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SF & FANTASY (go SF)』 7928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6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7 19:31 읽음:843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6 by 유 민 수 26. 다음날도……그 다음날도 환각은 계속되었다. 길을 걷는 도중에도 마치 연극을 하는것처럼 곳곳에 나타나 디네즈의 고통스런 과거가 낱낱이 폭로되었다. 결국 디네즈는 얼마 견디지 못하고 샌드쉽의 등 에 실려가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오늘 나타난 광경은 더욱 심했다. 다크메이스의 꼬리에 맞아 몸이 반토막 난 것이었다. 피를 강물처럼 흘리며 고통에 신음하는 늑대의 모습에 카뮤는 저도모르게 에스토크를 뽑아들고 달려가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내 그 환영은 지워지고 묵묵히 그들은 길을 걸어야만 했 다. 밤이 되자 일행은 다시 캠프를 차렸다. 디네즈는 저녁을 먹는둥 마 는둥 하고 몸을 웅크려 잠을 청했다. 그런 디네즈를 일행은 그저 아 무말 없이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 침묵이 지나가고 고른 디 네즈의 숨소리를 듣고나서야, 카뮤는 말을 꺼낼수 있었다. "……잔인해요." "……이 숲의 능력인가 보군. 정말 악취미야." 에드거가 드물게 분노에 찬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그것은 로리타도 마찬가지였다. " 아내기 위해서라면 어떤방법도 가리지 않는 것 같아요. 몬스터 는 없지만……지독한 정신공격이에요. 모르긴몰라도 일행중 가장 뛰어난 자에게 집중공격을 하는 타입……끔찍해요." "저런 지옥에서 어떻게 살아나왔죠? 나는 그게 궁금해요." 세이렌이 조용히 말했지만 그것은 모두가 궁금하게 여기는 바였다. 그러나 디네즈는 그것에 대해서는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크메 이스와의 전투는 장장 1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이뤄졌다고 했다. 라 무네즈라는 사벨타이거 라이컨슬로프에게 기술을 배워 적어도 몸이 산산조각 나지 않을정도까지 싸워왔다고 했다. 아마 10년이나 살수 있었던 것은 자꾸 발전하는 디네즈에게 다크메이스가 더욱 흥미를 느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어제였던가? 다크메이스가 이렇게 말하 는 것을 카뮤는 들을수 있었다. '정말 재미있어! 근래에 가졌던 장난감 중에 제일 나아!' 존재가 비참하다 못해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상황이 연일 계속 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줄기찬 공격에도 디네즈는 계속 살아나온 것이다. 카뮤는 이제 디네즈에게 완벽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쿠앙! 이번에는 텐트 바로 옆에서 들린 소리였다. 카뮤는 정신을 잃고 쓰 러져있는 디네즈를 잠깐 살펴보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이제는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놀라지도 않았다. 환각은 집요해서 만일 카뮤 일행이 보지 않으려 하면 땅을 흔들고 바람을 불게해서라도 기필코 보게 만들었다. 결국, 카뮤가 선택한 길은 하나였다. 마음이 걸레가 될 때까지 그 비참한 광경을 보고 또 보는것뿐이었다. 텐트 바로 옆에 라무네즈라는 라이컨과 아직 디켈이었던 디네즈가 쓰러져 있었다. 디켈의 몸에는 많은 상처가 나 있었지만 어제처럼 크지는 않았다. 디켈이 라무네즈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보였다. "정말 고마워요, 라무……당신이 아니었으면 난 벌써 죽었을 거 야." "약한 소리는 하지마, 디켈. 우리는 살아서 나갈수 있다." "……그럴까요? 나는 이제 지쳤어요. 저 도마뱀은 절대 이길수 없 어." 라무네즈가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가려고 해도……다크메이스는 샤갈을 시켜 다시 우리를 잡아 오게 하니 문제다. 그까짓 샤갈……한두마리는 쉽지만 몇백마리씩 떼거지로 덤비면 당할 도리가 없어." "어떻게 하죠?" 라무네즈가 무언가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결연한 태도로 자리 에서 일어났다. 라무네즈는 뒤로 한걸음 물러나더니 갑자기 디켈에 게 고개를 숙여 절을 했다. 디켈은 놀란 눈으로 라무네즈를 저지하 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했다. 라무네즈는 그렇게 네 번 절을 하고는 디켈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둘다 사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너 하나라면 어떻게 할수 있을지도 몰라." "……라무……" "약한 소리는 하지 마. 우리는 절대로! 바타쿠를 잡아 복수를 해야 해." "복수!!" 디켈의 눈에서 살기가 뻗쳐나오는게 보였다. "나는 사령마술을 할줄 안다. 시체를 대상으로 한 사령마술……이 지만 그래도 쓸모는 있을거야." "시체를 어디에서 구하죠? 여기엔 아무것도 없잖아요." "구할수 있다. 지금당장." "무슨……" 라무네즈가 손을 들어올렸다. 갑자기 손이 두배로 커지며 날카로운 발톱이 드러났다. 디켈은 조금 놀란 눈으로 라무네즈를 바라보았지 만 이내 눈을 지긋이 감고 그의 공격을 기다렸다. 그러나 공격은 디 켈에게 가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라무네즈의 공격은 바로 자신의 가 슴으로 향했다. 퍼억! 근육이 찢어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라무네즈의 손이 정확하게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는 것이 보였다. 눈을 뜬 디켈이 놀라 외치고 있었다. "라무켈!!" "시끄러. 조용히 하고 내말 들어라, 디켈." 신음을 흘리며 라무네즈는 말했다. "……내 이름은 본래 라무네즈……간악하기 그지없는 바타쿠에게 생명을 구원받고……네즈의 이름을 묻어버렸다만……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 이름은 라무네즈……그 이름을 네게 주겠다, 디 켈……" "라무!" "다만……다만 부탁을 할것이 있어. 내 마법이 성공하면……분명히 너는 이곳을 당당하게 걸어나갈수……있어……이곳을 나가면…… 동료를……생명을 맡길수 있는 진정한 동료를……찾아……" "……" "그리고……그때야말로……너는 디네즈가 된다……라, 라이컨…… 스로프……최고의 전사……디네즈가 말야." "죽지말아요! 난 당신이 없으면……" "난 죽지 않아!" 라무네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라무네즈는 자유로운 왼손을 들 어 디네즈의 얼굴을 만졌다 "……난 언제나 너와 함께 할거다.……디켈……내 사랑스러운……" 말을 끝맺지 못하고 라무네즈는 그대로 쓰러져갔다. 라무네즈는 입 을 계속 중얼거리며 캐스팅을 했다. 갑자기 바닥에서 검은 기운이 뻗쳐올랐다. 검은 기운은 허공에서 마치 사령(死靈)처럼 흔들거리며 모습을 갖춰갔다. 등에 거대한 날개가 달린 인간의 모습……지옥의 천사처럼 보이는 자였다. 라무네즈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 천사 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스폰." "……" 스폰이라 불린 천사는 라무네즈의 모습을 물끄러미 보더니 입을 열 었다. "무슨일로 나를 소환했나, 사령술사여." "……내 영혼과 교환해 이뤄줄 소원이 있다." "말해보라. 그대의 제물은 이미 받아두었다." 스폰은 손을 들어올렸다. 그 손아귀에는 끔찍한 고통으로 울부짖는 라무네즈의 영혼이 있었다. 라무네즈는 스러져가는 목소리로 대답했 다. "……디네즈를 인간……으로……그것이…… 내 소원……" 라무네즈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쓰러졌다. "라무켈!" 디켈이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스폰은 그런 리무네즈를 무표정한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스폰은 고 개를 갸우뚱 하더니 혀를 내밀어 라무네즈의 영혼을 핥았다. 그리고 는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거렸다. "그런 거였군……" "……" 스폰은 음산한 미소를 디켈에게 지어보였다. "아주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는 영혼이야……내가 가져가는 것보다 더 좋아." "……" 스폰이 손을 들어 디켈에게 향했다. 그 손에서 칠흑같이 어두운 기 운이 쏟아져나와 디켈을 감쌌다. 디켈은 잠시 움찔 했지만 반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있었다. 어두운 구름이 계속 머물고 스폰이 말을 이 었다. "……이 영혼은 재미있다. 이대로 지옥으로 가져가는 것보다는 네 게 주마. 다만……네 남자로서의 능력은 내가 가져간다. 어차피 다크메이스가 계약한 제물은 남자 라이컨슬로프……나와는 관계 없는일. 그가 내게 찾아온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겠지." 희미한 안개와 함께 스폰도 사라졌다. 어두운 구름이 서서히 가라앉 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디켈이 모습을 보였다. 아니……이 제는 라이컨슬로프가 아닌, 인간여성 디네즈 다크메이스가 나타난 것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두르고 몸에는 미스릴 갑옷 하나 뿐이었 다. 디네즈는 크큭 하는 가슴에서 끌어져나오는 듯한 울음을 터트렸 다. 그리고 차가운 시체가 되어있는 라무네즈를 끌어안았다. "……라무네즈……" 라무네즈의 시체가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디네즈의 오른손으로 스며들어갔다. 그리고 빛은 꿈틀거리 며 길다란 검의 형태를 띄었다. 검은 카칵 거리는 신음을 내며 비명 을 질러댔다. "……복……수……" 라무네즈의 영혼……데블스 스피릿 스워드는 디네즈의 갑옷을 긁어 대며 외쳤다. 디네즈는 그것을 물끄러미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몸 을 추스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화석의 숲으로 사라져갔 다. 환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화석의 숲이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 전 부였다. 카뮤는 멍하니 서서 디네즈의 환각이 사라진 곳을 주시했다. 가슴속 깊이 들어가 있는 돌덩이 하나를 꺼내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 다. 묵묵히 디트리히가 일어서고 카뮤, 그리고 로리타도 자리에서 일 어났다. 모두는 천막안으로 돌아가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디네즈를 물끄러 미 바라보다가 곧 부스럭거리며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러나 아무도 잠을 자지는 못했다. 이것으로 끝인가……다음은 누구일까. 카뮤는 불안해졌다. * * * 짜잔.....제가 나왔습니다!!1 ^^; 루시퍼로 하려다가...너무 진부한 것 같아서 말이죵.....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29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7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7 19:31 읽음:855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7 by 유 민 수 27. 행군은 점점 힘들어졌다. 그러나 더 이상 디네즈에 대한 환영은 나 오지 않았다. 디네즈는 인사불성이 된 채 샌드쉽에 끄는 들것에 실 려있었다. 언제 정신을 차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난날의 지독 했던 기억을 꿈으로 다시 만나는 지도 몰랐다. 가끔씩 라무네즈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면……틀림없었다. 카뮤는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화석의 숲에는 의지(意志)라는 것이 존재하는 듯 했다. 그리고 숲은 침입자들 중 가장 강한자들을 골라 공격을 가한다. 그렇다면 다음은 누구일까……아직 검을 맞대보지는 않았지만 디트리히? 디트리히에게 아픈 과거가 있을까? 로리타? 로 리타는 정령사이니 강함의 평가가 곤란하다. 에드거는 제일 마지막 순위일테고……세이렌이야 드래곤이니 고통스런 기억은 존재하지 않 을 것이다. '결국……디트리히 아니면 나로군.' 그러나 카뮤는 무덤덤했다. 카뮤의 기억속에 그런 추억은 없었다. 어 머니가 안계신게 슬프긴 했지만 디네즈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아는지, 화석의 숲은 아무런 공격도 가해오지 않았 다. 그렇게 나흘째가 되자 에드거는 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하루입니다. 하루만 더 가면……대미궁을 볼수있게 됩니다." "힘든 여정이었어요. 그런데 되돌아갈 때 다시 이 길을 지나가야 하나요?" 약간 겁먹은 듯한 로리타의 질문에 에드거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길은 이것 하나 뿐입니다. 다른 길은 없어요." "……" 로리타의 얼굴에 다시 검은 그늘이 스쳐갔다. 카뮤도 이 길은 다시 가고싶지 않았다. 만약 화석의 숲이 디네즈의 과거를 다시한번 보여 주기라도 한다면 맹세코 화석의 숲을 날려버리고 말 생각이었기 때 문이다. 카뮤는 고개를 돌려 디네즈를 바라보았다. 디네즈는 이틀 전 보다는 많이 나아진 상태였다. 확실히 수면은 상처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가죠." 카뮤가 말했다. 일행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석의 숲은 여전히 조용할 뿐이었다. 꽤 걸었을까……카뮤는 앞쪽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카뮤는 손을 들어 일단 일행을 정지시키고 로리타에게 눈짓을 보냈 다. 로리타는 아무말 하지않고 샌드쉽 위로 뛰어올라갔다. 그리고 눈 을 가늘게 떠 앞을 주시했다. "엘프다." "뭐?" 카뮤는 놀란 목소리를 냈다. 로리타는 조용히 하라는 듯 손을 들어 카뮤의 말을 막았다. "……어른이야. 우리를 보고는 숲 저편으로 사라졌어. 이제는 안보 여." "적인가?" 카뮤가 물었지만 로리타는 고개를 흔들었다. "잘 모르겠어. 너무 먼 탓도 있지만……엘프는 섣불리 공격을 하는 인종은 아니야. 그건 다크엘프도 마찬가지고……" "……설마 이번 공격대상이 로리타는 아니겠지?" "내 기억에 저런 엘프는 없어. 환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행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충격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를 검색 했다. 그러나 모두의 얼굴은 평온했고 특히 마음을 쓰는 사람은 없 는 것 같았다. 일행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않아 디트 리히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앞에서 누군가 오는데……" 로리타는 다시 샌드쉽 등에 올라 앞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어. 진짜야. 조금전의 그 엘프인가……" "망을 잘 보라구. 적인지 아닌지……하긴 이런곳에 온 녀석이 적이 아닐리 없겠지만." "……너무 이분법적인 생각인 것 같은데." 로리타는 빙긋 웃으며 다시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이내 탄성을 터트렸다. "아주 반가운 사람이야!" "반가워?" 카뮤는 잠시 어리둥절 해졌다. 의혹의 눈을 디트리히에게 보내봤지 만 디트리히도 영 눈치채지 못하는 듯 했다. 로리타는 샌드쉽 등에 서 뛰어내렸다. "크리스야. 크리스 라켄도르프. 그 멍청이 전사." 다가온 것은 엘프가 아닌 사람이었다. 카알에서 보았던 바로 그 가 무잡잡한 피부의 여전사로 엘프처럼 귀에 길다란 장식을 하고있어 엘프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적어 도 끙끙거리며 끌고오는 남자를 모를리 없었다. 자신의 키만한 엄청 난 검을 휘두르는 전사. 분명 크리스 라켄도르프라고 자신의 이름을 밝혔던 것 같았다. 그녀는 작은 들것에 크리스를 싣고 오다가 소리를 질렀다. "도와줘요!" 카뮤는 디트리히에게 말을 건넸다. "그래야 할까요? 마스터에게 칼을 들이댄 자인데요." "……별수 없지않은가." 한숨을 내쉬며 디트리히가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않아 카뮤는 기진 맥진한 그 여자마법사와 크리스를 만날 수 있었다. 상처라도 입은게 아닐까 했지만 크리스 역시 디네즈처럼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여자마법사는 여전히 몸을 거의 드러낸 옷을 입고있었고, 고개를 돌 리며 자카레이드의 고기를 권하는 에드거에게 감사의 웃음을 보냈 다. "……정말 질려버렸어요, 이 숲은." 여자마법사는 자신의 이름을 엔시아 프란츠라고 밝혔다. 잭슨 지방 출신으로 자이안트계 마법을 조금 사용한다고 했지만 로리타에게 살 짝 들은바로는 클래스 5의 마스터였다. 이럴때는 로리타의 능력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거에요? 당신네들……바이서스로 가지 않았 나요?" "물론 갔었죠. 거의 죽을뻔 했는걸요." 엔시아는 투덜댔다. "……크리스가 가져간 그 열쇠, 지금은 다른 녀석에게 팔았지만 아 무튼 그 열쇠 때문에 죽을뻔 했어요. 밤낮을 가리지않고 날아오는 검과 함정……두달전의 일이지만 정말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 았어요. 그래서 크리스를 설득해 열쇠를 넘겨주고는 돈을 받는 것 으로 끝냈지요." "……팔았어요?" 로리타가 웃으며 물었다. 그 열쇠가 가짜라는 것은 에드거를 제외한 모두가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카뮤도 속으로 '이 사람들, 완전한 바 보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엔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도 안되는데 그런걸 갖고 있으면 오히려 해가 되죠. 자기 분 수를 안다……이게 크리스의 좌우명이거든요." "다행이군요.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된거죠? 이곳이 어디인지 는 알아요?" "몰라요. 그래서 더 황당하죠." 엔시아는 자카레이드의 고기를 다 먹고는 손가락을 쪽쪽 빨아댔다. 아마 제대로 먹지 못한 것 같았다. 화석의 숲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굶기에 딱 좋은 곳이다. 게다가 나간다 하더라도 열사의 사막……죽 음의 지대인 셈이다. 그렇게 따지면 크리스 일행은 정말 운이좋은 모험자였다. "……바이서스에서 도망가는 길은 쉽지 않았어요. 우리가 열쇠를 팔았다는 것은 별로 아는사람이 없었고……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았죠. 정말 미칠 것 같아서 마법사에게 부탁해 잭슨으로 텔레포 트를 부탁했어요." "잭슨? 여기는 네레노디아 인데요?" "뭐라구요!" 엔시아의 얼굴이 한 대 맞은 사람의 얼굴로 변했다. "그럼 마경을 지나왔다는 거에요? 그 죽음의 숲을? 혹시 여기 마 경이 아닌가요?" "불행하게도, 아니에요. 여기는 화석의 숲이란 곳이죠. 마경보다 더 지독해요." 에드거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자 엔시아는 거의 쓰러지지만 않았 지 충격을 받아 기절해버린 사람의 행동을 한번에 보여주고 있었다. 충격이 가시길 기다렸다가 카뮤가 질문을 던졌다. "저 친구는 왜 저래요?" "모르겠어요. 요 며칠간, 정말 이상한 환영을 봤거든요." 엔시아는 말했다. "……끔찍했어요. 수많은 오우거와 코볼드……일개 연대급의 병력 이 마을을 덮쳤어요. 피가 튀고 머리가 굴러다니고……모든게 불 타 없어져 버렸죠.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울고있는 아이가 있더군 요. 크리스는 그 아이를 보고 무척 놀랐어요." '이쪽은 크리스였군.' 카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엔시아는 카뮤가 놀라 그러는줄 알고 약 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설명해 나갔다. "환영은 며칠을 계속해서 나타났죠. 정말 끔찍하게도 살았더군요. 빵 한조각을 위해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산속에서 늑대무리 와 혼자 싸우기도 하고. 용병으로 나갔는지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 을 죽이더군요.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그러다가 거의 미쳐 버린 광란의 상태까지 갔어요. 그러다가 어떤 마을에서 한 여자아 이를 만났는데, 울며 매달리는 아이를 무참하게 찔러죽였어요." "오, 이런." "크리스는 어땠나요?" 엔시아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 광경을 보고난 뒤에 기절해 버렸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이모양 이죠." "그 아이……어디에서 많이 보던 사람 아니었어요? 크리스하고 닮 지 않던가요?" "별루……눈매가 많이 비슷하긴 했지만 검은 머리카락인 크리스와 는 달리 은색 머리카락에다가 브로드소드를 쓰던걸요. 그리고 크 리스는 그런 살인마가 아니에요. 크리스는 저얼대로, 살인을 좋아 하지 않으니까. 크리스도 아니라고 했구요." "……그말을 믿나요?" "확실하게 믿어요. 여러분은 안그래요? 이쪽은 뒤에 누워있는 여자 분이 같은꼴을 당한 모양인데." "……" 천진하게 대답하는 엔시아를 보고 카뮤는 할말을 잃었다. 엔시아의 대답은 빠르고 간단했다. 만일……디네즈가 눈앞에서 벌어졌던 그 끔찍한 환영을 외면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카뮤 자신은 엔시아처럼 말할수 있었을까? 디트리히의 얼굴도 같은 생각을 하는 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으으……" 크리스가 몸을 뒤척이며 괴로워하는듯 했다. 말라버린 입술을 달싹 이다가 다시 헉헉거리는 숨을 내쉬었다. '의외로 강한 전사들은 정신공격에 약한거군……' 카뮤는 한숨을 내쉬었다. 엔시아와 크리스의 관계가 어떤것인지는 몰랐다. 물론 겉보기에 둘 다 몸을 거의 드러내놓고 다니는 야만인 처럼 보이고, 또 휴프노스에서 하던 행동을 보건대 좋은 사람들이라 고 말할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 사이에는 믿음이란 것이 존재하는듯 했다. 카뮤는 죽어가던 라무네즈가 했던 말을 다시한번 상기했다. '동료를……생명을 맡길수 있는 진정한 동료를……찾아……' 카뮤는 자신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면……최고의 전사가 된다……최고의 전사……" 디트리히의 눈이 카뮤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카뮤는 마주보지 않았 다. 그저 고개를 뒤로 돌린채 아직도 잠들어 있는 디네즈를 물끄러 미 살펴볼 뿐이었다. '……마스터……나를 믿는군요……' * * * 동료……그것은 소중합니다. 적어도 기쁜 마음으로 칼을 들이대지 않는 유일한 상대니까요.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30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8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7 19:32 읽음:853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9 by 유 민 수 28. 하얀 달이 화석의 숲 위에 떠있었다. 마스터는 저 달을 '알테미아의 눈'이라고 불렀다. 알테미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마경의 라이컨슬로프 족에 전해내려오는 어떤 신이나 전사의 이름인 것은 분명한듯 했다. 달은 차가운 빛을 발하는 화석의 나무를 은은히 비 추고, 그 빛은 더욱 차갑게 바닥에 그 실체를 흩뿌린다. 죽음……그 리고 괴로움과 고통. 화석의 숲은 그런것을 보이고 있는듯 했다. 생각해보면 화석의 숲이란것 자체가 하나의 '과거'를 의미하는듯 했 다. 돌로 변해버린채 400년간 그 모습을 그대로 가진다. 그리고 자 신의 안에 들어오는 자의 과거를 현재로 바꾸어 보여준다는 것. 분 명 어떤 '의지'가 있는것은 분명하지만 무차별적이고 냉혹한 성격인 것 만은 확실했다. 지금 카뮤일행과 엔시아의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다른 환영이 그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환영은 달이 떠오를 즈음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환영의 대상은 크리스였다. 크리스의 환각은 브로드소드를 들어 이미 죽어버린 여자아이의 시 체를 강간하고 난도질하기를 여러차례 했다. 그의 눈은 광기, 그 자 체였고 인간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끔찍하다못해 악마적인 광 경……그러나 그런 크리스의 환영을 엔시아는 냉정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크크크크……" 크리스의 환영이 웃음을 터트리다가 고개를 푹 숙이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색 플레이트 메일은 완전히 피 로 젖어있었고 브로드소드는 뼈를 내리쳤을때 생긴 상처가 가득히 나 있었다. 크리스의 은색 머리카락도 피로 가득한 젖은 검은색으로 변해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크리스가 고개를 들었다. "……여기가 어디……" 크리스의 환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자신의 눈앞에 참혹하게 널부러져 있는 여자아이의 시체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이건……대체……" 크리스의 환영은 두손을 덜덜떨기 시작했다. 피로 젖어있는……그리 고 한눈에도 강간당하고 조각조각 토막난 여자아이의 시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크리스의 환영은 자꾸만 고개를 흔들거리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내 크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브로드소드와 갑 옷을 벗어던지고 화석의 숲으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크리스의 환영 은 모습을 감추고 보이지 않았다. 카뮤 일행은 또다시 침묵속으로 빠져들었다. 카뮤는 약간 심드렁한 기분이었다. 디네즈의 환영은 이것보다 더 참혹하다못해 끔찍한 상황이었다. 기껏해야 죽은 시체를 난도질 하 는것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 작게 하품까지 하고 있었다. 그것 은 디트리히와 로리타도 비슷했다. 그러나 엔시아의 얼굴은 창백하 게 질려 있었다. "……젠장." 작게 중얼거리는 엔시아의 말이 들렸다. 카뮤는 눈을 돌려 고른 숨 을 내쉬며 잠들어있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크리스의 얼굴은 이제 평온했다. 고통스런 꿈이 끝난걸까……카뮤는 엔시아에게 말을 건넸 다. "……엔시아." "네?" 엔시아가 흠칫 놀란 표정으로 카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완 전한 납빛이었다. "크리스와 어떻게 만났어요? 어디까지 진행되었죠?" "진행……? 무슨……" 엔시아는 잠시 아연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볼을 부풀리며 매서운 눈 초리를 카뮤에게 보냈다. "아직 어린애가 무슨 소릴 하는거야!" "어린애라도 알건 다 알아요. 같이 다니는 걸 보면 손잡고 키스까 지는 했을테고……음……혹시 같이……" "시끄러! 난……아직 처녀야!" 엄청난 기세로 엔시아가 달려와 카뮤의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따악 하는 소리가 나고 카뮤는 뒷통수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주저앉았 다. 눈물이 나올것 같았지만 카뮤는 일부러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기분은 풀렸어요?" "……?" "얼굴이 조금 풀렸군요. 조금 전보다 나아요." 엔시아는 아 하는 표정으로 카뮤를 보았다. 잠시 그렇게 서있던 엔 시아는 묵묵히 손을 내밀어 혹이 솟아오르고 있는 카뮤의 뒷통수를 어루만졌다. 짐짓 화난 표정이었지만 엔시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돌고 있다는 것을 카뮤는 알수 있었다. "대답해 줄래요? 어떻게 크리스를 만났는지." "……이야기 하지면 좀 길어." 엔시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잭슨은……휴프노스와는 달리 작은 공국들의 모임이고 공국의 수 장끼리는 별로 사이가 안좋지. 그래서 언제나 전쟁과 전투가 밥먹 듯 일어나고……크리스와 마찬가지로 나도 그 와중에 고아가 됐 어." "……의외군요. 잭슨은 막강한 군사력 만큼이나 강한 정치력을 갖 고있는줄 알았는데." "그건 공국들끼리의 맹약 때문이야. 침략을 받으면 사사로운 감정 은 잊는다라는 계약이거든. 하지만 그런일이 없을때는 서로 물고 뜯고 싸우기에 바쁘지. 나는 그런 공국중의 하나인 데버룬 공국에 서 용병으로 일했어. 크리스는 그곳에서 만났지." 어루만지던 손길을 떼고 엔시아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에드거가 서 둘러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잠시후 타닥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작 은 불길이 솟아올랐다. 모닥불이라고는 하지만 샌드쉽의 똥에 에드 거가 가져온 지푸라기를 섞어 만든 이상한 연료로 태우는 것이었다. 불길도 작고 냄새도 안좋았지만 오래타며 따듯하다는 장점이 있었 다. 엔시아는 우울한 눈으로 모닥불을 지켜보았다. "……크리스는……말이 없었어. 처음엔 검도 갑옷도 없어서 떠돌이 인줄로만 알았고, 우리 부대의 캡틴도 크리스를 대장간에 배치시 켰어. 크리스는 묵묵히 대장간 일을 했고……그런 크리스를 모두 무시했지. 그런데 어느날 캐디시 공국에서 전쟁을 걸어왔지." "……" "캐디시 공국은 많은 금광을 갖고있어 경제력만 따지자면 잭슨의 공국중 제일일거야. 그들은 뜻밖에도 바이서스의 용병을 고용하고 있었어. 바이서스의 용병은 난폭하고 무섭기로 전장에서는 제일 이름이 나 있었지. 체격도 크고, 무엇보다도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으니까. 너희들은 아직 그들과 싸워본 경험은 없지?" "없어요. 하지만 별루 무섭지는 않네요. 무서워봤자 샤갈이나 드래 곤보다 더 무섭겠어요?" "……무서운 말을 하는 꼬마네." 엔시아는 기가 질리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인간대 인간의 싸움에서는 아마도 그들이 제일일거야. 아뭏든 한 밤중에 그들이 기습을 해 왔고……우리 부대는 거의 전멸직전까 지 흘러들어갔어. 300명의 부대원중 살아남은건 캡틴과 나를 비 롯한 20여명……그나마도 상처를 입고 있어서 내 마법의 비호를 받지 않으면 금방 죽을것 같았지. 나도 그들의 검에 상처를 입고 있었는데 그때 크리스가 나온거야. 한손에는 저 검을 들고서." 엔시아의 눈이 크리스의 옆에 놓여있는 괴물같은 검을 가리켰다. "저 검은 별로 좋은건 아니야. 예전에 본 일이 있어. 검을 만들다 가……남거나 못쓰게 된 폐철을 모두 모아 크리스가 뭉쳐둔 고철 덩어리야. 크리스는 절대로 자신을 위해 검과 갑옷을 만들지 않았 어. 부대 규정상 일인당 검 한자루를 갖고있어야 한다고 말하니까 폐철을 모두 녹여 저것을 만들어 냈지. 무뚝뚝한 얼굴이긴 했지만 크리스는 내게는 잘해줬으니까. 크리스는 나를 보면서 다른 누구 를 떠올리는것 같아." "……" 카뮤는 크리스의 손아래 죽어간 여자아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닮은점은 없었다. 그러나 여자라는 공통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적 어도, 카뮤는 그렇게 생각했다. "크리스는 내가 공격받는것을 보더니 커다란 고함을 지르면서 검 을 휘둘렀지.……장관이었어. 바이서스의 용병들이 혼비백산하며 도망가는건 처음봤으니까. 비록 날이 서있지는 않지만 저 검의 무 게는 엄청나. 크리스는 마치 몽둥이처럼 검을 휘둘러 바이서스 용 병들의 몸을 두조각냈지. 혼자서 30여명을 상대하더라니까……결 국 그날 전투는 우리의 승리로 끝났지만 크리스는 다시 검을 들 지않고 대장간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일주일쯤 후에 길을 떠나려 고 했지. 나도 상처를 입은데다 데버룬 공국에서 월급이 나왔기에 크리스의 뒤를 따라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 그런 내 부탁을 크리 스는 아무말 없이 들어줬고……그게 전부야. 크리스와 나와의 관 계는." "생명을 같이하던 전우라는 의미군요." "……용케 견뎌왔군요. 크리스라는 분……" 카뮤는 로리타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로리타는 크리스의 팔을 잡고 있었다. 얼굴이 약간 창백하게 변해있었고 볼이 약간씩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엔시아는 로리타의 말에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의미죠?" "……생명력이 무척 약해져 있어요. 정신력은 바닥 상태고……죽지 않은건 무언가 강한 미련이 있기 때문인것 같아요." "약해요? 말도 안돼요. 크리스는 체력 하나만은 알아준다구요." 항변하는 말이었겠지만 뉘앙스가 이상해 엔시아는 말을 더듬으며 정 정했다. "내 말은, 그는 강한 전사라는 거에요." "나도 그건 인정하지만, 지금 그의 상태는 죽기 일보직전이에요." "……이상하네. 여기까지 오면서 별로 싸우지도 않았는데……" 엔시아는 당혹해 했다. 카뮤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지나갔 다. 카뮤는 크리에게로 다가갔다. 분명 편안히 잠들어 있는 모습이 다. 그러나 로리타는 카뮤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로리 타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크리스는 갑자기 기력을 잃어버렸을까? 카뮤는 불길한 생각에 디네즈의 손을 잡아보았다. 손 은 차가웠다. 카뮤는 손끝에 와닿는 느낌에 놀라 외쳤다. "로리타! 마스터를 검사해줘." "……응? 이건……" 디네즈의 손을 잡은 로리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로리타는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저어버렸다. "똑같아. 크리스도 디네즈도 모두 기력을 잃었어. 하지만 이상한 데……이렇게 힘을 잃었는데도 살아있어. 모든게 정상이야." "……정말 마음에 안드는 숲이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을 느끼면서 카뮤는 자리에 일어났다. 디트 리히와 엔시아의 얼굴이 걱정으로 가득했다. 문득 카뮤는 앞쪽의 길 에서 누군가가 오는것을 알수 있었다. 카뮤는 세이렌에게 말했다. "앞에 누가 오는지 봐줘. 될수있으면 숲 위로 날아서 말야." "……알았어." 긴 휘파람 소리를 내며 세이렌이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 하늘로 날 아올랐다. 디트리히도 조금 앞쪽으로 걸어 버티고 서서 그 누군가가 접근해오기를 기다렸다. 엔시아와 로리타는 그런 디트리히의 뒤에 서서 손을 내민상태로 캐스팅 준비에 들어갔다. '……제발 아니길……' 카뮤는 스르릉 소리를 내며 에스토크를 뽑아쥐고 디트리히의 곁에 나란히 섰다. 접근해오는 자는 인간이고 멀리나마 두명이라는 것을 알수있었다. 한명은 플레이트 메일에 브로드소드를 들었고 다른 하나는 은빛 갑 옷에 맨손이라는 것이 쉽게 보였다. 그때 공중에서 세이렌이 내려왔 다. 세이렌은 땅에 내림과 동시에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세이센 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도플갱어 같아." "……도플갱어?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다닌다는 몬스터 말이야?" 디트리히가 바스타드를 빼들었다. 그러나 카뮤는 그런 디트리히를 말렸다. 의문에 가득한 시선을 디트리히가 보내왔지만 카뮤는 가만 히 고개를 저었다. "속단하기는 일러요. 어쩌면 도플갱어가 아닐수도 있어요." "말도 안돼요. 틀림없는 도플갱어라구요!" 세이렌이 항변했지만 카뮤는 날카로운 눈짓으로 그녀의 입을 다물게 했다. 그리고 디트리히에게 물었다. "디트리히. 당신은 마스터를 믿어요?" "……당연하지 않은가." "안심이군요. 앞으로도 그러길 바래요." 카뮤는 시선을 뒤로 향했다. 엔시아의 얼굴에는 경악해버린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로리타도 마찬가지였다. 카뮤는 속 으로 제길 이라고 말하고는 다시 똑바로 섰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오는 눈앞의 두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디트리히는 접근하는 사람을 보고는 입을 꾹 다물고 바스타드를 땅 에 박아넣어 버렸다. 그리고 무뚝뚝한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카뮤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가슴깊이 공기를 들이마셨다. 두 사람이 카뮤와 이십보 거리에서 멈춰섰다. 그들은 멍한 시선을 이쪽으로 보내고 있 었다. 카뮤는 그중 한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어서와요, 마스터." 공허한 눈동자로 서있는 그 사람은 검은머리의 전사……네즈의 이름 을 이어받은 라이컨슬로프 최고의 전사, 디네즈였다. 디네즈는 카뮤 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 * * 아아....머리아퍼. 존재의 이유....라는 곡을 듣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31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9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7 19:33 읽음:861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9 by 유 민 수 29. 엔시아는 눈앞에 서있는 두 사람을 보다가 뒤에 누워있는 두 사람 을 계속 번갈아 바라보았다. 분명 양쪽은 동일인이었다. 얼굴도 그랬 고 분위기도 같았다. 다만 틀린점이 있다면 한쪽은 누워있고 한쪽은 일어난 상태로 지금 자신들의 눈앞에 서있다 뿐이었다. 엔시아는 조 그맣게 외쳤다. "크리스!" "……" 크리스였다. 비록 은색머리에 브로드소드를 들고있었지만 분명 크리 스였다. 얼굴에 상처도 없고 어떻게 보면 잘생긴것도 같은 그였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흔들 하고는 다시 반문해왔다. "……그게 누구지? 나를 아는가, 여자?" "……" 크리스는 브로드소드를 들고 허공에 두세번 휙휙 휘두르더니 멍한 시선을 엔시아에게 보냈다. "그녀석이 누군지 모르지만, 나는 크리스가 아니야. 내 이름은 라 비니스 후디니. 후디니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전사, 라비니스 야." 엔시아가 그의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카뮤가 손을들어 말렸다. 엔시 아는 의혹의 눈길을 보냈지만 카뮤는 여전히 시선을 디네즈에게 박 아두고 있었다. 디네즈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카뮤를 보고는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오른손에서 검은 기운이 빠르게 쏟아져나와 검의 형상을 이루었다. 데블스 스피릿 스워드였다. 카뮤는 가볍게 혀 를 차고는 소리를 냈다. "……예상이 맞는군." "무슨 의미지?" "저 두사람……분명 마스터와 크리스에요. 다만 우리를 모르는…… 또다른 그들이라는게 다를 뿐……" 엔시아는 무슨 달밤에 체조하는 소리냐는 눈으로 카뮤를 노려봤지만 카뮤는 상관하지 않았다. 카뮤는 조금 큰 목소리로 디네즈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뵙는군요, 디켈님" "……나를 아는 당신은 누구지?" 디네즈가 대답했다. 그녀의 얼굴은 묘한 미소를 띄고있었다. 분명히 카뮤가 처음으로 보았던 그때의 그 미소였다. 카뮤는 빙긋 웃어보였 다. "저는 카뮤 폰 렉싱턴. 당신의 동료입니다.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 시겠지만……" "……동료? 너같은 어린아이가?" "아직 어리긴 하지만 적어도, 난 적과 친구를 구별할줄 압니다. 당 신은 바타쿠를 찾고 계시죠. 맞습니까?" 순간 엔시아는 디네즈의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섬광을 볼수 있었다. 지독한 살기……바로 그것이었다. 흔들하는듯 하더니 디네즈의 모습 이 사라졌다. 엔시아는 눈을 깜빡였지만 디네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 바로 옆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에 있느냐! 그놈은!" 엔시아는 기겁을 하고 몸을 비켰다. 디네즈의 손에 들린 스피릿 스 워드가 카뮤의 목에 대어져 있었다. 스피릿 스워드는 카칵 하는 소 리를 내며 카뮤의 목을 자를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카뮤는 웃는얼굴 그대로였다.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저는 당신의 동료입니다." "믿을수 없다! 네가 내 동료라면 난 너를 알고있어야 한다. 하지만 난 너를 몰라." "……때로는 알지못하는 것이 더 나을수도 있겠죠." 카뮤는 에스토크를 들어 디네즈의 눈앞에서 조금씩 흔들어 보였다. 엔시아의 눈에 카뮤의 검은 그저 들려있는것 처럼 보였지만 에스토 크가 스피릿 스워드에 닿자, 불꽃이 튀며 스피릿 스워드가 바깥쪽으 로 튕겨져나갔다. 디네즈는 흠칫 했지만 물끄러미 카뮤의 검을 보고 있다가 스피릿 스워드를 거두었다. 카뮤도 천천히 에스토크를 검집 에 집어넣었다. 디네즈는 낮은 목소리로 카뮤에게 말을 건넸다. "……전륜을 알고있구나. 넌 대체 누구지? 어떻게 라무네즈의 기술 을 알고 있는거야?" "난 당신이 아는것보다 더 많은것을 알고있습니다, 디켈양. 아니, 이제는 디네즈 양이라고 불러야 겠지만요." "……" 디네즈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 그러나 카뮤는 일일이 응대하지 않았 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 앉아버렸다. 디트리히는 갑작스런 카뮤의 행동에 놀라 바스타드의 자루를 쥔채 로 엉거주춤한 상태로 서 있었다. 그것은 로리타와 엔시아도 마찬가 지 였으나 가장 정도가 심한것은 에드거였다. 에드거는 샌드쉽 뒤에 숨은채로 눈만 내놓고 있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디네즈는 천천히 카뮤의 앞에 앉았다. 그 리고 깊은 눈동자로 카뮤를 바라보았다. "……너는 누구야. 나를 알고있고……내 모든것을 꿰뚫고 있다는 그 얼굴……마음에 들지 않아."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아는것보다 나을수 있다……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디네즈." "그렇겠지. 현재 나는, 솔직하게 너를 죽여없애고 싶다." 디네즈는 솔직하게 말했다. 디트리히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은 놀 란 얼굴을 했지만 카뮤는 곤란하다는 표정일 뿐이었다. 카뮤는 에스 토크를 채운 검집을 풀어 디네즈에게 내밀었다. 디네즈는 이상하다 는 시선을 카뮤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의미냐?" "무엇을 원하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마스터." "마스터? 나를 왜 그렇게 부르지, 꼬마?" "이런 젠장. 난 꼬마가 아니에요. 내이름은 카뮤라구요. 당신이 얼 뜨기 여자가 아니라 디네즈 다크메이스인것처럼. 알겠어요?" 카뮤는 화가 났다는 듯이 볼을 부풀렸다. 그러다가 손바닥을 휘저으 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난 당신을 속일마음이 전혀 없어요. 내가 아는 모든 과거, 그리고 모든 사실을 전부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구요. 난 지금 당신이 짐작하는 것처럼 이상한 녀석도 아니고 그럴생각도 없어요. 디네 즈, 당신이 원한다면 단 한가지 사실만 제외하고는 모두 말해줄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실 하나만을 원한다면 다른것은 포기해야 하 죠." "……" "마스터. 당신이 그 검으로 나를 죽이든 말든 상관하지 않아요. 당 신이 다크메이스의 제물이었건 아니건 나는 알고싶지도 않아요. 내가 묻고싶은 것은 단 하나에요. 한가지 사실을 알고싶어요, 아 니면 그것을 제외한 모든것을 알고싶어요? 고르세요." "……" 카뮤는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을 갑자기 벗어버렸다. 그리고 맨몸으 로 디네즈의 앞에 털썩 앉았다. 디네즈는 무척 고민하는듯한 얼굴이 었다. 대략 1시간 정도였을까……드디어 디네즈가 입을 열어 카뮤에 게 말을 걸었다. "……한가지 사실만을 알고싶다. 다른 모든것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나는 그것을 택한다." "……후회하지 않죠?" "후회하지 않는다." 카뮤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 한가지 사실. 그건 바로 '나는 당신을 믿는다'라는 것입니 다." "……"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그러나 디네즈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디네즈는 카뮤의 천진한 얼굴을 물끄러미 보더니 갑자기 오른손에서 스피릿 스워드를 뽑아들어 카뮤의 목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차가운 어투로 물었다. "그게 전부냐?" "……전부에요." "그 말때문에 너는 죽을수도 있다. 죽고싶으냐?" "……모르겠어요. 죽고싶지 않다면 거짓이겠죠? 하지만 난 당신을 믿습니다." "……" 디네즈는 갑자기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그 녀의 얼굴이 십년은 지난듯 늙어보였다. 디네즈의 모습은 마치 연기 처럼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에 화석으로 된 나무 하나만이 남아있었 다. "……사라졌다……" 로리타의 눌린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카뮤는 이마의 땀을 씻으며 부 리나케 뒤에 누워있는 디네즈에게로 다가갔다. 디네즈의 숨결이 점 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카뮤는 그런 디네즈의 손을 꼭 잡았다. 디네 즈는 어깨를 움찔하더니 천천히 눈을 뜨고 카뮤를 바라보았다. 디네 즈는 손을 들어 걱정스러운 얼굴의 카뮤를 어루만졌다. "……꿈을 꾸었단다, 카뮤……" "……무슨 꿈인데요?" "꿈에서 너를 봤단다. 아주 오래된 기억속에서……너를 만난 기억 이 생각났단다." "좋은 꿈이군요……돌아와서 기뻐요, 마스터." 엔시아는 눈물을 흘리는 카뮤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크리스에게로 돌 렸다. 크리스는 여전히 멍한 시선으로 브로드 소드를 든채로 전투자 세에 들어가 있었다. 어떤 생각일까…… 엔시아는 크게 심호흡을 했 다. 크리스는 브로드소드를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그대로 정지해 있었 다. 엔시아로서는 기억에 남은 자세였다. 분명 환영중에 나타났던 크 리스의 전투자세였다. 엔시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크리스가 입을 열었다. "……너 마법사군." "그래요, 크리스." "난 크리스가 아니라니까……" 으르렁거리는 듯한 어조였다. 엔시아는 두 손을 벌려 똑바로 섰다. "왜 그러죠? 우리는 동료잖아요. 난 당신을 믿어요." "……난 그런거 필요없다. 모르겠나 마법사? 나처럼 강한자는 동료 가 필요없다." "……" 뜻밖이었다. 엔시아는 아연한 얼굴로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믿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너는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군. 방금전까 지 나를 믿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엔시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설마 크리스가 자신의 말꼬투리를 잡 아 이죽거릴줄은 생각도 못했다. 엔시아는 잠시 말을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나 끝내 입을열지 못했다. 말로 싸우는 것은 엔시아에 겐 별로 적합한 일이 아니었다. 카뮤는 작게 눈짓으로 디트리히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냈다. 디트리 히는 잠시 어떻게 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엔 시아에게 다가왔다. 엔시아는 울것같은 표정이었다. 디트리히는 부드 럽게 웃어보이며 엔시아를 뒤로 보냈다. * * * 아이구 지겨워.....빨리 끝내고 대미궁으로 보내버려야지.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33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0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7 19:34 읽음:899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0 by 유 민 수 30. 크리스는 디트리히가 나서자 묘한 시선을 보내왔다. 입술 한쪽끝이 뒤틀리는 묘한 웃음을 보여온 것이었다. 디트리히는 바스타드를 뽑 아들고 눈앞에서 똑바로 세워 올렸다. "……네가 강하다고 생각하나?" "물론이다." "재미있군. 나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한다." "……" 고상하다고는 할수없는 말이었다. 크리스는 묘한 미소를 짓고는 브 로드소드를 잡고 자세를 잡았다. 똑바로 선 자세에서 두 팔로 검을 잡고 검끝은 하늘을 향한다. 디트리히가 보기에 무척 이상한 자세였 지만 디트리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디트리히는 검을 치켜세워 몸을 비스듬히 막아 방어자세를 취했다. 무릎을 조금 구부리고 허리 를 낮춰 전통적인 검세를 유지했다.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휴프노스 기사의 격검세. 훌륭하군." "……그쪽도 훌륭해. 분명 제스타 하이랜드 공국의 세검술이지?" "……눈썰미가 좋군." 다음순간, 크리스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크리스의 브로드소드가 디트리히의 얼굴을 향해 짓눌리듯 쏟 아져들어왔다. 디트리히는 검을 가로로 눕혀 후려치듯 크리스의 검 을 쳐냈다. 카캉 하는 금속성이 울리며 두 사람은 모두 한발자국씩 물러났다. 크리스의 얼굴에는 감탄하는 듯한 표정이 가득했고 디트 리히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그저 바스타드를 쥔 손을 조금 흔들 거리는 정도였다. 크리스가 조금씩 앞으로 다가왔다. 반보정도의 접근이었지만 그 기 세는 대단해 저절로 몸이 뒤로 밀리는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디트리히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한걸음 다가서며 크리스에게 중압감을 주고 있었다. 약 다섯보 정도의 거리에서 둘은 동시에 멈 췄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도 불지않는 화석의 숲에서는 조그마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카뮤와 엔시아도 숨을 죽인채 두사람의 대결 을 지켜볼 뿐이었다. 카뮤는 솔직히 에스토크를 뽑아 크리스의 몸을 두조각 내버릴 생각도 했다. 그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또한 크리스 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카뮤의 마음에는 아직도 디 네즈의 목에 칼을 들이대던 크리스의 기억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디 트리히의 굳은 얼굴을 보고는 포기해 버렸다. 