각 뭉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 그들의 일부가 모반 을 일으키더라도 본교의 피해는 최소화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하! 5000명 정도니까 실력별로 나눠서 한 10개나 20개 정도의 부대로 나눈 후 각각을 이곳 저곳에 배치한다는 말이오?" "그 의견이 묘(妙)하군.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장인걸에게도 일부 세력을 직속부대로 주어야 한다는 데 있습 니다. 그리고 만약 여러개로 나눠놨다 하더라도 은밀히 연락하여 모반을 획책 하지 못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5000명 중에서 300명 정도의 고수만을 거느리고 본교에 들 어올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그들은 장인걸 직속에 배치해 주는 겁니다. 나 머지는 20개 정도로 토막을 친 다음 여기저기 배치한 후 부교주 모르게 그들 의 지휘관들을 장악해 나가는 겁니다. 본시 본교는 힘의 단체, 그 누구도 의 리따위를 지킬 사람은 없습니다. 강자 밑에 복속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요." 그러자 교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했다. "괜찮은 의견인 것 같기도 하군." "그런다음 장인걸을 철저히 감시해 만약 조금이라도 모반의 증거가 보이면 처 치해 버리면 됩니다. 아무리 장인걸이라도 교주님께서 직접 나서시면 처치하 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장내의 모든 사람들도 장인걸이 아무리 사천왕에 들어가지만 사천왕 중 2명이 협공을 한다면 처치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교 안에는 사천왕에 들 어가는 고수가 3명이나 있고 또 이번에 새로 부교주가 된 묵향까지 있으니 그 의 처치는 손쉬울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마교와 암흑마교는 5개월 후 통합되었다. 암흑마교의 교주 장인걸은 부교주로 추대되었으며 여태까지와의 예외적인 상황을 감안해서 그가 거느리고 총타로 들어온 300명의 고수는 사사혈시마대(邪死血屍魔隊)라는 칭호와 함께 붉은 옷 을 입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이들에게 붉은 옷을 입힌 이유는 먼저 눈에 잘 띄는 색이었으므로 감시하기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총타에 편입된 300명 을 제외한 나머지는 30등분이 되어 각 지점에 비밀리에 배치되었으며 그들은 모두 익히 알려진 기존의 거점이나 아니면 기존에 있는 분타 중에서 외부에 노출되어있는 분타들에 배치되었다. 즉 이들은 마교가 새로이 만들어놓은 비 밀 분타나 아니면 각종 세력확장을 위해 만들고 있는 주루나 전방, 표국 등에 는 배치하지 않아 마교의 전체 세력을 도저히 알기 힘들게 했다. 그 외에 여태까지 암흑마교가 만들어 놓은 총타 1곳과 분타 5곳. 그리고 전 방, 기루, 토지 등 각종 사업채도 완전히 정리되었다. 그중 토지는 상관없지 만 나머지는 모두 암흑마교와 상관없는 것 처럼 철저히 파괴하거나 은폐해 놓 은 다음 팔아버렸다. 그런 후 거기서 나온 돈으로 새로운 사업채에 투자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런 식으로 돈줄을 완전히 막아버리면 또다시 분리 하고 싶어도 5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탈퇴해서 나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 외에 암흑마교가 모아놓은 각종 무공비급이나 무기류 등속은 마교로 운반되어 분배되었다. 마교에 돌아온 장인걸 부교주는 교주에게 직접 몇권의 무공비급들을 바쳤다. "교주님, 이것들은 제가 힘들게 모은 것들로서 아주 대단한 비급들입니다. 받 아 주십시오." 교주가 보니 무공비급에는 각각 응혈신장(凝血神掌), 귀혼강신대법(歸魂 身 大法), 응혈귀조(凝血鬼爪)라고 씌여져 있었다. 이것을 본 교주가 천천히 입 을 열었다. "모두 처음보는 무공들이군. 이것들은 어떻게 구하게 되었나?" "예, 우연한 기회에 응혈귀조라는 무공을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그걸 좀 더 강력하게 발전시킨 무공이 응혈신장입니다. 조법(爪法)을 장법(掌法)으로 만 들었는데 그 위력이 더욱 강력합니다. 이것들은 격중되면 사람의 피를 엉기게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공으로 아주 지독한 무공입니다. 한번 격중되면 거의 치료가 불가능한 무공들입니다." "대단하군." "그리고 귀혼강신대법은 마교의 마공과 혈교의사술을 혼합하여 만든 것으로 이것을 대성하면 거의 강시에 가까운 육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익히기가 대 단히 어렵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불사(不死)에 가까운 육체를 만들 수 있는 마공입니다." "불사라구?" "예. 이 마공을 익히면 육체의 복원력이 불가사이할 정도로 증폭되어 칼로 베 어도 죽지않게 됩니다. 만약 칼에 베여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면 그것을 줏어 다가 붙이기만 하면 순식간에 원상태로 붙어버립니다. 그리고 육체를 나무토 막처럼 만들어 웬만한 도검은 뚫고 들어오기 힘들죠. 약점이라면 황제가 가지 고 있는 복마천신검(伏魔天神劍) 같은 사마(邪魔)를 제압할 수 있는 신병(神 兵)으로 공격당했을 때 상처의 복원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 외에도 몇가 지 극성을 가지고있는 무공이 있으나 그리 대단한 타격을 줄 수 있는건 아닙 니다." "대단하군. 누가 이 마공을 익힌 사람이 있소?" "익힌 사람은 1000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그중 5성 이상 성취한 이들은 이번 에 제가 이끌고 온 300명 정돕니다. 이 마공을 이용하여 진기를 내뿜었을 때 그것에 격중된 사람은 급속도로 살이 썩어들어가므로 아무리 고수라도 방심하 고 있다가 간단하게 상처를 입어도 나중에는 치명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대단하군. 사용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도움을 주고 상대에게는 조금의 상처라 도 치명상을 입히다니.... 그대는 어느정도까지 연성했소?" "9성까지 연성했습니다. 교주님께서도 한번 연성을 해보심이 좋을것입니다." "그것도 좋겠군. 고맙소." 장인걸이 마교에 합류한 다음 마교의 수뇌부의 걱정과는 달리 큰 문제가 벌어 지지 않았다. 교주는 암흑마교에서 새로이 입수한 12가지 마공들을 묵향에게 주어 검토해보라고 했고 묵향은 그것들을 세밀히 살펴보았다. 묵향은 그 무공 들을 차근차근 살펴봤고 상당히 파격적인 공격법이나 치밀한 수비법, 거기에 공격에 있어 상대를 고통속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고야 마는 그 악랄한 수 법들에 혀를 내두르며 그 무공들을 살펴봤다. 하지만 이 무공들 중에 일부는 혈교의 요술적 요소를 가지고있는 것들이 있었고 정통무공들만을 수련한 묵향 으로서는 그것들을 익힌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예상과 달리 암흑마교와 마교간의 합체는 아주 부드럽게 이루어졌고 장인걸이 몇가지 사건들을 해결해내자 그의 마교내에서의 위치도 점점 더 올라가기 시 작했다. 특히나 장인걸이 거느린 300명의 고수들은 고수들과의 싸움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무림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수들과의 싸움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그들은 거의 강시에 가까운 강인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이한 사술(邪術)도 많이 사용해 정력(靜力)이 적은 상대를 대량으로 살상하는데 특 히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생일 축하객 장인걸이 마교에 합류한지도 거의 8개월이 흘러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다. 그 날도 묵향은 언제나와 같이 소나무 밭에 서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때 한 괴 영(怪影)이 극도로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묵향에게 접근해왔다. 3장거리까지 접근하자 소나무 사이로 먼 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묵향이 갑자기 괴 영을 향해 강기를 뿜었다. 괴영은 경악하여 피할려고 했지만 묵향의 강기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와 그의 몸을 두토막으로 만들었다. 천천히 묵향이 괴한에 게 다가오자 그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의 표정을 띄고 묵향을 바라봤다. 이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분명이 허리부분이 두토막이나서 피를 흘리고있 었는데 어느덧 상처가 서서히 아물기 시작하여 묵향이 그의 앞에 다다를 즈음 그의 상처는 거의 다 낫아있었다. 그는 묵향을 향해 부복(俯伏)하며 말했다. "교주께서 부르십니다." 묵향은 상대에게 싸늘히 말했다. "네녀석은 누구냐?" "속하는 장인걸 부교주님의 수하이옵니다. 교주님께서 묵향 부교주님을 부르 려고 하시자 장 부교주님이 저를 보내 통지하라 하셨습니다." 묵향은 이자가 귀혼강신대법(歸魂 身大法)을 익힌 고수라는 사실을 눈치챘 다. '겨우 이따위 마공을 익힌주제에 나를 시험하려고들어?' 묵향은 자신도 귀혼강신대법을 본 다음 자신이 그걸 익히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아서 그만뒀지만 대신 그것의 약점은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귀혼강 신대법이 가장 강한 위력을 보이는 부분이 상대가 검이나 도 같은 무기로 공 격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처가 최소화되어 손쉽게 상처수복이 가능하다. 하지 만 철퇴같은 것에 한 대 맞으면 그 상처가 엄청나게 크므로 수복하는데 시간 이 많이 걸린다. 특히나 머리에 맞아 완전히 머리가 부숴져버리면 수복은 커 녕 목숨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흥! 본좌는 내 근처로 모습을 감추고 숨어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네녀 석의 머리통을 부숴버리지 않은 것만도 천만다행으로 생각해라. 혹시 다음에 도 본좌의 부근에 숨어드는 녀석이 있다면 골통을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 상대는 식은땀을 흘리며 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묵향이 교주에게 인사를 드리자 교주는 장인걸과 얘기를 나누다가 묵향을 반 겼다. "어서오게나. 이쪽은 알고있겠지? 장인걸일세." "안녕하셨습니까? 장인걸 부교주님" "그대도 안녕하셨소? 본교 최고의 고수를 뵙게되어 영광이군. 공식적인 행사 에 거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으셔서 오늘에야 만나게 되는군요." "죄송합니다." 서로간에 인사가 끝나자 교주가 입을 열었다. "실은 묵향 부교주에게 한가지 부탁할게 있어서 불렀소." "무엇입니까?" "이번에 무림맹주 옥청학이 140세 생일을 맞이해서 본교에 초청장을 보내왔 지. 도대체 그놈의 속을 알수가 없단 말이야. 여태까지 무림맹과 서로 인사를 나눈적이 한번도 없는데 갑자기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하지만 무림맹주 의 생일 인사니 아무나 보낼 수 없고.... 그래서 내 손녀를 보내기로 했지." "....." "그런데 이년이 원체 방자해서 웬만한 교내의 고수를 붙여놔도 통제가 불가능 이란 말씀이야. 그래서...." "장인걸 부교주님께서 동행을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한영영(韓永瑛)은 장 부교님에게는 고양이 앞의 쥐로 알고있는데요." "그래서 장 부교주에게 부탁했더니 한사코 싫다고 하는거야. 자네도 들었을테 지? 원체 하나뿐인 손녀라고 애지중지 길렀더니 버릇이 없어. 그래 자네를 불 렀지. 꼭 자네가 해주게나." 묵향은 한영영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익히 그 더러운 소문을 듣고있었다. 버 릇없기로 천하 제일이며 수하들을 마음대로 구타하고 등등.... 그따위 계집을 호위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 목구멍 위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교주의 애원하는 듯한 시선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제가 하죠." "껄껄.... 고맙네. 자네가 간다면 내 위안이 되지." "출발은 언젠가요?" "3일 후. 모든 준비는 다 해놓을거야. 호위는..." "사군자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예물을 들고가기도 귀찮은 노릇이니 그리 중요 한 예물이 아니라면 표국에 맞겨서 우리가 도착하기 하루전쯤에 상대에게 도 착하게끔 만들어 두십시오." "그편이 편하다면 그리 해주겠네." * * * 한영영은 한중길의 손녀로 현재 소교주의 딸이다. 