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SF & FANTASY (go SF)』 7646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2 14:53 읽음:1387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 슬로프(=수인) by 유 민 수 1. 차가운 어두움, 암흑의 토굴을 사랑하는 대지의 정령 노움마저 진 저리를 치고 떠나버릴 정도로 기분나쁜 어두움을 디켈은 가벼운 미 소를 지은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빛과 파괴를 주관하는 케톤의 시간이지만 이곳, 마경(魔境)은 이름에 어울리는 어둠의 생물 마쿠 로텔레노아의 영향아래에서 짙은 어둠속에 잠겨있다. 그런 때문에 이곳에 자라는 식물들은 어둠의 정기를 흡입하며 살아가는 베지노아 나 동물들을 잡아 그 정기를 마시는 텔레노아 정도였지만 어릴때 부터 그들에 섞여 자라온 디켈은 신경쓰지 않았다. 디켈은 가슴 깊숙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재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 입구에 심어둔 텔레노아 군락이 천천히 촉수를 내뻗어 보지만 이내 움츠려버리고 만다. 저들도 상대를 보아가며 덤비는 것이다. 곧 휙휙 하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를 비롯한 어른들이 내 뒤를 따라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빛을 가려버리는 마경의 생물인 마쿠로텔 레노아의 어둠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기척과 숨결은 확실히 느낄수 있다. 아버지의 푸른 눈빛이 마치 유성처럼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달의 정령 알테미아의 가호아래 2천일을 지난 지금, 나는 당당한 어른으로서 시험을 받기위해 사냥에 나섰다. 목표는 우리를 괴롭하 는 호모로즈. 두 팔과 다리를 가진 생물로 언제나 마경을 침입해서 친구들을 죽이는 녀석들이다. 나도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뿐 직접 상 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정신차려. 이제 곧이다." 아버지는 어둠속에서 낮게 중얼거렸다. 마을의 공격대장을 맡고있 는 아버지는 한쪽눈이 없다. 3년 전에 호모로즈의 공격을 받아 다친 이후로 아직 낫지않고 있었다. 아버지가 얼마나 강한지 디켈은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호모로즈에 대해 약간의 공포를 가지고 있 었다. 아버지에게 상처를 입한 호모로즈는 물론 아버지의 공격에 온 몸이 찢어져 죽어버렸지만 그 이후 아버지의 사냥방법이 더욱 신중 하게 바뀌었다. 아버지의 신조는 어디까지나 신중, 그리고 신중이었 다. 갑자기 마쿠로텔레노아의 농도가 흐려지며 눈앞이 조금씩 밝아졌 다. 디켈은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좋지않은 징조다. 아직 마경을 벗 어나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마쿠로텔레노아가 흩어지고 있다는건 상대중에 분명히…… "젠장, 매지션(=마법사)인가……" 누군가 낮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손을 들어 멈추라 고 지시하자 모두들 텔레노아의 가지위에 내려앉았다. 그러고보니 멀리서 호모로즈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디켈은 낮게 말 했다. "텔로노아와 싸우고 있어요." "다 알고있는걸 새삼스레 말하지 마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신중했다. 아버지는 하나밖에 남지않은 푸른 눈 을 이리저리 돌리고 갈색의 코를 하늘로 올려 바람의 흐름을 읽으려 했다. 그러나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좋지않다. 바람의 흐름이 이상해." "……어쩔건가, 바타쿠" 약간 멀리 떨어진 가지에 앉아있던 갈색 털의 젠쿠 아저씨가 물었 다. 아버지는 손을 내저었다. "아직 결정하긴 이르지. 상대중에 정령사가 있는지도 모르니까." "매지션과 정령사……좋은 상대는 아니군. 게다가 우리는 풋내기가 있으니까." "……" 클클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갔다. 디켈은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 다. 젠쿠 아저씨가 말하는 풋내기가 누구인지는 뻔했으니까. 그러나 아버지는 상관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손을 흔들어 명령을 내렸다. "나타쿠, 젠쿠, 바라쿠. 정찰을 부탁한다. 무리하게 맞설 필요는 없다." "알았네." 휙 하는 소리가 나며 셋은 바람을 가르며 뛰어나갔다. 디켈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무시당할순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첫 사냥이 아닌 가? 디켈은 주위를 살폈다. "디켈. 가만히 앉아있어." "……" 아버지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디켈은 불만스러웠지만 그냥 자리 에 주저앉아 버렸다. 아버지의 명령을 거역할순 없다. 사냥을 나간 그룹에서 대장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물론 아직 '켈'의 이름을 가진 디켈은 그 말을 듣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오늘 사냥은 전적으로 디켈을 위해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의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전사가 되기위해 훈련을 받는다. 알테미아의 정기를 느끼고 마쿠로텔레노아와 친해지면서 뛰고 달리 며 오직 어른의 이름을 받기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알테미아의 1천일이 지날때까지 '코'의 이 름을 가지게 된다. 디켈의 이름은 '디코'였다. '코'의 이름을 가진 것 은 아이들을 뜻하고 알테미아의 1천일이 지났을 때 텔레노아의 숲을 달리는 시험을 거쳐 살아남은 자만이 '켈'의 이름을 받는다. 디켈은 그 시험에서 제일 우수한 성적을 받았고 아버지의 얼굴에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 사건은 로무네크 마을이 생긴이래 제일 큰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웃은 것은 전 생애를 통털어 3번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알테미아의 2천일이 지나고 호모로즈의 사냥에서 5개의 머 리를 획득하면 그제서야 비로소 '켈'의 이름이 사라지고 '쿠'의 이름을 받게되는 것이다. '디쿠' 이것이 디켈이 바라는 이름이었다. '쿠'의 이름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로무네크 마을을 떠날 수 없고 사냥에도 따라갈수 없다. 계속 어린애 취급을 받으면서 마을에 머물 러야 하는 것이다. 마을 외곽에서 혼자 살아가는 라무켈이 그 대표 적인 경우였다. 라무켈은 1천일의 시련에서 최고의 성적을 받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냥에 나서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라무켈은 '쿠' 의 이름을 받지 못하고 마을의 텔레노아를 돌보는 하찮은 일을 하게 되었다. 디켈은 검은색의 윤기나는 자신의 털을 쓰다듬으며 한숨을 내쉬었 다. 오늘을 위해 발톱을 날카롭게 갈아왔지만 어쩌면 아무런 쓸모가 없어질수도 있는 것이다. 문득 라무켈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왜 사냥에 나가지 않냐고? 당연하잖아. 난 사냥을 싫어하니까. 하 하하' 그럴때면 라무켈의 윤기없는 회색털은 바늘처럼 꼿꼿이 서곤 했었 다. '……라이컨 슬로프 답지 않다니까' 늑대의 라이컨인 디켈은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인 라무켈을 좋아했 다. 친절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무엇보다 라이컨 슬로프 답지않게 아 는 것이 무척 많았다. 그의 집에는 알 수 없는 수많은 두루마기들로 가득했다. 어렷을 때 디켈은 라무켈의 집에서 놀곤 했기 때문에 라 무켈의 이상한 모습을 많이 보아왔었다. 라무켈은 알테미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낮에도 라이컨의 모습을 하고 있을때가 있었다. 라이컨 슬로프는 낮에는 호모로즈의 모습을 하고있다가 알테미아의 눈이 떠오르면 라이컨의 모습으로 바뀐다. 그러나 라무켈은 언제나 똑같았다. 그 이유를 묻는 디켈에게 라무켈 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내겐 알테미아의 가호가 내리는 모양이야. 그것도 하루 내내 말이 야.' '내게도 그런 가호가 있다면……' 디켈은 쳇 하는 소리와 함께 옆의 텔레노아를 후려쳤다. 우지직 소 리가 나며 굵은 가지가 그대로 부러져 나간다. 오오 하는 탄성이 나 오지만 디켈은 다시 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때 정찰을 나갔던 자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잔 소리를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였지만 아버 지는 갑자기 으음 하는 신음을 내며 등의 털의 곤두세웠다. 디켈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모두 조심해! 심상치 않아!" 숨을 헐떡이며 젠쿠가 돌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의기양양 했던 방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왼 팔은 보이지 않았고 전신에 피 를 흘리고 있었다. 젠쿠의 눈은 공포의 빛으로 가득했다. 젠쿠는 동 료들의 모습이 보이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괴물이다! 도망가!" 젠쿠는 으윽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비틀거렸다. 이제 그의 등에 꽂 힌 화살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여서 그의 모습은 금방 눈에 들 어왔다. 젠쿠는 텔레노아에 기대려 했지만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추 락해 버렸다. 아버지의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젠쿠!" 아버지는 으르렁 거리며 이를 갈더니 이내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 고 모두에게 명령을 내렸다. "일단 후퇴다! 라니쿠와 노쿠는 나와 함께 젠쿠를 구한다. 디켈! 너도 후퇴해!" "……싫어요!" 디켈은 항변했다. 아버지는 의외라는 듯 디켈을 바라보았다. "어린애가 낄데가 아니야!" "난 어린애가 아니에요! 이번 사냥은 나를 위한 거잖아요!" "말씨름 하고 있을때가 아니다. 이건 '쿠'들의 일이다." "그러니까 더더욱 제가 가야죠. 사냥만이 '쿠'의 조건이 아니잖아 요! 동료를 구하는 것도 라이컨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뭐?" 아버지의 눈은 더욱 커져 있었다. 휘익 하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라 니쿠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재미있군. 좋은 아들을 뒀어, 바타쿠." 아버지는 잠시 생각을 하는 눈치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말로해서 될게 아니군. 노쿠, 자네는 돌아가게. 나는 라니쿠와 디 켈과 함게 젠쿠를 구하겠다." "네." 노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아버지의 눈이 디켈에게 향했다. 아버지가 웃고 있었다! "가자! 디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검은 빛이 되어 젠쿠가 사라진 곳을 향해 달려갔다. 디켈과 라니쿠도 그 뒤를 따랐다. 검고 거대한 등……디켈은 아버지의 등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모 든 라이컨이 아버지의 등에 얹혀있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등은 그것 을 다 포용하고도 더 크게 자리잡아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디켈은 등의 털을 쭈삣 세웠다. 그리고 발에 힘을주어 달려가는 속 도를 더 높였다. * * * 의리있는 라이컨슬로프라.....이상한가요? 저는 정의의 인물보단 어둠의 인물에 관심이 많죠..... 반론 있으신분은 메일을....부탁해요..... *********************************************************** 예고편대로 라이컨슬로프 퍼다 올립니다. 이건 현제 천리안의 검과마법 동호회에서 유민수님께서 연제 하고 계시는거고 어제 유민수님깨 나우에 퍼다 올려도 된다는 허락받고 오늘 올립니다. 저 게인적으로 무지 잼있고 읽고 있는거라서요 다른분들도 잼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현제 천랸에선 34편까지 연제되고 있습니다. 제 컴이 문제가 있어서 많이는 못올리고 우선 2편만 올립니다. 시간나는대로 족족 올려서 천랸의 연제 속도를 빠른시간네 따라 잡도록 하죠 그럼 즐건 휴일 보내세요 무휼이였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47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2 14:54 읽음:1112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 슬로프(=수인) by 유 민 수 2. 텔레노아의 바닥에 떨어진 젠쿠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디켈들이 도착했을 때 젠쿠는 이미 텔레노아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텔레노아 는 가시같이 생긴 무성한 잎을 가진 나무인데 그 가시끝은 마치 바 늘처럼 뾰죽했다. 텔레노아는 우선 질긴 가지로 상대를 감고 가시끝 을 몸속에 찔러넣어 체액을 빨아먹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라이컨 족(族)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마쿠로텔레노아를 흡입하며 살아가는 종족들은 고기맛이 별로인데다 가 너무 강해서 텔레노아는 아예 포기하는게 다반사였다. 다만 상처 를 입은 라이컨은 모두 텔레노아의 먹이로 사라지는게 일반적이었 다. 물론 권장할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젠쿠는 빈사의 지경에 이른 몸을 이끌고도 용케 텔레노아의 공격 을 피하고 있었다. 텔레노아의 가지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쭉쭉 찢어버리고 있었다. 그래도 텔레노아는 젠쿠의 피냄 새에 민감하게 반응해 끈질기게 젠쿠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분명 젠쿠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꺼져라!" 디켈은 젠쿠의 옆으로 뛰어내려 손톱을 휘저어 텔레노아를 잘라냈 다. 텔레노아는 기겁을하며 가지를 슬금슬금 뒤로 움츠렸다. 그러나 예의 뾰족한 가시를 앞세우며 왕성한 식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 나 그들도 무리하게 덤비지는 않았다. 잘못 덤비면 결국 당하는 것 은 텔레노아 쪽일 테니까. "고맙다, 디켈. 내게 네 도움을 받게 되다니……내 이름을 바꿔야 겠구나." "시끄러워요, 젠쿠. 그럴 마음도 없으면서…… 퉁명스레 대답하는 디켈에게 젠쿠는 큭큭대며 웃어댔다. 등의 화살 은 이미 뽑아낸 뒤였고 라이컨족 특유의 치유력으로 몸의 상처는 사 라지고 있었다. 뒤이어 아버지와 라니쿠가 뛰어내려 젠쿠를 살펴보 았다. "괜찮은가?" "못난꼴을 보였군, 바타쿠. 하지만 정말 강한 놈들이었어." "이야기는 마을에 돌아가서 하지. 치명상은 없나?" "아아……빌어먹을 은으로 만든 검만 아니었어도……" 젠쿠는 배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젠쿠의 배는 검은 거품이 부글 부글 끓고 있었다. 분명히 은으로 만든 무기에 당한 것이다. 라이컨 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바로 은으로 만든 무기에 약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컨슬로프는 매지션보다도 검사를 더 두려워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은으로 만든 검을 가진 호모로즈가 별로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아버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떤 놈들이었나?" "수컷 다섯에 암컷 셋. 날 다치게 한 덩치큰 전사와 여자 전사 하 나. 삐쩍마른 남자 매지션과 엘프 정령사가 있었어. 그리고……" "……엘프?"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음. 옷을 봐서는 분명 북부 산맥의 엘프야. 나이는 대략 스물일곱 정도 되어보였지만 실제론 더 많겠지. 검은색의 레이피어를 갖고 있더군." "……" "나머지는 기사와 신관들이었어. 그리고 여자아이 하나가 있더군." "……어디로 가던가?" "서편에 있는 마신의 골짜기. 아주 급해보이던데-…더이상은 모르 겠어. 아무튼 별로 좋은 놈들은 아니야." 아버지의 얼굴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얼굴로 바뀌었다. 고개를 갸 우뚱 하며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었 다. "아니야, 설마……" 아버지는 그대로 앉아 생각에 잠겼다. 잠시 기다려보았지만 아버지 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디켈은 가시를 이빨처럼 드 러내며 다가오는 텔레노아를 발로 걷어차 날려버리고 낮게 소리질렀 다. "아버지, 언제까지 계실거에요? 이놈들, 보기보단 영 귀찮아요." "무서운거야. 디켈?" "시끄러워요, 젠쿠. 날 놀리면 어린애 취급 하겠어요. 아까 이름 바꾼다고 했죠? 젠코로 바꿔요." 이죽거리는 대답에 젠쿠는 하하 웃고있었다. 배의 상처는 이제 거의 나아가고 있었다. 젠쿠의 회복력은 정말 놀라웠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도 생각에 잠겨 있었다. 아버지의 눈은 멀리 마신의 골짜기 쪽으로 향해있었다. 그리고 무 엇인가 중얼거리면서 생각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이상한데……' 디켈은 점점 불안해졌다. 아버지는 다시 젠쿠에게 말을 건넸다. "그 여자아이, 어떤 옷을 입고 있던가?" "몰라. 그런거 보고있을 틈이 있었나. 숨어 있는데 전사놈이 덮치 는데……대책이 없더군." 젠쿠는 끄응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정도 움직일수 있 된 것 같았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 하고는 디켈을 바라보았다. "디켈, 혼자 돌아갈수 있겠지?" "……아버지!" 아버지는 디켈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젠쿠에게 시선을 돌렸다. "젠쿠. 그들이 어느 길로 들어섰나?" "남부의 작은 소로로 들어갔어. 그길이 지름길이니까. 그런데 자네 왜……" "가봐야 겠어. 아무래도 불안해. 라니쿠, 자네는 그들이 왔던 길 쪽으로 돌아가줘. 그리고 또다른 호모로즈들이 있나 알아봐." "알겠네." "……디켈!" 아버지는 디켈에게 다가와 디켈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발톱이 살 속에 파고들어 아팠지만 디켈은 아무런 말을 할수 없었다. 아버지의 눈이 그렇게 무섭게 변한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눈은 파랗게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아버지의 타오르는 모습을 보는 것은 웃는 모습을 보는 것 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아버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디켈. 중요한 일이다. 마을에 돌아가거든 전사들에게 말해서 라니 쿠에게 달려가라고 해. 아마도 도움이 필요할 일이 생길거야. 그 리고 라무켈에게 이 말을 전해라. '사슬이 풀렸다'라고." "……아버지……" "확실하게 기억해라! 그리고 전하는 대로 라무켈이 시키는 대로 해. 이상하게 생각되도 해. 이건 대장으로서 명령이야!" "……" 디켈은 질린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슬금거리며 다가오던 텔레노아가 갑자기 모두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삽시간에 주위는 텅 빈 공터로 변하고 말았다. 젠쿠와 라니쿠도 놀라고 있기는 마찬가지 였다. 디켈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침을 꿀꺽 삼켰다. "……네." "……좋다." 아버지는 꽉 잡았던 손을 풀고 디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갑자기 디켈을 끌어안았다. 디켈은 이해할수 없었다. 갑작스레 벌어진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은 디켈을 혼란스럽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귓가에 아버지의 속삭이는 말소리가 들렸다. "사랑한다. 내아들 디켈……" 보이진 않았지만 디켈은 알수 있었다. 아버지는 지금 웃고있었다. 하 루에 두 번씩이나! 디켈은 얼떨떨해졌다. 아버지는 디켈을 놓고 몸을 돌려 마신의 골짜기 쪽으로 달려갔다. 디켈은 멍하니 아버지의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을로 돌아온 디켈은 일단 촌장인 미카쿠에게 아버지의 말을 전했 다. 미카쿠는 단 한번 물어보는 일 없이 마을 전사들에게 소집령을 내렸다. 그에게 있어 아버지의 명령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듯 했다. 소란스러워진 마을을 뒤로하고 디켈은 다시 라무켈이 살고 있는 마을 외곽의 작은 움막으로 향했다. 디켈이 도착했을 때 라무켈은 쓸데없이 자란 어린 텔레노아를 때려 잡고 있었다. 텔레노아는 번식력이 무척 강해 주기적으로 벌초를 해 주지 않으면 마을 전체가 뒤덮이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래서 라무 켈이 돌아다니며 어린 텔레노아를 때려잡고 있는 것이었다. 디켈이 접근하고 있을때도 라무켈은 작업용 천을 두르고 커다란 몽둥이로 발악하는 작은 텔레노아를 영원히 잠재워 버리고 있었다. 라무켈은 디켈을 보고 미소를 띄워올렸다. "어쩐 일이냐, 디켈. 사냥에 실패했니?" "시끄러워요, 라무켈. 아버지의 전갈이에요." "……바타쿠가?" 라무켈은 몽둥이를 내던지고 허리에 손을 올렸다. 사람좋아 보이는 인상이 더욱 푸근해져 보였다. 그러나 디켈은 그런것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잘 들어요. 한번만 말할 거니까." "알았어. 어서 말해봐."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사슬은 풀렸대요." "……" 라무켈의 얼굴에 갑자기 핏기가 사라졌다. 허리에 올렸던 손을 늘어 트렸다가 머리를 짚었다. 갑작스런 변화에 디켈은 놀라고 있었다. 라 무켈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듯 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디켈을 바 라보았다. 디켈은 섬뜩해졌다. 라무켈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 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주변의 텔레 노아들이 죽어라 도망을 치는것으로 보면 쉽게 알수 있었다. 디켈은 침을 꿀꺽 삼켰다. 라무켈은 디켈에게 물었다. "장난은 아니겠지, 디켈." "내가 왜 장난을 쳐요?" "……좋아. 바타쿠는 어디로 갔지?" "……마신의 계곡이요." 라무켈은 몸에 걸쳤던 천을 그대로 쭉 찢어버렸다. 울퉁불퉁한 근육 이 몸 전체를 뒤덮고 손이 보통 크기의 두배 정도로 부풀어올라 있 었다. 또한 그제서야 디켈은 라무켈의 발톱이 드러나 있는것을 알수 있었다. 라무켈의 발톱은 평소엔 절대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라무 켈은 화를 내는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끔 디켈은 라무켈이 발톱 이 없는게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라무켈 의 발톱은 마경의 환수(幻獸정) 샤갈의 이빨처럼 날카롭고 컸다. 디 켈의 것에 비해 두배는 컸는데 라무켈은 발톱을 장난감처럼 부풀어 오른 손 안에 집어넣었다 뺐다 하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20년이 지났구나……20년이." 라무켈은 한쪽 입을 일그러뜨려 이상하게 웃었다. 디켈은 소름이 쭉 돋는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알고 지내던 라무켈이 아니었다. 그의 눈 은 점점 노랗게 변하고 있었다. 디켈은 문득 촌장 미카쿠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은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언제나 눈이 노랗게 변하지. 일단 그렇게 변한 라이컨은 상대를 죽이기 전까진 원래대 로 돌아가지 않아.' '……누구를' 디켈의 머리속은 번쩍이는 생각들로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떤 가정에 가서야 생각이 멈춰버렸다. 그러나 그 생각은 터무니없이 끔 찍한 것이었다. 그래서 디켈은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버렸다. 문득 디켈은 라무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라무켈은 완전히 노랗게 변한 눈으로 디켈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라무켈의 어조는 부드러웠다. "디켈. 바타쿠가 한 말은 그게 모두니?" "……내게 라무켈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했어요. 이상해도 그냥 하 라고. 대체 무슨 소리죠, 라무켈? 대답해줘요." "……" 라무켈의 얼굴에 의혹이 스쳐갔다. 그러나 이내 라무켈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친구가 또 쓸데없는 짓을 하려는군." "……네?" "아무것도 아니다. 나를 따라와라. 최대한 빨리." "……!" 라무켈은 말을 마침과 동시에 흐르는 물처럼 움막을 향해 달렸다. 아버지의 움직임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동작이었다. 디켈은 계속 놀랄수밖에 없었다. 저런 훌륭한 움직임과 손톱을 가진 라무켈이 왜 지금까지 은신해 있는건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움직임만으로 보자면 라무켈은 로무네크 마을 최고의 전사인 아버지, 바타쿠의 움직임에 맞먹을 정도였고 가끔씩 다가오는 텔레노아를 날려버리는 손톱은 예 리하고 날카로웠다. '불안하다……' 디켈은 이를 악물었다.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시작되었고 진행 되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오늘 만났던 호모로즈들인것 같았 다. 디켈은 아버지가 중얼거렸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여자아이……라고 했어. 왜 호모로즈 따위의 여자아이에게 아버지 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61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3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2 21:22 읽음:1086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3 by 유 민 수 3. 디켈이 움막에 도착했을때 라무켈은 움막안에 고개를 집어넣고 무 언가를 찾고 있었다. 라무켈은 움막을 거의 찢어내다시피 하며 뒤지 고 있었다. 라무켈은 자신의 오두막을 소중히 아꼈고 특히 그 안에 들어있던 두루말이를 사랑했다. 그러나 지금 라무켈은 그런것에 상관없이 모두 다 내던지고 있었다. 잠시뒤, 라무켈은 무언가를 꺼내 디켈에게 다가 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상자가 들려 있었다. 흙이 묻어있는것이 오두막의 바닥에 묻혀있던것 같았다. 라무켈은 상자를 디켈에게 내밀었다. "받아라, 디켈. 그리고 일단 이 안에 들어있는것을 입어라." "……네?" 의아해하는 디켈에게 라무켈은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말 잘 들어라. 대답도 하지 말고 그냥 들어. 그리고 다 들은다음 마신의 골짜기로 가라. 분명히 바타쿠는 자기 스스로 일을 매듭지으려 하겠지만 너의 도움이 필요할게다. 물론 나도 간다." 라무켈은 단호한 라무켈의 말에 아무소리 못하고 상자를 열었다. 그 리고 경악했다. 상자안에는 은으로 된 갑옷과 검은색의 상자가 있었 다. 더군다나 그것은……호모로즈의 것이었다. 디켈은 시선을 황급히 라무켈에게 돌렸지만 라무켈은 살짝 고개를 저어 디켈의 입을 막았 다. 디켈은 어쩔수 없이 갑옷을 꺼내 몸에 착용했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갑옷은 꼭 맞춘것처럼 디켈의 몸에 맞았다. 그러나 몸에 부작용을 일 으키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디켈은 힘이 더 샘솟는 것을 느꼈 다. 라무켈은 의아해하는 디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디켈, 라이컨슬로프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아느냐?" "……" 두꺼운 암숄더를 끼우던 디켈은 라무켈의 말에 잠시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디켈은 그런것에 대해선 관심을 둔적이 없었다. 보통의 동물은 암컷과 수컷이 있고 그들이 자식을 낳는다는 것은 알 고 있었다. 그러나 라이컨슬로프의 마을에 암컷과 수컷은 없었다. 오 직 라이컨슬로프만이 있었다. 다만 어린 라이컨슬로프는 어른들이 마 경의 숲 속에서 데려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때는 호모로즈의 모 습이었다가 알테미아의 500일이 지나면 드디어 라이컨슬로프로 변모 하기 시작한다. 적어도, 디켈이 알고있는 바는 그랬다. "라이컨슬로프는 왜 호모로즈들을 사냥할까? 먹지도 않으면서……" "……" 라이컨슬로프의 주식은 마경의 짐승이었다. 물론 입에서 불을 내뿜는 반(半) 드래곤인 샤갈은 먹지 않았지만 오크라든지 오우거 정도는 라 이컨슬로프의 밥이었다. 그러나, 라이컨슬로프는 '사냥'이라는 이름아 래 호모로즈를 죽이지만 그들을 먹지는 않았다. 라무켈의 질문은 간단했지만 디켈은 단 하나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 냥 예전부터 그래왔기 때문에 당연하게 느끼고 있었던 것 뿐이었다. 그러나 라무켈은 디켈의 대답을 바라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라무 켈은 노란 눈을 마신의 골짜기로 향했다. "그 이유는 기억 때문이다. 아주 오래된……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기억 때문이다. 우리 라이컨 슬로프는 원래 부모에 의해 버려진 호모로즈였으니까." "……!" 디켈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크게 확대된 디켈을, 라무켈은 물끄러 미 바라보았지만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라이컨 슬로프는 피에서 피로, 그 종족으로 보존해 나간다. 아주 오래전, 라이컨슬로프라 불렸던 늑대 하나가 마경에 버려진 어린 애를 하나 보았다. 아이는 텔레노아의 공격을 받아 거의 숨이 끊 어져 있었다. 늑대는 발톱을 사용해 아이를 구하고……그리고 그 의 생각을 읽었다. 그는……부모에게 버림받은 것이었다." "……" "라이컨슬로프는 자신의 피를 아이가 마시게 하여, 또다른 라이컨 슬로프가 되게 하였다. 아이는 자라서도 자신을 버린 호모로즈들 에 대한 증오를 그대로 간직한채 자라났지. 하지만 본래 라이컨슬 로프는 낮에도 그들 본래의 모습을 지니게 되었는데, 호모로즈들 의 피를 이은 라이컨슬로프는 낮에는 그들의 본래모습, 그러니까 호모로즈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 언젠가 네가 내 모습이 왜 그 대로냐고 물은적이 있었지? 이게 답이다." "……" 라무켈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계속 마신의 골짜기 를 향해 있었다. "바타쿠도 30년 전에 내가 데려온 아이다." "……" 디켈의 멍한 눈을 보며 라무켈은 웃었다. "거짓말 같냐? 미안하지만 사실이다. 난 벌써 200년 가까이 살아왔 으니까. 기껏해야 150년을 사는 늑대의 라이컨슬로프와는 달라." "……네." "30년 전에, 나는 동쪽 절벽에 놓여있던 어린아이를 데려왔다. 아 이 근처엔 칼을 맞아 죽어버린 기사 다섯이 있었고, 처음 봤을때 아이도 죽은것 같았다. 그러나 살아있더구나." "……." "그 아이 근처엔 지금 네가 입은 갑옷이 있었다. 처음 봤을때, 나 는 그것이 은인줄 알았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미스릴'이라는 드워 프 난쟁이들의 작품인것을 알았지. 아뭏든 나는 그것을 들고 마을 로 돌아와 너의 할아버지인 나가쿠에게 아이를 맡겼다." "……" "나가쿠는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무척 기뻐하며 바타쿠를 키웠다. 그리고 알테미아의 2천일이 지나고 첫 사냥에서……바타쿠는 한 호모로즈를 만났다. 긴 머리의 곧 죽을것 같던 여자였다. 이름을 루미너라고 하더군.……아름다운 여자였다." "……" 디켈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머리가 혼동되어 아무것도 알수 없 었다. 그저 라무켈의 이야기를 멍하니 듣고있는것이 전부였다. "무슨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루미너라는 여자와 관계되 어 동족이 셋이나 죽었다. 바타쿠도 1년 정도 돌아오지 않았지. 마 경에는 바타쿠가 배반을 하고 호모로즈에 붙었다는 말도 나돌았 다. 그래서……" 라무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라이컨슬로프의 법에 따라 그녀석을 데려온 내가 나갔지. 물 론 바타쿠를 없애기 위해서." "……라무켈!" 디켈은 지금 자신의 얼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었다. 아직까지 디켈은 이해할수 없는 경우를 당한 라이컨슬로프의 얼굴을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라무켈은 지금 보고 있을 듯 했다. 라무켈을 손에서 손톱을 꺼내 지긋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라무켈은 한참을 그러더니 짧게 말했다. "……호모로즈의 마을에서 나는 강철우리에 갇힌 바타쿠를 데려왔 다. 그때 그녀석은 가슴에 아이들을 안고 있었지. 아직 호모로즈의 모습을 하고 있던 너……그리고……" "……" "……꼭 루미너를 닮았더군. 아주 예쁜 여자아이였지." 디켈은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러나 라무켈은 재빨리 말을 끊어 버렸다. "그 아이가 네 동생인지는 확신할순 없다. 바타쿠는 내가 죽이겠다 고 했을때도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할수있는 이야기는 이제 전부 다." "……어떻게 해서 그 아이와 내가 헤어지게 된건가요?" "……묻지마라. 그건 바타쿠와 나와의 사슬이다." 디켈은 작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라무켈이 말하는 사슬이 뭔지는 알 수 없었어나 '맹세' 비슷한 종류라는 것은 알수 있었다. 라이컨슬로프 의 맹세는 대부분 죽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아버지와 라무켈의 '사슬'이란 것도 그런 종류의 하나인 것 같았다. 라무켈은 디켈이 입을 다물고 있자 잠자코 마을 외곽을 향해 달리 기 시작했다. 디켈도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동쪽 산등성이에서 푸른빛을 내뿜는 알테미아의 눈이 떠오르면서, 빛을 가리는 마쿠로텔 레노아의 모습도 점차 사라져갔다. 어둠의 마신, 다레모스의 시간속 에 라무켈의 노란 눈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 은 멀리 보이는 마신의 골짜기를 향하고 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62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4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2 21:23 읽음:1052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4 by 유 민 수 제 1 장. 검은 피는 달빛이래 아름답다. 4. 마신의 골짜기는 마경의 서편, 샤갈이 많이 출몰하기로 유명한 '샤 갈의 이빨'이라는 이름의 바위산에 있는 골짜기였다. 마쿠로텔레노 아의 분포가 가장 높아 밤낮을 가릴것없이 언제나 어둠으로 둘러싸 인 곳이었지만, 단지 그것뿐, 골짜기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신의 골짜기엔 식인수(食人樹) 텔레노아도, 시체를 갉아먹고 사 는 마충(魔蟲) 코크러치도 접근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막에 둘러 싸인 것처럼, 마경의 생물에게 있어서도 마신의 골짜기는 접근불가 의 지역이었다. 게다가 마신의 골짜기에 들어가기란 쉬운일이 아니 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샤갈의 이빨'에는 샤갈이 무척 많이 살았다. 거 대한 두개의 날개로 마경을 휩쓸고 지나가는 샤갈은 산 정상 부근에 둥지를 짓는것 같았다. 가끔씩 드래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기는 했지만 디켈로서도 드래곤을 본적은 없었다. 다만 샤갈은 세번 싸운 적이 있었다. 그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약 3년전, 먹이를 구하던 샤갈이 마을을 덮친적이 있었다. 마을의 모든 전사가 나와 그 녀석에 맞서 싸웠지만 결국, 어린 라이컨슬로 프 3명이 샤갈의 밥이 되거나 물려갔다. 분명 샤갈 새끼의 장난감이 되거나 식후 디저트가 되었겠지……샤갈은 드래곤족 계열의 와이번 과는 다르게 마법이나 불을 뿜어내지는 않았지만 그 난폭성은 무엇 에게도 지지 않았다. 크기는 와이번의 절반 정도로 작았지만, 그렇 다고 해서 작은편이 아니었다. 적어도 오우거 다섯마리 합친것만큼 컸으니까. 아버지가 슛고 있다는 그 여자아이는 바로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었다. "거의 다 왔다." 라무켈의 무거운 말소리가 들렸다. 라무켈의 눈은 바닥에 난 호모로 즈의 흔적을 훑고 있었다. 텔레노아에서 텔레노아로 날아가는 라이 컨슬로프와 다르게 호모로즈는 땅바닥을 기어다닌다. 그래서 추적하 기도 쉽고 알아차리기도 좋았다. 다만 그 길 주변에 흩어진 시체들 을 보는것은 별로 기분좋은 일이 아니었다. 똑바로 난 길 주변에는 트롤과 코볼드들 뿐만 아니라 독을 내뿜는 모드키같은 강한 마물도 꽤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호모로즈의 모습 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그 호모로즈들이 이 모든 마물들 을 처리하고 전진했다는 소리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강한 녀석들인 것은 확실했다. "만만한 녀석들이 아닌것 같아요." "……" 라무켈은 바닥으로 뛰어내려 거의 걸레가 되어버린 모드키의 몸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모드키는 뱀처럼 몸을 뒤틀면서 상대에게 접 근해 독을 날려 상대의 눈을 멀게한다. 그리고 그 두꺼운 몸으로 감 아 뼈를 모조리 부러뜨린후 상대를 삼키는, 기분나쁜 녀석이다. 그 러나 그만큼 상대하기란 만만치 않아서 어린 라이컨슬로프들이 죽는 대부분이 바로 모드키의 소행일 정도였다. 그러나 모드키의 몸은 마 치 채를 썰어버린 것처럼 찢어져 있었다. 라무켈은 모드키의 잘려진 단면을 주의깊게 보고 있었다. 라무켈은 낮게 으르릉 거리는 소리를 냈다. "……대단하군. 단번에 잘라냈어. 수법으로 봐서는 이 근처 녀석 이 아니군. 북부의 바바리안(=야만인) 인가……?" "그런것도 알수 있어요?" "동물들이 특유의 냄새를 가진 것처럼, 호모로즈도 특별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녀석은 분명히 북부의 바바리안이다. 아니……어 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라무켈의 말은 디켈에게 말하는 것인지 혼자 중얼거리는 것인지 구 별이 잘 가지 않았다. 물론 라무켈이 물어보았다 하더라도 디켈은 몰랐을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뒤적거리던 라무켈은 갑자기 신음소리를 냈다. 라무 켈은 모드키의 머리 부분을 자세히 바라보더니 제길 하는소리를 냈 다. "……맞군." "……? 라무켈?" "……" 라무켈은 묵묵히 잘려진 모드키의 머리를 디켈에게 던졌다. 디켈은 그 머리를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손톱자국이었다. 그것도 아주 날 카롭게, 그리고 단 한번에 모드키의 머리를 날려버린 것이다. 상처 주위의 핏자국이 완연한 것으로 봐서 모드키를 죽인 상처는 바로 이 것인것 같았다. 다만 손톱이 마치 칼날처럼 날카로운것 같았다. 라무켈은 손가락으로 디켈을 따라오라고 하고는 다시 텔레노아의 가지위로 뛰어올랐다. 디켈은 불안해졌다. 마신의 골짜기에 다가갈수록 호모로즈들이 죽인 마물의 수는 점점 늘어갔다. 오크와 코볼드에서 이제는 모드키와 오우거로 발전해 가 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무사하진 않은듯 했다. 로브를 둘러쓴 인 간 하나가 몸이 토막난채 흩어져 있는것을 볼수 있었다. 그러나 라 무켈은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갔다. 디켈은 라무켈에게 물었다. "어떤 녀석이죠?" "저런 무식한 짓을 할수있는 녀석이 뭐가 있을것 같아?" 디켈은 등에 소름이 쭉 돋는것을 느꼈다. 갈기갈기 찢어진 시체…… 분명히 본 기억이 있다. "……샤갈인가요?" "마신의 골짜기엔 거의다 왔다. 샤갈이 그들을 못본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라무켈은 손을 들어 흐린 하늘을 가르켰다. 분명히 앞쪽 어느 지점 에 샤갈 다섯마리가 모여 날고있는게 보였다. 마치 하이에나처 럼……그들의 집요함은 디켈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늘 을 날고 있을뿐 섣불리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왜?' 그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갑자기 앞이 확 트이며 목이 잘려진 샤갈 한마리가 쓰러져 있는것이 보였다. 죽기전에 상당히 발악을 한듯 호 모로즈 셋이 죽어 있었다. 라무켈은 가볍게 중얼거렸다. "여덟에서 넷이면……이제 남은건 셋이군." 끼-익! 디켈의 눈이 하늘의 샤갈로 향했다. 샤갈 한마리가 디켈을 향해 급 틀었다. 쉬익 소리가 나며 가슴이 뜨끔하는 것이 느껴졌다. 쿠웅! 무엇인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바닥에 쓰러진 샤갈이 두 마리로 늘어났다. 샤갈은 발을 버르적거리며 다시 날아오르려 했지 만 이내 축 늘어지고 말았다. 샤갈의 목엔 검은색으로 빛나는 기둥 이 하나 박혀 있었지만 이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블랙 스피어(Black Sphere)! 설마하니……" 라무켈의 눈이 크게 확대되며 샤갈의 시체를 응시했다. 디켈의 가슴엔 길게 찢긴 상처가 나 있었다. 조금전 샤갈이 떨어지 면서 긁힌 자국 같았다. 디켈의 눈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첫 사냥이었다. 그런데 첫 사냥에 나서자마자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린 것이다. "헤져드 죠스!" 디켈와 라무켈의 눈이 소리가 들린쪽을 향했다. 기억이 있는 목소리 였다. 라무켈의 눈에서 잠깐 빛이 번득였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숲을 뚫고 검은 빛이 하늘의 와이번 을 향해 날아갔다. 와이번은 무서운 기세와는 달리 공격을 피하기에 급급하고 있었다. 상대의 기척은 점점 가까이 들리고 있었다. 디켈은 일단 샤갈의 시 체 곁으로 물러나 상대가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디켈에게 다 가오는 것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하늘을 맴돌고 있던 샤갈이 급강하 를 시도하고 있었다. 라무켈 역시 온몸을 긴장으로 굳힌채 위와 앞 을 동시에 살펴보며 어디를 먼저 방어해야 하는건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빌어먹을……' 디켈은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샤갈이 반쯤 내려왔을때 눈앞의 숲을 헤치며 검은 물체가 튀어나왔 다. 검은 물체는 대뜸 안고있던 하얀 것을 디켈에게 집어던졌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디켈은 그것을 쳐낼수도, 방어할수도 없어 그냥 받을수밖에 없었다. 쿠웅하는 소리와 함께 강한 충격이 디켈의 가슴을 내리쳤고 디켈 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던 와중에서도 몸을 굴려 가슴에 부딪힌 녀석 의 공격을 차단했다. 그렇게 한참을 굴러 디켈은 샤갈의 시체에 부 딪혀서야 멈출수 있었다. 디켈은 손을 뻗쳐 상대의 양 팔을 잡아 바 닥에 내리 눌렀다. 그리고 이빨을 드러내 상대의 목을 물었다. 아 니, 물려고 했다. "이스카리아!" 엄청난 굉음이 들리며 땅이 지진이 난것처럼 흔들거렸다. 디켈이 엎 드려있는 땅에서 갑자기 돌기둥이 뻗쳐나오고 있었다. 디켈은 일단 몸을 굴려 튀어나오는 돌기둥을 피했다. 돌기둥은 똑바로 내려오던 샤갈을 향해 뻗어나가고 있었다. 샤갈 은 급히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디켈은 눈을 질끈 감았다. 퍼억! 샤갈의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가만 차가운 무언가가 디켈을 뒤집어 씌웠다. 디켈은 강한 비린내에 잠시 숨도 쉴수 없었다. 속에서 넘어 오는 것을 느꼈지만 일단 디켈은 발에 힘을 주어 샤갈의 시체를 뛰 어넘었다. 디켈은 숨을 몰아쉬었다. 샤갈이 날아오고 땅에서 갑자기 돌기둥이 튀어나오고……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가 다시 머리 위로 날아오는 느낌은 분명히 알수 있었다. 디켈은 옆으로 굴렀다. 쿵하는 소리가 들리고 땅이 움푹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강하다!' 디켈은 상대를 잡은 손을 아직 놓고있지 않았다. 가슴에 있던 녀석 은 이미 기절해 버렸는지 움직일 생각을 하고있지 않았다. 디켈은 사력을 다해 몸을 뒤로 뺐다. 그리고 방금전 공격을 했던 자를 노려 보았다. 검은색 털에……넓고 강해 보이는 어깨와 손톱……그리고 라이컨슬로프의 이빨……가만! 디켈은 할말을 잃어버렸다. "……바타쿠!" 라무켈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불타오르는 증오의 눈초 리를 자신에게 보내고 있는 라이컨슬로프, 바로 아버지였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63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5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2 21:24 읽음:1046 관련자료 없음 ----------------------------------------------------------------------------- [제 목] [장편/아이크] 라이컨슬로프-5 ─────────────────────────────────────── 5 알테미아의 눈이 떠오른지 벌써 대여섯 시간이 지났지만 디켈과 라무켈은 샤갈의 고기를 뜯어먹는것 외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 다. 디켈은 디켈대로, 라무켈은 라무켈대로 할말이 무척 많았지만 그들의 시선은 바타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바타쿠는 디켈 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바타쿠는 오직 가슴에 조그만 여자아 이, 호모로즈를 안고 있었다. 그 아이는 방금전까지 바타쿠에게 응 석을 부리다가 샤갈의 구운 고기를 조금 먹고는 잠이 들었다. 바타 쿠는 계속 웃는 얼굴로 여자아이를 상대해 주고 있었다. 디켈은 아 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는것이 싫었다. 아버지는 전사다. 전사는…… 전사는…… "……제길." 디켈은 중얼거렸다. 라무켈은 그런 디켈을 흘깃 바라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바타쿠." "……" 바타쿠의 시선이 천천히 라무켈에게 옮겨왔다. 바타쿠의 눈은 차갑 게 가라앉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드로이얀은 왜 여기에 있는건가." '드로이얀?' 디켈은 라무켈에게 시선을 옮겼다. 라무켈이 이 여자아이를 알고있 다. 그렇다는 말은 이 아이가 감옥에 있던 그때 그 아이란 말이 된 다. 바타쿠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윽한 시선을 아이에게 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라무켈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웰링턴 가(家)에 있어야 할 애가 왜 마경을 헤메고 있는건가. 사 슬은 풀렸어. 더이상 자네를 보고있을수는 없어." "……" "바타쿠!" "……그만해." 바타쿠는 낮은 목소리로 점점 커지는 라무켈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입에 가만히 대었다. "드로이얀이 잠들었어. 조용히 말하자구." "아버지!" 디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바타쿠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따스한 시선을 여자아이, 드로이얀에 게 보냈다. 마치 작은 솜털이라도 다루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디켈과 라무켈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잠시간의 적막이 흐르고 라 무켈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젠 내가 키우겠어." "제정신인가?" "……눈감아 달라고는 하지 않겠어. 그냥……나라는 녀석을 잊어 줘. 나는 이대로 마신의 골짜기를 건너겠다." "……이유를 말해줄수 있는가?" "……사슬이라고 해 두지." "……" 이해할수 없는 대화가 지나가고 바타쿠는 시선을 디켈에게 옮겼다. 바타쿠의 눈에 비친 디켈은 마치 온몸을 사슬로 묶인 한마리 늑대처 럼 보였을 것이다. 아니, 디켈이 생각하기엔 그랬다. 디켈은 자신의 목소리를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버지! 알아주세요! 라고. 바 타쿠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디켈.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이건 내가 해야할 일이 다." "……그런 호모로즈가 그렇게 중요해요?" "호모로즈가 아니다. 인간(人間)이라고 하지. 또한 나도 인간이 고……" 디켈은 잘근잘근 씹고있던 샤갈의 뼈를 모닥불에 내던져 버렸다. 불 꽃이 한차례 춤을 추더니 원래대로 돌아갔다. 마신의 골짜기가 가까 운 탓인지 마쿠로텔레노아의 어두움은 여전해 알테미아의 빛은 별로 밝지 못했다. 디켈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아버지는 긍지높은 라이컨이에요.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말 아요." "라무켈에게서 들었을 텐데. 우리는 원래……" "됐어요! 그런 탁상공론! 난 머리가 아파요!" 디켈의 목소리가 커졌다. 바타쿠는 입을 다물었다. "난 지금까지 살아온대로 라이컨슬로프고 앞으로도 그래요. 내겐 저런 호모로즈란 추악한 종족은 상관도 없고 앞으로도 없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그 아이를 보호하고 있지만, 난 알테미아의 눈 에 맹세코 이 녀석을……!" "입닥쳐!" 바타쿠의 눈에서 살기가 뻗어나왔다. 그러나 디켈은 멈추지 않았다. "……왜 입을 다물어야 하죠? 왜 그만둬야 하죠? 난 인정할수 없 어요!" "인정해. 받아들여! 이 아인 네 동생이니까." "……" 바타쿠의 말은 샤갈의 이빨처럼 디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디켈은 샤갈의 발톱에 당한 상처가 다시 쓰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니, 그것 보다 더 안쪽……생명이 숨쉬는 심장 한 가운데에서 형언할수 없는 강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새 디켈은 울고있었다. "난……난……라이컨이에요!" "……" 라무켈은 아무말 없이 바닥에 누워버렸다. 디켈은 누워버린 라무켈 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바타쿠도 아무말이 없었다. 마치 아침을 맞는 가고일처럼, 돌로 변한것처럼 세 라이컨과 하나의 인간은 움직 이지 않았다. 알테미아의 눈이 '샤갈의 이빨'에 걸리자 북쪽에서 죽음을 관장하 는 헤게모니의 보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검고 음산한……그러나 마쿠로텔레노아보다 더 어두운 빛을 발하는 헤게모니의 보석은 혼자 서있는 디켈을 비추고 있었다. 아침이 되자 바타쿠는 마신의 골짜기로 향했다. 그 뒤를 라무켈과 디켈도 따르고 있었지만 디켈은 라무켈에게 거의 끌려가다 시피 걷 고 있었다. 일행은 이제 달리거나 하지 않았다. 마쿠로텔레노아의 농도가 짙어져 숨쉬기 힘들다는 이유에서였지만, 사실 드로이얀이 라이컨슬로프의 속도를 따라올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드로이얀은 하얀 얼굴을 바타쿠의 가슴에 파묻고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자고있는 것이다. 드로이얀은 어제도 그랬지만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가끔 손을 내밀어 바타쿠의 얼굴을 쓰다듬는 것을 제외하고 는. 하지만 디켈은 드로이얀의 그런 손놀림조차 싫을 뿐이었다. 다 만 디켈은 아버지의 어제 전투장면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 말 한마디에 대지가 뒤집히는……적어도 라이컨슬로프의 능력 안에 는 그런것이 없었다. 라이컨슬로프의 능력은 여러가지가 있고, 어린 라이컨슬로프는 아 버지에게 세부적인것을 배운다. 빨리 달리는 능력에서 가벼운 텔레 포테이션(=순간이동)능력, 반경 1메카큐(=대략 1킬로정도)안의 모든 소리를 듣는 초지각 훈련등……실제로 마경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직접 소리를 들어 해결하고 있었고 디켈은 이미 그런 훈련들을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주위 어떤 라이컨슬로프도 아버지의 힘을 갖고 있 지는 않았다. 디켈은 라무켈을 조용히 불렀다. "라무켈. 이스카리아가 뭐죠?" "……뭐?" 라무켈의 얼굴이 약간 변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 말인가? 자이안트 계열의 중급 마법이다." "……마법?" "그런데 그건 왜 묻지?" 디켈은 대답대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라무켈은 그렇구나 하는 표 정을 지었다. "네 어머니, 루미너는 마법사였지. 그리 뛰어나진 못했지만 클래 스 4의 마스터였다." "클래스? 그건 뭐죠?" "……약간 복잡한데……" 라무켈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살짝 긁었다. "태초에 유노와 헤게모니라는 신이 있었다고 한다. 유노는 빛과 창조를, 헤게모니는 어둠과 파괴를 관장하는 신인데 이 두 신은 마나라는 혼돈에서 나왔다고 했지." "……무슨 소리에요?" "그냥 그런게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 신관이 아니라면 잘 이해할 수도 없으니까. 마나는 형태도 없고 의지도 없는 모든것이 섞인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날, 마나는 자신을 10개의 형태로 바꿔 나 눠버렸지. 그 하나하나는 형태를 가지고 모였고 그중 절반이 유 노, 다른 절반이 헤게모니가 되었다. 유노는 또다시 대지와 태양을 낳았고 헤게모니는 달과 알테미아 를 낳았다. 그리고 다시 알테미아는 유노와 결혼해 자마쿠를 낳 았고……" "좀더……간단하게 설명할수 없어요?" "그럼 더 간단하게 말하지. 