실력으로 따지자면 분 명 크리스나 디트리히는 카뮤의 적수가 못된다. 그러나 기사도의 표 본인 디트리히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자결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 다. 최소한 드래곤 나이트를 죽인 죄로 수룡왕에게 기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두사람은 멈춘채로 아직까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팽팽히 당겨진 실과도 같은 상태라 섣불리 움직이거나 한다면 둘다 크게 다칠것이 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카뮤의 눈에는 땀 을 비오듯 흘리고 있는 디트리히와 크리스가 조금은 한심해 보였다. '이대로 있어선 끝도 없겠어.' 카뮤는 흘깃 하늘을 바라보았다.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최소한 오 늘 저녁쯤엔 대미궁에 도착해 있어야 했는데 크리스 라켄도르프 때 문에 또 하루 늦어지게 되었다. 카뮤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허리 뒤 에서 쇼트소드를 뽑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화석이라도 됐어요? 빨리 결정지어요." 카뮤의 쇼트소드가 허공에 떴다. 그와 동시에 크리스와 디트리히의 신형이 움직이며 서로에게 날카로운 공격을 폭사했다. 크리스의 브 로드소드는 날카롭게 디트리히의 목젖에 뿌려지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 뱀처럼 은광을 내뿜으며 쏟아져들어가는 기세가 자못 대단했 다. 그러나 디트리히의 공격도 못지 않았다. 디트리히는 크게 베어가는 기세로 크리스의 빈 허리를 노리고 있었 다. 왼쪽 허벅지 부근에서 시작해 오른쪽 어깨로 이어지는 거대한 호선(弧線)이 아름다운 아치를 그리며 강한 힘을 내뿜어댔다. 둘의 공격은 동시에 이루어져 이상태로 간다면 서로 맞찌르는 상황 이 될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격은 중간에 끊어졌다. 디트리히를 향 하던 브로드소드는 방향을 바꾸어 아래에서 쳐들어오는 바스타드에 내리꽂혔고, 호선을 그리던 디트리히의 바스타드는 거꾸로 올라가는 폭포처럼 브로드소드를 향해 날아갔다. 카캉! 귀를 찢는듯한 굉음이 울리고 허공에 두조각의 금속이 날았다. 디트 리히와 크리스는 부러져버린 서로의 검을 바라보며 어쩔줄을 몰라했 다. 그리고, 푹 소리를 내며 카뮤의 쇼트소드는 땅에 가 박혔다. 크리스는 온몸으로 숨을 몰아쉬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고 개를 푹 수그려버렸다. "내가……졌다……" 크리스의 몸이 흐려지더니 그자리엔 거대한 화석 나무 한그루만이 서 있었다. "크리스!" 엔시아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주저했지만 이내 뒤에 누워있는 크 리스에게로 달려갔다. 그의 숨이 거칠어지며 역시 눈을 조금 뜨고 있었다. 크리스는 멍한 시선으로 울상을 하고있는 엔시아를 보고는 조금 웃어보였다. "……엔시아. 왜 우는거야?" "……바보." "……" 눈물자국이 가득한 얼굴로 엔시아는 크리스를 꼭 껴안았다. 카뮤는 천천히 걸어 땅에박힌 쇼트소드를 뽑았다. 소드의 검은 빛은 여전히 번들거리고 있었다. 카뮤는 눈을 들어 주위를 감싸고 있는 화석 나 무를 둘러보았다. 아무런 소리도 없지만 그들은 카뮤를 보고있는 것 이다. 카뮤는 말없이 쇼트소드를 허리춤에 찔러넣었다. 에드거의 배려로 크리스와 엔시아는 카뮤 일행에 합류했고 크리스 는 무릎을 꿇고 디네즈에게 사과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디네즈 는 화를내거나 책망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였다. 어찌되었든, 그의 활 약 덕분에 디네즈가 홀로 가베라를 만날수 있었으니 그에대한 사례 를 하는 셈이었다. 디네즈는 로리타로부터 그동안의 이야기를 듣고는 무엇을 생각하는 듯 하더니 손짓으로 카뮤를 옆으로 불러냈다. 디네즈의 얼굴은 묘한 빛을 띄고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 대처를 잘했다고 들었다." "모두 마스터의 가르침 때문이죠." "너다운 말투가 아니구나, 카뮤." 카뮤는 디네즈의 핀잔에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정도는 좋잖아요. 나는 마스터때문에 죽을뻔 했다구요. 모험이 었으니까." "……어떻게 확신했지? 내가 너를 찌르지 않을지 말이야." "……운이 좋았겠죠." 카뮤는 눈을들어 주위를 감싸고 있는 화석의 나무들을 보았다. 나무 는 여전히 조용했다. "이곳은 이상한 곳이에요. 기분나쁠 정도로……마치 내 모든것을 알고있는듯한 기분을 가져다주죠." "……그래서?" "생각했어요. 언젠가 마스터가 제게 말했듯이 '생각해라. 모든 일에 는 원인이 있는 법이다'라는 점을 생각했죠. 이 숲은 그냥 만들어 진게 아니에요. 400년 전에 어떤 이유로 만들어진……대미궁을 감싸고 있는 봉인이란 말입니다. 그런 봉인에 우리는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왔어요. 열사의 사막을 제외하고 말이죠." "……" "왜 그랬을까요? 열사의 사막에 자카레이드까지 풀어놓은 상태에 서 왜 화석의 숲은 빈 상태로 두었을까요? 나라면 그렇게 안합니 다. 여기에 오우거나 드래곤 같은거 하나 둘정도 풀어놓죠. 최소 한, 머리가 있는 자라면요." "……결론이 뭐지?" "결론은 간단해요. 이 숲은 그런것보다 더욱 무서운 존재죠. 모험 자가 가장 무서워 하는것……그것이 무엇일까요?" 투툭 하며 앞길이 열렸다. 이제 카뮤의 시야에 거대한 대미궁의 전 경이 드러나고 있었다. 대미궁은 화석의 나무의 연장인 것처럼 회색 빛 돌무덤을 배경으로 땅에 박혀있었다. 드워프들의 솜씨로 우아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지만 역시 인적은 없었다. 지워진것처럼 모두 사 라진 빈 공간처럼 보였다. 카뮤는 어두운 표정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최소한……제가 무서워 하는건 하나에요. 마스터를 잃는것. 디트 리히나 로리타도 마찬가지겠죠." "……카뮤……" "마스터는 고통스런 과거가 드러나는것을 원하지 않아요. 크리스도 마찬가지고……엔시아는 크리스를 사랑해요. 아직 자신은 모르고 있는것 같지만요. 결국, 숲에는 하나의 마법이 걸려있는 겁니다. 사랑하는 자를 잃게 하는 마법……지독한 고통이지요." "……" "화석의 나무는 뛰어난 기술을 지닌자의 생명력과 정신, 그리고 기 억을 가지고 살아납니다. 바로 우리의 동료가 아닌 또다른 사람으 로서. 우리의 눈앞에 나타났던 마스터는 다크메이스에게 풀려난 직후, 그러니까 저를 만나기 전의 디네즈에요. 마음속에는 복수심 외에는 없죠. 만일, 그런 상태에서 제가 마스터의 기억을 되살린 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는 상대를 전혀 모르는데, 상대는 내가 숨기고 싶은 과거까지 전부 알고있다면? 그리고 그 상대가 자꾸만 접근하려 하고 내 검 을 빼앗으려 한다면? 나는 상대를 죽이려 할겁니다. 물론 상대는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합니다. 왜? 그는 나보다 약하고 죽이기 쉬우니까. 결국엔 죽을수밖에 없다는 거죠. 동료의 손에 의해." "……그런가……" "그래서 나는 엔시아에게 크리스를 안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한겁 니다. 마스터는 라무네즈의 유언이 있었으니, 자신을 완전히 믿어 주는 '동료'의 존재에 안도감을 느끼고 마법이 풀리게 됩니다. 그 러나 크리스는 달라요.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한 존재에요. 오직 '강함'만을 추구하던 멍청이란 말입니다. 그런 멍청이는 더욱 강 한자에 의해 무릎을 꿇어야만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훌륭하구나, 카뮤." 디네즈는 손을 들어 카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뮤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수그렸다. 디네즈는 따듯한 시선으로 카뮤를 바라보 았다. "……가르친 보람이 있구나. 그동안의 수업이 헛되지는 않았어." "감사합니다, 마스터." "하지만……" 디네즈가 손에 힘을 주어 카뮤의 머리를 짓눌렀다. 카뮤는 갑작스런 디네즈의 힘에 약간 허둥거렸지만 이내 경쾌한 소리가 나며 카뮤의 뒷통수에 디네즈의 주먹이 작열했다. 따악 하는 소리가 화석의 숲을 울렸다. 카뮤는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렸고 디네즈는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음번에는 주저하지 말고 상대를 죽여야 한다. 설령 그것이 내가 되었더라도." "……마스터……" 카뮤는 서운한 표정을 지었지만 디네즈의 얼굴은 엄격했다. "만일 너를 찔러죽이고 제정신이 되었다면……나는 어떠했을지 알 수 있겠니?" "……" 카뮤는 대답을 하려다가 입을 벌린채로 가만히 서있었다. 아연해진 카뮤의 얼굴을 보고 디네즈는 부드러운 손길로 카뮤의 얼굴을 만졌 다. 마치 어머니가 아들을 다루듯, 디네즈의 손길은 세심했다. "나는 자멸했을거야……너를 사랑한다, 카뮤. 절대로 너를 잃을수 는 없어." "……" 뒷통수의 통증이 씻은듯이 사라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기분이 날아 갈것만 같고 화석의 숲이 이렇게 친근하게 보일수가 없었다. 세상 모두가 아름다워 보이고 있었다. 카뮤는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하게 걸었다. 디네즈는 그런 카뮤에게 작은 미소를 보냈다. 대미궁이 가까워오고 있었다. * * * 대미궁에서의 혈전이 다음부터 벌어집니다. 정말이지……힘들군요. 아, 라이컨슬로프는 총 5장으로 생각중입니다. 대략 200자 원고지 2500장 분량이군요. 정말 많기도 하네……. 다크스폰이었습니다 ############################################################### 음.. 음 풍룡왕의 등장은 담편이 댈거 갇네요.. 추천의 글들이 하루에도 서너번씩 올라와서 정말 입이 영어 질 정도네요.. 효효.. 참.. 다크시폰님깨서 요즘 슬럼프라 글이 잘 않써 진다고 하시는군요 라이컨을 잼있게 읽으시고 계시거든 감상이나 비판 기타 등등의 글들을 올려주세요.. 여러분들의 작은 한마디가 작가님깬 크나큰 활력소가 될태니깐요 그럼 즐건 하루들 대세요.. 이상 무휼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15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1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9 22:23 읽음:799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1 by 유 민 수 31. 대미궁. 네레노디아 북부에 있으며 화석의 숲이라는 결계로 둘러싸 여진 거대한 지하건축물이다. 400여년전 일어난 마계전투 이후 생긴 이후 네레노디아의 2대 변경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해 왔다. 드워프족 에 의해 만들어지고 드래곤에 의해 결계가 쳐져, 진정한 강자가 아 니라면 살아돌아오지 못한다는 죽음의 건축물이다. 카뮤는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돌조각들을 걷 어차버렸다. 캉 하는 울림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고 있었지만, 대미 궁이란 데는 화석의 숲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 색 돌벽……마물도 없고 함정도 보이지 않았다. 만일 이게 미로(迷 路)라면 좋겠지만 지금 카뮤가 걷고있는 돌로된 길은 외길이었다. 대략 30분전, 카뮤일행은 화석의 숲을 빠져나와 대미궁의 열린 입 구로 들어섰다. 대미궁의 입구에는 오래된 고대어로 이렇게 씌여있 었다. '출입금지.' 순간 카뮤는 기가막혀 머리를 긁적거려야만 했다. 대미궁에 들어오 쓰기(W) 조회수검색(DS) 그림보기(SEE) 페이지이동(PG) 다음(엔터) 연속(NS) 기타(Z) 선택 > ns Page : 2 / 24 려는 사람들을 막고자 하는 의지는 보이지만, 전혀 위협하거나 하는 의사가 없는듯 했다. 최소한 카뮤의 생각엔 '들어오면 저주가 내린 다' 라거나 '죽음의 길이 함께 할것이다'등등의 멋진 문구를 기대하 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말을 에드거에게 했을때 에드거는 잠시 정신을 못차리고 웃었다. "네레노디아 사람은 불필요한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과연."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길게 쓰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만일 400년전 에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가지고 대미궁으로 들어갔다는 사람이 에드 거같은 성격이었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에드거는 맨 앞에서 길 을 조사하며 느릿느릿 걷는 와중에도 양손에 자카레이드의 턱과 발 톱을 들고 있었다. 에드거의 손질 때문인지 턱과 발톱은 각각 길다 란 지팡이 비슷하게 변해있었다. 카뮤가 시험삼아 하나를 들어보았 는데 무척이나 가벼워 놀랐었다. 그러나 그 날카로운 정도는 우습게 볼 일이 아니었다. 돌바닥에 대고 가볍게 눌렀어도 조그만 구멍을 내며 지팡이는 빠끔히 들어가버렸다. 에드거는 희안하게도 그 지팡 이에 '테페리'라는 묘한 이름을 붙였다. 듣기로는 무슨 신의 이름이 라고 하는것 같았지만 카뮤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대략 4시간 정도가 지난것 같았다. 카뮤는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몬스터도 없는 던젼은 정말 듣다듣다 처음이 었다. 보통 미궁에는 마물이 있기 마련이고 한발자국 걸을때마다 하 나씩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었다. 그러 나 이곳은 달랐다. 사람 키의 세배 정도 높이의 돌벽이 일직선으로 쭉 연결되어 있다. 지평선이 보이진 않지만 약간 휘어진것이 커다란 원형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걸어도 걸어도 갈래길이 없었다. 묵묵히 걷고있던 에드거가 갑자기 멈춰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 았다. 순간 카뮤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의 얼굴에서 생기가 돌았다. 그러나 에드거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계속 주위를 살펴보다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무슨 일입니까, 에드거씨." 디네즈가 물었다. 에드거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말 이상하군요, 이곳은." "……?" "이걸 보세요. 이 표시……보이죠?" 에드거가 가리킨 곳에는 작게 동그라미 안에 물음표 표시가 되어 있 었다. "그렇군요. 이 표시가 이상하단 말인가요?" "아닙니다. 이 표시는 제가 들어올때 제손으로 만든 표시에요." "……" 카뮤는 지겨워졌다. 대체 에드거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그 런데 크리스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정말입니까?" "……네레노디아 사람은 거짓말 안합니다." "……큰일이군." 크리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카뮤와 로리타는 영문을 모 르겠다는 얼굴로 크리스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크리스는 카뮤의 시선을 느끼고 설명했다. "카뮤군. 에드거씨의 말은, 이곳이 우리가 처음에 들어왔던 곳이란 말이네." "……그래서요?" "주위를 살펴보게." 크리스가 또 이상하게 변하는건 아닐까? 카뮤는 인상을 쓰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보이는건 회색의 돌, 돌, 돌 뿐 이었다. 갈래길도 없고 함정도 없었다. 없어? 어? 가만……아무것도 없다라니? 카뮤의 얼굴이 조금씩 질려갔다. 크리스는 침중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들어온 길이 없어." 혼비백산할 노릇이었다. 귀신이 울고간다는 속담도 있지만 정말 기 가막힐 노릇이었다. 대미궁이든 화석의 숲이든 전혀 소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있었다. 또한 조그만 소리라도 메아리처럼 울려 모두가 들 을수 있게 되는게 이곳의 생리였다. 그러나 들어온 출입문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는 일이었다. 문의 크기는 대단했다. 일대 소대급의 인간이 드나들수 있을정도의 크기였던 문이다. 그런 문이 흔적도 없이 사라 졌다는 것은 대미궁에 갇혔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에드거 는 신중하게 '테페리'로 사방을 가볍게 두들기고 있었다. 점점 불안 해진 사람들도 저마다 손으로 주변을 두드리며 조사를 했지만 역시, 손에 잡히는 것은 거대한 회색 돌멩이 뿐이었다. 잠시 그렇게 주위를 조사하던 에드거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져갔다. "……말도 안돼. 기관장치도, 소리도 없었는데 그 거대한 문이 사 라졌어." "어떻게 하죠, 에드거씨?" "……모르겠어요. 이런 미궁은 처음입니다." 물론 나도 처음이오 라고 대꾸해주고 싶었지만 카뮤는 꾹 눌러 참았 다. 전투라면 모르지만 모험이라면 에드거의 경력이 제일 길었다. 더 군다나 그는 네레노디아에서 자란 사람이다. 무언가 방법이 있을듯 했다. 파랗게 질린 에드거와는 달리 크리스는 신중했다. 그는 엔시아와 무어라고 귓속말을 나누더니 이내 몸을 바닥에 바싹 붙이고, 마치 뱀처럼 바닥을 조금씩 기어가며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엔시아는 가 부좌를 하고 앉아 두손을 모은상태로 계속 중얼중얼 캐스팅을 하고 는 손바닥 사이로 작은 불꽃을 피워대고 있었다. 결국 불쌍한 것은 카뮤 일행이었다. 집에서 겨난 어린애처럼 옹 기종기 모여앉아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풋내기 전사가 오크를 만나서 두려워한다고 말할정도로 초라했다. 드래곤 나이트인 디트리히는 이런일에는 역시 젬병, 그 이상도 이 하도 아니었고 디네즈는 불안하긴 했지만 어느정도 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뮤는 토닥거리는 로리타의 손길아래 앉아있었다. 어린애가 어른을 돌본다……음유시인이 본다면 대번에 '칠푼이 전사' 라고 할만한 광경이었지만 카뮤에겐 심각했다. 그는 갇히는것을 별 로 좋아하지 않았다. 밥한끼 먹을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크리스와 엔시아는 조사를 끝내 는듯 했다. 그들은 이번에는 벽면의 벽돌 몇개를 살피더니 손가락끝 으로 조심스레 두드려댔다. "……알것같아." "출구는 찾았어요, 크리스?" 쭈그려 앉아있던 카뮤가 일어나 크리스에게 물었다. 크리스는 손바 닥으로 벽돌 몇개를 쓰다듬더니 카뮤를 보고 빙긋 웃어보였다. "잘 보거라." 말과 함께 크리스는 갑자기 주먹을 쥐고 벽돌을 힘껏 쳐갔다. 악 소 리도 못할 시간에 크리스의 주먹은 벽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상당 히 아프겠군……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마치 신기루처럼 크리스의 손이 벽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기막힌 광경이었다. 카뮤는 입을 벌린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크리스는 이번에는 눈짓으 로 10보 바깥을 가리켰다. 그곳을 본 카뮤는 더욱 놀랐다. 벽을 뚫고 크리스의 손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도 10보나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크리스는 조심스레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천천히 벽속으로 몸을 비집어넣었다. 그러자 10보밖의 벽에서 크리스의 몸이 똑같이 빠져 나왔다. 말도안되는 광경에 카뮤 일행은 기막혀할 뿐이었다. 웃고있 는것은 엔시아 뿐이었다. 크리스는 완전히 빠져나온다음 카뮤에게 다가와 카뮤의 어깨를 치면서 웃었다. "너무 놀란 표정은 짓지 마. 이런 던젼……흔하지는 않지만 몇개 있단다." "……어떻게 된 곳이에요? 이곳……" "쉽게 설명하자면……'비틀린 갈림길'이라고 해두자." 크리스는 등의 거대한 검을 빼들고 조금전 크리스가 손을 집어넣었 던 벽에 쑤셔넣었다. 그러자 방금 본것처럼 10보 밖에서 또다시 검 끝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이 대미궁은 상당한 마법사들이 신경을 쓴것 같구나. 저 것들은 벽돌, 그 자체지만 마법이 걸려있는 곳에 들어가면 또다른 길로 통하게 되어있어. 보통은 작은 벽돌상 같은데에 걸려있는 마 법인데……엔시아가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이곳에는 30개나 되 는 '비틀린 갈림길' 마법이 걸려있구나." "……뭐에요. 그럼 일일이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뭐. 하지만 방금전 같은 경우라면 쉽게 알수 있겠지 만……보통 '비틀린 갈림길'마법의 도착지는 두개로 구분된단다."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죽음의 길……오우거 군단 앞이나 드래곤의 둥지던가……" "……" "살아남는 길……출구다. 쉽게말해 도박인 셈이다." 포커페이스란 말이 있다. 포커페이스란 보통 카드게임에서 사용하 는 것으로, 어떤 위급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얼굴에 그 표시를 드러 내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크리스의 얼굴은 그 포커페이스였 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처해서도 그는 냉정하고 침착했다. 전사로서 는 일류가 안될지 몰랐지만 모험자로서는 일류인듯 싶었다. 크리스는 출구가 아닌 돌의 아래에 별모양의 표시를 하나 그려넣었 다. 엔시아는 계속 캐스팅을 해 돌들 사이에서 '비틀린 갈림길'을 찾 아냈다. 다시 4시간을 걸어 찾아낸 '비틀린 갈림길'은 모두 34개였 다. 물론 조금전에 찾아낸 연결된 두 갈림길은 제외한 것이었다. 다시 한바퀴를 돌고, 두번째 갈림길의 문 앞에서 크리스는 멈춰섰 다. 에드거는 '테페리'를 크리스에게 건넸고 크리스는 그것을 조심스 럽게 갈림길에 찔러넣었다. '테페리'는 부드럽게 갈림길로 들어갔지 만 주위를 둘러봐도 나오는건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는 '테페리'를 에드거에게 돌려주고 검을 뽑았다. "역시 들어가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소리군요." "……모두 들어갈까요?" "아니, 안돼요. 어쩌면 양방향 통행로가 아니라 외길일수도 있으니 까. 들어갈땐 혼자여야 합니다." "잘못되면 죽는 거잖아요?" "……할수 없죠." 크리스는 빙그레 웃고는 일단 검을 신중하게 찔러넣었다. 검은 무리 없이 들어가고 다음으로 크리스의 얼굴이 들어갔다. 벽에 목과 반쯤 남은 검만이 드러나 있는것은 별로 보기좋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웃 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은 없었다. 크리스는 생명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들여다보던 크리스는 머리를 뺐다. 그리고 고 개를 저었다. "여기는 정 반대편하고 연결되어 있군요. 이곳도 아니에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엔시아가 가볍게 별표 및에 엑스 표시를 했 다. 크리스는 활발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열심히 달려 봅시다." 벌써 스물 아홉개째. 대미궁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정말 어지 럽기 짝이 없었다. '비틀린 갈림길'은 사람의 허를 찌르는데 일가견 이 있는 마법이었다. 마치 실타래처럼 이리저리 얽혀있는데다 잘못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마치 낭떠러지에 떨어지듯 안쪽으로 튕겨 들어가기도 했다. 첫번째 희생자는 에드거였다. 에드거는 열 일곱번 째 갈림길에서 무심코 손을 넣었다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빨려들어갔 다. 그리고 바로 머리 위 20큐빗 지점에서 튀어나와 땅으로 그대로 낙하했다. 로리타가 재빨리 토네이도 마법을 캐스팅하지 않았다면 머리가 부서져 즉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토네이도의 빠른 흐름안에 서 에드거는 하나밖에 없는 팔이 그만 부러지고 말았다. 엔시아가 응급조치를 했지만 에드거는 침울해진채 일행의 맨 뒤에서 따라오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다음은 크리스였다. 크리스는 갈림길에 접근해서 검을 먼저 찔러넣 어 안쪽 상황을 알아보는듯 했다. 그런데 스물 세번째 갈림길에 검 을 집어넣자 갑자기 옆 돌이 열리면서 스톤고렘 넷이 튀어나왔다. 스톤고렘은 검을 찔러넣고 서있는 크리스에게 다짜고짜 팔을 휘둘렀 고 크리스는 자신의 검을 잃고 말았다. 고렘의 공격을 피하려고 검 을 놓자, 누가 끌어당기는 것 처럼 검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고 렘도 크리스가 피하자마자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 아무일 없다 는 듯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스물 여덟번째는 더 심했다. 이제는 검도 없어져 크리스는 에드거 의 지팡이를 빌려 갈림길에 쑤셔넣었다. 처음에는 아무일도 없구나 생각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 뒤의 벽이 열리며 데몬 고렘(Demon Gorem)이 튀어나온 것이다. 마치 열쇠처럼, 갈림길의 마법은 기관장치의 문을 열고 닫는듯 했 다. 벽이 열리자 석상처럼 서있던 데몬 고렘은 우우 하는 소리를 내 지르며 카뮤에게 달려들었다. 데몬 고렘은 사령(死靈) 레이스와 비슷 한 존재로 검과 마법이 전혀 듣지 않는 괴물중의 괴물이었다. 영혼 으로만 벨수 있다는 죽음의 몬스터로 잭슨 지방의 흑마술사 루퍼드 의 던젼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흑마술사 루퍼드. 악령이나 마왕의 힘을 빌리는 흑마술계의 권위자 로 영원히 사는 언데드 계열의 마법, 리치(Lich)가 되고자 자신의 생 명력을 크리스탈에 봉인해 잭슨의 던젼에 봉인하고 그 주변을 데몬 고렘으로 둘러쌌다고 했다. 데몬 고렘에게 내려진 명령은 단 하나, 움직이는 것은 모두 없애라! 였다. 그러나 대마술사로 불리는 루퍼드 도 한가지 실수한 것이 있었다. 던젼을 나가고 난 뒤에 데몬 고렘을 소환해야 하는데 어떤 이유에 서 그만 던젼 안에서 소환해 버린 것이다. 아차 싶어 루퍼드가 탄식 을 했을때는 이미 주변에 데몬 고렘이 퍼져버려, 결국 루퍼드는 세 상에 나오지 못하고 던젼에 갇히고 말았다는……말도 안되는 이야기 가 전설처럼 전해내려오고 있다. 그 기록은 대략 270여년 전의 마법 서에 적혀있으며 마법학교에서 마법사를 가르칠때 '절대 해서는 안되 는 실수'로 격언처럼 만들어졌다. 그 이후, 마법사들이 한가지 실수 로 전체를 망치는 일을 할때마다 사람은 '멍청이 루퍼드'라는 뼈아픈 농담을 던지게 되었다. 그런데 루퍼드를 마법학 역사상 가장 멍청이 로 만든 바로 그 데몬 고렘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좀비처럼 생긴 데몬 고렘은 반투명한 몸을 이끌며 카뮤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 물러서!" 날카로운 디네즈의 고함이 들리며 데몬스 스피릿 스워드가 검은 빛 을 발했다. 데몬 고렘은 우어어 하는 괴상한 고함을 내지르며 디네 즈에 맞섰지만 결국 디네즈의 일격에 몸이 두 조각나고 말았다. "조심해요, 마스터!" 카뮤의 걱정과는 달리 데몬 고렘은 디네즈의 스피릿 스워드 앞에서 는 맥을 못췄다. 영혼으로만 벨수 있다는 데몬 고렘……따라서 디네 즈의 스피릿 스워드의 적수가 될수 없었다. 그러나 일곱이나 되는 데몬 고렘 중 하나가 디네즈의 공격을 피해 일행이 서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디트리히가 바스타드를 들어 막으려 했지만 날카로운 공 격은 그림자처럼 데몬 고렘을 뚫고 지나가고, 디트리히는 데몬고렘 에 목이 졸려 캑캑댔다. "디트리히!" 카뮤는 에스토크에 투기를 집어넣어 데몬고렘을 베어갔지만 카뮤의 에스토크 역시 데몬 고렘을 막아낼수 없었다. 허공을 베는것 처 럼……데몬 고렘은 계속 디트리히의 목을 졸라댔다. "비켜!" 디네즈의 함성이 들리고 디트리히의 목을 조르던 데몬 고렘은 두조 각이 났다. 연기가 스러지듯 데몬 고렘은 그우우 하는 신음을 지르 며 공기속으로 사라졌다. 얼굴이 싯뻘개진 상태로 디트리히는 기절 했고 두시간이나 지나서야 그는 깨어날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디 트리히의 목에는 데몬 고렘의 손자국이 나 있었다. 이런 불상사가 겹친끝에 '비틀린 갈림길'의 서른번째 갈림길을 맞이 했다. 모두 불안한 시선으로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갈 림길에 손을 집어넣는 방식은 손쉽게 가위바위보로 정하고 있었다. 애초엔 크리스가 도맡아 했지만 검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의기소침 해져 결국엔 이런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이다. 힘차게 몇차례 가위바 위보 소리가 울리고, 최종 결전은 카뮤와 엔시아가 남았다. 로리타는 카뮤의 어깨를 주무르면서 계속 코치를 해댔고 엔시아는 손을 이상하게 꼬면서 무슨 점을 보고 있는듯 했다. 번득이는 눈빛 이 날아가고 두 사람은 온몸의 힘을 주먹에 실어 크게 외쳤다. "가위! 바위! 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두 사람의 손이 튀어나갔다. "이겼다!!"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엔시아가 기뻐했다. 카뮤의 얼굴은 우거지 상 그 자체였다. 그런 카뮤가 안쓰러웠는지 로리타가 카뮤의 등을 두드려댔다. "……괜찮을 거야." "그건 아무도 몰라. 이번엔 뭐가 나올지……" 카뮤는 숨을 들이마시고 온몸을 잔뜩 긴장시켰다. 그리고 으례 그렇 듯 에스토크를 뽑아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번의 갈림길은 검을 빨 아들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드르륵 소리가 나며 어딘가가 열 리는 소리가 났다. 카뮤를 제외한 일행 모두는 일제히 검을 뽑아들 고 달려들어올 마물에 대비했다. 그러나 달려오는 기척은 없이 조용 하기만 했다. 카뮤는 에스토크를 뽑고 머리를 집어넣으려 했지만 머 리는 들어가지 않았다. 역시 갈림길 마법이 열쇠처럼 작용한것 같았 다. 디트리히와 에드거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고 로리타가 잔 뜩 인상을 찌푸리며 멀리 떨어진 곳을 살펴보았다. 잠시후 로리타가 알겠다는 투로 말을 꺼냈다. "……우리가 들어온 입구가 열렸어." "다행이다! 이제 우리는 돌아갈수 있어!" 기쁜나머지 카뮤는 출구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그런 카뮤를 디트리히가 정중하게 막아섰다. "……카뮤, 우리는 나가려고 이 고생을 한게 아니잖아." "……아, 그런가……" 멋적어져 카뮤는 뒷통수를 긁적였고 일단 돌아갈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의 얼굴에 희망이 찾아들었다. 다음 갈림길은 묘하게도 네개가 나란히 배열되어 있었다. 물론 겉 으로 보기엔 평범한 돌벽 뿐이었지만 엔시아가 표시한 바에 의하면 사람이 드나들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네개가 나란히 나 있었다. 이 묘한 상태를 보고 카뮤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위바위보는 힘들겠는데……" "넷중 하나라. 분명 하나의 길만이 살아남는 길……이란 뜻이야." 낮은 목소리로 크리스가 말했다. "지금까진 장난이었단 말이군. 상당한 악취미구만 그래." "……데몬 고렘이 장난이란 말이에요?" "생각하기 나름이지. 입구 바로 옆에 출구를 만들어 놓는 생각은 정말 생각의 허를 찌르는데. 설마하니 생각이나 했겠냐구." 크리스는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투덜거렸다. 분명히 사라져버린 그 의 검을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어떻게 가죠? 동시에?" "세명을 정말 죽일 생각이라면 그런 방법도 좋겠지. 분명 이 뒤에 는 무시무시한 장치가 숨어있을거야.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되 는……" 솔직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늘로 날려올라가 떨어지는거? 아니면 데몬 고렘에 당하는거? 그것도 아니면 다크메이스의 둥지로 날려가 기라도 할거란 말인가? 선뜻 나설 생각은 들지 않았다. 디네즈가 쉽 게 데몬 고렘을 처단하긴 했지만, 데몬 고렘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 다. 아니, 쉬운게 아니라 처치 불가능한 상대라는 쪽이 더 알맞았다. 투기를 집어넣은 카뮤의 검도 통하지 않는 상대다. 디네즈가 만일, 스피릿 스워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카뮤 일행은 죽을때까지 그 들을 피해 도망다녀야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어떨까요?" 에드거였다. 에드거는 신중한 얼굴로 모두에게 말을 걸었다. "이 대미궁은 드워프가 만들었고, 마법은 드래곤이 걸었다고 합니 다. 하지만 이 대미궁을 만들게 한 사람은 네레노디아 사람……네 레노디아 사람은 불필요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요?" "네레노디아 사람의 생각으로 따지자면, 입구와 출구는 같은곳에 있어야 합니다. 멀리 돌아가는 짓은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하지 만 대미궁은 사람의 출입을 막기위한 장소……입구와 출구가 같 이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되죠. 만일……만일 여러분들이 대미궁을 만든 네레노디아의 칸이라면……불필요한 생각을 하지 않는 네레 노디아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불필요한 일은 하지 않는다. 네레노디아의 격언이라고 듣기는 했다. 만일 내가, 네레노디아 사람이고 대미궁을 만든다면? 입구와 출구를 가장 멀리 둘 것인가, 아니면 가장 가까이 둘 것인가? 분명히 입구과 가장 가까운 갈림길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일 수도 있다. 네레노디아 사람이라고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것 은 아니다. 쓸데없는 짓을 안한다고 한다면 함정을 왜 만들었겠는 가? 차라리 데몬 고렘을 풀어넣고 말지. 그런것을 보더라도 출구는 가장 멀리 있는것? 하지만 네 문이 나란히 서있으니 어디가 멀고 어 디가 가깝다고 할수도 없다. 카뮤는 점점 골치가 아파왔다. "어쩌면……" 로리타였다. 모두의 시선이 로리타에로 향했다. 로리타는 네 문앞에 서서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리고 입구에 달려가 서있기도 했다. 한참 을 그러던 로리타는 다시 돌아와 신중한 모습으로 물었다. "……카뮤. 너는 어디인것 같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해." "다른 분들은요?" 모두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솔직히 생각하는 것은 전사나 기사의 몫이 아니다. 칼잡이는 칼잡이일 뿐이니까. 디네즈와 카뮤는 약간 다 른 축에 속했지만 이런 어려운 수수께끼를 즐겨 풀 정도로 지성인이 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엄숙한 표정을 짓고있는것은 엔시아와 로리 타 뿐이었다. 엔시아는 팔짱을 낀채 로리타에게 말을 건넸다. "에드거씨의 말은 일리가 있어. 마지막 남은 네개의 출구……그 출 구는 입구 바로 옆에 있고, 네레노디아 사람은 불필요한 짓을 하 지 않는다. 따라서 출구는 입구 바로 옆에 있다……라는 의미인 데……" "만일 이곳을 폐쇄시킬 생각이라면 이 길에 데몬 고렘을 스물 정 도만 풀어놔도 상관없잖아요? 그런데도 복잡하게 '비틀린 갈림길' 마법을 걸어놨어요. 왜 그럴까요?" "함정이 필요하니까 그랬겠지. 하지만 함정이란건 네레노디아 사람 의 생각으로 불필요, 그 자체잖아." "그런데도 설치했다……입구는 출구 바로 옆……정문에다가 '출입 금지' 한마디만 적어놓는 사람들이 복잡한 생각을 할리는 없구 요." "……" 점점 둘의 이야기는 고차원적으로 넘어갔다. 그동안 칼잡이들은 자 리에 주저앉아 결론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에드거도 마 찬가지였다. 팔이 부러진 이후로 별로 웃지도 않고 이야기도 하지 않고 있었다. 카뮤는 에드거에게 말을 건넸다. "에드거씨의 생각은 어때요?" "모르죠. 어디인지는……" 에드거는 아직도 의기소침해 있었다. 카뮤는 그런 에드거에게 빙그 레 웃어주었다. "너무 상심해 하지 말아요. 금방 나을거에요, 그 팔……" "팔때문에 그러는건 아닙니다, 카뮤." "……네?" 에드거는 침울하게 대답했다. "사막에서만 20년을 살아왔어요. 티아라는 나를 사막의 제일가는 모험가로 알고있죠. 그런데 이런 꼴을 본다면 뭐라고 생각할까 요." "……" "열사의 사막을 건너면서……나는 내가 아직 쓸만한 모험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에드거씨" "그런데……이곳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불구자일 뿐이군요." 카뮤의 생각에, 에드거의 비약은 심했다. 열사의 사막에서 에드거의 안내는 대단했다. 만일 그가 없었다면 카뮤 일행은 당장 말라서 죽 거나 타죽었을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싫어하는 네레노디아 사람이 라 그런것인지 그의 실망은 대단했다. 카뮤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에드거씨. 이곳에서의 생활은 어떻죠? 저는 사막에서 살지 못해 잘 모르겠는데." "……죽음과의 싸움이죠. 물이 나오는 곳을 기점으로 마을이 생기 고……생존하기 위해 살아가는 겁니다. 살고 죽는건 신의 손아래 달렸죠. 그래서 보통 죽으면 무덤을 만들지 않고 사막에 던져버립 니다. 데져드 이글(=사막 독수리)은 마을 근처에서 시체를 먹어치 우죠. 나도 애초에 그렇게 되었어야 하는건데……시작도 하지 않 았으면 끝도 없는것을……" 심각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에드거는 침울해져 있었다. 카 뮤는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생각해 보았지만 대체 어떻게 할 길이 없었다. '시작도 하지 않았다면 끝도 없다니……' 카뮤는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엔시아와 로리타는 계속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전혀 이해하지 못 할 철학적인 분야까지 이야기는 발전하고 있었다. 길이 어디냐는 단 순한 생각에서 어쩌면 우주와 차원까지 논하는 거국적인 주제로 비 약이 가능한지 대체 이해할수 없었다. 마법사들은 다 저런가? 카뮤 가 알고싶은 것은 단 하나, 출구가 어디냐는 것 뿐이었다. 쓸데없는 소리는 다 접어버리고 싶었다. "가만……" 뭔가 번득 스치는 생각이 카뮤의 뇌리를 지나갔다. 한참 시끄럽게 토론에 열을 올리던 둘도 말을 멈추고 카뮤를 바라보았다. 카뮤는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생각에 온 신경을 집중키시며 천천히 에드거 에게 말을 건넸다. "에드거씨. 조금전에 뭐라고 했죠?" "네? 무슨……" "방금전 말한거 말이에요. 삶 옆에 죽음이 있고……그다음에요." "데져드 이글 말이에요?" "아니! 그 다음에!" 에드거는 멍한 표정으로 카뮤를 바라보다가 조금씩 입을 열었다. "……오랜 격언입니다. 시작도 하지 않으면 끝도 없다……네레노디 아 22대 칸이신 아킨스쿠모의 말입니다." "그거에요!" 카뮤는 튀어오르듯 일어나 아직 입을 벌리고 있는 입구를 향해 달려 갔다. 입구는 덩그라니 밖을 향해 나 있었다. 모두가 다가오길 기다 려 카뮤는 에드거에게 말을 걸었다. "에드거씨.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분명 문 옆에 '출입금지'라고 써 있었죠?" "네. 그렇죠." "만일, 네레노디아 사람이 이곳에 들어왔다고 칩시다. 물론 이런 대미궁에 볼일이 있을 사람이 없겠지만, 예를 들어 에드거씨의 여 관에 손님이 왔습니다. 그런데 꼭 필요한 사람만 들어와야 한다면 에드거씨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문옆에 서있다가 필요한 사람만 들어오게 하겠죠." "에드거씨가 일이 생겨 서있지 못할때는? 문을 잠궈두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미리 약속을 해서 다른곳으로 들어오게 해야겠죠.……아!" 에드거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카뮤는 빙긋 웃으며 다시 물 었다. "만나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약속을 하죠?" "그렇군요! 문에 적어놓으면 되겠군요!" "바로 그거에요." 기뻐하는 두 사람을, 나머지 일행은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엔시아의 눈에서는 알겠다는 듯한 눈빛이 흐르고 있었다. 엔시아는 손가락을 들어 조그맣게 외쳤다.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다. 출입금지.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말라는 뜻이군요." "출구는 입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네레노디아의 철칙이죠." 카뮤는 당당하게 대미궁으로 들어왔던 길로 다시 나갔다. 그러나 카 뮤의 모습은 마치 지워진것 처럼 사라져버렸다. 어디론가 날아가버 린 것 같았다. 그 뒤를 에드거가 따르고 다른 사람도 서둘러 카뮤를 따라갔다. 들어온 입구를 통과한 순간, 카뮤 일행들은 처음보는 어두 컴컴한 장소로 날아와 있었다. 조금전까지 있었던 밝은 외길과는 달리 이곳은 처음 보는 사람도 던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칙칙했다. 카뮤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 다. "시작이 없으면 끝도 없다. 우리는 시작을 했으니 출구는 네레노디 아의 심장이 있는 바로 그곳에 있을거에요. 다른 곳으로는 나갈수 없어요." "……대단해, 카뮤. 마치 현자같아." "내 생각이 아니에요." 카뮤는 에드거에게 시선을 보냈다. 에드거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에드거씨의 조언이 없었으면 아직도 헤메고 있거나 마지막 네 길 로 들어갔을 거에요. 분명 그 길은 죽은길……에드거씨가 우리 모 두를 살린겁니다." 에드거는 울것같은 얼굴이었다. 그러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의 얼 굴은 활기로 가득차 있었다. 카뮤는 그런 에드거에게 빙그레 미소를 지어주었다. * * * 본격적인 대미궁의 모험이 이어집니다.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16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2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9 22:24 읽음:807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2 by 유 민 수 32. 대미궁의 안쪽 미로는 온통 함정투성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 는 크리스는 이상하다 싶은 곳이 나오기만 하면 에드거의 테페리를 이용해 사방을 찔러댔다. 그러면 정말 기특하다 싶을 정도로 수많은 함정들이 튀어나왔다. 바닥이 꺼지고 옆에서 화살이 나오는 것은 별로 특이한 것이 아니 었다. 갑자기 솟아나오는 불꽃에 독가스가 스며나오는가 하면 어느 때는 사람만한 크기의 도끼가 바람처럼 위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그 러나 크리스의 안목은 대단해서 그 많은 함정들을 용케도 피해가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점점 피곤해지자 크리스는 통로의 한쪽을 완벽하게 조사해 쉴수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팔을 쓰지 못하는 에드 거 대신, 크리스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어느새 크리스는 점점 말까지 놓게 되어 동료애 비슷한 것까지 생기고 있었다. 엔시 아는 마법으로 작은 불꽃을 불러내 어둠을 밝혔고 다른 사람들은 에 드거의 모포를 뒤집어쓴채 잠을 청했다. 비록 퀘퀘한 냄새가 나는 던젼 안이기는 했어도 열사의 사막보다는 나은듯 했다. 어느정도 자고나자 카뮤는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는 아직도 어두웠다. 대미궁은 이상하게도 시간에 따라 밝아지고 어두 워지는 장치가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불이 켜지는 것은 아닌데 대미 궁 자체가 밝고 어두운 것을 조절하는듯 했다. 지금은 칠흑처럼 어 두웠다. 분명히 아직 밤인 것이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은 카뮤 외에도 한명이 더 있었다. 크리스 였다. 그는 이제는 자신의 것처럼 되어버린 자카레이드의 턱으로 만 든 지팡이, 테페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카뮤는 조용히 그에게 말을 건넸다. "안자요?" "……잠이 안와서." 크리스는 빙긋 웃었다. "긴장이 되나 보구나." "최악의 미로라는 대미궁 안에서 긴장이 안된다면 오히려 이상하 겠죠. 크리스는요?" "……잘 모르겠구나. 한번 와본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라서 말이 다." "크리스는 모험을 많이 다녔나 보죠?" "그래. 상당히 많이 다녔지." 크리스의 얼굴이 불빛에 그늘져 보였다. 카뮤는 엔시아가 하던말을 기억했다. 참혹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하고 잭슨 출신이라는 기억 이 있고, 뼈아픈 과거를 간직한듯 했다. 카뮤는 자리에서 일어나 크 리스 옆에 앉았다. 크리스는 아무 말없이 카뮤를 위해 자리를 조금 양보해 주었다. "크리스는 이런 미로를 좋아하나요?" "글쎄다. 좋아하지는 않지만……고향같은 느낌은 든다." 크리스는 품속을 뒤적거리더니 말라붙은 고깃조각을 꺼내 입에 물었 다. 카뮤에게도 하나를 내밀었지만 카뮤는 정중히 사양했다. "……난 9살부터 세상을 떠돌았다. 크리스라는 이름도 그때 만든 이름이고……이제는 진짜 이름같은건 기억마저도 희미해." "라비니스 후디니. 맞죠?" "……" 고기를 씹던 크리스의 입이 잠시 동작을 멈췄다. 그러나 이내 다시 턱을 부지런히 놀렸다. "……그래. 하지만 그런건 상관없다. 나는 이제 크리스 라켄도르 프……크리스일 뿐이니까." "……크리스. 하나 물어봐도 돼요?" "……뭔데?" "당신은 잭슨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검술은 제스타 하이랜드 공국 의 검술을 사용해요. 어디에서 배운 거에요?" "말 그대로다. 난 제스타 하이랜드로 모험을 떠났었고 그때 한 남 자를 만나 검술을 배웠다. 모험을 하면서 많이 변화되긴 했지만 지금도 내 검술은 그때의 그 검술을 기초로 하고 있거든." "……네." "세레노스 대륙은 이곳보다 더 심한 곳이지. 오우거에 트롤, 와이 번에 오크가 떼거지로 몰려다니지. 제스타 하이랜드 공국은 그런 마물들을 퇴치하기 위해 언제나 모험자들을 고용하기 때문에 당 시 나같은 풋내기도 들어갈수 있었단다." "……자세히 듣고 싶어요." 크리스는 마지막 남은 고깃조각을 꿀꺽 삼키고는 다시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는 잠시도 쉬지 않았다. 마치 쉬지 않는것이 습관처 럼 몸에 배어있는것 같았다. "세레노스 대륙에는 네개의 제후국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공국 이 제스타 공국과 하이랜드 공국이다. 두 공국의 연합체제는 아주 오래되었다. 약 120년 되었지……그래서 흔히 두 나라를 합쳐 제 스타 하이랜드 공국이라 부른다." "본래 두 나라가 별개의 나라였군요." "……그런 셈이지. 제스타의 셔먼 공과 하이랜드의 쥬델 공은 막역 한 친구사이고 같은 병영에서 몬스터와 싸웠던 경력이 있다. 세레 노스의 왕족은 어릴때 일부러 신분을 속이고 용병대에서 수업을 시키지. 그러다가 스무살이 되면 왕궁으로 들어와 장로회의를 거 쳐 왕이 된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스타와 하이랜드의 왕자께 서 같은 장소에서 싸우게 되었지. 결국, 둘의 우정이 지금까지도 맹약을 유지하는 근본원칙이 된거야." "……" "나머지는 로마노프 공국과 미쥬 공국인데 별로 강하지는 않지만 대량의 철을 생산하고 한쪽은 고급의 마법사를 양성하는 곳이라 무시할순 없다. 세레노스 대륙에서 인간이 살아가기란 힘든 곳이 고……서로간에 반목하고 싸우는 것보다는 힘을 합쳐 몬스터와 대결하는게 더 낫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세레노스 대륙은 겉보기 엔 하나의 왕국처럼 보이지. 그렇지만 정말 중요한 일은 공국회의 에서 의결을 거쳐 결정하게 되지." "어떤 일이죠?" "단순해. 예를 들면 누구와 싸울것인가 하는 것." "……이해가 안가는데요?" "세레노스 대륙은 자원이 별로 없어. 로메오 대륙에는 휴프노스, 네레노디아, 바이서스, 잭슨 이렇게 네 나라가 있지만 네레노디아 는 워낙에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제외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세 나 라는 사이가 좋지 않아. 통상이라는게 정치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제스타 하이랜드 로서는 더 이익을 낼수있는 상대와 무역을 하는게 낫지 않겠니? 그래서 공국회의에서 그런 일을 결 정한단다." "현재로는 어디에요?" "관망하는 중이지. 바이서스, 휴프노스, 잭슨중 어느나라가 더 우 세한지는 결정나지 않았으니까. 혹시 모르겠다. 수룡왕이 왕가의 편에 서서 브레스를 뿜어댄다면……어쩌면 제스타 하이랜드가 휴 프노스와 결맹을 맺을지도. 하지만 결코 믿어서는 안되는게 그들 이다. 언제 돌아설지 모르거든." 크리스가 수룡왕의 이야기를 꺼내자 문득 카뮤는 아직 용의 방벽에 서 늘어지게 잠을자고 있을 가베라가 생각났다. 드래곤은 아직 가베 라와 세이렌 외에는 본일이 없어 카뮤가 생각하는 드래곤은 언제나 잠만자고 온화한 목소리를 특징으로 삼는 가베라 뿐이었다. 네레노 디아에서 만날 블루 드래곤, 아드리안의 성격은 어떨지 모르지만 어 쩌면 그도 가베라처럼 온화한 성격일지도 모른다는……아니, 그래야 한다는 선입견 같은것이 있었다. 가베라가 브레스를 내뿜으며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은 솔직히 카뮤 로선 상상하기 힘들었다. 물론 가베라가 인간들의 전쟁에 참여했다 는 기록은 카뮤도 읽은바 있었다. 그러나 인간들의 역사는 인간들이 기록하는 것……설령 가베라가 잭슨을 날려버린다 하더라도 기록에 는 단순히 '수룡왕이 휴프노스의 설득으로 전쟁에 참여했다.'라는 한 마디로 요약될 것이다. 인간에 의해 인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인간 의 역사……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수 없다. 비록 드래곤의 힘 에 의해 움직여지는 운명의 흐름이라 해도 인간은 자신의 독선으로 운명이란 이름을 인간으로 바꿀 것임에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크리스는 어떻게 생각해요? 만일 크리스에게 결정권이 있고 동맹 을 맺을 나라를 선택한다면?" "……모르겠구나." 크리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알수 없는거야.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네레노디아는 아니 라는 것. 네레노디아가 전쟁이 없는 이유는 세가지야. 마경(魔境), 그 죽음의 숲으로 가로막혀 있고 바다를 통해서만 왕래가 가능하 다는 점. 그리고 땅이 거의 사막이라는 점이 네레노디아를 번영케 하고있는 원인이다." "……번영이요? 이 사막투성이 나라가?" "그래. 번영이다. 