천마신교의 법전에 의하면 마교에서는 교주, 소교주 등 무공이 뛰어난 사람은 그 지위가 높지만, 교주의 아들 딸이라도 소교주로 채택되지 않은 사람은 그의 무공이 강해서 한자리 차 지하지 않았다면사실상 권력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주의 친족들이 권세 를 부리지 않은것도 아니다. 지금 마교에서 그 대표적인 인물이 한영영이다. 그녀는 아름다운 용모에 많은 책을 읽어 총명하고 또 그 나이에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무공을 익혔다. 하지만 그녀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그건 바로 원체 귀하게 대접받아서 그런지 완전히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점이었다. 실지 23살이란 나이에 무공을 익혔으면 얼마나 익혔겠는가... 모두들 그녀를 두들겨 패거나 핍박할 수 없으니 똥이 무서워서피하냐 하는 식으로 슬금슬금 그녀만 나타나면 도망쳤고 재수없게 그녀에게 걸린 사람들은 곤욕을 치뤄야만 했다. 여지고 수석장로조차 30년을 애지중지 길러온 수염을 홀랑 태워먹었을 정도니 다른 사람은 말할 필요조차 없었다. 올해 23살에 이른 이 못말릴 아가 씨는 오늘도 어디 먹이가 없을까 해서 어딘가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다니고 있 을 것이 틀림없었다. 3일후 묵향이 한영영을 만나보니 과연 소문대로 예쁜 아가씨기는 했다. 그런 데 교활한 눈을 두리번거리며 묵향을 훑어보는 걸 보고 묵향으로서도 좋은 기 분이 될 수 없었다. 묵향은 난과 죽에게 마차를 몰고 매와 국은 말을타고 뒷 따르며 호위하라고 명한 후 묵향은 한영영과 그 시비(侍婢) 1명과 함께 마차 안에 타고 출발했다. 한영영으로서도 이번이 처음하는 세상구경이라 원체 많 이 바뀌는 풍물과 경치에 정신이 팔려 묵향을 괴롭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묵향이 지긋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그녀는 암암리에 공력을 끌어 모아 묵향의 혈도를 가격해왔다. 펑하는 소리가 나고 오히려 손이 부숴지는 아픔에 비명을 지른건 묵향이 아니라 한영영쪽이었다. "아악!" 묵향은 비명을 지르며 아픈 손을 주무르고있는 그녀를 쓱 쳐다본 다음 느긋하 게 입을 열었다. "제법 손속이 악랄하군.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나도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시 작은 네가 먼저 했으니 나를 원망하지 마라." 그런다음 비쾌하게 그녀와 시비의 혈도를 점한 다음 신경질을 내며 말했다. "남에게 기습을 가해 골탕을 먹이는 건 내 방법이야. 너같은 계집애가 쓰는게 아니라구. 자... 이제 어떻게 한다?" 묵향이 잠시 생각하는 사이 경악한 한영영이 소리쳤다.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줄 알았냐? 날 풀어라." 한영영이 악을 쓰던지 말던지 묵향은 잠시 생각하더니 과장되게 손벽을 치며 즐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꼭 해야할 여행이면 편한게 좋지. 네년들이 마차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거 자 리가 불편해서 안되겠다. 이봐 난! 마을은 멀었냐?" "2각 후면 도착할겁니다." "그럼 계집애 둘이 들어갈만한 큰 상자 하나를 사와라." "예." 다음 마을에서 상자하나를 구입한 묵향은 충분히 숨을 쉴수있게 구멍을 여기 저기 숭숭 뚫어놓고는 고래고래 악을 쓰는 한영영과 시비를 그 속에 집어넣었 다. 그런다음 아혈까지 봉해버려 조용하게 만든 후 마차 뒤에 그 상자를 묶어 버렸다. 그런다음 다음 목적지까지 콧노래를 부르며 편안하게 갔다. 저녘때가 되어 마을에 도착한 묵향은 상자에서 두 계집을 꺼냈다. 그런 다음 혈도를 풀어주자 바로 한영영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한영영은 묵향의 빰을 철 썩 치면서 외쳤다. "나쁜자식!" 하지만 묵향의 뺨은 색깔하나 안변했고 오히려 깨질 듯이 아픈건 한영영의 손 바닥. 묵향은 싱긋 웃더니 바로 한영영의 뺨을 4대나 때렸다. 짜자작하는 비 쾌한 타격음이 들리고 휘청거리는 한영영을 묵향은 모질게 잡아 끌고는 식당 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은 후 점소이에게 말했다. "이봐. 만두 7접시하고 고량주 4병! 그리고 신선한 채소로 만든거 있으면 좀 가져다 주게." "예." 그러자 한영영이 씨근덕거리면서 외쳤다. "만두라구? 난 그딴 것 안먹어. 이봐 여기 잘하는 음식이 뭐냐?" 묵향은 그녀의 혈도를 바로 짚어서 더 이상 떠들지 못하게 만든 후 점소이에 게 다시 말했다. "이 소저가 하는 말 신경쓰지말고 가서 빨리 음식이나 가져와." "예" 묵향은 혈도가 짚여 꼼짝못하고 앉아있는 한영영을 그냥 놔둔채 음식을 들었 다. 옆에 앉았던 시비가 한영영의 혈도를 풀어주려 하자 묵향이 눈을 부라리 며 나직히 말했다. "네년도 혈도가 짚히고 싶냐?" 묵향의 말에 그녀는 고양이 앞의 쥐신세가 되어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 묵향 은 수하들과 통쾌하게 술과 음식을 먹은 후 한영영의 허리를 짐짝처럼 잡아 들고 여관으로 갔다. 여관에 도착하자 방 2개를 잡은 후 한방에는 한영영과 시비를 둘다 혈도를 짚어 침대어 던져놓고 난에게 지키게 한 후 자신은 나머 지 수하들과 방 하나에 들어가 쉬었다. 묵향은 거의 잠을자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작은 방을 잡는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묵향은 그 둘의 혈도를 풀어줬다. 한영영은 묵향에게 으 르렁거렸지만 말로 협박할 뿐 더 이상 행동으로 어쩌지는 못했다. 한참 잔소 리를 듣던 묵향이 더 이상 못듣겠다는 듯이 짜증스런 표정을 짓자 그녀는 황 급히 입을 닫았다. 그 다음의 행동은 말을 안해도 뻔했기 때문이다. 식당으로 내려간 다음 묵향은 점소이를 불러 어제와 똑같은 주문을 했다. 이번에는 한 영영도 조용히 앉아있었다. 그녀는 어제 점심과 저녘을 굶었기에 배가 몹시 고팠던 것이다. 식사후 출발할때가 되자 묵향은 상자를 마차에서 내리게 한 후 한영영에게 말했다. "나는 혼자서 조용히 하는 여행을 좋아해. 내가 상자속에 들어가기는 싫으니 너희들이 양보해줘야겠어. 그냥 들어갈래? 아니면 혈도를 짚힌 후 들어갈래?" "그냥 들어가죠." 묵향은 그녀들이 들어간 다음 또다시 상자를 마차뒤에 묶고는 출발했다. 한참 마차가 달려가고있을 때 한영영은 상자를 부수고는 탈출을 시도했다. 한영영 은 마차에서 뛰어내린 다음 시비와 함께 경공술을 전개하여 도망치며 말했다. "본교에 돌아가서 두고보자! 못된자식!" 하지만 그녀가 뒤돌아보며 욕을 한 후 앞을 보자 어느새 나타났는지 묵향이 거기 서 있었다. 그녀는 멈추려 했지만 앞으로 나가던 속도가 있어서 둘다 묵 향의 품속으로 뛰어든 결과가 되었다. 묵향은 두 계집을 각각 손으로 잡은 후 말했다. "전에도 말안듣고 도망치는 계집이 있었는데... 그때 어떻게 했더라? 맞아! 분근착골(粉筋鑿骨)을 몇번 해주니까 조용해 졌었지." 묵향의 말을 들은 두 여자는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묵향은 그녀들을 놔주더니 곧바로 두 여자의 혈도들을 쳤다. 곧이어 두 여자는 얼굴빛이 더욱 창백해지 기 시작하며 몸을 뒤틀었고 온 몸에서는 뚜둑거리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묵향 은 그녀들의 비명을 들으면서 반각(7분 정도)의 시간을 기다렸다. 이윽고 반 각이 되자 둘의 고문을 풀어준 다음 싱글거리며 말했다. "어때? 즐거우셨나? 이번은 처음이니까 반각이지만 다음에는 1각, 그 다음에 는 2각이지. 즐거운 비명소리를 나도 다시 듣고싶으니 또 도망쳐 보시도록." 한영영은 이빨을 갈아댔지만 더 이상 어쩔 수 없어서 다시 묵향에게 끌려갔 다. 묵향은 다음 마을에서 식사를 한 후 다시 상자를 하나 구입했고 환기구멍 을 숭숭 뚫으면서 말했다. "어때? 내 취향은 알고 있겠지. 그냥 들어갈래? 아니면 묶여.." 묵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여자는 상자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다음 다음 목적지에 도착할때까지 감히 도망은 엄두도 못내고 들어있었다. 저녘때가 되 어 마을에 도착하자 죽은 곧 상자를 꺼내어 열어줬고 한영영은 상자 안에서 나오며 손수건으로 땀을 ㄸ으며 가을의 시원한 공기를 즐겼다. 아무리 가을이 라도 상자안에 두명의 여자가 들어있으니 엄청 더운건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주루에서 또다시 묵향이 만두와 고량주를 시키자 한영영이 조심스럽게 말했 다. "저.... 매일 만두만 먹으면 질리지 않아요? 우리 다른것도 좀 먹자구요." "흐음.. 그래도 만두는 맛있는데?" "만두 말고도 맛있는게 많다구요. 사군자한테 물어보시면 알거에요." 묵향이 얼굴에 인상을 잔뜩쓰고 노려보며 사군자에게 으르렁거렸다. "만두 말고도 맛있는게 있다니 정말이야?" 법은 멀고 눈앞의 주먹은 살벌하기 그지없으니 사군자는 할 수 없이 말했다. 사실은 그들도 이번 여행에 매일 만두만 먹기가 질렸지만 할 수 없었다. "아니오? 헤헤... 만두가 제일 낫죠." 묵향은 그보라는 듯이 으시대며 점소이에게 말했다. "빨리 가져와." 식사후 웬일인지 한령령이 조용했기에 묵향은 그녀의 혈도를 짚지 않고 잠자 게 해 줬다. 3경이 되어 묵향은 왼쪽방에서 기(氣)가 움직이는 걸 알아챘다. 슬며시 따라가보니 한영영이 시비를 데리고 살며시 눈치를 보며 도망쳐 나와 마굿간으로 가는게 보였다. 한영영과 시비는 마굿간으로 들어가기 직전 온 몸 이 마비되며 쓰러졌다. 곧이어 지독한 통증이 온 몸을 타고 흘렀고 뼈가 어긋 나는 소리가 몸속에서 울려퍼지는 것이 들려왔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명이 뱃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이때 비웃는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화장실에라도 가나 해서 놔뒀더니 겁도없이 도망가려고 하는군. 말했지 이번 에는 1각이라고...." 1각후 묵향은 거의 탈진한 두 여자를 혈도를 봉해버린후 한팔에 한명씩 잡고 는 방 속에 던져넣었다. 그런다음 난을 바라보니 혈도가 짚힌채 뻗어있었다. 묵향은 빙긋이 웃으며 난의 혈도를 풀어줬다. 난은 얼굴을 붉히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깜빡 잠이들었는데...." "괜찮아. 내가 너를 이 안에 놔둔건 저 여자들을 감시하라는 게 아니라 외부 로부터의 침입을 방지하는데 있으니까." 그런다음 묵향은 다시 자신의 방에 들어가서 명상에 잠겼다. 다음날 아침 또다시 두 여자의 혈도를 풀어준 다음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두 여자는 어제저녘 또다시 엄청난 고생을 해서 그런지 만두를 꾸역꾸역 입속에 넣었다. 아무리 만두가 질려도 체력이 떨어지면 도망도 못치기 때문이다. 한 영영은 만두를 억지로 씹어서 삼킨 후 말했다. "당신은 잠도 안자요?" "사군자한테 물어보면 알지만 나는 밖에 나오면 잠을 안자. 교내에 있을때도 거의 하루에 두세시간 정도밖에 자지 않지." "그럼 잠을 안자고 뭐하는거에요?" "운기조식도 하고 명상도 하고.... 뭐 그런거지." 그러자 한영영은 이제 도망치기는 거의 틀렸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으며 부 드럽게 말했다. "그런데 당신 이런식으로 나를 대접하면 나중에 본교에 돌아가서 어떻게 될지 생각해봤어요?" "어떻게 되는데?" "아빠한테 말해서 당신을 혼내줄거에요." "네 아빠면 한영성(韓永省) 소교주를 말하는거냐?" "예." "혼내준다면 네 아빠가 나를 몇초만에 죽일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당신은 아빠한테 이십초지적(二十招之敵)도 안되요." 그러자 묵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천진난만한 아가씨야. 사실은 그 반대지. 네 할애비조차 나한테 20초지적 이 될까말까 한데 그따위 소릴 하다니...." 그러자 한영영이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거리며 위협조로 말했다. "교주님을 보고 할애비라니 당신... 당신... 그러다가 제명에 못죽을거에요." "상관없어. 할애비보고 할애비라고 부르는거지. 그리고 그 할애비는 본좌를 절대적으로 신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인데 나를 어떤 방식으로 혼내주겠다 는건지 한번 물어보고 싶군." "할아버지가 왜 당신같은 망나니를 신임한다는거죠?" "그건 간단히 설명해줄 수 있지. 교주 옆에 1장 안으로 검을차고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이건 아주 절대적인 신뢰의 표시가 아니겠어?" 잠시 생각하더니 한영영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나직히 말했다. "당신이 그 부교주군요. 할아버지가 교주자리를 권했는데도 차버렸다는.." "어쭈? 제법 소식이 빠르군. 그분이 바로 이분이시지. 그리고 네가 알아둬야 할 사항은 내가 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태상교주도 아니고 소교주도 아닌 바로 교주야. 그렇기에 나한테 명령을... 아니지 부탁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교주밖 에 없다구. 