마나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원천이다. 됐나?" "알겠어요." 디켈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라무켈의 말은 도통 이해할수 없었다. 아 뭏든 마나라는게 모든것의 제일 위에 있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라 무켈은 가볍게 쓴웃음을 지었다. "마나는 10가지의 형태를 가지고 있고 그 하나하나마다 법칙을 가 지고 있지. 그 법칙을 잘 이용하면 아주 강한 힘을 이끌어낼수 있게 된다. 그게 마법이라는 거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아버지는 마법사인가요?" "글쎄……세계를 구성하는 다섯가지의 힘인 불, 물, 흙, 바람 그 리고 정신(情神)은 마나를 간단하게 분류한 것이라 할수 있지. 불의 마법은 이프리트, 물의 마법은 가이포세, 흙의 마법은 자이 안트, 바람의 마법은 실피로스 라고 부른다. 각각의 마법은 세계 의 구성단위인 10단계로 되어있고 그 단계를 클래스라고 한다." "뭔가 복잡하군요." "3단계가 초급, 6단계가 중급, 9단계가 상급이고 마지막 10단계는 최상급이지만 아직까지 도달한 자는 없지. 각 단계마다 러너 (learner), 익스퍼트(expert), 마스터(master)가 있으니까 네 아 버지는 자이언트 4단계 익스퍼트라고 해야겠지." 디켈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뭏든 아버지가 마법을 쓸수있는 능 력을 지닌 것만은 틀림없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능력은 어머니에게 서 받은것임에 분명했다. "그런 굉장한 능력이 있으면서 아버지는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하 지 못했죠?" "마법은 여러가지 제약이 있다. 그때의 정신집중력, 그리고 제물 등……대지계 마법은 그래도 제약이 적은 편이지만 힘을 사용하 는 대신 몸속의 기력을 빼앗아가지. 마법은 효과는 크지만 한번 에 많은 마법은 사용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다섯가지 정도의 주 문이 전부다." "……그렇다면 어제, 아버지는 거의 한계까지 싸운 건가요?" "그래." 디켈은 점차 흥미를 느꼈다. "그럼 ……정신계 마법이란건 뭐죠?" "인간의 집중력을 한계상황까지 끌어올리는 마법이다. 이건 체력 이 아닌 정신력으로 싸우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지만, 마법력은 그만큼 무한대라고 할수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익힌 자는 없다. 약 430년 전쯤에 정신계 클래스 8 마스터였던 드래곤 매지 션, 자하리얼 매커너히 폰 라인돌프 뮤레이너가……" "잠깐요. 그거 전부 이름이에요?" "음. 보통 줄여서 뮤레인이라고 부르지만, 아뭏든 뮤레인은 400년 전에 일어났던 마계전투때 막강한 힘을 발휘했단다. 마족(魔族) 의 왕이자 지하계의 지배자였던 마왕, 샤브란이구두를 물리쳤으 니까. 뮤레인은 그때의 공적으로 유노의 축복을 받았다고 전해지 지. 하지만 그게 무슨 축복인지는 알려지지 않았고, 뮤레인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디켈이 마법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지금까지 디켈은 강 해지기 위해서 몸을 길러왔지만 샤갈을 물리칠만큼 강하지는 않았 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스카리아!' 디켈의 뇌리엔 땅이 솟아오르고 단 일격에 샤갈이 꼬치가 되어 죽어 가는 모습이 스쳐갔다. 그리고 비처럼 쏟아지는 붉은 피……그 가운 데 우뚝 서있는 아버지의 마신(魔神)같은 무서운 모습. '나도 그렇게 될수 있다면……' 디켈은 아버지의 등을 다시한번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등은 여전히 크고 넓었다. 유노의 빛이 지배하는 시간에는 호모로즈-인간으로 돌 아와 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등은 넓어 보였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64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6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2 21:24 읽음:1057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6 (1장 종료) by 유 민 수 6. 마신의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길고 지루했다. 샤갈의 습격에 대비 해 일행은 모두 드문드문 떨어진 텔레노아의 그늘 사이를 재빠르게 횡단하며 진행했다. 시간이 꽤 지나 알테미아의 눈이 떠오른 후라, 일행은 모두 라이컨슬로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눈앞이 확 트이며 텔레노아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어두운 밤보다 더욱 어두운 어둠, 마쿠로텔레 노아의 진한 공포가 감도는 장소가 드러났다. 그곳에 도착해서야 아 버지는 라무켈에게 말을 건넸다. "거의 다 온 모양이야." "여기엔 왜 왔는지 말해줄수 있겠나?" "……사슬이다. 그건 자네도 알고 있을텐데……" 차갑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한 바타쿠의 대답은 단호했다. 디켈은 아 버지의 모습이 점차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로무네크 마을에서, 아버지는 차갑기는 했어도 다정한 모습으로 보이고 있었 다. 시선은 언제나 어린 라이컨슬로프를 돌보고 있었고 손짓은 전사 들을 인솔해 사냥을 지휘했다. 위험한 일에는 제일 앞에 나서고 동 료의 안전을 제일 우선시하는……명예로운 이름, '네즈'의 이름이 어울리는 전사였다. 그러나 지금의 아버지에게 그런것은 찾을수 없 었다. 바타쿠가 돌연 몸을 돌렸다. 그리고 디켈에게 가슴에 안았던 드로 이얀을 넘겼다. 디켈은 의미를 이해할수 없어 잠시 멍하니 서있었 다. 바타쿠의 눈이 일순 꿈틀 움직였다. "……뭐하시는 거에요?" "받아. 잠시 네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 "싫어요." "명령이다." "……" 칫 하고 혀를 가볍게 차고 디켈은 드로이얀을 받았다. 드로이얀은 디켈의 냉정한 눈빛을 보고는 고개를 푹 수그려버렸다. 대체 이런 인간 여자아이를 왜……그러나 디켈의 생각은 이어진 바타쿠의 말에 멈춰버렸다. "나와라!!" 바타쿠의 고함은 비명처럼 들렸다. 알테미아의 눈이 놀랄만큼. 갑 작스런 고함에 잠을 깬 샤갈의 끼익끼익하는 울음소리도 들렸다. 상 식을 뒤엎는 바타쿠의 행동에 디켈과 라무켈은 아연해져 있었다. 그 러나 바타쿠의 고함은 계속되었다. "썩은 동굴에서 뒹구는 도마뱀! 나와!!" 이해할수 없다. 디켈은 이런 생각 외엔 할수 없었다. 저렇게 소리를 지르면 분명 샤갈의 무리들이 우르르 덤빌게 뻔했다. 숲속에서라면 그늘에 의지해 피할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사방이 툭 트인 공간이다. 디켈은 이미 지나온 숲을 살짝 살펴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숲 이 점차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텔레노아가 도망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데……'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지고, 낮은 목소리가 디켈의 귀 를 울렸다. "여전히 무례하군. 저능한 라이컨.……네겐 20년이 짧은 기간은 아닐텐데."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디켈은 마쿠로텔레노아를 태우는 불길을 볼 수 있었다. 백열(白熱)! 지옥의 불길처럼 붉다못해 하얗게 변해있는 불길이 검은 마쿠로텔레노아를 잡아먹고 있었다. 마쿠로텔레노아는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있었으나 얼마 가지못해 디켈의 눈앞을 가로막 고 있던 그것들은 모두 재가되어 땅으로 흩어졌다. 그리고……그 사 이로 거대한 몸을 가진 무엇이 걸어나오고 있었다. '드래곤!' 알테미아의 눈의 시린 빛이 몸 전체를 붉게 감싸는 비늘에 디켈의 다섯배는 될만한 굵은 다리와 접혀진 날개가 디켈의 고개를 아프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입에서 새어나오는 백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뜨거운 백열을 내뿜는 입 위로 초록빛을 띄는 두개의 차가운 빛을 볼수 있었다. 디켈은 잠시 정신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맛볼수 있었다. 분명히 저건……기억에 있었다. 아주 오랜 전설이나 말도안되는 파괴를 지 칭할때 자주 이용되는 드래곤. 하늘의 분노, 전뇌(電雷)를 관장하는 썬더드래곤 토오르 아칼레이드도 피해간다는 잔인함의 대명사. 화염 을 관장하는 파괴의 마룡(魔龍). 라무켈의 떨리는 목소리가 디켈의 신음을 대신하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다크메이스 헬파이어……" 다크메이스는 그 거대한 초록의 눈을 내리깔아 바타쿠를 어보고 있었다. 그러나 바타쿠는 전혀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밖에 없는 눈을 들어 다크메이스를 노려보았다. 둘의 눈싸움은 잠시 이어졌지 만 이내 다크메이스의 목소리로 끝나고 말았다. "무슨 일인가, 무례한 라이컨." "……" 바타쿠는 가벼운 미소를 짓더이 대답했다. "20년전의 약속을 기억하는가." "나를 모르는가, 라이컨이여. 나에게 20년의 기간은 잠시간의 휴 식일뿐. 망각의 모래는 드래곤을 스치지 않는다." "알고있다, 다크메이스. 난 그대가 그 약속을 지켜주길 원하고 있 다." 다크메이스는 가볍게 그르륵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화가 난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웃고 있었다. 다크메이스는 밖으로 내 뿜던 백열의 불길도 사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 조건도 알고 있겠구나." "하나의 조건에 하나의 제물……물론 알고있다, 다크메이스여." 바타쿠는 대답을 하고 디켈을 바라보았다. 디켈은 잠시 숨이 멎는것 같았다. 하나의 조건에 하나의 제물……무슨 의미인지 몰랐지만 디 켈은 아버지가 보고 있는것이 자신이 아닌, 품에안긴 드로이얀이라 는 것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다크메이스는 거대한 목을 늘어뜨려 바타쿠에 시선을 맞추었다. 다 크메이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예전의 제물은 너무 약했다. 이번엔 제대로 된 것이 필요하다. 라이컨." "그건 내가 알바 아니다, 다크메이스. 너는 맹약의 사슬을 잊었는 가?" "맹약의 사슬. 오호……그 갸날픈 여자 인간이 몸을 바쳐가며 맺 었던 것 말인가? 당연히 기억한다. 라이컨이여." 고개가 약간 기우뚱하며 다크메이스는 푸른 눈으로 디켈과 라무켈을 훑어보았다. 디켈은 소름이 쭉 돋는것을 느꼈다. 다크메이스의 눈은 마치 탁자위에 올라온 사과를 감정하듯, 흥미와 호기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던 다크메이스는 고개를 쭉 들어 하늘을 향 해 한번 울부짖었다. 귀가 떨어져나갈것 같은 굉음이 진동하며 끼익 대는 샤갈의 울부짖음이 멀어져갔다. 그 와중에도 디켈은 샤갈이 도 망간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마을로 돌아갈때 싸울일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앞에 서있는 레드드래곤을 무사히 넘긴 이후의 일이겠지만. 다크메이스는 울부짖음을 멈추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라이컨. 조건을 말하라!" 바타쿠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나와 다른 하나를 세레노스 대륙으로. 그 다른 하나에 화염의 마 법, 이프리트계 클래스 9의 능력을 부여해 주기를 바란다." "……" 라무켈과 디켈은 할말을 잃고 말았다. 바타쿠의 조건은 상상할수 없 을 정도였다. 이프리트계 클래스 9의 능력……라무켈에게 들은 것을 기초로 생각하자면, 바타쿠의 요구는 다크메이스와 거의 동등한 능 력의 화염계 마법력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디켈은 다크메 이스의 대답이 의외로 재빨리 나오는것에 더욱 놀랐다. "허락한다!" 다크메이스는 고개를 쭉 폈다. "……하나의 조건을 허락했다. 하나의 생명을 내놓으라!" "하나의 생명은……" 바타쿠는 고개를 돌려 디켈을 바라보았다. 바타쿠의 눈은 기이한 광 채로 번득이고 있었다. 디켈의 정신이 혼미한 궤적을 그리고 달리고 있을때,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스며들듯 디켈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저 인간 여자아이를…" "……" "……안고있는 라이컨이다." "……!" 거대한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디켈은 거대한 소리를 들 었다. 고막이 터져나갈듯 큰 소리였으나 디켈은 그마저도 알아차릴 수 없었다. 손에 힘이 쭉 빠지면서 디켈은 드로이얀을 놓치고 말았 다. 그러나 이미 다가온 바타쿠에 의해 드로이얀은 바타쿠의 품으로 돌아가 있었다. 멍해진 정신을 뚫고 다크메이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허가한다! 건강한 제물이야. 마음에 꼭 드는군. 다른 하나는 누 구인가?" "이 여자아이다. 다크메이스." "바타쿠!" 악을쓰는 라무켈의 목소리……그러나 디켈은 손가락 하나 움직일수 없었다. 마치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의 모래가 멈춰버린 것처럼 디켈 의 정신은 이미 사라져버린것 같았다. 동그라니 열려있는 디켈의 눈 에 손톱을 드러낸채 바타쿠에게 달려드는 라무켈의 모습이 보였다. 라무켈의 눈은 타오를 정도로 노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죽여!" 라무켈의 발톱이 서서히 내려오고……바타쿠의 손이 잠깐 번득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디켈의 눈앞에서 라무켈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피가 분수처럼 퍼지는 것이 보였다. '헤게모니의 보석……' 디켈이 쓰러지는 뒤로 검은 달, 헤게모니의 보석이 보였다. 그리고 라무켈의 피는 헤게모니의 보석이 내뿜는 검은 빛을 받아 윤기나는 암흑의 빛을 하고 있었다. '아름답다……' 사고가 정지되어버린 디켈의 정신을 뚫고 이상한 감정이 물밀듯이 밀어닥쳤다. 디켈은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것을 알수 있 었다. 왜? 내가 왜 울고있지? 라무켈이 쓰러진다. 온몸에 날카로운 발톱에 찢겨져 바닥에 뒹군 다. 그리고 그 위에 차가운 눈빛을 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이 있다. '이건 꿈이야……' 다크메이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맹약은 이루어졌다." 눈이 멀듯한 섬광이 주위를 덮으며 라무켈과 드로이얀의 모습은 디 켈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디켈의 시야는 붉은 비늘이 가득덮 인 레드드래곤으로 가득차 버렸다. 다크메이스는 웃고있었다. "건강한 장난감이군. 심심하진 않겠어." 디켈은 정신을 잃어버렸다. 깊은 암흑이 디켈을 감싸안고 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94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7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3 11:46 읽음:1078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 (2장.드래곤슬레이어) by 유 민 수 제 2 장. 드래곤슬레이어 7. "싫다, 정말……이런 날씨는" 카뮤 폰 렉싱턴은 구름 한점없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날씨가 벌써 한달째……앞으로 1주일만 더 가뭄이 계속되면 밭에 심 어둔 야채가 말라죽는건 둘째치고, 먹을 물조차 없어질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카뮤는 마지막 남은 한줌의 물을 아직 살아남은 밭에 뿌 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끓는듯한 날씨속에 넓지않은 밭에는 아 지랑이만 피어오르고 있었다. 카뮤는 흔들거리는 시야를 바로잡느라 상당한 노력을 해야했다. 로메오 대륙에서 가장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 휴프노스 왕국 창건 300년만에 최악의 가뭄이라는 말이 나돌정도로 이번 여름은 살인적 인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태양빛이 닿는 곳은 모조리 말라죽어버 리고 살아남은 식물은 몇 안되었다. 이래가지고서야 살아남는 것이 제일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카뮤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눌렀지만 두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카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문제는 지독한 가뭄때문은 아니었다. 카뮤의 고민은 단 하나, 세금때문이었다. 카뮤는 어제 성에서 내려왔다는 관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기름이 흐르다못해 넘칠것 같은 뚱뚱한 몸……계속되는 가뭄에 새카맣게 말 라버린 마을사람과는 좋은 비교가 되는 몸을가진 관리는 거만한 목 소리로 왕이라는 작자의 포고문을 읽어내려갔었다. "가뭄을 타개하기 위해 우리의 위대하신 폐하, 윌리엄 폰 아키아 바 3세께서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셨다. 이 공 사는 북쪽의 류다인 호수에서 직접 수로를 만들어 대량의 수원을 공급하기로 하신바, 백성들은 폐하의 뜻을 받들어 각 영지당 2000G의 세금을 납부할것은 명하는 바이다. 이것은……" 그 포고문 뒤로 여러가지 자화자찬격의 말이 많았었지만 마을사람들 은 이미 질려버린 상태라 무슨소린지 기억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 었다. 2000G……기껏해야 40여가구가 사는 작은 렉싱턴에 그정도의 돈이 있을리가 없었다. 멍청한 윌리엄 아키아바 3세께서 생각하기엔 모든 영주가 으리으리한 보석으로 장식된 갑옷을 닦으며 동방에서 가져온 비단으로 몸을 휘감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보라! 명색이 영주의 아들이라는 카뮤가 직접 물통 을 들고 동서분주하는 상황에 2000G라니……할수만 있다면 성으로 직접 달려가 윌리엄을 끌고 말라붙은 밭에 팽개치고 싶은 심정이었 다. 그리고 이런 가뭄에 공사……결국, 그 공사는 백성의 부역으로 이 루어질 것이다. 카뮤는 바닥의 흙을 살펴보았다. 마치 돌처럼 단단 했다. 곡괭이로 한시간을 판다해도 1큐빗도 파내지 못할게 분명하 다. 돈은 돈대로……사람은 사람대로 죽어나갈수밖에. 카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일어나 커다란 자루를 짊어지 고 태양의 열기가 가득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렉싱턴 마을은 어디에서나 볼수 있을만큼 작은, 그러나 약간은 다 른 마을이었다. 넓은 농토가 영지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고 보 통 볼수있는 드문드문 떨어진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띄는 것 은 단 하나, 우뚝 솟아있는 돌로된 성 뿐이었다. 농토는 거의 돌보지못해 거북의 등처럼 갈라져 있지 않으면 손을 댈수없어 잡초만 무성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조금 은 사치스러운 느낌이 드는, 자갈이 촘촘히 깔린 도로가 있었다. 물 론 이 도로는 마을사람들이 힘을 합쳐 만든 길이었다. 다만 제대로 사용된 적은 없었지만. 카뮤는 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눈은 재빨리 주변의 숲을 살피고 있었 다. 말이좋아 숲이지, 사실은 죽음의 나무들이란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다. 마경(魔境)이라는 말로 불릴정도로, 저 숲은 몬스터 와 마물들의 집단 서식지였고, 이상한 검은 생물들의 의해 낮에도 밤처럼 어두워, 제대로 된 사람들이라면 발걸음도 들일수 없었다. 게다가 가끔씩 늑대의 라이컨슬로프들이 집단으로 몰려와 마을사람 의 목을 잘라 가져가는통에, 이 마을은 마치 요새처럼 만들어진 카 뮤의 성에서 모여살고 있었다. "카우……" 길게 끌리는듯한 늑대소리……대낮에 늑대의 식사시간을 알리는 저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은 이곳 렉싱턴이 유일했다. 카뮤는 신경질적 으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자루를 묶은 끈을 조심스레 풀어 젖혔다. "멍청한 모험자가 늑대에게 슛기는 모양이네……." 카뮤는 자루를 내려 간단한 무장을 꺼냈다. 은으로 도금이 되어있는 쇼트소드와 기름을 먹인 하드레더. 본래 성을 벗어날때 기본적으로 착용하게 되어있는 도구지만, 이 뜨거운 햇볕아래 이런 무거운 것을 걸치고 땅을 일군다면 그건 죽음을 재촉하는것과 다를바 없었다. 카뮤는 계속 툴툴대면서도 익숙한 손놀림으로 무장을 갖춰입었다. 그리고 바닥에 귀를 바싹 갖다대었다. 뜨거운 열기가 귀를 델것처럼 올라왔지만 카뮤는 꾹 참고 정신을 집중했다. '안들리는데……' 카뮤는 귀를 바닥에 붙이다시피 했다. 그러나 땅으로 들리는 소리는 없었다. 하늘 나는 몬스터가 아닌이상, 반경 600큐빗 안의 소리는 땅을 통해서 전해오는게 보통이었다. 식인수(食人樹)의 가지를 타고 달리는 수인(獸人), 라이컨슬로프라 하더라도 땅을 울리는 독특한 소리가 나야한다. 그러나 그런소리는 역시 들리지 않았다. "신경 과민인가." 카뮤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눈앞이 어두워져 있다는 것을 금방 알수 있었다. 그림자? 방금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는데……카 뮤의 등에서 차가운 무언가가 스윽 지나가는것이 느껴졌다. 카뮤는 옆구리에 착용했던 쇼트소드를 뽑아 머리위로 휘둘렀다. 그 리고 오른쪽으로 사력을 다해 굴렀다. 상대의 공격에 대비한 재빠른 움직임이었지만 검에도, 느낌에도 무언가가 다가온다는 감각은 없었 다. 카뮤는 몇차례 그렇게 구른다음 몸을 일으켜 그림자가 있던 방 향을 바라보았다. "누구냐!" 여자......? 카뮤는 대뜸 그런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확연히 보이는 갑옷과 목의 울대를 보고는 판단을 수정했다. 카뮤의 눈앞에 보이는 사람은 분명 전사의 옷차림이었다. 찬란한 은색으로 빛나는 갑옷을 입었지만 검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간단한 대거나 짐조차도 볼수 없었다. 몸을 감싸고 있는 검은 천은 군데군데 찢겨나가 있었고 가 슴을 받치는 갑옷의 표면에는 발톱에 의해 길게 할퀴어진 자국이 남 아있었다. 분명 기억에 남아있는 발톱자국이었다. '라이컨슬로프……것인가.' 카뮤는 일단 가슴위로 쳐들은 쇼트소드를 슬며시 내렸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때 마치 다른곳에서 들리는 것처럼……조용한 목 소리가 전해져왔다. "당신……인간인가?" "……" 카뮤는 뜻밖의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말을 건 넨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라고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여자같 은 전사뿐이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다시 카뮤의 귀에 전달되었 다. "바보같은 질문을 했군. 당연히 인간인 것을……" 그제서야 카뮤는 말을 건넨 사람이 눈앞의 전사라는 것을 알아차렸 다. 특이하게도 그의 입은 거의 열리지 않고 있었다. 닫혀버린것처 럼, 그의 말은 들려오고 있었다. 카뮤는 목구멍에 모인 침을 꿀꺽 삼켰다. "당신은 누구죠? 어디에서 무슨일로 왔습니까?" "……나? 난 저기에서 왔다." 전사는 손을 들어 마경을 가리켰다. 카뮤는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려 버리는 것을 느꼈다. 결국, 방금전에 들렸던 늑대의 소리는 이자를 슛아온 놈들의 것임에 틀림없었다. 아마도 마경의 위험함에 도전해 이름을 날려보러던 멍청한 모험자중 하나겠지……이런 사람은 한달 에 적어도 두셋 정도는 렉싱턴 마을에 찾아오곤 했었다. 다만 사지 가 성한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그렇다는 말은 눈앞의 이 남 자는 겉보기와는 다르게 아주 강한 능력을 지닌 전사라는 의미가 된 다. 카뮤는 검을 거두고 다가가 전사의 손을 잡았다. 전사는 자신의 손 을 잡는 카뮤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어서 가죠." "……어디로 간단 말이지? 내가 가야할 곳을 알고있나?" '이작자, 정신이 나갔군.' 카뮤는 속으로 가볍게 혀를 차고는 남자의 손을 끌었다. 남자는 아 무말없이 카뮤의 뒤를 따랐다. "여기에 있으면 위험해요. 마경의 마물들을 우습게 보면 안되요." "……마물……이라?" "제길. 당신 정신이 나갔어요? 아뭏든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구요. 아니면 당신 가슴에 발톱자국을 남긴 라이컨이 슛아올수도 있으 니……" 남자의 얼굴이 갑자기 침울해지며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죽 을뻔 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겠지……카뮤는 갑자기 미안해졌 지만 이러쿵저러쿵 말을하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성에 거의 다가오자 카뮤는 성문을 향해 문을 열라고 소리질렀다. 잠시후 기기긱 하는 소리가 나며 문이 한뼘정도 열렸고 카뮤는 전사 를 일단 그 틈으로 구겨넣은후 자신도 짐을 챙겨 들어갔다. 우당탕 소리가 나며 머리 윗쪽에서 한 남자가 떨어져 내려왔다. 성문을 지 키는 엘로라는 사내였다. 엘로는 사다리를 미끄러지듯 내려와 카뮤에게 다가섰다. 그의 시선 은 멍하니 성을 구경하는 전사에게 향해 있었다. "저 남자는 뭡니까, 도련님." "마경에서 도망쳐 나왔어요. 버려둘순 없잖아요." 카뮤는 어깨를 으쓱했고 엘로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떨거지들을 모두 거둬들이다간 먹을것이 얼마 남아나지 않 아요. 지금 우리들도 빠듯하다구요." "그만해요, 엘로. 그렇다고 멀쩡한 사람을 죽일순 없어요. 라이컨 도 그렇게는 안해요." 조금은 기분이 상한듯한 카뮤의 대답에 엘로는 멋적은 표정을 지으 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엘로의 말이 틀린것은 아니었다. 렉싱턴 성 의 식량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고 40여가구나 되는 사람들의 식 량을 대기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한달도 안돼 손에 칼을 들고 마물이라도 사냥해야 할 형편이었다. 물론 순순히 잡혀준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지만. 사내는 눈을 지긋이 감고 코를 하늘위로 들어올리고 있었다. 냄새 를 맡는다? 아니, 차라리 공기를 느낀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사 내의 분위기는 신비스러웠다. 사내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더니 고개 를 돌려 성문 위를 바라보았다. 카뮤는 잠시 숨을 삼켰다. 사내의 눈이 작게 이글거리고 있었다. "저 위엔 뭐가 보이지?" "……아무것도 없어요. 하늘과 마경……그리고 수도로 가는 대로 가 보일 뿐이죠." "수도……? 그곳은 어디인가?" "외국인인가 본데?" 엘로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 했다. 그러나 사내는 대답 을 원하는것 같지 않았다. 사내는 잠시 위를 살펴보더니 슬쩍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카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 엘로와 카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엘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다 물지 못하고 있었다. 탁탁하는 소리가 들려 카뮤는 머리를 위로 올 렸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는 사내를 볼수 있었다. 사내는 마치 날아가는것처럼 사다리와 성의 벽을 번갈아 차며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몇번을 그렇게 하자 사내의 모습은 카뮤의 눈에서 사라져버렸다. 잠시 그렇게 멍하니 서있던 카뮤는 정신을 차리고 성문위로 올라가 는 사다리를 재빨리 올라갔다. 엘로도 카뮤의 뒤를따라 성문을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헉헉대며 올라간 카뮤의 눈앞에 성문의 높다란 망 루위에 서있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카뮤는 숨을 모아쉬며 사내의 눈이 향하는 곳을 살펴보았다. 그곳은 넓게 펼쳐진 마경과 그 뒤로 보이는 거대한 산……흔히들 샤갈의 이빨이라고 부르는 봉우리가 있 는-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상한 놈이잖아?" 숨이 턱까지 닿아 헉헉대는 엘로의 말을 들으며 카뮤는 저 남자에게 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갑옷에 난 상처를 조심스레 쓰다듬고 있 었다. 마치 잃어버린 애인을 그리워하는 남자의 손길처럼. 카뮤의 마음은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95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8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3 11:47 읽음:1039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8 by 유 민 수 8. 밤이 서서히 찾아오자 성은 전쟁을 맞는 병사들처럼 일순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성의 광장에 사람들이 모두 모여 무기와 갑옷을 지 급받고 각기 맡은 임무를 지키기 위해 총총히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아이들이나 어른들, 심지어는 연약한 여자에 이르기까지 이곳에는 예외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하나 있다면 아직도 망루에 앉아있 는 그 남자 하나 뿐일까……저녁식사를 할때, 카뮤는 망루에 올라가 사내에게 식사를 권했지만 남자는 고개만 가로저을 뿐이었다. 신비 함? 온몸에 울퉁불퉁 솟아있는 잘 단련된 몸을 봐서는 분명 전사인 것이 분명하지만 검도, 검집도, 아무것도 없는 그의 모습이 카뮤의 기억에 강하게 박혀 있었다. '어떤 인물일까……' 카뮤는 오늘의 근무일지를 점검하면서 그런 상념에 빠져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느냐……" 다정한 목소리다. 카뮤는 이크하고 탄식을 터트렸다. 분명히 성의 영주인 아버지, 조이스 폰 렉싱턴의 목소리다. 그리고 이렇게 다정 한게 물어올때는 뒤이어 따라오는……따악! 카뮤의 눈에서 불꽃이 튀고 카뮤는 끙끙대며 땅에 떨어진 근무일지를 집어올렸다. 렉싱턴 자작은 특유의 부리부리한 일자눈썹을 꿈틀거리며 카뮤를 노려보았다. 약간 갸름하고 근육이 없는 카뮤와는 달리 렉싱턴 자작 은 온몸으로 '난 전사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내였다. 하루에 세시 간 이상 검을 휘두르지 않으면 온몸에 가시가 돋는다는 말도안되는 신조를 꿋꿋이 지키며 이 험난한 렉싱턴 영지를 지키는 타고난 무 골, 물론 카뮤가 아버지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앞뒤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추진력은 별로 즐기는 바는 아니었다. "하루종일 근무일지를 짤거냐? 순찰을 잘 돌아야 할것 아니야."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잖아요." "한가한 소리를 하는구나. 오늘은 만월이란 말이다!" 렉싱턴 자작은 손을 들어 동쪽에서 막 떠오르는 보름달을 가리켰다. 그러나 카뮤는 한숨을 내쉬었다. "라이컨슬로프는 저번달에 왔잖아요. 그네들 활동주기로 봐서 이 번달은 안온단 말이에요." "말도 안되는 소리! 그녀석들에게 규칙같은게 있을리 없어. 본래 마물이란……" 계속되는 잔소리에 카뮤는 비장의 방법을 사용해 아버지의 감시를 빠져나왔다. 새로운 일이 생겼다는 핑계로 몰래 도망나오는 것이다. 싯뻘개진 얼굴로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지만 성안의 누구도,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고있는 사람은 없었 다. 최전선……그것도 상대가 인간이 아닌 마물과의 전투로 잔뼈가 굵은 마을사람들은 자작이라는 명함을 내세운 카뮤의 아버지를 상대 해도 꿋꿋했다. 물론 마을사람들을 억압하지 않는 푸근한 렉싱턴 자 작의 인격도 한몫을 했을것이다. 카뮤는 순찰을 돌며 경비를 서는 마을사람들을 하나한 체크해 나갔 다. 워낙 손에 익은 일이라 마을사람들은 감시같은거 안해도 모두 나름대로의 방비를 갖추고 있었다. 카뮤는 고개를 들어 성문의 망루 를 바라보았다. 달빛의 검은 실루엣 사이로 그 남자의 모습이 보였 다. "저기서 자려고 하나……상당히 추울텐데." 카뮤는 잠시 생각한끝에 모포 하나를 가지고 망루로 향했다. 한참을 씩씩대며 올라간후에 망루에 도착한 카뮤는 일단 어떤 말을 붙여야 좋을지 생각에 잠겼다. '안녕하세요? 아니야……여보세요는 어떨까? 너무 조야한가……' 달이 동쪽 대로의 위로 올라섰을때도 카뮤는 남자가 보이지 않는 망 루 뒷쪽에서 판단을 내리지못하고 있었다. 아마도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면 밤새도록 그러고 있을지도 몰랐다. "자네인가……" 카뮤는 고개를 내밀어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앉은자세 그대로 카뮤 를 보고 있었다. "알고 있었어요?" "여기까지 들리더군. 어떻게 하지 하는 자네 목소리……" "……" 카뮤는 머리를 긁적이고는 손에 든 모포를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그 러나 남자는 웃기만 할뿐 받지 않았다. 카뮤는 머쓱해져 자신의 몸 에 모포를 둘둘 감았다. 어차피 이곳 망루의 감시는 카뮤의 역할이 었으니까. 카뮤는 남자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는 카뮤가 옆에 앉아있어 도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저 낮에 그랬던것처럼 시선을 멀리 수도를 향하는 대로에 던질 뿐이었다. 카뮤는 남자의 모습을 자세히 볼수 있었다. 정말 여자라고 속인다 해도 믿을만큼 선이 고운 얼굴이다. 하얗고……눈썹은 반달모양으로 아름답다. 흑단처럼 윤기나는 머리칼은 여자처럼 길고 광대뼈도 나 오질 않아서 엘프라고 해도 의심하지 않을만큼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몸에 찰싹 달라붙는 갑옷은 달빛을 받아 은빛을 내 뿜고 있지만 가슴에 남아있는 거대한 할퀸 자국만이 약간 위화감을 주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남자의 모습은 정 답기 그지없었다. 남자는 멀리던진 시선 그대로 입을 열었다. "이상한가? 내모습이……" "……죄송합니다. 전 그저……" 카뮤는 당황했다. 그러나 남자는 상관하지 않는것 같았다. "이상할거야. 남자의 얼굴이 이렇게 가늘다는건 이상하겠지. 하지 만 나도 원해서 된건 아니라네……" "……네. 그러시겠죠." "여기는 아주 좋은 곳 같군. 분위기도 좋고 자네 아버님도 좋은분 같아." "제 아버지를 아세요?" "자네하고 이야기하는걸 봤지. 아주 정겨워 보이더군." 카뮤는 순간 이 사내의 눈이 보기보다 나쁜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주고받는 주먹속에 다져지는 부자사랑? 그런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주먹을 교환하는 아버지와 아들이 정겹다고 말하는 사 람은 아마 이 사내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어진 사내의 말은 카 뮤를 침울하게 만들었다. "……내 아버지는 그러지 못했지. 그래서 나를 버렸다네." "……" "미안하군. 재미없는 이야기를 했어."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죄송하죠……" 사내는 고개를 돌려 카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이채로운 빛으로 가득했다. "죄송하다……내게 잘못한 것이라도 있나?" "네? 아, 그 그게……" 본전도 못건지겠군……카뮤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정말 이 사내는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분명한건 사람이라는것……나쁘게 보이진 않지만 심한 충격으로 정신이 약간 이상한듯 했다. 처음 만 났을때 던졌던 질문도 그랬고 지금 말하는 것도 그렇다. 마치 무인 도에서 살다가 온 사람처럼 뜻모를 의문만 던지고 있었다. 사내는 말을 계속했다. "자네 이름이 뭔가?" "카뮤입니다. 카뮤 폰 렉싱턴." "……남자의 이름같진 않군." "어머니의 유훈이었죠. 아들이든 딸이든 태어나는 아이의 이름을 카뮤로 하라고. 불만은 없습니다." 사내는 고개를 약간 기울이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런가? 자네는 정말 좋은 사람이로군." "칭찬, 감사합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그쪽의 이름을 듣고 싶은데 요." "나 말인가? 난……" 부드럽게 말을 이어가던 남자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자리 에서 일어나 하늘을 노려보았다. 카뮤는 급작스런 남자의 변화에 덩 달아 일어섰지만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해서 하늘의 어느곳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점차 위로 치켜올라갔다. 그는 웃고있었다. "카뮤, 자네 도마뱀 좋아하나?" "……네?" 카뮤는 어리둥절해졌다. 도마뱀이라니? "나는 도마뱀을 싫어한다네. 특히 등에 날개가 달리고 이빨이 뾰 죽한 도마뱀은 질색이지." "……그런 도마뱀이 있어요? 이상한데요. 제가 알기론……" 카뮤는 대답을 하다말고 입을 딱 벌렸다. 그런 도마뱀은……분명 이 근처에선 하나 뿐이었다. "샤갈!" 카뮤는 모포를 던져버리고 사내의 시선이 향한곳을 더욱 주의깊게 노려보았다. 분명히 무언가 있었다. 아직 작은 점이었지만 분명 이 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조그만 새같은게 있었다. 그러나 거리에 비해서, 그 점의 크기는 상당히 컸다. 일반적인 새의 크기와는 전혀 달랐다. 카뮤는 망루의 뒷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에 달린 작은 종을 힘껏 쳐댔다. 땡땡땡땡하는 시끄러운 종소리가 마을에 퍼지고 대기 중이던 사람들이 저마다 무장을 챙겨 달려나오는것이 보였다. 카뮤 는 힘껏 소리쳤다. "샤갈이다! 모두 준비해!" 사람들이 준비하는 것을 보고 카뮤는 다시 망루의 앞쪽으로 달려갔 다. 그리고 샤갈의 모습을 다시 살폈다. 샤갈의 모습은 이제 육안으 로 식별될만큼 커져있었다. 사내가 아니었다면 알아차리지 못하고 분명 쉽게 당했을것이다. 카뮤는 감사의 시선을 사내에게 보냈다. 그러나 사내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안좋아. 하나가 아닌데……" '오, 이런, 제길!' 카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분명 제일앞의 샤갈을 따라오는 다른 샤갈의 모습이 보였다. 하나, 둘……다섯! 다섯이었다. 카뮤는 사내의 손을 잡아끌었다. 사내는 갑작스레 손을 잡히자 놀라는 눈치 였지만 카뮤는 재빨리 말을 걸었다. "도망가요. 이런데 있으면 죽어요!" "이상하군. 내가 말 안했던가?" 사내는 카뮤의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사내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난, 도마뱀을 싫어한다네." 사내가 손을 한번 흔들자 하얀빛이 카뮤의 눈을 어지럽혔다. 사내의 손에서 하얀 무언가가 검처럼 빠져나오고 있었다. 카뮤의 놀란 눈을 뒤로하고 사내는 시선을 샤갈에게 보냈다. 샤갈은 거의 맞닿을듯 접 근해 있었다. "키에에엑!!" 샤갈이 크게 원을 그리며 사내가 서있는 망루로 접근했다. 카뮤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나 카뮤의 시야에서 사내의 모습이 갑 자기 사라졌다. '어디로……' 다음순간, 카뮤는 샤갈의 진로가 갑자기 틀어진것을 볼수 있었다. 발악하듯 몸을 뒤트는 사걀의 등에, 샤갈의 목을 팔로 휘감아 잡고 있는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사내의 머리칼은 전설 에 나오는 드래곤나이트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사내는 손에 들고있던 하얀 빛으로 샤갈의 목을 단번에 베어버렸다. 쿠에엑! 샤갈은 거대한 핏줄기를 분수처럼 뿌리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러 나 사내는 이미 그것의 등위에 있지 않았다. 마치 유성처럼……사내 는 또다른 샤갈에게 닥쳐들고 있었다. 하지만 샤갈도 멍청하지는 않 아 사내를 피해 제각기 몸을 틀어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카뮤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조심해요!" 목소리가 반도 나오지 않아, 카뮤는 다시 입을 벌린채 그대로 멍하 니 굳어버렸다. 마치 날개가 달린듯, 남자는 허공에서 방향을 틀어 도망가는 샤갈의 등위에 다시 올라탔다. 그리고 다시 검으로 머리에 서 꼬리까지 단번에 잘라내버렸다. 키에에에…… 길게 끌리는 단말마의 비명……샤갈이 뿌리는 피의 분수로 허공은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 검은머리의 사내가 마치 춤을추듯 샤갈의 사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래지않아 샤갈 은 대부분 조각조각 찢어져 땅으로 떨어졌다. 남은것은 맨 마지막에 날아오던 샤갈 한마리 뿐이었다. 샤갈은 공중에서 크게 날개짓을 해 허공에 몸을 정지시켰다. 사내 는 허공에 정지하는 기술이 없었는지 몸을 돌려 다시 망루로 내려와 있었다. 샤갈은 몸을 약간 회전시켜 반대편의 망루를 부수고 그 위 에 내려앉았다. "샤갈이다!!" 마을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샤갈은 마을사람은 아예 잊어버린듯 사내의 얼굴만을 쏘아보고 있었다. 얼마나 있었을까…… 사내가 입을 열었다. "다크가 보냈나?" '무슨 소리야? 설마하니 샤갈이 말을 하려구……' 생각이 지나가기도 전에 카뮤는 자신의 편견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 을 알아차렸다. 샤갈이 진중한 어투로 입을 열은 것이다. 샤갈은 날 개를 쭉 편 상태에서 고개를 깊숙히 숙였다. "주인께선 당신이 돌아오길 바랍니다." "맹약은 지켜졌을텐데……분명 다크의 생각은 아니겠지. 너, 간이 부었군." "그럴지도 모릅니다, 맹약의 존재여. 하지만 나로선 이럴수밖에 없습니다." 샤갈은 마치 상전을 대하듯 말투가 정중했다. 그러나 사내는 피식 웃고있었다. "오카리나가 보냈군. 멍청한 것……" "분명히 당신은 우리에게 의리를 지킬 이유는 없습니다. 허나 ……" "사슬은 사슬이다……이런말이군. 좋은 생각이다, 오보에." 사내는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내밀어 까닥까 닥해 보였다. "그럼 나를 죽여봐라, 오보에. 빌어먹을 바타쿠……그자식의 사슬 이 얼마나 질긴지 보자." "마스터!" 샤갈은 안타깝다는 소리-그렇게 생각되는-를 내질렀다. 샤갈은 볼썽 사납게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카뮤가 안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였다. 그러나 샤갈은 날아오르지도 그렇다고 바닥에 주저앉은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남아있었다. 사내는 조용히 말을 건넸 다. "오보에……" '오보에? 저 샤갈의 이름인가?' 샤갈-오보에는 고개를 숙였다. "말씀하십시오, 마스터." "……너를 살려둔 이유를 알겠나?" "……모릅니다." "네가 부럽기 때문이다. 오카리나는 너를 사랑하지……" "……" 오보에는 날개를 조용히 접었다. 마치 꾸중을 듣는 학생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너는 오카리나에게 죽겠지?" "……" 사내는 미소를 지었다. "돌아가서 이렇게 전해라. 다크의 해츨링(=드래곤 새끼)은 이빨의 뒷편에 있다고……그러면 너를 죽이진 않을것이다." "마스터!" 오보에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샤갈의 눈에는 경악의 표정이 담 겨있었다. "……정말 마스터께선 다크메이스의……" "시끄럽다, 오보에. 너란 녀석은 정말 수다스럽구나." "……죄송합니다." "사라져라. 난 도마뱀을 싫어한다." 샤갈은 머리를 숙이고 날개를 펴 날아올랐다. 그리고 두어번의 날개 짓으로 멀리 보이는 '샤갈의 이빨'을 향해 날아갔다. 카뮤는 아직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바닥에 앉은채로 미소를 지은채 날아가는 샤갈을 노려보는 사내를 바라볼 뿐이었다. 사내는 잠시 사라지는 샤갈을 보고있다가 카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는 방금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아직 말을 안했군. 내 이름은 디켈……디켈 다크메이스 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96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9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3 11:48 읽음:1031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8 by 유 민 수 9. 렉싱턴 성은 철저히 요새화 된 변경의 성이지만, 성주의 품위가 지 켜지는 장소가 두군데 있었다. 하나는 성주인 조이스 폰 렉싱턴의 방이고 다른 하나는 접견실……오래전 대륙을 떠돌던 전사였던 렉싱 턴 자작이 모험시절에 거둬들인 무기들을 전시해둔 장소였다. 렉싱 턴 자작은 수도에서 손님이 올때는 언제나 무시무시하기 짝이없는 무기들- 오우거의 몽둥이, 미노타우루스의 자이안트 배틀액스, 가고 일의 손톱등 - 를 구경시켜주면서 자신의 무용을 자랑하곤 했다. 그 러나 오늘 접견실에 사람을 앉혀두고도 무용담을 늘어놓지 않은건 아마 렉싱턴 영지 설립이래 처음이라고 생각되었다. 적어도, 카뮤의 생각으론 그랬다. 카뮤는 간편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아버지의 접견실에서 디켈 다 크메이스와 앉아있었다. 물론 아버지도, 디켈도 한마디 말도없이 상 대를 쏘아보고 있을 뿐이라 카뮤로서는 지겹기 이를데 없었다. 아버 지는 평생의 상대라도 만난듯 가끔씩 으르렁대며 디켈을 견제하고 있었고, 디켈은 무심한 표정으로 상대는 안중에도없다는 인상을 주 고 있었다. 아마 둘중 한사람이 물러섰다면 지겨운 대립시간은 중지 되었겠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아주 오랫동안 노려만보고 있던 아버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주 먹대신 말이 먼저 나온것도 처음일거라고 카뮤는 생각하고 있었다. "자네의 이름은?" "……카뮤에게 말했소." "직접 듣고싶네. 샤갈을 일격에 없애버릴 정도라면 대단한 무 용……내가 알지못할리 없겠지만 아직 자네처럼 젊은 전사의 이 름은 듣지 못했어." "……" 디켈은 으르렁대는 렉싱턴 자작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말 았다. "당신……인간이오?" "……뭐?" "으르렁대는 모습이 꼭 트롤이 울어대는 모양같군." "……말이 심한데." 렉싱턴 자작은 몸을 뒤로 빼며 손을 올려 목을 꺾었다.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충분히 위압적이었지만 디켈은 상관하지 않는듯 했다. "마을을 구한데 대한 감사는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멋대로 굴 어도 된다는 건 아니야." "재미있군. 나와 싸우고 싶은거요?" "……" 렉싱턴 자작은 미소를 짓고있는 디켈을 물끄러미 노려보았다. 카뮤 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입가엔 조금이나마 미 소가 서려있었다. 렉싱턴 자작은 크게 웃더니 몸을 돌려 무기들을 보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30년……30년 전이었소. 나는 그때 10살을 갓넘긴 새파란 모험가 였소." "……" "던젼에서 계곡으로……전장을 누빌때도 있었지. 아뭏든 그때 나는 꽤 무용을 날리며 대륙을 달렸소. 새로운 마을이 나타날때면 가슴 뛰는 기대로 말을 달렸고, 도적과 마물들……그리고 드래곤……내 가 만나보지 못한 몬스터는 별로 없었지." "……대단한 무용이시군요, 렉싱턴 자작님." 약간 비꼬는듯한 어조였지만 렉싱턴 자작은 상관하지 않는듯 했다. 오히려 손을 흔들어 겸양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카뮤는 여느 때와 같은 아버지의 무용담이었지만 문득 그 분위기가 다른것을 알 아차렸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절대, 자랑하는 투가 아니었다. 오히려 슬프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오고 있었다. "……20년 전, 나는 한명의 리치(Lich)를 잡아 없애버렸소." "불사 마법사……고생좀 하셨겠습니다." "음……몇년간 추격끝에 숨겨둔 그녀석의 심장을 찾아내 박살내버 렸지.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리치가 빌어먹을 국왕시해사건의 범 인이었던 모양이오. 결국, 난 성으로 불려가 쓸데없는 자작이란 이름을 갖고 수도에 갇혀버렸소." '……뭔가 이상한데?' 카뮤는 아버지의 시선이 유리처럼 맑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꽂혀 있다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의 눈빛은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국왕을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오직 충성! 그것이었고 이런 불손한 어조로 왕을 말한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카뮤는 점점 불안해졌다. "5년……위험속에서 산 시간보다는 훨씬 적었지만 난 그속에서 견 뎌내질 못했소. 음모와 배신……그리고 불명예. 사는게 사는것이 아니었소. 그래서 난 마침 이곳 영지가 비어있길래 자원을 해서 여기로 내려왔소. 그리고 저녀석이 생겼지." 렉싱턴 자작의 손가락이 카뮤에게 향했다. 카뮤는 살짝 눈살을 찌푸 렸다. "보는대로 약골에 제 어미를 닮아서 가느다란 신경을 가지고 있소. 당신처럼 일격에 샤갈을 잘라버릴만큼 강하지도 못하고 도적의 심장을 칼로 도려낼만큼 잔인하지도 못해. 물론 어느정도 검술이 야 있다지만 이래갖고 어디다 쓰겠소……" "……그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래서 하는 말인데……" 렉싱턴 자작은 몸을 돌려 탁자에 손을 쿵 하고 짚었다. 디켈은 몸을 움찔 했지만 여전히 냉랭한 눈으로 렉싱턴 자작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 녀석, 자기 몸 하나는 지킬만 하고 또 성품이 싹싹해서 뒷 수발도 잘 드는 녀석이오. 책읽기를 좋아해 지식도 풍부하고 스스 로 마법이란 것도 하나둘은 익힌 모양이오마는……" 디켈은 예상외라는 눈빛을 카뮤에게 보내왔다. 카뮤는 가볍게 손을 내저어 별거 아니라는 뜻을 전했다. 카뮤가 익힌 마법이래야 화염계 클래스 1의 기초마법 뿐이었다. 불꽃을 만드는 메라, 섬광을 쏘아내 는 라이트, 열기를 뿜어내는 기라. 그것도 제대로 배운게 아니라 정 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쓸만한 열기가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아 버지는 카뮤가 마법의 천재인양 추켜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 의 말은 계속되었다. "……내가 부탁하는데 저녀석에게 수행을 시켜주지 않겠소?" "……" 디켈의 눈이 일순 커졌다. 그리고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거리다니 턱을 만지다가 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카뮤는 저 남자도 놀랄수가 있구나 하며 감탄을 터트렸지만, 생각해보니 감탄을 하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지금 자신을 슛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조용히 해! 지금 네 장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 렉싱턴 자작은 엄한 목소리로 카뮤에게 소리쳤다. "한낱 변경의 벼슬아치가 되겠느냐? 살만 뒤룩뒤룩 찐 녀석들에게 고개를 숙이는게 좋으냐? 말도안되는 세금이나 주민들에게 걷으 면서 살거야? 난 너를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다. 이번이 좋은 기 회다." "……아버지……" "다행히도 이분은 정말 강하다. 또 너를 좋게 생각하시는것 같다. 나도 30년전에 강한 동료를 만나 험난한 여행에서 살아남을수 있 었지. 너는 그때의 나보다도 더 강하고 또 영리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너는 평생 후회할게다." "……" 디켈은 아직도 머리를 긁적거리고 있었다. 어떤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카뮤도, 사실은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 나 이런식으로 안된다. 산적한 문제들을 남겨두고 둔한 아버지 혼자 만 두고 떠날수는 없었다. 카뮤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이어진 디 켈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말을 꺼낼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사례는 어떻게든……" "아, 필요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죠." 디켈은 카뮤를 바라보았다. "카뮤, 너는 수도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고 했지?" "아, 네. 그야……" "나는 수도로 가서 몇가지 정보를 알아볼 생각이다. 네가 길을 안 내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사례는 충분히 지급한다. 우선 이걸 로……" 디켈은 갑옷 안쪽의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빛나는 조그만 것을 꺼 내 탁자위에 던졌데 데구르르 소리를 내며 그것은 찬란한 청색 빛을 내뿜었다. 카뮤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블루 사파이어!" "……약간의 무장과 식량. 그리고 짐을 실을 좋은 말 하나. 네 고 용기간은 대략 1년정도……난 이쪽의 가격을 잘 모르지만, 이정도 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 어떠냐. 부족하냐?" 부족하냐고? 저것 하나면 적어도 1만 골드는 충분히 받을수 있는 비 싼 것이었다. 흠집도 없는데다 크기가 200캐럿은 충분히 되어보였 다. 카뮤는 믿을수 없다는 눈으로 디켈을 보았다. 그러나 디켈은 그 냥 웃을뿐이었다. 마을을 뒤져 채비를 갖춘 카뮤는 기사를 기다리는 말구종처럼 말을 잘 손질했다. 이 말들은 아버지의 마구간에 있던 것으로 윌리엄 2세 가 내려준 하사품의 새끼였다. 북쪽지방에서 자라는 대완마란 종류 로 몸집이 일반 말보다 크고 성질이 온순해 말중의 말로 이름난 품 종이었다. 카뮤는 디켈의 명령으로 약간의 무장을 갖춰입었다. 디켈의 것 같 은 드워프제 미스릴 갑옷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을 대장간에서 제 일 튼튼한 플레이트 메일을 구입할수 있었다. 눈이 튀어나올만큼 비 싼 가격으로 샀지만 경량화 마법이 걸려있어 그리 무겁지는 않았다. 렉싱턴 자작은 보석을 팔고남은 4000골드중 2000골드를 뺀 나머지 를 카뮤에게 건네주었다. 물론 잔말말고 받으라는 협박과 함께. 아뭏 든 디켈의 덕분에 렉싱턴 영지는 이번 위기를 무사히 넘긴것 같았 다. "준비는 끝났나?" 디켈이 새로맞춘 옷을 점검하며 들어오고 있었다. 카뮤는 가볍게 고 개를 숙였다. "네.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마스터." "……마스터?" 의아해 하는 디켈에게 카뮤는 살짝 미소를 띄었다. "제게 검술을 가르쳐 주실거죠? 