너도 에드거를 봐서 알겠지만……" 크리스와 카뮤는 피곤한 얼굴로 골아떨어져있는 에드거를 흘깃 바라 보았다. "에드거는 사람을 너무 믿는 경향이 있다. 로리타에게 이야기를 들 어보니, 처음 만나는 너희들을 흔쾌히 열사의 사막으로 안내했다 더구나. 모든 사람이 에드거 같지는 않겠지만……경계심으로 똘똘 뭉친 모험자라는 족속이 저정도라면 다른 사람은 보지 않아도 자 명한 일이지." "……정략으로 뭉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당하지 못한다는 거군요." "잘 되봐야 속국……잘못되면 패망이다. 어쩌면 불꽃의 마신이야말 로 네레노디아의 수호신인지 모르지." "……" "바이서스엔 골드 드래곤, 케로딘 블러드혼 그랜드마스터가 있다. 인간의 역사에 관여하지 않고 드래곤을 총괄하는 수장이지. 만일 바이서스의 황제께서 케로딘의 신임을 얻는다면……나는 주저하 지 않고 바이서스를 택하겠다." "드래곤의 수장? 케로딘이요?" "음. 초신룡 자하리얼이 수면기에 들어가기 전에 케로딘에게 드래 곤을 지휘할 무언가를 넘겨주었다고 한다. 확실하진 않지만 골드 드래곤의 힘은 대단하니까." "……" "휴프노스엔 그린 드래곤, 가베라 라인돌프 뮤레이너가 있지. 휴프 노스와 연계된 왕가의 드래곤이란 소문도 있고……어쩌면 대규모 전쟁이 나면 제일먼저 달려나올 드래곤이야. 잭슨과 바이서스가 휴프노스를 섣불리 대하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가베라 때문이겠 지." "하지만 가베라는 휴프노스 왕가에 종속된 드래곤은 아니에요."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른다. 나는 전해지는 이야기를 할 뿐이니 까." 대미궁의 벽이 조금씩 빛을 내뿜고 있었다. 어느새 날이 밝아오는 모양이었다. 크리스는 거의 씹어버린 고기조각을 꿀꺽 삼켜버렸다. "잭슨……내 고향이지. 따사로운 햇빛이 연중내내 비치는 그곳. 온 통 숲과 나무로 가득한 그곳에 드래곤 따위는 없다. 어쩌면 드래 곤에 나라의 운명이 저울질되는 다른 나라보다는 더 낫다고 생각 한다. 우리는 고룡따위에 죽고사는 약해빠진 인간들과는 다르니 까." "세레노스 대륙엔 드래곤이 없나요?" "있기야 하지.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문제야. 마룡왕 오카리나 콘 도테 히로데모스. 난폭한 괴짜 블랙 드래곤. 드래곤이면 드래곤답 게 마물을 자신의 둥지에 가두고 있어야 정상인데……방랑벽이 들었는지 허구헌날 둥지를 비우는 바람에 드래곤 레어에 있던 마 물이 모두 도망쳐버렸지. 세레노스 대륙이 마물의 천지가 된 건 모두 오카리나 때문이야." 오카리나 콘도테 히로데모스. 고룡중의 고료이라 불린다. 나이로 따 지자면 골드 드래곤 케로딘보다 더 많다고 했다. 모습을 바꾸는 폴 리모프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때문에 진정한 모습은 보는일이 없다는……아주 독특한 드래곤이었다. 오카리나는 자신의 정체를 드 러내지 않기 때문에 휴프노스의 역사엔 재미있는 몇가지의 전설이 전해내려오고 있었다. 휴프노스 어느 산골마을에 지친 모습의 여행자 한명이 들어와 먹을 것을 청했다. 여행자를 별로 반기지 않는 폐쇄적인 산골마을이었지 만 마음이 따듯한 한 처녀가 반대를 무릅쓰고 그에게 빵과 물, 그리 고 작은 포도주 한병을 주었다. 여행자는 고마워하며 처녀에게 감사 의 표시를 했다고 한다. 다음날, 산에서 오크 한무리가 마을을 약탈 했다.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막으려 했지만 오크에게 밀려 마을은 소멸되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다. 그러자 여행자는 단신으로 오크에 맞섰다. 전설에 의하면 여행자는 400마리나 되는 오크앞에 우뚝 서 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물러가라, 하찮은 종족이여.' 당연히 오크는 물러가지 않고 글레이브를 들어 위협했다. 그러자 여 행자는 거대한 블랙 드래곤의 모습을 드러내 오크를 브레스 한방으 로 모두 태워버렸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오크를 모조리 태워버린 오카리나는 자신에게 먹을것을 준 처녀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 외 쳤다. '하나의 생명에 하나의 조건. 오크를 없앴으니 인간도 죽어야 한 다' 그리고 간단하게 마을을 통채로 구워버렸다. 결국 살아남은것은 처 녀 하나였고 재미있게도 오카리나는 처녀를 임신시키고는 휴프노스 수도인 카알에 데려다놓고 사라졌다. 그후 처녀는 반인반룡의 드래곤뉴트를 낳고는 아이를 데리고 사라 졌다. 휴프노스에서 마룡왕을 지칭하는 말은 단 한가지였다. '접근금지! 예측불가능.' 크리스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툭툭 자리를 털고 일 어나 모험을 계속할 준비를 하는듯 했다. 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사 람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 * * 벌써 32편이군요. 개학이 얼마 안남았는데 개학전까지는 50편을 넘 기려고 생각중입니다만 쉽지 않을듯 하네요. 검마동의 네레이드님 날카로운 비평, 감사합니다. 솔직히 화석의 숲 장면은 조금 무리가 있었습니다. 프로이드의 '무의 식'이란 부분을 읽고 조금 응용해 보았습니다만 아직 이해의 깊이가 없는터라 적절한 적용이 불가능했군요. 아, 그리고 여기서 밝히는 것입니다만 제 소설 '라이컨슬로프'는 철 학과 과학을 판타지 적으로 응용한 것입니다. 드래곤 나이트 편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고 썼구요.....화석의 숲 편은 '프로이드의 무의식'이란 글에서 응용했구.....대미궁의 '비틀린 갈림길'은 '루디러 커의 4차원 세계'라는 과학서를 읽고 응용했습니다.(무언가 대단해 보이죠? 하지만 그래도 오락물은 오락물이죠, 뭐.^^) 단순한 기억에 의존하는 글은 제 성격에 맞지않는 탓이죠. 그래서 글 전체가 무겁고, 또한 어딘지모르게 교조적으로 보이는 원인이 되 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글의 가장 큰 단점이라는 것두 알고는 있습니다만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군요.(^^;)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47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3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30 16:20 읽음:784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3 by 유 민 수 33. 대미궁의 2차 관문을 돌파하는데는 하루하고 반나절이 걸렸다. 꼬 불꼬불한 미로같은 곳을 지나자 어두컴컴한 대미궁의 함정은 모두 지나고 넓은 광장 비슷한 것이 나왔다. 사방은 돌로 조각된 온갖 마 물들의 석상이 가득했고 인간과 마물과의 전쟁을 조각으로 표현한 듯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였다. 무언가 엄숙한 분위기가 들어 카뮤일행은 아무말 하지않고 광장을 돌파하기로 하고, 될수있는한 석상을 건드리지 않고 광장을 빠져나 왔다. 광장을 가로지르자 사람 키의 두배만한 문이 나왔다. 카뮤는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보았다. 문에는 역시 수많은 조각들이 새겨져 있었다. 마물과 인간과의 치 열한 투쟁이 그려져 있는듯 했지만 문 양편의 조각이 조금은 다른듯 했다. 카뮤는 크리스에게 말을 건넸다. "크리스. 저 문의 조각……양쪽이 조금 다른것 같지 않아요?" 크리스는 돌문을 열려고 살펴보다가 뒤로 조금 물러서 조각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왼쪽의 조각은 400년전의 마계전투를 그린것이군. 오른쪽은…… 모르겠어. 모두 인간뿐이잖아" "……우리의 역사에 인간끼리의 전쟁은 별로 없었는데 이상하네." "여긴 휴프노스나 잭슨이 아니란다, 카뮤. 아마도 네레노디아의 전 쟁사인 모양이지." 카뮤는 에드거를 흘깃 바라보았다. 에드거는 불편한 표정으로 조각 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을 달싹달싹 하며 기억을 더듬는듯 하더니 이내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건 네레노디아의 전투입니다. 에스디모 콘 마코투. 네레노 디아의 심장을 둘러싼……인간의 투쟁입니다." "그런게 있어요?"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그렇습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에드거는 설명을 구하는듯한 모두의 눈빛에 가 볍게 시인했다. "약 200년 전이었던가요……우리는 칸의 유언을 충실히 따라 마경 을 건너가 로메오 대륙 동쪽으로 갈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곳은 사람이 살아가기에 좋은 조건이 아닙니다. 그 래서 우리는 얼마 남지않은 사람들을 모아 군대를 조직, 대대적인 행진에 나섰습니다." "마경으로요?" "네. 하지만 마경은 너무 무섭고 두터운 곳이라……9차에 걸친 정 벌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뚫리지 않았습니다. 앞을 헤치면 뒤로 돌 아와 공격하고, 보이지않게 밤마다 한명 한명씩 병사들이 사라졌 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점호를 하다보면 20여명 정도는 사라져있 는게 보통이었고……마법사를 동원해 전부 태워보려고 애도 썼지 만 불이 붙어도 금방 꺼지는 통에 그것도 실패, 배를타고 건너보 려고 마경의 나무를 베었지만 잘린 나무가 밤중에 살아나서 설치 는 통에 또 실패. 실패를 거듭하던 중에 에스디모 콘 마코투가 벌 어졌습니다." "……에스디모 콘 마코투?" "네레노디아의 고어로, '에스디모가 마코투와 싸우다'라는 의미입니 다. 서쪽의 유목민족의 칸이었던 에스디모는 계속된 정벌에 지친 나머지 전설로 내려오는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차지하려고 이곳까 지 왔다고 합니다. 수많은 마물과 사막의 열기와 싸워가면서 말이 죠. 하지만 마코투는 그것을 반기지 않았습니다." "어째서죠? 에스디모란 자가 만일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사용해 아 드리안을 속박에서 풀어준다면 굳이 동쪽으로 갈 필요도 없이 네 레노디아는 번영할텐데……" "마코투도 네레노디아가 번영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만일 에스디모가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차지하게 된다면 네레노디아의 초대 황제는 마코투가 아닌……에스디모가 되겠지 요." "……"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행되자 카뮤 일행의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 었다. 휴프노스나 잭슨에는 흔히 있는, 왕권을 둘러싼 전쟁을 의미하 는 듯 했다. "역사에 의하면 에스디모는 동료 다섯과 함께 네레노디아의 심장 을 찾으러 우리처럼 대미궁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화석의 숲에 도 착했을때, 에스디모는 마법사를 통해 칸의 회의에 전갈을 보냈습 니다. '열사의 사막을 뚫었다. 물과 식량을 지원바란다'라는 내용 이었죠." "……" "사람들은 기뻐했습니다. 열사의 사막을 횡단한다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으니까요. 성급한 사람들은 에스디모가 벌써 네레노디아의 심 장을 손에 넣었다는 말까지 하고 다닐정도였습니다. 그들은 대미 궁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던거죠. 결국, 칸의 회의에서는 에스디 모에게 지원병을 파견하기로 하고 그 지휘를 마코투에게 맡겼습 니다." "……마코투가?" "자원했다고 합니다. 다만 회의의 결정과는 별도로 에스디모 부족 의 병력도 마경의 테두리를 따라 화석의 숲으로 진격했습니다. 좀 멀기는 하지만 대규모의 병력을 운용하기엔 위험하기는 해도 열 사의 사막 보다는 나으니까요. 그런데 대미궁에 닿기전에 에스디 모의 군대와 마코투의 지원대가 중간에서 만났습니다. 결과는 저 런 모습으로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에드거는 손을 들어 조각을 가리켰다. 과연 한 무리의 인간이 다른 인간을 무차별 살육하는 모습이었다. 놀라고 당황한 사람들……그들 은 물과 식량을 손에 들고 어디론가로 시선을 보내는듯 했다. 구원 이, 또는 희망이 그곳에 있는듯한 눈초리……매우 생생하고 사실적 으로 드러나있는 모습이었다. "에스디모의 병력은 전투부대가 아니었습니다. 칸의 회의가 늦어질 것을 대비해 그들 나름대로의 모든 식량을 모아 에스디모에게 보 낼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식량은 마코투의 군대에 빼 앗겼고……마코투의 군대는 화석의 숲으로 진격했다고 합니다. 그 러나 마코투의 군대 역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단 한명, 화석의 숲에서 살아돌아온 자는 죽기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스디모는 죽지 않았다. 그는 대미궁을 지키는 칸이 되었다. 접근하지 마라. 만지지 마라.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라져 가 는자가 아니라면 대미궁은 죽음을 내릴 것이다.' 그 이후 마코투는 칸의 회의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열사의 사막에 묻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네레노디아 역사 최대 수치로 남아있 는 사건입니다." "사실인것 같군"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미궁이 만들어진 것은 약 400년 전……200년전의 전쟁이 벽에 기록될리가 없지. 분명 저 조각을 남긴 사람은 에스디모라는 사람 임에 분명해." "……그렇다는 말은……" "그래. 에스디모는 우리보다 한발앞서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얻었 다. 그리고 그 힘으로 벽에 조각을 새겼겠지." 카뮤는 어딘가 아귀가 맞지않는 것을 느꼈다. 다만 아직까지는 그것 이 무엇인지 잘 알수는 없었지만 에드거의 이야기는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지니고있었다. 크리스는 다시 문 주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밀면서 문을 열려 고 했지만 돌로된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뮤는 다시한번 조각을 살펴보았다. 조각은 매우 훌륭했다. 살아있는것 처럼도 보였 다. 마계전투가 조각된 왼편은 수많은 마물에 대항하는 인간과 드래 곤의 모습이었다. 드래곤은 하늘을 날며 브레스를 내뿜어대고, 스켈 레톤이 주축이 된 마물이 검을 휘두르는 조각은 매우 생생했다. 조 각 맨 아래쪽에는 네모난 돌이 있고 조금 큰 글씨가 씌여있는 것이 보였다. 카뮤는 허리를 약간 구부려 석판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누구인가' 수수께끼인가? 카뮤는 대미궁으로 들어올때 보았던 '출입금지'라는 말처럼 이 말도 어떤 키워드가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 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한 격언이나 잠언처럼 들렸다. 카뮤는 다른 편 기둥으로 걸어갔다. 에스디모 콘 마코투가 조각된 오른편은 학살하는 인간과 그 창칼에 맞아가면서도 희망의 눈빛을 어디론가 던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래편에 네모난 석판이 눈에 띄었다. 조금 흐린 듯 해서 눈을 석판에 가까이 대고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나는 누구인가' 머리가 아파왔다. 만일 이 문을 에스디모가 세웠다면 어지간히 잘난 체 하기를 좋아하는 자 같았다. 크리스는 아직도 여기저기를 들쑤시 고 있다가 카뮤처럼 석판을 찾아 읽었다. "이건 무슨 수수께끼야?" "그대는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 ……에드거씨!" 디트리히는 지체하지 않고 에드거에게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에 드거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말은 네레노디아엔 없습니다. 우리는 머리아픈 선문답은 좋 아하지 않아요." "알만하군요." 로리타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야 하는 표정이었다. 결국 칼잡 이와 애들은 다시 앉아서 설전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로리타와 엔시 아가 고차원적인 분야까지 논점을 확대시켜가는 것을 볼수밖에 없었 다. 그러나 칼잡이들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는듯 했다. 디트리히는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카뮤에게 말을 건넸다. "카뮤. 너는 누구지?" "……무슨 드래곤 옆구리 긁는 소리에요?" 카뮤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러자 디네즈가 소리죽여 웃으며 카 뮤의 뒷통수를 한대 갈겼다. 따악 하는 소리가 광장에 메아리쳐가고 카뮤는 끙끙대며 고통을 참아냈다. 디네즈는 차분하게 디트리히의 말을 음미하고 있었다. "무척 철학적인 사람이었군요. 이 건물을 만드신 분들은." "너무 철학적인 것입니다. 하기는 그런것, 별로 생각해 보진 않았 습니다만." 디트리히가 정중한 어투로 대답했다. 그러나 카뮤의 생각에 디트리 히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단 하나, '기사도' 뿐이라는 예측은 자신있었다. 기사는 주군과 레이디만 수호하면 그만이니까. 단순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는것이 기사였다. 카뮤는 아직도 얼얼한 뒷통수를 어루만지며 자연스레 대화에 끼어들어갔다. "조금전 질문도 그렇지만, 문에 씌여진 글은 앞뒤가 맞지 않아요." "그건 왜 그렇지?" "만일, 이곳에 들어온게 인간이 아닌 오크나 코볼드였다면 어땠을 까요? 당신은 누구인가? 당연히 오크다! 이렇게 말했겠죠. 인간이 어도 마찬가지에요. 당신은 누구지? 나는 카뮤 폰 렉싱턴. 이렇게 밖에 말할수 없잖아요." "맞는 소리다. 결국 읽는 사람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수밖에 없단 말이로군."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카뮤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디네즈 는 손을 내저어 그에 반대했다. "그건 틀려요. 오크는 인간의 글을 읽지 못해요. 교육을 받은적이 없으니까." "그건 모르는 겁니다. 마경과는 달리 세레노스 대륙의 코볼드는 인 간의 글을 읽으니까요." 크리스의 반론은 날카로웠다. 그러자 디네즈는 다시 입을 다물고 생 각에 빠져들어갔다. 카뮤가 한마디 덧붙였다. "결국, 인간의 글을 읽을수 있을정도의 지식을 갖춘 상대에게 묻는 질문이군요. 당신은 누구인가. 종족, 성별, 나이, 직업을 총 망라 한 질문이군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문장을 남긴건지……" "그렇다면 그 질문은 이렇게 말하는 거나 다름없군. 만일 읽는 상 대가 인간이라면 '인간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일 것이고 드래곤 이라면 '드래곤이여, 당신들은 누구인가'일 테니까." "드래곤이라……세이렌. 네가 생각하는 드래곤이란 뭐지." 이야기의 대상이 갑자기 자신에게 튀자 세이렌은 멍한 표정이었다. 별로 머리에 든것도 없는 아이여서 그런지 모험에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뒤를 졸래졸래 따라오는 상황이어서 카뮤의 질문은 뜻밖인듯 했다. 세이렌은 머리를 긁적긁적하다가 빳빳하게 목을 들고는 대답 했다. "모르겠어요." 카뮤의 주먹이 주저없이 날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세이렌은 카뮤처 럼 끙끙거리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왜 때려요? 모르는걸 모른다는데." "드래곤이면서 드래곤을 모르냐?" "그러는 카뮤는 인간을 알아요?" "……" 순간 카뮤는 멍해졌다. 디트리히나 크리스의 얼굴도 비슷한 표정이 었다. 다만 디네즈는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아마도 라이컨슬로 프였던 과거를 회상하는듯 했다. "그러고보니 인간이면서 인간을 모르는군. 대체 인간이란 뭐지?" "인간은……어, 인간은……" 크리스가 말을 더듬거리다가 입을 다물고 깊은 생각에 빠졌다. 디트 리히는 입을 달싹달싹 하면서 무언가 말하려다가 그만두는 것이 보 였다. 어쩌면 저 사람은 인간이란 기사도다 라는 말을 하려다 만것 같기도 했다. 인간……학명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생각하는 원숭이. 그리고 그 인간인 카뮤는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어 느덧 카뮤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인간이면 인간대로, 드래곤이면 드래곤대로, 엘프면 엘프대로 결국 그들이 생각하는 바는 하나였다. '나는 누구인가' 그러고보니 두 질문은 하나였다. 당신은 누구이며 또한 나는 누구인 가. 두 질문은 비록 서로다른 문에 씌여있었지만 지향하는 바는 하 나였다. 카뮤는 점점 깊은 생각에 빠져들어갔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 릴수 없었다. 인간으로서 인간을 평가한다는 것은 힘들었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인간이라는 것을 정의내릴순 없는 것이었다. 마치 자기 자신의 얼굴 을 눈으로 볼수 없는것처럼 카뮤는 자신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거울이나 물에 비친 모습을 보고 '아, 저것은 나로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정말로 자신을 본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디에선가 반향되어 나온 그림자에 불과했다. 한 개인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없으면 자신을 평가하기란 어려웠다. 카뮤라는 이름도 사람들 사이에서 불려지기 위해 만들어진 이름이 아니었던가. 또한 남자라는 구별도, 렉싱턴이라는 성도 궁극적으로 들어가다 보면 카뮤 자신과는 아무런 연계가 없었다. 그저 어느 집 안의 누구더라 라는것을 지칭하는 신분증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진정한 카뮤는 없었다. 카뮤는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인간이 무엇인가를 생각할게 아니 라 반대로 드래곤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의 눈으로 자 신을 볼수는 없지만, 다른 대상은 그 반대일 테니까. 문득 카뮤는 세 이렌이 자신을 보고 있는것을 알수 있었다. 카뮤는 세이렌에게 말을 건넸다. "세이렌. 네가 생각하는 인간은 어떤 존재냐." "무모한 존재. 헛된 생명이에요." "왜 그러지?" "백년도 못살면서 아둥바둥……끈질기게 살아요. 그러나 결국 짧은 기간속에서 자질구레한 몇가지 일만을 해놓죠. 그리고 후회하며 죽어요. 그런것은 드래곤의 눈에서 보자면 어리석기 그지 없어 요." "……그런가. 하지만 인간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 로리타, 네 가 생각하는 인간은 뭐지?" 로리타는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가 카뮤가 재차 부르는 소리를 듣고 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타오르는 불꽃……모든것을 파괴하는 존재에요." "……맞는 말일지도. 우리는 파괴하지 않으면 살아갈수 없으니까." "카뮤가 생각하는 엘프는 뭐에요? 드래곤은요?" "글쎄……" 카뮤는 고개를 들어 아직도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문을 바라 보았다. 문은 아직도 그곳에 그렇게 서 있었다. 벌써 400년은 되었 을 문……그러나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무생물일 뿐이었다. "엄청난 수명에 눌려 생명마저 잠식되어버린 존재……겠지." "에?" 세이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 다. "난 아직까지 드래곤이 무슨일을 했다는 소리는 못들었거든. 인간 에겐 기록이란게 있으니까." 카뮤는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인간의 역사에 접근한 드래곤은 수룡왕 가베라님 뿐이야. 하지만 그분도 관조적인 자세고……드래곤은 100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아. 큰 덩치에 마법에 능통하지만 한번도 그 마법을 사용한 적 은 없어. 그저 거대한 적이 나가면 싸우고, 그리고 죽이지. 그리 고 이기면 다시 동굴로 돌아가 잠을 자버려. 마치 돌이나 화석처 럼……아무런 의지도 없는것 같아." "……" "다크메이스는 너무나 지루한나머지 자신의 영혼을 옭아맬지도 모 르는 맹약을 남발해 장난감을 수집하고 있어. 수룡왕님은 지루하 지 않으려고 인간의 역사에 끼어드는지도 몰라. 자하리얼님은 잠 을 자고 있고……나머지도 그저 존재할 뿐이지 아무일도 하지않 지. 인간과 시간관념이 너무 다르다고 하지만 그들은 마치 저 돌 멩이처럼 죽어있는것과 같은거야. 아무런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다고." "맞는 말이다, 카뮤." 디네즈가 조용하게 말했다. "다크메이스는 지루함에 눌려있다. 드래곤이란 것들은 너무 오래살 아서 문제인 거야. 스스로도 감당할수 없을만큼. 그것은 엘프도 마찬가지겠지." "……그럴거에요. 엘프는 조화 그 자체니까." 로리타의 대답은 쓸쓸하게 들렸다. "난 하프엘프지만 엘프의 생각을 잘 알아요. 그들은 맞서는것을 싫 어하죠. 오로지 세계의 조화를 위해서 자신을 맞춰요. 불꽃같은 인간과는 너무 다르죠. 하지만 난 그게 틀리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란다, 로리타. 생명이란 것은 마물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귀중한 거니까. 라이컨슬로프도 살고싶은 생명이 니까." 디네즈는 무언가를 회상하는듯한 어투로 대답했다. "다른 생물의 관점에서……인간은, 또는 드래곤이나 엘프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일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도 이해할수 없지. 결국 아무도 알수 없는것이 방금전의 질문이다. '존재는 하지만 존재하 지 않는다'라는 말이지" 디네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미한 진 동으로 시작된 흔들림은 광장 전체가 우지직 소리를 낼만큼 울리고 있었다. 카뮤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균형을 잡으며 얼핏 문쪽으로 돌 아보았다. '이럴수가!' 카뮤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수밖에 없었다. 조각들이 움직이고 있었 다. 조각들은 서로 아우성을 치며 문에서 빠져나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괴로운 고통의 표정을 지으며……그들은 팔과 손을 바깥으 로 내밀었다. 드래곤이든 인간이든, 마물이든 가리지 않고 한없는 고 통속에서 몸부림치는 하나의 '지옥도(地獄圖)' 그 자체였다. 조각의 흔들림속에 문은 양쪽으로 열렸다. 그리고 문 뒷편으로 작 은 길이 하나 나 있었다. 거대한 문과는 어울리지 않는……아주 아 담한 길이었다. 진동은 멈췄다. 카뮤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디네즈의 얼굴을 살폈다. 디네즈는 뜻밖의 일에 상당히 놀란듯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이내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랬군. 시동어(始動語)였었군." "마법이 걸려있는 문이었던 말인가요?" 엔시아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반문했다. "그래. 두 수수께끼는 문을 열기위한 문제였던 거야. 그들이 묻고 자 한 것은 결국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어. 그들이 원 하는 해답은……" "존재는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 로리타의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기뻐하는 듯한 목소 리는 아니었다. 너무나 무거운 이야기 속에 마음마저 갇혀버린것 같 았다. 제일먼저 카뮤가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뒤를 다른 사람들이 따르기 시작했다. 문을 빠져나와 작은 길로 들어서면서 카뮤는 끊임없이 되 뇌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머릿속에서 쉽게 빠져나가지 않았 다. '대미궁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거지?' * * * 3장도 어느덧 종반에 접어드는군요. 3장은 대미궁을 빠져나오고 아 드리안을 만나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제 슬슬 4장의 설정을 구 상해야 겠군요.(무계획은 아니지만……설정이 너무 허술한것 같 당……내 취향이 아니야……)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48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4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30 16:21 읽음:795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4 by 유 민 수 34. 한없이 긴 길이었다. 대미궁의 첫번째 관문이었던 '비틀린 갈림길의 미궁'에서처럼 원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작은 외길이 끝없이 뻗어있었 다. 엔시아의 캐스팅이 이어졌지만 이곳은 갈림길의 미궁과는 달리 마법 같은것은 없었다. 얼마나 걸었을까……드디어 출구가 보였다. 이번에는 카뮤를 선두 로 출구를 향해 말없이 걸어갔다. 출구를 지난 곳은 뜻밖에도 돌로된 작은 방이었다. 조금전까지 사 람이 살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운데에 약간 큰 탁자가 있고 오른편 한켠에 돌로된 조그만 침대가 놓여있었다. 음식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먼지하나 없이 청결하게 치워져 있었으며 불빛이 스며나오 는 한켠의 탁자위에는 읽다가 만것 같은 책이 한권 엎어져 있었다. 조금은 의아한 광경이어서인지 카뮤일행은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 다. 카뮤는 천천히 책상으로 걸어가 엎어져 있는 책을 넘겨다보았다. 금장 장식에 손때가 묻어있는 고풍스러운 책이었다. 뒷통수를 한대 얻어맞는듯한 느낌이었다. 카뮤는 책을 들어올려 뒤 집어 내용을 읽어보았다. "스테미너 만점의 돈돌가오람 생채요리……라는데요?" 디네즈와 로리타가 입을 딱 벌리고 디트리히는 허허 하는 소리와 함 께 머리를 긁어댔다. 크리스와 에드거는 소태라도 씹은듯한 표정으 로 서로를 바라보고 엔시아와 세이렌은 큭큭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엔시아는 카뮤에게 다가와 카뮤가 들고있던 책을 빼앗아 후르륵 넘 기면서 눈으로 읽어버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를 지 었다. "……아주 훌륭한 요리책이야. 초보자를 위한……이라는데?" "누군가 살기는 사는 곳이군요." 조금은 놀랐다는 어투로 디네즈가 대답했다. 디네즈는 주의깊게 주 변을 살피며 걸어다녔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특징같은것은 없었다. 하지만 부엌이나 식량창고 같은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네모난 방 하나 뿐이었다. 엔시아는 두 손을 모아 가볍게 캐스팅을 하더니 알겠다는 듯이 입 을 열었다. "비틀린 갈림길이에요. 다섯군데와 연결되어 있군요." 엔시아는 방 주위를 돌아다니며 갈림길 근처에 작게 숫자를 매겼다. 카뮤는 일단 책을 받아 원래대로 두었다. 그리고 갈림길중 한곳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내 크리스에 의해 저지당하고 말았다. 크리 스는 조금 놀랐다는 듯이 카뮤에게 말했다. "무모하군. 어떤 장치가 되어 있을지 모르는데." "……그럴거 같지는 않아요, 크리스." 카뮤는 크리스에게 잡힌 손을 떼어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분명히 여기는 누군가 사는 곳이고……함정같은걸 주위에 둘러치 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 납득하는 크리스를 뒤로하고 카뮤는 얼굴부터 갈림길에 집어넣었다. 돌벽이 빠르게 시야로 들어오고 휙 하는 느낌과 함께 카뮤의 얼굴은 전혀 다른곳에 들어와 있었다. 그곳은 부엌처럼 보였다. 보글보글 하는 소리와 함께 잘 정돈된 집 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미스릴로 된것처럼 보이는 프라이팬이나 그릇, 그리고 냄비등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그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이 한명 있었다. 그는 탁탁탁 소리를 내며 뭐라고 중 얼중얼대고 있었다. 그러나 뭐가 안되는지 자꾸만 고개를 흔들어댔 다. "……어렵다, 어려워." 땅에 끌리는 갈색의 긴 머리에 좁은 어깨였다. 여성 특유의 뾰족한 목소리에서 카뮤는 그 사람이 여자인것을 알수 있었다. 귀가 머리카 락 밖으로 나오지 않은것을 봐서는 엘프는 아니고, 분명 인간인듯 싶었다. 카뮤는 일단 갈림길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카뮤의 갑옷이 잠깐 덜그럭 소리를 내자 그 여성은 고개를 뒤로 돌 렸다. 그녀는 꽤나 놀란듯 했다. 하기는 갑자기 누군가가 나타난다면 그럴듯도 했다. "누구에요?" 눈쪽으로 흘러내리는 갈색의 머리카락을 젖히며 그 여성은 돌아섰 다. 그러나 카뮤는 두 눈이 튀어나오는것 같았다. 그녀는……옷이 없 었다! 실오라기 하나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머리속이 멍해지며 한 순간 카뮤는 정신을 잃을뻔 했다. 비록 긴 머리카락에 가려 언뜻언 뜻 비치기는 했지만 완만한 굴곡을 보이는 가슴이라든지 그 위에 돌 출된 분홍빛의 돌기는 누가 보더라도 선명했다. 카뮤는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카뮤의 뒤를이어 들어오려던 크리스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우당탕! 갈림길을 통해서도 소리는 들렸다. 채챙 하고 검이 뽑히는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적이 있는것으로 간주하고 전투태세를 갖춘듯 했다. 카뮤는 다급해졌다. "들어오지 마! 남자는 안돼!" 그러나 불쑥 들어온것은 디트리히였다. 기사여서 그런지 동작도 빨 랐다. 하지만 카뮤는 아무런 주저함 없이 디트리히의 가슴을 걷어차 뒤로 나동그라지게 만들었다. 우지직! 조금 멀리 튕겨나갔나? 방 가운데에 놓여있던 탁자에 부딪힌것 같았 다. 카뮤는 다급히 갈림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반도 못가서 카뮤는 눈에서 불꽃이 튀는것을 경험할수 있었다. 아득해지는 의식 아래 뒤로 넘어지는 크리스와 갈림길로 뛰어드는 디네즈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이런, 젠장……' 부딪힌곳이 아팠다. 잘못 부딪혔나? 카뮤는 잠시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윽한 향기였다. 기억에 있는……마스터의 향기다. 복숭아의 부드 러운 향기에 살내음이 약간은 곁들여진듯한 그런 냄새는 아주 독특 한 느낌을 준다. 아마 마스터의 무릎에 또 누워있나 봐. 카뮤는 일단 눈을 감은채로 그대로 있기로 했다. 약간 웅성대는 말소리가 들려왔 다. 걱정스러운 어투였다. "……괜찮을까? 조금 심하게 부딪혔는데." "크리스의 머리는 원래 단단하잖아." "……남말할 때가 아닐텐데, 엔시아." 그리고 왁왁대는 엔시아와 엄청난 구타의 타격음이 이어졌다. 엔시 아가 크리스를 때리고 있는듯 했다. 싸움을 말리는 세이렌과 로리타 의 목소리로 들렸다. "……그리 심하지는 않을거야.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마스터의 목소리였다. 냉정하지만 부드러운 목소리. 어라? 머리위가 아니네? 조금은 아랫쪽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내가 베고있 는 무릎은 누구거지? 카뮤는 슬며시 눈을 떴다. 조금은 센 불빛이 눈에 들어와 아팠지만 몇번 깜빡이자 시력은 조금씩 돌아오는듯 했다. "의식이 돌아오는데요." 처음 듣는 허스키한 목소리다. 그리고 머리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카뮤는 눈을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올려다보았다. 갈색의 긴 머리 카락이 보이고 초록색의 큰 눈에 완전한 백색의 피부가 보인다. 귀 엽다는 느낌이 드는 여자였다. 나이는 대략 스물……? 카뮤와 비슷 한듯 느껴졌다. "정신이 들어요?" 무엇엔가 한대맞은 느낌이 들었다. 카뮤는 후닥닥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몇걸음 물러섰다. 그 여자였다. 부엌에 있던 알몸의 여자! 지금 은 모포로 몸을 가리고 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카뮤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올랐다. 지금까지 생판 모르는 여자 의 무릎을 베고 있었던 것이다. "실례를!" 카뮤는 허리를 거의 90도 각도로 꺾었다. 그러나 여자는 에? 하는 소리만 낼뿐 당황한 눈을 하고 있었다. 카뮤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떻게 된게 일이 계속 이렇게 흘러가는지 알수가 없었 다. 그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알몸을 본 것이나 무릎을 베고있는 것은 크게 잘못된 행동인것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아, 저. 그러지 마. 내 잘못도 있으니까." 허스키한 목소리, 그 여자의 음성이었다. 카뮤는 고개를 조금씩 들어 여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약간 얼굴을 붉히고는 있었지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뛰어든 것은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아니에요. 저는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네?" 카뮤는 의아해졌다. 그점은 살벌하게 싸우고 있던 크리스와 엔시아 도 마찬가지였다. 엔시아는 크리스의 입을 찢어놓기 거의 일보 직전 에서 손을 멈추고 갈색머리의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리타와 세 이렌은 어느새 카뮤의 옆에 다가와 있었고 디트리히는 눈을 천으로 가린채 곁에 서있었다. 아무래도 기사도의 본분상, 거의 벗고있는것 과 다를바없는 여성을 본다는 것은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 다. 여자는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고개를 끄덕여 수긍의 뜻을 나타냈 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어요. 열사의 사막을 넘어……자카레이드를 무 찌르실때부터였죠. 대단하신 분들이다 싶길래 대접을 하고싶어서 요리를 조금 준비하고 있었어요." 여자는 손을 들어 책장위에 아직도 엎어져 있는 책을 가리켰다. "……그런데 생각외로 쉽지 않더군요. 요리라는거, 별로 해본일이 없어서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카뮤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자는 뜻밖이라는 표정으로 카 뮤를 바라보았다. "저를 찾아 오신거 아니었나요?" "……무슨……" "제 이름은 리안입니다만 다른 분들은 저를 아드리안이라고 부른 더군요." "……아드리안?" 여자는 손을 가슴에 갖대대었다. "그래요. 아드리안 홀슈타인. 서편의 풍룡왕, 아드리안입니다." 잠시 시간이 멈춰버린것 같았다. 엔시아는 크리스의 입을 잡아당긴 상태 그대로였고 다른 사람들은 멍청히 서있는 그대로였다. 다만 디 트리히가 눈을 감싸고 있던 천조각을 떼어버렸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었다. 카뮤는 약간 멍해진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댔다. 부딪힌 여운 탓인 지 머리가 아직 멍해 있었지만 방금전 들은 말은 아예 머릿속을 뒤 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었다. 아드리안은 여전히 귀여운 얼굴로 카뮤 의 입술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듯 했다. 카뮤는 심호흡을 하고는 바닥에 앉아 아드리안에게 말을 건넸다. "……거짓말은 아닌것 같군요." "에? 그럴 이유가 있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아드리안님. 제가 잠시 멍청했군요." 카뮤는 허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설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린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 군요. 정말 심해요. 하기는 화석의 숲을 보고 눈치챘어야 하는건 데." "설명이 필요할것 같구나, 카뮤." 디네즈의 목소리도 약간 떨리고 있었다. 정말 이건 예상치 못하던 전개였다. 카뮤는 혼란한 머리속을 하나하나 바로잡으며 설명을 시 작했다. "마스터. 화석이 어떻게 생기는지 알고 계세요?" "……모르겠다." "화석은 아주 높은 열과 압력을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그랬었구나." 디네즈도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아직 이해하지 못한듯 했다. 크리스와 엔시아는 싸움을 그치고 디네즈의 옆에 다가 와서는 멍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디트리히와 로리타 도 마찬가지였다. "화석의 숲……온통 돌처럼 변한 화석입니다. 화석을 만들려면 엄 청난 열이 필요하죠. 산불이나 파이어볼 같은 불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열기가. 단시간에 그렇게 많은 화석을 만들려면 최소 한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나……" "……불꽃의 마신이 갖고있는 열기가 필요하겠지." 디네즈가 카뮤의 말을 받아쳤다. 그제서야 모두는 이해하는듯 했다. "결국 여기가 불꽃의 마신이 잠들어있는 봉인의 장소라는 거죠. 제 기랄! 자카레이드가 들어오지 못했던 것도 이제야 설명이 되는 군." "봉인의 장소니까 말이야." 아드리안은 이상한 분위기의 카뮤일행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은듯 했다. 아드리안은 손을 내밀어 카 뮤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녀는 얼굴은 조금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나를 만나기 위해 온게 아니었다는 말인 가요?" "아닙니다, 아드리안님. 우리는 아드리안님을 만나기 위해 마경을 건너고, 열사의 사막을 지났으며, 지옥같은 대미궁을 통해 온 것 입니다." 약간은 화풀이성 발언이 섞여있는 말이었지만 아드리안은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전설이 완전 거짓은 아닌듯 하지만……아뭏든 여기에 온 목적은 달성할수 있겠군요. 풍룡왕 아드리안 홀슈타인님, 저는 수룡왕 가 베라 라인돌프 뮤레이너님의 전갈을 전하고자 이곳까지 왔습니다. 가베라님이 말씀하시길 '점점 해제되어가는 사브란이구드의 봉인 을 다시 연결할 일을 상의하기 위해서니, 수고스럽지만 휴프노스 로 와달라'고 하셨습니다." "가베라 아줌마가?" 아드리안은 가볍게 눈을 찡그렸다. "……하지만 난 여기를 떠날수 없어. 가베라가 말 안해요?" "봉인 때문이신가요?" 카뮤의 반문에 아드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네레노디아의 심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인가 보군요." "난 가베라가 그것을 위해 여러분들을 보내신줄 알았어요." 아드리안의 얼굴이 점점 울상이 되어갔다. "꽃다운 나이에 대미궁에 갇혔다구요. 300살때 자하리얼 선생님이 사브란이구드인가 뭔가와 싸운다고 나를 이 재미없는 사막에 보 냈어요. 할수있는 일이라곤 라이트닝 브레스로 몬스터를 태워버리 는 일 뿐이었구……그건 절대 내 취향이 아니였어요." "……" "멋진 남자도 끝내주는 로맨스도 없어. 난 아직 청순한 처녀란 말 이에요. 남들처럼 아름다운 곳에 가서 석양도 구경하고 싶고 바닷 가를 거닐면서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결혼도 해서 남편에게 요리 도 해주고 싶고 흩날리는 바람결에 멋있게 포즈를 취해서 감탄의 시선을 받고도 싶단 말이야!" 결국 아드리안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앙앙 울어젖히고 말았다. 카 뮤는 그만 할말을 잃어버렸다. 카뮤는 세이렌을 보고 가볍게 말을 건넸다. "……세이렌." "왜, 카뮤?" "……드래곤을 평가했던 내 발언……지금 취소할게." "……이해해요." 세이렌은 질린 표정으로 아드리안을 보고 있었다. 같은 드래곤의 입 장에서 분명 한심하다는 얼굴이었다. 전설은 실제와 다르다. 지금까지 질리도록 들어왔지만 이렇게 차이 가 나는것은 드물었다. 에드거씨가 말하던 풍룡왕은 근엄, 바로 그 자체였다. 자신의 자유를 담보로 불꽃의 마신을 지하에 잡아두고 자 하리얼의 증표를 근엄하게 칸에게 넘겨준……왕이라 불리기에 손색 이 없는 드래곤이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어린애처럼 보채고 있 는 아드리안에게서 그런 분위기를 찾기란 불가능했다. 카뮤는 일단 아드리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을 들어 아드리안의 어 깨에 가볍게 올려두었다. 그러자 아드리안은 울먹이는 것을 잠시 그 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들어 카뮤를 바라보았다. 카뮤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아드리안을 달랬다. "제가 봉인을 풀어드리면 아드리안님은 원하시는 일을 할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니 이제 우시는 것은 그만하세요." "흑……흑……" "아름다우신 아드리안님. 그대의 얼굴에 눈물이 어리는 것을 이 카 뮤는 받아들일수 없어요. 아름다운 레이디에게는 화사한 웃음이 어울리는 법입니다." 카뮤는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아드리안의 손을 들어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예전에 배웠던 궁중예절을 응용해 본 것이었다. 그리고 렉싱턴에서 여자친구를 사귈때면 가끔씩 써먹던 효과적인 방법이었 다. 적어도, 우는 여자의 눈물을 그치게 하는데는 이 방법만한 것은 없었다. 과연 아드리안은 울먹이는 것을 멈추고 배시시 웃어보였다. 비록 주변에 서있던 크리스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온몸에 돋는 닭살을 멈추게 하느라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어쨋든 사건은 마무리 된 것 같았다. 아드리안은 우는 것을 그치고 카뮤의 옆에 바싹 붙어서 머리를 대 고 부비고 있었다. 마치 애인에게 애교를 부리는 여자같았다. 약간 난감해지긴 했지만 일단 카뮤는 부드럽게 아드리안에게 말을 건넸 다. "아드리안님. 봉인을 풀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싫어. 그런 말은……" "에?" 카뮤는 멍청해졌다. 아드리안은 고개를 약간 옆으로 꼬면서 부끄러 워하는듯 했다. "아드리안이 뭐야? 거리감 느껴지게. 그냥 리안이라고 불러." "……네." "잠시 이대로 있어. 이 분위기 정말……좋다……" "……" 한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카뮤는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다. 그 점 은 로리타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살기가 느껴질 정도로 로리타의 분 위기는 흉흉했다. 세이렌이 로리타를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로리타 는 아마 아드리안에게 거센 일격을 가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드리안은 눈을 지긋이 감고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봉인을 푸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지?" "네레노디아의 심장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건 그래. 네레노디아의 심장은 마법력의 원천……또한 불멸의 근원이니까." 아드리안은 노래하듯 중얼거렸다. "불꽃의 마신을 봉인하던날……자하리얼 아저씨가 찾아왔었어. 수 고했다고 하시면서 지친 내 몸에 마법력을 넣어주셨지. 그리고 유 노에게서 받았다는 작은 보석을 내게 주셨어. 그게 네레노디아의 심장이야." "……" "네레노디아의 심장은 엄청난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살아있는 보 석……아마 내 몸안의 마나를 축적하고 있는 심장보다는 적겠지 만 불꽃의 마신 하나정도는 봉인할수 있을 양이야. 하지만 몇가지 조건이 필요해." "그게 무엇입니까, 아드리안님." 갑자기 아드리안이 매서운 눈초리를 카뮤에게 보냈다. 약간 찔끔했 지만 카뮤는 아드리안의 시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리안이야, 리안! 아드리안님이 아니란 말이야." "……네. 리안." "'네'가 아니야! '알았어'라고 해야지. 우리 사이에……" 문득 카뮤는 봉인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이대로 대미궁을 빠져나가 마경을 건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그 것을 참아내고 있었다. 카뮤는 억지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다. "알겠어, 리안." "……좋아. 바로 그거야." 아드리안은 샐쭉 웃더니 침대 근처로 다가가 아래쪽을 건드렸다. 그 러자 침대가 반쯤 회전하더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하나 생겼다. 아드리안이 오라는 손짓을 하자 카뮤 일행은 아드리안을 따라 계단 을 내려갔다. 계단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약 30개의 계단을 내려가자 해골이 두개 나타났다. 해골들은 하나의 붉은 보석을 끌어안고 있었다. 하나는 아 주 오래된 해골인듯 뼈마저 거의 삭아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그래도 다른것보다는 새로운 것인듯 골격은 어느정도 유지되어 있었다. 아 드리안은 손으로 해골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인간들은 무례하게도 몰래 들어와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가져 가려 했어. 그 결과는 저렇게 되었지만." "당신이 한 일이야?" 카뮤가 조금은 화난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아드리안은 세차게 고개 를 흔들었다. "아니야! 절대로. 네레노디아의 심장에는 방어마법이 네개나 걸려 있는걸. 그것을 풀지 않으면 누구도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대미궁 바깥으로 가져갈수 없어. 하지만 저 인간들은 그점을 모르는것 같 아." "……에스디모로군." 디트리히의 목소리였다. 하기는 대미궁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에스디 모와 초대의 칸 외에는 없는듯 했다. 아드리안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심장의 방어마법은 모두 네가지. 심장은 자신을 가져가려는 인물 에게 세가지 질문을 할거야. 