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1 19:46 조회:1242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1)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너무나 평화로운 하루. 가슴이 탁 트이는 평야. 숲 가장자리에 선 한 마리의 새가 운다. 구애의 외침일까. 아니면 자신을 알리는 외침일까. 새의 머리가 돌아간다. 그리고는 한 사람을 발견한다. 귀가 좀 크긴 했지만, 그 사람의 아름다움은 그 뾰족한 귀 때문에 가려지지 않았다. 고운 피부에 작고 아담한 체격. 그리고, 균형 잡힌 몸매. 새에게 얼굴이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그 아름다움에 새 조차도 넋을 잃은 듯 했다. 새가 사람에게 다가간다. 비록 그 사람이 쓰러져있어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두 생명이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공기가 맑아진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이다. 새가 입을 벌렸다. 다시 노래를 부르기 위함인가. 아니면 단순한 동작인가. "카아악 !" 노래를 부르던 새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만큼 거친 소리였다. 새는 입을 벌리고, 그 안에 감추어둔 이빨을 드러냈다. 깃털 사이에 숨어있던 두 팔도 드러난다. 쓰러진 소녀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새...... 아니 새가 아닌 다른 생물. 그 생물이 지른 소리에, 그와 같은 동족이 몰려온다. 수 십 마리의 깃털 달린 동물이 소녀를 둘러싼다. 잠시동안 소녀를 둘러싸고 무리가 정지한다. 그 광경은 매우 아름다운 것이었다. 형형색색의 깃털로 온몸을 장식한 생명들의 춤. 원을 그리는 춤. 그러나 그것은 생명의 환희가 아니라 죽음의 춤이었다. 소녀에게는. 하지만 그 생명들에게는 죽음이 아니라 삶의 춤이었다. 그녀를 먹음으로서 자신들이 살아갈 수 있게 되는. 잠시동안 생명들은 춤을 추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동안, 새로 여겨진 생명들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연민일까, 아니면 식욕일까. 그러나, 망설임으로 여겨진 그 동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장 먼저 온 생물이 입을 벌렸다. 작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소녀는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다. 생물들의 입들이 일제히 소녀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압 !" 한 소년이 노인에게 검을 들고 덤벼든다. 소년의 입은 굳은 의지를 드러내듯이 다물어져있고, 그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다. 이 일격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듯한 강력한 찌르기. 하지만, 노인에게는 그 조차도 단순한 비틀거림에 불과했다. 노인의 검이 휘둘러졌다. 쨍. 소년의 검이 손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소년의 목으로 노인의 검이 날아간다. 소년은 당황한 듯, 멍하니 서서 몸을 피하지도 못한다. 멈칫. 노인의 검이 소년의 목을 겨눈 채 멈춘다. 그리고 나오는 노인의 말. "너, 오늘도 실패했다. 벌로 오늘은 직선 찌르기 500회다." "잉~" "사내 녀석이 무슨 잉~이냐? 졌으면 사내답게 인정해라." "........" 소년은 분한 듯, 돌맹이를 걷어찬다. 하지만, 그래봐야 자기 발만 아프지. 두 사람은 산을 내려온다. 하지만, 조용한 산 속의 공기는, 소년의 투덜거림에 의해 이내 깨지고 만다. "으...... 분해." "그러니까 검술이란 쉽지 않은 거다." "하지만, 10년 넘게 배우고도 아직도 이 모양이라니, 한심해서 그래요." "검술이 고작 10년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면 검술의 명인이 아닌 사람이 있겠냐?" "하지만, 여태까지 사부님을 이긴 적이 한 번도 없잖아요." "야. 이 녀석아. 이래 보여도 나는 왕실의 근위대장까지 지냈다. 그렇게 쉽게 무너질 실력이라면 무슨 수로 그 직책을 맡겠냐?" "그런데 왜 그만두셨어요?" ".......... 말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우우우우~~~~~. 역시 실력이 딸려서 그런 걸 거야." "그럼, 넌 뭐냐? 그 무능력한 노인의 검 하나 못 떨어뜨리고." "윽 !" 언제나 이런 식이다. 사부님이란 분이, 자신이 왜 이런 시골에 흘러 들어왔는지는 말해주는 법이 없다. 짐작 가는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실력이 모자라서 쫓겨난 건 아닌 듯 하다. 혼자서 알로사우루스를 쓰러뜨린 분이 약할 리가 없거든. 알로사우루스. 크기가 10m 이상. 주식으로 거대한 공룡들을 먹이로 삼는 괴물. 괴물이란 말이 어울린다. 도저히 혼자서는 이길 수가 없는 공룡이다. 혼자서 칼이나 창을 들고 설쳐봐야 칼이 머리에 안 닿는다. 활을 들고 나가더라도, 작은 화살로 녀석을 잡기 전에, 먼저 밟혀죽기 십상이다. 그래서, 가끔 녀석이 마을 가까이에 오는 날이면 언제나 큰 소동이 벌어진다. 모든 마을 젊은이들이 동원되어 활을 들고, 녀석이 다가오면 화살을 소나기처럼 날린다. 하지만, 이런 마을에 좋은 활이 있을 리가 없어서 그 방법은 효과가 별로 없다. 결국, 언제 나 투석기를 동원해야 한다. 나도 돌을 날라봐서 아는데, 이상하게 내가 나르는 돌만 매우 무겁다. 우리도 동쪽 나라처럼 좋은 활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은데. 하지만, 그 활은 매우 다루기가 까다로워서 잘못하면 금방 망가진다고 한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뭐라는 건지. 활이란 건 원래 좋은 나뭇가지를 가져와서 잘 구부리면 되는 거 아닌가? 무슨 금테라도 두른 모양이지? 하지만, 그 금테 두른 활은 위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조무래기 아르케옵테릭스 정도는 단 한 방에 보낼 수 있고, 좀 더 큰 공룡들에게도 위력이 있다고 한다. 물론 알로사우루스를 잡기는 무리이지만. 알로사우루스라니까 생각난다. 내 이름은 알로. 바로 알로사우루스처럼 용맹하라고 사부님이 지어준 이름이다. 자기가 알로사우루스를 잡은 적이 있다고 자랑하는 건 아닌지 몰라. 왜 사부님이 내 이름을 지어줬냐고? 난 고아거든. 부모님은 어릴 적에 돌아가시고, 내가 아기일 때 사부님이 날 맡았단다. 그리고는, 그 이후부터 난 지옥에서 살았다. 사시사철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난 사부님에게 얻어맞았다. 이건 검술 수련을 빙자한 폭행이야. 하긴, 그 폭행 덕분에 내 검술이 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렇지.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날 때리면서 즐거워하는 저 노인의 머리는 뭘로 되어있는 걸까? 아무래도 치매에 걸린 게 틀림없어. 딱 ! "이 녀석아. 치사하게 뒤에서 욕하냐?" 저 독심술도 확실히 대단하다. 내가 불평하는 것만 귀신같이 알아내서 때린다. 그러니 내 머리가 상처로 덮여서, 아물 날이 없는 거야. 아픈 머리를 휘저으며 고통을 잊으려고 발버둥치는 나. 그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아르케옵테릭스의 무리다. "와아." 저 녀석들이 저렇게 모이니 참 아름답다. 비록 육식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깃털만큼은 아름답다. 그래서 사냥군들이 추적하기도 하지만, 생포하기는 너무 힘들고, 차라리 죽여서 깃털을 얻는 게 나을 거라는 말을 듣는다. 사실, 깃털보다도, 그 고기가 맛있다. 이따금씩 별미로 잡아서 먹는데, 아주 맛이 좋다. 특히 구워먹으면 한 끼 식사로 딱 좋다. 음. 이야기가 먹을 걸로 샜군. 그런데, 저 녀석들이 왜 저렇게 모여있는 걸까? 무리 가운데에 뭐가 있다. 내 성능 좋은 눈을 사용해서 들여다보자. 음. 가운데에 누가 쓰러져있군. 여자아이다. 예쁘다. 와. 내 이상형이다. 저 가냘픈 몸이 내 품에 안겨서....... 잠깐. 지금 망상할 때가 아니지. 지금 저 녀석들이 왜 여자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거야? 여왕처럼 받들 리는 없고. 그런 생각을 하던 내 눈에 녀석들 중 한 마리가 들어왔다. 녀석이 감히 그녀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안 돼 ! - 계속 - 후기)하아. 이 정도면 괜찮다. 마음에 안 드는 첫 번째 이야기를 고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고. 이 정도면 됐다. 레이니 이야기, 가칭 미소녀기사 레이니전으로 하고 준비한 작품입니다. 공룡시대의 판타지 소설이라고 떠들었는데, 제가 과연 잘 쓸지 의문이군요. 열심히 작업해서 매일매일 올려야지. 그런데, 아르케옵테릭스가 뭐냐고요? 그건 내일 알려드리지요. 여기에는 많은 공룡의 이름이 나옵니다. 저도 이 소설을 쓸 때까지는 몰랐던 이름들이더군요. (최소 500종이라. 많기도 하다) 사실적인 묘사는 무리라고 해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 물론 마법 이야기도 나올 겁니다. 파이어볼의 원리를 비롯해서..... (이건 한참 후에 나오지만) 그럼, 내일을 기대해주세요.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2 09:16 조회:941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2) 안 돼 ! 저렇게 예쁜 여자애가 공룡의 먹이가 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 ! 아직 저 애와 사귀지도 못했는데. 음. 이상한 이유가 붙었군. 하지만, 뭐 상관없다. 난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애가 산채로 먹히는 건 보기 싫어. 어떻게 산 걸 알았냐 하면 ! 아직 시체처럼 얼굴색이 변하지 않았다 ! 저렇게 예쁜 시체가 있을 수는 없어 ! 물론, 이건 아니고, 실제로는 그녀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힘이 아직 꺼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죽은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죽었다면, 그녀의 느낌은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곧 그녀의 느낌은 사라질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나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지르려고 했다. 왜 소리를 내지 못했느냐. 겁이 난 건 아니다. 용기가 없는 게 아니다. 다만..... "이 놈들. 당장 썩 물러가지 못해?" 치매 사부님이 나보다 약간 빨리 소리를 지른 것이다. 그 덕에, 난 나오던 소리를 목구멍으로 도로 삼켜야했다. 왜 소리를 안 질렀냐고? 목소리 크기 차이가 너무 나서 그렇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녀다. 목소리 크기가 아니다. 나는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그녀에게 뛰어갔다. 공주님을 구하는 용감한 기사는 아니지만, 위기에 빠진 소녀를 구하는 소년은 될 수 있다. 나는 검을 들고, 마구 휘저으면서 뛰어갔다. "비켜 ! 비켜 ! 깃털만 요란한 녀석들이 !" 상당히 난폭하지만, 상황에는 적절했다. 소녀에게 그 더러운 입을 대던 녀석은 내 기세에 눌려서 뒤로 물러섰다. 원래 이 녀석들은 사람을 습격하는 녀석들이 아니다. 단지, 소녀가 죽은 줄로 안 거다. 그래서 먹으려고 한 거다. 그러니 나는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그녀가 이 소리를 듣고 깨어난다면, 녀석들은 알아서 도망갈 것이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르케옵테릭스들은 스스로 물러갔다. 사람은 그들에게 있어서 천적이니까. 하지만, 처음에 온 녀석은 건방지게도 꾸물거렸다. 팍 걷어차려다가, 지금 급한 쪽은 소녀이므로 나는 전속력으로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를 등에 업고, 나는 오른팔에 든 검을 꼭 쥐고, 다시 뛰어갔다. 비록 미친놈처럼 날뛰어서 일시적으로 녀석들을 물러나게 했다고 해도, 녀석들이 덤비면 위험하다. 하나하나는 그다지 센 놈이 아니고, 떼거리로 덤벼도 큰 문제는 없다. 나도 어느 정도는 검술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싸우는 건 급한 게 아니다. 이 소녀를 빨리 의원에게 데려가야 한다. 사실 등에 소녀를 업은 채로 싸우는 게 좀 부자유스럽기도 했지만. 소녀를 업고, 마을로 내려온 나는 당장 마을의 오두막으로 향했다. 왜 오두막이냐고? 그야 그 의원님이 사는 데가 오두막이니까. 하지만, 가기 전에, 우선 마을의 입구를 통과해야 한다. 나는 소녀를 업고 마을의 입구에 도착했다. 거대한 벽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나무로 만들었지만, 상당히 튼튼한 것이다. 돌로 쌓은 성벽에 뒤지지 않는다. 왜 나무로 만들었냐고? 그야 질 좋은 돌이 없거든. 게다가, 마을을 모두 둘러싸야 하는 이상, 돌로만 쌓기는 무리다. 그 많은 돌을 어디서 구하라고? 우리 영주님이 무슨 임금님이냐? 그래서, 단단한 나무로 벽을 만들고, 주위에 공터를 만든 것이다. 이렇게 해야 마을에 공룡들이 들어오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 하긴, 아무리 높이 쌓아도 나무는 나무. 만약 브라키오사우루스들이 나타나면 골치 아프다. 높이가 7m에 이른다고 해도 그 녀석들에겐 넘지 못할 장벽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우지끈 ! 그래서 성의 기사들은 언제나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기사라고 마을 사람들이 대접해주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 수는 적고, 공룡 수는 많으니 기사들은 마을사람들을 지켜주는 대신에 그 만큼의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사가 있다면, 그는 얼마 안 가서 공룡의 식사가 된다. 마을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자 신의 몸을 지킬 검술이나 궁술을 익히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으로 그런 기술을 익힌 기사들이 필요하다. 가끔씩 나타나는 육식공룡들의 무리나, 브라키오사우루스같은 녀석들이 나타날 때를 대비해서. "오랫만이네? 알로." "안녕하세요? 케라토 아저씨." "야. 내가 왜 아.저.씨.야?" "곧 결혼하실 테니까 아.저.씨.죠." 마을의 대문, 성문이라고 할 이곳을 지키는 이 사람은 정식 기사인 케라토씨. 형이 아니고 씨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안녕? 알로." "안녕하세요? 누나." 이 누나가 바로 케라토씨의 부인이 되시는 아비알 누나. 남자를 잘못 만나면 여자는 저렇게 된다. 모든 여자들이여, 주의하라. "뭐야? 이 녀석이? 성문 통과 안 시키는 수가 있어." "사실이 그렇잖아요. 솔직히 누나는 형에게 가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미녀와 야수야." "야 ! 나 정도면 괜찮은 얼굴이라고. 안 그래? 아비알." "후훗. 애가 질투가 나서 그래요. 아무래도 동경하던 누나가 결혼한다니까." "........ 뭐가 ! 언제 동경했다고 그래요?" 사실이 그렇다. 아무래도 동경이라기엔 좀 모자라니까. 그리고, 내 이상형은 좀 더 여자다운 여자다. 아비알 누나는 그 점에서 아쉽게도 불합격 ! 여자가 기사가 된 건 좋지만, 치마를 입은 지가 언제적일까? 누나는 좀 더 차려입으면 예쁠 텐데. 전혀 그 쪽으로는 신경을 안 써. 조금만 신경 쓰면 왕국 제일의 미녀 자리도 노려볼 만 한데. 아비알 누나를 동경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고? 누나라면서 사부님과 한통속이 되어 내 머리를 두들기는 거다. 그래서야 동경이고 뭐고 없다. 그만 좀 때려라. 키 안 큰다. 그리고, 지금은 이 여자애를 의원에게 데려가는 게 더 급하다. 아비알 누나도 그걸 안 모양이다. "케라토. 놀리는 건 그만두자. 서두르지 않으면 알로가 홀아비가 될지도 몰라." "음. 그렇군. 아비알보다는 떨어지지만, 상당히 미인인데." "......... 전 아직 이름도 모르는 여자애라고요." 정문 통과. 그럼 이제 의원에게 달려가자.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나무로 만든 집. 드디어 '오두막'에 도착했다. 잠깐. 오두막치고는 좀 크지 않냐고? 이건 개축한 집이거든. 여기에 마을이 세워질 때 처음으로 세워진 집이 이거야. 그 때 오두막으로 만든 집이라서 사람들이 다들 '오두막'으로 불렀고, 그게 이어져서 지금도 모두들 오두막이라고 불러. 자, 그럼 불러볼까? "다로프 아저씨 !" 대답이 없다. "다로프 아저씨 !" 대답이 없다. 다시 한 번.... "부를 거 없다. 알로." 내 등뒤에 나타나는 다로프 아저씨. "잠깐 나갔다 왔더니 찾아오는 구나. 이렇게 예쁜 색시까지 데리고. 너도 상당히 재주있다. 알로." 저....... 아직 색시는 아닌데요. 장래에 그렇게 되면 좋지만. "나도 왔네. 오랜 친구를 이렇게 푸대접할 수 있나?" "아, 헤르세. 오랜만이네. 이렇게 저녁감까지 가지고 오다니, 정말 자네는 좋은 친구야." 윽 ! 그러고 보니 치매 사부님은 그녀의 여행 보따리에, 심지어는 아까 날뛰던 아르케옵테릭스까지 세 마리나 잡아 오셨다. 그 판에도 챙기다니, 무서운 사부야. "자, 들어가세. 오늘 저녁은 푸짐하겠어." - 계속 - 후기)이봐, 아르케옵테릭스가 뭔지 말 안해? 말할께요. 말하면 되잖아요. 아르케옵테릭스란, 알기 쉽게 말해서 시조새입니다. 여기 나오는 녀석들은, 그 중 하나로, 깃털만 요란하지 날지는 못하는 녀석들입니다. 시조새가 하늘을 나는지 못 나는지는 말이 많아서, 여기에 나오는 녀석들은 나는 종류와 못 나는 종류 둘 다 등장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날 수 있는 녀석들은 시조새라고 부를 것이고, 못 나는 녀석들은 그냥 아르케옵테릭스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이 녀석들의 골격은 공룡의 것과 너무나 흡사하므로 (실제로 콤프소그나투스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이런 구분이 틀릴 지도 모르지만, 아르케옵테릭스는 깃털이 요란한 녀석들로, 콤프소그나투스는 깃털이 별로 없는 종류로 하겠습니다.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3 20:33 조회:858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3) 오두막 안에 들어갔으니, 이제는 소녀를 치료해야지. 다로프 아저씨는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난 그 동안에 소녀를 침대에 눕혔다. 조용히 누워있는 소녀의 얼굴은...... 역시 예쁘다. 달걀형의 고운 얼굴이라. 여태까지 내가 보았던 여자들중에 가장 아름답다. 아비알 누나와 비교한다면? 그야 이 소녀가 열 배 이상 예쁘지. 케라토 형도 내심으로는 그리 생각할 거다. 다만, 예의상(!) 그렇게 대답한 거지. 아니면 눈에 뭐가 씌웠던가. 왈가닥 아비알 누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왠지 청순가련하다고 할까? 음. 여자 보는 눈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내가 뭐라고 하기는 곤란하군. 내 주위에는 몽땅 아비알 누나 같은 말괄량이만 있어서 그래. 그래서 ! 나도 여자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이 여자아이와 사귀어야 하는 거야 ! 드디어 꾸물거리는 의원님이 나오신다. 왜 이렇게 늦는지는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 분은 다른 사람보다 동작이 느리다. 손은 빠른데, 다리가 못 따라가는 거다. 다리가 아프시냐고? 아니. 다만, 다른 사람보다 키가 작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면 된다. "허어. 역시 정성이 대단하구나. 알로. 그 아가씨도 행복하겠어." "?" 그러고 보니, 난 그녀의 이마에 손을 짚어보고, 어디 이상한지 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 느리신 의원님이 옆에 올 때까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사귀는 건 아니다. 눈물을 머금고, 난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그 단계가 되려면 멀었는데요." "허. 이 녀석 봐라? 내가 색시 도둑인 줄 아나? 안 빼앗아가니까 솔직히 말해." "아저씨. 그런 질문하시기 전에 우선 치료부터 하세요." "허어. 이 녀석, 자기 색시라고 엄청 챙기네. 그래 알았다. 이 녀석아. 그 대신, 나중에 그 아가씨한테 저녁이라도 만들어달라고 해라." 나중에 그녀와 그런 사이가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건 내가 하기 나름이지만. 좀 시간이 걸렸다. 역시 크게 다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오래 걸리는 걸까. 지금으로선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게........ 아니다. 왜 내가 저녁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그야 이 나이에 내가 하는 건 곤란하니까." 악독한 사부 같으니. 그럼 조금만 도와줘도 되잖아? 다로프 아저씨는 치료하느라 바쁘니까 그렇다 치고, 왜 나만 부려먹는 거야? 다로프 아저씨가 홀아비라는 게 이런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아비알 누나에게 배운 음식솜씨를 이상한 데 써먹는다. 이래서 내가 저 소녀와 사귀고 싶은 거라고. 최소한, 주방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로와 질 수 있으니까.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일이 이렇게 힘들지 않을텐데. 궁시렁궁시렁. 사부가 아까 잡은 아르케옵테릭스를 잡아 목을 비틀고(이것만 사부가 했다), 털을 뽑아 굽는다. 그리고 반찬을 준비한다. 오늘은 고기 요리이니 야채가 필수다. 여러 가지 식물의 잎과 줄기를 자르고, 양념과 섞어서 반찬을 만든다. 이 이상은 말하기 싫다. 말 할 시간이 없단 말이야. 빨리 그녀를 보러 가야 한다고. 와아. 다 됐다. 분풀이로, 저 아르케옵테릭스 한 마리는 내 거다. 애고, 힘들다. 그럼, 그녀의 안부를 보러 가자. 나는 거대한 잎사귀로 음식을 덮어두고는 다로프 아저씨가 있는 병실로 갔다. 병실이라기엔 좀 허술한 방이지만. 어쨌든 깨끗한 방이면 되는 거지. 소녀는 조용히 누워있다. 이제는 평안한 것 같다. 옆에는 다로프 아저씨가 있다. "색시가 걱정이 돼서 왔나 보구나." "식사 준비 다 된 걸 알려드리려고요." "그래. 그래. 그런 줄 아마. 그리고, 이 아가씨는 곧 나을 거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너무나 크게 마력을 소모해서 몸 안의 생명력이 잠시 이상하게 뒤틀린 것 같다." "그럼, 지금은?" "몸 안의 마력이 도로 채워지니까 생명력도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깨어날 거다." "역시 엘프인가요?" "그래. 사람과 달라서 애 먹었다. 전에 엘프를 치료한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런 적이 있어요?" "이래 뵈도 국왕 폐하의 주치의 출신 아니냐." 그 말은 믿을 게 못 되지만, 그래도 무사하다니 다행이다. "그런데, 엘프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 거죠? 전 귀 크기가 다르다는 것만 아는데." "그건 말이다....." 나는 옆의 의자에 앉았다. 물론 다로프 아저씨도 의자에 앉았다. 이야기가 오래 계속될 듯 하다. 가급적이면 편한 자세로. "우리는 몸 안에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건 너도 알고 있지?" "예." "하지만, 엘프들에겐 몸 안에 또 하나의 힘이 있다. 그 힘을 마력이라고 하는데, 그게 어떤 종류의 힘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힘은 평시에는 마력 자체로 존재하다가 그 힘을 가진 사람의 의지에 따라 여러 종류의 힘으로 변화한다. 그것이 엘프들이 사용하는 마법이지. 하지만, 이 경우에는, 이 아가씨의 몸 속에 든 마력이 무슨 이유로 소모된 모양이다. 자신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말이다. 그 이유는 모르지만, 갑작스런 마력의 소모는 몸 안에 이상을 초래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요. 마력이 소모되었다고 이상이 생기다니. 그저 어지럼증 정도로 끝나는 거 아닌가?" "네 손을 내 손바닥에 대어봐라." 다로프 아저씨는 왼손을 내밀었다. 아직 내 손보다 크다. "엉뚱한 생각하지 말고." 나도 오른손을 내밀었다. 오른손과 왼손이 닿는다. "힘을 주어 밀어봐라." 힘자랑 하라는 건가? 그게 아니면 내가 그녀를 지킬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는 지 시험하는 건가? 나는 힘을 주어 밀었다. 다로프 아저씨도 왼손에 힘을 주었다. 손바닥에 묵직한 압력이 느껴지다가..... "악 !" 다로프 아저씨 ! 손을 갑자기 치우면 어떻게 해요? 손바닥이 치워졌으니, 나는 그 힘으로 몸을 앞으로 움직이게 되었고, 그 덕에 의자에 앉아있던 내 몸이 앞으로 나가면서..... 넘어졌다. 와당탕퉁탕. 애고. 아프다. 이 아저씨가 왠 장난이야? "아이고오오." 나는 정신을 수습하여 일어났다. 하지만, 온 몸이 아프다. "바로 그런 거다." "예?" 무슨 소리냐? "그녀의 몸 안에 있는 생명력과 마력은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력이 사라지니까 몸 안에 있던 생명력은 자신을 눌러주던 힘을 잃고 몸 속에서 폭발한 거다. 내가 손을 치우니까 네가 쓰러진 것처럼. 그래서 내상을 입고 쓰러진 거지." "!" 이해는 했다. 단지, 몸이 매우 아프다. 설명하려면 말로 하면 되지, 꼭 이렇게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 설명하는 저의가 뭔지. 사부하고 똑같애. 하지만, 알아듣기 쉽다는 점은 인정한다. 확실하게 몸이 기억할 테지. 하지만, 아프단 말야 ! 뭔가 불평하려는 내 입을, 누군가의 말이 막아버렸다. "저녁은 다 된거냐? 알로." - 계속 - 후기)하하하. 좋은 설명이 되었네요. 알로의 몸이 좀 아프겠지만. 언제나 쓰고 싶었는데, 오늘 쓰네요. 역시 글쓰는 건 좋은 거야. 처음엔 어떤 방식으로 쓸지 걱정했는데.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4 19:13 조회:808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4) 자, 식사시간이다. 먹자 ! 가만,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남았네. "자, 먹기 전에, 우선 환자에게 음식을 먹여야겠다." 하긴. 저 상태에서 여자아이가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은 무리다. "알로, 따라와라. 헤르세는 여기서 기다리고." "뭐야? 나만 따돌리는 건가?" "자네의 바람기는 유명하잖나. 여자아이를 보호해야지." "뭐라고?" 다로프 아저씨가 왜 궁정에서 나왔는지 분명해졌다. 저 말버릇 탓이 분명하다. "자, 우선 똑바로 앉히고." 나는 소녀를 침대에 앉혔다. 하지만 아직도 비몽사몽. 다로프 아저씨는 음식 그릇을 가져오더니 뚜껑을 열었다. 내가 열심히 만든 아르케옵테릭스 스프. 손잡이 달린 그릇으로 스프를 퍼낸 아저씨는 소녀의 입을 벌리고 조금씩 스프를 마시게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 비몽사몽인 아가씨가 제대로 먹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자꾸만 흘린다. 몸도 자꾸만 비틀거린다. 뒤에서 그녀를 잡고 있는 나만 힘들어진다. 여자애가 무겁다거나 그런 이유냐고? 아니. 그런 간단한 이유가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그 정도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뭐하러 10kg짜리 칼을 들고 500회 휘두르기를 했는데? 그것도 매일. 이 소녀 정도의 무게는 쉽게 받칠 수 있다고.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 그렇다.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그에 따라..... 이쪽 가슴이 팔에 물컹. 저쪽 가슴이 팔에 물컹. 가.... 가슴이 내 팔에 자꾸 닿는다. 아, 기분 좋아. 아, 이게 아니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의, 의식이 흐려진다. 안 돼 ! 치매 사부와 아저씨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수는 없어 ! 검술을 배울 때의 마음가짐으로, 정신 집중 ! 차츰 그녀의 느낌이 흐려져간다. 이제 그녀는 여자가 아니라, 내가 든 검으로 생각된다. "됐다. 식사 끝이다. 이제 우리도 식사하러 가자. 알로." 휴. 살았다. 생각보다 자극이 심했어. 그녀의 입술을 닦아주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약간 아쉽지만. 아, 이건 취소. 다음 기회를 노리..... 아, 이건 아냐. 이건 아냐. 하아. 힘들어. 오늘은 상당히 힘든 하루다. 이제 그 고생을 씻어줄 식사시간이다. 와아, 먹자. 먹자. 하지만, 식사의 즐거움도 헛되이, 난 즐거운 식사를 하지 못했다. 내 아르케옵테릭스 통구이 내놔. 치매 사부가 한 마리, 그리고 다로프 아저씨가 한 마리를 잡으니 난 통구이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가져온 건 겨우 세 마리였거든. 한 마리는 아까 소녀에게 먹이느라 스프로 만들었고. 그러니 남은 건 두 마리. 나이순으로 정한 통구이 배분에 따라, 내 건 날아가 버린 거다. 아이고 배고파. 결국 난 소녀에게 주고 남은 스프로 배고픔을 달래야했다. 젠장. 한 마리 정도는 더 가져올 수도 있었잖아. 내 것만 빼먹다니, 이 치매 사부. "내일쯤이면 깨어날 거다. 생각보다는 상처가 가볍더구나." "안녕히 계세요." "허어. 오늘 식사가 신통치 못했나보구나." "......." "그래. 내일은 내가 한 턱 낼 테니, 기대하고 와라." "예?" 갑자기 목소리가 커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의 설움을 씻어줄 기쁜 소식이다. 아, 내일은 좋은 날이 될 거야. 그녀와 만나고, 별미를 먹고, 역시 내일은 고생 끝, 행복 시작이야. "그럼, 내일 와라." "예 !" 목소리가 매우 크기는 했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 먹는 것에 너무 신경 쓰는 거 아니냐고? 그래도 좋은 건 좋은 거다. 내일은 즐거운 날이 될 거야. 하지만, 오늘이 지나야 내일이 오지. 자, 자자.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나는 검을 들고 집밖으로 나갔다. 집이 나무 위에 있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래야 안전하다. 난 잠도 못 자고 공룡들에게 습격 당하긴 싫다. 간혹 나무 위에 매달려 나타나는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그 녀석들 정도는 괜찮다. 어차피 집안에 들어오는 자체가 쉽지도 않지만, 그런 녀석들은 오는 족족 식사거리가 된다. 마을 밖에 살려면 이 정도 실력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검을 들어 휘둘렀다. 나무 위에서 휘두르는 건 힘든 일이다. 아무래도 나뭇가지 위에 서서 하는 거니까. 하지만, 이런 것도 다 필요하다. 균형 감각을 키운다는 거라나? 치매 사부 때문에 시작했지만, 이것도 의외로 재미있다. 난 천상 검사 체질인가 봐. "298, 299, 300 !" 오늘의 일과 드디어 끝 ! 이제 가서 자자. "자, 이제 가서 잠이나 자자. 내일을 위하여." "그럴 필요는 없다." 쉬익 ! 으악 ! 왠 화살이냐? 나는 재빠르게 몸을 날려 피했다. 하지만, 누군지 몰라도 내게 호의적인 건 아니다. "누구야? 이런 악질적인 장난을 하는 녀석은?" "나다." 몸을 드러내지 않은 누군가가 나직하게 말했다. - 계속 - 후기)오늘은 좀 짧은가? 하지만, 여기서 끊어야 이야기가 되니까, 이해해주세요. (자신이 게을러서가 아니고?)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5 19:26 조회:798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5) 내가 누굴까? 목소리로 보아 치매 사부님은 아닌데? 하긴, 아무리 치매 증세가 심해도 제자한테 화살을 쏘지는 않는다. 칼로 베지. 그럼 누구냐?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화살이 하나 더 날아왔다. 부웅. 일단 칼을 휘둘러 화살을 자르고, 재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어둠 속에서 둘러본다는 말은 맞지 않다. 단지 감각으로 느낀 것이다. 주위에 적어도 3명.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나는 검을 들고 천천히 움직였다. 적의 위치도 모르는 상황에서 빨리 움직일 이유는 없다. 차라리, 천천히 움직이면서 주위를 느끼는 거다. 안 움직이면, 당장에 내가 올라탄 나뭇가지가 부러질 테고, 난 추락할거다. 내가 그렇게 무겁지는 않지만, 저 녀석들이 그렇게 만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천천히. 천천히. 주위를 느끼면서. 어차피 내 입장으로서는 조금만 버티면 된다. 아무리 치매 사부라도, 조금 있으면 칼 들고 나오겠지. 저렇게 '나 여기 있소.' 하고 살기를 내뿜는 녀석들이 있으니. 지금쯤 깨어났을 거다. 내가 못 느껴서 그렇지. 그러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나는 조용히 몸을 날려서 옆의 나무로 옮겨갔다. 그러나, 그걸 녀석들이 본 모양이다. 단검이 날아왔다. 그것도 세 개나. 이상하다. 소리도 안 났고, 이곳은 별도 안 보이는 깊은 숲 속인데? 하지만 그런 생각할 시간 없다. 나는 일단 몸을 피했다. 적이 몇 명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싸우기는 싫다. 하지만, 녀석들이 따라오는 거다. 발소리로 보아 네 명은 될 듯 하다. 재주도 좋아요. 이 높은 나무 위에서 저렇게 잘 뛰다니. 나는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고 도망갔지만, 녀석들은 집요하게 따라온다. 소리를 듣고 따라오는 게 아니다. 나처럼, 인간의 기를 느끼는 녀석들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밖으로 뿜어져 나가는 기, 그러니까 생명력을 줄이든지 하면 될 듯하지만..... 그랬다간 내 달리는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눈앞에서 저 녀석들과 만나게 될 거 다. 난 이 어둠 속에서 칼질하기 싫어. 최소한 치매 사부를 이길 실력이 되어야 그런 만용을 부리지. 일단 몸을 피하는 게 수다. '저 녀석들, 고수야? 하수야?' 내 위치를 알아내는 실력으로 봐서는 고수고, 그러면서도 날 즉시 못 잡는 걸 보면 하수다. 일부러 안 잡는다면 할 말 없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도대체 저 녀석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수를 세어보니 10명이다. 많이도 왔다. 그런데, 왜 지나가는 사람에게 활을 쏘고 난리야? 공룡으로 착각한 건 아닌 듯한데. 그리고, 근본적으로 여긴 왜 온 거야? 우리 집은 숲 속이라서 공룡들이 상당히 많은데. 죽고 싶어서 환장한 녀석들인가? 나는 머리를 굴렸다. 도망가면서 생각하는 게 이렇게 힘든 거라는 거, 처음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우선, 날 노린다면, 이미 저 녀석들이 날 잡았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내 위치를 저렇게 즉시 알아내는 실력으로 보면 고수들이지만, 그런 녀석들이 날 못 잡을 리는 없다. 그럼.... 역시 치매 사부가 목적인가? 왕실 근위대장으로 있으면서 원한 산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니, 그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 인간의 인간성으로 짐작하면, 원한치고는 수가 적다. 한 10000명 정도는 올 줄 알았는데. 아, 지금 딴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일단 살고 나서 진실을 얘기하자. 그럼.... 날 일부러 안 잡고 있는 건가? 사부님을 끌어내려는 미끼로? 설마. 우리 집의 위치를 모를 리는 없는데. 사부님을 노리는 거라면 그 정도는 조사해 가지고 올 텐데? 그럼..... 혹시 오늘 구해준 그 여자아이? 그렇다면 가능하지. 마력이 급작스럽게 소모된 이유가 저 녀석들과 싸우느라 일어난 현상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럼, 그녀는 왜 추적을 당했을까? 그건 모르겠다. 지금 확실한 것은, 저 녀석들이 날 쫓아온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생각은 여기서 멎었다. 내 앞에 녀석들이 나타났으니까. "!" 내 앞에 마법사가 떠 있다. 나무 위를 달려 왔다면, 나보다 빠를 수가 없다. 직선 코스로 왔기 때문에, 나를 앞질렀다면 내가 모를 수가 없다. 게다가, 길을 돌아왔다면 그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럼 역시 저 녀석이 마법을 쓴 모양이다. 그렇다면 저 속도가 설명이 된다. 마법사들의 능력은 나도 조금은 알고 있다. 마법사의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사들은 그들과 마주칠 경우에 대비해서 마법사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다. 적을 알아야 적과 싸울 것이 아닌가. 지금 상황은 앞뒤로 막힌 경우다. 앞에는 마법사, 뒤에는 전사들이라. 선택이야 간단하다. 옆으로 도망가던지, 아니면 앞의 마법사를 물리치든지. 하지만, 순순히 길을 비켜줄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칼로 베어버릴까? 그것 말고, 좀 건설적인 방법을 생각하자. 사람 죽이는 데 맛들이면 큰일난다. "앗 !" 저 마법사, 돈 거 아냐? 숲 속에서 파이어볼을 쓰면 어쩌려고? "받아라." 마법사의 손에 만들어지는 파이어볼.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이때 다른 사람이라면 공포로 몸이 굳어지겠지만, 사부를 잘못 만나 단련된 내 경우는 달랐다. 저것보다 더 심한 공포에 짓눌려 몇 년을 살았는데. 생각은 그만. 행동은 빨리. 파이어볼 날아온다. 못 피하면 총각귀신 된다. 그 여자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런 사태는 곤란하다. 알로는 몸을 날렸다. 파이어볼은 알로를 스쳐서 뒤로 날아갔다. 당연히, 숲 속에서 그런 거 날리면 화재 난다. 나무에 부딪친 파이어볼은 폭발했다. 나무 하나가 부러지면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 아래에 누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알로에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게, 파이어볼이 하나 더 날아온다고 ! 게다가, 여기선 피할 가지도 없다. 너무 파이어볼이 가까이에 날아왔기 때문이다. '마법사가 더 있어.' 절대로 한 명의 마법사가 이렇게 빨리 파이어볼(화구)을 날릴 수는 없다. 그럴 재주가 있으면 난 벌써 죽었지. 연사를 할 재주가 있는 마법사라면 굳이 파이어볼같은 약한 기술을 쓸 이유가 없잖아. 아까 파이어볼을 쓸 때 보니까, 그 정도의 속도라면 주문을 다시 외워서 파이어볼을 만들 여유가 없다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날아오는 방향이 다르다. 생각은 그만하고, 피하라고? 피할 데가 있으면 벌써 피했어. 그리고, 피할 필요도 없어. 내가 그렇게 대단한 전사냐고? 그건 아닌데. 앞에 사부가 와 있거든. 내가 신경 안 써도 잘 막을 거야. 그 인간은 인간성이 나쁘긴 해도 실력은 쬐끔 있거든. 인정하긴 싫지만. 생각대로, 사부는 파이어볼을 쉽게 막아내고는, 오히려 그걸 마법사에게 돌려보냈다. 그 뒤는 뻔하다. 마법사는 숯 덩어리가 되었을 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습이 사라졌으니까. 이제 상황은 끝났다. 사부 실력이면 10명 정도는 알아서 잘 처리할거다. 난 기다렸다가 집에 가서 잠이나 자면 된다. 그러나..... - 계속 - 후기)음. 이거 그다지 잘 된 게 아니군요. 하긴, 이 부분은 이럴 수밖에 없는 게, 적당히 올릴 이야기가 없더군요. 하지만 이 부분을 안 쓰면 글이 연결이 되지 않으니 울며겨자먹기로 올린 겁니다. 하긴, 이 '내 이름은 레이니' 자체가 울며겨자먹기인 게, 주인공인 레이니가 안 나온 탓입니다. 빨리 그녀가 나와야 하는데. 조금만 더 인내해주세요. 저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기다리기 지루해하는 독자분들을 위해서라도 힘내야지요 - 방금 독촉 메일 받았음)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6 19:32 조회:759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6) 자, 이제 상황은 끝이다. 사부님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고, 난 시체 무더기를 보면서 사부님의 잔인함에 몸서리를 친 후, 집에 돌아가서 이번 일의 전후사정을 설명듣고, 그리고 나서 한 숨 자게 되겠지. 하지만 내가 너무 순진한 예상을 한 모양이다. "누추한 이 오두막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윽 ! 우리의 사부님. 기어이 치매에 걸리시고 말았군. 상황으로 보아 좋은 목적으로 올리는 없는데. 하지만, 이렇게 예를 갖추는 것이 기사의 예법이란다. 난 이해가 안 가지만. "그 여자애는 어디 있나?" 가만. 저 녀석은 아까 나한테 파이어볼을 던진 그 마법사 아냐? 인간성이 더럽게 생겼다. 그리고, 여자애? 내가 아는 여자애라면 지금 오두막에서 치료받고 있는 그 엘프 아가씨밖에 없는데? 그 여자애를 찾는 건가? 왠지 느낌이 안 좋은데. "누굴 찾으시는지?" 그것 봐. 치매 사부를 이해시키려면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그 공주 말이다. 네가 리츠 칼트리온, 그 녀석과 같이 빼돌린 그 여자 !" 그 공주? 그 애가 공주님이었나? 와. 그럼 내 애인 후보는 공주님이네? 나도 여자 보는 눈이 참 좋구나. 생각보다 대단해. "아, 그 공주님 말이군요." 역시 그 애가 분명한가 봐. "그래. 네가 어디다 그 여자를 빼돌렸는지 말하면, 너는 살려두겠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너 뿐 아니라, 저기 서 있는 풋내기 녀석까지 다 죽여버리겠다." 뭐라고? 내가 풋내기라고? 맞는 말이긴 한데, 당신보다는 잘 싸울 자신이 있다고. 아까 피해 다니기만 해서 그렇지, 나도 싸우면 잘 싸워. 아.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지. "공주님은 지금 수도에 계시오. 유로 제국의 수도가 어디 있는지는 당신들도 잘 알 것이니, 가보시오. 이만." 이야기 끝이군. 공주님이 수도에 있지 어디 있어? 저런 상식도 모르는 녀석들이라니. "말 돌리지 마라. 아릴리온." 아릴리온? 우리 사부의 성이 그거였어? 난 몰랐는데. "누구를 찾으시는 거요? 요즘 치매라는 소리를 자주 듣고 있거든. 기억이 안 나는데." "누가 유로 왕국의 공주를 찾는 줄 아나? 난 대 쥬린 제국의 공주를 찾고 있는 거다 !" 와. 쥬린 제국이라고? 저 동쪽 끝에 있는 거대한 제국 말이지? 그럼 그 여자애가 쥬린 제국의 황녀였나? 아, 아니. 가만 있자. 쥬린 제국의 황녀가 엘프라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엘프가 왜 인간 제국의 황녀가 되는 거야? "쥬린 제국의 황녀라면 당연히 제국의 수도에 있을 거요. 황궁에 가보면 알 수 있을 거요. 이런 시골 촌구석의 노인에게 묻는 것보다는, 그게 더 빠르다고 생각하는데." 케라토 형과 아비알 누나가 들으면 화내겠지만, 시골 촌구석이란 말도 맞다. 그리고, 쥬린 제국은 동쪽 끝이고, 여긴 서쪽이다. 저 녀석들은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너무 심하다. 동쪽 끝의 황녀를 찾는데 서쪽 끝으로 오다니. 저 녀석들 바보 아냐? "네 놈이 빼돌렸는데 어떻게 수도에 있나? 황제 폐하께옵서 몹시 찾고 계신다." 황제가 찾는다고? 그 딸인가? 그럼 우리 사부는 유괴범? "황제라면 알드리를 말하는 거요?" 와, 우리 사부 미쳤다. 황제의 이름을 감히 막 부르다니. "이, 이 놈, 감히 황제 폐하의 이름을 함부로..." 그것 봐. 화내지. 하지만, 숲 속에서 파이어볼을 날리는 몰상식한 녀석의 황제라면 그리 훌륭한 자라고 하기도 곤란한데. "난 그의 신하가 아니니, 이름 좀 불렀다고 해서 무례는 아니지 않소." 하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의 황제이니 약간의 존중은 해 줄 수 있잖아? 저 마법사의 얼굴을 보면 그럴 생각이 안 들긴 하지만. "네. 네 놈은 비록 과거의 일이긴 했어도 제국의 근위대장을 지냈던 놈인데..... 어찌 그리 막된 말로 폐하를....." 뭐? 우리 사부가 진짜로 근위대장이었어? 난 그 말이 농담이거나, 아니면 우리 유로 제국의 근위대장을 지낸 줄로 알았는데. "오랫동안 시골에서 지내지 않았소? 나도 이제 시골의 예의 없는 노인이 되고 말았구려." 왜 갑자기 저자세? "알드리같은 자에겐 욕설로 호칭을 해야 예의에 맞는데." 그럼 그렇지. "네, 네 놈은 제국의 은혜를 잊었느냐. 황제의 명을 받고 온 우리에게 어찌 이럴 수가....." 그 황제라는 사람은 명을 전할 때 우선 화살로 사람을 쏘고 나서 하는 모양이지? "무슨 개소리를 했소? 그 알드리가?" 갈수록 태산이다. 마법사가 입에 거품을 물고 뭐라고 떠들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우리만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저 녀석의 동료도 그런가 보다. 보다 못한 검사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자넨 그만 물러가 있게. 내가 황제 폐하의 어명을 전하지." 왠지 목소리가 낯이 익다. 어디서 들었더라? "황제 폐하께서는, 비록 당신이 황제를 능멸하는 큰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대하신 처분을 내리셨습니다. 반역자 미나르 쥬린을 저희에게 넘기시고, 그녀가 훔쳐간 황실의 보물을 되찾으시라는 분부십니다." 말은 상당히 예의 바르게 한다. 그런데, 저거 누구지?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린데? "알드리가 반란을 일으켜서 황제 자리를 강탈한 지 어언 20년이 되어 가는데, 도대체 공주님을 왜 찾는 거요?" "이....." "말을 삼가시오 !" 여기저기서 떠드는 소리가 들리지만, 우리의 사부는 용감하게 말을 계속한다. 무식해서 그렇게 용감하다면 할 말 없다. "그리고, 반란이 일어났을 때 공주님은 갓난 아기였는데, 도대체 어떻게 반역자가 된다는 거요? 단지 황제 폐하의 따님이라서 그런 거요? 우리 제국엔 부모의 잘못을 자식이 뒤집어쓰는 일은 없고, 더군다나 그 일은 전적으로 알드리의 잘못이 아니오? 세상에 친형과 형수를 죽이고, 그것도 모자라 조카들까지 죽여가면서 권력을 얻으려고 했던 자가 누구를 반역자라고 하는 거요?" "이... 황제 폐하께서는 지위를 앞세워 전횡을 일삼는 자들에게서 나라를 구하시기 위해, 혈육의 정을 끊고 결단을 내리신......" "그렇다면, 왜 갓난아기까지 죽인 거요? 요즘의 아기들은 그렇게 조숙한 모양이지?" 우리 사부에게 말로 덤비다니, 저 녀석들, 정말 바보다. 나도 이기기 힘든 사부의 입을 감히 상대하다니. 모두 꿀먹은 벙어리가 된 것 봐. 하지만, 한 녀석은 여전히 입을 연다. "당신같은 자들이 그런 아기들을 등에 업고 온갖 전횡을 일삼지 않았소?" - 계속 - 후기)으. 순간의 실수로 다 된 6화 연재분을 날려버렸습니다. 너무나 기가 막혀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작업한 결과가 이겁니다. 덕분에, 원래 예정은 7화에 활극을 넣을 생각이었는데 8화에나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우아아아아아아악 ! 분해)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7 18:57 조회:759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7) 저 녀석은 누구냐?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린데? 누구시더라? (기억회로 작동중) 아 ! 기억났다 ! 아까 나한테 뒤에서 화살 쏜 그 녀석이다 ! "요즘 아기는 30대인 모양이구려. 황제 폐하께서 알드리의 반란으로 돌아가실 때의 나이가 서른 둘이셨으니까." 역시 사부야. 한 방에 입을 막아버리는 거 봐. 다들 잠시동안 침묵. "옛날에 그랬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그럴 거라는 거요. 아릴리온 경." "무슨 소리요?" "당신은 미나르 공주를 숨기고, 제국의 옥좌를 빼앗아서 뒤에서 권세를 휘두를 음모를 꾸미고 있지 않소? 그래서 황제의 검을 훔쳐서 달아난 것이고." 이봐. 아까는 공주가 검을 훔쳤다고 했잖아. 저 녀석 정신을 보니 저 말도 못 믿겠어. "검 한 자루야 또 만들면 되지 않소?" "닥치시오. 감히 황제의 마법검, 라 브레이커를 가져가고도 그런 소리를 !" 라 브레이커? 그거 뭐야? 잠시 생각 좀 해보자. 아 ! 라 브레이커(Law breaker) ! 그 쥬린 제국의 검 말이지. '이 검을 가지는 자는 하늘에 오른다.'는 그 전설적인 명검. 고대 문명의 유산으로, 황제가 즉위할 때 다음 황제에게 전해지는 유서 깊은 검이다. 전설에 따르면, 자격이 안 되는 자가 그 검을 소유하면 검의 수호신이 나타나서 그를 죽여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자격이 있는 자가 그 검을 가지면 그 검은 하늘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고 한다. 제국을 수호한다는 그 검을 우리 사부가 가지고 있어?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럼 벌써 죽었을 거 아냐. 그 인간성이라면. 딱 ! "야 ! 이 녀석아 ! 너, 이런 상황에서도 내 욕 하냐?" "아구구. 사실이 그렇잖아요. 사부님이 그런 전설의 명검을 가졌고, 그 전설이 사실이라면 사부님은 벌써 새하얀 재가 되어...." 따다닥 ! "장난하지 마시오. 우리는 당신이 그 검을 가져갔다는 걸 확신하고 있소. 당장 그 검을 내놓고 공주를 넘기지 않으면 당신을 죽이겠소. 하지만, 당신이 우리의 요구를 수용한다면 우리는 이대로 물러가겠소. 전사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리라." 말은 멋있게 하는데, 행동도 그럴까? 내 의문은 사부가 풀어주었다. "당신은 근위대의 전사로서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명예를 헌신짝처럼 내던진 그 유명한 배신자, 라이어가 아니오? 세 살밖에 안 된 황자님을 지키라는 명을 무시하고, 반역자 알드리에게 그 목을 바친 자에게 무슨 명예가 있다는 거요?" 역시 그럴 것 같았어. 인간이 그럼 그렇지. "대의를 위해, 희생은 불가피하오." "하지만 난 희생이 되는 것은 사양하겠소. 난 여기서 늙어 죽기를 바라지, 미친 녀석의 칼에 맞기는 싫거든." 슬슬 준비하자. 아무래도 상당히 요란한 행사를 치러야 할 듯 하다. "아릴리온. 당신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 모두를 이길 수는 없소. 저 풋내기의 실력으로는 도움이 안 될 거요. 당장 우리의 말을 들으시오. 오래 살고 싶으면." 와. 감히 사부님께 협박한다. 저러고 좋게 끝난 경우가 없다. "당신은 내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황실 친위대장. 쥬린 제국 제 1의 전사. 백색의 사신이라는 사이드 아릴리온." "그런 자가 자신의 주인의 딸을 순순히 당신들에게 넘기리라고 여기시오?" "하긴, 그럴 리가 없지." 그는 그 말과 동시에 뭔가를 던졌다. 독침이다 ! 그것도 수 십 개의 ! 아니, 저건 던지는 게 아니다. 팔 속에 숨긴 기관장치를 이용해서 쏘아낸 거다. 하지만 우리 치매 스승님이 그런 걸로 돌아가실 만큼 노망이 들지는 않았다. 나도 안 맞을 저런 느린 공격으로 감히 스승님을 암살하려 하다니. 역시 스승님은 검을 뽑아들더니 모습을 감추었다. 아니,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급히 검을 뽑아드는 라이어. 하지만, 사부의 검은 그를 노린 게 아니었다. 옆에 서 있던 마법사가 두 조각이 나 버린다. 주문을 외울 사이도 없이 검이 그를 베어버린 것이다. 미리 쳐 둔 방어 주문이 파괴될 정도로 사부의 검은 강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나도 검을 뽑아 들어 돌진했다. 우선 마법사를 처리해야 한다. 잘못해서 죽음의 마법이 시전되면 끝장이다. 내 검이 앞에 선 마법사에게 휘둘러진다. 콰앙 ! 내 검은 역시 사부의 검에 비해 약한가보다. 방어막에 퉁겨져 버렸다. 뒤로 나가떨어지는 나. 하지만, 그게 완전 실패는 아니었다. 내 뒤에서 검을 들고 달려드는 전사 하나가 보인다. 나는 퉁겨져서 생겨난 반탄력과 내 힘을 보태서,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둔한 느낌이 내 검을 통해 내 손에 전해졌다. 사람 하나의 목이 잘리는 감각. 익숙하다. 아, 내가 살인마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길. 공룡들과 싸우면서 익힌 감각과 비슷하니까 익숙한 거다. 사람을 죽이는 건 처음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왠지 사람이 죽는 걸 많이 본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 같은 한가한 생각을 하다간 난 순식간에 시체가 되어 나뒹굴거다. 싸움에선 자신이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동료가 있다면 그들을 보호해야 하고. 적이 자신과 동등한 사람이란 것은 싸움이 끝나고나서 생각해도 된다. 일단 살아야 죄책감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용서를 빌기도 하지 않는가? 사부님의 말씀이긴 하지만, 지금은 왠지 맞는 것 같다. 저 녀석들을 못 죽이면 우리가 죽는다. 어차피 기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거다. 그러니 지금부터 익숙해져야 한다. 달갑지는 않지만. "저 녀석, 풋내기가 아니다. 너희 둘이 가서 죽여버려." 라이어라는 자가 대장인 모양이다. 지시하는 걸 보니. 두 사람의 전사가 내게로 달려온 것은, 내가 세 번째의 괴한을 베어 넘긴 직후였다. 나는 그들에게 검을 겨누면서, 사부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걱정한 내가 바보였어. 저 치매 사부가 좀 멍청하긴 해도, 싸울 때는 확실하다니까. 앞에 나선 전사들은 모두 사망. 마법사들의 마법도 사부에겐 무용지물. 더 볼 것도 없다. 라이어 자신이 검을 들고 사부에게 달려가는 걸 보니, 그 쪽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내 목숨 지키는 게 더 급하다. 두 명의 검사가 내게 덤벼들었다. "죽어라 ! 꼬마 !" 나는 검을 들어 두 녀석과 싸우기 시작했다. "역시 강하군. 백색의 사신이라는 말이 거짓이 아니야." 검을 교환하면서 사이드를 칭찬하는 라이어. "떼거리로 덤비면서 할 말이라곤 생각하지 않네." 사이드 한 사람을 포위하고 무려 네 사람이 동시에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마법사가 있다면 좋겠지만, 모두 저 세상에 간 상황에 찾아서 뭐하나. "제길. 그 동안 그토록 수련을 했는데." 분한 듯이 내뱉는 라이어. "검술보다 처세술을 수련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네." 사이드의 검이 흐려졌다. 그러더니 라이어의 오른팔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오른쪽 어깨에서 피를 뿜으며 나동그라지는 라이어. 다른 세 명의 검사가 그 틈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틈이 있다고 해서 그 틈을 노리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른 건 둘째치고, 검의 속도가 너무나 차이가 났다. 라이어가 몸을 일으켰을 때는, 이미 세 명의 시체가 쓰러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이야." - 계속 - 후기)와. 엄청나군요. 알로 녀석도 그렇지만, 치매 사부님의 위력이 대단하군요. 예? 설정이 너무하다고요? 어떻게 수 십 명의 자객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깨지냐고요? 명색이 사신(죽음의 신)이라는 별명을 가졌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요. 상식을 깨는 인간이니까 그런 별명이 붙는 거 아닌가요? 그럼, 이렇게 라이어는 허무하게 죽게 되나요? 내일 알려드리지요. 하아. 조회수는 점점 내려가고, 의욕은 점점 사라지고. 힘드네요. 그렇다고 빨리 재미있는 부분으로 넘어가고 싶어도, 줄거리상 꼭 필요한 부분이니 빼버릴 수도 없고.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8 19:59 조회:759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8) 두 명의 검사가 내 앞으로 검을 뻗는다. 나는 수비 위주로 전환하고, 두 사람의 허점을 노렸다. 두 녀석은 자기들의 동료들이 잇달아 사부님에게 죽는 것을 보고는, 너무나 서둘렀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패인이었다. 나는 그저, 서두르는 그들의 검을 피하고는, 크게 드러난 빈틈을 보고 검을 찔러 넣었다. 그뿐이었다. "으...." "아무래도 자네의 동료들은 모두 풋내기였나 보군. 저 애한테도 못 이기는 걸 보니." "......... 인정해야겠군. 이제 남은 건 두 사람뿐이니." "그럼, 이제 어디 도망가게. 알드리 그 인간이 지금의 자네를 살려둘 것 같지 않으니. 싫으면 내가 죽여주지." "죽는다....." "전사로서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을 각오하고 살아온 게 아닌가?" "죽기는 하지. 하지만..... 네 놈도 같이 가는 거다." 라이어는 몸을 돌려 달아났다. 하지만, 사부의 몸놀림을 피하려 하다니. 저런 바보가 있나. 금방 라이어의 앞에 나타나는 사부. "전사로서 그런 모습은 추하네. 작전상 후퇴도 아니고, 그게 뭔가? 죽음을 두려워해서 달아나는 모습은. 어차피 팔 하나로 싸울 수는 없을 텐데." 저 녀석, 한 쪽 다리가 박살났군. 한 다리에 다리 하나로 전사로서의 삶을 살기는 무리다. 어지간한 의지로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마법사나 성직자에게 치료를 받도록 내버려둘 사부님이 아니고. "작전상 후퇴이지." 뭐냐? 저 비열한 웃음은? "그걸 던져 !" 그게 뭐냐? 그 말을 들은 괴한 하나가 뭔가를 던진다. "잘 가게. 사이드 아릴리온. 그 탐욕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받게." 괴한은 즉시 사부의 검에 베어졌지만..... 그 던져진 무언가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저게 뭐냐? "죽으면서 주절대는 건 내 취미가 아니지만...." 이것 봐. 그냥 죽어. 주절대는 건 취미가 아니라며?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던 내 앞으로.... 으아악 ! 왜 나한테 날아오는 거야? 뭔지 모르지만 일단 피하는 게 수다. 나는 몸을 날렸지만..... 그 무언가가 날 따라온다. 아주 작은 날개를 단 벌레 한 마리. 걸음아 날 살려라. 하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확실히 날아가는 게 멋이 있고, 빠르기도 하다. 맞았다 ! 나는 전력을 다해 내 힘을 검에 집중시켰다. 못 피하면 부수자 ! 화살 하나 자르는 셈치고. 검을 휘둘렀으나.... 퍼억 ! 내 검에 화살이 맞으면서 검은빛이 나를 감쌌다. 엄청난 고통이 내 몸을 덮쳤다. 하지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죽는구나..... "이.... 비열한 녀석. 어린애한테 무슨 짓이냐 !" 쓰러진 알로에게 달려가는 사이드. 하지만 다가갈 수가 없다. 소년의 몸에서 나온 빛이 그를 퉁겨버린 것이다. "이, 이건?" 하지만, 사이드만 놀란 게 아니다. 라이어조차 놀라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히 가장 강한 자를 추적하도록 한 것이...." "무슨 소리냐?" "저건..... 분명히 가장 마법력이 강력한 자에게 날아가도록 한 것인데.... 그럼 네 검은 라 브레이커가 아니었는가?" "....." "아....... 안 돼........." 동시에 라이어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하늘로 치솟아 오른 빛은 어둠 속에 숨어있던 하늘을 찾아냈다. 하늘은 서서히 땅과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과거부터 이 별을 만들어온 하늘의 한 조각이 땅과 다시 만났다. 그리고 모든 것은 빛 속에 파 묻혔다. 주위의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변을 느낀 듯, 모든 생명이 달아난다. 비록 불가능한 일이라도, 그들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사이드는 소년의 몸에서 빛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필사적으로 그를 잡고 달리는 사이드. 빛 속에 선 라이어는 절망으로 울부짖었다. "아, 안 돼 ! 난 죽기 싫어어어어어어." 그의 외침은 곧 사라졌다. 땅이 운다. 하늘이 내려온다. 그리고 지각이 갈라진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거대한 운석은 지각을 뚫었으나, 맨틀까지는 관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아래의 모든 생명에게는 죽음으로의 초대장이었다. 우선, 관통된 지각이 갈라졌다. 운석은 자신의 힘을 못 이기고 증발하면서 주위의 모든 것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고작 수십 미터의 운석이 일으킨 폭발로, 산이 하늘로 올라갔다. 이미 산이라고 부를 수도 없지만. 하늘로 날아간 땅은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먼지가 되어 떠돌고, 공기는 밖으로 퍼져 나가면서 폭풍을 불렀다.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날아간다. 거대한 공룡들이 울부짖는다. 그들도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로 떠 오른다.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가 하늘로 날아올라 사라진다. 불기둥으로 화한 대지가 모든 것을 태운다. 마을이 가까이에 있었다면 그들도 불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석이 부른 태풍을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집의 지붕이 날아가고,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주위의 물건을 잡았다. 거대한 폭음으로 놀란 사람들은, 거센 바람에 놀라 모두 잠에서 깨어났다. 다행히도, 거리가 워낙 떨어진 탓에 폭풍은 파멸적인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운석이 먼지로 변해 하늘로 돌아가고, 땅은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하나가 남아있었다. 잠시 떠나간 공기가 다시 몰려들었다. 주위로 퍼질 대로 퍼진 공기가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폭풍이 불어왔다. 아까와는 반대 방향으로. 아까 살아남은 나무들이 뽑혀 날아간다. 공룡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낮추지만, 일부가 바람에 휩쓸린다. 주위에서 몰려온 공기는 폭발의 진원지에서 서로 만나 강하게 부딪친다. 그리고 잠시동안 움직이면서 차츰 진정해간다.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사건을 증언하는 거대한 구덩이와, 구덩이의 밖에 떨어진 채 의식을 잃은 한 사람 뿐이었다. - 계속 - 후기)운석이 지구에 떨어지면, 그 힘은 어느 정도냐? 운동에너지는 질량 * 속도의 제곱/2이고, 질량은 밀도 * 부피니까.... 단순 계산으로 얼마냐? 지금이 수학시간이냐는 독자님들의 불평이 대단할 듯 해서, 이 이야기는 대충 치우겠습니다. 하지만, 직경 10km의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충돌할 경우, 그 힘은 1억 메가톤이라고 하는 군요. (죽여라) 하지만, 지금 떨어진 이 운석은 그렇게 큰 게 아닙니다. 그 정도 크기면, 이 이야기는 끝입니다. 몽땅 전멸..... 따라서 좀 작은 운석으로 골랐습니다. 고작 수십 미터로. 그래도, 100미터일 경우, 그 위력은 대충 100메가톤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10미터이면 0.1메가톤으로 떨어지니까 그건 좀 그렇고. 그래서 그 중간 정도로 골랐습니다. 그냥, 신뢰성 없는 계산에 신경쓰시지 말고, 대충 메가톤 급의 폭발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메가톤 급 폭발에서 살아남은 녀석이 누구냐고요? 내일 얘기하지요. 그리고, 어제는 푸념이 좀 들어갔습니다. 하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조회수가 떨어지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재미있네요. 글을 쓰다 보니 그런 생각이 다 사라지더라고요. 하긴, 아직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것도 아니고, 주인공인 레이니 양이 아직 나온 것도 아니니 불평하는 건 좀 빠르지요. 그럼,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꾸벅)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29 12:21 조회:756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9) "으....으응...."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아까 그 화살에 맞고 난........ "응...으응...." 아픔을 느끼는 것을 보니 살아있나 보다. 나는 서서히 눈을 떴다. 앞이 안 보인다. 눈을 당했나 보다. 탁. 타탁. 뭔가가 타는 것 같다. 타는 냄새가 난다. 코는 무사한가 보다.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귀도 괜찮은 것 같다. 가만. 아까 큰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의식을 잃으면서 들은 거라서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면서 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의식을 잃었다. "주위에 불이 났나?" 목은 괜찮다. 하지만, 몸 전체가 힘이 없다. 움직이기가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일어나야 한다. "으....으응.. 사부님은?" 아까 사부님이 그 녀석들을 물리치던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어떻게 되었을까? 사부님이 그 녀석들을 쓰러뜨린 걸까? 아니면 그 녀석들에게 당한 걸까? "당할 리가 없어...." 그토록 강한 사부다. 나도 이야기에서 들은 전설적인 '백색의 사신'이다. 그런 사람이 쉽게 죽을 리는 없다. 그리고, 사부님이 죽었다면 나도 죽었을 거다. 녀석들이 사부님을 죽였다면, 날 살려둘 리는 없으니까. 인정하긴 싫지만, 나 같은 평민을 살려둘 만큼 인정 많은 녀석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무사하실 거라고 믿자." 믿는 거다. 그래. 믿는 거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일단은 내 몸을 챙기자. 여기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혹시 집일지도 모르지. "응? 집은 아닌 것 같은데?" 느낌이 그렇다. 집이란 느낌이 안 든다. 낯익은 집의 벽도, 집의 물건들도 없다. 뭔가 이상하다. 나는 앞을 보려고 필사적으로 눈을 떴지만, 역시 다가오는 건 암흑..... "잠깐. 눈이 이상한 건 아닌데?" 눈에 이상이 생겼다면, 앞에 빛이 보이고 그 빛이 가는 선들에 의해 가려진다는 걸 볼(!) 수가 없다. 나는 그 선들이 뭔지 생각했다. "그게 무슨 대수야? 치우면 되지." 사실이 그렇다. 일단 앞을 볼 수 있게 되고 난 연후에, 그게 무엇인지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그 선들을 치웠다. "!" 주위의 광경을 나는 보았다. 차라리, 보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럴 수가. 모든 것이 불에 타고 있었다. 숲 전체가. "이럴 수가? 이럴 수가? 어떻게 이렇게?" 믿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아까 그 녀석들의 짓인가? 나는 멍하게 주위를 바라보았다. 불타는 숲. 도망가는 공룡의 무리들. 날아가다가 불에 타서 떨어지는 익룡. 그리고 쓰러지는 나무들. 믿을 수 없다. 나는 너무나 놀라서 그냥 앉아있었다. 가는 선들이 내 눈을 가린다. 나는 암흑 속에서 자신을 달랬다. 이건 꿈이야. 이건 꿈이야. 다시 본다면 이런 광경들은 사라졌을 거야. 어쩌면 녀석들이 환각을 건 건지도 몰라. 그래 환상이야. 정신 차리자. 나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번에는 제대로 보이리라. 하지만, 내 앞을 가로막은 가는 선을 치우고 본 광경은 똑같았다. 여전히 불타는 숲. 그리고 도망가는 공룡들. 이건 진실이다. 내가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진실이다. 나는 일단 일어섰다. 이 자리에서 피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사부가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한다. 그가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찾아야 한다. "사부님 ! 사부님 !" 나는 목청이 터지도록 사부를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그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에 있거나, 아니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사부님이 죽었다면... 나는.......... 나는........... 감상적인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나는 주위가 타 들어가는 상황을 탈출해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내 시야를 가리는 이 거추장스러운 선들을 치워야 했다. 나는 손을 들어 선들을 잡았다. 아마 머리에 얹힌 옷조각일 거다. 나는 힘을 주어 단번에 잡아당겼다. "아 !" 내 머리에 오는 감각. 그것이 내 손길을 멈추게 했다. 나는 이 선들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내 머리에 붙어 있다는 느낌. 이런 느낌을 가지는 것을 나는 하나 알고 있다. 머리카락이다. 그렇다면 이건 내 머리카락인가? 난 그런 생각을 부정했다. 내 머리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내 머리에 오는 느낌이, 이것이 내 머리카락임을 증거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 그렇지 않은가. 왜 갑자기 머리카락이 자란단 말인가. 나는 잠시 손으로 그 머리카락이라고 생각되는 물체를 만져보았다. 길다. 상당히 길다. 거의 1미터에 달하는 길이다. 여자아이들이 가지고 싶어하는 긴 머리카락이다. 게다가 만지는 감촉이 좋다. 오늘 구해준 그 여자아이의 머리 같다.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빨리 탈출하지 못하면 난 여기서 불에 타 죽게 된다. 나는 머리카락이라고 추정되는 물건을 묶었다. 아니, 그 전에 내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 상황에서도 검을 꼭 쥐고 있는 걸 보니 난 천성적인 검사인 모양이다. 머리, 특히 앞머리를 대충 묶었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빠져나갈 길은 없다. 온통 불바다일 뿐이다. 나는 가장 불길이 약한 곳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빨리 찾아야한다는 조급함이 몸을 재촉했지만, 침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르다가 불에 갇히면 난 영원히 탈출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침착함은 보상을 받았다. 불이 나지 않은 곳이 눈에 띄였기 때문이다. 나는 몸을 날렸다. 유독한 연기를 헤치고, 나는 불길이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말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도 어느 정도의 실력은 있다. 정말로 날아가지는 못해도, 짧은 거리를 뛰어넘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곧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으아악 ! 뜨거워 !" 나는 몸을 땅에 닿게 하는 순간, 발을 감싸며 뒹굴었다. 땅바닥이 너무나 뜨겁다. 마치 유리가 녹은 것처럼 땅이 흐르고 있다. 간신히 몸을 용암에서 떨어지게 했지만 화상이 심했다. "용암?" 왜 이쪽이 불이 없는지 알 것 같다. 이미 모든 것이 타버리거나 용암으로 변했으니 그런 것이다. 나는 콜록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심한 화상을 입은 발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아까 심하게 당한 탓인지 몸에 힘이 없다. 나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콜록 ! 콜록 !" 이젠 움직일 수도 없다. 유독가스에 질식되는 것 같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사부님의 얼굴이, 다로프 아저씨의 얼굴이, 케라토 형, 아비알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죽는 것인가. 아직 기사가 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죽는 것인가. 마지막으로 떠오른 것은 오늘 내가 구해준 그 소녀의 얼굴이었다. "안녕. 모두들." 나는 눈을 감았다. 이젠 끝이다. 하지만, 무언가 차가운 게 내 뺨에 떨어졌다. - 계속 - 후기)암담한 상황입니다. 죽음이 눈앞에 보이는군요. 그리고, 머리카락 1미터는 나름대로의 계산을 통해 나온 길이입니다. 따지지 마세요.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1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4-30 20:28 조회:756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10)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뚝 쏴아아아. 비다 ! 비가 온다 ! 산불을 끄는 데는 인간의 노력이 소용없다. 차라리 자연적으로 꺼지게 기다리든가, 아니면 비가 와야 한다. 마법사들이 비가 오게 시도하다가 실패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은 내가 좀 이상해서일까. 누가 오라고 해서 오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운석이 떨어져서 생겨난 대량의 수증기가 허공의 먼지와 섞여서, 비가 된 것이라고 짐작된다. 기절한 내가 어떻게 운석이 떨어졌다는 걸 아냐고? 내 앞에 있는 이 거대한 크레이터를 보고도 모르면 난 바보다. 그 녀석들이 그런 강력한 마법을 쓸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고(사부에게 추풍낙엽처럼 베어지는 실력으론 무리다). 불이 꺼졌다. 비가 아직도 그치지 않아서 그런지, 주위는 어둡다. 밤의 기온이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서서히 추워지고 있다. 비가 와서 살았지만, 비가 왔기 때문에 체온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란 것도 생각났다. 머리카락이 왜 길어졌는지도 궁금했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 한다. 나는 화상을 입은 발바닥을 살펴보았다. 진흙이 묻어 더럽다. 왠지 기분이 나쁘다. 용암에 닿은 것 치곤 화상이 심하지 않다. 내가 감각이 그만큼 발달된 것일까? 그만큼 재빨리 발을 치운 덕일까? 나도 모르겠다. 일단, 마을로 내려가자. "에, 엣취 !" 으. 추워. 옷은 불에 타서 누더기지. 신발은 아예 없지. 사부님은 행방불명됐지. 혼자 도망간 모양이야. 의리 없는 사부 같으니. 완전히 거지꼴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추위를 막기 위해, 팔짱을 낀다. 가슴이 따뜻하다. 왠지 전보다 푹신한 느낌이 든다. 머리카락으로 몸을 최대한 가린다. 길어진 머리카락이 옷을 대신하는 데 유용하다. 가만. 뭔가 이상하다. 내가 잊어버린 게 있어. 칼 잊어버린 거냐고? 아니. 칼은 허리춤에 제대로 매달려있다. 가만. 제대로라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자. 후다닥 (점검중). "으아아아악 ! 이게 뭐야?" 내 가슴이 왜 이렇게 커졌어? 그리고 이 머리카락은.... 내 팔은? 내 다리는? 결론이 뭐냐고? 말 안 해 ! 내가 여자아이가 되었다고는 죽어도 말 못 해 ! "왜 내가 이렇게 된 거야아아?" 정말 비참해진다. 왜 내가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 거야? 내가 못살아. 그런데, 이 사태의 원인이 뭐야? 자세히 생각해보자. 내려가면서. 걸어가면서 생각을 열심히 했지만, 떠오르는 건 하나 뿐이다. 그 망할 자식 ! "라이어 이 자식 !" 그 녀석이 던진 이상야릇한 화살, 아니 암기류가 원인이다. 분명하다. 그 외에는 다른 원인이 없다. "비열한 자식. 이런 악질적인 저주를 걸다니. 나쁜 자식. 빌어먹을 자식. 사부한테 공격하는 척 하면서 나한테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하다니." 불평을 하든, 욕을 하든, 녀석이 이미 죽었으니 따질 대상이 없다. 화가 나지만 화를 내야 할 대상이 이미 죽었다면, 사람 미칠 노릇이다. 왜냐고?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아는 녀석이 죽었다는 결론이니까. 그럼, 난 평생 여자아이로 살아야 하는 거야? 안돼애애애 ! 불평을 계속하면서, 나는 마을로 내려갔다. 하지만, 역시 체력 소모가 컸다. 여자의 몸이라는 게 더욱 치명적이다. 발바닥에 입은 화상이나,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차라리 낫다. 아마 운석의 폭발로 날려갔다가 떨어질 때, 몸 안이 크게 부서진 모양이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검은 또 왜이리 무거운지. 전같으면 한 손가락으로도 들 수 있는데. 지금은 무겁다.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다. 검을 버리면 편해지겠지. 적어도 무거운 짐 하나는 덜 수 있고. 하지만, 하얗게 빛나는 검날을 본 순간, 그런 생각은 다 날아가 버렸다. 명색이 검사 지망생이면서 자신의 검을 버릴 수는 없다. 그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검을 버렸다가 공룡이라도 만난다면 난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검이 있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고물 검이라도 있는 게 없는 것 보다는 나을 것 같다. 실날같은 삶의 희망이라도 가지는 것. 그게 없다면 난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다. 비틀거리면서도 내 왼손은 칼을 잡고 놓지 않았다. "아앗 !" 발이 아프다. 다리도 아프다. 아니, 몸 전체가 아프다.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아, 아앗 !" 도대체 마을까지 왜 이리 먼 것일까. 평소엔 이렇지 않았는데. "으. 으으...." 빨리 도착해야 한다. 빗방울 하나조차 나에게는 지금 아프다. 거울이 없어서 내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상당히 누추한 모습일거다. 흙투성이에다가 물투성이, 게다가 화상으로 피부가 마구 타고, 그 상황에서도 누가 따라올까 봐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려 하니, 너무 힘들다. 하지만 힘들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러면 난 여기서 쓰러질 것이다. 그리고 영원히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드디어 마을의 정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문이 닫혀있다. "아무도 없어요?" 나는 목청껏 소리를 질렀지만, 여자 몸이라는 게 그리 신통한 성능을 가진 게 아니다. 목소리가 너무나 작다. 내가 부상을 당한 걸 감안해도, 너무 작다. 이런 소리로는 공룡도 듣지 못하겠다. "아무도 없어요?" 더 작다. 그렇다고 벽을 기어올라갈 힘은 이제 없다. 몸만 멀쩡하다면 할 수 있는데. 결국 이렇게 끝나는가. 여기서 죽는가. 이젠 걸을 체력도 남지 않았다. 결국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이젠...... 끝이야....." 내 의식이 멀어진다. 죽음이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이야. 빗속에 한 소녀가 쓰러져 있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 계속 - 후기)요 며칠동안 계속 이런 우울한 이야기가 되는군요. 아이고. 내일 연재는 좀 밝은 분위기를 내야겠어. 너무 어두컴컴하니 이거 원. 이러니 조회수가 형편없지. (여기서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냐?) 내일부터는 밝은 분위기로 이끌어갈까 합니다. 며칠동안 우울한 이야기를 읽으시느라 인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자가자가자 !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1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1 19:44 조회:758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11) 어둠. 오직 어둠뿐이다. 내 앞엔 컴컴한 장막이 쳐져 있다. 난 어디에 있는가.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아래로 떨어져 간다. 아무도 내 옆엔 없다. 손이 내밀어진다. 누가 잡아 줘. 검은 공간에서 손이 나온다. 그 손은 부드럽다. " !!! " 감각이 돌아왔다. 첫 번째는 청각이었다. 조용한 가운데 새 소리가 들려온다. 새 소리를 들으니까 아르케옵테릭스 생각이 난다. 배고프다. 두 번째는 촉각. 바람이 불어온다. 따스한 이불의 감촉으로 보아, 아마 창문을 열어놓은 모양이다. 세 번째는 미각. 하지만 아무 것도 안 먹은 상황에서 무슨 설명을 하랴. 배만 더 고프다. 네 번째는 후각. 나뭇잎의 향기. 마지막으로 시각. 나는 눈을 뜬다. "으.......으응...." 오랜 잠을 자고 난 기분이 이럴까. 몸에 이상은 없다. 그럼 역시 그건 꿈이었을까. 그럴 거야. 악몽은 잊자. 오늘도 일어나면 여전히 사부의 수업을 빙자한 구타가 이어질..... ! 그래. 이제 사부는 없지. 그게 꿈이었으면 좋을 텐데. 울지 말자. 남자는 우는 게 아니다. 아직 죽었다고 확정된 것은 아니니까. 나는 몸을 일으켰다. 왜 사부의 구타가 없는지 알만하다. 여긴 오두막이구나. 다로프 아저씨의 오두막. 밖에서 들리는 소리로 보아, 상당히 바쁘신 모양이다. 짧은 다리로 고생이 심하시다. 아직 어질어질 하지만, 그래도 의리가 있지, 좀 도와드려야겠다. 비틀. 꽝. 윽. 힘이 없구나. 몸이 형편없이 약해졌어. 역시 이런 몸으로는..... 어? 내 앞에 있는 거울. 그리고 거기 비친 내 모습은.... 없다. 나 어디 갔어? 나는 거울을 바라보고, 다시 내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네? 그럼 저기 비치는 저 여자아이는 누구야? ! 나는 뭔가 집히는 것을 느꼈다. 설마. 설마. 설마아아아. 물컹. 다시 해 보자. 물컹.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다시 한 번. 물컹. 그럼 이건 설마......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이건 꿈이야. 다시 자자. 깨어나면 정상일거야. 침대로 향해 앞으로 가. 나는 내 몸을 침대에 던지고, 이불을 머리 꼭대기까지 뒤집어썼다. 그래봐야 그리 두꺼운 것도 아니지만. 솔직히 좀 덥기는 하다. 30초경과. 잠이 안 온다. 잠 좀 자자. 하지만, 이미 잠은 다 잤다. 누가 왔다. "어머. 깨어났네. 좋은 아침." 저 목소리는 보나마나 아비알 누나다. 오늘 다로프 아저씨가 바쁘긴 한 모양이다. 누나까지 자원봉사를 하다니. 기사가 되기 전에는 여기서 간호사 노릇을 했다는데. 하긴 그게 누나로서는 불운이다. 어쩌다가 케라토 형을 만나는 바람에 인생을 망치게 되다니. "안녕하세요? 아비알 언니." 이상하다. 난 대답한 적 없는데? "아. 아르메리아. 건강하구나. 하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은 데 언니라고 부를 필요는....." 저 애구나. 내가 어제 구해준 여자아이가. 괜찮은 것 같다. 비록 목발을 짚고 있기는 하지만, 곧 나을 것 같다. 몸놀림에 아무 불편이 없다. "괜찮아요. 엘프들은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써 주니까요." "그 말은 내가 존댓말을 써 줄 만한 가치가 없다는 뜻?" 잘 아시네. "아뇨. 아뇨.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꾸벅. 왠지 좋은 여자아이같다. 이불로 가린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예쁘다. 가만. 이불로 얼굴을 가린 주제에 어떻게 얼굴이 예쁘다는 걸 아냐고? 명색이 기사 지망생 아니냐? 치매 사부한테 눈을 가리고 사물을 식별하는 훈련(?)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데. 목발을 짚은 건 소리를 들으면 아는 거고, 생명력의 느낌으로 어제의 그 여자아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몸놀림에 불편이 없다는 건, 생명력이 원활하게 온 몸을 도는 걸로 알았다. 흐름에 막힘이 전혀 없거든.. 그런데 예쁘다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그건 도리 없으니 살짝 고개를 내밀어봤지. 잠깐. 그러고보니 아비알 누나도 기사인데? 왠지 불안한 예감이..... "아가씨, 이제 일어나요." 윽 ! 왔구나. "너무 늦게 일어나면 안 돼요. 몸을 낫게 하려면 적당히 주무세요." 안 돼 ! 난 이런 모습을 누나에게 보일 수는 없어 ! 만약 내가 이런 꼴이 된 게 들키는 날이면........ 상상 중. "이봐, 이봐. 알로가 여자였어." 상상 끝. 누구 망신시킬 일 있냐? 평생동안 '아가씨'소리를 들으라고? 누나의 입의 무게는 너무나 가벼워서, 도저히 이런 창피한 일을 말할 상대가 아니다. 지금 들키면, 아마 하루 내에 유로 제국 전체에 소문이 좍 퍼질 거다. 절대로 안 돼 ! 하지만, 지금은 내 몸에 힘이 없다. 하나도 없다. 그럼 어쩌지? 어쩌지? 지옥의 손길이 다가온다. 싫어 ! - 계속 - 후기)오늘은 별 사건이 없지요? 재미있게 쓴다고 해 놓고서는. 내일은 그렇지도 않을 것 같군요. 드디어 이 녀석이 공식적으로 마을의 최고 미인으로 등극하느냐? 푸훗. 그리고, 아르메리아라는 이름은 영어로 armeria. 2월 29일의 생일꽃입니다. 뜻은 '배려'라고 하는군요. 그녀의 이름이 하나 더 있기는 한데.....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1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2 19:56 조회:750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12) "싫어 !"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나는 아비알. 결사적으로 이불 속에 몸을 숨기고 외치는 소녀. "싫어 ! 오지 마 !" 소리가 상당히 크다. 밖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다로프 아저씨가 뛰어온다. "무슨 일이야? 아비알 양." "저, 저도 모르겠어요. 일어나라니까 갑자기 저렇게....." 이불 속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발악하듯 외치는 소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음. 아비알 양은 다른 환자를 돌봐주게나. 아무래도 운석이 떨어졌을 때, 충격을 크게 받은 것 같아." "예." 조용히 문 밖으로 나가는 아비알과 다로프. "처음에 발견된 장소가 마을 앞이지?" 문 밖에서 소곤거리는 두 사람. 그리고 한 엘프. "예. 정말 끔찍한 모습이었어요." 아비알의 말이다. 하긴, 최초 발견자니까. 폭풍이 부는 그 날 밤, 그녀는 마을을 순찰했고, 그 도중에 성문 바깥에 쓰러진 소녀를 찾아냈다. "온 몸에 화상을 입고, 발은 피투성이. 화상을 입은 후에 걸어온 모양이야. 처음 봤을 땐, 죽은 사람인 줄 알았어." 하긴, 운석이 충돌할 때 옆에 있었으니, 살아남은 게 더 이상한 거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을 거예요." 아르메리아의 말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이들이 생각하기에, 화상을 입은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남에게 보여주기는 싫을 거다. "하지만, 다 나았는데. 이 명의의 실력으로." 아저씨. 지금 자기 솜씨를 자랑하시는 건가요? "마음의 상처는 다르지요. 게다가, 여자 혼자서 여행을 할 리가 없으니...." 동료들은 다 죽었다. 이거지? "음. 그렇겠군. 하지만 저렇게 놔둘 수는 없어. 치료가 끝나려면 아직은....." 중화상이니 그럴 법도 하다. 다 들린다. 그렇게 작은 소리로 소곤거린다고 못 들을 줄 아나? 뭐가 상처 입은 여자야? 남의 속도 모르고. 으. 끓는다. 하지만, 좀 이상하다. 보통, 그런 상황에서는 죽는 게 정상이다. 운석이 떨어진 한 가운데에 있었는데 살아남다니, 좀 이상하다. 아니, 아주 이상하다. 보통은 시체조차 못 찾는 게.... 아냐 ! 내가 살아남았으니, 사부도 살았을 거야. 그만두자. 자신을 속이는 짓이다. 지금, 내가 왜 살아남은 건지 이유를 따지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 여자로 평생 살기는 싫고, 그럼 여행을 해야 하나 보다. 어딘가에 있는 위대한 마법사를 찾아서, 그에게 저주를 풀어달라고 해야지. 그리고, 이왕이면 그 녀석들에 대해서도 알아내서, 복수를 해야지. 비겁한 녀석들. 실력으로 안 되니까 그런 수를 쓰다니. 복수한다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그럴 이유는 있다. 사부님의 원한을 풀기 위해서라는 그럴듯 한 이유가. 그리고, 내가 그들을 잡지 않으면 그 녀석들은 또 누군가를 여자로 만들지도 모른다. 이왕이면 녀석들의 한 패거리를 잡아서 마법적인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낼 지도 모르고. 일단 앞길은 정해진 것 같다. 문제는.....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내 몸하고 검 한 자루정도다. 돈이란 건 한 쥬엘(쥬엘은 여기 돈 단위입니다)도 없다. 여행을 하려면 고생 좀 해야 될 것 같다. 말이 잘못됐군. 몸도 빼앗겼지. 애고. 그럼, 이걸로 여행을 가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인가.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결론.... 안 돼 ! 아비알 누나에겐 안 돼 ! 비밀 유지라는 면에서 무리야. 누나한테 말하면 아마 늦어도 내일까지는 자객들이 쳐들어올 거야. 그 라이어 녀석과 한 패거리라면, 또 그런 치사한 수작을 부릴 거야. 케라토 형을 여자로 만들지도.... 풋 ! 그럼 볼 만 하겠군. 자,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자. 그럼 역시 다로프 아저씨에게 말해야 될 것 같다. 그나마 누나보다는 입이 무거우니까. 그럼 어떻게 말하나? "제가 달래야겠어요." 선뜻 나서는 아르메리아. "음. 그게 나을 것 같군. 아르메리아 양, 부탁합니다." 이불을 덮은 채 조용히 누워있는 소녀. 아르메리아는 천천히 침대에 다가갔다. 아까 발작을 일으킨 사람치고는 조용하다. 하지만 방심하면 안 된다. 언제 또 발작을 일으킬 지 모르니까. 아르메리아는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언니. 일어나셨어요?" 갑자기 부르르 떨리는 이불. 아르메리아는 놀라 뒤로 물러서면서 방어 마법을 사용하려다가..... 말았다. 당장 발작할 줄 알았던 소녀가, 천천히 이불을 아래로 끌어내렸다. "예쁘다." 아르메리아가 한 말은 그 한 마디 뿐이었다. '세상에, 엘프보다 아름다운 여자가 있다니.' 아르메리아가 가진 엘프로서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뭉개버리는 순간이었다. 엘프로서 가진 최고 종족의 긍지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종족 중 최고의 종족이며, 고대의 위대한 종족의 빛을 가진 유일무이한 종족이라는 엘프로서의 신념이 흔들릴 정도로, 눈앞에 있는 소녀는 아름다웠다. 아르메리아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엘프보다도 더 엘프다운 소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 이게 아니지. 내가 왜 여기 온 거야?'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가 아닌가?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런 건 다 어디로 날아가 버렸다. 아르메리아는 그저, 넋을 잃고 소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만 할뿐이었다. 한편.... 우리의 '아름다운' 소녀는 분노에 몸을 떨고 있었다. 여자한테 '예쁘다.'는 말을 들은 충격이 상당한 모양이다. '참자. 참아. 여자한테 화내는 건 남자의 수치다.' 그래. 괜히 싸우는 건 보기도 안 좋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거냐? - 계속 - 후기)아, 정말 힘들다. 왜 이렇게 줄거리는 빨리 진행되지 않는지. 자신이 한심해지는군요. 하지만 써야 할 건 써야지요. 저도 빨리 쓰고 싶다고요. 다만, 기초가 튼튼해야 글이 제대로 될 터이니, 그래서 중간 과정을 생략하지 않고 쓰다보니 그렇네요. 그럼, 내일 또 올릴께요. (꾸벅)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1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3 19:45 조회:732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13) "너무 조용하네." 밖에서 기다리는 다로프 아저씨. 그리고 아비알 양.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나요?"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들어가 보는 게 어때요?" "괜찮을까?" "조용한 걸 보니 진정된 것 같아요." "그럼....." 안에 들어온 두 사람이 본 것은, 완전히 석화된(돌이 됐다고?) 아르메리아의 모습이었다. 아직도 굳어있군. 충격이 너무 큰가봐. "아가씨. 괜찮아요?" "아 !" 이제야 정신이 드는군. "저, 엘프보다 아름다운 사람은 처음 봐서요." 상당히 솔직하군. 앞에 있는 소녀(?)가 상처받는 건 상관하지 않고. "어때요?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지요?" 이 판에도 자기 자랑중인 다로프 아저씨. "지금은 환자의 상태를 신경 쓸 때가 아닌가요?" 아비알의 말이다........ 가 아니다. 이건 바로 그 소녀(?)의 말이다. 모두들 그 말을 듣고 돌아보았다. 그 방향에는, 잔뜩 얼굴을 찌푸린 소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화낸 표정도 귀여운 걸 어떡해~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우선, 아저씨한테 할 말이 있어요. 전 왜 여기 와 있는 거죠?" 무게 잡는다고 잡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진지한 이야기에는 무게를 잡아야 한다. "며칠 전에 여기 있는 아비알양이 아가씨를 발견한 거네." 다로프가 아비알을 가리키며 말한다. "아가씬 그 때 상당히 심한 부상을 당했었네. 오늘이 딱 3일째야." "3일?" "그렇네. 그 동안 아가씨 시중을 들어주느라 고생했으니, 감사하다는 말 정도는 해 주게." "고맙습니다........" 다로프와 아비알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는 소녀(?). 하지만 말이 자신의 마음대로 잘 나오지 않는다. 아, 말하는 데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목소리가 너무 가냘프단 말이야 ! "아가씨는 이제 이틀만 몸조리하면 회복이 될 걸세." "그렇게 빨리요?" "내가 누군데? 명색이 제국 제일의 의원인데. 그 정도 상처는 나한테 별 거 아냐. 날 믿으라고. 특히 이렇게 귀여운 아가씨가 얼굴에 흉터라도 생기게 할 수는 없지." 다 좋은데, 마지막 말은 좀..... 두 사람은 나가고, 한 사람과 한 엘프가 남았다. 잠시 침대 위에 앉아있던 알로는 결심을 했다. 이젠 말을 해야 할 때라고. "아르메리아 씨." "예?" "의원님을 불러주세요." "아, 알았어요. 잠시만..." "잠깐 !" "?" "그 수다쟁이 누나는 부르지 마세요. 의원님 한 분만 불러주시면 돼요." '누나?' 아르메리아는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사소한 데 신경 쓸 생각은 없었다. "후훗. 예." 아르메리아가 나가자, 알로는 침대에 몸을 눕혔다. 이제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콰당. "아, 아저씨, 괜찮으세요?"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중요한 건 어떻게가 아니고, 현재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데요." "그, 그래도 그렇지, 그 녀석이 어떻게 이런 천하 제일의 요조숙녀가......." "아. 저. 씨." "아, 못 믿겠다는 건 아니지만, 농담이라면 지금이라도 취소해주시겠소? 아. 가. 씨." "아저씨가 그 때 저만 빼 놓고 드신 아르케옵테릭스 구이보다 맛있는 걸 주신다면 생각해보지요." "진짜로군....." 옆에 있던 아르메리아조차 눈이 동그래진 상황이다. 그 정도면 지금 의자에서 넘어진 다로프 아저씨의 상황은 이상한 게 아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제발 의자는 작은 걸 고르시라고요. 다리도 짧으시면서 그렇게 큰 의자를 고르시면, 앉을 때 힘들잖아요. "어떻게 그런 마법이 있을 수 있는거죠? 저희 엘프들도 변신 마법은 아주 어려운 마법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혹시 환각에 걸린 게 아니예요?" 아예 안 믿는군. 아르메리아. "환상은 아닙니다. 아르메리아 양." "예?" 놀라는 아르메리아. 설명하는 다로프. "만약 환상이라면, 이 녀석의 몸이 여자로 된 걸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치료하면서 안 건데, 환상에 걸려 여자가 된 경우라면 신체 기관은 그대로 남자의 것을 유지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어요. 화상을 치료할 때 본 그녀의 가슴은 절대 환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 "아 ! 저 ! 씨 !" 도대체 저 아저씨는 이 상황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환상 마법이 아주 강력하다면 주위 사람들도 현혹할 수..." 반박하는 아르메리아. "그건 아닙니다." 딱 잘라 말하는 다로프. "마력을 느낄 수 있으시죠? 아르메리아 양. 한 번 이 녀석의 마력을 느껴보면 압니다." 눈을 감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잠시의 시간이 지난다. "이럴 수가 ! 부자연스러운 마력의 흐름이 없어요." "바로 그겁니다." 설명하는 다로프. "만약 환상이라면, 주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하는 환상이라면, 이 녀석이 여자라고 암시하는 정신파를 방출해야 합니다. 그러러면 상당히 정교한 마력의 구조물이 필요합니다. 마법에 걸린 사람의 행동을 제약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 역시, 상당히 제약해야 합니다. 누군가가 팔을 휘두를 때 가슴에라도 팔이 걸리면, 금방 탄로나니까요." 무슨 소린지는 알겠다. 만약 환상에 걸린 사람의 가슴에 팔을 휘둘렀을 때, 그냥 팔이 통과한다면 금방 환상이라고 탄로가 나니까. 암시에 걸린 사람은 몰라도 다른 사람은 눈치챌 위험이 있다 이거지. 그런데 왜 가슴만 가지고 그러는 거야? "그럼 어떻게 된 거죠?" - 계속 - 후기)하아. 오늘은 슬슬 이야기의 본론에 들어가기 시작하는군요. 마력의 구조물이라고 했는데, 그건 이 시대의 사람들이 몰라서 하는 말이고. 실제로는 다른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의미는 비슷하지만. 이걸 설명하는 건 나중의 일이니까 지금은 그냥 넘어가지요. 역시 다로프는 황제의 주치의로군요. 이런 것도 알고. 하지만 엘프가 당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내일 말씀드리지요.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1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4 19:39 조회:748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14) "그건 저도 모릅니다. 이런 마법은 생전 처음이라서. 저도 솔직히 이 녀석이 마법에 걸렸다고는 눈치채지를 못했습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정말로 남자를 여자로 만들었다면, 상대는 보통 마법사가 아닙니다." 이봐. 상대가 보통이 아니라는 건 인정해.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게 극악한 마법사일 테니까. "그건 불가능한데.... 불가능한데....." 계속해서 머리를 젓는 아르메리아. 그런데 왜 불가능하다는 거야? 궁금해 미치겠네. "저, 아르메리아 씨. 왜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궁금한 건 빨리 풀어야지. 그게 무엇이든, 내가 걸린 마법을 푸는 실마리가 될 지도 모른다. "그건........ 사람의 성별을 바꾸는 마법은 과거에 실전 되었기 때문 이예요." 실전 되었다고? 보통 마법사들의 마법은 주문만 좔좔 외면, 되는 거 아닌가? "주문이 실전 되었다는 건가요?" 물론 나도 주문에 대해서는 조금 알지만, 전사가 마법사의 공격 방식은 안다 해도, 마법 그 자체의 이치는 아무래도 잘 모르겠어..... "아뇨. 주문 그 자체는 쓸모 없는 웅얼거림에 불과해요." "예?" 그럼 주문은 사람을 속이는 도구였나? "인간의 성별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간의 체내에 있는 모든 남성적인 요소들을 제거하고, 여성적인 요소로 바꾸어주어야 해요. 그런데..... 그게 .........." "그래서요?" "인간의 몸 속에는 세포가 4000억 개나 있어요. 그걸 다 조사해서 남성적인 요소를 여성적인 것으로 바꾼다는 건 아무래도......." "?" "인간의 머리는 그 모든 마법적인 과정을 해 낼 정도로 뛰어나지 않아요. 우리 엘프도 마찬가지고." 상당히 풀이 죽은 표정이다. 아르메리아도 나도. 결론은 안 된다는 거 아냐. "영혼을 바꾸어 넣은 건가?" 중얼거리는 다로프 아저씨. 하지만..... "그것도 불가능해요. 영혼을 바꾸려면 우선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고 이동시켜서, 다른 몸에 연결하는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데, 영혼은 통상적인 에너지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그럼 그것도 아니네. "그럼....." 다시 생각에 잠기는 아저씨와 아가씨. 그리고 멍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는 소녀(?). "차라리 저 아가씨의 기억을 조작하는 게 간단할 것 같은데." 나를 쳐다보는 아르메리아. 뭐야? 그건 무슨 소리야?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사소한 개인적인 일까지 알 정도면, 계속 감시를 했다는 말인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을까?" 하긴. 내가 뭐 높은 사람도 아닌데 무슨. "그럼 역시 여자로 바뀌었다는 말인데." 다시 고민 중....... 의미 없는 시간 보내기 같아. "아무래도 마법사에게 조언을 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알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다로프 아저씨. 결국 그런 결론이 나왔군. "저도 엘프 마을의 장로님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겠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군요." 역시 자리에서 일어서는 아르메리아. "그럼...." 이제 결론은 마법사에게 가 보자는 건가? "아무래도 수도에 가야 할 것 같다. 알로." 수도에는 궁정 마법사가 있다. 그에게 물어보라는 것 같.... 잠깐. 궁정 마법사라고? 난 평민인데? 평민이 그런 사람을 만날 수나 있나? "저, 아저씨. 전 평민인데요?" 하지만 그런 상황은 이미 생각해 둔 것 같다. 아저씨가 한 마디 한다. "내가 소개장을 써 주겠다. 이걸 보여주면 만날 수 있을 거다." 진짜로 황실 주치의였나 보다. "저도 따라가겠어요." 불쑥 나서는 아르메리아. 그런데 왜 따라온다는 거야? "어떻게 된 마법인지, 그 이치를 알고 싶어요." 그럴 듯하군. "그럼, 저하고 아르메리아 양이 둘이서....?" "그럼 둘이서 가야지. 내가 따라갈 줄 알았냐?" "......." 하긴, 이 환자들의 수 좀 봐. 마을의 유일한 의원이 자리를 비울 수는 없을 거다. 이해는 가는데..... 섭섭하다. 아저씨가 따라가지 않는 게 섭섭하냐고?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몸이 여자라는 게 섭섭하다는 가다. 남자 몸이면....... 아쉬워....... 다리 길이가 짧아서 아저씨는 그리 힘들어했나 보다. 아저씨, 어지간하면 저한테 시키시는 게 좋을 듯 한데요. 보기에 불안해요. 그렇게 발돋움을 하면서 종이를 꺼내시는 건 좋은데, 문제는 몸, 특히 다리가 못 따라가는 거죠. 불안. 불안. 어? 어? 어? 넘어진다. 넘어진다. 넘어진다아....... 쿠당. 어휴. 그러니까 의자라도 놓고 위로 올라가셔야지요. 옷장 꼭대기에 넣고 의자도 없이 종이를 꺼내시려니 그리 힘드신 거죠. "자, 이걸 가져가면 될 거다." 안 다치신 게 다행이다. 하긴,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이젠 아저씨가 발돋움하다 넘어지는 걸 보는 것도 익숙하다. 나는, 아저씨가 몸을 아끼지 않고 써준 소개장을 받았다. "그걸 궁정 마법사에게 전해달라고 해라. 내 이름 대는 거 잊지 말고." "예." "그리고, 아르메리아 양." "예." "이 녀석을 잘 부탁합니다." "예." 이제 이야기는 끝이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기로 하자. 그러나, 한 가지가 남았다. 나도, 아저씨도 몰랐지만, 아르메리아는 알고 있었다. "저, 한 가지가 남았는데요." - 계속 - 후기) "주문 그 자체는 쓸모 없는 웅얼거림에 불과해요." 이 대사를 보고 깜짝 놀라거나, 화내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주문만 외운다고 마법이 술술 나온다면, 우리도 마법책보고 주문을 따라해 보면 마법사가 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지요. 이 이야기에서는 마법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저 주문만 외우면 되지 무슨 설명이냐고 따분해하실 분들은, 인내심을 가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저는, 적어도 이치에 닿는 설명을 붙이고 싶습니다. (꿈도 크다) 마법이란 환상적인 것이며, 이론보다는 그것이 이루는 꿈이 더 좋다는 분들은 이해하시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고 싶네요. 처음부터 이 이야기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넣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주문만 외우는 마법사도 있지만, 주문으로 마법을 만들지 않는 마법사들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바로 그러한 마법사가 사용하는, 진짜 마법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주문만 외는 암기형 마법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스스로 힘을 부리는 그런 진정한 마법사를 말이지요. 과연 잘 될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그럼, 내일 또 만나 뵙겠습니다. [레이니] 내 이름은 레이니(1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5 19:46 조회:722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15) "이 아가씨가 말하길, 어제 그 저주를 건 게 자객들이라고 했지요?" 그렇긴 한데. "그럼, 그 한 패거리들이 추적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그렇군........ 뭐? 그 말은 벌써 이 오두막 주위에? 내가 발견되어 치료받은 지 사흘. 그 정도면 한 패거리들이 이곳에 나타날 수도 있다. 비록 발자국을 지우고 오기는 했지만..... "그럼 그 자들은 알로를 쫓아오고 있겠군요." 그녀는 '알로'라는 말을 강조했다. "즉, 그들은 아직 지금 상황을 모를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그렇구나. 그들이 자기들의 패거리들에게 연락했던 기미는 없었어. 그럼, 지금의 내 상황을 모를지도? "그런데, 굳이 이 아가씨가 그 이름을 쓸 필요가 있을까요?" 굳이 모르는 상황을 알려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그렇군." 동의하는 다로프 아저씨. 그럼.... 뭐, 뭐냐? 왜 저런 웃음을 짓는 거냐? 아저씨이이..... "아가씨의 이름은 뭐요?" 왜 그러셔? 새삼스레....... 내 이름 모르는 건 아닐 테고. 그 뜻은.. 그 뜻은..... "에.... 에....... 그러니까........" 갑자기 이름을 지으란다. 가능할 리 없다. 결국 아르메리아가 웃고 만다. "풋. 역시 갑자기 없는 이름을 생각해내기는 무리인가 봐요. 좀 도와줘야 될 것 같은데요." 이름이라..... 난데없이 새 이름이라...... 하지만 역시 내 이름을 쓰는 건 피해야 한다. 괜히 자객들이 쳐들어오는 건 둘째치고, 만약 내 이름이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면....... 평생동안 난 우리 마을의 최고 미녀로서 마을 역사에 길이 남고 말 거다. 그건 싫어 ! 하지만..... 적당한 이름이.... 이름이......... 생각이 안 난다. 그 녀석들이 새삼 원망스럽다. 비 속을 헤메고 다니던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 비? 비? 레인? 그게 나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흔해. 좀 더 좋은 이름이 없을까? "아가씨의 의견을 듣고 싶소이만." 놀릴 기회를 놓칠 아저씨가 아니지. 하지만 지금은 진지해야 해. "일단 하나는 정했어요. 하지만 너무 평범해서." "무슨 ! 평범하면 어떠냐? 어쨌든 이름이 있으면 되는 거지. 평생동안 쓸 이름도 아니면서." 윽. 그렇군. 나도 모르게 태어난 아기에게 작명하는 식으로 심각하게 고민을 해 버렸어. 그럼, 그걸로 나가자. "레인이란 이름은 어때요?" "괜찮군." 그럼 그 이름으로 하자. 그런데..... 역시 너무 평범해. "그럼 네 이름은 이제부터 레인이다. 그........ 왠지 불만이다. 그 얼굴." "아무래도 너무 평범해요. 다른 이름 없어요?" "이 녀석아. 남자가 그런 사소한 걸 가지고......" "아, 볼 늘어나요." 이 아저씨, 남의 볼은 왜 잡고 난리야? 이때, 이 꼴사나운 모습을 보던 아르메리아가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생각났어요. 지금 모습을 보니, 레이니가 어때요?" "?" "레인이 싫다면, 그걸 좀 잡아 늘여서......." 누구 놀리는 거냐? 남의 볼 늘어나는 게 그렇게 재미있냐? "후훗. 그건 농담이고요. 현재 아가씨의 마음 상태를 보니 그 이름이 어울려서요." 하긴, 울고 싶은 심정이다. 레이니(Rainy : 비가 오는, 비가 많이 오는 : 형용사이므로 뒤에 weather나 girl같은 단어가 와야 하지만, 그건 길이 문제로 생략합니다). 비가 오는 중. 하긴 내 심정에 딱 맞는 단어이긴 하다. "그럼, 그걸로 하죠." 나도 동의했고, 결국 내 여자 이름은 레이니로 정해졌다. 괜찮은 작명이긴 하다. 이름도 부를 만 하고. 이 이름을 얼마나 오래 쓸지는 모르지만. "출발은 내일 새벽으로 해요. 혹시 모르니까. 길은 제가 정할게요." 여행 준비랄 게 뭐 있냐마는,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우선, 돈부터 챙기고 ! 여관 숙박비를 비롯해서, 식사 대금에 각종 잡비까지, 상당히 쓸 일이 많을 듯 하다. 자객들이 오면 준비해야 할 치료비까지 포함해서. 약 7000쥬엘이 들어왔다. "그 정도면 갔다 오고도 남을 거다. 부족한 건 네가 알아서 벌도록." "예." "혹시 모르니까, 돈은 잘 간수해라. 여행 중에 돈이 떨어지면 큰일난다." "예." "그리고, 당분간은 조심해라." "뭘요?" "네 마음은 남자이지만, 몸은 분명히 여자니까 실수하지 마라. 여자아이는 몸을 소중히 다루어야 하는 거다." "@*%#@&#@*....." 잘 나가다가 그 소리는 왜 붙어요? 괴로운 걸 상기시키시네. "그리고....." 옆에서 왠지 모르게 싱글벙글 웃는 아르메리아 양. "앞으로 언니라고 부를게요. 잘 부탁드려요. 언니." "알았어. 아르메리아." "예?" "언니라고 부르니까 반말 쓸 거다. 그래도 좋다면 언니라고 해도 좋아." "예." "윽 ! 엘프는 자존심이 강해서, 그 말을 들으면 포기할 줄 알았는데." "전 장녀라서, 언니가 한 분 계셨으면 하고 바랬거든요." 애고. 애고. 작전 실패. 그럼 앞으로 당분간 언니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신세가 되는구나. "자, 그럼 오늘은 여행 준비하고, 빨리 쉬거라." "예. 지당하신 말씀.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 계속 - 후기)휴. 드디어 여주인공 레이니양이 나오는군요. 이미 짐작하셨으리라 믿습니다만. 의외로 그녀의 이름을 정하는 데는 고생했습니다. 영어로 Rainy라는 철자도 간신히 정했거든요.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라서 문제이긴 하지만, 진행형이란 의미로 사용해버렸습니다. 인간이 이래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비가 많이 오는....... 그런 의미가 되지요. 레이니의 현재 상황은 울고 싶은 상황 그 자체이지요. 지금은 레이니의 뒤에 오는 말은 '소녀'라든가 아니면 '여자'가 될 듯 하지만, 나중에 레이니는 그녀 자신의 뒤에 오는 말을 어떤 식으로 만들게 될까요? 그건 지금부터 그녀가 하기 나름이지요. 그럼, 내일은 출발입니다. [레이니] 1-16 내 이름은 레이니(1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6 09:04 조회:740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 내 이름은 레이니(16) "완전히 다 날아갔네." "그런 폭발이 있었는데, 무사할 리가 없지." 여기는 알로의 집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공터. 아니, 이제는 크레이터라고 불러야 하나? 그 앞에 아비알과 케라토가 나란히 서 있다. "아무래도.... 그 녀석은........" 차마 말을 잊지 못하는 케라토.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 우는 아비알. 너무나 지형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비알의 기억으로는 분명히 저 한가운데에 알로의 집이 있었다. 그리고........ 상상하기조차 싫은 결론이지만, 알로는 분명......... "흑. 흑." 우는 아비알. 그리고 그녀를 달래는 케라토. "그래서, 역시 생존자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가?" 어둠 속에서 말하는 사람. 얼굴은....... 안 보이네요. 어두컴컴해서 그런 게 아니고, 모두 얼굴에 복면을 뒤집어쓴 탓이다. "역시 녀석은 죽은 모양이군." 좀 젊은 목소리의 키가 큰 괴한. 역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모습을 알 수 없다. 목소리를 보고, 젊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안심할 수 없소. 녀석은 라 브레이커의 소유자요." 이 사람은 그와 비슷한 연배이지만, 좀 침착하다. 아마 이 무리의 대장쯤 되는 것 같다. 그가 최고의 권위를 가진 것인지는 대화로 알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런 것은 적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들이 말솜씨가 부족하다는 점도 이럴 때는 도움이 된다. 대화가 무미건조해지는 건 듣는 사람에겐 괴롭지만. "하지만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엔 부족하지." "그러나 그는 검의 대가요. 우리보다는 확실히 강하지." "하지만 이 흔적은 분명히 운석이 지상에 격돌할 때 생긴 것이오. 이 정도의 위력의 폭발에 견딜 수는 없소. 아무리 그라도." "하지만, 그가 견디지 못했어도 그와 함께 있던 일행 모두가 사라졌다고는 보장 못하오." 그건 그렇다. "그는 꼬마 녀석과 같이 살았다고 하던데." "아마 알로라고 하더군." "그 녀석이 목표일 가능성은?" "우리 목표는 여자이지 남자가 아니오." "하지만 변장할 수도 있지 않소?" "단순한 변장으로 마을 사람들 전부를 속일 순 없소. 특히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그렇다면, 앞으로의 대책은?" "그 꼬마를 잡아서 정보를 캐내야지. 하지만, 그 녀석도 죽었을 지 모르오. 저들의 행동을 보면." 아직도 울고 있는 아비알. 그리고 그녀를 달래느라 고생하는 케라토. 슬픔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복면을 쓴 남자들의 존재를 모르는 건 그 거리가 너무 떨어져있기 때문이었다. 눈에 이상한 상자를 대고 두 사람을 관찰하던 복면의 사내가 물었다. "확인 작업은 끝났나?" 상당히 냉혹한 목소리. "끝났습니다. 생존자가 몇 명 발견되었습니다." "누군가?" "마을 주민들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없습니다." "그 마을 의원의 오두막에 있는 환자들은? 모두 확인했나?" "예. 최근에 들어온 사람은 30여명입니다만, 다들 운석이 떨어질 때 집에 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 마을 성문 앞에서 발견된 여자가 하나 있군요." "뭐?" "예. 상태로 보아 상당한 거리를 걸어온 게 분명하답니다." "외모는? 우리의 목표물과 동일한가? 확인해야 한다." "발견 당시에는 얼굴이 흙투성이인 데다가 발견 시점이 한 밤이어서 정확하게는....." "확인해봐. 혹시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또다시 밤이다. 내일은 출발해야 하는 날이다. 일은 잘 될까? 글세..... 빨리 잠이나 자자. 내일을 위해.... 덜컥. 덜컥? 내 심장 뛰는 소린가? 아닌데? 그럼....... 나는 몸을 일으켰다. 어둠 속에서 한 소녀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르메리......." <<조용히 해요. 언니. 지금 정신파를 사용해서 언니 머리에 직접 말을 걸고 있으니까. 듣기만 해요.>> 끄덕끄덕.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가만히 있자. 장난이라기엔 너무나 진지한 그녀의 태도가 나를 그렇게 행동하게 했다. <<지금 출발해요. 오늘 낮에, 누가 감시하는 걸 느꼈어요.>> 가, 감시? 혹시 그 녀석들의 한패가? <<짐은 다 준비했지요? 자,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힉 ! 여자 앞에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서두르세요. 언제 그 녀석들이 나타날 지 몰라요.>> 제발 고개만은 돌려줘. 엘프들은 밤에도 물체를 볼 수 있다는데..... 난 아직 내 몸을 남한테 보이기는 싫어. 다행히,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고, 나는 서둘러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런데 바지가 어디 있더라? 나는 머리맡을 더듬었다. 물컹. 뭐야? 이건. <<언니. 남자일 때의 과거가 의심스러운 손길이네요.>> 옷이 아니군. 나는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 상황이 아니라서 말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여길 나가면 사과해야겠다. 왜 하필 그게 손에 잡히는 거야? 다 갈아입었다. 이제 튀자. 나는 아르메리아와 함께, 조심해서 오두막 밖으로 나갔다. 뒷문으로 살금살금. 내가 도적도 아닌데 이게 뭐냐? 여행의 출발치고는 너무 비참하잖아? 하다못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이 상황. 정말 싫다. 문 앞에는 다로프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눈 한 번 좋다..... 가 아니구나. 눈을 아예 감고 있다. 아저씨도 상당히 무술을 익히셨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를 내지 않는 인사법이 이것밖에 없기에.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서서히 열렸다. 별조차 보이지 않는 암흑. 그 속으로 달려나가는 나와 아르메리아. 곧바로 숲으로 달려가 숨는다. 그리고 숲 속의 길을 찾아간다. 공룡들의 습격을 피하고, 발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나무 위로 뛰어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하늘을 가린 구름 사이에 달이 보인다. 내가 알고 지냈던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차례 떠오른다. '그래. 달려가자. 나를 기다리는 미래로.' 나뭇가지 위를 달리는 둘의 머리 위에 커다란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 내 이름은 레이니 끝 : 내일부터 '내 지갑을 사수하라.'가 시작됩니다. - 후기)하아. 겨우 재미없는 부분이 다 끝났다. 글의 줄거리를 이어나가려면 반드시 써야 하기에, 절 애먹인 부분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내일부터는 좀 가볍게 이야기를 끌어나가야지. 다짐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어디 쉽나요. 내일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위에서 쓴 제목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말머리는 여전히 [레이니]라고 달겠으니 찾는데 별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레이니양의 여행이 시작되는군요. "정말로 내일부터는 재미있나요?" "예 !" "그걸 어떻게 믿어요? 여태까지는 그저 심각한 이야기에다가 우울 그 자체였는데." "진지한 이야기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레이니양의 성격이 나오기 시작할 테고." "과연 그럴까?(의심스런 표정)" "......." 두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아르메리아 : 아무래도 언니는 여자 같애..... 레이니 : 너..... 아까 내가 네 가슴 좀 만졌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아르메리아 : 뭐.... 그것도 있기는 하지만..... (왜 나보다 커잉~) 레이니 : 그런 사소한 걸로 아직까지 꽁하고 있냐? 엘프로서 체면이 있지.... 아르메리아 : 자, 다음 이야기 예고 시작합니다. 레이니 : 말 돌리지 말고 ! 아르메리아 : 드디어 도시에 도착한 저와 언니, 이제부터가 모험의 시작이에요. 과연 언니 가 자신이 여자라는 걸 인정할 날은 언제일까? 레이니 : 야아아아아 ! 그만 하란 말이야. 아르메리아 : 과연 언니는 언제나 저 큰 소리를 내는 것을 그만둘 것인가? 레이니 : 내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오오오오. 아르메리아 : 하긴, 이번 경우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레이니 : 당연하지. 감히 내 지갑을 훔치려고 하다니, 어리석은 꼬마 같으니. 파엘 : 지갑 하나 가지고 되게 그러네 정말. 얼굴은 예쁜데 성질은..... 레이니 : 도둑 주제에 말이 많다. 파엘 : 돈도 없으면서...... 레이니 : 그래 나 돈 없다. 하지만 너보다는 많다. 그리고, 난 소매치기는 안 한다 이거야. 파엘 : 하긴 그 큰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소매치기 하기는 좀 느리겠구먼. 레이니 : 뭐야 ? 이 꼬마 녀석이이이이. 이후 약간의 소란이 있었다. 그게 유혈 사태라고는 말 못한다고. 추가)아, 제목 쓰는 방식이 좀 바뀌었습니다. 1은 첫 번째 이야기라는 거고, 16은 16번째 연재라는 거죠. 내일부터는 2가 되니까, 구분하자고 1을..... (이야기나 빨리 쓰라는 독촉이 들릴 것만 같은.....) [레이니] 2-17 내 지갑을 사수하라(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7 20:27 조회:737 공룡 판타지 2-17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1) 자, 활기차게 미래를 향해서 달려가자 ! 말이야 쉽지. 새벽에 별도 잘 안 보이는 상황에서 나무 위를 달리는 게 말이야. 다행히, 악질 사부의 잔인무도한 훈련 덕택에, 달리는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눈을 감고, 식물의 생명력을 느낀다. 그러면 가지의 위치가 훤히 드러난다.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발을 헛디딜 리는 없다.......는 게 상식이지만. 그게 아니다. 창피하지만, 그 동안의 지옥 훈련에도 불구하고, 난 발을 헛디디고 말 았다. 내 몸이 아래로 추락한다. '우아아아아 !' 절대로 비명을 지르면 안 된다. 공연히 소리내서 공룡들이라도 몰려오면 난리가 난 다. 괜히 그 자객들이 의심할 만한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난 비명도 내 맘대로 못 지르고, 결사적으로 주위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휴우. 다행이다. 여자가 되니까 몸이 상당히 가벼워졌다. 그 덕에 나뭇가지에 매달 려도, 가지가 부러지지는 않았다. 내 몸은 땅바닥에 닿기 전에 추락을 멈추었다. 공 연히 추락하면 안 된다. 물론, 엄격한 수련으로 단련된 내 몸이 다치는 일은 있을 수 없지만, 땅바닥에 내릴 경우, 흙바닥에 내 발자국이 남을 거다. 선명하게. (이게 우리와 그들의 시대의 차이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공룡 시대의 삭막한 땅바 닥 탓이지요. 고증에 따른 겁니다. 이 시대에는 풀이라는 종 자체가 없습니다) <<언니, 괜찮아요?>> 역시 정신파에 의한 질문이다. 나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아르메리아. 나는 창피 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하지만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야 한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내 가슴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가슴이 큰 거야?' 그 마법 화살을 만든 마법사의 정신 상태가 의심스러워진다. 그 녀석은 아마 악질 변태일거야. 아니면 여자 보는 취미가 이상하던지. 세상에. 왠만한 공룡 알보다 더 크면 어떡해? 앞으로 살 일이 걱정이다. <<언니, 그러니까 뛰어갈 때는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해요. 남자로서의 몸과 여자로 서의 몸은 좀 다르다고 했잖아요.>> 누가 이렇게 다를 줄 알았나? 가슴이 커서, 몸의 균형을 예전에 하던 대로 하니까, 몸이 앞으로 쏠리는 거다. 그 덕에 멋없게도 추락하고 말았다. 그나마 기본 실력이 있어서 꼴사나운 모습은 면했지만. <<조금만 더 가고 나서 아침을 들죠. 올라와요.>> 나는 아르메리아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숲은 엘프가 더 잘 아니까. "그 오두막에 있는 환자들은 모두 확인되었나?" 복면의 사내가 묻는다. "예. 하지만 그 여자애는 없습니다." "뭐?" "예.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오늘은 사라졌습니다. 아무도 그녀가 어디로 갔는 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 그 의원은? 알고 있는 눈치이던가?" "모르겠습니다." "잡아오는 건?" "무리입니다. 지금은. 눈이 너무 많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환자들을 돌보느라 정 신없이 바쁘더군요." "마을 입구는?" "성과가 없습니다. 그 소녀로 추측되는 사람이 통과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숲 속은?" "이 근처에 있는 숲은 혼자서 통과하기는 무리입니다. 건장한 청년들도 혼자서 다니 기를 꺼리는 곳이라서." "오늘 밤, 그 의원을 납치해오자. 그리고, 도시에 대기하는 녀석들에게, 여행자들을 감시하라고 말해." "예?" "여기서 가장 가까운 도시는 그 곳 뿐이야. 그 여자가 도망갔다면, 그 쪽에 갈 확률 이 가장 크다. 짐작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확인해 보도록." "옛." 아래에 공룡들이 지나간다. 모습을 보니 육식 공룡들이다. 저 입하며, 저 이빨 좀 봐. 하지만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 간혹 우리를 보는 녀석들도 있지만, 집채만한 나 무들 위에 있는 우리를 잡기는 곤란하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 이렇지 뭐. "자, 나무 위에서 식사하는 건 처음이죠? 언니." "응. 그런데 그 언니라는 말은 왠만하면 안 해도 되잖아?" "저보다 가슴이 크니까 언니죠." "내가 저주에 걸린 건 알고 있잖아?" "예. 하지만 언니라고 지금부터 불러야 익숙해지지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오빠라고 하면 의심을 받게 되고, 그러면 그 자객들이 시퍼런 칼을 들고 쳐들어오겠지요. 그리 고..." "알았어." 본전도 못 찾았다. 그냥 식사나 하자. 하지만 졸려. 오늘 알로 본에 가면 잠 좀 자 야겠다. '알로 본.' 도시 한 가운데에 알로사우루스의 뼈가 장식되어 있어서 정해진 이름이 다. 도시를 세운 사람이 알로사우루스를 죽였다고 기념으로 세운 뼈라는데. 사부님한 테 물어봤더니 그건 자연적으로 죽은 놈의 뼈를 모아 세운 거라고 하던데. 그 말의 진위 여부는 사부가 없으니 확인할 길이 없겠지. 그 도시 사람들에게 물어 볼 성격의 질문도 아니고. 나는 가방의 짐을 꺼내들었다. 아침 식사다 ! 와 ! 드디어 아르케옵테릭스 구이를 먹을 수 있다 ! 나는 통구이를 입에 물었다........ 쿵 ! 뭐? 뭐야? 나는 간신히 내 가방을 잡았지만......... "안 돼 !" 내 고기 ! 내 고기 ! 내 아르케옵테릭스 구이 ! 안 돼 ! 난 먹지도 못했는데 ! 아래로 추락하는 고기. 나는 손을 뻗었지만, 고기는 그대로 아래로 추락해버렸다. 땅바닥에 떨어지는 고기. 나는 가방을 등에 메고, 재빨리 나무를 타고 내려갔다. 아 래에 육식 공룡들이 많다는 생각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저걸 잡아야 해 ! 내 아침이 라고 ! 추락하는 고기 한 덩어리를 잡기 위해 나무를 뛰어내려간다는 건 쉽지 않았지만, 나 는 평소에 단련해 둔 실력을 십분 발휘해서, 간신히 고기를 잡을 수 있었....... 쿵 ! 우아아아아 ! 내 몸이 순간적으로 흔들렸고, 나는 고기를 놓쳤다. 다시 내 입에서 멀어지는 고기. 결국 땅에 떨어지는가. 내 고기 !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얼마나 맛있는데 ! 내 아침 ! 난 배를 채워야 해 ! 하지만 내 발걸음만 바쁘지, 아래로 팔을 뻗으려는 내 마음을, 내 가슴이 방해했다. 가슴이 팔에 걸린 거다. 움직이는 데 정말 방해된다. 그 덕에, 내 고기는 땅에 떨어지고 말 았다. "애고." 나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손을 뻗었지만..... 덥석. 망할 공룡 녀석이 내 고기를 먼저 채어가고 말았다. - 계속 - 후기)이거 뭐야? 지갑 얘기는 언제 나오는 거야? 이렇게 물으시는 분들에게는, "그건 도시에 들어가야 나올 겁니다. 좀 참으세요."라 는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공룡 시대의 설명을 어떻게 넣을 지 고민하다가, 결국 제가 떠들기로 했습 니다. 괄호를 굳이 붙여야 할지.... 그게 고민이군요. 아구 머리야. 이제부터 나올 녀석들이 많은데. 정말 머리 아프군요. 재미있게 써야 하는데. 추가)현재 로우텔 2000 설치 점검중. 추천 들어옴. "아이 좋아." 열어본 순간...... (잠시 경직) 오늘 경험한 겁니다. 처음에 예상했지만, 성검전설과 비슷하다는 말, 언젠가 들을 줄 알았습니다. 사실 남녀의 성전환을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예를 들면 란마 1/2, 과거에 TV에 나온 사파 이어 왕자겸 공주 주연의 '리본의 기사', 헐리우드의 영화들 - 올란도나 스위티(제목 이 맞나?)같은 영화들, 우리나라의 영화 체인지, 그 외 무수한 만화, 영화, 기타 등 등. 심지어 고대 신화에도 있을 듯)야 옛날부터 많고 많지만, 유독 그 작품이 예로 들먹여진 이유는..... 판타지 장르라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이름 탓이 큽니다. 처음에 이름을 결정할 때 문제는, 가칭으로 대충 정해둔 주인공의 이름을 제대로 정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 그럼 좋은 이름을 찾자....... 처음에 나온 건 '레인'. 개인적으로 일본 애니인 '레인'의 주인공 이와쿠라 레인의 얼굴이(줄거리 말고) 괜찮다는 이유로, 별 문제 없이 후보로 낙점. 그런데.....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하나가 아니더군요. 워낙 흔한 이름이라는 게 문제. 여러분이 잘 아실 파이널 판타지 8의 주인공 스콜의 어머니 이름이 레인, 그리고..... 건담 사상 최고의 괴작인 '기동 무투전 G건담'의 여주인공인 레인(이건 좀 엽기적이다) 때문에, 이 이름은 탈락. 그래서 처음에 '되는 대로' 정해둔 이름. 레이니를 사용하려고 하다 보니, 성검전설 의 레야드 양과 이름이 비슷하더군요. 특히 여성형 레야니. 그 이름을 본 순간의 제 생각은. '좋은 이름은 미리 다 쓰는구나.' 그래서 머리를 싸매다가, 결국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 제 부족한 작명센스가 문제였 지요. 처음에 마음에 든 이름인 탓이기도 하지만. 자, 이름을 정했으니 줄거리를 정하자. 그러나..... 아시다시피 남녀의 성전환이라는 줄거리를 판타지에 도입하면 대개 성검전설처럼 되 어버립니다. '괴물 로무에게 납치된(결과적으로 비슷하니) 우리의 레야드 공주님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선 용사 론과 바크 대왕의 이야기.' 이런식으로요. 대개 의 성전환 스토리는 전환을 당한 당사자가 현실을 인정하고 아기를 낳고 결혼하고 키 우고..... 이렇게 되거나, 아니면 원래대로 돌아와 사랑하는 애인과 맺어지거나.... 이렇게 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렇게 뻔한 스토리를 쓸 거라면 쓸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하지만 스토리라는 게, 이미 나올 만한 스토리는 다 나왔습니다. 사실 아득한 옛날 의 신화에서 이런 모험담의 전형은 완성이 되었습니다. 이미 완벽하게 새로운 이야기 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뼈대는 몰라도, 아직 살을 붙이는 건 얼마든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지요. 거기서 이야기를 색다르게 할 수 있고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제 이야기의 주인공은 레甄舅都求?. 그녀가 과연 전형적인 공주님의 길을 갈까요? 그건 앞으로 읽어보시면 알 겁니다. 같은 소재를 다룬 소설은 많지만, 제가 기억을 잘 못하는 고로 일단 넘어갑니다. (돌대가리. 10개도 넘는 제목을 보고 도 잊어먹다니) 과연 그녀의 이야기는 어떻게 나갈까요? 지금 고려하는 결말 중에는 무서운 비극도 있습니다. (팍, 그걸로 골라버릴까?) 과연 한 여성이 장식품으로 존재할 때와, 스스로 길을 열어갈 때의 차이가 어떤지는 이제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내 뒤에 살기가..... 레이니양, 칼은 참아요 ! 참아요 ! 으아아아아 !) 추가2)언젠가는 그 문제로 질문이 들어올 것 같아서 미리 생각해두었습니다. 아무도 안 묻길래 안 써먹을 줄 알았더니, 결국 써먹게 되네요. ? [레이니] 2-18 내 지갑을 사수하라(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8 19:46 조회:680 공룡 판타지 2-18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2) 도대체 어떤 녀석이야? 내 아침을 빼앗아간 녀석이..... 나는 화가 잔뜩 나서 그 녀 석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할 말을 잊고 말았다. 너무해........ 저 녀석이면 상대할 수가 없잖아.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레이니를 쳐다보고 있었다. 몸길이가 무려 23미터, 무게 는 77톤 ! 이런 걸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야? 말도 안 돼 ! 도저히 덩치로는 상대가 안 된다. 칼을 휘둘러봐야 소용이 없다. 아무리 찔러봐야 피 한 방울 안 나올 거다. 모기에 물린 걸로 여길 거야. 나는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 다.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내가 몸을 날리자마자, 그 거대한 발이 내가 있던 자 리에 떨어졌다. 쿵 !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 장소에서 떠났다. 죽이려고 해도 죽일 수 없는 상대다. 저런 녀석 근처에 있다간 깔려 죽을 거다. 나는 나무 위에 있는 아르메리아가 짐을 챙기는 걸 확인했다. 아무리 저 나무가 40미터를 넘는다고 해도 위험하다고. 저 녀석은..... 나무가 기울어진다. 아르메리아, 피햇 ! 쿠아아아아앙 ! 세상에, 저런 큰 나무가 쓰러졌다. 저 무거운 녀석이 몸으로 나무를 누른 거다. 앞 발을 들고 나무에 몸을 걸치자, 나무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넘어가 버렸다. 길 을 여는 방법이 저리 거칠어서야 어디 숲이 남아나겠나. 그러니까 용맹스러운 알로사 우루스가 필요한 거지. 그래. 이름 값 못해서 미안하다. 비록 지금 내 이름은 알로가 아니라 레이니지만, 그래도 좀 기분이 나쁘다. 나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아까 쓰러진 나무가 아니라 그 옆의 나무로. 아르메리아 도 옆 나무로 옮겨갔다. 나와 그녀의 눈이 마주치고, 둘의 마음이 통했다. 어디 먼 곳으로 튀자 ! 내가 남자였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와 나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관계....... 갑자기 그 마법사가 원망스럽다. 그 마법 화살을 라이어 녀석에게 준 그 마법사가. "으.... 내 아침." 언니가 울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도 아까 일어난 지진(?)으로 아침 을 잃어버렸다. 이런 게 동병상련이란 건가. 둘 다 아침을 못 먹게 되었다. 배고파. 언니. "어쩌지요? 언니. 이렇게 되면 아침은......." 정말 난처하다. 물론 엘프인 내 입장에선 먹을 게 없는 게 아니지만, 언니 입맛에 맞을까? "아르메리아. 먹을 거 없어? 없으면 내 점심 도시락이라도 나눠 먹을까?" 착한 언니. 고마워요. 하지만, 일단은 이걸 권해보자. "그것보다......." 나는 짐을 뒤적여서 과일을 꺼냈다. 과일이라기보다는 과즙을 담은 음료수병이라고 해야겠지만. "이거 드세요. 언니." "?"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빛이다. 처음 본 거니 당연하지만. "이건 엘프 종족이 가진 식물의 열매예요." "열매? 그런데 왜 이렇게 커?" 하긴, 인간은 이 열매를 본 사람이 드물지. 엘프들의 음식이니까. "이건 엘레스라는 식물의 열매예요. 안에 과즙이 들어있으니까, 껍질에 구멍을 내 고, 이렇게 마시면 돼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지만, 언니는 말없이 칼을 꺼내어 열매 껍질에 구멍 을 낸다. 그리고,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한다. 그러나........... 다 마시지 않고, 조 용히 열매를 내려놓는다. "언니... 맛없어요?" 얼굴 표정은 그리 싫지 않은데? 왜? "아르메리아도 마셔. 정말 맛이 좋은데?" 고마워요. 언니. 하지만, 나는 조용히 열매를 보여주었다. "고마워요. 하지만 한 통은 마셔야 한 끼 식사가 되니까, 그냥 마시세요. 전 여기 하나 더 있어요." "응." 다시 꿀꺽꿀꺽 마시는 언니. 나도 열매에 구멍을 내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데.... 저 언니, 숨도 안 쉬고 한 번에 잘 마시네? 대단해. (원샷이군요) ? 갑자기 마시는 걸 멈추는 언니. 이번엔 왜 그러지? "아르메리아." "왜요? 언니." "이 안에 있는 이건 뭐야?" 언니가 입 안에서 내보이는 건 하얗고 납작한 타원형의 조각들. "아, 그건 엘레스의 씨예요." "씨? 보통 씨라는 건 눈에 보이는 곳에 달리는 거 아냐?" "보통은 그렇지요. 하지만 그건 달라요. 우리 엘프들의 보물로 전해지는 거예요. 과 거, 엘프들이 다른 세계에서 살 때의 유물이라서 그래요." 하긴, 이 시대의 식물은 모두 씨가 눈에 보이는 곳에 맺히게 되어있으니까, 언니가 놀라는 것도 당연하다. "다른 세계? 엘프들의 전설에 나오는 그곳?" "예." 우리 종족의 전설. 그것은 인간과 엘프가 다른 별에서 왔다는 것. 엘레스는 그때 오 시언에 내릴 때 우리의 조상이 가져온 고향의 식물. 그래서 우리는 그 식물을 소중히 여기지만, 워낙 약해서 엘프들의 땅이 아니면 자라지 못한다. 어릴 때 그 별을 찾고 싶다고 언덕 위에 오르던 추억이 생각난다. 그 때는 별이 아주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 해서, 그랬는데.... 어릴 때의 생각이 떠오르자, 나는 웃었다. "기분 좋은 일이 생각났어?" 언니가 묻는다. 역시 웃는 표정. 정말 좋다. "예. 어릴 때의 일이에요." 나는 어릴 때의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언니는 웃으면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 었다. 아까보다 가까워진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아침을 잃어버린 게 더 잘 된 일인 것일까. 유쾌한 아침이었다. 어느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오늘은 좋은 날인지 도....... - 계속 - 후기)잘 된 이야기 같군요. 왠지 모르게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이야기. 하지만, 계획 이 틀려지는데? 레이니를 열 받게 하려고 한 사건인데.... 이상하게 분위기가...? (이런.... 못된 작가 같으니) 그리고, 레이니가 놀라는 게 당연합니다. 이 시대의 식물 중, 속씨식물은 없거든요. 이 엘레스라는 식물이 유일한 속씨식물입니다. 여기서는 양치류나 겉씨식물이 주류이 고, 속씨식물은 안 나옵니다. 엘레스의 경우도 '다른 세계에서 가져온'이란 말 덕분 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럼 문제는 무엇일까요? 그건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차차 얘기하기로 하지요. (눈치빠르신 분들은 이 문제가 엄청나게 중대하다는 걸 아실 겁 니다만 -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무언가가 나오기 힘들다는 말이거든요) [레이니] 2-19 내 지갑을 사수하라(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09 19:55 조회:691 공룡 판타지 2-19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3) 아침은 결국 엘레스의 열매 하나로 끝냈다. 여태까지 마신 적이 없는 달콤한 맛. 아, 맛있어. 하지만 난 역시 그 고기가 먹고 싶었어..... 망할 브라키오사우루스 같 으니. 내 고기 내놔 ! 초식 공룡이면서 치사하게 고기를 먹다니. 물론, 초식 공룡이라도 아주 가끔은 고기를 먹는다. 특히, 저런 작은 동물이라면 먹 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내 고기냔 말이야 ! 다행히 아침은 아르 메리아의 배려로 무사히 먹긴 했지만, 점심때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곤란하다. 그 때는 주위를 잘 살펴야지. 점심이란 게 그리 성찬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먹긴 먹었다. 나무 위에서 마른 공 룡 고기와 나물로 때우는 식사이지만, 어쨌든 이번엔 방해꾼이 없었다. 다행이다. "알로 본까지는 앞으로 얼마 남았지? 아르메리아." "이 정도의 속도라면 내일까지는 도착할 수 있어요. 언니." "내일 저녁쯤이면 된다는 거지?" "예." 다행이다. 도시에 가면 나도 여행 물품 좀 사야지. 특히 내 옷 ! 난 이 여자 옷 싫 단 말이야! "으, 으, 으......." 내가 언제나 입던 옷이 나한테 안 맞는다는 것은, 딱 한 가지 의미밖에 없다. 그건, 내가 살이 쪘다는 것. 그래도 그렇지, 하필이면 살이 찐 부위가 ........ "으..... 가슴이 너무 커...." 살이 쪘으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어차피 난 평소에도 좀 마른 편이었으니까. 하지 만..... "언니. 그러니까 여자 옷을 입는 게...." "싫어 ! 난 남자라고 ! 여자 옷은 죽어도 싫어 !" "하지만, 현실적으로 맞는 옷이 없잖아요. 그만 포기하세요." "싫어 ! 안 되면 되게 하라 ! 안 맞으면 우겨서라도 입어야..." 찍 ! 으. 옷이 찢어졌다. 밖에서 기다리던 다로프 아저씨가 묻는다. "그것 봐라. 그냥 포기하고, 여자 옷을 입는 게 좋겠다. 이걸로 벌써 세 번째다. 너, 내 옷 다 찢어놓고 나서야 포기할 거냐?" "으....." 젠장. 몸의 체형이 바뀌었다는 게 이렇게 피곤한 일인 줄은 오늘에야 알았다. 가슴 은 늘어나고, 허리는 줄어들고, 엉덩이는 커지고. 머리카락은 길어지고. 살결은 고와 지고. 애고. 옷을 입을 때,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어야 하는 건 차라리 약과다. 이 놈 의 머리카락은 너무 길어서 거추장스럽다. 팍 잘라버리려고 했는데, 다로프 아저씨도 아르메리아도 결사 반대를 하는 거다. "보기 좋은데 뭘 자르고 그러냐." "언니, 그냥 놔두는 게 좋아. 머리 자르면 보기 흉해." 난 그런 거 몰라 ! 불편하면 고치는 게 좋아 ! "언니. 그럼 자르고 싶은 대로 해." 칼을 건네주는 아르메리아. "그 대신, 나중에 마법이 풀렸을 때 대머리가 되는 걸 각오하고." 그건 무슨 소리야? "언니에게 걸린 저주 마법이 어떤 이치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머리를 자르면 무슨 부작용이 생길 지 몰라. 다른 사람의 몸을 가져온 거라면 그렇다고 해도, 만약 정말 로 신체를 변화시킨 거라면 저주가 풀릴 때 언니의 머리카락이 잘린 만큼 줄어들어 서......." "윽 !" 결국, 무슨 저주인지 모르기 때문에, 몸을 되도록 처음과 가까운 상태로 놔두자는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중에 저주가 풀릴 때, 정말로 빛나는 머리가 될 위험은 감수하기 싫다. 최소한 저주의 이치 정도는 알아야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다는 건가. 그리고, 최대의 문제는........ 물컹. 물컹. 바로 이거라고. "언니. 그러니까 이걸로 가슴을 받치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가슴 가리개를 해야 하는 거냐? (브래지어라고 해야 하나 요? 그건 좀.....) 그것도 이렇게 큰 것을. 하지만, 덜렁거리게 놔두면 행동에 장애 가 될 테고. 결국 눈물을 머금고 ........했다. 가슴 한 개가 40cm? 50cm? 재고 싶지도 않다. 차라리 모르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아르메리아는 부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지만, 왜 내 가슴이 아비알 누나의 그것보다 큰 거야? 하긴 언제나 절벽에 가까운 가슴이라고 고민하는 누나의 것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긴 하지만. 결국 여자들이나 입는 여행복을 입었다. 그래봐야 남자들의 옷과 다를 건 별로 없지 만. 이 여행용 바지 위에 걸치는 치마 좀 어떻게 해줘. 난 치마 입은 적이 없어서 이 렇게 펄럭거리는 거 싫어 ! 게다가, 더운 날씨는 또 어떻게 하고. 내가 사는 별, 오 시언은 대부분 더운 날씨여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운 편이다. 그것은..... 안 돼 ! 난 절대로 노출이 심한 옷은 싫어 ! 게다가, 이 모습이 창피해서 좋아하는 수영도 못하고. 이런 모습을 마을 사람들에게 들키는 날이면....... (이미 사 망......) 그만두자. 알로 본에 가면 옷 정도는 있겠지. 이제 출발할 시간이다. "자, 그럼 출발해요. 언니." "응." 그래. 희망을 가지고 살자. 나는 아르메리아의 뒤를 따라 나무 위를 달리기 시작했 다. 더운 날씨이긴 해도,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달래준다. - 계속 - 후기)오늘은 좀 짧은 내용이 되었네요. 하지만 여기서 끊어야 글이 어색해지지 않아 서. (게으른 거라고 우기신다면 어쩌지?) 내일은 저녁의 이야기가 될 것 같군요. 예정대로라면 아르메리아 양의 부상이유를 밝히는 게 되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옷차림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기후 상의 문제로 레이니의 시대에는 옷들이 대개 가볍거든요. 예를 들면 지금의 여름 옷 정도로. 하지만 그렇게 쓴다면 독자님들 은 환호하시겠지만 숲이 많은 이곳의 자연 환경상, 일단은 긴 옷을 걸치게 했습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니까 봐주세요. 하긴 공룡이 나타나면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 니까마는. (실제의 이유는 옷이 야하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 이 말에 항의하실 분들 이 왠지 많을 듯한.....) 아, 그리고 왜 아저씨의 옷이 작냐고 하실 분들은, 아저씨의 다리 길이를 상기하시 기 바랍니다. [레이니] 2-20 내 지갑을 사수하라(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0 20:10 조회:672 공룡 판타지 2-20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4) 어느덧 달리다보니 주위가 어두워졌다. 해가 지고 있는 걸 보니, 이제는 어디 잠잘 장소를 찾아야 한다. 나와 아르메리아는 주위의 나무들을 둘러보았다. "저 나무가 좋을 것 같아요." 이젠 나무 위에서 자야 하는가. 하지만 아래로 내려갈 경우, 골치만 아프다. 배고픈 공룡들이 무더기로 달려들텐데, 그러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르메리아가 가리킨 나 무를 바라보니, 그럭저럭 두 사람이 잘 공간이 있다. 역시 큰 나무가 좋기는 하다. 설마 이것도 브라키오사우루스한테 부러지는 건 아니겠지? 내 걱정을 안 아르메리아 가 말했다. "걱정마요. 언니. 여기까지 들어올 대형 공룡은 드무니까요." 하긴, 길이 좀 멀긴 하다. 여기까지 오려면 나무를 적어도 몇 백개는 부러뜨려야 하 니까. 아르메리아의 말보다 그녀의 활짝 웃는 얼굴 때문에 안심했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아." "자, 저녁도 먹었으니 이제 자야겠네요." 자, 여자랑 단 둘이 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었으니 잠을 자야 합니다. 게다가, 잘 장소는 딱 한 군데뿐입니다. 그럼 그 날은 최상의 밤이 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라는 겁니다. 나는 이렇게 자문자답을 했다. 처량하다. 내 몸이 여자만 아니었으면 오늘밤은 ..... 그렇지도 않다. 어떤 여자가 처음 본 남자와 같이 잠을 자겠는가. 지금 내가 여자 몸이니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나중에 저주가 풀리면 하든지 말든지 하자. "뭘 한다는 거예요? 언니." 힉 ! 그러고 보니 그녀는 엘프다. 엘프들은 선천적으로 마법에 소질이 있다고 들었 다. 마법을 쓰려면 힘에 민감해야 하니까.... 그녀는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읽은 것일까? 아니면 단지 내가 생각할 때 방출되는 정신파를 느낀 것일까? "언니, 고민하지 말고 일단 누우세요." 확실히 내 생각을 읽는 것인가?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만약 내 생각을 읽었다면.... "이 변태, 내 앞에서 당장 썩 꺼져 !" 나무 위에서 걷어차여서 추락하는 나. 이렇게 될 거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걸 보니 정확하게 생각을 읽는 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아르메리아가 시키는 대로, 조용히 그녀의 옆에 누웠다. 별 느낌이 없네? 단지 약간 따뜻하다는 것만 제외하고. 나는 잠시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려다가.... 말았다. 이유는 간단하지 않은가. 내 몸이 여자가 되었는데 어떻게 여자 옆에서 가슴이 뛰겠는가. '망할 변태 마법사 같으니. 만나면 팔다리를 자르고, 칼로 온 몸을 구멍투성이로 만 들어 죽일 테다.' 밤하늘이 보인다. 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운다. 서서히 움직이는 별들. 우리의 별도 그 가운데 떠 있다고 한다. 나는 모르겠지만.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며칠 동안 워낙 많은 일이 일어나서인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사부의 일, 나의 일, 아르 메리아의 일..... 결국 나는 잠자는 걸 포기하고, 아르메리아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아직 잠을 자는 건 아닌 듯하다. 눈을 뜨고 있는 걸 보니. "아르메리아, 지금 자?" "아뇨. 잠이 안 오네요." "........" 갑자기 할 말이 안 떠오른다. 여자와 단 둘이서 밤을 지낸 적이 없으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나는 필사적으로 화제를 찾기 시작했다. 만약, 화제를 찾는 데 실패 하면, 난 외로운 밤을 보내야 한다고. (이거, 말이 좀 이상하다) 다행히, 한 가지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다. "아르메리아는 어째서 다친 거야?" 내가 그녀를 처음 발견했을 때, 그녀는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었다. 하지만, 난 그녀 가 왜 다친 건지 아직도 이유를 몰랐다. 엘프들은 마법을 가지고 있는데, 게다가 검 을 허리에 찬 걸로 보아 검술도 익힌 모양인데 왜 다친 거지? 그녀의 몸에 이렇다할 상처가 없고, 마력의 고갈로 인해 내상을 입었다는 것이 내 호기심을 부채질했다. "저...." 말하기 난처한 화제인가? "저.... 그게....." 아무래도 그런가보다. 나는 내 호기심보다 그녀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좋아. 아르메리아." "풋." 왜 웃는 거야? 아르메리아. "언니가 남자처럼 말하니까 이상해요. 고운 목소리로 무게를 잡으려고 하는 게 너 무.. 우스워서........." 으.... 목소리가 너무나 곱다는 것도 문제구나. 들을 때는 좋지만. "그....그건 저주에 걸려서........." 어깨까지 들썩거리면서 웃는 아르메리아. "누군지 몰라도, 정말 대단한 마법사네요. 여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이상적인 모습의 여자를 만들어내다니. 언니가 남자라는 거, 역시 믿어지지 않아요." "으....(ㅠ.ㅠ)" 울상이 되는 나. "아, 울지 마셔요. 언니. 사과의 표시로, 제가 다친 일에 대해 얘기해 드릴 깨요." 내가 그렇게 불쌍하게 울었나? "제가 다친 건.." 잔뜩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 "소환 마법을 쓰다가 실패해서 그래요." ????? 소환 마법? 그건 뭐야? 도대체 무슨 마법이지? 내 얼굴을 본 아르메리아가 설명을 해주었다. "소환마법이란 다른 세계에서 생명이나 혼을 부르는 마법이어요. 하지만 그 다른 세 계를 찾아내는 게 어려운데다가, 찾아낸다고 해도 차원의 벽을 넘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방치된 마법이죠."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보통, 한 존재를 순간이동시키는 것과 비슷한 거여요." "순간이동? 마법사들이 다른 대륙으로 여행할 때 사용한다는 거?" "그거랑은 달라요. 그들은 단지 주문을 외울 뿐, 실제로는 순간이동이 아니라 고속 이동일 뿐 이예요. 순간이동이란,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방에 갇혀있다고 해도 다 른 장소로 움직일 수 있는 거예요." "그 방의 지붕이 없어서?" "그게 아니고 !" 약간 언성을 높이는 아르메리아. - 계속 - 후기)와, 미쳤다. 감히 소환마법의 이론을 강의하다니. 나도 정신 나갔지. 이거 다른 걸로 고칠까? [레이니] 2-21 내 지갑을 사수하라(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1 20:14 조회:702 공룡 판타지 2-21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5) 어둠을 비추는 달과 별들. 그리고 그 아래의 나뭇가지에 누워 사이좋게 정담을 나누 는 두 사람의 연인....... 아니구나. 어둠을 비추는 달과 별들. 그리고 그 아래의 나뭇가지에 누워 마법공부를 하는 한 사람과 한 엘프. 이렇구나. 언젠가는 위의 문장을 실현시키고 말 테다. "순간이동이라는 건, 이런 거예요." 나를 가리키는 아르메리아. "언니의 몸과 마음을 모두 원하는 장소로 이동시키는 거라고요." 그럼 마법사들이 쓰는 주문과 다를 게 없잖아? "단, 지금의 마법사들은 그 주문을 사용할 때 자기 몸까지 같이 이동시키지 못해요. 단지 영혼만 이동하는 거죠." ???? "몸을 순간이동시키는 것은 아직도 많은 장애가 있으니까요." "왜?" 이해가 안 된다. 보통 영혼이 육체와 떨어지면 죽는 거 아닌가? "몸이 순간이동을 하려면 아주 먼 거리를 순간적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빛의 속도로 몸이 이동하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인간의 몸을 이루는 물질이 빛의 속도로 이동하면 몸은 무한하게 무거워져서 아무리 큰 힘을 써도 광속에 이르는 게 불가능해지므로, 인간의 몸은 결국 광속으로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게 되요. 게다가, 진 정한 순간이동을 하려면 공간을 뛰어 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공의 문을 열어서 우 리가 목표로 하는 지점까지 공간 터널을 뚫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특수한 형태의 에너 지, 즉 음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간이 붕괴되어 마법사는 그 속으로 사라져버리니까요. 그래서 4차원 웜홀을 필요로 하는데 그러려면 마법사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가 되도록 그 시공을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되지 만, 현재는 그 방법을 찾아낼 정도로 시공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해서 결국 3 차원 웜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너무나 큰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힘은 대략 시공간을 구부려서 인공적으로 블랙홀을 만들어낼 정도의 힘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려 면 현재의 우리가 사는 별인 오시언을 직경 9mm정도로 압축시킨 상태를 만들고 다루 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만 !" 머리가 너무나 아프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 머리가 터질 거다.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머, 머리가 아파. 난 마법사가 아니라 검사라는 걸 감안해 줘." 머리가 윙윙거린다. 나는 나뭇가지에 그대로 엎드렸다. 잠시 쉬어야겠어. 잘 깨. 잘 깨. 제발 그 무서운 마법 강의는 하지 말아 줘. 아르메리아. 애고. 죽는 줄 알았다. 마법의 세계라는 건 내가 발을 디딜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어 렵다는 걸 확실하게 알았다. 아르메리아도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걸 이해하고 있는 걸까? 하지만, 왜 그녀가 다친 건지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궁금한 건 못 참아. 하지 만 아까처럼 무서운 강의가 나오면 어쩌지? 내가 무식하다는 것을 이렇게 절실히 느 낀 적이 없었다. 무식하다는 건 부끄럽지 않다. 배우면 되니까. 하지만, 가르쳐줘도 이해할 수 없다는 건 정말 창피한 일이다. 어쩌느냐. 그냥 자느냐. 아니면 다시 도전하느냐. 1시간 경과. 평소보다 잠자리에 일찍 든 것도 문제지만, 궁금해 죽겠다. 이래서는 잠도 못 잔다. 역시 다시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아. 나는 옆자리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는 것 같다. 포기할까? 다시 물어볼까? 마음의 갈등. "언니, 자요?" 갈등 상태 해소. "이번엔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줘. 마법 이론은 가급적이면 빼고." 이렇게 말을 해야 격심한 두통을 방지할 수 있다. 도시에 가면 당장 마법책이라도 한 권 사서 공부해야지. 이것으로 알로 본에서 살 물건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그러면 설명이 힘들어지는데......." "간단하게 해 줘. 복잡한 이론은 빼고." 나를 바라보며 숨을 가다듬는 아르메리아. 자, 정신을 집중하자. 또 무슨 이론이 튀 어나올 지 모른다. 흐흐흑. 키스하기 좋은 입술에서 어떻게 그런 어려운 말이 나오는 거야? "하아." 숨을 들이쉬고. "마법 이론은 제외하고 설명하면, 전 소환마법을 시도하기 위해 음의 에너지를 만들 어내려고 시도했어요.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극심한 힘의 불균형을 제가 감당하지 못 해서 일어난 힘의 격류에 의해 퉁겨져 나간 게 제가 입은 부상의 원인이에요. 언니. 음. 너무 대충 설명했나?" 무슨 소린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러니까 소환마법을 쓰는 도중에 힘의 제어를 실패하는 바람에 일어난 부상이라, 이거지?" "예. 이해하시는 모양이네요. 언니." 뭐가 이해야? 중간 과정은 모르고, 맨 앞과 맨 뒤의 말만 들어서 결과만 얻은 게 이 해인지. 아무래도 마법의 이론에 대해 책 좀 봐야겠다. 검술이라면 좀 알지만, 그리 고 마법의 대처 방법은 알고 있지만, 마법의 이론에 대해 말이 나오기만 하면 이상하 게 비비꼬인단 말이야. 하지만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다. 굳이 소환마법을 연구한 이유가 뭘까? 지금 들어보 니 굉장히 위험한 것 같은데. "그런데, 소환마법이란 거, 굉장히 위험한 것 같은데. 왜 그런 걸 연구한 거야?" "그건...." 와. 궁금하다. 궁금해. "마법사로서 미지의 마법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너무나 교과서적인 대답이다. 실망..... "그만 자요. 언니. 내일도 갈 길이 머니까요." 결국 무언가가 마음에 걸린 채로, 잠을 자게 되었다. 영 찜찜하다. 그녀가 소환마법 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유는 뭘까? 밤하늘이 어두워져간다. 눈이 감긴다. - 계속 - 후기)음에너지, 그리고 3차원 웜홀, 4차원 웜홀. 상당히 머리 아픈 이야기들만 나오 는군요. 독자님들의 불평이 나올 법도 한데요. 레이니 양의 두통을 해소하기 위해서 라도 설명을 좀 하지요. 우선, 음에너지는 절대 영도(즉, -273도)보다도 더 낮은 에너지 상태라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과학으로 이런 힘을 대량 생산해내는 게 가능할지. 물론 이론적으로는 두 개의 판을 진공상태에서 아주 가까이 대면 그 사이에서 음에너지가 발생할 수 있 다는군요. 그 판이 자꾸 붙어버리니까 문제이긴 하지만. 3차원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이론상의 공간 터널입니다. 이 웜홀은 매우 불안정해서, 머리카락 하나만 들어가도 붕괴됩니다. 이걸 안정시키려면 내부를 음의 에너지 상태로 해야 한다고 하는군요. 4차원 웜홀은 시공간을 소립자보다 더 작은 수준에서 볼 경우에 나타나는 무수한 시 공간의 요동에서 생기는 아주 작은 우주(일명 베이비 우주)가 완전히 다른 우주로 이 동하거나 우리 우주로 돌아올 경우에 생기는, 즉 시간의 변화에 따라 움직임을 표시 하면 관 모양이 되는 걸 가리킵니다. 이 내용은 모두 월간 과학 1993년 5월호의 내용을 참조했습니다. (다른 데서도 참조 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서 가장 많이 참조했으니까) 절대로 아무 데나 올리지 마세 요. 무단 전제는 위법의 지름길입니다. 언젠가는 써먹을 거라고 생각해서 기억해두었 더니 다 쓸 데가 있군요. 그런데, 이런 건 모두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의 내용인데, 도대체 판타지 소설에 서 이런 게 왜 나오냐고 따지실 분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순간이동이란 게 그렇 게 쉬운 게 아니며, 어느 정도라도 말이 되는 이론을 만들어 내야 하는 (무리한) 욕 심을 가진 저로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제 부족한 설명으로 여러분들이 이해하신 건지..... 그리고, 내일은 결단코 ! 이런 어려운 내용만 늘어놓지 않겠습니다. 레이니 양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이런 내용은 자주 나오게 하지 않을께요. [레이니] 2-22 내 지갑을 사수하라(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2 20:26 조회:638 공룡 판타지 2-22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6) 나는 혼자서 절벽에 서 있다. 뒤에서는 칼을 든 암살자들이 쫓아오고 있다. 나는 이미 부러진 검을 들고 마구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느린 검에는 맞지 않는다. 그들은 웃고 있다.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천에 가려진 그 얼굴들 은 분명히 웃고 있다. 나는 발악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검을 내리쳤다. 검에 한 사람 이 맞았다. 쓰러지는 것은 복면 사내들의 검을 맨몸으로 막은 사부님이었다. 내 검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고, 복면들의 검은 내 심장으로 정확히 향했다. 나는 비명을 질렀 다. "꺄아아아아악 !!!!!" 내 몸이 마구 흔들리고 있다. 배 위에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 나는 어제 배에 올 라탄 것도 아닌데, 마구 흔들린다. 배멀미가 날 것 같다. 아무래도 속이 안 좋다. 나 는 이럴 경우에 취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어디 가서 토해야 하나? 나는 그 장소를 찾기 위해 일어났다. 딱 ! 으...... 내 머리가 아프다. 왜 일어나는 데 이런 소리가 나는 거냐? 나는 눈을 떴 다. 서서히. 그 앞에는 숲과 같은 눈을 가진 금발머리 소녀. 아르메리아가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얼굴이 마구 흔들리네? 아니, 흐리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언니, 울고 있었어요?" 울다니, 내가 무슨? 그러고 보니 아침 이슬이 내 눈에 떨어져 있군. 누가 보면 울었 다고 할 만하다. 나는 운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곧 아르메리아에게 당당하게 말했 다. "아니, 이건 아침 이슬이야. 아마 내가 자는 동안에 괴었나봐." "아. 하긴 어제 일도 있으니..... 가서 세수하고 오세요. 전 아침 준비 할 테니까." 나는 시냇가로 가서 얼굴을 씻었다. 우선 수통에 물을 받고, 그 다음에 얼굴을 물 속에 그대로 담그어 버렸다. 푸우. 역시 아침에는 산 속이 좋다. 이렇게 신선한 공기 를 마시며 맞는 아침은 정말 최고야. 최고야. 최고........ "바보같은 치매 영감 같으니....." 나는 나도 모르게 눈에서 물을 떨어뜨렸다. 아까 세수하고 묻은 물이 분명하다. 내 어깨가 들먹이면서 나는 끅끅 하고 울.....은 게 아니고 약간 숨을 이상하게 쉬 었다. 절대, 그 치매 스승님 때문에 우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여자가 된 게 분해 서 그런 것뿐이다. 이 저주를 풀지 못하면 나는 영원히 여자로 사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 걱정될 뿐이다. "바보, 멍청이, 둔치. 평소엔 그렇게 잘난 척 하더니 고작 그딴 변태 마법사, 아니 그 졸개들한테 죽어? 그런 게 내 사부님이라니 말도 안 돼. 죽어버리다니, 그래, 이 치매 영감아, 나중에 두고 보자고, 두고 보자고, 두고 보잔 말야. 흑, 흑...." "울보 언니가 오려면 아직인가....." 나는 아침 준비를 다 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보고 빨리 오라고 하고 싶지 만, 우는 사람을 재촉할 수는 없다. 인간은 엘프들과 달라서 죽음을 두려워한다. 자 신의 영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일까. 아니면 신에 대항한 유일한 종족으로서 죽 은 후의 일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하지만 저 감정은 두려워하는 게 아니다. 다만 언니의 마음. 슬퍼하는 마음이다. "언니. 그렇게 그 할아버지를 사랑한 걸까." 참 마음씨 고운 언니다. 인간은 보통 겉과 속이 다르고 거짓을 숭상한다고 배웠는 데. 저 언니는 예외인가 보다. 벌써 한 시간째 울고 있다. 내 눈에서도 눈물이 나온 다. 인간 중에는 자기 손으로 스승을 죽이는 배은망덕한 녀석들이 많다고 들었지만, 저 언니는 그런 인간이 아닌 듯하다. 자기 딴에는 소리를 죽이는 듯 해도 저렇게 진심으 로 슬퍼하는 울음소리를 들어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치매 영감이라 는 말을 저렇게 정답게 하는 언니는 본 적도 없다. 그 스승님을 굉장히 좋아했나 보 다. "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르메리아." 눈이 퉁퉁 부어있다. 역시 거짓말엔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다. "괜찮아요. 그보다......." 손수건을 꺼내서 언니의 눈을 닦아주는 나. "눈은 괜찮아요?" "........괜찮아. 이젠." 나도 언니도 말은 안 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했다. 인간도 자신의 마음을 말없 이 전할 수 있는 걸까. 언니가 참 다정다감한 여자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아, 언니가 이 생각을 알면 화낼 거다. "드디어 도착이다." 나는 가슴을 활짝 펴고 '야호.'를 외치려다가....... 말았다. 역시 가슴이 너무 커. "저기가 그 '알로 본'이란 도시인가요?" 옆에서 묻는 아르메리아. "응. 오늘은 저기서 자고, 내일 수도로 출발하는 거야." 시간은 벌써 저녁 무렵이다. 아무래도 내일 시장에 가야겠다. 지는 석양은 아름답지 만, 내일 아침부터 서두를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알로 본. 이 도시의 구조라는 건 간단하다. 우선 바깥에 방벽 구실을 하는 집들. 그리고 안 쪽에 평범한 가옥들, 상가들, 그리고 영주님의 성. 바깥의 집들은 모두 튼튼하게 지 어져서 공룡의 습격에 대비하는 성벽 역할을 한다. 도시 자체가 너무 커서 그런 구조 를 택했다고 한다. 사실은 늘어나는 집들이 너무 많아서 성벽까지 점령해버린 거라고 해야 하는데. "언니. 이 도시에는 아는 사람 없어요?" "윽 !" 아는 사람이 없냐고? 없다고 하자. 없어야 한다. 있으면 안 된다. "그보다 아르메리아, 우선 숙소부터 하나 잡는 게 어때?" "예? 안 된다고요?" "그래. 아가씨. 지금 방이 없어." "....... 아까까지는 있었잖아요?" 실제로 옆에선 여행자들이 계속 자기 방으로 가고 있다. "방이 없어서 손님들이 한 방을 쓰는 거네. 하지만 여자들에게 남자들과 한 방에 들 어가라고 할 수는 없잖아. 미안하네." 이걸로 끝. 생각보다 여자라는 거, 불편하다. 내 감각으로 살펴보니, 입추의 여지없 이 가득한 방. 방. 방. "으. 또 실패." 결국 이 마을에서 방을 얻는 건 실패.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 방을 못 얻으면 숲에서 하루 더 노숙하면 되지요. 뭐." 천하태평인 아르메리아. "으. 오늘은 따뜻한 방에서 자고 싶었는데." 실제 이유는, 목욕 좀 하고 싶어서다. 그 이유가 뭐냐고? 내 몸 좀 확인해봐야겠다. 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내 눈으로 봐야겠다. "언니. 이 마을엔 여관이 더 없는 거예요?" "응. 이게 끝이야. 내가 알기로는 더 이상 없어." 물론, 이 도시에 아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여자가 된 나를 알아볼 리가 없으니 그쪽은 무리다. 그리고, 모르는 게 차라리 약이다. 자객들이 언제, 어디서 나 타날 지 모르니까. "그럼, 우리 시장에 가죠?" "?" "어차피 여기서 잘 수 없으면, 살 물건이나 사서 곧장 여행을 시작하는 거예요." 그게 나을 것 같다. 어차피 난 이 도시에서 사람 만나기 싫다고. "그러자." - 계속 - 후기)윽 ! 길어졌다. 생각보다 내용이 많아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실수를.... 내일은 이 이야기의 소제목인 '내 지갑을 사수하라.'에 걸맞은 사건이 벌어집니다. 흐흐흐흐 흐. 아, 그리고 지금 2-21의 내용, 그러니까 내 지갑을 사수하라(5)가 내용이 잘렸다는 말씀이 계셔서 지금 확인해보았더니 안 잘렸더군요. 어제 한 번, 오늘 한 번. 2번 확 인했는데. 어제 줄거리는 아르메리아가 소환마법을 사용하다가 실패한 일을 설명하는 내용입니 다. 레이니가 복잡한 이론에 머리를 싸매다가 결국 '그냥 실패인가보다'하고 잠자는 건데. 혹시 제 쪽만 안 잘린 것처럼 나오는 건지, 아니면 다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어제 글이 잘렸다면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관심가져주신 후로라인 정미영님, 감사합니다. [레이니] 2-23 내 지갑을 사수하라(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3 10:41 조회:613 공룡 판타지 2-23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7) "인간들의 시장은 복잡하네요." 고개 돌리느라 바쁜 아르메리아. 좋게 말하면 다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고, 나쁘게 말하면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가 도시의 풍경에 넋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호기심이라고 생각하자. 게다가, 난 지금 바쁘다. 시장에 왔으니, 물건을 사야 할 게 아닌가. "어디 보자. 식량은 이걸로 되나. 그리고 칼 가는 데 사용할 숫돌 하나. 그리고 이 건 가방. 그리고 이건 마법책 하나....." 살 거 많다. 한 가지 더 하면, 값을 깎는 것도 힘들다. 한 푼이라도 더 깎아야 하는 이 신세. 어느새 아줌마가 되어가는구나. "와. 언니 대단해요." 물건 값 깎는 솜씨에, 옆에서 감탄하는 아르메리아. 하지만 난 비참하다. 아까 상점 아줌마한테 한 소리 들었거든. "얼굴은 예쁜데 하는 짓은 아줌마야." 으....... 이 놈의 저주가 빨리 풀려야지. 그 마법사에 대한 증오심이 다시 살아난 다. "자, 물건 다 샀으니 이제 가자. 아르메리아." "예. 오늘 저녁은 제가 할 깨요." 이게 신혼 부부의 대화라면 좋을 텐데. 툭 ! 이게 뭐냐? 내 예민한 여자로서의 감각이 발동했다. 아, 아니 취소 ! 검사로서의 감 각이라고 고치자. 도대체 이거 뭐냐? 누가 내 예민한 부위를 치고 지나갔다. (예민한 부위가 어디냐 고? 묻지 마 !) 여자가 되고 나서는 온 몸이 다 예민해서 미치겠다. 음. 허리에 뭔가 감각이 느껴지는군. 그럼, 그곳에 있는 것은..... 내 지갑 ! 소매치기다. 옛날에 이 시장에서 지갑을 소매치기 당해서 치매 사부한테 죽도록 맞 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날 때리면서 사부가 한 말이..... '야 ! 이 녀석아 ! 명색이 검사라는 놈이 그런 불의의 기습을 허용하면 어쩌려고 그 래?' 할 말이 없었다. 그 녀석이 만약 지갑이 아니라 내 목숨을 노렸다면 난 그대로 죽었 을 테니까. 그래서 사부의 '지갑 지키기 훈련.'을 받느라 엄청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만약 이 녀석이 소매치기라면 상대를 잘못 골랐다. 나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 았고, 당황해하는 꼬마 녀석을 발견했다. 내 지갑이 녀석의 손에 들려있다. "야, 이 도둑아, 감히 내 지갑을 훔쳐가?" 내 이름은 브리즈. '알로 본'의 가장 뛰어난 소매치기. 내겐 부모도 친척도 없었다. 있는 건 내게 소매치기로서의 삶을 강요한 귀족들과 소매치기 선배들 뿐. 난 언제 태어났는지 모른다. 내 첫 번째 기억은 시궁창이다. 거기서 몸부림치며 살 려고 한 나는 지금의 동료들을 만났다. 밑바닥인생. 그게 내게 어울리는 말이다. 난 처음에는 기사가 되고 싶었다. 검을 들고 마왕을 무찔러 공주와 결혼하는 그런 기사. 하지만 나 같은 평민에게는 무리였다. 근본적으로 이 나라는 평민에게 그런 일 을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가 머리가 좋다는 건 나도 잘 안다. 소매치기 기술을 나만큼 빨리 배운 사람이 없 으며, 도둑으로서의 모든 기술을 나만큼 확실하게 사용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나 는 지금 쫓기고 있다. 언니. 미워. 지금의 내 심정이다. 엘프로서의 자존심이 이렇게 뭉개진 적이 없었다. 나보다 예쁘다니. 거기다가, 나보다 가슴이 더 크다니 ! 어떻게 저주에 걸린 남자보 다 내 가슴이 더 작단 말이야 ! 그게 언니 탓이 아니니 할 수 없지만. 나도 애인이나 하나 만들어 볼까? 가슴 좀 키우게..... 아, 처녀가 무슨 망상을. 나 도 아직 수행이 부족한 게 사실인가보다. 가슴 크기 정도로 이렇게 신경 과민이 되다 니. 자, 주위나 둘러보자. 인간 세상에 오는 것도 드문 일이니 지금 실컷 구경하자. 하 지만 이상하다. 엘프들은 저렇게 장사하지 않는데. 인간들은 저 물건이 자연에서 약 탈한 것이란 사실을 잊은 것일까. 자신들의 노력으로 만든 물건이라고 착각하는 것일 까. 그러고 보니 사람들이 뭔가를 쳐다본다. 누구를 보는 것일까. 나를 보는 걸까. 아닌데. 보통 인간 세계에 나오면 나를 쳐다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아니네? 어, 언니..... 사람들이란 그저. 예쁜 여자만 보면 눈이 멀어요. 언니로서는 불쾌하겠지만, 불행히 도 언니는 너무나 여자답다. 외모만 그렇다고 본인이야 주장하겠지만, 행동 자체가 귀엽다. 빨리 언니의 저주를 풀어줘야지. 지금으로서는 그게 순서다. 어떤 마법에 걸 린 걸까. 어떤 저주를 했길래 저렇게 예쁘게 되었을까. 나도 알아두었다가 내 몸매 가꾸는 데 참고해야지. 풋. 나도 어리다. 언니의 미모에 시기를 하다니. 소리를 죽여 웃는데, 누가 언니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허리에 손을 내민다. 어머. 치한? 나는 언니에게 주의를 주려다가, 무서운 얼굴로 그 꼬마를 바라보는 언니를 보았다. 그리고,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무, 무서워. 언니. 세상에. 허리에 쇠사슬을 매어 놓다니. 지갑 하나 지키려고 그런 무서운 일을. 언니. 보기보다 상당히 짜네? 히, 히이익 ! 오늘 잘못 걸렸다. 내가 소매치기의 달인이라고 불렸지만, 역시 세상에는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는 법 이다. 나보다 소매치기에 능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난 수행이 너무나 부족하 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세, 세상에. 지갑을 쇠사슬로 매어 놓다니. 무, 무서운 여자다. 외모만 보기에는 철없는 귀족 아가씨로 생각되었는데. 의외로 만만하지 않다. 게다 가 저 표정을 보니, 먹이를 눈앞에 둔 알로사우루스의 눈빛이다. 이거 잘못 골랐다. 내 눈의 성능이 엉망이란 걸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돈 좀 벌려다가 몽땅 털리게 생겼 다. 난 이대로 도시 경비대에게 잡혀서 감옥에 가고, 사형대에 오르는 걸까..... 그건 안 돼 ! 난 잡힐 수 없어 ! 나는 단검을 꺼내어 지갑을 찢으려고 했다. - 계속 - 후기)흐흐흐. 쇠사슬로 매어진 지갑. 언제나 쓰고 싶었는데, 드디어 써먹었습니다. 줄로 지갑을 묶는 경우는 있지만, 치사하게도 쇠사슬을 동원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 같군요. 물론 하늘 아래 의지할 데 없는 레이니의 입장에서는 돈을 잘 지키려고 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 꼬마 소매치기에겐 날벼락이군요. 자, 그럼 이 녀석을 사형대에 올릴까요? 말까요? [레이니] 2-24 내 지갑을 사수하라(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4 20:36 조회:628 공룡 판타지 2-24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8) 챙. 허무하게 튕겨져 나가는 꼬마 소매치기의 단검. 그리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지갑의 표면. 윽 ! 무서운 여자다. 지갑을 아예 쇠로 만들어 놓다니. 이래서야 칼을 써도 지갑을 찢을 수가 없잖아? 이제 어쩌지? 나는 도망갈 것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아무래도 목 숨을 부지하는 게 우선이다. 저 돈에 미친 여자한테 걸리면 아무래도 앞날이 핏빛이 다. 하지만 요즘 벌이가 신통치 않다는 게 문제다. 이 정도로 신경을 쓸 정도의 지갑 이라면 안에는 혹시 엄청난 보물이 들어있는 것 아닐까? 나는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흐흐흐흐흐. 너 잘 걸렸다. 어디 맛 좀 봐라.'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절호의 기회다. 요 며칠동안 쌓인 양이 장난 아니게 많 은데, 오늘 확실히 다 풀 수 있다. 게다가, 명분은 또 얼마나 뚜렷한가. 선량한 시민 들을 괴롭히는 악인 소매치기를 잡는다. 앞으로 기사가 될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가 아닌가. '잠깐. 이 녀석을 잡아 경비병들에게 넘기고 나면.....' 나는 잠시 앞으로의 일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꼬마 소매치기의 멱살을 잡아 올리는 건 잊지 않았다. 망설임이 패인이었다. 도적은 물러설 때를 알아야 했다. 그 점을 망각한 나는 지금 죽음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 단검이 땅에 떨어졌다. 내 자유가 내 손에서 떨어 졌다. 그리고 나는 저승에서 온 마녀에게 내 몸을 빼앗겼다. 음. 이 녀석을 잡긴 잡았군. 하지만..... 이 녀석을 경비병들에게 넘기고 나면, 현 상금은 받겠지.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겠지. 그리고 의외 로 범죄 조사에는 시간도 걸리고, 도적들에게 목표가 되겠지.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기서 상금 받느라 시간을 지체하면 그 녀석들이 따라 오겠지. 시내에 서야 별 일 없지만, 수도로 가는 길에선 다르지. 공룡들이 자주 출몰하는 곳인 만큼, 암살을 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그럼....... 여기서 종적을 드러내는 것은 내게 있어 서 약간의 금전적 이득은 있을 지 몰라도....... 계산을 끝낸 나는, 이 질 나쁜 꼬마 를 놓아주기로 결정했다. 그래. 오늘은 착한 누나가 되어 주자. 이것도 다 종적을 숨 기기 위함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역시 아쉽다. 아.... 내 현상금이 이렇게 날아 가는구나. '으. 이걸 어쩌지? 이 여자, 보기보다 힘이 상당해. 여기서 잡히면 상당히 곤란한 데.....' 천하의 대도적, 장래의 도적왕인 브리즈(breeze : 미풍. 산들바람)가 이렇 게 잡힐 수는 없어 ! 난 나중에 대왕이 되어 귀족들만 설치는 게 아닌, 모두가 능력 만 있으면 출세할 수 있는 그런 나라를 건설하고 말 거야. 음. 이거 우리 두목의 말 이군. 어쨌든, 난 여기서 잡힐 수는 없어 !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아라." 최대한 상냥하게 도적 꼬마를 내려놓는 레이니. 아무리 봐도 억지로 목소리를 상냥 하게 내는 티가 난다. 물론 원래의 목소리가 워낙 좋아서 그리 크게 표가 나지는 않 지만, 옆에 서 있던 아르메리아에겐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레이니에 게 잡힌 꼬마, 브리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안녕. 다시 만날 때는 좀 유쾌하게 만나자." 레이니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브리즈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으.... 목이 아직도 아프네. 뭐 저런 성질 더러운 여자가 다 있어?" 놓아준 건 아마 내 동료들이 두려웠기 때문 일거다. 저런 여자가 날 불쌍히 여겨서 놓아줄 리는 없어. 하지만, 난 지금 불쌍한 아이가 되었다. 세상에. 내 소매치기 기 술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 우리 도적 길드 제일의 소매치기인 내가 실패를 하 다니. 여태까지 나는 한 번도 소매치기에 실패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소매치기 기술을 배운 이후, 나는 앞으로 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결국 최 고의 소매치기가 되었다. 나는 도적으로서 익힐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익혔고,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최고의 도적이 되었다. 도적으로서 배운 단검술은 앞으로 내가 모험가가 되어 동료들을 모을 때 많은 도움이 되리라. 그런데 어디서 굴러들어 온 지도 모를 저 요괴(!)같은 여자가 내 자부심을 왕창 깨 부수고 말았다. 이럴 수는 없다. 나는 그 여자들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어디 두 고 보자. 그 지갑은 내 거다. 절대 빼앗길 순 없어. "와아 ! 찾았다 !"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여 관을 찾았다. 아르메리아의 귀 덕분이었다. "역시 여기가 맞네요. 나가는 발소리를 듣고 찾아왔더니." 역시 엘프의 귀는 큰 만큼, 값어치를 한다. 말이 좀 이상한가. 너무 기쁘니까 그런 건 괜찮다. 솔직히 오늘은 노숙하기 싫었어. 여기 여관이 있었다니. 역시 그 동안 너 무나 도시에 안 온 게 탈이었어. "자, 그럼 짐을 올려다 놓자. 영차 !" 오늘 시장에서 사 온 짐들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가는 나. 옆에서 걱정하듯 지켜보 는 아르메리아. "언니. 그 짐, 무겁지 않아요? 저도 좀 들 테니까......." "괜찮아. 이런 건 남자가 드는 거........ !" 윽 ! 실수. 이거 정체가 들키는 거 아냐? "아가씨. 그만 내려놔요. 내가 들어줄 테니까." 옆에서 다가오는 여관의 주인장 아저씨. "아, 아..... 괜찮아요." 정체가 들킬 경우 일어날 일이 상상된다. 으.... "이런 건 남자가 드는 거라면서? 아가씨들은 올라가서 쉬게." 웃으면서 짐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아저씨. 그리고 그 뒤를 따라가는 한 사람과 한 엘프. 몸이 여자가 되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레이니였다. 골목길에 숨어서 음흉하게 웃는 작은 그림자. '후후훗. 거기 있었군. 기다려라. 내 지갑아.' - 계속 - 후기)여관이 너무 가까이에 있었나? 레이니 일행이 머물 여관이 들켰네요. 자, 내일 은 어떻게 될까요? 레이니는 과연 자기 지갑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꼬마 도적의 이름으로 정한 브리즈는 미풍, 산들바람이라는 뜻입니다. 이름 정하기도 힘드네요. 도적질을 하려면 은밀하게 ! 그러니까 태풍이니, 폭풍이니 하는 이름을 지었다간 소매치기가 아니라 산적이나 해적이 될 거고, 그래서 미풍이라고 했 습니다. [레이니] 2-25 내 지갑을 사수하라(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5 19:44 조회:617 공룡 판타지 2-25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9) 이제 잘 시간이다.......... 아니다. 일단은 저녁을 먹어야 한다. 식당으로 내려가는 레이니와 아르메리아. "여기 아르케옵테릭스 구이 2인분 !" 확실히 그 고기를 못 먹은 것에 한이 맺혔나 보다. 당장 주문하는 게 그거다. "언니. 전 그거 시킨 게 아닌데요." 점잖게 끼어 드는 아르메리아. 그러나 레이니의 다음 말은..... "아, 그건 내 거야. 아르메리아도 좋아하는 거 시켜." "언니....... 혼자서 2인분을 다 먹을 수 있어요?" "어. 언니....." 와그작와그작쩝쩝꿀꺽꿀꺽와삭와삭. 잠시도 쉬지 않고 먹는 언니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뭐 배고프다는 건 인정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좀 많이 먹는데.....' 엘프가 인간보다 적게 먹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많이 먹는 것도 아니지만, 아르 메리아에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직 성장기라고. 게다가 앞으로는 제대로 먹지도 못할 거고. 여행하는 중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니까 지금은 먹어두는 거야. 게다가 배도 고프고. 와그작와그 작와그작." 17세라면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저러면 살이 찔 까 걱정이다. "언니. 그러다가 살찌지 않아요?" "괜찮아. 괜찮아. 그보다 아르메리아는 그거 먹고도 배 안 고파?" 레이니의 식사량에 비해 적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적은 아르메리아의 식사량. "걱정 마세요. 언니. 이것도 많은 걸요. 하지만 소리내서 먹지는 마세요. 기분 나쁘 겠지만 교양 없는 여자라는 소리 들어요." "그리 큰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문화의 차이라고 해야 할 지. 종족의 차이라고 해야 할 지. 엘프의 귀가 우리보다 크다는 게 문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귀가 크고, 소리를 잘 듣는다는 점은, 레이니 의 먹는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문제를 초래했다.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못 듣 는데. "조용히 드세요. 언니." 아르메리아의 말. 도저히 그 씹는 소리를 견딜 수 없었나 보다. 하지만..... "이 이상 어떻게 조용히 먹어?" 하지만 나로선 이게 가장 조용히 먹는 거라고. 먹는데 소리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잖 아. 게다가 내가 듣기도 어려울 만큼 작은 소리라고. "제가 먹는 걸 잘 보세요." 나이프로 고기를 자르고, 포크로 고기를 찔러서 조용히 입으로 가져가는 아르메리 아. "?????" 어떻게 이런 일이? 소리가 안 난다. 내 귀도 보통 사람의 청력을 능가하지만, 전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씹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 어떻게 한 거야? 혹시 그대로 삼킨 거 아냐? 아르메리아." "후훗. 이건요. 소리가 안 난 게 아니라 소리를 안 들리게 한 거예요." "어떻게 한 건데?" "입안에 음식을 넣고, 넣자마자 입을 다물기 시작하는 거예요. 씹는 동작이 느리기 때문에 소리가 덜 나는 거예요." "그럼 식사시간이 오래 걸릴텐데?" "그건 염려 마세요. 잘 보세요." 나는 아르메리아의 입을 주시했다. 그런데....... 입이 움직인다. 씹는 동작이다. 상당히 느리다. 그리고........ 동시에 손이 움직인다. 고기를 써는 동작, 그리고 포 크로 고기를 찍고, 입으로 고기를 가져간다. 그 동안에도 씹고 있다. 입이 씹기를 멈 추자 포크가 입으로 간다. 고기가 입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씹는다. 동시에 고 기를 써는 동작을 한다. '동시에 2가지 동작을 하고 있어?' 저런 게 가능한 건가? 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아르메리아를 바라보고 있었 다. 말이야 쉽지만, 옛날에 쌍검을 써 본 적이 있어서 안다. 동시에 두 가지 동작을 하면서 몇 번이나 실수를 했던가. 검을 한 자루만 들기보다는 두 자루를 드는 게 낫 지 않나 해서 치매사부에게 물어봤더니, 그런 말이 나왔다. "두 자루의 검을 다루는 것은 한 자루에 비해 몇 배나 어렵다. 넌 한 손으로 글씨를 쓰면서, 다른 손으로 검을 휘두를 수 있냐?" "아, 아뇨....." 그런데 아르메리아는 그 고난이도의 동작을 너무나 쉽게 하고 있다. 나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소리 안내고 먹는 그녀의 묘기를 구경하는 게 더 바빴다. 어떻게 하면 저럴 수 있을까. 나는 그녀를 계속 주시했지만, 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지가 않았 다. "언니. 이제 방으로 올라가요." "응."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벽에 붙은 수배용지. 그리고 그 안 에 든 수많은 얼굴들. 그 중 하나가 낯이 익다. "????" 저 얼굴은? "아까 그 남자아이인데요." 그 녀석이다 ! 아까 내 지갑을 훔쳐가려고 했던.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건 그 녀석 에게 붙은 현상금이었다. 자그마치 3000쥬엘. 이 여관 정도는 300일을 머무를 수 있 는 금액이다. "아까 잡아버릴 걸 그랬나?" "굳이 그럴 건 없잖아요. 아직 어린데." "그래도 그렇지. 3000쥬엘이면 여행비용으로 잘 쓸 수 있을 텐데." "지나간 일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요. 이제 올라가요." "........" 그래. 그 녀석에게도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방에 가서 쉬 자. 여관 근처의 골목길.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눈동자. "흐흐흐. 오늘 밤이다. 기다려라. 내 지갑아." - 계속 - 후기)그 짧은 순간이 왜 이리 안 써지는지. 이상하게 오래 걸렸습니다. 식사 끝나고 올라가는 게 무지 어렵더군요.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는 게 절실히 느껴지는군요) 자, 내일은 드디어 기대하시던 도적과의 전투..... 가 아닌데요. "그럼 뭐야? 빨리 보여주란 말야 !" 그렇게 목욕 장면이 보고 싶으셨나? "뭐?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독자들 - 이런.....) 그럼 말이 달라지지. 흐흐흐흐 흐." 이런 독자분들이야 설마 없으시겠지요? [레이니] 2-26 내 지갑을 사수하라(1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6 19:23 조회:638 공룡 판타지 2-26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10) "언니. 목욕하러 가야지요." 아, 그렇구나. 자, 그럼 옷을 벗고 들어가자.... "저, 언니. 그 쪽은 남자 목욕탕인데요?" "아, 미안." 습관은 무서운 거다. 그럼 여자 목욕탕으로..... "........." 가만. 그럼 그것은..... 내가 아르메리아와 같이 목욕탕에 들어간다는 건데..... 거 기까지 상상한 내 얼굴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여자 목욕탕에 들어간다 -> 아르메리아와 같이 목욕한다 -> 그녀의 몸을 다 본다 -> 내 몸도 다 보여준다.' 이, 이거 괜찮을까..... 아무래도 남자한테 몸을 보여주는(결과적이지만) 건 안 좋 을 텐데. "나, 난 나중에 할게. 아르메리아." "그럴 건 없어요." "하지만, 난...." 으. 주위에 사람들이 있으니 '난 남자인데요.'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 말을 해도 아무도 안 믿고, 그 말을 할 처지도 아니고. 제발 엘프의 뛰어난 감각으로 내 마음을 읽어주기 바래. 아르메리아. "그건 염려할 거 없어요. 제가 언니 몸을 하루이틀 본 것도 아니고." 뭐? 뭐? 뭐라고라고? "자, 들어가요. 언니." 얼떨결에 아르메리아에게 손을 잡혀 끌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그게 무슨 뜻이 지? 검사로서 수치스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 조심조심. 되도록 아래쪽만 바라보자. 조 심조심. "언니. 물건 떨어진 거 있어요?" "아, 아니. 다만....." "그냥 고개 드세요. 어차피 익숙해져야 하는데 뭘." 하긴, 앞으로는 익숙해져야 한다. 저주가 풀릴 때까지 얼마나 걸릴 지 모르니. 내 몸을 바라볼 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는 건 곤란하니까. 하지만, 역시 싫어 ! 보통 남자 들은 이런 상황을 꿈꾸겠지만, 난 싫어 ! 내 몸이 정상이 아니니까 이런 곳에 올 수 있다는 거잖아 ! 자신의 몸이 어떤 지 구체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에 오긴 싫단 말이야 ! 내가 남자로 돌아가면 또 다르지만. 아, 이건 농담. "농담도 가려서 해요. 언니." 옆에 엘프가 있다는 거, 의외로 무섭다. 힘에 얼마나 민감하면 남의 마음을 속속들 이 다 아는 거냔 말이다. "자, 고개 드세요. 언니." 얌전히, 아니 별 수 없이 고개를 드는 순간,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초록색 긴 머리를 가진 나신의 미녀였다 ! 얼굴이 순간적으로 빨개지는 나. 힉 ! 이거 무례한 짓을 한 거잖아? "아,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그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나. 그런데..... "푸훗 !"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아르메리아. 결국 입을 가리고 웃기 시작한다. 왜 그러 는 거야? "호호호, 언니. 그건 거울이예요." "거울? 그럼..... 저게 나란 말이야?" 다시 거울을 똑바로 바라보는 나. 그 안에는 얼굴이 좀 빨개진 여자아이가 서 있다. 얼굴을 볼로 가려보자. 붉어진 볼을 가느다란 손가락이 가린다. 고개를 숙이자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손 등을 덮는다. 다시 고개를 든다. 눈앞에는 좀 크긴 하지만 상당히 아름다운 가슴이 있다. 잘록한 허리. 새하얀 피부. 길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 나는 필사적으로 결점이 있는 지 찾았 지만, 하나도 없었다. 내가 여자 보는 눈이 없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했다. 저렇게 예쁜 여자가 하필이면 나라니. 저 몸매를 봐. 저 피부를 봐. 저 고운 머리칼 을 봐. 저 아름다운 얼굴을 봐. 완전히 공주님이다. 갑자기 서러워진다. "어, 언니. 울지 마세요." 역시 목욕탕에선 목욕이나 해야겠다. 습기가 너무 많아서 눈앞에 물이 고인다. "괜찮아. 그만 목욕하자." "언니....." 필사적으로 눈물을 감추고 목욕에 열중하는 언니. 정말 불쌍하다. 생각보다 충격이 컸나보다. 하긴 얼굴은 봤어도 전신을 본 적이 없었으니. 각오는 했다고 해도..... 잠시 언니를 바라보다가 내 몸을 보니, 다른 데는 안 딸리는데 가슴이 딸린다. 약간 작다. 물론 그리 작은 건 아니지만. 그만 하자. 지금은 목욕이나 하자. 나중에 저주의 이론을 알게 되면 써먹어야지. "휴우." 겨우 목욕을 끝냈다. 여자의 몸으로 목욕하는 게 처음이라 문제는 좀 있었지만, 아 르메리아의 도움으로 무리없이 목욕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비참하다. 왜 내 가 그런 걸 해야 하는 거야? 생각하기도 싫어 ! 일단 잊자. 다음 목욕 때까지는. 이제 옷을 입고 객실로 올라가서 자면 끝이다. 그런데..... "으....... 제발 좀 들어가라." 역시 가슴을 너무 꽉 조이는 건가? 잘 안 된다. "그러니까 넉넉하게 하고 다니라고요. 언니." "하지만, 이건 너무 크니까....." "남들은 키우려고 안달을 하는데, 언니는 참." "하지만 창피하니까 그렇지." "가슴에 멍이 들면 어쩌려고 그래요? 언니. 게다가 그 정도면 적당한 크기 아니에 요?" 하지만 나한테는 크다고 ! 결국 눈물을 머금고 가슴에 여유를 주어야 했다. 으. 못 살아. 가슴을 칼로 잘라버 리는 것도 검토했지만, 그럴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아르메리아가 결사반대를 하는 거다. "만약 이게 언니의 몸이 아니라면 어쩌려고요?" 할 말 없다. 결국 손들었다. 가서 잠이나 자자. "잘 자. 아르메리아."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나. "예. 언니. 좋은 꿈꾸세요." 옆 침대에서 편한 자세로 대답하는 아르메리아. 불을 끈다. 훅 ! 취침 시작. 쿨쿨쿨. "흐흐흐. 드디어 때가 왔다. 저 야비한 여자가 강탈한 내 지갑을 되찾는 날이." 여관의 벽을 기어오르는 그림자. - 계속 - 후기)드디어 내일이군요. 과연 레이니는 자신의 지갑을 이대로 털릴 것인가? 그리고, 오늘은 왜 이리 힘든지. 자료 좀 가져가려고 다운받으려니 프로그램 오류. 접속종료. 이 메시지를 몇 차례나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올리는 게 제대로 올 라갈지 의문이고. 이 **** 로우텔. (****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넣으면 됩 니다. 알아서 자체검열했습니다) [레이니] 2-27 내 지갑을 사수하라(1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7 20:56 조회:617 공룡 판타지 2-27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11) 유로 제국 건국 532년 3월 19일. 봄이 막바지에 이른 날. 그 더운 날 밤에 벽을 기 어오르는 작은 그림자가 하나. 더위에 지칠 법도 한데 그런 기색도 없다. '자, 이제 창문으로 들어가자.' 조심스럽게 몸을 들어 벽에서 창문으로 옮기는 꼬마. 창문에 몸이 닿자 그림자가 소 리도 없이 손을 창에 가져간다. 나무로 된 창이 서서히 열린다. 창의 틈으로 보이는 나무로 된 자물쇠를 자르고, 서서히 문을 민다. 보통은 실 하나도 안 들어갈 만큼 작 은 틈이지만 꼬마에겐 그 정도로 충분했다. 그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작은 톱이 들어 갈 정도의 크기라면 되니까. 창문이 열렸다. 밤바람은 차다. 그 바람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 씌워둔 천을 덮어두고, 소년은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깨어나지 않는다. 단지 정적만이 그를 환영해줄 뿐이다. '자, 이제 물건을 찾자.' 주위를 둘러보는 소년. 어둠 속에서도 물건을 찾을 수 있게 단련된 노련한 도둑의 눈이다. 돈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눈은 그의 믿음을 배신하 지 않았다. '찾았다.' 짐을 들고 가기 위해 침대로 접근하는 소년. 그리고 손이 그리로 뻗는다. '이 가방만 가지고 가면 된다. 아마 돈 될 만한 것이 좀 들어있을 거야.' 어둠 속에서 빛나려면 스스로 빛을 뿜어내야 한다. 반짝이는 것이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다. 이 말은 이번에도 정확했다. 소년이 본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별빛만이 비춰 지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그에게 날아왔다.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무언가가. ' !!!!! ' 무엇인지는 모른다. 단지 목숨이 위태롭다는 직감으로, 소년은 몸을 날렸다. 머리 위에 죽음의 손길이 스쳐간다. 재빨리 몸을 굴리는 소년. 검이다. 검이 소년을 노리고 있다. 아까까지 소년이 있던 자리에 검이 휘둘러진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 이번 일은 실패다.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소년은 몸을 날 려 창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이 녀석 ! 너 낮에 만났던 그 꼬마 소매치기지? 용서해주니까 이게 기어올라와?" 그 구두쇠 여자 ! '으아악 ! 어떻게 안 거야? 저 여자, 인간 맞아?' 레이니의 발이 브리즈의 얼굴에 날아온다. "으아악 !" 애처로운 비명소리. "이 꼬마를 어쩔까? 아르메리아. 역시 경비대에게 넘겨서 현상금을 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여행비에도 보탬이 되고." ".........." 뭐, 죽이지야 않았지만, 상당히 많이 맞은 모양이다. 얼굴이 퉁퉁 부어있다. 도둑의 생명인 은밀함을 잃은 자의 말로다. '나쁜 여자 같으니. 세상에, 발로 얼굴을 마구 걷어차?' 차마 입을 열 수는 없다. 그랬다간 더 차인다. 아까도 그랬다. 콰앙 ! 한 방에 걷어차이고 나가떨어진 브리즈. 도망갈 길을 찾지만 창문은 막히고, 방문은 잠겨있다. 방문을 열고 달아나기 전에 잡힐 게 뻔하다. 그렇다면..... '만들기 힘든 거지만 별 수 없지.' 일단은 도망치는 게 우선이다. 연막탄을 꺼내 드는 브리즈.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 는 레이니. "엉뚱한 짓은 그만하고 그냥 손들어라. 지금 손들면 관대하게 봐줄 수도 있다." 칼을 흔들면서 말하는 레이니.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럴 용의는 있었다. 하지 만..... 사람 말을 믿지 않는 도둑에게 그런 진심 어린 말이 먹힐 리가 없다. 칼에 맞아 죽을 뻔했다고 믿는 브리즈에게는 더구나. 휙 ! 연막탄을 던지는 브리즈. 도둑들의 비밀무기인 연막탄이 터지면서 일어난 요란한 폭 음 ! 그리고 앞을 가리는 연기 ! 브리즈는 재빨리 연막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 연기는 상당히 매운 것으로, 들이마시 면 심한 기침과 함께 잠시동안 행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일어나라는 연기는 일어나지 않았다. 폭음도 들리지 않았다. 기형으로 보이는 귀를 가진 금발머리 여자가 손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둥근 구슬이 생겨 있고, 연 막탄은 그 안에 갇혀 있었다. "이런 걸 여관에서 터뜨리면 안 돼요." 동시에 브리즈의 얼굴에 날아드는 발 ! 어느새 신발까지 신고 있는 레이니의 발이 다. 쾅 ! 벽에 날아가 쳐 박힌 브리즈. 비명이 여관을 뒤흔든다. "으아악 ! 못된 여자 같으니. 세상에, 얼굴을 발로 차다니. 저래가지고 어떻게 남자 한테 꼬리를 치려고....." 세상에. 그런 말을 하다니. 넌 죽었다. 브리즈. "이 자식이 ! 아르메리아, 빨리 여관 주인 아저씨 불러와. 빨리 안 부르면 이 녀석 은 나한테 죽을 거야." "아, 예." 그 말이 진심이란 걸 알고, 후다닥 뛰어나가는 아르메리아. 자신의 말을 증명이나 하듯, 레이니는 꼬마 도둑 브리즈를 마구 짓밟기 시작했다. "도둑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설교야? 이 녀석, 어디 맛 좀 봐라. 관대하게 용서해주 니까 또 나타나서 도둑질이야?"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 "사람 살려 !" 경비대원들이 브리즈를 체포해서 데려갈 때, 브리즈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다행히 중상을 입은 건 아니지만, 너무 많이 맞아서 얼굴이 퉁퉁 부었다. 더 큰 문제는 그 비명 소리가 너무나 처절하다는 것이었다. 얼마나 세게 때 리면 그 비명소리 때문에 시민들이 다 깨어나겠는가. 적어도 100명 이상의 시민들이 그 비명 소리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 현상금은 다음날 아침에 영주님의 성에서 받기로 했다. 일단은 여관방에 돌아오는 레이니와 아르메리아. "나쁜 녀석 같으니. 창문이 저렇게 활짝 열려서 어떻게 자?" 하긴 여자들 방의 창문의 자물쇠가 망가진 건 좀 그렇다. "저..... 그런데 어떻게 도둑이 들어오는 걸 알았어요?" - 계속 - 후기)좀 세게 때렸나? 하긴 아직은 '내 지갑을 사수하는' 레이니의 고난은 끝나지 않 았습니다. 아직 새 이야기로 들어가지 않았으니까요. 음. 불쌍하군 브리즈. 등장하자 마자 스타일을 완전히 구기는구나. 그리고 개인적인 불평. 왜 이 로우텔 2000은 이 모양이야? 차라리 99 플러스로 바꿀 까? 자료 다운도 안 되고(다운받으려니 배째 주의로 나오고), 대화도 안 되고. 신경 질나서 죽겠습니다. 그렇다고 안 쓸 수도 없고. 내가 미쳐. [레이니] 2-28 내 지갑을 사수하라(1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8 19:01 조회:629 공룡 판타지 2-28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12) "저야 소리를 듣고 누가 들어오는 걸 알았지만, 언니는 그렇게까지 귀가 밝지 않은 데. 게다가 어둠 속에서 어떻게 그 애라는 걸 알고 검을 휘둘렀어요? 그것도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레이니는 그 녀석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 단지 겁만 주고 쫓 아내려고 한 건데, 브리즈 녀석이 말을 잘못하는 바람에..... "아, 그거?" 웃으면서 아르메리아에게 대답하는 레이니. "그건 간단해." 아르메리아를 바라보며 침대에 앉는 레이니. "옛날에 사부님이 자주 밤에 습격을 하셨거든. 날이 잘 선 칼로 침대에서 자는 나한 테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거야. 처음엔 나무칼로 했지만. 그렇게 시달리다 보니까 어 느새 도둑이 들어오는 걸 자면서도 알 수 있게 되더라고. 알고 보니 생명의 힘만 느 낄 수 있으면 상대가 어디에서 뭘 하는 지 대충은 알 수 있더라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 때 생각을 하니 치가 떨린다. 평안한 수면이라곤 기대 할 수 없던 그 시절. 잠들면 놔둘 것이지, '만약 네가 기사가 되어 옳은 일을 하면, 네게 원한을 품은 악인들이 밤에 자객을 보낼 지도 모른다.' 는 핑계로 '한 밤중의 칼질'을 해대던 생각을 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메리아. "실력이 있는 분이셨군요." "응." 레이니의 눈에 물기가 보인다. "자, 그만 자요. 울보 언니." "아, 이건 졸려서 하품이 나와서 그런....." "네. 알았으니까 그만 자요. 내일은 영주님의 성에 가야 하니까." 침대로 가서 눕는 아르메리아. 아침이다. 어제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일어날 순 있었다. 치매 사부한테 시달리는 것보다야 쉬운 일인걸. 어리석은 꼬마 녀석. 감히 나한테 한밤중의 습격을 가하다니..... 윽 ! 생각하기 싫 은 게 떠오른다. 뭐 어째? 남자한테 꼬리를 쳐? 난 그런 데 쓸 꼬리 없다. "언니. 그럼 영주님의 성으로 가야지요." "그러지. 그런데 이 짐들도 가지고 가야 하나?" "아마 그래야 할 거예요. 어차피 성에 들렀다가 곧장 떠나야 하니까." "그건 그래." "그래서, 저 여자가 바로 그 여자라는 거지?" "예." "하지만, 우리가 찾는 목표인지는 모르는 일이지." "단지 그 마을 부근에서 쓰러졌다는 것만으로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사이드가 자 신의 곁에 공주를 두고 길렀다는 정보는 없습니다." "그럼 잘못 짚은 건가?" "그럴지도 모릅니다." "음. 팔레르 마을의 감시조의 연락은?" "사이드와 같이 살던 소년은 아무래도 사망한 듯 합니다. 라이어의 마지막 연락으로 는 분명히 사이드와 같이 있었다고 합니다." "음. 그럼 그 꼬마 녀석은 찾아도 소용없겠군. 그럼 라 브레이커는?" "사이드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검의 마력은 아직 감지되지 않았습 니다. 만약 그 검을 사이드가 가지고 있었다면....." "그 검을 깨우지 못하면 라 브레이커도 결국 보통의 검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뭐라 할 수 없다. 검이 파괴되었다면, 그 잠재된 힘이 무슨 천재지변을 일 으켰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운석은 그 바보가 소환한 거니까. 그보다, 녀석의 집에 대한 수색은?" "운석이 떨어질 때 같이 파괴되었답니다. 현재로서는 정보가 될 만한 것이 없습니 다. 아, 하나 있다고 하는군요. 마을에 있는 병원의 의원이 사이드와 친했다고 합니 다. 어제 납치하려다가 단장님께 보고 드린다고 오늘로 늦추....." "바보짓 하지 말라고 해. 이곳은 우리 제국이 아니다. 잘못하면 일이 귀찮게 될 거 다." "예. 하지만 제 2조장은 그 자를 잡아 심문하고 싶다고 하는군요." "그럴 것 없어." "예?" "한패든, 한패가 아니든 우리는 일단 그를 잡고 나면 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죽여야 하는데, 그런 작은 마을에서 그게 숨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나? 게다가 그가 우리 일 과 관련이 없다면? 이번 운석 낙하가 자연적이 아니라는 게 발각될 수도 있어. 신중 히 움직여야 해." "......." "게다가 그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나지 않았나? 그가 사이드와 한패라면 당연히 지 금쯤 무슨 행동을 했을 거다.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렇게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그 냥 놔두고, 검의 수색을 서둘러야 한다. 검의 봉인이 풀렸으면 좋겠는데....." "그 마력은 너무 강대합니다. 공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봉인을 푸는 건 아무래도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하겠지요." "안전? 안전한 장소가 어디에 있나? 여태까지 그 검의 봉인을 푼 사람은 아무도 없 어. 죽고 싶지 않으면 아마 봉인된 채로 놔두겠지." "그럼 찾을 가망은....." "지금으로선 없어. 그 바보 같은 라이어 놈이 실수하는 바람에 문제가 커졌어. 사이 드만 살아있으면 녀석을 잡아서....." "그럼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리츠를 잡아야 하겠군요." "그래. 하지만 우리가 가기에는 너무 멀어. 일단 제 2조장에게 연락하게. 경거망동 하지 말고 일단 감시만 하라고. 자넨 저 여자를 감시해봐. 단서는 라이어 녀석 때문 에 다 사라져버렸어. 지금은 라 브레이커를 찾으러 간 3조에게 기대해야 할 것 같 네." "하지만 3조의 마법사는 좀....." "나도 마법사 놈들은 신뢰하지 않아. 입만 살고, 비리비리한 녀석들. 하지만 마법검 을 탐지할 수 있는 건 그 녀석들뿐이니." "알겠습니다. 하지만 3조는 지금 어디 있는 겁니까?" "....." "알겠습니다." - 계속 - 후기)으. 이 짧은 내용을 쓰는 데 3일이나 걸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더군요. 펑크낼까봐 조마조마하며 쓰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로프 아저씨 의 납치극을 그리려다가, 수정하고 내용을 고치고, 중간에 넣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해 서 전에 연재된 부분을 고치려고 하기도 하고, 하지만 결국 그럴 필요는 없더군요. 두 번째 이야기의 뼈대는 정했으니 관계 없지만, 살까지 미리 붙이고 시작한 연재가 아니기에, 골치가 아프더군요. 그렇다고 미리 다 완성해놓고 글을 쓰는 건 너무 힘들 고. 그런데 3일이나 결렸는데 왜 연재가 펑크가 나지 않냐고요? 미리 비축하니까 그렇지요. (^_^) 비축량이 줄어들 때마다 달달 떨긴 하지만, 그래도 미리 써야 펑크라는 최악의 상황 을 면할 수 있거든요. 전 밀렸다가 왕창 쓰는 거하고는 취미가 안 맞아서. 물론 그리 많은 비축량은 아니지만. 게다가, 미리 다음 이야기의 뼈대를 세우지 않으면 글이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지 갑 사수 이야기 이후 나올 세 번째 이야기도 그렇지요. 미리 뼈대를 만들어 놔야 전 체 제목도 안심하고 정하고, 글의 구조도 그럭저럭 봐줄만한 게 되지요. 하지만 글 전체의 뼈대는 잡았어도, 세부적인 근육구조라든지 피부구조라든지 그런건 아무래도 미리 잡기가 어렵더군요. (제가 무슨 재주로 소설 책 몇 권 분량을 연재 전에 다 해 놓는단 말입니까) 그저 이 녀석이 살 붙이느라 애먹는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오 늘 연재분은 좀 재미없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우리의 숏다리 아저씨의 소식을 궁 금해하실 듯 해서 넣었습니다. [레이니] 2-29 내 지갑을 사수하라(1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19 19:47 조회:624 공룡 판타지 2-29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13) "예에에에에? 현상금을 줄 수 없다고요?" 놀라서 외치는 아리따운 목소리. "그래. 녀석이 중간에 도망가 버렸어. 그래서야 현상금을 줄 수 없는 건 당연하잖 아?" 퉁명스러운 대답. 도대체 저런 인간이 어떻게 이 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병인 지. 극도로 불친절하다. 그렇게 두들겨 맞고 늘어진 도둑 하나 못 잡아? "어떻게 된 거예요? 그 녀석은 도망칠 기운이라곤 없을 텐데."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물론 이 도시의 경비병들의 전반적인 무술 수준이 낮다는 건 안다. 과거에 나하고 무술 시합을 할 때마다 두들겨 맞기만 했던 친구들이니, 하 긴 내 앞의 이 친구도 나하고 시합해서 깨진 전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 렇지, 어떻게 그런 누더기를 놓치냐? "그 꼬마 녀석, 줄을 끊고 도망쳐버렸다. 생각보다 대단한 놈이야. 줄로 팔과 다리, 몸을 모두 묶어놓아서 도망 못 갈 줄 알았는데.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달아나 버렸더 구나. 미안하지만 도리가 없다." 이 녀석, 누구더라. 애고. 기억이 안 난다. 이것도 여자가 되느라 생긴 기억상의 문 제인가. 이름이 있었는데 흐릿하다. 하지만 지금 이 녀석은 내가 누군지 모르고 있 다. 그러니 그냥 편하게 '경비병 아저씨'라고 부르자. "경비병 아저씨 !" 그런데 이 말을 들은 '아저씨'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는 거다. "이봐. 아가씨. 난 아직 결혼 안 했어. 총각의 장래를 망치지 말라고." "........" 으.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럼 오빠라고 할까요? 그럴 수는 없잖아요. 초면인데." 양심에 찔린다. 검술시합 할 때 분명히 봤으니까. 그 때 이름을 한 번 들었지만, 워 낙 순식간에 승부가 났고, 그 뒤에 잊어먹었다. 그러니 이름을 부를 수는 없다. "그냥 아저씨라고 불려야 하겠네요." 내 말이 아니다. 목소리가 다르다. 내 목소리와 비교해서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은, 하지만 평균치를 웃도는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가씨." 급히 고개를 굽히는 경비병 아저씨. 그리고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히이이이익 ! 큰일이다 !' 누군지 짐작이 간다. 약간 마르고, 어울리지 않는 드레스를 차려입었지만, 그렇다고 도마뱀이 공룡 되는 거 아니다. 여자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사실이 그렇다. 저 말괄 량이가 그런다고 숙녀가 되겠나. 나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한 채 품위를 유지하 느라 애쓰는 람포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아야 했고, 동시에 내 정체가 들킬까봐 조 마조마했다. 람포가 누구냐고? 영주님 따님이자, 날 악착같이 따라다니면서 괴롭힌 여자다. 소꿉 친구라고 하면 될 거다. 친구라기엔 좀 곤란하지만. 말하기 싫다. 친구라고 하기엔 곤란한 게, 나만 일방적으로 당하던 관계였으니까. "알로야. 우리 공룡 잡으러 가자. 나, 람포링쿠스 키우고 싶어." 미쳤어. 1미터짜리 익룡을 잡으러 가자고? 겨우 열 살 짜리 꼬마 둘이서? "알로야. 다리 아파. 업어 줘." 그러려면 왜 나오자고 한 건지. "꺄아아악 ! 사람 살려 !" 놔, 놔 ! 이러면 꼼짝할 수가 없잖아. 칼을 뽑아드는 나. "이거 놔 !" 자기가 먼저 나한테 달려들고는 야단이야. "알로야. 저거 봐. 람포링쿠스야." 하늘을 나는 익룡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다만..... 내 머리에 달려드니까 문제지. "꺄아악 ! 살려 줘." 검술 배운 건 다 어디다 까먹었는지, 비명만 지르는 람포. "저, 저게 뭐야?"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저건 5미터짜리 육식 공룡 케라토사우루스.... 뭐야? 왜 저 게 나타났어? "으아악 ! 꺄아악 !" 비명만 지르지 말고 좀 피해라. "꺄악 ! 알로야 !" 역시 열 살 짜리가 케라토사우루스에게 맞서는 건 무모한가. 걷어 차여서 날라가는 나. 만약 평소에 단련을 해두지 않았다면 죽었을 거다. 아마 사부에게 감사한 게 이 때가 유일할 거다. 무모하게 돌진하다가 케라토사우루스에게 잡히던 케라토 형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때 아비알 누나가 형을 돕는다고 검을 뽑아 달려가다가 꼬리에 맞아 나가떨어지던 모습. 결국 람포를 집어삼키던 케라토사우루스의 모습. 나도 모르게 그녀를 감싸고 몸을 날리던 그 때의 나. 결국 치매 사부에게 목이 잘리는 공룡의 최후. 5미터짜리 공룡이 쓰러지던 모습은 내게 인상깊게 남았었다. 어쩌면 내가 기사가 되겠다고 한 건 그 일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뒤로부터 검을 연습할 때마다 그 장면을 떠올리곤 했다. 하긴 그 때 인간적으로 못 할 짓을 하긴 했다. 내가 람포를 덮쳤냐고? 에이. 무슨. 열 살 짜리가 무슨 그런 짓을 해? 내가 아니고 케라토 형 얘기다. 아마 그 때 아비알 누나와 케라토 형이 사귀기 시작했을 거다. 그 러니 못 할 짓을 한 거지. 누나에겐 평생을 망치게 된 계기라고 할 까나. 그 뒤로 람포와 내가 어떻게 되었냐고? 뭐, 그대로였지. 다만 그녀가 내게 더 가까 이 달라붙었다는 것만 제외하곤 별다른 게 없었다. 내 애인이었냐고? 아니. 그게 무슨 애인 사이냐? 불쌍한 오빠와 말괄량이 여동생의 관계지. 왜 내가 그녀가 사고치면 뒷처리를 하려고 뛰어다녀야 하냔 말이야. 그 덕에 고생 많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추억일 뿐이다. 이 저주가 풀리면 그녀 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그녀. 아마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 다. 그만 하자. 지금 그녀가 내 앞에 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어울리지 않아. 마냥 까부는 게 어울려. 마치 상중인 부인 같아..... "별 일 아닙니다." 사실이 그렇다. 도둑을 잡긴 했지만 경비병들이 놓치는 바람에 하나마나 한 일이 되 었으니까. "......." 옆에서 뭐라고 경비병 아저씨가 떠들지만, 난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가 너무 시 무룩한 게 내 주의를 끈 것이다. 뭐랄까? 마음에 걸린다. "죄송하게 되었군요. 안녕히 돌아가시기를." "예. 아가씨." 서로 고개를 숙이는 나와 람포. 돌아서는 그녀의 등이 쓸쓸하다. "아가씨가 왜 저러시죠? 무슨 일이라도?" 나는 경비병 아저씨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대답은.... "며칠 전에 아가씨 애인이 죽었답니다." 짐작이 간다. 자세히 말하는 건..... 넘어가자. - 계속 - 후기)그녀가 누구냐고요? 말 그대로 소꿉친구입니다. 친구 이상 애인 이하..... 그렇 게 말하면 되겠군요. 도마뱀이 공룡 되는 거 아니다..... 조악한 비유가 되었군요. 여자한테 쓸 말도 아 니고. 하지만 이 시대에는 호박도 수박도 없으니,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 되냐?'라 는 말을 쓸 수 없더군요. 이런 것까지 고증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시대가 다르니 별 게 다 말썽이군요. 람포라는 이름은 쥬라기에 서식한 익룡 람포링쿠스에서 따 온 겁니다. 쥬라기 후기 에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공룡으로, 날개 길이 1미터가 되는 소형 익룡입니다. 여자아이 이름으론 좀 안 어울리지만, 그래도 이 시대의 익룡은 아름다운 편입니다. 단지 가설일 뿐이지만. 공룡류는 시력이 좋아서 색깔을 알아볼 수 있으니 그렇게 쓰 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공룡류가 상당히 지능적이고 온혈동물이며 털을 가지고 있다 고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공룡에게 털을 붙 이지는 않을 겁니다. (저도 좀 맘대로 합시다. 너무 큰 놈에게 털을 붙이면 이상해지 니까) [레이니] 2-30 내 지갑을 사수하라(1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0 09:34 조회:637 공룡 판타지 2-30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14) "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불쌍한 람포. 나는 단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멀어져 가는 과거의 추억이여. 안녕히. 내가 돌아오면 그녀는 이미 새로운 삶을 찾았겠지. 나 같은 건 가슴속에 묻어버리고. 부디 행복하길. 어떻게 성밖으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걸어나왔다는 것만이 기억날 뿐이다. 내 앞에 놓인 것은 길. 내 뒤에 놓인 것도 길.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여기 왜 서 있 는 걸까. "......." 아르메리아도 말이 없다. 난 여기 왜 있었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 앞이 캄캄하다. 잠시 기대어 쉬어야 하겠다. "언 ! 니 !" 이게 뭐야? 난데없이 소리를 버럭 지르는 아르메리아. "뭐? 뭐야?" 한심하게도, 정말 한심하게도 나는 우선 검부터 뽑아들었다. 누가 검사 아니랄까봐. "왜, 왜 그래? 아르메리아. 혹시 공룡이라도?" "........." 아르메리아는 말이 없다. 하지만, 상당히 기분 나쁘다는 건 알 수 있다. "아까부터 계속 불렀어요. 그런데 왜 가만히 있는 거여요?" "........" 할 말 없다. 아까부터 불렀단 말이지? "아, 그게, 그게 그러니까....." 난 듣지도 못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언니. 아까 그 언니, 그러니까 이곳 영주의 따님과 무슨 관계지요?" "아....."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의 아르메리아. 어느새 우리는 숲의 입구에 도달해 있었다. 그 새 그렇게 멀리 나왔나? 성문이 멀리 보인다. "그녀가..... 언니가 남자였을 때의..... 애인....." 뭐? 무슨 그런 무지막지한 오해를..... "아, 아냐 ! 그 앤 단지 여동생같은....." 무슨 애인이야 ! 사람 잡을 일 있냐? "애인에게 말도 못하고 떠나는 마음..... 고통스럽겠네요. 언니." 우아아아아 ! 오해라니까 ! 아무래도 안 되겠다. 무슨 말이든 해서 이 오해를 풀어 야겠다. "그건 오해라니까 ! 난 그 애하고 키스도 한 적 없다고 !"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나보다. 주위에서 작은 공룡들이 우루루 뛰어 달아난다. "어, 언니 !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어떡해요? 빨리 이리로 올라와요." 그렇지. 여긴 숲의 입구지 ! 만약 내가 지금 낸 큰 소리를 듣고 공룡들이 몰려오 면..... 한바탕 큰 싸움이 벌어질 거다. 재빨리 아르메리아의 뒤를 따라 나무 위로 오르는 나. 내가 이렇게 느렸나? 어느새 내 뒤에 나타난 공룡 한 마리가 내 등을 겨냥하고 발톱 을 휘둘렀다. 팍 ! 내가 미쳤냐? 등에 발톱 맞고 쓰러져서 공룡 식사가 되게? 난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았다. 어느새 나무에 올라 아래를 보는 나. 하지만 그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벌써 모습을 감추었다. 내가 올라가는 데 신경을 쓰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는 걸 인 정하더라도, 상당히 빠르다. 소름이 쫙 끼친다. '아무래도 생각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하자.' 저녁때까지는 달리는 데에만 집중해야겠다. '불쌍한 언니.' 아까부터 자꾸 불안하다. 아무래도 언제 땅바닥에 떨어질지 몰라서 그렇다. 내가 아 니고, 언니가. 역시 그 아가씨를 상당히 좋아했나 보다. 본인은 아니라고 부정하지 만, 아마 자신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자꾸 언니의 발걸음이 불안하다. 나무 위에서 달릴 때에는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한데. '불쌍한 언니?' 뭐가 불쌍한지. 람포 그 계집애하고 미쳤다고 결혼을 하냐? 여동생하고 결혼하는 오 빠가 세상에 어디 있냐? 하긴 그 녀석이 나하고 혈연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어릴 적부터 그녀와 있으면서 겪은 일은 하나같이 오빠노릇 하느라 고생한 것뿐이었 다. 무슨 애인이야? 부디 그런 망상에서 깨어나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기 바란다. 하긴 그 녀석도 불쌍하지. 그 표정을 보니 말할 뻔했다. 내가 살아있다는 걸. 하지 만 그랬다간..... 후환이 두렵다. 그 녀석에게 말할 바에는 차라리 아비알 누나한테 말하는 게 나을 거다. 그 녀석에게 말하면 아마 하루 내에 전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 들이 다 알게 될 거다. 그리고 아마 오늘 저녁쯤에는 그 복면을 쓴 자객들이 날 포위 해서 칼질을 할거다. 칼질한다고 내가 질 것 같진 않지만, 람포가 있는 이상 엄청나 게 내가 불리해진다. 그 계집애가 전력에 도움이 될 리가 없고, 아마 인질이 되어 날 골탕먹일 게 분명하다. 생각은 그만하고, 달리기나 하자. 미래는 내 앞에 있고, 과거는 이제 보이지도 않는 알로 본에 있다. 만약 내가 과거를 되찾는다면 그때는 그녀에게 가서 내 사정을 말하 고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리라. 그럼 그때까지 안녕. 나의 사랑하는 누이. "분명하다니까. 그 여자, 지갑 속에 엄청난 걸 숨기고 있는 거야. 분명히." 이 녀석, 그런 오해를. 두 번이나 깨지고도 아직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다. 열심히 동료들을 설득하는 브리즈. 목소리만 들어봐도 뻔하다. "이봐. 네가 두 번이나 실패할 정도면 그만 단념하는 게 어때? 이렇게 멀리 나오는 것도 위험하다고." 브리즈를 설득하는 덩치 큰 도둑. 하지만 그 설득은 별 효과가 없는 모양이다. 이렇 게 따라나온 걸 보면. "그래. 게다가 더 이상 가면 해 지기 전에 도시로 돌아갈 수도 없다고. 도적답게 자 신의 능력이 모자라면 물러설 줄도 알아야지. 게다가 그 여자한테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 "뭐라고?" 말하다가 놀라는 키 큰 도적. 이름이라도 알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복면을 쓰고 있어서 안 된다. "말도 안 돼. 원한이 없다고? 난 그 여자 때문에 감옥에 갈 뻔했어. 밧줄 푸느라 손 목 다친 것 봐. 게다가 감히 내 돈을 빼앗아? 얌전히 여자답게 지갑을 바쳐야지, 감 히 나한테. 그건 우리 도적 길드에 대한 도전이라고 !" 이 녀석, 어지간하면 그만하고 포기해라. 그러다 맞는다. "아무래도 그만 하는 게....." 이 녀석은 약간 키가 작은 땅딸보 도적. 어떻게 해서 저렇게 살이 쪘는지 불가사의 하다. 저 체격으로 얼마나 도둑질을 잘 할 수 있는지. "지금 뒤를 밟는거야. 그러다가 녀석들이 잠들면 이 수면제를 뿌리고 덮쳐서 ! 녀석 들의 돈을 털고 녀석들은 노예로 팔아먹을....." "너 아직도 그런 야욕을 품은 거냐?" "흐어어어억 !" 브리즈와 그 동료 도적들은 나무 위를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 계속 - 후기)아무래도 감옥에 가야 이 녀석 버릇이 고쳐질 듯 하군요. 어지간하면 포기하지. 세 번씩이나 등장하면 독자분들이 지루해하신다. 그리고, 위에 등장한 수수께끼의 공룡은 다시 나올 겁니다. 이름은 그때 말하지요. 추가)음. 판타지 종족의 정형성이라. 정윤미님의 생각은 참신하군요. 그 소리를 들으니 갑자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생각은 저도 했으니까요. 다만, 제 자신이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이상, 과연 자신의 생각을 잘 반영할 수 있 을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써 봐야 알지. 하지만, 어느 소설에나 나오는 '자존심만 센 멸망해가는 종족'으로 엘프를 그릴 생 각은 없습니다. (설정한 게 아까와서라도) 그건 앞으로 레이니 일당의 행적을 그려나 가는 과정에서 노력해야지요. [레이니] 2-31 내 지갑을 사수하라(1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1 20:42 조회:607 공룡 판타지 2-31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15) "도대체 어떻게?" 브리즈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브리즈가 좀 떠들긴 했어도 그게 남이 들을 정도로 큰 소리는 절대로 아니었으니까. 만약 소리가 컸다면, 지금쯤 공룡들이 쳐들 어왔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레이니에게는 충분히 큰 소리였나 보다. "그렇게 크게 떠들면 숲 속의 모든 공룡들이 다 알겠다." 나무 위에서 빈정거리는 레이니. 나뭇가지가 흔들리니까 그녀의 가슴도 흔들린다. 덜렁덜렁. 이제는 아예 포기했나? 하긴 가슴 가리개(도저히 브래지어라곤 못 쓰겠다) 로 가슴을 가리면 답답하긴 하지. "너..... 그 가슴 큰 여자 !" 브리즈 너. 아무래도 죽을 것 같다. 미리 묵념이라도 해야겠다. "언니, 아까부터 누가 따라오는데요." 달리면서 레이니를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응. 나도 알겠어. 아무래도 그 녀석들이 아닐까? 복면을 쓴 걸 보니." 대답하는 레이니. 하지만 긴장감이 없다. "그럴지도. 하지만 별로 긴장하지 않네요. 언니." 복면을 쓴 녀석들이라면 자객일 수도 있는데. 자기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따라올지 도 모르는데 저렇게 풀려있을 수가. "당연하지. 저렇게 노골적으로 '나 여기 있소.' 할 정도로 그 녀석들이 바보는 아 냐. 저 녀석들은 어젯밤에 우리 방에 침입한 그 녀석 패거리들이야." 어떻게 그걸 알지? 엘프들이야 모든 종류의 에너지에 민감하니까 그렇다고 치고. 어 떻게 인간인 언니가 그걸? "언니는 그걸 어떻게 알아요?" "치매 사부가 가르쳐 준거야. 저 정도 거리라면 충분히 생명력만 가지고 사람을 식 별할 수 있어. 저렇게 바보 같은 녀석들 정도면."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닌가? 어떻게 그렇다고 확신하지?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닌가요?" "걱정 마. 만약 저 녀석들이 고수라면 문제는 달라지지만, 저 바보들은 기초도 제대 로 안 된 녀석들이야. 만약 저 녀석들이 자객들과 한패라면 아마 미끼로 내세워진 거 겠지. 한 패가 아니라면 죽으려고 결심한 녀석들이든지. 이런 숲 속에서 저렇게 땅위 로 다니는 건 '나 잡아 먹어주세요.' 하고 외치는 꼴이거든." 하지만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언니가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니냐는 의문. "하지만 그래도....." "난 전에 녀석들과 싸워봐서 알아. 치매 사부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걸로 보아, 그때 온 녀석들은 자객들 중에서도 최고 실력자들 일거야. 하지만 순식간에 죽어가더군. 만약 그 이상한 마법화살이 없었다면 나한테도 못 이겼을 거야. 그러니 녀석들의 무 술 수준은 별 문제가 없어. 다만 마법이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저 녀석들 중에는 마력이 느껴지는 녀석들이 없고, 이 근처에도 그런 사람은 전혀 없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내 머리에 자기 머리를 들이대는 언니. '그리고, 만약 마법사가 있으면, 자기 흔적을 감출 정도라면 우리 대화를 엿듣기는 쉬운 일일거야. 그러니 이제 말은 하지 말고, 조심해서 행동하자.' 언니는 대답도 듣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도 언니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주 위에 뭔가 수상한 게 없는지 생각하면서. 언니, 보기보다 머리 좋네요? 나는 검을 뽑아들고 뛰어내리지..... 않았다.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 다 만, 약간의 소음을 낸 것뿐이다. "야아아아아 !" 하지만 위압감을 주려는 내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보기보다 목소리는 좋네?" "와. 꼭 가수 같다." "가슴만 큰 줄 알았더니." 문제는 이 몸이라. 남자였으면 상대를 제압하는 굵은 목소리일텐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약간 높은..... 난 노래 부른 거 아냐 ! 하지만 목적은 달성했다. 두두두두두. 자, 먹이다. 알아서 식사하거라. "히이이익 ! 고, 공룡이다 !" "이래서 내가 오지 말자고 했잖아 !"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달아나야지 !" 그게 그리 쉽냐? 명색이 공룡이다. 공룡. 너희들 같은 바보들한테 당할 만큼 약할 리가 없잖아. 저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 바보들아. 그냥 나 처럼 나무 위로 올라오면 되잖아? "야 ! 나무 위로 올라와 ! 허둥대지 말고 !" "우아아악 !" 단검을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공룡들과 싸우는 브리즈. 하지만 단검이 너무 짧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의 단검은 한 번도 공룡들에게 스치지도 않았다. '그 동안 익힌 단검술은 모두 헛것이었나?' '저 바보 녀석. 단검술을 제대로 쓰려면 붙어서 싸워야지.' 단검이란 말 그대로 길이가 짧다. 그런 검으로 적과 싸우려면 가까이 붙어야 한다. 일단 검이 적에게 맞아야 상처를 주든지 죽이든지 하지. 물론 던지면 간단하지만, 그 것도 단검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써먹을 수 있다. 지금처럼 오르니톨레스테스 5마리 와 상대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무리다. 게다가 붙어서 싸우다간 걷어차여서 순식 간에..... 간다. "저..... 그냥 놔둬도 될까요?" 옆에서 묻는 아르메리아. "그냥 놔두고 가자 !" 생각 같아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그래도 나는 인간이다. 그렇게 매정하진 않다. "잠시 놔둘 거야. 알아서 살아나가라고 하지 뭐. 한 번 혼이 나야 함부로 숲에 들어 오지 않지. 계속 우리 뒤를 따라오다간 분명히 공룡들의 먹이가 될 거야." 팍 ! 저 녀석들을 잡아다 현상금이나 타 먹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 나중에 피곤하다. 모든 도적길드 녀석들에게 시달리는 거야 별 문제가 없지만, 그로 인해 여 행이 원래보다 늦어지는 건 곤란하다. 난 가슴 큰 여자로 있는 거 싫어 ! 붕 ! 부웅 ! 정말 빠르다. 저런 삐쩍 마른 공룡 하나 상대하지 못하다니. 이러다간 죽는다. 저 사악하고 비열한 여자는 이런 우리들의 광경을 즐기는 듯 바라보고 있다. 고작 2미터 짜리 공룡 하나 못 잡다니. '살아나면 저 여자를 반드시 잡아다가 죽일 거야 !' 하지만 저쪽이 수가 많고 더 빠르다. 인간은 속도로는 공룡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챙 ! 결국 칼을 놓치는 나. 두 마리의 협공에는 견딜 수 없다. 이제 끝인가? 공룡의 입이 벌어지더니 내 목으로..... - 계속 - 후기)그냥 죽일까? 그건 그렇고 레이니, 상당히 무섭군요. 귀찮게 손쓰지도 않고 간 단하게..... 아, 그리고 오르니톨레스테스는 몸 길이 약 2미터 정도의 공룡입니다. 작지만(어디 까지나 공룡 기준으로 작다는 겁니다) 몸이 상당히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 고..... 물론 인간보다야 힘도 좋고. 턱이 강하고 발달된 손이 있어서..... 결론은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거죠. 물론 브리즈가 그리 약한 녀석이 아니긴 하지만. 한 번 칼 하나만 가지고 표범을 잡아보십시오. 가능합니까? 지금 브리즈가 고전하는 건 그래서 입니다. 참고로 사자는 약 1.6미터입니다. 누가 더 어려운 상대일까요? 추가)아, 그리고 요즘 엘프와 드워프 등의 성격이 정형화되어간다고 논쟁이 있군요. 나도 정신차리고 써야지. 잘못하면 그 많은 유사품으로 찍히고 만다. (덜덜덜덜) [레이니] 2-32 내 지갑을 사수하라(1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2 19:43 조회:603 공룡 판타지 2-32 레이니 이야기 - 내 지갑을 사수하라(16) 여기가 천국이냐 지옥이냐. 잘 모르겠다. 죽어본 적이 없어서. 나 같은 착하고 순진 한 의적이 죽다니. 그것도 그런 사악한 여자의 손톱에 걸려 억울하게 공룡의 식사가 되다니. 오 신이시여. 어째서 당신은 그런 흉악한 여자를 나와 만나게 하셨나이 까..... "괜찮아요. 잠시 기절한 것 뿐 이예요."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엘프가 괜찮다고 했으니 괜찮은 거예요." 잠깐. 저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은 목소리인데. 누구더라. 누구더라. 누구더 라..... 아 ! 난 내 지갑을 훔쳐간 그 악녀를 추적하고 있었지? 그 사악한 여자다. 그 목소 리는 절대 잊을 수 없어. 그 피리 부는 듯한 고운 목소리.... 아, 이게 아니다. "으, 으....." 으. 말소리가 잘 안 나온다. 아까 공룡의 입에 물렸나보다. 숨쉬기도 힘들다. 아마 목이 물린 거겠지. 친구들이여. 나를 기억해주길. 사악한 마녀에 대항하다 죽어 가는 이 의적의 이름을. "뭐가 사악한 마녀라는 거예요?" 그 사악한 마녀와는 다른 목소리. 하지만 이건 하프를 타는 소리 같다. 누구더라. 아 ! 마녀에게 홀려서 같이 다니던 그 불쌍한 여자 엘프로구나. "아..... 