그렇다면 당연히 스승으로 대해야 옳지 않겠어요?"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 하지만 내 검술은 하루이틀에 이루어진게 아니다. 또한 그럴 시간도 없고." "……그렇군요. 하지만 어느정도 충고는 해 주시겠죠." "물론이다. 그럼 갈까?" 디켈은 고개를 돌려 말을 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말 이 디켈의 시선을 피해 조금씩 뒤로 도망가고 있었다. 카뮤는 말고 삐를 잡고 당겼지만 말은 흥분해버렸는지 푸르륵거리며 뒤로 물러섰 다. "워워. 진정해!" 카뮤가 사력을 다해 말을 잡아당겼지만 말은 마굿간 벽에 딱 달라붙 을정도로 물러서 버렸다. 말은 오직 디켈의 시선에서 벗어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듯 보였다. "이런. 괜찮을줄 알았는데……별수 없군." 가라앉은 디켈의 목소리가 들렸다. 디켈은 카뮤를 바라보았다. "말은 포기한다. 원래 주인에게 돌려줘. 대신 어디서 갑옷을 하나 가져오도록. 투구, 건틀릿, 아뭏든 모두 한벌이 필요하다. 단, 할 버드는 빼도록." "네? 아, 네!" 카뮤는 일단 말에게 실었던 짐을 내리고 성의 복도에 서있던 갑옷 하나를 가져왔다. 병사용 갑옷이어서 멋이라고는 없었지만 온몸에 빈틈이 없었고 투구 는 눈만 내놓을수 있는 작은 구멍만이 뚫려있었다. 디켈은 카뮤가 가져온 갑옷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디켈은 갑옷을 어루만지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둠의 대지에서 태어난 자여. 이곳으로 들어와 나와 함께 여행하 라." 디켈은 품속에서 조그만 자루를 꺼내 그 안에서 작은 이빨같은 것을 갑옷안에 뿌렸다. 그리고 카뮤에게 뒤로 물러나라는 지시를 하고 자 신도 뒤로 물러섰다. 디켈은 신중히 손을 앞으로 뻗어 갑옷을 향했다. "리빙아머!(Living Armer)"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옷이 벼락을 맞은듯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카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리에 찬 에스토크를 잡았다. 그러나 디 켈은 손을 내밀어 카뮤를 저지했다. 갑옷의 떨림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거의 멈췄나 싶었지만 이내 손이 다시 움직이며 천천히 갑옷은 일어났다. 악몽의 기사처럼…… 갑옷은 똑바로 섰다. 그리고 놀랍게도 탁 쉬어버린 굉음을 내며 말 을 건넸다. "디켈 다크메이스. 죽음의 이빨에서 나온자여." 갑옷은 시커먼 어두움밖에 보이지 않는 투구 사이로 디켈을 바라보 았다. 눈을 내놓게 되어있는 구멍 사이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만 이 갑옷은 인간처럼 천천히나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것 같았다. "인정한다. 무엇을 원하는가." "짐을 날라줬으면 한다." "기한은" "무제한." "이름은?" "포터라고 하지. 그게 어울리니까." "알겠다." 갑옷은 비척거리는 움직임으로 두세걸음을 걷더니 말에서 풀어놓은 짐을 두말없이 어깨에 짊어지기 시작했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그 많던 짐을 혼자 짊어지니 마치 작은 산이 어깨위에 올라가 있는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갑옷은 짊어진 상태 그대로 서있었다. 카뮤는 침을 꿀꺽 삼키고 디켈을 보았다. "저거 뭐죠?" "보는대로 리빙아머다. 다만 부서지지 말라고 샤갈의 이빨을 집어 넣어 용아병을 속에 만들어 넣었지. 보기엔 저래도 상당한 힘이 있는 전사야. 그러니 심심풀이 상대로 싸울 생각은 아예 하지마." 카뮤는 찬탄과 의혹을 담은 시선을 디켈에게 보냈다. 디켈은 가벼운 미소를 지은 그대로였다. "믿을수 없어.……디켈. 당신은 누구죠? 난 당신을 모르겠어요." "……" 디켈은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을 이마위로 쓸어올렸다. 자연스러운, 그러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는 동작이었다. 디켈은 작은 미소를 입술 위에 띄워올렸다. "그걸 알아보러 가는거다." "……" 디켈의 눈은 이미 수도로 통하는 대로를 향해 있었다. -------------------------------------------------- 음....조금 있으면 10편이 되겠군요. 10편맞이 쫑파티라도 하면 좋겠 지만....백수의 능력이 안되는지라...... 추천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의 글이 많을수록 저는 힘이 난답니다......^^ ************************************************** 흑~~ 보셨죠?? 누가 추천의 글좀 올려 주세요 비록 퍼다 올리는거라도 누가 추천의 글좀 올려주심 저도 퍼도 올릴는대 힘이 날텐대... 참 7,8편올릴때 보기 좋으라고 대화와 대화사이를 한줄씩 뛰워서 올렸는대 그짓 않하기로 했습니다. 갠시리 용량많 많아지는거 갇고 그거하는대 시간 엄청 걸리더군요 그래서 그시간에 한편이라도 더 퍼다 올릴려구..(오옷~~역시 난 게을러~~!!) 『게시판-SF & FANTASY (go SF)』 7697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0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3 11:49 읽음:1043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0 by 유 민 수 10. 여정은 순조로운 편이었다. 렉싱턴을 떠난지 벌써 3일째, 수도로 향 하는 대로는 넓은 평야위에 일자로 뻗어있고 주변은 온통 숲……휴 프노스 왕국의 창립자인 카알 휴프노스 대공이 서쪽에 자리잡은 바 이서스와 전쟁을 벌이기 위해 뚫었다는 이 길은, 중부의 대로(大路) 란 별명이 붙어있었다. 적어도 이 길위에 있으면 수도가 어디에 있 는지 잃어버릴 위험도 없었고 또한 마차나 말의 속도도 빨라지는 장 점이 있었다. 그러나 카뮤는 고개를 계속 내젓고 있었다. 바닥이 돌로 되어있어 한낮의 열기로 인해 델듯이 뜨거운데다 아무리 걸어도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넓다……고 디켈이 중얼거렸지만, 카뮤도 솔직히 그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카뮤는 선 두에 서서 수도로 향하는 길을 안내하고 디켈은 그 다음, 마지막은 디켈이 마법을 걸어 움직이게 한 갑옷, 포터가 짐을 잔뜩 짊어지고 걷고 있었다. 포터는 철컥거리는 금속성만 제외하고는 나무랄데 없 는 짐꾼이었다. 불평도 없고 쉬어가자는 말도 안했다. 오직 디켈의 뒤를 묵묵히 따를뿐이었다. "잠시 쉬도록 하자." 디켈이 말을 하고는 대로의 옆으로 걸터앉았다. 카뮤도 이마에 흐르 는 땀을 닦아내며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로 몸을 옮겼다. 포터는 짐 을 든재로 우뚝 서 있었다. 마치 그렇게 만들어진 석상처럼. 카뮤는 디켈에게 입을 열었다. "정말 쓸만한 짐꾼이네요." "그렇게 만들어진 녀석이다. 그래서 리빙메일 대신 리빙아머를 사 용했지." "그게 뭐죠? 저도 마법을 조금 공부했지만 디켈이 사용하는 마법 은 처음봐요." "……너희들과는 약간 다른 체계의 마법이니까." 디켈은 물주머니를 꺼내 한모금 마시더니 카뮤에게 던졌다. 카뮤도 한모금 마시고 뚜껑을 꽉 막아두었다. 여행에서 물은, 식량과 더불어 제일 중요한 물품중의 하나였다. 많이 마시면 행동이 둔해지고 탈수 증상이 더 심해진다. 그래서 둘은 단순히 입술만 축이는 것으로 그 만두고 있었다. 카뮤는 물주머니를 다시 디켈에게 건넸다. "둘이 뭐가 다르죠?" "……쉽게 구별해서 리빙메일은 갑옷을 전사처럼 활용하는것이고 리빙아머는 보는대로 단순한 일을 시키기 위해 하는거다. 다만 마 법의 순리상……" "……자연은 마법력이 비정상적으로 집중되는 것을 거부한다 인가 요?" "너희 마법에선 그렇게 말하냐? 우린 아니다. 마법의 순리라는 것 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환원력이고, 내 마법은 그것을 조금 다르게 응용하는 것 뿐이야." "……어렵군요." "리빙아머는 의사생명(意思生命)체. 살아 움직이는 생명과는 조금 다르다. 존재하지만 의식하지 않는다고 할까……그래서 약간의 트 릭을 사용하지. 예를들면 이런게 들어간다." 디켈은 갑옷 안쪽에서 리빙아머를 시전할때 사용했던 조그만 이빨을 꺼냈다. 마치 나이프처럼 날카로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잘 봐라. 이게 리빙메일을 응용한 것이다." 디켈은 이빨 하나를 손에 쥐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바닥으로 툭 던졌 다. 그러자 이빨이 맹렬하게 불타오르며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 다. 카뮤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연기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검은 연기는 바람을 타고 뭉게뭉게 솟아오르더니 이내 빨려들듯 가운데로 휙 몰려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뼈로 이루어진 해골 하나가 나 타났다. 해골은 포터처럼 팔을 죽 늘어뜨린채 서있기만 했다. 앙상한 골격에 한손에는 조금 커다란 롱소드를, 머리에는 장난감처럼 작은 투구를 쓰고있었다. 디켈이 손짓으로 카뮤에게 다가가라는 말을 했다. 카뮤는 일단 다 가가서 해골을 바라보았지만 해골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 았다. 카뮤는 조금 심드렁해진 시선으로 디켈을 바라보았다. "움직이지 않는데요?" "아직 시기상조야." 디켈이 손가락을 탁 튕기자 해골은 갑자기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번 쩍 들었다. 텅 빈 해골안에서 파란 신광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해 골은 정면에 선 카뮤를 보더니 반쯤 부서진 이빨을 까딱거리며 쉰 목소리를 터트렸다. "밉다! 살아있는 놈들이 밉다!" "으아아악!" 해골은 손에 든 롱소드를 마치 풍차처럼 휘두르며 카뮤를 공격해나 갔다. 카뮤는 일단 해골의 검이 미치는 영향권 아래서 피하려고 몸 을 굴렸지만 해골의 움직임은 의외로 정확하고 빨랐다. 일단 허리에 찼던 쇼트소드를 뽑아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카뮤는 공격은 생각할수 도 없었다. 그저 해골의 롱소드를 막아내는것이 전부였다. "디켈! 이게 대체 뭐에요? 어떻게좀 해봐요!"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한다는 명언도 있지. 그녀석은 너를 죽이기 전까지는 계속 공격할 거다." "그거하고 이건 얘기가 틀려요! 절 길잡이로 쓰시지 않을 거에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이런 스켈레톤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정도라면 모험은 할수도 없겠지." 제기랄! 카뮤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스켈레톤의 검을 막았다. 이런 스켈레톤 하나라고? 마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세레노스 대륙 정도는 아니지만 로메오 대륙에 몬스터가 꽤 있다. 그러나 스켈레톤은 언데 드(Undead)라 중상급 몬스터에 해당한다. 오크나 고블린 정도라면 카뮤도 마경에서 잡아본 경험이 있지만 스켈레톤은 처음이었다. 신 의 장난이라는 언데드 몬스터는 강하기도 강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 지 않는 특성때문에 상당한 능력을 가진 전사라도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인 것이다. 스켈레톤은 계속해서 강력한 힘을 사용해 검을 내리찍어왔다. 손아 귀에 느껴지는 스켈레톤의 힘은 견디기 수월한 것은 아니었다. 카뮤 는 일단 쇼트소드를 비스듬히 내려 스켈레톤의 롱소드의 공격방향을 틀었다. "탱!" 불꽃이 튀며 스켈레톤의 검이 대로의 바닥에 깊숙히 틀어박혔다. 그 러자 스켈레톤의 신형이 약간 주춤거렸다. 카뮤는 왼쪽으로 빠지면 서 소드를 사용해 스켈레톤의 목을 베어갔다. 쿠직! 뼈가 부러지는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며 스켈레톤의 머리가 공처럼 바닥을 굴러갔다. 일순 스켈레톤의 몸이 휘청하고 공중에 뜨고, 그 틈을 노려 카뮤는 옆으로 스텝을 밟았다. "이야아아앗!" 발목이 삐끗하는 느낌을 받으며 카뮤는 스켈레톤을 몸으로 밀어붙였 다. 목이 잘려나간 스켈레톤은 허공에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 카 뮤의 몸통박치기를 받고는 공중으로 붕 떠올라 바닥으로 추락해 버 렸다. 우직!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스켈레톤의 다리뼈가 뒤틀렸다. 카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스켈레톤은 몇번 더 움찔거리다가 이내 축 늘어져버렸다. 스켈레톤의 뼈는 장난감처럼 바닥에 흩어지며 검은 연기로 변해 하나로 뭉쳐 본래의 이빨로 돌아 가버렸다. 카뮤는 불만이 가득섞인 눈길을 디켈에게 보냈다. 그러나 디켈은 여유만만한 눈으로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무슨 짓이에요? 위험하잖아요." "……말했을텐데. 네 검에 대한 충고를 해 주겠다고. 최고의 충고 는 최고의 대결! 드래곤의 이빨이 아닌 샤갈의 이빨로 만든 용아 병(龍牙兵)이긴 해도 웬만한 전사수준은 된다. 앞으로 숫자를 하 나씩 더 늘릴테니 충분히 연습하도록 해." "……내게 감정있으면 말로 해요." "그런거 없다. 나는 안전한 여행을 위해 너를 훈련시킬 뿐이야. 이 빨은 주워둬. 나중에 써야 하니까. 자, 다음 훈련." 디켈은 엉덩이에 붙은 풀을 툭툭 털어내고는 주위 나무에 손을 뻗쳐 나뭇가지를 하나잘라났다. 손으로 나뭇가지 곁에붙은 나뭇잎을 하나 하 떼어내면서 디켈은 카뮤에게 다가와 섰다. 디켈의 나뭇가지엔 아 직도 작은 잎사귀 너덧개가 붙어있어 카뮤는 디켈의 의도를 알아차 리지 못하고 있었다. 디켈은 그렇게 카뮤를 바라보고 있다가 나뭇가 지를 들어올렸다. "공격 안할거야?" "……공격? 그 나뭇가지로요?" "걱정마. 이건 내가 사용한다. 투기(鬪氣)를 사용했다간 너는 그대 로 두쪽이 나겠지. 그리고 이번 수업엔 네 검술에 대한 조언을 할 뿐이니까 상관없다." 카뮤는 가느다란 자신의 눈썹을 불끈 솟아올렸다. '나를 우습게 보는군.' 카뮤는 쇼트소드를 뽑아들고 자세를 취했다. 발을 천천히 앞으로 내 밀고 자세를 낮춘다. 소드는 귀 옆에 두어 상대의 공격에 대비하고 눈으로는 상대의 어깨를 살폈다. 그러나 카뮤가 본 디켈의 자세는, 대무를 하는 사람의 자세는 아니 었다. 매우 편안하게 그냥 서있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자세였다. 카뮤는 일단 공격을 감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야아앗!" 카뮤는 화살처럼 디켈의 몸으로 쏘아져 들어갔다. 그리고 몸을 최대 한 낮춰 상대의 공격에 대비했다. 디켈은 나뭇가지를 든 그대로였고 카뮤는 소드를 디켈의 목으로 가져갔다. 일격에 베어버린다는 각오 로 돌진하는 것이었다. 물론 카뮤도 자신의 검이 디켈을 잘라낼 것 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디켈은 샤갈을 일격에 물리칠 정도로 강 하니까. 그러나 디켈의 검은 의외로 디켈을 스치치도 못하고 옆으로 빠져나갔다. '이런!' 카뮤는 일단 몸을 옆으로 굴려 디켈의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디 켈은 역시 나뭇가지를 든 그대로였고 카뮤는 혼자 날뛰고 있는것 같 아 기분이 나빠졌다. "다시한번!" 이번에는 소드를 쭉 내밀어 목 울대를 향해 내리찍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소드는 목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옆으로 빗나갈 뿐이었다. 카뮤는 크게 당황했다. "멍청아!" 딱! 카뮤의 정수리가 화끈거릴정도로 아파와 카뮤는 소드를 놓쳐버 렸다. 끙끙대며 머리를 감싸는 카뮤에게 디켈은 조용히 말했다. 그의 손에 들린 나뭇가지는 역시 그대로였다. "공격에 절도가 없다. 확신이 없는 공격은 하지마. 그건 네 수명을 단축시킬뿐이다." "……알겠어요." "상대의 역량을 파악해 공격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네 검을 어 떻게 쳐냈는지 잘 보거라." '쳐냈다고?' 카뮤는 잠시 아픔도 잊고 디켈을 올려다보았다. 디켈은 나뭇가지 끝 을 조금씩 흔들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순간, 눈에 보이 지 않을 속도로 카뮤의 머리 옆에 나뭇가지를 갖다대었다. 카뮤는 머리가 급격히 옆으로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막을수가 없어 카뮤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에구구……카뮤는 바닥에 보 기좋게 네 활개를 편채로 엎어져버렸다. "네가 수행해야 할 첫번째 기술. 전륜(轉輪)이라는 기술이다. 적절 한 회전과 타이밍, 그리고 힘만 있으면 나뭇가지 하나로도 상대를 쓰러트린다. 오늘 수업은 이상! 이제 길을 떠나자." 대낮에도 별이 보인다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있는 카뮤는 디켈의 말 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카뮤의 머릿속에는 전륜(轉輪) 이란 기술 이름만은 확실하게 박힌것 같았다. 소용돌이처럼 쏘아져 들어오던 나뭇가지……만약 그것이 에스토크나 레이피어같은 무기였 다면?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도 카뮤는 소름이 돋는것을 느꼈 다. '강하다.' 딱! 이번에는 뒷통수가 아파왔다. 카뮤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 다. 작열하는 태양아래로 웃음을 띈 디켈의 얼굴이 보였다. "그만 쉬고 가자니까. 여자애처럼 혼자 끙끙대지 말라구." "……" 카뮤는 갑자기 디켈을 한대 치고 싶어졌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755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1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4 12:13 읽음:1055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2 by 유 민 수 12. 휴프노스 왕국의 수도는 왕국의 창립자 카알 휴프노스 대공의 이름을 빌려, 카알이라 고 부르고 있었다. 휴프노스 왕국 최고의 도시이자 바다를 접하고 있는 대륙 최고의 항구……남부의 잭슨 왕국과 북부의 바이서스 왕국, 그리고 바다건너 세레노스 대륙의 공국, 제스타 하이랜드가 면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중계무역으로 큰 이득을 보고있 는 최대의 상권도시. 카뮤는 휴프노스의 국민이긴 했어도 수도에 오는것은 이번이 처 음이었다. 다만, 지금 카뮤의 머릿속에는 멀리 보이는 거대한 수도의 모습은 들어오지 도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번에는 디켈을 한방 먹일수 있을까 하는 궁리 뿐이었다. 첫 훈련이 있고난 후, 저녁에 잠을 자기전에 디켈은 카뮤에게 훈련을 받아왔다. 언제 나 그랬듯이 용아병을 불러내 워밍업을 한뒤, 그 전륜이라는 기술로 개구리처럼 뻗게 만드는 것으로 훈련은 끝났다. 다만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져 훈련용 용아병은 이미 셋 으로 늘어 있었고 디켈의 나뭇가지도 적어도 네번은 막아낼수 있을정도로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개구리처럼 쭉 뻗어버리는 것은 과히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다. 얇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카뮤는, 손을들어 멀리 수도를 내다보는 디켈을 증 오의 눈으로 노려보았다. 카뮤와 디켈은 수도가 내다보이는 길위의 마을에 도착할 때 에는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 일단, 노숙을 하지 않게 된것은 다행이어서 카뮤는 하 룻밤 묵어갈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디켈은 보기보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 숙박 비정도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었지만, 렉싱턴 영지 시절부터 돈을 아낀다는 생각은 이 미 습관화 되어있어 자연적으로 평판이 좋고 값이 싼 업소를 찾고 있었다. 디켈은 짐을 잔뜩 짊어진 포터와 함께 마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디켈은 무슨 이 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숙소에 들어서 도 말을 거의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것이 대반사였다. 물론 그런 이유에 서 카뮤를 고용했는지도 모르지만. 두시간의 시간을 들여 카뮤가 고른 숙소는 카이사르 라는 특이한 이름의 숙소였다. 일단 방을 잡은후 카뮤는 마을 밖으로 디켈을 데리로 돌아왔다. 디켈은 그때까지도 멀 리 보이는 수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디켈. 방을 정했어요. 알았다. 디켈은 포터에게 가볍게 손짓을 하고 마을을 향해 걸었다. 철커덕 소리를 내며 포터가 뒤를 따르자 지나가던 마을사람들은 가던길을 멈추고 이 특이한 갑옷을 구경해댔다. 카이사르 까지의 거리는 걸어서 대략 2분 거리였지만 그 동안 사람들은 꽤 모여들었 다. 디켈은 그 시선이 불편한듯 카뮤에게 가볍게 손짓을 해 다가오게 했다. 시장에 가서 로브 하나를 사와라. 포터에게 맞는걸로. 그건 낭비인데요. 포터는 매지션이 아니에요. 네가 짐을 들고 따라오겠다면 안가도 좋다. 하지만 그게 싫다면 사와. ……알았어요. 약간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고 카뮤는 주위에 몰려든 마을사람들에게 물어 시 장으로 들어갔다. 수도가 인접한 시장이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밤의 어스름이 내리고 있었지만 곳곳에 밝혀둔 횃불로 시장안은 마치 대낮처럼 밝았다. 카뮤는 물어물어 커다란 로브 를 하나 사 어깨에 두르고는 카이사르 로 돌아오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카뮤는 얼마 가지않아 사람들이 웅성대며 모여있는 곳을 보게 되었다. 보통의 구경꾼 처럼 보이진 않는 일단의 사람들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쇠스랑이나 롱소드가 꽤 들려 있었다. 그들 사이에서 큰 고함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을 봐서는 꽤 큰일인것 같았다. 카뮤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꺼져라! 꺼져! 너같은게 들어오면 이 마을이 더렵혀진다구! 욕설과 고함이 오가는 가운데 퍽퍽하는 소리도 들리고 있었다. 카뮤는 모여든 사람들 을 헤치고 간신히 가운데로 들어갈수 있었다. 사람의 고리 안쪽에는 하드레더를 입은 남자 셋이 바닥에 쓰러진 누군가를 짓밟고 있었다. 그러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고 퍽 퍽하는 소리만 나고 있었다. 카뮤는 눈을 의심했다. 남자들에게 짓밟히고 있는것은 작은 아이였다. 머리끝까지 길다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찢어진 로브 사이로 나와있는 손발은 아이의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 다. 카뮤는 뛰쳐나가 아이를 짓밟고 있는 남자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남자는 힘껏 아 이를 밟으려다 카뮤가 어깨를 잡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주춤거렸다. 남자가 물러서자 같이 아이를 밟고있던 두 남자도 때리는 것을 멈추고 카뮤를 노려보 았다. 카뮤에게 어 를 잡힌 남자가 거칠게 소리질렀다. 뭐하는 거야? 내가 묻고싶은 말이군. 이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폭행을 저지르는거요? 상관없잖아. 꺼져버려! 남자는 손을 뻗어 카뮤의 어깨를 밀어버렸다. 카뮤는 좋게 이야기로 화해를 시키려던 생각이었는데 남자가 거칠게 나오자 대뜸 생각이 바뀌어버렸다. 카뮤는 손을 내민 남 자의 팔을 휘감고 어깨를 이용해 남자의 몸을 뒤집어버렸다. 남자는 보기좋게 빙그르 르 돌아 바닥으로 처박혔다. 쿵! 마치 개구리처럼 남자는 네 사지를 움찔거리더니 축 늘어져버렸다. 카뮤는 손을 가볍 게 탁탁 털었다. 별것도 아닌게…… 너! 무슨짓을 한건줄이나 아냐! 남은 두 남자가 채챙 하는 소리와 함께 롱소드를 뽑아들었다. 카뮤는 눈살을 가볍게 찌푸렸다. 계집애처럼 말이 많구만. 카뮤는 가운데 손가락을 쑥 내밀어 가볍게 손짓을 했다. 충분한 도발의 손짓이었다. 두 남자는 얼굴이 대번에 싯뻘개지더니 고함을 지르며 카뮤에게 달려들었다. 카뮤는 일단 두 남자의 검을 피했다. 그리고 갑자기 손을 불쑥 내밀어 한 남자의 목 을 쥐었다. 남자는 대번에 뒷목을 잡히자 놀라서 검을 뒤로 틀었고 카뮤는 그 반동을 이용해 남자의 몸을 공중에서 뒤집어버렸다. 남자는 어어 하더니 머리서부터 바닥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박혀들어갔다. 카뮤는 엷은 미소를 띈 얼굴로 서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얼굴을 있는대로 찌푸리더니 크게 소리질렀다. 저 애가 뭔지 아냐? 뭐긴뭐야. 애는 그냥 애잖아. 멍청하긴. 저 로브를 벗겨보란 말이다! …… 카뮤는 남자뿐이 아니라 구경꾼들의 분위기가 영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카뮤를 보는 시선은 영 떨떠름하다는 눈빛들이었다. 카뮤는 몸을 돌려 바닥에 쓰러져있는 아이의 머리를 감싼 로브를 벗겼다. 로브를 벗기자 길다란 귀 가 먼저 튀어나오고 검은 얼굴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카뮤는 저도모르게 얼굴을 가 볍게 찡그렀다. 다크엘프! 젠장……일이 꼬였군. 남자는 찡그린 카뮤의 얼굴을 보더니 이내 의기양양해졌다. 것 보라니까! 알아보지도 않고 끼어들더니 그렇게 되잖아. 다크엘프라구, 다크엘 프. ……이 아이가 무슨짓을 했소? 정중해진 카뮤의 질문에 남자는 더욱더 큰 소리로 말했다. 이유가 무슨 소용이 있어? 다크엘프는 마물이다. 마물은 마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 해. ……알겠소이다. 카뮤는 찢어지고 낡아버린 아이의 로브를 벗기고 어깨에 걸쳐두었던 로브를 아이의 어 깨에 감쌌다. 아이는 으응 하는 신음을 냈지만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카뮤는 아이를 감싼 로브를 가슴에 안았다. 그리고 마을사람들의 포위망 밖으로 걸어 나갔다. 갑작스런 카뮤의 행동에 롱소드를 뽑아들었던 남자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달려 와 카뮤의 앞을 막아섰다. 카뮤는 남자를 냉랭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내게 무슨 볼일이 있소? 아이는 내려놔. ……싫다. 다크엘프다. 죽여야 해. 카뮤는 화가 치밀어올랐다. 카뮤는 렉싱턴 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자칭 모험자라 칭하면서 마을의 영웅인양 행세하는 꼴들도 많이 봤고 오크 한마리 죽여놓 고, 마치 자신이 블루드래곤을 죽인 드레곤슬레이어처럼 행동하는 꼴같잖은 용사들도 보았다. 눈앞에 서있는 남자도 그런 부류였다. 분명 이 남자는 아직 마물을 죽여본 경험이 없을터였다. 찬란한 빛으로 빛나는 롱소 드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카뮤의 쇼트소드는 수많은 전투를 치뤄 검은 빛으로 물 들어 있었다. 마물의 핏속에 든 독이 소드의 표면을 잠식해 들어간 증거였다. 이 남자 는 이 꼬마 다크엘프를 죽이고는 마치 다크엘프 군단을 물리쳤다는 식으로 허풍을 떨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카뮤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은 바로 이런 인간이었다. 카뮤는 두말않고 허리에 찬 쇼트소드를 뽑아들었다. 남자는 카뮤가 소드를 뽑아들자 뒤로 흠 칫 물러났지만 검을 거두지는 않았다. 뭐 하는 짓이야? 내가 묻고싶다. 마물은 마을에 들어올수 없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냥 슛아내면 될 일 아닌가. 흥. 이미 들어온 녀석은 나가지 못해. 그것이 우리 마을의 긍지이자 자랑이다. 미치겠군. 카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내 긍지를 알려줄까? ……뭐, 뭐냐! 내 긍지는 이 쇼트소드로 마물을 20마리 이상 베었다는 것이고…… 오오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남자는 놀라 카뮤의 쇼트소드를 노려보았고 온통 은은 한 검은색으로 물들어버린 색깔에 더욱 놀라는 눈치였다. ……내 자랑은 한번 뽑인 이 소드는 피를 보기 전에는 칼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 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남자는 일단 체면과 자신의 목숨을 사이에 놓고 맹렬한 고민을 하는듯 했다. 그러나 이런 작자들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카뮤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었다. 카 뮤는 남자에게 다가가 거칠게 어깨로 밀쳐버렸다. 남자는 비틀거렸지만 카뮤를 상대로 공격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카뮤는 진절머리가 났다. 카이사르 에 도착했을때, 카뮤는 아직도 마을사람들이 숙소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카뮤는 그들을 뚫고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디켈은 식사중이었다. 빵조각 을 입에 넣고있던 디켈은 카뮤가 누군가를 안고 들어오자 약간 의아한 시선을 보내왔 다. 카뮤는 일단 근처 긴의자에 아이를 내려놓고 품속을 뒤져 약을 꺼냈다. 디켈이 카 뮤의 뒤로 다가왔다. 로브를 사러 보냈더니 애를 데려왔군. 죄송해요. 금방 보낼게요. 포터에게 입힐 로브는 어디에 있지? 카뮤는 말없이 아이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로브를 가르켰다. 디켈의 눈이 이상한 빛을 띄었다. 카뮤는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로브를 벗겨냈다. 아이의 길다란 검은 머리카락이 흩어 지며 다크엘프 특유의 검은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곧 함성이 터지면서 마을사람들의 욕설이 들려왔다. 더러운 마물이다! 마물이 마을에 들어왔어! …… 디켈은 소란스러워진 마을사람들을 보더니 카뮤에게 설명해보라는 의미의 표정을 보내 왔다. 카뮤는 불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 하나를 두고 쓰레기같은 녀석들이 몰매를 때리고 있었어요. …… 당신, 인정머리 없다는 건 알지만 조금 봐줘요. 이 아이를 데리고 마을 밖으로 나 갈테니까. 내일 아침 일찍 길을 안내할게요. 그러니까…… 알겠다. 디켈의 대답은 간단했다. 카뮤가 본 디켈의 얼굴은 여느때보다도 더 침울하게 가라앉 아 있었다. 오물을 보는듯한 숙소 주인의 눈총을 받으며, 디켈은 구석에 짐을 짊어지 고 서있는 포터에게 다가가더니 짐을 받아 자신의 어깨에 짊어졌다. 그리고 카이사르 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디켈은 카뮤에게 말을 건넸다. 아이를 데리고 가자. 일단 마을 밖으로 나가야 겠다. ……디켈! 시끄러. 빨리 움직여. 시간이 없다. …… 카뮤는 아이를 다시 품안에 안고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문을 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숙소의 주인이 나와 문앞에 소금을 뿌리고 있는것이 보였다. 카뮤는 속이 울컥하고 뒤 집혔지만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 걷고있는 디켈을 보고는 고개를 숙여버렸다. 미안했 다. 디켈은 포터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나와버린 것이었다. 마을 밖에 나와서, 디켈은 아무말 없이 주변의 나무를 긁어모아 커다란 모닥불을 만 들었다. 디켈은 주머니에서 화석을 꺼내 나무에 불을 붙이고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짐에서 커다란 빵조각을 꺼내 카뮤에게 던졌다. 카뮤는 자리에 앉아 아이를 불 곁으로 뉘었다. 아이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멀리 보이는 마을은 아직도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오고 있 었다. 마물을 슛아낸 축제라도 하고 있는걸까……카뮤는 애꿎은 빵조각만 갈기갈기 뜯 어내 입안으로 옮겼다. ……재미있구나. ……디켈…… 너를 힐난하고자 하는건 아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구나. 다크엘프라니…… …… 카뮤는 로브 안에서 잠들어있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카뮤의 약은 상처에 탁 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뭐, 좋다.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어. 이로서, 내 눈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증 명한 셈이 되었구나. …… 카뮤는 디켈을 바라보았다. 디켈은 웃고있었다. 내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지? 날 마스터라 부르고 싶다고 했지? ……네. 허락한다. 디켈! 카뮤는 눈이 둥그래졌다. 머리숙여 부탁할때는 거절하더니 이젠 스스로 가르쳐주겠다 고 하는 것이다. 근래 며칠간 디켈과 여행을 했지만 디켈은 한번 아니라면 아니었다. 말을 고치는 적도 없었고 특히 칭찬을 듣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그런 디켈이 스스로 카뮤에게 검술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카뮤는 목이 메어왔다. ……정말이죠? 그래. 하지만 힘들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상관없어요! 정말 감사해요, 마스터! 카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춤을추고 싶은 충동을 참고 있었지만 벌개진 얼굴은 카뮤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디켈은 이빨을 조금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마을 녀석들……골치좀 썩겠군. 네? 포터가 잘 활약하고 있는것 같다. ……? 그러고 보니 마을에서 나온지 얼마 안된 후부터 들려오던 시끄러운 소리가 지금도 들 려오고 있었다. 카뮤는 아직 불길이 꺼지지 않은 마을을 바라보았다. 왁왁대는 소리가 절대로 축제분위기는 아닌것 같았다. 짐을 옮기면서 포터의 마법을 바꿨지. 리빙아머에서 리빙메일, 그것도 특대형으로. …… 카뮤는 등쪽으로 찬바람이 몰아치는 것을 느꼈다. 요 며칠간 리빙메일의 공포는 카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포터는 리빙아머를 이용해 전투력을 억제시켜왔지만 만일, 지금까지 싸워왔던 용아병처럼 무차별로 움직이게 된다면? 오……이런. 카뮤는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재미있다는 미소를 짓고있는 디켈을 바라보았다. 디켈 은 즐겁다는 얼굴을 하고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756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2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4 12:14 읽음:1016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2 by 유 민 수 12. 마음을 연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특히 전혀 다른 상대의 뜻 을 읽어낸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로리타 나카엘로는 그 사 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어렷을땐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 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었다. 숨을 쉬고 이야기를 하는것처럼, 로 리타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과 말을 주고받아왔다. 로리타가 어 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을 시절엔, 로리타를 닮은 형태의 생물은 어머니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밤이되면 숲에서 제일높은 나무꼭대기 에 올라, 낡은 로브를 만지며 멀리 보이는 거대한 인간들의 도시를 바라보곤 했다. 빛들로 가득한 세상……어두운 흐름이 숲을 지배하는 시간에도 로 리타는 도시를 바라보는 어머니처럼 멀리 보이는 인간의 빛을 동경 해왔다. 저 도시엔 어떤 생물들이 있을까……하나의 마음으로 사이 좋게 지낼수 있겠지……라고. 어머니가 죽었을때도 로리타는 슬퍼하 지 않았다. 어머니의 영혼은 허공을 맴도는 실프가 되어 자신의 곁 에 남아있으니까. 로리타는 집에 남아있던 어머니의 커다란 로브를 둘러쓴채 인간의 마을로 향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을은 숲과는 달랐다. 로리타는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많은 고초를 당해야 했다.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로리타는 이마을 저마을에서 슛기는 도망자 신 세가 되었다. 가끔씩 로리타에게 접근해 오는 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로리타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검은 마음을 갖고 있었고 로리타는 그들에게서 도망쳐나왔다. 로리타는 괴로웠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은 없어지지 않았다. 공포와 외로움……이율배반적인 사람들의 행동에 로리타의 마음은 걸레가 되었다. 로리타의 발길이 휴프노스 왕국의 수도를 향한것도 어쩌면……수도의 수많은 인간중에서 하나 의 보석을 찾아내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도착하기도 전에 로리 타는 인간전사에게 잡혔다. 전사 셋은 로리타를 둘러싸고 모진 발길 질과 학대를 가했다. 그들의 주먹에 담긴 마음은 오직 하나……'이 아이를 죽여 이름을 높이겠다.', '이거 재미있는데. 마물이니까 찍소 리도 못하구 말야.', '싫다. 마물이 증오스럽다.'……로리타는 몸에 가 해지는 고통보다도 그 마음의 무게에 짓눌려 기절해 버렸다. 희미한 의식사이로 로리타는 기억을 되찾을수 있었다. 어머니의 기억……어 머니는 임종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었다. '인간을 믿지 말아라. 언젠 가는 곁을 떠나버릴……약한 존재다.' "엄마!" 로리타는 눈을 떴다. 눈을 뜬 로리타의 시야에 넓은 밤하늘과 일렁 거리는 모닥불의 불빛이 들어왔다. 로리타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욱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쓰러졌다. 전신이 손을 못댈정도로 아파왔다. 그러나 예전처럼 끔찍한 고통은 아니었다. 몸에는 약도 발라져 있었 고, 미숙한 솜씨나마 붕대도 감겨 있었다. 로리타는 손을 내밀어 붕 대를 만져보았다. 따듯한 솜씨……마음이 담긴 붕대다. 로리타는 숨 을 들이켰다. "일어났나." 가라앉은 낮은 목소리였다. 로리타는 눈을 들어 목소리가 들린 방향 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금색의 모닥불빛 사이로 인간의 모습이 보였 다. 가라앉은 검은색의 눈에 여자처럼 고운 얼굴을 갖고있다. 미스릴 로 된 갑옷을 입고 있지만 가슴에 크게 할퀸 자국이 나있다. 그는 등을 약간 커다란 짐더미 위에 기대고 멀리 보이는 수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말을 걸어온 지금도 수도의 불빛을 향하고 있 었다. 로리타는 몸을 감싼 로브를 더욱 꼭 껴안았다. "……누구시죠?" "알것없다. 상처는 괜찮은가?" "……감사합니다." 남자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모닥불 오른쪽에 번데기처럼 웅크리고 있는 남자를 가리켰다. "감사는 저녀석에게 해. 너를 구한건 저 바보니까." "……" "……다크엘프 주제에 인간의 마을을 돌아다니다니, 제정신인가? 마계전투 이후로 인간족은 다크엘프를 저주해 왔다." "……" 로리타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전투의 전설은 로리타도 들은 기억이 있었다. 어머니의 추억과 함께, 그 전설은 잊혀지지 않 는 기억이 되어 있었다. 400년전……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지하세계 의 마왕 사브란이구드와의 전쟁이 있었던 그때, 북부 산맥의 엘프족 중 일단의 무리가 마왕에게 투항했다. 그들은 마왕에게 영혼을 팔고 몸을 검게 물들이는 것으로 증표를 삼았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검은 엘프를 다크엘프라 부르고 증오한다고……어머니는 그렇게 말 했다. 마음으로는 아련한 그리움을 가지고. 물론 그 일은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름이 뭐지?" "로리타. 로리타 나카엘로." "……피곤할테니 자거라. 이야기는 내일 듣는게 낫겠지." 남자는 그말을 끝으로 자리에 누웠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수도의 불빛을 향하고 있었다. 로리타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데 문득, 로리타는 그의 마음을 읽을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럴수가!' 로리타의 공동이 확대되었다. 남자는 누운채로 로리타에게 말을 건 넸다. "애송이의 능력에 읽힐 마음이 아니야. 놀라지 말고 잠이나 자." "……당신은 누구죠? 인간인가요?" "……그럴지도." "……?" 로리타는 남자의 입을 주시했다. 남자의 입은 거의 열릴듯 말듯 하 면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내 이름은 디켈 다크메이스. 저기에 누워있는 인간은 카뮤 폰 렉 싱턴. 내 제자다. 번거롭게 따로 소개할 생각은 없다. 잠이나 자." "……" 일순, 로리타의 남자의 마음을 조금은 읽은듯한 생각이 들었다. 왠지 슬픈……그러나 따듯한 기억들. 로리타는 로브를 움켜잡고 모닥불 쪽으로 몸을 웅크렸다. 감촉이 새로웠다 그제서야 로리타는 그 로브 가 자신의 것이 아닌, 새로운 로브인 것을 알아차렸다. '이 사람들……따듯하다.' 로리타는 오랜만에 푸근한 마음을 가지고 잠이들수 있었다. 멀어져 가는 의식속으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인간은……언젠 가는 곁을 떠날 것이다 라는. 아침이 되어서 로리타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눈만 가만히 뜬 상태에서 보니 어제 자신을 구했다는 카뮤란 남자가 한창 먹을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로리타는 카뮤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았 다. 제자라고 했던가……스승과 제자가 저렇게 닮은꼴을 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디켈도 그랬지만 카뮤도 마치 여자처럼 갸름한 얼굴을 갖고 있었다. 만일 변장할 일이 생겨 여장을 한다해도, 로리타처럼 마음을 읽지 않는이상, 여자로 믿을것 같았다. 그러나 허리 뒤쪽에 찬 중간크기의 쇼트소드에서 비치는 은은한 검은빛은 이 남자가 전 형적인 전사 형태의 인간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왼쪽에 비스 듬히 걸쳐진 에스토크는 이미 뽑혀져 있었지만, 불쌍하게도 아침 식 사를 만드는 식칼 대용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카뮤의 고개가 젖혀지 며 큰 목소리로 어딘가를 향해 소리지르는 것이 보였다. "마스터! 식사해요!" "알았다." 로리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디켈이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디켈은 앉은 자세로 자신을 바라 보는 로리타는 보고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늦잠꾸러기 레이디께서 일어나셨군." "아!" 카뮤의 눈이 로리타를 향했다. 따듯한……그리고 순진한 눈동자. 로 리타는 조심스레 웃어보였다. 카뮤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다정한 목 소리로 말을 건넸다. "정신이 들어? 꽤 다친것 같던데." "아, 네." "정말 다행이다.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조심해야지." 피식하는 디켈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카뮤의 눈썹이 약간 찡그려졌 다. "나이가 어리다고? 최소한 100살은 넘었을 거다. 아무리 다크엘프 의 하프라고는 하지만 말야. 멍청하군." "마스터……웬만하면 좋은 말로 하면 안돼요?" "밥이나 내놔. 길 떠나야 하니까." "알겠어요." 카뮤는 작은 모닥불에 올려둔 냄비를 살짝 들더니 곧 작은 감자를 꺼내 그릇에 담았다. 냄비에 든 감자가 꽤 많았는지 그릇을 약간 넘 고도 세 그릇은 충분히 되었다. 카뮤는 디켈에게 하나를 주고는 로 리타에게도 하나를 건넸다. 로리타는 불쑥 내민 그릇을 보고는 약간 주저했지만, 이내 받아들어 허겁지겁 먹었다. 카뮤는 그런 로리타를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로리타는 조금 쑥쓰러워졌다. "왜……그러시죠?" "아니. 평소에 아버지가 내 요리솜씨를 혹평했거든. 그런데 이렇게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이 있다니……정말 기쁘네." "……전 다크엘프에요." "상관없어. 난 내 요리를 잘 먹어주기만 하면 설령 오우거라도 좋 으니까." "……" 로리타는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 꼈다. 그리고 그 무엇은 눈물이 되어 눈가에 매달리고 있었다. "……고마워요." 로리타는 눈물을 흘렸다. 카뮤는 로리타의 눈물에 놀라고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카뮤는 자꾸만 디켈에게 질문을 구하는 눈빛을 던졌으 나 디켈은 가볍게 코웃음으로 넘겨버리고 있었다. 로리타는 감격하고 있었다. 인간세계를 떠돈지 벌써 20년째……카 뮤처럼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고 자신이……좋다고 말해주는 인간은 처음이었다. 이런 인간도 있구나 싶었지만 무엇보다도 따스한 마음 이 정말 좋았다. 로리타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맛있어요." "울어버릴 정도로 맛있진 않을텐데……" 카뮤는 안절부절 못하고 자신의 그릇에서 감자를 꺼내 입안에 넣고 는 신중한 얼굴로 천천히 씹었다. 한참을 그렇게 씹어대던 카뮤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건……정말……" "……?" 디켈과 로리타의 시선이 카뮤에게 향하고 카뮤는 빙긋 웃으며 말을 끝냈다. "울어버릴 만큼 맛있어! 정말 맛있다!" "……" 디켈은 감자를 먹다말고 켁켁거리며 기침을 했고 로리타는 그만 까 르르 웃고 말았다. 카뮤는 둘의 변화를 보면서 뭐가뭔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아침의 시작은 이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음......날카로운 비평 감사합니다. 확실히 제 글엔 오타가 많죠.... 군대시절부터의 버릇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2편인가요....아직 2장의 주제인 '드래곤 슬레이 어'엔 가지도 못했는데……이것도 드래곤 라자처럼 대책없이 길어질 지도 모르겠네요..... 어둠의 천사,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757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3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4 12:14 읽음:994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3 by 유 민 수 13. 수도에 들어선 카뮤 일행은 '해변의 호수'라는 이름의 인(=숙소)에 짐을 풀었다. 카뮤는 일단 방을 정하고 인의 홀로 내려왔다. 홀의 안 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등에 검을 메 거나 로브를 입고있는 사람들이어서 디켈 일행이 이상하게 보이는 점은 없었다. 카뮤는 인의 점원에게 가벼운 식사를 시키고 디켈이 앉아있는 자리에 앉았다. 디켈은 날카로운 눈으로 인에 몰려든 사람 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대단하네요. 모두 모험자들 인것 같은데……" "음." "……?" 카뮤의 말에도 디켈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떤 깊은 생 각에 잠겨있는듯 해서 카뮤는 대화 상대를 커다란 로브아래 숨어버 린 로리타로 정했다. 로리타는 계속 카뮤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카알에 오긴 왔는데 어디 갈만한 곳은 있니? 내가 데려다 줄게." "잘 모르겠어요. 애초부터 무슨 계획 같은건 없어서……" 로리타는 로브가 벗겨지지 않도록 끝을 조금 당겼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계속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갈곳도 없고 머물곳도 없거든요." "그런가……여러가지로 곤란하게 됐구나." "……" 애초 대화의 주제가 무거운 탓에 이야기는 금방 끊기고 말았다. 카 뮤는 디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그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그 것은 로리타도 마찬가지였다. 로리타는 간절한 눈빛으로 디켈을 바 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이 여행의 오너는 디켈이었다. 로리타를 데려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곳으로 보낼 것인지는 디켈이 정할 일이다. 물론 그녀를 대하는 디켈의 태도가 차가운 것은 아니었지만 카뮤도, 로리타도 그의 마음을 알수 없었다. 그러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디켈은 생각에 잠겼던 그 모습 그대 로 입을 열었다. "어쩔수 없겠군." "……?" "카뮤." 카뮤는 온몸을 긴장시켜 디켈의 말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디켈은 손 을 들어 갑옷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내 카뮤에게 내밀었다. 카뮤는 일단 그것을 받아든뒤 디켈의 눈치를 살폈다. 디켈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봐. 그리고 로리타." "……네." 로리타는 까만 눈을 들어 디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에 띄일 정 도로 떨고 있었다. "별로 할일이 없으면 카뮤를 도와줘." "정말이죠, 마스터!" 카뮤의 목소리가 커졌다. 디켈은 카뮤가 흥분하자 의외라는 눈빛을 보내왔다. 카뮤는 자신이 실언했음을 알고는 쑥쓰러워졌다. 디켈의 말은 절대적이다. 일단 결정을 내렸으면 번복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디켈은 방금전의 한마디로 로리타를 일행으로 받아들일 결심을 한 것이다. 그러나 디켈은 카뮤의 잘못을 추궁하지 않았다. 카뮤는 그제서야 디켈이 건네준 것을 살펴보기 위해 주먹을 펴 보 았다. 그것은 작은 열쇠였다. 동그란 열쇠고리 아래쪽으로 탁한 빛이 나는 열쇠로, 겉으로 보기엔 바닷가에서 흔히 볼수있는 소라껍질로 만든 열쇠일 뿐이었다. 다만 열쇠 아래쪽의 모양은 열쇠의 그것이라 하기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통 들쭉날쭉한 톱니로 되어있는 게 보통인 반면, 그것은 인간의 해골 모양을 하고 있었다. 카뮤는 일 단 그것을 로리타에게 보였다. 로리타의 얼굴도 흥분되어 약간 발그 스름해져 있었지만 카뮤가 내민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고 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열쇠……인가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지." 머리를 맞대고 있는 둘을 보며 디켈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간단하게 풀릴 일이면 너희들을 데려오지 않았어. 어서 나가서 알 아봐." "알겠어요. 마스터." 카뮤는 로리타를 안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그러나 얼마 가지않아 우 뚝 멈춰서버리고 말았다. 눈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도 숫자였 지만, 렉싱턴 영지와는 달리 왕국의 수도, 카알은 엄청나게 넓은 곳 이었다. 카뮤는 주변의 분수에 주저앉았다. 로리타는 쪼르르 다가와 카뮤의 옆에 앉았다. 그녀의 눈은 아직도 카뮤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리타. 나만 보지말고 좀 생각해봐. 마스터의 일이란 말이야." "……단서가 하나도 없잖아요." 로리타의 볼이 조금 부어올랐다. 아무래도 엘프의 나이와 행동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라고 카뮤는 생각했다. 지금보는 로 리타의 행동은 10살정도 먹은 어린아이의 행동, 바로 그것이었다. 로리타는 발을 까닥까닥 하면서 노래하듯 말했다. "날씨 좋네요." "내가 보기엔 구름만 꼈는데……" "그건 카뮤 기분탓이죠." 로리타는 손가락을 내밀어 카뮤의 눈앞에서 가로저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어쩌면 해답은 가까이 있을지도 몰라 요." "로리타에겐 무한의 시간이 있겠지만, 내겐 아니야." "열쇠집에 가볼까요?" "……그렇게 쉽게 풀릴 문제면 너희들을 데려오지 않았어." 카뮤는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디켈의 말을 흉내냈다. 로리타는 까 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카뮤는 열쇠를 하늘에 비춰보았다. 햇빛에 비 친 열쇠는 은은한 미색을 띄고 있었다. 카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열쇠집에 가볼까?" "그건 해답이 아니에요. 음, 뭐랄까……" 로리타는 곰곰이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손바닥을 탁 치며 대답했다. "……열쇠에서 가능한한 단서를 잡아내야겠죠." "이 열쇠? 아무리 봐도 특별한 건 아닌것 같은데." "카뮤, 머리좀 써요." 카뮤는 로리타처럼 볼을 약간 부풀어올렸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로 리타를 상대로 볼을 부풀리는건 너무 어린애같은 짓이다. 그러나 로 리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것 같았다. 로리타는 열쇠의 부분을 하나 하나 짚으며 입을 열었다. "이 열쇠의 세공……분명히 인간의 솜씨는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바로 여기……이 동그란 부분 안쪽을 봐요." 카뮤는 로리타의 손끝을 따라 열쇠의 동그란 부분을 보았다. 무언가 작은것이 깨알처럼 새겨져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카뮤는 그것 이 글자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다만 무슨 글인지는 알수 없었다. "글자……인가?" "음, 확실히는 북부 바이서스 왕국의 글자군요." "대단한데!" 카뮤는 낮은 탄성을 질렀으나 로리타는 빙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20년의 세월을 그냥 보낸건 아니에요." "……그도 그렇군. 그래. 어떤 글이야?" "그건 몰라요." "뭐?" 의외의 대답에 카뮤는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로리타는 얼굴을 약 간 붉혔다. "내가 아는 글자는 몇개 되지 않아요. 하지만 저 글의 중간중간에 아는게 있어요." "……그렇군." "아뭏든 이렇게 세밀한 조각을 했다는 건 인간의 손으론 불가능하 죠. 적어도……" "드워프." 