교주는 나한테 너를 무림맹까지 데려다 주라고 부탁했고 그 방법 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어. 너를 꽁꽁 묶어서 상자속에 넣어가 건 마차에 매달고 끌고가건 그건 내마음이란 말이야. 생각같아서는 마차에 묶 어서 끌고가고 싶지만 예쁜 얼굴에 상처가 나면 나도 곤란하단 말씀이지. 하 지만 교주는 나한테 절대 상처를 내지 말라는 지시도 안했으니 나중에는 그 방법도 한번 써볼까 하고 생각중이야." 한영영은 묵향의 말을 듣고는 기도안찬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묵향 모르 게 구석에 앉아있는 죽이 가만히 어기전성(御氣傳聲)을 보내왔다. <부교주가 하시는 말은 거의 대부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는 마음먹으면 꼭 하고야 마는성격이죠. 그러니 더 이상 자극하시면 곤란합니다. 진짜 매달고 갈지 몰라요.> 한마디 쏘아주려고 했지만 죽의 말을 듣고는 그 말이 목구멍 위까지 올라왔다 가 다시 내려가버렸다. 이 교활한 한영영 소저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다. 더 이상 상자속에서 가기는 싫었던 것이다. "저... 마차를 타고가면 안될까요? 떠들지 않고 조용히 조용히 있을께요. 예?" 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묵향이 무자비하게 말했다. "안돼. 나는 조용히 혼자 가는게 더 좋다고 했잖아. 밥도 먹었으니 출발하 자." 묵향이 뭐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시비와 한영영은 상자속으로 들어갔다. 그 녀들도 원체 많이 겪다보니 출발의 순서를 잘 알고있는 것이다. 죽은 그 상자 를 마차에 묶은 다음 출발했다. 한영영은 점심때도 만두를 먹으면서 묵향에게 계속 부드럽게 부탁했다. "상자속은 덥다구요. 조용히 있을테니 좀 태워줘요. 구석에 앉아서 쥐죽은 듯 앉아있겠다니까요." 계속적으로 부탁해대자 묵향은 짜증스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녀는 움찔했지만 의외로 묵향에게서 나온 말은 부드러웠다. "좋아." 묵향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가만히 앉아있었고 그 앞에 앉은 두 여자는 감히 숨 소리도 크게 못내고 앉아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1시간 정도 흐르자 점점 간이 커지기 시작한 한영영은 주변경치를 바라보며 옆의 시비와 쏙닥거 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묵향이 가만이 있자 점점 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 더니 저녘때가 되어 제법 큼직한 마을에 도착할때쯤에는 마음 푹 놓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한영영은 한가지 목표를 달성하자 이번에는 음식을 바꾸려고 들었다. 마을에 도착하기 전부터 제발 만두는 그만먹자는 말을 시작해서 식탁에 앉을때까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묵향을 설득해댔고 그 옆에서 시비까지 거들어댔다. 사람 이 똑같은 소리를 듣는데도 한도가 있다. 그걸 한영영도 알기에 묵향이 인상 을 쓰면 딴 소리를 하다가도 조금만 지나면 다시 화제는 만두로 넘어왔다. 드 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올 때 쯤에는 묵향도 지쳐 될대로 되라는 상태까지 와 있었다. 발광을 한다면 혈도를 제압해서 처박아두면 되는데 그게 아니었기에 묵향으로서는 그 말을 그냥 들어줄 수밖에 없었고 또 묵향으로서도 이 버릇없 는말괄량이를 길들인다고 만두를 먹고 있지만 자신도 입에서 밀가루 냄새가 날 정도로 슬슬 만두에 질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입이 아프게 두 여자가 묵향 을 향해 설득작전을 벌인 효과는 식당에 들어가서 나타났다. 묵향은 난을 보 고 말했다. "네가 음식을 시켜라." 이 후로는 제법 그럴듯한 여행이 되어갔다. 한영영이 묵향의 성질을 적당히 파악한 후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았기에 비교적 조용하게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이 더 지나자 그녀는 묵향이 잔소리를 심하게 해도 왠만큼은 듣 고있을 수 있을만큼 신경이 굵다는 것과 못먹는게 없을 정도로 잡식성이라는 점. 거기에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좋아하지만 슬슬 말해서 꼬면 곧잘 말도 잘 하고 농담도 잘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거기에 칭찬까지 곁들여서 약간 아부를 하면 금(琴)도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묵향의 금을 타는 실력은 근래에 들어 눈부신 발전을 이뤄 그의 금에서의 사 부라고 할 수 있는 음희(淫嬉) 설약벽(薛若碧)을 탄복하게 만들었을 정도였 다. 처음에는 죽이 어기전성으로 슬며시 묵향이 금을 잘타니 졸라보라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 하며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살며시 구슬려봤더니 금을 타줬다. 묵향의 실력은 한영영을 놀라게했고 그 다음부터는 줄곧 금을 타달라 고 졸라댈 정도였다. 묵향은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졸 듯이 가만히 눈감고 앉 아 명상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말괄량이가 같이 동석하게 된 다음부터 그는 그런 편안한 시간을 즐길 틈이 거의 없었다. 드디어 무림맹에 도착하자 묵향일행은 생각보다 무림맹의 규모가 적다는 것을 알았다. 마교의 총타가 거의 1만명에 가까운 인구밀집지대라고 한다면 이곳은 5000여명 정도가 있는 시골정도라고 보아야 했다. 이렇게 정파의 기둥이라 불 리는 무림맹의 규모가 작은 이유는 마교와는 달리 맹주에게 집중된 힘이 적었 고 맹주는 보통 오대세가나 구파일방 등 거대 명문 중에서 나왔는데 한번 맹 주가 되면 죽을때까지 그가 맹주가 되지만 맹주의 직위는 대물림되지 않고 무 림대회를 펼쳐 새로운 맹주가 선임되었다. 거기에 그의 호위무사는 각 문파들 에서 일부 고수들을 파견하는 식으로 보내주기에 그 질(質)에서 떨어졌다. 무 림맹주란 일종의 명예직으로 각 문파에서는 맹주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수많은 방법으로 막고있었으므로 자연 마교에 비해 그 위세가 떨어졌다. 하지만 맹주의 지시로 움직이는 고수의 수는 마교보다 몇배나 많았으니 그 이 유는 거의 대부분의 무림인들이 사파보다는 정파계열이었기 때문이다. 매(梅)가 달려가 수문(守門) 무사에게 마교에서 인사차 사람이 왔다는 걸 알 려주자 그중 2명이 나와 숙소로 안내해 주었다. 묵향은 방을 배정해준 다음 한영영에게 나지막히 으르렁거렸다. "만약 여기서 어떤 말썽이라도 부린다면 돌아갈 때 꽁꽁 묶어서 마차에 매달 고갈거야. 일단 인사는 끝난 다음일테니 상처가 좀 생겨도 교주가 아무말 못 할껄" 묵향의 협박에 한영영은 혀를 쑥 내밀며 응수를 한 다음 시비와 함께 무림맹 을 구경하기 위해 나갔다. 그녀의 뒤를 죽과 국이 멀직이서 뛰따르며 호위했 다. 이번 맹주의 생일잔치는 3일간 거행되었는데 그 안에는 무예대결까지 포 함되어 생일잔치가 아니라 거의 축제같은 분위기까지 풍겼다. 낮에는 여기저 기서 벌어지는 행사에 참석한 후 밤이되어 저녘식사때가 되면 모두들 모여 만 찬을즐겼다. 이때 각 파의 장문인 급들은 큰 건물에 모여 맹주와 함께 식사 를 했다. 식사전에 당일 도착한 각 문파에서 온 축하객들이 선물을 바친 후 곧바로 약간의 볼거리가 제공되며 만찬이 시작된다. '滿博殿(만박전)'이라는 현판이 붙은 만찬이 시작되는 이 커다란 건물에 묵향 일행이 다가가자 주위를 지키던 호위무사들이 다가왔다. 그중에서 검은 콧수 염을 기른 중년의 무사가 한영영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무장을 하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검을 저희들에게 맡기시지 요." 한영영이 보석이 손잡이와 검집에 박힌 호화로운 보검을 풀자 묵향은 그것을 받아 죽에게 건네줬다. 그런다음 자신도 묵혼검과 비수를 그에게 주며 말했 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 묵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영영을 따라 들어가자 짐꾼 4명이 마교에서 준비 한 예물을 가지고 그들을 뒤따랐다. 그들이 만박전에 들어서자 정문에서부터 큰 탁자까지 붉은 양탄자가 깔려있었고 그 탁자 주위에는 여러 가지 선물이 쌓여있었다. 그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한 무사가 종이를 보고 소리쳤다. "천마신교에서 맹주님의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축하객을 보냈습니다." 천마신교라는 말이 나오자 중인들이 술렁거리며 한영영 일행을 주의깊게 바라 봤다. 한영영은 큰 탁자에 앉아있는 20대 후반의 부드러운 눈빛을 가지고있는 사내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시옵니까? 소녀(小女)는 한영영이라 하옵니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먼길을 오느라고 수고하셨소. 그래 교주께서는 안녕하시오?" "예, 덕분에 평안하십니다.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이것은 저의 할아버지께서 보내시는 선물입니다." 맹주는 그녀를 환대하며 말했다. "이리와서 앉으시오. 현재 무림 최대의 방파인 천마신교의 교주를 대신하는 신분을 가지신 분이니 본좌의 옆에 앉아도 누구도 뭐라하지 못할 거외다." 무림맹주는 한영영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게하고는 여러 가 지로 신경을 써주며 말을 건네자 한영영은 더욱 간덩이가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영영을 맹주 옆에 앉게 한 다음 저쪽 구석에 자리잡은 묵향의 싸늘 한 눈초리와 마주치자 커지던 간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다. '도저히 저자와는 어떻게 할 수 없군...' 후... 하고 한숨을 쉰 다음 맹주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북명신공의 위력 묵향이 술을 한잔 하고있는데 뒤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만났는데 당신은 이곳에 오고도 나를 찾아보지도 않는군요." 묵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옆의 빈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으시오." 여인이 자신의 옆자리에 앉자 묵향은 그제서야 그녀를 쳐다보고 옥령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하! 누군가 했더니.... 내가 멍청했군.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 "일부러 할아버지한테 부탁해서 당신을 불러냈는데 고작 한다는 말이 그거에 요?" "일부러라니?" 그러자 옥령인의 얼굴이 약간 붉어지며 말했다. "할아버지 생신에 묵향 부교주를 초대한다고 정중하게 써서 보냈단 말이에 요." 그제서야 묵향은 사태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 수 있었다. 교주는 묵향이 가 지않을 것을 뻔히 알고 자신의 말썽꾸러기 손녀를 미끼로 묵향을 보낸 것이 다. "이런 빌어먹을...." 묵향의 욕을 듣고 옥령인의 안색이 약간 창백해지자 묵향은 곧바로 사과했다. "아.. 그게 아니고 지금 엄청난 혹을 달고와서 그렇소. 교주는 내가 당신처럼 그런식으로 움직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망나니 손녀를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나를 붙였지. 저 말썽꾸러기는 장 부교주나 내가 아니면 감당할 수 가 없다나? 실지 수석장로의 수염을 불사른 악녀니까 누구도 어찌할 수 없 지." "미안해요. 괜한 부탁을 해서..." "그래 무공은 좀 정진이 있었나?" 묵향이 장난스런 표정으로 묻자 옥령인은 얼굴이 뻘개지며 항의했다. "당신 때문에 망신당한걸 생각하면..." "왜?" "당신이 했던 얘기를 할아버지한테 말씀드렸더니 할아버지가 빙긋이 웃으시며 뭐라고했는지 알아요?" "뭐라고했는데?" "나보고 순진하게도 완전히 속았다고 그러시더군요." "정말이야?" "예." "이상하군." "뭐가 이상하다는 거에요?" "내딴에는 꽤 잘만든 무공인데.... 실지 구결을 들려줬다면 그런 말을 하지 못할텐데.... 네가 어떻게 시범을 보였는데 그랬던 거야?" 그러자 그녀가 침중한 안색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 할아버지 말씀이 맞군요. 할아버지는 제가 사형과 비무하면서 적하마 령검법(赤霞魔令劍法)을 사용하는걸 보시고 진전이 대단히 빠르다고 칭찬해 주셨죠. 제 사형은 저보다 조금 더 실력이 좋았었는데 요즘은 제가 사형보다 조금 더 좋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대로 있을수 없어서 사연을 얘기했어요. 당 신이 할아버지를 욕하며 사문의 무공을 훔쳤다고 욕하더라고 했죠." 묵향은 속이 찜찜해짐을 느끼며 물었다. "그래서?"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당신이 가르쳐준 초식을 펼쳐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그대로 했죠. 