아가씨." 서서히 눈을 뜨는 나. 내 앞에는 금발머리의 엘프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마 녀에게 조종당하더라도 여전히 예쁜 얼굴이다. 하지만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제가 보이는 거예요?" 왠지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듯한 말투다. 하지만 내 주위에 풍기는 피 냄새. 아마 내 친구들이 죽었나보다. 날 구하려고 목숨을 바친 그들에게 묵념. "야 ! 일어나 ! 놀라 기절한 주제에 !" 머리를 때리는 느낌. 이, 이것은? "으. 저런 바보는 보다보다 처음이야."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저런 형편없는 실력을 가지고 날 잡겠다고 난리를 치다니. 게다가.... 머릿속엔 뭐가 들은 거야? 뭐? 내가 사악한 마녀라고? 놓아주니까 지갑을 훔치려고 오질 않나? 달아났으면 그냥 도시에서 얌전히 있을 것이지 왜 여기까지 따 라와서 날 이렇게 골탕먹이는 거야? 으이그. "그래도 살았으니 됐잖아요." 그래. 아르메리아는 언제나 웃는 얼굴. 하지만 ! "그래도 그렇지, 저런 바보가 어디 있어? 세상에. 오르니톨레스테스 하나 못 잡을, 아니 달아나지도 못할 실력으로 숲 속에 겁도 없이 들어와? 남의 돈에 눈이 멀어도 정도가 있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역시 저런 건 그냥 감옥에 쳐 넣어야 돼. 어떻게 저 녀석이 여태까지 살아왔는지 그게 더 신기하다. "난데없이 공룡을 소환(?)한 언니도 좀 심하긴 했어요." 그래. 그게 소환 마법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공룡을 소환하긴 했으니. 문제는 저 녀석을 구하느라 공룡을 다 쫓아냈으니 마법사(?)로서는 실격이란 거다. "귀찮게 힘만 낭비했어. 지금 갈 길도 바쁜데. 이것 봐요. 아저씨들 !" 그래도 이 꼬마 도적보다는 생각이 있을 아저씨들에게 말이나 하자. 약간 땅딸막한 친구가 대답한다. "아..... 아가씨...." 으. 열 받는다. 하지만 참자. 참자. 참아야 한다. 저주만 풀리면 이런 헛소리 안 들 어도 된다. 나는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보통의 목소리로 말했다. "이 꼬마 녀석을 데려가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도 말고. 생각 같아선 그냥 경 비병들에게 넘겨서 현상금이나 타먹고 싶지만, 이 녀석 솜씨를 보니 아저씨들이 좀 가르쳐야 하겠어요. 도적으로서 기본이 안 된 녀석이니." 아저씨들. 도적에게 아저씨라고 붙여줄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붙여주자. 난 이 꼬마 녀석과는 다르다고. 이런 배은망덕하고 예의 없는 녀석이 아니니까.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정중한 표현을 한 셈이다. 아저씨들이 귀를 막고 있는 걸 보니 내 말을 듣기 싫은가보다. 여긴 위험한 곳인데. 언제 다시 공룡들이 몰려올지 모르는데. '으..... 귀 아파. 저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다니.' 귀가 아직도 멍하다. 하지만 약오르게도 저 말은 사실이다. 저런 가슴 큰 여자의 지 갑 하나 빼내지 못하다니. 도적으로서 수치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두고 보자. 하지 만 저 여자가 공룡을 부르긴 했어도 쫓아내기도 했다. 약오르지만 오늘은 내가 패했 다는 걸 인정하고 물러간다. 나중에 도적의 수단으로 복수하고 말 테다. "두고 보자 ! 다음엔 꼭 내 지갑을 되찾고..... 악 !" 저런 야만적인 여자가 있나? 내 머리에 돌을 던지는 거다. 머리 깨진다. "헛소리말고 당장 꺼져 ! 이 수준미달 도적아 !" 저 여자가 나무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 엘프도 나무 위로 올라간다. 어느새 멀리 사라져버리는 둘. 나는 잠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이제 여기서 떠나야 한다. 또 공룡이라도 나타나면 곤란하다. 나와 동료들은 걸음을 빨리 했다. 숲의 입구가 보인다. "바보 같은 녀석. 저 솜씨로 도적질을 하다니." 달리면서도 불평을 늘어놓는 언니. 그런데 왜 그냥 놓아 준 걸까? "언니." 언니에게 말을 거는 나. 이젠 상당히 균형을 잡는데도 익숙해져서 나무 위에서 말을 걸어도 추락하지 않는다. 언니도 적응을 잘해. 가슴이 좀 크긴 하지만. "왜? 아르메리아." 나를 보지도 않고 말하는 언니. 하지만 달리면서 대화하는 것이니 이 정도는 감수해 야 할 듯 하다. "왜 그 애를 잡아다 경비병들에게 넘기지 않았어요?" 그게 궁금하다. 언니는 상당히 돈을 밝히는 듯 한데. "넘겨봐야 또 도망갈 거야. 그 멍청한 경비병들 실력으론 뭘 기대하기 어려워." 그리고 입을 닫아버리는 언니.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듯 하다. 조용히 달려가는 나와 언니. 석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언니의 눈에 물 기가 고인 걸까. 저녁놀의 붉은 빛이 떨어지는 물방울에 비춰진다. 맑은 피가 언니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알로야. 람포링쿠스 잡으러 가자.' '알로야. 아파. 나 업어 줘.' '알로야.' '알로야.' '알로야.' 람포의 눈물이 돌로 된 성의 복도에 떨어진다. 저녁 노을을 받아 루비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보석이 바위 위에 떨어져 부서지고 있었다. - '내 지갑을 사수하라.' 편 끝. 다음 이야기는 아래로..... - 후기) 두 번째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웃기다가 마지막에는 슬픈 느낌을 주 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잘 표현한 건지는 모르지만. 내일부터 연재할 이야기는...... 으. 드디어 문제의 9살짜리 로리로리가 나옵니다. 누군지는 예고편에서 말씀드리지요. 내일부터 연재분량을 늘릴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아무래도 늘리기는 해야겠고.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고. (애고 머리야) 세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아르메리아 : 아, 언니의 슬픈 첫 사랑 이야기. 너무나 짧은 이야기였네요. 레이니 : 아, 아냐 ! 무슨 그런 계집애를 ! 람포 : 흑. 알로 오빠. 어디 있어요? (저 멀리서 울다가 사라진다) 아르메리아 : 어, 언니? 벌써 숨었네. 레이니 : 휴우. 람포 갔어? (땅 밑에 숨어있다) 아르메리아 :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모습은 보이기 싫은 거예요? 언니. 레이니 : 아, 아냐 ! 소문이 퍼져서 자객들이 쳐들어올 까봐 그런 것 뿐이야. 그러 면 아르메리아도 힘드니까. 아르메리아 : 예. 언니. 그럼 다시 말 할 깨요. 언니의 돈 욕심이 적나라하게 드러 난 이번 이야기. 재미있게 보셨어요? 레이니 : 뭐가 돈 욕심이야? 난 그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 뿐이야. 브리즈 : 사람을 공룡한테 먹이는 것도 정당한 권리일까? 레이니 : 너, 아직도 덜 맞은 거냐? 한 번 더 패줄까? 브리즈 : 으악 ! 살려줘요. 차라리 사형대에 올려줘요. (도망 가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 브리즈) 아르메리아 : 자, 내일부터는 '법칙의 파괴자'입니다. 그리고 여기, 작가가 조회수 에 눈이 멀어 등장시키는 초 로리로리 캐릭터 세이브 양이에요. 세이브 : 뭐가 로리로리예요? (모두들, 고개 숙이고 보셔야 보입니다) 레이니 : 그러고 보니, 정말 작은 여자애네. 세이브 : 흑. 저도 나이에 맞는 모습을 하고 싶다고요. 전 어른이라고요. (못 믿겠 다) 아르메리아 : 울지 마세요. 저도 나이에 안 맞는 모습이잖아요. 세이브 : 그건 그래요. 언니 가슴, 나이에 비해 정말 아담하네요. 아르메리아 : 저.... 세이브양... 레이니 : 아가야. 말은 가려서 해라. 세이브 : 예, 왕 가슴 언니. 레이니 : 너........ 한 번만 그런 말 또 하면 죽인다. 세이브 : 예. 큰 가슴 언니. 레이니 : 너........ (칼 들고 달려간다) 결국 이번 예고편도 유혈사태냐? 레이니 너, 애한테 칼 들고 설치냐? [레이니] 3-33 법칙의 파괴자(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3 19:43 조회:645 공룡 판타지 3-33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 조용한 세상은 없다. 아무도 침묵을 지키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듣지 못할 뿐이다. 숲 속에 있는 모든 생명들이 그렇다. 다 나름대로의 소리를 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다. 그래서 아무도 그들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두 소녀의 소리에 신경 쓰지 않았다. "자, 오늘 저녁이면 드래곤 혼에 도착하는 거지?" 활기찬 목소리. 아니,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해야 적당할 소녀. 머리를 뒤로 묶고 있 다. 보통 이런 머리 스타일을 포니 테일이라고 하던가? 지금은 말이 없으니 그런 표 현이 좀 이상하다. 게다가, 소녀의 긴 초록색 머리칼은 너무 길어서 포니 테일로 묶 으면 머리가 무릎 가까이 내려온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베낭에 잡 아매어 버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머리칼을 잡아 베낭의 왼쪽에 끈으로 묶어버린 것 이다. 풀기 쉽게 해 두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머리채를 잡혀 끌려다니는 것 같다고 해서 그녀 자신은 이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싫어하는 것이라도 살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머리를 자유로이 휘날리게 두면, 아무래도 멋대로 펄럭이다가 나뭇가지에 감길 우려 도 있고, 주위 사람에게 피해가 크다. 워낙 높은 곳을 뛰어다닌다는 점에서, 한번 사 고가 날 경우 그 피해는 적지 않았다. 멋대로 펄럭이다가 누군가에게 맞을 경우..... 인간이 100m의 높이에서 추락할 경우 생존 가능성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1%도 안 되지 않을까? 그걸 아는 소녀로서는 옆에서 달리고 있는 소녀의 목숨을 보전해주기 위해서라도 자 신의 머리를 묶어야 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긴 머리칼에 맞아 추락사한 소녀. 아무래 도 어감이 안 좋지 않은가. "네. 언니. 오늘 저녁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활기찬. 하지만 역시 아름다운 목소리라고 해야 어울리는 소녀의 대답이었다. 그녀 역시 긴 머리칼을 가진 전형적인 미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귀는 자신이 인간이 아님 을 주장하고 있었다. 길고 뾰족한 귀. 그녀는 엘프였다. 역시 긴 머리카락이지만, 동행한 소녀보다는 훨씬 짧은 머리. 그래도 그 길이는 상 당했고, 허리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은 옆의 소녀와 마찬가지로 묶여있었다. 그렇지 않 았으면 마구 휘날렸을 것이다. 다만 머리카락의 색깔은 금색. 비록 빛나지는 않았지 만 아름다웠다. 소녀들은 달린다. 저 멀리에 그녀들의 목적지가 보인다. 비록 그녀들이 원하는 최종 적인 곳은 아닐지라도. 소녀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언니. 이젠 균형 잡는데 별 문제 없네요?" 달리며 다시 옆의 소녀에게 묻는 금발머리 소녀. 그녀가 엘프란 걸 감안하고, 옆의 '언니'라고 불리는 소녀의 외양을 감안한다면 그 '언니'는 분명히 인간이고, 엘프인 소녀보다 나이가 적을 것이다. 하지만 별로 어색한 말투가 아니었다. 엘프에게 나이 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일까. "응. 그 동안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이젠 괜찮아." 활짝 웃는 소녀. 저녁 노을 덕분에 건강하게 핏기가 도는 붉은 빛의 얼굴. 지나치게 흉하지 않도록 적당히 비춰주는 노을은 소녀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했다. 하긴 지금 봐줄 사람은 옆에서 달리고 있는 엘프 소녀 하나 뿐이지만. "자, 저기 성문이 보여요. 힘내요." 서서히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기 시작한다. 그것도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그리고 아 직도 높은 나무들의 숲이 서 있던 땅은, 어느 선을 경계로 평평한 풀밭으로 바뀌었 다. 그 한가운데에 길이 나 있었다. "자, 저기로 뛰어내리자. 아르메리아. 나부터 간다 !" 외침과 함께 뛰어내리는 레이니.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아르메리아. "언니. 같이 가요 !" 우지직 ! 뚝 ! 보통 저렇게 고개를 마구 돌리면 사람의 목뼈는 부러질 수 있다. 위의 소리를 내면 서. 하지만 남들과 달리 엄청난 수련을 쌓은 사람은 그런 불가능한 동작을 해내곤 한다. 대개는 그런 사람은 기사 지망생인 신체 건강하고 마음이 곧은 소년일텐데. 이 경우 에는 소녀(!)다. 긴 초록색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휘날린다. 나무에서 내려왔으니 가 지에 걸릴 일이 없다고 묶은 머리를 푼 모양인데..... 비록 포니테일이라 해도 저렇 게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면 그에 따라 머리카락이 춤을 추게 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누가 받게 되느냐..... 아무도 받지 않았다. 근처에는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으니까. 동행하던 아르메리아는 멀찌감치 몸을 피했고, 경비병들은 당장이라도 말을 걸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느라 땅 만 바라보고 있다. 사실, 주위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그녀의 얼굴을 보느 라 바쁘다. '언니도 참. 보통은 인간 세상에 처음 나오는 내가 더 신기해하는 게 맞는 거 아닌 가?' 그게 보통의 경우엔 사실이다. 하지만 상식이 언제나 맞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정 신 사납게 고개를 흔드는 레이니. 그렇게 시골에 묻혀 살았던 것일까? '안 되겠어. 아무래도 여관을 하나 잡고 나면 시내 구경을 해야겠어.' 아르메리아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려는 순간. 레이니가 고개를 흔드는 것을 멈추 었다. "아, 이제 살 것 같다. 계속 앞만 바라보느라 고개를 계속 못 돌렸더니 목이 다 뻐 근하네." 모두를 기절하게 했든, 좀 행동이 바보스럽든 간에,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는 얼 굴만 예쁘면 모든 게 다 용서된다.' 는 괴상망칙한 철학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래 서, 레이니도 주위 사람들을 웃기기는 했지만, 경비병들을 제 자리에서 이탈시킨 데 대해 비난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비난을 사지 않았다고 해도 그게 안 통하는 사람도 있는 법. 아, 엘프였나? "그런 대답을 하다니. 역시 피곤한 거예요? 아니면 시내 구경을 하고 싶다는 거예 요?" 나라도 묻겠다. "말 그대로. 목이 뻐근해서 그랬어. 요즘 들어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달리기만 하니 까. 약간 심심하기도 했고." 하긴, 가난해서 뭘 타고 다닐 수 없는 그녀들로선 당연하다. 길은 가야 하겠고. 그 렇다고 위험하게 대로를 다닐 수도 없고. 암살자들의 문제도 있지만 두 사람으로는 인원이 너무 적어서 공룡이라도 나오면 그대로 당할 수도 있다. 물론 레이니나 아르 메리아가 강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잦은 싸움은 피로한 일이고 만의 하나, 잠자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공룡을 만나면 휴식도 취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밤에는 생명 력의 누출을 최대한 막아야 했고, 그러려니 아무래도 밤잠을 제대로 이루는 것은 무 리였다. 레이니가 좀 지루해하고 피곤해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레이니가 피곤한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다. 문제는 이 머리카락이었다. 보통 긴 머리는 남자들에게 찬사의 대상이 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긴 머리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보낼 수 있는 찬사이기도 했다. 당사자에겐 전혀 찬사의 대상이 아니 었다. 물론 그녀가 순수한 여자라면 자신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여기고 매일매일의 손 질을 감수하겠지만..... 레이니는 원래 남자였다는 게 문제였다. 남자는 아무래도 여자에 비해 긴 머리에 집착하는 정도가 떨어졌다. 위엄을 보이려 고 수염을 기르는 경우는 있지만,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그런 주위의 관습에 적응한 레이니는, 알로였을 때 머리카락이 당연히 짧았고, 그 때 문에 지금의 긴 머리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머리를 흔들면 이리저리 치이느라 옆에 서 고생하는 아르메리아. 달릴 때 조금만 주의하지 않으면 금방 주위의 나뭇가지와 뒤엉키는 긴 머리카락. 머리가 길면 얼마나 관리하기가 힘들게 되는지 레이니는 요 며칠사이에 뼈저린 체험을 했다. 그러나 압권은 ! 사람은 머리를 감아야 한다. 적어도 물이 풍부한 지역에선 그게 당연하다. 머리를 감는 여인은 아름답다. 남자가 머리를 길러봐야 귀찮을 뿐, 별로 미관상 대단한 건 없다. 그 ! 러 ! 나 ! 여자의 찰랑거리는 머리칼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매혹시킨다. 그리고 레이니는 그러한 머리칼을 소유한 소녀였다. 자신을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여자들의 눈 길, 그리고 탐욕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남자들의 눈길은, 레이니에겐 차라리 고문이었 다. 알로 본에서부터 느낀 이상한 시선들이 그녀의 뒤통수를 찌르고 있었다. 만약 여자였다면 자신의 미모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리라. 하지만 긴 머리를 매일 밤, 매일 아침마다 손질하는 레이니로서는 이 미모와 머리칼이 골치 아픈 부담일 뿐 이었다. 만약 아르메리아가 없었다면 벌써 레이니는 자신의 머리칼을 잘라버렸을 것 이다. "지금은 신체를 훼손하면 안 되요. 그 저주의 이치를 모르는 이상." 그 말 덕분에 레이니는 말못할 고생을 해야 했다. 무엇일까? 간단하다. 그녀의 머리는 길다. 그리고 매일 손질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아무리 그 녀들이 나무 위로 뛰어왔다고 해도 약간의 먼지는 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머리를 자주 감아주어야 한다 ! 이게 문제였다. 1미터에 달하는 길이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머리를 감는데, 그 과정이 원만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우선 머리를 물로 헹구고. 말이 이상하지만 물을 부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공룡이나 물고기 등의 기름으로 만든 비누를 써서 머리를 거품 투성이로 만든다. 그 리고는 이 머리를 물로 씻는다. 말은 간단한데, 간단한 작업이라도 규모가 커지면 힘들다. 게다가 당사자가 내키지 않는 작업은 더 힘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나오는 말. "차라리 자르고 싶어 !" 매일 외치는 레이니. 그리고 그에 맞서 외치는 아르메리아. "저주의 이치를 모르니 참아요 !" 욕탕에서 邦? 소리로 말하긴 하지만, 둘 다 피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오늘도 그 일을 해야 한다. 며칠동안 야외에 있었으니 당연하지 않은가. "자, 빨리 여관을 찾자. 아르메리아." - 계속 - 후기)오늘부터 새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연재분량이 두 페이지에서 세 페이지로 늘었습니다. 물론 한글 문서 기준이지만. 여러분은 즐거우실 것이고, 저는 피곤하실 (?) 것입니다. 벌써 눈이 감기고 있군요. 애고 졸려라. 이번에 해보고 너무 힘들면 다시 두 페이지로 복귀할 겁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쓸 게 너무나 많습니다. 첫 번째 진짜 전투 장면. 이제는 한 번 나와야 할 장면이니까요. 그 동안은 실력차이가 크기 때문이란 핑계로 미룰 수 있었 지만, 이제는 보여드려야지요. 머리아픈 마법이론이 또 나올 것 같습니다. 모두 두통 약 준비하시고. 새 캐릭터도 나올 것이니 준비해야지요. 이번 이야기는 상당히 악전고투를 해야 할 듯 합니다. 드디어 마법전투인가. 마법만 나오는 게 아니라, 레이니의 검술도 나와야 하니 정말 머리아픈 이야기가 될 듯 하군요. 거기다가, 약간 혼란스럽다는 의견을 반영해서 글을 다듬으려면, 적어도 글을 두 번 은 고쳐서 써야 한다는..... 이래저래 저만 피곤해지고 있습니다. ? [레이니] 3-34 법칙의 파괴자(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4 19:57 조회:586 공룡 판타지 3-34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2) 여관을 찾는다는 것은 여행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여행자들을 위해 지도에는 여관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중 좋은 여관을 찾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좋다는 것은 돈이 싸게 먹힌다는 것 과, 여관 주인이 친절하다는 것, 그리고 숙박시설이 좋다는 것. 이런 것을 뜻하는 것 이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요인이 많겠지만. 커다란 지도를 펴고 잠시 서 있는 레이니.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언니는 역시 돈을 좋아하나 봐.' 물론 그녀도 사실을 알고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돈을 되도록 아 끼자. 레이니의 마음은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왠지 돈을 좋아한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에 본 쇠사슬이 큰 인상을 남긴 것일까. 두들겨 맞던 브 리즈의 모습이 떠오른다. '훗. 내가 무슨 생각을. 언니는 단지 돈을 아끼고 있을 뿐이야.' "와 ! 오늘은 자........ 는 게 아니다." 짐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기뻐하려다고 멈추는 레이니. 그 광경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무슨 일이 있는 거죠?" 원래 아르메리아의 생각은 당장 레이니를 목욕탕으로 끌고 가는 것이었지만, 무언가 다른 일이 있는 듯하다. "배편 구해야지. 수도 롬이 있는 롬 섬으로 갈 배편." 하긴 날아갈 순 없다. 하지만 좀 늦지 않았을까? 지금 시간은 저녁 무렵. 엘프들은 인간들처럼 밤까지 일하지는 않는다. 몸도 엘프보다 약하면서 일을 그렇게 하니 인간 들이 요절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언니가 서둘러대는 이유를 아는 나로서는 거절 할 수가 없었다. '배에 오르면 밀린 잠을 좀 보충해야지.' "여자 둘이야? 안 돼." "왜 안 된다는 거예요?" "보아하니 귀족집 아가씨 같은데, 바다는 무서운 거야. 아가씨들처럼 나약한 여자들 이 가까이 할 곳이 아니야." 나약? 내가 나약하다고? 그 치매사부라면 몰라도, 감히 그런 소리를 하다니. 그냥 검술을 좀 보여줄까? 그만두자. 아무데서나 칼 들고 설치는 거 아니다. 그 대신 말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만, 저희는 괜찮아요." 아르메리아가 나섰다. 그녀의 귀가 왠지 세워지는 것 같은데. 화났나? 말투에 약간 의 분노가 들어있는 것 같다. 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 아가씨는 엘프로군. 그렇다면 별 일 없겠지. 아까 약하다고 해서 미안합니다." 왜 말투가 갑자기 바뀌냐? 그녀가 엘프니까 괜찮다 이거지. "그럼, 엘프 아가씨. 조심하십시오. 옆의 아가씨는 아무래도 몸이 약해 보이니." 끝끝내 내 신경을 긁겠다는 거지? 나도 모르게 칼에 손이 다가가려고 한다. 참자. 참자. 참..... "걱정 마세요." 부글부글거리는 내 속을 눈치챈 건지, 아르메리아가 내 손을 잡으며 말한다. 그리고 내 손을 통해 전해지는 마음. '신경쓰지 마세요. 인간은 외모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엘프들이 쓰는 마법인가? 어떻게 입을 열지 않고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걸까? 나중 에 물어볼까? ..........관두자. 또 그 머리 아픈 마법강의가 나오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다. "그럼, 내일 아침에 여기로 나오시오. 3월 23일 시작하자마자 출발할거요." 부글거리던 내 속이 갑자기 식는다. 이유가 뭐냐 하면..... 으. 잠은 다 잤다. 아침 해 뜨자마자 출항한다는 거지? "예. 그럼 내일 아침에 봐요." 얻은 건 배표 두 장. 물론 표를 샀다는 게 아니고, 내일 아침에 배가 떠나니 그때 와서 돈을 내면 탈 수 있다..... 그런 거다. 남은 것은 여관에 가서 자는 게..... 아 니다. 시장에 갈 일이 있거든. "자, 난 시장에 갈 거야. 아르메리아는 피곤하면 먼저 가서 쉬어. 벌써 별이 보이는 데." 답은 뻔하지만 예의상 이렇게 하는 거다. 쿵. 갑자기 내 머리를 자기 머리로 박는 아르메리아. 으. 아프다. 생각보다 머리가 단단하구나. '언니. 자신의 상황을 잊은 건 아니겠지요? 언제 그 복면의 자객들이 올 지 모르는 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또 정신파를 이용하는 건가? 내 머릿속에 울리는 아르메리아의 말소리. 입을 쓰지 않는 건 좋지만 그 필살의 박치기는 좀 삼가주면 좋겠어. 아프다고 ! '그건 예의상 하는 말이.....'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건가요? 인간은 이상해.' '하지만 상대를 생각해준다는 의사 표시로서.....' '인간은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모르나요?' '응. 대개는 그래. 말없이 상대의 마음을 아는 건 힘들어.' '그럼 이제는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적어도 제게는. 어차피 같이 시장 가자고 할거 면서. 왜 그렇게 돌려서 말을 하는 거예요? 인간은. 말이란 원래 상대에게 자신의 의 사를 전달하자고 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말하지 마세요. 전 주위에 자객이 엿듣고 있어서 언니가 그런 실없 는 소리를 한 줄 알고 마법까지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아르메리아의 손이 약간 빛나는 듯이 보인다. '아까 그 말, 다신 하지 마세요. 지금 우리가 서로 떨어졌다가 자객들을 만나면 제 대로 싸우지도 못할지도 몰라요.' 아르메리아의 손에서 빛이 사라졌다. 아르메리아는 그렇게 생각을 했단 말이지? 엘 프는 진실을 숭상한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하지만 그런 것까지 꼬치꼬치 따지다니, 힘들다. 어디든지 시장은 붐비기 마련이다. 여기는 항구. 아무래도 상인들이 많이 찾기 마련 이다. 게다가 이렇게 큰 항구라면....... 애쿠 ! 누구야? 누가 감히 내 지갑을 손대 는 거야? 퍽 ! 악인은 지옥으로. 벌써 다섯 번째다. 저런 소매치기가 오는 게. "언니. 그렇다고 사람을 밟고 지나가는 건....." 옆에서 보던 아르메리아가 기막히다는 듯이 말한다. 내 속도 모르고 ! 그녀는 엘프 니까 아무도 감히 소매치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엘프들은 마법과 검술에 모두 능 통하기 때문에, 건드리다간 큰 코 다친다는 걸 다 알기 때문이다. 저 뾰족한 귀를 보 면 누구나 알아서 피하기 때문에, 일부 몰지각한 악인들은 귀를 일부러 뾰족하게 하 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엘프의 우아함까지 흉내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짓을 하는 녀석은 없다. 하지만, 난 엘프가 아니라서 그런지 소매치기들이 계속 몰려온다. 처음 한 두 번은 내 지갑만 지키는 걸로 끝났지만, 계속 오는 데 도리가 있나. 할 수 없이 살짝 쓰다 듬어 줄 수밖에 없다. 그럼 밟히는 사람은 뭐냐고? 나도 모르겠다. 내가 무슨 수로 오늘 처음 만난 소매치기를 알아보겠냐? 난 어디까지나 넘어지라고 한 적 없다. 단지 그 사람을 살짝 쓰다듬어준 것 뿐이다. 그리고...... 그러니까 알아서 주무시더라. 나는 그 분의 잠을 깨우려고 발로 두드리는 것뿐이다. 나쁜 자식. 그냥 소매치기도 아니고, 감히 내 엉덩이를 만지려고 해? 취향이 의심스럽다. "언니.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여행 물품은 살 필요가 없잖아요? 어차피 배를 탈 건데." "그게 아니고, 서점에 가는 거야." "네?" "마법 서적 좀 사게." "아 !" 사실이 그렇다. 도저히 내 머리로는 그녀의 마법강의를 소화할 자신이 없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최소한, 그 방면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말이 통할 게 아닌가. 그 치매 사부는 마법사들과 싸울 때의 대처 방법이나, 무술은 가르쳐주었지만 마법 자체는 가 르쳐주지 않았다. 하긴 그 치매 영감이 마법을 사용할 리가 없지. "언니. 여기 먼지가 많은가 봐요." "아, 아냐." "하아. 하아. 하아. 도착했다. 그런데 오늘은 왜 이리 사람이 많은 거야?" 아마 오늘 무슨 큰배가 입항한 모양이다. 아주 진귀한 물건이라도 들어온 모양이지? 그렇지 않고는 해도 저무는 이 시간에 몰려나온 저 많은 사람들을 설명할 수 없다. 기껏해야 만 명도 안 되는 도시에서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겠어? 아마 외지인들이 무 더기로 몰려왔겠지. 어쨌든 ! 드디어 서점에 들어왔다. 일단 숨 좀 돌리고. "아저씨 ! 주인 아저씨 ! 여기 마법 서적 없어요?" 허둥지둥 달려오는 서점 주인 아저씨. 다리 길이를 보니, 연상되는 사람이 있다. '다로프 아저씨는 잘 지내실까?' "어디 보자. 마법 입문이라." 나는 책을 펴고 읽기 시작했다. 우선 읽어보고 괜찮으면 사야지. 옆에선 아르메리아 가 책을 고르고 있다. 그녀는 뭘 사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조금 있으면 가르쳐주겠지. 어차피 그녀도 아직 책을 못 고른 모양 이니까. 나는 책을 폈다. - 계속 - 후기)으. 길다. 갑자기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 (애고 머리야) 자, 내일은 인간의 마법을 소개합니다. (죽었다. 난) 요즘 하이(?)텔 2000으로 글을 올렸더니 잘린다고 하더군요. 글의 일부가 잘려나가 서 독자분들의 원성이..... 그래서 하이텔 2000에서 글을 열어보았더니 멀쩡하더군 요. 그런데 어제 채팅 좀 한다고 새롬 데이터맨을 쓰니까 거기선 글이 또 잘려 있는 (으. 두통약 준비하시라는 소리가 없어졌다아 - 이 내용이 잘렸어요..... ㅠ.ㅠ) 걸 보고 황당.... 하더군요. 그렇다고 새롬으로 올리기는 번거롭고.... 인터넷이 안 되는 게 그 프로그램의 문제 라서요. (왜 나만 안 되는 거야?) 의견을 좀 들어보고 싶네요. 여태까지 줄 맞추고 보기 좋게 정리한다고 하던 제 노력이 몽땅 무산된다는 말을 들으니..... ㅠ.ㅠ [레이니] 3-35 법칙의 파괴자(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5 19:45 조회:583 공룡 판타지 3-35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3) 책은 별 개성이 없는 평범한 책이었다. '마법 입문' 이라. 하지만 이게 가장 인기 있는 마법 입문서라고 서점 아저씨가 주장하시길래, 일단 책을 폈다. 물론 인기 있다 고 해도 마법사가 그리 흔한 인간이 아니니 그 말이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자, 책을 폈으니 읽어야지. 우선 아르메리아의 그 마법강의에 버금가는 어려운 말이 나올 것을 각오하고 심호흡 ! 자, 숨도 가다듬었으니 읽기 시작 ! "마법 입문." 음. 제목이군. 넘어가서, 본론으로 직행. 나는 이 책을 쓴 마법사가 누군지도 모르 고, 흥미도 없다. 그냥, 내용만 읽으면 된다. 힘들게 쓴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자, 다른 손님들도 계시니, 작은 소리로 읽자. 시작 ! "음. 뭐부터 볼까? 마법의 역사? 아니면 마법의 이론? 아니면 주문들?" 내가 알고 싶은 건 마법의 역사가 아니라, 아르메리아의 공포스러운 마법 강의를 견 딜 수 있는 마법 이론에 대한 지식이다. 뭐, 역사 좀 몰라도 마법 이론은 이해할 수 있겠지. 책의 제목부터 '마법 입문'이 아니냐. 나 같은 초보자도 알기 쉽게 써 놓았 을 거다. 잔뜩 기대하고 책장을 넘기는 나.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마법 주문에 대한 항목을 찾아서 내용을 읽는, 바로 그 순간..... "마법 주문은 크게 3가지 항목으로 나뉜다. 첫째는 자신이 계약한 신들과 악마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신관들의 경우는 신을 부르지만 마법사의 경우 악마나 다른 강력한 존재에게 힘을 빌리게 된다. 자신이 의식을 통해 계약한 악마의 이름을 부를 때에는, 그 악마에게 주어진 특이한 이름을 특수한 방식으로 불러야 한다. 이 방식은 모든 신과 악마에게 있어서 고유한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언 어를 구성하는 이론을 하나로 묶어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해당되는 악마와 계약 한 마법사만이 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 뭐야? 누가 주문의 이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지, 이런 걸 알고 싶다고 했나? 나는 다른 항목을 찾으려다가, 계속 읽기로 했다. 혹시 주문을 구성하는 데에 비밀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두 번째 항목은 우리가 원하는 마법을 선택하고, 마법을 사용할 대상과, 그 위치관 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굳이 고유 언어, 즉 신들과 악마들에게 주어진 그들 만의 언어로 하는 이유는 자신의 마법이 적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 외 에 신학적인 이유가 있을 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각 악마와 계약할 경우에 악마가 말 해줄 것이다. 세 번째 항목은 우리가 흔히 마법 주문을 왼다는 것으로 부른다. 이것 이 바로 마법 주문이고, 여기서 우리가 사용할 마법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 모든 과 정에 사용되는 언어는 그 힘의 원천인 악마에게 귀속된 특수한 언어이므로 일반인이 알아듣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문 구성에는 마법 이론이 별로 없군. 다만 계약한 신들이나 악마들에게 말을 거는 거라 이거지..... 가만. 여기서는 마법 주문이 일정한 역할을 가지고 있네. 아르메리 아는 분명히 주문이란 쓸데없는 웅얼거림이라고 했는데? 왜 이렇지? 엘프와 인간의 마법은 다른 이치를 가진 것인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르메리아는 무슨 책을 찾는지 모르지만 책장을 뒤적거리느라 바쁘다. 그렇다고 꼬마 여자아이와 대화(?)하 는 서점 주인 아저씨에게 물어볼 수는 없고. 아, 꼬마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아마 책을 사려는 모양이지? 아저씨는 다른 손님들이 안 오나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러면 서도 책을 팔고 책값을 받는 저 솜씨. 한 번에 두 세 가지 일을 해낸다. 나는 못하는 건데. 하지만, 부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사용하는 검술은 저렇게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면 되는 게 아니고, 상황에 따라 변화를 시켜야 하는 것이니까. 검 하 나에 집중하기도 힘든 판에, 무슨 두 자루냐. 하지만, 그렇다는 건..... 아르메리아에게 물어볼 수가 없다는 말이 된다. 하긴 물 어봐야 내 머리만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씩 아르메리아는 내가 엄청난 마법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하긴 그녀가 실패한 소환 마법을 한 번에 성공하긴 했지만. 자, 위대한(?) 마법사 레이니 양....... 아니 군의 생각으로는..... 두 종류의 마법 의 차이점이...... 그만두자. 무슨 말인지 조차 모르는 이론을 가지고 내가 이러쿵저 러쿵 하는 것도 그다지 보기 좋지는 않다. 하지만, 내 이성이 포기했다 해서 감정이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 감정은 엘프들의 마법이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사람이 왜 엘프들의 마법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냐고? 그야..... 그 악질 변태 마법사도 인간이니까 그렇다. 인간이라고 단정하는 이유가 뭐냐고? 엘프들이 그런 변태적인 짓을 한다는 말은 못 들었다. 나와 같이 다니는 엘 프를 봐도, 장난기는 있을 지 몰라도 그런 변태는 절대 아니다. 그리고..... 인간 외 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종족이라면 드래곤이 있는데, 드래곤의 체면이 있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무엇보다도, 지금 오시언에 있는 드래곤이라곤 딱 한 마리뿐이 고, 지금은 어딘가에 잠들어있다고 한다. 자는 녀석이 나한테 마법을 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그 사악한 변태는 분명히 인간임이 틀림없다. 검사들과 달라서, 마법사라는 족속은 도대체 말썽을 부리지 않는 경우가 없다. 적어 도 인간의 경우에는. 내가 이 꼴이 된 것만 해도, 그 점은 분명해진다. 실례를 들자 면,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금기의 마법 중에, 운석을 소환하는 게 있다. 난 마법의 이 론은 몰라도, 적어도 유명한 주문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 그래봐야 상식 수준이지 만. 왜 운석을 소환하는 마법이 말썽을 부리는 마법이냐고?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의 일 인데,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서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내고, 수많은 동식물들이 죽어 버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게 마법사들이 소환한 운석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지 만, 그 일 이후로 마법사들은 엄청난 핍박을 받게 되었다. 그 때에는 하늘도 저주를 받았는지 해가 뜨지 않았고, 공기에는 독이 들어갔다고 한다.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 이지만. 그래서 지금도 운석이 떨어지면 마법사들이 소환한 게 아니냐고 의심을 받는 다. 오죽하면 한 번 운석이 떨어질 때마다 마법사들이 숨어 지내겠는가. 그래서 마법사들도 운석 소환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과거의 악몽은 이미 잊혀진 지 오래이지만, 잊을 만하면 운석이 오시언에 낙하하는 바람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 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약 300여 년 전에 직경 50미터의 운석이 한 번 떨어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 더 가까운 예로는 그 변태 마법사 일당이 나한테 소환한 그 운석 이 있다. 이번에는 관리들이 용케도 자연재해라고 생각했지만, 다음에도 그럴지는 모 르겠다. 이번 일로 아마 마법사들은 꽤나 고생했을 거다. 으. 다시 그 변태에 대한 증오심으로 주먹이 운다. 다음에 만나면 그 녀석을 마구 팬 다음에 칼로 토막을 내 버릴 거다. 나도 모르게 칼에 손이 간다. 손이 매우 작다. 손가락도 짧고.... 가만. 내 손가락은 긴데? 여자로 되고 나서 더 길어진 것 같은데? 그런데 언제 내 손이 저렇게 짧아졌지? 그렇다면..... 설마.... 또 소매치기? 그건 아닐 듯 한데? 어느 미친놈이 감히 내 지갑을 훔쳐? 죽 고 싶은 녀석이 이 도시에 그렇게 많은가? 나는 그 작은 손을 바라보았다. 새하얗다. 인형의 손가락이라고 하면 딱 어울리겠다. 지금의 내 손가락보다는 덜 예쁘지만..... 윽 !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 고개가 그 쪽으로 돌아갔다. ! 저 아이는 누구냐? 그 아이는 내 검을 잡고 있었다. 검에서 하얗게 빛이 뿜어지는 게 보이는 것 같다. "너 누구야?" "찾았습니다. 현재 '드래곤 혼' 시내에 있습니다." 검은 복면을 한 검은 옷의 마법사. 상당히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을 거라고 상상이 되지만, 얼굴을 가렸으니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있나. "음. 수고했다. 그럼 3조는 당장 목표를 잡아서 가져와라." "옛 !" "소란 피우지 말고. 사람들 눈에 뜨이지 않게." "옛 ! 염려 마십시오." "너 누구야?" 애가 왜 이리 대답이 없어? 왜 내 검은 잡고 난리야? 옆에서 나와 그 아이를 본 아르메리아가, 책장 위에서 내려온다. 아니, 책장 위가 아니라 사다리 위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뛰어내리면 그럴 듯 하지만, 엘프들은 엄 청나게 가벼운가 보다. 뛰어내리는 데 소리가 안 난다. 소리가. "그 아이 누구예요?" 그건 내가 더 궁금해. 아르메리아. "나도 몰라. 갑자기 내 검을 잡고......." 이 꼬마, 뭐 하는 거야? 내 검을 잡아당기고 있잖아? 이건 검을 뽑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잡아당기는 거다. 보통 이런 행위는 '훔친다.' 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럼 이 녀석은 소매치기? 흐흐흐흐흐. 지난번에는 관대하게 용서해주었지만 이번에는 어림없다. 반드시 널 잡 아서 현상금을 타 먹고 말겠다. 물론 이 녀석이 그 브리즈 녀석('내 지갑을 사수하 라.' 에 나온 그 얼빠진 도둑녀석)이라는 건 아니지만, 합법적으로 두들겨 팰 기회 다...... 하지만 일단은 때릴 명분을 만들어야...... 가 아니고 일단 착한 누나의 역 할을 하기 위해, 나는 주먹에 잔뜩 힘을 넣고, 내 검을 잡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내 검은 놓고 얘기하자." 이 말로 놓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지만, 최소한 입은 열겠지. ........... 내 기대는 빗나갔다. 이 꼬맹이는 검을 놓기는커녕, 더 세게 검을 잡아 당기기 시작한 거다. "!" 이거 도둑 아냐? 왜 내 검을 훔쳐 가는 거야? 그것도 평범한 장검 한 자루를. 나는 내 검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꼬마의 손을 잡았다. 뭐, 꼬마 정도의 힘을 내가 못 당할 리는 없지만..... "뭐, 뭐야? 이거." - 계속 - 후기)으. 이걸 쓰느라 세 번이나 다시 썼습니다. 흑. 난 바보야. (ㅠ.ㅠ) 그냥 D&D의 마법 체계를 쓰면 간단할 것을, 스스로 만든다고 하다니. 그렇다고 남의 것을 그대로 쓰기는 싫고. 결국 이렇게 해서 죽을 지경이 되고 있습니다. (애고 머리야) 위에서 아주 오래전의 일이라고 한 건, 2억 800만년 전에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모 델로 한 이야기입니다. 참고로 캐나다의 마니코간 크레이터라는 게 이 운석. 아, 혹시 몰라서 말씀드리는데, 저한테 쪽지 보내도 못 받습니다. 하이(?)텔 2000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는 메일만 받을 수 있고 쪽지는 모두 사라 지더군요. [레이니] 3-36 법칙의 파괴자(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6 19:45 조회:558 공룡 판타지 3-36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4) "야 ! 내 검 놓지 못해?" 나는 약간 화가 났다. 이건 내 검이란 말야 ! 내 장검 ! 나는 꼬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심술꾸러기 녀석 !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표정 이다. 나는 조금 힘을 주어 잡아 당겼다. 그러나.... 꼬마 녀석이 검을 필사적으로 쥐고 있는 거다. 이거 뭐야? 싸구려 검 한 자루에 목숨 걸었어? 나는 살짝 녀석의 손 을 때리려다가.....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이 녀석..... 그 자객들의 일원?' 그렇지 않은가. 검 한 자루 훔치자고 필사적으로 매달릴 이유는 없다. 내 검이 무슨 전설에 나오는 명검, 라 브레이커가 아닌 다음에야 저렇게 목숨 걸고 매달릴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날 혼란에 빠뜨리고, 그 틈에 날 죽일 화살이나 독침이 날아 올 게 뻔했다. 그렇다면 그 독침은 어디서 올 것인가. 나는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아르메리아도 내 태도가 달라지는 걸 눈치챈 것 같다. 나는 우선 이 꼬마를 떼어놓기로 했다. 주위에서 뭐가 날아올 지 바짝 긴장하면서. 아르메리아는 무슨 방어 마법을 준비하는 모양이다. 누가 숨어 있는지 모르니 일단 그걸 사용하는 게 당연하지. 자, 그럼..... 이런 데 기합을 넣을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하면 된다. 나는 힘을 집중시켜, 단번 에 내 검을 꼬마에게서 떼어냈다. 공간이 좁긴 했지만, 과거에 악질 폭력 치매 사부 에게 시달린 성과가 있어서, 재빠르게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자, 주위의 지형을 감 안해서. 지형이라기엔 뭐하지만, 주위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뭐냐? 이거. 아니, 한 가지는 변했다. 이 꼬마가 갑자기..... "우아아아앙 !" "으악 !" 무슨 우는 소리가 그렇게 크냐? 순간적으로 검의 손잡이에 올린 손을 놓고, 귀를 막 을 뻔 했다. 엄청난 음파 공격이다. 내 착각일까? 책장이 마구 흔들린다. 옆에서 비 틀거리는 아르메리아. 아, 엘프들은 귀가 크지. 그래서 나보다 더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비틀거리면서도 끝내 쓰러지지는 않는다. 손의 빛도 사라지지 않 는다. 내 검의 빛은 사라졌지만. 옆에서 책을 파느라 정신없던 서점 주인 아저씨가 이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한 심하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는 거다. "이봐. 아가씨. 그렇게 동생을 달래지 못해서야 어디 쓰나?" 그건 무슨 소리냐? 난 저런 동생 둔 적 없다. "무슨 소리예요? 난 이 녀석을 오늘 처음 보았....." "그러니까 애가 울지. 어엿한 숙녀를......." "숙녀?" 그럼 얘, 여자야? 나는 울고 있는 꼬마를 다시 쳐다보았다. 하지만 남자인지 여자인 지 모르겠다.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있으니, 얼굴을 볼 수가 없 잖아 ! 키로 보니 아직 어린 아이 같은데. 그러면 가슴도 안 나오고 옷도 남녀 구분 이 별로 없고, 그래서야..... 아, 가만. 애가 고개를 든다. 그 얼굴은..... 갈색의 단발머리. 분명히 여자였다 ! 얼굴만 보면 척 안다. 내가 아무리 여자친구가 없다고 해도..... 아, 람포 그 녀석은 여자 친구가 아니라 애물단지이니 제외하고. "정말 여자아이네." 난 남자아이일 줄 알았는데. "으이그. 무슨 언니가 저런지. 자기 동생이 여자라는 것도 모르다니." 저, 저 아저씨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야? 당연히 이어지는 반론.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전 이 꼬맹이하고는 오늘 처음 만났....." "우아아아앙 !" 내 말은 애 우는소리에 가려져 버렸다. 으. 시끄러워. 옆에 있는 아르메리아가 갑자 기 가엾어진다. 귀를 막고 있는 저 모습 봐. 엄청난 고통을 견디느라 애쓰는 표정이 다. 미안해. 아르메리아. 순간적으로 애 낳는 산모가 생각나 버렸어. "으. 시끄러워. 언니라면 동생 좀 달래봐." 그건 오해라고요 ! 나는 필사적으로 그 말의 오류를 정정하려고 했지만..... "우아아아앙 !" 애 우는소리 앞에선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 뭐가 들려야 말을 하지. 나는 눈 물을 머금고 애 달래기에 나섰다. 저기 구석에서 귀를 막고 있는 아르메리아에게 부 탁하는 건 무리다. 방어 마법을 칠까 말까 고민하는 표정이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귀를 막고 표정을 일그러뜨린 얼굴을 한 번만 보면 알 수 있다. 하긴, 일그러진 얼굴 도 예쁘지만. 으. 얼굴 감상은 더 못하겠다. 서점 주인 아저씨 뿐 아니라, 길을 가던 시민들과 상인들까지 모두 몰려와서 나를 바라보는 거다. 기대와 원망에 찬 눈빛들. 빨리 애 달래라는 재촉에 못 이겨, 난 평생 처음으로 애 달래기에 나섰다. 으. 우선 안아주기부터 시작. 제발 울음을 그치라는 바람부터 시작해서, 이 녀석이 난데없이 단검을 들고 내 가슴 을 찌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실로 다양한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갔다. 바 짝 긴장한 채 접근하는 나. 으. 공룡하고 싸울 때의 마음자세다. 자, 이제 접근했으 니 안아야..... "아앙. 아앙. 아흑. 흑. 흑." 애가 우는 소리가 줄어들더니, 내가 품에 안으니까 울음을 뚝 ! 그쳤다. 뭐냐? 이렇 게 쉬울 리가 없는데? 나는 이 녀석이 혹시 단검으로 날 찌르거나, 아니면 내 칼을 들고 도망갈 경우에 대비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뭐, 혹시 가슴을 찌르더라도 가 슴이 워낙 크니까 일단 심장은 안전하겠지. 좀 아프긴 하겠지만. 으. 무슨 헛소리냐. 그러나, 그건 내 사정이고. "와아. 대단한데? 한 번 안자마자 울음을 그치게 하다니." 나도 잘 모르겠다고요. 난 그냥 안아주기만 한 것뿐인데. 아저씨의 그런 칭찬은 과 찬이라고요. 그러나..... "아가씨,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야." 윽 ! 왜 하필 그런 말을. 애 떨어질 뻔했다. 아, 나 애 가진 적 없어요 ! 애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네. "그런데, 이 애 누구예요? 전 얘를 만난 게 오늘이 처음인데." 이 말은 해야겠다. 나도 모르게 이 아이의 언니가 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 는 여자아이를 안은 엄마 꼴이 되지 않기 위해, 재빠르게 말했다. "아까 가게에 들어오더군.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아가씨를 보고는 '언니를 찾아 왔 어요.' 하길래, 그냥 들여 보내줬지. 그런데, 정말 친언니가 아니야?" "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이 항구에 안 온 지 몇 년째인데. 이런 여동생을 둘 리 가 없잖아. 있으면 그 치매 사부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아마 말을 했겠지. "이상하네. 그럼 어떻게 처음 보는 애를 그렇게 능숙하게 달랜 거야?' 그건 나도 모른다. "모르겠어요. 단지 안아준 것뿐인데. 그런데, 정말 이 아이가 누군지 모르세요? 이 도시에서 사는 아이 같은데." "나도 모르겠다. 이 여자아이를 본 게 오늘이 처음이라서." 그럼 얘는 뭐냐?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한 거냐? "그런데,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거예요? 언니." 이제야 음파 공격의 충격에서 회복한 아르메리아가 묻는다. 아직 어질어질 한 듯 하 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혈색이 좋다. "모르겠어. 여기 미아 보호소가 있나? 그런 데에 맡겨야지." "우아아아앙 !" 으악 ! 나는 놀라서 애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덕에 애가 더 크게 울어댄다. 옆에서 귀를 막는 서점 주인 아저씨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나. "우앙 ! 우앙 ! 우아아아앙 !" 울음소리가 자꾸 커진다. 서점의 문이 덜컹거리는 것 같다. "빠, 빨리 안아 줘 ! 고막 터지겠다." 서점 아저씨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소리. 나는 허둥지둥 꼬마를 안았다. "휴우. 그쳤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안아주니까 울음을 그치는 꼬마. 이거, 다분히 계 획적인 짓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녀석, 정체가 뭐야? 나는 귀청 떨어질 각오를 하 고, 아르메리아에게 눈짓을 했다. 아르메리아의 손이 빛을 발했다. 곧 내 주위가 빛 의 구슬로 뒤덮였다. 나와 서점 주인 아저씨, 그리고 아르메리아를 감싼 구슬이 생기 고, 주위가 조용해졌다. "너무 시끄러워서 방어막을 좀 쳤어요. 아마 밖으로 울음소리가 터져 나가는 일은 없을 거예요." 마법사가 드문 세상에서, 게다가 자기 앞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드문 이 세상 에서, 그것도 엘프의 마법을 구경한 서점 아저씨는 입이 딱 벌어지고, 나는 내 품에 안긴 소녀에게 물어보았다. 이제는 울어도 밖의 사람들은 문제없다. "저는 주위를 감시할께요. 혹시 방어막이 완전하지 못할 지도 모르니까." 실제로는 그 자객들이 올 것에 대비한 것이지만, 저 말도 틀리지는 않다. 완전한 방 어막이라면 감시하느라 수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니. 자, 나는 이제 이 꼬마한테 질문 을 해야 한다. 제발 울지는 마라. 밖으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안에 소 리가 안 들리는 것은 아니니까. "얘. 얘."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드는 소녀. 원수같은 녀석. 하지만, 지금은 일단 물어봐야 한 다. 나는 펄펄 끓는 속을 억지로 식히고는, 이 소녀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누구시니? 언니한테 가르쳐줄래?" - 계속 - 후기)으. 35화를 다시 쓰는 바람에 36화까지 주르륵 밀려났습니다. 다시 편집해서 올 리는 겁니다. [레이니] 3-37 법칙의 파괴자(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7 10:00 조회:595 공룡 판타지 3-37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5) 자, 이제 좀 상식적인 대답이 돌아오겠지. 부모님이 어디로 가셨는지 모르겠다는 어 린애다운 대답부터, 돌아가셨다는 심각한 대답에 이르기까지, 나는 참으로 다양한 대 답에 대해 예상하고,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했다. "부모님은 안 계셔." 고아였나..... 나는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이의 여린 마음을 다치 게 할 까봐. 그럼 이제 그 다음의 질문으로..... "그럼 가족은? 같이 살던 가족은 없어?" "있어." 휴우. 있단다. 그럼 그 사람에게 이 아이를 데려다주면 끝이다. 내가 데려다 줄 필 요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냥 도시 경비대에게 맡기면 간단한 일이다. "그게 누구지? 언니에게 가르쳐주지 않을래?" "......." 애가 왜 대답을 안 해? 나는 다시 질문을 하려다가, 꼬마가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 리키는 걸 발견했다. 나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그 작은 손가락에 집중되었고..... "?????" 내 눈이 동그래졌다. 야 ! 왜 나를 가리키는 거야? 그 작은 손가락 저리 치우지 못해? 이 꼬맹이의 손가 락은 나를 가리키고 있다. 으. '다정하고 상냥한 언니' 역할을 집어치우고 그냥 도시 경비병들에게 맡기고 튀어 버릴까? 왜 내가 모르는 애를 안고 이렇게 고생하는 거야? "자, 언니 놀리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줄래?" 애가 장난기가 발동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걸 거야. 걸 거야. 걸 거야..... "울먹울먹..... 언니. 나 몰라?" 장난 아니네? 하지만 난 이런 애 몰라. 그러니..... "응." (단호하게) "흑흑....." 으악 ! 전원 경계 경보 ! 귀 막아라 ! 나는 급히 귀를 막고 뒤로 물러섰다. 잠시 찾아온 정적. 꼬마 소녀는 또 울기 시작하려다가, 모두가 귀를 막고 있는 걸 보더니 조용해진다. 미쳤냐? 그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또 듣게? 울음을 참으면서 말을 하는 꼬마. "언니. 언니. 정말 나 몰라?" 모르는 걸 어떻게 하냐 !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대신 상냥하게, 최대한 상냥하게 말 하느라 애를 먹었다. 아, 이 꼬마를 먹었다는 게 아니다. "응. 난 네 이름도 몰라. 우선 이름이라도 말하는 게 어때? 내 이름은 레이니. 넌?" 그리고 나는 꼬마의 입을 주시했다. 자, 이제 이름이 나올 거다. "레이니? 그새 이름 바꿨어? 언니도 이상한 취미를 가졌네." 확실해졌다. 이 녀석은 날 누군가와 착각하고 있는 거다. 아무래도 아이에게 그 점 을 상기시켜주어야겠다. "내 이름은 레이니야. 아마 네 언니가 나하고 비슷하게 생긴 모양이네....." "아냐 ! 언니는 내 언니 맞아 !" 그리 크지는 않지만 단호한 대답. 하지만 내게는 이해가 안 간다. "하지만 난 너 몰라." 사실인 걸 어쩌나. 애가 억지쓰는데 말려들 생각은 없다. "아니. 언니가 내 언니라는 증거가 있어." ??? "이거." 그리고 꼬마가 가리킨 건 한 자루의 검이었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싸구려 검. ????? 도대체 무기점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저 검이 무슨 증표라는 거야? 내가 저 검 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저 검에 무슨 특별한 점이 있다고 여 긴 적은 없다. 역시 애가 부리는 억지에 불과해. 더 들을 것도 없겠다. 도시 경비대 에게 말해서 애 부모 찾아달라고 부탁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렸다. "아저씨 ! 도시 경비대 부르세요. 애 데려가라고 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 옆에서 다 들었는지, 이젠 내 동생이란 소리를 안 하신다. 이제 난 책이나 다시 읽어보자..... ! 갑자기 내 바지를 잡는 꼬마 소녀. "언니. 날 버리지 마. 날 버리지 마." 운다고 내가 널 데리고 갈 수도 없다. 설령 내가 동정심에 못 이겨 널 데리고 간다 고 해도, 언제 어떤 위험을 만날 지 모르는 내 입장에서 애 데리고 다니는 건 죽음이 다. 부디 부모에게 돌아가렴. 설령 고아원에 가더라도 나하고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내가 무정해서 널 경비대에게 보내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되도록 상냥하게..... 아. 피곤해. 역시 좋은 언니가 되는 건 힘이 너무 들어. 좋은 오빠라면 몰라도. "싫어. 언니. 같이 가. 사이드 아저씨한테 가. 언니 혼자 가지 마." 뭐? 사이드라면..... 사부의 원래 이름 아냐? 이 얘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나는 위험을 느꼈다. 이 녀석, 아무래도 이상하다 ! 사이드라는 이름이 비록 검사로서 유 명하긴 하지만, 그리고 이 아이에게 우연히 그런 이름의 아저씨가 있는지도 모르지 만, 내 머리 속의 무언가가 경보를 발했다. 내가 저주에 걸린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이런 애를 만나고 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엘프도 옆에 있는데. 애가 억지 부리는 거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뒤로 몸을 날렸다. 내 손이 검의 손잡이로 간다. 아르메리아도 바짝 긴장을 한다. '사이드'라는 이름이 그녀에게 경보를 발한 것이다. 나는 검을 뽑을 준비를 했다. 만약 이 꼬마가 이상한 수작이라도 부리는 날에는 당 장 이 녀석을..... "언니,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무서워. 그런 눈으로 날 보지마." 이 녀석,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가? 엘프들처럼? 나는 이 녀석을 베어버릴 각오를 했다. 애를 베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살아야 할 게 아닌가. 만약 이 녀석이 자객들 과 한 패라면..... "언니 !" 아르메리아의 목소리. 위기감이 깃든 목소리. 설마..... 나는 의자에 꼬마를 내 던져 버렸다. 우당탕 ! 나가떨어진 꼬마 소녀. 그 애가 눈물 을 흘리려는 게 보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있다면 오 직 그녀가 날 습격하는 가에 대한 방비를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검에 손을 댔다. 방 어막을 해제하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그녀의 말. "누가 오고 있어요." 나는 의자에 던져진 소녀를 바라보았다. 한 마디 중얼거림. "너..... 그 놈들과 한 패냐?" 새파랗게 질린 소녀. "아, 아니에요. 전 아니에요. 전....." 하지만 그 말은 일단 진위 판단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녀석들이 오고 있다. 빨 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 애한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나와 아르메리아는 서점 밖으로 나왔다. 안에 있으면 파이어 볼 한 방에 몰살당할 거다. 저 녀석들이 어떤 녀 석들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지난번과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실력을 지닌 녀석들일 것 이 분명하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직은 '그들'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곧 올 것이 다. 그렇다면..... "일단 여기서 피하자." "예." 단순한 손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명이 걸어오는 발소리. 동시에 여러 명이 한 방향으로 걸어오느라 내는 규칙적인 발소리는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손님이라면 그렇게 무리로 몰려오지는 않을 거다. 설령 손님이 아니고 경비병이나, 단체로 몰려 다니는 상인들이라면 절대 자신의 발소리를 숨기지 않으리라. 나와 아르메리아는 말 을 하지는 않았지만, 둘 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로서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걷는 것이라고 해도, 그동안 수련을 쌓은 나의 귀 를 속이기는 불가능했다. 아니, 나를 속이더라도 아르메리아의, 엘프의 감각을 속이 는 것은 더욱 더 불가능했다. 우리는 위험을 피하기로 결심했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나와 아르메리아는 어두운 골목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잠깐 올려다 본 달은, 붉은 빛을 띄고 있었다. 앞으로의 살육을 예견하는 듯이. - 계속 - 후기)윽. 오늘은 연재분량이 짧다 ! 이게 다 35화에서 재편집을 하느라 소동을 벌인 탓입니다. 죄송하게도, 오늘은 좀 짧아지고 말았군요. 하지만, 여기서 끊어야 글이 이어질 테니, 도리가 있나. 그럼 내일부터는 무시무시한 전투가 이어지게 되겠습니 다. (으. 엘프들과 인간들의 마법이론, 그리고 전투, 설명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 다.....) 아, 달이 붉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운석이 떨어진 건 기억하시지요? (첫 번째 이 야기에서) 그 덕에 하늘로 올라간 대량의 먼지로 인해, 달이 붉게 보이는 겁니다. 이 상하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레이니] 3-38 법칙의 파괴자(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8 20:29 조회:571 공룡 판타지 3-38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6) "목표 1의 반응이 사라졌습니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반응이 감지된다." "목표 2 입니다." "위치는 파악되었나?" "예. 이곳은..... 아, 목표 2가 움직입니다." 무색 투명한 수정 거울, 두 개의 점이 빛나는 작은 거울을 손에 들고 말하는 마법 사. 그래봐야 다들 복장도 똑같고 얼굴도 다 가린 상황이니 누군지 알 수가 있나. "목표 2의 이동 방향은? 속도는?" "골목 쪽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속도는..... 약 20km/h입니다." "전원 전투 준비를 해라. 목표 1도 아마 근처에 있을 거다." 골목길을 달리는 레이니와 아르메리아. 이미 그들은 서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레이니의 초록색 머리와 아르메리아의 금발 머리가 바람에 휘날린다. 거추장스럽지 않게 허리에 묶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너무 길다. 특히 레이니의 경우는 끈이 라도 끊어지면 당장 머리칼에 묶여버릴 듯 한 느낌이 든다. "이 정도면 될까?" 달리면서 작은 소리로 묻는 레이니. "아직 멀었어요. 우리를 지금 쫓아오고 있어요." 역시 작은 소리로 대답하는 아르메리아. "이상하다? 우리의 생명 에너지를 추적하는 거야?" '나 여기 있다' 고 외치면서 달리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내뿜는 생명의 힘을 최소로 죽이고 달리는 것이다. 레이더라는 것은, 목표에 전파를 발사하고, 그 목표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전파를 수신함으로서 탐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에게 날아오는 에너지는, 자연적인 것 외에는 없다. 민가에서 비추어지는 약한 촛불의 빛을 가지고 의심하기도 곤란하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자신들의 힘을 수 동적으로 탐지하고 있다는 건데, 내 보내는 게 없으니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것도 없 어야 한다. 있다고 해도, 적어도 집에서 자는 사람들 이상으로 큰 힘이 나가는 게 아 니다. 오히려 더 작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걸까? 그 정도로 정교한 생명 력 탐지 장치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니었다. 뒤에 무언가가 따라오고 있었다. "제기랄. 이미 들켰어. 누가 따라오잖아." 좀 비틀거리기는 해도, 숨을 헐떡거리면서 따라오는 건..... 아까 그 꼬마였다. "역시 저 녀석, 그 놈들과 한 패였어." 검에 손을 대는 레이니. 단칼에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그녀를 저지하는 아르메리아. "안 돼요. 그녀를 죽이면." "왜?" 여전히 검에 손을 올려놓고 달리는 레이니. "만약 그들과 한 패가 아니라면....." "하지만, 지금 일이 돌아가는 걸 보니 명백하게 한 패거리잖아." "그건 그렇지만....." "그럼 베어야지. 난 죽기 싫어. 아르메리아도 그럴 것이고." "하지만, 만약 그녀를 죽이고, 그게 사람들에게 들키게 될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 요? 우리는 저 아이가 첩자라고 생각해도, 사람들이 믿어줄까요? 인간은 자신이 믿기 싫은 일을 절대 믿지 않아요. 언니가 저주에 걸렸다는 것도,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기 전엔 그 의원 아저씨도, 저도 믿지 않았다는 걸 상기하세요." 납득하는 레이니. 약간 당황해서 말을 덧붙이는 아르메리아. "엘프들이야 믿기 싫어도 명백한 사실이라면 받아들이지만....." "이미 죽이기도 늦은 것 같아." "예?" 달리는 걸 멈추는 레이니. 놀라서 같이 멈추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그들의 앞에 는..... 복면을 한 남자들이 지붕 위에 서 있었다. "젠장. 앞질러 왔군." 검을 잡는 레이니. 손을 내밀어 마법을 준비하는 아르메리아. 이제 싸움을 해야 할 시간인가. 순간적으로 시선을 교차하는 둘. 그리고 검을 뽑으며 달려나가........지 않았다. 복면의 사나이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어디를 그리 급히 가시나요? 아가씨들." 찾았다 !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메던 목표가 바로 저 앞에 있다 ! 복면을 쓴 사나이, 체서(chaser : 추적하는 사람. 사냥꾼. 미국에서는 여자를 쫓아 다니는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왠지 딱 맞는 것 같아)는, 외치고 싶은 입을 가까스로 막았다. 무려 17년 동안이나 추적한 목표가 이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는 흥분으 로 기절할 뻔했지만, 일단 확인을 해야 했다. 그가 찾는 목표가 맞는지를. "목표가 확실한가?" "예. 목표 2와 같이 있는 걸로 봐서 틀림없습니다. 목표 1의 데이터와 동일합니다." "그렇겠지. 그건 우리가 찾는 목표가 아니면 반응하지 않으니까. 역시 대단한 물건 이야." 목표? 우리가 무슨 목표야? 그리고 목표 2와 같이 있다고? 아르메리아가 목표 2였 어?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아르메리아를 돌아보고, 그녀가 기막히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았다. 하긴 쟤가 목표 2일리 없지. 저 눈을 봐. '난 저 녀석들 몰라요.' 라고 외치는 듯하다. 그런데, 뭔가 다른 눈빛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은데? 뭐냐? 웬지 불 안해진다.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울먹이면서 뛰어오는 그 꼬마. 망할 녀석..... 아, 숙녀니까 망할 ..... 그만두자. 여자한테 욕하기도 싫다. 이 저주만 풀리면 기사가 되기 위해 다시 수련을 해야 하는 내 입장에선, 여자한테 욕설을 퍼붓기는 싫다. 이것도 교육의 영향인가. 하아. 어차피 조금 있으면 내 칼로 죽여야 할 녀석이긴 하지만. 엥? 왜 이 리로 뛰어오는 거야? "하아. 하아. 하아." 내 앞에 멈추어 선 꼬마 소녀. ????? "야. 너 저쪽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었어?" 복면 사나이들 쪽을 가리키는 나. "언니....." 울먹인다고 내가 속을 것 같냐? 너 저쪽 편이잖아? 빨리 저리 가. "언니..... 정말 절 모르세요?" 운다고 속을 것 같냐? 빨리 가. 빨리..... ! 이 녀석 뭐하는 거야? "야 ! 저, 저리 가 !" 만약 그녀가 칼을 뽑아들고 날 찔렀다면 순식간에 베어버렸겠지만, 치사하게도 내 품에 파고들어 우는 데는 도리가 없다. 으. 신경질 난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이런 꼴로. "야 ! 빨리 떨어져 ! 너, 나 죽이려고 작정했어?" 나는 이 꼬마를 밀어버릴 작정을 했다. 만약 안 떨어지면, 내가 떨어뜨려 버릴 거 다. 지금 저 복면 녀석들이 단검이라도 던지면 난 움직이지도 못하고 맞고 말 거다. 그럼 난 죽은목숨이다. 약간 신경질을 부리는 것도 당연하다. 내 말에 진심이 담겨 있는 걸 안 꼬마 녀석도 내 품에서 떨어진다. 하지만 저 녀석들에게 가지는 않고, 내 옆에 선다. 겨우 울음을 참는 게 빤히 보인다. 아직도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솔직히 좀 불쌍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남들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무정하다고 하겠지만, 내가 이런 긴박한 상황에 처하니 나도 별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긴 하다. 나 살자고 꼬마한테까지 신경질을 내고, 칼질까지 하려고 하다니. 당분간은 기사가 되긴 틀린 모양이다. 여자가 되더니 신경질이 늘었어. 그 외에 는 것은 내 가슴둘레 치수 뿐이야. 하지만, 지금은 일단 살고 봐야 한다. 나는 복면을 쓴 사내들에게 말했다. 되도록 간단하게. "당신들은 누군가요?" 간단하지 않은가. 그 외에 내가 저 녀석들에게 알고 싶은 건 없다. 물론 물어보고 싶은 건 더 있지만, 대답을 해 줄 리가 없다. "모시러 왔습니다. 공주님." 풋 ! 지붕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추락사할 뻔한 상황에서 간신히 몸을 가누었다. 옆 에 있던 아르메리아도 비슷한 경험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 옆에 있는 꼬마 녀석 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이거. 도대체 어찌된 건지 모르겠다. 일 단 물어보자. 비록 응답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으. 목소리가 자꾸 여리게 나와. 아무래도 오늘 살아남으면 목소리부터 연습 좀 해 야겠어. 위엄은 그럭저럭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꿈꾸는 그런 무거운(!) 목소리와는 거리가 멀어. "저희들은....." 나는 검을 쥐었다. 만약 엉뚱한 수작을 부린다면 즉시 검을 뽑아 저 녀석들을 베어 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희들은 쥬린 제국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공주님을 찾아 오랜 동안 세계를 돌아다 녔습니다." 이해 불가능. "자, 저희들과 함께 가시지요. 황제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쪽 지붕 위로 건너오려는 복면의 사내들. "잠깐 ! 내가 그 말을 믿을 근거는 뭐지?" 솔직히, 저 말을 믿을 근거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다. 사부님을 죽인 그 라이어 녀석 과 한 패거리가 아닌가. 복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판단하는 건 섣부른 짓이 지만, 녀석들의 생명 에너지, 그러니까 기가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였다. 그것은 그들 과 같은 종류의 수련을 거친 자들이라는 걸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 난 나 자신이 공주님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난 유로 제국의 시골인 팔레르 마을에 사는 알로인걸. 비록 지금은 도망자 레이니가 되긴 했지만.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복면들이 날 쳐다보았다. "그것은....." 복면을 쓴 사나이들 중 한 사람, 아마도 리더인 듯한 사내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으. 지루해. 언제 싸우는 거야? 난 빨리 피가 튀는 장면을 보고 싶단 말이야 ! 이런 분들이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말이 끝나야 행동으로 들어가지요. [레이니] 3-39 법칙의 파괴자(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29 19:41 조회:588 공룡 판타지 3-39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7) "당신의 옆에 있는 세이브 양과, 당신이 가지고 있는 검이, 당신이 공주님이시라는 증표입니다. 미나르 쥬린 공주님."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복면의 사내. 그의 뒤를 따라 고개를 숙이는 복면의 사내 들. 지붕 위에 서 있는 사람들 중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은 건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 고 꼬마 소녀뿐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세이브라고 ? 뭐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 냐? 세이브(save : 카드 게임, 특히 브리지에서 대손실을 막기 위한 수단)라니. 여자 애답게 예쁜 이름을 가지면 안 되나? 거기다가, 이 고물 검이 그런 명검이라고? 이 세이브라는 계집애와 함께 있다는 게 내가 공주님이라는 증표라고? 웃기지 마라. 사 람을 속이려면 좀 그럴 듯한 거짓말을 해야지. "이봐요.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이런 싸구려 검은 무기점에 가면 얼마든지 구입할 수....."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공주님." 갑자기 내 말을 가로막는 복면의 사내. 저거 이름이 대체 뭐야? "그리고, 난 당신의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당신의 말을 믿지요?" 무엇보다도, 호칭이 문제다. 계속 '복면의 사내'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무엇보다도, 호칭이 너무 길다고 ! 이름 좀 알자 ! 내 희망은 이루어졌다. "제 이름은 이미 지워졌습니다. 저희들을 부르시려면 그냥 체서라고 부르시기 를....." "체서?" "예." "무슨 이름이 그래요? 게다가 당신들을 모두 체서라고 부르면, 당신만 부를 때에는 뭐라고 해요? 그래가지고는 호칭을 가지는 의미가 없잖아요?" 으. 말을 거칠게 할 수가 없어. 미치겠다. 저쪽에서 신사적으로 나오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 몸은 상당히 우아한 말투를 즐기는 모양이다.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것 같다. "저를 찾으실 때는 체서 칩이라고 하십시오. 그러면 됩니다." 체서 칩(chaser chief)? 이름 한 번 개성 없다. 칩(chief)이라면 그저 우두머리라는 뜻이잖아? 결국 자기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는 거 아냐. "결국 말을 안 한다는 거네요. 그래 가지고 제가 당신들을 어떻게 믿겠어요?" "황공하옵니다.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공주 마마." 죽이고 싶다. 저 말투부터 마음에 안 든다. 무슨 공주 마마야?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무슨 소리냐. 뭐 이런 거지. '죽어라 !' 라든가, 아니 면 '네 머리를 베어 버린다 !' 라든가. "이봐요. 나 공주님 아니니까 그런 말 쓰지 말아요." "자신의 혈통을 부정하지 마시옵소서. 공주 마마." 더는 신경질 나서 못 살겠다. 자신들이 내게 저주를 걸어놓고 저런 소리를 하다니. 물론 저 녀석이 저주를 건 것은 아니지만. 나는 소리를 빽 지르고 말았다. "이것 봐요 ! 난 공주 같은 거 아니고, 당신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어 요. 난 갈 테니까, 다신 나타나지 말아욧 !" 나는 소리를 지르고 나서 돌아섰다. 이제 칼이 날아올까? 아니면 마법이 날아올까? 나는 몸을 잔뜩 긴장시키고 기다렸다. 자, 이제 결전의 순간이다. 하지만, 내 기대는 또다시 어긋났다. 내가 걸음을 재촉해서 멀리 사라질 때까지, 그 들은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왜 추격을 하지 않지?" 지붕 위를 달려가면서 중얼거리는 나. 궁금해 미치겠다. 난 사부를 습격했던 그 자객들의 행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 다. 그 날의 일. 내가 여자가 된 날의 일. 그리고 최후에 일어난 일. 내가 쓰러지면 서 일어난 일. 빛을 뿜어 올리며 폭발하는 라이어. 날아오는 운석. 그리고 무너지는 땅. 나를 구하려고 달려드는 사부..... 내가 그걸 보았던가? 내가 그걸 ..... 기억이 희미해진다. 그 당시의 일이 마구 뒤 엉킨다. 그리고 기억은 걸쭉한 덩어리를 이룬다. 무슨 일이 일어났었지? 내가 쓰러지 고..... 그리고..... "언니 !" 아르메리아의 외침이 희미해진다. 한 줄기의 빛이 레이니의 몸을 꿰뚫었다. 지붕 위를 날던 레이니가 서서히 아래로 떨어져간다. 한 소녀의 비명. 그리고 또 한 소녀의 경악. 그들을 뒤로 남겨두고 아래 로 떨어지는 레이니. '이런 ! 방심했어. 공주님 어쩌고 한 건, 매복을 시키기 위한 시간벌기였어.' 아르메리아는 정신을 집중해서, 자신의 주위에 있는 자객을 살폈다. 하지만 그녀의 뛰어난 감각으로도, 숨어있는 자객을 찾아낼 수는 없었다. '보통 놈이 아니야. 아마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방법을 극한까지 연마한 녀석일거 야.' 자신을 숨기고, 필요한 순간에만 마법을 사용한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적이었 다. 아르메리아는 자신의 방어 마법을 거두고, 일단 모든 감각을 '감지'에 집중시켰 다. '어디에서 공격이 오더라도 피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이든 공격은 결국 내게 올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오는 공격만 막고, 그 공격의 방향을 알아낸다면, 그 뒤는 자신의 마법으로 그를 파괴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빛이 번쩍였다. 그 빛은 아르메리아의 발 아래에 있는 집의 기둥에 명중했다. 집이 흔들리면서 아르메리아의 몸을 지탱하던 지붕이 무너졌다. 아르메리아는 아래로 떨어 지고, 두 번째의 빛이 아르메리아의 몸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붉게 빛나 더니 사라졌다. 명중한 줄 알고 안심하던 체서는 당황했다. "파이어 볼 !" 아르메리아가 명중한 것처럼 보인 것은 환각이었다. 물론 그런 걸로 속을 그는 아니 었지만, 파이어 볼이 날아온 건 너무나 짧은 순간이었다. 급히 몸을 날리는 체서. 그 리고 조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는 불길에 휩싸였다. 체서는 폭발에 말려들었다. "!"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체서는 파이어볼의 직격을 당할 위기에서도 비명 같은 걸 지 르기 보다는, 아르메리아에게 사용할 대응 마법을 외우고 있었다. 불타버린 오른손 대신, 왼손을 드는 체서. 그의 입에서 주문이 외워지고, 곧 완성된 주문은 그 힘을 쏟아 부을 상대를 찾기 시작했다. "........!" 체서의 왼손에서 붉은 빛이 쏘아져 나간다. 그 빛의 정면에 선 아르메리아. '빛의 마법인가. 하지만 저 정도로는.....' 빛은 자기 할 일을 다 하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흡수?" 체서의 그 말이 그의 유언이 되었다. 아르메리아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리고, 그 빛은 직선을 그리면서 뻗어나가, 체서의 가슴을 관통했다. 체서의 몸에서 피가 쏟아지면서 뒤로 퉁겨나갔다. 그리고 끝이었다. 스르륵 사라지는 그의 몸. 아르메리아는 그의 죽음을 지켜보지 않았다. 그럴 여유도 없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레이니가 쓰러진 장소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녀는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이미 다른 체서들이 레이니가 있는 장소로 가고 있었던 것이다. '큰일났다.' 아르메리아는 몸을 숨겼다. 자신이 살아있는 것이 들키면, 체서 전원이 몰려올 것이 다. 그리고, 수적으로 1대 10이란 상황은 그리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아직 치유 마 법을 완벽히 익히지 못한 그녀에게 있어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끝장이었다. "일단 기회를 노리고....." "언니. 일어나. 일어나. 흑." 너 같으면 가슴에 구멍이 났는데 일어날 수 있냐?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드는 애야. 생각도 못한 기습이었다. 분명히 앞에 뭔가가 있을 지 몰라서 감각을 집중시켰었는 데. 내가 너무 딴 데 신경을 쓴 탓일까? 아까 체서 칩이 한 말이 생각나자, 분노와 수치심이 내 마음에 가득 찼다. 내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한 이유가, 날 방심하게 하려는 것이었나? 그런 초보적인 수에 속은 내가 한심해졌다. 더불어, 내 감각으로도 알아낼 수 없을 정도의 은신술을 가진 자가 체서 중에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잠자는 중에도 도적의 습격을 알아챌 수 있는 감각을 가진 나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이었다. '일어나야 해.....' 마음만으로 행동을 할 수 있다면 난 여태까지 수 천 번 일어났으리라. 하지만 마음 만으로 안 되는 게 세상살이라. 결국 난 그대로 누워있었다. 내 눈앞에 별이 빛나고 있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별은 그대로 빛나는구 나..... 아니, 빛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어둠이 내 앞을 가렸다. 어둠. 그렇게 부르자. 복면을 쓴 사내들. 체서라고 불리는 자들이 어둠이었다. "죄송합니다. 공주님. 하지만 검술로는 공주님에게 이기기 어렵다는 걸 알기에, 이 런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길." 용서? 죽이고 나서 용서를 빌면 뭐하냐? 내가 저승에서 용서해주길 바라는 거냐? "잠시 주무시면 됩니다. 일어나시면 황제 폐하를 배알하게 될 것입니다." 으. 말도 안 된다. 이렇게 되다니. 갑자기 그 변태 마법사에 대한 증오심이 되살아 났다. 그럼, 그 녀석은 결국 날 여자로 만든 다음에 쥬린 제국의 황제에게 진상할 생 각이었나? 그럼 그 황제란 녀석도 변태였나? 갑자기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떠오른다. 그리고..... 아기를 안은 내 모습이 떠올랐다. 화려한 옷을 입고 궁전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 그건 안 돼 ! "으.... 으으....." 나는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몸통에 구멍이 뚫리니 시원하긴 하군. 하지만 불쾌하다. 내가 저들에게 당한 게 불쾌하고, 내가 부주의했다는 게 불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불쾌한 것은, 내가 '공주님', 즉 여자로 취급된다는 게 불쾌하다. 옆에 그 여자애가 있다. 눈물로 얼굴이 엉망이 되어 있다. 바보. 여자애는 얼굴을 소중히 해야지. 눈물을 손으로 닦아준다. 아니, 난 팔을 못 움직인다. 하지만 난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아니,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다. 아니야. 느껴진다. 아니야. 느껴지지 않아. 틈耉?..... 이젠 감각도 제대로 느 낄 수 없는 건가? 내 앞이 흐려진다. - 계속 - 후기)으. 이렇게 싱겁게 당하다니. 주인공의 체면은 뭐란 말인가. 레이니, 지갑을 사 수하던 그 용맹스런 모습을 다시 보여다오..... 아, 오늘은 마법 이론이 잘 안 나왔네요. 제 실수라고 해야 하나. 하긴 주인공이 한 방 맞고 픽 쓰러진 상황에선 좀 그렇긴 하지만. 주인공이신 레이니 양이 너무 간단히 당했다고 하실 듯 한데, 그건 저격수의 무서움 을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상대는 몸을 숨기고 한 발의 저격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이골이 난 자입니다. 현대전에서 스나이퍼(저격수 : snifer)는 혼자서 수 백 명의 적군을 저지할 수 있는 자입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어서 한 방씩 쏘는 비겁 함(?)으로, '언제 내가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적에게 줄 수 있습니다. ? [레이니] 3-40 법칙의 파괴자(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30 19:25 조회:564 공룡 판타지 3-40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8) 피가 흐른다. 내 손에 피가 흐른다. 이건 내 피가 아니다. 비와 함께 흐르는 건 타인의 피. 피가 흐른다. 내 작은 손에 쥐어진 단검에 묻은 피가 땅 아래로 흘러내린다. 비와 함께 흐르는 건 타인의 피. 피처럼 붉은 빛. 내가 눈을 떴을 때 본 것은 그것이었다. 여긴 어디냐. 벌써 내가 죽었냐? 아니지. 아까 그 체서 칩의 말을 믿는다면, 여긴 황제의 궁성이겠지. 그럼 여긴 감 옥인가? 아니지. 아무리 잔인무도한 녀석들이라고 해도, 감옥 지붕에 피를 칠할 리는 없고. 게다가.... 내 감각이 돌아오면서 땅바닥의 감축이 등을 통해 느껴졌다. 지붕에 피를 칠했으면 피가 뚝뚝 떨어져야지. 한 방울도 떨어지는 피가 없다. 단 한 방울도. 그럼 난 누워있나 보다. 으. 땅이 차가워.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일어나..... 하 지만 난 아까 가슴이 관통 당했는데.... 이 엉터리 같은 가슴. 크기만 하고 방패 역 할은 전혀 안 되다니..... 어? 두리번 두리번. 이럴수가? 이렇게 쉽게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나는 깨어나자 마자 당장 내 가슴을 더듬어 보았다. 여전하구나. 이 큰 가슴. 부드럽고 크고, 만지면 기분 좋 아.... 아 !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나도 모르게 응큼한 남자가 되어 버렸어. 흑흑 흑. 그런데, 구멍 난 곳은 없는데?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순전히 습 관적으로 둘러 본 거다.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던 꼬마를 보았다. 웃고 있는 아이. 짧은 갈색 머리가 부럽다. 적어도 머리 때문에 목욕할 때마다 고생하지는 않을 테니. 그녀를 쳐다보는 나. 내 앞에서 열린 소녀의 입술. "괜찮아요? 언니." 그 말이 날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아, 난 지금 여자였지. 확실히 정신이 없었나 보 다. 큰 가슴을 만져 보고도 내 상황을 깨닫지 못하다니. 그런데, 여기는 어디지? 이쪽에도 나무. 저쪽에도 나무. 앞쪽에도 나무. 뒤쪽에도 나무. 여긴 어디야? 모르겠어 ! 나는 고개를 돌려서, 그래도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 것은 바로.... "여기 어디냐?" 약간 딱딱한 말투였나? 애 얼굴이 새파래진다. 툭. 뭐야? 난 크게 말하지 않았어. 쓰러지면 어떡해? 적어도 여기가 어딘지 말은 해주고 기절해야지 ! 으. 내가 나쁜 놈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몸을 일으켜서 꼬마의 몸 을 흔들었다. 이름이 세이브라고 했나? 그래, 이름으로 불러주자. "야. 세이브. 일어나. 일어나." "으....응...." 약간 묘한 신음을 흘리면서 눈을 뜨는 세이브. 어지간하면 다른 이름 좀 짓는 게 좋 을 듯 하다. "어, 언니...." 약간 흔들림이 심했는지, 눈동자가 마구 돌아간다. 나는 그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나만큼 인내심이 강하지 못한 녀석이 있었다. "크아악 !" 급히 세이브를 껴안고 엎드리는..... 반응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미쳤냐? 난 죽 기 싫다고. 그렇다고 싸우기에는 무리고. 아이를 보호하면서 싸움을 하기는 무리였 다. 난 혼자고, 저쪽은 두 마리라고. 그래서 나는 세이브를 안고 몸을 날렸다. 내가 조금 전까지 있던 자리에 입을 들이대는 공룡 두 마리. 아, 아차. 내 검 가져가야지. 나는 세이브를 안은 채 몸을 옆으로 날렸다. 약간 부 스러진 듯 하지만, 내 검이 땅에 떨어져있다. 으아악 ! 바로 옆에 공룡들이 있잖아? 나는 검을 일단 포기하고, 나무 위로 뛰어올랐다. 애를 껴안고 나무를 타기는 힘들 다. 결국 나는 뛰어오르다가.... 다시 내려오고 말았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수행을 했다고 해도, 발 만으로 나무를 타는 것은 무리라고 ! 지상에서 노려보게 된 나와 공룡 두 마리. 키가 나보다 더 크고.... 하긴 공룡중에 서 나보다 작은 건 거의 없긴 하지만. 몸이 마른 녀석들이다. 턱이 뾰족하고, 손이 발달되고... 전형적인 육식 공룡인데.... 오르니톨레스테스(2미터 정도의 소형 육식 공룡)보다 더 크고 날렵하게 생겼다. "코엘로피시스?" 몸길이가 3미터. 물론 육식이니만큼 매우 위험한 놈이다. 그게 두 마리나 ! 친척으 로는 6미터에 달하는 육식 공룡인 케라토사우루스가 있다. 어릴 때 고생한 기억이 되 살아나자,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 "재미없네. 못 피하면 죽을 거고, 그렇다고 이 녀석을 안고 피해 다니기는 힘들고." 우선은 애를 업어야겠다. 도저히 안고서는 두 팔을 자유롭게 쓸 수가 없다. 검을 주 워들면 상대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애가 없는 경우의 이야기이고. 애가 있는 상황에서 저 흉폭한 녀석들을 맨손으로 싸워 이기라는 건 죽으라는 말과 다를 게 없 다. 자기 새끼를 잡아먹을 정도로 악독한 녀석들과 맨손으로 싸워? 나는 머리를 굴렸다. 무슨 수로 애를 나무 위로 데려다놓고 저 녀석들과 싸우나? 아 니, 그런 건 필요 없고, 일단은 애를 업기라도 해야겠다. 괜히 껴안았어. 틈을 노리 는 나. 하지만 빈틈이 전혀 없는 공룡들. 아무리 계산을 해 봐도 속도로는 내가 더 느리다. 애만 없어도 어떻게 하겠는데. 미치겠도다. 행동은 코엘로피시스가 더 빨랐다. 망설이는 날 그대로 덮친 것이다. 일단 옆으로 뛰는 나. 하지만 그 방향에선 코엘로피시스 한 마리가 더 있었다. "큰일났다 !" 엉겁결에 옆차기 ! 하지만 애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그게 효과가 있을 턱이 없다. 무엇보다도 위력이 떨어진단 말이다 ! 더불어 속도도. 우습게 피하는 코엘로피시스. 그리고 그 입을 내게 들이댄다. '당했다 !' 물론 간단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냥 이 꼬마 아가씨 - 세 이브 - 를 녀석에게 내던지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나는 살 수 있다. 일단 짐이 하나 없어지는 것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날 바라보는 애처로운 눈길을 본 순간, 그럴 생각이 있었다고 해도 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공룡이 내 착한 마음씨에 감동해서 공격을 멈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 다. 코엘로피시스의 입이 내 발을 물었다 ! 그러나 ! 퉁 ! 무언가에 부딪친 듯 뒤로 튕겨 나가는 코엘로피시스. "뭐야?" 나는 주위를 보았다. 무언가가 나와 공룡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방어막?" 이상하다. 난 마법 같은 거 익힌 적 없는데. 그럼 아르메리아가 한 걸까? 하지만 주 위에 나와 세이브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굶주린 공룡들을 제외하고는. 그럼 이 아이가? 나는 세이브를 보았다. 두 손이 빛나고 있었고, 그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상황이 다급하긴 했지만, 나는 그녀에게 묻 지 않을 수 없었다. "너, 마법사였어?" "...." 고개를 가로젓는 세이브. 이 방어막을 유지하는 데만도 몹시 고통스럽다는 듯이, 얼 굴이 크게 일그러져 있다. 주루룩 흘러내리는 땀방울. 나는 그 표정으로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나의 검이 떨어져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나와 세이브의 몸을 지키기 위해 발산된 마력이 내 주위로 소용돌이친다. 그 마력은 자신을 잃고 붕괴되 면서 빛과 열을 사방으로 방출하고 있었다. 주위의 나무에 불이 붙었다. 세이브의 얼 굴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얼마 못가서 쓰러질 것이다. 나는 손을 아래로 뻗었다. 검 이 빛을 내뿜으며 갈라졌다. 그리고.... 검은 깨져 버렸다. "뭐야 !" 마력을 견디지 못한 것인가. 나는 순간적으로 허탈해했지만, 검은 아직 일부가 남아 있었다. 검의 손잡이뿐이지만. 상당히 화려한 무늬를 새긴 검의 손잡이. 이 상황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하다. 나중에 팔아먹으면 엄청나게 값을 받을 듯한 보석들로 장식되어 있긴 하지만. 그러면 뭐하냐. 손잡이만 있는데. 절망이 나를 감쌌다. "이걸로 끝인가....윽 !" 뒤에서 나를 할퀴는 코엘로피시스의 손톱. 간신히 피했지만, 세이브를 안고 있던 내 오른쪽 팔에 상처를 남겼다. 그 상황에서도 아이를 보호했으니 난 기사답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매우 아프다고 ! 저항할 수단이 없는 나에게 다가서는 두 마리의 공룡. 그리고 내 팔에서 흐르는 피. 나는 내 손에 쥐어진 검의 손잡이를 보았다. 내가 팔을 아래로 내리니 내 피가 흘러 검을 적신다. 뒷걸음질치는 나. 하지만 숲 속에서 뒷걸 음질 친다고 어디로 갈 수가 있겠는가. 나무가 내 등 뒤에 닿았다. 막혔다. 더 갈 데 가 없다. "내가 브리즈 녀석 꼴이 되는군." 세이브는 이미 마력을 소진한 듯, 주위를 휩쓸던 마력의 폭풍도 사라졌다. 이젠 정 말 끝이다. 단검이라도 하나 사 둘걸. 그게 있다고 해도 저 녀석들을 잡을 수 있을지 는 장담 못 하지만. 그래도 발악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나를 향해 달려드는 코엘로 피시스 두 마리. 그 순간. "부우우우웅." 검 손잡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하아. 이제 드디어 레이니의 고생문이 본격적으로 열리는군요. 무슨 소린지는 내일 보시면 아실 것이고..... 코엘로피시스는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살던 공룡입니다. 시대상으로는 약 2억 1000만년 전이므로, 2억 800만년전에 트라이 아스기가 끝나니까 거의 한 시대의 끝에 나타나는 거지요. 화석이 발견 되었을 때, 새끼를 잡아먹었다는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뱃속에 새끼의 뼈가 있어서), 흉폭한 공 룡으로 쓴 겁니다. 딱 위장의 위치에 새끼의 뼈가 나와서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되었지 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쥬라기의 상황이 아니냐..... 고 하실 분들을 위해 한 말씀 드리자면, 지금도 고대의 생명은 얼마든지 살아있습니다. 우선 바퀴 ! 3억년 전에 나 타난 겁니다. 그리고 유명하신 시라칸스. 이것도 공룡들보다 더 오래전, 2억년 전에 나타난 겁니다. 그 외에 은행 나무도 쥬라藪〈? 잔뜩 있었습니다. 이것도 알고 보면 살아있는 화석입니다. 뒤져보면 더 !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트라이아스기의 생물이 쥬라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정했습니다. 상당히 원시적인 공룡이지만, 원시적 인 공룡이라고 꼭 멸종시킬 생각은 없어서요. 형태를 조금 바꾸어서 살아남았다고 해 버렸습니다. ? [레이니] 3-41 법칙의 파괴자(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5-31 19:59 조회:561 공룡 판타지 3-41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9) 하늘로 올라가는 빛의 기둥. 그건 멀리 있는 자들에게도 보였다. 지금이 해가 떠오 르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가슴에 못을 박은 사람들에게도 선명하게 보였다. "저, 저건? 저 빛 아래에 목표 1과 목표 2가 있습니다." 예의 거울을 들고 외치는 복면의 마법사. 그리고 복면의 체서들. "맙소사. 정말 계약을 할 셈인가. 당장 막지 않으면....." 당황한 듯 외치는 체서들의 대장. 체서 칩. 하지만 당장 달려가기에는 너무나 멀었 다. 그들은 새파랗게 질린 채, 그저 빛의 기둥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 임무는.... 실패로군요." 중얼거리는 마법사. "이제 미나르 공주도 끝장이군." 중얼거리는 복면들. "아직 아냐 ! 혹시 계약에 성공할 지도....." 조용한 체서 칩의 말. "무리입니다. 여태까지 그 누구도 라 브레이커와의 계약에 성공한 사람은 없습니 다." 반박하는 마법사. 그를 바라보며 말하는 체서 칩.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나. 만약 성공할 수 있다면....." "너무 위험합니다. 계약에 실패하면 미나르 공주는 죽고 말 겁니다." 레이니가 들었으면 우선 '공주'이라는 말에 화를 낼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공주님 에게 마법으로 상처를 입히는 무엄한 녀석들'에 대해 화를 또 낼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화낼 상황이 아니었다. 우선은..... "이, 이게 뭐야?" 갑자기 일어나는 거대한 빛의 기둥에 놀라는 아르메리아. "저 쪽은 아까 언니와 그 애가 날아간 방향인데?" 레이니가 땅에 떨어지고 꼬마 여자아이가 울며 그녀에게 다가갈 때, 검은 복면의 체 서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레이니를 포위했었다. 아르메리아는 어디서 자신을 견제하는 지 모르는 그 마법사를 경계하느라 그걸 막지 못했다. '젠장. 그 인간은 보통 녀석이 아니었어. 그 상황에서 환상 마법으로 날 속이다니.' 분명히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자신의 빛의 마법을 피하고 그와 동시에 환상을 만들어내다니. 인간치고는 상당한 솜씨였다. 환상이란 걸 알았을 때는 이미 체서들이 몰려와 있는 상태였고. 레이니가 잡히는 모습을 본 아르메리아는 순간 당황했지만, 터져 나온 빛을 보고 더 욱 당황했다. 복면의 사내들이 굳이 다 잡은 레이니에게 마법을 쓸 필요는 없었기 때 문이다. 죽이려면 그저 단검으로 심장을 한 번 찌르면 되는 것이고, 생포하려면 그냥 데려가면 된다. 그러나, 빛이 터지고 나서 일어난 수많은 에너지의 움직임은 아르메리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빛이 주위를 감싸고, 동시에 아무 힘도 없을 것 같았던 꼬마 소녀의 몸에서 일어난 현상은.... '그 아이가 시공간(시간과 공간. 공간을 시간 방향으로 겹치면 시공간이 된다)을 다 루는 힘을 가지고 있다니..... 대체 그 애는 뭐지? 인간은 아냐. 인간이 그 정도의 힘을 스스로 낼 수는 없어.' 아르메리아가 알기로는 인간은 스스로 마법을 발동시키는 게 아니라 타인. 인간이 신이나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에서 힘을 빌어서 마법을 발동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자기 힘으로 마법을 발동시킨 것이다. 다른 차원의 존재에게 힘을 빌린다 면, 당연히 그에 따르는 필수적인 절차가 있다. 엘프들에게는 필요가 없는 마법의 매 개. 주문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르메리아가 보기에 그녀가 주문을 외운 것은 아니었 다. '주문을 외웠으면 당연히 다른 차원의 존재와 대화를 한 것인데.....' 적어도 아르메리아가 보기에 그런 흔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만약 주문을 외워서 마법을 발동했다고 해도, 시공간을 움직이는 힘을 인간이 견디 어 낼 리가 없는데.....' 그게 문제였다. 인간이 시공간의 성질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그걸 다루는 힘을 인간의 몸이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인가? 우선, 아르메리아가 알기로는, 시공간이 변형할 정도의 힘을 가하려면 엄청나게 강한 힘이 필요했다. 보통, 그 정도 의 힘을 가진 자연의 물체는..... 적어도 별 정도의 크기와 질량을 가져야 했다. 그 정도의 무게를 가진 것이 아니면 시공간에 영향을 미치고, 눈에 뜨일 만큼의 변화를 일으킬 수가 없었다. 인간이 그런 정도의 질량과 에너지를 가지고, 다루는 게 가능한 가? 인간의 몸으로?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 인간은 그런 힘을 견디기 전에 찌부러지고 말 것이다. 그 정 도의 힘을 인간의 몸에 압축시키면,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 자체가 붕괴할 것 이다. 그런데 저 아이는 그걸 해낸 것이다. 아르메리아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 다. '아냐. 내가 잘못 생각한 건지도 몰라. 단순히 속임수인지도.....' 하지만 속임수로는 엘프인 자신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 그럼..... 깊이 생각을 하려던 아르메리아는 그 생각을 잠시 멈추었다. 멀리서 나타난 에너 지..... 빛의 기둥. 그 아래에 레이니가 있었다.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였다. '저 방향인가. 생각보다는 멀리 가지 않았어.' 아르메리아는 뛰기 시작했다. 숲으로 달려들어가는 아르메리아. 그녀가 나무 위로 뛰어 오른다. "이, 이게 뭐야?" 약삭빠른 공룡 두 마리는 어느새 달아나 버리고, 레이니는 손잡이만 남은 검을 들고 있었다. 빛은 잠시동안 쏟아져 나왔지만, 레이니로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레이니가 그 동안 사용할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 다. '왜 이 고물검이 이렇게 변한 거지?' 빛이 꺼져 버린 검 손잡이를 바라보면서, 레이니는 중얼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리고, 정신을 차린 레이니의 주변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나를 깨운 것이 아가씨인가."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나타난 붉은 색의 거인. 온 몸이 불꽃에 둘러싸여 있어서 붉게 보이는 것이었다. 이 어둠 속에서도. 레이니는 검 손잡이를 무의식중에 들고 있는 자 신을 발견했다. '검사란 건 별 수 없나. 쓸모도 없는 검 손잡이를 들고 서 있게.' 손잡이를 내려놓으려는 레이니. 그리고..... "나를 깨운 것이 아가씨인지 물었다. 왜 대답을 하지 않는가." 무슨 소리인지 알아야 대답을 하지. 한심하지만, 내 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거인이 뭔지 모르겠다. 어떻게 일이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질문을 던지고 싶은 건 나다. 하지만, 저 거인에게 물어 봐야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고. 사실은 무서워서 그렇지만. 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그 거인이 내뿜는 열기가 날 질리게 만들 었다. 더 가까이 가다간, 내 옷이 다 타버릴 것 같다. 아니, 나까지 새까맣게 탈 것 같다...... 옆에 있는 세이브까지. "대답이 없다니, 그럼 누가 날 깨웠는가. 너는 왜 라 브레이커를 들고 있는가." 뭐라고? 이 칼날도 없는 손잡이가 전설의 명검, 라 브레이커라고? 웃기지 마라. 그 검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나도 알고 있다고. 적어도 그 검은 2미터에 가까운 검 날을 가지고.... 슈우욱. 주위에 일어나는 바람. 그리고 자라나는 검날. 서서히, 손잡이에 달린 검날은 성장 하고 있었다.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커 가는 것처럼. "이, 이게 뭐야?" 뭐 이런 검이 다 있냐? 내가 놀라 외치는 동안, 어느새 2미터에 가까운 검이 되어버 린 검 손잡이. 나는 약간 멍한 상태로 검을 바라보았다. "윽 !" 이거 상당히 무겁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들지도 못하겠다. 순간적으로 팔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돼 ! 검이 철로 되어있다면 이 정도는 되지 않을 거다. 검이 좀 크긴 하지만 내 팔 힘도 그리 약하지는 않다고. 게다가 두 팔을 모두 사용하 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겁다니. "이, 이게 정말로 그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인가요?" 그 답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스스로 자라나는 검이 보통 검일리는 없고, 아무래 도 그 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아까 세이브가 검을 만졌을 때 검이 빛 을 발하던 것이 생각났다. 혹시 세이브는 이 검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들었다. "세이브." "아.... 응. 언니." "너, 이 검에 대해 알고 있어?" "응. 언니 검." 도대체 내가 왜 이 꼬마한테 물어봤지? "그게 아니고, 도대체 이 검의 이름이 뭐냐고." "라 브레이커가 맞다." 대답을 한 건 세이브가 아니라 그 불꽃에 휘감긴 거인이었다. 목소리가 묵직하다. 좀 부럽긴 하다. 저주만 풀리면 나도 저런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지만 부러워하는 건 나중의 일. 나는 입을 열었다. 그 거인을 향해.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요?" "........ 너는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건가?" 뭐야? 그럼 저 불덩어리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 거란 말이야? 하지만 대답은 빨리 돌아왔다. "여긴 너의 운명이 결정될 장소다." 묵직한 목소리의 대답이 들려왔다. - 계속 - 후기)으. 오늘의 아르메리아의 생각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하실 분이 계실 듯. 하지 만 그건 사실 거대한 질량을 가진 물체는 시공간을 변형시킨다는 걸 기초로 해서 만 든 생각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아인쉬타인이라는 사람의 일반 상대성 이론인데요. 이 건 과학 잡지에 보면 자주 나오는 이야기이므로..... 단순히 말해서 시공간의 변형이 우리가 알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나는 게 중력입니다. 물론 다른 방법(있기나 한 거 냐?)으로 시공간을 변형시키면 되지만, 일단 중력이 가장 먼저 떠오르므로 아르메리 아가 그걸 먼저 생각한 겁니다. 아, 내일은 레이니를 죽도록 고생시키겠습니다. 확실히 ! 버그)아, 잊을 뻔했네요. 시리얼 란에도 나왔지만, 38화에서 문제가 있다고 오세종님 께서 말씀을 하셨는데, 확인해보니 정말 레이니와 아르메리아가 지붕 위로 뛰어오르 는 장면을 안 쓰고 말았네요. 수정합니다. 메일 보내주셔서 감사. 그리고, 이 시대의 집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원하셨는데, 아마 아직은 안 될 겁니 다. 미리 제가 생각을 하고 써 두어야 하는데... 불행히도 집이 이야기에서 나와야 묘사를 하지요. 좀 걸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붕은 나무로 되어 있고, 레이니같은 가벼운(!) 소녀는 지붕을 부셔먹을 정도로 무겁지 않습니다. 풀로 지붕을 덮을 수가 없으니, 레이니가 아래로 푹 꺼지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흐흐흐. 이 시대에는 풀이 없거든요) [레이니] 3-42 법칙의 파괴자(1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1 19:08 조회:551 공룡 판타지 3-42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0) 운명? 이봐. 내 운명이야 뻔한 거 아냐? 저주를 풀고 나서 기사의 길을 걷고, 악인들을 물 리치고 예쁜 여자, 이를테면 아르메리아같은 여자를 만나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 는 거. 뭐 그런 거지 뭐. 왜 내 운명을 남이 결정한다는 거야? 이런 이상한 장소에 서? "이봐요. 난 여기 있을 생각이 없으니 내보내줘요."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꺼내는 나. 하지만..... "내보내고 싶으면 날 쓰러뜨리고 나가봐라." 와. 이거 완전히 '싸우자'는 거네. 하지만 난 저런 불덩어리를 상대로 싸울 생각이 없는데. "왜 내가 당신하고 싸워야 하는 거죠?" "그건 네가 그 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이 전설의 검의 주인이므로 무조건 당신하고 싸워야 한다.... 는 건가? 뭐 그럼 문제를 해결하는 법은 간단하군. 나는 검을 땅에 던져 버렸다. 온통 검은 색으로 되어 있어서 흙인지 돌인지는 모르 는 바닥에. 검이 땅에 떨어지면서 맑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뭐냐? 저 검은. 보 통 물체가 땅바닥에 떨어지면 소리를 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럼 이거 환각인가? 나 는 내 주위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폈지만..... 환각은 아닌 것 같았다. 이게 뭐야? 하지만 지금은 일단 여기서 나가는 게 순서지. 나는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저 검을 버렸으니 날 나가게 해 줘요." 그리 먼 장소에 버린 건 아니다. 만약 저 거인이 날 공격이라도 하면 금새 다시 주 울 수 있도록 아주 가까이에 버리긴 했다. 하지만, 싸우는 이유도 모르고 싸움을 벌 이기는 싫었다. 여기서 나가더라도, 그 자객들과의 싸움이 남아 있었다. 여기서 힘을 소모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넌 그 검을 버릴 수 없다." 거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검이 스스로 떠오르더니 내 손에 쥐어졌다. "이거 뭐 하는 거예요? 왜 내가 버렸는데 다시 나한테 이 검을 주는 거지요?" 이거 완전히 '널 죽여버리겠다.' 는 거잖아. 내가 저 거인을 이기려면 얼마나 많은 힘을 소모해야 할 지. 게다가 간신히 이겨도, 그래가지고는 자객들을 상대할 힘이 남 을 것 같지 않다. 내가 저 거인에게 원한 살 일이 있었나? 생각 할 필요도 없다. 본 적이 있어야 원한을 사지. 난 치매사부처럼 마음씨가 나쁘지 않다고. "그 검은 이미 오래 전부터 네 것이었기 때문이다." 뭐라고라고라고? 단지 오래 전부터 이 검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렇기는 하지만, 난 이 검이 싸구려인줄 알았다고. 이게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인 줄 알고 사용한 게 아 니야. 게다가, 단지 내가 이 검의 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런 거인과 싸워야 할 이 유가 있나? 이건 따지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봐요. 왜 내가 당신과 싸워야 한다는 거죠? 단지 이 검의 주인이란 이유만으로?" 불꽃의 거인은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저런 바보가 이 세상에 있 을까 하는 눈으로. "너는 이 검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검을 소유한 건가..... 어리석은 자여." 그래, 나 바보니까 바보도 알아들을 수 있는 설명을 해봐. 이 덩치만 큰 장작더미 야. 거인은 나를 보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 검은 고대 문명의 유산이자 검의 주인에게 힘을 주는 존재이다. 하지만 주인이 되겠다는 자가 그만한 자격이 있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이 검은 주인이라고 나선 자 를 죽여버린다. 너는 이 검의 주인이니 당연히 주인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내게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날 이김으로서." 와. 순 억지다. 이 검, 알고 봤더니 상당히 성격이 나쁜 놈인가 보다. "그래서, 당신은 뭐지요? 이 검의 영혼? 아니면 이 검의 정령?" "아니다. 난 단지 이 검에 속한 자. 이 검의 수많은 부속된 자들 중 하나일 뿐이 다." 뭐야. 그럼 저건 단지 이 검의 부하라는 건가? "그럼 당신은 이 검의 부하?" "아니다." ????? "난 단지 첫 번째로 널 만나는 자이다. 날 이기면 너는 내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 다." 단지 첫 번째라고? 그럼 그 다음으로 오는 자가 또 있다는 말이잖아? "그럼, 당신을 이기면 그 다음에 또 누가 오는 건가요?" "그렇다." 와. 순 억지다. 이 검이 날 죽이기로 작정했구나. 왜 그 치매 사부가 나한테 이 검 을 주었는지 알만하다. 나쁜 사부 같으니. 부드득(이 가는 소리) 물론, 사부가 그런 걸 알고 나한테 이 검을 주지는 않았겠지만..... 그 인간의 평소 행적으로 보아 의심이 가기는 간다. 하지만 ! 지금은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간이다. 나는 거인을 바라보며 약간 큰 소리로 말했다. "이봐요. 그럼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는 말이잖아요. 도대체 얼마나 많 은 상대와 싸워야 하는 거지요?" 그렇지 않은가. 내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수많은 괴물들을 상대로 싸우느냔 말이다. 저 불꽃의 거인만 해도, 이기기가 쉽지 않을 듯 한데, 저런 게 수 십, 수 백 명씩 몰 려온다면, 난 죽음이다. 차라리 '너 죽어.' 라고 하는 게 정직한 대답 아닐까. "걱정 마라. 오늘은 나 하나만 상대하면 된다." 휴우. 이제 안심...... 이 아니잖아 ! 그 말은 내일 또 저런 괴물을 상대할 수도 있 다는 말이잖아. 나는 상당히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내일도 모래도 계속 싸운다면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는단 말이에욧! 그렇지 않아도 난 쫓기는 몸인데." 당신이야 한 번 싸우고 나면 그만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단 말이야. "그건 염려 마라. 네가 날 이기고 나면 널 뒤쫓는 자들을 내가 물리쳐주지." 이봐. 나한테 질 정도면 그 복면의 체서들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나하고 싸워 서 힘이 빠진 후에야 날 도와주겠다는 거야, 뭐야. 저 거인, 생각보다 속이 시커멓 다. 투덜투덜투덜. 불평을 하는 날 무시하고는, 거인은 자신의 두 팔을 벌렸다. "자, 준비해라. 나의 주인으로서 합당한 자격을 가졌는지 보고 싶다." 거인의 두 팔에서 불꽃이 치솟았다. 겁나게 크다. 두 손에서 타고 있는 불꽃은, 거 인의 키를 두 배 이상 능가하는 거대한 불꽃이었다. 그와 함께, 거인의 몸 자체가 불 덩어리로 변했다. "!" 기어이 나랑 싸울 셈인가. 나는 검을 꼭 쥐었다. 하지만..... 난 저런 괴물하고 싸 우기 싫어 ! 난 타죽기 싫단 말이야..... ! "이봐요. 말로 하는 게 어때요? 굳이 날 주인으로 삼을 필요는 없...." "이미 늦었다. 날 납득시킬 정도의 힘을 보이지 않으면, 너를 죽여버리겠다." "히이익 !" 마, 맙소사. 말이 아예 안 통한다. 나는 뒤로 물러섰다. 이거, 세이브까지 보호할 여유가 없는데 어쩌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쉽게도 엄폐물이란 건 하나도 없었다. 일이 커지네. 기사 지망생으로서 여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건 수치인데.....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내 한심한 처지가 떠올라 버렸다. '으. 내 가슴. 비참해.' 이거, 과연 내가 잘 싸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까는 싱겁게 한 방으로 나가떨어지 고.... 가만. 내가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분명히 가슴에 구 멍이 뚫렸는데? 시간도 조금이라도 끌 겸, 나는 그 점을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빨리 안 하면 난 타 죽을 거다. "이봐요." 나를 향해 달려오려는 거인이, 내 작고 가냘픈 목소리를 듣더니 멈추었다. "으. 목소리 한 번 크군. 그래 뭐냐? 설마 유언을 할 생각이냐?"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 "그게 아니고, 난 아까 분명히 마법사한테 한 방 맞고 가슴에 구멍이 났었는데, 어 째서 이렇게 멀쩡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요." 나를 쳐다보는 거인. '저런 바보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이다. 저런 표정을 두 번이나 보다니. "네 옆에 있는 그 세이브라는 아가씨 때문이다." 아가씨라는 말은 좀 거슬리긴 하다. 얘가 무슨 아가씨야? 단지 우는 기계일 뿐 인..... 가만. 얘가 뭘 어쨌다고? 그럼 얘가 날 고쳐준 거야? 나는 세이브를 바라보 았고, 그녀는 나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끄덕. "세상에. 너 그런 능력이 있었어? 일단, 고맙다고 할게." 나를 보고 웃는 세이브. 상당히 귀엽다. 얼굴도 동그랗고 키도 작고. 무엇보다도 람 포 그 계집애처럼 사악한 눈빛을 가지지 않은 게 마음에 든다. 단, 울지는 마라. 지 금 울 때가 아니다. 나는 이 아이를 보호하면서, 저 불꽃의 거인과 싸울 방법을 생각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검을 거인에게 향하고. "그 아이의 힘을 빌릴 생각은 하지 마라. 이건 너와 나의 싸움일 뿐이다. 그 아이는 안전한 장소에서 관전을 하도록 하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세이브의 주위에 쳐지는 반투명한 막. "꺄아악 !" "이, 이게 뭐야?" - 계속 - 후기)으. 다음 회로 미루어진 레이니 죽이기.....가 아니고 레이니의 전투 장면. 다 음 회에서는 레이니도 고생을 상당히 할겁니다. 과연 불덩어리를 칼 한 자루로 물리 칠 수 있을지. 잘못하면 새까맣게 탄 레이니 구이를 보실 수..... 으아악 ! (퍽퍽퍽) [레이니] 3-43 법칙의 파괴자(1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2 19:59 조회:554 공룡 판타지 3-43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1) 이거 뭐야? 치사하게 아이를 인질로 삼겠다는 거야? 나는 빽 소리를 질렀다. "야 ! 치사하게 아이를 잡아서 협박하는 거냐?" "그건 아니다. 단지, 이 아이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세이브를 둘러싼 반투명한 방어막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상당히 먼 장소로 이동하더 니 멈추었다. 그 작은 고사리같은 손으로 방어막을 두들기지만 꿈쩍도 않는 방어막. "이곳에서 죽는 건 너 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날 이긴다면 죽을 필요는 없겠지 만.... 아무래도 이번에도 틀린 것 같군." 불꽃의 거인은 실망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넌 내 주인이 될 능력이 없는 듯 하군." 서서히 손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모으는 불꽃의 거인. 손을 감싸던 불꽃이 서서히 모아지면서 둥그런 구슬이 되어간다. "뭐 하는 거냐. 가만히 앉아서 죽을 셈이냐." 그 말에 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 녀석, 아마 날 죽일 모양이다. 도망가고 싶어 도, 세이브가 인질이 된 이상 도망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녀석을 이기는 것이 유일한 희망. 하지만 내가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까. 아직 그의 힘도 모르고, 기술 도 모른다. 나는 약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며 검을 괴물에게 겨누었다. 괴물.... 그렇 다. 전신이 불꽃으로 휩싸인 거인이 괴물이 아니면 무엇이랴. 나는 검을 겨누고는 우 선 내 몸 안의 생명 에너지를 활성화시켰다. 필요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상대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니 일단 내 몸을 생명 에너지로 보호하고.....' 일단 녀석의 힘을 알아보고 싶었다. 탐색전을 잠깐 한 후에, 단 한 방으로 녀석을 죽여버린다. 녀석과의 싸움에서 힘을 낭비하면, 자객들과의 전투에서 힘의 부족으로 패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별 수 없이 이 수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녀석과 의 거리를 재면서, 첫 번째 공격으로 무엇을 할 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격을 시작한 것은 불꽃의 거인이었다. "받아라 !" 녀석의 손에 생겨난 파이어볼이 내게 날아왔다. 나는 몸을 날렸다. 그 정도의 파이 어볼에 맞을 내가 아니다. 숨어서 쏘는 것도 아닌데 뭐. 내가 있던 자리에 날아가 폭 발하는 파이어볼. 나는 옆으로 피하면서 검을 거인에게 겨누고 달렸다. 우선은 이것 부터 ! 나는 검을 거인의 가슴을 향해 겨누면서 그대로 찔렀다. 하지만..... 거인은 생각보다 움직임이 빨랐다. 내 검을 피하면서 왼손을 내게 향하는 거인. 그리고..... 번쩍 ! 붉은 빛이 내게 쏘아져 들어갔다. 나는 몸을 다시 옆으로 날렸다. 하지만 빛 보다 빠른 인간은 없는 법이다. 치익 ! 내 왼쪽 발을 스치는 빛. 그리고 불타오르는 내 신발 ! "히익 !" 발을 마구 구르는 나. 다행히 스치기만 한 것인지, 불은 금방 꺼졌다. 처음부터 피 할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난 아마 타 죽었을 거다. 저 붉은 빛, 생각보다 뜨거운 것 같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두 번째 공격이 내게 날아왔으니까 알지. 나는 피하기는 했지만..... 그 광선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칙. 치익. 으. 이거 뭐야? 내 허리를 바라보고 경악하는 나. 세상에, 쇠로 만든 검집이 녹기 시작했다. 너무 급한 나머지 검집을 묶은 끈을 칼로 자르고 피하는 나. 내가 떠난 자 리에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검집이..... 없었다. 단지 쇳물이 남아서 열기를 뿜어낼 뿐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저걸 어떻게?" 쇠를 녹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안다. 하지만 아예 쇠가 증발하는 건 뭐 냐? 뭐 저딴 괴물이 다 있냐?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죽어라 피할 수밖에 없 었다. 아무래도 검으로 저 녀석을 베어 넘기는 건 무리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아까도 검집을 풀어 내던지는 게 조금만 늦었으면 아마.... 난..... 최악의 결과는 상상하지 말자. 지금은 살아나는 게 급하다. 여기서 달아나려면..... 나는 주위를 살폈지만..... 나갈 데라곤 한 군데도 없었다. 달아나고 싶어도 그러려 면 벽을 부수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 방에 문 정도는 만들어두란 말이야 ! 벽을 부 수는 것도 순간적으로 고려해보았지만.... 아무래도 무리일 듯 하다. 벽을 부수려고 힘을 모으는 순간에 뒤에서 파이어볼이 날아온다면 난 그대로 재도 못 남고 증발해 버릴 거다. 그리고.... 벽이 뚫린다는 보장도 없고.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라. 살길은 나를 이기는 것뿐이다." 웃기지 마셔. 난 당신 같은 부하 둘 생각 없어. 어떻게든 달아날 생각만 하고 있다 고. 하지만... 달아날 길이 안 보인다.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가. 나는 검을 고쳐 쥐 었다. 일단은 피하면서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데 무슨 수로 저걸 베어버리지? 문제는 문제다. 검으로 베어질 녀석이 아니라는 건 안다. 베기 전에 이 '자칭 전설의 검'이 녹아버릴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난 싫어 !'라면서 거부반응을 일으킬지도.... 다른 무기를 사용하고 싶어도 뭐 있어야 쓰든지 하지. 그럼.... 별 수 없이 이 검을 사용해야 하는데.... 너무 크다아. 검이란 조금 작아야 사용하기 편한데, 무식하게도 2미터 ! 내 키보다 조금 더 크다. 물론 검의 손잡이까지 합해서 2미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크다 ! 이런 걸 휘두르 기는커녕, 들기도 힘들다. 애고 무거워. 그럼 어쩐다냐.... 맨 손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고. 검을 써도 베기 전에 내 몸이 타 버릴 거다. 온몸이 불덩어리인 녀석 에게 칼질을 해서 뭐하냐. "결국 포기하는 건가." 그 말과 함께 거대한 불덩어리를 만들어내는 거인. 히익 ! 무슨 파이어볼이 저렇게 커? 나는 질려버렸지만, 동시에 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냈다. 저 녀석은 날 얕보고 있으니, 그 틈을 노려야 승산이 있다. 하긴, 얕보 일 만도 하지. 접근도 못하고 도망만 다니는 검사라.... 하지만 내겐 비장의 검술이 있다고 ! 어디, 치매 사부가 가르쳐 준 검술이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시험해봐야겠 다. 만약 쓸모가 없다면..... 난 죽는 거지 뭐. 나는 검을 다시 고쳐 잡고는 거인을 바라보았다. 온 몸이 불로 뒤덮인 거인은, 나를 보면서 두 팔을 하늘로 쳐들고 있고, 그 위에 거대한 파이어볼이 떠 있었다. 거인이 내 두 배는 될 법한 키를 가지고 있고 저 파이어볼은 그의 키보다 더 큰 지름의 공이니..... 말도 하지 말자. 저거 맞으면 난 시체도 못 남기고 재가 되어버릴 듯하다. 아니, 재가 되기 전에 증발해버릴 거다. 그건 싫어 ! 난 이 저주를 풀고 나서 아르메리아같은 예쁜 여자랑 결혼할..... 푸념 은 나중에 하자. 나는 내 자신의 몸에 흐르는 생명의 힘을 느꼈다. 이걸 한 점에 모아서..... 나의 의지에 따라, 내 몸의 생명력은 모두 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에 모아둔 채 그냥 두면, 그건 단순한 정체일 뿐, 결국 검을 이루는 물질에 흡수되어 사라지리 라. 나는 생명력을 내 몸에서 검으로, 검에서 내 몸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흐름. 검을 내 몸으로 여기는 것. 생명력은 검을 통해 흐르면서 점점 일정한 형태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 멈추어 서서 고인 물은 아무 것도 베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물이 흐르면 달라진다. 물이 모이고, 빠르게 흐르면 그것은 거대한 둑을 무너뜨리는 힘을 얻는다. 나는 검에 생명력을 주입하고, 다시 내 몸으로 그 힘을 끌어들이면서 그 힘을, 흐르 는 힘을 증가시켰다. 검에 흐르는 생명의 힘은 서서히 일정한 형태를 만들어내기 시 작했다. 그것은 또 하나의 검. 검을 감싸고 돌아가는 빛의 검. 나의 검은 서서히 '전 설의 검'을 감싸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네가 그런 기술을?" 어느새 완성되어 가는 빛의 다발들. 나는 그 검을 쥐고 달려들어갔다. 불꽃의 거인 은 당황하여 거대한 불의 덩어리를 내게 던졌지만.... 내가 약간 빨랐다. 당황하여 내던진 불덩어리가 내게 맞기 직전에, 나는 방향을 틀면서 불을 피하고, 거인의 심장 에 나의 검을 내리쳤다. 번쩍 ! 베었다 !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 건 아니지만, 녀석은 확실히.... 아니다. 녀석 은 아직 서 있었다. 한 팔이 팔꿈치 위에서부터 잘려나가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거인 은 자신의 팔을 하나 버리면서 자신의 심장을 지킨 것이다. 나는 검을 다시 휘두르려 고 했지만..... 검의 무게 때문에 휘두르는 속도가 약간 늦어졌다. 거인은 오른팔을 잃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왼팔로 나를 후려쳤다. 거대한 불꽃이, 나를 휘감는다. 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불덩어리를 맞았다. 하 지만.... 여기서 물러서면 난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뒤로 피하면, 그 다 음에는 접근조차 못 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힘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안다면, 그가 날 접근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다른 법. 역시 익숙하지 못한 검을 휘두르는 건 쉽지 않았다. 몸의 생명에너지를 필사적으로 몸 전체로 순환시켜 강한 벽을 만들지 않았다면, 난 그 순간에 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벅찬 상대였다. 그리고.... 그 덕에 내 검기가 약해진 것은 큰 실책이었다. 실책이라고 하기 보다는 역부족이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지만. 퍼억 ! 쿠당탕 ! 뒤로 나가떨어지는 나. 그 상황에서도 검을 놓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급히 일어나 는 나. 상대는 내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불타는 발이, 나를 밟아버린다. 우직 ! 왼쪽 다리가 부러지는 느낌. 어떠냐고? 아프다아아 !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일단 은 피하는 게 우선이다. 비명 같은 건 나중에 지르기로 하자. 내가 생각한 건 오직 거인의 발에서 빠져나가는 것뿐이었다. 검? 다시 생명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생긴 빛의 검으로 녀석의 발을 후려치는 나. 급히 뒤로 뛰어 내 검을 피하는 거인. 나는 몸을 굴려 뒤로 빠져나갔다. 내가 쓰러졌던 장소를 화염이 감싸안았다. 몸을 굴려 일어나긴 했지만.... 제대로 걸을 수도 없다. 한 발로 깽깽이를 하면서 얼마나 달려가겠나. 오른쪽 다리로 중심을 잡으면서 하얗게 빛나는 검을 서서히 거인 에게 겨누었지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이 거리에서 굳이 날 상대로 접근전을 할 리 가 없지 않은가... 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무한다. 아예 하늘로 떠오르는 거인. 왼쪽 다리와 오른팔이 잘려나가긴 했지만, 녀석은 아직 죽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은 싸울 수 있는 것 같았다. 나에게 서서히 손을 뻗는 거인. "잘 싸웠다. 어린 소녀여. 하지만 이제 끝이다. 전사다운 최후를 맞이하게 해 주 지." 손이 빛나면서, 열 두 개의 불구슬이 떠올랐다. 거인은 손을 위로 치켜 들었다. - 계속 - 후기)으. 또 다시 썼다. 글을 날린 게 아니라, 중간부터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쓴 겁니다. 자, 내일은 결판이 날 듯한.... 자, 레이니가 통구이가 될 것인가. 아니면 거인이 두 조각이 날 것인가. 내일은 결말을 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레이니] 3-44 법칙의 파괴자(1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3 07:49 조회:572 공룡 판타지 3-44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2) 으. 이 칼, 너무 크고 무겁다. 물론 휘두르는 데 지장이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평소에 사용했던 칼과 다르다는 게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거다. 원래 같은 칼이긴 하 지만, 갑자기 무거워지니까 익숙하지가 않다. 물론 이럴 경우도 있다고 치매 사부가 날 괴롭힌 탓에 어느 정도는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한계라는 게 있다. 저 정도의 적과 싸울 경우에는 작은 차이가 치명적인 것이다. 이제 서서히 내 몸의 생명력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다리 부러진 게 원인은 아니다. 다만, 내가 아직 수련 을 완전히 끝내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검에 생명력을 주입시키고 다시 내 몸에 끌 어넣는 과정에서, 생명력 일부가 새어나가고 있었다. 당연하긴 하지만. 기술의 이름이 limpid blade - 투명한 검, 맑은 검이라는 뜻이다. 다른 말로는 '허 상의 검'이라고도 한다. 아직 수련이 다 되지 않아서 하얀 색이지만, 수련을 끝까지 하면 푸르게 빛나게 된다고 한다. 치매 사부가 한 번 쓰는 걸 보았는데,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바위도 나무도 다 잘려나가는 걸 보니, 솔직히 부러웠다. 어릴 때, 내가 케라토사우루스에게 쫓기던 시절에는 푸른색의 검을 보고 '비싼 건가 보다.' 라 고만 생각했었다. 검이 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지 이해를 못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 만 나중에 그 검법을 알게 되고 나서는 감탄뿐이었다. 내 주위 사람들 중 그런 기술 을 가진 사람은 어쨌든 치매 사부뿐이었으니까. 치매 사부는 내게 그 기술을 가르치 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마 ! 말하면 넌 죽는다 !'는 협박을 했는데, 자라면서 이해 를 하게 되었다. 유로 제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런 검술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허상의 검을 익혔다고 해서 검술 대결에서 꼭 유리한 건 아니지만, 잘 사용하면 최고의 자리에 앉을 수도 있는 검술이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익히지 않 았냐고 사부한테 물어봤더니, 이건 동쪽 나라의 검술이라고 하는 거다. 그것도 최고 의 검사만이 수련할 수 있는 고급 검술....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했더니 치매 사부 의 말씀이. "이건 나 같은 최고의 검사들이나 익히는 검술이다." 처음에 그 소리를 듣고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차마 치매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할 수는 없기에. 하지만, 케라토 형과 검술을 겨룰 때 알았다. 내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 지. 열 번 정도 검을 휘둘렀나? 그러니까 케라토 형이 검을 놓치고 마는 거다. 내가 '허상의 검'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비록 옆에서 보던 아비알 누나한테 한 소리 들었 지만. 그렇다고 내가 검술에 대해 자만하게 된 건 아니다. 사부를 한 대라도 쳐야 그런 소 리를 하지. 치매 사부와 시합하면 언제나 한 방도 못 때리고 깨지는 바람에, 자만심 을 가질 수가 없었다. 자만심과 내가 관계가 없었던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사부 가 언제나 말씀하시던 게 '나한테는 나와 맞먹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는 것이었다. 사부만한 실력의 검사가 또 있다는데 어떻게 자만을 할 여유가 있겠는가. 나는 지금 들고 있는 나 자신의 검 - 전혀 내 검이라고 믿어지지 않지만 -을 바라보 았다. 거의 2미터에 가까운 검을. 무식하게도 무겁다. 아마 Two handed sword일 것이 다. 이 무식한 크기와 무게를 보니 확실하다. 양손검이라. 남자들도 들기 힘들다는 검을 쥐고 휘두르는 내 힘에 대해서는 솔직히 경의를 표한다. 지금 여자의 몸인 이 상....... 가만. 그러고 보니 전혀 힘이 약해지지 않았잖아. 만약 단련을 안 한 여자 의 몸이라면 이걸 들기는커녕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왜 여태까지 그걸 생각하지 못 했지? 내 마음속에서 의문이 생겨났다. 이 저주의 형태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 작한 것이다. 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내 몸은 과연 어떻게 변화한 것인가. 하지만 그럴 시간이 아니었다. 나는 내 의문을 가슴 속 깊이 묻었다. 일단은 살아 남아야 의문을 풀 수 있을 것이기에. 나는 검에 다시 생명력을 주입시켰다. 아직 경 지에 이르지 못한 까닭에, 조금씩 생명력이 새어나가는 걸 아는 나로서는 속전속결만 이 살아남을 길이었다. 여기서 더 이상 힘을 소모한다면, 아마 밖으로 나가고 나서도 그 자객들에게 이기기는 불가능하리라. 게다가, 날 순식간에 쓰러뜨린 그 자와 싸우 는 건 바랄 수도 없으리라. 그 자가 어떻게 내 감각을 피해서 숨어있었는지는 모르지 만, 일단은 여기서 나가야 하는 것이다. "limpid blade라. 유로 제국에선 그런 기술을 쓰는 자가 거의 없는데. 넌 역시 쥬린 제국의 인간이었나."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불꽃의 거인. 나는 서서히 다가갔다. 어차피 다리 때문에 빨리 가기도 곤란하니까. 간신히 비명을 참으면서, 나는 그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내 눈앞에 보인 것은 위풍당당한 거인이었다. 손바닥 위에 12개의 불구슬을 올린 불 의 정령같은 모습. "자객들도 그렇게 말하던데.... 하지만 난 유로 제국에서 자란 사람이라서요." 으. 이 몸은 정말 싫다. 이럴 때는 욕도 하고 거칠게 쏘아붙이기도 해야 하는데. 그 렇게 말이 나오질 않는다. 설령 그런 말을 써도, 도대체 욕으로 들리지 않는다. '구 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라는 게 이럴 때는 문제다. "누구에게 배웠나. 쥬린 제국의 검사라면.... 역시 사이드인가." 사이드? 사부의 원래 이름?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지요?" "네가 든 검은 쥬린 제국의 황제가 사용하는 검이었으니까. 하긴 황제들은 날 피하 고 있었지만." 왠지 그럴 것 같다. 저 성질 좀 봐. 사람한테 무조건 파이어볼을 날리는 저 사악함 을 보면, 누구라도 피하고 싶어질 거다. 그렇다고 죽이려니 '황제가 자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옥새를 깨부수는' 꼴이 되므로 그럴 수도 없고. 결국 피할 수밖에 없을 듯 하다. "그들은 날 두려워했지...." 하지만 난 지금 저 거인의 과거를 들어줄 생각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다. 내가 중 얼거리는 동안에도 생명력은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으므로. 나는 검을 들고.... 위로 뛰어올랐다. 목표는 거인의 심장이었다. 거인은 나를 보고 그대로 손바닥을 뒤집었 다. 내게 날아오는 12개의 파이어볼. "콰아아앙 !" 거대한 폭발이 이어졌다. 그리고 소녀의 모습은 사라졌다. 폭발에 휘말려 흔적도 없 이 사라진 것이다. "어리석은 계집애. 자살을 하다니." 정면으로 불꽃의 지옥에 뛰어든 꼴이다. 누가 보아도 그녀의 행동은 무모했다. 불꽃 의 거인인 자신에게 감히 도전을 하다니. 인간으로선 상당한 수준의 검사였지만 역시 무리였다. "이것으로 다시 잠에 빠져들 수 있겠군." 인간이 자신과 싸우는 건 무리다. 그래서 쥬린 제국의 황제들도 자신을 피했고, 결 국 그가 속한 검, 라 브레이커는 진정한 주인을 가지지 못하고 몇 천년이상 검으로서 사용되지 못한 것이다. 주인이 되고 싶다면 자신을 이겨서 주인의 힘을 체험하기를 바라는 기묘한 검, 라 브레이커는, 전설에 걸맞지 않게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검이기 도 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검을 차지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 그들은, 이 검을 황 제의 것으로 삼고는 아무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단지 쥬린 제국의 황족만이 이 검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아무도 그 사실을 뒤집지 않았고, 결국 나는 이렇게 잠들어야 하는 거지." 라 브레이커 속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하는 불꽃의 거인... 그러나 검은 보이지 않았 다. "그 여자가 죽었으면 당연히 검은 이 주위에 떨어져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아무 것도 없다. 단순한 불꽃으로 재가 될 검이 아니다. 불꽃 거인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뒷머리에 뭔가가 있다는 걸 느꼈다. "속았다 !" 그의 뒷머리에는 누군가가 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애송이로 여긴 초록 머리의 소녀였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라 브레이커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손 쓸 사이도 없었다. 소녀의 검이 불꽃의 거인을 내리쳤다. 쿵 ! 몸이 절반으로 잘린 채 나동그라지는 거인. 그리고 검을 내려친 자세로 바닥에 착지 하는 나. "하아. 하아. 하아." 말 그대로 도박이나 다름없었지만,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난 타죽었을 것이다. 불구슬이 나를 덮치는 순간 사용한 기술, 몸의 생명력을 순식간에 불태우면서 그 힘으로 공중을 이동할 힘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녀석을 속이기 위 해 약간의 생명력을 남겼고, 결국 그 힘을 버리긴 했지만 그 대가로 폭발하는 불구슬 에 가려 녀석은 그 생명력을 나로 착각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미끼를 던졌더니 그대로 물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한 발로 뛰어오르고 착지를 했으니.... 무지 아프다아 ! 아까 부러진 왼쪽 다리가 땅에 닿았으니.... 생각 같아서는 마구 비명을 지르면서 구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다. 일단은 세이브를 구슬에서 끌어내야 할 것이니... 나는 억지로 일어 섰다. 이미 왼쪽 다리는 보기 흉하게 구부러져 있다. 고개를 들어 세이브가 갇혀있는 구슬을 바라보.... 없잖아 ! 세이브는 이미 땅에 내려와 있었다. 거인이 약속을 지켰나?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려 고 했다. 비록 부러진 다리를 끌고 가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리고.... 쿵. 뭐야?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윽 !" 이런 예감은 안 맞아도 되잖아 ! 불꽃의 거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아까 안 죽었나?" 그 일격으로도 녀석을 쓰러뜨리기는 역부족이었단 말인가... 갑자기 힘이 모두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힘도 없다. 이곳을 빠져나가고 나서도 그 자객들과 싸워 이길 수 있을지 모를 지경이다. 불꽃의 거인은 너무 강한 상肉눙藪?, 나도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검을 떨어뜨릴 뻔했지만.... 검을 다시 한 번 움 켜쥐었다. 검으로 그나마 남아있는 생명의 힘을 흐르게 하려는데, 들리는 묵직한 소 리. "그럴 필요 없다. 용감한 소녀여." 뭐? 용감한 소녀라고? 누가? 내가? 어지간하면 소녀라는 말은 쓰지 말아 줘. 나는 거인을 바라보았다. 거인도 나를 바라보았다. - 계속 - 후기)내일은 마무리 ! 물론 이야기의 마무리가 아니라, 거인과의 싸움이 마무리된다 는 겁니다. 애고 힘들어. 레이니가 검기를 사용하는 걸 보고 말이 많을 듯 하지만... 그 정도는 되어야 앞으 로 살아남을 것 같기에... (도대체 얼마나 레이니를 괴롭히려고 이런 설정을....) 아, 한글을 애용하자는 의미에서, 레이니의 그 검법은 허상의 검이라는 말로 부를 겁니다. (영어 제목이 맘에 안 들기에) ? [레이니] 3-45 법칙의 파괴자(1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4 20:22 조회:554 공룡 판타지 3-45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3) "나를 이기다니. 대단하군. 인간의 몸으로 그 수준까지 수련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데." 뭐가 이겼다는 거야? 멀쩡하면서. "그럼, 이제 나는 아가씨를...." "잠깐 !" 물어볼 게 하나 둘이 아니지만, 일단은 하나씩 묻자. "어떻게 살아났지요? 분명히 난 당신을 베었는데." 아무리 내 앞의 거인이 괴물이라도, 반으로 잘린 몸을 가지고 다시 살아났다니 이상 하다. 보통 몸이 두 조각이 되면 죽는 거 아닌가? 나의 의문에 공감하는 건지, 고개 를 끄덕이는 거인. "아가씨가 벤 것은 분명히 나다. 다만 내게는 몸이 하나 더 있었을 뿐이다." 모, 몸이 두 개? "이 검의 주인과 싸우기 위해, 나를 비롯한 수많은 정령들은 몸을 두 개씩 가지고 있다. 아가씨가 벤 것은 그 몸, 주인의 자격을 알아보기 위해 마련된 몸일 뿐이다." "그, 그럼... 내가 자른 건 두 개의 몸 중 하나...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이겼다고 하 는 거지요? 몸이 하나 남아있으니 아직 승부는 나지 않은 거 아닌가요?" 검을 다시 고쳐 잡으면서 말하는 나. 아무래도 지금 싸운다면 이기기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줄 마음은 없다. 다만 이 꼬마 여자아이가 걱정이긴 하지만. 하지만 굳은 결심은 필요도 없었다. "처음부터 내 주인이 될 사람이라면 몸 하나 정도는 파괴할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내 생각이 맞은 것뿐이니 아가씨가 진 건 아니다. 오히려, 이겼다고 자랑 해도 좋겠지. 어쨌든 그대는 나를 이긴 최초의 인간이니까." 최, 최초? 내가 최초라고? 내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시련을 돌파한 최초의 인 간이라고?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불꽃의 거인을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한 테 질 정도라면 전설이라고 불릴 이유가 없기에. 세상에는 치매 사부 같은 강자도 있 을 것이고, 나한테 저주를 걸어놓은 그 변태 마법사 같은 자도 있다. 그런데, 그런 강자들을 제치고 내가 최초로 전설의 검을 소유한 자가 되었다고? 나한테 패할 정도 면 그리 강한 것도 아닌데? 왜 아무도 저 거인을 쓰러뜨리지 못한 거지? "이봐요. 내가 세계 최강의 검사가 아닌 이상, 나보다 강한 자도 지금 이 세상에 없 지는 않을 텐데, 왜 아무도 당신을 쓰러뜨리지 못한 거지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내 질문에, 불꽃의 거인은 나를 바라보았다. 아까까지의 살기 어 린 표정이 아니라, 왠지 정감 어린 표정으로. "날 이길 수 있는 자는 많았다. 하지만 전설의 검을 이길 자는 흔하지 않았다. 설령 있다고 해도, 쥬린 제국의 황족이 아니기에 접근하지 못한 것뿐이다." 아 ! 나는 전설을 기억해냈다. 이 검이 쥬린 제국의 상징이라는 걸. 라 브레이커(Law breaker) ! 쥬린 제국의 황제가 상징으로 소유하는 검이다. '이 검 을 가지는 자는 하늘에 오른다.'는 전설적인 명검이자 고대 문명의 유산으로, 황제가 즉위할 때 다음 황제에게 전해지는 유서 깊은 검이다. 전설에 따르면, 자격이 안 되 는 자가 그 검을 소유하면 검의 수호신이 나타나서 그를 죽여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자격이 있는 자가 그 검을 가지면 그 검은 하늘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고 한다..... 과거에 들은 수많은 전설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잠깐 ! 난 황족도 아닌데? "이봐요. 난 쥬린 제국이 동쪽이 있다는 것만 알지, 다른 건 아무 것도 모르는데요. '잘나신' 황족같은 건 나하고 별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왜 나를 골랐지요?" 그렇지 않은가. 내가 무슨 황족이라고 라 브레이커와 계약을 하겠는가. "이 검이 황제의 친족들만 상대로 계약을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난 그렇게 들었는데. "크크크.." 뭐냐? 저런 불덩어리도 웃을 수 있다는 거, 오늘 처음 알았다. 저건 무슨 뜻이냐? "인간들의 기억이란 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군." 간신히 웃음을 참고 있지만, 터져 나오기 직전이다.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도대 체 왜 저래? 우스운 일이면 나도 같이 웃자. "왜 웃어요?" "쿠쿠쿠.... 이 검이 황족들만 상대한다고? 푸하하하하." 결국 웃음을 터뜨리는 불꽃의 거인. 남이 웃으니까 같이 웃어버리는 세이브. 너 참 편하게 사는구나. 웃는 건 예쁘긴 하지만. 영문을 모르는 나는 그저 멍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런 제약 같은 건 없었다... 이건가요?"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 세상에, 단순한 사기였다니. 누구나 계약할 수 있는 검이었다니.... 고귀한 혈통이 어쩌구..... 하는 게 다 헛소문이라니 말도 못 할 지 경이다. 쥬린 제국의 황제들이 그런 사기꾼이었다니. 치매 사부가 왜 거기서 도망쳤 는지 이해가 간다. 자신을 능가하는(할 지도 모르는) 사악한 인종들을 더 이상 볼 수 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 검이 누구나 계약할 수 있는 검이었다는 건.... 다행이다. "세상에. 괜히 걱정했잖아." 나도 모르게 나오는 혼잣말. 뭘 걱정했냐고? 솔직히, 정말로 내가 공주님이 아닐까 아주 약간은 의심했었다고. 이 검이 정말로 라 브레이커이고, 내가 이 검의 계약자라면 나도 쥬린 제국의 황족이 고, 정말로 공주님일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떠올라서 얼마나 불안했었는데.... 이 꼬마 세이브의 농간에, 그 체서 녀석들의 사기술이 합해져서, 내 마음에 일어난 불안은 정말.... 무서웠다. 애고 놀래라. 하지만 일단 그런 걱정은 덜었다. 누구나 계약할 수 있는 검이라.... 그런데 잠깐. "그럼 그들이 왜 그런 헛소문을 퍼뜨린 거죠?" 당연한 질문, 그리고 당연한 대답을 기대하는 나.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시간도 벌 겸, 이런 단순한 대화라도 해야 되겠다. 내 다리를 세이브가 치료해주고 있고, 그 게 끝나려면 좀 걸릴 듯 하니까. 옆에서 하는 걸 보니 참 신기하다. 치유 마법에 대 해서는 말로만 들었는데, 막상 내 눈으로 보니까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다리 를 무언가로 감싸고, 투명한 방어막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손에서 무언가가 나오 더니 그걸 내 다리뼈의 부러진 부분에 넣는다. 아니,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내 다리 에 비추어지는 힘. 내가 모르는 힘. 그러자 내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간다. 나중에 시 간나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어떻게 하는 지 전혀 모르겠어... "그야 당연하지 않나." 그 당연한 말이라도 좀 듣고 싶은데... "이 검은 검의 주인에게 엄청난 힘을 부여하니까. 자신들이 독점을 하고 싶었겠지. 가질 자격도 없는 자들이 말이다. 너처럼 정면으로 덤빌 용기를 가지지 못한 자들 이...." 음. 그렇기는 하군..... 하지만 아직 무서운 질문이 하나 남아있다. 정말 무서워서 생각도 하기 싫은 질문이... 적어도 공주님 소리 듣기 싫으면 알아야 할 의문사항이 다. "저... 당신, 마법에 대해 잘 알고 있지요?" "그런 편이다." 으. 그런 물렁물렁한 대답은 싫어. "그럼, 내 몸에 걸린 저주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나요?" "........" 왜 대답이 없지? 갑자기 무서워지네. ".....난 열의 힘을 다룰 뿐이다. 저주마법에 대해서는 아는 거 없다." 땡.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럼, 하나 더 묻겠어요. 당신은, 당신 뒤에 다른 자들이, 나를 주인으로 적합한지 알기 위해 내게 올 거라고 했는데, 그들 중에 이런 마법을 아는 자가 있나요?" 그건 있겠지. 설마 전설의 검을 지키는 괴물들 중에 그걸 아는 녀석이 하나쯤 없겠 어? "물론 아는 자가 있다. 네가 만약 자격이 있고, 충분한 힘을 얻는다면 너는 그런 자 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자세한 걸 물어보면 된다." 그래.... 역시 있기는 있나 보다. "그리고..." 뭐냐? 저 거인. "내 생각으로는 아마 네 몸이 그 공주님의 몸... 또는 그녀와 비슷한 외모를 지닌 여자와 서로 뒤바뀐 것 같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마 무술을 익힌 여자일거다. 네 움직임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만약 평범한 공주님이라면 절대로 그런 속도를 낼 수가 없고, 당연히 네가 지금 쓴 기술, '허상의 검'을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 마 네가 남자일 때의 무술 수준에 근접한 여자가 분명하다." 누군지 몰라도 센 여자였나 보다. 거인의 말이 이어진다. "몸 자체를 여자로 바꾸는 건 인간의 마법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서로의 영혼을 바꾸 어 이식하는 건 꼭 불가능하지 않으니까. 나는 저주 마법에 대한 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인간이 무슨 마법을 쓰는지는 알고 있다. 혼을 바꾸는 것 외에는, 인간들에게 몸 자체의 성별을 바꾸어버리는 마법은 없다." 그런 방법이 있었어? 그러고 보니 나도 아르메리아도 다로프 아저씨도 모두 '몸이 여자로 바뀌는' 방법만 놓고 고민을 했었다. 혼이 서로 뒤바뀌는 건 고려하지 않았었 다. 그럼.. "그럼, 내 몸은 어딘가에 있다는 결론이군요?" "인간이 사용하는 마법으로는 그 방법 뿐 일거다." 흐흐흑. 살았다. 희망이 보인다. 이대로 영원히 여자로 살 까봐 고민을 했는데. 그 동안 잠 못 이루는 밤이 얼마나 되었던가. 그, 그런데... 나는 무서운(!) 일을 떠올 리고 말았다. 그것은.... 그 마법 화살을 던진 라이어라는 녀석은 처음에 분명히 사부를 노리고 던졌으니까, 만약 치매 사부가 그걸 맞았다면... 맞았다면.... "푸, 푸, 푸하하하하." 죄송하옵니다. 사부님. 하지만 웃음을 참을 수가 없어요. 푸, 푸하, 푸하하하하. 나는 땅바닥을 뒹굴면서 웃기 시작했다. 불꽃의 거인은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지만, 세이브는 소리를 빽 질렀다. "언니 ! 가만히 있어야 치료할 수 있단 말이야. 이잉...." - 계속 - 후기)하아. 일단 거인과의 싸움은 이것으로 종료. 이제 체서들과의 전투만 쓰면 세 번째 이야기도 끝이 될 겁니다. 하지만, 레이니가 과연 그 저격수를 이길 수 있을 지... 잘못하면 잡혀가서 황제폐하의 후궁이 될 지도?(웃음) [레이니] 3-46 법칙의 파괴자(1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5 19:33 조회:557 공룡 판타지 3-46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4) "푸하하하하." 이건 불꽃의 거인의 웃음소리. "푸하하하하하하." 이건 내 웃음소리. "헤헤헤." 이건 세이브의 웃음소리. 간신히 웃음을 멈추었는데.... 겨우 치료가 끝나고 나서 세이브가 내게 물은 말이 문제였다. 도대체 왜 웃었나고 물었기에, 내가 생각한 일을 말했더니.... 그렇게 되 었다. 사부님, 죄송. 잠시 웃고 나서,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제 밖으로 나갈 시간이니까. 나는 거인에게 말했다. "자, 이제 나하고 세이브를 밖으로 내보내줘요." "그렇게 하지." 부하가 되었다고 해도 그다지 말투가 달라지지 않았다. 뭐 그런 건 넘어가고. 지금 은 아르메리아가 어찌 되었는지 알아봐야 하니까. 그러나... 내려가기 전에 한 가지 할 일이 있다. 나는 세이브와 불꽃의 거인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계약은 이미 끝난 것 같은데?" 체서들의 대장인 체서 칩이 말한다. "성공한 것일까요? 아니면...." 복면들 중 하나가 말한다. "성공했다면 곧 우리가 있는 이 장소로 내려올 거다. 실패했다면.... 검 한 자루만 땅에 떨어지겠지." "그럼 우리 임무는...." "자동적으로 실패한 거지. 공주님을 데려가는 게 우리 임무였으니." "하지만... 공주님이 만약 사이드에게 검술을 익히셨다면 성공할지도..." "우리 조사대로라면, 사이드는 공주님과 헤어진 지 10년은 되었다. 겨우 다섯 살의 나이로 2년동안 애를 썼다고 한들, 라 브레이커와 계약할 만큼의 힘을 얻을 수는 없 어. 게다가, 우리를 이길 실력이 있다고 해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이라면, 이미 누군가가 계약에 성공했을 거다. '주인 없는 검'이란 말도 없었을 것이고." 여태까지 어떤 황제도 라 브레이커와의 계약에 성공한 경우가 없었다. 검을 소유한 자들은 모두 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도전을 했지만 아무도 죽음의 덫을 피하지 못했 다. 설령 그 덫을 피한다고 해도, 그것은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전을 할 수 있는 자가 황족뿐이고, 그 힘을 겁낸 황실에서 검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황제의 검으 로 선포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역대의 황제들은 자신의 죽음을 겁내어, 또는 주위 의 만류로 검에게 도전하는 것을 피했고, 모두들 그 검을 숨기기만 했을 뿐이다. 그 렇다고 재질이 있는 황족이 있다고 해도, 만약 그가 검에 도전을 해서 검을 손에 넣 는다면, 그가 황제의 자리를 노릴까 두려워하는 황실의 체서들에 의해 제거될 뿐이었 다. '여태까지 그런 일이 되풀이되었지. 하지만, 공주님이라면 다를지도...' 공주가 죽는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만약 그녀가 예상과 달리 사이드가 아니라 리 츠와 같이 있으면서 그에게 검술을 배웠다면.... - 아직도 체서들은 그를 잡지 못하 고 있었다 - 그녀의 검술은 충분히 강하리라. 처음의 예상은 그 엘프 소녀가 공주의 경호원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었지만, 그건 아닌 듯 했다. 그 소녀는 정말로 엘프였으 니까. 하지만 그녀의 힘은.... '리츠에게 검을 배웠다면 충분히 계약에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리츠는 왜 공주 의 곁에 함께 있지 않았던 것일까. 혹시 그녀는 미끼가 아닐까. 하지만 황실의 검을 가지고 있는 미끼라... 그 검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 리츠가 아닌데. 게다가 공주님 과 그렇게 닮은 여자가 또 있을까? 거기다 검과의 계약은? 황족이 아니면 검과 계약 하는 것이 불가능한데....' 지금은 확실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검으로 공주를 상대할 경우 생포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 그녀에게는 사이드와 리츠라는 두 명의 검술의 명인이 있기에 - 그들은 저격을 감행한 것인데, 지금으로선 의문 사항이 너무나 많았다. 무엇보다도, 너무나 위험한 계약을 하게 놔둔 리츠의 속셈을 알 수가 없었다. "역시 공주님을 생포해야 하겠군. 하지만 이번에는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을텐 데...." 체서 칩은 부하들을 불렀다. 도저히 상황을 알 수가 없다. 언니가 날려간 곳에 가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이상 한 빛도 곧 사라졌고, 그후에는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 그 빛이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 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들에게는 그 강렬한 빛이 보였는지, 모두 어디론가 사라 진 상태였다. 그녀가 동물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아르메리아에게도 그 빛은 보 였다. '거대한 빛의 기둥. 과거 전설의 검으로 알려진 '라 브레이커' 와 계약하는 자가 있 음을 알리는 빛......' 검의 봉인이 풀릴 때, 봉인을 이루고 있던 마력이 빛으로 변해 방출되는 것이라는 걸 알긴 하지만, 설마 그 봉인을 풀어보려는 사람이 나타날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 했다. '언니는 저 검의 위험성을 알고도 봉인을 풀려는 것일까. 부상당한 몸으로는 무리일 텐데.' 레이니가 가슴에 구멍이 난 채 떨어지는 걸 아르메리아 자신이 보았고, 아무리 생각 해도 환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아르메리아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것 뿐이 아냐. 어떻게 우리 뒤를 따라 왔는지...' 역시 그 꼬마 여자아이의 정체가 의심스러웠다. 엘프가 일단 달려나가면, 그걸 따라 잡을 수 있는 속도를 내는 건 사람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다. 레이니의 경우는 10년 이상 수련을 거듭했으니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 여자아이는 아무리 봐도 10살 이상 으로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가 그녀 자신과 레이니의 속 도를 (비록 헐떡거릴 망정)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그 애는 적일까. 아니면 우리 편일까. 그렇지 않으면....'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적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아니, 적어도 그 체 서라고 불리는 자들과 한 패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들과 한 패거리라면 굳이 레 이니를 데리고 도망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만 하자. 지금은 왜 언니가 여기로 날려왔는지, 그리고 봉인을 정말로 풀어내려 는지 아무 것도 모르니. 일단 기다릴 수밖에.' 그 여자아이 - 세이브 -를 만난다면 모든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으리라. 아니, 진 실의 일부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주위를 경계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봉인을 풀어낼 수 있다면 곧 레이니는 모습을 드러내리라. 의문점이 너무 많 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행동할 만한 근거를 찾아낼 수 없기에, 그저 기다리는 아르메 리아였다. 시공간이 갈라진다. 인간에게는 공간이 갈라진다고 보일 뿐이지만. 서서히 검은 공 간이 생겨나면서 일어난 소용돌이는, 무언가를 떨어뜨리고 사라져 버렸다. "라 브레이커다." 체서들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외침. "역시 계약에 실패하신 건가." "우리 임무는 실패로군. 할 수 없지, 검만 회수해서 돌아간다." "그렇지만, 시체라도....." "라 브레이커와의 계약에 실패한 자는 한 줌의 먼지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아마 공주님의 시신도 사라져버렸을 거다." "......." 복면을 쓴 검은 옷으로 온 몸을 감싼 체서 하나가 서서히 걸어간다. 그가 검을 향해 손을 뻗는다... "엇?" 검의 색깔이 붉어지는 듯 하더니.... "퍼엉 !"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체서의 눈앞을 붉은 빛이 휘감아버렸다. 비명소리조 차 내지 못하고, 체서들이 서 있는 공터에 떨어지는 붉은 빛의 구슬. "파이어볼 !" "모두 피해 !" 하지만 기습이란, 적이 대비하지 않을 때 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검이 하 늘에서 떨어진 것만 보고 순간적으로 '계약이 실패한' 것으로 생각, 방심한 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쿠아앙 ! 목표에만 열을 집중시킨 불덩어리의 폭발은, 단숨에 체서 십 여명을 재로 만들어 버 렸다. '어떻게 된 거야?' 멀리 떨어져 있던 탓에, 간신히 불덩이의 폭발에서 몸을 지킨 아르메리아. '방어막을 펼 시간도 없었어....' 그녀조차 방심할 정도이니, 체서들이라고 별 수는 없었으리라. '그런데... 순간적이긴 하지만 생명력이 하나 더 있었어.' 그 숨어있던 마법사이리라. '지금은 다시 사라졌어. 어디로 간 걸까.' 아무래도 아직 승리의 노래를 부를 시기는 아닌 듯 하다. '언니. 방심하지 마세요. 녀석은....' 녀석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지 않고 나가면, 그녀 역시 무사하지 못할 공산이 컸다. 차라리 레이니를 노리느라 몸을 드러내는 순간, 역으로 공격을 가하는 게 더 승산이 클 것 같았다. 아르메리아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공격 마법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바보 녀석들. 한 방에 당하다니." 체서 칩은 멍청한 부하들의 최후를 똑똑히 보았다. 저 상황이라면 공주는 계약에 성 공한 게 틀림없었다. "전부 잘 들어라. 이제 생포는 물 건너갔다. 가슴아프지만, 공주님을 편히 쉬게 해 드려라." "옛 !" 다섯 명 정도의 체서들이 일제히 대답한 후, 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계속 - 후기)하아. 역시 힘드네요. 오늘은 글쓰기 힘들어서 더 그런지도....(애고애고) 그렇 다고 멈출 수는 없고. 다음 이야기도 구상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네 번째 에피소드 를 지금 빨리 준비해야 연재에 지장이 없는데..... (일단 세 번째 이야기를 끝내고 말씀하시지. - 목에 칼을 겨누고 내 옆에 선 레이니 양... 무서워....) [레이니] 3-47 법칙의 파괴자(1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6 20:05 조회:554 공룡 판타지 3-47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5) 짧은 줄기가 땅바닥에서 돋아나 있다. 그 위에 달린 잎은 마치 침처럼 뾰족하다. 두 꺼운 껍질을 가진 줄기 위에서 자라난 긴 가지에 달린 무수한 작은 잎이 햇빛을 바라 보고 있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아마 소철의 한 종류라고 생각되는 나무들이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고, 그 그늘에는 고사리가 자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땅은 아직 붉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단지 나무가 있는 곳만 빛깔이 다를 뿐이다. 누가 걸어간다면 반드시 이 흙바닥에 발자국을 남기리라. 하지만 체서들은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발자국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 들로서도 레이니를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상대 역시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서 두 사람이 짝을 지어 걷고 있다. 한 사람의 손에는 검이, 다른 손에는 작은 직 사각형의 수정 조각이 들려있다. 체서의 입이 수정에 다가간다. "이 부근에는 없습니다. 아마 다른 곳에 숨은 모양입니다. 생명 에너지의 반응이 전 혀 없습니다." 그들이 차고 있는 팔찌에는 붉은 빛의 보석이 박혀있었다. 루비를 연상시키지만, 아 무 가공을 하지 않고 단지 공 모양으로 깎아서 만든 보석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허리 에 박혀 있었다. 체서는 조심스럽게 그 보석을 보았다. 그 보석이 빛나는 것은 목표 가 그 주위에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생명 반응이 나타나면 당장 그 방향으로 공격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인간으로 추정되는 반응은 없었다. 부풀어 오른 공 모양의 줄기위에, 거대한 기둥같은 나무줄기를 지닌 식물이 땅 위에 서 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나무. 그 줄기가 너무나 두꺼워서 사람들이 적어도 대 여섯 명이 모여야 겨우 줄기의 둘레를 팔로 재볼 수 있을 지경이었다. 그 줄기 위에 돋아난 수 십 개의 줄기. 그리고 줄기마다 달린 잎. 침처럼 가느다란 잎들 속에 무언 가가 숨어 있었다. 하지만 생명의 힘은 그에게서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죽은 시체로 보일 뿐. 하지만 그는 살아있었다. 그의 귀에 들리는 목소리. "목표 1과 2가 발견되면 자의에 따라 공격해라. 사살해도 좋다." 그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의 귀에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물론 그건 그 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자, 이제 사냥을 시작해볼까?' "이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어. 다른 곳을 찾아보자." 수색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미 해가 중천에 뜬 상황에서, 검은 옷으로 온몸 을 감싸고 있는 체서들이 계속 수색을 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무리였다. 물론 그들은 극도로 훈련되어 있고, 이런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들 도 잠을 거른 상태에서 수색을 하기는 무리였다. 체서 칩은 차라리 그만 두고 숲을 빠져나갈 생각을 했지만, 여기서 목표를 놓치는 것은 너무 아까웠다. 여기서 목표가 도망간다면, 다음에는 더욱 일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자신들을 알고 있고, 검의 힘을 사용할 줄 알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물러설 수 없지. 그러면 공주가 더욱 강해질 거야. 게다가 세이브의 힘까지 더하면...." 지금, 그녀가 힘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를 때, 확실히 끝을 내야 했다. 체서 칩은 주위를 살폈다.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없는지 살피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있다면 자신과 마찬가지로 주위를 살피는 체서 3명 뿐.... 3명? 숨어있는 체 서 한 명과, 자신을 제외하면 5명이 있어야 하는데? 불길한 예감이 스쳐지나갔다. "제기랄. 목을 관통 당했어." 두 명의 체서는 목에 구멍이 난 채로 죽어있었다. 공주는 이미 사라져 버린 채. "싸울 줄 아는 상대를 만났군. 사이드의 제자인지, 아니면 리츠의 제자인지는 모르 지만.... 대단하군. 공주님." 체서 칩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긴 했지만, 속으로는 불안해졌다. 그들을 죽일 수 있는, 더군다나 자신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이런 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가 나약한 소녀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칫. 그럼 체서 3명을 불러야 하겠군." 그 말과 함께 수정으로 만든 판을 집어드는 체서 칩. 하지만.... "이봐. 이봐. 어떻게 된 거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수정판으로 전해지는 건 단지 침묵. "........." "바보들. 그런 유인에 걸려 쉽게 숲으로 깊이 들어가다니. 내가 지원을 해 줄 수가 없잖아." 나무 위에 숨어있던 체서의 한 마디. 아무리 그가 저격에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 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지금 이 장소에서 나간다면, 언제 숨어 있는 엘프의 공격을 받을 지 모른다. "내가 보이는 곳에서 수색을 할 것이지. 멍청이들." "아무 데도 없는데?" "분명히 이쪽으로 왔어." "도로 나가자. 여긴 느낌이 안 좋아." 번쩍 ! 세 명의 체서들은 일순간에 두 동강이 나버렸다. 보이지 않는 검이 그들을 베어버린 것이다. "칫 !" 체서 칩과, 숨어있는 체서 - 레이니를 저격한 바로 그 자 - 역시, 그걸 느꼈다. 레 이니가 허상의 검을 사용할 때의 그 강한 생명력의 발산은, 레이니가 억제하려고 해 도 억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의 흐름이기 때문에, 생명력 일부가 새어나간 것이다. 하지만, 그 반응은 순간이었고, 생명력은 다시 사라져버렸다. "이 정도라니. 공주님의 실력은 대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다니... 이 정도면 나와 동등한 수준이잖아?" 나무 위에 숨어있던 체서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만약 자기가 저격으로 그녀를 잡지 않고, 정면대결을 한다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 아까까지는 검으로 상대 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문제가 달랐다. 만약 시내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으려고 저격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나쁜 생각은 버리자. 공주가 나를 잊고 있다면, 곧 죽게 될 것이니." "숨어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 치매 사부에게 감사해야 하겠네." 조용히 말하는 것도 힘들긴 하다. 하지만, 숨어있는 세이브로서는 그 말을 듣는 게 필요했다. "언니. 이제 어떻게 할거야? 그 체서 칩이란 사람은 그렇게 한 번에 죽을 상대가 아 니라고." 달달 떨면서 레이니에게 묻는 세이브. 이런 자리가 아니라면 당장 껴안아주고 달래 겠지만, 숨어있는 상태에서 그럴 수는 없다. "솔직히, 난 그 숨어있는 녀석이 더 마음에 걸려. 만약 내가 녀석들의 대장이라는 자와 싸울 때 뒤에서 한 번만 날 때리면, 난 그대로 죽을 걸. 그렇다고 숲에서 파이 어볼을 마구 쏠 수도 없잖아. 아르메리아가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르니... 게다가, 기 습은 한 번으로 족해. 두 번째에는 아마 그 숨어있는 녀석이 날 공격할 걸.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는 공격수단으로는. 그러니까 불을 사용할 수 없고... 잘못하면 난...." "싫어." 레이니에게 안기는 세이브. 그 작은 몸이 애처롭게 보인다. "언니. 겨우 만났는데, 또 헤어지긴 싫어. 죽지 마." 레이니는 세이브를 안아주면서 말했다. 솔직히 불안하긴 하다. 이러다가 녀석들이 자신의 위치를 눈치채는 날이면.... "처음에 언니가 가르쳐 준 거 알지?" "응." "그대로 하면 되는 거야." "응....." "왜 그래?" "언니." "?" "나 버리지 마. 어디 가든 같이 가." "....... 위험할 텐데..... 게다가 난 네 언니라는 사람과 다르다고." "그래도 좋아. 약속해 줘. 언니가 그 언니가 아니라면, 적어도 내 언니를 찾을 때까 지라도 같이 있어 줘." ".......죽을 지도 몰라. 다칠 지도 몰라. 그래도?" "응." "그래, 자. 손가락 걸고." "약속이야. 언니." "응." 체서 칩은 숲 밖으로 걸어갔다. "자, 따라와 봐라. 이대로라면...." 그는 영악하게도, 숨어있는 체서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에서 걷고 있었다. 만약 공주가 그를 습격하면, 단숨에 결말이 날 것이다. 공주가 아니라 그 엘프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 오세요. 공주님. 엘프 아가씨." - 계속 - 후기)으... 3일 걸린 거냐? 아니면 4일 걸린 거냐? 미리 비축을 안 했으면 지금 쯤..... 말 그대로입니다. 오늘은 좀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다음 내용의 뼈대를 잡았다 고 해서 그게 곧 소설의 한 에피소드의 완성이 아니니, 줄거리는 정해두고 내용이 써 지지 않을 때, 정말 미치겠더군요. 앞에 작업판(레이니 이야기를 쓰는 파일)을 두고 백지 상태로 남길 때의 그 느낌은.... 생각하기도 싫군요. 아마 다음편이면 체서들과 레이니의 전투는 막을 내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 다만 더 길어질지도.... (퍽퍽퍽 !) 그리고.... 나무의 종류를 알 수 없다고 했는데.... 그 체서가 숨은 나무는 베네티 테스 류의 나무입니다. 문제는.... 이 나무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더라는 것. 그렇다 고 공룡시대에 번창한 나무를 안 쓸 수도 없고.... 그래서 특별히 레이니가 이 나무 에 올라가 자는 일이라도 있지 않는 한, 나무의 이름을 댈 이유도, 댈 생각도 없습니 다. (퍼퍼퍽 ! 이 불성실한 작가야 ! : 독자들의 함성) 하나 더 하면, 불꽃의 거인이 째째하게 안 도와주는군요. 하지만 숲에서 불덩어리를 쏘면 아르메리아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황인 이상, 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므 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레이니] 3-48 법칙의 파괴자(1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7 20:11 조회:567 공룡 판타지 3-48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6) 누군가가 다가온다. 체서 칩은 속으로 바짝 긴장했다. 결국 상대도 긴장이 풀렸는 가. 체서들을 무찌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체서 칩은 언제라도 검을 휘두를 준비 를 했다. 그의 품에 있는 마법의 상자가 느껴졌다. '난 절대 라이어처럼 자폭하지 않는다 !' 레이니가 검을 뽑아들고 체서 칩에게 덤벼들었다. 체서 칩도 놀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었다. 어느새 옆으로 와서 숨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이 아니라면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니... 제자를 잘 키웠구나. 사이드. 아니, 리츠인가. 하 지만 이걸로 내 승리다.' 체서 칩은 몸을 날려 레이니의 공격을 피했다. 아니 피하려고 했다. 실제로는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너무나 강한 그 기세에 눌렸는지도 모른다. 섬광이 번쩍였다. 레이니가 서서히, 옷에 구멍이 뚫린 채로 쓰러졌다. 왼쪽 가슴이다. 분명히 심장을 광선에 관통당한 것이다. "해치웠다 !" 하지만, 체서 칩은 환호성을 지르려다가 멈추었다. 어디에 숨어 있을 지 모르는 엘 프의 공격을 두려워한 것도 있지만, 그 보다도.... "뭐야? 피가 안 나와?" 그의 순간적인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것은..... 내 몸이 떠오른다. 내가 전에 쓰러질 때와 같은 감각이 느껴진다. 내 몸이 하늘로 날아갔다. 그리고 땅으로 떨어진다. 그 밑에는 날 한 번 쓰러뜨린 자가 숨어있었다. 나는 검을 휘둘렀다. "!" 내 가슴에서 피가 솟구친다. 숨어 있던 나를 찾기 위해 일부러 맞았단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인간이 여기까지 이렇게 단숨에.... 이것이 전설의 검, 라 브레 이커의 힘인가.... 나는 서서히 죽음의 장막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내가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삶을 끝낸 자의 의무이기에.... 대장님... 죄송합니다.... 나는 그를 베었다. 그가 가슴에서 피를 뿌리며 소철 나무 아래로 떨어진다. 나뭇잎 이 피로 물든다. 그 작고 가느다란 잎이 피로 물든다. 마치 그의 심장을 찌른 나의 검처럼.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피가 아래로 뿌려진다. 피의 비가 내린다. "베었다. 그럼...." 콰당. 도대체.... 이 꼬마 세이브는 착지를 어떻게 하는.... 내 머리 위로 떨어지다니.... 나하고 자기 몸을 여기로 날리는 건 잘했는데.... 마무리가 안 좋다. 처음에는 잘 하 더니. "휴우. 그래도 받았네." 내가 미쳤냐? 머리에 애 맞아 죽게? 물론 나는 멋지게 세이브를 받아 안았다. 재빠 르게 내려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비록 나무 위이기는 하지만. 나는 급히 몸을 피하 려고 했다. 일단 세이브를 어디 숨겨놔야 두목이란 녀석과 싸우든지 하지. 하지 만.... 애가 일어나질 않는다. "쿨...." 자, 자냐.... 대단하다. 벌써 일이 끝난 게 아닌데... 그러고 보니 아까 세이브가 나한테 그랬지. 나는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아까 내가 가슴에 한 방 맞고 쓰러졌을 때, 네가 쓴 기능이...." "응. 세이브. 그게 내 고유 기술이자 이름." "이름도 원.... 그러니까 전투시 안전 보장용으로 만들어낸 기술이란 거지?" "응. 만약의 경우 지휘관을 대피시키기 위해 만든 마법이래." "그래.. 그럼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니?" "가능할 지 장담은 못할 것 같아. 언니. 하지만... 해볼께." 정말로 장담은 못하는군. 이렇게 지쳐 잠든 걸 보니. 하지만, 나는 곧바로 체서 칩 에게 눈을 돌렸다. 녀석을 죽여야 나와 세이브가 산다. 그러나.... "칫 ! 이대로는 죽을 수 없지. 받아라 !" 검을 뽑아들고 나에게 다가온 체서 칩. 그가 검을 내리친다. 나는 세이브를 내려놓 고 그에게 검을 휘두른다. 불꽃이 피어난다. 두 사람의 검이 맞부딪친다. 그리고 나 와 체서 칩은 땅위로 떨어진다. 둘다 안전하게 착지하자, 적의를 담은 검이 서로를 바라본다. "대단하군요. 공주님. 그 강력한 마법을 막고 체서를 베어버리다니." "대단할 건 없는데. 그저...." 내 옷, 가슴쪽이 찢어졌다. 아마 새 옷을 사든지 해야 할 것 같다. 흑. 여자는 너무 가릴 게 많아. 그,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내 가슴을 보고 있잖아. 응큼하게. 그러나... 내 가슴에는 어마어마한 가리개가 있다. "...." 좀 튼튼한 가리개가... "공주님.... 생각보다 알뜰하시군요. 지갑을 쇠로 만들다니." "뭐, 당신같은 인간들을 대비한 거지. 튼튼해야 돈을 잘 지키니까." 확실히 지갑은 튼튼한 게 좋다. 특수한 금속으로 만든 지갑을 공룡 가죽으로 감싸 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방패로 삼은 건데, 확실히 쓸모는 있다. 불안해서 몇 번이 나 보강을 한 건데.... 돈을 다 날릴지도 몰라서, 일부는 세이브한테 맡기긴 했지 만... 조금만 더 강한 마법이었다면 나도 무사하지 못했을 거다. "대단하시군요. 하지만 제겐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적어도 검술로는." "과연 그럴까?" 더 이상의 말은 필요없었다. 나와 체서 칩은 신중하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더 지친 내 쪽이 불리할 것 같지만... 상대는 모든 부하들을 잃고 흥분한 상태다. 하 지만 상대는 해봐야 아는 거다. 나는 검을 쥐고, 녀석의 틈을 찾았지만, 틈이 하나도 없다. 아니, 옆구리에 하나 있기는 한데... 너무나 뻔해서 함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 "......." 둘 다 아무 말이 없다. 나도, 저 체서 칩도. 이렇게 대치하면 언제까지 서 있어야 하나. 아니면 녀석이 설마 세이브를 인질로? 이 거리에서 도약하긴 멀지만, 혹시 모 른다. 그러고 보니 내가 더 불리하군. 쩝. 나는 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아까 불꽃의 거인을 이길 때 사용한 기술, 허상의 검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더불어, 체서 세 명을 베어 넘길 때 사용한 것이기도 하 다. 그러나.... "어리석은...." 체서 칩이 내게 달려들었다. 허상의 검을 만들어내려면 힘을 집중시키고 생명력의 흐름을 내 맘대로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게 된다. 체 서 칩이 노린 것은 이 점이었다. 만약 함정이라고 해도, 검을 만드는 중이라면 생명 력의 흐름이 흐트러져서 동작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므로.... 설령 동작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강한 반격을 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이대로라면 내가 허상의 검을 만들어내기 전에 나를 벨 것이다. 그러나... 그건 내 가 허상의 검을 만들어낼 때 그렇다는 거다. 나는 검을 내던지고 뒤로 몸을 날렸다. 반격이 아니라 몸을 뒤로 날린 것만으로도 생명력의 조절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보같은 녀석... 스스로 목숨을 버리다니." 검사가 검을 버린다는 것은 죽음이다. 적어도 상대가 검을 든 상황에서 그런다는 건 미친 녀석이나 하는 짓이다. 만약 보통 검이라면 그런 결과가 났으리라. 하지만 이 검은 그런 싸구려가 아니라, 라 브레이커였다. 나는 손을 검 쪽으로 뻗었다. 검이 내 게 다시 날아왔다. 그러나, 나와 검의 사이에는 장벽이 있었다. 체서 칩. 푸욱 ! '너는 검을 버릴 수 없다.' 불꽃의 거인이 말했던 말. 그리고 체서 칩의 가슴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마법의 검을 손에 꽉 쥐었다. 내가 검을 버릴 수 없다면, 내가 검을 버린다 해 도 내게 돌아온다면... 이렇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의 생각이 적중한 셈이 다. 미끼로 허상의 검을 이용한 건 좀 치사하긴 했고, 내 몸에도 무리가 갈 지 몰라서, 나는 급히 생명력을 조절해서 원래의 흐름, 내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때의 흐름으로 바꾸었다. 약간의 생명력이 손실된 건 할 수 없지만, 그것도 식사 한 번 할 정도의 시간이면 회복될 것이다. 약간 힘을 쓴 것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내 앞에 쓰러 진 자는 그 정도의 시간으로는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피를 토해내면서 땅바닥에 누운 체서 칩. "그... 그런 수를 쓸 줄이야." "검술로는 상처 없이 당신을 이길 자신이 없거든. 그러니까 그런 잔꾀를 쓴 거지." "비겁한... 그러고도 검사인가?" "떼거리로 덤빈 건 어쩌고? 몰래 숨어서 날 마법으로 공격한 건 뭐지?" "컥 !" 다시 피를 토하는 체서 칩. 하지만 죽기 전에 물어볼 것이 있다. "하나 묻자. 왜 날 공주님이라고 불렀지?" 이 자는 아마 알고 있을 지 모른다. 나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그 저주에 대해.... 하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웃기 시작한 것이다. "후하하하하. 대답할 거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았겠지요? 공주님. 그럼, 그 비밀은 지 옥에서 들려드리지요." "!" 녀석의 눈은 한 마디의 말만 했다. 이 녀석은 자폭할 셈이다 ! 그때 사부를 죽인 그 런 방식으로 ! 나는 황급히 검을 내리쳤지만... 녀석은 웃었다. 내 눈앞에 빛이 번쩍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세이브를 안고, 몸을 날리려고 했지만.... 자폭은 일어나지 않았 다. 녀석이 있던 자리에는 재가 남았을 뿐이다. 그리고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는 금발 머리의 아가씨. "아르메리아 !" 그것으로 모든 게 확실해졌다. "언니. 괜찮아요? 큰일날 뻔했어요." 아르메리아가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자폭하려고 하는 체서 칩이 가지고 있던 마법 의 도구 - 아마 지난 번처럼 운석을 소환하는 것일 듯 - 를 그녀가 파괴해버린 것이 다. 무슨 마법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빛의 마법이리라. 결국, 워낙 짧은 순간 이라 대처할 틈이 없었지만, 아르메리아가 도와준 덕에, 무사히 일을 끝낼 수 있었 다. 그러니, 당연히 따르는 한 마디. "고마워." - 계속 - 후기) 휴. 끝났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세 번째 이야기 끝이다. 엄청나게 사람을 고 생시킨 에피소드였네요. 애고고고고고 ! [레이니] 3-49 법칙의 파괴자(1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8 19:35 조회:538 공룡 판타지 3-49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7) "고마워할 건 없어요. 아까까지 숨어있기만 했는데요. 뭘." 그거야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마법을 쓰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났을걸. 그런 데.... 왜 숨어있기만 했지? 쿵 ! 아르메리아의 주특기, 박치기. 하루만에 당한 건데도 왠지 아주 오래 전의 일로 여 겨진다. 하지만.... 애고 아파.... "자, 천천히 얘기해요." "그랬구나...." 나도, 아르메리아도 전후 사정을 알게 되었다. 적어도 내가 무엇을 했는지, 아르메 리아가 무엇을 했는지. "이 검이 그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인가요? '법칙을 파괴하는 자'라는?" 내 허리에 매달린 검을 보며 말하는.... 아니 생각하는 아르메리아. 그녀의 머리와 내 머리가 서로 닿아있으니 남자였다면 최고의 상황이리라. 하지만 난.... 지금은 여 자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아 ! 지금은 그녀와 내 마음이 서로 통하고 있지? 역시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 일단 그녀의 질문에 집중하자. "아, 딴 생각했어. 미안." 어차피 숨겨도 소용없겠지... 아르메리아도 더 이상 묻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을 해 주어야 하겠지. "이게 그 전설의 검이 맞는 모양이야. 그 체서들의 대장도 그런 말을 했고, 이 검에 서 나온 불꽃의 거인도 그런 말을 했으니까." "언니, 설마 계약을 성공시킨 거예요?" 왜 이렇게 놀라지? 역시 그렇게 계약하는 게 어려웠던가? "응. 좀 힘이 들긴 했지만." "......." 그리고 말이 없는 아르메리아. 하지만 마음이 서로 통한다는 건 좋은 일이다. 무슨 생각하는 지 알 수 있거....... 엥? 전혀 알 수가 없잖아? 어떻게 된 거야? "언니. 이제 그만 여관으로 가야지요. 지금 시간으로 보아 배는 놓친 것 같고, 언니 도 피곤해 보이니." 이건 생각이 전해지는 게 아닌데? 아. 그녀가 머리를 내 머리에서 떼었구나. 나는 잠든 세이브를 업고 아르메리아의 뒤를 따라갔다. "나머지는 일단 다음에 이야기해요. 언니. 지금은 일단 항구에 가 보고, 그리고 나 서 여관에서 한 숨 자는 거예요." "항구는 왜?" "오늘 아침의 배는 놓쳤으니, 다음 배를 하나 잡아야지요." 그건 그렇구나. 어느새 해가 중천에 뜨고 말았다. 밤을 새어버린 거다. 애고 졸려. 그런데.... 아르메리아가 뛰어가다가 갑자기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고 한 마디. "언니...." "?"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혹시 체서들이 살아있나? 그건 아닌데? 모두 다 새까맣 게 타서 죽었는데... 죽었는데.... 그... 그게.... 그러고 보니... 여기는 내가 아까 파이어볼을 쏜 그 장소가 아닌가 ! 그러고 보니 엘프들은 자연을 보호하는 종족이기 도 하지? 나 죽었다. 숲에서 파이어볼을 던지다니... "다음에는 숲에서 파이어볼 던지지 마세요." 다 봤구나. 다 봤어. "모든 생명은 자신의 삶을 위해 노력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니 이번에는 용서해 드리 지만 ! 만약 언니가 일부러 숲을 불태웠다면 전 언니를 가만 두지 않았을 거예요." "응. 노력 할게." 그 외의 말은 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었다. 아르메리아는 단지 내게 웃어준 후, 걸음을 재촉하여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으니까. "네에에에에? 내일 출항한다고요?" 휴. 살았다. 한참 기다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배가 있었다. 역시 큰 항구도시라서 그런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좋아하지 말게들. 아가씨. 요즘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 거니까." "?" "요즘 바다에 바람이 잘 안 불어서 말이야. 그러니 노 젓는 사람들만 죽어나는 거 지. 잘못하면 중간에 가다가 설 지도 몰라. 어쩌면 아가씨들도 노를 저어야 할 지 도...." "힉 !" 난 싫어. 난생 처음으로... 아니 두 번째로 배를 타고 여행을 하는데 무슨 노젓기 야? 처음에 배를 탈 때에는 너무 어려서,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마 치매 사부하고 같이 이 섬에 올 때였다고 기억나는데..... 이번이 실질적으로 첫 번째 뱃길 여행이 라 무척 기대하고 있는데. 물론 놀러 가는 건 아니지만. "하하하. 물론 그건 농담이고. 바람이 안 부는 건 아냐. 다만 이쪽 뱃길은 좀 험하 기 때문에 날짜가 자주 바뀌는 것뿐이지. 아무래도 좋은 날에 출항해야 중간에 폭풍 도 만나지 않고, 바람이 멎는 것도 피할 수 있거든. 사실은 어제 저녁에 시내에서 소 동이 일어난 게 원인이지만. 화재가 일어났다고 하더라고. 검은 복면을 쓴 녀석들이 던가? 아마 도적 패거리인 모양이야." 누군지 알았다. "그래서 물자 반입이 좀 늦어졌어. 하지만 내일은 확실할 걸. 내일 해뜰 무렵에 출 발이니까, 잊지 말고... 그런데, 어제보다 한 사람이 늘었네? 혹시 여동생?" "네 !" 내가 대답한 게 아니라, 꼬마 세이브가 대답한 거다. 내 등뒤에 업혀 자는 주제에, 그런 건 잘 듣는다. "음냐.. 언니... 오늘 출발하는 거야?" 졸리는 음성. 그리고 아저씨의 친절한 대답. "아니, 내일 아침에 출발하니까 걱정할 건 없다. 꼬마 아가씨." "나 꼬마 아냐." 여전히 졸리는 음성. 웃는 아저씨. "굉장히 귀여운 아가씨네. 나도 저런 딸 하나 두면 좋으련만." 아저씨의 일상적인 한 마디. 그리고 이어지는 사무적인 말. "그럼, 내일 와라. 오늘 아침처럼 안 오면 곤란하다." "예. 감사합니다."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다. 이제 여관으로 돌아가자. 그러고 보니... 으악 ! 하루 숙 박비 날렸다 ! 그 체서 녀석들이 소란만 피우지 않았어도, 맛있는 식사에 따스한 잠 자리가 날 기다렸을 텐데.... 흑흑흑. 억울해. 억울해. 다 죽었으니 분풀이도 못하 고.... 하긴 다 내 손으로 죽이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참 대단해. 첨벙첨벙(목욕하는 소리) 사삭사삭(옷 벗는 소리 - 이상한 생각하지마 !) 풀썩(침대에 눕는 소리) 쿨쿨쿨(자는 소리) 밤을 새서 그런지, 잠이 잘 온다. 잠자기 전에 몸을 풀어야 한다고 약간 단련을 한 건 제외하고. 치매 사부 때문에 취침전에 운동하는 습관이 들었는데, 그게 아직 남아 있다. 검사로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럼... 내일의 여행을 위해.... 잔다....... 잤노라. 깨었노라. 그리고 식사했노라. 이렇게 느긋하게 말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침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배편 을 잡는 건 힘든 일이었다. 어째서 하루가 시작될 때 배가 출항하는 건지. 졸려 죽을 지경이다. 해뜨기 전에 항구로 뛰어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잠이었다. 난 늦잠 안 잤다. 아르메리아도 늦잠 안 잤다. 하지만.... 꼬마 세이브는 늦잠을 잤다 ! 덕분에, 언니 노릇하는 나만 죽을 지경이다. 애고고. 조는 애를 깨워서 옷 입히고, 내 옷도 입고... 옷 입을 때마다 눈물 난다. 그 변태, 날 이렇게 만들다니, 만나면 반드시 죽일 테다 ! 옷 입다가 보니, 세이브의 가슴도 애 치고는 상당히 크다. 아, 이건 넘어가고. 식사를 대충 하고 뛰어나오니 해가 뜨려고 한다. 결국, 엉뚱하게도 새벽부터 도시를 가로질러 뛰어가야 했다. 빨리 좀 뛰어라 세이브. 아무리 애라는 걸 감안해도, 짐은 내가 더 많이 지고 있는데, 왜 그렇게 느려? 꾸벅꾸벅 졸면서 뛰어오는 게 정말 불안 하다. "언니... (꾸벅)... 같이...(꾸벅)....가...(또 꾸벅)." 배에 타면 저 녀석, 또 잠에 빠지지 않을까? 하지만 동정은 금물이다. 지금은 앞으 로 달려야 한다. 늦으면 어제처럼 배 놓친다. "빨리 달려 ! 시간 다 되어가 !" 하늘이 붉어지는 것 같다. 해가 뜨는 것 같다. 빨리 달리란 말이야 ! 꼬마 세이브야 ! 붉은 하늘을 배경으로 배가 서서히 항구에서 떠나려고 한다. 닻을 올리는 커다란 배. 멋지긴 하다. 큰 삼각돛에 날씬한 선체. 마치 여행 떠나는 아가씨 같다. 그러고 보니... 윽 ! 저건 내가 탈 배잖아? "뛰어 ! 아르메리아 ! 세이브 ! 놓치면 안 돼 !" - 계속 - 후기)뭐야? 여기서 세 번째 이야기가 끝나야 할 거 아냐? (독자들) 죄송합니다. 약간 초과되는 바람에, 여기서 끊었습니다. (작가) 야 ! 그러면서 하루분 넘기는 수작이지? 빨리 붙이지 못해? (날아오는 바위) [레이니] 3-50 법칙의 파괴자(1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09 19:45 조회:533 공룡 판타지 3-50 레이니 이야기 - 법칙의 파괴자(18) 으. 빨리 좀 달리란 말야. 이 꼬마야. 아르메리아는 짐을 지고서도 잘 달리는데, 이 꼬마는 짐이 거의 없는데도 헐떡거리 며 뒤쳐진다. 내가 미쳐... 결국 내가 세이브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같이 간 다고 약속만 안 했으면 그냥 버리고 갈텐데. 배가 서서히 떠난다. 아르메리아는 배를 바라보더니.... "언니. 이대로는 놓치겠어요." 누가 그걸 모르냐. 나도 빨리 뛰고 싶어. 하지만 세이브 이 애가 너무 느리단 말이 야. 가만.... "세이브, 너 좀 빨리 뛰어 ! 배 놓치겠다." "아아암. 졸려...." 아직도 잠이 덜 깼군. 아르메리아도 그녀를 보더니 별 기대를 못 하겠다는 표정이 다. 나도 그럴걸. "도리 없지요. 언니, 짐 좀 부탁해요." 그러더니... 짐을 다 땅바닥에 내려놓고(이건 내동댕이친다고 해야 맞는다) 달리는 아르메리아. 그녀는 질풍같이 달려가더니 배 위로 뛰어오른다. 잠시 후 배가 서서히 방향을 틀어서 돌아온다. 하지만, 입항하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서 있는 곳을 지 나갈 뿐이다. 뛰어내리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짐을 들고 뛰어오르는 나, 다시 짐을 들고 뛰어오르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이제 다 되었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 "언니이이이 !" 애고. 세이브를 빼놓았구나. 결국 다시 땅으로 뛰어 세이브를 품에 안고 다시 배에 뛰어오르는 나. 완전히 곡예를 하는구나. 내가 못 살아. 배가 항구를 떠날 때, 해안 에 붙어서 나간 게 행운이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곡예사냐? 이게 뭐야. 아침부 터. 짝짝짝짝짝. 왠 박수? 고개를 들어보니 모든 선원들과 승객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와, 아가씨 멋져." "대단한데? 혹시 곡예사 아냐?" "와. 아가씨 예쁘네?" 이 소리는 왜 들어있는 거야? 하지만 그건 나중에 따지기로 하자. 일단은 선장이든 부선장이든 누구를 만나서 돈 내야지. 나는 돈 받을 사람을 찾아서 돈을 냈다. 어제 그 사람 말이다. 그런데 이 아저씨 좀 보게. "아침부터 멋진 구경을 했으니, 반값만 받겠어." 인심도 좋다. 그런데.... 나하고 아르메리아, 그리고 세이브의 방은? "아가씨들 방은 여기야. 좀 좁지만." 음. 그물 침대 4개에 작은 창이 하나.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군. 짐을 안에 잘 쌓아 두고 나오는 나. 물론 짐에는 꼬마 세이브도 포함된다. 이제 짐을 다 정리했으니 밖 에 나가서 바다를 봐야 한다. 이건 바다를 여행하는 여행자로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 무이다. 일부러 뱃머리까지 나가는 나. "와아아아아 !" 우선 고함 한 번 지르고. 물론 크게 지르지는 않았다. 주위에 일하는 선원들을 봐 서. 아, 그러고 보니 이 배도 상당히 멋이 있다. 커다란 삼각돛이 마치 한 자루의 창 을 보는 것 같다. "언니, 기사 지망생 맞네요. 비유를 해도 그런 걸로..." 내 손을 잡고 뱃머리에 올라오는 아르메리아. 그녀도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바다를 향해 손을 뻗어본다. 아니, 하늘을 향해서. 그러고 보니 내가 뱃머리에 설자리가 없 어졌군. "와아. 상쾌해. 정말 바다는 보아도 보아도 멋지네요." 그렇긴 하다. 난 겨우 두 번째로 바다를 구경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게 처 음이나 다름없으니까. 어릴 때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분명히 한 번은 바다 를 건넜는데도 기억이 안 난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껏 구경을 하면서 ! "언니 ! 나만 두고 나가는 거야?" 히이익 ! 세이브 너, 자고 있지 않았어? "흑. 언니. 나만 두고 좋은 구경을 하다니, 너무해. 히잉." "자니까 그렇지. 아까까지도 잘 자고 있었잖아?" "언니가 없으니까 잠이 안 와..... 음.... 역시 언니가 있으니까 졸려... 쿨...." "야 ! 자꾸 자면 선실에 데려간다." "으응... 안 잘게.... " 그러면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세이브. "안으로 들어가. 그러다 바다에 떨어지겠다." "싫어.... 음냐..." "그럼 네 이야기 좀 듣자. 넌 누구냐?" "훌쩍..."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꼬마. 하지만 여긴 뱃머리니까 아무도 못 본다. 나와 아르메 리아 외에는. "네 언니라는 사람, 어떤 사람이었지? 나하고 닮은 사람 같은데." 자, 천천히... "언니... 나 기억 안 나?" 으. 힘들어.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 "언니는 네가 기억하는 그 언니가 아닐 걸. 난 너 기억에 없으니까. 게다가 언니는 우리 세이브 나이가 얼마인지도 모르고 있거든. 좀 가르쳐줄래?" "흑. 나, 나이는.... 몰라. 언니하고 헤어진 후에는 죽 자고 있어서...." "며칠동안?" "몰라. 그냥 자고 있었어." "그런 말로는 모르니까, 나이 가르쳐줄래? 기억나는 동안만." "흑. 기억은 9살." "그래..." 이제 조금만 더 ! 목표가 보인다. "그때 네 언니는 몇 살이었어?" "응.... 나도 잘 몰라. 하지만 17세라고 했어." 나하고 동갑이네.... 무서워라. 누군지 몰라도 이런 우연이 있나.... 누구하고 바뀌 었는지 몰라도 그 변태 마법사도 참 치사한 인간이다. "그 언니, 결혼했어?" 난 왜 이런 걸 물어본 걸까. 설마 9살 짜리를 17세 짜리 여자애가 낳았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건 몰라... 흑." "왜 울어?" "언니는.... 언니는.... 약혼했다고 했는데... 그리고 나서..... 나도 그 뒤는 기억 이 안 나." "......." 그러면 그 언니가 누군지 모르잖아? "그럼.... 그 언니의 이름은? 생각나는 거 없어?" "몰라.... 모르겠어. 사이드 아저씨가 날 데리고 언니에게 가자고 하는 건 기억나지 만....." 울기 시작하는 그녀. 결국 울다 지쳐 그녀는 잠이 들고 말았다. 결국 애를 다시 선 실에 데려다놓고 오는 나. 나를 보는 아르메리아. "역시 뭔가 알아내는 건 실패했네요." "하지만 죽자고 따라온다니까 데려가는 거야. 솔직히 앞으로의 여행이 걱정은 되지 만." 그건 그렇다. 일단 전투에서 저 애가 어느 정도로 쓸모가 있을지.... 피하는 데에는 소질이 있을 듯 하지만. "설마 스파이는 아니겠지요." "나도 그런 생각은 했어.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어. 스파이라면 왜 아까 날 도와주겠 어? 그냥 잡혀가게 두면 되는 걸. 그리고... 저 녀석, 내 사부님의 본명을 알고 있었 어. 사부님이 그 이름을 안 쓴지도 오래 되었으니.... 역시 지금이라도 깨워서 물어 볼까? 짐작가는 게 없는데." 내가 아니고, 나하고 바뀌었다는 그 여자. 도대체 누구일까. 지금 공주님하고 닮은 여자와 날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도무지 짐작가는 게 없다. "그럴 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역시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 마법 실력을 보면 보통은 아니고, 어떻게 어린애가 그런 실력을 가진 건지..." 그건 나도 궁금해. 하지만 짐작가는 게 없는걸. "혹시 그 애는...." "뭐?" 무슨 단서를 잡은 건가? "아, 아니예요. 아직 불확실한 추측일 뿐이니까." "그게 뭔데?" 궁금해 ! 궁금해 ! 궁금하단 말야 ! 나는 아르메리아를 보았다. "그러니까....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 행해지는 학습 방법 중에 그런 게 있어요. 마 법을 사용하는 방식을 머리에 새겨두는. 아, 이건 글을 머리에 쓰는 게 아니라, 기억 을 이식하는 거예요. 대개는 초보 마법사들에게 마법 사용법을 가르쳐줄 때 사용한 방식인데, 이렇게 하면 배우는 건 빨라도 응용력이 떨어져서 엘프들은 사용을 하지 않아요. 저 애는 그 과정에서 기억을 잃은 게 아닌지...." 무슨 소린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다. 역시 이 검에 있는 불꽃의 거인을 다그쳐서 마 법 이론을 배워야 하겠어. 기초부터. 어차피 당분간은 시간이 있을 것이니. 나는 나 의 검, 전설의 검을 만지며 말했다. "무슨 소린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겠어. 저 애는 마법사라는 거지?" "네." "그럼, 저 애의 언니를 찾아줄 때까지만 같이 다니기로 하지 뭐. 괜찮아? 아르메리 아." "저도 찬성. 일단 스파이는 아닌 듯 하니까요." "그럼, 그 문제는 일단 해결." 자, 그럼 다음 문제는... 이 고물 칼 문제인데.... "그럼, 나도 열심히 마법을 공부해야지. 명색이 전설의 검의 주인이 되었는데." "고생이 심할 텐데요. 그 검은 주인을 고르는 데 까다로운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네 요." "할 수 없지. 어차피 버려도 돌아오던데 뭐." "그렇다고 들었어요. 제가 어제 보았고." "그래. 그러니 열심히 익혀야지. 그럼 나도 마법사가 되는건가." "네. 아마 멋진 마법검사가 될 거예요. 어쩌면...." "어쩌면?" "시련을 모두 극복한다면 전설이 실현될지도..." "전설?" "이 검을 가진 자는 하늘로 오른다는 전설." "전설이라..."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과연 내가 하늘로 올라간다는 건 가? 올라가서 뭐하려고? 지금은 내 몸을 되찾는 게 먼저다. 난 올라갔다가 추락하기 는 싫어. 단지 내 발로 땅을 걸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 지금은 할 수 없지만. 나는 내 발을 바라보았다. 내 발이 아니지만, 지금은 내 발. 당분간은 신세지겠네. 잘 부탁해. 내 것이 아닌 나의 몸. 나는 내가 자란 섬을 돌아보았다.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다. 그 때는 내 몸을 가지 고. 그때까지 과거의 추억을 여기 두고 가자. 사부님의 추억, 아비알 누나의 추억, 케라토 형의 추억, 다로프 아저씨의 추억, 그리고.... 철없는 여동생 람포와의 추억 을. 이제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간다. 아르메리아와의 추억을, 세이브와의 추억 을, 그리고 내 몸과의 추억을. "안녕. 모두들. 돌아올 때까지 잘 있기를 바래." 새로운 날이 나를 기다린다. 저 바다 너머에. - 법칙의 파괴자 끝. 다음 이야기는 바다의 노래. - 후기)와 ! 이번엔 너무 길었다. 정말 사람 머리를 아프게 하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애고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라 브레이커(law breaker : 법칙의 파괴자), 그리고 우리의 귀여운(?) 꼬마 세이브양. 자, 다음에는 무엇이 레이니를 기다릴까요? 다음 이야기는 '바다의 노래'입니다. 이 녀석들을 수영시킬까? 그런 생각도 하지만.... 아무래도 배 위에서는 힘들 것 같군요. 물론 안 되면 되게 할 수 있 지만. 왠지 수영복 차림의 레이니를 구경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 같네요. 거 기 당신 ! 침 흘리지 말란 말이야 ! 네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아르메리아 : 이번 이야기는 바다의 이야기예요. 레이니 : 응. 아르메리아 : 언니. 왜 그래요? 레이니 : 설마... 나도 수영복 입어야 하는 거야? 아르메리아 : 아뇨. 바다 이야기이기는 해도, 지금은 배 타고 여행하는 것이니 수영 할 일은 없어요. 그러니 수영복은 안 입어도... (갑자기 독자들의 원성이....) 아르메리아 : 어쨌든, 수영 이야기는 없... 세이브 : 와아. 언니. 수영하자 ! (수영복 차림으로 바다에 풍덩했다) 레이니 : 야 ! 너.... 히이이이익 ! 아르메리아 : 세이브, 위험해 ! (도대체 무엇을 보았을까요? 그건 내일부터 시작될 이야기, '바다의 노래'를 보아주 시길) 추가)으. 요즘 글이 안 써지네요. 이러다가 펑크라도 낼 지 몰라 걱정하는 중.... [레이니] 4-51 바다의 노래(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0 08:20 조회:570 공룡 판타지 4-51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1) "와아. 바다다. 바다." 이렇게 외치면 딱 어울릴 분위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달린 다. 며칠 전까지의 후덥지근한 날씨를 뒤로 하고, 시원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로 바다에 나간 지 사흘째. 내일 모래면 아마 항구에 도착할 거다. 그 항구 이 름이 뭐라더라.... 아, '웨스트 게이트'라고 했지. 유로 제국의 수도가 있는 섬의 서 쪽 관문이라고 해서 그렇단다. 멋이 없어.... 그걸 그 도시의 사람들도 아는지, 다른 이름을 스스로 정했단다. 그 이름은 '메갈로돈' 이란다. 20m나 되는 거대한 상어의 뼈가 시내 광장에 전시되어 있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단다. 그러고 보니 우리 유로 제 국은 사람의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 괴물의 뼈를 전시하는 취미가 있군. 하지만.... 그렇게 거대한 상어를 무슨 수로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20m라고? 나 같으면 도망가는 게 먼저다. 겁이 너무 많다고? 수중에서 칼을 제대로 쓰기 힘드니까 그런 거다. 우선, 허리의 힘을 사용할 수 없어서..... 힘이 충분히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칼을 휘두르게 된 다. 게다가, 물은 저항이 너무 강하다. 칼을 휘둘러도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데.... 왜 물 속에 사는 괴물들은 그리도 빠르냔 말이다. 한 번 거북을 잡으려고 바 다에 간 적이 있었는데 - 물론 람포 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서 갔었다 - 육지에서는 둔한 놈이 바다 속에선 왜 그리 빠르던지. 하루 종일 쫓아다녔는데도 결국 못 잡고 말았다. 람포 녀석이 물에 빠지지만 않았더라도 그 날 저녁은 푸짐하게 거북이 고기 를 먹을 수 있었는데. 그것도 무려 2미터에 이르는 특제 거북이를 말이다. 아깝다. 쩝쩝. 먹지도 못한 거북이 이야기는 그만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게 빠르겠다. 모처럼의 휴식인데. 애고 힘들어. 배에 타자마자 오전에는 선실에서 조용히 앉아서 공부를 했고.... 이건 공부라기 보 다는 고문이다. 나한테 마법강의를 한다는 불꽃의 거인. 치사하게 말로만 떠드는 놈 이니 정말 싫다. 하지만, 자기가 모습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놀란다는 이유로 - 좀 더 현실적인 이유는 자기가 나타나면 자기 신체구조상 불이 난다는 거다 - 입으로만 떠 든다. 시범이나 좀 보여줄 것이지. 게다가.... 오후에는 검술 연습을 해야 한다. 애고 팔이야. 애고 다리야. 게다가 배 위에서 만약 기술을 하나라도 시전한다면.... 당장 배에 문제가 생긴다. 배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소리도 안 내고 검을 휘둘러야 한다. 정말 힘들다. 검을 휘두르는데 무슨 결혼한 색시처럼 조심해야 하냔 말이다. 아르메리아는 옆에서 마법 수련과 검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검으로 대결한다면 나 도 아르메리아를 이길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마법으로 대결한다면 난 전혀 자신이 없다. 도대체 죽음의 마법은 뭔지. 생명의 마법은 뭔지.... 계속 고개를 갸우 뚱거리다가 결국 이해를 못 하고 만다. 물론 내가 마법에 있어서 초보라는 걸 감안하 면 당연하지만. 하지만.... 수련만 한다면 내가 머리 아플 이유가 없다. 두통의 원인은 바로.... 그렇다. 꼬마 세이브가 그 원인인 것이다. 잠시만 눈을 떼면 선실 밖으로 달려나가 선원들에게 말을 시키는 건 좋다. 하지만.... "언니. 나 수영하고 싶어." 달리는 배 아래로 풍덩 하려는 철없는 계집애. 이 녀석은 바다에 처음 온 건지.... 계속 물 속에 잠수하려고 한다. 미쳤냐? 배는 지금 앞으로 가고 있고, 헤엄이나 치면 서 놀다간 메갈로돈까지 그냥 헤엄쳐서 가야 할거다. 결국 말리는 나만 죽을 지경이 다. "언니. 심심해. 놀자아." 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정말 부러운 녀석. 모처럼 이렇게 낚시나 하고 있는데, 좀 놔 둬라. 낚시를 빙자한 낮잠이긴 하지만, 모처럼 바다 바람을 쐬면서 앉아 있는 데.... 나 좀 살려 주라. 서서히 아까의 일이 떠오른다. 아르메리아 때문에 지금 낚 시를 하는 셈인데.... 대충 1시간. 아니 30분 정도 전.... 언니들은 다 이상해. 저렇게 아침부터 앉아만 있으니.... 재미없어. "언니. 우리, 밖에 나가보자아." 하지만.... 언니들은 모두 앉아만 있다. 다리가 아플텐데.... 저렇게 쪼그리고 앉아 있기만 하면.... "아르메리아 언니이...." 눈감고 약 먹는 표정은 싫어. "언니. 언니. 레이니 언니이...." 언니는 너무해. 이 사랑스런 동생을 그냥 두고.... 흑. 앗 ! 언니가 일어난다. 드디어 나하고 같이 놀아줄 결심이 선건가? "식사 시간이다아." 쿵. 그럼 그렇지. 먹보 언니가 날 생각해서 그럴 리가 없어. "자, 식사시간입니다." 이 배의 요리는 무엇일까. 물론 기대는 안 한다. 배 위에서 뭘 기대하겠는가. 배의 창고에 가지고 온 요리의 종류는 뻔한데. 결국 생선 한 토막하고 맛없는(!) 이름 모 를 식물뿐이지. 차마 무슨 식물인지는 모르니까 그렇게 쓰.... 어? 아니네? "와아아. 크다아." 꼬마 세이브가 가장 좋아한다. 입을 너무나 크게 벌렸어. 마치 알로사우루스 같아. 저 녀석은 입의 크기에 제한이란 게 없는 거야? 나는, 세이브의 입 크기를 알아보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그녀가 왜 이렇게 좋아하 는지 알아보기 위해 식탁으로 눈을 돌렸다. 어? 이럴 수가? 우선, 식탁에는 전형적인 창과 칼.... 아니, 나이프와 포크가 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는데.... 우선 큼지막한 생선 한 마리. 생각보다는 적다. 한 사람 당.... 아니 사람과 엘프에 게 한 마리씩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그 크기는 그 머릿수를 보상하고도 남았다. 하 긴, 나보다 더 긴 녀석이니 무슨 말을 하겠냐. 2미터는 되는 생선을 보고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기뻐하는 세이브의 모습.... 한 마디로 먹는 데 목숨 건 녀석이다. 생선의 생김새가 그대로 남아있다. 우선, 거대한 저 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가 저렇 게 큰 건 처음 보았다. 마치 익룡의 날개 같다. 게다가 전형적인 생선의 모습을 한 저 동체. 크다는 걸 제외하면 먹음직스럽긴 하다. 저거 요리하느라 힘들었겠다. 그러 고 보니 양념은 별로 안 들어간 모양이다. 생선 특유의 빛깔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보니. 아마 소금으로 간을 했을 거다. 주위에 있는 물이 모두 소금물이니 아마 바닷 물을 써서 끓인 건가... 아니면 바닷물은 단지 조미료 구실로 사용한 건가.... 에라 모르겠다. 먹으면 된다. 먹는 게 남는 거다. 저렇게 큰 생선을 먹을 기회는 흔한 게 아니다. 게다가.... 주위의 선원들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기다려 줄 생각은 없는 듯 하다. 나는 나이프와 포크를 잡고, 일단 이 생선의 모습을 한 요리를 만들어 준 요리 사에게 경의를 표한 다음, 최대한의 속도로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르메리아는 손도 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이브는 먹고 싶어 안달 난 표정인데. 왜 저러지? "왜 그래? 아르메리아. 오늘 안색이 안 좋은데?" "저.... 이제 물려서요.... 언제나 똑같이 생선이라니." 음. 그렇군. 그러고 보니 사흘동안 계속 생선하고 바닷말, 아니면 이상한 식물(도대 체 뭘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맛이 이렇게 없는 게 있을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로 만 든 음료수만 먹다 보니 질려버린 모양이다. "저..... 저녁에는 다른 걸 먹어보는 게 어때요?" 무슨 소리냐? 다행히 이 물고기를 요리한 요리사 아저씨는 우리말을 못 들었다. 필 살의 박치기는 이럴 때 쓰거든. "뭘로 먹게?" "역시 거북이는 어때요? 아니면 다른 걸로..... 일단 낚시를 해서 잡아 보는 게...." "낚시 !" 나도 모르게 큰 소리를 치고 말았다. 주위의 선원들이 식사하다가 다 나를 쳐다본 다. 물론 우리의 꼬마 세이브만 제외하고. 이 녀석은 먹느라 바빠서 그런 건 신경도 안 쓴다. 무서운 녀석. "아저씨. 이 배에 낚시 도구 있어요?" 이왕 큰 소리를 낸 이상, 밀어붙이자. 미친 척하고, 나는 되도록 상냥하게 웃으면서 선원들을 쳐다보았다. 선원 아저씨중 한 사람이 웃으면서 말한다. "아가씨. 그게 있기는 하지만, 아가씨 체격으로는 물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잡혀 먹 힐 걸. 물고기라는 게 그렇게 허약한 게 아니라고. 지금 우리가 먹는 이 놈도 얼마나 힘이 센데. 잘못하면 바다속으로 끌려 들어갈 거야." "그래도 해 보고 싶어요." 요 며칠 사이에 확인한 결과로는 내 힘은 남자였던 시절에 비해 그다지 줄지 않았 다. 오히려 늘어난 면도 있다. 그러니 잘만 하면 근사한 저녁 식사를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 아가씨들도 낚시를 해 보고 싶다... 뭐 좋겠지. 그 대신 무리하지는 마 라." "잘 먹었습니다." 무슨 소리냐? 나도, 아르메리아도, 그리고 모든 선원들도 일제히 그 목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리고..... 모두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세.... 세상 에 저럴 수가... 그 큰 생선이.. 생선이.... 다 사라진 거다. 단지 세이브 한 사람의 뱃속으로. 무서운 녀석.... ".........." 모두들 말없이 뼈만 남은 접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 점심.... 만약 세이브 의 먹는 솜씨를 보고 공포를 느낀 요리사 아저씨의 재빠르고 신속한 요리 솜씨가 없 었다면, 나도 아르메리아도 선원들도 모두 점심을 굶었으리라. - 계속 - 후기)자, 내일은 낚시입니다. 부디 즐거운 낚시를 하기를. 레이니 양. 그리고.... 세이브가 좀 많이 먹지요? (웃음) [레이니] 4-52 바다의 노래(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1 20:34 조회:635 공룡 판타지 4-52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2) "그래서, 3조 역시 전멸한 건가?" "예. 이제 저희 1조 외에는 모두 죽었습니다. 확인 결과, 목표는 이미 항구에서 떠 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음....." 체서들의 총대장은 커다란 수정구슬을 앞에 놓고는 그 안에 비추어지는 남자와 대화 를 하고 있었다. 아니, 이건 일방적인 지시이고 명령을 듣는 부하라고 해야 하지만. 마법사는 새하얀 깃털로 덮인 망토를 두르고 있다. 수많은 깃털로 이루어진 망토는 무척이나 이상한 느낌을 상대에게 주었다. 오른손에 든 지팡이도 그에 비하면 평범하 리라. 약간 깡마른 얼굴에 나이를 느끼게 하는 주름이 얼굴에 조금씩 나타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약간 늙은 노인이라.... 60대라고 생각은 되지만 마법사의 나이를 겉모습으로 짐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리라.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하던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목표를 변경한다. 너희들은 목표를 죽이지 말고, 추적만 하도록." 실질적으로 라 브레이커를 포기하라는 말이었다. 죽어간 동료들의 복수를 생각하고 있던 체서들은 모두 눈을 부릅뜨고 외치려고 했다. 그 여자를 그냥 보내라는 말인가. 손도 쓰지 않고 ! 하지만 마법사는 그들의 상관이었고, 그 말은 명령이었다. "단지 추적만 하라는 겁니까?" 간신히 입을 여는 체서들의 총대장. 그리고 마법사의 대답. "그렇다. 지금은 목표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차피 공주는 유로 제국에서 나올 거다. 그게 라 브레이커를 가진 자의 운명이니까." "......." "게다가, 지금 지난번의 운석 충돌을 의심하는 움직임이 유로 제국의 마법사들 사이 에서 일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자네들이 발각되면 일이 난처해진다. 때가 올 때까지 추적만 하도록." "예." 불만이 얼굴에 가득하지만, 복면을 쓴 덕에 그 표정이 상관에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수정구슬에 고개를 숙이고 돌아서는 체서들. 책상에 놓인 수정구슬에 손을 뻗는 마법사. 영상이 지워졌다. 이제 체서들은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시작된 건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마법사. 그의 망토를 이루고 있는 검은 색 깃털들이 서서히 흔들 린다. "전설이 이루어지는 날이....." 그의 고개가 돌려진다. 유리로 된 시험관에 든 남자아이의 모습. "과연 나는 해낼 수 있을까...." 왼손을 꼭 쥐는 마법사. "후후후후후...." 그의 웃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약간 경악스러운 점심이 끝나고.... 나와 선원들, 물론 아르메리아와 세이브까지 낀 대규모의 낚시꾼들이 갑판에 집합했다. 목표는 오늘 저녁의 풍성한 식사거리 장만. 보통 날이 평온할 때에는 이렇게 고기를 잡는 게 선원들의 일이다. 몇 가지를 제외하 면 주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물고기와 각종 해산물을 잡아서 식사거리로 사용하는 게 선원들의 낭만이자 일거리이다. 조금만 바다에 대한 지식이 있으면, 굶어죽는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물고기들. 이들을 놔두고 굳이 육지에서 식량을 들고 올 이유 가 없지 않은가. 어차피 배가 그다지 크지 않으니 이런 것도 좋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배 구석에서 수련만 하는 것도 지겨워진다. 발도 못 구르는 상황이니 어디 해 먹겠나. 결국 기분 전환 겸, 식사거리 장만 겸,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닷바람을 쐬면서 잠이나 잘 겸..... 낚시 개시다. "세이브는?" 어디로 갔느냐. 아까 나와 아르메리아를 황당하게 한.... 녀석이 지금은 어디로 갔 는지 사라졌다. 혼자 그 큰 물고기를 다 먹어치운 데 대해 양심의 가책을 받은 탓일 까? 어디로 숨은 모양이다.... 물론 진짜로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저기 있어요." 아르메리아. 그 대답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저렇게 시끄러운데.... 어느새 다른 선원들 사이에서 재잘재잘거리는 세이브. 무서운 녀석. 웃는 얼굴에 침 을 뱉을 수 없는 순박한 선원들만 고생이다. 그러고 보니 저쪽에서는 창을 꺼내고 있 다. 해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해적이 있어도 뭐 훔칠 게 있어야 훔치지. 아마 저 창 의 목적은 바로.... "배에 줄을 묶어서 보트를 타고 나갈 셈일까?" 그런 모양이다. 보트를 몰고 나가서 물고기를 잡아올 생각인지도.... 하지만 그러기 엔 여기 사는 물고기들이 너무 크다. 이 배 자체가 30미터나 될 까, 말까 한 데, 보 트는 더 작은 게 확실하다. 저러다가 큰 사고 내지. 나는 말리려다 그만두었다. 아무 래도 바다는 나보다 저 사람들이 더 잘 아니까. 일단 구경이나 하자. 그리고... 구경보다는 내가 낚시할 자리 잡는 게 더 급하다고. 나는 후다닥 자리를 잡으려고 했지만..... 좋은 자리는 이미 다 빼앗겼다. 그러나, 내게는 동작 빠른 아 르메리아가 있다. 그녀가 자리 하나를 내게 마련해 주었다. "고마워." 그러나.... 그 이유는.... "어차피 낚시를 하려면 둘이 해야 조금이라도 안전하대요." 하긴 그렇다. 물고기라는 게 작은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이 해역이 비교적 얕다고 해도, 중간 정도의 물고기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20미터 짜리 메갈로돈이라든 가...... 보통 상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런 물고기와 만나면 이 배 자체가 무사할 지 모르겠다. 아마 한 번에 박살나지 않을까. 배 이름이 인내(endurance)이기는 한 데.. 인내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 뭐, 여기는 기껏해야 얕은 바다 니까 엄청난 괴물은 안 나오지만. 저 멀리 쥬린 제국의 동쪽에 있는 초대양의 경우 는... 전설적인 괴물들이 집단으로 모여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허풍이라고 생각되지만.... 우선 60미터의 길이를 자랑하는 대형 문어와 오징어.... 다리 길이까지 합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런 괴물에 걸리면 다 죽을 거다. 사부가 한 번 그 괴물의 다리를 본 적이 있다는데, 나무 기둥 같은.... (그것도 한 1000년은 나이 먹은 은행나무같은) 그 다리를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외에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길이인 각종 물고기와 수장룡(수중에 사는 공룡의 친 척), 어룡(이것도 역시 공룡과 근연종 - 가까운 관계 - 이다)등등.... 만나면 이 배 정도는 단숨에 물 속으로 가라앉힐 수 있는 괴물들이 득시글거린단다. 여기에는 그런 괴물은 없지만.... 그래도 만나면 골 아픈 괴물은 얼마든지 있다. 물론 커 봐야 20미터 정도이지만.... 내 낚시에 걸릴 이유는 없다. 절대로 없다. 미 끼가 워낙 작아서, 그런 녀석들에게는 맛도 없을 거다. 그런데 미끼가 뭐냐고? 일단 내 점심까지 빼앗아 먹은 꼬마 세이브를 고려했지만.... 그건 인도적인 이유에 서 취소. 결국 원만하게 몸길이 10cm 정도의 작은 물고기로 정했다. 뭐냐고? 나도 몰 라. 그냥 주는 대로 받았어. 나는 미끼를 낚시 바늘에 꿰어서 바다로 던졌다. 낚시대 가 상당히 무거워서 다른 여자라면 던지는 데 힘이 들었겠지만, 내가 누구냐 ! 전설 의 검의 주인이 아니냐.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촤아. 풍덩. 이제 미끼는 던졌고, 남은 건 편한 자세로 앉아서.... 아니 누워서 기 다리는 척 하는 거다. 잠이나 한 숨 자자.... 쿨.... 하지만 언제나 현실은 가혹한 법. 편한 낮잠은 내게 인연이 없다. 흑흑흑. 한 시간 후에 깨어나면 좋겠지만... 물고기가 걸린 게 고작 10초 후였다. 물고기가 많다는 건 인정하지만.... 솔직히 너 무 많다. 잠도 못 자고. 물론, 저녁거리라는 점에서 그리 나쁜 건 아니지만... 나는 재빠르게 누운 자세를 일어선 자세로 바꾸면서 낚시대를 잡아당겼다. 으라차 ! 월척 이다. 내 팔 힘도 이 정도면 쓸만하다. 단 한 번에 잡았으니까. 그런데... 몸 길이 50cm. 아까 세이브가 먹어치운 내 물고기보다 작다. 적어도 3미터는 되어야 하는데.... 물론 그걸 내가 다 먹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좀 큰놈으 로 잡혀야 내가 기분이 좋다. 그게... 다른 선원들은 1미터 이상이 되는 큰 물고기를 잡았거든. 그래서.... 게다가.... 20미터짜리 물고기도 있는데 고작 2미터도 안 되는 물고기를 잡다니.... 솔직히 작다. 큰 놈 나오라고 ! 나도 좀 먹자 ! "언니... 욕심 부리지 말고 일단 먹을 만큼만 잡아요." 나도 물고기를 못 먹는 건 아니지만. 먹을 만큼만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니. 이왕 잡는 거, 큰 걸로 해야 돼 !" "언니.... 아까 세이브가 언니 몫까지 먹어 치운 게 화났어요?" "응 !" "먹는 거 가지고 그럴 건 없잖아요. 어차피 점심은 잘 먹었잖아요. 조금 기다리기는 했지만." "아니. 그래도 안 돼. 세이브를 위해서라도, 이왕이면 큼지막한 놈으로 골라야 한다 고." "사실은 언니가 드시려고 하는 거 아닌가요?" "윽 !" 어떻게 알았지? 그 대답은 바로 돌아왔다. 아르메리아의 필살 박치기의 위력일까. "언니의 경우는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있거든요." 내가 그렇게 솔직해? "네. 그래서 언니하고 같이 다니는 거죠. 왠지 마음에 들어서." 흑흑흑. 울고 싶다. 만약 내가 남자였을 때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자, 울지 말고 낚시나 계속 해요. 언니." 그리고는 내 옆에 앉는 아르메리아. 그래. 낚시나 하자. 그래서 그 마법사를 잡아서 꼭 ! 죽도록 패고 내 몸을 되찾아서 아르메리아 같은 예쁜 여자와 사귀는 거다 ! 이 설움을 날려 버릴 수 있도록. - 계속 - 후기)오늘은 그 마법사가 나왔습니다. 그 변태께서.... 하지만 변태의 진면목을 보여 주지는 않는군요. 하긴..... 대화 한 장면 가지고 무슨 그런 게 나오겠습니까. 그 마법사의 옷이 상당히 특이하지요? 깃털로 만든 망토를 걸치다니... 하지만 이런 복장을 본 적이 있거든요. 단지 그림이지만. 너무나 인상적인 인물이라서 그 복장을 사용했습니다. 그게 누구냐... "그건 비밀입니다." 추가)그리고.... 레이니가 여자 맞냐고 하는 질문이 왔는데..... 그 이유가 여자라면 한 달에 한 번 일어나야 할 일이 안 일어난다는 게 그 이유.... (헉 !) 저, 레이니가 여자 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요. 하나 더 하면... 저... 토요일에는 좀 빨리 글을 올리는데.... 그러니까 금요일에 올린 글이 조회수가 팍 떨어지네요. 중간에 빼먹고 읽지 마세요 ! [레이니] 4-53 바다의 노래(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2 19:28 조회:519 공룡 판타지 4-53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3) "!" 낚시대가 갑자기 물 속으로 당겨진다 !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 걸렸구나 ! "이야아아앗 !" 상당히 큰 소리를 지르면서 낚시대를 잡아당겼지만..... 뭐, 뭐야? 내가 끌려가잖 아? 나는 다리에 힘을 주고 버티려고 했지만..... 왜 이리 힘이 센거야? 내 옆에 있 던 아르메리아도 내 허리를 껴안고(흑. 내 몸 돌리도), 나를 잡아주었지만.... 둘 다 체중이 극단적으로 가벼운 탓에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뭐가 걸렸기에 이렇게 힘이 센 거야? "놔 ! 너무 큰놈이야 ! 빨리 놓지 않으면 아가씨들도 끌려 들어갈 거야 !" 싫어 ! 미쳤냐? 여기서 놓게? 이 힘을 보아하니 큰 물고기가 틀림없는데. 절대로 못 놔 ! 이걸 놓치면 오늘 저녁도 못 먹을 거야. 보나마나 내 식사까지 세이브가 다 빼 앗아 먹을 거야. 요 며칠간 큰 물고기가 식탁에 안 올라서 그 녀석의 식성을 몰랐는 데.... 왜 세이브가 여태까지 내 접시를 보면서 군침을 흘렸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 다. "이야아아압 !" 억지로 낚시대를 잡아당기는 나. 그리고 떠오른 것은..... 커다란 물고기 머리... 가.... 아니었다. 그것은... 물론 바다에 있던 잡동사니. 예를 들어 무거운 닻이라든가 나무 상자라든가 하는 건 아니었다. 세상에. 그 녀석들은 저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 저건.... 수장룡의 일종인 플레시오사우루스였다 ! 아이고.... 녀석의 목이 긴 것은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연상시켰다. 물론 그 크기는 비교가 안 되 지만. 단순한 모습의 그 머리. 그냥 유선형이라고 하면 된다. 꽉 다문 이빨은 내 낚 시대에 있는 미끼를 자기 먹이로 여기고,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강한 결의를 보이 고 있다. 마치 아까 식사할 때의 세이브를 보는 것 같다. 근육질의 목이 팽팽하게 낚 시줄을 당기고 있었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낚시대를 당기지만, 도대체 저 놈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도대 체 고작 2.5m밖에 안 되는 놈이 왜 이리 기운이 센 거야? 내 팔이 떨어질 것 같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 식사가 저 놈이다. 나도 세이브 걱정없이 마음놓고 먹어야겠다 ! 다행히, 주위에 있던 선원 아저씨들이 달려와서 날 거들어 주었다. 결국 인원수에서 밀린 플레시오사우루스가 서서히 배 쪽으로 끌려오기 시작했고, 요리사 아저씨의 날 카로운 창이 녀석을 찔렀다. "헥헥헥." 갑판 위에 완전히 그로키 상태로 뻗어버린 나와 아르메리아. 애고 팔이야. 녀석 되 게 세네. 팔이 부러질 것 같지만, 곧 괜찮아졌다. 일단, 생애 첫 번째 낚시치고는 괜찮은 수 확이었다. 이미 고기 덩어리로 변한 녀석이,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보 자. 내가 잡았으니 내가 좀 먹어주마. 수장룡이라... 공룡과 친척 관계에 있는 녀석들이다. 목이 긴 녀석들도 있고, 짧은 녀석들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녀석들에게 걸리면 몸이 성하지 못하다 는 거다. 저건 작으니까 다행이지, 만약 정말로 거대한 녀석을 만난다면 자신이 없 다. 그런데 왜 저런 괴물이 내 낚시대에 왔지? 그리 큰 미끼를 쓴 것도 아닌데. 혹시 머리가 작아서 먹이도 작은 걸 많이 먹는 게 아닐까? 자, 자. 뭉쳐진 근육이나 좀 풀어주고 몸이나 닦자. 애고. 팔이야..... 저녁을 기대 하기로 하자. 아무리 먹는 데 목숨 건 세이브라고 해도, 아직 요리도 안 된 녀석에게 덤비지는 않을 테니까. 플레시오사우루스를 잡느라 애를 쓴 덕에, 선원들도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하긴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누가 싫어하겠나. 자... 오늘은 애썼으니 한 숨 자자.... 쿨....... 그러나 평화는 오래 가지 않는 법. 문이 부서지듯 열리고.... "언니 !" 으.... 나도 잠 좀 자자. 세이브. 이 언니를 불쌍히 생각해 주라. "밖에 나와 봐. 굉장해 !" 뭐가 굉장한 지는 몰라도, 내 지금 상황에서는 잠을 자는 게 굉장해. "빨리 일어나란 말야. 잠만 자면 게을러져 ! 언니, 일어나 !" 치사하게 내가 잠자고 있던 그물침대를 뒤엎어버리는 세이브. 으아아아악 ! 떨어진 다 ! 우당탕. 다행히 내가 무술을 익힌 덕분에 몸을 가눌 줄 알았던 게 도움이 되었다. 별 충격을 받지 않고 착륙. 내 침대가 높았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몸을 가눌 공간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 왜 나를 추락시키는 거냐? 이 먹보 세이브야. "언니도 일어나아아." 역시 아르메리아의 그물 침대도 엎어진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아르메리아는 내 아래에서 자고 있으니... 지금 추락해서 바닥에 내려간 내 위에서 잔다는.... 그 럼... 지금 그녀는... 내 위에서 추락한다는 뜻? "꺄아악 !" 그럼 그렇지. 나는 기사로서 여성을 지키는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그녀의 밑에 뛰 어들어갔다. 자, 내가 받는다. 아르메리아. 우당탕. 내 수고는 헛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르메리아는 차가운 나무바닥에 추락하지 않았다. 하긴 지면과 너무 가까워서 몸을 가눌 수도 없었지만, 내가 있잖아. 내가 누 군데 그런 사고를 아르메리아가 당하게 하랴. 그런데.... 물컹. 이건 뭐냐... 이 감각은.... "어, 언니. 손 놔요." "아, 아, 미안." 그녀는 지면을 보면서 떨어졌다. 간단히 말해서 엎드린 자세다. 그리고 나는 아래에 서 그녀를 받쳤으니까.... 결과만 말하면 그녀의 가슴이 내 오른손바닥에 정면으 로.... 닿았다. 