로리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대지의 요정, 그들의 손이 아니면 이런 세밀한 세공은 못 하죠." "그럼 이건 드워프족의 열쇠인가?" "드워프가 만들었다고 그들의 열쇠라곤 말할수 없겠죠. 더군다나 이런 해골 무늬……그들의 취향은 아니에요." 카뮤는 손바닥 안에서 열쇠를 빙글 돌려 해골장식을 보았다. 로리타 가 말한대로, 정말 정교한 조각이었다. 손가락 하나 굵기의 재료에 이런 무늬라……드워프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해골은 많은것을 의미했다. 해적이나 죽음, 그리고 경고. 이 열쇠가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열쇠에 맞는 자 물통은 해골모양의 틀을 갖고있는것이 확실한것 같았다. "해골이면 해적을 말하는 건가?" "해적과 드워프……바다와 산속. 좀 어긋나는것 같지 않아요?" "그럼 산하고 관계가 있다는 말이군. 해골과 산……산적?" "카뮤. 제발 그렇게 연관짓지 말아요. 나까지 헷갈려요." 로리타는 카뮤의 손에있던 열쇠를 빼앗아들고는 손끝으로 천천히 어 루만졌다. 한참을 그렇게 만지던 로리타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겉보기엔 소라껍질 같지만, 그건 아니네요." "뭔가 알겠어?" "네. 예를들면 이런거죠. 검을 좀 빌려줄래요?" 카뮤는 갑작스런 로리타의 말에 일단 허리에 찼던 에스토크를 뽑아 주었다. 로리타는 낑낑거리며 길다란 에스토크를 들고 몇번 휘적거 리더니 눈썹을 찡그리고는 카뮤에게 돌려주었다. "좀 작은걸로 줘요." "알겠어." 카뮤는 허리 뒤쪽에 차고있던 쇼트소드를 뽑아 건네주었다. 소드는 온통 검은빛으로 물들어있어 보기에도 칙칙했다. 문득 카뮤는 아차 싶었지만 로리타는 별로 내색하지 않았다. "잘 봐요." 로리타는 소드를 들어 열쇠를 힘껏 내리쳤다. 카뮤는 아 하고 소리 쳤지만 이미 소드는 열쇠에 맞닿아 있었다. 깡! 귀를 씻는듯한 금속성이 울리고 카뮤는 아연해진 시선으로 열쇠를 바라보았다. 열쇠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오히려 카뮤의 소드에 이가 빠져버린 흔적이 나 있었다. 로리타는 손아귀가 저려오는지 그 만 소드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손바닥에 약간의 상처가 나 있었다. "괜찮아?" "네. 조금 아프긴 하지만……어때요?" 로리타는 열쇠를 자랑하듯 내밀었다. 카뮤는 소드를 주워 허리에 차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이건 뭘로 만들어진거지? 내 소드가 먹히지 않는다 는 건 보통 금속이 아니라는 말인데." "몇가지 가정이 있을수 있어요. 카뮤, 당신의 소드는 뭘로 만들어 졌죠?" "내 소드? 아버지의 것을 받은거라 잘 모르겠는데." "내 귀가 막히지 않았다면, 그건 남부의 잭슨에서 만들어진 청강 (淸江)이란 이름의 금속이에요. 방금전 그 소리……무척 컸었죠? 잭슨의 범종이란 악기의 소리와 비슷해요. 잭슨에선 청강으로 악 기를 만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적어도 이 열쇠는 청강보다 강하다는 거죠. 머리좀 써요, 카알 폰 렉싱턴씨." 로리타의 대답은 약간 꼬여있었다.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도 이해 를 못하는 카뮤를 힐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카뮤는 감탄하고 있 었다. 디켈의 말에 의하면 로리타는 100년을 넘게 산 할머니……즉 그만큼 연륜이 쌓여있다는 의미였다. 처음에 카뮤는 그말을 믿고있 지 않았지만 열쇠 하나에서 여러가지를 추리해내는 로리타의 두뇌에 감탄하고 있었다. 카뮤는 미소를 지으며 로리타의 손을 잡았다. "대단해, 로리타. 마치 현자같아." "그만해요. 사람들이 봐요." 로리타는 입을 삐죽거리며 손을 빼냈지만 기분은 별로 나쁘지 않은 듯 했다. 로리타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청강은 보기보다 강한 금속이에요. 청동이나 강철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보다 더 강하다는 건 아주 특이한 금속 이란 거죠." "미스릴은 아니야. 색이 다르니까." "그래요. 하지만 이 열쇠……세공이 아주 정밀해요. 그렇다는 말은 이 금속보다 더 강한 연장이 필요하단 소리죠." "청강보다 강하지만 그것보다 더 강한 연장이 필요하다……어렵 군." "결국, 우리가 가야할 곳은 열쇠집이 아니라 다른데란 소리에요. 카뮤." "어딘데?" 로리타는 대답했다. "대장간. 그것도 아주 유명한 곳으로." 『게시판-SF & FANTASY (go SF)』 7758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4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4 12:15 읽음:1001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4 by 유 민 수 14 휴프노스의 수도, 카알에는 두군데의 대장간이 있다. 이유는 모르지 만 두 대장간은 대로를 사이로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한쪽에는 커 다란 간판으로 '원조(元祖)'라고 씌여 있었고 다른곳에는 더 큰 간판 으로 '시원(始原)'이라고 씌여있었다. 카알은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몰 라 길 한가운데 서있다가 지나가는 마차에 치일뻔했다. 고래고래 소 리를 지르는 사람들을 피해, 카뮤는 로리타의 손에 이끌려 길 옆으 로 나왔다. 로리타는 발을 동동구르며 카뮤를 질책했다. "미쳤어요? 길 한가운데 서있으면 어떻게 해요?" "렉싱턴에선 아무일 없었어." "여기는 렉싱턴이 아니에요. 바보!" "알겠습니다, 현자 로리타님. 자, 이제 야단은 그만치시고 저게 뭔 소린지나 말해줘." 카뮤가 가리키는 간판에 로리타는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간단해요. 서로 자기네들이 잘났다고 싸우는것에 불과해요." "그런거군. 간판이 크면 더 좋은가 본데." "그건 아니겠죠. 아뭏든 들어가 봐요." 카뮤는 로리타의 손을 이끌고 '원조'라고 씌여있는 대장간에 들어갔 다. 대장간 안은 풀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가득했다. 태양의 열기로 뜨겁기는 마찬가지였으나 대장간 안은 더 참기 힘들었다. 웃 통을 벗어젖힌 사내들이 저마다 망치를 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 직이고 있었다. 카뮤는 약간 큰 목소리로 물었다. "주인장 계시오!" 일순간, 대장간 안은 찬물을 끼얹은것 처럼 조용해졌다. 그러나 이 내 터지는 웃음소리로 대장간은 온통 난리가 났다. 사내들은 허리를 부여잡고 웃어대고 자연히 카뮤는 기분이 나빠졌다. "왜 웃어! 주인 있냐고 물은건데." "아핫핫하! 시골에서 올라왔나 본데!" "정말 촌티나서 못살겠구만. 아하하하하!" 빈정대는 사내들의 말에 대장간안의 웃음은 그칠줄 몰랐다. 카뮤는 화가 치밀어 올라 쇼트소드를 뽑아들었다. 그러나 웃음은 조금씩 잦 아들었다. 그들은 검은 은은한 빛을 띄는 카뮤의 소드를 보고는 의 외라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들끼리 약간 웅성거리는듯한 느낌이 들 더니 이내 건장한 체격의 남자 하나가 카뮤에게 다가왔다. 40대 중 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만면에 웃음을 띈 얼굴로 친근하게 말을 걸어 왔다. "미안하오, 미안해. 초면에 너무 실례를 저질렀군. 하지만 일단 그 소드는 치우고 말로 합시다." "됐소. 여기엔 일을 의뢰하지 않겠어." "무슨 의미오?" 카뮤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하는 꼴을 보니 촌에서 올라온 사람의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하긴 이런 냄새나는 구석에서 알리가 있겠어?" "……" 남자의 얼굴이 일순 찡그려졌다. 그러나 웃고있는 얼굴은 그대로였 다. "간판을 못봤소? 휴프노스 왕국 건국때부터 우리 대장간은 있어왔 소. 바로 '원조'란 말이외다." "그건 내 알바 아니오. 나는 보다 더 실력이 있어 보이는 '시원'쪽 으로 가보려고 하오." "……말이 심한데, 젊은이." 좀 늙어보이는 대장장이 하나가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모두 고집이 라고 씌여있는것 처럼 완고해 보였다. 그는 가끔씩 기침을 뱉아내면 서 말했다. "우리 대장간은 못다루는 금속이 없고 못만드는 무기가 없어. 어떤 의뢰라도 하루안에 끝내지 못하면 우리 대장간의 명성이 사라지 는거야. 일단 내놔봐." "……만일 하루만에 못끝내면?" "내 목을 내놓지." 그러나 40대의 대장장이가 황급한 어조로 노인을 말렸다. "어르신. 그러실 필요 까지는……" "시끄러, 조니. 대장장이가 일을 못한다는 말은 죽은거나 다름없 어. 의뢰받은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해 낸다. 그러지 못 할바에야 차라리 풀무에 뛰어들어 죽어버리겠어." 노인은 팔을 잡아끄는 조니라 불린 사내를 뿌리치고는 매서운 눈초 리로 카뮤를 노려보았다. 장인의 고집이랄까……카뮤는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카뮤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디켈의 열쇠를 내밀었다. 노 인은 이해를 구하는 눈빛으로 카뮤를 바라보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그것이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만들어 졌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가……잠시 기다리시게." 노인은 뒷쪽 자리에 앉더니 열쇠를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꼼꼼하 게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만져보던 노인은 갑자기 옆에있던 망치를 집어들었다. 카뮤와 로리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의아한 표정 을 지었고 이내 열쇠를 망치로 후려쳐버리는 노인을 보고는 대경실 색했다. 쿠직! 뭐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조니의 당황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르신!" "조용히해." 노인은 망치를 들어올렸다. 망치는 정확하게 둘로 쪼개져 있었다. 그 러나 열쇠는 조금의 흔적이나 찌그러진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카뮤 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 "대단한데……" 노인은 열쇠를 손안에 쥐고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10분, 20 분……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1시간이 되어도 노인은 일어날 줄을 몰 랐다. 노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었으나 고집스 럽게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안절부절 못하게 된것은 대장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노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1시간이나 애써 머리를 짜내는 모습이었다. 1시간이 지나자, 노인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니……" "네. 어르신." 조니는 노인에게 다가왔다. 노인은 눈에띄게 늙어버린 모습이었다. 노인은 손을들어 앞집 대장간을 가르켰다. "앞집 멍청이보고 이리 오라고 해. 나도 못풀정도로 어려운 의뢰가 들어왔다고." "……!" 대장간 사람들은 대경실색해 버렸고 카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잘났다고 싸우고 있는 두 가게다. 그런데 이 노인은 그런것 은 깨끗이 무시하고 라이벌 가게의 사람을 불러 일을 의뢰한 것이 다. 자신의 자존심을 버려서도 일은 완수한다? 카뮤는 노인이 점점 경외로워졌다. 조니는 일단 앞 가게로 뛰어갔고 얼마 지나지않아 노인처럼 온몸에 고집이란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노인이 나타났다. 머리가 완전히 대 머리인 이 노인은 '원조'의 노인을 보더니 까마귀처럼 껙껙거리고 웃 었다. "멍청한 늙은이. 이제 죽을때가 다 되었군." "……그런가 보군. 이거 한번 봐봐. 이게 뭘로 만들어진 거지?" "……" 대머리 노인은 열쇠를 받아들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노인은 인형 을 쓰다듬듯 열쇠를 계속 쓰다듬었다. 그리고 원조 노인의 옆에 놓 인 깨진 망치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나도 모르겠는데." "그럼 큰일이군. 조니, 풀무를 준비해라. 약속한대로 내 목숨을 내 놓는다." "뭐야?" 놀란것은 오히려 대머리 노인이었다. 대머리 노인은 원조 노인의 앞 을 막아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 노인네가 죽으려고 환장했군. 아니, 의뢰 하나 못했다고 죽 어?" "난 대장장이 마이스터다. 어떤 금속이라도 알수있고 어떤 물건이 라도 만들어 낼수 있어야 해. 저리 비켜." "빌어먹을 마이스터 늙은이. 그럼 나도 죽어야겠군. 난 대장장이 조커다. 어떤 물건이라도 한번 보면 그 제작과정을 알수 있어야 하지. 나도 풀무에 들어가겠다." "너하고는 싫다. 들어가려면 네 집의 풀무에 들어가!" 옥신각신하는 설전이 오가고 결국 카뮤는 두손을 들어버렸다. 잘못 하다간 두 노인 전부 풀무에 들어가 일생을 하직할것 같았기 때문이 었다. 카뮤는 간절히 부탁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조니를 볼수 있었다. 조니는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별수 없군.' 카뮤는 일단 마이스터의 손을 잡아 끌었다. 마이스터는 카뮤의 얼굴 을 보더니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오. 모르겠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노인장이 보시기에 이게 금속이 맞기는 합 니까?" "글쎄……나도 그걸 모르겠소." 조커 노인이 마이스터 노인의 어깨를 잡아 일단 자리에 앉혔다. 두 노인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나란히 앉자 대장간 사람들은 모두 뜻밖 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앞집 대장간, '시원'의 사람들도 모두 몰려나와 이 이상한 광경을 웅성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조커 는 마이스터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저정도 경도에 세공……드워프 것이긴 한데 말야." "음. 드워프가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하지만 그런것 같지도 않잖 아?" "드워프는 대지의 요정. 그들이 만든것이라면 분명 금속이겠지." "그래. 하지만 저런건 본적도 없어. 미스릴도 아니고……미스릴보 다 더 단단해." "그러면 뭐지? 새로 만들어진 합금?" "세공방법을 보면 400년전 물건이다. 그럴리는 없어." 노인의 토론은 끝없이 이어졌다. 다른 사람들도 서로 의견을 교환하 고 있었다. 처음에는 소곤거리는 소리로 시작한 토른은 점점 격론으 로 변해가 사람들은 서로에게 얼굴을 붉혀가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 고 있었다. 카뮤는 점점 정신이 없어졌다. "잠깐만요." 사람들이 말을 멈추고 카뮤를 보았다. 갑자기 모든 사람들이 말을 멈추자 대장간 안은 금세 조용해져 버렸다. 카뮤는 멋적어졌다. "이게 만일, 그러니까 만일 드워프가 만든게 아니라면? 그렇다면 누가 만든거죠?" "드워프가 아니라……이정도 세공. 인간은 아니겠지." "손으로 만들수 있는 한계는 드워프다. 드워프보다 더 유능한 대장 장이에 세공사? 없어. 그런 금속은 없으니까. 만일 금속이 아니라 면 그건……" "……맞아! 그렇군!" 마이스터는 무릎을 탁 쳤다. 동시에 조커도 크게 웃었다. 두 노인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드래곤!" "드래곤이라구요?" 아연해진 카뮤에게 마이스터 노인은 기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니 모를수밖에. 만일 이게 금속이 아니라면 결론은 하나다. 이건 드래곤 스케일(Dragon Scale)이야." "드래곤의 비늘 말인가요? 그게 세공이 가능해요?" "아주 불가능한건 아니야. 다만 뛰어난 능력의 매지션이라면 가능 하지. 게다가 이 해골무늬……이건 북부 바이서스의 파괴와 전쟁 의 신 에일러스 교단의 상징이다. 맞다! 바로 그거야! 신성마법으 로 만든 제기라고! 아하하하!" 조커 노인은 이렇게 말하고는 마이스터 노인과 춤을 추었다. 아무래 도 살아난 기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마이스터 노인은 조커의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눈만 있는 노인네치곤 견문이 넓어. 역시 조커야." "쇠만 때리는 노인네 치곤 드래곤 스케일도 아는군. 역시 마이스터 야." 카뮤는 혼란해 지는것을 느꼈다. 이 열쇠가 에일러스 교단의 제기라 고? 아뭏든 매우 정성들여 만든 특별한 제품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 러나 이어진 노인의 말에 카뮤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조커 노인이 낯빛을 굳히며 물어온 것이다. "자네도 에인션트의 보물을 노리는 건가?" "……그게 뭐죠?" "그 열쇠……분명 오대룡(五大龍)중의 하나의 바이서스의 드래곤, 골드 드래곤의 열쇠인것 같은데. 그래도 시치미를 뗄건가?" 순간 대장간 사람들의 눈에서 무언가 빛이 번쩍하는 것을 느꼈다. 카뮤는 그들의 시선이 모두 카뮤의 손안에 들려있는 열쇠로 집중되 는 것을 알았다. 카뮤는 열쇠를 신중히 품안에 집어넣고 조커 노인 에게 물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뭐, 좋겠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일이니. 자네들은 물러가 게." 조커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을 물러가게 했다. 마이스터 노인도 마찬가지로 자리에 앉으면서 대장간 사람들을 물러나게 했다. 대장 장이들은 모두 가게 안쪽으로 물러갔지만 그들의 시선이 따갑게 꽂 히는 것을 카뮤는 알수있었다. 카뮤는 일단 귀를 세우고 노인의 말 을 듣기로 했다. "……400년전 일어난 마계전투를 아는가?" "알고있습니다. 지하계의 마왕, 사브란이구드와의 전쟁이었죠?" "그래. 그때 수많은 인간이 죽었다고 했지." 조커는 마이스터에게 동의를 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마이스 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과정은 전부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지. 사브란이구드를 물리친 것 은 엘프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고 드워프도 아니었네. 그를 물리친 것은 에인션트 드래곤이었던 자하리얼 매커너히 폰 라인돌프 뮤 레이너였다네." "……마법서에서 읽은적이 있습니다. 정신계 클래스 5 마스터였 죠." "그래. 정신계 클래스 5 마스터란 것은 클래스 9를 아는 매지션이 란 의미야. 보통 3단계 정도 윗쪽으로 익스퍼트와 러너로서 남아 있으니까. 아뭏든, 그는 대단한 드래곤이었고, 클래스 9의 봉인의 마법을 사용해 사브란이구드를 저 멀리 변경의 땅에 봉인했다고 하네. 하지만 그 장소는 아무도 몰라." "……그런데……그 마법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네." 카뮤는 몸을 숙여 마이스터에게 귀를 기울였다 마이스터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자하리얼도 그 마법에 익숙치 않은탓에, 사브란이구드를 물리치기 위해선 자신의 생명을 다섯으로 나눠야 했지. 그리고 그 생명력을 사용해 부족한 마력을 보충했다네." "그렇다면 자하리얼은 그 이후 죽어버린 것입니까?" "음. 유노의 축복이란 것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아뭏든, 그 에인션 트 드래곤은 힘을 잃고 깊은 잠에 빠져야만 했지. 그는 휴면기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을 따르던 다섯마리의 용에게 이런 말을 남겼 다고 하네." "어떤……말이죠?" "봉인은 400년을 기한으로 풀릴 것이라고……" "……아!" 로리타가 감탄사를 냈다. 카뮤는 로리타의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로 브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조커 노인이 마이스터의 말을 받 아 이어갔다. "자하리얼은 다섯 용에게 유노의 축복을 돌렸지. 400년후에 벌어 질 제 2 차 마계전투에 대비해서라고 들었네. 아뭏든 다섯 용은 그날 이후 대륙의 다섯 변경으로 날아가 잠적해버렸네. 400년 후 의 마계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어쩐지 현실감이 없군요." 카뮤의 말에 마이스터는 미소를 보냈다. "마치 무슨 전설같지만……올해로서 그 400년의 기한이 되었지. 날짜는 언제인지 모르겠네. 교단에 내려오는 달력을 봐도 자하리 얼이 언제 사브란이구드를 봉인했는지 알수 없단 말이네. 결국, 그걸 아는것은 오대룡 뿐이라는 이야기겠지." "……그렇군요." "……어쨌든, 오대룡은 변경으로 날아가기 전에 다섯개의 증표를 남겼다고 하네. 각각 자신의 일부를 떼어 마법력을 가해 독특한 문양을 부여했지. 그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 눈앞에 그중 하나가 있구만." "……" 카뮤는 가슴안에 있는 열쇠를 손으로 가만히 눌러보았다. 별게 아닌 것으로 생각되던 것이 이런 일에 연관되는 일을 마련하다니……카뮤 는 놀랄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디켈은 이 열쇠를 어디에 서 얻은것일까? 조커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결국, 세상에 나온 오대룡의 증표는 두개로구만. 하나는 해룡왕 (海龍王) 가베라 라인돌프 뮤레이너의 증표. 해룡의 두개골이네. 성안에 많은 모험자가 있는것도 그 때문이지." "뭐라고요?" 카뮤는 반문했다. 조커가 말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증표가 두 개골? 그렇다면 해룡왕은 자신의 머리를 증표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되었다. 조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룡왕은 자하리얼의 성을 이어받았네. 그러나 해룡왕은 성격이 급하고 극단적이지. 그래서 오대룡의 증표로 자신의 머리통을 선 택했는지도 모르지만……증표를 갖고있는 자는 그 용의 보물을 차지할수 있으며, 오대룡의 증표를 모두 획득한 자는 에인션트 드 래곤, 자하리얼이 잠들어있는 레어(Lair)로 갈수있다고 하네." "……드래곤의 레어라면……" "그래. 보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온갖 물건이 갖춰져 있다는 천 혜의 보물창고지." 마이스터 노인은 말을 덧붙였다. "아뭏든 이걸로 다섯중 둘은 나왔군. 골드 드래곤, 케로딘의 열쇠 와 해룡왕 가베라의 두개골.……자네는 너무 성급했어." "……" "……이곳을 나가는 순간, 자네는 수많은 모험자들의 감시를 받게 될거야. 생각해 보게. 해룡왕을 죽여 그 머리를 얻는것이 빠르겠 나, 아니면 자네를 죽여 케로딘의 열쇠를 얻는게 빠르겠나." 두 노인의 말은 단호했다. 그들의 눈에 사악한 빛은 없었다. 오히려 카뮤를 걱정하고 근심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카뮤도 몸이 후 들후들 떨리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대단한 물건……분명 모든 사람이 카뮤를 공격해 올 것이다. 카뮤는 목이 말라오는 것을 느꼈 다. * * * 자자……모험의 시작입니다. 의견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용..... 『게시판-SF & FANTASY (go SF)』 7759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5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4 12:15 읽음:1011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5 by 유 민 수 15. 대장간을 빠져나온 카뮤는 로리타를 안고 재빨리 '해변의 호수'에 돌아왔다. 디켈은 아직 숙소의 홀에 있었고, 수건으로 처음보는 갑옷 을 닦고 있었다. 약간 더러운 것이 어디에서 중고품이라도 산것 같 았다. 카뮤는 재빨리 다가가 디켈에게 속삭였다. "마스터. 일단 나가죠." "……?" 디켈은 당황한 카뮤를 물끄러미 보더니 로리타에게 말을 건넸다. "이번에는 누구야? 설마 오우거라도 구한건 아니겠지?" "농담할 때가 아니에요, 디켈." 로리타도 급한 목소리로 디켈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러나 디켈은 움 직이지 않고 손을 내밀어 둘을 자리에 앉혔다. 카뮤는 속이 바짝바 짝 타는것을 느꼈다. 아직 대장간을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소 문은 금방 퍼질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디켈이라 하더라도 계속 몰려오는 모험자들을 막을수는 없을것이다. 그러나 디켈은 태평했다. "내가 알아보라고 한 일은 잘 됐나보군.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것을 보면." "생각보다 더 잘됐죠. 그래서 이러는 거니까 어서 나가요." "그래요, 디켈. 이제 그만……" "알았다, 알았어. 그럼 내가 말하지." 디켈은 손을들어 둘의 입을 막았다. 둘은 디켈이 무슨말을 하는지 몰라 일단 입을 다물기로 했다. 디켈은 다리를 까닥까닥하더니 천천 히 입을 열었다. "몸만 커다란 금색도마뱀, 케로딘의 물건이란 소리겠지……그 열쇠 말야." "……!" 뒷통수를 때리는듯한 충격에 카뮤는 잠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카뮤는 입을 열어 말을 하려고 했지만 숨이 컥컥대며 막혀 와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로리타도 로브가 머리를 반쯤 벗어나는것 도 모른채 입을 벌리고 앉아있었다. 한참이 지난후에야 카뮤는 말을 꺼낼수 있었다. "……알고 계셨어요?" "당연한 소리. 그 물건을 얻었을때 알았지. 내게 건네준 작자가 말 을 해 주더군." "……그런데 왜 제게 맡기신 거죠? 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다 생각이 있어서다, 카뮤." 디켈은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카뮤는 이해할수 없었다. 디켈은 무 슨생각을 하는걸까? 디켈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일단 소문은 퍼트리기만 하면 순식간에 돌고 돌것이다. 특 히 가베라와 전투가 코앞에 닥쳐있는 지금이라면 말이지……" "무슨 소리에요?" 로리타는 카뮤의 팔을 잡아흔들었다. 카뮤는 의외의 상황에 정신이 혼미해졌지만 일단 로리타에게 설명을 하기로 했다. "결국, 마스터가 우릴 보낸건 소문을 퍼트리기 위해서라는 거야." "소문? 죽으려고 작정한 거에요?" 로리타의 검은 얼굴이 대번에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저런 검은 얼굴 도 파랗게 되는군……카뮤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조금전 대장장이가 그랬었지? 해룡왕 가베라와 싸우는게 빠르겠 나, 아니면 나를 죽여 케로딘의 열쇠를 얻는게 빠르겠는가……라 고 말야." "당연히 당신을 죽이는게 빠르죠. 그건 세살먹은 애라도 알아요." "그래.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리고 곧 카알 전체에 이 소문 이 퍼지겠지. 열대여섯살 먹은 애숭이 모험자 하나가 골드 드래 곤, 케로딘의 증표를 갖고있다라고. 그러면 어떻게 하겠어?" "그러면 당연히 가베라와 싸우기 보다는……아!" 로리타는 입을 벌린채로 다물지 못했다. 그러더니 서서히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나 다음순간 이내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버렸다. 로리타 는 디켈에게 시선을 보냈다. "디켈. 당신은 카뮤를 죽일 생각인가요?" "아니. 그럴 생각은 없어. 다 계획이 있다니까." 디켈은 심드렁하게 대답하고는 다시 갑옷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갑 옷의 눈 부분에는 은은한 파란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소문이 퍼지는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저녁을 먹을즈음 해 서는 이미 '해변의 호수'에는 숙박을 하려는 모험자들로 초만원을 이 뤘다. 그들은 일단 어떻게 해서든 '해변의 호수'로 들어가려고 했고, 방이 금방 다 차버리자, 홀의 펍에서 맥주를 시켜놓고 매서운 눈초 리로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카뮤와 디켈은 2층의 방에 들어 가 밖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카뮤는 등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 리는 것을 알수있었다. "많이 모였나?" "……네." 디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안의 갑옷에 손을 대고 마법을 걸었다. 갑옷은 이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천천히 쳐들어 디 켈을 바라보았다. "나를 소환한 자여, 이름을 대라." "디켈 다크메이스." "목적은?" "전투." "전투……" 갑옷의 눈에서 파란 빛이 뿜어져나왔다. 카뮤는 이미 한번 본적이 있었지만 로리타의 눈은 커다랗게 된 상태 그대로 움직일줄 몰랐다. 하긴, 저런건 흔히 볼수있는 마법은 아니니까. 갑옷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쉬어터진 목소리로 물었다. "상대는?" "나중에 가르쳐줄 것이다. 네 이름은 킬로이라고 하겠다." "알겠다." 갑옷은 철컥 거리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굳어버 린 것처럼 그대로 서버렸다. 디켈은 방 구석으로 가더니 조그만 보 따리를 꺼냈다. 카뮤는 문을 닫고 디켈에게 다가갔다. 보따리는 옷으 로 가득차 있었고 디켈은 그중 하나를 꺼내 갑옷 위로 입기 시작했 다. "뭐하시려는 거에요, 마스터?" "별거 아니다. 카뮤, 내가 가르쳐준 기술은 잘 익혔겠지?" "전륜(轉輪)말인가요? 네. 어느정도는……" "그래? 그럼 이번 기회에 시험해 보자." 디켈은 옷을 추스리고는 뒤로 돌았다. 카뮤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디켈이 입고있는 옷은 여자 옷이었다! 본래 선이 고운 얼굴이라 여자같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이렇게 여장을 하고보니 정말 말이 안나올 정도로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발달된 몸은 하얀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 아래로 아름다운 몸매로 변해 있었다. 쭉 뻗은 다리와 하얀 피부, 그리고 뜻밖에도 가슴부분 이 불룩하게 나와 있었다. 카뮤는 숨을 꿀꺽 삼켰다. "마스터, 그 가슴……" "신경 꺼. 진짜 가슴 아니니까." 디켈은 얼굴을 찡그리고는 주먹을 쥐어 카뮤의 머리를 딱 소리나게 때렸다. 카뮤는 끙끙대며 자리에서 물러섰지만 로리타의 얼굴은 경 악 그 자체였다. 로리타는 한참동안 말을 못하다가 디켈이 부르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 디켈은 로리타에게 말했다. "로리타. 여자니까 화장정도는 할줄 알겠지?" "아, 네. 기초화장은 조금……" "좋아. 그럼 내 얼굴에 화장을 하도록. 여자가 화장안한 맨 얼굴이 라면 믿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디켈은 보따리에서 화장품을 꺼내 로리타에게 건네고는 방 한구석의 거울앞에 앉았다. 로리타는 허둥지둥하며 화장품을 꺼내 디켈의 얼 굴에 칠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카뮤의 귀에 여자들이나 말할수 있는 수다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디켈은 피부가 참 곱네요." "조금 그런 편이야. 화장은 잘 되가?" "네. 관리를 아주 잘하셨는지 조금만 써도 되겠어요. 어머, 이거 바크슈바인에서 만든 색조화장품이네. 비싼건데……이거 나 가져 도 돼요?" "좋을대로 해. 이번만 쓰고 말거니까." "고마워요. 잘 해 드릴게요." "……" 온몸에 닭살이 돋는것을 느끼며 일단 카뮤는 밖의 동정을 살피기로 했다. 밖의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이제 '해변의 호수'는 검과 무기를 든 사람으로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가득차 있었다. 간 간이 여자의 모습도 있긴 했지만 몸매가 드러나는 전투복 차림이어 서인지 여자다와 보이진 않았다. '적어도 여자라면 마스터 정도는……' 카뮤는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멍청하긴, 마스터는 남 자야, 남자. 남자 상대로 이상형을 떠올린다는 건……그래도 아름답 긴 한데……카뮤는 저도 모르게 문지방에 머리를 쿵쿵 소리나게 부 딪히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디켈의 말에 카뮤는 머리를 부딪히는 것을 그만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큰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화장을 마친 디 켈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하얀 드레스에 하얀 얼굴, 약간 커다란 눈 은 맑은 호숫물에 비친 사슴의 눈동자라고 하면 맞을 정도로 초롱초 롱한 빛을 띄고 있었고 우아한 자태는 어느 나라의 공주님이라고 해 도 믿을 정도로 기품이 넘쳐흘렀다. 만일 마스터를 보고 샤갈을 일 격에 날려버리는 전사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자신을 미친 녀석 취급을 하겠지. 어쩌면 마스터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청혼을 할지도 모르겠다. 디켈은 넋을 잃고있는 카뮤의 손을 잡아끌었다. "자, 에스코트를 하라구." "에스코트요? 마스터, 무슨……" "나는 무술을 모르는 갸냘픈 여자다. 이름은 엘리사라고 한다. 알 겠지?" 디켈은 카뮤의 팔에 자신의 손을 얹고는 갑옷을 향해 명령했다. "킬로이. 따라와라. 싸울 자를 알려주마." "알겠다!" 목이 쉰 소리를 내며 갑옷-킬로이는 움직였다. 카뮤는 숨을 가슴깊 이 들이마시고는 힘주어 문을 열었다. 결전의 순간이었다. 렉싱턴 영지에 있었을 시절, 카뮤는 아버지의 지도하에 궁중예절을 익힌적이 있었다. 댄스, 예절, 그리고 궁중부인을 에스코트 하는 법 등. 단 한번도 쓰일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예절시간마다 도망을 가곤 했지만 적어도 이곳 '해변의 호수'에서 디켈을 에스코트 하는 솜씨는 궁중에서 공주를 수행하는 수행자보다 더 나은것 같았다. 디 켈은 우아한 걸음걸이로 카뮤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며 천천히 인의 홀로 내려왔고 웅성대던 사람들의 시선은 디켈에게 향했다. "오오……" 한숨을 내쉬는 남자들의 소리가 들리고 몇몇 여전사들은 얼굴을 붉 히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것이 카뮤의 눈에 보였다. 아마도 속으로는 부모님을 원망하고 있겠지……카뮤는 부러움이 가득찬 남자들의 눈 매가 마음에 들었다. 디켈을 수행하고 있는 지금 이순간 만큼은 휴 프노스의 왕궁에 있다는 멍청이 윌리엄 왕자가 부럽지 않았다. 홀로 내려오자 사람들의 시선은 완전히 카뮤와 디켈에게 쏠려 있었 다. 물론 그 뒤에 커다랗게 서있는 킬로이와 로브를 둘러쓴 로리타 의 모습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디켈은 손을 가슴에 갖다대고는 조 용히 말했다. "카뮤. 자리 하나 만들어 주겠어?" "네." 두말이 필요없었다. 카뮤는 근처의 탁자에 앉아있는 일단의 모험자 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칠게 보이는 모험자들이었지만 디켈을 바라보고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양보하기에 바빴다. 디켈은 모험자들에게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친절하신 분들이군요. 감사드립니다." "아니, 저, 그……뭐, 좋습니다. 아니, 그게……" 디켈이 바라보던 모험자는 말을 더듬으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카 뮤는 디켈을 에스코트해서 자리에 앉혔다. 디켈은 모인 사람들을 한번 쭉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모여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한가지 목적 때 문에 이곳에 모이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디켈은 카뮤에게 눈짓을 보냈다. 카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슴에 품고있던 케로딘의 열쇠를 꺼냈다. 골드 드래곤의 드래곤스케일 답 게, 은은한 금색빛을 내고 있었다. 일단 열쇠가 밖으로 나오자 모험 자들의 시선은 모두 열쇠로 쏠렸다. 카뮤는 열쇠를 디켈에게 건네주 었다. 디켈은 열쇠를 가슴에 껴안았다. "……이 열쇠가 무엇인지는 여러분이 잘 아시겠죠. 그것 때문에 모 인듯 싶습니다만." "그 열쇠의 주인이 레이디 이십니까?"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한 남자가 걸어나왔다. 온몸을 회색의 플레 이트 메일로 감싸고 붉은 장미의 문양이 가슴에 새겨져 있다. 허리 에는 커다란 바스타드를 차고 있어 씩씩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남자는 일단 디켈의 앞까지 걸어와서 예의를 다해 허리를 굽혔다. 디켈은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실례지만……" "휴프노스 왕궁 기사단의 기사대장, 드미트리 폰 칼라일입니다. 아 름다우신 레이디. 무례를 무릅쓰고 경의를 표합니다." "무례라니, 당치 않아요. 저는 바이서스의 귀족, 키르히아이스 가 문의 엘리사 폰 키르히아이스입니다." 디켈은 하얀 손을 기사대장이라는 드미트리에게 내밀었고 드미트리 는 조심스럽게 디켈의 손에 키스를 했다. 카뮤는 배알이 뒤틀리는 것을 느꼈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드미트리는 정중한 자세로 일어 서 카뮤를 바라보았다. "자네는 레이디의 가디언인가?" "그렇소. 카뮤 폰 렉싱턴입니다." "반갑군." 말과는 달리 드미트리는 시선을 디켈에게서 떼지않은 상태였다. 카 뮤는 더욱 더 속이 뒤틀렸다. 드미트리는 뒤로 돌아서 모험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곳은 잠시 휴프노스 왕궁 기사단이 왕명을 받아 주둔합니다. 그 러니 손님들 여러분께서는 죄송하지만 잠시 물러나 주십시오." 드미트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며 드미트리와 같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들어와 모험자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모험자들은 거세게 항의 했으나 기사단의 위세에 눌려서인지 '해변의 호수'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만 하시지요." 디켈의 어조가 얼음처럼 냉랭해졌다. 드미트리는 흠칫 놀라더니 디 켈을 바라보고 말을 건넸다. "레이디께선 다른 생각이 있으신지……" "제가 카뮤를 시켜 제 소유의 물건을 내놓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드미트리공의 에스코트……감히 받아들일수 없 군요." "아, 저 그건……" 드미트리는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디켈은 단호했다. "저분들을 내슛으실 생각이시라면 저도 나가겠습니다. 그만 두세 요." "……알겠습니다." 드미트리는 뭘 씹은듯한 표정으로 손을 저어 기사들을 저지시켰다. 모험자들은 이때다라는듯 다시 '해변의 호수'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기사들은 팔짱을 낀 상태로 인의 홀에 서있어 은근한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그런 때문인지 웬만한 모험자들은 인의 밖으로 추방된 상태 그대로였고 어느정도 뼈대가 있다 싶은 사람들만이 홀의 탁자를 차 지하고 있었다. 카뮤는 눈을 들어 홀 안에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홀의 탁자는 모두 여섯개지만 기사를 제외하고는 세 탁자에만 모험 자들이 앉아있었다. 하나에는 전형적인 모습의 전사와 로브를 입은 매지션, 그리고 신관이 있었고 다른 두 곳에는 은갈색 플레이트메일 을 입은 기사 차림의 남자가 다섯, 그리고 사람 키보다 훨씬 큰 거 대한 검을 가진 남자 하나와 온몸이 드러나보이는 하드레더를 입은 여자 하나가 있었다. 그들은 모두 디켈에게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디켈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조금전 이야기의 계속입니다만, 저는 이 열쇠를 아버님에게서 물려받았습니다." 카뮤는 새로운 시선으로 디켈을 보았다. 미리 준비한 것일까? 디켈 의 말에는 거침이 없었다. 하기는 눈에띄는 거짓말을 하고 있더라도 디켈이 말을 한다면 아마 모두 믿을것이다. 저런 아름다운 얼굴에서 거짓말? 절대 어울리지 않으니까. 사람들의 표정에도 수긍하는 빛 뿐이지 부정한다거나 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저희 키르히아이스 가문은 몇대에 걸친 사고로 가문의 문장마저 빛이 바랬습니다. 저 역시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가문에 영광을 위 해 노력할테지만……보시다시피 저는 여자입니다." "……천만에. 레이디의 기품, 키르히아이스 가문의 영광이 재현될 것이오. 알려지지 않은 처녀지(處女地)의 아름다움이니까." 입에 발린 소리다. 카뮤는 소리가 나온 상대를 노려보았다. 은갈색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있는 기사중 한명이었다. 가슴에 흰 장미 문양 을 수놓고 있었다. 저건 대체 어디 문장이지? 분위기로 보아하니 분 명 왕궁 기사단의 일원인 것은 알겠는데 드미트리의 시선이 곱지 않 은것으로 봐서 좋은 사이는 아닌것 같았다. "해서, 가문의 영광을 돌려주실 분을 찾기위해 이런 자리를 가졌습 니다." "결론이 나지 않는군. 대답을 해 주시겠소?" 낮은 외국인 억양의 목소리였다. 사람 키만한 검을 메고있는 남자였 다. 웃통을 거의 드러낸 가죽띠를 걸치고 있었다. 사람 몸통만한 검 을 휘두르는 사람답게 온몸에 솟은 근육이 거의 오우거 수준이었다. 카뮤는 가볍게 혀를 찼다. "제가 드릴 말씀은 단순합니다. 여러분중 한분은 바이서스로 가셔 서 골드 드래곤을 만나게 해드릴 생각입니다. 물론, 조용히 결론 이 나지는 않겠죠. 그래서 유능한 전사를 모시고 싶은 것입니다." "조건은?" 은갈색 메일의 기사였다. 그의 목소리는 듣기에 별로 좋지 않았다. 드미트리가 발끈하며 일어서 은갈색 메일의 기사에게 소리쳤다. "레이디에게 무례하군. 기사도의 예법도 모르는가!" "난 짠물을 먹고사는 휴프노스 기사가 아니다, 드미트리. 알고 있 겠지." 기사는 이빨을 드러내며 빙긋 웃었다. "난 어디까지나 잭슨 왕가의 기사단……우리는 예법같은건 무관하 지." "예법을 무시하려면 남부 촌구석으로 돌아가. 여기는 잭슨이 아니 야, 미하엘 남작." "……너, 죽고싶은가." 의자가 뒤로 굴러 떨어지며 휴프노스 기사단과 잭슨 기사단의 신경 전이 벌어졌다. 특히 드미트리와 미하엘이라 불린 남자와의 눈싸움 은 볼만한 수준이었다. 서로 허리에 찬 바스타드 소드와 롱소드의 자루를 붙잡고 으르릉거리는 수준의 위협음을 내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카뮤의 고향, 마경에 있는 라이컨슬로프의 가르릉 거리는 소리 와 비슷했다. "그만해요!" 디켈의 찢어지는 듯한 고함소리에 신경전은 끝이났다. 디켈은 정말 화가 난 레이디의 모습을 그대로 연기하고 있었다. 기사도를 표방하 는 드미트리는 어쩔줄을 몰라하고 미하엘은 호오 하는 탄성을 내며 능글맞은 시선을 디켈에게 보냈다. "역시 북부 여자는 뼈대가 있군. 마음에 들어." "……" 디켈은 매서운 눈으로 미하엘의 눈을 쏘아보았다. 미하엘은 어이쿠 하고 탄성을 지르더니 능글맞은 태도로 자리에 돌아갔다. 디켈은 차 분히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조건은 하나입니다. 저를 가드하고 있는 카뮤와 뒤의 킬로이와 싸 워 이기시는 분……그분께 열쇠를 드리겠습니다. 킬로이!" 디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큭큭큭 하는 쉰 소리가 나며 킬로이가 인의 가운데로 걸어나왔다. 킬로이의 손에는 언제 챙겼는지 거대한 배틀액스가 쥐어져 있었다. 킬로이는 배틀액스를 쥐고는 쉰 목소리 로 말했다. "나와!" "……내가 가지." 먼저 나선것은 미하엘이었다. 미하엘은 허리의 롱소드를 뽑더니 검 을 쭉 들어 자세를 취했다. 킬로이는 쿠오오 하는 괴성을 지르더니 두말않고 배틀액스를 미하엘의 허리를 향해 냅다 휘둘러댔다. 부우 웅 하는 소리가 나며 배틀액스는 인의 홀에 놓여있던 탁자와 의자를 부수며 미하엘에게 짓쳐들어갔다. 미하엘은 현란한 스텝으로 킬로이 의 배틀액스를 피하고는 화살처럼 킬로이의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킬로이의 공격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킬로이는 두손으로 휘두르던 배틀액스를 회수하지않고 오히려 그대 로 미하엘의 뒤에 서있던 잭슨 기사단을 향해 집어던졌다. 갑작스런 킬로이의 공격에 잭슨 기사단은 배틀액스에 그대로 얻어맞아 쓰러지 고 뜻밖의 상황에 멈칫하는 미하엘에게 킬로이의 주먹이 날아갔다. "큭!" 미하엘은 롱소드를 세워 킬로이의 주먹을 막으려 했지만 킬로이의 힘은 엄청나서 그대로 쓰러진 잭슨 기사단에게 날아가고 말았다. 우 당탕 소리가 나며 미하엘은 바닥을 서너차례 굴러버렸고 배틀액스에 맞은 잭슨 기사단중 둘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미하엘은 크게 괴성을 지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무식한 자식이!" 미하엘은 롱소드를 높이 들어 힘껏 킬로이를 내려 찍어갔다. 무기를 갖지않은 킬로이가 피할것을 생각한 계산이었다. 그러나 킬로이는 무기가 있건없건 상관하지 않았다. 킬로이는 전신갑옷이라고 하기에 는 너무나도 빠른 스텝으로 움직여 미하엘의 공격을 옆으로 흘려버 렸다. 그리고 마치 망치로 모루를 때리듯이 미하엘의 머리를 날려버 렸다. 퍼억!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나며, 잭슨의 기사 미하엘은 그렇게 사라져버렸 다. 미하엘의 머리는 킬로이의 공격에 너덜너덜해지고 잭슨 기사단 은 새파래진 얼굴로 뒤로 물러서버렸다. 킬로이는 큭큭큭 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배틀액스를 집어들었다. 그리 고 드미트리를 보며 말했다. "다음." 드미트리는 신중했다. 검을 뽑기전에 일단 킬로이를 주의깊게 살펴 보았다. 그러나 드미트리는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 킬로이의 뒷편에 사람 키만한 검을 든 전사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킬로이는 전사의 발소리를 듣자마자 뒤로 돌았다. 전사는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그것은 검이라고 하기엔 너무 컸다. 그냥 쇠로만든 쇠뭉치, 아니 철 괴(鐵怪라)라고 하면 가장 적절하게 어울릴것 같았다. 검에는 날이 서있지 않았다. 하긴 그런 괴물에 날이 서있다면 휘두르기 더욱 어 려울것 같았다. 전사는 두 손으로 신중하게 검을 고쳐잡고 킬로이를 노려보았다. "데몬즈 나이트(Demons Knight)로군. 잭슨의 던젼에서 본 기억이 있어." 전사는 마치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렸지만 그의 말은 인의 안에있던 모든 사람들의 귀에 들렸다. 휴프노스 기사단은 데몬즈 나이트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일제히 검을 뽑아들어 킬로이에게 덤비려 했다. 그 러나 드미트리가 손을 들어 막는 바람에 나서지는 않았다. "가만히 있어! 이건 일대일 승부다. 상대가 데몬즈 나이트이건 잭 슨 기사단이건 상관없다." "기사도의 표본, 감사하군." 전사는 빙긋 웃더니 검을 들어 마치 몽둥이를 휘두르듯이 킬로이에 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킬로이는 전사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틀액스를 휘둘러 전사의 검에 갖다붙였다. 캉! 귀를찢는 금속성이 울리고 전사와 킬로이의 동작이 멈춰섰다. 전사 의 몸에서는 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지만 킬로이의 동작에는 별다 른 이상이 없었다. "우리야앗!!" 전사의 고함이 들리고 갑자기 킬로이의 동작이 휘청했다. 전사가 검 을 놓아버리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킬로이는 전사의 동작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앞으로 쓰러질듯 비틀거렸다. 킬로이는 동작을 바로 잡으려 했지만 배틀액스에 너무 많은 힘을 쓴 탓인지 쉽게 바 로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사의 움직임은 너무도 빨랐다. 전사 는 등 뒤에서 자그마한 쇠뭉치를 꺼냈다. 삐죽삐죽한 가시가 돋아있 고 쇠사슬로 몽둥이에 연결되어 있는 모닝스타(Moning Star)였다. 전사는 공중에 뜬 상태 그대로 모닝스타를 휘둘러 킬로이의 머리를 쳐버렸다. 태앵! 경쾌한 금속성이 울리며 킬로이의 머리가 날아갔다. 킬로이의 머리 는 마치 공처럼 홀의 안을 굴러다녔지만 킬로이는 쓰러지지 않았다. 머리는 머리대로, 몸은 몸대로 따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킬로이의 몸통은 배틀액스를 계속 휘둘러 전사를 압박해갔다. 전사 는 경쾌한 스텝으로 배틀액스를 피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거 대한 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킬로이의 등 뒤로 돌아가서는 검으로 힘껏 내리쳐버렸다. 쿠쿵! 땅이 울리는듯한 소리가 들리고 킬로이는 그대로 반쪽이 나 버렸다. 기긱 하는 쇠 부딪히는 소음이 났지만 킬로이는 조각조각 해체되어 버렸다. 전사는 휴우 하는 한숨을 내쉬더니 디켈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누구요?" "대단하군요. 당신의 이름을 듣고 싶은데요?" "크리스. 크리스 라켄도르프." 크리스는 빙긋 웃으며 대답해다. 디켈은 고개를 끄덕 하고는 카뮤에 게 손짓했다. 카뮤는 허리의 에스토크를 뽑아들었다. 렉싱턴에서 산 에스토크로, 실전에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그동안 디 켈의 교육을 받느라고 사용하긴 했지만 카뮤로서는 조금은 두려운 감도 없지않아 있었다. 카뮤는 에스토크를 들고 간단하게 예를 표했 다. 크리스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검을 세워 들었다. "당신도 기사인가? 요즘엔 애들도 기사가 되는가 보구만." 크리스의 약간 빈정대는 말이 들렸지만 카뮤는 상관하지 않고 에스 토크를 가슴 앞에 세워올렸다. 그리고 손에 약간의 힘을 주어 에스 토크르 잡았다. 에스토크의 끝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떨림은 작은 원이되어 크리스의 가슴을 겨냥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에스토크의 흔들림을 보고는 얼굴에 웃음기를 싹 없앴다. 굳은 얼굴 로 카뮤를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다. 크리스는 작게 휘파람을 불고는 검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타앗!" 전륜(轉輪)! 에스토크가 마치 팽이처럼 회전하며 크리스를 찔러나갔 다. 크리스는 검으로 카뮤의 에스토크를 막았으나 오히려 크리스의 검이 밀려나고 있었다. 킬로이의 괴력을 막아낸 크리스의 검이었지 만, 카뮤의 에스토크에는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크리스 는 한번 호흡을 가다듬더니 괴성과 함께 검을 치켜올렸다. 채챙! 귀를찢는 금속성이 이어지고 카뮤는 일단 에스토크를 회수했다가 소 나기처럼 크리스의몸을 찔러나갔다. 크리스는 일단 카뮤의 에스토크 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포기한듯 보였다. 크리스는 검을 돌려 넓 은 면으로 에스토크의 공격을 모두 무위로 만들고 있었다. 사람 몸 통만한 면을 갖고있는 거대한 검이라 에스토크의 찌르기 공격은 별 로 효과가 없었다. 카뮤는 다급해졌다. "간다!" 카뮤는 에스토크를 들어 크리스의 검날 옆으로 붙였다. 강력한 회전 의 방향에 따라 크리스의 검은 튕겨나가듯 옆으로 치워졌다. 카뮤는 검을 밀어붙인 상태에서 검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검 뒷편에 는 크리스의 모습은 없었다. '어디에……'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카뮤는 재빨리 에스토크 를 버리고는 크리스의 검 뒤로 숨었다. 귓가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 리가 들렸다. 탱! 귀가 멀듯한 굉음이 나고 카뮤가 있던 그곳에 크리스의 모닝스타가 작열했다. 모닝스타는 크리스의 검을 치고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 다. 그러나 크리스의 모습은 그곳에 없었다. 크리스의 모습은 약간 떨어진 곳에서 디켈의 목에 쇼트소드를 대고 있었다. 카뮤는 아연해 졌다. "마……엘리사!" 디켈의 눈이 카뮤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크리스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소드를 디켈의 목에 댄 상태 그대로 말했다. "카뮤라고 했나? 미안하지만 자네하곤 싸우고 싶지 않구만. 게다가 예의를 차릴 때가 아닌것 같아서 말야. 일단 케로딘의 열쇠는 내 가 받기로 하지." 크리스는 디켈의 손에서 열쇠를 빼앗으려 했지만 디켈이 놓아주지 않았다. 크리스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주먹으로 디켈의 뒷 목을 한대 갈겼다. 디켈이 축 늘어지고 크리스는 우악스럽게 디켈의 손을 벌려 열쇠를 빼앗아 자신의 품에 넣었다. "무례한!" 드미트리의 고함이 들리고 카뮤가 행동을 개시하려는 순간, 여자의 주문을 외우는 캐스팅이 들렸다. "포이즌!(Poison)" 연보라색 구름이 일어나며 홀 안을 가득 채웠다. 카뮤는 가슴이 답 답해지며 제대로 숨을 쉴수가 없었다. 마치 후추가루를 눈에 가득 뿌린것처럼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연속해서 여자의 캐스팅이 덮쳐왔다. "슬리프!(Sleep)" 카뮤는 갑자기 졸음이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멍해지며 발을 가눌수가 없었다.퍽퍽하는 소리가 나고는 휴프노스 기사단이 쓰러졌 다. 드미트리는 바스타드 소드를 쥐고는 있었지만 몇걸음 가지못해 바닥에 쓰러졌다. 카뮤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온몸을 드러낸 그 여자가 두 손을 내 밀고 있었다. 뜻밖에도 그 여자는 매지션이었던 모양이었다. '빌어먹을……마스터에게 혼나겠는데……" 의식이 멀어져갔다. 카뮤는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리고 깊은 잠속 으로 빠져들어갔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08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6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5 12:06 읽음:994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6 by 유 민 수 16. 카뮤가 정신을 차렸을 때 크리스는 사라지고 없었다. 잭슨 기사단 도 역시 보이지 않았고 그 많던 모험자들도 사라져버린듯 모습을 감 추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명, 드미트리는 홀에 남아있었다. 재미있 게도 디켈을 홀의 긴의자위에 눕히고 가드를 하고 있었다. 카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일어서자 드미트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이제 일어나는가." "머리가 상당히 아픈데요." "포이즌 주문의 부작용이다. 한 두시간 정도는 그럴것이네." 드미트리는 검을 바닥에 세우고 가드를 하고있는 자세 그대로 대답 했다. 크리스가 말을 했었지만, 드미트리의 모습은 말 그대로 '기사 도' 그 자체였다. 