그러자 할아버지는 확실히 적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이 적하무류검법(赤霞舞柳劍法)보다 더욱 뛰어나며 무서운 검법이라고 했어요. 그런다음 저에게 구결을 알려달라고 하셨죠. 제가 그건 안된다고 하니까 다시 한번 더 저보고 힘껏 초식을펼쳐보라고 한 다음 그 둘의 차이를 꼼꼼이 비교 해보더니 말씀하셨어요. 적하무류검법은 상승검법인 백류매화검법(白流梅花劍 法)을 익히는 중간단계에나 어울리는 검법이지만 이 적하마령검법은 진기의 소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사용자의 힘을 있는대로 끝까지 끌어내니 극성까지 익히면 오히려 백류매화검법보다 무서운 검법이라고 하셨죠. 그러면서 말씀하 시기를 적하무류검법은 분명히 직접 만드신 거니 이 둘이 비슷한 것은 우연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당신이 내 무공을 보고 순간적으로 만들어낸 거라고 하셨어 요. 그러면서 저보고 넌지시 돌려서 물어보면 나중에 알 수 있을거라고 하셨 죠." 묵향은 무안해서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뒤가 쿠리니까 제풀에 불고말았군. 끝까지 우기는건데.... 그래 할아범이 그렇게 칭찬한 나의 독문무공은 좀 진척이 있나?" "그런데 그게 잘 안되요. 3번째 초식에서" "그런식으로 말하면 나는 몰라. 초식을 직접 보여줘야지. 적하마령검법 따위 몽땅 잊어버린지 오래라구." 묵향의 말에 옥령인은 경악했다. "그때 당신은 극성으로 그 검법을 펼쳤다구요. 그리고 할아버지도 그렇게 높 게 평가했던 검법인데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지요?" "나는 원래 잘 잊어버려. 본교의 마공도 거의 대부분 다 잊어먹은지 오래라 구. 그따위거 기억해서 어디다 써? 말로는 잘 안되니까 나중에 비무하면서 아 르켜 주지. 자 너도 한잔 하라구." 묵향이 따라주자 옥령인은 미소지으며 술을 약간 마시다가 다급히 잔을 내려 놓고 말했다. "언니가 와요. 어서 피해요. 당신을 보면 찢어죽이겠다고 벼르고있단 말이에 요." 하지만 묵향은 정작 태연했다. "그실력으로 찢어죽여? 내가 그렇게 상대한테 당했으면 슬슬 피해가겠다." 이죽거리며 묵향이 술을 마시는데 챙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리고 순간 묵향의 목에 칼이 닿아있었다. 그리고 분노를 억누른 나지막한 소리. "너 잘-- 만났다...." 하지만 그녀의 복수극은 벌어지지도 못하고 끝나야 했으니 그녀가 칼을 뽑자 놀란 근처의 사람들이 벌떼같이 웅성거렸고 그걸 눈치챈 맹주의 불호령이 떨 어졌다. 맹주도 대강의 사정을 옥매화에게서 들었지만 실지 놀린 것 뿐이지 어떤 해악을 가한것도 아니었기에 그로서도 묵향에게 따질 필요를 못느끼고있 었다. 거기에 묵향이 옥령인을 대단히 잘 대해주고 있었으며 매우 강력한 검 법까지 가르쳐 줬으니 묵향이 처음부터 악의로 그녀에게 대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옥매화는 신경질적으로 검을 검집에 꼽아넣은 후 밖으로 씨근거리며 나가버렸다. 신경질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그녀의 뒷 모습을 보면서 묵향이 싱글거리며 말했다.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군." 그런 그를 보고 옥령인이 난처한 듯 말했다. "저한테는 그렇게 잘해주시면서 왜 언니는 그렇게 못살게굴죠? 좀 잘해주실수 없어요?" "아니. 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사람이야. 상대가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 지만 상대가 나를 못살게굴면 나는 더 상대를 못살게 굴지. 이건 천성이니까 너가 옆에서 이러쿵 저러쿵 할거 없어." 그런 다음 술을 쭉 들이키며 말했다. "이제 그만 일어서야겠군." 그와 동시에 밖에서 매와 국이 들어오며 말했다. "부르셨습니까?" "저 말괄량이 감시 잘해. 잘못해서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어떻게 될지 알지?"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이만 가보겠다." 묵향이 밖으로 나오자 옥령인이 따라나오며 졸라댔다. "언제 돌아가실거에요?" "잔치가 끝나는대로 곧." "그러면 이번 검술제가 있는데 참석해보지 않으시겠어요? 푸짐한 상품도 주는 데..." "그따위 대결 시시해. 죽! 검을 다오." 묵향은 묵혼검을 차면서 말했다. "맹주정도 나온다면 몰라도 내가 무슨 할짓이 없어서 일초지적(一招之敵)도 안되는 애숭이들을 잡고 놀겠어?" "그러면 3일만에 가신다면 저하고 같이 술마시면서 얘기해요. 저쪽에 작은 정 자(亭子)가 있는데 그리고 안주하고 술을 가져오게 할께요." "그렇다면 좋지. 자네들도 같이 가세." 옥령인은 주위의 시녀에게 뭐라고 지시한 다음 그들을 만박전(滿博殿)에서 그 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정자로 안내했다. 그들이 정자에 자 리잡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녀들이 간단한 안주와 술을 가져왔다. 시녀 들이 물러간 다음 옥령인은 묵향이 무의식적으로 묵혼검을 만지고있는걸 보고 말했다. "당신은 무예가 그토록 강한데 왜 언제나 검을 가지고 있죠? 그때도 심검(心 劍)을 쓰는 걸 보고 모두들 경악했잖아요." "내가 심검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아. 심검은 엄청난 내력 을 소모시킨다구. 그 위력은 겨우 어검술(御劍術)정도밖에 안되는데 말이야. 그래서 나는 언제나 이걸 가지고 있지. 실지 나같은 경우 마음만 먹으면 상대 의 검을 뺏아서 사용할 수 있어. 하지만 이녀석은 내가 직접 주문해서 만든거 고 또 손에 익어서 다른걸 만지고싶지 않아." "좀 보여주세요. 당신 검은 한번도 자세히 본적이 없잖아요. 겉은 괭장히 수 수하게 생겼는데...." 묵향이 검집채로 넘겨주자 옥령인은 그걸 받으면서 말했다. "길이는 짧은데도 괭장히 무겁군요." 검을 반쯤 뽑은다음 바라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그때 기억이 맞군요. 왠지 검은색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좀 이상하게 생각 하고 있었는데.... 이건 현철(玄鐵)로 만든 건가요?" "응." "그래서 이렇게 무겁군요. 겉은 수수하면서 알맹이는 이렇게 호화롭다니..." 옥령인의 입에서는 하마터면 '당신과 같이..'라는 말이 나올뻔 했다. 하지만 그 말을 씹어삼키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좋은 보검을 이런 검집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 을거에요. 여기에 글자가 써져있네... 墨魂(묵혼) 이게 이 검 이름인가요?" "응" "아주 좋은 이름이군요. 생긴것과 딱 맞는 것 같아요. 잘 봤어요." 묵향은 검을 다시 허리에 찬 다음 수하들과 더불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대 화는 거의가 옥령인과 묵향이 했고 수하들은 그들의 대화에 감히 끼어들지 못 했다. 옥령인은 검법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질문을 해대더니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참! 이번 생일에 좋은 금(琴)을 선물받았거든요." 그러면서 시비를 부르더니 자신의 방에서 금을 가져오라고 일렀다. 그런다음 묵향에게 말했다. "아주 좋은건데 좀 쳐주세요. 예?" 옥령인이 계속 사정하자 묵향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네가 먼저 치면 나도 하지." 시녀가 금을 가져오자 옥령인은 금줄을 몇번 튕겨보더니 이윽고 금을 타기 시 작했다. 금소리가 아련히 울려퍼지자 주변에 있던 호위무사들이 정자쪽을 바 라보며 모두들 귀를 기울였고 주변에서 술을 마시던 취객들도 정자쪽을 바라 봤다. 작은 정자였고 그 안에 네명이 들어가서 간단한 술자리를 마련하고 있 었기에 그들의 흥취를 방해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저안에 있 는 사람이 마교의 인물들인 것을 알기에 그런 것인지 아무도 근접하지는 않았 다. 옥령인은 금을 타면서 흥취가 동했는지 노래까지 불러대더니 나중에 금을 내려놓으면서 얼굴이 빨개져서 사과를 했다. "미숙한 실력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묵향과 그 수하들은 박수를 치며 치하했다. "아주 잘탔소. 전번보다 실력이 많이 는 것같은데?" 묵향의 칭찬을 받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연습을 좀 많이했죠. 이제는 당신도 타보세요." 묵향은 금을 무릎위에 올린 다음 금줄을 몇번 튕기며 조율을 한 후 금을 뜯기 시작했다. 과거부터 절묘한 내공의 조화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었는데 거기에 음희의 지도까지 받아 음희로부터 본교에서 가장 금을 잘타는 분이라는 말까 지 들은 그였기에 묵향이 금을 타자 삽시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밤하늘을 타고 금음이 멀리 퍼져나가자 만박전에서 떠들어대던 소리까지 조용해졌다. 묵향의 금음에 보태어 옥령인이 시를 읊으며 더욱 흥취를 돋구었다. 청산은은수초초(靑山隱隱水 ) 추진강남초목조(秋盡江南草木凋) 이십사교명월야(二十四橋明月夜) 옥인하처교취소(玉人何處敎吹蕭) (청산은 아득하며 물길은 머나멀고, 강남 늦가을 초목은 조락(凋落)했는데. 이십사 교(橋) 회영청 달 밝은 밤, 님은 어디서 쉬며 피리를 불고 있나!) 이것은 당나라 풍류객 두목(杜牧)의 '기양주한작판관(寄揚州韓綽判官)'으로 무식한 묵향으로서야 그걸 알리 없지만 그런대로 달밝은 밤에 이런 시를 들으 니 제법 마음이 동했다. 그래서 한곡조 더 뜯은 다음 옆에 금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하... 본좌의 금솜씨는 누구도 따를 수 없지." 묵향의 뻔뻔한 자화자찬에 잘탄다는 말이 목구멍 위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가며 되려 퉁명스러운 다른 말이 나왔다. "너무 잘난체 하지 말아요. 별로 좋은 실력도 아닌 걸 가지고..." 묵향은 그녀의 면박이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오늘 자리는 이걸로 끝내기로 하지. 내일 보자구." 그러자 자신이 면박을 줘서 그런 것 같아 옥령인은 아쉬운 마음에 사정했다. "좀 더 있다가 가지 그래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저기 그 말괄량이가 나오고 있거든..." 묵향이 일어서자 모두들 그 뒤를 따라 나왔다. 높은 자리에서 점잖을 빼면서 재미없는 얘기를계속적으로 나누고있던 한영영은 묵향이 왠 여자와 시시덕거 리는 걸 보고 열이뻗쳐 더욱 열심히 맹주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하나도 재미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공력이 실려서 멀리까지 퍼져나온 묵향의 금소리가 들리자 그 감미로움에 매료되어 맹주를 꾀어 함께 묵향과 합석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묵향은 그녀가 나오자 정 자에서 걸어오더니 말했다. "밤이 늦었습니다. 이제 주무셔야지요." 묵향의 말투는 사근사근했지만 한영영을 쏘아보는 눈초리는 공포스러운 무언 의 압력이 있었다. 한영영은 맹주를 이용해서 묵향의 말을 거부할 생각도 해 봤지만 또다시 총단으로 돌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그와 같이 돌아가야 하므로 아무리 그녀로서도 상자속에 갖혀서, 또는 묵향의 위협대로 마차에 묶인체 끌 려서 가기는 싫었다. 그래서 그녀는 황급히 맹주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소녀는 이만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좀 더 즐기다 주무시지 않고..." * * * 다음날 아침 맹주는 산책을 하다가 바삐 걸어가는 손녀를 만났다. 그녀를 본 맹주는 반갑게 말을 걸었다. "벌써 일어났느냐?" "할아버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오냐. 그런데 이번 일은 미안하게 됐구나. 교주에게 정중하게 편지를 보내 네가 원하는 그녀석을 청했는데도 자신의 손녀를 보냈으니 네 부탁을 지킬수 가 없었다." 그러자 옥령인은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벌써 이뤄 주셨는걸요. 정말 고마워요." "뭐? 이상하군. 네가 원한 사람이 그 교주의 손녀란 말이냐?" "아뇨. 부교주에요. 지금 만나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실래요?" "네 얘기를 듣고 노부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 안내하거라." 조손(祖孫)은 나란히 얘기를 나누며 한영영 일행이 묶고있는 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문을 두드리자 난(蘭)이 나오며 그녀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예. 난 소저도 안녕하세요? 부교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그러자 난은 생긋 웃으며 안내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지금 수련중이시거든요." "여기서도 수련을 하세요?" 