그 질문에 대답을 잘 해야만 저런 모 습이 안돼. 나도 해보려고 했지만 드래곤은 질문의 대상이 되지 못했어." "……어째서지?" "뭐라드라……'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라져 가는자'가 아니면 만 지지 못한다라고 했어. 하여간 자하리얼 선생님의 선물은 모두 저 모양이야." 카뮤는 순간 멍해졌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라져 가는자……카 뮤는 디네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디네즈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인간이잖아. 들어오기 전에 문을 봤겠지? 에스디모가 네레노디아 의 힘을 사용할수 있었다면 만질수 있는자는 결국 인간 외에는 없어." "……그렇군요." 카뮤는 아드리안에게 시선을 옮겼다. "리안. 세가지 질문은 그렇다 치고……나머지 하나의 방어마법은 뭐야?" "그건……" 아드리안은 고개를 조금 수그렸다. 얼굴이 약간 발그스름해져 있었 다. 불현듯 카뮤는 불안해졌다. 아드리안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팔짝팔짝 뛰다가 꺅꺅거리며 석굴을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이내 응응 거리면서 카뮤에게 얼굴을 맞추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리안의 나이트만 봉인의 해제가 가능하다는 거야. 리안의 나! 이! 트!" "……" 만일 이 자리에 가베라가 있었다면 카뮤는 두말않고 에스토크를 휘 둘렀을 것이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던지 아니면 드래곤에게 반항 하던 한 인간이 납작하게 눌린 쥐포로 남던지 둘중에 하나가 되겠지 만 카뮤는 가베라에게 맹렬한 살의를 느꼈다. 드래곤 나이트. 좋게 말해서 세상의 어느 누구도 건드릴수 없는 기 사의 정점이고 사실을 말하자면 드래곤의 장난감 정도일 것이다. 아 드리안의 경우엔 드래곤 나이트는 곧 자신의 '남자친구'나 '애인'정도 로 인식될테지만 가베라는 이점을 이미 알고있었던게 분명했다. 아 마도 카뮤를 염두에 두고 네레노디아로 떠나는 여행을 주선했음에 분명했다. 최소한, 아드리안은 카뮤를 좋아하는것 같으니까. 카뮤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리안의 나이트가 아닌 사람이 세가지 질문을 풀게되면?" "영원히 대미궁을 나가지 못해. 심장의 힘을 사용할수는 있지만 봉 인은 안풀리거든." "……방법이 없구나." 카뮤는 서글픈 시선을 디네즈에게 보냈다. 디네즈 역시 안타깝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카뮤는 리안에게 물었다. "제물이 나라면……조건은 뭐지?" "리안의 해방! 내가 대미궁에 머물러 있는것은 영혼을 옭아매는 사 슬때문이고, 드래곤 나이트의 선택에 따라 리안은 해방된다는 거 야. 둘다 영혼의 맹약이니까. 깊은 사랑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 야……" 아드리안의 눈이 꿈꾸는 사춘기 소녀의 눈망울로 변해있었다. 카뮤 는 문득 미래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세가지 질문을 풀고 아드리안 의 드래곤 나이트가 된다면 아드리안은 어디로 갈 것인가? 분명 일 단은 가베라와 묵은 빚을 풀기위해 휴프노스로 날아갈게 틀림없었 다. 그 다음엔? 가베라가 죽던지 카뮤가 죽던지 하는 일은 제껴두고 라도 어쩌면 아드리안은 카뮤를 이끌고 데이트 코스를 순례하며 남 은 생애를 살아갈지도 모른다.……끔찍했다. 만일 이대로 봉인을 풀지않고 대미궁을 떠난다면? 아마도 휴프노스 로 돌아가는 길은 요원할 것이다. 이제는 물도 없고 식량도 없다. 자 카레이드가 매일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고, 또한 그녀석들 모두를 잡 는다는 근거도 없다. 결국 동료 모두의 희생을 불러일으킬수밖에 없 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카뮤는 해골에게 다가가 붉은 보석을 들어올 렸다. 보석은 마치 숨을 쉬듯 찬란한 광채를 간헐적으로 내뿜고 있었다. 카뮤의 머릿속에 낮은 목소리가 전해져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라져 가는 자여, 심장의 고난을 받아들이 겠는가.' 카뮤는 천천히 눈을 들어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근심스런 얼 굴로 카뮤를 응시하고 있었다. 기대의 눈빛을 띄고 있는것은 아드리 안 외에는 없었다. 카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받아들인다." 타오르는듯한 붉은 광채가 석실을 메워갔다. 카뮤는 눈을 감았다. * * * 카뮤의 시련……조금은 코믹하게 써 봤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싫 어하는 분위기의 여성이……바로 아드리안 같은 여성이죠. 설정이 참 이상하죠?^^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99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5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31 19:44 읽음:779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5 [3장 종료] by 유 민 수 35. 카뮤가 다시 눈을 떴을때, 대미궁의 지하 석굴이 아닌 푸른빛으로 가득한 공간에 떠있는 자신을 볼수 있었다. 무척 색다른 경험이었다. 공간에 존재하며 또한 그곳에 있는 자신을 볼수 있다니. 카뮤는 흘 러가는 물줄기처럼 공간의 한쪽으로 쓸려가고 있었다. 그 흐름은 점 차 빨라지더니 다시 밝은 빛이 되어 카뮤의 눈을 아프게 했다. '……윽!' 카뮤는 무의식중에 손을 들어 눈을 가렸고 눈부신 빛은 다시 사라졌 다. 카뮤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주위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 성을 터트렸다. 카뮤가 떠있는 곳은 전쟁터였다. 엄청난 고열에 녹아버린 대지…… 산산이 부서져버린 산. 하늘 가득히 떠있는 엄청난 양의 구름. 그리 고 그 사이를 뚫고 날아오르는 드래곤의 모습. 카뮤는 서서히 타버 린 대지로 내려섰다. 발이 자연스레 바닥에 닿았지만 감촉은 느껴지 지 않았다. 하나의 꿈처럼……모든것은 부자연스럽게 카뮤에게 닿고 있었다. '……' 카뮤는 무릎을 꿇어 흙을 살펴보았다. 너무나 뜨거운 고열에 흙과 모래는 칼날같은 유리조각으로 변해 있었다. 곤충이나 생명의 느낌 은 전혀 없는……죽어버린 대지였다. 카뮤는 손을 내밀어 흙을 한줌 쥐어보았다. 그러나 그 흙은 힘없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버렸다. '……죽음……' 땅이 조금씩 울 다. 카뮤가 눈을들자 멀리서 다가오는 거대한 물체 를 볼수 있었다. 거인……한손에 거대한 얼음으로 된 도끼를 휘두르 는 거인이었다. 거인의 발이 닿는곳은 지지직 하는 소리를 내며 시 들어가고 모래는 곧바로 하얀 바위가 되어버렸다. 거인은 발을 휘저 으며 무언가를 쳐내고 있었다. 인간이었다. 멀리 있었지만 그것이 인간이라는 것은 쉽사리 알수 있었다. 갑옷을 입은 두팔 두 다리를 지닌 생물은 인간 외에는 없으 니까. 인간은 고통스런 고함을 지르며 마치 안개처럼 빽빽하게 거인 을 향해 화살과 창을 집어던져댔다. 쿠와악! 갑자기 구름이 쪼개지며 엄청난 양의 전격이 거인을 덮쳤다. 거인은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고……그 아래있던 인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 져버렸다. 구름 사이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블루 드래곤이 나타났다. 블루 드래곤의 입에선 가공할 수준의 라이트닝 브레스가 쏟아졌다. 거인은 얼음 도끼를 펼쳐 브레스를 막으려 했지만 거인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소멸되어갔다. 블루 드래곤이 땅에 맞닿을만큼 내 려오자, 드래곤은 앞발을 날려 거인의 머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퍼억! 거인의 머리가 허공을 날아 카뮤의 바로 옆을 스쳐갔다. 마치 거대 한 산이 굴러다니는 듯한……그런 느낌을 주며 거인의 머리는 멀리 사라졌다. 카뮤는 상상을 초월하는 전투에 잠시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보았는가……' 머릿속에 들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카뮤는 주위를 살폈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구십니까!' '……네가 원하는 것이다, 인간이여.'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확실한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다. 카뮤는 조심 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심장?' '의지라고 불러주기 바라네.' 여전히 모습은 보이지 않는 목소리뿐의 울림이었다. '내게 이런것을 보여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무것도. 그저 몇가지 물어볼 생각일 뿐이야.' 갑자기 주위가 빠르게 변했다. 카뮤는 자신이 방금전 거인이 죽은 바로 그 장소에 서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거인이 쓰러진 장소에는 거인뿐만이 아닌 수많은 생명이 죽어있었다. 인간, 엘프, 드워프…… 그리고 마물까지도. 참혹하게 일그러진 시체의 산은 비장함을 넘어 참혹하기까지 했다. '……보았는가?' '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무엇을 묻고 싶으신 겁니까, 심장이여.'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네, 인간이여.' 목소리는 공허하게 메아리쳐 갔다. '마계전투를 아는가?' '……죽어버린 마물의 왕, 사브란이구드와 살아있는 모든것들과의 싸움입니다.' '정말 그러한가?' '그렇다고 배웠습니다.' '그대의 눈으로 직접 보아라. 그대의 입으로 직접 말하라. 진정 이 것이 마왕과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의 싸움인가?' 목소리가 묻는바는 명확하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 까……카뮤는 혼란스러웠다. '……이것만 가지고는 알수 없습니다. 심장이여.' '그렇다면 다른것을 보여주마.' 카뮤의 몸이 다시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빠르게 어디론가 날아가 기 시작했다. 대지가 아득히 보일 정도로 높게 떠오른 카뮤는 다시 어느 지점인가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곤두박질 쳐갔다. 그리고 갑자 기 허공에서 멈춰서 버렸다. 카뮤가 떠있는 곳은 마경이었다. 반쯤 불타버린 마경의 숲을 헤집 으며 거대한 몸집을 가진 레드드래곤이 울부짖고 있었다. 레드 드래 곤의 브레스에 마경에 살던 수많은 마물들이 몸부림을 치며 죽어가 고 있었다. 오크, 코볼드, 고블린……라이컨슬로프. 허무할정도로 비 명을 지르며 이리뛰고 저리뛰는 그들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보였 다. 카뮤는 눈을 감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카뮤의 눈은 스스로의 통 제에서 벗어난듯 감기거나 다른곳으로 돌릴수가 없었다. 그저 그 끔 찍한 참상을 보고만 있을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무엇인가……' '……마물들입니다.' '마물이란 무엇인가……' '사브란이구드의 부하……죽음을 무서워 하지않는 어둠의 존재…… 입니다.' 목소리가 점차 준엄해져갔다.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가?' 카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지 못했다. 마경의 옆에서 몇 십년을 살았지만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마물들을 본적은 없었다. 목소리는 재차 물어왔다. '……그들은 무엇인가……' 카뮤의 몸이 다시 떠올랐다. 카뮤의 몸이 멈춘것은 어느 산맥으로 보이는 곳에서였다. 검붉은 칙칙한 안개가 사방을 뒤덮고 있는 가운 데에, 끔찍하게 생긴 하나의 생물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 그 생물은 마치 지옥에서 방금전 에 풀려나온 악마처럼 보였다. 카뮤는 전율했다. 그것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갈구하고 있었다. 어두운 안개 사이로 보이는 태양에 시선을 박아두고 참혹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안개가 갈라지며, 하얀 드래곤 하나가 하늘에서 번개처럼 쏟아져내 렸다. 하얀 드래곤은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며 안개에 싸여있는 생 물을 공격해갔다. 대지가 흔들리고 공기는 공포에 떨었다. 생물은 몸 을 비틀며 땅속으로 서서히 묻혀들어갔다. 그러나 그 생물의 눈은 계속 태양에 박혀 있었다. 생물은 계속 비명을 지르다 땅속에 완전 히 묻혀버렸다. 주위는 고요해지고……하얀 드래곤은 지친듯이 날개 를 떨며 서쪽으로 천천히 날아가버렸다.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카뮤는 대답을 할수 없었다. 카뮤를 둘러싼 공간이 캄캄해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어둠……절대 공포마저 느껴질 정도로 카뮤의 정신은 오그라들었다. 카뮤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정신을 집중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그 어둠은 카뮤의 정신을 마치 하나하 나 끄집어 옭아매려는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카뮤는 물속으로 끌려들어가는 바위처럼, 어둠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카뮤의 귓가에 고통으로 신음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음성이 들렸 다. 그러나 보이지는 않았다. 자신의 존재조차 확신할수 없는 어둠속 에서 고통과 탄식에 가득한 하나의 지옥(地獄)은 그렇게 존재했다. 얼어붙은 카뮤의 머릿속에 슬픈듯한 어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왜……싸워야만 했는가……' 어둠이 천천히 걷히고 있었다. 카뮤는 어둠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한줄기의 불빛……단지 그것이었지만 그 불빛은 카 뮤의 마음에 한가닥 희망을 주었다. 카뮤는 웅크렸던 몸을 펴고 있 는힘껏 그 불빛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굳어버린 몸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불빛은 자꾸만 멀어지려 했다. '안돼!' 다급해진 카뮤는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불빛은 점차 꺼져가고…… 주위는 다시 암흑으로 뒤덮였다. '……안돼……' 절망감에 온몸이 부서지듯 아파왔다. 카뮤는 바닥에 꿇어앉은채 다 시 몸을 웅크렸다. 어둠이 다시 사라지며 눈비신 빛이 카뮤의 얼굴을 향해 내려쪼였 다. 카뮤는 눈을 뜨지 못하고 엎드렸다. 강렬한 불빛에 타오를 것 같 이 눈이 아팠지만 그 고통속에서도 카뮤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빛……빛이다. 이젠 저 지독한 어둠속에서 있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 이 고통을 억누르고 있었다. 카뮤는 천천히 눈을 떠서 찬란히 백열하는 빛을 응시했다. 그 빛은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점차 카뮤에게서 멀어져갔다. 그가 멀어짐과 동시에 뒷편으로는 차가운 어둠이 물결치듯 몰려오는게 보였다. 카 뮤는 덜컥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사……살려줘……' 빛에 싸인 물체는 손을 휘젓는 카뮤를 보는것 같더니 무심하게 지나 쳐 버렸다. 빛이 점점 떠나가고 있었다. 카뮤는 다급해진 나머지 빛 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어둠이 다가오는 속도는 너무 빨랐다. 어둠은 살아숨쉬는 생명처럼 카뮤를 끌어당겼다. 카뮤를 순식간에 삼켜버린 어둠은 빛 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그 어둠 속에서 카뮤는 끊임없이 빛으 로 향하는 그것들을 볼수 있었다. 마물……오크, 코볼드, 고블린, 미노타우르스……종류를 가리지 않 고 모든 마물들은 사라져가는 빛을 향해 사력을 다해 넘실대고 있었 다. 마치 조금전 카뮤가 그랬던것 처럼. 그리고는 팍 하는 소리와 함 께 모든것이 사라졌다. 카뮤의 주변은 처음처럼 푸른빛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변해 있었다. 카뮤의 의식속으로 다시금 목소리가 찾아들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라지는 자여. 고난을 받아들이겠는가 ……' '……' '받아들이겠는가……' 카뮤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습니다. 심장이여. 저는……고난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어째서인가……' '……괴롭습니다. 너무나도……지금까지 살아온……모든것이 무너 졌습니다.' '……그들은 무엇이었는가?' '그들은……그저 생명이었습니다.' 카뮤는 눈에서는 어느덧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물은 흐르는 물결처럼 끊임없이 넘쳐나와 푸른 공간으로 흩어져갔다. '……살고싶은……그리고 존재하고픈 생명이었을 뿐입니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생명입니다. 그들과 같은……존재하고픈 생명입니다.' '……' 눈이 멀듯한 불빛이 다시 공간을 채워갔다. 카뮤는 그 흐름에 자연 스레 몸을 맡겼다. 어디론가 빨려가는듯한 느낌속에서 카뮤의 의식 에 목소리의 흐름이 채워져갔다. '……돌려보내라. 지하에서 신음하는 그를……내가 인도할 것이 다……' '……' '……고난은 끝났다. 나의 주인이여.' 카뮤는 서서히 의식을 찾아갔다. 정신을 차린 카뮤의 눈에 들어온 것은 회색의 돌벽이었다. 아드리안의 방……현실세계로 돌아온듯 했 다. 카뮤는 머리를 조금씩 움직여 주위를 돌아보았다. 한켠에 잠이들 어 있는 디네즈와 로리타, 그리고 세이렌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으 로 앉은채로 잠든 디트리히와 에드거, 그리고 크리스도 있었다. 카뮤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바 닥에 떨어지는 듯 했다. 눈을 돌려보니 숨쉬듯 붉은 광채를 발하는 보석……네레노디아의 심장이었다. 심장 옆으로 모포를 둘둘 감고있 는 엔시아가 있었다. 무척 초췌한 모습이 한바탕 마법이라도 쓴 것 같았다. 카뮤의 허리 근처에 엎드려있는 아드리안의 모습도 있었다. 아드리 안의 얼굴에는 작은 눈물자국이 남아있었다. 카뮤는 얼굴에 부드러 운 미소를 지은채로 손을 들어 아드리안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아 드리안은 약간 움찔 하는듯 했지만, 이내 부드럽게 볼을 카뮤의 손 에 비벼대었다. "……떠나지마……나의 나이트……" "……" 아드리안의 한마디는 카뮤의 가슴속에 아프게 스며들어왔다. 카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들리는듯, 들리지 않을듯 작은 목소리로 카 뮤는 중얼거렸다. "이젠……보호해야 할 레이디가……생겼구나……" 어떤 음유시인이 말하길, 사막의 밤은 죽어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고, 죽음만이 존재하는……그런 냉혹의 세계라고. 그러나 지금, 사 막의 위에는 몇몇의 그림자가 일렁이고있다. 그림자 하나가 나서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의 손에서는 붉은 빛 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붉은 빛이 마치 숨쉬듯 사막을 비추자, 사 막은 천천히 부풀어올라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갔다. 모래의 산에서 수많은 먼지가 떨어져내리고, 그 산은 점차 커다란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산은 몸을 움찔거리며 움직 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400년……만이군……" 산이 말을하고 있었다. 산은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두 팔과 두 다리 를 뻗고 있었다. 그것은 산이 아니었다. 거대한 인간의 모습……자이 안트였다. 그러나 그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는 사막의 모래를 지 지직 거리면서 타오르게 하고 있었다. 거인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 라보았다. 구름한점 없는, 어둡지만 수많은 별들이 자리한 하늘을 보며 거인 은 기쁨의 탄성을 터트렸다. "……내가 다시 저 별들을……아름다운 별들을 보게 될 줄이 야……" "앞으로는 계속 볼수 있을겁니다, 불꽃의 마신이여." 거인……불꽃의 마신이라 불린 그는 사막에 주저앉으며 소리가 들려 온 그림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불꽃의 마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 며 그림자에게 말을 건넸다. "나를 속박에서 해방시킨게 자네인가? 작은 인간." "카뮤라고 불러주시길……" "알겠네. 자네도 나를 푸르그슈타르 라고 불러주게." 마신은 빙긋 웃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야. 어두운 지하에서는 이런 광경은 보지 못 한다네." "이해합니다. 심장이 제게 보여주었으니까요……" 그림자, 카뮤는 쓰디쓴 웃음을 지으며 붉은 빛을 발하는 네레노디아 의 심장을 가슴속으로 갈무리했다. 마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나를 해방시킨 자는 내게 한가지의 맹약을 요구할수 있다네. 카뮤 라고 했던가……내게 요구를 하게. 설령 그것이 다시 땅속에 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어도……나는 따를수밖에 없다네." "……그런 심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으로서……또한 그 존귀함을 아는 자로서 봉인이라니, 너무한 짓이죠." "……사막의 영혼이군." 뜻밖의 대답에 카뮤는 마신을 올려다보았다. 마신은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생명을 이해하고 자. 그리고 생명을 위해 행동하는 전사. 그 런 전사를 우리들은 '사막의 영혼'이라고 부르네……말해보게. 사 막의 영혼이여. 무엇을 원하는가?" 마신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망감마저 느끼 게 하는 긴 한숨이었다. "아무것도. 요구를 하기에 당신에게 남겨진 고통은 너무 컸으니까 요." "……" "어디로 가고 싶으십니까?" 마신, 푸르그슈타르는 기묘한 시선을 카뮤에게 보냈다. 푸르그슈타르 는 잠시 그렇게 카뮤를 보더니 주저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보내주겠는가? 내가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지?" "……장담할순 없지만……" "……" 푸르그슈타르는 묵묵히 침묵을 지키더니 손을 들어 멀리 서편을 가 리켰다. "이 대륙을 건너……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불모의 대지가 있다네. 자네들 기준에서 보자면 죽음의 땅이겠지만……내가 보기엔 그곳 만한 곳도 없어. 마왕 사브란이구드가 나를 지옥에서 소환할때, 내게 그 땅을 약속했네. 지상을 차지하면 날 그곳에 보내주겠다고 했어." "……그렇다면 가십시오." 카뮤의 대답은 시원스러웠다. "제게 힘이 없어 그곳까지 보내드릴순 없습니다만, 자신의 힘으로 자유롭게 그곳으로 가십시오. 그리고 생명으로서 남은 삶을 살아 가십시오. 다른 생명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또한 다른 생명들을 도울수만 있다면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그것이 제가 원 하는 것입니다." 푸르그슈타르는 멍청한 표정으로 카뮤를 바라보았다. 아주 오랫동 안……아주 오랫동안 그는 카뮤를 응시했다. 얼마 안있어 그의 눈에서는 붉은 무엇인가가 뚝뚝 떨어졌다. 그것 은 땅에 떨어지면서 급격하게 타오르고는 주먹만한 빛을 발하는 덩 어리로 남았다. 아마도 그의 눈물인듯 했다. "……고맙다." 푸르그슈타르의 주변에 급격한 불꽃의 회오리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푸르그슈타르는 그 회오리에 싸인채로 공중으로 서서히 떠올랐다. 그는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질렀다. "나 푸르그슈타르는 대지에 존재하는한 다른 생명을 도우며 살아 갈 것이다! 또한 나의 맹약자이자 주인인 카뮤의 명령이 있다면, 존재를 바쳐 그것을 이행한다. 이것은 신마저도……어둠과 죽음의 신 헤게모니 마저도 나를 막지 못할것이다!" 푸르그슈타르는 그렇게 서쪽으로 날아 사라졌다. 땅에 떨어져 있던 푸르그슈타르의 눈물들이 갑자기 공중으로 떠올라 카뮤에게로 다가 왔다. 카뮤가 손을 내밀자 눈물은 카뮤의 손바닥 안에서 하나로 뭉 쳐 길다란 검의 형태를 띄었다. 검은 몸서리를 치듯 불꽃을 내뿜으 며 카뮤의 손에 감겨들었다. 마치 살아있는……스피릿 스워드처럼. 카뮤는 아무말 없이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에 차고 있던 쇼트소드를 뽑았다. 쇼트소드는 검은 은은한 색을 내뿜고 있었 다. 렉싱턴에 있던 시절, 수많은 마물의 피를 먹어 그렇게 변한 것이 었다. 카뮤는 쇼트소드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에 들었던 푸르 그슈타르의 눈물을 들어 힘껏 내리쳤다. 카작! 쇼트소드는 그대로 두조각이 나면서 한무더기의 시뻘건 쇳물로 변해 버렸다. 검은 마물의 기운은 안개처럼 쇳물 바깥으로 흘러나가고 있 었다. 카뮤의 등뒤로 다른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디네즈였다. 디네즈는 부드럽게 카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네가 아끼던 검이었는데……" "이젠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마스터." 카뮤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풍상을 겪은 노인처럼 그의 얼굴에는 은근한 부드러운 빛이 넘치고 있었다. "살기위해 몸부림쳐야만 했던 그들을……학살한 무기를 자랑스레 들고 다닌다는 거……싫으니까요." "……카뮤." "……이젠……싫어요." 동편의 지평선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작은 빛이었지만……어둠 에 싸여있던 사막을 비추기엔 충분했다. 그림자로 드리워졌던 카뮤 일행들의 모습도 서서히 드러났다. '생명을 이해하는자……사막의 영혼……' 카뮤는 검을 천천히 태양빛이 비치는 옆으로 내밀었다. 태양빛을 받 은 검이 세찬 불꽃을 내뿜어댔다. 불꽃을 허공을 향해 날아오르더니 카뮤가 쥐고있는 검신에 깊숙히 하나의 문구를 새겨넣었다. '사막의 영혼은 태양아래 영원할 것이다' 그리고 불꽃의 검은 마치 스며들듯 카뮤의 손 안으로 들어와 손목을 감싸는 하나의 장갑으로 변해버렸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카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 의 빛 사이를 뚫고 거대한 모습의 블루 드래곤이 내려오고 있었다. 풍룡왕, 아드리안 홀슈타인이었다. 아드리안은 폭풍같은 바람을 일으 키며 사뿐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카뮤의 옆에 드리웠다. 카뮤는 손을 내밀어 아드리안의 목을 쓰다듬었다. "……수고를 끼치게 되었어, 리안." "걱정마. 이 리안의 나이트를 태우는 일인데." 카뮤는 아드리안의 목에 올라탔다. 디네즈와 다른 사람들은 아드리 안의 등쪽에 자리를 잡았다. 아드리안은 천천히 목을 하늘로 곧추세 우고 긴 울음소리를 내었다. 웅장하지만……또하나의 기쁨을 담은 울음이었다. 아드리안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눈 부신 태양빛이 사막에 흘러넘쳤다. 긴 여운을 남기며 아드리안은 멀 리 보이는 마경을 향해 날아올랐다. * * * 에구에구.....힘들어. 벌써 2천장 가까이 써왔군요. 언제나 끝이 나려나.....다음은 제 4장입니다. 제목은....아직 안정했 어? 『게시판-SF & FANTASY (go SF)』 8100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6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31 19:45 읽음:767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6 라이컨 슬로프(=獸人) 제 4 장. 살아간다는 의미 by 유 민 수 36. 휴프노스 왕국력 305년. 왕국의 수도 카알은 색다른 술렁임에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안개처럼, 어둠을 스쳐가는 뱀 파이어의 눈길처럼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고 술집이나 펍, 교회나 학원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소문이 사실처럼 굳어졌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소문이 갖고있는 여러가지 증거를 제 외하더라도 이것이 갖는 매력은 사람들의 뇌리에 하나의 이름을 박 아넣는데 충분할 정도였다. '드래곤 나이트' 기사중의 기사이며 전사중의 전사. 드래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는 기사도의 정점. 이미 추억속의 전설이 되어버 린 이름이었다. 쓰기(W) 조회수검색(DS) 그림보기(SEE) 페이지이동(PG) 다음(엔터) 연속(NS) 기타(Z) 선택 > ns Page : 2 / 15 소문의 시작은 일주일 전, 용의 방벽에서 시작되었다. 새벽의 불빛 이 아직 완전히 차오르지 않는 무렵의 시간에 순찰을 돌던 야경꾼이 하늘을 날아가는 그린 드래곤을 보면서부터였다. 드래곤은 마치 춤 을 추듯 휴프노스의 하늘을 몇차례 선회하며 천천히 날았고 야경꾼 은 처음보는 드래곤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고 한다. 드래곤 이 땅에 닿을듯 접근했을때, 그는 그 드래곤의 등에서 갑옷을 입은 기사 한명을 보았다고 한다. 회색의 플레이트 메일……그리고 그의 가슴 한가운데에는 하얀 드 래곤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고 했다. 하얀 드래곤. 전설로 내려오는 초신룡, 자하리얼의 문장이었다. 휴프노스 최초의 드래곤 나이트였던 루디 폰 휴프노스께서 채택했다는 드래곤 나이트의 문장은 그 이후 자연스레 드래곤 나이트들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순간, 드래곤 나이트의 명맥이 끊기며 자하리얼의 문장은 그 모습을 감추 었던 것이었다. 자하리얼의 문장을 보았다는 야경꾼의 주장은 쉬쉬하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드래곤 나이트가 타고있던 그린 드래곤은 분명 휴 프노스의 수호룡이라는 수룡왕, 가베라의 일족을 나타내는것이 틀림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자 사람들은 벌건 대낮에 수도의 상공을 날아 다니는 레드 드래곤을 볼수 있었다. 드래곤이라고 하기엔 아주 작았 지만 적어도, 와이번보다는 몇배 큰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사 람들이 놀란것은 정작 그 드래곤 때문이 아니었다. 드래곤의 등 위 에 긴 검은머리를 휘날리는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레드 드래곤 을 탄 그 여성은 그대로 용의 방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얼마 안 있어 거대한 블루 드래곤에 탄채 역시 용의 방벽으로 날아가는 또 하나의 드래곤 나이트를 볼수 있었다. 은회색의 머리카락에 한손에는 타오를듯한 붉은 아머파트를 착용하 고 있는 소년이었다. 소년은 블루 드래곤을 타고 수도의 하늘을 몇 차례 선회한 후 역시 용의 방벽으로 사라졌다. 그 사건은 카알을 대번에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법사 길 드에서 나온 흉흉한 소문에 의해 결국 기정사실화 되어버렸다. 마왕 사브란이구드의 전설……초신룡 자하리얼의 봉인아래 대륙 어 디엔가 묻혀버린 마왕의 부활에 관한 소식이었다. 자하리얼의 봉인 은 400년동안 지속된다고 했는데 얼마 안있어 그 400년의 주기가 끝난다는 것이었다. 400년의 봉인주기……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세명의 드래곤 나이트. 소문은 하늘을 나는 바람처럼 빠르게 휴프노스 전국으로 퍼져나갔 다. 모험자들은 일생일대의 사건이 될 순간을 기다리며 수도 카알로 모여들었고 그들의 입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전해졌다. 세계에 퍼져있는 드래곤은 상당한 수가 되지만, 드래곤 나이트를 받아들이는 용은 통틀어봐야 겨우 다섯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다섯 드래곤은 에인션트 드래곤이라 불리는 고룡(古龍)족. 레드 드래곤 다크메이스 헬파이어. 블루 드래곤 아드리안 홀슈타인, 골드 드래곤 케로딘 블러드혼 그랜드마스터. 그린 드래곤 가베라 라 인돌프 뮤레이너. 마지막으로 블랙 드래곤 오카리나 콘도테 히로데 모스였다. 최근 나타난 세 드래곤 나이트는 각각 레드, 블루, 그린을 타고 있 었으니 세 드래곤은 드래곤 나이트를 받아들였다는 이야기였다. 그 렇다면 아직 북부산맥의 지룡왕, 가베라와 마룡왕, 오카리나는 드래 곤 나이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드래곤 나이트……그 이름을 제외하더라도 나이트가 됨으로서 얻게 되는 드래곤 레어의 무수한 마법과 보물은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기 에 충분했다. 드래곤 나이트가 될수 있다면……드래곤에게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그 수많은 보물은 자연적으로 나이트의 소유가 되는 것 이다. 6개월 전쯤에 나타났던 가짜 '가베라의 열쇠'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 만, 본래 소문이 그러하듯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 이야기는 꿈에 들뜬 모험자들을 모두 북으로, 북으로 가게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 다. 그들의 행선지는 지룡왕이 산다는 북부산맥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드래곤 나이트들은 모두 쓴 쓸개라도 하나씩 입에 문듯한 얼굴로 용의 방벽 안의 바위위에 앉아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겸연쩍은 얼굴로 동굴 천정만 바라보고 있는 수룡왕, 가베라에게 박혀 있었다. 용의 방벽안은 조금은 꺼멓게 그을리고 부서진 자국들이 곳곳에 보 이고 있었다. 방벽의 주인인 가베라가 화를 낼만도 했지만, 화를 내 야만 할 가베라는 벌써 두시간째 저렇게 딴전을 피우며 카뮤 일행들 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보다못한 세이렌이 살살 웃으면서 관심을 끌어보려 했지만 카뮤와 디트리히, 그리고 디네즈의 화는 별로 풀리 지 않는듯 했다. 카뮤가 화를 내는것은 아드리안의 일 때문이니 어쩔수 없다고 하지 만 문제는 디네즈와 디트리히였다. 돌아오는 길에 에드거를 마을에 내려놓은후, 아드리안을 타고 휴프노스로 돌아오던 도중에 카뮤 일 행은 마경의 하늘에서 레드 드래곤 한마리를 볼수 있었다. 본래 마 경에는 레드 드래곤 다크메이스 헬파이어의 구역이기도 했고, 또한 드래곤은 서로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처럼 굳어져 있어 아드리안은 허공에 멈춰선채로 레드 드래곤을 맞아들였다. 간 단히 사정을 설명하고 날아가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 레드 드 래곤의 말은 정말 뜻밖이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고 있었다니?" 반문을 한것은 디네즈였다. 디네즈는 레드 드래곤이 출현할때부터 날카로운 얼굴로 온몸의 신경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오른손의 데블 스 스피릿 스워드는 이미 뽑혀진 상태였고 여차하면 싸우기 위해 오 른손의 투기검까지 준비된 상태였다. 레드 드래곤은 마경의 땅위로 내려앉았고 그녀석의 안내에 의해 아 드리안도 마경에 일단 착륙을 했다. 레드 드래곤은 일단 아드리안에 게 경의를 표한후에 디네즈에게 입을 연 것이었다. "드래곤 나이트, 디네즈 다크메이스님. 저는 당신에게 내려진 영혼 의 동료입니다." "……" 한동안 디네즈는 움직일줄을 몰랐다. 디네즈는 부릅뜬 눈으로 레드 드래곤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달려들어 그 드래곤의 머리를 잘라버리 려고 했다. 물론 말리는 카뮤와 디트리히에 의해 저지되기는 했지만 디네즈의 분노는 그치지 않았다. "너따위가 동료라고! 빌어먹을 비만 도마뱀이 내 동료라구?" 평소 디네즈에게서 볼수 없었던 격렬한 반응이었지만 카뮤를 위시한 동료들은 그런 디네즈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저 고개를 숙이 고 있는 레드 드래곤의 목이 날아가지 않게 방지를 하는것으로 만족 할 뿐이었다. 대략 한시간 정도를 날뛰던 디네즈는 점차 침착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가기 시작했다. 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디네즈는 날카로운 목 소리로 부르짖었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안그러면 목을 잘라버릴테다." "……그럴순 없습니다, 나이트." 레드 드래곤은 상당히 난처해보였다. "다크메이스님이 나이트께 심하셨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 니다만……저 역시 돌아가면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건 수 룡왕 가베라님의 의견이기도 하시고……" "……뭐?" 이번에 대답한 것은 디트리히였다. 디트리히는 레드 드래곤에게서 가베라의 이름을 듣자 눈에띄게 놀라는것 같았다. 일단 디네즈는 진 정한듯 해서 디트리히는 레드 드래곤에게 질문을 던졌다. "……설명해 보십시오. 무슨 일입니까?" "잘은 모르겠습니다만……역시 드래곤 레어에 대한 문제 때문인것 같습니다." 레드 드래곤은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가베라님은 본래 아드리안님과 다크메이스님을 용의 방벽으로 모 셔와 논의를 진행하려 하셨지만, 이내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 달으신듯 합니다." "어째서?" "……용의 세력권 문제 때문입니다." "……" 침묵을 지키는 디트리히에게 레드 드래곤은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 다. "드래곤은 자신의 세력권……즉, 레어에 대한 애착이 강합니다. 그 리고 그 레어라는 것은 보통……드래곤이 움직일수 있는 범위에 서 결정되고……물론 그런 구분은 다크메이스님같은 에인션트 드 래곤의 문제이고 저같은 제너럴 드래곤과는 별도의 문제지만…… 아뭏튼 레어의 문제가 큰 문제가 된것 같습니다." "……무슨 소리야?" 약간 짜증이 나는 소리로 디네즈가 외치자 레드 드래곤의 목은 더 움츠러들었다. "일단 다크메이스님이 가베라님을 만나기 위해 휴프노스로 간다 면……다크메이스님의 세력권은 휴프노스를 포함하게 됩니다. 그 러나 현재 휴프노스의 범주는 모두 가베라님의 것이고……레어는 세력권의 중앙에 위치하게 되니까 가베라님이 레어를 세레노스로 옮기지 않는이상 다크메이스님은 휴프노스로는 가지 못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쩌란 말이야?" 약간 앙칼진 목소리로 아드리안이 소리쳤다. 그러자 레드 드래곤은 고개를 가로흔들었다. 마치 막대기를 허공에 대고 흔드는것처럼 볼 품이 없었다. "아드리안님은 별 문제가 없습니다. 아드리안님……실례지만 아직 1천살이 안되셨죠?" "……그래서?" "1천살이 넘지 않으면 아직 해츨링이라고 부를 단계니까요. 해츨링 의 행동반경은 모든 드래곤의 세력권에 관계되지 않습니다. 아, 물론 아드리안님이 어리다는 말은 아니고……일단 그렇게 된다는 말입니다." "……" 디네즈의 얼굴이 점차 차갑게 굳어갔다. 그러나 일단 스피릿 스워드 는 거둬들인 상태였다. 디네즈는 천천히 걸어 레드 드래곤의 눈앞에 가서 섰다. 레드 드래곤이 작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 다섯배 정 도의 크기였다. 다만 레드 드래곤은 디네즈가 다가오자마자 마치 복 종한다는 의미라도 되는듯 고개를 땅으로 푹 처박아 디네즈의 눈이 위로 올라가게 만들지는 않았다. 디네즈는 상당히 오랫동안 레드 드래곤을 노려본채로 서있었다. 레 드 드래곤은 머리를 땅에 댄채로 디네즈의 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 리고 있는듯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디네즈의 입이 조금씩 열려 갔다. "……결국, 그런 이유로……심부름을 할 노예가 필요하다는 거구 나." "……비슷합니다." "틀리면 틀리다고 해! 말 돌리지 말고!" 디네즈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러자 레드 드래곤은 질겁을 하 며 고개를 땅으로 더 숙였다. 진한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드래곤의 머리가 조금 땅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정말 불쌍해 보였다. 카뮤가 보기에 드래곤이 인간에게 저렇게 쩔 쩔매는 것은 아마 유사이래로 처음인듯 싶었다. 물론 세이렌이 가끔 씩 디네즈에게 맞는것을 보기는 했지만 세이렌은 언제나 인간의 모 습으로 다니기에 별다른 위화감 같은것이 없었던 것이다. 레드 드래곤은 기어들어가는 불쌍한 목소리로 변명을 해 댔다. "……드래곤 나이트는……그 생명과 존엄이 맹약을 맺은 드래곤과 동일시 됩니다. 비록 디네즈님이 인간이라 해도, 다크메이스님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따라서……저를 위시해 모든 레드 일족들은 디네즈님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랬었군." 디네즈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빌어먹을 샤갈 놈들이 죽더라도 반항하지 않던 이유를 이제 야 알겠군. 다크메이스의 브레스에 통구이가 되느니……내 검에 죽겠다는 생각이었어." "제가 만일 이대로 돌아간다면……저 역시 그런 꼴로 다크메이스 님의 간식거리가 될겁니다. 그러니……" 레드 드래곤은 말꼬리를 흐리며 디네즈의 눈치를 살폈다. 디네즈는 침울해진 레드 드래곤의 눈을 말없이 바라보고는 들릴듯 말듯 중얼 거렸다. "……이녀석도 나와 같은 처지로군……" "……" 디네즈는 양 손을 위로 쳐들었다. 검고 푸른 빛이 서려있던 양 손에 서 한줄기 빛이 폭사되더니 하늘위로 사라졌다. 아마도 디네즈는 양 손에 검기를 마치 단검처럼 숨겨놓고 있던것 같았다. 마치 화살처럼 뿜어져 나가는 검기를 보고 레드 드래곤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는 것을 볼수 있었다. 드래곤의 얼굴도 창백해진다……카뮤가 발견한 최초의 현상이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 레드 드래곤은 멍하니 있다가 다급히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자카드 가베모슈 입니다. 나이트." "……자카드라고 부르겠다." "알겠습니다." 드래곤……자카드는 고개를 숙여 디네즈를 태울 준비를 갖췄다. 디 네즈는 자연스럽게 자카드의 목에 올라탔다. 그리고 날카로운 목소 리로 카뮤에게 외쳤다. "카뮤! 난 먼저 가베라에게 가겠다. 너는 아드리안을 타고 따라오 도록 해!" "……마스터!" "이 노망난 수룡왕인지 뭔지의 머리통을 두쪽으로 갈라놓고 말테 다. 가자! 자카드!" 자카드는 디네즈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늘로 치솟아올랐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멀리 동쪽을 향해 날아가 버렸다. 갑작스레 일 어난 사태에 카뮤와 디트리히는 멍한 상태로 서있었다. 그러나 디트 리히가 가베라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디트리히는 세이렌의 목을 조르다시피 해서 드래곤 으로 변신시킨후, 세이렌을 타고 디네즈의 뒤를 따라간 것이다. 카뮤는 일단 크리스와 다른 사람들을 태운채 카알의 근처에서 그들 을 내려주고는 부리나케 용의 방벽으로 날아간 것이다. 그러나 자카 드의 방향감각이 별로 좋지 않아, 오히려 디트리히가 먼저 도착하고 이틀후에야 디네즈와 카뮤가 도착했다. 디네즈는 용의 방벽에 도착하자마자 허둥거리는 자카드의 목을 흔 들어 가베라와 한판 붙으려 했지만, 기사의 서약에 충실한 디트리히 의 저지에 의해 동굴이 조금 부서지는 정도로 끝난 것이었다. 아무 리 분노의 화신이 되어버린 디네즈라 하더라도 디트리히의간곡한 저 지는 먹혀들었던 것이다. 물론 수룡왕을 지키기 위해 레이디에 대한 맹세를 이행하지 못한 디트리히의 분노는 결국 가베라에게 갈수밖에 없었고, 가베라는 세 드래곤 나이트의 눈총을 한몸에 받게 된 것이 사건의 내용인 셈이었 다. * * * 에구구.....역시 도입부는 쓰기 힘들군요..... 우울함에서 벗어나 조금은 전략 분위기로 전개 될 겁니다. 제 4 장. 살아간다는 의미. 많이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나우에도 제 작품이 연재된답니다. 정말 기쁘기 한량없군요. 『게시판-SF & FANTASY (go SF)』 8165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7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1 19:30 읽음:774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7 by 유 민 수 37. 바위에 앉아있는 세 드래곤 나이트의 근처에는 두마리의 드래곤과 한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초록색을 띈 비늘에 아직 어린 티가 역력 한 그린 드래곤, 세이렌과 부동자세로 시선을 디네즈에게 향하고 있 는 레드 드래곤 자카드였고 다른 한명의 여성은 연갈색의 긴 머리칼 에 귀여운 얼굴을 한 대략 20세 남짓 되어보이는 풍룡왕, 아드리안 홀슈타인이었다. 아드리안은 냉전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베라와 드 래곤 나이트들을 지켜보다가 작은 한숨과 함께 드디어 중재에 나섰 다. "이제 그만 화 풀어요, 모두들." 아드리안은 두 손을 들어 일단 양쪽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았다. "일단 일의 순리를 따지자면 가베라 아주머니가 잘못한거는 확실 해요. 그러니, 먼저 가베라 아주머니가 디네즈에게 사과하세요." "……미안했소, 디네즈양." 가베라는 여전히 겸연쩍은 얼굴이었지만 아드리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빙긋 웃는 얼굴로 디네즈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나 디네즈의 얼굴은 쉽사리 풀릴 기세는 아니었다. 오른손에서 스피릿 스워드만 뽑아내지 않았다 뿐이지 흉흉한 살기는 그대로였다. 다만 화난 표정 을 지으면서도 계속 견제의 시선을 보내오는 디트리히와 부딪히기 싫은 것 뿐인듯 싶었다. 아드리안이 중재에 나서자 냉전을 가정먼저 풀어버린것은 카뮤였 다. 아무래도 아드리안의 나이트인 이상 계속 화를내고 있기는 힘든 입장이기 때문이었다. 카뮤는 붉은 열기를 숨결처럼 뿜어내고 있는 오른손의 장갑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건 경우없는 짓입니다, 가베라." 카뮤의 어조는 날카로웠다. "가베라는 알고 있었죠? 마스터가 다크메이스의 제물이었다는 것. 그리고 어떤 모종의 사건에 의해 그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것도 요." "……그건 오해야, 카뮤군." 가베라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타쿠의 딸이라고는 맨처음엔 생각도 못했고……맹약을 맺고 나 서야 음으로든 양으로든 다크메이스와 연결된 자라는 것을 알았 지. 분명 자네들을 속여 네레노디아의 사막으로 보낸것은 계획적 인 일이었네만." "……" "맹약을 가진 자, 디네즈여. 내게 화를 내는것은 충분히 이해하네. 하지만 이 가베라를 사슬의 고리로 묶은 자네가 나를 죽이려 하 는것은 안될일이네." "당신은 나를 속였지. 그건 '휴프노스를 돕는다'라는 사슬의 맹세에 도 어긋난다고 본다, 가베라." 조금은 화가 풀린듯 디네즈는 매섭게 가베라의 말을 쏘아붙였다. 가 베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이야기가 달라. 분명 나는 인간 휴프노스 일가를 돕게 되어 있고……현재로서는 디네즈, 당신만을 돕는 친구의 입장이네. 하 지만 자네는 왕국의 국왕이 아니지 않는가. 그때 카알 휴프노스가 말했던 '돕는다'는 말은 자신의 나라를 세울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는 의미였네." "……무슨 소리야?" "……간단히 말해서, 디네즈 폰 휴프노스. 당신을 이 휴프노스의 여왕으로 만드는게 내 맹약이란 말이야." 전혀 의외의 대답이었다. 디네즈와 디트리히, 그리고 카뮤는 차근차 근 설명하는 가베라의 말에 한마디도 대답할수 없었다. 놀랐다기 보 다는 기가막혔다는 의미가 가장 어울릴 터였지만 가베라는 디네즈가 화를 삭이고 있는것으로 생각하는지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약 312년 전에 나는 카알 휴프노스와 사슬의 맹약을 맺었지. 그 때 카알군은 야심만만한 전사였네. 어디에선가 맹약의 사슬에 대 한 소리를 들었는지 그는 내가 물러설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맹 약을 요구했네. 그가 내게 말한 맹약은 이것이었어. '나를 인간의 왕으로 만들어 주시오! 그리고 우리 가문, 휴프노스를 도와주시 오.' 그래서 난 맹약대로 그를 보좌해 휴프노스라는 국가의 왕이 되게 만들었어." "……" "그러니까……나는 앞으로도 내 의지가 아닌이상 휴프노스 일족이 맹약을 요구하면 들어줄수밖에 없는 입장이야. 또한 그 휴프노스 일족이 국왕이라면 그를 보좌해 휴프노스라는 국가를 보필하게 되는 것이고……만일, 휴프노스 일족이 평민일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왕으로 만든다……" 신음처럼 디트리히가 가베라의 말을 이어받았다. 디트리히의 얼굴은 조금 놀란정도였지만 심적으로 강한 충격을 받은듯 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인간의 법률에 구애받지 않는 드래곤 나이트였지만 그래도 과거에 몸을 담았던 휴프노스에 대한 이야기에 완전히 무관할수는 없는듯 보였다. 정작 놀란것은 디네즈였다. 디네즈는 묘한 얼굴로 설명을 해대는 가베라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뭐 이런게 다있어?'라는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론이 뭐란 말인가, 가베라." "……단순하다. 싫든좋든 난 맹약대로 자네를 인간의 왕으로 만들 생각이야." 가베라는 안타깝다는 눈으로 디네즈를 바라보았다. "나도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닐세. 하지만 사슬의 맹약이다보니…… 어쩔수가 없는 일이었네. 그리고 자네라면 적어도 지금 왕위에 앉 아있는 멍청이보다는 나을테고 말야. 인간 최초의 여왕 디네즈가 옹립하면 용의 방벽도 조금은 조용해지겠지." "……젠장." "그래서 생각했네. 자네를 여왕으로 만들려면 일단 세력을 모아줘 야 겠다고. 하지만 자네가 갖고있는 능력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검술밖에 없어. 검술능력……분명히 왕이 되기에 필요한 조 건이긴 하지만, 한 나라의 국왕이 되기위한 필수조건은 아니야. 권력이란, 몇가지의 조건이 성립되었을때 나타나니까." 국왕의 조건. 그것은 나라를 세우는데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네가지 의 조건을 의미했다. 그것은 군사학을 배우는 귀족의 자제라면 처음 에 배우는 기본적인 사항이어서 카뮤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교양 과목으로 흘려듣기는 했지만 그 네가지가 무엇인지는 잘 알았다. 