고의가 아니니 다행이지만, 만약 내가 남자의 몸을 가졌다면.... 아 니지. 그녀에게 치한으로 취급받지 않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어느새 그 녀는 나를 여자로 보는 것 같았다. 며칠 동안 언니라고 해서 익숙해졌나? 나도 꽤 좋 은 언니인지도... 아, 아냐 ! 난 남자라고 ! 언니라는 말은 어디까지나 위장일 뿐이 야 !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내 정체를 아는 아르메리아가 '언니'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나를 여자로 본다는 의미? 애고 복잡해. 넘어가자. 굳이 이런 데까지 신경 쓸 이유는 없다. 게다가 나를 남자로 보았으면.... 당장 뺨 한 대 맞았을걸. 게다가.... 신경 쓸 시간도 없다. 세이브가 그럴 여유를 주지 않으니까. "언니, 빨리 나가자아. 귀 큰 언니도 빨리 가자아." 나와 아르메리아의 손을 잡고 선실 밖으로 끌고 나가는 세이브. 저 녀석은 생각도 없는 애가 분명해. 나와 아르메리아를 죽일 일 있냐? 침대를 흔들어서 추락을 시키 냐? 졸린 눈을 하고 선실 밖으로 나온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여전히 활기찬 세이브. "도대체 볼 게 뭐가 있다는 거냐? 이 꼬마 먹보야." "언니는 참. 난 그렇게 많이 먹지 않았어." "2미터짜리 물고기를 혼자서 다 먹어치운 게 많이 먹지 않은 거냐? 그럼 넌 얼마나 먹어야 많이 먹는다는 거냐?" "언니도 먹었잖아 !"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다 먹는 네가 비정상인 거야." "식사 시간에는 식사만 하는 거야. 잡담을 하느라 안 먹은 언니가 잘못이지." "일순간에 그 많은 양을 다 먹는 네가 비정상인 거야." "아냐." 한없이 낮은 수준의 말다툼. 내가 이런 대화를 하려고 황금같은 낮잠을 못자게 되는 거냐. 나는 다시 들어가려고 했지만... "언니 ! 저거야 !" 갑판 쪽으로 달려가는 세이브. 무심결에 그 방향을 보는 나와 아르메리아. "언니 ! 저건...." 갑판에 달려가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나. 그리고 우리가 본 것은.... 촤아아악. 수 백, 수 천 마리의 물고기가 앞으로 뛰어오른다. 수면을 박차고 날아가는 작은 물 고기. 그 뒤를 쫓는 거대한 괴물들. 아니, 괴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동물 들이었다. "어룡이예요. 저런 멋진 장면을 볼 수 있다니." 살아있는 어룡 수 십 마리가 물고기들을 쫓아 수면 위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장면이 었다. 내 머리가 나빠서 이름은 모르겠지만, 가죽으로 감싸진 물고기라고 할까? 뾰족 한 주둥이에 동그란 눈을 가진 거대한 생물이 내 앞을 춤추며 지나간다. 등지느러미 하나에 가슴지느러미 한 쌍, 그리고 배지느러미 한 쌍. 아니, 차라리 네 개의 다리가 지느러미가 되었다고 해야 할 듯 하다. "멋지다." 나도, 아르메리아도, 세이브도 갑판에 바짝 기대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배 주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들과 어룡들의 모습은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내가 이 모습을 보았 다면, 현실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으리라. 뭐, 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증거가 있기는 하지만. 물고기들이 어룡들을 피하려고 바다 위로 뛰어올랐다가 배 위에 추락을 하는 바람 에, 우리는 곧 갑판 위에 버둥거리는 물고기들을 잡느라 법석을 떨었기 때문이다. "거기 잡아 !" "꺄아. 미끄러워요." "언니. 발 밑에 물고기가..." "힉 !" (꽈당) 물고기에 걸려 나동그라지며, 열심히 물고기들을 주워 모으는 나와 아르메리아, 세 이브, 그리고 선원 아저씨들.... 대부분을 바다로 돌려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항해가 끝날 때까지 먹을 만한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다. 물론 아까 식사시간에 먹을 수 없 었던(누구 때문이야 !) 가슴지느러미가 날개처럼 생긴 녀석들도 있고, 여러 가지였지 만 역시 대단했다. 이렇게 물고기의 종류가 다양하다니. 우리는 이름 모를 어룡들에 게 작별인사를 했다. 자신들의 배를 채우고, 우리 배까지 채워준 그들에게 손을 흔드 는 우리들에게, 어룡들은 멋지게 하늘에서 재주를 넘고는, 다시 물 속으로 다이빙하 여 우리 앞에서 사라져갔다. - 계속 - 후기)으아악 ! 비축량이 떨어져간다 ! 비상 ! 비상 ! warning ! red alert ! (이... 이건 뭐냐...) [레이니] 4-54 바다의 노래(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3 19:53 조회:529 공룡 판타지 4-54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4) 요란한 낚시가 끝났으니 이제 저녁 식사할 시간이다.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은 화기 애애한 분위기의 식당. 그러나... 긴장감이 감돈다. 오늘 저녁을 먹기 위한 필사의 투쟁이라고 할까? 이게 다 꼬마 먹보 세이브 때문이다. 세상에. 그 큰 물고기를 순식간에 다 먹다니.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물론 선원들도 이제 세이브를 쳐다보고는 몸을 바짝 긴장시 키고 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아무 긴장도 안 하고 있다. 그러나... "자, 저녁입니다." 불쌍한 요리사 아저씨. 다행히 오늘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아서 식탁은 풍성하지 만... 저걸 누가 먹느냐가 문제라고 ! 또 누군가의 입 속으로 몽땅 들어가 버리면... 애구. "식사 시작 !" 이렇게 외친 사람은 없다. 다만, 요리를 보자마자 모두들 군침을 흘리다가, 전원이 착석하자마자... 전원이 달려든 것뿐이다. 플레시오사우루스로 만든 거대한 고기 요 리에. 그리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물론, 먹는 데에는 입을 열었지만, 말하 는 데에는 입을 연 사람이 없었다. 그럴 여유가 없기에.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지적 생물인 인간에게 있어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긴박한 상황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희생을 딛고 일어서서, 모든 선원들은 자신의 몫을 챙길 수 있었다. 나도 물론 챙기기는 했다. 그러나... 아르메리아는... 겉보기에는 평온한 표정이지만... 난 알 수 있다. 옆에서 구경만 하다가 아무 것도 못 먹은 거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 하며는.... 그녀의 포크와 나이프가 깨끗하다는 걸 보면 안다. 뭘 먹었으면 조금이라도 음식과 닿은 흔적이 있었을 테니까. 내 예상 대로다. 나는 미리 챙겨둔 고기와 반찬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럴 줄 알고 접시에 담아두었지. "고마워요. 언니." "괜찮아. 전에 나도 얻어먹었으니까." "아, 그거." 그 엘레스라는 과일 말이다. 나무 위에서 먹던... 아니 마시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 무 위에서 자던 기억이 되살아나자, 나는 새삼스레... 졸렸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 는 나. 참 멋이 없는 모습이다. 남자로서 곤란을 겪는 그녀를 도와주었으면 그녀가 식사를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낚시를 빙자한 중노동에 그만.... 지쳤나 보다. 아니,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건가? "언니. 자러 가자." 세이브 너.... 이럴 때는 알아서 빠져라. 방해 좀 하지 말고. 그렇게 많이 먹었으면 서도 아르메리아의 접시를 쳐다보는 눈은..... 나는 세이브가 사고치기 전에 재빠르 게 그녀를 안아 버렸다. 내 품에 안긴 채 버둥거리는 세이브. 나는 아르메리아에게 말했다. "그럼, 세이브 데리고 갈게. 다 먹고 와. 잠자리 준비할 테니까. 뭐, 별로 준비할 건 없지만." "네." 서두르지만 그래도 먹는 속도가 늦은 아르메리아를 두고서, 나는 세이브를 데리고 선실로 갔다. 일단 아르메리아의 저녁 식사를 위해 장애물 제거. 그런데... 가슴 부분이 간지럽다. 나는 서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려... "으.....읍......." 숨을 못 쉬고 괴로워하는 세이브. 알만하다. 내 가슴이 너무 컸나보다. 거기다 세이 브의 얼굴을 짓눌렀으니 이런 일이 생기지. 나는 그녀를 내려놓았다. 나도 이런 먹보 를 안고 가면 팔 아프다고. 그러나 그녀의 손목은 꼭 잡고 있었다. 뒤로 돌아서 입에 서 침을 흘리며 식당으로 걸어가려는 세이브. "고기... 고기.... 고기..." 이거 뱃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나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끌어당겼다. "야. 넌 충분히 많이 먹었잖아 ! 아까도 가장 많이 먹던데." "배고파. 아르메리아 언니도 더 먹잖아." "언니는 아까 먹지 못해서 그런 거야. 넌 아까 엄청나게 먹었잖아." "그래도 배고파. 언니가 먹는 거 보니까." "으이그.... 내 3배는 먹은 녀석이 그런 말을 하는거냐?" 정말 인간이 아냐. 무슨 꼬마가 이렇냐? 나는 간신히 세이브를 데리고 선실로 왔다. 우선 그물침대에 세이브를 내던지고. 출렁. "이이잉. 언니 너무해. 나도 더 먹고 싶단 말이야." "너무 먹으면 살쪄." "히잉. 배고파." "그렇게 먹고도 배가 또 고파?" "응." "도대체 왜 그렇게 먹어대는 거냐? 이유 좀 알자." 아무리 성장기에 있는 애라고 해도 이건 좀 지나친 듯 하다. 도대체 저렇게 먹고도 살이 안 찌다니 이상하다. 저 허리 봐. 보통은 저렇게 가느다란 허리를 가지려면 얼 마나 먹는 데 조심해야 하는데. 저 녀석은 도대체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는 거야? "나.... 마법 쓰려면 힘이 너무 드는데. 그래서 그래." "마법이라면... 그 세이브 마법?" "아니. 치유 마법." ? 그 마법을 사용하는 데 왜 힘이 드는 거야? "그건 치유마법의 특징이니까요." "아르메리아?" 어느새 다 먹고 내 뒤에 온 아르메리아. 그녀는 옷을 벗으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흑. 남자였으면 좋았을걸. 왜 내가 이런 저주에 걸려서 이 좋은 기회를........ 아, 아니고. 어쨌든 옷을 다 벗은 그녀는 내 옆에 다가오더니 그물 침대에 누웠다. 아, 물론 다 벗은 건 아니고 어느 정도는 입었다. 하지만 나비날개같은 그런 얇은 옷으로 는 도저히 몸매가 가려지지 않는다고. 내가 남자였으면 사고 쳤을 지도 모를 옷차림 이었다. 똑같이 잠옷 스타일인데... 세이브는 역시 애라서 그런지 별 자극이 안 되 는... 물론 생각보다 가슴이 크긴 하지만, 역시 아직 어린애여서 그런지 그다지 크지 도 않았다. 아비알 누나의 가슴이 생각날 정도이니.... 절벽보다는 낫지만 역시 작은 편이다. 나이에 비해서는 크지만. "치유 마법을 사용하려면 우선 인간의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언니의 경우를 예 로 설명하자면....(꾸벅)..." 왠지 불안해진다. 혹시 또 마법강의가 나오는 건.... 갑자기 불꽃의 거인을 부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나는 내 검을 집어들었다. "언니, 왜 그래요? 주위에 적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약간 긴장하는 아르메리아. 꼬마 세이브도 주위를 불안하게 둘러본다. 하지만 들리 는 건 파도 소리뿐이었다. 우리 외에는 아무도 말을 꺼내는 자가 없었다. 선원들도 이미 자기들 방에 자러 간 상황에서, 누가 떠들고 있겠는가. 단지 밤에 배를 책임질 선원 두어 명만 남아 갑판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놀라는 아르메리아와 세이브를 잠시 무시하고, 나는 검에 말을 걸었다. "이봐요. 장작더미 아저씨. 지금 듣고 있지요?" "난 장작더미가 아니다." 검안에 있는 불꽃의 거인의 목소리. 내가 지난번에 굴복시킨 그 정령(?)이다. "그럼 뭐라고 부르지요? 당신은 이름이 없잖아요." "그냥 '불꽃의 거인'이라고 하면 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내 이름을 못 정하는 건 주인인 네가 멍청하기 때문이 아니냐." "주인이 그것까지 정하는 건가요? 당신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은데, 당신 을 만든 사람은 왜 당신의 이름까지 정하지 않았지요?" "지금 그걸 물어보려고 날 깨운 건가? 만물이 잠드는 이 시간에?" 와. 저 말 돌리기 실력. 대단해... 하지만, 지금 이 친구 이름 물어보려고 부른 건 아니다. 다른 게 있다고. "이 검에도 치유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정령이 있나요? 그 친구가 있으면 좀 물어보 고 싶은데. 치유마법에 대해서. 아르메리아가 지금 피곤해하니까 그래요." 그러고 보니... 아르메리아도 나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다. 세이브는 아예... 자고 있다. 그래. 먹는 데 광분하는 모습보다는 귀엽다. 잘 자거라. 꼬마 세이브. 나는 그 쪽을 한 번 바라본 다음, 아르메리아에게 말했다. "아르메리아는 자. 굉장히 피곤한 듯 한데." "네.... 그럴께요. 아함." 자기 침대에 누워 자는 아르메리아. 다시 봐도 예쁘다. 특히 몸이 다 비치는 저 잠 옷. 요즘 많이 보는 옷이지만, 잠잘 때 입는 옷치고는 너무 무방비하다. 나는 흐트러 지는 마음을 추스리면서 다시 검 안에 있는 불꽃의 거인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라도 해야 엉뚱한 생각을 안 하지. 날 믿어주는 그녀를 배신할 수는 없다고. 어차피 몸이 이러니 배신한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치유마법을 사용하려면 적어도 세 번 더 싸워야 한다. 배에서 내리면 아마 곧장 그 싸움으로 들어갈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게..." 도저히 못 듣겠어. 졸려.... 어쨌든 목적은 달성되었다. 아르메리아에게 이상한 생 각하지 않고 오늘도 무사히 넘어가는 것 같다............. 눈이 감기면서....... "으..... 게으른 주인이군. 오늘로 몇 번째야." 불꽃의 거인은 검을 움직였다. 아무도 쥐지 않지만 검은 스스로 레이니의 손에서 빠 져나갔다. "그 녀석... 나름대로 애쓰는군." 레이니의 마음을 대충은 아는 불의 정령은 그 자신의 눈을 감았다. 멀리에 레이니와 아르메리아, 세이브의 잠든 모습이 보인다. "그래. 편히 쉬길." 세 사람이 탄 배가 서서히 미끄러지듯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 계속 - 후기)으. 이 내용이 길지도 않은데 쓰기가 어렵더군요.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건 지.... 역시 작가는 고생길이야. 눈은 감기고, 글은 안 써지고, 조회수는 안 오르 고......(인간이 이런 데 얽매이면 안 되는데....) 뭐, 이 이야기는 원래 좀 밋밋하 게 구상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르지요. 내일도 계속 그럴지는 모르지만.... (뭐, 뭔가 수상하다) [레이니] 4-55 바다의 노래(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4 19:54 조회:532 공룡 판타지 4-55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5) 고요한 밤.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밤이다. 이럴 때 깨어있는 사람은 뭔가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나쁜 목적으로 깨어난 자들 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는 법이다. 지금 작은 배 한 척을 몰고 어둠 속을 헤쳐 가는 사람들도 그런 입장이었다. 배를 원하는 목적지로 이끌어 가는 사람들. 자신들이 탄 배를 해적으로부터 지키는 사람 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을 때 배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임무를 띈 사람들. 그들이 지금 배 위에 서 있다. "졸리네. 오늘은 좀 많이 먹었나?" "자네, 그러니까 적당히 먹으라고 하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아바. 자네도 열심히 먹고선." "난 조금만 먹었네. 사이몬인가 하는 친구처럼 마구 먹지는 않았다고." "에이 ! 이 사람도 !"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잠을 쫓는 두 사람. 그들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손길이 있었 다. 아직은 너무 멀지만. 휘이이잉. "이거 바람이 센데. 폭풍이 불어올지도 몰라." "농담하지 말게 사이몬. 약간 바람이 센 정도로 무슨. 이런 바람은 흔한 거라고." "아니야. 뭔가 달라. 바람이 조금씩 강해지고 있어. 아무래도 선장을 깨우는 게...." "이 정도로 말인가? 아직 폭풍이 불지도 않았는데?" "농담 아닐세. 아바. 폭풍이 세지기 전에 선장을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에이. 뭐하러? 사이몬. 그럴 필요는 없을지도..." 휘잉. 그 바람이 갑자기 불어왔다. 아바는 이상하다는 느낌이 퍼뜩 들었다. "뭐야? 이거. 혹시 자네 말대로 폭풍우?" 아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엄청난 바람에 의해 찢어질 듯이 부풀어오른 돛이었다. 지 금이라도 찢겨져서 날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빨리 가서 선장님 깨우게. 내가 키(배의 방향타)를 맡고 있을 테니." 허둥지둥 달려가는 아바. 그때, 배가 급작스럽게 기울었다. 갑판에서 주르륵 미끄러 지는 아바. "아바 ! 조심해 !" 사이몬의 외침이 헛되지 않았는지, 아바는 간신히 돛줄에 매달린다. 하지만 이대로 는 선장을 깨우러 갈 수 없다. 사이몬은 키를 잡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이봐... 나 좀 도와줘........" 사이몬은 키를 고정시키고는 아바를 구하러 가려고 했다. 그러나.... 촤아아악. 거대한 파도가 배를 향해 돌진해왔다. 배가 뒤집힌다. 사이몬의 마지막 외침은 파도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그리고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의 목숨은... 끝이 났다. "쿠. 푸." 잠에 빠져있는 레이니 일행. 레이니도 아르메리아도 세이브도 걱정 없이 자고 있다. "!" 갑자기 눈을 뜨는 레이니. 무슨 일일까? "으..... 졸려. 뭐야? 무슨 비명소리가 났는데?" 졸린 눈을 비비면서 주위를 살피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그건 조명 문제. 어두컴컴한 밤에 선실 안에 촛불조차 켜지 않은 상태에서 눈을 떠봤자, 잘 보이지 않 는다. "으.... 앞이 잘 안 보이네. 뭐, 당연한가?" 분명히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좀 멀리 있는 듯 했지만.... "으...으음.." 서, 설마 아르메리아가? 여기까지 그 체서들이 쫓아온 건 아니겠지? 나는 검을 들고 몸의 감각을 최대한 날카롭게 했다. 이상한 게 나타나면 당장 잘라버릴 테다 ! 나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는 아르메리아가 자던 그물침대에 다가갔다. 내 위니까 별로 접근하는 데 힘들지는 않았다. 자....... 이상한 녀석이 없나.... 위를 쳐다본 내 눈 에 비친 것은 손바닥에 빛의 구슬을 띄우고 나를 쳐다보는 아르메리아의 얼굴이었다. "뭐야? 그 비명소리, 아르메리아가 낸 게 아니었나?" 그럼 누구냐? 나는 세이브가 자고 있는 그물침대를 바라보았지만, 전혀 이상이 없었 다. "음냐. 고기 줘. 나 배고파." 저 녀석... 잠꼬대도 참 요상하게 한다. 그렇게 먹고도 배가 고픈 거냐 ! 자, 이상한 데 신경 쓰지 말고... 지금은 비명을 지른 사람을 찾는 게 순서다. 내가 꿈에서 본 걸 현실과 착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누가 비명을 지른 건지. 혹 시 그 체서들의 잔당이라도 나타났다면.... 내 얼굴을 거울로 본다면 무표정한 인형 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바짝 긴장해서 얼굴 근육이 다 꼼짝도 안 해.... "언니도 들었어요? 그 비명 소리." 일단 꿈일 가능성은 접을 수 있겠다. 둘이서 같은 꿈을 꾼다는 게 가능할 리 없으니 까. 그럼... 역시 누가 다치거나 죽은 건가? 비명을 지르는 걸로 보아... 빗속에 쓰러진 피 흘리는 남자... "언니, 왜 그래요?" "아, 아무 것도 아냐." 이 상황에 무슨 상상을 하는 건지... 나도 한심하다. 잠시 머리를 흔들어서 잡념을 없애고 ! "아르메리아도 들었어?" "예. 아무래도 좀 떨어진 곳에서 난 거예요." "뭐? 그러고 보니 이 배에 있는 사람들은 다 있네? 그럼 다른 배의 사람이?" "역시 인간만 생각하고 있네요. 인간이란 참." 그러고 보니 무의식중에 사람만 생각해버렸어. "언니 말대로, 인간이 여러 명 죽었어요. 이 근처에서. 하지만 이 배에 있는 사람은 다 무사하군요. 모든 사람들의 생명 에너지가 느껴지는 걸로 보아." 그렇긴 그렇다. 누구도 죽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가 멀리서 죽었다. 그럼 어느 정 도로 떨어진 사람이지? 역시 다른 배의 사람인가? "이 정도의 거리면 아마........" 머리에 손을 대고 정신을 집중하는 아르메리아. 거리를 재는 건가? 나중에 물어보 자. ............... ! 물어보는 건 취소. 마법 이론은 싫어. "....... 이 근처예요. 아무래도 배가 가라앉은 것 같아요. 이 정도의 힘이면..... 폭풍인가....." "뭐? 폭풍?" 간단히 말해서 거센 풍랑에 이기지 못한 배가 가라앉았다는 거잖아? 일 났군. 일 났 어. 바다 한가운데에서 무슨 수로 도망을 가겠냐. 잘못하면 정말로 전설을 이루게 생 겼군. 단, 살아서가 아니라 죽어서 말야. 난 살아서 하늘로 올라가 보고 싶지, 죽어 서는 아냐 ! "잘못하면 이 배도 가라앉을 지도 몰라요. 아무래도 갑판으로 올라가봐야 하겠어 요." 쿠쿵. 배가 흔들렸다. 나와 아르메리아는 급히 옷을 입었다. 파도가 밖에 부딪치는 모양이 다. 그리고... 배가 기울어진다. 파도가 아주 심한 모양이다. 안에 그대로 앉아있기 는 불안해진다. 아무래도 밖에 나가봐야 할 것 같다. 혹시 모르니까 짐을 좀 챙기고, 옷도 입었다. 그런데... 입는 중에 배가 다시 흔들렸고, 나와 아르메리아는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았지만, 잠자고 있는 세이브가 균형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 서..... 필연적 결과는. "꺄아악 !" 보통 이런 경우를 추락이라고 한다. 내가 필사적으로 방바닥에 가방을 던져서 일단 타박상이나 골절상을 막아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충격은 어느 정도 받았다. 그게 왜 그러냐 하며는..... 추락했고, 가방으로 충격을 줄였다고 해도 그 뒤에 바닥을 굴러 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어서.... 데굴데굴. 공이 굴러가는 것 같다. 단지 살아있는 공이라 문제이긴 하지만. "언니 ! 왜 발로 귀여운 소녀를 차는 거야?" "귀엽다는 건 못 믿겠다. 지금 상황이 바쁘니까 생트집 잡기 전에 빨리 옷 입어라." 나는 내 옷을 입으면서 짐을 챙겨 넣느라 바쁘다. 도저히 세이브 옷 입혀줄 상황이 아니다. 이왕 깨었으니 옷이나 입으라고. "언니 ! 그게 무.....!" 배가 또 흔들렸다. 이번에는 기울어지는 게 좀 심하다. 배가 오른쪽.. 아니 왼쪽이 던가? 어쨌든 기울어졌다. 이 배에 많이 탄 게 아니라서, 도저히 어느 쪽인지 모르겠 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상황이 절대로 안 좋다는 거..............뭐, 절 대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물컹. "어.......언니........ 요즘 이상하게 언니하고 저.....이런 게 많네요......." ".............." 왜 넘어지면 꼭 나하고 아르메리아가 겹쳐지는 걸까? 나로선 좋지만... 으. 그것도 아니다. 어차피 여자 몸인데 그래봐야 무슨 소용이야? 흑. 나는 내 짐을 챙기고, 아직도 옷을 못 입어 헤메는 세이브의 짐 - 짐이라고 해 봐야 옷 몇 벌이 전 부이지만 -을 챙겨주었다. 으. 도저히 못 봐 주겠다. 옷을 입느라 발버둥치지만 옷에 묶이는 꼴이 되는 세이브의 모습을. "야 ! 제대로 입어." "으........ 언니... 잘 안 돼......." 옷을 입는 거냐? 아니면 옷에 묶이는 거냐? 졸면서 옷을 입으니까 저렇게 되지. 나 는 별 도리 없이 세이브를 잡아 옷을 벗겨 버렸다. 내가 여자 몸이 아니었으면 아무 래도 안 좋은 모습이겠지만..... 다행히도 여자 몸이어서 별 문제는 없었다. 음. 그 렇지도 않군. 차라리 남자라서 난처한 게 낫지. 이건 정말 못 해 먹겠다 ! 왜 움직일 때마다 가슴이 이리도 출렁거리는 거야? 어쨌든 간신히 세이브에게 옷을 입혔다. 정 말 힘들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래야 하는 거야. 간신히 짐을 모두 챙기자, 아르메리아가 우리 짐을 모두 한데 묶더니 손을 우리의 가방 무더기에 대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하얀 빛이 우리 가방을 감쌌다. "뭘 한 거야?"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짐에 마법을 걸었어요. 나중에 찾기 쉽게 하려고요." "그것 뿐이야?" "그 외에 몇 가지 더 걸었어요. 하지만 일단은 여기서 나가야지요." - 계속 - 후기)흐흐흐. 그럼 그렇지. 평범하게 바다를 지나게 할 리가 없지. 이 인간이.... 그리고, 누나 아이디를 같이 쓰는 물고기군(이름을 말씀하시지 않아서 이렇게)의 도 움으로 엑스트라들 이름은 아주 간단하게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아주 요 긴하게 쓰게 되네요. 고맙습니다. [레이니] 4-56 바다의 노래(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5 20:07 조회:540 공룡 판타지 4-56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6) 나도 동감이다. 여기 더 있기는 불안하다. 아무래도 밖의 상황을 한 번 보고와야 잠 이 잘 올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언니. 나도 가." 이 못 말릴 계집애다. 그냥 잠이나 잘 것이지, 추락은 왜 해? 밖에 데리고 가면 위 험할 것 같고, 그렇다고 여기 놔두고 가면 불안하고. 정말 골치 아프다. 파도치는 데 세이브 마법이 통할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이 폭풍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 황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법은 최후수단으로 남기고 싶었다. "아르메리아." "네. 언니." "잠시 세이브 좀 봐줘. 난 밖의 상황 좀 살피고 올게." 이렇게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세이브와 아르메리아의 마법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남겨두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내 속도 모르고, 이 꼬마는 칭얼대기 시작했 다. "흑. 언니. 나도 가." 못살아. 내가 못살아. 지금 상황은 같이 갈 상황이 아니잖아. 하지만 애한테 화를 내기 전에 우선 설득부터 하자. "세이브, 언니가 나가서 밖의 상황 좀 보고 올게. 넌 여기서 기다려. 귀 큰(!) 언니 도 옆에 있으니까." "싫어. 나도 갈래." "하지만 넌 너무 가벼워. 잘못하면 바람에 날려갈 거야. 그리고, 내가 나가서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지 걱정은 안 해도 돼. 이래 보여도 전설의 검의 주인 아니냐. 폭풍 에 휘말려 실종되지는 않아." "그게 아니고, 언니하고 같이 있고 싶어." 으..... 지금이 그럴 때냐. 하지만 애라는 걸 생각해서, 한 번 더 부드럽게 말했다. "일단 아르메리아 언니 옆에 있어. 언니 짐 좀 지켜달라는 거야. 내가 밖을 보고 올 때 짐이 다 없어지면 곤란하잖아." 만약의 경우 배가 가라앉는다면 그 정도의 안전조치는 필요하니까. 뭐 진짜로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겨우 납득하는 세이브. "응." 약간의 불만섞인 표정. 하지만 나는 세이브를 가볍게 안아주면서 말했다. "자, 갔다 올게." 나는 내 검을 허리에 차고 선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바람이 강해지고 있었다. 이제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선원들이 졸린 눈으로 선실에 서 나온다. 선장님은 키를 직접 잡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아, 아가씨도 나온 거야?" 이 목소리 누군지 안다. 처음에 이 배에 왔을 때 세이브를 보고는 내 동생이냐고 물 은 그 아저씨다. 이름이 뭐라더라.... "아, 아저씨도 나오셨어요?" 갑자기 섭섭한 표정의 아저씨. "어지간하면 이젠 내 이름도 불러줘라. 아가씨. 아니, 레이니 양." "하지만 아저씨에게 그 이름은 좀...." 그렇다. 누가 저런 아저씨한테 탈렌트(talent : 인재)라고 불러주겠는가. 좀 얼굴이 잘 생겨야 그렇게 해주지. 마음은 착한 분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내 이름은 탈렌트야. 탈렌트." 주위의 선원 아저씨들이 다 웃는다. 알만하다. 자신의 이름과 다른 인생을 사셨나보 다. 뭐 그런 건 상관없지. 탈렌트가 저 아저씨의 이름이라면, 그렇게 불러드리자. "네. 탈렌트 아저씨." 하아. 저 아저씨의 모든 것이 부럽지 않지만, 딱 하나는 부럽다. 자신의 이름을 가 지고 있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나는.... 내 원래 이름을 숨겨야 하는 신세다. 흠. 날씨가 어두컴컴하고 바람이 부는 데다가 비까지 내릴 듯 하니 이렇게 우울해지는 건 가.... 자, 심호흡하고, 다시 긴장 ! "아저씨." "이름 불러 ! 이름 !" "네. 탈렌트 씨. 지금 날씨가 안 좋은 것 같은데,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바다에 대해선 아가씨보다는 우리가 더 잘 알걸. 아가씨는 안심하 고 선실에서 쉬고 있어. 밤에는 숙녀들은 얌전하게 집에 있어야 해. 아가씨. 여행하 는 동안은 이 배를 집처럼 생각하고......." 말을 중간에 끊은 건 어디까지나 아저씨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중간에 끼어 든 것 도 아니다. 대화를 가로막고 중간에 끼어 든 건... 산더미같은 파도였다. 시작이구 나. 거대한 파도가 배를 덮친다. 배의 크기가 30미터 정도. 유로 제국에서도 상선치고는 큰 편이지만 바다에서는 장난감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파도의 높이가 우리 배의 돛 대 높이 만한가? 잘 모르겠다. 그거 잴 시간이 있으면 도망갈 거다. 일단 파도에 휩 쓸리지 않으려면 뭐라도 붙잡아야 한다. 일단 선실로 가는 문은 닫았으니 여는 데 시 간이 걸릴 것이고, 그걸 열려고 하면 아마 선실 안으로 물이 쏟아져들어갈 거다. 그 러면 아르메리아는 몰라도, 꼬마먹보는 아마 익사할 거다. 그 애가 헤엄을 잘 칠 거 라고는 생각이 안 된다. 이유는 단순한 것이.... 그 녀석의 그 엄청난 먹성으로 보아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아, 이건 아니구나. 그렇게 먹고도 몸무게가 안 느는 게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사실은 그 녀석이 무거운 게 아니라 그 녀석이 지금 잠자다가 막 깨어났다는 게 더 문제다. 아직도 졸고 있는 녀석이 무슨 헤엄을 치겠나. 그냥 물 속으로.... 아, 아차. 지금은 딴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일단 저 거대한 파도를 피해야지. 선 원 아저씨들이 모두 돛대에 매달리거나 뭔가 자신을 파도로부터 구해 줄 물건에 달라 붙는다. 그러나 나는... 으악 ! 내 주위에는 그런 게 아무 것도 없다 ! 거대한 파도 가 나를 덮쳤다. 파도가 지나갔다. 으. 짜. 바닷물은 역시 짜구나. 마실 물로는 못 쓰겠어. 물 속에 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럼 그렇지. 내가 누구냐.... 이렇게 큰 소리를 칠 입장은 아니긴 하다. 내가 물 속에 가라앉지 않은 것은 순전히 탈렌트 아저씨가 매달린 뒤쪽의 돛을 매단 밧줄을 잡았기 때문이다. 용케도 버티긴 했지만, 다시 그런 파도가 오면 끊어질 것 같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아가씨는 선실로 들어가." 으. 아무것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이렇게 철수해야 하다니. 역시 모르는 게 병이다. 도리 있나. 짐만 될 바에는 들어가자. 나는 '네'라고 대답을 해 주려고 했지만..... "언니." 저거 누구야? 으아아아악 ! "언니. 괜찮아?" 저, 저, 저 바보같은 녀석 ! "야 ! 도로 들어가 ! 빨리 !" "싫어. 싫어. 언니하고 같이 있을 거야." 저 바보. 지금이 그렇게 칭얼거릴 여유가 있는 상황인 줄 아나? 세이브가 아장아장 내 앞으로 걸어온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거대한 파도가 덮친다. "안 돼 !" 밧줄을 잡은 나도, 탈렌트 아저씨도, 급히 뛰어나와 세이브를 잡으려던 아르메리아 도, 그리고 다른 선원들조차도 외친다. 하지만 이 바보 세이브는 그것도 듣지 못한 듯, 내게 걸어온다. 아장아장. 나는 그녀를 잡으려고 했지만... 아저씨가 날 먼저 잡 았다. "이미 늦었어 !" 파도가 세이브를 휩쓸었다. "어떻게 된 거야? 세이브가 여기 왜 나왔어?" "막무가내였어요. 세이브 마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어요." 으. 바보같은 녀석. 지금 나오면 어쩌려고 ! 차라리 아르메리아에게 나가 보라고 할 걸 그랬나. 갑자기 밀려오는 후회. 하지만 난 그 애의 언니도 아냐 !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들어가려고 했는데. 이 바보 멍청이 돌대가리 계 집애 ! 촤아.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나와 아르메리아는 갑판의 가장자리로 뛰어갔다. 세 이브가 바다에 떨어진 그 방향으로. 하지만 무심한 바다는 아무 말도 없었다. 오직 거대한 파도가 이리저리 뛰어 놀 뿐. "그 아이는..." 그 뒤의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이 바다에 빠져서 살아남기는 어렵다는 걸, 아니 불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적어도 나 정도면 어떻게 살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르메리 아도 마법이 있으니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마..... "!" 그게 아니다. 아직 그 아이의 생기가 느껴진다. 아직 죽지 않은 건가... 나는 바다 를 바라보았다. 치매사부가 한 말이 떠올랐다. "눈을 믿지 마라. 네 모든 감각을 사용해서 바라보는 거다." 녀석은 아직 죽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르메리아를 돌아보았다. "아르메리아." "네." 이미 내가 할 말을 알았는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가세요. 언니." "응. 그럼 뒤를 부탁해." "네." 둘이 머리를 맞대고 가만있는 게 이상한지, 우리에게 물어보는 탈렌트 아저씨. "아가씨들 뭐하는 거야? 지금 상황에서." 폭풍 속에서 외치는 아저씨의 소리.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 넘어가고, 나는 바다속 으로 몸을 날렸다. 풍덩 ! - 계속 - 후기)조금 나아졌다. (휴우) 처음에 쓴 건 너무나 형편없어서 지워버리고 다시 쓴 겁니다. 요즘 이런 일이 상당 히 많군.... 나도 한 번에 쓱싹 몇 십 개씩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질없는 상상 을 해 보는 군요. [레이니] 4-57 바다의 노래(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6 20:45 조회:529 공룡 판타지 4-57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7) "무, 무슨 짓이야? 지금 이 바다에 뛰어들면 죽어 ! 아무리 동생이 죽었다고 해도 그렇지, 자살을 하다니 !" 놀라는 아저씨. 나는 아저씨를 진정시켜야 했다. "걱정 마세요. 아저씨. 언니는 안 죽으니까." 하지만 안 믿는 아저씨. "내 이름은 탈렌트야. 그리고, 저런 상황에서 살아남는 건 나같은 바다에 익숙한 선 원들에게도 불가능하다고 !" 선원이라면 불가능하지만, 언니는 선원이 아니라고. "언니는 그렇게 안 죽으니까 기다리세요. 저렇게 보여도 상당히 튼튼한 언니라고 요." 튼튼하긴 하다. 자신을 노리는 체서들을 혼자서 쓰러뜨릴 만큼 강하니까. 게다가, 지금 물 속을 헤엄치는 걸 보니, 상당히 수영에 익숙한 게 분명하다. 아마 저 정도면 충분히 세이브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언니가 세이브에게 접근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올 거예요." "?" 어떻게 그걸 아느냐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탈렌트 아저씨. "아가씨. 혹시 마법 쓰는 거야?" "아뇨. 이 정도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언니가 가진 힘과 세이브 가 가진 힘을 느끼면 되니까요." ".........."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아저씨. 과거에 내가 마법 이론을 말할 때 고개를 저으며 이해를 못 하던 언니의 얼굴이 생각난다. "언니를 믿고 기다리세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말로는 '이 바다에서는 노련한 선원들도 살아남기 힘들다.' 면서 허리에 밧줄을 매 고 물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는 아저씨를 말리기 위해서라도, 확신이 담긴 한 마디 가 필요하기에, 나는 힘주어 말했다. 보글보글보글. 어둠 속에서 사람 하나를 찾는 건 힘든 일이다. 그 어둠 속에서 눈을 뜨지 말고 사람 하나를 찾는 건 더욱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숨을 쉬지 않고 그런 일을 해내라는 건 더욱 힘든 일이고. 하지만 그런 일도, 일단 요령을 익히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이다. '이 근처인데? 분명히 이 근처에서 세이브의 기가 느껴지는데?' 애가 아직 바다 밑으로 가라앉지 않은 이상, 희망은 있다. 나는 서서히 접근해나갔 다. 물을 마구 휘젓는 꼬마 소녀의 손놀림이 느껴진다. 세이브 녀석, 헤엄도 못 치는군. 나중에 가르쳐줘야 될 것 같다. 나는 곧장 접근하지 않고, 그녀의 뒤로 돌아갔다. 놀리려고 그런 건 아니다. 저렇게 발버둥치는 사람을 앞에서 구조한다고 하다가는, 살기 위해 버둥거리면서 나를 잡고 헤엄을 치지 못하게 할거다. 세이브가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는 그만큼 어렵기 때문 이다. 살고 싶어서 날뛰는데 접근하다가는 나도 세이브에게 감겨서 같이 익사할 거다. 아 무거나 붙잡고 늘어지는 세이브를 구하려면, 뒤에서 덜미를 잡아서 끌고 가야 한다. 적어도 세이브가 허우적거릴 때 그녀의 팔다리에 내 팔다리가 잡히는 일이 생기면 안 된다. 나도 헤엄은 쳐야 하니까. 나는 서서히 그녀의 뒤로 돌아갔다. 자, 그럼 단 한 번에 낚아야 한다. 실패해서 녀석에게 잡히면 내 생명을 지키기 위 해서라도 세이브를 때려눕혀야 한다. 갑자기 자신의 인간성이 드러나는 것 같군. '하아. 물 속에서는 한숨 쉬는 것도 안 되는군.' 나중에 나가서 한숨을 쉬기로 하고, 나는 세이브의 뒷덜미를 바라보았다. 하나. 둘. 셋 ! 낚았다 ! 나는 세이브를 끌고 수면 위로 올라갔다. 서서히, 서서히. 물 속의 압력을 조금씩 줄이기 위해, 나는 서서히 헤엄을 쳤다. 깊은 물 속에 있다가 너무 빨리 물위로 올라 가면 허파에 병이 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런 걸 걱정할 만큼 깊이 들 어간 것도 아니지만. "푸아 !" 일단 다시 숨을 들이쉬고. 나는 아르메리아가 기다리는 배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지 만.... 어느새 멀리 떨어져 있는 배. 야속하도다. 바람에 밀려간 게 분명하지만. 여 기서 헤엄을 쳐서 저기까지 따라가는 건 힘들 것 같다. 그러나, 내게는 비장의 카드 가 있다. 그것도 두 장이나. 나는 첫 번째 카드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세이브는 이미 기절 상태다. 일단 숨이 멎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당분간 이 녀 석, 물은 입에도 대지 않을 것 같군. 너무 많이 먹었을 거야. 그럼 두 번째 카드를 사용하자. 나는 내 허리에 단단히 매달린.... 나의 검을 꺼냈 다.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라. 이런 걸 구명대로 사용하는 건 전설의 쇠락이라고 해 야 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일단 살고 나서 따지기로 하자. 나는 검을 들었 다. 이렇게 하고, 불꽃의 거인을 소환해서 나와 세이브를 태우고 가면.... 가만. 그럴 수가 없잖아. 올라타기 전에 타버리겠다. 그래서 나는 소환을 단념하고, 그냥 불화살을 쏘아 올리기로 했다. 전설의 검으로 구조 신호를 보내는 건 나밖에 없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쓰는 것도 생활의 지혜다. 나는 검을 들어올려 불화살을 쏘려고........ 가만. 거대한 파도가 내 주위에 있다. 그건 당연하지만.... 그게 아니라 다른 것도 있다. 파도 사이에 숨겨진 무언가. 삼각형의 검은 게 내 주위를 지나갔다. 저게 뭐냐? 보통 저렇게 생긴 건 돛인데? 하지만 지금 내 주위에 있는 건 내가 탔던 배 한 척 뿐이고.... 그럼 저건 뭐냐? 그 무언가가 다시 나타났다. 내게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뭔가가. 저게 무엇이냐? 지금이 어두워서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내 검이 빛을 내기 때문에 조금은 보인다. 확실히 전설의 검이 좋기는 하다. 가만... 빛을 낸 건 지금 불화살을 쏘려는 것 때문이고, 아까는 어두워서 안 보였어야 정상인데? 가만. 그러고 보니 그때는 단지 생명의 힘을 느끼는 상황일 뿐이었는데? 그런데.... 물 위에 돛 모양의 기가 나타난다고? 그게 뭐냐....... 왠지 불안하다. 바다에 그렇 게 생긴 생물이 하나 있는데... 그게 무엇이더라.... 나는 공포를 느꼈다. 내가 겁쟁이여서가 아니라, 그런 돛을 가진 생물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돛 모양 의 것은 아마 등지느러미이고, 등지느러미가 삼각돛처럼 생긴... 다시 말해서 삼각형 인 생물은 분명히 물고기다. 저 지느러미의 크기와 그 밑에 있는 동체의 느낌으로 보 아... 그 크기로 보아... 그건.... "상어다 !" 그 크기로 보아 아마 몸길이가 20미터는 될 법한, 아주 큰 상어였다. 내 짐작이 틀 리길 바라면서, 나는 내게로 다가오는 녀석을 보았다. 생명 에너지로만 보는 건 힘든 일이지만, 어둠 속에서는 사물을 알아 볼 방법이 그것뿐이었다. 별 수 없지. 뾰족한 머리. 좌우에 갈라진 아가미, 피부에 수없이 돋아난 날카로운 이빨같은 가시 들, 지느러미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게 입을 벌리자 드러나는 저 무지막지한 이빨들 ! 분명히 상어다. 그것도 아주 큰 상어다. 반드시 저건 식인상어다 ! 나는 재 빠르게, 녀석이 나를 식사로 하기 직전에 옆으로 빠져나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나는 세이브와 같이 상어의 입에 물려 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죽었을 거다. 저런 무지막지한 입과 이빨에 걸려 살아남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세이브가 금식하는 걸 바 라는 게 나을 것 같다. 하긴, 저 정도의 크기라면 그냥 꿀꺽 삼키는 것도 가능하겠 다. 슈아아아앙. 상어가 내 옆으로 지나갔다. 으. 과연 메갈로돈(이 상어의 이름....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상어라고 하겠습니다)은 세다. 그 무서운 힘. 그 엄청난 속도. 잘못하면 '동생 을 구하려다 상어에게 먹힌 언니.'로 남고 말 거다. 난 그러기 싫어 !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나의 현란한 무술실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칼을 휘두르려면, 세이브를 한 팔로 안고 휘둘러야 한다. 애가 기절했으 니 등에 업기도 곤란하다. 그럼 한 팔로 휘두르면 되느냐... 물 속에서는 검을 휘둘 러도 제 속도가 안 나오게 되어있다. 그러니 저 녀석에게 타격을 주려면 찔러야 하겠 는데... 저 두꺼운 가죽을 관통하려면.... 엄청난 힘으로 찔러야 한다. 그리고, 애를 데리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힘이 없다. '허상의 검'을 사용하고 싶어도, 물 속에서는 생명의 힘을 급속히 순환시켜 검을 만 드는 게 어렵다. 공기보다 물의 저항이 더 강하므로, 생명의 힘이 그만큼 더 많이 필 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 상어의 피부를 뚫으려면 얼마나 강한 힘이 필요할 지 모르기에, 그걸 사용할 수도 없다. 만약 효과가 없다면... 그냥 죽게 된다. 녀석 이 느리다면 한 번 미친 척하고 사용해보겠지만, 녀석은 나보다 월등히 빠르므로 그 런 짓은 못한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금 세이브를 빨리 배에 태워서 치료를 해야 한 다. 이 녀석이 단순히 기절한 건지, 아니면 호흡을 못 하는 건지, 아니면.... 심장이 멎은 건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은 단순한 기절이라고 생각되지만, 지금 잘못하면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자, 그럼 어쩌나.... 이대로 죽어야 하나? 그럴 수는 없어 ! 난 이 저주를 풀어서 신체건강한 남자가 되어 아르메리아같은 여자를 만나 결혼해야 한다고 ! 음. 또 이상 한 데로 말이 나가는군. 일단은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저 초대형 상어를 피해야 한 다. '꺄아악 !' 물먹을까봐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간신히 상어의 공격을 피하는 나. - 계속 - 후기)죠스가 나타났다 ! 레이니 양, 이번엔 고생이 좀 심하게 되었습니다. 흐흐흐흐흐. 바다하면 죠스가 제격이지. 그리고... 무슨 상어가 20미터나 되냐고요? 그게 다 공룡시대라서 그런 거 아닌가요. 확실히 배경이 배경이니까 이럴 때는 좋네 요. 평범한 백상어라면 여러분들? 놀랄 리가 없지만, 무려 20미터짜리 상어라면 좀 힘들겠지요? 아, 이 20미터짜리 상어, 메갈로돈은 과거 영화에도 나온 유명한 상어입니다. 그 영 화의 이름이 바로... 헐리우드 역사상 첫 번째 블록버스터라 할 수 있는 죠스입니다. 이 영화의 상어의 모델이 바로 메갈로돈이라는군요. 지금의 백상어보다 더 무시무시 하고 포악한 친구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요. 그 외에, 소설에도 등장하 는 분입니다. 만나면 존칭 붙여줄 생각이 싹 사라지겠지만. 자, 과연 죠스의 습격을 받은 레이니양은 어떻게 될까요? 내일 연재분을 보시길. 그리고, 상어의 피부에 있는 비늘은 날카로운 이빨모양입니다. 상어 피부가 매끈하 다고 생각하시지는 마시길. 물론 여기 스치면 매우 아프다는 걸 명심하시고, 특히 입 에 물리면 더 아픕니다. 혹시 상어를 만나면 그 점에 주의하시길. (만날 일은 없겠지 요?) 추가)그리고... 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약간 올리는 게 늦어진 듯... 게다가..... 비 축량이 달랑달랑해서 아마 적색 경보를 내려야 할 듯 합니다. ? [레이니] 4-58 바다의 노래(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7 10:14 조회:539 공룡 판타지 4-58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8) "미치겠다." 말 그대로다. 이렇게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바람 때문에 배가 더 멀어졌다는 게 문제다. 이러다가는 아마 바다 한가운데에서 낙오되어, 익사하거나 상 어에게 먹히고 말 것이다. 그럼 어쩌지? 가만. 불꽃의 거인을 못 부른다고 해도, 불덩어리를 부르는 건 가능하잖아 ! 나는 당장에 불덩어리를 하나 만들었다. 확실히 전설의 검은 이럴 때 쓰기 좋다. 자, 받아 라... 가만. 물 속에 불덩어리를 던진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지? 타기 전에 꺼지겠다. 나는 잠 시 내 자신이 상당히 바보같아진 걸 깨달았다. 한심하도다. 나는 불덩어리를 없애버리려다가... 한 가지 용도를 떠올렸다. 아 ! 그렇지. 상어가 내게 다시 다가온다. 그 거대한 입을 벌리고 전속력으로 돌진 ! 나는 녀석이 입을 벌리고 수면위로 나오는 순간, 불덩어리를 던졌다. 그리고 물 속으로 잠수했다. 잠시 세이브의 입과 코를 손으로 막고. 불덩어리가 맹렬하게 폭발했다. 콰앙 ! 그 빛이 상당했다. 물 속에선 안 되어도 물위에서는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마 통한 모양이다. 상어가 물 속으로 가라앉는........게 아니잖아 ! 전혀 안 통한 모양이다. 나는 매우 분해하면서 다시 물위로 떠올랐다가, 거대한 파도에 물벼락을 맞았다. 아직도 폭풍이 거세다. "윽 ! 그렇구나." 파이어볼을 던진 결과가 그렇게 허무하게 실패로 끝난 이유는, 거센 파도가 폭발하 는 불덩어리를 뒤덮은 탓이었다. 여기 저기서 물을 뿌려대는 판국에 불덩어리를 던져 봐야, 효과가 없는 것이다. 애고. 실패. 게다가, 이번 공격은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 상어가 매우 화가 난 모양인 지, 나한테 다시 돌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아까보다 상당 히 빨라진 것 같다. "꺄아아아아 !" 남자는 이런 비명을 지르면 안 되지만, 불행히도 지르고 말았다. 아, 한심하도다. 일단 세이브를 껴안고 간신히 상어의 공격을 피하지만, 그 녀석이 일으킨 물결에 휘 말려 옆으로 밀린다. 옆으로 붕 떠올랐다가 다시 바다에 빠지는 나와 세이브. 풍덩 ! (효과음) "아푸. 아푸." 물먹었다. 애고. 짜다. 비명을 지른 내 잘못이긴 하지만, 저런 덩지를 가진 녀석과 충돌했다면 비명을 질러도 당연한 게 아닌가. 물론 내 재빠른 몸놀림으로 피하기는 했지만, 녀석의 피부에 돋아나 있는 날카로운 이빨에 스친 상처는 어쩔 수 없었다. 칼로 팔을 베인 것처럼 벌어진 상처에서 피가 나온다. 상처도 아프지만, 바닷물에 상 처가 자꾸 닿으니 더 아프다. 하지만 세이브는 상처가 없다. 그건 기사 지망생으로서 잘 한 것이지만.... 팔이 다쳤다는 건 싸움에서 매우 불리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선 특히 더 그렇다. 왼 쪽 팔에서 피가 자꾸 배어 나오자, 이 피를 냄새맡은 상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으아악 ! 한 마리로도 피곤한데 수 십 마리가 떼로 몰려오는 거냐 ! 위기 상황이다. 정말 큰일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이 위기를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했 지만, 방법이라곤 없다. 단지 죽는 것뿐인가..... 어둠에 잠긴 바다에서 일어난 빛, 그러나 그 빛은 어둠의 장막에 덮여 사라져버렸 다. "언니 !" 여자답지 않게 소리를 지르고 마는 나. "어쩌지? 너무 멀어서 마법을 사용해도 닿기 힘들텐데." 무슨 수를 사용해도, 바다가 너무 거칠어서 물이 방어막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언니와 세이브의 생명력이 조금 떨어졌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굶주린 생명들이 모이고 있었다. "어쩌지? 어쩌지?" 빛의 마법은 무리다. 전기를 이용해 공격하면 언니와 세이브조차 피해를 입을 것이 다. 물은 전기를 잘 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수를 사용하려면.... 역시 물을 다루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 십 마리를 동시에 처리하려면 강 한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레이니 언니와 세이브까지 다 날아가 버릴 것 이다. 세이브의 생명력을 보면 아무래도 기절한 것 같은데... 저래서는 언니가 혼자 빠져 나오는 건 무리였다. "어쩌지? 언니가 혼자 나오려면 세이브가 걸리고, 그렇다고 세이브가.............. 아 !"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했다. 아주 간편한 방법이. 머리에 정신을 집중하고, 마법을 준비하자. 이 방법이라면.... "결국 이렇게 가는 건가?" 씁쓸하게 웃는 나. 아무리 방법을 궁리해봐도 탈출가능한 수단이 없다. 물론 세이브 를 놔두고 도망친다면 가능하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는 세이브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 하나?" 다음에 볼 때는 둘 다 저승에서 만날 것 같다. '언니.' ? '언니.' ??? '언니. 저 아르메리아에요. 들려요?' ????? 어떻게 아르메리아가 여기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주위 에는 배고파서 나와 세이브를 먹고 싶어하는 상어들뿐이었다. 곧 돌격을 하려는 모양 이다. 서서히 등지느러미가 물 속으로 사라진다. '언니. 지금 배 위에서 정신파를 집중해서 보내고 있는 거예요. 거기서 나올 방법이 하나 있으니까 당장 실행하세요.' '그런 게 있어?' '네. 그러니까 세이브를 데리고 나오세요. 세이브 마법이라면 될 거예요.' '얘, 기절했어. 그게 안 돼.' '........깨워요.' '안 일어나는데?' '두들겨 패서 깨워요.' '.............아르메리아. 생각보다 상당히 과격하다.' '빨리 깨워요.' '응.' 이유를 묻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내 바로 앞에 상어가 나타나는 순간이었다. 거대한 입이 벌어진다. 이빨이 촘촘하게 돋아난 입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 정도는 정말 물 필요도 없이 삼킬 수 있는, 커다란 입이었다. "미안하다. 세이브." 나는 세이브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물론 그렇게 세게 때리지는 않았지만, 아 플거다. "꺄악 ! 꺄아아악 !" 앞의 꺄악은 내가 머리를 때려서 지르는 비명. 그리고 뒤의 꺄아아악은 상어의 입을 보고 놀라 지르는 비명이다. 녀석, 이 상황에서도 그런 걸 챙기다니, 역시 무서운 애 다. 그리고, 내 주위는 빛으로 뒤덮였다. "크아아아 !" 거대한 상어들이 입을 벌리고 날아오른다. 목표는 레이니와 세이브. 하지만 세이브 의 몸에서 하얀 빛이 터져 나오면서 두 사람은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슬아슬하게 상 어의 옆을 스치면서 배로 날아가는 두 사람. 그리고.... 끝까지 날아가서 배에 올라탔으면 문제는 끝났겠지만..... 날아가던 두 사람이 점점 아래로 떨어지더니, 배 앞에서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풍덩 ! 역시 물에 빠졌다가 간신히 깨어난 세이브에게는 너무 벅찬 일이었나 보다. 거의 다 와서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상어들이 물의 진동을 느끼고, 그녀들에게 돌진한다. "아푸 ! 아푸 !" 배 위에 내릴 줄 알고 착지 준비를 하다가... 다시 물먹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물 먹고 기절했던 애가 마법을 완성시키기는 무리였나 보다. 다시 기절해서 안색이 새파 랗게 변한 세이브를 보니, 이제는 때려도 못 일어날 것 같다. 하지만, 배가 바로 앞 에 있다. 나는 전속력으로 헤엄을 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 탈렌트 아저씨가 거센 파도를 무릅쓰고 밧줄을 내린다. 자, 이제 잡기만 하면..... 왠지 불안하다. 나는 그 밧줄을 잡지 않고 옆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밧줄은 거대한 상어에 의해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헉. 일단은 살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다시 배가 멀어져 갈 뿐이다. 결국 아까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될 것이다. 세이브는 이미 기절해버리고, 다시 일어날 상황도 아니고, 게다가 상어들이 이제 나를 먹겠다고 다시 돌진해온다. 녀석들, 다른 물고기나 잡아 먹으란 말야 ! 밧줄을 다시 내리는 탈렌트 아저씨. 하지만 거리 상으로 봐서, 거기까지 헤엄치기 전에 상어와 먼저 만날 거다. 풍랑이 너무 심한 것도 문제다. 그리고.... 솔직히 배 위에 올라가도 배보다 약간 작을 정도인 저 상어들에게 있어 배가 그리 큰 장벽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물 속이라 잘 되지는 않겠지만, 순순히 먹힐 수는 없다. 날 먹으려면 어디 한 군데는 잘려야 할거다. 하지만, 내가 잊은 게 있으니.... - 계속 - 후기)으. 어지간하면 안 쓰려고 했는데, 결국 사용하고 마는구나. 흑흑흑. 예? 그게 뭐냐고요? 내일 보시면 아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오늘도 일찍 올리기는 하지만.... 제발 부탁이오니 57회 좀 잊지 말아주 세요. 아침에 올리니까 금요일 저녁에 올린 게 조회수가 우수수..... 요즘은 토요일 에는 안 올리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안 그래도 비축량이 떨어진다고 비상 걸린 상 황이니.... [레이니] 4-59 바다의 노래(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8 20:21 조회:530 공룡 판타지 4-59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9) 아래에 놓인 건 레이니 언니와 꼬마 세이브. 내가 물리쳐야 할 것은 10여 마리의 상어. 그들을 죽이고 싶지는 않지만, 이대로는 언니와 꼬마가 위험하다. 나는 정신을 집중 시켰다. '우선 내 몸 안의 마력을 활성화시키고...' 몸 안에 잠든 마력이 서서히 자신의 힘을 풀어낼 준비를 한다. 마력 - 그것은 에너 지 중에서 가장 잠재력이 풍부한 힘. 그 힘이 지금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든 종류의 에너지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빛의 형태로 보고, 어떤 사람은 그것을 전기라는 것으로 본다. 어떤 자는 그것을 중력이라는 형태 로 보고, 어떤 자들은 그것을 움직임으로 본다. 바람처럼 움직이는 것. 그러나 그 모 든 힘의 본질은 하나이다. 세상에 있는 힘의 모습은 다 다르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힘이다. 그 힘은 우리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지만, 결국 같은 것이다. 엘프들은 그 힘을 여러 가지로 분류하고, 그 힘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그들 은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힘이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는 걸 알아냈다. 하나는 극도로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힘. 그것이 마력. 하나는 지금 사용되고 있는 힘. 그것이 빛과 전기, 그리고 수많은 형태의 운동에너 지.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이미 사용되어 버린 힘. 그것이 열. 물론 이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힘, 단지 일반적인 세계에서 사용하는 힘을 나타낼 뿐 이다. 깊이 들어가면 이 세 가지 힘은 단지 엘프들의 관점에서 나눈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르메리아는 지금으로선 이 세 가지 형식으로 나타나는 힘 을 다룰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더 깊이 있는 지식은 나 중에 배우고 싶었다. 지난 번처럼 음의 에너지를 다루려다가 다치고 싶지도 않고, 그 런 실험을 해 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하므로. 아르메리아의 체내에 있는 무수한 마력은 자신의 질서를 흐트러뜨리기 시작했다. 물을 저수지에 가득 담으려면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막상 그 저수지를 유지하는 댐 의 수문을 열면, 그 물은 빠른 속도로 흘러나간다. 저수지에 담긴 물이 마력이라면, 거세게 흘러나가는 물은 '사용되는 힘', 즉 빛과 전기, 운동 에너지 등이다. 그리 고... 이미 강에 흘러 들어가서 평지에 도달한, 더 이상 아무 힘도 없이 평범하게 바 다에 흘러가 버린 물은 우리가 이용해버린 물, 즉 열이다. 그녀는 지금 수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수문을 여는 것, 아르메리아가 한 일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마력에게 약간의 충격 을 가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안정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을 무너뜨리려면 일단은 마력에 충격을 가해야 했다. 아르메리아는 자신 의 마력을 움직여서 마력과 충돌시켰고, 그러자 마력은 서서히 자신의 질서를 잃고, 강한 힘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르메리아가 할 일은 이 마력을 자신이 원하는 힘으 로 바꾸는 것이었다. 마력을 사용하는 것은 질서를 유지하고 몸 안에 있는 마력을 무 리 없이 큰 힘으로 바꾸고, 그 힘이 자신의 몸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필요한 곳으로 방출하게 하는 것이다. 아르메리아의 마음의 눈이 서서히 상어들과, 그 한가운데에 있는 레이니와 세이브에게 향했다. '되도록이면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아.' 아르메리아의 손이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마력이 앞으로 쏘아지면서 레이니와 세이 브가 있는 바다 한가운데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힘이 붕괴되면서 그녀가 원하는 힘으로 변했다. 그 힘은 바닷물에 닿으면서 물을 움직였다. 물을 밀어내는 힘으로 변 한 마력이 계속해서 바다에 공급이 되고, 그 힘에 의해 바닷물은 회전을 하기 시작했 다. 바다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자, 조금만 더.' 그녀의 의지에 의해 바닷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내 주위의 바닷물이 움직인다. 나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물의 흐름은 급속하게 빨라졌다. 그 흐름은 명백한 풍랑이었다. "뭐지? 이미 폭풍은 잦아들고 있는데." 아까보다는 조금 파도의 높이가 낮아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물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폭풍이 다시 오는 건가? 지금으로 선 그리 반갑지 않은 일이었다. 저 상어들에겐 폭풍이 분다고 해서 문제될 게 없으니 까. 물 속에 숨어 버리면 간단한 일이므로.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처럼 물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단지 숨을 참을 수 있는 인내력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나는 몇 분이라도 버틸 수 있지만, 이 탈진 상태의 세이브에겐 그 몇 분은 죽음의 초대장이므로. 그런데 물이 마구 소용돌이치는 것이다. 그것도 날 중심으로 해서.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이 서서히 밝아진다. 그리고... 내가 타고 왔 던 배가 그 아래에 있다. 그리고... 아르메리아가 이쪽으로 손을 내밀고 있다. "마법을 사용하는 건가?" 물이 소용돌이를 이룬다. 그 힘은 서서히 강해지기 시작했다. 레이니에게 돌진하던 상어들은 그 물이 이룬 벽에 퉁겨져나갔다. 상어들은 레이니를 잡아먹으려고 계속 몰 려왔지만, 갑작스러운 물의 흐름의 변화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물의 흐름은 주위의 파도와는 무관하게, 강한 벽을 만들어냈고, 그 힘은 상어들을 물러서게 만들 었다. 상어들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달리 물의 벽을 통과할 수가 없게 되자, 흥미를 잃고 모두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먹지도 못할 먹이를 노리기는 싫었기 때문이 다. 그리고, 그 먹이를 노리려다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상어 들이 그런 걸 생각할 머리가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단지 강한 힘에 의해 물이 움직이자, 위험을 느끼고 떠났다는 게 맞으리라. 소용돌이를 이룬 물의 힘이 가운데로 집중이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힘이 갑자기 레이니와 세이브의 아래로 흘러갔다. 물이 두 사람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올렸다. 간 단히 말해서 허공에 두 사람을 던졌다고 하면 된다. 그리고... 레이니는 공중제비를 돌아 멋지게 배 위에 착지했다. 그걸 보고는 손을 내리는 아르메리아. 선원들이 그들 을 보고 놀라 눈이 휘둥그래진 가운데. 휘리리릭. 착. 휴. 겨우 배 위에 돌아왔다. 나는 우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죽는 줄 알았네. 이 말썽쟁이 꼬마 세이브 같으니.. 하지만 일단은 치료부터 해야 지. 나는 의사 노릇을 할 선원이 있는 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게 되었 다. 아르메리아가 내게 오더니 세이브의 등을 툭툭 두들겼으니까. "켈록. 켈록." 기침하더니 깨어나는 세이브. 휴우. 무사하구나. 일단은 그녀를 안아주자. 내 품에 안기는 세이브. 그러나 ! "너..........." 무사히 깨어난 건 다행이지만 ! 날 이렇게 고생시켰으니 각오하고 있겠지 ! 이걸 그 냥 ! 하지만 개인 감정보다는 우선하는 게 있다.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하다. "너, 일단 아르메리아에게 고맙다고 해. 목숨을 구해 주었으니 그 정도는 해야겠 지." 세이브를 한 번 째려보는 나. 그리고 아르메리아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나. 나도 어느새 이렇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안색을 바꿀 수 있게 되었다. 별로 자랑 할 건 아니지만. "고마워. 귀 큰 언니." 으이그. 이 녀석을 그냥. 약간 무시무시한 얼굴로 세이브를 혼내주려고 했지만.... "그래. 그리고.....다음에는 좀 조심해라." 아르메리아가 말을 끝내면서 세이브에게 필살의 박치기를 한다. 저거 뭐냐? 아. 그 거구나. 아르메리아가 무슨 말을 한 모양이다. 나하고 무언의 대화를 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아르메리아는 나한테 되도록 가까이 머리를 대고 말했다. 입이 움직 이지 않는 상태의 대화. 그걸 세이브에게 한 모양이다. 하지만, 무슨 소리인지는 몰 라도 좋은 소리는 아닌 게 분명하다. 세이브가 시무룩해졌으니까. "네에..." 그리고 졸린 듯 눈을 감는 세이브. 작은 속삭임이 들린다. "언니......... 이제 자자......... 졸려어............." 내 품에서 잠들어버리는 세이브. 규칙적인 숨소리.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오늘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밤을 꼬박 샌 거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건가. 일순간이었는데.... 나는 붉은 하늘이 서서히 푸르게 변하는 걸 바라보았고, 갑자기 시장기를 느꼈다. 거기에 수면욕도. 애고 졸려. 그리고 배고 파. "자, 일단 아침 먹자." 탈렌트 아저씨의 외침. 그리고 모든 선원들과 나, 아르메리아, 그리고 쿨쿨 자는 세 이브까지 합해서 모두 식당으로. "자, 아침입니다."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요리사 아저씨의 모습.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어제 잡아놓은 물고기와 수장룡의 고기가.... 모두 바다로 돌아가 버렸으니. 덕분에 아침이 초라한 듯 하다. 뭐, 할 수 없지. 일단은 이거라도 먹고..... 자야겠다 ! 졸려 미칠 지경이 라고. 나는 잠자는 세이브를 옆의 의자에 내려놓고, 내 식사에 나이프를 댔다. 모두 들 먹기 시작했다. 가만. 모두라고? 나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왠지 잊어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무언가가......... "!" 세이브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고 있었다. 으악 ! 이 녀석이 ! "언니........ 나도 고기 줘........." 모두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선원들도, 요리사 아저씨도, 나도. 심지어 언제나 침착했던 아르메리아 조차도. - 계속 - 후기)애고. 드디어 아르메리아의 마법 체계가 조금 나오고 말았습니다. 언젠가는 알 려질 것이지만.. 이렇게 나오고 말았네요. 기존의 마법 체계와 다른 것을 만든다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위대한 마법사 아르메리아를 위해, 좀 신경 썼습니다. 에너지를 어떻게 분류했냐 하면... 에너지의 무질서한 정도에 따라 분류한 거 뿐입 니다. 굳이 유식한 용어를 사용하면... 엔트로피 ! (사악한 놈. 치사하게 그런 용어 를 들고 나오다니... 이렇게 욕을 하시는 분이 있을지도.....) 앞으로 더 많은 마법 강의가 나오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네요. 남들처럼 D&D의 마 법 체계를 사용하는 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나중에 누군가가 연구하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체계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허황된 꿈인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더욱 많은 마법이 튀어나올 겁니다. 인간의 주문들도. (만드는 나만 죽어나 겠지만) 아마 이번 이야기도 곧 끝나겠군요. 그럼 내일 봐요. [레이니] 4-60 바다의 노래(1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19 20:33 조회:518 공룡 판타지 4-60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10) "와 ! 육지다 ! 육지다 !" 망할 녀석. 그렇게 나를 고생시키더니, 그래도 여전히 방방 뛴다. 전혀 반성의 기미 가 안 보이는 녀석. "언니. 그래도 활기찬 게 좋잖아요." 그래. 아르메리아는 천사표니까, 그래. 그래. 하지만 난 악마표라고 불릴 지언정, 절대 저런 방방 뛰는 애를 놔둘 수 없다고 ! 겨우 항구에 도착하는데, 또 바다에 빠 지면.... 나도 몰라 ! 이번엔 물에 빠져도 신경 안 써 ! 상어한테 먹혀도 난 몰라 ! 풍덩 ! 어느새 갑판 가장자리에 달려가는 나와 아르메리아. 흐흐흑. 이렇게 마음이 약하다 니, 나도 정말 한심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저 녀석은 기어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입항하는 그 시간을 못 기다리고, 그냥 바다에 뛰어든 거다. 정말 망할 녀 석. 저러다가 낙오되면 어쩌려고. 나는 무식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 했다. 그것은... "어.. 언니. 정말 그 방법을 사용할 거예요?" "목적 달성에 효과적이고, 구조하는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이잖아. 게다가, 구조되는 사람에게도 신속한 구조를 받을 수 있게 하니 좋고." "하지만... 그건 좀....." 별 거 아니다. 어디까지나 돛을 달 때 사용한 그 밧줄일 뿐이다. 한 가지 다른 밧줄 과 다른 점이라면.... 없다. 밧줄이 뭐 특별한 게 있다고.... 나는 밧줄을 빙빙 돌려 서... 바다로 던졌다. ! 낚았다 ! 낚았다 ! 낚았다 ! 낚았다 ! 역시 이게 효과적이다. 힘 안 들이고 쉽게 세이브를 구조했다. "으...........언니. 너무해......... 훌쩍." 너무할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랑스런 소녀에게 올가미를 던지다니, 수영도 못 하게 하는 심술꾸러기 언니. 흑....." 네가 그런 소리를 할 자격이 있는 거냐? "흑. 언니가 수영 못 한다고 나까지 못 하게 하다니.... 흑." 왜 이야기가 그 쪽으로 가는 거냐? "흑흑흑." 안 되겠다. 이 정도로 그치게 해야지. "이봐. 세이브. 이 언니가 수영 못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널 구할 수 있었지?" ".........." 후하하하하. 드디어 이 꼬마 말썽꾼을 이겼다..... 하지만... 역시 세이브는 강해. "그때는 언니 몸매가 노출되지 않아서 그런 거지. 흑. 절구통." 허어어어억 ! 아무리 내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고 해도, 지금 내 몸은 엄연한 여자 다. 내 몸매가 무슨 절구통이야 ! 나는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절구통이야? 난 너처럼 비인간적인 식성을 가지지는 않았어 !" "하지만 난 언니처럼 비인간적인 짓을 하지는 않아 ! 세상에, 바다에서 수영하는 사 람한테 올가미를 던지는 사람이 어디 있어? 잘못하면 목에 올가미가 감겨서, 꽃다운 나이의 소녀가 저 세상으로...." ".......... 야 ! 내가 그렇게 솜씨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응. 적어도 몸매 가꾸는 솜씨는." "...........으."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이걸 어쩌나. 내 몸매가 형편없지는 않지만, 누구한테 자랑할 정도는 아니다. 내가 여자도 아닌데, 무슨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고 그럴 필요가 있 겠냐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저주 때문에 미칠 지경인데. 미칠 뻔한 나를 구해준 건 역시 아르메리아였다. "더 이상 그 문제로 다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세이브. 아무래도 지금 시간이 아 마......." "식사시간 !" 그 말과 함께 식당으로 달려가 버리는 세이브. 무서운 녀석. 하긴 그걸 잘 이용한 아르메리아가 더 무서운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골칫덩어리가 식당에 갔다. 나는 식당으로 걸어가야 했지만, 되도록 천천히 걸어갔다. 잠시라도 아르메리아와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언니. 고생이 심하시네요." 그 말에 동감. "응. 저러다가 또 물에 빠질 것 같아. 수영복도 안 갈아입고 그냥 식당에 달려간 걸 보니, 아마 식사시간 지나면 또 물에 들어갈 게 뻔해." 제대로 된 수영복이면 말도 안 해. 세상에. 찢어진 돛 조각을 대충 두르고 물에 뛰 어드는 녀석이 어디 있냐. 아무리 날씨가 덥다고는 하지만. "하지만 다행이에요. 전 상어에게 쫓겨다닌 공포 때문에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세이브가 정신에 문제가 생기지 않은 이유는 분명 히 세이브가 원래부터 정신에 문제가 있어서 더 이상 악화될 수도 없는 수준이 되었 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진심은 아니지만, 왠지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 이 든다. "충격을 받지 않은 것 같기는 해. 하긴 그런 정도로 정신 수준이 높은 녀석인지 의 문이지만." 반은 농담이지만, 반은 진심이었다. 세이브를 보면.... 아무 근심 걱정이 없는 순진 한 어린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보라서 그런가?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치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라면 바보가 아니라 는 게 확실하니까." "그래?" 하긴, 녀석의 특기인 치유 마법은 상당히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 이치는 전혀 모르지만, 아르메리아가 어렵다고 하니 그런 가 보다... 하고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역시 너무 단순하네요. 한 쪽의 머리가 비상하게 발달하면 다른 쪽은 멍청 하게 된다는 게 사실인지도 모르겠네요." 그게 사실이길 바란다. 차라리 호의적인 해석이니까.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난 차라리 항구에 도착한 뒤의 일을 이야기하고 싶 어. 아르메리아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 "?"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나무 위로 달려왔지만, 이제부터는 숲이 드문 데다가 세이브 가 나무를 잘 타는 지 모르니까 그래. 아무래도 그 어린 나이에 나무 위를 달리는 건 힘들 거라고 생각이 되거든. 그렇다고 놓고 갈 수도 없고. 그래서 길을 정하는데 있 어 아르메리아의 의견을 들어볼까 해." 하아. 길다. 더운 날씨에 긴 대화는 짜증을 일으키는 원인. "........... 역시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야 할 것 같네요." "역시 그렇지?" 사실이 그렇다. 저 말괄량이를 데리고 가는 데 있어, 나와 아르메리아 둘의 힘만으 로는 벅차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대로를 택하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럼 메 갈로돈의 항구에서 동행이 될 사람들을 찾아야 하는데... "그 문제라면 걱정할 거 없다." 이 목소리는.......? 그 탈렌트 아 ! 저 ! 씨 ! "아저씨 !" 역시 그 아저씨네. "난 아직 장가도 안 갔어 ! 아저씨라니 ! 그냥 오빠라고 부르면 어때서......... 아 니, 갑자기 왜들 그러는 거야?" 으. 머리가 아파. 너무 머리가 아파. 저 아저씨, 사람에게 두통을 일으키는 마법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대단해..... "아가씨처럼 동행을 구하는 사람들은 많거든. 그래서 제국에서도 그 점을 고려해서 여행자들을 무리 지어서 보내고 있어. 하긴 그래도 위험하기는 하지만, 사람 수가 많 으면 아무래도 더 안전하지 않겠어." 그건 그렇지. 하지만.... 그 중에 이상한 녀석들이 있다면..... 아르메리아의 안전 을 지켜줘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너무 피곤하다. "하지만, 여행자들 중에는 질이 나쁜 녀석들도 있을 텐데요." 밤에 잠자리를 습격하는 놈이 있으면 머리 아프다. 나야 뭐 그냥 칼로 슥. 베어버리 면 그만이지만, 그건 나 같은 사람이나 가능한 거고. "그건 염려 마. 기사 견습생들이 같이 갈 테니까." 부러운 단어가 나왔다. 기사 견습생이라. 나도 저주가 풀리고 나면 그렇게 될 수 있 을까? 들판을 달리며 검을 휘두르는 소년이 떠오른다. 멋진 검을 가지고 악당들을 무 찌르는..... 아, 망상은 중지. 지금은 그럴 시간이 아니지. "요즘 기사 견습생들이 많아졌잖아. 얼마 있으면 기사 시험이 있을 거고. 매년 여름 에 치르는 시험을 보러 가자고 오는 견습생들이 한 둘이 아냐. 동행을 구하는 건 어 렵지 않을 걸." 아. 그렇지. 요즘 내가 정신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번 여름에 있을 기사 시험은 특히 규모가 클 거라는데. 아무래도 태자 전하가 처음으로 참관할 시험이니 까. 흑. 이 저주만 안 걸렸으면 나도 나가는 건데. 흑흑흑. 물론 여자 몸으로도 나가는 건 문제가 없지만, 자존심이 있지, 못해 ! 이 저주가 풀 릴 때까지는 시험을 볼 수 없어 ! 공개적으로 망신당하기는 싫단 말이야 ! 내가 절규하든 어쨌든 간에, 일단 시청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동행이 라..... 누군지는 모르지만 부디 저 세이브 같은 말썽장이만 아니면 된다.... 풍덩 ! 어느새 또 물 속으로 다이빙하는 세이브. 또 낚시를 해야겠군. - 계속 - 후기)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왜 이렇게 이 짧은 내용이 안 써지는 거냐 ! 이거 때문에 펑크가 날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습니다. 으흐흐. 소름끼쳐. [레이니] 4-61 바다의 노래(1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0 19:55 조회:520 공룡 판타지 4-61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11) 드디어 배가 항구에 입항한다. 세이브는 수영을 더 못한다고 눈물을 흘리고, 탈렌트 아저씨는 그런 세이브를 달래느라 고생하고. 어느새 둘이 죽이 잘 맞게 되었다. "흑. 탈렌트 아저씨. 그럼 안녕." "그래. 안녕. 하지만 한 번 정도는 오빠라고 해 주라." "네. 오빠." "어이구. 귀여워라." 오누이가 아니라 부녀지간으로 보인다. 배가 입항할 때까지 세이브는 선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렇게 안고, 울고, 칭얼거리는 걸 반복했다. 배가 항구에 닿자, 눈물까 지 흘리면서 손을 흔드는 세이브. 누가 보면 눈물겨운 부녀이별로 보이겠다. 이제야 항구에 내린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한 엘프. 세이브는 아직도 칭얼거리 고 있고, 아르메리아는 언제나 그렇듯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고, 나는..... 시청으로 가는 길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탈렌트 아저씨한테 받은 도시 지도를 보면서. '항구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가서........' "이제 오른쪽으로 돌면 벽돌로 된 집이 보일 거라고 했지?" 오른쪽으로 돌아서.... 돌아서........ 내 앞에 선 2층 짜리 벽돌집. 과연 크구나. 물론 크다고 해도 브라키오사우루스의 크기에 비하면 어림없지만. 직사각형의 2층 건 물이라. 극도로 멋이 없다. 단지 실용성만 추구한 건물. 굳이 칭찬하자면, 상당히 넓 은 정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일까. 창문은 나무로 되어 있고, 문이 지면에서 위로 올라와 있다. 그것은... 문으로 들어 가려면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올라가려는 나. 그리고 아 르메리아. 그리고.......... 그리고? 가만. 이 꼬마는 어디로 간 거야? 어휴. 주위 구경하느라 뒤에 쳐졌어. 나는 후다닥 뛰어가서 다시 세이브를 낚아왔다. 바다도 아닌데 왜 낚시를 해야 하는 거야? "언니. 구경 좀 더 하고 가자아." "안 돼 ! 빨리 가서 여행자 등록 하고, 일정을 잡아 놔야 해. 넌 내가 놀러 가는 걸 로 착각하는 거냐?" 째려보는 나. 움츠러드는 세이브. 옆에서 나와 세이브를 달래는 아르메리아. 그러고 보니 언제나 이 패턴이군. 시청에 들어갈 때까지 그런 광경이 계속 되었다. "으으으으으." 신경질 나 죽겠다. 소매치기라도 있으면 잡아서 두들겨 패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내 지갑에 손을 대는 녀석이 없다. 크아아악 ! "언니. 그만해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그만 해. 언니." 작은 체구를 오들오들 떨면서 나를 바라보는 세이브. 하지만 신경질 나는 건 나는 거다. 결국 나는 죄도 없는 땅을 발로 차 버렸다. 쾅 ! 내가 발을 들자, 내가 아까 밟은 발자국이 지면에 선명하게 남았다. 내 체중이 그리 무거운 건 아니고, 내 분노의 증거라고 해 두자. 크아아아악 ! "언니. 그만 해도 되잖아요." 한 번 더 말하는 아르메리아. 하지만 그녀도 아까의 일로 기분이 안 좋기는 마찬가 지다. "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모르니까 그렇게 말 한 거지요." 그야 그렇지. 그런데 왜 그렇게 우리를 무시하는 거야? 으아아아악 ! 그러니까 문제는 내가 아르메리아와 세이브와 같이 시청에 찾아간 그 시점부터 발생 한 거다. 여행자로서 동행을 찾는다고 신고를 했더니..... 관리이신 분이 나를 보며 그렇게 말한 거다. "아가씨도 기사 지망생이우?" "그런데요. 이번엔 다른 일로 수도에 가는 거지만." 그 관리라는 자의 얼굴은 머리카락 하나 없는 순수 대머리에, 코는 매부리코, 턱은 뾰족하고, 입은 얼마나 사용했는지 엄청나게 크고.... 호감이라곤 전혀 가지 않는 사 람이었다. 그 자는 우리 일행을 죽 흩어보더니 그렇게 말한 거다. "다들 보기에 허약한 것 같으니, 집에나 가." 그 말을 들은 순간, 검을 뽑을 뻔했다. 내가 약하다고? 치매 사부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만, 적어도 이런 찌그러진 관리한테 그런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다. 적어 도 내 실력이면 충분히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 말은 모욕이나 다 름없었다. 손이 분노에 떨리는 걸 가까스로 멈추고, 나는 되도록 상냥하게 말을 했 다. "걱정해주셔서 고맙지만, 보는 것처럼 허약하지는 않아요." 그러나.........세상에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도 있기 마련이다. "아냐. 아냐. 난 사람 보는 눈이 있거든. 아가씨들과 수도로 같이 갈 사람들이라면 아마 아가씨들의 몸매를 보고 가는 걸 거야. 헛수고하지 말고 돌아가. 돌아가. 몸 망 치기 싫으면." 저, 저게. 나는 순간적이지만 '허상의 검'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냥 목을 잘라버릴 까. 만약 아르메리아가 내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랬을 지도 모른다. 부들부들 떠는 나를 달래면서 입을 여는 아르메리아. "여태까지 저희들이 여행한 길이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쉽지도 않았다 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와 언니, 그리고........." 여기서 세이브를 잠시 바라보고 다시 입을 여는 아르메리아. "이 아이는 잘 해 왔어요. 앞으로도 잘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걱정해주시는 건 고 맙습니다만 길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나보다는 낫다. 나라면 당장 칼을 뽑아 휘둘렀을지도 모르는데. 그 관리는 심히 미 심쩍은 눈초리로 우리 일행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귀를 보자 약간 수긍하 는 눈치였다. 하지만 미심쩍은 눈초리는 거두지 않았는데..... 내가 왜 허약체질이라 는 거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야 ! "그럼 알겠소..... 요즘 수도로 가는 기사 견습생이 많으니 내일 아침까지 나오면 될 거요." 아르메리아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는 관리. 으. 보기 싫어. 하지만 봐야지. 저 대머 리 얼굴이 아닌 이상. "내일 아침, 해뜰 무렵에 동쪽 문으로 오라고?" 투덜거리는 건 이만. 이제 잘 시간이다. 여관에 와서, 목욕을 하고..........목욕을 하고......... 가만. 목욕이라고? 여기는 목욕탕이란 게 딱 두 개 뿐이다. 간단히 말해서, 객실마 다 욕탕이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거다. 갑자기 엄청나게 불안해진다. 그것은........ 나와 아르메리아와 세이브가 혼욕을 해야 한다는 거다. "................" 미치겠군.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본다는 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이럴 경우에 는. 그렇다고 사람들이 안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남탕에 들어갈 수도 없고. 결국 포 기할 수밖에 없다. 오늘 목욕은 단념......... "언니. 목욕하러 가자." 망할 녀석 세이브. 나 없으면 목욕도 못한다는 거냐 ! 흑흑흑. 드디어 문제의 시간이 되었다. 머리 감아야지. 며칠동안 못 감아서 미칠 지 경이었는데. 나는 내 머리를 묶은 끈을 풀었다. 생으로 그냥 풀고 다니기에는 너무 긴 머리라서, 언제나 모아서 묶은 다음에 허리에 둘둘 말아 가지고 다녔는데, 막상 푸니까 엄청나다. 풀자마자 순식간에 내 알몸을 덮어버리는 내 머리카락. 잠시동안 옷을 입은 생각이 들 정도다. "자, 언니....." 상당히 피곤한 듯한 어조로 말하는 아르메리아. 하긴, 이 머리를 나 혼자 감기는 무 리다. 차라리 저 아르메리아의 경우는 장발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적어 도 나처럼 미터 단위의 길이는 아니란 말이다. 길어봐야 허리까지도 안 오는 머리니 까 조금 나은데, 나는.... 내 옆에 있는 세이브처럼 단발이면 오죽 좋아. "자, 시작해요." 반투명한 초록색 액체를 내 머리카락에 부어버리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죽음의 머리 감기가 시작되었다. 특히 오늘의 머리감기가 더 힘든 이유는.... 세이브가 옆에서 도 와준다는 명목으로 방해하니까. 최소한 내 코에 물을 붓지는 말란 말이야 ! "하아. 겨우 끝났다." 옆에서 몸둘 바를 모르는 세이브. 겨우 숨을 쉬는 나. 지쳐서 나동그라지기 직전인 아르메리아. 세이브 너........ 나하고 원수 졌냐 ! 도와주지 못하면 방해나 말아야 지. 머리를 감는데 아르메리아한테 물은 왜 퍼붓냐 ! 손이 미끄러졌다고? 그래서 내 머리에 바가지를 떨어뜨린 거냐 ! 애고 머리야. 아무리 나무 바가지라도 아프단 말야 ! "미안해요... 언니........" 으.....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 주위 사람들 때문에 소리도 못 지르고. 그러니까 더 아프잖아. 나는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목욕을 마무리했다. 정말 애 보기는 힘들 어. 투덜투덜. 하지만 목욕을 끝내기 전에 한 마디. "너도 내 몸매 봤지 ! 이래도 내가 절구통이냐 !" "..........." 흐흐흐. 내가 이겼다. 하지만 옆에서 지나가던 아주머니의 부러워하는 듯한 한 마 디. "저렇게 가느다란 허리를 가지고 있다니. 살아있는 게 용하네." "..........." 내 허리가 가늘긴 가는 가 보다. - 계속 - 후기)이거, 자꾸 시간 끄는 것 같네요. 내일은 바다의 노래 마무리를 해야 하겠습니 다. 노력하지요. 그리고.... 그 아주머니의 한 마디는 어디서 들었습니다. 아마 피아캐롯에 잘 오셨 습니다........라는 게임에 나온 여주인공을 본 여성분의 평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살짝 ! 인용해버렸습니다. 원래의 평은.... "저 허리를 가지고도 살아있을 수 있냐 !" 라는 절규에 가까운 말이었다고 하네요. 물론 레이니의 허리가 그렇게까지 가느다란 건 아니지만.... [레이니] 4-62 바다의 노래(1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1 20:32 조회:518 공룡 판타지 4-62 레이니 이야기 - 바다의 노래(12) 그러고 보니 내 허리 치수를 생각해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 동안에는 워낙 정신없 는 나날을 보낸 탓이다. 음. 다시 보니 가늘긴 가늘군. 하지만 아르메리아가 더 가늘 지 않나? 세이브도 그렇고. 그럼 난 허리가 굵은 거야. 멋대로 단정해 버리고, 나는 옷을 입었다. 젠장. 역시 이 옷은 익숙하지 않아. 남자가 치마라니. 물론 바지 위에 치마같은 천 을 걸친 거지만, 그래도 이건 싫어 ! 더 약오르는 것은 내 몸이 여자라는 거다. 잠시 거울을 보니 내 앞에는 청순가련한 미녀가 하나 서 있었다. 흑흑흑. 왜 내가 저런 모 습이 되어야 하는 거야.... 다시 한 번 그 변태 마법사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는 나 였다. 나무로 된 벽을 들이치는 밤바람. 여름이라기엔 약간 찬바람이 분다. 바람은 안으로 불어 들어가다가, 다시 밖으로 나간다. 벽이 완강한 게 아니라 문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어서다. 그 문이 열린다. 깃털로 치장한 옷을 걸친 남자가 들어온다.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들고. "왔는가." "예. 폐하."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조명의 어두움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깃털로 몸을 덮은 남자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미나르 공주가 검의 봉인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안 좋은 소식이로군." "그렇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일어나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체서들은..... 전멸되었는가." "아직 한 팀이 남아있습니다. 제 독단으로, 그들은 공주 일행을 추적만 하라고 지시 했습니다. 용서를...." "용서할 것도 없다. 그들의 힘으로는 전설의 검을 이기지 못할 테니까. 사이드를 죽 인 것만 해도 큰 성과다. 일단 그들은 추적만 잘하라고 해."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죽은 체서들의 유가족들에게도 보상을 해 주도록." "예. 폐하." "............." 잠시 동안의 침묵. 황제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창 밖을 바라본다. "이제 전설이 시작되는가....." 다시 고개를 돌린 황제. 그의 앞에 공손히 서서 지시를 기다리는 마법사. "자네의 그 계획은 제대로 진행되는 건가?" "예. 폐하." "그것만 완성되면 내가 그 검의 주인이 되겠군." "예. 폐하." "이만 물러가 보게." "예. 폐하." 깃털로 몸을 덮은 마법사는 그 자리를 떠났다. 황제는 시종들을 불러 자신의 침실을 준비시키도록 했다. 시종들이 물러가자, 황제는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전설의 검이 내 것이 될 날도 머지 않았군..... 후흐흐흐흐." 물러간 마법사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는군. 후흐흐흐흐.' 두 사람의 웃음이 어둠 속으로 퍼져간다. 듣는 이는 거의 없지만. "호호호. 언니도 참." 자꾸 허리 치수에 신경을 쓰는 걸 보니 우습다. "왜 자꾸 웃는 거야?" 약간 화를 내는 언니. 하지만 우스운걸. "언니. 그렇게 허리에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인간 여자들은 허리 치수를 줄이려고 일부러 조이는 옷을 입는다던데. 특히 귀족 집안에서는." "...........난 귀족이 아니라고. 기사 지망생이지. 이 허리로 어디 힘을 쓰겠어? 난 결혼하려는 게 아니라, 저주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투덜투덜. 다른 여자라면 부러워서 미칠 지경일 텐데. 확실히 언니는 색달라. 하긴 원래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가? "언니도 참. 저도 힘은 잘 쓰는 편이잖아요. 으차." 언니를 가볍게 들어올린다. 이러면 내 힘도 쓸만한 편인가. "..........내 몸무게가 가볍다는 걸 좀 감안해야 하는 거 아냐. 아르메리아." 사실이 그렇긴 하다. 언니의 키가 크다는 걸 감안하면 이것보다는 더 살이 쪄야 하 는데, 언니의 살은 모두 가슴에만 몰린 건지........... 다른 부분은 가늘다. 너무 가늘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위로를 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저도 팔다리는 가늘잖아요. 언니." 나야 엘프니까. 물론 언니는 인간이니까 이렇게 가는 팔과 다리를 가지는 건 좀 이 상하지만.... 언니는 그 점을 날카롭게 지적해 버렸다. "아르메리아는 엘프잖아. 하지만 난 인간이라고. 하긴 그 치사한 마법사가 무슨 짓 을 해 놨는지 모르지만..... 아, 제발 내 몸이 무사해야 할 텐데...." 아무래도 그 마법사에 대해 욕을 실컷 퍼부으려는 모양이다. 이렇게 대화가 진행되 면 곤란하지. 그러나, 세이브가 그 말을 막아 버렸다. "언니. 불 끄고 자자. 졸려........" 훅. "쿠......." "푸..........." 부스럭. "!" 다시 아침이 시작된다. 눈을 뜨고 옷을 입는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세이브. 하지 만..... 저 녀석은 불을 켜 줘도 옷을 제대로 못 입는다. 또 옷에 감겨 고역을 치르 는 세이브. "언니............도와줘.........캑캑." 결국 내 손으로 세이브의 옷을 입혀 주어야 했다. 우선 어디 보자.... 바다에 빠져 서 새 옷을 사 준 보람이 없다. 하긴 내 옷도 사긴 했지만. 갈색 머리와 옷이 뒤엉켜 괴이한 인상을 준다. 신종 공룡인가? 나는 일단 세이브의 몸부림을 멈추게 하려고 했다. 역시 안 되는군. 나는 비상조치를 발동했다. 퍽 ! "가만있지 않으면 또 때린다. 가만히 있어야 이걸 풀어줄 게 아니냐." 음. 폭력배 언니가 되는군. 하지만 그리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 절대로 ! 세이브가 울지 않는 게 그 증거다. 나는 엉키고 설킨 세이브와 옷을 일단 분리한 다음, 처음부 터 차근차근히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우선 속옷...........아, 이건 입고 있구나. 제외. 이제 웃옷. 기껏해야 가벼운 것이지만, 그래도 입을 건 입어야 한다. 덥다는 이유로 이게 마지막이 되겠지만. 도대체 멋이 없긴 하지만, 여행이니까 참자. 주머니가 좀 많이 달린 옷으로, 별 멋없는 T자 모양이다. 소매가 짧고. 내 빈약한 패션 감각에 묵 념. 내가 사주긴 했지만 도대체 여자로서의 감각은 0점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바지. 다니는 곳이 밀림에 가까운 숲이란 이유로, 긴 바지를 골라 버렸다. 주머니가 좀 달린 걸 제외하면 특색이라곤 하나도 없다. 입히고 나니, 다행히 원판이 괜찮다는 이유로 그럭저럭 괜찮은 아이가 되었다. 하 아. 이제 내 옷 입어야지. 누군가의 난동으로 인해 바다에 뛰어들어야 했던 나도, 옷 을 하나 더 장만했다. 그래봐야 그게 그거다. 내가 고른 건 디자인도 색깔도 전에 입 던 옷과 완전히 같은 거니까. 그런데 아르메리아는? 내가 입은 옷이 말 그대로 대충.........고른 것인데 비해, 아르메리아는 이제보니 상당히 괜찮은 옷이다. 나는 치마로 보이는 반바지를 입고, 위의 옷은 기껏해야 주머 니만 달린 반소매의 옷인데..... 아르메리아는 약간 짧은치마(물론 속에는 아주 작은 반바지를 입긴 했다. 내 협박으로)를 입고 역시 얇은 T자 모양의 셔츠를 입었다. 문 제는...... 똑같이 입었는데 왜 아르메리아가 더 아름다우냐는 거다. '왜 똑같은 옷인데 언니가 더 예쁘게 보이는 걸까?'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나는 언니에게 재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해 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러다간 아침도 못 먹을 것 같다. 서두르지 않으면....... "서두르지 않으면 아침 먹을 시간도 없........" 휘이이이잉. 그 말도 끝내기 전에 세이브는 식당으로 달려가 버렸다. "우리도 가자. 세이브가 우리 식사까지 먹어치우기 전에." 그 말은 맞다. "네. 언니." 우리와 같이 갈 일행은......... 다섯 명의 기사 지망생들이었다. 그 외에도 더 있 었지만, 누군지 물어볼 시간이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세이브 녀석, 그만 좀 먹으란 말야 ! 너 때문에 늦을 뻔했잖아 ! 결국 억지로 세이브를 끌고 달린 결과, 간신히 떠나가는 기사 지망생들을 따라갈 수 있었다. 우리가 늦게 오니까 여행을 포 기한 걸로 착각한 관리가 그냥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게 한 거다. 그 사람들은 무슨 상인들 같았는데....... 물론 인원수가 많으니 안전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늦었다는 건 안 좋은 거다. 주위 사람들이 째려보니까. 결국 원래는 둘로 나뉘어 가도 될 인원 이 한 무더기로 출발하게 되었다. 총 인원 20명의 대규모 여행자들의 집단이 서서히 메갈로돈 시를 빠져나갔다. 뭔가 정신없지만, 약 10일간의 여행이면 수도를 볼 수 있을 거다. 나와 아르메리아, 세이브는 수많은 상인들과 기사 지망생들이 일으키는 먼지를 들이마시며 뛰어갔다. 두고 보자 ! 세이브 ! - 바다의 노래 끝. 다음은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 - 후기)하아. 겨우 끝냈습니다. 더 늘어날까 봐 걱정했는데. 레이니의 수영복 모습이 안 나와서 죄송.............(퍽 !) 다섯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아르메리아 : 자, 다음 이야기는.... ??? : 으르르릉. 레이니 일당 : ??? ??? : 으르르르릉. 레이니 일당 : ????? ??? : 감히 나를 떼어놓고 예고편을 진행하다니. 아르메리아 : 누구세요? 티라노사우루스 : 나는 공룡의 왕, 티라노사우루스다. 레이니 일당 : 에에에에에? 티라노사우루스 : 이번 이야기에서는 건방진 너희 인간들에게 분노의 이빨을 보여주 겠다. 감히 나를 제외하고 공룡 판타지를 쓰고 있다니. 작가 : 저.... 안 나오시는 게.... 티라노사우루스 : 왜? 감히 나를 무시하는 건가? 작가 : 이 시대는 당신이 나올 시대가 아닌데요. 다른 공룡이 나올 겁니다. 티라노사우루스 : 왜? 공룡하면 나, 나 하면 공룡의 대명사인데, 왜? 작가 : (참고문헌을 무더기로 가져와서 책을 편다) 이 시대는 브라키오사우루스나 알 로사우루스등이 나오는 시대인데요. 그러니까, 쥬라기라는 거죠. 당신은 아직 생기지 도 않았어요. 티라노사우루스 : 뭐라고? 감히 나를 제외한다는 거냐? (큰 입을 벌리고 덤빈다) 작가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도망간다) 레이니 : 빨리 피해요 ! 죽으면 나와 아르메리아의 첫날밤은 어떡하라고? 아르메리아 : 언니 ! 그런 생각을 했어요? 세이브 : 언니는 차라리 그냥 여자로 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레이니 : 뭐..... 히익 ! 이리로 온다. 티라노사우루스 : 네 놈들도 먹어주마. 레이니 일당 : 꺄아아악 ! 도망가자 ! 작가 : 나도 같이 가 ! 결국 오늘도 유혈사태인가. 왜 예고편은 맨날 이 모양일까? 아, 이번 이야기는 공룡 들의 보복이 이어지게 될 겁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 기대하세요. (도망간 다) ????? : 흐흐흐흐흐. 내 등장을 기대하시라. [레이니] 5-63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2 19:05 조회:674 공룡 판타지 5-63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 "하아. 하아." 아침부터 달리기를 하니 하늘이 노랗게 보인다. 내 체력이 약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무리를 해서 달린 탓이다. 그게 누구냐 하면........ "야 ! 세이브 !" 세상에, 그 판에도 먹고 있다. 뭘 먹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입을 열어서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으. 주먹이 운다. 울어. "언니. 그만 화내요. 어차피 저녁 되려면 멀었어요." 그건 그렇다. 아침부터 힘을 뺄 수는 없다. 일단은 열을 가라앉히고...... 퍽 ! 이걸로 분노의 표출은 끝이다. 세이브를 때리는 게 정당한 거지만, 내 분노를 풀만 큼 때리다간 애가 죽어버릴 위험이 있어서, 애매한 바위를 내리쳤다. 하지만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 바위가 산산조각이 나다니.'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바위는 이미 다 부서져 있었다. 살짝 손가락 끝으로 건드리 자....... 푸석 !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는 무너져 내렸다. '언니........' 저 주먹으로 애를 때리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상상을 중지했다. 점심 시간 에 그런 장면이 떠오르면 곤란하니까. '아무래도 당분간은 세이브를 언니에게 접근시키지 말아야 하나.......' 달갑지 않은 장면이 떠오른다. 세이브의 머리가........머리가........... 그만 두 려고 해도, 그 끔찍한 상상은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겨우 점심 시간이 되었다. 같이 동행하는 일행이지만 그건 오직 자신들의 안전을 위 해서일 뿐. 서로 모르는 사이라 왠지 서먹서먹하다. 게다가 나와 아르메리아, 세이브 는 여자들이니 아무래도........ 으. 정정하자. 나만 빼고 여자들이 모인 일행이니,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다. 언제 체서들이 내 목을 자르려고 덤빌 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결국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한 엘프가 모여서 점심을 먹을 뿐, 아무래도 먼저 말을 걸기는 좀 그렇다. 그러나, 남자들은 예쁜 여자들을 보면 눈이 뒤집혀서 다가오는 법. 기사 지망생 중 하나가 이리로 다가온다. 저거 누구냐? "아........안녕..........하세.........요? 아.........아가.............아가 씨..........." 이거 뭐냐? 완전히 쑥맥이잖아? 나는 이 인간의 얼굴을 보기 위해 눈을 돌렸다. 음. 괜찮군. 검을 허리에 찬 데다가, 젊은 청년인 걸 보니 기사 지망생이군. 너무나 근거가 박약하지만,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평범한 상인치고는 기가 너무 강 하다. 기사라면 기를 감출 수 있을 것이지만........ 자신의 생명력을 감추고 행동하 는 데에는 아직 미숙한 모양이다. 음........ 나중에 세이브가 크면 좋은 짝이 될 지 도.......... 일단 호감을 주는 인상. 여자한테 익숙하지 않아 말을 더듬는 걸 보니, 바람둥이는 아닐 듯 하다. 세이브의 신랑감으로 괜찮을 듯.......... "안녕하세요?" 나보다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아르메리아. "안녕? 오빠." 최대한 귀엽게 꾸미고(!) 인사하는 세이브. "아, 안녕하세요........" 도대체 소름이 끼쳐서 이렇게 귀여운 목소리로 인사하는 게 싫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만 인사 안 할 수도 없고. 자, 인사했으니 이제 됐겠지. 나는 다시 내 점심으로 눈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저, 저 녀석, 왜 나한테 오는 거야? "아........아가씨..............저..........저희 일행이.......... 동석해도 될.........까요?" 왜 나한테 묻는 거야? 그렇다고 대답을 안 할 수도 없고. '어, 어쩌지? 그냥 매정하게 거절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승낙하기도 그렇고. 식사 하면서 계속 긴장해서 여자로 꾸미기는 싫고. 그렇다고 저렇게 예의바르게 청하는 걸 거절하기도 싫고. 아무래도 이 여행은 길게 걸릴 듯 하니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기도 곤란하고..........으...........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저.............." 빨리 대답을 해야 해. 하지만.......어쩌지? 어쩌지? "..........같이 식사해도 좋아요. 그렇지? 세이브." 힉 ! 아르메리아 너.......... "와아. 나 좋아. 좋아. 오빠들하고 식사하는 거 좋아." 저 녀석........혹시 먹을 게 많아져서 좋다고 하는 거 아닐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얼굴이 확 펴지면서 아르메리아를 바라보는 기사 견습생 친구. 좋아서 입이 헤 벌어지려는 걸 간신히 참는 기색이 역력하다. "저........이 아가씨는 아무래도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 이 아가씨........... 나를 가리키는 말이냐.............. "언니는 원래 좀 수줍은 성격이라서 그래요. 남자들 앞에 많이 나서지 않으니까. 하 지만 괜찮을 거예요. 이왕 여행 나왔으니 언니도 이런 기회를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 해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그 견습생 친구. 눈빛이.......... 생각하기 싫다. 나를 귀족 집안의 아가씨로 보는 눈치다............으. 어지러워. 앞날이 깜깜하다. 와글와글와글. "으...... 미치겠다." 입 밖으로 꺼낸 말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혹시 여자로 보이지 않는 다면 정체가 드러나서 체서들이 무더기로 따라올 지도......... 그렇다고 여자로 보 이게 행동한다면 아무래도 귀찮은 일이 생길 듯한 예감이......... 진퇴양난이다. "와그작와그작와그작.............언니........... 입맛이 없어? 그럼 언니 점심도 내가 먹는다?" 히익 ! 그건 안 되지. 일단 먹어야 산다. 나는 내 도시락을 들고 마구 먹......... 을 수가 없었다. 이 많은 남자들 앞에서 마구 먹는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일단은 진짜 여자가 아니라는 걸 들켜도 되는 입장이 아니니까. 내 정체를 알면 저 친구들까 지 체서들과 싸워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면 머리만 아파진다. 무엇보다 도............. 지금 모습이 고향..........아니 내가 살았던 마을의 사람들에게 알 려진다면 그게 무슨 망신이란 말이냐 ! 나는 정숙한 아가씨의 식사 장면을 연출할 수 밖에 없었다. 왠지 어색하지만, 그럭저럭 연출이 된다. 되도록 천천히, 음식에 걸신 들린 모습이 아닌, 조금씩 골고루 씹어먹는, 그리고 소리를 내지 않는 식사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음. 이건 아르메리아의 식사법이군. 전에 봐 둔 대로 하면 되니까, 그럭저럭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세이브 저 녀석은 교양있는 숙 녀의 식사 장면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우적우적냠냠냠꿀꺽꿀꺽와삭와삭........." 저게 인간이냐? 어떻게 저렇게 먹어댈 수가 있지? 나뿐만 아니라, 같이 식사하는 모 든 사람들을 경악시키는 저 식사 장면..... 견습생 친구들, 좋은 구경 났네요. 식사 할 생각도 못하고 입만 벌리고 구경하는 거 봐. 그럭저럭 식사가 끝났다. 그리고 출발준비. 그러나 그 전에 반드시 해야하는 순서, 자기 소개.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기사 견습생 에릭이라고 합니다." "저는 기사 견습생 제라라고 합니다." 여자네? 의외다. "저는 기사 견습생 테이브라고 합니다." "저는 기사 견습생 라이다라고 합니다." "저는 마법사 알베르트라고 합니다." 엥? 마법사도 있어? 대단하다. 그럼 이제 우리 일행 소개. "저는 엘프 아르메리아라고 합니다." 놀라는 기사 견습생들. "저는 세이브라고 해요." 너, 아까 식사할 때 이미지 망친 거 보상하려고 그러는 거냐? 그렇게 웃는다고 한 번 무너진 이미지가 다시 원래대로 될 거 같냐? 가만..........아르메리아와 세이브 가 자기 소개를 했으면 이제........내 차례잖아 ! "저........저는........" 빠, 빨리. 이 난처한 순간이 입이 왜 이리 안 떨어지는 거야?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만약 내가 이 저주를 풀고 기사가 된다면....... 저 친구들을 아주 자주 만날 지도 모르는데......... 저 친구들이 내 정체를 알면 얼마나 놀려먹을 것인 가.............그 생각을 하니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는 거다. 으..........빨리 자기 소개 하고 끝내자..... "저는........... 레이니라고...........해요."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뒤로 물러서는 나. 으. 한심하다. 어쩌다 내가 이렇 게 되었나....... 눈물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더듬더듬 말하는 내 모습을 이 친 구들은 아주 좋게 본 모양이다. 모두들 웃는다. 비웃는 게 아닌, 기분이 좋아서 웃는 모습이다. "그런데, 레이니 아가씨는 어째서 수도에 가시는 건가요? 저희들은 기사 시험을 치 루기 위함인데, 혹시 아가씨도?" 몸에 저주만 안 걸렸어도 나도 그랬을 거다. "언니는 몸에 병이 있어서, 그걸 고치러 가는 거예요." 나 대신 대답하는 아르메리아. 내 말 더듬는 꼴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그런 모양이 다. "아, 그러셨군요. 저희들과 같이 가시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저희들이 보호해드리 지요." 으........... 비참해.......... "이봐. 이제 출발할 시간이다." 우리와 동석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같이 가는 일행인 상인 집단에서 나온 소리. "예. 갑니다." 에릭인가? 아마 그 친구가 이 다섯 명의 리더인 모양이다. 대표로 말하는 걸 보니. 다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험한 여정이 시작된다. - 계속 - 후기) Eric, Xera, Tave, Rida, Albert..... 모두들 이번에 새로 등장한 분들의 이름이네요. 일단 물고기님이 주신 이름 자료를 써서, 쉽게 이름 붙였습니다. 아, 공룡은 왜 안 나오냐고요? 기다리시길. 제목대로 내용이 진행될 것이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그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구경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모처럼 공룡 판타 지라는 제목에 맞게, 공룡이 나오겠군요. (후하하하하하하하) [레이니] 5-64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3 19:48 조회:586 공룡 판타지 5-64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2) 터벅터벅. 으.... 걷기 싫어. 나무 위로 달릴 때가 좋았어.... 나무 그늘이라도 있으면 좋으련 만..... 나무 위를 달릴 때에는 더우면 언제든지 나무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고, 거 기다가....... 주위를 경계하느라 눈을 돌릴 필요도 없었는데....... 그냥 앞을 바라 보면서 달리다가, 이상한 생명력이 느껴지면 검을 뽑아들면 되었다. 하지만 지금 은....... 터벅터벅. 도대체 얼마나 느려졌는지......... 이러다간 수도에 도착할 때까지 적어도 열흘은 족히 걸리고 말 거다. 내가 못 살아....... 만약 나와 아르메리아만 움직였다면, 수 도까지 5일 이내에 갈 수 있었는데..... 게다가....... 이 더위는 어쩐다......... 솔직히 여자 몸만 아니라면 웃통 정도는 다 벗어버려야 할 만큼 더운 날씨다. 애고, 더워. 습기가 차니까 더 더워..... 아무 래도 오늘 저녁에는 시냇물에 뛰어들어야 할 것 같다. 걸을수록 걸리적거리는 이 가 슴, 정말 싫어. 터벅터벅. 거기다가.........결정적인 것은........... 이 상황에서도 까불며 돌아 다니는 세 이브의 존재다. 제발 내 눈 밖으로 가지는 마라. 공룡한테 먹히기 싫으면. 이 녀석을 챙기는 것도 쉽지는 않다. 잠시라도 눈을 떼면..... "꺄아악 ! 언니, 도와줘." 망할 녀석. 벌레 하나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 거냐. 물론 그 벌레가 길이 50cm에 달 하는 녀석이니 그럴 만도 하지만..... 도대체 무슨 벌레인지 모르겠다. 세이브가 비 명을 지르면서 밟아버렸으니까. "아아앙. 언니. 무서워." 이미 벌레는 너한테 밟히지 않았냐? 나는 세이브를 한 번 안아주고는 다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망할 녀석. 더워 죽겠는데 귀찮게 하지 좀 마라. 해가 중천에 떴다. 도대체 저 해는 아래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더위 속에 흙먼지가 피어나고, 그 속을 걷는 나로서는 정말 말라 비틀어질 지경이다. 빨리 저녁 이 되어야 하는데..... 눈이 감길 지경이다. 나무 위에서 달릴 때보다 더 피곤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보조를 맞추어 걸으니까 그런가........ "모두 정지 !" 뭐냐? 앞에서 걷던 상인들의 행렬이 멈추자, 그 뒤를 걷는 우리도 멈추어야 했다. 잠시 앉을 데가 없나 보자. 이제 휴식이라도 취할 시간이니까....... 나는 비틀비틀 걸어가서 근처의 바위를 하나 차지하고 앉았다. 세이브와 아르메리아도 내 옆으로 와 서 앉는다. "언니..........졸려........." 어느새 내 무릎 위에 누워 잠들어버리는 세이브. 내 무릎이 베개인줄로 착각하는 모 양이다. 하지만, 밀어낼 힘이 없다. 나도 졸린 걸. 하지만 아직 저녁은 아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걸. 졸음을 쫓기 위해서라도 아르메리아에게 말을 걸어야겠다. "아르메리아." "예." 약간 졸린 듯, 눈을 반쯤 감고 나를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저녁 되려면 얼마나 더 걸려야 할까?" "얼마 안 남았어요. 해의 위치를 보아........" 검을 땅바닥에 세워서 그림자를 보는 아르메리아. 해를 바라보면 눈이 멀어버릴 우 려가 있으므로, 이렇게 하는 거다. 그림자의 길이와 방향을 보고 시간을 알아내려는 건가 보다. "그리고......." 손바닥에 이상한 쇳조각을 드는 아르메리아. 손바닥을 서서히 돌린다. 뭐하는 거냐? 잠시 고요한 시간이 흐르고....... 아르메리아가 쇳조각을 다시 잡으며 말했다. "이제 두 시간만 있으면 어두워 질 거예요." ??? 어떻게 알았지? 이해가 안 간다. 역시 모르면 물어보는 게 낫다. 알았으면 실천 ! "아르메리아. 어떻게 그런 걸 아는 거야? 난 도무지 모르겠는데." "아, 그거요?" 웃으면서 그 쇳조각을 보여주는 아르메리아. 그것은........ 작은 쇳조각을 유리로 감싸고 다시 유리의 바깥쪽을 금속으로 감싼 것이었다. "나침반이네." 어느새 옆에 다가온 에릭의 말. "나침반이라고?" 다른 기사 견습생들도 다가온다. 구경 좀 해보자는 건가? "마법의 돌 중 하나야. 스스로 방향을 가리키는 돌이라고." 마법의 돌이라.......... 나도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이걸 로 방향을 알아내고 해의 그림자로 시간을 알아맞춘 건가..... 대충 이해가 된다. 나 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하긴, 나침반이란 게 그리 흔한 물건은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 마법사 알베르트를 제외한 모두가 나침반을 보고 있었다. 하긴, 마법사라면 알 수도 있겠다. 곧 나침반에 대해 조잘조잘 떠들기 시작하는 기사 견습생들. 그리고 차근차근히 설 명을 해 주는 아르메리아.......... 나는 내 무릎 위에 누워 잠든 세이브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면서 그 알베르트라는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말도 안 하고 그 냥 앉아만 있다. 마법사는 대개 체력이 약하다던데, 혹시 지쳐서 그런 건 가........... ! 가만. 뭔가..... ........... ...............! 나는 세이브를 내가 앉았던 자리에 눕히고, 몸을 일으켰다. 뭔가 주위에 있었다. 아 주 위험한 뭔가가. 검의 손잡이를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언니. 왜 그래요?" 아르메리아의 말. 역시 질문을 받아주느라 눈치를 못 챈 모양이다. 아무래도 주의를 환기시켜야 하겠군. "아르메리아. 싸울 준비를 해. 주위에 뭔가 있어." "네? 설마..........." 반신반의하면서도 검에 손을 대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아르메리아. 나는 그 동안 몸 을 일으키고는 세이브를 주먹으로 팼다. 약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세이브. 애가 좀 불쌍하긴 하지만,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녀석이 깨어나지 않으니 별 도리가 없 다. "으...........언니..........너무해........" 작은 소녀의 눈에 눈물이 맺히지만, 일단 살고 나서 눈물을 닦아주든지 해야 할 것 같다. "세이브. 너도 정신 차리고 있어. 아무래도 상황이 나빠." 바짝 긴장한 내 모습을 보자, 장난이 아닌 것을 알아차린 세이브가 즉시 몸을 일으 키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나와 세이브, 아르메리아의 모습을 본 기사 견습생 들이 불안해진 듯한 얼굴로 묻는다. "혹시........" "그 혹시.....가 맞는 것 같아요." "이거 뭐야? 길이 막혔잖아." 행렬을 멈춘 상인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다. 난데없이 길이 막혀버리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최근에는 거대한 홍수나 화산폭발, 지진도 이 근처에는 없었는데. 이렇게 길 한가운데에 나무가 무더기로 쓰러져있을 이유가 없었다. 일행중 한 사람이 나가서 나무를 조사해보더니 말한다. "브라키오사우루스 무리가 지나갔어. 이건 그 공룡들이 부러뜨린 거야." 거대한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떼를 지어 이동한다. 아마 그들이 나뭇잎을 먹기 위해 자신의 체중을 나무에 기댄 모양이다. 그리고, 나무는 그 77톤의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진 것이다. 나무 밑둥에 남은 거대한 발톱자국과 뜯어 먹힌 나뭇 가지들, 아래에 떨어진 잎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 백 개의 거대한 발자국이 그런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었다. "이거.......... 다른 길로 가야 하나......." 상인 중 하나가 하는 말. 하지만 그의 의견은 무시되었다. "여기서 돌아가다간 날짜를 맞출 수가 없어. 그리고, 이 정도는 금방 넘어갈 수 있 잖아." 나무 위로 올라가는 상인들. 자신들의 수레가 넘어갈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모양이 다. 그리고..........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이걸 드랙(drag : 견인)들이 넘기는 무리라고 생각되 는데요. 아무래도 나무들을 치워야 할 것 같습니다." 드랙이란 가축으로 키워진 공룡중 한 종류이다. 길이는 약 4미터 정도이고 성질이 온순해서 유로 제국뿐 아니라 모든 인간들이 주로 키우는 가축이다. 초식인데다가 별 다른 무기도 없고 움직임이 둔해서 인간의 보호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공룡이다. 인간은 이 공룡을 가축으로 하여 이렇게 짐수레를 끄는 데 사용했다. 물론 그 외에도 용도가 아주 많았지만.... 이들은 인간 뿐 아니라 육식공룡들에게도 유용했다. '먹 이'로서. "잠시 여정이 늦어지겠군. 아, 자네들도 좀 도와주게." "뭐야? 저 사람들은 아무 느낌도 없나? 주위에 뭐가 있는 지 모르는 판국에 일이라 니. 죽고 싶은 모양이야." 저 상인들의 운이 오늘로 다하는 모양이다. 물론 저들의 입장 - 나무를 치우고 길을 가고 싶어하는 -은 이해하지만, 상황이 그리 쉽지 않다. 지금 그들을 돕다가는, 언제 숨어있는 녀석들이 튀어나올 지 모르고, 그러면 순식간에 모두 당하고 말 것이다. 나 는 검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 계속 - 후기) 하아. 원래 오늘 피를 보려고 했는데.......내일로 연기입니다. 독자분들중 피 에 굶주린 분은 없으실 테니, 이해해주세요. 그리고, 드랙이라는 공룡은 제가 만든 겁니다. 도저히 가축으로는 쓸 만한 공룡이 없기에.... 소처럼 일시키는 데 쓰려고 하나 만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한 마디 더 하면... 여태까지 조회수가 그저 그런 상황이었는데..... 오 늘 확인해보니 조회수가 조금은 더 늘었더군요. 그동안 공룡을 전면에 부각시키지 못 해서 조회수가 그저 그런 것이었나? 조회수 조작도 한 적 없는데. (근본적으로, 조회 수를 조작하는 방법 자체를 모른다) 역시 제목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뭐, 오늘 조회수가 팍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다섯 번째 이야기가 끝나면 제목을 바꿀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지금 까지와는 달리....공룡을 전면에 부각해서....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100) 이렇게요.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게 그거 같은데....?) [레이니] 5-65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4 11:06 조회:584 공룡 판타지 5-65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3) "이봐. 자네들도 좀 도와줘." 저 상인들은 겁도 없나? 아니면 아예 주위를 살필 능력이 없는 건가. 지금 상황에 저런 소리를 하다니.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긴장을 푸는 기사 견습생들.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아가씨들. 저희들은 저 사람들 좀 도와주고 오겠습니 다." 저, 저 바보들. 눈에 안 보인다고 그렇게 방심을 하다니. 상인들은 이미 짐을 내려 놓고 나무들을 치우고 있었다. 물론 주위를 경계하는 상인들도 몇 명이 있기는 했지 만, 저 숫자 가지고는 지금 상황을 헤쳐나갈 수가 없다. 바보 녀석들. "가지 마. 주위에 숨어있는 녀석들이 있어." 말없던 마법사 알베르트가 입을 열었다. 얼굴로 보아 이 사람들 중 최연장자인 듯 한데.... 걸음을 멈추는 기사 견습생들. "뭐?" 이제야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가?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는 기사 견습생들. 하지만 눈에 보일 정도면 걱정도 안 한다. 당연히 그들은 숨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 었다. "알베르트 씨.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요?" 기사 견습생 테이브의 말. 왠지 멍청한 녀석인 듯 하다. 얼굴은 안 그렇게 생겼는 데. "아가씨들의 말을 듣는 게 좋아. 느낌이 이상해." 그리고는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는 알베르트. "뭐야? 그런 공격 주문을........." 테이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리는 비명소리. "왔다 !" 최초로 희생된 것은 주위를 경계하던 상인들이었다. 그들이 창을 들어올리기도 전에 검은 그림자가 그들의 목을 찢어 버렸다. 그리고...짐을 나르던 상인들은 그 그림자 를 보았다. "악 !" 그들이 할 수 있었던 말은 이것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죽음을 당했다. 흐릿한 그 림자가 지나가고, 그들의 배가 갈라지면서 피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서서 히 쓰러져갔다. "저런 !" 에릭은 그들을 구하려고 달려가려고 했지만, 그 그림자들은 이미 우리 앞에 나타났 다. 급히 검을 뽑아 휘두르는 에릭. 하지만 그림자들은 그의 검을 손쉽게 피하며 그 의 목에 이빨을 꽃아 넣었다. "아아악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에릭. 일행의 리더가 쓰러지자 당황하는 기사 견습생들. 다만 그 알베르트라는 마법사만이 그나마 침착했다. 그들의 옆으로 뛰어나오는 그림자에게 손을 내뻗는 마법사. 손에서 파란 빛이 번쩍였다. 약간 구부정하게 튀어나간 번개가 그림자를 직격했다........ 아니다. 그림자는 그 번개를 피해버렸다 ! 뒤에 있던 나무만 번개에 맞고 부러져 버 렸다. 부러진 나무 조각들이 불타오른다. 그리고 라이다에게 덤비는 그림자. 라이다 는 검을 휘둘렀지만 그 그림자는 그 검을 피했다. "말도 안 돼." 경악하는 테이브. 이봐. 그런 말 할 시간이 있으면 싸우기나 해 ! 나는 몸을 날려 상인들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아르메리아. 세이브를 부탁해." 검을 뽑아 달려가면서 앞을 바라본다. 이미 상인들 대다수는 그림자에게 쓰러지고, 몇 사람만이 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이 너무 느렸다. 차례차례 쓰러져가는 상인들. 결국 그들은 모두 쓰러지고 말았다.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그 림자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어지간하면 이건 안 쓰려고 했는데..... 나는 검을 들어 녀석들에게 겨누었다. 붉은 색 불덩어리가 튀어나간다. 아르메리아, 미안. 불덩어리는 새빨간 빛을 남기며 그들에게 날아갔다. 위치는 되도록 사람들에게서 좀 떨어진 곳에 맞도록 했으니 다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들의 주의를 내게 끌려는 짓이지만........ 나도 바보같다. 죽으려고 환장한 게 아니라면..... 하지만 저렇게 그림자들이 가까이에 붙어있으면 도저히 상인들을 구해낼 수 없었다. 불덩어리가 옆 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콰앙 ! 그림자들이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햇빛을 받아 드러난 그들의 모습 은...... 길이가 4m를 넘는 공룡이었다. 그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그림자로 보였던 것뿐이다. "cruel nail(잔인한 손톱)이로군. 상대가 너무 나쁜 걸." 크루얼 네일. 일명 식인 공룡이다. 생각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무서운 놈이다. 왜 무서우냐 하면..... 녀석들의 손톱과 발톱은 무식하게 날카로와서, 긁히기만 해도 살이 찢어진다. 녀석 들은 그런 손톱과 발톱을 주무기로 하여, 다른 공룡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했다. 더 끔 찍한 것은, 녀석들은 떼거리로 몰려다닌다는 거다. 저런 거 하나라면 아마 내 손으로 죽일 수 있을 것이지만, 무더기로 덤비면 내 목숨만 챙기기도 힘들 상대이다.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녀석들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다는 거다. 오죽하면 별칭이 '그림자 공룡'일까. 보통 몸길이가 3미터 이상이고, 드물지만 5미터까지 되는 놈도 있다. 알로사우루스 는 더 크긴 하지만, 적어도 저렇게 몰려다니지는 않는다. 으흐흐. 소름끼쳐. 저런 놈 들과 싸우면서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이거지. 나는 순간적으로 불꽃의 거인을 부 르려고 했으나, 그러기 전에 저 사람들은 공룡의 먹이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럴 시간도 없고, 그러기에도 이미 늦었다 ! 저 녀석들이 나한테 온단 말이닷 !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 입을 벌리고 내게 달려드는 식인 공룡들. 내가 자기들 먹이인줄 아나 봐. 일단 앞으 로 달린다. 이 부근에는 나무가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저 나무 위에 올라가서 불덩 어리를 마구 날리면......... 아무래도 그 계획은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내 뒤에 바짝 따라붙은 식인 공룡 크 루얼 네일 한 마리. 입을 벌리고 내뱉는 숨이 느껴질 정도다. 나는 검을 뒤로 돌리면 서 휘둘렀다. "화염검 !" 외치면서 휘두른 건 아니다. 다만.... 생각만 한 거다. 불꽃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불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니, 검을 불꽃에 감싸서 휘두르는 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거대한 불덩어리는 나오지 않았다. "뭐야? 이거." 실망. 엄청 실망. 단지 생각하고 검을 겨누는 것만으로는 힘이 나오지 않는 건가? 역시 고물 마법검이야. 전설은 무슨. "이 바보 녀석아. 지금 네가 다룰 수 있는 건 열의 힘뿐이다. 불꽃이란 뭘 태워야 나오는 거다. 열이 그 과정에서 나오긴 하지만, 이건 순수한 열만 나오는 거란 말이 다 ! 좀 알고 사용을 해라." 치사한 불꽃의 거인 같으니. 나오지는 않고 잔소리냐. "그럼 당신이 해봐요. 위대하신 불꽃의 거인님." 상당히 삐딱하게 말하긴 했지만, 내 심정이 그런 걸 어떡하냐. "야 ! 원하는 걸 생각하고 검을 겨누는 걸로 불덩어리가 나오는 건 맞지만, 아무거 나 다 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 이 바보 녀석아. 열의 힘을 네가 원하는 형태로 그리 란 말이다. 열이 무슨 불꽃인 줄 아냐 ! 열을 검의 모양으로 한다고 해서 무슨 허상 의 검이 나올 줄 알았냐 !" 그리라고? 난 그림에는 소질이 전혀 없는데? "농담하지 말고 전에 가르쳐 준 대로 빨리 하란 말이다. 통째로 먹히고 싶냐?" 이러는 동안에도 열심히 달리는 나. 하지만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다. 이제 내 목에 열기가 느껴진다. 상황은.......... 말하기도 싫다. 나는 잔소리 심한 불꽃의 거인이 시키는 대로, 검을 들고 한 가지 모습을 연상했다. 그리고 검을 뒤로 휘둘렀다. "이야아압 !" 굳이 기합을 넣을 필요는 없는 듯 했지만.... 검을 휘두르니까 그렇게 된다. 그리고 검에서 어마어마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공기는 열을 받으면 팽창하면서 하늘로 올라간다. 상승기류를 만드는 것이다. 공기 의 움직임은 바람이므로, 열을 잘 이용하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레이니의 검에서 열이 대량으로 생성되고, 이 열은 주위의 공기에 전달되었다. 그녀의 주위에 있는 공기는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주위로 확산되었고, 공기가 위로 올라가자 그 자리 는 비어 버렸다. 자연은 이러한 빈 공간이 있을 때 절대 용납을 하지 않는다. 균형이 맞지 않으니까. 따라서 이 자리를 메우기 위해 주위의 공기가 몰려들고, 이 공기는 레이니의 검에 의해 뜨겁게 달아올라 하늘로 급속도로 상승했다. 간단히 말하면, 레이니의 주위로 공기가 몰려들고 그 공기가 위로 올라간다는 것, 즉 하늘을 향해 바람이 불었다는 거다. 이 바람의 위력은 의외로 강력했다. 그 결 과.......... 크루얼 네일 두 마리가 위로 날려가고, 나머지들은 바람에 끌려가지 않 으려고 땅바닥에 찰싹 달라붙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공룡이 날려갈 정도의 바람이라면 사람은 무사할 수 있을까? 레이니는 바람을 일으 킨 당사자이므로 바닥에 찰싹 달라붙은 채 검만 들고 있어서 그나마 나았지 만........ "힉 ! 이게 뭐야?" 바람에 말려드는 기사 견습생들. 공룡들은 갑작스런 바람에 놀라 여기저기 흩어졌 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꺄악 !" 비명을 지르는 제라. 그녀를 껴안고 엎드리는 테이브. "아아아아아 !" 세이브의 비명. 저 녀석은 마법도 알면서 어떻게 저렇게 멍청하냐? 자기 몸도 못 지 키냐? 다행히 아르메리아가 그녀를 안고 엎드리는 바람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일 은 면했다. 알베르트는 자세를 낮추었을 뿐이다. 하지만 침착하게 바람을 이기고 있었고.... 그 러나 라이다는......... - 계속 - 후기)쓰다가 다시 쓰는 패턴.... 언제나 그렇게 되는군요. 요즘 이상하게 이런 일이 많단 말이야. (투덜투덜) 쓰고 나면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고치는.......... 하긴 이런 게 차라리 나을 것 같습니다. 크루얼 네일.......... cruel nail이라는 이 공룡은 제가 만들어낸 겁니다. 모델은 데이노니쿠스이고, 이 공룡은 몸길이가 2.5m에서 3m에 이르는 강력한 육식공룡입니 다. 길이 15cm에 이르는 손톱을 가지고 있는데..... 이건 엄청난 흉기입니다. 긁히거 나 찍히면........ 생명을 보장 못합니다. 원래는 이 녀석을 등장시키고 싶었는 데.... 유감스럽게도 이 녀석은 백악기 전기의 공룡이라서 시대가 안 맞더군요. 그래 서 하나 만들어 버렸습니다. 크기도 약간 키우고요. (이게 작가의 특권이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나갈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하긴, 이래야 공룡 판타지 소설이 지. 어차피 공룡중 화석으로 남은 건 1%뿐이니(그것도 많이 올려 잡은 거고), 99%는 제가 알아서 메꾸어야 합니다. 흐흐흐흐흐. (고생문이 훤하다) 하나 더 ! 금요일 저녁에 올린 5-64도 잊지 마세요. 토요일에 좀 빨리 올리기 때문 에..... 꼭 금요일 저녁의 건 조회수가 줄더라고.....(야 ! 그렇게 노골적으로 조회 수 챙기냐? : 독자들) [레이니] 5-66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5 20:05 조회:585 공룡 판타지 5-66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4) "꺄아아아." 비명을 지르면서도 검은 놓지 않는 라이다. 그런데 저 사람, 남자 아니었던가? 비명 소리가 왜 저래? 발버둥치면서 나한테 날아온다. 내가 열을 만들어내서 상승기류를 일으키니까 바람이 위로 불고, 빈 공간으로 바람이 불어오니까 나한테 날아오는 건 당연하지만......... 잠깐 ! 나한테 날아온다고? 그것도 검을 마구 휘두르면서? 갑자기 싸늘해진다. 나는 검에서 열이 발생하는 걸 중지시켰다. 하지만, 여태까지의 기세가 있어서 그런 지..... 라이다는 계속 바람에 날려 내 앞으로 날아왔다. 추, 충돌한다 ! 콰앙 ! 나하고 라이다가 부딪친 건 아니다. 난 남자한테 관심 없어. 관심이 있는 건 오직 아르메리아 같은 예쁜 여자한테 만이야. 게다가, 라이다가 여자인 것도 아니니 - 여 자였으면 아까 자기 소개를 할 때 말을 했을 거야 - 내가 신경 쓸 이유도 없다. 남자 라면 그 정도의 충격은 이기고 일어나. 나는 서서히 땅에 붙어있던........아니 약간 옆으로 몸을 굴렸으니 그것도 아니군. 어쨌든 낮은 자세로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켰 다. 공룡들도 땅에서 몸을 떼어내고 일어섰지만, 내게 덤비지는 않고 다시 멀리 달려 가 버렸다. 휴우. 일단 한 고비 넘기고.... "으........으응......." 이거 봐라? 무슨 남자가 이렇게 허약해? 나는 라이다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흔들었 다. "이봐요. 괜찮아요?" 꼼짝도 안 한다. 그런데.........어깨가 생각보다 좁다? 왠지 약하다. 이거 기사 견 습생 맞아? 나는 다시 어깨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내 손에 힘을 넣어서 좀 더 세게. "이봐요. 일어나요. 일어나." 이상하다. 어디 다쳤나? "으으응........." 이제 정신이 들었는지, 몸을 서서히 일으키는 라이다. 바람에 날려 떨어지면서 옷차 림이 약간 흐트러졌다. 옷깃을 여미고.......가만. 옷깃을 여미고? 그 웃옷 아래에 있던 것은........... 내 가슴보다는 훨씬 작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여자아이의 가슴이었다. 히이이이이이이이이익 ! 이런 실수를 ! 여자였어? "죄송합니다. 죄송...." 으. 기사 견습생으로서 여자를 땅바닥에 패대기치다니. 내 손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내가 일으킨 바람으로 인한 결과이니 할 말 없다. 무조건 죄송..... "괘, 괜찮아요........" 이봐. 비틀거리면서 내 품에 쓰러지지는 말아 줘. 아르메리아가 오해한다고....... 아, 아닌가? "아가씨. 일단 일어나세요. 언제 또 공룡들이 올지 모르니까." "네........ 언니." 으......... 난 언제나 언니라는 호칭을 떼어버릴 수 있을까. 일단 투덜거리지 말고 살아남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할 것 같다. 우선 그 상인들은 얼마나 살아남 았을까..... 일단 살아남은 사람부터 체크~~~~~~~~. "어디 보자, 아르메리아와 세이브는 무사하고....." 일단 우리 일행 3인은 전원 무사. 이기적인지 몰라도 일단 안심. "에릭은 죽었어." 그 테이브라는 사람의 목소리. 안 됐군. 그럴까봐 조심하라고 했건만..... 제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마 애 인이었나 보군. 아니, 이 사람들은 모두 같은 마을 출신이라고 했으니 소꿉친구인가?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사람이 죽었다는 게 더 중요한 거다. 잠시 보았을 뿐이 지만 어쨌든 같은 꿈을 추구했던 사람의 죽음이다. 잠시 검을 뽑아 그에게 작별의 인 사를 한다. "상인들은 모두 죽은 것 같군. 묻어주고 나서 떠나야 할 것 같아." 바보들. 욕을 하고 싶지만 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이미 다 죽어버렸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들을 땅으로 돌려보내는 것뿐이다. 가만......... 다 죽었다고? 다 죽어? 이상하다. 나는 내 품에서 덜덜 떠는 라이다 에게 말했다. "전 저 상인들을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기다리세요." 상인들에게, 아니 그 시체들에게 달려간다. 다 죽었다고? 다 죽었다고? 믿을 수 없 어. 이 느낌은 죽은 자의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 었다. 잠시 고개가 푹 숙여진다. 잘못 느낀 건가......... 아냐. 이건 아냐. 다시 느 껴보자. 고요. 바람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 그 속에서 눈이 아닌 느낌으로 주위를 바라본다. "!" 역시 ! 그럼 그렇지 ! 몇 사람이 살아 있어. 나는 검을 다시 허리에 찼다. 물론, 다 른 사람들처럼 찼다가는 길이가 2미터에 육박하는 검이라서 땅에 질질 끌린다. 그래 서 옆으로 눕힌 상태로 허리에 대었다. 간단히 말하면 십자가 모양이다. 내가 수직으 로 만든 나무 기둥이라면 내 검은 수평으로 된 나무 기둥........ 그런 식이다. 수평 으로 달아맨 검은 내 허리 부근에 있으니 그럭저럭 검을 뽑기도 어렵지 않고. 검을 허리에 그런 식으로 찬 후, 나는 내 앞에 누운 상인을 보았다. 쓰러져있지만 아직 희 미하게 숨이 남아있다. 손을 대려는 순간........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아가씨." 그 마법사 알베르트다. 왜 저러는 거지? 설마 이 사람이 죽었다고 착각한 거 아냐? "이런 험한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라이다를 부탁합니다." 하긴....... 내 옆에 와서 달달 떠는 라이다의 모습, 보기는 안 좋다. 하지만 그렇 다고 이 사람의 옆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공룡들이 나타난다면 대책이 없다. 그래서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의 옆에 서서 시체들을 바라보는 나. 이들도 나름대로의 꿈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순간의 실수로 인해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고, 땅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죽음의 순간에 무엇을 그 리워했을까. "꺄아아아악 !" 뭐지? 누가 다쳤나? 급히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 쪽으로 다가오는 건 아르메리아 와 세이브, 그리고 그 기사 견습생들뿐이었다. 그 에릭이라는 사람은.......이미 공 룡들에게 끌려가 버리고, 단지 한 자루의 검만을 남겼을 뿐이다. 이미 죽었으니 산채 로 먹히지는 않았을 거다. 고통은 없었겠지만, 우리는 고통을 겪을 것이다. 그가 아 닌 우리가. "언니. 아무래도 빨리 이들을 묻고 이동해야 하겠어요. 조금 있으면 날이 어두워질 거예요." 그 말에 동감. 아르메리아의 의견에 찬성. 여기 더 있어봐야 피냄새를 맡고 무슨 공 룡이 또 올지도 모른다. 빨리 떠나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남자라고 해 봐 야 테이브와 알베르트 두 사람뿐이다. 그리고 그 외에는.......... "쿨럭. 쿨럭." 크게 다쳤지만 살아남은 이 상인들 뿐이다. 남자들에게 일을 맡기고 쉴 수 있는 느 긋한 상황이 아니다. 나는 팔을 걷어 부쳤다. "세이브. 이 사람들을 치료해. 아르메리아는 주위를 경계해주고, 나머지는 나하고 같이 이 사람들을 묻어 줘야 할 것 같아. 시간이 없어."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지시를 하는 건 내 취미가 아니지만, 일단 살아남는 게 먼저다. 그러나.........아까의 말더듬는 숙녀가 갑자기 적극적인 성격을 띈 리더 (지도자)로 변신한 게 저 사람들에겐 굉장히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아, 아가씨......." 옆에서 젊은 상인을 치료하려고 주문을 외우던 알베르트도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하지만 당신 말대로 느긋하게 얌전을 뺄 아가씨는 못 돼. 어차피 순수 아가씨도 아니 고. "알베르트씨. 당신의 배려는 감사합니다만, 지금은 서둘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람의 치료는 세이브에게 맡기고, 당신은 절 좀 도와주세요. 해가 지기 전에 여 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 뒤의 말은 할 필요도 없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와 알베르트, 테이브, 그리 고 제라는 시체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나........그 라이다라는 아가씨는 달달 떨 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는다. 으이그. 저걸 그냥. 누군 시체를 만지기 좋아서 이러 는 줄 알아? 리다에게 눈을 돌리는 내 모습을 보고 눈치를 챈 건지, 알베르트가 입을 연다. "에릭은 저 아가씨의 애인이었습니다. 저러는 게 당연하지요. 그냥 놔두십시오." 하지만....... 여자가 우는 건, 정말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지금이 그런 한가한 상황도 아니다. 지금 상황이......... 감각이 나 만큼이나 날카로운 아르메리 아가 지금 주위를 경계하느라 움직이지를 못하고, 세이브는 저 상인을 치료하느라 바 쁘니, 결국 네 사람만으로 시체를 처리해야 했다. 무려 8구의 시체를 말이다. 아니, 10구인가? 내가 그들을 찾아냈을 때 이미 그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두 사람의 유언을 들어주는 것 정도였다. 세이브가 달려왔을 때에는 이미 그 들은 죽어있었다. 시체들을 치우며, 구역질을 간신히 참는 제라. 하긴 여자에겐 가혹한 일이다. 그나 마 나은 건 알베르트. 그 사람은 묵묵히 시체를 나른다. 하지만 테이브 저 친구 는........... 무슨 남자가 여자인 제라보다 못하냐 ! 뭐 여자를 차별하는 건 아니지 만.... 구역질하느라 도와주지도 못하고 있다. 한심한 녀석 같으니....... 결국 일하 는 건 나와 알베르트 뿐. 제라는 여자라서 그런지 힘이 부족하다. 결국 두 사람이 일 을 하니 시체를 모으는 건 한없이 느려진다. "안되겠어요. 알베르트 씨, 일단 구덩이부터 파세요. 시체를 하나하나 묻어주느니, 모두 한꺼번에 구덩이에 던져 버리게." 별로 할 짓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나도 여기 오래 있다가 다시 공룡들과 싸우기는 싫다. 나 혼자라면 그런 객기도 부릴 수 있고, 살아 남을 자신도 있지만, 인원이 너무 많다. 다친 사람도 있고. 아무리 세이브가 뛰어난 치료능력을 가지고 있 다고 해도, 그 상인들의 싸움 솜씨로는 도저히 크루얼 네일과 맞상대를 할 수가 없 다. 솔직히 이 기사 견습생들도 그리 舅? 만한 전력은 아니고. 결국 여기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이 마법사 알베르트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모 여야 간신히 한 마리나 상대할 정도일까. 이러니 내가 좀 서두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 다. 하지만 작업은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기분 탓일까. "카아악 !" 듣기 싫은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는 익룡이 멀리 보인다. - 계속 - 후기)이거.........잘 된 건지 모르겠다. 다시 검토해야지.... 하다가, 결국 그냥 쓰 고 마는 대책없는 작가였습니다. ? [레이니] 5-67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6 20:23 조회:564 공룡 판타지 5-67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5) 결국 무덤을 다 판 것은, 해가 저물 무렵이었다. 마법이라도 사용했으면 더 빨리 일 을 끝냈겠지만..... 아르메리아는 주위를 경계하고 있어서 그게 불가능하고, 세이브 는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느라 바쁘다. 솔직히 저 녀석이 땅 파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지만.... 그리고 알베르트 씨는..... 열심히 두 사람을 달래고 있 다. 그게 누구냐 하면.... "이봐. 서둘러야지. 그렇게 앉아만 있을 거야?" 하지만 테이브 저 사람은 꼼짝도 안하고 떨기만 한다. 이런 일을 처음 겪었나? 그 외에.... 라이다는 아예 넋이 나가서 앉아있기만 하니.... 결국 나를 도울 사람 은 그 제라라는 여자뿐이다. 일이 늦어지는 게 당연하다. 결국 사람 간호에 두 사람 이나 투입된 셈이니....처음부터 아르메리아에게 이 일을 맡겼더라면 좋았을까....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에게는 이런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았 다.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하지만 이러다가는 언제 무덤을 다 팔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국 마법이 필요하군. 하지만 쓸만한 마법사는 없다. 마법사가 셋이나 있는 상황에서.... 어이없지만 결국 이걸 사용해야 하겠군. 나는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열에너지의 형태를 그리고.......그리고..........' 땅바닥에 손을 대는 내 모습을 본 제라가 나를 유심히 바라본다. 뭘 하려는 건지 궁 금하겠지.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물러서 있어요. 구덩이를 좀 팔 테니까." "뭘 하려는 거지요? 설마 마법?" "비슷해요." 대충 직육면체 모양으로........... 그 정도로 하면..... 검에서 마력이 흘러 나와 내 손에 집중되기 시작한다. 마력이 땅으로 방출되며, 직육면체 모양의 공간, 흙과 바위로 가득 찬 공간에 쌓이기 시작한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마력이 방출되고, 나는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렸다. 땅에 들어간 마력이 한 순간에 열에너지로 바뀌었다. 내 가 땅에서 손을 떼자마자......... 화악 ! 열기가 땅을 덮는다. 땅이 녹아 내리면서 용암으로 바뀌더니, 10여 구의 시체가 땅 아래로 들어갔다. 용암에 묻혀 사라지는 시체들. 많은 양의 나무가 없고, 그렇다고 시체를 그대로 태우기도 싫고, 결국 이런 수단을 택해 버렸다. 어쩌면 나도 상당히 당황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다시 마력이 방출되고, 열에너지는 하늘 위로 날아갔 다. 바람을 타고. 서서히 식어 가는 용암. 그리고 그 안에 묻힌 상인들에게 안식을. 열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자, 용암은 바위로 태어나게 되었다. 이러면 일단 공룡들에 게 먹히지는 않겠지. 시체 타는 냄새를 맡고 싶지는 않아서 이렇게 해 버렸지만..... 역시 좀 거칠기는 하다. "하아." 이것으로 매장이 끝났다. 한숨을 쉬면서 돌아서는 나. 아직은 별 일이 생기지 않았 다. 아르메리아는 정자세로 서서 주위를 살피고 있고, 세이브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 라보았다. "이제 다 치료했어요. 언니." 눈을 뜨고 이쪽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상인들. 나를 원망할까. 동료들의 시체를 바 위 속에 묻어버린 나를........ "............." 여전히 제정신을 못 차리는 라이다. 그리고 테이브. 그들을 달래느라 지친 알베르 트. 그리고 내 옆에서 나를 보는 제라.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짓는 나. 달갑지 않은 하루다. "죄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매장해버려서." "아닙니다. 어차피 그들은 죽은 몸, 이제 와서 뭐라고 한들 소용없는 일이지요." 바위 속에 묻어버리는 건 좀 심했지만, 안 그랬으면 그 시체들은.......... 관두자. 수많은 동물들이 시체를 뜯어먹으려고 올 거라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하긴 그게 자연 의 섭리이지만. "저희들이 묻어야 할 일인데, 대신해서 그 일을 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들 의 죽은 몸을 지켜주신 데 대해서도." 내게 고개를 숙이는 두 사람의 상인. 나를 원망하는 건 아니다. "저.........그런데 두 분의 이름은?" 아무래도 같이 여행을 해야 할 사이이니, 이름 정도는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상황이 안 좋은 이상, 모두가 힘을 합해야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다. "저는 세일(sail : 돛)이라고 합니다." "저는 트레이드(trade : 무역, 상업)라고 합니다." "왠지 이름이.......혹시 별명 아닌가요?" "비슷합니다. 원래 이름은 다르지만, 오랫동안 이 이름으로 불리다 보니, 이제는 이 게 저희들의 진짜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렇군........ 하지만 이름이 역시 좀........ "그런데 세일씨. 이제 어쩌실 생각이신가요?" 솔직히 이런 일을 당했으니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거다. 내 여행 일정이 이틀 정도 늦어지겠지만, 도리 없다.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버리고 갈 만큼, 내 마음 이 모질지는 못하니까. "계속 목적지로 갈 생각입니다." "예?" 의외다. 나 같으면 당장 뒤 돌아서서 메갈로돈 항구로 도망가는 게 안전할 듯 한 데..... 여기서 다음 목적지인 레드 렌트(red rent : 붉은 협곡)까지 가려면 적어도 하루는 걸린다. 오늘 여기서 하루를 소모했으니........ 아무리 서둘러도 오늘 밤에 는 이 근처에서 자야 한다. 하루종일 걷느라, 그리고 싸우느라 체력을 소모한 사람들 에겐 밤의 강행군은 무리이고, 너무 위험했다. 차라리 메갈로돈 항구로 돌아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저희들도 이번 여행이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요즘 저 괴물들......" 괴물이라..........크루얼 네일인가. "그 공룡들이 살고 있는 이 길로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워낙 급한 사정이 있어 서......." 어쩐지........너무 서두르더라. "무슨 사정인지 묻는 건.........실례가 되겠지요?" "죄송합니다만 그건 저희들도 말할 수 없군요.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남의 비밀을 캐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 사정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나도 말하기 싫은 비밀이 있는 이상, 꼬치꼬치 캐 묻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일단 레드 렌트까지 달려가고 나서..... 뒷일을 생각하기 로 하자. 그러나.......지금 급한 건 달리는 게 아니다. 일단.......... 상인들의 무덤이 된 이 바위에 모여 그들의 영혼을 위해 빌었다. 각자가 믿는 신에게.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신이라.........' 뭔가 걸리는 느낌. "엄마를 돌려줘 !" 뭐였지? 환청인가? 하지만 아무도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한 줄기 바람이 우리 주위를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이제 밤을 보낼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죽은 자를 위해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산 자를 위해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잠을 잘 장소가 일치되지 않는다. "나무 위에서 자는 게 가장 안전해요." 이건 나와 아르메리아의 의견이고. "이 근처에는 나무라고는 저 거 하나뿐입니다. 너무 높이가 낮아요." 이건 알베르트와 세일, 트레이드 씨의 의견이다. 다른 사람은....... 세이브의 경우는 어리니까 제외하고, 제라는 무엇인가 생각중인 듯, 아무 말도 없다. 테이브와 라이다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하니 앉아 있다. 하지만, 저렇게 넋나간 녀석들을 데리고 있는 이상, 게다가 세일씨와 트레이드 씨는 부상을 입은 이상, 절대로 땅 위에서 잘 수는 없었다. 불침번을 세워도, 나와 아르메 리아를 제외하면 솔직히 누가 그 공룡들과 싸울 수 있을까. 이 부근에는 공룡 외에도 끔찍한 상대가 수두룩하다. 굳이 40cm짜리 벌레들을 언급하지 않아도, 사람을 잡을 수 있는 야행성 육식동물은 내가 그 종류를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땅 위에서 자자고? 게다가 나무가 그리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약 400m만 가면 40m가 넘는 나무 가 하나 있지 않은가. 저기로 가면 그럭저럭 안심이 될 듯 하다. 아무리 이곳이 브라 키오사우루스에 의해 폐허가 된 땅이라고 해도, 아직은 나무가 많다. 하긴 나무라는 게 벤다고 전멸할 정도로 약한 건 아니니까. 아무리 베어도 그 다음날이면 다 아물어 있을 정도로 끈질긴 게 나무인데 뭐. 베려면 한 번에 다 베어 넘겨야지, 하루라도 그 대로 방치할 경우 아물어버린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식물들이 집을 먹어치우고 만 다. 물론 진짜로 먹는다는 게 아니라,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서 먹는 것처럼 보일 정 도라는 거다. 결국 내 의견이 수용되었다. 현실적으로 불을 피우고 평야에서 잠을 청하는 것은 무 리였기에. 나무를 태워서 불을 만든다고 해도, 아까의 예로 보아 불침번을 서는 사람 이 위험을 우리에게 알리기 전에 죽을 가능성이 더 높기에. 솔직히 불침번을 설 사람 은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그 알베르트라는 마법사 정도인데, 알베르트 자신도 불 침번 설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나무 위로 올라가기로 하고, 작은 숲에 들어서는 우리 일행. 이제 밤은 어떻게 보내 야 할까....... 고민 되네. 이 세이브가 혹시 잠꼬대하다가 40m 아래로 추락하는 건 아니겠지. 약간의 불안을 뒤로 하고, 우리는 나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밤의 안전을 지켜줄 나무 위를 향해서. - 계속 - 후기)하아하아하아. 오늘은 왠지 힘드네요. 이 내용을 쓰는 데 지겹다는 생각이 드 니..... 슬럼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슬럼프였다간 연재 펑크라는 사태를 맞이 할 지도....... (그건 안 돼 ! 레이니를 더 고생 시켜야 한단 말이야 ! - 아, 이건 아니고) [레이니] 5-68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7 18:55 조회:612 공룡 판타지 5-68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6) "으....... 세이브. 너...... 여긴 내 자리란 말이야." "같이 자면 되잖아." "사악한 녀석....."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세이브. 이게 장점인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일단 겁에 질려 달달 떠는 사람보다는 나을 테니까. 덜덜덜덜. 나무를 통해 진동이 전해져온다. 뭔가........ 누군지 알 만하다. "저........언니........" 나를 바라보는 라이다. 저래가지고 어디 기사가 될 수 있을까. 사람 하나 죽었다고 저렇게 되다니........ 하긴 나도 사부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만 두자. 생각하기도 싫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고 싶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다. 라이다가 너무 심하게 몸을 떨고 있어서, 나뭇가지가 흔들릴 지경이다. "그만 자요. 라이다양. 내일은 또 길을 가야 하니까." "........죄송해요. 언니. 짐만 되는 것 같아서." "괜찮아요. 아무리 짐이 된다고 해도, 사람을 버리고 갈 수는 없으니까." "...........고마워요........" "괜찮다니까요. 뭐 이렇게 무거운 짐도 있는데." '무거운 짐'이 나를 바라본다. "히잉. 언니이........" 다시 바라보니 머리가 상당히 짧은 편이다. 거기다가.... 가슴도 작고. 저러니 내가 처음에 남자로 착각을 한 거다. 그녀의 팔다리를 좀 더 자세히 봤다면, 남자치고는 좀 가늘다는 걸 알 수 있었을 텐데..... 내 팔다리보다 굵었기 때문에 눈치를 채지 못한 거다. 으.......내가 그렇게 말랐단 말인가. 그러면서도 어떻게 힘이 줄어들지 않은 거지? 누군지 몰라도 나와 몸이 바뀐 그 여자, 정체가 뭔지 궁금해진다. '그녀는 누구일까.' 그렇게 깊이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처음에는 여자 몸에 적응을 하느라. 그리고 나서 는 세이브의 언니 노릇을 하느라고 시간이 없었다. 그게 언니 노릇인지 엄마 노릇인 지는 모르지만. 그 결과로, 오늘에야 비로소 그 문제를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얻게 된 셈이다. "음냐.......언니..." 내 품에서 잘 자고 있는 세이브. 그녀를 꼭 안아주며 생각을 한다. 엄마란 이런 건 가....... 가만 ! 이거 정말 조심해야 한다. 이러다가 나중에 저주가 풀려도 여성적 인 성격을 가지게 되는 건....... 안 돼 ! 절대로 안 돼 ! 잠시 속으로 절규를 하고 나서, 나는 다시 내 몸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세 이브는 어차피 잘 먹고 잘 자고 있으니 신경 쓸 필요는 없고, 라이다는 결국 잠이 든 모양이다. 내 서툰 위로가 먹혀든 건지....... 다시 보니 예쁘기는 하다. 그러나, 역 시 어둠 속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별로 느낌이 오지 않는다. 아르메리아를 보았어도 그랬을까. 하지만 그녀는 지금 나 하고는 반대쪽에서 주위를 경계하는 위치에 누워있다. 잠은 자고 있다고 해도, 아마 뭔가가 나타나면 일어나리라. 그러니 그녀를 지금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느끼는 것은 가능하다. 눈을 감고 느껴보자. 느껴보면....... "!" 그만 두자. 느끼는 건 좋은데, 이상한 쪽으로 느껴진다. 그녀의 생명력이 느껴지자, 그녀의 몸매가 선명하게 느껴지는 거다. 참고로, 옷은 생명력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 니 거의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혹 생명력이 있어도 그건 옷을 입은 사람의 것을 아주 약간 가진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어나는 현상은........ 왜 아르메리아가 내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몸을 태연히 드러냈는지 알 것 같았다. 어차피 다 보이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닌가. 물론 내 몸은 분명히 여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에 남자였던 사람에게 몸을 마구 보이는 여자라는 건 상식과 거 리가 멀다. 그러나....... 엘프들에게는 어차피 옷을 입든 벗든 상관없이 상대를 볼 수 있으니....... 그렇게 개방적인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만........그럼 아르메리아도 내 알몸을 볼 수 있다는 거 아냐. 내가 옷을 입든 벗든 간에....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졌다. 확 달아올랐지만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 다. 휴우 다행. "음냐........언니야.........." 히익 ! 설마 세이브가 !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가린다. 으. 한 밤중에 내가 뭐 하는 짓이냐. "언니....." 내 품에 파고들어 잠에 열중하는 세이브. 잠꼬대였나 보군. 그녀를 안아주고, 나는 다시 내 몸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 그녀는 누굴까. 누구이기에 이렇게 단련된 신체를 소유한 것일까. 지금으로선 그 공 주님과 닮은 인물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왜 그 마법사는 나를 공주로 만든 것일까. 그 체서라는 녀석들이 내게 저주를 걸었으니 내가 공주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텐데, 왜 그들은 날 공주라고 부르는 걸까.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혹시 그들은 한패거리가 아닌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누구이든 간에, 나를 죽이려는 건 변하지 않는다. 실제로, 내게 검을 겨눈 체서들을 나는 보았다. 그럼 그들은 무엇일까. 그들의 목적은 무엇일까. 밤이 깊어가도록 생각해봤지만, 생 각나는 게 없었다. 내가 피곤해서 그랬을까......... "!" 눈이 떠졌다. 언제나 일어나는 시각이다. 내 오른손은 옆에 놓인 검을 쥐고 있고, 왼손은 세이브를 쓰다듬은 채였다. 누가 보면 모녀지간이라고 할 까봐 겁난다. 아니 면 자매지간이라고 할 까봐. 자, 일어났으니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나도 좀 씻 어야 할 것 같다. 세이브에게서 손을 떼고, 하룻밤을 보낸 침대에서 벗어난다. 아르 메리아도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이럴 때 보면, 그녀의 흐트러진 모습이 보인다. 그 래봐야 졸린 눈이지만. "아르메리아." "예. 언니." "나, 잠깐 얼굴 좀 씻고 올 테니까 이 사람들 좀 지켜 줘." "네. 빨리 다녀오세요." 그리고....... 내려가려는 데....... "윽 !" 이거 뭐야? 왠지 모르게 아프다. 순간적으로 배를 움켜쥐는 나.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지만, 이런 건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이건........ '뭐야? 설마 체한 건가?' 이상하다. 어제 음식이라고 해 봐야 말린 공룡 고기 뿐인데? 그 외에는 고사리 말린 거하고 물.... 거기 상한 음식이 끼일 틈이 없는데. 역시 물을 잘못 먹은 건가? 정말 이상하다. 어디가 잘못된 거야? 하지만 내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이 내 아랫배를 찢어놓았다. "아." 약하지만 비명을 질렀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간신히 나무에 매달리는 나. 하지만 머 리가 어질어질하고, 곧 떨어질 것 같다. 팔에 힘이 안 들어간다. 아........아 파........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스르르.... 떨어지는 나. 언제 마법에 걸린 거 지? 아니면 독이라도 먹은 건가? 점점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지면이 가까이 다가오고........ 곧 충돌하겠지. 이 렇게 끝이 나는가.......... "으........" 서서히 눈이 떠진다. "어머. 이제 일어났니?" 초록색 머리를 기른 여성이, 나를 바라본다. 나이가 약 20세 정도 되는 것 같다. 그 렇게 보인다. 하지만........ 어? 어? 그녀는 내 옆에 앉더니, 웃옷을 잠근 단추를 푼다. 아름다운 가슴이 드러난다. "자, 우리 아가. 이리 오렴." 나를 집어드는 그녀. 가만. 내가 아무리 가벼워도 그렇지, 어떻게 저런 가냘픈 여자 한테 들리는 거지? 그리고... 저 여자는 누구야? 그녀의 품은 따뜻하다. 나를 꼭 껴안는 소녀같은 여성. "아가. 착하지." 난 그녀의 품에서 흔들린다. 아무 힘도 없이. 아무 불안도 없이. 그렇게. 그렇게. "으......." 눈이 떠진다. "일어났어요? 언니." 금발머리를 기른 여성이, 나를 바라본다. 누구였지? 나는 눈을 깜박거렸다. "언니. 괜찮아?" 눈물을 흘리는 세이브. 걱정마라. 내가 그런다고 죽을 것 같..........가만. 여기는 또 어디야? 잠시 머리를 흔들던 나는........ "아. 괜찮아." 잠시 꿈 때문에 혼동이 된 모양이다. 잠이 덜 깨면 이렇다니까. 하지만 그녀는 누구 였을까. 나는 왜 지금 누워 있을까. 아까의 고통은 왜 겪은 것일까. 여러 가지 생각 을 하는 채로, 잠시 나무 위에 누워있었다. 아침의 바람은 아직 시원한 편이었다. 곧 그렇지 않게 되겠지만. - 계속 - 후기)조용한 아침이 될 수도 있었지만, 오늘에는 그게 안 되고 말았네요. 할 수 없지 요. 이게 다...... 어느 분이 보낸 메일 탓입니다. 내일 말하겠지만...... 이 고통은 무엇때문일까요? 과연 레이니는 어째서 이런 고통을 겪고, 나무 위에서 떨어진 것일 까요? 내일 말씀드리지요. 자, 내일도 힘차게 ! [레이니] 5-69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8 19:58 조회:579 공룡 판타지 5-69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7) "그.....그러니까........" 말도 안 돼 ! 그게 무슨 소리냔 말이야 ! 하지만 아르메리아는 안색 하나 안 바뀌고 말을 하고 있다. 그걸 날 보고 믿으란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해 봐야, 저 얼굴을 보면 믿지 않을 수 없다. 아르메리아가 나한테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언니는 오늘 생리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배가 좀 아프 고, 기분이 나쁘기는 하겠지만...." 더 들을 수 없다. 귀를 막아 버리는 나. 그만해 ! 그만해 ! 그만 하란 말이야 ! 얼굴이 새빨개져서 귀를 틀어막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 듣고 있는 알베르트와 테이 브. 저 치들, 그냥 불덩어리를 던져서 다 태워버릴까?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와 아르메리아를 바라보는 세이브. 그래, 너 어려 서 좋겠다. 좋겠어. 내가 세이브를 부러워한 건 오늘이 처음일거다. 그런데...... 저 계집애 하는 꼴 좀 봐. "언니. 생리가 뭐예요?" 기절하고 싶다. 그 말은 하지 말란 말이야 ! "아, 생리라는 건, 설명하면 길지만 말야. 여자가 아기를 가지기 위해 만든 몸 안의 조직이...." 더 못 듣겠다. 아르메리아는 부끄러움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다는 태도로 세이브에게 생리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지만, 난 그 설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으. 창피해. 만약 내 저주가 풀리고, 오늘의 사건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그만 두자. 기 사 지망생이고 뭐고 다 때려 치워야 할 것 같다. 도저히 이 창피한 사실을 알릴 수는 없어 ! 크아아아아 ! "언니. 생리에 대해 잘 알고 계신 건가요?" "으.........응." "전혀 아니잖아요. 아까 당황하신 걸 보니. 언니도 딴청 부리지 말고 잘 들어요 !" "으....응....." 결국 난, 얼굴이 벌개진 채 여성의 몸구조와 생리에 관한 이야기를 아르메리아에게 서 다 들어야 했다. 덧붙이면, 생리대라는 걸 생전 처음으로 써야 하는 신세가 되었 다. 나 못 살아. 어떻게 그걸 썼는지는 생각도 하기 싫다. 남자가 생리라니. 생리대를 쓰다니. 나 기 절할래. '죽고 싶다.' 이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배는 아프지. 머리는 어지럽지. 피를 흘린 게 하필이면 그런 부위라서 뒷처리가 난감했지. 아르메리아의 솔직함이 때로는 엄청 나게 무서운 것이라는 걸 실감했다. 두 남자가 나를 보고 자꾸 웃는다. 그때마다 새 로 익힌 불의 마법을 구사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게다가....... 이 꼬마는......... 날 위로하는 건지....... 놀리는 건지........ 자꾸 옆에서 재잘거리며 내 뒷처리를 방해한다. 저리 가란 말이야 ! "언니. 아프지 않아?" "언니. 나도 크면 그렇게 되는 거야?" "언니. 이제 피 안나?" 으.......... 잊고 싶은 거 자꾸 생각나게 하지 좀 말란 말이야 ! 겨우 다 끝냈다. 세상에. 그 변태 마법사 자식. 나중에 만나면 기필코 죽일 테다. 아니, 그냥 죽이는 건 너무 관대한 거야. 내 몸이 정말로 어떤 여자아이와 바뀐 거라 면, 그녀를 위해서라도 그 자식은 쉽게 죽이면 안되지. 우선 두들겨 패고, 팔다리를 토막내서 통째로 불에 구워......... 그만 하자. 그런 건 그 자식을 잡고 나서 생각 해도 될 거다. 나는 약간 걸리적거리는 생리대를 하고.....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러 나........으. 아파. 평소의 속도가 안 나온다. 왠지 움직이는데 거북하고, 무엇보다 도 배가 아파서 움직이기 힘들다. 이거 돌겠네. 이래가지고 어떻게 이 숲을 빠져나가 서 레드 렌트로 가지? 빨리 달려도 오늘 저녁에나 도착할 수 있을 텐데. 모두들 내가 올라오는 걸 기다려주고 있다.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모두들 사이좋게 모여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저 두 남자들 왜 저래? 계속 땅만 바라보고 있잖아. 아래에 뭐가 있나? 그런 것 같지는 않고. "오늘 저녁까지 레드 렌트로 가야 할 것 같네요. 하지만 가기 전에 물어볼 게 있어 요." 내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대화를 주도하는 아르메리아. "선두에는 제가 설 수 있지만, 후미에는 누가 설까요? 레이니 언니가 생리중인 이 상, 다른 분이 수고해주셔야 할 것 같군요." 저.......저렇게.......... 너무 직설적이야 ! 모두들 나를 바라보고,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까 두 남자들이 숙인 것 보다 더 큰 각도로. "우선 알베르트 님은......... 마법사이니 아무래도........대열 중간에 있어야 할 듯 하고......." 일행의 후미에 서라는 건 만약의 경우, 우리를 모두 엄호하면서 가장 나중에 탈출하 라는 거다. 그러니 검술과 마법에 모두 능숙한 녀석이 있는 게 좋을 듯 하다. 체력도 좋아야 하고. 마법사는 그 점에서 일단 실격이다. 알베르트 씨의 경우.... 체력이 낮 다. 그런 건 척 보면 안다. 아르메리아 정도면 좋지만, 그녀는 선두에 서야 한다. 그 녀의 감각으로 앞에 숨어있는 공룡들을 찾아내야 하므로. 원래 내 몸이 멀쩡하면 내가 선두에 서든, 후미에 서든 간에 별 문제가 없지만.... "그럼 제라님은?" 모두에게 꼬박꼬박 존칭을 붙여주는 아르메리아. 사실 나이로 보면 그럴 필요가 없 는데.... 엘프들은 인간에 비해 나이가 많다. 수명이 길고 젊음을 오래 유지하니 당 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간을 깔아뭉개지는 않는다. 고귀한 종족이라 서 상대를 존중하는 것일까? 제라가 대답을 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 힘으로 될 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지요." 하긴, 저 테이브나 라이다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둘 다 실 력은 둘째치고, 너무 겁을 먹고 있다. 저래서는 있는 실력도 안 나온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한 내가 더 이상한지도 모르지만. 보통은 달달 떠는 게 정상인데. 그 원인은........ 생각하기도 싫지만, 치매 사부 탓이다. 사부한테 수업을 받을 때 일생동안의 두려움을 다 사용해버린 모양이다. 어쨌든 대열의 선두는 아르메리아. 후 미는 제라로 결정되었다.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되냐고? 아르메리아 뒤에 나와 세이브, 그 뒤에 알베르 트, 그 뒤에 세일과 트레이드, 테이브와 라이다. 마지막이 제라. 그렇게 되었다. 하 지만 이 인원으로 과연 레드 렌트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나와 아르메리아, 세이브만 따지면 도착하고도 남지만, 나머지가 문제다. 우선, 알베르트의 경우, 어느 정도의 마법사인지는 모르지만, 그가 마법을 만들어 내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동안에 엄호해줄 사람은 세일, 트레이드, 테이브, 라이다. 이 네 사람인데.... 아무래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동료를 못 믿는 게 아니라, 그들의 실력을 못 믿는다는 거다. 난 세이브를 보호해야 하니 알베르트까 지 손이 갈지 모르겠다. 게다가..... 난 지금 배가 아파. 처음으로 겪는 거라서 배가 너무 아파. 여자들은 어떻게 이런 걸 한 달에 한 번씩 겪는 지 몰라. 그리고 제라. 검술을 얼마나 잘 할 지 모르겠다. 과연 그녀가 후미를 맡아서 잘 해 줄지.... 불안하다. 역시 내가 맡을 걸 그랬나. 이제 와서 뭐 바꿀 수는 없지. 우리 일행은 짐을 싸서 출발했다. 자, 오늘 무사히 하루를 넘기기를. 전원 나무 아래로 내 려간다. 아르메리아가 선두에 서서, 주위에 위험한 동물이 있는지 확인한다. 검을 쥐 고 아래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힘차다. "자, 출발해요." 아르메리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밝고 아름답다. 이 상황에서도. 우리를 위해서일까.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남긴 흔적을 따라 이동한다. 그나마 나무가 적어서 이곳이 길로 정해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무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어제 저녁에는 그 렇게 찾아도 나무가 없더니, 오늘은 꼭 길목에만 나무가 있다. 공룡들에게는 그리 큰 장애물이 아니라서 그냥 놔둔 것인지 몰라도, 내 허리까지 오는 나무들은 내게는 방 해다. 허리까지 오는 나무.... 가 아니다. 공룡들이 쓰러뜨려서 옆으로 누운 게 그 정도라는 거다. 잎과 가지는 뭔가에 의해 물어 뜯겨졌다. 아마 공룡들이 먹어치운 모 양이다. 하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는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때마다 우리는 초 긴장 상태가 되어야 했다. 어제 이 상황에서 머뭇거리다가 죽은 상인들의 생각을 할 수밖에 없기에. "그리로 올라와요." "주위를 잘 살피고." 정말 긴장되는 순간이다. 이럴 때 공룡들이 습격을 한다면..... 나와 아르메리아는 물론, 저 둔한 세이브 조차도 긴장한 모습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모두들 굳어진 얼굴로 주위를 바라본다. 특히 숲 속을. 어차피 붉은 땅 아래에 숨었어도 땅을 판 흔적은 금새 드러나기에. 거대한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은 숲이다. 그리고 이곳은 숲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바람이 분다. 나무들이 약간 흔들린다. 그런데........ 흔들리지 않는 게 있다. 바 위는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 쪽으로 신경을 집중했다. 저건........ 생명력 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열은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것은 죽은 공룡의 시체였다. 뭐지? 열이 있는 걸로 보아 죽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데? 저건........ 그렇다면 이 근처에 저 공룡을 죽인 포식자가 있다는 것인가? 내 몸이 긴장되는 건 어쩔수 없는 반응이리라. 평소라면 크루얼 네일에게 질 정도는 아 니지만, 지금은 내 몸이 정상이 아니다. 약간만 반응이 늦어져도 그것은 치명상, 아 니 죽음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세이브를 비롯해 전투 능력이 떨어 지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 오른손을 검에 대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 주위에 있 는 것은........ - 계속 - 후기)으.....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거야? 정말 글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자료가 더 필요할 듯 합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군 요. 그리고.... 어느 분이 '레이니는 언제 생리를 하느냐...'라는 질문을 하시는 바람에 레이니양이 고생을 하게 되었네요. 불쌍한 레이니. 흑. [레이니] 5-70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29 19:36 조회:534 공룡 판타지 5-70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8) 젠장. 몸이 정상이 아니라서 그런지 생명력을 감지하는 게 어렵다. 배가 자꾸 아프 니까 정신을 집중하는 게 그만큼 어려워지잖아. 말없는 불평을 늘어놓으면서, 다시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은.......... 뭐, 뭐냐. 이렇게 어이없는 결과가........ 입이 딱 벌어진다. 내가 긴장하는 모습 을 보고 전투준비를 하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들 앞에 나타난 것은 10cm도 안 되는 쥐새끼였다. 애고. 맥빠져. 저건 '쥐'라고 부르지만, 사실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새끼를 낳는(이거, 말이 이 상하다) 포유류이다. 하지만 인간을 제외하고 포유류라고는 저 쥐새끼 외에는 없다. 한심하다니까. 오죽하면 저 동물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보는 즉시 죽이 는 게 관례로 되어 있을까. 그래봐야 어차피 공룡들이 먹는 간식거리지만. 쥐들은 우 리를 보더니 땅 속으로 굴을 파고 들어갔다. 뭐 저래 봐야 얼마나 살겠어. 금방 먹힐 게 뻔한데. "괜히 놀랐네." 모두의 말. 특히 그 테이브라는 친구가 가장 크게 말한다. 저 이마에 난 식은 땀 좀 봐. 알만해. 자세히 물어보고 싶지만, 물어볼 필요는 없다. 남을 놀리는 건 내 취미 가 아니니까. "오늘 저녁까지는 레드 렌트에 닿아야 하니까, 서두르지요." 그 말에 적극 찬성. 문제는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그 난이도가 다르다는 거 다. 마음은 바쁜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역시 환자가 다 되어 버렸어. 애고. 애고. 애고. 몸을 억지로 끌고 가는 나. 그 옆에서 재잘재잘 떠드는 세이브. 이 녀석은 도대체 지치지도 않나? 하긴 공룡들과 만나면 이 녀석은 오직 도망가는 것만 하면 되니까. 부럽기 한량없다. "........." 해가 중천에 뜨고, 날씨는 더워지고..... 여자만 아니면 옷 좀 벗을 텐데..... 그리 두꺼운 옷을 입은 것도 아닌데, 너무 덥다.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나를 확실히 삶 아 버린다. "......." 하지만 덥다고 말을 하면, 더욱 더워질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 한다. 말을 꺼낼 정 도로 기운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말하고 싶어도, 배가 아파......... 그렇다고 중간 에 쉴 수도 없다. 쉬다가 늦어지게 되면, 목적지에 닿기 전에 날이 저물 것이고, 결 국 또 야영을 해야 한다. 그럴 경우.... 이 주위에는 나무가 거의 없는 걸 감안하면, 안전상의 문제가 생긴다. 나무가 없다는 건 피신처가 없다는 것이니까. 브라키오사우 루스들이 밟고 지나간 땅은, 나무란 나무는 모두 부러지고 부서져서 숲이 아니라 황 무지가 되어 버렸다. 여기서 밤을 지새다간 공룡들의 먹이가 될 거다. 물론 부러진 나무로 불을 피우면 되겠지만, 그래도 난 오늘밤만큼은 야영하고 싶지 않다. "하아. 하아." 저럴 것 같았어. 어제 다친 두 사람의 상인들은 우리를 따라오는 것만도 힘에 겨운 듯 하다. 아무리 세이브가 치료를 해 주었다고 해도, 갑자기 몸이 튼튼해지는 게 아 니기 때문이다. 원래는 드랙(그 가축으로 기른 공룡)을 타고 오던 사람들이 걸어서 먼길을 가고 있으니, 저렇게 되는 게 무리도 아니다. 드랙들은 어제의 일로 인해 다 들 달아나 버렸고, 한 마리도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의 운명이야 뻔하니까 넘어가자. 보나마나 공룡들의 식량이 되었을 것이니. 그들의 운명을 더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자신이 그렇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 이니까. 지금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대놓고 말해서 아르메리아 한 명이다. 난 아프고.... 물론 급하면 어떻게든 해 보겠지만 그래봐야 내 몸 하나 지키는 게 고작 이다. 배가 아파.....너무나 아파..... 생리통이란 게 이렇게 심한 거였나? 아니면 내가 엄살이 심한 건가? 잠시 배를 움켜쥐었다가 놓는다. 약간 나아진다. 날도 더운 데 식은땀이라니. 나와 아르메리아 외에는..... 세이브는 일단 제외. 그 애는 도망가는 건 잘해도, 싸 우는 데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 물론 우리를 치료하는 데에는 쓸모가 있지만, 전 투 중에 차분히 누워서 치료받을 시간은 없다. 그 외에.... 알베르트 씨의 마법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그리 기대 할 수가 없다. 어제 본 바로는, 알베르트의 마법은 공룡들을 한 마리도 잡지 못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아예 포기다. 어제 싸우는 걸 보았으니 그 솜씨를 대충 알겠는 데, 도저히 혼자서 공룡 한 마리를 상대하는 건 무리다. 아마 전부 덤벼들어도 한 마 리를 잡기 힘들 것 같은데. 특히 아직도 충격으로 정신이 나간 저 라이다 양. 이렇게 따지니, 레드 렌트에 제 때 도착하지 않을 경우, 우리 일행은 전멸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뭐 나와 세이브, 아르메리아야 위급하면 세이브 마법을 사용해서 도망치면 되지만.... 세이브에게 물어 봤더니 이 많은 인원을 동시에 옮기는 건 자신 이 없단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나? 그렇다고 시험을 해 볼 수도 없다. 세이브 녀석은 그 마법을 두 번만 사용하면 잠들어 버리니..... 바짝 긴장을 한 채 걸음을 옮기는 우리 일행. 하지만 아무리 걸어도 길은 이어질 뿐 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 주위에 나타날 지 모를 공룡들을 경계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느린 발걸음이 더 느려진다. 들리는 건 우리들의 거친 숨소리뿐. 보이는 건 맨 땅이 드러난 길바닥과 주위의 숲. 그리고 거기서 버둥거리는 우리들. 얼마 전까지 는 즐거운 여행이었는데..... 갑자기 동행이란 걸 하게 되면서 산통 다 깨졌다. 으흐 흑. 만약 레드 렌트에 도착하면 당장 나와 아르메리아만 여행을 하고 싶다. 둘이서만 여행하는 게 더 좋았어. 이 세이브 녀석이 들러붙고 나서는 재미는 없고 힘만 든다. 갑자기 얼마 전의 폭풍우에서 상어에게 죽을 뻔한 일이 생각이 났다. "나쁜 녀석." 꼭 세이브가 아니라도, 이 지경으로 나를 고생시키는 작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 다. 그 첫 머리에는 그 작자가 서 있었다. "!" 땅이 울린다. 뭐가 걸어온다. 내 상상을 지워버릴 정도의 거대한 무언가가. 팍 ! 나무 위로 뛰어오르는 나. 이 근처는 아니지만, 이 근처로 다가오는 게 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온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큰 생물이다. 대형 공룡이 분명하다. 아주 크다면 초식 공룡이겠지만,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지금으 로서는 단정할 수 없다. 일단 높은 곳에 올라가서 그 모습을 보는 게 현명한 것이다. 생각과 동시에 몸이 반응을 했으니, 일단은 나도 내 스스로를 지킬 수는 있을 것 같 다. 물론 통증은 제외하고. 이를 악물고 나무 꼭대기에 올라왔으니, 이제 주위를 살필 때다. 푸드득 ! 뭐야? 내 머리 위에 뭔가 있었잖아 ! 정말 생리중이라 그런지, 이런 감각은 둔해진 건가.... 큰일이다. 육식 동물이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하긴 20cm정도의 새끼가 나 한테 덤벼서 이길 리는 없지만.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날아오른 것은, 두 마리의 아르케옵테릭스였다....... "어? 그게 아닌데?" 그것은 내가 본 적이 없던 동물이었다. 아르케옵테릭스와 비슷하지만, 긴 꼬리는 보 이지 않았고 날개에 달린 발톱도 더 작았다. 저게 무엇인가? 나는 멀리 날아가는 두 마리의 이상한 생물을 보면서 생각했지만, 아르케옵테릭스(시조새)와 비슷한 저 생물 의 이름은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는 깃털로 덮인 동 물.......... 긴 꼬리가 아니라 짧은 꽁지를 가지고 있는 동물. 입에 너무나 작은 이 빨을 가진 동물. 공룡들과 비슷하지만 뭔가 인상이 달랐다. 나는 그 생물을 보면서 잠시동안 지금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깃털이 아름다운 생물. 나를 공격하지 않는 생물. 그 생물은 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은 내게 허락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이 나무에 올라온 원 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에 거대한 공룡이 하나 서 있었다. 아 니,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것은........ 역시 브라키오사우루스인가....... 그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작은 공룡이었다. 저것 의 이름은.... 디플로도쿠스였다. 길이는 브라키오사우루스보다 길어서 27m정도이지 만, 그 몸무게는 겨우 10톤 정도인 소형 공룡이다. 물론 소형이라고 해도, 그건 어디 까지나 다른 용각류 공룡들과 비교한 수치이고, 나와 비교하면........ 할 말이 없 다. 그런 녀석이 내 쪽으로 달려오는 것이다. 별로 안 좋은 상황인데..... 가만. 그런데 왜 혼자서 달려오는 거냐? 보통 저 녀석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는 종류 의 공룡이잖아? 그런 의문을 품을 사이도 없이, 그 녀석은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 다. 앞을 가로막는 나무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리는 디플로도쿠스. 모두들에게 소리 를 질러 경고했지만, 녀석의 발소리가 너무 컸다. 결국 나무 위에서 뛰어 내려와서 사람들에게 외쳤다. "모두 도망가요. 디플로도쿠스가 이리로 달려오고 있어요 !" 모두들 발은 느리지 않았다. 사실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데 걸린 시간은 1초도 안 되었으니까. 재빠르게 옆으로 피하는 우리 일행. 그러나........ 피했다고 해서 공룡 의 육중한 몸무게로 인한 진동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쿵 ! 쾅 ! 쿵 ! 쾅 ! 10톤 짜리 괴물이 옆을 지나가는 데, 땅이 안 흔들리면 거짓말이다. 우리 일행은 나 무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뭐, 한 마리니까 필사적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 도 넘어지는 건 싫다는 이유로, 모두들 나무를 잡고 있었다. 진동은 금방 사라지고, 모두들 안심하고 나무를 놓는데..... 쾅 ! 콰앙 ! 뭐냐? 이 진동은? 디플로도쿠스에 뒤지지 않는 이것은? 왠지 몰라도 稚뺙ぐ? 불안 해진다.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생리통으로 아픈 건 문제도 아니다. 일단 살아야지. 그리고........ 뭐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지 알았다. 간단히 말해서, 알로다. 아, 내가 아니고 ! 알로사우루스라는 거다......... 가, 가만. 알로사우루스라고 ! 왜 하필 그거야 !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그 괴물이 누굴 쫓아가는 지 알 것 같았다. 이 럴 때는 그저 숨는 게 최고다. 나는 작은 소리로, 그러나 모두 들을 수 있는 크기의 소리로 말했다. "알로사우루스다." - 계속 - 후기)으. 벌써 나오다니. 좀 빨랐나? 조금 더 있다가 내보낼 걸 그랬나? 약간 후회하 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안 나올 수는 없는 일이기에, 내보냅니다. 아, 그리고 레이니 앞에 날아오른 두 마리의 정체 불명의 생물은....... 새입니다. 새가 무슨 정체불명의 동물이냐고 하시려면, 우선 이 시대가 공룡시대라는 점을 염두 에 두시길. 물론 정확히 새는 아니고, 새와 시조새의 사이에 위치한 생물이 다........정도로 하지요. 레이니가 모든 생물의 이름을 다 알 수는 없는 일이니까 요. (이름 짓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 ? [레이니] 5-71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6-30 19:49 조회:505 공룡 판타지 5-71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9) 내가 나를 만나는군.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둘이 같이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까? "언니. 빨리 숨어요." 잠시동안,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 버렸다. 일단 아르메리아를 따라서 나무 뒤에 숨 는 나. 그리고 우리 일행들. 쿵 ! 쿵 ! 쿵 ! 우리 옆........이라기엔 좀 뭐하지만, 우리 근처를 지나가는 공룡, 알로사우루스. 몸길이가 무려 12m나 되는 괴물이다. 다른 공룡을 잡아먹고 사는 전형적인 육식공룡 으로, 사람을 보면 맛있게 잡아먹을 우려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뭐, 내가 남자였을 때의 이름이 바로 이 녀석의 이름을 딴 것이니 만큼, 이 녀석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다. 따라서, 이 녀석과 우리 일행이 만날 경우, 매우 안 좋 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세이브 정도는 씹지 않고도 한 번에 꿀꺽 ! 하고 삼킬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머리 크기가 90cm는 넘으니..... 그런 녀석에게 들키면..... 그리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다. 물론 마법으로 날려 버 리면 되지만..... 이 부근에도 나무는 많다. 하긴 이 세상에 나무 없는 땅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그런데 나무들이 수없이 늘어선 곳에서 불덩어리를 날린다면? 공룡 하나 잡으려고 숲을 다 태워먹을 일이 있냐? 무엇보다도, 뒷수습이 큰일이다. 잘못하면 우 리 일행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타죽을 거다. 따라서....... 얌전히 숨어 있는 게 좋을 듯 하다. 일부러 싸움을 만들 필요는 없 다. 으....... 나무에 올라갔다 오니까 또 배가 아프네..... 다른 사람에게 내색하지 않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쿵 ! 쿵 ! 쿵 ! 녀석이 가까이 오고 있다. 나는 고개를 내밀었다. 궁금해서 못 참아 ! 물론 나뭇가 지 뒤에 숨었으니 녀석은 날 못 볼 거다. 그리고........내가 간도 크게 고개를 내민 이유는 그 디플로도쿠스때문이었다. 알로사우루스는 아마 그 녀석을 쫓아가는 듯 했 으니까. 콰앙 ! 내 옆을 발로 뭉개고 지나가는 알로사우루스. 그 녀석, 상당히 무식하다. 발자국이 이렇게 크다니. 그 발자국을 만드는 대가로 우리 일행이 서 있는데 약간 애로사항이 생기기는 했다. 특히 세이브. 내가 입을 틀어막지 않았다면 아마 비명을 지르며 엎어 졌을 것이다. 그러면..... 넘어가자. 나쁜 상상이 실제로 이루어지면 곤란하니까. 디플로도쿠스가 저기 달리고 있지만, 다리를 질질 끌고 있다. 녀석의 오른쪽 다리에 서 피가 나오고 있다.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무릎에 상처를 입은 듯 하다. "잠깐 가 볼게." 몸을 날려 두 마리의 공룡에게 다가가는 나. 이름 탓일까. 알로사우루스를 가까이에 서 보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사로잡는다. 나무 위로 뛰어올라가는 나. 좀 아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 호기심은 아픔을 이길 정도로 컸다. "?" 뭐야? 두 녀석, 아직 안 싸우고 있잖아. 뭐, 처음부터 머리 터지게 싸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 실망했다. 동시에 안도했다. 구경거리를 놓치지 않 았으니까. 두 마리의 공룡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미 다리 하나가 망가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는 디플로도쿠스는, 여기서 한 번 싸워보려는 듯 알로사우루스를 노려본 다. 오른쪽 다리의 무릎에 발톱 자국이 나 있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걸으면서 상 처가 벌어진 듯, 피는 점점 더 흘러내릴 뿐이다. 멈추지 않고. 디플로도쿠스가 자신의 목을 이리 저리 돌리면서 상대를 바라본다. 알로사우루스는 거대한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기다린다. 출혈로 인해 상대의 힘이 빠지면 공격을 할 생각인가? 그럼 나도 느긋하게 앉아서 기다릴까? 편한 자세로 나뭇가지위에 걸터앉는 나. 잠시동안은 고요를 즐길 수 있겠군. 두 공룡을 차분히 바라보면서....... "언니 ! 혼자 가 버리면 어떡해?" 큰 눈에 눈물까지 가득 담고 나를 바라보는 세이브. 가만, 어떻게 올라왔지? "너.........어떻게 올라왔냐?" "마법으로." "....." 이 녀석....... 마법을 그런 곳에 사용하는 거냐. 어이가 없다. 내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허겁지겁 쫓아오냐? 눈물까지 주렁주렁......... 가만. 지금 저 녀석이 울면 혹시 알로사우루스가 이쪽으로 오는 거........ 여기까 지 생각이 미치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세이브를 끌어안고 편한 자세로 관람을 하는 나. 녀석의 눈물이 흐르기를 멈춘다. 어휴. 내가 어쩌다가 보모가 된 거냐..... 자, 이제 애 울음소리가 날 일도 없으니 편안하게 관전을..... "언니 !" 아르메리아의 화난 얼굴이, 나를 바라본다. "세상에. 배 아픈 것도 잊을 정도로 구경하는 게 좋아요? 그것도 싸움 구경을? 자꾸 그렇게 무리하면 나을 것도 안 나을 거라고요." 그렇게 되나?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들 나무 위에 기어올라오고 있었다. 하 지만 그 사람들은 느리다. 너무 느리다. 특히 알베르트 씨가 가장 느리다. 겉으로만 나이가 들어 보였던 게 아니었군. 전부 자기 자리를 찾아서 앉는다. 나와 세이브, 아르메리아는 가장 먼저 올라왔다는 이유로 가장 높은 자리를. 나머지는 약간 낮은 곳의 나뭇가지를 골라 앉았다. 확실히 나무가 큰 게 좋다. 일단 이 자리라면 엉뚱한 녀석들이 우리를 습격하지도 않을 것이 고..... 없는 건 아니로군. 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먹고 싶어하는 녀석을 째려보았다. 상대 가 많은 걸 알았는지, 공룡 한 마리가 숲으로 사라진다. 감히 나무에 올라오다니. 저 게 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아마 나무 위에서 사는 공룡일 듯 하다. 크기는 기껏해 야 2미터 정도일 듯 하다. 나무 위에서 사는 동물치고는 크지만, 공룡이란 점에서 생 각하면 작은놈이다. 나는 이미 가버린 녀석에 대해 신경쓰는 것을 그만두고, 디플로 도쿠스와 알로사우루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내가 안 본 사이에 둘은 격돌하고 있었 다. "크아앙 !"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알로사우루스. 저거에 목이라도 물리면 디플로도쿠스는 그대 로 즉사다. 알로사우루스의 입의 힘이라면 아마 충분히 공룡의 목을 부러뜨릴 수 있 을 것이다. 그리 굵지 않은 디플로도쿠스 정도라면. 그러나 상대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어쨌든, 어엿한 27미터짜리 대형 공룡인 것 이다. 알로사우루스에 비햐면 두 배가 넘는 크기. 꼬리를 휘두르는 디플로도쿠스. 팡 ! 허공으로 뛰어오르는 알로사우루스. 저 덩치로 저렇게 뛸 수 있다니. 디플로도쿠스 의 거대한 꼬리는 목표를 가격하지 못하고 빗나갔다. 균형을 잃은 디플로도쿠스의 등 에 파고드는 발톱. 두꺼운 피부가 찢어지면서 피가 쏟아진다. 몸부림치는 디플로도쿠 스. 몸으로 알로사우루스를 밀어낸다. 피할 수가 없자, 그냥 몸으로 부딪친 것이다. 쿵 ! 뒤로 밀려 쓰러지는 알로사우루스. 앞다리로 상대를 밟으려는 디플로도쿠스. 그러나 다리 하나가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는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덩치가 커서 속도가 느린 용각류 공룡에게는, 이것은 치명적이었다. 알로사우루스는 몸을 굴 려 빠져나오고,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디플로도쿠스는 이제 비틀거리고 있었다. 다 리와 등의 상처에서 계속 피가 나온다. 이러다가는 스스로 무너진다. 디플로도쿠스는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리를 못 쓰는 상황에서는 멀리 갈 수도 없 다. 알로사우루스가 디플로도쿠스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입을 벌리면서. 손톱을 세 우면서. 하지만 꼬리가 휘둘러진다. 역시 반격을 할 생각이었는가. 그러나 상처입은 공룡이 휘두르는 꼬리가 얼마나 위력이 있겠는가. 가볍게 몸을 피하면서 디플로도쿠스의 목 을 물려는 알로사우루스. 입이 벌어진다. 쾅 ! 알로사우루스가 비틀거렸다. 꼬리가 아니라 머리와 목을 휘두른 것이다. 디플로도쿠 스가 거대한 목을 휘둘러 알로사우루스를 친 것이다. 의외의 공격에 균형을 잃고 쓰 러지는 알로사우루스. 자신의 머리가 부서지는 걸 각오한 것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휘두른 것일까. 알로사우루스의 몸을 짓밟으려는 디플로도쿠스. 하지만 다리가 움직 이지 않는다. 네 다리로 움직이는 동물에게 세 다리로 뛰라는 것은 무리였다. 간신히 알로사우루스를 밟으려고 하지만, 알로사우루스는 아래에서 위로 뛰었다. 디플로도쿠 스의 목을 향해. "크아아악 !" 디플로도쿠스의 비명이었을까. 아니면 알로사우루스의 외침이었을까. 잠시동안 둘은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다가........ 서서히 쓰러지는 패자. 콰아앙 ! 패자는 디플로도쿠스였다.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진 디플로도쿠스. 알로사우루스 는 패자를 바라보더니 곧 목을 물어 상대의 숨통을 끊었다. 그리고 승자는 패자를 먹 기 시작했다. "승부가 났어." 이제 저 장면을 볼 이유는 없다. 공룡들은 먹는 도중에 다른 사냥감을 습격하지 않 는다. 게다가 저렇게 큰 사냥감을 잡았다면, 아마 몇 달간은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긴 그러기 전에 고기가 다 썩어버리겠지만. 그러니 지금 그 주위를 지나가도 녀석 은 우리를 잡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가요. 지금." 아르메리아의 말에 찬성. 나는 세이브를 안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달려갔 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따라온다. 이번에는 내가 선두이고, 아르메리아가 후미를 맡 았군. 뭐, 그럴 수도 있지. 거대한 공룡이 포효하는 곳을 지나가면서, 나는 잠시 고 개를 돌렸다. 피투성이가 된 입을 벌리며 - 물론 그 자신의 피는 아니다 - 표효하는 알로사우루스의 모습은, 이 세계를 지배하는 자가 누군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 - 계속 - 후기)으. 드디어 써먹고 말았다. 좀 나중에 쓸 걸 그랬나? 하지만 訣? 써먹었으니 앞으로는 소재가 없을..........아, 농담이고요. 공룡은 많고, 소재는 얼마든지 있으 니 안심하시길. 개인적으로는 제가 선호하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넣으려고 했지만, 쥬 라기에 백악기 공룡을 넣기는 좀 그래서...... 게다가 티라노사우루스는 백악기 후기 의 공룡이라 넣기가 좀 그렇더군요. 그래서 알로사우루스를 넣었네요. 자, 조금 있으면 레드 렌트에 도착할 듯........ 그럼 내일 봐요. ? [레이니] 5-72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01 10:31 조회:529 공룡 판타지 5-72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0) 알로사우루스의 괴성이 멀리 사라져간다. 그가 떠난 게 아니라 우리가 떠난 것이지 만. 주관적으로는 여행이고, 객관적으로는 도망이다. 그런 이동을 계속하는 우리 일 행. 주위에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태양이 보인다. 비라도 조금 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더운 날씨다. "하아."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나. 이제는 배 아픈 건 좀 가라앉았다. 다행이야. 그럼 아르 메리아에게 말할까? 내가 대열의 후미를 맡는다고. 뒤에서 따라오는 제라의 모습 은........ 비참하다. 그녀에게는 예시당초 벅찬 일이다. 주위를 경계하면서 우리를 따라오는 것은. 허리에 찬 검이 너무 무거워 보인다. 비틀비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없고. 결국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입을 열 어....... "잠깐 멈추세요." 아르메리아가 약간 빨랐다. 모두들 그 자리에 쓰러지더니 가장 편한 자세로 앉는다. 서 있는 것은 나와 아르메리아 뿐이었다. 그녀가 입을 움직인다. "제라양, 괜찮아요?" "하아. 하아. 괜찮아요." 누가 봐도 '괜찮지 않은' 상태다. 역시 긴장의 도가 한계를 넘은 거다. 저러다가는 레드 렌트에 닿기 전에 쓰러지고 말 거다. 나 뿐 아니라, 모두의 눈에 그렇게 보였 다. 물론 아르메리아의 눈에도. 제라 자신도 체면 때문에 말을 안 하는 것이지, 속으 로는 이제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리라. 저 헐떡이는 모습을 보면 안다. 연극이 아니라는 건, 그녀의 심장박동수를 들어보면 안다. 쿵쿵쿵쿵쿵쿵쿵쿵. 확실히 정상은 아니군. "제라양.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이제 다른 사람이 후미를 맡지요. 누구로 할까요?" 나밖에 없잖아. 여기서 그럴 만한 사람이 나 외에 누가 있어? 나는 말없이 아르메리 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배의 아픔도 견딜 만 하니....... "안 돼요. 언니." "왜?" "오늘 하루는 안정을 취해야 해요. 생리중인 사람에게 후미를 맡기고 싶지는 않아 요." "힉 !" 얼굴이 새빨개져서 물러나는 나. 세상에. 그런 말을 얼굴 색 하나 안 변하고 그렇게 막....... 어쨌든 나는 자동 탈락. 그런데 내가 아니면 누구를 시키려고 하는 건가? 테이브는 탈락. 라이다도 탈락. 둘 의 탈락 사유는 너무 진동이 심해서. 특히 이빨 부분이 진동이 심하다. 그럼 알베르트 씨? 하지만 마법사에겐 좀........ 공룡을 탐지하는 능력은 괜찮아 도, 만일의 경우 일행을 엄호하면서 빠져 나오기에는 체력이 약하다. 마력을 몸 안에 담는 능력은 달리는 능력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문을 외우는 도중에 공룡에게 먹힐 위험도 있고. 그런 문제를 감안하면, 역시 나밖에 없다. 검술과 마법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으니, 나 외에 누가 그런 일을 하랴. 그렇다고 아르메리아 자신이 후미에 설 수는 없고. 선 두를 설 사람도 역시 마땅하지가 않으니까. 그럼 누구를 시키려고? "세이브." 엣? 서, 설마........ 저 애를 시키려고? 아르메리아 너, 미쳤냐? 말로 꺼내지는 않 았지만, 적어도 내가 그녀를 바라본 눈동자에는, 그런 의사가 명확히 표현되어 있었 다. "트레이드 씨와 같이 후미를 맡아 줘. 만약 위험해지면 아저씨를 데리고 우리와 합 류하도록 해." 그녀의 머리에 자기 머리를 바짝 대고 말하는 아르메리아. 아이의 눈 높이에 맞추느 라 허리를 숙인 게 아니다. 저렇게 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거다. 무언의 대화를. 잠시 후, 그녀의 말을 알아들은 듯, 후미로 가는 세이브. 하지만........ "위험합니다. 아르메리아 양. 저 아이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는 해도........" 그 말에 찬성. 공룡의 뱃속에서 우는 세이브의 모습이 생각나고 말았어. 나도 반론 을 펴려고 했지만.......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위험하면 도망갈 마법 정도는 세이브도 가지고 있어요. 이 건 당신을 위해서예요. 트레이드 씨." 아 ! 그렇구나. 트레이드 혼자 후미를 맡게 하는 데 대해 불안해진 아르메리아는, 세이브라는 보험을 그에게 들게 한 거다. 그러면 위험한 순간에도 도망갈 수 있으니 까. 세이브의 치유 마법을 직접 경험한 트레이드는, 그 말에 군소리 않고 물러섰다. 완전한 신뢰의 눈빛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르메리아 양. 그럼 지금 출발할까요?" "예." 짧은 휴식이 끝났다. 1분이라도 쉰 건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아, 달콤한 순간은 이리도 짧구나. 다시 한 숨. 이번에는 아무도 모르게. 하아. "언니. 생리중이니까 무리하지 마. 나 잘할게." 콰앙. 그게 위로냐. 이 망할 꼬마 녀석. 점점 날이 어두워진다.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다가오는 어둠.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하늘은 푸른빛에서 붉은빛으로, 그리고 회색 빛으로 바뀌어 간다. 하지만 아직 빛은 남아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 왔다 !" 모두들 기쁨의 외침. 그런데, 왜 사람이 없지? 아직은 잘 시간이 아닌데? 게다 가......... 왜 성문이 열려있지? 비록 나무로 된 성문이라고 해도, 보통은 이 시간 이면 닫아두는 게 정상 아닌가? 이러다가 공룡이 습격하면 어쩌려고? 아직 밖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인가? 더 이상한 것은........ 마을 전체가 너무 조용하다는 거다. 모두들 자고 있는 건 가? 그렇다면 경비병들의 숨소리는 들려야 하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기가 느껴져야 하는데? 왜 아무 것도 안 느껴지지? 있는 건 쥐 - 생긴 게 쥐처럼 생긴 것이지만 - 들 몇 마리와 그들을 잡아먹는 작은 공룡의 기 뿐이다. 가만. 성의 내부에 공룡이 들 어왔다고? 나는 검을 뽑아들었다. "왜 그래? 레이니. 역시 여자들은 그날이면 신경질적이 된다고 하는.....힉 !" 저 테이브 녀석, 겁만 많아서 그런지, 주의력은 바닥이군. 저래서야 어디 기사가 되 겠나. 내 검이 자신의 목에 겨누어지자 헛소리가 쑥 들어간다. 그의 말이 심하다는 걸 알았는지, 다른 사람들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아, 제라의 입이 열린다. 아마 나 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된다. 나는 서둘러서 입 을 열었다. "모두, 검을 뽑고 전투 준비를 해요. 이 곳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까." 도시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의미를 가진다. 이곳은 더 이상 안전 한 장소가 아니라는 거다.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없다는 게 무슨 뜻인가. 그것은 곧, 이곳이 공룡들에게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즉시 깨달은 우리 일행이 검 을 뽑는다. 세이브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알베르트는 마법을 쓸 준비를 한다. 그러고 보니 보통 마법사는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우는 게 보통 정해진 이미지인데, 우리 일행 중 그런 마법사는 알베르트 한 사람이군. 뭐 나머지 둘은 사람이 아니지만. 하 나는 아름다운 엘프이고 또 하나는 탐식의 마녀.... "언니 ! 또 이상한 생각하는 거지?" 눈치도 빠르네. 세이브. 다른 때에도 그런 눈치를 가지면 좋을 텐데. 특히 식사시간 에. 나는 그녀의 불평을 무시하고, 서서히 열려있는 문으로 걸어갔다. 왼손으로 문을 민다. 문이 아무 저항도 없이 열린다. 끼이이익. 문이 열렸다. 최대한 정신을 집중시키고,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긴다. 과연 안에 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 뒤를 따라 가는 제라. 나 혼자 보내기는 불안하 다..... 이거지. 하지만 난 제라가 더 걱정이다. 제라의 실력이 과연 공룡 한 마리를 상대할 만큼 되느냐........는 게 문제의 핵이다. 차라리 나 혼자 들어오는 게 더 나 을 것 같다. 그럼....... "제라 양. 아가씨는 물러나세요." 이렇게 말하면 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니 그럴 생각이 사라져버린다. 못 생겼다는 게 아니다. 비록 아르메리아에게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미인이다. 예당초 아르메리아가 너무 예쁜 거야. 세이브도 그렇고. 그런 얼굴을 인간이 가질 수 있다 니..... 반칙이야. 나를 바라보는 제라. 그 눈동자에 비친 초록색의 긴 머리를 가진 미녀........ '저건 저주에 걸려서 그런 것 뿐이야. 저게 인간의 몸이냐.....' 인간 치고는 그 허리가 너무 가늘다. 허리 뿐이랴. 도대체 저렇게 예쁜 여자가 인간 이라는 게 말이 안 된다. 그 변태 마법사는 여자를 보는 데 탁월한 안목이 있는 게 분명하다. 저게 내 모습이 아니라면 분명히 감탄해마지않았을 거다. "아무도 없어요?" 나와 제라가 입을 모아 외친다고 없는 사람이 나오는 게 아니다. 도시 전체는 텅 비 었다. 있는 건 바람뿐이다. 휘이이이잉. "아무래도 전부 도시를 떠난 것 같아요." "왜 그런 일이........?" 누가 미쳤다고 멀쩡한 도시를 놔두고 떠나겠는가........ 의아해하던 내 눈에 무언 가가 비쳤다. 그것은.......... 거대한 발자국이었다. "이, 이건........." 놀라 검을 꽉 움켜잡는 제라. 그러나........이건 절대로 육식 공룡의 발자국이 아 니었다. 육식 공룡치고는 너무 발자국이 크다. "브라키오사우루스인가? 아니면 그와 비슷한 녀석들인가?" 하지만 브라키오사우루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발자국이 크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의 발자국이지? 설마......... 이렇게 큰 괴물이 사람을 다 잡아먹은 건가? 그래서 여기 를 떠난 것인가? 괴물로부터 도망을 쳐서? "저기도 있어요." 제라의 외침. 고개를 돌리는 나. 그 쪽에도 거대한 발자국이 있었다. 도대체 이것은 무엇인가? 내가 알고 있는 공룡이 아니다. 이게 뭐지? 그리고........그 발자국을 따 라 고개를 돌리니........ 무언가에 의해 무너진 나무 벽이 있었다. "저럴 수가......." 어지간한 공룡들은 그 벽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두껍게 만든, 도시의 성벽이 부서 져 있었다. 무언가 무거운 것에 눌려서. 괴물은 도시의 벽을 그대로 밟거나 쓰러뜨리 고 도시 안으로 들어온 거다. 도대체 무엇인가?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녀석들은? 나 와 제라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눈앞의 성벽 잔해들을 바라보면서. - 계속 - 후기) 도대체 이 도시가 파멸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흐흐흐흐흐. 나중에 알려드리지 요. 그리고.... 역시 한 편을 쓰기는 힘들군요. 특히 요즘에는 더욱 더. 역시 더위를 먹 은 것이 아닌가 생각중입니다. 혹시 조회수에 너무 욕심을 부리는 제 자신 때문이 아 닌가 생각하기도 하지만. 저도 좀 한심하지요? 추가)그리고....... 71화 잊지 말고 보세요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9) ! [레이니] 5-73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02 20:14 조회:546 공룡 판타지 5-73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1) "이제 어쩔까?" 도시를 둘러보고 나서 우리 일행에게 돌아온 뒤, 안의 상황을 대충 설명하고 나서 내가 처음으로 꺼낸 한 마디였다. 솔직히, 이런 도시라면 안에서 잔다고 해도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해가 지고 있고, 얼마 있으면 어두워질 것이다. 안전 한 장소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모두들 지친 상황에서 한 밤의 행군은 무리 이다. 공룡들에게 잡혀 먹힐게 뻔하므로. 나로서는 여기서 자고 싶지만........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어떨지........ "안전한 장소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테이브의 말. 또 이빨 사이의 진동이 심해지는 게 눈에 보인다. 날도 안 추운데. "여기서 머물자. 이제는 다른 곳을 찾을 시간도, 기력도 우리에게는 없어." 비교적 침착한 알베르트의 말. 그럼, 의견은 둘인가. 그 중 하나를 고르든지, 아니 면 세 번째 방안을 만들든지 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러나 난 또 하나의 의견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전 이 도시에서 머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안전한 장소로 가려고 해도, 이미 늦었어요. 이 부근에 있는 나무들은 키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나무들이 너무 왕성하게 자라나는 바람에, 도시 부근의 나무들은 무조건 일정한 높 이 이상이 되면 잘라버린다. 그 결과, 우리가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정도로 크고 튼튼한 나무는 이 근처에 없다. 우리가 잘 수 있는 나무를 찾으려면 한참을 헤메야 한다. 그리고........그것은 이미 지친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는 지금부터 서두르기만 하면,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집을 방패로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여기서 밤을 보내는 게 나으리라. 내 의 견과 알베르트의 의견이 다수결로 채택되었다. 그들이 동의한 이유는 이성적인 판단 이 아니라, 더 이상 걷기 싫어하는 그들의 다리 때문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자, 안으로 들어가요.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들려면 서둘러야 하니까." 해가 저물고 있었다.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오늘밤에는 비가 오려나 보다. 밤과 구름이, 나를 서두르게 하고 있었다. 내 걸음이 빨라진다. "자, 이 집으로 정했어요." 이제는 날도 어두워졌다. 시간을 소모한 대가로, 우리는 도시에서 가장 튼튼한 집을 골라잡을 수 있었다. 여기서 튼튼하다는 것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대부분 나무로 된 집이고, 뭔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한 덩치의 공룡에게 밟혀 버린 모양이다. 저렇게 비참하게 무너지다니. 결코 약한 집이 아닌데. 잠 잘 시간이 되면 아르메리아 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도대체 뭐가 저렇게 한 건지.......설마 여기 또 올 것인 지......... 가만. 그런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은 밤을 지낼 준비를 해야지. 무너진 집의 기 둥을 이루던 나무를 모아 오고, 빈집에서 식량이 될 만한 것을 가져왔다. 이거, 도둑 질 아닌가? 하지만 이미 버린 물건이니, 그래도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우리는 고맙게 집주인에게 감사했다. 사람이 없으니 별 수 없지 뭐. 이런 일이 한 두 번인 것도 아니고. 도시를 지어 두면, 가끔씩 이렇게 공룡들에 의해 파괴되는 경우가 있 다. 도시를 보호할 성벽을 쌓을 때 나무를 이용하는 이유는, 돌로 벽을 만든다면 시 간도 걸릴뿐더러 공룡들이 부수지 못할 정도의 벽을 만들만큼 많은 돌을 구하기가 너 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비 싼 물건들은 하나도 없거든. 도적떼의 소행이라면 시민들 중 누군가가 죽었을 텐데, 반항한 흔적도 없고 피도 흐르지 않았다. 남은 것은 그리 비싸지 않은 자잘한 물건들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공룡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대피한 게 분명하다. "휴우. 다 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 우리는 겨우 잠 잘 준비를 끝냈다. 아르메리아와 세이브는 집 주위를 돌면서 이상한 손짓을 한다. 뭐 하는 거지? 마력이 집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아니 한 엘프와 한 괴물은 집 주위에 무슨 마법을 걸고 있는 것이 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 물어봐도 될 것 같지만......... 저녁 하느라 바빠 서 가 볼 시간이 없다. "아르메리아. 빨리 하고 와서 식사하자고 !" "세이브, 마력을 조금만 더 줘." "예." 세이브가 보내주는 마력을 받아, 나는 서서히 그 힘을 주위에 옮겼다. 이때 잘못하 면 마력을 마력으로 지탱하는 힘이 부서진다. 그러면 마력은 쓸데없는 빛과 열로 변 해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무언가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마법 이다. 천천히 하지 않으면.......... 마력을 서서히 내보내어, 마치 집짓기 놀이하듯 이 하나하나 쌓아 올린다. '서서히....... 서두르지 않고.........' 마력이라는 건 결국 극히 질서도가 높은 에너지의 덩어리이다. 마치 물질처럼 움직 일 수 있는 에너지. 그러나 잘못 다루면 마력은 파괴되어 버린다. 사라지는 게 아니 라, 무질서한 에너지로 변하여 마법사의 손을 벗어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 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마법이지만, 숙련된 마법사는 그런 일에만 마법을 사용하 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서두르지 않고...........' 집 주위를 돌면서....... 주위에 박아둔 나무를 기준점으로 삼아........... 마력을 불어넣는다. 불어넣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마력을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드 는 게 이 마법의 요점이다. 드워프들은 물질을 이용해 기계를 만들지만........... 엘프들은 물질이 아니라 마력을 이용해서 기계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 을 보는 우리 엘프들이니까......... "아르메리아. 빨리 하고 와서 식사하자고 !" 아, 앗차. 실수할 뻔 했네. 언니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실수할 뻔했다. 다시 차분 하게.....차분하게........ 마법을 거는 작업을 계속하는 내 손에, 자신도 모르게 땀 이 배인다. 초보적인 결계인데 이렇게 힘이 들다니. 나 자신의 마법 실력이 형편없다 는 게 느껴진다. 언니처럼 검이 모든 중간 과정을 처리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하지만, 금새 내 머리는 그것을 부정해 버린다. '곧 언니도 그 검의 무서움을 알게 될 걸. 부디 그 시련을 통과하면 좋겠는데.' 자, 그 걱정은 나중에, 다음 도시에 도착하면 하기로 하자. 이 부근에 있는 도시 가....... 가장 가까운 곳이 아마 파탈 헤이스트(fatal haste : 치명적인 서두름)라 고 하지? 이곳을 지나던 여행자들이 너무 서두르다가 사고로 죽었기 때문에, 조심해 서 지나가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어떤 곳일까. 아무래도 험한 곳이 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 !" 또 실수할 뻔했다. 역시 마법은 어려운 것이다. "아르메리아, 세이브. 좀 늦었네. 음식이 식었어." 배고픈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결국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테이브를 막느라, 그 나마 남은 기력이 다 빠지고 말았다. 그 녀석. 싸울 때에는 달달 떨면서 이럴 때는 잘 먹는다니까. 아무래도 저 친구는 기사가 되기는 틀린 것 같다. 실력은 둘째치고, 저렇게 먹다가는 기사단은 아마 굶어죽을 거다. 저 거대한 배를 봐. 저렇게 먹을 수 있다니. 세이브 다음으로 잘 먹는 녀석이다. 그 상황에서도 그녀들의 음식을 챙기면 서, 동시에 내 음식을 남기는 데 성공한 내 손에 경의를 표한다. 짝 ! 자신이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는 박수라....... 이거 좀 그렇군. 하지만 음식 그릇을 보며 기뻐하는 세이브와 아르메리아의 얼굴이, 좀 꺼림직한 느낌을 없애주었다. 세이 브의 큰 입만 안 봤어도 괜찮은데.......... 와그작와그작와그작. 열심히 먹어대는 세이브는 제쳐두고, 나는 아르메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 만.......... 그녀의 한마디가 내 입을 먹는 데 집중하게 했다. "먹고 이야기해요." 다 먹었다. 다 치웠다. 이제 잘 시간이다. 모두들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나무로 된 벽이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지만.......... 아르메리아가 안전하다고 하니 그렇다고 여기기로 하자. 하지만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는 없다. 나는 아르메리아의 옆에 누 웠다. 일단 그녀의 머리에 내 머리를 약하게 부딪치고 ! 탁. 역시 우리 머리는 돌이 아니다. 돌끼리 부딪쳤다면 아마 맑은 음이 났을 거다. 아니 면 깨지거나. 그런 소리가 나지 않은 것은, 우리가 아직 좋은 머리를 가졌다는 증거 이리라. 좀 말이 이상하지만. "아르메리아." "예. 언니. 이제 배는 괜찮지요?" '응..........그런데 그런 걸 그렇게 막 말하는 건..............좀........" 솔직히 아르메리아가 그런 말을 할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기절초풍이라는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아르메리아는 그게 더 이상하다는 듯이, 나 를 바라본다. "인간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 하는 모양이지요? 생리라는 게 뭐가 그렇게 부끄 러운 건가요?" "난 원래 남자니까. 남자가 생리하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런가요......... 하지만 언니 잘못은 없는데........... 그게 왜 부끄러운 거지 요?" "그래도 난 싫어. 내가 남자라는 걸 지워버리는 것 같아서........아 !" 나도 모르게 사실을 끄집어냈다. 그랬구나. 나도 모르던 진실. 사실은 그게 원인이었다. 내 옷을 적시는 피. 그것만큼 내가 현재 여자라는 걸 증거 하는 물증이 없었으니까. 솔직히 무서웠다. 이대로 여자로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하 는 공포. 하지만 아직은 희망이 있었다. 내가 나로 남을 수 있는 희망이. "아르메리아." "예." "날 오빠라고 불러줘.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내 마음? 알아 준 것일까. 그녀가 내 머릿속에 속삭여준다. "용기를 잃지 마세요. 오빠." "고마워......." 정말 고마웠다. 내가 여자의 몸을 가진 후로, 처음으로 들은 말이었다. "정말 고마워........." - 계속 - 후기)의외로 글이 길어졌습니다. 아르메리아가 집 근처에 무슨 마법을 걸었는지는 내 일(모래) 말씀드리지요. 으. 그냥 주문으로 하면 간단한데............. 엘프들의 마 법은 그렇지 않으니..........아이고. 머리야......... 아, 그리고.... 레이니가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두려워하는 걸 드러내는 거..... 쓰 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팍 나오더군요. (무서운 아르메리아.....) 추가)내일, 아무래도 연재 하루 쉬어야 할 듯 합니다. 내일 통신할 수 있을 지 장담 을 못하겠습니다. (거기, 거기 ! 비축량 떨어졌다고 하는 인간 누구야?) ? [레이니] 5-74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04 19:45 조회:533 공룡 판타지 5-74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2) 잠시동안의 침묵. 두려움이 아니라 기쁨의 침묵이 흐른다. "아르메리아." "예. 오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싶을 정도다. 저렇게 귀여운 여자아이가 날 '오빠'라고 불러 주다니. "그 오빠라는 호칭, 나하고 둘이만 있을때는 그렇게 불러 줘. 부탁이야." 그녀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녀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차라리 애원이라고 할까. 내 마음이 그녀에게 전달되었는지, 아르메리아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둠 속에서도 달 빛이 창문으로 비춰지는 바람에, 그럭저럭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헉 ! 내가 남자의 몸으로 있었다면 사고를 쳤을 지도 모를 정도의 몸이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까지 완벽한 몸매를 가질 수 있을까. "그건 엘프들이 가지고 있는 고대의 지식 때문이예요." 힉 ! 내 마음을 또 읽었구나. 당황해 하는 나를 보며 웃는 아르메리아. "괜찮아요. 오빠의 마음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휴우..... 살았다. 마구 화내는 아르메리아의 모습이 떠올라서 순간적으로 당황했는 데. "고마워. 용서해줘서. 그런데, 아르메리아. 아까 밖에서 사용한 마법은 뭐야?" 무슨 일이기에 세이브까지 데려가서 그 난리를 친 것일까? 물론 동작이 과장되거나 한 것은 아니고, 단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런 생각을 한 것 뿐이다. "그건, 이 오두막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에요." "방어막? 그런 건 금방이면 되는 거 아냐?" "아니예요. 이 경우는 긴 시간동안 방어막을 제 도움없이 유지해야 하는 경우니까. 에너지를 기계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해서요." "에너지를........기계로 만든다고?" 그건 무슨 소리냐? 손에 잡히지도 않는 에너지를 기계로 만들 수 있다는 건가? 눈만 깜박거리는 나를 보며 설명해주는 아르메리아. "에너지 기계라는 것은, 물질이 아니라 에너지로 만든 기계에요. 인간들은 보통 위 치가 정해져있는 물질로 기계를 만들어내지요. 그게 더 편하니까. 하지만 엘프들은 달라요." 잠 오는 데는 좋을 것 같다. 아르메리아의 수면 마법 - 마법 강의다. 자, 가장 편한 자세로 휴식 준비.......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자장가처럼. "엘프들은 저 어리석은 드워프들과 달리, 고대의 문명의 정통 계승자들이에요. 고대 의 문명은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 데, 하나는 저희들의 문명으로, 엘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에요. 인간들이 그걸 배워갔으면 좋으련만, 인간 마법사들은 마 법을 위해 자신을 바치지 않고 타인의 힘을 빌어서 마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런 건 정통 마법이 아닌데......." 꾸벅. 그 이야기, 심오하기는 하지만 역시 졸린 이야기다. 내가 졸고 있는 걸 알아 챈 아르메리아가 재빨리 화제를 돌린다. "아,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제가 만든 건 그다지 복잡한 건 아니예요. 천천히 설명 해드릴테니까 잘 들으세요." 들어도 모를 것 같은데. "보통 에너지를 모으면, 그 힘은 물질에 들어가서 물질 내부에 영향을 줄 뿐, 자신 들끼리 모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마력의 경우는 자신들끼리 모일 수 있어요. 마력이 란 물질과 에너지의 성질을 모두 가진 것이므로......." "?" "언니. 빛을 알고 계시나요?" "???" "제가 말한 빛이란, 우리가 보는 태양의 빛과 같은 걸 말하는 거예요. 마법 용어로 생각하지 마시고, 통상적인 용어로 생각하세요." "......." "빛은, 보통 에너지라고 인정되고 있어요. 하지만, 미립자 단위로 생각해보면, 빛은 물질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뭐라고? "미립자 수준에서 볼 때, 빛은 입자처럼 행동을 해요. 우리는 그 빛의 입자 - 이 경 우에는 에너지 덩어리라고 해야 하지만 -를 광자라고 해요. 이것은 에너지로 이루어 진 입자라고 생각되고 있어요." "............." "광자의 경우와 비슷하지만, 마력이란 에너지로 이루어진 덩어리를 모아서 보통 물 질처럼 스스로 허공에서 존재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 낸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 요." "............." 전혀 이해 불능. "그 구조물을 집 주위에 만들어 둔 게 아까 제가 한 일이에요. 에너지 덩어리를 잘 배열해서, 주위에 위험한 동물이 나타나면 그들이 내뿜는 생명력에 의해 마력의 덩어 리가 영향을 받아 변화를 일으키는 거에요. 만약 상대가 작은 쥐라면 그 변화는 미미 하고, 쥐는 제가 펼쳐둔 마력의 구조물을 통과할 수 없어요. 건드리면 그 주위를 감 싸고 있는 힘에 영향을 받아 밀려나니까요. 만약 상대가 공룡이면........ 그 상대가 마력의 덩어리 사이를 통과할 때 마력의 배열이 무너지면서 일부가 무질서한 에너지 의 흐름이 되어 공룡을 덮치게 되지요. 그러면 그 공룡에게는 불행하겠지만, 상당히 강력한 공격 마법이 되는 것이고....... 상대가 아주 강하면 이 구조물을 부수지 않 고 들어올 수 있겠지만, 주위에 영향을 조금이라도 끼치게 되면 마력의 구조물 사이 로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이 영향을 받아 제가 침입자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되는 거지 요. 알아듣겠어요? 오빠." "으..........." 그녀의 말, 하나도 모르겠다. 설명을 쉽게 해주는 것 같기는 한데, 유감스럽게도 그 녀의 지식 수준에서 쉽게 설명한 것이지, 내 지식 수준은 아니다. 하나도 못 알아들 은 게 미안해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미안.........나,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내가 생각해도 한심하다. 이래서야 전설의 검의 주인이라고 말할 자격이나 있을까. 앞으로 더 많은 마법을 알아야 하는데, 고작 지금은 불덩어리를 날리는 것 밖에 못하 니. 그것도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불꽃의 거인의 힘을 빌어 간신히 만드는 상황. 앞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 역시 그녀도 말이 없구나. 잠시 침묵. 지금쯤 날 한심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겠지. 그 러나........부드러운 손이 내 뺨을 어루만졌다. 아, 아르메리아. "계속 노력하세요. 그러면 조금씩 알 수 있게 될 거예요."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나에 대한 부끄러움, 그녀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내 머리를 스치는 안도감에. "으, 응. 노력해볼게." 눈이 감긴다. 이제 잘 시간. 내가 잘 장소로 가서........ 몸을 눕히고....... "잘 자요. 오빠." "응." 평안한 휴식의 시간. 짧지만 행복하다. 비록 행복을 느끼는 건 할 수 없는 시간이지 만. "!" 아침인가......... 남자들은 무사한지 모르지만, 여자들은 다 무사하다. 다들 얼굴 이 보이니까. 설마 머리만 남고 몸통은 공룡들에게 먹히거나 한 건 아니겠지. 잠시 눈을 감고. 확 !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보니 다들 무사한 게 분명하다. 생명력을 느끼는 힘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이럴 때는 부끄러운 것이기도 하다. 왜 그녀들의 알몸이 선명하 게 느껴지는 거야. 세이브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들 괜찮은 몸매를 가지고 있다. 내 가 여자들 몸을 별로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 내 몸은 제외하고. 우선, 내 옷을 입고......... 그래봐야 벗고 잔 것도 없으니 구겨진 옷을 좀 펴는 정도로 그쳤지만. 아, 그건 다리 사이에 잘 붙어있군. 으........... 오늘은 배가 안 아픈 걸 보니 이 거추장스러운 걸 떼어도 될까? 아, 아니지. 일단 부끄럽지만 아르메 리아에게 물어봐야 하겠다. 젠장. 여자들 몸을 알아야 내 맘대로 떼어버리든지 어쩌 든지 하지 ! 결국 그녀를 깨우러 가는 나였다. 몸을 일으키는 나. 자, 조심해서 옆의 나뭇가지로.......그런데....... "어? 어? 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게........침대 위잖아? 아, 어제 이 집에 있는 침대를 다 동 원했었지. 그래서 내가 침대 위에서........ 가만. 내 오른쪽 다리가 지금 딛고 있는 건......... 공기잖아 ! 나는 황급히 중심을 잡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예정 된 순서를 밟는 나. "우아아악 !" 별 도리 없다. 이대로 추락하는 수밖에. 하지만 꼴사납게 엎어지기는 싫다. 왼쪽 다 리로 침대를 차고, 공중 회전을 해서 안전하게 착지한 것은, 순간적이었다. 휴우. 본 사람은 없지만, 간신히 요란한 격돌은 면했다. 다행이다. 그런데 이거 뭐야? 내 앞을 가리는 초록색 나뭇잎은? "..........." 이 머리카락..... 역시 잘라버릴 걸 그랬나? "자, 출발입니다. 언니, 이제 생리통도 나은 것 같으니 후미를 맡아주세요." 으. 아르메리아. 그 생리통 소리는 빼주라고. 어제 그렇게도 말했잖아. 그 말은 빼 달라고. 눈치를 차렸는지, 다시 말하는 아르메리아. "다시 말할께요. 생리통이란 말은 삭제." "하하하하하 !" 그만두자. 엘프들에게 거짓을 말하라고 한 내가 바보였어. 모두의 웃음을 뒤로 하 고,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세이브의 힘찬 외침을 뒤로 하며. "출발 !" - 계속 - 후기)겨우 다 썼다. 이상하게 글이 안 나가네........ 잘못하면 진짜 펑크나는 거 아 닌지 공포에 떠는 중입니다. 애고. 애고. 애고고. 그런데.....빛이 에너지 덩어리라는 거....광자라는 입자라는 거....이건 어디까지 나 아인쉬타인이라는 사람이 한 말입니다. 그 사람의 주장이 이런 것이지요. 빛은 입 자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지금은 그 사람의 말대로 빛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모 두 가졌다고 인정되고 있습니다. 마력이 그와 비슷한 에너지 덩어리라고 썼는 데.......... 다른 분들의 판타지와는 좀 다르지요? 하지만 일단 이렇게 정의할 수밖 에 없었습니다. 추가)그리고....어제 컴퓨터 앞에 앉으니 시간이 너무 늦은 데다가..... 하나 더 하 면 올리고 싶지 않더군요. 내용을 좀 자세히 검토해봐야 할 듯 해서..... (중간에 고 칠 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안 올리기로 했습니다. 어제는 정말 긴 하루였 어....... 솔직히 앞으로도 전처럼 글 올릴 수 있을 지 장담을 할 수가 없고... 큰일 이군요. 