주위에 휴프노스 기사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이 분명 크리스를 으러 보냈을것이다. 기사단이 출동할 정도였다면 분명히 멍청이 윌리엄 왕자가 보냈을 것이지만 드미트리는 알뜰하게 도 '레이디를 보호한다'는 기사도의 법령에 맞춰 디켈, 아니 엘리사 를 가드하고 있는 것이다. 카뮤는 일단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레이디를 가드해 주셨군요.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내가 불민한 탓에 레이디께서 이런일을 당 했네. 왕궁 기사단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네." "……" 카뮤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정도에서 긍정의 표시를 보냈다. 그리 고 디켈에게 다가가 보았다. 디켈의 얼굴은 초췌해져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것일까? 크리스와 검을 맞대본 카뮤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녀석 정도의 실력이라면 디켈의 손끝에도 못미칠 정도였 다. 카뮤는 디켈의 가슴까지 모포가 덮여있는 것을 보고 디켈을 깨 워야겠다는 생각에 디켈의 어깨를 잡았다. '응?' 카뮤는 손안에 전해져 오는 감촉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부드 러웠다. 너무 부드러웠다. 어깨의 감촉은 아무리 탁월한 변장술의 명 수라 해도 바꿀수 없는 부분이다. 디켈이 아무리 여장을 했다 하더 라도 어깨의 억센 느낌은 남아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카뮤의 손 에 전해지는 디켈의 감촉은 너무 부드러웠다. 게다가 디켈은 드레스 안에 갑옷을 입고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깨에 갑옷의 끈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맨살의 느낌이라는 것은…… 카뮤는 디켈을 덮고있는 모포를 걷어올렸다. "뭐하는 건가!" 드미트리의 당황한 목소리……, 그러나 더욱 놀란건 카뮤 본인이었 다. 지금 카뮤의 눈앞에 불룩 솟아있는 저 둥그런 두개의 물체…… 적어도 남자에겐 없는게 틀림없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담한 크기 로 살색의 둥근 봉우리처럼 생긴 무언가가 위에 올려져 있고……가 만, 이건 분명…… 따악! 카뮤의 뒷통수에 드미트리의 주먹이 작열했다. 카뮤는 그 충격에 그만 얼굴을 디켈의가슴에 묻고 말았다. 푹신한 느낌과 달콤한 냄새 가 동시에 전해지면서 얼굴이 화끈해진다. 카뮤는 정신이 번쩍 들면 서 모포를 서둘러 닫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드미트리의 목을 죄 었다. 드미트리는 갑작스런 카뮤의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캑캑댈뿐 말을 못했다. 카뮤는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말은 나오지 않았다. "……저거……가슴……옷이……" "이거 놓고 말하게! 내가 한게 아니라니까!" 드미트리는 카뮤의 손을 떼내고는 목을 쓰다듬었다. 그때 인의 안 쪽 문이 열리며 로리타가 조그만 대야에 수건을 담아 내오는게 보였 다. 로리타는 눈을 크게 뜬 카뮤를 보고는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인지 말을 건넸다. "……놀랐어요?" "……이게……대체……" "내가 말하겠네. 절대로 레이디께 무례를 범하지 않았단 말이야." 드미트리는 컥컥하면서 목을 가다듬고는 레이디를 가드하는 자세로 돌아왔다. "포이즌 마법은 숨을 쉬지 못하게 하지. 숙련된 기사가 아닌 일반 인이라면 그 마법 하나로 숨이 막혀 죽어버리네. 그래서 일단 몸 을 감싼 갑옷과 옷을……열어서 숨쉬기를 원활하게 한거야." "……다, 당신이?" "아니에요. 내가 했어요, 카뮤." 로리타가 대답했다. "포이즌 마법은 클래스 1의 기초마법……난 그정도에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요. 게다가 선천적으로 마법엔 저항력이 강하니까…… 정신을 잃지 않았었죠. 나도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 로리타가 말한 놀란다는 표현은 분명 세사람 모두에게 해당될 일이 었지만 실제로 놀란것은 로리타와 카뮤였다. 로리타가 디켈의 옷을 벗겼다면 확실히 디켈은 남자가 아니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분명 디켈의 목에는 남자에게서만 볼수있는 울대가 있었다. 그리고 단련 된 근육……아, 그건 아니다. 여자라도 몸을 단련시킬순 있으니까. 그렇다면 그 울대는 어떻게 된거지? 카뮤는 로리타에게 설명을 구하 는 시선을 던졌다. 로리타는 생긋 웃더니 말했다. "일루션(Illusion)" "……환각이라고?" "네. 전체적인 일루션은 금방 탄로가 나지만……부분적, 그것도 눈 에 안띄는 부분이라면 탄로가 나지 않아요." "……그렇군." 카뮤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대체 뭐가 어떻 게 되어가는 건지……그러고보면 무술에 비해 사회에 대해 아는게 없는거나, 언제나 숙소에 틀어박혀있거나 하는 행동은 모두 설명이 되는 일이었다. 디켈은……아니, 진짜 이름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여 자였으니 사람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어쩌면 그 래서 카뮤를 고용했는지도……카뮤는 한숨을 내쉬었다. 로리타는 수건에 물을 적셔 디켈의 머리에 올려놓았다. 디켈은 차 가운 수건의 감촉에 정신을 차리는지 으음 하는 신음과 함께 힘겹게 눈을 떴다. 디켈은 로리타와 카뮤의 얼굴이 보이자 가볍게 쓴웃음을 지었다. "마법에 당했군. 크리스가 한대 때릴때는 견딜만 했는데……" 디켈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모포가 아래로 흘러내렸다. 모 포는 디켈의 가슴에 걸려 더이상 내려가지 않았고 그제서야 디켈은 옷이 벗겨져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모포로 가슴을 감쌌다. 디켈은 당황하고 있었다. 디켈은 로리타와 카뮤, 그리고 새빨개진 얼굴로 등 을 돌리고 서있는 드미트리에게 향했다. 불안한 눈빛을 보내던 디켈 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알았군. 이건 예상 외의 일이야." "……설명을 해 주세요, 마스터." "그래그래. 어차피 알게 될 일……보여줄께." 디켈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캐스팅을 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디켈의 목에 있던 울대가 씻은듯이 사라지고 검은 흑발이 연갈색으로 변해갔다. 고집스럽게 보였던 눈매도 부드 러운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차갑게 가라앉은 냉랭한 눈빛만은 그대로였다. 디켈은 생긋 웃으며 카뮤에게 미소를 보냈다. "……봤어? 일루션이야." "그건 로리타가 말해줬어요. 마스터, 당신은 누구죠?" "……말했을 텐데. 나도 모른다고." "……" 디켈은 모포를 끌어올려 몸을 감싸고는 웅크렸다. 드미트리도 눈을 돌리더니 디켈이 몸을 가린것을 보고는 다시 몸을 돌려 근처의 의자 에 앉았다. 디켈은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더니 말을 꺼냈다. "속이려고 한건 아니야. 난 단 한번도 내가 남자라고 말한적은 없 어." "그걸 책망하는게 아니에요, 마스터. 하마터면 위험할뻔 했어요. 이번 일……" "아, 이 작전 말이야?" 디켈은 생긋 웃었다. "……내겐 골드 드래곤의 보물따위……아무래도 좋아. 난 그저 가 베라에게 물어볼 말이 있을뿐이야." "좋아요, 좋아. 가베라에게 안전하게 가기위해 케로딘의 열쇠를 넘 긴것은 이해하겠어요. 난 그따위, 하나도 알고싶지 않아요. 마스터, 당신은 나의 마스터인가요?" "……" 카뮤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디켈은 멍하니 카뮤의 얼굴을 보더 니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넌 나의 제자, 나는 네 마스터다." "……좋아요." 카뮤는 가슴속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았다. 속이 시원해지자 카뮤는 로리타에게 말을 건넸다. "너는 어쩔거야?" "……디켈이 남자든 여자든, 나는 상관없어요. 나는 당신들을 따라 가고 싶을 뿐이니까." "그럼 결정되었군. 마스터, 다음 명령은요?" 디켈은 그윽한 시선으로 카뮤를 바라보았다. 감동? 놀라움? 아뭏든 마스터가 여자라는 걸 안 이상, 디켈의 시선은 카뮤의 가슴을 상당 히 뛰게 만들었다. 카뮤는 얼굴이 화끈거리며 달아올랐고 공연히 손 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는 등의 행동을 했다. 드미트리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세명을 번갈아 바라보 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드미트리는 힘겹게 말을 꺼냈다. "……잘 이해할순 없습니다만, 레이디께선 가베라에게 가실 생각입 니까?" "……네." "……" 드미트리의 얼굴에 여러가지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무언가를 고민하 는 모습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걸린뒤 드미트리는 바스타드를 허리 에 차더니 디켈의 앞으로 다가갔다. 드미트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 어있었다. 드미트리는 무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다시한번 소개하죠. 나는 휴프노스 왕궁 기사단장, 휴프노스 왕가 의 제 4 왕자 드미트리 폰 칼라일입니다." "……" 이번에는 모두 놀랐다. 카뮤는 입을 딱 벌린채 다물지 못하고 있었 다. 그것은 로리타도 마찬가지였고 디켈의 경우엔 더한것 같았다. 카 뮤가 생각하기에 드미트리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기사대장 그 자체였다. 그런 드미트리가 왕자? 드미트리의 말은 계속되었다. "저는 지금 이순간부터 기사단장이 아닙니다. 저는 레이디를 수호 하는 휴프노스 기사의 기사도에 의해 레이디를 에스코트 할 생각 입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레이디의 진짜 이름을 듣고 싶습니다." "……" 디켈은 근엄한 표정을 짓고있는 드미트리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디네즈. 디네즈 다크메이스" "알겠습니다." 드미트리는 검을 쭉 뽑더니 바닥에 칵 소리나게 박아 세웠다. 그리 고 한쪽 무릎을 꿇어앉아 디켈의 손을 잡았다. 디켈은 아연해진 얼 굴로 손을 드미트리에게 맡기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디켈의 손에 가 볍게 키스를 했다. '저녀석이!' 카뮤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드미트리는 우아한 동작으로 고개를 숙 였다. "나, 휴프노스의 기사 드미트리 폰 칼라일은 레이디, 디네즈 다크 메이스를 수호합니다. 기사의 맹세는 기사의 생명이 끊어질때까지 이어집니다. 빛의 수호자이자 기사도의 거울, 태양신 유노께 맹세 코!" 정중한 드미트리의 모습은 카뮤로 하여금 경외심까지 느끼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외심은 둘째치고 카뮤는 드미트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녀석의 남자다운 반반한 얼굴은 제쳐놓고서라도 자신도 아직 못해본 키스를……비록 손에 했지만 마스터의 손에 두번이나 한 것이다. 카뮤는 곱지않은 시선으로 드미트리를 노려보았다. 로리타는 가벼 운 한숨으로 카뮤를 바라보고 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09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설정집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5 12:07 읽음:1012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 - 설정집 by 유 민 수 라이컨 슬로프 설정집 안녕하세요. 다크스폰입니다. 아, 저번에 올렸던 글중에....'드미트리'는 '디트리히'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려요. 자꾸만 헷갈리는군요. 드미트리는 게임에 나오는 흡혈귀 이름이었죠 아마? ^^; 계속되는 오타와 이상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읽어 주시는 여러분들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중간부터 읽으시거나 설정에 궁금한 점을 느끼시는 분들을 위해, 이 번에는 라이컨슬로프의 설정집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한번정도 읽어주 시면 저의 무지막지한 오타에도 꿋꿋하게 글을 읽으실수 있지 않을 까...해서 올립니다.(쉽게 설명하자면 저의 게으름이 전적인 책임이지 요....^^) 주요 등장인물 디네즈 다크메이스 본래 마경의 늑대 라이컨슬로프로 디켈이란 이름이었으나 몇가지 일을 겪는 동안, 인간 여자로 변해버린다. 사령마술을 할줄아는 검 사로서 라무켈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대륙을 헤멘다. 라무켈 마경의 샤벨타이거 라이컨슬로프로서 디네즈의 스승이자 친구이 다. 믿었던 친구인 바타쿠에게 배반당하고 그의 손에 죽는다. 바타쿠 마경의 늑대 라이컨슬로프. 마경에서 제일가는 전사였으나 어느날, 자신의 딸인 드로이얀의 등장으로 이상하게 변해버린다.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인물로, 아들인 디켈을 화룡왕 다크메이스 헬파이 어에게 파는 대가로 무한의 마력을 손에 넣는다. 드로이얀 폰 루돌슈타인 바타쿠의 딸. 불의 마법 클래스 9의 능력을 가지게 된 마법사. 카뮤 폰 렉싱턴 렉싱턴 자작의 아들이자 디네즈의 제자. 17세. 디네즈를 스승으로 서, 또한 여인으로서 사랑한다. 아버지, 렉싱턴 자작의 부탁에 의 해 디네즈를 따라 여행을 하게된다. 로리타 나카엘로 다크엘프. 나이 103세. 겉으로는 아직 어린애로 보인다. 정령사이 자 사물의 마음을 읽는 특이한 능력 때문에 박해를 받았다가 카뮤 에 의해 구출된다. 카뮤를 따라 여행에 동참한다. 디트리히 폰 칼라일 휴프노스 왕국 기사단 기사대장. 기사도를 인생의 신조로 삼고있 는 기사. 레이디를 수호한다는 기사도에 의해 디네즈를 수행하게 된다. 휴프노스 왕국 제 4 왕자의 신분을 갖고있으나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크리스 라켄도르프 전사. 디네즈의 계략에 걸려 수많은 모험자들에게 기는 신세가 된다. 추후 디네즈와 합류한다. 지그프리드 폰 루돌슈타인 휴프노스 왕국의 재상. 멍청이라 불리는 윌리엄 대신 국정을 관할 해 실권을 쥐고 있다. 엄청난 야심을 품은 야심가이지만 아직 행 동은 없다. 루미너 폰 루돌슈타인 지그프리드의 딸. 과거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마경으로 흘러들었 다가 바타쿠를 만나 디네즈와 드로이얀을 낳고는 사라진다. 세계 ``````````````` `````````` ` 3 ` ` ` ` 1 ` ` 2 ` ` 6 5 ` ` ` ` ` `` ` ` 4 ` ``` ` ` ` `````` ``````````` 로메오 대륙 세레노스 대륙 1 : 휴프노스 왕국 2 : 제스타 하이랜드 공국 3 : 바이서스 왕국 4 : 잭슨 왕국 5 : 마경 6 : 네레노디아 왕국 주요 등장 종족 오대룡(五大龍) 화룡왕 - 다크메이스 헬파이어 치밀한 두뇌와 강력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레드드래곤. 옛날 루미너와의 '사슬'이라는 맹약으로 맺어져 있다. 디네즈를 이용 해 어떤 일을 꾸미려 하고 있다. 불을 의미하는 이프리트계 클 래스 10의 마법을 쓸수 있다. 수룡왕 - 가베라 라인돌프 뮤레이너 온화한 그린드래곤으로서 휴프노스 왕국의 창건당시부터 인간 의 일에 관여해왔다. 윌리엄 왕과는 앙숙의 사이이다. 물을 의 미하는 가이포세계 클래스 10의 마법을 쓸 수 있다. 풍룡왕 - 아드리안 홀슈타인 성격이 급한 블루 드래곤. 전격을 주로 사용하며 앞 뒤 안가리 는 저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후에 디네즈와 연계되어 협 력하게 된다. 바람을 의미하는 실피로스계 클래스 10의 마법을 쓸수 있다. 지룡왕 - 케로딘 블러드혼 그랜드마스터 만물을 동일시 하는 골드 드래곤. 마물이건 인간이건 상관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한다. 대지를 의미하는 자이안트계 클래스 10 의 마법을 쓸 수 있다. 마룡왕 - 오카리나 콘도테 히로데모스 마물을 사랑하는 블랙드래곤. 평소에는 드래곤의 모습이 아닌 샤갈의 모습으로 돌아다닌다. 드래곤 중에서도 괴짜로, 그 모습 이 일정치 않다. 디네즈를 사랑한다. 죽음과 생성을 의미하는 정신계 마법, 데몬즈계 클래스 10의 마법을 사용한다. ------------------------------------------------------- 일단은 이정도로 할까요....지도가 조금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쉽게 설 명해서 두 개로 나뉜 대륙은 각각 로메오, 그리고 세레노스 대륙입니 다. 휴프노스 왕국은 두 대륙의 사이에 있구요, 북으로는 바이서스 왕국, 남으로는 잭슨 왕국입니다. 세레노스 대륙에 있는 왕국은 제스타 하이 랜드 공국입니다. 동쪽에 넓게 자리잡은 것은 마경이구요. 그 뒤에 있 는 국가는 네레노디아 왕국입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10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7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5 12:07 읽음:971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7 by 유 민 수 17. 디트리히가 개인적인 사유를 밝히고 잠시 '해변의 호수'를 떠난사이 카뮤는 퉁퉁불은 얼굴을 하고 방에서 짐을 꾸리고 있었다. 디켈, 아 니 디네즈는 다시 갑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지만 태도는 그대로였 다. 여전히 냉랭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있을 뿐이었다. 카뮤 는 짐을 챙기다 말고 벌떡 일어섰다. 로리타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 았지만 카뮤는 그대로 디네즈의 앞에 섰다. 디네즈는 카뮤의 기척에 눈을 돌렸다. 무슨 일이냐는 표정이었다. "……마스터. 제게 그럴수 있어요?" "뭐가 문제냐?" "어떻게 저한테까지 속이실수 있어요?" "뭐를 속였단 말이야?" "이름이요 이름! 마스터의 이름, 분명히 디켈 아니었어요?" "분명 내 이름은 디켈이지." "그럼 조금전 디트리히에게 밝힌 이름은 또 뭐에요?" "그것 역시 내 이름이다." "……" 카뮤의 얼굴은 한대 맞은것처럼 멍해졌다. 디네즈는 흘러내리는 갈 색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내가 살던 곳에서는……실제 이름은 맨 앞의 글자 뿐이고 뒤의 호칭은 계급을 나타내지. 어린아이 일때는 '코'를, 그리고 너만한 나이때는 '켈'을 이름으로 가진다. 나는 원래 디코였고 또한 디켈 이기도 하지." "……그럼 디네즈란 이름은……" "그건 친구의 이름이다." 디네즈의 얼굴이 쓸쓸한 빛을 띄었다. 디네즈는 손을 들어 가슴의 할퀸 상처를 쓰다듬었다. 마치 애인의 손길을 만지는 것처럼 디네즈 의 눈은 슬픈 빛으로 가득했다. "……나는 본래 죽었어야 하는 몸이다." "……" "내 친구가 대신 죽었지. 친구가……부탁을 했다. 난 그 부탁을 들 어주기 위해……살고있는 거야." "……친구분의 이름이 네즈인가요?" "아니. 그 친구의 이름은 라무네즈다. 라무네즈……마을 최강의 전 사이자 진정한 남자였다." '아니, 이건 또 어떤 녀석이야?' 카뮤는 당혹스러워졌다. 대체 마스터에겐 몇명의 남자가 얽혀있는것 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나 곧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었다. 마 스터의 말 대로라면 그 라무네즈란 사내는 죽은 것이다. 디네즈의 말은 계속되었다. "라무네즈가 죽기전에 이런말을 했지. 동료를 찾아라. 그리고 동료 를 모두 찾으면……자신의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켈'을 버 리라고……자신의 이름인 '네즈'를 이어달라고 했다." "……" 카뮤는 마스터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그러나 디네즈는 발을 모 아 무릎위에 얼굴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더 슬픈……슬 픈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보." 로리타의 작은 목소리였다. 카뮤는 뒤를 돌아보았다. 로리타가 검은 얼굴을 잔뜩 부풀리고 카뮤를 노려보고 있었다. 카뮤는 뭔가 굉장히 잘못한 느낌이 들어 일단 방 밖으로 나왔다. 로리타도 따라나와서는 화난 목소리로 카뮤를 질책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이 없어요?" "……내가 뭘." 볼멘소리로 반박해 봤지만 카뮤는 로리타에게 항변할순 없었다. "디켈……아니, 디네즈가 왜 남장을 하고 다니는지, 일부러 차가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지 생각 안해요? 카뮤, 머리좀 쓰면서 살아 요. 정말 오크처럼 어깨위가 허전해서 머리를 올려놓고 다니는 거 에요 뭐에요?" "……미안." "내게 미안하다고 할게 아니에요. 디네즈에게 해요. 지금은 말고." "……왜 지금은 안돼?" "당신 책임이에요! 아뭏든 디네즈의 검에 맞아서 비명횡사하고 싶 지 않으면 당분간 곁에는 얼씬도 하지 말아요." 쾅! 문짝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로리타가 세차게 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 것이다. 카뮤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홀로 내려 왔다. 홀의 탁자에 앉아 일단 맥주를 하나 시켜놓고 한숨을 내쉬며 2층을 올려보았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여행을 하는 아름다운 여 전사라. 하긴 그런 상황이 된다면 카뮤 본인이라도 남장을 하고 사 람들을 피할것이라는 것은 당연하다.……생각을 해보니 그렇다. 그런 데 조금전에 왜 그런 생각을 못했지? 카뮤는 이번에는 탁자에 머리 를 쿵쿵 부딪혔다. 아무리 부딪혀도 머리가 아파오진 않았지만 그렇 다고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도 않았다. "자네 왜 그러는가?" 기억에 있는 목소리다 카뮤는 머리를 탁자에 박은채 눈만 굴려 옆으 로 보았다. 장미 문장의 갑옷, 디트리히였다. 디트리히는 회색의 망 토를 두르고 있었다. 다만 갑옷이 바뀌어 있었다. 방금전까지 입었던 플레이트 메일이 아닌 간편한 체인메일이었지만 가슴만은 은빛 금속 에 장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신분 과시용인가? 카뮤는 한숨을 내 쉬었다. "어디 아픈가?" "……말시키지 말아요." "……디네즈 양은?" 카뮤는 손을 들어 2층을 가리켰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지금 안가는게 좋아요. 기분이 안좋으시니까." "……자네가 그랬나?" "……그래요." 디트리히는 바스타드를 탁자에 세워놓고는 자리에 앉았다. 카뮤도 일단 머리를 들고 멍해진 눈으로 2층만을 보았다. 디트리히는 흠흠 하며 헛기침을 하고는 카뮤에게 조금씩 다가섰다. 카뮤는 뭐냐는 눈 빛으로 보냈지만 디트리히는 은근한 목소리로 화답했다. "자네 이름이 카뮤라고 했지? 디네즈 양과는 오래 지냈나?" "……제 마스터 이신데요?" "마스터? 디네즈양이?" 디트리히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기는 나라도 저런 표정을 지었을 거다……카뮤는 약간 빈정대는 말투로 말했다. "네. 검술의 달인이시죠. 마법도 조금 하시고……" "마법이라……조금전의 그 데몬스 나이트를 만든게 디네즈양인가 보군." "그래요." "그런데 왜 그딴 녀석에게 위협을 당하셨을까." "당신 바보 아니에요? 마스터가 말씀하셨잖아요, 가베라를 호젓하 게 만나고 싶으시다구." "……음. 그렇군." 디트리히는 머리를 긁적였다. 능구렁이 같으니라구……기사도의 표 본이니 뭐니 해도 역시 디트리히도 남자다. 결국 아름다우신 디네즈 양에게 홀딱 빠진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분명 개인적인 일로 간다 고 하는것도 마스터를 기위해 휴프노스 기사대장직을 잠시 유보하 겠다는……뭐 그런 종류의 일일게 뻔하다. 디트리히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잠시 유보를 하는게 낫겠군." "뭐를요?" "레이디를 만나고 싶다는 분이 있네." "……네?" 디트리히는 손가락으로 밖을 가르켰다. 카뮤는 목을 길게 빼서 밖으 로 시선을 돌렸다. 과연 어둠속에 커다란 마차 하나와 하인으로 보 이는 남자가 몇 명 서 있었다. 카뮤는 눈을 가늘게 해서 자세히 살 펴보았다. 상당히 호화로운 마차……일반인이 빌려 탈만한 것은 아니다. 디트 리히가 데려온 것을 봐서는 왕궁이나 아니면 귀족……그것도 상당한 윗쪽의 것이고 마차 문에 붙어있는 그리폰(=환상의 짐승)의 문양도 그리 쉽게 볼만한 것은 아니었다. 카뮤는 디트리히에게 물었다. "그리폰 문양……어디의 누구죠?" "지그프리드 폰 루돌슈타인 후작. 휴프노스 왕국의 재상." "……철혈재상 지그프리드?" 카뮤의 얼굴이 돌을 씹은것처럼 찡그려졌다. 디트리히의 얼굴도 그 리 밝은편은 아니었다. 하기는 기사도……라고 하면 레이디와 주군 을 위해 목숨도 초개같이 내던진다는 비이성적인 인간들이 신봉하는 종교다. 설령 모시고 있는 주군이 멍청이 윌리엄 왕자라 해도 그의 명령에 눈앞에서 드래곤과 싸우러 갈수있을 정도의 인물만이 기사로 뽑힌다. 디트리히의 소속이 왕궁 기사단인만큼 주군인 윌리엄 아키 아바 3세의 후광을 업고있는 철혈재상 지그프리드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카뮤의 얼굴이 찡그려지는 것은 다른 이 유에서였다. 지그프리드는 휴프노스 왕국 창건이래 제일 썩어버린 재상으로 평 가받고 있었다. 그의 별명인 철혈(鐵血)은 철판처럼 두꺼운 얼굴에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란 의미가 더 강했다. 그가 내리는 명령은 모조리 국왕의 성지로 위조되어 나오기 일쑤였고, 렉싱턴 영지에 내 려졌던 그 세금도 어쩌면 지그프리드의 배를 채우기 위한 구실인지 도 몰랐다. "아직 기사단장 직책은 그대로 갖고있나요?" "사표가 수리되려면 최소한 내일은 되어야 한다. 윌리엄 폐하에게 가야 하니까. 그러나 적어도 오늘은 그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할말 없군요. 얼뜨기 호색가 재상이 마스터에겐 무슨 일로?" "……그건 모르지. 아무튼 지금 쉬고 있다고 말하고 오겠네." "일단 난 반대에요. 알고 있겠죠?" 카뮤는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자리잡고 앉았다. 디트리히는 밖으로 나가 마차에 대고 무언가 말을 건네는 듯 했다. 그러나 마차는 쉽게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내려 '해변의 호수'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카뮤는 에스토크를 뽑기 편하게 옆으로 늘어뜨려두고 허리의 쇼트 소드도 살짝 뽑아두었다. 여차하면 그어버리고 2층으로 튈 생각이었 다. 홀로 들어온 사람은 한 40대는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약간 뚱뚱한 체격에 인상좋아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다. 손에는 커다란 보석이 박 힌 반지를 하고 있고 반쯤 벗겨진 머리 아래로 작은 눈이 매서운 빛 을 발하고 있었다. 그는 계단을 점령하고있는 카뮤를 보고는 싱긋 웃으며 카뮤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카뮤는 일부러 얼굴을 험악하게 찡그려보였다. "재미있는 친구로군." 그는 통통한 손가락을 쉴새없이 움직이며 카뮤를 탐색하듯 살펴보았 다. 카뮤는 발을 들어 계단 난간의 기둥에 붙였다. 얼핏 보기엔 틈이 많은 것 같지만 일단 이렇게 해두면 누구라도 계단위로 올라갈수 없 었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툭 튀기더니 입을 열었다. "……레이디에게 전문을 보낼수 있겠는가?" 디트리히는 남자의 말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남자는 디트리히가 대 답을 하지 않자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아직 사표는 접수되지 않았네, 디트리히경." "……저는 이미 사표를 냈습니다, 클레멘스 공작. 지그프리드 각하 라면 몰라도 당신의 명령을 들을 생각, 조금도 없소이다." "……여전히 뻣뻣한 친구로군." 클레멘스라 불린 사내는 이번에는 시선을 카뮤에게 보냈다. 그러나 카뮤는 소 닭보는 시선으로, 그것도 다른곳을 보고 있어 클레멘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레이디께서 관심이 있으실만한 이야기를 갖고 왔네마는." "……" "이렇게 문전박대라……레이디도 꽤나 무례하다고 생각되는데, 안 그렇소 디트리히경" "……" 짖어라, 나는 들으련다. 디트리히와 카뮤는 미리 짠것처럼 클레멘스 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디트리히는 오히려 계단의 벽에 몸을 기대 고 카뮤처럼 길을 막아버렸다. 덕분에 카뮤는 발을 내리고 편하게 앉을수 있었다. 클레멘스는 두 남자가 묵묵부답 아무말이 없자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지나가는 말처럼 말 을 건넸다. "어쩔수 없구만. 돌아가지." "……배웅은 못합니다." 디트리히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클레멘스는 친한 친구에게 대하 듯 싱긋 웃고는 대답했다. "한마디만 전해주게. 루미너를 아느냐고." "……루미너?" 카뮤는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 클레멘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미너 폰 루돌슈타인. 그렇게 말하면 알거야. 아, 그래도 모르시 겠다고 말씀하시면 드로이얀이 궁금하지 않느냐고만 말하게. 지그 프리드 공의 저택은 디트리히가 알겠지? 오실때는 정장, 부탁드리 겠네. 나는 가네." 클레멘스는 올때와 마찬가지로 휘적휘적하는 걸음걸이로 '해변의 호 수'를 빠져나갔다. 카뮤와 디트리히는 긴장을 풀고 멀리 떠나가는 마 차를 지켜보았다. 카뮤는 디트리히에게 물었다. "루돌슈타인……지그프리드의 친척인가?" "글세." "디트리히. 클레멘스라는 작자……어떤 사람이죠?" "쉽게 설명하자면, 지그프리트의 밑을 핥고 살아가는 개다." "……!" 기사답지 않은 거친 말이었다. 카뮤는 디트리히의 얼굴에서 강한 적 개심을 읽을수 있었다. 의외로 카뮤는 디트리히에게서 친근감을 느 꼈다. "그거 기사답지 않은 말이군요." "난 이젠 기사가 아니야." 디트리히는 손을 들어 홀의 구석에 놓인 모래시계를 가리켰다. 모래 시계는 술통 두 개를 이어붙인 것 만큼 커다란 크기였는데 아랫쪽 유리상자의 겉에는 '하루'라고 씌여있었다. 그리고 윗쪽의 유리상자 에서 마지막 모래알이 주르르 떨어지고 있었다. '맙소사……시간관념 하나 철저하군.'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카뮤에게 디트리히는 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클레멘스의 전갈을 전해들은 디네즈는 얼굴이 굳어버렸다. 디네즈 는 손가락을 들어 하얀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슬픈 얼굴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감히 주변에 접근할 엄두를 못낼 정도로 이상한 기운을 내뿜고있었다. 카뮤는 숨을 죽이고 로리타에게 말을 건넸다. "……이번에도 내가 잘못한 걸까?" "……모르겠어요." 로리타도 디네즈의 변화를 예상하지 못한 듯 일단 디네즈의 곁에서 물러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던 디네즈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어 마치 칼날처럼 손을 세웠다. "무슨……" 디트리히가 나서려고 했지만 카뮤는 디트리히의 어깨를 잡아 끌었 다. 디트리히는 카뮤가 이끄는 대로 일단 자리에서 멈춰섰다. 다음순 간, 파란 빛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디네즈의 손에서 파란 빛이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칼집에서 검을 꺼내는 것처럼 디네즈의 손에서 파란 빛이 검처럼 뽑아져 나왔 다. 카뮤는 렉싱턴에서 디네즈의 검을 한번 본일이 있었다. 샤갈을 일격에 베어내던……사신(死神)과도 같던 디네즈의 검. 하지만 이렇 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디네즈의 검은 마치 거울같았다. 마치 투기처럼, 빛으로 이뤄진 마 신의 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검의 표면은 투기로 보이진 않았다. 투기는 보통 하나의 기로, 아주 깨끗한 순수한 힘의 결정이다. 따라 서 어떻게 보면 거울이나 유리처럼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디네즈의 검은 그렇지 않았다. 끊임없이 물결치는 파도처럼, 푸른빛 의 검은 요동치고 있었다. 특히 검날로 생각되는 부분은 수많은 개 미들의 날카로운 턱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어, 가만히 갖다대기 만 해도 잘려나갈 것 같은 끔찍한 모습이었다. 디트리히의 숨을 삼 키는 소리가 들렸다. "……대단한 검, 투강기(鬪强氣) 입니까?" "……" 디네즈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답은 전혀 다른곳에서 들려왔 다. 로리타가 부들부들 떨면서 중얼거려댄 것이다. "저 검……살아있어요! 감정이 느껴져요." "……말도 안되는……" 카뮤는 전율했다. "틀려……살아있는게 아니야. 저건……" 로리타는 카뮤의 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로리타의 떨림이 카뮤에게 그대로 전해져왔다. 카뮤는 뜻모를 공포를 느꼈다. 로리타는 정령사 이자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그런 로리타가 이런 공포를 느낀다? 공포? "……휴리(Fury), 그리고 살의. 복수……" "……데블스 스피릿 스워드(Devils Spirit Sword)" 디트리히가 잦아들어가는 목소리로 로리타의 말에 대답했다. 일단 카뮤는 저 검의 이름이 뭔지 알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뭐지? 카뮤 는 디트리히에게 물었다. "그게 뭐에요?" "검귀(劍鬼), 악령(惡靈) 그 자체다. 원한을 품고 죽은 영혼이 흑마 력에 의지해 모습을 검으로 바꾼것……살아있는 검이자 의지를 갖는 에고 스워드(Ego Sword)나 다름없는 마법검이다." "쉽게 설명해요. 난 디트리히 당신처럼 영리하지 않아." "복수심에 불타며 죽어가는 자의 영혼을 가둬 검으로 만든 기술이 다. 의외로군, 설마하니 디네즈 양이……" 디트리히의 말에 디네즈는 미미한 움직임을 보였다. 디네즈의 얼굴 이 천천히 디트리히에게 향하고 있었다. 디트리히는 흠칫 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지만 디네즈의 시선을 당당히 받아내고 있었다. 디네즈는 디트리히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 의지가 아니에요." "……잘 못들었는데요, 마스터?" 카뮤의 반문에 디네즈는 손을 조금씩 흔들었다. 디네즈의 손짓과는 달리 검은 살아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디트리히에게 그 끝을 겨냥했다. 디트리히의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봉인한게 아니에요. 스스로 봉인한거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나는 분명, 죽음을 다루는 사령마술(死靈魔術)을 익혔어요. 하지만 스피릿 스워드를 만들정도로 강하진 못해요." "그럼 그건……" 디네즈는 속삭이듯 입으로 중얼거렸다. 디네즈의 속삼임에 따라 스 피릿 스워드는 몸을 떨 듯 디네즈의 손 안으로 스르르 사라져갔다. 방안을 가득 채웠던 파란빛이 사라지자 로리타는 안정을 되찾는 듯 했다. 디네즈는 방구석의 짐을 들어 카뮤에게 던졌다. 카뮤는 날아오는 짐을 받아들긴 했지만 무슨 의미인지 몰라 디네즈를 보았다. 디네즈 는 웃고있었다. "……어디로……" "당연하지. 가베라에게 문안인사 드리러 갑시다." "……지그프리드 후작에겐 안가십니까?" 디트리히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러나 디네즈는 미소만 지 었다. "디트리히님. 인형이 춤춘다고 덩달아 춤을 춘다면……무엇이 되는 지 아세요?" "……춤을 춰요?" 디트리히는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디트리히의 얼굴에 조금씩 웃 음이 번졌다. 고개를 끄덕이며 디트리히는 긍정의 표시를 보내왔다. "그렇군요. 우리는 인형이 아닙니다." "맞았어요." 디네즈는 손을 뒤로돌려 나풀거리는 연갈색 머리카락을 틀어올렸다. 아름다운 디네즈의 얼굴이 활달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디 네즈의 얼굴에서 어두운 구석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가베라에게 다녀온 뒤, 그 지그프리드인가 하는 작자를 만나기로 합시다. 몇가지 물어볼 것도 있고요." "알겠습니다." 카뮤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마이스터 대장장이 늙은이 가 말하던, 대륙의 구원이라든가 봉인의 해제같은 골치아픈 문제는 일단 젖혀두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고, 카뮤가 수룡왕 가베라 라인돌프 뮤레이너를 만나는 것은 단순히, 마스터가 그 비만 도마뱀 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일 뿐이었다. 디트리히는 카뮤의 품에있던 짐을 들어 자신의 어깨에 옮겨놓았다. 로리타는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던 로브를 조금 내려놓았다. 아직 밖 은 어두웠으니 로리타도 안심하고 돌아다닐수 있을 것이다. 디네즈 는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 출발!" * * * 에후후....힘들군요. 가베라에게 가기가 이렇게 힘들줄이야.... 다음 회는 수룡왕 가베라 라인돌프 뮤레이너와의 만남입니다. 음.... 어떻게 하죠? 죽여버릴까? 아니면 좋게좋게 말로 끝낼까..... 물론 그건 제 마음이겠죠? 하! 하! 하!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11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8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5 12:08 읽음:956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8 by 유 민 수 18. 수룡왕 가베라 라인돌프 뮤레이너. 현재 나이가 얼마인지, 또한 어 느정도의 위력을 지녔는지 정확히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로메오 대륙의 다섯 드래곤중 인간의 역사에 가장 많은 관여를 하는 드래곤 으로, 그 간섭의 기원은 400년전, 마계전투때부터 시작되었다. 정신 계 클래스 5 마스터였던 자하리얼의 제자라고도 일컬어지는 에인션 트 드래곤으로 인간과 대화를 즐기는 드래곤으로 이름나 있다. 휴프노스 왕국 창건시에도 가베라는 그 힘을 빌려주기도 하고, 북 부 바이서스와의 전쟁에서도 친히 전장으로 날아가 바이서스 군대의 머리 위에서 강렬한 브레스를 뿜어버린 일은 역사서에도 남아있을 정도였다. 휴프노스 왕국의 창립자인 카알 휴프노스 대공은 가베라 의 공적을 찬양하여 수도 카알의 근처의 거대한 해안을 모두 가베라 에게 넘겨주었고, 그 일대에 옹벽을 쌓아 드래곤에 도전하는 모험자 들을 국가차원에서 막아오고 있었다. 그들을 가리켜 드래곤 나이트라 했고, 이 나이트들은 국왕 직속의 전사들로 국왕을 제외하고는 어떤자의 명령도 듣지않는다는 말이 전 해져 오고 있지만 그것도 휴프노스 왕가의 맥이 끊어진 제 4대의 비 련의 왕자 후베인 폰 휴프노스때 뿐이었고, 그 이후 드래곤 나이트 는 사라졌다. 게다가 왕위는 휴프노스 왕가에 충성을 바치던 몇몇 귀족들의 가문을 중심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일종의 양위(讓位)의 성 격이 짙었지만 대관식때마다 벌어지는 수룡왕에게의 참배행위는 계 속 이어져오고 있었다. 다만 현 국왕 윌리엄 아키아바 3세는 수룡왕에게 참배를 갔다가 겨났다는 이야기는 국민들 사이에 널리 펴져, 결국 윌리엄 국왕은 '멍청이'라는 웃지못할 별명을 얻기도 했다. 윌리엄 왕은 결국 수룡 왕과 결별을 선언-비록 혼자 말한 것이지만-했고 공식적으로 휴프노 스 왕가와 수룡왕의 관계는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그러나 비록 위 상이 많이 격하되긴 했어도 휴프노스 하면 수룡왕 가베라의 이름을 떠올릴 정도로 이미지가 거의 굳어져 있는 것은 부인할수 없는 현실 이었다. 그 드래곤의 영지를 카뮤는 묵묵히 걷고 있었다. 아직 밤이 깊어서 인지 바다안개가 부옇게 떠오른 몽환적인 분위기 안에서 걸음을 재 촉하는 모습은 마치 꿈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가끔씩 카뮤는 지금의 상황이 렉싱턴에 있는 자신의 방에서 꾸고있는 꿈이 아닌가 하는 기 분도 들었다. 그때마다 볼을 툭툭 쳐보기도 했지만 역시 이곳을 걷 고있는 것은 카뮤, 본인이었다. 오래된 전설……그리고 목숨을 내놓고 여행하는 모험자들을 동경하 며 컸던 카뮤였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그 드래곤의 전설과 만나기 위해 수룡왕을 만나러 가고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카뮤는 앞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맨앞을 은빛 갑옷 찬란한 기사, 디트리히가 걷고 있다. 한손에는 등 불을, 다른 손으로는 어깨에 짊어진 짐을 메고있어 당당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뒤를 미스릴 갑옷을 입은 마스터, 디네즈 다크메이 스가 걷고 있다. 걸음을 옮겨놓을때마다 찰랑거리는 갈색 머리카락 이 싱그럽게 느껴진다. 아름답다? 우아하다? 카뮤의 생각에 마스터 에겐 그런말들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정도의 말로는 표현이 안되는 훌륭함……무엇이라고 표현할지 난감할 정도로 카뮤는 디네즈를 존 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로리타가 걷고 있다. 103살먹은 어린아이라면 특이하겠지만, 지금 카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엄마뒤를 따라가는 작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 흐린 밤 안개 사이로 검은 얼굴이 얼핏 비치기도 한다. 다크엘프 특유의 삐 죽한 귀는 카뮤의 눈에도 쉽게 식별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터 덜터덜 걸어가는 카뮤 자신. 어쩌면 전설의 용사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카뮤가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을 그렇게 걷던 디트리히가 등불을 치켜들고 자리에서 멈 춰섰다. 디트리히는 몸을 돌려 등불을 디네즈의 얼굴 가까이에 대었 다. 일행은 모두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부터는 기다려야 합니다, 레이디." "그건 왜죠?" "수룡왕께서는 한밤의 손님을 싫어하시니까요." 디트리히의 태도는 정중했다. 디네즈는 고개를 끄덕 하고는 근처의 바위위에 앉았다. 로리타와 카뮤도 그 뒤를 이어 근처에 자리를 잡 았고 디트리히는 등불을 든채로 주변에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디네즈는 그런 디트리히에게 가벼운 미소를 보냈다. "디트리히경 께서는 쉬시지 않나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어쩌면 가베라님의 목숨을 노 리는 자가 올지도 모르고……" "……마치 드래곤 나이트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디트리히는 겸연쩍은 얼굴로 쑥쓰러워했다. "……본래 칼라일 가문은 드래곤 나이트였으니까요." "기억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후베인 왕자님 사건때라고……" 로리타가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디트리히의 가문이 정말 드래 곤 나이트라면, 디트리히의 모습은 아마도 천성일 것이었다. 그러나 디트리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문의 수치입니다. 주군을 잃게된 일이었습니다." 수치? 주군을 잃는다? 카뮤는 처음듣는 이야기였다. 렉싱턴 영지에 있을 때 조금 들은 것 같기는 했지만 변경의 구석에서 살아가는 영 주들이 수도의 일을 모두 알수는 없는 일이다. 카뮤는 로리타에게 말을 건넸다. "……저기, 로리타." "왜요, 카뮤?" "무슨 소리야, 방금전 그말……" "카뮤는 모르나 보지? 상당히 유명한 이야기인데……" 몰라서 미안하구나. 카뮤는 약간 빈정대는듯한 로리타의 말투에 매 서운 눈초리를 보냈다. 로리타는 장난스레 빙긋 웃고는 디트리히에 게 시선을 던졌다. 디트리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괜찮다는 뜻을 보였다. 그러자 로리타는 다리를 흔들거리며 노래하듯 이야기를 꺼 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쯤……그러니까 제 3 대 휴프노스의 왕 이 되신 미카엘 폰 휴프노스께서 수룡왕에게 참배를 하러가셨을 때 일이었지. 미카엘 전하는 매우 영민하신 분이었다고 해……" 로리타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반향을 그리며 사방으로 퍼져갔다. 밤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별빛이 내려쪼이는 가운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당시 휴프노스는 남부 잭슨 왕국과 교전중이었어. 2대 전하께 서도 전쟁중 사망하셔서 기일이 촉박했지. 당시 미카엘 전하의 나 이는 겨우 스물 둘이었고……전쟁중이라 기사는 부족했지만 미카 엘 전하는 수룡왕을 존경하고 있었어." "……" "그래서 미카엘 전하는 자신의 심복중에 심복인 라후즈 폰 칼라일 백작에게 드래곤 나이트의 명을 내렸지. 드래곤 나이트는 모든 기 사들의 정점……미카엘 전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명령을 내릴수 없어. 라후즈 백작은 용의 방벽으로 가 수룡왕을 만났지. 수룡왕 은 라후즈를 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고 해. '여기엔 무슨 일인가, 라후즈.' '주군의 명령을 받아 왔습니다.' '자네인가? 새로운 나이트가?' '그러하옵니다, 수룡왕이시여.' 그러나 수룡왕은 탄식을 하며 고개를 저었어. '자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니네. 미카엘의 곁에 있어야 지.' '저는 전하의 명을 받아 이곳에 왔습니다. 갈수 없습니다.' '아무말 하지말고 지금당장 미카엘에게로 돌아가게. 그에겐 지금 사람이 필요해.' 그러나 라후즈는 돌아가지 않았지. 그에게는 드래곤 나이트의 책 임이 더 중요했던거야." "옳은 선택 아니야?" 카뮤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반문했다. 그러나 로리타는 손을들어 카 뮤의 말을 막았다. "그렇게 한달이 흐르고……전쟁터에서 급보가 왔지. 재상 게르마르 크의 서신이었어. 당장 전선으로 달려오라는 내용이었지. 당연히 라후즈는 거절했어. 그 이유는 카뮤도 알고 있겠지?" "……명령을 들을 위치가 아니라는 거?" "맞아. 게르마르크는 네 번이나 편지를 보냈지만 라후즈는 네 번 다 거절했지. 그리고 다섯 번째로 온 편지 안에는 미카엘 전하가 위독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어. 위험을 무릅쓴 편지였던거야. 전 쟁중, 국왕이 위중하다는 내용의 편지는 절대 금물이었으니까. 게 다가 왕명을 빙자한 편지는 당연히 사형감이었고……그래서 다섯 번째의 편지에서야 라후즈는 미카엘 전하의 곁으로 달려갔지. 물 론 수룡왕의 허락을 받아 작은 레드드래곤의 등에 타고 말야." "……레드드래곤이라……아! 생각났다!" 카뮤는 들은 기억이 났다. 분명 떠돌이 음유시인에게서 들은적이 있 었다. 주군의 죽음을 슬퍼하며 드래곤의 등에 타고 적의 진지에 뛰 어들어 1개 군단을 소멸시키고 자신도 장렬히 전사했다는 기사도의 상징이라는 이야기였다. 로리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설의 드래곤 나이트가 바로 라후즈 백작이야. 드래곤을 타고 날아갔어도 미카엘 전하는 살아나지 못했지. 카뮤도 알겠지 만 드래곤 나이트는 주군과 수룡왕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사람 이잖아? 슬픔에 빠진 드래곤 나이트는 레드드래곤을 타고 잭슨의 진지로 뛰어들었어. 그때의 용맹이 전설로 남았지. 결국 잭슨은 패배해 남으로 물러갔고, 라후즈 백작은 후작으로 추서되었지만 결국 최후의 드래곤 나이트 가문이었던 칼라일 가문은 스스로 드 래곤 나이트에서 물러나 왕실 기사단을 자청했지. 후작이 기사단 이라……생각할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수룡왕께서도 인정하셔서 그 이후 드래곤나이트는 없어지게 되었어." "이상한데? 분명 조금전의 이야기, 3대 미카엘 전하 이야기 아니 야? 처음엔 4대 후베인 왕자님 아니었어?" "아직 이야기가 안끝났어, 카뮤. 보채지 마." 로리타는 목을 가다듬었다. "왕실 기사단장이 된 칼라일 가문은 주군의 신변을 지키기 위해서 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지. 하여간 왕자님을 중심으로 100큐빗 근방은 아무도 접근하지 못했으니까. 당시 후베인 왕자님은 어릴 때였고 왕비전하의 친정이 진행되고 있었어. 그런데 일이 터진거 야." "……" "왕비전하와 후베인 왕자님이 호젓하게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으실 때였어. 왕비전하는 칼라일 가문에게 홀로 즐기고 싶으니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는 영을 내리셨고 칼라일 후작은 그렇게 했 지. 그런데 씨드래곤 한무리가 왕비전하가 탄 배의 근처를 지나갔 어." "오, 이런." "왕비전하가 탄 배는 완파되었고 칼라일 후작은 갑옷을 입은채로 뛰어들어 결사적으로 왕비전하를 구해냈지. 하지만 후베인 왕자님 은 이미 사라진 뒤……칼라일 후작이 3일 낮밤을 바다에서 헤메 었지만 찾지못했어. 주군을 두 번이나 잃은거야." 디트리히의 얼굴이 쓸쓸하게 변해있었다. 디트리히는 해안절벽 끝으 로 걸어가 발 아래로 보이는 청색빛의 바다를 말없이 바라보고있었 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카뮤는 디트리히가 안쓰러워졌다. "……칼라일 후작은 바닷가에 선채로 한달을 보냈대. 왕비전하는 슬픔에 찬 후작을 위로하러 다가갔어. 그런데 후작은 몸도 돌리지 않고 고개도 움직이지 않았대. 이상하게 생각한 왕비전하가 후작 을 건드려보았지. 그러나 후작은 꿈쩍도 하지 않았어." "……어떻게 된 일인데?" "……그대로 돌이 되어버린거야. 쉬지도 못하고 비통에 잠긴 후작 의 온몸이 돌로 변해버린거지. 수룡왕은 기사도의 상징과도 같은 칼라일 후작을 거둬 자신의 동굴로 데려갔어. 그 이후, 칼라일 후 작은 돌아오지 않았지.……정말 비운의 기사랄 수밖에." 카뮤는 가슴깊이 들이마셨던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보면 디트리히의 앞 뒤 꽉막힌 태도가 어느정도 이해가 갔다. 그들의 조상은 기사로 서, 부끄럽지 않은 생애를 보냈지만 결과적으로는 주군을 잃는 슬픔 을 맛봐야했다. 디트리히 역시 기사도의 생애를 보내야 하는 사람으 로서 그런 고통을 맛본다는 것은 죽기보다도 싫은 일일 것이다. 카뮤는 등을 보이고 서있는 디트리히에게 다가갔다. 디트리히는 바 라를 바라보는 자세 그대로, 마치 돌로 변했다는 칼라일 후작의 모 습처럼 서 있었다. 카뮤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에요, 디트리히." "……그렇게 생각하는가?" "어렷을때부터 존경해온걸요. 레드드래곤의 드래곤나이트……그리 고 주군을 그리다 돌로 변해버린 충성의 기사. 자랑스러운 일이잖 아요." "……그래도 수치는 수치다." 디트리히는 무겁게 대답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칼라일 가문은 주군을 두 번이나 잃었다. 그것도 자신의 실수로. 조그만 더 제대로 주군을 모셨다면 그런일은 없었 을 거다." "……디트리히." 카뮤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드미트리가 가만히 손을 들어 카뮤의 말을 막았다. "……그렇게 자책할 필요는……" "조용히!" 디트리히의 어조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카뮤는 재빨리 정신을 차 리고 에스토크를 쥐었다. 디트리히는 재빨리 발을 놀려 뒤편의 어느 지점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소리나지않게 바스타드를 뽑아들 었다. 카뮤도 에스토크를 뽑아들고 마스터의 앞을 막아섰다. 디트리히는 낮게 말했다. "누군가 오고있어. 속도가 빨라." "……" 카뮤는 에스토크를 쥔 손에 힘을주었다. 서서히 투기를 에스토크에 집어넣고 온몸을 긴장시켰다. 상대는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 * * 음...조금은 마음에 안드는군요. 조금더 긴박하고 아름답게 만들려고 했는데......아무튼 점점 본론에 접근하는 군요.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12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19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5 12:08 읽음:996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19 by 유 민 수 19. 안개를 뚫고 다가오는 자들이 있었다. 차라락 거리는 돌 스치는 소 리와 함께 갑옷의 금속음도 섞여 들려오고있었다. 아직 그 모습이 보이진 않았지만 미미하게나마 그들의 낌새를 눈치챌수 있었다. 디 트리히는 등불을 꺼버리고 근처 바위 뒤를 손짓했다. 로리타가 그 뒤로 숨어갔지만 마스터는 숨지 않았다. 오히려 한걸음 다가서며 눈 썹을 찡그려 앞을 주시했다. 카뮤는 마스터의 왼편에 서며 에스토크 를 고쳐잡았다. 이제 그들의 모습이 뿌옇게나마 보이고 있었다. 모두 다섯명……기 사로 보이는 자 셋에 로브를 둘러쓴 남자 하나, 그리고 망토를 두른 간편한 갑옷차림의 사람이 하나였다. 그들은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 이 와서야 우뚝 서있는 디트리히를 알아차린 듯 발걸음을 늦추었다. 10큐빗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선채 두런두런 말을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전 회의인가?' 카뮤는 긴장을 유지한채 그들의 동정을 살폈다. 기사차림으로 보이 는 한명이 앞으로 10여보 정도 나오더니 조금 큰 목소리로 말을 걸 었다. "주군에게 생명을, 레이디에게 경애를. 앞을 막고 있는자는 신분을 밝히시오." '무슨 소리야?' 카뮤의 생각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디트리히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 다. "생명은 작으나 명예는 영원하다. 왕궁 기사단이신가?" "제스타 공국의 토오즈입니다. 귀하는 누구시오?" "칼라일 가문의 디트리히. 레이디를 수호중이오." 디트리히는 대답을 하며 검을 서서히 내렸다. 적어도 그들에게 싸울 의사같은 것은 없는듯했다. 토오즈라는 기사는 느리지만 확실한 걸 음걸이로 디트리히에게 다가섰다. 양팔을 펼친 상태여서 적의가 없 다는 것을 나타내는 듯 했다. 디트리히는 바스타드를 검집에 꽂아넣 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식별할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오자 카뮤는 토오즈라는 사람을 볼수 있었다. 갈색의 건강한 얼굴이다. 황갈색 머리에 약간 늙어보이는 타 입의 남자였다. 회색의 갑옷에 가슴에는 검은 용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허리에는 롱소드를 차고있지만 장식이 아주 화려해보였다. 토오즈는 디트리히를 보고는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건넸다. "휴프노스의 기사도, 칼라일 가문이시군." "별말씀을. 용의 방벽에는 무슨 일이신지. 드래곤 나이트는 없지만 휴프노스의 기사인 이상, 제스타 공국의 기사가 다가오는 것은 허 가할수 없습니다." "……이해합니다, 디트리히경." 토오즈는 뒤를 돌아보고는 손짓을 했다.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 모두도 두팔을 벌린채로 적의가 없다 는 뜻을 밝혀오고 있었다. 카뮤는 뒤를 돌아보았다. 로리타도 이미 바위뒤에서 나와있었고 디네즈 역시 세워올렸던 손을 내리고 뒤로 한보 물러선 상태였다. 기사들의 문답에 상관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 로 보였다. 카뮤는 에스토크를 검집에 다시 집어넣었다. 토오즈의 일행의 모습이 카뮤의 시야에 잡혔다. 