그러자 난도 못말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맞장구를 쳤다. "언제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으시니까요." 난을 따라가니 묵향은 가을의 따스한 햇볕아래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무릎위 에 검을 올린채 눈을 지그시 감고있었다. 난이 다가가 속닥거리자 묵향은 난 에게 무어라고 지시를 내린 후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 난은 옥령인에게 다가 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새벽수련을 방해받고싶지 않으시답니다. 그냥 돌아가시라는데요." "저 수련은 언제 끝나는데요?" "본교에 있을때는 몇날 며칠을 계속 앉아 계시기도 했습니다. 설마 밤까지 계 속 앉아계시지는 않겠죠." 이때 지그시 묵향을 바라보던 맹주가 옥영영에게 물었다. "저자가 묵향이란 부교주냐?" "예." "젊은 나이에 대단하군. 뇌전검황이 스스로 비무를 신청했다기에 별일이다 싶 었더니 노부도 맹주란 직위만 아니면 비무를 신청하고 싶구나. 이보게." "예." "자네 주인에게 노부와 술한잔 하면서 논검(論劍)할 기회를 좀 달라고 부탁하 지 않겠나?" 맹주가 그렇게 말하자 난이 매우 놀란 표정으로 살짝 맹주를 바라보더니 다시 묵향에게 다가갔다. 난이 묵향에게 가는걸 보면서 맹주가 옥령인에게 말했다. "제령문(諸令門)에서 사람이 와서 뇌전검황이 돌아가셨다고 했을 때 그에게 물어보니 검황은 저자와 밤새도록 논검을 했다고 하더군. 그러면서 제자들에 게 꼭 새겨들어 기억하라고 일렀다는거야. 그래서 노부는 제령문으로 직접 달 려가서 여러 가지 조사하는 중에 그 논검한 내용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지. 하 지만 누구도 알려주려 하지 않더군. 원체 오래전의 일이라 다 잊어버렸다는 거야. 그러면서 속으로는 사부님이 목숨을 바쳐 제자들에게 알린거라면서 외 부에는 극비로 하는거야. 비밀리에 알아보니 그때의 대화내용을 책자로 만들 어 소중히 간직하는 모양이더군.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일정수준 이상에 다다르 면 오히려 쓸데없는 비급보다 그런 대화가 더욱 소중한 거란다. 무림 최고의 비급이라 불리는 북명신공(北冥神功)도 비급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후배들에 대한 권고사항을 나열한 책이라고 봐야지. 그런 무림의 무상지보(無上之寶)가 실전되어 버린 것은 정말 크나큰 손실이야." 이때 난이 돌아와서 맹주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틈을 봐서 말했다. "논검도 하시기 싫으시답니다. 대신 조금 있다가 수련이 끝나니 옥소저께서는 남아계시다가 함께 비무를하자고 하시더군요." "그럼 폐가 안된다면 노부도 남아있다가 손녀가 비무하는걸 구경할까 하네." 이때 묵향이 일어서더니 맹주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묵향은 정중히 포권하 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맹주도 답례를 하며 말했다. "들으셨겠지만 폐가 안된다면 노부도 남아있다가 손녀가 비무하는걸 구경할까 하는데 허락해 주게나." "그러죠. 따라와라." 옥령인이 묵향을 따라 조금 넓직한 곳으로 나오자 묵향이 말했다. "어제 질문했던걸 다시 설명해봐." "그러니까 3초 적하정심에서" 그러면서 초식을 펼쳐보이며 말했다. "여기가 좀 이상해요. 구결대로 진기를 움직이는데도 잘 안되요." "그 부분의 구결을 전음으로 말해봐." "....." 묵향은 전음을 듣고 한참 생각하더니 다시 말했다. "거기 말고도 잘 안되는 부분이 있냐?" "예. 8초와 12초, 16초, 21초," 그러면서 잘 안되는 부분의 초식들을 펼쳐나갔다. 그걸 가만히 보고있던 묵향 이 말했다. "초식을 펼치면 이상하게 진기가 잘 안흐르는 것 같고 또 힘이 막 빠지는 것 같으며 거기에 ㄱ쳐서 피로감이 증대되는 것 같고, 또 어떤때는 진기가 역류 하는 것 같기도 하지?" "예! 맞아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그러자 묵향은 가엾다는 듯한 표정으로 능청스럽게 말했다. "아가야. 그건 네 내공이 워낙 보잘 것 없어서 그런 거란다. 내공을 증진하기 위해서 좀 더 힘을 쓰면 모든게 저절로 해결되지." "이걸 좀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어요?" "방법은 있지만 그건 네 자질에 달려있지. 자 손을 줘봐. 진맥을 한번 해보 자." 묵향은 진맥을 하면서 자신의 진기를 옥령인의 몸속으로 집어넣어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갔다. 한참이 지나자묵향이 기쁜 듯이 말했다. "영약을 복용하지 않았구나." "예. 언니는 먹었는데 저는 보시다시피 무공에 별로 소질이 없다며 약이 아깝 다고 안주셨어요." "영약을 안먹었다면 1번의 기회가 있지." 묵향은 자신과 옥령인이 나누는 대화를 맹주가 체통도 잃고 유심히 듣고있다 는 걸 알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공력을 주입해줄 수 있다. 하지만 네 공력은 원체 엉망이라 별로 도움 이 되지 못해. 가장 좋은 방법은 네 쓸모없는 공력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다시 진기를 채워넣는 방법이지." "공력을 없앤다구요?" "왜? 겁나면 안해도 돼. 나는 최선의 방법만 말해주고 있을뿐. 선택은 자유니 까." 묵향이 자신에 대한 불신감을 표명하는 것 같아 약간불쾌한 듯 말하자 옥령 인은 다급히 말했다. "아뇨. 당신을 못믿는게 아니라 고통이 좀 심할까봐.." "그깟 고통이 좀 있지만 참으라구. 좀 아프겠지만 온 몸을 꿈틀대도 상관없으 니 입만 열지 않으면 돼. 할 수 있겠냐? 입을 열면 모든게 끝장이야." "해볼께요." "해볼께요가 아니라 해내야해. 안그러면 최악의 경우 무공을 상실할 수도 있 어. 알겠어?" "좋아요. 해낼께요." "좋아. 가부좌를 틀고 앉거라. 그냥 아무생각없이 가만히 앉아있어. 모든건 내가 알아서 해줄테니까. 이봐 난! 너는 호법을 서라." 옥령인의 등에 장심을 붙이고있던 묵향이 잠시 시간이 흐른 후 말했다. "공력은 완전히 제거했어. 이제부터 대자연(大自然)의 숨결을 네게 전해주겠 다. 그걸 내가 이끄는대로 일주천시켜라." 시간이 점점 흐르자 옥령인의 머리위에는 옥령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가 응축되어 구름모양의 형상을 만들었다. 옥령인이 고통스러운 표정인데 반해 묵향은 아무런 이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금씩 시간이 지나자 옥령인의 표 정이 변해갔다. 점점 더 평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하더니 2각 정도가 지나자 완전한 평온함에 빠져들었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옥령인은 묵향의 유도로 머리위에 응축된 기를 코로 흡입하면서 모든 작업을 끝마쳤다. 묵향은 그녀가 일어서자 아주 기쁜 듯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건 처음이 중요한데 잘 참았다. 정말 잘했어." 그런다음 난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이제 호법은 필요없으니 쉬도록 해라." "그런데 방금 한 것 있지요. 제가 지금까지 배운 토납술하고는 좀 다른 것 같 야요.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맑게 가라앉으면서 평안한게... 이게 뭐에요?" "그건 태허무령심법(太虛無靈心法)이지. 원래 이건 처음부터 익혀야 하는데 네 무공이 워낙 정순하지 못해서 최후의 수단을 쓴 것 뿐이야. 다음부터 운공 조식은 태허무령심법만 해야해. 안그러면 지금의 고생이 물거품이 된다구. 알 겠어?" "예." "태허무령심법은 정통적인 현문의 토납술인데 오랜시간 익히면 익힐수록 더욱 정진이 빨라지는 잇점이 있고 또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므로 절대 주화입마 (走火入魔)에 걸릴 염려가 없지." "정말 이상한건 당신이 가르쳐준 무공 중에서 사파의 무공은 하나도 없다는 거에요." "본교의 무공을 아무에게나 가르쳐 줄수는 없지. 그리고 그때 한 약속은 지금 도 유효한거야." "무슨 약속이요?" 묵향은 옥령인을 쥐어박으며 말했다. "무공을 익히면서 맹세한거 잊었어?" "하지만 제가 말 안해도 다른사람이.." "절대 그럴리 없어. 태허무령심법은 정파에서는 이미 절전된지 오래야. 만약 세상에 돌아다닌다면 너밖에는 범인이 없다구." "알겠어요." "대신 네 자식에게는 전수해주는 걸 허락하지. 하기야 태허무령심법은 정순함 을 그 생명으로 하기 때문에 여태까지 다른 토납술을 사용하던 사람이 이걸 사용해봤자 득보다는 실이 더 많으니 가르쳐줘봤자 상대를 주화입마 상태로 만드는거나 다름없지. 이제 쉴만큼 쉬었으니 본좌가 전수해준 적하마령검법을 한번 펼쳐보라구." 옥령인이 검법을 펼치는데 그전과는 사뭇 기세가 달랐다. 매 초식마다 웅후한 기상과 힘이 느껴졌고 그녀의 검을통해 끊임없이 붉은 노을같은 검기가 뻗어 나왔다. 그녀가 잘 안된다고 짜증을 부리던 검초들에 이르러는 검 전체가 엷 은 붉은 빛이 돌며 그녀의 수준이 미숙하기는 하지만 어기충검(御氣充劍)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매 검초마다 붉은 검기가 뻗어 나가며 그 사이로 한번씩 붉은빛 검기의 덩어리가 뻗어나가 흙과 부딪치면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녀의 어기충검은 초식에 따른 어기충검일 뿐 이것은 공력만 심후 하게 쌓은 후 초식에따라 내력을 운용하면 생기는 결과다. 화경에 이른 사람 이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어기충검과는 그 질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 다. 그녀의 36초식이 끝나자 묵향은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이제 제법 모양이 갖춰졌군. 이제 비무를 해보자." "좋아요." 그런다음 그녀는 자신있게 묵향을 향해 검초를 펼쳤다. 그런데 묵향은 자신의 만만했던 사형과는 완전히 반대였다. 검초의 사이사이로 검을 찔러들어왔다. 그때마다 옥령인은 경악성을 터트리며 초식을 끝까지 펼치는 것을 포기하고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묵혼검은 그녀가 검으로 막으면 다시 옆으로 꺽어져 나가며 다시 다른 헛점을 찔러댔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옥령인의 몸은 완전히 땀 투성이었고 묵향은 숨한점 흩어지지 않고 상대를 농락하고있었다. 옥령인은 시간이 갈수록 절망감을 느꼈고 급기야는 울고말았다. 옥령인이 울 음을 터트리자 묵향이 다가가서 달래면서 말했다. "네가 초식을 잘못 운영해서 결과가 이렇게 된거야." 그러자 옥령인은 훌쩍이면서 반박했다. "저는 초식을 제대로 펼쳤다구요." "너와 내가 비무를 하면서 서로간의 거리가 어느정도였지?" "1장정도? 아니면 그보다 조금 더 가까웠던지." "적하마령검법은 근거리의 적에게는 그렇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해. 36개의 초식 중에서 근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초식은 10개 정도에 불과하다구. 거의 대부분이 검기종류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기에 상대방의 최소한 1장 밖에 있어야 되지." "그러면 가까이 다가온 상대는 어떻게 해요?" "아주 가깝게 다가온 상대는 검을 쥐지않은 손으로 급소를 치거나 아니면 발 로 차야하지. 그리고 그보다 좀 더 떨어진 상대는 직접적으로 검으로 공격해 야 하는데... 그건 숙달이 말해주는거야. 아직도 네 응용력이 떨어져서 그건 어쩔 수 없지." "그건 속성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있긴 있어. 이건 누구나 사용하는 방법인데 근거리에서의 접근전은 눈보다는 오감(五感)을사용해야 할 경우가 많지. 그런 감각을 키우는데는 가만히 눈을 감아봐. 그런다음 소리를 들어봐. 바람소리. 새소리. 발자국소리. 수많은 소 리들이 들리지? 그걸 들으면서 그것과 너사이의 거리를 생각해보라구.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놓치면 안돼. 노승들이 면벽수련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구." "모두들 그렇게 수련해요?" "그럼. 최소한 사군자는 그렇게 수련시켰지. 덕분에 사군자의 경우 근접전에 있어서는 본교에서도 손꼽히는 고수라구. 내가 열심히 가르쳤거든." "그럼 사군자는 당신의 제자겠군요. 그리고 저두요." "아니야. 나는 절대 제자를 받지 않아. 그냥 약간씩 인연이 닿으면 내가 알고 있는 무공의 일부를 전수해줄뿐. 진정한 내 무공은 그 누구에게도 알려준 적 이 없어. 또 알려줄 생각도 없고." "왜요? 당신이 가진 무공이 그냥 사라진다면 무림의 크나큰 손실이 아닐까 요?" "아니지. 무림의 복이기도 하지. 이걸 좋은 녀석이 이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피바람이 불겠지. 나만 해도 혼자서 왠만한 문파 하나쯤은 절단낼 수 있으니까."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거 아니에요?" "아니야.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평가한다구. 누구나 잡고 물어봐. 이 무식한 아가씨야. 