빨리 상황이 호전되어야 할 텐데... [레이니] 5-75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05 19:21 조회:498 공룡 판타지 5-75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3) 터벅터벅. 여전히 여름의 여행은 힘들다. 제발 비 좀 와라. 아, 그것도 안 되겠다. 비가 오기라도 하면, 저 세이브 녀석이 감기 걸린다. 그녀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 녀가 감기 걸리면 착한 심성을 가진 나로서는 그녀를 간호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면 여정이 늦어지고 말기 때문이다. 어차피 치유 마법을 알고 있는 그 애가 쉽사리 감기 에 걸리지야 않겠지만. 더우니까 별 이상한 생각이 다 난단 말이야. 겨우 생리통을 극복했더니 또 이래. 하긴, 오늘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다리 사이에 요상한 천 조 각을 대고 있기는 하지만. 남자의 몸이 점점 더 그리워진다. 움직일 때마다. 꾸벅. 꾸벅. 꾸벅. 걸으면서도 졸린다. 하지만 어거지로 버틴다. 어느덧 점심 시간. 모두들 검을 자신 의 옆에 놓고 식사를 한다.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언제 공룡들이 나타날 지 모른다고, 모두들 나무 위에 올라갔지만....... 나무 의 높이가 낮아서,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잠시 있을 곳에 어제 밤처럼 방어막을 둘러쌀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어영부영 먹고 일어선다. 다시 터벅터벅 걸어간다. 고개가 자꾸 아래로 떨어진다. 간신히 졸음을 참는 나. 졸 리는 이유라면, 이 더운 날씨 외에도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왠지 오늘은 공룡들의 습격이 없다. 너무 조용하다고 할까. 이러니까 더 불안해진 다. 솔직히 말하면 좀 지루하기도 하고. 피를 볼 각오로 주위를 살피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피곤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그 상인들이 공룡들에게 먹히는 걸 못 보았다면, 지금쯤 나무 아래에서 잠들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나무에 내 이름을 새긴 채 말이다. 하지만, 역시 지루한 건 지루한 거다. 아무래도 쉬었다 가야 할 것 같다. 체력적으 로는 아직 견딜 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 이렇게 가도 될 지 모르겠다. 가장 앞에 가는 아르메리아는 아직 팔팔하지만. 아무래도 그녀를 불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난 대열의 맨 뒤에, 그녀는 대열의 맨 앞에 있다. 큰 소리를 질 러야 하나......... 그렇게 생각할 무렵. 쿵. 뭐야? 또 공룡인가? 진동으로 보아 작은 놈은 아닐 듯 하다. 여태까지 졸면서 걷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눈을 빛내며 검을 잡았다. 다들 죽기는 싫은가 보다. 알베르트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아르메리아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세이브 는..... 그 녀석이 무슨 걱정을 하겠는가. 그저 편안한 자세로 가만히 있지. 그리고, 그게 도와주는 거다. 정신 사납게 내 앞에 나타나서 떠들기 시작하면 그게 더 문제 다. 쿵. 주위의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쿵. 쿵. 쿵. 뭐야? 이거. 한 마리가 아니잖아? 게다가 이 진동은 보통 공룡이 아니다. 설령 저 브라키오사우루스라고 해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진동은 일으킬 수가 없다. 엄청난 놈 이다. 그것도 떼거리다. 도대체 무슨 괴물들이냐? 위험을 느낀 나는 근처에 있는 나 무로 뛰어 올랐다. 아픈 게 나아서 그런지, 어제 보다는 올라가기가 쉬웠다. 주위를 둘러보려는 내 앞에, 산만한 덩치 하나가 지나갔다. 나무가 그 거대한 몸이 일으킨 바람에 흔들린다. 더불어 그 괴물이 걸어가면서 땅을 뒤흔드는 진동에 의해. 콰아아앙 ! "우아악 !" 귀를 막지 않았다면 난 고막이 터졌을 지도 모른다. 뭐, 뭐야? 저 괴물은? 겉보기에 는 어제 본 디플로도쿠스와 비슷하지만.............. 크기도 생김새도 전혀 달랐다. 공룡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비슷하다고 하겠지만, 저건 너무나 달랐다. 도대체 저게 뭐야? 콰아아아아아아앙 ! "꺄아악 !" 언제 올라왔는지 몰라도, 어느새 내 옆에서 비명을 지르는 세이브. 어? 어? 어? 나 무를 잡고 있는 손을 다 놓고 귀를 막으면 어쩌려고? 왠지 불안해진다. 불안이 현실 로 나타나기 전에, 나는 세이브를 낚아 채었다. 추락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여기 앉아서 봐." 나뭇 가지와 줄기가 연결된 곳에 세이브를 앉혔다. 그래도 가장 안심이 되는 곳이 다. 나뭇가지가 가장 두껍기 때문에, 세이브 정도라면 그럭저럭 앉아 있을 수 있다. 저 정도 넓은 곳이면 안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모르니까 나는 그 옆으로 내려갔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세이브를 내 무릎위에 앉히고, 관전을 계속한다. 어느새 다 른 사람들도 나무 위에 올라왔다. 그리고............. 우리 앞을 지나가는 괴물을 보았다. "우와. 크다." "말로만 들었는데........." "굉장해." "저런 괴물이 세상에 있다니." 도대체 무엇을 보고 그렇게 놀랐냐고? 역시 우리 일행에서 가장 지혜로운 아르메리 아가 한 마디로 정리한다. "사이스모사우루스로군요. 무리를 지어 이동하네요." 우리 앞에 있는 공룡은 지상 최대의 공룡, 사이스모사우루스였다. 저런 괴물과 비교 하면, 어떤 공룡도 어리게 보일 것이다. 심지어 저 브라키오사우루스도 저렇게 크지 는 않다. 세상에. 몸길이가 50m라니.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두 배는 넘을 것 같다. 저 런 게 수 십마리나 떼를 지어서 이동을 하니, 말그대로 장관이다. 그들은 어디로 가 는 것일까. "먹이를 찾아서 이동하는 모양이에요. 레드 렌트에 있던 그 발자국도 저들의 것일지 도."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너무나 거대해서 고 개를 아프도록 돌려도 꼬리와 머리를 다 볼 수 없는 생물을 보느라 넋이 나가 있었 다. 아, 자연의 경이여. 계속 울리는 진동으로 나무가 흔들려도, 고막이 터질 듯한 천둥에 귀를 막으면서도, 우리 모두는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하지 만.......... 귀를 막고 있던 아르메리아가 목청껏 외쳤다. "모두들, 걸음을 서둘러야 하겠어요. 저들이 가는 방향이 우리와 같아요." 잠시동안 그녀의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들. 그러나 나는....... "그럼..........저들의 다음 목적지는 파탈 헤이스트?" 그럼 문제가 커진다. 저들이 걷는 속도가 결코 느리지 않은 이상....... 잘못하면 우리를 앞지를 수도 있다. 물론 그들이 그렇게 서두르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 만....... 만약 우리가 늦는다면.......... "늦게 간다면, 아마 파탈 헤이스트도 텅 빈 도시가 되겠네?" 저 멍청한 테이브가 사태를 눈치채고는 경악한다. 이제야 머리를 쓰기 시작하는군. 모두들 얼굴이 헬쓱해졌다. 이제는 휴대한 식량도 슬슬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레드 렌트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대피했기 때문에, 식량이라곤 눈을 씻고 찾 아봐도 없었다. 따라서... 중간에 식량을 사려고 한 우리들로서는........... "서둘러요. 시간은 귀중한 것. 지금의 우리에게는 더욱 그렇군요." 아르메리아의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동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절대 피할 수 없는 문제 하나. 우리가 동쪽으로 가려면 지나가야 할 길은........ 이미 사이스모사우루스 무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 면.......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 저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로 돌아가든지, 아니면 그들 사이로 지나가는 것. 그런데....... 50미터는 되는 괴물들 사이로 지나가라고? 걷는 것 만으로 지진을 일으키는 저 녀석들 사이로? 우리는 그들이 지나가는 걸 기다 릴 지, 아니면 그냥 다른 길로 돌아갈 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 사이로 갈 수 있어요?" "아니. 못 ! 가 !" 하긴....... 그럴거야. 여기서 저 공룡들 사이로 지나갈 수 있는 건 나하고 아르메 리아, 그리고 잘 봐줘서 세이브까지. 나머지는 가다가 밟혀 죽고 말 거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다간 날이 저물 것이고. 뭐 저렇게 많아? 백 마리는 되 겠다. 보통 100마리라면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녀석들의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럼 역시 길을 돌아갈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역시 저 녀석들의 덩치 때문에. 돌아갈 길을 찾으려면 적어도 몇 km는 가야 하는데, 그러다가 날이 저물겠다. 이걸 어쩌나..... "언니. 마력이 지금 얼마나 있어요?" 난데없이 무슨 소리야? 아르메리아. "글세........ 잘 모르겠어." 아직 왕초보 마법사인 나한테 그걸 물어보면 어쩌려고. "차라리 이 녀석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나의 검을 그녀에게 보여준다. 검을 보며 웃는 아르메리아. "물어볼 것도 없어요. 전설의 검이니 충분히 마력을 공급할 수 있을 거에요." "전설의 검?" 아, 제라가 들었구나. "그렇대요. 별로 쓸모는 없지만." 무심코 대답해버렸다. 어쩌면 이 검에 대한 원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검 때문에 사부가 죽고, 나도 쫓기는 신세가 된 이상, 이 검이 곱게 보 이지는 않는 게 당연하다. 솔직히 말해서 내 버리고 싶지만, 버릴 수가 없으니 문제 가 되는 거다. 망할 녀석 ! 너만 없었어도 내가 여자가 되지는 않았을 거 아냐 ! 내가 방심한 걸까. 차라리 그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자칫하면 그녀도 체서들에게 쫓기게 될 지 모르는데. "언니. 마력을 제게 보낼 준비를 하세요." 아르메리아의 말이 내 상념을 지워버렸다. - 계속 - 후기)휴우. 겨우 썼다. 이상하게 쓰기가 힘들더군요. 추가)으아아아악 ! 요즘 바쁘더니........큰일났다 ! 비축량이 거의 다 떨어졌다 ! 추락한다 ! 추락한다아....... 아무래도 얼마 동안은 바쁘게 써야 할 듯 합니다. 갑 자기 바빠지는 바람에 그만.....(ㅠ.ㅠ) [레이니] 5-76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06 18:59 조회:484 공룡 판타지 5-76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4) "언니가 마력을 공급해주면, 제가 마법을 완성해서 여러분들 모두를 공중에 띄워 올 리겠습니다. 모두들 저의 지시에 따라주세요." 마법이라....... 하긴 그렇겠다. 세이브의 힘과 비슷한 마법을 사용할 셈인가. 적어 도 저 무리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보다는 현실성이 있기에, 우리들은 그녀의 제 안을 받아들였다. 손에 손잡고, 하늘로 날자. 내가 오른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아르메 리아를 잡았다. 아르메리아는 눈을 감았다. "모두들, 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꽉 잡아주세요. 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서 서로를 좀 묶어주시길."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아. 이게 아 닌가. 모두들 서로를 묶는다. 허리에 밧줄을 감고 다른 사람과 연결한다. 혹시 추락 하는 사람이 생겨도 양 옆의 사람이 잡아주기 위해. 나무 위에서 하기 쉬운 동작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지만........ 아래로 내려가기는 싫다. 이미 나무 아래에는 아주 못 생긴 녀석들이 모여 있거든.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덩치를 보고 겁먹은 작은 육식공 룡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우리를 보고 입을 벌리며 군침을 흘리는 걸 보니, 내려가 기가 더 싫어진다. 무엇보다도, 미관상 안 좋아. 공룡 중에도 저렇게 못 생긴 녀석들 이 있다니. 아무리 생명은 다양하다지만. 저 녀석들을 보는 건 관두고, 내 옆에 있는 아리따운 그녀를 바라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역시 엘프라는 종족은 멋지다. 그런 종 족과 여행을 하니, 내 눈의 피로가 풀리고.... 가만. 그녀에게 마력을 공급하는 건 나잖아 ! 아르메리아의 손을 꽉 잡는 나. 아니 지. 그 정도로는 불안해. 허리를 안아 버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본다. "오빠." 어제의 그 목소리. 사람을 홀려버릴 수 있는 음향. 아, 안되겠어. 그녀를 안으면 이 상해질 것 같아. 역시 손을 잡는 걸로 족해. 나는 눈을 감고, 검에 신경을 집중시켰 다. 검에 명령을 내린다. 검에서 마력이 서서히 흘러나와, 내 손을 타고 어깨로 올라 간다. 역시 아르메리아가 말한 대로 마력은 입자로 된 에너지인가..... 느낌이 와......... 마력이 내 의지에 의해 아르메리아에게로 이동해간다. 서서히. 아직은 내 의지를 느낀 검의 힘으로 마력이 이동하는 것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내 힘으로......... 생각이 흐려진다. 강한 마력의 흐름이 내 정신의 힘을 흐트러뜨 린 건가.......... 나는 사라져가는 의식을 붙잡기 위해 애써야 했다. 단지 검의 힘 을 빌려 마력을 움직이는 데에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나 자신의 힘으로 마력을 움직 인다면 어느 정도의 힘이 드는 걸까? 아 ! 또 의식이 흐려진다. 다시 정신을 차리는 나. 이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육체 적으로 힘든 게 아니라, 내 몸에 충만한 마력이 내 생명력과 충돌하지 않게 하는 게 힘들다는 거다. 마력의 이동은 검이 해주었지만, 내 생명력의 제어를 검에 맡기고 싶 지는 않기에, 결국 나는 마력과 생명력을 조화시켜 이동하도록 하는 데 전력을 다해 야 했다. 이것만으로도 녹초가 되기 딱 좋은 일이었다. 갑자기 아르메리아에 대한 존 경심이 부풀어오른다. 동시에 그녀의 마법 수준을 따라잡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는 반드시 !' 그녀만큼 뛰어난, 아니 그녀보다 위대한 마법사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검 한 자루 도 못 다루는 멍청한 검사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모두들, 허리에 맨 줄이 잘 매여졌는지 확인해주세요." 간단한 확인. 그리고 마법의 준비. 간단하게 일행을 하늘로 띄우는 것이지만, 잘못 하면 하늘에서 추락해 버린다. 신중을 기해서..... 모두들 자신의 허리에 매인 줄이 괜찮은지 당겨본다. 아무 이상이 없다. 그럼 시작 해볼까? 나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정신을 집중시키자, 언니에게서 받은 마력이 서서 히 몸에 들어온다. '마력을 가지고 일단 내 몸에 저장을 해서.......' 그 다음에 할 일은, 그 마력으로 모두를 움직일 힘을 만들어 내는 것. 그런데 어떻 게 하지? 나 혼자라면 방법을 알고 있다. 그냥 마력을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날아가면 되니까. 다만, 하늘로 날아오르려면 무언가를 바닥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아직은 중력을 조절 할 만큼의 능력이 없으니까. 그게 되었다면 음에너지를 다루다가 다치는 일도 없었을 거다. '집중하자. 집중.' 내 몸에 가득찬 마력이 몸 전체를 순환하기 시작한다. 마력을 내 의지로 움직여, 모 두를 둥글게 감싼다. 마치 커다란 고리 모양으로 마력이 모두를 감싸자, 나는 마력을 구조물로 만들어냈다. 고리 모양의 마력이 모두를 덮어 고정된다. 그 구조물이 비록 성긴 것이긴 해도, 이 정도면 잠시 동안의 비행을 견딜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력의 구조물 사이로 또 다른 마력을 내려 보내면.......' 구조물을 이루지 않은 마력이 고리의 아랫 부분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모두들, 이제 떠오를테니 서로를 꼭 잡으세요." 마력이 폭발한다. 펑 ! "뭐? 뭐야?" 모두들 갑자기 일어나는 폭음 - 그리 큰 소리는 아니지만 - 에 놀란다. 솔직히 말해 나도 놀랐지만, 아르메리아의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합법적 으로 잡고 있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은 건 아니었고, 다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저주가 풀리기 전에는 나는 그녀에게 단지 '좋은 언 니' 일 뿐이니까. 그런데 무슨 일이지? 마력이 아래로 몰려서 폭발한 것 같은데? 나는 자신도 모르게 발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허공에 뜬 내 발이었다. "어?" 우리는 하늘에 떠 있었다. "어? 어? 어?" 한심하게도, 처음으로 나온 말은 이런 것이었다. 더 멋진 말을 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다. 그러나..... 놀라 자빠질 상황에서 내가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한 번이라도 날아다녀 보았으면 안 그럴 수 있었을텐데......... 그녀의 손을 놓지 않은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언니. 놀라지 마세요. 이제 공룡들의 무리 위를 지나가겠어요. 손 꼭 잡아요." "아아아아아아아." 비명이냐. 아니면 감탄이냐. 분명히 비명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니 비 난받을 수는 없다. 알베르트 씨의 경우는 감탄이니까 넘어가고. "와아아아아 !" 세이브 너....... 넌 인간도 아니면서 - 먹기 괴물이니까 - 왜 그렇게 난리냐. 바람 은 씹어 먹는 게 아니라고.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의 감정표현을 하면서, 우리를 태운 파란 고리는 공룡들의 무리를 넘어 날아갔다. 좀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공룡 들보다 빠르니까 된 거지. 우리의 발 아래로 느껴지는 마력의 폭발이, 하늘에 떠 있 다는 느낌을 전해 주고 있었다. "으아아아아.....꼬르륵." 이건 당황해서 날뛰다가 제라에게 한 방 맞고 기절한 테이브. "으으으으으.......덜덜덜덜덜." 이건 하늘 위에 떠오르자 겁먹고 떨기만 하는 라이다. "와아." 이제 하늘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주위 풍경을 감상하는 알베르트 씨. 확실히 마법 사는 이 경우에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을 느끼는 모양이야. "아아아아아." 이제는 비명이 잦아들었지만, 세일과 트레이드라는 아저씨들도 여전히 놀라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아르메리아의 손만 잡고 있었다. 마력을 공급하는 입장이니 정신을 흐트러뜨리면 우린 다 추락이다. 결국 나는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마력과 생명력의 조화를 위해 계속 신경을 써야 했다. 아이고 분 해. "대단해. 이럴 수가....." "뭐가요?" 알베르트의 감탄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제라. 아래를 쳐다보는 것도 보통 사람에게는 무서운 경험이기에, 차라리 대화에 열중하는 게 공포심을 쫓아버릴 수 있 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의 마력을 내뿜을 수 있는 검이라면....... 이건 보통 마법검이 아니야." "이 마력이 대단하다는 건가요? 아저씨도 부유 주문은 사용할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띄우지는 못해. 이건 저 엘프 아가씨의 마법이 강해 서라기 보다, 저 초록 머리 아가씨의 검이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 제라는 마력을 느낄 수 없어서 모르지만, 저 검에서 마력이 나오고 있어. 그것도 엄청난 양 의 마력이." 제라는 고개를 돌려 레이니를 바라보았지만, 마력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아무 느낌도 없었다. 어차피 생명력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그녀에게 있어서, 그와 다른 종류의 힘을 느낀다는 것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일이므로. 하지만, 마력에 대해 자신보다는 잘 아는 마법사인 알베르트가 그렇게 주장을 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맥빠진 대답. "그런가요....." "그렇다니까. 이 정도의 마력을 내뿜는 마법검이라면........ 잃어버린 고대 문명 의........" 그러나 그는 그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듣기 거북한 소리가 그의 말을 삼켜버렸 다. "카악 !" - 계속 - 후기)으....... 다 쓴 걸 다시 쓰다니. 미칠 지경입니다. 내가 못 살아..... [레이니] 5-77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07 19:44 조회:495 공룡 판타지 5-77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5) 길다.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눈에는. 끝을 향하는 인간의 머리는, 그 대가로 머 리를 볼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지진을 일으키는 용. 사이스모사우루스 하리. 그들의 무리가 서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한 걸음은 모든 생명을 달아나게 한다. 쿠아아아앙. 수 십 마리가 걸어가자, 놀란 동물들이 달아난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익룡들. 달리 다가 나동그라지는 공룡들. 뒤흔들리는 나무들. 레이니 일행이 있던 나무가 점점 강 하게 흔들리더니, 한 순간의 진동과 함께 서서히 쓰러지기 시작한다. 공룡들의 앞으 로 쓰러져버리는 거대한 나무. 긴 목을 구부려 나뭇잎을 뜯어먹기 시작하는 사이스모 사우루스. 하지만 나뭇잎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무가 작은 게 아니라 공룡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러나 그 잠시 동안의 망설임은 무리를 정지시키는 요 인이 되었다. 거대한 공룡들이 주위에 있는 나무로 다가가고, 그들의 행군은 중지되 었다. 쾅 ! 또 한 그루의 나무가 쓰러진다. 거대한 몸을 뒷발로 지탱하면서, 앞발을 나무에 기 대자, 나무들은 어이없이 쓰러진다. 거대한 나무들의 가지로 목을 들어올리는 공룡 들. 목이 너무나 긴 탓인지,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의 잎이 순식간에 사라져간다. 쿠앙. 쾅. 지표를 바라보는 사람들. 지금은 그들의 다리를 사용하지 않기에, 땅이 뒤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볼 수는 있었다. 위험이 자신들에게 닥쳐오지 않기 때문일 까. 모두들 놀라기는 해도, 공포에 질린 표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잠시 동안 의 평화가 지나면 긴 고난의 시간이 닥쳐오는 법이니. "카악 !" 무슨 소리일까. 일단 저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소리는 아니다. 소리가 너무 경박하다. 그 소리의 정체를 먼저 알아낸 것은, 역시 레이니였다. "익룡이잖아........우아아 !" 마력을 아르메리아에게 보내는 사람이 말을 꺼냈으니....... 잠시나마 마력의 흐름 이 흐트러지는 것도 당연하리라. 그들이 탄 마법의 고리가 뒤흔들렸다. '이, 이거 어쩌지? 난 꼼짝할 수도 없고. 아르메리아도 마찬가지인데. 아직 안전하 게 착륙하려면 좀 더 가야 하는데.' 익룡들이 만약 나와 우리 일행이 매달린 이 마법 고리를 공격한다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우선........ 마법 고리가 깨어질 것이고........그러면 우리 중 대다수는 추락할 것이다. 나는 어떨까? 그보다, 마법에 집중하던 아르메리아는 어 떻게 될까? 수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친다.... 아냐 ! 무슨 주마등 ! 난 아직 안 죽었어. 거대한 운석이 내 머리에 떨어져도 살아 났고, 내 가슴에 구멍이 났어도 살아났어. 이렇게는 안 죽어 ! "편히 가시기를......." 누구야 ! 이런 악담을 하는 게 ! 주위를 무의식중에 둘러봤지만, 그런 말을 할 녀석 은 없었다. 여기서 떨어지면 우린 다 죽는데 누가 그런 말을 ! 장난이라도 지금 그런 장난을 칠 인간은 우리 일행에 없었다. 자꾸 딴 생각을 하니까 그런 말을 들었다고 상상한건가? "아가씨들은 비행에 집중하십시오. 만일의 경우, 제가 막겠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는 알베르트 씨. 아, 우리 일행엔 마법사가 있 었지. 왕초보인 나나, 지금 비행마법을 사용하는 아르메리아를 제외하고라도. 아, 먹 기 괴수는 제외. 그 녀석은 도망가는 데에만 쓸모가 있으니까. 알베르트 씨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안 돼요 !" ? "지금 주문을 외우면....... 제 마법과 간섭을 해서......." "!"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알베르트 씨. 그런데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큰일이네. 잘못하면 주문이 깨질테고. 그렇다고 이대로 있으면 저 익룡들이 우리쪽으로 다가올 텐데.....' 물론 인간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는 마법을 쓰는 게 마음에 안 들기는 하다. 그러 나, 근본적인 이유는 그게 아니다. 만약 그가 주문을 외운다면, 대량의 마력을 소모 할 것이고, 당연히 우리 일행이 타고 있는 마력의 고리에서 마력이 빠져나갈 가능성 이 높다. 인간들의 마법과, 우리 엘프들의 마법은 똑같이 마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상 당히 다른 이론 구조를 가지고 있고, 인간들이 마법을 사용할 때 일어날 마력의 흐름 이 내 마법으로 안정화된 마력 구조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른다. 잘못하면 마 력이 붕괴하여 대량의 힘이 방출될 수도 있고, 구조물이 붕괴하여 우리 모두 아래로 추락할 지도 모른다. 물론 그가 뛰어난 마법사라면 괜찮지만, 인간 중에 대마법사라 불릴 자격이 있는 자는 거의 없다. 대마법사라면 주문 따위에 의존하지 않을 테니까. '빨리 내려가야 해. 이대로 있으면.......'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려가는 자체는 쉽지만........ "크르르르르." 우리가 탄 마법 고리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자, 공룡들이 모이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파탈 헤이스트까지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한 시간은 걸릴 듯 한데.... "모두들. 활이든 단검이든 좋으니까 꺼내 들어. 아가씨들이 우리를 땅에 내려줄 때 까지 버텨야 하니까." 자신의 품에서 단검을 꺼내면서 외치는 알베르트. 모두들 그 말에 따르지만........ 그 말에 따를 수 없는 녀석이 하나 있으니.... "언니. 난 어떡해?" 저걸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천하에 둘도 없는 바보라고 해야 하나? 야 ! 세 이브 ! 넌 예당초 활도 단검도 없잖아 ! 방해하지 말고 찌그러져 있으란 말야 ! 물론 이렇게 소리지를 수는 없다. 나같은 착하고 순진한 소녀가........아, 아냐 ! 다시 ! 나같은 착하고 순진한 소년이 그런 말을 쓸 수는 없잖아. 사실 마력을 아르메 리아에게 공급해주고 있어서 그럴 시간도 없긴 하지만. "온다 !" 익룡 한 마리가 우리에게 온다. 공격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호기심에서 다가온다 고 생각은 되지만....... 문제는 공중에서 우리와 부딪치는 경우다. 그럴 경우..... 무슨 일이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는 익룡. 입의 형태로 보 아, 프테로닥틸루스라는 녀석이다. 꼬리가 없어서 람포링쿠스와는 좀 다른 인상을 주 는 녀석이다. 하지만 꼬리가 없기 때문에, 몸길이가 고작 75cm에 불과한 녀석이지만, 그 입이 너무 이상하게 생겨서..... 길게 늘어진 주둥이를 잡아다가 위로 비틀면 저 렇게 될 거다. 킥킥킥. 지금 상황만 아니라면 보자 마자 크게 웃었을 거다. 가만. 웃을 때가 아니지. 내 앞으로 오잖아 ! 부딪친다 ! 쾅 ! 마법의 고리가 부서지고 우리는 추락해서.......추락해서어....... 그런 일은 없었다. 프테로닥틸루스는 단지 우리를 바라보고 지나갔을 뿐이었다. "휴우....." 모두들 안도의 한숨. 나조차 한숨을 쉬다가, 마법에 집중하지 못해서 모두를 추락시 킬 뻔했다.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자기보다 큰 상대를 공격할 만큼 상대가 어리석 지 않다는 걸 고려했어야 하는데. 언니와 같이 다닌 이후로 급박한 상황이 많아서 너 무 긴장한 모양이다. 일단 그 문제는 이걸로 해결되었다. 이제 착륙 지점을 찾으 면........ 적당한 데가 없었다. 내릴 만한 곳은 모조리 공룡들이 몰려 있으니.... 정확히 말하 면, 사이스모사우루스들이 지나가기 때문에 몸을 피하다 보니 우리가 가는 방향에도 상당수의 공룡들이 있게 된 것이지만. 이렇게 되면..... 초식공룡들이 있는 곳 근처 로 내려야 할 것 같다. 일단 육식공룡들보다는 안전할 것이니. 도시까지 날아가는 것 도 생각을 해 보았지만....... 역시 전설의 검을 다루기에는 언니의 기량이 부족하 다. 조금씩 언니에게서 나오는 마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아직은 검을 제대로 다루는 건 무리였어. 도시에 가면 제대로 된 수련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해야지. 언제까지나 불꽃의 거인이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나는 서서히 마법의 고리를 강하시켰다. 스테고사우루스의 무리가 지나가는 곳 근처 로. 그들은 그리 폭력적이지 않으니, 우리를 공격하지는 않겠지. "내려간다 !" 이제야 안심하는 테이브.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은 내내 떨고 있었군. 기절한 채로 있 는 게 차라리 나을 텐데...... 왜 빨리 깨어나서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 나 는 아르메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 머리에 직접 말을 건다. "이제 마력을 공급하는 걸 중지하세요. 이제 마법 구조물을 허물어서 모두를 땅에 안전하게 착지시킬테니까." 나는 검에서 잠시 손을 떼었다. 그녀에게 가는 마력의 흐름이 정지되자, 여태까지 멍해 있던 머리가 다시 맑아지기 시작했다. 잠시 머리를 흔들어 주자, 머리가 상쾌해 졌다. 한 가지만 제외하고. 내 머리 ! 묶어놔도 워낙 머리가 길어서 그런지, 더위 만 큼은 여전하다. 정말 이거 잘라야 하는 거 아냐? 신경질을 내던 내 눈에 이상한 게 포착되었다. 그건... "크루얼 네일 !" - 계속 - 후기)휴우. 겨우 썼다. 요즘 바빠서 글을 못 쓰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 ! 이 부분을 쓸 때 워낙 바빴거든요. (^_^) [레이니] 5-78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08 12:04 조회:485 공룡 판타지 5-78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6) 내가 비명을 질렀다고 해서, 이미 땅에 내려가는 우리 일행이 다시 올라갈 수는 없 다. 그러기에는 지면과 너무 가까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최소한 경고를 해 줄 수는 있다. 나는 검을 움켜주었다. 지면에 내리는 순간, 검을 뽑을 것이다. 하지 만......... 약간 피곤하다. 내 몸 안을 도는 기의 흐름도 원활하지 않고. 큰일이다. 역시 마력을 몸 안에 흐르게 한 후, 그 직후에는 생명력의 흐름이 흐트러지는 것인 가. 토할 것 같다. 여태까지 눌려 있던 생명력이 내 몸안을 돌자, 갑작스럽게 압력이 감소한 것처럼 느껴진다. 몸이 부풀어오르는 것 같다고 할까? 이래가지고 과연 크루 얼 네일들과 싸울 수 있을 지 걱정이다. 아니지. 벌써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래. 인생은 긍정적으로 사는 거야. 굳은 다짐을 하는 나. 드디어 발에 충격이 온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 치고는 그리 충 격이 크지는 않다. 그러나..... 여태까지 마력의 구조물에 의해 막혀있던 바람이 내 게 불어오기 시작한다. 오늘은 꽤 세게 부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갑작스런 바람을 예상하지 못한 내 팔이 내 가슴에 부딪친다. 물컹. 정말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까? '서서히.......서서히....... 됐다. 마력을 모두 해방하여 평범한 힘으로 바꾸어서 !' 물론 모두 해방시키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는 흡수해서 내 몸에 넣고, 나머지는 착 륙을 위해 사용할 심산이었다. 마력이라는 에너지를 연속적으로 폭발시킨다. 우리 일 행을 여기까지 밀어온 그 힘과 같지만, 그 해방된 에너지는 아래 쪽으로 폭발하면서 우리 일행 모두를 약간 띄워 올렸다. 그 힘은 중력을 이길 정도로는 되지 않았지만, 낙하 속도를 줄일 정도는 되었다. 서서히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간다. 다리가 부러지 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크루얼 네일 !" 언니, 무슨 소리야? 주위에 생명력이 느껴진다. 스테고사우루스와는 다른 무언가가. '앗차 ! 초식공룡들의 기에 가려져서 녀석들을 느끼지 못했어.' 아까 익룡들이 우리를 공격하지 않아서 무의식중에 방심을 한 건가....... 착륙 지 점을 잘못 고른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날아오르기에는 늦었다. 이미 마력의 구조물은 해체되고 있었으니까. 착륙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쿵. 드디어 착륙이다. 나는 마력을 내 몸안에 갈무리하고....... "위험해 !" 등 뒤에서 크루얼 네일이 나를 덮치고 있었다. 부웅 ! 검을 휘두른다. 미리 대비하고 있던 덕분에, 상대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 있었다. 간 신히 아르메리아가 공룡에게 찢기는 걸 면했지만......... 사사사삭. 적어도 다섯 마리는 되는 것 같다. 지겨운 크루얼 네일이. 아마 스테고사우루스 무 리의 주위에서 맴돌면서 틈을 노리다가, 우리를 보고는 사냥감을 바꾸기로 한 게 분 명하다. 하긴 지금 그게 중요하냐마는. 우리는 원 모양으로 서서 적을 보았다. 적은 우리를 포위하고 기회를 엿보기 시작한다. "어쩔까? 아르메리아. 마법으로 날려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게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이긴 하다. 문제는 저 녀석들이 그럴 시간을 주느냐는 것.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마리가 우리에게 덤벼들었다. 제라와 테이브가 검을 휘두 른다. 둘다 꽤 수련을 한 모양이긴 하지만........ 상대를 잘못 고른 모양이다. 두 사람의 검은 허공을 가르고, 제라의 오른팔에 발톱이 날아간다. 챙 ! 트레이드 씨가 검으로 녀석의 발톱을 베었다. 크루얼 네일은 재빠르게 피했고, 제라 는 오른팔을 지켰다. 그러나, 공룡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나머지 네 마리가 일제히 덤벼든다. 번쩍 ! 아르메리아의 검이 공룡을 겨누고 휘둘러진다. 크루얼 네일의 오른쪽 어깨가 약간 베어진다. 하지만 치명상은 되지 못했다. 그러나......... 네 마리중 두 마리를 막아 낼 수는 있었다. 저럴 수가. 죽음 직전의 상황이 아니면 저 검술에 대해 물어볼텐데. 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검을 들고....... 그대로 찔러들어갔다. 녀석의 목 을 겨누었지만....... 역시 녀석들은 나보다 강했다. 내 검은 녀석의 목을 찌르기 직 전에 다른 녀석의 발톱에 의해 튕겨져 버렸다. 검을 놓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첫 공격이 실패하자, 녀석들은 다시 우리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이틈에 마법 을 완성하려는 알베르트 씨. 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 뭐라고 하는 거야?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 ! 하긴 내가 알아들을 필요는 없는 것이지 만. 아마 공격계 주문이겠지. 그러나....... 귀에 거슬리는 소리였을까. 크루얼 네일 들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크악 !" 주문을 완성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 내 검이 녀석들을 벤다. 그러나.... 역시 녀석 들이 더 빨랐다. 내 검을 피해버린 공룡들이 알베르트에게 육박한다. "안 돼 !" 급한 나머지........ 녀석의 꼬리를 걷어찼다. 속도가 늦기는 해도, 나를 죽이지 않 고 지나간 것은 녀석들의 실수였다. 한 마리가 걷어차였다. 물론 그런다고 다치지는 않지만.....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꼬리를 걷어차인 것은....... 콰당 ! 그만 녀석이 넘어져 버렸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두르는 나. 땅에 쓰러진 이상, 내가 더 빠르다고 ! 내 검이 녀석의 다리를 베었다. 아니.........그렇다고 생 각했지만......... 나는 그 공룡을 벨 수가 없었다. 인정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 라....... 내 뒤에서 또다른 공룡이 나를 습격했기 때문이다. 촤악. 허마터면 내 다리가 잘려나갈 뻔했다. 뒤로 뛰어 물러나는 나. 그런데, 알베르트 씨 는? "마법 미사일." 그의 손에서 초록색 구슬이 잇달아 튀어나온다. 공룡들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 '강한 주문으로 처치하고 싶지만.... 녀석들은 너무 빨라. 맞지 않으면 공연히 힘만 소모하는 결과가 되니........' 일단 1레벨 주문을 사용했다. 위력도 그럭저럭 쓸만하고, 무엇보다도 캐스팅 시간이 짧아서 좋았다. 마력을 뭉쳐서 주문으로 제어하는 것. 그리 대단한 주문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한 두 마리는 처치할 수 있겠지. 추적 기능이 있는 주문이니....... 다섯 발의 미사일이 공룡들에게 날아갔다. 공룡들은 그걸 피했지만.. 미사일은 집요하게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다만...... 제어를 해주어야 하는 나는 꼼짝할 수가 없지만. 손을 앞으로 내밀고 그 대로 서 있다. 다른 사람들이 잘 해주어야 하는데. '왜 다섯 발만 만든 거야?' 내 뒤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여섯 번째의 크루얼 네일 덕분에, 나는 죽어라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세일과 트레이드도 나를 돕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 방해만 되었다. 아르메리아는 마법을 준비하는 듯, 검을 허리에 다시 차고는 손을 가슴에 모 으고 있고. '이거..... 내가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고.'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마법을 사용하려면 그 불꽃의 거인에게 부탁을 해서 불 구슬을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속검으로 녀석을 막는 수밖에 없는데, 이놈의 '전설의 검'은 너무 커서, 그게 쉽지 않았다. 무게는 그렇다고 치고.... 너무 크니까 휘두르는 데 문제가 크다. 땅에 긁힌단 말이야 ! 쾅. 콰앙. 콰앙. 쿠앙. 쾅. 약간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폭발음 다섯 발. 못 해도 한 두 마리는 죽었겠 지......... 라는 예상은 너무 낙관적인 것인가..... 우리에게 달려오는 크루얼 네일 다섯 마리. 헉. '한 마리도 못 맞추냐........ 알베르트 씨......... 너무 해.' 그가 느린 게 아니라 상대가 너무 빨라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 도 이건 너무하다. 순간적으로 힘이 빠진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크루얼 네일의 손톱이 내 검을 내리친다. 캉.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저리 날아가 버리는 내 검. 으아악 ! 큰일이다.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너는 검을 버릴 수 없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나를 향해 달려오던 크루얼 네일의 등 뒤에서 나의 검이 날아 왔다. 그러나....... 내 앞에서 크루얼 네일이 사라졌다 ! 내 앞으로 날아오는 나의 검 ! 그러나..... 나는 몸을 옆으로 날리면서 옆차기를 했다. 내 옆으로 피하던 크루얼 네일은 내 발 차기에 맞고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었다. 내 손에 날아드는 검을 잡고, 나는 전력으로 휘둘렀다. "이야야야압 !" 절단되어 날아가는 크루얼 네일의 목. 그 피가 허공에 뿜어진다. "이겼다." 환희의 외침을 터뜨리는 것도 잠시, 우리 일행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공룡들이 그들에게 덤비는 장면을 보고 말았다. "안 돼 !" 검을 들고 필사적으로 뛰어가는 나. - 계속 - 후기)휴우. 겨우 써지기 시작하네. 아, 그리고 엘프와 인간의 마법 체계는 좀 다릅니 다. 그러니 알베르트가 마법을 쓸 때 주문을 외운다고 구박하지 마시길. 그리고.... 5-77도 잊지 마시길. 토요일에 좀 빨리 올린다고 금요일 분을 잊으시지 마세요. [레이니] 5-79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09 20:16 조회:482 공룡 판타지 5-79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7) "......." "&&&&&&&&&."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자신이 원하는 힘으로 바꾸는 아르메리아. 주문을 외워 마법을 사용하려는 알베르트. 그들이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그들과 그들의 일행은 모두 죽을 지도 모른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검을 들고 있다고 해도, 그들의 실력으로는 전부 합해도 한 마리를 상 대하기에 벅찰 정도이니. 아르메리아는 자신이 가진 마력을 끌어올려 앞으로 내뿜었 다. 순식간에 공룡들과 일행 사이에 퍼지는 마력. 공룡들이 그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순간, 아르메리아가 그 마력을 해방시켰다. 마력이란 질서도가 높은 에너지이다. 그 에너지를 해방시킨다는 것은, 질서도가 낮 은 에너지, 즉 빛이나 열 같은 우리가 느끼는 통상적인 에너지 형태로 힘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마력의 안에 뛰어든 공룡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마력이 붕괴했다. 콰아아아앙. 마치 불구슬의 폭발같은 굉음이 나뭇잎 사이로 퍼져나갔다. 다섯 마리 중 세 마리가 그녀의 마법에 쓰러졌다. 그러나, 두 마리는 살아 있었다. '이런. 마력을 집중시킬 걸 그랬나?' 공룡의 움직임이 너무 빠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인데.... 마력의 지나친 분산이 폭발의 밀도를 떨어뜨린 게 분명했다. 공룡들이 모두 쓰러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아르메리아는 검을 꺼내면서 중얼거렸다. 거리상 도저히 마력을 다시 끌 어올려 저들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저 인간 마법사가 어디까지 할지..... 잘해 주어야 할 텐데.' "번개의 벽 !" 알베르트가 마법을 발동시켰다. 거대한 벼락으로 이루어진 벽이 자신과 공룡 사이에 이루어졌다. 일행의 앞을 가로막는 강력한 벽. '녀석들도 이걸 보면 멈추겠지. 그렇지 않으면 통구이가 되어버릴 것이니.' 마법의 발동이 적절한 시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공룡들이 간신히 멈출 정도의 여 유도 없다고 생각한 알베르트였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두 마리의 크루 얼 네일은 빛과 불꽃을 튀기는 번개의 벽 앞에서 옆으로 뛴 것이다. 앞으로 달려간 게 아니기 때문에, 번개의 벽은 그들을 해하지 못했고, 공룡들은 벽이 세워지지 않은 옆 방향으로 돌아서 일행을 공격하러 들어갔다. 알베르트가 해낸 것은, 단지 시간 벌 기 정도였다. 그러나, 그 정도의 시간이면 뒤에 선 일행들이 행동을 취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 다. 챙 ! 검을 빼드는 테이브와 제라, 그리고 세일과 트레이드. 테이브와 제라가 왼쪽으 로, 세일과 트레이드는 오른쪽으로 달려갔다. 공룡들을 막아설 생각이었다. 잠시만 막으면 레이니와 아르메리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취한 행동이었지만........ 공 룡들은 그들을 신경쓰지도 않고, 그들을 피해서 달려갔다. 좋게 말하면 공룡들이 그 들을 피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공룡 저지에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두 마리 의 공룡은 세이브와 라이다를 덮치고 있었다. 세이브는 가슴에 손을 모으고 마법을 발동시키려고 했다. 자신과 같이 있는 라이다를 데리고 도망가려고 한 것이었다. 정 상적이었다면 여기서 세이브 마법을 발동시켰겠지만..... 라이다가 만약 일어서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꺄아아악 !"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엎드리는 라이다. 이러면 세이브가 마법으로 탈출할 수 없게 된다. 적어도 라이다를 데리고는. 세이브가 허리를 숙여 라이다를 잡는 순간........ 공룡 두 마리가 그들의 눈 앞에 있었다. 공룡의 손톱이 세이브를 잡더니.... 뒷발을 올려친다. 발톱이 세이브의 배에 파고 들어갔다. 소녀의 비명. "안 돼 !"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는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지금 그녀가 쓰러진다. 비록 평 소에는 먹는 데에만 열중하는 괴물이었지만, 이제 보니, 꼭 괴물같지는 않았다. 성장 기 어린이가 아닌가. 조금 많이 먹는다고 대수냐. 나는 검을 들고 공룡들에게 달렸지 만, 유감스럽게도..... 세이브는 배가 갈라진 채 쓰러지고 있었다. "어.....언니......." 얼굴이 새하얗게 되어 쓰러지는 세이브. 그 와중에도 라이다를 밀쳐서, 그녀를 보호 한다. 아직 10살도 안 된 어린아이치고는 너무나 어른스러운 행동이다. 그에 비하 면........ '슈팅 소드(Shooting sword) !' 나는 검을 크루얼 네일에게 겨누었다. 그리고.... 검에 생명력을 집중시켰다. 이 거 리에서 그녀를 구하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었다.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것이지만, 지금 그런 게 대수냐. 검에 초록색의 빛이 맺히더니 앞으로 튀어나갔다. 마치 화살처럼 쏘 아져 나가는 빛의 무리. 그 빛이 크루얼 네일 한 마리의 몸통을 관통한다. "크우우우어." 그대로 쓰러지는 크루얼 네일. 거리상 약간의 시간이 있어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 지만....... 이 기술은 한 번 사용하면 내 힘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허상의 검이라면 일단 내 몸 밖으로 나간 생명력이 내 몸 안으로 돌아오므로 힘의 소 모가 적었지만, 이건 다르다. 일단 내 몸 밖에 나간 생명력은 다시 내게 돌아오지 않 는 것이다. 그만큼 부담이 가는 기술인 것이다. 이런 상황이 아니면 절대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지만.... "크어억." 혼자 남은 공룡이 포효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 한다. 그러나.... 아르메리아가 손을 들어 공룡을 겨냥한다. 그녀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나와 마지막 공룡의 머리를 관통한다.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크루얼 네일. 쿠우웅. 피가 흐른다. 언제나 웃고 떠들던 아이가 지금 죽어가고 있다. 일단 가방 안에 있던 붕대를 꺼내보지만..... 너무 피가 많이 흘렀다. 이러다가는....... "언니. 비켜요. 일단 치유 마법을 사용해 볼께요." 아 ! 우리 일행에는 마법사가 있었지. 나는 아르메리아를 위해 자리를 내주었다. 손 을 앞으로 내밀고 눈을 감는 아르메리아. 그녀의 손이 빛나기 시작한다.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는 나. 손에 땀이 배인다. 제발 성공해라........성공해라......... 일 어나면 사이스모사우루스 통구이라도 해줄테니까 일어나기나 하란 말이야. 이 녀석이 이대로 죽어버리면........ 한참동안 기다린 것 같다. 아르메리아의 손에서 빛이 사라진다. 서서히 눈을 뜨는 아르메리아. 그러나 세이브는 일어나지 않았다. 흐르던 피는 멎었지만. "어떻게 된 거야?" 세이브에게 해로울까봐, 큰 소리도 못 내고 속삭이듯 묻는다. "일단 응급조치는 했어요. 하지만 이 정도의 상처라면 도시로 가 봐야 해요. 지금 당장. 제가 상처를 막기는 했지만 너무 출혈을 심하게 했어요." 약간, 아니 아주 실망. 완전하게 고치는 게 아니었어? 내 얼굴을 보고 내 마음을 읽 었는지, 아르메리아가 급하게 말을 꺼낸다. "전 아직 완전하게 사람을 치유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요. 응급조치 외에 는......." 더 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하나 있군. "그럼 세이브를 데리고 도시로....... 업고 가야겠네." 그 말로 끝이다. 등에 세이브를 업는 나. 다른 사람들은 자기 몸 하나 지키기에도 벅차고, 아르메리아는 마법으로 우리 일행을 보호해야 한다. "자, 가요. 모두들." 다행히 알베르트 씨나, 테이브, 제라, 세일, 트레이드씨 모두 무사하다. 아르메리아 도 몸을 일으켰다. 우리는 모두 도시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안 가는 거야? 아르메리아. 서둘러야 한다고. "라이다 양. 일어나요." 아직도 덜덜 떨기만 하고 있는 라이다. 아직도 충격이 남아 있었나. 아니면 원래부 터 기사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을까. 나로서는 인간의 두려움을 알 수 없다. 당사 자가 마음을 닫고 있는 걸 억지로 열기도 싫고. 그러나 지금은 앞으로 나가야 한다. "일어나요." 이번에도 안 일어나면 강제로 일으킬 생각이었다. "예......." 아직도 부들부들 떠는 라이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기사 지망생으로는 부족해. 하지 만 죽게 놓아둘 수는 없지. "따라와요." 이제 얼마만 더 가면 된다. 세이브의 숨소리가 너무 약하다. 내 걸음이 이렇게 느렸 나. 좀처럼 파탈 헤이스트의 성문이 가까워지지 않는다. "레이니 씨. 너무 빨라요." 뭐야? 저거. 명색이 기사지망생이라면서 저렇게 느려? 알베르트 씨야 그렇다고 치 고, 제라 양이야 여자니까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저 테이브 녀석은 남자면서 저렇게 느리나? 세일씨나 트레이드씨는 상인이니까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지만. "으차." 그대로 뛰어넘는다. 가는 길이 바쁜데 왠 하천이야? 그런데....... 하천이 있다는 것은.... 나는 위를 올려다 보았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성벽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도착했다." 나는 성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제가 드디어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로리로리 세이브양이 중상을 입었군요. 언제나 포션 역할을 해 주던 그녀가 다쳤으니.... (이 상황에 농담이 나오 냐 !) [레이니] 5-80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0 19:17 조회:504 공룡 판타지 5-80 레이니 이야기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18) "문 열어요." 아니, 아직 밤도 아닌데 왜 문을 닫아둔 거야? 이거..... 나는 문이 부서져라 두들 겼다. 쾅. 쾅. 쾅. "문 부서져 ! 그만 두들겨 !" 문을 열어주는 도시 경비병 아저씨. 나는 후다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아 니지. 뛰어들어가다가 멈추는 나. 그리고는.... "이 근처에 의원님 없어요? 아니면 치유마법에 능통한 마법사라도....." "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아 !" 숨 넘어가기 직전의 세이브를 본 경비 아저씨. 당장 우렁찬 목소리로 외친다. "의원님 !" 고마우신 경비 아저씨 덕분에, 금방 의원을 찾기는 했다. 그러나.... 그 의원이 착 하고 성실하며, 실력이 좋다고 해도, 지금의 세이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 의원님이 세이브를 진찰하는 동안, 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굳이 길바닥에서 기다리는 이유는.......... 지금 병원 안에 있는 환자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다 들 우리 일행처럼 메갈로돈에서 이리로 오는 동안에 다친 사람들이었다. 세이브 정도 의 중상을 입은 사람이 수두룩하니, 의원님들이 바쁜 것도 당연하리라. "으. 안되겠어." 기다리다가 미칠 지경이 되어서야, 의원님이 나를 불렀다. "아가씨가 세이브 양의 언니 되지요?" "예." 평소라면 싫어할 호칭이지만, 지금은 그게 자연스럽다. "들어오세요." 얼굴이 새하얗게 된 채 침대에 누운 세이브. 아직 의식은 없다. 평소라면 날 보는 즉시 내게 뛰어와서 칭얼거릴 텐데....... 지금은 단지 누워있는 인형같다. 바보 녀 석. 무의식중에 얼굴을 쓰다듬고 말았다. "어떻게 되는 건가요? 상처는......." 나를 본 의원님이 무겁게 입을 연다. "안 좋아요. 피를 많이 흘린 데다가, 크루얼 네일의 발톱이 내장까지 파고 들었습니 다. 발톱이 심장 부근까지 파고 들어서.... 응급처치를 신속하게 취하시지 않으셨다 면 추가 감염으로 인해 생명까지도 위험했습니다. 하지만... 내장의 손상이 심한 데 다가 척추가 부러졌습니다. 아마 살아나더라도 하반신 불구가 될 겁니다........" 그 이상은 나도 모르겠다. 뭐라고 더 말한 듯 한데........ 어지러워서 들을 수가 없다. 눈 앞이 흐려진다. 내 손이 벽에 닿는다. 다리에 힘이 빠져 나간다. 퉁. 뭔가 부딪친 것 같은데.......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별 거 아닌 거야........ "..........." 이젠 익숙하다. 이렇게 눈을 뜨는 것도. 꿈을 꾸었나. 그래. 꿈일거야. 그 녀석이 죽을 리가 없잖아. 그런 먹기 괴물이. 아마 사이스모사 우루스에게 밟혀도 죽지 않을 애다. 세이브 마법까지 가지고 있잖아. 그런 애 가.......... 그런 애가......... "언니. 일어났어요?" 내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엘프 아르메리아다. 그녀의 큰 귀가 축 늘어져있 다. "걱정했어요. 언니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쓰러져? 내가? 눈을 깜박인다. 천장이 보인다. 그런데..... 약간 노랗다. 촛불을 켰 나? 지금은 낮인데? 왜 촛불을 켜는 거야? "촛불은 왜 켰어? 아르메리아." 혀를 차는 그녀. "언니는 반나절을 쓰러져 있었어요. 지금은 한밤중이에요." 한밤중? 나는 놀란 나머지, 몸을 급하게 일으켰다.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보 니....... 별들이 하늘을 밝히고 있다.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 유달리 아 름답다. 저기 멀리에 달이 떠 있다. 커다란 달이. 그러고 보니......... 난 침대에 누워있었다. 내 옷차림이 어떤지는 모르겠지 만....... 가벼운 걸로 보아 누가 갈아입힌 모양이다. 아마 아르메리아겠지. 그녀 외 에는 나를 아는 사람이 남지 않았으니까. 사람이라........ 엘프에게 그런 표현은 실 례인가. "당분간은 안정을 취하라고 하셨어요. 그 의원님이. 세이브는 자기가 치료해보겠다 고 하고....." 치료? 무슨 치료? 내장이 박살나고 척추가 부러지고 하반신 불구가 되었는데, 어떻 게 그녀를 원래대로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어떻게? 지금 의술로 그게 가능하기나 해? "마법사들은 다 어디에 있어?" "...........죄송해요. 언니. 제 힘으로는 엘프들은 치료할 수 있어도, 아직 인간은 치료할 수 없어요. 신체 구조가 좀 달라서 자신이 없어요........ 알베르트 씨의 말 에 따르면, 여기 마법사들은 수도 적은 데다가 그 정도의 치유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대요. 너무 중상이라서...." 고개를 숙이는 아르메리아. 그녀의 모습이 슬퍼 보인다. 그녀 자신이 눈물의 화신인 듯이 보인 것은 달빛 때문일까. "미안....... 아르메리아에게 화낼 생각은 아니었는데.........." 화 낼 대상은 그녀가 아니다. 그녀가 만약 힘이 있었다면, 그녀는 세이브를 치료해 주었을 것이다. 기꺼이. 그녀의 마음이 내게 느껴진다. 그녀의 눈물이. 그녀의 슬픔 이. 나는 그녀와 머리를 맞대고, 잠시동안 그대로 있었다. "흑. 흑.........."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약해지 면 세이브는 영영 일어서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내가 버틴다고 그녀를 구할 방법이 있다는 걸까. 도움이 될 수 있는 걸까. "방법은 있어요." "...........!" 방법이 있다고? "언니가 가진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힘을 제대로 사용한다면........" 갑자기 웃음이 내 얼굴에 돈다. 아, 방법이 있었어? 그럼 됐어. 웃으면서 일어나서 그 방법을 실행.......... "언니." 내 손을 잡는 아르메리아. "내 말을 끝까지 들으세요." "싸워야 한다고? 나 혼자서? 몇 번인지 모르는 전투를 치루어야 한다고?" "네. 불꽃의 거인이 말해주었어요. 언니가 잠든 사이에. 아무래도 언니에게 직접 말 하기는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힘들어?" "예. 아무래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녀를 구하면 안된다는 점이 부끄러웠던 모양이 죠. 라 브레이커는 주인을 하늘로 이끄는 검이지, 그 자신이 힘을 멋대로 발휘하는 검이 아니니까요." 그 녀석, 힘이 있어도 자기 맘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건가. "하지만, 언니가 검 안에 잠든 존재들을 깨우고, 언니 자신의 힘을 키울 수 있다 면........" "무슨 소리야?" "그들은 언니의 의지에 따라 이 세계에 올 수 있어요. 만약 그들이 언니가 자신들의 주인임을 인정하게 한다면." 그래서? 이 검은 단지 공격용 무기 아니었나? "이 검의 내부에 있는 존재들 중에는 치유의 힘을 가진 것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를 만나 이기게 된다면 그를 불러 세이브를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녀석.......... 잠시 동안 침대에 앉은 채 눈을 감는다. 아무 생각 없이....... 그래....... 해 보는 수밖에 없지. 난 앞으로 계속 앉은뱅이 세이브를 업고 다닐만 큼 자상하지는 않으니까.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그때...........나를 덮은 얇은 천 이 떨어졌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여자용 치마는 정말 싫단 말이야. 내가 왜 여자용 잠 옷을 입어야 하는 거냔 말이야 ! 도시 바깥에 있는 숲. 여기까지 몰래 빠져나오느라 힘들었다. "그럼, 언니, 잘 다녀오세요." "걱정마." 설마 죽기야 하겠냐. 그 변태마법사를 때려잡고, 아르메리아와 결혼식을 올리기 전 에는 절대 안 죽어 ! 아, 또 이상한 망상을 해 버렸다. 머리를 스치는 찬 공기가 내 정신을 다시금 맑게 한다. 나는 검을 들었다. 검이 빛나기 시작한다. 숲 밖으로 걸어 나가는 아르메리아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진다. "살아서 돌아오세요. 언니."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다.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그녀와 내가 서 있는 세계가 분리되고, 나는 다시금 어둠의 공간으로 날아갔다. "지금부터 시작인가." 검을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내 앞에 거대한 공간이 펼쳐진다. - 공룡이 지구를 지배할 때. 끝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내일..... - 후기)하아. 드디어 한 이야기 끝.......요즘은 이상하게 이야기가 질질 끄는 경향이 있네요. 아, 제목을 바꾸어야 할 것 같군요. 그냥 단순 표기로......... [공룡 판타지] 레이 니 이야기(81)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룡을 앞에 내세워야 선전이 될 듯 해서요. "야 ! 조회수에 그렇게 눈이 벌개져도 되는 거냐 !" (독자들) 하지만 그게 원래 제목이잖아요. 제목. 그러니 표기 방식을 좀 바꾸었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고. 무엇보다도 검색어는 그대로 '레이니' 잖아요. "우우우." (독자들) - 여섯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아르메리아 : 언니는 잘 할까? 세이브 : 당연히 잘할 거야. (주먹을 불끈 쥐고) 히이잉. 안 그러면 난 처녀 귀신 된 단 말이야잉. 레이니 : 처녀? 넌 처녀가 아니라 소녀도 못 되잖아. 세이브 : 흑. 언니 가슴처럼 크지 않다고 무시해잉. 레이니 : 너... 자꾸 그러면 안 싸울거다. 세이브 : 큰일났어요. 언니가 사랑스런 동생을 죽이려고 해요. 저 녀석들은 언제나 저러니 넘어가고. 검 안에서 자는 녀석들 : 그럼 우리는 언제 나오는 거야? 그동안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이 무심하고 멍청한 작가야 ! 작 가 : 이제 나오니까 준비하시고. 멋지게 한 판 ! 공룡들 :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번엔 안 나오냐? 작 가 : 이번엔 그렇게 될 것 같은데요. 공룡들 : 크아악 ! 공룡 판타지에서 우리를 빼다니 ! 저 사악한 작가를 죽여라 ! (쫓 아온다) 작 가 : 으아악 ! (도망간다) 또 전통(?)대로 유혈사태가 될 것 같은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1 20:13 조회:482 공룡 판타지 6-81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 하얀 피부. 하얀 머리칼. 하얀 옷, 오직 눈동자만이 옅은 하늘색. 그런 여인이 지금 내 앞에 있다. "당신이 생명의 힘을 다루는 존재인가요?" 바람이 불어온다. 내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하는 것이 아니다. 목소리의 느낌이 그렇 다는 거다. 그 바람이 내게 속삭인다. "그렇습니다. 법칙을 파괴하려는 분이여." 그건 이 검의 이름이잖아. "그런 호칭은 전 모르겠어요. 다만, 난 한 사람을 구하려고 여기 온 것일 뿐." 그 바보같은 식욕 괴수를 구하려고 오는 나도 바보다. 내가 도대체 왜 여기서 이 고 생을 하고 있는 거야? 이 허허벌판에서. 문제는, 세이브가 다친 것부터 시작이 된다. 그 바보가 크루얼 네일에게 배를 찢긴 순간부터 내 고생이 시작된 거다. 하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날 고생시켰지만. 그 애 를 구한다고 검 안으로 들어온 것은 좋았는데..... 빛과 함께 날아오르는 것까지는 좋았다. 전에도 한 번 해본 적이 있으니까. 그러 나..... 금방 어둠의 방으로 갈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끝이 없을 것 같던 어 두운 동굴을 통과하고 나서 내가 도착한 곳은....... 착지를 하려고 발을 아래로 내 민 그 순간부터 일이 비비 꼬인 거다. 이건 뭐야? 슈우우우우.... 풍덩 ! 기세좋게 출발한 것은 좋았다. 다만, 착지가 불가능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발 밑은 온통 바다였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착지라는 건 무 리였다. 그나마,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입에 물고, 손을 아래로 뻗어 가급적이면 충격 을 덜 받게 한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 "푸하 !" 일단 검을 다시 오른손에 잡고, 물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가라앉지 않게 물장구 를 치면서. 머리를 좌우로 돌려서 일단 풍경을 감상하고....... 당황하지 않으려고 이런 식으로 자신을 위로했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주위는 온통 바다, 바다, 바 닷물 뿐이다. "이건 또 뭐야?"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 분명한데도, 나는 이렇게 외쳤다. 나 자신을 위해서. 도저히 입을 다물고 여유있게 사색을 할 상황은 아니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내 당혹 스런 심정을 조금이라도 외부로 드러내고, 내 마음을 진정시켜야 할 것 아닌가. "휴우. 좀 나아지네." 일단 소리를 지른다는 것으로 나 자신의 마음을 달랜 후에, 나는 내가 가야 할 목적 지를 찾아 보았다. 일단 육지라는 곳으로 가야 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육지 라는 곳은 보이지 않는다. 온통 바닷물 뿐이잖아. 이제 어쩐다? 고민하는 내 머리. 고개가 숙여지고....... '가만. 내 머리가 갑자기 무거워지고 있잖아 !' 뭐가 내 머리 위에 앉아있다. 나는 그 물체를 손으로 잡아 버렸다. 검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물론 오른손만큼이나 단련이 잘 되어 있는 왼손이다. 그 물체는 내 손안에 있다 ! "꺄악 ! 이거 놔 ! 숙녀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야?" 무슨 헛소리냐? 나는 그 물체를 물 속에 쳐 박았다. 남의 머리 위에 앉아서 머리를 누르다니. 이곳이 바다라는 점을 감안하면, 살인 미수라고. 누굴 익사시킬 일 있냐 ! 약간 난동을 부리는 물체. 나는 그걸 서서히 물 위로 끌어올렸다. "푸우우 !" 바닷물을 많이 먹었나 보다.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물을 뿜는 건 또 뭐냐? 물론 고 개를 억지로 돌려서 물을 맞는 건 피하긴 했지만....... 분수를 연상시키는 그 물체 가 나를 바라본다. 바닷물에 젖기는 했지만, 그래도 귀여운 얼굴. 문제는........ 피 부가 하얗다는 걸 제외하면 몽땅 분홍색이라는 거다. 머리 카락도 분홍색. 눈도 분홍 색. 옷도 분홍색. 이건 또 뭐냐? 고물 마법검을 가지게 된 이후, 이상한 일만 일어난 다. 하지만........ 일단 사람을 만나면 해야 하는 첫 번째 과정, 인사를 해야 겠지? "안녕? 넌 누구냐." 내가 생각해도 세련되지 못해......... "숙녀를 물 속에 쳐 넣는 여자한테는 말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햇 !" 목소리가 너무 크다. 나는 일단 그녀를 물 속에 넣어서 소리를 좀 줄였다. 다시 꺼 내고. "푸우우 !" 나한테 물을 좀 많이 뿜는 소녀. 옷이 물에 젖으니까 몸의 윤곽이 드러난다. 윽 ! 천이 너무 얇으니까 가슴이 다 보이잖아. 음....... 나보다 작군......... 이상한 데 우월감을 느끼다니. "아, 나는 레이니라고 해. 그런데, 너는 누구냐? 초면에 내 머리 위에 올라타고." 아까보다는 세련된 인사다. "숙녀를 물 속에 쳐 넣는 여자한테는 말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햇 !" 이게........ 나는 그녀를 다시 한 번 물 속에 쳐 넣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보글보글보글. 애가 좀 난동을 부린다고 해서 꺼내줄 내가 아니다. 나는 그 자세 그대로 - 애를 왼 손으로 물 속에 밀어넣은 자세 -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에는 좀 다른 반응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럼, 나와." 약간 거칠게 애를 꺼내는 나. 바빠 죽겠는데 망망 대해에서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나도 정말 한심하다. "푸우우 !" 이번에는 내게 물을 아주 많이 뿜는다. 학습 능력이 전혀 없군....... 한 번 더 집 어넣을까? 그만 두자. 나는 이 꼬마를 버려두고, 내 자신의 감각을 동원하기로 했다. 애는 저리로 던져 버리고. 풍덩 ! "아푸. 아푸. 야 ! 이 계집애야 ! 숙녀를 이렇게 집어 던져도 되는 거냐아 !" 떠드는 녀석은 일단 무시. 차라리 내 감각을 믿는 게 나을 거다. 저 녀석에게 물어 보면 육지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 이 망망대해에서 갑자기 나타났다는 건, 그 녀석 주위에 일행이 탄 배가 있다는 말이므로 - 저 녀석과 상대하는 건 너무 나 피곤한 일이었다. 차라리 내 힘으로 찾아 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솔직히 말하면, 이 바다에는 저 녀석과 나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 물고기 한 마리도 없는 이런 엉터 리 바다가 어디 있어 ! 아무 것도 안 느껴지잖아 ! "칫. 이 넓은 바다에 생물이 하나도 없다니....... 아, 저 녀석이 있기는 하구나. 별 수 없이 물어봐야 하나?" 나는 녀석이 있는 곳을 둘러 보았다. 가만. 없잖아? 감각을 총동원해서 찾아 본 결 과........ 녀석은 가라앉고 있었다 ! 뭐야? 저거. 이 바다에서 내 머리 위에 앉을 정도면 당연히 헤엄은 잘 쳐야지. 녀석이 날개가 달리지 않았으니 설마 날아올 리는 없고....... 가만. 그러고 보니 저 녀석이 어떻게 여기 온 거지? 이상하잖아. 이곳은 분명히 검 의 내부. 나를 제외하고 이곳에 올 수 있는 자는 나를 시험할 자들 뿐이다. 그렇다 면..... 이건....... 혹시....... 나는 눈을 감았다. 모든 동작을 멈춘다. 바다 속으 로 가라앉는 나. 나. 나........ '역시 그랬군.' 보이는 것에 현혹되면 안 된다. 나는 나의 느낌대로 검을 움직였다. 검이 휘둘러진 다. 물 속에서... 아니, 공기를 가른다. 그리고 그 검의 끝에는..... 퍼억 ! 뒤로 나가떨어지는 것이 있다. 검에 무언가가 맞았다. 그와 함께, 나를 구속하던 환 각이 풀렸다. 나는 어둠의 공간에 앉아 있었다. 검을 휘두른 자세 그대로. '역시..... 환상이었군.' 처음부터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세이브 때문에 내가 좀 당황하기는 했지만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부터 이상했다. 평소와는 달리 과격해지는 듯 해서....... 하지만....... 그 환상이 내게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작아서 무사할 수 있었다. 만약 제대로 걸렸다면, 나는 환상 속에서 살다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 의심 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나는 서서히 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 앞에 있 는 건 낯익은 불꽃의 거인. "안녕이라고 하기는 뭐하고....... 당신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요?" 물 속에 빠져 죽을 뻔했으니, 고운 말은 못 쓰겠다. 하지만, 그래도 내 입은 요조숙 녀로 기능하고 있다. 하아. 그런데.... 하나가 아니네? 불꽃의 거인의 옆에 선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었다. 나한테 맞은 녀석도 끼어있군. 저들은 누구일까? "궁금하다는 표정이군. 소개하지. 나와 같이 검 안에서 사는 자들이네. 라비린스 키 퍼(Labyrinth keeper : 미궁을 지키는 자)라고 불러주면 되네. 간단히 라비린스라고 해도 되고." "라비린스........" "자네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다간 평생 가도 우린 이름을 가질 수 없을 테니까." 불덩어리가 웃는다. 꼭 놀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데........ 인사가 좀 과격한 듯 한데요." 사실 그렇다. 바다 속에 빠져 죽을 뻔하지 않았는가. 내가 만약 환상을 깨지 못했다 면 어쩌려고 그런 짓을 한 거야? "그건....... 당신이 우리의 주인이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지요." 내 앞에 나선 사람은....... 눈만이 하늘색을 띈.......... 온통 눈처럼 하얀 처녀 였다. 그녀가 내 앞에 나오자, 어둠의 방을 이루는 벽이 마치 안개처럼 사라지고, 내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이 나타났다. "당신이 우리의 주인이 되기를 원하는 이상, 우리는 당신을 시험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자격은 있는 것 같더군요. 그 환상을 깨고 나오는 걸 보니. 좀 늦기는 했지만." ".........." "벽을 치운 건, 넓은 공간이 있는 편이 우리모두에게 나으리라고 생각해서였습니다. 이제 시작할까요?" "예." 역시 너무나 연약한 대답. 과격하게 나가고 싶어도, 내 앞에 선 여자의 분위기 자체 가 너무 부드럽다. 살기를 일으킬 수 없는 상대다. 역시 생명의 힘을 가진 존재라서 그런 것일까. "자, 시작합니다. 당신의 첫 상대를 소개하지요." 그녀는 손을 들어 한 사람을 가리켰다. 그녀는........ 아까 본 그 핑크색 머리잖아 ! "빛의 소녀입니다. 라이트라고 불러주시길. 그럼....." - 계속 - 후기)시작이다아....... 이번 이야기는 순전히 전투 장면으로 채워질 듯 합니다. "그냥 싸우는 걸로 한 이야기를 때울 셈이야?" (독자들) 도리 없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니까. 모처럼 레이니가 죽어라 싸우는 걸 볼 수 있겠군요. 싸우다 죽으면.... 뭐 그것도 그녀의 운명이겠지요. 추가)그리고... 제목표기를 바꾼 거.......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어차피 검색어는 레이니라고 치면 나올 것이지만. (확인도 안 했잖아 !) 하긴 앞으로는 더 긴 제목이 나올 것이니, 이렇게 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2 19:45 조회:478 공룡 판타지 6-82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2) "잠깐 ! 뭘 시작한다는 거야?" 뭘 할지는 알고 있다. 아마 불꽃의 거인과 싸웠을 때와 마찬가지이리라. 그러나, 내 가 싸우고 싶은 상대는 오직 하나다. 세이브를 치료할 힘을 가진 라비린스 키퍼. 그 뿐이다. 다른 자들과 싸울 생각은 없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나요? 저와 싸우는 것. 저를 이기시면, 당신은 저를 수하로 삼 으면 되는 일 아닌가요?" "난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내가 여기 온 건 그런 게 목적이 아니니까. 생명의 힘을 다루는 존재가 누구지요?" 한가하게 싸움을 할 시간은 없다. 그러는 동안에 세이브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고,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른다. 내 힘을 강하게 하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하지만 지금 치료하지 못하면 세이브는........ 순간적으로 사부님의 최후가 생각나고 말았다. '아냐. 아냐. 사부님처럼 시체도 남기지 못하는 결말은 아니잖아. 최소한, 그녀의 몸은 남아있어. 그녀는 아직 죽지도 않았다고. 하반신 불구가 될 지언정, 살 수는 있 다고 했잖아. 그 의원이." 실제로는 '살아남더라도' 하반신 불구가 될 거라는 말이지만, 나는 내멋대로 해석하 기로 했다. 내가 돌아갈 때까지만 견디어 낸다면 그녀는........ "안 됩니다. 순서라는 게 있으니까요." 순서? 무슨 순서? 내 마음이 급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저 여자는 태평스럽게 말을 늘어놓는다. "생명의 힘을 가진 라비린스 키퍼를 얻을 생각이시라면, 우선 저를 이겨야 해요. 아 가씨. 순서를 무시하고 언니에게 덤벼도, 언니는 당신을 상대해주지 않을 겁니다. 주 인이 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고요." "뭐야?" 화를 내고 말았다. 급해 죽을 지경인데 무슨 순서야?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 내 눈빛이 심상치 않음을 간파한 그녀가 급하게 말을 꺼낸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아무리 급해도, 거쳐야 할 순서가 있어요. 당신이 순서를 무시하고 지금 언니와 싸 운다면, 당신은 죽게 될 거에요. 전 몇 백년만에 찾아온 주인 후보를 그렇게 잃고 싶 지는 않아요." 나를 걱정해주는 말투. 저렇게 말하면 화를 낼 수 없잖아. 나는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 넣었다.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나를 보며 말하기 시작 했다. "당신이 우리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당신 자신의 힘으로 우리를 쓰러뜨려야 해요. 하지만, 지금 당신의 힘으로는, 아마 레벨 7까지 가기도 힘들 거에요." "레벨 7?" 보통 마법사들의 레벨이 7이라면..... 어느 정도인가....... 적어도 어디를 가도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레벨이란 건 알겠다. 마법사들의 마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들에 대해 대략은 알고 있다. 현재 마법사들의 최고 레벨은 9. 그것도 극히 일부의 마법사들만이 그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지금 그런 정도의 마 법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레벨 7이라고? 궁정 마법사들도 레벨 8이면 대단 한 수준으로 치는데...... 레벨 7? 마법에 대해 거의 무지한 나보고 그런 수준을 요 구하는 거냐? 이거 완전히 죽으라고 하는 거잖아 ! 내 표정이 상당히 구겨졌다. "언니. 표정 좀 펴세요. 예쁜 얼굴에 주름 생겨요." 그 말, '언니'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의 설움이 폭발했다. 아르메리아는 위장 을 위해서 그렇게 나를 불렀고, 세이브는 나를 몰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하지 만........ 이들은 나와 같이 죽 있었으니 - 검을 언제나 내 곁에 두었으니 - 당연히 내가 원래 남자라는 걸 알고 있었을 텐데..... 나를 언니라고 부르다니. "난 여자가 아니란 말이야아아 !" 소리가 크기는 컸다. 라비린스 키퍼 중 몇은 귀를 막았으니. 그러나..... 내 앞에 선 여자아이는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는 나를 보면서 이야기를 계 속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 맞지요. 그 몸은 분명히 여자의 것이니까요." "하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아 !" 물러설 수 없었다. 별 이상한 것 가지고 고집을 부린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여기서 물러서기는 싫다. "글쎄요..... 과연 그럴지........" 말꼬리를 흐리는 그녀. 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하다. 납득해준 건가.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요. 지금은 언니가 우리의 주인으로 어울리는 지 알아야 하니까. 검을 드세요. 저를 이기고 나서 다음 상대를 소개해 드리지요." 손을 내쪽으로 향하는 소녀. 라이트라고 했지? 하지만 싸우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내 힘으로 레벨 7까지 가기 힘들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 하나 더 하면, 라이트 라는 소녀의 힘이 어떤지도 좀 알고 싶고. 상대를 모르는 채 싸우는 건 위험한 짓이 었다. 그녀는 분명히 불꽃의 거인보다 강할 것이 분명한데 - 두 번째로 내 앞에 서는 라비린스 키퍼이니 - 나는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이래서는 내가 질 확률이 높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라비린스 키퍼를 상대할 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는, 힘을 낭비할 여유도 없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상대를 해야 했다. 나는 검을 그대로 검집에 두었다. "왜 검을 뽑지 않지요? 목숨을 포기했나요?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건가요?" "그게 아냐. 왜 내가 그 언니라는 사람과 지금 싸우면 안된다는 건지를 몰라서 그런 거야." "그건........." 내게 손을 내미는 라이트. 그녀의 핑크빛 머리가 휘날린다. 바람이 부는 건가? 이런 폐쇄된 곳에서? 그러고 보니....... 빛이 틈새로 새어든다. 여기 틈새가 있어? 지난 번에 대결을 할 때는 그런 것은 없었는데? 방을 만든 어둠의 벽이 서서히 걷히면서,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와 라이트가 있던 곳은 어느새 허허들 판으로 변해 있었다. 주위에는 살아있는 생명이 하나도 없는 곳, 불모의 땅. "당신이 아직 약하기 때문이지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라이트의 손에서 빛의 구슬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육박해왔다. 몸을 옆으로 젖혀서 가볍게 피하는 나. 그러나..... 구슬은 공중에 서 멈추더니 내 등을 향해 날아왔다. "자, 이제 싸워요. 당신의 전력을 다해서." 그 말과 함께 전투는 시작되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당신은 절 이길 수 없어요." 내 뒤로 날아드는 두 개의 빛의 구슬. 아마 마법 미사일이겠지. 나는 앞으로 달려나 갔다. 상대가 무슨 힘을 가졌는지 모르지만, 일단은 부딪쳐야 했다. 가만히 있으면 마법 미사일에 맞게 될 것이니, 내게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검사가 원거리 공격을 할 수단도 없으므로. 나는 검을 뽑았다. 2미터에 가까운 검이었지만, 그동안 익숙해 진 탓인지 아니면 내가 검을 뽑기 쉽게 한 덕인지 쉽게 뽑혀 나온다. 나는 검으로 라 이트를 베었다.... 그러나. 부웅. 내가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몸을 피하는 라이트. 적어도 느릿느릿한 마법사는 아니었다. 그녀는 멀리 착지하더니, 손을 휘저었다. 그녀의 주위에 보랏빛 구슬들이 무리를 지어 나타난다. 허공에 뜬 그것들은 그녀의 의지에 따라 부풀어 올라..... '마법 미사일 같은데, 왜 폭발시키는 거지? 자신의 주위에서 터뜨리면 자기만 부상 을 입게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잠시, 그 상식이 내 머리를 두들겼다. 자신을 스스로 다치게 할 마법사는 없다. 그렇다는 것은.... 그녀가 나를 공격하기 위해 저 마법을 준비하 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 아무 근거도 없었지만 - 최대한 몸을 낮추었다. 마력이 폭발했다. "!" 내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빛의 궤적들. 뭐야? 내가 몸을 숙이기 전에 본 것은 강력한 광선의 무리였다. 방향으로 보아, 그 마법의 구슬이 있던 쪽이다. 그 럼....... 미사일처럼 보이게 한 것은 미끼였는가....... 가만. 미사일? 내 바로 뒤 에 있을 텐데....... 그 순간 요란한 폭발이 내 등 뒤에서 덮쳐온다. 나는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 던지고, 몸을 굴렸다. 여자가 몸을 이렇게 함부로 굴리면...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사는 게 먼저다. 내 몸은 데구르르 구르면서 보기 흉한 꼴로 나동그 라졌지만, 몸을 일으켰다간 제 시간에 피할 수 없었을 거다. 폭발로 내 몸이 약간 화상을 입은 듯 했지만, 옷이 무사한 걸 보니 별 문제는 없다. 기껏해야 살갗이 약간 뜨거움을 느낀 정도. 나는 몸을 일으켜 라이트를 향해 달려갔 다. 옆으로 피하는 라이트. 그러나, 나는 검을 손에서 내던져 버렸다. 그녀가 뒤로 뛰어, 착지하는 지점이라고 예상되는 곳으로. 어차피 그 검은 내 손에 돌아오는 이 상, 이번에는 먹히리라. 부웅. 뭐야? 검은 그녀를 관통하지 않았다. 그녀가 하늘로 날아 올랐기 때문이다. 추적기 능이 없는 검은 그대로 내 손에 돌아왔다. 무기를 잃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한 일일 까. 하늘로 날아오른 라이트는 나를 향해 다시 손을 들었고....... 찌잉. 뭐, 뭐야? 이번에는. 고막이 터질 듯한 큰 소리. 물론 진짜로 고막을 터뜨릴 생각은 아니었는 듯, 내 귀는 무사했다. 그러나 잠시동안 충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 리고 일시적인 허점을 틈타, 그녀는 내 뒤로 돌아들어왔다. 그리고..... 무언가가 내 등을 강타했다. 펑 ! 앞으로 밀려 쓰러지는 나. 보기보다 힘이 엄청나게 강하다. 몸을 비틀지 않았다면 내 등에 그 충격이 직격, 나는 척추가 부러졌을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싸울 필요도 없다. 내가 지는 거지. 다행히 그 주먹을 피하기는 했지만, 그 충격이 사라진 건 아 니다. 옆구리가 상당히 아프다. 그 통증은 잠시 후 사라지기는 했지만....... 큰일 날 뻔 했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다시 한 번 몸을 굴렸다. 내가 만약 진짜 여자로 태어났으면... 이렇게 몸을 막 굴리는 여자가 되지는 않았을 거야. 이 판에도 농담을 할 정신이 있다니, 나도 대단해. 내가 조금 전까지 쓰러져있던 자리에 뭔가가 내려꽃힌다. 콰앙 ! 바닥이 충격으로 갈라졌다. - 계속 - 후기)죽여라 ! 산산히 부숴라 ! 아, 이건 아니고. 어쨌든 이러다간 레이니 죽겠네요. 그런데.... 빛의 소녀라면 빛의 힘을 가진 소녀일텐데, 왜 이렇게 강하냐고요? 그거 야 다음 회에 설명해드리지요. 이만..... 더우니까 그렇게 열받지 마시고 가장 편한 자세로 쉬세요. 내일 봐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3 19:21 조회:470 공룡 판타지 6-83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3) "뭐 이렇게 빨라?" 비명에 가까운 외침.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지만, 상대가 검을 들고 있지 않은 게 다행이다. 검을 들었다면 아마 난 벌써 당해 버렸을 거다. 물론 저 무서운 주먹이 나 발에 맞으면 그렇게 되겠지만.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주먹을 피하고 일어서는 나. 내게 덮쳐오는 라이트. 검을 올려치는 나. 휘잉. 빗나갔다 ! 그녀는 내 검을 피한 것이다. 저 거리에서 어떻게 피할 수 있지? 시간 상으로 보아 몸을 멈추기 전에 검을 맞을 텐데....... 앞으로 달려오다가 옆으로 피 하는 동작이 너무나 절묘해서 일순간 내 검이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상대는 내 옆 구리를 걷어찼다. 뒤로 나가떨어지는 나. "와아아악 !" 볼품없이 굴러간다. 몸이 아픈 건 둘째고, 검도 안 든 여자한테 이런 수모를 당하다 니. 내 실력이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라이트의 손이 빛나는 걸 보았다. "마법을?" 무슨 마법이 튀어나올 지 모른다. 나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켰지만....... 이미 그녀 의 손에서 마력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황급하게 검을 들어 내 앞을 가린다. 그러 나....... 내게 날아온 건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런 건 나중에 따지자. 일단 몸을 피해서 녀석을 공격할 기회를 만들어야........ 쿠르르르. "이건......." 땅이 흔들리고 있다. 이 정도의 범위라면 내가 아무리 날뛰어도 사정 거리 안이다. 그리고....... 지면이 폭발했다 ! 용암이 치솟는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 "으아아아아 !" 비명을 질렀다. 창피하지만 도리 없다.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리 고..... 내 주위로 거대한 바위들이 튀어 올랐다. 용암과 함께.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몸의 생명력을 최대한 모아 몸을 보호하는 것 뿐이었다. "이걸로 죽은 모양이군요. 아가씨. 겨우 그 정도로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 되겠다고 나선건가요. 주제 넘은 짓을.........." 주제 넘은 짓. 저런 인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서 내게 죽은 자가 얼마나 많은 가. 하지만 인간은 어리석어서, 과거의 잘못을 다시 한 번 되풀이하기 마련이다. 그 리고, 내 앞에 그런 자가 또 하나 나타나........ 가만. 나타난다고? 상대는 바위와 용암이 치솟는 속에서, 보통 사람이 뛰어오르기에는 불가능한 높이를 뛰어 오르고 있 었다. 내 목을 향해. "재미있군요." 바위가 내 앞으로 솟아오른다. 용암이 내 주위로 뿜어져 나온다. 이제 끝장인 가......... 그 순간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바로 아까 내가 바위를 디뎌서 착지의 충격을 줄인 일. 그 일이 생각나자, 그 다음 동작은 즉시 결정되었다. 우선 솟아오르 는 바위 위로 전력을 다해 뛰어 오르고....... 그 다음은......... 생각이 미치자, 행동은 즉시 실행되었다. 그리고, 나는 하늘로 뛰어 올랐다. 내 검이 상대의 목으로 날아간다. "꺄아악 !" 상대가 비명을 지르지만,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 ! 내 검이 그녀의 목을 가른다 ! "엇?" 상대가 분명히 목을 잘리리라고 예상했는데....... 라이트라는 소녀는 내 생각보다 더 노련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하늘을 나는 것을 그만두고서. 난데없는 추락에, 내 검은 자신의 본분을 수행할 수 없었다. "이런 ! 저 위치라면....." 라이트 발 아래에 있는 용암이 눈에 띄였다. 이제 그녀는 죽는 건가. 아니, 내가 이 겼는가..... 그러나 그녀는 몸을 허공에서 멈춰 세웠다 ! 용암 호수의 바로 위에 떠 있는 라이트. "도대체......... 그런데 어떻게 빛의 소녀가 이렇게 많은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거 지?" 이해가 안 된다. 보통 마법사들은 한 가지 마법을 익히는 데만 몇 십년이 걸린다고 하던데..... 물론 저 여자가 천재라면 문제는 다르다. 그리고....... 마법사 자신이 재주가 있다면 여러 가지 마법을 익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저 여자 애는 분명히 빛의 소녀라고 했잖아 ! 빛의 마법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단 말이 야? 하지만 더 이상 생각을 이어나갈 수 없다. 용암으로 덮인 지면이 내게 다가오니 까. 나는 하강하기 시작한 몸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야 했다. 그 장소라면....... 몸을 회전시키면서 내려간다. 강하 속도를 줄이면서..... 처음에 봐 둔 장소에 사뿐 히 내려앉는 나. 무턱대고 뒷일을 생각도 안 한 채 뛰어 오르지는 않는다. 그러 나..... 찌잉. 공기를 무언가가 가르며 내 몸에 맞는다. 내가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었다면, 그래 서 내 몸을 보호하는 생명력의 흐름을 느리게 했다면 그 일격으로 내 다리를 관통할 수 있는 위력의 빛이었다. 다행히 위력이 약해서 괜찮았지만..........문제는 저런 게 무더기로 온다는 거다. 찡. 찡. 찡.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피하기는 했지만.... 더 많은 숫자의 광선이 내 머리로 날아 왔다. 단지 저 소녀의 손을 보고 피하기에는 버거웠다. 어디로 피해야 하는데.... 좁 은 지면에서 피할 장소라는 건 한정되어 있었다. 결국 용암이 없는 지면으로 뛰어 달 아나야 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매우 크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안전 한 지면으로 달아났다. 한 걸음만 더 뛰면 ! 내 몸을 날리려는 순간, 내 머리 위로 날아오는 빛의 무리. 그리고 내 앞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마력의 덩어리. 우아악 ! 앞 뒤가 막혔어 ! 이제 어쩌지? 어쩌긴 어째 ! 강행돌파 해야지. 나는 최대한 빨리 몸을 날렸지만..... 콰앙. 내 머리 위에서 폭발하는 마력의 덩어리. 그리고......... 그 압력은 나를 아 래로 밀어붙였다. 용암이 들끓는 지면으로. 비명이라도 지르면 좋겠지만, 그러다가는 용암 속으로 다이빙할 거다. 원래 이럴 때 여자아이는 소리지르면서....... 왕자님을 부르는 거지만, 나한테는 그런 취미 없다. 어차피 여자가 아니니까. 비명 대신에, 나는 내 몸에서 생명력을 약간 꺼내어, 아래 로 쏘았다. 내 바로 앞에서 생명력을 폭발시킨다. 펑. 약간 큰 소리가 나면서, 나는 그 압력에 의해 몸을 옆으로 날렸다. 지면이 다가 온다. 조금만 더 가면..... 문제는 용암도 다가온다는 거다. 어? 어? 어? 이 높이에 서는 이미 다른 조치를 취할 정도의 여유가 없는데. 어? 어? 어? 콰당. 약간 거칠게 착지했다. 이건 추락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몸을 데굴데굴 굴리면서 어쨌든 무사히 내렸다. 내 바로 옆에 용암이 흘러온다. 무시무시한 열기를 뿜으며. 나는 허겁지겁 그곳을 벗어났다. '가만. 저 여자 대체 뭐야?' 이런 정도면 내가 이길 가능성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공격을 하라는 거야? 아무리 칼질을 하려고 해도 저렇게 높이 떠 있는 여자를 치는 것은 무리다. 보나마나 아까처 럼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뿐이다. 그럼......... "야 !" 욕은 자제하고 싶지만....... 살고 나서 자제하기로 하자. 난 여기서 죽으면 안 될 사람이라고. 그 변태 마법사를 기필코 잡아 죽여야 할 역사적인 사명이 있다 이거야. "당신, 정말로 빛의 소녀 맞아? 도대체 몇 가지 종류의 마법을 쓰는 거야?" 상대를 알아야 이긴다는 전략, 전술적인 목적이 아니더라도, 일단 내 자신의 호기심 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질문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곧 돌아왔다. 웃으면서 내게 말하는 빛의 소녀, 라이트. "저, 빛의 소녀 맞는데요." 말투는 공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놀리는 것으로 보였다. 자신이 승리할 것 이라고 확신한 사람의 웃음. 하긴 지금 상황에서는 이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하지 만....... 난 죽기 싫어 !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여러 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보통 마법사들은 여러 가지 계통의 마법을 알고 있다. 나와 같이 파탈 헤이스트에 온 아저씨 마법사인 알베르트도 원소 마법을 많이 알고 있었다. 다만, 생명 마법, 그 러니까 치유 마법을 몰라서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빛 의 마법에 지진을 일으키거나 용암을 만들어낸다는 말은 들은 바가 없는데? "제가 사용한 마법은 분명히 빛의 마법 하나인데요." 빛의 마법에 지진이나 용암 분출, 그리고 마법 미사일과 광선 공격에, 심지어는 공 중 비행 마법까지 있었나? 도대체 빛으로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이해가 안 가 ! 내 얼굴을 보고 불쌍히 여긴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는 설명을 하기 시작 했다. "인간들의 마법과 제가 사용하는 마법은 완전히 체계가 다르다..... 그 말로 대답을 대신하지요." 말이 너무 짧아. 째려볼 수밖에 없다. 얄미워. "그 말로는 대답하나 마나라고. 좀 자세하게 말해줘. 도대체 어떤 마법을 쓰는 거 야?" 나를 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 라이트. 역시 그 환상은 진실을 반영한 건가봐. "인간은 에너지를 겉에 보이는 형태로 구분하지만, 저희들은 단지 네 가지로 나눌 뿐이에요. 생명의 힘, 죽음의 힘, 정신의 힘, 그리고 그 외의 힘으로." 그 외의 힘? 그럼 설마..... 그녀는.... "원래는 모든 종류의 힘은 구분할 필요가 없는 단 한 가지의 힘이지만, 우리가 만들 어진 목적을 위해, 그렇게 구분했어요." "원래의 목적?" "네. 우리의 생의 목적인, 주인을 하늘로 오르게 하는 일을 위해." - 계속 - 후기) 과연 이 이야기는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쓰고 있는 저도 모르겠습니 다. (이런 무책임한 인간이..... 아, 농담입니다. 농담. 들고 있는 바위는 내려놓으 시고) 다만, 이번 이야기에서 몇 가지는 밝혀질 듯 하다는 것만.... 말씀드리지요. 그게 뭔지는 계속 읽어보시기를.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4 19:40 조회:481 공룡 판타지 6-84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4) 아무래도 하늘에 오르기 전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까닭은........ 만약 그녀가 말한 그 외의 힘이라는 게 내 생각대로라면..... 그녀는 최소한 다섯 가지 이 상의 힘을 다룬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인간의 마법은 원소 마법, 생명 마법, 정신 마법, 힘 마법, 언어 마법, 시공 마법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 힘을 다루는 마법은 앞의 4가지라고 한다. 이외에도 마 법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 나도 모른다. 그런데........ 원 소 마법은 다시 몇 가지로 나뉜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불, 냉기, 바람, 대지, 물, 번개, 빛....... 그만 두자. 그걸 일일이 다 헤아리는 것만으로도 절망이다. 어쨌든, 그런 여러 가지 힘을 모두 그녀가 다룰 수 있다는 말로 해석이 된다. 그것은........ 지금부터 나는 어마어마한 마법사와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죽었다..... 저걸 어떻게 이기지?' 이런 생각을 순간적으로 떠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그런 생각은 내 머 리에 있으면 안 된다. 일단 이기고 나서 '그때 참 힘들었어.' 라고 떠들지언정, 지금 은 절대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없다. 검을 다시 고쳐쥐는 나. 그러나....... 조금만 더 쉬고 싶다. 그 이유는. "라이트 양이라고 해야 하나........? 아가씨가 만들어진 이유는 뭐지요?" 질문을 한다고 공손하게 대하는 건가? 아니면, 아예 체념한 건가. 이제 말투가 다시 아가씨 말투로 되었다. 나도 한심해. 어떻게 이렇게 고운 목소리가 나오는지. 남자들 이 들으면 홀리기 딱 좋겠군. "그건 아까 말했잖아요. 주인을 하늘로 올린다고." "그거 말고, 왜 하나만 있어도 족한 '힘을 다루는 라비린스 키퍼'를 네 명이나 만들 었냐고요." 그게 이상하다. 물론, 나로서는 그런 힘을 가진 자가 단 하나인 게 더 위험하다. 지 금도 힘들어 미칠 지경인데 여기서 더 강한 놈이 오면 난 어쩌라는 거야 ! 그녀의 대 답을 기다리면서, 나는 검을 허리에 찼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가급적 몸을 편하게 하려고. 그리고, 쓸데없이 팔힘을 빼기 싫어서. "그건....... 주인이 될 사람이 그 힘을 얻게 하려는 배려라고 들었어요." 배려? 배려라고? 그건 무슨 소리야? 사람을 죽이려고 덤비는 게 배려냐?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다시 그녀를 째려보는 나. "언니는 저를 이기면 다음에 누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세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자신이 질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얼굴이면서. "누군지 모르지만, 라이트 양보다는 강하겠지요." 복수라는 심정으로 내뱉은 말이지만, 불행히도 나나 그녀나 다같이 그 말에 어떤 날 카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난 이 목소리가 싫어. 너무 아름다우니 거칠어지지가 않 아. "네. 그렇지요. 그리고....... 그게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언니는 패하겠지요. 그리고 죽겠지요." 멋지게 복수하는군. 잠시 마음이 심난해져서, 그녀의 말, '언니'에 대해 반박을 하 지 못했다. 하긴, 이런 식으로 상대가 강해진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굳이 이 검을 가진 자를 죽이려면, 왜 시간을 끌며 당신을 테스트하겠어 요? 그냥 죽이면 그만이지."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보니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알 만하다. 살인마. "하지만, 이 검에 얽힌 전설을 실현시키려면 주인이 강해져야 해요. 하늘로 올라가 기 위해서. 그러려면, 아무래도 주인이 된 사람을 강하게 단련시키는 일이 필요하겠 지요. 그러나....." 그러나? "인간 마법사가 한 가지의 마법을 익히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아시 죠?" 아네. 들어본 바로는, 대마법사들은 모두 늙은이라고.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도, 최고의 마법인 10레벨에 이른 마법사는 거의 없다고. 한 시대에 한 명이면 많이 나오 는 거라고 들었어. 나는 그녀를 보았고, 그녀는 내 눈빛에서 내 마음을 읽은 듯, 말 을 이어나갔다. "언니도 알다시피, 그들이 마법을 제대로 익히는 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 지요. 대마법사들이 100살이 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그들의 마법으로 삶을 연장시키 는 것도 이유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마법을 익히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 기 때문이에요."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라 브레이커를 가진 자는 그 과정을 3년 이내에 끝내게 되요. 그리고 전설 을 이루게 되는 거지요." 가만. 그 과정을 3년 이내에? 겨우 3년? 3년이라고? 알베르트 씨가 들으면 얼마나 분해할까. 그 아저씨도 적어도 10년 이상 마법을 익히고도 치유 마법을 못 쓰는데, 3 년내로 대마법사라 불릴 만한 자가 될 수 있다고? 이거 복 터진거냐. 아니면 골치덩 어리냐. 나도 모르지. 일단 끝까지 듣고 나서 판단하기로 하자. "하지만, 그런 과정은 너무나 고된 것이에요. 언니가 만약 오늘의 시험을 통과하면 알겠지만, 그 고통 때문에 죽음의 길을 선택한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이 그렇게 실감나는 때는 없다고 들었어요. 옆에서 지켜보기 도 했고."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것 같다. 무서워.....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라비린스 키퍼들이 만들어진 것이고, 한 과 정이 끝날 때마다 마법을 가르치게 되는 거예요." 가만. 난 아직 마법을 배운 적이 없어. 내가 여태까지 불덩어리를 만든 건, 순전히 불꽃의 거인이 도와준 것일뿐, 내가 만든 게 아냐. "그럼 왜 불꽃의 거인이 날 도와주지 않은 것이지?" 나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떠 있는 불꽃의 거인을 바라보았다. 망할 장작더미 녀 석. 하지만 대답은 그녀가 해 주었다. "언니가 마력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 가르쳐 줄 거에요." 마력을 만들어낸다고? "자, 그 이야기는 이만 하지요. 언니가 저를 이기면, 마법을 가르쳐 드리겠어요. 그 리고 나서 다시 싸워야 하지만. 참고로, 저는 레벨이 4에요. 레벨 7까지 배우시려면 서두르세요.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가고 있으니까." 레, 레벨 4? 저 여자애가 레벨 4였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언제 레벨 7까지 가 지? 이번에야말로 그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죽었다." 내 앞으로 내려오는 라이트. 아무 소리도 없이 땅에 내린다. "자, 힘을 내서 저를 이겨 보세요. 언니. 전력을 다해서 싸우지 않으면, 언니는 죽 게 될 거에요. 자, 갑니다." 부웅. 갑자기 그녀의 몸이 사라졌다. 나도 검을 허리에서 뽑았다. 아니, 뽑았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검을 검집에서 분리했다는 말이 어울린다. 실제로도 그렇고. 이 검은 2미터라는 길이를 기지고 있기 때문에, 휴대하기도 불편하고 휘두르기도 불 편하다. 검날을 좀 잘라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니까. 그래서 나는 허리에 이 검 을 매달았다. 애고 허리야. 내가 서 있으면 이 검은 옆으로 매달려 있다. 마치 십자 가 모양으로. 여기서 검을 뽑으려면.... 우선 검을 집고는 검집에서 검을 빼낸다. 그 러나, 검이 워낙 길어서, 내 팔 길이로는 도저히 검을 뽑아낼 만큼 길게 잡아당길 수 가 없다. 그러니.... 결국 검집을 분해하고 검을 꺼내는 수밖에 없다. 나 이외에도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은 듯, 검집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다. 그 덕에 검을 뽑을 수는 있었지만.... 다시 허리에 찰 때는 검을 검집에 대면 된다. 기계 장치가 작동해서 저절로 검집이 닫히고, 검을 속에 간직하게 된다. 하지만, 불편하단 말이야 ! 보통 장검을 들고 다니고 싶어 ! 여태까지는, 이 검이 잘 든다는 것과, 검을 손질할 필요가 없다는 점 이외에는, 특별히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없는 게 사실이었다. 마법검이면 당연히 검 손질이 필요없고(잘못하다가 검이 망가지는 날이면..... 큰일난다), 잘 드는 것도 마법검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다. 하나 더 하면, 검이 너무 길어서 마음대로 휘두르는 게 어렵다는 점이 특히 문제였다. 마음대로 검술을 쓸 수가 없잖아 ! 하지만........ 이제는 이 검이 단순한 검이 아니라는 걸 느낀다. 불꽃의 거인은 몰라도, 저 라이트라는 소녀는 범상치 않 다. 무슨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게 무엇인 지 모르겠다. "방심하면 죽음이 기다리는 거에요. 언니." 히익 ! 일단 이기고 나서 생각을 하자. 내 머리 위로 날아오는 마법 미사일을 피하 면서, 나는 검을 손에 들었다. 검 손잡이에 손을 대고, 검을 돌린다. 철컥 ! 하는 소 리와 함께 검집이 풀리면서 검이 밖으로 빠져나온다. 나는 검을 두 손으로 잡고, 외 쳤다. "간다 ! 라이트." 나와 그녀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콰아앙. 내 뒤로 마법 미사일의 폭발이 일어난다. 나는 검을 들고 옆으로 달렸다. 검으로 그녀를 베어버릴 생각이다. 그녀가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에. 이번에는 지상에 서 나를 맞는 그녀. 내 검이 그녀를 향해 휘둘러진다. 수평으로. "!" 뒤로 몸을 미끄러지듯이 움직여 몸을 피하는 라이트.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 저 렇게까지 몸이 빠르다니. 나보다 더 빠르다. 저런 속도로 움직인다면, 난 그녀를 잡 기 어렵다. 상대는 멀리서 공격을 할 수 있고, 나는 단거리 공격 이외에는 공격 수단 이 없다. 이래가지고는....... 물론 원거리 공격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치명상을 주기에는 모자른다고 생각한다. 하나 더 하면, 그녀를 맞추는 것 자체가 무리다. 그 녀는 내 검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내 힘이 빠져 쓰러지리라. 달갑지 않은 결론이 되는데..... 라이트의 마법 미사일을 피하면서, 나는 상대를 무찌를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아 !"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 계속 - 후기)방법이 뭐냐고요? 내일 보여드리지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5 11:10 조회:472 공룡 판타지 6-85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5) 나는 검을 들어 라이트에게 돌진해갔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들어 내 검을 막았다. '어? 이번엔 날아오르지 않네?' 그녀가 날아오른다는 걸 전제로 계획을 세운 건데, 취소다. 내 검이 그녀의 심장으 로 육박해간다. 팔 하나 정도는 자를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챙. 내 검이 막혔다 ! 그녀는 맨손으로 내 검을 튕긴 것이다. 뭐야? 저거. 팔이 쇠로 되 어 있는 건가? 내가 놀라기도 전에, 상대는 내게 손을 내리친다. 손에서 불꽃이 피어 난다. 저건. "으악 !" 검을 맞부딪치지 않고 옆으로 피한다. 도저히 직접 마주칠 상황이 아니었다. 왜냐하 면 저것은..... "손에서 전격을 발생시키다니." 갈수록 터무니없는 상대였다. 저런 걸 상대로 싸우란 말이지? 마법사와 전사의 강점 을 모두 한 몸에 지닌 자에게.....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나는 서서히 뒤로 물러나 고, 상대는 서서히 내게 걸어온다. 어쩌지? 해답이 안 나온다. '으. 차라리 녀석이 날아올랐으면 상황이 나을 텐데.' 원래는 상대가 날아오르는 걸 계산해서, 내 마력을 모아 두었었다. 불꽃의 거인이 지금 나를 도와주지는 않고 있지만, 이 대결이 있기 직전까지는 검에서 나온 마력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도 그 중 일부는 남아 있을 터. 그 마력을 내 몸 아래에서 터뜨려서 날아올라, 상대를 자르려는 생각이었는데..... 지난번에 - 그래봐 야 오늘 낮이었다 - 마력의 흐름을 약간이나마 제어할 수 있게 되었으니 한 번 모험 을 해보려는 생각이었지만, 예상 밖으로 접근전이 되자, 마력이 다시 흩어져 버렸다. 당황한 것일까. 아니면 아직 마력을 통제하는 데 서투른 탓일까. "자, 이제 슬슬 끝내지요. 무덤은 잘 만들어드릴께요. 언니." 세이브나 아르메리아의 '언니'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말이다.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저리도 태연하게 하다니. 그녀가 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에서 마력이 뻗어나가 고........ 내 주위를 감싸는 마력. 그리고 일어나는 마력의 변화 ! 거대한 붉은 빛 이 나를 감싼다. "빛의 벽입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안녕? 뭐가 안녕이야. 빛의 기둥이 나를 포위하고, 서서히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걸로 끝났어. 인간의 힘으로는 저 빛의 기둥을 뛰어넘을 수 없어."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 라이트가 뒤돌아선다. 그녀의 뒤에 서 있는 빛의 기둥 이 한 점에 모아진다. 하나로 뭉친 빛의 기둥이 사라진다. 그 안에는 재가 된 레이니 의 시신이..... 없었다 ! 순간적으로 당황한 라이트의 눈 앞에, 레이니가 달려와 있 었다. 그녀의 몸에서 발산되는 마력이, 라이트의 감각을 서늘하게 했다. '마력을 의지로 조종하는 건가? 하지만 어떻게?' 분명히 자신의 의지로 마력을 움직여서 빛의 기둥이 가하는 압력을 막은 것 같은 데..... 라이트가 알기로, 레이니가 마력을 다루어 본 것은 오직 단 한 번 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오후의 일이었다. 설마, 그 한 번의 경험으로 마력을 다루는 방법 을 알게 되었다는 말인가? '말도 안 돼 !' 경악한 나머지, 공중으로 달아나는 라이트. 검을 들어올려 베어가는 레이니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다리를 스친다. 조금만 늦게 떠올랐어도 라이트의 다리는 잘려 나갔을 것이다. 레이니가 뛰어오를 수 없는 높이로 떠오르는 라이트. '큰 일 날 뻔했어.' 허마터면 자신이 질 뻔한 위기였다. 물론 자신이 져도, 몸이 하나뿐인 것은 아니니 상관없지만, 몸이 절반으로 잘리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일부러 고통을 맛 보며 기뻐하는 취미는, 그녀에게 없는 것이다. '방심했어. 아예 공중에서 마법을 사용해서.......' 이제는 내려가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고 강대한 마법을 준비하려고 했지만..... "꺄악 !" 라이트의 눈 앞에 날아드는 레이니의 검. 그 높이까지 몸을 날릴 수는 없었지만, 검 하나를 던지는 것은 가능했던 것이다. 허겁지겁 몸을 비틀어 검을 피하는 라이트. 그 때문인지,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신이 혼란을 일으켜서, 몸을 하늘로 떠 올리는 데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다. '지금이다 !' 지금이 유일한 승리의 기회였다. 이 순간을 놓치면, 내게는 패배 뿐이다. 나는 몸을 하늘로 날렸다. 지금이라면, 저 정도의 고도라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었다. 나는 손을 그녀 에게 향했다. 어차피 죽이더라도 불꽃의 거인과 마찬가지로, 몸을 두 개 가지고 있을 것이니, 특별히 죄책감은 들지 않았다. "받아라 !" 기합을 지르면서 오른손을 라이트에게 향한다. 손에서 빛이 뿜어지며, 반투명한 생 명력이 뻗어 나온다. 라이트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내 '허상의 검'은 그녀 의 목을 가르고 있었다. "컥. 크륵." 목이 잘리자, 이상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추락하는 라이트. 그녀의 몸이 떨어진다. 바닥에 부딪치자, 몸이 터지며 피가 나오는 가 싶더니....... 그 몸은 녹아 사라져 버렸다. 몸을 회전시키면서 하늘에서 날아 내린다. 충격을 줄이면서 땅에 몸을 굴린다. 그리 고 일어선다. 하늘로 오른손을 뻗자, 공중으로 날아간 내 검이 다시 손에 잡힌다. "헉. 헉. 헉." 뛰어 오르는 것과, '허상의 검'을 만들어 내는 데 전력을 다한 탓에, 나도 모르게 호흡이 거칠어졌다. 아직 수련이 부족한 건가. 하지만 높이가 너무 높았다. 라이트에 게는 낮은 고도였다고 해도, 내게는 그렇지 않으니까. 날아 다닐 능력이 없는 내게는 그 정도의 높이로 올라가는 게 한계였다. 그리고....... 아직 마력을 다루는 데 익숙 하지 못하다는 것도, 내게는 부담이었다. 생명력이 마력이 있던 자리로 밀려들어오 고, 몸 밖으로 빠져나간 마력은 보충되지 않았다. 검에서 마력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 것이다. 역시 시험중이라서 그런 것일까. 전에 아르메리아가 다쳤을 때처럼, 내 몸 속에서 생명력이 마구 요동을 친다. 마력으로 누를 수 없는 이상, 그 힘을 진정시켜 야 한다. 나는 눈을 감고, 잠시동안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적이 공격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사실, 지금은 내 힘을 인정받기 위한 시험이라고 했으니, 지금 공격 받지는 않겠지. 마력이 진정되자, 나는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눈 앞에 서 있는 그 녀, 라이트. 생각대로 다른 몸으로 옮긴 것인가. 그녀가 입을 연다. "제가 졌어요. 언니. 생각보다 강하네요." 내가 질 줄로 알았다는 말투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많이 찌그러진 것 같다. 나한테 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게 분명하다. 얼굴에 떠오른 당황하는 빛을 보면 안다. 사 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녀가 방심하지 않고 하늘에서 계속 마법을 난사했다면, 나는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하늘에서 마법만 쏘아대지 않은 거지요?" 솔직히 궁금하긴 하다. 그리고, 내가 어느 정도 예상한 대답이 이어졌다. "그러지 않아도 이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서 날아오를 때엔 이 미 늦어 버렸고." 그런가....... 어쨌든, 이것으로 레벨 4의 상대를 이긴 거라, 이거지. 죽는 줄 알았 네....... 그런데....... 생명의 힘을 가진 라비린스, 정령과 비슷한 상대는 아마 레 벨 7이라고 했지? 길이 험할 것 같다. "자, 이제 몸은 회복된 것 같으니, 다음 상대를 소개하겠어요. 주인 언니." 이제는 좀 다정해진 듯 하다. 하긴 이제는 내가 그녀의 주인이 되었으니. 그런데, 왜 마법을 안 가르쳐 주는 거야? 그리고.... 그 '주인 언니'라는 말 거북해. "이번 상대는 레벨 1입니다." 뭐? 레벨 1? 왜 레벨 4 짜리를 이기니까 레벨 1이 나오는 거야? 내 얼굴에 떠오른 의문의 빛을 읽은 듯, 그녀가 대답을 한다. "마법 사용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 레벨 1이라고 한 거에 요. 레벨이 낮다고 방심하지 마세요. 언니." 그래도, 마음이 늘어진다. 역시 레벨이 낮다는 데서 오는 느슨함인가. 그러나..... 방심하다가 조무래기의 자폭에 당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건 방심이라고 하기도 곤란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방심하기 전에, 라이트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 다. 이번 상대의 힘이 무엇인지. "라이트." "예. 주인 언니." "그 주인 언니라는 말은 좀 거북한데, 다른 말로 해 줘. 그리고 물어볼 게 하 나......." "네. 주인님. 그럼, 이기세요." "어? 어?" 자기 할 말만 하고 내 말은 탁 자른 채 다시 하늘로 올라가 버리는 라이트.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왜 저 녀석들은 하나같이 내가 묻고 싶은 건 듣지도 않고 넘어가는 거야? 결국 내 힘으로 상대의 힘을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지? 레벨 1이라니 방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모르지. 레벨 4보다 뛰어난 레벨 1이라면 무슨 대단한 힘 이 있지 않을까. 조심해서 접근하자......... 긴장이 안 돼......... 저렇게 웃기게 생긴 생물이 있다니..... 저걸 정령이라고 해 야 할 지, 아니면 라비린스 키퍼라고 해야 할지........ 아니야. 그것보다는 거북이 머리라고 해야 할 것 같아. 내 앞에 선 녀석은........ 커다란 공 모양의 분홍색 공. 그것도 아주 물렁물렁한 공이었다. 눈을 감고 있으니 거대한 공으로 보인다. 자신의 무게로 인해 아래로 찌그러진 게........ 웃기는 녀석 이야. - 계속 - 후기)제 1차 관문 통과. 제 2차 관문은 거대한 찐빵이 되겠습니다. 이 시대에 찐빵이 없어서 찐빵 괴수라고 쓰지 못한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공룡 시대라서 제약이 많아) 이 녀석의 구상 동기는 요즘 인기 있는 애니, '러브 히나'의 주인공(?)인 타마입니 다. 그 녀석의 머리를 생각하면서 디자인을 했는데..... 보고 싶다........ 모뎀 유 저라서 볼 수 없는 이 설움. 흑. 개인적으로는 메카 타마의 활약을 보고 싶었는 데.... 그 외에 디지 캐럿의 주인공(?)인 게마도 포함됩니다. (팔은 없다) 추가)그리고 ! 어제 올린 6-84도 잊지 마시고 보세요 ! (토요일마다 이 말을 써야 하 다니..... 차라리 토요일에는 쉴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6 19:46 조회:522 공룡 판타지 6-86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6) "그럼, 시작하세요." 멀리서 외치는 라이트. 하지만...... 상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뭐야? 설마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눈을 감고 있으니 자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결이다. 잠자는 데 검을 휘두를 수는 없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게 하려면, 그런 수단을 쓸 수는 없다. 그런데....... 레벨 4를 물리쳤으니 레벨 1이 다음 상대 로 나왔으니 그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 설마 레벨 0은 나오지 않겠지. 일단 녀석을 깨우려고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 둥실. 녀석이 하늘로 떠올랐다. 와아. 크다. 나보다 훨씬 큰 몸체가 하늘에서 나를 바라보니, 형태야 어찌되었든 간에 위압적이다. 크기가 얼마나 되는 거지? 5미터? 10 미터? 대충 그 정도는 될 것 같은....... "우아앗 !" 녀석은 나를 향해 그대로 돌진해온 것이다 ! 콰아아아앙 ! "저, 저 무식한 녀석. 저 큰 몸으로 돌진을 하다니." 그 움직임은 느렸지만, 몸이 크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다. 실제로는 상당히 빠른 속 도로 날아온 것이다. 상대의 움직임을 눈치채자마자 몸을 날렸는데도, 허마터면 밑에 깔릴 뻔했다. 정령한테 맞아 죽는 것도 아니고, 마법에 당하는 것도 아니고, 깔려 죽 는다고?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어 ! 나는 허리에 매달린 검집에서 검을 꺼내 들었 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검이 내 손에 잡힌다. 검을 앞으로 하고, 지상에 떨어진 상대를 향해 돌진하는 나. 녀석이 입을 벌린다. 입에서 바람이 분다. 위험 ! 나는 검을 방패삼아 내 앞에 세웠다. 검이 크기 때문에, 이런 것도 가능하다. 그리 고 몸을 옆으로 돌리려는데..... 상대의 입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마력은 단 지 마력일 뿐, 마법이라고 불릴 만큼 다른 에너지로 정제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량의 에너지의 폭풍이었다. 내 힘으로 몸을 보호할 수는 있지만..... 몸이 뒤로 날 려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내 몸이 마치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하늘로 떠오른 다. ".........." 비명을 지른 것 같지만, 마력의 바람이 너무 강해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 력이 분해되면서 엄청난 양의 파괴력을 지닌 힘으로 해방되기 시작했다. 이런 ! 여기 있으면 타죽는다 ! 하지만 이 상태로는 방법이 없.......... 치치칙. "뭐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주위에 휘몰아치던 마력의 바람이 점점 줄어들어간다. 지상으로 뛰어내리는 나. 아무 상처도 없이. "예상대로 되었네요." 라이트의 말. "역시 우리 생각대로군." 불꽃의 거인의 말. "그녀는 알고 있을까요." 생명의 힘을 다루는 자, 하얀 머리의 처녀의 말. "아직 모를거에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처녀의 말. "곧 알게 되겠지만." 검은 갑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검사의 말. 레이니가 들을 수 없는 먼 거리에서, 그 들만의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내 몸이 마력을 흡수.......?" 마력의 흐름을 느끼게 된 게 오늘 오후였는데? 내가 마력을 흡수할 정도의 힘을 가 지고 있었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그렇게 빠른 속도로 내 실력이 늘 수는 없다. 그럼, 나와 몸이 바뀐 여자가 그렇게까지 뛰어난 실력을 가진 마법기사였나?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검과 마법, 둘을 모두 수준급으로 수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하나만 수련해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힘든 판국에, 두 가지를 모두 최고의 상태로 수련한다고? 엘프들이라면 가능하지만, 한정된 수명을 사는 인간들에게는 그게 불가 능했다. 도대체 이 몸의 원래 주인인 소녀는 어떤 사람일까.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그녀에 대한 호기심. 내가 그걸 억누르는 건 불가능했다. 만약 내 앞에 거대한 살덩 어리가 있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서 그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그 살덩어리가 나를 바라본다. "이야압 !" 잡념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기합을 지른다. 앞으로 달려가는 나. 내 몸이 마력을 흡 수한다면, 녀석의 마력 폭풍(내 맘대로 이름 붙여 버렸다....)은 통하지 않으리라는 계산이었다. 몸의 크기로 보아, 단번에 녀석을 절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그러나, 눈을 우선 찔러 버리면 약간 나아질 것이다. 녀석이 눈을 잃고 괴로워하는 동안에, 몸을 자를 생각이었다. 녀석의 입이 벌어지면서 마력이 내게 불어온다. 나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 아니다. 내 앞으로 날아오는 마력은.... 쿠당탕. 나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내 왼팔에 구멍이 나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내 목이나 가슴에 구멍이 났을 것이다. '뭐지? 아주 강한 힘이었는데.' 내 왼쪽 팔 - 팔꿈치와 어깨사이 - 에는 구멍이 나 있었고,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 다. 간신히 동맥을 관통당하는 건 면했지만, 그래도 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은 확 실하다. 팔이 들려지지 않는다. 왼팔이 누더기가 되었군. 이 상황이라면 보통 여자들은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아니, 남자들도 소리지르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난 그렇지 않았다. 비명은 일단 이기고 나서 지르기로 하고, 나는 한 손으로 검을 들었다. 그동안 열심히 단련한 보람이 있었는지, 2미터나 되는 검이 한 손으로 들렸다. 다행이다. 아직 싸울 수 있다. 나는 몸을 일으켜....... 피하려는 순간 보랏빛 광선이 나를 덮쳤다. 몸을 굴려서 간신히 피했지만, 바닥에 구멍이 뚫린 다. 퍼엉. 내 머리에 구멍이 날 뻔했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다시 날아드는 광선. 이번엔 여러 발이 한꺼번에 날아든다 ! 꼴사납게 몸을 데굴데굴 굴려 피하는 나. 왼팔이 으스러지 는 것 같았지만, 나는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내 몸에 짓눌려, 이미 부러진 뼈가 더욱 으스러지는 것 같지만, 그래도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확실히 나도 괴물이 야. 괴물 사부밑에, 괴물 제자가 나오는 거지. 뭐. 생각만해도 치가 떨린다. 기사는 아픔을 참아야 한다며 나를 구타하는 사부의 얼굴. 악마같아. 세상에, 그런 훈련이 어디 있어 ! 사람을 바위로 착각하는 인간이니 그런 훈련을 생각해낸 거야. 매일같이 나를 고문하면서........ 고통을 참는 방법을 가르 치는 거.... 방식 좀 바꾸었으면 좋겠어. 더 약오르는 건, 내 옆에서 나하고 같이 훈 련을 하는 거다. 바위를 끌고 산을 오르라고 하지 않나. 쇳덩어리를 들고 검술을 연 습시키지 않나....... 같이 훈련을 하니 불평도 할 수 없고, 더 약오르는 건 쇳덩어 리로 나를 팰 때였다. 왜 내가 휘두르는 건 하나도 안 맞는 거야? 아직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으흐흐. 소름끼쳐. 그때에 비하면, 지금 팔 하나 다친 정도는 아프 지도 않은 거다. 그 시절을 생각하자, 고통이 사라진다. 이 정도의 상처로 질 수는 없었다. 아직 난 사부를 만나러 갈 생각이 없다고 ! 만나려면, 아르메리아와의 사이 에서 난 귀여운....... 넘어가자. 이 판에도 망상을 할 정도의 여유가 있으니, 난 이 길 수 있을 거야. 검을 오른손에 쥐고, 뒤로 뛰었다. 내 몸을 노리고 날아들던 마력 의 광선이 빗나간다. 마력의 광선. 그건 분명히 마력을 집중시킨 광선이었다. 그렇구 나. 내 몸이 그 마력을 흡수하지 못한 건, 마력이 너무 농축되어 있어서였다. 지나친 양의 마력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팔이 박살난 거다. 그러나........ 그렇다 면........ 녀석도 곧 지칠 거다. 저 정도의 마력을 계속 방출한다면 몸에 무리가 가 지 않을 수가......... 무리가 안 가는 구나. 녀석의 마력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이제는 마력을 느 낄 수 있게 된 - 그래봐야 초보지만 - 내게, 그것은 거대한 벽으로 다가왔다. 저럴수 가. 저렇게 거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니. 저거 레벨 1 맞아? 인간 마법사 중에서, 저렇게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는 자는 없을 것 같았다. 내 머리를 압박하는 마력. 차라리 마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겁이나 먹지 않을 텐데.......... 가만. 저 정도의 마력이면, 그냥 마법 한 방이면 나를 죽일 수도 있을 텐데. 왜 마 법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나를 봐주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마법을 사용할 줄 모르 는 건가. 궁금해진 나는 전투중에 감히 잡담을 하고 말았다. 나는 거대한 보랏빛 공 을 향해, 이렇게 외친 것이다. "당신은 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거에요오오오오. 날 봐주고 있는 건가요오오오오 오." 움직임을 멈추는 거대한 공. 그의 무거운 목소리가 내 귀를 울린다. "난 마력을 만들고, 다룰 수는 있어도 그걸 다른 종류의 힘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 다아아아아아 !" 으. 울려. 귀가 아파. 하지만 질문은 끝내야지. "그럼, 당신이 봐주는 건 아니라는 건가요오오오오오?" 역시 울리는 대답. "이제부터 진짜로 힘을 쓸거다아아아아아." 왼팔은 다쳤고, 오른팔은 검을 들고 있어서 귀를 못 막는 게 유감이다. 하지만, 중 요한 걸 알았으니, 이제 공격이다. 그러나 그 전에..... "가르쳐주어서 고마워요오오오오오." 다시 검을 들고 그에게 달려가는 나. - 계속 - 후기)갑자기 개그 시나리오가 된 듯... 역시 생김새 탓 아닐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7 19:43 조회:460 공룡 판타지 6-87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7) 팔 하나가 부서졌는데도 비명도 지르지 않고 달려가는 레이니를 보는 라비린스들. 주인이 죽을 지경으로 몰렸는데도 천하태평으로 공중에 떠서 구경만 하는 라이트와 불꽃의 거인, 그리고 다른 라비린스들이 잡담하고 있다. "생각보다 당찬 아이인데요." 생명의 힘을 다루는 자, 하얀 머리의 처녀의 말. "그렇지 그 애는 전설을 이룰 아이니까." 불꽃의 거인의 말. "과연 언니가 해낼 수 있을까요?" 라이트의 말. "힘들어. 또 울지 않을까."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처녀의 말. "우리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지." 검은 갑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검사의 말. 레이니가 싸우느라 이 방향을 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무심한 녀석들이었다. "이야압 !" 검을 들고, 옆으로 몸을 날린다. 녀석의 입을 피해서 검을 휘두를 생각이었지 만........ 쿠르르르릉. 몸을 통째로 옆으로 돌리는 발없는 문어. 아무래도 이렇게 부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발도 없는 녀석이 어떻게 저런 동작을....... 문어 대가리 주제에. 녀 석의 입에서 광선이 또 튀어나온다. 이번엔 상당히 크다 ! 몸을 피하기에는 늦다 ! 빛이 나를 감싸버린다. 하지만 ! 내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아까 흡수한 마력으로 상대의 마력에 부딪친다. 약간 기세가 감소한 마력이 내게 불어닥쳤지만, 이 정도의 기세라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상대의 마력이 미는 힘으로 위로 떠오르는 나. 공중에서 몸을 돌려서..... 물컹. 내 가슴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상대의 등 위에 올라탄 거다. 아니, 문어 머 리니까 머리 위에 탄 건가. 나는 검을 들어 힘을 집중시켰다. 이걸로 끝이다. 당황한 듯, 몸을 흔드는 문어 머리. 그러나 그 정도로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나 는 검을 힘껏 내리쳤다 ! 피가 뿜어지고.......... "아니잖아 !" 피가 아니라 마력이 뿜어졌다. 내가 검을 내리치기 직전에. 나는 그 마력에 밀려,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문어 머리라서 그런가? 왜 이렇게 미끄러워 ! 잡을 게 하나 도 없으니, 추락할 수밖에 없다. 나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쿠당탕. "으...........머리야." 머리를 감싸쥐지는 않았다. 검을 오른손에 쥐고 있으니까. 하지만 머리부터 땅에 부 딪쳤으니, 잠시 정신을 잃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내게 치명적이었다. 녀 석이 하늘로 떠올라....... 그대로 몸으로 나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 악 ! 깔린다 ! 쿵. 물컹. "으......... 무거워." 치사하게 여자를 눌러버리다니. 너무 야하잖아 ! 아니, 그게 아닌가? 나는 다리를 구부리고, 간신히 숨 쉴 공간을 만들었다. 조금만 구부리는 게 늦었어도, 내 머리는 부드러운(?) 문어에게 깔려 질식사 했을거다. 간신히 살았지만........ 압력이 대단 했다. 다리가 부러지기 전에, 탈출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나 갈 틈이 없다. 몸이 부드럽다는 건, 이럴 때에는 최악이다. 부드러우니까, 지면에 확 실하게 밀착이 된다. 그것은..... 내가 나갈 틈을 빠짐없이 메꾸어버린다는 말이다 ! "으....... 아무 생각이 안 나." 틈이 없고, 그렇다고 검을 휘두르기에는 좀 좁다. 간신히 검을 움직이는 것과, 검을 휘둘러 적을 자를 공간이 있다는 게 동일한 의미는 아니니까. 그러니, 간신히 검을 움직이기는 해도, 속도가 안 난다. '아 ! 허상의 검을 쓰면.....' 그런데....... 이 물컹한 녀석의 머리가 어디인지 모르잖아. 아무데나 자른다고 해 서 죽는다면, 걱정도 안 하겠다. 게다가....... 생각하기 전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졌 다. 이 녀석이, 몸으로 밀어붙이는 거다. 물컹한 몸이 단단해지면서 나를 아래로 민 다. 땅바닥과 녀석의 몸이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인 나는..... "죽겠군." 남의 일이나 되는 것처럼 태평하게 말하는 나도, 정말 둔한 녀석인지도 모른다. 하 지만 남의 일이 아니니 좀 진지하게 하자. 안 그러면 난 오징어가 되어 버릴 거다. 딱 한 번 오징어를 본 적이 있는데, 비교적 작은 놈인데도 10m가 넘는 녀석이었다. 바다밑에 사는 녀석이라는데, 저걸 먹는 녀석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놈인지 궁금해 졌던 기억이 난다. 음. 나도 아직은 여유가 있군. 이런 생각이나 하다니 말이야. "저러다가 깔려 죽는 거 아닐까요?" 생명의 힘을 다루는 자, 하얀 머리의 처녀의 말. "괜찮아. 저 애는 밟아도 안 죽어." 불꽃의 거인의 말. "너무 야한 거........ 아니에요? 그래도 여자한테." 라이트의 말. "지금 밑에서 울고 있는 거 아닐까?"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처녀의 말. "그럴지도 모르지........." 검은 갑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검사의 말. 정말 너무나 둔감한 자들이었다. 그러 나, 검사의 말이 끝나기 직전, 거대한 분홍빛 바위가 갈라졌다. 터져나오는 빛. 그리 고 머리에 구멍이 뚫려 무너지는 거체. "어?" 모두의 놀란 시선을 받는 속에서, 레이니가 바위 위로 뛰어 오르고 있었다. 자신을 가둔 속박을 풀고. "휴우. 그렇게 하면 간단한 걸. 괜히 팔만 다쳤네." 검을 다시 검집에 넣는다. 검을 내 허리에 가져가서, 검집 부근에 댄다. 그러자, 열 려 있던 검집이 검을 물고, 자신의 입을 닫는다. 철컥. 검을 넣는 게 그리 불편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는 이 검집을 만든 사람의 머리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내 왼팔을 살폈다. 멀리서 구경만 한 녀석들보다는, 지금 내 팔을 고치는 게 나을 거 다. "아까 마력에 의해 관통당하고....... 지금 또 마력을 무리하게 받아들였으 니........" 그러니까 아까..... "으으....... 어쩌지? 어쩌지?" 아무 생각이 안 난다. 그냥 이대로 눌려 찌부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때....... 내 몸에 밀려들어오는 마력이 느껴졌다. 내 몸을 억지로 파괴하려 드는 마력. 마력. 마력? 그러고 보니 아까 내 몸이 마력을 흡수했었지? 몸에 느껴진 고통이, 그걸 일깨웠다. 살기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나는 검을 수련할 때 하 던 대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생명의 힘을 운용하듯이, 마력을 느끼기 위 해.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아까 마력을 운용하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생명의 힘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마력의 감각 때문인지, 마력의 운용은 비교적 쉬웠 다. 나는 내 몸을 누르는 발없는 문어의 마력을 서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마 력을 집중시켰다. 전에 불덩어리를 불꽃의 거인이 만들었을 때의 감각이 기억났다. 체서들에게 내가 불덩이를 쏠 때, 불꽃의 거인이 그 작업을 도와주었을 때의 감각이 기억난다. 그 기억대로, 내 몸은 마력을 내 앞으로 모았다. 나의 검에 마력이 모이 고, 그 마력은 일순간 붕괴하여 거대한 열에너지로 바뀌었다. 검이 달아오른다. 나는 검으로 내 앞을 가로막은 살덩어리를 베어들어갔다. 힘은 없는 일격이었고, 속도도 느렸지만, 그 안에 내장된 엄청난 열이, 앞으로 뿜어져나가는 집중된 열이, 모든 장 애물을 녹여 버렸다. 내 몸에 가득찬 마력이 나를 감싸면서, 열로부터 나를 보호했 다. 화살을 쏜 자는 그 반동을 견뎌낼 수 있지만, 화살을 맞은 자는 그 힘을 견디지 못한다. 나보다 강대한 마력을 지닌 괴물이라 해도, 그 이치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녀석의 몸이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비록 마력이 열을 언제까지나 막아주지는 않지 만, 일시적인 보호의 순간을 이용하여, 나는 검을 들고 위로 풀쩍 뛰었다. 생명의 힘 을 폭발시켜 나의 몸을 하늘로 올린다. 거대한 문어 머리의 중앙부가 뚫리면서, 나는 다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온 몸이 산산조각난 것 같은 이 통증을 제외하고." 혼자서 중얼거리는 나. 마력에 의해 손상된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흐른다. 이래가지고 다음 번 싸움을 할 수나 있을지, 모를 지경이다. 이번에는 누가 날 상대하는 건지..... 나는 저기서 열심히 잡담을 하는 라비린스 키퍼들을 바 라보았다. 정령인지 귀신인지 괴수인지 모를 작자들을. 과연 다음 상대를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이렇게 만신창이가 된 몸을 가지고. 남은 상대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일단 레벨 4와 1을 이겼으니....... 그런데..... 레벨 1짜리 괴수는 어디로 간 거 야? 일단 내 앞에 나타나는 것이 순서 아냐?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 그늘이 진 걸 본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랬군. 녀석은 하늘에 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내 주인으로 인정한다아아아아아." 저 목소리는 여전히 울린다. 땅이 울리는 저 저음의 목소리. 나도 저음으로 대답해 주었다. "알았어요오오오오오." 으. 큰 소리를 지르는 건 쉽지 않아. 여자들은 낮은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다더 니, 정말 그런가봐. 애고, 목이야. - 계속 - 후기)아깝다...... 깔아 뭉갤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과연 누가 레이니를 괴롭힐 상 대일까요? 흐흐흐흐흐. (갈수록 사악해지는 작가라니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8 19:21 조회:488 공룡 판타지 6-88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8) 덜컥. 아르메리아가 방문을 연다. 안에는 어둠이 가득차 있었다. 오로지 달빛만이, 그 쓸 쓸한 침대를 비추고 있었다. 창백한 세이브의 얼굴이 가득하다. "아, 아저씨." 비록 그녀 자신에 비해 어린 사람이지만, 인간의 외모라는 건 의외로 그 영향이 크 다. 일단, 부르기 편하게 아저씨라는 호칭을 쓰는 아르메리아. 그녀를 보는 알베르 트. "아, 아르메리아 양인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메리아. 겉으로 보기에도 초췌해진 그의 얼굴이, 그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피곤하실 텐데, 그만 쉬세요. 그녀는 제가 돌볼 테니까." 조용히 침대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는 아르메리아. 양초를 들어 불을 켠다. 그녀의 손에 불꽃이 일어나고, 양초는 스스로를 태우기 시작했다. 알베르트의 옆에 의자를 가져다 앉는 아르메리아. "........." 여전히 의식이 없는 세이브. 죽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의 부상이었으니, 그러는 것 도 무리는 아니다. 차갑게 식은 소녀의 손이, 그것을 잡는 상대를 애처롭게 한다. 아 르메리아는 잠시 세이브의 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려놓는다. 이불 속에 손을 넣어 주는 아르메리아. "아직 차도는 없지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질문. "예. 죄송합니다. 치료 마법에 대해서는 제 자신이 워낙....." 고개를 숙이는 알베르트. 그의 일행이 이번 여행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기에, 그 중 최연장자인 그의 마음은 쓰라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전원이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레이니와 아르메리아의 노력 덕이었으니. "라이다 양은?" 아르메리아가 묻는다. 별로 알고 싶지는 않지만. "그녀는 지금 방에서 앉아있기만 하더군요. 이곳으로 오고 싶지 않은 것 같더군요." 그 이유를 모를 수 있겠는가. 다만..... "........."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아르메리아. 단지 세이브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둘 사이 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구오오오오." 종류를 알 수 없는 공룡의 울음소리가 그 침묵을 깬다. 그 힘을 빌어, 알베르트가 먼저 입을 연다. "레이니 양은 어디 갔습니까? 보이지 않는데....." "언니는 지금, 세이브를 치료할 의사를 부르러 갔어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것을 위해, 레이니가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고 있음을 모르 는 그녀가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실력으로 과연 생명의 힘을 지닌 정령..... 그 라비린스 키퍼를 이길 수 있을 까.' 법칙을 파괴하는 검, 라 브레이커에 대한 전설은 워낙 유명했다. 그 검의 주인이 모 두 죽고 말았다는 점 때문인지도 모른다. 불꽃의 거인에게 들은 이야기가 사실이라 면.... 이번에 레이니가 살아 돌아올 가능성은 희박했다. '지금 실력으로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레이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다고 그녀가 도와줄 수도 없 다. 그녀는 검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가 세이브를 치료할 힘이 있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도무지 모르겠어.' 경험 부족이라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녀는 엘프를 치료해 본 경험은 있지만, 인간을 치료한 경험은 전무했다. 서로 다른 종족이니 당연히 신체 구조가 다르다. 아니, 그 건 그래도 비슷한 편이었지만....... 마력에 대한 반응이 너무 다르다. 그 반응에 대 해 그녀가 아는 건 거의 없었다. 이래서는 마법으로 치료하는 게 불가능하다. 알지도 못하는 신체에 마구 마법을 걸면 역효과다. '제 자신이 한심해지네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으면 인간의 신체에 대해 공부를 좀 해두는 건데. 엘프들의 몸은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런 건 아무 쓸모가 없네 요. 언니.' 레이니를 도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세이브를 치료할 수도 없다. 단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다만, 이 아이가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버티어 주기만 바랄 뿐.' 보통, 이 정도의 상처라면 이미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세이브가 버티는 것이 용할 정도다. 크루얼 네일의 발톱은 세이브의 배를 뚫고 척추에까지 이르러 그 녀의 등뼈를 부수었다. 중간의 내장이 엉망이 된 것은 물론이고, 이 정도의 일격이면 그 출혈만으로도 능히 죽을 정도였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단지 이 아이의 고통스런 생의 연장이었나.' 아르메리아가 마법으로 할 수 있었던 건 단지 그녀의 배의 대량 출혈을 막고, 체내 의 기관을 소독해서 2차 감염을 막은 것 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긴 하지만, 마법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수준은 못 되었다. 만약 세이브가 엘프였다면 문제는 완 전히 다르지만. '이 아이가 엘프였으면 완전히 치료할 수도 있었는데.' 이게 엘프들의 마법의 특성이자 문제였다. 아르메리아 자신이 인간의 신체를 잘 모 르기에, 마음대로 치료를 하려고 마법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치료 대상자의 신체를 완벽하게 알고, 치료 대상자의 부상을 완전히 파악해야 제대로 된 치유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인간의 신체를 알 수 있는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녀로 서는 단지 레이니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빨리 돌아오세요. 언니.' 두 손을 모으고 세이브를 바라본다. 생기 없는 얼굴이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다. '주문이 전혀 통하지 않아. 왜지?' 알베르트는 괴로워하는 세이브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마법이 형편없다는 게 절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 치고, 다른 마법사들도 손을 쓰지 못했어.' 아까 제라와 테이브가 열심히 이 도시의 마법사들을 찾아 불러오긴 했지만, 그들 중 아무도 그녀를 치료하지 못했다. 주문 자체가 그녀에게 먹히지 않은 것이다. '고작 레벨 4인 나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레벨 7의 마법사의 주문이 먹히지 않다 니. 이게 말이나 되나? 물론 치료 마법이 워낙 어려워서 그렇다는 건 이해하지만.' 레벨 7이면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이다. 그런 자가 사용한 치유 마법이, 세이브에게 는 무시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법 주문이 완성되어 그녀에게 힘이 들어가다 가....... 그 힘이 튕겨진 것이다. 그 반향으로 마법사가 다칠 뻔하고, 주위의 물건 들이 부서졌다. 그 자신의 손등에도, 그 상처가 남을 지경이었다. 알베르트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손에 난 상처가 선명하다. '물론, 긁힌 정도의 상처니까 별 문제는 없지만.....' 그는 자신의 상처를 잊어 버리고, 지금 죽음의 문턱에 선 소녀를 바라보았다. 단지 누워 있기만 한 소녀를. 아무도 볼 수 없는 고독한 싸움을 계속하는 한 소녀를. '만약 마법에 걸리지 않게끔 단련된 아이라서 그렇다면.... 지금은 역효과로군.' 마법을 고도로 익힌 자는 가끔 상대의 마법이 걸리지 않게끔 스스로를 단련하기도 한다. 이 아이의 치유 마법을 보면, 그녀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 나.... 이제는 그게 그녀를 구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었다. '이 도시에는 이 아이의 방어 마법을 깨고, 치유 주문을 걸 마법사는 없어.' 그것은 상당한 수준의 마법이었다. 어떤 주문인지는 모르지만. '제기랄.' 주먹이 쥐어진다.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공룡에게 분노를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공룡은 이미 죽어 버렸다. 세이브를 벤 공룡은 레이니에 의해 처참하게 죽은 것이다. '레이니라... 그 여자애는 어디로 간 걸까. 의사를 찾으러 간 것 치고는 꽤 늦는 데.' 그는 밖을 쳐다보았다. 밤하늘에 뜬 무수한 별들이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희망의 별은 보이지 않았다. 치이이이잉. 내 부상은 이렇게 쉽게 치유가 되었다. 역시 생명의 힘을 가진 정령답다. 아니, 라 비린스 키퍼인가? 마치 세이브 같다. 치료하는 모습이. "으아앙." 그녀의 우는 모습이 떠오른다. 내 눈에 이슬이 맺힌다. 바보같이. "그 소녀를 생각하나요?" 뻔히 잘 아네. 알면 조용히 해 줘. "힘을 내세요. 치료도 끝났으니까." 그렇게 세이브를 치료해 줄 수는 없는 거야? 그녀를 노려보는 나. 하지만 그녀는 전 혀 위축되지 않는다. "그렇게 저를 바라본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요. 당신이 저를 이기고 나면 해결될 일 이에요." 무심한 여자. 이젠 화내고 싶지도 않다. 그녀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다시 검을 집는다. "자, 이제부터는 쉬운 상대가 아니니까 각오하세요. 다음 상대는 레벨 5의 라비린스 키퍼인 아메마이트(Amemait : 뭐든지 먹는 자. 보복을 뜻한다)입니다." "으르르르." 마치 바위같은 피부를 가진 거대한 머리의 짐승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겉보기에도 만만치 않은 상대 같다. 거대한 꼬리에 두꺼운 피부. 게다가 튼튼한 네 다리를 가진 괴물.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래도 5미터는 될 법한 몸길이를 가지고 있었다. "간다 !" 내 검이 뽑힌다. 앞으로 달려가는 나. - 계속 - 후기)자, 과연 레이니가 돌아갈 때까지 세이브가 버틸 수 있을까요? 그건 레이니에게 달린 거죠.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8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19 19:08 조회:475 공룡 판타지 6-89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9) 까앙. 검은 허무하게 튕겨나 버린다. 이건 뭐야? 이거 전설의 명검 맞아? 나는 어이없다는 눈길을 나의 검에 보냈다. '전설의 검'이라는 검이 고작 괴수 하나 자르지 못하다니. 처음에 녀석이 가만히 있길래, 나는 무슨 계략이 있나 의심을 했다. 하지만.. 의외 로 순순히 맞아 주길래, 이번에는 쉽게 끝나나 했더니..... 녀석이 꾸물거린 이유가 있었다. 녀석의 가죽이 의외로 단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검을 배운 이 래, 내 검에 잘리지 않은 적은 처음이다. 여태까지는 내 검에 맞은 게 무엇이든 간 에, 모두 부서지거나 잘려 나갔다. 물론 치매 사부의 경우는 아예 나한테 맞지 않았 으니 제외하고. 그런데 여기에서, 내 검에 맞고도 멀쩡한 자가 나타난 것이다. 당황하는 나에게, 상 대는 몸통 박치기를 가해 왔다. 콰앙. 뒤로 나가떨어졌다. 간신히 몸을 굴려 충격을 줄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온몸 이 아프다. 게다가..... 이제 서서히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비록 몸은 아까 그 흰 머 리 소녀에 의해 회복이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회복이 되지 않았다. 하긴, 하루종일 뛰어 다니고도 모자라서 한밤중에 이렇게 검을 들고 있으니....... 지금이 몇 시던 가....... 여기서는 하늘이 보이지 않아서 알 수가 없었다. 이곳이 도대체 내가 살던 행성 오시언인지 조차도 모를 지경이다. 여기서 보이는 하늘은 온통 파랗기만 하다. 구름도 태양도 없는 완전한 푸른 하늘. 주위를 둘러봐도, 지금 바깥이 어떤지 알 수 있는 단서는 없다. 완전한 별세계. 그런 곳에 나는 서 있었다. 본지 며칠 되지도 않 은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도 바보인가봐.' 실없는 생각을 하고 나서, 나는 검을 고쳐 쥐었다. 저걸 어떻게 자르나. 생각은 짧 았고, 결론은 곧 나왔다. '그래. 우선 눈부터 찌르고 나서 생각해보자.' 확실히 눈을 없애면 좀 나아지겠지. 그 생각이 떠오를 때, 이미 나는 검을 들고 괴 물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내 검이 그의 눈으로 날아든다. 그러나..... 상대는..... 아메마이트는 눈을 감아 버렸다. 두꺼운 눈꺼풀이 내 검을 맞는다. 그리고....... 눈 꺼풀은 내 검을 막아냈다. 그러나, 눈은 하나가 아닌 법. 나는 몸을 회전시켰다. 녀석의 눈꺼풀을 찌른 내 검 을 축으로 삼아, 몸을 돌리면서 녀석의 몸 위로 올라타는 나. 나는 검을 들고, 아래 로 내리찍었다. 검이 눈알에 정확히 맞았다 ! 이겼다 !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눈에 검이 찔렸다고 생각한 순간....... 녀석의 눈 이 빛났다. 그리고........ 눈에 닿은 내 검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 이 건? 나는 망설이지 않고 검을 버리고, 몸을 날렸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땅 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이.......이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머리가 어지럽다. 이건 뭐야........ 잠시 시야가 흐려 진다. 흐릿한 아메마이트의 그림자..... 내 앞에 나타난다...... 몸을 굴린 다......... 쿠웅. 거대한 짐승이, 내가 누워있던 땅을 밟는다. 땅이 풀썩 꺼지며 그 진동이 내게로 전 해져온다. 하지만......... 그 진동에 거스를 힘이 내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왜 힘이 빠져 나간 거지........ 왜 내가 힘을 쓸 수가 없는 거지.........' 몸을 굴려, 간신히 상대를 피하지만, 아메마이트는 나를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나 는 몸을 한 번 더 굴렸지만..... 힘이 없었다. 그 꼬리가 나를 휘감았다. 그리고.... 나를 자신의 입 안으로 가져갔다. '으......으으.....' 나는 검을 쥐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몸부림을 쳤지만..... 힘이 없는 팔로는 단지 허무한 꿈틀거림일 뿐이다. 이대로 죽는 건가....... 내 앞에 한 소녀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귀가 긴 금발머리의 여성. 그녀는........ "아르메리아 !" 눈 앞이 희미하게 보인다. 누군가....... 모르겠어. 나는 의식을 잃었다. "흐흐흐. 이제 포기하시지요........" "다, 다가 오지 마 !" 내 손에서 피가 떨어진다. "싫어. 이제는 싫어 !" 쾅. "아고. 머리야." 으. 머리가 깨지는 줄 알았다. 눈을 뜨자, 내 앞에는 하얀 머리의 여성이 앉아 있었 다. 그녀의 무릎 위에 누운 건가....... 또 꿈을 꾼 모양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나는 고개를 둘러 보았다. 내 앞에는........ 그 악어같은 괴물, 아메마이트가 있었 다. 나도 모르게 검을 잡는다. 하지만........ 이런다고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 는 걸 본능으로 안다. 몸을 떤다. 내가 무서워 하는 건가. 저 괴물을? "무서운 건가요?" 검을 잡은 내 손이 떨린다. 진정시키려고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지만, 이제는 왼손도 같이 떨린다. 몸도, 마음도. 다같이. 마치 저주를 받은 것처럼. 하지만....... 내가 지금 이대로 있으면..... 세이브는..... 그 바보는........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 켰다. 무섭다. 무섭지만......... 그렇다고 도망갈 수는 없다. 몸을 일으키려고 하지 만... 쿵.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리 용기가 있어도, 힘이 없는 상태에서는 싸울 수 가 없다. 결국 다시 주저앉는 나. "으.......으으......." 결국 나는 레벨 5의 괴물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제 세이브는 살아날 수 없는 것일 까. 나는 땅을 움켜잡듯이 쥐면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힘이 없다. 일어날 수가 없다. "이 아이, 전혀 변하지 않았어. 과거에나, 지금에나." 응? 뭐라고? 지금 나한테 한 말인가? 나는 그 목소리를 낸 사람 - 사람처럼 보일 뿐 일지도 모르지만 -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지? 하지만 그 대답은 그녀가 하지 않았다. 그녀, 하얀 머리의 소녀 앞에 있던 아메마이트가 대답을 한 것이다. "무모하게 돌진하는 것도 변하지 않았고." 뭐냐? 꼭 여자 목소리 같은데? 누군가? 나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 아메마이트를 바라 보았다. "당신이..... 말한 .........건가요?" 간신히 입을 연다. 이것도 너무 힘들지만, 어쨌든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상대의 대답을 얻었다. "그렇다." "그럼, 난 이제 죽는 건가요?" 라비린스 키퍼들에게 졌으니 이제 죽음이 기다릴 뿐인가. 허무한 인생이군. "아니다. 넌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싸웠고, 나는 너에 대해 잘 아는 상태 에서 싸웠다. 이대로 네 목숨을 빼앗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럴까. 치매 사부는 이럴 때, 내가 졌으니 죽이라고 할 것 같다. 왠지 그런 생각이 들어. "싸움에 공정한 게 있나요?" "이건 싸움이 아니다. 네가 우리들의 주인이 될 지를 알아내려는 시험일 뿐이지." "시험?" 매번 싸울 때마다 죽을 고비를 넘긴 게 시험이냐? 내 눈을 본 아메마이트는 내 무언 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래. 시험이다. 원래는 한 번에 하나의 라비린스 키퍼와 싸우는 것인데, 너는 이 미 둘이나 상대했다. 오늘은 이만하는 게 좋겠다. 그만 돌아가라." 돌아가라고? 여기서 돌아가라고? 살게 되었다는 기쁨보다는, 이제 세이브를 구할 수 없다는 절망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여기서 돌아가라고? 돌아가서 세이브가 죽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지요? 여기서 내가 돌아가면, 세이브는....... 세 이브는........" 말이 더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남자가 한심스럽게.....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 내린다. 바닥을 적시는 눈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눈물을 닦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부끄러움 때문이었을까. "흑. 흑....." 어깨를 들먹거리면서 운다. 남자가 이게 무슨 망신이냐....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정말 한심하다. 나중에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걸 알게 된다면 아마 죽을 때 까지 놀림감이 될 거다. 하지만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바보 세이브가 죽어 버린 다는 생각이 나를 여리게 만든 모양이다. 아니면 나도 이제 슬슬 여자의 마음을 가지 기 시작했다는 걸까. 이제는 언니라는 말이 그리 싫게 들리지도 않고........ "!" 갑자기 식은땀이 등에 흐른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지? 내가 저주에 걸리고 나 서 그 변태 마법사를 저주하던 생각은 어디로 간 거지? 이것도 저주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일까. 아니면 내 마음이 그만큼 여려진 증거일까. 오른손이 검의 손잡이로 간다. 그리고, 나는 손에 힘을 준다. 검이 내 손에 느껴졌다.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세요." 남에게 고개를 숙이기는 싫지만, 지금은 문제가 다르다. 그 바보 세이브를 살리고 싶다. 나는 아메마이트에게 고개를 숙였다. - 계속 - 후기)으. 졌다. 레이니 양이 졌다. 하긴, 지금 정도의 레벨이라면 패하는 것도 무리 는 아닙니다. 그리고, 아메마이트의 힘 자체가 지금의 레이니가 감당하기에는 좀 벅 찬 것도 사실이고요. 하긴, 지금은 레이니가 그를 이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봐. 그럼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못 이기면 세이브가 죽는다며?" (독자 들) 그래서, 내일은 레이니를 고생 좀 시키려고 합니다. 흐흐흐흐흐. (갈수록 사악해지 는 작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21 18:43 조회:454 공룡 판타지 6-90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0) 남에게 고개 숙이기는 처음이다. 적어도 내 의사로는. 자존심 상하지만, 그 바보를 살리려면 도리가 없다. 나는 내 앞에 선 아메마이트와, 그 하얀 머리 소녀에게 고개 를 숙였다. 애원하는 건 취미가 아니지만........ 내 힘으로는 그녀를 살릴 수 없기 에. "그 애를 살리려면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해요. 도와주세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 요." 내 일이라면 이런 일 안 한다. 나도 자존심이 있지, 죽는 게 낫겠다. 왜 내가 이런 일을 하는 거야. 하지만, 세이브의 얼굴이 떠오르자, 망설일 수가 없었다. 며칠 전만 해도 모르던 아이였지만, 너무나 순진하게 나를 따르던 아이. 그 아이의 죽음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일어나라." 그럼....... 기회를 주는 건가? 나는 잠자코 몸을 일으켰다. 기대에 찬 내 얼굴은, 그러나 곧 무참하게 구겨져 버렸다. "기회는 줄 수 없다. 이미 넌 네 한계까지 힘을 소모했다. 더 이상 싸우는 건 무리 다." 무리라고.......무리라고? 그럼 내 힘은 여기까지니까 잠자코 돌아가서 세이브를 묻 어 버리라.....는 건가? 내 눈빛이 달라졌다. 나는 그에게 따지려는 듯, 걸음을 옮겼 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푹. 쓰러졌다. 날 잡아주는 하얀 머리의 소녀. 나는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힘이 없으니 그럴 수가 없다. 결국 풀썩 쓰러진 채 그녀의 무릎 위에 눕는 나. "지금은 일어나도 싸울 수 없어요. 차라리 기다렸다가....... 내일 다시 싸우는 게....." "그녀는 기다려주지 않아요." 내장이 튀어나올 정도의 부상을 입은 사람이, 내일 밤까지 살아남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의원들은 그녀의 부상 정도를 보고 '가망이 없다.' 며 포기해 버렸고, 마 법사들의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 내가.......... 나는 팔을 들어 올렸 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짚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풀썩.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도저히 안 된다. 이젠 끝인가...... 내 의식이 서서히 멀어 져 간다. 내 의지에 무관하게 눈이 감긴다. 아..... 안 돼........... 내 손이 내 가 슴을 겨누고........ 내리꽃혔다 ! 퍽 ! 약간 과격하지만, 그 주먹이 어느 정도 내 정신을 돌아오게 했다. 나를 보며 놀라는 흰 머리 소녀. "의외로군요. 그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다니. 보통 사람이면 벌써 쓰러졌을 텐데." 치매 사부의 밑엔 치매 제자가 있는 거지. 어차피 상식하고는 거리가 먼 일을 몇 차 례나 겪은 내가 아니냐. 나는 어거지로 몸을 일으켰다. 지금 싸우는 건 무리지만, 어 찌어찌하면 한 번 정도는 공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비틀거리면서 검을 들었 다. 그 검을 겨누려고......... 쿵. 또 쓰러지고 말았다. 쿵. 쿵. 쿵. "무슨 소리지?" 잠시 잠이 들었나 보다. 황급히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내가 앉은 의자의 주위에 는 역시 의자에 앉아 침대에 기대어 잠이 든 알베르트 씨 뿐이다. 그럼, 이건 무슨 소리지? 설마 도시 한가운데에 공룡이? 그럴 리가 없는데? 쿵. 쿵. 쿵. "이.....이건? 상당히 거대한 공룡의 발소리야." 이런 울림을 낮에 들어본 적이 있다. 저건........ 설마 벌써.... 나는 문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것을 보았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 귀를 찢는 거대한 동물의 소리. 정말로 공룡이었다. 저건....... 지상 최대의 공룡 인 사이스모사우루스였다. 길이가 50m를 넘는 거대한 괴물이, 이 도시에 온 것이다. 그것도 무리를 지어서. "무, 무슨 소리야?" 알베르트 씨가 뛰어나오다가, 귀를 막는다. 상대의 소리가 너무 크다. 만약에 내가 엘프가 아니었다면, 그의 말을 알아듣는 건 불가능했으리라. 하지만 인간들은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듣는 모양이다. 서로 상대의 입을 보기만 한다. 귀를 막고서. 한 사람이 손으로 신호를 보낸다. 사람들이 그제서야 도시를 둘러싼 성벽으로 달리 기 시작한다. 저건 수신호인가? 나는 알베르트 씨를 붙잡고 외쳤다. "세이브는 제가 돌볼 테니까, 아저씨는 성벽으로 가세요 !" 음파를 집중시켜서 그의 귀에 모아 주었다. 그가 귀를 다치지 않을 정도로 조절을 해서. 그는 곧 내 말을 알아듣고 성벽으로 달려갔다. 나는 세이브에게 돌아가면서 속 으로 빌었다. '언니. 서둘러요. 곧 도시가 폐쇄될 거에요.' "으으으으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대로는 얼마 못 가서 세이브가 죽고 말 거다. 나도 그녀의 상처가 얼마나 심한지는 알고 있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는 거. 내 마음은 급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몸은 일어나는 걸 거부하고 있었다. 단지 버둥거 릴 뿐이다. 바닥에서 몸부림치는 나. "그만둬요. 아가씨. 이런다고 일어날 힘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나를 동정하나요? 하얀 머리 아가씨. 그러려면 세이브에게도 그런 동정을 베풀어 줘 요.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 힘도 없다. 단지 하룻동안 힘든 여정을 보냈다고 이렇게 되는 건가. 이렇게 내 체력이 약했나. 하지만 생각도 잘 나지 않는 다. 잠을 자고 싶었다. 눈이 점점 감긴다. 검을 쥐고 있던 내 손이 풀린다. 아, 안 돼........ 흐려져가는 내 눈에, 그 녀석이 비추어진다. 여기 올 때....... 날 바다 에 빠뜨리는 환상을 만든 자가.... 환상.......... 환상? 그럼 지금 내 몸에 힘이 빠 지는 것도? 나는 검을 들고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서, 그에게 휘둘렀다. 그러 나........ 쿠웅. 그는 가볍게 피하고, 나는 나동그라졌다. 이젠 끝이다. 힘이 없다. 나는 이렇게 비 참하게 죽어가는 구나........ 이젠 버둥거릴 힘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누웠다. 이 젠 숨쉴 기력도 없다. 저 녀석들, 설마 묘 정도는 만들어 주겠지. 그것도 헛된 희망 인지는 모르지만. 내 의식이 아득히 멀어져 간다. "세이브. 세이브. 정신 차려 !" 울컥. 피를 토하는 세이브. 아무리 닦아도,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젠 늦었다. 이 아 이는 죽는다. 이렇게..... 결국 언니의 무모한 도전은 실패한 모양이다. 차라리 내가 그 검의 주인이 되어 시험에 도전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적어도 지금의 언니보다는 내가 더 잘 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가 지....... '난 언니처럼 그렇게 무모할 정도로 전력을 다하지 않아.' 그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난 그 검의 주인이 아니었다. 설령 내가 그 라비린스 키퍼들을 이기더라도, 그들은 날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엘프들은 남의 힘을 빌릴 때에는 대가가 따라온다는 걸 안다. 인간은 그걸 모르고 있지만. "세이브. 세이브 ! 곧 레이니 언니가 올 거야. 기운 내 !"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마법의 힘으로 그녀의 출혈을 멈추게 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다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컥 ! 크르륵." 목에서 피가 끓는다. 다시 마법으로 출혈을 막는다. '언니. 빨리. 서둘러. 이대론 오래 못 가.' "!" 지금 비명이 들렸어. 세이브의 비명이. 물론 그게 환청인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내 의식을 다시 깨운 것이다. 아직 내 몸에 힘은 없지만, 눈은 뜰 수 있었 다. 나는 내 앞에 선 아메마이트와 흰 머리 소녀에게 외쳤다. "한 번만 기회를 더 줘 ! 이 망할 녀석들아 ! 너희들은 깃털 한 장 만큼의 동정심도 없냐 ! 이 자식들아 !" 차라리 욕이나 하는 게 나았다. 비굴하게 비는 것 보다는. 어차피 안 들어줄 녀석들 이라면, 죽기 전에 욕이라도 하고 죽자. 저 녀석들이 어이없어 하는 게 보이긴 하지 만, 그래도 죽을 바에는 이게 낫다. 그런데....... "그렇게 그 애를 치료하고 싶은 건가요?" 내게 묻는 흰 머리 소녀. 나는 지체하지 않고 대답한다. "그래 ! 너희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이해할 지적 능력이 있었으면 벌써 날 도와주었겠지. 나는 그들을 노려본다. 힘은 없어도, 내 의지는 남아 있었다. 비록 이런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겪을 각오가 되어 있나요?" 그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있는가? 내 눈을 본 흰머리 소녀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 다. "각오가 된 모양이군요." - 계속 - 후기)으. 결국 다음 회로 넘기네요. 원래는 오늘 하려던 건데. 그런데 그게 뭐냐고요? 다음 연재 분을 보시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 차라리 그냥 죽 이는 게 낫지........ "뭐야? 너 세이브를 죽이려는 거냐 ! 이 사악한 작가야 !" (독자들) 다음 연재 분 보시면 안다니까요. 악 ! (날아오는 돌) 추가)어휴..... 우선 불평 좀 하고 ! (투덜투덜투덜) 이번에 갑자기 연재가 중단되는 바람에 경악을 하셨던 수많은 독자분들께 사과드립 니다. 제 컴퓨터가 7월 19일에 폭발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_-;), 본의 아니게 연재를 중 단했습니다. 그래서 좀 기다려달라고 시리얼 란에 글을 올렸더니 운영자가 삭제를 하 더군요. (왜 그런 것만 삭제하는 거야 !) 그래서... 결국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 드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용산에 컴을 가져가서 컴퓨터 점검을 하느라 어제는 날리고, 오늘 (지금 글 올린 시점)에야 비로소 컴퓨터를 용산에서 가져와서 지금 테스트 중입니다. 내일은 저도 바쁘니 올릴 수 없을 것이고(19일에 글 올리자마자 폭발..... 쩝), 아 무래도 비축한 글을 쓸 시간이 내일은 없을 듯 해서.... 결국 다음 연재는 일요일에 합니다. 아, 걱정은 마시길. 일요일부터는 정상 연재를 할 생각이니 놀라지 마시고. 그럼, 레이니 일당을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시길. (꾸벅)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23 19:59 조회:454 공룡 판타지 6-91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1) 각오? 무슨 각오?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하는 소녀. "당신은 이미 레벨 4까지 통과했어요. 만약 당신이 원한다면 그들의 능력을 받을 수 있는데....... 해보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당신이 이긴 라비린스 키퍼들은 당신의 하인들. 그들이 가진 힘을 당신은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어요. 물론 그 힘을 당신이 받는다는 전제하에서지만. 그 힘이 있으면 당신은 적어도 한 번은 더 싸울 수 있을 거에요." 그런가.... "물론, 당신이 만약 이번에 아메마이트를 이길 수 있다면, 제가 그 여자애를 치료해 드리겠어요. 당신은 이미 한계 이상의 힘을 냈으니, 이 정도는 해드려도 되겠지요." 원래 하루엔 한 번만 시험을 하고 끝나는 거라고 했지? 그래서인가? "단, 그 지식의 전수 과정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아무리 당신이 인내심이 강해도 힘들어요. 한 번에 세 명의 지식을 전수받는 것이니까." 뭘 하려는 거지? 지식을 전수받는 거라면 그들이 내 앞에 앉아서 지식을 말로 전하 면 되는 거 아닌가? 그게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내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다짐하듯 말하는 그녀. "당신, 중간에 죽을 지도 몰라요. 그래도 해 보겠어요?" 말 할 필요는 없다. 눈빛만으로도, 의사 전달은 가능하다. 그 정도는. "자, 제자리에 앉아서 바른 자세로 앉으세요." 으. 학생이 된 느낌이야. 그 치매 사부처럼 말하고 있어. 물론 그 치매사부가 더 포 악하긴 하지만. 말투도 더 거칠고. "그리고 눈을 감고, 검은 자신의 무릎 위에 놓고. 검을 잡고 있어도 좋지만, 움직이 지는 마세요." 자상하게도 설명해주네. 일단 시키는 대로 한다. 일단 아까보다는 나아진 상황 아닌 가. 아예 기회를 주지도 않던 아까에 비하면..... 설마 오늘 울었던 게 알려지지는 않겠지? 별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럼, 시작합니다. 도중에 이 자세를 흐트러뜨리면 안 되요.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어요?" 내가 무슨 사형수냐 ! 그런 말을 하게. 하지만, 개인적으로 묻고 싶은 것도 있고 해 서, 나는 입을 열었다. "당신과, 다른 라비린스 키퍼들의 이름을 알려 줘요." 도대체 누가 누군지 모를 지경이다. 적어도 이름만은 알아야 뭘 하지. 내 질문에, 조용하지만 명확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녀. "레벨 1은 포스 메이커(Force maker). 마력을 만들어 내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다 른 이름도 있지만..... 그건 좀......." 무슨 소리지? 그 다른 이름이 뭐야? 상당히 망설이다가 대답하는 그녀. "제이드(Jade : 옥. 하늘의 양의 힘을 뜻함)라고 하는데요." 풋 !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최소한 옥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면 뭐라고 하지 않 겠어. 그 핑크색이 무슨 옥이야. "레벨 2는 불꽃의 거인(Fire Giant). 마력을 불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이름 은 토파즈(Topaz : 황옥, 태양을 뜻함)." 이름이 왠지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 그 불의 괴물이 토파즈라.......그래서 자기 이 름을 밝히지 않은 건가? 내 눈을 바라본 그녀가 대답해준다. "예. 그는 자기 이름을 싫어해요. 그러니, 지금처럼 불꽃의 거인이라고 부르시면 될 거에요." 그런가. 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자. "레벨 3과 4를 다루는 건 라이트(Light). 마력을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힘으로 바꾸지요. 빛의 힘은 대부분의 힘을 포괄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거에요. 또 다른 이름은 사다니크스(Sardonyx : 붉은 줄마노, 활기를 상징)이지요. " 그래서 그 애가 그렇게 여러 가지 마법을 사용한 건가. "레벨 5는 아메마이트(Amemait). 뭐든지 먹는 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보통의 힘을 마력으로 바꾸는 힘이 있어요. 당신이 힘을 잃고 쓰러진 것도 그의 힘 때문이에 요. 물론 당신 자신이 지금 정신적으로 지친 것도 원인이지만." 그래서 이렇게 힘이 없는 건가. 그런데..... 여태까지 제대로 된 이름을 가진 건 그 아메마이트가 유일한 것 같은데. "레벨 6은 저기 서 있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갈색 머리 소녀에요. 암 버(Amber : 호박. 응축된 빛이라는 뜻)라고 해요. 아, 호박이라고 해서 얼굴이 못 생 긴 건 아니고....... 보석의 이름이에요. 힘을 원하는 형태로 하는 힘이 있어요. 마 치 물질처럼."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다만, 암버라는 이름은 그럭저럭 어울리는 것 같다. "레벨 7에는 정신을 다루는 자, 저기 선 분이 있어요. 저 분, 기억나시죠?" 기억 난다. 처음에 날 바다에 빠뜨리고는 음흉하게 웃은 작자. "그의 이름은 셀레나이트(Selenite : 달, 부드러움, 연인의 의미). 정신의 힘을 가 지고 있어요." "가만..... 혹시 여자?" "네." 헉 ! 충격이다. 저게 여자였어? "그리고, 저는 역시 레벨 7이고, 생명의 힘을 가지고 있어요. 라피스 엑실리스 (Lapis exilis : 불모의 돌. 불사조의 젊음을 되찾아준 신비의 돌이라고 한다)라고 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잘 부탁해요." 왠지 무게라고는 하나도 없는 듯한 여자다. 외모만 아가씨야. 그런데..... 한 사람 빠진 것 같은데? "저기 서 있는 저 사람은?" 검은 갑옷을 입고 멀리 서 있는 저 사람은 누구지? 물론 사람처럼 생겼을 뿐, 정말 사람은 아니겠지만. 라피스 엑실리스가 대답을 한다. 하얀 머리 소녀가. "그는..... 죽음의 힘을 가진 분이에요. 이름은 제트(Jet : 흑옥. 슬픔, 죽은 자에 대한 애도를 뜻한다)이지만, 그냥 암흑의 기사라고 하세요. 제트라는 이름을 별로 좋 아하지 않더군요." 갑자기 으스스해진다. 무섭다. 설마 나, 언젠가는 저 작자와도 싸워야 하는 거야? 내 눈빛만 보고도 내 마음의 동요를 알았는지, 라피스 엑실리스가 대답해준다. "예." 갑자기 내 앞날이 처참해진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이 일을 원하는 건가요?" "응. 새삼스럽게 그걸 왜 묻는 거지?" "그건......... 곧 알게 될 거에요. 자, 시작합니다. 모두들, 준비해주세요." 내 앞으로 다가오는 불꽃의 거인, 포스 매이커 제이드, 그리고 라이트 양. 그들은 내 앞에 앉더니, 자신들의 손을 내 머리에 얻는다. "시작 !" 라피스 엑실리스의 말과 함께, 그게 시작되었다. 고통스런 여행이. "크윽 !" 이상한 가래끓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하는 세이브. 그 옆에 있는 나. "이, 이젠 틀렸어." 이불이 붉게 물든다. 더 이상은 출혈을 막을 수 없다. 이걸로 끝인가. 인간의 몸에 대해 자세하게 모르는 게,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은 몰랐다. 아니, 이 아이가 특이 체질이라서 그럴까. 내가 그나마 아는 인간에 대한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는 언니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할지도.... '아냐 ! 언니가 올 때까지는 버텨야 해.'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다시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출혈을 막기라도 해야 했다. 마력에 대한 반응이 보통 인간과 같았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었지만......... 치칙. 치칙. 저항이 강하다. 나는 다시 한 번 마력을 세이브의 몸 속에 집어 넣기 시작했다. 그 녀의 몸이 마력에 대항한다. 선천적으로 다른 자의 마력을 거부하는 힘을 가졌는가.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출혈을 막았다. 약간 억지로 한 느낌이 들지만, 이러면 얼마 정도는 버티리라. '언니. 서둘러요.' "으, 으으으." 어린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상황에 이른 세이브. 그녀의 모습을 보 니 눈물이 나온다. 하지만..... 울고 있을 때는 아니다. 언니가 지금 무슨 고통을 겪 는 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호된 시련을 겪고 있으리라. 그 불꽃의 거인의 말대 로라면. 이 아이도 역시..... "여기서 약해질 수는 없어. 이 아이도 이렇게 버티고 있는데." 그녀의 고통이 느껴진다. 그것은..... "으아아아아아 !" 비명을 지를 뻔했다. 입술을 깨물어 겨우 내 자세를 유지했지만, 피가 흐르는 건 막 을 수 없었다. 검집을 잡은 내 손에 엄청난 힘이 들어간다. 손이 떨린다. 눈을 감는 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붉은 번개. 그것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눈을 감았는데 어떻게 보이는 거지? 하지만 그런 소박한 질문에 답할 여유는, 내게 없다. 몸부림이라도 칠 수 있다면 더 나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럴 자유는 내게 주어지 지 않았다. 내가 몸을 움직인다면, 지식의 전달이 중간에 끊어져서 처음부터 다시 시 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머리에서 고통이 주어지는데, 그걸 가만히 앉아서 견디라 니. 이건 너무 무리한 요구였다. 내가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머리가 터지는 듯한 고 통이 내 생각을 지워 버렸다. - 계속 - 후기)결국 라비린스 키퍼들의 이름을 모두 정해서 채웠습니다. 모두 보석 이름으로 정해버렸는데. 마음에 드실 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녀석들이 더 나오면 무슨 보석을 골라서 이름을 짓지? 갑자기 고민되네요. 아, 아메마이트는 보석이 아닙니다. 그는 사자와 악어와 하마를 합친 듯한 괴물로, 설명드렸듯이 보복을 뜻하는 괴물입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24 19:20 조회:453 공룡 판타지 6-92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2) 내 머리 속에 알 수 없는 지식이, 억지로 내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것은 내가 모 르던 것. 내가 알지 못한 것. 내가 알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그것이 나를 향해 쏟아 지고, 나를 부순다. 내가 사라져 가는 것 같다. [마력을 생산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우선 첫 번째로 그 몸을 단련시켜 자신을 이 루는 세포 자체가.......... 마력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첫 번째는 그 마력을 지탱 하는 균형을 깨뜨리는 것으로..... 모든 힘은 결국 같은 것이며, 마력을 다루는 자는 우선 이 힘을 이해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에서부 터.......... 힘을 일정한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힘을 마력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원래 처음에 마력을 만들어내는 방법과 같은......... 마력을 바꾸는 힘을 가 지게 하는 것이나......... 균형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우선 마력이 어째서 균형을 이 룰 수 있는지 알아야 하며........ 마법 수련을 시작한다......... 우선 힘의 성질을 이해해야 하며, 그 힘 하나하나가 어떤 이치로 인해 자신을 유지하는지를.........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 힘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알 수 없어. 난 알 수 없어. 이런 단편적인 지식만으로는, 위대한 마법사가 될 수 없어.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어. 이제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 머리에 손을 엊은 그들의 생각만이 내 머리를 울릴 뿐이다. 수많은 무의미한 말이 내 머릿속 에 울린다. 의식이 아득히 멀어져간다. 이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단지 알 수 없 는 조각조각난 말의 파편뿐이었다. [마력........ 불...........빛...........힘의 구조........힘.........마 력.......] 이제는 말 자체가 들리지 않는다. 그들의 지식이 무엇인지, 나로선 짐작이 가지 않 는다. 아마 마법사의 지식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난 모른다. 난 검에 의지하 고 검을 휘두르는 검사일 뿐이다. 이런 걸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고......... 이젠 머 리도 아프지 않다. 단지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다. 마치 석상처럼. 이젠 아무것도 생 각나지 않는다. 이젠 난........난......... 그들이 언제 내 머리에서 손을 떼어냈는 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끝없이 밀려와서 내 머리를 가득 채운 지식의 바다가 나 를 삼키고 있었다. "이봐요. 이봐요. 아가씨." 아가씨? 그게 누구지? 난가? "아가씨. 아가씨 !" 나는 그 소리에 눈을 떴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건 나를 바라보는 하얀 머리의 아 가씨 뿐이었다. 그녀를 부르는 소리였나? 하지만 여기엔 나와 이 아가씨 외에는 아무 도 없는데? 이미 둘을 제외한 누구도 이곳에 있지 않았다. "괜찮아요?" 멍한 눈으로 나는 그녀를 바라본다. 도무지 누군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럼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저........누구세요? 언니는." 최대한 상냥하게. 나는 그녀에게 나쁜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를 보는 그녀의 눈이....... 어딘지 이상하다? 그녀의 고운 입술이 열린다. "저....... 제 이름, 기억나지 않아요?" 무슨 소리야? 오늘 처음 본 사람의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라는 거야? 내 눈이 동그래 졌을 거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실례라고 생각되지만, 언니는 누구세요?"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 왜 저러는 거지? "저, 정말로 절 모르는 거에요?" "예." 설마, 내가 처음 본 아가씨의 이름을 알아낼 재주가 있다고 여긴 건 아니겠지. 왜 놀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난 당연한 대답을 한 것 뿐인데. "..........." 대답이 없는 언니. 왜 저러는 거지? 난 순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언니. 왜 그래요? "언니. 저.... 여기서 뭐하고 있었어요? 잠깐 잠이 든 것 같은데." 아직도 졸리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잔 모양이다. 좀 피곤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날씨도 덥다. 샤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저.... 언니. 여기 강은 없나요? 너무 더워서 그래요." 얼음같은 사치품은 구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 더위를 물리칠 비법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방법은 오직 강에서 헤엄치는 것 밖에는 없다. 나는 간절하게 언 니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게 할 말을 기대하면서. "아....... 절 따라오세요." 앞장서는 하얀 머리의 아가씨. 나는 좋아라고 따라가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언니." 그녀가 날 안내한 곳은 커다란 집이었다. 세상에. 상당히 보기 좋은 집이다. 나무 위에 지어진 집으로, 작지만 그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곳이었다. 집 위에 내려져있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그녀. 그리고 그녀는 나를 돌아보았다. "자, 여기로 올라와요. 아가씨." "네. 언니." 힘차게 대답을 한 다음, 나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바람 때문에 좀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올라갈 수는 있었다. 흑. 너무 느려. 내가 생각해도. 바람 이 생각보다 심해서, 나는 자꾸만 사다리에서 미끄러졌다. 결국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나. 풀썩. "히잉. 아파." 내 허리에 매달린 거대한 검이, 내 움직임을 제약하고 있다. 내 가느다란 허리에 이 게 뭐야. 나는 허리에 있는 검을 풀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아가씨한테는 안 어울 리는 검이야. 나는 다시 사다리에 매달렸다. 자, 부지런히 올라가자.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 "이건 뭐야?" 내 팔을 가린 옷소매에 뚫린 구멍. 그리고 그 주위에 배인 피........ 피 ! 순간적 으로 어지럽다. 힘이 빠진 나는, 그만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쿠당탕.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 "꺄아아아악 ! 사람 살려 !" "왜, 왜 그래요?" 난데없이 터져나오는 비명에 놀라,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하얀 머리 언니. "저......... 피, 피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로, 언니를 바라보는 나. 난 피가 싫어. 무서워. "어디 다쳤어요? 좀 봐요." 집에서 뛰어내려오는 언니. 세상에, 저 높이를 저렇게 가볍게. 난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는 못할거야. 감탄하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 언니. 그녀는 내 팔을 들어 살피더 니, 나를 책망하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이건 이미 나은 상처에요. 흉터도 없고." 흉터가 없다고? 안심이다. 하지만........ 피가 묻어 있는 건 싫어. 울상이 된 내 게,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여자애가 피를 좋아할 리가 없잖 아. 당연히 무서워하는 거 아냐? "검은 어디 갔어요?" 그런 무거운 걸 왜 내가 가져야 하는 거야? 난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지도 않고, 그 런 무거운 검으로 검술 배울 생각도 없는데. "저기 버렸어요." 검을 손가락질하는 나. 저런 무거운 검을 들고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러 나.....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싸늘한 빛을 띄었다. "검사는 검을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는 거 아닌가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검사가 아니라고. 난 단지 조용히 살고 싶은 다섯 살 어린애 일 뿐이야. 언니.....그런 말 하지 마. 무서워. 오들오들 떠는 나. 그녀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고는,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그 검을 가지고. 나도 곧 따 라서 올라갔다. 내가 언니를 화나게 했나? "와. 멋져. 나 여기서 사는 거야?" 언니에게 묻는 나. 우리 집이 이렇게 화려했나? 보통은 그렇지 않았는데? 이렇게 여 러 가지 반짝거리는 장식품이 달린 호화스러운 집일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계속 감탄하는 나. 하지만....... 내 팔을 보자 곧 시무룩해질 수밖에 없었다. 피묻은 옷 은 싫어. "언니. 나 갈아입을 옷 없어?" 그리고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네 방에 있어. 꺼내 입어." 검을 방바닥에 내려놓고 주방으로 사라지는 언니. 저녁인가? 기대할 께. 언니. "응. 저녁 기대할께." 귀여운 동생이 되었나? 드르륵. 드르륵. "와. 옷이 많아." 옷장문을 열고 꺼낸 내 첫마디는, 이런 것이었다. 별로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그래 도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나는 옷장을 열고 드레스를 꺼내 입기로 했다. 바지는 너 무 창피해. 좀 예쁘장한 옷으로 골라야 해. 나는 내가 입었던 옷을 벗고, 다른 옷으 로 갈아입으려고 했다. 툭. 내 다리 사이에 있던 천 조각이 아래로 떨어졌다. "저게 뭐야?" 나는 고개를 숙여 그것을 바라보았다. - 계속 - 후기)갑자기 청순가련한 소녀가 나오네요.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되냐고요? 내일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흐흐흐흐흐. 대결은 안 보여주고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를 몰 고 가는 저도 좀 치사한가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25 19:24 조회:458 공룡 판타지 6-93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3) 그것은 단순한 사각형의 천조각이었다. 이게 뭐야....... 조용히 그 천을 집어 드는 나. "이상하다? 속옷인가? 아닌데?" 뭔지 모르겠다. 그냥 내던지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갈아입을 옷을 골라 들었다. 물론 천조각은 치워....... 가만. 내 팔에 피가 묻었네. 좀 닦자. 나는 천의 재활용 을 하기 위해, 손을 뻗어 천을 집어 들었다. 내 옷에 피가 묻었으니, 내 팔에도 피가 묻었을거야. 난 피 싫어. 천을 들어 팔을 닦는........ 어? 천에 피가 묻었네? "어? 뭐야?" 피가 묻었어. 불쾌했다. 난 피가 싫은데. 어릴 때 피를 본 기억이 난다. 아주 안 좋 은 일이... 하지만 지금 묻은 피는 내........... 내가 피를............. 왜 흘린 거지............. 난.......... 머리가 어지러워........ "그.....그러니까........" 말도 안 돼 ! 그게 무슨 소리냔 말이야 ! 하지만 아르메리아는 안색 하나 안 바뀌고 말을 하고 있다. 그걸 날 보고 믿으란 말이야? 이런 생각을 해 봐야, 저 얼굴을 보면 믿지 않을 수 없다. 아르메리아가 나한테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건....... "언니는 오늘 생리가 있어서 그런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배가 좀 아프 고, 기분이 나쁘기는 하겠지만...." 더 들을 수 없다. 귀를 막아 버리는 나. 그만해 ! 그만해 ! 그만 하란 말이야 ! "그만 ! 그만 ! 그만해 ! 그만하란 말이야 !" 머리가 울고 있다. 창피스러운 기억이다.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그건 아냐 ! 난..... "무슨 일이에요?" 부엌에서 달려들어온 흰 머리 소녀. 라피스 엑실리스. 그녀의 눈에는 놀라움이 나타 나있다. 가만. 그녀가 왜 부엌에 가 있는 거였지? 그 순간, 내 기억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으로 몰려들어왔다. 그와 함께 찾아온 통증. 머리뼈를 강제로 잡아뜯는 것 같 다. "아아아악 !"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감싸쥐고는 바닥에 뒹굴었다. 주위가 온통 빙글빙글 도는 것 같다. 보이는 건 회색빛의 장막뿐이었다. 나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면서 바닥을 굴렀 다. 내 긴 머리가 사정없이 잡아뜯겨진다. 나는 몸을 구부리고, 바닥을 마구 긁었다. 손톱이 갈라지면서 피가 흘러나왔지만, 그런 정도는 차라리 쾌락에 가까운 감각이었 다. 다리가 마구 구부러지면서 발에 걸리는 모든 것을 걷어찼다. 내 옆에 있던 라피 스 엑실리스도 내 발에 맞아 넘어지고 말았다. "으....."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는 그녀. 하지만 난 그녀를 볼 수가 없었다. 단지 바닥에서 버 둥거릴 뿐이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는 정신없이 거실로 기어나갔다. 저 기에 검이 세워져 있어. 그걸로 목을 자르면 좀 나아질거야. 악마의 유혹이라고 할 만한 생각이 들었다. 저걸로 내 목을 찌르는 게 편할 것 같다. 내 몸이 저절로 그 생 각에 동조하고 있었다. 나는 비틀거리면서 그리로 향했다. 내 표정을 보고 뭔가를 눈 치챈 그녀가 날 가로막는다. "안 돼요. 여기서 포기할 셈이에요?" 아파. 너무 아파. 난 어떻게든 해야 해. 안 그러면 난 미칠 거야. 난 그녀를 밀어젖 히고는, 내 검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네 발로 뛰는 것도 달리는 거라면. 그녀가 날 잡고 늘어진다. 그러나 난........ 챙. 검을 든다. 검이 검집과 떨어져 나가고, 검집은 바닥에서 뒹군다. 나는 거대한 검을 서서히 내 목으로 향했다. 나는 검을 힘껏 들어서..... "그만 해요 !" 라피스 엑실리스의 비명이 들렸다. 푸욱 ! 피가 흐른다. 내 발아래로 흐르는 피가 왠지 너무나 붉게 보인다. 석양의 하늘처럼. 내 검 이 방바닥에 떨어진다. 챙그렁. 쇠가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검에 흐르는 나의 붉은 피. "헉. 헉. 하아. 하아." 조금은 나아졌다. 이젠 견딜 수 있다. 내 다리에 검을 찌른 건 좀 거칠기는 하지만, 머리를 짓누르는 고통은 그러지 않고는 견딜 도리가 없었다. 만약 내가 내 다리를 스 스로 찔러, 그 고통으로 머리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지 않았다면 난 지금쯤 스스 로 목을 찔러 죽었을 것이다. "세, 세상에. 무슨 여자가...." 아직도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라피스 엑실리스. 확실히 내가 자살이라도 할 줄 알았던 모양이다. 벽에 기대고 있는 나를 그저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움직이지도 못 하고. "휴우. 이젠 좀 견딜만 하네. 그럼......." 나는 내 검을 들었다. 검이 너무 커서, 도저히 앉은 자세로는 손잡이를 들 수가 없 다. 별 수 없이, 나는 검의 날이 있는 부분을 잡아야 했다. 내 손에 생명의 힘을 집 중시켜 손을 보호한 후, 나는 검을 잡아 뽑았다. 기묘한 소리와 함께 검이 내 오른쪽 다리에서 뽑힌다. 피가 사방으로 튄다. 뿜어져 나온다. "이제 지혈을 해야....." 나는 옷이라도 찢어서 붕대를 만들려고 했다. 뭘로 출혈을 막아야 안심이니까. 그러 나.... 누군가의 손이 하얗게 빛나며 내 상처 부위로 다가갔다. "치료를 할 테니까, 잠깐 기다려 주세요." 손이 에메랄드의 빛으로 빛난다. 손에서 무언가가 새어 나온다. 내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간다. 마치 세이브의 치료 마법 같았다. 세이브. 세이브? 아, 세이브 구해야 지.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녀를 깜박하고 있었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상처 부위를. 피가 말라붙은 내 상처를. "천하에 이렇게 미련한 여자는 본 적이 없어요." 여, 여자...... 내가 여자가 아니라는 건 잘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상당히 원망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통증을 견디려고 자기 다리를 스스로 찌르다니. 당신, 제 정신이 아니지요?" 으.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나는 아까보다 더욱 원망어린 시선을 그녀에게 보냈다. "미쳤다고 하는 건 좀....." "자신도 인정하는군요." 뭘 인정한다는 거야 ! 어느새 심각한 분위기가 우습게 되어 버렸다. 피식 웃어버리 는 나. 그 덕분인지, 조금은 상처의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나는 줄어드는 머리의 통증을 느끼면서 다리에서 흐르는 피를 바라보았다. 라피스 엑실리스가 내 다리를 고 쳐주는 동안, 방에 괴인 피가 내 시선을 사로 잡는다. 피가 땅바닥에 괴였다. 내 손에 들린 단검에서 피가 흐른다. 그 피는 땅바닥에 흘러, 피의 바다를 더욱 넘 치게 한다. '또 망상인가.' 요즘 쓸데없는 망상이 늘었다. 몸이 이상하니 마음도 그 영향을 받는 것일까. 라피 스 엑실리스의 손에서 녹색의 빛이 은은히 나오는 걸 보며, 나는 방에 괴인 내 피를 바라보았다. 왠지 익숙한 듯한 광경이었다. - 계속 - 후기)오늘은 좀 짧잖아 ! 이렇게 말씀하시겠지만.... 여기서 잘라야 이야기가 되니 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칸 띄워놓는 것도 계산을 해야 하고요. (갈수록 사악 해진다.... 나도..... 사람 놀라게 하고) 그럼 내일은 다시 싸움인가? 레이니 고생 좀 하겠군요. (이미 하고 있잖아)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26 19:52 조회:459 공룡 판타지 6-94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4) "고마워요." 웃어야 하지만, 웃을 수 없다. 왜 나는 치료해주면서 그녀는....... 잠시 내 앞에 있는 그녀를 원망하지만, 도리 없다. 지금으로선 내가 아메마이트를 이기지 않으면 그녀 - 라피스 엑실리스 - 는 세이브를 고쳐주지 않는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킨 다. 일단 한 가지 생각을 하자, 이런저런 생각들이 연속적으로 떠오른다. 아까 강제 로 가르침받은 마법에 대한 것, 앞으로 아메마이트를 이기려면 어찌해야 하는지에 대 한 잡념, 지금 내 앞에서 나를 치료해준 라피스 엑실리스에 대한 생각, 나를 기다리 는 세이브와 아르메리아에 대한 생각. 하지만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면, 결론은 하나 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다는 것. 내 머리는 수 십개가 아니니까, 결국 한 가지 생 각만 할 수밖에 없다. "고맙다고 할 것은 없어요." 나를 보며 어색하게 웃는 라피스 엑실리스. 역시 그녀도 내 마음을 알기는 아는 모 양이다. 제기랄. 알면 좀 도와주란 말이야 ! 내 눈이 다시 한 번 원망스런 빛을 띄는 걸 보자, 그녀가 다른 화제를 꺼냈다. "그런데 어떻게 기억을 되찾았지요? 처음에 마법에 대해 강제로 학습을 받는 사람들 은 그 기억에 밀려 자신을 잊는데. 어떻게 자신을 되찾았지요? 레이니 양." 그 '양'이란 말은 좀 하지 말아줘. 다른 말도 있잖아. 나는 그녀를 째려보았다. 하 지만 그녀는 웃으면서 반문을 했다. "지금 자신의 몸이 어떤지, 생각을 해보고 나서 화를 내세요." 볼 것도 없다. 내 가슴의 출렁거림이 느껴지는데, 어찌 할 말이 있겠나. 그리 고..... 기억을 되찾은 원인은....... "........." 말 못한다. 그런 걸 어떻게 말하냐. 저 무신경한 여자 같으니. "어떻게 기억을 되찾은 거죠? 말해요. 말해." 그녀가 약간 짖굳게 다그치고 있었지만, 난 끝내 입을 열 수 없었다. 생리하느라 흘 린 피 때문에 창피스러운 과거를 생각해내서 기억을 되찾았다고 어떻게 말을 하냐 ! ".........." ".........." 결국 원인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덕에 나와 그녀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 만 약 내가 남자 몸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그녀와의 사이는 더욱 거북해졌을 것이 고, 그와 동시에 그녀와 야릇한 사이가........ 그만 두자. 망상도 지나치면 해가 된 다.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아메마이트를 이길 방법이나 생각해두는 게 나을 것 같다. 나는 검을 허리에 차고 일어섰다. 이제 나무 아래로 내려가서, 내 상대를 만날 시간이다. "지금 아메마이트는 어디 있지요?" 그녀의 말대로 마법에 대해 일단 억지로라도 공부를 했으니..... 이젠 그와 싸울 때 다. 어떻게 이길지는 나도 아직 모르지만........... 무슨 방법이 있겠지. 여기서 더 시간을 지체하다간 그 바보 세이브가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몸이 될 지도 몰라. 주 먹을 불끈 쥐고 일어났지만....... "으..........." 머리를 감싸쥐면서 비틀거리는 나. 아직 두통이 가라앉지 않은 건가....... 이거 싸 우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쿵. 나무 아래로 내려오는 것도 힘이 든다. 아까 내가 잠시 정신없었을 때, 생각한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나무 아래로 쉽게 내려오지 못하고 추락이라니. 간신히 몸의 균 형을 바로잡기는 했지만, 그래도 충격이 크다. 무엇보다도, 머리가 멍하고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또 지는 거 아냐? 그렇다고 지금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 는 것도 아니고. 두고 보자. 세이브. 평소에는 잘만 도망가더니 왜 하필 이번에는 그 렇게 다쳐서 날 이렇게 고생시키냐. 나는 비틀거리면서 나무에 기대려다가........ 쿵. 뭐야? 이거. 나무가 사라졌잖아 ! 이거 어떻게 된 거야 ! 나는 나무 아래로 같이 내 려온 라피스 엑실리스를 향해 얼굴을 휙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당연하다는 표정이었 다. "당신은 아직 미숙하군요. 역시 시공간의 변화를 알아내는 건 지금으로선 무리겠지 요." ????? 내 표정을 본 그녀가 알기 쉽게 설명을 해 주었다. "당신이 있던 곳은 지금 우리가 있는 곳과는 다른 세계에요. 그렇게 알아두시면 될 거에요." "다른 세계? 그럼 내가 아까 있던 곳은 어디지?" "그곳은....... 당신이 만약 지식의 바다에 빠져서 자신을 잃어버렸을 때 살아가게 될 유배의 땅. 망각의 장소.........." "망각의 땅........" 내가 시험에 실패하면 들어갈 감옥인가........ 단지 평온함만이 있는 그런 외로운 집 하나에서.......... 평생을......... 죽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불완전하게 마법을 익힌 사람들은 모두 거기서 살다가 죽었어요. 불완전한 지식은 당사자에게 해가 되기 때문에. 만약 당신이 지금 진다면, 당신도 거기서 평생동안 살아야 해요. 죽이지 않는 것은, 단지 우리들이 피를 흘리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 에....." "단지 심심해서 그런 것 같은데?" 농담처럼 던지는 말. 하지만 그건 내 진심이다. 그녀의 표정에서 외로움이 느껴진 다. 나 자신이 과거에 그래서일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그 표정에서 그녀 와 그 동료들의, 라비린스 키퍼들의 긴 고독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그건 알 바 아니다. 내가 지면, 난 아마 평생동안 죄책감에 시달려야 할 거다. 꼬맹이 하나도 못 구하는 기사 후보생이라면, 그 녀석은 기사 되기는 틀린 거다. 평생동안. 나는 검의 손잡이에 오른손을 올리고 말했다. "아메마이트를 불러줘요. 라피스 엑실리스양." "이젠 틀렸습니다. 이 상태라면 회복은........" 그런 말을.........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언니가 올 텐데........ 나는 벽에 몸 을 기대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끝나는 건가....... 나는 인간 하나도 못 구할 정도 로 무력했던가......... 어지간한 치유마법은 다 쓸 수 있다고 생각했건만. 그건 단 지 자만이었던가. 내 앞에 선 의원의 말이 마치 죽음의 선고처럼 들렸다. 그의 표정 도 굳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로서는 도저히........." 누가 와도 마찬가지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 아이의 부상은, 솔직히 죽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다쳤을 때, 논리보다 감정이 우선시되는 건 당 연하리라. 이 아이가 왜 죽어? 아직 살아있는데. 아무래도 어린 아이에게 냉정해질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녀에 대해 내가 잘 모른다고 해도, 아무리 짧은 시간동안만 여행한다고 해도, 그동안 그녀에게 든 정은 계산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준비하십시오."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알겠다. 아마..... 장례식이겠지. 도시가 이렇게 어수선해서 는, 그 조차 여의치 않을 것 같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밖에서는 사람들이 밤시 간에 맞지 않게 소리치며 뛰어가고 있고, 도시 전체에 불이 환하게 켜져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런 건 인간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 직 죽거나 다친 사람도 없었다. 갑자기 사라져버린 인간의 생명력은 아직 없으니까. 하지만, 이대로라면 곧, 하나 생기겠지. 사라지는 생명이. '언니, 빨리 와요. 이젠 시간이 없어요.' 나는 진료소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만약 내가 불꽃의 거인에게 들은 내용이 맞다면, 언니는 보나마나 여러 명의 라비린스 키퍼들과 싸울 것이니, 시 험이 끝나면 탈진상태에 이르리라. 게다가, 아직은 언니보다는 내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육체의 움직임이라면 몰라도, 마법을 사용한다면....... "아르메리아 양. 어디 가는 거에요?" 뒤에서 소리치는 알베르트 씨. 나는 한 마디만 그에게 던지고는, 사람들 사이로 사 라졌다. "언니 데리러 가요." "언니...........? 레이니 양? 어디 갔는지 알기라도 한단 말인가?" 알베르트는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의원을 찾는다고 나간 후, 어디에서 헤메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를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아무리 엘프들이 뛰어난 종족이라 고 하지만. "설령 그녀가 의원을 데리고 온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 저 지경이 된 사람을 어떻 게 살린단 말야....." 마법도, 의술도 통하지 않는 부상 앞에서, 무슨 희망이 있는지. 레이니가 어딘가에 서 절망해서 울고 있지나 않나 하는 생각이 알베르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곳에 뛰어난 마법사만 하나 있었어도......" 나는 내 가슴 앞에 검을 세워 들었다. 거대한 검날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마치 보 석을 깎은 듯, 그 빛은 사람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앞에 선 아메마이트는, 그런 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죽을 생각인가. 소녀여." 무거운 목소리. 아무래도 정이 안 붙는다. 하지만, 여기서 기가 눌리면 싸움도 질 거다. "죽을 생각은 없는데요." 으. 역시 여자몸에 여자 목소리라 그런지 위업감이 없어. 하지만 그럭저럭 내 결의 는 상대에게 전해진 모양이다. "상당히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한 건가?" 내 결의가 어떻게 전해진 건지는 모르지만, 아마 제대로 전해지지는 않았나 보군. "포기는 안 해요. 자신도 없어요. 다만...." 나는 검을 그에게 겨누며 말했다. "끝까지 앞으로 달려나갈 뿐이지." 그리고 나는 달려나갔다. 내 앞에 선 거대한 벽을 향해서. - 계속 - 후기)과연 레이니는 승산이 있을까? 없는데요. - 무책임한 작가. "그럼 어쩔 거냐? 이번에 지면 세이브는 죽어버릴 거잖아 !" (독자들) 지금부터 그 대책을 생각해 봐야지요. - 갈수록 무책임해지는 작가. "야 !" (바위를 들고 다가오는 독자들) 히이이이익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27 19:43 조회:433 공룡 판타지 6-95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5) "기다려라." 무거운 목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아메마이트. 목표를 잃은 나의 검이 허공 을 가른다. 즉시 위에서 떨어져 내려올 공격을 상상하며, 나는 바짝 경계를 했지 만..... "너는 네가 배운 것을 모두 숙지했는가?" 내가 배운 거? 배운거라고? "이 싸움은 네가 내 주인이 되는데 어울리는지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다. 네 가 우리들이 가르쳐준 지식을 제대로 숙지했는지 말해라. 너는 아까 자신을 잃을 위 험을 무릅쓰고 배운 지식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했는가. 그걸 대답하라는 거다." "........." 나는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 아이 때문에 이성을 잃었군. 좀 냉정하게 판단하고 행동해라. 그녀를 구하려면 그렇게 허둥대서는 안 된다." 애구 고마우셔라. 그러려면 차라리 세이브를 치료해주고 나서 싸우면 되는 거 아냐. "네가 내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너와 싸우지 않겠다." 그리고 사라지는 아메마이트. 뭐야. 그럼 난 어쩌라는 거야? 그 많은 지식을 모두 익힐 때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모르는데, 그럼 그 바보 세이브는..... 세이브 는....... "야 ! 당장 안 나와? 이 괴물아 !" 원래, 이렇게 날뛰면 안 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공 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내 발악은 곧 수그러들었으니까. 사실,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아메마이트와 싸워도 죽어버릴 것이 거의 확실하다. 마지막 수단이 있기는 하지만, 치매 사부에게 배운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나 자신도 그런 검법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레이니 양." 약간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는 역시 그녀 - 라피스 엑실리스가 있었 다. "우선 앉아요. 앉아서 차분하게 마음을......" "당신 때문이잖아 !" 나는 그녀의 멱살을 잡고 말았다. 기사 지망생으로서 여자에게 이렇게 대하는 건 보 기 안 좋다. 하지만, 이 여자가 세이브를 고쳐주었으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을 텐 데. 그 바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조차도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당신이 그 애를 고쳐준다고 하기만 해도........." 그럼 이렇게 내가 고생할 이유가 없지. 여태까지의 일이 내 머리를 스쳤다. 처음에 운석에 맞아 여자아이가 되어 버린 일, 난데없이 자객들의 습격을 받은 일, 불꽃의 거인을 비롯한 라비린스 키퍼들에게 죽을 고비를 넘긴 일, 상어에게 습격당한 세이브 를 구하려고 바다에 뛰어든 일, 그리고 크루얼 네일에게 습격당해서......... "!" 거대한 일격이 나를 내리쳤다. 마치 크루얼 네일의 발톱에 맞은 것처럼. 나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내가 방비할 틈도 없이 가해진 일격이었다. 몸을 굴려 간신히 일어나 긴 했지만..... "........." 내 목에 겨누어진 빛나는 검....... 아니 빛나는 빛의 흐름. 그건 내가 아주 잘 아 는 것이었다. 허상의 검. 그리고 그것을 들고 있는 건 라피스 엑실리스. 그녀. "지금 당신은 나와 맞설 수준도 못 되요. 원래대로라면, 전 그 여자아이를 고쳐줄 의무도 없어요. 우리는 당신만 하늘로 올리면 되는 것이지, 그 아이까지 신경쓸 의무 같은 건 없으니까. 하지만..... 당신을 생각해서......... 생각해서........" 푹. 그녀의 손이 나를 향하고, 나는 그녀의 검에 가슴이 뚫려....... 아니잖아 ! 그녀는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말했다. "이건 시련이에요.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겨야 하는 시련. 당신이 이 시련 을 넘을 지 말지는, 당신이 고르는 게 아니에요. 당신에게 선택은 허락되지 않았어 요." 허락되지 않은 선택....... "우리는 당신이 이 시련을 극복하고, 우리의 주인이 되기를 원해요. 그래서 우리를 이런 끝없는 감옥에서 끌어내어주기를 원해요. 저희들에게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살인 을 저지르지 않게 해 주세요. 당신 자신과 그 여자아이, 그리고 우리들을 위해, 끝까 지 가주시기를........"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말. 그리고 내 품에서 우는 그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그녀를 안고, 등을 두드려 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언니가 사라졌었지." 조용히 나무 사이에 앉는 아르메리아.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일 뿐이다. "언니, 힘을 내요." 오래전에 엘프들을 낳은 여신은 이 땅에서 종적을 감추었지만, 지금은 그녀에게 빌 고 싶은 심정이다. 세이브가 견뎌 주기를, 그리고 레이니 언니가 살아서 돌아오기를. "자, 이제 준비는 다 되었나요?" "모르겠어." 방대한 마법 지식을 다 익히는 것은, 단지 한 시간도 안 되는 동안에는 무리다. 물 론 억지로 다 기억시키는 데는 성공하긴 했다. 그 덕에 내가 다섯 살 짜리 여자애가 될 뻔한 사고를 제외하고는, 별 문제도 없었고. 그러나....... 지식을 기억하는 것과, 실전에서 이 지식을 유효하게 사용하여 마법을 구사하는 것 은 별개의 문제다. 우선, 너무나 방대한 지식이 나를 압박하고 있었다. 지식만 그러 면 좀 나을 텐데, 내가 배운 마법에는 주문이 단 하나도 없었다 ! 이게 무슨 마법 교 육이야. "그런데, 라피스. 도대체 이 많은 지식 중에 공격용 마법주문이 없는 이유는 뭐야?" 이래서야 내가 어떻게 전투에서 공격을 할 지 의문이다. 주문이 없는데 어떻게 공격 을 하라는 거야 ! 온통 마력과 그 변화에 대해 설명한 지식만 있을 뿐, 'fire ball'이나, 'lightning bolt' 같은 주문은 단 한 구절도 없었다. 라피스, 그러니까 라피스 엑실리스는 내 물음에 답했다. "인간의 마법 체계는 주문이라는 요소가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익힌 이 마법은, 주문이라는 요소가 거의 없어요. 있다면, 만약의 경우에 사용하는 소환술 정도인데, 그건 지금 사용하면 안 되니까요." 뭐, 뭐라고? 왜 소환술은 지금 사용하면 안 되는 거야 ! 내 표정을 보고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내려간다. "소환술이라면, 여기서 소환되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음........그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 내 앞에 있으니까. "물론, 저와 같은 라비린스 키퍼들이에요. 지금 당신이 레벨 4의 라이트, 그러니까 사다니크스까지 이겼기 때문에, 당신이 전투에서 그들을 부르고 정해진 동작을 하면, 그들이 소환되어 싸워줄 거에요. 그러나, 여기서는 그게 안 되요." "왜?" "여기서 하는 싸움은 당신이 우리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싸움이지, 적과 의 전투는 아니니까요. 게다가, 소환술을 사용해 버리면, 당신의 능력을 알아볼 수 없게 되지 않나요?" ".........." 하긴 그녀, 라이트가 아메마이트와 싸운다면, 그건 그녀의 능력이지, 내 능력은 아 니지. "하긴 여기서 이겨도 소환술은 많이 쓰지 않겠지만....." "왜?" "당신이 라이트, 그러니까 사다니크스를 소환해서 적과 싸우게 할 경우, 그건 당신 이 약하니까 그녀를 대신 싸우게 한다는 뜻이 아닌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나. "그러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는 한, 그건 당신이 사다니크스보다 약하다는 뜻 이 되고, 그럼 그녀는 소환이 끝나고 나면 당신의 부하가 아니게 되지요." 그래서? "소환술을 사용하는 자는, 소환되는 자보다 강해야 그를 복종시킬 수 있어요. 그런 데 굳이 소환술사가 그렇게 강하다면, 소환술을 사용할 이유가 없지요. 자신이 직접 적을 해치우면 되니까. 그러나, 소환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힘이 부족해서라는 뜻이 지요. 여기에 딜레마가 있어요." 딜레마라고? "소환술을 사용하려면 소환되는 자보다 소환술사가 강해야 하고, 그러면 굳이 소환 술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죠." "아 !" 그렇구나. 나는 대충이나마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만약 나와 라피스가 힘을 합해야 이길 수 있는 강적을 만난다면, 둘이 힘을 합해서 둘 이상의 힘을 내야 하는 경우는?" "그게 바로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거죠. 그러니, 소환술을 사용할 때는 주의하세요. 만약 당신과 우리들이 힘을 합해야 이길 수 있는 강적이라고 확신하지 않으면, 소환 술은 발동되지 않을 테니까요." 역시 그건 최후 수단인가. 없는 것 보다는 나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전혀 도움 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이 익힌 마법은 인간의 마법이 아니에요. 이건 엘프들이 사용하는 마 법과 비슷해요." "뭐라고?" - 계속 - 후기)으. 오늘은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이 짧은 내용을 쓰는 데 왜 이리 힘드는지. 결국 쓴 걸 지우고 다시 쓰는 결과가 되었네요. (흑. 나도 남들처럼 D&D의 마법 체계 를 쓸 걸. 너무 힘들어) 추가)아아아아악 ! 큰일났습니다 ! 100화 특집은 뭘로 하지요? 아무 말씀 없으시면 이번에도 지난번 50화처럼 그냥 이야기 진행합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28 19:08 조회:1097 공룡 판타지 6-96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6)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엘프들의 마법이라니. 인간 왕국의 전설적인 검이 왜 하필 엘 프들의 마법 체계를? 갑자기 이 검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검은 누가 만든 것인가. 그러고 보니 아무도 이 검을 만든 장인의 이름을 모른다. 이 정도의 검이라 면 엄청난 실력자가 만든 게 분명한데, 왜 그 이름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지? 만약 이 검이 엘프들이 만든 검이고, 어떤 이유로 인간들의 손에 들어온 것이라면 - 좋은 이 유라면, 이를테면 선물로 받은 것이라면 아마 검을 만든 엘프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 을 것이니 좋은 이유는 아닐 것이고 - 아마도 그 이름을 숨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 다. "그럼 이 검은 엘프들이 만든 검이야?" "아뇨. 그 조상되시는 분이 만든 검이에요." 이봐. 썰렁한 농담은 하지 마. 엘프의 조상이라면 당연히 엘프지, 엘프가 아니면 뭐 야? 내 눈을 본 그녀가 대답을 해 주었다. "그 분은....... 엘프가 아니니까요. 엘프라는 종족 자체를 창조한 분이 엘프들에게 넘겨준 검이니까, 당연히 엘프들의 마법 체계를 넣은 것이지요." "........그럼, 설마....... 엘프들의 신이야?" "만약 조상을 그렇게 부르는 게 인간의 풍습이라면.... 그렇지요."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럼 이 고물 검이........ 신이 만든 검이었어? 그 신, 성격 한 번 고약하네. 도대체 왜 이런 괴상한 검을 만들어낸 거야? 점점 더 치솟 아오르는 궁금증. 하지만 라피스는 그런 내 마음을 한 마디 말로 막아 버렸다. "서두르지 않으면 세이브는 죽을 지도 몰라요.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어요." 나는 허둥지둥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쓸만한 마법은 어떻게 쓰는 거지?" 이런 질문이 한심하다고 비웃지 말았으면 좋겠다. 누가 들으면 도대체 그동안 뭘 배 웠냐고 하겠지만, 나로선 도리없다. 갑자기 외운 지식이 제대로 응용되기를 바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라피스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일단 그 친절은 진심이라고 생각해도 좋으리라. 아까 내 품속에서 울던 그녀는 거짓이나 연기로 그러는 게 아니 라고 생각되었으니까. 그저 느낌이기는 하지만. 내가 남자였다면 사고를 쳤을지도 모 를 정도로 예뻐보였으니까. 하아. 이 상황에서도 망상을 하다니. 나도 못 말려. "우선, 레벨 1은 마력을 만드는 단계에요. 지금 당신의 몸에는 어느 정도의 마력이 모여 있을 거에요. 몸을 치료해 드릴 때 약간 마력을 불어넣었으니까, 잘 써야 해 요." 머리 아프다 보니, 그것도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도 한심해. 정말 그 애 때문에 이 성을 잃었나봐. 그런 것도 느끼는 걸 잊고. 잠시 자기 혐오에 빠질 뻔했지만, 그럴 시간도 내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레벨 2는 마력을 열로 바꾸는 단계, 레벨 3은 마력을 힘으로 바꾸는 단계, 레벨 4 는 마력으로 에너지 기계를 만드는 단계, 레벨 5는 힘을 마력으로 바꾸는 단계. 당신 이 아까 외운 지식이니까 잘 알 거라고 생각해요." 듣기야 했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니까 문제라는 거지. "아메마이트는 대부분의 힘을 마력으로 바꾸어 그 자신이 사용해요. 그러니 마법 공 격은 대부분 효과가 없을 거에요. 물론 쉽게 마력으로 바뀌지 않는 특수한 힘이 있지 만, 지금 당신의 수준은 그걸 다룰 정도가 못 되니까 그건 넘어가기로 하고." 뭐야. 그럼 내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잖아. 어떠한 공격도 마력으로 바 꾸어 흡수한다면 마법의 효용도는 0. 그럼 여태까지 내가 배운 그 마법은....... 모 두..... 무용지물이란 건가..... 갑자기 의욕이 떨어진다. "당신이 배운 마법은 주문으로 정해진 힘을 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거 에요. 어떻게 만드는 지는 경험으로 배우도록 해요. 그럼." 겨, 경험으로? 뒤로 날아오르는 라피스. "힘내요. 레이니. 꼭 이기기를 바래요. 여태까지 배운 것만 잘 응용하면 이길 수 있 을 거에요." "자, 잠깐 !" "그걸 해낼 수 있어야 저희들의 주인이 될 수 있으니까. 믿고 있을께요." 쪽. 내 뺨을 중심으로 하여 붉어진 자국을 남기고 라피스는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 고..... 쿵. 내 뒤에는 아메마이트가 서 있었다. 나는 서서히 몸을 돌리고, 검을 뽑아 들었다. "이제 죽을 준비가 되었나? 소녀여." 짝. 나는 멍해진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뺨을 가볍게 쳤다. 으. 아파. 너무 세게 쳤 나봐. "살 준비는 되었어요. 아메마이트." 이제 드디어 싸움이 시작된다. 나는 검을 들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야아압 !"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아메마이트는, 겉보기에도 어마어마한 괴물이었다. 5미터는 되는 몸길이에, 네 발은 마치 통나무를 보는 듯이 두껍고 튼튼했다. 게다가 그 몸을 지키는 단단한 피부. 마 치 철판같은 저 피부를 뚫어야 한다. 게다가 힘으로 밀다가는 내 힘을 상대에게 흡수 당한다. 거대한 머리와 입, 그리고 이빨을 제외하고라도, 상대는 만만치 않은 괴물이 었다. 입이 지나치게 커서 우스운 면이 있기도 하지만, 웃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 다. '자, 그럼 우선 공격을.......' 아까 배운 마법은 공격에 응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순수한 마력 응용법이나 마찬 가지였다. 이런 걸로 실전에서 필요한 마법을 만들라고? 갑자기 아르메리아가 위대하 게 보였다. 그녀는 그 상황에서 스스로 필요한 마법을 구상하고, 실행한 건가. '아직은 그럴 수 없지만.' 적어도 내 검에 필요한 힘을 불어넣는 건 할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검과 내 움직 임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강대한 마법을 만들어내기에는 내 경험이 부족하므 로. 게다가 익숙하지도 못한 정교한 마법을 사용하다가는, 저 거대한 꼬리에 걸려 나 동그라질거다. 나는 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력이 검에 맺혀 빛을 발한다. 하지만 그것도 일종의 낭비다. 나는 마력의 질서를 무너뜨렸다. 가장 질서정연한 힘이 마력 과 생명력이라면, 가장 무질서하고 제멋대로인 힘이 열이다. 엄청난 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력으로 그 열을 내 손에 옮겨지지 않도록 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불꽃의 검 !' 물론 기술 이름을 외치면서 싸우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보기에 이 검은 그렇게 보일 뿐이다. 엄청난 열을 발산시키면서, 나의 검 주위에 마력의 장막이 형성되고, 그 바깥으로 막대한 열이 분출되었다. 붉게 빛나는 검을 휘두르면서, 나는 아메마이 트에게 돌진해갔다. '가장 무질서한 힘이 열이라고 했지?' 그럼, 가장 무질서한 힘으로 공격해들어가면, 흡수하기도 그만큼 힘이 들 것이다. 아무래도 방을 어질러 놓으면, 그만큼 뒷정리가 힘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나는 상대의 꼬리를 피하면서, 검을 녀석의 옆구리에 찔러 넣었다. 슈욱. "뭐, 뭐야 ! 이거." 분명히 가장 무질서한 힘이라고 들었는데, 게다가 상대가 흡수할 수 없을 만큼 재빠 르게 휘둘렀는데, 상대의 몸에 검이 닿는 짧은 그 순간에, 내 마력이 상대에게 빨려 들어간 것이다. 약간 찔러보고 곧 물러난 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아까처럼 내 힘이 모두 흡수되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뒤로 달렸지만, 상대의 꼬리가 나를 휘 감으려고 했다. 감기면 그 조이는 힘에 의해 부서지기 전에, 내 힘을 모두 빼앗기고 말 거다. 나는 마력을 운동에너지로 바꾸면서, 하늘로 뛰어 올랐다. 아메마이트의 꼬 리는 허공을 감았을 뿐이다. "휴우..........."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아메마이트가 하늘로 뛰어 오른다. 녀석이 내게 입을 벌리고 덤벼든다. 와. 입 크다. 저렇게 큰 입은 처음 봤다. 알로사우루스가 입을 최 대로 벌리면 딱 저렇게 될까? 물론, 물려줄 생각은 없다. 내 몸으로 그 입 크기를 재 볼 생각도 없다. 나는 다시 한 번 마력을 운동에너지로 전환시켜서, 그에게서 달아났다. 일단 하늘을 난 것이다. 좀 자세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어어어어어?" 자세가 불안하기는 하다. 하긴, 생전 처음 하늘을 날아가는 것이니 그럴 만도 하지 만, 자세를 바로잡을 시간은 없다. 내 등뒤에서 아메마이트가 쫓아오고 있으니까. 날 개도 없으면서 날아오다니, 반칙이야 ! 그의 입이 벌어진다. 그리고 닫힌다 ! 딱. 피하고. 딱. 또 피하고. 딱. 딱. 딱. 계속 피하고. 정신없이 피하고는 있었지만, 이러다가는 얼마 안 가서 잡힐 것 같다. 익숙하지 않 은 공중비행보다는, 지상에서 싸워야 할 것 같다. 어차피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라 고는 피하는 것 뿐이니. 처음으로 비행을 하는 내가 이 경황에 반격을 할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 고오오오오. 등 뒤에서 느껴지는 힘. 녀석의 입이 열리며 그 안에 거대한 에너지의 덩어리가 빛 을 내뿜었다. 이리저리 피하던 내 눈에 그 모습이 보였다. "아아아아아 !" - 계속 - 후기)으. 역시 아직은 레이니가 비행 소녀가 되는 것은 무리인가? 그저 도망가기에 바쁜 모습이네요. 이러다가는 세이브를 살리는 건 고사하고, 죽지 않기만 해도 다행 일 듯한.....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29 10:31 조회:424 공룡 판타지 6-97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7) 내가 미처 대비할 틈도 없이, 아메마이트의 입에서 거대한 빛의 무리가 내게 쏘아져 왔다. 나는 그걸 피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 !" 그러나, 내가 한 가지 잊어버리고 있는 게 있었다. 나는 지금 하늘에 떠 있다는 것. 당황하면 이런 단순한 것도 잊어버린다. 인간의 결점일까. 아니면 나만의 문제일까. 그리고 내가 하나 더 잊은 게 있다면, 나는 지금 마법을 사용하여 날고 있다는 것이 다. 그것도 엘프들의 마법과 같은 체계의 마법을 사용해서. 그리고, 엘프들의 마법은 주문을 외우면 발동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신이 마력을 의식적으로 조종해서 발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배운 지식 중에는 미리 연습을 해서 무의식에 가깝게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인간은 배운 지식을 응 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결과. "으아아아아 !" 나는 계속 비명을 질러대며 추락했다. 보기 흉하게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저 아래에 땅이 내 머리와 만나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생각할 필요도, 의사도 없다. 난 시체되기 싫어. 하지만 방법이 없다. 죽음의 공포로 절망한 것인가. "난 죽을 수 없어어어어 !" 나는 마력을 내보내서 땅에 부딪치게 했다. 엉겁결에 취한, 말그대로 무식하고, 바 보같은 짓이었지만, 그런 엉터리 조치가 효과를 발휘했다. 마력이 땅에 닿으면서 안 정성을 상실하고 폭발한 것이다. 그 힘이 내게 밀려왔다. 볼품없이 나동그라지기는 했지만, 폭발력이 내 낙하속도를 낮추어 주었다. 쿵. 물론 추락했을 때 죽지 않았다고 해서, 낙하속도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아픔이 사라 지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땅에 충돌했으니까. 당연히 아프다. 하 지만 나는 아픔을 음미할 시간조차도 없었다. 내 머리위로 떨어져오는 거대한 아메마 이트의 동체가 보였다. 나는 몸을 정신없이 굴렸다. 일어날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 문이다. 그리고, 솔직히 비행중 추락을 하는 바람에 당황한 탓도 있었다. 콰앙. 내 바로 옆에 착지한 아메마이트는, 그 발을 들어 나를 밟았다. 나는 일어설 시간조 차 없이, 몸을 계속 굴렸다. 그 발이 내 바로 옆에 떨어졌다. 쿠앙. 쿠앙. 쿠아앙. 아메마이트는 네 발로 나를 밟아 죽이려는 듯 뛰어오고, 나는 정신없이 굴러 다니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지러워. 나는 몸을 굴리면서 대책을 열심히 생각했지만, 생각나 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게 끝인가. 그럼 신속하게 죽여주지. 