나머지 두 기사들 의 모습은 토오즈와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로브를 입은자는 머리 를 감추고 있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끝에 드러난 그의 손이 투 박한 것이 마법사같지는 않았다. 승려? 아니면 전사? 전사라면 로브 를 입고다닐 일이 없으니 아마 승려라고 생각되었다. 다른 한 사람 은 가벼운 경갑옷을 걸친 여자였다. 허리에 검을 차고있지는 않은 것이 전사는 아닌 듯 했다. 갑옷에는 역시 검은 용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것이 제스타 공국의 왕궁직속 인물인 듯 했다. 붉은 머리에 상 당히 단정한 얼굴이지만 눈이 조금 작은 것이 흠이라는 생각이 들었 다. 그 여자는 카뮤들을 훑어보다가 뒤에 서있는 디네즈의 얼굴을 보고 는 상당히 놀란표정을 지었다. 카뮤로선 그녀의 얼굴에 스쳐지나가 는 수많은 표정을 읽기란 상당히 힘들었다. 카뮤는 뒤로 물러나 로 리타에게 질문을 던졌다. "로리타. 네가 생각하는 저 여성의 마음은?" "……당혹, 그리고 부러움." "그럴줄 알았어." 카뮤와 로리타의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디트리히와 토오즈의 대화도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토오즈는 간곡한 어조로 디트리히에게 부탁 을 하는 듯 했다. "제스타 공국은 휴프노스와는 혈맹의 관계입니다. 비록 수룡왕과 관계는 없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제가 아닙니다. 휴프노스의 기사는 수룡왕 과 국왕전하를 수호합니다. 제가 할수있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좀 들어주십시오. 윌리엄 전하께 허가를 맡으려 해도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지않습니까." "……무슨 의미입니까?" 디트리히의 눈썹이 일순 치켜올라가며 그의 손이 허리의 바스타드를 붙잡았다. 그러나 토오즈는 계속해서 말을 건넸다. "무례를 범하려는 생각은 아닙니다만 윌리엄 전하와 수룡왕과의 관계는……저, 그것이 조금……불편하시지 않습니까. 윌리엄 전하 께서는 수룡왕님의 이야기만 들어도 역정을 내시는 분이라 저희 들로선……" "알겠습니다, 토오즈경." 디트리히는 간단하게 끊어 대답했다. "확실히……공식적인 입장으론 휴프노스와 수룡왕의 관계는 단절 되었습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저는 당신들을 용의 방벽 안으 로 안내할순 없습니다. 저는 지금 레이디를 수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제가 수호하는 레이디의 의견을 우선시 하겠습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토오즈경." "……으음." 토오즈는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토오즈는 고개를 뒤로돌려 그의 등 뒤에 서있는 동료들의 동의를 구했다. 기사와 로브를 입은자는 고개 를 끄덕였고 여자는 묵묵부답 말을 하지 않았다. 토오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별수 없군요. 디트리히경의 말씀은 확실히 반박할수 없습니다. 실 례가 안된다면 디트리히경의 레이디를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럴필요 없어요, 토오즈경." 냉랭하지만 차갑지는 않은 디네즈의 목소리가 토오즈의 말을 끊어냈 다. 토오즈는 말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다가 이내 오오 하는 탄성을 질렀다. 디네즈의 단정한 얼굴을 본 것이다. 토오즈는 한동안 말을 못하다가 허리를 굽혀 가볍게 예를 취하고는 입을 열었다. "제스타 하이랜드 공국의 왕궁 기사단 소속의 토오즈 홀랜드입니 다. 레이디께선……" "여기엔 무슨일로 오셨나요." "……수룡왕께 질문이 있어 왔습니다, 레이디." 토오즈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러나 디네즈는 토오즈를 보지 않았 다. 디네즈의 시선은 디트리히에게 향해 있었다. "믿어도 좋을 인물인가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수룡왕께 폐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레이디." "……뜻대로 하세요, 디트리히경." 차갑다 싶을정도로 재빠르게 대답하고 디네즈는 앉아있던 장소로 되돌아가 다시 앉았다. 토오즈는 사례를 하려고 했지만 이미 디네즈 가 떠나버린 후라 엉거주춤 허리만 굽혔다가 다시 펴버렸다. 토오즈 는 일행을 이끌고 약간 떨어진 곳에 가 앉았다. 아마도 디트리히가 기다리라는 충고를 했음이 틀림없었다. 카뮤는 디네즈에게 다가갔다. 디네즈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었 다. "마스터. 몸이 좋지않으세요? 조금 불안해 보이는데……" "조금 그렇구나.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디네즈는 오른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른손이 조금 파란빛을 띄고 있었다. 데몬즈 스피릿 스워드가 발동하고 있는 듯 했다. "……스워드가?" "스워드가 반응하고 있어. 저들중 누구인지는 모르지만……기분이 좋지않아." "저녀석들이 나쁜 놈들이란 건가요?" "모르지. 단순한 검끼리의 공명일수도 있고, 아니면 강한 적이 있 는건지도……" 디네즈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디트리히가 다가왔다. 디트리히는 망토를 벗어 디네즈의 어깨에 걸 쳤다. 커다란 망토는 마치 구름처럼 내려와 디네즈의 몸 전부를 덮 었다. 뜻밖의 일에 디네즈는 디트리히를 바라보았다. 디트리히는 정 중한 어조로 설명했다. "밤바람이 차갑습니다, 레이디." "……이러실 것 까지는……" "아닙니다, 레이디. 제가 해야할 일인걸요." 카뮤는 마을로 돌아가서는 필히 망토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래야 나도 점수를 딸게 아닌가! 카뮤의 얼굴이 돌을 씹은듯한 얼굴 로 바뀌고 로리타는 그런 카뮤를 보고 킥킥 웃어댔다. 디네즈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옆에 넓은 자리 하나를 만들었다. "디트리히경. 이리로 앉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레이디." "제가 좋지않아요. 어차피 더 이상 경계해야할 사람은 없는 것 같 아요." 디네즈는 눈동자를 들어 그윽한 표정으로 디트리히를 바라보았다. 디트리히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레이디의 뜻이 그러시다면." "레이디라고 하지 마세요. 저는 귀족도 왕족도 아닙니다." "……제게는 레이디 이신걸요." "……" 바람둥이 같으니라구! 카뮤의 눈에서 불똥이 튄다. 마스터의 얼굴이 약간 홍조를 띄고 있는 것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사란 작자 들은 모두 여자를 후리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다. 닭살이 돋을 정도의 대화……그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디네즈는 손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고는 부드러운 어조 로 디트리히에게 말했다. "……디네즈라고 불러줘요." "……네?" "그게 제게도 편해요. 카뮤가 마스터라 부르는것처럼, 디트리히경 께서도 디네즈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디트리히는 빙긋 웃었다. "대신 저도 '경'자를 빼주십시오. 그냥 디트리히라고 불러주시면 됩 니다." "……네. 디트리히." 디트리히와 디네즈가 나란히 앉아있다. 비록 같은 망토를 둘러쓴 모습은 아니지만 묘한 분위기다. 지금에서야 알게된 일이지만 마스 터는 저런 분위기에 약한 모양이다. 약간의 친절, 그리고 높여주고 지켜주려는 남자의 정중함. 아직 디트리히의 검술을 보진 못했지만 제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마스터의 검술보다는 처질텐데. 로리타가 슬금슬금 카뮤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간신히 들릴 목소리 로 중얼거리는게 들린다. "카뮤 대 디트리히. 현재 점수 0 : 1." "너……" 카뮤의 곱지않은 시선을 로리타는 깔깔거리며 웃어 무마시킨다. 전 설의 밤……카뮤는 이런 밤이 점점 싫어졌다. 밤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해안절벽 건너의 바다에서 붉은 태양이 솟 아올랐다. 카뮤일행과 토오즈 일행은 묵묵히 일어나 용의 방벽으로 향했다. 전설로 전해지는 용의 방벽은 그동안 수선하는 사람이 없어 서인지 많이 허물어져 있었다. 어떻게 보면 성벽처럼도 보였다. 카뮤 는 눈을 들어 용의 방벽을 보았다. 사람키 다섯배는 됨직한 거대한 돌벽이다. 앞쪽으로 사람 너덧은 충분히 지나갈수 있을정도로 큰 입구 양쪽에 돌로 된 석상들이 늘어 서 있다. 전체적으로 회색빛이고 파란색의 해조류와 바다이끼가 잔 뜩 끼어있다. 그러나 사람이 드나드는 계단만은 이상할정도로 깨끗 하다. 가고일이나 고블린 하나가 성문을 지키고 있음직한 분위기지 만 아무도 없는 것이 오히려 괴괴한 느낌을 준다. 입구를 통과한 용의 방벽 안쪽은 천연의 자연동굴이었다. 그러나 그 크기가 보통이 아니다. 수룡왕이 기거하고 있는 동굴이라 그런지 석순이라든가 기둥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론 바다를 향한 출구쪽은 가베라의 출입을 위해 더욱 크게 만들어 두었겠지만 인간 이 드나드는 이곳도 마치 물에 잘 단련된 바위처럼 반들반들하다. 선두에는 토오즈 일행이 가고 있다. 디트리히의 배려가 아닌 마스터 의 의향 때문이었다. 마스터는 가베라와 단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이런 동굴에서 말이 반향되는 것은 당연하니, 토오즈의 일이 끝난후 말을 하겠다고 했었다. 디트리히도 별다른 반대는 하지 않았 다. 일행은 꼬불꼬불한 길을 걷고 돌아, 갑자기 넓어지는 대광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카뮤는 수룡왕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린드래곤……거대하다는 느낌 외에는 별로 와닿는 표현이 없었 다. 둥글게 몸을 모으고 있는데다 온통 짙푸른색의 비늘로 덮여있고 접혀진 날개가 천장에 닿을 듯이 뻗쳐있다. 하나의 굵기가 카뮤의 네다섯배는 될만한 거대한 다리가 보이고 그 주변을 길쭉한 꼬리가 감싸고 있다. 꼬리는 점점 가늘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꼬리 사이로 푹 파묻은 그린드래곤 의 머리가 보인다. 눈과 입은 보이지 않고 뾰죽이 튀어나온 네 개의 뿔과 수룡의 특징인 피막으로 덮인 귓바퀴가 보인다. 디트리히는 신호를 보내 토오즈 일행을 멈추게 하고 수룡왕에게 다 가갔다. 한참을 걸어가는 느낌이었지만 별로 가까워져 보이진 않는 다. 일행과 수룡왕과의 거리가 거의 같게 느껴질 때 즈음해 디트리 히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정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수룡왕이시여!" 쿠구구구 하는 소리가 들린다. 가베라의 꼬리가 조금씩 흔들리며 거 대한 머리가 조금 위로 젖혀졌다. 힘에겨운 듯 머리가 서서히 움직 이다가 이내 꼬리의 밖으로 잠깐 나왔다가 그 강인한 턱이 꼬리의 위에 올려진다. 가베라의 머리는 생각외로 엄청나게 컸다. 디트리히 의 네배는 될정도로 거대한 크기다. 가베라는 아직 잠이 덜깬 듯 방 패만한 눈을 꿈뻑이더니 눈을 살짝 찌푸려 디트리히를 바라본다. 그 리고는 웅웅 울리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인간인가." "……휴프노스의 은공께 인사드립니다. 수룡왕님." "……오랜만에 들어보는 인사로군, 인간이여." 가베라는 턱을 꼬리에 올려놓은 자세 그대로 빙긋 웃었다. 아니, 웃 는것처럼 보였다. 거대한 입의 양쪽이 조금 치켜올라가는게 인간으 로 치자면 웃는 모습일 것이다. 가베라는 디트리히를 유심히 바라보 다가 말을 이었다. "그대는 내가 잘 아는 누군가를 닮았군 그래." "소인, 디트리히 폰 칼라일입니다." "칼라일? 오오 그렇군. 그 고집쟁이 라후즈의 자손인가. 허허허." 수룡왕은 목을 쭉 내밀어 디트리히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이렇게 보 니 수룡왕의 목이 상당히 긴 것을 알수있었다. 멀리 떨어진 카뮤의 눈으로도 정말 거대하는 느낌 외에는 들지 않았다. 그러나 디트리히 는 무릎을 꿇은 그대로 고개만 숙일 뿐이었다. "……저희 가문이 수룡왕께 얻은 은혜는 잊지않고 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오히려 내가 미안하지. 어찌되었든, 결과는 좋지 않았으니까." 가베라는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그때의 라후즈보다도 더 고집스런 눈을 하고 있군. 충심은 좋지만 어느정도의 유연성을 가져야 할 것이네. 물론 지금 자네들 의 머리에 올라있는 윌리엄이라는 자는 좋은 왕이 못될테지만."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이유는 없지. 상당히 무례한 자니까." 가베라는 둥글게 말았던 몸을 서서히 폈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속도로 거대한 가베라의 발과 몸통이 대광장의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베라는 디트리히를 중심으로 몸을 쭉 폈다. 대번에 카뮤 가 있는곳으로 가베라의 꼬리가 다가왔다. 굵은 나무처럼 둥글고 그 위에 세로로 커다란 비늘이 줄줄이 박혀있는 것이 보였다. 가베라의 꼬리는 카뮤의 바로 앞에서 편안하게 바닥에 뉘여졌다. 가베라는 마치 디트리히와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몸을 굴린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위해 용의 방벽까지 오지는 않았을 테고……칼라일의 후손이여. 자네는 나의 증표를 받으러 왔는가?" 분명 사브란이구드의 봉인의 열쇠인 자신의 머리를 의미하는 언사였 다. 그러나 디트리히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무례, 저지를수 없을뿐더러 그럴수도 없습니다. 제 생명을 바쳐서라도 가베라님을 수호하는 것이 칼라일 가문의 정신입니 다." "그럴테지. 그러면 용건을 말하게나. 나는 조금 피곤하다네." 가베라는 잠에겨운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디트리히는 허리를 펴 고 똑바로 섰다. 그리고 손을 들어 카뮤와 토오즈 일행을 가리켰다. "저분들은 예를다해 가베라님의 지혜를 구하려 왔습니다. 저는 다 만 안내를 했을 뿐입니다." "그런가……" 가베라는 목을 돌렸다. 거대한 목이 앞으로 쑤욱 다가오자 카뮤는 저도모르게 한두걸음 뒤로 물러섰다. 토오즈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로브를 입은 자만은 그대로 서서 가베라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가베라는 로브를 입은 자를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 라보았다. "자네는 누군가?" "……" 로브를 입은자는 가베라의 앞에서 서서히 로브의 두건을 벗었다. 검 고 윤기나는 머리털이 먼저 보이고 강인하게 생긴 남자의 얼굴이 드 러났다. 한쪽눈은 상처를 입었는지 길게 흉터가 나있고 단정한 분위 기를 풍기고 있다. '어디서 본것같은 얼굴인데……' 카뮤는 저 남자를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굴까? 분명히 여 행중에 만난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뮤는 상당히 낯이 익 은 얼굴로 느껴졌다. 남자는 가베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수룡왕, 가베라. 물어볼 일이 있어 왔다." "……무례한!" 디트리히의 노한 음성이 퍼졌다. 채챙 하고 바스타드를 뽑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가베라는 가볍게 눈짓을 해서 디트리히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디트리히는 돌격하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져있었다. 명 령에 죽고사는 기사다운 모습이었다. 남자는 천천히 말을 꺼냈다. "당신은 휴프노스 왕가의 맹약자인가, 아니면 자유의지로 군주를 선택하는가." "……이상한 것을 물어보는군." 가베라는 의아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자네에게선 특이한 냄새가 나는군. 자네 정체를 물어봐도 되겠 나?" "내가 먼저 물었다, 가베라여." "……재미있군." 가베라는 목을 위로 세워올렸다. 친근하게 느껴졌던 가베라의 모습 이 일순간에 변해버렸다. 길게 누웠던 몸을 일으켜 온몸을 굳혀 당 돌하게 서있는 남자의 머리 위에서 무거운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화가 난 것일까? 카뮤는 심장이 터지듯 두근거렸지만 의외로 로리타 나 디네즈의 모습에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로리타의 평온한 얼굴을 보아, 분명 가베라가 화가 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과연 가베라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분명 자네의 냄새는 인간이 아니로군. 무례한 자." "……인간과 마물을 구별하는가?" "그건 아니다. 내게는 모든 생물이 똑같이 보이니까." 가베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마물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틀림없지. 디트리히의 안 내가 아니었으면 너는 이미 내 브레스에 맞아 통구이가 되었을 거다." "……그렇군. 당신은 마물을 싫어하지. 내가 잠시 그 사실을 잊었 군." 남자는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다음순간 남자의 얼굴 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이 카뮤의 눈에 보였다. 로브가 급격히 팽창 하면서 갈갈이 찢겨나가고 검고 윤기나는 털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손끝에는 날카로운 발톱이 드러나고 입이 앞으로 튀어나오며 날카로 운 이빨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의 털이 급격히 자라 마치 털이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듯 하늘거렸다. 그리고 붉은 눈동자……피에 굶주린 늑대의 눈동자가 카뮤의 눈을 어지럽혔다. 라이컨슬로프…… 검은 털의 늑대 라이컨슬로프였다. "……역시……" 디네즈의 낮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디네즈는 필사적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오른손을 제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도 심상치는 않았다. 증오! 디네즈의 얼굴은 그 자체였다. 라이컨슬로프는 변신을 다 끝내고는 자랑하듯이 두 팔을 가베라에 게 보였다. 가베라의 눈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이 보였다. "……기분 나쁜가, 가베라." "……누군가 했더니……" 가베라는 낮은 으르릉 거리는 소리를 냈다. 토오즈는 갑작스런 남자 의 변화와 가베라의 분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검 자루에 손을 올려두고는 있었으나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모르는 듯 허둥대고 있었다. "꺼져라. 바타쿠!" 가베라의 일갈이 이어졌다. 동굴이 웅웅 울리는 듯 했다. 가베라는 정말로 화를내고 있었다. "20년전의 일을 확인하러 왔단 말이로군. 용렬하긴." "내겐 중요한 일이야, 가베라." 그러나 라이컨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마치 흐르는 유성처럼 그의 등을 향해 검은 신광이 폭사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라이컨슬로프 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부드럽게 신형을 왼쪽으로 틀었다. 그러나 검은 빛도 라이컨을 따라 움직였다. 다음순간, 카강 하는 굉음이 들 리며 카뮤는 검은 신광의 정체를 볼수 있었다. 디네즈였다. "마스터!" 카뮤가 소리쳤다. 디네즈는 증오에 가득한 얼굴로 오른손에서 뽑아 낸 데몬즈 스피릿 스워드를 라이컨의 손톱에 대고 있었다. 가각 하 는 소리와 함께 라이컨의 손톱이 조금씩 깎여갔다. 라이컨슬로프는 안색이 조금 변하더니 몸을 뒤로 빼었다. 스피릿 스워드가 미친 듯 이 춤을 추었지만 디네즈는 그대로 자리에 서 있었다. 라이컨은 얼굴을 긴장으로 굳히며 손톱을 앞으로 내밀었다. "너는 누구냐! 아주 강하군." "……오랜만의 칭찬, 그거 아주 감사하군." 디네즈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굳이 가베라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어. 다크메이스, 그자식은 난폭하긴 하지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간단 말이야." "……너, 누구야!" 라이컨은 당혹에 가득한 얼굴이었다. 디네즈는 오른손을 천천히 들 어올렸다. 스피릿 스워드가 살아움직이며 허공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처음에 는 검의 형태였으나 점차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었다. 처음에는 짙푸른 청색이었지만 점차 검은색으로 바뀌며 모습이 변해가고 있었 다. 그 모양은 마치 호랑이의 모습처럼 보였다. 호랑이의 머리……한 쪽눈이 발톱에 의해 무참히 일그러진 사벨타이거였다. 스피릿 스워 드는 샛노란 안광을 라이컨슬로프에게 폭사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 다. "바……타……쿠……" "……라무네즈……" 신음처럼 들리는 대답이었다. 라이컨슬로프는 공포에 가득한 눈으로 스피릿 스워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그 시선을 천천히 디네즈에 게 옮겼다. 디네즈의 안광도 스피릿 스워드의 그것 못지않았다. 라이 컨슬로프는 잠시 그렇게 디네즈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리 없지. 그애는 이미 죽었을테니까." "……그건 당신 생각이다. 바타쿠." 디네즈는 차갑게 응수했다. 바타쿠라 불린 라이컨슬로프는 흠칫 하 며 디네즈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의 털이 꼿꼿이 솟아오르는게 보였 다. "……설마?" "……10년만이군요. 아버지." 디네즈는 긴 웃음소리로 웃어댔다. 처절하고 원한에 가득한……슬픈 웃음소리였다. * * * 하아하아....이제 거의 접근했군요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75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0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6 19:12 읽음:984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0 (2장 끝) by 유 민 수 20. 디네즈의 웃음소리는 대광장에 있던 모든사람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고통에 사무치는 웃음을 낼수 있는지 몰랐다. 카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에스토크를 뽑아들고 있었다. 로리타는 가슴을 부여잡고 기절을 해버렸고 토오즈와 디트리히도 검 을 뽑은 상태였다. 그러나 모두들 디네즈와 바타쿠의 사이에 말려들 고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조금전에 보여준 둘의 실력은 아마도 이곳에 있는 자들 중 최고일 것이다. 누구와 맞붙는다 하더라도 일합 내지는 이합에 목에 구멍이 뚫리고 말 것이다. 지금으로선 자신의 검으로 몸을 방어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 가베라는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마음을 빼 앗긴 듯 꼬리를 접어 등 뒤에 두고 있었다. 디네즈는 웃음을 멈추고 왼손을 내뻗었다. 그곳에서도 역시 푸른빛 의 스워드가 천천히 뿜어져나왔다. 그러나 오른손의 스피릿 스워드 처럼 꿈틀거리거나 발악하지 않았다. 순수한 투기로 된 검기일 뿐이 었다. 바타쿠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졌다. "강투기(强鬪氣)……많이 늘었구나, 디켈." "……그런 이름은 이미 버렸다, 바타쿠." 낮게 으르릉 거리는 소리가 디네즈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마치 늑대 의 울부짖음처럼 들렸다. "10년전……샤갈의 이빨에서 버림받은후, 나는 죽지못하는 삶을 살았다.……10년이었다." "……다크메이스는 별로 질리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바타쿠는 손톱을 한군데 모아 칼처럼 세웠다. 그의 손톱이 마치 칼 날처럼 쭉 튀어나왔다. 그러나 디네즈의 강투기처럼 길게 뻗지는 않 았다. 그러나 손톱은 마치 검날처럼 창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 마도 라이컨슬로프 특유의 기술인 것 같았다. "질릴수도 없었겠지. 나는 그녀석을 죽이기 위해 싸웠으니까." "……" 바타쿠는 손톱검을 앞으로 내밀어 자세를 취했다. "……그렇다는 말은……다크메이스가 죽었다는 말이냐?" "그럴 실력은 못되지만……너처럼 맹약을 맺을수 있었다. 하나의 희생으로." "……그랬군." 대답과 동시였다. 바타쿠의 모습이 검은색 그림자가 되어 디네즈에 게 쏘아져갔다. 디네즈의 모습 역시 유성처럼 한덩어리가 되어 바타 쿠에게 달려갔다. 카캉 하는 굉음이 들리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 도의 스피드로 둘이 맞붙었다. 카뮤로서는 그들이 어떤식으로 공격 하고 방어하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중 바타쿠가 몸을 뒤 로 빼며 손톱검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눈에 많이 익은 자세였다. '전륜(轉輪)……' 디네즈는 스텝으로 바타쿠의 공격을 피하며 화살처럼 바타쿠의 가슴 으로 쏘아져들어갔다. 오른손의 스피릿 스워드는 자체적으로 바타쿠 의 오른손을 봉쇄하고 있었고 왼손의 투기검이 바타쿠의 가슴을 그 어버렸다. 피익 하는 바람빠지는 소리가 나고 바타쿠는 잠시 휘청거렸다. 디 네즈는 계속해서 연속공격을 펼쳤지만 바타쿠의 엄청난 신법아래 모 두 무산되고 있었다. 바타쿠는 한손으로 가슴의 상처를 누르고 있었 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을 앞으로 뿌려 피를 디네즈에게 뿌렸다. 예 상치못한 바타쿠의 공격에 디네즈는 잠시 머뭇거렸다. "위험해요!" 카뮤가 외쳤다. 바타쿠는 바닥에 손을 짚으며 외쳤다. "이스카리아!" 바닥이 우르릉거리며 울리고 동굴 바닥에서 뾰죽한 돌기둥이 뿜어져 나왔다. 디네즈는 스피릿 스워드와 투기검으로 모두 잘라버리며 중 심을 잡았고, 바타쿠의 신형은 약간 뒤로 멀어져 있었다. 바타쿠는 큭큭거리며 웃고있었다. "아주 강해졌구나, 디켈." "……디네즈라니까." "아주 어여쁜 여자 호모로즈가 되었어. 다크메이스의 작품인가?" "……." "상관없겠지. 아무튼 지금은 물러서는게 좋겠군." 바타쿠는 가슴을 짚은 손을 떼었다. 놀랍게도 가슴에 나있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카뮤는 저런 모습을 렉 싱턴 영지에서 본적이 있었다. "……회복능력. 라이컨슬로프의 능력이로군." 바타쿠는 바닥의 찢어진 로브에서 작은 스크롤을 하나 꺼냈다. 둘둘 말린 종이묶음처럼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금색의 은은한 빛을 띄고있 어 마법이 담겼다는 것은 쉽게 알수있었다. 바타쿠는 그것을 한손에 들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좋아. 다음을 기대해 달라구. 토오즈 경은 알아서 돌아오시도 록." 바타쿠는 손톱으로 스크롤을 찢었다. 눈이 멀듯한 광채가 나며 바타 쿠의 모습은 사라졌다. 디트리히의 낮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순간이동.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이로군." 카뮤는 에스토크를 치우고 디네즈에게 달려갔다. 디네즈는 이미 검 을 거두고 바타쿠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카뮤가 다가왔 어도 디네즈는 움직이지 않았다. 카뮤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터?" "……역시 강하구나." "……네?" 디네즈는 왼손을 들어보였다. 왼 손바닥은 모두 피범벅이었다. 카뮤 는 크게 놀랐다. "마스터! 피가……" "이제는……죽는건가……" 디네즈의 몸이 천천히 기울었다. 카뮤는 디네즈의 몸을 받쳐들었다. 디네즈의 등에 작은 돌기둥이 박혀있었다. 방금전의 주문으로 다친 게 분명했다. 카뮤는 디네즈를 안은채 어찌할바를 볼랐다. 그저 당황 한 나머지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디네즈! 정신차려요! 디네즈!" 디트리히와 정신을 차린 로리타가 오는 것이 보였다. 카뮤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정신좀 차려요, 마스터! 이런 제길……죽여버리겠어! 바타쿠!" 디네즈는 오랫동안 혼수상태였다. 토오즈들은 혼란한 틈을 타 도망 쳐버렸고 마법을 쓸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룡왕 가베라 역시 회복마법은 사용할줄 몰랐던 것이다. 디트리히가 멀리 떨어진 수도까지 달려가 프리스트 한사람을 데려와서야 디네즈의 상태는 조 금 진정되었다. 카뮤는 에스토크로 계속 바닥을 찍어댔다. 마치 눈앞에 바타쿠가 있는것처럼 분노의 시선을 담은채였다. 디트리히 역시 디네즈의 옆 에 무릎을 꿇은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은 계속 무겁게 가 라앉은 상태였다. 수룡왕 가베라는 자신이 할수있는한 최고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디네즈의 몸에 강력한 마법력을 불어넣기도 했고 생명력을 강화시키 기도 했다. 그러나 디네즈의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가베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심하군." "……그렇게나 강합니까, 바타쿠라는 자……" 디트리히가 낮게 되물었다. 그러나 가베라의 고개는 가로로 흔들렸 다. "바타쿠에게 얻은 상처는 얼마 안돼. 그보다는 여기로 오기전에 아 주 심한 고난을 겪은 듯 해. 생명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이런 몸으로 어떻게 돌아다닐수 있었는지가 의문이구만." "……그렇군요." 디트리히의 얼굴이 더욱 무겁게 가라앉았다. 가베라는 시선을 디트 리히에게로 돌렸다. "왜 그러지?" "저도 조상님들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 가베라의 눈이 더욱 커졌다. "설마 자네……이 레이디에게 선서를 했나?" "네." "……큰일이군." 가베라는 당황스러워 했다. "어떻게 된게 칼라일 가문은 꼭 모시기 힘든 주군만을 섬기는구만. 자네까지 변을 당한다면 칼라일 가문은 풍지박산 나겠어."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 디트리히의 대답은 간단했다. 디트리히는 바스타드 소드를 풀어놓고 디네즈의 옆에 바로앉았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디네즈의 갈색 머리 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한참을 그렇게 쓰다듬던 디트리히는 무거운 어조로 가베라에게 말을 건넸다. "바타쿠라는 남자……이야기를 해 주시겠습니까." "……정말로 알고싶나? 알면 후회할텐데." "후회않습니다." "……알겠네." 가베라는 눈을 들어 디네즈를 차분히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디 네즈를 바라보던 가베라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아가씨는 루미너를 많이 닮았어." "루미너?" 카뮤는 언뜻 기억이 되살아났다. 루미너 폰 루돌슈타인. 분명히 클레 멘스가 말했던 이름이었다. 카뮤는 가베라를 올려다보았다. "약 30년 전이었다. 한명의 인간 여자와 하나의 늑대 라이컨슬로 프가 나를 찾아왔었지. 인간 여자는 루미너라 했고 라이컨슬로프 는……자네가 알다시피 바타쿠였다네." "……인간과 라이컨이 말입니까?" 카뮤는 귀를 의심했다. 라이컨과 인간이 같이 걷는다……라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특히 라이컨슬로프 는 인간을 무척 싫어하는 종족이었다. "난 바타쿠에게서 낯익은 냄새를 맡을수 있었네. 인간에게는 오래 된 기억이겠지만……분명 그 냄새는 휴프노스 왕가의 인간에게서 나는 냄새였지." "……뭐라구요?" 디트리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마치 유령을 보는듯한 얼 굴로 가베라를 보고 있었다. 가베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타쿠는 자신의 이름이 루돌프라고 말했다. 루돌프 폰 휴프노 스……휴프노스 왕가의 6대손이라고 말했지. 그는 자신이 정말로 휴프노스 왕가 인물인지 알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날 찾아왔었 네." "……" "루미너라는 아가씨는 바타쿠를 사랑하고 있는 듯 했네. 루미너는 내게 물었지. '당신은 사슬의 맹약을 맺을수 있습니까?' 물론 난 아니라고 말했네. 이미 맺은적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사슬의 맹약이 무엇입니까?" 디트리히가 물었다. "그건 드래곤과 다른 종족간의 영혼의 계약이지. 하나의 제물에 하 나의 조건……양쪽이 동의하면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든간에 들 어줘야 하지. 그러나 양쪽이 모두 동의하는 계약은 쉽지 않은데다 드래곤은 한번에 단 한 인물에게만 계약을 할수있다네. 나는 이미 카알 휴프노스와 계약을 했었지." "그렇다면 가베라님께서 휴프노스의 역사에 많은 관여를 하신 건……" 가베라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카알과의 맹약……사슬의 맹약때문이었지. 휴프노스가 존재하는 한 휴프노스를 돕는다 라는게 카알과 나와의 맹세였네. 하지만 이 미 휴프노스 왕가는 사라졌고……따라서 맹약의 효과도 사라졌다 고 생각했는데 뜻밖의 인물이 나온거지." "……바타쿠가 가베라님께 드렸던 그 질문도……." "그런 의미겠지. 하지만 나로선 그를 인정할순 없어. 내가 계약을 맺은건 인간 휴프노스지 라이컨슬로프 휴프노스가 아니니까." "……탁월하신 선택입니다." 카뮤는 한층 더 늙어보이는 디트리히와 가베라를 보았다. 가베라는 마치 무거운 짐을 하나더 짊어진 것처럼 보였다. 늙은 드래곤과 하 나의 인간이 저렇게 무게가 있어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카뮤는 디 네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베라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루미너는 내 대답을 듣고는 물었지. '수룡왕이시여. 오대룡중 맹약을 맺지않은 드래곤은 누구입니까.' 나는 대답했지. '화룡왕 다크메이스 헬파이어와 마룡왕(魔龍王) 오카리나 콘도테 히로데모스다.' 루미너는 물었네. '그들이 어디에있는지 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오카리나는 거처가 일정치 않다네. 다크메이스는 마경의 서쪽, 샤갈의 이빨이라는 곳에 있지.' 루미너는 알겠다고 말하고는 바타쿠와 함께 자리를 떴지. 그이후 나는 루미너를 보지 못했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다크메이스를 찾아가 맹약을 맺었다고 했어. 그 내용은 나도 모르지만." "……그렇게 된 거로군요." "약 20년 전쯤에 바타쿠, 아니 루돌프 폰 휴프노스라고 해야겠군. 루돌프가 찾아왔지. 그때도 여전히 라이컨슬로프의 모습이었지만 자유자재로 힘을 끌어낼 정도의 전사가 되어있더구만. 그는 내게 말했네. '당신은 휴프노스 왕가의 맹약자인가, 아니면 자유의지로 군주를 선택하는가.' 나는 대답했지. 조금전 자네에게 말했던 이유로 루돌프를 도와줄 수 없다고 말이야." 디트리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뮤도 어떻게 된 일인지 어느정도 감 을 잡을수 있었다. 결국 바타쿠, 아니 루돌프 폰 휴프노스라고 불리 는 왕가의 후손이 수룡왕을 찾아와 수룡왕을 수중에 넣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만일 그가 수룡왕의 도움을 받게된다면 어떻게 될까…… 카뮤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분명히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수룡왕이 사슬의 맹약을 맺은 것 은 휴프노스 왕가가 아니다. 인간 휴프노스 가문이다. 만일 수룡왕이 떨치고 일어나 루돌프의 명령아래 인간의 머리위에 브레스를 뿜어댄 다면?……정말 생각하기도 싫었다. 디트리히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아무말이 없이 얼굴색만 붉어졌다 가 파래졌다가 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디트리히의 눈에서 갑자기 광채가 일었다. 디트리히는 가베라에게 말을 건넸다. "혹시……인간 휴프노스라면 수룡왕께서는 어떤 도움이라도 주실 생각이 있으신겁니까?" "……어쩔 도리가 없지. 사슬의 맹약이니." 가베라는 무슨 뜻이냐는 눈으로 디트리히를 바라보았다. 디트리히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베라에게 말했다. "방금전 들으셨습니까, 레이디가 바타쿠에게 하던 말을." "응? 그거야……" 드래곤은 말을 하다말고 딱 멈춰버렸다. 카뮤는 드래곤의 놀란 얼 굴표정을 볼수 있었다. 아마도 유사이래 저런 드래곤의 표정을 본 것은 이 대광장 안에있는 자신들이 처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 다. 가베라는 갑자기 바닥에 누워있는 디네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코를 갖다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카뮤는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 멍하니 있기만 했다. 잠시동안 디네즈의 몸 구석구석을 냄새맡던 가베라는 고개를 들고 멍하니 밖을 내다보았다. 멀리 보이 는 출구 쪽으로 서쪽으로 지는 태양의 모습이 보였다. 가베라는 입 을 다물고 있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끈질기게 따라붙는 맹약이로고……" 카뮤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지못해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디트리 히와 무거운 얼굴을 한 가베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가베라는 무거 운 표정의 끝에 작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카알 휴프노스……자네는 내 발목을 끈질기게도 붙잡는군. 하 기는 이번엔 내가 도움을 받을차례야……" "……부탁드립니다, 가베라님." "……알고있네. 그대신 나도 부탁을 하나 하지." "무엇이든지." 디트리히는 가베라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베라는 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디트리히 폰 칼라일. 나는 새로이 디네즈 폰 휴프노스를 맹약자로 맞아들인다. 그 증거로서 자네를 제물로서 내 곁에 두려고 한다. 인정하는가." "……네?" 디트리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가베라의 얼굴은 진지했다. "300년전, 나는 카알 휴프노스와 계약을 맺을 때 그의 동생을 제 물로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에게 드래곤나이트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드래곤나이트의 생명은 드래곤의 것이며 어떤 종족에게도 관여를 받을수 없다. 계약을 갱신할 때, 나는 새로운 제물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대 칼 라일 가문은 3대 국왕 미카엘의 제물이었으므로 제물로서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러니 지금, 디네즈 폰 휴프노스를 새로운 맹약자 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도 역시 제물을 받아야 한다." "……" "본래는 디네즈 폰 휴프노스와 계약을 맺어야 하나, 현재 그녀는 혼수상태. 따라서 스스로 제물이 될 인간이 필요하다. 디트리히 폰 칼라일. 맹약을 받아들이는가!" 카뮤는 귀를 의심했다. 제물? 계약의 조건? 뜻밖의 전개였다. 그렇 다는 말은 드래곤 나이트라는 것은 단순한 인간 산제물에 불과했다 는 것이었던 말인가? 드래곤의 마음에 따라서 죽을수도, 살수도 있 는 인간 장난감? 제물? 그것이 드래곤나이트라고? 디트리히의 얼굴은 계속 변하고 있었다. 수많은 생각과 고통……그 리고 놀라움이 계속 교차되고 있었다. 잠시간 디트리히는 대답을 하 지 못했다. 디트리히는 가베라의 얼굴과 디네즈의 얼굴 그리고 자신의 발끝을 계속 번갈아 바라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디트리히는 서 서히 고개를 들었다. "가베라님……" "……" "가베라님은 정말로 칼라일 가문을 사랑하셨군요." "……그렇다." 가베라의 목소리는 낮고 침중했다. 마치 오랜 죄를 고백하는 죄인같 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자네가 알고 있는것과는 달리 휴프노스란 인간은 별로 좋은 임금이 아니었다. 그는 나를 묶어두기 위해 가장 친한 친구를 제 물로 삼았다. 절대로 도망치거나 자살하지 않는 제물을 말이야 .……" "……그렇군요." 디트리히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빙긋 미소를 지으며 가베 라에게 대답했다. "제가 승낙을 하면 레이디는 살아날 수 있습니까?" "……맹약을 맺은 인간은 죽을수 없다. 드래곤이 인정하지 않는 한." 가베라도 디트리히에게 미소를 보냈다. 디트리히는 바스타드를 집어 올렸다. 그리고 그것을 거꾸로 잡고 기사의 예를 가베라에게 올렸다. "인정합니다." 가베라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대광장의 천장에 닿을만큼 머리를 길 게 들어올리고 거대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대광장이 웅웅거리며 작 은 돌가루를 흩날리고 카뮤는 귀를 막았지만 몸 전체가 부르르 떨리 는 것은 막을수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울어젖히던 가베라는 큰 목 소리로 외쳤다. "……맹약은 성립되었다!" 가베라는 고개를 숙여 가볍게 캐스팅을 하는 듯 했다. 가베라의 미 간에서 작고 빛나는 공이 떨어져나와 곧바로 디네즈의 가슴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갔다. 공이 디네즈의 몸속에 들어갈 때 디네즈의 몸은 미미한 경련을 일으켰다. 그리고 공이 완전히 들어가자 디네즈의 입 에서 작은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디네즈!" 디트리히가 달려가 디네즈를 안아올렸다. 디네즈의 숨소리가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긴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며 눈이 띄여졌 다. 디네즈는 젖은 눈을 들어 디트리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보." "……?" "……들었어요. 방금전의 일……당신은 바보에요." "그것이 기사입니다, 나의 레이디." 디트리히는 입가에 미소를 띄워올렸다. 디네즈는 고개를 디트리히의 가슴에 파묻었다. 둘은 그렇게 서로를 안은채로 그렇게 석상처럼 가 만히 있었다. 카뮤는 로리타에게 다가갔다. 로리타는 디네즈의 옆에 앉은채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카뮤는 말을 건넸다. "……네 작품이지?" "……응." "제기랄." 카뮤는 로리타의 얼굴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로리타는 잘못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수그렸다. "……미안해. 난 그저……" "됐어. 이젠." "……?" 카뮤는 디트리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떤 생각이었을 까……자신을 드래곤에게 팔아 레이디를 살린다. 기사도의 극치? 천 만에. 그건 바보같은 생각일 뿐이다. 정말 바보다. 바보가 아니면 생 각할수 없는……멋있는 결단이다. 카뮤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뮤 대 디트리히. 현재 점수 0 대 2……. 포기할순 없어. 안그 래, 로리타?" "……바보." 로리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웃고있었다. 카뮤는 인간들의 머리위에 우뚝 서있는 수룡왕 가베라의 모습을 바 라보았다. 가베라는 인간사의 일과는 무관하다는 얼굴로 바다밑으로 가라앉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대하고 위대하지만……자신에 게 제물로 바쳐지는 인간을 생각하는 모습. 과연 왕으로 불릴만한 드래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뮤는 가베라에게 말을 걸었다. "가베라님……" "……뭐냐, 꼬마인간." "제물로 바쳐진 것은 디트리히인가요? 아니면 당신인가요?" "……" 가베라는 시선을 아래로 깔아 카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가베라 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그럴수도……그렇게 생각하는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기사중의 기사 디트리히 폰 칼라 일은 그 강인한 마음으로 수룡왕, 가베라 라인돌프 뮤레이너를 굴 복시킨거에요.……멋있지 않아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가베라는 빙긋 웃었다. "꼬마인간.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카뮤 폰 렉싱턴.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잘 부탁하지, 카뮤. 기회가 닿는다면 자네도 내 드래곤 나이 트로 하고 싶구만." "호의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카뮤는 가베라에게 웃어보였다. "……나는 아직 디트리히같은 드래곤 슬레이어는 아니에요. 드래곤 슬레이어보다 더 멋진 남자가 되어서 나의 마스터를 차지할 겁니 다." "……기대되는군, 카뮤." 가베라는 카뮤와 함께 큰 소리로 웃었다. 한명의 인간과 한 마리의 드래곤……둘의 모습은 저물어가는 석양과 함께 어둠속으로 잠들어 갔다. 그리고 그 석양속으로 또 하나의 전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76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1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6 19:12 읽음:925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1 (3장 시작) by 유 민 수 라이컨 슬로프(=獸人) 제 3 장. 사막의 영혼은 태양아래 영원하다. 21. '로메오 대륙에는 네 개의 나라와 네 개의 변경이 있다. 한 나라가 하나의 변경을 갖고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네레노디아의 변경은 둘이다. 하나는 열사의 사막,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동쪽으로 펼쳐 져 있는 넓은 죽음의 숲……마경이라 불리는 숲이다. 그 변경을 중심으로 수많은 모험자들이 활동을 하고있다. 역대 국왕들은 이 변경을 근절시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군대도 출동을 해 보고 마법사를 동원해 하늘에서 운석을 소환시켜 떨어트려도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이긴쪽은 인간이 아닌 변경 쪽 이었고 인간들도 변경을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는 상황에 이르렀 다.……' 티아라는 두꺼운 역사책을 읽다가 닫아버렸다. 네레노디아의 필수 교육중 하나인 역사공부는 티아라가 제일 싫어하는 공부중 하나였 다. 그러나 시험이 코앞이라 싫다고 안읽을수는 없었다. 티아라는 먼 지가 자욱하게 앉은 노란 머리를 손가락으로 쥐어뜯다 시피해서 정 신을 집중시켰다. '로메오 대륙중 가장 더운 곳이며 또한 가장 건조하다는 네레노디 아는 영토의 오분의 이가 사막일 정도로 황폐한 곳이다. 네레노디 아의 짧은 역사가 계속된 마물과의 싸움으로 이어진 이유도 동쪽 의 아름답고 온화한 대지를 찾아가기 위해서다. 따라서 우리가 해 야할 일은 결국 하나로 집약된다……' "티아라!"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귀청을 뜯어내는듯한 엄청난 고함소리 는 아마 네레노디아 최고일 거라는 켄트 아저씨의 농담이 있을정도 로 티아라 아버지의 목소리는 컸다. 티아라는 신경질적으로 책을 덮 으며 맞받아 소리를 질렀다. "공부중이에요!" "그딴거 하면 밥이 나오냐! 일이나 도와!" "시험본단 말이에요!" 티아라는 쿵쾅거리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 홀로 걸어나갔다. 티아라의 집은 작은 객잔을 하고 있었다. 간단한 식사와 잠자리, 그 리고 물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길을 지나가는 길손에게 있어서 티아 라의 집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란 평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객잔의 이름도 '천국의 문'이었으나, 낯선 사람이 티아라 부녀의 말다툼을 듣는다면 '지옥의 문'으로 착각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티아라의 아버지 에드거 커티스는 체구가 장대한 거한이었다. 과거 마경을 헤메던 모험자 출신으로, 그당시 마경의 마물에 팔 하나를 잃고 정착을 했다고 한다. 전사출신이라 그런지 말투는 거칠었지만 티아라의 관점에서 보자면 좋은 아버지였다. 에드거는 하나밖에 남지않은 손에 물통을 들고 있었다. 티아라는 손을 허리에 놓으며 크게 소리질렀다. "나 낙제하면 책임지실거에요?" "하하하! 물론 책임지지. 티아라는 어차피 '천국의 문'의 주인이 될 테니까 말야." "피. 언제는 팔아버린다더니." 에드거는 물통을 몇 개 챙겨 길다란 나무막대에 걸어 어깨에 메었 다. 그리고 자작나무로 만든 문을 열면서 티아라에게 말을 건넸다. "……손님 오실지 모르니까 가게 잘 봐라." "물뜨러 가세요?" "음. 한 두시간 걸릴거다." 티아라는 쪼르르 달려가 에드거가 나가기 좋게 문을 밀었다. 에드거 는 크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티아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솥뚜껑만 한 손바닥으로 세차게 문지르는 식의 애정표현이었지만 티아라는 그 런 아버지의 손이 좋았다. 아버지가 나가고 난 뒤, 티아라는 비를 들어 천천히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아직은 모험의 기간이 아니라 손님은 적었다. 네레노디아 의 모험이 시작되는 기간은 여름이 끝나는 9월 초순으로 한창 여름 의 햇살이 작열하는 요즘은 손님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때였다. 천국의 문에 오는 모험자들은 정해져 있었다. 과거 아버지의 동료 들과 그들의 제자, 그리고 그들이 소개한 사람들이었으며 매년 가을 마다 한번씩 만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티아라는 가끔씩 그들의 틈에 끼어 가슴설레는 모험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에드거는 티아라가 모험이라는 말만 꺼내도 정색을 하며 크게 화를냈다. 그리 고 그때마다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멀리 보이는 마경을 응시하곤 했 다. 마경을 통해 네레노디아로 오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씩 배를 통해 휴프노스 왕국이나 잭슨 왕국에서 상인이 오는 경우는 있었고, 그들 의 입을통해 마경 저편의 세상은 이곳과는 다른, 아주 아름다운 곳 이라는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인들은 네레노디 아로 오는 첫 번째로 공국의 칸을 만나게 되었다. 네레노디아는 다 섯명의 칸이 돌아가면서 정치를 하고 있었다. 네레노디아는 크게 다 섯 부족으로 구분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특별한 방법은 아니었고 단 순히 어느 지역에 사는가에 따라 각각의 지역에서 수장을 선출하고, 또 그 수장들이 돌아가면서 최고의 우두머리인 칸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네레노디아는 생각외로 정치할 일이 별로 없었다. 언제나 정 해진 지역에서 정해진 농사를 짓고, 정해진 변경에서 정해진 모험자 들이 모험을 벌인다. 세금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서 느슨한 분위기가 나라 전체에 퍼져있었다. 그런 것은 사실 어느 국가도 네레노디아를 침략하지 않고, 네레노 디아 역시 다른나라를 공격하기를 완전히 포기한 탓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방금전 역사책에서 읽은대로 마경이라는 숲 때문 이었다. 멀리 보이는 변경은 정말 아름답다. 햇살이 아무리 내려쬐어도 푸 른색의 빛은 변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저 푸른빛은 나 무의 잎이 아니라, 식인수의 위장색이라고 했다. 변경의 삼분의 이는 식인수고 나머지가 진짜 나무라고 했다. 물론 누군가가 일일이 세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 대충 그럴거라고 했다. 티아라는 객잔의 먼지를 모두 쓸어 문 밖으로 버렸다. 나풀거리는 황토빛 먼지가 나풀거리며 공기중으로 흩어지고 티아라는 문 옆에 놓아둔 흔들의자에 앉아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변경을 바라보았다. 변경은 여전히 푸른빛을 띄고있고 하늘거리는 아지랑이 덕분에 연 기처럼 흔들거리고 있다. 키노 할아버지가 말해주는 전설의 대부분 은 바로 저 변경에 얽힌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티아라가 가장 좋아 하는 전설은 '드래곤 나이트'의 전설이었다. 그것은 노래처럼 만들어 져 부르기도 좋았기에 티아라는 어느덧 흥얼거리면서 그 노래를 부 르고 있었다. 사막의 어둠이 하늘에서 내리자 아름다운 전사가 허공을 날아오네 오! 그 아름다움, 그 어여쁜 미소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송두리채 빼앗네 변경의 아지랑이 속으로 기사가 날아오네 드래곤의 등을 타고 허공을 날아가네 열사의 사막, 그곳의 아드리안 네레노디아의 마음을 그에게 빼앗기네 사막의 용사가 하늘에서 내려오면 마을의 처녀가 그녀를 맞이하네 착한 얼굴의 젊은 용사가 처녀의 눈에 윙크를 해주네…… 처녀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네…… 약간 센치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티아라는 마지막 두 절을 가장 좋아했다. 드래곤의 등을 타고 날아오는 여전사와 기사도 좋았지만, 사막의 용사가 처녀에게 입맞춤을 한다는 구절은 조금 더 현실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티아라는 빙긋 웃으며 마경을 뚫어 지게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저 마경을 헤치고 사막의 용사님이 나 타나 자신에게 키스를 해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지금 저 하늘을 날아오는게 그것일지도…… 티아라의 눈이 조금 커졌다. 마경의 하늘에서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어디론가 간다면 그 길이가 조금 길어보이겠지만 분명 점으 로 보이는 것이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티아라는 흔들의자에서 뛰어내려 문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 에 매달린 커다란 깡통을 있는힘껏 쳐댔다. 땡땡땡땡땡…… 마을에 일이 있을때마다 치는 위급신호였다. 마경쪽에서 가끔씩 샤 갈이 날아와 습격을 하던 이후로, 아버지가 손수 만든 신호종이었다. 티아라의 종이 울리자 마을은 대번에 소란스러워지고 각자 무기를 든 사람들이 티아라가 있는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 이 보이자 티아라는 일단 안심을 했다. 