현경(玄境)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어느정도의 능력을 펼치는지. 그리고 나는 그냥 현경이 아니라 내 느낌으로는 지금 거의 생사경을 눈앞에 두고있다구." "정말이에요?" "그렇지. 하지만 생사경을 눈앞에 두고있다는 것과 진짜 생사경은 달라. 예를 들면 생사경에 근접한 현경인 나와 지금 현경에 근접하고는 마지막 벽을 뚫지 못해서 저기서 귀를 기울이는 네 할아버지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큰 실력 차이가 난다구." "그렇다면 할아버지가 그 벽을 깨고 현경에 들어선다면요?" "그러면 나와의 실력차이는 현격하게 좁혀들게 되지. 그래도 현경의 아래와 위도 차이는 좀 심한 편이니까 최소한 내가 지지는 않는다는 것 정도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그렇다면 지금은요?" "네 할아버지같은 고수 10명이 덤벼도 안돼." "하지만 곧 할아버지는 현경에 들어가실거에요. 너무 그런식으로 말하지 말아 요." "아니지. 곧 현경인데도 그 마지막 벽을 못뚫은 사람이 한두명인줄 알아? 수 많은 사람이 현경에도 못 올라가는게 현실이고 그 현경에 올라간 사람들도 고 작 나까지 2명 정도야. 네 할아버지가 이 상태로 계속 화경에 머무르다 간다 고 해도 이상할게 하나도 없지." "하지만 당신의 말은 신빙성이 없어요. 그 한단계 차이를 너무 심하게 과장한 거 아니에요? 말해봐요. 내 말이 맞죠? 좀 과장이 들어간거죠?" 그러자 저 옆에서 귀를 기울이고있던 맹주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이 맞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대는 북명신공을 익힌 모양이군." 맹주의 말을 듣고는 묵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떻게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시죠?" "내가 들은 바로는 북명신공은 대자연의 숨결을 흡수하여 자신의 공력을 높인 다고 들었어. 자네는 방금 자네의 진신내력을 저아이에게 전해준게 아니라 자 네의 몸을 통해 대자연의 기를 흡수해서 저아이에게 전해준 매개자 역할밖에 하지않았어.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그렇게 방대한 진신내력을 방출하면서도 땀한방울 안흘릴 리가 없지. 북명신공은 천마신교에 있나?" "그 대답은 할 수가 없군요. 만약 제가 답을 한다면 맹주님을 죽여야 하거든 요. 더 이상 그건 묻지 말아주십시오." "알겠네. 충고 고맙군. 쓸데없는걸 물어서 미안하구만. 손녀와의 비무도 끝난 것같은데 같이 논검이나 하는게 어때? 내 가장 아끼는 후아주(侯亞酒)를 대접 함세." "할아버지도 참. 아침부터 술이에요?" "술 때문에 내일 당장 죽는다 하더라도 상관없어. 이정도 고수를 만나기가 어 디 쉬운줄 아냐? 이것도 기연이라구. 내 평생 기연(奇緣)이라고는 만난적이 없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한잔하기로 하죠. 하지만 영영이가 심심할테니까 같 이 데리고 가는게 좋겠습니다. 제가 옆에 없으면 무슨 말썽을 부릴지 불안해 서..." "자네 좋을대로 하게나." 자매간의 비무 맹주는 묵향을 본채의 넓직한 거실로 안내했다. 묵향은 사군자와 한영영을 데 리고 맹주를 따라갔다. 한영영도 묵향이 귀한 후아주 맛을 보게 해준다고 꼬 셨으므로 과연 그 맛이 어떤지 보기위해 두말않고 따라나섰다. 묵향일행이 거 실에서 기다리고있는데 맹주는 5명의 사람들을 함께 데리오 왔다. 그 들은 그 의 아들, 손자, 손녀 등 일가족들이었는데 그중 옥매화는 묵향이 거실에서 기 다리고 있는걸 보고 눈에 쌍심지를 돋웠지만 지엄(至嚴)한 할아버지 앞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맹주는 각자의 자리를 정해준 다음 말했다. "오랜만에 지기(知己)를 만났으니 오늘 노부가 한턱 내겠다. 너희들도 사양말 고 많이 들거라." 그러면서도 주위에있는 그의 혈육들에게 어기전성으로 한마디 하는걸 잊지 않 았다. <대화를 새겨듣거라. 주옥(珠玉)과도 같은 논검이 될 것 같으니까..> 그런다음 묵향의 앞에 자리를 잡은 후 후아주를 한잔 가득히 부어준 후 자신 의 잔에도 부으면서 말했다. "뇌전 영감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듣자하니 밤새도록 얘기를 나눴다고 그 러던데.." "그건 제령문(諸令門)의 제자들에게 물어보시죠. 꽤 재미있는 대화였습니다." "뇌전영감도 나와 비슷한 경지던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직접 겨뤄봐야 완전히 알수있죠. 두분다 정파의 최고에 들어가시는 분들이 아닙니까?" "자네는 누구에게 검술을 배웠나?" "여러 사부들에게 배웠죠. 그중에서 유백 사부에게서 가장 많은걸 배웠습니 다." "유백? 들어본 적이 없군. 그의 검술이 그렇게 대단한가?" "아뇨. 별로 대단하지는 못하죠. 하지만 제자들을 참 잘 가르치시더군요." "제령문에서 듣고도 설마했는데 아까 령인이와 비무를 할 때 보니 그대는 특 히 근접전에 강하더군. 노부도 근접전을 벌인다면 적수가 되기 힘들거야. 어 쩌면 떨어진 거리에서는 꽤 오래 버틸지도 모르지만 근접전에서는 10초도 넘 기기 어렵겠더군."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냐. 자네는 초식을 초월했더군. 그정도 경지에 오르기는 참으로 힘 들지. 노부도 오랜 연습을 해왔지만 그정도까지 부드럽게 넘기기는 힘들어. 자네는 어떤 검법을 익혔나?" "여러가지죠. 본교의 검법, 불문의 검법, 도가의 검법 등 본교에 보관중인 건 거의 다 봤죠. 하지만 그게 다 그거더군요. 요즘 들어서는 이게 그건지 저건 지 헤깔려서 아예 상대가 쓰는 검법이 뭔지 잘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무초식의 검법을 구사한다 하더라도 하나의 큰 규칙성은 띄게 마련이지. 그 검법의 이름은 뭔가?" "오래전에 제가 한가지 검법을 만들었는데 그건 무상검법(無上劍法)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검법이라고 부르기는 그렇고 그냥 그저그런 무공입니다. 제가 무공을 사용하면서도 예전에는 무상검법의 형식을 따르려고 노력했지만 요즘들어서는 그것도 귀찮아져서 되는대로 펼치고있죠." "그 검법의 비급은 만들었나?" "아뇨. 처음에는 만들려고도 했지만 원체 많은 글자를 기록해야 했기에 처음 에 만들려고 여러 가지로 생각했었는데 그 양이 너무많아 끝이없을거 같아 아 예 포기했습니다." "자네는 노부가 마지막 벽을 못뚫어서 아직 현경에 못올라갔다고 했는데 그 벽이 뭔가? 알려 줄 수 있나?" "못알려드릴 것 없죠.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러시는거죠." "생각이 많다니?" "저자를 어떻게 죽이면 되지? 다음 검초는 뭘쓸까? 저자가 쓰는 검법은 뭔데 그중에서 어떤 초식을 쓰면 요런 초식으로 맞받아쳐야지... 상대는 강한 것 같은데 피하는게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상대는 수가 많으니 한명씩 꾀어내서 하나씩 죽이는게 좋을거야. 상대는 수가 많으니 이쯤에서 도망가는게 좋겠 지.. 뭐 이런것이죠." "자네말이 틀렸네. 노부는 적과 싸울 때 무아의 경지에서 자신을 잊고 대결을 하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않아." "하지만 그걸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걸요? 내 수하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나만 너무 들어가는게 아닌가? 수하들을 후퇴시키고 나혼자서 저들을 절단내 버리는게 피해가 적겠지.... 안그래요?" "하지만 그건 수하들을 거느리는 자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니죠. 정말 최고의 경지에 오르려면 완전히 모든걸 잊고 무아의 상태에서 오직 베고베고 또 베고 피를 덮어써야 하는거죠. 내가 지금 적을 만나 어떤 초식을 사용할 것인지 조차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한순간 한순간을 나의 의지가 아닌 검이 원하는 지점을 따라가며 검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신검합일 (身劍合一)의 상태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검의 의지가 나의 의지이고 나의 의 지가 검의 의지! 이것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좋은 검법을 만들지 못하죠." "신검합일(身劍合一)이라. 노부는 이미 그 경지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겠죠. 그건 검을 맹주님의 의지에 완전히 일치시켰을 뿐. 검의 의 지는 하나도 살아나지 않았죠. 그걸 이룩하면 바로 어검(御劍)의 경지가 눈앞 에 펼쳐질겁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옥매화가 냉소를 흘리며 비웃었다. "흥! 말은 잘하는군." 묵향은 싸늘하게 옥매화를 쏘아보며 말했다. "모르면 옆에서 닥치고있어. 이 어르신이 말씀하는데 젖비린내 나는 것이 까 불기는.." 그러자 옥매화가 대노(大怒)해서 검을 뽑아들며 외쳤다. "네녀석이 남자라면 한번 비무를 해보자. 너같은 쓰레기가 그렇게 고수라는걸 본 낭자는 믿지 못하겠다." "너같은 것 하고 겨뤄봐야 이 어르신의 품위만 손상될 뿐이야." "미친녀석! 겁먹은 주제에 둘러대기는..." "정 그렇다면 상대해주지. 나와라." 옥매화는 검을 검집에 넣고는 앞장서서 나가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못나갈줄 알고? 빨리 따라와!" 옥매화가 앞장선 가운데 넓직한 공터로 나온 후 옥매화는 씨근거리며 검을 뽑 았다. "검을 뽑아라. 네녀석에게 본맹의 무공이 어느정도인지를 알려주지." "흥! 네년이 상대할 사람은 본 어르신이 아니라 옥령인이지. 이봐! 네가 비무 를 해봐." "저는.... 저는... 언니는 저보다 훨씬 더 강해요." "괜찮아. 이제부터 내가 네게 전음으로 지시를 할테니 그대로 해라. 이 비무 를 잘 기억한다면 대단히 높은 성취를 얻을 수 있을거야. 내가 말하는대로 재 빨리 펼쳐야 한다. 준비되었느냐?" "예." "본인은 옥령인 소저의 몸을 빌려 무공을 사용하려 하오. 물론 차력대나인수 법(借力大拿引手法)을 사용하는건 아니고 그냥 전음으로 지시만 할거외다. 여 기서 옥령인 소저가 진다면 그건 본좌가 진 것으로 생각해도 무관하오. 그럼 시작해보기로 하지." 차력대나인수법은 자신의 공력을 남에게 빌려주어 (借力) 그의 몸을 완전히 사로잡아 (大拿) 원하는데로 이끄는(引) 수법이다.(手法) 허공을 격하여 공력 을 전해 상대를 움직이므로 시술자의 공력이 대단히 많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바 대로 움직임을 펼쳐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묵향은 전음으로 지시만을 하겠다고 했으므로 당연히 약간의 시간차이가 생기게 되고 또한 사 용할 수 있는 무공도 옥령인이 알고있는 것으로 한정되므로 옥매화에게 있어 서는 대단히 좋은 조건이었다. 옥매화는 그래도 옥령인이 묵향의 지시로 움직인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내력을 끌어올려 상대가 검을 뽑기를 기다렸다. 옥령인은 천천히 검을 뽑은 후 옥매화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언니, 그럼 이제 시작하기로 해요." 옥매화가 옥령인의 예에 답하는 걸 보고 묵향이 말했다. "예법은 생략하고 곧바로 시작합시다." 묵향의 말은 예의상 헛초를 교환하기 번거로우니 바로 실초를 사용하자는 말 이다. <곧바로 달려나가면서 6초, 피하면 그방향으로 따라붙으며 12초> 그와 동시에 옥령인의 몸이 앞으로 쏘아나갔다. 옥령인은 옥매화에게 뛰어나 가는 상태에서 초식을 펼쳤다. "적하비룡(赤霞飛龍;핏빛 노을속에 용이 난다.)" "흥! 겨우 적하무류검법(赤霞舞柳劍法)따위로.... 악!" 옥매화는 처음에 공격해 들어오는 초식을 보고 자신이 잘 알고있는 적하무류 검법인줄 알았지만 순간적으로 그것이 검무가 아닌 패도적인 검초로 피빛 노 을과 함께 몇줄기의 강인한 검기가 쏘아오는 걸 보고 경악성을 지르며 피했 다. 그와 동시에 검초를 펼치려 했지만 한번 잃은 선기를 잡을수는 없었다. 옥매화가 옆으로 피함과 동시에 더욱 가까이 따라붙은 옥령인은 두 번째 초식 을 펼쳤다. "적하매개(赤霞梅開;핏빛 노을속에 매화 꽃이핀다.)" 그와 동시에 6번의 찌르기. 공력이 충만히 실려 검에서는 약간 푸른빛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옥매화가 이 기습적인 공세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 자신 이 적하무류검법을 아주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원래 적하무류검 법에서는 실초와 헛초를 포함해 24번의 찌르기가 들어가지만 그걸 6번으로 줄 인만큼 모두가 실초였으며 더욱 깊이 찔러들어왔다. 그녀가 가까스로 오른쪽 으로 피해가자 묵향은 옥령인에게 말했다. <선채로 22초> 옥령인은 묵향의 지시대로 옥매화가 가까스로 피해나가자 제삼초를 날려왔다. "적하낙일(赤霞落日;핏빛 노을속에 해가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옥령인의 검에서 하나의 붉고 큰 검기덩어리가 붉은 노을사이를 빠져나와 엄청난 속도로 옥매화에게 덮쳐왔다. 옥매화는 더 이상 수세에 몰리 면 재미없겠다는 걸 느끼고 맞받아 치기로 작정했다. "백매낙월(白梅落月;흰 매화꽃잎이 달밑에서 떨어진다.)" 그녀의 자세는 불안했지만 그런대로 훌륭히 검초를 펼쳤고 검기의 덩어리와 그녀의 검초에서 뿜어낸 검기가 충돌해 폭발성을 울렸다. 