국왕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강력한 세력을 필요로 한다. 그 세력은 세세하게 몇가지로 나뉘기는 하지만 대체로 군사력을 의미하는 경향 이 있었다. 인간에게만 한정시켜 봤을때 군사력은 많은 군사와 그들 을 운용할수 있는 전략적인 능력을 가진 군사(軍師)가 필요했다. 약 927년전에 로메오 대륙의 최고 전략가였다는 오토 대제의 경우 가 그랬다. 오토 대제는 지방 영주 출신으로, 대륙을 휩쓸었던 종족 전쟁(種族戰爭)이라는 혼란속에서 유민들을 끌어모아 작은 군대를 조 직했다. 그 군대는 보잘것 없었지만 뛰어난 오토 대제의 전략에 의 해 어느덧 최고의 기사단으로 성장했고, 종족전쟁이 끝났을때 오토 대제는 로메오 대륙 최초의 통일제국의 정점에 서 있었다. 다만 오 토 대제의 용병술은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간간이 전 해지는 전설로만 여겨지고 있었다. 다음은 재정력이었다. 군사를 운용하려면 그에 걸맞는 엄청난 자금 과 그 자금을 회전시킬수 있는 회계사(會計司)가 필요했다. 돈을 운 용하는 능력은 일반적인 군사운용 능력과는 극과 극을 달리는 성격 을 가지고 있어 수많은 영웅들이 그 야망을 접어야만 했던 이유도 바로 이 재정력 때문이었다. 세번째는 카리스마였다. 모든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 들을 이끄는 카리스마가 없으면 그 국가는 얼마 가지못하고 패망하 고 말았다. 단순한 매력정도로만 풀이될수 있는 이 카리스마는 왕이 될수 있느냐 없느냐를 기본부터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예 전 군사학을 가르쳤던 카뮤의 가정교사도 이 카리스마를 강조하며 '대왕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다'라는 고전적인 말을 되풀이했던 것이 다. 마지막은 정당성이었다. 단순히 어느 지방으로 쳐들어가 그들을 무 력으로 진압하고 나라를 세운다면 그 나라는 얼마 안가 망하고 만 다. 아무리 정치를 잘하려고 해도 무력으로 진압된 국민들은 왕의 정책에 따라주질 않는다. 카리스마가 아무리 강해도, 국민들의 협조 가 없으면 국가는 지탱할수 없는 것이다. 가베라가 말하는 조건이라는 것을 아마도 이런것을 의미하는듯 했 다. "난 곰곰이 생각했지. 가장 빠르게 네가지의 조건을 갖추면서 시끄 러운 인간들의 입을 막아버릴만한 방법이 있을지……하는 점을 말이야. 그래서 일단 디트리히로 하여금 자네를 보좌하도록 했지. 디트리히는 드래곤 나이트……드래곤과 주군에게만 충성을 바치 는 존재니까." 디트리히는 이야기가 이상하게 전개되어가자 무척 혼란을 일으키는 듯 했다. 그저 멍청하게 입을 벌린채 매서운 눈초리를 주고받는 가 베라와 디네즈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단기간의 세력 확장을 위해 카뮤군을 네레노디아의 사막으로 보낸거지. 아드리안이라면 최고의 지원병력 아니겠나?" "……그건 그렇다 치지. 내가 화를 내는건 당신이 우리를 열사의 사막 한가운데로 내팽겨 쳐버린 때문만은 아니다. 그 뻘건 비만 드래곤이 문제의 쟁점이잖아!" "다크메이스 말이로군." 가베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다크메이스가 보유한 샤갈 군단과 레드 드래곤 군단은 좋은 병력이라네. 비록 디네즈, 당신이 맹약의 조 건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존재로서는 아직도 다크메이스의 드래곤 나이트니까. 난 그것을 활용한것 뿐이야." "다크메이스는 납득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전령을 보냈을 때에는 별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어. 자 네에게 제너럴 타입의 레드 드래곤 열두마리를 준다고 했네. 그에 게서 얻어낼수 있는 지원은 그게 전부였지만 인간 상대로 레드 드래곤 열두마리는 훌륭한 전력이다." "……난 왕 같은거엔 취미 없어." "어쩔수 없어. 싫든좋든 이 가베라는 자네를 인간의 왕으로 만들어 야만 하네." 팽팽하게 맞서던 둘의 논쟁은 어느정도 끝을 본것 같았다. 디네즈 는 더이상 가베라의 목에 검을 휘두를 생각을 하지 않았고 가베라도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것으로 일단 이 작은 소동은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카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다. 드래곤은 인간 의 역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하나의 철칙처럼 지켜 져 내려오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가베라가 그 철칙을 깨트리고 다시 인간의 역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었다. 설령 그 대상이 카뮤가 제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스터라 하더라도 최소한 이 상황만큼은 인간에게 있어 악몽같은 비극의 시작이 될수 있었다. 카뮤는 아직도 언짢은 얼굴을 하고있는 디네즈를 바라보았다. 최소 한 이제 가베라의 독주를 막을만한 존재는 바로 저 마스터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인간의 왕……' 카뮤는 가슴이 답답해 오는것을 느꼈다. 무언가 거대한 일이 진행되 고 있었다. * * * 운명이라는 사슬에서 탈출해야 하는 디네즈의 활약을 기대해 주십시 오. 기필코 인간의 왕을 만드려는 가베라와 그것을 거부하는 디네즈 와의 알력이 4장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골격이 될 겁니다. 아무래도 4장은 전투장면 보다는 전략과 정쟁 위주의 두뇌싸움이 될것 같군 요.....에구 머리야....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166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8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1 19:34 읽음:795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8 by 유 민 수 38. "이 더러운 것이!" 몽둥이가 짓쳐온다. 그러나 이제 고통을 느낄 단계는 한참 지나있었 다. 자갈로테이아는 흐린 눈동자로 천천히 내려오는 몽둥이를 온몸 으로 받아들였다. 둔중한 타격소리. 그리고 다시 한번 느껴지는 충 격……철그렁 거리는 쇠사슬을 끌어당기려 했지만 그것은 그저 의지 일뿐이었다. 그저 반쯤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진 날개를 들어 몸을 감싸는 것으로 그나마 아직 완전히 굴복할수없다는 자신의 생각을 추스렸다. 가르고리안의 긍지인 발톱는 반쯤 취한채 몽둥이를 휘두르는 저 인 간에게 잘렸고 사지의 자유는 쇠사슬에 묶였으며 이제는 나을 기미 조차 보이지 않는 날개는 예전에 자갈로테이아가 가르고리안 족이었 다는 것만을 드러낼 뿐이지만, 아직 모든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는……언젠가는……' 눈동자가 한번 붉은 빛으로 번득 했지만 이내 다시 날아온 몽둥이는 그의 의식은 망각의 저편으로 던져버렸다. '……끝인가……' 기절하기 일보직전에 그가 느낀것은 마차에 쓰레기처럼 던져지는 자 신이었다. 아직 죽지는 않은듯 했다. ……아직 안죽은 것이다. 저 인 간은 자갈로테이아를 인간의 부락으로 끌고 다니는 짓으로 먹고사는 듯 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가르고리안에 흥미를 느끼는 인간이 별 로 없는듯 그가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 안되는것 처럼 보인다. 인간의 폭행이 더욱 거세진것도 바로 요즈음을 거친 일이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자갈로테이아의 생각은 그것으로 끝났다. 이제는 편안 하게 잠들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밑천……이번에야……카알로……" 인간의 말이 띄엄띄엄 들려온다. 자갈로테이아는 드디어 기절해버렸 다. 카알. 인구 3백만의 거대 상업도시이자 로메오 대륙 제일왕국 휴프 노스의 수도이다. 모험자들이 장소를 정할때 모이는 모험자들의 집 합소이기도 하며 요즘들어 더욱 거세지는 용병모집의 소식도 있어 각지의 용병들도 카알로 모인다. 그들은 각자 카알의 허름한 숙소에 모여 동료를 모으고 세계의 각지로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지고 떠나고 또한 돌아온다. '해변의 호수'라 불리는 숙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언제나 모험 자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 숙소의 주인이 떠드는 전설같은 이야기 때문이었다. 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주인은 상당히 큰 목소리로 자신이 들은 모험담과 전설을 누구에게나 떠벌 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물론 대부분이 쓸데없는 이야기였지만 가끔 씩은 쓸만한 정보도 있어 정보를 얻으려는 모험자들로 언제나 북적 이고 있었다. "정말이라니까!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단 말이야." 조이는 기름기가 번들거리는 얼굴을 활짝 펴면서 예의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조이의 앞에서 맥주를 마시던 한 남자가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또 그 데스 나이트 이야기인가?" "물론이지. 휴프노스를 뒤흔들었던 데스 나이트가 카알에 처음 출 현한 장소가 바로 이 해변의 호수 아닌가! 바로 저렇게 기념패까 지 만들었단 말야." 조이의 짤막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부서진 탁자가 놓여있고 그곳에는 '데스 나이트가 부순 탁자'라는 이름으로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그러자 펍에 앉아있던 갑옷을 입은 모험자 넷이 흥미로운 눈초리로 그 탁자를 바라보았다. "정말 속이 텅 빈 갑옷이었어. 탁하게 쉬어버린 목소리로 '나와!' 하더구만. 아주 아리따운 아가씨를 수호하는 것 같았어. 아가씨는 그를 킬로이라고 부르고……킬로이는 배틀액스를 들어 남부 촌구 석에서 뒹군다는 이유로 잘난체하던 기사 하나를 두쪽으로 쪼개 버렸지! 하하하! 내 생전 처음으로 속 시원한 장면이었어." "……데스 나이트가 맞는것 같은데." 체인메일을 입은 모험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이의 말에 수긍의 뜻 을 보였다. 조이는 입을 양쪽 귀까지 찢으며 무척 기뻐했다. "당연하지! 사실이라니까. 그때 이곳에는 왕궁 기사단의 기사대장 이라는 분도 있었거든." "……디트리히 폰 칼라일 경? 그자가 이곳에 왔었나?" "아무렴! 그 유명한 디트리히경이 증언해 줄걸세. 비록 그 데스 나 이트는 거대한 검을 가졌던 이상한 모험자에게 패하긴 했지만 정 말 무적이라고 칭해질만 하더구먼. 정말로 강했어. 아마 자네들을 여럿 묶어놔도 이기긴 힘들거야." "무시하지 말라구. 나도 꽤 여러곳을 다녔단 말이야." 모험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조이의 말에 반박했다. 조이는 세련된 손 놀림으로 그에게 긍정의 표시를 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험자의 불편해진 심기를 달랬다. 얼마후 그 모험자는 또 한잔의 예일주를 시키고 조이는 입아프게 떠들어댄 효과가 있다는듯 싱글벙글한 표정 으로 술 한잔을 팔았다. 그에게 있어 이야기는 장사를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그런 조이를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해변의 호수 한켠의 작은 테이블에 앉은 일단의 사람들이었다. 단단한 하드레더를 입었 지만 몸에는 아무런 무기가 없는 큰 몸집의 남자, 그리고 속살이 드 러나 보이는 옷을입은 여자 한명. 그리고 큰 로브를 뒤집어쓴 아이 처럼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조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작은 목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젠 전설처럼 되어 버렸군요." "디네즈양이 그런 엄청난걸 끌고 다니니까 그런거야." 남자는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크리스였다. 크리스는 손에 든 맥 주잔을 홀짝거리며 마시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제길. 싸길래 마셨더니 엉망이네." "그러길래 예일주로 시키자고 했잖아요. 카뮤가 주고 간 돈도 많은 데." 엔시아도 역시 조금은 속상하다는 듯이 맥주를 입에 대었다가 다시 떼어버렸다. 아무래도 그녀의 입맛에는 별로 맞지않는듯 했다. "목숨을 구원받고 돈까지 울궈간다? 그건 모험자로서 지킬 본분이 아니야, 엔시아." "누가 돈을 울궈버린다고 그래요? 카뮤는 이제 떼부자에요, 떼부 자." "음……드래곤 나이트라고 돈을 물쓰듯 써도 된다는 보장은 없다 구." 크리스는 어깨를 한번 으쓱했다.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은 로리타였 다. 로리타는 계속 주변을 살피며 무언가 들을만한 소식이 있나 정 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엘프 특유의 밝은 청각은 홀의 구석에 앉아 서도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을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조이의 이야기는 별로 애를쓰지 않아도 들을수 있을 정도였지만. 로리타가 귀를 계속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카알에 들어오기 전, 어 떤 모험자가 말해준 드래곤 나이트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세 드래곤 나이트가 용의 방벽으로 날아가다……라는 이야기는 로리타의 마음 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분노의 화신처럼 레드 드래곤을 타 고 날아가버린 디네즈가 설마 가베라를 죽이지는 않겠지만 만의 하 나라는게 있는 것이었다. 용의 방벽으로 가고 싶어도 로리타 혼자로 서는 무리였고, 크리스도 방벽 안으로 들어갈수는 없었다. 적어도, 그곳은 수룡왕의 거처인 것이다. 아무나 들어가고 나갈수는 없었다. 특히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이런 때에는 말이다.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마차 하나가 숙소의 앞에 섰다. 요란한 장식이 되어있는 유랑극단처럼 보였다. 반쯤 술에 취한듯 비 틀거리는 걸음걸이로 숙소에 들어온 남자는 곧장 조이가 서있는 펍 에 다가가 큰 소리로 술을 주문했다. "맥주! 큰걸로." "어서오십시오." 조이는 활달하게 환영의 인사를 보내고 사람 머리통만큼 커다란 술 잔에 맥주를 가득채워 남자에게 내밀었다. 남자는 입맛을 다시며 술 을 길게 들이켰다. 남자는 쉬지도 않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처음에 는 기분좋게 마시는구나 생각한던 사람들도 남자가 술잔에 입을 댄 채로 계속 마시는 것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약 2분정도 지났을까? 술잔이 절반정도로 기울었지만 남자는 계속 숨도 쉬지않고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모험자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 남자에게로 쏠렸다. 몇몇 사람은 탄성을 지르며 서로 돈내 기까지 오가고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계속 뒤로 숙이고 술을 마셔 댔다. 3분이 넘어서자 사람들은 주먹을 휘두르며 남자를 응원까지 해댔다. 약간의 소란속에 남자는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제끼고 술잔 바닥이 천장을 향해 올라가버렸다. "푸아!" 남자는 큰 소리로 탄성을 지르고는 부서질듯이 술잔을 펍의 위에 내 려놓았다. 동시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끝내준다!!" 휙 휙하는 휘파람 소리도들리고 남자는 정중한 몸짓으로 허리를 굽 혔다. 그 커다란 술을 마셨는데도 그는 별로 취한것 같지 않았다. 남 자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 었다. "이렇게 환호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휴프노스의 위대한 톨 로빌 유랑극단의 빌 톨로빌이라고 합니다." "하하하하."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그의 인사에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빌이라 자 신을 소개한 그 남자는 춤을 추는듯한 동작으로 숙소 바깥에 세워둔 마차로 다가갔다. 마차에는 작은 커튼이 쳐져 있었다. 겉보기엔 인형 극을 공연하는 마차처럼 보였다. 마침 무료하기도 하던 차인지 사람들은 마차의 주변으로 모였다. 빌은 사람들의 시선이 만족스러운듯 크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이곳에 모이신 분들은 모두 용맹한 기운을 철철 흘리고 다니시는 용사님들 뿐이군요. 오오! 휴프노스의 앞날에 영광이 있으라."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 가쇼!" 모험자중 하나가 야유를 보냈다. 사람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지며 빌 은 한 손을 가슴에 모았다.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분명 여기에는 경험많은 모험자분도 계실것 이고 아직 몬스터라고는 보지도 못한 모험자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제가 보여드릴 것은 전혀 색다른 것입니다. 깊 은 던젼이나 미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종족! 생각할줄 아는 몬스 터!" 빌은 손을 뻗어 마차를 감싼 커튼을 한번에 걷어버렸다. "……가르고리안입니다!" 마차안에 있는것은 몬스터였다. 양발과 팔이 쇠사슬로 묶이고 커다 랗게 펼쳐진 날개는 반쯤 찢겨 그 형상이 흉칙했지만 빌의 말대로 가르고리안이었다. 박쥐처럼 펼쳐진 두 날개, 잘려버렸지만 분명히 날카로운 발톱이 있었음에 분명한 두 팔과 다리의 자국. 검은색의 가죽과 가고일 특 유의 날카로운 부리가 그것이 가르고리안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 르고리안은 붉은 눈동자를 움직여 놀라운 시선을 보내는 인간들을 날카롭게 훑어보았다. 그러나 그의 그런 저항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 르고리안은 몸을 천천히 마차바닥에 누이고는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 다. 탄성을 지르는 모험자들 앞에서 빌은 가슴을 펼치며 소리를 질렀 다. "낮이되면 돌로 변하는 가고일과는 다른 상급 마물, 가르고리안! 수백년전에 멸족해버린 것으로 알려진 신비의 종족입니다. 이 종 족과 대결할수 있는 기회를 단돈 20골드에 드립니다. 여러분 어 떠십니까!" "야, 이거 좋은데!" 모험자들 사이에서 흥분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빌의 말대로, 가르 고리안은 보기 힘든 마물이었다. 가르고리안은 가고일과는 달리 마 법과 지능을 가진 상급 마물이었다. 과거 어떤 사건에 의해 멸족했 다고 알려진 신비의 마물……모험자들이 원하는 그런 상품이었다. 탐욕에 눈을 번들거리며 모험자 다섯이 나와 빌과 흥정을 벌였다. 빌은 입을 귀까지 찢은상태로 가장 높게 부르는 모험자에게 가르고 리안과 싸우는 기회를 주겠다고 외쳤고 곧이어 경매장을 방불케하는 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비참해……' 로리타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모험자들의 마음의 소리가 로리 타에겐 명확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죽이자, 모험자 최대의 명예야.' '재미있어. 손발이 묶여 반항도 못하잖아. 날개를 조금 찢어 사람 들에게 자랑하겠다' 기억에 있는 마음들이었다. 그리 오래된 기억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아득해져버린 추억 사이로 남은 아픈 상처였다. 분명 카뮤를 만나기 전의 기억들이었다. 로리타의 어깨위로 커다란 손이 하나 내려왔다. 로리타는 손의 주 인을 올려다보았다. 크리스였다. 크리스는 떨고있는 로리타를 물끄러 미 바라보더니 씨익 웃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이런이런……" 가볍게 탄식을 터트리며 엔시아도 크리스의 뒤를 따랐다. 엔시아는 손가락을 구부려 작게 캐스팅을 하는듯 했다. 크리스는 흥정을 벌이고 있는 일단의 모험자들 앞으로 나섰다. 모 험자들은 크리스를 힐끗 보고는 다시 흥정을 계속했다. 그러나 그것 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크리스가 갑자기 한 모험자의 롱소드를 빼앗아 버린 것이었다. 크리스는 롱소드를 들고는 검날을 옆으로 세 워 그것으로 흥정을 벌이던 모험자들을 무차별로 두들기기 시작했 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몰매를 맞던 모험자들은 몸을 데굴데굴 굴려 크리스의 검 아래에서 도망쳤고 갑자기 난입한 크리스는 모든 모험자들의 표적이 되었다. 모험자들은 일제히 무기를 뽑아들고 크 리스를 노려보았다. 크리스는 롱소드를 들어 어깨에 턱 올려놓고는 차갑게 말했다. "……풋내기 들이군." "뭐라구!" 크리스에게 두들겨맞은 모험자가 화를 벌컥 냈다. 크리스는 마차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가르고리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풋내기라고 했다, 이 멍청이들아. 모험자면 모험자 답게 던젼에서 마물을 잡아. 이런 불쌍한 녀석을 건드리지 말고." "이거 미친녀석 아니야?" 붉은색 하드레더를 입은 모험자가 사납게 소리질렀다. "마물을 돕는거냐? 정체를 밝혀!" "너희들에게 밝힐 이름따위는 없어, 풋내기." 크리스는 롱소드를 높이 치켜들고는 그대로 가르고리안에게 내리찍 었다. 앗 하는 소리가 났지만 크리스의 목표는 가르고리안의 목이 아니었다. 롱소드는 가르고리안을 속박하고 있던 쇠사슬을 깨끗하게 두동강내 버렸다. 가르고리안은 멍한 붉은 시선을 크리스에게 보내 왔다. 그러나 크리스는 한번 웃어주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몸을 돌려 모험자들에게 맞섰다. "엔시아, 시작하자." 쿵! 모험자들 바닥이 갑자기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예기치못한 흔들림에 모험자들은 어어하는 소리를 내고는 그만 앞으로 모조리 쓰러지고 말았다. 몸이 가벼운 몇몇은 발을 헛디뎌 이리저리 밀리다가 그만 펍의 기둥에 머리를 부딪히고는 기절해버렸다. 그들의 뒤에서는 깔깔대며 웃는 엔시아가 있었다. 엔시아는 양손에 갈색의 빛을 띄고있는 마력구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자이안트 마법이다. 마법사야!" 모험자중 한명이 소리질렀다. 그러나 쓰러진 정도로 모험자들은 포 기하지 않았다. 전부 자세를 낮추고 약속이라도 한듯이 둘로 갈라져 크리스와 엔시아에게 접근하려 했다. 크리스와 엔시아도 바짝 긴장 한채로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공격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떨어져내 렸다. 푸화학! 뜨겁게 작열하는 불꽃이 허공에서 쏟아져내렸다. 불꽃은 모험자들과 크리스 사이에 정확하게 떨어져 모험자들을 뒤로 물러서게 만들었 다. 그 와중에 뒤에 섰던 모험자들은 그만 밀려 넘어지고 말았다. 넘 어진 모험자 위로 몇명의 모험자가 올라갔다가 쓰러지는 상황이 연 출되고 조이가 놀란 목소리로 외치는 것이 들려왔다. "드래곤이다!!" 모험자들은 모두 위를 바라보았다. 드래곤이었다. 붉은 드래곤 스케 일에 사납게 생긴 이빨, 그리고 거대한 날개가 시야를 거의 가로막 다시피 하고 있었다. 드래곤은 날개를 펄럭이며 '해변의 호수' 앞의 광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거대한 날개를 접고 날개하나를 반쯤 편 상태로 땅에 깔았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드래곤 등 위에 누군가가 앉아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칠흑처럼 검은 머리카락, 단정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의 아름다운 얼굴. 미스릴로 몸을 감싼 전사차림의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레드 드래곤의 날개위를 걸어 땅으로 내려왔다. 모험자들은 입을 벌린채 로 말도 못꺼내고 있었다. "드래곤 나이트!" 머리 윗쪽으로 다시 바람이 불었다. 모험자들은 저도모르게 하늘을 보다가 다시 기절초풍하도록 놀랐다. 그린 드래곤 한마리와 레드 드래곤 하나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등 위에는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기사 한명 과 은회색 머리카락의 소년 한명이 타고 있었다. 그들은 허공에서 땅을 향해 뛰어내렸고 드래곤 세마리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큰 원 을 그리며 '해변의 호수' 머리위를 맴돌았다. "디네즈!" 로리타는 로브의 모자를 벗고 여성, 디네즈에게 달려갔다. 디네즈는 미소를 지은채로 로리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점점 카뮤를 닮아가는구나, 로리타." 디트리히와 카뮤도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로리타에게로 다가왔다. 디트리히의 가슴에 새겨진 흰 드래곤의 문장은 모든 사람들을 경악 속에 몰아넣고 있었다. 용의 방벽. 대제라고 불리는 카알 휴프노스가 왕국을 옹립하고 수 룡왕 가베라의 공적을 기려 만든 거대 성곽이다. 수도 카알의 동쪽 에 자리잡은 절벽지대를 빙 둘러싼 이 용의 방벽은 대대로 드래곤 나이트의 거처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에 있는 드래곤 레어는 수룡왕이 몸을 누이는 장소로 해 안과 맞닿아 있는 천혜의 요새이자 최고의 전경을 자랑하는 별천지 였다. 저녁의 노을이 떠오를때면 수룡왕의 레어는 온통 붉은 노을빛 으로 가득하고 간간히 들어오는 바닷물은 아스라한 안개가 되어 가 베라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이다. 가베라는 지금도 몸을 길게 누이고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좋은 경치에요, 가베라." 약간은 장난스러운듯한 목소리로 아드리안이 말했다. 아드리안은 잠 시 가베라의 레어에 거처를 정하고 있었다. 비록 인간으로 폴리모프 한 상태였지만 드래곤의 습성을 버리지않고 가베라의 레어에서 쉬고 있었다. 연갈색의 머리카락이 들어오는 바람에 의해 조금 흩날려갔 다. 가베라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은 경치지. 300여년동안 보아 왔지만, 정말 훌륭한 경관이야." "과연 드래곤 레어 최고의 장소에요. 카알 이란 인간이 선물한 곳 이라면서요?" "그래. 12년 정도의 수고에 이정도의 레어를 얻는다는 것은 아주 쓸만한 거래지. 게다가 다른 인간들의 침입도 스스로 막아주는데 다 지루하지도 않거든." "……그렇군요." 아드리안은 빙긋 웃었다. "가베라……." "할말이 있는 모양이군, 아드리안" "……나를 속박에서 벗어나게 한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 가베라는 고개를 약간 숙이는듯 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 았다.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좋지않나. 사막의 속박에서도 벗어나고 말이야. 자네도 그곳은 싫 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네만." "그건 그래요. 사막은 재미도 없고 여기처럼 쾌적한 장소도 아니 죠. 하지만……" 아드리안의 얼굴은 점점 딱딱해졌다. 아드리안은 우아한 몸짓으로 앉아있던 바위에서 뛰어내려 가베라에게 다가갔다. "서로의 영지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것이 드래곤의 법칙……그런데 당신은 그것을 드래곤 나이트라는 트릭을 사용해 교묘히 빠져나 갔습니다. 무슨 생각이죠?" "……말했지 않나? 인간의 왕에 대한 맹약 때문이네. 또한 자네를 그곳에 묶어둘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단순한 맹약이란 이름하에 나를 사막에서 불러온다는 것은 이해 가 안가는 부분이에요. 드래곤은 시간의 흐름아래 자유로우니까. 그대로 몇백년을 더 있는다 해도 난 거리낄것이 없었어요. 그건 당신도 아실텐데요." "……그렇겠지." 가베라는 수긍했다. "여러모로 생각할 필요없이, 디네즈란 인간을 왕위에 세우는 것은 간단하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제너럴 타입의 그린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 오십여 마리면 인간계쯤은 한번에 쓸어버릴수 있으니까." "그런데 번거롭게도 나를 부르셨군요. 그것도 카뮤란 어린아이를 동원해서요." "……알고 있었구먼, 아드리안. 역시 냉혹과 전략의 수호자 다워." 가베라는 몸을 돌려 아드리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어느새 아드리 안의 주변은 하얀 빛이 스쳐가고 있었다. 번개였다. 작은 번개의 번 득임이 아드리안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아드리안의 얼굴은 냉혹 하리만큼 차가워져 있었다. 아드리안은 차갑게 물었다. "속박에 묶여 있으면 당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지는 못했겠죠. 그 래서 카뮤를 받아들인겁니다. 솔직히 말하세요, 가베라. 모략과 절망의 집행자여." "……듣지 못했나? 마왕의 봉인 때문일세." "봉인? 그거라면 내 기억으로는 분명 30년도 더 남은 것으로 아는 데요?" "……" 가베라는 오호 하며 가벼운 탄성을 터트렸다. 그러나 아드리안은 웃 지 않았다. "당신에게 어떤 생각이 있는듯 해서 일단 카뮤를 나이트로 받아들 였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들어야 하는데요." "……듣고나면 어떻게 할텐가?" "잘 모르겠군요. 대답의 여하에 따라선 휴프노스를 쓸어버릴수도 있어요." "……" 아드리안은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띄워올렸다. "……인간의 역사에 침입해 전쟁을 일으키고……그것을 통해 당신 은 즐거움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가베라. 당신은 그런 변태 드래곤이에요. 당신이 만든 장난감……놀이판의 말들을 쓸어버리는 것이야 쉽습 니다." "짖궂구먼, 아드리안 홀슈타인. 700년 전과 전혀 변하지 않았어." "그건 내가 할 말이에요. 인간의 일에 드래곤을 끌어들이는 이유를 말해봐요." "……" 가베라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듯 보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후 가 베라는 작게 캐스팅을 시작했다. 아드리안은 흠칫 하는듯 했지만 캐 스팅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가베라의 몸은 점차 줄어들어 한 인간의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40대는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약간 뚱뚱한 체격에 인상좋아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손 에는 커다란 보석이 박힌 반지를 하고 있고 반쯤 벗겨진 머리 아래 로 작은 눈이 매서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클레멘스 번스타인의 얼 굴이었다. 아드리안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억이 있군요. 분명 지그프리드란 인간의 밑에 있는……" "인간의 이름은 클레멘스 번스타인이라고 하지. 아주 재미있는 놀 이 아닌가?" 가베라……클레멘스는 이빨을 드러내며 빙긋 웃었다. "자네도 한번 즐겨보기를 바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네. 하나의 인형을 움직였으니 이제 세상은 조용하지는 않을거야. 휴프노스는 아마도 내전상태로 들어갈 것이네. 잭슨은 그 틈을 타서 휴프노스 로 진군할 것이고, 네레노디아는 불꽃의 봉인이 풀렸으니 다음 세 기 쯤에는 강한 군사력을 가지게 되겠지. 강한 군사력……네레노 디아의 인간들은 언제나 동쪽으로 오기를 바랬지. 그들이 풍요로 운 대지와 재력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겠나? 당연히 로메오 대륙 은 재미있는 격전장이 될거란 말일세." "……그 이유때문에 나를 속박에서 풀어놓은 거요?" 차가운 어조로 아드리안은 되물었다. 가베라는 어깨를 으쓱 하며 천 천히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인간은 아주 재미있는 종족이네, 아드리안." "……" "우둔하고 멍청하기 짝이 없으면서 자신들이 제일 잘난 생물인줄 알고있지. 아주 재미있어. 오크들도 그렇진 않을거야." 가베라는 둥글둥글한 얼굴에 웃음을 띄며 아드리안을 바라보았다. "……재미있는 장난감이지 않나? 다크메이스도 나와 비슷한 취미 를 가지고 있지. 이제 자네도 슬슬 즐길때라고 생각하는데." "……" 아드리안의 주위에 서려있던 번개는 사라졌다. 그러나 아드리안의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차가운 느낌 그대로 아드리안은 가베라를 노 려보았다. "당신은 쓰레기야, 가베라." "……그럴지도." "나는 다크메이스나 당신과는 다르다. 생명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 는짓은 하지 않는다. 특히 인간은." "……7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감상적인 면은 여전하군, 아드리안. 아직 어리다는 소리겠지만." 가베라의 냉소에도 아드리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드리안은 몸 을 돌려 천천히 드래곤 레어의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뒤로 돌아선 아드리안의 목소리가 가베라에게 전해져갔다. "나를 속박에서 풀어준 점은 감사히 생각해 네 장난감을 부수지는 않겠다, 가베라. 하지만 더이상 내 인내력을 시험하지 마라." "……" "생명은 소중하다. 자하리얼님의 가르침을 잊지 말기를 바랄 뿐이 다." 아드리안의 모습이 사라지고 가베라는 그윽한 시선을 사라져가는 석 양에 던지고 있었다. 태양의 모습이 바다 아래로 사라지자 가베라는 미소를 지으며 본래의 드래곤 모습으로 돌아갔다. 몸은 편안히 누이 며 가베라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히든카드가 움직였군. 역시 인간만의 전쟁놀이는 지겹단 말이 야……" * * 가베라의 본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제 슬슬 진짜 적의 모습을 드 러낼 때라고 생각해서.....썼습니다. 마계전투의 진정한 의미와 자하 리얼이 증표를 나누어준 이유……가 이제부터 서서히 드러날 음모의 서막을 비춥니다......(뭔가 대단한 것 같죠? ^^)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167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9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1 19:34 읽음:868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9 by 유 민 수 39. '해변의 호수'의 홀은 북적거리던 조금전과는 정 반대로 거의 텅텅 비어있었다. 걸죽한 입담을 늘어놓으며 한잔의 맥주라도 더 팔아보 려던 조이는 파랗게 질린채 펍의 카운터 뒤에서 사시나무 떨듯 다리 를 떨고있었다. 그러나 누구라도 현재 '해변의 호수' 문앞을 지키듯 막아서고 있는 레드 드래곤을 본다면 조이의 그런 모습이 확실하게 이해가 갈테지만, 홀의 정 가운데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카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문 저편으로 숨어서 머리만 보이는 모험 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전까지만 하더라도 무기를 뽑아들고 기세등등하던 그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었다. '……한심하군.' 드래곤을 보고도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게 오히려 이상할테지만, 이미 드래곤이라는 존재에 대한 경각심 같은건 사라져버린 카뮤에겐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카뮤는 진지한 표정으로 가베라가 어떤 드래곤인가 하는점을 설명 하는 아드리안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그점은 다른 사람들 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긴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디트리히 정도였지 만 로리타도 크리스도 '아, 그랬구나……'하는 식의 반응 외에는 보 이지 않았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더 황당해 진것은 아드리안이었다. 아드리안은 설명을 모두 마치고도 별다른 말을 하지않는 사람들에 게 묘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내 말이 믿기지 않나 보군요." "믿고 있습니다. 아드리안." 약간은 지겹다는 투로 디네즈는 응수했다. "아드리안의 설명은 정말 훌륭해요. 선후관계 전부 들어맞고 이유 와 전개가 아주 훌륭합니다. 그런데 제게 그런 말을 해주시는 이 유가 무엇인지 들어봐도 될까요?" "……그러니까 가베라와의 관계를 이제 끊고 스스로……" "……알겠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쪽은 아드리안 인것 같네요." 디네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좌측에 놓여있는 긴의자로 옮겼다. 그곳에는 방금전에 로리타와 크리스가 구했다는 가르고리안 이 하나 누워있었다. 매우 지친 상태고 또한 갑작스런 드래곤 출현 에 기절해버렸는지 아직 의식은 없었다. 엔시아와 로리타의 치료를 받긴 했지만 적어도 아드리안과 디네즈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만한 상황은 아닌듯 싶었다. 디네즈는 몸을 조금 굽혀 아드리안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드리안. 우리는 가베라의 종복이 아닙니다." "알고있습니다." "몸만 커다란 그 녹색 비만 도마뱀과의 관계는 더이상 이어질 이 유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몇가지 이유가 있어 네레노디아로 갔 던 것이니까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할일이 있구요." "……무슨……" "찾을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은 아니네요." 디네즈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설명을 이어갔다. "제가 찾는 것은 바타쿠라는 라이컨슬로프입니다. 본래 가베라를 만났던 이유도 그 자를 찾을 목적이었죠. 다만 용의 방벽에서 서 로 마주치는 통에 본의아니게 상처를 입어 가베라의 도움을 조금 얻었습니다. 그 보답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아뭏든 그의 부탁으 로 네레노디아로 갔던 겁니다. 따라서 주고 받을건 끝났으니 별로 그녀석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물론 가베라가 클레멘스이 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이해할수 없군요. 그는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습니다." 아드리안은 황급히 부언했지만 디네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 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요! 당연히 당신에겐 막아야 할 이유가……" "어떻게 막아야 하는데요?" "……" "아드리안. 우리 쉽게 생각해 봅시다. 필요할때를 제외하고 당신은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세요. 그래줄수 있죠?" "……네." 카뮤는 아드리안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하는 '생 명의 의미'라는 것은 카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말하는 '전쟁'의 발생은 수많은 생명에게 파멸을 가져올수밖에 없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것은 분명 그점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드래곤이다. 드래곤 은 인간을 이해할수 없는 것이다. 슬픈 일이지만. 디네즈는 차근차근 말을 이어갔다. "생명을 수호한다……풍룡왕으로서 책임감은 알듯 합니다만 그럼 몇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아드리안의 말로는 가베라가 인간을 조 종해서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고 하셨죠?" "……네." "그 말은 인간은 조용히 있는데 가베라가 일부러 모략을 꾸며 전 쟁을 일으킨다는 의미로 들리는데 그렇게 해석해도 됩니까?" "……그렇습니다." "결국 당신이 말하는 바는, 가베라를 묶어두지 않는다면 인간은 어 쩔수없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릴 것이란 이야기로군요." "……결국엔 그렇게 되겠죠." "좋습니다. 그러면 가베라가 없다면 전쟁도 없다……입니까?" "……" 순간 아드리안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드리안은 디네즈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디네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드리안. 당신은 인간을 모르는것 같습니다." "……" "인간이란……한마디로 정의를 내리자면 우둔하고 멍청하기 짝이 없으면서 자신들이 제일 잘난 생물인줄 알고있는 바보입니다." "가베라의 정의로군요." "……진실은 언제나 하나로 귀결되니까요." 디네즈는 씁쓰름한 얼굴로 마치 동상처럼 날개를 접고 앉아있는 자 카드를 바라보았다. "한 종족은……언제나 자신들의 생각으로 다른 생물을 미루어 짐 작합니다. 인간은 인간의 윤리관에 드래곤과 마물을 끼워맞추려 하고 드래곤은 자신의 관점에서 인간을 판단하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 "가베라가 관여하지 않더라도 그 지그프리드인가 하는 녀석은 분 명히 내란을 일으킬 겁니다. 그건 지나가는 어떤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알고있다면……왜 막지 않는 겁니까!" 아드리안은 화를 벌컥 내며 탁자를 손으로 내리쳤다. 탕 하는 소리 가 홀의 안쪽에 퍼지고 조이가 에구 하며 바닥에 몸을 엎드리는 소 리가 들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보고 웃지 않았다. 아마 그러기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던 탓일 터였다. 디네즈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아드리안……당신의 관점으로 인간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인간 은……약한 존재입니다." "……" "인간의 관점에서, 지그프리드의 지위와 능력이 주는 위압감은 아 마도 저 자카드가 다크메이스에게 느끼는 압박감과 거의 틀리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지금 말하는 것은 자카드에게 다크메이스의 폭주를 막으라는 소리와 다를바 없어요." "……" 아드리안은 창백해진 얼굴로 디네즈의 설명을 계속 듣고만 있었다. 그러나 디네즈도 더이상 아드리안을 궁지로 몰아가진 않았다. 아드 리안은 멍하니 얼마간 생각에 잠기는듯 했다. 그리고는 조그만 목소 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는 말은……지그프리드를 막는 정도로……전쟁을 막을수는 없단 말입니까?" "지그프리드가 아니어도 휴프노스는 내란에 휩싸이게 되어 있습니 다. 강한 권력이 없이 서로 분산된 이 나라는 더이상 왕국이라고 할수 없습니다. 서로간의 균형과 견제……그리고 다른 나라의 위 협이 휴프노스를 왕국으로서 유지시킬뿐, 이미 왕가로서의 휴프노 스는 오래전이 끝났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왕위에 오르면……" 디네즈는 실소를 터트렸다. 아드리안은 말을 꺼내다 말고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다물어버렸다. "당신은 가베라를 물리치라고 하면서, 그의 방식을 따르라고 하는 군요." "……" "조금전에 말하지 않았나요? 휴프노스로서의 왕가는 끝났다고…… 맹약이든 아니든, 나는 여왕이 될 생각같은건 조금도 없어요. 또 가베라의 의도대로 끌려다닐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디네즈는 천천히 자리에 일어나 긴의자에 누워있는 가르고리안에게 걸어갔다. 가르고리안의 숨결이 규칙적으로 고른것을 보아 아마도 생명에는 별 지장이 없을듯 했다. 디네즈는 그의 곁에 앉아 아드리 안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은 드래곤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아드리안은 역시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벌렸다가도 이내 입술을 달 싹이고는 다시 침묵을 지켰다. 잠시간 기다리던 디네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규정을 내리지 못하실 겁니다, 아드리안. 종족의 관점에서 자신을 규정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니까요." "당신은 할수 있지 않습니까!" 아드리안이 날카롭게 응수했지만 디네즈는 가볍게 고개만 저을 뿐이 었다. "……저는 인간이기 전에 라이컨슬로프였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객관적으로 볼수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종족이 드래곤보다 못하다 고 해서 그들의 생각이 모두 우둔하고 틀린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방금전에 또다른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어요." "……" 차갑게 굳어버린 아드리안의 얼굴은 금방 폭발해버릴 화산처럼 느껴 졌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에게 겁을 먹거나 위로의 말을 건네는 사 람은 없었다. 카뮤와 디트리히, 크리스와 엔시아 모두 그저 착잡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디네즈는 나직한 목소리로 허공을 향해 대화하듯 중얼거렸다. "……자신의 관점으로 보지 마세요.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생각해 요. 그러면 상대를 이해할수 있습니다." "……" "그래도 이해할수 없다면……두가지 방법이 있겠죠." "무엇입니까?" "간단합니다. 머리 아프지 않게 상대를 없애버리든가……" 디네즈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워올렸다. "……그냥 지켜보는 겁니다. 내가 이해할수 있을때까지." * * *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보십시오. 그러면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인간의 눈동자 수만큼, 그정도의 또다른 세상이 있으니까요.^^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27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0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2 21:53 읽음:800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0 by 유 민 수 40. 자갈로테이아는 눈을 감고 있었다. 오랫만에 맛보는 자연의 향 기……푸른 자유의 즐거움. 날개가 완전하지 않아 움직이는데 불편 함이 많았지만 하늘을 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즐거웠다. 눈 아래로 보이는 갈색산맥의 모습은 이제 휴프노스의 영지를 거의 벗 어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갈색산맥……가르고리안을 위시해 수많은 마물들이 그의 둥지를 틀고있는 아름다운 산. 그리고 자갈로 테이아의 생활과 꿈이 있었던 바로 그곳. 자갈로테이아는 하체를 길 게 뻗어 몸이 완만한 유선형을 이루도록 했다. 얼굴 주위로 기분좋 은 바람이 스쳐가고 회오리바람의 그것처럼 바람은 무거운 벽이되어 자갈로테이아의 얼굴을 압박했다. 그러나 이내 바람의 벽은 둘로 갈 라지고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자갈로테이아는 빠른 속도로 대지를 향 해 내려갔다. 조그맣게 보이던 나무가 점점 커지며 다가오고 아스라히 보이던 산 과 언덕의 구릉이 손에 잡힐듯 다가오며 쐐애애 하는 파공성이 귀를 찢어버릴듯 비명을 질렀지만 대지에 충돌할것 같은 순간에 자갈로는 몸을 꺽어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심장이 강하게 맥박치고 온몸에 나른한 느낌이 스쳐갔다. 자갈로테 이아는 그렇게 몇번이고 비행을 즐기고 있었다. "……힘이 넘치는군요." 카뮤는 눈을 들어 어두운 하늘을 마치 박쥐처럼 날고있는 자갈로테 이아를 올려다보았다. 디네즈는 만족한듯 빙긋 웃으며 카뮤와 함께 아름다운 아치를 그리는 자갈로테이아를 눈으로 슛았다. "자유란 저런 것이니까. 이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란다." "저렇게 힘이 남아있다면 조금 도와줘도 좋을텐데……" 카뮤는 자신만의 독특한 특제요리, 삶은감자를 만들기 위해 에스토 크로 감자를 깎으며 작게 투덜거렸다. 카뮤가 툴툴대는 이유는 로리 타 때문이었다. 본래는 서로 번갈아가며 식사준비를 하곤 했는데 로 리타가 너무 과도하게 치유마법을 사용한 관계로 지금은 자카드의 등 위에 길게 누워버린 것이었다. 그 원인을 제공한 자갈로테이아는 벌써 다섯시간째 머리위를 빙빙 돌고 있고, 디트리히는 여전히 근엄한 얼굴로 저녁식사가 만들어지 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디트리히는 그런 카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었는지 작게 흠흠 거리며 겸연쩍게 입을 열었다. "……내가 해주고 싶지만……" "마음에도 없는 말은 삼가해요, 디트리히." 카뮤는 퉁명스레 대답했다. 식사당번에서 디트리히가 제외된 것은 여행을 떠난 첫날 만들었던 요리 때문이었다. 일부러 그랬는지 아니 면 어쩔수 없었는지는 몰라도 감자 스크램블 요리를 만들었다며 디 트리히가 내민 것은 도저히 형태를 알아볼수 없는 하나의 덩어리였 다. 디네즈를 비롯한 크리스, 엔시아, 카뮤 그리고 로리타까지 일단 한번 맛을 보고는 다시는 손을 대지 않아, 결국 카뮤가 다시 만들어 야 했던 것이다. 남은 요리는 결국 자카드에게 돌아갔고 자카드는 반협박 비슷한 디 네즈의 강권에 그 요리를 먹고는 다음날 평안한 비행을 유지하지 못 했다. 카뮤 일행은 카알의 남쪽으로 통하는 군사도로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목적은 박쥐처럼 날아다니는 가르고리안을 본래 있던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것. 로리타 외에는 가르고리안의 언어를 이해 하는 사람이 없어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지만, 그 가르고리안의 이 름은 자갈로테이아라고 했다. 잭슨의 어느 지방을 여행하다가 상처 를 입고 쓰러진 것을 톨루빌이라는 멍청이가 운좋게도 발견했고, 결 국 발톱이 잘린채 구경거리로 전락해 돌아다녔다는……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장장 네시간에 거쳐 말해갔다. 