전사로서 그렇게 흉하게 바닥을 굴러 다니 는 것은 수치라고 생각하니까." 아메마이트의 입 속에서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아까 나를 직격하려고 했던 바로 그 마법의 빛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중이 아니고 지상이다. 아까는 행운으로 피했지만 이번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녀석은 계속 나를 밟으려고 뛰어오고 있었다. 녀석의 발을 피하기에도 바쁜 실정이었다. 콰아앙. 녀석에게 밟힌 내 옆의 땅이 갈라지면서 내 몸을 뒤흔들었다. 그 때문에 내 구르기 가 중단되었고, 녀석의 입에서 빛이 내게로 비추어졌다. 쏜다 ! '어, 어쩌지?' 저걸 피하려면 몸을 일으켜서 달려야 한다. 하지만 녀석의 발들이 나를 밟으려고 하 는 상황에서 몸을 일으키다가는, 단번에 밟히고 말 것이다. 그러면 행동의 자유가 속 박된 나는 그대로 끝장이 날 것이다. 그러니.... 역시 방법은 날아 오르는 것 뿐이다. 하지만 아까 추락한 탓에, 공포가 떠올랐다. 공중에서 떨어질 때의 공포는, 견디기 쉬운 것은 아니다. 게다가 아직 비행기술이 익 숙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잘못하면 또 추락하고 말 것이다. 아까처럼 잘 내 려앉는다는 보장도 없다. 어쩔 것인가.. 팔다리가 부러져서 바닥을 기어 다니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까 착륙에 실패했다면 틀림없이 그렇게 되었으리라. 지금 그렇게 된다면 세이브는 끝장이다. 그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위이이잉. 나는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아메마이트의 입 안에서 점차 커지는 것을 바라보았 다. 그것을 피하지 못하면, 나는 죽으리라. 그리고, 그 빛이 내 행동을 결정지었다. '날아 오르자. 여기서 머뭇거리면 죽는다.' 마력이 내 발에 집중되면서 운동에너지로 전환한다. 반작용에 의해 튕겨져나간 마력 이 내 발 아래에서 터지면서 나를 밀어올리는 데 일조한다. 나는 공중으로 떠 올랐 다. 내 발 아래에 거대한 빛이 꽃힌다. 그리고 폭발한다. 헛된 에너지의 분출인가.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발 아래의 폭발에 겁을 먹은 것인가... 하지만 나는 강한 에 너지를 계속 아래로 뿜어내고 있다. 그 힘이, 폭발로 인한 힘을 막고 있었고, 결과적 으로 그 힘은 나를 위로 가속시켰다. 어느새 나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으. 으으으.' 계속 온몸이 떨렸다. 나는 내 몸안에 있는 마력을 차근차근히 옮기면서 하늘을 날았 다. 하지만 경험없는 사람에게는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론적으로 다 안다고 해 서 모든 기술을 익힌 건 아니니까. 게다가........... 아까 지상에 격돌할 때의 그 느낌이 내 머리속에 남아있었다. 자꾸만 팔다리가 부러지고 온몸이 으스러진 모습이 생각나............ "으아 !" 하늘로 날아오르는 아메마이트. 그리고 그 위로 떨어져내리는 나. 나는 경악해서 다 시 정신을 집중시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뒤를 쫓는 아메마이트. 나는, 창피스럽 지만 당분간 도망을 갈 수밖에 없었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주문만 외우면 되는 다 른 마법사들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도 비행 주문 외우고 싶어."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역시 날아 다니는 건 무리다. 차라리 지상에 내려야 싸움이라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땅위로 날아내렸다. 아까 본의 아니게 익힌 착륙요령대로, 나는 땅을 밟 았다. 마력을 조금씩 내뿜으면서, 강하 속도를 줄여 내려앉는다는 요령대로. 하지만 내 머리 위에서 날아내리는 아메마이트는, 전혀 그런 요령대로 착륙하지 않 았다. 그는 강하속도를 줄이지 않고 내 머리위로 내려꽃힌 것이다. "와악 !" 간신히 몸을 날리는 나. 그리고 내가 서 있던 자리를 밟는 아메마이트. 그의 체중에 땅이 갈라진다. 잠시동안 소름이 끼쳤지만, 나로서는 그럴 여유도 없다. 이렇게 도망 만 다니다가는 결국 내 힘이 먼저 떨어지고 말 것이니까. 나는 아메마이트의 정면으 로 돌격해 들어갔다. 녀석이 입을 벌린다. 그리고......... 빛이 나를 덮는다. "바보 녀석. 결국 어설프게 덤비다가........... 엇?" 내가 그의 뒤로 달려들고 있었다. 아메마이트. 그의 빛에 감싸여 녹아버린 건 내가 남긴 잔상이었으니까. 녀석이 날 방심하는 틈이 기회였다. 나는 검을 들어 녀석의 오 른쪽 뒷다리를 찔렀다. 녀석이 비명을 지른다. "크우어어어." 검을 찌르자마자 느껴지는 감각. 마력이 빨려나가는 감각. 그러나 그것은 곧 사라졌 다. 나는 녀석의 오른쪽 다리를 찌르는 그 순간, 검을 놓아버린 것이다. 어차피 저 검은 내게 돌아오므로, 검을 놓고 물러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 분노한 아메마 이트가 나를 덮쳤지만, 나는 이미 그 옆으로 피한 후였다. 내가 손을 들자, 검은 내 게로 날아왔다. 다시 검을 집어드는 나. 그러나............ "이........ 정도로 내가 쓰러질 것 같나?" 비틀거리기는 하지만,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재공격을 준비하며 달려들어가던 나 는,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메마이트가 걸음을 옮겼다. 아무렇지도 않 은 것 같다. 순간적으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다리의 관절 부위를 찔렀 는데? 저 녀석은 아프지도 않나? 그대로 돌진하는 아메마이트. 아까보다 빠르다 ! 콰앙. 뒤로 나가떨어지는 나. 주위가 갑자기 빙글빙글 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피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몸을 재빨리 뺀 덕분에, 힘을 빼앗기지는 않았다. 그게 다행 이기는 한데......... 난 지금 머리를 땅으로 향한 채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고. 비명 지르고 싶지만, 일단 보류한다. 일단은 안전한 착륙을......... 쿵. 안전한 착륙 실패. 나는 약간 큰 소리를 내면서 착지했다. 으. 어깨야. 등이야. 허 리야. 머리야........ 아픈 곳이라면 많지만, 아까처럼 밟히는 일이 없게 하려 면........ 와아아아악 ! 치사하게 입에서 광선을 뿜어내서 공격을 하는 거냐 ! 나는 간신히 몸을 날려 다시 아메마이트와 대치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녀석 의 오른쪽 다리 하나를 다치게 한 것은 나름대로 큰 성과였지만, 녀석이 신기하게도 멀쩡하게 움직이니, 이건 실패가 아닌가. "아니야. 분명히 오른쪽 다리는 못쓰게 되었을거야." 나 자신을 위로하려는 듯한 혼잣말. 그러나, 내 몸의 상태는 좋지가 않았다. 하긴, 정신적인 피로는 이미 극에 달했고, 육체적인 피로도 상당했다. 아까 비행할 때, 마 력을 너무 대량으로 소모한 게 문제였는지, 어지럽다. 생각을 하기 힘들다. 두두두두두. "어?" 심상치 않은 느낌. 그리고 일어나는 엄청난 빛의 폭발.......... - 계속 - 후기)으. 정말 쓰기 힘드네요. 졸린 눈을 뜨면서 겨우 문서를 작성한 결과가........ 왠지 도망만 다니는 레이니 양의 모습을 쓴 것같은........... 추가)뭐, 뭐냐? 어제 저녁에 올린 레이니 이야기의 저 엄청난 조회수는? 누가 조작하 는 건 아니겠지.... 갑자기 조회수가 늘어나니까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누가 조작하 는 게 아니라면 좋겠네요. 부디 쓸모없는 걱정이 되기를.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30 19:24 조회:437 공룡 판타지 6-98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8) 쿵. 빛의 벽이 나를 밀어 넘어뜨렸다. "으..... 머리야." 느낌대로 최대한 마력을 끌어올려 방어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을 것 이다. 그나마 이렇게 무사한 게 다행이랄까. 녀석은 내가 비틀거리며 일어날 때 이미 이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상대의 오른쪽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네 다리로 걷는 동물(?)이 세 다리로 걸어가니까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나도 그를 비웃 을 처지는 아니었다. "이거.." 아무래도 어디가 부러진 게 틀림없다. 왼팔인가. 아예 신경이 끊어진 건지,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큰일이로군.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입술 깨물 일도 없다. 냉정하게 상대에 대한 대비책을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해야 할까. '뭐, 크게 다친 거라면 나중에 세이브한테 치료해달라고 하지, 뭐.' 너무 낙천적인가? '이 녀석, 보기보다는 마력을 잘 다루는군. 역시 생명력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인 가. 아니면.....' 아메마이트는 자신의 계략이 실패로 돌아간 것을 알았다. 원래는 거대한 빛의 파도 를 일으키고, 그뒤에 숨겨서 자신의 입에서 강대한 힘을 담은 마력탄을 발사한 것인 데.... '빛의 파도를 막고, 본능적으로 왼팔로 나머지 마력탄을 막은 것인가.....' 겨우 마법에 대한 지식을 익힌 풋내기가 자연스런 방어막을 형성하는 것도 신기했지 만, 더 기막힌 것은, 빛의 파도에 가린 마력탄을 눈치채고 한 팔만 내준 레이니의 행 동이었다. 그것도 냉정한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직감만으로. '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어쩌면 이 녀석이 전설을 이룰 지도 모르겠는걸.' 아메마이트는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어쩐다. 오른팔 만으로 공격할 방법이라면.....' 물론 두 팔이 다 부러졌다면 그 검법을 사용할 생각이었지만, 아직은 쓰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무슨 방법으로 상대를 잡을 지, 나는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 역시 아까의 기술은 저 녀석에게도 무리였던 것 같다. 공격을 하지 않고, 나와 아메 마이트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침묵. "........." "........." 장시간의 침묵은 내게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 입장이, 지금 시간 낭비 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섯불리 움직이면 죽음이 나를 기다릴 뿐이다. 그렇다면..... '마법 공격을 해도 흡수될 게 뻔하고.......' 무엇보다도, 어설픈 마법사인 내가 사용하는 마법이, 저 괴수에게 먹힐 것 같지는 않다. 모든 마법을 흡수하는 상대라니.... 이거 힘들겠는데..... '가만. 모든 마법은 아니었어. 녀석은 레벨 5라고 했었지?' 나는 아까 배웠던 그 내용을 떠올렸다. 분명히 라이트, 사다니크스가 가르쳐준 내용 은..... "제가 다루는 것은 마력을 대부분의 힘으로 바꾸어놓는 것이지만, 결국 그 힘이란 것은 한 가지에 불과해요. 원래는 같은 힘이었던 것이, 질서도가 높으면 마력, 낮으 면 열, 그리고 그 사이가 바로 인간들이 말하는 수많은 힘이니까요. 빛이나 전기, 움 직임..... 이런 것은 모두 한 가지 힘의 변화에 불과해요." 그래,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 "그리고, 제가 다룰 수 없는 힘은, 시공간을 다루는 힘......."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어. 내 머리를 스치는 잔꾀 하나. "이제 슬슬 끝을 내주도록 하지." 아메마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자신은 다리 하나를 잃었지만, 날아가는 것 은 가능했다. 즉, 전력이 크게 감소하지는 않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레이니는..... '검술에서 팔 하나를 잃은 것은 치명적이다. 이제 녀석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마법 에 의한 공격이겠지.' 그녀가 든 검이 2미터에 가까운 대검이라는 점이, 그런 확신을 할 수 있게 하는 원 동력이었다. 아무리 힘이 강한 여자라고 해도,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는 것은 남자 에게조차 벅찬 일이다. 그리고, 초보 마법사의 마법 정도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 다. 아메마이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입이 열리면서 쏟아져나오는 거대한 에너지 의 격류. 레이니는 뒤로 뛰었다. 하지만 팔 하나가 부러진 상태에서 오른팔만으로 검 을 쥐고 있는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검을 질질 끌면서 뛰어가는 레이니. '그러면서 일순간을 노려 반격할 셈인가?' 아메마이트는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그녀가 비록 허약하다고 해도, 어쨌든 하룻동 안에 라비린스 키퍼 둘을 쓰러뜨린 상대가 아닌가. 그는 마력을 하늘로 쏘아냈다. 그 마력은 아메마이트의 의지에 따라, 하늘에서 부서지면서 열의 덩어리로 바뀌었고, 레 이니의 주위로 쏟아져 내렸다. "불의 비 !" 레이니는 마력을 끌어올려 그 공격을 막아냈지만, 아메마이트가 그 안으로 뛰어들었 다. 어차피 인간보다 훨씬 방어력이 강한 갑옷을 걸친 것이나 다름없는 그가, 그런 정도로 다칠 리는 없었다. 물론 인간인 레이니에게는 그게 치명적이지만. 아메마이트 가 앞발로 레이니를 후려쳤다. 부딪치면 당연히 레이니에게는 치명타요, 마력으로 막 는다 해도 그 마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니는 그대로 하늘로 날아 올랐 다. '이게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 저 녀석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순간적으로 나와 아메마이트의 눈이 마주쳤다. 저 녀석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인가.... 단순한 짐승이 아닌, 대등한 적수의 눈이다. 나는 검을 들고, 상대의 등 뒤 로 날아갔다. "어림없다 !" 아메마이트의 입이 벌어지면서, 마력이 튀어나오고, 그 마력은 수 십개의 빛의 구슬 로 변했다. 마치 폭우처럼 쏟아지는 마력 미사일. 레이니는 그 많은 공격을 일일이 다 받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한 발이 레이니의 가 슴에 명중하고 말았다. 폭음이 들리면서 레이니는 아래로 추락했다. "해치웠나?" 공중에서 자신에게 떨어져오는 레이니를 보며, 아메마이트는 미소를 지었다. 결국 그녀도 패한 것이다. '무엇이든 먹는 자'인 자신에게. 그러나. "살아 있어?" 레이니는, 검을 겨누고 자신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이게 끝이다 !" "웃기지 마라 !" 레이니와 아메마이트가 상대를 노려본다. 레이니는 검을 상대의 등에 던지고, 아메 마이트는 거대한 마력을 토했다. 마력의 마치 벽처럼 변하면서 레이니와 라 브레이커 를 감싸려고 했다. 그러나. "받아라 !" 레이니가 손에서 마력을 꺼냈다. 마력은 곧 빛의 구슬이 되어 아메마이트에게 날아 들었다. "쓸모없는 짓을 !" 아메마이트가 그 빛을 막으려는 순간, 빛의 구슬이 갑자기 폭발했다. 레이니가 던진 검, 라 브레이커의 바로 위에서. 그리고, 그 결과, 아래로 밀린 라 브레이커가 아메 마이트의 등으로 떨어졌다. "당했다 !" 전설의 검이라는 이름답게, 라 브레이커는 아메마이트의 등을 꿰뚫고, 배를 가르면 서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검의 위로, 아메마이트도 떨어져갔다. 쿵. 나는 아메마이트의 옆으로 착지했다. 아까보다는 훨씬 멋지게 착지했으니, 발전이라 는 게 좀 있는 셈인가? 나의 검이, 나의 의지에 따라 아메마이트의 아래에서, 그의 머리를 뚫고 나와 내 손에 잡혔다. 피로 물든 검이지만, 이번에는 '전설의 검'이라는 이름값을 한 것 같다. "휴우. 성공했네." 이제야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상대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그 몸으로 깔아뭉 갠 내 검이 날아나오려고 할 때, 그 힘을 흡수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별 무리없이 내 손에 잡히는 검을 보니, 이미 아메마이트는 죽은 것이다. 거기까지 확신이 서자, 내 몸이 무너졌다. 풀썩. 긴장이 풀린 탓인가. 몸에 남은 힘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아 메마이트의 시체가 사라지면서,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지만, 이미 그의 눈에서 살 기는 없었다. "내가 졌다. 꼬마 아가씨. 널 내 주인으로 인정한다." '아가씨'라는 말은 듣기 싫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사실은, 이제 그런 데 신경을 쓸 힘조차 없기 때문이었다는 게 원인이긴 했지만. 어쨌든 이긴 게 아닌가. 나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 계속 - 후기)휴우. 이겼다. 일단 이걸로 상황 종료인가. 참으로 길었던 이번 이야기도 곧 끝 을 보게 되겠네요. 예정대로라면 내일 이번 이야기가 끝나게 되겠습니다. (애고 힘들 어)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6-9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7-31 19:12 조회:498 공룡 판타지 6-99 레이니 이야기 - 허락되지 않은 선택(19) "언니. 너무 늦는 게 아닌가?" 이제 피곤하다.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다시 밤을 새운 탓이다. 게다가 죽어가는 아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이제 돌아가야 하나. 아무래도 세 이브가 죽어버렸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언니. 제발....' 나는 다시 두 손을 모았다.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내 신세가 딱하다. 이럴 줄 알았 으면 좀 더 인간에 대해 공부해둘걸. 그런 어린아이도 구해줄 수 없다니. 절로 한숨 이 나온다... 우우우웅. 뭐야. 공룡의 울음 소리인가? 나는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금 비록 내가 좀 피곤하다 고는 하지만, 공룡이 접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다니. 이건 목숨이 걸린 문제였다. 내 뒤에 공룡이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한 나는, 검에 손을 댔다. 하지 만........ 핏. 핏. 핏. 하늘이 갈라졌다. 그리고, 빛과 함께 한 사람이 떨어져 내렸다. 서서히. 그게 누군 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언니 !" 나는 손을 흔들었다. 그 사람도 손을 흔들어 준다. 좀 피곤한 기색이 얼굴에 나타나 있기는 하지만, 그건 틀림없이 언니였다. 언니가 내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일이 성 공한 모양이다. 나는 언니가 내려오는 들판으로 달려갔다. 푹. "언니. 무사했군요." 바보같아. 나는 나도 모르게 언니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이제는 세이브를 살릴 수 있어. 그 작고 가여운 아이를. 나는 언니의 이마에 내 이마를 맞대었다. 단지 하루인 데도, 한 달동안 만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응. 일은 잘 되었어." "........" 말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마법을 발동했다. 우선 마력을 적절한 양을 모아 활성화시 키고, 공중으로 떠오른다. 마력이 붕괴되면서 대량의 운동에너지로 전환된다. 나는 언니를 안고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서둘러야 해요 ! 빨리 가면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도 몰라요." 나도 모르게 불확실한 표현을 쓰고 말았다. 그 정도로 그 아이의 생명은 위태로웠으 니까.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언니는 내 손을 놓았다 ! 무슨 짓이야? 놀라 다시 언니 의 손을 잡으려는 내 눈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언니가 하늘을 날아오른 것이 다. "언니. 이제 하늘을 날 수 있는 거에요?" 바람이 거칠게 불어온다. 새벽녘의 바람이. 그 속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응. 아직 서툴기는 하지만." 나와 언니의 그림자가 아침해를 배경으로 비추어지고 있었다. "임종입니다." 암울한 느낌의 말. 두 사람의 언니조차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지금 이 아이가 죽음 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자신의 무력함과, 이 지경에 이르면서도 이 아이의 옆에 있 어주지 않는 레이니와 아르메리아에게 분노했다. 언니들이라면서 자신들의 동생이 죽 어가는 걸 방치하다니. 결국 내가 이 아이의 눈을 감겨주어야 할 것 같다. 비록 무능 한 마법사지만. 내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는데. 우당탕. 거칠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잠시 나가주세요." 레이니의 목소리였다. 그녀, 아르메리아, 그리고 옆에 있는 건..... 누구지? 하얀 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여인. 저런 사람도 세상에 있나? 나이가 들어서 저렇게 머리 가 희어진 건 아닌데? 그녀가 긴 치마를 끌면서 침대로 다가오더니 말한다. "아직 늦지는 않았어요." 쿵. 문 닫는 소리가 유달리 크다. 모두들 쫓겨나고 말았다. 도대체 이제야 나타나서 우리를 내쫓는 저 여자들의 행동 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흰머리 여자가 얼마나 뛰어난 의술을 보유하고 있기에,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건가. 피곤으로 심해지는 두통이, 내 머리를 더욱 무겁게 했다. "치료할 수 있다는 건가요?" 내 옆에 다가온 테이브와 제라. "나도 몰라. 치료한다고 모두 내보냈어. 방에 남은 건 그 레이니와 아르메리아 뿐이 야." "성 안에 있는 의원들은 모두 포기했는데..... 될 것 같아요? 마법도 통하지 않았잖 아요." "그런 사람을 알고 있으면 진작 데려올 것이지." 모두들 불평을 늘어놓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아이를 살릴 수 있다 면....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마음도 가벼워지리라. 저기 서 있는 사람이 특 히. "괘, 괜찮을까요?" 작은 소리로 묻는 라이다. "나도 몰라. 기다려 봐야지. 이미 익숙하잖아." "음........" 손을 세이브의 가슴에 대고는 가만히 있는 라피스. 도대체 왜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거야. 물론 그녀가 지금 세이브의 상태를 보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제대로 치료를 하려면 검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주문 한 번에 금방 치료를 해낼 수 있 다고 생각한 나로서는, 실망스러웠다. 만약 세이브가 환자가 아니라면, 당장 투덜거 렸을 거다. 꼬옥. 옆에서 내 손을 잡아주는 아르메리아. 그녀의 눈은 나에 대한 걱정을 담고 있었다. 세이브가 아니라. '기다려요. 이제는 그 방법만 남았을 뿐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음. 아무래도 사다니크스의 힘이 필요하겠어.' 라피스는 잠자코 그들에게 속삭였다. 곧 라피스의 몸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방을 채우고, 창을 통해 방 밖으로 뻗어나갔다. 잠시이지만. 그리고 그녀는 검 안으로 돌아갔다. "이봐. 라피스. 검 안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해 !" "힘들었어요. 저 좀 쉴 께요." 그리고는 조용해지는 라피스. 이제는 검 안에 숨은 건지,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어이가 없어서 검을 들고 서 있는 나. 옆에서 속삭이는 아르메리아. "언니." 그리고 그녀는 내 손을 잡아, 침대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편히 잠들어 있는 세이브가 있었다. 평안한 휴식.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잠결에 내 손을 움켜잡는 세이브.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안에서 빛이 터져나오자, 문틈으로 그걸 본 알베르트씨가 허둥지둥 달려들어왔다. 아르메리아는 그녀 자신의 입술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댄다. 알베르트가 그 뜻을 알 고, 입을 다문다. 레이니는 세이브의 손을 잡고, 엎드려 있었다. 평안한 얼굴로. 숨을 고르게 쉬면서. "다 나은 거야? 그 여자의 마법으로?" 당황한 듯이 묻는 알베르트. 하지만 작은 빛의 기쁨이 숨어 있었다. 지금 벌어진 일 을 예측한 것일까. 아니면 무의식중에 이 일을 안 것일까.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메리 아. "자, 잘 됐어. 잘 됐어." 알베르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눈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잘 됐어. 잘 된 거야." 그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곧 제라와 테이브가 안에 들어와서 활짝 웃는다. 하지 만 한 사람은 끝내 밖에서 들어오지 않았다. "저 검은....... 라 브레이커? 어떻게 저 전설의 검을 저 여자가?" 라이다는 레이니의 허리에 매달린 검을 보고 있었다. 그녀 자신이 책에서 본 바에 따르면, 그 검은 분명히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였다. '법칙을 파괴하는 검.' 그녀 자신의 눈앞에 저것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꿀꺽. 그녀의 목으로 침이 넘어갔다. - 허락되지 않은 선택편 끝. 다음 이야기는....(제목이 길어서 예고편으로) - 후기)휴우. 드디어 길고도 길었던 이번 이야기도 끝났습니다. 컴퓨터 폭발에, 개인 사정까지 겹쳐서 연재가 며칠 빠졌지요? 죄송합니다만,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료가 다 날아가버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요. (휴우) 내일은 드디어 100회로군요. 따라서, 특집을 할까 합니다. 신상 프로필 몇 명 내 보 내고 설정 일부를 공개하는 정도이지만. (으. 그 누님은 아직 안 나오셔서 안 돼....) 일곱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레이니 : 쿨.... 아르메리아 : 쿨..... 세이브 : 쿨....... 작 가 : 야 ! 다 자고 있으면 어떻게 예고편을 진행하라는 거야 ! 결국, 저 혼자 진 행을 하 게 되고 말았습니다. 파아. 부러운 녀석들. 나는 이 더위에 예고하느라 정신 없는데, 저 녀석 들은 편하게..... 어쨌든 ! 다음 이야기는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입니다. 과연 이 녀석들이 살아남을지 모르겠군요. 밟혀 죽지나 않을지. 쿵. 작 가 : 헉 ! 쿵. 작 가 : 야 ! 빨리 일어나 ! (정신없이 레이니와 아르메리아, 세이브를 흔들지만 그 녀들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쿵. 쿵. 쿵. 작 가 : 야 ! (거의 울기 직전일 듯 하다) 안 일어날 거야 ! (거대한 발이 작가와 레 이니 일 행의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며....) 쿵. 사이스모사우루스의 거대한 울부짖음. 과연 그의 발에 깔린 작가와 레이니 일행의 미 래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0회 !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1 20:07 조회:434 공룡 판타지 - 레이니 이야기 <<100회 특집입니다>> 그동안의 성원에 힘입어, 드디어 오늘 100회를 맞이하게 된 레이니 이야기, 그런 뜻 에서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설정을 공개해달라는 독자분의 요청에 의해, 오늘은 레이 니 이야기의 설정자료를 공개하기로 하겠습니다. (와아 ! 짝짝짝 !) 하지만, 레이니 양의 3사이즈는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갑자기 잦아드는 박수소리. 그리고 야유 가...) 우선, 첫 번째로 공개하는 것은 레이니 일행의 프로필입니다. 자, 준비하시고. 레이니(rainy) : 처음에 이름을 정한 여주인공(헉 ! 레이니 양, 칼은 들지 말라고 !)...아니, 주인공. 원래 남자아이일 때의 이름은 알로입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이름을 생각해보았지만, 결국 알로로 낙착. 이야기의 무대인 쥬라기 세계의 최강(일 지도 모르는) 공룡인 알로사우루스를 모델로 해서 정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 름은 별로 쓰지도 못하고 레이니라는 이름으로 바꾸게 됩니다. 이 이름은.... 고백하자면 대충 정했던 이름인데.... (퍽퍽퍽 !) 나중에 이 이름을 분석해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이름이더군요. 그래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레인(rain)의 형용사형이 바로 레이니.... 하지만 이 소설의 제목인 '레이니 이야 기'라고 하니 괜찮은 조합이 되었습니다. 비(rain)는 신의 축복, 계시, 하늘의 힘이 내려오는 것을 상징합니다. 라 브레이커의 주인으로서, 그 신비한 힘은 분명 하늘의 힘이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것입니다. 괜찮지요? (괜찮다고 해 줘요) 작가를 잘못 만나서 무지막지한 고생을 하는 그녀의 프로필은... 신장 : 172cm 나이 : 17세. 3사이즈 : 비밀. 본인도 모름. 가슴이 좀 크다는 것만 알고 있음. 생일 : 3월 14일. 저주 걸린 날로 일단 생일을 정함. 좋아하는 것 : 아르메리아(그녀를 이해해주니까), 아르케옵테릭스 구이. (시조새 구 이) 싫어하는 것 : 가슴에 대한 이야기, 생리.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지 !) 물론, 그 변태마법사도 포함. 특기 : 검술, 돈 관리(2번째 이야기의 그 돈관리 기술을 보라) 신체의 특징 : 다른 여자보다 좀 큰 가슴. 1미터에 달하는 긴 초록색 머리. 아르메리아(armeria) : 그녀의 이름은 배려라는 뜻의 꽃에서 따왔습니다. 하지만, 작가 자신이 실수라고 생각하는 건.... 이 시대는 공룡 시대 쥬라기이기 때문에 꽃이 란 한 송이도 없다는 것. 참고로 아르메리아는 2월 29일의 생일꽃입니다. '흔하지 않 은' 날임과 동시에, 흔하지 않은 엘프를 뜻하는 꽃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마법검사이며, 마법과 검술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합니다. 다만, 그녀의 힘 을 제대로 보여드린 적이 없지요? 진정한 강자는 그리 쉽게 자신의 힘을 보이지 않는 법이니, 앞으로 레이니를 더 괴롭혀서 언젠가는 그녀의 힘을 반드시.....(퍼억 !) 신장 : 165cm 나이 : 겉보기에는 16세. 3사이즈 : 고귀한 엘프의 사이즈를 감히 알려고 하다니 ! 생일 : 2월 29일. 다만, 이 시대의 달력의 특성상, 이 날은 그리 드문 날이 아니라 는... (매년마다 생일상을 챙겨먹을 수 있다 ! 좋아하는 것 : 엘레스(엘프 종족에 전해지는 이 시대 유일의 속씨식물)의 열매, 마 법 연구. 싫어하는 것 :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 (그녀의 성격의 일단은, 간혹 나오는 과격 발언에서 찾을 수 있으니.....) 특기 : 마법, 엘레스로 비장의 음료 만들기. (그게 뭐야? 알아맞춰보세요) 신체의 특징 : 그녀의 긴 금발머리에는 비밀이 있어요. 세이브(save) : 레이니 일행에서 회복 마법을 가장 잘 구사하는 9살짜리 꼬마. 체서 들과의 전투에서 레이니를 따라다니게 됩니다. 자세한 과정은 세 번째 이야기에 다 나오니 읽어보시길. 그녀의 이름은 게임에 빠질 수 없는 요소, 세이브에서 따왔습니다. 원래의 소설 기 획에서는 더 어두운 역을 맡기려고 했지만, 차마 인간의 양심상 그럴 수 없어서, 이 정도로 하고 말았습니다. (나도 참 착해. 그런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으니.... 힉 ! 레이니 양, 내 목에 칼은 겨누지 마 !) 이름대로, 레이니 일행의 안전을 보장하 기 위해 종횡무진, 뛰어다닙니다. 세이브라는 이름의 뜻은, 카드게임(브리지)에서 대 손실을 막기 위한 수단입니다. 신장 : 101cm. 레이니의 머리 길이보다 딱 1cm 길다. (뭐야...) 나이 : 9살.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3사이즈 : 그녀의 사이즈를 알려고 하지 마라. 그녀는 로리로리다. 그런 소녀의 사 이즈를 알려고 한다면, 당신의 취향이 의심된다. 생일 : 그녀 자신도 모르니, 할 말이 없다. 좋아하는 것 : 레이니 언니, 그리고 모든 종류의 음식. 물론 잠자는 것도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 : 이별. 그리고 상한 음식. (먹을 수 없으니까) 특기 : 세이브 마법. 아군 전원을 데리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치유 마법이 특기. 레이니 일행의 구급약 비용을 절약하는 데 결정적인 효과가 있다. 신체의 특징 : 어린애의 몸을 알아서 어쩌려고 ! 말 못 해 ! 치매 사부님 사이드(side) : 이 분이 바로 레이니의 사부님. 별칭이 바로 치매사부 님이죠. 검술에는 최고수이지만, 레이니를 마구 구박하는 분이라서.... 물론 그때는 알로였지만. 원래 쥬린 제국의 친위대장으로서 황제를 지키고 있었지만, 쿠데타로 황제 부처는 사망하고, 공주님인 미나르 쥬린을 데리고 도망칩니다. 하지만........ 무슨 사건이 있은 후, 동료인 리츠와 헤어져서 시골에 은거해 버립니다. 그리고 알로(레이니)를 키우면서 조용한 말년을 보내지요. 그가 레이니에게 준 검이 바로 라 브레이커입니 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돌아가시지만, 앞으로 회상 장면에서 자주 나오실 것이니 써 둡 니다. 아, 사이드라는 이름 역시 대충 정한 이름이지만(이, 이 작가라는 녀석은 !), 쓰고 보니 괜찮은 이름이라 그냥 채택한 이름. 공주님의 옆에서 그녀를 지키는 기사 라는 점에서, 사이드라는 이름은 괜찮다고 여겨지네요. 신장 : 195cm. 나이 : 92세. 하지만 도저히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 재빠른 몸놀림을 보면.... 생일 : 이미 돌아가셨으니, 넘어가자. 좋아하는 것 : 검술, 공주님(누군지는 다 알지?), 알로 괴롭히기. 싫어하는 것 : 반역자인 지금의 쥬린 제국 황제. 특기 : 검술. 전설적인 검사로 이름을 날린 사람답게, 경지에 이른 검술이 그의 특 기이다. 신체적 특징 : 공주님을 구하려다가 입은 옆구리의 상처. 노인답지 않은 근육질의 몸. 라비린스 키퍼(Labyrinth keeper : 미궁을 지키는 자) : 이들은 라 브레이커의 안에 있는 검의 정령같은 존재입니다. 레이니를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괴롭혀서 전설을 실현시킬지를 연구하는.... (농담) 존재들입니다. 엘프족의 조상이신 어느 아가씨(아줌마라고 하기는 좀 문제가 있어서)가 만들어낸 검이 바로 라 브레이커(law breaker)로, 어떤 목적이 있는 듯 하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검 자체에 전해지는 전설은, '이 검을 가지는 자는 하늘에 오른다.' 는 것으로, 아무도 그 전설을 이루어낸 자는 없습니다. 검 자체가 오래도록 쥬린 제국의 황제의 소유물이었고, 황제의 권위의 상징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레이니 양은 고생을 잔뜩 할 것이 확실하다는.... (퍽퍽퍽) 라비린스 키퍼들은 여럿이 있으나, 대체로 레벨에 따라 나뉩니다. 물론 레벨은 엘프 들의 마법체계를 따라 나뉘어져 있으며, 검의 주인을 가르치는 역할을 합니다. 물론 위기시에는 소환수로 써먹지만, 아직은 레이니가 그렇게 써먹은 적은 없군요. 그들의 이름은 다 보석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레벨 1은 제이드(Jade : 옥. 하늘의 양의 힘). 레벨 2는 토파즈(Topaz : 황옥, 태양을 뜻함). 레벨 3과 4를 다루는 건 사다니크스(Sardonyx : 붉은 줄마노, 활기). 레벨 5는 아메마이트(Amemait). 레벨 6은 암버(Amber : 호박. 응축된 빛). 레벨 7은 셀레나이트(Selenite : 달, 부드러움, 연인)와 라피스 엑실리스(Lapis exilis : 불모의 돌). 이 외의 라비린스 키퍼들은 앞으로 서서히 나올 것이니, 기다리세요. 이 외에 중요 인물이 둘이 더 있으니, 간략하게나마 소개를 해 드리지요. 우선, 변태 마법사라고 불리는 분이 있습니다. 이 인간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서서 히 정체가 밝혀질 것입니다. 현재까지 나온 것은 그의 옷차림 뿐으로, 깃털로 만든 망토 모양의 옷을 입고 마법 지팡이를 든 모습입니다. 얼굴이 상당히 말라 있고, 굳 이 비유하자면 독사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보면 상당히 괴이한 느낌을 주는 인간입니다. 전통적인 검은 망토가 아니라 색색의 깃털로 장식된 망토라서 이상 하다고 생각하시기 전에, 이 괴이한 인물의 실제 모습이 어디서 따온 것인지 생각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물론 저는 알고 있습니다. 후후후후후) 그리고, 레이니 일행에 합류할 예정인 이름없는 누님 마법사가 있군요. 이러다가는 그녀가 나오는 순간까지 이름을 못 고르고 고심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그녀의 이름은, 그녀가 이 소설에서 맡은 중요성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 습니다. 어쨌든 주역급이니까요. 아직 나오지도 않은 그녀에 대해 말하는 것도 좀 그러니, 이 이야기는 이쯤 해 두지 요. 가만.......... 이거 벌써 오늘의 연재분이 다 되었잖아 ! 여기서 끊을까요? (퍽 퍽퍽) 그럼, 간단히 지리적인 배경을 설명하는 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우선, 레이니가 살고 있는 별은 오시언(ocean)이라는 별입니다. 지구라고 부르면 되 지 않느냐고 하기 전에, 지구에서 육지와 바다 중 어느 쪽이 넓은지 확인하시기 바랍 니다. 전 바다가 지구 표면의 70%라는 점을 감안해서 '바다'라는 이름을 고른 겁니 다. 시대적 배경이 공룡 시대 쥬라기 후기이므로, 당연히 그 시대에 맞는 대륙 분포를 하고 있습니다. 대륙은 크게 나누어 북대륙(로라시아 대륙)과 남대륙(곤드와나 대륙) 으로 나눕니다. 북대륙은 지금의 북아메리카, 아시아 대륙이고, 남대륙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남극,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대륙이 한데 묶여 이루어진 대륙입니다. 지 금은 대서양이 없다시피 하고, 남북대륙을 테티스해라는 바다가 가르고 있습니다. 레이니가 살던 팔레르 마을은, 지금의 유럽이 속한 곳입니다. 이곳은 얕은 바다로 덮인 섬들이 모인 곳입니다. 수도가 있는 섬은 비교적 크지만, 역시 섬입니다. (도리 없다. 이 시대의 지도가 그렇다는데, 도리 있냐) 기후를 말씀드리자면, 응큼한 사람 들이 좋아할 곳입니다. 쥬라기 자체가 온난다습하다는 걸 감안하면, 어떻게 될까요? (굳이 수영복이 좋다는 말을 안해도 되지요?) 유럽이 있는 곳에는 유로 제국, 그리고 아시아 대륙에는 동쪽에 쥬린 제국, 남쪽에 사라다 왕국이 있습니다. (먹는 사라다가 아냐 !) 북쪽은 이 시대의 기준으로는 추운 곳이며, 당연히 사람 살 곳이 못 됩니다. 이곳에는 거대한 드래곤이 잠들어 있다는 말이 있지만, 일부러 찾아가는 골빈 녀석은 지금은 거의 없습니다. 그동안 거기 갔다 가 죽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남쪽 대륙에는 마법사들이 많다고 하지만, 중간을 가르는 바다를 지나야 하므로, 그 리 많은 왕래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유로 제국의 남쪽으로 내려가서 섬들을 따라 항해하면, 남쪽 대륙으로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조심하지 않으면 큰 바 다로 떠내려가고, 그 뒤는 책임 못집니다. (200m라는 거대한 괴물에게 먹히기 싫으면 가지 마세요) 엘프들의 마을은 주로 북아메리카 지역의 북부입니다. 물론 몇 개의 마을은 드래곤 이 있는 곳 근처에 있기도 하지만, 가는 녀석은 없겠지요? 달력 체계는 1년 13개월. 무슨 소리냐고 하시기 전에, 이 시대는 공룡시대라는 걸 기억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시간으로 따지면 하루는 23시간입니다. (물론 몇 분이 더 추가됩니다. 1억 5천만년전이라면, 대충 20분 추가더군요) 게다가, 1개월을 30일로 하면, 15일정도가 남습니다. 그래서 13개월로 하고, 그 13월에 15일을 밀어넣 었습니다. 착오없으시길. 하나 더 하면, 이 15일은 매년마다 기간이 달라집니다. 또한, 이 기간은 겨울이 가 고 봄이 오는 걸 기념하는 축제가 열리는 날들이기도 합니다. 1월에서 3월은 봄, 4월에서 6월은 여름, 7월에서 9월은 가을, 10월에서 12월은 겨 울. 그리고 13월은 축제의 기간이지요. 모든 나라가 이렇게 달력을 쓰기 때문에, 적 어도 달력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하루의 시작은 아침에 해가 뜰 무렵입니다. 아, 하루는 24시간으로 나누지만,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그 결과 1시간 이 지금의 1시간보다 좀 짧아졌습니다. 이제 왠만한 건 다 쓴 듯 하군요. 그 외에, 공룡 시대에 등장하는 공룡들에 대해 쓰 는 건 너무 많이 걸리니, 이 쯤 하지요. 자, 내일부터는 다시 새 이야기로 나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후기)으. 그리고 그동안의 버그가 둘이나 나왔더군요. 제가 확인한 게 말입니다. 하나는, '바다의 노래'에서 나온 메갈로돈에 대한 건데요. 그 상어는 약 7천만년 전 에 지구에 출현했으므로, 시대상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군요. 이건 명백히 버 그. 하지만 상어라는 종류 자체는 이미 4억년 전에 지구에 나타난 것이므로, 이름만 버그라는 겁니다. 공룡시대에도 상어는 엄연히 살아서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과 대기 조성이 다르기 때문에 하늘이 핑크색일지도 모른다는.... 이건 명확하지 않으니 앞으로도 계속 하늘은 파란색으로 하겠습니다. (얼굴이 두꺼워 진 것 같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2 19:05 조회:461 공룡 판타지 7-101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1) "쿨........" "푸......." "......." 침대는 하나인데, 자는 사람은 셋이다. 옷이나 좀 갈아입고 잘 것이지, 여행복 그대 로 침대 위에 누워있는, 아니 기대어 자고 있는 두 소녀의 모습은 약간 보기가 민망 했다. 날씨가 덥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리고 여자들만 자고 있다는 걸 감안해도, 옷차림이 상당히 파격적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여기서 파격이란 어디까지나 호의적인 관점에서 표현한 것이다. 객관적으로 표현한다면..... 노출이 너무 심하다 ! 아무리 덥다고 해 도, 가슴이 다 드러나도록 셔츠 앞을 끈으로 묶지 않고 풀어둔 결과..... 앞이 다 열 리고 만 것이다. 특히 레이니가 가장 심했다. 원래 남자였다는 점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르지만, 가슴이나 좀 가리고 셔츠를 열어둘 것이지..... 만약에 남자 가 그 광경을 보았다면, 아마 얼굴을 붉혔을지도 모른다. 쿵. "쿨........" "푸........" "........" 쿵. "쿨........" "푸........" "........" 쿵. 쿵. 쿵. 밖에서 들리는 거대한 발소리. 하지만 그녀들은 누구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마 치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아아아아아." 해가 이미 하늘의 꼭대기로 올라가고 난 후, 눈이 서서히 떠졌다.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 그래도 세이브보다는 작아 ! - 하품을 했다. 잠이 좀 부족한 듯 하지만, 아 무래도 조금 시끄러운 것 같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창문을 열자, 길을 메운 사 람들이 보였다. "뭐야? 무슨 일이 났........" 그 의문은 곧 밖에서 들려온 소리가 풀어주었다. 땅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 쿵. 그 소리는 영락없는 거대한 공룡의 발소리. 나는 즉시 온몸의 감각을 최대한 가동시 켰다. 만약 도시의 성벽이 뚫렸다면........ 이미 도시 안으로 육식 공룡이 돌아다니 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저절로 검에 손이 갔다. "?" 이상하다. 도시 안에는 사람들의 느낌은 있어도, 공룡들의 느낌은 없다. 전혀 없다. 그건.... 아직 도시는 무사하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역시 모든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일어나야 할 것 같다. 달갑지는 않지만. "으음..... 언니........ 그거 내거야......." 또 먹는 꿈을 꾸고 있는 게 틀림없어. 바보 세이브 녀석. 먹는 것밖에 몰라. 그나마 무사해서 다행이지 뭐. 하품을 하니까 눈물이 고인다. 굳이 세이브까지 깨울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잠시동안은 쉬어야 할 것 같으니까. 나는 세이브를 그냥 놔두기로 했다. 어제만 해도, 죽어가고 있던 아이가 아닌가. 일 단 이 정도까지 나아졌으니 좀 쉬라고 하고 싶다. 나는 검을 챙기고 나가려 고........ "으. 아르메리아는 깨울까. 말까." 잠든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하지만 그녀도 어제 잠을 못자서 피곤할텐데. 나는 잠시동안 망설였지만, 그녀를 깨울 수가 없었다. 깨우면 지금의 아름다운 얼굴이 사 라질까봐. 물론 그녀가 어디로 가는 건 아니고, 얼굴이 흉하게 변하는 것도 아니지 만, 왠지 지금의 얼굴을 보는 게 좋았다. 나는 잠깐동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좀 자세히 볼까..... 얼굴이 다가가서....... 깜박. 그녀가 눈을 떴다 !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당황한 내 얼굴이었다. "일어났어요?" "아, 응." 역시 난 남자야. 몸이 이상한 녀석의 저주에 걸려 여자가 되었을 지언정, 난 아직 정신적으로는 남자였다. 별 이상한 곳에서 위안을 찾는 나였다. "언니. 잘 잤어요?" 나는 얼굴을 폈다. 내가 그렇게 피곤하게 보였나? 하긴 어제는 좀 무리하기는 했지 만. 그래도 일단 일어났으니 보람찬 하루를....... 비틀. 이게 뭐냐. 역시 나도 쓰러지는 거란 말인가? 하지만 상처난 곳은 없는데. 있어도 어제 라피스 엑실리스가 다 고친..... 비틀거리는 나를 부축하는 아르메리아. 역시 그녀도 잠자는 동안에 옷매무새를 다듬 을 수는 없는지, 옷이 좀 풀어져 있다. 더워서 그렇다면 말이 되지만. 그래도 나보다 는.... 엥? 나? 나는 내 옷을 바라보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 말할 게 없군. 나는 옷깃을 여미었다. 도저히 봐줄 상태가 아니다. 가슴이 너무 큰 게 문제는 문제였다. 아무리 천을 강하게 둘러매도 누르기 힘든 가슴인데, 어제는 정 신없이 싸우느라 가슴에 신경을 쓰지 못했으니..... 가슴이 제멋대로 옷 밖으로 삐져 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그렇게 옷을 엉망으로 입지 않은 덕분에, 가슴이 모두 노출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보였지만. 내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가슴을 다시 옷 안으로 집어넣고..... 비틀. 어지러워. 왠지 모르게 몸이 제멋대로 흐느적거린다. 기력이 떨어졌나.... 하긴 어 젯밤에는 줄곶 검을 휘두르며 강적들과 싸우기만 했으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 로 피곤하지 않은 게 더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 내가 세이브 는 아니지만, 그러고도 몸이 멀쩡하면 더 이상했다. 아르메리아가 그런 나를 보며 말 했다. "언니. 아무래도 오늘은 이 도시에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도시의 식당은....... 만원이었다.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나와 아르메리아는 겨우 자기 자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나마 동작이 빨라서 두 개의 의자를 얻을 수 있었 던 거다. 그런데 오늘은 왜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지? 나는 일단 음식을 가져와서 아 르메리아에게 한 그릇을 넘겨주고는, 자리에 앉았다. 먹기 전에... 주위를 둘러본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지만, 모두들 차림새가 좋지 는 못하다. 게다가, 다치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상처투성이들이다. 물론 심한 상처를 입은 사람은 세이브가 있는 그 의원들의 건물에 있지만. 그래도 모두들 무슨 혈투를 치른 건지, 모습이 엉망이다. 나와 아르메리아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지만, 솔 직히 음식은 맛이 없었다. 무슨 고기덩어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나게 맛없는 고기 를 고른 모양이다. "........." "........." 나도 아르메리아도, 둘다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끝냈다. 그리고 나서 자리에서 일 어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 툭. 누구야. 나는 내 어깨와 부딪친 사람을 바라보았다. "왠 아가씨가 여기 와 있어?" 으....... 참자 참자 참아야 한다. 아가씨라는 말에 화가 나서 이 자리를 뒤엎으면 안 된다. 나는 내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지 않게 하느라 죽을 고생을 했다. 그러나. "아가씨, 여긴 위험하다고. 아가씨같은 연약한 여자가 올 데가 아니라니까. 하하하 하하." 입이 좀 큰 사람이군. 체격은 나보다 휠씬 크고. 지금의 나도 여자로서는 꽤 큰 편 이지만, 아무래도 저 사람에 비해서는 너무 작다. 하아. 이 몸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고 해도, 역시 저 사람이 더 크다. 그것도 상당히. "아가씨들은 어디 숨어 있는 게 어울리지 않아? 이런 검까지 차고 있게." 그러면서 내 검에 손을 뻗는 불량배. 얼굴만 바라보고 판단하는 건 원래 좋은 일이 아니지만, 하는 짓이 그러니 도리 있나. 나는 멋지게 그의 손을 잡아 비틀어버리려고 했지만..... 비틀. 으. 왜 지금 어지러워지는 거야. 나는 말그대로 연약한 아가씨의 꼴을 보이고 말았 다. 옆에서 나를 부축하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그 꼴을 보고 웃는 거대한 덩치의 남 자. "어디가 아픈 모양이군. 내가 그대의 기사가 되어줄까?" 이, 이게. 나도 모르게 마력을 손에 모은다.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생각같아서는 단 한 방에 저걸 날려버리고 싶다. 하지만........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겨우 마력을 원위치로 분산시켰다. 하지만, 상대는 이미 내 손을 보고 말았다. "허어. 마법사였나? 그 나이에 이 정도라면.......... 상당한 실력이군 그래." 아까보다는 많이 나아진 말투인가? 하지만 아직 뭔가 불안하다. "어디, 나하고 겨뤄볼 생각 없나? 오늘 큰 싸움이 있을 텐데, 몸 좀 풀어야 할 것 같아서 말야." 싸움? 무슨 싸움? 내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나 보다. 상대가 놀라며 말한다. "이봐. 이봐. 아가씨들. 혹시 모르고 있는 거야?" 무슨 소리지? - 계속 - 후기)으. 중간에 페이지 수를 넘어서, 다시 자르는 사태가........ 하루 세 페이지에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여기서 잘라도 어색하지 않군요. 게다가, 쓴 걸 지우고, 다시 쓰는 사고까지 났습니다. 마음에 안 드니 도리없지요. 글이란 원만하게 연결이 되어야 하니까. 제가 문학적인 실험을 하는 게 아니니, 이런 건 일단 원만하게 되도록 노력해야지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3 19:56 조회:438 공룡 판타지 7-102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2) "뭘요?" 내가 묻는다. 아르메리아는 비록 말은 안 했지만, 그녀의 표정 역시, 궁금하다는 눈 치다. 그리고, 내 앞의 덩치는 그런 의문을 풀어주었다. "지금 밖에 사이스모사우루스 떼가 몰려와 있어. 난 그런 놈들로부터 아가씨같은 연 약한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시에 고용된 용병이고." 내가..... 연약? 그 말을 한 사람이 치매 사부라면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 을 들을 정도였나? 내가? 적어도 이 세계에서 가장 연약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 하지만, 지금 내 꼴을 보면, 누구라도 연약하다고 할 거다. 어제 너무 무리한 탓 인지, 머리도 다리도 팔도 다 아프다. 당장이라도 어디 눕고 싶다. 내 눈이 자꾸 감 긴다. 어제 너무 무리했어..... "언니 ! 괜찮아요?" 옆에서 날 부축하는 아르메리아. 그녀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려있다. "괜찮아..... 어디 좀 앉아 있어도 될까?" 그렇게 비틀거리며 자리에 앉는 나. 그런 나를 바라보는 그 덩치. "이거........ 심각하군. 여기 의원 없어?" 그 덩치의 말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인가. 어쨌든 내 앞에 누군가가 달려온다. 그런데 저 사람,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아. 아가씨 아냐? 어제 여동생이 죽는다고 의원을 찾아다니더니. 그래, 여동생은 어떻게 된 건가? 설마......." 이, 이 아저씨, 내가 세이브가 죽었다고 너무 슬퍼해서 이렇게 탈진한 줄 아나봐. 어제 바쁘셔서 소식을 못 들으셨나? 왜 이래? "그 애는 치료했어요. 언니가 그 때문에 좀 무리를 해서 지금 이러는 거에요." 무리라........ 그래. 아르메리아. 그건 무리였어. 하루 동안에 라비린스 키퍼를 셋 씩이나 상대하다니. 무리지. 무리야. 나같은 바보나 할 수 있는 짓이지. 입은 열 기 력이 없으니까 생각만 하는 나였다. "이봐. 의원. 이 아가씨 좀 살펴봐.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어." 으. 바보같은 라피스. 세이브는 고쳐주면서 나는 잘 안 고쳐주었다는 거냐....... "과로인데." 역시 그럴 거야. 내 머리에 손을 짚어본 의원님의 말이었다. 내 예상이 맞은 셈이지 만, 달갑지는 않다. 내 체력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한심하군. "역시 그런 가 봐요." 아르메리아. 그건 나도 알아. 내 이마를 손으로 짚어주는 건 좋지만, 지금은 어지러 워. "이봐. 아가씨. 그러면서 그런 큰 검을 메고 돌아다녀? 이리 줘 봐. 내가 들어줄 테 니까, 아가씨를 데리고 가요. 의원." 그러면서 내 검을 드는 그 사람. 덤으로 비틀거리는 나를 업는다. 그리고 옆에서 나 를 따라오는 아르메리아와 의원. 그렇게 나는 식당을 나섰다. 내 발로 걷지 않고 말이다. 한심해. "이 검, 꽤 무거운데? 여자가 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검이야." 나도 그 말에 동의는 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점. 당신은 누구지? "아저씨는 누구에요?" 갑자기 충격을 받은 그 덩치 큰 아저씨.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내 질문에 대답했다. "난 아저씨가 아니야. 부스트(boost : 후원, 격려)라고 불러줘." 부스트라....... 이 아저씨의 이름인가......... 이 사람, 어디서 들었나.......... 왠지 익숙한 이름....... "아 !" 생각났다. 그 유명한 용병의 이름을. 내가 치매사부에게 기사들이 최고의 검술을 가 졌냐고 물었을 때, 치매 사부가 말한 이름 중 하나다. 기사들보다 뛰어난 검술을 가 진 자는 얼마든지 있다고 예를 들면서 언급한 이름. 물론 자기가 더 뛰어나다고 자랑 하는 걸 잊지 않았지만. 정말인지는 난 모른다. 이제와서 물어볼 수도 없고. 하지만 몇 마디 물어볼 수는 있다. 이 사람에게는 말이다. "당신이 그 유명한 용병인가요?" "유명? 그리 대단하지는 않아. 나에 대한 소문을 들었나 보지? 아가씨." "기사 지망생이니까요. 아무래도." "뭐?" 갑자기 놀란 어투로 바뀐다. 이 아저씨 왜 그래? "아가씨의 마력은 상당하던데? 굳이 기사의 길을 걸을 필요도 없어 보이더군." 이게 대단한 건가? 내가 상대한 녀석들은 하나같이 나보다는 강했다. 그 사다니크 스, 아메마이트, 제이드....... 하나같이 나를 능가하는 녀석들이었다. 내가 그들을 이긴 것은, 요행에 가까웠다는 걸,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약간 기죽은 말 투로 대답을 했다. "이 정도의 마력으로는 어디 가서 자랑할 수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말을 듣자, 갑자기 말투가 날카롭게 변하는 아저씨. 아무래도 부스트라는 이름보 다는, 아저씨라고 부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냐? 아가씨. 그 정도면 상당히 강력한 마력이라고. 나도 궁정마법사들을 만나 본 적이 있어서 아는데, 아가씨 정도면 어지간한 마법사 정도는 이길 수 있는 수준이야." "..........." 뭐가 '상당한 수준'이야. 마법을 제대로 쓰지 못해서 공중에서 추락하는 녀 석이. 갑자기 아메마이트와의 대결이 기억났다. 몸이 떨린다. 허마터면 죽을 뻔한 그 순간을. 그것도 오래 전의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의 일이 아 닌가. 팔에 힘이 들어갔다. "아. 팔 힘도 상당하네? 정말 기사 지망생이야? 이 정도면 기사가 되는 건 문제 없 겠는데?" 기사라........... 내 몸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기뻐했겠지만......... 지금은 그 럴 수도 없다. 한숨이 나오네. 푸우. "왜 그러지? 아가씨. 혹시 내가 무슨 기분상하게 한 일이라도?" "아니에요." 이 사람이 무슨 잘못을 했겠는가. 따지고 보면 그 변태 마법사가 잘못한 거지. 투덜 거리는 나를 업고 가던 아저씨가 내게 말한다. "현재 마법 레벨이 얼마야? 아가씨. 실례가 안 되면 가르쳐주면 안 될까?" "..........." 그런 걸 왜 대답하나. 말하고 싶지 않은걸. 레벨을 따지면, 아마 1도 안 될걸. 주문 하나도 모르는 마법사가 무슨 레벨이 있어? 입을 다문 나. 하지만........ "현재 언니의 레벨은 없어요. 열심히 배웠지만, 아직은 견습이라서." 그게 사실이지 뭐. 주문 하나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무슨........ 하지만 그 다음 에 이어진 아르메리아의 말이, 날 놀라게 했다. "약간만 전투 경험을 쌓으면, 언니의 레벨은 5가 될 거에요." "레벨 5라고? 그 정도면 견습 마법사는 넘잖아?" 레, 레벨 5? 내가 무슨 레벨 5야 ! 난 아직 공격 마법 하나도 제대로 못 쓰 는......... "아, 한 가지 잊었네요. 언니의 마법 레벨은 엘프마법으로 계산한 거에요." "뭐? 난 또 인간의 마법레벨로 따진 줄 알았지. 그러고 보니........아가씨, 엘프인 가?" "예." 물론 내가 그렇게 말한 건 아니다. 아르메리아가 그렇게 말한 거지. 하지만 이 사 람, 나까지 엘프로 생각해 버리는 눈치다. 뭐라고 하고 싶지만, 불행히도 너무나 피 로해서 입도 벌리기 싫다. 어차피 곧 헤어질 사람인데 뭐. 내가 엘프라고 한 게 아니 니 거짓말은 아니고. "그렇군..... 요즘은 그런 데 신경을 쓰지 않아서 말야. 용병 생활도 곧 끝을 낼 텐 데, 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 여자들에게."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 나도 결혼을 하고 싶어서 말야." 여기가 인적이 드문 언덕길이라고는 해도, 그런 말을 하다니. 물론, 객관적으로 평 가할 경우.... 음. 이 정도 얼굴이면 괜찮을 것 같군. 여자들의 관점에서. 남자인 내가 봐도 상당 히 괜찮은 얼굴인걸. 약간 나이들어뵌다는 약점만 제껴두면 말이야. "아, 내 결혼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하고......... 그런데, 이 아가씨, 어떻 게 엘프 마법을 익힌 거지? 엘프같지는 않은데. 하지만 간혹 귀가 뾰족하지 않은 엘 프도 있으니....." "언니는 엘프가 아닌데요. 다만, 제가 언니라고 부를 뿐이에요." "음........ 보통은 그 반대 아냐? 엘프들은 보기보다 나이가 많다고 들었는데." "예. 하지만 왠지 언니를 보고는, 그렇게 부르고 싶어서요." 갈수록 불안해진다. 이러다가 다 탄로나고, 체서들이 부스트씨를 습격해서........ 아무래도 이 정도로 제동을 걸어야겠다. "아르메리아, 이제 그만 해. 더 말할 필요는 없잖아?" 사실이 그렇다. 만약 체서들이 부스트씨와 만나게 되면, 이 사람도 쫓기게 될 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같은데, 그렇게 되면 너무 미안하지 않을까. 단지 나를 업고 갔다 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엘프들의 마법을 익히게 되었지?" 뜨끔. 아르메리아가 너무 이것저것 말해 버렸어. 이러다가 큰일나겠어. 여기서 대화 를 중지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그런 궁리를 하는 내 머리에, 결정적인 한 마디가 내리꽃혔다. "그건 그렇겠지. 이 아가씨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라면 엘프들의 마법을 익혀도 이 상하지 않아." "..........." 갑자기 얼어붙는 나. 이 사람, 내 정체를 알고 있었어? 혹시......... 정말로 생각 하기도 싫지만........ 이 사람, 그들과 한 패? 나는 부스트씨의 등에서 몸을 날렸 다. 부스트씨가 다시 내 허리에 검집 채 매달아둔 내 검과 함께. 검을 뽑아들려고 했 지만........... "풋." 갑자기 웃는 부스트씨. 그는 전혀 살기를 발하지 않고 있었다. - 계속 - 후기)결국, 이 아저씨의 이름은 부스트라고 하고 말았습니다. 다른 이름을 찾아 열심 히 조사했건만, 결국 이렇게 고르는군요. 으. 다 쓴 내용을, 중간이 어색하다고 다시 쓰고........ 미치겠네요. 하지만 글이 원만하게 이어져야 하는 게 소설인 만큼(전 문학적인 실험을 하는 게 아니라서), 마 음에 안 들면 다시 써야지요. 뭐. 그리고, 부스트라는 이름은, 제가 이 소설을 기획할 때 임시적인 이름으로 정한 이 름입니다. 이 소설의 등장 인물 중에는, 그렇게 임시명을 가진 경우가 좀 있습니다. 다? 이름이 좀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안 쓰는 경우가 많지만.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4 18:06 조회:452 공룡 판타지 7-103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3) "당신, 어떻게 이 검을 알고 있지요?" 대답이야 뻔하다. 아마 그들과 한패거리이거나, 아니면 독자적으로 라 브레이커를 찾는 사람이겠지. 검을 잡은 내 손이 떨린다. 상대가 전설의 용병이라는 것도 있지 만, 내 몸의 상태는 지금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서 소환수라도 부를까. 라비린스 키퍼라고 불러줘야 그 녀석들이 기뻐할지도 모르겠 군. 나는 검 손잡이에 손을 얹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 했지만........ 그의 대답 은 의외였다. "당연히 알지. 난 명색이 전설의 용병인데. 그 검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 고, 그림도 본 적이 있어. 옛날에 쥬린 제국에서 얼마나 그 검을 자랑해댔는데. 그래 서 잘 알지." 하지만 아직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눈을 보고 마음의 창이라고 하지만, 상 대는 유명한 용병. 마음을 감추는 기술을 쓸 수도 있지 않은가. 나는 아르메리아에게 눈짓을 했다. 상대는 나를 보고 있어서 아르메리아를 못 보는 상황. 하지만 만약 내 눈짓을 읽었다면....... 나는 검을 잡고 각오를 했다. 그러나......... 그를 보던 아르메리아가 속삭이듯 말했다. "정말이군요." "?" 나로선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상대는 간단히 해석했다. "내 마음을 투시한 건가?" "예. 저희들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 짓을 했습니다. 무례를 범했다면, 사과 드립니다." "괜찮아. 당신들의 입장에서는 나를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누가 당신들을 쫓아온다는 거지? 혹시 보물 사냥꾼들이라도 오는 건가?" 이 사람. 우리를 잘 아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거야? 어떻게 우리 입장을 이해해주 는 거지? 단순한 이해심으로 보기에는 너무 의심스러운데. "저희들을 뒤쫓는 자객들이 있습니다. 부스트씨도 더 이상 우리와 관계하지 말고, 이만 떠나주셨으면 합니다." 아르메리아. 왠지 바보같아. 솔직히 그렇게 다 말해 버리면, 저 사람이 우리를 죽이 고, 검을 빼앗아 갈 위험이 있어. 상대가 누군지 다 알고 있는 투로 말하다니. 너무 자신의 투시 마법에 자신을 가지는 거 아냐? "그런데, 내가 만약 이 아가씨의 검을 가져간다면?" 내가 대답했다면, '죽여 버리겠다.'라는 대답이 되지만, 아르메리아는 태연하게 말 했다. 물론 내가 말할 내용과는 좀 다른, 부드러운 말투로. "그렇다면.......... 당신을 죽여버리면 되지요." 내가 말하려고 했던 내용보다 더 심하다. 느낌이 그렇다. 내가 말했다면, 말그대로 '죽인다.'는 의미이지만, 그녀의 경우에는........ 더 심한 내용이 깔려 있었다. 순 간적으로 섬뜩해진다. 아, 아르메리아. 그렇게 과격하게......... 전에 세이브가 바 다에 빠졌을 때, 상어에게 죽느냐 사느냐는 순간에 그녀가 한 말이 기억났다. '얘, 기절했어. 그게 안 돼.' '........깨워요.' '안 일어나는데?' '두들겨 패서 깨워요.' '.............아르메리아. 생각보다 상당히 과격하다.' '빨리 깨워요.' 그녀는, 보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아주 무서운 성격일지도 모른다. 그런 내 생각을 뒤로 하고, 부스트는 난데없이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이거 뭐야?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거야? 정말 예상치 못한 반응이다. 어떻게 된 거 야? 어리둥절한 나.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아르메리아. 그리고 그런 우리들에게 말 하는 부스트. "걱정 말게나. 아가씨들. 난 검에 대한 욕심 때문에 엘프들과 싸울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게다가, 주인을 죽여버린다는 검을 욕심내다가 무슨 꼴을 당하라고." 그 소문이 그렇게 널리 퍼졌나..... 이 검을 가진 주인은 모두 죽든지 행방불명이라 는..... 하긴 쥬린 제국의 황제가 절대권력의 상징으로 가지는 검이라고 들었으니 황 제가 아니라면 죽여버린다는 소문을 낸 것도........ 가만 ! 그럼 지금 이 검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황제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계속 이어지던 내 생각이 어지럽게 뒤엉켰다. "윽 !" 머리를 휘감고 조르는 두통. 머리가 마구 울리면서 나는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마치 전에 마법지식을 강제로 공부할 때 겪은 것처럼. 나는 땅바닥을 구르면서 신음 했다. 으. 으. 으..... "언니 !" "이봐. 아가씨 !" 아르메리아와 부스트의 말소리가 멀어져간다. "으.........." 결국 침대에 누워버린 나.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어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는 정말 힘든 하루를 보냈다. 크루얼 네일과 싸우지를 않나, 라비린스 키퍼들과 싸우지 를 않나, 머리에 고문을 당하지 않나, 그리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것까지. 최 악의 하루였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내 힘이 강해졌으니 좋지만, 지금은 고통스러울 뿐이다. 레벨 1부터 레벨 5까지의 마법 지식을 단 하룻만에 받아들이느라 탈진한 것 이 가장 큰 원인이긴 했지만, 또 하나의 원인은 바로 피로였다. 그 의원님의 말은, 의외로 정확한지도 모른다. '망할 자식. 아메마이트. 테스트 끝나고 나서 다시 내 머리를 고문할 게 또 뭐람.' 녀석은, 자기 주인이 되었으니 자신의 힘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갈길바 쁜 내게 억지로 자기가 가진 지식을 주입시켰던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만, 이것도 엄청난 고문이었다. 그 휴유증인가............. "언니. 오늘은 침대에서 쉬세요. 밖의 일은 신경쓰지 말고." 결국 곤히 잠든 세이브와 나란히 누워버린 나. 아르메리아는 나와 세이브를 잘 눕힌 후, 옆에 의자를 가져다가 앉았다. 그런데............. 세이브는 왜 아직도 누워있 는 거지? 오늘 새벽에 라피스가 치료를 끝낸 게 아니었나? "그런데............ 아르메리아............" "네?" "그 부스트라는 사람은 어디로 갔지?" "그 아저씨는 도시를 지키려고 갔어요. 아마 지금쯤 성벽에 있겠지요." 그래........... 그 사람은 용병이라고 했지........... 전설적인 인간이라니 이 도 시는 일단 안전하겠군. 나는 내 옆에 누운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혈색도 좋아졌 고 다친 상처도 아물었지만, 그래도 일어나지 않는다. "세이브는?"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그 아이는, 내일 아침 정도면 깨어날 거에요. 뭐, 아침 식사 시간에 다른 사람들을 좀 놀라게 할 것 같지만." 그런가............. 내 눈이 사르르 감긴다. 내 손을 잡는 아르메리아. "잘 자요. 언니." "응. 아르메리아도 잘 자." "..............." 그리고 나는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점차 바람이 더워진다. 성벽위라고 해서, 시원한 바람을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일 찌감치 포기하든가, 아니면 성 밖을 내다보는 게 나으리라. 밖에 있는 거대한 괴수들 의 움직임을 본다면, 즉시 온 몸이 서늘해짐을 느낄 것이다. 물론 사이스모사우루스라는 것은 초식 동물이다. 몸길이가 39m에서 52m에 이르는 거 대한 동물이기는 하지만, 보통때에는 사람을 습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어 디까지나 먹이가 풍부할 때의 이야기이다. 지금처럼 먹이가 부족해진 경우는 아니다. "저렇게 많은 수의 사이스모사우루스들이 모여 있다니. 드문 일인데." "없는 일은 아닙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으며, 단지 공룡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대화하는 두 사람. 한 사람은 '파탈 헤이스트'의 경비대장인 케너피(canopy : 천개), 그리고 다른 한 사람 은 용병 대장인 부스트. 바로 레이니를 도와준 그 사람이다. "음. 대충 115마리라." 저 많은 무리가 일제히 이 도시로 돌진을 한다면, 이 도시는 그대로 사라질 것이다. 먼지와 페허로 바뀌어서. 그렇다면.... "준비는 끝났어. 이제......." 인간이 할 수 있는 준비는 다 했다. 활과 투석기가 준비되었고, 모든 시민들이 이미 자기 자리로 갔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서, 모두들 익숙하다는 게 다행이었 다. 하긴 이런 일이 아예 없는 편이 더 나을 지도 모르지만. "접근전은 우리에게 승산이 없습니다. 원거리에서 사격을 반복해서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그건 나도 동감이야. 저들을 모두 죽이는 것도 힘들지만, 다 죽이고 나면 그 시체 들은 어떻게 처리하겠어. 우리는 단지......." 우어어어어. 사이스모사우루스 한 마리의 울음소리가 공기를 찢는다. "저들이 다른 곳으로 가게 겁을 줄 뿐이지." - 계속 - 후기)후우. 이제 시작인가. 115마리의 공룡과 인간이 싸우는 장엄한 스펙타클 ! (논 다) 그런데, 레이니 일행은 지금 잠만 잘 자고 있는데? 추가)오늘은 좀 빨리 올리는군요. 매일 이럴 거라고는 기대하지 마시고.....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5 12:32 조회:456 공룡 판타지 7-104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4) 도시를 빙 둘러싸고 있는 공룡들의 무리. 그리고 성벽에 몰려 있는 시 경비대원들. 그리고 그 아래에서 대기하는 용병들. 그 안에는 다른 도시에서 온 여행자들도 동원 되어 있었다. 시민들이 총동원되어 있는 판에, 여행자라고 가만히 놀고 있을 입장은 아니기는 하다. 다만, 그들이 유효한 전력이 되는가.......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것이긴 하지만. 수많은 여행자들이 자신의 무기를 들고 서 있다. 검을 든 자들과 창을 든 자들이 전 면에, 활을 사용하는 자들이 후면에, 그리고 최후미에는 마법사들이 몰려 있었다. 그 러나 과연 그들이 얼마나 전투에서 실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였다. "저 사람들이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건 명백히 큰 문제였다. 닥치는 대로 끌어모은 자들이 집단적인 전투에서 위력을 발휘할 리는 없다. 지금도 도시의 구석구석에 숨거나 앉아있는 자들을 모아서 부대를 편성하고 있지만....... 쿵쿵쿵. "이봐. 거기 아무도 없어?" 왈칵. "자, 나와라. 도시가 위태롭다." "쳇. 투덜투덜." 불평하면서 무기를 들고 나오는 여행자들, 시민들. 일단 도시의 여관에 있는 여행자 들은 전부 전투에 동원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시 경비대가 손을 쓰더라도, 이 도시에서 가장 유효한 전력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끌어낼 수는 없었다. "쿨." "푸." "........" 병실에서 잠들어 있는 레이니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세이브. 아무리 상황이 급하더 라도, 아직은 병실에서 잠들어 있는 환자들까지 끌어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 검이 정말로 라 브레이커일까? 전설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검?' 라이다는 용병들 사이에 섞여,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비록 레이니가 있는 방 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해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 검은 분명히 라 브레이커였 다. 그 유명한 검을 모를 모험가는 없으므로. '지금 가면......... 가질 수 있을까?' 자기도 모르게 떠오르는 생각. '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대신 죽을 뻔한 소녀의 언니가 가진 검을 빼앗는다고? 인간 적으로 할 수 없는 행동이 틀림없었다. 사실은, 레이니의 힘이 두려운 것이지만. 만약 자신이 그 검을 훔치다가 레이니에게 들키는 날이면......... 그 뒤는 참혹한 파멸이리라. 레이니가 휘두르는 검이 그녀의 목에 닿는 상상을 하면서, 라이다는 벌 벌 떨었다. '그만두자. 어차피 그 검의 주인중 오래 산 사람은 없다니까.' 아무도 그 검을 완벽하게 손에 넣지 못했다. 그렇게 되기 전에, 검에게 죽임을 당했 다. 레이니도 곧, 시체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나도 그 검에 손을 댈 수 있겠지.' 레이니가 죽고 나면, 그녀의 검을 누가 가지든 상관이 없지 않은가. 그 때는 곧 올 것이다. 공연히 지금 나서다가 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나았다. '내가 그녀를 죽이는 게 아니야. 그녀가 검에 죽고 나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거야.' 이런 생각이, 그녀의 마음 속을 맴돌았다. 그러자, 양심에 걸린 부담도 사라졌다. '난 그녀를 죽이는 게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고.' 그녀는 결코 레이니를 죽이지 않는다. 다만 주인이 없는 검을 가지는 것 뿐이다. '뭐, 내가 가질 생각도 없으니까.' 라이다로서는, 그런 전설의 검을 가질 용기가 없었다. 차라리, 어딘가에 팔아먹는 게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로서는 마법검에 욕심은 나도, 자신이 죽고 싶지 는 않았다. 에릭이 참혹하게 몸이 찢겨지면서 죽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라이 다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공포와 죽음이 교차하는 기억. 그녀로서는 떠올리기 싫 은 것이다. "라이다 양. 무서워할 것 없어요." 옆에서 말을 걸어오는 세일과 트레이드. 그들 역시, 도시를 지키기 위해 소집된 몸 이었다. 둘 다, 약간 위로 구부러진 날을 가진 반월도를 들고 있었다. "만약의 경우, 우리가 구해줄 테니까." 테이브도 고개를 끄덕인다. 라이다는, 곧 잡념을 머리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래. 그녀가 죽고 나면 검에 손을 대는 거야. 어차피 그녀는 곧 죽을 텐데 뭐.' 여태까지 라 브레이커를 제대로 사용한 자는 없었다. 그 전설을 다시 떠올렸다. 라 이다는 성밖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우어어어어. 거대한 공룡, 지상 최대일지도 모르는 공룡들이 울부짖으며 발을 구른다. 그 울림이 파탈 헤이스트의 도시 전체를 진동시켰다. 콰아아앙. 비록 도시 건물들이 공룡들의 내습에 견디기 위해 1층을 견고하게 보강했다고는 하 지만, 이 진동은 수준이 다른 것이었다. 그들의 대비책은 20m 정도의 공룡에게나 통 할 것이지, 50m라는 초대형 공룡에게 통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의 성벽은 대 부분 나무로 되어 있었고, 그 높이도 고작 11미터에 불과했다. '밟히면 한 번에 으스러지겠군.' 부스트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의 허리에 달린 검은, 이런 경우에는 고작 바늘에 불 과했다. 저들의 기준으로 보아서 말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도시 경비대원들이 들 고 있는 거대한 투석기 뿐이었다. 보기에도 믿음직한 바위를 던질 준비를 마친 투석 기들은, 그 자체로 도시 사람들에게 있어 든든한 무기였다. '우린 구경만 하면 좋겠어.' 부스트가 지휘하는 용병들의 임무는, 도시 안으로 사이스모사우루스가 들어올 경우 에, 목숨을 걸고라도 녀석들을 죽여 버리는 것이다. 물론 경비대원들은 사격으로 공 룡을 막고. '역시 용병이란 벌레 목숨이라니까.' 하지만 그 자신도, 싸움이 좋아서 이 직업을 택한 게 아닌가. 지금 세상에 누가 용 병을 하겠는가. 그나마 용병이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공룡들의 습 격 탓이 아니던가. '인간과의 싸움에 동원되는 일이 적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 사람과 싸우면 살인마가 된다. 하지만 공룡과 싸우면 위대한 수호자로 찬사를 받는 다. 공룡들에게 있어서는, 불공평하리라. 하지만..... '약오르면 인간으로 태어나라지.' "결국 이렇게 구경만 하라는 겁니까? 지금 미나르 공주는 잠을 자고 있지 않습니까 !" 상당히 격앙된 말투로 소리를 지르는 한 사람. 검은 복면을 쓰고 있다. "이봐. 지금 그녀를 공격해서 얻을 게 뭐라고 생각하나." 차분한 어투로 그를 달래는 복면의 사나이. 역시 복면을 쓰고 있다. "하지만......... 동료들이 그 여자에게........." "이봐 !" "........" 불만에 가득찬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 복면을 벗는다고 해도, 그 표정 을 볼 수 없는 어두운 숲 속에 그들은 숨어있었다. "우리 임무는 단지 그녀를 추적하는 것이다. 지금 그녀에게 덤빈다고 해도, 승산은 없어. 만약 그 라비린스 키퍼들이 몰려나온다면? 자네는 그들을 상대해서 이길 자신 이 있나?" 입을 다무는 복면의 사나이. 확실히, 싸워서 이길 상대는 아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나르 공주를 추적하는 것 뿐이야. 지금 우리가 노 출되면, 그나마도 끝이야. 동료들의 복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나도 잘 알지만, 신 중해야 하네. 알겠나?" "..........예." 그제서야 납득하는 복면. 그리고 다른 복면들도 서서히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젠장. 스파이라도 하나 들어가게 하면 좋을 텐데. 그 엘프 때문에....." 엘프가 마음을 투시하는 힘만 없다면, 아마 누군가를 스파이로 집어넣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빈 틈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가 자신의 주인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에 죽게 놔둘 것인가. "지금 미나르 공주의 동태는?" 작은 수정판을 들고 들여다보던 복면 한 사람이 대답한다. "자고 있는데요?" 체서 칩. 체서들의 대장으로 생각되는 복면이 그 수정판을 바라본다. 평화롭게 잠든 소녀들의 모습. 덥다는 점 때문에, 그녀들의 옷차림이 가볍다는 걸 감안하면, 아름다 움의 극치였다. "보기는 좋........" 그러나, 좋은 구경은 오래 할 수 없는 법. 갑자기 수정판이 깨져 버렸다. "뭐, 뭐야?" "들킨건가? 어서 이동하자." 그들은 일제히 몸을 일으켜, 자신들이 몸을 숨긴 장소에서 사라졌다. 칙. 치치칙. 연기를 내뿜으며 두 조각으로 잘린 잠자리 한 마리가 땅바닥에 떨어져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다니크스. "스파이가 따라왔네. 언니도 참 둔해. 그렇게 피곤했었나?" 그녀의 손에서 초록색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 계속 - 후기)또 고쳐쓰고 말았습니다. 저도 단 한 번에 완성시키고 싶은데, 꼭 고치지 않으 면 안 되는 경우가 생기네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6 20:21 조회:430 공룡 판타지 7-105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5) 거대한 목이 주위를 돌아본다. 저 멀리에 작은 벌레들이 꿈틀거린다. 그 자신들에게 는 딱딱해서 맛이 없는 벌레로 알려진 것들이다. 게다가, 녀석들의 침은 상당히 날카 롭다. 물론 그 정도로는 자신들을 죽이기 어렵지만, 이 벌레들은 돌을 던지거나, 불 덩이를 뿜어내기도 하는 독충들이다. 가끔씩은 자신들을 놀라게 하는 족속이기도 한 것이다. 곧, 자신의 목이 나무로 돌아가 버린다. 아무래도 쓰디 쓴 벌레보다는, 달콤 한 나뭇잎이 더 맛이 있는 법이니까. "조용한데요?" 용병 한 사람이 작은 소리로 말한다. 어쩌면 이대로 공룡들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모두의 가슴 속에서 치솟는다. 만약 공룡들이 도시로 다가 온다면, 그들을 막을 사람은 바로 자신들인 것이다.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들 자신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거대한 공룡, 사이스모사우루스들의 걸음 을 막는 일이다. 몸 길이만도 40미터가 넘는 괴물들을 막는 것은, 상대가 비록 초식 공룡이라고 해도, 위험한 일이었다. '하긴, 위험하니까 우릴 고용하는 거지만.' 먹이를 먹지 못해 굶주림에 돌아버린 공룡들은, 인간의 마을을 공격하기도 한다. 어 쨌든 먹이를 가득 저장해두는 습성을 가진 게 인간이므로. 게다가 그들에게 있어 인 간이란 것은, 저항이 거세기는 해도, 결국은 벌레에 가까운 존재였다. 강력한 마법사 가 없다면, 그들은 연약한 존재였다. 공룡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기껏해야 거대한 투석기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이 사는 곳은 섬이고, 섬에 바위가 무한정 있을 리가 없었다. '돌이 많으면 벌써 준비해두었을 거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럭저럭 유효한 무기가 있었다. 적어도 10여명은 되는 마법사 들이 그것이었다. 그들은 이미 마법을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마법을 구사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마법사라고 해도, 마법을 천대하는 나라에서 뛰어난 마법사가 나오길 바라는 게 무 리지.' 그게 사실이었다. 유로 제국에는 마법사가 워낙 귀한 편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법사를 박해하던 곳에서 누가 귀찮게 마법을 배우려고 하겠는가. 마법을 배우려면 적어도 10년이상 공부를 해야 하는데. 차라리 검술을 배우는 게 더 빨리 강함을 얻는 길이었다. 게다가..... '그 여자 마법사가 도와주기만 했어도 일이 쉬울 텐데.....' 이 근처에 사는 마법사가 하나 있기는 하다. 대마법사라 불릴 만한 존재가. 하지만 그녀는 지금 여기 없다. '하긴, 10년이상 두문불출한 사람에게 부탁을 한다고 해서 들어주겠냐만.'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부스트의 머릿 속으로 뭔가가 파고 들어왔다. "공룡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 부스트는 고개를 들었다. 사이스모사우루스 한 마리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땅이 서서히, 그러나 공포스런 장래를 예고하며 울리기 시작했다. 두꺼운 피부로 덮인 생물의 목이, 벌레들의 거점으로 향한다. 자신을 향해 침을 쏠 준비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가소롭기만 했다. '저런 걸로 나를 죽이겠다니......' 하지만, 그들이 던지는 돌은, 분명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돌을 던질 때에 만약 자신 의 머리에 맞는다면, 그대로 기절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은 먹이가 풍부 한 편이었다. '굳이 벌레들과 싸울 필요는 없지.' 그렇게 생각한 그는, 자신의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돌렸다. 거대한 꼬리가 뒤흔들리며 성벽으로 날아든다. "히이익 !" 사이스모사우루스는 물론 악의를 가지고 휘두른 게 아니다. 하지만......... 몸이 크다는 것은 그 꼬리의 길이도 길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대한 공룡의 꼬리가 성벽으 로 날아왔다. 급히 고개를 숙이는 용병들. "침착해 ! 우릴 공격하는 게 아니다 !" 경비대장 캐너피와 용병대장 부스트가 소리를 질렀지만..... 모든 사람이 언제나 얼 음같은 냉정함으로 사태를 바라볼 수는 없다. 그리고, 이 용병들과 경비병들 중에도, 당황하는 사람은 하나 정도 있는 법이다. 그 중 하나가 - 경비병인지 용병인지는 모 른다. 나중에 모두들 자신들은 아니라고 발뼘했으니까 - 그만, 화살을 당기고 말았 다. 슈웅. 비록 거대한 공룡의 꼬리가 내는 소리와는 달리, 아주 작은 소리이긴 했다. 그러나, 화살 하나는 바람을 가르며 허공을 날아갔고, 그 화살은 보기좋게 공룡의 머리에 맞 고 말았다. 몸을 돌리던 사이스모사우루스가, 자신의 머리를 성에 가까이 댄 상태에 서 방향을 돌렸기 때문에, 화살이 치명상을 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눈 가까이에 화 살이 맞으면, 모든 동물이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 지상 최대라고 불릴 만한 공룡, 사 이스모사우루스도 그 예에서 빠지지 않았다. 만약 화살이 평범한 것이라면 그 정도로 끝나겠지만, 그 화살은 거의 1미터에 가까운 길이의 화살이었다. 우어어어어 ! 난데없이 화살을 맞은 사이스모사우루스가 놀라 날뛰었다. 그리고, 거대한 괴물은 단지 그 체중만으로도 성벽을 뒤흔들어놓았다. 공룡이 발을 구르자, 성벽이 마구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혼란통에 누군가가 화살을 날렸다. 캐너피와 부스트 가 놀라 황급히 저지했지만........ 이미 화살은 무수히 날아가고 있었다. 푹 ! 푸욱 ! 푹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몸에 박히는 화살들. 곧 공룡의 피부에는 수많은 화살들이 빽빽 히 박혔다. 아무리 공룡이 거대하다고 해도, 이 정도면 고통을 느끼지 않을 리가 없 다. 그리고, 모두가 두려워하던 바로 그 사태 - 공룡이 도시를 습격하는 것 - 가 일 어나고 말았다. 상처입은 공룡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우억 ! 우억 ! 우어억 ! 거대한 공룡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수 십발의 화살을 맞았지만, 사이스모사우루스는 쓰러지지 않고 이쪽을 - 자신을 상처입힌 벌레들이 바 글거리는 곳을 -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작은 눈이 점차 가늘어지면서 '벌레'들을 쏘 아보았다. 그리고, 거대한 괴물이 피에 미쳐 달려왔다. 악몽이 시작되었다. 쿵. 쿵. 쿠쿠쿵. "음..........." 뭐야. 이거. 누가 잠을 깨우는 거야. "아르메리아?" 물론 그냥 해 본 소리다. 그녀가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잠을 깨울 리가 없다. 무엇보 다도, 그녀의 몸무게가 그렇게 엄청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아르메리아?" 그녀는 잠들어 있었다. 내가 그녀를 흔들기 전에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을 듯.... 쿵. 쿵. 쿠콰쾅 ! "뭐, 뭐야?" 이번에는 또 뭐냐. 요즘 들어서 연달아 엄청난 일만 터지는 바람에, 신경과민이 되 어 버린 건지, 내 손이 자동적으로 튀어나가 검을 잡았다. 무의식중에 그러는 걸 보 고 쓴웃음을 짓기도 전에, 아르메리아도 자신의 검을 잡으며 일어났다. 나만 신경과 민이 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아, 여전히 망상이 심하구 나. "언니. 이거 뭐에요? 꼭 거대한 용각류 공룡의 발걸음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당장 떠오른 것은, 도시를 지금 포위하고 있 다는 그 사이스모사우루스들의 무리였다. 이 소리는..... 그들이 낸 건가..... 나는 아르메리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녀석은 어쩌지?" 내가 고갯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세이브가 천진난만하게 잠들어있었다. 아무 근심도 없이. "속편한 녀석." 밖에 나가봐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이 녀석을 놔두고 가기는 불안하고. 망 설이는 나를 보며, 아르메리아가 말했다. "언니, 나가보세요. 세이브는 제가 맡을 테니까." 그녀라면, 안심하고 이 꼬마를 맡겨도 된다.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응. 그럼 잠깐동안 부탁해." 그리고 튀어나가려는 나를 붙잡는 아르메리아. "언니. 옷은 제대로 입고 나가요." 윽 ! 그러고 보니 옷의 단추가 열려있잖아. 더워서 열어놓고 잔 건가......... 그리 고........ 벌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것은......... 으. 역시 가슴이 너무 커....... 여자들이 부러워할 만한 큰 가슴도, 지금의 나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다. 빨리 저주를 풀고 말겠다고 벼르지 않을 수 없었다. 쿠앙. 쿵. 내가 건물 밖으로 나왔을때는..... 이미 거리는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거대한 사이스모사우루스 한 마리가 성벽을 부수고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경비병들과 용병 들이 이미 성벽에서 떨어진 상태에서, 도시는 단지 공룡 한 마리에게 밀리고 있는 판 국이었다. "마법사들은 뭐하고 있는 거야?" 나는 검을 빼들고 달려가면서 외쳤다. 하지만 그 전에....... "으.......... 이거 미치겠네." 옷 좀 제대로 잠그고. - 계속 - 후기)으. 제대로 쓸 수 있을지 걱정 중입니다. 이러다가 사고치지..... 추가)윽 ! 오늘 시리얼 잡담란에 처음 가 봤더니.... 의외로 레이니에 대한 언급이 많더군요. 7월의 작가순위 15위라..... (이봐. 1등도 아니면서 들뜨지 말라고 - 할 말 없다) 김진한님, 김현규님의 100회 축전도 오늘 가서 봤다는..... 고맙습니다. (메일 보내 기 귀찮아서 여기 쓰는 거냐 !) 아, 김현규님. 다행히 그 시절의 일러스트를 보니 핑 크색은 없더군요. (참고용 서적에서 봤더니....) 안심시켜주셔서 감사. 이종철님의 지적은.... 일단 시점 문제는 도리가 없군요. 앞으론 좀 덜 바꾸는 선으 로 할 수밖에. 대개는 '나'는 레이니이고, 그 외에는 그다지 바꾸지 않으니. 하지만 3인칭으로 하면 레이니의 마음을 묘사하기가 좀 더 힘들 것 같고, 그렇다고 레이니의 1인칭 시점으로만 하면.... 그것도 아르메리아나 세이브에겐 문제고. 결국 좀 더 자 세한 묘사를 하는 수밖에 없을 듯 하네요. 과학 지식의 문제라면, 도리가 없지요. 만약 공룡 시대라고 해도, 백악기로 시대를 잡았다면 별 문제인데, 쥬라기는 지금과 식물도, 동물도 다 다른 시대입니다. 백악기 라면 속씨식물도 있고, 상당한 종류의 공룡들이 알려져 있어서(티라노사우루스 등....), 쓰기가 비교적 쉬운데, 쥬라기에는 속씨식물이 없습니다. 엘프들에게 속씨 식물이 있다고 했지만, 인간들이 그걸 가지고 있다고 하면 분명히 버그이니 안 되고. 그러니 등장시키는 식물이 제한되는 데다가 공룡들에 대한 자료도 백악기쪽이 압도적 으로 많으니.... 그러니 지금과는 다른 환경을 묘사해야 하고.... 이게 색다르기는 하지만 저로서는 눈 아프고, 머리 아픈 일이지요. 이게 새로운 도전이 되기도 하지 만. (나 미쳐.....) 가끔은 다른 사람들처럼 중세 시대로 하는 게 낫지 않았나... 하 는 생각도 하고요. 그나마, 지금 학자들도 이 시대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걸 무기로 상상력과 고증을 잘 섞어서 진행중입니다. 결국 제가 쓰면서 열심히 설명을 하는 수 밖에 없네요. (아, 여담이라면, 그 시대 고증에 대해 말이 많다는 것도, 칭찬도 많다 는 것도 전 몰랐습니다) 사실, 쥬라기를 택한 이유는........ 지구 전체의 기후 묘사를 할 때를 대비해서지 요. 이 시대는 높은 산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가, 기후도 전반적으로 평온합니다. 하나 더 하면..... 기후가 덥다는 건 수영복이 나올 경우가 많다는..... (퍽 !) 어쨌 든, 좀 특이한 때를 찾다보니 트라이아스기는 공룡들이 적고, 백악기는 지금과 비슷 한 게 많아서, 결국 쥬라기로 해 버렸네요. 이것도 전문적인 과학지식이 필요하다는 건가? 설명하자면, 공룡 시대는 중생대이고, 우리가 사는 시대는 신생대입니다. 중생 대는 트라이아스기, 쥬라기, 백악기로 나뉘며, 제가 묘사하는 시대가 바로 그 중간 시대인 쥬라기입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지요. 아무래도 자세히 설명을 하다가는 끝이 없으니, 소설 속에 서 열심히 설명을 해야지요. 하지만 참고서적을 펴니, 머리가 또 아프군요. (공룡의 종류는 많은데, 대부분 백악기의 것이라서, 골라잡는 게 힘드네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7 19:34 조회:474 공룡 판타지 7-106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6) "바보같은 녀석들." 이렇게 소리치지는 않았지만, 그러고 싶었다. 만약 내가 도시의 방어를 맡은 지휘관 이 아니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공룡이 가까이 왔을 때, 그 공룡이 단지 호기심에 서 이곳으로 접근하는 걸 눈치채고, 가만히 있으라고 당부한 게, 오히려 재앙을 부르 고 만 셈이다. '그 바보만 가만히 있었어도.' 그 녀석, 즉 처음에 화살을 날린 겁쟁이 녀석은,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가만히 있 었으면 사이스모사우루스는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을 것이고, 이런 일은 일어 나지 않았을 텐데.... 후회막급이었다. 이런 일이 날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공격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러면 115마리의 괴물을 모두 상대해야 했겠지만. 단 한 사람이 침착하지 못하고 화살을 쏘는 바람에, 일을 망친 셈이다. "마법사들, 뭐하고 있나 !" 경비대장 캐너피가 목청껏 외친다.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마법을 날리기 시작한다. 화염의 구슬이, 번개의 빛이, 얼음 덩어리가 날아간다.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몸에 명 중하여 폭발하는 불구슬. 하지만......... 마법 자체는 나무랄데가 없었다. 공격 마법으로 공룡을 공격하는 것 자체는 좋다. 그러나..... 상대의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게 문제였다. 거의 50미터에 달하는 괴물이, 고통에 의해 완전히 미쳐버린 괴물이, 일격에 숨통을 끊는 공격이 아니라면 죽을 리 가 없는 것이다. 두꺼운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마법이 없었다. 역시 그들은 수준이 낮은 마법사들이었다. "제기랄. Fire Shell(불의 포탄) !" 알베르트가 목청껏 외쳤다. 그의 주문이 끝나면서, 불로 이루어진 타원형의 포탄이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머리를 겨누고 날아갔다. 하지만,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상대의 머리를 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게다가........ 난점은 또 하나 있었다. 그것 은........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체중이었다. 몸무게가 무슨 상관이냐 하면, 공룡이 발을 구를 때 그 체중에 의해 땅이 울린다는 점이었다. 거의 매순간마다 지진 마법을 거는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마법을 사용할 때 치명적인 장애요인이었다. 정신을 집중해서 원하는 주문을 외우는 게 인간의 마법 의 요체아닌가. 그런데 땅이 자꾸 울린다면 주문을 완성하려는 순간, 입이 뒤흔들리 면서 주문이 깨진다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칫 !" 1레벨의 마법 미사일을 사용하려던 마법사 하나가, 공룡의 발구르기에 걸려, 땅의 진동과 함께 나동그라졌다. 그리고, 그의 주문도 깨져 버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고위 마법사라는 사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F, Floa.........아쿠쿠 !" 아마 Float(부유) 주문을 외워서 일단 지진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이었던 모양이지만, 그러기 전에 땅이 먼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결국, 그 마법사도 나동그라졌다. "제기랄 !" 알베르트 자신이 날린 불의 포탄도,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목을 포위하고 자르지 못하 고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는 동안에, 공룡의 두 발이 성벽 위로 날아왔다. "위험해 ! 모두 피해.........." 그리고 자신도 몸을 날리려고 했지만....... 마법사라는 사람들은 원래 몸이 느리 다. 콰앙. 무너지는 성벽. 그리고 추락하는 마법사들. "저런 !" 눈이 좋다는 게 이럴 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 땅바닥 으로 떨어지는 걸 본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중 하나로 해석될 수 있다. 하나는, 그 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을 보는데서 오는 무력감이다. 그를 구해줄 수 없을 경우, 이 런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내가 만약 그를 구할 힘이 있는 경우라면, 이것은 행운이다. 그리고, 내가 알베르트씨를 본 데서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이것이다. 나는 검을 들고, 내 몸안에 충만한 마력을 일부 활성화시켰다. 땅이 울리며 생기는 지진이 내 몸을 뒤흔들었지 만, 그 정도는 별 문제가 없었다. 악질적인 치매사부의 강훈련이, 이런 경우에도 내 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이런 것도 감사를 해야 하는 건가?' 나는 마법을 사용했다. 과연 벼락치기로 배운 마법을 내가 얼마나 이 상황에서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사용해야 할 마법은 어떤 것일까.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주문도 모르는데, 그냥 이렇게 하지 뭐.' 나는 마력을 모아, 지금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마법사들에게 쏘아보냈다. 만약 반대 편 - 즉, 공룡들이 있는 방향 - 으로 떨어졌으면 내가 구해줄 수 없지만, 알베르트씨 는 분명히 시가지 쪽, 즉 내가 있는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방향이 그쪽이라 해 도, 거리는 어느 정도 되기는 했지만. 내가 보낸 마력은 그 아래로, 알베르트씨가 떨 어지는 바로 그곳으로 날아갔다. '마력 붕괴 !' 나는 마력의 질서를 붕괴시켰다. 마력이 다른 종류의 에너지로 변하면서, 위로 밀어 내는 힘을 발생시켰다. 내가 한 건 단순히 마력을 붕괴시켜서, 일종의 폭발을 일으킨 것이었다. 물론, 파괴가 아니라 물건을 위로 밀어내는 힘을 발생시키는 폭발이었다. 급속하게 폭발을 일으키면 파괴가 되지만, 서서히 일으키면 그것은 단순한 밀어내기 가 된다. 그리고, 그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낙하하던 자신들의 몸을 받치는 도구가 되었다. 마법사들이 일제히, 그 마법의 폭발반경 안으로 떨어졌다. 쿵. 쿵. 쿵. 쿵. 쿵. 마법사 10여명이 떨어졌지만, 일단 모두들 몸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아, 모두 무사한 모양이다. 휴우. 성공했네. 하지만, 그들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아직 일렀다. 성벽을 이루는 나무가, 서서히 공 룡의 무게에 이기지 못하고 휘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저대로라면, 이제 곧 나무는 부 러질 것이다. "모두 거기서 피해요 !" 나는 목청껏 소리질렀다. "모두 피해 !" 공룡의 무게에 눌려 휘어지는 나무, 그리고 필사적으로 그 밑에서 피해 달아나는 마 법사들. 다행히, 모두들 그 밑에서 떨어지자, 공룡의 발이 그 아래로 떨어졌다. 물론 성벽도 무너져 내렸다. 나무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돌로 만들어진 성벽이 라면......... 그 피해는 상상도 못할 지경이었으리라. 나무가 아래로 떨어졌다.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이긴 해도, 그 나무가 비록 흙먼지를 일으키며 쓰러졌다고 해도, 이 정도면 사상자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리고, 공룡은 온몸이 고슴도치가 된 채로, 도시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저지당하고 있었다. 좀 떨어 진 곳에 배치된 투석기가 공룡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나보다 더 큰 돌맹이 들이 공룡의 등을 강타하자, 사이스모사우루스가 울부짖었다. "크아아아 !" 그리고......... 그것은 아주 안 좋은 결과를 낳고 말았다. 돌과 화살은 비록 공룡 을 맞추기는 했지만, 불행히도 죽이지는 못했다. 그 결과, 공룡은 고통에 못이겨 울 부짖으며 몸부림을 쳤다. 50미터의 거구가 몸부림을 쳐댔으니....... 성벽이 무사할 수가 없다. 콰앙. 일격으로 꼬리에 맞아 무너지는 성벽. 쿠앙. 발에 밟혀 찌부러지는 사람들. 쿠르릉. 진동으로 인해 성벽에서 떨어지는 사람들. "어쩌지? 아예 죽여버려야 하나?"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니까. 검을 다시 허리에 차고 정신을 집중하려는데, 마법사들의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왔 다. "Ice storm !" (얼음의 폭풍) 얼음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폭풍은 눈깜짝할 사이에 사이스모사우루스를 감싸 고, 그 거대한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마법사들은, 혼자 힘으로는 저 거체를 일격 에 죽이기가 힘들자, 차라리 위치도 불확실한 심장을 관통하는 마법을 사용하는 것 보다는, 몸 전체를 얼리기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공룡이 더 이상 날뛰지 못 하게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마법사들이 힘을 모아 일으킨 잠시동안의 폭풍이 지나간 후, 그곳에는 거대한 사이 스모사우루스의 냉동된 육신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일단 첫 번째 공격은 격파한 셈이 다. "휴우. 겨우 끝났네." 사람들이 울부짖기는 했지만, 그나마 일이 빨리 수습된 덕분에, 도시는 무너지지 않 았다. 그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구원된 것을 의미했다. 비록 일시적이지만. "나도 좀 도와줄까?" 나는 검을 허리에 찬 채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으.......... 어지러워." 아직은 마법을 쓰는 게 무리였나? 또 머리가 아팠다. 수많은 지식이 내 머리를 어지 럽히면서........ 나는 옆에 있는 건물 - 이게 가정집인지 아니면 성벽이거나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다 - 에 몸을 기대어 간신히 쓰러지지 않았다. "일단 돌아가야겠어." 나는 비틀거리면서 아르메리아와 세이브가 있는 병원으로 가기 시작했다. "저, 저럴수가. 저 여자애, 마법사였나?" - 계속 - 후기)이로써 114마리 남았습니다. 아직 멀었군요. 이래가지고 언제 공룡들을 다 해치 우고 수도에 도착할른지. 레이니양, 좀 더 고생해야 할 것 같네요. 추가)으. 레이니에게 새 옷을 입히려는데, 도저히 힘들 것 같네요. 혹시 근사한 옷 관련 자료 없나?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생각이 나지 않네요. (누구 근사한 사이트 아 시는 분 없어요? 좀 알려주세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8 19:22 조회:444 공룡 판타지 7-107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7)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던 부스트는 경악했다. 레이니가 마법사였다니. 자신으로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 자신의 경험으로는, 그녀 정도의 생명력을 가졌다 면 당연히 전사일 텐데, 10여명의 마법사를 허공에서 안전하게 땅에 내릴 정도라면, 그건 보통 마법사가 아니었던 것이다. 조금전만 해도 상당히 피로해보이던 모습이었 는데, 저 정도의 힘이라면..... '설마, 마법전사는 아니겠지?' 검을 휘두르며 동시에 마법을 구사하는 전사. 모든 전사의 꿈이지만, 동시에 인간으 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유로, 아무도 그렇게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꿈의 자 리이기도 하다. 마법의 마력과 검술의 생명력은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곳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두 가지 힘은, 서로가 비슷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함께 다루기 곤란한 점이 많았다. 비슷하면서도 실제로는 차이가 많은 힘을 다루려면, 아주 세밀 한 감각이 필요하다. 거기다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두 가지 다른 힘을 동시에 조작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법전사가 아주 드문 첫 번째 이유였다. '어떻게........' 하지만 그는 도시의 용병을 총지휘하는 용병대의 대장이다. 일단은 도시를 지키는 것이 잡생각보다는 우선이다. 그는 명령을 내리려고 하다가, 사이스모사우루스를 보 았다. 그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살아있어?' 거대한 얼음은 부르르 떨리면서, 서서히 갈라졌다. 다시 땅이 떨리기 시작하며, 사 람들이 이리저리 나동그라졌다. 큰 소리로 명령을 내리는 부스트. 그 판에도 쓰러지 지 않는 것이, 그의 실력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외에, 지금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다. "엇 !" 부스트가 입을 열기 직전, 힐끗 쳐다본 레이니의 모습은 태연했다. 땅이 뒤흔들리는 데도, 레이니의 모습은 그다지 비틀거리지 않았다. 게다가, 비틀거리는 건 분명히 그 녀가 아프기 때문이지, 결코 중심을 잃어서가 아니었다. 더 대단한 것은, 그 상황에 서도 걸어가는 것이었다. 비록 불안한 발걸음이긴 했지만. '대단하군.' 부스트는 감탄을 목구멍 속으로 집어삼킨 후, 큰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일단은 녀 석을 도시 밖으로 내보내고, 그의 예상이 맞다면 곧 내습할 사이스모사우루스에 대한 공격준비를 하라고 요구해야 할 때였다. 부스트의 음성이 성벽에서 비틀거리는 사람 들에게 들렸다. "모두들 침착하게 위치를 고수하라. 도시 안에 있는 용병 제 1 부대는 저 녀석을 포 위하고, 2부대는 예비대로 대기한다. 마법사들은 공룡이 얼음을 깨고 나오는 즉시 공 격을 개시하라." 그의 음성은, 공룡이 울부짖는 소리와 혼란으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뒤섞여서 이룬 소음 사이를 뚫고,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 었다. "크워어억 !" 나는 얼음을 뚫고 나갔다. 아니,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벌레들의 술수는 너무나 교 묘했고, 내가 햇빛을 다시 쬐기는 너무 늦었다. 내 몸을 뒤덮은 반투명한 무언가가, 나를 떨게 했다. 내 의식은 점점 어두운 곳으로 밀려갔다. 내 몸이 점점 굳어져갔다. 마침내 얼음이 깨졌다.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주변으로, 얼음조각이 무수히 떨어져내 렸다. 마치 유리같은 얼음 조각들이, 파괴의 비를 이루며 쏟아져 내렸다. 아래에 아 직 쓰러져 있던 사람들 일부가, 그 파편에 맞았다. "아악 !" "꺄악 !" "사람 살려 !" 얇은 얼음 조각들이 사람들의 머리와 팔, 그 외 노출된 피부를 베었다. 비록 전투에 대비해서 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날씨가 지나치게 덥다는 점을 감안해 가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특히 피해를 보았다. 여기저기서 피를 흘리는 사람들. 그 리고 공룡의 발구름으로 일어난 지진에 의해 넘어지는 사람들. 그나마 당황해서 날뛰 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는 게 다행이었다. 어차피, 이 사람들이 이런 일을 한 두 번 겪은 게 아니니까. "으......... Float !" 아까 부유 주문을 외우다가 실패했던 고위 마법사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서서 주문 을 외울 수가 없자, 아예 땅바닥에 누워서 주문을 외운 것이다. 그의 머리에도 약간 의 피가 흐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문을 외우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죽어라 ! 괴물아 !" 그는 마법 주문을 외웠다. 인간이 알아듣기 힘든 괴이한 말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 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라이트닝 볼트 !" 그의 손에서 푸른 번개가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 번개가 공룡의 가슴에 명중했다. 얼음을 완벽하게 깨지 못하고 버둥거리며 발을 구르던 사이스모사우루스로서는, 피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보통의 주문이었다면 여기서 끝이었지만. 번개의 불꽃이 공룡의 몸 전체를 감싸며 괴물을 온통 뒤흔들었다. 날씨가 덥다는 점 과, 마구 깨져 버린 얼음 때문에 금새 녹아내린 얼음 덕분에,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몸 은 얼음에 갇힌 채 전격에 휩싸여 버렸다. 공룡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크아아아아 !" 다른 마법사들도 누운 채 주문을 외웠다. 수많은 번개가 밀어닥치고, 사이스모사우 루스의 비명이 점점 작아져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고위 마법사의 손에서 번개가 뻗 어나가는 것이 멈추었다. 그리고, 다른 마법사들도 공격을 멈추었다. 잠시동안의 침 묵. 그리고..... "크우어어어어어." 쿵. 거대한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몸이 쓰러졌다. "크우우우...." 공룡의 머리가 간신히 지탱되다가 곧 꺾여지듯 아래로 떨어졌다. 확실히 죽은 것이 다. 아무 짓도 안 하고, 단지 꼬리를 휘두를 때 사람들이 그 주위에 있었기 때문이라 는 이유 때문에 죽고 만 것이다.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 그러나, 아직도 공룡은 114 마리나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멀리서 이 광경을 보았다. 한 마리가 성벽을 향 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의 무기에 손을 얹었다. 부스트가 뭐라 고 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소리쳤다. "죽어라 !"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작은 공룡에게 화살과 마법이 집중되었다. "키익 !" 이상한 소리를 지르며 나가떨어지는 공룡. 이것은 그리 크지도 않은 작은 크기의 공 룡이지만, 이미 공룡에 의해 놀란 사람들에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아니었다. 단지 눈앞에 다가오는 공룡에게 무조건 조건반사적으로 사격을 가할 뿐. 공룡은 곧, 그 자 리에 멈춰서서 서서히 옆으로 쓰러졌다. 크기가 그리 큰 것이 아닌 것으로 보아, 새 끼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키익. 키익. 키이........." 쓰러진 채 소리를 내던 공룡이, 서서히 그 소리를 내는 것을 멈추었다. 사이스모사 우루스들이 모두 그 광경을 보았다. 그들은 모두들, 다투어 그 새끼에게 달려갔다. 아직도 따뜻한 시체에게로. "크으....." 땅바닥에 쓰러진 새끼를 보는 사이스모사우루스들. 그들이 새끼를 바라보며 묵묵히 서 있다. 먹이를 먹던 공룡들이 모두 자신들의 동작을 멈추고 서 있다. 그들 중 하나 가, 자신의 머리로 새끼를 건드려본다. 하지만 새끼는 일어나지 않는다. 몸이 점점 식어가기 시작하는 새끼의 시체를 보면서, 그들은 이런 일을 일어나게 한 인간의 소 굴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단순한 머리에서는 한 가지 개념이 떠올랐다. 복수라는 것. 그들은 본능적으로, 도시를 향해 긴 목을 돌렸다. 멀리 나무위에서 꼼지락꼼지락 하 는 게 보였다. 불쾌했다. "크워어어어 !" 수많은 사이스모사우루스들의 외침이 들리고, 그들이 모두 도시를 지키는 벽으로 돌 격하기 시작했다. "전원 공격 !" 누가 명령을 내릴 것 까지도 없었다. 사람들은 단지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활을 쏘 고, 투석기로 공룡들에게 바위를 퍼부었다. 그러나. 상대는 너무나 수가 많았고, 이 쪽에서 무찌르기에는 그들 하나하나가 너무나 강력했다. 당황한 사람들의 겨냥으로, 공룡들에게 날아간 화살은 힘이 없었고, 마법 주문도 그리 효과적인 것이 못 되었다. 아니, 마법 자체를 외울 수가 없었다. 땅이 지진을 일으킨 듯, 온통 뒤흔들리는 상황 에서는 주문을 외우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아아아아악 !" 활을 쏘던 병사 하나가 도망치기 시작했다. 부스트는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으으으으으." "우아아아아 !" "꺄아아아악 !" 하나둘씩 도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여행자들이 더 심했다. 어째서 자기 고향 도 아닌 곳에서 공룡에게 밟혀 죽기를 바란단 말인가. 이 도시가 고향인 시민들과 경 비병들 조차도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공포가 의무감을 이긴 것이다. - 계속 - 후기)으. 졸음을 참으면서 썼는데, 잘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 제목이 바뀌지 않았다고 7월 12일인가? 에 글 올리신 분(왜 이름을 말씀해주시 지 않으시옵나이까)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잡담란에 그동안 안 들어간 제 탓 이옵니다...) 그전에는 [레이니] 7-107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7)이라고 표기한 걸, 이제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7이라고 표기하니까 제목이 바뀐다고 한 겁니다. 어쨌든, 겉보기에는 달라졌으니....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09 19:17 조회:452 공룡 판타지 7-108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8) "어리석은 녀석들." 부스트는 이를 갈았다. 멍청이 몇 명 때문에,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전투가, 큰 희생을 치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용병을 고르고 싶어했던 것인데.... '파탈 헤이스트'의 시장은 상대가 많다는 이유로 모든 동원가능한 사람들을 전부 동 원시켰다. 만약 이게 적들과 싸우는 것이라면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상대는 적이 아니라 공룡들이었다. 만약 바보 하나가 공룡의 꼬리에 당황해서 공격을 하지 않았더 라면, 이 일은 간단히 끝났을 것이다. 아무 희생도 없이.... 공룡들이 뭐하러 자신들 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손쉬운 먹이감을 두고, 어려운 먹이를 먹으러 가겠는가. 육식 공룡도 아닌 그들이. "새끼만 죽이지 않았어도....." 만약 새끼만 죽이지 않았더라면.... 공격이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공룡들이 자신들의 새끼를 죽인 인간들을 그대로 두겠는가. 자신들의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걸리적거리는 인간들을 다 밟아버리려고 할 것이다. 자신들 의 1/25밖에 안 되는 인간들을 뭐가 무서워서 피해 달아나겠는가. "이대로라면...." 부스트는 침착하게 용병들을 지휘해서 다가오는 공룡들을 막았지만, 그들의 힘이란 게 뻔한 게 아닌가. 대형 투석기는 시 경비대가 조작하는 이상, 이제 그들이 공룡들 을 막을 수단이란 단지 활과, 자신들의 몸 그 자체일 뿐이었다. 그나마도 이런 거센 진동 아래에서는.... '몰살당하겠군.' "물러서지 마라 ! 끝까지 싸워라 !" 투석기가 자신의 임무를 다한다. 수많은 돌이 허공을 가로질러 공룡들에게 날아간 다. 하지만 그 돌은 크기가 너무 작다. 공룡들은 그런 공격을 무시하고, 돌진해왔다. "던져 !" 일부 투석기에서 붉은 구슬이 하늘로 던져졌다. 불타는 구슬. 그것은 불덩어리였다. 불타는 기름과 섬유의 덩어리가 공룡들을 향해 날아갔다. "크우어어어 !" 불덩이에 맞은 공룡 하나가 괴성을 지른다. 고통스럽게 날뛰는 공룡. 거대한 사이스 모사우루스가 날뛰기 시작하자, 땅을 울리는 진동은 더 심해졌다. 투석기에 미리 스 프링을 달아 충격을 흡수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석기가 하나 둘 넘어지기 시작했 다. 쿵. 투석기에 실린 바위 하나가 아래로 굴렀다. 사람들이 바위를 피하며 아우성친다. "쏴 !" 하지만 공룡들의 몸무게가 너무 무겁다. 대부분은 그들이 일으키는 땅의 울림에 견 디지 못하고, 넘어지고 있다. 일부의 병사들이 화살을 날렸지만, 그 대부분이 땅 아 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발을 굳건히 땅에 디디고 쏘지 않는 이상, 화살이 제대로 날 아갈 리가 없는 것이다. "쏴 !" 일부 병사들은, 이런 진동에 견디도록 만들어진 특별한 망루에서 사격을 하고 있었 다. 그들의 불화살이 공룡들의 등에 맞는다. 기름을 발라 만든 화살이라 그런지, 공 룡들의 피부가 타들어간다. 괴성을 지르는 사이스모사우루스. 하지만, 그들의 수가 너무 적었다. 공룡 100마리가 요란한 괴성을 지르며 돌진하는 데, 겨우 다섯 개의 망루에서 쏘는 화살이 그들을 전부 전멸시키기를 바라는 게 가능 한 일인가. 병사들 자신도 그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공룡들을 향해 화 살을 쏘고 있었다. 성벽이 무너지면 망루도 같이 무너지고, 그 자신들이 죽을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트닝 볼트 !" 손에서 발사되는 라이트닝 볼트가, 선두에 선 사이스모사우루스에게 맞는다. 공룡은 고통스러운 듯, 목을 이리저리 흔들지만, 결코 물러서거나 그 자리에 멈추지는 않는 다. "번개의 벽 !" 알베르트가 그 마법사들 사이에서 마법을 사용한다. 그의 마법이 빛을 발하고, 도시 성벽 밖에 또 하나의 벽이 쳐진다. 그러나.... 사이스모사우루스들은 그 벽을 그대로 지나쳐 버렸다. 그들의 발이 땅을 후려치자, 흙무더기가 벽을 지탱하는 땅을 붕괴시키고, 마법은 그대로 깨져버린 것이다. "칫 !" 마법이 실패하자, 다른 마법을 외우는 알베르트. 문득 크루얼 네일에게 이 마법을 써서 실패한 일이 떠올랐지만, 실패를 오래 되새길 시간이 없었다. 여섯 번째의 망루 를 차지하고 있는 마법사들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시간 낭비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이 강력한 마법을 써서 공룡들을 저지하지 못하면, 이 싸움은 지는 것이다. "바위 화살 !" 마법사 하나의 주문이 완성되고, 바위 하나가 떠오르더니 공룡의 머리에 날아간다. 맞으면, 그 속도에 의해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 재수좋으면 그 공룡을 죽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룡은 머리를 돌렸다. 머리가 너무 작다는 점이, 이럴 때는 긍정적 인 효과를 가져왔다. 맥없이 빗나가는 바위. 그 바위가 비록 몸통에 맞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는 사이스모사우루스를 죽일 수 없었다. 그 속도에 의해 피부가 약간 벗겨 지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지만. "빛 !" 마법사 하나가 원시적이지만, 효과가 있는 주문을 사용한다. 빛의 덩어리가 사이스 모사우루스의 머리로 날아가 터진다. 눈을 찌푸리고 괴로워하는 공룡. 알베르트의 주 문이 완성된 것은 이때였다. "마법 미사일 !" 그의 마법 주문이 완성되고, 미사일이 공룡의 머리로 날아갔다. 한 발은 빗나갔지 만, 다른 두 발이 공룡의 머리와 만났다. 작은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 빛이 걷혔 을 때,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머리는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피를 뿜는 목 의 끝부분이, 흉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공룡은 대지로 쓰러졌다. 쿠아아아아아아앙 ! 모두가 잠시 놀라 펄쩍 뛰었다. 심지어 망루위에 있는 사람들조차 그 진동을 느꼈 다. 그러나, 그들은 보았다.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최후를. 환성을 지르는 사람들. 그 러나 그 환성은 금새 얼어붙고 말았다. 공룡은 한 마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쏴 !" 날아가는 화살. 일부 투석기에서 날아가는 불덩어리가 공룡들의 머리로 집중되고 있 었다. 몇 마리가 머리에 불이 붙어 날뛴다. 그러나, 그들은 뒤에서 오는 공룡들에게 짓밟히거나 맹목적으로 앞으로 돌진한다. 이제 성벽까지는 40미터 정도.... "크우억 !" 사이스모사우루스가 이리로 달렸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거체가, 몸 을 세운 것이다. 두 다리로 일어선 것이다. 몸 길이 50미터의 거체가. "저럴 수가 !" 비교적 작은 공룡인 바로사우루스가 저런 짓을 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바로사 우루스는 저렇게 엄청나게 거대한 공룡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20m정도의 공룡이 아닌 가. 비록 사이스모사우루스와 비슷한 종류이기는 하지만.........그와는 도저히 비교 할 수 없는 길고 무거운 괴물이 저런 동작을 취하다니........ 모두들 입을 떡 벌리 고 말았다. 사이스모사우루스가 그 거체를 아래로 내리찍었다. 아무리 꼬리로 몸의 균형을 잡는 다지만 어떻게 저럴 수가.... 모두의 경악스런 외침과 함께, 성벽이 그 거체에 깔렸 다. 설령 돌로 쌓은 성벽이라고 해도, 100톤은 될 법한 괴수에게 깔리면 성하지 못할 것 이다. 하물며, 나무로 된 성벽이 무사할 리가 없다. 잠시동안. 아주 잠시동안 버티던 성벽이, 무너졌다. 그것도 아주 거칠게. 쿵. 쿠르릉. 쾅. "으아아아 !" 모두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게 당연하리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 충격에 못이겨, 성벽 에서 떨어졌다. 무너진 성벽에 깔리는 사람들, 사이스모사우루스에게 밟히는 사람들, 경악하여 달아나는 시 경비대들, 용병들. 모두들 혼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래서는 절대로 조직적인 대항이 불가능하다. "달아나지 마라 ! 끝까지 싸워라." 그런 말은 어디서도 들리지 않았다. 달아나는 사람들 밑에, 시 경비대장 캐너피의 시체가 보였다. 끝까지 활을 움켜쥔 채로. 몸이 피멍이 든 채, 뼈가 온통 부러진 것 을 알 수 있었다. 성벽이 무너질 때 추락한 것일까. 아니면 공룡에게 밟힌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그를 밟은 것일까.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거대한 공룡의 발이 그의 시체 위로 내려왔으니까. 시체가 으스러지는 소리. 그리고 소리없는 비명. 거대한 공룡의 발에 묻은 피. "선더 스톰 !" 번개의 폭풍이 몰아쳤다. 마법사들은, 개별적으로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 효과가 떨 어지는 걸 보고, 모두들 한 가지의 마법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모두의 힘이 모아 지고, 한 가지 마법이 튀어 나간다. 그 힘은, 개별적으로 사용하던 주문의 몇 배를 넘는 위력이 있었다. 그들의 마법에, 공룡 한 마리가 전격에 감전된다. 번개의 폭풍 이, 사이스모사우루스 한 마리를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크어억 !" 요란한 지진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사이스모사우루스. 그러나, 수많은 공룡들이 그들 이 있는 망루로 달려오고 있었다. "빛의 그물 !" 빛으로 이루어진 그물이 하늘을 달려, 공룡 한 마리를 얽어매었다. 빛이 공룡의 몸 을 구석구석 관통한다. "크억 !" - 계속 - 후기)이거........ 큰일나겠네......... 무슨 수를 써야 할 듯 합니다. 하지 만......... 과연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할지........ 저도 모르겠네요. (야 ! 이 무책임한 작가야 ! : 독자들) 바로 사우루스란......... 후기 쥐라기에 서식한 용각류 공룡이며 뉴욕 미국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물론 뼈만....... 그 자세가 바로 꼬리로 몸을 버티고 앞발을 들고 일어선 모습입니다. 멋있지만, 실제로 사이스모사우루스같은 거대한 공 룡이 이런 자세를 취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길이가 2배 이상이나 차이가 나 니.... 하지만 극중 재미를 위해 이렇게 썼습니다. 실제? 공룡이란 우리 생각처럼 둔하고 느린 동물이 아니므로, 이런 식으로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생각 해서요. 하지만 이거, 나중에 버그로 나오지나 않을지....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0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0 19:20 조회:452 공룡 판타지 7-109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9) "화염포 !" 마법사들의 손에서 불이 일어나더니 그대로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목으로 날아간다. 파이어 볼과는 다른, 좀 더 강력한 힘이 담긴 유선형의 불덩이가 날아가더니 그대로 공룡의 목에 맞는다. 일어나는 폭발 ! 그리고 불과 연기가 걷히자 드러난 목에는, 공 룡의 머리가 없었다.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사이스모사우루스. "............." 주문을 외우던 마법사들이 입을 움직이는 걸 멈추었다. 거대한 공룡의 몸이, 그들이 있는 망루쪽으로 쓰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주문을 다시 외우기에는 너무 늦었다. 피 할 틈조차 없이, 거대한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쿵. 그러나 모두가 생각한 결말은 나지 않았다. 그들의 앞에 버티고 선 마법사들의 리더 인 고위 마법사가, 마법의 장벽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장벽에 막혀, 거대한 시 체는 잠시동안 허공에 떠 있었다. "모두 피해 !" 얼이 빠진 채 그 광경을 바라만 보던 마법사들에게, 알베르트가 발악하듯 외쳤다. 그리고, 그 자신이 가장 먼저 망루 아래로 떨어지듯, 내려갔다. 모두들 뒤따라 망루 에서 내려간다. 그리고, 세 번째 마법사가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마법 장벽이 사라 졌다. "안 돼 !" 누가 외친 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의 염원이었다. 지금 눈 앞 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그들의 눈 앞에서, 마법 장벽을 쳐서 그들을 구한, 고위 마법사가 서서히 쓰러지고 있었다. 그 와 함께, 공룡의 시체가 그를 덮듯이 그의 위로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비명이 울려 퍼진다. "아아아아악 !" 탈출하려던 마법사들의 비명이. "!" 도시가 울린다. 종말의 소리가 들린다. "언니. 서둘러요. 여기 더 있으면 우리도 죽게 될 거에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물론, 내 몸 이 아니고..... "으응. 언니........" 아직도 못 일어나고 꾸물거리는 세이브. 하긴 환자였으니까 이해는 한다만 ! 지금 상황이 절대로 너그러운 아량을 베풀 상황이 아니다. 나는 그녀를 들고....... "빨리 옷 입어 ! 죽기 싫으면 !" 외치느라 더 기운이 빠진다. 으. 왜 나한테는 이런 고난만 연속적으로 닥쳐오는 거 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억지로 옷을 대충 챙겨입고, 병실을 빠져나온다. 내 옷 만이 라면 별 문제가 없었다. 아까 옷을 잘 입고 잤으니까. 문제는 내가 아니라 세이브였 다 속옷 차림으로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잠옷을 입고 나가는 것도 좀 문 제가 있었다. 창피해서 그렇냐고? 그건 아닌데. 그 이유는 옷이.......... '망할 녀석. 옷이 엉망이야.' 하필 침대에서 떨어질 게 뭐냐. 난데없이 방이 크게 울리는 바람에, 나와 아르메리 아는 간신히 몸을 가누었지만, 세이브는 그만 아래로 추락했다. 똑같이 잠자고 있었 는데 왜 세이브만 저러는지........ 그녀가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는 생각은, 이때 전 혀 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럴 정신도 없지만, 그럴 만큼 내가 자상하지 못하 다는 증거일까. 어쨌든, 그녀는 추락을 하면서 옷을 버렸고(흙바닥에 떨어지면 당연 히 그렇다. 특히 잠옷이라면), 결국 옷을 다 벗어버린 세이브 때문에, 다시 옷을 입 혀주어야 했던 것이다. 왜 이렇게 느려 ! 빨리 입으란 말이야 ! 간신히 밖으로 나온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세이브의 눈앞을 막아선 것 은........... 하늘을 가려버린 거대한 괴물이었다. 땅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 "사이스모사우루스 !" 내가 어제 만났던 그 무리의 녀석들이 틀림없었다. 100마리를 넘는 무리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닐테니까. 특히 사이스모사우루스같은 거대한 공룡이라면 말이다. 검을 뽑아들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검으로는 저 거대한 녀석에게 흠집을 내는 정도가 족 하겠지만. 역시 마법을 사용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울고 있군요." 옆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아르메리아. 나는 그녀를 책망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눈 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고는, 말이 막혀 버렸다. "인간이 자신들의 새끼를 죽였다고 울고 있어요." 새끼를 죽였다고? 어떻게 그런 걸 알지? 잠시 그런 의문이 내 마음에 피어오른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곧 사라져 버렸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 렇듯, 내 마음 안으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자신들은 그저 이곳을 지나갈 생각이었다고 하네요." 노래를 하듯이, 죽은 이에 대한 송가를 부르듯 말하는 아르메리아. 우리는 그대들을 존중하는데 그대들은 왜 우리를 멸시하는가 우리는 그대들을 죽이기 싫은데 그대들은 왜 그것을 강요하는가 우리는 그대들을 피하려 하는데 그대들은 왜 우리와 싸우려 하는가 시를 읊는 것 같다. 그 조용한 말이 끝나자 아르메리아가 말한다. 마치 선언하듯이. "전 이들과 싸울 수 없어요." 가만가만.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녀의 발언을 잘 정리해서, 내 머리속에 넣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내 노력의 결산은.......... "설마 이 살육을 가만히 보고 있겠다는 거야? 아르메리아." 어이가 없었다. 주위에는 무수한 사람들이 공룡에게 밟혀서 죽거나, 죽어가고 있었 다 간혹 마법사들이나 용병, 시 경비대원들이 저항을 하기도 하지만, 수비선이 무너 진 지금, 별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희생만 늘어갈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들 을 방치하겠다는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그 대신 이 공룡들을 살육하겠다는 건가요? 언니."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그래서요. 그들은 무력한 새끼에게 무차별한 공격을 가했어요. 그래도 그들이 옳다 는 건가요? 언니." "그럼, 이대로 사람들의 죽음을 방치하는 게 옳다는 거야? 아르메리아." "이것은 인간들이 자초한 싸움. 그들이 택한 행동의 결과일 뿐." 보는 관점이 다르다....... 이것이 엘프라는 것인가.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이런 일을 택하지는 않았을 거야. 그러니까........." "만약 그렇다면, 처음에 사이스모사우루스가 죽었을 때 행동을 멈추었겠지요. 그가 인간을 죽일 생각이 없었는데도 죽음을 당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인가 요?"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해 버리는 나. 공룡들의 관점에서 사태를 정리해보는 아르메리 아. 이거........... 그녀가 엘프라는 것이 이렇게 절실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나와 는 확실히 다른 종족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갑자기 그녀가 거대한 절벽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와는 반대되는 존재. 저 먼 절벽 위에 서 있어서 내가 갈 수 없 는 존재로 보였다. "하지만.........." "절대로 이들을 죽이는 건 허락할 수 없어요. 언니는 현명하니까, 제 말을 이해하리 라 생각해요." ".......이해는 해........ 하지만........" "그럼, 어린 새끼에게 무차별로 공격을 해서 죽이는 자들 편에 서겠다는 건가요?" "그, 그건 아니지만......." "아니라면 됐어요. 이 도시를 떠나요. 언니." 내게 손을 내미는 아르메리아. 그 손을 바라보는 나. 이 손을 잡는다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엘프가 된다. 자연을 소중히 하며, 모든 일 에 공정하고, 자연을 지켜주는 그런 존재가 된다. 이 손을 뿌리친다면, 나는 엘프가 아니라 인간이 된다. 자신의 동족을 살리기 위해 불의한 일을 저지르는 자들의 일원이. "아르메리아. 미안해. 난........." '난 인간이니까. 인간이 지금 혐오스런 일을 했다고 해도, 난 아직 인간이야.' 역시 어쩔 수 없다. 난 엘프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녀와 같이 다닌다고 해도. 그 녀를 좋아한다고 해도. 저들 중에는 무고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들이 죽는 다면, 그건 내 책임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있는 작은 힘이나마, 그들을 구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 비록 공룡을 죽이더라도. 이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아니면 틀린 것 일까. 아르메리아. 내게 화내겠지. 하지만 난 인간이야. 난 저들을 구하러 갈게.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세이브를 아르메리아에게 슬며시 밀었다. 그리고 말했 다. "세이브를 부탁해. 그럼." - 계속 - 후기) 으. 결국 이렇게 되는가. 앞으로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는 것인가........... 갑자기 고민하는 중. 작가라는 거...........쉬운 게 아니군요. 졸린 걸 무릅쓰고 글 을 쓰는 거........ 점점 힘들어지네요. 글이 잘 나가는 건 좋지만........... 그나 마 막히는 것 보다는 나은 거라고 생각중입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1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1 18:45 조회:422 공룡 판타지 7-110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10) 검이 내 허리에 매달린 게 느껴진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공룡의 피를 뒤집어 써야 하는 것일까. 일이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인간에게만 유리한 결말이 아닐까. 내가 이런 살육을 통해 살려야 할 만큼, 인간이 고귀한 존재일까. "꺄아아악 !" 어디서 들려온 사람의 비명이,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다. 내가 악인이 되더라도, 저 들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 거기에 충실하자. 그렇게 달려가려는 순간. "..........." 내가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녀를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 아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지 그 뿐이었다. 그러 나. '절대로 이들을 죽이는 건 허락할 수 없어요.' 그녀의 눈에 새겨진 감정. 그것은 그녀의 진심. 만약 내가 인간을 구하려고 공룡을 죽인다면, 절대로 막아보이겠다는 결의. '아르메리아.' '왜 그래요? 언니.' 눈만으로 이어지는 대화. 그녀의 마음이 내 마음에 흘러든다. 내 마음을 그녀가 느 낀다. '난 저들을 구하고 싶어. 하지만 그게 꼭 잘못된 것일까. 그럼 아르메리아는 내가 크루얼 네일과 싸울 때, 왜 날 도와준 거야?' 잠시 한 호흡. 숨을 가다듬는다. 아니, 생각이 끊어졌는지도 모른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읊조림. 그리고 그녀의 말. '그것은 언니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 이것은 인간들의 의심이 부른 싸움. 그것 은 언니가 원하지 않은 살해. 이것은 인간이 원하는 살해.' '........... 하지만, 이 중에는 원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공룡들도 이걸 원하지는 않았어요. 인간이 시작한 것일뿐.' '.................그럼...........이 일을 원한 사람을 찾아내면, 그들은 이걸 멈 출까? 죽음과 파괴를?' '인간들 중에서, 그를 어떻게 찾아내려고 하는 거죠? 이미 그는 어딘가에서 죽었거 나, 숨어버렸을 텐데.' '나도 몰라. 다만, 이 광경을 보고만 있는 건 싫어. 단지 그 뿐이야.' '............. 공룡들을 설득해보지요.' '고마워.' 아르메리아는 내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공룡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 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죽는 자들과, 죽어가는 자들을. "!" 마력이 집중된다. 그녀를 향해서. 그 마력이 내가 모르는 힘으로 변한다. 이건 무슨 힘이지? 나는 어젯밤에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서 그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내려고 했지 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녀를 향해 내 리꽃히는 거대한 공룡의 발이 보였다. 안 돼 ! "안 돼 !" 나는 그녀를 껴안고, 땅으로 몸을 굴렸다. 내 등에 멘 검을 스치고, 거대한 발이 내 려왔다. 지반을 뒤흔드는 격심한 진동 ! 나는 그 진동으로 흔들리는 땅에 떨어졌다. 상당히 큰 소리를 내며, 나와 아르메리아는 하나가 되어 땅위를 굴렀다. 음. 좀 이상 한 느낌이........ 하지만 일단은 살고 봐야한다. 나는 아르메리아를 바라보았 다........ "세상에. 지금도 마법을 준비하고 있어?" 그녀는 그 상황에서도 마법을 사용하려고 힘을 모으고 있었다. 나 같은 건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집중력이었다. 죽음 직전까지도 마법을 준비하는 걸 계속하다니. 내가 그녀를 지켜줄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집중력이 강해서 공룡의 발을 느끼지도 못한다는 것일까. 감탄하고 싶은 심경이지만, 그럴 여 유는 없다. 공룡이 그 거대한 목을 돌려, 나와 그녀를 바라본다. 머리에는 이미 화살 몇 개가 박혀 있고, 온 몸에는 무수한 상처자국이 나 있다. '언니. 저 공룡을 진정시켜줘요.' 지, 진정?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법을 준비하는 아르메리아나,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도 참 정신나간 녀석들이다. 나는 검을 빼어들고 일어섰다. 지금 내 실력 이면, 저 머리 위까지 뛰어올라 목을 자르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리라. 마력을 잘 응 용해서 하늘로 날아오르고 검기로 목을 날리면...... '죽이지는 말고.' 그런 어려운 요구를 하다니. 너무해. 아르메리아. 나는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으면 서, 공룡을 향해 검을 들었다. 거대한 공룡이 나를 바라보며 울부짖는다. "우어어어어 !" 귀가 울린다. 귓바퀴를 움직여 귀를 막아버렸는데도 귀가 아플 지경이다. 내가 수련 을 제대로 했기 때문에 귀를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고막이 터 져버렸을 거다. 귀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가만. 그럼 세이브 는? 세이브는? 나는 잠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바보가, 귀가 터졌으면 어쩌 지? 일단 아르메리아는 귀가 멀쩡한 듯 하니 제외하고.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면서 찾았다. 왠지 모르게 그 바보는 마력도,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직 아픈 게 덜 나았나봐. 하긴, 계속 앓기만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만. 그것보다는 내가 당황한 탓 이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 "언니 ! 위 !" 내 옆에서 들리는 세이브의 목소리. 그리고 위에서 느껴지는 바람. 나는 세이브를 왼손으로, 아르메리아를 오른손으로 껴안고 몸을 날렸다. 세 사람이 있던 곳에 거대 한 통나무같은 다리가 떨어진다. 그리고 일어나는 거대한 먼지구름. "콜록. 콜록." 정말 못 해 먹겠다. 차라리 죽여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아르메리아가 화낼 까봐 그럴 수도 없고. 옆으로 날아오는 나의 검, 라 브레이커. 역시 성능은 그럭저럭 좋은 검이다. 내가 두 사람.........음. 하나는 엘프고 하나는 탐식의 괴물이니 이 표현이 틀렸는지도 모르지만......... 에게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내팽개친 검이 내 옆에 떠 있다. 누가 볼까봐 무섭다. 나는 세이브를 땅에 내려놓자마자 재빨리 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잡았다. 그런데........ "휴우. 아무도 안 봤나 보다." 다행히, 다들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데에만도 바빠서, 이쪽에 신경을 쓰는 녀석은 없었다. 그래. 잘 한 거야. 이쪽 보다가 공룡에게 밟히는 것보다는 그게 나아. 나는 검을 다시 들었지만, 솔직히 이런 검은 소용이 없었다. 만약 살상의 목적이라면 도움 이 되겠지만......... 공룡이 다시 내게로 목을 돌린다. '어쩌지? 강한 빛이나 소리로 상대들을 마비시킬까?' 그럴 수가 없다. 그런 짓을 하면 사람들 역시 마비될 것이다. 힘을 잘못 조절하면 사람들이 집단으로 눈이 멀거나 고막이 터질지도....... 일단 저 괴물들을 마비시키 려면, 상당히 큰 힘을 써야 하는데, 그 정도의 힘이라면 능히 사람들을 죽이고도 남 을 힘일 것이다. 내 자신이 그 정도로 거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럼........ 어쩐다.......' 도리없이, 아르메리아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녀를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면..... 내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저 길다란 녀석을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이건 엄청 난 난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죽이면 안 된다? 저 괴물을 죽이지 않고 막아낼 방법이 있나? 그나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당장 괴물의 발이 내 머리로 떨어질 판국인데. 나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을 쓰기로 했다. 뭐냐 하 며는....... "야 ! 이 괴물아. 이리로 와라. 내가 상대해주마." 미끼가 되어야지 뭐. 녀석은 내 말소리를 못 들은 모양이었다. 그대로 아르메리아와 세이브를 향해 발을 내미는 사이스모사우루스. 그러나, 그대로 둘 내가 아니지. 나는 검을 들어 녀석의 꼬리를 향해 찔러들어갔다. 꼬리가 좀 찔린다고 저 거대한 생물이 죽지는 않겠지. 내 검이 괴물의 꼬리를 향해 파고들어갔다.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내 몸에 있는 생명력 이 활성화되며 그 피를 막는다. 물론 내가 몸을 돌려서, 쏟아지는 피를 대부분 피했 다는 게 주원인이기는 하지만. 그 공격에 통증을 느낀 공룡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 렸다. 비록 인간에게 벌레가 한 번 무는 정도의 고통이긴 하지만 - 그것도 독이 없는 - 그래도 고통은 고통이다. 공룡이 울부짖었다. 그리고..... 당연한 순서지만, 그 공 룡은 나를 향해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문제가 생겼다. 녀석은 너무나 크 고 긴 몸을 가졌던 것이다. 몸이 너무 크고 길다는 것은, 그 꼬리에 달라붙은 거추장스러운 벌레를 잡는데 있어 서는 상당히 불리한 점이다. 우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긴 목을 돌려 꼬리를 향하는 것이 그리 쉽다고 생각하는가? 더군다나 그 목과 꼬리가 매 우 길고, 목과 꼬리가 앞뒤로 뻗어나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추의 역할을 하고 있었 다. 그말인즉슨, 꼬리와 목은 서로 반대방향으로 뻗어나가야 몸의 무게를 지탱하는 다리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런데 꼬리를 향해 목을 돌린다는 것은 그 부담 을 크게 늘리는 꼴이다.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 장대를 들고 줄 위를 걸어가는 것은, 그 장대가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이 공룡의 목과 꼬리도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인데, 난데없이 장대를 이리저리 휘두른다면 몸이 잘 지탱이 될 까? 사이스모사우루스도 그런 문제가 있었나 보다. 공룡은 내게 목을 뻗으려다가 잠시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 덕에 나는 꼬리에 박힌 검을 빼지도 못하고 이리저 리 휘둘려야 했다. 비록 아르메리아와 세이브가 있는 곳으로 휘둘려지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공룡의 꼬리에 매달려 이리저리 휘둘리는 게 보통 일인가? 더군다나 잡을 것 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당연하지만, 나는 검을 쥔 채로 저리로 날려가고 말았다. - 계속 - 후기)으. 머리야. 정말 쓰기 힘드네요. 전에보다는 쉬워졌지만. 그래도 일단 기초가 확립되니까 하루치를 쓰기가 그 전보다 훨씬 쉬워졌습니다. 다행한 일이라고 해야겠 지요. (그동안 마법 체계를 확립하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으..........골이 다 아프네요. 지금 휘둘리는 레이니만큼은 아닐 지 몰라도) 하지만, 그래도 어렵기는 하군요. 눈이 자꾸만 감기는게....... 게다가.... 후반부에 가면......... 다시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으..... 머리 아 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1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2 09:12 조회:436 공룡 판타지 7-111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11) "우아아아아 !" 전같으면 이렇게 비명을 지르면서 나가떨어졌겠지만..... 이제는 마법을 약간이나마 익힌 나였다. 몸 안의 마력을 끌어올려 활성화시킨다. 그 마력을 나의 몸 주위로 확 산시킨다. 내 몸이 마력에 감싸인 형태가 되자, 나는 마력을 붕괴시켜 운동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약간의 마력이 아래로 뿜어지고, 그 반작용으로 내 몸이 위로 떠올랐다. 공중에서 몸을 한 바퀴 돌리면서 가볍게 땅바닥에 착지한다. 탁. 멋지게 착지한 건 좋은데........ 문제는 그리 멀리 나가떨어지지 못했다는 거다. 저 공룡이 날 바라보고 있네. 그럼 그 다음은...... 다음은........ 쿵. 쿵. 쿵. 쿵. 더 바랄 것이 없다. 내 목적대로 녀석은, 아르메리아와 세이브를 놔두고, 나를 쫓아 왔다. 그 말은 즉......... "우아아아아 !" 나는 조금만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되도록 멀리 떨어져야, 아르메리아를 보호해 줄 수 있었다. 죽여 버리면 간단할텐데..... 그녀의 마음에 맞추기도 정말 힘들다. 물론 움직임 자체는 내가 더 뛰어나지만.........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덩치는 나보다 휠씬 컸다. 즉. 다리 길이가 무지막지하게 차이가 난다는 거다. 간단히 말해 보폭의 차이다. 내가 다섯 걸음 뛰는 것보다, 녀석이 한 걸음 달리는 게 더 넓을 지경이 니....... 말 다했다. 콰앙. 녀석의 발이 내 바로 뒤에 내려앉았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도망을 가야, 아 르메리아에게 위험이 닥치지 않는다. 유인 작전이라는 게 왜 힘든지, 절실하게 느끼 는 순간이었다. '이 짓 다시는 안 해 !' 나중에 또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대한 장궁이 들어올려진다. 부스트는 자신의 활을 들어,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머리 에 겨눈다. 그의 팔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다가 바람빠진 듯 움츠러든다. 그와 동시에 1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살이 앞으로 튕겨나간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화살. "크억 !" 이상한 비명을 지르는 사이스모사우루스. 다른 화살에 신경을 쓰다가 부스트의 화살 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거대한 화살이 머리에 박히면서, 공룡의 뇌를 관통했다. 괴 물은 잠시 굳어진 듯 서 있다가, 서서히 쓰러졌다. 대지를 찢는 굉음. "이걸로 네 마리." 부스트와 그의 휘하 용병들은, 이 도시를 지키는 모든 경비병과 용병들 중에서 가장 큰 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어느새, 아까 망루가 무너질 때 살아남은 마법사들도 모두 그의 곁으로 와 있었다. 알베르트가 주문을 외우고, 힘을 해방한다. "Ice arrow(얼음 화살)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머리로 날아간 마법의 얼음이, 공룡의 머리를 스친다. 공룡이 알베르트로 주의를 돌리는 순간, 다른 마법사의 주문에 의해 날아간 바위가, 그의 머 리로 날아든다. 주문에 머리를 맞고 비틀거리는 공룡.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또 다 른 마법사가 던진 파이어 볼이 그 머리를 강타한다. 폭발을 일으키는 공룡의 머리. 그리고 거체가 또 하나, 땅바닥에 쓰러진다. "이걸로 9마리인가." 중얼거리면서 화살을 다시 활에 매기는 부스트. 하지만 이걸로 끝이었다. 대부분의 화살은 아까 성벽이 무너지면서 잃어버리고, 이제 남은 사람은 맨몸이나 다름없는 용 병들, 그리고 마력이 고갈되어 이제 작은 주문도 외우기 힘겨워하는 마법사 세 명, 그리고 자기자신 뿐이다. 검이나 창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들은 이제 맨손이나 다름없었다. '최후가 다가오는군.' 물론 도망치면 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놔두 고 달아나는 것은,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적어도 돈을 받았으니, 최선을 다해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게 용병이 아닌가. 돈만 먹고 도망치는 싸구려 저질 용병이 되는 것은,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할 지라도. '이미 3류 용병들은 다 달아나 버렸지만.' 분명히 그의 기억으로는, 아까 새끼를 쏜 그 용병도 달아난 자에 속했다. 그의 얼굴 도, 이름도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테이........라?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죽음 직전에는 살았을 때의 기억이 모두 그 자신의 머리를 스쳐간다는 말이 생각나 자, 그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아직 죽을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 나.........그의 얼굴은 서서히 경악으로 바뀌었다. 자신들의 앞에 있는 공룡들을 상 대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판국에, 뒤에서 공룡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성벽 이 뚫려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온 공룡이래봐야 몇 마리 되지 않는 데.... 어째서 도시 안을 파괴하지 않고 이쪽으로? 저 공룡은 머리가 작아서 그리 뛰 어난 지능을 갖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그의 의문은 곧 풀렸다. 공룡은 한 소녀를 쫓 고 있었다. 긴 초록색 머리의 가냘픈 아이. 그녀의 이름은....... "레이니 양 !" "아저씨 !" 아저씨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역시 사람은 늙었다는 말을 듣기는 싫은가봐. 하지만 저 '아저씨'를 오빠라고 부르기는 죽어도 싫다. 수염만 없었어도.... 나는 다시 그를 부르기로 했다. 그래도 쌍방 모두에게 거부감이 적은 호칭으로. "부스트 씨 !" 이제야 좀 표정이 펴지는 부스트 씨. 그러나,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무엇보다도, 내 뒤에 따라오시는 거대한 공룡을 보면, 저런 표정은 안 어울린다고. 하지만 반갑기는 하다. 죽이지 않고 이 공룡을 물리치라고 아르메리아가 그랬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질어질한데, 그러기는 정말 쉽지 않다고. 저 사람들이 이 공룡을 죽 인다면, 내가 죽인 건 아니니까 변명은 할 수 있겠지. 이런 사악한 잔꾀를 생각하는 동안에, 부스트씨가 활을 든다. 그리고 활을 쏜다. 화살은 똑바로 공룡의 머리를 향 해 날아갔다. 공룡은 급히 머리를 돌리려고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저 거리에서 화살을 피하는 것은, 나라도 어려운 일이다....... 슈웅. 뭐, 뭐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바람소리, 공룡의 생명력 이 전해주는 공룡의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스트 씨의 표정으로. 화살은 빗나가 고 만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그 이유는 간단했다. 공룡이 일으키는 지진으 로, 그의 조준이 약간 흐트러졌고, 공룡의 몸이 공기를 밀어내는 바람에 약간의 바람 이 생긴 것이다. 저 거대한 몸체가 뛰는데, 바람이 일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결국, 그런 약간의 오차가 쌓여서, 공룡의 급소를 관통할 수도 있었던 화살은, 그 급 소를 빗나가 공룡의 입 부근에 꽃혔다. 그것은 내게 있어서 엄청난 비운이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크우어어어 !" 거대한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발이 나를 밟으려고 한다. 이런. 이런. 내가 피하면, 내 앞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밟히고 말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럴 수는 없지. 나는 내 몸안의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하늘로 날아오를 수는 없었다. 내 머리 위에는 공룡의 목이 버티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목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공중에서 몸을 틀어, 공룡의 목에 매달렸다. 난데없이 목이 무거워진 공룡은, 발을 헛디뎠다. 더 이상의 전진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춘 것이다. "모두 피해 !" 그 자리에 있으면 험한 꼴을 당할 것을 안 부스트는, 모든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대 피시켰다. 알베르트도, 그 자리에서 급히 몸을 피했다. 그러나,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저 아가씨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는거지?' 그녀는 분명히 라 브레이커, 전설의 검의 주인이다. 그런 자가 마법을 모를 리가 없 다. 자신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일 게 분명하다. 어제만 해도, 죽음 직전의 세이브를 치료해냈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 강한 마법을 쓰지 않는가. 혹시 어제의 일로 마력 이 다 고갈되어서? 그건 아니다. 그녀의 몸에서는, 여전히 강대한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설령 자신이 마력을 몸에 가득 채운 상태라고 해도, 그녀의 마력에 비하면 그 양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왜?' '자, 이제 올라왔지만, 그 다음에는 어쩐다?' 만약 죽이는 게 목적이라면, 그냥 목앞에 달린 머리를 자르면 된다. 그러나........ 이 공룡을 죽이지 않겠다고 말한 게 바로 조금 전이다. 기사 지망생이 자신이 한 말 을 10분도 안 되어 뒤집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결국 나는 잠시동안 가만히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녀석은, 머리 가까이에 매 달린 나를 떨어뜨리려고 목을 마구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차라리 목을 놓고 하늘로 날려가서 마력을 발동시켜 몸의 균형을 잡았으면 별 일이 없었겠지만....... 인간의 본능은 하늘을 두려워했고, 순간적으로 그 본능이 작동했다. 내 마력이 아까보다 줄 었다는 게 원인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지나친 걱정이었지만. 그리고, 그 실수가 날 괴상한 경험 속으로 밀어넣었다. 그것은........ '인간 중 최초로 사이스모사우루스 목에 올라타기'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권장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목이 뒤흔들리기 시작하자마 자..... 난 정신없이 매달려서 휘둘리기 시작했으니까. 공룡은 목에 매달린 나를 떨어내려고 전력을 다해 몸을 뒤틀며, 머리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그 위에 매달린 나는........ - 계속 - 후기)다음 회에는 레이니가 정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겠군요. 50m에 달하는 공룡의 목에 매달려 승마(?)를 하게 되었으니..... 추가)저 오늘 바빠서 미리 올리는 겁니다. 부디 금요일 저녁에 올린 110화도 잊지 마 세요. (이봐. 이제는 그 소리 안 해도 되잖아)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1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3 19:48 조회:438 공룡 판타지 7-112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12) '우아아아아 !' 아까는 공룡을 유인해야 하는 필요성에서 비명을 질렀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겠 다. 기사 지망생이 체면이 있지 ! 게다가, 지금 비명 질러봐야 나만 서글퍼진다. 만 약 지금 소리를 지른다면..... "꺄아아아악 !" 이런 소리만 나올 게 아닌가. 난 굵고 무거운 남자 목소리를 가지고 싶은 거지, 이 런 가늘고 가벼운 여자 목소리는 원하지 않아. 두고 보자. 그 변태 마법사. 만나면 반드시.... 나는 그 녀석에게 생각나는 욕을 있는대로 퍼부었다. 그렇게라도 해야 오 기가 생겨서 버틸 게 아닌가. 하지만 자신을 숨겨야 한다는 절박한 사정에 의해, 도 저히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이가 갈리네. 공룡이 날 떨어뜨리려고 목을 이리저리 뒤흔든다. 으. 차라리 목을 잡은 손을 풀어 버리고 싶다. 어차피 이제는 하늘을 나는 마법도 익힌 상태가 아닌가. 그러나. 목을 놓은 나는 하늘로 날려갔다. 멋지게 마법을 구사해서 착륙한 내게, 사람들이 외친다. "녀석을 죽여버려 !" 거대한 공룡이 나를 바라보더니, 그대로 앞발을 들어올려 나를 내리친다. 나는 그 발을 피한다. "빨리 죽여 ! 아가씨 ! 마법을 쓰라고 !" 아까 분명히 마법을 사용했으면서 이제와서 마법을 못 쓴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 결국 나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결심했다. 그래. 할 수밖에 없어. 나는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정신을 집중시켰다. 마력이 내 손안에 모여, 빛과 열의 덩 어리로 바뀌어간다. 나는 마력을 활성화시켜서, 공룡에게 던졌다. 거대한 폭음이 들 리고, 공룡은 한 줌의 재로 바뀐다. 사람들이 기뻐하며 외친다. "다 죽여 버려 !" 나는 공룡들에게 계속해서 마법을 쏟아붓는다. 공룡들이 잇달아 죽어나간다. 사람들 의 환호 소리가 더 높아간다. 마지막으로 몰린 새끼 공룡이 나를 애처로이 바라본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불덩어리를 던진다. 공룡이 울부짖으며 잿더미가 된다. 사람들이 광란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기뻐 날뛴다. 나를 감싸고 헹가레를 치려는 사람들. "언니." 차가운 목소리. 나는 고개를 돌린다. 거기에는, 분노한 그녀가 서 있었다. "약속을 어기셨군요." 그리고 돌아서는 그녀. 나는 필사적으로 외친다. "아, 아냐 ! 사람들이 죽어가니까....." "언니는 약속을 어겼어요." "어겼어요." "어겼어요....." "어겼어요........" 여기까지 생각이 나자,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날씨가 덥다는 걸 감안하 면, 땀이 흐르는 건 별 문제가 아니지만, 그 온도가 문제다. 왠지 그녀를 화나게 하 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예감이, 내 머릿속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몸이 이 모양이 되었어도, 기사 지망생이란 것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이 저주에 걸렸어도, 명 예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과연 명예 때문일까?' 사실 내가 그녀와의 약속을 어기기 싫어하는 이유는....... "우왓 !" 내 몸이 닥치는대로 흔들린다. 사이스모사우루스가 나를 목에서 떨어뜨리려고 더욱 심하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으. 왜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거야? 아르메리아. 마법 쓰려면 빨리 쓰란 말이야 !" "어, 어쩌지?" 부스트로선 정말 난감했다. 저런 식으로 여자아이가 공룡의 목에 매달려 있으면, 도 저히 손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죽여버리려고 화살을 날리면 잘못하다가 소녀에게 맞 는다. 마법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목이 아닌 몸통을 공격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크 다. 저 괴물의 심장에 정확한 타격을 주기에는, 그 사이에 놓인 피부와 내장, 뼈가 너무나 두껍다. 그녀의 상태를 알고 있는 부스트로서는, 그녀가 뛰어내리거나 공룡의 목을 베는 것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마법으로 저 소녀만 공룡에게서 떼어낼까요?" 손을 모으며 주문을 외우려는 마법사들. 하지만 잘못하면 소녀가 다칠 것이다. 아 니, 죽을 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마법사들의 마력이 이제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 다. 모험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저, 저런." 레이니의 실력이라면 사이스모사우루스라도 한 순간에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오 늘 새벽에 세이브를 치료해내는 그 흰 머리 소녀가 생각이 났다. 만약 레이니의 검이 정말로 라 브레이커라면, 그 소녀는 검의 정령일 것이다. 하얀 머리의 소녀는 정말로 드무니까. 그 소녀의 힘을 생각한다면, 레이니가 공룡을 죽이는 것 자체는 대단한 일 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죽이지 않는거지?' 알베르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엘프들은 되도록 생명을 무의미하 게 죽이지 않는다. 그들이 생명을 꺾는다면, 그건 단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나, 생 명을 유지하기 위한 사냥일 뿐이다. 인간 중에서 간혹 나오는 질낮은 자들처럼, 재미 를 위해 불필요한 살생을 하는 종족들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레이니는 엘프가 아니 지 않은가. 도저히 이유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으.......으으으........." 머리가 마구 뒤흔들린다. 목뼈가 안 부러지는 게 다행일 정도로. 나는 정신을 집중 시키고,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차라리 공격을 하는 게 힘의 소모가 적을 것 이란 생각이 들었다. '으. 아르메리아. 빨리 좀 하란 말이야 !' 팔이 부러지지 않는 건 순전히 그동안의 단련 때문이다.........가만. 난 이 몸이 되고 나서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저주에 걸 린 게 아마 3월 14일이었지? 그럼 오늘이 며칠이더라........잠시 계산을 한 후, 내 머리는 4월 4일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럼..... 아직 20일밖에 안 되었잖아. 아파서 드러누운 날을 제외하면 더 짧아지고. '내 몸을 원래 가졌던 여자는, 대체 누굴까.' 하지만,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내 몸이 마구 흔들리는데,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어디 있다고. 이제는 슬슬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슬슬 한계인가. 어제 무리를 한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해야 내게 위안이 될 것 같았다. 죽어도 내가 게으름을 피워서 몸이 약해졌다고 할 수는 없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공룡이 자신 의 머리를 왼쪽으로 흔들어대다가 난데없이 아래위로 흔들었다. "왓 !" 이미 탈진상태에 가깝게 지친 내가, 그 힘을 견딜 리 없다. 어제일만 없었어도 어떻 게 해 보겠지만........ 결국 나는 공룡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잠시 동안 여름의 더운 바람도 차가와지고, 순식간에 나와 땅이 만난다. 탁. "탁?" 보통 이 상황이면 나와 땅이 격돌해서 나는 크게 다치거나......... 하는 게 순서 아닌가? 그런 의문을 품은 날 바라보는 것은, 거대한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무리들이었 다. "뭐, 뭐야? 이건." 그리고, 그 공룡들 사이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르메리아. "약속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언니." 나는 새파랗게 질려서 전투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눈이 그걸 말렸다. 그러 고 보니, 공룡들은 이미 파괴 행위를 멈추고, 성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사람들 도 여기저기 지쳐서 누워있었지만, 공룡들은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마법으로?" 아까 아르메리아가 열심히 준비하던 마법이, 드디어 발동된 것인가? 하지만 그에 대 한 대답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마법이라뇨? 전 마법을 사용한 게 아닌데요." "그, 그럼 그건 마법으로 공룡들을 죽이거나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대화였다 는 거야?" 아르메리아의 예상을 넘은 행동에, 나는 그녀의 예상과 그리 다르지 않은 대답을 하 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하려는 것이 때려부수는 종류의 마법일 줄 알았던 나로서 는, 맥이 빠질 수밖에. "언니. 그들은 단지 자신들의 새끼가 공격을 받았길래 그런 행동을 취한 것일 뿐이 에요. 새끼를 지키려는 어미의 본능적인 행동을, 우리가 비난하는 건 쉽지 않지요." ".........." 그건 나도 알지만........ 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은........ 내 표정을 바라본 그녀 가, 내게 차근차근 말을 한다. "인간은 자기 본위로 생각을 하지요. 자신들이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은 미화하고, 다른 생명이 자신들을 죽이는 것은 비난하지요. 그래서 우리 엘프들이 인간을 싫어하 는 것이지만." "..........." - 계속 - 후기)음. 이야기가 잘 전개되는 건지 헛갈리고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도 잘 써질 까..... 가만. 이대로라면 이번 이야기는 금방 끝날 것이고, 그 다음에는 그 누님 이.........(다음 이야기도 구상을 해야 하는고로....)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7-11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4 19:17 조회:423 공룡 판타지 7-113 레이니 이야기 - 사이스모사우루스의 습격(13) 잠시동안 말없이 서 있는 나. 그런 나를 내버려두고 공룡들에게 돌아서는 아르메리 아. 그녀가 뭐라고 외치는 듯 하지만,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 가면서, 난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후우." 이젠 정말 자고 싶다. 무슨 생각을 하기도 싫다. 빨리 돌아가서 자야..........나는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세이브가 있던 병실로 고개를 돌리고..... "악 !" 마, 망했다. 저러면 어쩌라고. 여행에 필요한 짐이, 짐이........ 다 페허아래 묻혀 있다. 나, 난 망했다. 망했어. 안에 든 물건들은 다 엉망이 되었을텐데. 손이 덜덜 떨린다. 이게 왠 날벼락이냐........ 땅이 울린다....... 머리가 울린다.........나 는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귀 큰 언니. 언니, 잠들었어." 세이브의 목소리. 힘은 없지만, 그럭저럭 몸이 회복된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 누운 레이니 언니를 바라보면서, 공룡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들도 이미 어느 정도는 진정 이 된 모양이다. '방법이 좀 난폭하기는 했지만.' 정신의 힘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나서야 사용할 수 있는 수단. 사이스모사우루스라는 공룡의 뇌파를 잘 분석한 다음, 그들의 머리에 '멈춰 !'라는 명령을 보낸 게 아까 내 가 쓴 기술이었다. 언니가 말한 마법이 파괴적인 힘이자 물리적인 힘이라면, 내가 사 용한 마법은 정신적인 것이다. 그들의 뇌파를 내 스스로 마력을 붕괴시켜서 만들어 낸 다음,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게 지나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힘의 양을 잘 조절했는데, 잘 된 모양이었다. 지나치면 그들의 뇌가 손상을 입을 수도 있고, 부족하면 그들에게 내린 명령이 무시될 수 있다. 그 중간을 잘 고른 모양 이다. 솔직히, 그들을 조종하는 건 목적이 아니었고, 피에 취한 그들을 진정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슨 마법을 더 쓸것인가의 문제로 고민을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미 그들의 조직적인 저항은 붕괴되어 있었으니까. 만 약 내가 조금만 빨리 마법을 사용했다면, 인간들은 동작을 멈춘 공룡들을 무차별 학 살했을지도 모르고, 조금만 늦게 마법을 사용했다면 인간들이 무더기로 죽어 나갔을 것이다. 시기와 힘의 양을 잘 맞춘 선택이었다. "그런데, 레이니 언니는 다친 데 없니? 세이브." 그 큰 눈을 깜박이면서 나를 바라보는 세이브. 귀엽다. "응.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메고 가야하는 것 같아. 잠꾸러기 언니라니까." 그건 좀 부정확한 말인데. "언니는 지금 피곤해서 그래. 내가 업고 갈 테니, 넌 우리 짐 좀 찾아줄래?" "응." 전에는 병원이라고 불린 페허위로 뛰어가는 세이브. 공룡에게 밟힌 건지, 아니면 집 을 튼튼하게 짓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나와 언니, 세이브가 있던 병 실은 완전히 무너져서 나무토막이 어지러이 흩어진 채 먼지만 날릴 뿐이었다. ".............." 앞이 안 보여. "............." 여기 저기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 "............" 음식 냄새. 배 고프네. "..........." 이불을 덮고 있었나? "...........!" 아, 난 지금 누워서 자고 있었지? 눈이 왜 안 보이나 했지. 나는 눈꺼풀을 들어올렸 다. 그리고........... "!" 여기가 어디냐? 내가 처음 본 것은 온통 새빨간 하늘이었다. 벌써 저녁인가? 내가 몸을 일으키자......... "와. 잠꾸러기 언니 일어났어." 이건......... 세이브? 그 녀석 목소리잖아. 여자애에게 '녀석'이라고 부르는 건 좀 곤란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녀석..........아니,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쓴웃음. 거대한 그릇을 손에 들고, 작은 꼬챙이를 든 그녀의 모습이 왠지 딱 어울렸다. 그릇을 꼬챙이로 두들기며 내게 종알거리는 그녀. "언니. 빨리 일어나. 어떻게 하루종일 잘 수 있는 거야? 잠꾸러기." "하루종일?" 이봐. 그래봐야 겨우 반나절 잤나? 저녁노을이 보이잖아. 그러면 그렇게 많이 잔 건 아니..........가만. 저쪽이 서쪽이었나? 처음에 내가 이 도시에 들어올 때 통과한 문이 서문이었는데, 왜 동문에 해가 떠 있지? 그건........ "잘 잤어요? 언니. 4월 5일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4, 4월 5일? 그럼........... 난 어제부터 지금까지 잠만 잤다는 거야? 갑자기 내 자신이 엄청나게 피곤했었다는 자각을 했다. 새삼스럽게. 어리둥절한 내게, 아르메리 아가 그릇 하나를 내민다. 어제 죽은 사이스모사우루스로 만든 고기스프다. 그런 데....... "아르메리아. 이거 어제 죽은 그 공룡들로 만든거......." "네." 이봐. 어제는 공룡 한 마리라도 죽이는 게 싫다고 하지 않았어? 내 태도로 내 마음 을 읽은 그녀는, 내가 질문을 하기 전에 답을 해 주었다. "그들은 이제 죽었고, 죽은 자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해요. 먹기 전에, 그들의 몸을 먹는다는 생각을 해 주세요. 그리고, 그들에게 고맙다고 하세요." "?" 다시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그들의 몸을 먹음으로 해서, 언니는 그들의 생명을 받는 거에요. 그들의 죽음으로, 언니의 삶이 이어지는 거에요. 그들이 원해서 이루어진 결과는 아니지만, 그들이 자 연으로 돌아가면서 언니를 먹여 살리는 거에요. 그들을 생각해줘요." 그리고........ 자기가 먼저 들이킨다. 어? 난 그럼 뭘 먹어? 내가 볼맨 소리로 항 의하기도 전에, 그녀는 스프를 다 마셔 버렸다. 내 표정이 어땠을까? "자. 드세요." 빈 접시를 내밀다니. 나는 마구 화를 내려다가, 화를 풀었다. 그릇이 커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스프는 정확히 절반이 남아 있었다. 나는 화를 내려고 올린 손으로 그 그 릇을 받았다. 왠지 모르게 어색해져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스프를 열심히 마시기 시 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쩝. 양이 너무 적어. 내 몸통보다 약간 작은 그릇을 내려놓고는,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었다. 비록 내가 어느 집에서 잠을 잤는 지는 모르지만, 집주인은 이번 일로 길바닥에 나앉은 사람들을 위해 방을 몇 개 내준 모양이다. 고마운 사람들. 잠시 그들에게 감사했다. 나갈 때, 말이라도 해 주어야지. 그런데.......... 집........집.............짐 ! 내 짐 ! 나는 갑자기 당황해서, 아 르메리아와 세이브를 바라보았다. 모두들 나를 보며 어리둥절해 하는 가운데, 나는 아르메리아를 덮치듯, 그녀에게 달려갔다. "우리 짐은?" "으..........망했다." 옷은....... 다 찢어졌다.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저렇게 찢어진 걸 어떻게 입으라는 거야 ! 난 노출광이 아니고, 저건 수영복이 아니라고 ! 나 뿐 아니라, 아르 메리아와 세이브의 옷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못봐주겠다. 옷을 어떻게 하든지 해야 지. 역시 병원이 무너지니까 그 안에 있던 우리 짐이 무사할 리 없는 거다. 하지 만.......... 옷을 다시 사려면......... 내 돈 ! 그렇지 않아도 돈이 없는데, 어디 서 돈을 구하란 말이야 !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하늘에 대고 절규했을 거다. "그리고........ 다른 건..........." 일단.......... 어지간한 물건은 다 박살났다. 그 속에서 쓸만한 물건을 고르던 나 는, 희망의 빛을 발견했다. "일단 돈지갑은 무사하구나." 특제 쇠지갑이라서 그런지, 집이 무너지는 그 상황에서도 일단 돈은 없어지거나 파 손되지 않았다. 물론 금화가 찢어질 리는 없지만, 금화나 은화가 흙더미 속으로 사라 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남은 돈을 좀 계산해 볼까......... 다 있구 나. 돈지갑속에 손을 넣고 약간 더듬어보니, 일단 넣은대로 돈이 있었다. 휴우. 살았 다. 일단 옷 한벌로 버티는 불상사는 면했다. 그러나, 그것은........ 돈의 상당한 지출을 의미했다. "어디 보자....... 옷 한 벌 사고........ 그리고........" "결국 옷 한 벌은 사야 한다는 건가." 투덜거리며 거리로 나온 나. 그런 나를 따라오는 세이브와 아르메리아. 시장이 무사 할지 모르지만, 일단 가봐야 상황을 알 수 있다. 점차 흐려지는 하늘이, 나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지금 비 오면 안 되는데......." 한 벌 뿐인 옷을 버릴게 분명하다. 그런 일이 나면 극히 곤란하다. 옷은 사야 한단 말이야 ! 점점 흐려지는 하늘. 아무래도 불안해진다. 상점가까지 달리기로 하자. "자, 뛰자. 비 맞기 전에." 나는 상점가로 달려갔다. 내 뒤를 따라, 아르메리아와 세이브도 달려간다. 점점 흐 려지는 하늘이었지만, 그 뒤에는 해가 떠 있겠지. - 이번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는..........예고편에 가 보시길. - 후기)이거... 나도 모르게 끝이 되어 버렸네요. 하긴, 그래도 40페이지에 가까운 글 인데 뭐. 짧다고 하지는 마시길. 그럼......... 다음 이야기는........ 드디어 그녀가 나오는군요. 하긴, 같은 나이 (?)의 여자아이, 어린 여자아이, 그리고 누님. 이렇게 나오려면 당연히 나와야 하지 만. 여덟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레이니 : 으.......이거 너무 어려워. 아르메리아 : 작가가 어려운 이야기만 쓰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에요. 세이브 : 이거 뭐야? 고기 굽는 방법이야? ??? : 그건 고기 굽는 게 아니야. 세이브 : 와. 아줌마다. ??? : 뭐가 아줌마라는 거야? 세이브 : 얼굴을 가렸잖아요. 얼굴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 같은데.... 이 더운 날 씨에. ??? : 너.......... 이 언니의 교육적 지도를 받아 볼테냐? 레이니 : 왠지 불안해지는데. 아르메리아 : 그런 것 같아요. 일단 방어막이라도..... 세이브 : 언니라니........ 언니는 이 정도 되어야 언니지요. (레이니를 가리키며) 언니에 비해 媤?? 너무 두꺼운 거.......... ??? : 망토로 허리 두른 걸 가지고 두껍다니............ 교육적 지도다 ! 하늘에서 날아오는 거대한 운석. (Me.... Meteor?) 레이니 : 우아아아아 ! 사람 살려 ! 치솟아오르는 거대한 버섯구름. 으. 결국 예고편의 전통대로 유혈사태를.........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1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5 19:25 조회:419 공룡 판타지 8-114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 뚝. 뚝. 뚝. 달리던 도중의 일이었다. 뭔가가 내 어깨 위에 떨어졌다. 그건....... "비가 오네......." 지금 입고 있는 옷 외에는 옷이랄 만한 게 없는데..... 이거까지 젖으면.... 내가 남자몸이라면 당장 옆에 있는 누군가를 돌아봤을 거다. 그러나....... "아르메리아, 아무래도 더 빨리 달려야 할 것 같은데." 결국 돌아보는군. 그녀도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으. 다리 아파. 언니." 이 녀석은...... 이미 마력도 회복된 녀석이 왜 이렇게 느린 거야? 좀 빨리 달릴 수 없냐? 나는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닫았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고도 화를 낼 만큼, 내가 지독한 인간은 아니니까. 툭. 툭. 툭. 빗방울이 굵어진다. 이제 슬슬 쏟아부을 모양인데. 하지만 더 빨리 달릴 수도 없 고.... 고민하는 나. 그러면서도 달리는 건 멈추지 않았다. 난 비 맞기 싫어 ! 안 그 래도 내 옷은 이미 엉망이라고 ! 거기서 젖어버리면........ 그만 두자. 망상은 나중 에 하고, 지금은 뛰어야 한다. 그러나 헥헥거리는 세이브. 이걸 어쩐다? "으차." 내 소리는 아닌데. "자, 이러면 좀 빨라질 거에요. 가요. 언니." 세이브를 업고 달려가는 아르메리아. 어느새 뒤쳐지는 나. "같이 가 !" 길가에 난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발자국에 물이 고이고 있었다. 작은 파도를 일으키면 서. 쏴아아아아. 비가 너무 온다. 결국 상점가에는 도착했지만....... 아무데나 들어가고 말았다. 여 긴 책방이잖아. "으. 여기서 옷가게로 가려면......." "옷이 엉망이 될 때까지 뛰면 되는데요." 푸르르르르. "야 ! 세이브 ! 책방에서 옷 털지 마 !" 내가 보기에도 한심해. 차라리 마법을 써서 옷가게로 갈까? 그러나. "언니. 마법을 아무데나 쓰면 안 돼요." "왜? 있는 능력을 활용하는 게 어때서?" "우선, 비를 맞지 않으려면, 언니의 머리 위에 안정된 형태의 에너지 방어망을 만들 어 내야 하고, 그러려면 비로 인한 계속적인 충격에서........" 또 마법 이론이야.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다. 전에 사다니크스에게 들은 마법의 이론에는, 저런 게 없었어. 레벨 6짜리 마법인가? 나는 머리를 흔들어서 긴 머리카락 에 묻은 물을 떨어냈다. 누군가처럼 아무데서나 하지는 않고, 현관 근처에서. 푸르르 르르. "으. 차거." 그러면서 들리는 목소리. 이상하다? 난 사람에게 물이 안 가게 조심했는데? 고개를 든 내 앞에, 낮익은 얼굴들이 서 있었다. "알베르트 씨, 테이브 씨, 라이다 양, 제라 양." "다들 무사하시네요. 전 안 오시길래 걱정했는데." 의례적인 말이라고 누가 비난할 지도 모른다. 사실, 저 사람들에 대해선.........잊 어버렸어....... 워낙 경황이 없다 보니, 그러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래도 내 인간성 이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몸은 어떤가요?" 알베르트 씨는 여전하다. 예의바른 마법사라. "어제, 대단하던데요. 전 그럴 엄두도 못 낼텐데. 공룡의 목에 매달려 휘둘리는 걸 보니 아슬아슬하더라고요." 제라씨도 그걸 봤나? 하긴, 못 보는 사람이 더 이상하지만. "어제 언니가 매달린 공룡이 가장 나중에 진정이 되었어요. 다른 공룡은 진정시키기 쉬웠는데....." 그 말은.... 내가 가장 고생했다는 말로 들리는데..... "그런데, 왜 어제 공룡을 공격하지 않았지요? 허상의 검을 사용했다면, 그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을텐데." 알베르트 씨. 한 번 공룡의 목에 매달려서 이리저리 휘둘려지면, 그게 어떤 일인지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게." 제라씨. 그렇게 쉽게 동의를......... 가만. 그런데 두 사람이 안 보이네? 세이브야 내 옆에 잘 있으니 별 문제고. 어제는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무슨 고생을 했는 지 전혀 모르고 있다. 아르메리아가 말 안 했나? 그냥 얌전히 말을 듣고만 있다. "그런데, 테이브씨와 라이다씨는?" 그 두 사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 그 두 사람은 지금 옷가게에 갔어요." 그럼 좀 있다가 만날 지도 모르겠네. "저희도 옷가게에 가요. 그럼 거기서 만날지도 모르겠네요." 당연한 말을 한 사람은 내가 아니고 아르메리아. 하지만, 내 생각과 비슷한 말을 하 는건.....설마, 또 내 마음을 읽어낸건가? 내 머리와 그녀의 머리는 좀 떨어져 있는 데? 쏴아아아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잠시나마, 말 그대로 평온한 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가씨. 책에 기대지 마 !" 주인 아저씨의 음성에 의해 그 순간이 깨지기는 했지만. 사아아아아. 아까보다 비가 좀 가늘어졌다. 지금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럼, 다음에 봐요." "우리는 내일 수도로 출발할 예정입니다. 인연이 된다면, 또 같이 갈 지도 모르겠군 요. 그렇게 되면, 또 신세를 질 것 같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알베르트. 나이 든 사람의 인사에 당황해서 내가 고개를 숙 인다. "아직도 말을 못 했군요. 저희 일행을 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 말을 하고 싶었 습니다." 평온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알베르트. 저 사람은 에릭을 내가 구하지 못한 것을 잊어버린 건가? 그런 내 생각에 관계없이,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수도에 가면 열심히 마법 공부를 할 생각입니다. 다음에 만나면, 제가 아가씨들에 게 도움이 되고 싶군요." 그 말과 함께 그는 우리에게서 멀어져갔다. 제라가 내게 오더니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 검술을 갈고 닦아서, 다음엔 멋진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그들은 문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약해진 것 같았다. "언니, 하늘에서 거대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어요. 비가 다시 심해지기 전에, 우리 도 가죠." 천조각을 꺼내어 세이브의 머리를 가려주는 아르메리아. 환자에게 비를 안 맞게 하 려면 지금은 그 정도의 수단 뿐이다. 그 나무와 흙더미 속에서 건진 거라곤, 저 정도 였다. "으........ 이건 맘에 안 들어." 벌써 몇 벌째냐. 내가 어째서 이런 수난을 당해야 하는 거냐고. 맘에 드는 옷을 고 르는 게 왜 이리 힘이 드는지..... 옷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곤 단 하나. '입기 편하고 활동하기 편하면 된다.' 그러나, 옷가게 점원들은 날 보자마자 이 옷, 저 옷을 막 입혀가며 열심히 권유를 한다. 이런 미인이 이 가게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나? 이봐요. 점원 아가씨들. 아까 도 그런 말을 다른 손님에게 한 것 같은데? "저, 전 여행복을 찾는 건데요." 그 말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이 사람들은 내 몸매를 보고, 내 얼굴을 보고 감탄사 를 늘어놓으며 이 옷, 저 옷을 입혀보느라 바쁘다. 내 몸매가 뭐가 어때서 그래 ! "이렇게 가느다란 허리는 본 적이 없어요." 뭐가 본 적이 없어? 아르메리아는 나보다 더 가늘구먼. "이렇게 예쁘장한 가슴을 가지고 있다니........부러워." 부러우면 가져가라. "몸매가 이렇게 잘 가꾸어져 있다니....." 난 가꾼 적 없어. "이 하얀 피부에 이 고운 머리카락. 아........" 아........하지 말라고 ! "머리 기르느라 고생이 많았겠네요? 이렇게 곱게 기를 수 있다니." 난 기른 적 없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여기에 드레스 사러 온 게 아니란 말야 ! 내 소리없는 절규에 관계없이, 그녀들은 내게 수많은 옷을 입히고 벗기며, 스 스로 감탄을 연발할 뿐이었다. "전 여행복 사러 왔다니까요 !" 드디어 내 절규가 터져 나온다. - 계속 - 후기)내일은 레이니의 드레스 차림의 묘사인가? 크, 큰일났다. 옷에 대해선 깜깜 절 벽인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1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6 19:13 조회:417 공룡 판타지 8-115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2) "휴우우우우." 간신히 그 여자들의 손에서 탈출했다. 도대체 무슨 옷이 그리도 많은 건지. 난 겨우 두 벌만 샀다. 도저히 그 많은 옷을 살 수는 없어 ! 난 돈이 없다고 ! 수도에 도착할 때까지는 돈을 못 버니까, 이 돈으로 버텨야 해 ! 다행히, 쇠지갑이라서 그런지, 아 직은 묵직하다. 그게 지갑의 무게인지, 아니면 금화의 무게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니. 이 옷, 예뻐?" 세이브. 그 옷이 어떤지 나한테 물어봐야 난 몰라. 내가 아는 건, 네가 지금 바지를 입었다는 것 뿐이야. 가만........ 저건 바지가 아니잖아 ! 저, 저 녀석....... 도대 체 ! "야 ! 미니 스커트를 입으면 어떻게 해 !" 이 녀석,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세상에, 앞으로도 숲을 헤쳐나가야 하는 판 에 무슨 미니 스커트야 ! 나는 녀석을 잡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도망가는 속도가 빠르다. 완전히 나았나? 그건 다행이지만......... 왜 이렇게 빨리 뛰는 거야 ! 그녀 의 스커트가 바람에 날린다. "야 ! 그만 뛰어 ! 속옷이 다 보이잖아 !" 큰 소리를 칠 수가 없다. 그런 말을 들으면 멀리서 가는 사람들까지 다 불러모을 테 니까. 할 수 없지. 마력을 약간 사용해서........ 탁. 세이브의 앞을 가로막고, 그녀의 몸을 안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 "아, 부스트 아저씨 !" 얼굴이 상당히 크게 찌그러지는 부스트 아저씨. 역시 그냥 부스트씨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붉은 머리칼이 흐린 날씨에도 선명하게 보인다. 낮 치고는 어두컴컴한 지금도. 그는 세이브를 안고 빰을 비벼본다. "귀여운 애네. 언니를 애먹이지 말아야지." 귀엽다........라. 저 녀석이 귀여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날 애먹이고 있는 건 확실하다. 여행 가는데 그런 미니 스커트는 안 된단 말야 ! 결국 그녀를 잡아서 옷가 게로 다시 끌고 들어가는 나. "어머. 아가씨. 다시 오셨네?" "생각을 바꾸셨나?" "이 드레스는 어때요?" "아냐. 역시 귀족적인 분위기를 내려면......." 시끌시끌. 북적북적. 손님보다 종업원들이 더 많이 몰려오다니. 결국, 나는 다시 한 번 절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 여행복 바꾸러 왔다니까요 !" "이걸로 바꾸자." 극도로 수수한 옷이지만, 여행에는 역시 바지가 제격이다. 누가 긴 여행을 하는데 미니 스커트를 고른단 말인가. 나는 세이브의 다리 길이에 맞는 바지를 하나 고르고 는, 그녀에게 말했다. "이걸로 바꾸자." "싫어." 완강하게 버티는 세이브. 하지만 말이다. 여행하는데 무슨 핑크색 윗도리에 하얀색 치마냐. 그것도 그렇게 길이가 짧은 치마를........ 아무리 우리 나라의 기후가 덥다 는 걸 감안한다 해도.... 이건 너무하다. 여자아이는 좀 몸을 가리는 게....... "언니. 굳이 그렇게까지 반대할 건 없잖아요. 언니는 다른 건 몰라도 옷 고르는 건........." 고개를 설래설래 젓는 아르메리아. 그러고 보니 그녀는........... 옷을 본 나는 말 문이 막혀 버렸다. 우리가 지금 무도회에 가는 거냐 ! 금색의 무늬가 새겨진 하얀 색 옷이라니. 사치가 너무 심해. 하긴 사치중의 사치인, 파란 색 옷을 입지는 않았지만. 듣자 하니, 그 색깔의 옷을 만들려면, 염색을 하는 데 필요한 염료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그래서 파란 색 옷이 언제나 가장 비싸다고 한다. 왕족들이나 입는 옷이 파란 색인 것은,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왜 이 야기가 그리로 가는 거냐. "우리는 지금 여행을 하는 중이란 말이야 ! 그렇게 화려한 옷을 입을 수는 없어 !"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 그러나..... "언니. 이제부터는 편한 길이라는 거, 잊어버린 건가요?" "아 !" 그러고 보니, 이 도시를 지나면, 이제는 편한 길이다. 치안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 든 이제부터는 공룡들도 많이 나다니지 않는 길이기 때문이다. 원래는 레드 렌트부터 그랬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길 닦는 걸 미루다가 결국 도시가 박살나 버렸다. 아 마 복구하려면 몇 년은 걸리지 않을까. "........"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다들 여행복은 알아서 챙겼는데. 결국, 나만 여행복 두 벌 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르메리아는..... 몇 벌을 샀지? "전 세 벌." 여행복 두 벌에, 지금 입은 옷 하나. 그럼 됐고. 나는 고개를 괴수에게 돌렸다. 불 안. 초조. 공포.... 무슨 대답이 나올까. "언니. 왜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불안해서 그런다." "불안할 게 뭐가 있다고 !" "도대체 넌, 몇 벌 산 거냐?" "100벌." 쿵. 농담하는 거냐. "100벌 맞는데?" "농담하지 마라. 네 짐을 보니, 아까하고 다른 게 없는 것 같은데?" "히잉. 정말로 100벌 이라고." "웃기지 마. 요금 청구는 분명히 3벌밖에......." "보여줘?" "응." "자." 쿵. 옷더미에 깔리는 나. "이, 이게 뭐야?" 정말로 100벌이네. 하지만 분명히 옷가게의 옷은 우리가 산 만큼만 줄어들었는데? 혹시........훔친 거 아냐? 나는 눈을 부라리고, 세이브에게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 만..... "세이브. 혹시........이거 다........ 네가 만든 옷 아니냐?" "응." 다시 쿵.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런......." 쿵. 이번엔 아르메리아가 내 머리에 자기 머리를 부딪치느라 내는 소리. '아마 그녀 자신의 마법으로, 이 상점의 옷을 보고 만든 걸 거에요.' '뭐? 그런 것도 가능해?' '예. 세이브의 마법 수준은 저보다 높을 지도 몰라요. 치유 마법을 자유로이 사용하 는 걸 보면.' '.........' 잠시동안, 나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괴수 꼬마를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어 ! 저런 애가 아르메리아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라니. 이 세상의 마법사는 다 죽었단 말인가 ! 말도 안 돼 ! 한참동안 말없는 절규를 계속하는 나. 가만......... 마법사라......... 나는 고개를 돌려, 이제 관심에서 벗어나 버린 아 저씨에게 말을 걸었다. "아저........부스트씨." 표정이 일그러지다가 마는 아저씨. 용병 치고는 표정이 매우 풍부하셔. "왜 그러는가." 딱딱 그 자체인 대답. 하긴, 잊혀진 시간이 좀 길었나? "그 마법사들은 다 어떻게 되었지요?" 그러고 보니, 깨어나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전혀 묻지 않았어. 이런 한심한 인간이 있나. 아르메리아의 표정만 보고, 다들 무사하구나..........라고 생각을 했지. 기사 지망생으로서는 낙제다. 물론 피곤하다는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어제 도시 방어전에 참가한 사람들 말인가? 몇 명은 죽고, 몇 명은 살았네. 하지 만, 그 고위 마법사는 죽었어. 아가씨가 아는 사람은 산 모양이지만." 알베르트 씨 말인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려다가....... 부스트의 표정에 스쳐지 나가는 아쉬움의 빛을 눈치챘다. 뭔가 있는 것 같은데.......그게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나. "아가씨. 뭔가 묻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은데?" 고마운 말씀이지만, 그게 생각이 안 난단 말이야 ! 하지만 오래동안 기다린 부스트 씨에게, 더 많은 기다림과 인내를 필요로 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냥, 솔직하 게 말했다. "뭔가 아쉬워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 마법사들에 대해 말씀하실 때." 순전히 내 앞에 선 이 '아저씨'의 외모로 보아, 40대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서, 나는 그렇게 존대말을 썼다. 그리고, 일단은 상대를 높여주는 것도 기사 지망생 의 의무. 기사라는 건, 공룡들과 악당들로부터 선량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아, 정확하게 봤군. 역시 아가씨는 전설의 검의 주인다워." 그 이야기는 좀 하지 마세요. 도적들이 들으면 골아파요. "이번 방어전에 참가하지 않은 마법사가 있었다는군." - 계속 - 후기)휴우. 과연 잘 쓸 수 있을지........걱정 중입니다. 과연 새 등장인물을 잘 그 릴 수 있을까..... 앞으로는 더 많은 걱정거리가 되겠지만. 아, 실제로 자연 염료로는 파란 색이 가장 구하기 어렵다는 군요. 그래서 파란 색이 가장 비싸다고 해 버렸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1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7 20:12 조회:411 공룡 판타지 8-116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3) "예? 이 도시 부근에 사는 사람들은 다 참가했던 게 아니었어요?" 의외의 말이다. 보통은, 공룡들에게서 자기 몸을 지켜주는 이 도시, 다시 말해서 요 새를 지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그 여자, 10년 넘게 은둔한 모양이야. 이번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여자요?" 여자 마법사는 드문데.........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일행은 순전히 여자 마법사 무더기네. 초보 마법사인 나, 엘프 마법사인 아르메리아, 그리고 도저히 믿기지는 않지만, 치유 마법사인 세이브. 이런 보기드문 일행도 없을거야. 여자들로만 이루어진 일행에, 거기다가 모두 마법사라니. 그걸 아 는지 모르는지는 몰라도, 부스트 역시 내가 놀라는 데 대해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여자 마법사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의외인걸." 굳이 '여자'라는 걸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아저씨.' 그것보다는 그 여자에 대 해 이야기를 하는 게 어때요? 나는 화제를 그쪽으로 돌리기로 결심했다. "저.......그 여자에 대해 말씀해주시지 않겠어요?" 으. 말투가....... 완전히 조신한 아가씨야. 내가 못 살아. 하지만 부스트는 그 말 투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대답하는 걸 보니. "그 여자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레벨 9에 육박하는 대마법사라는 말을 들었어. 그녀에 필적할만한 마법사는, 쥬린 제국에서 현재 궁정 마법사로 활동하는 제논이라는 마법사외엔..." "제논?" 왠지 불안해. 아주 악명높은 변태가 아닐까? 그런 내 예감은 적중했다. 아르메리아 가 나를 돌아본 것이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눈동자 에 드러나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이가 갈린다. 뿌드득. 내 태도를 본 부스트가, 이번 에는 내게 물어온다. "왜 그러지? 아가씨. 뭔가 불만이 있는 듯 한데." "아저...........부스트씨가 아니고, 그 제논이라는 마법사에 대해서요. 전 마법사 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악명이 자자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혹시......... 그 자가.........그 자가........... "잘 아네? 그 자는, 자신이 섬기던 황제를 배반하고, 지금의 황제와 같이 쿠데타를 일으켜서 황제 부처를 죽이고 어린 공주를 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는 군. 그 사건으로 인해, 국제 마법사 협회에서 쫓겨난 인물이기도 해." 그 자는.......... 역시 그 작자인가. 그........... 내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당신은 미나르 공주를 숨기고, 제국의 옥좌를 빼앗아서 뒤에서 권세를 휘두를 음모 를 꾸미고 있지 않소? 그래서 황제의 검을 훔쳐서 달아난 것이고." 그때 치매 사부가 그 자객, 라이어에게 한 말이었어. 제논이 지금의 쥬린 제국의 궁 정 마법사라면.......... 그가 바로 그..........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주먹이 떨 린다. 그동안의 고생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격심한 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름을 모르고 어렴풋이 짐작만 할 때와, 이름을 알게 된 때의 증오심의 크기는, 전 혀 달랐다. '두고 보자. 제논. 잡으면 반드시...........반드시.........' 이제는 증오할 목표가 생겼다. 두고 보자. 이 전설의 검으로 네 놈의 목을 자르고, 내 몸을 반드시 되찾고 말테다 ! 일단 수도에 가서 그 궁정 마법사를 만나 저주를 푼 뒤에, 쥬린 제국으로 가기로 결심을 했다. 두고 보자. 만나서 반드시......... "언니." 툭툭. "언니." 툭툭툭. "언니 !" 힉 ! 무슨 소리야. 그녀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데려왔다. 그녀가 내게 비옷을 입 혀주면서 말했다. "비 오는데 길 한가운데에서 무슨 망상을 하는 거에요? 일단 비부터 피하고 말해 요." 윽 ! 그러고 보니 모두들 비를 피하고 있잖아. 순간적으로 잊고 있었어. 나는 일단, 어느 상점으로 들어갔다. 일단 비는 피하고 봐야지. 무슨 상점이든 그게 무슨 대수 냐. "음. 나도 무기를 좀 손 봐야 하는데, 잘 됐군. 들어가지. 아가씨들." 정중하게 상점 문을 열어주는 부스트씨. 예의바른 사람이구나. 역시 사람은 얼굴만 으로 판단하는 게 아냐. 세이브를 봐. 그 귀여운 얼굴로 나를 얼마나 괴롭히는가. 치 가 떨린다. 나는, 진짜 아가씨인 아르메리아에게 말했다. "자, 들어가." 무기점은, 말그대로 무기의 전시장이다. 전 같으면 나도 열심히 무기를 뒤적거리며 쓸만한 검이 있는지 찾아보려고 했겠지만........ 불행히도 이제는 고물 마법검이 있 는 이상, 다른 무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열심히 무기를 고르는 부스트. 용병이라서 그런지, 무기를 보는 눈이 평범하지 않다. 그런 눈을 뒤쫓다 보니, 어느새 나도 검에 눈길이 간다. "이건 좀 크고..... 이건 좀 작고.......... 이건........." 어느새, 나도 열심히 검을 보고 있었다. 어디 보자....... 다들 보통 철로 만든 검 인데. 하긴, 강철로 만든 검 정도면 충분히 강한 검에 속하지. 그 고물 마법검보다 크기도 작고......... 어? 저 아저씨, 왜 검을 골라가는 거지? 이상하네. 이미 검을 가지고 있잖아. 저 아저씨. 내가 의아해하는 것과 관계없이, 부스트는 검 한 자루를 샀다. 보통 장검이네.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가지고 있잖아? "자. 어때?" 새로 산 검을 내게 내미는 부스트. 나는 검을 뽑아 보았다. 스르릉. 어디 보 자....... 겉보기에는 이상한 거 없는데? 휘둘러 보니 나한테는 잘 맞을 것 같다. 하 지만, 이건 저 아저씨가 쓸 검이니......... 좀 가볍지 않을까? 체격에 비해 작을 것 같고.... 나는 검을 다시 검집에 넣고, 그에게 검을 돌려주었다. 하지만 그는 검을 받지 않았다. "그거, 가져." "예?" 이상하다. 알베르트 씨라면 '목숨을 건져준 은혜에 보답한다는 명목으로' 검을 줄 수도 있다. 아르메리아나 세이브라면, 선물이라고 우겨도 된다. 하지만, 이 아저씨한 테 검을 받을 만큼 오래동안 가까이 지내지는 않았는데?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서 사 주는거야. 어차피 그 마법검은 마음대로 쓰면 안 될 테 니까." "아." 그렇구나. 이 아저씨는, 내가 정체를 숨기기 위한 위장막을 주는 거구나. 나는 고개 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부스트씨도 웃었다. 모두가 웃는 가운데, 밖에서 햇빛이 비 쳐들고 있었다. "내일 여행자들이 수도로 출발한다는군. 아가씨들도 같이 가는 거지?" "예." "나도 수도로 갈 생각이니, 어때. 동행하는 것도. 어차피 사람들이 무더기로 몰려나 가겠지만. 그동안 공룡들 때문에 도시에 갇힌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야." "예. 내일 봐요." 나는 인사를 하고,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가려는데..... "잠깐만요 !" 물어볼 게 하나 남았어. 내 외침소리를 들은 부스트씨가 고개를 돌린다. "왜 그러지?" "혹시 그 마법사가 어디 사는지, 아세요?" "왜. 찾아가 보려고?" "예." 그녀가 마법사라면..........그녀가 정말로 9레벨 마법사라면........ 내 저주를 풀 어줄 힘이 있을 것이다. 잘하면, 내 고생이 이제 끝날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억누르 느라 애를 쓰고 있었지만, 내 목소리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음. 말로 하기는 그렇고......... 역시 나하고 같이 가지. 나도 지금은 할 일이 없 거든." "예." 나도 모르게 승낙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르메리아가 부스트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지 않는 걸 보니, 같이 가도 별 문제는 없겠지. 그런데......... "와아. 아저씨." 약간 인상을 찌푸리는 '아저씨.' 세이브가 부스트씨의 등에 올라타는 게 아닌가. 으 이그. 터벅터벅터벅. "그 여자 마법사가 어디에 사는 거지요?" 거리가 멀면, 오늘 내로 도시에 돌아가지 못하는 거 아닐까. 게다가 공룡이라도 또 나타난다면....... 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길이 생각보다 긴 게 아닌가? "걱정 마. 바로 저 마을이니까." 부스트가 가리킨 곳은, 작은 마을이었다. 그 외에는 적당한 말이 없다. 대마법사가 사는 마을이라고 해서, 난 음산한 성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구름으로 덮인 탑. 어둠 속에서 울리는 천둥. 회색빛 돌로 만들어진 암흑의 성. 음. 망상이 너무 심한가? "이봐요." 나는, 암흑의 마법사가 산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밝은 표정의 마을 사람을 향해 말을 걸었다. 자, 이제 뭐가 나올까? 말로만 듣던 괴물로 변신해서 덤벼올까? 아니면 이 사람은 사실 시체인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폭발하면서 나를 놀라게 할까? 별 별 이상한 망상을 다하는 나에게, 그는 친절하게 말했다. "무슨 일인가요?" - 계속 - 후기)드디어 9레벨의 마법사 등장인가......... 악 ! 안 돼 ! 레이니가 벌써 저주가 풀리면 안 돼에에에 ! (이, 이 인간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1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8 19:52 조회:389 공룡 판타지 8-117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4) 예상이 빗나가면, 맥이 빠지게 된다. 물론 싸우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하지 만. 나는 대마법사가 사는 마을이라고 해서, 이 사람이 사실은 마녀의 부하일 것이라 고 지레 짐작해 버렸는데, 역시 속단은 금물인가 보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사람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아직 해가 높이 떠 있기 때문인지, 이 아저씨의 벗겨진 머리에서 반사되는 빛이 따갑다. "아, 안녕하세요? 여쭈어볼 게 있는데요." 일단은 운을 떼었지만.... 그 뒤가 문제다. 아무래도 마법사에 대한 인식은 안 좋다 고. 무슨 문제만 있으면 가장 먼저 의심을 받는 게 마법사였으니까. 솔직히 나도 마 법사에 대한 인식은 안 좋다. 이상한 악마들에게 소원을 빌고, 알아듣지도 못할 주문 을 외우며, 성질 고약한 마법사들은 산 제물을 악마에게 바친다는 무서운 소문을 들 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엘프들의 마법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불쾌한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하나 더 하면, 비교적 마법사치고는 친절하고 예의바른 알베르트씨가, 실 전에서는 별 활약을 못했다는 것도 원인인지도 모른다. "혹시..... 이 마을에 마법사가 살고 있지 않은가요?" 그냥 말해버렸다. 이상한 수식이나 복잡한 절차등은 생략한 채로. 어차피 꾸며봐야 대화가 더 길어질 뿐이다. 시간이 없다고 ! 난 해지기 전에 '파탈 헤이스트'에 돌아 가야 한단 말이야 ! 성문 닫히고 나면, 올라가기 힘들어. "마법사라면........ 아. 그 여자 !" 아까 부스트씨가 말한 것과 같네. 나는 그렇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확실히 하기 위 해 하나를 더 물어보았다. "저, 이 마을에 마법사는 그 분 한 분인가요?" 누군지 모르니까 예의를 갖추자. "그래. 그 여자 하나지. 하지만 조심하도록 해. 그 여자는........." 무슨 무시무시한 말씀이 나올지.......나는 정신바짝 차리고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미친 여자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순간적으로 멈춰버린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는 모 두들. 그 여자가 미쳤다면, 일이 어떻게 되는 거야? 나는 곧바로 부스트에게 따지고 들었다. "어떻게 된 거에요 !" 그러자 그가 말한다. "나도 몰라. 레이니양. 좀 충격이 심한 건 알겠지만........ 일단 진정해. 겨우 깨 어났으면서 이러면....." "뭐가 겨우에요?" "레이니양. 아가씨는 지금까지 1시간은 멍하니 서 있었다고." 어? 그러고 보니 이미 그 눈부신 아저씨는 사라져 버렸네? 길에 남은 건 나와 부스 트 씨, 그리고 아르메리아와 세이브 뿐이다. 어느새 이렇게 된 거야 ! "투덜투덜투덜." 이거 큰일났네. 이제 곧 돌아가야 할 텐데.... 이러다가는 제 시간에 돌아가기 힘들 지 않을까? 나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기대가 컸는데.... 여자가 아니니까 눈물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결심을 했지만, 안타깝다는 말의 뜻은 확실히 체험하고 있 다. "언니. 하지만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에요." 아까 내가 기절해 있었을 때, 그녀는 여기저기 돌아다닌 모양이다. 하지만 아르메리 아. 이 상황에서 뭘 더 할 수 있겠어. 그냥 돌아가는 게... "그 마법사가 제 정신이 아닌지는, 직접 만나보고 나서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그녀 의 집을 알아냈으니까, 자. 따라와요." 모두들 가니 나도 간다. 하긴,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내가 뭘 할 수 있겠 냐마는. 일단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약간 자포자기 상태에서 따라가는 나였 다. "여기가 그 마법사의 집?" 부스트씨도 놀란 모양이다. 입 크기를 보니. "와아. 작네?" 세이브 넌 놀랐는지 어쩐지 모르겠다. 어차피 입이 너무 크다고. "여기라고 들었어요. 아까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아르메리아의 담담한 말. "........." 난 할 말 없다. 대단한 곳일 줄 알았더니, 그냥 평범한 나무집일 뿐이잖아. 단층짜 리 나무집.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집과 다를 것이 없다. 우선, 큰 나무가 있고, 그 나무 위에 나무를 잘라서 이어붙인다. 그래서 집 모양을 만들고, 나무에 올라가는 데는 사다리를 사용한다. 나무 위에 나무로 만든 집. 그게 전부다. 아래에 지었다가는 공룡들이 맛있게 식사할 수 있도록 몸을 제공하는 격이 되므로, 성 밖의 마을은 다 이런 식으로 집을 짓는다. 어차피 숲이 아닌 곳이 드물 지경이니까 이렇게 짓는 것이 가능하지만. 그래서 도시에서 땅바닥에 붙어있는 집을 보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게 답답하다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불안하 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평범하다면....... 집에 들어가는 방법도 평범하지 않을까? 아니야. 혹시 모르지. 이상한 마법을 걸어놔서 사람의 출입을 막고 있는지도 몰라. 나는 일단, 습 관대로 하기로 했다. 자, 이걸 잡고........ "딸랑딸랑." 대개, 집 아래에는 길다란 줄을 매달아 놓는 법이다. 사람이 오면 이걸 당겨서 '손 님이 왔다.' 고 신호를 하고, 줄에 매달린 종이 울리면, 집주인이 우리를 내다보고 사다리를 내려준다. 부유한 집에선 종을 달고, 가난한 집에선 쇳조각을 달아둔다. 뭐, 울리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니냐. 일단, 줄 자체에 마력이 느껴지지 않으니 별 문 제는 없을거야. 내 생각대로 되었다. "자, 이제 주인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어? 안 나오네? 다시 당겨보자. "딸랑딸랑딸랑." 어? 이번에도 안 나오네. 다시 당겨 볼까? "딸랑딸랑딸랑딸랑딸랑." 이거 뭐야. 집이 빈 거 아냐 ! 그냥 가야 하나? 아니면 기다려야 하나? 갑자기 고민 하게 만드네. 나는 어쩔줄을 모르고, 집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물론, 몰래 들어간다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도적들이 도시에서는 활개를 친다. 여행자들이 자주 다니는 도로에서도 활개를 친 다. 물론 치안이 잘 된 곳은 예외로 하고. 그러나, 이 시골 마을에서는 그렇지 않다. 어느 멍청이가 그런 짓을 하겠는가. 그래봐야 훔칠 물건도 별로 없는데다가, 그런 짓 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 나중에 좀 괴롭게 될 것이다. 이 세계에는 공룡들이 그야말로 넘칠만큼 있는데, 그들과 만나 싸우다 다쳤을 경우, 이런 시골 마을 사람들은 그 사 람을 도와준다. 그러나 만약 그가 시골 마을에서 뭔가를 훔쳐갔을 경우, 그는 그 사 실을 들키는 즉시 쫓겨난다. 어차피 도움이 필요하면 그냥 줄 물건을, 마을 사람들에 게 말하지도 않고 가져간 벌이다. 필요하다고 말만 하면 줄 텐데, 왜 도둑질을 해서 욕을 먹겠는가. 게다가, 상처입은 채로 들판에 쫓겨나면, 그는 곧 공룡을 위해 자기 몸을 바치게 될텐데. 얼마 되지도 않은 돈이나 먹을 것을 훔치려고 그런 짓을 할까. 진정한 도둑이라면 좀 큼지막한 걸 노려야지. 물론 그런 좀도둑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기후가 좋아서 숲에서 얼마든지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이 축복받은 땅에서 누가 그 런 짓을 하겠는가.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도 힘든 판국에. 결국, 사람들이 집을 비워 놓고 다녀도 물건을 도둑맞을 염려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어마어마한 보물이라 도 감춰두고 있다면, 진짜 도둑들이 마을에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라 브레이커같은 고물 마법검이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나자 나는 부스트 씨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나중에 만나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돕고 살아야지. "..........." 하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은, 우리가 이 여자 마법사를 만날 가망이 없다는 거다. 드디어 고민하기 시작할 무렵..... "손님이신가요?" 나무 위의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여자.... 목소리. 드디어 집주인이 니오시는 건 가? 우리들은 모두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 뭐냐." "왜 아르케옵테릭스가 나오는 거냐." "맛있겠다." "의외네요." 위에서부터 나, 부스트, 세이브, 그리고 아르메리아 순으로. 솔직히 여기 와서는 계 속 놀라기만 하는 것 같다. 왜 저런 게 나오는 거야? 역시 마법사의 집이라서 그런 가? 일단, 가장 먼저 당황을 수습한 아르메리아가 말할 것이다.............고 생각 했지만, 그녀는 묵묵무답이다. 결국, 그 다음으로 침착한 내가 입을 열었다. "이 집에 사는 마법사를 만나려고 하는데요." 저게 마법사가 마법을 걸어서 움직이게 만든 새(?)일 수도 있으니, 일단 그렇게 대 답했다. 일단 하늘을 날고, 깃털을 가진 생물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공룡의 친척인 익룡. 또 하나는 공룡 그 자체인 새이다. 하지만 새라는 것은 익룡에 비해 크 기도 작고 종류도 많지 않아서 그냥 공룡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이브의 감상에 동의한다. 맛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르케옵테릭스 구이를 먹지 못했어. 으. 내가 좋아하는 건데..... 나는 그 새에게 말을 걸었다. 제대로 대답 안 해주면 잡아먹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사라 졌다. "집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세이브가 군침을 삼키는 걸 보며 약간 덜덜 떨던 새가 대답했다. "들어오세요. 하지만 저한테 가까이 오지는 마세요." 우리는 사다리에 매달렸다. - 계속 - 후기)잠시 새에 대해 떠들어 보았습니다. 이 시대에 새는 있으니(시조새도 새는 새 다), 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군요. 하지만 이 시대에 과연 공룡과 새를 구분하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공룡이라고 부른다고 하겠습니다. 공룡이란 단순한 파충류라기보다 는, 조류에 더 가깝다고 알고 있으니까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1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19 11:22 조회:418 공룡 판타지 8-118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5) 사다리를 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확실히 그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꺄아아아아 !" "야 ! 세이브 ! 매달려서 장난치지 마 !" 올라가려면 그냥 올라가란 말이다. 이 녀석아. 미니 스커트 차림으로 그렇게 요란하 게 날뛰면 어쩌라고. 그것도 사다리에 매달려서. 나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아이였다. 하긴, 그러는 나도 그리 대단한 옷차림은 아니지만. 옷은 편한 게 좋다고 ! 결국, 가게 점원들의 온갖 핍박과 강요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머니 많이 달린 바지와 윗도 리로 사고 말았다. 내가 멋 부릴 일이 있냐. 난 그저 편한 게 좋다. 쇠지갑을 품 속 에 단단히 넣고, 나는 사다리로 올라갔다. 조심스럽게. '왜 내가 조심을 하는 거지? 미니 스커트 입은 건 세이브인데.' "와아." "우아." "상상과는 다른데." "........" 우리들의 반응은 각양각색. 하지만 마법사답지 않은 평범한 집을 보면, 누구나 그렇 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게 마법사의 방이냐. 결혼하기 직전의 처녀의 방이지. 실험 도구가 있나, 아니면 이상한 동물들을 가둔 우리가 있나. 하다못해 그 흔한 마법서 조차도 없다. "이 방에서 기다리십시오. 주인 아가씨를 모셔오겠습니다." 창 밖으로 날아가버리는 아르케옵테릭스. 그러고 보니, 안내자도 없어진 이상 우리 는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저 새의 반응을 보면, 이 집의 마법사가 미쳤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부스트 씨의 말이 수긍이 간다. 저 정도의 부하(?)를 두었다면, 아마 그 여자 마법 사는 상당한 수준의 마법을 구사하고 있을 것이다. "히잉. 그 아르케옵테릭스, 살이 찐 게 맛있을 것 같은데....." 이 먹보 세이브 같으니. 그 새를 잡아먹으면 우리는 누구에게 안내를 받냐 ! "........" 아르메리아는 아까부터 입을 열지 않는데? 왜 그러지? "아르메리아는 왜 조용해?" 아무리 얌전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한데. "전 이런 마법사의 집에서 입 열고 싶지 않아요. 불쾌해요." "?" 얼굴에 의문이 가득 피어났지만, 그녀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어리둥절한 나에게, 부스트가 설명을 해주었다. "아가씨. 엘프들은, 자신들과 다른 마법을 사용하는 인간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인간들을 싫어해. 특히 마법사라 면 더욱." "네?" 서로 다른 노선을 걷는 마법사라서 그런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세요." 그는 내 희망을 들어주었다. "엘프들의 마법과 인간의 마법은 상당히 다르다고 들었다. 내가 알기로는 주문의 차 이라고 하던데....." "엘프들은 주문 안 써요." 아르메리아. 듣기는 하는구나. "........그런가? 어쨌든 같은 마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엘프들과 인간 마법 사들의 마법은 상당히 다르네. 엘프들은 힘 자체를 연구하고, 인간들은 주로 악마의 소환을 연구한다네." 소환? 내 검에서 나오는 라비린스 키퍼들 같은 것 말인가? "엘프들의 마법은 엘프가 아니면 익히기 어렵지. 그래서 인간들은 손쉬운 방법으로 악마의 힘을 주문으로 끌어내어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네. 난 마법사가 아니라 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인간 마법사들의 마법은 짧은 시간내에 배울 수 있고, 엘프들 의 마법은 익히기 어렵다네. 그것도 상대적인 비교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마법을 배 워본 사람들의 말은 그렇다네. 인간의 마법이 더 효과적이라고." 악마의 힘을 주문을 사용해서 끌어내는 거라.... 그래서 알베르트 씨가 마법을 쓸 때 주문을 외운 건가? 하지만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끼이이익. 이봐. 세이브. 남의 집에 와서 그렇게 바닥을 들추고 문을 열지 말라고. 부스트씨의 말이 잠시 중단된 틈을 타서, 다른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인간들의 마법에는 큰 결점이 있지요." 아르메리아. 입을 열기 싫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내 손을 잡고 있는 거로군. '그들의 마법은 주문에 의지하기 때문에, 입만 막으면 도리없이 마법이 봉인되어버 리지요.' 그런가? 하지만 입을 막으려면 접근해서 입을 억지로 틀어막아야.... '어제 보았잖아요. 언니. 그 마법사들이 땅의 진동으로 인해 입을 놀리지 못하는 모 습을. 하지만 언니는 별 무리 없이 마법을 구사하지 않았나요? 그게 바로 인간과 엘 프들의 마법의 차이라는 거에요.' 상당히 잘난 척 하는 것 같아. 평소에는 보지 못하던 모습인걸. "역시 엘프들은 자신들의 마법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군." 그러고 보니 부스트씨의 손도 아르메리아에게 잡혀있군. 가만. 한 사람 빠졌는데? "꺄아아아호." 이봐. 세이브. 알아듣지도 못하는 비명 소리는 좀..... "꺄아아아악 !" 뭐, 뭐야 ! 세이브가 갑자기 땅 아래로... 아니 집의 바닥 아래로...꺼져 버렸다 ! 쿵. 쿠당탕. 콰당. 예정된 효과음. 하지만 이 녀석은 상당히 고위 마법사였지 않아? 그런 녀석이 비행 마법도 제대로 못하는 거냐? 나는 바닥에 뚫린 구멍을 통해 아래를 내다 보았다. "아 ! 그렇구나." 바닥. 그러니까 거대한 나무의 가운데는 통로가 있었고, 세이브는 그 위를 막은 문 을 열고 장난치다가 추락한 거다. 그러니까 조심 좀 하지. 으이그. 하지만 언니(?)로 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는 구멍을 통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괜찮냐? 당연히 괜찮겠지?" 일단, 피가 흐르는 건 안 보이고, 어디 부러진 데도 없는 것 같으니 무사한거다. 그 리고... "히잉. 아파." 저 목소리를 들어보니, 일단 다친 데 없다. 안심. "거기서 기다려. 내려갈 테니까." 나는 아주 수월하게 뛰어내렸다. 그냥 사다리를 쓸 걸 그랬나? 사뿐. 누구와는 달리, 아주 가볍게 착지. "히잉. 언니." 못 말려... 나는 세이브를 일으켜 세웠다. 가만.......... 이 녀석이 왜 이리 잘 보 이냐? 여기에 불이 켜져 있나?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꺄아아아악 ! 싫어 !" 뭐, 뭐냐. 왜 눈알 하나가 허공에 떠 있는 거냐. 그리고, 맹세코 내가 비명 지른 거 아니다. "저는 이곳을 관리하는 아이(eye)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아, 저는 이곳에 사는 마법사님을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분이 안 계시는 바람 에,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왠지 내던져진 느낌이었는데요?" "아, 이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그렇게 되었네요. 놀라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물론 막 나갈 수도 있지만, 일단은 예의를 갖추었다. 나는야 예의바른 아가 씨.......가 아니고 기사 후보생이니까. 그런데, 아무리 봐도 웃기게 생겼어. 눈알 하나만 허공에 떠서, 어디서 듣는지, 어디서 말하는 지 모르는 저 눈알 하나. 이 집 주인의 취미가 드러나는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이 집을 관리하는 걸까. 우우우우웅. 눈알이 서서히 날아온다. 내 앞에 떠서, 나를 자세히 바라본다. 마치 실험대상을 관 찰하는 것 같아서 기분나쁘다. 하지만... 눈알은 곧 뒤로 물러선다. "그럼 아가씨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위에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의례적인 말. 그러니 의례적인 대답을 하자. "그렇게 하겠........" "와아. 이거 멋지다." ".........." ".........." 잠시 할 말을 잊은 나와 눈알. 나는 말없이 걸어가서 세이브를 끌어 안았다. "어, 언니. 왜 이래?" "남의 물건에는 손대지 말자." "히잉..... 재미있는 것 같은데......" 나와 세이브가 실랑이를 하는 중, 책상에 놓인 논문 하나가 눈에 띄였다. 나는 세이 브를 잠시 내려놓고, 그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파이어 볼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 - 계속 - 후기)이거 뭐야..... 드디어.... 처음에 예정했던 그 마법에 대한 이론적인 분석인 가.... 죽었다.... 아무래도 내일은 머리아픈 내용이 될 듯 합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1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0 20:04 조회:415 공룡 판타지 8-119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6) 뭐, 복잡한 마법 논문이겠지. 나는 그냥 그 종이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내 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었다. '정말 이 집의 주인인 그 여자 마법사는 미친 것일까?' 이 논문을 읽어서 내가 이해할 수 있으면, 미친 건 아니다. 나도 얼마 전에 마법을 조금이라도 배웠지 않은가. 그러니, 내가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정도의 논 문을 쓸 수 있다면, 이 글을 쓴 사람은 미치지 않았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 마법사가 미치지 않았다면, 단지 태도가 좀 기이할 뿐이라면 희망이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지긋지긋한 여자로서의 생활을 끝내고, 원래대로 돌아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 아이씨." "무슨 할 말이 있나요?" "이 논문을 조금만 읽어보면 안 될까요?" 잠시 조용해지는 눈알. 역시 포기해야 하나? 하긴 조금만 기다리면 그녀가 올 것이 니, 이렇게 서둘러대는 내가 이상할지도 모른다. 물론 저 눈알이 내 속사정까지 알 리가 없지만. "그 논문은 아가씨께서 오래 전에 쓰신 겁니다.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하세 요." 그리고는 날아올라 어디론가 사라지는 눈알. 나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오래 전 에 썼다고? 그럼 아무 소용이 없잖아. 요즘 쓴 논문이라면 그녀의 정신이 어떤지 알 수 있을텐데. 난 헛일을 한 건가? 하지만 그렇게 불평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눈알은 갔으니. 나는 조용히 논문을 펼쳐 들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종이가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파이어 볼에 대한 이론적인 고찰> - 마법 학회 졸업생 애스터 누스 - 마법사들이 가장 자주 애용하는 마법이 바로 파이어 볼이다. 이 마법은, 우리와는 다른 계통의 마법을 배우고, 사용하고 있는 엘프들조차도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이 마법은 모든 마법 수련생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데 사용하는 마법이기 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이 보편화된 마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래서 나는 이 마법에 대해 이론적인, 그리고 실험적인 연구를 해 보기로 했다. 우선, 이 마법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이 마법은 본질적으로 불덩어리를 만들어 그것을 공 모양으로 유지시키면서 적에게 던지는 것이라고 이해되 고 있다. 그 주문도 비교적 간단해서, 마법 수련생들이 쉽게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이 마법은 의외로 다루기가 까다롭다. 처음 이 마법을 배우는 자는, 주문을 확실히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고, 주문을 대충 외우다가 그 자신이 이 마법에 희 생되는 예가 과거에 있었으므로, 지금 모든 마법사는 이 마법에 대해 학생들에게 가 르칠 때, 주문을 확실히 일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주문은 보통,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우 리가 계약한 신이나 악마를 부르는 주문이다. 이 주문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사용하는 말과 다르므로,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한다. 만약 계약의 의식이 끝나지 않은 대상에 게 마법의 힘을 구할 경우, 우리는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대상에게 진노를 사서 우리 자신을 파괴당하게 될 확률이 높다. 계약의 의식은 고위 마법사들의 지도에 따라 이루어지며, 여기서는 불의 힘을 지배 하는 자들에게 의식을 하게 된다. 그 이름은 인간이 발음할 수 없으며, 의식이 진행 될 때 계약을 하는 마법사의 마음 속에 떠오르게 된다. 이 의식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론이 있으나, 여기서는 그것을 다루는 것이 아니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두 번째가 마법 사용대상을 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우리가 계약한 자가 가 지는 고유의 언어로 대상을 지적하면 된다. 어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되지만, 순간적 으로 대상을 지적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마법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특히 정교한 종류의 마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어려운 일이다. 그 작업의 정밀도 가 높을수록, 마법을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파이어 볼은 그런 난관이 전혀 없다. 그저 내가 적대시 하는 대상을 노려보기만 하면, 그 대상이 자연스럽게 떠오르 니, 이 주문이 애용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세 번째가 주문의 구체적인 캐스트인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계약의 의식을 치루고 나서 각각의 신과 악마에게 전수받는 고유의 주문이다. 