서로가 그 충격에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옥매화는 뒤로 물러선 후 외쳤다. "이건 엉터리에요. 저자는 분명히 자신의 공력을 전해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번 초식으로 저 파렴치한 인간이 차력대나인수법을 사용해 공력을 보냈다는 게 확실해졌어요." 그러자 묵향이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헛소리 하지마라. 그건 분명히 옥령인의 공력이야. 안그렇습니까? 맹주" 그러자 맹주는 약간 안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말이 맞다. 옥령인은 오늘 부교주의 도움으로 엄청난 내력의 증가를 거 뒀지. 대신 부교주가 지금까지 적하무류검법(赤霞舞柳劍法)에서 발전시킨 적 하마령검법(赤霞魔令劍法)만 쓰고있으니 잘 해보도록 해라." 두 자매의 공방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옥령인이 묵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다고 하지만 언제나 약간의 시간차가 있었기에 옥매화가 그렇게 밀리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50여 초식이 교환되었고 묵향이 조합해 나 가는 초식을 보면서 맹주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탄성을 지르기도 하면서 그 초식의 운용에 감탄했다. 아마 직접 묵향이 옥령인과 같은 공력으로 적하 마령검법을 펼쳤다면 5초도 되기전에 끝났겠지만 옥령인은 실전경험이 거의 없었기에 시종 묵향의 주문대로 부드러운 초식의 연결을 하지 못한다는데 치 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50초가 넘어서자 이대로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불리함 을 깨달은 묵향이 연속공격을 주문해댔다. <따라붙으며 6,2,22초를 동시에> 그러자 미꾸라지처럼 피해나가는 옥매화를 향해 검을 들고 뛰어들면서 외쳤 다. "적하비룡(赤霞飛龍),적하유천(赤霞流天),적하낙일(赤霞落日)" 옥매화는 그 엄청난 공세를 신법과 백류매화검법으로 가까스로 헤쳐나가며 자 신의 실력을 있는대로 발휘해나갔다. 하지만 그녀로서도 겨우 지시만 받는다 고 동생이 이정도로 괴력을발휘할줄은 짐작도 못하고 있었던터라 내심 당황 하고 있었다. '여태껏 검만 알고 살아온 내가 겨우 버티기만 할 수 있을줄이야... 우선 공 격을 해대면 령인이가 겁에질려 지시를 어기게 되지 않을까?' 일단 생각을 굳히자 몸을 돌보지 않고 강공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백매천심(白梅天沈), 백매일절(白梅一切), 백매유향(白梅流香)" 그녀의 검기와 검풍이 사방으로 몰아쳐대자 급기야 실전경험이 떨어지는 옥령 인의 눈에 공포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녀는 묵향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마 음대로 몸을 놀려 피하기에 바빴던 것이다. 거기에 그녀는 묵향의 지시에 따 라 강공을 펼칠 때 차마 언니에게 독수를 쓰지 못하고 손속에 인정을 두어 몇 번이나 위기를 모면하게 해준 후라 언니가 이토록 물불을 안가리고 독수를 펼 쳐대자 심약한 그녀로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자신의 지시로는 어떻 게 되지 않음을 느낀 묵향은 100초식 정도 지시를 해대다가 입맛을 다시며 말 했다. "본인이 졌습니다. 저 바보같은 맹꽁이는 내말을 듣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 군요." 그러자 옆에서 보고 그 속사정을 짐작한 맹주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묵향을 위로했다. "저아이가 심약해서 그런거니 꼭 자네가 진게 아니네. 20초 정도 싸웠을 때 상대가 피할 길목을 골라 연속된 검초로 적을 몰아넣는 그 방법은 본좌로서도 감탄했다네. 그런데 저아이가 차마 독수를 못써서 잠시 미루는 사이 매화가 빠져나간거지. 저 둘이 자매간이 아니면 자네가 이겼을거야." 그러나 일단 재미가 없어져버린 묵향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진건 진거죠. 그러니 더 이상 헛소리하지 않고 제 숙소에 들어갈까 합니다. 그럼." 맹주로서도 그를 말릴 수 없었고 일이 이런식으로 풀려버려 묵향에게 더욱 많 은 질문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운명과 옥매화의 경솔함에 울분이 터졌지만 이미 떠나버린 화살이니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묵향은 그런대로 3일동안 한영 영을 잘 통제하여 본타로 돌아왔다. 한영영은 원체 묵향에게 혼찌검이 나서 그런지 돌아올때는 별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구출작전의 결과 묵향은 교내로 돌아온 다음에도 계속적인 수행을 거듭했다. 묵향은 거의 대부 분의 시간을 집과 소나무 숲 사이를 왕복하고있었다. 요즘들어서는 소나무숲 보다는 집에있는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때때로 음희 설벽약이나 유백 사부를 방문하는 걸 제외하고는 언제나 집안에만 박혀있었다. 그건 언제나 있었던 일 이었으므로 사군자로서도 별로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런식으로 하루이틀 세 월이 흘러가 5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묵향은 갑작스럽게교주의 호출을 받았 다. 하지만 언제나와 같이 회의실이나 집무실이 아닌 십만대산의 높직한 절벽 에 만들어진 정자에서였다는 점이 달랐다. 묵향이 부근에 도착하자 교주의 호 위대는 정자부근에 매복하고있었으며 정자안에는 한명도 없었다. 묵향이 경공 술을 전개하여 정자에 오르자 교주는 반갑게 맞아들였지만 어딘지 근심이 있 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서오게나. 실은 긴박한 일이 있어 그대를 불렀다네." "무슨 일입니까?" 교주는 다급하게 말했다. "장 부교주가 일을 벌였어." "모반을 꾸몄다는 겁니까?" "아니야. 더 나쁜거야." "예??" "그는 무림맹주의 두 손녀를 납치했서 비밀리에 가둬두고 있어." "뭐라구요?" "이로서 무림맹과는 매꿀 수 없을정도로 깊은 골이 파인 셈이지. 그래서 이걸 좋은 방향으로 해결해야만 해. 될 수 있다면 조용하게. 최악의 경우에는 장인 걸을 죽여서라도 말이야." "그가 왜 두 손녀를 납치했단 말입니까?" "그는 모반을 일으키기에 앞서 본좌의 이목을 그쪽으로 돌려놓을 속셈으로 아 주 극비리에 납치에 성공했고 그녀들은 지금 장인걸의 숙소 주위에 갖혀있네. 본좌는 그 일대에 천라지망을 펼쳐두고 비밀리에 감시하고있지만 그녀들의 생 명이 위태롭기에 손을 아직 못쓰고 있는 형편이지." "그러면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자네가 사군자를 이끌고 잠입하여 그녀들을 탈출시켜야만 해. 장교주의 숙소 주위는 그의 수하 300명이 지키고있네. 장인걸의 교내 지위상 무턱대고 집을 수색할 수는 없어. 거기에 그자가 눈치채고 먼저 빼돌린다음 책임을 물어오면 그때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구." "하지만 300명의 고수라면 그렇게 대단한 숫자도 아닌데 이 기회에 장인걸을 없애버리면 어떻습니까?" "그럴수도 없어. 심증만으로 그를 처단해버리면 교내에서 그의 처리에 대해 의심을 품고 따지는 무리들이 생겨날 수 있지. 그래서 본좌의 생각으로는 먼 저 인질들의 안전이 우선인지라... 여기를 보게나." 그러면서 교주는 한 장의 지도를 품속에서 꺼냈다. "이건 십만대산 부근을 아주 정밀하게 그려놓은 지도야. 장인걸의 집은 이곳 이고 자네가 여기 들어가서 그녀들을 구출해야 해. 하지만 그녀들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으나 아마 지하에 있는 밀실에 감금되어있지 않을까 하 고 의심하고 있다네. 아주 조심해서 처리해야 해. 그녀들을 구출한 다음 이쪽 으로 그녀들을 이끌고 오면 되네. 거기에는 본좌가 장인걸을 비롯한 고수들을 초대하여 술을마시고 있을테니 그녀들의 신변이 확실히 확보되는 대로 이리 오면 그 자리에서 장인걸을 문책하여 잠재우도록 하세나." "왜 이렇게 일을 힘들게 하려고 하십니까? 그냥 쳐들어가서 목을 베어버리면 끝나는 일을..." "원래 무리를 이끌다보면 이렇게 귀찮게 일을 처리할줄도 알아야 하네. 그래 야 수하들이 본좌를 믿을테고 그래야 본교가 유지되지. 서로가 믿지 못하면 아무리 본교라도 금새 무너져 내리게 되지. 자네한테 부탁한 일을 제대로 처 리할 수 있겠나?" "알겠습니다. 제대로 처리하도록 하죠. 그럼 언제 잠입해 들어가면 됩니까?" "3일 후 장인걸을 불러낼거야. 그때 해주게." 최종 결정이 나자 묵향은 포권하며 외쳤다. "존명!" 2일 후 묵향은 사군자와 함께 장인걸의 사택으로 향했다. 마교에서는 그 사택 의 규모를 거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므로 장인걸의 경우 거의 요새를 방 불케하는 거대한 사택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게 할당된 300명의 사사혈시마대 (邪死血屍魔隊)를 거느리고 사택을 방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마교의 정예였으 므로 묵향으로서도 섣불리 안으로 들어가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일단 사택 부 근에 자리를 잡은 다음 경비가 허술한 밤시간을 이용해 진기를 이용해서 극음 (極陰)의 장력으로 벽을 가루로 내며 살며시 파고들어가는데 성공했다. 극양 의 장력과는 달리 극음의 장력은 외부는 멀쩡하고 내부를 소리없이 가루로 만 들 수 있다. 익히기는 어려우나 그 무서움은 오히려 극양을 뛰어넘는 것이다. 묵향은 그 무음(無音)을 이용해 밤에 뚫고 들어가는데 성공했으며 난과 죽, 매는 탈출을 돕기위해 남아있고 살수출신의 국(菊)만을 데리고 잠입했다. 살 수란 원래 표시안나게 침투, 먹이가 올때까지 소리없이 구멍을 뚫고 몸을 숨 긴 상태에서 장시간을 버티도록 특수훈련을 받은 자들이다. 둘 다 살수출신이 라 묵향과 국은 손발을 맞춰 재빨리 파고들어간 다음 내부를 정탐하기 시작했 다. 가장먼저 지하실로 뚫고 들어간 묵향과 국은 거의 호흡조차 멈춘 채로 주 위의 기척을 살폈다. 그러자 저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교대시간 안됐나?" "이제 2각 남았어." "그렇게 악을 써대더니 이제 좀 조용해졌군. 두 계집 중에서 언니라는 년이 정말 독종이란 말이야." "그러게나 말일쎄. 하지만 그 상판이나 몸매는 정말 끝내주더군. 고놈의 성질 만 죽이면 정말... 흐흐.." "군침 흘릴 거 없어. 저런 계집이 어디 우리한테까지 차례가 오겠어? 높은 분 들끼리 시식하고 첩으로 삼겠지." "옆에 가만히 있는 계집도 정말 괜찮지 않아? 그런데 왜 혈도를 봉한 다음 묶 기까지 해서 밥을 안에까지 가져다 주게 만드는지...." "왜 좋쟎아? 자네는 아직 밥을 안줘서 모르겠지만.... 흐흐.... 밥을 앞에 가 져다 주면서.... 흐흐....." "왜그러나? 갑자기 뭐가 그렇게 좋다고 음흉한 웃음을 짓기는.." "그 두계집 정말 유방이 정말 토실토실하면서도 탄탄하더군. 눈앞의 떡인데 표시안나게 만져는 봐야지... 흐흐..." "정말 그런 방법이 있었군. 김가(金家)녀석 나한테 인심이나 쓰는 듯한 표정 으로 자기가 밥을 주겠다고 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묵향으로서는 더 이상 들어볼것도 없었다. 일단은 국에게 지시해서 목표가 눈 앞에 있으니 쉬고있다가 내일 낮이되면 움직이자고 지시한 다음 눈을감고 명 상에 들어갔다. 묵향이 기다리는 사이 시간은 지루하게 흘러갔고 드디어 때가 되었다. 묵향은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국에게 일렀다. <자네.. 검술말고 권법이나 장법도 좀 할줄아나?> <예. 권법은 좀 알고있습니다. 거기에 소림의 철수공(鐵手功)도 좀 익혔죠.> <저들에게 검을 써봤자 별로 타격을 주지못해. 거의 강시와 같은 강인한 신체 와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 검집 자체를 이용하거나 손을 이용해 상대의 머리 를 바숴라.> <알겠습니다.> <먼저 내가 뛰어들어서 두놈을 작살내겠다. 너는 통로를 장악하여 내가 인질 을 구출하는 사이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해라.> <예.> <가자!> 묵향은 그 말과 동시에 쏘아져나갔다. 묵향은 지루한 보초시간을 매꾸기위해 농담을 즐기고있는 두명의 고수를 향해 달려들어 순식간에 머리를 부숴버렸 다. 보초의 머리와 묵향의 벌겉게 달아오른 듯한 손이 부딪치자 뇌수가 터지 면서 살타는 향기가 코를 찔렀다. '이거 혈수마공은 냄새가 지독해서 못쓰겠군. 다음부터는 소수마공을 사용해 야겠어.' 언뜻 생각을 하면서도 쓰러진 보초의 옷속에서 열쇠를 찾아낸 다음 자물쇠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두 여자가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묵향 은 비수를 꺼내어 둘을 묶고있는 오철(烏鐵)로 만든 수갑과 족쇄를 끊어버렸 다. 그런다음 그녀들의 혈도를 풀어준 다음 전음으로 물었다. <둘 다 몸은 괜찮소?> 그러자 옥매화의 의외로 부드러운 음성. <덕분에 살았어요. 몸은 괜찮아요. 그냥 미혼약에 당한 다음 혈도를 막은 후 잡혀왔기에 혈도가 소통되니 살 것 같군요. 그건 그렇고 우리들한테도 뭔가 무기를 좀 줘요.> 묵향은 해치운 두 고수의 몸을 살짝 문을 열고 바라봤지만 그들은 장법이나 권법 등 전통적인 마공을 익힌 고수라 그런지 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 서 묵향은 할 수 없이 묵혼검을 뽑아 옥매화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부드럽게 사용해 주시오.