디네즈는 일단 자갈로테이아를 잭슨의 둥지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하 고 잭슨을 잘 아는 크리스를 길잡이로 내세워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 었다. 여행은 생각외로 평탄했다. 세이렌과 자카드 등에 나눠타고 하늘을 쾌적하게 날아가는 것은 정말 할만한 여행이었다. 비록 아드리안이 네레노디아로 돌아가버려 조금 섭섭하긴 했지만 그녀는 카뮤에게 이 런말로 결국 닭살이 돋도록 만들었다. "나를 대신해서 디네즈와 동행하세요. 카뮤가 완전히 디네즈를 이 해했을때 네레노디아로 와주길 바래요. 돌아오라고 강요하지는 않 겠습니다.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나의 나이트." 카뮤는 아드리안을 이해할수 없었다. 어떨때는 근엄하다가 어떨때 는 냉철하고, 다른 경우엔 철없는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이 영 종잡 을수가 없었다. 물론 나이트를 장난감 대신하는 다크메이스나 은근 하게 인간들을 전쟁에 몰아넣는 가베라보다는 나았지만 역시 그녀도 알수없는 드래곤일 뿐이었다. 카뮤는 디네즈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마스터." "……응?" 디네즈는 하늘에 두었던 시선을 옮겨 카뮤의 얼굴로 향했다. 카뮤는 다 깎은 감자를 냄비에 집어넣고 소금을 뿌렸다. 보글보글 끓고있는 물에 들어간 감자는 마치 장난을 치듯 올망졸망하게 둥둥 떠다녔다. 디네즈는 카뮤의 손끝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피식 하고 실소를 터 트렸다.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가베라 말이에요……정말일까요?" "아마도……" 카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을 꺼내 에스토크를 깨끗이 닦 았다. 검은 자주 손질을 해주지 않으면 녹이 슬어버리니까. 하지만 지금 카뮤의 손놀림은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이유가 더 컸다. 아무래도 카뮤로서는 디네즈만큼 담담하게 가베라의 일을 받아들이 긴 힘들었다. 가베라를 처음 만났을때, 용의 방벽에서 디트리히와 나 눴던 대화가 자꾸 마음에 걸리고 있었다. 그때의 가베라는 절대로 인간의 전쟁을 즐기는 변태 드래곤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철저한 위 장……? 카뮤는 점점 심경이 착잡해져 갔다. "……위장은 아니란다." "……" 카뮤는 고개를 들어 디네즈를 바라보았다. 디네즈는 엷은 미소를 띄 운채 카뮤를 응시하고 있었다. 카뮤는 퉁명스레 입을 열었다. "마스터도 로리타처럼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어요?" "……그럴것 같았단다. 너는 아직 드래곤이란 족속을 알지 못하 지." "……" 디네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래곤은 드래곤일 뿐이니까. 마치 카뮤, 네가 카뮤인 것처럼." "……무슨 의미입니까." 잠자코 듣고있던 디트리히가 질문을 던져왔다. 그의 음성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다만 그의 눈은 하얀 김을 내뿜는 냄비에 고정되 어 있었다. 카뮤는 슬슬 냄비 주변에 보호의 감시망을 펴기 시작했 다. "그대로입니다. 가베라……그는 칼라일 가문 사람을 좋아하지만, 인간을 좋아하진 않아요. 그에게 있어 인간과 칼라일 가문은 별개 의 존재니까." "……칼라일 가문은 인간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디트리히." 디네즈는 작게 소리내어 웃었다. "디트리히. 당신은 다크메이스를 좋아합니까?" "좋아할 리가 있습니까……" "……저도 그렇습니다. 다크메이스는 제가 바타쿠 다음으로 증오하 는 존재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래곤 전체를 싫어하진 않아 요." "……" "거꾸로 생각해 본다면, 가베라는 칼라일 가문을 좋아하지만 인간 은 그저 장난감 정도로 여길테죠. 그렇게 생각해본다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실 겁니다." "최소한 디트리히가 가베라의 장난감이 되는 일은 없다……로군요. 비유가 비슷한가요?" 카뮤는 이제 하얀 거품을 조금씩 흘리는 냄비를 주의를 집중시켰다. 잘못해서 넘치거나 선기를 빼앗기면 오늘 저녁식사는 심각한 쟁탈전 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디네즈가 짐을 뒤져 접시를 몇개 꺼 내 디트리히와 카뮤에게 건네주었다. 디트리히는 묵묵히 그 접시를 받아들고 몸을 냄비쪽으로 접근시켰다. 진지하게 오가는 대화만 제외한다면, 저녁을 먹기위해 신경전을 벌 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는 분위기였다. 카뮤는 젓가락을 집어들어 냄비뚜껑 틈 사이로 보이는 감자를 찔러보았다. 잘 들어가 지 않는게 시간이 조금 더 걸릴듯 했다. 카뮤가 젓가락을 놓자 디트리히는 조금 실망한 표정으로 원래 앉았 던 장소로 돌아갔다. 디네즈가 접시를 든채로 말을 이어갔다. "맞는 말이란다. 각각의 존재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고……그렇기 때문이 서로간의 이해는 불가능하다……라는 현자의 잠언도 있으 니까." "……현자는 쉬운말을 어렵게 하는 재주가 있군요." "그걸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란다. 그정도는 눈감아 줘야지." 디네즈가 가볍게 눈짓으로 카뮤를 독촉했다. 그러나 카뮤는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여 설익은 감자가 식탁으로 나오는 것을 저지 할수 있었다. 디트리히가 다시 냄비로 접근하고 있었다. 카뮤는 손을 내밀어 냄비뚜껑을 잡은채로 디네즈에게 말했다. "아드리안도 그런 이유일까요?" "……아드리안 홀슈타인. 냉혹과 전략의 수호자……라고 했지? 아 마도 400년전 사람들의 평가였겠지만, 어느 한 존재가 영원히 그 런 모습으로 고정될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언제나 냉혹한 모습으로 있다가는 영혼이 갈갈이 찢어져버릴테니까." 디네즈가 손을 내밀어 카뮤의 손을 치우려고 했다. 그러나 카뮤는 끝끝내 버텼다. 아직 익을 시간이 안된것이다. 디트리히도 합세하려 했지만 카뮤는 왼발을 그의 어깨에 대고 밀어버림으로서 최소한의 식사예절을 지킬수 있었다. 날카로운 눈싸움이 오가는 와중에도 진 지한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아드리안의 본모습은 그 닭살돋는 모습인가요?" "……둘 다겠지. 어느 하나로 상대를 평가해선 안되니까. 냉혹한 모습의 아드리안, 그리고 소녀다운 모습의 그녀. 둘 다 그녀를 이 루는 모습이니 너는 받아들여야 한단다. 그렇지 않는다면 너는 심 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될테지." "알겠어요." 카뮤는 슬며시 뚜껑을 열어 감자가 얼마나 익었나 눈으로 체크했다. 조금만 있으면 파글파글한 상태에 접어들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아 차 하는 생각에 온몸을 긴장시켜야했다. 카뮤의 눈치를 알아챈 디네 즈와 디트리히가 눈을 빛내며 천천히 포크로 무장을 갖춰가고 있었 다. "……한가지만 더 물어볼게요. 마스터는 여왕이 되고싶지 않나요?" "지금은 아니다. 나중의 일은 보장할순 없구나……시간은 모든것을 희석시킨다고 하니까. 카뮤, 이제 그만 먹자꾸나. 그러다가 퉁퉁 불어버리겠다." "감자는 안불어요. 손부터 치우고 말씀하세요, 마스터." 디네즈가 억지로 냄비뚜껑을 치우려 하는순간 카뮤는 일단 힘으로 그것을 막았다. 디네즈는 뚜껑을 잡은 손을 떼고 카뮤의 견제를 물 리치려 공격을 개시했다. 가볍게 타닥타닥 하는 손 들의 전쟁이 일 어나고 디네즈는 재빨리 손을 움츠렸다. 손가락 끝이 뜨거운 냄비에 닿은 것이다. 디트리히가 다시 냄비로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었다. 카 뮤는 젓가락을 재빨리 집어들어 방어를 시도했지만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서 디네즈가 뚜껑을 열어젖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이 아주 알맞게 익은듯 싶었다. 카뮤 는 젓가락 세개를 집어들어 냄비 위에 막강한 방어진을 구축했다. 포크로 무장한 디네즈와 디트리히가 도전을 시도했지만 카뮤의 살기 어린 방어를 뚫을수는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경과된 후에야 디네즈와 디트리히는 공격을 포기하 고 얌전히 카뮤가 건네주는 대로 같은 숫자의 감자를 접시위에 올려 놓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카뮤는 알뜰하게도 접시 두개에 나란히 감자를 덜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크리스와 엔시아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남은 감자를 모두 셋으로 나눠 그릇에 담고는 하늘을 향해 크게 소리질렀다. "밥 먹어요!" 하늘을 헤집고 돌아다니던 자갈로테이아가 서서히 고도를 낮춰 다가 왔다. 아주 우아한 비행으로 땅에 접근하는 자갈로테이아는 한마리 의 새처럼 보였다. "위험하다!" 조금 멀리서 들리는 고함이었다. 카뮤는 감자를 담은 접시를 든채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금 멀리떨어진 곳에서 몇명 의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한밤중에 말도 안타고 중부 대로를 달리는 사람이라……카뮤는 조금 의아해졌다. "……뭐야, 저사람들." 그들은 사력을 다해 카뮤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거리가 꽤 먼 탓에 빨리 도착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사람이 무릎을 꿇고 하늘을 향해 무언가 자세를 취했다. 다음순간, 화살이 하나 날 고 그것은 빠른 속도로 자갈로테이아에게로 향했다. "카차!" 자갈로테이아는 몸을 급히 꺾어 화살을 피해 하늘위로 날아올랐다.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자갈로테이아의 날개 옆을 스쳐가고 그와 동시 에 크리스와 디트리히가 검을 뽑아들고 달려오고 있는 사람들을 향 해 경계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카뮤일행이 검을 뽑아드는것과는 상관없이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자갈로테이아가 하늘을 맴돌고 있는사이 그들은 카뮤의 바 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들은 손을 휘저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위험해! 피해요!"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잠시 카뮤 일행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자기 화살을 날려놓고는 위험 하니 피하라고 소리지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다가오는 것은 두명의 남자였다. 둘다 제대로 구색이 맞춰지지 않은 플레이트 메일 에 한쪽은 할버드를, 다른 하나는 초승달처럼 휘어진 샴실을 들고 있었다. 상황파악이 안돼 멍해진 사이, 두 명의 남자는 무기를 치켜 들고 하늘을 맴도는 자갈로테이아를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덤벼라, 이 더러운 마물! 기습이 아닌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뤄 보자!" "……" 카뮤는 상황을 이해했다. 그들은 자갈로테이아가 일행을 습격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크리스와 디트리히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 다가 그만 폭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배를쥐고 웃는 크리스와 디트리히를, 남자들이 멍청한 표정으로 바 라보았다. 샴실을 들고있던 남자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에 묵묵히 앉아있는 자카드를 보고는 기겁을 했다. 헐레벌떡 뛰어온 대 궁을 든 남자도 이상한 분위기에 의아해 하다가 역시 자카드를 보고 는 놀라 허둥거리다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카뮤는 한숨을 내쉬고 몰려든 사람들과 남아있는 감자의 수를 비교 했다. "더 만들어야겠구나……" * * * 요즘들어 글이 잘 안써지는 군요.....실력의 한계가 온 걸까.....웬지 불안합니다.... 다크스폰입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31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1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2 22:26 읽음:785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1 by 유 민 수 41.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자신을 토오르라고 밝힌, 샴실을 들었던 사람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 다. 건장한 체격에 붉은 플레이트 메일을 입었지만 건틀릿과 그외 장비는 흰색이어서 첫눈에도 용병임을 알아차릴만한 사람이었다. 디 네즈는 빙그레 웃으며 예의바르게 손을 내저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오해하실만도 하죠. 가르고리안과 여행 을 하는 인간이 흔한것은 아니니까요." "……정말 놀랐습니다. 말로만 듣던 드래곤 나이트가 정말 있었다 니……" 토오르는 연신 감탄을 하며 석상처럼 가만히 서있는 자카드를 곁눈 질로 살펴보았다. 아직도 안심이 되지 않는듯 보였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한다면 확실히 그의 행동은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카뮤는 그들 이 먹어치운 요리접시를 천천히 챙겨넣었다. 요리한 시간에 비해 그 들이 요리를 먹어치운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한밤중에 그 렇게 달렸으니 배가 고플만도 했지만, 실제로 그들인 이틀동안 아무 도 못먹었다고 설명했다. 디네즈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카뮤를 비롯한 일행을 하나하나 소 개하자, 토오르도 고개를 일일이 숙여 인사를 건넸다. 토오르는 겸연 쩍은 얼굴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토오르 라메인입니다. 홀리필드 용병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 다만……전쟁에서 지는 바람이 직장을 잃었죠. 그래서 동료들과 다음 일을 찾아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토오르가 곁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자, 활을 들었던 남 자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회색의 짧은 머리카락에 개성이 전혀 없어보이는 평범한 얼굴의 남자였다. "리메인 한니발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할버드를 들었던 남자는 가까이서 보니 얼굴이 온통 칼자국 투성이 었다. 그런데도 눈과 코가 제대로 붙어있는것을 보면 정말 기적이라 고 할수밖에 없었다. 그는 얼굴을 있는대로 일그러뜨리며 이상하게 웃어보였다. "조지 클루니입니다." 디네즈는 가볍게 답례를 하고 넌지시 질문을 건넸다. "홀리필드 용병대라고 하셨죠? 조금전 전쟁이 일어났다고 하시던 데……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 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레이디." 토오르는 빙긋 웃으며 예의바르게 디네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의 행동에는 웬지모를 기품 같은게 느껴졌지만 위화감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아마도 오랜 용병생활동안 몸에 밴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 었다. "잭슨은 레이디도 아시다시피 몇몇 제후들이 모인 공국입니다. 그 수는 대략 십여군데나 되지만……실질적으로 잭슨공국을 유지하 는 제후국은 모두 다섯이고 그동안 상호불가침 동맹으로 연결되 어 있었습니다. 나머지 다섯은 나름대로의 국가형태를 유지하고 있고……그들은 '키클로프'라는 군사동맹 카르텔을 형성해 대항하 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 다섯 제후국은 앗소스, 테베, 데버룬, 캐디시 그리고 아마란스 입니다. 약 2년전에 캐디스가 데버룬을 칭공하면서부터 잭슨은 전 쟁이 시작되었죠." 크리스와 엔시아가 가만히 동의를 표했다. 그러고보니 크리스와 엔 시아는 데버룬의 용병이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카뮤는 토오 르의 설명에 주의를 기울였다. "캐디시는 본래 앗소스와 동맹을 맺고 있었고 데버룬은 테베와 화 친을 한 상태였습니다. 캐디시는 육상으로 데버룬을 침공하고 앗 소스는 해군력을 동원해 데버룬의 배가 바다로 나가는 것을 봉쇄 했죠. 처음에는 잘 진행되는것 같았는데……테베의 함대가 앗소스 의 해군을 궤멸시키면서 전쟁의 양상이 복잡해져갔습니다." "테베의 군사력이 대단한가요?" "육상전은 별로지만 해군만으로 따지자면 로메오 대륙 최고일겁니 다. 본래 해안지방에서 출현한 국가라서요." "……토오르씨 말대로라면 캐디시는 패주하고……테베가 주도권을 쥐었겠군요." "예상대로라면 본래 그랬겠지만……4개월 전부터 갑자기 아마란스 가 캐디시를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카뮤의 머릿속에 토오르가 말한 전황이 마치 그림같이 펼쳐지고 있 었다. 서로 물고 물리는……잘 알수는 없지만 수많은 궁중비화와 음 모가 횡행했을 것이었다. "아마란스는 파르테논이란 이름의 장군을 캐디시에 보내 동맹을 체결하고, 데버룬-테베 연합군에 대항해 싸우기 시작했죠. 아마란 스는 역사적으로 테베와 별로 사이가 안좋았고 아마란스의 제 2 후궁이 캐디시의 국방장관 토폴로 공(公)의 사촌동생인 관계로 동 맹이 연결되는건 시간문제였습니다. 아마란스는 대대로 좋은 궁병 을 갖고 있었으니 그동안 급속한 전력 강화로 다수의 막강한 전 사들을 갖춘 캐디시와의 동맹은 엄청난 효과를 불러오게 되었죠." "설마……대단위 군대?" "그렇습니다." 대단위 군대……오토 대제의 군대를 일컬어 그렇게 불렀다. 오토 대 제의 기막힌 용병술 중의 하나는 서로 성격이 다른 부대를 창설해, 그들간의 연계성을 기반으로 상대를 농락했다. 예를들어 적이 다가 오면 좋은 궁병을 보내 일단 하늘에서 그들을 공격하고, 화살의 비 를 피해온 적들과 기병대가 맞서싸워 진중을 어지럽히고, 마지막으 로 보병이 나가 잔당을 소탕하는 초토화 작전이었다. 이런 작전은 각 부대간의 연계성 및 지휘체계의 일원화가 필수적이 었고, 또한 그 수가 최소 1만명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잭슨은 전통적으로 소규모의 최정예 부대를 갖추고 있었기에 오토 대제의 전술은 보통 바이서스와 휴프노스의 전쟁에서나 볼수있는 특 이한 형태였다. 디네즈를 비롯한 사람들의 안색이 조금 변한것도 그 런 이유에서였다. 1만의 군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그 수의 세배정도 되는 관리부대 가 필요하다. 군인만큼의 식량, 말 그리고 인부. 1만의 대단위 군대 를 가진다는 것은 총 4만의 군대를 갖고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또한 그 군대를 운용할 능력을 갖춘 걸출한 장수가 있다는 증거였다. "어지간한 장군인가 보군요……그 파르테논이란 사람." "……그건 모릅니다." "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인간이 아니라고도 하니까요." 토오르의 말은 뜻밖이었다. 디네즈는 점점 흥미를 느끼는지 토오르 를 재촉했다. "자세히 말해주세요. 인간이 아니라니……설마 드래곤이라도 된다 는 말인가요?" "언제나 검은 갑옷을 입고있어 '블랙나이트'라고 불립니다. 엄청난 검술을 가진 자로 전략에도 뛰어나 '쥬바의 비극'이라고 불리는 작전에서 테베의 300척이나 되는 군함을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그의 곁에는 엄청난 마법사가 한명 있습니다." "마법사?" "불꽃 마법……이프리트계 마법이었죠. 바다에서 군함을 한군데로 몰아넣고 엄청난 기세의 불폭풍을 불러와 10여분만에 몰살시켰다 고 합니다. 언제나 검은 로브를 걸치고 다녀서 '블랙매지션'이라 불립니다." "……대단하네." 약간 기가 질린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엔시아의 말이 들렸다. 엔 시아는 조금은 더듬거리는 어조로 토오르의 말을 보충했다. "……군함 300여대를 태워버릴 강한 마법이라면……클래스 8의 화 이어스톰(Firestome)이나 클래스 9의 프레임메테오(Flame-meteo) 급 외에는 생각할수 없어요. 대마법사란 칭호가 어울릴만한 노인 네로군요." "……아닌데요?" 토오르는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 "스무살 정도의 여자아이입니다……" "뭐요? 여자애?" 이번에는 카뮤가 경악할 차례였다. 스무살밖에 안된 여자애가 클래 스 9의 마법을 쓴다는 말은 전설속에서나 나올만한 소리였다. 그러 나 진지한 토오르의 얼굴에서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수있었다. 토오르는 스무살이라는 점에 강조를 하면서 계속 설명을 해갔다. "크림색 머리카락에 이름은 모릅니다만 블랙나이트를 아빠라고 부 르는것을 봐서는 부녀지간인듯 합니다. 얼굴은 검은 마스크로 가 리고 있어 알수 없지만……아뭏든 노인네는 아닙니다." "……" 디네즈의 얼굴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는 것을 카뮤는 볼수 있 었다. 의외의 일에 충격을 받았나? 카뮤는 의아해졌다. "쥬바의 비극 이후, 잭슨의 판도는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군소국 가들의 모임인 키클로프는 살아남기 위한 회의에 들어가 아마란 스에 대항하기로 결의를 모았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파르테논은 다짜고자 키클로프의 한 국가로 진격해 나라를 아예 쑥대밭으로 만들었죠. 제가 있었던 홀리필드 용병대는 이번에 쑥대밭이 된 프 메스리 공국이 보유한 용병대 였습니다." "……" "다음은 아마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바이더 공국이 되겠죠. 아마 그곳은 파르테논이라도 쉽지 않을겁니다. 잭슨 유일의 다크메이지 를 보유한 곳이니까요. 저도 일단은 그곳을 가고 있습니다. 나름 대로의 준비도 하고 있을테고……거리도 가까워 내일 저녁쯤이면 도착할 테니까요. 레이디께선 어디로 가십니까?" "……" 디네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깊은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무언가 골똘 히 심사숙고하는 눈치였다. 토오르가 두번이나 되풀이해서 물었지만 역시 디네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가끔씩 "설마"하면서 고개를 흔들기 는 했지만 여전히 질문의 대답은 하지 않았다. 갑작스런 그녀의 침묵에 토오르도 꽤나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마도 머릿속으로 자신이 무슨 말을 잘못했나 곰곰이 되씹어보는 눈치였 다. 그러나 카뮤도 모르는 디네즈의 속마음을 그가 짐작할리는 없었 다. 카뮤는 토오르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크메이지는 또 뭐죠?" "아, 그건 말이야……마물로 구성된 용병단이란다." "……" 정말 의외였다. 이번에는 정신없이 생각에 골몰하던 디네즈의 눈이 둥그래져 있었다. 생각에 빠져있어도 들을건 다 듣고있는 눈치였다. 토오르는 디네즈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더 당황해 하는것 같 았다. "마물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이바이더 공국의 특징이란다. 전 체 인구의 절반은 인간이고 나머지는 수많은 소수종족들로 채워 져 있어. 산과 바다, 그리고 던젼까지 끼고있는 곳이지만 그곳의 마물들은 하나같이 지능이 있어서 대화를 통해 동료로 받아들이 는 모양이더라." "……정말 이상한 곳이군요." 디네즈의 음성이 조금은 흥분한듯 했다. 토오르는 가만히 고개를 끄 덕였다. "이바이더 공국의 라이트 공은 공평한 인물이란 평이 있습니다. 일 단 말이 통하면 무조건 동료로 받아들인다는……인간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능력만 있으면 요직으로 등용시킨다고 합니다. 실제로 다크메이지 용병단의 용병대장인 칼로스는 도마뱀 머리를 한 리 자드맨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람이네요." 디네즈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어느새 자갈로테이아도 흥미를 보이 며 토오르의 옆으로 다가앉고 있었다. 토오르는 자갈로테이아에게 미소를 보냈고 자갈로테이아도 "카츄'라는 말을 보냄으로서 회답해주 었다. 디네즈는 그런 자갈로테이아를 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바이더 공국이라……" 카뮤는 디네즈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불빛아래 일렁이고 있 었다. 문득 카뮤는 예전에 그런 그녀의 눈빛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 렸다. 분명 용의 방벽에서 보았던 그 눈빛……그리고 화석의 숲에서 도 한번 보았던 그 빛이었다. 극도의 증오, 그리고 호기심이 절반씩 뒤섞인 기묘한 분위기를 카뮤는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불안한 느낌이 카뮤의 가슴을 스쳐갔다. '검은 갑옷의 기사……그를 아버지라 부르는 이프리트계 대마법 사……설마!' 디네즈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가고 있었다. 들릴듯 들리지 않는 중얼 거림이 카뮤의 귀를 파고들어갔다. "……드디어 찾았다." 신음에 가까운 되뇌임……카뮤는 마음속으로 한 존재의 이름을 떠올 리고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바타쿠……루돌프 폰 휴프노스의 이름 이었다. * * * 작가의 함정에 의해 이제 잭슨의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자, 바타쿠와 디네즈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됩니다.... 지금까지의 전개는 바로 이!! 장면을 끌어오기 위한 서장이었지요... (서장치고는 조금 길죠?)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32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2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2 22:26 읽음:766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2 by 유 민 수 42. 이바이더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의 도시국가였다. 일곱개의 산맥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있어서 밖으로 나갈 방법도, 안으로 들 어갈 방법도 용이치 않는 천혜의 고립지대. 184년간 단 한번도 외적 의 침입이 없었다는 특이한 역사를 가진 곳이었다. 하켄 클로드는 탁자 하나를 덮을만큼 커다란 지도를 놓고 들어갈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아마란스에서는 깨나 이름을 날린다는 용장인 하켄도 도대체 들어 갈 입구를 찾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산맥을 점거하고 장기 전에 들어갈수도 있었다. 그러나 약 1만 5천이나 되는 병력을 이바 이더 같은 작은 나라에 묶어둔다는 것은 전혀 소득이 없는 작전일 뿐이었다. 게다가 하켄은 파르테논 장군에게 지시를 받은바가 있었 다. '1주일 내로 탈환하라. 그렇지 않으면 네 목숨은 없다.' 어디에서 튀어나온 작자인지 아는바는 없었다. 하켄은 그의 갑옷에 서 풍겨지는 음울하고 기분나쁜 분위기가 싫었다. 대체 아마란스 대 공(大公)은 무엇때문에 저런 자를 가까이 하시는지 이해를 할수 없었 다. 물론, 병사 통솔능력과 작전을 입안하는 그의 능력은 찬사를 받 을만큼 대단했다. 지금까지 데버룬이나 테베와의 전투에서 그의 능 력은 잭슨 전체를 떨게 만들었다. 역사상으로 따지자면 오토 대제나 휴프노스의 카알 대제와 맞먹을 정도의 위대한 장군이라고 일컬어지 기도 했다. 그는 수많은 병사들을 각 세부단위로 나누어 그들간의 연계성을 확 장한다는 '대단위 군대'방식을 채택했다. 아마란스의 궁병대를 중심 으로 앗소스의 해군과 기술력, 캐디시의 육상전 능력을 적절히 배합 하고 마법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법으로 그 위력은 여러번 증명된 바 있었다. 다만 그의 방식은 잔혹할 정도로 무자비했다. 쥬바의 비극이라는 사례는 그의 잔혹함을 단번에 보여준 사건이었 다. 아무리 적의 함선이라지만, 수천의 인간과 군함을 한군데 몰아넣 고 몰살시키는 그의 모습은 악마 그 자체로밖에는 보이지 없었다. 아테론 전투때는 여자와 아이까지 몰살시키는 '초토화 작전'을 시행 해 병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데베룬의 로드리게스 공은 가죽이 벗겨진채 1주일동안 군대 머리맡에 내걸리기도 했다. 그의 말은 간 단했다. "없애라. 안그러면 네가 죽는다." 실제로 그는 전쟁중에 등으로 보이는 아군 병사를 무수히 죽여왔다. 어디에서 도망을 가든지 끝까지 도망가는 병사를 추적해 목을 자르 고 껍질을 벗겨 효수를 시켜왔다. 광기라고 밖에는 해석할수 없는 방식이었지만, 전장에서 탈출하는 아군을 막고 적에게 겁을 집어먹 게 하는데는 아주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 "……재수없어." 하켄은 엉뚱한 쪽으로 흐르는 생각을 털어버리고 이바이더의 지도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아무리 봐도 방법은 없었다. 길은 오직 하나…… 휴프노스에서 이바이더로 들어가는 중부대로 뿐이었다. 결국 하켄은 결정을 내렸다. 하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막을 걷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대기 하고 있던 사관들이 모두 부동자세로 하켄의 명령을 기다렸다. 하켄 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보고는 명령을 내렸다. "예정대로 중부대로는 장악했나?" "예! 모두 장악했습니다!" 장수 하나가 힘차게 대답했다. 하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출발하자." 제이크 크렌빌 자작은 우울한 눈빛으로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 다. 서쪽 능선 뒷편으로 작은 연기들이 여러개 솟아오르는 것이 그 의 눈에 들어왔다. 분명 저쪽은 프메스리 공국의 방향……그렇다는 말은 소문대로 아마란스의 군대가 불원간에 쳐들어온다는 증거였다. "제이크……" 제이크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접견실의 홀로 시선을 옮겼다. 어두컴컴한 조명 탓인지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누구인 지는 제이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제이크는 씁쓰름한 웃음 을 지으며 그를 반겼다. "돌아오셨군요, 라이트 공." "수고했어." 남자……라이트는 어두운 커튼 뒤에서 제이크의 말을 받았다. "용병대를 확충했더군. 전쟁에 대비한 묘책인가?" "묘책일순 없습니다. 그저 자존심을 건 발악이라고 해야겠죠." "……" "앉아서 죽을수는 없는일 아닙니까?" 제이크는 흰 새치가 절반이 넘어버린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쓸어올 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피곤해지고 있었다. 제이크는 접견실의 푹신한 의자위에 앉았다. 이대로 잠이들면 딱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편하게 그를 놓아두지 않았다. "제아무리 대단한 녀석들이라 해도……그만한 숫자의 군대다. 중부 대로 외에는 들어올 방법은 없어." "……알고 있습니다. "……군량 및 비축된 재화는 어느정도지." "용병들 월급 주고나면 전부입니다. 길어야 한달……아니면 두달? 아니, 그것도 이번 전투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있을때의 이야기입 니다만." "그렇겠지." 라이트는 자조하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단위 군대를 용병대와 다크메이지로 맞선다……별로 좋은 조건 은 아니야. 지형적 조건도 안좋고 말야. 이바이더 공국은 거대한 분지같은 곳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 "별로 쓸모있는 땅이 아니기 때문에 평화적인 국가가 될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제 그것도 틀렸습니다. 민병대는 이탈하고 있어 요. 하룻밤에 몇명씩……조금이지만 확실하게 말이죠." "……다크메이지 사단의 분위기는?" "침통합니다. 하지만 사기만 봤을때 그들만한 병사들도 없죠." 제이크는 대답했다. "……그들은 이곳을 떠나면 살 곳이 없습니다. 마물들을 차별없이 받아주는 곳은 이곳 외는 없으니까. 그들이 끝까지 버티는 이유이 기도 하겠죠." "……" "다른 공국들의 지원은……"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가능해. 하지만 시간이 없어……그들의 지원이 오는것은 아마도 보름정도 뒤가 될테 고……발등의 불은 지금이니까." "……이런 상황, 예견하고 계셨습니까?" "……" 라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어두운 커튼 뒤의 그늘에 기대어 선채로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싫은 침묵이었다. 제이 크는 라이트가 대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지난 20 년간 같은 질문을 그에게 던져왔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마물들을 받아들이는 작업에 몰두했고, 결과적으로 이바 이더 공국 인구의 절반이 그들로 채워지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 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인간과의 분쟁같은건 없었다. 본래 마물 과의 교류가 많았던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라이트 공의 선친도 라이트 처럼 교류정책을 사용해서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들도 착실히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 변해 있었다. "……어쩌면……" 라이트가 입을 열었다. 뜻밖의 대답이었기에 제이크는 잠시 당황했 다. 그러나 이어진 그의 말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 해주었다. "……이번 전쟁……" "……" "이길지도 몰라." 제이크는 잠시 라이트의 머리가 어떻게 된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 나 그늘속에 있는 라이트의 모습을 봤을때 별로 미치진 않은것 같았 다. 라이트는 그늘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접견실을 나가는 문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용병대에 잠시 들어가 있겠어, 제이크. 일단 성의 치안 은 네게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용병대가 선두에 서고 다크메이지는 후위 지원공격을……이번 전 투에 블랙매지션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하지만 그렇다 해 도 승산은 있어." "……" 라이트는 문고리를 잡고 열어젖히며 제이크에게 말했다. "……우리에겐……히든 카드가 있다." 제이크가 라이트에게 들은 대답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제이크는 잠 시 라이트의 말을 이해할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히든 카드? 그런게 있다면 아마 제이크가 먼저 사용했을 것이다. 제이크는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집무 책상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책상 옆에 달린 초인 종 줄을 당겼다. 잠시후 시종 한명이 들어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제이크는 낮 은 목소리로 그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용병대의 로엘라인 대장과 다크메이지의 칼로스 대장을 불러줘. 작전회의다." "예." 시종은 재빠르게 대답하고 밖으로 나갔다. 제이크는 몸을 뻗어 의자 에 몸을 기대고는 아픈 머리를 부드럽게 문질렀다. 며칠간 제대로 잠도 못자고 일을 했다. 피로감이 몸 전체로 퍼져있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이트가 내린 명령이었다. 어차피 주군이 내린 명령을 거역할순 없 는 일이다. 제이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바이더 력(歷) 184년에 일어난 전쟁의 서막이었다. * * 전투의 시작입니다....에궁 힘들어.....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33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3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2 22:27 읽음:782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3 by 유 민 수 43. 이바이더 공국. 인구 총 1천 2백만의 도시국가로 휴프노스와 한면 의 바다를 갖고있는 신흥국이다. 공국 전체를 거의 감싸듯 둘러쳐진 높은 산맥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적어 생활수준은 별로 뛰어 나지 않은듯 하지만 로메오 대륙 유일의 다크메이지를 보유한 마법 국이란 평가가 있었다. 마계전투가 한창이던 400년 전……초신룡 자하리얼이 대지계 클래 스 9의 마법인 '이바이더 그래비티 월'이란 능력을 사용해 대륙 한부 분을 고립시키고 그 안에 적을 몰아넣고 참살했다는 전설이 내려오 는 곳이어서 그런지 전사보다는 마법사가 더 많은 기이한 인구비례 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일단 산맥을 솟아 오르게 해서 고립시킨것은 좋았는데 자하리얼이 그만 지쳐버려 원상 복구를 못해버린 것이다. 그이후……휴프노스의 4대 국왕 챠미 레돌 로프가 이바이더 공국과의 대로를 건설하기 전까지 이바이더 공국은 고립된 채로 남아있었다. 그런탓인지 이바이더 공국 사람들은 로메오 대륙의 인간으로서 자 각 같은게 전혀 없었다. 그 증거가 바로 눈앞에서 걸어다니고 있었 다. 디네즈는 대로 한켠의 펍에 앉아 후르츠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나는 사람, 아니 행인들을 보고 있었다. 토오르의 말처럼 이곳에는 수많은 마물들이 있었다. 인간과 마물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다니는 것은 정말 생소했다. 한켠에서는 무 기를 늘어놓고 파는 오크가 있고 짐차를 끌며 활발하게 걸어다니는 코볼드는 평범한 축에 속했다. 검은 얼굴의 다크엘프도 심심찮게 볼 수있는 이곳에서 그런 하급 마물들은 별다른 구경거리가 되지 못하 는 것이다. 현재 디네즈의 시선을 끌고있는 생물은 인간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로 활약하는 다리 여덟개 달린 헬-스파이더였다. 헬 -스파이더는 날카로운 발톱끝에 두툼한 솜뭉치를 매달고 칭얼대는 아이들은 계속해서 흔들며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지간히 짜증날 만도 한데 헬-스파이더의 얼굴에는 웃음으로 보이는 표정이 지워지 지 않고 있었다. "……재미있는 곳이죠?" "……" 친근하게 말을 걸어온 것은 토오르였다. 디네즈는 눈을 들어 토오르 를 쳐다보다가 다시 눈을 헬-스파이더에게로 돌렸다. 토오르는 조금 은 쑥쓰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디네즈가 앉아있는 근처의 의자에 앉 았다. 어젯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던 디네즈와는 달리 차갑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토오르로선 그녀의 갑작스런 변화에 조금은 당황한 상태였다. 블랙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 디네즈는 자카드라는 드래곤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양 손에는 피가 가득 묻어 있었고 얼굴은 차갑게 굳어져 있었다. 토오 르는 어제 그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곰씹어 보았다. "……뭐라구요?" 카뮤는 말을 더듬으며 디네즈에게 되물었다. 디네즈의 얼굴은 무겁 게 가라앉아있었다. "……미안하구나, 카뮤."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마스터. 바타쿠를 잡고 싶으면 가 만히 기다렸다가 모두 합세해서 목을 잘라버리면 돼요." 카뮤는 손을 휘저으며 강하게 항변했다. "왜 저보고 떠나라는 거죠? 마스터의 뜻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 지만, 이번엔 안돼요. 절대 할수 없어요." "……" 디네즈는 그윽한 시선으로 카뮤를 바라보았다. 디네즈는 손을 내밀 어 카뮤의 손을 잡았다. 카뮤는 일단 말을 멈추고 디네즈의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미안하다." "……" "그 블랙나이트는 바타쿠……그의 곁에 있다는 크림색 머리카락의 마법사는 어느정도 짐작이 간다. 그 마법사는 클래스 9의 마스터 야." "……역시" 토오르의 탄성이 들렸지만 디네즈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클래스 9의 마법사라는건……최소한 다크메이스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라는 거야. 게다가 바타쿠의 검술은 나보다 뛰어나다. 게 다가 그의 주변에는 군사가 깔려있으니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게구……내가 선택할수 있는길은 난전중에 그를 처치하는것 외에 는 없단다." "저희들이 있잖아요! 저도 데려가요!" 카뮤는 디네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러나 디네즈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너까지 다치게 할순 없다, 카뮤." "……" "카뮤……난 네 아버지에게 부탁을 받았다. 난 너를 무사수행 시켜 주는 것 뿐이지 죽음으로 내몰 권한같은건 없어. 아니, 권한이 있 더라도 그건 용서받지 못할 일이야. 이 일은 나 혼자 처리한다." "……싫어요." "카뮤." "그런 소리는 집어치워요, 마스터." 상당히 격한 반응이었다. 디트리히가 보기에 카뮤가 디네즈에게 반 대하며 반항하는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것이었다. 그것을 로리타 도 마찬가지였다. 카뮤는 맞잡은 디네즈의 손을 뿌리치고 사납게 소리질렀다. "열사의 사막에서 날 지켜준다고 했죠? 화석의 숲에서……날 사랑 한다고 했어요. 나도 마스터를 사랑하고 존경해요. 영원히 지켜드 릴거라구요. 마스터가 바타쿠를 증오하는 만큼, 나도 바타쿠를 증 오해요. 마스터 없이는 나도 없어요." "……" "막지 말아요, 마스터. 나도 싸울거에요." "어린애같은 소리 하지 말거라." "어린애 아니에요! 나를 화나게 하면 아드리안을 불러 잭슨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겠어!" 카뮤의 협박은 주효했다. 디네즈는 입을 조금 벌린채로 붉게 충혈된 카뮤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카뮤는 어깨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마스터가 그랬죠? 드래곤은 드래곤이고 카뮤는 카뮤일 뿐이라고. 난 드래곤 나이트……더이상 인간과의 연계성 같은건 존재하지 않아요. 휴프노스라면 모르겠지만 잭슨같은거……전멸시킬수도 있 어요." "……" "디트리히! 당신은 나를 막을건가요?" 카뮤는 비난의 화살을 디트리히에게로 옮겼다. 디트리히는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서있었다. 부들부들 떨고있는 로리타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디트리히는 물끄러미 카뮤의 시선을 바라보고는 가볍게 고 개를 끄덕였다. "내 임무는 레이디의 수호다. 그게 안된다면……기사임을 포기하고 가베라님께 돌아갈수밖에. 인간과의 연계성이 없는지금, 가베라님 의 명령에 따라 인간들을 전쟁으로 몰아넣을 수밖에 없어. 따라서 아드리안의 드래곤 나이트인 카뮤, 너를 막을 힘은 내게 없다." "……" 디네즈의 얼굴이 점점 차갑게 굳어갔다. "좋을대로 해." "마스터!" 절규하듯 카뮤는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디네즈는 두말않고 짐을 챙 겨 자카드의 등 위에 던져버렸다. 카뮤가 나서 디네즈의 손을 잡았 지만 디네즈는 매섭게 그 손을 뿌리쳤다. 카뮤는 흙바닥에 뒹굴면서 도 디네즈의 다리를 부여잡았다. "놔!" "싫어요!" 카뮤는 디네즈의 다리에 거의 매달린 생태였다. 디네즈의 오른손이 빛나더니 검은 빛의 스피릿 스워드가 뿜어져 나왔다. 디네즈는 그것 을 치켜들고 카뮤의 머리를 겨누고 외쳤다. "베어 버리겠다!" "날 죽여봐요, 마스터! 원하는 대로 해 보란 말이에요!" "……" 스피릿 스워드가 카뮤의 얼굴 근처에서 계속 떨렸다. 스피릿 스워드 도 키킥 거리는 소리만 낼 뿐 카뮤를 잘라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듯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스피릿 스워드는 사라져버렸다. 디네즈는 천천히 몸을 구부려 눈물로 범벅이 된 카뮤의 머리를 조 심스레 쓰다듬었다. 마치 만지면 부서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처 럼……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기만 한다. 디네즈의 눈에도 눈물이 그 렁그렁해 곧 떨어질것만 같았다. 디네즈는 작은 목소리로 카뮤에게 속삭였다. "……미안하다……너를 끌이들이고 싶지 않아……" "마스터……" "너를 만나고부터……마음속의 증오심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라 졌지. 바타쿠 같은거 찾지 않아도 될만큼……그렇게……행복했 다." "……마스터……" 다음순간,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카뮤의 눈이 크게 떠졌다가 스르르 감겼다. 다만 디네즈의 다리를 잡았던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절대 로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그 손에 모두 담겨있는것 처럼 보였다. 디네즈는 조심스레 카뮤의 손을 떼어내고는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한참동안 그렇게 카뮤를 안고는 낮은 목소리로 디트리히를 불렀다. "디트리히……" "……말씀하십시오, 레이디." "……그동안……고마웠어요. 나같은거……지켜줘서……" "……" 디트리히의 얼굴 역시 무거웠다. 디트리히는 디네즈에게 다가가 기 절해버린 카뮤를 받아들었다. 디네즈는 자카드의 등 위에 올랐다. 한참을 망설이던 디네즈는 디 트리히에게 말을 건넸다. "……디트리히." "……" "안녕." 디네즈는 이별의 인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카드는 하늘로 날아오름과 동시에 토오르를 발로 잡아채고는 이바이더 공국까지 날 아가 버렸다. 덕분에 토오르는 몇시간만에 이바이더 공국으로 오는 기회를 잡았 지만, 다음부터는 절대로 사양하고 싶었다. 디네즈는 이바이더 공국에 도착하지마자 용병대에 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계속 저 상태였다. 모든것을 잃어버린……마치 그런 사람의 분위기였다. '……디네즈 다크메이스……대체 어떤 여자야?' 토오르는 입맛이 쓰게 느껴졌다. 한잔의 맥주를 들이켰지만 그 찜찜 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태양의 역광이 디네즈의 머리카락에 빛나 황금빛으로 산란되었다. 황금빛의 역광 사이로 토오르는 그녀에게서 색다른 느낌을 가졌다. 황금빛 사이로 검은 털의 늑대 하나가 스쳐 간것 같았다. '……맥주 한잔에 취했나……'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토오르 는 웬지 불안해졌다. * * * 거의 변명성 글이군요....차갑게 변했던 그녀의 변화......에 대한 이 유입니다. 본래는 없는 이야기였지만.....이해를 돕기위해 하나 더 넣 었습니다. 더 재미있게 변했군요. 외롭게 홀로 떨어진 디네즈……그녀의 활약 을 지켜봐 주세요...^^(이래서 장편은 편하다니까.....마음에 안들면 사건 하나로 땜빵이 가능해.....)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59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4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3 12:10 읽음:798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4 by 유 민 수 44. 이바이더의 용병대는 모두 1천 2백명……개중에는 완전 초보 모험 자도 다수 섞여있는듯 했지만 대부분은 역전의 용사들이었다. 검 한 자루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통솔하기도 어려웠고 또한 일치된 행동을 유발하기도 힘들었다. 서로간에 친근하게 굴 것도 없 었고 그저 싸우고, 돈을 받으면 그만인 부류들이라 예의라고는 찾아 볼수 없는 인종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디네즈에게 접근을 하지 못하 고 있었다. 외견상 차갑게 보이는 이미지 탓일 테지만 아마도 그녀 를 둘러싸듯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 때문일 것이었다. 성에서 나왔다는 용병대장 로엘라인 센 드가로 라는 우아한 이름을 가진 남자는 이런 용병대를 넷으로 나누어 3백명 단위의 집단으로 묶어 단순하게 1대대, 2대대 순으로 번호를 매겨버렸다. 디네즈 일행이 속한것은 2대대로 최전선에 나간 1대대를 보좌하는 지원부대였다. 디네즈는 미스릴 갑옷을 점검하면서 다음 명령이 떨 어지길 기다렸다.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장의 공기가 주변을 떠돌아녔다. 중부대로 윗편으로 적의 군대가 집결하고 있었다. "역시 저곳으로 오는군." 어디에서 구했는지 커다란 브로드소드를 점검하고있던 토오르가 중 얼거렸다. 토오르는 2대대 대대장으로 임명되어 있었다. 어차피 상하 관계가 전혀 없는 곳이니 편의상의 지명이었지만, 의외로 용병들은 토오르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다. 아마도 전쟁의 와중에서 길러진 상 하 복종심 비슷한 것이리라 생각이 들었다. "……" "포위를 한채로 열흘이고 한달이고 버티는 방법도 있긴 하지 만……이바이더는 자급자족의 도시국가니까 그런 전법은 힘들겠 죠." 토오르가 어떤말을 하던지 상관없이 디네즈는 자신의 무구만을 점검 하고 있었다. 머쓱해진 토오르는 브로드소드를 갑옷에 달려있는 검 집에 채워넣었다. 토오르의 플레이트 메일 위에는 방어력을 강화시 키기 위한 체인메일이 덧붙어져 있었다. 마을안의 무기상점에서 구 입한 것인지 완전히 깨끗한 새것이었다. 덕분에 얼룩덜룩하니 색깔 이 맞지않던 토오르의 모습은 어느 왕궁의 기사처럼도 보였다. 물론, 많이 양보해서 생각한다면. 용병대의 네 부대는 모두 산개형으로 흩어져 있었다. 서로 밀집된 진형으로 품(品)자 형으로 세 부대가 나란히 나열되어 있고 뒷쪽에 길게 지원부대가 늘어서 있었다. 품자 형태의 진형은 방어전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으로 잭슨에서는 사용되는 일반적인 작전이었다. 일단, 진입로는 하나 뿐이니 품자 진형을 구축한 방어진은 어지간해서는 뚫리지 않을 것이었다. '……장기전을 노리는군.' 