이것은 인간이 발음하거나 적 을 수 없으며, 세계의 모든 마법서에 있는 주문은 단지 계약의 의식에 대해 적은 것 뿐이다. 마법사는 이 의식을 통해 얻은 주문을 외움으로써, 우리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파이어 볼이 애용되는 이유는, 이 주문이 길지 않다는 것에 기인한다. 단지 힘을 둥글게 뭉치고 그것을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공격력을 획득 하고, 짧은 순간에 주위의 적에게 강력한 일격을 퍼부을 수 있다. 그 폭발 범위의 넓 음은, 우리가 대상을 부정확하게 선택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융통성을 부여해준다. 그럼, 이 파이어 볼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자. 불덩어리라고 부르기 전에, 이것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파이어 볼의 구조도를 그려 보면..... "뭐야? 이거. 구조도가 없잖아?" 나는 불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논문의 맥이 갑자기 끊어졌잖아. 극도의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봐요. 아이씨." 내 불평하는 모습을 보며 날아오는 눈알. "도대체 이 논문의 다음 장은 어디있어요?" 눈알은 웃으면서, 눈에서 빛을 뿜어내었다. 하지만 위협은 아니었다. 그의 광선이 내가 들고 있던 논문의 한 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 내가 들고 있던 논문은, 이리저리 뒤섞여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건 또 어떻게 된 거냐? 내가 눈알을 바라보자, 눈알은 어울리지 않게 수줍어하기 시작했다. "혹시.....아이씨가 읽던 건가요?" 손이 없는 눈알이 논문을 읽으려고 하니,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을 것이다. 결국 눈알은, 눈으로 논문을 넘기려다가 뒤섞어놓은 것 같다. "아까 정리를 좀 하려는데 아가씨가 들어오셔서...." 못말리는 눈알이야. 나는 잠시 논문을 읽는 것을 중단하고, 눈알이 말하는 대로 논 문의 순서를 다시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이걸 읽어본 적이 있어야 제대로 정 리를 하지. 결국, 눈알도 나를 도와야 했다. 가느다란 손이 눈알에서 튀어나온다. 물 론 눈의 뒤쪽에서 나온 거지만, 그래도 느낌이 좀 이상했다. "당신, 손이 있네요? 난 손이 없어서 어질러 놓은 줄 알았는데." 눈알이 나를 보며 웃는다. 아니, 그런 것 같다. "사실, 아까 읽다가 떨어뜨렸거든요. 큰 소리가 나길래 놀라서." 음. 결국 세이브 탓이란 말이지? 나는 누군가를 쳐다보려다 말았다. 저 녀석, 이미 올라갔군 그래. 여기가 너무 심심해서 그런지 몰라도. 부디 이번에는 떨어지지 마라. 나는 다시 논문에 정신이 팔렸다. 뭐, 세이브가 말했겠지만........ 그래도 말은 해 야 할 것 같다. 일이 길어질 듯하니까. 나는 약간 큰소리로, 구멍을 통해 말했다. "나 좀 읽어볼 게 있으니까 여기 있을께요." 자, 인간적인 조처는 다 취했다. 그럼 다시 논문을 읽자. 흐흐흑. 마법에 대한 논문 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감동적인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데에는 일자무식 이나 다름없던 내가, 여기까지 오다니. 이번에는 순서대로...... 일단 구조도부터 보 고.... 음. 마치 공룡 알을 삶아놓고 자른 것 같다. 물론 좀 다르긴 하지만. 그림을 살펴본 후, 나는 다시 논문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파이어볼의 구조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지 에너지의 덩어 리에 불과한 이 물체가 어째서 자기 형태를 유지하면서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것 일까? 단지 주문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기 전에, 우리는 이 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 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냥 신과 악마의 힘을 빌려 만들어냈다고 하는 것은, 그 이유를 모르고 이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우리가 엘프들에게 뒤 진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주문이란 것이 우리에게 있어서 약점이긴 하 지만, 잘 사용하면 엘프들보다 더 강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인간의 신체 조건에 절망하지 말고 유용한 주문을 알아내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우리가 그 이론을 철저히 알게 된다면, 우리는 더 중 요한 사실을 알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점에서 우리가 파이어 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파이어 볼은 우선, 에너지 덩어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다가, 충격을 받으면 부서져서 강한 열을 폭발적으로 방출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불안정한 물체이며, 단지 부서지기 직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이 구슬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만약 아주 안정한 에너지 덩 어리라면, 이것은 충격을 받아도 터지지 않을 것이고, 불안정한 덩어리라면 굳이 손 을 댈 필요도 없이 터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충격을 받아야만 터진다. 그것이 바 로, 이 불안정하면서도 안정한 물체의 특성이다. 이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안정화시키는지를 알지 않으 면 안 된다. - 계속 - 후기)좀 지루하지요? 하지만 마법 논문이란 게 이렇지 뭐. 혹시 주문을 나열할 줄로 생각하신 분에게는 안 되었지만, 이 논문은 나름대로 생각을 한 끝에 나온 겁니다. 다음 회에는 파이어 볼의 에너지 안정화 형식을 말씀드릴 터이니, 재미있게 읽어주 시길.... (야 ! 아무리 파이어 볼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해도, 이 건 너무한 거 아냐 ! 이젠 레이니만 괴롭히기도 모자라서, 독자들까지 괴롭히냐?) 이 렇게 말씀하실 분이 있을지도.... 하지만, 알지도 못하고 주문을 외우고 마법을 쓰는 게 좀 얄미워서 이런 논문이 나오는 거니, 봐주시기를.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1 19:38 조회:422 공룡 판타지 8-120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7) '이거, 미친 사람의 논문 맞아?' 왠지 이 여자 마법사는 미치지 않았다는 확신이 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논문만 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이 논문이 오래 전에 쓰여졌다는 걸 감안하면, 도저히 그렇 게 속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여자 마법사, 애스터 누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이 집 자체가 그걸 증거하고 있지 않은가. '미친 사람이 이렇게 깔끔하게 하고 사는 건가? 미친 마법사가 지적인 마법 생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가? 미친 사람이 이런 식으로 자기 논문을 정리해 둘 수 있는 건가?' 이 방안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도무지 미친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집이 정리되어 있다. 집에서 느낀 인상으로는, 결혼하기 전의 조신한 숙녀로 보였다. '직접 만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아직도 아무도 안 온 모양이다. 느낌으로는 아르메리아가 위에서 조용히 앉아 있고, 세이브는 부스트씨에게 매달려 장난을 치고 있다. 생명력을 느끼는 것으로, 내 머릿 속에는 영상이 떠올랐다. '계속 읽어 볼까.' 나는 편한 자세로, 논문을 계속 읽기 시작했다. '어휴. 언니는 완전히 독서 삼매경에 빠졌나봐.' 세이브처럼 열심히 돌아 다니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부상에서 회 복되었다는 증거를 보는 것은 즐거웠지만, 부스트씨에게는 괴로운 일이 될지도 모르 겠다. "와아. 아저씨. 놀자." 부스트씨의 등에 매달려 열심히 노는 세이브. 그 덕에 애 아빠가 되어 버린 부스트 씨. '왠지 모르게 둘이 잘 어울리는 걸?' 아빠와 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아르메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뭐야? 여기 손님이 와 계시네." 바람같은 목소리. 그 바람은 험하게 몰아치는 폭풍우가 아니라, 더위를 식혀주는 그 런 잔잔한 바람.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여자로군. "처음 뵙겠습니다. 아르메리아라고 합니다." 인간 마법사는 정말 싫지만, 그래도 엘프로서 자존심이 있지, 인간들처럼 막 나갈 수는 없다. 나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로 했다. "절 만나러 오셨다고요?" 이상하네. 도저히 미쳤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적어도 태도로는. 하지만 마법사들 은 무슨 음모를 꾸미는 지 모를 족속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와 적대적이라 서 그런가. 어쨌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나는 속으로만 긴장을 하면서 대답을 했 다. "아뇨. 제가 아니라, 제 언니가." "이상하네요. 보통 엘프가 인간을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는 드문데. 여기에는 지금 여자가 세 명이나 있지만, 저 아이는 언니라고 불릴 리 없고, 그렇다면 아래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시는 것 같은데...."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정말 주의해야 할 인간이다. "왜 그녀가 아래에 있지요?" 그녀는 중얼거리더니 뭔가 속삭였다. "그렇게 되었군요. 우리, 내려가 볼까요?" 그녀의 얼굴이 약간 상기된 듯 하지만, 기분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나처럼, 다 른 계통의 마법사를 만나는 게 불안한지도 모르니까. "아, 곧 아가씨께서 내려오신답니다." "뭐?" 말도 안 된다. 난 이래뵈도 혹독한 수련으로 인해, 상당한 검술을 쌓았다고. 그런데 그 단련된 감각으로 위에 온 아가씨 한 명을 못 찾아? 갑자기 위에 있는 마법사가 보 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완벽하게 기를 숨기다니. 대단해.' 하지만, 그녀가 곧 내려온다는 말은, 아직 안 내려왔다는 거다. 그녀가 내려와서 말 을 걸기 전에, 이 논문을 좀 더 읽고 싶었다. 그녀는 과연 파이어 볼에 대해 무슨 의 견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게 솔직히 궁금해진 것이다. '정 안 되면 아르메리아도 있고, 세이브도 있고, 무엇보다도 라비린스 키퍼들이 있 으니까.' 나는 다시 논문을 읽기 시작했다. 에너지라는 것은, 매우 불안정한 것이다. 이런 것을 안정화 시켜서 공중에 떠 있게 하려면, 우선 에너지 자체에 대해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파이어 볼을 이루는 에너지는 무엇일까? 이것을 잘 생각해보면, 몇 가지 추론을 꺼낼 수 있다. 우선, 이 에너지는 열이 아니다. 열로 이루어진 구조체는 존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질서도가 높은 에너지이며, 또한 가장 이용도가 낮은 힘이 다. 벽돌더미로 비유한다면, 마력은 잘 쌓여진 담이며, 열은 이미 무너져 페허가 되 어 버린 돌담이다. 마력을 무너뜨리면 그 구조체가 무너지면서 엄청난 힘을 내게 된 다. 그러나, 이미 무너진 담은, 다시 쌓아나가지 않는 한, 아무 힘도 없다. 그러한 열을 쌓아서 구조체를 만들려면,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필요해지 므로, 열은 일단 파이어 볼의 구조를 이루는 힘이 아니다. 그렇다면, 가장 유력한 것은 역시 마력이다. 가장 구조체를 만들기 쉽다고 일컬어지 는 마력이라면, 파이어 볼의 구조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마력을 배열하고, 어떻게 마력을 만들어내야 충격을 받았을 때 붕괴할 수 있을까. 그것도, 붕괴할 때 막대한 열과 빛을 발하며 폭발적으로 붕괴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려면, 우선 마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마력이라는 것의 성질을 이해 하려면, 마력 자체를 다루어 보아야 한다. 이것으로 실험을 할 때는, 마력이라는 것 을 순수하게 분리시켜서 실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에너지의 일종이 므로 물질을 조사하는 것처럼 연구하면 안 된다. 에너지를 연구할 때에는, 에너지 자 체를 분해해서 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에너지는 물질처럼, 나누어 갈수록 자 신의 실체를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물질을 연구한다면, 우리는 미시적인 물체를 보는 마법으로 우리의 호기심 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는 입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자유로운 존재다. 이런 존재를 분해해서 아는 것은 무의미하다. 나누어지면 질수록, 우리의 손에 잡히 는 양은 적어지고, 마침내는 우리에게서 달아나 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에너지를 관 찰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앞에 둔 상태에서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눈앞에 둔 마력을 분석하는 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 영상을 기록하는 것 이상의 지 난한 일이지만, 일단 힘을 앞에 둔 뒤에는, 그것만이 문제의 해결을 뜻하는 것이 아 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마력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물질과 에너지가 하나라는 학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해석을 해야 한다. 결국 마력이라는 것은, 물질과 에너 지의 성질을 같이 가지지만, 둘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해석해도 무방한 힘 이다. 이러한 힘이 파이어 볼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구조체를 이룬다는 물질 의 특성을 가진 에너지. 그것이 마력이다. 논문이 비교적 알기 쉽다. 나같은 초보자도 이해하기 쉽다. 나는 정신없이 읽어내려 가다가, 뒤에 누가 내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 아가씨인가? 이 집 주인이? 나는 논문 에서 눈을 떼고, 조용히 일어섰다. 나무 아래에 있는 이 지하 연구실에, 이곳의 주인 인 처녀가 내려온다. "언니. 생각보다 독서를 좋아하네요." "언니. 심심해." "아가씨, 정말 마법사 아니야?" 하아. 나는 그 다음으로 내려오는 이 집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게 고개를 돌 린다. 그녀는.......... '상당히 특이한 인상이네?' 이 날씨에 저런 옷차림을 하다니, 말도 안 돼. 저 여자는 덥지도 않나? 그런 생각이 들 만큼, 그녀의 모습은 기이했다. 도대체 저게 뭐야? 여자가. 나보다 옷을 더 못 입 는 여자가 있다니.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생각을 지우느라, 나는 온 정신을 기울여야 했다. '땀도 흘리지 않네.' 내가 그런 생각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나만큼이나 길었다. 검고 윤기나는 머리, 그 머리가 자신이 걸친 망토의 뒤로 내려와, 거의 허리까지 이 르고 있었다. '키는 나보다 작네.' 내 키가 큰 것이지만. 그리고, 사실 키는 나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리고....... 그녀를 이상하게 보이게 하는 것은 그녀의 망토였다. 그것은 새의 깃털로 이루어져 있었다. 깃털로 만든 망토. 마법사의 상징적인 옷인가. 하지만 '파탈 헤이스트'에서 만난 마법사들은 저런 걸 착용하지 않았는데? 하긴, 내가 생각해도 저런 망토를 이 더위에 착용한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 나이 든 마법사가 아니면, 저런 망토를 걸치고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처녀의 얼굴을 한 여자가 저런 걸 걸친다는 건....... 상당히 기이한 인상을 주었다. 손을 아래로 내리고, 망토 안에 자신을 숨 긴 모습. 도대체 저런 모습을 어디서 봤더라? 낯이 익은데? 하지만 내가 그걸 생각해 낼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밀크 !" 무슨 소리지? "밀크. 밀크. 살아있었구나." 나를 난데없이 와락 껴안는 그녀.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꼼짝도 못하고, 안기고 말았다. 내가 남자였다면 좋아했을........ 게 아니잖아 !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 야? - 계속 - 후기)너무 많이 밝혔나?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지루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처음에 연재할 때, 파이어 볼에 대해 논문을 보인다고 공언한 적이 있으니, 그렇게 해야 하 니까요. 어차피 제 목표는 '이 소설을 본 분이 언젠가는 여기서 설명한 마법에 대한 글에 의해 영감을 얻어, 마법을 재현해낸다.'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아, 전 마법사 아니니까 저한테 마법 가르쳐 달라고 하시지 마세요. 물론 그럴 분도 없으시겠지만. 마법에 대해 얼버무리는 건 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써 버렸습니다. 아, 이 처녀 마법사에 대한 이름은 내일 밝혀야 할 듯....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2 19:28 조회:420 공룡 판타지 8-121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8) "읍 ! 으읍 !" 으.... 내 가슴이 그녀의 얼굴에..... 아니, 내 얼굴이 그녀의 가슴에 눌려서, 숨을 쉴 수가 없다. 내 가슴보다 더 크다는 점에, 안심이 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그 게 아니잖아 ! 나는 버둥거리면서 내 얼굴을 그녀에게서 떼어냈다. "수, 숨 막혀요 !" "하아. 하아. 하아.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내가 그동안 열심히 수련을 쌓은 덕에 살았지, 안 그랬으면 가슴에 눌려 죽은 사람 이 될 뻔했다. 헥헥헥. 나는 다시 숨을 가다듬고, 그녀에게 말했다. 도대체 이 여자 누구야 ! "저, 누구세요?"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눈물이 흐른다. 어? 내가 예의에 벗어난 짓을 했나? 아 니면 저 아가씨의 고향에서는 이게 인사법이었나? "흑. 언니를 잊어 버리다니, 그럴 수 있니, 밀크." "저........ 무슨 소린지 설명을 좀......." "흑. 흑. 흑. 언니는 얼마나 널 기다렸는데....." "저........" 말이 안 통해..... 그저 울기만 하는 여자에게 다그칠 수도 없고... 내 또래의 여자 애한테 그러는 건 무리라고. 일단 얼굴만 보면 그렇게 보인다. 아, 약간 연상인가? "저, 아가씨. 죄송합니다만 저희들에게 설명을 좀 해주실 수 없을까요?" 더 이상 돌아가는 꼴을 못 보겠는지, 결국 나서는 아르메리아. 하긴, 부스트씨는 영 문을 모르니 나서고 싶어도 나설 수 없고. 세이브에게 나서라는 건 일을 망치는 지름 길이다. 그러니, 결국 자신의 기분에는 상관없이, 아르메리아가 나설 수밖에 없는 것 이다. "그렇게 하지요. 오랫동안의 기다림 끝에 겨우 동생을 만났는데.... 이렇게 무정하 게 나올 줄이야..... 제가 좀 흥분했나 봐요." 그리고 다시 사다리를 통해 올라가는 그녀. 아르메리아와 세이브도 올라간다. 나도 이제 올라가야 할 시간이군. 부스트씨가 뒤로 물러서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니. 나는 조용히 사다리에 매달렸다. 그리고 위를 바라보는 순간. "........." 부스트씨가 나보고 먼저 올라가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제 이름은 애스터(aster : 국화 비슷한 작은 꽃을 피우는 탱알속의 식물. 그런데 공룡 시대에 이런 거 없는데?)라고 합니다. 마법 협회에서는 누스(Nous : 물질에 질 서와 움직임을 일으키는 원리)라는 이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논문에 쓰여진 이름이 애스터 누스였군. 하지만 여자 이름으로는 멋이 없 다. 듣기도 그렇고, 기억하기도 그렇고. "하지만, 전 여기서는 셀(cell : 세포, 감옥이라는 뜻)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 게 더 간단해서 그 이름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셀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셀이라......... 기억하기는 좋은 이름이다. 이름이 간단하고, 부르기도 쉽고. 셀 씨는 나를 다정스럽게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전 여기서 조용히 살고 있는 평범한 마법사입니다. 제 동생이 온 줄 알고 흥분해 서......." 정말일까? 저 눈빛을 보면 지금도 날 자기 여동생으로 믿고 있는 눈치인데. 원래는 내가 대답해야 하지만, 내 입장이 난처하고, 그렇다고 아르메리아가 대답을 하자니, 그건 더 안 될 말이다. '마법 상담을 하러 왔다.' 는 말을 어떻게 자존심이 강한 엘 프가 먼저 꺼낸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여기 있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는 중인데. "아르메리아, 세이브, 부스트씨. 잠시 나가주셨으면 해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이 마법사와 내가 단둘이 마주 앉아서 해결을 해야 할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아르메리아가 망설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는 것이 보였다. "그럼 저희들은 나가 있을께요. 언니." "히잉. 무슨 말인지 듣고 싶어." "그냥 나가자. 세이브." "히잉." "자, 착한 아이는 언니 말 듣는 거다." 세이브를 안고 어깨위로 들어 올리는 부스트씨. 결국 세이브는 반강제로 끌려 내려 갔다. "히이잉." "자, 이제 자매끼리의 대화를 시작해도 되겠네. 밀크." 으. 안 돼. 저 여자, 뭔가 착각하고 있어. 혹시 그녀의 동생이 날 상당히 닮은 게 아닐까? "저......... 마법사님." "어머. 어머. 우리끼리 있는데 무슨 격식을 차리고 그래. 그냥 셀이라고 불러." 큰일 나겠네. 저 표정은........ 약간 화가 난 듯한 모습. 뺨이 약간 달아올라 있 어. 더 이상 일이 커지기 전에 말을 하는게 낫겠다. "마법사님." "셀이라고 해." "예....... 셀 누님." "얘. 여자가 무슨 누님이라는 말을 쓰니. 언니라고 불러." 앞으로 이 여자를 더 만난다면 피곤할 것 같다. 왠지 모르게 드는 예감. "셀 아가씨. 전 당신의 여동생이 아닙니다. 겉모습이 비슷해서 그렇게 생각하신다고 짐작하고 있지만........." "밀크." 허어어어억 ! 갑자기 얼굴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나는 공포를 느끼고 뒤로 물러났다. "너, 겨우 만난 언니앞에서 장난 칠 거니?" 일이 나도 단단히 났군. 이걸 어쩐다? 그냥 라비린스 키퍼를 소환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위압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이대 로 가다간, 그냥 이 마법사의 여동생으로 찍혀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늪에 빠져 버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여자, 왜 마을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가오는 위기를 느끼면서,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전 마법적인 저주를 풀 방법을 상의드리기 위해........히이이익 !" 더 이상의 말을 듣지도 않고, 그녀는 손을 들었다. 손이 자줏빛으로 빛나는 게..... 심상치 않다. 나는 허리에 걸친 내 검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이거... 혹시........ 내 불안감이 적중하는 건 반갑지 않지만, 아무래도 모종의 사태가 일어날 듯 했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Curse - Pain ! (저주 - 고통)" "아이고 !" 더 이상 따질 것도 없었다. 나는 거의 필사적으로, 방에서 달려나갔다. 뭔가가 내게 다가오는 낌새도 없이, 몸 전체가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이거 뭐야 ! 이게 진정 한 고위 마법사의 마법인가. 나는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 이렇게 간단하게. 그 와중에서도 몸을 날려 문을 부수고 밖으로 떨어진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땅에 몸이 부딪치면서 상당한 통증을 느껴야 마땅하지 만, 불행히도 내가 걸린 마법에 의한 통증은, 그런 간단한 것 쯤은 무시할 정도의 위 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 언니 !" 놀라서 달려오는 아르메리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하지만.... 나는 고통으로 몸을 뒤틀면서 외쳤다. "모두 달아나 ! 빨리 !" 눈치를 채자마자 세이브를 부르는 아르메리아. 어쩔 생각인지 훤하다. 그녀는 날 부 축하고, 영문도 모르는 부스트씨를 잡아 채었다. "세이브 ! 빨리 ! 위치는 우리가 묵은 도시 광장 ! 서둘러 !" 나무 위에서 우리를 노려보는 그녀. 그 미친 마법사가 손을 들자..... 휘이이이잉. 우리가 서 있는 장소를 휘감는 거대한 폭풍. 마치 토네이도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회 오리가 일어났다. 모두들 당황하여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마을 사람들이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우아아아아 ! 셀이 또 발광한다 !" "사람 살려 !" "차라리 도망가고 싶어." 여기저기서 터지는 마을 사람들의 비명. 하지만 그 사람들에겐 다행하게도, 바람은 우리 일행을 감싸고 있을 뿐이었다. 도망가다가 멈추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는 우리 를 바라본다. "도대체 뭘로 그녀를 화나게 한 거야?" 누구 놀리는 거냐? 저 아저씨는 아까 셀을 가리켜 '미친 여자'라고 한 그 사람이잖 아. 누구 약올리는 거냐. 나는 그 사람을 상대하지 않고, 세이브가 빨리 손을 쓰기를 기원했다. "워프 !" 위이잉. 그 소리와 함께 우리 일행은 어둠 속에 들어가.......... 까앙. 뭐냐? 갑자기 주위의 모습이 일그러지면서 사라지다가, 다시 나타난다. 그리 고........... "여기는?" 우리 모두는 작은 구슬에 갇혀서 그녀의 앞에 떠 있었다. "감히 어딜 도망가. 이 언니를 놔두고 달아나려고 하다니, 밀크. 너도 참 너무한 거 아니니? 이 불쌍한 언니를 두고." 잔뜩 화가 난 깃털 망토의 마법사가 우리 앞에 서 있었다. - 계속 - 후기)으. 레이니양. 이번엔 정말 고생을 톡톡히 하게 생겼습니다. 난데없는 언니 노 릇에 이어, 난데없는 여동생 노릇을 할 위기에.... 그것도 미친 마법사를 만나서.... 모처럼의 누님 캐릭터가 이렇게 만들어지다니... 저도 좀 너무한가? 아, 그녀의 이름을 정하면서 며칠, 아니 몇 달동안 머리를 싸맸습니다. 처음에는 임 시명으로 셀이라고 했다가, 그게 드래곤볼에 나오는 괴물의 이름이라는 이유로 일단 보류, 그리고 나서 수많은 이름을 전전하다가 결국 다시 임시명으로 돌아온 겁니다. 그동안 고려하다가 버린 이름이 5개라는..... 어째서 이렇게 오래 걸린 건지 원..... 이왕이면 멋진 이름으로 고르자는 욕심에서 애쓰다가 그렇게 되었습니다. (왜 나는 그냥 간단하게 아무거나 듣기 좋은 이름으로 고르지 못하는 걸까?) 그녀의 정식 이름은 애스터(aster)이고, 중국에서는 미, 매혹, 우아함을 뜻합니다. 그리스에서는 사랑을 나타냅니다. 문제는... 이 이름만으로 고르려니 좀 그래서... (누님의 이미지와 안 맞는다는 게......) 결국 누스(nous)라는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이건 마법사 협회에서 공부하면서 얻은 이름이고, 여자이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결국 셀이라는 별명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3 19:56 조회:392 공룡 판타지 8-122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9) 어쩌지? 정말로 미친 여자였어. 이럴 줄 알았으면 만나지 않고 그냥 도망쳤을 거야. 내가 그녀의 여동생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말해야 믿어줄까? 상대가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로 설득하는 건 예당초 불가능하다. 어떡한다....... 나는 묘수가 떠오 르기를 바랬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묘수라는 게 없었다. 세이브의 탈출 마법이 봉쇄 당할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마법사일 텐데, 도대체 무슨 수로 달아날 것인가. "밀크 너. 도대체 이 언니가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기껏 한다는 소리가 뭐? 도망 을 간다고? 어림 없어. 이 언니가, 그런 일이 벌어지게 놔 둘 것 같니?" 그 말에, 모두들 나를 돌아본다. 저 표정들은 뭐야? 부스트씨. 그렇게 쳐다보지 마 세요. 전 저런 미친 여자를 언니........ 아니 누나로 둔 적 없어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사실을 말하다간, 아까처럼 또 마법 주문의 공격을 받을 거다. 이걸 어쩐다? 펄럭. 갑자기 바람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아래로 떨어졌다. "히이이이익 !" "꺄아아아아 !" 부스트씨와 세이브는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지만,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내 고통이 사라진 거다. 무언가의 영향으로 마법이 소거되었다고 생각되는데.... 하지만 지금은 생각할 시간 없다. 그런 데 시간낭비를 하다가는..... 땅바닥이 나와 만나기 전에 날아 올라야 한다. 나는 세이브를 잡았다. 아르메리아는 부스트를 잡았다. 정지, 정지 ! 나는 마력을 아래로 내뿜으면서 속도를 감소시켰다. 내뿜은 마력이 땅과 만나서 폭발을 일으키자. 그 힘이 나와 세이브의 몸을 안전하게 땅에 내려 놓았다. 아르메리아도 부스트를 안전히 땅에 내려놓는 게 느껴졌다. 세이 브보다 월등히 무거운 저 아저씨를 무사히 내려놓다니, 대단해. "일단은 저 여자의 마법을 봉쇄시켰어요. 하지만, 언제 다시 풀릴 지 몰라요." 핑. "벌써 봉쇄가 풀렸군요."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를 쳐다보는 셀. 정말 대단한 마법사였다. 표정에 드러나는 여 유. "조금은 하네. 밀크. 하지만 왜 아까는 엘프들의 수법을 썼던 거지?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 언니가 가르쳐 줄텐데. 이래 보여도 언니는 레벨 9의 마스터잖니." 나무 위에서 들리는 다정한 목소리. 하지만 왠지 모르게 냉기가 느껴진다. 가만. 레 벨 9의 마스터? 그 정도면 어느 정도의 실력이지? 가만있자....... 생각나지 않는 지 식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내게, 아르메리아가 말했다. "레벨 9라면..... 인간의 마법에서 레벨 9라는 건 거의 최고 수준이군요. 게다가 레 벨 9의 마스터라면 레벨 10의 마법을 사용할 지도 몰라요. 정말 상대가 나쁘군요." 레벨 10? 그 정도면 대체 어느 정도의 마법사이지? 내가 배운 마법은 인간의 마법이 아니라, 엘프들의 마법과 유사한 것이라서 도저히 인간 마법사의 마법 수준을 알 수 가 없다. 나도 인간이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시간상 자세하게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언니와 제가 사용하는 마법이 근본적인 것이라면, 인간의 마법은 현상으로 분류를 해요."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어. 아르메리아. 지금은 마법 강의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알 아줘. 다행히, 내 마음을 알았는지, 그녀는 간단히 말했다. "레벨 9의 마스터라면, 적어도 원소 마법, 독 마법, 정신 마법, 힘 마법은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에요. 그 외에, 언령 마법과 시공 마법, 원자 마법, 생명과 죽음 의 마법, 주문 상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에요. 그 외에도 더 있지만. 정말 잘못 걸렸군요." 그 문장의 길이에, 나는 압도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는 거지? 아까 9레벨의 마스터라는 말을 들었을때에는 실감하지 못하던 것이, 이제는 절실히 느껴진다. 그런 괴물을 어떻게 이겨 ! 차라리 날 죽여라 ! 무슨 수로 도망을 간단 말 인가. "다, 다가 오지 마 !" "흐흐흐. 공주님, 편안한 죽음을 맞으시기를." 난데없이 그런 생각이 왜 떠올랐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떠올랐 다. 거의 본능적인 생존욕구가 다시 살아났다. 그와 함께, 나를 이런 지경에 빠뜨린 그 변태 마법사, 제논이 떠올랐다. 그 자식도 레벨 9의 마스터라고 했지? 그런데 지 금 내가 얼어 버리면 난 어떡하라고. 이대로 여자로서 평생을 살 수는 없다는 위기의 식과, 생존에 대한 강한 열망이, 나의 두려움을 눌러 버렸다. "이대로 잡힐 수는 없어 !" 나는 그렇게 외쳤다. 나무 위에서 나를 바라보던 그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아 내려왔다. 내 앞에 마주 선 그녀. "밀크. 그렇게 언니가 싫어?" 왜 난데없이 그런 목소리로? "언니는 동생이 좋은데. 왜 언니의 마음을 몰라주는거니?" 목소리가....... 너무 유혹적이야. "겨우 만난 언니에게 어떻게 이렇게 무정할 수가....." 눈이 감긴다. 몸이 풀린다. 내 몸이 앞으로 걸어 나가.... "언니 !" 내 손을 잡는 아르메리아...... 아르메리아 ! 나는 나도 모르게 걸어나가다가, 몸을 멈추었다. 그녀의 바로 앞에까지 걸어와 있지 않은가. 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 다. 정신 마법을 걸었나? 큰일날 뻔 했다. 언제 마법을 걸었지? "일단 잠들게 한 후에, 차분하게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봐요. 엘프씨. 당신 은 밀크하고 무슨 관계지요?" "전 아르메리아라고 하는데요. 그리고, 이 언니는 레이니라고 해요. 밀크라는 이름 은 가진 적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요." "당신에게 물은 건, 내 동생하고의 관계인데요. 이상한 가명을 말하지 마세요." "간단히 말해서, 레이니 언니는 당신의 여동생이 아니라는 건데요." "뭐라고요?" "주위에서 미친 여자라고 했지만 안 믿었는데....... 역시 미쳤군요. 처음 본 여자 에게 동생이라며 우기고, 우리에게 공격 마법을 사용하는 걸 보니." "뭐야아아아 ! 이 건방진 엘프 계집애가 !" 허어어어억 ! 아르메리아. 왜 일부러 도발을 하는 거야? 설마 레벨 9짜리 마법사에 게 도전하는 건? 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장 세이브를 데리고 도망가세요. 부스트씨에겐 신경쓰지 말고. 어차피 언니와 세 이브만 빠져나갈 수 있어도 성공이니까. 전 엘프로서, 인간 마법사에게 굴할 수는 없 어요. 제가 막을 테니, 어서 !" 내 등을 떠미는 아르메리아. 그 말은........ 갑자기 치매 사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를 지키려는 모습. 모습. 모습......... "안 돼 ! 아르메리아 혼자서는 너무 위험해. 부스트씨. 세이브를 데리고 가요. 어서 !" 나는 등에서 전설의 검이라는 라 브레이커를 뽑아 들었다. 일단 아르메리아를 도와 야 한다. 도저히 그녀 혼자서는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없다. 절대로. 내 모습을 본 셀 이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왕이면 동생 친구들이라고 해서, 잘 대접해주고 싶었는데. 역시 엘프들은 어리석 게 자존심만 강해." 자신의 마법 지팡이를 망토에서 꺼내드는 셀. 그 단순한 동작 속에, 그녀가 가진 엄 청난 마력이..... 가만. 마력이 거의 없잖아? 저 정도의 마력이면, 나보다도 오히려 적은 걸? 고개를 갸웃거리는 나에게, 아르메리아가 말했다. "저 여자, 정말로 대단한 마법사에요. 마법에 대한 조예가 극에 이르면, 오히려 마 력이 줄어드는데. 굳이 마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게 되니까요. 조심해요." 그러더니 그녀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차피 언니는 말려도 여기 남겠지요?" "응." "저와는 다르네요. 전 어제 언니를 도와주지 않았는데." "도와줬어. 공룡들을 진정시켜 주었잖아." "하지만 죽게 내버려둘 뻔했잖아요." "결국 살려주었잖아." "고마워요." 나와 아르메리아의 대화. 왠지 연인 사이같아. 나만의 생각이지만. 우리를 바라보던 셀이, 서서히 손을 들었다. "자, 밀크. 굳이 싸울 필요 있니? 우린 자매 사이잖아. 왜 고집을 피우고 그래?" "난 당신의 여동생이 아니니까요." "너, 어디서 머리를 다치기라도 했니? 왜 날 기억하지 못해?" "머리는 다친 적 없는데요. 비록 자객들에게 쫓기기는 했어도." "어머. 그런 고생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검을 들어 올리고, 그녀는 마법 지팡이를 들어 올린다. 아르메리아는 아예 검으로 승부할 생각이 없는 듯,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정신을 집 중시킨다. 손에 마력이 집중된 모습. "그럼.... 역시 싸움으로 결판을 내야 할 것 같구나. 고집 센 아이야." 이미, 마을 사람들은 다 숨어 버렸다. 거리는 조용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돈다. "자, 마을 사람들도 다 숨었으니, 슬슬 시작하자. 저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 좀 다른 곳으로 가서." "?" 그녀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을 바깥으로 가는 걸음이다. 그러나 우리가 도망 치지 않게,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 계속 - 후기)인간과 엘프의 마법 대전이라..... 드디어 8번째 이야기에서 본격적인 마법 전 투가 벌어집니다. 여태까지는 레이니만 고생이었는데, 드디어 아르메리아의 실력을 구경할 수 있겠군요. 아, 부스트 씨는 어쩔까요? 그 사람은 용병이지, 마법사는 아닌데. 그냥 들러리로 세울까? (바위 던지는 독자들) 애고고. 예. 예. 예. 등장 시킬께요. 추가)어제 독자님의 편지가 왔었습니다. 레이니 이야기를 천리안에 퍼가고 싶다는 내 용인데, 허락하기로 했습니다. (헉 ! 물늑대님. 바위는 참으세요 !) 지금 정도면 퍼 가도 될 시점이라고 생각을 해서요. 아마 오늘이나 내일쯤 올라갈 것 같습니다. 메일 보냈으니 오늘이나 내일 쯤 답장이 오겠지요. 참고로, 천리안에 올리신다는 분은 lovega48이란 아이디를 쓰시는 구희원 님이십니다. (레이니 이야기를 처음으로 추천해 주신 분) 삼촌 이름을 쓰므로 아이디 와 이름이 일치하지 않으니 주의를. 아, 물늑대님, 아직 생각이 있으시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4 19:12 조회:376 공룡 판타지 8-123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0) '과연 저 여자를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언니가 도망가 버려야 하는데. 언니가 있으면 오히려 방해가 될 텐데. 내 마법이 과연 레벨 9의 마스터를 상대로 어디까지 먹힐 지는, 나도 알 수 가 없었다. '인간의 마법은 레벨 9까지가 한계. 하지만 저 여자가 정말로 그 한계를 넘은 자라 면.....' 보통 인간 마법사들은 엘프들과 싸우지 않는다. 자신들이 밀린다는 걸 알기 때문이 다. 인간이 마법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마법 주문을 외워야 한다. 그리고, 그에는 상 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엘프들은 그 순간을 노려 공격을 하면 된다. 인간이 주문에 의존해서 마법을 발동시킨다면, 엘프들은 힘 자체를 느끼고, 그 힘을 움직여 마법을 발동시킨다. 그 속도가 다른 것이다. '하지만........ 저 여자, 자신감에 차 있어. 허세가 아냐.' 현재 자신의 마법은 일단 레벨 10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인간의 마법레벨은 끝까 지 가야 레벨 10이고, 엘프들의 마법은 다 배우려면 레벨 20까지 익혀야 한다. 물론 실제로는 그 경지에 이른 엘프는 없지만. 단 하나의 예외를 제외하고. '그러니........내 레벨은 인간의 마법으로 치면, 어느 정도일까?'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어느새 마을 밖으로 나가고 있었으니까. '공터로군. 여기서 싸울 생각일까. 마을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는 배려인가?' 마법에 의해 파헤쳐진 땅이, 광대한 황무지가 펼쳐져 있었다. "뭐야. 이거. 이렇게 황량한 벌판이 있나?" 맹세코, 이런 곳은 처음이다. 이렇게 나무 하나 없는 벌판이 있다니. 주위를 둘러봐 도, 죽어나갈 사람은 하나도 없다. 우리 일행을 제외하면. 단지 돌과 모래만 깔린, 너무나 적막한 벌판이었다. 북쪽으로는 숲이 보이고, 마을이 보이는데, 이 부근만 황 무지로 되어 있다. "궁금한 모양이구나. 밀크. 여긴 내가 주로 사용하는 투기장이라고 할까? 그렇게 생 각하면 돼. 저 엘프처럼 건방진 녀석들과 싸울 때 사용하는 곳이야. 사람들까지 휘말 려들게 하고 싶지는 않거든." 다정한 거냐. 아니면 험악한 거냐. 나도 모를 태도다. 날 자기 여동생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는 게 분명하다. 확실히 정신적으로 이상해.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면, 내가 자 기 여동생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텐데. "아르메리아." "예." "최선을 다하자.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을." "예. 이겨야지요." "호호호. 날 이긴다고? 감히 엘프 하나가? 내 동생이 가진 라 브레이커의 힘을 빌리 겠다는 건가?" 어떻게 알았지? 내가 아까 검을 뽑아든 걸 봐서 그런가? 하긴, 대마법사라면 이 검 을 모를 수가 없지. 나는 차분해지려고 애를 썼지만, 몸이 떨리는 것을 막기는 어려 웠다. 상대는 오시언 최고의 마법사. 적어도 레벨 9의 마스터가 아닌가. "언니. 여태까지 언니가 싸웠던 상대중, 쉬운 상대가 있었어요?" "........없었어." "그럼 됐어요. 그들을 이겼으니,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 거에요. 언니는 라 브레이 커의 주인이란 걸 잊지 마세요. 그 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거에요. 아셨지요?" 그녀의 따스한 목소리가, 내 마음을 약간이나마 녹여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망가 주었으면 좋겠어. 언니.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다. 그리고, 도망가기에는 이미 늦었다. 아니, 처음부터 늦었지만. '저 여자가 언니를 놔 줄 리가 없어.' 결국,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우선.......... 기본적인 공격부터 진행시킬까.' 아무래도 레벨 9의 마스터는 아니다. 저 상대는 그 이상의 실력자다. 레벨 9라고 해 도, 인간 마법사는 절대로 엘프들에게 도전할 수 없다. 실력의 수준 자체가 다른 것 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것을 무시하고 있다. 정신이 붕괴된 광인이라기에는 지나 친 자신감이었다. '일단, 상대의 실력을 알아보자. 이거부터........' 나는 마법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검을 들고, 전속력으로 육박해갔다. 익숙하지 못한 마법으로 저 대마법사를 공 격해봐야, 힘만 빠질 뿐이다. 차라리, 그건 나중을 위해 아껴두고, 일단은 사부에게 배운 검술로 대적해보자. 마법은 단지 보조로 사용하고. 나는 검을 들었다. 검에서 반투명한 기가 흘러 나온다. 내 주특기인, 허상의 검이었다. 검이 날아가 그녀의 옆 구리를 찌른다. 그러나. "에너지 드레인(energy drain : 상대의 힘을 모두 빨아들이는 마법)."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생각되는 순간. "이, 이건?" 언젠가 느껴본 감각. 아메마이트에게 패할 때 느낀 감각이다. 나는 황급히 몸을 날 렸다. 내 힘을 빼앗아가려는 수법이었던 것이다. 빈틈으로 느낀 것은 사실, 함정이었 던 것이다. "마나 미사일(mana missile : 마법 미사일. 마법사들의 취향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 공격 주문이며, 1레벨의 유일무이한 공격주문)." 셀의 손에서 튀어나오는 무수한 초록빛의 덩어리들. 그 덩어리들이 내게 날아온다. 단순한 마법 미사일이지만, 그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 미사일은, 수십발이 동 시에 날아온 것이다. 한 발만 맞아도 치명적인 흉기가. 나는 급히 마력을 끌어모아 내 앞에 방패처럼 흐르게 했다. 수많은 마법미사일이 방패에 튕겨 나갔다. 하지만, 상대의 마력은 엄청났다. 아까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어떻게 마력이 갑자기 불어난 거지?' 아까까지는 분명히 보통 사람과 별다를 게 없는 처녀였는데. 갑자기 마력이 불어난 것이다. 그게 9레벨 마스터라는 것인가. 그러나, 그런 이치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상대의 마력이 엄청난 탓에, 내 생명력이 밀리고 있었다. 나와 미사일을 막은 흐름이 일그러지다가, 부서지고 말았다. '힉 ! 난 겨우 몇 발밖에 못 막았다고 !' 몸을 뒤틀며 한 발은 피했지만, 그 미사일이 내게로 돌아온다. 게다가, 또 다른 미 사일들이 내 방어선을 뚫고 내게 날아온다. 하지만 난 이미 아메마이트에게서 마법을 배운 몸. 즉시 그의 특기대로, 가르침대로 그 마력을 빨아들였다. 한 발. 두 발. 그러나 세 번째 미사일은 내 몸에 닿기 직전. 펑 ! 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그 힘에 눌려 뒤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그곳에는 수많은 마나 미사일이 몰려와 있었다. 그것이 내게 날아오면서 일제히 폭발을 일으켰다. 내 가 정면에서 날아오는 마나 미사일을 막아낼 때, 그녀는 다른 미사일로 내 주위를 둘 러싸게 하고는 동시에 폭발을 시킨 것이다. "으아아악 !" 마력이 아니라, 생명력으로 간신히 그 폭발의 힘이 나를 찢는 건 막았지만, 나는 그 대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몸을 날려 그 힘을 줄일 시간도 없었다. 주위를 모두 포 위한 미사일들에게서, 어디로 몸을 피하겠는가. 그나마, 간신히 마력과 생명력을 다 동원해서 몸을 지키는 것이, 내가 그 순간에 할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너무 빨라.' 주문을 외우려면 보통의 마법사들은 시간이 걸린다. 그게 당연하다. 그러나........ 저 여자는 그런 상식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입 밖으로 낸 것은 단지 마법의 이 름. 그것도 그다지 크게 부르지도 않았다. 어떻게 주문을 생략하고 마법을 발동시켰 지? 엘프들만이 그런 수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었는데. '저 여자가 어제 도와주었으면, 정말 우리는 수월하게 이겼겠군.' 무심코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정말로 그랬다. 저 정도라면 우리가 어제 고생고생하 면서 싸울 이유조차 없었던 게 아닌가? 그냥 와서 한 번만 마법 주문을 날리면, 깨끗 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불평은 살아남고 나서 하는 법. 그녀가 아직 내게 살수를 쓰지 않을 때를 최대한 노려야 한다. '저 여자, 정말로 날 자기 여동생으로 여기고 있어.' 만약 저 여자의 실력이라면, 지금 내가 마나 미사일로 비틀거리는 순간을 노려 주문 을 하나 더 외운다면, 깨끗하게 날 죽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다. 아까의 마나 미사일을 막아낸 것도 사실, 요행이었다. 일부러 날 죽이지 않고 그 정 도에서 그쳤다는 것은....... 역시 그녀가 날 아끼고 있다는 것 이외에는 설명이 되 지 않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녀에게 사정을 봐주면서 싸울 입장은 아니지.' 솔직히, 전력을 다해 싸워도 이기기 어려운 상대에게 그럴 여유는 없다. 솔직히, 내 가 모든 힘을 다해도, 저 여자를 이기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상대의 목숨까지 걱정하면서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그리고, 사정 봐줄 틈도 없다. 찌이이이잉. "우왓 !" 뭔지는 모르지만, 이상한 초록빛 광선이 날아왔다. 도대체 저건 뭐야? 낌새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기사도 아니면서 생명력을 다루다니.' 놀라고 있을 틈이 없다. 나는 몸을 날려 피했지만, 빛은 방향을 틀더니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충돌한다 ! - 계속 - 후기)으. 다시 고치고 있습니다. 이걸로 세 번째 쓰는 건데.... 제발 이번엔 마음에 들어야 할 듯.... 저도 고쳐쓰기는 싫지만,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도리 없어요. 아무래도 마법사와의 전투에서 일껏 만들어놓은 복잡한 마법표가 무용지물이 되는 형편없는 묘사는 곤란하므로. 몇 달동안 고생해서 만든 것이니, 써먹어야 하겠 지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5 19:24 조회:381 공룡 판타지 8-124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1) 무엇으로 저걸 막지? 일단 느껴지기로는 거대한 생명력인데. 내 마력으로 막을 수는 없다. 도저히 내 어줍잖은 마법으로는, 저 힘을 막을 수 없으니까. 기껏해야 엘프 마 법으로 5레벨인 내가, 저런 거대한 생명의 흐름을 어떻게 막겠는가. 사다니크스나 아 메마이트도 생명력을 다루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 치사한 녀석들. 그건 레벨 7에서 배우는 거니까 지금은 안 된다고? 그 덕에 내가 지금 죽어나가게 생겼잖아 ! 물론, 이런 불평은 하지 않았다. 일단 막고 나서 불평을 해야지. 나는 마력에 의존 하지 않고, 내 생명력을 최대한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 었다. 상대의 힘에 거스르지 않고, 나는 내 몸에서 힘을 뺐다. 거대한 흐름에 거스르 면 안 된다. 단지 그 힘이 내 몸을 지나갈때까지, 흐름에 몸을 맡긴다. 흐름이 막히 는 그 순간에, 내 몸이 파괴될 것이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 몸에 흘러가는 낮선 생 명의 힘.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내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제법이네. 밀크. 하지만 이렇게 하면 어떨까?' 나는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애송이 마법사와는 달리, 그 주문을 외우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만 걸릴 뿐이었다. 정신 마법 10레벨의 기술. 주문의 단축과 삭제에 관한 기술에서, 나는 이미 그 끝에 도달하고 있었다. 굳이 주문을 외우지 않고도, 얼마든 지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원자 마법 레벨 10주문으로....' 그러나 나는 그 주문을 멈추었다. 그 엘프에게서 날아오는 빛이, 내게 느껴졌기 때 문이다. '상당한 힘이네. 저 정도 힘이라면........ 메가톤 급의 광선이군.' 다른 마법사라면 여기서 죽겠지만.......... 내게는 그저 장난일 뿐이었다. 내 몸을 감싼 수많은 방어 마법이 작동하고 있었다. 빛이 내 몸에 충돌했다. '뭐야. 아무 소용이 없잖아.' 저 정도의 에너지라면 도시 하나를 날려 버릴 수 있는 양인데, 저걸 저렇게 간단하 게 무력화시키다니. 그것도 힘으로 막은 게 아니라, 몸에 미리 걸어둔 방어주문으 로........ '분명히 원자 레벨 10은 되는 방어주문이야.' 인간이 원자 마법을 10까지 익히다니. 이 오시언에 저런 강대한 마법사가 있다는 사 실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게 사람인가.' 엘프들 중에서도 저 정도의 마법을 가진 자는 드물다. 물론 마법사로서 완성된 엘프 들은 저 수준의 마법을 쉽게 구사하지만.......... 인간이 저 정도 수준의 마법을 구 사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다. '더 강한 마법을 걸어야겠군.' 나는 정신을 집중시키면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그러나........ '칫. 저 엘프 때문에 기회를 놓쳤잖아.' 그 짧은 시간에, 생명의 힘이 밀크의 몸을 지나쳐 버렸다. 이제는 통제를 벗어나버 린 생명력이,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나는 다시 검을 겨누고 내게 달려오는 사랑스런 내 동생을 바라보았다. 저래봐야 내게는 아무 위협이 되지 않는다. 어리석을 정도로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 "그동안 수련을 많이 했나 보구나. 밀크. 하지만 이번에는 힘들걸." 나는 마법을 발동시켰다. 이번에는 저 엘프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오른손은 지 팡이를 든 채 밀크를 겨누고, 왼손은 엘프에게 겨누었다. 내 마법이 완성되면서 지팡 이가 밀크의 검과 맞부딪쳤다. 동시에 왼손으로 겨눈 엘프의 주위에서 검은 색 안개 가 피어났다. 쾅 ! 팔이 부러지는 줄 알았다. 그 정도로 세게 내리쳤는데......... 셀의 지팡이에는 흠 집 하나 나지 않는다. 반대로........ 내 검이 그녀의 지팡이에 밀려난다........ 밀 려나? 말도 안 돼 !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수련을 했는데......... 그런 생각을 하기 전 에, 나는 검을 쥔 채로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꼴사납게 몇 바퀴를 구르고, 간신히 일 어설 수 있었다. "어, 어떻게 나보다 힘이 강하지?" 분명히 왼손이 아르메리아를 겨누는 걸 확인했는데....... 마법을 써서 막은 것 같 지는 않았다. 그럼 저 지팡이에도 마법이 걸려 있을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지팡이에 마력이 있는지를 느껴보았다. 분명히 마력이 대량으로 있었다. '지팡이가 마법에 걸려 있는 모양이야. 그럼.......' 나는 아르메리아에게 마법을 걸고 있는 왼손을 주목했다. 저걸 겨누고 덤빈다 면....... 셀의 오른손의 지팡이를 보면서, 나는 검을 휘둘렀다. 오른손의 지팡이가 아니라 무방비한 왼손을 향해. '자, 드래곤 포스(dragon force : 마법을 건 대상자는 아주 강대한 힘을 손에 넣는 다. 드래곤을 연상시킬 정도의 힘이라고 해서 드래곤 포스라고 한다. 힘 마법 레벨 7 의 주문)로도 정신을 못 차리는 모양이네. 그럼.....' 엘프에게 건 마법이 잘 먹히도록 신경을 쓰면서, 나는 다른 마법을 발동시켰다. 확 실히, 10레벨의 정신 마법은 여러 가지로 유용했다. 한 번에 두가지 이상의 주문을 발동시킬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나는 드래곤 포스에 걸린 내 몸의 마법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다음 마법을 사용했다. '윈드 스트라이크(wind strike : 바람의 마법 레벨 4 주문. 바람을 일으켜 상대를 가격한다).' 내 주위에서 일어난 바람이 밀크를 휘감아 버렸다. '주문을 동시에 두 가지나?'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었다. 나는 즉시 저 마법사의 마법을 막아낼 대책을 떠올렸 다. 지금 내 주위를 감싼 안개는........ 아마 죽음 마법 레벨 7의 주문이리라. 이름 은 미스트 어브 데스(mist of death : 죽음의 안개. 안개에 죽음의 힘이 깃들어 있어 서, 안개에 감싸인 생물을 죽여 버린다). 그렇다면.... 죽음의 힘과 정반대인 생명의 힘을 받으면 둘 다 소멸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그 정도의 생명의 힘을 사용하다간 금 방 쓰러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굳이 소멸시킬 필요도 없다. 나는 죽음의 안개가 내 몸속으로 파고 들도록 내버려두었다. 죽음의 힘이 내 몸을 파고 들었다. 그대로 있으 면 내가 죽겠지만....... '엘프 레벨 7 마법. 죽음의 힘 이동.' 이 정도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내 몸에 들어옴으로서 상대의 통제에서 벗어 난 죽음의 힘은, 내 통제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힘을 집중시켜 인간 마법 사에게 쏘아 보냈다. 굳이 내가 없애기 보다는, 상대가 없애기를 바란 것이다. '저걸 없애려면 힘이 좀 들겠지.' 그 동안에 나는 반격을 할 생각이었다. 언니가 나가떨어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슬 슬 힘을 써야 할 시간이다. '자, 이걸로.....' 어지간한 기술로는 승산이 없다. 언니가 라 브레이커를 잘 다룬다면 이런 모험을 할 필요는 없지만, 아직 언니가 그 검에 숨겨진 힘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 요했다. 그와 더불어 전투 경험도 필요했다. 아무리 언니의 스승이 뛰어나다고 해도, 그는 언니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것이 아니다. 언니가 엘프 마법의 진수를 깨닫기 위 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 몸안에 있는 물질 중 쓸모없는 것을 모아서.....' 나는 내 몸안의 물질을 모두 끌어 모았다. 이걸 마법으로 잘 바꾸면......... 좀 위 험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생각은 내 마음 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상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다른 기술로 해치우겠지만.......' 지금 내가 사용하는 마법은 엘프 마법 제 9레벨의 기술이었다. 내 몸안의 모든 불필 요한 물질을 모아, 강대한 힘으로 삼아 저 마법사를 직격할 심산이었다. '저 여자, 분명히 레벨 10정도의 방어막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설마 레벨 10 마법의 마스터는 아니리라. 그렇다면 어딘가에 빈틈이 있을 것 이다. '한 점에 집중된 거대한 힘을,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나는 그 힘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비록 메가톤급의 힘은 막아냈다고 해도, 그 힘 이 만약 그 1000배나, 100만배에 이르면 어떻게 될까? 물론 그 양은 그다지 늘어난 것이 아니지만, 한 점에 집중시킨 힘은 당연히 그 에너지의 밀도에서, 아까와는 비교 가 되지 않는다. 힘의 집중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내가 그 힘을 마법사에 게 쏘아내기도 전에 ! 거대한 힘이 나를 덮쳤다. 세상에, 저럴수가 ! 두 가지 마법을 사용하면서 나보다 더 빨리 마법을 완성하다니. 그것도 난이도가 보통이 아닌 원자 마법을. 적어도 8레 벨은 될 듯한 거대한 빛과 열의 덩어리가 나를 휘감았다. 나는 방어 마법을 발동시켰 지만, 그대로 허공으로 날려가 버렸다. 내가 땅을 보았을 때, 언니가 바람에 날려 나 동그라지는 장면이 보였다. 하지만 큰 타격은 입지 않은 듯, 언니는 다시 일어섰다. 자, 내 문제도 처리해야지. 나는 다시 마법을 발동시켜, 나를 녹여버리려는 거대한 힘을 소거했다. 소거라기 보다는 그 힘 안에서 빠져나왔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하리라. 내가 빠져나온 뒤, 거대한 빛의 덩어리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 아마 별 밖으로 빠져 나갔으리라. 쿠당탕탕. 바람에 밀려 나동그라지고 말았지만, 나는 다시 일어나서 셀에게 덤벼들었다. 그러 나, 아르메리아가 뒤로 밀린 순간에 내가 덤빈 것은 실수였다. 생명의 힘을 집중시켜 그녀를 베었지만, 그녀는 검이 닿기 전에 마법을 발동시켰다. "Spell control(주문 조종). Mana blast(마력 폭발)." - 계속 - 후기)이제 좀 내용이 그럴 듯 하게 되었네요. 마법 전투의 설명도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모양입니다. 좀 자세하게 하니까, 이제 마음에 좀 드네요. 물론 또 바꿀지도 모 르지만. 그리고, 시점 변환이 많이 되는군요. 좀 헛갈리더라도, 솔직히 이렇게 쓰고 싶은데 요. 아무래도 이렇게 자꾸 시점을 바꾸어 주는게, 전투 장면에서는 좋군요. (읽는 독 자들 생각은 안 하는 거냐 ! : 독자들) 하지만, 아무래도 좀 더 자세하게 마법을 설 명하는 데에는, 이게 좋더라고요. (두두두두두 : 바위 날아오는 소리)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6 11:25 조회:396 공룡 판타지 8-125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2) 내가 알지도 못하는 마법이지만, 나는 검을 계속 그녀에게 뻗었다. 어차피 피하기는 늦었으니까. 옳은 판단이기는 하지만, 내 검은 약간의 차이로 그녀에게 미치지 못했 다. 그리고..... "어? 이거 왜 이래?" 이건 분명히 내 목소리다. 목소리가 좀 당황한 듯한 빛을 띄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그 말과 함께, 내 몸안의 마력이 모두 폭발해 버렸다. "킥."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나가떨어지는 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온몸의 뼈와 근육이 모두 부서진 것처럼, 몸에 힘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 나 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하는 셀. "무리하지마. 네 몸은 지금 산산조각이 났어. 움직일 수도 없지만, 억지로 움직인다 면 몸이 완전히 박살날거야. 가만히 있는 게 좋아." 그 말에 대꾸할 수도 없었다. 몸 안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생명력은 느껴지지 만........ 그 힘은 내 통제를 벗어나서 몸 안을 마구 휘저으며 날뛰고 있었다. 이거 왜 이래? 도대체 무슨 주문이길래 내 몸이 이런? 놀라는 표정조차 짓지 못하는 내게, 그녀는 설명해주었다. "이건 말이야....." 입을 여는 셀. "내가 지금 쓴 주문은 네게 마법을 거는 주문이야. 네 의지에 관계없이 네 마법을 내가 사용하는 거지. 내가 알고 있는 주문이라면, 뭐든지 네게 사용할 수 있어. 난 다만, 네 몸의 마력을 일제히 터뜨린 것 뿐이야. 몸이 좀 망가졌을 거야. 조금 있다 가 치료해 줄테니까 기다려. 미안." 웃으며 내게 한 쪽 눈을 깜박이는 그녀. 누가 보면 귀엽다고 하겠지만........ 난 지금 무서운 상상을 하고 있었다. 미친 마법사에게 잡혀서 앞으로 당할 무수한 고문 이 내 머리를 스쳐간다. 일단, 절대로 좋은 것은 아니겠지.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 으키려고 했지만,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도저히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아르메리아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었어. 내가 아니라 아르메 리아의 몸에. 그녀도 마력이 폭발해서 몸 안의 생명력이 폭주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이해가 간다. 그녀의 마법에 걸려 내 몸안의 마력이 모두 폭발해 버렸고 그로 인해 내 몸이 심한 손상을 입었다. 그에 이어, 갑자기 마력이 사라지자 견제할 힘을 잃은 생명의 힘이 내 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손상을 증대시킨 것이다. 어 쩐지 몸이 박살난 느낌이 들더니...... 그랬나? 나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시켜서 생명력을 진정시켰다. 일단, 몸이 더 이상 박살나는 것만은 피해야 했으니까. 간신히 몸의 통증을 진정시키고 주위를 보려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목이 움직여지지 않았 다. 목뼈가 박살났으니 목을 움직일 수가 있나. 그나마 신경이 끊어지지 않은 게 다 행이었다. 그랬으면 난 죽었을 거다. 가만. 그럼 아르메리아는? 설마.... 죽었을까? 설마........ 생명력이 느껴진다. 그 러나 그 힘은 무언가에 가려져 있다. 아주 강력한 힘에 의해. '엇 !' 나는 간신히 에너지의 폭풍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내가 준비한 마법을 발동시켰다. 거대한 힘을 일점에 쏟아넣는다 ! 강한 에너지의 흐름이 마법사를 직격했다. 그 속도 와 위력이 너무 빨라서, 그녀의 방어 마법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나가떨어지는 인간 마법사. 가슴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져 버린다. 쿵. 나는 공중에서 날아 내렸다. 쓰러진 주검을 바라보며, 나는 언니에게 달려갔다. 온 몸이 부서졌지만, 아직 숨은 붙어있었다. "세이브 !" 나는 세이브를 불렀다. 아무래도 언니를 치료하는 데에는, 나보다는 세이브가 더 뛰 어나니까. 그녀가 흙을 차면서 달려왔다. 세이브 마법을 사용할 생각도 못하는 건가? 그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고개를 돌려 언니를 바라 보았다. 세이브는 자신의 손을 대고, 언니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초록색 빛이 퍼져 나온다. 벌떡. 뭐야. 아직 언니가 일어서려면 빠른데........... "아르메리아씨. 피해 !" 부스트씨의 외침소리. 나는 몸을 날렸지만.......... 푸욱 ! 내 옆구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피가 사방으로 뿜어졌다. 나는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내 몸에 구멍을 낸 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어, 어떻게?" 분명히 죽었던 자가, 멀쩡하게 되살아난 것이다. 나도, 부스트씨도, 세이브도, 겨우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언니도,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인간이 되살아 나는 마법을 익혔단 말인가 ! "다, 당신, 9레벨 마스터가 아니지? 그렇지 !" 죽었던 사람을 되살리는 마법은 절대로 9레벨에는 없다. 있다면 그것은 10레벨의 생 명 마법. 그것도 10레벨의 모든 마법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하는 마법. "후후훗. 눈치챘나? 엘프." 쓰러진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분명히 죽었던 마법사, 애스터 누스였다. 어떻게 되살 아난 거지? 심지어 엘프에게도, 죽은 자를 살리는 마법은 없다. 아니, 있기는 해도 그것은 마법이라기보다 기원이며, 의식이다. 죽은 자는, 우리를 낳은 신에게 돌아간 다. 그런 자를 다시 세상에 돌아오게 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분의 허락이 없이는. 그런데, 어떻게 저 여자는 그걸 해낸 거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 이다. 나를 찌른 지팡이를 들고, 그녀는 말했다. 마치 한이라도 맺힌 것처럼. "이 마법을 좀 더 빨리 얻었으면........" 깨문 입술에서 흐르는 피. "그 애는 죽지 않았을 거야.........." 피가 흘러, 땅바닥에 떨어진다. 방울방울. "그대신 얻은 내 동생을......."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로, 나를 바라보는 마법사. "너같은 엘프에게 빼앗길 것 같아 !" 내게 지팡이를 휘두르는 마법사. 믿을 수 없는 힘이었다. 분명히 아까 죽을 때 몸에 걸린 마법이 다 소거되었을 텐데. 나는 검을 휘둘렀지만....... 챙그랑. 내 검은 힘없이 부러져 버렸다. 어차피 옆구리를 찔린 상태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게다가, 상대의 힘은 너무 강했다. 분명히 아까 자신의 몸에 건 마 법, 드래곤 포스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가 궁 금했지만, 지금은 싸워야 할 때였다. 나는 부러진 검을 내던지고,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생명력으로 출혈을 막고, 내 몸안의 쓸모없는 물질들을 변화시켜 상처를 막았다. 일단 응급처치는 끝냈지만, 그동안 상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단지 눈 하 나 깜짝일 시간에..... "서몬 드레이크(Summon drake) ! 헤이스트(Haste) !" 그 말과 함께, 내 앞에 거대한 드레이크가 나타났다. 용과 비슷하지만, 비교도 안 되는 연약한 괴물이다. 그러나, 지금의 내 상태로는 힘든 상대가 틀림없다. 게다 가... 헤이스트까지 걸려 있다면.......... 드레이크는 내 몸을 걷어찼다. 나는 멀리 날아가, 벌판에 떨어졌다. 상처가 다시 터진다. 피가 흐른다. 나는 황급히 몸을 다시 치료하기 시작했지만....... "카아아." 입을 벌리는 드레이크. 무엇이 나올지는 알고 있었다. 나는 방어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파이어 캐논(Fire cannon : 화염포) !" 그 마법사의 손에서 나온 불덩어리가, 내 허리를 관통했다. 막 방어마법을 사용하려 는 순간, 그 마법이 깨진 것이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황급히 내가 몸을 날리는 순 간, 드레이크의 입에서 나온 불길이 나를 휘감아 버렸다. "으......." 부스트는 꼼짝도 못하고 서 있기만 했다. "저 정도라니. 도저히 내가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냐." 그제서야 그는 도시 사람들이 왜 그녀만 있었다면 희생자가 없이 공룡들을 격퇴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처음에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는, 그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단지 은둔한 마법사 한 사람이 그 정도의 힘을 가지 고 있을 수 있겠냐는 게, 그가 그 말을 믿지 않은 이유였다. 그러나, 지금 사실을 목 격한 이상, 그 말은 더 이상 과장이나 거짓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엘프가 저렇게 당할 줄이야......."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날 정도의 마법사에게 어떻게 그가 당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도망갈 생각도 했지만, 저렇게 쓰러진 레이니를 두고 도망갈 수는 없었다. "나도 바보로군." 결국, 그는 검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저주했다. 그러나, 그의 긍지는 그 바보짓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어리석군요. 죽음의 길을 굳이 선택하겠다는 건가요?" "할 수 없잖아. 난 바보니까." "정말 그렇군요."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그냥은 당하지 않아. 난 머리는 나쁘지만, 경험만은 풍부하 거든." "할 수 없군요." 지팡이를 드는 셀. 그리고 검을 드는 부스트. - 계속 - 후기)결국 아르메리아는 처참하게 타 죽었...........나? 그녀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기뻐서 춤을 추지나 않을지... 모르겠네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7 19:51 조회:389 공룡 판타지 8-126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3) 스윽. 검을 든 채로, 부스트의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빠르다 !" 비참하게 쓰러진 채 둘을 보고 있던 나조차, 부스트의 움직임을 따라갈 수 없었다. 여태까지는 그래도 상당히 수련을 했다고 자부했는데. 오늘 그런 자부심이 연이어 깨 지고 있다. 저 미친 마법사 셀을 비롯해서, 아르메리아, 부스트 모두 나보다는 강하 다. 그것도 상당히. 자신의 초라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사삭.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검이 분명히 셀의 허리를 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잔상에 불과했다. 셀 역시 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이동한 것이다. 그걸 눈치챈 부스트 역시, 다시 사라져 버렸다. 바람이 불어온다. '눈으로는 따라갈 수 없겠어. 차라리.....'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을 바에는, 혼란을 가중시키기만 하는 눈을 사용하지 않는 게 편할 것 같다. 눈을 감고, 생명력을 느끼자. 솔직히 말해서, 누운 채 목도 못 움직이면서 바라보는 건 너무 힘드니까. 눈을 감자, 두 사람의 움직 임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내 몸 안의 생명력을 진정시키면서, 두 사람의 싸움을 관찰했다. '일단, 구경이나 하고 있다가.............' 만약 셀에게 틈이 생긴다면, 나는 과연 그녀를 공격할 수 있을까? 물론 몸을 아끼지 않고 움직인다면 가능하긴 하다. 사부가 '미련한 검법'이라고 부르면서 내게 가르쳐 준 검법을 사용한다면. '하지만............. 그건 최후 수단이고............' 그리고, 그걸 사용할 필요는 없다. 내 옆에 다가온 먹보 한 사람이 있으니까. "언니 !" 화아아아악. 불이 내 몸을 감싸고 있다. 이대로라면, 보통 인간 마법사는 불타 버리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적어도 열에너지에 의해 내 몸이 파괴되는 꼴은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것이다. 나는 드레이크의 입에서 나오는 브레스(breath)의 열에너지를 차단시켰 다. 열은 비록 가장 질서가 낮은 에너지라서 다른 힘으로 바꾸기 힘들지만, 막을 수 는 있었다. 나는 옆구리의 통증을 참으면서, 드레이크에게 마법을 걸었다. 저 녀석과 인간 마법사의 정신적인 연결을 끊으면............ 치익. "이런 !" 부스트와 싸우던 그 마법사가, 내게 마법을 건 것이다. 만약 그녀에게서 날아온 마 법이라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쿠쿠쿵. 땅이 무너지면서 내 몸이 가라앉았다. 급작스런 흔들림에 넘어지는 나. "제기랄." 상당한 범위에 걸친 지진이었다. 옆구리에 구멍만 나지 않았더라면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통증때문이라기 보다, 옆구리가 상해서 움직임이 조금이나마 느려진 것이 실책이었다. 내 주위를 마법이 감싸고 있다. "어스퀘이크(Earthquake : 지진) !" 그걸 인식하고 하늘로 뛰어오르려는 내게, 드레이크가 불을 뿜었다. 나는 뛰어올랐 지만............ 그 브레스를 피할 수 없었다. 쿠웅. 나는 브레스에 밀려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 브레스가 주위의 돌과 흙을 녹이면 서, 내 몸은 용암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내가 용암의 붉은 빛에 시야가 막히기 직 전에 본 것은, 부스트씨가 마법사에게 당하는 것이었다. 셀은 부스트의 검을 피하면서 지진 마법을 아르메리아에게 걸었다. 그녀 자체를 파 괴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옆구리를 다친 그녀를 당황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면 서, 드레이크가 브레스를 뿜도록 지시했고, 그것은 성공했다. 아르메리아가 용암 속 에 빠져드는 광경을 보면서, 그녀는 자신을 공격하는 자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라이트닝 실드(Lightning shield : 번개의 힘으로 이루어진 방어막)." 부스트의 공격은 결국 검이다. 그가 검으로 그녀를 공격하려면 가까이 있어야 하고, 그래서 셀은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마법을 건 것이다. 부스트가 피 하더라도 그 영향 아래에 있도록, 충분히 넓은 범위에. 부스트는 뒤로 몸을 날렸다. 검을 버리며 몸을 피한 것은 매우 적절한 판단이었지만, 셀은 그가 피할 범위를 계산 에 두고 마법을 걸었다. 거대한 구 모양의 전격 방패가 부스트를 뒤덮어 버렸다. "저런 !" 부스트씨가 아무리 뛰어난 검사요, 용병이라도 결국 그는 검사다. 마법사가 아니다. 저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의 어줍잖은 마법으로 저걸 막는 것은 불가능............ '하나 있다.' 나는 몸을 날렸다. 세이브의 덕으로, 몸은 어느정도 회복이 되어 있었다. 셀이 마법 을 시전하는 순간, 그래서 전격의 벽이 부스트씨를 가두는 순간, 나는 내 검을 그 벽 에 내리쳐 버렸다. 불꽃이 튕기면서 내게 전격이 검을 타고 올라온다. 내 심장에 그 힘이 닿기 직전. "이야아아앗 !" 기합을 넣으며 나는 그 힘을 마력으로 변환시켰다. 셀의 몸을 감싼 전격의 회오리가 내게 몰리면서 내 마력으로 변환되어 갔다. 아메마이트에게 배운 기술이었다. 힘을 마력으로 바꾸는 기술. 이것으로 부스트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 다. 전격이 부스트씨를 뒤덮으려다가 약해졌고, 그의 몸에서 머리카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전격과 그를 분리했다. 뒤로 너무나 심하게 몸을 날리는 바람에 몸의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부스트. 그리고........... 그의 몸 위로 날아오는 드레이크. 그 몸은 검은 빛이고, 눈은 노랗게 빛났다. 드레이크의 발이 부스트씨를 밟는다. 파직. 드레이크의 발이 갈라지면서 그 목구멍에서 고통스런 비명을 지른다. 부스트씨의 손 에는, 반투명한 검날이 빛나고 있었다. '허상의 검 !' 그는 그 검을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거대한 드레이크의 목에서 피가 뿜어지 고........ 스윽. 어느새 드레이크는 허공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녀석이 둔해 보이기는 해도, 만만치 않다는 증거였다. 부스트씨는 자신의 검 대신 활을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셀도 하늘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높이는 너무 높았다. 활을 들고 이를 가는 부 스트. 그러나. "서몬 크리퍼(Summon creeper : 덩굴 소환) !" 부스트씨와 나, 그리고 세이브가 선 땅위에 돋아나는 무수한 덩굴. 그 덩굴이 우리 모두를 휘감아 버렸다. 아직도 치료가 끝나지 않은 나와, 나를 치료하느라 움직일 수 없었던 세이브는 그대로 휘말려 버렸다. 하지만, 부스트씨는 검을 뽑아들고 휘둘렀 다. 덩굴들이 무수히 잘려 나간다. 그러나, 덩굴들은 계속 솟아나고 있었다. "이, 이익 !" 잘라도, 잘라도 끝이 없는 덩굴들을 막는 것은 인간 검사에게는 불가능하다. 결국 부스트씨도 덩굴에 휘감기고 말았다. 그의 칼과 활이 땅에 떨어졌지만, 곧 덩굴에 감 기면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늘에서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셀. "자, 이제 포기하고 나와 같이 가자. 안 그러면 이 남자도 죽여 버리겠어." 어울리지 않는 협박을 하는 것 같다.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든다. "..............." 하지만 대답을 하는 것은 별개 문제다. 무엇보다도 아르메리아가........... 그녀 가............ "아르메리아 !" 하지만,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녀는 용암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 니............ 부글부글부글. 무언가가 용암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다 ! 그러나........ 셀은 그 광경을 보 고 있었다. "쓸데없는 희망이군. 앱솔루트 제로(Absolute zero : 절대 영도의 얼음 폭풍) !" 얼음의 폭풍이 용암 위를 몰아쳤다. 용암은 순식간에 얼음으로 뒤덮인 돌덩이로 변 해 버렸다. 그리고......... 그녀도 같이 얼어 버렸다. 그, 그럼........ "아니지?" "이건 아니지?" "아니지, 아니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아니지'라는 말을 제외하고는. 내 어휘력의 빈곤 이 이렇게 크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나와 같이 여행하던 사람 중 유일하게 나를 이해해준 사람이, 지금 얼음으로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남자아이란 것을 처음 들었던 사람이. 그녀가 엘프라는 것은, 내 머리속에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내게 남은 유일한 친구를 빼앗겨 버린 느낌이 들었다. 날 아는 오직 하나의 사람이. "우아아아아 !"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뒤틀어 이 덩굴의 결박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덩굴 은 더욱 더 나를 욱죄어 올 뿐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비록 불가능하다고 해도. 피잉. "엇?" 내 옆에서 세이브가 사라져 버렸다. - 계속 - 후기)으. 점점 더 길어지는 것 같네요. 처음에는 이렇게 길게 안 썼는데. 마음에 들 게 고치니까 이렇게 되네요. 이러다가 엄청 길어질지도...........(이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8 19:34 조회:354 공룡 판타지 8-127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4) '설마?' 그녀의 위치는........... 내가 짐작한 대로였다. 그녀가 셀의 머리 위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뭔가가 날아갔다. 단지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져 보인 것 외에 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저건 뭐야? 뭐가 뭔지 모르지만, 그 힘이 셀의 머리를 직격했다. "아, 안돼." 셀의 모습이 잠시 흐릿해졌다가, 사라져 버렸다. 또 잔상이었던 것이다. 어리둥절하 는 세이브의 머리 위에 나타나는 셀.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내 예상대로 되고 말 았으니까. 쿵. 내 옆에 떨어져 버리는 세이브. 하지만, 나와는 약간 떨어진 곳이다. 덩굴도 없는 곳에서, 세이브는 왼쪽 어깨를 잡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팔이 하나 잘렸는지, 어깨에 서 피가 솟아나오고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그녀. 하지만 이미 그녀가 싸울 힘 은 없었다. 단지 정신력으로 일어선 것 뿐이다. 그리고, 셀의 마법이 세이브의 몸에 꽃혔다. 피할 힘도 없이, 그대로 얻어맞는 세이브. 그녀의 오른쪽 어깨가 떨어져 나 갔다. 그리고 피가 쏟아졌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검을 잡았다. '네가 정말로 날 주인으로 인정한다면, 내게 힘을 빌려줘.' 검이 부르르 떨더니,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나를 구속한 덩굴을 잘라버린 것이다. 투두둑. 덩굴이 끊어지면서, 나는 세이브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야아아아아 !" 나는 내 검을 셀에게 던졌다. 아직 자신이 없는 검법이지만,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검법. Flying sword를 사용한 것이다. 검이 하늘로 날아갔다. 그 검은 셀을 향하고 있었다. 셀은 마법 주문을 날렸지만, 전설의 검은 마법에 파괴되는 물건이 아니다. 검은 여전히 셀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나왔단 말이지?" 그 말과 함께 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검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 은 무의미한 추락이 아니라, 먹이를 노리는 육식공룡의 움직임이나 다름 없었다. 셀 의 뒤를 집요하게 쫓는 마법의 검.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셀을 공격하는데 온 신경을 모았다. '검을 내 생명력으로 원거리에서 제어하는 검법. 과연...'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나는 검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검이 셀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파이어 볼 !" 뭐야? 저런 마법을? 저건 어느 정도 수준의 마법사라면 다 쓸 줄 아는 초급 마법인 데? 셀은 파이어 볼을 자신의 뒤로 던졌다. 뭐야? 저런 마법으로 박살날 정도의 검 이, 전설의 검이라는 칭호를 붙이겠어? 나는 좀 어리둥절했지만, 그대로 검을 돌진시 켰다. 그리고. 펑 ! 예상대로, 검은 그 정도의 폭풍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으나..... "당했다 !" 셀이 내 머리 위로 내리꽃히고 있었다. 처음부터 검을 노린 공격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를 바꾸기 위해 파이어 볼을 사용한 것이다. 나를 방심시키려는 목적도 포함되었 으리라.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당황한 나는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Paralysis마비 !" 물론 그 정도의 정신 마법으로 걸릴 만큼 내가 멍청하지는 않았지만, 내 동작이 아 주 약간 둔해졌다. 짧은 시간동안. 마법을 깨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그 마법을 깨 는 그 찰나의 순간, 셀이 내 앞으로 날아내려왔다. 그리고, 내가 몸을 날리는 것보다 더 빨리, 셀의 일격이 내게 꽃혔다. 쿵. 쿠앙. 뒤로 나가떨어지는 나. 내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으. 제기랄." 간신히 덩굴들을 끊고 나온 부스트의 눈 앞에는, 처참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레이니는 쓰러진 채 움직이지 않았다. 아르메리아는 얼어 붙은 용암 속에 생매장당했다. 세이브는 양팔을 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미친 마법사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피로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는 다. 승리자는 그를 보며 말했다. "자, 돌아가요.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마법사는 조용히 레이니와 세이브를 바라보았다. "플로트(Float : 부유)." 두 사람의 몸이 떠올라, 드레이크의 등 위에 얹혀졌다. "가자. 드레이크." 그리고, 그들은 마치 눈이 녹듯 허공으로 사라졌다. 쾅. "제기랄." 부스트는 주먹으로 바위를 내리쳤다. 바위가 산산조각이 난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용병 생활을 20년을 해 봤지만, 이렇게 참담하게 패한 적이 없다. 자신의 힘이 이렇 게 무력하다니. 결국 아가씨들을 잡혀가게 만들고, 또 한 명은 생매장당했다. 그것도 마법사 하나에게. "제 정신도 아닌 마법사에게 당하다니." 주먹으로 바위를 부수고 있었지만, 주먹에는 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자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제기랄....." 결국 땅 위에 주저앉는 부스트. 얼마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어느새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별이 보인다. "결국, 난 그녀를 묻어주지도 못했군." 물론, 레이니와 그렇게 잘 아는 사이는 아니다. 이번에 이곳에 온 것도 단지 그녀에 게 흥미가 있어서 그랬던 것일뿐. 그러나. "나와 같이 온 여자를 보호하지 못하다니." 용병으로서, 그는 여태까지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적어도 1대 1 승부에서는. 어 지간한 마법사들도 그에게 패했고, 그는 적어도 인간 마법사에게 진 적이 없었다. 아 까까지는. "주문을 연속으로 외웠어. 그 여자. 주문을 외우는 데 시간이 거의 걸리지도 않았 고." 마법사가 경지에 이르면 그 자신의 마력이 사라진다. 일부러 마력을 만들어 둘 필요 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적어도 레벨 10은 되어야 그게 가능해." 레벨 10....레벨 10..... 레벨 10......... 그가 그런 정도의 마법사를 만난 건 오 늘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경지에 이른 마법사는 여태까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최고의 마법사라고 일컬어지는 건 쥬린 제국의 궁정 마법사 제논. 그 러나 그도 겨우 레벨 9의 마법을 익힌 정도이다. "제기랄." 결국, 그의 힘으로는 그녀들을 구할 수단이 없었다. 그가 오늘 자기 실력을 다 보여 준 것은 아니지만, 상대가 정말로 레벨 10의 마법사라면, 승산이 없다. 마법에는 자 신이 있는 엘프조차 패하고 묻혀 버렸지 않은가. "........" 묻혀 버린..... "........." 묻혀 버린? ".............!" 땅이 흔들린다. 쩌저적. "?" 지진인가? 부스트는 몸을 일으켰다. 정말로 지진인가? 설마 그 마법사가? 하지만 그 녀가 그를 죽이려면 아까 얼마든지 그랬을 것이다. 그럼, 이건 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것인가? 그는 몸을 긴장시키고, 충격에 대비했다. 이곳이 도시도 아니고, 숲도 아닌 이상 여기서 지진에 의해 그가 죽을 리는 없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는 것이다. 쿠웅. 땅이 갈라지는 가 싶더니..... 쿠앙. 땅 아래에서 뭔가가 튀어 나왔다. 그것은....... "아르메리아 양 !" "하아. 하아. 하아. 숨 막혀 죽는 줄 알았어요." 용암 속에서 튀어나온 여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여유가 있었다. "언니는......... 살아 있나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말투. "응. 하지만 그 마법사가 그녀를......."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으면 됐어요. 일단 여기서 몸을 피하지요." 뭐야. 설마 그녀를 버리고? "2보 전진을 위해선, 1보 후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 거에요." - 계속 - 후기)으. 정말로 엄청나게 길어지네요. 잘못하면 이번 이야기는 20회를 넘길지도.... 아, 아르메리아가 죽기를 바란 분들에게는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29 18:59 조회:351 공룡 판타지 8-128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5) 눈 앞에 보이는 가느다란 창. 창을 연다.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젠 익숙한 패턴이다. 또 기절했었나. 나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금은 대낮이었다. "또 하루를 잤나?" 이제는 부상당하는 것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렇게 참패를 당한 날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쌓은 자부심이 어제 다 깨졌다. 아무리 상대가 대마법사라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다가 박살나 버린 것도 처음이다. 부스트씨가 칭찬해주지 않았더라도, 내 실력은 어느 정도 향상되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어. 아무것도......." 내 마음을 읽는 상대. 내 마법이 통하지 않는 상대. 무엇보다도, 그때 나는 내 자신 의 마력조차도 통제할 수 없었다. 한심하게도. 아르메리아의 마법도 전혀 통하지 않 았다.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상당히 대단한 마법인 듯 했는데.........창피하게도 무 슨 마법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건 연약할 뿐 아니라 무식하기까지 하군." 아무리 내가 초보마법사라고 해도, 이렇게 무식할 줄이야. 한숨을 쉬는 나. 창밖에 펼쳐진 것은 이제 해가 뜨고, 다시 파란 하늘이 보이는 마을 풍경이었다. "일행은 확실히 놓쳤군. 그럼 수도에도 못 가겠네." 보아하니 여기는 그 마법사의 집인 듯 한데, 이제 갇힌 신세가 아닌가. 그 여자가 날 빠져나가게 허용할 리는 없고. 그럼 여기서 한참동안 살아야 하나? 그럼 내 저주 는 누가 풀어주지? 그리고, 두 팔이 잘려나간 세이브는 어쩌지? 아르메리아는? 부스 트씨는? 그리고 나는? 나는 침대에 누운채 머리를 붙잡고 흔들었다. "으으으으으." 게다가 한심하게도 여자들 잠옷을 입고 있잖아 ! 도대체........ 내가 왜 치마를, 그것도 이렇게 긴 치마를 입은 거야 ! 이게 파자마인가? 아니면 네글리제인 가.......... 난 그런 거 몰라 ! 그냥 잠옷이야 ! 얼굴이 나도 모르게 빨개진다. 똑똑똑. "!" 나는 화를 내는 것을 멈추었다. 누가 들어올 지 몰라,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 고....... 가만 ! 내가 이럴 필요가 없잖아 ! 물론 내 몸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 지만, 분명히 여기는 그 마법사의 집.........집? 집 ! 그렇지 ! 그럼 지금 나오는 것은........ "카아아아악 !" 좀비가 나올까? 아니면 해골이 나올까? 그것도 아니면........ 어쨌든 좋은 놈이 들 어오지는 않을거야. 나는 황급히 검을 찾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내 검은 침대와는 좀 떨어진 곳에 놓여있었다. 검집에 넣어진 채로. 나는 검에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일어났니? 밀크. 나 들어간다." 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그 목소리는.... 딸깍.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셀이 내 앞에 음식을 든 쟁반을 든 채 서 있었다. "어머. 놀라게 했니? 미안." 전혀 귀엽지 않아. 저 얼굴........ 하지만 그 무지막지한 마법만 안 쓰면 귀여울지 도.......힉 !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 망상하는 능력이 전혀 줄지 않 은 걸 보니, 일단 정신적인 저주같은 마법은 안 걸린 모양이다. 휴우. "하지만 모처럼 언니와 만났는데, 왜 도망만 가려고 그러니. 무정해." 아직도 내가 자기 여동생인줄 아나 봐. "앞으론 우리 여기서 같이 살자. 응?" 으........ 결국 이대로 여기서 갇혀 살게 되는가. 암담하다. 도망갈 틈도 없고. 무 엇보다도, 내 몸이 무겁다. 마치 쇠뭉치를 어깨에 지고 있는 것 같다. 눈앞에 있는 자에 대한 공포로 얼어붙은 게 아니다. 몸 자체에 이상이 있는 거다. 나는 몸을 움직 여 침대에서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언니가 좀 심했나? 좀 봐 줘. 또 도망갈까봐 잠시만 마법을 걸어놨어."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나를 묶고 있는 강력한 마력이. 내 것은 분명히 아닌 이질감이 그 안에는 있었다.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 은 아닌 것 같다. 내 생각하는 패턴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고, 무엇보다도, 저 여자 가 내게 그런 마법을 걸었다면, 그녀에 대한 감정이 이렇게 안 좋을 리는 없다. 세이브의 부서진 팔이. 아르메리아의 마지막이. 내 머리속에서 윙윙 거리면서 돌고 있다. 하지만, 눈 앞의 처녀는 전혀 그런 내 감 정에 개의치 않는다. "날 원망하고 있구나. 하지만, 미리 말해두는데, 그 꼬마는 살아있어." "뭐라고요?" 놀라 그녀에게 얼굴을 들이대는 나. 그게 무슨 소리야 ! "그 애.........내가 고쳐 놓을 거야. 그럼......." 자, 잠깐 ! 고친다는 게 무슨 소리야 ! 내 얼굴이 ?로 뒤덮인 걸 보면서, 셀은 말했 다. "너, 몰랐어? 그 애는 기계야." 쿵. "기, 기계?" "그래. 고대에 있던 드워프의 조상들이 만든 비인간적인 전투용 기계. 아마 전투 보 조를 위해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인 것 같아." 쿵. "어린 아이를 재료로 해서 만든 기계." 쿵. "내가 고쳐놓을 테니까, 몸이 회복되면 만나도록 해." 쿵. "물론, 그 애 자체는 인간이라고 해도 좋지만." 쿵. "몸이 다 나으려면 조금 걸릴 거야. 너나 그 애나. 그때까지만 참고 있어." 내 앞에 음식 쟁반을 내려놓고, 내 이마에 손을 얹는 그녀. "이제 열은 없네. 체력은 좋은 편이구나." 그리고..... 내 뺨에 입술을 대는 셀. 우아아아아 ! 나는 또 이상한 마법을 거는 게 아닌가 하고 잔뜩 경계를 했지만, 전혀 그런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좀 있다가 봐. 그럼." 충격에 빠진 나를 그대로 두고, 웃으면서 문을 닫고 나가는 셀. 그리고 나 는........... "그 애가 기계?" 한참동안이나 넋을 잃고 앉아 있기만 했다. 기계라고? 그런데 인간이라고 해도 좋다 는 건.......무슨 소리야?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식사부터 하세요. 작은 아가씨." 저, 저 눈알만 있는 녀석이 ! "아가씨라고 부르지 마 !" 눈만 둥둥 떠 있는 녀석이 감히. 하지만 지금 저런 녀석을 상대할 때가 아니지. 일 단 세이브를 데리러 가려면........... 나는 내 검이 어디 있는지 찾았다. 사실, 그 럴 필요도 없지만. 내가 손을 들자, 검이 내게 날아왔다. 다행히, 이상한 마법은 걸 려있지 않군. 휴우. 나는 검을 들고, 문 밖으로 나섰지만......... 비틀. 쿵. 으. 창피하게도, 눈알에게 받쳐져서 간신히 엎어지는 걸 면했다. 으. 한심하도다. 내가 왜 청순가련하고 병약한 소녀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지금 꼴이 딱 그런 모습이 다. "일단 식사부터 하시고 나서 일어서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듣기는 싫지만 맞는 말이다. 결국, 도리없이 나는 침대 옆의 책상에 놓인 접시들을 바라보았다. 책상을 식탁으로 삼아서......... 가만. 이건......... 창가에 앉아 홀로 식사를 하는 가냘픈 소녀의 꼴이 되고 말았다. 흑. "그래. 일단 먹자. 먹어." - 계속 - 후기)그런데, 어디서 들켰지? 세이브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눈치챈 독자분이 있더라고요. 채팅하다 물어보시는 바 람에 놀랐는데, 놀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제가 어디서 그 기밀 사항을 드러냈는지 기억이 안나서라는........ (이런 한심한 녀석이 있나 !) 혹시 기억나시는 분 있으면 말 좀 해주세요. 추가)그리고, 글의 용량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네요.... 표현상의 이유로 칸을 좀 뗐 더니....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2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30 19:01 조회:378 공룡 판타지 8-129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6) 설마 이 음식에 마법을 걸어두지야 않았겠지. 속 편하게도, 이렇게 생각해 버렸다. 게다가, 이미 마법에 걸렸으니, 한 번 더 걸린다고 해서 손해는 없겠지. 게다가, 그 정도의 마법사가 굳이 이 음식에 이상한 마법을 걸어야 할 필요가 있나. 실력 차이가 그렇게 나는데. 마법을 걸려면 내 앞에서 주문을 외워도 충분할거다. 나중에 도망갈 때를 위해서라도, 일단 먹어두자. 우적우적냠냠. "어? 맛있네?" 이거....... 아마 고사리류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워낙 모양이 엉망이라 서. 저 마법사, 요리 솜씨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나는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공 룡스프와, 역시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는 야채 볶음을 먹기 시작했다. 요리의 모양은 별로였지만, 맛은 있었다. "자기 손으로 만들었나?" 그 정도의 마법사라면 굳이 손 쓸 필요가 있을까? 마법 주문을 한 번 외우기만 하 면.. 간단하지 않을까. 복잡한 생각들이 연이어 떠올랐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르메리아.........." "세이브........." 산 자를 죽은 자보다 먼저 떠올리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아르메리아가 먼저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으....... 아가씨. 그러니까 얌전하게 침대에 누워 계세요." 나를 받치고는 침대에 올려놓는 눈알, 아이. "그러니까 아직 나가시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누가 그런 걸 몰라서 그랬냐? 세이브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니까 그랬지. 그리 고....... 내 몸상태를 알아야 하니까......... 그런데, 이 눈알, 눈알치고는 내구력이 뛰어나네? 보통은 나 정도의 체중을 받치면 눈알이 터질.....가만. 지금 내 체중이 얼마지? 무의식중에 남자였을 때의 체중이 생 각나 버렸네. "너, 나 안 무겁냐?" 조심스런 질문. "별로 안 무거운데요. 작은 아가씨." "작은 아가씨는 빼고." "가벼운데요. 아가씨. 정상보다 몸이 가벼우시니까." "..........가만. 그럼 내 몸무게는........" "60kg이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니, 지금 느껴진 무게라면 50kg이나 될 지........" 빈혈 체질이로군. 이거 정말 청순가련한 소녀잖아. 그것도 몸이 약해서 남자들의 보 호본능을 유발시키는......... 나도 오늘 알았다. 나는 결국 얌전하게 침대에 누웠 다. 으. 역시 그 마법의 영향인가.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마법 이지? "이봐. 눈알." "아이(eye)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아이. 나한테 셀이 걸어둔 마법이 뭐야?" "......... 큰 아가씨께서 작은 아가씨에게 거신 마법은...... 아마 독 계열의 마법 일 겁니다. 정신 계열로 걸면 작은 아가씨가 마법을 깰 위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자기 동생에게 그런 걸 걸기도 싫다고 하시길래." "그래........" 독 계열이라면........ 사다니크스가 쓸 수 있는 게 대부분의 마법이라고 했지? 잘 하면....... '사다니크스. 이거 깰 수 있냐?' 나는 침대에 기대놓은 내 검을 손에 잡고 생각을 했다. 아까 쓰러지면서 가져온 검 이다. 머리를 부딪친 게 좀 아프지만, 그래도 내 말을 들어줄 상대가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일단 라비린스 키퍼에게 물어보면........ '안되는데. 이건 단순한 독 마법이 아니라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 날 이렇게......... '그럼, 이걸 깰 수 있는 라비린스 키퍼의 이름은?' '레벨 9는 되어야 할 걸. 이런 독을 제거하려면. 이건 네 몸과 단단히 붙어있어. 적 어도 네가 나을 때까지는 널 무기력하게 할 거야. 게다가, 이건 일종의 치료약 역할 을 하고 있어. 억지로 없애버리다간 더 해가 될 거야.' 레벨 9라고........ 일단 그쪽은 단념해야....... '그냥 있어. 몸부터 조리하라고. 원래 약이란 물건은 독이라고. 쓰기에 따라 다른 것 뿐이야. 그리고, 네 몸이 나아도, 지금 네 상태로는 그녀를 이기기 힘들어. 좀 참 고 있어.' 그리고는 검 속에서 들리던 소리가 조용해졌다. 이걸 아니까 검을 봉인하지 않은건 가. 그 여자. 미친 마법사라도, 이런 건 철저하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미쳐 버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면서 미쳤다고? 앞뒤가 안 맞는다. 뭔가 있는 듯 한데....... "이봐. 눈알." "전 아이라는 이름이 있는데요." "네가 날 자꾸 작은 아가씨라고 부르니까 그러는 거야. 내 이름은 레이니라고 해." "미나르라고 하지 않나요?" "뭐?" 그 이름,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더라.........나는 한 참동안 머리를 싸매고 있었지만, 결국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아. 할 수 없지. 물어 볼 수밖에. "이봐. 아이." "네. 작은 아가씨." "좀 설명을 해봐. 미나르가 누구야?" "그야, 아가씨 이름이지요." "내 이름?" 일단 옷깃을 여미고, 단정히 앉아서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하지만 이 거........... 왜 내가 이렇게 여성스러운 자세로 앉아 있는 거야 ! 잠옷이 구겨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앉다니. 이건 마법인가. 아니면 내가 여성스러워진다는 증거인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가. 정말 미치겠네. 그렇다고 해서 다시 앉 을 수도 없고. "아가씨. 혹시 기억을 상실하신 건가요?" 부들부들부들. 주먹이 운다. 울어. "일단, 내가 그런 증세를 보인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봐. 난 도저히 그 이름을 모 르겠으니까." "네. 작은 아가씨." "이왕이면 레이니라고 불러 줘." "네. 레이니 아가씨." 그 이상은 무리인가. 나는 더 이상 아이에게 무슨 요구를 하는 것을 그만두고, 이야 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러나....... "왜 이야기를 안 하는 거야?" "좀 기다리세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할까........ 역시 여기서부터 해야 하겠네 요." 그 말과 함께 아이의 눈이 커지면서 앞으로 빛을 뿜어냈다. 그 안에 비치는 영상 은....... "와아. 예쁘다." 저건 누구지? 나와 같은 초록색 머리에 큰 키. 그리고 좀 마른 체격의 소녀는? 등에 검을 메고 있네. 순간적으로, 나라고 착각할 뻔했다. 검이 작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완벽히 지금의 나와 같았다. "꼭 너 어릴 때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니? 밀크." 저 여자는........ 셀? 그때나 지금이나 얼굴은 늙지 않았군. 이거, 얼마 전의 이야 기 아닌가? "맘마. 까까." 쟤는 누구냐? 아직 아기이지만, 이제 막 나기 시작한 머리칼은 녹색이었다. 정말 귀 엽기는 하군. 그런데 셀이 가리키는 애는.......... 저 애잖아? "와아. 너무 귀여워." 다시 아이를 껴안는 소녀. 밀크라고 한 소녀인가? 옆에서 셀과, 아이 엄마로 보이는 부인이 웃고 있다. 따스한 미소. 아이 엄마는 검소한 옷을 입고 있지만, 뭔가 기품이 있었다. 아련한 그리움. 어머니. 그러고 보니 난 어머니가 없어. 어릴 적에 돌아가셨다는 말만 들었을 뿐. "..........." 초록색 머리를 가진 소녀의 주검 앞에서 입을 열지 못하는 셀. 내가 내 주검을 보는 듯 해서, 기분이 이상하게 나쁘다. 비틀거리며 일어나, 사라지는 셀. "셀 님." 그 부인이구나. 그녀는 아기를 안고 셀에게 다가온다. "미나르 양의 죽음.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슬픔을 담은 표정. 왠지 모를 느낌이..... "밀크도 기뻐할 거에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그녀의 마지막 여행을 전송해주시다 니." 밀크? 미나르? 그녀의 이름은 두 개였나? "이 아이의 이름을 미나르라고 해도 될까요?" 잠시 울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하세요. 제 동생도 기뻐할 거에요." 밖으로 사라지는 셀. - 계속 - 후기) 과연 잘 하는 건지......... 중간에 전투 장면을 고치느라 다시 편집해 놓은 겁니다. 왜 나는 한 번에 다 쓰지를 못하고 이렇게 고치는 짓을 반복하는 걸까. 하 아.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8-31 19:37 조회:348 공룡 판타지 8-130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7) 아이의 빛나던 눈이 감긴다. 그리고 영상은 사라졌다. 아까 내가 본 영상과 목소리 는 무엇이었을까. "그건 주인 아가씨의 과거이지요." 과거.......... 하지만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나를 닮은 사람을 본 게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와 그 어머니의 모습때문이었다. 그녀들이 입은 옷 이......... 그 옷에 새겨진 문장이.......... 어디서 본 것이었는데? 그 게...........그게...............그거다 ! 나는 내 검을 뽑아들었다. 검신에 문장 이 새겨져 있을 거야. 내 노력은 금방 보상을 받았다. 이거야 ! 내 검에는, 쥬린 제 국의 황실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전에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 버렸지 만, 오늘 제대로 보니, 그럭저럭 멋이 있다. 하늘을 날아가는 공룡의 모습. 몸통이 좀 가늘기는 하지만, 이건 드래곤을 새긴 것이다.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그러고 보면, 이 검은 쥬린 제국의 황제가 가진 권력자의 증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과거의 모습이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지? 거기까지 생각하던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 그 여자와 아기는 쥬린 제국의 황실 가문 소속이다. 가슴에 달린 문장이 그걸 증명 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 문장을 단 여자가 돌볼 만한 아기라면, 자신의 아이이든지, 아니면 황제의 아이이리라. 그리고 셀이 그 밀크.......또는 미나르라는 여자에게 말 하기를 '너랑 닮았다.' 라고 했으니, 그 아기는 여자아이리라. 그리고........ 가만. 설마....... 그 가정을 논리적으로 성립시키려면 물어볼 게 있다. 나는 눈을 감고 공중에 떠 있는 아이를 깨웠다. 쿵. 난 살짝 쳤어. 절대로 저렇게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서, 벽을 흔들 정도로 치지는 않 았어. 눈알이 빙글빙글 돌아가는군. 아이. "무, 무슨 일이에요? 잠 좀 자려는데." 나는 내 얼굴을 아이에게 바짝 들이대고 물었다. "아까의 모습은 언제의 일이지?" "네?" 아직 잠이 덜 깼군. 나는 좀 더 바짝 얼굴을 들이대고 물었다. "아까 네가 내게 보여준 모습이,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에 생긴 일이냐는 거. 그게 알고 싶어." 아이는 내게 말해주었다. 잠을 깨서 좀 기분이 상한 듯 했지만. "약 10년 전의 일인데요. 아마 제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의 일일 거에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지?" "아가씨가 그때 궁정에 있었으면,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무슨 일?" "쿠데타요. 아가씨는 그 당시 세계 최고의 마법사였으니까요. 제논이 발버둥쳐봐야 결국 아가씨 발끝에도 못 미치지요." 자신의 주인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말투였다. 하지만, 아이는 곧 기가 죽 은 듯, 죽 늘어졌다. "그때 밀크님, 그러니까 미나르님이 돌아가신 후, 셀 아가씨는 여기 와서 은거하고 계시지요. 소생 마법을 연구해 보겠다고 하시면서. 결국 성과는 없었지만....." ".........." 더 할 말이 없는 듯, 아이는 눈을 감고 물러갔다. 물러갔다고 해도 방구석으로 날아 간 것이지만. 나는 밀크........또는 미나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에 대해 아까 본 이미지를 떠올렸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정말 닮았다. 그녀가 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미쳐 버렸다면, 그녀가 나를 자신의 동생으로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내 짐작이 맞 는다면..... 훨씬 더 타당한 예측이 있다. 혹시 그녀는 나를 그 아기, 그..... 미나르라 는........ 아이로 생각하는 거 아닐까? 전에 체서들이 날 추격할 때 나를 미나르 공 주라고 했던........... "아, 아니야 ! 그건 절대로 아니야 !" 착각하는 녀석들은 체서들 만으로도 족하다. 레벨 10의 어마어마한 마법사가 그런 착각을....... 아니야 ! 아니야 !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 다. 논리적인 추리가 아니라, 내 직감이. 그렇다면.... 어제 셀이 아르메리아와 싸울 때 외쳤던 말도 이치에 맞아 떨어진다. "이 마법을 좀 더 빨리 얻었으면........" "그 애는 죽지 않았을 거야.........." "그대신 얻은 내 동생을......." "너같은 엘프에게 빼앗길 것 같아 !" 그럼....... 그녀는 날 그 공주님이라고 믿고 있는 건가? 그럼 왜 나를 밀크라고 불 렀지? 그렇게 친근하다는 표시인가? 아니면.......... 가만. 그렇게 뛰어난 마법사가, 왜 내가 마법에 걸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거 지? 분명히 그녀 자신은 제논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는데. 자기보다 못한 자의 저주 마 법을 못 알아볼 만큼, 어리석다는 건가? 아니면 미쳤기 때문에? 그만두자. 그 문제는 셀을 만나면 묻자. 저기서 눈을 비비며 끙끙대는 녀석에게 묻 기도 좀 그렇다. '하지만, 그 변태가 왜 나와 공주의 몸을 바꾸었을까.' 그 의문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물론, 내 몸이 꼭 그녀와 바뀌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와 매우 닮은 몸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공주와 닮은' 소녀와 내가 쌍둥이같다는 점은 확실했다. '그런데 왜.....?' 의문은 깊어갔지만, 내 생각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되었나?" 어두운 방에서 깃털로 된 망토를 입은 뱀같은 얼굴의 남자가 수정 구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셀과 만났다는 건가......." 잠시 생각에 잠긴 마법사. "어떻게 할 까요? 애스터 누스와 정면 대결을 하는 건........" "알고 있다. 그냥 대기하도록. 절대로 그녀와 대결하면 안 된다." 픽. 수정 구슬에서 체서들의 영상이 사라졌다. "당신은 과연........." 다시 어둠속으로 걸어가는 마법사. "우리 모두의 벽을 뛰어넘었는가......" 밤하늘을 바라보는 마법사. 하늘에는 달이 빛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곧 구름에 가려 사라질 것이다. 별들도, 달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이 그를 덮고 있었다. "나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콰아앙. 천둥이 궁성을 울렸다. 곧 비가 올 것 같다. "만날 날이 다가오는군." 뚝. 뚝. "쿠하하하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뚝. 뚝. 어두운 터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 그 아래를 걸어가는 처녀가 있다. 몸을 깃 털로 만든 망토로 감싸고, 마법 지팡이를 허리에 찬 채, 어둠 속을 걸어가고 있다. 뚝. 뚝. 동굴의 천장에서 물이 조금씩 떨어지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처녀는 등 불도 가지지 않은 채, 묵묵히 걸어간다. 마치 어둠 속에서도 눈이 보이듯이. 뚜벅뚜벅뚜벅. 드디어 동굴의 끝에 도달했다. 그녀는 뭔가 주문을 외운다. 끼이이익. 동굴의 문이 열린다. 처녀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동굴의 어둠과 대조되는, 환 한 빛의 방이었다. 수많은 실험도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거대한 유리구슬안 에 이상한 짐승들이 담겨 있었다. 약병들이 자신들의 몸 안에 수없이 많은 약을 가득 담고 있었다. "마법 실험을 하는 것도 오래간만이네. 그동안은 이론 공부에만 열중해서." 처녀는 조용히 자신의 실험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추억이 담긴 방. 거의 10년이나 사용해온 방이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방벽을 철저히 한 방. "휴우. 이걸 어떻게 고치나." 하지만 그녀의 말에는, 고민하는 감정은 거의 들어있지 않았다. "일단, 도대체 어디가 고장났는지 보고. 일단 재생 못하게 냉동시키기는 했지만." 유리구슬안에 들어있는 것은...... 양팔이 잘린 세이브였다. 옷이라고는 하나도 걸 치지 않은 채, 그녀는 물처럼 투명한 액체 속에 잠겨 있었다. 눈을 감고 잠들어있는 소녀의 모습. 팔 부분에서 조금씩 뭔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셀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약간 재생했네. 하지만......."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는 셀. "잘못된 기계 부품은 필요없지." 셀의 입술이 약간 떨린다. 그리고. 으직. 거의 얼음에 가까운 몸의 조직이 바스러져 버린다. 머리만 남은 세이브의 모습이, 마치 참수된 사형수의 머리처럼 보였다. - 계속 - 후기)마지막이 으시시하게 끝났다..... 그럼 내일은 어떻게 이야기를 진행시킬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01 19:03 조회:351 공룡 판타지 8-131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8) "우선, 물부터 빼야지." 셀은 유리관의 아래를 잠근 밸브를 열었다. 그녀가 물이라고 부른 보존용 약재가, 아래로 빠져 나간다. 그녀는 관을 열기 전에 안의 공기를 정화시켰다. 굳이 그녀가 손을 대지 않아도, 이 정도의 실험 설비는 이 안에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다. "휴우. 고생이 심하겠네. 옷을 갈아입을까?" 셀은 나지막히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다른 마법사가 본다면, 그것은 단지 마법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지, 캐스트라고 인정하지 않았으리라. 그녀의 주문은, 정식 마법 을 배운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법의 주문은 3단계로 나뉘고, 그 모든 단계를 차분히 밟아가야 마법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저렇게 간단히 생략하고 부르다니..... 하지만, 결과는 훌륭한 마법의 완성이었다. 그것이 셀이 가진, 그녀만의 노하우였 다. 그녀가 가진 10레벨 마법의 비밀이기도 하고. 물론 그녀의 마법은 그 뿐이 아니 지만. "위시(wish : 소원) ! 드레스 체인지(Dress change : 옷 갈아입기)." 위시 주문은 적어도 언령 마법레벨 9에 해당한다. 물론 여러 가지 제약이 많지만, 마법사들의 꿈의 경지가 바로 위시 주문이다. 그만큼 주문을 성공시키기도 힘들어서, 마법사들은 이 주문을 궁극적인 마법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 대단한 주문을 고작 옷 갈아입는데 쓰다니.... '순진한 착각이지. 위시라는 건, 별로 대단하지도 않아. 내 동생도 못 살렸는 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동생인 밀크가 죽었을 때, 이 주문 을 사용해서 동생을 되살려 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유언이, 자신을 붙잡았다. "언니. 이제 날 살리지 않아도 돼. 난 원래 오래 전에 죽을 운명이었잖아." 그동안 그녀는 몇 번이고 동생을 살려냈었다. 그녀는 대 마법사였으니까. 다행히, 혼이 사라지기 전에 그녀는 주문을 외웠고, 그래서 동생은 몇 번이고 살아날 수 있었 다. 처음에는 그녀도 기뻐했지만, 그 횟수가 많아지자, 동생은 불평을 하기 시작했 다. 이제 자신의 인생을 끝내게 해 달라고. 결국, 10년 전이 그녀를 본 마지막이 되 었다. 원래 몸이 약했던 그녀로서는, 언니가 고생하는 걸 더 볼 수가 없었으리라. 그 리고, 계속 되살아나는 것도 이제 지쳤으리라. 셀도 그것을 이해하고 있기에, 그녀를 보내주었다. 그녀의 신체를 강화하는 마법을 걸어주려고 했을 때, 밀크는 그것을 싫 어했다. "언니가 고향에서 나 때문에 쫓겨난 걸로 충분해. 나한테 마법 걸지 않아도 돼." 어릴 때의 기억이, 언니가 그녀 앞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거부하게 만들었다. 언니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마녀라고 비난받을 때에. 그녀는 단지 이웃 사람들을 구 하려고 마법을 사용한 것인데. 그들은 그녀를 비난했다. 왜 그런지도 모르면서, 언니 는 추방당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그들은 보호해 줄 사람을 잃었고, 마을은 그날 밤, 천벌을 받았다. 공룡들이 습격한 것이다. 방비가 약해진 마을은 그것을 피하지 못했고, 마을 사람들은 모두 죽었다. 밀크가 살아난 것은, 셀이 그녀의 위기를 알고 마을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마을의 사람들도 그녀가 마법사라는 것을 비난하기만 했고, 결국 셀과 밀크는 고향을 등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셀은 이미 잊어 버렸다. 쓰라린 기억이었다. "하지만... 저 아이만큼은 잃을 수 없어. 그 애 대신 받은 아이니까." 물론 이름을 주었다고 그런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셀에게는 그렇게 생각되 었다. 그 아이의 친아버지가 한 짓을 생각하면........ "자, 세이브라고 했지? 어디서부터 고칠까." 과거는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기억한다고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셀은 세 이브의 몸을 검사하면서, 과거의 기계에 대한 기억을 되살렸다. "우선, 그녀의 구조부터 검사를 하고...." 그녀의 마법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세이브가 엉뚱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그녀는 마 법으로 세이브를 억누르면서 수리를 하기 시작했다. "부스트 씨." 나는 그에게 통고를 했다. 위험하니까 피하라고. 아무래도 전력을 다해야 간신히 그 마법사를 잠시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고집을 피웠다. "안 됩니다. 난 그녀에게서 칼 값을 받아야 합니다." 언니에게 사준 그거, 공짜 아니었나?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억지로라도 가겠다는 표정이다. 인간도 이제 어느 정도는 의리를 가지게 된 건 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억지로 말리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내가 그 마법사와 상대할 때, 언니를 구하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번 상대는 만만치 않은 듯 했으므로. '아까처럼 당할 수는 없지. 하지만, 상대는 너무 강하니...' 물론 나도 모든 마법을 사용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힘이 밀린다. 그렇다면, 언니 를 구한 후에 전력을 다해서 모두 협공을 하는 것 외에는 승산이 없는 건가. "그런데, 왜 아르메리아는 그녀를 구하려는 거야? 어차피 레이니에게 험한 꼴이 나 지는 않을 것 같고. 그 여자가 레이니를 대하는 걸 보니, 마치 친자매같던데." "........." 입을 열 사항이 아니었다. 이 사람 앞에서 굳이 '저주에 걸려 여자가 된' 소년의 이 야기를 할 생각도 없고.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일 것 같다. 나는, 최대한 진실을 반영 한 설명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가 우리와 연계되면 피곤하게 될 것 같았다. 나는 입을 다물고, 그를 보냈다. "그럼, 부탁드려요. 일단은 집을 돌아보기만 하고 오세요." "으...........모르겠어." 결국, 독이 풀릴 때까지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몸이 무거워..... 그렇다고 치료 약을 멋대로 해독할 수도 없고. 게다가, 이 집에서 도망간다고 해도, 금방 잡힐 게 뻔하다. 그러니, 일단 몸이나 치료하고 나서 도망가든지 말든지 하자. 나는 내게 닥 쳐오는 졸음을 참지 않기로 했다. 이제 한 숨 자자........요즘 힘든 일만 겪었는 데........... ".........." ".........." ".........." 각자의 생각을 담은 침묵이 지나간다. "!" 눈이 떠진다. 벌써 다음날 아침인가?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은 없으니 일단 아침은 아 니다. 나는 저녁노을을 보기 위해 창을 열려고........ 쿵. 아직 힘이 덜 회복되었군. 나는 몸을 흐르는 생명력을 느꼈다. 그럭저럭 회복되었 다. 그럼 마력은........ 그것도 정상적인 양이다. 흐름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 몸만 회복되면 끝이다. 으. 이제는 침대에 있는 것도 지겨워. 나는 침대에 앉았다. 힘을 모아서 조금이라도 걸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은 지루해서 못참아 ! 조용히 앉아서, 아이가 가져다 준 식사를 먹는다. 여전히 요리솜씨는 좋다. 셀이라는 아가씨. 다 만........ 음식의 모양이 엉망이라는 게 여전히 문제다. 이번에는 공룡 알을 가져다 가 무슨 양념을 쳐서 요리한 것 같은데..... 이건 알탕인가? 나는 그 알탕(?)을 맛있 게 먹었다. 그러나. 왜 직접 오지 않았을까? 보기에는 날 엄청나게 귀여워하는 것 같 은데. "이봐. 아이." "왜 그러십니까? 작은 아가씨." 저........ 멍청한 단세포. 하긴 눈알 하나만 있으니 단세포다. 저 녀석은 내 이름 을 알고도 계속 '작은 아가씨'라고 부르고 있다. 결국, 이제는 포기해 버렸다. 그리 고, 일단 물어볼 것이 있다. "셀 아가씨는?" 차마 욕을 할 수는 없다. 명색이 기사 지망생인데. 나는 조심스럽게 답을 기다렸다. 그런데........내가 왜 이렇게 조신한 아가씨가 되어 있는 거야 ! 이건 내가 아니야 ! 내가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조심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나중에 저주 풀리면 다시 훈 련을 해야 할 것 같다. "아가씨는 아직 실험실에 계십니다." 짐작이 가는 이유는.......... 설마......... "혹시.... 세이브 때문에?" "그렇습니다. 뭔가 재생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그걸 수리하신다고 하셨습니다." "..........." 그런데, 마법사가 기계 계통에 강하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의아해하는 나를 보며, 아이가 덧붙인다. "아가씨는 모르는 게 거의 없으니, 잘 하실 겁니다. 고대 병기라면, 아가씨가 상당 히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이거든요." 고대 병기라..... 아이로서는 날 안심시킨다고 한 말이지만, 나로선 듣기 거북하다. 아직도 그 애가 기계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고. "혹시, 보러 가도 될까?"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허락하실지......... 아 !" 뭐냐? 저거. 아이는 혼자서 뭔가를 중얼중얼거리다가, 나를 보고 말했다. "내려와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수리가 끝났다는 군요." "그래?" 수리라는 말은 거북해도, 세이브가 고쳐졌다는.........아니, 치료되었다는 말은 기 뻤다. 나는 정신없이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그러나. 한 가지 잊은 게 있는데? 칼은? 허리에 차고 있고. 그럼 돈은? 돈지갑은 무사히 내 잠옷 허리띠에 매달아 두었는데? 그럼....... 뭘 잊어버렸지? "길도 모르면서 혼자 나가시면 어떡합니까. 작은 아가씨 !" 윽. 그렇군. - 계속 - 후기)이번 이야기는 아무래도 20편을 넘을 것 같네요. 으. 왜 이리 길어지는 거야 ! 졸린데.... 눈이 슬슬 감기고 있습니다. 잘 써야 하는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02 10:30 조회:349 공룡 판타지 8-132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19) "정말로 다시 싸우는 건가? 엘프 아가씨." 아직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묻는 부스트. "도리 없어요. 원래 인간 마법사들은 우리와 사이가 나빠서, 언니를 만나게 해 줄리 없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떠날 수도 없고. 그렇다면 싸울 수밖에요."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그렇지만 혼자의 힘 만으로는....." "위험하면 도망칠 테니까, 걱정말고 떠나세요." "뭐?" "당신은 원래 저와 언니의 일행이 아니었어요. 그런 분에게 목숨까지 위험하게 할 일에 말려들게 할 수는 없어요." 부스트의 손을 잡고 말한다. 아니, 입을 움직이지 않고 생각을 전달한다. '싸우기 시작하면 도저히 아저씨에게 신경 쓸 틈이 없을 거에요. 그러니 빨리 피하 세요.' 나는 몸을 날려 마법사의 집으로 날아갔다.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결국 이렇게 되는군." 솔직히 그녀와 나는 별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점이 있 었다. 나도 용병으로서 세계를 돌아 다니는 동안, 전설의 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 보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검을 본 적은 없었다. '그 아이, 정말로 전설을 이룰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나로서는 그 여자아이보다 그 검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검사로서 전설의 검을 만나면, 한 번쯤 그 검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물 론 그 검을 훔쳐갈 생각은 없지만. '어떻게 그 검의 저주를 푸는 지 보고 싶군.' 뭐, 이제 용병 생활을 슬슬 끝내고 정착을 할 생각인 이상, 좋은 여자를 찾아 여행 해볼 생각이었다. 굳이 그 여자아이를 집어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예쁘긴 했어.' 여자답지 않은 면도 있지만, 검사라면 그 정도는 당연한 것이다. 아무래도 이 시대 는 검을 필요로 하는 시기이니까. '자, 그럼 목숨을 건 구경을 하러 갈까?'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비록 그 엘프처럼 날아다니지는 못해도, 달릴 수는 있다. 그 녀가 날아가 버린 그 집을 향해서. 부우웅. 내가 알지 못하는 마법이다. 하긴 내가 배운 마법은 매우 한정된 면이 있기는 하지 만, 그래도 뭔지 모른다는 건 기분나쁘다. 내가 왕초보 마법사라는 게 드러나는 것 같아서이다. '아무래도 시간나면 마법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 물론 이 집의 주인인 셀에게는 배울 수 없다. 보아하니 엘프들과 상당히 사이가 나 쁜 것 같은데.... 이 검은 엘프들의 마법 체계를 따르는 것 같으니까. 가르쳐달라고 하면..... "뭐야 ! 너, 이 대마법사의 동생으로서 감히 그런 마법을 배우겠다고 !" 그 뒤에 이어질 사태는, 상상도 하기 싫다. 여기서 빠져나간 후에나 마법을 익힐 수 있을까. 물론 당분간은 힘들 듯 하지만. '아르메리아.' 과연 그녀는 죽어 버린 것일까. 빛나는 마법진 안으로 들어가면서, 그런 생각을 하 고 있었다................ "!" 뭐야? 왜 마법이 걸리지 않는 거지? 이건 단지 조명용 마법진이었나? 하지만 그렇다 면 바닥에 만들어 둘 건 없잖아. 왜 천장에 달아두지 않고......... "집이 흔들리잖아 !" 밖에 뭔가가 나타났다. 빛이 창문을 가득 메웠지만, 밖을 볼 수는 있었다. 지금은 저녁 시간인데, 왜 이렇게 밖이 밝아? 창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지만, 전혀 열리지 않 았다. "이거 왜 이래? 아이."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아이가 말한다. "집에 걸린 방어 마법이 작동하고 있어요. 지금은 창을 열 수가 없어요." 방어 마법? 누가 이 집을 공격한다는 거야? 누구지? 아르메리아? 아니면 그 체서들? 생각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밖을 볼 곳이 없나? 여기에? 창문으로는 도저히 밖을 볼 수가 없다. 여기선........ 이상한 녀석이 안 보여 ! 단지 보이는 건, 마을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것 뿐이다. 저들 중에서 이 집을 공격할 배쨩을 가진 자는 없어 보였다. 빛이 창문에서 쏟아졌다. "와아악 !" 나는 아이를 감싸고 엎드렸다. 녀석은 눈이 너무 커서, 이런 엄청난 빛에 노출되면 큰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이렇게 누군가를 감싸는 짓을 자주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창문이 박살나면서, 그 유리 조각이 내게 쏟아졌다. "히이익 !" 툭. 투툭. 툭. 유리 조각의 파편이 내 주위를 뒤덮었지만, 상처 하나 없었다. 내 몸에 있던 생명력 이, 저절로 활성화되어 날 보호한 모양이다. 이건 내 의지가 아니었는데..... 내 몸 이 알아서 반응한 건가? 이 몸의 주인이 얼마나 열심히 수련을 했길래?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행동일 뿐이다. 나는 일어서서 아이를 안고 물러섰 다. 창가에서 뭐가 날아들어올 지 모르므로. "야. 아이." 이 녀석, 기절했나? "야 !" 톡톡톡. 살살 두들긴다. "안일어나네..... 야 ! 일어나지 못해?" 발로 걷어찬다. 유리 조각이 깔리지 않은 방향으로. 이 자식, 왜 얼굴이 빨개지고 난리야 ! 퉁퉁퉁. 쿵. "애고..........작은 아가씨........" "다치지도 않은 녀석이 왜 기절은 하고 난리야?" "그건...........아가씨 가슴이........." "가슴?" 약간 경직된 움직임으로 내 가슴을 바라보는 나.......... 옷을 단정히 입지 않은 탓에, 가슴이 좀 튀어나와 있었다. 이거.........이거......... "아가씨가 자꾸 답답하다고 가슴을 묶은 끈을 풀어 헤치시니까........." 내 얼굴이 빨개졌다. 내 손에 마력이 모인다. 마력을 빛으로 바꾸어서........ "이 치한 !" 펑 ! 멀리 날아가는 아이. 죽일 생각은 아니니, 설마 죽지는 않겠지. 녀석은 이리저 리 튕기다가, 거실로 날아가 버렸다. 쿵. 소리가 크지 않은 걸로 보아, 치한 눈알은 안 죽은 게 분명해. "망할 녀석." 나는 다시 옷을 단정하게 입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잠옷을 아무리 단정히 입어봐야 남들이 보기에는 매력 넘치는 소녀일 뿐이다. 머리가 길고, 가슴도 나왔으니 처녀인 가? 아차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일단 이 걸리적거리는 옷부터 갈아입기 위 해, 내가 자고 있던 침실로 뛰어올라갔다. "으........ 그 마법사 아가씨, 너무해. 왜 이렇게 넉넉하지 않은 옷을 주는거야?" 잠옷이 옛날 것이라서, 좀 줄어들 수도 있다든지, 아니면 그 밀크라는 여자가 가슴 이 나보다 작아서 그렇다든지 하는 이유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빨리 옷이나 바 꿔 입고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음. 옛날같으면 잠옷바람으로 튀어나갔을 텐데.... 확실히 여성스러워졌 군........... 하지만 도리가 없었다. 난 이 꼴로 마을 사람들 앞에 나설 수는 없다 고 ! 나중에 남자로 돌아와서 이 꼴을 했다는 걸 알려지기라도 하면.......... 난 사 망이다. 지직. 지지직. 나무를 감싼 에너지 방어막이 뒤흔들린다. 분명히 힘을 지탱하는 중심에 정확하게 타격을 가했는데..... 생각보다 방어망이 완강하다. "한 번 더 해볼까?" 저 방어망을 깨지 않고는 도저히 언니를 구하러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나는 다 시 정신을 집중시켰다. 마력에 의지하지 않는 마법. 실제로 실전에서 사용해보는 건 처음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에 연습은 많이 했으니까.......... 비록 오파비니아 언니에게 이긴 적은 없지만. 나는 다시 손을 겨누었다. 언니를 가둔 집을 향해서. 위잉. 내 옆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누가 나타났다. 나는 즉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무슨 마법이 날아오든, 받아칠 작정으로. "역시 당신이군. 어쩐지 죽은 것 같지 않더라니. 밀크가 슬퍼할까봐 죽이지 않았더 니, 분수도 모르고......." 깃털망토로 온 몸을 감싼 마법사, 애스터 누스였다. - 계속 - 후기)왜 셀을 자꾸 애스터 누스라 하느냐 하면, 아직 레이니를 제외하고는 그녀의 별 칭을 아르메리아가 모르기 때문입니다. 1인칭 서술이니 어쩔 수 없네요. 드디어 이번 이야기도 끝을 향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자, 가자 ! 가자 ! 가자 ! 난 투다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03 20:02 조회:343 공룡 판타지 8-133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20) "언니를 돌려 받으러 왔어요." 의례적인 말. "안 된다는 건 알텐데?" 의례적인 대답. "그럼 우리가 할 일은 하나뿐이군요." 그리고 예상된 결론. 나와 그녀는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싸움 뿐이다. 그럼 언니는 그 싸움에서 이기는 자에게 수여되는 상품인가?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고 만 것 같다. 나는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상대가 아주 강력한 마법사인 이상, 전력을 다해도 이 기기 힘들다. 하지만 내가 힘을 다하면 꼭 그렇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마 여유는 없을거야.' 나는 내 몸안의 마력을 잠재워 버렸다. 이제 이 정도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을 테니 까. 그 대신........ 엘프 마법의 레벨 9에 해당하는 기술을 꺼냈다. 인간의 마법이 현상으로 레벨의 구분을 한다면, 엘프의 마법은 힘과의 관계로 구분을 한다. 그리고 레벨 9이라면........ 부우우웅. 내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내 몸안의 쓸모없는 물질을 에너지화하는 것이 엘프 레벨 9의 마법이었다. 그 힘이 너무 강대하여, 나조차 어느 정도의 에너지 낭비를 허용하 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빛을 내지 않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어. 나는 그 힘 을 일시에 폭발시켰다. 내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상당한 수준의 엘프 마법사로군. 아까는 전력을 다하지 않은 건가?' 그렇다고 내가 당황하지는 않는다. 단지 마법 주문의 레벨을 올려서 맞서면 되는 것 이다. '시작하자.' 나도 즉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보통 마법사들은 주문을 3단계로 나누어 외워야 하지만, 나는 달랐다. 그들이 악마나 신들에게 계약을 하고 마법을 쓴다면, 나는 그 들을 지배해서 마법을 쓴다. 마법을 쓰기 위해 그들을 부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기에, 나는 마법 사용대상을 지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과 정신적으로 교감을 하 고 있으므로. 마지막으로, 나는 마법 주문을 단지 이름만 부르는 것으로 발동시킬 수 있었다. 다 른 마법사들이라면 상당히 긴 주문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은 그들이 힘을 주는 상대 와 '대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 들과 일치했고, 그들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나는, 다른 저레벨 마법사 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로 마법을 발동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는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마법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타임 스톱(Time stop : 시간의 정지) !" 치이잉. 내 앞으로 날아오던 엘프가 내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그녀 주위의 시공을 강제로 잡아 멈추게 하자, 그 안에 구속되어 있는 그녀도 도리없이 멈춘 것이다. 원래 이 상 태에서 내가 그녀에게 간단한 마나 미사일이라도 먹이면 그녀는 죽어 버리겠지만, 그 녀 주위의 시공이 멈추었다는 것은, 그 안으로는 왠만한 마법이 파고 들 수 없다는 것이다. 마법들도 대개는 시공에 얽매이게 되므로. "스펠 캔슬레이션(Spell cancellation : 마법 주문을 해제하는 마법) ! 서몬 미니 블랙홀(Summon mini black hole : 미니 블랙홀(중력이 극대에 달하여 스스로 붕괴하 고, 빛까지 집어 삼키는 별. 여기서는 우주 초기에 생성된 아주 작은 블랙홀을 가리 킴) 소환) !" 이것으로 끝이다. 내가 할 일은, 단지 중력에 의해 주위가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일 뿐이다. 다음 주문을 외우고......... "엇 !" 저 여자,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네. 내 앞에 있던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앞에 이상한 어둠이 깔렸다. 저것은? 내가 눈치채기도 전에, 내 몸이 그 안으로 끌려갔다. 나는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고, 그 물 체를 피했다. 크게 원을 그리며, 그 물체 주위를 돌아서......... "따라온다 !" 그 검은 공......... 단지 그렇게 느껴진 무언가가 내 뒤를 따라온다. 무언가가 있 다. 거대한 중력의 힘이 그 주위를 감싸고 있다. 그러나 보이지는 않는다. 주위가 일 그러져 보일 뿐이다. 나는 내 몸안의 물질을 태우면서, 속도를 높였다. 피하지 않으 면, 끌려들어가 버린다. 그러나 상대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퍼엉. 그대로 나를 향해 폭발해 버렸다. 나를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불길. 내가 몸을 피하 기도 전에 불길이 나를 덮치고 있었다. "휴우. 겨우 갈아입었다." 역시 난 이렇게 간편한 옷이 좋아. 입기도 편하고 움직이기도 편하니까. 나는 내가 어제 산 옷을 입고 검을 허리에 매었다. 짐이라고 가져온 게 다 내 방.........아니, 내가 잤던 방에 있기에 다행이다. 흐흐흑. 내 돈......... 왠지 나도 수전노같아. 하 지만 여행하려면 이게 있어야 하니 도리없어. 나는 내 쇠지갑에 달린 쇠사슬을 다시 허리에 매었다. 이것으로 여행 준비 완료. "자, 가자 !"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있다. "자.........작은 아가씨. 아직 몸도 다 낫지 않으셨는데........" 내 다리를 잡고 매달리는 이 떠 다니는 눈알. 아이를 어쩐다. "이거 놔 !" 걷어차려다가, 말았다. 내가 워낙 착한 탓인가? 그건 아니고, 이 집을 빠져나갈 방 법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기술로는 저 방어막을 뚫을 수가 없 고.......... 그럼 어떻게 한다.........? "!" 역시 그 수법이 가장 좋겠다. 나는 우선 검의 손잡이를 잡고....... '이봐요. 아메마이트.' '왜?' 이런이런. 여태까지 자고 있던 거였어? 왠지 내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가 졸린 듯 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지. 잔다면, 검 안에 들어가서 두들겨 패서라도 깨울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입을 움직여서 한 것은 아니 었지만. '이 집을 감싼 방어막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 거지요?' '그 정도는 스스로 알아봐 !' 게으름 피우는 자의 변명으로 듣기로 했다. 일단 여기를 나가야 발버둥이라도 칠 게 아닌가. 나는 다시 조용히 말했다. '빨리 말이나 해요. 난 지금 이 집에서 나갈 생각이니까. 그런데 그 방어막에 대해 잘 모르니까 질문을 하는 거라고요.' '우드득뿌드득.' '?'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걸까? '그 정도는 스스로 알아서 해라. 그리고, 방어막에 대해 모르면 스스로 알아보고 ! 그런 것까지 일일이 내게 물어보다간 실전에서 어쩌려고 그러냐 !' 이............... 이 통나무 다리가.......... 하지만 아메마이트는 내가 화낼 시 간을 주지 않았다. '이봐 ! 내 할 일은 네가 도저히 어쩔 힘이 없을 때, 내 힘을 빌려주는 거야. 지금 그 정도의 방어망이라면, 스스로 뚫고 나갈 수 있어 ! 일단 해 보고 나서 안 되면 날 부르란 말이다 ! 그럼 난 잔다.' 뚝. "이, 이봐요 ! 이봐요 !" 나는 검을 잡고 흔들어댔지만, 자는 녀석을 깨우는 게 쉬워야 말이지. 덩치에 걸맞 게 둔한 녀석이 틀림없다. 아메마이트는. "하아. 이제 어쩐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주저앉지......... 않았다. 일단 방어막이나 구경을 해 보고 나 서 대책을 세워야지. 내 힘으로 안 되면 도와준다고 했겠다. 나는 내 방........... 이 아닌 내가 하룻밤을 보낸 방에서 나왔다. 정문을 향해 걸어가는 내 발걸음은 무거 웠다. 그 원인이란 내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가 아니고.......... "작은 아가씨.........지금 나가시면 안 돼요." 내 다리를 부여잡고 질질 끌려가는 이 녀석, 거대 눈알때문이라고. "이이이익." 필사적으로 내게 날아오는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을 견디는 나. 이것은 엘프 레벨 9 의 역마법으로, 적의 에너지를 다시 물질로 변화시켜 내 안에 흡수하는 것이다. 하지 만, 아직은 서툴러서, 저런 거대한 힘을 일시에 전환시킬 수 없었다. 나는 되도록, 상대의 힘에 밀려 뒤로 물러서면서 조금씩 힘을 흡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 고....... 슈우우우웅. 내 몸은 끝없이 올라갔다. 주위의 공기 밀도가 점점 옅어지는 게 느껴진다. 이러다 가는, 오시언의 대기권 밖으로 나가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몸을 멈추다 가는, 내 몸이 저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 - 그 마법사가 만들어낸 미니 블랙홀의 폭발 로 인한 -을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질 것이다. '미니 블랙홀이 폭발한다는 건 말로만 들어 본 이야기인데........' 그런 생각속에, 나는 별의 밖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 계속 - 후기) 아르메리아가 죽기를 바라는 분들은, 지금쯤 그녀가 숨통이 막혀 죽기를 열망 하실 듯 합니다. 문제는 그녀 역시 엘프 레벨 9은 된다는 점이지요. 그리 쉽게 죽게 놔두지는 않을 겁니다. "이봐이봐이봐.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소리를 막 늘어놔도 되는거야? 미니 블랙홀은 뭐야?" : 독자들. 네. 네. 설명해 드리지요. 미니 블랙홀이란, 스티븐 호킹이라는 분이 제시한 설에 나오던 거로군요. 미니 블랙홀은 우주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지금의 블랙홀 보다 질량이 작을 뿐, 블랙홀과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단,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일반적인 블랙홀보다 불안정해서 더 빨리 붕괴한다고 합니다. 물론, 그 이야기를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지니까 생략. 붕괴할 때 아주 강대한 에너지를 내 뿜으면서 소멸한다고 합니다. "이봐. 그럼 레이니가 있는 마을은 어찌되는 거야?" 헉 ! 그에 대한 설정을 소설속에 안 써놨다. 다음 이야기에서 말해야지. 일단 아르 메리아와 셀의 결투에서는 그걸 말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04 19:31 조회:358 공룡 판타지 8-134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21) "이 계집애가 !" 의외로 오래 버티고 있었다. 저 정도의 에너지 폭풍이라면 살아남을 생명체가 없을 텐데.... '대단해. 보기보다는 끈질긴 엘프야.' 물론 엘프들의 마법은 뛰어나지만, 저건 정말 의외였다. 저 정도라면 아마 레벨 9는 되는 실력이다. 물론 인간이 아니라 엘프들의 마법을 기준으로 계산한 마법 레벨이지 만. "죽어 !" 나는 미니 블랙홀이 폭발한 힘을 계속 엘프에게 집중시켰다. 주위로 쓸데없이 힘이 퍼지지 않게 하면서. 폭발의 힘을 모두 엘프에게 집중시켜서, 그녀를 눌러 찌부러뜨 릴 생각이었다. 쿠르르릉. 공기가 진동하면서 무시무시한 소리를 냈다. 쿠아앙. "이, 이게 뭐야?" 갑자기 집이 뒤흔들렸다. 나는 깜짝놀라 문을 여는 것을 멈추었다. 나가기 직전, 뭔 가가 나를 가로막은 것이다. 일종의 직감이라고 할까? 잠시 지난 후, 떨림이 멈추었다. 나는 그제서야 문을 열었다. 의외로, 마법에 의해 봉해지지 않았다. 나는 밖으로 뛰어나가려다가....... 퉁. 뒤로 나가떨어졌다. 이건 또 뭐야? 마력이 집중되어 이루어진 벽이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밖에 보이는 광경은....... 아수라장이었다.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물론 집들이 그렇게 많이 무너진 것 은 아니지만, 뭔가 강력한 힘이 밀어닥친 모양이었다. 그럼 그런 힘은 무엇이지? 짐 작가는 바가 있어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구름 한 점도. 이곳이 그렇게 비가 드문 지대가 아닌데? 그러나 하늘 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익룡조차도. 당황하던 나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집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방어막이 쳐졌다는 것은 셀에게 적이 쳐들어왔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왜 집 밖으로 나간 것일까? 그 정 도의 마법사라면 굳이 나갈 필요없이, 부하들을 시켜서 처리해도 되는데........... "아르메리아 !" 그녀가 왔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적어도 그녀와 셀은 처음 만날 때부터 사이가 안 좋았다. 게다가, 아르메리아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다. 그녀가 왔다면, 직 접 끝을 내기 위해 자신이 나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살아 있었구나." 기뻐하려다가......... 멈추는 나. 그런데, 세이브는 어디 있지? 도망가더라도 그 애는 데리고 가야지. 나는 그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녀석 - 인간이 아니라 눈알 이니까 -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다리에 아직도 매달려있는 녀석에게로. "이봐. 아이. 세이브는 어디 있는 거지?" "자, 작은 아가씨. 설마....." "나 혼자 도망은 못 가겠고, 세이브를 데려가야겠어. 그녀가 어디 있는지 넌 알지?" "아, 아가씨. 작은 아가씨. 그 인형을 데려가신다는 겁니......." "인형이라고 말하지 마." "하지만........" "그 애는 인간이야. 단순한 인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내가 왜 그런 비이성적인 말을 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 아 이와의 추억이, 단지 인형과의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개인감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빨리 안내해." 하지만, 아이는 그 말을 듣지 않는다. "들을 수 없어요. 아무리 작은 아가씨의 명령이라도." "너........" 쾅. 뒤로 나가떨어지는 아이.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 말로는 안 될 것 같 으니..... 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릴 수밖에. 제발 빨리 안내해줘라. 아이. "빨리 안내해. 더 맞지 말고." "절대 안 돼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드는 나. 이거 정말 고집세네. "한 대 더 맞을래?" 나는 아이를 잡고 들어올렸다. 그 애가 있어야 이 방어막을 뚫고 나가서 셀과 아르 메리아의 싸움을 말릴 수 있다. 그 말도 해주어야 할까? 필요하다면 해야겠지. 하지 만 이 녀석은, 아예 눈을 감아 버린다. 절대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결의가, 그 우스 꽝스러운 몸에 가득 찼다. 나도 모르게 녀석을 존경하고 싶어질 지경이다. 하지 만..... "대답해. 말 들을래? 아니면....." "절대 안 돼요. 그 인형을 위해서라도." "뭐?" 그건 또 무슨 소리냐? "그 인형의 이름이 세이브라고 했지요? 세이브가 회복되려면 적어도 열흘은 걸린다 고 큰 아가씨가 말씀하셨어요. 그러니 안 돼요." 할 말이 없어졌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떨어뜨리는 나. 세이브가 순식간에 나를 치 료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치료 마법이 간단하다고 착각해 버린 것이다. 그런가.......... "아시겠어요? 작은 아가씨." 알겠어. 뼈에 사무치게 알겠어. 나는 언제나 뛰어난 솜씨를 가진 그녀를 기준으로 해서 생각한 덕분에, 객관적인 판단력이 마비되었던 것이다. 아니, 너무 당황하고 조 급해한 나때문인지도 몰라. 기운이 빠져,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두 다리를 모은 채 주저앉은 내게 다가와 속삭이는 아이. "그러니까 아가씨가 돌아오실 때까지는 침대에 누워계세요. 아직 회복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나를 다시 받쳐서 침대로 옮기려는 아이. 하지만....... 저 사람들을 놔두고 침대에 서 잠이나 자라고? 난 그렇게 못해 ! "이봐. 아이." 나는 그에게 속삭였다. 이번에는 내가. "이봐. 아이. 내가 여기 갇혀있으면 난 아무것도 못해. 저 사람들을 도울 수도 없 고, 네가 존경하는 큰 아가씨에게 가서 싸움을 말리지도 못해. 그러니까 좀 도와줘." 세이브가 치료중이라 움직이지 못한다면 내 힘으로 나가야 한다. 그 여자가 날 정말 로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녀를 말릴 수 있으리라. 셀과 아르메리아가 서로 싸워서 상대를 다치게 하는 건 보기 싫었다. 물론 셀이 날 납치한 것이나 다름 없지만, 그래도 그녀는 진심으로 날 보살펴 주었다. 미쳤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녀 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아르메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진실한 나를 알고, 나를 따라와 준 그녀를 죽게 하기는 싫다. 내가 비록 실력은 그 둘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그들을 지금 설득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아르메리아의 친구이자 셀의 여동생인 나밖 에...... "아이. 문을 열어줘." 나는 똑바로 일어서서 아이에게 말했다. 상대를 비웃는 말투가 아니라 상대를 나와 같은 인격체로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아이도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잠시 감기더 니........ 그에게서 음성이 들렸다. "그렇게 하지요. 작은 아가씨." 아이가 눈을 깜박였다. 문 밖에 쳐져있던 투명한 힘의 장막이 사라졌다. 나는 밖으 로 달려나갔다. 똑바로 나무 위에 있는 집에서 뛰어내려, 마력을 발동시켜 하늘로 날 아간다. 우선 마력을 활성화시켜 내 몸 전체를 뒤덮고, 그 힘을 땅의 방향으로 터뜨 려서......... 파앙. 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외쳤다. 비록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씩씩한 목소리를 낼 수는 있었다. "잘 다녀올게." 여기로 돌아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돌아올 것이다. 세이브를 데려가기 위해서. 그리 고, 저 아이에게 인사를 해 주기 위해서. "다녀오세요. 작은 아가씨." 아이가 자신의 눈의 좌우에서 손을 내밀어 흔들어준다. 좀 우스운 광경이었지만, 아 이로서는 진심이었다. 나도 그 마음을 이해했다. 조금이지만. 비록 아주 조금이지만.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힘의 흐름이 느껴졌다. 나같은 초보도 느낄 수 있는 거대한 힘의 흐름이. "저 방향으로 올라가면 되겠군." 도대체 얼마나 높은 곳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셀도 아르메리아도 안 보일 정도의 높 이이니 상당히 높은 곳이리라. 나는 마력을 터뜨려 하늘로 급상승했다. 순식간에 마 을이 작아지더니,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자, 가자 !" 나는 하늘로 손을 뻗었다. 아직은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일단 올라가야 한다. 올라 가서 둘의 싸움을 말려야 한다. 그래야 죽음의 운명이 둘을 덮치는 것을 피할 수 있 다. 사실은 아르메리아를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마을에 두 사람의 마법에 의한 충격이 더 닥치기 전에. 레벨 10의 마스터인 셀보다는, 더 약한 아르메리아를 위해서였는지 도 모른다. '기다려. 아르메리아.' 나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 계속 - 후기)잘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졸리는 눈을 억지로 뜨고 쓴 것이긴 한데........ 눈 좀 크게 뜨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네요. 이게 창작의 고통이라는 건가? (놀고 있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05 19:54 조회:328 공룡 판타지 8-135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22) 하늘에서 계속 에너지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비록 그 힘은 그다지 강하지 않지 만, 그건 내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아래의 마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계속적인 힘의 충격에 의해, 여기저기서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다. 물론 몇 채의 경우 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했다. 마을 사 람들이 무너진 집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필사적으로 나무를 헤치고 사람들을 끌 어내는 마을 사람들. 순간적으로, 나도 저기로 내려가서 도와주고 싶었지만..... "이런. 힘에 밀려서 고도가 낮아졌잖아." 어서 올라가서, 이런 힘의 폭풍을 일으키는 둘을 뜯어 말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마을이 다 부서질 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비명이 생생히 느껴졌다. 사람들이 가진 생명 에너지의 감소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서둘러야 하겠어." 나는 다시 마을을 뒤로 하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곧 마을은 다시 구름에 가리워진 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강한 힘의 바람을 헤치면서, 나는 재빨리 날아 올랐다. 그 런데....... 휘이이이잉. 바람부는 소리가 작아지더니, 멈추었다. 이거 뭐지? 잠시 당황하는 나. 설마, 싸움 이 끝난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공기가 위로 끌려올라가기 시작했다. 폭발로 인한 압력 다음에는 다시 공기가 압축 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나는 하늘로 끌려올라갔다. 그 힘을 빌어, 더욱 빨리 위로 올라간다. 더 빨리. 거대한 힘이 폭발하여 주위의 공기를 멀리 밀어냈다. 그에 의해 생긴 바람이 마을을 한 차례 쓸고 지나갔다. 아무리 셀이 방어막을 쳐 두었다고 해도, 주위에 영향이 미 치는 것이 당연하다. 워낙 거대한 힘이라서, 일단 거친 바람이 부는 것까지 막는 것 은 무리였다. 그렇게 막는 것 자체가 힘의 낭비이기도 하고. 그렇게 깔끔한 처리를 할 만큼 상대인 엘프가 만만하지도 않았다. "또 욕을 먹겠어." 어차피 미친 여자라고 손가락질받은 게 하루 이틀인가. 그녀가 마법사의 길을 걷기 시작할 때부터 그랬던 것인데. 셀은 이미 그런 점에 대해선 단념을 하고 있었다. 사 람이 죽거나 다치지 않게 하는 것으로, 그녀의 의무는 다했다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마을 사람들도 그런 그녀를 이해하는 것인지, 이제는 사람이 죽지 않는 한 그녀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 "하지만........." 셀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엘프를 멀리 날려버린 저 하늘로. "정말 죽은 건가? 그렇게 생각되지는 않는데........" 셀은 다시 주문을 외웠다. 주문이래봐야 이미 10레벨의 마스터인 그녀에게는 단지 마법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사이트 업(Sight up : 시력 증대).' 굳이 주문을 외울 필요도 없었다. 레벨 3 정도의 간단한 주문이라면 이제는 생각만 하는 것으로 발동시킬 수 있었다. 그것은 즉, 그녀 자신이 원래 가진 능력처럼 사용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셀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원거리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 에 그 엘프가 있으리라. "?" 슈우우우웅. 하늘로 날려 올라가는 아르메리아. 그녀로서는 이 강대한 압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어쩐다? 이대로 있으면 대기권 밖으로 날려갈테고........" 그녀로서는 이 강대한 에너지의 흐름을 흡수할 수 없었다. 에너지의 밀도가 너무 짙 었던 것이다. 흡수하기 전에, 그녀의 내장이 그 힘에 의해 잘리고 부서지리라. '밀도?' 뭔가 잊고 있는 것. 아르메리아는 그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급한 상황에 선 생각이 잘 나지 않는 법. 게다가 이곳의 대기는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숨을 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몸이 부풀어 오르는 걸 막는 게 더 문제였다. 공기의 밀도가 너무 낮은 것이다. '가만. 밀도라.....' 그 순간, 아르메리아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밀도가 높으면, 낮추면 되잖아.' 아르메리아는 자신의 몸에서 힘을 끌어내어 그녀를 위로 날리는 힘에 주입시켰다. 난데없이 엉뚱한 힘이 들어오자 바람이 마구 흐트러졌다.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을 조금씩 흡수해서, 흡수한 힘을 다시 분출시켜 폭풍을 조금 씩 갈라 놓는다. 상대의 힘을 상대의 힘에 맞부딪치게 해서 힘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3개의 마나 미사일이 날아올 때, 하나를 빼앗아서 다른 하나와 충돌시키면, 하나의 마나 미사일이 남는다. 그러면 자신이 받는 타격을 훨씬 줄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 치였다. 3발의 미사일보다는 1발이 훨씬 막기 쉬우니까. 공기의 밀도가 계속 줄어든 다.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대기중의 산소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나, 거대한 힘도 이제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제 거의 다 와 간다. 공기가 희박해져 그녀의 숨이 멎는 것이 먼저인지, 아니면 폭발력을 감소시켜 그녀가 허공에서 멈추는 것이 먼저인지.......... '조금만 더.......' "저러다간 살아남을 지도 모르겠는데?" 그건 곤란하다. 모처럼 미니 블랙홀을 소환해 공격한 건데. 이번에 저 엘프를 살려 준다면 아마 저 여자는 밀크를 데려가 버릴 것이다. 나로선 용납할 수 없었다. "쓰잘데기 없는 전설의 검에 집착한 사이드도 바보야. 나한테 맡겼으면 간단한 것 을......." 그 영감이 밀크를 자신에게 맡겨 두었다면, 감히 둔하기 짝이 없는 제논이 밀크를 노리고 체서들을 보내지도 않았을 게 아닌가. 집 주위를 엿보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모를 내가 아니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그 녀석을 잡아다........" 마법 시약을 만드는 데 재료로 쓸까? 아니면 소환수들의 먹이감으로 할까? 오래간만 에 '정당한 이유로' 마법사를 잡아올 기회가 생겼다는데에, 나는 사이드에게 감사했 다. 그 바보가 열심히 노력해서 나처럼 레벨 10의 마법사가 되겠다고 해서, 귀엽게 보아 왔는데, 아무래도 그 녀석, 혼이 좀 나야 할 것 같다. 지난번에는 그 애를 죽게 만든 황제를 죽여준다고 해서, 놔두기로 했었는데. "아직도 정신이 덜 들었군." 펑. 나를 옅보던 마법사의 주문이 산산조각나 버렸다. 그 정도는 주문까지 외울 필 요도 없이, 단순히 의지만으로도 깨어 버릴 수 있었다. "윽 !" 수정 구슬이 박살나 버렸다. 제논은 눈을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 눈을 조금이라도 늦게 감거나 보호 마법이 그를 감싸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쯤 장님이 되었을 것 이다. "아무래도 변명 거리를 준비해야 할 것 같군." 그는 수정 조각에 베어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수정 조각중 비교적 커다란 조 각에 비쳐진 그의 얼굴은 말라 비틀어진 노인같았다. 조각의 일그러짐에 따라 뒤틀린 얼굴에서 웃음 소리가 새어 나온다. "부자에게는 금화 한 닢이 별 가치가 없겠지만......." 그는 웃으면서 유리관을 바라보았다. 수정 구슬이 부서지면서 날아간 조각이 그 관 에 박혀 있었다. 조각에서 퍼져나간 파문이 서서히 번져 나갔다. 파문은 물의 흐름으 로 변하고, 관은 깨어져 나갔다. 챙그랑. 쏴아아. 유리관 속에 있던 액체가 쏟아지면서 바닥을 적신다. 안에 서 있던 시체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다. 그 얼굴은 20대의 남자의 것이었다. "가난한 자에게는 그것이 큰 재산이지........." 그는 옆의 유리관을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투명한 물과 같은 액체가 가득 들어있었 고, 내부에는 17세의 소년이 잠들어 있었다. "후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진다. 그의 손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백금의 검 집이 들려 있었다. "뭐야. 둘 다 하늘로 올라가잖아." 왠지 모르게 숨 쉬기가 거북하다. 금방 헐떡거리는 게..... 내가 지쳤나? 내 체력이 이렇게 약할 리가 없는데? 역시 다 나은 게 아닌 것 같다. 한심하도다. "아까는 분명히 여기에 셀이 있었는데?" 분명히 조금 전까지는 이 장소에 그녀가 떠 있었다. 어느새 위로 이동했지? 종적이 사라지면서 순간적으로 위에 나타났다. 다시 내가 날아서 올라가려면 한참 걸릴 높이 에. "아르메리아는?" 그녀는 더 높이 떠 있다. 아까까지 정신없이 위로 날아가더니, 멈춘 것으로 보아 무 사한 모양이다. "죽었으면 계속 위로 날려가든지, 아니면 추락을 했겠지." 그녀를 밀어올리던 거대한 에너지의 폭풍도, 이제는 잠잠해졌다. 그렇다면.......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중얼거렸다. "더 올라가야겠네." 나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 계속 - 후기)결국, 제논과 셀. 두 사람이 부딪치는군요. 그럼 레벨 10의 마스터인 셀 누님에게 걸린 레벨 9의 마스터인 제논.. 변태 마법사 가 곧 최후를 맞게 되느냐? 멍청히 있다가는 그런 사고가 날까 우려되네요. 조심해 서, 우리의 변태를 살리도록 노력하겠습니......... 퍼퍼퍽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06 19:13 조회:344 공룡 판타지 8-136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23) 끼이이익. 간신히 허공에서 몸을 정지시켰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공기가 너무 희박해서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었을 지도 모른다. 숨을 약간 거칠게 몰아쉬면서, 나는 중얼거렸 다. "덕분에 힘을 좀 비축한 게 다행이랄까......." 거대한 폭발의 힘을 조금이라도 얻은 건 다행이다. 그 에너지의 양은 막대하여, 조 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저 마법사와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아무리 많은 힘 이라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주위를 살펴야.....' 이번에는 무슨 공격이 날아들어올까. 평범한 인간 마법사라면 이렇게 고전하지 않겠 지만, 상대는 인간 마법으로 레벨 10은 되는 마법사였다. 그녀의 광기는, 그녀의 힘 을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늘렸다는 감마저 들었다. '주위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아서 그렇게 된 건가.......' 여하튼, 상대하기 벅차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일단은 주위를 살펴서....... "언니?" 언니가 내가 있는 고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있는 고도까지 올라오려면........ "이 멍청한 언니 ! 설마 여기로...?" 언니는 아직 고공 비행의 경험이 없었다. 이곳의 공기가 희박하다는 것도 모르고, 이런 상황에서 대처하는 요령도 모른다. 라비린스 키퍼들은 그런 인간의 신체에 대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힘을 다루는 요령만 알려주었을 것이다. 이런 건 마법 레벨이 아니라 경험과 지식 - 자연 환경에 대한 - 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저러다가........." 언니가 여기서 의식을 잃으면, 추락할지도 모른다. 이 높이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 지만, 몇 조각 되지도 않는 구름을 보니 얼음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낮은 고도라면 물방울로 이루어졌을 텐데. "내가 내려가야 하나?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면 내가 공격을 받을 것이고.....' 게다가 그 마법사의 위치도 찾아내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움직이면 바로 죽을 지 모른다. 일단은 주위를 살피면서 사태를 관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눈을 감고 아까 폭풍에서 얻은 힘을 몸에 저장했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역시 올라오네........ 아이 녀석. 일을 제대로 하는 거야, 마는 거야." 나중에 내려가면 혼을 내 주어야지. 밀크 녀석은 아직 회복도 다 안 된 상태인 데.... 마법으로 단숨에 치료하면 되지만, 그녀는 마법을 싫어했다. 게다가 라비린스 키퍼들이 있는 이상, 내가 마법을 걸면 그들이 싫어한다. 그들이 겁나는 건 아니지 만, 그래도 그들은 그녀의 하인들이다. 밀크의 시종들을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게 다가 죽을 정도의 상처도 아니었는데. "일단 내려가게 해야 할 것 같네....... 하지만........." 엘프 마법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른다. 다만, 지금까지 보여준 그녀의 실력으로 판단하자면, 내 블랙홀 소환과 폭파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엘프 마법 10 레벨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고, 어제 나를 한 번 명중시킨 그 공격을 감안하면 그녀의 마법은 엘프들의 마법 레벨로 쳐서 9는 될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 엘프 마법으로 9레 벨이라는 말이다. 지금 내 공격에 밀려난 것이 만약 그녀의 연극이라면, 그녀는 엘프 마법 레벨 10이나, 그 이상인지도 모른다. 그런 상대에게 등을 보여줄 수는 없다. 일 단 그녀가 나보다 약하다고 해도, 일단 나를 상처입힐 수단은 가질 수 있다는 뜻이므 로. "어제처럼 망신스러운 꼴을 보일 수는 없지." 어제는, 방심하다가 몸에 구멍이 났었다. 물론 그 정도로 죽을 나는 아니지만, 그래 도 기분이 나쁘기는 하다. 공룡이 벌레에게 쓰러질 뻔 한게 아닌가. 다시는 그런 주 책을 부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있다가는 밀크가 여기까지 올라올 거다. 그 애가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그럼...... 이렇게 해야겠어.........." 나는 잠시 생각을 했다. 무슨 수단을 써서 저 고약한 엘프를 멈추게 할지를. 역시 레벨 10의 주문으로 단숨에 끝내버리는 게 안전하지만, 그러다가 그 주문이 통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진다. 안심하고 내려가다가 뒷통수를 맞을 지도 모르지 않는가. 뭔 가 나를 안심시킬 만한 게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방법은........ "............. 서몬 리치(Summon Lich)." 내 앞에 리치가 나타났다. 전에 실험에 써먹은 건방진 마법사다. 감히 내게 도전을 한 벌로, 내게 실험용으로 사용된 후 부하로 만든 녀석이다. 일단 8레벨의 마법의 마 스터이니, 잠시동안은 써먹을 수 있겠지. 적어도 정면 대결이 아니라면, 쓸만한 녀석 이다. 이 녀석이 잘 만들어졌는지도 테스트할 겸, 써먹어볼까. 가만. 저 녀석 혼자서는 힘들겠어. 그럼..... "서몬 드라코 리치(Summon dracolich)." 내 앞에 나타나는 드라코 리치. 이 정도면 상대가 되겠지. 물론 드라코 리치라고 해 서 진짜 드래곤의 시체를 이용해 만든 건 아니다. 멍청한 사람들이 이런 드레이크를 드래곤이라고 오해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 뿐이다. 전에 취미로 만들어 본 건데.... "너희 둘이 저 엘프를 잘 감시해. 이상 있으면 보고하고." "예." 죽은 자 특유의 음산한 대답들. 그들은 내게 고개를 숙이고 엘프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나는 밀크에게 날아갔다. "하아. 하아. 하아. 숨이 차네." 정말로 나는 허약한 아가씨가 된 것인가. 왜 이렇게 숨이 차는 거야? 게다가 몸이 떨려온다. 바람이 너무 차다. 이건 내가 아는 바람이 아니다. 살을 자르는 듯한 바람 이 불어온다. 숨쉬기도 힘든데다, 바람까지 세게 부니, 내가 지치는 것도 당연하리 라. 그러나, 왜 이렇게 숨쉬기 힘들지? "하아. 하아. 하아........" 게다가, 내 몸안의 마력도 이제 슬슬 고갈되기 시작했다. 역시 나는 법을 제대로 배 우지 못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마력 소모가 심했다. 이러다간 아르메리아가 있는 곳 까지 가기도 전에 하늘에서 떨어지고 말 것이다. "아무래도..... 라비린스 키퍼를......... 부를까?" 내가 그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이에, 내 머리 위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셀?" 내가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그녀는 내 앞에 이르렀다. "밀크. 그만 내려가. 넌 너무 지쳐있어." 자상한 말. 하지만 그 말을 들을 수는 없다. "안되는데요." 이제 슬슬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숨을 아무리 크게 쉬어도, 내 몸은 상쾌해지지 않 는다. 내 앞의 셀이 점점 흐리게 보인다. 비틀. "어엇 !" 허마터면 추락할 뻔했다. 이런이런. 난 여기서 떨어지기 싫다고. 간신히 중심을 잡 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도 불안할 지경이다. 내 앞에 있던 셀의 표정을 보아, 얼마 나 위태위태하게 떠 있는지 짐작이 간다. "밀크. 언니 말 들어." 내게 서서히 다가오는 그녀. 이러다간 잡히고 만다. 어떻게든 빠져나가......... "!" 저기서 날아오는 건....... 아르메리아잖아 ! 뒤에서 해골같은 괴물 둘이 쫓아오고 있지만, 아르메리아가 더 빠르다. 그녀는 내 옆으로 순식간에 날아 지나갔다. 그리 고... 그녀는 내 허리를 잡고 아래로 급강하했다. 순식간에 그녀에게 잡혀 떨어지는 나. "우아앗 !" 이건 내가 지른 비명이 아니라고. 셀이 지른 거지. 그녀가 손을 내게 겨누는 건 보 았지만, 왠지 모르게 공격을 못하는 표정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 얼굴을 보았다. 아 르메리아는 날 잡고서 아래로 계속 내려갔다. 다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실수를." 그 엘프가 리치와 드라코리치의 감시를 뚫고 이리로 직진을 하다니. 의외의 상황이 었다. 나는 내게 공격이 들어올 줄 알고 공격 주문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아니라 밀크를 노렸던 것이다. 처음부터 달아나기로 작정을 한 탓인지, 그녀의 속도 는 상당히 빨랐고, 내가 주문을 다시 바꾸려는 순간, 밀크를 낚아챘다. 마음만 먹으 면 그 순간 마법을 완성시켜서 그녀를 태워버릴 수도 있었고, 밀크만 빼낼 수도 있었 지만, 차마 다시 만난 내 동생을 칠 수는 없었다. 그 여자는 밀크를 방패로 삼아, 여 기를 탈출하려는 것이다. 놓칠 수 없어 ! "원래 위치로 돌아가. 역소환(dissummon)." 리치와 드라코리치가 사라졌다. 나는 그들을 돌려보낸 후, 그들의 현재 위치를 찾았 다. 이 엘프 계집애.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로 했다. 그래봐야 겨우 10레벨 주문이지만. "아직 그건 쓸 필요 없을거야." 굳이 저런 녀석을 상대로 해서 그 이상의 주문이 필요할까. 나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주문을 외웠다. 물론 마법의 이름을 말하는 정도로 완성되는, 지극히 간단한 주 문이지만. "텔레포트(Teleport : 순간이동)." - 계속 - 후기)과연 아르메리아는 살아남을 것인가. 그리고 레이니는? 그녀(?)의 운명은? 빨리 이번 이야기도 끝을 내야 하는데....... 자꾸 길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누 님, 과연 어떻게 결말을 낼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07 19:17 조회:330 공룡 판타지 8-137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24) 쉬이이이잉.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는 나와 아르메리아. 그녀는 이제 도망갈 작정인가? 이렇게 빠 른 속도로 날아가다니. 이게 날아가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상하지만, 어쨌든 그 렇게 생각되었다. 그녀가 나를 안고 내려가면서, 말을 건다. "무사해요? 언니." 입을 움직이는 게 아니다. 어차피 이런 속도에서는 바람에 의해 얼굴이 눌린다. 그 런 상황에서 말을 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단지 언제나 하듯이, 정신파를 사용해서 내 게 말을 걸어오는 것 뿐이다. 나는 대답을 생각했다. 뭐라고 할까. 하지만 결국, 잘 자고 잘 먹었다는 말 이외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아르메리아는 보나마나 엄청난 고 생을 했을텐데. "대충 알겠어요. 언니." 그 말이 끝이다. 그녀는 더 이상 내게 의사 전달을 하지 않았다. 다만, 더욱 속도를 높여서 마을로 내려갈 뿐이다. 그러나. 그녀의 몸이 휙 돌아갔다. 내가 그녀에게 안 겨있지 않았다면, 그대로 마을에 내동댕이쳐졌을 것이다. 그녀는 여태까지 떨어지던 속도를 유지하면서, 마을을 벗어나 수평비행에 들어갔다. 거의 L자 형태의 비행이었 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주위의 나무가, 풍경이, 거대한 공룡들이 휙휙 지나간다. 이대로 어디로 날아갈 셈인가? 그러나, 그런 비행은 곧 종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파탈 헤이스트'가 보이는 하늘 에 왔을 때,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았다. "셀 !" "후후후. 어딜 도망가? 이 건방진 엘프." 언제 우리의 앞에 나타난 거지? 그것도 이렇게 빨리? 설마, 순간이동을 한 것인가? 그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고속으로 이동을 했다면, 분명히 공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므로. 적어도 큰 바람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녀가 이동하면서 공 기를 밀어젖혔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잠시 동안 우 리가 서로 노려보면서 떠 있었음에도. "언니. 이젠 어쩔 수 없어. 싸울 수밖에." 나는 언니의 허리를 감은 팔을 풀었다. 이제는 싸우는 방법 뿐이다. 그 외에는 방법 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머뭇거리는 언니. 그럼 이렇게 해야 할 것이다. 최후의 말이지만. "오빠 ! 그럼 여기서 여자아이로 평생동안 살아갈거야? 오빠로서의 자신을 포기할 거야? 말해봐 ! 오빠는 여기서 평화를 찾기 위해 이 여행을 시작한 거야?" 오빠....... 이 말을 쓰는 걸 자제한 것은 상대가 우리의 정체를 눈치챌 것이 두렵 기 때문이다. 언니라는 말은, 사실은 진실을 피하는 덫이었다. 엘프답지 않은 거짓 말. 그런 부자연스런 말은 이제 없애 버리자. "레이니 오빠." 지금의 오빠는 과거의 알로가 아니다. 알로라는 것은 과거에 머문 한 남자 아이. 과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의 아이. 하지만 지금의 오빠는 레이니. 자신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한 사람의 전사. 나는 그 전사에게, 전의를 불러일으키기를 원했다. 이것은 오빠 자신을 위한 싸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그 자신을 위한 것.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해. 거짓의 감옥에 자신을 가둘지, 아니면 고통스럽지만 떳떳 한 진실로 나아갈지를 결정해. 결정의 때는 과거도 미래도 아니야. 바로 지금 !" 나는 조용히 말을 끝냈다. 나지막한 속삭임. 그러나 모두가 들을 수 있는 말 한 마 디. "이 순간이야." 그 말이 잊고 있던 나를 끼어나게 했다. 내가 이 여행을 시작한 목적을, 내가 이곳에 와 있는 이유를 가르쳐주었다. 그녀의 말이, 그녀의 마음이 내게 와 닿았다. 나는 자신을 자신으로 되돌리기 위해 온 것이 다. 고통스러워하는 한 여인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여자아이의 언 니가 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자신의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 것이다. 비록 그것이 세이브에게, 셀에게 잔인한 짓이 될 지라도, 나는 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 여행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미안해도, 나는 이 길을 가야 했다. 그것이 나의 목적이자, 나의 지금의 존재 이유이므로. "셀 누나."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레이니. 나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당신을 찾아왔었습니다." 눈 앞의 마법사가 무서웠다. 하지만 나는 말해야 한다. 바람에도 흔들릴 정도로 지 쳐있었지만, 허공에서 나를 잡아준 것은 내 옆에 있는 가냘픈 손을 가진 엘프였다. "하지만 당신은 나를 당신의 동생이라고 생각해 주었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 덜덜 떨리는 몸. 덜덜 떨리는 마음. 하지만 나는 말을 이었다. "호의에는 감사드립니다만, 저는 당신의 여동생으로 머물 수 없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새파래진다. 핏기가 사라져간다. 과연 나는 끝까지 말을 할 수 있을 까. "저는 이제 제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떠납니다. 당신이 저를 막는다 면....." 이제 한 마디만. 한 마디만 하면 된다. 내 자신의 인생을 건 한 마디를. "저는 싸우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저 자신을 위해." 내 말은 끝났다. 무서움을 이기고 할 말을 했다.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끓어오른 다. 비록 얼마 안 가서 사라질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내게 호의를 베풀어 준 그녀에게 거짓을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이 그녀, 셀 아가씨에 대한 예의이므로. "........" "........" "........"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단지 저물어 버린 해 대신, 밝은 달이 떠오를 뿐. 달 아래 우리들은, 그렇게 떠 있었다. "레이니." 내가 아니다. 아르메리아도 아니다. 저 미친 마법사, 셀의 말이었다. "내려가자. 저기서 이야기하면 좋겠지." 그녀는 조용히 나무 위로 날아갔다. 그 말 속에는 적의가 전혀 없었다. "가요." 그 말을 할 필요도 없었지만, 그래도 아르메리아가 말을 꺼냈다. 나에게 한 말이 아 닌, 셀 아가씨에게 한 말이었다. 우리 셋은 푸른 달빛을 끌어안으면서 나무 위로 날 아내렸다. 세 마리의 새처럼. "그랬구나........"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알고 있었어.... 나도 알고 있었어.......... 하지만........" 눈물..... "넌....... 레이니 넌......... 그녀와 같았어........... 그녀와.... 내 동생 대신 얻은 그녀와........" 푸른 빛을 받아 떨어지는 하늘의 보석. "미안해....... 몸 만으로 판단을 해서... 미안해............." 땅 아래로 사라져버리는 빛의 결정. "네가 선택한 이름이라면.... 받아 들일게.........." 내가 잘못한 것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그러나 미안하다. 그녀의 순수한 마음을 상 처입힌 기분이었다. 내가, 내 이기적인 목적으로, 내 앞에 있는 처녀를, 갈기갈기 잡 아 찢은 느낌이었다. "나.......... 잠시만........." 나를 끌어안는 셀. "이렇게 있어 줘. 오늘만이라도. 오늘만이라도 내 집에서 있어줘." 그 말 속에는 어떤 계략도, 어떤 마법도 없었다. 나도, 아르메리아도 고개를 끄덕였 다. "가요. 누나." "..........그래." 그녀의 대답이었다. 기분좋은 음악. 오늘은 모처럼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나는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으 려고 했지만........ 물컹. 윽. 이건....... 내건가? 하지만 위치가 다른데? 나는 당장 베게를 연상했지만, 만 져진 것은 베게가 아니었다. 그것은......... "........." 쓸데없는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것에서 손을 떼고, 아침의 일과를 시작했 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자.... 나는 허공에 손을 들어 기지개를 켰다. "아아아아암." 이제 몸은 회복된 것 같다. 정신도. 나 뿐 아니라 모두가. 나는 내가 잠을 잤던 침 대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검은 머리로 자신을 덮은 한 처녀가 잠들어 있었다. 평온 한 얼굴로. 어제까지는 내가 보지 못했던 얼굴로. - 계속 - 후기)음. 드디어 끝을 낼 때가 다가왔군. 이번 이야기는 정말 길었습니다. 하지만 이 렇게 잘 끝을 맺을 수 있게 되었군요. 아마 내일쯤 끝이 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 고 있습니다. 엄청난 마법전을 생각하시던 기대를 실망시켜 죄송합니다만, 어차피 정면 대결은 무 리이고, 그럼 이렇게 나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내일의 마무리를 잘 해야 하겠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8-13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08 20:33 조회:353 공룡 판타지 8-138 레이니 이야기 - 마법을 탐구하는 자(25) "그럼 잘 가. 세이브는 내가 수리해 둘 테니까." "부탁드려요. 누님." "하지만........ 역시 누나라는 말은 어색해. 그냥 이름을 불러줄래?" "예. 셀 아가....." "아가씨는 빼고." "알았어요. ........셀." "좋았어." 쪽. 내 뺨에 닿는 부드러운 느낌.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차가움.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공기는 차다. 하긴 해도 뜨지 않은 상황이니 그런 것인가. "그러니까, 제국의 수도 센터에 가서 궁정 마법사를 만난다는 거지?" "예. 아무래도 헛수고가 될 것 같지만." 직접 내 몸을 찾아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으. 너무하신다. 누님. "내가 찾아줄 수 없어서 미안. 하지만, 내 마법으로는 모르겠어. 네 몸은 분명 쥬린 제국의 그녀........" "그만 !" 진실이 고통스럽다는 것은 어제 아르메리아가 말한 그대로지만....... 역시 싫어. 왜 내 몸이 그 공주님의 것이라는 거야 ! 하지만 오시언 최고의 마법사가 그렇게 말 하니, 그렇다고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 꺼이꺼이. 어째서 내가 옛날 이야기의 공주 님이냐 ! "그래. 힘들겠지. 하지만, 정말로 네 몸이 그녀와 바뀌었다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셀. 또 마법이론인가? 어젯밤에 그녀와 나눈 대화가 생각난 다. "말도 안 돼 ! 네 몸에는 마법적인 저주가 전혀 걸리지 않았어. 그렇게 완벽하게 마 법을 걸 정도의 실력이 제논에게 있을 리 없다고 !" 자존심으로 똘똘뭉친 셀. 말소리가 높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었는데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의 나. "말도 안 돼 ! 라비린스 키퍼들은 다 무얼 하고 있었던 거야 ! 당장 잡아다 가......." 저러다가 내 검 안으로 들어간다. 안 말릴 경우엔. 검이 웅웅거리는게, 약간 겁먹은 것 같다. 결국 아르메리아가 옆에서 돕는다. "만약 그가 레이니와 그 쥬린 제국의 공주..... 그녀의 이름이 미나르라고 했지요? 레이니와 미나르의 몸이 서로 바뀌었다면? 그럼 마법적인 흔적이 남나요?" 고함을 지르다가 멈추는 셀. "남을 리 없지......" 그녀는 아르메리아를 노려보면서, 내게 미소를 보낸다. 아직도 둘이 사이가 나쁘네. 어제 내가 그녀의 동생과 몸이 바뀌었다고 말하자마자, 돌아와서는 마법을 계속 걸면 서 나를 조사하더니, 조사가 끝나자마자 저렇게 소리를 질러대는 거다. 자기보다 한 수, 아니 여러 수 아래라고 생각한 제논이란 떨거지가, 자신이 모르는 마법을 사용했 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건가? "그것도 말이 안 된다고." 아까보다는 목소리가 낮아졌지만, 역시 강한 불신을 담은 목소리. 물론 그 방향이 여기 앉아있는 우리를 향한 것이 아님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의 동요를 느낄 수는 있었다. "그 바보가 어떻게, 레벨 10이 되어야 쓸 수 있는 영혼 관련 마법을 사용한다는 거 야....." '그 바보'가 누군지는, 말 안해도 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쩌겠나. "그 녀석을 죽 지켜보았지만, 아직 레벨 10의 주문은 하나도 습득하지 못했다고. 앞 으로도 불가능할 거고. 그 자식은 이미 한계 상황에 이르렀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나와 아르메리아는 그저 서로를 바라만 볼 뿐이다. ".............그래.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지. 하지만........." 나를 바라보는 셀. 눈빛이 좀 달라졌다? "그런데 말이야. 네 몸이 공주님이란 건 내가 확인했다고. 나도 마법에는 조금 일가 견이 있거든....." 조, 조금? 그게 조금이야? 듣자 하니 레벨 10의 마스터라면서 ! 이 별에서 레벨 8이 라면, 궁정 마법사들도 도달하기 힘든 경지이고, 레벨 9라면, 대마법사로 칭송받는 경지다. 레벨 9의 마법사라면 한 세대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경지라고 들었다. 그리 고, 레벨 10의 마스터라면, 인간이 다다를 수 없는 경지로 인정되고 있다. 오직 드레 이크 - 드래곤과 비스무리한 괴물들. 과거에 많이 있었다지만, 땅 밑에서 나타난 거 대한 괴물에 의해 마법 문명이 전멸한 이후 그들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고 한다 - 들만이 그런 경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게 조금이라 니......... "저..... 그런데 레벨 10의 마스터가 자신의 마법을 조금이라고 하는 건......." 묻지 않을 수 없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 말이지. "아, 그거? 레벨 11의 숨겨진 마법을 연구하고 있거든." "레벨 11?" 드레이크도 도달하지 못하는 그런 경지의 마법을? 이 여자 정말........ "연구하면서 알았는데, 정말 멋져. 아, 황홀해......." 저, 저 눈은 조금 위험한 눈빛이........ 왜 날 끌어안는 거야 ! "그렇게 멋진 세계가 펼쳐져 있다니......." "읍 ! 읍 ! 숨막혀요 !" "너도 같이 연구하면 좋을 텐데....." "으으읍 ! 얼굴 좀 떼어줘요 !" 내 얼굴을 자기 가슴에 묻고 비비지 말라고 ! 결국 내 몸이 쥬린 제국의 공주님, 미나르 쥬린의 것이라는 건 확인했다. 치매 사부 가 과거 제국의 기사였던 사이드라는 것도 알고 있고. 하지만 내 몸이 어디로 날아갔 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셀이 마법을 써서 추적했어도 실패했다면, 물어볼 것도 없지. 그 변태가 내 몸을 어디다 숨긴 것일까. 결국, 나는 여행을 그대로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이제 수도에 굳이 들릴 필요가 없게 되었잖아. 궁정 마법사가 아무리 뛰어봐야 셀의 발치 에도 못 미칠 것이니.... 그럼 어쩐다? 이대로 여행목적 상실? "엘프들의 나라에 가면 어때요?" 아르메리아의 제안이다. "우리 마을의 장로님들이나, 마법사들은 상당한 고수들이니,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요.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니, 우리 여행해봐요." 왠지 놀러가는 애들 표정이다. 아르메리아. 하지만 그녀의 말 자체에는 동의한다.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 있으면 잡아야........ "그래. 맞아. 나도 알아보겠지만, 지푸라기라도 필요할 때는 있거든." 세, 셀 ! 그런 말을 하면......... "지푸라기라.... 그 지푸라기가 얼마나 크고 튼튼한지 알게 될걸요." 내 옆에 있던 아르메리아가....... 이런. 둘다 내 마음을 읽고 있었군. "호오. 그래? 내가 못 푼 것도 너희 잘난 엘프라면 풀 수 있다 이거야?" 왠지 불안해진다. 옆에 있던 나와 아이는, 살그머니 옆으로 피했다. 이럴 땐 튀는 게 상책이야. "그렇지요. 얼마나 잘났는데...." "그런 분께서 어제는 나한테 어떻게 되었더라?" "저야 레벨이 낮으니까요. 그런데 인간 마법사중 최고수께서, 왜 저같은 하찮은 엘 프 하나를 죽이지 못하셨을까요?" "그야 레이니가 워낙 귀여워서지. 널 봐준 줄 아냐?" 가만. 거기서 왜 내가 나오는 거야? 둘의 마력이 점점 상승하는 느낌이..... "호호호. 아직 덜 맞은 모양이야......." 헉 ! 손에 타오르는 저 불덩어리는? 왜 빨간 색이 아니라 하얀 색이지? 왠지 모르게 거대한 힘이 담겨있다는 느낌이.... "그럼 한 번 해 볼까요?" 아르메리아 ! 손에 든 그 불덩어리는? 아무래도 아주 강력한 마법 같은데......... 이러다가 무슨 일 나는 거 아냐? 사고나기 전에 중지시켜야 한다는 느낌이....... "아가씨 ! 이제 잠잘 시간이라고요 !" 아이의 외침. 그 말을 듣고 아쉬운 듯이 떨어지는 두 여자들. 고맙다. 아이야. "그럼 잘가." 손을 흔들어주는 셀. 10일 정도 후에, 세이브를 다 수리하고 나면 만나기로 했다. 만나는 장소는....... "마법사답게 이런 걸 주네." 그녀의 여동생, 밀크의 목걸이.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선물이리라. 보석이 박혔 나? 그렇지는 않은데. 단지 초록색 돌을 깎아 만든 장식일 뿐이다. 단순한 타원형 보 석 모양으로. 그것을 박은 장식에 줄을 달아 만든 목걸이다. 무슨 마법이 걸린 것 같 은데..... "이걸로 우리가 있는 장소를 알 수 있다는 거로군요." 그 정도 마법사라면 아마 우리가 어디 있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목걸이의 의미는........ "누나를 하나 얻었네요. 오빠." 그런가 봐. 그런데....... 언제부터 내 호칭이 '언니'에서 '오빠'로 바뀐 거지? "아, 하지만 인간들은 오빠를 보면 이상하게 여길 테니까, 저주가 풀릴 때까지는 레 이니라고 이름을 부를께요." "응. 잘 부탁해. 아르메리아." "잘 부탁해요. 레이니." "말을 놓네. 아르메리아." "이제는 그래야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거든." "그렇군..... 잘 부탁해. 아르메리아. 아까 한 말이었지만." "응." "그런데.... 우리, 뭐 잊은 거 없어?" "........" 생각났다 ! "난 아예 잊어버린 거지? 이 아가씨들. 둘이서만 씽씽 날아다니니 내가 따라갈 수가 있어야지 ! 재미있는 싸움 구경도 못했잖아." "별 싸움도 없었어요." 내 말에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 아저씨. 하지만 그 안에 있는 표정은.... 뭔가 안도 하는 것 같은데........? "그래? 아쉬운 걸. 그래, 이제 어디로 갈 거야?" "일단 수도로 가기로 했어요. 예정대로." "새로 일행을 구해야 하겠는걸. 다들 떠났을 테니까." 날짜가........ 지났군. 이미 그저께 다들 떠났을 거야. 하지만 다른 일행도 있겠 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의 아침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듯이. 희망은 아직 꺼지지 않았으니. 가자 ! 엘프들의 마을로 !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지만. - 이번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는 내일부터....... - 후기)드, 드디어 끝났다 ! 이번 이야기는 정말 길었습니다. 우........ 힘들어..... 무려 25편이라니......... 아마 이야기 중 최장편일 거야. 허마터면 끝장날 위기를 물리치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게 다행이라는....... 벌써 레이니의 저 주가 풀리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는데....... (퍽퍽퍽 ! 뒤에서 바위를 든 여자는? 아 아아아악 !) 추가)오늘은 좀 늦었네요. (퍽퍽 ! : 독자들이 던진 바위에 맞는 소리) 하지만 내일은 아예 못 올릴지도 모르겠네요. 아예 못 올린다고 공표를 하지요. (콰 아앙 ! : 독자님들이 운석을 소환해서 맞는 소리) 그게, 추석이라서 개인적으로 내일 은 바쁘거든요. 아마 통신할 여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죄송) 그러니, 잘해봐야 모 래쯤에나 글을 올릴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일은 기대하지 마시길. 죄송합니다. - 아홉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레이니 : 으으으. 포션이 없어......... 아르메리아 : 포션이 지금 수리중이라고요. 레이니 : 으......... 그럼 어떻게 하지? 아르메리아 : 돈 주고 약 사야지요. 레이니 : 하지만 병원이 문 닫았으면? 아르메리아 : 여긴 한국이 아니라고요. ??? : 하하하. 돈 다 내놔라. 약도 다 내놔라. 이왕이면 몸도 다 내놔라. 아르메리아 : 당신들은 누구? ??? : 하하하.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 레이니 : 그 쓰레기들? ??? : 뭐야 ! 우리는 우리만의 멋을 추구하는 위대한 전사들로서....... 레이니 : 너희같은 녀석들 때문에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거야. ??? : 뭐야 ! 감히 우리를........ 떼거리 집단구타의 맛을 봐라 ! 과연 이번엔 무슨 일이 날지? '포션' 세이브가 없는 우리의 레이니 일행은 과연 이 번에는 무슨 위기를 겪게 될까요? (이번에는 유혈사태 예고편이 아니었어....... 엇? 뒤에서 들리는 사람 잡는 소리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3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0 19:53 조회:295 공룡 판타지 9-139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 "역시 다들 갔네......." 이틀동안 나갔다 온 결과치고는 너무하다. 어떻게 된 게,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다 떠나 버렸다. 공룡들이 물러가니 자연스럽게 사람들도 자기 갈 길로 떠난 거다. 여행 자들이 있던 여관이나 숙소, 또는 도시의 상점가에, 이틀 전의 싸움에서 만나본 용병 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람들이 바글거리기는 하지만, 다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다. 다시 평상시의 생활로 돌아갔다는 증거이지만, 조금은 섭섭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끼리만 여행해야 하나?" 좋아하지 마세요. 아저씨. 기필코 다른 사람들을 찾아볼 테니까. "언..... 아, 아니. 저기 사람들이 오는데." 역시 아직은 습관성으로 붙이는 '언니'라는 말을 떼어내기 힘든 모양이다. 아르메리 아. 그런데 저 사람들 누구시더라? 전에 본 사람들인데? "아, 아저씨 !" "난 아냐 !" 음. 부스트씨, 자신이 아저씨라고 불리는 데 대해 강한 저항감을 가지고 계시군. 하 지만 외모가 아저씨니까 도리없지. 가만........ 뭔가 중대한 문제가 그 안에 내포되 어 있는 느낌인데? "아, 레이니 양 !" 그거였군. 외모대로라면 난 청순가련한 아가씨지. 약간 씁쓸하다. 그리고, 나를 비 참하게 만든 그 사람들이 내게로 걸어왔다. 그런데, 수도에 갈 생각 아니었나? "알베르트 아저씨. 아직 안 떠났어요?" 이 사람은 그러고 보니 마법사의 전형적인 복장을 하지 않았군. 아직 견습인 건가? 하지만 그래도 견습 마법사의 복장은 할 수 있을텐데? 왜 평범한 전사의 복장을 하고 있는거야? "아. 우린 여기서 좀 지체할 일이 있었거든." 뒤를 보니, 라이다와 테이브, 그리고 제라가 서 있었다. 테이브의 팔이 부러져 있었 다. 붕대를 감은 걸 보니. 가만.......... 기다린 이유라는 게....... 나는 먹는 데 목숨 건 꼬마를 떠올렸다. 다친 사람을 보니 그 애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애가 기계라.........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기계장치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건가? 그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굳이 음식을 섭취해서 동력을 보충하는 기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필요 이상의 정교함이 아닐까. 기계가 식사 를 한다는 것은 비능률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하는데....... 문득 셀이 말해준 게 떠올 랐다. "이건 아마 드워프들이 만든 인형일거야. 그들이 아니면 이렇게 정교하게 기계를 만 들 수 없어. 먹는 기능을 넣는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게 아니라고. 아, 웃지 마. 먹 기만 하고, 배출을 하지 않는다는 게 우선 비상식적이란 말야." 그러고 보니 세이브가 화장실 가는 걸 본 역사가 없군. 나야 간혹 있었지 만.......... 아이. 부끄러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 나도 큰일이군. 점점 여자가 되어 가는 느낌이....... 이런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셀이 말해준 걸 떠올리자. "그렇다면, 내부에 무슨 장치가 되어 있을거야. 아마 두뇌 부분에 들어있지 않을 까......... 하지만 이 두뇌에 그런 장치가 들어간다는 건, 우선 부피의 문제가 있어 서 불가능해." 셀이 세이브의 머리를 가리키며 한 말이었다. 그런데 부피의 문제라고? 왜? "너, 이 아이가 평소에 얼마나 먹어치웠는지 알고 있니?" 그야 간단하지. 공룡 한 마리를 통째로........ 가만. 그 녀석의 몸의 크기보다, 그 공룡의 몸이 더 크다고 여겨지는데? 그 고기가 다 어디로 간 거냐? 이건 장난이 아니 라고. 그게 다 어디로 갔지?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었다. "밀.........아니, 레이니. 대답은 해 줘야지." "저.......... 2미터가 넘는 공룡 한 마리를 통째로......." "너도 알겠지. 그게 상식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니?" "........" "불가능해. 인간이라면. 하지만 이 아이가 만약 고대의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인형이 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내 짐작대로라면........" "윔홀? 공간 터널을 두뇌 속에? 라 브레이커처럼?" 난데없이 끼어드는 아르메리아. 마법사를 싫어해서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처음으로 입을 벌린 것이었다. "언니......... 아니, 레이니. 일단 그런 생각은 나중에 해." 옆에서 내 손을 잡은 아르메리아의 말. 그러고 보니 내 앞에 사람들이 있지? 일단, 나는 망상을 그만두고, 눈 앞의 현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란, 두 사람의 상인, 트레이드와 세일을 말한다. 우리와 같이 이 도시 에 온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사람들은 먼저 수도로 갔어. 워낙 급하게 떠났거든. 자신들은 아가씨들을 기다 릴 시간이 없다면서. 아,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 근방부터는 치안이 좋아지니까. 공 룡들도 별로 나오지 않고. 같이 간 사람들도 많아. 수도에 가려다 공룡들 때문에 길 이 늦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지난 번에 여행자들이 도시 수비전에 많이 참가했는데, 그 사람들은 대부분 그런 사 람들이었지. 뭐, 머릿수도 많고, 공룡들이 적다면 안심해도 되겠지. 일단 크루얼 네 일같은 괴물만 안 만나면 안전하니까. 일단 수도를 연결하는 4개 도시와의 도로만큼 은, 확실히 마을도 많고 공룡들의 서식밀도도 낮은 편이다. 안심해도 되겠지. "그럼, 남은 사람들은? 수도에 갈 사람들은 없어요?" "아직 없어. 지난 번 공룡들의 파괴 행위로 인해, 아직 여기 온 사람들은 없는 편이 야. 서쪽 항구에서 여기 오려면 시간이 걸리니까. 레드 렌트가 파괴되었으니, 당분간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거야. 상인들이 불경기라고 한숨을 쉬던걸." 그 사람들은 원래 그러니까 신경쓸 건 없고. 그럼 내일은 나와 아르메리아만 여행을 해야 할 듯 하다. 일단 여자 둘이서 여행하는데 남자인 부스트씨를 집어넣을 일은 없 고. 팔이 부러진 테이브를 보니, 알베르트씨도 같이 여행할 수 없고. 모처럼 둘만의 여행인가. 내 몸이 남자였다면....... 그녀와 같이......... 그만두자. 나만 비참해 진다. "그럼, 내일은 저희들도 떠나야 하니까, 이만 작별이네요. 전 여행준비하러 시장으 로 가 볼께요." "뭐야. 우리하고는 같이 가기 싫은 거야?" 테이브씨. 팔 다친 걸 보니 어림없겠는데요. 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물끄러미 그의 붕대감은 팔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쫓아간 테이브가, 자신의 팔을 휘둘러 보였다. "이건 부러진 게 아냐. 단지, 긁힌 것 뿐이야. 어때?" 음. 괜찮은 모양이군. 그런데 왜 우리와 같이 가려고 하는 거지? 그게 더 궁금하다. "전 팔이 부러져서 여기 머무신 줄 알았는데요." 갈 힘이 있으면 여럿이 같이 가는 게 더 안전한 여행이 될 듯 한데. 왜 여자 세 명 을 기다렸을까. 세이브가 지금 셀의 집에서 수리...........아니, 치료중이니 이젠 둘인데. "아, 다른 게 아니라........... 가만. 세이브는 어디 간 거야?" 이제 아셨나? 아니면 대답하기 싫어서 말을 돌리시는 건가. 뭐 대답해주지. "그 애는 지금 다른 마을에 있어요. 거기 머물 거에요." 이렇게 대답해야지 뭐. 거짓을 싫어하는 엘프도, 이 정도면 납득할 것이고. 그런데, 왜 테이브씨가 저렇게 아쉬운 표정을 하는 거야? '저 사람들이 여기 머문 말도 안 되 는 이유'가 내 머리속에 떠올랐지만, 나는 그 망상을 머릿 속에서 지워 버렸다. "그래? 그럼 아쉬운 걸. 어쨌든, 이번에도 우리와 동행할 생각 없어?" 그나마 이 일행 중 가장 인간적으로 믿음이 가는 알베르트씨의 말. 실력은 별로지 만. "나는 어때? 나도 수도에 갈 일이 있는데." 음. 왠지 불안하다는 여자의 직감이.........아, 아냐 ! 어쨌든, 이 부스트라는 용 병은 좀 불안하다. 날 바라보는 눈길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고. 나를 긴 장시키는 무언가가, 그 눈길안에 녹아있다. 자, 그럼 어쩌느냐....... 일단 여행이 란, 여럿이 같이 뭉쳐다녀야 좋다. 나와 아르메리아, 둘 만이 다니면, 아무래도 여자 둘의 일행이니 만만히 보는 인간들도 있을 거고. 물론 두들겨 팰 인간이 늘면 스트레 스 해소에는 좋지만, 좀 피곤하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절할 명분이 없다. 그래. 뭐 그렇게 하지. "좋아요. 내일 아침에 출발하기로 하지요. 어때요?" "그렇게 하지." 내일 아침, 여기서 모여 출발하기로 했다. 그럼, 일단 같이 갈 일행은 구했다. 저 아저씨가 억지로 따라붙을 것 같아서 고민했는데....... 이제 내 몸을 지킬 수 있게 되는구..........가만. 왜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지? 모두를 배웅해주고, 시장 으로 가면서 나는 골치를 앓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에서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 면서도, 그런 생각은 떠나지 않았다. 물론 물건이래봐야 결국은 산 게 없었지만. "레이니, 일단 구급약부터 사야겠어요." 음. 전에는 필요없었는데. 확실히 세이브의 존재가 크기는 컸다. 이제서야 그녀의 존재가 그리워진다. 음. 특별히 그 애를 좋아한다던가, 언니로서의 사명감이 떠오른 건 절대 아니다 ! 단지, 내 지갑이 가벼워지니까 그런 것 뿐이라고 ! "하지만 구급약이란 게 별로 없네요." 음. 그저께 전투가 있어서 그런지, 이런 약이 넉넉하지는 않다. 그나마 남은 약도 여행자들이 다 사버렸지......... 이틀이나 지체한 대가지. 뭐. 여기서 서쪽 항구까 지는 하루 이상 걸리는 길이다. 물자라면 대개 그쪽 방면에서 들어오는데, 아직은 물 자가 들어올 시기가 아니다. 어쨌든 이 도시가 무사하다는 소식이 가고, 다시 상인들 이 물자를 운반해올때까지의 시간은....... 적어도 3일 이상이다. 즉....... 그 말 은......... 우리가 사갈 구급약이 없다는 말이다. "이거, 큰일인데." - 계속 - 후기)음. 이제 얼마만 더 가면 수도에 도달하는데........ 레이니양. 힘들겠군요. 추가)어제는 개인 사정상 너무 바빠서.... 올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어제는 결국 컴 을 못 쓰고, 오늘 새벽에야 겨우 손을 대려고 했지만, 너무나 졸려서..... 추석이란 무섭군요. 모두들 즐거운 추석을 보내시기를.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1 19:13 조회:289 공룡 판타지 9-140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2) "하아. 결국 구급약 구하기는 실패인가........" 돌아다닌 상점이 도대체 몇 개이더라. 하지만 막상 구급약이 있는 상점은 거의 없었 다. 그저께의 싸움이 워낙 큰 싸움이어서 그런 것이다. 물론 소득이 전혀 없지는 않 아서 약간의 약을 구하기는 했지만........... "기껏해야 한 번 정도 쓸 분량의 붕대라....... 약도 조금은 구했지만 너무 적어." "............." 나나, 아르메리아나 내일의 일이 걱정이 된다. 내 몸이 걱정되냐고? 그건 아니다. 다만........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증명되었듯이, 알베르트씨 일행이 걱정된다는 거 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보물에 미친 도적들이 나타나는 경우에 안전을 보 장할 수 없다. 도적이란 게 드물기는 하지만, 앞으로 이 제국의 수도인 센터, 그 부 의 집결지에 다가가는 이상, 이제는 슬슬 나타날 시기가 되었다. 시골 마을에서는 훔 쳐갈 게 없을 지 몰라도, 대도시에서는 영업할 만한 게 있으니까. "아르메리아." "왜요? 레이니." 역시 존대말이 튀어나오고 마는 그녀. 역시 억지로 말을 트고 지내는 것도 힘들다. 자기가 말하고서도 그 말투가 어색했었나 보다. 다시 존대말로 돌아가는 걸 보니. "다시 존대말로 돌아가 버렸네." "아, 미안.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요..........아니, 않아서." "풋. 너무 억지로 힘낼 건 없어. 아르메리아." 그보다........ 오늘은 왠지 빨리 들어가고 싶다. 숙소에 가서 모처럼 잠이나 편하 게 자고 싶다. 그녀에게 물어볼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요즘 힘든 일만 연속으로 생 겼으니, 나도 좀 쉬고 싶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오늘은 편하게 자자. 아르메리아." "응."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예쁘다. "........." "........." 음. 이게 문제였어. 우리 둘이 자는 장소가 같다는 것. 둘만 여행하는데, 그것도 둘 다 여자인데 방을 두 개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이걸 어쩐다. "아르메리아......... 내가....... 아래에서.........." "말도 안 되는 말 하지 마요. 남자가 꼭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법칙은, 엘프 사회 에는 없어요. 언.........레이니가 바닥에서 잔다면, 나도 바닥에서 자니까, 그런 줄 알고 있어." 말이 혼란스럽다. 존대말과 반말이 마구 뒤섞였다. 그런데....... 마지막의 그녀의 말이....... "어차피 여자 몸이니 뭐 이상한 일 벌어질 일도 없고." 음. 그렇군. 내 마음은 남자이지만, 몸은 분명히 여자. 게다가 내 몸을 보고 싶지 않은 내가, 이상한 짓을 할 리는 없다 이거지. 하긴, 그녀의 마법은 적어도 나보다는 강했으니까. 그럼 안심하고 같은 침대에 자도 좋다는 건가....... "!" 하지만, 역시 싫어 ! 난 여자하고 잔 기억이 없단 말이야 ! 기쁨과 슬픔이 겹치는 밤이 될 듯 하다. 으휴.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다시 한 번 그 변태마법사를 저주하 는 나였다. ".........." 깜박. ".............." 깜박. "......................" 깜박. 도저히 잠이 안 온다. 역시 여자하고 한 침대에서 자는 건 힘든 일이다. 몸이 아무 리 여자라도 난 원래, 남자란 말야 ! 아르메리아가 무심한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신 경을 쓰는 건지........ 어쨌든 이대로는 잘 수 없다. 내 눈이 감겨지지 않는다. 나 도 모르게 그녀에게 눈을 돌린다. "......." 아주 평안하게 잘 자는 그녀. 확실히 대단해. 이렇게 태연자약하다니. 그녀의 옷 사 이로 보이는 가슴이, 상당히 예쁘다. 다 보이는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만져보고 싶은........... 도리도리.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 난 치한이 아니라고 ! 난 건전한 정신 과, 건전한 몸..........음. 이건 아니군. 하여튼, 건전한 정신을 가진 남자라고 !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이상한 생각을 억눌렀다. 하지만.......... 잘 안 되는 걸 어떡해. 나는 결국, 침대 아래로 내려오기로 했다. 더는 못 자겠어. 나무 위에서는 어차피 서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나뭇가지에서 잠을 자거나, 아니면 땅 위 에선 서로 떨어져서 잤지만, 여기선 그것도 불가능했다. 나무위에서 같이 잔 경우라 도 그때는, 움직이면 추락할 우려가 있어서 쓸데없이 뒤척일 수 없었는데....... 여 기선 그게 안 된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자유라는 것도, 때로는 괴로울 경우가 있는 거구나. 이거.......... 내가 아래로 내려가......... 탁. "왜요. 아직도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자신이 없나요?" "아, 아르메리아." "역시 그랬군요. 인간들이란......... 언니.......... 레이니도 그렇네요. 역시 종 족의 벽이란......." 할 말 없음. 어쨌든 그녀를 보고 음란한 상상을 안 했다고 할 만큼, 내가 얼굴이 두 꺼운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그녀에게 들키고 보니, 부끄럽기는 하다 하지만, 그녀는 왠지 화가 난 건 아닌 듯 한데? "레이니. 생명은 모름지기 이성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태어나는 게 어머니의 뜻이에 요." "어머니?" 난 어머니가 없어서 모르는데. "아르메리아의 어머님이 한 말씀이야?" "아뇨. 우리 종족을 낳으신 그 분의 말씀이에요. 원래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자신의 충동 자체에 죄악감을 느끼지는 말라고. 단 !" "단?" "그 충동에 지배되지는 말라고 하셨어요. 충동의 대상이 된 상대의 마음을 존중해주 라는 말씀도 함께 하셨고요. 전 직접 그 말씀을 듣지는 못했지만, 지금 레이니를 보 니 이해가 되네요. 그 말씀을 모르면서도 필사적으로 그 말씀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 을 보니, 생각이 났어요." 그렇게 되나? 하지만 그 말은........ 내가......... 그 충동에......... 그러니 까........... "그건..........그.........저...........그게 아니........." 말이 지리멸렬이다. 하고 싶은 말은 아니지만, 내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과해야 하는데. 사과해야 하는데. 사과해야 하는데. 생각만 나고, 입은 움직일 수 없다. 이 거.... 사과해야........ 톡. 그녀의 손가락이 내 입술을 가볍게 친다. "마음은 알겠어요. 그러니 얼지 말고 말해줘요. 스스로의 힘으로." 그녀의 눈이 나를 부드럽게 바라본다. 책망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는 눈빛. "미,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 "가만 !" 그녀는 나를 보면서, 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레이니. 인간은 물론이고, 엘프도 자신의 자손을 남기는 본능이 있어요. 그건 필요 하니까 생겨난 것이에요. 하지만, 그 본능에 지배되지 않는 것이 우리같은 지성을 가 진 종족의 일이에요. 그건, 엘프도, 인간도, 그리고 저 드워프들도 벗어나면 안 되는 의무에요." 난데없는 신학강의인가? 난 엘프가 아니니까 엘프들의 신에 대한 말은 안 들어도 될 듯 한데....... 아르메리아는 나를 보며 진지한 눈으로 말을 맺었다. "언니가 느끼는 충동을 없애는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런 충동을 느낄 땐, 상대 를 한 번 더 생각해 주면 되는 거에요. 알았지요?" 더 할 말이 없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인간이라면 무조건 뺨을 한 대 때리고 볼 텐데. 이게 엘프들의 사고방식인가....... 좀 멍해진 느낌이었다. 다시 제 자리에 눕 는 나와 아르메리아. 다시 고요가 찾아오고, 나도 이제는 조금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 깜박. "............." 깜박. ".................." 깜박. 역시 안 되겠다. 이번에는 충동 문제가 아니라, 잠이 완전히 깨어 버렸다. 참 으로 잘 자는 아르메리아가 부럽다고 생각되었다.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가. 나는 조 용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았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 가.......... 오래간만에 나 혼자 이렇게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는군........... 시간 이라........... 시간.........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저주를 푼다면 아르메리아와 같이 있고 싶다. 비록 종족이 다르기는 하지만, 유일하 게 나를 이해해주는 여자라는 점이,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셀은 비록 나를 사랑해주 기는 하지만, 그녀의 정신은 아직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뭔가 꺼려진다 고 해야 하나? 왠지 불안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이브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아이는 자신이 기계라는 걸 알고 있을까. 만약 모른다면, 그 자신은 얼마나 충격 을 받을까. 지금으로선 확실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 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내일 생각해보자.' 조금은 잠이 온다. 내일은 먼 길을 가야 하니까, 이제 잠을 자두기로 하자. 의식이 차츰 멀어져간다. - 계속 - 후기)으....... 왜 내 의식이 점점 멀어져가는거야. 눈이 또 감기고 있는 중입니다. 이래가지고 과연 끝까지 잘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을지......... 인간이 졸리는 건 당연하지만......... 추가)아, 구희원님(레이니 이야기 독자님중 한 분)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카드로 보낼까 했지만, 역시 이 자리에 쓰는 게 저답다고 생각이 되니까요. (잊어버리지도 않고) 9월 11일이라고 하시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2 18:44 조회:294 공룡 판타지 9-141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3) "으.......... 공룡이다. 언제 이렇게........" 공포로 인해 목이 굳어 버린 것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쿠퍼는 자신의 호신 용 장검을 빼어 들었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주위의 동료들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공룡에게 죽은 것인가. 땅을 적시는 피 가, 그의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었다. "안 돼........." 그의 발걸음은 불안했지만, 차근차근 공룡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이제는 도망가기 에는 너무 늦었다. 공룡들은 사람을 먹고 배가 불렀는지, 편하게 누워서 자고 있다. 도망가려고 해도, 주위는 온통 공룡 천지였다. 하지만........ "동료들을 죽인 원수. 받아라 !" 그들을 죽인다면....... 탈출도 가능하리라. 그는 있는 힘껏 자신의 검을 들어올려, 공룡의 목을 내리찍었다. 검이 목에 박히는 둔한 소리. 그리고 목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 피가 땅바닥을 적시면서 흐르기 시작했다. "죽어 ! 죽어 ! 죽으란 말야 !" 이미 목을 다친 것인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로즈는 자신의 검을 의지해서, 그 저 휘둘렀다. 이제 자신은 죽을 것이다. 하지만 공룡을 죽일 수는 있다. 그것만이 죽 어간 동료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의 검이 다시 들어올려지면서 새로 운 목표를 찾았다. 공룡들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자신이 죽은 줄 알았던 것이지. 이놈들. 어디 맛 좀 봐라. 그는 검을 휘둘러 공룡을 내리찍었다. 자고 있던 공룡들은 그의 검을 피하지 못했다. 또 한 마리가 죽었다. 몇 마리 째인가. 그런 건 이미 모른 다. 단지 찌를 뿐이다. 그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아아아아악 !" 사람들이 몇 명의 남자들에게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비명은 목구멍밖으 로 나가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죽어갈 뿐이었다. 눈이 뒤집힌 자들에 의해. 고작 세 명의 남자에 의해. "잘 되고 있군." "안심하지 마. 녀석들은 아직 5명이 남았어.........저런 !" 로즈가 검을 집고 걸어가다가 돌에 발이 걸리고 말았다. 비틀거리는 로즈. 그의 발 이 잠들어있는 사람 하나의 발을 밟았다. "뭐야.......... 자네..............억 !" 눈을 뜬 여행자의 눈앞에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로 어제까지 만 해도 자신과 친한 친구였던 로즈가, 지금 자신을 향해 칼을 들이대고 있지 않은 가. 그는 놀라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공포로 인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황급히 주위의 동료들을 깨우려고 외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목이 막힌 것 이다. "꺽. 끄윽." 그는 필사적으로 몸을 뒤틀었지만, 그의 친구는 그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피가 땅 바닥에 또 하나의 자국을 남긴다. 그는 잠시 몸을 떨다가, 축 늘어지고 말았다. "이제 네 명......... 이런 이런. 일어났어." 놀라 일어나는 네 명의 여행자들. 그 중 두 명은 마법사의 외투인, 깃털의 망토를 걸치고 있다. 그들은 황급히 주문을 외우려고 했지만........ 그들의 입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은 당황하여 달아나려고 했고, 여행자 두 명은 검을 빼들었지만........ "바브 !" 바브라 불리운 남자가 그들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그 검을 막는 여행자들. 그들은 바브를 필사적으로 설득하려고 했지만, 그는 표정하나 변치 않았다. 눈이 뒤집힌 모 습이,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저 마법사들은 어쩌지?" "내게 맡겨." 검을 든 채로 그들을 향해 몸을 날리는 검사. 검은 옷에 검은 머리칼. 심지어는 검 집도 흑색이었다. 그의 몸에서 검은 색이 아닌 것은, 그의 새하얀 피부뿐이었다. 그 가 마법사 둘을 막아섰다. "너, 넌 누구냐 !" "네가 우리 동행들을 죽인.........악 !" 말없이 검을 휘둘러 마법사 하나를 죽이는 검사. 옆에 있던 마법사가 황급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지만, 그 주문은 너무나 길었다. "#####@@@mana mis.......... 아아악 !" 아마 마법 중 가장 간단한 마나 미사일(레벨 1의 주문. 마력 그 자체를 적에게 발사 하는 마법)을 사용하려는 생각이었겠지만....... 상대는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단 지 가장 간단한 주문을 외울 시간조차도. 마법사가 바닥에 쓰러져 누운 것은, 눈을 깜박일 정도의 시간조차도 지나지 않을 무렵이었다. 검사가 자신의 검을 검집에 집어 넣을 무렵,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두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됐어. 이제 끝이야." 해골같은 얼굴을 한 검은 깃털망토를 두른 늙은이가, 보기 흉한 얼굴을 달빛속에 드 러내고 웃었다. 하지만 옆에서 한 마디를 던지는 하얀 망토의 여성. "하지만 저 세 사람은 남아있잖아." "걱정 마. 저 녀석들은 내가 잘 써주지." 늙은 마법사가 손을 흔들었다. 세 사람........아니 세 명의 살인귀는 그대로 바닥 에 쓰러져 버렸다. 그들의 얼굴은 이미 생명이 느껴지지 않았다. 옆의 여성이 다시 한 마디를 한다. "시체에만 흥미를 느끼는 것 같은데........" 노인의 말이 나왔다. "난 원래 시체를 좋아한다고." 옆에서 들리는 말. 남자 목소리였다. 지금이 어두워서 잘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난 돈을 더 좋아해. 지금부터 찾아봐야겠어." 그러자 하얀 망토의 여성이 씩 웃으며 말한다. "나도 그건 좋아해. 너만 가지지 말고 나도 내놔." "정보가 틀렸어. 원래 이 길을 지나는 일행은 엄청난 보물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 데....." 약간 실망한 듯한, 하얀 망토를 걸친 여성의 말이었다. "결국 헛수고한 셈인가....." 드워프의 중얼거림. "........." 검은 기사는 말없이 서있었다. "아, 나한테 화내지 말라고. 일하다 보면 틀릴 수도 있는거지." 변명을 늘어놓는 남자. 그런 그에게 화를 내는 일행들. "이봐. 임프. 자칭 세계 최고의 도적이면서 그런 거 하나 제대로 처리못해? 정보 하 나 제대로 모으지 못하고." 이구동성으로 터져나온, 불평의 소리. 요즘은 수입이 적은 편이었다. 들이는 수고에 비해서. "역시 이 섬에 오는 게 아니었어. 수도에선 재미도 못 보고." 하얀 망토의 여자의 불평. "그러게. 어느 녀석이 귀족 부인만 안 건드렸어도........" 탁한 눈동자의 엘프의 중얼거림. "그건........ 어쨌든 다들 무사하잖아." 그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설득력이 없는 말을 늘어놓는, 임프라고 불리운 남자. 허리 에 찬 단검이 눈에 띄였다. 보통은 공룡과의 상대를 위해서라도 단검은 별로 인기가 없는 편인데. 그나마, 던지는 용도도 아니다. 그의 허리에 찬, 단검의 개수가 고작 2 개였으므로. "다음부터는 주의해. 임프. 우리를 노리는 현상금 사냥꾼들은 많다." 검은 옷의 검은 눈을 가진, 검은 머리칼의 기사의 말. 단검을 찬 남자가 고개를 끄 덕인다. "알았어. 엘림. 하지만........ 사나이의 낭만이란 건 역시 여자아냐? 너처럼 과묵 하기만 해선, 여자에게 인기를 못 끈다고." 단검을 찬 남자의 중얼거림을 무시하는 여자들. "그보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하얀 망토를 쓴 여성이 말한다. 그게 궁금한 것은 아니지만, 두 남자 사이의 무의미 한 대화를 끊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질문이었다. "일단, 저 도시로 가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보자. 수도로 돌아가기는 이제 글렀 어. 당분간은 우리를 찾아, 기사들이 눈에 불을 켤 걸." 기사와 마친가지로 검은 갑옷을 입은 드워프가 말한다. 그들은 침묵으로 그의 말에 동의했다. 모두들, 돈을 챙기고 일어섰다. 시체들을 바라보는 하얀 망토의 여자. "이거, 치워야 하지 않을까? 여기는 너무 도시와 가까워. 비록 하루 정도는 걸리겠 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발견할 우려가 있어." 여자다운 섬세함은 아니었군. 하지만 기사가 말한다. "걱정마. 리드. 이미 우리대신 처리할 분들이 오고 계시니까." 그들이 있는 숲속에선, 공룡들이 그들을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힘 이 있었다면, 이미 싸움이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비친 공룡은, 그다 지 크지도 않고 강해보이지도 않는 공룡들이었다. "시체를 뜯어먹는 녀석들이야. 자, 우린 갈 길을 서두르자." 앞으로 걸어나가는 6명의 남녀들.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공룡들이 쓰러진 사람들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공룡 한 마리가, 자신의 입을 내밀어 시체의 머리를 물 어뜯었다. 그걸 신호로 하여, 공룡들이 인간의 시체를 먹기 시작했다. "의외네. 시체를 상대로 실험하는 게 취미이면서." 늙은이를 바라보며 놀라는 하얀 망토의 여자. 남자가 대답한다. "이미 해 봤어. 저걸 봐." 공룡들이 갑자기 비틀거리다가 옆으로 쓰러졌다. 죽은 사람이 움직여 그들의 배를 찌르다니.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어서 피할 수가 없었다. 의외의 전개에 놀라는 여자 들을 향해 늙은이가 중얼거린다. "이제 저 사람들은 공룡들에게 죽어나간 거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함인가? 아니면 죽음에 또 하나의 피를 보태는 것일 뿐 인가. 늙은이의 웃음이 숲 속에 울려퍼진다. - 계속 - 후기)쿠퍼와 로즈는, 제가 본 공포영화 "Day of the dead"의 등장인물 이름입니다. 바브는, 여기 나온 지능있는 좀비이고요. 유명 게임 바이오 하자드의 원조로 여겨지 는 영화. 좀비들이 설치는 지구의 이야기, 상당히 인상깊더군요. 정말 모처럼 본 좋 은(?) 영화였습니다. 물음표가 붙은 이유는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입니다. 저런 영화를 자막달린 정식판으로 볼 수 있다니(공윤이 이렇게 관대할 때가 있다니, 정말 의외더군요)....... 취미가 이상하다고 하지 마세요 !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역 시 SF영화라고요 ! 졸면서 필사적으로 쓴 게, 다시 점검해보니 그럭저럭 괜찮더군요. 휴우.... 문제는 다들 추석이라 고향에 가신 덕에.... 보시는 분들이 줄었어요.....(ㅠ.ㅠ)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3 19:41 조회:259 공룡 판타지 9-142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4) 눈을 감은 게 언제였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침해가 밝아왔다. 잠을 잔 기억이 없네. 하긴 그런 기억이 날 리가 없지 않은가. 한심한 생각이 들고 말았다. "세이브. 그만 일어나서 식사할 준비......." 아. 지금 없지.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하고 말았다. 없다. 없다. 없다...... "아르메리아 !" 나도 모르게 솟아오른 공포심. 내가 억제할 수 없을 정도의 동요. 그것이 순간적으 로 터져나왔다. 몸이 떨린다. 이런 느낌........ 익숙하다. 내 기억에는 없지만, 그 런 생각이 든다. 그 꼬마가 이렇게 내 마음 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가........ "아, 레이니." 그녀........ 그게 누구지.......... 기억이 나지 않아......... "레이니 !" 팔에 느낌이 온다. 느낌. 익숙한 느낌. 이건......... 뭔가 싫은 느낌....... "이거 놔 !" 팔을 뿌리친다. 극심한 동요.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무섭다. "왜, 왜 그래요? 레이니." 눈 앞에,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있었다. "레이니. 아까는 무슨 일을 생각했었나요? 마음의 동요가 심하던데." 눈이 동그래져서 묻는 아르메리아. 상당히 걱정을 하는 모양이다. 하긴, 그렇지 않 아도 변변찮은 동행이 이렇게 헝클어진 모습을 보였으니..... 그러는 게 무리가 아니 다. 하지만, 설명을 할 수가 없다. 그녀가 내 팔을 잡기 전에.......... 무언가 생각 난 게 있었는데......... 단지 무섭다는 것 이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겠어. 무슨 무서운 일을 생각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한심하다. 내가 이런 대답밖에 할 수 없다니. 공포심에 진다는 것은, 옛날에는 생각 도 하지 않은 일이었는데. 기억나는 것은, 내 앞에 놓인 세월이 부서져나간다는 자각 과, 그에 따른 끝없는 허무. 그 외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 내가 두려워한 것은, 과 연 무엇이었을까. "레이니." 자신의 가슴에 내 손을 얹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 눈이 따뜻하다. 그녀의 가슴처럼. "침착해요. 지금 레이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나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하지만......... "레이니가 이 여행을 끝낼때까지, 제가 옆에 있을 거에요." 엘프 마을에 갈 때까지........ 하지만 난......... "이봐. 아가씨들. 슬슬 출발할 시간이 되어 간다고 !" 걸죽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나와 그녀의 생각을 날려 버렸다. ".........." 