그리고 눈을 돌려 이곳을 향 해 날아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거리는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분명 샤갈이나 와이번 종류다. 점의 크기에 비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그것 외에는 생각할수 없 다. 색깔은 초록빛……초록빛? 하나, 그리고 검은색 셋이었다. 샤갈 의 색이 검은색인건 분명한데 그럼 저 초록빛은 뭐지? 티아라는 손 을 눈 위에 올려 더욱 자세히 보기위해 몸을 약간 구부렸다. 맨 앞에서 날고있는 것이 초록빛의 무엇이고 뒤에 샤갈 셋이 따라 오고 있는 듯 하다. 초록빛의 등 위에서 작은 불꽃과 화살의 반사광 같은게 비치는걸 봐서 아마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 티아라가 관찰 하고 있는 와중에도 그것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티아라는 초록 빛의 물건을 더욱 자세히 볼수 있었다. 그리고 그만 잘못해 입술을 깨물고 말았다. 드래곤이었다. 초록색 드래곤……아직 어린 드래곤인 듯 크기는 별 로 안크지만 날아가는 모습이 분명 드래곤이다. 그리고 그 드래곤의 등 위에 네 개의 점이 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 점이 인간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어이, 저거……아래로 점점 떨어지는데……" 공포에 질린 마을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초록색 드래곤은 점점 아 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힘이 부치는 듯 날개를 퍼덕거리는것도 보인 다. 그리고 그 방향은 정확히…… "……객잔 쪽으로 떨어진다!" "안돼!" 티아라는 양손을 휘저으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이미 드래곤의 방 향은 정해져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분분히 도망가고 커다란 초록색 드래곤은 그대로 티아라의 객잔에 머리부터 충돌해버렸다. 우당탕 와장창! 접시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티아라는 망연하게 객잔에 박혀있는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드래곤은 꼴사납게도 발을 허우적거리고 있었 다. "제대로 날아, 세이렌!" 남자아이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캑캑대는 소리가 들리며 부서진 객 잔의 문을 뚫고 갑옷을 입은 남자아이 하나가 걸어나왔다. 은색의 플레이트 메일에 허리에는 에스토크를 차고 있었다. 은회색의 머리 카락에 먼지가 가득묻어 이상하긴 했지만 단정한 얼굴이 무척 잘생 겼다는 느낌을 주었다. "……정말 어쩔수 없는 아이라니까……" 그 뒤를 이어 20대 중반의 여자 하나와 은색 체인메일을 입은 기사 하나가 걸어나왔다. 여자는 몸에 잘 달라붙는 옷을 입고있어 날씬한 윤곽이 드러나보인다. 검고 윤기나는 머리에 무서울정도로 단정하고 하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사쪽은 커다란 바스타드소드를 차고있 고 남자다운 얼굴에 어깨에는 로브를 입은 작은아이를 메고 있었다. 여자는 기사의 어깨에 올려진 아이를 받아내리더니 말을 걸었다. "로리타. 괜찮아?" "……으윽" "로리타!" "난 괜찮아요, 디네즈." 디네즈라 불린 여자가 아이를 내려놓자 아이는 잠시 비틀거리다가 제대로 섰다. 그바람에 로브의 두건이 벗겨져 아이의 머리가 드러났 다. 검다. 검은머리에 검은 피부를 갖고있고 뾰족한 귀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다크엘프다. 다크엘프의 이름이 로리타인 모양이었다. 로리타는 남자아이를 향해 소리질렀다. "카뮤! 저 샤갈좀 어떻게 하란 말이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해도……" 카뮤라 불린 남자아이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하늘을 뱅뱅 맴돌 고있는 샤갈을 바라보았다. 샤갈은 하늘을 돌면서 공격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듯 했다. 그때 로리타가 카뮤의 곁으로 다가와 뭐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카뮤는 말도안된다는 표정을 짓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로리타가 두 손을 내밀고 작은 목소리로 캐스팅을 시작했다. '아!' 회오리 바람이었다. 카뮤를 중심으로 회오리바람이 불더니 카뮤의 몸이 하늘로 솟구쳐 올라갔다. 카뮤는 허공에서 에스토크를 뽑아 샤 갈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올라갔다. 키아악! 샤갈 하나가 날아오르는 카뮤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휘젓는다. 티 아라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카뮤의 몸이 약간 흔들하는 듯 하더니 에스토크가 그대로 샤갈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었다. 샤갈은 허공에 서 뱅글뱅글 돌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남은 한 마리는 괴성을 지르며 마경쪽으로 날아가버렸다. 카뮤는 허공에서 날아오른 채 서있더니 캐스팅을 하고있는 로리타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회오리바람이 갑자기 멎었다. "야-아! 로-리-타!!" 카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티아라는 머리를 위로 올렸다. 카뮤가 로 리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비켜어!" 카뮤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티아라는 움직이려 했지만 발이 굳어버렸는지 꿈쩍도 할수 없었다. 카뮤의 얼굴이 시시각각 티아라 에게 다가오고, 결국 둘은 정확하게 충돌해버렸다. 쿵! 모래먼지가 날리고 티아라는 의식이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시야 가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밤은 아닌데……입술도 무엇에 짓눌려있 는지 무겁다. 하지만 따뜻하다. 조금은 촉촉한듯한……살갗? "에구구구……" 어두웠던 시야가 갑자기 밝아진다. 입술의 눈린 감각이 사라지며 바 로 눈앞에 카뮤의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약간 젖은듯한 입술이 있었다. "……실례를." '……' 티아라는 의식을 놓아버렸다. 이건 말도안된다. 믿고싶지 않았다. 카 뮤가 자신의 어깨를 흔들며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대로 티아라 는 정신을 잃었다. 몰려드는 마을사람들을 피해 디네즈 일행은 정신을 잃어버린 티아 라를 반쯤 부서진 객잔에 눕혔다. 사람들 말로는 티아라의 집이 바 로 그 객잔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카뮤는 기절한 티아라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디네즈를 향해 말을 건넸다. "이젠 어쩌죠? 조용히 가기는 틀린 것 같은데." "……난감하구나." 디네즈는 아직도 정신을 제대로 못차리는 그린드래곤, 세이렌 라인 돌프 뮤레이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전 객잔에 머리를 부딪 친 이후 눈이 멍해진 상태라 제정신으로 돌아오려면 어느정도의 시 간이 걸릴 것 같았다. 디네즈 일행이 용의 방벽에서 가베라와 헤어질 때, 가베라는 세이 렌을 타고 서쪽 사막에 산다는 블루드래곤 아드리안 홀슈타인을 찾 아가 달라고 했다. 점점 해제되어가는 사브란이구드의 봉인을 다시 연결할 일을 상의하기 위해서니, 수고스럽지만 휴프노스로 와달라는 전갈이었다. 디네즈로서는 사라져버린 바타쿠의 뒤를 을수도 없는 터라 맹약을 맺은 의리와 편안하게 드래곤을 타고 갈수있다는 장점 때문에 여행겸 해서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은 그렇게 쉽 게되지 않았다. 저 그린드래곤은 가는곳마다 말썽을 일으키는 소질이 있는 듯 했 다. 휴프노스에서 마경까지 날아오는동안 일어난 사건은 한두가지가 아니었고, 그때마다 세이렌이 연루되었다. 세이렌은 가베라의 해츨링 으로, 훗날 가베라의 뒤를 이어 수룡왕이 될거라고 했다. 드래곤의 주기가 상당히 길긴 하지만 역사의 전면에 나오는 것은 젊은 용들 뿐이다. 가베라가 인간의 역사에 관여한 시간도 벌써 400년이 되어 가니 슬슬 세대교체를 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런데 세이렌은 어머니인 가베라와는 달리 엄청나게 급한 성격에 무딘 신경을 갖고있었다. 아직 브레스도 제대로 뿜어내지 못하는걸 보면 어지간히 둔한 자질을 갖고있는 것 같았지만 가베라는 전혀 신 경쓰지 않았다. 그녀의 설명을 들어보자면 '아직 어려서'라고 했다. '결국, 말썽장이 어린애를 떠맡은 셈이야. 난 유치원 원장이 아니 라구.' 디네즈는 멍해진 시선으로 자신의 주변을 헤메 다니는 동료들을 바 라보았다. 디트리히는 다큰 어른이지만 융통성이 전혀없는 어린애같 은 성격이고 카뮤는 아직 어린애, 로리타는 나이를 먹었지만 역시 겉보기엔 어린애. 그리고 세이렌은 드래곤의 나이로 따지자면 갓난 아기나 다를바 없었다. 디네즈는 점점 머리가 아파왔다. 멍한눈을 하고있던 세이렌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점차 정신을 차리 는 듯 했다. 아직 연초록색 비늘을 한 세이렌의 꼬리가 흔들흔들 하 며 정신이 들었다는 심증을 주었다. 디네즈는 세이렌에게 다가갔다. "정신이 들어?" "……안녕, 엄마." "……아직 안들었군." 디네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세이렌이 머리를 살짝 들면서 대답했다. "농담, 농담! 약간 멍하긴 하지만 괜찮아요. 샤갈이란 녀석……무 척 빠르던데요?" "그러길래 봉우리엔 가지 말랬잖아." "으응……한번 가고 싶었어요. 엄마의 이야기만 들었지 보는건 처 음이거든요." "……이건 놀러가는게 아니야." "에이.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말아요, 디네즈씨." 세이렌은 날개를 활짝 펴려다가 객잔의 천장에 날개를 부딪혔다. 쿠 궁 하는 소리가 들리고 천장에서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세이렌은 어깨를 움칫 하다가 디네즈의 날카로운 시선을 보고는 고개를 수그 렸다. "……죄송합니다." "정말……가베라도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어." 디네즈는 뒷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어쨌든, 사막을 날아 건널순 있겠어?" "어어, 그게 조금 힘들겠어요." 세이렌은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휴프노스의 하늘과는 달리 무척 더워요. 정령의 균형이 심하게 깨 어져 있고……불의 영역이 생각외로 넓어요. 저희 그린드래곤에겐 천적과도 같은 날씨……그래도 드래곤이니까 인간보다는 오래 버 티겠지만 저 넓은 사막을 날아건널순 없어요." "……역시인가." 분명 이런 날씨는 예상을 못했다. 마경의 하늘만 하더라도 마쿠로텔 레노아가 어느정도 커버를 해주므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일은 없었다. 휴프노스도 가뭄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머리위에서 아지랑이 가 피어오를정도로 공기가 뜨겁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곳은 그랬다. 지도상에 나온바로 이 나라는 네레노디아라는 공국이었다. 칸이라는 특이한 정치체제를 간직하고 인구는 휴프노스의 십분의 일 수준. 자 세한 것은 아무것도 알지못했다. 어쨌든 이런곳에 블루드래곤이 살 고있다는 소리였다. "아드리안이라 했던가. 정말 대단한 곳에 사는군 그래." "……어쩌죠, 마스터?" 카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디네즈는 손을 들어 카뮤의 머 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마라. 지옥에 가면 악마의 말을 들으라는 말이있지. 일단 세 이렌을 타고가는 것은 포기하고……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수 가 생기겠지." "……멍청이 도마뱀 때문에 계속 말썽이야." 카뮤는 매서운 눈초리로 풀이죽어있는 세이렌을 노려보았다. 세이렌 은 어깨를 움찔 하더니 머리를 아예 날개 사이로 묻어버렸다. 디네 즈는 세이렌에게 말했다. "드래곤의 모습……이곳에선 익숙하지 않겠지. 인간이나 뭐 그런 모습으로 변해둬." "……아무거나 돼요?" "그래 아무거나. 단, 마물은 빼고." 세이렌은 목을 길게 빼고 알아들을수 없는 목소리로 캐스팅을 시작 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번쩍 하는 빛과 함께 세이렌의 몸이 급 격하게 변화해갔다. 여자아이의 모습이었다. 다만 얼굴은 영락없는 디네즈의 것이었고 옷은 입지않아 그냥 벗은상태였다. 카뮤는 눈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눈 감아요!" 카뮤의 뒷통수에 따악하는 소리가 작열하고 로리타가 주먹을 쥐고 서있는게 보였다. 로리타는 자기의 짐에서 옷을 꺼내 세이렌에게 입 혔다. 세이렌의 로리타의 검은 옷과 어깨에 드려진 작은 망토를 보 고는 좋아라 하며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디네즈에게 말을 건 넸다. "저기, 디네즈……나 이름은 안바꿔도 돼요?" "바꿀필요는 없다. 다만 드래곤이라는 말은 하면 안돼." "그럼……난 인간이고 디네즈의 딸로 할께요. 어때요?" 따악 하는 소리가 난다. 세이렌의 머리에 조그마한 혹이 생기고 세 이렌이 끙끙거리며 바닥에 앉는다. 카뮤는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 다. 아마도 세이렌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디네즈 는 주먹을 쥔채로 낮게 중얼거렸다. "아직 연애도 못해본 사람을 아줌마로 만들지 말도록. 너는 내 동 생으로 한다. 따라서 이름은 세이렌 다크메이스. 알겠니?" "……네. 언니." 세이렌은 끙끙거리며 카뮤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디네즈에게 혀를 살짝 내밀었다. 세이렌의 혀는 아직 드래곤의 길다란 혓바닥이 었다. 누가 보면 뱀의 혀가 인간에게 들어와 있는것처럼 보일지도 몰랐다. 역시……마법도 미숙한 상태인 것이다. 디네즈는 한심스럽다 는 시선을 세이렌에게 보냈다. '……정말 암담하군.' 디네즈는 드디어 머리 전체가 지끈거려왔다. 블루드래곤을 찾을때까 지, 이 두통은 계속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77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2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6 19:13 읽음:903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2 by 유 민 수 22. 티아라는 생각외로 빨리 깨어나진 못했다. 충격이 컸을까? 하긴 부 딪혀봤을 때 이 여자아이의 몸에 근육이라곤 거의 없었다. 무술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었다. 충돌했을 때 잠깐 얼굴을 부딪힌 것 같 기는했는데 그 느낌이 묘했다. 카뮤는 티아라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 다보았다. 네레노디아 사람은 휴프노스와는 약간 다른 듯 했다. 얼굴은 햇볕 에 타서 약간 가무잡잡하고 머리카락은 황금빛을 띄고 있다. 아마도 이런 머리카락을 블론드라고 하는 것 같은데 카뮤의 개인적 취향은 마스터의 머리처럼 칠흑같은 검은 머리카락이 훨씬더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여자아이는 상 당한 매력이 있었다. 역시 마스터보다는 못했지만. 카뮤의 옆에 붙어있던 세이렌이 갑자기 허공을 향해 코를 킁킁거리 기 시작했다. 카뮤는 곁눈질로 세이렌을 보았다. "……이번엔 개로 변하려는 생각이야?" "너 바보냐? 아니야. 어디에서 물냄새가 나서 그래." "물냄새?" 카뮤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물을 담은 컵 한방울 보이 지 않는다. 아무리 사막이라지만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 도 객잔이라면 서비스로 물한잔 정도는 가져와야 예의 아닌가? 그러 고보니 객잔에 들어왔을때도 점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객 잔은 저기 누워있는 티아라라는 소녀가 운영하는 곳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귓바퀴가 부르르 떨릴정도로 커다란 목소리가 정문쪽에서 들려왔다. 카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하자 어깨에 긴 막대로 걸쳐진 물통을 짊 어진 외팔이 사내가 보였다. 얼굴은 온통 털투성이고 지나가다가 보 면 산적이라고 하면 딱 맞을 인상의 사내다. 사내는 객잔에 있는 카 뮤 일행을 보더니 이내 긴의자에 누워있는 티아라를 알아차렸다. 사 내는 어찌할바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물통을 내려놓고 한손에 막대를 집어들었다. 사내는 익숙한 솜씨로 막대를 앞으로 내 밀며 소리쳤다. "이자식들! 내 딸을 어떻게 한거야!" "……딸?" 카뮤는 아연해졌다. 카뮤는 사내와 티아라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 았다. 그리고 새삼 자연의 놀라움에 감탄했다. '신의 가호가 있기는 있구나……' 그러나 카뮤의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내가 티아라와 가장 가까 이 있는 카뮤를 향해 막대를 곤봉처럼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카 뮤는 일단 막대를 피했지만 사내는 죽일듯한 기세로 닥쳐오고 있었 다. '젠장……빨리 끝을 내야겠다.' 카뮤는 자세를 낮추고 오른손을 반쯤 모은채 가슴부근으로 들어올렸 다. 디네즈가 가르쳐준 '당파격(螳破激)'이라는 기술을 쓰려는 생각이 었다. 사내는 카뮤의 자세를 보고는 잠시 머뭇거렸으나 이내 곤봉을 카뮤의 머리위로 휘둘러왔다. 카뮤는 앞으로 내민 발에 힘을 주고 뒤로 뺀 발끝을 약간 움직여 상체를 왼쪽으로 틀었다. 거의 움직이지 않은 듯 했으나 적의 공격 방향을 보고, 그에 대비하는 최소한의 방어였다. 머리카락 하나 차이 로 곤봉은 카뮤의 귀를 스쳐가고 힘조절을 못한 탓인지 사내의 곤봉 은 바닥으로 처박혔다. 사내의 몸이 비틀거리자 카뮤는 때를 놓치지 않고 열려진 사내의 가슴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반쯤 모은 오 른손을 활짝 펼치며 손바닥을 유연하게 명치에 갖다댔다. "파(破)!" 일갈과 함께 사내는 뒤로날았다. 커다란 덩치가 공중을 날아오르자 마치 새처럼 보였다. 사내는 객잔 반대편에 있던 탁자를 부수며 바 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으윽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힘을 조절한 탓 인지 기절하거나 다치치는 않은 듯 했다. 카뮤는 몸 전체에 퍼트렸 던 기합을 빼며 천천히 일어섰다. "아빠한테 무슨 짓이야!" 따악 하며 카뮤의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뒷통수가 망치에 맞은것처 럼 화끈거렸다. 카뮤는 끙끙대며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들어 뒷통수 를 가격한 사람을 올려보았다.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티아라가 주먹 을 쥐고 서 있었다. "야아, 이거 미안하게 됐소." "아닙니다. 객잔을 부순 저희가 오히려 죄송하죠." 카뮤는 점잖은 말투로 크게 웃어대며 이야기하는 사내, 에드거 커티 스에게 대답했다. 에드거는 카뮤에게 한 대 얻어맞고 난 후로 싸우 기를 완전히 포기한 듯 했다. 티아라의 일격아래 주저앉은 카뮤를 보고나서 그런 생각을 한듯도 했다. 만일, 도적이었다면 티아라의 머 리와 몸은 영영 붙어있지 못했을 테니까. 특히 티아라가 말했던, 샤 갈을 일격에 잘라내는 카뮤의 기술을 전해듣고는 아예 친근하게 말 까지 높이고 있었다. 카뮤는 아직도 후끈거리는 뒷통수의 혹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갔 다. "객잔을 부순값은 치르겠습니다. 번거롭게 해 드렸군요. 장사에 방 해가 되실텐데." "무슨. 아직 모험철이 아니라 괜찮소이다." 에드거는 커다란 손바닥을 휘저었다. "이런 객잔이야 한 일주일 수리하면 거뜬한 것을요. 샤갈을 없애주 신 용사의 은공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죠." 티아라가 주전자에 물을 담아들고왔다. 티아라는 매서운 눈초리로 카뮤를 노려보았다. 카뮤도 지지않고 디아라를 노려봤다. 둘의 눈싸 움은 잠시간 계속되었지만 이내 티아라가 흥 하는 소리와 함께 에드 거의 곁에 앉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무례는 하지 마라, 카뮤." 디네즈가 카뮤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카뮤는 계속 티아라를 노 려보다가 가벼운 콧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에드거에게로 돌려버렸다. 티아라의 볼이 조금씩 부풀어오르는 것이 보이지만 카뮤는 무시해버 렸다. 디네즈는 가볍게 웃으며 에드거에게 말했다. "실례가 안된다면 한 이틀 묵어가고 싶습니다만." "이틀이고 열흘이고 좋습니다. 헌데……" 에드거의 눈이 카뮤에게 향했다. 탐색을 하는듯한 시선이었다. "청년은 어디 출신이신가?" "휴프노스 렉싱턴에 살고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영주이십니다." "오오, 그럼 귀족이 아닌가!" 에드거는 크게 놀란듯했다. 그러나 그 눈빛에서 약간의 실망도 읽을 수 있었다. 귀족을 싫어하나? 카뮤는 내심 못마땅해졌으나 디네즈의 충고가 있어 예의를 지켜 대답했다. "자작이십니다만 모험가 출신이시라 그런점에는 별로 신경을 쓰시 지 않습니다. 저는 마스터를 따라 수행중입니다." "마스터? 어디에 계시지?" "이분 이십니다." 카뮤의 시선을 따라 에드거의 눈이 옮겨져갔다. 그리고 웃고있는 디 네즈를 보고는 다시한번 놀랐다. "이 아름다우신 레이디가?" "디네즈 다크메이스입니다." 디네즈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에드거는 오오 하며 감탄을 터트렸 다. "그럼 조금전 나를 허공으로 날려버린 기술도 레이디의 것이겠군." "당파격이라고……전륜이라는 검술의 응용입니다." "조금 보여줄수 있겠나?" 간절히 원하는 눈으로 에드거가 말했다. 카뮤는 디네즈를 바라보았 다. 디네즈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카뮤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으 로 다가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에드거에게 말했다. "당파격은 타이밍의 기술……상대가 접근하는 기세의 힘을 이용한 것입니다만 이쪽의 힘만으로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에드거 씨에게는 상처를 입히지 않게 했지만 사실은 이런 기술이죠." 카뮤는 자세를 낮추고 당파격의 형(形)을 취했다. 잠시 그렇게 서있 던 카뮤는 기합소리와 함께 벽을향해 공격했다. 축이되는 뒤쪽의 발 에서 강력한 회전이 걸리고 그 회전력이 허리를 통해 마치 사마귀의 앞발처럼 접혀들어가는 오른손으로 집약되었다. 하나의 회오리…… 당파격이라는 기술이 펼쳐졌다. 앞으로 내밀었던 오른손은 접혀지며 팔꿈치로 변형되었고 그 기세는 그대로 벽으로 전달되었다. 쿠앙! 굉음이 나며 벽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떨어져나갔다. 마치 회오리가 휩쓸고 지나간것처럼 벽에는 회오리 방향으로 금이 가 있었다. 자욱 한 먼지가 가라앉고 카뮤의 두배는 될정도로 큰 구멍이 벽에 났다. 에드거는 입을 벌린채 다물지를 못했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기술을 시전한 사람이 죽게됩니다. 순전히 능력의 차이죠. 죽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기술을 쓰는 사람의 의지에 달린 것입니다. 단순히 휘두르는 주먹에도 사람이 죽을수 있거든요." 카뮤는 말을 하면서 어떠냐는 눈빛을 티아라에게 보냈다. 마지막 말 은 티아라를 겨냥한 소리였다. 그러나 티아라는 흥 하는 소리만 할 뿐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단하오! 대단해!" 에드거는 완전히 감격한 듯 했다. "당신들은 마치 전설의 드래곤나이트 같군. 당신들이라면 열사의 사막에 있는 마신의 봉인을 풀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마신의 봉인?" 디트리히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반문했다. 에드거는 고개를 끄덕였 다. "네레노디아에 전해내려오는 봉인……'네레노디아의 심장'이라는 이름이 있는 봉인입니다. 모험자들의 꿈꾸는 변경이라 불리지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디네즈가 흥미를 가진 듯 시선을 에드거에게 향했다. 카뮤도 몸에묻 은 먼지를 털어내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에드거는 티아라에게 말 을 건넸다. "역사에 대해선 네가 더 자세히 알겠지. 말해봐라." "……네." 티아라는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역사책에 나와있는 유명한 이 야기였다. "네레노디아가 열사의 지역으로 변한 것은 400년전 벌어진 마계전 투 이후의 일이에요." "……오호." 카뮤가 야유하는 느낌이 드는 감탄사를 보내자 티아라는 말을 멈추 고 매서운 눈초리로 카뮤를 쏘아보았다. 카뮤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 지만 이내 로리타의 매서운 일격에 머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려야만 했다. 로리타는 미소를 지으며 티아라에게 말했다. "이애는 신경쓰지 마시고 이야기 하세요." "……감사해요. 마계전투때 마왕 사브란이구드는 자신의 흑마력을 이용해 5대 마신을 다른 세계에서 이곳으로 불러들였습니다. 그러 나 초신룡께서는 아드리안을 불러 그들을 상대하게 했고, 아드리 안은 네 마신을 그들의 세계로 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만큼은 아내지 못했어요." "……초신룡……자하리얼을 말하는가 보군." "그건 잘 모르겠고……추방시키지 못한 마신의 이름은 불의 상위 마신, 에프리트였습니다." "그랬구나. 그래서 정령력이 뒤틀려 있었구나……" 세이렌이 맞장구치는 소리가 들렸다. 티아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요. 그때 이후로 이 지역은 열사의 사막으로 변해버렸죠. 물 론 네레노디아 전체가 사막은 아니에요. 전체적으로 기후가 뜨겁 기는 하지만 생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사막은 단 한군데 뿐이 죠. 아드리안은 에프리트와 삼일 밤낮을 싸웠다고 합니다. 엄청난 힘들이 부딪히는 바람에 그만 그 지역은 생명하나도 남지않은 불 모지가 되어버렸죠. 우리는 그곳을 열사의 사막으로 부릅니다." "……" "최후의 날에 아드리안은 결심을 했습니다. 저 마신을 죽일순 없 다. 아낼수도 없다.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봉인이었군." 디트리히의 낮은 대답이 들렸다. "열사의 사막 지하에 에프리트를 봉인시켜버린 것이죠. 그리고 아 드리안 자신이 에프리트를 막기위해 봉인의 결계가 되었다고 전 해집니다. 아드리안은 열사의 사막 한가운데에 선채, 살아남은 인 간에게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더 이상 생명이 살지 못한다. 에프리트의 열기가 대지 를 침범해 모두 모래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이상이 열사의 사막이 탄생한 유래입니다." "……그렇다면 네레노디아의 심장은 무엇이지?" "전설로 전해지지만……그것은 인간의 심장 크기의 보석이라고 합 니다. 초신룡께서 사브란이구드를 물리치자, 태양신 유노께서는 신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을 다섯가지의 물건에 봉인해 초신룡에 게 주었다고 합니다. 그것들이 무엇인인지는 잘 모릅니다만, 그것 들중 하나인 '네레노디아의 심장'은 엄청난 마력을 가두고있는 살 아있는 보석이라고 합니다. 초신룡은 유노에게 받은 다섯 가지의 물건을 자신을 따르던 네 마리의 용과 아드리안에게 나눠주었습 니다. 그리고 그것을 '증표'라고 이름붙였……" "증표라니!" 카뮤는 놀라 소리쳤다. "드래곤의 증표라니……게다가 마력이라고? 나는 그런말은 들어본 적도 없어." "……나도 마찬가지야. 드래곤의 증표는 오대룡의 자신의 일부를 떼어 만든게 아니었나? 가베라님의 두개골처럼 말이야." "네? 무슨……" 로리타와 카뮤의 대화를 티아라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디네즈가 조용한 어조로 로리타와 카뮤를 저지했다. "지역마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가 조금씩 다른 것 같아. 일단은 들 어보자." "……그래도 이해가 안가요. 증표가 자하리얼이 준 것이라니." 그러나 대답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세이렌이 조그맣게 말을 꺼낸 것이었다. "그거 우리집에 있는데……" 모두의 시선이 말을 꺼낸 세이렌에게 향했다. 세이렌은 사람들의 당 혹한 시선을 보고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죄송합니다. 조용히 할께요." "아니야. 세이렌. 말을 해봐. 증표가 용의 방벽에 있다는 말이야?" 세이렌은 디네즈가 말하자 용기를 얻은 듯 주저하며 대답했다. "엄마가 '증표'라고 말하는거 들었어요. 작은 상자안에 있었는 데……주위에 자욱한 안개가 저절로 생기는 물건이에요. 어떤건지 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는 그 상자를 삼켜서 보관하고 있어요." "……그랬군." 신음하듯 디네즈의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과연……그래서 그런 말이 나왔구나. 자하리얼의 증표가 뱃속에 있으니……" "……수룡왕의 머리를 베어내지 않는한……" 디트리히가 말을 받자 마지막으로 카뮤가 끝을 맺었다. "……증표는 얻을수 없다. 그러니 증표는 수룡왕의 두개골이다. 소 문이 이상하게 퍼진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군. 전혀 포인트를 벗어났어." "그렇다면 지룡왕, 케로딘님의 열쇠도 그 비슷한 건가요?" "아니야. 케로딘의 열쇠는 증표가 아니야." 로리타의 말에 자르듯 디네즈가 대답했다. 이번엔 모두의 시선이 디 네즈에게 향했다. 의혹에 가득찬 모두에게 디네즈는 변명하듯 대답 했다. "나는 그 열쇠가 증표라고 말한적은 없어." "그럼 그 열쇠, 뭐에요?" "뭐긴. 케로딘의 비늘로 만든 열쇠지. 부서지지 말라고 특별히 드 래곤 스케일을 얻어 드워프에게 부탁해 만든거야. 단순히 그것 뿐 이다. 내가 예전에 있던 곳의 식량창고 열쇠라고." "……말도안돼." 로리타가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리다가 디네즈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크리스는 어떻게 될까요?" "쉽게말해 마스터에게 속은거고……지금쯤은 눈물나게 고생하고 있겠지." 카뮤는 빙글빙글 웃으며 거대한 검을 둘러메고 다니던 크리스 라켄 도르프를 떠올렸다. 마스터의 머리를 치고 달아난 죄는 몇배가 되어 그에게 돌아갈 것이다. 휴프노스의 모든 모험자가 그의 머리를 노릴 테니까. 단순히 때리는 수준이 아닌, 머리와 몸통이 제각기 돌아다니 는 상황일 테지만. 티아라는 카뮤 일행이 제각기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완전히 소 외되어 있었다. 티아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자 조심스 레 입을 열었다. "……이제 계속 이야기해도 돼요?" "아, 미안해요. 계속해줘요." 디네즈가 대답하자 티아라는 말을 이어갔다. "아드리안은 증표를 받았지만 마신을 봉인하고 있는터라 그것을 보관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증표를 칸에게 주어 부탁했습니 다. '이 증표를 네레노디아의 심장이라 부르겠다. 유노의 축복은 내 게는 맞지 않아 나는 이 심장을 쓸수없다. 훗날……인연이 닿는 자가 나타나 심장을 사용해 나를 속박에서 풀어주기를 기다리겠 다. 그때까지 이것을 보관해주기 바란다.' 칸은 대답했습니다. '저는 감당할수 없습니다. 악한자가 나타나 심장을 가져가면 어 떻게 하겠습니까.' 아드리안은 말했어요. '그렇다면 미궁을 세우라. 쉽게 들어가지 못할……최고의 미궁을 세우라. 케로딘에게 부탁해 드워프들을 보내주다. 그리고 그 가 운데에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두거라. 심장을 사용할수 있는 자 라면 분명 미궁정도는 쉽게 뚫을수 있겠지.' 얼마지나지않아 사막을 건너 드워프들이 도착하고……열사의 사 막 북쪽의 산림지대에 대미궁을 만들었습니다. 20년에 걸친 공사 가 끝나고 드워프는 돌아갔습니다. 칸은 네레노디아의 심장을 들 고 미궁으로 들어가며 우리들에게 말했습니다. '이곳은 인간이 살기에는 힘들정도로 더워질 것이다. 동쪽으로 가라. 마경을 넘어 동으로 가서 살아라. 나는 미궁에서 심장을 지키며 죽을 것이다. 가거라!' 그 이후로 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대미궁에는 어디에 서 몰려왔는지 마물들이 들어차기 시작했고……열사의 사막과 합 쳐져, 대미궁은 변경으로 불리게 되었어요." "……멋지게 당했군." 디트리히가 감탄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디네즈 역시 고개를 끄덕이 며 말을 덧붙였다. "……400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이 느껴지지 않는군요. 가베라가 아 드리안에게 전하라는 말은 다른게 아니라, 우리보고 그의 속박을 해제시키라는 뜻이었어요. 보기좋게 당했어. 디트리히를 내줄때부터 이상하다 싶더니만…… 아드리안에게 갔다가 올 시간을 벌었군요." "세상에……이번에는 사막에, 미궁이에요? 처음에는 수룡왕, 이제 는 마신?" 카뮤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저기요, 우리 그냥 돌아가면 안될까요? 어차피 마경도 눈앞이 고……우리들 능력이라면 마경정도는 쉽게 뚫을수 있을텐데." "……안될 말이야. 마경은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거든. 샤갈은 둘째치고 그곳에는 레드드래곤, 헬파이어가 있단다. 그 녀 석은 날 싫어해." "……앞날이 깜깜하네." 카뮤는 세이렌을 보았다. 세이렌은 카뮤의 간절히 원하는 눈을 애써 피하려 들었지만 카뮤는 집요했다. "날아갈순 없어요. 샤갈을 이길순 없거든요. 저는 아직 어린애라구 요." "……" 절망한 표정으로 카뮤가 탁자에 머리를 박았다. 쿵쿵하는 소리가 들 리고 디네즈가 손을 뻗어 그런 카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카뮤는 울것같은 표정으로 디네즈를 바라보았다. "마스터." "괜찮을 거다. 내가 지켜주마. 이젠 돌아갈수도 없잖니. 남은 방법 은 단 하나……아드리안을 타고 휴프노스로 돌아가는 길 뿐이다." "……" 디네즈는 멍하니 앉아있는 에드거에게 말을 건넸다. "사막을 횡단할수 있는 장비 일체와 길을 잘 아는 모험가 한명을 부탁드립니다. 비용은 걱정하지 마시고 최상급을 해 주세요." "아, 네……" 에드거는 엉겁결에 대답하고는 우울한 분위기의 카뮤일행을 바라보 았다. 에드거의 눈에, 카뮤의 일행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떼처럼 보 이는 듯 했다. 티아라가 에드거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했다. "아빠……저사람들, 믿어도 될까요?" "……글쎄다. 잘 모르겠구나." 에드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마음에는 오랜만에 뜨거운 열정 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이제는……이제야 말로……에드거는 내 심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 * 자아....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사막을 건너다……정말 힘들겠네여. 선이 진정 옳은것일까? 절대선이야말로 악일지도..... 어둠의 천사, 다크스폰 『게시판-SF & FANTASY (go SF)』 7878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3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6 19:14 읽음:939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3 by 유 민 수 23. 사막(砂漠)……어떤 음유시인의 노래를 빌리자면, 죽음과 고통, 그 리고 외로움이 공존하는 불모의 대지라고 불린다. 모래라고 하면 보 통 바닷가에 널려있는 고운 모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막의 모래는 의외로 많은 종류가 있고 대부분은 지역의 토질이나 바람에 의해 구별되는일이 많다. 네레노디아는 현무암과 화강암이 반반씩 뒤섞인 암석지대……본래 산간지방이었던 그곳은 400년전 마계전투의 전쟁때 대지가 침하되었 다는 전설이 전해내려온다. 본래 네레노디아의 중앙에는 거대한 강 이 흘렀고 그 주변으로는 물에 의해 고운 모래를 가진 모래사장이 뻗쳐있었다고 한다. 모래사장의 하얀 모래는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날아가 강의 일대는 고운 흰색의 모래로 채워져 있는 백색사막이 된 다. 이 백색사막은 마계전투 이전에 생긴 사막으로 본래 네레노디아 의 사막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열사의 사막……그 변경은 달랐다. 변경의 모래는 풍룡왕, 아드리안 홀슈타인이 5대 마신과 싸우며 수많은 대지를 태워버릴 때 만들어졌다. 아드리안의 브레스에 맞고 조각나버린 돌은 지하에 봉 인된 불꽃의 마신의 열기가 합쳐져, 갈라지고 태워져 모래로 변해버 렸다. 회갈색의, 날이 날카롭게 솟아있는 스타라이트(=별모양의 뾰족 한 가시가 돋아있는 살상용 무기)처럼 이곳의 모래는 여행자들의 발 을 걸레로 만들어 버린다. 카뮤는 위아래로 격심하게 흔들거리는 샌드쉽(sandship)의 등 위에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이상한 보법을 가진 샌드쉽의 움직임 덕에 카뮤는 속이 울렁거려서 참을수 없었다. 게다가 샌드쉽의 등은 평평 한 모양이 아니라 제대로 기댈수도 없었다. 샌드쉽은 네레노디아 특유의 기후에 적응된 생물로, 크기는 말보다 조금 크고 길쭉한 얼굴에 털이 덮인 부숭부숭한 발을 갖고있다. 발 바닥은 마치 돌처럼 딱딱하고 길고 거친 누런 털에 꼬리는 거의 없 다. 그리고 등에는 마치 산처럼 거대한 혹이 하나 나 있는데 손으로 눌러보면 치즈덩어리처럼 쑤욱 들어가버린다. 그런이유로 혹에 등을 기댈수도 없고 팔로 껴안아 쉴수도 없다. 그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균형을 잡아야 하지만 카뮤는 그런 고난도 기술은 흉내조차 낼수 없었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바위지대가 나옵니다." 눈만 빠끔히 내놓은, 커다란 망토처럼 생긴 흰색의 타이번을 둘러 쓴채 에드거가 말했다. 그는 샌드쉽의 등위가 자신의 침대인양 아주 편하게 앉아있었다. 카뮤는 존경의 눈길로 에드거를 바라보았다. '천 국의 문'을 나올 때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딴판이었다. "안돼요! 아빠는 몸이 불편하시잖아요!" "……의향은 알겠습니다만……" 에드거가 안내하겠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카뮤와 티아라는 처음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틀린점이라곤 카뮤가 부드러운 말로 반론을 펴는대신 티아라는 에드거에게 거의 매달린 상태라는 점이 다를 뿐 이었다. 디네즈와 디트리히도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얼 굴을 하고 있는 것은 에드거 외에는 없었다. 에드거는 하나밖에 없 는 왼손을 들어 티아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걱정말거라. 나는 사막의 모험자였다. 네레노디아에서 열사의 사막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야. 틀림없이 도움이 될게다." "……그치만" 티아라는 울먹였다. 보다못한 디트리히가 에드거를 설득에 나섰다. "티아라 아버님의 열의는 이해합니다만, 이건 단순한 횡단이 아닙 니다.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그래서 내가 가는거요." 에드거는 대답했다. "나도 한때는 모험자였소. 열사의 사막이라면 뼈저릴정도로 잘 알 아. 여러분들이 훌륭한 전사와 기사인 것은 알지만 사막이라면 내 가 더 나을게요. 열사의 사막이 왜 변경으로 불리는지 아시오? 네레노디아 사람이 왜 열사의 사막쪽이 아닌, 저 죽음의 숲에 가까이 사는지 아시오? 열사의 사막은 공포, 그 자체요. 모든 준비를 완전히 갖춰도 10명 의 모험자중 아홉은 사막위에서 죽어나가는 곳입니다. 따라서 경 험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거요." 에드거의 열변은 박력으로 넘쳤다. 어느내 디트리히는 설득을 포기 하고 있었다. 에드거는 왼팔을 휘두르며 사막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 지 설명해댔다. "회색 사막이라면 좋소. 군데군데 개미집도 있고 동물들도 있으니 까 갈증이 나거나 굶주리면 그놈들을 먹으면 되니까. 그보다 무서 운 붉은 사막이래도 좋소. 비록 생물같은건 없지만 땅을 잘 파면 물이 나오니까 살아나올순 있어요. 그리고 운송수단이 없을땐 걸 을수도 있소. 하지만 열사의 사막은 달라요. 그곳은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죽음의 땅……생명은 없고 있는거라곤 모래속을 헤집 고 돌아 다니는 샌드웜(sandwarm)이나 자카레이드뿐입니다." "……그게 뭐죠? 걸을수도 없다는건 도저히 믿을수 없는데요." 에드거는 카뮤의 말을 듣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객잔의 방안으로 들 어갔다. 잠시후 에드거는 무언가를 가지고와 카뮤에게 내밀었다. 카 뮤는 뭐냐는 시선을 던졌지만 에드거는 일단 받으라는 식의 표정을 지었다. 카뮤는 손을 내밀어 그것을 받았다. "아얏!" 카뮤는 눈을 찡그리며 손을 털었다. 그와중에 손에 들었던 것이 바 닥으로 떨어졌다. 모두의 눈이 그것으로 향했다. 그것은 아주 조그만 회갈색 돌멩이 같은 것이었다. 사방이 삐죽삐죽하게 가시가 돋아있 는게 마치 커다란 망치로 자갈을 부숴버린 것 같았다. 디네즈가 손 끝으로 그것을 들어올리려다가 다시 떨어트렸다. 보기보다는 매우 날카로운 것 같았다. 에드거는 굳은살이 박힌 투박한 손가락으로 그 것을 집어올렸다. "이게 열사의 사막 모래입니다." "……이게 모래?" 모두 깜짝놀란 표정으로 에드거를 바라보았다. 물론 티아라도 마찬 가지였다. "열사의 사막에는 이런 모래들로 가득합니다. 날씨는 지독하게 덥 지만 바람도 없어요. 가도가도 있는건 스타라이트 뿐이죠. 오아시 스도 없고 나무도 없어요. 식인수라도 있으면 잡아다가 그 그늘위 에 휴식을 취하겠지만 그것도 여긴 없어요. 쉴수있는데는 바위지 대 외에는 없는데, 군데군데 흩어져있는데다 몇 개 되지 않죠. 나 는 예전에 그곳에 간적이 있어서 쉴 수 있는 바위지대를 알고있 습니다. 그러니, 제가 가야합니다." 과연 에드거의 말은 옳았다. 마을을 떠나온지 벌써 1주일째……열사 의 사막은 변경이라는 이름이 걸맞을 정도로 엄청난 곳이었다. 물론 지금은 어느정도 익숙해진 상태라 조금은 나은 상태였지만 출 발하고 사흘동안은 정말 얼마못가 죽는줄 알았다. 타오르는 태양빛 은 그래도 나은편, 그 열이 뾰족한 모래를 달궈놓아 바닥은 물이라 도 떨어지면 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티아라가 아무소리 않고 에드거를 놓아준 이유도, 어떻게보면 카뮤일행을 걱정해서라고 볼수 있었다. 카뮤는 내심 티아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있었다. 나흘째 되던날, 카뮤 일행은 열사의 사막에서 처음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수 있었다. 변경에만 산다는 토종 마물인 샌드웜이었다. 샌드 웜은 낮에는 땅속 깊숙히 들어가 움직이지 않다가 시원해지는 밤이 되면 밖으로 기어나와 마치 뱀처럼 모래위를 기어다녔다. 결론만 말하자면 샌드웜은 디네즈에게 덤볐고, 샌드웜은 디네즈의 스피릿 스워드에 두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러나 나중에 카뮤가 요리 를 해볼 생각에 디트리히의 바스타드로 두들겼을 때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껍질은 물론이고 속살도 바위처럼 딱딱했던 것이다. 샌 드웜은 자카레이드와 더불어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기적적인 마 물로 주로 열사의 사막 테두리에 살면서 지나가는 생물을 잡아먹는 다고 했다. 그렇다는 소리는 아직 열사의 사막 중심에는 가지도 못 했다는 의미였다. 이런 혹한의 환경을 지나오면서 카뮤는 완전히 지쳐버렸지만 그런 대로 움직일 기력은 남아있었다. 그것은 디네즈와 디트리히도 비슷 했으나 로리타와 세이렌만은 상태가 심각했다. 특히 세이렌은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말고 겉에는 드래곤스케일을 드 러나게 한 상태로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디트리히의 설명에 의하면 동면에 들어가는 드래곤이 저런식으로 잠이든다고 하는데, 결국 세이렌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이야기였다. 여정 이 틀째부터 세이렌은 짐짝처럼 샌드쉽에 실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 만 솔직히, 카뮤는 그렇게라도 할 수 있는 세이렌이 부럽기까지 했 다. 어느새 날이 뉘엿뉘엿 저물고 초강행군으로 이어진 여정의 하루도 거의 끝나갔다. 멀리 바위로 된 구릉이 보였던 것이다. 샌드쉽이 바 위에 닿고 쓰러지듯 로리타가 그 위에 몸을 눕혔다. 해가 저문지 얼 마 안되었지만 바위는 뜨겁지 않았다. 열사의 사막 특제 바위로 뜨 거운 열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특징 때문에 아직도 바위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로리타의 뒤를 카뮤가 잇고 디네즈는 파리해진 얼굴로 디트리히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앉았다. 의외로 건강한 사람은 에드거 외는 없 었다. 에드거는 완전히 뻗어버린 카뮤일행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많이 힘드시죠? 조금 쉬어가도록 합시다." "……정말 끔찍한 곳이에요, 에드거씨." 비명같은 목소리로 카뮤가 말했다. 에드거는 머리를 가볍게 끄덕였 다. "그렇죠? 이런 지독한 환경에서 인간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샤갈이나 라이컨슬로프가 많기는 해도 마경쪽 이 더 낫습니다. 아니, 나은게 아니라 천국과도 비교할수 있겠죠." "동감입니다." 디트리히는 샌드쉽의 다리 사이에 매달아놓은 물통을 꺼내 입술을 축이며 대답했다. 에드거의 충고에 따라 디트리히는 입술만 적시는 정도에서 물을 조절하고 있었다. 하기는 이런 끔찍한 곳에서 물이 사라진다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일이니까. 실제로 샌드쉽 일곱 마리 에 실린 짐 중 대부분이 물주머니였다. 그러나 그렇게 아껴먹어도 요 일주일동안 30여개에 달하는 물주머니의 다섯 개를 써버리고 말 았다. 세이렌이 동면에 들어가기 전에 세 개의 물주머니를 처치해버 린 것이다. 카뮤는 점점 서늘해지는 공기를 느끼며 말을 꺼냈다. "……공기가 차가워지는데요." "슬슬 온도가 떨어지는군요. 몸을 따스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에드거는 샌드쉽에서 두꺼운 모포를 꺼내 일행에게 돌렸다. 첫날 저 녁, 시원해지는 밤공기에 카뮤는 감격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께 감 사의 기도를 올렸다. 물론 에드거의 충고가 뒤따랐고 자정이 지나자, 카뮤는 신에게 저주를 내뱉었다. 온도가 상상을 초월할정도로 내려 가버린 것이었다. 열사의 사막은 단순히 뜨겁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하지만 더욱 무서 운 것은 밤의 냉기였다. 낮의 열기는 샌드쉽 등위에 놓은 계란을 구 워버릴 정도지만 밤의 냉기는 익어버린 계란을 다시 원상태로 되돌 릴정도로 차가웠다. -약간의 과장이 섞여있기는 하다.- 사막에서 얼 어죽고 싶지 않으면, 얼어서 쩍쩍붙는 바위위에 우두둑거리는 관절 을 뒤틀며 계속 움직여야 했고 결국 아침나절의 두시간 정도만 잠들 수 있었다. 방해꾼 정도로 생각되었던 에드거의 충고는 이제 절대 명령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불평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모포를 받으며 카뮤는 에드거에게 말을 건넸다. "……차라리 저녁에 걷고 낮에는 쉬는게 어때요?" "보통의 사막이라면 그렇게 하죠." 에드거는 모두에게 모포를 나눠주고 몸을 최대한 웅크리면서 대답했 다. "모래사막이라면 그렇게 하는편이 더 효율적이니까. 하지만 이곳은 모래사막이 아닙니다, 카뮤." "……말 낮추세요. 그리고 왜 그런지 대답해주세요. 너무 힘들어서 물어볼 기력도 없었어요." "뛰어난 전사에게는 예의를 갖추는 법이죠. 그리고 밤에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전에도 보셨지만 샌드웜하고 자카레이드 때문입니 다. 아직 샌드웜의 세력권을 벗어나려면 조금 남았으니까. 내일 저녁무렵에는 어느정도 안전하다고 할수 있으므로 밤에 걷고 낮 에는 쉴곳을 찾아 잠을 청할겁니다." "……자카레이드가 뭐죠?" 디트리히가 이제 덜덜 떨리는 턱을 움직여 질문을 던졌다. 공기가 다시 추워지고 있었다. 카뮤는 이제는 익숙해진 솜씨로 관절을 우드 득소리나게 움직여 식어가는 몸을 다시 데워갔다. 다만 디네즈는 몸 을 웅크린채로 잠들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디네즈는 이런 날 씨에 무척 익숙한 듯, 밤의 냉기속에서도 잠들 수 있었다. 마스터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자카레이드는 열사의 사막에 사는 마물로, 뱀처럼 길고 여덟 개의 날개가 달려있습니다. 굵기는 약 10큐빗정도에 날개길이를 합치 면 가로길이가 보통사람의 네배가 되는 놈입니다. 한마디로 괴물 이죠." "……잘도 이런곳에서 살아있군요." 기가 질려버린 로리타의 대답이었다. "그녀석은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공격을 한다해도 죽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시 가버리죠. 마치 파수꾼같아요. 샌드 웜은 사람이 걸을 때 나는 작은 진동이나 소리를 듣고는 벌떼처 럼 모여들지만 자카레이드는 언제나 혼자 다닙니다. 그리고 사막 을 건너는 것은 사람이든 마물이든 가리지않고 공격해 처참하게 죽여버리죠. 눈은 없는대신 후각이 예민해서 10펜큐빗 바깥에서 도 알아차리고 공격을 해 옵니다만 그렇게 많은수가 없어서 다행 이죠. 하지만 일단 만나면 모래를 파고 숨어야 합니다. 아니면 조 각조각 찢겨져 죽어버릴테니까." "……정말 죽여주는군." "자카레이드보다 조금 약하긴 하지만 샌드웜도 일반적인 검으로는 흠집도 못냅니다. 예전에 모험을 떠날 때, 20여명이 함께 사막을 건넌적이 있었죠. 그러나 살아돌아온건 저 하나였습니다. 그때 이 팔도 잃었죠." 에드거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매만 남아있는 오른쪽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샌드웜은 사람이고 동물이고 가리지않고 덤벼들어 맹독을 가진 이빨로 물어댑니다. 일단 물린 사람은 그즉시 심장이 멎어버리죠. 그러면 샌드웜은 그 사람을 모래속으로 끌어당깁니다. 어디까지 들어가는지는 모르지만, 샌드웜은 모래속에서 먹이를 먹으며 오랜 시간을 보냅니다. 먹이가 떨어질 때까지. 덩치로 보자면 사람 한 명을 가지고 한달정도는 버티는 모양입니다만……자세한 것은 모 르죠." "약점은 있나요?" "무는순간에 입을 여는데 다른곳보다 입안이 조금 부드럽습니다. 또 심장하고 일직선으로 연결되어있기도 하고요. 유일하게 칼이 먹히는 부분이 그곳이고, 그 외의 부분은 도끼나 톱도 안들어갑니 다. 완전히 돌멩이에요. 아, 디네즈양의 데블스 스피……뭐라는 건 예외겠군요." "……죽기 싫으면 검성(劍聖), 스워드 마스터가 되라는 소리군요." 카뮤는 디네즈에게 시선을 옮겼다. 만일 에드거가 없다면 열사의 사 막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마스터 하나 뿐일 것이다. 카뮤 자신은? 전 륜 및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긴 했지만 아직 손끝에서 검기를 뽑아 낼 정도는 되지 않았다. 마스터의 말에 의하면 카뮤는 재능이 있어 서 빨리 배운다고 했고, 약 5년정도면 검기를 뽑아낼수 있을거라고 했다. 그러나 5년이란 시간은 너무 멀다.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려면 말이다. 카뮤는 에드거와 디트리히가 무언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는 온몸을 둥글게 웅크렸다. 에드거씨의 모포는 정말 따듯했다. 앞으 로 1시간 정도는 냉기를 막아줄 것이다. 카뮤는 머리끝까지 모포를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겠지……지독한 태양 같으니라고. * * * 죽음의 사막……흔한 소재지만 언제나 가슴뛰는 모험과 죽! 음! 이 있는 곳이죠.....별로 가고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26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4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7 19:29 읽음:927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4 by 유 민 수 24. 다음날의 행군은 조금 더 쉬워졌다. 오후 늦게부터 샌드웜의 세력 권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에드거는 바위그늘을 찾아 쉬게했고 그날부터 행군은 밤에 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다. 충분히 잠을 잔다는 것이 이렇게 기쁘고 즐거운것인줄은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열사의 사막을 통과하면서 카뮤는 수면이 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8일이 지나서 야 카뮤는 5시간을 깨지않고 잘수 있었다. 충분한 수면은 몸에 활력 을 가져다주어 추운 밤동안의 행군에도 별다른 무리를 가져오지 않 았다. 다만 동면상태에 들어간 세이렌과 축 늘어져버린 로리타는 예 외로 해야겠지만 디네즈와 디트리히도 어느정도 정상을 찾아가고 있 었다. 열흘째 밤이되자 에드거는 카뮤일행을 깨워 여행준비를 갖추게 했 다. 붉은 노을이 가득한 가운데 카뮤는 우드득 거리는 관절을 꺾으 며 몸을 풀었다. "이제 얼마나 가야하죠?" "거의 왔습니다. 앞으로 3일만 더 가면 대미궁으로 들어가는 화석 의 숲에 들어갈수 있습니다." "화석의 숲? 그건 뭐죠?" "나무가 돌로 변해버린……뭐 그런곳입니다. 마물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별로 위험한 곳은 아닙니다. 자카레이드가 들어오지 못하 는 안전지대죠. 일단, 그곳으로 들어가면 이번 여행은 반쯤 성공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에드거는 샌드쉽에 실린 물통을 점검하면서 대답했다. 물통은 이제 열다섯개 정도 남아있었다. 돌아가는 기간을 생각하면 약간 부족했 다. 아직 대미궁에 도착하지 못했는데도 절반이나 사용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직접 마셔서 없앤 것은 네통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는 모두 샌드쉽이 마셔버린 것이어서 어쩔도리가 없었다. 만일 샌드 쉽이 갈증으로 죽어버린다면 카뮤일행은 오도가도 못하게 될테니까. 에드거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샌드쉽 여섯 마리중 두 마리의 짐을 내렸다. 그리고 디네즈에게 말했다. "물이 부족합니다. 화석의 숲에서 잘하면 물을 구할수도 있겠지만 장담할순 없습니다. 이제는 샌드쉽 하나에 두명이 타고가야 합니 다. 샌드쉽 하나가 사람 두명분의 물을 먹어치우니까요." "……뜻대로 하세요. 사막에서는 에드거씨가 마스터니까요." "……알겠습니다." 에드거는 빙그레 웃더니 짐을 내린 샌드쉽의 엉덩이를 툭툭 두들겨 슛았다. 샌드쉽은 느릿한 걸음으로 멀리 사막 한가운데로 사라져갔 다. 샌드쉽은 이제 네 마리로 줄어들었다. 맨앞은 에드거였고 그 뒤를 디트리히와 카뮤가 따랐고 다음으로 디네즈와 늘어져버린 로리타, 그리고 둥글게 몸을 말고 잠들어있는 세이렌이 이어졌다. 마지막 한 마리는 짐과 남은 물통중 생명과도 맞바꿀 가치가 있는, 다섯통을 짊어지게 했다. 그런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샌드쉽은 느릿한 걸음 걸이로 사막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밤중의 행군은 묘한 운치 가 있었다. 