> <알았어요. 나중에 돌려 드리죠.> <이건 그대가 사용하시오.> 묵향은 자신이 가진 비수를 옥령인에게 건네준 후 그녀들을 이끌고 빠져나왔 다. 일단 인질이 구출된 다음 묵향에게는 거리낄게 없었다. <자! 이제 조용히 나갑시다.> 묵향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묵향의 손에서는 엄청난 양강의 장력이 뻗어나 갔다.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지하실에서부터 비스듬히 윗쪽으로 장력이 쓸고지나가며 거대한 구멍을 만들었다. 그의 돌연한 행동에 옥매화가 기가찬 듯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헛소리말고 따라와" 묵향은 앞장서면서 벌떼처럼 달려드는 300여명의 사사혈시마대를 헤치워갔다. 상대는 거의 2초도 안되어 묵향에게 머리가 터지며 숨을 거뒀다. 아무리 귀혼 강신대법이라도 머리가 터져나간 이상 그 머리를 복구하기 위해 머리통 대신 명령을 내릴 신체기관이 없는 것이다. 묵향은 순식간에 30여명을 때려죽이며 사군자와 합류하였고 사군자가 그녀들을 호위하자 이제는 거칠 것 없이 주위 를 돌아다니며 덤벼드는 사사혈시마대를 상대했다. 묵향은 50여명을 더 해치 운 다음 그들의 포위망을 돌파하고 교주일행과 합류했다. 묵향이 교주가 지정한 장소에 도착하니 교주는 장인걸 이하 주축 고수들과 술 자리를 벌리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장인걸은 묵향이 두명의 여자를 거느리고 나타나니 조금 경악한 듯 외쳤다. "묵향 부교주. 그녀들은.... ?" "당신도 잘 알텐데?" 그러자 교주 이하 십여명의 고수들이 그녀들에게 다가온 다음 물었다. "너희들이 맹주의 손녀들이 맞냐?" 옥매화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시하자 교주는 장인걸을 향해 외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그러자 장인걸은 광소를 터트린 다음 외쳤다. "크하하하.... 천하가 손앞에 있었는데.... 내가 죽더라도 네녀석만은 용서할 수 없다." 그와 동시에 장인걸은 묵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묵향 또한 그에 사양하지 않 고뛰어들었다. 장인걸은 진기를 한계까지 뽑아올리며 강공으로 나왔다. 먼저 묵향과 부딪치기 직전에 극성의 흑살마장(黑殺魔掌)을 뿜었다. 묵향이 검풍을 뿜어 막아내자 1장 거리까지 접근한 그는 흑시마조, 혈수마공 등을 사용하며 몇초식을 교환한 후 뒤로 튕겨나오며 검을 뽑아들고는 외쳤다. "받아랏!" 그와 동시에 수십가닥의 검강이 뿜어져 나왔다. 묵향이 손을 휘젓자 그의 손 에서 강기들이 뻗어나가며 장인걸의 강기막을 뚫고서 그의 몸에 박혔다. 피와 살이 튀었지만 장인걸은 멀쩡하게 서있었고 곧이어 그 상처는 재빨리 아물어 버렸다. 묵향은 장인걸에게 결정타를 입히기 위해 장인걸에게 접근해 들어가 다가 곧바로 등에 와닺는 강력한 충격을 느꼈다. 묵향이 순간적으로 뒤돌아보 니 교주는 쓰러져있고 그 옆에 있는 능비계 부교주가 무음 무형의 마음장(魔 陰掌)을 이용해서 그에게 기습을 가해온 것이다. 묵향은 갑작스런 기습에 상 당한 내상을 입고 대노하여 장인걸을 버려두고 능비계를 덮쳤다. 능비계는 묵 향이 뿜어낸 강기의 세례를 받고는 엄청난 충격에 뒤로 피를 뿜으며 날아갔 다. 묵향은 교주를 일으키며 말했다. "괜찮으시오? 교주! 정신차리시오." 그와 동시에 묵향은 엄청난 충격을 단전으로 느끼며 뒤로 날아갔다. 묵향은 옥령인과 옥매화가 있는 지점까지 충격으로 밀려간 다음 그녀들과 부딪치면서 간신히 몸을 세우는데 성공했다. 묵향은 피를 토하면서 외쳤다. "교주. 왜 암습을?" 그러자 교주는 서둘러 일어서서 방어자세를 갖추며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정말 대단하군. 아무리 기습을 하기위해 8성의 공력밖에 사용하지 못했지만 자전강기(紫電剛氣)를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있다니..." 교주의 말을 들은 묵향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올라 외쳤다. "네녀석을.. 으악!" 묵향은 교주에게 일격을 가하기 위해 진기를 끌어올리는 도중 단전으로 파고 든는 강렬한 통증에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그의 아랫배로 익히 자신이 보아 왔던 검은색의 검신이 삐죽이 튀어나와 있었다. 묵향이 뒤를 바라보자 옥매화 가 묵혼검으로 묵향이 딴곳에 정신을 팔고있는 사이 기습을 가한 것이다. 묵 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고소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녀석이 너무 강하고 오만하기에 자초한 일이니 날 원망하지 말아라. 이번 일은 너를 없애기 위해 할아버지와 교주가 만들어낸 합작이지. 정파에서는 너 를 없애버리는 것이 마교와의 균형을 잡는 길이라고 생각했고, 마교에서는 오 만하고 아무에게나 무공을 가르쳐대는 너를 없애고 싶어했거든? 그래서." 옥매화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묵향이 어느새 그 몸을 이끌고 옥 매화에게 접근했는지 사람들이 알아보기 힘들정도의 빠른 동작이었다. 옥매화 는 묵향에게 결정타를 날린 후 방심하다가 멱줄을 잡힌 것이다. 묵향은 옥매 와의 목을 그러쥔 상태에서 허공에 들어올리며 교주를 보고 외쳤다. "교주. 이 계집의 말이 사실이오?" 그때 묵향은 또다른 엄청난 고통이 심장을 통해 파고드는걸 느꼈다. 그와 동 시에 묵향의 손은 반사적으로 그 상대를 향해 파고들었다. 뱃속 깊이 묵향의 손이 파고들어간 옥령인은 입으로 피를 흘리면서도 미소지으며 말했다. "할아버지의 말을 저는 어길 수가 없었어요. 용서하세요. 당신과 했던 맹세는 지켜진 것 같군요. 저는 맹세를 어기고 할아버지에게 모든 걸 말할 수밖에 없 었..." 묵향은 옥령인이 숨을 거두자 이왕 내친 것 옥매화의 목뼈까지 부숴버린 다음 시체를 던졌다. 하지만 그의 피해는 너무나도 엄청났다. 묵향은 이곳에서 살 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함을 깨달았다. 그는 최후의 방법으로 역혈수라마 공(逆血修羅魔功)을 끌어올려 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여러차례의 암습으로 그의 몸은 만신창이였고 또한 단전이 파괴되었기에 그가 공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 이걸 사용하면 단시간은 공력의 회복이 가능하나 몸 이 버티지 못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급속도로 육체가 사그라들며 죽음에 이 르게 된다. 묵향은 손에 푸른 강기를 뿜어대며 교주를 향해 덮쳐갔다. 그러자 교주는 뛰 어드는 묵향을 향해 외쳤다. "가랏!" 그와 동시에 교주의 장심에서는 가공스러운 극성의 자전강기(紫電剛氣)가 뿜 어져 나왔다. 하지만 묵향은 그 강기를 뚫고 앞으로 나왔다. 공포스러운 묵향 의 기세를 보고 주변의 고수들까지 묵향을 향해 장풍을 날렸고 급기야 그들의 합공에 밀린 묵향의 몸은 튕겨나가며 뒤로 날아갔다. 정신을 잃기전에 묵향은 자신의 몸이 날아가다가 누군가의 손에 잡힌 것을 알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잡아랏!" "놓치지 마라!" 묵향의 몸을 안은 국이 최고의 속도로 경신술을 전개하며 부드럽게 말했다. "묵향 부교주. 그대는 우리들 살수에게 있어서는 거의 신화적인 존재입니다. 저는 당신을 모시게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기뻤고 또 당신이 저에게 무공 을 가르쳐 줄 때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당신을 헤치우기 위해 이번에 수많 은 고수들이 동원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예상을 뒤엎고 빨리 쓰러 진 것은 주위의 사람들을 너무 믿은 탓이겠지요. 교주가 당신을 없애고자 마 음먹은 것은 이번 무림맹 방문 후부터였습니다. 당신이 맹주에게 현경으로 들 어가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걸 안 교주는 당신을 없애기로 결정했고 맹주에게 연락해서 그 자매를 불러들인 겁니다. 죄송합니다. 부교 주. 빨리 당신에게 말해야 했지만 저는 교주의 함구령(緘口令)을 거역할 용기 가 없었습니다. 당신이 쓰러지는 걸 보고서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선겁니 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이때 국의 뒤에서는 추격하는 마교의 고수들이 쏘아대는 암기들이 계속 날아 왔다. 묵향은 꺼져가는 의식속에서도 국에게 중얼거렸다. "용서하네..." 국은 죽어라고 도망치면서 지속적으로 몸을 좌우로 움직여 뒤에서 날아오는 암기들을 피하고 있었지만 원체 많은 숫자가 날아왔으므로 그것들을 모두 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덩치큰 것들이나 공력이 비교적 많이 실린 것들은 피했지만 몸에 격중되어도 충분히 호신강기로 버틸 수 있는 것들은 그냥 맞으 면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공력도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지금까지 달려온 거리는 거의 25리. 이제 몇 리만 더가면 탄령하(嘆靈河) 다.' 국은 탄령하라 이름붙여진, 유속이 엄청나게 빨라 마치 저승에 떠도는 영혼들 이 탄식하는 소리를 내는 것 같다고 이름붙여진 탄령하에 묵향을 던져넣을 작 정이었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묵향이 이곳에서 살아날 가능성은 거 의 없었지만 그냥 이대로 있으면 무조건 죽을것이 확실하므로 그 작은 실낱같 은 가능성에 한번 걸어보기로 작정하고 도망쳐온 것이다. 사군자는 이미 묵향 제거계획을 알고 있었기에 묵향이 멍청하게 탄령하로 도망갈 리 없다는 점을 들어 마교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수많은 길목과 나룻터를 중심으로 천라지망 이 펼쳐져 있다는 걸 알고있었다. 그렇기에 국은 실낱같은 가능성에 모험을 걸어본 것이다. 국이 탄령하에 도착하기 직전 십여명의 고수들이 그곳에 진을 치고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입은 옷으로 보아 수라마참대(修羅魔斬隊)의 고수들이 분명했 다. 이번 묵향을 죽이는 것에 마교는 전 세력을 동원했다. 묵향은 마교의 장 악에 뜻이 없었기에 교내에 자신의 세력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래서 사군 자가 교주의압력을 받아 그를 배신하자 그 엄청난 마교의 주력부대(主力部 隊)들이 움직이는데도 그 사실이 묵향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 만 묵향의 무공이 어느정도 무서운지 익히 아는 교주인지라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전 세력을 동원하고도 결정타를 입히지 못하면 그를 없앤다는 것이 불가 능함을 알고 무림맹주를 설득하여 그의 손녀들을 빌려온 것이다. 그의 두 손녀를 빌려오기는 쉬웠다. 묵향을 죽이는 일이라고 하자 원체 묵향 과 감정이 많던 옥매화는 자원해서 나섰고 옥령인의 경우 마음이 여려 맹주의 강압에 그들을 도우기 위해 파견되었다. 원래 옥령인은 맹주의 아들 옥진호 (玉振湖)의 첩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그래서 맹주는 예전부터 무공에 열심인 옥매화를 편애하여 마교에서 옥령인을 원하자 선뜻 보내겠다고 약속했던 것이 다. 그런데 그걸 ㅇ들은 옥매화가 자신도 함께 가겠다고 우겨 자매가 함께 온 것이다. 묵향이 입은 타격중 이 자매가 입힌 것이 가장 컸다. 교주도 묵향이 묵혼검을 옥매화에게 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사사혈시마대(邪 死血屍魔隊)에 무장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고 옥매화에게는 그에게 무기를 달라고 조르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기를 안줄 경우를 대비해 그녀들 은 각기 1자루씩의 비수를 가지고 있었지만 묵향이 그녀들에게 준 마교의 명 장(明匠)이 현철로 만든 묵혼검과 비수와는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묵향을 암습할 때 호신강기를 꿰뚫을 수 있는 비수를 그녀들이 사용한 다면 그 예기(銳氣)를 묵향이 알아챌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국은 강가에서 10여명의 고수들을 보자 바로 그들에게 뛰어들었다. 상대방도 각자 무기를 빼들고 국과 묵향을 끝장내려고 덤볐지만 국은 처음부터 그들과 싸울 생각 자체가 없었다. 국의 등은 이미 진기가 다해 호신강기가 엷어지면 서 날아와 박힌 수많은 암기로 엉망진창이었다. 국은 수라마참대(修羅魔斬隊) 의 고수들에게 접근하자마자 묵향을 탄령하로 던지면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암기들을 던졌다. 상대방이 암기를 피하는 그 순간 그도 따라서 탄령하로 뛰 어들며 세심하게 신경써서 묵향의 옆에서 떨어져내렸다. 수라마참대의 고수들 은 묵향과 국을 향해 암기와 장력을 뿜었지만 그건 고스란히 국이 모두 다 맞 았다. 이렇게 해서 묵향은 실낱같은 생명을 유지한 채 급류에 실려 떠내려가 게 되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