아침의 끔찍한 기억. 거기다가 그것을 더 짜증스럽게 만든 남자의 목소리. 하나 더 하면, 언제나 옆에 있던 '먹는 귀신'의 부재. 마지막으로 오늘 나온 식사의 맛까지 겹쳐서, 기분은 우울 그 자체다. 으. 맛 없어. 역시 그 사람이 식사할 때의 기분은, 음식의 맛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다. "............" 으. 부스트 아저씨. 두고 보자. 분위기 좋았는데. 물론 지금은 소용이 없지만, 나중 에 내가 남자로 돌아가면, 매우 중요한 순간이 될 인생의 시간이었는데. 알고 했다면 죽여 버리겠지만, 모르고 한 일을 탓할 수도 없었다. 애꿋은 돌맹이를 발로 밟았다. 우지직. "레이니. 이제 출발할 시간이에요." 아르메리아의 목소리를 듣고, 조금이나마 기분을 전환시키려는 순간에........ "어이. 아가씨. 그만 출발하자고." 아저씨........ 지금은 조용히 하세요. 하지만 짜증을 부릴 입장도 못된다는 내 신 세가, 서글퍼졌다. 말하면 우선 믿지도 않을 거고..... 내게 아르메리아가 어떤 존재 인지 자꾸 실감이 나고 있었다. "자, 수도를 향해, 가자 !" 아저씨......... 그런다고 힘이 나나요. 어쨌든,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부스트씨 에 알베르트씨의 일행까지 합해서, 모두 7명의 인원이 수도로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자, 아마 여행 일정대로라면 약 200km, 합해서 5일정도 걸릴 것이다. 나와 아르메리 아만 간다면, 3일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이거, 확 둘이서만 여행해 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포기했다. 어차피 수도를 벗어나면 다들 자신의 길을 가야 한 다. 남는 것은 나와 아르메리아뿐. 그러니 일단은 동행들과 사이좋게 지내자. 5일밖 에 더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니..... 터벅터벅터벅. 으. 역시 날씨는 더워. 걷기만 하는 것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여기는 숲이 이어지기만 하고, 그 사이에 난 '안전한 도로'를 따라 걷기만 하는 곳이라서, 도무지 눈요기할 만한 풍경이 보여지지 않는다. 칫. 다른 대륙에서는 '산'이라는 것 이 있어서 하늘의 구름을 뚫은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는 그런 것도 없다. 어떤 대륙에서는, 보기 드문 '사막'이란 것도 있다고 하지만, 여기는 그런 것 도 없다. 물론, 믿을 수 없지만, 그곳에는 식물이 드물다고 한다. 말도 안 돼. 발로 걷어차면 차이는 게 식물인데. 그러나........ 그건 그쪽 사정일 뿐이다. 이 길은 정말 지루할 뿐이다. 오로지 이 어지는 것은 길다란 도로. 그리고 안전을 위한 도로 옆의 공터. 그것뿐이다. 하다못 해 종종 출현하던 공룡들도, 여기는 드물다. 가끔씩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제외하 면, 정말 한적한 길이다. 게다가, 얼마전에 공룡들이 '파탈 헤이스트'를 공격하는 바 람에, 이 길로 가는 사람들은 우리 일행뿐이다. "으........ 따분해." 저렇게 태평하게 하품을 하는 사람 - 테이브 - 은, 그나마 행복한 거다. 난 주위에 뭐가 숨어있는지 경계하느라고, 지루한 여행을 더 지루하게 보내고 있다. 이곳은 인 간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안전하다고? 체서들도 인간에 속한다. 언제 내 앞에 나타나 거나 마법을 날려 날 피로하게 할 지 모른다. 지루해 죽을 지경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지루함을 달랠 수 없는 작업에 몰두하는 나는, 정말 피곤하다. 두고보자. 변태 마 법사. 널 잡으면 반드시........ 토막으로 썰어서 솥에 집어넣고 끓여다가......... "레이니." 부스트 아저씨의 목소리. 그러고 보니 지루한 이유가 하나 더 있군. 이 사람들의 안 전에 신경쓰는 것. 하지만 지루한 원인은 바로.......... "아르메리아. 얼마나 남았어?" "아직 멀었어요." 아무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럴 입장도 못 되고 그럴 수도 없다. 주위를 경계하면 서 잡담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결국, 오늘 아침의 일이나, 어제 묻고 싶었던 세이브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를, 가슴 속에만 묻어두어야 했다. 음. 이제 보니 뭔가 를 묻어두기에는 충분한 부피를 가지고 있군......... ".........." 한심하다. 내 가슴도 아니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이건 그 공주님, 쥬린 제국의 공 주님이신 미나르님의 것이지. 이젠 맘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겠어. 언제나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싶어도, 내 할 일 은 주위를 경계하고, 수상한 녀석이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도저히 이런 일을 테이브 나 제라, 알베르트씨나 저 라이다양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 나와 아르메 리아, 그리고 부스트 아저씨가 이런 역을 해야 했다. 저 사람들은 분명히 자기들이 경계하면서 여행하기 힘드니까 나와 동행을 하는 거야. 인간적인 정에 끌려서 하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문제는 문제다. 저 사람들, 과연 정식 기사나 마법사가 될 수 있 을까. 남 걱정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만. 그럼 나 자신은 어떨까?' 나는 정식으로 기사가 될 자격을 구비한 것인가. 검술은 그다지 쓸모가 없을 것 같 다. 아직도 난 스승님의 검술에 미치지 못하고, 마법은 그야말로 초보에다가 몸은 엉 망이지. 지금은 결격사유가 너무 많군. '그렇다면, 내 몸에 걸린 이 저주가 풀어지면, 나는 검사가 될 자격을 갖추는 것일 까.' 그것도 모르겠다. 문제는.... 지금 내가 열심히 검을 수련하고 있기는 하지 만........ 아무리 수련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단련되는 것은 '그녀'라는 거다. 이 몸의 원래 주인인 그녀, 즉 쥬린 제국의 공주님이자 정식 황위 계승자이신 그 아가 씨..... 그렇다면....... 내가 열심히 단련해서 검의 달인이 되어도,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면 또다시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건가....... 갑자기 맥빠지네..... '그렇다면 마법은?' 그건 정신을 단련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듯 하다. 하 지만......... 그것도 문제는 있다. 몸과 마음이 잘 맞아야 그런 정신적인 수련도 도 움이 되지. 만약 내가 이 공주님의 몸에 맞추어 열심히 단련한 뒤 마법이 풀리 면....... 나는 익숙하지 않은 내 원래의 남자몸에 맞추기 위해 다시 수련을 해야 하 는건가? '으....... 머리 아파. 일단 다음 목적지인 비케이션(vacation : 방학)에 가서 생각 해보자.' 고개를 든 순간, 내 앞에 나타난 것은 도시의 성벽과 문. 그 문 근처에 쓰여진 팻말 을 보고 읽어보니......... 저녁 노을에 비추어진 탓에 붉게 물든 하얀 색의 나무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었 다. "평온의 도시 비케이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계속 - 후기)음. 졸리네요. 요즘 글이 안 나가서......... 눈을 감고 자려다가 쓰고 있습니 다. 으.... 졸려. 하지만 힘내야지. 비록 조회수가 떨어진다고 해도. 남들처럼 하루 에 300번의 조회수를 기록하지 못한다고 해도. 힘내야지. 레이니의 여행의 끝까지는 따라가야....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4 19:44 조회:285 공룡 판타지 9-143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5) "이 도시에 오는 것도 오래간만이군." "이번엔 여자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바래." "걱정마라고. 그럼, 저녁에 만나자구." "숙소에서 만나지. 그럼 잘 놀다 오게." 같이 다니던 일행과 헤어지고,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산책을 하기로 한 임프였다. 뭐, 저녁때까지 이 도시, 비케이션을 산책하면서 시장의 사람들의 지갑을 좀 슬쩍하 는 연습이나 할 예정이었다. 상대가 모르는 가운데 지갑을 훔쳐야 진정한 도적인 것 이다. 물론, 그로서는 이런 소매치기보다는, 역시 여자들을 납치하거나 단검으로 급 소를 찌르고 상대를 암살하는 것이 더 구미에 맞는 것이기는 했지만. '뭐,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그럼 즐겨볼까.' 그의 솜씨를 단련하기 위해서, 오늘도 그는 자신의 솜씨를 연습해볼 생각이었다. 물 론 이 도시에서 나가면, 다시 사냥감을 찾아 헤멜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피를 흘리지 않고 목적 달성을 하는 것도 괜찮은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소매치기 연습도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그의 그런 노력 이 뒷받침되어, 지금은 세계 제일의 도적이 되었다고 자부하는 것이 아닌가. '음. 하지만 괜찮은 여자는 없군.' 그의 눈에 들어올 정도의 여자는, 확실히 드물었다. 그러나, 일단 그가 점찍은 여자 는, 절대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손에 의해 일생을 망친 여자는 수 십명 에 달했고, 그는 그것만으로도 경비병들에게 잡히는 순간, 즉결처분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알아본 사람이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이중삼중의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이봐. 임프. 돈만 훔치지 말고, 보석도 좀 훔쳐오라고." 타락한 마법사, 키텔의 말이었다. 그의 말은 임프의 머릿속에서 울릴 뿐, 아무도 알 아듣지 못했다. 그렇게 해야 안심하고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곳에 사람이 많은 만큼, 대화는 신중을 기해야 했다. "걱정 말라고. 자네 머리만한 보석이 있으면 가져올테니까." 이렇게 입밖에 내어 표현한 게 아니다. 단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임프는 자신 의 의사를 표현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더운 날씨 때문에 고개를 숙이며 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몸짓으로. 임프는 몸을 돌려 여관 밖으로 걸어나갔다. "자, 우리도 올라가볼까. 오늘 저녁은 뭘로 먹을지 기대되는걸." 계단을 걸어올라가는 엘프와 성직자의 말이었다. "음. 그럼 슬슬 취미생활을 시작해볼까." 골목길로 들어가는 임프. 잠시 후,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임프와는 전혀 다른, 덩치 큰 남자였다. "어이. 아줌마. 오늘 저녁은 뭐요?" 식당으로 들어가는 남자. 곧이어 의자에 앉은 남자에게, 음식이 담긴 접시가 나왔 다. 그리고, 골목길이 통해있는 다른 도로로 나오는, 또 하나의 남자가 있었다. 역시 임 프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시장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갔다. 그는 단지, 시장을 구경하면서 혼잡한 사람들의 틈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마치 무슨 초상이라도 당한 것처럼, 찌푸릴 뿐이었다. "음. 저녁은 어디서 먹는다?" 일단 여관부터 하나 잡아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고 걷고 있지만, 맹세코 난 여기에 처음 왔다. 누가 이 도시에 전에 와 본 사람이 있나? "전 여기 들어온 적이 없는데요. 레이니도 알다시피, 엘프들은 대개 숲에서 밤을 보 내니까요." 아르메리아는 일단 탈락. 좋은 여관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더니..... 그럼 알베르 트씨는? "미안해. 아가씨. 나도 적당한 여관을 아는 데가 없어서." 그럼 나머지들은 물어보나마나다.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동안의 이미지 탓이 기도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고개를 돌리자 일제히 고개를 젓는거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럼..... 남은 사람은..... 바로....... "부스트 아저씨." "아저씨는 아냐 !" "그럼, 부스트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더 아냐 ! 난 아직 결혼도 안 했다고 !" "음..... 그럼, 부스트옹." "야 ! 이 장난꾸러기 아가씨야 !" "부스트옹, 이 도시의 값싸고 질좋은 여관이 어디인지 말씀해주시길 바라옵니다." 놀려먹을 대상이 지금 없으니, 이 아저씨를 좀 놀려먹고 싶었다. 오늘은 상당히 따 분한 날이었으니만큼. 모두들 나와 부스트를 보며 웃음을 참고 있다. 주위의 가게 주 인들마저도. "아가씨. 싸고 좋은 여관이라면, 역시 '늦잠꾸러기' 여관으로 가는 게 좋아." 늦잠꾸러기? 이름이 좀 이상한 듯 한데? 내 얼굴에 의문이 떠오르는 걸 보더니, 여 관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럴 거라는 생각을 한 분들이 충고를 해준다. "늦잠꾸러기 여관은 남쪽 길로 죽 가면 나올거야. 간판이 크니까, 찾기 쉬울거야. 하지만 서둘러야 갈 수 있으니까, 일단 가서 방을 잡는 게 좋아.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여관이라면, 아마 거길거야. 더불어 말하면, 음식도 맛이 좋고 값이 싸다고. 아 가씨 얼굴봐서 충고해주는거야." 이럴 때에는, 여자의 얼굴이 무기가 되는 것인가? 어쨌든 친절한 사람들 덕에, 쉽게 여관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가게 주인들이 말해준대로 남쪽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아주 발랄한 아이네요." "귀여워~~~~~~~~. 내 딸도 저랬으면......." "이왕이면 미니스커트를 입지..... 다리를 가리게 저게 뭐야. 바지를 입다니." 다 들린다. 다 들려. 하지만 남이 뭐라고 하든, 난 이 바지를 입을거다. 내가 무슨 여자라고 다리 자랑을 하겠어. 미니스커트는, 내 몸을 되찾은 다음에 그 공주님을 만 나면 입어보라고 권해볼까......... 내가 왜 이런 주책스런 생각을 하는거냐. 공주님 에게 그런 소리를 할 셈인가. 그리고... 나는 달리던 걸음을 멈추었다. 사람들이 많 아서, 달려나갈만큼 공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으으으. 비좁아." 걸어갈 수 없다면, 밀고 나가자. 그래도 어느 정도는 있는 힘으로, 나는 사람들을 밀었다. 시장은 언제나 사람들이 없는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별 쓸모없는 생각을 다 하면서, 나는 여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 뭐냐. 이거. 내 품 속에 누가 손을 넣고 있었다. 치한인가? 그렇다면 당장 날려버 릴........ 가만. 치한이라면 왜 손길의 느낌이 이렇지? 여자를 건드리는 게 치한이 라면, 이건 나를 전혀 건드리지 않으면서, 원하는 무언가를 찾는 느낌이었다. 그게 무엇일까. 내 몸을 탐낸 녀석이 아니라면, 이 손길의 주인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이 놈이......... 감히 내 지갑을 민첩하게 낚아채려고 해? 손목부터 자르자. 아 니.... 잡자 ! 나는 손을 내밀어 녀석의 손목을 잡으려고 했다. 이 놈, 죽었다 ! "!" '뭐, 뭐냐? 여태까지 실수없이 일을 해치운 내 소매치기 기술을 간파하다니.' 이 여자, 등뒤의 허리에 매단 검을 보아 검사가 분명하다. 그것도 상당한 실력자다. 내 손길을 알아채다니. 감각이 대단하군. 하지만, 이 여자가 내 손목을 잡기보다, 내 가 이 여자의 지갑을 훔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날 찾을 때에는 이미 난 어디론가 사라진 후가 될 것이다. '자. 지갑을 내놔라. 이 여자야.' "?" 왜 지갑이 나오지 않는거지? 내 손의 힘이라면 설마 이 여자가 지갑을 매어놓았다고 해도 문제없이 줄을 끊을 수 있는데? 재빠르게 지갑을 휘저어 그 줄을 찾으려는 내 손에, 차가운 금속성의 무언가가 잡혔다. 그리고, 나는 그 정체를 알았다. 잡자마자. '쇠사슬 !' 이런 경우에 소매치기를 한 경험은 없는데.... 소매치기의 범행대상이 줄을 지갑에 매어둔 것은 보았어도, 쇠사슬은 처음이었다. 얼굴이 너무나 예쁘고, 어딘가 기품이 느껴지는 몸놀림으로 보아 여행나온 귀족집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 다. 물론 몸놀림만 보면 어딘지 모를 품위가 배어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이 여자는 기사 집안의 딸이 분명했다. 여자의 얼굴에 눈이 팔려, 그녀의 허리를 주의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 그러나, 이 정도로 잡힌다면 대도적 임프의 이름이 울지. 나는 오른손에 숨긴 작은 칼을 꺼내들었다. 이걸로 쇠사슬을 잘라버리고........ 챙. "당신 지금 뭐하는거야 !" 손칼을 꺼내던 내 손이, 그 여자에게 잡혔다 ! 이게 ! 나는 재빠르게 왼손을 그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 보통 여자들은, 가슴을 한 번 건드리기만 하면 놀라서 물러난 다. 그러나..... "이 더러운 치한 자식이 !" 가슴에 손을 대자마자 나타난 반응이었다. 와아악 ! 이 여자, 정말 여자 맞아? 혹시 변장한 남자 아냐? 그건 아닌데? 내 오랜동안의 감각에 의하면, 이 자는 분명히 여자 다. 그런데 어째서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보다 반격을 우선시한거지? 그녀의 주먹에 맞아 입 속에서 이빨이 무더기로 부러졌으면서도, 그 고통보다는 당혹감이 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 계속 - 후기)흐흐흐. 감히 레이니의 지갑을 훔쳐가려고 하다니. 넌 죽었다. 모처럼 레이니가 스트레스 해소를 할 것 같구나.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5 19:59 조회:262 공룡 판타지 9-144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6) "으, 으, 으 으으으으(으, 이, 이 계집애가 !)." 이빨이 부러졌으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임프는, 자신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물러섰다. 이럴 때에는 잽싸게 도망치는 게 최우선이다. 그러 나, 도망을 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 이빨을 잃으면서 얼굴에 받 은 타격이 엄청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정한 이유는..... 퍽퍽퍽퍽퍽퍽퍽퍽 ! 두들겨맞느라 바빠서 도망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빨을 부순 마녀는 임프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면서 가슴, 배, 다리, 팔, 머리, 목 등을 가리지 않고 마구 밟 았다. 그것도 상당히 충격이 크게. "사라사려(사람살려 !)." 이렇게 외치고 싶어도, 이미 이빨이 나간 탓에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단지 비명 이 나올 뿐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머리는 이미 마녀의 발에 밟히고 있다는 점이었다. 밟히는 중에 입을 놀릴수가 없었다. 혀를 깨물지 않은 게 다행일 지경이었다. 아니, 차라리 그래야 했을까. '귀족집 아가씨'라고 착각을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몰래 습격하는 거라면 자신있었는데.....' 그 자신이 정면 대결을 했다면.... 이런 끔찍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러나 일은 이미 벌어졌고, 임프의 운명은 죽음으로 가는 직선도로에 놓여 있었다. 물 론 정면대결을 했다고 해도 이기기는 힘든 상대이지만, 최소한 달아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순간의 선택의 실수가 그의 현재를 결정하고 말았다. 어쩌면 미래조 차도. "아, 개운해. 모처럼 신나게 때렸다. 역시 악당을 패는 건 기사 지망생으로서의 의 무야. 어? 왜들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요?" 전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내가 아르 메리아가 아니라서 그들의 마음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중에 물어볼까? '모두들, 얼굴과는 행동이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아르메리아가 내게 마음 속으로 전달해준 말이다. 음. 이미지와 다르다고? 뭐가 어 때서 ! 기사 지망생으로서 저런 소매치기를 잡는 게 뭐가 이미지와 다르다는 거야 ! 검을 허리에 찬 기사라면, 당연히 저런 놈은 두들겨 패는 게 당연한 거지. 칼로 머리 를 자르지 않은 것만 해도, 상당히 인정많은 기사 아냐? '저....... 저 사람, 골병들었어요. 어쩌면 사형장에 가기 전에 죽을지도.....' 음. 왜 저 사람이 그랬다고? 길바닥에 붉은 물감을 엎지르기는 했지만, 그리 많은 양도 아닌데 뭐. 나쁜 자식. 남의 가슴을 건드려? 저런 소매치기에 치한인 놈은 아예 목을 잘라다가....... '언니. 경비병들이 오라는데요?' 왜 ! 난 악당을 잡아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는 데 공헌했다고 ! 무슨 일인지는 모르 지만, 일단 오라니까 오는거다. 설마 생트집 잡지는 않겠지. "허허. 무슨 아가씨가 저렇게 거친지........... 이 물건 얼마에요?" 아저씨. 남이야 거칠든 말든, 어차피 전 진짜 아가씨도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 요. 물건이나 제때 사요. 그런데 왜 저러는 거지? 몸놀림이 좀 이상하다. 표정도. "음. 내 지갑이......... 악 ! 없다 ! 내 지갑이 없다 !" 당황해서 주머니를 뒤지는 아저씨. 그리고 일제히 터져나온 괴성. "허허. 자기 지갑을 잊고 다니다니, 젊은이가 그래서야........ 악 ! 내 지갑 !" "내 돈 !" "내 반지 !" "내 쌈지돈 !" "내 보석 !" 뭐야? 이거. 다들 지갑이 없어지다니. 설마 모두들 일시적으로 두뇌에 장해가 일어 난 건가? 왜 지갑을 빼먹고 다니는 거야. 가만....... 경비병들이 저 치한을 연행하 기 위해 줄로 녀석의 손발을 묶는군. "음. 이거, 왠지 모르게 체격과 몸매가 다르지 않아?" 무슨 소리를 하셔..... 경비병들에게 가면서도, 나는 왜 저분들이 그런 시시껄렁한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저 사람이 훔친 지갑들을 옷 속에서 꺼내고 가면만 벗기면 만사가 해결되는데..... 아직도 모르시나? "이게 뭐야 !" 줄로 치한을 묶다가, 이상하게 체격에 안 맞게 가슴과 배가 큰 것을 의심한 경비병 들이 품 속을 뒤졌다. 물론, 이상한 게 튀어나오지 않게 칼집으로. 그러자........ 툭. "아이고, 내 지갑 !" 아까 지갑을 잃었던 그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갔다. 저런저런. 눈치도 못 채고 있 으셨나? 자기 지갑을 되찾은 아저씨가 경비병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감사를 했다. 허 리까지 굽히면서. "고맙습니다. 경비병님들. 고맙습니다. 아가씨." "네, 네....." 당황해서 멋없는 답례를 해 버린 나.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수십명의 사 람들이, 나와 경비병들, 그리고 그 치한의 주위를 애워싼 것이다. "저건 내 지갑이야 !" "이건 내 돈주머니잖아 !" "이 보석 도둑 !" "내 팔지 ! 내 반지 !" 도대체 얼마나 훔쳐간 거야. 치한의 품 속을 뒤지자, 이 시장에 있던 사람들의 돈과 값어치있는 물건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경비병조차 기가 찬지, 치한의 얼굴을 물 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몰랐을까? "아, 아가씨. 어쨌든 저희를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저 놈, 의외로 거물인지도 모 르니까요. 이번 일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하니,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얼굴을 돌려, 주위의 사람들에게 외치는 경비병. "여러분들 중에서 이 친구에게 지갑을 빼앗기신 분이 있으면, 따라와 주십시오. 아 무래도 이 놈, 유명한 도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자, 적어도 30명은 넘는 사람들이 앞으로 나왔다. 어떻게 된 거야 ! 그들과 함 께 시청으로 가면서, 나는 알베르트씨에게 말했다. 아니, 외쳤다. 사람이 너무 많아 서 그들이 한마디씩만 해도, 어지간한 큰 소리는 지워버릴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관 방 맡아두세요 !" 고개를 끄덕이는 알베르트. 그들은 주위에 몰려온 사람들을 보고, 입을 한 번 쩍 벌 리고 나서, 여관으로 걸어갔다. 이제 이 시장에 모인 사람들은, 어림잡아 100명은 되 는 것 같았다. 그들과 함께, 나는 이 도시의 시청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르메리아와 부스트옹은 나를 따라오고, 알베르트씨 외 4명은 여관으로 갔다. 어차피 이 행렬 사 이로 끼어들 수 있으려면 상당한 무술의 달인이 아니면 안 되었으니까.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밀치고 내가 있는 곳까지 다가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쾅. 내가 분해서 책상을 내리친 게 아니다. 놀라서 내리친거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금화 뭉치에 비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얼마야 ! 일단 아무리 적어도 10000쥬엘은 되겠다. 내가 가진 돈보다 더 많은 액수다. "아가씨가 잡은 녀석은, 그 유명한 PK단의 일원인 임프라는 군요. 정말 대단한 거물 을 잡으셨습니다." "PK단?" 들은 적이 있어. 그 악명을 모르고서야 어디 검사라고 하겠나. 부스트옹과 아르메리 아조차 놀란 표정이다. 그 유명한 악인들의 집단 PK를 모르고서야 검사로서, 아니 인 간으로서 부끄러울 지경이다. PK단. Poisoned Knife. '독이 묻은 칼'이라는 뜻의 이 무리는, 유로 제국은 물론, 저 멀리 사라다 제국까지 알려진 악당들이었다. 사람을 죽이고 자신들의 실력을 갈고 닦으며, 죽은 자들의 모든 물건을 빼앗는다는 자들. 좋게 말하면 '강해지기 위해' 수 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놈들이고, 정확하게 평하면 악질 도적단이다. 그 자들의 악명 이 너무나 자자해서, 도적단 중에는 그 이름을 사칭하는 자들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은 유로 제국 전역에서 지명수배되어 있고, 잡히면 즉시 사형에 처하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유명한 녀석들이 나한테 이렇게 쉽게 잡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나지막하게 말하는 시장님. "이 자를 곧 사형에 처할 생각입니다. 아가씨도 참관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뭐야. 사형장에 입회하라는 거야? 난 그런 거 싫다. 이미 사람 죽는 건 실컷 봤다 고. 아무리 그가 천하에 비열하고 치사한 치한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다. 악명이 천하 에 자자하긴 하지만. 그리고..... 그런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은......." 목소리를 낮추는 시장님. 그리고 그 분이 하시는 말. "이 자의 동료들이 곧 이 시청에 난입할 것입니다. 이 자는 언제나 동료들과 같이 다녔습니다. 비밀리에 사형에 처해봤자, 아마 곧 눈치를 채고 나타날 겁니다. 그러 니....." 무슨 말인지 알겠어. 차라리 공개처형을 해서 녀석들을 끌어들여 일망타진하자는 것 이군. 말을 맺는 시장님. "그러니, 녀석의 일당들을 잡는데 힘을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 계속 - 후기)음. 그럼 오늘 밤에는, 레이니의 따분함을 싹 씻어줄 수 있는 특별 이벤트가 있 겠습니다. 후흐흐흐하하하하아하하하하. (그 음흉한 웃음의 뜻은? 또 레이니를 고생 시키려는 거냐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6 10:20 조회:295 공룡 판타지 9-145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7) "........" 결론부터 말하면, 또 싸움이란 거다. 하지만 난 실력이 별로 뛰어나지 않은 데.........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 아르메리아가 왜 저렇게 간단하게 승낙을 하는거지? 그런 내 의문에 대답도 해 주지 않고, 그녀는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있었다. "잘못하면 시장님의 목숨이 위태로울 테니까요." 그녀의 말에, 시장님은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건........ 아 ! 요즘 잊고 있었다. 워낙 강력한 상대를 만나 싸우다 보니, PK단의 악명을 까맣 게 잊고 있었던 거다. 그들은 자신을 잡은 경비병이나 기사들을 반드시 참혹하게 죽 여 버렸다. 보복의 의미로. 지난번에 그들을 잡으려고 파견된 기사들 중에 하나가 일 당 하나를 잡았는데, 그날밤으로 그는 목이 잘리고 그와 동행한 기사 10여명이 몰살 당했다고 한다. 가만....... 그렇다는 것은......... 왠지 내 목이 근질거리네. 더 생각하지 말고 시장님 말씀 듣자. 문제는 내 대답을 아르메리아가 먼저 해 버렸다는 거지만. "그럼, 사형은 언제 집행되지요?" "저녁 시간이 지나면, 곧 집행합니다. 워낙 거물이니, 기사들도 많은 수를 동원할 생각입니다. 마법사도 있으니, 어느 정도는 안심입니다." 수로 밀어붙인다는 건가..... 하지만 상대 중에 셀같은 강력한 자가 있다면, 인원수 는 별 의미없다. 지난번에 고전한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럼, 그 분들을 만나볼 수 없을까요?" 물어볼 게 있다. 반드시 물어볼 것. 물론 지금 상황상, 내 저주를 풀어달라고 물어 볼 수는 없다. 그건 상황이 수습되고 나서 물어보면 된다. 지금은 아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식사부터 하시지요. 오늘 저녁에 아가씨들과 식사하는 영광을 주시기를." "초대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난 할 말이 없어졌다. 아르메리아가 다 했으니까. 하긴 내가 간지러운 목소리로 저 렇게 말하는 건........ 그만두자. 식사하기도 전에 소화불량에 걸릴라. 먹는 둥 마는 둥. 식사가 맛은 있었지만, 별로 대단한 건 없다. 인식이 되지 않으니까. 그저, 그 PK단 이 독이라도 넣지 않았나 해서 그런 것도 있고, 긴장이 되어서 그런 것도 있다. 긴장 의 원인은 이곳의 분위기가 아니라, 그 PK단 때문이지만. ".........." 한 마디도 안 하고 열심히 먹기만 하는 부스트. 저 사람은 긴장도 안 되나 봐. 알베 르트 아저씨와 라이다, 테이브, 제라 역시 불려왔다. 하지만 이건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다만, 병사 한 명 정도의 몫은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 문에, 불러온 거다. 그럼, 아르메리아는........ "........" 소리도 안 내고 잘 먹는 중이다. 역시 나보다는 실전 경험이 많은 모양이야. 하긴, 전에 셀과 싸우던 걸 보니, 내가 전혀 모르는 마법을 사용하던데..... 하긴 엘프는 실제로 보이는 나이보다 훨씬 오래 살았다고 하니, 아마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을 거 다. 아마 100살은 넘지 않았을까.... 음. 그러고 보니 아르메리아는 치매 사부님보다 더 늙었군..... '레이니. 어서 먹어요. 힘을 보충해두어야 싸울 때 유리할 거에요.' 언제 올 지 모르는 녀석들을 상대하려니, 일단 먹어두는 게 좋겠다. 와그작와그작와그작. 으. 나는 언제나 아르메리아처럼 조용히, 숙녀답게 식사할 수 있을까...... 악 ! 그 게 아니야 ! 어서 이 저주가 풀려야 이런 황당한 생각이 안 들지. 그 변태 마법사 제 논, 어디 두고 보자 ! "그 자들에 대해 대략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이 곳의 마법사이신 헤어(Hair : 생명력, 힘, 활력을 상징)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들에 대해 잘 아는 부스트나 아르메리아는 조용하지만,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그들의 악명만이 알려졌을 뿐, 그들의 실제 능력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따 라서, 나를 비롯해 극히 평범한 알베르트씨나 라이다, 테이브, 제라는 열심히 헤어님 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PK단은 여섯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명은 레이니양이 잡은 그 자로, 이름은 임프(imp : 무질서, 고문의 상징)라고 합니다. 도적질의 명수에 소매치기의 달인인 데, 용케도 눈치채셨군요." 그 녀석이 그리 유명한 녀석인 줄 누가 알았나..... "그리고, 녀석들의 리더는 엘름(elm : 권위의 상징. 느룹나무)이라고 하는 기사입니 다. 평소에 검은 갑옷을 입고, 검은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자입니다. 과거에 전설적 인 검의 명수로 이름을 떨친 쥬린 제국의 두 기사, 사이드와 리츠의 경지에 가까이 간 자라고 합니다." 헉 ! 그 치매 사부의 이름을 또 듣다니. 다른 사람에게서 듣는 사부의 이름은, 묘한 느낌을 주었다. 추억, 슬픔, 분노, 어둠, 그리고 그리움. 아무도 모르게 한숨을 쉬고 다시 귀를 기울인다. 누군가의 따스한 손이 나를 잡아온다. "녀석들의 성직자는 리드(lead : 신앙을 얻지 못한 사람. 납. 인간의 혼이 병들어 무거워진 상태)라고 하는 자로, 성직자라고는 차마 부를 수 없을만큼 타락한 여자입 니다. 원래는 대지의 신을 섬기는 사제였다고 하지만, 교단에서 쫓겨나고 PK단에 합 류했다고 합니다. 마법은 대단치 않지만 치유마법과 힘 마법에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 고 있답니다." "보통 마법사라면 원소 마법부터 배우는 게 아닌가요? 왜 그렇게 되었나요?" 아르메리아가 아닌, 알베르트의 질문이다. 헤어님은 당연하다는 듯히 고개를 끄덕였 지만, 그를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눈길도 곧 사라졌다. "교단에서 파문당하고 쫓겨날 때, 원소 마법을 봉인당했답니다. 원래는 그 마법에 탁월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는데, 쫓겨난 후 힘 마법에 열중해서 지금은 근접전에서는 당할 자가 없답니다. 거대한 철퇴를 사용하니, 접근전 시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여자가........ 철퇴를 써? 이미지에 맞지 않아........ 무엇보다도........ 귀엽지 않아 ! 난 원래 남자였으니까 대검을 쓴다 해도 별 문제 없지만..... "그리고, 키텔이라는 마법사가 있습니다. 이 자는 특히 죽음 마법과 정신 마법에 익 숙합니다. 사람을 농락하고 죽여버리는 게 취미이고, 시체를 매우 좋아한다고 들었습 니다. 그 외에 원소마법과 독마법에 능통하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 자가 가장 위 험하다고 들었습니다." 정신 마법? 왠지 불안해진다. 아르메리아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 중 일부도 그에게 조종당할 수 있을 텐데요." 그런 의문은 당연하다. 그러나 헤어는 자신만만하게 입을 열었다. "이 도시에는 정신 마법을 억누르는 마법진이 쳐져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하긴....... 그런 게 있어야 어느정도 안심할 수 있겠지. 그럼, 다음 인물은..... "그 다음 인물은 인간이 아닙니다. 엘프와 드워프지요." "네에?" 나와 보통 사람들은 놀란 눈으로, 부스트는 담담한 눈으로, 그리고 아르메리아는 경 멸의 눈으로 헤어를 바라보았다. 아르메리아의 눈은 헤어를 향한 게 아닌, 창 밖을 향한 것이었지만. 왜 그러지? 보통 드워프와 엘프가 같이 다니는 경우가 드물기는 하 지만, 그 때문에 그런 건 아닌 듯 한데? 우리가 놀라는 걸 보며 헤어는 다시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놀라시는 게 당연합니다. 보통 엘프와 드워프는 사이가 나쁘기로 유명하니까요. 서 로의 문명이 지향하는 바가 전혀 달라서 그렇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보통 엘프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다크 엘프니까요." 차갑게 내뱉는 아르메리아. 일순 공기가 얼어붙는다. 그녀의 목소리 안에는, 그 다 크 엘프라고 불린 자에 대한 증오심이 배어 있었다. "........." 잠시동안 모두가 침묵 속에 빠졌다. 하지만.........난 그 녀석들에 대해 들어야겠 어. 나는 헤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그 엘프와 드워프의 능력은 어떤 것인가요?" 그제서야 자신이 할 일을 깨달은 듯, 헤어는 다시 설명을 계속해 나갔다. "우선, 엘프는 룸(loom : 베틀. 숙명이나 시간, 운명이 실을 잣는 것)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크 엘프입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악마에게 혼을 팔아 힘을 얻은 엘프라고 들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아르메리아의 눈치를 보는 헤어. 그녀의 비위를 거슬릴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설명은 계속해야 한다. 나는 그를 재촉하지 않을 수 없었 다. 솔직히, 녀석들이 지금 당장 나타날 지도 모른다. 빨리 설명을 다 듣고, 임프라 는 도적의 처형장으로 가야 한다. "그 다크 엘프의 힘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내 물음 덕에 얼었던 몸이 풀린 것일까. 헤어는 다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약간 빠 른 말투로. "그 다크 엘프 여인은 역시 타락한 여자입니다. 엘프들과 다크 엘프들은 무척 사이 가 나빠서 서로 만나면 결코 싸우지 않고 넘어가는 법이 없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 다크 엘프들은 악마의 힘을 빌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마법을 사용하는지는 알 려지지 않았습니다. 대개 마법은 키텔이 자주 사용하고, 그 여자는 주로 검으로 상대 를 죽여버리거든요. 하지만 마법력이 매우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검술도 상당하 고요. 가장 주의해야 할 인물인지도 모릅니다." "그 여자는 내가 처치하니까, 걱정말아요." 굳은 표정의 아르메리아의 말. - 계속 - 후기)휴우. 1주일 걸렸나? 이거 쓰는 데 그렇게 걸렸습니다. 왠지 모르게 그렇게 걸 리더군요. 비축분을 만들어 두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망할 뻔 했습니다. 앞으로는 서 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7 19:33 조회:263 공룡 판타지 9-146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8) "마지막으로..... 그 드워프가 있습니다. 그 자는 레진(resin : 불사의 상징. 불을 만들기 때문에 출산의 상징)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드워프 일족에서 추방된 자 라고 합니다. 하지만 드워프답게 여러 가지 이상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신 비한 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뭐가 놀라운 거지? 목소리를 낮추게........... "그 자는 불을 뿜어내는 막대기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마법사가 마법으로 막아도 상관없이 죽여버리는 불을 쏘는 막대기를 말입니다." ? "적어도 중급 이상의 마법사가 방어막을 치고 있어야 막을 수 있는 막대기를 휘두르 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보통 그 자는, 등에 그 막대기를 메고 다닌다고 합니다. 녀석이 도끼를 휘두르다가 그 막대기를 꺼내 들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주시길 바랍니 다." 별 황당한 무기가 다 있네.... 드워프들은 뭘 만드는 데에 조예가 깊다지만, 그런 마법 무기도 만들 줄 아나? 드워프들은 마법을 구사하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대신 이 상한 힘을 가지고 있군. "이상으로 놈들에 대해서는 다 알려드렸습니다. 그럼, 이제 역할 배분을 하겠습니 다." 중요한 순간이군. 그렇기는 해. 헤어는 미리 생각한 게 있는 듯, 술술 이야기를 풀 어 나갔다. "저와 제 제자인 아이비스(Ibis : 따오기), 그리고 레이니양과 알베르트 씨 일행은 사형장의 경비를 맡아야 합니다. 이미 알려진 사람들이니까요. 일단, 저와 아이비스 가 매복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레이니양도 이미 도적을 잡은 아가씨 로 소문이 확 돌았습니다. 그러니, 보이는 장소에 있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끄덕끄덕. 그건 그렇다. 어차피 사형장에 나타나 자기들을 노릴 사람이 안 보인다 면, 당연히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여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아르메리아와 부 스트씨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엔 최고 전력인데. 그럼..... "아르메리아양과 부스트씨는 매복하십시오. 녀석들이 나타나면 뒤에서 기습을 감행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모두 이해했다. 그러니 남은 건 행동 뿐이다. 나와 아르메리아를 비롯해, 모두가 자 기 위치로 간다. 그런데 왜 그녀가 내게 다가오는 거지? "레이니. 할 말이 있으니까 빨리 따라와요. 어서." "?" 전투시에 주의사항이라도 말해줄 생각인가? "천하에 바보같은 녀석. 오늘 밤에 처형된다고?" 투덜거리는 남녀들. 여관 위에서 그들은 앞으로의 대책을 숙의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밤이라고 했지? 경비병들의 상태는?"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검을 허리에 차면서 말한다. "몰려있어. 이번엔 수도에서보다 더 힘들 것 같아. 알다시피 여기는 서부 항구와 수 도를 연결하는 도로가 있어서 기사들이 많단 말이야. 게다가, 지난번처럼 기습할 수 도 없고. 그때야 녀석들이 방심하고 있어서 쉽게 끝냈지만." 하얀 망토의 여자의 말. "기사들이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마법사는?" "이 도시에 있는 마법사는 둘 뿐이야. 그리 대단하지도 않고." 엘프와 마법사의 대답이었다. 기사의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 "그럼, 충분할 지도 모르겠군." "아냐. 그 여자는 누구지? 임프를 한 번에 잡은 그 여자가 변수라고. 만약 그 여자 가 가진 힘이 예상이상이라면, 힘들어져. 최악의 경우, 임프를 포기하고 도망가야 할 지도 몰라. 그 여자에 대한 정보는 없어?" 늙은 드워프답게, 모두가 잊고 있는 변수를 지적할 지혜가 있었다. 물론 타락한 자 의 지혜가 어느정도의 힘을 발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동행이 몇 명 된다고 들었어. 하지만 모두 그 여자와 비슷한 힘을 가졌다면....... 임프는 포기해야 해. 임프 녀석이 약골이긴 해도, 그리 약한 녀석은 아니었으니까." 마법사의 대답. 기사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고민이 스쳐갔다. 언제나 여자에게 한 눈 을 파는 임프 때문에, 수도에서도 이런 일을 겪었었다. 그때는 다행히 잡히기 전에 탈출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또 성공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 녀석, 이번에 구해놓고 나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겠어. 똑같은 실수가 세 번 째라고. 세 번째. 언제까지 여자 뒷꽁무니만 쫓아다닐지....." 엘프가 중얼거린다. 눈에서 요사스러운 빛이 흘러나온다. "음. 네가 그 녀석에게 마음이 있는 거 아냐? 남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룸이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의외인데." 드워프의 말에 대답하는 엘프. "왜. 여자가 안 붙어서 서러운 거야?" 둘의 다툼을 보며 전사가 일어섰다. 검을 허리에 찬 채로. "자, 출발하자. 모두들, 방심하지 말고 잘 싸우도록. 일이 여의치 않으면 탈출하고, 일이 잘 되면 이 도시의 사람들을 본보기로 죽여 버리도록. 특히 시장의 목은 반드시 내가 자른다." 검 손잡이를 잡으며 덧붙이는 검사. "그리고 그 여자도. 감히 우리 PK단의 동료를 잡다니. 용서 못한다." '으....... 귀찮아.' 왜 이 순간에 따분한 마법 강의냐. 아니, 검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니 검술 강의라 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게 무슨 검술 강의야 ! '자꾸 그러면 언니라고 부를 거에요.' '으....... 난 피곤하다고.' '안 돼요. 라 브레이커의 사용법을 확실히 익히지 않으면.' 머리만 아프다고. 이런 건. 소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니, 검의 사용법을 다시 한 번 외워보고 숙지하라니. 내 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 같아서, 좋은 느 낌이 아니라고. '도리 없어요. 시간상 여유가 없다고요. 그러니, 검에 몸을 맡기고 도움을 얻는 게 좋아요. 지난 번에는 불꽃의 거인 토파즈의 힘을 빌어 싸운 적도 있잖아요.' '그 이야기 하지마 ! 그때,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줄 알았다고 !' 내 몸에 남이 개입해서 힘을 사용하게 도와주는 건,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때 는, 잠시, 찰나의 순간에만 힘을 빌었었다. 그런데........ 오늘 밤에는 오랜시간동 안 힘을 빌어야 한다. 그것은, 그 불쾌한 느낌을 더 오랫동안 몸으로 느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으....... 다른 방법이 없어?' '시간이 있다면 언니에게 마법 수련을 시키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네요. 빨 리 서둘러요. 이제 저도 준비해야 하니까. 그럼.' 자기 자리에 앉아서 마력을 몸 전체에 순환시키는 아르메리아. 잔소리가 왜 이리도 심한지. 물론 나를 걱정하니까 그런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지겹기는 하다. 그런 느 낌은 싫다고 ! 내 몸을 남에게 빼앗긴다는 느낌이 든단 말이야 ! '하지만.....' 단시간내에 큰 힘을 내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지난번 셀과의 전투에서처럼 한 번의 마법주문에 고꾸라지기는 싫으니까. 물론 상대에 그런 대마법사가 있는 것 같지는 않 지만, 안전이 제일이다. "이제 시간도 없네요. 그럼, 잊지 말아요." 그리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짓는 나와 아르메리아. 그녀 역시, 이런 방식은 즐기지 않 는 게 분명했다. 그러나, 일단 내가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이번 일 끝나면 제대로 마법을 가르쳐 줄 테니까, 지금은 이렇게 해 두도록 해요." 그 말에, 나는 얼어붙어 버렸다. 가르쳐준다고 ! 라 브레이커의 마법이 그러니 까....... 엘프들의 마법과 같은 계열이었지 ! 갑자기 앞날이 어두캄캄해지는 느낌이 었다. 지금의 주위 환경처럼. 이미 사형장 주위의 횃불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제기랄.' 주위에 사람이 가득한 상황에서 소환 마법을 썼다가는, 일대 소동이 벌어질 게 틀림 없었다. 내가 라 브레이커의 소유자라는 게 알려진다면, 그 체서들은 물론이고 전 세 계의 머리나쁜 도적들이 이 검을 훔치러 달려올 게 아닌가. 비록 저주에 걸린 검이라 고 해도. 소유주를 죽여 버린다는 검이기는 해도 말이다. 명검의 이름에 눈이 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싫어.' 아르메리아의 말이 맞기는 하지만, 그래도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내 몸을 빼 앗기는 느낌은, 별로 좋지 않다고. 휘이이잉. 여름이라 그런지, 밤바람은 별로 차지 않다. 경비병들이 멍하니 서 있기만 할 뿐. 도시는 조용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시끄럽게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웅성거리 고 있지만, 주택가는 조용하다.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그런 정적을 깨는 소리가 들린다. 도시의 잠을 깨우는 소리. 그러나 결코 활기찬 삶 을 부르는 것이 아닌, 죽음의 음산한 발소리가 들린다. "기분나쁜데...." 바람 소리가 왜 어둡게 들렸을까. 어둔 밤이기 때문일까. "별 거 아닐거야. 바람 부는 데 너무 신경쓰지 마." 경비병들의 말소리가 다시 바람에 날려간다. - 계속 - 후기)왜 나는 한 번에 못 쓰고, 꼭 이 난리를 쳐야 하는 거냔 말이야아아아아 ! 결국 다 쓴 걸 다시 고치느라 고생입니다. (와아아아악 !) 아마 내일은 시끄러운 장면들 (여러분들이야 좋아하시겠지만)이 이어질 겁니다. 그럼.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8 19:27 조회:277 공룡 판타지 9-147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9) 스으으으윽. 어둡기만 한 궁성의 앞에 나타난 그림자가 있었다.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깊숙한 복도에, 한 소녀가 서 있다. "오랫만에 왔는데도, 별로 달라진 건 없네. 역시 이번 집주인도 품성이 형편없는 모 양이야." 한탄하듯 한 마디를 뱉은 소녀는, 조용히 빛이 있는 궁성 출입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궁성을 둘러싼 성벽 위에 경비병이 보이지만, 소녀는 별로 개의치 않는 눈 치다. "기분나쁜데...." "별 거 아닐거야. 바람 부는 데 너무 신경쓰지 마." 경비병들의 대화는 한가로왔다. 소녀가 궁성 앞에 서 있다는 걸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 아니, 그녀가 성 앞에 서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고 있다. 소녀는 조용히 궁 성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공룡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거대한 다리가 있다. 평 시에는 들어올려져서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방지하고 있지만..... "가볼까....." 소녀는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아주 짧은 단어 한 마디. 그것은..... "노 오브스터클(no obstacle : 레벨 9의 마법으로, 모든 것을 통과할 수 있는 상태 로 몸이 변한다)." 그 말과 함께 사라져 버리는 소녀의 모습. "이 정도면 별 문제는 없겠지. 그럼....... 그 변태를 만나러 가 볼까....." 소녀는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검은 베일에, 검은 깃털로 온 몸을 둘러싼 PK단의 마법사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나 는 즉시 공격마법을 사용한다. 어차피 내가 마법을 발동시키는 게 아니라 나의 검, 라 브레이커가 발동을 시켜주는 것이니만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파이어 캐논(fire cannon : 불을 집중해서 적에게 쏘는, 일종의 대포같은 공격) !" 그러나 상대가 이미 그 수법을 눈치챘다 ! 상대는 간단히 주문을 외웠다. "웰 어브 워터(wall of water : 물로 된 벽) !" 그리고, 불덩어리는 물의 벽에 막혀 사라져 버렸다 당황하는 나. "이런 !" "$$$$$$$$$################@@@@@@@@..." "위험하다 ! 놈이 주문을 눈치채이지 못하게 하려고 암호를 써서 주문을 외운다 !" 옆에서 도와준다고 검이 충고를 하지만.... 그게 더 나를 당황하게 했는지도 모른 다. 무슨 주문이지? 무슨 주문이지? 당황하여 몸을 날렸지만, 거대한 폭발이 나를 덮쳤 다. 내 손이 불에 타면서 떨어져나간다. 뼈가 드러나면서 내 손에 들렸던 검이 바닥 으로 떨어진다. 살이 녹아내리며 불이 붙는다. 격심한 고통에 휩싸이면서도 나는 비 명을 지를 수 없었다. 성대가 불에 타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이미 목 자체가 반쯤 꺾여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목에 맞았는가.... 이런... 이렇게 죽는 것인가.... "아아아아악 !" 비명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목을 감싸쥐었다. 목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어? 불이 붙지 않았네? 멀쩡하네? 목에 구멍이 난 것도 없고, 내 손은 뼈가 드러나지도 않았네? 다시 한 번 목을 만져 보았지만, 멀쩡하기만 하다.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되 고..... "이 머저리 같은 계집애. 이걸로 10전 10패다." "저래가지고 과연 전설을 이룰 수나 있을지....." "전설은커녕, 목숨 지키기에도 급급하겠어..." 투덜거리는 라비린스 키퍼들. 할 말 없네. 이걸로 10패째.... "으.... 무슨 주문인지 말이 안 나오니까 당황해서....." 변명에 불과하지만, 순간적으로 당황한 것은 사실이다. 대개 마법사들은 자신의 마 법을 발동시킬 때, 그에 해당하는 주문을 끝에 붙이지 않나? 파이어 볼을 쏠 때에는 무슨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후, 마지막에 '파이어 볼 !' 이라고 크게 외치 므로, 피할 틈이 있고 반격할 방법도 떠오르는데.... "이 멍청한 녀석. 모처럼 가상으로 훈련을 시켜주는데, 이래서야 어디 싸우기나 하 겠어?" 으.... 이 암흑의 기사는 너무 무서워..... 죽음의 힘을 다룬다고 했던가? 으흐흐 흐..... 추위라는 감각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다시 시작해요. 이번에는....." 내게 가상체험을 시켜준 셀레나이트 양의 모습이 보였다. 레벨 7의 라비린스 키퍼 로, 정신의 힘을 담당하고 있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정말 진짜처럼 보였었다. 그런데.... 이 도시에는 정신 관련 마법을 차단하는 마법진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어떻게 여기서 정신 마법을 사용하는 거지요? 이 도시에는 분명히 정신 마법을 막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고...." "호호호. 그런 정도로 날 막지는 못하니까요." 약간 요사스럽게 웃는다. 보기에는 라피스 엑실리스와 다를 게 없이 순진한 소녀로 보였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하지만 역시 이해가 안 간다. 내 얼굴을 보며 대답해 주는 아메마이트. "마법을 차단하는 이치를 알고 있다면, 마법을 쓸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지 금은 시간이 없으니까, 그 정도로만 하지. 그리고...." 밖을 바라보는 아메마이트. 그 거대한 덩치가 이런 좁은 곳에 있으니.... 힘들다. 난 끼여 죽게 생겼다고 ! "손님이 오는 것 같다. 이제 슬슬 경비를 서는 게 좋을 것 같다. 아가씨." 하긴,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이런 골목에서 연습을 해 본 거지만, 결과는 참패. 기 가 팍 죽는다. 마법만으로 몇 번 적의 마법사와 가상 대결을 한 건, 순전히 검과 나 를 일치시켜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전혀 아니 올시다라니까. "아가씨. 침착하게 싸워라. 원하는 마법을 떠올리면, 우리가 바로 발동시켜주마. 그 럼....." 모두들 사라져 버리고, 나는 다시 앞으로 걸어나갔다. 이제 경비병 노릇을 할 시간 인가.... "자, 시작하지. 그럼 뭘로 선공을 걸까?" 어두운 밤에 불타는 사형장의 횟불. 얼마 있으면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다. 임프의 처형 장면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생각할수록 불쾌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전혀 감정 을 드러내지 않는 엘름의 모습이, 룸을 더욱 화나게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낼 상황이 아닌 만큼,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힌다. 좀 더 빨리, 강한 힘을 얻고 싶다는 그녀의 열망은 결국, 그녀를 사악한 길로 빠지 게 했다. 악마들과의 교감. 그리고 마법의 계약. 그리고 얻은 힘. 그녀는 그 마법을 사랑했고, 수 백년을 연습해야 겨우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엘프들의 마법 을 비웃었다. 이렇게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대마법사가 될 수 있는데 어째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애를 쓰는 것일까. 그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선공은 내가 하지. 임프가 저기 처형대에 매달리면 곧 저 주위에 마법을 건다. 파 이어 웰(fire wall : 불의 벽. 주로 방어용으로 사용)로 걸어둘거야. 그러면 녀석들 의 마법사가 이 마법을 깨려고 할 것이니, 그때 놈을 죽여 버린다. 마법사가 둘이 있 다고 들었으니, 하나만 있다면 일이 수월해질거야. 그럴 경우, 룸. 당신이 남은 마법 사를 해치우면 돼." "걱정 마. 키텔. 하지만 파이어 웰로 걸어둔다면, 교수대에 불이 붙지 않을까?" "염려 마. 주문을 빨리 외우기 위해, 단지 눈속임으로 걸어둘 뿐이야. 그래야 후속 주문이 빨리 외워지거든." "정신 마법으로?" "그래." 키텔의 말이 끝나자 마자, 엘름이 입을 열었다. 어두운 밤에 검은 갑옷을 입은 그의 모습은, 이제 주위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기사들은 리드와 레진이 맡는다. 키텔은 적의 마법사를 해치우면 즉시 룸을 도와서 남은 마법사를 해치워버려. 임프는 그 후에 구하는 거다. 그리고...." 키텔의 말이 멈추자 얼음과 같은 침묵이 주위에 내려앉는다. 모두들 그 무게를 느끼 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레이니라는 여자는 내가 맡는다. 키텔과 룸은 가급적 빨리 마법사를 해치워 버 리고 임프를 구해내도록. 그 레이니라는 여자의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니 까." "물론." 말이 끝나자 그들은 어둠속으로 흩어졌다. 자신들의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키기 위 해.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궁성안을 걷는 소녀. "이제 다 왔네. 그럼, 어디 안으로 들어가볼까?" 손을 내밀다가 멈추는 소녀. "음. 9레벨급의 방어, 감지 주문이 걸려 있네? 제법인데."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서서히 손을 내밀었다. "10레벨의 마스터를 감히 막겠다니...." 그녀의 손이 문 안으로 사라지고, 그녀의 몸 역시 사라졌다. "이 정도로는 되지 않아." 잠시 후, 문 밖에는 어둠만이 남겨져 있었다. 수레가 서서히 움직여나간다. 수레를 끄는 캄프토사우루스(길이 6m의 공룡으로 이구 아노돈류. 후기 쥬라기에 서식)의 모습이 보이고, 그 뒤에는 오늘의 중죄인인 임프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자마자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태연하기만 했다. 팔다리를 묶였고, 입은 재갈이 물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툭. 주위에서 날아온 돌이 수레에 맞았다. - 계속 - 후기)음. 드디어 대도적 임프를 처형하는 것인가.... (이 시대에 가축으로 쓸 법한 공룡을 고르느라 머리 좀 아팠음.....) 드디어 피케이와 레이니 팀의 대결이.... 내 일 쯤 벌어질 듯 합니다. 그리고....... 비축량이 달랑달랑하니 또 서둘러야 할 듯 하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19 19:35 조회:309 공룡 판타지 9-148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0) "죽어라 ! 임프 !" 그 외침과 함께 쏟아지기 시작한 돌이, 수레를 마구 강타했다. PK단에 대한 증오가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형장에 도달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경비병들은 임프를 처형장까지 데리고 가야 할 의무가 있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처형장에 데려가야 죽이든지 태우든지 할 게 아닙니까." "지금 여기서 죽여버려 !" "저 놈들이 우리 마을을 습격해서 내 아내를 죽였어 !" "저 놈이 내 친구들을 죽였어 !" "저 날강도 ! 저 놈 때문에..." "저 놈 때문에...." 돌을 집어든 사람들의 눈빛이 차가왔다. 잘못하면 여기서 임프가 처형되고 말 지경 이었다. 그러나, 경비병들은 사람들을 말리고 있었다. 처형장까지는 임프를 끌고 가 야 하므로. "조금만 참으십시오. 여러분. 곧 이 놈은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결국, 시장까지 나서서 시민들을 설득해야 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수레의 바퀴 에, 무수히 깔린 돌맹이들이 밟혔다. "대, 대단해. 저렇게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쉽지 않을텐데....." 나로선 도저히 저렇게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겠다. 그동안 얼마나 악행을 저질렀으 면..... 하지만 수레 안에 있는 사람, 과연 괜찮을 지 모르겠네. 저렇게 돌에 맞으면 상당히 아플텐데..... 하긴 내가 그 임프의 걱정을 해 줄 의무는 없지만.... 그래도 안에 있는 사람들, 좀 아프겠다. 내가 한탄을 하는 동안에도, 수레는 열심히 움직였 다. 수레가 마침내 처형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수레에서 나오는 죄인 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이고 나온 죄인이 얼굴을 들자, 사람들은 일제히 그를 바라 보았다. 임프였다. 모든 이의 증오의 대상인 PK단의 도적, 임프였다. 사람들이 환호 성을 지르며 그를 맞이했다. 그에 대한 환영이 아니라, 그의 죽음을 기대하는 환호였 다. 귀가 찢어질 정도로 사람들은 환성을 질러댔다. 일종의 통쾌함으로. "자, 이제 세기의 대도적, 임프의 처형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장님의 말씀이, 마치 축제를 진행하는 것처럼 들린 건 왜일까. 임프를 묶기 위해 경비병들이 다가가서, 그를 교수대에 끌고 갔다. 이미 생을 단념한 것인지, 그는 아 무 말없이 끌려가서 교수대 앞에 섰다. 그가 도망을 치지 못하게 묶은 밧줄과, 그의 몸을 누른 여러 가지 나무와 쇠의 형틀에 의해, 그의 몸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였 다. 그의 목이 드디어 교수대의 밧줄에 감기고, 경비병이 뒤로 물러섰다. 목을 매달 기 위해 경비병이 막 줄을 당겨 발판을 아래로 떨어뜨리려는 순간..... 콰아앙. 임프의 주위에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그 열기에 놀라 물러서는 경비병들. 그리 고 무언가가 주위의 건물에서 뛰어내려 사형대로 달려갔다. 검은 갑옷에 검은 머리. 그리고 검은 망토의 기사. "피케이다 !" 놀라 주문을 외우려는 헤어와 아이비스. 그들 중 한 사람을 노리고, 룸이 미리 외워 둔 주문을 개방했다. "레이저 빔(laser beam : 빛을 한 점에 집중시켜 발사한다. 원소마법 2레벨 주문) !" 빛이 그대로 아이비스에게 뻗어나갔다. 비록 약하기는 하지만, 잘 사용하면 그 위력 은 충분히 사람을 죽일 수 있다. 게다가, 빔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방어막을 미리 쳐 두지 않는다면 거의 방어할 수 없는 공격이기도 했다. 파앙 ! 뒤로 나가떨어지는 아이비스. 그 몸이 땅바닥에 떨어지더니, 곧 움직이지 않게 되었 다. '하나 잡았다. 다음은.....' 그 다음은 당연히 헤어 차례다. 놈은 견습 마법사가 아닌, 정식 마법사였다. 따라서 상당한 전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자를 살려둔다면,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방 해가 될 뿐이다. "###########&&&&&&&&@@@@@@@@........" 주문을 외우는 룸. 그러나 그의 등 뒤로 날아드는 마법의 공격 ! "라이트닝 볼(lightning ball : 3레벨 전격 마법) !" 아무리 3레벨이라고 해도, 맞으면 죽는다는 점은 확실했다. 룸은 몸을 날려, 숨어있 던 장소를 벗어났다. 번개가 그녀의 등 뒤를 스치면서, 망토에 불을 붙였다. 망토를 벗어서 내던지는 룸. 등 뒤에서 번개로 이루어진 구슬이 터지면서 전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제기랄 !" 욕을 퍼부으며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는 룸. 그녀가 숨었던 방이 전격으로 뒤덮여 버 렸기 때문에, 도저히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간것도 그리 상황을 호전시켜주지는 못했다. 지금의 공격으로 인해 그녀가 입은 피해 자체는 경미 했지만, 이 공격으로 그녀의 모습이 드러나고 만 것이다. 건물 안에 숨어있을 때는 숨길 엄폐물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달려오는 경비병들. "함정이다 !" 몸을 일으키는 아이비스. 처음부터 그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놈은 영악하 게도, 처음부터 방어 수단을 마련해두고, 어느 정도의 마법공격에는 버틸 수 있게 가 슴을 무언가로 보호해 둔 것이었다. 아이비스의 망토 사이로 넝마가 된 조끼가 보였 다. 마법을 걸어둔 조끼인가..... '그런데 누가 마법을 날렸지?' 라이트닝 볼을 날린 건 저 꼬마도, 헤어도 아닌데? 마법이 날아온 위치는, 그들이 서 있던 곳이 아니었다. 게다가, 헤어의 마법은 지금 키텔을 향하고 있었다. 파이어 볼이 키텔이 숨어있던 곳에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건물이 폭발하면서, 키텔의 종적 이 사라졌다. 몸을 숨긴 것인가..... "이런...." 룸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 놈들은 처음부터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마법사가 둘 이상이잖아 ! 정보가 틀렸어 !" 이곳은 여행자가 많은 곳. 처음부터 그 점을 고려했어야 했다. 여행자들 중에는 마 법사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들을 시에서 고용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두 었어야 했다. 자신들에게 원한을 가진 자는 한 둘이 아니고, 그들이 기꺼이 시에 고 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런 도시의 마법사들은 조무래기다. 자신처럼 피로 단련된 고위 마법사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공룡들을 막기 위해 마법을 열심히 연구했다고 해도, 자신처럼 마법에 노련한 자는 아닌 것이다. "빚을 졌으면 갚아야지. 자, 간다 !" 룸은 자신의 마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목표는 지금 키텔을 공격하는 저 마법사 두명 과, 그 옆에 있는 경비병들이다. 자신을 발견한 아이비스가 다시 마법을 걸었다. 수 많은 마나 미사일이 날아온다. 그래봐야 5발 정도이지만. "###########&&&&&&&& iron shield(강철 방패 : 6레벨의 방어 마법) !" 흑색의 벽이 룸을 감싸면서 마나 미사일을 튕겨내 버렸다. 미사일이 강철 방패의 반 투명한 막에 부딪쳐서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챙 ! 나는 장검을 뽑아들었다. 일단은 이 검으로 상대를 해야지. 공연히 나의 고물 마법 검을 뽑아 들어서 세상의 눈총을 한 눈에 받을 생각은 없다. 나는 첫 번째 목표를 저 엘프 마법사로 잡았다. 다크 엘프들은 엘프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법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일단 주문을 외우고 다시 마법을 발동시키는 데 있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문을 외우기 전에....." 아이비스가 주문을 다시 외우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시간이 늦다 ! 빨리 구하러 가 지 않으면.... '레이니, 뒤 !' 아르메리아의 음성이 머리속에서 들려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뒤로 휘둘렀다. 그동안 치매사부의 학대가 빛을 발했는지, 달리고 있어서 좀 불안정한 자세를 보이는 이런 경우에도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내 검이 무언가에 부딪쳤다. 오른손이 약간 저려왔다. 그리고 내 검에 부딪친 그림자는 몸을 옆으로 한 바퀴 회전시키면서 내 힘 을 보태서 검을 휘둘렀다. 나도 부딪치는 순간의 힘을 이용해서 몸을 한 바퀴 돌리면 서 검을 휘둘렀으므로.... 채앵 ! 누가 보면 멋지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당사자인 나로선 죽을 뻔한 순간이었다. 허마 터면 그대로 뒤에서 칼에 찔려 죽을 뻔했잖아 ! 내 뒤를 습격한 당사자는 검은 갑옷 으로 얼굴을 가린채, 나를 바라보았다. "애송이 꼬마 아가씨치고는 대단하군." 이 냉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는.....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금방 끝내주지." 그 말과 함께 그의 검이 날아들어왔다. 나는 검을 휘둘러 그의 검을 막았다. 채애앵 ! 내 검이 그의 검을 막는 것과 동시에, 그의 검이 내 복부를 노리고 찔러들어왔다. 나는 그 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상대의 검이 너무나 빨리 움직이는 것 이다. - 계속 - 후기)으. 잘 될 지 모르겠다. 일단 싸우고 보자.... (이런 무책임한 작가가 다 있다 니.....) 어쨌든 피케이단과 레이니 팀의 대결이 시작되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4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0 19:44 조회:280 공룡 판타지 9-149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1) "에라 모르겠다." 생각보다 몸이 빨리 움직이고, 나는 상대의 배를 찔러들어갔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실로 무모한 검법이다. 하지만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는데 어떡해 ! 이 도시 에는 마법사들이 많으니, 내가 다쳐도 치료해주겠지. 그리고, 그 어리석은 검법은 의 외로 효과가 있었다. 검은 갑옷의 기사는 자신의 검을 치우고, 뒤로 물러선 것이다. "생각보다는 머리를 쓸 줄 아는군." 녀석으로서는 칭찬이겠지만, 내 귀에는 비웃는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뜻을 내가 곰곰히 생각해볼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너와 상대할 시간은 없지. 넌 나중에 내가 처치해주마."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려 임프가 있는 불기둥 안으로 뛰어드는 기사. 저, 저거..... 불기둥안으로 뛰어들 생각을 하다니. 아무리 강한 기사라도 그건..... 콰앙 ! 다크 엘프의 마법을 막아내는 아이비스의 모습이 보였다. 임프의 문제는 다른 사람 이 해결할 문제고, 나는 일단 저 다크 엘프를 상대해야 했다. 검을 들어 생명력을 그 안으로 흘려 넣는다. 그리고 그 힘을 서서히 순환시킨다. 생명의 힘이 검을 감싸며 빠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하고, 곧 검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허상의 검. 나는 그 검을 들고 다크 엘프에게 달려갔다. 콰앙 ! 튕겨나가는 내 검. "뭐야? 이건." 방어막을 미리 쳐 둔 것인가. 그 다크 엘프, 룸이라는 여자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 라보았다. 아르메리아와는 전혀 다른 인상이다. 그녀가 너무 솔직한 편이라는 인상이 라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엘프는 마치 뿌옇게 흐려진 하나의 거울같다. 먼지가 묻 어 망가진 거울의 모습.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거칠게, 그러나 재빠르게 주문을 외웠 다. 셀 정도의 속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빠르다. 그녀의 주문이 완성되게 해서는 안 된다. 나는 검을 들어 다시 한 번 방어막을 향해 찔러들어갔다. 방어막이 내 검을 막 는다. 그러나. '검에 모든 걸 맡겨요. 그 검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요.' 내 마음은 검에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검은 나를 이끌어갔다. 검을 막던 다크 엘프 의 방어막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고, 내 검은 다크 엘프의 몸을 향해 그대로 날아갔 다. 검을 쥔 나와 같이. 그녀의 심장을 향해서. "꺄악 !" 다크 엘프의 비명이 들리며, 그녀가 다급하게 몸을 틀었지만, 약간 늦었다. 내 검이 그녀의 왼쪽 어깨를 관통하고 나왔다.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면서, 그녀는 나동그라졌 다. 그러나, 그녀는 그러면서도 주문을 외웠다. 치유 주문인가. 내가 그녀를 다시 베 려는 순간, 내 몸이 뒤로 움직였다. 뭐야 ! 마법에 걸렸나? 그렇게 생각하기도 전 에..... 퍼엉 ! 아이비스에게서 날아온 마법이, 다크 엘프에게 직격했다. 느낌으로 보아 엘프 마법 7레벨인가? 죽음의 힘이 둥근 구슬에서 터지면서 그녀를 감싸 버렸다. 내 몸이 물러 난 건 그래서였나..... 하지만, 검은 빛이 다크 엘프를 감쌌음에도, 그녀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주문을 외 웠다. 내 검에 맞아 다친 팔이 썩어서 땅에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 라이프 포스 블래스트(Life force blast : 생명력 폭발. 생명 마법 7레벨) !" 푸슈슈슈. 다크 엘프에게서 강대한 생명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그녀를 감싼 죽음의 힘이 사그라들었다. 스스로 마법으로 죽음의 힘을 정화하는 것일까. 하지만 생각할 틈이 없었다. 지금 멈추면 그녀는 다시 일어나 버릴 것이다. 나는 검을 들고 그녀에 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도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었다. 다크 엘 프..... 룸은 내 검을 피하면서 몸을 날렸다. 나도 따라서 몸을 날렸지만..... 까앙 ! 그녀의 손에서 단검이 날아와, 내 검에 맞았다. 손목에 검을 숨기고 있었는가..... 그 힘에 내가 잠시 비틀거리는 사이, 다크 엘프 룸은 뒤로 10m정도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즉시 또 한 발의 마법을 막았다. 이번에는 엘프 마법 4레벨인가. 상 대가 공중에서 착지하는 그 순간을 노려서 빛나는 구슬이 날아와 다크 엘프를 감쌌지만, 그 안에서 힘이 터지기 전에 다크 엘프는 하늘로 날아 올라 버렸다. "줄 !" 그녀는 내게 단검을 던진 후, 뒤로 몸을 날리면서 공중으로 채찍을 던져서 거리에 서 있는 나무에 자신의 몸을 감고, 마법의 구슬을 맞기 전에 몸을 공중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마법 주문을 외우고 나서 생기는 빈틈, 마법주문을 외우는 데 걸리는 시간 을, 그렇게 해서 가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 클라우드 킬(cloud kill : 독구름을 발생시켜 상대를 죽여 버 린다. 광범위한 마법으로, 독 마법중 레벨 5) !" 다크 엘프가 공중에 몸을 매달고 나무 위로 올라가더니, 즉시 주문을 외웠다. 주문 과 함께 그녀의 몸 아래로 흘러내리는 녹색의 구름들. 저건........ 독구름? 설마 나 무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몰살시킬 셈인가? '도리 없지. 라 브레이커의 마법을........' 그러나, 뒤에 선 아이비스의 손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아직 충분히 주위에 퍼 져 나가지 못한 마법의 독구름은, 그 마력에 감싸여서 다시 다크 엘프가 있는 나무 주위로 몰려왔다. 그리고.... 콰아앙 ! 마력이 일시에 열로 전환되면서, 불이 일어났다. 그 불은 독구름을 태워 없애버리 고, 순식간에 다크 엘프가 있던 나무를 감싸 버렸다. 다크 엘프를 향해 달려가며 검 을 들던 나는, 황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내가 방금 전까지 있던 자리가 불로 뒤덮였 다. "윽. 큰일 날 뻔했어." 나무에서 몸을 던지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그녀 역시 불에 타서 숨이 끊어졌을지도 모른다. 조금만 늦었다면. "역시........그런가..... 저 꼬마....." 룸은 아까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아이비스라는 꼬마 마법사, 분명 히 원소 마법을 겨우 익힌 견습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거지? 자신이 날린 마 법은 생명 마법 계열의 라이프 포스 케논(Life force cannon : 생명력의 힘을 모아 포탄처럼 날린다. 레벨 8은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는데, 상대는 그것을 어 렵지 않게 막은 것이다. 고도의 경지에 이른 검사라면, 생명력의 공격에 대해서는 상 당한 저항력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사가 아이비스의 모습으로 위장해? 게다가, 이번에 상대를 시험해 보기 위한 마법, 클라우드 킬을, 상대는 주문도 외우 지 않고 마법을 구사해서 막은 것이다. 이건 인간의 마법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주문을 외워야 할 것이다. 주문을 외우지 않고 마법을 쓴다는 것은, 적 어도 레벨 10에 도달한 초고위 마법사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넌 엘프지 !" 주문을 외우지 않고 마법을 쓴다는 것은, 오직 엘프만이 가능하다. 주문을 머릿 속 으로 외울 정도면 인간 마법을 10레벨까지 익힌 자만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현재 이 별에서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 있던가? 그 정도라면 순식간에 자신들을 죽여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단지 시간을 끌기만 하고 있다. 자신의 힘을 숨기고, 룸의 체력을 조금씩 깎아서 쓰러뜨리려고 하는 것이다. 힘이 있으면서도 힘 을 숨기는 것이라면, 주문을 외우지 않는 마법사라면, 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생 명력의 맑음은..... 룸은 자신이 고향에서 추방당할때까지 자신도 가지고 있었던, 그 맑은 생명력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생명력의 느낌.... 상쾌함. 그러나 지 금 그것은 저주스러운 것이었다. "빌어먹을 엘프같으니." 그 꼬마 마법사, 아이비스라고 하던 마법사가, 자신을 가린 망토를 벗어 내던졌다. 그건 분명히 엘프였다. 그 기다란 귀. 그리고 그 영원한 젊음의 얼굴. 무엇보다도 그 녀에게서 느껴지는 힘이, 그녀가 엘프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인간은 절대로, 저렇게 맑고 기운찬 생명력을 가지지 못한다. 설령 그런 힘을 가진 자가 있다고 해도, 마법 을 주문없이 쓰는 인간은 거의 없다. 엘프 마법을 익힌 자가 간혹 있기는 해도, 인간 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때까지 익히기에는 너무 어려운 마법이 바로 엘프 마법이 다. 그런 두 가지의 일이 한 사람에게 일어났다면... 그건 분명히 엘프이리라..... "가만. 그럼 저 여자는 누구지?" 자신의 키보다 더 크게 보이는 장검, 아니 대검을 든 여자 역시, 맑고 기운찬 생명 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 자신의 아이언 실드를 깰 때 사용한 건... 분명히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엘프라면 자신을 볼 때 분 명히 경멸하는 눈으로 보았을 것이므로. "엘프라면 쓸데없이 쉬운 마법을 어렵게 익히는 녀석들인데." 그녀가 만약 엘프라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단지 자신을 적으로 대할 뿐, '증오해야 마땅할 자'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럼....... 그녀 가 어떻게 자신의 방어 마법을 깰 만큼의 엘프 마법을 익힐 수 있었지? "하프 엘프인가?"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하프 엘프라도 엘프는 엘프다. 그녀가 정말 하프 엘프라면 아마 엘프로서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인간과는 달리, 혼혈이라도 온 정을 베푸는 존재가 바로 엘프이기 때문이다. - 계속 - 후기)기존의 엘프는 순수성을 따졌지만, 제 이야기의 엘프는 그렇지도 않습니다. 정 말 위대한 종족이라면 혼혈인 아이를 그렇게 막 대할리는 없다고 생각되거든요. 으. 또 고쳐쓰고 말았습니다. 과연 잘 나갈 수 있을지..... 추가)으. 올림픽 보느라 바쁘네요. (이겨라. 이겨라. 이겨야 한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1 19:56 조회:282 공룡 판타지 9-150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2) "그렇다면....." 룸은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눈 소녀를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누구인가. 그러나 지금은 그런 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팔이...." 아까 그 엘프의 마법 공격에 의해, 말라 비틀어지고 일부가 떨어진 왼팔이 어깨에 간신히 붙어 달랑거렸다. 이래가지고 더 이상 싸우는 것은 무리다. 다른 동료들이 어 떻게 되었는지도 알아야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이렇게 되었다면 아마 그들도 고전 을 면치 못할 것이다. "탈출할 수밖에 없어." 처음부터 함정이었다. 자신들을 잡아 넣기 위한, 죽음의 함정. 저 가증스런 엘프가 다시 마법을 사용하려는 듯, 마력이 힘으로 변한다. 이대로 있으면 그녀의 마법이 날 아들.......... 가아앙 ! 공기를 가르는 소리. 그리고 그녀의 목으로 정확히 날아오는 거대한 대검. 그리고 나를 노려보며 검을 찌르는 나뭇잎의 색을 가진 긴 머리 여자. "저 검은?" 분명히 본 적이 있는 듯 한 검인데? 그러나 그런 걸 신경쓸 여유가 룸에게 있을 리 없다. 그녀는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마법으로 막아도 아마 소용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왼팔의 운명을 더듬어가게 될 것이다. 룸은 자신의 신체적인 운동능력으로, 상대의 검을 피했다. 그러나 이대로 시간을 끌 수는 없다. 증오스런 엘프의 마법이 자신의 몸으로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죽음의 힘이다. 그러나, 같은 수에 두 번 당하 지 않는다. 룸은 다시 한 번 마법 주문을 외우려고 했지만.... 슈웅. 녹색 머리의 소녀의 검이, 그녀의 목 부근을 스쳤다. 그 검은 정확히 그녀의 성대를 잘라 버렸다. 간신히 혈관을 잘리는 것 만은 면했지만, 목을 다친 이상 마법을 외우 기 위해 주문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룸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대검을 든 소녀가 몸을 뒤로 날리는 것과 동시에, 죽음의 구름이 룸을 덮어 버렸다. 불기둥은 환각일 뿐. 상대가 그걸 모르고 자신을 쫓아오지 않는 게 느껴졌다. 어리 석은 계집애. 그 정도의 실력으로 감히 우리에게 덤비다니. 나중에 버릇을 가르쳐주 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 바보 자식. 칠칠맞기는." 임프가 묶여있는 사형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엘름. 하지만 그의 불평은 곧 사라 졌다. 지금 급한 것은 불평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중에 교육 좀 시켜야겠어." 이 녀석을 데리고 빠져나가면, 일단 작전은 성공이다. 의외로 강한 자들이 몰려 있 는 걸 감안하면, 여기서 도시의 경비병들 전체와 맞서 싸우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 나, 도망가는 것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일류 마법사가 셋이나 있으니, 어 떻게든 활로를 열 수 있으리라. 레진과 리드가 시간을 끄는 틈에 이 녀석을 데리 고.... 느낌이 다르다 ! "이건 임프가 아냐 !" 엘름은 몸을 날렸지만, 임프라고 보였던 상대. 그의 검도 엘름에 못지 않은 솜씨를 보였다. 엘름의 심장을 향해 정확히 날아드는 검 ! "아아아아아 !" 엘름은 기합을 넣으며 몸을 최대한 움직여 회피를 시도했지만, 그의 옆구리가 찢어 지면서 피가 터져 나왔다. 그의 옆구리가 정확하게 관통된 것이다 ! 비명을 참으면서 몸을 밖으로 날리는 엘름. 그리고 그를 따라 몸을 날리는 그림자. 붕. 부웅. 거대한 철퇴를 휘두르며 적을 견제하는 리드. 아무리 봐도 여자라고는 믿어지지 않 는 힘이었다. 그런 그녀 옆에서 도끼를 휘두르는 레진. 둘은 열심히 경비병들의 주의 를 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공격을 하지 않는다. 사형장 한복판에서는 키텔 과 룸이 마법사들을 맞아 싸우고 있었지만, 경비들은 그들을 견제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어쩔까. 그냥 녀석들을 쓸어버릴까?" 리드로서는 이런 게 정말 싫었다. 어서 사람들을 잡아 피를 뿌리고 싶었기에. "참아. 엘름이 임프를 구하면, 그때 이 녀석들을 쓸어버리자고." 작은 소리로 리드를 달래는 레진. 지금은 사람들의 시선을 자기들에게 모아두어야 할 때이다. 결코 엘름에게 경비들이 몰려가게 해서는 안 된다. 엘름이 임프를 구해가 지고 나올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부웅. 부웅. 결국, 리드는 열심히 철퇴를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자신들이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지? 벌써 구출이 끝났어야..... 리드는 마법 주 문을 외웠다. 공격용이 아니라..... "레진." 얼굴색이 변한 리드의 모습에 놀란 레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 거야?" "엘름이 다쳤어. 룸도 당했고." 생명 마법에 능하다는 것은, 검사들과 마찬가지로 생명력에 민감하다는 말이다. 아 직도 엘름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껴 생명력 감지 마법을 사용해 본 그녀 의 머리에, 엘름의 상태가 느껴졌다. 약간 비틀거리면서 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옆 에 임프는 없다. "어서 구하러 가자." 그 말과 함께, 리드는 자신의 거대한 철퇴를 내리쳤다.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 는 경비병들. 리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가자 !" 리드와 레진은 달려나갔다. 카앙 ! 엘름은 옆구리를 지혈해 보려고 했지만, 몸의 움직임이 극심해서 그런 응급처치를 할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 싸운다면, 자신은 죽고 말 것이다. 눈 앞의 상대는, 자신 의 몸이 정상인 상황에서도 쉽게 이길 상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역시 유명한 PK단의 두목답군. 하지만 이걸로 끝이다." 임프. 아니 임프로 위장한 남자는 그 말을 하면서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그의 오른 팔에 검이 날아들고, 엘름은 간신히 그 검을 피했다. 그러나 상대의 발차기까지는 피 하지 못했다. 그의 몸이 정상이었다 해도 피하기 어려울 정도의 빠르기였다. 펑. 비틀거리는 엘름에게 검이 날아들었다. 엘름은 몸을 비틀었지만 왼쪽 어깨에 검을 맞고 말았다. 뼈가 드러날 정도의 타격이었다. 그나마 팔이 잘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 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출혈로 인해 그의 머리는 점차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으........으으......." 손목에 피가 나도록 문질러 대었지만, 쇠사슬은 끊길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언제 밧줄을 풀고 달아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아예 쇠사슬로 손발을 묶 어둔 것이다. 게다가.... "포기하시길 바랍니다. 대도적답게 최후를 맞으시는 게 좋습니다. 임프씨." 그의 옆에 서 있는 아이비스와 경비병들이, 그가 달아날 기미를 보이기만 하면 그를 베어버릴 기세로 서 있었다. 이래서야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수 없었다. 그가 몸 여기저기에 숨긴 도구들은, 잡힐 때 모두 압수당했고..... 쿵. 쿠쿵. 밖에서 들리는 마법에 의한 폭발음. 그것은..... "당신의 동료들이 지금 와 있군요. 하지만 그들은 늦었습니다. 아마 내일 아침쯤이 면 그들도 함께 사형대에 서게 될 겁니다." 건방진 꼬마 같으니..... 이를 가는 임프였지만, 도리가 없다. 지금은 달아날 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까 얻어맞으면서 부러진 이빨이 그의 입 안을 굴러다닌다. '상황이 나쁘군.' 엘름은 정체불명의 검사에게 기습을 당해 몰리고 있고, 키텔은 도시의 마법사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는 모양이다. 그리고, 리드와 레진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그러 나, 그들이 달려올 때까지 엘름이 살아남을지 매우 의심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상대 는 자신들을 기다리고 준비를 단단히 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어디 있는지 모를 임 프를 구해서 탈출한다는 게 가능할까. 결국 그를 포기하고 도망쳐야 할 상황인 것이 다. 마법으로 임프를 탐지해서 위치를 알아낸 것이 오히려 적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준 것이 아닐까. 임프가 PK단의 일원인 이상, 자신들이 그를 구하려고 올 것이라 는 것을 이 도시의 시장이 짐작할 가능성을 생각해 두었어야 했다. "처음부터 너무 방심했어." 룸은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능력. 마음에 직접 이 야기하는 힘을 사용한 것이다. '모두 달아나자. 이대로 있으면 전멸이야.' '정말 상대가 너무 많군.' 여행자들을 모두 모은 모양이다. 마법사는 분명히 헤어 한 사람인데, 수많은 검사들 이 자신을 포위하고 검을 휘두르고 있다. 자신이 환각 마법으로 사형대 주위를 감싸 서 불꽃의 모습을 비추는 순간, 자신을 향해 화살이 날아왔다. 방어 마법을 미리 치 면, 적에게 감지될 것이 두려워서 마법으로 자신을 감싸지 않은 것은 실책이었다. 하 지만 아직까지는 두 가지 주문을 동시에 외우지 못하는 것을 어찌하랴. 키텔은 자신 의 몸을 관통할 뻔한 화살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 계속 - 후기)왜 이렇게 쓰기 어려운 거야 ! 결국 편집하고 다시 쓰는 난리를 친 끝에, 간신 히 이야기를 연결시켰습니다. 싸움 하나 쓰기가 이렇게 어려우면, 나중엔 정말 어쩌 려는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2 18:51 조회:255 공룡 판타지 9-151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3) "구출은 실패로군." 룸의 메시지를 듣고, 키텔은 도망갈 수단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도망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수많은 전사들이 자신을 겨누고 화살을 날리자, 그는 몸을 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화살로 인해 집에 불이 붙고, 그가 마법을 써서 불을 끄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법사의 공격이 날아 들었다. 결국, 자신 의 원소 마법이 견제당하는 사이에 룸과 엘름이 상처를 입는 걸 보지 않으면 안 되었 다. 리드와 레진은 자신들의 실력을 너무 믿었던지, 견제만 하다가 뒤늦게 사형장으 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제 탈출하려면....... 키텔은 전사들의 검을 막기 위해 마법 주문을 외웠다. "#########$$$$$$$$$$ 파이어 실드(Fire shield : 화염 방패)." 자신의 주위를 감싸는 불로 된 구형의 방패. 전신을 감싼 불의 보호를 받으며, 키텔 은 룸이 있는 중앙의 사형대로 달려갔다. 그러나,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물의 줄기 들. "이런 !" 이 도시의 마법사는, 자신이 키텔을 마법으로 제압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아예 주 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두었던 모양이다. 불의 마법에는 물로 제압한다. 주위 사람들이 물을 키텔에게 뿌렸다. 그의 화염의 방패가 자꾸만 약해지고 있었다. 이대 로라면 당장 상대의 마법이 날아오리라. 키텔은 황급히 뛰어갔다. 방어 마법을 유지 하기 위해서는, 화염의 정령과의 연결을 유지해야 했다. 그리고, 달리는 중에 정신적 인 연결을 유지하는 것은, 확실히 힘든 것이었다. "룸 ! 살아있나 !" 지지지직 ! 룸의 왼쪽 어깨가 말라붙기 시작했다. 동시에, 두 다리에도 타는 듯한 고통이 엄습 해왔다. 서두르지 않으면 자신은 모든 생명력을 잃고 소진되어 버릴 것이다. 생명력 과 죽음의 힘은 서로 상극이어서, 서로 만나면 파괴되는 것이다. 비록 그 이치는 아 직 해명이 되지 않았지만, 둘이 서로를 파괴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룸은 즉시 마 법 주문을 외웠다. 룸의 오른손이 기묘하게 움직였다. 마법 주문을 외운다고 하기엔 곤란하지만, 이런 손짓말로도 마법은 발동할 수 있었다. 아까 상대 마법사가 엘프라고 눈치를 챌 수 있 었던 것은, 그녀가 손짓말도 주문도 없이 마법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다리가 타들어 가는 고통속에서도 룸은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룸의 손짓 언어가 끝나고, 방 어 마법이 발동되었다. '라이프 포스 토네이도(Life force tornado : 생명력이 거대한 회오리 바람을 일으 켜 주위를 파괴해 버린다) !' 비록 주문을 입으로 외울 수는 없지만, 이렇게 손짓이나 발짓을 하는 것으로, 마법 을 발동시킬 수는 있었다. 다만 그 속도가 느려진다는 점이 문제였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수단은 아니었다. 룸의 온 몸을 감싸는 생명의 힘. 그리고 그 힘은 주위를 뒤덮는 회오리 바람이 되어, 사형장을 휩쓸었다. 콰콰쾅 ! 사형장의 교수대가 무너졌다. 주위의 사람들이 갑작스런 폭풍에 놀라, 고개를 숙였 다. "아아아아악 !" 중심을 잃고 날려가는 사람들. 서로 부딪쳐서 넘어지는 사람들.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리고, 그 순간은, 엘름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그의 팔에서 강대한 생명력이 흘러나 와, 반투명한 검을 만들었다. 그리고, 엘름은 상대에게 검을 내리쳤다. 그를 상대하 던 부스트도 똑같이, 반투명한 검, 허상의 검을 만들어 엘름의 검을 막아냈다. 그러 나, 그 순간 엘름은 뒤로 몸을 날렸다. 회오리의 힘에 의해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엘 름은 부스트의 추격권을 벗어나 버렸다. "다음엔 이렇게 당하지 않을 거다 !" "와아아악 !" 갑작스런 회오리에 놀라 넘어지는 사람들. 밖의 소란에 놀라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 비스와 병사들. 지금이다 ! 임프는 자신의 유일한 수단에 호소했다. 경비병들이 보고 도 몰랐던 그의 유일한 탈출의 수단, 허리띠를 향해, 자신의 이빨을 뱉은 것이다. 허 리의 바지를 묶은 띠에 이빨이 날아가 명중했다. 마법의 힘을 숨기기 위해 특히 주의 해서 만들어진 띠가, 그 힘을 개방했다. 마력이 작용하는 것을 느낀 아이비스가 황급 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펑 ! 임프의 몸이 창을 깨고 하늘로 날아갔다. 회오리에 휩쓸려 더 높이 날려가는 임프. 그의 허리띠에는 탈출을 위한 마법이 봉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임프는 하늘로 날려가 면서 아이비스와 병사들의 얼굴을 보고 웃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룸이 만들어 준 그 허리띠가, 결국 유용하게 사용된 것이다. "하하하하." 임프는 웃으면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모두 피해 !" 룸의 마법에 의해 룸이 하늘로 날려올라가고, 키텔도 자연스럽게 허공으로 떠올랐 다. 키텔은 즉시 마법 주문을 외웠다. "######&&&&&&&&& 라이트 웨이트(Light weight : 가벼운 무게. 자신의 무게를 줄이 는 6레벨의 시공 마법)." 주문이 발동되면서 그의 동료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이 떠 올랐다. 생명력이 주위 공기와 부딪치면서 분해되어 순수한 힘으로 바뀌고, 그 힘 에 흔들린 공기가 빠른 속도로 밀려나가 회오리를 일으켰다. 그 회오리에 힘입어, 그 들은 높이 날아올라갔다. 레진이, 리드가, 엘름이, 룸이, 키텔이, 임프가, 하늘로 날 아 올라가 버린다. 그러나. "도망은 못 가 !" 누가 도망가게 놔둔다냐. 나는 검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여자 에게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 여자는 간발의 차이로 내 검을 피해 버린다. 다시 아 래로 떨어지려는 듯, 내 몸이 올라가기를 멈추고..... 내 몸의 마력이 갑자기 맹렬하게 변화했다. 내 몸을 움직이는 힘으로. 그리고 그 힘 은 나를 내 앞을 날아가는 여자에게 보냈다. 나는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여자는 거대한 철퇴로 내 검을 막았다. 그 순간, 내 검에 마력이 모여들면서 그것이 힘으로 변했다. 그 힘이 상대의 철퇴에 닿자, 힘은 철퇴로 흘러들어갔다. 아주 급속하게. 그 리고 그 힘이 순간적으로 철퇴를 흔들었다. 마치 추위에 떠는 사람을 보는 듯, 철퇴 가 그렇게 떨렸다. 그리고. 챙 ! 철퇴가 깨져나갔다. 그와 함께 내 검이 상대의 심장을 정확히 파고 들어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내 검이 정확히 그녀의 심장에 꽃힌 채, 나는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내 검이 그녀 를 찢고, 등을 뚫고 옆구리를 잘랐다. 그리고 나와 내 검은 다시 아래로, 우리가 딛 고 설 땅위로 내려갔다. "리드 !" 다섯 명의 PK들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하늘로 날려 올라가는 리드 의 몸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들이 죽인 수많은 자들처럼, 리드도 같은 길을 가 버린 것이다. 다섯 명의 살인자들은, 리드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했다. 바람에 날 려가 도시를 벗어나면서. 쿵. 내려앉았다. 내 손에서 흘러내리는 피. 아직도 따뜻하다. 나와는 별 관계가 없는 사 람.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된 사람. 그 피가 내 손에서 흘러내린 다. 쿵. 내가 내린 사형장에, 나와 같이 떨어진 거대한 철퇴. 그 철퇴가 내 앞에 쓰러져 있 었다. 마치 죽은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살인마의 철퇴. 그것에도 주인의 넋 이 배인 것일까..... "레이니. 괜찮아요?" 달려오는 아르메리아. 내 손에 묻은 피를 보며, 나를 살핀다. 왜 이렇게 당황하는 건지. 피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하지만 그녀는 내 몸을 일일이 살핀 후에야 안 심하는 미소를 지어 주었다. "다행이에요. 전...."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버리는 그녀. 그녀는 그 철퇴를 손에 집어들었다. 그리고.... "시장님." 어느새 달려온 시장님. 어디 숨었다 이제 나타나시는 건지.... 시장님은 그 철퇴를 보더니 그것을 아르메리아의 손에서 빼앗듯이 집어들고는 외친다. "여러분 ! 이것은 그 마녀, 리드의 철퇴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신 것과 같이, 사 악한 마녀 리드가 지금 성녀 레이니양의 검에 의해 이렇게 최후를 맞았습니다." "와아아아아 !" 서, 성녀. 내가 왜 성녀야. 이 세상의 성녀는 다 죽었냐 !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왜 여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야 ! 더 기분나쁜 것은, 이 상황에서 웃으며 손 을 흔들지 않으면 안 되는 내 모습인 거다. 아르메리아. 좀 말려줘. 저 환호하는 군 중들 좀 말려줘. 하지만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마치 내가 괴물을 쓰러뜨리고 개 선하는 용사라도 된 것처럼. ".............앞으로 우환을 떠안고 말았군요." 아르메리아의 중얼거림이 군중들의 소란스런 환호에 묻혀가고 있었다. - 계속 - 후기)어째서 레이니가 성녀가 되고 말았는지... 예상못한 전개가 되고 말았네요. 그 녀가 상대를 죽이는 게 '예상못한' 전과가 아니고, 그녀의 호칭이 '성녀'가 된 게 그 렇다는 것입니다. 자, 그럼 아르메리아의 말대로, 다음 회에는 우환거리가 기다리고 있겠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3 20:19 조회:270 공룡 판타지 9-152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4) 여기는 비케이션에서 동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숲속. "으아아아 ! 아아아아 !" 주먹으로 바위를 내리치는 사람들. 그들의 눈물이 피와 뒤섞여, 피눈물이 된다. "빌어먹을." 분해하는 레진. "########&&&&&&&&& 큐어 시리어스 운즈(cure serious wounds : 심각한 상처를 치료 하는 생명 마법 레벨 8의 주문) !" 하지만 죽어버린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헛되이 주문을 반복해 외우는 룸. "#####...." "그만 둬." 낮은 말소리. 그러나 듣는 이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는 목소리. 룸이 그 목소리를 낸 자에게 대들었다. "뭐야 ! 넌 이런 상황에도......." "조용히 해." 다시 협박하듯 중얼거리는 검은 옷의 기사, 엘름. 그리고 그의 말문이 터진다. "이미 죽은 리드에게 힘을 낭비하지 마. 힘을 아껴 두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서 자신의 검을 뽑아 바라보는 엘름. "그 여자는 내 손으로 베어 버린다. 반드시. 너희들은 어쩔거야?" 그제서야 그의 말을 알아들은 룸이,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말투로 중얼거린다. "당연하지. 그 여자, 그리고 그 엘프를 죽여 버려야지. 너희들은?" 모두들 긍정의 어투로 대답한다. "좋아." "그렇게 해." "물론." 그들의 눈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며, 엘름이 말했다. "자, 그럼 룸의 팔을 좀 봐줘. 키텔. 목도 한 번 더 확인해주고. 주문의 위력이 약 해질까 걱정이니까. 나머지는 푹 자두자고. 불침번은 내가 선다. 내일 아침, 그 여자 를 찾아가서 결판을 내는 거야." 그러나 주저하듯, 주저하듯 망설이다가 입을 여는 임프. 아무래도 자신이 잡혔기 때 문에, 그리고 마법사들이 옆에 있어서 탈출 수단을 적시에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리드가 죽었다고 생각한 건지, 죄책감에 시달린 표정이었다. "만약 그 여자가 도시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그럼 내가 그 도시에 좀비들을 풀어두지. 어차피 시체는 많아." 키텔의 중얼거림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엘름이 선언하듯 말했다. "자. 모두들 자 둬. 내일은 사냥이다." 그 말과 함께, 살인마들은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들 공룡을 경계했는지, 나뭇가지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일 아침에 이 도시를 나가자는 거야? 아르메리아." "네. 그러는 게 좋겠어요. 아마 그들은 내일쯤이면, 우리를 죽이려고 이 도시에 올 거에요. 그럼 우리의 실력상.........." 목소리를 낮추는 아르메리아. 옆에서 가만히 그 말을 듣는 부스트. "아무래도 이 도시 사람들은 걸리적거릴 것 같으니까요." 말이 좀 거칠기는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내 마법의 검 '라 브레이커(Law breaker : 법칙의 파괴자)'를 보아도 그렇고, 부스트씨의 검술을 봐도 그렇고, 그리고 아르메 리아의 마법을 보더라도 그렇고, 어제 싸울 때 본 헤어씨의 솜씨는 그다지 믿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본인의 말로는 세 가지 정도의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한 것 같지만, 그 사람의 일은 도시를 지키는 것이지, 살인마를 잡는 게 아니다. 차라리 우리 일행 세 사람이 녀석들과 상대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비록 도시 사람들은 우리를 기꺼이 돕겠지만.... "만약 그들이 강력한 공격주문을 사용한다면..." 이 도시에 입힐 피해는 상당하리라. 그걸 막으면서 싸우는 게 더 거추장스럽다. 그 러니..... "그럼, 내일 이 도시를 나가지. 되도록 요란하게 나가서 그들의 눈을 우리에게 쏠리 게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고." 부스트씨. 왠지 우리가 미끼가 된다는 느낌이.... "도리가 없어요. 어지간하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내가 처음에 그 치한 소매치기를 잡은 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지. 다시 그 놈들이 나 타나도 그렇게 잡을 것이기는 하지만..... "그럼, 내일 아침에 출발합니다. 알베르트 씨나 그 외의 사람들은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요." 아르메리아의 결론이 내려졌다. 나와 부스트씨도 동감을 해서, 결국 그렇게 하기로 결정되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한 피바람이 불 것 같다. 누가 죽어야 끝이 나는 싸 움이라.... "그리고, 우리 이번 싸움이 끝나면 조용히 여행하자고. 툭하면 싸움에다 부상이 니.... 이렇게 자꾸 남의 주의를 끌 만한 일을 일으키면서 가다가는, 아마 수도에 도 착하기도 전에 죽어 버릴거야." 지쳐서 말이지..... 대체 5일동안에 세 번이나 싸움을 하다니... 이게 나같이 평범 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냔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이때쯤이면 나타날 체서들은 또 어쩌고..... 그러고 보니 그 녀석들이 요즘 조용하네. '그 변태 마법사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확실히, 그 녀석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시장님에 게 인사를 드리고 숙소로 가면서도, 조용히 이불을 덮고 누으면서도, 그런 생각은 지 워지지 않았다. 잠자리 옆에 잡히는 내 검이, 오늘따라 믿음직스러웠다. 스스슥. 누가 자신의 뒤에 서 있다. 상대의 종적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니. 수치심이 잠시 뇌 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제논은 곧 마음을 추스렸다. 자신의 마법으로도 탐지할 수 없 는 상대는 이 세상에 드물다. 그런 인물이라면.......... "애스터 누스님이신가요." "그래. 여전히 변태적이군. 제논." 제논은 뒤를 돌아보았다. 눈에 익은, 검은 색 깃털망토로 온 몸을 감싼,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쏘아보며 말한다. "이런 취미를 가지고 있었나... 전에는 여자들을 모아 실험하더니, 이제는 남자 차 례인가?" 제논의 등에 식은 땀이 흘러 내렸다. 잘못하면 그녀는, 자신을 순식간에 죽여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정신이 불안정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했다. 미친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가 다시 중얼거렸다. 유리관 안에 담긴 사람을 바라보면서. "음. 괜찮은 남자 아이네. 하지만 이건 좀 이상하군. 혼과 육체의 연결이 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애스터 누스, 셀이 제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논." "예. 애스터 누스님." "당신이 내 동생에게 무슨 짓을 한 모양인데.... 말해봐." "?" 제논으로서는, 그 말을 알아듣기 힘이 들었다. 아직 그녀를 잡아오지 못했는데... 주저하는 제논에게, 셀의 따끔한 한 마디가 날아들었다. "난 성질이 좀 급해. 빨리 말하지 않으면, 네 머리를 가져가서 골 요리를 해서 드라 코좀비들에게 나누어 줄거야." 제논은 급히 입을 열었다. 이 여자는 정말로 그러고도 남을 여자다. 30년 전에 감히 유로 제국의 차석 마법사가 그녀에게 불미스런 짓을 하려고 했다가, 그녀의 마법에 걸려서 리치가 되어 버린 것은,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던가. "저.... 무슨 말씀이신지 자세히.........." "왜 딴청이야?" 지옥에서 기어나온 악마들도 움츠릴 만한 미소를 지으며, 셀이 제논을 노려본다. 제 논의 발이 뒤로 한 걸음 떼려는 것을, 간신히 이성으로 제어한다. "이 어리석은 마법사에게 지혜로운 가르침을 내려주옵소서." 고개를 숙이는 제논.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는 당장 마법으로 자신을 시조새 구 이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돌파할 수 없는 레벨 10의 마법을 완성한 여자다. 감히 마법으로 대결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하 는 게 완성되고 나면......... "또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네. 네 실력으로 그게 될 거 같냐?" 비웃는 셀. 그녀의 얼굴에는 '이 바보가 주제넘은 짓 하고 있네.' 라는 생각이 그대 로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제논은, 어쨌든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도저히 자신의 실력으로는 레벨 10의 주문을 얻을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시도라도 하기 위 해서는, 일단 살아야 했다. 제논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애스터 누스님이 여기 오신 이유가 그 여동생 분 때문입니까?" 고개를 약간 들어 셀을 바라보는 제논. "그래." 역시 그렇군. 그녀라면........ 짐작가는 여자가 하나 있다. 쥬린 제국의 황녀이자 정식 황위 계승자였던 미나르 쥬린. "그녀라면..........." 제논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셀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엉뚱한 짓을 하면 당장 없애버린다는 결의를 나타내듯, 그녀의 손이 힘차게 주먹을 쥐고 있었다. - 계속 - 후기)셀과 제논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그건 내일 알려드리지요. 흐흐흐흐흐. 추가)오늘 아주 엄청나게 늦었습니다. 오전중에 글 올릴 시간이 없어서...... 오늘 컴에 앉은게 바로 20시 20분......이니...... 그래도 펑크는 못 낸다고 지금 후다닥 올리는 겁니다. 토요일에는 빨리 올리던 녀석이 왜 이리 늦나 걱정하신 분들께 사과 말씀드립니다. (많이 기다리셨지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4 19:38 조회:269 공룡 판타지 9-153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5) "그러니까... 일이 그렇게 된 거란 말이지." 제논의 이야기가 끝나자, 셀의 주먹을 쥔 손이, 서서히 펴졌다. 이해했다는 표정. 그러나 약간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 제논은 눈 앞에 선 마녀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 다. 이대로 그녀는 물러갈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향해 마법을 퍼부을 것인가. "하지만....... 나한테는 좋아도 그 애에겐 좀......" 눈 앞에 선 유리관 안에 담겨진 남자아이의 몸을 바라보는 셀. 그 눈에는 연민이 드 러나 있었다. 누구를 향한 것일까. 그것은 그녀 자신만이 알 것이다. 셀이 눈을 감으 며 중얼거린다. "그 아이가 상처받으면 어쩌지..... 이걸 보면....." 말소리가 낮아지면서,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독백이 이어졌다. 제논은 그저 옆에 서 서,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자신만의 감상에 빠진 것일까. 잠시동안 혼자서 중얼거리 던 셀이, 마침내 눈을 떴다. 그녀의 눈은 제논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길에 담 긴 빛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걸로 무얼 하려는 거지? 이런 빈 껍데기로." 남자아이가 잠겨있는 물을 담은 유리관을 퉁퉁 두들기며, 제논에게 묻는 셀. 그녀의 눈은 상대의 어리석음을 측은히 여기는 듯 하다. 제논은 그 자신이 할 말을 했다. "이걸로 전..." "됐어. 네 속셈을 알겠어." 제논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의 말을 막아 버리는 셀. 그리고 이어지는 말. "이봐.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네가 라 브레이커를 손에 넣을 수 있겠어?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고개까지 설레설레 젓는 셀. "차라리 내 제자로 들어오는 게 레벨 10을 넘는 마법을 연성하는데 더 빠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바보짓 하지 말고." 그러면서 말을 맺는 셀. "이건 옛날 스승으로서 충고하는 거야." "그만 두십시오. 전 제 길을 갈 겁니다. 스승님에게는 언제나 감사하고 있습니다 만...." 제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냉소하는 셀. "그런 녀석이 스승님의 여동생에게 그런 짓을 하니? 내가 언제 사이드를 죽이라고 했냐? 잘못한 건 그 애의 원래 부모일 뿐이잖아." 셀이 두 손을 서서히 제논에게 향한다. 제논도 자신의 두 손을 들어 마법을 외우려 고 했지만, 분명히 마법을 외우기 시작한 건 제논이 먼저였는데, 주문의 첫 마디를 외우기도 전에, 이미 마법을 완성한 셀이 제논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느리네. 그동안 혼자서 마법 공부한 성과치고는 엉망이야. 모처럼 만난 제 자의 솜씨를 볼까 했는데...." 손을 내리며 마법을 거두는 셀. "실망이야." 동시에 마법을 거두는 제논. 하긴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승부가 결정되었으 니, 마법을 완성시킬 필요도 없었다. 그런 그를 외면하듯이 돌아서서 중얼거리는 셀. "스승님의 여동생에게 칼을 들이댄 제자는........." 다시 돌아서는 셀.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서서히 그녀의 손이 올라간다. 제논을 향해. "죽여 버려야 할까........" 마법, 제논이 모르는 마법이 완성되어 있었다. 셀이 서서히 그 힘을 풀어내려 한다. "아니면 옛 정을 생각해서........" 그 힘이 풀려나려 한다. "한 번의 기회를 더 줄까......." 마법의 힘이 사라진다. "그래. 한 번은 기회를 주는 게 스승님으로서의 도리겠지." 손을 내리고, 제논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 셀. "그 아이는 아마 널 찾아올 거야. 그때 넌 그 아이에게 뭘 해줄 수 있지? 저런 걸 로?" 예의 그 유리관을 손가락질하는 셀. "그 아이가 받을 대가는 이미 충분했다고 생각해. 더 이상의 고생을 시킬 필요는 없 어. 차라리 네 입으로 용서를 비는 게 나을 거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버럭 화를 내는 제논. "하지만, 그 아이의 부모는.........." "이봐." ".........." 한 마디로 제논의 입을 막은 셀. "그들은 당연한 대가를 치른 거야. 그런 짓을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 지. 하지만 네가 지금의 황제를 즉위시킨 것은, 그리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정 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황위를 주니까 지금도 반대파가 기승을 부리는 거 아냐? 왜 제국회의를 열어, 정당한 방법으로 황제의 자리에 앉히지 않았니?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도 없었어. 그리고...." 조용히 말하는 셀. "지금의 황제는 너무 무능해. 너무 잔인하고. 이 제국이 황폐하게 되어 가는 게 누 구 탓이지? 뒷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네 잘못이 아냐?" "........" "하긴 제자의 능력을 과신한 스승의 잘못도 있겠지만." "........."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침묵. 하지만 그걸 깬 것은, 역시 셀이었다. "그 아이가 오면, 잘 대해주도록 해. 어쩌면, 나하고 같이 올지도 모르고. 하지 만....."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말을 끝내는 셀. "그 아이에게 더 이상의 위해를 가하지 마. 지금의 황제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 어. 만약 또 체서들을 보내서 그 애의 부근에 얼쩡거리게 한다면, 그리고 그 애에게 칼을 또 들이댄다면....." 얼음보다 차가운 마지막 말. "이 제국 전체를 가루로 만들어 버릴거야." 셀이 손을 내밀자, 제논의 눈앞에서 생겨나는 공간의 일렁임. 그리고 셀이 서서히 모습을 감춘다. 공간이 흔들리면서, 그녀의 모습은 그 흔들림이 커지면서 생겨난 문 을 통해 이곳을 떠나간다. 문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셀. 그리고 그녀의 말만이, 제논 의 귓전에 남았다. "황제가 까불면, 나한테 와. 제자 하나는 지켜줄 수 있으니까." 공간과 공간을 이은 문이 사라졌다. 제논은 단지 그녀의 모습이 있었던 공간을 바라 볼 뿐 이었다. "여전하시군." 그러나 그의 얼굴은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평생을 걸려 마법을 연구한 나다. 아무리 스승님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한들....." 이를 악무는 제논. 그리고 예의 그 유리관을 바라본다. 옷 한 벌 걸치지 않은 소년 의 몸이, 투명한 물 속에 떠 있었다. 유리관 속의 실험체처럼. "난 내 방법으로 스승을 능가하고 말거다." 주먹을 쥐는 제논. "비록 그것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터지는 웃음소리. "하하하하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제논. 그 앞에 놓인 유리관만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잠자고 있는 소년의 몸을 비추면서. "아아아아아 !" 입을 아주 크게 벌리니까 턱이 아프다. 하지만 아침인데 뭐. 기지개를 좀 요란하게 켜면서 자리에서 깨어난다. 아침해가 눈이 부시다. 그러나 오늘 날씨가 맑다고 해서, 오늘이 꼭 맑고 밝은, 기운찬 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 아암. 아우." 기지개를 다 켜고 나서, 나는 옆 침대에 누운 아르메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눈 을 서서히 뜨고,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왠지 오늘은 귀여운 표정이 아니다. 그게......... "오늘은 피를 볼 것 같네요. 레이니." 그 말에, 나는 잠이 확 달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래. 오늘이 그 날이지. 그 PK들과 싸워야 할 날. 어제 내 손으로 리드.........라고 했던가? 그 성직자 여자를 찔러 죽 여 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독을 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Poisoned Knife (독 묻은 칼)이란 이름 그대로. "자, 출발준비해요. 부스트씨도 깨우고." 그 사람, 굳이 깨울 필요 있나. 알아서 잘 일어날텐데. 그리고........ 쿵. 일어났군. 역시 아침때가 되니까 잘 일어난다니까. 그래도 용병 생활을 오래 한 사 람인데, 설마 늦잠을 자겠나. 나와 아르메리아는 일어나자마자 하는 순서대로, 우선 옷부터 입기 시작했다.............. "!" 아직 아르메리아의 속옷 차림은 태연히 바라볼 수 없어..... 나는 즉시 고개를 돌리 고, 뒤돌아서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잠잘때도 일상복 차림으로 잘 수 없다는게, 여관의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잘 때는 편한데, 일어나고 나서 꼭 이런 문제가 생긴단 말이야. - 계속 - 후기)셀과 제논의 관계. 상당히 밀접한 관계로 설정했지만, 스승으로 하는 건............. 하지만 이게 역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해서요. 그렇다고 셀까지 변태 로 몰아붙이지 마요 ! (그럴 사람도 없을 걸) 내일 연재는 아마 또 피가 튀기는 싸움이 될 듯. 그러고 나면 9번째 이야기도 끝이 나겠군요. 이제 초반부 연재가 끝나고 중반부로 접어드는 시점이 되네요. 그런데, 초 반부가 이렇게 길면 중반부는 언제 끝나지? 그리고 후반부는? 갑자기 머리가 매우 아 파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아아아악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5 19:39 조회:360 공룡 판타지 9-154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6) "정말 괜찮겠습니까? 아가씨들." 걱정하는 시장님. 하지만 인원이 많다고 도움이 될 지.........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부스트씨까지 세 명이 그 PK들을 상대하겠다고 하니까 기겁을 하시는 거다. 하긴 라 브레이커라는 걸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니까 저런 말씀을 하시는 거지 만. 역시 검에 약간의 위장을 해 두길 잘했어. 비록 검의 장식을 쇠로 가린 정도이지 만. "이런 걸 가지고 다니면 인간 사냥군들이 네 뒤를 따라다닐 거야. 내가 위장을 해줄 게." 고마우셔라. 셀 누나. 하지만 그녀는 왜 이렇게 멋없는 모습으로 라 브레이커를 위 장시켰을까. 여태까지 드러나던 검의 화려한 외양에 눈이 익었는지, 지금은 금속으로 모든 광채를 가린 대검을 볼 때마다 왠지 기분이 나쁘다. 마치 내 검을 빼앗긴 느낌 이랄까. 하아. 내가 이렇게 물건의 외양을 따지는 녀석이었단 말인가. 잠시 반성을 하고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 현실은 현실. 지금은 눈 앞에 놓인 상대를 걱정하자고. "괜찮습니다만.....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을 보내주실 필요는....." 상대에게 마법사가 적어도 둘은 있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려간다면 표적을 제 공할 뿐이다. 어설픈 실력의 무리보다는, 확실한 실력의 정예들을 데리고 가는 게 나 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판단하자면..... 시장님의 옆에서 이 도시 를 지킬 사람들까지 고려해보면........... "........." 그렇다고 해서, 아르메리아처럼 직설적으로, "수가 많으면 걸리적거린다. 확실한 실 력자들은 시장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아야 하는 이상, 결국 남는 인원은 우리 셋 뿐이 니까 공연히 허세 부리지 말고 입 닥쳐."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도, 아 르메리아가 입을 벌리기 전에, 부스트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만약 이 도시에 그들이 먼저 습격을 한다면, 도시를 지킬 사람들이 다수 필요하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나가는 걸 못 본다면 말입니다. 그럼, 시장님 곁에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도시를 지킨다는' 명분에 밀려, 시장님도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히, 자신의 신변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욕망으로 비춰지지 않게 되었다는 안도감은, 시장님의 표정에 나 타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나가볼까. "안녕히 가세요." "편안한 여행 되세요." 모두의 환송을 받으며, '비케이션' 시의 동쪽 성문을 빠져나가는 우리 일행. 단지 세 명뿐인가..... 갑자기 겁이 나기는 해도, 알베르트씨같은 실력의 동료라면..... 이번엔 그를 보호해줄 수 없다. 차라리 이게 낫지. "내 실력이 형편없어서 미안하네. 그럼..........." 걱정하는 알베르트씨. 아무래도 악명높은 PK들과의 전투를 단지 세 명이 치른다는 데 대해 불안하다는 눈치가 역력하다. 하지만 뭐........ 할 수 없지. 알베르트씨, 라이다, 테이브, 제라씨들에게도 인사하고, 나는 힘차게 수도로 가는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그 여자와 엘프, 그리고 용병이 동문을 빠져나갔어." 임프가 정찰해온 바에 따라, PK들은 회의를 열었다. 레이니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부스트를 사살하려는 회의. 우선, 키텔이 입을 열었다. "우리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부스트라면 유명한 용병이야. 그 엘프의 실력도 미지 수고. 게다가......." 그의 말을 잇는 레진. "그 여자. 리드를 죽인 여자는 아무래도 이상해. 여자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그런 검을 들고 싸울 수 있어? 대검이란 물건, 여자가 들기에는 너무 크다고. 그런 물건을 제대로 들고 싸울 수 있는 여자는, 우리 드워프족의 여자들 정도야." 룸이 의견을 말한다. "우리 실력이라면, 엘프와의 전투에서 얼마나 승산이 있을까? 지금 우리 일행의 마 법사는 나와 키텔, 둘 뿐이야. 둘이 엘프와 마법 대결을 벌이면, 승산은? 그 살인마 여자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 여자가 마법을 사용했어? 주문도 외우지 않았잖아." 그녀의 싸움 장면을 제대로 보지 못한 임프의 물음에, 엘름이 대답한다. "룸은 우리중, 가장 마법에 능숙하다. 룸이 그렇다니 확실할 거다. 내가 보기에도, 그 여자는 상당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마법사인지도 모르겠고. 하지 만........" 검을 뽑아보는 엘름. "그 여자는 내가 맡는다. 너희들은 나머지 둘을 어떻게 할 지 생각해봐." 골치아픈 상대이지만, 그 대신 자신들의 동료를 죽인 원수라는 점에서, 서로 자신이 그녀의 목을 자르려고 했던 PK들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기는 게 중요한 법이다. 나중에 사로잡는다면 -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 그 여자를 마음껏 찌르고 잘라서 죽이리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토론하는 PK들. "우선, 그 여자. 대검을 든 여자는 내가 맡는다. 아마 그 여자의 마법을 감안한다 면, 너희들을 도울 여유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허리에 찬 검을 만지작거리는 엘름. "그럼, 그 엘프는 나와 키텔이 맡도록 하지." 손을 비비는 룸. "그럼, 그 용병은 내가 맡는건가." 혀로 입맛을 다시는 레진. 자신의 거대한 도끼를 만지작거린다. 등에 메인 이상한 모양의 막대기가 덜그럭거린다. "뭐야. 그럼 난?" 졸지에 소외된 자가 되어버린 임프가 묻는다. 그의 질문에 나지막하게 대답하는 엘 름. "넌, 녀석들이 다가오면 정찰해서 우리에게 위치를 알려. 이번 전투는 기습으로 나 갈 거다. 녀석들이 전투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해치울거다. 일이 잘못되어도 기선을 제압할 수가 있다면 우리가 유리하다. 일단 우리의 수가 많으니까. 넌 정찰이 끝나면 네 방식대로 움직이도록 해. 잘 알고 있겠지?" "알았어. 엘름." 고개를 끄덕이는 임프. 그의 눈에 독기가 스쳐간다. "자, 모두들 출발하자. 자신의 마법 무기를 점검해봐." 자리에서 일어나는 엘름. 그리고 그 동료들. 임프는 숲속으로 달려들어가더니, 어느 새 그 모습을 감추었다. 바스락. "힉 !" 놀라는 나. 이렇게 되면 큰일이겠지만..... "........" 실제의 반응은 이렇다. 놀라고 싶어도, 그 순간에 적이 공격해올까봐 무서워서 그럴 수가 없다. 비명을 지르는 동안 경계심이 흐트러지면, 그대로 내 목에 칼이 들어와 박힐거다. 생각같아서는 나무 위로 올라가서 달리고 싶지만......... 문제는 저 용병 아저씨가 그걸 할 수 있는가.... 하는 거다. 검술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서, 나무 타 기를 잘한다는 보장은 없으니......... 차라리 둘만 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랬다가는 수에서 너무 밀리게 된다. 솔직히, 저 아저씨의 검술 실력은 대단한 수준 이다. 악명이 자자한 엘름 - 그 검은 갑옷의 기사 - 에게 두 번이나 상처를 입히다 니. 비록 기습이었다고는 해도, 그 실력 만큼은 대단했다. "그런데........" 내 뒤에서 따라오는 저 사람들은 뭐냐. 저거....... 저러다가 큰일나지. 그 시장님 이 우리 셋만 보내는 게 불안했던지, 사람을 더 보내준 모양이다. 하지만..... 솔직 히 저 사람들, 그다지 실력이 있다고는 여겨지지 않아. 이렇게 기척을 크게 내 는....... "오지 말라고 했는데.... 끝내 따라오는군요. 도와준다고 하는 호의는 알지만, 어리 석음이 그 호의를 덮어버리고 있어요." 아르메리아의 날카로운 논평. 하지만 그 뒤에 더 이어지는 말이 있는 듯 한데? 부스 트 아저씨 역시 그걸 간파한 모양이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말해요. 엘프 아가씨. 무슨 생각을 한 게 있는 듯 한 데........." "녀석들 뒤에 누가 따라오고 있어. 아무래도 그 시장놈이 인원을 더 보낸 모양이 야." 임프와 마법으로 연결을 하던 키텔이, 임프의 말을 전해주었다. 불쾌한 듯한 얼굴표 정이었지만, 왠지 모를 환희가 떠돌고 있었다. "죽일 대상이 더 늘어난 건 고맙지만, 문제는 그게 미끼가 아닌가 하는 점이야." 냉정하게 상황을 생각하는 엘름. 하지만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묻는 키텔. "하지만, 왜 일부러 더 뛰어난 실력자들을 앞에 배치했지? 보통은 미끼를 앞에 배치 하는 게 아니야? 그렇다고 그 여자의 일행을 미끼로 사용할 셈인가? 그 바보같은 시 장놈이?" 물론 그럴 리 없다. 누가 일부러 PK일당 하나를 생포하고, 하나를 죽인 뛰어난 여검 사와 엘프, 그리고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실력파 용병을 미끼로 쓰겠는가. 그렇다 면........ 옆에 서 있던 키텔이 머리를 굴리더니, 결론을 끄집어내었다. "그럼..... 그 녀석들은 아마 그 계집의 일당을 도와주라고 시장이 보낸 녀석들이 분명해." 그런가.......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계획이 변경되는 게 불가피하다. 원래는 내일 새 벽에 기습을 단행할 생각이었는데.......... 그때쯤이면 사람이 졸리기 가장 쉬운 시 간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경계를 한다 해도, 인간이 기계가 아닌 이상, 새벽에는 지 치기 마련이다. 이곳은 수도와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며칠씩 시간을 끌며 추적했다 간 녀석들이 수도에 들어가 버린다. 수도에서 탈출한 지 얼마되지 않는 시점에서, 다 시 수도에 접근하기는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내일 새벽을 택한 건데....... "모두들 의견을 내봐. 이건 돌발사태야." - 계속 - 후기)으. 왜 이렇게 전투 개시가 늦어지는 거야 ! 이렇게 보채시지 마시길. 곧 시작될 겁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6 19:36 조회:262 공룡 판타지 9-155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7) "지금 우리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은 그리 실력면에서 뛰어나지 않아요. 그 럼........ 그들과 합류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고......" 아르메리아의 말은, 불행히도 맞다. 냉정하게 판단하지만, 그들의 실력으로는 단지 걸리적거릴 뿐이다. 부스트조차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그들과의 합류는 일단 곤 란하다고 결정. "그럼 어쩔 거야? 아르메리아. 저 사람들이 만약 기습을 당하면........." "그럴 염려는 없어요." 단정하는 아르메리아. 왜 그렇게....? "지금 우리와 그들 사이의 거리는 200m정도에요. 그 정도라면, 기습당한 그들이 다 죽기 전에, 우리가 PK들의 뒤통수를 칠 가능성이 높아요. 공격시에는 아마 위치가 드 러날 테니까. 적어도 한 명 이상을 사살할 수 있을 거에요. 단, 공격을 한 우리의 위 치도 드러나겠지만." 잠깐. 200m라면..........좀 거리가 멀텐데? 내 의문에 대답해주는 아르메리아. "정 급하면, 녀석들이 다시 몸을 숨기기 전에 마법으로 그 일대를 날려버리면 되니 까요." 내 얼굴이 새파래졌을 거다. 그걸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내 얼굴을 바라보는 게 아 닌 건지,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꼭 그렇게 무지막지한 방법을 쓰지 않더라도 상관없어요. 저들을 치려면 그들도 자 신들의 기척을 드러내야 하니까요. 그럼 제가 여기서 마법으로 녀석들을 공격하면 간 단해요." 가만. 그럼 아르메리아의 기척도 드러날텐데? "레이니와 부스트씨가 기척을 숨기고 대기한다면, 그들도 멋대로 절 공격하지 못할 거에요. 자신들의 뒤통수를 맞을 지도 모르는 모험을 그들이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날 바라보는 그녀. 엘프의 귀가 유달리 눈에 뜨인다. 왠지 모르게 애교떠는 것 같이 움직이잖아. 살랑살랑. "적이 절 공격하면, 레이니가 마법으로 뒤를 치세요. 사용 방법은 알고 있지요?" 그럼..... 자기가 맞으면 내 탓이란 건가? 왠지 모르게 뒤집어씌우는 것 같은 데..... 하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고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리고.... 현실적으 로........ 우리 뒤를 따라오는 일행과 합류하면 재난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가 그 들의 위치를 파악했다면, PK들도 그들의 위치를 파악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 다. 내가 눈치챌 정도면 말 다한거지. "그럼, 우린 여기서 대기하는 건가?" 부스트의 말이, 대화를 끝냈다. 도리있나? 이 근처에 숨어야지. 그러나..... "위험해요 ! 모두 피해요 !" 거대한 섬광이 우리 주위를 뒤덮어 버렸다. "그 계집들은? 죽었나?" 검은 갑옷의 기사가 부르짖는다. 엘름은 검을 뽑아들고 거대한 불길의 기둥이 숲을 찌르는 광경을 보았다. 저 불길 속에서 살아남을 자는 없으리라. 저 8레벨의 원소 마 법 드레이크 브레스를 맞는다면.... "..........." 자신의 마법으로 주위를 관찰하는 룸. 그러나 그녀의 얼굴색이 변했다. "살아있어 ! 모두 !" 전력을 다한 마법을 구사했던 키텔이 깜짝 놀랐다. 지쳐서 숨을 몰아쉴 지경에 빠지 는 걸 각오하고, 자신이 가진 마법중 최강인 드레이크 브레스를 구사했건만.... 거대한 빛이 우리를 덮치고 있었다. 아르메리아가 눈을 감고 손을 앞으로 내밀려고 했지만, 시간이 늦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모두 저 붉은 불길에 휘감겨 타죽 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내 검이 빛을 뿜었다. "잘 봐라. 이게 라 브레이커, 법칙을 파괴하는 자의 힘이다." 검이 내 몸을 움직였다. 내 손이 위로 뻗으면서 내 의식이 희미해진다. "저건....... 레드 드레이크의 브레스 ! 적어도 저건 인간 마법중 8레벨의 주문인 데....." 물론 인간이 착각하는 대로, 저건 그다지 강력한 마법이 아니다. 드레이크라고 해 도, 진짜 드래곤에 비하면 그 힘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므로. 그러나 지금의 우리 일행을 전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나는 황급히 마법을 사용해서 저 힘을 막으려고 했다. 저건 단순한 힘의 격류이므로..... 저걸 막으려면....... "!" 레이니가........... 자신의 손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저건....... 라 브레이커에 의해 신체가 움직여지는 것 같은데..... 하지만 어떻게 막으려고..... 나는 그쪽에 신경쓰지 않고 내 마법을 만들어냈다. 저 정도의 힘에 맞서려면........ 생각같아선 엘프 마법 10레벨을 쓰고 싶었지만 아직 자신이 없다. 별수 없이 9레벨의 마법으로 힘을 만들어....... "언니 !"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목소리. 레이니가 사용하는 마법은..... "말도 안 돼 !" 겨우 5레벨까지만 익힌 언니가........어떻게 저런 기술을 발휘할 수 있지? 아무리 검의 힘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레이니 언니는 저 거대한 힘을 향해 손을 내 밀고, 검이 하늘로 뻗었다. 그리고.......... 드레이크 브레스의 강대한 빛과 열이 검 안에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겨우..... 5레벨로 저런 기술을......" 물론 엘프 마법 5레벨은 에너지를 마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하지만, 저렇게 거대 한 힘을 자신의 몸 안에 넣어 마력으로 저장하려고 하다간, 금방 몸이 폭발해 버릴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검에 힘을 저장하기 때문에......... 저게 가능한 건가?"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대부분의 힘이 언니의 검에 흡수되고, 남은 힘 일부 - 극 히 일부 -가 주변 지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마력 을 나와 레이니, 그리고 부스트씨 주변에 둘러쳐서 강한 방어막을 쳤다. 그걸로 남은 여력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검의 기억때문인가....." 지금 공격한 드레이크 브레스는, 인간들이 드래곤이라고 부르는 생물의 공격법이다. 진짜 드래곤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힘은 한 도시를 파괴할 수도 있는 막강한 위력의 무기이다. 그것도 최강의 드레이크인 레드 드레이크의 브레스를 어떻게 이렇게 쉽 게..... "역시 우리의 마법은 경험에 따른 위력차가 커....." 인간들처럼 정해진 위력의 주문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그 마법을 완성시켜 가는 엘프 마법의 위대함과 오묘함을, 엘프가 아닌 인간에게서 느끼다니..... 나 자 신이 부끄러웠다. 명색이 엘프 마법 8레벨까지 익히고, 9레벨을 연습하는 중인 내가 이게 무슨 꼴이람. "뭐야 !" 눈 앞에 터진 거대한 불기둥.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에 엎드렸지만, 그 폭풍이 이쪽 으로 몰려왔다. 모두들 눈앞에 다가오는 불의 벽을 보고 기겁을 했다. 비록 그 힘이 미약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 날아온 드래곤의 브레스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엎드려 !" 레이니 일행을 돕는다고 온 알베르트로선,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후회되는 순간 이었다. 원래 자신의 실력이 형편없어서, 오지 않으려고 했다가 라이다의 고집으로 이곳에 온 게 얼마나 어리석은 결정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자신의 머리위로 지나가는 불기둥을 보며, 그는 제발 자신이 살아남기를 빌었다. '바보같은 여자. 왜 굳이 여기에 온다고 고집을 피워서.....' 도시에서 따라온 다른 전사들과 마법사들도 질린 표정이었다. 다들, 말로만 듣던 PK 의 위력을 보고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 있었다. 그나마 주위를 지나가는 불기둥 때문 에 약간 붉게 보인다는게, 그들의 체면을 세우고 있는 꼴이었다. "헉헉헉." 그대로 쓰러져 버리는 키텔. 그런 그에게 약병을 꺼내주는 레진. "자, 먹고 기운차려. 이제 진짜 싸움이니까." 약병의 뚜껑을 열고, 그 속에 든 약을 마시는 키텔. 약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가 고, 약 안에 있던 마력이 몸안으로 들어온다. 마력이 몸을 다치는 일이 없도록, 약의 성분이 분해되면서 마력이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잠시 있으면 곧 회복될거야." 중얼거리는 키텔. 한 마디 덧붙이는 레진. "그래야지. 앞으로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는데. 안 그래? 약값은 해야지." 이 약은 마나 포션(mana potion). 원래 마력을 보충해주는 약으로 만든 것이다. 하 지만, 종래의 것이 마력을 급작스럽게 몸 안에 공급해서 그 영향으로 여러 가지 부작 용이 발생한 것에 비해, 요즘은 숙련된 마법사가 마력을 아주 잘게 나눈 다음, 그 마 력을 인체에 해가 없는 고분자로 잘 감싸서 물처럼 마실 수 있게 만든 것이었다. 평 소에는 안정한 상태로 보관이 가능하고, 인체에 들어가면 위에서 위산에 의해 고분자 가 파괴되어 마력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 단, 그 고분자의 크기는 각기 다르기 때문 에, 파괴되는 속도가 각각 달랐다. 따라서 인체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물 론, 물질의 성질을 띄고 있기는 해도, 엄연한 에너지인 마력을 어떻게 고분자로 가두 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해결되지 않았다. 그건 마나 포션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만 전승 되는 비술이기 때문이다. 뭐, 그런 건 키텔이 알 바가 아니다. 지금으로선 다시 싸울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 으로도 다행한 일이므로. 키텔이 자신의 몸안에 들어오는 마력을 고르게 몸 전체에 분산시키는 동안에, 엘름과 레진, 그리고 룸은 싸울 각오를 했다. 지금 그들의 눈앞 에 선 것은, 결코 만만한 자들이 아닌 것이다. - 계속 - 후기)으. 며칠만에 겨우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이래서 비축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는 겁니다) 의욕 상실에 가까운 상황에서, 간신히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네요. 이번만 쓰고 나면 초반부가 끝인데..... 사실상 반은 지나는 셈일까?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번만 쓰면 일단 산 하나는 넘게 되는 셈이니. 아, 여러분들에게 드래곤으로 알려진 대형 도마뱀들은, 여기서는 엄연히 드레이크라 고 부르겠습니다. 도저히 그런 약골들을 드래곤으로 인정해줄 수가 없어서요. 그래 서, 여기서 드레이크 브레스라는 건, 다른 판타지의 드래곤 브레스와 같게 됩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7 19:53 조회:267 공룡 판타지 9-156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8) "어쩌지?" 당황하는 사람들. 알베르트 역시 당황해 있는 상태였다. 막연히 강하다고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그 강함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지금 생각으로는 당장 뒤로 돌 아서서 비케이션 시로 돌아가고 싶지만..... "안 돼요 ! 우린 저들을 도우려고 온 게 아닌가요?" 열성적으로 외치는 라이다. 그녀가 요 며칠 사이에 용기를 얻은 것인가? 저 레이니 양의 모습을 보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지금 자신들이 그녀를 도울 힘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알베르트였다. "라이다. 안 됐지만......." 하고 싶지는 않은 말.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는 해야 하는 말. "우리 힘으론 레이니양과 아르메리아양, 그리고 부스트씨를 도울 수 없어. 우리가 있어봐야 걸리적거리기만 할 거야. 자존심 상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고." 이렇게 말할까? 저 아르메리아양이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하지만 그러면 이 사람들 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알베르트는 그런 말을 하지 않고, 단지 눈 앞에 쓰러진 사 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여러분 ! 일단 돌아갑시다. 부상자가 너무 많아요." 실제로는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20여명 중에 6명이 다쳤다. 싸우기도 전에 말이다. 불길이 지나갈 때 화상을 입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마법사였 다. 강한 마법사가 대부분 도시에 남아 PK들의 습격을 방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 적으로 약한 마법사가 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긴 도시의 마법사중 가장 지위가 높고 강력한 헤어가 온다고 해도, 별 도움은 되지 않았겠지만. 그의 말 속에 숨겨진 진의를 안 전사들은 부상자들을 업고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재의 상황으로는, 도저히 저 싸움에 끼어들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검을 휘두르는 싸움은 할 수 있지만, 마법 의 싸움에 끼어들 힘은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알베르트의 말을 알아들은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겉보기와는 다 른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돌아가기 시작한 일행을 바라보면서 걷는 알베르트와 테이브, 그리고 제라. 그들의 뒷 모습이 도시 쪽으로 사라져갔다. 그러나.... 그들에 게서 차츰차츰 멀어지는 그림자 하나.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검을 뽑아들고 숲 속으로 달려가는 라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굳은 결심이 떠올라 있 었다. "그 검을 손에 넣을 좋은 기회야." 레이니 일행과 PK단. 어느 쪽이 이기든 간에 상관은 없다. 두 무리들의 실력은 결코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그러니, 아마도 싸움이 끝나고 나면 양쪽 다 큰 피해를 입 겠지. 그렇다면..... "그 틈에 검을 가지고 튀는거야." 저주에 걸린 검이라 해도 명검은 명검이고, 마법검은 마법검이다. 게다가, 이 저주 는 검의 힘을 끌어내려는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것이다. "팔아먹으면 엄청난 돈이 들어올거야." 자신이 사용하기엔 무리인 검이라고 해도, 세상에는 마법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 지기수다. 특히 부자들에겐 이런 검이 좋은 재산과시의 수단이 된다. 숲속을 달려가 는 라이다의 얼굴에는, 탐욕이 짙게 드러나 있었다. "상대편 마법사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약 400미터 정도 북쪽에 있어요." 레이니와 부스트에게 큰 소리로 외치고는, 숲속으로 달려가면서 마법을 준비했다. 하지만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 게 좋을까? 파괴의 마법을 사용하면, 이 숲속의 생명들 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싸움에서 어느 정도 주위에 해를 끼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나 자신부터, 다른 마법사들 의 싸움 때문에 나와 레이니가 피해를 입는다면, 화를 낼 게 아닌가. '그럼...... 어떤 마법으로 상대를 할까.....' 시간이 없었다. 저들이 다시 마법으로 우리를 공격하기 전에 먼저 마법을 완성시켜 야 했다. 나는 정신을 집중시켜서 잡념을 없앴다. 내가 사용할 마법은..... '역시 이걸로 해야겠어.' 주위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려면..... 엘프 마법 레벨 7의 그 수법 을..... 상대의 정신에 타격을 주는 방법이 가장 유효하다. 나는 내 몸안에 담긴 마 력을 활성화시켰다. 몸을 이루는 세포와, 그것을 이루는 분자들 사이에 저장된 마력 들이 물질과 함께 한 상태에서 벗어나, 급속히 그 자신들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나의 생명력이, 내 몸을 구성하면서 동시에 내 몸안의 마력을 집결시켰다. 그 마력이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모이자, 나는 그 마력을 손 앞으로 방출했다. 마력이 마치 구슬처 럼, 반투명한 녹색의 공을 이루어 공중에 뜬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마력의 붕괴.' 마력이란 본래 가장 질서도가 높은 에너지이며, 그것은 어떠한 에너지로도 변화할 수 있었다. 물론 중력같은 경우는 제외하지만. 중력은 시공의 변화가 나타난 힘이어 서, 마력을 사용해서 만들어내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나, 그 외의 대부분의 힘을 만 들어내는데 있어서, 상당히 용이했다. 물론 죽음의 힘과 생명의 힘같은 경우는 약간 의 수고가 더 붙지만. 지금 만들어내는 건 그런 힘이 아니니 상관없겠지. '정신파의 생성.' 마력은 붕괴되고, 이것이 재구성되어 정신파로 바뀌었다. 인간의 뇌파에 맞춘 형태 의 전파의 파동. 이것의 집결체가 마력 구슬의 안에서부터 생성되어, 이제 구슬 안은 한 가지 의지를 담은 정신파의 요동으로 깨질 듯 했다. 이것이라면..... 동물들에게 맞더라도 해롭지는 않겠지. 치명적인 일격은 아니니까. 그 요동이 극대에 이를 때, 나는 그 힘을 한 방향으로 집중시켰다. PK일당들이 있는 지점을 향해, 정신파를 쏘아 낸 것이다. "가라 !" 멋지게 외치는 건 좀 멋을 부린 것일까? 내 손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뿜어져 나갔 다. 마력의 구슬의 남은 마력이, 그 정신파를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하지만 지나친 집중은 필요가 없었다. 단지,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나가게 한 것일뿐. 그들이 있는 곳 전체를 덮되, 너무 정신파의 밀도가 낮으면 안된다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 략적인 조준이라고 할까. '이걸로 먹히면 좋겠지만.....' 내 바램을 안고, 정신파는 숲 속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런 숲 속에서 정신파가 흡수되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쉽게 흡수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만약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나는 상대를 향해 계속 달려갔다. 이 수법이 통하지 않 으면 그 다음 수는..... "자. 모두들 일어........" 키텔이 마력을 회복하고 일어나려는 순간, 그들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아르메리아의 정신파가, 그들이 있는 위치에 도달한 것이다. "어억 !" 머리를 감싸는 키텔. 그의 머리속에서 일어나는 혼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다. 강력한 힘이 그의 머리를 뒤흔든다. 그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해 보려고 했지 만, 되지 않는다. 어떤 거대한 정신의 폭풍이, 그의 머리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교란, 소멸시키고 있는 것이다. 상대의 정신파의 폭풍이, 이쪽 정신파를 교란시키고 혼란시 켰다. 머릿속이 텅 비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곧 사라지고 말았다. 땅바 닥에 쓰러지는 키텔. "정신파의 폭풍이야 ! 그 엘프 여자가 마법을 걸었어 !" 그나마 자신을 유지하고 있는 엘름이 외친다. 과연 뛰어난 검사다. 평소에 정신 마 법에 대항해서 자신의 정신을 유지하는 훈련을 한 탓일까. 그러나 상대의 정신파에 밀려, 그 자신의 평정도 깨어질 듯 했다. 단지 제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시키는 엘름. 그의 눈이 룸을 바라보았다. 레진도 자신의 무릎에 도끼를 놓아두 고는, 룸을 쳐다본다. 이 자리에 없는 임프도, 만일 여기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 다. 이 일행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인 그녀라면, 어떻게든 이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절대적인 신뢰에 대해, 룸은 그 답을 했다. 그 자신에 걸어둔 정 신적인 방어막 덕일까, 그녀는 차분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것이다. "#########&&&&&&&&& 스피리트 웰(spirit wall : 정신 마법 6레벨. 정신파로 벽을 만들어 상대의 정신공격 방어) !" 아르메리아의 정신파가 차단되면서, 모두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마력을 보충하 느라 미처 방어마법을 걸지 못하고 기절한 키텔도, 레진의 걷어차기에 정신이 들었 다. 그러나, 전투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이 정도로 끝나지는 않으리라. "놈들이다 !" 레진이 외치면서 그 자신의 도끼를 꺼내들었다. 어느새 적들이 자신들의 바로 앞까 지 온 것이다. 엘름도 자신의 몸을 일으키면서 검을 뽑아들었다. 아르메리아를 향해 몸을 날리는 엘름. 그녀를 그대로 놔두면 자신들이 불리하다. 어떻게든 그녀가 마법 을 구사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원래 계획과는 다르지만, 자신이 그녀를 상대할 수밖 에 없었다. 룸이 키텔을 데리고 이 엘프를 맡을 때까지. 카앙 ! 엘프가 검을 뽑아 막는다. 엘름도 자신의 검으로 그녀를 찌르고 벤다. 하지만 검술 로는 그녀를 벨 수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는 몸을 날려 아르메리아의 검 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싸움을 룸과 키텔에게 맡기고, 그 자신은 초록의 머리 의 소녀, 레이니에게 달려갔다. 그 자신의 상대에게. 리드를 죽여버린 상대에게. "죽어라 ! 계집애 !" 하지만 상대가 만만하지는 않다. "죽어줄 생각 없는데?" 레이니의 검이 엘름의 검과 맞부딪친다. - 계속 - 후기) 일껏 다 써놓고, 다시 쓰는 작업도 이제 진력이 나지만, 전투 장면이 맘에 안 든다는 결정적인 이유로 인해,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쓸 때마다 느끼지만, 다른 분 들처럼 주문만 간단히 외운다면 이렇게 길게 나오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것도 제 고 유한 특성이니..... 문제는 ! 이야기를 다 쓰고 나서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게 장난이 아니라는 겁니다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8 19:54 조회:251 공룡 판타지 9-157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19) 레이니가 엘름과 검격을 교환하는 동안, 부스트와 아르메리아도 나름대로 싸우고 있 었다. 부스트는 아르메리아를 노리고 마법을 외우던 키텔에게 검을 내리쳤다. 하지만 레진이 그걸 막아냈다. 거대한 도끼와 정면으로 부딪친다면, 아무리 대검이라도 부러 질 위험이 있다. 부스트는 검을 내리치던 것을 돌려서 옆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 에 맞기에는 레진의 키가 작다 ! 드워프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레진이 부스트의 다리 를 노리고 도끼를 휘두르려는 순간, 부스트의 몸이 돌면서 그의 왼쪽 다리가 그를 노 리고 날아왔다. 도끼를 휘두를 공간이 없다. 그대로 몸을 맞고 날아가는 레진. 그러 나 레진 자신이 몸을 날려 피한 것을 감안하면, 그건 치명타가 아니었다. 부스트가 자신의 검을 들고 레진을 향해 몸을 날린다. 땅바닥을 구르면서 그의 일격을 피하는 레진. 그의 도끼가 부스트의 검과 맞부딪쳤지만, 힘을 넣은 일격이 아니라서 그런지 대검이 부러지지는 않았다. 부스트의 검을 피하며 교묘히 몸을 일으킨 레진은, 그 도 끼로 부스트의 대검을 부수려는 듯 거칠게 도끼를 휘둘렀다. 두 전사가 서로 대치했 다. "#########&&&&&&....." 찌잉. 키텔이 마법 주문을 외우려는 순간, 아르메리아의 마법이 날아왔다. 아마 죽음의 계 열인가. 키텔이 간신히 몸을 날려 마법을 피했지만, 그 마법이 대체 무엇인지 확인하 기도 전에, 그의 머리를 노리고 돌아오는 마법. "이건 뭐야 !" 키텔의 뒤를 따라오는 건..... 죽음의 힘을 모아 만든 구슬이었다. 차라리 마나 미 사일같이 보이는 검은 물체가, 그의 머리를 노리고 집요하게 따라왔다. 하지만 아르 메리아의 상대는 하나가 아니었다. 룸이 마법 주문을 외웠다. 그녀의 주문은 키텔보 다 빠르고, 더 위력적이었다. "###########&&&&&&&& 라이프 포스 실드(Life force shield : 생명 마법 레벨 8의 주문. 생명력으로 방패를 만든다) !" 룸과 키텔의 몸 전체를 감싸는 둥근 형태의 반투명한 실드. 죽음의 힘을 모은 구슬 은 키텔을 감싼 방어막과 부딪쳐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 일격으로, 키텔을 감싼 방어막은 해제되어 버렸다. "########&&&&&&&&....." 다시 주문을 외우는 키텔. 하지만 그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아르메리아의 다음 일 격이 날아왔다. 평범한 마력의 뭉치에 불과하지만, 방어마법이 없는 상황에서 그런 불안정한 마력 덩어리를 맞으면 치명타가 되는 수가 있었다. "저게 !" 마법으로 만들지도 않고 마력을 그냥 던져버리다니. 물론 활성화된 마력 자체가 폭 탄이나 다름없다는 건 틀림없지만, 저건 명백히 마법사의 태도가 아니었다. 룸이 평 소에 엘프들을 왜 욕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마법을 쓰는데 있어서, 주문이 라는 기본적인 형식도 갖추지 않는 저런 폭거를 자행하는 자들이 있다니. 키텔은 아 르메리아에게 욕을 퍼붓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일단 살아야 욕할 기회도 있다. 재빠 르게 몸을 피하는 키텔. 그러나 그를 따라오는 마력의 구슬. "와아아아아 !" 필사적으로 숲 속으로 달려들어가는 키텔. 이런 상황에서 주문을 외우는 것은 그로 선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달리는 건 가능했다. 숲의 나무들을 피하면서 계속 달 리는 키텔. 나무들이 그의 방패가 되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마력의 구슬은 나 무 사이를 가로지르면서 그를 따라왔다. 용케도 장애물을 잘 피하는 마력의 구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이렇게 피하면서 시간을 끌면, 룸이 마법을 외울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되리라. 게 다가, 그녀에겐 지금 방패가 쳐져 있으니, 어느 정도는 방어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엘프가 있는 현장에서 너무 떨어지지 않게 주의하면서, 키텔은 필사적으로 몸을 피해 달렸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곧 잡힌다. 주문을 외우려고 했지만, 방어에 실패하면 그 대로 죽는다. 그럼....... "이게 누구야? 누가 다가오잖아 !" 그렇다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 키텔은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 나, 그것은 방어 주문은 아니었다..... "#####&&&&&&& 마인드 브레이크(mind break : 정신 마법 레벨 8의 주문. 상대의 정 신을 파괴한다) !" 룸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아르메리아가 마나 미사일에 정신을 집중시켜서 키텔을 쫓 는 사이에 완성한 주문이었다. 이걸로 그녀의 정신을 파괴할 심산이었다. 룸의 주문 이 완성되면서, 사방에서 빛이 생겨나더니 아르메리아의 머리에 내려꽃혔다. 챙그랑 ! 마법이 완성되고, 아르메리아의 머리가 마치 번개에 맞은 것처럼 흔들렸다. 그녀의 주위에 진동이 일어나면서 나무들이 뒤흔들렸다. "잡았다 !" 방어 주문에 감싸여 있으니, 마지막 순간에 상대가 반격해도 별무리없이 막을 수 있 을 것이라고 생각한 룸이 환성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은 순진한 착각이었다. 마법 주 문이 완성되어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 상대가, 태연하게 자신을 바라보 는 것이다. "뭐야 !" "그런 걸로 날 잡겠다니.... 어리석으시군요." 멀리서 내 통제를 벗어난 마력이 폭발했다. 아마 그 마법사는 빠져나갔으리라. 하지 만 그가 무슨 마법을 외워서 날 공격하기 전에, 내 눈앞에 있는 다크 엘프를 해치워 야 한다. 나는 내 정신파를 소멸시키는 강대한 힘에 저항했다. 아니, 저항하지도 않 았다. 그래. 소멸시키려면 그렇게 하라고. 하고 싶은 대로. 단, 그런 수법에 말려들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고. 나는 서서히 손을 들어올렸다. 정신파란 단지 뇌파와 비슷한, 일종의 전파일 뿐이 다. 그리고, 지금 내가 당하는 공격은, 인간 마법에서 흔한 수법, 즉 자신이 그 이치 를 모르면서 악마들에게 부탁하는, 그런 기술. 그런 주문을 외웠으니, 악마는 내 정 신파를 찾아서 없애고 교란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대항할 필요가 없다. 대처 방법은..... '내가 영혼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안다면 조치를 취할 필요조차 없지만.....'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그정도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당 할 이유는 없다. 나는 내 몸안의 마력을 붕괴시켜, 내 자신의 정신파를 생성시켰다. 악마가 파괴하는 만큼의 정신파를 내가 만들어 내고, 파괴된 정신파에서 나온 열과 빛은 내 마력을 사용해서 모았다. 잠깐 사이에 내 손안에는 빛의 덩어리가 만들어졌 다. 그리고..... "잘 가요." 내 손안에서 빛의 창이 뿜어져나가 다크 엘프에게 쏟아졌다. 다크 엘프의 당황한 얼 굴이 내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그 얼굴이 흉측한 시체들의 얼굴로 바뀌었다. "뭐야 !" 시체들이 다크 엘프를 밀쳐냈다. 저 시체들의 얼굴은.... 전에 본.... 황급히 빛의 창을 하늘로 날려 버렸다. 이미 다크 엘프의 마법도 사라졌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 한때는 살아 있었던 얼굴. 그러나 지금은 단지 죽은 껍질. "테이브씨 ! 제라씨 !" 다들 도망가는 걸 감지해서 안심했는데.... 어째서? 놀라는 내 앞에 나타나는 키텔. "흐흐흐. 그럭저럭 마음에 들었나? 건방진 엘프." 그의 뒤에서 걸어오는 수많은 좀비들. 모두들 이곳을 지나던 여행자들이었다. 전에 파탈 헤이스트에서 본 사람들도 몇 명 눈에 뜨였다. "당신이......." 상황이 짐작되었다. 저 자는 여행자들을 죽이고, 그 시체로 좀비들을 만들어 낸 것 이리라. 생각보다 더 형편없다. 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제라와 테이브씨가 당했다 면 나머지..... "자, 그럼 한 번 놀아볼까?" 키텔이 손을 들자, 좀비들이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생명을 잡아 고기를 뜯는다는 오직 한 가지 목적에 집착하는 자들. 아니, 이제는 생명도 아니고 단지 움직이는 시 체에 불과한 자들이, 감히 나를 향해 덤비고 있는 것이다. '잠깐. 이상한데?' 이 정도로 날 죽일수 있다고 여기지는 않을 텐데? 혹시..... 그 순간 느껴지는 시체 들 내부의 힘 ! "역시 !" 나는 내 몸 안의 마력을 집결시켜, 급속히 활성화시켰다. 내 몸을 감싸는 마력. 그 리고 일어난 시체들의 폭발. 콰앙 ! 죽음의 힘이 나를 덮친다. 시체들의 몸을 지탱한 죽음의 힘이 폭발하면서, 검은 불 길이 주위를 덮은 것이다. 내 몸을 감싼 마력이 나를 지키는 가운데, 나는 주위를 느 끼기 위해 정신을 모았다. '다른 사람들은?' 콰아앙. 폭발 소리가 들렸다. 자신들의 동료를 습격한 마법사는, 제라와 테이브의 시체를 좀 비로 만들고 데려갔다. 알베르트와 라이다가 그 PK일당의 마법사의 공격 - 단순한 파 이어 볼 -을 견뎌낸 것은, 순전히 라이다가 몸을 재빨리 숨겼기 때문이다. 어리둥절 한 알베르트가 왜 그녀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려고 몸을 낮춘 순간 파이어볼이 날아들었고, 좀 떨어져서 두 사람을 따라오던 제라와 테이브가 그 일격에 맞아 죽은 것이다. "으......." 알베르트는 반격하려고 했지만, 상대가 좀비를 만드는 걸 보고, 그럴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죽는 건 상관없지만, 그 때문에 라이다가 죽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 계속 - 후기)생각보다 길어지네요. 원래는 이보다 짧았는데. 역시 다시 쓰면 길어지는 게 당 연하지만. 문제는 쓰는 사람이 죽을 지경이 된다는..... 힘드네요. 추가)그리고, 어제 시리얼 잡담란에 보니, 모처럼 비평이 올라와 있더군요. 요즘 힘 들었는데. 도움을 주는 비평이라면 좋습니다. 저도 이걸 쓰다 보면, 단지 설정만으로 도 머리가 아프더군요. 그게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 다른 판타지를 안 보는 바람에 다른 분들은 어떨 지 몰라도, 전 마법에 대해 혼자 설정을 다 해야 하는데다가, 공룡들 자료를 보고 고 르고, 이야기 만드는 것까지 다 혼자 하다 보니 정신없더군요. 비평 좀 해주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악평은 저도 싫지만, 도움이 되는 거라면 좋지요) 아무래도 누가 관 심을 가져준다는 게 좋으니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29 19:16 조회:262 공룡 판타지 9-158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20) "몸은 괜찮아?" 먼지를 털고 라이다에게 물어보는 알베르트. 그녀가 몸을 숨기는 바람에 엉겁결에 그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살아남았지만, 그 대신 제라와 테이브가 죽었다. 며칠 사이 에, 그의 여행동료가 셋이나 죽은 것이다. 그리고, 잘못하면 다른 동행들이 죽을지도 모른다. 비록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의 목숨을 구해준 여자다. 그녀가 죽는 걸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 그가 가면 방해는 될 지언정, 도움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콜록. 콜록. 괜찮아요." 그리고, 지금의 알베르트로선 이 여자를 지켜야 했다. 고향 마을에서 같이 여행을 떠난 사람들 중, 이제 남은 건 이 아가씨 뿐 아닌가. 하지만..... 그녀는 왜 이곳으 로 온 걸까. 이렇게 될 것을 몰랐단 말인가? '아무래도 따끔하게 충고해야 하겠군.' 이번엔 살았지만, 다음에는 그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리라. 그런 꼴을 볼 생각은 없었다. 알베르트가 그렇게 결심하고 입을 열려는데..... "조용히 해요. 저들이 싸움을 끝낼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왜 이런가. 방금 동료들이 죽었는데, 슬픔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녀의 말은. 설 마..... 슬픔이 지나쳐서.... 정신이상을..... 당황하는 알베르트를 보며, 다시 말하 는 라이다. "왜 그래요? 알베르트. 좀 이상한데?"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고 말하려는 알베르트. 그러나 그가 말할 기회는 없었다. "조용히 해요. 알베르트. 싸움이 끝날 무렵에 우리가 가서, 그 검을 얻어야 하니 까." "뭐?" 설마.... 그녀의 검, 전설의 명검, 라 브레이커를..... "다시 말하죠. 라 브레이커를 얻는다고 했어요." "뭐야?" 설마.... 전에 세이브가 크게 다친 그 날부터.... 이 순간을 노린 것인가..... 눈앞 에 있는 여자의 눈이 탐욕으로 불타는 것이 보인다. 알베르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그런 짓을.... 은인에게 그런..... 그러나, 그의 입이 열릴 기회는 다시 한 번 박탈당했다. 라이다가 먼저 말했으니까. "그 검을 얻어야지요. 지금 죽은 제라와 테이브의 피값으로라도. 그들을 지키지 못 하고 싸움에 말려들게 한 대가를 받아내야 하겠는데요." 이게 무슨 어거지인가. 그들은 라이다 때문에 이곳으로 달려왔다가 죽고 말았는데. 항의하려는 알베르트. 하지만..... 라이다의 눈을 보는 순간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눈은, 그 검에 대한 욕망으로 흐려져 있었다. 알베르트의 눈에, 앞날의 비극이 보이 는 듯 했다. "안 돼 ! 그러지 마 !" 그럼... 아까 몸을 숙인 것도.... 자신을 숨기기 위함? 그런 건가.... 자신을 숨기 고 숨어있다가, 기회가 오면 검을 탈취하려는 속셈? 알베르트는 그녀를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라이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보다 약해 보이는 그 여자도, 그 검을 사용하니까 그렇게 강했어요. 내가 그녀보 다 못한가요? 그리고, 난 그 검의 주인이 되자는 게 아니에요. 단지 정당한 소유자에 게 돌려준다는 거지." "지금의 쥬린 제국 황제에게?" "예. 그리고 덤으로 돈도 좀 벌면 좋은 거고." 어느쪽이 진짜 목적인지 뻔했다. 하지만 알베르트로서는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이 검을 그 소녀에게서 빼앗는다는 것은.... 주인이 죽지 않는 한 절대 주인을 바꾸지 않는 라 브레이커가 그걸 납득한다는 건.... 결국 레이니의 죽음을 바란다는 게 아닌 가. 인간으로서 그런 짓은 할 수 없었다. "안돼 !" 하지만 그의 말림은 소용이 없었다. 라이다는 몸을 일으켜서 달렸다. 숲 속으로. 그 녀의 마지막 말이 들렸다. "따라오지 마요. 난 갈 거니까." 알베르트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죽음의 힘이 폭풍을 일으켜 숲을 휩쓸었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장난이 아니다. 아마 인간 마법중에 죽음 마법 8레벨인 좀비 폭탄일 것이다. 죽음의 힘을 폭발시켜서 시체를 파괴하고, 날 그 폭발에 말려들게 할 생각이었는가. 간신히 그 힘을 막아냈지 만, 대부분의 마력을 소진해 버렸다. 내 마력이 줄어든 걸 알았는지, 룸과 키텔이 날 보며 웃는다. "이제 마력을 다 쓰셨나? 엘프." "꼴이 멋지군요. 거만한 엘프 아가씨." 좀비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내 힘도 상당부분 사라졌다. 주문을 외우는 다크 엘프와 마법사. 저것들이..... 아무래도 지금의 마력으로는 저 공격을 막기 어려우리 라.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엘프 마법 9레벨. 체내의 물질과 에너지를 마음대로 바꾸는 기법." 9레벨의 마법은 단지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법일 뿐이다. 인간들의 마법처럼 구체적 인 공격마법의 모음이 아니라, '근원적인 이치'일 뿐이다. 이걸 제대로 활용하는 것 은 마법을 구사하는 엘프의 경험과 임기웅변에 달린 것이다. 물론 10레벨도 어느 정 도는 익혀 두었지만, 그건 너무 강력했다. '지난번에는 마음대로 구사하지 못했지만.....' 그때, 셀이라는 인간 마법사와 만났을때는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음에너지로 인 해 부상을 입은 이후라서 그런지, 아직도 내 자신의 마법에 대해 자신이 붙지 않는 다. 하지만 실패한 건 11레벨의 마법이고, 내가 사용하는 것은 9레벨. 내 자신의 힘 을 믿고, 한 번 싸워볼 시간이다. '침착하자. 침착. 침착.....' 나는 자신을 달래고 있었다. 과거에 내가 실패한 마법은 11레벨. 지금 내가 사용하 려는 것은 9레벨. 이론상으로는 실패할 리 없다. 하지만 과거에 내가 입은 상처가, 날 망설이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머뭇거리면 미래는 없다. 자신의 힘도 제대로 사용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전에 인간 마법사에게 고전한 것도 당연 하다. 침착하게 자신의 힘을 사용했다면 이겼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나의 마음을 담아서.' 상대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동시에, 내 마음의 준비도 완료되었다. "드레이크 브레스 포이즌(Drake breath poison : 독 마법 레벨 8의 주문) !" "소로우 투 데스(Sorrow to death : 정신 마법 레벨 8의 주문) !" 키텔과 룸의 주문이 끝나고, 마법이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독구름과 정신의 힘이 아르메리아를 향해 뻗어나갔다. 하지만 아르메리아는 단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레이니와 부스트는 자신의 싸움에 바빠서 그녀를 볼 수 없었다. 멀리서 임프가 그들을 몰래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직은 아무도 그를 눈치채지 못했고,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내 안에 들어오는 힘을 알고.....' 내 머리에 파고 드는 정신파. 내 것이 아니다. 내게 슬픔을 불러 죽음으로 몰아넣으 려는 정신의 파동. 내 몸에 파고 드는 기운. 내 생명력을 파괴하고 세포를 부수려는 이질적인 안개. 두 가지가 나를 죽이려는 마법사들의 살기를 품은채, 나에게 왔다. 하지만 나는 그 것을 막으려고 굳이 저항하지 않았다. 모든 힘이 내게 집중되었고, 곧 내 몸에는 그 들이 내보낸 더러운 힘이 가득 밀고 들어왔다. 하지만..... 밖에서 들리는 그들의 환 성도 이제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단지 내 자신에게만 마음을 모은다. '엘프 마법 9레벨. 내 안의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 내 안에 들어온 것은 두 가지. 하나는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정신의 파동. 또 하나는 나를 죽음에 몰고 가려는 독약. 하지만 둘은 모두 이물질이었고, 내 것이 아 닌 힘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 안에 들어왔으니, 내가 끌어안아야 했다. 그러지 않으 면 나는 살아남을 수 없으므로. 내 영혼이 열리고 내 힘이 뻗어나온다. 우선, 내 안에 들어온 정신파를 처리해야 한다. 내 의지의 자유를 위해. 나는 내 정 신파와 타인의 정신파를 구분했고, 나 자신의 정신파에만 신경을 썼다. 내 머리에 울 리는 죽음의 말. 죽음을 유혹하는 말이 계속 내 귀를 울렸지만, 그것은 단지 시끄러 운 소음일뿐, 더 이상 내가 그것에 의해 현혹되는 일은 없었다. 밖에서 떠드는 사람 의 말은, 일단 무시하는 것이다. 그것에 의해 내 정신이 유혹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 다. 내 마음이라고 착각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정신파와 타인의 정 신파를 구분했다. 그걸로 하나는 해결되었다. 내것이 아닌 정신파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내 몸을 파괴하려는 힘을 느꼈다. 내 안에 들어온 정신파를 무시하고, 나는 독에 의해 오염되기 시작한 독을 느꼈다. 일시적으로 마력에 의해 그 독을 눌러 두었 지만, 마력에 의해 밀린 독은 곧 내 세포를 파괴할 것이다. 그 전에.....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졌다. 더 깊게 들어가면 끝이 없지만, 일단 원자와 분자에 의 해 이루어진 게 물질이다. 그렇다면.... 분자와 원자 사이의 결합력을 내가 조절한다 면 그것을 분해결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힘은 큰 것이다. 우선은 그 결합 력을 이길 만한 힘을 주입해주어서, 물질을 분해시켜 원자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이물질이 내 세포에 들어오자, 독을 감지한 내 세포 하나하나가 그 독을 향해 적당량 의 힘을 주었다. 물질이 그 힘에 의해 분자로서의 결합이 깨지고, 원자들로 바뀌었 다. 그 원자들에게 다시 힘을 주고, 빼앗는 과정을 통해 내가 원하는 분자로 재조립 했다. 보통이라면 이런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몸 안의 4000억개의 세포를 모두 통제할 수 있는 엘프들이라면, 이것이 가능하다. 인간은 이런 것을 싫어했다. 너무 번거롭기 때 문이다. 그러나, 올바른 방법으로 자신의 영혼을 이해하고, 그 힘을 끌어낼 수 있다 면, 생명은 자신의 모든 세포를 통제할 수 있다. 그에는 그만한 세월과 그만한 노력 이 필요하지만. 내 몸안의 독과 정신파는, 내 힘에 의해 하나하나 그 치명적인 힘을 잃어가고, ご? 그 힘들을 내가 원하는 힘으로 바꾸었다.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통 제. 그것이 엘프 마법 9레벨이었다. - 계속 - 후기)음. 생각보다 더 썼군. 고치면서 쓰다 보니, 좀 피곤해졌나 봅니다. 4페이지 분 이라니. 결국, 여러분에겐 아쉽게도, 중간에 끊었습니다.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부분 묘사가 좀 자세하지 못한 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추가)요즘 슬슬 의욕이 떨어져가는 게 느껴집니다. 다시 힘을 내서 분발해야 하는 데.....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5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09-30 11:18 조회:271 공룡 판타지 9-159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21) "저....저건 !" 환성이 식어가고, 진실을 바라본 룸과 키텔의 눈 앞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엘프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마법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룸은 자신 의 운명이 끝을 맞이한 것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엘프 마법 9레벨을 사용한다면.... 승부는 끝난 것이다. 그녀가 어떤 마법을 쓰더라도, 결국 그것은 에너지를 다루는 것 이고, 그 힘이 상대의 몸 안에 들어가서 치명상을 주어야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 나, 상대는 몸 안에 들어온 힘을 모두 자신의 통제하에 둘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졌어....." 룸과 키텔은 절망에 빠져, 눈 앞의 엘프를 바라보았다. 아르메리아가 서서히 눈을 뜨고, 그들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을 때, 그들은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달아날 곳 은 없었다. '자. 이제 시작해볼까.' 임프는 조용히,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자잘한 도구를 꺼내들었다. 비록 모든 것이 압 수당했다고 해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다른 사람들에게 맡긴 도구 몇 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역시 사람은 준비가 철저해야 해.' 작은 필통같은 것을 열고, 그 안에 있는 가느다란 대롱을 꺼낸다. 더불어 검은 칠이 되어 있는 장난감같은 화살을 꺼낸다. 화살을 대롱에 끼우고, 그걸 입에 문다. '자. 우선 처치할 대상은.....' 원래는 저 엘프 아르메리아를 노려야 정상이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그녀에게 공격 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마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을 판단 할 머리는 있었다. 물론 누구도 그에게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황을 보며 알 수 있었다. 룸과 키텔의 표정을 보기만 해도. 그렇다면, 그들의 위기를 구해주어야 마땅했다. '누구를 죽일까.....' 지금 기습을 하면, 하나는 죽일 수 있다. 잘 하면 둘까지. 그럼..... 첫 번째 목표 는 당연히 레이니였지만, 임프는 곧 고개를 저었다. 그녀와 엘름의 검술 대결은 너무 나 아슬아슬해서, 뚫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엘름이 불리하지도 않았 으니. '그럼, 레진은?' 그는 고전하고 있었다. 상대가 유명한 용병인 탓인가. 용병 중 최강자라고 불리는 부스트와의 전투는, 역시 노련한 드워프인 그에게도 버거운 것이었다. 레진은 금방이 라도 죽을 것 처럼 몰리고 있다. '결정했어.' 임프는 자신의 독화살을, 대롱에 들어있는 독화살의 뾰족한 끝을 바라보았다. 이제 사격할 시기다. 그는 입에서 바람을 내뿜었다. 대롱을 향해. 대롱을 막은 화살이 바 람에 밀려 나갔다. 풋. 거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작은 화살이 부스트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나와 그의 검은 팽팽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좀 밀리는 감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잘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기술을 사용해서 상대를 제압할 틈이 있다면, 당장 허상의 검으로 그를 베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틈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내 검과 상대의 검을 맞부딪치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 외의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 이게 뭐야 ! 아까까지 완벽히 내 통제하에 있던 내 몸이, 갑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몸안에 있던 내 마력이 왼손으로 모여들고, 왼손이 검에서 떨어졌다. 오른손만으로 대검을 드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그러나 내 오른손은 그걸 무리없이 해냈다. 이게 뭐야 ! 상대도 놀라고 있었다. 그는 내 검을 떨어뜨리기 위해 검을 내 리쳤지만, 놀랍게도 내 검은 떨어지지 않았다. 갑자기 내 힘이 늘었는가. 어찌된 건 지 판단하기도 전에, 왼손에서 마력이 급속히 방출되면서 폭발했다. 콰앙. 그 마력의 폭발이 나를 밀어냈다. 파괴력이 아닌, 운동에너지를 만든 마력의 폭발. 내 몸이 하늘로 날려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놀라 어리둥절한 엘름의 얼굴에 의 해, 이것이 그의 수법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고물 마법검 !" 순간적으로 부스트씨에게 날아가는 나. 이.... 이건.... 설마.... 나는 그의 품 속 에 떨어지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와들와들 떨었다. 어떻게든 내 몸을 멈추려고 했지 만, 그게 되지 않는다. 나의 외마디 절규. "아아아아악 !" 카앙 ! 뭐야? 이건. 분명히 내 검이 뭔가에 부딪친 소리인데? 하지만 왜 그런 소리가? 나는 내 검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날려와서 검을 뻗었다. 내 몸을 내 맘대로 조종하 다니. 이런 망할 놈의 라 브레이커........ 어? 내 검, 내 고물 마법검의 표피를 덮은 금속에 이상한 얼룩이 묻어 있다. 그리고 느 리게 보이는 광경. 작은 화살이 내 검 부근에 떠 있었다. 그게 서서히 가라앉는다. 아래로 떨어지는 화살. 저건? 땅에 떨어지는 화살. 그 화살촉 끝에 묻은 검은 액체 는..... "독?" 하지만 내 말소리가 더 나오기도 전에, 내 몸은 내 의사를 벗어나 움직였다. 내 검 이,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내가 내 몸에서 쫓겨나 멀리서 내 몸을 구경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 몸이 움직였다. 서걱. 내 검이 휘둘러졌다. 내 앞에 있는 드워프를 향해서. 갑자기 날아든 나를 보고 당황 하는 드워프. 그가 미처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그의 머리와 가슴이 갈라지면서 피를 뿜었다. 피가 내 얼굴에 튀었다. 머리부터 서서히 갈라지는 그의 몸. 그리고 두 다리 사이로 빠져나오는 내 검. 몸이 좌우로 갈라진 드워프가, 서서히 땅으로 쓰러졌다. 털썩. 드워프의 전통을 벗어난 드워프, 레진은 그렇게 죽었다. 애송이 인간 검사에 의해. 허무하게 반으로 잘려서. 엘름은 증오의 눈으로 레이니를 바라보려다..... 그 녀의 눈을 보았다. 그리고..... "아..... 악마..... !" 그녀의 눈은 전혀 감정을 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까까지 보던, 그 여자아이의 눈이 아니다. 조금 전까지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는 풋내기 검사의 눈이었다면, 지금 은 모든 감정이 사라진, 절대의 힘을 담은 불가사의한 존재의 눈이었다. 도대체 어떻 게 된 건가.... 놀라던 엘름의 눈에, 그녀가 잡은 검이 들어왔다. 검을 감싼 금속들 에 의해 가려져 있었지만..... 저 검에서 나오는 강대한 힘은..... "마법검?" 이런 가냘픈 여자가 마음껏 들고 휘두를 수 있는 검이라면, 이건 단순한 대검이 아 니다. 남자도 두 손으로 들어야 하는 검을 여자가 한 손으로 들 때부터 의심을 했어 야 하는데..... 엘름은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복수고 뭐고 다 집어치우 고, 전력을 다해 도망쳤어야 했던 것이다. 마법검이라면 많고 많지만, 저 정도의 마 력을 지닌 검, 특히 대검은 흔하지 않다. 그리고.... 저 여자의 외모는.... "서... 설마.... 넌....." 만약에..... 떠도는 소문대로라면..... 오래 전에 행방불명된 쥬린 제국의 공주님이 긴 초록색 머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녀의 검, 그녀와 함께 행방불명된 검이 바 로.... 제국의 상징이라는 '라 브레이커'이고, 그 검은 주인을 하늘로 올린다는 전설 의 검..... "네가.... 바로..... 그......" 만약에 정말로 저 검이 라 브레이커라면,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쥬린 제국의 공주님 이라면..... 지금의 자신들의 수준으로는 무리인 상대가 아닌가. 엘프까지 합세한 일 행을 그들만으로 쓰러뜨리려 했다니..... 엘름은 전투를 단념했다. 이제는 하나라도 탈출해야 할 시점이다. 그들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은. "룸 ! 키텔 ! 임프 ! 모두 달아나라 !" 엘름은 검을 레이니에게 겨누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동료들이 달아날 때까지 저 여자를 막아야 했다. 전설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이곳에서 모두 죽고 말 것이다. 전 설의 검과 엘프, 그리고 유명한 용병까지. 용병이라면 어떻게든 이길 수 있었지만, 하필이면 엘프의 힘이 예상이상인 데다가, 저런 강적까지 만날 줄이야. 엘름은 이미 자신의 목숨을 단념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동료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남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다. 그의 말을 듣자마자 키텔과 룸 은 달아났지만..... "안 돼 !" 임프는 달아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독침을 입에 문 채, 품안을 뒤적거려 무기를 잡는다. "달아나 ! 임프 ! 저 여자는 사실....." 임프는 엘름의 외침을 무시하고는, 독침을 레이니에게 겨누어 쏘았다. 수십개의 독 침이 레이니를 향해 날아갔지만..... 레이니는 검조차 휘두르지 않고 손을 들어 그 침들을 향해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가 독침들을 튕겨내 버렸다. 독 침이 방향을 틀어 임프에게 날아간다. 하지만 임프는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몸으로 받았다. 여기서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히 당황했을 것이다. 저렇게 작은 화살로, 급소를 노리 지 않고 쏘는 것이라면 분명히 독을 화살촉에 바른 것일텐데, 어째서 피하지 않는 거 지? 그 순간의 망설임을 노려 임프가 단검을 던지려고 했지만..... 레이니는 이미 그 의 속셈을 눈치채고 있었다. 아니, 레이니가 아니라 그녀를 지금 지배하는 고대의 전 설의 검이. 레이니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휘둘렀다. 임프가 던지려고 한 단검이 그대로 깨지 면서, 그의 가슴이 갈라져 버렸다. 그 틈새로 피가 뿌려진다. - 계속 - 후기)다 정리하려면 좀 힘들 듯 합니다. 정말 고된 작업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하지 만 이왕 하는 거, 잘하자고 생각하고, 열심히 쓰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건 완전히 괴수 소녀 레이니네요. 쓰다 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 네...... (^_^) 추가)이젠 새삼스런 일도 아니지만, 어제 올린 158회도 빠뜨리지 마세요. (^_^)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6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1 19:45 조회:261 공룡 판타지 9-160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22) "안 돼 !" 키텔의 눈 앞에서 벌써 세 번째로, 동료가 죽었다. 그가 비록 평소에 시체를 사랑하 고 죽음의 마법에 심취하긴 했지만, 그것과 동료들은 엄연히 별개의 존재였다. 분노 한 키텔이 마법을 외우려고 했지만..... 싹둑.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키텔은 레이니의 검에 의해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다시는 움 직이지 않았다. 그가 사랑한 시체들처럼, 그도 이제 한 구의 시체가 되어 버린 것이 다. 검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남은 자들, 룸과 엘름을 향했다. "자........이제 너희들을 처리해줄까."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레이니가 입을 연다. 그녀의 검이 움직인다. "잠깐 !" 부들부들 떨면서도 외치는 룸. 죽기 전에 묻고 싶은 단 한가지. "너, 넌......... 누구냐 !" 엘름도 그걸 알고 싶었다. 자신의 짐작이 맞는 지 알기 위해. 그리고 시간을 조금이 라도 벌기 위해. 이곳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낼 때까지는, 시간을 벌어야 했던 것이 다. 그리고, 그들의 소망은 일단 이루어졌다. 레이니. 아니 레이니의 모습을 한 무언 가가 대답을 했던 것이다. "내 이름은 라 브레이커(Law breaker). 법칙을 파괴하는 자. 하늘로 돌아가는 자. 그리고....." 차가움. 그걸 현실에 구현한 목소리. "이 아이를 하늘로 끌어올릴 자." 레이니의 손가락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 이것이 라 브레이커의 진정한 힘인가..... 내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심 지어는 내 마음조차도. 물론 그게 착각이란 건 알지만,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검의 것이 되어버린 결과는 끔찍했다. 내가 완전히 괴물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그, 그만둬 ! 이제 충분하잖아 ! 그냥 잡아가도.....'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내 입을 통해 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자. 이제 죽여주마." 검을 들어올리는 나, 아니 라 브레이커. 나는 그 동작을 막으려고 했지만,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사람을 죽일때는 내 의지로 하고 싶었다. 남에게 조종당 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의 의지로 결행해야 그 책임도 떠맡을 수 있지 않은가. 하지 만 이건..... "안 돼 !" "######&&&&&&&& 좀비 폭탄(Zombie bomb : 죽음 마법 레벨 8의 주문. 시체를 죽음의 힘으로 폭발시키는 마법) !" 룸이 마법을 발동시켰다. 동료들에게는 너무나 잔인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남 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 여자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레진과 임프, 키텔의 시 체가 일어서더니 레이니를 향해 달려 나간다. 레이니를 감싸는 검은 죽음의 힘. 마력 과 죽음의 힘이 서로 부딪쳐서 그 힘이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지금이다 ! 피해 !" 룸과 엘름이 재빨리 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부스트는 그 죽음의 힘을 피해 몸 을 날렸다. 그리고 아르메리아는..... "저, 저런 !" 그녀의 눈에 띄인 것은 그녀가 익히 아는 두 사람이었다. 왜 그들이 여기 왔는지 알 기도 전에..... 죽음의 힘이 그녀를 향해 몰려왔다. 아르메리아는 자신을 향해 다가 오는 죽음의 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걸 중화시키지 않는다면, 이 숲의 생명들이 그 힘에 의해 죽어갈 것이다. 레이니가 아직 생명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엘프 마법 7 레벨의 경지에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 자신이 그 힘을 정화시켜야 했다. 만약 레이니가 라피스 엑실리스 - 라비린스 키퍼 레벨 7-를 제압했다면 레이니 자신이 죽 음의 힘을 정화해 버렸겠지만..... '엘프 마법 9레벨. 체내의 물질과 에너지 전환.' 그녀의 몸 안에 있던 약간의 물질이 붕괴되었다. 물질을 지탱하는 균형의 힘을 빼앗 는 순간, 물질은 붕괴되어 거대한 에너지로 바뀌었다. 소량의 물질은 거대한 에너지 와 같다. 그 힘이 아르메리아의 체내에서 생명의 힘으로 바뀌어, 밖으로 분출되었다. 생명의 힘으로 정화시키는 데 있어서 약간의 노고가 뒤따르기는 했지만, 아르메리아 는 대량의 생명 에너지를 분출시켜 죽음의 힘과 뒤섞었다. 죽음의 힘과 생명의 힘이 만나고, 둘은 서로 붕괴했다. 퍼엉 ! 내 주위를 뒤덮은 거대한 힘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아르메리아가 어떤 조치를 취했 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내 주위를 뒤덮은 죽음의 힘과 생명의 힘, 그리고 강대한 마 력이 사라져간다. 그리고 그것은 상황의 끝을 의미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 다. "이제 그만해." 내 손에서 검이 떨어졌다. 저주받은 검이. 나는 더 이상 무슨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나 자신을 지탱하는 데만도 너무 힘이 들었다. 아르메리아는 내가 방출한 강대한 마 력을 흡수하고, 나는 순간적으로 대량의 마력이 몸에서 빠져나가자 현기증을 느꼈다. 숨이 거칠어졌다. 손가락 하나도 들어올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젠 그럴 필요도 없 겠지. PK들은 도망갔고, 아르메리아와 부스트씨가 있으니..... 안심해도 되겠지. 나 는 나무에 몸을 기대었다. 눈 앞이 자꾸만 흐려졌다. 피로 탓인가..... 그런 내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은..... "라이다 양 !" "내 몸에 손을 대지 마라." 차가운 목소리. 하지만 레이니가 낸 것은 아니었다. 라이다의 손에 들린, 라 브레이 커에서 난 소리였다. 라이다는 잠시 움찔했지만, 그 손은 라 브레이커의 손잡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무엇보다도, 검의 주 인은 탈진해서 주저앉아 있고, 강대한 힘을 지닌 엘프는 지금 동작을 멈추고 있다. 라이다로선, 그녀가 지금 거대한 힘을 주위에서 흡수하느라고 그런다는 걸 알 리가 없었다. 아까 죽음과 생명의 힘이 뒤섞여 일으킨 에너지의 폭발은 거대한 것이었고, 아르메리아가 흡수하지 않았다면, 그 폭발은 주위로 퍼져나가 막대한 피해를 낳았을 것이다. 그러나, 라이다에겐 그런 사정은 관심없는 문제였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이 검뿐이었다. "손을 떼라." 다시 들리는 검의 목소리. 하지만 라이다는 그걸 놓지 않는다. "싫어 !" 이제야 검이 그녀의 손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라이다로선, 검을 놓을 리가 없었다. 그녀의 약함을 보상해 줄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이 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지 않으면 넌 죽는다." 무미건조한 말.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하지만 지금의 라이다에겐 라 브레이커가 들려 있었다. 그녀의 미래를 보장해 줄 기회가, 그녀의 손에 잡혀 있었 다. "싫어 ! 이 검은....." 뒤에서 그녀가 사라진 걸 알고 숨을 헐떡이면서 달려오는 알베르트의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라이다는 전설의 검을 든 채로 뒤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달려갔다. 지금이라면 아르메리아도 이쪽을 보지 않으니 그녀의 안전은 보장되리라. 그리고.... 레이니가 움찔거리면 이 검으로 찔러버리리라. 대개 의 마법검은 검을 쥔 자를 주인으로 삼고 힘을 발휘하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한 라이다였지만..... "넌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다." 마치 죄인에게 벌을 내리는 재판관이 된 것처럼, 말하는 마법의 검. 그러나 그 말은 이미 라이다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는 전력을 다해 숲 속으로 도망을 쳤다. 자신의 품 속에서 독약을 꺼내서, 탈진한 레이니에게 뿌리는 라이다. 그녀의 얼굴이 독에 중독된 듯, 푸르게 변하는 걸 확인하자마자 도망치는 라이다. "됐어 !" 숲 속으로 한참을 달리던 라이다가, 뒤를 돌아보며 안심을 했다. 주위는 온통 나무 로 둘러싸였을 뿐, 그 엘프나 초록색 머리의 계집이 따라오는 기척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비참한 종말의 시작이었다. 화아악 ! 라이다가 쥐고 있던 라 브레이커에서 불꽃이 피어나고, 그 불꽃은 라이다의 손에 옮 겨붙기 시작했다. 그녀가 그걸 느낀 것은, 알베르트가 그녀를 본 그 순간이었다. "안 돼 !" "라이다 !" "그 검에서 손을 떼 !" 그는 그녀가 검을 훔쳐서 달아나는 것을 본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지금의 모 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라이다는 서서히, 자 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열에 들뜨게 한 탐욕에서.... 끌어낸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손이었다. 라이다의 손이 타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시에 느껴지는 엄청난 열 기와 통증 ! "아아아아아아아악 !" 라이다는 필사적으로 검을 놓으려고 했지만, 이미 불이 붙기 시작한 그녀의 손은 검 에 마치 엉겨붙기라도 한 듯, 검의 손잡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불이 그녀의 손에서 팔로, 팔꿈치를 지나 어깨로 번져간다. 라이다는 이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입 이 고통스런 절규를 토해내며 벌려진다. 그 입안에서 나오는 열기가, 주위를 뜨겁게 한다. 그 안에서 나오는 건 열기와 비명소리. 그러나 그것이 불꽃으로 바뀌는 데에 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계속 - 후기)원래 아르메리아가 물질을 붕괴시키고 생명의 힘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더 복잡 하고 길지만, 아무래도 그게 여기서 중요한 게 아니므로, 줄였습니다. 게다가 그걸 더 자세하게 쓰다간 도대체 얼마나 길어질 지 모르는 내용이기에. 그러면 머리아프잖 아요. (어색한 웃음) 극중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합법적인 이유가 있기에, 간단하게 쓰고 맙니다. 언젠가 그걸 다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과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9-16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2 19:27 조회:246 공룡 판타지 9-161 레이니 이야기 - 피케이다 ! (23) 타닥. 타닥. 라이다의 손이 불에 타고, 그 불은 드디어 팔꿈치와 어깨를 거쳐 가슴으로, 배로, 그리고 다리와 얼굴을 서서히 태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불은 땅에 있는 나뭇가지 나 식물에게 옮겨붙지 않았다. 단지 라이다에게만 열기를 집중시키고 있었다. 라이다 의 얼굴이 녹는 듯 허물어지면서 불길에 휩싸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의 비명을 듣는 자는 있어도, 그녀를 구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알베르트는 필사적으로 주문을 외워 그 불길을 꺼 보려고 했지만........ 마 법은 먹히지 않았다. 어느 것도. 그가 알고 있는 원소 마법중 어느것도..... "안 돼 !" 아르메리아의 부축을 받아, 달려온 내 앞에 있는 것은 인간 횟불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지금 죽어가고 있었다. 전에 사부가 죽었을 때에는, 내 앞에서 죽어가지는 않 았다. 아니, 내가 그걸 못 봤다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하지만 지금은..... "아아아아악 !" 어린 소녀의 비명소리. 무서웠다. 내 검을 든 라이다가 불타고 있다. 그것도 산 채로. 그녀의 심장이 꿈틀 거리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녀의 내장이 지글거리며 불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녀의 혀가 타오르는 불꽃에 휘감기는 걸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한 가지 사실 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것은....... 라이다가 죽어간다는 것. 산채로 불에 타서 죽어 간다는 것이다. "멈춰 ! 넌 내 검이잖아 ! 멈춰 !" 나는 내 손을 뻗었다. 내 검을 향해. 이제는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된 내 오른손을 사용해서. 하지만 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내게서 나온 그 무감정한 목소리가. "손대지 마라. 이 여자는 죽어야 마땅하다. 너 이외에 나는 누구도 내 주인으로 선 택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날 막으려는 거야 ! 왜 이 여자를 태워 죽이는 거야 !" "그건 이 여자가 날 소유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 시련을 거치기를 거부하고, 내 힘만 원했기 때문이다." "그게 사람을 죽일 이유가 되는 거야 !" 분노해서 검을 향해 달려가려는 나를 막은 것은, 아르메리아였다. 그녀는 조용히 말 했다. "늦었어요." 하지만.... 사람이 죽어가고 있단 말이야 ! 지금만은 아르메리아가 미웠다. 하지 만.... 그녀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하니까요." "왜 !" "아까, 저 여자는 당신이 탈진한 사이에 독을 뿌렸어요. 몰랐나요?" 그럼 아까 잠시 몸이 추워지던 게..... "다행히, 레이니의 몸 자체가 워낙 단련이 잘 되어 있어서.... 독이 체내로 침투하 지 못했지만....." 그럼.... 아르메리아가 내게 와서 손을 댄 것은.... 독을 해독해주려는 것이었나? 내 눈을 본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녀는 생명의 은인을 배신했어요. 공룡들에게서 자신을 구한 사람에 게 독을 뿌리고, 그 검을 훔쳐갔으니....."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 라이다의 불타는 모습을 보는 아르메리 아. "그리고, 지금 죽음의 힘을 정화시켜서 목숨을 구해준 것도 잊어 버리고....." 나는 모르겠지만.... 아까 그 다크 엘프가 사용한 마법, 좀비 폭탄인가 하는 그걸 뜻하는 말이었다. 아르메리아가 내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안 것은 그 뒤였다. 그래서 내가 그 마법의 이름을 알 수 있었구나..... 내 귀에 들리는 어린 아이의 비명. 라이다는 끝까지 검을 놓지 않았다. 아니, 놓을 수 없었다. 검은 라이다를 불태우면 서, 그녀의 몸을 서서히 녹이고 있었다. 불꽃같은 힘이 주위를 감싸며, 라이다의 온 몸을 태우고, 남은 것은 모두 녹이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증발하고 있었다. 마치 수 증기처럼. 화산에서 터져나오는 불기둥처럼. 그리고, 이미 녹아버린 라이다의 두손 은, 검을 잡은채 서서히 자신의 가슴 속으로 묻히고 있었다. 검이 라이다의 몸 안에 잠기고, 그녀는 서서히 녹아갔다. 내 눈 앞에서. 내 손에는 열기조차 잘 느껴지지 않 는데..... 그런데...... 내가 그녀의 손에서 검을 떼어낸 것은, 그녀가 한 줌의 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 후 의 일이었다. 나는 내 검을 잡고, 검 아래에, 땅바닥에 남은 라이다 - 그녀가 불타오를 때 녹은 땅 -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내 검을 그녀의 재 속에서 꺼내어 다시 허리에 차는 일뿐이었다. 옆에 있던 알베르트가, 내게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물론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그래도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그와 함께 여행하던 사람이고, 이제 그의 동료는 모두 죽었 다. 나를 만난 후에. 왠지 모르게, 내 탓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르메리아가 내 손을 잡고 위로했지만, 그래도 내 우울함은 가시지 않았다. 땅을 판다. 오늘 죽은 자들을 묻는다. 도적들의 무덤을. 둘은 서로 알지도 못했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이 세상에 작별을 고한다. 나는 그들의 시신이 땅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장례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보통은 이렇게 땅에 묻는 게 보편적이다. 하긴, 한 사람은 한 줌의 재만 남 고 말았지만. 그 재를 땅 속에 묻는다. 시신을 그 옆의 구덩이에 묻는다. 또 하나의 시신을 땅에 묻는다. 흙이 덮이면서 그들의 흔적이 우리에게서 지워져간다. 단지 우 리의 마음 속에만 남은 채로. "죄송합니다....." 내가 한 건가.... 내가 한 거다. 라이다를 태워죽인 것은 나다. 그녀가 내 검을 훔 쳐가려고 했던 건 잘못이지만..... 그게 죽음의 벌을 내릴만큼 가혹한 것이었을 까..... 알베르트가 대답한다. "사과할 것 없습니다. 그 검의 주인은 당신이고, 그 검을 훔친 것은 라이다이니. 그 검은 처음부터 그녀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알베르트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는 내게 미안해하는 것 같다. 얼굴조차 들지 못하고,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목숨을 구해준 당신의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한 자에 대한 당연한 결과입니다. 너무 그렇게 마음 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말이 오히려 더 나를 짓누른다. 그 여자의 마지막 광경이 내 눈에는 선명하게 남았으니까. 그 절규가 내 귀에 아직도 들리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실 건가요." 나와 아르메리아, 부스트는 수도로 가지만, 이 사람들은? 나의 의문에 대답하는 알 베르트. "저희.......저도 수도로 갑니다만, 차마 당신에게 볼 낯이 없군요. 저는 천천히 가 겠습니다. 이제부터는 길도 그리 험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내 말을 막는 아르메리아. 그녀는 알베르트를 측은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세요." 이제 나와 그들의 길이 갈라졌다. 똑같이 수도로 가지만, 그들은 평범한 길을 따라 가고, 나는 나의 길로 간다. 하지만 너무나 미안하다. 그들의 동료를 죽게 한 건 나 인데.... 내가 그렇게 한 건데.... ! 이 느낌은? 잠시 내 머리를 스쳐간 이건 뭐였을까? 손에 남은 어떠한 감촉이 떠오르 다가 사라졌다. 나는 기억을 해내려고 애썼지만, 그 감촉은 끝내 기억이 나지 않았 다. 나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수도로 가기 시작했다. 하나의 무덤을 마지막으로 바라 본다. 나머지 시체들은 산산조각이 나서, 무덤조차 만들 수 없었기에, 결국 시체 조 각을 끌어모아 한 구덩이에 묻고 말았다. "레진, 키텔, 임프의 묘." 그리고 좀 떨어진 곳에 세워진 또 하나의 무덤. 그리고 그 이름. "라이다와 제라, 테이브의 묘." 저녁과 더불어 다가오는 쓸쓸함. 그리고 영원한 이별. 나는 그들의 무덤을 마지막으 로 보고, 곧 고개를 돌렸다. 저 무덤들도 곧 사라지고, 그들의 기억도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 그들이 살았던 흔적은, 세월의 흐름에 밀려 사라지겠지. 하지만 내가 사라질 때까진, 그들을 잊지 않겠지. 나는 숲 속을 한 번 바라보고는 수도를 향해 걸음을 옮 기기 시작했다. 도망친 두 사람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라 브레이커라....." "전설의 검. 엘프들의 여왕이 만들어낸 검." "그런 검을 가지고 있었다니....." "검을 우리 손에 넣을까?" "우리도 그 여자처럼 타죽으라고?" "하지만 이대로 물러난다는 건....." "일단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겠다. 살아있으면 복수는 할 수 있어." "그렇게 하지." "어리석은 여자. 그때 말렸어야 하는데....."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알베르트. 자신이 만약 그녀의 탐욕이 드러났을 때 그녀를 말 렸다면.... 죽음까지는 이르지 않았으리라.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렇 게 죽다니. 하지만 그녀는 그녀를 살려준 사람이 쓰러졌을 때 돕지 않았고, 도리어 그녀의 물건을 가지고 달아났다. 그것도 은인에게 독까지 뿌리면서. 만약 그 독에 중 독되어 레이니가 죽어 버렸다면.... 인간 이하의 짓을 한 라이다의 최후에....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를 볼 낯이 없기에, 그들은 그녀의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도시로 돌아가는 그의 얼굴이 어두웠다. "레이니. 이제 그만해요." "나........." "자꾸 그렇게 얼굴 찌푸리지 마요. 언니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그건 이 엘프 아가씨 말이 맞다." "하지만 나......." "언니 !" 화를 내는 아르메리아. 이젠 언니라고 막 부르는구나. 안 그런다고 한 게 언제인 데.... "언니에게 무슨 잘못이 있지요? 전력을 다해 싸운 언니를 돕지는 못할 망정, 언니의 검을 빼앗고 달아난 그 여자가 뭘 잘했다는 거지요? 은인의 무기를 빼앗고 독을 뿌린 그런 여자가? 그건 언니보고 죽으라는 게 아닌가요? 은혜를 원수로 갚은 여자가 죽은 것이 그렇게 분한가요? 만약 언니가 그 때문에 죽어 버렸다면, 그 여자는 살인자가 아닌가요?" 날 놔둬. 제발..... 지금은 제발 놔둬..... 머리가 엉켜서 생각을 할 수가 없........... 쪽. 헉 ! 이게 뭐야 ! 내 입술 ! 서..... 설마...... 얼굴이 약간 빨개져서 날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여자아이의 수줍음이 그녀의 얼굴을 숙이게 한다. "그만 상심해요." 얼굴을 돌리더니 달려가버리는 그녀. 이..... 이거..... 첫 키스 아냐? 옆에 있던 부스트씨가 놀라 우리를 바라본다. "어..... 어떻게 된 거냐....." "저..... 그게....." 내가 왜 여행을 하는지 밝혀야 하나.....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가운데, 나와 그녀 의 얼굴이 저녁노을에 비쳐, 더욱 붉게 보이고 있었다. - 이번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는 내일로..... - 후기)휴우. 간신히 끝냈습니다. 원래 한글 문서 3장분을 하루치로 하고 있는데, 전투 장면이 맘에 안 든다고 재편집하고, 다시 쓰는 난리를 치니까 그 분량이 (이틀치가) 늘어나 버렸습니다. 한 장 치를 가지고 하루 연재분으로 하는 건 사기에 가깝다는 생 각이 들어서, 결국 오늘 연재는 4장분이 되었습니다. 예고편을 제외하고 말이지요. 이제 내일부터는 싸움이 아니라, 레이니의 청춘 사업에 대해 쓸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실 분은, 다음 이야기를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흐흐흐흐흐. 추석 때문에 조회수가 떨어졌을때에는 의욕지수가 수직하강을 하기도 했지만, 이렇 게 마무리합니다. 그럼, 내일부터는 레이니양의 행복한 청춘 사업을.... (퍽퍽퍽 !) - 열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레이니 : 아아아아아, 드디어 수도다. 게으른 작가 때문에 이게 무슨 고생이람. 여기 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난관을 거쳐야 했던가..... (잠시 손가락으로 수를 센다) 아르메리아 : 언니. 그렇게 화내지 말아요. 그런데..... (입술을 레이니의 얼굴에 가 까이 가져가며) 혹시 제가 언니의 첫 키스를 가져간 것도 포함되나요? 훗. 아니. 오 빠라고 해야지. 부스트 : 이봐. 그게 무슨 뜻인지 나도 좀 설명해달라고. 레이니 : 자. 그럼 시내 관광 좀 하고, 그 궁정마법사님 만나보고, 다시 동쪽으로 여 행을.... 엑스트라 1 : 꽃 가져 왔습니다. 레이니 : 이게 뭐에요? 혹시 아르메리아에게? 엑스트라 1 : 아뇨. 아가씨에게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레이니 : (헉 !) 엑스트라 1 : 그럼, 전해드렸습니다. (사라진다) 레이니 : 이거.... 혹시 마법에 걸린 꽃 아닐까? 꽃 사이에 독이 들었던지, 아니면 폭발이 일어난다든지.... 나한테 꽃 같은 거 보낼 사람은 여기 없는데? (검끝으로 꽃 을 뒤적인다. 몸을 뒤로 잔뜩 빼고) ??? : 아가씨. 꽃은 받으셨나요? 레이니 : 당신은 누구? ??? : 다음 이야기에서 나올, 당신의..... << 이 사이의 내용은 작가의 독단으로 삭제합니다 >> 레이니 : 아아아아악 ! 이 작가놈이 ! 이번엔 유혈사태가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 너 두고 보자 ! (라 브레이커를 뽑아든다) 모두들 : 허어억 ! << 잔인한 장면 생략 >> 음. 이번에도 역시 유혈사태가 나는 예고편인가. 왜 나는 꼭 예고편은 피로 물들이 는 걸까. 이거, 악취미 아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6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3 19:50 조회:247 공룡 판타지 10-162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1) 열심히 달리는 건 좋다. 수도 근처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점점 더 눈에 많이 뜨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 말없는 분위기는 정말 감당하기 힘들다. 특히 부스트씨. 나는 어제 저녁의 대화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젯밤, 아르메리아가 내 첫 키스를 빼앗아 간 그 후의 일을..... "음. 난 레이니 양과 아르메리아 양이 그런 관계인줄은 몰랐어." 이런 말만 하고는 나와 그녀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고개를 돌리는 거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나. 도대체 저 아저씨가 날 뭘로 보고 그러는 건지..... 불행히도 짐작이 간다. 설마 나와 그녀가..... 그런..... "부스트씨. 이젠 말씀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얼굴 하나 붉어지지 않고 태연한 아르메리아. 그녀는 부스트에게 다가가서 등을 토 닥토닥 두들긴다. 하지만 이 아저씨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뭐라고 중얼거린다. 뭐 라는 거야? "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저씨. 다 들려요. 그렇게 고개 돌리고 말하지 않아도. 부스트씨 나름대로는 속삭 이듯, 산들바람이 불 듯 조용히 중얼거리시는 거겠지만, 나와 아르메리아에겐 잘 들 렸다. 내가 들을 정도이니 나보다 더 부스트씨에게 다가간 아르메리아가 못 들을 리 없지. 그녀는 토닥거리다가 지친 듯, 손에 마력을 모으고..... 저, 저거 뭐하는 거야 ! 설마..... 그 설마가 사람 하나 잡았다. 그녀의 손에서 마력이 붕괴되어 변화하더니, 나도 알 법한 에너지로 변했다. 약간 짜릿한 전류로. 태연히 부스트씨의 팔을 잡는 아르메리 아. "아아아아악 !" 저 정도의 용병이 피하지 못하다니. 아르메리아가 대단한 건지, 아니면 부스트씨가 너무나 충격이 커서 그랬던 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대단하다. 약간 요란하게 몸을 뒤 트는 부스트. 불쌍하셔. 하지만 오해는 풀어야 한다고. 난 절대로 그녀와 그렇고 그 런 관계가 아니란 말야 ! ".............." "그래서, 그렇게 된 거에요." 내 기구한 운명의 설명이 끝났다. 나보다 아르메리아가 말하니까 좀 내용 정리가 잘 된다. 하지만, 내 앞에 있는 용병 아저씨는 굳어있다. 역시 평범한 사람들에겐 이해 가 안 되는 이야기였나? 멍하니 있는 아저씨를 깨우려는지, 아르메리아가 다시 마력 을 손에 집결시킨다. "아, 그건 됐어." 아까 전기 충격의 맛이 좀 짜릿하셨나 보다. 정중히 사양하는 부스트. "그게 그렇게 된 건가....." 고개를 들어 날 마치 신기한 물건 보듯이 바라보는 부스트 아저씨. "그래서 지금 수도에 가서 마법사에게 해결책을 물어보려는 거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저 대마법사 셀도 해결 못한다고 한 문제를, 일개 제 국의 궁정 마법사가 해결할 수 있을까? 솔직히 비관적이다. 그 변태가 숨긴 내 몸이 있는 위치를 모르니, 마법의 해제가 될 리 없다. 그런데 그거, 그냥 주문만 외우면 되는 게 아닌가? 왜 굳이 내 몸의 위치를 알아내어야 하는 거지? 내가 거기까지 생각을 했을 때, 부스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엔 좀 진지한 목소리로. "하지만, 전에 만난 그 마법사가 해결책을 못 찾았다면, 그 궁정 마법사라고 별 수 있겠어? 그 여자 마법사는 정말 대단하던데....." "레벨 10의 마스터래요." 무심코 뱉은 내 말에, 또 굳어져버리는 부스트. 그게 어때서? "..................그게 말이.............돼?" "왜 그래요?" 난 마법에 대해선 잘 모른다. 내가 아는 건 전부 엘프 마법에 대한 것이다. 인간 마 법에 대한 건 '주문을 외워서 쓰는 마법'이란 기초 상식 정도다. 내가 인간이면서 인 간 마법을 잘 모르고, 엘프 마법만 잘 아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리둥절한 내 표정을 본 그가 설명해준다. "레벨 10의 마스터라면, 세계 최고라고. 너한테 마법을 걸었다는 그 제논도 9레벨 마스터에 불과한데. 그런 마법사가 안 된다고 말 했다면....." 그 뒤는 말하지 마요. 비관적인 말은 듣기 싫어. "그래서? 수도에 들른 후엔 어쩌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르메리아가 대신 해 주었다. "엘프들의 도시에 갈 생각이에요. 엘프 마법으로 풀어보려고." 한 가지 방법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택하면 된다. 엘프들은 지혜로운 종족이니, 해 결책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부스트 역시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인 듯, 고개를 끄덕 였다. "그것도 좋겠지..... 그들은 고대로부터의 지식을 전수받은 자들이니." 엘프들의 역사와 전통은, 우리 인간들보다 훨씬 길고 깊다. 적어도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 혹시 그들이 해결책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잘 하 면, 내 몸을 찾아내서 공주님을 깨우고, 내가 그녀와 결혼할지도..... 그만두자. 내 몸으로 생각된 몸을 가진 여자와 결혼하는 것도 좀 이상하다. 차라리, 그녀와 몸을 교환하면 즉시 그녀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어디로 여행이나 하자. 이번 일로 얼마나 골치를 앓았는데. 그 마법사를 쳐 죽이고 나면 조용한 곳에서 휴식 이라도..... "레이니. 이제 잘 시간이에요. 올라와요." 나무 위로 뛰어오르면서, 아르메리아가 말했다. "너.....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왠지 아쉬워하는 듯한 말투. 표정을 볼 수 없어서 유감이다. 이거, 어두워서 알 수 가 있어야지. 게다가 같은 나뭇가지에서 자는 것도 아니니. "됐어요. 됐어.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요. 뭐." 하지만 그건 역시 악몽이었어. 내가 왜 그 변태 마법사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 야. "그래. 용서해줘서 고맙다. 네가 남자였다는 건 비밀로 해 두지. 네 목숨을 노리는 녀석들도 있다니까.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예?" 저 아저씨, 아직도 궁금한 게 있나? "넌 저 엘프 아가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뭐라고 대답을 하나.....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틈을 탄, 부스트씨의 재공격 ! "저 아가씨도 널 싫지 않게 보는 것 같은데. 죽을 지도 모르는데 따라 다니는 걸 보 니 말이다." 그런가..... 그동안은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았구나. "넌 저주가 풀리면 어쩔거냐? 역시 그녀와 사귈 생각이지?" "........" 이번엔 대답이 생각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대답을 하기 부끄러워서 말이 안 나온 거 다. 역시..... 그녀와 내가..... 내가..... 쪽. 헉 ! 이게 뭐야 ! 내 입술 ! 서..... 설마...... 얼굴이 약간 빨개져서 날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여자아이의 수줍음이 그녀의 얼굴을 숙이게 한다. "그만 상심해요." 아까의 그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붉은 태양처럼 볼을 붉힌 엘프 소녀의 모습이. 그 녀의 입술이 다시 떠오르고..... 내 입술과 그녀의..... "역시 좋아하는구나." 힉 !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뻔했다. 나도 모르게, 그녀와 다시 한 번 키스하고 싶다 고 생각해 버렸다. 그걸 부스트씨에게 들켰다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얼굴을 좌 우로 흔들었다. 이런 게 사랑이란 건가? 그것도 첫사랑?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 다. 첫사랑은 반드시 깨진다던데. 이거, 혹시 비극적으로 끝나는 거 아냐?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이 별빛 아래에서도 보이는 모양이다. 옆에서 소리를 죽이고 웃는 부 스트씨. 옆이라고 해도 옆 나무의 나뭇가지니까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좋은 나이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그 나이로 돌아가고 싶구나." 밤이라서 다행이야. 그런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나는 별빛조차 두려운 듯, 내 얼굴을 모포로 가렸다. 보여주기 싫어. 그런 내 등에 날아오는 부스트씨의 마 지막 말. "그럼 난 잔다. 나처럼 여자를 못 구해서 고생하지 말고, 확실히 해라. 내가 도와줄 게 있으면 도와줄테니." 더 이상은 깨어있기 싫다. 얼굴이 빨개져서 열기가 느껴질 정도니까. 나는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별 수 없이 오늘 밤은 잠도 못자 는 건가..... "레이니." "아르메리아." "사랑해요." 그녀의 입술이 내게 다가오고, 우리는 키스를 나눈다. 키스할 때 혀는 이렇게 쓰는 구나. 그녀의 혀와 내 혀가 서로 엉켜서..... "레이니." 갑자기 그녀가 말을 건다. 왜 그러지? 그것도 마음과 마음의 대화가 아니라 입으 로.... 가만. 입으로? 키스하는 중에 어떻게 말을? 그녀의 말소리가 들린다. "레이니. 일어나요. 아침 시간이에요." 헉 ! 꿈이었나? 일어난 내 눈앞에는, 그녀의 모습이 있었다. 꿈에서 본 그녀의 입술 이 가까이에 있었다. - 계속 - 후기)드디어 새 이야기 시작. 하지만 과연 끝까지 잘 끌어갈 수 있을지 걱정중. (빨리 서두르자는 마음만 다급함. 어서 적절한 비축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6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4 19:25 조회:253 공룡 판타지 10-163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2) 달리고 달리면 그 끝은 어디일까? 때로는 나무 위를 달리고, 숲을 빠져나오면 땅바닥을 박차고 달린다. 그리고 밤이 되면 잠을 자기 위해 나무위로 올라간다. 이곳이 수도 근처라서 그런지, 숲은 적은 편이었고 대부분 맨땅이었다. 물론 나무가 드문드문 있기는 했지만. 아, 숲이 적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니다. 게다가, 적다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 념에 불과하다. 나무가 좀 듬성듬성하게 서 있다는 것 뿐이지, 맨땅은 정말 드물었 다. 이게 맨땅으로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워낙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 아니, 사실은 공룡들의 왕래가 많아서이다. 물론, 육식공룡들은 이 부근에 잘 오지 않는다. 기사단이 매일 순찰을 하고 있어서.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기사들도 그들 중 하나였다. 잠시 달리는 걸 멈추고, 우리는 기사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도 우리를 보더니, 걸 음을 멈추었다. 그들이 멈춘 게 아니라 그들이 탄 공룡이 멈춘 거지만. "캄프토사우루스네요." 아르메리아의 말. 전에 그 도적 임프를 실어날랐던 그 수레를 끈 공룡이군. 그런데 사람이 그 위에 타고 있네. 기사들이군. 정말로 수도에 가까이 왔다는 것인가. "수고하십니다." 부스트씨가 우리 일행을 대표해서 인사해 버렸다. 나이가 가장 들어보이는(실제 나 이는 아르메리아가 위일걸) 사람이 인사했으니, 이걸로 된 건가? 공룡 위에 타고 있 던 기사 하나가 우리를 보며 말한다. "수도에 온 여행객이군요. 반갑습니다." 물론, 공룡 위에 타고 있어서 손은 내밀 수 없다. 높이가 다르니까. 게다가, 공룡이 6m나 되기 때문에, 일부러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타기도 쉽지 않다. 물론 꼭 힘들다고 는 할 수 없지만, 저 사람들은 만일의 경우, 정말 만일의 경우에 공룡들에게 사람들 이 습격당하면, 빨리 뛰어가서 도와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래서 내리면 안 된 다. 순찰이 끝날 때까지. 가만. 수도? 벌써 우리가 수도에 다 왔다는 건가? 내가 고개를 돌려 길의 끝을 바라 보자, 동쪽에 서 있는 커다란 성벽이 보인다. 그 말은..... "여행자를 위해 수고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르메리아가 그들에게 인사한다. 가만. 나만 안 했잖아? 나도 그들에게 고개숙여 인사를 했다. 그들의 신분 탓이 아니라, 그들의 노고 때문에. "수고하시네요." 그런데, 왜 내 말투가 이렇게 되는 거지? 부스트씨처럼 남자다운 말투가 나오지 못 했다. 역시 평소에 여자로 행동해야 하니 슬슬 여성화되기 시작한 건가. 갑자기 몸에 추위가 느껴진다. 그런 내 모습을 본 기사들이, 날 걱정한다. 하지만 별로 반갑지 않 은 게..... "아가씨. 어디 편찮으신가요?" "저희들이 좀 도와드릴까요?" "아, 자네는 바쁘잖아. 약에 대해선 내가 잘 알아." 이러다가 아프지도 않은 사람 때문에 시간낭비하겠다. 이 순간에도 산적들이나 공룡 들의 습격을 막기 위해 순찰해야 하는 이 기사님들에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전 괜찮으니까." 그러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왕이면 웃는 얼굴이.... 그러나 내 얼굴은 금방 의아함 으로 바뀌었다. 뭐냐? 왜 기사님들이 전부 황홀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거냐? 영문을 모르는 나. 그런 나를 바라보며 외치는 기사님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씀해주십시오. 아가씨. 아가씨같은 분들을 보호하 는 게 기사의 사명입니다 !" 우렁차게 외치고는 다시 순찰을 위해 공룡들에게 신호한다. 그들이 공룡의 등을 치 자 캄프토사우루스들이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우리는 그들의 꼬리를 주의하면서 걸음을 옮겼다. 물론 잘 훈련된 녀석들이니 멋대로 꼬리를 휘두를 리는 없지만. 공룡 들이 멀리 사라져가고, 나를 제외한 우리 일행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나는 상당히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고. "인기 좋네? 아가씨." 부스트 아저씨. 지금 놀리시나요? "레이니, 일단 저주가 안 풀려도 걱정할 건 없겠네요." 아르메리아, 너마저..... "저, 일단 수도로 가는 게 먼저 아닌가요? 하, 하하." 몸 돌려 수도로 달려간다. 도저히 내 얼굴을 보여줄 수가 없다. 어제는 밤이라서 빨 개진 얼굴을 감출수 있었지만, 오늘은 대낮이다. 그냥 달아나는 게 수다 ! 4월 11일 저녁. 드디어 도착하다. 내가 일기를 쓴다면, 아마 이렇게 쓸 것이다. 160km의 거리를 이틀간에 달리다니. 물론 그저께 저녁부터 달리기는 했지만, 나도 참 대단한 다리를 가졌다. 갑자기 자부 심이.... "으. 그렇게 혼자 달리면 어떡해요. 레이니 언. 니." 으. 언니라곤 말하지 마. "생각보다 말괄량이인걸. 레이니 양." 부스트씨. 참으세요. 내 얼굴이 다시 빨개진다. 이럼 안 되지.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든다. 머리를 묶은 끈이 있기에, 머리가 마구 풀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린다. 수도를 지키는 병사들이 나를 일제히 바라본다. 음. 긴 머리 여자 처음 보나? 겉보기엔 여자라서 그렇지, 이 저주만 풀려봐라. 엄연히 난..... "레이니. 이제 유로 제국의 수도 입구네요." 거대한 성문, 제국의 수도 센터의 서문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거의 10m에 가까운 높이의 성벽. 그리고 그 이상의 높이를 가진, 대형 출입문. 그 문의 가로 길이는 약 8m. 높이는 역시 8m. 공룡들을 가축으로 삼아 이동하는 사람들 을 위해 만든, 대형 문이었다. 그래봐야 겨우 한 마리가 통과할 정도의 문일까? 그 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었다. "상당히 크네요. 인간의 성문 치고는." 하긴, 다른 성들은 이렇게 큰 문을 만들지 않는다. 적어도, 이렇게 큰 문은 성 하나 에 단 하나뿐이다. 하지만 이곳은 수도답게, 네 개의 대문에 모두 저런 대문을 달아 두었다. 그건 잘한 것이다. 가축을 몰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주로 상인들이 짐을 끌고 들어가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긴 하지만. 그런데..... 하지만, 단지 직사각형의 문짝이라니. 멋이 너무 없는 게 아닐까? 하긴 워낙 문이 커서 그렇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문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다. 하긴, 문에 장식 을 해봐야 공룡들이 성 안으로 돌진할 때 한 번만 부딪치면, 다 부서질 장식들인걸. 뭐. 그리고, 그런 건 지금 내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시간이 늦었으니.... "여관 찾으러 가자 !" 기세좋게 소리친 건 좋다. 하지만, 그 기세에 걸맞는 결과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일 단 오늘은 해가 지고 있으니까 내일 그 궁정 마법사님을 만나서 다로프 아저씨의 편 지를 전해주어야 하는데..... 문제는 지금 여관중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방을 가진 곳이 없다는 거다 ! 우리가 너무 늦게 수도에 도착한 탓인지, 방이 남은 곳이 없다 ! 큰일났다는 생각을 하며, 벌써 12번째 여관을 지나갔다. "으..... 배고파." 농담이 아니다. 하루종일 달려왔으니 배가 고픈 건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아르메리 아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 것 같지만. 확실히 엘프는 불가사의한 종족이야. 그런 데.... 이 아저씨는? 아직도 날 보고 웃는다. 그 이유가 생각이 나자, 내 얼굴이 붉 어진다. 하지만, 난 여자가 아니란 말야 !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지 만, 요즘들어 자꾸 까먹는 일이 발생한다. 정말 조심해야지. 다시 한 번 다짐을 하 며, 13번째 여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흙바닥으로 된 골목길은, 다듬어지지 않은 우리의 세계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나무로 된 집들, 여유있게 서로 떨어져 있어서 숨통이 트이는 건물들. 원통형과 직사각형으로 된 건물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다. 문제는 다들 나무 위에 있기 때문에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여긴 비교적 괜찮은 편이에요. 드워프들의 도시는, 바닥에 돌을 깔아둔다고 들었어 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르메리아. "바닥에? 왜?" 드워프들 웃기네. 왜 길바닥에 돌을 깔아두고 난리야? 내 의문에, 여태까지 침묵하 고 있던 부스트씨가 대답을 한다. "드워프들은 우리와는 달리, 자연을 자연 그대로 놔두지 않고 자기들 맘대로 개조하 기를 즐긴다고 들었다. 그래서, 우리처럼 나무 위에 집을 짓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 든 돌을 사용해서 집을 짓는다." "?????" 돌을 인공적으로 만든다고? 왜 그런 귀찮은 짓을 하지? 부스트씨의 얼굴을 쳐다보면 서, '가르쳐주세요.' 라는 의사를 표시하는 나.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가슴 두근거린다." 쿵. 날 놀리시는 겁니까. 아니면 복수하시는 겁니까. "한 번 드워프들이 사는 곳에 가봤다. 그들의 말로는, 자연적인 돌은 그 크기가 각 기 다르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크기와 모양의 돌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고 들 었다. 흙을 어떻게 가공해서 만드는 모양이지만, 그 자세한 과정은 나도 모른다." 이제 남자라는 게 판명났으니까 남자아이에게 하는 말투가 된 건가. 하지만, 그렇다 고 해서 그렇게 어두워질 필요는 없잖아. 내가 위로를 해주려고 한 마디 하려는 순 간, 아르메리아가 먼저 한 마디 한다. "13번째 여관이군요." - 계속 - 후기)음. 역시 편집을 또 하고 말았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6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5 19:49 조회:217 공룡 판타지 10-164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3) 이 여관의 이름은.... 