디네즈는 용병대 뒷편에 도열해 있는 마물들의 군단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눈에 살기를 띄운채 중부대로 윗편에 모여있는 아마란 스의 군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의 맨 선두에 거대한 흑마를 탄 도마뱀 머리를 한 리자드맨도 보였다. 소문으로 듣던 칼로스라는 장 군일 것이었다. "모두 들어봐!" 1대대 선두에서 로엘라인 대장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무기를 손질하 던 용병들의 눈이 한군데로 모이자, 로엘라인은 큰 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싸워 이겨야만 한다. 하지만 적은 1만이 넘고 우리는 모두 합해 3천도 안된다. 결국, 지형의 유리함을 우리의 무기로 만들어야 해. 따라서! 섣불리 적을 추격하지 말고 중부대로 중간 지점을 데드 리미트로 더이상 나가지 마!" "알겠수다." 긴장한 로엘라인의 명령과는 다른, 맥빠진 대답이 용병들을 웃게 만 들었다. 로엘라인의 얼굴이 싯뻘개졌지만 그는 아무런 말을 덧붙이 진 않았다. 웃음도 잠시였고 전장은 다시 고요한 폭풍전야의 시간으 로 돌아갔다. 토오르가 낮은 목소리로 디네즈에게 말을 걸어왔다. "만약 레이디라면 어떤 전법을 취하실 생각입니까?" "……?" 디네즈는 토오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토오르는 디네즈의 시 선에 조금 당혹했다. 디네즈는 토오르에게 시선을 고정시킨채로 되 물었다. "제게 자문을 구하시는 겁니까?" "……그냥 생각을 묻는 겁니다. 드래곤 나이트가 아닌, 인간으로서 생각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토오르." 디네즈는 여전히 딱딱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라면, 이런 멍청한 방어진은 안만듭니다." 토오르의 얼굴이 뜨강하게 변해갔다.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는 의 미를 담은 표정이 얼굴 전체에 드러나 있었다. 디네즈는 가볍게 손 을 내저어 말을 덧붙여갔다. "……사실입니다. 저들의 진형을 보신다면 금방 이해가 가시겠지만 요." "네?" 토오르는 눈을 들어 멀리 보이는 아마란스 군의 진형을 바라보았다. 원뿔형의 소단위 전투형태……돌격형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단순한 돌격형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효과도 큽니다." "……" "만일 제가 상대라면, 전체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키진 않지만 저들은 이바이더 공국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듯 보입니 다. 어쩌면 제 바램인지도 모르지만요." "……설명을……" "쉽게 생각해 봅시다. 이바이더 공국을 궤멸시켜서 저들이 얻는 이 득은?" "……" 토오르는 잠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이바이더 공국……전쟁경험이 거의 없는 유일한 잭슨 공국의 일 원입니다. 그런 공국을 건드리려는 이유가 뭘까요? 전쟁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나 멋대로 그은 지도위의 땅따먹기 싸움이 아닙니 다. 최소한, 제가 상대방 장군이라면 그래요." "……그럼 저들은 여기엔 왜 온거죠?" "단순합니다. 지나가는 길에……걸리적거리니까." "……" 디네즈는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들어 바닥에 길을 하나 그리고 주 위에 산을 그렸다. 그리고 길 아랫쪽으로 품자 형태의 진형을 그리 고 상대의 방추형 진형을 나란히 맞붙여 설명을 해 갔다. "……품자 진형은……강력한 방어진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 니다." "……뭡니까?" "품자 형태의 머리……1대대는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방어형태 이고 2대대와 3대댄는 그 방어형이 무너지지 않게 끊임없이 군사 를 공급합니다. 계속되는 물결의 흐름이라고 하면 좋겠죠. 그래서 품자 형태의 방어진은 이쪽이 몰살을 당하지 않는한, 뚫리지 않습 니다. 하지만 반대로 후퇴나 전진이 어렵죠." "……" "저들이 사용하는 방추형 돌격진의 장점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뛰어난 돌파력, 그리고 다른 하나는 뛰어난 유동성. 아마 적의 장 군은 그걸 노릴 겁니다. 내 예상이지만 이 전투, 분명히 질겁니 다." 디네즈의 설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나 토오르의 얼굴에서는 수많은 표정이 지나가고 스쳐갔다. 토오르는 몇차례 다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1대대 쪽으로 뛰어갔다. 토오르는 1대대에 접근해 맨 앞에서 정세를 살피 고 있는 로엘라인 장군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했다. 로엘라인 장군은 잠시 충격을 받은듯 하더니 잠시후에는 다른 대대 대대장들을 불러 뭐라고 말하는 듯 했다. 대대장들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는 디네 즈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디네즈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뭐야, 저 인간……' 디네즈는 갑옷을 입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의 모든 용병들이 천 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적이 움직이고 있었다. 우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격나팔이었다. "전원 전투준비!" 용병대는 검과 갑옷을 갖춰입고 일어섰다. 전투의 시작이었다. "와아!!" 기세를 제압하듯 아마란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돌격하는 자들의 갑옷은 캐디시의 전사들이었다. 붉은 무늬가 새겨진 은색 방패가 캐 디시 특제품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머리위로 마치 비오듯 화살들이 날아올랐다. 일반 화살보다 한배 반 정도 긴 화살은 바로 아마란스 궁병대의 특징이었다. 이바이더 용병대는 일 제히 방해를 머리위로 들어 화살을 막았다. 투카캉! 빗방울이 떨어지듯 화살이 떨어지고 강한 화살의 힘에 몇명의 용병 들이 죽어나갔다. 소용돌이 모양의 화살촉이 약한 방패를 간단히 뚫 어버리는 것이었다. 약 5분정도 쏟아지는 화살비에 용병대는 제대로 움직일수조차 없었다. 바로 눈앞에는 지옥의 사자들처럼 돌진하는 캐디시의 전사들이 있었다. 시시각각 접근하는 그들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리고 갑자기 화살이 멈춰버렸다. 두번째로 함성이 들 리며 돌격하는 캐디시 용병의 뒤를 무언가가 따르고 있었다. "막아라!" 로엘라인 장군의 고함과 함께 용병대도 움직였다. 단단한 갑옷과 브 로드소드로 무장한 1대대는 미친듯이 무기를 휘두르며 캐디시의 방 추형 진형과 맞부딪혔다. 엄청난 기세로 돌격하던 캐디시 전사들은 1대대의 막강한 방어벽에 부딪혀 그 돌진이 멈춰버렸다. "우아아악!" 검이 날고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었다. 은색 방패가 난무하고 1대 대의 브로드소드가 상대의 약점을 찾아 헤메었다. 한순간의 찰나에 수많은 목이 허공을 날고 시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는 마치 안 개처럼 전장을 뒤덮었다. 1대대의 저항은 대단한 것이었다. 캐디시 전사들의 막강한 돌파력 을 훌륭히 막아내고 그들을 조금씩이지만 밀어붙이고 있었다. 우우웅! 우우웅! 적진에서 긴 나팔이 두번 울었다. 그러자 캐디시는 갑자기 후퇴를 해버렸다. 치고 빠지기……급작스런 캐디시의 후퇴에 1대대의 공격 이 조금 허술해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두번째 캐디시 전사들의 방추형 진이 뛰어들어왔다. "돌격!" 방추형 진은 무서운 기세로 검을 치켜들고 있는 1대대의 품자 진형 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부딪히는 순간, 갑자기 방추형 진은 둘 로 갈라졌다. 아! 하고 소리지를 찰나, 갈라진 방추형 진은 1대대와 3대대 사이를 공격해갔다. 품자 진형의 약점을 노린 날카로운 공격 이었다. 2대대의 용병대가 허둥대는 사이, 1대대의 뒷쪽 절반이 둘로 나뉘며 난입한 방추형 진과 맞섰다. "막아라! 저놈들을 막아!" 1대대의 집중된 진형이 셋으로 나눠졌다. 앞의 한 부대는 돌격해오 는 캐디시의 군대를 막고, 뒤의 두 진형은 1대대와 3대대의 중간지 점을 방어했다. 그 사이 뒤에서 대기하던 4대대가 올라왔다. 4대대는 재빨리 흩어지며 3대대의 뒤를 받치고, 인원이 보충된 3대대와 1대 대는 일단 캐디시의 돌격을 막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1대대는 거의 궤멸상태에 빠졌다. 300명의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었다. 로 엘라인 장군의 기운찬 고함소리가 전장에 퍼졌다. "3대대와 1대대 교체! 2대대는 3대대 장소로! 부상자는 후퇴시켜 라!" 마치 회전하듯 3대대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3대대는 거센 기세로 후 퇴하는 캐디시의 뒤를 쳤다. 그러나 로엘라인 장군이 명령한대로 그 들을 슛아 중부대로 윗쪽으로 올라가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다. 캐 디시의 후퇴는 정말 빨랐다. "머리위다! 조심해!!" 3대대는 멍하니 있다가 그만 하늘위에서 쏟아지는 화살의 공격에 몇 명이 쓰러지는 불상사를 당하고 말았다. 치고 빠지고, 하늘에서 공격 하는 3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격이었다. 디네즈는 상대의 장군 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었다. '잘하는데……' 그러나 생각도 잠시, 화살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캐디시 뒷 편에 늘어서 있던 무언가가 중부대로를 타고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 다. 그것은 마치 멧돼지처럼 생긴 수레였다. 그 수레의 끝에는 뾰족 한 창이 여러개 꽂혀 있었고, 좌우로 물러선 캐디시 전사들 사이로 무서운 기세로 3대대로 접근해 왔다. 방패를 하늘로 올리고 있던 선 두의 용병들은 어찌해볼 사이도 없이 그 수레에 꼬치처럼 꿰어버렸 다. 차례차례 난입하는 수레에 3대대의 절반정도가 무너져버린 것이 다. "후퇴다! 전열을 정비하라!" 로엘라인 장군의 고함도 헛되이 3대대는 그냥 무너져버렸다. 4대대 와 통합한 이후 움직임이 느려진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3대대의 인원이 300명 그대로였으면 아마도 그 수레는 그냥 용병대 사이를 뚫고 지나갔을 것이다. "와아아아!" 함성이 울리며 캐디시 전사의 3차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난전 이었다. 품자 진형이고 뭐고 모두가 어우러져 죽고 죽이는 연출이 시작되었다. 원래 난전은 군사가 많은 쪽이 유리한법……용병단은 하나씩 하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디네즈는 매우 효과적으로 상대를 해치우고 있었다. 디네즈의 스피 릿 스워드가 지나간 자리에는 수많은 캐디시 전사들이 시체로 변해 있었다. 토오르와 그들의 동료는 서로 등을 맞댄채 공격과 방어를 적절히 섞어가며 상대를 요리하고 있었다. 한사람이 나서서 상대의 무기를 막으면 다른 사람이 그들의 목을 벤다. 분명히 정정당당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그런것은 별 문 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디네즈와 토오르가 잘 싸운다고 해서 상대의 전력이 쇠퇴하 는것은 아니었다. 용병단은 후퇴하고 있었다. 캐디시의 돌파력에 의 해 점점 둘로 나뉘어 뒤따라 달려온 아마란스 궁병대에 의해 하나씩 주살되고 있었다. 디네즈는 이를 악물었다. '져서는 안돼……바타쿠를 이끌어 낼때 까지는……' 마침 달려드는 캐디시의 전사 셋을 단번에 잘라버리고 디네즈는 하 늘을 향해 길게 소리쳤다. "……자카드!" 키에에에! 디네즈의 부름과 함께 조금 떨어진 숲에서 갑자기 자카드가 튀어나 왔다. 자카드는 나오자마자 그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슴깊이 숨 을 들이켰다. 이빨 사이로 넘실거리는 불꽃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후퇴다!" 당황한 적군이 외쳤지만 이미 자카드의 입이 활짝 벌려진 뒤였다. 쿠아아아 넓게 확산된 자카드의 브레스가 밀집한 아마란스 궁병대와 캐디시 전사들을 한순간에 통구이로 만들어버렸다. 한번의 브레스에 30여명 의 적군이 쓰러져갔다. 자카드는 브레스로 그들의 움직임을 묶어버린후 디네즈의 근처로 날아왔다. 디네즈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자카드의 등 위에 올라섰다. 자카드는 그와 동시에 하늘을 향해 길게 울어젖혔다. 키에에에!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드래곤 피어가 아마란스 군대의 발걸음을 막아버렸다. 디네즈는 자카드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너는 중부대로 윗쪽의 적들에게 날아가 전부 구워버려라. 화살 하 나라도 날아온다면 네 머리를 잘라버리겠다!" "알겠습니다, 나이트." 자카드는 날개를 펄럭이며 중부대로 윗쪽에서 주둔하고 있는 아마란 스의 진지로 날아갔다. 당황한 아마란스 군대의 소란이 들렸지만 그 것도 잠시, 자카드의 브레스는 일순간에 그들을 통구이로 만들고 있 었다. 디네즈는 자카드의 등 위에서 뛰어내림과 동시에 데블스 스피릿 스 워드와 강투기를 동시에 뽑아들고는 용병대와 맞선 적 군대의 맨 뒤 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친듯이 두 검을 휘둘러 상대를 조각 내버렸 다. "괴물이야!" 공포로 가득한 캐디시와 아마란스 병사들이 후퇴하려 했지만 디네즈 의 검 아래 모두 목숨을 버려야 했다. 앞뒤에서 공격을 받은 아마란 스 병사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상대에게 드래곤이 있다는 사실 이 엄청난 패닉상태로 접어들게 한 것이다. 물러섰던 용병단과 뒤에 서 지원하던 다크메이지 사단이 난입해 들어왔다. 그리고 하나하나 확실하게 적을 죽여갔다. 디네즈는 이미 300명이 넘는 상대를 조각내고 있었다. 디네즈는 상 대의 목을 자르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무자비하게도 몸을 두조각 내 거나 내장이 튀어나오도록 비스듬이 몸을 토막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공포……디네즈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었다. 겁을 먹고 도망치는 상대는 없애기 쉽다. 특히 공포가 전염되기 쉬 운 전장에서는……그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버지였던 바타쿠에게 서 배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주효해 용병단에 난입했던 적 은 단 한명도 남지않고 주살되었다. "우와아아아!" 용병단은 디네즈를 둘러싼채 기쁨의 함성을 질러댔다. 디네즈는 가 쁜숨을 몰아쉬며 피에 젖은채로 눈을 들어 중부대로 윗편의 적을 바 라보았다. 자카드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카드의 뒷편으 로 시커멓게 타버린 적군의 모습이 보였다. '……참혹하다……' 디네즈는 기쁘기보다는 슬퍼졌다. 왜 그런지는 알수 없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만은 깨달을수 있었다. 디네즈……자신은 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디네즈는 자신의 곁에 날아앉은 자카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자카 드는 머리를 수그린채 그렇게 디네즈의 옆에 앉았다. 디네즈는 부드 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몹쓸짓을 시켰구나……미안하다……" "……" 자카드는 눈을 잠시 둥그렇게 만들었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리깔았 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려 디네즈의 손에 머리를 기대었다. 1만 2천 대 3천……로메오 대륙 역사상 가장 참혹한 학살전으로 기 록된 전투는 이렇게 1시간 20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것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전쟁묘사는 즐겁습니다.....성격적 결함 때문이겠죠...^^ 앞으로도 수많은 비평메일 부탁드립니다.....시로코님 덕분에 글이 더 재미있게 변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60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5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3 12:11 읽음:757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5 by 유 민 수 45. "그게 무슨 소리인가?" 후안 프레슬리 공작은 잠시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게 아닌가 생 각도 해 보았지만 전령이 전해온 소식은 정말 의외의 결과였다. 후 안은 귀가 어떻게 되지 않았나 사실여부를 확인해 보기위해 홀에 남 아있는 다른 장군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모두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 믿을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아마 후안 자신도 그럴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조금씩 나빠졌다. 후안은 작전 회의실로 쓰고있는 데버룬 공국의 접견용 홀에 앉아있 었다. 열흘에 걸친 데버룬 수도 공략끝에 로드리게스를 잡아 참살하 고 이곳을 접수할수 있었다. 다음 목표는 해상왕국이라 불리는 테베 였다. 아마란스 공국의 남아있는 상대중에는 가장 강한 적이고, 그들 과 전쟁을 벌일때 지형적인 잇점을 얻기위해 이바이더 공국에 1만 2 천이나 되는 대군을 보낸 것이었다. 그런 나약하고 웃기는 공국은 후안 자신이더라도 반나절이면 쓸어버릴수 있다고 장담하고, 장군들 중에서 제일 돌파력이 뛰어난 하켄 장군을 보낸 것이었다. 승리를 장담하고 있었기에 전령의 보고는 정말 뜻밖이었다. "하켄 장군님은 전사! 1만 2천의 병력중 살아 돌아온 인원은…… 백명 안팎입니다." "……" 천천히 후안의 머릿속으로 실감이라는게 느껴졌다. 1만 2천에서 돌 아온게 백명 안팎……이라는 말은 거의 전멸이란 소리였다. 전멸? 1 만 2천의 대단위 부대가 단 3천의 오합지졸에게 전멸? 후안의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세한 보고를!" "넷! 품자 형으로 방어진을 구축한 이바이더 공국에게 하켄 장군은 방추형 돌격진으로 대응, 초기 접전에서 적 병력의 30퍼센트를 소진시켰습니다." "……" "……그런데, 적의 반격에 우리는……1만여명을 잃었습니다." 홀 전체의 공기가 싸늘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후안은 천천히 숨을 들이키고 가볍게 기침도 해 가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전령 도 그런 후안의 기분을 눈치챘는지 머리를 푹 수그리고는 바닥에 엎 드려 있었다. 그러나 후안의 분노는 그만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후 안은 괴성을 지르며 근처의 탁자를 때려부수고 갑옷을 집어던져 버 렸다. 후안 근처에 서있던 병사 하나가 갑옷에 맞아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장군들은 분분히 후안의 공격을 피하고 얼마간 그렇게 날뛰 던 후안은 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분노로 가득한 목소리로 전령을 질 타했다. "그 소리를 나보고 믿으란 말인가! 3천도 안되는 적의 반격에 1만 명을 잃어? 캐디시 전사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후방에 포진하고 있는 궁병대까지 잃는다는게 말이 돼? 그녀석들이 무슨 드래곤이 라도 된다는 말이냐앗!" "……저, 저……" "말을해! 보고를 하란 말이야! 지금 네 말이 정상으로 들리냔 말이 야, 이 멍청아!" "……그렇습니다. 상대는 드래곤입니다!" "……" 후안의 분노는 일순간에 사그라져버렸다. 장군들의 얼굴에서 썰물처 럼 핏기가 사라져버렸다. 후안은 의자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전령은 계속 보고를 해 나갔다. "적의 군대에 레드 드래곤이 있었습니다. 적들은 최대한 우리들을 접근시킨 후 레드 드래곤을 출현시켜 강력한 브레스로, 아 저…… 그게……" "……구워버렸군." 냉정하지만 차가운 목소리였다. 후안의 시선이 눈앞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그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검은갑옷으로 완전무장한 한명 의 장군과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여자 마법사였다. 블랙나이트 파르 테논과 블랙메이지였다. 아마……드로이얀이란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파르테논은 팔짱을 낀 상태로 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는 마치 산책 하는 사람이 할만한 여유로운 어조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번의 반격에 1만의 희생……드래곤이 아니면 불가능하겠지." "……그렇습니다. 레드 드래곤이었습니다." "크기는?" "어, 저……컸습니다. 인간의 다섯배 정도……" "……제너럴 타입이군." 파르테논은 후안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다크메이지 사단에 드래곤의 참전은 기록되지 않았소, 후안경." "나도 그 보고는 받았소이다, 파르테논. 다크메이지 사단에 드래곤 같은건 애초부터 없었소. 잭슨은 유일하다고 할만큼 드래곤이 없 는 지역이니까." "……어디에서 나왔을까……" 여유로운 목소리였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이 오싹 돋게하는 어투였다. 파르테논은 시선을 옆에 서있는 블랙매지션에게로 옮겼다. "드로이얀, 너라면 아마 알고 있을듯 하다만……" "네, 아버지." 드로이얀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너럴 타입의 레드 드래곤, 분명 마경의 '샤갈의 이빨'이란 봉우리 근처에 사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드래곤의 활동영 역으로 계산해 보더라도……많아야 그 수는 백마리일 뿐이고 그 것도 마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잭슨에 사는 드래곤은 아 닙니다." "그렇겠지. 그렇다면 어디에서 왔을까……" "드래곤이 레어를 떠나는 것은 극히 드문 일……레드 드래곤의 습 성은 잘 알려진바 없지만, 드래곤의 일반적인 습성으로 볼때, 그 제너럴 타입의 레드 드래곤은 두가지 이유중 하나로 잭슨으로 내 려왔을 겁니다." "……" "그 첫번째는 세력권 문제……어쩌면 새로 태어난 어린 드래곤이 성년이 되어서, 살 곳을 찾다가 내려온 경우입니다. 하지만 1만명 을 단숨에 구워버릴 브레스를 가진 드래곤이 해츨링일 경우는 전 무합니다. 따라서 그 드래곤이 남하했을 이유는 단 하나, 타의에 의한 명령……" "명령? 드래곤이 명령을 받는단 말인가?" 후안의 반문이 들리자 드로이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풍만한 크림색 머리카락이 조금 로브 밖으로 흘러나왔다. "……제너럴은 에인션트에 의해 지배를 받습니다. 고룡, 다크메이 스 헬파이어의 명령이라면……세력권에 관계없이 남하할 가능성 이 있습니다." "……그건 아닐게다." 파르테논이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드로이얀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파르테논은 조금은 즐거운 듯한 어조로 대답했다. "다크메이스는 인간들의 일에 끼어드는 취미같은건 없어. 명령을 내린다 하더라도 분명 다른 녀석이다……" "그럴리가요. 레드 드래곤을 움직일만한 고룡은 다크메이스를 제외 하고는 없어요. 풍룡왕 아드리안이라 하더라도 레드 드래곤의 행 동을 통제 할수는 없는 일……" "아니, 네가 모르는게 있구나. 분명 레드 드래곤에게 있어 절대적 인 복종이 필요한 녀석이 하나 더 있지." "……그게 누구죠, 아빠?" "집안싸움이 될것 같군." 파르테논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빠진듯한 모습에 드로이얀을 비롯한 다른 장수들도 침묵을 지키며 기다렸다. 한참의 시간이 지난뒤에야 파르테논은 몸을 일으켜 천천히 홀을 빠져나갔 다. 드로이얀이 묵묵히 그 뒤를 따르자 당황스러워진 것은 후안이었 다. 후안은 다급한 목소리로 파르테논을 불렀다. "파르테논 장군! 설명은 해 줘야 하지 않겠소!" "……" "파르테논 장군!" 파르테논은 홀 문을 나가기 직전 낮게 대답했다. "드래곤 나이트……그것외엔 없소." "……" 홀 문이 닫히고 파르테논과 드로이얀의 모습은 사라졌다. 후안은 창 백해진 얼굴로 의자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었다. 드래곤 나이트…… 그것의 공포는 잭슨의 역사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잭슨의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드래곤 나이트는 수룡왕 가베라의 드래곤 나이트라는 라후즈 폰 칼라일이었다. 레드 드래곤을 타고 일개 군단을 전멸시켰 다는 기록은 드래곤 나이트의 무서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잭슨의 어린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도 드래곤 나이트였을 만큼, 그것의 공포는 절대적이었다. "이런일이……" 후안은 기절하고 싶었다. 최소한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강인한 그의 정신은 기절이라는 탈출구를 향해 달리지는 않았다. 그 저 끔찍한 공포로 인해 영혼이 얼어붙는것을 체험할 뿐이었다. 전령은 그제서야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마무리지었다. "적의 용병단에……검은 머리카락의 여성이 드래곤을 조종하는듯 보였습니다. 그녀는……일격에 우리 병사를 조각조각으로 토막내 버리는 잔혹한 짓을……" "……" "그녀에게만 400여명의 병사가……죽음을 당했습니다." "……학살이야." 후안은 중얼거리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눈에서는 총기라곤 찾 아볼수 없었다. "학살자다……학살자……인간이 아니야." 이바이더 공국의 성채는 매우 단순하고 실용적인 모습으로 이바이 더 공국의 정 중앙에 서 있었다. 본래 감시용 망루로 시작된 성채는 이후, 실용적인 성격의 영주가 계속 개보수를 거듭하면서 현재의 모 습으로 성장했고 그 사실은 이바이더 공국의 영주라면 누구나 사치 스러운 것을 멀리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제 같은것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디네즈는 성채의 가장 커다란 망루의 꼭대기에 자리한 작은 방의 발코니에 서있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었고 사방이 탁 트인 장소라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였다. 그녀의 왼쪽에 다른 넓은 망루 위에는 자카드가 편하게 누운 상태로 쉬고 있었다. 돌로 된 방은 드 래곤에겐 요람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듯 했다. 디네즈가 있는 방에는 네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한명의 리자 드맨과 세명의 인간이었다. 다크메이지 사단의 사단장 칼로스와 제 이크 크렌빌 자작, 용병대 대장인 로엘라인 장군과 은색 플레이트 메일로 무장한 토오르였다. 그들은 돌로 된 원탁에 앉아 디네즈가 자리에 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디네즈는 밖을 내다보며 선 상태 그대로 차가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잘도 속이셨군, 토오르 폰 라이트 공작……" "미안합니다, 드래곤 나이트." 토오르는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비록 디네즈가 보고 있지는 않 지만 그는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고 있었다.그것은 다른 세명도 마찬 가지였다. 그들이 디네즈를 바라보는 시선은 단 하나, 경외감 뿐이었 다. 토오르는 미안하다는 투로 디네즈의 질타에 대답해갔다. "……처음 만난 사람을 완전히 신뢰할수는 없었습니다." "……" "쓸모없는 인간이긴 하나, 이바이더 공국은 제 이상이 담겨있는 곳 입니다. 섣불리 정체를 드러냈다가는 파르테논 장군의 자객에 저 격당할 테니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사과는 이제 그만하시오, 토오르." 디네즈는 천천히 몸을 돌려 원탁에 다가와 앉았다. 토오르를 비롯한 나머지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제이크 크렌빌 자작이 조금은 더 듬거리는 어투로 디네즈에게 말을 건넸다. "드래곤 나이트께선……어떤 일로 이곳까지 오신 겁니까." "……직접 손을 봐줘야 될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누구인지 알려주시면 최대한 돕겠습니다. 드래곤 나이트께선 저희 들의 은인이시고……" "그만하시오, 크렌빌 자작." 디네즈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일단은 예의를 갖춰서 계속 치하의 연 설을 늘어놓으려던 제이크를 저지했다. 제이크는 입을 다물고 뒤로 물러나 버렸다. "나는 인사나 듣자고 이곳에 온게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싸우게 해 주는겁니다. 적들을 한방 먹여버릴 제대로 운용 할 좋은 군사가 필요하죠. 내가 굳이 이곳까지 여러분들을 만나려 온 것은 바로 그점 때문입니다. 손봐줄 녀석이 적군에 있는것을 감사하시길……" "……파르테논 장군입니까?" 토오르가 틈을 놓치지 않고 반문했다. 디네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자 토오르의 얼굴이 눈에띄게 밝아져갔다. "……신에게 감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저주를 해야 하는것인 지……적군에게 파르테논 장군이 있다는 것은 유감이지만 덕분에 드래곤 나이트께서 힘을 빌려주는군요. 허 참……" "당분간 내가 지휘를 맡겠습니다, 토오르." "원하시는 대로 해 주십시오. 저희들로서는 대 환영입니다." 토오르는 기분좋게 대답했다. "……드래곤 나이트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의 진형은 허술했습니 다. 대단위 군대에 단순한 품자 진형이라는 것은……무리가 있었 습니다." "진형이 문제가 아닙니다. 요점은 부대의 운용면이 약점이었죠." 디네즈는 무겁게 반문해갔다. "……품자 진형의 약점은 전진후퇴가 어렵다는 것, 따라서 강력한 방어진 구축을 위해서는 병력의 운용이 필수인데 300명 단위로 구성된 부대의 병력수를 500명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초보적 인 실수입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멍청해서……" 얼굴이 싯뻘개진채 로엘라인 장군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러나 디 네즈는 그를 책망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니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일단, 용병들과 다크메이지를 잘 섞어 적의 군단에 대비할 부대를 만들어야 합니 다. 그러니 다크메이지의 병력상황을 명확하게 전달해 주십시오, 칼로스 장군." "알겠습니다. 드래곤 나이트." 칼로스는 가느다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대답했다. 리자드맨 특유의 살기 같은것은 보이지 않았다. 인간과 리자드맨의 혼혈이라고 듣기 는 했지만 실제로 보는것은 디네즈도 처음이었다. 디네즈는 칼로스 에게 말을 건넸다. "칼로스 장군. 장군께서는 부대원들의 특징과 능력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일단 공중부대와 지상부대로 나누시고, 마법사와 전사들 을 구분해 주십시오. 로엘라인 장군은 남은 용병들과 민병대를 모 아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가르쳐드린 대로 2인 1조의 전투방식 을 숙지시키세요. 적들은 조만간 다시 쳐들어 옵니다. 그 전에 어 느정도 정비를 새로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옵니까? 그들이?" 제이크가 질린듯한 얼굴로 반문했다. 행정업무만을 전문적으로 집행 했다는 사람답게 전쟁에 대해서는 알레르기같은 반응을 보였다. 디 네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아마 그들은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겠 죠……운이 좋으면 다음번 회전때 파르테논 장군을 만날수 있겠 지만 그정도로 둔한 머리를 가진 놈은 아닐테고……" "……그런가요……" "아뭏든 모두 총력을 기울여 주시길. 어서 시작하십시오." 칼로스와 로엘라인 장군은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뒤 총총히 문 밖으 로 빠져나갔다. 다시 생각에 빠지려는 디네즈를 토오르가 조심스레 불러세웠다. 토 오르의 얼굴에는 우려하는 빛이 가득했다. "뭡니까, 라이트 공." "……토오르라고 불러주십시오, 레이디. 저기……괜찮으시겠습니 까?" "……" 디네즈는 토오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할수 있었다. 그는 지금 중부 대로에 놓아두고 온 카뮤일행을 말하는 듯 했다. 디네즈의 냉정한 얼굴에 다시 그늘이 졌다. "……I찮습니다." "이런말 하기는 염치없지만, 그분들의 도움은 큰 전력이 될듯 합니 다. 누가 뭐래도 드래곤 나이트 아닙니까." "……" "……" "토오르." "말씀하십시오, 레이디." "……정말 염치없는 발언이군요." "……" 냉혹하게 질타하는 디네즈의 말에 토오르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 다. 디네즈는 토오르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다시 시선을 창 밖으로 옮겼다. 멀리 보이는 중부대로는 전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다. 자카드의 브레스에 의한 피해가 제일 커 보였다. '……카뮤……'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것을 디네즈는 느낄수 있었다. 디네즈는 애써 그 감정을 털어버리며 다음번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녀의 머릿속에 새로운 군대의 모습이 점차 형성되고 있었다. * * * 다음 전투를 기대해 주세요……새로 등장한 드로이얀에 대해서는 아 시죠? 바타쿠가 디네즈를 버리게 된 결정적인 동기를 제공한 여자아 이 입니다. 대체 그녀석은 무슨 생각으로 드로이얀을 데리고 사라졌 을까……정말 모르겠네요.(작가도 모른다니....어쩔 셈인가!! ^^)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61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6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3 12:11 읽음:767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6 by 유 민 수 46. 디네즈는 이바이더 공국의 군제의 개혁에 착수했다. 그녀가 내놓은 방안은 아주 단순한 것이었다. 부대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자……라 는 병법의 기초였다. 물론 이바이더 공국의 병사 수는 아주 적었지 만 적어도 키클로프의 동맹국들이 지원병력을 보내올 때 까지는 기 다려야 했다. 따라서 강하고도 효과적인 집단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수를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살아남은 키클로프의 동맹국은 사일러스, 헤드본, 아시모프로 모두 셋, 작은 군소 집단이었지만 좋은 지형조건을 무기로 상대에 맞서 싸우자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었다. 디네즈는 다크메이지 사단의 날 개달린 마물을 선출해 그들에게 가능한한 빨리 오라는 통지를 띄우 고 몸이 작고 날쌘 마물 몇몇에게 적의 전황을 보고 오게 했다. 드래곤 나이트의 위명이 펼쳐진 뒤라 그들은 두말없이 복종했고 전 황을 살필 스파이는 숲속 이동이 빠른 다크엘프족이 선출되었다. 다 크엘프는 지체없이 출발했고 디네즈는 칼로스와 로엘라인의 보고를 바탕으로 부대를 개편해갔다. 부대 단위는 50명 단위로 나누고 그 안에 마법사와 전사, 그리고 마물을 적절히 배치시켰다. 마법사의 비율이 월등히 많은것이 조금 문제였지만 용병과 섞어놓자 어느정도의 비율이 충분하게 갖춰질수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해도 40명이나 남았지만 그들을 억지로 섞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디네즈가 생각하는 부대는 개개인의 능력에 기대기 보다는 집단적인 움직임을 더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디네즈가 이바이더 공국의 군사들에게 가르친 진형은 '드래곤 스케 일'이라는 진법으로, 마경에서 많이 애용하던 진법이었다. 각각의 부 대를 '스케일'이라고 부르며 진형의 앞부분은 완만한 방추형에 뒷편 은 뾰족한 형태를 띄고있는것이 마치 드래곤의 비늘을 연상시킨다. 물론 마경에서는 각 부대가 한명의 라이컨슬로프였지만 이론을 충분 히 숙지하고 있던 디네즈였기에 대단위 병법으로의 전환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과연 디네즈의 구상대로 '드래곤 스케일'의 전법은 예상외의 힘을 발휘했다. 5개의 '스케일'과 일반 진형으로 싸운 부대와의 모의 전투 에서 '스케일'은 놀랍도록 빠른 움직임으로 적을 교란하고 휘저어 놓 았던 것이다. 미쳐 날뛰는 한마리 피라니아처럼, '스케일'들이 디네즈의 명령에 따라 재빨리 합쳐지다가 다시 분리되고, 또한 물러서고 나가는 것이 한마리의 드래곤이나 물고기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디네즈는 나머지 병력도 '스케일'로 전환시켜 군사들을 훈련시켜갔고 어느정도 움직임 이 훌륭해졌을 무렵 밀정으로 파견되었던 다크엘프가 돌아왔다. 다 크엘프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다크엘프는 접견실에서 부 대의 움직임을 향상시킬 방법으로 고민하던 디네즈에게 다가와 허리 를 굽히며 보고를 올렸다. "돌아왔습니다, 드래곤 나이트. 보고를……" "……좋다." 디네즈는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는 복잡한 서류뭉치에서 시선을 떼었 다. 다크엘프의 검은색 튜닉이 여기저기 찢어져 있는것이 상당한 거 리를 달려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다크엘프는 홀 바닥에 무릎 을 꿇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서쪽 약 3일 정도의 거리에서 적이 다가옵니다. 수는 2만 5 천……선봉장은 미하엘 바르가로프 장군으로 캐디시 공국 출신입 니다." "……2만 5천이라……곤란한 녀석이야." 디네즈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워올렸다. 그러나 그 미소는 보이기 가 무섭게 다시 사라져버렸다. 디네즈는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적의 병력은 어떤가?" "……예의 대단위 군대를 기본으로 다수의 마법사가 포함되어 있 습니다. 약 5천에 달하는 아마란스의 궁병대가 연노(連弩)를 운반 하고 있었습니다. 드래곤에 대한 대비책인듯 싶습니다." 성벽을 파괴할때 사용하는 투석기인 연노를 가져온다는 것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카드에게 대항해 보겠다는 속셈인듯 했다. 5천명이 운 반한다면 최소한 300기는 될테고……하늘을 뒤덮은 돌멩이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지나갈 드래곤은 최소한 로메오 대륙에는 없었다. 아 드리안이나 다크메이스라면 워낙에 튼튼한 녀석들이라 모르겠으나 제너럴 타입의 자카드에겐 꽤 위협적인 무기였다. "……조금 힘들겠는데." 디네즈는 시선을 천천히 돌려 탄식을 터트린 토오르를 바라보았다. 토오르는 디네즈가 어디에 가던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디네즈 가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주면서 군사들의 훈련에 많은 신경을 썼 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디네즈는 그와 함께 남아도는 마법사들의 운용방법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펄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접견실의 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발코 니를 통해 가고일 두마리와 하피 하나가 들어오고 있었다. 붉은색의 깃털에 인간의 얼굴을 가진 하피는 던젼에서나 볼수있는 마물이다. 그러나 이바이더 공국에는 약 20여마리가 있었다. 그들은 전쟁이 일 어나기 전에는 마을의 우편배달부였다고 했다. 로무스와 레물로스였던가? 디네즈는 이바이더 공국에 둘밖에 없는 가고일의 이름을 기억해 낼수 있었다. 20년째 마을 포목점에서 옷을 팔던 녀석들이었는데 이바이더 공국이 침략을 받자 자원해서 다크메 이지에 입단했다고 했다. 평화롭게 살았던 것 치고는 울퉁불퉁 솟아 있는 근육을 보면 오래된 고성에서 방금 나온 놈들처럼 보이기도 했 다. 그들은 다크엘프처럼 디네즈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로무스가 정중한 어투로 보고를 올렸다. "다녀 왔습니다, 나이트." "……수고했다. 성과는?" "사일러스는 참전에 동의……병력 2천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다른 쪽은?" "헤드본도 동의했습니다만……자국내 사정이 좋지않아 군량을 지 원한다고 합니다." 레물로스가 디네즈의 말을 받아 대답했다. 토오르가 흥 하며 불쾌해 하는 기분을 드러냈다. 디네즈는 시선을 토오르에게 돌렸다. "왜 그러시죠?"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 헤드본의 철갑기사단은 용맹하고 충 성스럽기로 잭슨에서 제일입니다. 아마 바이서스 용병과 맞서도 이길텐데, 그런 헤드본 국내 사정이 안좋다는 허튼 소리를 하는군 요. 이 위급한 상황에 군량으로 때우다니……" "……앞날을 생각해 두자는 게로군요." 디네즈는 비웃음을 흘렸다. "만일 이바이더 공국이 진다면, 그들은 철갑기사단을 통째로 들어 서 아마란스에게 바치겠죠. 아마란스도 철갑기사단을 원할테 니……좋은 강화조건을 맺을수도 있겠어요." "……그건 기사도에 어긋나는 비열한 행위입니다." "전쟁에 비열한게 어디있어요?" "……" "계속 보고나 들읍시다." 디네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피는 디네즈의 허락이 떨어 지자 머리를 조아리며 보고했다. "아시모프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약 세시간 후면 아이작 공 이 직접 은빛기사단을 이끌고 도착할겁니다." 토오르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디네즈에게 말했다. "기사도의 표본같은 분입니다. 불의를 보면 못참는 성격이시죠." "쉽게말해 앞뒤 안가리는 멍청이란 뜻이군요. 최전선에 배치하면 딱 좋겠어요." "……" 디네즈의 혹평에 토오르는 할말을 잃고 뒤로 물러나버렸다. 기사도 라는 말을 들으니 문득 디네즈는 디트리히가 생각났다. 만일 아이작 이란 사람이 디트리히의 반만 닮았어도 어지간히 고지식한 기사일것 이 틀림없었다. 대저 기사란 인간들은 제일 다루기 쉬운 집단중에 하나였다. 다만 전쟁에서 기사단은 제일 쓸모없는 존재이기 쉬웠다. 국왕이 명령만 내리면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목숨을 바쳐 상대를 없애려 노렸다. 그 충성심은 높이 살만하지만 반대로 그 특징을 이용한 반격이나 함정 에 잘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대단위 군대에서는 어느정도 활약이 가능하지만 '드래곤 스케일'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는 부대였다. 디네즈는 낮은 목소리로 보고를 마친 전령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내 직속 전령으로 임명한다. 돌아가 대기하도 록." 전령들이 깊숙히 머리숙여 예를 표하고는 물러났다. 디네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나갔다. 저녁무렵의 스산한 바 람이 디네즈의 복잡한 기분을 달래주는것 같았다. 전쟁……이제는 돌이킬수 없는 상황이었다. 토오르가 몇차례 자신을 부르는 것을 들 었지만 디네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다른 존재가 들어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가운 눈초리……검고 윤기나는 털로 뒤덮인, 마경 최고의 전사 바타쿠……. 그리고 크림색 머리카락에 오들오들 떨며 디네즈에게 매달리던 동생, 드로이얀. 보고에 의하면 그들은 이번 원정군 안에 없다고 했다. '무슨 생각인지……' 디네즈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리며 완전히 모습을 감춰버린 태양을 노려보았다. 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파르테논은 데버룬의 성 안에있는 높은 탑을 하나 통채로 사용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드로이얀의 마법연구'가 이유라고 했지만, 실제로 드로이얀이 그 안에서 마법연구를 한 적은 없었다. 파르테논은 어두워진 밖을 바라보았다. 동그라니 파랗게 보일 정도 로 음산한 달이 허공에 떠 있었다. 파르테논은 그 달을 올려보다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디켈……" 파르테논은 천천히 머리위에 둘러쓴 검은 투구를 벗어버렸다. 투구 안쪽에서 길고 검은 털로 덮인 늑대의 머리가 서서히 드러났다. 길 게 나있는 흉터는 왼쪽의 눈동자를 눈꺼풀 안쪽에 묶어두고있었고, 나머지 눈에서 달빛처럼 푸른 안광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늑대의 머 리……바타쿠였다. 바타쿠는 탑의 망루에 선채로 고개를 돌려 뒷편 의 침대에 누워있는 드로이얀을 바라보았다. 드로이얀은 마치 죽은듯이 누운채로 잠들어 있었다. 창백한 안색이 무척 수척해 보였지만 그런 드로이얀을 보는 바타쿠의 시선은 별로 걱정하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바타쿠는 드로이얀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드로이얀의 얼굴에 흘러내린 크림색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이마위로 쓸어올렸다. 드로이얀이 조금 꿈틀하고 움직이는듯 했지만 아직 잠 에서 깨어나지는 않았다. "……아직도 살아있는가.' 바타쿠는 중얼거렸다. "……놀라운 생명력이야. 역시 이 아이도 제 오빠처럼……강한 생 명력을 가졌어." 바타쿠는 왼손을 뻗어 봉긋 솟아오른 드로이얀의 가슴위에 가만히 대었다. 가슴이 조금씩 위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바타쿠는 가슴에 손을 올려놓은채로 낮은 어조로 주문을 외워갔다. "AMARANS THE LIMITE OUS THE RONA BIN……" 바타쿠의 손을 통해 드로이얀의 심장에서 강한 마력이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타는 불길처럼 뜨거운 마력이었으나 그것은 바 타쿠의 몸 속에서 물결치듯 흘러들어와 바타쿠의 주문을 통해 허공 에 하나의 불덩이가 솟아올랐다. 그 불덩이는 갑자기 환하게 타오르 며 그 가운데에 뚜렷한 영상을 그려냈다. 커다란 도시국가……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성이 하나 솟아있다. 바 타쿠의 주문이 계속되고 허공의 영상이 점차 성으로 다가갔다. 성의 망루에 한명의 여성이 서 있었다. 검은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눈가에 작은 주름을 짓고 무언가 고민하는 듯 했다. 무서 우리만치 단정한 얼굴표정에 별다른 감정이 떠올라있지 않았다. 그 녀의 뒷편으로 잠들어있는 레드 드래곤의 모습도 보였다. 디네즈와 자카드였다. 바타쿠는 주문의 영창을 끝내고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디켈……" 바타쿠는 큭큭큭 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부드러운 눈매로 디네즈를 바라보았다. "많이 성장했구나……나도 이젠 디네즈라고 불러야 겠어." 그러나 영상속의 디네즈는 바타쿠의 말을 듣지 못하는것 같았다. 한 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몸을 돌려 성의 안쪽으로 들어가버렸다. 바타 쿠는 영상을 조금씩 이동시켜 디네즈가 앉아있는 책상의 위로 시선 을 옮겨갔다. 그리고는 가볍게 오호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드래곤 스케일인가. 머리 많이 썼구먼……" 바타쿠는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푸른 그의 눈동자에서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은 누구도 볼수 없었다. 바타쿠는 드로이얀의 가슴에 대었던 손을 치웠다. 마력의 공급이 끊기며 허공에 떠올라 있던 불꽃은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져버렸 다. 바타쿠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망루의 발코니로 걸어갔다. 그리 고 그곳에 놓아둔 검은 투구를 다시 집어올려 머리에 썼다. 바타쿠는 사라지고 파르테논만이 남았다. 파르테논은 큭큭큭 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즐거운 듯이 입을 열었다. "싸울맛이 나는데……디네즈. 내 아들다워……아니, 이젠 딸네미로 군." 파르테논은 냉정한 눈빛으로 드로이얀을 바라보았다. 투시마법을 사 용한 후 드로이얀의 호흡이 한층 더 거칠어져 있었다. 가끔씩 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는듯 했지만 이내 조용해지며 다시 잠에 빠져들었 다. 바타쿠는 속삭이는 것처럼 중얼거렸다. "……이제 시간이 됐어. 이로서……" 이어진 말은 들리지 않았다. 바타쿠는 잠시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높은 탑을 천천히 내려갔다. 투구 사이로 그의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 * * 후아......제 2 차 잭슨 전쟁.....이 시작됩니다. 바타쿠가 생각하는 것 은 대체 무엇일까요? 드로이얀은 어째서 저렇게 잠이 들어 있는 걸 까요......아시는 분은 메일을 주십시오.(작가도 모른단 말이로군! 무 책임하긴.....^^) 1인치의 오점을 잡아라.....라이컨슬로프를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 제발 부탁이니 비평이나 감상 메일을 주세요. 팬레터의 약발이 떨어 지고 있습니다....오오....이러다가 의욕 상실에라도 걸리는 날에 는....(완전히 협박이다.....^^;;) 한 이틀간 연재를 멈춥니다......집안에 일이 있어서리.....아니, 어쩌 면 사흘이 될지도......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62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7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9/03 12:12 읽음:902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7 by 유 민 수 47. 