후하고 내뿜는 숨결이 얼음결정이 되어 하얀 안개가 되 는 것을 보는것도 재미있고 차가운 냉기가 피부를 스쳐갈 때 스타라 이트 모래의 음산한 소리를 듣는것도 재미있었다. 조금 힘든것만 제외하면 좋은 여행이었다. 물론 전적으로 에드거라 는 좋은 길잡이가 있기 때문이겠으나 카뮤는 조금은 즐기는 마음을 갖고있었다. 무슨일이 있으면 마스터와 에드거가 잘 무마해줄 것이 다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앞장을 서던 에드거가 천천히 손을 올려 일행을 멈춰세웠 다. 카뮤는 고개를 옆으로 빼 에드거를 바라보았다. 에드거는 손을 올린 상태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카뮤는 조금 불안해졌 다. "무슨 일이에요?" "……조용히. 무슨 소리 못들었어요?" "……" 카뮤는 귀를 기울였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스타라 이트를 스쳐가는 웅웅 하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카뮤는 섣불리 부인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에드거의 사막에 대한 지식은 놀라운 수준이다. 따라서 아무런 이유없이 저런말을 하 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카뮤는 몸을 돌려 뒤에 서있는 디네 즈에게 말했다. "마스터. 로리타는 괜찮아요?" "지쳐있기는 하지만 괜찮은 것 같다." "그럼 그만 게으름피우고 일어나서 귀좀 세우고 소리를 들어보라 고 해 주세요. 인간보다야 엘프의 귀가 더 낫겠죠." "……알았어. 다 들려." 부스럭거리더니 로리타가 안장 뒤에서 일어났다. 얼굴이 부석부석한 게 잠을자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일부러 들으라고 말한거지. 못됐어." "그럴 의도는 없어.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잖아." 퉁명스러운 카뮤의 말에 로리타는 잠자코 손을 귀에 갖다대었다. 마 치 토끼가 귀를 세우듯 로리타의 검은 귓바퀴가 옆으로 펴지며 방향 을 잡았다. 로리타는 눈을 지긋이 감은 상태로 온 신경을 집중시키 는 듯 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로리타는 조금씩 입을 열었다. "……들려. 바람소리는 아니야." "……" "……새인가? 아니……그것보다는 조금 큰……많은 수야. 한 여덟 마리 정도는 떼지어서 날아오는 것 같아. 거리는 3펜큐빗(=3킬로) 정도……남쪽." 눈을 뜨며 로리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네즈가 손을 내밀자 로리 타는 그 손을 잡으며 안장위에서 남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 고 가만히 남쪽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미 하늘이 어두워져 있는 상태라 카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어두운 날에는 밤눈이 밝은 엘프나 드워프의 능력이 돋보이게 마련이었다. 카뮤가 일부러 로리타를 깨운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로리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남쪽을 바라보더니 조금씩 고개를 끄덕 였다. "속도가 빨라. 하늘을 날고있고……새는 아니지만 무척 큰데. 한 마리야." "오! 이런……빌어먹을!" 불길한 예감이 스쳐갔다. 에드거가 갑자기 샌드쉽에서 내리더니 무 작정 모래를 파기 시작했다. 등쪽으로 서늘한 기운이 훑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자카레이드." "로리타! 도착 예상 시간은!" 디트리히가 허리에서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들며 외쳤다. 로리타는 잠시 날아오는 자카레이드를 보더니 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예상시간 약 20여분정도. 무척 빨라요! 방향은 곧장 이쪽으로 향 하고 있어요." "숨을 구덩이를 팔 시간도 없어……어쩌죠?" "별수없다." 디네즈가 오른손을 떨쳐냈다. 검은빛이 스며나오듯 흐르고 몸을 꿈 틀거리는 데몬즈 스피릿 스워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네즈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싸우는 수밖에." "숨을순 없을까요?" "안돼. 숨어도 샌드쉽은 죽겠지. 화석의 숲 근처라면 모르겠으나 여기는 열사의 사막이다. 샌드쉽이 없으면 우리도 죽어." "……정말 별수 없군요." 카뮤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갑자 기 용감해 진건가? 카뮤는 샌드쉽에서 내리고, 그 고삐를 주저하는 에드거에게 넘겨 피신시키면서 빠르게생각해 보았다. 마을을 출발하 고 열흘간……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지독한 열기와 고통과 싸워가며 여기로 왔다.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죽고싶을정도의 고통 이 무엇인지를 알면서부터 카뮤는 점점 더 살고싶은 욕망이 강해졌 다. 생존……그리고 살아간다는 것. 렉싱턴에서 라이컨슬로프와 싸웠 을때도 카뮤는 생존이라는 이슈에 대해서는 한번도 신경을 써본적이 없었다. 용기라는 것도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그런데 사막 최고의 마물이라는 자카레이드와 싸우기 전에 갑자기 생각이 나는건 왜일 까? 카뮤는 차가운 밤공기를 가슴깊이 들이마셨다. '……살아남자. 그리고 그때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카뮤는 에스토크를 뽑아들고 디트리히와 디네즈와 함께 시시각각 접 근해오는 자카레이드를 노려보았다. 로리타는 바닥에 모포를 깔고 그 위에서 캐스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멀리 자카레이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지네에 날개를 달아놓은듯한 모습이 었다. 카뮤는 이를 악물었다. "온다!" 디네즈의 기합과 함께 카뮤는 에스토크에 투기를 조금씩 불어넣기 시작했다. 에스토크의 끝이 미미하게 떨리며 온몸이 긴장으로 팽팽 해졌다. 카뮤는 빙긋 웃었다. '……죽인다. 저녀석.' 자카레이드는 눈이 없었다. 맨 앞에는 커다란 집게턱이 있고 몸통 아래쪽에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무수한 발이 있었다. 등에는 마치 덕지덕지 붙여놓은듯한 날개가 달려있지만 보기와는 달리 무척 빠르 게 디네즈에게 짓쳐들어왔다. 처음 움직인 것은 디트리히였다. 로리타의 캐스팅으로 인해 회오리 를 타고 하늘로 날아오른 디트리히는 힘찬 기합과 함께 바스타드를 든채로 허공에서 날아오는 자카레이드의 등 위로 뛰어올랐다. 자카 레이드는 갑자기 등위에 무언가가 떨어지자 몸을 비틀어댔지만 디트 리히는 바스타드를 휘둘러 날개 하나를 찍어갔다. 쨍! 귀를 찢는듯한 금속성이 들리고 허공을 날아가는 디트리히가 보였 다. 그러나 날개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카뮤는 가볍게 혀를찼다. "샌드웜과 똑같군. 정말 단단해." "다음!" 로리타의 캐스팅이 끝나고 이번에는 디네즈와 카뮤가 동시에 날아올 랐다. 자카레이드는 몸을 돌려 다시 날아오고 있었다. 카뮤는 빗줄기 처럼 사방에서 날아오는 자카레이드의 다리를 피해 에스토크를 그 다리사이에 꽂아넣었다. 강력한 회전이 걸린 전륜에 타이밍을 잘 맞 춘 공격이었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팔에 욱신거리는 통증이 전해졌고 자카레이드의 다리 두 개가 허공을 날아가는게 보였다. 카 뮤는 균형을 잡아 다시 바닥에 내려섰고 이어 캐액 하는 자카레이드 의 비명을 들었다. 디네즈였다. 디네즈가 스피릿 스워드를 휘둘러 날카로운 턱 하나를 잘라낸 것이었다. 푸른 체액이 튀고 디네즈는 우아한 모습으로 땅에 내려섰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다음 공격에 대비했다. 디네즈는 카뮤에 게 큰소리로 말했다. "균형을 잘 잡아! 단단하긴 하지만 헛점이 많고 관절사이가 약하 다. 그걸 노려!" "네! 마스터!" 카뮤는 발을 재빨리 놀려 디네즈와 나란히 섰다. 마음 가득히 만족 감이 부풀어올랐다. 카뮤는 지금 디네즈와 동등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내가 먼저, 그다음은 카뮤. 마지막은 디트리히. 목표는 저녀석의 머리! 일격에 해치우자!" "하!" 등뒤에서 고함소리가 들려 카뮤는 조금 놀랐다. 디트리히가 어느새 에 등 뒤로 다가와 있었다. 체인메일을 입고도 소리가 조금도 나지 않았다. 하기는 조금전 자카레이드의 날개에 가한 공격은 일품이었 다. 다만 자카레이드에게 검이 먹히지 않는다 뿐이었다. 로리타도 모포를 끌고 끙끙거리며 디트리히의 뒤로 다가와 앉았다. 자카레이드는 약간 떨어진 허공에서 날개짓을 해 제자리에 멈춰 있 었다. 자카레이드는 크크크 하는 신음 비슷한 소리를 내더니 이내 빠른속도로 달려들어왔다. 디네즈는 왼손을 펼쳐냈다. 푸른빛의 강투 기가 뻗어나왔다. 이번 일격에 모든 것을 건다는 기세였다. 카뮤도 있는 모든 힘을 검 끝에 부어넣었다. 자카레이드의 커다란 얼굴이 시시각각 다가왔다. 그 넓적한 얼굴에 난 조그만 흠집과 울퉁불퉁한 굴곡도 보일 정도였다. "공격!" 고함과 함께 디네즈가 뛰어올랐다. 디네즈는 왼손의 투기검을 휘둘 러 양쪽으로 날아오는 수십개의 발톱을 모두 잘라내며 자카레이드의 머리위로 기어올랐다. 그리고 세찬 기세로 발 아래로 빠져나오는 자 카레이드의 머리 정 가운데에 스피릿 스워드를 날렸다. 카캉! 불꽃이 튀고 카뮤의 눈에 약간의 상처가 난 자카레이드의 머리가 들 어왔다. 놀랍게도 스피릿 스워드에 의해서도 깊은 상처가 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온몸에 소름이 쭉 돋으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죽음! 죽는다는 느낌이 온몸을 절실하게 적시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카뮤의 생각과 는 달리 몸은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온몸의 힘을 실은 카뮤 의 에스토크가 디네즈가 만든 흠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에스토크 의 표면에는 옅은 푸른색의 검기가 서려있었다. 온몸의 힘을 담은 필생의 일격……그것은 자카레이드의 이마를 내리찍었고 하얀 뇌수 가 카뮤의 시야를 일순간 덮어버렸다. '……성공인가?' 강한 충격이 카뮤의 배를 때리고 카뮤는 허공으로 표표히 날아가버 렸다. 세상이 거꾸로 보이고 충격에 의해 흐릿해진 시야에 뇌수를 뿌리며 몸을 비트는 자카레이드의 이마에 디트리히가 바스타드를 꽂 아넣고 휘젓는게 보였다. '……성공이구나……'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자카레이드가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 쓰러 지는 것을 보고나서야 카뮤도 바닥에 떨어졌다. 머리가 아득해지고 정신이 혼미하다. 이게 죽는 느낌인가? 의외로 좋은 느낌……고통도 없고 전신이 납처럼 무겁다. 다만 피곤할 뿐이다. "카뮤! 카뮤!" 로리타의 울음소리……? 카뮤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정신을 잃었 다. 머리가 빠개질 듯이 아프다. 이마에 시원한 느낌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시원하다? 죽으면 다 이런 느낌일까? 온몸에 느껴지는 고통 은 분명히 살아있을때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렇다는 말은 아직 살아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카뮤는 납덩이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들 어올렸다. 아직 시야가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주변이 환한 것 을 봐서 분명히 낮이다. 낮……그늘속에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낮이 다. 악몽같은 밤은 지난 것이다. 카뮤는 가볍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으으……" "카뮤! 정신들어? 카뮤!" 새소리처럼 시끄럽군. 카뮤는 흐릿해진 눈을 애써 껌뻑거리며 신경 을 집중시켰다. 흐릿한 시야가 맑아지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 는 검은 아름다운 눈동자가 보인다. 갈색의 긴 머리카락, 그리고 태 양처럼 환한 얼굴에 눈물자국이 남아있는 백옥같이 하얀 피부……꿈 속에서도 그리는 마스터, 디네즈였다. 카뮤는 잠시 상황판단을 할수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마스터의 얼굴이 보인다. 머리 아래쪽은 푹신 하고 따듯한 느낌이었다. "……마스터?" "정신이 들었구나. 걱정했어." 디네즈는 허리를 굽혀 카뮤를 꼭 끌어안았다. 카뮤는 잠시 그윽한 디네즈의 향기에 정신을 차릴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느긋한 마음이 되어서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적어도 이런 기회가 자주 없는건 분 명하니까. 카뮤는 몸에 조금씩 힘을 주어보았다. 온몸이 뻐근하긴 하지만 움직 일순 있었다. 디네즈가 몸을 일으키고 카뮤는 자신이 어떤곳에 있는 가를 알수있었다. 커다란 장막 밑의 그늘이었다. 바닥은 엷은 갈색의 판이였고 모포가 드리워져 작은 문의 역할을 하고있었다. 왼쪽에 기 쁜얼굴을 하고있는 디트리히와 로리타가 보이고 그보다 약간 윗쪽에 감격한 표정을 에드거도 보인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 는 세이렌도 다리쪽으로 보였다. 동면에서 풀려난 것이 확실했다. 카뮤가 누워있는곳은 디네즈의 무릎 위였다. 마치 끌어안은것처럼 카뮤는 디네즈의 품안에 들어와 있었다. 카뮤는 씨익 웃었다. "……좋은 꿈이군요. 마스터의 무릎위에 누워 편안히 쉬다니. 여기 가 천국은 아니겠죠?" "현실이란다, 카뮤." 디네즈는 눈물이 글썽한 눈을 손가락으로 훔치고 있었다. 카뮤는 마 음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스터 울었어요?" "아주 크게 울었어. 스승은 역시 제자를 아낀다니까." 로리타가 부연설명을 했지만 디네즈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에 드거가 감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자네 아주 대단했어. 디네즈양의 스피릿 스워드에도 죽지않던 자 카레이드가 자네의 일격에 쓰러졌으니까. 내 생전에 자카레이드가 죽는 모습을 볼줄은 정말 몰랐네." "……내 능력이 아니에요." 카뮤는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계속 누워있고 싶었지만 디네즈의 눈 에서 더 이상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런상황은 싫을 뿐이었다. "마스터의 일격에 깊은 흠집이 났고, 난 그곳을 따라 검을 박아넣 은 것 뿐이에요." "쉬운일은 아니지. 겸손할 필요는 없네." 디트리히가 말을 거들었다. 디트리히의 몸에도 약간의 상처가 나 있 었다. 자카레이드의 발톱에 난 상처 같았다. "나도 공격을 해 봤지만 아주 힘들었네. 자네가 커다랗게 만든 상 처에 검을 찔러넣는것도 쉬운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녀석은 어디에 있죠?" "여긴 그녀석의 뱃속이야." "……" 순간 카뮤는 디트리히가 농담을 하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그러나 진 지한 디트리히의 얼굴을 보고는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수 있었다. 카뮤는 눈을 들어 다시 주위를 살펴보았다. 분명 장막처럼 보인다. 그러나……군데군데 빛이 들어오지만 분명 저건 장막이 아 니다. 조금 딱딱한 습성의 장막인가? 그런 것이 있을리 없었다. 카뮤 는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디네즈에게 시선을 옮겼다. "설명이 좀 필요한데요." "간단하다. 쉴 수 있는 텐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자카레이드를 해 부해서 그 껍질을 벗겨냈단다. 아주 쓸모있는 재료였어." "……" 카뮤는 할말을 잃었다. 그러고보니 열사의 사막에서 자카레이드만한 재료는 없다. 단단하고 열을 막는데는 최고가 아니겠는가! 카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간 흔들거리기는 했어도 움직이는데 별 지장은 없었다. 문으로 대신해둔 모포를 젖히고 밖으로 나오자 살인적인 더위와 햇볕이 카뮤의 눈을 부시게 했다. 카뮤는 눈을 감 았다 떴다 하며 시력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밖에는 인공적으로 만 든 차양에 나란히 서있는 샌드쉽이 있었다. 거대한 차양……분명히 어제 밤에 보았던 자카레이드의 날개조각이었다. 카뮤는 고개를 돌 려 지금까지 카뮤가 누워있던 텐트를 보았다. 바퀴벌레처럼 갈색의 거대한 몸통이었다. 한쪽 구석에는 잘 잘라놓은 자카레이드의 껍질 이 보이고 약간 멀리 껍질이 완전히 벗겨져 마치 새우처럼 보이는 자카레이드가 보였다. 다만 머리부분의 껍질은 남아있었고 어제 공 격의 흔적인양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 있었다. '……엄청난 녀석이군.' 카뮤는 온몸에 오한이 드는 것 같았다. 저런 녀석을 상대로 싸웠던 말인가? 믿기지 않았다. 텐트의 차양이 젖혀지며 로리타가 나왔다. 로리타는 웃는낯으로 카뮤에게 말을 건넸다. "몸은 좀 어때?" "아주 좋아. 그런데 저 새우 벗겨놓은 것처럼 생긴게 자카레이드 냐?" "……조금 웃기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믿어지지 않아." "……?" 로리타가 의아한 눈으로 카뮤를 바라보았다. 카뮤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고 있었다. "내가 저런 엄청난 녀석과 싸웠단 말이지……그리고 이겼고 말야." "……감격했어?" "……조금은. 사실 무서웠거든." "……무서워? 카뮤도 무서운게 있어?" "모르겠어. 갑자기 몸이 떨려오는걸……정말 우스워." 카뮤는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점점 맑아져가고 있었다. 위험이 지 나간 것을 알면서부터 몸이 기억해내기라도 한 듯이 떨려오고 있었 다. 용기? 그런 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유행처럼 흘러간 것처럼 생각 된다. 로리타는 그런 카뮤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손을 들어 카뮤의 엉덩이를 툭 하고 쳤다. 놀란 카뮤는 로리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카뮤 대 디트리히, 1 대 2. 선전했어, 카뮤." 로리타는 손가락을 내밀며 환하게 웃었다. "……디네즈가 슬프게 울었어. 너를 무척 좋아하는 거야." "……제자일 뿐이겠지." "디트리히도 마찬가지일걸? 기사로서 존경하는 거야. 날 믿으라 구." "……" 카뮤는 로리타를 물끄러미 보았다. 카뮤는 약간 주저하며 입을 열었 다. "……읽었냐?" "아니. 디네즈의 마음은 읽기 힘들어. 하지만 여자의 직감이라고 해 두지." "……고맙다."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카뮤는 로리타에게 감사의 말을 보냈다. 로리 타는 물론! 이라는 얼굴로 카뮤의 시선을 받아주었다. 그러나 카뮤는 로리타의 눈빛에 서려있는 작은 흔들림은 보지 못했다. 로리타의 눈 빛은 비가 쏟아지려는 하늘의 구름처럼 맑게 흔들리고 있었다. / / / 아....삼각관계여. 이야기를 연장하는데 언제나 쓰이는 요소입니다. 다만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서 명작이냐 3류냐는 구분이 지어집니다. 결국 작품이라는 것은 작가의 능력에 달린거라는 뜻이겠죠....... 교수님께서 그러시더군요. '진정한 작가는 3류 소설도 1류로 보이게끔 써야 한다.' 물론 저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공돌이지만 작가의 꿈을 버린게 아니 라서요.....아아.....라이컨슬로프는 책으로 나올수 있을까? 꿈을 먹고 사는 아마추어 작가, 다크스폰이었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27번 제 목:[아이크]라이컨슬로프-25 올린이:무휼j (주정례 ) 98/08/27 19:30 읽음:858 관련자료 없음 ----------------------------------------------------------------------------- 라이컨슬로프-25 by 유 민 수 25. 사막의 배, 샌드쉽의 흔들거림에도 서서히 이력이 날만한 즈음, 멀 리 거대한 크기의 구릉과 사막 끝쪽에 우뚝 솟아있는 뾰족한 산봉우 리를 볼수 있었다. 상당히 멀어보였지만 어쨌든 목적지에 많이 다가 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카뮤는 이제는 제법 편안해진 샌드쉽 의 등에 기대어 갈색의 산봉우리를 바라보았다. 아주 크고 높은 산 이었다.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것이 묘한 비대칭을 이루고 있고 꼭대기는 하얀 색이었다. 하얗다……분명 눈이라든가 뭐 그런 것이다. 사막 한가운데에 눈이라고 생각하면 이상하기 그지없지만 이제 카뮤는 '이상하다'라든가 '기묘하다'라는 말은 그만두기로 결심 한지 오래였다. 이상한 것으로 치면 카뮤 일행이 더할테니까. 애들 둘과 함께 죽음의 숲이라는 마경을 그린드래곤으로 넘어 사막 한가운데를 헤메는 미모의 여전사. 길잡이는 외팔이 아저씨고 또 몸 을 둥글게 웅크린 드래곤 해츨링 하나를 곁에 짐짝처럼 매달고 걷고 있다. 머리위에는 갈색의 자카레이드 껍질을 우산처럼 받쳐들고 맨 뒤에 따라오는 샌드쉽에는 남은 자카레이드의 껍질을 뭉친상태로 운 반하고 있다.……충분히 기묘한 행렬이다. 카뮤 일행은 하루 밤낮을 모두 사용해 행군하고 있었다. 물론 자카 레이드와 한번싸운 경험을 토대로, 하루라도 빨리 화석의 숲에 들어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제 는 더 이상 한낮의 뜨거움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에드거는 사막의 모험자답게 죽어버린 자카레이드를 최대한 활용하 기 시작했다. 샌드쉽과 달리 자카레이드는 속살이 아주 연했다. 독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에드거는 한마디로 그 걱정을 일축해버 렸다. "독이란 약한 생물에게 있는 겁니다." 에드거는 앞장서서 열사의 태양빛 아래 반쯤 구워진 자카레이드를 뜯어 시식에 나섰다. 로리타는 질겁을 했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물기 가 많은 신선한 음식을 먹을수 있었다. 그러나 한가지, 카뮤가 이해 하기 힘든 것은 자카레이드의 몸속 구조였다. 자카레이드는 마치 곤 충처럼 겉껍질만 단단하고 내부는 살로 채워져있었다. 강력한 턱과 발톱이 있지만 그에 해당하는 기관, 즉 위와 장이 없었다. 말 그대로 몸속은 움직이기 위한 근육이었을뿐……소화기관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점을 에드거에게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디네즈가 해 주었 다. "이런 류의 녀석을 마경에서 본적이 있다." "마경에서요?" 문득 카뮤는 디네즈가 마경에서 걸어나왔다는 것을 상기했다. 휴프 노스 방면 마경의 일대엔 마을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용의 방벽에서 라이컨인 바타쿠, 아니 루돌프 폰 휴프노스와 한 이야기로 되짚어보자면 디네즈는 라이컨슬로프의 천국인 마경과 어느정도의 연관이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디네즈는 그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디트리히와 카뮤도 묻지않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디네즈가 동료라는 점이었으니까. 그런 디네즈가 마경의 이야기를 꺼낸 것이 다. 카뮤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웠다. "마경에는 곤충에서 마물로 성장한 녀석이 하나 있지. 뱀처럼 생긴 모드키하고 긴 몸뚱이에 날개가 달린 플럭버그(fluck-bug)라는 것 인데 생김새는 다르지만 내부구조는 비슷하다." "……그러면 이런 종류는 뭘 먹고살죠?" "아무것도……이건 곤충이란다, 카뮤." 디네즈는 씁쓰름한 표정으로 멀리 사막의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아 마도 그녀는 마음속으로 마경을 생각하는 듯 했다. "플럭버그는 8년이란 세월을 둥글둥글한 모습의 애벌레로 산다. 구 더기나 흡혈거머리처럼 음습한 곳에 숨어살면서 지나가는 마물이 나 인간에게 덮쳐 피와 살을 빨아먹지. 아주 지독한 녀석이다. 플 럭버그 애벌레에 걸리면 껍질밖에 남지않아." "……" "그러다가 알테미아의 눈과 헤게모니의 보석이 동시에 떠오르는 날이 되면 나무로 기어올라 순식간에 허물을 벗고 플럭버그로 변 해 날아오르지. 플럭버그 성체가 되면 그녀석들은 100일밖에 못 살지만 오직 짝을찾아 헤메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하 지만 자신을 방해하는 적은 강력한 이빨과 빠른 움직임으로 갈기 갈기 찢어내지." "정말 비슷하군요. 그것도 이렇게 큰가요?" "아니야. 내 손바닥 크기밖엔 안돼." 디네즈는 자신의 손바닥을 펴보였다. 분명 자카레이드와는 비교가 안될정도로 작은 녀석이었다. 디네즈의 생물학 강좌는 그것으로 끝 이었다. 디네즈는 자카레이드 천막에 들어가 꼼짝하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나중에 로리타에게 들었지만 카뮤가 정신을 잃고 잠들어 있을 때 디트리히는 에드거를 도와 자카레이드 해체에 나섰다고 했다. 자카레이드의 껍질은 정말 단단해서 바깥에서는 검의 이빨이 나갈 정도였지만 안쪽은 달랐다. 수많은 껍질이 질긴 근육에 의해서 얼기 설기 맺어져 있어, 쇼트소드로 주의깊게 잘라내기만 하면 껍질은 체 절단위로 툭툭 떨어졌다. 일단 떨어진 껍질은 조금 힘을주면 휘청거 리며 휠정도로 강한 탄성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껍질을 반긴 것은 에드거였다. 에드거는 껍질을 하나하나 챙겨 샌드쉽의 등 에 실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주 훌륭한 사막용 장비'가 될거라는 이유였다. "사막에선 버릴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에드거는 자카레이드를 정말 알뜰하게 분해해서 담아냈고, 두시간의 시간이 지난후에는 모두의 샌드쉽에는 자카레이드 날개로 만든 특제 차양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이 차양은 뜨거운 열기를 모두 막아주어 대낮의 행군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게 만들었다. 에드거는 그도 모자 랐는지 어지럽게 널려있는 기다란 자카레이드의 발톱과 큰 턱을 자 신의 샌드쉽에 싣고, 길을 걷는 지금도 계속 어루만지고 있는 듯 했 다. 카뮤는 잘 구운 자카레이드를 씹으며 앞쪽에서 흔들거리며 가는 에 드거를 보았다. 에드거는 자카레이드의 발톱과 턱을 양손에 들고 서 로 문지르고 있는 듯 했다. 벌써 3일째 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이 유가 있는것처럼 보였다. 가끔 에드거는 태양빛에 발톱을 비추곤 했 지만 에드거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에드거가 멀리 보이는 산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카뮤에 게 말을 걸었다. "저기 보이는게 화석의 숲입니다. 또하나의 마경이죠." 카뮤는 균형을 잡고 샌드쉽 위에서 일어섰다. 흔들거리긴 했어도 어 느정도 움직일수는 있었다. 고개를 들어 앞쪽을 바라보자 산 아래쪽 으로 길게 회색의 선이 보였다. 거리는 대략 40큐빗 정도……날씨가 맑아 자세한 것까지 볼수 있었다. 카뮤는 눈 위에 손을 대고 화석의 숲을 주의깊게 보았다. 에드거가 카뮤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화석의 숲은 이름 그대로, 모든 나무가 화석으로 되어 있어 붙여진 별명입니다. 저 화석의 숲 한가운데에 우리가 찾는 대미궁 이 있습니다. 어떤 마물이 살고있는지는 알려진바 없지만 적어도 사막 한가운데 보다는 낫다고들 합니다." "에드거씨도 모르시나요?" "저라고 알겠습니까? 다만, 제가 아는 것은 화석의 숲을 따라 산봉 우리를 뒤로 하고 걷다보면 마경의 테두리가 나온다는 것 뿐입니 다. 예전에 조난을 당했을때도 그런식으로 돌고돌아 마을로 올수 있었죠." "그렇다면 그 길이 더 안전했던건 아닌가요?" 디트리히가 반문했지만 에드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도 마십시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곳을 빠져나올수 있었 는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자카레이드가 보일만 하면 화석의 숲으 로 들어가 숨고, 그녀석이 떠나면 또 걷고……마경에 도착해서는 일부러 사막에 가까운 곳을통해 걸었습니다. 배가 고프면 식인수 를 잡아먹었죠. 아, 여러분은 맛을 보지 못하셨겠지만 식인수의 맛은 정말이지 끔찍합니다. 역겨운데다 그 냄새는 또 얼마나 지독 한지……사막을 횡단하면 보름정도의 거리지만 그렇게 돌아가면 3개월이 걸립니다. 시도때도없이 마물에 공격당하는 것과, 조금 덥지만 사막을 건너는 것. 어느편이 더 나을지는 개인적인 취향이 다르겠습니다만……. 아, 그리고 식인수 요리에 대한 방법은 말이 죠……" "……일 리가 있군요." 디네즈가 에드거의 계속되려는 식인수 요리에 대한 강좌를 중단시켰 다. 듣고있는 카뮤도 속이 느글거려지는게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 었다. 카뮤는 다시 눈을 들어 화석의 숲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멀었지만 확실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카뮤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저곳에 가 면 또 고생이겠지……입안에 모래가 들어와 설겅설겅 씹히는 느낌이 들었다. 카뮤는 화석의 숲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았다. 저녁 무렵이 다 되어서야 카뮤는 화석의 숲에 도착할수 있었다. 화 석의 숲 바닥은 열사의 사막 모래가 아니었다. 스타라이트 모래는 신기하게도 화석의 숲 바로 앞까지만 펼쳐져 있고 화석이 숲이 시작 되는 지점을 중심으로 작은 자갈로 바뀌어 있었다. 카뮤는 샌드쉽에 서 내려 발로 바닥을 툭툭 쳐보았다. 스타라이트 특유의 찌르는 듯 한 느낌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걸어가도 될 것 같은데요." "……그래도 되겠지만 샌드쉽을 타지 않는다는 것도 조금 우습지 않아?" 로리타가 카뮤의 말에 반대했다. 그러나 에드거는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 편하기는 하겠지만 화석의 숲은 말 그대로 돌로 된 나무들 뿐입니다. 샌드쉽 위에 앉아서 가다가는 나뭇가지에 머리를 부딪 히게 될겁니다. 조금 아플텐데요……" "알겠습니다, 에드거씨." 디네즈가 샌드쉽에서 내리고 팔을 뻗쳐, 샌드쉽 등위에 있던 로리타 를 안아내렸다. 모두가 내리는 기척이 나자 세이렌도 둥글게 말았던 몸을 풀고 밖을 빼끔히 바라보았다. 곧 밝은 섬광이 비춰지면서 인 간모습의 세이렌이 나타났다. 카뮤는 세이렌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제는 아주 익숙해졌구나." "연습은 숙련의 가장빠른 지름길이라고 했어." "……왠지 너답지 않은 말이구나, 세이렌." 카뮤는 세이렌의 흘겨보는 눈초리가 로리타와 별로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더불어 세이렌의 꼬집기 능력은 로리타를 능가하 고 있었다. 세이렌은 자카레이드 천막에서 쉴때는 어김없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한 듯 했지만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카뮤는 가끔씩 세이렌 이 영원히 저런 모습으로 돌아다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했 지만, 어차피 수룡왕에게 말해봤자 가베라는 이렇게 대답할게 뻔했 다. '아직 어린아이니까요.' 화석의 숲은 조용했다. 숲에 들어와 꽤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새소 리나 벌레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다는 포스디멘션 존(4th-dimention Zone), 일명 제로지대라고 불리는 곳 에 들어와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카뮤는 손을 들어 옆에 늘어서있는 나무의 가지 하나를 꺾어보려다 가 몸이 휘청하는 바람에 크게 놀랐다. 나무가 돌로 되어있는데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꺾이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두들기자 맑은 종소 리 비슷한게 났다. "……진짜 돌인데." "흔한 돌은 아닙니다. 이 나무는 마계전투때 어떤 힘에의해 굳어졌 다고 들었습니다." 에드거가 대답을 했지만 그 말조차 카뮤에겐 생소하게 들렸다. 오랫 동안 화석의 숲을 걷고 있노라니 말을 한다거나 웃는다거나 하는게 도리어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화석의 숲에 가장 어울리는 것은 침묵이다……라고 숲이 말하고 있 는 듯 했다. 카뮤는 억지로 웃는다든지 로리타에게 장난을 쳐보기도 했지만 그때 뿐이었고, 조금 후면 카뮤도 입을 꾹 다문채 샌드쉽의 고삐를 잡고는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돌로 된 숲이 카뮤의 정신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밤이 되자 에드거는 샌드쉽을 둥글게 포진시키고 그 가운데에 텐트 를 쳤다. 일종의 방어형태였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화석의 숲속에서 방어형태를 취한다는 것은 이상하게 보였다. 그러나 솔직히 카뮤도 그런 에드거의 조치에 안도하고 있었다. 화석의 숲은 기이한 분위기 로 사람들을 내슛으려 하고 있었다. 대미궁으로 가는것만 아니라면 카뮤는 열사의 사막이라도 좋으니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로리타가 캐스팅을 해 윌오위스프를 불러냈다. 반짝 하고 허공에 빛의 공이 떠올라 텐트 천막에 붙어 빛을 발했다. 일행 모두는 약속 이나 한 듯 두팔로 다리를 껴안은 상태로 원을 그리며 서로 마주보 고 있었다. 질식할 것 같은 분위기……카뮤는 입을 열었다. "정말 마음에 안들어요." "동감이다." 디트리히였다. 디트리히의 얼굴이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차라리 자카레이드와 싸웠을때가 더 나은 것 같아." "숲이 우리를 내슛으려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로리타가 디트리히의 말을 받았다. 디네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 고 세이렌도 말을 덧붙였다. "아무것도 없다는게 이렇게 무서운 것인줄은……" "드래곤도 공포를 느끼나 보구나." "본래는 그럴일이 별로 없지만……정말 싫은 곳이다, 이곳은." 카뮤의 말에 세이렌은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다. "완벽한 무관심이야, 이건. 사방이 온통 돌로 되어있고 벌레소리 하나 안들려. 만일 이곳에 천국이 있다해도 나는 사양하겠어. 차 라리 맨몸으로 열사의 사막에 던져지는 쪽을 택하지." "……조금만 참아." "……" 낮은 목소리로 디네즈가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디네즈에게 향했다. "우리가 여기에 있는건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야. 어떻게든 네레노 디아의 심장을 찾아 아드리안을 속박에서 풀어낸다. 그리고 그녀 석을 타고 휴프노스로 돌아간다. 그러기 위해서 있는거지만 정말 마음에 안드는 숲이야. 차라리 마경쪽이 더 나았어." "……마경은 어떤 곳이에요?" "마경은……마경은 말이지……" 디네즈가 말을 멈추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침묵이 그들 사이 를 흘러갔다. 그 침묵을 견디는 것은 이제는 고통이 되어가고 있었 다. 디네즈는 입술을 달싹달싹 했지만 다시 굳게 다물기를 몇차례 했다. 그리고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말할수 없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고……휴프노스로 돌아 가게 되면 시간을 내서 말해주마." "……네, 마스터." 카뮤는 순순히 디네즈의 말에 승복했다. 마스터의 말은 절대적이다.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불쑥 카뮤의 눈앞 으로 손바닥이 하나 들어왔다. 카뮤는 흠칫 놀라 입을 다물었다. "……모두 조용히!" 로리타였다. 로리타가 귀를 쫑긋 세운채로 손을 카뮤에게 내밀고 있 었다. 카뮤는 급히 입을 손으로 막고 로리타에게 신경을 집중시켰다. 그러고보니 밖에서 은은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땅이 울리는 듯한……카뮤는 에스토크를 뽑아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카뮤!" 로리타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디트리히가 바스타드를 반 쯤 뽑은 상태로 뛰쳐나왔다. 카뮤는 귀를 기울이면서 천천히 움직여 소리가 들린 방향을 잡았다. 땅이 울리는 소리는 약간의 크르르 하 는 울음소리도 섞여있었다. 카뮤는 디트리히에게 말을 걸었다. "……확실한 것 같죠?" "음. 상당히 큰 녀석이다. 에드거씨!" 디트리히가 큰소리로 부르자 에드거가 장막을 들치고 걸어나왔다. 에드거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를 알아채고 얼굴이 조금 창백해 져 있었다. "화석의 숲에는 어떤 마물이 살죠?" "……그것까진 모릅니다. 하지만 살고있는 마물은 거의 없을텐 데……" "그렇다는 말은 몇 녀석은 있다는 뜻이군요." 카뮤가 대답하자 에드거는 고개를 끄덕였다. 디네즈가 장막을 걷어 붙이며 텐트에서 나왔다. 그 뒤를 로리타도 따르고 있었다. 디네즈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에드거에게 말했다. "에드거씨는 짐과 샌드쉽을 지켜주세요. 저희들이 정찰을 다녀 오 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카레이드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그러셨죠?" "네. 그런데요?" 디네즈는 에드거의 반문에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렇다는 말은 저쪽에서 울고있는 녀석은 자카레이드보다는 강한 게 틀림없어요.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에드거는 말도 빨랐지만 행동은 더 신속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텐 트를 걷고 길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디네즈는 앞장서서 소 리가 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크르릉 거리는 소리는 조금씩 그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었다. 화륵 화륵 하는 기분나쁜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낮은 울음소리는 듣는 사 람의 심장을 얼어붙게 했다. 무슨 종류의 마물일까……이 엉망으로 꼬여버린 화석의 숲에서도 살아남을수 있는 존재라면 그것은 대단한 녀석일 것이 분명했다. 약 10여분 정도 전진하자 눈앞이 확 트이는 분지에 도착할수 있었 다. 앞쪽에는 보기에도 거대한 동굴이 있고 그 앞에 누군가가 등을 보이고 서있는게 보였다. 하나, 둘……모두 네명이었지만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게다가 뒷모습 뿐이었지만 절대,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카뮤는 쉽게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머리에서 등짝까지 송송이 솟아있는 저 굵은 털은 고향, 렉싱턴에서 도 쉽게 볼수있었던 녀석들이다. 디네즈의 신음같은 목소리가 카뮤 의 귀에 울려댔다. "……라이컨슬로프!" 그러나 디네즈의 말은 오래가지 않았다. 거대한 동굴 안쪽에서 갑자 기 불길이 솟아나오며 주위를 태워버린 것이었다. 카뮤는 몸을 굽히 고 손을 들어 불길의 공격에 방어했지만 불길은 동굴 주위에 떠다니 던 검은 물체를 태워버리는 것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낮지만 음 산한 목소리가 동굴을 울리듯 스며나왔다. "여전히 무례하군. 저능한 라이컨.……네겐 20년이 짧은 기간은 아 닐텐데." 카뮤는 눈을 들어 동굴앞에 버티고 있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동굴에 제일 접근해 있는 라이컨은 검은털에 건장한 몸을 하고 있었다. 몸 을 돌리고 있어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몸 여기저기에 나있는 흔적 들이 상당한 전사라는 것을 알수있었다. 그리고 날카롭게 돋아있는 발톱……분명 늑대의 라이컨이었다. "……꿈인가……" 디네즈의 신음소리였다. 디네즈는 눈을 크게 뜬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카뮤는 시선을 다시 라이컨들에게 옮겼다. 늑대의 라이컨 뒤에 서있는 것도 역시 늑대의 라이컨이었다. 검고 긴 털을 가지고 있지 만 아직 어린 라이컨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골격이라든지 모습이 앞에 서있는 라이컨과 많이 흡사했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몸에는 미스릴로 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 라이컨은 가슴에 인간 여 자아이를 한명 안고있었다. 거리가 어느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크림 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여자아이는 몸을 웅크린채로 라 이컨에게 안겨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린 라이컨보다 반배 정도 는 커보이는 모습의 사벨타이거 라이컨슬로프가 서 있었다. 그는 커 다랗게 부풀은 앞발에서 발톱을 꺼내어 공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었 지만 섣불리 나서지 않는 듯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카뮤 일행을 눈 치채지 못한 것 처럼 보였다. 그때 동굴에서 거대한 무엇인가가 걸어나왔다. 동굴의 꼭대기에서 붉고 거대한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고 백열의 열기처럼 번들거리는 비늘을 번쩍이며 거대한 드래곤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뮤는 너 무놀라 입을 벌린채 아무말도 못했다. 레드드래곤! 크기로 보자면 수 룡왕 가베라와 맞먹을 정도로 컸다. 그러나 온화한 가베라의 얼굴과 는 전혀 다르게, 그 드래곤의 모습에서는 단 하나의 감정인 '공포'만 을 느낄수 있었다.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이 신음같은 비명소리를 질 러댔다. "레드 드래곤……다크메이스 헬파이어……" "웃기는 일이지." 디네즈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녀의 눈에서는 레드드래곤의 열 기처럼 불길이 일렁거렸다. 화룡왕, 다크메이스 헬파이어. 세계의 다섯 에인션트 드래곤중 가장 잔혹하고 냉철하다는 파괴의 마왕. 그 전설을 카뮤는 지겹도록 들어 왔었다. 다크메이스의 전설이 시작된 것은 400년 전의 마계전투때였 다. 마왕 사브란이구드는 세레노스 대륙을 침공하려 할 때 바닷속에 서 수많은 씨드래곤을 불러냈었다. 씨드래곤은 마왕에 투신하여 세 레노스 대륙을 공격했지만, 그곳에는 불행하게도 다크메이스가 있었 다. 자하리얼의 명령을 받은 다크메이스는 씨드래곤에게 짐짓 밀리 는 척 해서 그들을 육지위로 유인시켰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해 한 군데로 몰아넣고는 그 엄청난 브레스를 사용해 300마리나 되는 드래 곤을 말 그대로 통구이로 만들어버렸다. 북부산맥에서의 전투때에도 오크 군단에 혼자 맞섰지만 일부러 함정을 만들어 놓아 오크들끼리 의 잔혹한 상쟁을 시킨적도 있었으며 마지막 사브란이구드와의 결전 에서는 자하리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을 정도의 파괴의 마룡 (魔龍)으로 불리고 있었다.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 되었지만 휴프노스 남쪽에서 썬더드래곤 토 오르 아칼레이드가 난동을 피웠을 때 어디에선가 날아와 일격에 토 오르의 날개를 찢어버린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었다. 일명, 잔혹 (殘酷)과 파멸(破滅)의 대명사인 셈이었다. 그 다크메이스가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다크메이스는 카뮤 일행을 보지못한 듯 눈앞의 라이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무례한 라이컨." "20년전의 약속을 기억하는가." "나를 모르는가, 라이컨이여. 나에게 20년의 기간은 잠시간의 휴식 일뿐. 망각의 모래는 드래곤을 스치지 않는다." "알고있다, 다크메이스. 난 그대가 그 약속을 지켜주길 원하고 있 다." 어? 카뮤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분명 저 목소리는 기억에 있었다. 그러고보니 늑대의 라이컨슬로프는 낯이 익는 것 같았다. 그들의 이 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그 조건도 알고 있겠구나." "하나의 조건에 하나의 제물……물론 알고있다, 다크메이스여." "예전의 제물은 너무 약했다. 이번엔 제대로 된 것이 필요하다. 라 이컨." "그건 내가 알바 아니다, 다크메이스. 너는 맹약의 사슬을 잊었는 가?" "맹약의 사슬. 오호……그 갸날픈 여자 인간이 몸을 바쳐가며 맺었 던 것 말인가? 당연히 기억한다. 라이컨이여." 다크메이스의 고개가 약간 기우뚱하며 어린 라이컨과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슬로프를 보는듯 했다. 그렇게 한참을 들여다보던 다크메이스 는 고개를 쭉 들어 하늘을 향해 한번 울부짖었다. 카뮤는 손을 들어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디네즈는 꼼짝도 하지않고 눈앞의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크메이스는 울부짖음을 멈추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좋다. 라이컨. 조건을 말하라!" 바타쿠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나와 다른 하나를 세레노스 대륙으로. 그 다른 하나에 화염의 마 법, 이프리트계 클래스 9의 능력을 부여해 주기를 바란다." "……" 카뮤는 자신의 귀가 이상하게 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러웠다. 클래스 9? 제정신일까? 갑자기 스르릉 하는 소리가 들리고 디네즈의 손에서 검은 기운이 쏟아져나왔다. 디네즈의 데블스 스피릿 스워드였다. 스 워드는 몸을 꿈틀거리며 점차 모습을 변화시켜 예전에 용의 방벽에 서 보았던 그 사벨타이거의 라이컨 모습으로 변해갔다. 건장한 어깨 에 부풀어 오른 앞발……그리고 뭉개진 왼쪽 눈. '……설마!' 카뮤는 스피릿 스워드와 눈앞에 서있는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슬로프 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분위기는 틀리지만 분명! 분명 동일인이었다. 스피릿 스워드는 꺼져가는 신음소리같은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환……각." "……알고있어, 라무네즈……" 다크메이스와 늑대 라이컨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다크메이스는 머리 를 하늘로 들며 외쳐댔다. "허락한다! 하나의 조건을 허락했다. 하나의 생명을 내놓으라!" "하나의 생명은……" 늑대의 라이컨이 손을 들어, 여자아이를 안고있는 어린 라이컨을 가 리켰다. "……저 인간 여자아이를 안고있는 라이컨이다." 제물과 조건……하나의 생명, 하나의 조건. 분명 수룡왕이 디네즈와 계약을 맺을때도 그랬다. 늑대의 라이컨이 고개를 돌렸을 때 카뮤는 그녀석의 얼굴을 볼수있었다. 한쪽눈이 없다. 그리고 흉흉한 얼 굴……카뮤는 에스토크를 뽑아들었다. "바타쿠!" "그만둬." 디네즈가 카뮤를 저지했다. 카뮤는 의외의 눈으로 디네즈를 바라보 았다. 그녀의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화가 난 듯도 했지만 무신경한 얼굴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뮤는 점점 당혹스러 워졌다. "마스터! 저대로 놔두면 바타쿠가 다크메이스하고……" "알고 있다." "……네?" "벌써 10년전의 일이니까." "……" 카뮤는 아연해졌다. 갑자기 다크메이스의 커다란 울음소리가 들렸다. 카뮤는 황급히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슬로프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있고 바타쿠가 어린 라이컨에게서 여자아 이를 빼앗고 있었다. 그리고 섬광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다크메이스 는 고개를 숙여 제물로 바쳐진 라이컨을 요모조모 훑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크메이스는 그 라이컨을 물고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사벨 타이거는 그대로 엎드려 있었지만 이내 다시나온 다크메이스에 의해 동굴안으로 옮겨졌다. 그리고……그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디트리히와 카뮤, 그리고 로리타는 머뭇거리며 디네즈의 반응을 살 폈다. 디네즈는 음울한 눈으로 다크메이스가 사라진 동굴을 뚫어지 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디네즈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휴프노스까지 갈 필요도 없겠어." "……마스터?" "이야기를 하지. 방금전에 본 일……이해할수 없지만 10년전에 일 어났던 일이다." 디네즈는 오른손에서 빠져나온 스피릿 스워드를 왼손으로 어루만졌 다. 스피릿 스워드는 큭큭큭 하는 낮은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러나 사벨타이거의 라이컨 모습은 여전히 그 매서운 눈매를 동굴로 향하고 있었다. "바타쿠는 너희들도 알겠지만……내 아버지. 나를 다크메이스에게 팔았다. 디트리히처럼……나도 한때는 제물이었다." "뭐라구요!" 카뮤는 기겁을 했다. 마스터가 다크메이스의 드래곤 나이트? 아, 잠 깐. 다크메이스도 자신의 제물에게 드래곤 나이트란 이름을 지어주 는지는 잘 모르는 일이다. 마스터의 어디에서 다크메이스의 흔적을 찾을수 있을까…… '……이름이었군. 디네즈 다크메이스……다크메이스의 제물, 디네 즈란 의미였어.' 놀라움의 혼란속에서도 디네즈는 옛 이야기를 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짐작하겠지만 내 성(姓)인 다크메이스는, 저 붉은 비만 도마뱀이 붙여준 이름이다. 방금전에 다크메이스의 환각이 물고들어간 어린 늑대의 라이컨이 바로 나……본래 이름은 디켈." "레이디가 라이컨슬로프였었습니까?" 디트리히의 놀란 목소리가 이어졌다. 디네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 였다. "나는 원래 마경의 늑대, 라이컨슬로프 족의 디켈. 예전에 카뮤에 게도 말했지만 본래 내 성은 '디'입니다. 뒤의 '켈'은 이름이자 계 급을 나타내죠. 따라서 굳이 다크메이스나 휴프노스 같은 인간의 성은 어울리지 않죠. 그리고……원래는 남자였습니다." "……" 이제는 어떤일을 당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마스터의 말을 100 퍼센트 믿지 않는다 해도 이건 엄청난 일이다. 마스터가 원래 남자 였다는 말은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문득 카뮤는 용의 방벽에서 바타쿠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아주 어여쁜 여자 호모로즈가 되었어. 다크메이스의 작품인가?' 호모로즈……분명히 라이컨슬로프가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 러고보니 라이컨의 자식이 인간이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왜 지금까 지 알지 못했지? 카뮤는 굳어버린 자신의 머리를 마구 때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다시 동굴에서 불길이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디네즈는 입술을 깨물 고 그 불길을 바라보았다. 카뮤도 디네즈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저 광경은 10년전의 바로 그모습일 것이었다. 백마 디의 말 보다도……직접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것이었다. 다크메이스의 불꽃이 작열하는 가운데 어린 늑대가 이리저리 뛰며 손톱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다크메이스는 비웃는 듯한 얼굴로 무 섭게 공격하는 늑대의 공격을 계속 맞받아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꼬리로는 빈사의 상태가 되어 늘어져 있는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슬로 프를 말아쥐고 있었다. 다크메이스는 완전히 즐기고 있었다. "……장난감이로군. 살아있는……" 디트리히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음성은 많이 떨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디트리히는 디네즈와 별반 다를게 없는 상황이 다. 수룡왕이 갑자기 돌아버리기라도 한다면……지금 저 모습은 디 트리히 자신의 모습일 테니까. 불꽃에 맞고 어린 늑대가 바닥을 구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다크 메이스가 캐스팅을 했다. 온몸의 털이 타버려 보기에도 끔찍했던 것 이 점차 원상으로 복구되었다. 다크메이스는 이번에는 앞발을 들어 올려 늑대를 쿵 소리나게 밟아버렸다. 늑대는 간신히 몸을 움직여 다크메이스의 공격을 피하고는 손톱을 휘둘러댔다. 그러나 늑대의 손톱은 번번이 다크메이스의 비늘을 뚫지 못하고 튕겨져나오고 말았 다. 한없는 무력감……늑대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나를 죽여줘!! 제발!!" 카뮤는 전율했다. 비록 거리는 떨어져있지만 늑대의 고통과 무력감 이 아프게 카뮤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제대로 서있을 수 조차 없었다. 저 늑대는 마스터다. 다크메이스의 장난감이 라는 산지옥에서 디네즈는 버틴 것이다. 카뮤는 디네즈의 얼굴을 올 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납빛으로 굳어있었다. 다크메이스가 늑대를 가지고 놀다가 지친 듯 앞발로 툭 차서 구석 에 밀어넣고 꼬리로 감고있던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슬로프도 그 곁에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그것을 미끼로 늑대를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사벨타이거의 라이컨은 쿨럭거리며 빈사의 지경에 빠진 늑대를 간호 하는 것 같았다. 어루만지고 타버린 털을 골라주는 모습이었다. 그리 고 마치 연기처럼……그 광경은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라무네즈……" 디네즈는 스피릿 스워드를 젖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스피릿 스워드 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스르르 하는 소리와 함께 디네즈 의 손 안으로 사라져버렸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수 있 었다. 라무네즈라는 사벨타이거와 디켈이라는 늑대 라이컨슬로프는 죽음으로 이어진……동지라는 것을. 디네즈는 몸을 돌려 캠프로 돌 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일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디네즈의 과 거……숨기고 싶던 뼈져린 기억들. 그리고 아버지라는 바타쿠에 대 한 증오……이제는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다. * * * 정신공격……어찌보면 그게 더 무서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