이바이더 력 184년 9월, 이바이더의 5천 군대는 오열을 갖추어 천 천히 도시를 벗어났다. 정육각형의 진형이 서로 발을 맞추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제일 선두에서 말을 몰아가고 있는것은 토오르 폰 라이트 공작과 이바이더 공국 최고사령관으로 임명된 디네즈 다크메 이스였다. 디네즈의 머리위로 유유히 날아가는 자카드와 가고일, 그 리고 하피의 모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은빛 찬란한 갑옷을 입은 초로의 노인이 따르고 있 었다. 아시모프 공국의 아이작 폰 작센 공작이었다. 그의 뒤를 1천이 조금 넘는 은빛 기사단이 따르고 있었다. 은빛 기사단에는 문장이 없었다. 아무런 장식이 없이 그저 은으로 겉표면을 씌웠을 뿐인데도 그 갑옷 자체가 문장처럼 드러나고 있었다. 은빛 기사단의 뒤는 나란히 정렬한 혼합부대가 따르고 있었다. 행 군용 진형이어서 잘 드러나보이진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어느정 도의 행동 통일이 보이고 있었다. 각 '스케일'간의 움직임이었다. 스 케일간의 행동통일은 1달여동안 계속된 훈련으로 이뤄진 놀라운 성 과였다. 1천 5백으로 구성된 제 1 진의 정 가운데에 회색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로엘라인 장군이 있었다. 장군은 낮은 구령으로 1진의 모든 행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이어진 2진의 경우도 비슷 했다. 2진의 가운데에 칼로스 장군이 있다는 것만이 다를 뿐이었다. 다만 그 뒤를 잇는 마지막 1천명의 3 진은 뜻밖에도 통솔자가 없었 다. 온몸을 커다란 갑옷으로 감싼 병사들이 발을 맞추어 천천히 2진 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한손에는 커다란 할버드를, 다른 손에는 길 쭉한 방패를 들어 무거워 보였지만 그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바이더의 군사들이 중부대로를 빠져나오는 데는 반나절 남짓이 걸렸다. 모든 병사들이 나온것을 확인한 디네즈는 하늘을 향해 고함 을 질렀다. "자카드! 시작해라!" 키에에에! 자카드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자카드는 중 부 대로 양쪽으로 펼쳐진 능선을 향해 힘찬 브레스를 뿜어냈다. 쿠아아아 브레스에 직격을 맞은 능선이 폭발하듯 타올랐다. 자카드가 있는힘 껏 브레스를 뿜어내자 능선이 점차 허물어지며 중부대로는 산사태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이바이더 공국이 고립된 것이었다. 디네즈는 손을 들어 자카드를 물러나게 하고 토오르에게 말을 건넸 다. "괜찮습니까, 토오르" "……상관없습니다, 나이트." 토오르는 고개를 깊이 숙여 디네즈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바이더 공국은 침략을 받게 될 겁니다. 제가 스스로 물러남으로서 이바이더 공국은, 영원히 그대로 남아 있게 될 겁니다. 파르테논 장군은 군사라고는 한명도 없는 도시 를 굳이 공격할 멍청이는 아닐테니까요." "……" "일종의……배수진(背水陣)이지 않습니까." 토오르는 씁쓰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에게 있어서 이번 일전은 죽음을 눈앞에 둔 전쟁이었다. 뒤를 걱정하면 지게된다……만일 이 기게 되더라도 돌아올 생각은 없었다. 이번 전쟁에서 이긴다면 이바이더의 병력은 아시모프 공국으로 집 결될 것이다. 아시모프 공국을 기점으로 키클로프 동맹국이 모인다. 그리고, 망해버린 데버룬과 잘 버티고 있는 테베의 잔여 군사들을 집결시켜 아마란스-캐디시-앗소스 연합군을 깨트릴 심산이었다. 그 러기 위해서는 이바이더 공국이 안전해야 했다. 방위병력을 남기는 방법도 있겠지만 고작 5천의 군세로 2만의 대군과 맞서싸우면서 방 위병력을 할애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토오르가 취할수 있는 최 선책은 이바이더를 고립시키는것 뿐이었다. 디네즈는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힘차게 소리질렀다. "전군! 출정!!" 터뷸론은 이바이더 공국 서쪽으로 약 20킬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넓은 습지였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지독한 진흙에 독충과 독초들 도 다수 서식하고 있어 잡초와 나무들을 제외하면 생명이 보이지 않 는 불모지대였다. 이바이더 군사와 아마란스의 군사가 맞부딪힌 것은 이 터뷸론을 사 이에 두고서였다. 본래는 터뷸론을 경유해 약 10킬로 밖에 위치한 시온 평야에서 일전을 벌일 생각이었지만 이바이더의 전진속도가 워 낙에 빨라 그만 이곳에서 마주치고 만 것이었다. 미하엘 바르가로프는 멀리 보이는 적의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그들은 마치 부채모양처럼 펼쳐진 진형으로 터뷸론을 빠 져나가는 길을 모두 막고 있었다. 이래서야 전격적인 진격이 불가능 하다. 게다가 이바이더 군대의 허공을 유유히 날고있는 거대한 체구 의 최대 적……드래곤의 위용은 아마란스 군사의 사기를 땅끝까지 추락시킨 상태였다. "귀찮게 되었어……" 미하엘은 낮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거리가 떨어져서야 연노를 가져온 보람이 없었다. 군세는 나눠질수밖에 없고 나눠진 군세로 연노를 이동시킨다는 것은 꿈도 꿀수 없는 노릇이었다. "……부대를 터뷸론 밖으로 이동시킨다면." 신중한 목소리로 참모장 퓨로스가 진언했다. 그러나 미하엘은 고개 를 저었다. "터뷸론을 경유하려다간 저들의 추적을 받게 된다. 슛는자와 슛기 는자……그 압박감은 상대적으로 다르다. 더군다나 상대는 드래곤 이야." "……" 드래곤이라는 변수는 미하엘을 더욱 신중하게 만들고 있었다. 드래 곤 한마리는 약 2만 정도의 병력으로 계산할수 있었다. 비록 겉으로 보기엔 5천대 2만이었지만 실질적인 군세는 2만5천 대 2만인 것이 다. 급히 달려오는 발소리에 미하엘은 고개를 슬쩍 들었다. 전령 한명 이 다가오고 있었다. 전령은 미하엘의 눈앞까지 오자 무릎을 꺾으며 고개를 숙였다. "장군님. 파르테논 사령관님께서의 전언입니다!" "파르테논이?" 흥미로운 눈으로 미하엘은 전령이 내민 문서를 받아들었다. 문서에 는 몇개의 글자가 간단하게 씌여 있었다. 미하엘은 작은 목소리로 그것을 읽어나갔다. "터뷸론에서 싸워라. 1시간쯤 후엔 들어가도 될거다. 지면 죽는 다……라. 파르테논 사령관님 다운데……" "무슨 의미일까요?" "1시간 후에 들어가도 된다니……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모르겠 군. 설마하니 터뷸론 습지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는 말은 아니겠 지?" "……" 미하엘은 일단 군세를 한군데 모았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1시간 후 에 밝혀질 것이다. 미하엘은 대단위 군대를 마름모꼴의 거대한 돌격 형 방어진지 모양으로 구축했다. 총 4진으로 나뉜 이 진형은 적의 군세를 둘로 쪼갠후 각각의 변에 해당하는 진이 오목한 진형으로 상 대를 압박해 나가는 특징을 가진 것으로, 많은 수의 아군으로 적은 상대를 압박하는데 그 목표가 있었다. 미하엘은 군세를 대기시켜놓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자는 거야?" 같은시각, 디네즈를 비롯한 지휘관들은 공격을 개시할 시점을 놓고 생긴 이견을 좁히려 애를쓰고 있었다. 전혀 생산적이지 못한 논쟁의 시작은 은빛 기사단의 아이작 공이었다. 아이작 공은 흥분에 온몸을 떨면서 디네즈에게 강력히 주장해댔다. "우리 은빛 기사단을 우습게 보는 것이오? 이건 모욕이야!" 아이작은 왼손으로 칼자루를 꾹 눌러쥔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 다. 그러나 디네즈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하게 압 박해오는 칼로스 장군의 기백에 아이작이 한걸음 물러설 정도였다. 아이작은 수염을 부르르 떨었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디네즈는 냉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당신의 혈기는 높이 살수 있지만 저 늪을 말을타고 돌진한다는 것은 죽으러 가자는 소리나 다를바 없습니다. 일단 지형을 방패삼 아 지구전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무슨 소리! 충실한 기사에게 불가능이란 없소이다." "……" 디네즈는 짜증이 치밀어올라왔다. 기분같아선 하고싶은대로 돌진하 라고 싶었지만 아이작의 1천명은 현재 이바이더로서도 의지가 되는 병력이었다. 멋대로 잃어버리게 할수는 없었다. 더군다가 은빛 기사 단이란 사람들도 아이작과 별반 다를게 없는 멍청이라는게 더욱 디 네즈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현재로선 지형지물을 이용해 적의 전진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게 좋습니다. 적에겐 연노가 있어 자카드를 보낼수도 없는 입장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리들이 길을 열겠다는 소리 아니오." 아이작은 완강했다. "우리 기사단이 비록 헤드본의 철갑 기사단보다는 못하지만……현 재 아마란스 군대는 마름모형의 돌격부대……덩치가 큰 만큼 소 규모의 날카로운 진격에 약할수밖에 없소. 따라서 우리가 먼저 선 수를 쳐야 하는……" "그만하시오, 아이작 경." 보다못한 토오르가 중재에 나섰다. 토오르는 아이작과 디네즈의 사 이로 들어가 일단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신경전의 불씨를 끄려 했다. 토오르는 진지한 어조로 아이작을 설득해갔다. "미하엘 장군도 바보는 아닙니다. 그가 마름모형 돌격진을 형성한 데는 이유가 있을겁니다. 우리는 그들의 농간에 말려들어선 안되 요. 객관적으로 봤을때, 신중해야 하는건 우리입니다." "그러나……" 아이작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그로서는 토오르의 중재도 별로 마음 에 들지않는듯 했다. 그러나 그는 더이상 진격론을 주장하지 않았다. 갑자기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이 사방에서 울려퍼졌기 때문이었다.' 땅이 흔들거리며 장막의 천을 뚫고 강한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말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어지럽게 흩날렸다. 디네즈는 재빨리 일어 나 지휘용 천막을 빠져나갔다. 밖은 미쳐 날뛰는 말들을 진정시키느 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디네즈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다른 광 경이었다.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이럴수가……" 엄청난 불덩이였다. 세상을 끝장낼때 나타난다는 지옥의 불덩이처 럼 하늘에서 불덩이가 쏟아지고 있었다. 사람보다 조금 더 클 정도 의 싯뻘건 불덩이는 아주 높은 허공에서 터뷸론 습지로 떨어지고 있 었다. 습지에서 조금 벗어난 불덩이가 몇개 진지위로 떨어지곤 했지 만 불덩이의 낙하속도가 빠르지 않아 별다른 피해는 없어보였다. "말도안돼……" 귓가에서 경악에 찬 아이작의 비탄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문제 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습지의 물이 불덩이 때문에 말라가고 있었다. 강력한 열은 진흙으로 가득했던 터뷸론 습지의 대지를 단단 한 땅으로 조금씩 바꿔가고 있었다. 멀리 아마란스 군대에서 지르는 함성이 아련히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돌진을 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었다. "드로이얀……인가." 디네즈는 이를 악물었다. 디네즈는 하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자카드!" 키에엑 하는 드래곤의 울음소리와 함께 자카드가 디네즈를 향해 날 아내려왔다. 디네즈는 몸을 솟구쳐 자카드의 등위에 올랐다. 그리고 아래에 멍하게 서있는 토오르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토오르, 드래곤 스케일 편대를 방어형태로! 최전선에 은빛 기사단 을 배치해!" "알겠소! 가자!" 토오르와 아이작이 급히 뛰어가는 것을 보고나서 디네즈는 자카드에 게 하늘높이 날아오르도록 명령했다. 자카드는 빗발처럼 쏟아지는 불덩이를 피해 크게 우회해서 불덩이가 시작되는 지점까지 올라갔 다. 불덩이는 상당히 높은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구름과 맞닿을 만큼 올라가자 무언가가 구름의 바로 아래에서 캐스팅을 하 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디네즈는 오른손을 펼쳐 스피릿 스워 드를 뽑아들었다. "가라! 자카드!" 키에에에! 자카드의 드래곤 피어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그러자 캐스팅을 하던 그 무엇인가가 움찔하며 주문의 영창을 멈추는 것이 보였다. 땅으로 쏟아져내리던 불덩이는 이제 떨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 자카드는 허 공에 떠있는 그것을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그것은 디네즈가 다가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로의 얼 굴이 보일만큼 접근하자, 디네즈는 그것이 누구인지를 알수 있었다. 크림색 머리카락에 검은 로브를 눌러쓴 여자 마법사였다. 몸 주위에 엄청난 마력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디네즈는 증오심에 가 득찬 목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만났군!" "10년 만인가요.……" 여자 마법사는 손을 들어 푹 눌러쓴 로브의 모자를 천천히 벗었다. 풍성한 머릿결이 폭포처럼 흘러내리고 긴 머리카락에 단정한 얼굴의 여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무서울 정도로 단정한 얼굴……디네즈 와 거의 같은 얼굴을 한 붉은 눈동자의 여자였다. 그녀는 빙긋 웃으 며 묘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언니" "……드로이얀!" 디네즈의 외침에는 관계없이 그녀……바타쿠의 딸이며 또한 디네즈 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 또한 다크메이스에게서 클래스 9의 능력을 부여받은 대마법사 드로이얀 폰 휴프노스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 * 연재가 조금 늦어졌군요. 음....조금의 충전기간을 갖고 싶었는데.... 독촉 메일이 날라올 줄이야 예상도 못했어요...흑흑... 어느분이 그러시더군요..."출판은 안하세요?"라구.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혹시 아는분 있으면 가르쳐주세요. 다크스폰입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78번 제 목:[darkspwn] 라이컨슬로프-48 올린이:darkspwn(유민수 ) 98/09/03 19:06 읽음:1191 관련자료 없음 ----------------------------------------------------------------------------- 48. 드로이얀의 주위는 붉은빛을 띈 오로라에 의해 공간이 조금 찌그러 져 보였다. 마치 열기처럼 흘러넘치는 마력에 디네즈조차 갑갑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자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카드는 날개짓 을 쳐서 허공에 머물러 있었지만 좀체로 드로이얀에게 접근할 생각 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려고 해도 드로이얀의 마력의 바람에 의 해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디네즈는 스피릿 스워드에 힘을 주어 앞으로 힘차게 내밀었다. 키 잉 하는 소리를 내며 스피릿 스워드는 마력과 충돌을 일으켰다. 그 러나 스피릿 스워드조차 드로이얀의 마력을 완전히 물리치진 못했 다. 다만 스워드가 마력을 어느정도 제어하는 사이, 자카드는 조금씩 드로이얀에게 다다갈수 있었다. 드로이얀은 가볍게 호호 하는 웃음 소리를 냈다. "대단해요. 이 마법의 폭풍을 뚫고 다가오다니……역시 언니 답군 요." "네 힘도 아니면서 잘난척 하지 마." 디네즈는 냉소했다. "기껏해야 다크메이스가 준것이지 네 것은 아니다, 드로이얀. 게다 가 그런 마력을 유지하기엔……약해빠진 네 몸은 무리일텐데." "걱정해줘서 고맙군요." 드로이얀은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를 또르륵 옆으로 굴리며 싱긋 웃 어보였다. "……보통 인간이 이정도의 마력을 가지려면 최소한 1백년은 걸리 겠죠. 하지만 마법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허공의 마나를 모으는 정 도……깨달음만 있으면 오히려 쉬워요. 요점은……그것을 어떻게 견디고 유지하느냐 겠죠. 나는 다크메이스에게 그 깨달음을 전해 받았을 뿐이에요." 자카드는 약 20보 정도의 거리에서 더이상 다가가지 못했다. 스피릿 스워드로 제어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디네즈는 스피릿 스워드를 겨눈 상태 그대로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힘껏 뛰어오르며 스워드를 힘차게 좌우로 베어나갔다. 바람을 베듯, 스피릿 스워드의 날카로운 투기는 드로이얀의 마력 폭풍을 정확하게 둘로 쪼개버렸다. 디네즈는 검을 재빨리 그 갈라진 폭풍의 틈 사이로 찔러넣었다. 카카캉! 귀에 거슬리는 스피릿 스워드의 비명이 울리고 스워드는 퉁겨나갔 다. 그 반동을 이용해 디네즈는 허공을 다시한번 뛰어올랐다. 디네즈 의 몸은 정확하게 드로이얀의 몸이 있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녀 의 왼손에 번들거리는 투기검이 솟아올랐다. 최대한 응축된 투기검 은 마치 화살처럼 쏟아져나가 디네즈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드로 이얀이 황급히 오른손을 올리고 화살로 변한 투기검과 드로이얀의 마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쿠쿵 화산이 터지듯 폭발음이 터지고 당황한 표정의 드로이얀이 몸을 사 렸고 디네즈는 몸을 뒤로날려 자카드의 등에 내려앉았다. 디네즈의 얼굴에는 몇개의 상처가 나 있었다. 스피릿 스워드로 보호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력폭풍의 여파가 스쳐간 것이었다. 드로이얀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표독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죽어가던 늑대 주제에 건방지게!" "……." 디네즈는 냉소를 띄운채로 손가락을 하나 위로 들어 까닥까닥 했다. 충분한 도발의 손짓이었다. 드로이얀의 검은 로브가 강한 바람에 맞 는듯이 강하게 펄럭거렸다. 그녀의 모아진 손 가운데로 작열하는 불 꽃의 흔들림이 있었다. 붉은 색에서 점점 하얗게 변하더니 나중에는 눈이 아플정도의 파란 빛으로 변해갔다. 드로이얀의 입에서는 계속 주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파괴와 죽음으로 흐르는 어둠의 흐름이여, 데드 스트림의 관조자 인 나 드로이얀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내앞을 가로막는 어리석은 것들에게 지옥의 불꽃을 보여줄것을 명한다……" 드로이얀의 양 손이 하나로 합쳐졌다. 푸른 불꽃이 드로이얀의 손안 에서 끓어오르듯 작열했다. 디네즈는 자카드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아래로!" 자카드의 신형이 급격하게 아래로 떨어지자 드로이얀의 의기양양한 고함이 터져나왔다. "하찮은 짓을! 데몬즈 스트림!" 흐느끼듯 비명을 지르며 드로이얀의 손안에 모여있던 불꽃이 넘실거 리며 디네즈에게로 향했다. 디네즈는 재빨리 허공으로 몸을 치솟게 했고 자카드와 디네즈 사이로 그 불꽃은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불꽃 은 주변의 구름과 연기를 일순간에 태워버리며 땅으로 내리꽂혔다. 쿠쿠쿵! 드로이얀의 주문이 터뷸론 습지에 닿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 바람은 잠시 자카드를 비틀거리게 하고 디네즈는 자카드의 등위에 내동댕이 쳐버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디네즈의 시선이 자연히 아래 로 향했다. 터뷸론 습지 가운데에 거대한 구덩이가 하나 뚫어져 있 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거의 몰살이 되다 시피한 아마란스의 군대 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돌진을 하던 찰나, 허공에서 날아온 드로이얀의 공격을 받은것이었다. "이럴수가……" 드로이얀의 비명이 들렸다. 자카드는 디네즈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 해 드로이얀의 오른쪽으로 우회해 접근해갔다. 그르륵 하는 자카드 의 목울음을 듣자마자 디네즈는 다시 하늘을 향해 뛰어올랐다. 푸화학! 싱뻘건 자카드의 브레스가 드로이얀에게 향했다. 드로이얀이 급히 방어막을 펼쳐 막았지만 급하게 막은 것이라 힘겨워 보였다. 그리고 그런 드로이얀의 머리위로 디네즈의 검이 내리꽂혔다. "아아악!" 드로이얀의 모습이 일순 불꽃 사이에서 사라졌다. 디네즈는 스피릿 스워드로 브레스를 찍어눌러 다시 자카드의 등위로 돌아왔다.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불에 그을리고 한쪽팔이 피범벅이 된 낭패스러운 꼴의 드로이얀이 있었다. 드로이얀은 붉은 눈동자를 매섭게 치켜뜨 고 디네즈를 노려보았다. "……나를 화나게 했어……" 드로이얀이 대뜸 다시 캐스팅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드로이얀의 몸 주변으로 강한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너무 거센 바람에 자카드 도 쉽사리 드로이얀에게 다가갈수 없었다. 음산한 목소리로 드로이 얀의 주문이 흘러나왔다. "사악한 어둠보다 더 어두운 흐름이여. 뜨거운 지옥보다 더 뜨거운 죽음이여……마나의 지배자인 나 드로이얀의 이름으로 맹세하노 니 파멸의 흐름이여 내 수족이 되어 적을 멸할것으로……" "이런! 하늘로 올라가, 자카드!" 자카드는 날개를 쭉 펼치고 드로이얀의 폭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하 늘위로 올라갔다. 드로이얀의 마력을 오히려 역이용한 움직임이었다. 그러나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 자카드의 이동은 한계가 있었 다. 디네즈는 다급해졌다. 갑자기 자카드가 날개를 접어버렸다. 날개를 접어버린 자카드는 허 공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드로이얀의 발 아래를 지나 아마란스 군 대의 머리위로 매섭게 낙하했다. 디네즈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자카드의 등 위에 엎드려 있었다. 쉭쉭거리며 바람이 좌우로 흘러가 고 바람의 벽이 둘로 갈라지는듯한 느낌이 들며 귀가 멍멍했다. 허 공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시간은 약 1분 남짓이었지만 디네즈에겐 1 시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구름이 좌우로 갈라지고, 드로이얀의 주문이 완성되기도 전에 자카드는 땅과 거의 맞닿을 정도로 떨어졌 다. "자카드!" 온힘을 쥐어짜낸 디네즈의 외침이었다. 그러나 땅에 충돌하기 바로 전에 자카드는 날개를 반쯤 펴고 몸을 허공으로 솟구쳤다. 엄청난 압력이 디네즈의 몸을 짓눌렀다. 디네즈는 거의 질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그 끔찍한 고통사이로 노한 드로이얀의 고 함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페토나 게르샤단!" 우르릉 하는 굉음이었다. 노랗게 변한 디네즈의 시야 사이로 검은 무언가가 허공에서 방금전까지 디네즈가 있었던 장소를 향해 내려꽂 히고 있었다. 그 장소에는 아직 1만명 정도의 아마란스 군사가 있었다. 아마란스 군사는 허공에서 내려오는 검은 무언가에게 도망가려고 허우적거렸 지만 그것은 헛된 몸짓으로 끝나버렸다. 드로이얀의 주문이 땅을 삼 키자 그것은 마치 모든것을 집어삼키는 어둠처럼, 조용히 땅 위에 존재하는 것을 소멸시켜버렸다. 소리도……폭발도 없었다. 그저 조용했다. 그러나 방금전까지 1만 의 군대와……수많은 무기들, 그리고 단단하게 변한 터뷸론 습지의 땅도 사라졌다. 그저 사라졌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자카드의 돌진은 드로이얀을 향해서였다. 땅에서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자카드는 마법을 쏘아버린 드로이얀에게 부딪혀갔다. 드로이얀 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거대한 마법을 사용한 뒤라 제대로 움직이 지 않는듯 했다. 드로이얀이 애써 두손을 내밀었지만 자카드의 거대 한 날개가 정통으로 드로이얀의 가슴을 쳐버렸다. "아아악!" 실이 끊긴 연처럼 드로이얀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부딪힌 자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위에라도 부딪힌것 처 럼 자카드는 허공을 맴돌며 땅으로 추락해갔고 디네즈는 떨어지지 않기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했다. 디네즈는 목소리를 짜내어 소 리쳤다. "자카드! 정신차려!" 자카드의 대답은 없었다. 양옆으로 펼쳐진 날개는 장식품처럼 흩날 리며 제구실을 못했고 자카드의 눈도 반쯤은 허옇게 뒤집어져 있었 다. 정신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균형을 잡지 못하는 드래곤의 등은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두꺼운 나무판같은 날개가 어지럽게 돌아다니고 시시각각 눈 앞에 땅의 모습이 다가왔다. 그러나 디네즈는 자카드의 등에서 뛰어 내릴수도 없었다. 디네즈는 자카드의 목을 끌어안고 자카드의 정신 이 돌아오게 하려고했다. 디네즈의 힘에 자카드의 머리가 잠시 흔들 거렸지만 자카드를 깨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퍼억! 눈앞에서 불꽃이 쏟아지고 디네즈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무언가가 디네즈의 뒷머리를 내려친것 같았다. 정신을 잃은건 아주 잠시였지 만 자카드의 목을 안았던 팔의 힘이 풀리면서 디네즈는 허공으로 날 아가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린 디네즈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땅을 향해 똑바로 내려가는 자카드를 볼수 있었다. '……죽는건가' 생각외로 담담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디네즈가 뛰어난 전사라 하 더라도, 이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져 살아남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디네즈는 몸을 넓게 펼쳤다. 날카로운 바람의 흐름이 온몸으로 느 껴지며 떨어지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다. 시시각각 땅이 다가오고 있 었다. 디네즈는 무심한 시선으로 그 대지를 바라보았다. '아름답다.' 물결치듯 굴곡이 진 대지……그 사이로 흘러가는 강, 그리고 인간들 의 움직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작은 점들로만 보이는 인간들의 모습이 디네즈는 아름답다고 느꼈다. 디네즈는 세찬 바람에 눈을 가늘게 뜨고 아름다운 초록색 대지를 내려다보았다. '왜 몰랐을까……하늘을 날았으면서도……왜 저 아름다운 대지를 보지 못했을까.' 상념에 잠긴 디네즈의 시선에 거의 바닥으로 접근하는 자카드의 모 습이 보였다.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듯 다리를 버둥거리는 것이 보였 다. 다행이다……디네즈는 안심했다. 디네즈는 자카드를 싫어하지 않았다. 자카드가 자신을 다크메이스 와 동일시 하는 그 징그러운 시선이 싫을 뿐이었다. 자카드……레드 드래곤이긴 하지만 충성스럽고 좋은 성격을 지닌 드래곤이다. 아마 처음 만난 드래곤이 자카드였다면 어쩌면, 디네즈는 다크메이스도 좋아했을런지 모른다. 자카드가 날개를 펼치고 가까스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조금 무리가 가는지 허덕거리는 것이 보인다. 디네즈는 천천히 눈을 감았 다. 디네즈에게도 대지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대한 대지……그리고 마치 넓은 등처럼 포근한 느낌이 디네즈의 전신을 감쌌다. '……아버지' 디네즈는 속으로 말하고는 흠칫 놀랐다. 아버지……바타쿠? 죽음을 앞둔 순간, 증오도 분노도 없었다. 포근한 대지의 모습과 옛날, 마경 에서 자신에게 검고 넓은 등을 보였던 아버지의 느낌이 겹쳐떠오르 고 있었다. 디네즈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랬던가……그랬던 거야.' 디네즈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천천히 의식의 끈을 놓아버렸 다. "마스터!" 누구……? 환청인가? 그순간 디네즈는 무언가에 등을 잡혀 끌어올려 지는 느낌이 들었다. 갑작스런 충격에 디네즈의 의식은 어둠속으로 스며들어 버렸다. 흐려진 의식 사이로 디네즈는 자신을 부르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 * 나우에서는 이게 처음이군요...호호호. 자, 다음편을 기대해 주십시오. 그대의 영혼에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어둠의 천사 다크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361번 제 목:[darkspwn] 라이컨슬로프-49 올린이:darkspwn(유민수 ) 98/09/05 18:59 읽음:1011 관련자료 없음 ----------------------------------------------------------------------------- 49. 어둡다……하지만 친근한 어두움이다. 마쿠로텔레노아……마경의 어둠. 그 어둠 속을 누군가가 달려가고 있다. 아니, 달려가는 것이 아니다. 나무가지 사이로 누군 가가 뛰어가고 있다. 검고 커다란 등……바타쿠의 등이다. 아버지의 좌우로 갈색 의 털을 가진 노쿠와 왼팔이 없지만 빠른 몸놀림으로 달려가는 젠쿠의 모습도 있 다. '여기는……' 흐릿한 어둠 사이로 가지를 흔들거리는 식인수, 텔레노아가 있다. 디네즈의 주변 에 있는 나무는 모두 텔레노아다. 디네즈도 허공에 몸을 날리며 아버지의 등을 쫒 고 있었다. 허공에는 알테미아의 눈이 푸른빛을 내뿜고, 그 빛에 검은 털이 돋아 있는 디네즈의 팔다리가 보인다. 돌아왔구나……꿈이었던가. 디네즈는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움직임은 여전했다. 뒤돌아보는 일 없이 언제나 앞에서, 모든 두려움과 공포를 혼자 짊어지고 달려간다. 어디로 가는걸까……하지만 디네즈는 두렵지 않 았다.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마음이 푸근해졌다. 믿을수 있는……그 리고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의 등이었다. "디켈!" 카랑카랑한 목소리……젠쿠다. 디네즈는 눈을 들어 아버지의 왼편에서 달려가는 젠쿠를 보았다. 그러나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허공에 몸을 날릴뿐, 디네즈를 보 고있지 않았다. "야, 이녀석아! 정신차려!" "……" 눈앞이 밝아온다. 밝은 빛속에서 멀어져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한 순간, 디네즈는 눈을 떴다. 디네즈가 눈을 뜨자 시야를 거의 막고있는 웬 늑대의 얼굴이 보인다. 푸른빛이 섞인 검은털의 늑대다. 그 늑대는 히죽거리는 웃음을 흘 리며 디네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디네즈는 한순간 상황판단이 되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디네즈는 눈앞에 있는것이 무엇인지 꺠달을수 있었다. 디네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젠쿠?" "……정신이 들었군." "내가 죽었나……젠쿠가 보이다니." 젠쿠는 침을 탁 뱉으며 불쾌한듯 소리쳤다. "아직 정신이 덜들었군. 펫! 난 안죽었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거다, 젠쿠. 네 못생긴 얼굴을 보면 말이야." 이죽대는 새된 목소리가 들린다. 디네즈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갈색의 긴털을 가진 라니쿠다. 라니쿠와 젠쿠는 서로에게 악의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디네즈의 곁에 바싹붙어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디네즈는 낯익은 얼굴을 볼수 있었다. 은회색의 머리카락에 붉은 암숄더를 착용한 소년이다. 디네즈는 억지로 몸을 일으 켰다. 라니쿠와 젠쿠가 말을 멈추고 좌우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 가려져있던 다른 사람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회색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남자와 로브를 뒤집 어쓴 여자아이가 제일먼저 디네즈의 눈에 들어왔다. 디네즈는 아연해져 간신히 입 을 열었다. "카뮤……디트리히와 로리타……모두들 대체 어떻게……"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다." 젠쿠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져있었다. 디네즈가 일어서서 주위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막사 안에는 토오르와 크리스, 엔 시아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인간의 모습으로 서있는 세이렌도 있었 고 그녀의 뒤로는 초록색 머리카락의 그린드래곤 족으로 보이는 자들도 몇몇이 서 있었다. "바타쿠가 어처구니 없는 짓을 저질렀어." 디네즈는 고개를 돌려 젠쿠를 바라보았다. 젠쿠는 시선을 카뮤에게 돌리고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카뮤가 굳은 얼굴로 디네즈에게 다가와 말을 꺼냈다. "마스터……" "카뮤. 너……" "꾸중은 나중에……큰일이 일어났습니다." "……" 디네즈는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져 있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디네즈는 침상에 다시 앉았다. 아직 머리가 어지러운 상태라 정신을 가다듬으려 한 것이었다. 카뮤는 낮 은 어조로 또박또박 말을 끊어 설명해갔다. "가베라가 죽었어요." "……뭐?" 디네즈는 귀를 의심했다. 디네즈는 설명을 구하는 표정으로 세이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세이렌은 무표정할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카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바타쿠가 가베라를 죽였습니다. 그리고 가베라가 보관하고 있던 증표를 가져갔 습니다. 빙하의 심장이란 것입니다." "……언제?" "약 1주일 전 일입니다, 마스터. 일이 복잡하게 되었어요." 카뮤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가베라의 일을 떠올렸다. 가베라는 거대한 몸을 누인채 평온한 시선을 카뮤에게 던졌다. 그의 곁에는 세이 렌과 카뮤, 그리고 디트리히가 있었다. 카뮤는 현재 디트리히에게 붙잡혀 있었다. 잡혀있는 상태라 해도 불편한 것도 없고 부족한 것도 없었지만 단 두가지 일을 하 지 못했다. 그중 하나는 밖에 연락을 취할수 없으며, 또 다른 하나는 나갈수 없다 는것. 디트리히는 마스터의 부탁이라며 정중하게 카뮤의 행동을 통제했던 것이다. 그러나 카뮤는 디트리히를 이해할수 없었다. 가베라는 카뮤가 바로 옆까지 다가오자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평안했던가? 아드리안의 기사여." "……무슨일인가요, 가베라. 나를 자유롭게 풀어주기라도 하실 겁니까?" "그래야 겠어." 가베라의 대답은 너무나 평온해서 카뮤는 잠시 가베라의 말을 알아들을수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뒤 카뮤는 재차 물어보았다. "……나를 풀어준다구요?" "같은말 두번하는 취미가 있는줄은 처음알았는데, 카뮤군." "……" 가베라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내 생명이 얼마 남지않은 것이 그 이유지." "……" 아연해진 카뮤의 눈앞에 가베라는 작은 손짓을 했다. 작은 손짓이라고 해야 인간 의 몸통만한 팔뚝을 흔드는 정도였지만 이내 카뮤의 눈앞에 투명한 물색의 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빛 사이로 검은 갑옷으로 무장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는 것 이 보였다. 카뮤는 의아한 시선을 가베라에게 보냈다. 가베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 었다. "기필코 저녀석이 내 목숨을 가지러 오는거야. 이건 모두 다크메이스, 그자 때문 이기도 하지." "이건 무슨 마법이죠?" "마법이 아니다. 드래곤족이면 누구나 갖고있는 원견(源見)의 능력이다. 종족에 따라 보이는 정도는 틀리지만, 관심이 있다면 드래곤이 모르는 사실은 없다. 드 래곤이 현자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능력 때문이고. 생물은 누구나 마나를 갖고있는 존재……그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드래곤 의 시선이라면 아무도 피할수 없다. 그건 역시 바타쿠도 마찬가지겠지." "……무슨말을……" "입다물고 내가 지금부터 하는말을 잘 들어. 저자가 이곳에 오기까지 약 2시 간……그안에 모든 이야기를 하려면 시간이 없다. 저자도 그걸 알고있는거다. 목적은 모르겠지만……아니, 그녀석의 생각은 다크메이스만이 알고 있겠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며 가베라의 뒷편에서 세이렌이 걸어나왔다. 세이렌은 여 전히 인간의 모습이었다. 드래곤의 모습보다 인간의 모습이 진짜 정체라는 인상이 박힐 정도로 세이렌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다녔다. 게다가 그 얼굴은 디네즈와 판에박은듯 같았기에, 카뮤는 문득 잭슨 어디에선가 바타쿠를 찾아다닐 디네즈를 떠올렸다. 카뮤는 가슴이 아파왔다. "……약 30여년전, 너도 알고있겠지만 바타쿠는 다크메이스와 모종의 계약을 맺 었다. 계약의 제물은 바타쿠의 아내였던 마법사, 루미너였고 루미너는 다크메이 스와의 계약에 여러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조건은 '사슬'이라고 불리며 그 증인 으로 이제는 죽어 디네즈의 손안에 들어가버린 라무네즈가 택해졌다." "……" "그 조건이 몇개인지, 그리고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아는 것은 단 하나다. 다크메이스는 맹약의 조건에 의해 한가지 사실을 바타쿠에게 알려주었다고 한 다." "사실이라구요?" "……세계의 파멸을 일으킬수 있는 조건. 죽음의 조건을……" 가베라는 우울한 시선을 허공에 던졌다. "400년전……우리는 초신룡, 자하리얼의 인도하에 마왕 사브란이구드를 봉인했 다. 그러나 그것의 힘은 너무 강해……부득이하게 자하리얼은 최후의 방법을 사용해야만 했다."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마왕 사브란이구드의 힘을 다섯개로 분리해 어떤 보석에 가둬두는 것이었지. 그러나 자하리얼만의 힘으로 마왕의 능력을 분리하 기엔 힘들었고……결국 자하리얼은 드래곤의 영혼을 팔아야만 했다." "……뭐라구요?" 카뮤는 기겁을 하며 놀랐다. 초신룡인 백룡 자하리엘 라인돌프 폰 뮤레이너. 정 신계 대마법사이자 역사상 최대최강의 드래곤. 그가 영혼을 팔았다는 사실은 정말 금시초문이었다. 카뮤의 머리속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혼란에 빠진 카뮤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가베라는 낮게 중얼거렸다. "……자하리얼은 태양신 유노와 계약을 맺고 드래곤으로서의 자유의지를 팔았 다. 자하리얼은 에인션트 드래곤의 수장이자 마계전투의 선봉이었고……자하리 얼의 계약은 모든 고룡족의 자유의지를 팔았던 거였지. 하지만 그를 원망하지 는 않는다. 그때는 어쩔수 없었으니까." "……드래곤의 자유의지……신에게 영혼을 팔아요?" "신이든 악마든……그런것은 상관없어. 어차피 악마라는 것도 타락한 신족이 아 니었나. 그건 카뮤 자네도 알고있는 일이네만." "……" "자유를 속박당한 드래곤은 더이상 드래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룡족은 자유의지를 유노에게 넘겨주고 막대한 신력을 손에 넣어 사브란이구 드의 능력을 다섯개로 잘라냈다. 그것은 하나하나의 심장으로 바뀌었고……자 하리얼은 영원한 잠에 빠져들어가기 전에 다섯 용에게 그 심장을 넘겨주었다. 그것이 '증표'라는 것이지." "네레노디아의 심장이……" 카뮤는 품속에서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꺼냈다. 붉은 화염처럼 보이는 마력을 흘리 는 심장은 숨쉬듯 움직이고 있었다. 문득 카뮤는 심장을 얻을때 보았던 기억들을 되살렸다. 마물들의 괴로움……그리고 빛을 향한 그들의 동경. 어둠이면서도 빛을 동경해 끊임없이 지상으로 나오려는 마물들의 발버둥. 그러고보면 신이 넘겨준 증 표라고 하기에는 마물들의 기억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다. 가베라는 탄식하듯 말을 이어갔다. "증표는 너무도 강한 힘……세력권이라는 이름하에 자유를 빼앗긴 것은 드래곤 이었다. 유노는 드래곤의 힘을 두려워했지. 신과 악의 힘은 거의 동등하다. 드 래곤이 마왕 사브란이구드를 봉인할수 있다면 그와는 반대로……" "……절대신인 유노도 봉인할수 있다?" "그렇다." 가베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드래곤은 유노가 창조한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다. 신과 악마와 같은 다 른 차원의 존재지만 이 세계가 태어났을때 새로운 이상을 꿈꾸며 세상으로 흘 러들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아웅다웅 다투는 사이가 되고 말았지만." "……" "유노는 고룡의 자유의지를 빌미로, 세력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했다. 레어의 세력권……그것은 얼마되지않은 대지의 크기를 빌미로 드래곤의 결합을 방해하 려는 신의 장난이다. 마계전투 이후로, 드래곤이 한군데 모인적은 없어. 드래곤 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겠는가?" "……모르겠는데요." "쉽게 생각해. 드래곤이 신과 다른점……드래곤은 후손을 남겨야만 한다. 영원불 멸의 존재가 아니다. 비록 시간의 흐름이 아주 느리게 가기는 하지만 드래곤은 늙어가고, 또한 죽는다. 그런데도 만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결국 고룡족을 절 멸시키자는 의도였어. 그것을 깨닫는데는 10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럴수가……" "우리는 생각했다. 드래곤의 존재를 유지할수 있는 방법을. 신의 속박에도 벗어 나면서 종족을 유지시킬수 있는 방법을. 몇십년간의 심사숙고끝에 우리는 드래 곤의 영혼을 분리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단 우리 는 유노의 속박에서 벗어날수 있는 방법……유노의 힘을 제어하는 파괴신 헤게 모니의 힘을 가졌으면서도 유노의 몸을 지닌 존재와 영혼을 공유해 드래곤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고, 그것은 성공을 거뒀다." "……" "그 결과물은 자네도 익히 잘 알고있는 것이다, 카뮤. 아니, 드래곤 나이트여." 카뮤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드래곤의 한계를 벗어나며……또한 영혼을 공유 하는 유노의 분신. 그러면서도 파괴의 흐름인 헤게모니의 속성을 지닌자. 삶…… 그리고 어둠에서 헤메는 자. 카뮤는 외쳤다. "인간!" "……그렇다, 드래곤 나이트.." "드래곤 나이트가 바로 그 존재란 의미인가요." "그렇다. 드래곤 나이트는 드래곤의 영혼……나이트가 갈수있는 곳은 영혼을 공 유한 드래곤 역시 움직일수 있다. 나이트가 서로 만난다면 드래곤도 역시 만날 수 있고……그 실험은 성공해 고룡족의 두 후계자는 태어났다." "나는……지금까지 드래곤 나이트가 드래곤의 장난감인줄 알았는데……" "쓸모가 없어지면 그렇지." 가베라는 가볍게 대꾸했다. "다크메이스는 이 방법을 최초로 실험한 자였고……아이를 가질수 있었다. 일단 시작된 드래곤 나이트의 맹약은 계속되니까 그로서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는 장 난감 대역으로 활용했던 거였지만, 본래는 그러면 안되는 거야."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던가요, 가베라? 당신역시 인간을 움직여 전쟁을 일 으키지 않습니까." "내가 인간들을 싸우게 하는 이유는 그들의 내재된 속성……헤게모니의 속성을 잃지 않게 하려는게 의의가 있다. 헤게모니의 속성이 아니라면, 인간은 드래곤 나이트로서 사용할수가 없어.……물론 조금 즐기고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 겠다. 아드리안이 내 생활방식을 싫어한 것도 바로 그 이유였지만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단다, 카뮤." 가베라는 몸을 일으켰다. 구우우우 하는 진동음이 들렸지만 동굴이 무너지거나 하 지는 않았다. 가베라는 눈을 들어 용의 방벽 정문쪽을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었군. 그녀석이 거의 접근했어. 앞으로 30여분 후인 가……" "도망쳐요, 가베라. 그러면 되잖아요!" "……머리가 나쁘구나, 카뮤. 드래곤의 세력권 문제 때문에라도 나는 움직이지 못해. 그리고 디트리히에게는 이미 다른일을 시켰다. 그가 돌아오면 역사는 다 른 방향으로 움직이겠지……모략과 절망의 집행자라는 별명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생각은 해둬야 하니까. 하지만 그전에……' 가베라는 근엄한 표정으로 카뮤를 바라보았다. "……부탁한다, 아드리안의 드래곤 나이트여. 디트리히와 함께 내 아이……고룡 족의 미래가 달려있는 세이렌을 잘 부탁한다. 그 아이는 400년만에 태어난 고 룡족의 후계자다. 자유의지를 잃고도 살아올수 있었던 것은 모두 세이렌 때문 이었다. 자유의지를 지닌 고룡족의 존재……우리가 꿈꿔왔던 이상향이지." "……가베라." "날 죽이려는 자는 바타쿠……루돌프 폰 휴프노스 그자다. 그자는 다크메이스와 의 맹약에서 세계를 날려버릴수 있는 방법을 얻었다. 세개의 심장……그의 손 에 세개의 심장이 들어가면 봉인은 풀리게 된다. 내가 할수있는 말은 이것뿐이 다. 드래곤 나이트……네레노디아의 심장을 잘 지켜라." "……" 카뮤는 묵묵히 서있는 세이렌을 바라보았다. 세이렌은 주먹을 꽉 쥐고 울지않으 려고 무던히 애를쓰고 있었다. "내가 갖고있는 증표……빙하의 심장은 내 몸속에 있다. 나를 죽이지 않으면 절 대로 얻어낼수 없는 증표……반대로, 디트리히에게도 건네줄수 없는것이 문제 다. 하지만 만일 내가 디트리히에게 건네준다면, 바타쿠는 기필코 그를 찾아갈 것이고 바타쿠의 손에 세이렌이 죽을수도 있다. 이해하겠나." "……같이 싸우면 되지 않습니까." "……아직 어리군, 카뮤." 가베라는 탄식했다. "바타쿠에겐 드로이얀이 있고……다크메이스와 대등한 힘을 지닌 드로이얀은 바 타쿠에게 속박된 존재다. 살아있는 시체나 마찬가지. 그들과 맞서 이길수 있는 자가 몇이나 있을까……" "……" 카뮤는 가베라의 말을 이해할수 없었다. 드로이얀이라면 바타쿠가 디네즈를 제물 로 사용해가면서까지 구했던 바타쿠의 딸이었다. 그런 드로이얀이 살아있는 시체 라는 말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카뮤는 섣불리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기 엔 시간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었다. 카뮤는 두말하지 않고 세이렌의 손을 이끌었다. 세이렌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 을 가베라에게 돌리지 않고 카뮤의 뒤를따라 석양이 보이는 바다의 출구로 달려갔 다. 세이렌이 몸을 펼치고 한마리의 그린드래곤으로 변해 날아올랐다. 카뮤는 세이렌 의 등을 타고 빠른 속도로 검은빛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얼마나 날아갔을까…… 갑자기 쿠웅 하는 소리가 울렸다. 세이렌은 날개짓을 해서 허공에 멈춰섰다. 그리 고 긴 목을 들어 소리가 들려온 용의 방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엄마……" 용의 방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돌벽이 마치 과자부스러기처럼 부서지며 바다로 앞 을다투어 떨어지고 있었다. 굳건하게 둘러쳐져 있던 거대한 성벽도 한조각의 돌무 더기로 변했고 그 사이마다 검은 불길이 하늘로 치솟아오르고 있었다. 검은불 길……카뮤는 오래된 기억을 끄집어낼수 있었다. "지옥의 업화……사악한 어둠보다 더 어두운 흐름. 이프리트 클래스 9의 마법, 헤루토 게르샤단……' 검은 지옥의 불길은 용의 방벽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어갔다. 지옥의 불길은 살 아있는것처럼 모든것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불길은 급격한 속도로 사 그라들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숨막힐 정도의 차가운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카뮤는 그것이 무엇인지 듣지않아도 알것 같았다. 카뮤는 세 이렌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가자, 세이렌." "……" 세이렌은 증오에 불타는 눈으로 차가운 흰 빛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날개짓을 쳐 서 바다위를 빙 돌아 날아올랐다. 카뮤는 세이렌에게 말했다. "남으로 가자, 세이렌……바타쿠와 싸울수 있는 사람을 찾아서." * * 음....머리가 복잡해서 연재가 늦어졌습니다. 저는 진지한 환타지를 추구하기에......조금은 껄끄러울수도 있겠군요. 꽉 짜여진 설정속에서 진지한 멋을 추구하시는 분들은 제 글을 좋게 여기실수도 있겠습니 다.(아이구....이번회는 엄청 길군. 두개로 나누어서 연재할까....그랬다간 맥락이 끊어지는데.....포기하자.) 아, 그리고……제가 설정을 조금 변경할까 생각중입니다. 현재 계획은 5장으로 마 무리를 하려고 하는데……조금 연장시킬까 합니다. 6장이나 7장 정도로 해서…… 잭슨공국의 통일과 바타쿠의 드래곤 사냥……그리고 라이컨슬로프 부족의 대두를 상세히 그릴 생각입니다. 이 글이 왜 '라이컨슬로프'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글의 제목을 라이컨슬로프로 지은 것은……작품의 분위기가 '라이컨슬로프'부족의 분위기와 맞 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으로선 드래곤 나이트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는 분 도 계시지만, 제가 추구하고 싶은것은 단순한 멋이나 듣기좋은 문장이 아닌, 머릿 속에 무엇인가가 남는 글이니까요. 계속 복잡해져만 가는 라이컨슬로프......사정없이 추천과 사랑의 메일을 날려주세 요....^^(진지한 시간은 10분이 한계로구나.......어쩔수 없는 내 존재의 허망강...) 추가로 제 신작 '스피릿 스워드'도 사랑해 주시구요....^^(내 글은 1천대 조회수를 넘기기 힘드는데....그 이유는 너무 무겁고 진지하기 때문인거 같애....슬슬 코미디 를 섞어야 할 때인가......어느 분이 그러시데요. 분량에 비해 페이지가 확확 넘어 간다고. 감사합니다......아이작 아시모프의 작문법으로 기초로 만들어진 글이라..... 아이작의 특징인 '분량에 비해 페이지가 확확 넘어간다'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듯 하군요.) 그대의 영혼에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어둠의 천사, 다크스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