내가 간판을 바라보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여관에서 아가 씨 한 명이 쪼르르 달려나와 외쳤다. "엘레스의 잎 여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엘레스?" 나와 아르메리아가 서로의 얼굴을 동시에 바라보았다. 그 이름은.... 뭔가 짚이는 것이 있어서, 우리들은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키는 155cm 정도? 대충 그 정도가 될 듯하다. 나이는..... 나와 동갑? 일단 어리게 보이지는 않는다. 몸무게는..... 넘어가자. 별로 살찌게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50kg도 안 되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얼굴은.... 아주 예뻤다. 일단 첫 인상이 아주 좋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큰 눈. 그리고 건강하게 핏기가 도는 피부에... 가만. 귀가 좀 크다? 귀를 자세히 보 려고 허리를 굽히자, 그녀의 뾰족한 귀가 드러났다. "너......." 아르메리아도 나와 같은 걸 본 모양이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서 그녀와 키를 맞추고 는, 그녀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안녕? 난 아르메리아야." 그러면서 소녀의 손을 잡는다. 그녀의 마음을 읽을 셈인가? 하지만 아무나 그렇게 하면 실례가 아닌가? 둘이 서로를 잠시동안 바라본다. 약간 긴.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은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소녀가 웃음을 머금고 그 손을 떼어낸다. "동족을 만나서 반갑네요. 아빠 불러올께요." 그 말을 남기고 쪼르르 달려들어가는 소녀. 앞치마를 걸친 모습이 귀엽다. 그럼... 저 아이는..... 역시..... 내 얼굴을 바라본 아르메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소녀의 부모가 나왔을 때, 내 생각은 증명되었다. "우리 여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 만남이 서로에게 행복이 되기를." "우리가 품은 빛을 서로 나누기를." 소녀의 부모가 아르메리아가 서로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엉겁결에 나도 고개를 숙 인다. 부스트씨는 이런 인사에 익숙한 듯, 나처럼 당황하지 않았지만. "전 전직 용병 부스트라고 합니다." 만약 전쟁이 극심한 사회라면 용병은 별로 내세울 직업이 될 수 없겠지만..... 다행 히 인간 끼리의 전쟁은 10년도 넘은 옛날에 일어난 일, 쥬린 제국의 반란 사건이 마 지막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용병들은 대개 공룡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일을 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간혹 흉악한 자들에게 고용되어 피바람을 부르기도 했지만. 부스 트의 얼굴을 살핀 소녀의 부모가 안심한 듯, 그에게 미소를 보냈다. "억울한 피를 묻히지 않으셨군요." 부스트도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노력은 했습니다만, 자신에게 떳떳하다고 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할 만큼은 했다고 자부합니다." 대충 뜻은 알겠지만, 난 지금 고민하는 게 있었다. 그게 뭐냐 하면..... 저 분들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할지 모르니까 그런거다. 혹시 아주 어려운 말로 인사하면 뭐라고 대답할지, 그게 걱정인 거다. 왠지 모르게 우리 일행중 가장 무식한 사람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아, 아가씨 이름은?" 와, 왔다 !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지만, 대답하자. "레이니라고 불러주세요." 공손히 고개 숙이고 인사. 나도 모르게 두 손을 가슴 아래에 모은다. "쥬린 제국에서 오셨군요." "?" 그게 무슨 소리? 왜 내가 그쪽 사람이라고 오해를 사야 하는거냐? 그 말의 뜻을 내 가 곰곰히 생각하는 사이에, 여관 주인께서 말을 이어 나간다. "제 이름은 clover(클로버 : 육체, 혼, 정신을 나타낸다. 생명의 3가지 모습을 나타 냄)라고 합니다. 그렇게 불러주시길." 옆에 있던 주인 아주머니의 말. "balsam(발삼 : 사랑, 공감, 회춘)이라고 해요. 아가씨, 편안히 쉬었다 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은 아가씨의 말. "acorn(에이컨 : 도토리 : 생명, 다산, 불사의 이미지)이라고 해요. 우리 여관에 오 신 걸 환영해요." 쉬어. 편히 쉬어. 드디어 수도에 도착했고, 편안한 여관을 찾았다. 이제 남은 건 내일 아침에 나가서 궁정 마법사를 만나 다로프 아저씨의 편지를 전달하는 것 뿐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 고 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불행히도..... "내가 편지 배달부인 줄 아시나봐." 왜 내가 그 아저씨의 편지들을 이렇게 무더기로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냐 ! 어 림잡아 10장은 넘는 편지 더미들. 생각같아선 확 ! 뜯어보고 싶지만, 기사가 꿈인 녀 석이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지. 가만. 기사라.... 기사..... 으. 아까 날 보고 황홀해하던 그 기사들이 생각나고 말 았다. 내가 그렇게 예쁘게 보였나? 나는 방 안에 있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이 여관, 정말 좋은 곳이다. 물론 유리라는 게 그렇게까지 만들기 어려운 건 아니다. 이 집 주 인이 엘프라면, 마법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게 흔한 물건인 것도 아 니다. 아마 내가 엘프와 동행했기 때문에 호의를 보인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방 한 번 좋다. 침대도 푹신하고. "........." 거울 안에 비치는 내 모습이, 정말 예쁘게 보였다. 좀 자세히 볼까? 나는 몸을 일으 켜서 거울 앞으로 갔다.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마치 하늘을 날 아 다닌다는 요정처럼. 긴 머리를 풀어보면 어떨까. 머리를 묶은 끈을 풀어내자, 거 울에는 초록색 머리의 엘프 하나가 비쳤다. 귀가 머리칼에 가리니까 완벽한 엘프로 보인다. 엘프라는 게 아름다운 여자들에 대한 찬사로 쓰이기도 한다는 건 알지만. 내 가 여자들을 보는 눈이 부족하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내 모습은 도무지 흠을 잡을 수 없었다. 몸을 한 바퀴 돌려본다. 그리고 방긋 웃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을, 티없이 맑은 소녀로서 거울을 바라본다. 언제까지나. "레이니. 저녁 먹어요." 힉 ! 크, 큰일 날 뻔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여성적인 행동을 하고 말다니..... 만 약 지금의 이 꼴을 부스트씨가 보았다면 뭐라고 날 놀려댔을까? 가슴이 덜컹 내려앉 는 느낌이었다. 여관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고, 우리도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오 늘 저녁은 뭘로 먹는다나? 고민하는 내 마음을 아셨는지, 에이컨 양이 접시를 들고 우리에게 온다. "자, 언니들은 뭘로 드실 거에요? 아, 아저씨는?" 아저씨라는 말 한 마디에 식탁에 머리를 떨어뜨리는 부스트씨. 안 됐어. "난 아저씨가 아냐..... 에이컨양이 엘프란 걸 감안하면, 어쩌면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을지도 모르잖아. 아저씨라고는 부르지 말아줘." 애원이다. 저건. 아저씨라는 멍에를 벗어버리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부스트씨에 게, 에이컨양이 날리는 결정타. "하지만 저보다 늙었어요. 얼굴이." 쿵. 완패. 역시 사람의 나이는 얼굴이 결정하는 것인가. 부스트씨도 꽤나 젊게 보이 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 그러나..... "레이니 언니." 아르메리아의 말이 아니다. 이 무서운 아가씨, 에이컨 양의 말이다. 가만. 화살이 왜 나한테 돌아오는거야 ! 그리고 난 언니가 아니라 오빠라고 ! 왜 날 언니라고 부르 는 거야 ! 차라리 그냥 이름만 불러줘. "에이컨양..... 주문부터 받고 이야기해요." 말 돌리기 ! 일단 이렇게 위기를 넘겨야지. 하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머리가 좋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 것이다. "아빠가 오래간만에 엘프족을 만났다고 오늘 저녁은 특별 서비스로 해 주신대요. 그 러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언니." 쿠웅. 그 아저씨, 호의라는 건 알지만, 왠지 모르게 얄밉다. 화를 낼 대상이 아닌 데다가 화를 내다니. 나도 한심해. 그보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쳐나간다? 내가 잔머 리를 굴리는 사이, 그녀가 한 번 더 공격을 걸어왔다. "언니는 드워프족의 마을에 가 본 적이 있어요?" "아니. 왜?" "언니가 가진 그 막대기는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거라서요."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PK일당들과 싸우고 나서, 그들의 물건 몇 가지를 가져 왔었지. 레진이라고 했던가? 그의 도끼는 그의 무덤에 묻었지만, 그가 메고 다니던 이 물건은 내가 가져왔었지. 그런데 이게 뭐에 쓰는 물건이더라? 구멍이 달린 막대기 라. 그것도 모양이 좀 이상해서 막대기라고 하기엔..... "그거 당기지 마요 !" 놀란 아르메리아가 마력을 내 손에 쏘아낸다. 내 손가락이 구부러진 쇳조각에 닿기 직전의일이었다. 왜 저래? 그녀의 난데없는 공격에 손가락이 쇳조각에 닿지는 않았지 만, 깜짝 놀라 그 막대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왜 그래? 아르메리아." 상당히 당황했던가 보다. 그녀로선 드문 일인데? 왜 저러는 거지? "그건 드워프들의 호신무기에요." - 계속 - 후기)이게 뭔지는 내일 알려드리지요. 후하하하하. (이 웃음 소리의 의미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6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6 19:39 조회:231 공룡 판타지 10-165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4) 막대기가 호신무기라..... 드워프들은 도끼를 주로 쓰지 않나?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인식되어 있는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쓰는 거야? 휘두르는 건가? 그러기엔 이 막대기의 형태가 좀 이상하다. 끝에 구멍이 뚫려있고, 괴상한 모양의 나무가 막대기 에 달려 있다. 그리고 중간에는 예의 그 쇳조각. 손가락 하나 걸기에 딱 맞을 것 같 은데. "레이니, 이 물건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것 같으니, 제가 맡아둘께요." 그러면서 막대기를 내게서 빼앗아가는 아르메리아. 그런데 왜 저래? 저런 막대기 하 나가 뭐 어쨌다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한 나에게, 차분히 설명을 해 주는 그 녀. "이건 화약이란 걸 이용한 무기에요." "화약?" 화약이라면..... 불에 닿으면 파이어볼처럼 폭발을 일으키는 이상한 약? "화약을 이용해 쇳조각을 날리는 무기라고 생각하세요. 보아하니 손으로 만들어 본 것 같은데..... 일반적인 드워프들의 솜씨에 비하면 뒷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지만, 잘못하면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잘 아는군." 무슨 소리지?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닌데? 부스트씨를 쳐다보지만, 그는 아니다. 그렇 다고 저런 남자 목소리를 에이컨양이 낼 리는 없고. 그럼 누구냐? 우리가 앉은 테이 블과는 정반대의 장소에 있는 테이블에, 드워프 하나가 앉아 있었다. 키는 나보다 작을 것이다. 이건 짐작이긴 하지만, 전에 만난 그 타락한 드워프가 나 보다 작았다. 그러니 틀림없을 것이다. 드워프들은 대개 키가 작다고 알려져 있으니. 그러나, 그의 옆에 놓인 도끼는, 말그대로 무자비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그 옆 에 있는 건? 내가 가진 이 물건보다 더 세련되었다고 생각되는데? 그가 우리를 바라 보며 말한다. 아니, 외친다. "이봐. 엘프 아가씨. 주문 안 받아?" 왠지 모르게 감정적인데. 아, 드워프와 엘프는 사이가 안 좋지 ! 그런데 왜 엘프가 하는 여관에 드워프가 들어와 있는거지? 내 의문은 금새 풀렸다. 그건..... "역시 엘프들은 잘난 척만 하고는, 불친절하다니까. 그러니까 다른 여관들이 사람들 로 가득찬 오늘같은 날에도 이렇게 텅텅 비었지." 글세?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여관의 식당은 사람들로 발디딜 틈도 없이 붐비는 상황인데..... 가만. 이 아가씨, 그러고 보니 손님들도 안 받고 뭐하는거야 ! 주문 받아야지 ! 그녀가 또 무슨 질문을 할까 고민되던 차에, 이것은 참으로 좋은 핑계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컨양. 빨리 일해요." 내 얼굴에서 '이젠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낀 걸까? 그녀가 내게 다가오더니 팔을 꼬집는다. "좀 있다가 봐요. 언니." 그리고는 쿵쿵 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그 드워프에게 가는 에이컨. 왜 내 손이 자동 적으로 내 고물 마법검에 가는 것일까. "괜찮을까요?" "괜찮을거야. 여관 부서질 일 있겠어?" 부스트씨. 그렇게 태연자약할 게 아니라고요. 엘프와 드워프들 사이 나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잖아요. 혹시 둘이 싸우기라도 하면..... 하지만 내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 둘은 사무적으로 몇 마디 주고받고는 그냥 돌아섰으니까. 그 대화라는 건..... "주문 받아." "주문 해요." "식사. 3인분." "메뉴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메뉴가 써진 작은 나무판을 읽는 드워프. 그 판을 돌려주며 외치는 드 워프. "카마라사우루스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서 구워. 3인분으로. 물론 엘프들 3인분이 아 니라 드워프들 3인분이란 거 명심하고. 그리고 엘레스로 만든 술 세 병. 거품있는 걸 로." 술? 그게 뭐야? 카마라사우루스라면 18m 정도의 용각류로, 머리가 동그랗고 전반적 으로 크기가 작은 편인 공룡인데. 물론 용각류라는 종류에서 볼 때 작다는 거지, 실 제로 18m라면 엄청난 크기다. 다만 다른 용각류 공룡들이 워낙 커서 그렇지. 전에 내 가 상대한 사이스모사우루스는 큰 놈이 52m였으니..... 그때 죽어라 목에 매달린 기 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술이 뭐야? 난 모르는데? "왜 그래요? 레이니." "저........아르메리아. 술이 뭐야?" 한심하게도, 난 그게 뭔지 모른다. 정말 모른다. 하지만 모르면 물어볼 정도의 유연 성은 가지고 있다. 그러니, 물어보고 알아 두는 거지 뭐. "술이란, 우리 엘프들이 가진 엘레스라는 나무열매를 잘 갈아서 만든 음료의 총칭이 에요. 엘프들은 거품이 없는 걸 좋아하고, 드워프들은 있는 걸 좋아해요. 솔직히 거 품이 있으면 그 거품 때문에 혀가 엘레스 고유의 향을 느끼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데....." "무슨 무식한 소리 !" 저 드워프, 혼자 온 게 아니었나? 왜 이리 목소리가 커 ! 음. 옆에 두 명의 드워프 가 더 있었군. 세 사람..... 아니 세 드워프가 말하니까 원래 크던 목소리가 더 커진 다. "술이란, 모름지기 거품이란 게 있어야 하는거야. 우선, 이 하얀 거품으로 인해 보 이는 모습이 멋지고, 그 거품으로 인해 혀에 닿는 감촉이 더 좋아지는....." "엘레스 고유의 향을 즐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무슨 !" "그게 아니라니까요." "그게 아냐 !" 아무래도 혼자인 아르메리아가 더 불리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화제를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이러다가 싸움날라. 두 종족이 원래 사이가 나쁘다니, 그걸 감안하면 어 서 머리를 짜내서..... "어때? 아가씨." 순간적으로 울컥했지만, 일단 겉모습이 그러니 어쩌겠나. 나는 최대한 웃으면서 그 드워프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되도록 상냥하게. 하지만 그게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전 술에 대해선 잘 모르겠는데요. 그것보다, 이게 뭔지 좀 가르쳐주시면 안 될까 요?" 아까 '드워프들의 호신무기'라고 했던 그 막대기를, 그에게 보여준다. 그러자 놀라 는 드워프들. 왜 저러는 거지? "이건...." "어떻게....." "저 아가씨가 설마....." 왜 저러시는 거야?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했다. 일제히 도끼를 들고 일어서는 드워프들. 뭐야 ! 왜 나한테 도끼를 겨누는거야 ! 그들은 나를 노려보면서 외쳤다. 그들로선 평범한 외침이지만 내 귀는 멍멍해진다고. "아가씨가 레진을 죽였나?" 식당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 나를 일제히 쳐다본다. 잠시 당황하는 나. 심지 어 에이컨 양까지 날 바라본다. 반은 의심, 반은 놀람으로. 그렇지 ! 그가 유명한 PK 단의 일원이란 걸 한참후에야 기억할 정도로 당황하고 말았다. "에.... 저.... 그런데요....." 내가 죽인 게 아니라 내 검이 죽인 거지만, 그렇게 말해도 결국 내가 베어버린 건 틀림없다. 내 손으로 전해졌던 그의 두개골의 베이는 감촉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떻 게 그런 걸 잊을 수 있을까. 아마 평생동안 그 감촉을 잊지 않을 것이다. 공룡들을 베어 버릴 때와는 다르니까. 사람을 죽인 적이 한 번은 아니지만..... 푸욱. 살을 찔러들어가는 감촉. 뭐였지? 요즘 가끔씩 느끼는 이건? 뭔지 모르게 무서운 느낌. 사람을 베어 버린게 한 번이 아닌데, 왜 내가 그 감촉에 두려움을 느끼는 걸까. 인간이 가진 양심때문이 라면 나도 이해할 수 있다. 그를 죽이지 않고도 일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 음이라면 나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그게 아니다. 그 외엔 방법이 없다는 절 박함 속에 나온 행동. 그리고 그 느낌. 나도 모르게 내 머리를 감싸안았다. 무슨 느 낌이었지? 무슨..... "레이니 !" 가슴에 느껴지는 둔탁한 느낌. 그건..... "어떻게 된 거야 !" "이상해요. 몸에는 이상이 없는데..... 이상하게 언니에게 요즘 이런....." "기절했어." "일단 침대에 옮겨 !" 비가 내린다. 빗속에서 단검 하나가 떨어진다. 빗물에 씻겨 나가는 피가, 내 눈을 메운다. "아아아아악 !" 내 손에 피가 흐른다. 내 피가 아닌, 타인의 피가. "레이니." 내가 아는 사람인가..... 이 목소리는 누구..... "레이니 언니 !" - 계속 - 후기)이젠 쓰러지네요. 레이니양. 모두들 건강 조심하세요. 요즘 날씨에 적응하기 힘 들더군요. 그러니 모두 주의를. 그리고, 이 시대에는 속씨 식물이 없는 고로, 엘프들의 유일무이한 식물인 엘레스를 제외하고는 속씨식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술도 인간들에게는 없습니다. (흐흐 흐) 그래서 레이니가 술에 대해 모르는 것이고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6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7 11:41 조회:245 공룡 판타지 10-166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5) "레이니 언니 ! 정신이 들어요?" 내 눈앞에 보인 건, 아르메리아의 큰 눈과 그 얼굴. 역시 예쁘다. 하지만 걱정하는 눈빛. 나같은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는다. "괜찮아. 아르메리아. 그런데 왜 그래?"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나니, 침대 위에 누워있다. 어느새 아침인가. 그녀는 내 손 을 잡고 한 번 힘을 준 다음, 옆에 있던 음식그릇을 가져왔다. "우선 스프부터 들어요. 지금은 힘들 것 같으니, 이렇게라도 영양보충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일어서는 그녀. "그 드워프들이 밖에 와 있어요." 그러더니, 문을 열고 나가 버린다. 그리고 들어오는 드워프들. "우리가 아가씨를 놀라게 한 것 같네. 어젠 미안하네." 하지만 별로 놀란 건 없는데. 왜 저러시는 거지? "전 괜찮은데요? 사과하실 건....." "전혀 기억을 못하는군. 어제 아가씬, 그대로 쓰러졌어. 아마 레진 녀석을 죽일 때 상당히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 충격을 우리가 건드린 것 같군. 미안하 네." 화난 표정은 아니다. 그 덥수룩한 수염 때문에 표정 알아보기는 힘들어도, 그들이 화가 났는지 미안한지 정도는 안다. 하지만, 그 레진이 비록 악당이긴 했어도 드워프 였는데.... 그들의 일족을 죽여버린 내게 화를 내지는 않을까? "그런데.... 제가 그를 죽인 건....." "괜찮아. 괜찮아." 내 말을 막는 드워프. 가장 연장자인 것 같다. 수염이 가장 덥수룩한 걸 보니. 그가 날 향해 말한다. 평소보다 좀 작은 목소리로. "원래 레진은 일족의 반역자로, 우린 그를 처단하려고 온 거야. 솔직히 배로 하는 여행은 별로 익숙하지 않았지만.... 아가씨가 험한 일을 하게 해서 미안하게 되었 네." 그런데.... 이 분들은 내가 아주 심약한 여자인줄 아는 거 아냐? 하시는 말로 미루 어 짐작하건데, 이 분들은 내가 그 드워프를 죽이고 심한 충격을 받은 걸로 착각하시 는 것 같은데..... "하지만 어제 일이라면, 사과하실 건 없어요. 전 오직 제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 해....." "그래서 미안하다는 거야." ? "우리 때문에 놀란 모양인데, 우린 아가씨한테 해 끼칠 생각 없다고. 그 말 하려고 온 거야." 웃는 드워프. 이 분들은 내가 놀라서 기절한 걸로 아시는구나. 그런가? 좀 놀라긴 했지만, 사람 죽는 건 많이 봤는데? 하긴 그게 정상적인 건 아니긴 하지만. 적어도 사람을 몇이나 죽인 것은, 이 나이 또래의 아가씨들에겐 드문 일이지. 기사 지망생들 에게도 그건 흔하지 않은 일일 것이고. 그 분들의 등에 빛나는 건.... 화려하게 장식된 그 막대기다. 아르메리아가 그걸 보 고 호신무기라고 한 말이 생각나서, 나는 그 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분위기 좀 바꾸 어야 할 것 같아서. 지금이라면 가르쳐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등에 맨 그 막대기는 뭐지요?" 실례가 되는 거 아닐까? 만약 드워프들에게 신성한 것이라면, 이 말 자체가 무례한 게 아닐까? 솔직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화를 내진 않았다. "이건 말이야, 우리의 사상을 상징하는 것이네. 엘프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무리할 정도로 혹사해서 힘을 얻는 데 비해, 우린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연의 이 치를 깨달아서 이렇게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거지. 이건 그 상징이네." 자신의 막대기를 들어보이는 드워프 할아버지. 내가 얻은 레진의 막대기와는 다른, 품격이 있었다. 피가 묻지 않은 일종의 신성한 의식의 도구라고 할까? "그런데, 이름을 아직 모르겠네요. 드워프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그리고 그 막대기도. 무슨 정해진 이름이 있을 것 같고." "그렇네. 아가씨 이름은 그 엘프 아가씨에게 들어서 잘 알지만, 우린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 내 이름은 아이기스(aegis : 옷처럼 입는 방패. 보호, 비호, 다산을 뜻함)라 고 하네. 그리고 이 긴 수염의 녀석은 엘더(elder : 요술, 마술, 유령을 뜻함), 그리 고 이 검은 녀석은 엑스(axe : 도끼. 힘과 번개를 뜻함)라고 하네." "아이기스..... 엘더..... 엑스....." 그런가. 그럼 내 이름을 말해야 하는군. 이제 몸도 회복되어 가는 듯 하니. "전 레이니라고 합니다." "역시 가명이군 그래. 하긴, 숨겨야 할 사정이 있는 것 같군." 어, 어떻게 그걸.....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말도 안 했는데..... 그 모습을 보던 아이기스가 웃으면서 말한다. "아가씨의 눈을 보면 알 수 있네. 엘프들처럼 몸을 혹사하지는 않지만, 우리도 마법 은 좀 알고 있거든." 그.... 그런.... 그럼 내 마음을 모두 읽었을지도..... 그것조차도 알았는지 아이키 스와 엘더, 엑스가 웃는다. "놀랄 것 없네. 마법을 쓴 게 아니라, 아가씨의 눈을 보니 알 수 있었어. 거짓말은 너무 서투른 아가씨군." 아..... 아가씨..... 좋게 보는 건 다행인데, 아가씨란 말에 익숙해지려면 얼마나 걸릴까? 당황하는 날 감추기 위해서라도, 이 화제는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 나는 즉시 내가 하려던 질문을 계속했다. "이 막대기에 대해 물어봐도..... 되나요?" 내가 가진 그 막대기가, 내 옆에 놓여있다. 나의 대검과 함께. 드워프들은 그걸 보 더니 웃으며 말한다. 무슨 금기가 있는 물건은 아니었군. "아, 그거? 레진 녀석이 추방당한 후에, 자기 손으로 만든 물건인 모양이야. 하지만 그리 잘 만든 물건은 아닌걸? 그 놈은 손재주가 워낙 없어서 그래. 아마 몇 번 쓰고 나서 고장나 버렸을 거야. 하지만 자기 손으로 만든 거니까 그냥 가지고 다닌 것일테 지." 그런가.... 하지만 저 물건이 뭔지는, 결국 말을 해주지 않았잖아 ! 난 그게 궁금했 다고 ! 눈으로 말하기는 싫으니까, 입으로 말한다. 속마음을 또 들키기는 싫어. "그런데 저 막대기는 무엇에 쓰는 물건이지요?" 그게 가장 궁금했다고. 하지만 이 분들은 야속하게도, 그걸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말한 것이 전부였다. "악인을 처단하는 데 사용하는 거네. 그 구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가씨에겐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니 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네. 다만, 그것을 우리는 총 이라고 부른다는 것만 말해주겠네." 총? 그게 뭐야? 난 정말 모르겠어. 화약을 다루는 무기? 총? 그것만으로 어떻게 짐 작을 하냔 말이야 ! 차라리 아르메리아에게 묻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왜 말해주지 않는건지.... 하지만 가끔은 표정으로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일 때도 있는 법이다. 아 이기스가 내 얼굴을 보고 불쌍하게 보였는지, 대답을 해 주었다. "그건 무기네. 사람을 죽이는 무기. 화약을 사용해서 금속조각을 앞으로 밀어보내는 무기라고 하면 대략 설명이 되겠지. 하지만 탐내지는 말게. 우리로서도 사용하는 경 우가 드무니까 말이네." 화약을 사용해서 금속조각을 어쩐다고? 하지만 아이기스는 더 이상 총에 대해 이야 기하지 않았고, 나도 물어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것은.... 덜컹. 숙녀방에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온 뻔뻔한 부스트 아저씨. 저러니까 아직도 결 혼을 못 한 거지. 어쨌든 그 아저씨가 한 말 때문이었다. "레이니. 아마 그 궁정 마법사를 만나려면 내일 모래쯤 되어야 할 거야. 지금 궁전 에 가서 알아보고 왔는데, 여행을 갔다고 들었어." 여, 여행? 일단 금방 온다는 건 다행이지만.... 그럼 이 여관에서 며칠을 묵어야 하 겠네? 갑자기 에이컨 양의 얼굴이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아파서 침대에 누워있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그동안 여행하면서 무리를 하긴 했어. 겨우 한달 가까 이 여행하면서 겪은 고생이 얼마냐. 3월 17일이 출발일이었나? 그런데 도착은 4월 11 일. 그동안에 왜 그렇게 많은 사건을 만나고, 그 고생을 했어야 했냔 말이야 ! 그러 니 앓아눕는 게 당연하지. 나도 모르게 다시 침대에 누워 버렸다. "그럼, 우린 이만 떠나네. 몸 조심 하게. 아가씨. 그리고, 드워프들의 마을에 오길 바라네. 다시 만나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니까." 다시 만나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 그런가. 이런 게 여행의 장점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것으로 인해 쌓이는 추억. 비록 그것으로 인해 상처를 입더라도, 그것또한 즐거움이 될 수 있겠지. 인생이 여행이라고 하는 것도, 그러고 보면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아이기스와 엘더, 엑스는 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문제는 말이지..... "그럼, 여행 잘하게. 레이니 아가씨. 물론 엘프와 다니느라 힘이 좀 들겠지만, 자네 가 이해하게. 원래 엘프라는 게, 자기가 잘났다는 착각속에 사는 종족 아닌가. 허허 허허." 아이기스 할아버지의 말에 동의하는 엘더와 엑스. 그러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부스트씨까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하지만 아르메리아가 그 말을 들었다간..... 상상하지 말자. 아무래도 조용하지 못할 것이니. 뭐, 일단은 내일 모래에나 그가 돌 아올 것이니, 그동안은 휴식이다. 여행중에 쌓인 피로를 푸는 기간으로 하자. 내 눈 이 감기면서,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악몽만 꾸지 말기를 바라면서, 나는 내 의 식을 놓았다. 꿈의 세계로 날아가는 나. 나의 거대한 대검, 라 브레이커와 함께 놓인 레진의 낡은 총. 이제는 움직여지지도 않을 총이지만, 진기한 수집품이다. 내가 그를 죽여버린 증거품이기도 하고. 낡디 낡 은 총의 몸이, 금속 특유의 광택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작은 상자 하 나. "일족의 수치를 씻어주어서 고맙네." 그렇게 쓰인 상자. 하지만 난 그 상자의 겉에 써진 글을 그 다음날에야 읽을 수 있 었다. - 계속 - 후기)음. 결국 잡담으로 하루분을 넘若째?. 하지만 내일은.... 내일은.... 아아악 ! 궁전에 들어가는 거다 ! 큰일이다. 공룡들을 탄 기사들을 써야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궁전의 내부장식까지.... 아아아아악 ! 사람 살려 ! 추가)으. 시리얼란 9월 통계를 보니.... 등수가 떨어졌다는..... (으흐흑) 점수를 보 니 7월에 비해 약간 늘었고, 조회수도 약간 늘었지만, 다른 분들이 더 많이 늘었다 는..... (으흐흐흐흑) 정체된 결과인가. 아니면 나 자신이 한심한 탓인가..... 현재 17위. 이러다간 1위는 언제 해보나. 흑. (1위 생각말고 제대로 써 ! 라고 하시면 할 말 없지만)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6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8 19:42 조회:221 공룡 판타지 10-167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6) 4월 14일. 드디어 궁전 가는 날이다. 나들이하는 아가씨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음. 이건 아니군. 이건 어디까지나 아르메리아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그녀 는 무조건 예쁘게 입어야 한다 ! 나한테 이상한 눈길 와 닿지 않게 하려면. 이젠 치 한들 상대로 관절꺾기나 정권지르기, 팔꿈치치기등을 보여주기도 지쳤다고. 어제의 일이 생생히 기억났다. 그러니까 어제, 나는 드워프 할아버지들이 준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에 쓰여진 글 을 읽고, 무슨 선물인가 해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 사실은 숨쉴때마다 위아래로 출렁이는 가슴 탓이다. 역시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 어쨌든 상자를 열었 다. 그 안에는..... "이건 뭐냐?" 팔찌 하나. 그리고 편지 한 장. "친애하는 레이니 양에게. 아가씨가 우리 일족의 수치인 레진을 처단해주어서, 우리 할 일이 없어졌으니 아가씨에게 약소하게나마 사례를 하고자 하네. 이 편지를 가지고 오면 열렬히 환영해줄테니, 꼭 우리 마을에 들러보도록 하게. 그 팔찌는 아가씨에게 주는 우리 선물일세. 대단치는 않지만 이번에 수고해준 기념일세. 늙은이들이라서 세 련되지 못한 선물이라 미안하네. 나중에 만나면 우리 한 잔 하세. 아이기스, 엘더, 엑스." 한 잔 한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 그건 아르메리아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나는 그 편지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팔찌를 왼쪽 팔목에 찼는데..... "와아. 레이니. 예쁘네요." "남자들이 보면 깜박 속아넘어가겠어." 아르메리아의 평도 그렇지만, 부스트씨. 그런 말씀을..... 아직도 내가 여자가 아니 라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신 것입니까. 어쨌든 시내로 출발했다. 내일 궁전에 가 는데, 옷 한 벌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것이다. 그냥 여행복 차림으로 궁 전에 가는 것도 좋지만..... 세탁은 해야 할 거 아냐 ! 결국, 그동안 옷을 갈아입지 못했다는 아르메리아의 강력한 주장에 힘입어, 여행복 대신 옷을 몇 벌 사기로 했다. 으. 머리아파. 결국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사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여행복으로도 쓸 수 있는 옷을 장만해서 궁전 방문을 끝낼 수 있을까. 이모저모 궁리하는 나. 그러나 하루의 평화는 어느 무례한 작자의 손길과 함께 산산이 부서졌으니..... 손이 내 가슴에 오고, 나는 그 손을 잡는다. 손목을 비틀어 꺾는다. 그리고 몸을 돌 리고 손목을 잡은채로 그대로 치한을 땅바닥에 메친다. 덤으로 머리에 발차기 일격을 선사한다. 뭐 덩치가 크니까 죽지는 않았겠지.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한 번이라면 별 문제가 없는데, 왜 이렇게 치한 후보들이 많은 거야 ! 결국 남자를 집어 던지기를 10번은 한 것 같다. 그와 함께, 내 대응도 점점 더 강도가 높아졌다. 처음에는 그냥 손목을 비트는 걸로 마무리했지만, 갈수록 추가되는 동작이 많아졌다. 결국, 10번째 남자가 누더기가 되도록 내게 짓밟힐때까지, 치한들의 공격이 계속되었 다. 으. 머리 아픈 게 겨우 나았는데, 다시 아프려고 한다. 수도에 이렇게 불량한 인 간들이 많다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옷 가게로 직행했다. 아르메리아에게도 치한들이 접근했나 해서 봤더니, 그녀에겐 아예 다가오지도 못한 다. 집어던지는 중에 봤는데, 다가오려다가 물러서는 녀석들이 몇 명 있었다. 무슨 수를 썼을까? 나중에 물어보니 정신파를 방출해서 위협을 했단다. '다가오면 죽어.' 라는 내용의 정신파를 주위에 내보내서, 치한들의 기세를 꺾었다던가? 어쩐지. 나보 다 예쁘다고 생각되는 그녀가 무사한 이유가 납득이 되었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어 디로 튄 거야? "부스트씨는 수도에 만날 사람이 있다고 먼저 갔어요." 하긴, 유명한 용병이니 수도에 아는 사람들이 많아도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그 덕 에, 나는 열심히 사람들을 던져야 했다. 자, 그건 넘어가자. 이제부터 돈 쓸 시간이 다. 나중에 공룡 한 마리 잡아서 가죽을 벗겨다가 팔아먹어야지. 돈 좀 보충하려 면..... "자. 어떻습니까?" 전혀 어울리지 않아. 왜 내가 이런 '하늘하늘한' 옷을 입어야 하는 거야 ! "하지만 나들이옷이라면....." "이거 말고 다른 거 없어요? 여행복 같은 걸로." 주인 아주머니와 나는, 벌써 세 시간째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그러니까 문제는, 내 마음에 드는 옷이 없다는 거다. 하긴 남자 마음으로 여자옷을 고르니 그럴 만도 하지 만. 물론 내가 아르메리아의 옷을 골라준다면, 예쁘고 장식이 많이 붙은 옷을 선호할 법도 하지만, 막상 내가 그런 걸 입을 위기에 처하자, 저절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 었다. "레이니. 그냥 입는 게 어때요? 어차피 하루만 입으면 되는....." "안 돼 ! 돈 없어 !" 여행하면서 중간에 용병 일이라도 하면 돈 좀 벌겠지만, 체서들에게 쫓기는 내 입장 에서 그게 맘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니, 한 번 사면 오래오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골라야 한다. 남자 몸이라면 겉옷 정도는 공룡 한 마리 잡아다가 가죽을 벗겨서 만들 어 입는다는 수도 있지만, 여자용이라면 그게 자신이 없다. 아무래도 예쁘지 않아. 가만. 가만. 내가 입을 옷인데 굳이 멋을 찾을 건 없잖아. 다만, 궁전 방문에 필요 하니까 그런 걸 찾는거지. 하지만 여성용으로는 멋있으면서 여행복으로도 괜찮은 옷 은 없었다. 역시 여자들 옷은 장식용이란 말인가. 그럼 내일은 천상 하늘하늘한 드레 스를......... "그건 안 돼 !" 난 죽어도 그렇게는 못해. 오늘 집어던진 치한들의 눈길을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더 이상은 그런 눈길을 받기 싫어. 멋있는 여행복은 없는지, 다시 가게를 뒤지기 시 작하는 나였다. 결국, 아르메리아는 단지 10분만에 쇼핑을 끝냈는데, 나는 다섯 시간 이나 걸려서 도시 전역을 돌아다녀야 했다. "하아. 끝냈어." 간신히 '멋진 여행복'을 찾아내어 샀다. 단지 색깔이 다르고, 디자인이 조금 다른 정도이지만, 그래도 이걸로 하면 될 것 같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여관에 돌아오는 나. 하지만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언니. 새 옷 입어봐. 어머나. 그게 뭐야. 모처럼 궁전에 가는데. 예쁜 옷을 입어야 지. 엄마 ! 언니한테 맞는 드레스 없어?" 에이컨양의 과잉친절덕에, 나는 그날 해가 떨어질 때까지 옷을 갈아입으며 보내야했 다. 으. 에이컨양의 모친이신 발삼 부인도 가세했어. 아르메리아는 옆에서 그걸 지켜 보면서 웃음을 참느라 고생해야 했다. 내가 미쳐..... 간신히 해가 지고, 저녁 먹고, 방에 돌아와서 침대에 쓰러졌다. 털퍼덕. 그러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수련은 안 하나? 레이니 양." 원수같은 고물 마법검 라 브레이커 덕에, 결국 나는 정자세로 앉아서 검을 쥐고, 필 사적으로 정신 수련을 해야 했다. 이러다가 병이 재발하는 게 아닐까? 회상 끝. 이제 궁전에 갈 시간이다. 아르메리아는 곱게 차려 입고, 나는 수수하게 입는다는 게 원래 계획이었지만..... "원래 엘프들은 제국 황제에게 경의를 표하기는 해도, 아름다움을 굳이 보여줄 필요 는 없어요. 그러니....." 그녀는 말그대로 평소와 다를 게 없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 면............. 옷이 약간 다르다는 걸까. 초록색 미니스커트와 얇은 바지. 살색 바 지라서 그런가?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다. 그리고 평범한 장식의 갈색 공룡 가죽조끼. 그게 다였다. 미니스커트는 괜찮지만, 어딜 봐도 '궁전에 가는' 사람의 옷차림은 아 니었다. 장식도 없는 셔츠까지 해서 보면, 이건 여행복이라고 하는 게 더 좋겠다. 그리고 나는............... "아주 예쁘네요. 레이니." "와아. 언니 예쁘다아." "애 좀 썼어요." "............" 결국 발삼 아주머니와 에이컨 양의 음모에 말려들어, 나는 엄청나게 화려한 옷을 입 고 말았다. 왜 내가..... 울고 싶다. 우선 ! 내가 왜 이런 치마를 둘러야 하는 거냐 ! 물론 치마 자체는 뭐라고 할 생각 이 없다. 남자든 여자든 옛날부터 전통적인 옷은 다 치마니까 그건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 난 이런 미니스커트는 질색이란 말이야 ! 하얀 색 미니 스커트에 청색 무늬 라. 남이 입었으면 멋지지만, 내가 입으니까 창피하단 말이야 ! 그것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 왜 이렇게 바지가 얇은 거냐 ! 입은 것 같지도 않고 몸 매가 다 드러난다. 그리고, 왜 이렇게 가슴이 강조되는 옷차림이냐 ! 결국 이 건............드레스다.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웃옷, 어깨의 선이 다 보이는 셔츠. 하긴 옷에 관심없는 내가, 셔츠인지 뭔지 알게 뭐냐. 그리고.............. 넘어가 자. 왼손에 낀 팔찌와 목에 건 목걸이가 빛을 발한다. 어떻게든 목걸이와 팔찌를 숨 기려고 하지만, 준 사람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가 특히 ! 옷이 그렇게 넉넉 하지 않았다. 으흐흑. 다른 걸로 갈아입을 거야. 하지만 두 모녀는 옷을 모두 물에 적셔 버렸다. 세탁한다나? 결국 나는 그 옷차림으로 궁전에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잘 다녀와요. 레이니." "언니. 갔다오면 궁전 이야기 해 줘야해." 무슨 이야기를 ! 난 이야기 할 거 없어 ! 터벅터벅 걸어가는 나. 그리고 그 옆에서 활기차게 걸어가는 아르메리아. "잘 다녀오게. 레이니양." 부스트 아저씨.... 두고 봅시다. 저 얼굴은 완전히, 장난기 가득한 얼굴. 웃음을 참 느라 일그러진 얼굴. 으. 갑자기 마력을 활성화시켜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킨 후, 정 확히 그 얼굴에 힘을 보내드리고 싶어진다. "레이니. 벼락은 시내에선 쓰지 마요." 으흐흑. - 계속 - 후기)안 됐군요. 레이니양. (사악한 작가탓이지 뭐) 그럼, 내일은 궁전에서 고생(?) 을 거듭할 그녀의 모습을 보여드릴 차례로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6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09 19:22 조회:264 공룡 판타지 10-168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7) 터벅터벅. 내 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아. 아닌가? 내가 걷는다고 지축이 울리지는 않으니까. 그럼 이건..... "궁성까지 얼마 안 남았네요. 레이니." "........." 나도 알아. 아마 귀족들이 타고 다니는 디플로도쿠스일 것이다. 몸길이는 27m나 되 는 거대한 공룡이지만, 다행히 몸무게는 10톤 정도인 녀석이라서, 일단 집이 무너질 정도로 무거운 놈은 아니다. 같은 용각류 공룡이면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77톤에 비 하면, 정말 마른 공룡이 아닐 수 없었다. 생긴 건 둘다 비슷해서 목이 아주 길고, 다 리가 굵고, 긴 꼬리를 가진 녀석들인데, 어째서 그렇게 무게가 차이가 나는 걸까. "땅이 덜 울리니까 된 거 아닌가요? 레이니." 하긴, 정말 무거운 녀석들을 타고 다니다간 집이 다 무너지고 말 거다. 그나마 덩치 가 크고 가벼운 녀석들을 타고 다니니까, 수도의 집들이 안 무너지는 거지만. 뭐, 그 건 그거고. 내 몸무게 때문에 집이 울리는 게 아니니 일단 안심이다. 하지 만......... 이 옷은 역시 좀 그래. "아르메리아." "왜요?" "오늘은 빨리 끝내자." "훗. 예." 웃음을 참지 않는 그녀. 하지만 비웃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냥 잔잔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얄밉다고 해야 하나. 뭐 그녀가 날 인형 취급해서 옷을 갈아입힌 건 아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막은 것도 아니다. 때로는 멋 진 옷을 입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나? 그래서 그녀는 팔짱끼고 날 바라보며 미소 를 지었고, 그 결과가 지금 내가 입은 이 옷이다. 펄렁거리는 미니 스커트에다 몸매 가 잘 드러나는 이 바지. 흑. 그나마 바지를 입은 것도 사정사정해서 입은 거다. 뭐? 예쁜 다리를 드러내는 것도 좋다고? 더우니까 그게 훨씬 낫다고? 웃기지 마 ! 난 '귀 엽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아니란 말야 ! 다리 예쁘다고 해서 어디 쓸 데가 있어? 하 지만 그걸 입밖에 낼 수도 없다. 흑. 서럽다. "자, 울림이 심해지네요. 이제 궁성까지 얼마 안 남았나봐요." 터벅터벅 걷는다. "다, 다 왔다." 물론 이제 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런데 저 아저씨는 왜 여기 있는거야? "레이니 아가씨의 아리따운 모습을 보고 싶어서 왔지." 으. 부스트 아저씨.......... 갑자기 마력을 집중시켜 불안정한 덩어리를 만들고 그 걸 손에서 방출시켜 덩어리를 부스트의 머리에........ "이제 궁성에 들어가니까 참아요. 레이니." 흑. "궁정 마법사인 다운(dawn : 광명, 희망)님을 만나려고 찾아왔습니다." "소개장은?" 다로프 아저씨에게 받아 둔 편지를 내민다. 그러고 보니 겨우 한 달 쯤 지났는데 아 주 먼 옛날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그만큼 내가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낸 것인가? "음. 들어가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그 아저씨는 대단한 사람이었군. 정말로 황제의 주치의였을지도..... 나는 아르메리아, 부스트씨와 같이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을 걷기 시작한다. 물 론 옆에 경비병 둘이 따라온다. 그들의 안내가 없다면, 생전 처음 들어온 궁성에서 길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므로. 그들의 뒤를 따라 걷는다. 터벅터벅. 터벅터벅. 재미없 어. 왠지 모르게 그 걷는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진다. 복도만 길면 좋겠지만, 가 슴이 안 흔들리게 천으로 죄었더니 아프다. 정확히 말하면 이상한 반구형 천조각을 두 개 단 옷 - 이걸 옷이라고 해야 하나? -을 내 가슴에 댄 것이지만. 역시 익숙해지 려면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갑갑해..... "여기입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어느새 걷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복도에 있는 장식을 하나도 못 봤다. 나중에 나올 때 봐야지. 그러나, 일단은 이 방에 들어가야 하겠지. 솔직히 궁전이 워낙 넓어 서, 여기가 어디쯤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뭐, 어디든 상관없지. 나중에 경비병 들이 안내해주겠지. 내가 살 집도 아니고. 만약 내가 기사가 된다면, 여기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아르메리아, 부스트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안 오네." "레이니. 궁정 마법사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텐데."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솔직히 전 이 분위기가 별로 맘에 안 들지만. 편지는 전해줘야 하니까요." 부스트씨는 편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다. 자는 거 아닐까? 그 옆에 있는 아르메리 아는 그냥 앉아 있을 뿐이다. 별로 이 방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하 긴 그럴만도 하다. 방 안은 그야말로 평범한 방일 뿐이니까. 최소한 방 장식으로 그 림이나, 커튼이나, 하다못해 책이라도 있다면 괜찮은데, 이건 완전히 의자와 등불만 있다. 어째서 이런 방이 궁전내에 있는거야 ! 하긴 악의 제국이 아닌 이상, 궁전 내 부의 방 하나하나에 일일이 신경을 쓰며 장식을 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지만, 막상 내 가 이렇게 단순한 방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도 나름대로 문제는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범한 용건이니 평범한 방에서 기다리라는 건가. 하긴 황제를 알 현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궁정 마법사를 만나는 것 뿐이니. 게다가 내가 뭐 높으신 귀족도 아니고..... 딸깍. 문이 열렸다. 내가 불평하는 동안, 궁정 마법사는 우리가 있는 방 안에 모습을 나타 낸 것이다. 곁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제자들인가. 궁전의 기사들과 제자들이 그 옆에 동행한다.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부스트는 몸을 일으켰다. "레이니라고 합니다. 궁정 마법사 다운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걸로 족하다. 황제를 만나는 것도 아니니, 그냥 다로프 아저씨의 편지나 전해주고 가자. 어차피 셀이 내 몸에 걸린 저주를 풀지 못한다면, 그보다 낮은 레벨의 마법사 들이 이 저주를 풀어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냥 엘프 마을에 가서 마법 연구를 하면 서 방법을 찾아보는 거야. "난 다운이라고 하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지." 옆에 동행한 제자 두 사람이 마법사를 자리에 앉힌다. 기사들은 옆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커다란 창을 들고 주위를 노려보는 모습이, 사람을 압도한다. 하긴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일뿐, 그들은 우리를 위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리 심 하게 압박을 하지는 않았다. "음. 다로프 그 친구의 편지로군....." 편지를 꺼내 읽는 마법사 다운. 하지만 저 손동작은........ 셀이 보여준 그 마법의 언어를 손짓으로 대신한 것인가? 마법사들이 저런 동작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는 데........... 셀이었나, 아니면 PK일당들이었나.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 차피 난 저런 언어를 모른다고. 아마 편지에 무슨 이상한 마법이 걸렸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손동작이 워낙 우아해서, 보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도 않 았다. 하지만 그의 쭈글쭈글한 손을 보니, 왠지 슬프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누구 나 저렇게 되는가.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지만, 왠지 자신의 무력함이 느껴진다. '슬퍼하지 마세요. 레이니.' 그러고 보니,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았을지도 모르는 이 소녀는 손이 매끈하다. 엘프는 세월을 어디로 느끼는 것일까. 궁정 마법사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드디어 편 지를 다 읽은 그의 손이, 편지를 접어서 제자들에게 넘겨준다. "이걸 잘 보관하게. 그럼, 난 이 아가씨와 이야기를 좀 해보겠네. 자네들은 나가 있 도록. 물론 당신들도." 아르메리아와 부스트를 손으로 가리키는 다운. 나와 둘이서만 할 말이 있다는 건가.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간다. 심지어 기사들도 그의 말에 따라 나간다. 곧 방 안에는 나와 그만이 남았다. 그런데, 왜 이리 조용할까? 분명히 밖의 기척이 느껴져 야 하는데?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이 방과 바깥 세계가 분리된 듯이. "놀란 모양이군. 뭔가 이상한가?" "예. 사람들의 기척이 전혀............" "당연하지. 이 방은 원래, 안의 대화를 밖에 누출시키지 않는 종류의 마법으로 둘러 싸여져 있으니까. 시공 마법을 응용해서, 게이트로 다른 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지. 방 안에 들어오면 이 방만 다른 세계에 동떨어져 있게 되는 것이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아직 라비린스 키퍼들은 시공 마법 관련 지식을 내게 말해 주지 않았으니까. 내가 못알아듣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자신의 말을 이어 나 갔다. "다로프의 편지를 보고 놀랐네. 알로군." 드디어 나오는군. 문제의 핵심인, 내 저주에 관한 이야기로 바로 들어갈 셈인가.... 하지만 그가 날 도와줄 수 있을까? 솔직히 의문이 내 마음 안에서 피어오르는 걸 어 쩔 수는 없었다. "자네에게 저주가 걸려 있다는 건, 내 마법으로도 짐작이 가지 않았네. 아까 들어올 때 내 제자들이 자네를 살펴 보았는데, 엄청난 마력이 몸 안에 간직되어 있더군. 그 정도라면 아마 저주에 쉽게 걸리지 않을텐데....." ".........." 할 말이 있어야지. 라 브레이커에 대해 말하기도 그렇고.............그런데 그 순 간. "라 브레이커의 도움인가. 그 마력은." - 계속 - 후기)휴. 겨우 썼다. 정말 겨우 썼네요. 하지만 앞으로는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으. 머리야. 눈이야. 제발.......... 제대로 써야 하는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6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0 19:30 조회:178 공룡 판타지 10-169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8) 깜짝. 그걸 어떻게 알았지? 놀라는 내게, 마법사는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그 검에 대해서도 그 친구가 기술해 두었더군. 검이 이상하게 바뀌었다고. 워낙 유 명한 검이라, 그 모양은 잘 알려져 있네. 비록 직접 본 사람은 드물어도 말이지." 그, 그런가. 괜히 놀랐네. 가슴을 좀 진정시키고............. "그 검에 대해선, 나도 자세히 모르네. 물론 자네가 듣고 싶은 건 그 검에 대한 게 아니겠지. 일단 자네의 몸의 저주를 풀고 싶다는 것이지?" "네." 마법사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대답. 내가 생각해도 좀 급하긴 했다. 상대 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내뱉은 말이니. 하지만 궁정 마법사 다 운은, 이해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상당히 무례한 내 말에도 화를 내지 않았으니. 자 신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대답을 한 내 행동에도 말이다. 인정많은 마법사일까. 왜 갑자기 셀의 얼굴이 떠오르는 거야 ! 나는 내 눈을 내 목에 걸린 목걸이로 향했 다. 그녀는 지금쯤 뭐하고 있을까. 궁금하지만 지금은 그녀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 었다. 나 자신을 향해 집중할 때였다. 나는 마법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는 마법 주문을 외웠다. "###############&&&&&&&&&&&&&&&&&&& 디텍트 매직(detect magic : 마법 감지)." 그리고 눈을 감고 잠시 동작을 멈추는 마법사.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나. 물론 그가 셀을 능가하는 마법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레벨 10의 마법사인 그녀보다 마법 주문을 외우는 속도가 느렸으니까. 아마 그녀보다는 수준이 떨어지겠지. 그러나 혹시.............. 대마법사가 못 한 일을 일반 마법사가 해낼 지도 모른다. 조금은 기대했지만..... "자네에게 걸린 마법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르겠네." 으. 그런 대답을..... 예상은 했지만, 실망은 컸다.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는 점 을 감안해도 말이다. 역시 난 남자로 돌아가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던 거야. 자꾸 나 도 모르게 나오는 여성적인 행동에 은근히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다행이었 다. 왠지 모르게 실망과 안심이 복합된 행동이라고 할까. 하지만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나도 지금 현재 레벨 9를 공부하는 마법사인데, 전혀 나로선 모르는 방식이야. 게 다가......" 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묻는 마법사. "자네, 그 라 브레이커의 주인인가?" "...............예." 거짓말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니. 다로프 아저씨의 친구라는 점이, 내가 그런 말을 하게 만든 원인인지도 모른다. "음. 이상하군. 그 검은 쥬린 제국의 황제를 제외하고는, 아무와도 계약하지 않는다 고 알고 있는데....." 이 분도 잘못 알고 계시군. 나는 불꽃의 거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에게 말해주었 다. 물론 길게 말하지 않고 요점만. 이 검은 혈통으로 주인을 고르는 게 아니었다고. "그런가?" "예. 이 검은 단지, 자신이 스스로 주인을 결정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을 죽일 정도의 시험을 거쳐서 말이지. 이가 갈릴 지경으로. 내 말을 듣고 놀라 는 마법사님. 하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여태까지 내려오던 전설과는 다른데..............." "검 자신이 말한 겁니다. 틀림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하긴..............검 주인이 말한 것이니 틀림없겠지만............." 뭐야. 저 표정은. 설마, 저 마법사님도 내가 쥬린 제국의 공주님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왜 그 공주님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거야 ! 비록 공주님의 몸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다는 게 거의 틀림없긴 하지만. 한참동안 생각해보던 마법사님 은, 결국 나를 보고 말씀하셨다. "라 브레이커라..... 그런데 왜 저주에 걸렸지? 그 검이 있는 이상, 저주에 걸리기 전에 검이 지켜줄 것인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하는 마법사님. 혹시 내가 저주에 걸린 후에 계약을 맺어 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말이 되지만............... 얼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겨 있던 마법사 다운은, 결국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그리고, 내 문제에 대한 대답이 나왔다. 예상은 했지만, 왠지 모르게 표정이 안 좋다? "내 마법으로는 감지되지 않네. 디텍트 마법은 레벨에 따라 그 탐지능력이 달라지기 는 하지만, 나도 명색이 8레벨 마스터인데...... 전혀 모르겠네. 무슨 마법이 걸린 것인지....." 레벨에 따라 탐지 능력이 달라진다........ 뭐, 10레벨 마스터인 셀이 실패할 정도 면..... 이 분 실력으로는 안 될 게 당연한 거다. 물론 입 밖에 내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서, 생각만 하고 있지만.... 그런데? "그런데 자네는 별로 놀라지 않는군. 보통은 그런 경우엔 절망할 거라고 생각했는 데." "다른 마법사를 중간에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호오. 은거한 마법사를 만난 모양이군. 하긴, 그들 중에는 뛰어난 자들이 있기도 하지만....." 더 이상의 용건은 없다. 편지를 전해주는 일은 끝냈고, 이제 엘프의 마을로 가서 마 법에 대해 듣고, 해결책을 찾아봐야지.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저, 마법사님." "뭔가?" "만약 저주를 건 마법사를 안다면, 이 저주를 풀어낼 수 있을까요?" 그러자, 마법사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마디. "그렇다네. 저주를 건 당사자라면, 어떤 마법으로 저주를 걸었는지 알 테니까. 하지 만, 주의하게. 그가 그걸 미끼로 자네에게 뭘 요구할지 모르니까." "오늘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운님." 인사를 하고 나온다. 그 분도 미안한 듯이 내게 말한다. "미안하네. 알로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모처럼 친구가 한 부탁인데." 정말 다로프 아저씨가 황제의 주치의였나 보다. 이런 반응을 보니. 역시 사람은 겉 보기만으로 판단할 수 없구나. 셀도 그렇고. 아저씨도 그렇고. 다들 평범한 듯한 외 모 속에 상당한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 나는 과연 어떨까? "실망한 눈치는 안 보이네요. 레이니." "예상했잖아." 셀이 실패할 정도의 일인데, 이곳의 궁정 마법사님이 성공하는 건 무리지. 하지만 약간은 실망했다. 다만, 그 변태 마법사 제논을 만나면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걸 확인 받은 건 다행이었다. 내 마음 속으로 짐작만 하는 것과, 마법사에게 일종의 보증을 받는 것은 다르니까. 아무래도 더 안심이 된다고 할까. "그런데 이제 어디로 갈 거냐? 레이니." 저 아저씨는........ 왜 끼어들고 그래요. "아마 엘프들의 마을로 가야 할 것 같아요. 거기서 제 몸에 걸린 저주에 대해 자세 히 알아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 변태 마법사에게 가서......." 말 할 거 없다. 그냥 두들겨 패서 저주에 대해 확실히 알아내는 거다. 9레벨 마스터 라고 해도, 솔직히 셀보다는 약하겠지. 잘하면 그녀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안 되더라도 라 브레이커의 힘을 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거야. 그렇게 생 각하니 내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그럼 나가볼까요? 레이니 언니." "그렇게 하지. 레이니 아가씨." 으흐흑. 그 '언니'라든지, '아가씨'라든지 하는 말은 빼줘요. 하지만..... 할 말이 없다.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아가씨니까. 내 외모가 원망스러워. 하지만......... 나 는 마음을 바꾸었다. 이왕 궁전에 왔으니..... 그래. 나갈 때에는 궁전 구경좀 하면 서 나가자. 어차피 경비병들과 같이 나가니까 관광은 못하더라도, 들어올 때 제대로 못 본 궁전의 정원이라든지, 건물이라든지 하는 볼 거리는 많다. 아까는 옷 때문에 창피해서 제대로 본 것도 없지만, 나갈 때에는 좀 여유를 가지고 나가자. 자. 그 럼.......... 그런데..........막상 보려고 해도...........볼 게 없다. 복도라는 게.......... 그리 장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 돌로 된 복도. 그 자체였다. 하긴........ 내가 들어온 곳은 궁전 중에서도 서쪽의 변두리이고, 보통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 아 니던가. 보통 사람들의 민원을 받아주는 곳. 덤으로 시청까지 붙어 있다. 장식적인 곳은 궁전의 중앙부, 좀 더 안 쪽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멋진 정원과 거대한 홀. 그리 고 황제의 방......... 뭐야 ! 그럼 내가 온 곳은 말그대로 '평범한 건물'일 뿐이잖 아 ! 물론 구경하러 온 건 아니지만..... 그리고 금방 일이 끝나서 이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을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지만....... 누가 들으면 이상한 쪽으로 상상할 지 도 모르겠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어가던 중....... "어?" 복도를 빠져나와, 정문을 나가려는데 보인 것은, 공룡을 타고 이쪽으로 걸어오는 기 사들이었다. 저 사람들은....... "아. 어제 만난 그 아가씨 일행 아닌가?" 이런. 그 사람들이군. "수도에 오신다고 하시더니, 궁전 방문을 하시는 길이었군요. 다시 만나서 반갑습니 다." 이 사람들..........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캄프토사우루스의 등에서 일부 러 내려와서는, 나한테 손을 내민다. 인사하는 건 좋지만, 다시 올라가려면 힘들텐 데..... 그리고.... 어제 딱 한 번 만났는데 왜 이리 반가워하는거야? 내가 어리둥절 해 하는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사님들은 나한테 말을 시키려고 아우성이다. "이왕 궁전에 오셨는데, 좀 둘러보고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희들과 같이 구경이라도....." "아, 몸은 나으셨는지요. 안색이 안 좋으신데....." 그런데.... 왠지 모를 이 불안감은........ 역시 내 예감은 적중했다. "자네들 !" - 계속 - 후기)으. 이걸 쓰는데 왜 이리도 힘이 들었단 말인가..... 역시 내 머리는 쇠머리란 말인가. 그럴 리 없다고 외치며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만, 역시 글 쓰기는 보통 일이 아니군요. 쓸 때마다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큰일이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7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1 19:22 조회:174 공룡 판타지 10-170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9) 매우 화가 난 목소리. 나와 기사들은 고개를 돌려, 그 목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보았 다. "기사단장님 !" 허겁지겁 고개를 숙이는 세 명의 기사. 그 '기사단장'은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그 들의 머리를 한 방씩 후려 갈겼다. 일단 갑옷이 화려한 걸로 보아 기사단장은 맞는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갑옷을 자세히 관찰하기도 전에, 그는 기사들에게 마구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자네들은 수치심도 없나 ! 그 도적떼들을 놓친게 언제 일이라고, 벌써 이렇게 해이 한 모습을 보이는 거냐." 도적떼? 궁전에도 도적이 쳐들어오나? 누군지 몰라도 대단히 대담한 녀석들이다. 도 대체 누굴까? 나는 호기심에 져서, 경비병들에게 물어보았다. 기사단장님이 저러는 틈에.... "도대체 도적떼가 누구지요? 궁전에 잠입할 정도로 대담한 도적이 있을 리 없는데?" 하지만 경비병들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하긴..... 궁전을 지키는 그들이 지금, 기사들이 마구 두들겨맞는 이 상황에서 감히 '해이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겠지. 나 는 그들에게 묻는 것을 단념했다. 그냥 여관에 돌아가서 에이컨에게 묻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그러나..... "기사들이 체면이 있지. 고작 PK단에게 깨지냐 ! 그런 범죄자들도 못 잡 고........." 가만. PK단?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설마........ 그 녀석들은 아니겠지? 하지 만..... "저, 기사단장님. 실례지만, 혹시 그 PK단이라면 엘름이 이끄는....." 마구 기사들을 두들기던 기사단장이 나를 보며 말한다. "그 녀석들 맞네. 그런데, 자네들은 지금 수도에 온 모양이지? 며칠 전에 일어난 그 일을 모르다니." 그 녀석들이 무슨 사고를 쳤나? 이미 죽은 자들을 깨워서 물어볼 수도 없으니, 결국 기사단장님에게 질문을 해 보는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인데요?" 저런 저런. 기사들을 마구 짓밟던 기사단장님이, 간단히 말을 해 주었다. "난 이 녀석들을 재교육시켜야 하네. 바빠서 아가씨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못하는 걸 용서하게. 이만." 기사답게, 내 손을 잡고 입을 맞추는 기사단장님. 그런데...... 저...... 난데없이 숙녀 취급을 당한 나로선, 그냥 굳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거냐..... 그리고 돌아서서 기사들을 열심히 두들기는 기사단장님. 그들이 불쌍하 기는 했지만, 그건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자. 그럼..... 돌아서서 여관으로 가자. 가서 옷부터 갈아입자. 난 이런 옷 더 입을 수 없어. 난 역시 여행복 이 더 좋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무슨 일인가? 단장." 태양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는 갑옷. 큼직한 어깨 보호대. 강철로 온 몸을 보호하는 판금갑옷. 거기에 추가해서, 화려한 보석 장식으로 가득한 장검. 그리고 은빛 머리에 여성적인 얼굴. 음. 황제의 따님. 그러니까 공주님이신가? "아, 태자전하. 여기까지 어쩐 일로?" 가만. 기사단장님의 말을 듣고 판단해보자면..... 태자? 그럼........남자야? 물론 여자라고 태자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는 하지만..... 자세히 보니 분명히 남자는 남자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야 가슴이 나보다 훨씬 작으니까 알지. 음. 엉뚱한 근거로 판단을 내리고 말았군. 하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난 어서 여관으로 돌아가서..... "궁전에는 무슨 일이신가요? 아가씨." 허어어어억 ! 이런 이런. 주목 받았다. 하필이면 이 나라 최고의 권력자의 아들에 게. 이거 어쩐다? 난 이런 데는 자신이 없어. 만약 몸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내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어쩌지? 어쩌지? 당황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 나. 결국 내 꼴을 보다 못한 아르메리아가 대신 말을 한다. "저희들은 궁정 마법사 다운을 만나러 왔습니다. 이제 용무가 끝나서, 돌아가는 길 입니다." 음. 고마워. 아르메리아. 이걸로 그냥 용무가 끝나면 좋겠어. 빨리. 빨리..... 하지 만 내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 왕자가 하필이면 나한테 말을 걸어오는 거다. 또. "어디 불편하신 데가 있으신지요." 이번에도 나는 말도 못하고, 아르메리아가 대신 대답을 해 버렸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쩔쩔매냐 하며는..... 나중에 혹시 내가 나의 꿈대로 기사가 된다면, 그리고 그게 유로제국에서의 일이 된다면, 저 태자라는 사람과 또 만날지도 모른다. 그렇다 면.........그리고 그가 오늘의 일을 기억하기라도 하면.......... 그건 대망신이다. 여기서 잘못하면.... 난 죽을 때까지 '아름다운 레이니 아가씨'가 되고 말지도 모른 다. 어떻게 튀지? 차라리 PK들과 싸우는 거라면 낫다. 그냥 검을 휘두르기만 하면 되 니까. 하지만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누가 날 좀 도와줘어어어어 ! "언니는 어제 간신히 몸을 일으켰습니다." 나대신 대답해주는 그녀. 고마워. 아르메리아. 나 남자로 돌아가면 꼭 보답할게. 역 시 착해. 하지만 아직 내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태자 전하께서는.... 너무 과잉친절 을 베푸신 것이다. "아. 무슨 병이 있었나요? 그럼 들어오시죠." "그렇게까지 신세를 지지 않아도...." 하지만 그는 아르메리아의 말을 막아 버렸다. "장래에 제국을 책임질 사람으로서, 백성들에게 인자한 군주가 되라는 것이, 아버님 의 말씀이셨지요. 너무 그렇게 부담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친절하게 나올 필요는 없다니까 !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두라고 ! 미치겠 다.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매정하게 "그런 거 필요없어 !"라고 외칠 수도 없고. 그런 내 마음을 전혀 모르는지, 태자전하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자, 따라오시지요. 아가씨." 어쩌지? 이거 어쩌지? 매정하게 거절해? 그럴 입장도 아니잖아 ! 만약 이 손을 거부 하면 친절로 대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데.... 무슨 핑계로 이 자리를 빠져 나간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하얗게 변해있고, 말그대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 다. 왜 다른 생각은 다 나는데 이 위기를 모면할 방법은 생각나지 않는거야 ! '예쁘다 !' 궁전에서 수많은 미인들을 봐왔지만, 저렇게 아름다운 소녀를 본 기억은 없었다. 누 군가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저 가련한 소녀의 모습. 그녀는 지금 누군가의 도움을 필 요로 하고 있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도, 나중에 황제가 되고 나서 백성들을 보 살피는데 필요한 마음가짐 ! 더군다니 우리 유로 제국은 저 동쪽의 쥬린 제국처럼 폭 군 황제를 지향하는 게 아니므로. 기사중의 기사가 되어야 할 내가, 어찌 저 가련한 아가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수 있으랴.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 녀는 수줍은 듯이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 무척 귀엽다. "!" 순간적인 느낌. 내 손을 잡은 남자의 마음이 내게 비추어졌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 났는지는 모른다. 내가 아직 정신 관련 마법을 익히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아르메리아와 가끔씩 말없는 대화 를 해서, 정신 마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익숙해 진 탓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마음을 본 게 아니라 그의 얼굴, 그리고 그의 눈을 보고 알아챈 것일까. 오늘 여기 오면서 계속 치한에게 시달린 나는, 그만 순간적으로 반응해 버렸다. 그것은..... 부웅. 손목을 비틀어 꺾는다. 그리고 몸을 돌리고 손목을 잡은채로 그대로 상대를 땅바닥 에 메친다. 덤으로 머리에 발차기 일격을 선사한다. 가만. 이건 치한들을 상대할 때 와 거의 다를 바 없는 행동순서가 아닌가? 쾅. 와당탕. 유로 제국의 태자전하께서 나한테 날아가 버렸다. 순식간에. 본의는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동작이 나와버렸다. 그나마 마지막의 발차기 일격은 어떻게 멈추었지만, 내던지는 동작까지 멈추지는 못했고, 결국 태자전하는 볼품없이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앗 !" 나도 모르게 나온 동작. 그리고 그 결과는..... "이, 무례한 계집애 !" 순간적으로 검을 뽑는 기사들. 하지만 그걸 보자마자 내 몸은 저절로 움직였다. 치 매 사부의 시달림과, 한 달 동안의 특이한 경험 덕분에, 내 몸은 내 생각보다 더 빨 리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쾅. 와지끈. 쿵탕. 세 명의 기사님들은 유감스럽게도,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아까 내가 내던진 태자전 하와 비슷한 자세로. 자세라고 해도 별로 대단한 건 아니다. 그냥, 팔다리 다 뻗고, 머리를 하늘로 향한 채, 눈동자가 빙글빙글 도는 정도다. "어.... 어......" "언니 !" "아....." "이럴수가....." 기가 막혀서 덤빌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경비병들. 그리고 태자전하 에게 달려가서 몸을 일으키고 상태를 확인하는 기사단장님. 그런데 이 사람들 기사 맞나? 아직 견습생인 나한테 이렇게 비참하게 깨지다니. 그것도 검을 뽑아든 분들께 서..... "!" 노기를 띄우고 날 노려보는 기사단장님. - 계속 - 후기)일이 이상하게 되어 간다..... 그러니까 좀 성실하게 열심히 써야 하는데..... 이번엔 진짜 대형 사고가 난 거 아닐까요? (이렇게까지 주인공을 괴롭히는 작가가 있 었던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7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2 19:20 조회:139 공룡 판타지 10-171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10) "이........태자전하의 호의를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 ! 더군다니 태자전하의 옥체에 상처까지.... 용서할 수 없다 ! 널 체포......." 저런 말이 나올 줄 알았어. 이제 어쩐다? 꼼짝없이 감옥행인가? 그리고 평생토록 감 옥 속에서 한 줌도 안 되는 음식을 받아 먹으며 햇빛을 그리워하다가........ 음. 망 상은 나중에 하자. 일단 튀는 게 우선이다. 기사단장님에겐 미안하지만 도망 을.......... 가만. 도망가면 영원히 난 수배자가 되는 거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어 떤 행동을 할지, 짧은 시간에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그만해요. 단장. 명색이 기사이면서 소녀에게 내던져진 나도, 잘난 거 없으니." 상당히 창피한 꼴을 당했지만, 그래도 일국의 태자전하답게, 체면을 유지하려고 애 쓰는 태자님. 고마워요. 이걸로 난 사는 건가? 그런데..... 어쩌지? 그래. 일단 사과 하는 거야. 나는 재빨리 허리를 굽히고, 사과의 말을 했다. "죄송해요. 요즘 안 좋은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바람에..... 그 PK단만 안 만났어 도....." 미안하다. PK단 친구들. 하지만 너희들을 만나서 신경이 곤두선 것도 아마 원인 중 하나일거다. 물론 체서들이나 공룡들, 그리고 셀 누님도 한몫했지만, 가장 가까운 시 기에 날 골탕먹인 건 너희들이니, 이름 좀 써먹어야겠다. "PK단?" 그런데......... 태자님과 기사단장님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순식간에 내 게 다가서는 두 사람의 얼굴. 무, 무서워. 난 남자지만, 지금은 여자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여자에게 그렇게 가까이 다가와도 되는 거야? 간신히 두 사람을 집어던지고 싶은 욕망을 억누를 수 있었다. "아가씨가 그들을 만났나요?" "그들이 지금 어디있는지 아나?" 질문이 둘이군. 하지만 대답은 하나로 할 수 있겠다. "제가 그들을 마지막으로 본 건, 비케이션 시 근교의 동쪽 숲인데요." "좀더 자세히 !" 기사단장님..... 그렇게 가까운 데서 말씀하시니까 마치 공룡의 숨결같은 무시무시 한 느낌이..... 뭐 그건 넘어가고 요점만 간단히 하자. "제가 그들을 본 건, 비케이션 시가 처음이고, 그곳에서 나와 수도에 오는 도중에 그 도시의 동쪽 숲에서 다시 한 번 그들을 만났는데요. 그게 4월 9일의 일이었으니 까....." 뒤로 돌아서서 기사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기사단장님. "야 ! 이놈들아 ! 당장 안 일어나? PK단의 위치를 알아냈다. 당장 일어나서 준비해 !" 저렇게 걷어차도 되는 건가.... 장래 희망을 기사에서 다른 직종으로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왜 태자전하께옵서는 내 얼굴을 아직도 들여다보고 계시옵나이까. "그런데, 어떻게 살아남았지요? 그들은 악명높은 도적떼로, 아가씨같은 소녀들에게 예의바른 행동을 할 줄 모르는 자들인데. 어디 다치신 데라도....." "피로가 쌓여서 누운 걸 제외하곤 없는데요. 그렇게 걱정하실 건 없어요." "얼마나 무서웠을까.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저..............전 고생한 거 없는데요." "아닙니다.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마 많은 동료들을 잃고, 단지 세 분만이 살아남으신 것 같군요. 곧 토벌대를 보내서 그들의 목을 아가씨에게 바치겠습 니다." "저..........그럴 거 없을 것 같은데요." "?" 그 말이 나오자마자 나를 쳐다보는 태자전하, 기사단장, 기사들, 그리고 경비병들. 그리고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들. 왜 몰려온 거야 ! 구경거리 난 줄 알아 ! 하지만 저 궁금해하는 눈빛을 보니, 대답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오늘 쯤이면 비케이 션 시에서 온 여행자들이 이곳에 도착할 시점이기도 하고. 어차피 알려진다면.... 말 하지 뭐. "PK단은 여섯 명 중에 네 명이 죽었고, 둘은 달아났는데요." "오오 !" 놀란 듯이 날 바라보는 태자전하. 그리고 날 둘러싼 모든 사람들. 그들의 눈빛이 일 제히 '누가 그 놈들을 죽였느냐.' 는 질문을 담고 내게 날아온다. 이거.... 어쩌지? 사실을 고백하기엔 왠지 쑥스러운데..... "도대체 누가 그 놈들을?" "얼마나 훌륭한 기사님일까?" "그 악의 무리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린 분이 누구신지?" "아가씨. 혹시 그 분의 성함을 알고 계세요?" 뭐야. 이거. 차라리 눈빛만으로 재촉하란 말이야 ! 이러니까 더 대답할 수가 없잖아 ! 얼굴만 빨개져서 고개를 숙인다. 으. 도저히 나라고 대답할 수 없..... "레이니 언니가 네 명을 처치했는데요." 약간의 미소를 머금고,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그녀. 아르메리아. 헉 ! 그런 걸 말하면 어떡해 ! 부끄러운 일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악당들 중 생존한 두 명의 보 복이 두려워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두려운 이유는..... "아니 !" "어떻게 !" "혹시 증거라도?" "정말 아가씨가?" 그만 ! 그만 ! 당황해서 아니라고 부인하려는 내 소망은 무참히 깨졌다. 아르메리아 가 이상한 막대기를 꺼내든 것이다. 그리고 한 마디. "이것이 PK일당의 일원인 레진이 소중히 하던 물건인데요." 기사들이 그것을 알아보고는 환성을 질렀다. "저건 레진 그 놈이 가지고 다니던 총?" "정말이다 !" "난 저거 본 적이 있어. 그 가증스러운 놈의 물건이야 ! 놈이 애지중지하던 !" "와아아아아." 사람들의 환호성. 그리고 몰려오는 군중. 이거.... 큰일이다. 밟혀죽겠다. "와아아아아. 레이니 아가씨 만세 !" 누, 누구야 ! 이것으로 난 평생토록 유로제국의 기사가 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이름이 알려지고 나면, 나중에 저주가 풀리더라도 그 이야기를 비밀로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창피해서 더 상상 못하겠다. 군중들의 환호 성이 궁전 서문을 뒤흔들었다. 마치 공룡들이 행진하는 것처럼. "................" 망했다. 망했어. 난 결국 태자전하의 초대를 받고 궁성에 머무르는 몸이 되고 말았 다. 물론 최단시일내에 여행을 핑계로 빠져나갈 테지만. 어쨌든 오늘밤 연회에 참석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 PK단을 무찌른 소녀 용사로서. 그리고 그것 은..... "내가 왜 저런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거냔 말이야아아아아." 그게 문제라고. 이젠 난 망했다. 망했어. 저런 걸 입고 오늘 하룻밤을 시달릴 생각 을 하니..... 유로 제국이 그렇게까지 신분을 따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 오히려 부 담스러웠다. 사라다 제국같으면 여자는 무조건 집안에만 있어야 하고, 외출시에는 두 꺼운 베일을 써야 하지만. 물론 그래서 그곳은 폐쇄적이고, 발전이 정체되어 있어서 지금은 인구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적어도 이렇게 시달리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건 사는 게 아니지. 적어도 사는 거라면, 가끔씩 파티도 하고. 축제도 즐기고. 자유롭게 사는 게 좋은 것이지. 그런데 ! "오늘 어쩌지? 난 궁중에서 추는 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사실은, 아예 도망치고 싶었다. 난 죽어도 우아한 댄스는 못 춰 ! 내가 왜 수줍은 소녀가 되어서 여기 앉아 있어야 하는거야 ! 더욱 큰 일인 것은, 비케이션 시에 돌아 간 알베르트가 내가 뭘 했는지, 내가 어떻게 PK일당을 처치했는지 다 말해버린 것이 다. 어떻게 아냐고? 오늘 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내 이름을 다 불어버렸으니까 알 지. 으. 어제 그 궁정마법사를 만나고, 곧바로 튀었어야 하는데. 아프지만 않았어 도..... 하긴 내가 9일에 그들을 처치하고 11일 저녁에 도착했으니까..... 그리고 두 도시의 거리가 약 160km니까...... 보통 사람들은 4일 정도 걸리는 여정이다. 그걸 보면, 확실히 내 다리는 빠르다. 그러나. 10일에 비케이션 시에서 사람들이 출발했다 고 해도, 어제 저녁에는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내가 머뭇거 린 대가는..... "그 아가씨를 오늘 연회에서 보고 싶네." 비케이션 시에서 온 전령들의 보고를 받은 황제가 그런 어명을 내린 거다. 도리있 나. 연회에 나가야지. 으흐흑. "레이니 언니. 춤추는 거 그렇게 어려운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저녁이랬지? 그때까지 난 이 거대한 궁전의 방 안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어야 하는 거야? 왜 내가.... 일단 점심부터 먹자고 ! 원래는 지금이 딱 그 시간인데.... 흑흑흑.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거야. 비록 방은 화려하지만, 결국 이건 감옥 아냐 ! 난 이런 거 싫어 ! "그냥 침착하게 있어라. 무슨 아가씨가 그렇게 벌벌 떠냐." 놀리는 것도 이제 재미붙이셨나요. 부스트 아저씨. 내가 부스트에게 반격을 하려는 순간,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기사단장님?" "그러니까, 제 실력을 태자전하께서 보고 싶으시다는 건가요?" "그렇다네. 그래서 아가씨와 기사들의 시합을 주선했네. 아까 아가씨한테 나가떨어 진 기사들이, 명예회복을 한다고 벼르고 있어서." 알만하군. 세 명이 한 명에게 나가떨어지는 건, 아무래도 꼴사납기는 하지. 기사단 장이 웃으며 한마디를 덛붙인다. "아가씨가 이기길 바라네. 그 녀석들, 실력은 있어도 좀 우쭐거리고 여자들 따라다 니기 좋아해서 걱정인데. 아. 아가씨한테는 말할 게 아니군. 미안하네." - 계속 - 후기)흐흐흐흐흐. 드디어 레이니 양의 드레스 차림이다. 드레스 차림이다. 드레스 차 림이다아 ! 하하하하하. 제가 열심히 펼치는 마법 이론은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은 그걸 강의할 필요 가 없네요. 흐흐흐. 이렇게 레이니를 괴롭히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싸울 때를 제 외하고는 많이 강의하지 않을 겁니다. 흐흐흐흐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7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3 19:48 조회:147 공룡 판타지 10-172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11) 그러니까, 사실은 내가 그 PK단을 무찔렀는지 의심쩍으니까, 실력을 보고 확인하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데..... 지금 내 기분이 안 좋으니까 그렇게 생각되는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따분하게 앉아만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뭐, 그렇게 하지. 나 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무엇보다도, 밤의 연회장에서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상상 하며 공포에 떠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레이니. 그 검은 사용하지 말아요.' 나도 알아. 공연히 그 고물 마법검을 쓰다가 이 검이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라는 걸 들키면 일이 커져. 전 세계의 도적들이 날 찾아서 이곳으로 달려올 테니까. 일부 러 주의를 끌 필요는 없다고. "와아. 크다." 궁전의 동쪽에 세워진 기사들의 훈련장. 정말 크다. 적어도 직경 100m는 될 법한 원 형 경기장. 그리고 그 주위에 세워진 관중석. 수도에서 무슨 경기가 있을 때 사용하 기도 하는 곳이라서 그런가? 하긴 경기래봐야 공룡과 싸우는 검투사들이 축제때에 나 오는 거지만. 그러고 보니 그건 엄청난 볼거리라고 들었다. 지금은 축제의 날이 아니 므로 구경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 정말 기사 견습생들이 많긴 많구나. 열심히 달리고, 검을 휘두르고..... 이런 장면을 예상했는데..... 왜 내 얼굴을 쳐다보느라 난리들이야 ! 심지어 여기사들까지 ! 내가 그렇게 못 생겼다는 건가? 어차피 내 얼굴 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이 얼굴에 자신이 있었는데..... 흑. "저 아가씨가 PK단 네 명을 처치한 그 사람이야?" "그렇대." "겉보기에는 정말 약해보이는데?" "그러게. 하지만 정말 고수인 사람은 겉보기만으로 알 수 없대잖아." "그렇지만, 저 아가씨는 아무리봐도 검사로는 보이지 않아." "맞아. 맞아." "귀족집 아가씨같은데? 검을 들 사람이라기엔....." 다 들린다. 다 들려. 작은 소리로 속닥거린다고 해서, 내가 모를 줄 아냐. 결론은, 내가 그들을 죽인 걸 믿지 못한다는 거 아냐. 그런데 그 다음에 들려온 말이 더 걸작 이었다. "음. 너도 한 번 저 아가씨와 검을 겨루어 보는 건 어때? 딱 네 스타일이잖아." "아니. 아니. 난 연회장에서 저 아가씨와 춤을 출 생각이야." 잊어버리고 싶은 걸 다시 생각나게 하다니..... 어쨌든 나는 아르메리아, 부스트씨 와 같이 그들 앞으로 걸어갔다. 자. 기사단장님. 소개나 해주세요...... 가만. 내 앞 에 있는 사람한테 인사를 먼저 해야 하는건가? 어쨌든 태자전하니까. "안녕하세요?" 무식하면 용감하다. 어차피 이미 망가진 이미지, 일부러 예의바른 소녀로 행세할 필 요는 없다. 어차피 내일이면 수도를 떠날 테니까. 그리고, 아마 다시는 유로 제국의 수도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흑. 너무 이름이 알려지고 말았어. 이젠 어떡해. 그 러니, 당분간 내 이름을 잊을 때까지는 오지 말아야지. "아가씨를 만나 영광입니다." 의젓하게 내 손에 키스하는 태자전하. 으.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손이 떨 린다. 덜덜덜덜. 당장 내 손을 뒤로 빼내고 싶은 생각을 억누르느라 이를 악물었다. "엘프 아가씨, 이 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음. 나보다는 침착하게 인사를 받는군. 아르메리아. 하지만 그녀, 손에 키스하는 인 사법에 별로 당황하지 않네? 나보다 훨씬 숙녀답다. 하긴 진짜 여자니까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반갑습니다. 부스트씨." "만나서 영광입니다. 태자전하." 부스트 아저씨에겐 그냥 말만 하고 마는 태자전하. 이것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라는 것인가. 뭐 그건 그런 것이고, 이제 나와 시합을 할 기사들을 볼 차례다. "아가씨와 시합할 기사, 그록이네." 아까 나한테 나가떨어진 분들중 가장 덩치가 큰 분이군. 키가 2미터는 되겠다. 그 덩치도 만만치 않고. '음. 정말 소녀답군.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순수해.' 내가 그녀의 손에 키스할 때, 그녀는 손을 떨었다. 보호해주고 싶은 자그마한 아이. 그런 인상이었다. 처음에 날 날려버릴 때의 거친 모습은, 사실은 자신의 약함을 숨기 기 위한 것이었을까. 자신을 숨기고 내게 접근하는 소녀들은 많았지만, 자신의 여성 스러움을 일부러 숨기려는 소녀는 처음이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 정말 오랜만에 보는 진정한 아가씨야.' 다들 내 앞에서는 결점을 숨기고 장점만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일부러 단점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그녀는 나에겐 별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날 피하고 있다. 내가 그녀의 손에 키스를 하고 다가가자, 그 녀는 조심스럽게 그 옆의 엘프소녀의 뒤로 물러났다. 그녀에게 인사를 하라는 뜻일 것이다. 참 예의도 바르고 다른 사람을 신경써줄 줄 아는 착한 여자야. '그녀가 괜찮을까? 그록의 힘은 대단한데.' 지금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시합이니까, 죽이지는 않는다. 그러니 나는 그 녀의 검술을 보고 있자. '잘 싸우기 바랍니다. 레이니 양.' 한 사람만 응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말로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고, 단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어. 언니한테 저 사람이 품은 감정은.....' 부스트씨가 들으면 실소하겠군. 하긴 그 사람도 저 비슷한 감정을 언니에게 품은 적 이 있었지. 하지만 사실을 안다면..... '언니 생각대로 내일 당장 떠나야겠어. 잘못하면 저 사람에게 상처를 줄거야.' 어차피 일국의 태자니까 여자들은 많다. 그녀들 중에서 한 사람을 택할 수 있는 신 분인 이상, 굳이 언니가 여기 있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럴 입장이 아니다. '일단 엘프 마을로 가서 저주를 푸는 법을 장로님께 여쭈어본 후에.....' 그 다음은 그 제논이라는 마법사와 싸우는 것이겠지. 하지만 솔직히 불안하다. 그 마법사 자체는 어떻게 이길 수 있을 지 몰라도, 어떤 방식으로 언니를 여자로 만든 것인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나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다. '일단은 마을에 가는 게 먼저겠지. 일단은.....' 그동안 여행이 안전하길 바랄 수밖에. 체서들은 요즘 잠잠하지만, 그 PK일당의 잔당 인 엘름과 룸이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모르므로. 상당히 피곤한 여행이 될 것 같다. '언니가 긴장이 풀린 것 같아 걱정이야.' 그렇지 않다면 왜 기절하겠는가. 솔직히 그녀가 쓰러진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도,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요인이었다. 만약의 경우, 나 자신과 부스트씨만이 언니를 지킬 수 있다. 물론 라 브레이커가 있기는 해도, 그 검이 과연 언니를 잘 지 킬 것인지. 워낙 변덕스러운 검이라서. 그리고 그 검이 언니를 지킨다고 해도, 지난 번처럼. 라이다를 태워 죽일 때처럼. 언니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있 을지. 나로선 걱정거리가 많았다. '그래.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어차피 내일이나 모래쯤이면 세이브도 다 나을 시점이다. 그녀가 합류한다면, 그리 고 그 마법사가 만약 우리 일행에 합류한다면..... 걱정 안해도 되겠지. 그 광기의 마법사, 셀의 말로는 그때쯤 그녀가 수리를 끝낸다고 했다. 그럼..... 언니에겐 안 된 일이지만, 그동안은 수도에서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그 목걸이에 우리의 위치를 전송하는 마법이 걸려있으니 안심하고 떠나도 되는 것일까? '뭐, 안 되면 내가 정신 마법으로 연락해보는 거지.' 나는 언니가 시합용 칼을 집어드는 것을 보았다. 언니. 너무 무리하지는 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두 손을 가슴 부근에서 맞잡고 있었다. "기사 그록과 레이니 양의 검술 시합을 시작합니다." 기사단장님의 시합시작 선언. 나와 그록은 평범한 옷차림으로 검을 상대에게 겨누었 다. 물론 날이 선 검은 아니다. 연습용 검으로, 날이 서지 않은 쇳덩어리다. 그러나, 쇠는 쇠. 맞으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아까의 빚을 갚아드리겠습니다. 아가씨." 그러고 보니 상당히 험하게 던지긴 했어. 하지만 자신의 빚만 갚는다는 건 아닌 듯 하다. 그의 뒤에서 응원하는 두 사람은..... 아까 내가 던진 그 사람들이군. 하긴 좀 억울하기는 할거야. 잘못한 거라면 단지, 자신들이 지키는 태자전하를 집어던진 무례 한 여자를 막으려고 한 것 뿐인데..... 하지만 지금은 검술 시합이다. 일단 이기고 봐야지. 뭐, 대충 싸워서 지는 것도 좋지만, 어차피 내 실력은 들킨 것이고. 그러니 일단 이기는 게 낫다. 빨리 이기고 끝내야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그리 나쁜 건 아니지 않은가. 드레스에 대한 공포심으로 덜덜 떨면서 시간 보내는 것보다는 낫다 고. 나는 그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을 그의 가슴으로 뻗었다. "엇 !" 그가 자신의 장검을 휘둘러 내 검을 막는다. 그런데 동작이 왜 이리 느려? 일부러 봐주는 건가? 나는 그의 가슴으로 찔러들어가던 검을 회수했다. 장난치는 거야? 저 사람. 그래. 기사는 기사 견습생인 여자한테는 전력으로 검을 휘두르지 않는다는 거 지? 약간 기분이 나빠진다. "왜 검을 멈추었지?" "왜 검을 일부러 느리게 휘두르는 거지요?" - 계속 - 후기)레이니양. 현실을 피하지 마. 어차피 드레스 입게 되어 있어. 흐흐흐흐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7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4 09:57 조회:130 공룡 판타지 10-173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12) "?" "?" 나도 그록도, 놀라서 잠시 검을 물리고는 서 있었다. 검을 일부러 느리게 휘두른 게 아니었나? 하지만 난 아직 그리 대단한 실력을 가진 검사가 아닌데? 내가 실력자라서 그의 검을 느리게 생각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어, 어떻게?' 나로선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검을 수련한 지 어언 20년. 내 검사로서의 기량은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직 20세도 되지 않은 어린 소녀의 기량이 나 보다 뛰어나다니. 아까 그녀가 나를 내던질 때는 내가 방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 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나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지고 있 었던 것이다. '말도 안 돼. 보통 20세 이전의 여자가 검술의 달인이 되는 게 있을 수 있는 건가?' 상식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힘이 약하다. 더군다나, 지금 든 검은 훈련용 검으로, 보통 장검보다 2배는 무거운 검이다. 그런데 그런 검을 들고도 나보다 빨리 움직여? 그게 말이 되는가? 게다가,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그녀의 표정은 전혀 검이 무겁다 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저 여자는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럼, 상대도 그녀의 의외의 괴력에 밀려 나가떨어진 건가? 하지만 그 PK일당들은 일행 하나하나가 우리 기사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자들이었는데? 어째서? 그럼 저 여자는 보통 기사들을 뛰어넘는 실력의 소유자인가? '믿을 수 없어. 이건 우연일거야.' 물론 내 마음 속에선 그게 우연이 아니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검을 내던지고 패배를 시인할 생각이 없었다. 일단 검을 휘둘러봐야 시인하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닌가. '그래. 한 번 더 해보자. 지금 이 순간이라면.' 그녀가 검을 내린 동안에 공격하는 것은 비겁하지만, 만약 상대가 정말로 검술의 달 인이라면..... 시도할 가치는 있었다. 이걸 막아낸다면, 그녀는 확실히 보통 검사가 아니리라. "이야압 !" 기합을 넣으며 가장 기본적인 기술, 찌르기를 시도했다. 검을 내린 상태에서 그 검 을 끌어올리며 레이니의 가슴과 배 사이를 향해 검끝이 날아갔다. 부웅. 뭐야. 아직도 느리게 움직이시네. 나는 그 검을 튕겨내려고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챙 ! 검과 검이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 그리고 상대의 검 안에 담긴 엄청난 힘. 뒤로 밀 리는 내 몸. 한 발자국 물러서면서 힘을 줄이지 않았으면 나는 검을 놓쳤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검을 놓친다면, 그것은 그대로 패배가 아닌가. 게다가, 검과 검이 부딪 치는 상황에서 검을 놓친다는 것은.... 목숨이 날아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의 힘은 막강했다. 내 검을 튕겨낸 그의 검이 그대로 내 몸을 향해 날아 온다. '이런. 아무래도 느려.' 그의 검에 튕겨난 검을 다시 움직여 막으려면..... 아무래도 속도가 부족하다. 순간 적으로 내 몸이 꿰뚫리는 모습이 내 눈에 비쳤다. '그건 안 돼.' 약간 치사하지만..... 내 몸의 마력이 활성화되면서 붕괴되었다. 특히 내 다리 쪽의 마력이. 그와 함께 생성된 힘이 내 오른쪽 다리를 축으로 해서 내 몸을 회전시켰다. 내 몸이 본능적으로 숙여지면서 그록의 검을 피한다. 그리고 몸이 빙그르르 돌면서 내 검이 그의 다리를 베어들어간다. 그의 힘에 의해 밀려나는 내 몸을 회전시키며, 마력에 의해 생성된 힘을 보태어 몸을 돌린 결과였다. 갑자기 낮은 자세로 변화하는 내 대응에 당황한 그록은 내 검을 피하려고 했지만..... 멈칫. 내 검이 그의 다리를 강타했다면, 그는 분명히 두 다리가 부러졌으리라. 하지만 그 럴 생각은 없었다. 이건 시합이지 목숨을 건 싸움이 아니니까. 이걸로 족하겠지. 나 는 검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검을 다시 내렸다. 땅바닥을 향해서. '조금만 대응이 늦었어도.....' 내 몸이 나도 모르게,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여서 그의 다리를 베어들어갔다. 내가 생각을 해서 움직인 것도 같지만, 내 생각이 구체적으로 정리되기 전에, 내 몸이 움 직였다. 그동안 치매 사부가 날 두들겨 팬 결과가 이것인가? 하지만 내가 차분히 생 각할 틈은 없었다. "레이니 양의 승리입니다." 그 말씀이 기사단장님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환성을 지른 것이다. "대, 대단해." "역시 PK단을 무찌른 여기사답군." 여, 여기사 ! 그 '여'자는 좀 떼어줄 수 없나? 하지만 그 다음의 말이 더 걸작이었 다. "움직임이 대단해. 마치 춤추는 것 같았어." "저녁 연회장에서 춤 신청, 꼭 해야지. 받아주실 건가요? 아가씨." "에......." 이럴 때 대답을 어떻게 하지, 누군지 모르는 기사가 내게 춤신청을 하려고 다가온 다. 어쩌지? 어쩌지? 당황하는 내 앞에서 정식으로 무릎을 꿇고, 내게 말하려는 기 사. "제 춤신청을 받아주시겠습니까?" "아, 저, 그...." "춤 신청은 저녁 연회장에서 하게." 태자전하의 말씀이, 이 상황에서 날 구해주었다. 그러나.... 저, 저녁 ! 까맣게 잊 고 있었다 ! 그럼 난 꼼짝없이 드레스를 입고 연회장에서 춤을 추어야 한단 말인가?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 팍 쓰러지고 싶어..... 하지만 불행히도, 몸은 날 배신 하고 말았다. 전혀 쓰러질 기미가 안 보이잖아 ! "어, 어쩌지? 어쩌지? 아르메리아. 무슨 묘안 없어? 나 어떡해?" 다시 대기실. 꼼짝없이 드레스를 입고 연회에 참가해야 하는 고역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제 어쩌지? 오늘은 정말 최악의 날이다. 여관에서 나올 때부터 걱 정을 했는데..... 일났다. 일났어. 왜 이렇게 오늘은 긴 거야 ! 차라리 브라키오사우 루스의 목에 매달려 하루종일 휘둘려지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언니. 그냥 드레스 입어요. 어차피 이번 뿐이잖아요." 하긴, 내일쯤이면 튈 수 있으니까. "아르메리아. 차라리 지금 도망갈까?" 한심한 의견이지만, 솔직히 그러고 싶다. 그러나. "안 돼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도 아닌데, 굳이 황제의 말을 거역할 건 없잖아요. 게다가 그가 우리에게 나쁜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건 그렇다. 순전히 내가 그 PK일당들을 쓰러뜨린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연회에 초대한 거니까. 그러나 ! 나중에 내가 남자로 돌아오고 나면.... 오늘의 일은 단지 재미있는 추억이 될까? 아니면 평생의 수치가 될가? 아무래도 후자쪽일 듯 한데..... "레이니 양. 그냥 드레스 입어. 평소에 남자들을 홀리게 한 벌이라고 생각하고." 부스트씨. 그런 말씀을. 저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왜 갑자기 악마의 미소라고 생각 된 것일까. 아주 정확한 추측일지도 몰라. "으. 하지만..... 난....." 그러나. 운명의 시간은 어느새 다가오고 말았다. 드디어 저녁시간. 4월 14일 밤의 악몽은 시작되었다. "레이니 양. 드레스 가져왔습니다." "와. 아름답네요. 언니." "대단해. 오늘 밤 수많은 남자들을 울리겠군." ".............." "특별히 태자전하와 황후님께서 하사하신 의상입니다. 입는 걸 도와드리지요." 으. 그렇게까지 말하면 안 입을 수도 없잖아. 흑흑흑. 결국, 눈물을 머금고 나는 옷 을 갈아입어야 했다. 가만. 가만. 아르메리아는? "아르메리아는? 옷 안 갈아입어?" "저도 갈아입어야지요. 그런데 부스트씨는?" "난 별로 입을 만한 옷도 없어. 어차피 연회의 주인공은 여성분들이잖아." 하긴, 여자들이 옷을 화려하게 입는다는 건 봤어도, 남자들이 그런다는 건 못 봤다. 그저, 여자들을 빛내주는 역할을 하려고 수수한 옷만 입고 나오지. 그런데.... 약간 억울해. 아니, 아주 억울해 ! 왜 같은 남자인데 부스트씨는 태평이고, 나는 이런 수 난을 겪어야 하는거야 ! 단지 PK라는 악당들을 물리쳤다는 이유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다니. 이 세상에 정의는 없는 거란 말인가. "아아아아악 !" 비명지를 권리도 없는 불쌍한 내 신세..... "와.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 "태자전하께서 곧 오실 겁니다. 잠시 후에 뵙도록 하세요." 으흐흐흑. 시녀들이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아르메리아도 그리 기분나쁜 표정은 아니다. 부스트씨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난 아니다. "으흐흑." 맘대로 울지도 못하는 내 신세여. - 계속 - 후기)흐흐흐흐흐. 드디어 내일은 레이니의 드레스 차림을 공개하는군요. 그런데..... 그 말은 레이니의 드레스를 디자인해야 한다는 뜻? 주, 죽었다. 역시 그녀를 골탕먹 이려면 나도 고생을 해야 하는구나.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7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5 20:12 조회:308 공룡 판타지 10-174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13) 내 옷에 대해선 생각하기도 싫다. 차라리 아르메리아의 옷이나 보는 게 낫겠다. 나 는 그녀의 옷을 바라보았다. 어디 보자. 우선, 아르메리아의 옷은 전반적으로 연한 초록색 계통이다. 그녀의 몸이 좀 마르다 는 걸 감안해서, 드레스가 상당히 크다. 아, 전반적으로 큰 게 아니라 그녀의 치마가 말이다. 하긴, 엘프니까 좀 마르긴 했지. 여자들로선 그녀의 마른 몸매를 보고 부러 워하겠지만. 어쨌든 적당한 몸매가 아닌가.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오고. 부스트씨는..... 별로 갈아입은 티도 안 난다. 말그대로.... 그냥 검은색 옷이잖아. 저 단순한 셔츠와 바지를 보면, 아무리봐도 연회장에 갈 사람이 아니다. 도대체 저게 무슨 연회복이냐 ! 갑자기 그를 노려보고 싶다. 그리고 나는......... 잊자. 잊어.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프다. 어차피 옷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내가 아니냐. "태자전하이십니다." "황후님이십니다." 으. 내게 이 드레스를 보내준 두 사람이군. 어쨌든 그들은 호의로 한 것이니, 인사 는 해야지. 하긴 오늘 하루만 입고 버릴 옷인데. 뭐. 다시 입을 일은 아마 없을 것이 다. 내가 미쳤냐 ! 이런 옷을 또 입게. "안녕하세요." 극도로 멋없는 인사. 난 역시 이런 데는 안 맞아. 도리 있냐. 그렇다고 해서 아르메 리아처럼, "호의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의 만남이 서로에게 행복이 되기 를." 이렇게 우아한 인사를 할 수가 있어야지. "아가씨가 그 여기사인가요?" 헉 ! 그 '여'라는 글자는 빼줘요. 하지만 대답은 해야지. "전 아직 기사도 되지 못한 일개 견습생일 뿐입니다. 황후마마." 휴우. 일단 첫 고비는 넘었다. 빨리 끝나라. 빨리. 더 이상 얌전히 서서 고개를 숙 인채, 내 치마를 잡고 있는 건 고문이다. "실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가씨가 바로 PK일당을 물리쳤나요?" "그렇습니다. 저 혼자 한 일은 아니지만." 정말이다. 나 혼자 한 건가. 라 브레이커와 아르메리아의 도움으로 이룬 일이지. 원 래는 부스트씨도 포함시켜야 하지만, 아까 '악마의 미소'를 지었기 때문에 분풀이로 제외했다. 음. 인간이 이렇게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해도, 정말 장하네요. 이런 가냘픈 몸으로...." 헉 ! 왜 내 어깨를 만지는 거야 ! 그만해요. 그만 끝내고 연회장으로 가세요. 난 이 렇게 오랫동안 얌전 빼는 짓 못해요 ! 빨리 ! 빨리 ! 내 몸이 슬슬 한계에 다가가는 느낌이다. 얌전빼는 것도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다. 어서 ! 어서 ! 그리 고, 내 소망은 이루어졌다. "아름답군요. 연회장에서 만나요. 레이니 양." 마지막 말은 부드러웠다. 그리고, 황후 일행이 사라지자, 태자 일행이 내게 다가왔 다. 약간은 긴장감이 풀어졌지만, 그래도 역시 완전한 해방은 아니다. 되도록 빨리 끝내길. "자. 연회장으로 모시고 가지요. 아가씨. 손을." 헉 ! 그러니까 연회장으로 같이 간다는 거야? 잠시 숨 돌릴 시간이라도 좀 주라고 ! 내 표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결코 좋은 표정은 아니었을 거라고 확 신한다.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태자의 손을 잡았다. 의외로 부드럽고 따 뜻했다. 하지만 내가 가는 장소를 생각해보면, 별로 기분좋지는 않다. "가시지요." 뭘 가라고 ! 생각같아선 오전에 한 것처럼 그냥 집어던지고 싶다. 과잉친절덕에, 나 만 죽어나는 거다. 이 위기를 어쩐다. 하지만 내가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설마 죽기야 하겠냐.'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나은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 아무 할 말 없다. 내가 이 연회장에 대해 할 말이란, 단지 크다는 것 뿐이다. 이 연 회장 - 정식 이름은 물의 방 - 에 대해 나같은 무식한 녀석이 뭘 더 말하겠나. 그냥 안에는 분수가 가득하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물에 사람들의 얼굴이 비추어져서 아름 다운 자태를 더욱 빛나게 한다는 정도밖에 없다. 이 홀의 천장 높이가 80m든, 이 홀 의 좌우 폭이 40m든, 그런 게 나한테 무슨 상관이 있나. 그냥 시간만 보내고 마는 거 지. 물론 이 홀의 천장부터 바닥까지, 모든 보이는 곳에는 수많은 조각과 장식이 있 고, 소녀들의 환상을 자극할만한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게 나한테 무슨 관계가 있 냐. 난 원래 여자가 아닌걸. 게다가, 이 치렁치렁한 드레스 좀 어떻게 하고 싶다고 ! 아까 황제폐하와 대면하긴 했지만, 그 상황이 전혀 기억이 안 난다. 하긴 기억할 정 신도 없었지만. "이 연회장이 마음에 드나요? 레이니 양." 으. 어쩐다. 그래도 친절하게 날 안내하는 태자전하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사기는 치고 싶지 않고. 결국,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잘 넘기기로 했다. 그래. 이렇게 하자. "전 잘 모르겠어요. 이런데는 처음이라서." 거짓말은 아니다. 이런 데 와 본 적은 없으니까. "!" 사람들의 환호성. 그리고 아리따운 소녀들의 춤. "아......." "괜찮으신가요? 레이니 양." 으. 머리야. 얼마나 이곳이 맘에 안 들면 이런 반응이 나올까. 내 노란 색 드레스가 구겨지는 것 같다. 내 옷이라면 당장에 박박 찢어버리겠지만, 황후님과 태자전하가 호의로 준 옷이니 맘대로 그럴 수도 없고. 하지만 이 어깨가 드러난 옷은 정말 싫어 ! 왜 내가 가슴을 반 쯤 노출시키고 있는거야 ! 실제로는 거의 노출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신경을 곤두세웠지만, 이 옷은 위쪽은 노출이 심하고 아래쪽은 치마로 덮인, 전형적인 드레스다. 으흐흑. 난 이런 거 싫어. 으흐흐흐흑. "아. 전 괜찮아요." 불행히도 그렇다. 머리가 아프다면, 그걸 핑계로 해서 이 연회장에서 도망칠 수 있 겠지만, 그게 안 된다. 어흐흐흐흑. 왜 이 두통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거야 ! 정말 내 몸이 원망스러웠다. 더불어, 다시 한 번 그 변태마법사 제논에 대한 살의를 불태 우는 순간이었다. '두고 보자. 제논. 만나면 넌 최소 사망이다.' 노란 드레스를 추스르며, 나는 연회장에 들어갔다.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지만, 다들 알아서 비켜준다. 날 봐서 그런 게 아니라 태자전하를 봐서 그럴 것이다. 으흐 흑. 그런데 이 분은 여동생이나 누나가 없는 모양이지? 날 데리고 들어가게. 이 정도 의 신분이면 솔직히 고위 귀족들의 따님들이 우루루 몰려들텐데.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곧 '높으신 분들의 따님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태자전하. 안녕하세요?" "태자님." "오늘 저녁의 연회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자전하." 이 틈에 난 빠지자. 살그머니 몸을 빼내면 된다. 그러나. 왜 내 손을 꼭 잡고 계시 는 거야 ! 나 좀 놔줘요. "어머. 그 아가씨는 누구신가요?" "어머나. 그러고 보니 못 보던 얼굴인데?" 난 느낄 수 있었다. 이 아가씨들, 태자전하에게는 상냥하면서 나한테는 싸늘한 미소 를 보내고 있었다. 다들 이 분을 노리는 모양이군.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건가? 하긴 내 손을 아직도 놔주지 않는 이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하다. 그럼 어쩐 다? 아. 그렇지. "태자전하. 제 일행을 찾아보고 싶은데요." 그러면서 슬쩍 태자전하가 내 손을 잡은 걸 풀어버린다. 이 정도야 쉽지. 뭐. 태자 전하는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곧 수많은 귀족 처녀들에게 둘러싸여 버렸다. 이 틈이다. 난 연회고 뭐고 관심없으니, 어디 구석에 가서 숨자 ! '고마워요. 아가씨들.' 나는 유유히 홀의 구석으로 향했다. 벽마다 달린 물의 거울이, 주위를 비추어주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지만, 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란 ! '다른 여자였다면 아마 아름답다고 감탄했을 거야.' 하지만 내가 그 입장에 처하니, 전혀 감탄할 대상이 아니다. 왜 내가 이런 옷을 입 고 서 있어야 하는 거야 ! 천장에서 비추어지는 수많은 빛의 거울 - 아마 마법으로 만들어낸 것이리라 - 이, 내 모습을 물의 거울에 선명하게 비추어 주고 있었다. '자. 내 모습 감상할 시간이 없지. 빨리 어디론가 숨어야.....' "아가씨. 여기 계셨군요. 제게 아가씨와 춤을 출 영광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힉 ! 깜짝 놀랐다.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겠지. 그렇게 나 자신을 속이면서, 나는 더욱 더 걸음을 빨리 했다. 이 자리에서 가급적 빨리 도망쳐야 한다. 가급적 빨리 ! 그러나, 거추장스러운 치마는 내 발길을 잡고 늘어졌다. 그리고..... "레이니 양. 제게 아가씨와 춤을 출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어, 언제 따라왔지? 내가 얼마나 당황했으면, 내 옆에 다가온 사람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을까. 검사로서 실격이다. 아마 나중에 라 브레이커가 이걸 안다면 무척이나 꾸 짖을거야. 으흐흐. 끔찍해. 하지만 누군지는 알아야지. 나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 해서..... "부스트씨 !" 내 앞에 있는 건, 부스트씨였다. - 계속 - 후기)흐흐흐. 어떻게든 레이니가 소녀틱한 춤을 추게 하고 말겠다는 이 작가의 사악 한 심술. (거기 뭡니까 ! 그 초롱초롱한 눈들은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7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6 19:16 조회:171 공룡 판타지 10-175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14) "고생이 많네. 레이니." "아, 아. 예." 눈물나게 반갑다. 어쨌든, 내 정체를 아는 사람이 나와 같이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그런데, 그런 사람..... 아니 엘프가 있을텐데? 어디에 있지? 주위를 둘러보는 날 보며, 부스트씨가 가르쳐준다. "아르메리아라면, 저기 있어. 역시 애인이 바람피울까봐 걱정이 되는 모양이지?" 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내게는 천둥소리였다. 화들짝 놀라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으 니. 옆에서 뿜어나오는 물의 거울에, 내 얼굴이 비쳐지자, 거기에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절세미녀의 모습이 보였다. 으이그. 내 모습이 한심해 보여서, 나도 모르 게 한 숨 한 번. 푸우. "그런 미인이면 춤 제의를 많이 받기 마련이지." "그런데 여기는 왜 오셨어요?" "다른 남자들을 구제해주기 위해서지. 겉모습에 속아서 청춘을 망치는 건 곤란하잖 아." 날 놀리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긴 치마를 나풀거리며 춤추지 않게 되 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만약 태자전하와 홀 한가운데에서 춤을 추는 상황이 되 었다면..... 끔찍해. 그건 죽을때까지 잊지 못할 악몽이 될 거야. 억지 웃음을 지으 며 한 발 한 발 상대의 걸음에 맞추어 발을 옮기고, 결국 그의 품에 안겨서..... 얼 굴이 빨개졌다가 하얘졌다가 하는 내 모습. 정말 가관이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웃 음을 겨우 참는 부스트씨. "자. 저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이나 즐겨볼까요? 아가씨." 날 놀리는 데 재미붙였군. 하지만 홀에서 춤추는 것 보다는 나을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요." 멋진 말투는 안 쓴다. 안 그래도 부스트씨의 주변에서 내게 '한번만 나와 춤을'이란 의사를 눈으로 타진하는 녀석들이 한 둘이 아니니까. 어서 어디로 튀어야 할 판국이 라고. 저 자리라면 비교적 구석이니까, 안심도 되고. 물의 방. 거대한 연회장. 천장 높이가 80m. 홀의 폭이 40m. 그리고 홀의 길이는 120m. 대충 그 정도의 크기를 가진 방이다. 크긴 크군. 방 주위의 벽은 모두 물이 허공으로 뿜어지지만, 그 물은 일반적인 분수와 달리 옅 은 막을 형성해서 일종의 거울처럼 사람들을 비추어준다. 아마 드워프들의 솜씨라고 생각되지만, 무슨 원리로 그런 마술을 가능하게 하는지는 내가 알 길이 없다. 난 기 계에는 약하다고 ! 인간은 드워프가 아니란 말야 ! 그리고 천장에는 장식을 위해 그림들이 수없이 그려져있고, 특히 그림과 조화를 이 루어 박힌 보석같은 거울들이 있다. 거기서 빛이 뿜어져서 우리 모두를 비추어준다. 유로 제국의 공식적인 연회장으로서 그 아름다움은 세계적이다. 하지만, 나같은 사람은 이게 아름답다고 감탄은 해도, 도대체 어디가 예술적인지는 영 알 길이 없다. 무식하니 넘어가자고. 난 검술이나 마법에 대한 대응법은 잘 알고, 싸움에 대해선 누구못지 않게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리고 글도 알고 많은 종류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 난 건축이나 미술은 잘 모른단 말야 ! 그러니, 난 그저 감탄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태자전하가 나 한테 '저 그림은 아름답지요?'라고 물었다면, 난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을 거다. 한심하게도. 아마 아르메리아였다면 "저 그림은 어느 시대에 무슨 화가가 그린 것으로, 이 궁전 을 세우기 위해 들어간 수많은 정성어린 장인들 중 하나로서 그의 이름은....." 이런 식으로 술술 나왔을 거다. 그러나 그건 그녀의 경우고.... 그런데 그녀는 지금 어디 있지? "아르메리아라면 저기 있네. 음. 같이 춤추는 녀석은 누구지?"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날 놀리느라 바쁜. 그리고 음식을 먹느라 바쁜 부스 트씨. 하지만 무슨 음식이 있는지는 난 모른다. 어차피 내가 지금 그걸 신경쓸 경황 도 아니니까. 다만, 난 아르메리아가 춤추는 장면을 지켜볼 뿐이다. 마치 밤의 요정 처럼 몸을 가볍게 놀리는 그녀. 상대는 안 됐지만, 미녀와 야수라고 불러야 할 것 같 다. 내가 남자 몸으로 돌아간다면, 미녀와 미남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 럴 수 없다. 단지 그녀의 춤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그렇게 그녀를 보던 중.... "여기 계셨군요. 아가씨." 힉 ! 누, 누구야 ! 이 목소리는 어디선가 들어본..... 불길한 예감을 억누르려고 했 지만, 지금 남자와 같이 테이블에 앉아있는 내게 말을 걸 사람은 단 하나다. 그 건..... "태.... 태자 전하." 젠장. 어느새 따라왔지? 그 귀족 처녀들, 생각보다 솜씨가 없군. "제게 당신과 춤을 출 영광을 주시지 않겠습니까? 아가씨." 영광은 무슨 얼어죽을 ! 난 어떻게든 이 난처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썼 지만, 묘수가 없다. 부스트씨가 먹기만 하느라 내 쪽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첫 번째 원인이다. 차라리 이 아저씨가 먹는데만 신경을 쓰지 않고, 나하고 이야기라도 했다 면 남자들이 다가오지 않았을텐데. 저기서 나한테 나가떨어진 그 그록이라는 기사를 비롯해, 많은 수의 기사들이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옆에 남자가 있는데도 용감하게 내게 다가온 태자전하가 승리한 건가? 내가 못살아. 이 먹보 부스트씨는 그저, 내가 어떤 어려움을 당하든 상관없이, 오직 먹기만 할 뿐이다. 세이브를 생각나게 하는군. 으. 그 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으흐흑. "레이니." 어? 고개를 드네? 이 아저씨가 날 구해주려고 하는 건가? 옆에 남자가 있으니 손대 지 말라는 말이라도? 그러나 부스트씨의 다음 말은, 처절한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말 이었다. "심심할테니 갔다 와. 아까부터 다른 아가씨들의 춤추는 모습만 보고 있잖아." 나중에 죽일테다. 아니, 지금 죽여버릴까? 게다가 이 아저씨는, 내가 아니라 태자전 하를 불쌍하다는 눈길로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으. 으. 으. 내 몸 안의 마력을 안정상태에서 활성화시키고, 그 힘을 붕괴시켜서..... "언니 ! 지금 뭐하는 거에요 !" 내 머릿속에 울리는 아르메리아의 말. 결국 억지로 끌려나갔다. 이걸 어쩌나. 나는 태자전하의 손을 잡고 일단 홀 한가운 데에 섰다. 난 여자들 춤은 하나도 모르는데? 이걸 어쩌지? 그리고.... 더 큰 문제 는..... 난 남녀 한 쌍이 추는 춤은 한 번도 춘 적이 없었다. 그런 춤을 하나라도 알고 있다 면,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난 아는 게 없다. 적어도 나와 같이 춤출 여자는, 내가 알기로는 람포 녀석 뿐이었고, 그 외에 있었다면 그건 아비알 누 나 정도다. 둘 다 시골 여자라는 걸 감안하면..... 도시에서 추는 우아한 춤은 전혀 모른다. 하긴 람포 녀석은 분명히 영주님 따님이긴 해도, 도무지 춤을 같이 출 타입 이 아니었지. 그 애가 춤을 추었다면, 내 발만 박살냈을 거야. 분명히. 하지만 그런 어린 시절의 추억은, 지금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지금은 이 난관을 어떻게 해쳐나가 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리고.... 그 방법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저, 태자님." "왜 그래요?" "전 연회장에서 춤을 춘 적이 없는데요. 어떻게 하지요?" 그러자 갑자기 매우 밝아지는 태자전하의 얼굴. 왜 저래? "그럼 제가 아가씨의 첫 번째 춤 상대로군요." 힉 ! 그,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는 건가? 으. 람포 녀석과 같이 있을 때 우겨서라도 한 번 연회장에 가서 춤을 추었어야 하는데. 그랬으면 내 첫 번째 연회장의 춤 상대 가 남자라는 비극도 없었을 텐데. 미칠 듯이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냥 제 움직임에 맞추어 따라오기만 해요. 주위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 고. 레이니 양은 검술에 대해 조예가 깊으니, 춤도 조금만 연습하면 익숙해질 거에 요. 평소에 검을 휘두를 때 발을 움직이는 걸 생각하면서 하면 되니까." 우아한 춤동작을 살벌한 칼질과 연계한다고? 칼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사라다 제 국의 일이고, 여기선 그렇게 많이 추는 춤이 아닌데? 어쨌든 누군가의 발을 밟아 부 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그냥 태자전하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잠자 코 그에게 나를 맡기기로 했다. "준비해요." 태자전하의 말에 맞추어, 음악이 시작되었다. 왠지 차분한 곡이네. 좀 조용한 편이 고. 하지만 마음이 가라앉는다. 당황하던 내 마음도 조금씩 진정이 된다. "서서히 시작해요. 서서히." 그의 말에 따라 발을 움직인다. 서서히. 그러나 우아하게. 쉽지는 않지만, 치매 사 부와 함께 한 검의 수련을 생각하면서 발을 움직인다. 그런데, 내가 지금 춤추는 거 냐? 아니면 검을 들고 상대를 노려보는 거냐. 나도 모르게 몸이 긴장된다. "!" 간신히 피했다. 잘못했으면 다른 분들의 발이 내 발 아래 박살났을 것이다. 휴우. 사고 칠 뻔했네. 그런 생각을 하며 간신히, 정말 간신히 몸을 움직였다. 이건 즐거운 춤이 아니라 완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는 거잖아 ! 물론 나는 얼음을 본 적이 없지만, 치매 사부가 이야기해준 말에는, 물이 어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물이 얼어서 호수 전체가 얼음판으로 변하는 곳이 있다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다로프 아저씨도 그 말을 인정한 터라, 일단 그런데가 있기는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리고, 얼음 위는 엄청나게 미끄러워서, 잘못 발을 디디면 넘어진다고 들었다. 하지만 호수가 언다는 걸 본 적이 없는 나로선,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도, 느낄 수도 없 었다. 도대체 그게 가능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또다시 내 발아래 다른 사람 의 발이 놓여 있는 걸 느끼고 피했다. 휴우. 땀을 빼던 내게 태자전 하가 속삭이는 말. "음악이 바뀝니다. 아가씨." - 계속 - 후기)불쌍한 레이니. 결국 춤을 추게 되고 말았군요. (그러면서 웃는, 사악한 작가) 그리고, 레이니가 사는 시대는 쥬라기입니다. 이 시대는 지금보다 평균 기온이 높다 는 걸 생각해주시면, 왜 그녀(?)가 얼음을 본 적이 없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작가로선, 이런 걸 따져서 써야 하므로 완전 고역이다) 어쨌든 전세계가 열대우림으 로 덮인 시대이니까요. 아주 덥지요. 후후후후후.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0-17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7 19:25 조회:55 공룡 판타지 10-176 레이니 이야기 - 레이니에게도 봄이(15) 귀를 기울인다. 음악이 내 마음을 녹인다. 아름다움. 그리고 졸린 기운. 하지만.... 음악이 곧 바뀐다는 말은, 솔직히 마음에 안 들었다. 내 성격에는 조용하고 차분한 곡이 맞는 탓일까. 그렇지 않다는 걸 나 자신은 알고 있다. 내가 그런 곡이 사라지는 걸 아쉬워하는 건..... "자. 신나게 춤을 추어 봅시다. 아가씨." "어어어....." 난 이렇게 신나게 연주되는 빠른 곡은 싫다고 ! 아직 춤에 익숙하지 않은데 곡이 빨 라지면 난 어떻게 따라간다는 거야 ! 나는 허둥지둥 태자전하의 리드에 맞추어야 했 다. 어떻게 발을 움직이는지, 어떻게 손을 움직이는지 생각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긴, 원래 춤을 출 줄 알아야 생각나는 게 있지. 그저, 죽어라고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갈 뿐이다. "어.... 언니....." 멀리서 춤추던 아르메리아가 날 바라본다. 아니,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쳐다본다. 심지어 먹는데 정신없던 부스트씨까지. 정말 구경거리가 되었군. 그것도 이런 망신스 러운 일로. 나중에 난 여기 절대로 못 올거야. 이게 무슨 꼴이냔 말이야. 남자가 저 주를 받아, 귀여운 여자아이가 되어 왕자님과 춤이라..... 자손 대대로 망신스런 일 을 당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고. 어쩌지? 어쩌지? 당황하면서 말그대 로 태자전하의 손에 끌려가는 나. "와. 대단한데? 저 아가씨 검만 잘 쓰는 게 아니었어." "언니. 생각보다는 잘 따라가네요." "불쌍한 태자전하. 고생하시는군." 일단,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고 마음은 외치지만, 그럴 수단이 생각이 안 난다. 내 머리는 이제 녹이 슬었단 말인가. 결국, 한참동안 나는 '살아남기 위 해' 열심히 춤을 추었다. 남의 동작에 맞춰주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몇 시간이 지났지? 겨우 음악이 멈추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눈을 감는다. 이제 그 만.... 그만. 날 좀 놔줘요. 하지만 야속하게도.... 음악이 또 바뀌었다. "이제 마지막 타임이군요. 아가씨. 이번엔 조용할 겁니다." 휴우. 아까보다는 낫다. 정말 낫.............지 않다 ! 왜 다들 저런 동작을 취하 지? 남자가 여자의 허리에 팔을 감고.... 저건..... 거의 껴안는 거잖아 ! 나 어떡 해? 어떡해? 이 위기 상황을 벗어날 방법은..... 태자전하의 손이 내 허리로 온다. 아주 부드러운 손길이긴 하지만.... 위, 위기다 ! 내가 진짜 여자아이라면 기쁘게 그 의 품에 안길 것 같지만.... 내 몸은 여자여도 마음은 남자. 혹시 여기서 그의 손길 을 허락한다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말 거라는 위기감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에라 모르겠다. 밑져야 본전이다. 그냥 마법으로 이 태자님을 날려버리 고.... 내 손에 마력을 집결시켜, 그 힘을 해방시키기로 작심해 버렸다. 이젠 나도 몰라. 태자전하가 날 껴안는 순간에 한 방 먹일 수밖에. 그 뒤엔, 좀 도망 다니는 나 날이 되겠지만..... 최소한 안기는 것 보다는 나을 거야. 탁. 마력을 풀어내어.... 어? "피곤하신 모양이군요. 손에 열이 있는 걸 보니." 내 손을 잡으며 날 걱정해주는 태자전하.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에 땀이 배어 있다. 열도 좀 나고. 다행히, 아직은 마력을 풀어내지 않았다. 마력을 움직였다면.... 암살 미수로 걸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태자 전하는 내 손에 키스하더니..... "오늘은 피곤하신 모양이군요. 너무 제 생각만 했습니다. 아가씨같은 분과 춤을 춘 것도 너무나 오래된 일이라서요. 일단 숙소에 돌아가십시오. 전 여기 있어야 하니, 하녀를 보내드리지요." 그 말을 마치고는 날 연회장에 있는 하녀 한 사람에게 인계하고 돌아서는 태자전하. 휴우. 내 손의 마력을 거두어 들이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는 줄 알았 네. "언니. 아까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요? 그것도 연회장 한가운데에서." 다시 궁전의 어느 방으로 돌아가면서, 아르메리아가 내 손을 잡고 묻는다. 말없는 질문. 그리고 말없는 답. "응. 하지만 도리가 없었어.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방법을....." "하지만 도리 없잖아. 난 남자라고. 수줍은 아가씨 노릇을 더 할 수가 없었어." 거기서 더 갔으면 난 그 태자전하와 포옹하고, 키스하고.... 으아아아악 ! 그만 ! 차라리 체서들과 대판 싸우는 게 낫겠다 ! 아니면 그 PK일당들과 한 번..... "그만해요. 어쨌든 무사했잖아요?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닌가요?" "전혀 아냐 !" 오늘의 일은 두고두고 창피한 일로 남을 거다. 그보다.... 여기 더 있다가는.... 무 슨 변을 당할지 모른다. 생각같아선 오늘 밤 안으로 도망치고 싶지만..... "내일 아침에 궁을 나가요. 오늘밤은 너무 늦었어요." 그 말도 맞기는 하다. 일단 인사는 하고 사라져야지. 그리고... 이 일이 끝나면 되 도록 사람들 눈에 안 띄게 행동해서 잽싸게 엘프 마을로 달려가야지. 아. 세이브가 내일 쯤 다 낫는다고 했지? 그럼 셀 누님이 알아서 그녀를 데려다 주겠지. 휴우. 내 일이면 일단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되겠군. "체서들과 PK잔당 두 명, 그리고 언니의 저주, 마지막으로 대마법사 제논을 제외하 고 말이지요? 아직 많네요." 아르메리아. 놀리지 마. 일단 나 자신을 지키기는 했으니. 물론 아직은 완전히 지킨 건 아니지만. 내일은 되도록 눈에 안 띄게 조용히 튀자. 어차피 궁중에서 자는 사람 이 나 하나인 건 아니니..... 다른 손님들 틈에 끼여서 조용히 철수하면 되겠지.... 이제 그만 자러 가자. "..........." "................." "...............................!" 조금 더 자고 싶었지만, 아침해가 밝았다. 일어나야지. 따스한 이불속에서 기어나 와, 창문밖을 바라본다. 역시 이 여관은 좋은 곳............. 가만. 높이가 다른데? 여기가 어디냐. 바깥의 집들이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높이는..... 적어도 지상에서 4 층? 그 정도는 되는 듯 한데..... 그리고 무엇보다도.... 실내 장식이 다르다. 아 ! 어제 시간이 늦어서 궁전의 손님방에서 잤지 ! 옆 침대에 누운 아르메리아가 눈을 뜨 고 웃는다. 부스트씨야 아마 다른 방에서 잘 자고 있을테니 넘어가자. 신경쓸 필요도 없다. 아직 잠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그만 자자.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 기지개 시작 !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 입도 의외로 크구나. 두 손을 다시 아래로 내 리고..... 휴. 어젠 정말 피곤한 하루였어. 하지만 아직도 저 거추장스러운 드레스는 날 바라 보며 웃고 있다. 그래. 이제 여관으로 돌아가면 저 옷도 다시는 볼 수 없겠지. 볼 기 회가 있어도, 치가 떨려서 못 보겠다 ! 당장이라도 태워버리고 싶지만..... 조금만 더 참자. 인내는 써도, 그 열매는 달다. 그러니..... "아르메리아. 이제 나가자." 그래.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나갈 수 있다. 그러면, 즉시 여관에 돌아가서 이 옷을 벗 어버리고, 여행복으로 갈아입는거다. 내가 어째서 이런 팔랑팔랑한 잠옷을 입어야 하 냐고 ! 이 반투명한 치마와 셔츠. 이게 네글리제인가? 아니면 파자마인가. 어쨌든 난 여자가 아니었으니 그런 이름 몰라. 단지 내가 아는 건, 이게 여자잠옷이라는 것 뿐 이야. 그래. 이런 옷도 이제 마지막이다. 만약 저주가 풀리지 않는다면...........나 는 머리를 흔들어 불쾌한 상상을 지워버렸다. 지금은 빨리 옷이나 입고 탈출할 때다. 합법적인 탈출. 나는 아르메리아를 재촉해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다. 그녀가 잠이 덜 깬 듯하니 흔들어서라도 깨워야..... 뭐냐. 이 말랑말랑한 촉감은. "언니 ! 뭐하는 거에요 !" 아. 아차. 그녀는 순수한 여자였지. 나하곤 다르다는 걸 깜박했다. 이런 이런. 그녀 의 반투명한 잠옷을 보고 얼굴이 달아올라, 고개를 돌려 버렸다. 내 머리가 돌아가지 않게 해 준 것은, 오로지 기사 견습생으로서 장래에 위대한 기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 이었다. 아무리 불가피한 것이라도.... 되도록 그녀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기 싫어. "안녕히 계세요." 자. 가자. 태자전하. 안녕. 다시는 안 보길 바랍니다. 적어도 제가 저주를 풀기 전 에는. 저 섭섭한 표정만으로도, 사태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적어도 내게 적의를 품은 눈빛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어서 사 라져야지. 어서. 마침 저기서 기사 하나가 달려온다. 일이 바쁘실 것이니 이제 가자. 나는 재빨리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렸다. 날 잡고 싶어도 그럴 틈이 없겠지. 태자전 하에게 무릎을 꿇고 보고하는 기사. 솔직히 보고의 내용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나는 오직 길만 바라보고, 죽어라고 걸었다. 말그대로 최대속 도의 걸음이었다. 다만 어색해질까봐 티를 내지 않고 걸어야 했으므로.... 그리고 이 곳은 골목길이란 게 없으므로.... 결국 얼마 가지 못했다. "레이니 양 ! 잠깐 기다리세요." 히이이이익 ! 악몽은 끝나지 않고 이어지는가. 내 표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 만, 태자전하의 말은 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거야 ! "네? 동쪽 대륙에 적이 쳐들어왔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요즘 시대에 무슨 침략을 ! 그렇지 않아도 땅은 넓고, 사람은 적 은 이 시대에. 하긴 옛날엔 인간의 수가 1000억에 달했던 때도 있었다고 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신화시대나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지금은 1억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전 세계 인구를 다 합해도. 그런데 왜 침략이야 ! 아마 시시한 도적 정도겠지. 그렇 게 생각해서 그냥 가려고 했지만..... "아가씨의 검술이 필요할 거야. 침입자들이 상당히 대규모라서, 병사들이 다수 필요 해. 아가씨도 동쪽으로 간다고 했지?" "에.... 그런데요....." 상당히 바보같은 대답. 그리고 태자전하의 명령이 떨어졌다. "레이니 양. 나와 동행하도록. 이 나라의 백성으로서, 침략자들에 대항하는데 아가 씨의 힘이 필요해." "예에에에에 ?" 그게 무슨 소리야 ! 아르메리아가 내 입을 막지 않았다면, 궁전이 뒤흔들릴 정도의 비명이 터졌을 것이다. - 이번 이야기 끝이군요. 의외로 빨리 끝났다는.... - 후기)으. 예상외로 쓰다 보니까 여기서 끝 ! 저도 이런 사태는 내다보지 못했는 데.... 큰일이군요. 뭐 잡담은 이쯤 하고. (물론 이야기가 여기까지 진전되면 끝이라 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빨랐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명확히 중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번 10번째 이야기부터요. 앞으로 제가 잘 쓸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만, 열심히 할 수밖에요. 오래전부터 생각한 이야기인데....잘 할 수 있을지 정말 고민입니다. 잘못하면 한국 판타지계는 서양풍 으로만 물들고 만다는 절박한 문제가..... (이 인간 왜 이래? 하는 질문을 하시는 독 자님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 어쨌든, 다음 이야기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네 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열 한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레이니 : 으흐흑. 아르메리아 : 왜 그래요? 레이니 : 흑. 작가가 기어이 날 죽이기로 작정했나봐. 지난 이야기에선.... 으흐흑. 아르메리아 : 진정해요. 레이니. 그래도 이젠 연회장에 갈 일은 없잖아요. 레이니 : 하지만.... 이제 어떡해.... 태자전하 : 아가씨. 여기서 뭐해요? 아르메리아 : 다음 이야기 예고편 찍는데요. 태자전하 : 음. 그럼 다음 이야기엔 내 이름도 나올까? (옷깃을 여민다) 세이브 : 그것보다 난 언제 나와요? 아르메리아 : 글세? 작가가 워낙 게으르고 기억력이 떨어지잖아. 옆에서 열심히 두들 겨 패 !(아, 제 인터넷의 한글 이름을 아시는 분은 여기서 폭소를 터뜨리실 듯. 인터 넷에선 '두드리자'라고 하니까요) 세이브 : 네. 하지만 전 주먹이 약해서.... 레이니 : 내 몫까지 두들겨 패. 세이브. 나중에 공룡 한 마리 통째로 잡아서 구워줄 테니까. (주먹을 부르르 떤다) 세이브 : 네에. 언니. (입이 찢어질라) 셀 : 음. 하지만 저 사악한 작가가 이번엔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을까? 레이니 : 나도 몰라. 어쨌든 살아남아야지 뭐. (이젠 작가의 인간성에 대해 아예 포 기한 듯) 출연진 전부 퇴장. 그 자리로 흘러오는 피. 과연 이것의 의미는? 궁금하시면 다음 이야기를 열심히 봐 주세요. 음. 하지만 이번에도 유혈이 낭자한 예고편이 되었군. 역시 작가의 고약한 버릇 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7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8 19:34 조회:153 공룡 판타지 11-177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 주위는 핑크빛. 아름다운 조명. 그리고 밝게 빛나는 흰색 드레스. "예쁘네요. 언니." 아르메리아가 내게 그 드레스를 입혀준다. 마치 보석이라도 달린 듯이, 반짝거리는 옷. 뺨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운, 너무 얇아서 살갗이 비치는 장갑을 끼어본다. "음. 부드러워." 뺨을 다시 한 번 만져본다. 약간 빨갛게 달아오른 뺨. 오늘이 일생일대의 중대사가 있는 날이라서 그런가. 거울 앞에서 드레스를 입은 채 몸을 돌린다. "어, 언니. 옷은 다 입고 해 보세요." 약간의 핀잔을 주는 그녀. "언니. 옷 다 갈아입었어?" 세이브구나. 그녀는 아름다운 연두빛 드레스를 입었다. 그런데 여전히 입에는 시조 새 구이를 물고 있다. 으. 오늘은 좀 얌전해져야지. 나는 그녀의 머리를 두들겼다. 살짝. 아주 살짝. "세이브. 빨리 먹고 예쁘게 꾸며야지. 오늘은 언니에게 중요한 날이잖니." "하지만 이거 맛있는걸." "조금 있으면 파티를 하잖아. 거기서 실컷 먹을 수 있어." "정말?" "물론이지. 세이브를 위해 특별히 큰 공룡 통구이도 준비했어." "정말이지?" "그럼."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쓰다듬는다. 내 눈을 쳐다본 세이브가 납득을 했는지, 재빠 르게 시조새 다리 구이를 집어삼키고, 뼈는 입에서 꺼낸다. 그리고 후다닥 달려간다. "준비하고 올게." 여기서 해도 되잖아. 꼭 밖에 나가야 하는 건가? "셀 언니. 세이브 좀 부탁해요." "응. 하지만 정말 예쁘구나. 밀크." "뭘요. 언니보단 못한데." "하지만 이 언니는 결혼을 못했잖아. 하지만 밀크가 이렇게 멋진 드레스를 입고 예 식장에 가는 걸 보니, 기뻐. 진심으로." "고마워요." 셀을 껴안는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언니. 앞으로도 우린 좋은 자매로 남을 거야. 비록 난 이것으로 결혼하게 되지만, 비록 궁성에서 살게 되지만, 그래도 언니는 내 좋은 언니야. "미나르 언니. 저는요?"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그래도 날 지금까지 언니라고 불러준 엘프, 아르메리아에게도 포옹을 한다. 뺨에 약한 키스를 해주고 속삭인다. 최대한 다정하게. "걱정 마. 좋은 언니가 되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해." 아르메리아와 셀의 손에 이끌려, 식장으로 걸어간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 다. 이제 내 일생을 함께 할 반려자가 저기서 날 기다리는 것인가. 주위의 기사들이 검을 허리에 차고, 나를 바라본다. 약간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여 버리는 나. '역시 이런 건 처음이라 창피해.' 두 번 결혼할 것도 아니면서.... 내가 왜 이런 주책을 부리지? 어쨌든, 드레스에 걸 려 넘어질 것 같으면서도, 간신히 식장 주례를 맡은 분 앞에 갔다. 이 분은..... "그럼 이제부터 유로 제국의 태자전하와 쥬린 제국의 미나르 쥬린 공주님의 결혼식 을 시작하겠습니다. 신랑은 이 여인을 아내로 맞아, 아플때나 건강할때나....." 그런 거 잘 몰라. 어쨌든 결혼하면 되는 거 아냐. 빨리 하기나 해요. 이 느릿한 마 법사 아저씨. 겨우 신랑이신 태자전하의 말씀이 들렸다. "예." "신부 미나르 쥬린 양은, 아플때나 건강할때나....." 길다란 말이 끝나고, 마침내 주례를 맡은 마법사인 다운님이 묻는다. "이 남자를 남편으로 맞아, 당신의 반신으로 삼아 죽을 때까지 함께 하겠습니까?" "...............예." 으. 창피해. 얼굴이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거다. 얼굴이 확 달아오 른 걸 보니.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어깨가 떨린다. 멈출 수 없을 정도로. 마법사님의 말이, 예식장 전체에 울려퍼진다. "이제 이 두 사람이 합법적인 부부가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와아아아아 !" 엄청난 환호소리. 그리고 여기저기서 축하하는 외침 소리가 들렸다.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 결혼을 축하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소리에 묻혀, 마법사님의 다음 말씀이 잘 들리지 않았다. 마법사님이 뭐라고 하셨지? 나는 내 남자인 태자전하에게 물었다. "지금 마법사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나와 마찬가지로 얼굴이 빨개진 태자전하가 대답한다. "신랑신부가 키스..... 해도 좋다.........고.........." 동시에 얼굴이 빨개진다. 아까는 그게 최대한 빨개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 았구나. 나를 바라보며 내 뺨을 잡는 태자전하. "자....." "아......." 그의 입술이 내게 다가오고..... "레이니 언니 !" 이게 무슨 소리지? 난 지금 갓 결혼한 신부가..... "레이니 언니 !" 아. 내 이름이 레이니지. 원래는 알로였지만 여자 몸을 가진 후 임시로 얻은 별 명..... 가만. 레이니? 그럼 지금.......... 난......... 무슨 짓을 한 거지? 깜짝놀 라 태자전하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 분의 입술이 내 입술과 닿는다. "이제 넌 내 아내야. 우리 평생동안 행복하게 지내....." "아아아아악 !" 내 비명을, 그의 입술이 삼켜버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내 비명이 한밤중의 천막속을 뒤흔들었다. 이미 해가 밝아오고 있었지만, 천막 밖에 는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옆에서 자던 아르메리아가 놀라, 귀를 틀어막는 모습이 보 였다. "으아 ! 으아 ! 하아 !" 그저 비명만 지르다가, 정신이 들었다. 내 비명에 내가 놀라서 잠을 깬 거다. 이젠 면역이 된 건지, 밖에서도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눈치들이다. 처음에는 모든 기 사들이 내 천막에 달려와서 천막문을 열었다가, 아르메리아의 마법에 한 방씩 맞고는 치한으로 몰리기도 했지만. 그때 태자전하는, 적이 습격한 것으로 착각한 기사들에게 포위되어, 달려오지 못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목숨을 지킨 것이 되리라. 만약 그때 그의 얼굴을 내가 보았다면, 아마 놀라 비명을 지르며 뭘 집어던졌을 것이다. 그게 칼이 되든 파이어 볼이 되든 무엇이든지. 그런데 이걸로 이게 몇 번째야? "여행 떠나고 나서 매일이니까, 이번으로 여섯 번째에요." 아르메리아의 목소리가, 그나마 마구 뛰던 내 심장을 진정시켰다. 언제 들어도 차분 하고 침착한 목소리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무서워져. 이 꿈은. "하아. 하아. 하아." 밖의 빗소리에 가린 건가. 이제야 내 비명 소리에 익숙해진 건가. 하나도 안 오는 군. 혹시.... 나 때문에 다들 잠을 깬 건가? 모르지. 아직 아침해가 안 떠서 그런 건 지도..... "또 그 예의 꿈인가요?" 나는, 대답할 기력이 없어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된게, 꾸어도 꾸어도, 이 꿈은 멈추지 않는다. 왜 이런 꿈을 꾸는 거야. 물론 원인은 뻔하다. 그건 바 로..... "아르메리아.... 우리 도망가자." 태자전하를 만나는 한, 이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도대체 나같은 여자..... 일단 몸 이 여자니까 그렇게 호칭을 하지만..... 도대체 날 왜 가까이에 두는 거야 ! 내가 장 래의 황태자비도 아닌데. 정말 못 살겠다. 이러다간 난 미쳐버릴지도 몰라. 아르메리 아에게 한 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안 돼요. 여기서 도망가면 무슨 의심을 받으라고." 몇 백년을 사는 엘프에게, 길게 지속되는 수배령은 괴로운 것이다. 엘프가 오래살기 때문에, 수배령도 몇 십년을 넘기는 건 예사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 기간동안 그 엘 프가 그 지역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결과를 바라지 않는 것이 그녀의 심정이리라. 하지만..... "하지만....." 이건 너무 괴로워. 그런 말을 하려는 내게, 아르메리아가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탈출하는 것도 안 되잖아요. 태자전하는 호의로 그러는 건 데." "단순한 호의가 아니야." 단순한 호의로, 이동중인 공룡의 등에 같이 타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 사 양하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러고 보니, 그때는 둘이 공룡 등에 같이 타서 키 스하는 꿈을 꾸었지. 으흐흐. 무서워라. 어떻게 된게, 악몽의 내용은 바뀌어도 그 끝 은 맨날 키스다. 정말 지겨워. "그렇다고 해도, 피할 방법이 있어요?" - 계속 - 후기)처음에 많이 놀라셨지요? 흐흐흐. 레이니의 악몽을 보여드렸습니다. 안 됐어. 레이니.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단다. 나도 레이니의 드레스 차림이 멋지다고 생각중..... 으. 레이니에게 맞았군. 하긴 맞을 만도 하긴 해.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7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19 19:50 조회:78 공룡 판타지 11-178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2) 괴롭다. 하지만 도망갈 상황이 아니다. 지금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거대한 유목민 집단이 밖에 있을 지 모르는 판국에 어딜 도망가겠는가. 말그대로 콤프소그나투스(이 시대의 가장 작은 공룡 중 하나)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판국이니..... 결국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긴.... 없지." 도망갈 데도 없다. 만약 내 멋대로 나가다가 그 유목민들에게 걸리면.... 뒤가 안 좋을거다. 결국, 울며불며 괴로워해도 여기 있어야 한다. 일단 이 위기 상황이 해결 될 때까지 말이다. "으..... 빨리 물러가줘. 이 자식들." 그러니까, 나와 아르메리아, 부스트씨가 태자전하의 명으로 황실 소속의 배를 탄 데 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여관에 들러 에이컨양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짐을 가지고 뛰 어오느라 몹시 서둘러야 했다. 그 덕에 배의 출항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5 분 정도 늦은 거라고 ! 수도를 지나는 강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서 해안을 따라 이 동한 후, 동쪽으로 가는 해류를 타고 움직여서 대륙으로 간다. 솔직히, 나는 제 시간 내에 배가 도착하지 못할 줄 알았다. 배라는 게 빨라봐야 늦는다. 유로 제국의 수도 인 이 도시, 센터에서 동쪽 해안을 가려면 얼마나 걸리지? 못해도 300km는 넘지 않는 가. 그걸 걸어가려면.... 서두른다고 해도 3일은 걸릴 거다. 아무래도 모든 사람이 공룡을 타고 다니지는 않고, 짐도 가져가야 하므로. 그것도 최대한 달리면 그 정도이 지, 잘못하면 3일이 아니라 8일은 날아갈 거다. 물론 강을 타고 내려가는 것이기는 해도, 그 거리는 결코 300km보다 짧지는 않다. 길을 돌아가는 거니까. 동쪽으로 직선 주행을 하는 것과, 남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대륙을 향하는 길을 더듬는다는 것은, 그 거리의 차이가 크다. 아무리 배가 빠르다고 해도.... 힘이 들 것 같은데. 그것으로 문제가 끝나지 않는 것이, 유로 제국의 수도가 있는 이 섬과, 동쪽의 대륙 과의 거리는 700km는 된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며칠이야? 내가 배 타고 이 섬에 올 때 200km에 5일이 걸릴 예정이었는데 7일이 걸렸다. 그러니... 황실의 배가 우리 가 탄 그 배와 비슷하다면, 23일은 족히 걸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겨우 4일만에 해안가에 도착한 것이다. 단 4일만에. 아무리 드워프들이 만든 배라고 하지만.... 이렇게 빠르다니. 정말 대단한 배였다. 돛이 없는, 노도 없는 배 라서 처음에는 별 이상한 배라고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놀라운 속도를 내는 배였다. 시속 20km의 속도로 달렸다는 계산이 나오는 걸 보니, 확실히 대단한 배다. 태자전하에게 물어보니, 이 배는 드워프들이 집어넣은 '대지의 힘'을 바탕으로 달리 는 배이기 때문에 이런 속도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황실에서만 보유한 배로, 그 권 위를 상징하기도 하는 배라고 한다. 다만 인간의 손으로는 만들 수도, 움직일 수도 없어서 드워프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듣기는 했지만. 가만....드워프라........혹시 그 사람들.....아니 그 드워프들이 있 지 않나 해서 둘러보았고, 다행히 그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 배를 타고 오려고 일부 러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어디를 갔던 거지? "아, 아가씨가 알려준 레진의 무덤에 다녀왔지." 도,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그렇게 빨리 다녀온거야? 겨우 3일밖에 여유가 없었는 데. 이 사람들..... 아니 이 드워프들은 발에 날개라도 달린 모양이지? 어떻게 160km 의 거리를 3일만에 왕복한 거야? 나와 아르메리아가 걸음이 빠르긴 하지만 그건 못하 는데. 혹시 마법이라도 썼나? 그에 대한 질문을 하려는 순간, 배가 파도에 흔들리고, 나는 넘어질 뻔한 몸을 간신히 지탱했다. 체면이 있지 ! 어떻게 넘어진다는 거야 ! 하지만 아이기스님은 키가 작다는 잇점을 십분 활용했다. 무게 중심이 낮으니 중심 잡기도 쉬운 모양이다. 이 분은 그냥 수월하게 갑판위를 걸어가 버린거다. 나중에 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하지만 그 드워프들을 만난 건 반가운데,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기는 하다. 바 로..... "아, 편안한 밤 보내셨나요? 레이니 양. 얼굴색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바로 이 분. 유로 제국의 자랑스런 태자전하. 어지간하면 그만 와라. 지금 일로 바 쁘면서도, 시간 날 때마다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으흐흐. 소름끼쳐. 그 덕에 난 벌써 6일째 악몽을 꾸고 있다. 거기다가 겹쳐서, 난 꿈에선 꼭 공주님으로 나오는 거다. 으. 체서들이 생각나고 셀 누님이 생각나고 그 변태가 생각난다. 그 자식. 얼 굴을 몰라서 아직 두리뭉실하지만.......... 가만. 그런데 왜 그 자식을 생각할 때마 다 난 해골같은 얼굴을 가진 노인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일까. 내 상상력이 뛰어난 것 일까. 그에 대한 생각을 하려는 데..... "레이니 양. 역시 피곤하신 모양이군요. 요즘 들어 계속 밤에 잠을 못 주무시는 것 같은데.... 역시 배에서 편히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악몽의 원인이 누군지를 생각하면, 그렇게 해도 될 거다. 그러나, 솔직히 저 배는 너무 인간적인 냄새가 안 나서 싫어. 돛도 없고, 노도 없는 배가 무슨 배야 ! 게다가 나무로 되어 있는 배들과는 달리, 금속도 아니고 천도 아닌 무언가로 되어 있는 저 배의 질감. 아무래도 이상해. 들어가기가 싫어. 하지만 여기 있는 것도 악몽에서 벗 어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못 살아..... "오늘은 해안 도시를 침공하는 그 유목민들을 찾으러 간 정찰대가 돌아올 겁니다. 아무래도 아가씨는 배를 타고 수도에 돌아가시는 게 좋을 듯 하군요. 몸의 상태가 안 좋은 듯 하니. 지 금 상황은 치안이 너무 안 좋습니다. 아가씨에겐 긴 여행이 힘들 듯 하군요. 보시다 시피....." 도시가 페허가 될 지 모른다. 지금은 사람들로 활기찬 이 도시가. 그렇다면 여기 있 는 사람들도 무사하지 못하리라. 지금 도시에 가득찬, 너무 수가 많아서 천막까지 치 고 야영하는 이 병사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온 것이다. 언제 전쟁이 날 지 모르는 살 벌한 형세. 심지어 마법사까지 와 있는 판국이다. "여기 계시면 위험할 지 모릅니다. 아가씨의 실력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동행을 부 탁드린 건데.... 안 될 것 같군요. 제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자신이 태자전하라는 걸 망각한 건가? 태자로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 백성에게 힘을 보탤 것을 명령하는 건 당연한 그의 권리라는 걸 잊었나? 백 성을 착취하거나 괴롭히는 게 아니니..... 물론 평범한 백성이라면 거부도 가능하긴 하다. 전쟁에 익숙한 사람들도 아니고 가족을 지켜야 하니까. 하지만 내 입장은..... "몸은 괜찮아요. 어차피 저도 동쪽으로 여행을 해야 하니까. 다만....." 생각같아선 아르메리아와 같이 둘이서만 엘프 마을로 떠나고 싶다. 다만 이 상황을 모른 척 할 수 없는게 문제일 뿐이다.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놔두고 떠나는 건, 하 고 싶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둘이서만 떠난다고 하면 저 태자전하가 가만히 있 겠나. 보나마나 위험하다고 말리고 나설 걸. 그래도 괜찮다고 하면 왜 우릴 도와주지 않느냐고 노려볼 기사들의 눈동자가 무섭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도시 사 람들의 눈이다. 난 그 가련한 사람들을 버릴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약한 건가..... "그럼, 곧 수색대가 출발하니, 준비하십시오. 고된 여행이 될 듯 합니다." 내 옆에서 떠나는 태자전하. 이번에도 힘든 여행이 되는군. 하긴 내 여행이 힘들지 않은 순간이 있었냐마는. 왠지 모르게 전하의 뒷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고뇌를 혼자 짊어진 남자라고나 할까. 뒤로 다가가서 그를..... '아, 아냐 ! 요즘 나 왜 이래 !' 빨리 내 몸을 되찾아야지. 이 여자몸에 더 있다가는 이상해지고 말거야. "아르메리아. 싸움에 나서는 게 저 캄프토사우루스가 끄는 수레야?" "예. 솔직히 저런 수레는 전차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지만." 민망한 정도가 아니다. 드워프들의 눈길을 보니, 완전히 '장난감' 바라보는 눈길이 다. 하긴 저절로 달리는 배를 만든 사람들에겐, 저게 그렇게 보일만도 해. "그나마 다행이잖아. 레이니 '양.' 전투에는 상당히 강력한 힘을 가진 드워프들이 동행을 하게 되었으니." 그래. 수도에서 만났던 세 명의 드워프들이 우리와 같이 가게 된 것은, 확실히 도움 이 되는 일이다. 적어도 전사로서는 최고 수준들이 아니냐. 솔직히 마법사가 너무 부 족한 게 걸리고 있었는데, 드워프들이라면 어느 정도 그 공백을 메꾸어 줄 수 있겠 지. 그런데 저 분들이 가지고 오는 짐이 도대체 뭐냐? "저, 아이기스님. 그 짐 안에 든 건 뭐에요?"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자기 몸보다 더 큰 상자를 등에 짊어지고 걸을 수 있다니. 게 다가 힘든 기색도 없어. 아무리 드워프의 몸이 작다는 걸 감안해도, 상자가 너무 크 다. 아이기스님은 웃으며 대답해 준다. "아, 이거? 우리가 쓰는 수레라고 생각하면 돼. 좀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쓸만한 것들이지. 어디, 들어볼래?" 왠지 모를 불안감. 하지만 저렇게 작은 분이 들 수 있다면 나도 들 수 있겠지. 어 디, 내 힘을 전부 끌어올려서..... 부웅. "어?" "저, 저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엄청 무거울 거라고 생각해서 전력을 다해서 들어올렸는 데..... 그 커다란 상자가 맥없이 하늘로 날아오른 거다. 거의 5미터는 떠올랐다가 다시 땅으로 떨어지는 상자. 놀라서 손을 파닥거리면서 달려가, 간신히 땅에 부딪치 기 전에 받아냈다. 그런데 이거 뭐야? 혹시 안에 든 건 솜인가? 나는 드워프 할아버 지들을 바라보았다.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저.... 이 안에 든거... 혹시 솜 아닌가요?" 내가 이렇게 수월하게 들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냔 말이야. 그런데 저 할아버지들 표 정은? 수염이 얼굴을 가린다고 해도, 그 놀란 눈만큼은 가리지 못했다. 그들의 눈은 상당히 커져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그 무거운 걸 가볍게 든 거지? 레이니 양." "말도 안 돼." "자네 손녀에 버금가는 괴력인걸." "어, 어떻게 된거야 !" 옆에서 그 상자를 들어보다가 그 무게에 놀라는 부스트씨. 뭐야. 이거. 내가 그런 괴력을 가지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놀랄 틈도 없었다. 멀리서 일어나는 먼지구름. 저, 저건? 우리 모두는 성벽위로 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경비병들이 외치는 소리. "정찰대가 돌아오고 있습니다 !" - 계속 - 후기)으. 이 놈의 쥬라기 지도는 왜 이리 작아 ! 이런 소리가 안 나올 수 없었습니 다. 손바닥만한 지도로 지리 상황을 짐작하려니 힘이 정도껏 들어야지요. 결국, 거리 측정을 낑낑대면서 하긴 했지만, 오차가 하나둘이 아닐 거라고 각오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유로 제국은 현대의 유럽이 있는 곳에 세워져 있으므로, 레이니가 떠난 섬은 지금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입니다. 강의 위치를 알 수가 없어서, 대충 상상하고 말았 습니다. 이런 고증상 어려움 때문에 판타지 소설이 된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처 음에 말입니다) 그나마 쥬라기는 전세계적으로 기후 변동이 심하지 않고, 그래도 지 형도 굴곡이 심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판타지 소설에 왠 고증 이냐고 하신다면 할 말 없지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7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0 19:37 조회:118 공룡 판타지 11-179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3)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세 마리의 캄프토사우루스. 그리고 그들의 등위에 탄 세 명의 병사들. 솔직히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 뒤에서 달리는 공룡의 모습 때문이다. 캄프토사우루스는 고작 6m의 소형 공룡이다. 소형이 아니라고 할 사람들은, 한 번 사이스모사우루스를 눈앞에서 봐라. 52m의 그 거대한 크기에 나자빠질 테니. 캄프토 사우루스는 유로 제국에서 주로 타고 다니는 공룡으로,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가축 이나, 병사들이 타는 군용으로 애용되는 공룡이다. 그리 만족스런 속도를 내는 건 아 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공룡은 흔하지 않아서 애용되는 것이다. 솔직히 병사들이 싸우는 데 있어서 거대한 용각류 공룡을 타고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20미터가 넘는 공룡은, 기동력이 상당히 떨어지기 때문에. 그러나.... 그 뒤에 달려오는 공룡은 캄프토사우루스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우선 콧구멍이 더 작았다 ! 캄프토사우루스가 긴 주둥이와 커다란 콧구멍을 가지고 있어서 멋이 별로 없는데 비해, 지금 그들의 뒤에서 달리는 공룡들은 그와 달리, 마치 알로 사우루스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왜 비교를 했냐.... 하면.... 그 공룡들의 등에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 "설마.... 저 사람들이....." 내가 무의식중에 나의 검을 잡는 것도 당연하다. 내가 주워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저들은 바로..... "혼 족이다 !" 외치는 병사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성문으로 달려간 병사들은, 아군이 돌아오면 즉시 문을 닫을 준비를 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성벽으로 올라가서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물론 활을 든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성 문 부근으로 몰려갔다. 혹시 혼 족이 안으로 들어온다면.... 그런 상상은 하는 게 아 니다. 그들의 용맹은 유로 제국에도 알려져 있었다. 동쪽에서 온 사람들. 육식공룡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 공룡 위에서 먹고 자는 사람들. 활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 람들. 그리고..... 내가 그들에 대해 주워들은 이야기를 생각하는 사이, 어느새 사람 들은 혼 족에 대한 대처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물론 태자전하가 지시한 대로였지만. 생각보다는 남자다운 걸. 곱상한 얼굴에 비해. 달려오던 우리 병사들이 탄 공룡들이... 갑자기 쓰러진다. 그리고 공룡들의 발에 짓 밟힌다. 병사들을 따라온 그 공룡들은, 병사들을 무참히 문다. 목을 물고 흔든다. 몸 통이 피투성이가 되어 찢겨진다. 아르메리아가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녀는 눈을 떼지 않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보기엔 좀 잔인한 장면인데.... 굳이 그렇 게 무리하지 않아도....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레이니 양." 헉 ! 어느새 내 옆에 와 있는 거지? 태자전하가. 나는 깜짝 놀라 성벽 아래로 떨어 질 뻔했다. 하지만 태자전하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저.... 전 이제 괜찮은데요." "그런가요? 여자가 보기엔 안 좋은 장면이었는데..... 일단 물러나십시오. 여긴 위 험합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앞으로 나가는 태자전하. 위험한 건 나보다는 오히려..... 하지만 태자전하로선 적의 수를 관찰하고 싶었으리라. 그 덕에, 난 그 유명한 혼 족을 관찰 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내가 내려가면서 본 것은, 혼 족들이 우리 병사들의 시체 를 보며 웃어대는 장면이었다. 저, 저런 녀석들이..... "좀 이상하네요." "무슨 말이야? 아르메리아." 난데없이 그건 무슨 말이지? 아까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병사들을 눈도 깜짝 안하 고 보는 걸로 날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또 뭐야? "아까 전, 그 병사들의 목숨이 위협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혼 족은 그렇게 잔인한 종족이 아니니까요." "뭐야? 아까 아르메리아도 봤잖아. 그 녀석들은 우리 병사들을 잔혹하게....." "그래서 이상하다고 한 거에요." ?????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혼 족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유로 제국과 혼 족이 한 번 전쟁을 치른 적이 있었는 데, 혼 족은 공룡 위에서 활을 쏘며 우리 병사들을 무차별 살육했다고 한다. 그 공룡 타는 솜씨는 실로 신기에 가까워서, 결국 우리 병사들은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고 한다. 그들은 죽은 병사의 머리를 잘라 그 머리를 창에 찔러서 매달고는, 사람들 앞을 행진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이 잔인하지 않다고? "레이니는 혼 족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군요." 그렇게 직설적으로 지적하다니..... 너무 해..... 그녀는 그런 내 마음은 아랑곳하 지 않고,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는다. "혼 족은 자신들에 대해 대단한 긍지를 가진 전사집단이에요. 저 드워프들 조차도, 그들을 인정할 정도로. 자신들이 최고의 전사라고 자만하는 저 드워프들이 말이에 요." "그건 그래. 하지만 강자를 인정하는 게 진정한 강자들의 마음가짐이지." "아, 아이기스 씨 !" 놀라게 하는데는 실력이 있는 분이야..... 드워프 할아버지는, 나를 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좀 커서, 주위 사람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지 불안해질 정도였 다. "그들은 진정한 전사다. 엘프들처럼 주제도 모르고 하늘끝까지 올라가려고 하는 자 들이 아니란 말이지. 그들은 우리에게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뛰어난....." "그런 증거가 있어요?" "물론 있지. 과거 우리의 역사서에는....." "그래서 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공격에 대비해서 이렇게 준비를 하고 있는 건가 요?" 저, 저거... 저러다가 싸움 나겠다. 나는 즉시 아르메리아와 아이기스, 둘의 사이로 뛰어 들었다. "그, 그만 ! 일단 혼 족이 물러가고 나면 그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게 어때요? 지금 은 이 도시를 지켜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요." 그러고 보니, 이 도시의 이름을 아직도 모르는군. 악몽에 시달리는 나날에 지쳐서,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 탓인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도시의 이름을 댈 수가 없다. 한 심해... "레드 테일(Red tail : 붉은 꼬리)." 뭐라고? "레드 테일. 그게 이 도시의 이름이에요." 내 마음을 또 꿰뚫어봤나? 아르메리아는 웃으면서 이미 멀어져가고 있다. 아, 나도 이 사람들 도와야지 ! 나는 허겁지겁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으... 잔인한 놈들....." 사람들이 모두 분노하고 있다. 우리 병사 세 명이 잔인하게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거리에서 손 쓸 방법이 없다. 마법사들이 마법을 준비했지만, 지금 상황에 서 마법을 사용하려면 몸을 노출시켜야 한다. 몸을 노출시키는 순간, 저들은 화살을 쏘아 마법사를 맞출 것이다. 그들의 화살은, 우리의 마법사들이 마법 주문을 다 외우 기 전에 날아오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마법사는 몸을 숨겨야 한다. 마법이 깨지는 것 은 물론이고. 하지만.... "####&&&&&&&....." 마법 주문을 외우는 젊은 마법사. 왠지 알베르트씨가 생각난다. 마법사라니까. 셀은 아니고. 그녀라면, 아마 마법 주문을 눈깜박거리는 순간에 완성시켜 저들을 날려버렸 을 테니까. 하지만 이 마법사는 셀이 아니었다. 주문이 미처 완성되기도 전에..... 쉬이이익. 화살 하나가 마법사에게 날아왔다. 그것도 피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내가 돕고 싶어도, 너무 먼 거리다. 내가 있는 곳과 적어도 200m는 떨어진 거리라고. "아아아아악 !" 정확하게 어깨에 화살을 맞고 비명을 지르는 마법사. 급히 마법을 외우는 걸 중단하 고 엎드렸지만, 화살은 너무 빠르고 강했다. 미리 성벽 아래에서 방어 마법을 외우고 올라왔건만..... ".........." 모두들 찍 소리도 못하고 엎드려있다. 우리도 화살을 쏘면 되지 않냐고? 그게 되면 참 좋겠다. 병사 몇 명이 분개해서 화살을 꺼내 쏘려고 했지만..... 쉭. 쉬익. 그들에게 먼저 화살이 날아들었다. 다섯 명 중에 세 명이 화살에 맞아 비틀거리다가 쓰러진다. 머리에 화살 한 대씩을 맞고. 하지만 남은 두 명은 화살을 날렸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지만..... 그 결과는..... 툭. 소리는 못 들었지만..... 결과는 알았다. 우리 병사들이 날린 화살은, 저들의 근처 에도 이르지 못하고 땅에 떨어진 것이다. 거리가 너무 먼 탓이었다. 저 녀석들은 활 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저 먼 거리에서 화살을 쏘는 것일까.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 화살이 이번에는 우리 쪽으로 날아왔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상대는 바로..... "위험해요 !" 나는 태자전하를 밀쳐서 넘어뜨렸다. 물론 나도 그 위에 엎드렸다. 내 머리 바로 위 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화살. 저 정도의 속도라면, 칼로 쳐서 떨어뜨리는 것 도 어려울 거다. 내 실력으로는. 갑자기 치매 사부가 그리웠다. 그 분이 동쪽 나라의 활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어서 기억이 나는데, 저런 활을 만드는 방법도 말한 적이 있다. 그걸 잘 들어둘 걸.... 그런 후회가 내 가슴에 밀려왔다. "아.... 아가씨. 그만 일어나줄래요?" "아, 태자전하 !" 내가 깔아뭉갰군. 뭉갰어. 나는 허둥지둥 전하의 몸 위에서 내 몸을 치웠다. 태자전 하를 깔아뭉갰으니 무슨 소리를 들을지..... "아, 괜찮아요. 내 목숨을 지켜주려고 그런 걸 아니까." 휴우. 다행. 그런데.... 저 아저씨 뭐하는 거야 ! "부스트씨 !" - 계속 - 후기)엄청난 속도와 위력의 활. 자. 여기서 떠오르시는 게 없으신가요? 어쨌든 부스트씨가 뭘 하길래 레이니양이 놀라는지는, 다음 연재분에 나오게 되겠습 니다. (흐흐흐흐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1 11:29 조회:83 공룡 판타지 11-180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4) 저, 저 아저씨, 뭐하는 거야? 이 거리에서 화살이 저 녀석들에게 닿을 거라고 착각 하는 건 아니겠지? 차라리 내가 마법으로 날리는 게 낫겠다. 아니, 나보다는 아르메 리아가 더 잘하겠군.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녀는 내 얼굴만 보고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아는 모양이다. 그녀의 말없는 대답. 이제는 익숙해졌지 만, 남들이 들을까봐 걱정이 된다. "전 그런 거 안 해요." '못 한다'는 말이 아니라 '안 한다'라고? 그게 뭐야? 할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기 싫다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말해보려고 했지만, 그녀는 단 호히 대답했다. "안 돼요. 엘프들이 인간들의 전쟁에 개입하는 건, 금기사항이에요." 그리고는 입을 다물어버리는 그녀. 엘프들의 힘을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전에 수도 에서 만난 그 여관주인 아저씨도, 겉보기와는 달리 파멸적일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 었다. 마력을 느낀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마력의 결여가 나를 더욱 떨게 했다. 마력 이 없는 것은, 그만큼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르메리아가 내게 한 말이었던가..... 그런 자들이 만약 인간들의 전쟁에 개 입한다면.... "그럼 내가 해볼게." 지금 내 마법 실력으로 될 지 모르지만, 되지도 않을 활로 저기까지 화살을 날리겠 다고 설치는 부스트씨보다는 내가 나을 거야. 하지만.... 내가 마법을 준비할 새도 없이, 부스트씨는 이미 활과 화살을 들고 일어서고 있었다. 저, 저러다가는..... 내 가 위험하다고 소리치기도 전에, 그는 화살을 활에 매겨서 날렸다. 너무 놀란 나머 지, 그의 활이 이상하게 구부정하다는 건,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위, 위험....." 하지만 내 눈에 펼쳐진 그 다음 장면은, 놀라운 것이었다. 부스트씨의 활이 구부러 지면서 화살을 앞으로 날렸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 화살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고 있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날아가는 화살의 움직임이 아름다웠다. 비록 그 것의 목적이 생명을 빼앗는 것에 있다고 해도. 쉬이이익. 화살을 몇 번 쏘고 나니, 마음이 상쾌해졌다. 며칠동안 죽어라 달려온 피로가, 말끔 히 가시는 느낌이었다. 그동안은 그 망할 계집애 때문에 얼마나 시달렸던가. 그 여자 가 꿈 속에서도 나타나는 악몽에, 밤에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풀이이긴 했지만 몇 명의 사람을 죽이고 나니, 이제야 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뭐야? 저 놈은. 아직도 혼이 덜 난 모양이지?" 감히 혼 족의 활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다시 일어나다니. 저런 건 화살을 맞아야 정 신을 차리는 법이다. 아까 마법사와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걸 보고도 저런 무모한 짓 을 하다니. 나는 즉시 활을 들었다. 그 자의 얼굴을 겨누고 화살을 날린다. 그가 비 록 우리보다 먼저 화살을 쏘기는 했지만, 그 거리에서 유로 제국의 활은 절대 여기까 지 날아오지 못한다. 그들의 거대한 장궁은 덩치만 크지, 실제로는 우리의 활을 따라 오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활과 이 활은 만든 재료부터 다르지 않은 가.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탄성을 극대화시킨 이 활은, 멍청한 유로 제국놈들의 활과는 태생부터 달랐다. 그러나. "어, 어떻게....?" 동료 하나가 활에 맞아 그대로 공룡의 등에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등에 솟아난 화살 한 대가 피를 내뿜고 있었다. 이럴수가. "저 놈이 !" 내가 놀란 탓인지, 아니면 여행중의 피로가 아직 안 풀린 탓인지는 몰라도, 내가 쏜 화살은 놈들의 방패에 맞고 빗나갔다. 나는 다시 화살을 꺼냈다. 이번에는..... 내 눈에 두 마리의 표적이 들어왔다. 하나는 붉은 머리를 한 덩치 큰 놈. 분명히 저 놈 이 화살을 날린 놈이다. 어디 보자. 네 놈의 머리통에 정확히 화살을 박아주마. 그리 고 그 옆의 놈은........... 긴 초록색 머리로군. 재수없어. 그 여자를 연상시키는 외모.... 아니.... 그 여자잖아 ! "저 놈이......" 나는 활을 그 쪽으로 돌렸다. 저 여자를 쳐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료들의 복수를 할 수 없다. 저 여자에게 동료들이 죽고 나서, 나와 룸은 필사적으로 도망쳐 서 대륙에 도달할 수 있었다. 저 여자 때문에, 수많은 사냥감들을 놓치고, 저 여자 때문에 생사고락을 함께 하던 동료들이 죽었다. 저 여자도 사람들의 눈이 있는 이상,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라 브레이커라는 검의 소유자라는 게 발각이 된 다면..... 발각이 된다면..... "아." 그렇게 되는가...... 나는 활을 천천히 내리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몸을 피하자. 놈들 중에도 활에 대해 아는 놈이 있어." "뭐?" 이 녀석들은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들이다. 내 눈에 떠오른 야릇한 광채를, 그들은 놓치지 않았다. 곧 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겠다는 눈빛들이다. 곧 공룡들의 머리를 돌려, 우리는 빠른 속도로 동쪽 벌판을 향해 달려갔 다. 두 구의 짐승의 시체를 남기고. 물론 우리 동료들의 시신을 챙겨가는 것은 잊지 않았다. 저런 짐승들의 시체와 우리 동료들의 시신을 동격으로 취급할 수는 없지 않 은가. "와아아. 부스트씨 대단해요." 솔직히 칭찬할 건 칭찬해야지. 그게 인간의 도리다. 감탄한 건 사실이고. 저 거리에 서 활을 쏠 수 있는 사람들이 훈 족 이외에 또 있다니. 그러고 보니 활의 모양이 좀 특이하다. 뭐 저렇게 구부정해? 구불구불. 마치 파도치는 것 같다고 할까? "그런데 이 활은? 혼족의 활과 비슷하네요?" 아르메리아. 왜 하필 그 녀석들의 이야기를 들먹이는 거야. 하지만 부스트씨는, 의 외로 쉽게 수긍했다. 여긴 전쟁터라고요. 부스트씨. 잘못하면 그 말 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의 의심을 살 지도.... 그러나, 우리의 대화에 태자전하까지도 흥미를 느끼신 모양이다. 어느새 내 옆에 와서 부스트씨에게 묻는 전하. "자네, 그들에 대해 잘 아는가?" 물론 그 답은 뻔하다. 이 말은, 사실 혼 족에 대해 아는대로 말하라는 거다. 이 유 명한 용병이 설마 그것도 모를까... 그리고 부스트씨는, 우리 모두의 기대를 실망으 로 변하게 하지 않았다. "그 자들의 활은,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재료를 섞어서 만든 복합활입니다. 이런 활은 성능이 대단히 좋지만,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습기가 차면 다 망가지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나무를 잘라서 만드는 활이라, 습기찬 우리 제국의 기 후에도 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활입니다. 그 대신, 그 크기에 비해 사정거리와 위력이 떨어지게 되는 거죠." 잠시 한 숨. 숨을 돌린 후 다시 강의 시작. 하지만 누군가의 마법강의보다는 훨씬 알아듣기 쉽다. 일단 활은 마법보다는 휠씬 익히기 쉬운 물건이 아닌가. 지금도 마법 을 사용하려고 마력을 집중시키고 변환시키는 작업은 어렵다. 솔직히 너무 어려 워..... 그러나 활은 일단 다루는 법이 보이기나 하지. 내 생각을 뒤로 미루고, 그는 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녀석들의 활은 솔직히 정면대항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수비전에서는, 우리가 더 유 리합니다. 성벽이 있으니까요. 전통적으로 유목민들은 강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여기 는 해안도시입니다. 바다에서 녀석들은 무력합니다. 놈들의 강함은 공룡을 능숙히 다 루어 얻는 그 기동력과 활에 있는 것이지, 해상전은 놈들에게 자신없는 분야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 대항하려면, 일단 수비태세부터 튼튼히 해야 합니다.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우리 국토를 침입하려는 건지, 아니면 저 놈들이 극소수 도적들이라서 여 기 나타난 것인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이상, 우리는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기다려 야 합니다." 그런가.... 결국 부스트씨의 말대로 되었으니, 그 말도 맞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태 자전하는 부스트씨의 의견을 받아들여, 일단 부상자를 치료하고 전투 준비를 갖추기 로 했다. 아까 멋지게 혼 족들을 쏘아 죽이는 모습이 모두에게 보인 탓인지, 모두들 군소리없이 그 말을 따랐다. 그런데.... 난 하나 해결할 일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아까 태자전하를 눌러 버렸잖아. 납작하게. 솔직히 찔리네. "저....." 아까는 말도 못했지만..... 일단 사과는 해야지. 어떻게 된 게 나는 전하를 만났을 때부터 집어 던지고, 깔아 뭉개고... 하는 사고를 계속 치는지..... 내가 람포가 된 기분이군. 한심해. 다음부터는 주의해야지.... 어쨌든 일단 사과는 한다. 나는 태자 전하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죄송해요. 아까는 너무 급해서....." 그런데... 왜 아무 말씀이 없으신 건지.... 분명히 내 앞에 태자전하가 있는 걸 확 인했는데? 설마, 이 분은 벌써 어디로 가시고 난 지금 다른 사람들 앞에서 헛수고하 는 것인지도..... 그런 불안감에 밀려 일단 고개를 들어보니..... "후훗. 사과하고 싶으면, 오늘 저녁 식사에 오도록 하십시오." 태자전하의 저 장난기 넘치는 눈.... 평소에도 저런 눈을 하고 사람들을 대했던가? 내가 비록 전하를 본 기간이 매우 짧기는 했어도, 저런 눈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 셨던 적은 없는데? 내 착각인가? 뭐 어쨌든 사과는 했으니 된 거고. 이제 돌아가서 마법과 검을 단련한 후 잠이나 자면..... 가만. 저녁 식사라고? 그럼..... 왜 갑자기 불안감이 느껴지는 걸까. "그러니까, 그 여자가 지금 레드 테일 시에 있다는 건가?" "그렇다. 그 여자가 분명하다. 내가 확인했으니까." "그럼........... 마법사들이 많이 있어서 그 여자의 마력을 확인할 수 없었던 모양 이군. 젠장." 땅을 치는 룸. 하嗤? 그 표정은 그 말과 달리, 밝은 편이었다. "어때? 그 도시에 들어갈 가능성은?" "아직은 몰라. 알려진 게 없어." - 계속 - 후기)저도 복합활에 대해선 잘 모른다는 점을 인정합니다만, 그래도 쓰고 싶었습니 다. 굳이 서양식 활만 판타지 세계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가끔은 우리 나라 활도 나와도 되지 않느냐.... 는 생각이 들어서, 이들을 판타지 세계에 도입합 니다. 하지만 앞으로 쓸 생각을 하니, 아득하군요. 솔직히 장난이 아닌 작업이 될 듯 해서..... 만약 복식문제가 걸린다면.... 그 외에 걸리는 게 하나 둘이 아니니.... 그 문제야 쓸 때 고민해야지.... 일단은 넣습니다.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2 19:51 조회:48 공룡 판타지 11-181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5) 어둠이 이미 주위를 덮었지만, 몇 줄기의 별빛이 구름 사이에서 천막들을 비추고 있 다. 그 속에서, 들리는 룸과 엘름의 대화. "하지만, 그 도시에 들어가지 않고 그 여자를 처리할 방법이 있어? 녀석들의 레벨이 얼마나 되는 지는 몰라도, 일단 마법에 있어서 우리보다 아래는 아니라고 봐야 하는 데. 여기서 마법으로 도시를 날리는 것도 무리라고. 마법사들이 하나둘이 아닌 이 상." 들키면 마법을 날려 도시를 파괴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있는 이 천막들이 날아가 버릴 것이다. 상대 마법사의 수와 레벨을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닌 이상, 신중해야 했 다. "전에 죽인 그 자들 말이야. 우리를 추적하는 게 아닌 것 같았어. 솔직히 우리가 이 대륙에 이렇게 빨리 올 줄 누가 예상했겠어." 뱃길로 한 달은 걸릴 긴 거리를 순식간에 넘은 룸이, 피곤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말 했다. "난 당분간 마법을 못 쓴다고. 여기까지 너와 날아오느라 힘들어 죽을 지경이라고." "흐흐흐..... 그래? 밤마다 날 괴롭히는 주제에....." "놀이하고 노동을 착각하지 말아줘." 이 인간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 인간도 아니긴 하지만..... 룸과 엘름은 음 흉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놀이라고 하지. 난 노동이지만. 하지만 그 여자를 어떻게 처리할까? 지금 날 추적하는 혼 족들이 하나둘이 아니라서, 리츠 놈에게 들키면 큰일이라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안 돼. 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뭐지? 우리 다크 엘프 룸 아가씨?" 물컹. 잠시 작게 신음한 룸이,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둘을 싸움 붙이면 어떨까?" "그게 가능한 거야?" 물컹. 다시 약하게 소리를 내는 룸. "이야기 방해하지마. 노는 건 나중에 하자고. 일단 우리 정체를 아는 건 몇 명 뿐이 야. 일단 혼 족의 무리 속에 끼여 있기는 해도, 우리 얼굴을 아는 녀석이 있다면 당 장 도망쳐야 하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별로 급하지 않은 얼굴이로군. 룸." 물컹. "엘름. 그런 건 나중에 해. 그보다는 그 여자를 처치할 방법이나 의논하자고." "그렇군." "그럼.... 일단 우리는 그 여자가 라 브레이커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리 고 혼 종족을 이끄는 리츠라는 자는 검의 달인이고..........." "그렇군. 하지만 어느 쪽이든 지금 이기기는 힘든 상대야. 나 혼자서 녀석들을 다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잖아. 넌 마력이 회복되지 않았고. 우리 동료들이 다 살아있다 고 해도 두 놈중 어느 하나도 이기기 어려운 판에.... 설마 정면 대결이라도 할 셈이 야?" "물론 아냐. 다만, 그와 그 여자를 만나게 하면..." "라 브레이커를 가진 자를 보면....." "그 뒤는 그 자가 알아서 하겠지. 우린 그냥 그 여자의 최후를 느긋하게 감상하면 돼." "그게 좋겠군. 우리 손으로 그 여자를 죽이지 못하는 건 좀 애석하지만." "욕심은 내지 말자고. 엘름. 리츠가 그 검을 가지고 기뻐하는 틈에 빠져나가든지 공 격하든지 결정하자고." 룸과 엘름은 약간 불만스런, 그러나 만족스러움이 더 강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하자." "물론." 그리고 둘은 웃었다. 구름이 밤하늘을 가리자, 별빛도 사라졌다. 그와 함께, 그들의 미소도 묻혀 버렸다. "며칠 전부터 우리 주위엔, 상당수의 혼 족이 몰려와 있습니다.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어제 우리 병사들을 살해한 것을 우리 모두가 본 이상, 이제 즉시 출격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도시의 시장님은 열변을 토한다. 하긴, 언제까지나 저런 불청객들을 옆에 두고 싶지는 않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몰려나가는 것은 좀..... 역시 그게 위험하 다고 느낀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부스트씨가 일어서서 발언을 요청한다. 어제의 활 약이 아직 모두의 눈에 생생한 이상, 그는 회의장에서 발언권을 얻었다. "유목민을 상대로 성 밖에서 싸우는 것은 무모합니다. 더군다나, 우리 병사들은 아 직 훈련이 끝나지도 않았습니다. 이 병력을 가지고 무리하게 나서는 것 보다는, 준비 가 끝날때까지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강경론과 신중론. 두 개의 의견이 교차했지만,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회의실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니, 결국 밖에 있는 나와 아르메리아는, 멍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밖의 혼 족들을 바라보면서. 어제 그들이 한 번 나타난 후로, 그들의 존재가 내 앞에 성큼 다가온다. 하지만 저들은 저 멀리 동쪽 땅에서 왜 이곳에 온 것 일까. "그건 알 수 없어요. 워낙 방랑을 잘 하는 사람들이라서." 아르메리아가, 모처럼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동안 말없는 말, 소리없는 소리로 자기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적어도 나와 같이 둘이만 있던 경우 에는. 하지만 그 말은.... 혹시.... "하지만 일단 적의는 없는 듯 해. 저들은 어제의 그 자들과 달리, 살기가 느껴지지 않아." 어느새 옆에 오신 아이기스님. 태자전하 때문에 어제 저녁에 시달린 게 문제였나. 요즘들어 몸이 너무 피곤하다. 그러니까..... "여긴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곳이라고요. 드레스라니. 말도 안 돼요." 태자전하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간신히 거절하면서, 내가 한 말이다. 세상에, 이 분 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래서 결국 어제 저녁은 간신히 평상복 차림으로 갔다. 그리고..... 어제 식사에 반강제로 초대된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부스트씨는, 화 제의 중심이 되었다. 주책맞게도 태자전하는, 날 PK일당 네 명을 처치한 여걸로 소개 해 버렸고, 나는 부스트씨와 더불어 파티의 중심에 서고 말았다. 그 일당들이 유명하 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잘 알려질 줄은..... 솔직히 그 명성을 실감하 지 못했는데, 여기 와서야 그걸 알았다는 느낌이랄까. 수도 사람들은 정보의 중심지 에 사는 만큼 그들의 이름을 잘 아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설마 이 해 안도시의 사람들까지 그럴 줄은 생각도 못했다. 결국 한밤중까지 꼼짝 못하고, 그들 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야 했다. 으이그..... 정말 이 사태가 해결되면 빨 리 이 도시를 떠나, 엘프들의 도시로 가야지. 여기 더 못 있겠어. 난 하루빨리 남자 몸을 되찾고 싶단 말이야 ! 그런데 왜 모두가 날 이렇게 방해하는 거야 ! 혼자서 절규하고 있다 보니,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떴다. 하지만 회의실의 결론은 여 전히 나지 않는다. 저 사람들, 오늘 하루종일 토론만 하다가 끝낼 모양이군. 하긴, 저 사람들도 이제 슬슬 물러설 듯 하다. 천막을 치웠군. 그럼 이제 저들도 떠나는 가.... 평화로운 종말. 그리고 내 여행이 재개된다. 행복해.....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오산이었으니..... "한 사람이 다가오는데요?" 뭐냐? 혼자서. 어제 그런 짓을 해놓고, 간도 크게 혼자서 성 앞까지 오다니. 물론 백기를 들고 오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슨 속셈이지? 모두들 우루루 성 위로 몰려 나왔다. 일부 병사들, 그러니까 성 아래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들, 혼 족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려고 안달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왜 이곳으로 왔 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솔직히, 그들에 대해 아는 거라곤 저 멀리 동쪽에 산다는 것, 그리고 어제 우리 편 병사들을 죽였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넓은 동쪽 땅 에서 자유롭게 떠돈다는 것 정도다. 간단히 말해서 전혀 모른다는 말을 내가 너무 길 게 한 것이다. 하지만 유로 제국과 쥬린 제국 사이에는 중앙 사막지대에 사라다 제국 이 있고, 남북에 걸쳐 엘프들의 땅이 있다. 그리고 드워프들도 그 사이에 드문드문 위치한다. 하지만, 그 위치관계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솔직히 가 본 사람이 드물어서 그렇다. 그 지경이니, 서해안 극히 일부만 차지한 유로 제국과, 동쪽에 자리잡은 쥬린 제국이, 서로 왕래가 빈번하지 못한 것도 당연한 것이다. 엘프 들은 인간을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기고, 사라다 제국은 극히 자연환경이 험악해서, 인 간이 갈 데가 못 된다. 무엇보다도, 그 나라는 마법이 발동되지 않는 곳이다.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사라다 제국에 막힌 결과, 우린 쥬린 제국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런 데 저들은 어떻게 여기 온 것일까? 모두들 성 위에서 그 친구를 바라보는 것도 무리 가 아니다. "백기를 흔드네요? 아마 무슨 협상을 하려고 온 것 같아요." 가만. 어제 죽은 병사의 최후를 생각하면, 당장 활이든 마법이든 날리고 싶지만, 지 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일단은 저 혼족의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하지만 솔직히 저들을 성 안에 들여놓으면.... 안 돼. 큰일이 벌어질 지도 몰라. 모든 이의 생각이 일치했고, 모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누가 협상하러 나가지?" "아, 아니되옵니다. 태자전하. 만일 일이 잘못되어 옥체가 상하기라도 하면....." 벌벌 떨며 말리는 시종. 아마 시종장이 아닐까? 하지만 난 그런 거 알 바 아니다. 내가 무슨 황실 가족도 아니고, 당분간은 기사가 될 가망도 없으니, 난 그런 거 알 생각도 없고 필요도 없다. 그러니 난 편히 공룡 위에 올라탈 생각이나 하자. 아이쿠 ! "레이니. 공룡을 달래 봐요. 그 마음을 느껴 봐요. 힘으로 상대를 틀어쥘 생각을 하 면 안 돼요." 난 아직 정신 관련 마법은 전혀 몰라. 아르메리아. 나한테 그렇게 말해도... 아이고 ! 난 그저 공룡의 등에 올라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런데 태자전하는 아직 멀었 나? 최소한 공룡의 등에 올라타는 거라도 하시라고. 음. 아직 멀었군. - 계속 - 후기)왜 이리 오래 걸리냐..... 글이 안 나갈 경우에 비축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 게 되는군요. 특히 이렇게 글이 안 나갈때마다. 그리고, 룸과 엘름이 대체 서로 뭐하는 거냐.... 고 묻지는 마세요. 글에서 꼭 필요 한 장면이 아니라면, 므흐흐한 묘사는 없습니다. 극중 필요하지도 않은 데서 그런 므 흐흐한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봐요. 거기. 왜 그렇 게 아쉬운 듯한 눈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3 19:45 조회:151 공룡 판타지 11-182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6) "아니되옵니다." 아직도 태자전하의 발을 붙잡고 늘어지는 시종장. 하지만 저 사람이 뭐라 하든, 난 모른다. 그저 태자전하의 목숨만 붙여가지고 데리고 오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일이 왜 이렇게 되었냐 하며는.... "내가 그들과 협상하러 가겠다." 태자전하의 느닷없는 선언. 물론 협상을 하려면 고위급이 가는 게 좋다는 건 안다. 하지만 잘못하면 죽어. 인질이 될 지도 모르고. 그래도 간다는 거야? 나같은 전쟁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도 금방 알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한다는 거야? 하긴 치매사부가 열심히 내게 전쟁에서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지 가르쳐주기는 했지 만..... 이 시대에 전쟁이 벌어진 역사가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사라다 제국은 호전 적이지만 그들은 그들 자신의 사막을 사랑해서, 좀처럼 유로 제국에 침략한 적이 없 다. 하긴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것도 그 요인이겠지만, 문제는 바다다. 그들의 사막 에서의 경험도, 바다 앞에선 별 도움이 안 되는 모양이다. 아니면 그들의 기질 탓이 든지. 이 세계가 충분히 넓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룡들 때문에 인간들 이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지 않게 된 것도 다행이고. 어쨌든 공룡들이 있는 이상, 사 람들은 자신을 보호하는 데 더 주력하게 되고, 기후가 그리 나쁘지 않으므로 사람들 은 생활에 매여 온종일 일하는 불편에서 해소되어 있다. 과거엔 오시언 전체가 얼어 붙어, 세계가 얼음 지옥이 된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인간이 이 별에 살지도 않았지만, 엘프들에겐 그 사실이 전해진다고 한다.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전설처럼 전해지는 건 사실이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매우 편한 시대 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다고. 태자전하가 잘못되면..... 억울하게 우리만 고생하게 된다. 그렇잖아. 황제가, 태자가 여기서 전 사라도 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린 태자 경호를 소홀히 했다고 잡혀가게 되니까. 누가 태자전하를 말릴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레이니 양." "예?" "나와 같이 가 주길 바래." 무슨 소리야? 저 간절한 눈빛은? 그리고 태자님은 돌아서서 시종장에게 나지막히 말 했다. "그 유명한 PK일당을 처치한 레이니 양과 그 일행이 경호해준다면, 안심이 되나? 나 도 회담은 우리와 혼 족들의 중간 지점에서 할 생각이네. 그러니까 걱정은 하지 말아 도 되네. 시종장." "아......... 예." 그들이 그렇게 유명했던가.... 시종장이 순순히 물러나는 것은.... 그러나 그는 기 사들에게 눈치를 주었다. 몇 명의 기사들이 즉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태자전하 앞 에 무릎을 꿇었다. "저희들도 가겠습니다." 하긴, 나와 아르메라아, 부스트는 그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태자의 경호를 맡기기는 불안했겠지. 그리고 나도, 태자 전하를 모시는 건 맘에 안 든다고. 내가 왜..... 사실은 그때 그와 춤을 출때의 악몽과도 같은 기억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지만..... 으. 내 허리.... 왜 손을 대고 난리야..... 그때 몇 번이나, 난 태자전하를 날려버리고 그대로 마법으로 그를 박살내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 했 었다. 물론 여자와 남자가 춤을 출 때 허리를 한 손으로 감고 껴안는 건 이상한 게 아니지만..... 난 여자가 아니야. 이상한 쪽으로 취미를 가질 생각은 없어. 그래서 이번에는 좀 빠지고 싶었지만.... 태자전하가 죽으면 나한테 원망이 쏟아질 것 같아 서, 결국 경호대에 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연속으로 공룡 등에서 떨어지는 거고. 쿵. "이걸로 네 번째에요. 언니." 불쌍하다는 그 표정. 좀 자제해줄 수 없어? 아르메리아. 하지만 그녀는 날 가련하다 는 감정을 가득 담은 눈으로 바라본다. 우우우우우. 하지만 난 캄프토사우루스를 타 보는 게 처음이라고. 그렇게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줘. 그녀는 더 이상 못 보겠는지 공룡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잠시 공룡의 머리에 손을 얹고 뭐라고 중얼거리 자, 공룡은 얌전히 편한 자세로 주저앉았다. "언니. 이리 와요. 저하고 같이 타는 수밖에 없겠어요." 공룡 타는 법을 가르쳐줄 시간이 없으니..... 그렇게 하는 수밖에.... 하긴 시골에 서 내가 공룡 타는 법을 배웠을 리가 없잖아. 야생 공룡 타는 법은 가축과는 다를 테 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못 탈 리가 없는데..... 전에 사이스모사우루스의 목에 매 달렸을 때도, 잘만 붙어 있었던 내가 아닌가..... 거대한 캄프토사우루스의 등에 기 어올라가는 나. 겨우 6m밖에 안 되는 길이인데도 크게 보인다. 가까이에서 봐서 그런 건가. 푸웅. 으. 콧바람에 놀라는 나. 한심해..... 겨우 공룡의 콧바람에 놀라 비틀거리다 니..... 왜 오늘은 내가 이모양일까. 어쨌든 간신히 그 등을 기어오른다. 뛰어 오르 면 되지 않느냐고? 태자전하의 눈에 안 띄려고 실력을 숨기는 거라고 생각해줘. 제발 날 좀 보지 말란 말이야 ! 안 그래도 가기 싫어 미치겠는데. 혼 족이 겁이 나서 그렇 다면 또 몰라. 왜 내가 태자전하와 같이 가야 하냔 말이야 ! 빨리 오늘의 악몽이 끝 나고, 다시 여행을 시작하면 좋겠다. 정말 더 이상은 이런 분위기에 있기 싫어. "언니. 올라탔어요?" 비틀비틀. 한심하게 공룡의 등에 매달린 날 보며, 아르메리아가 뛰어오른다. 쿵. 그 녀의 몸무게가 그리 무거운 게 아닌데도, 공룡이 비틀거린다. 내가 흔든 탓인 가...... 그런 건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캄프토사우루스의 등에 매달렸다. 평 소보다 무거워진 무게를 등에 싣고서, 과연 이 공룡이 잘 달려줄지는 의문이지만. "출발 !" 활기찬 태자전하의 음성. 하지만 나로선 그리 좋게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빌 뿐이다. 공룡들이 일제히 성문을 열고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아르메리아. 좀 살살 몰아." "언니. 이상하게 당황하고 있네요?" "..........." 그건 그렇다. 정신적인 안정의 결여인가..... 하지만 그 이유는..... "태자전하와 같이 가기 싫어서 그런 거죠?" 힉 ! 깜짝 놀라, 공룡 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그녀 때문에 놀라는 일이 여러번 있었 지만, 이번만큼 놀란 적이 없다. 그것은..... "레이니, 앞으로 그런 일이 종종 있을 거에요. 인간들은 겉모습만 보고 상황을 판단 하기 때문에, 지금 언니를 여자로 보고 좋아하게 되는 것도 가능한 일이에요. 언니의 저주가 풀릴 때까지는, 언니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에요. 참아요." 흑. 당연한 사실이지만,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아무래도, 난 역시 남자라고. 남자들 에게 구애받는건 질색이야. 어떻게든 이 저주를 빨리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번 일이 잘 되어야 하는데..... 솔직히 이번만은 태자전하가 잘 해 주기를 빌자. 하 지만..... 그러고 나서 나한테 이상한 소리라도 하면..... "레이니 양. 수도로 돌아가지요. 아가씨에게 황야의 거친 바람은 좋지 않아요." 으.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머리카락을 단단히 묶어서 허리에 동여매지 않았다면, 내 뒤에 있는 아르메리아에게 상당히 폐를 끼쳤을 게 분명하다. 이 머리를 잘라야 할 까? 하지만 내게 걸린 저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그건 위험한 일이다. 으흐 흑. 손톱은 잘라도 되는데 왜 머리카락은 자르면 안 되는 거야. "머리카락은 외모에 상당히 영향을 끼치니까 그렇지요. 인간 마법은 아무래도 보이 는 것에 중점을 두니까. 좀 참아요. 머리카락도 나보다 예쁘면서 왜 그렇게 불평 은....." 토라진 듯이 입을 내미는 그녀. 뒤에 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의 생명력이 그 렇게 느껴진다. 흑. 그럼 이 저주 풀리면 이 머리카락 다 가져. 으흐흑. 서서히 혼 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녀석들이 유로 제국의 놈들인가?" "맞아. 여기서 보니, 그 계집애의 모습도 있어." "그 엘프와 용병도 있군. 우린 이만 피하지." "그렇게 하자고. 어차피 일은 인형들이 알아서 잘 할거야." "양측에 모두 인형을 만들어 둔 게 이럴 때 효용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잘 되지 않으면 당장 도망쳐야 해. 준비하자." 룸과 엘름은, 자신들이 탄 공룡을 서서히 뒤로 물러서게 했다. 인형들이 곧, 행동을 개시할 것이다. 그들이 성공적으로 일을 해낸다면..... 모두들 유로 제국의 태자와 혼 족의 족장이 만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사 람들 중에서, 뒤로 슬그머니 빠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얼핏 본다면 뒤에 선 사람들에 게 밀려서 대열에서 밀려난 듯 했지만, 그건 아니다. "독스." "아, 왜 그래? 모란." "어디 피곤해?" "응. 아무래도 난 어디 앉아야겠어." "안 됐네. 그럼 일단 저기서 쉬어. 지금은 아직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 말이 야. 혹시 전투라도 벌어지면 곤란하니까, 집에 가는 건 안 돼." "그래." - 계속 - 후기)으. 왜 이렇게 쓰는 게 어렵단 말인가 ! (한심해.....) 어쨌든 오늘분 완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4 19:06 조회:59 공룡 판타지 11-183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7) 잠시 성벽에서 좀 떨어지는 독스. 어차피 사람들은 성벽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정신 이 다 팔려서, 이쪽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오늘은 유달리 머리가 아프네." 두통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어디가서 앉으려고 좋은 자리를 찾는 독스. 그런 데..... '잘 있었어?'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소리. 그것이 지금 들리기 시작했다. '자. 이리로 와. 자. 좀 더.' "무슨 일로?" '자. 이리로 와. 이리로 와.....' 서서히 앞으로 걸어가는 독스. 정면에 위치한 투석기를 향해서. 그의 손이 서서히 올라간다. 그의 눈은 허공에 뜬, 회색 머리의 여인을 향하고 있다. 그의 손이 움직이 더니, 투석기를 민다. 조금씩. 조금씩. 약간 움직인 투석기가 벌판을 겨누게 되자, 그의 손이 흐느적거리며 허공을 움직이더니 미끄러지듯 아래로 떨어진다. 투석기의 손잡이를 향해. 돌이 올려져 있는 투석기가, 그것의 힘을 억제하는 방아쇠가 당겨진 다. '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리따운 여인의 유혹적인 목소리. 그 목소리에 따를 때, 그에겐 정신을 잃을 정도 의 쾌락이 주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독스는 서서히 방아쇠를 눌렀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풀리면서 그 탄성에 의해, 돌이 하늘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독스의 정신이 점점 흐려졌다. 그는 아래를 바라보며 서서히 쓰러졌다. 두 손을 벌리면서. 그의 의식이 점점 멀어져간다. 그녀의 품에 안긴 채로..... "유로 제국의 태자, 파란(faran)이라고 합니다." "혼 족의 족장, 리츠라고 합니다." 두 사람이 만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나도 모른다. 난 그런 데 관심없어. 물론 두 지역이 오랫동안 갈라져 있어서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두 사 람이 사용하는 말이 서로 달라서 통역관이 중간에 붙어 있어도 별 이상할 게 없 는..... "우리 유로 제국은, 어제 일어난 아군 병사 살해 사건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 뭐, 우리말이니 알아들을 수 있지. 통역관이 혼 족의 말로 대화를 번역한다. "우리 유로 제국은, 어제 일어난 아군 병사 살해 사건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 으. 독창성 없는 번역. 하긴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언어로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지. 통역관이란, 그저 서로의 말의 의미만 제대로 전달해주면 되니까. 그러고 보니 역시 저 통역관은 마법사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동쪽의 끝과 서쪽의 끝을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물론, 길을 빙 돌아가야 한다는 문제는 있어도 말이다. 중간에 놓인 엘프들, 드워프들, 사라다 제국 사람들의 영토를 지나려면, 상당한 노 력이 필요하다. 아주 뛰어난 전사들을 제외하면,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그 땅에서는 마법을 구사하기 어려운 곳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그래서, 뛰어난 마법 사와 전사들이 아니면 절대 그 길을 넘지 못한다. 왜 마법을 쓸 수 없는지는 알려지 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렇다. 그래서, 두 제국을 왕래하려면 배를 타고 먼 길을 돌아 가야 한다. 남북 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바다를 왕래하는 배들이 있는 것도 그 때 문이다. 물론 그 바다에는 약간 고약한 종류의 수중 괴물들이 아주 많이 살지만. "하지만 이번 일은 저희들이 한 일이 아닙니다. 저희 종족들은 도착한 지 여러날이 지났지만,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저 사람, 거짓말 할 사람은 아니게 보이는데....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거지? 어제 혼 족이 우리 병사들을 죽이는 장면을 다 봤는데.... 가만. 가만 ! 어째서 내가 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거야 ! 이게 말이 되는 거냐 !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 살아서 말 이 상당히 다르다고 들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지만 그 이유를 생각해 볼 틈 이 없었다. 그 원인은..... "!"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나는 곳은....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니, 바라보지 않았다. 단지 소리만으로도 지금 상황을 알 수 있었으니까. 어느 멍청 한 녀석이, 투석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더군다나, 상황이 더 나쁜 것은, 그 투석기에 서 날아온 돌이, 정확히 태자전하와 혼 족의 족장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 이런. 어느 녀석인지 나중에 잡아야겠어. 왜 날 이렇게 괴롭히는 거야 ! 저들중 어느 하나 라도 죽으면, 여기 온 내게도 좋은 일이 있을 리 없다. 날 믿고 경호를 맡겼는데, 아 무리 태자전하가 맘에 안 들어도 일단은 구하고 봐야지. 나는 캄프토사우루스의 배를 걷어찼다. 상당히 강하게. "이랴." 달려나가는 캄프토사우루스. 놀라 날 꼭 잡는 아르메리아. 솔직히 등을 통해 전해지 는 그녀의 가슴의 느낌이 좋기는 하지만, 일단 태자전하와 저 족장을 살리고 나서 그 부드러움을 감상하..........아, 이게 아니고. 어쨌든 구하고 나서 생각하자 ! 역시 아까는 내숭이었다고 누가 그런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나는 공룡을 잘 몰았 다. 솔직히 말하면, 야생 공룡의 등에 올라타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역시 태 자전하 때문에 자꾸 공룡 등에서 떨어진 거였어.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금방 그들 의 앞에 갈 수 있었다. "여기서 피해요 !" 하지만 난 헛수고를 하고 말았다. 돌이 다른 장소에 떨어져서 그렇다면, 나 하나만 망신당하고 끝이다. 돌이 만약 이미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면, 그건 진짜 큰 일이다. 내가 헛수고했다는 건, 내가 소리지를 때, 이미 혼 족의 족장이라는 사람이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는 돌이 날아오는 걸 보지도 않았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 리지 않았으니까. 그가 한 일은, 단지 그의 왼손을 돌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뻗친 것 뿐이었다. 그리고..... "허상의 검 !"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손에서 기가 쏘아져나갔다. 그 기는, 일반인들의 눈에는 보이 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의 흐름을 느끼는 것은 가 능했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하지? 생명력이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건 알 지만, 대개는 그 힘이 강하게 흐르면서 분해되어, 빛과 열을 방출해서 보이게 되는 게 통상적인 예인데? 어떻게 저런 일이? 혹시 저 사람은 생명력의 분해를 막을 정도 로 그 힘을 제대로 통제하는 사람일까? 그렇다면 그는 정말 대단한 고수다. 나 같은 건 아직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그의 검, 보이지 않는 검이 바위에 닿자, 바위 는 맥없이 부스러졌다. 믿을 수 없다. 단지 손을 쳐든 것만으로도 저런 정도의 위력 을 발휘하는 검기를.... 얼마나 수련하면 저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될까..... 나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행을 하고서, 처음으로 사부의 경지에 이른 인간을 만난 느낌이었다. 돌이 가루가 되어, 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있었다. "괘, 괜찮아요?" 맥없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고 말았다. 솔직히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저런 인간 이 사부 말고도 존재하다니..... 하지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기사들 은,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으.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그들은 오 히려 나를 보며 비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쓸데없이 회담에 나서서 방해를 했다는 책망이, 그들의 눈빛에 드러나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바보같지는 않았다. "허상의 검을 투명하게 사용하다니....." 가장 먼저 감탄한 사람은 부스트씨였다. 그나마 보는 눈이 있군. 하지만, 부스트씨 의 감탄은 이어지지 못했다. 슈웅. 화살이다 ! 나는 내 검에 손을 뻗었다. 왜 하필이면 나한테 날아오는 거야 ! 나는 검을 뽑아 휘둘렀다. 그대로 두 조각이 나는 화살. 생각보다는 검을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모양이다. 누구처럼 허상의 검을 즉시 발동시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혼 족 의 화살을 막은 것은 내가 생각해도 대단했다. 두 조각이 난 화살이 공룡의 발 아래 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 녀석이 !" 왜 나한테 화살을 날리는 거야 ! 나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보았지만, 내게 화 살을 날린 그 자는, 어느새 땅 아래로 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이 자가 어디로 튄 거야 ! 나는 그를 잡으러 가려고 했지만..... "아가씨. 그 검은?" 의아한 듯이 나를 쳐다보는 혼 족의 족장. 으악 ! 실수다 ! 하필이면 라 브레이커를 뽑아 휘두른 거다.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한 행동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 여자가 이런 거대한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른다는 걸 알게 된다 면.... 누구라도 의심을 품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쇠로 겉모양을 가렸다고 해 도, 이 검이 라 브레이커라는 걸 들킨다면.... 저들은 쥬린 제국을 구성하는 그 혼 족들이다. 일이 간단히 끝나지 않을 것임은 분명했다. 나는 마음속의 동요를 필사적 으로 감추면서 검을 다시 검집에 꽃아넣으려고 했지만..... "살아계셨군요. 공주님." 덜컥 ! 내 심장이 내려앉은 듯 하다. 날 그렇게 부르는 건....... 오직 체서들뿐이 었으니까. 설마... 저 사람이 날 죽이려고 한다면..... 지금의 나로서는 이길 가망이 없다. 마법이고 검술이고 사용하기도 전에 목이 달아날 걸. 아까 그가 사용한 허상의 검을 보건데,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 다가 오지 마 !" "흐흐흐. 공주님, 편안한 죽음을 맞으시기를." 죽음의 공포.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 반사적인 행동. 나는, 아르메리 아를 태운 채, 공룡의 입에 물린 고삐를 잡아챘다. 나와 그녀를 태운 캄프토사우루스 는, 성을 향해 달려갔다. 그의 놀란 얼굴이 내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공 룡이 달리면서 일으키는 흙먼지에 가려진 채. - 계속 - 후기)으. 겨우 오늘 분 마무리했다. 죽는 줄 알았네..... 솔직히, 이번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오늘 연재분을 만드는 데, 왜 이리 어려운 지.... 간신히 괜찮게 마무리된 느낌입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5 19:17 조회:153 공룡 판타지 11-184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8) 4월 21일 밤. 오늘의 일 생각중이다. 별로 좋은 일도 아니지만.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결과다. 결국, 내가 도망치는 바람에 양측의 회담은 그냥 결 렬되어 버렸다. 물론 전투가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될 듯 하다. 내가 아르메 리아를 데리고 튀자, 태자전하는 놀랐고, 그 와중에 돌과 화살이 양측에서 날았다. 누가 날린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으로 양측은 서로가 상대를 배신했다 고 비난하며 본진으로 후퇴했고, 나는 결국 그 책임을 뒤집어썼다. 나 때문에 일을 망쳤다는 것이 비난의 주된 원인이지만, 또 하나는 바로..... "태자전하를 경호하는 책임을 맡은 자가 혼자서 달아나다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하다 !" 나와 같이 간 기사들도, 그 점에서는 이의없이 동의했다. 도망간 건 사실이니 그들 도 날 변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꼼짝없이 여기 매달려 있게 된 거 다. 한심해. 그것도 나 혼자 외롭게. 날 매달아놓은 나무는, 전에 죽은 자들의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으. 끔찍해..... "으. 어쩌다가 내가 이런....." 어째서 내가 공포를 느끼고 달아났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순간적으로 공포심에 사로잡혀서 도망친 것은 확실하다.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한 것일까. "다, 다가 오지 마 !" "흐흐흐. 공주님, 편안한 죽음을 맞으시기를." 분명히 그 목소리, 다가오지 말라고 외치는 그 목소리는, 지금의 내 목소리와 비슷 했다. 좀 어린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하지만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어릴 때 내가 저주에 걸렸을 리 없잖아. 왜 그런 기억이 떠올랐을까? 갑자기 내 머릿속을 스 치는 게 있었다. '그래. 난 지금 공주님의 몸을 가지고 있지.' 만약 그녀의 육체속에 그 당시의 기억이 있다면, 그 기억을 내가 떠올렸을지도 모른 다. 그러나, 그것은 간단히 부정되었다. 만약 그렇다면, 내 원래의 기억은 어디에 보 존되어 있는가. 남자아이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인데. 어째서 내 기억이 사 라지지 않았지? 내 몸이 그 공주님의 것이면, 내 기억이 영혼에라도 저장되지 않고서 는 남을 리가 없잖아. 으. 난 마법사가 아니야. 그런 전문적인 분야는 몰라. 그리 고.... 솔직히 난 내게 걸린 저주가 어떤 형태의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저주를 이해하려고 애쓴들, 무리였다. 처음부터 바보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지금 중요한 문제는 바로..... "어떻게 하지?" 그렇지 않은가. 이대로 매달려 있으면, 난 사형이다. 태자전하를 내버려두고 혼자서 도망친 죄로 사형 !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게다가, 도망치려고 해도 내 검까지 빼앗 긴 상태였다. 내 라 브레이커..... 하필 고물 마법검의 존재를 들키는 바람에, 검도 빼앗기고 만 것이다. 그 족장이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 투덜거리던 중 떠오른 소녀의 얼굴. "아르메리아...." 그녀는 엘프이고, 그녀가 공룡을 몰아 도망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녀는 그냥 성에 서 추방되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부스트씨까지 추방된 건 너무했다. 그 아저씨는, 그 혼란 상황에서 태자전하를 데리고 돌아오는데 큰 공헌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하긴 그래서 아르메리아가 내 옆에 매달리는 걸 면하긴 했지만. 실제로는 그녀가 엘프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크게 작용했겠지. 엘프를 죽일 경우, 다른 엘프들이 보복을 하 러 올지도 모른다는 점을 걱정한 탓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녀가 살아났다고 해 도, 내가 죽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 안 돼. 난 아직 저주도 풀리지 않았고, 아직 아르메리아에게 청혼하지도 못했 단 말이야 ! 그 변태마법사를 쳐 죽이지도 못했고 ! 그리고.... 그리고....' 하긴 억울하긴 하다. 하지만 순간의 실수는 죽음이었다. 검술에서 그걸 얼마나 강조 했던가. 하지만 난 순간적으로 선택을 잘못했고, 이젠 죽음만을 기다리는 신세였다. 멀리 보이는 레드테일시의 성벽. 하지만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나는 계 속 언덕 위에서, 원을 그리며 걸었다. 내 나름대로는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그러는 것 이지만..... "어쩌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안 떠오른다. 이대로라면 언니는 죽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엘프가 인간의 마을을 멋대로 쳐들어가서 유린할 수도 없고..... 어떻게 조용 하게 빼내오는 방법은 없을까..... 하지만 방법이 있을 리 없다. 저 성에 태자전하가 있고, 그 안의 마법사들만 100명은 더 될 거다. 그 상태에서 레이니 언니를 구하는 것은, 아무리 내가 엘프 마법에 뛰어나다고 해도 버거운 일이다. 아직 내가 경지에 이르지 못한 탓이지만. "부스트씨. 무슨 방법이 없어요?" 하지만 저 아저씨도 같이 쫓겨난 신세다. 솔직히 언니가 도망간 것은 사실이지만, 부스트씨가 목숨을 걸고 태자전하를 구한 공로는 왜 고려되지 않았던가. 인간들이 너 무나 언니에게 가혹하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없어.... 내 검실력으로는 수 천 명의 병력을 물리치고 그 애를 구할 수가 없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부스트씨. 그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자신의 무력함을 느낀 것일까. 하긴, 나도 그 점에선 마찬가지였다. 안 되는 걸 요구했다는 생각에, 나는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무슨 방법이 있을 것이다. 레이니 언니가 이대로 죽어 버리면.... 난..... "그 애를 사랑해?" "좋아해요." 좋아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게 아니다. 그리고, 엘프가 인간과는 사랑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부스트씨는 언니가 원래 남자라는 걸 알고 있으니, 이상하게 여 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약간은 부끄럽긴 하다. 얼굴이 빨개지는 게 느껴 진다. "하지만 방법이 없어. 아르메리아 양. 나도 이왕이면 그 애를 구해주고 싶어. 하지 만 이대로는....." "뭐가 이대로는.... 인가요?" 이건 부스트씨 목소리가 아닌데? 나는 이러한 목소리를 가진, 한 사람을 기억해냈 다. 그리고, 그녀는 내 앞에 서 있었다. "셀 !" 이 상황에서는 눈물이 나도록 반가운 존재였다. 같이 고민할 사람이 늘어난 듯 해 서, 나로선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일단, 엘프의 입장에서는 좋아지지 않는, 인간계의 마법사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실력이 있었다. 인간 마법사를 보고 반 가워하는 일이 있다니..... 역시 세상을 200년 가까이 사니까 별 희한한 일을 다 겪 게 된다. 그런데, 셀의 모습은.... 모녀의 여행길?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셀은, 검은 깃털의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물론 어둠이 주위에 깔려있고, 작은 모닥불 정도만 피웠기 때문에 화려한 색이 잘 보 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그녀가 모닥불을 등지고 서 있었다는 것도 고려 하면, 그녀의 삭막한 옷색깔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솔직히 인간들이 보면 죽음의 사자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등에는 짐을 가득 담은 베낭을 메고 있 지만, 망토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느낌으로 알 뿐이다. 오른손에는 허름 한 나무 지팡이 하나. 그리고 왼손은 소녀의 어깨에 올려져 있다. "세이브 !" 이제 다 고쳐졌는가.... 하지만 그녀의 큰 눈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어... 언니는요?" "그래서....... 그렇게 된 거에요." 상황을 설명해주자, 세이브는 당장 성으로 날아갈 듯, 허공으로 떠올랐다. 하지 만..... "파워 워드 싱크(power word sink : 언령 마법 9레벨. 절대명령 가라앉기라고 할 까?)." 셀의 단 한 마디에, 하늘로 날아오르던 그녀는, 땅에 내팽개쳐졌다. 아무리 그녀가 기계라고 해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그나마 부서지지 않은 게 다행 이라고 해야 할지... 하지만 그녀는 다시 일어났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강 력한 셀의 마법에 걸려, 그녀의 몸은 땅에 반쯤 가라앉았다. 세이브가 몸부림을 쳤지 만, 그녀가 일어나기엔 힘이 부족했다. "좀 가만히 있어. 일단 의논이 끝나고 나서 움직이는 게 좋아. 꼬맹아." 시무룩해지는 세이브.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그건 아직 알 수가 없지만, 일단은 건강하게 보인다. 괴상한 마법사를 만나 고생이 심한 듯 하지 만. "하..... 하지만....." 열심히 몸부림치는 세이브. 그러나 그녀의 몸부림이 심해질수록, 그녀의 몸은 바닥 으로 가라앉을 뿐이다. 결국 머리만 땅위로 내민채 갇혀버리는 세이브. "히잉. 까만 언니 너무해." 망토가 까맣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머리카락의 색 때문인가. 그 나이에 언니라.... 솔직히 젊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어쨌든 세이브는 셀을 언니라고 부 르고 있다. 수리중에 친해진 건가? 아니면 누구나 언니라고 부르는 그녀의 성격 때문 인가. 그러나 중요한 건 레이니 언니의 구출이다. 일단은 보기싫은 인간 마법사와도 협조를 해야 했다. 그녀가 왜 이리 늦었는지는, 나중에 물어도 되겠지. 나는 먼저 입 을 열었다. 이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여자가 말하기를 기다렸다간, 언제 말이 나올지 몰라.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어요. 레이니 언니를 구할 좋은 방법이 있나요?" "몰라." 이런 발언을 하다니..... 역시 미쳤다는 소문이 사실인가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니를 죽어가게 내버려둘 수도 없다. 일단 살려놓고 나서, 다음 일을 생각해야지. 모처럼 라 브레이커가 주인을 찾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었다. 나는 언 니가 있을 레드 테일시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달은 환하게 하늘을 비추고 있다. - 계속 - 후기)오늘 내용, 잔인무도하고 인정사정없는 작가라는 소리를 湧? 듯 합니다. "세상에. 주인공을 사형시키는 작가가 어디있냐 !" 하지만, 뭐. 어쨌든 일은 벌어졌고. 수습은 해야지요? 약간 돌기는 했어도, 그래도 믿음직한 마법사도 오고 했으니..... (사악한 작가의 웃음 : 배경음악)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6 19:47 조회:122 공룡 판타지 11-185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9) "생각보다 일이 잘 됐어." "그 계집애도 겁먹을 때가 있다니..... 의외인걸. 여자다와." "왠지 날 겨냥한 말로 들리는데. 엘름." "뭐, 그건 아니고. 하지만 우리 손으로 그 여자를 해치우지 못하는 건 아쉽군." "그럼 이제 우린 어쩔까? 여기서 철수해버릴까?" 물컹. "엉뚱한 짓 하지말고, 결론을 내리자고. 엘름." 룸의 핀잔을 들은 엘름이, 결국 결정을 내렸다. "좀 기다리자. 그 여자의 죽음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있지만?" 그의 눈이 탐욕스러운 빛을 사방으로 뿌린다. "그 검을 손에 넣을 기회야. 제국의 수도로 돌아가버리면 그 검을 얻을 수 없게 돼." 엘름의 말에, 룸이 고개를 젓는다. "너무 위험해. 우리의 존재가 노출될지도 몰라. 차라리 그건 포기하는 게 좋을 거라 고 생각해." 그러나, 그의 눈빛은 그대로였다. 레이니가 보았다면 과거의 라이다를 연상했을 것 이다. 엘름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들에게 라 브레이커에 대한 걸 조금 알려주어서, 그 계집애에게 누명을 씌우게 한 다음, 사형시키고, 그게 부당하다는 걸 고발해서 그들도 죽여버린 후에, 검을 몰 래 빼돌린다는 게 처음의 계획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으니 우리 계획 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은 그 여자가 쥬린 제국, 그러니까 혼 족의 나라의 공주라는 게 사방에 알려진 상태야. 그럼 그녀의 검을 얻는 것이 결코 부당한 취득이 아니게 되는 거지. 두 제국 은 지금 전쟁 직전의 상태이고, 혼 족의 본토는 여기서 너무 멀어. 그러니....." 룸이 어둠속에서 엘름을 바라본다. 뭔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혼 족은 아마 곧 물러서지 않을 수 없을거야. 아니면 단 한 번만 자신들의 모든 전 력을 다해 공격을 하던가. 하지만 이 정도는 유로 제국의 태자라는 녀석도 예측하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그들은 이 공격을 격파할 수 있다는 것이지. 하지만....." 구름이 달을 가린다. 어둠만이 그들의 주위를 휘감고 있다. "만약 전투 중에 검이 사라진다면? 녀석들은 혼 족이 검을 가지고 도망쳤다고 여길 것이고, 자신들의 공주보다 검을 소중히 여길 만큼 혼 족이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종 족이라는 소문을 사방에 퍼뜨릴 수 있을 거야. 그들로서도 그리 손해나는 일은 아닌 셈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리는 엘름. "그 공주라는 여자는, 지금의 황제가 매우 싫어하는 인물이야. 어쨌든 전임 황제의 유일무이한 딸이니까. 자신이 정당하지 못하게 황위를 가로챈 이상, 공주를 유로 제 국에서 죽여준다면, 쥬린 제국의 황제는 좋아할 걸. 아마 형식적으로 비난만 하고 말 게 될 거야. 물론 유로 제국이 그 검을 가져가지 않은 걸 확인하자마자 우리를 찾아 나설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가 지금 혼 족의 복장을 하고 있는 이상, 우릴 잡으려 면 시간이 걸려. 우린 그동안....." 물컹. "진지한 이야기 하는데 이상한 짓 하지마. 엘름." "노동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해. 룸. 어쨌든, 우리는 그들이 머뭇거리는 동안에 드 워프들의 땅으로 달아나면 되는거야. 그들의 땅에는, 양 제국이 손을 댈 수 없으니 까. 그리고 나서 그 검의 비밀을 차분히 풀어가면 되는거야." "알았어. 그럼, 잠시 기다려야겠군." "그렇게 해야지....." 그들은 성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올랐다. 이제 곧 일어날 싸움이 벌어질 때까지, 그 들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동료들의 복수와 전설의 검의 취득을 함 께 할 수 있다는 기대로, 두 도적의 눈은 불타올랐다. "혼 족의 힘을 빌리자고요?" 하지만 아까까지도 부스트씨는, 그들에게 대항해서 싸운 입장이다. 아무래도 얼굴색 을 금방 바꾸어서 도움을 요청하기는 좀 곤란하지 않을까? 그러나 셀은 머뭇거리지도 않고 단호히 말을 끊었다. "그렇게 하는 게 인명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길이야." 그 말에는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나와 부스트씨, 셀, 세이브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저들은 분명히 우리에 대비한 준비를 끝내 놓았을 것이다. 정면 대결로는 힘이 든다. 유로 제국의 태자가 저 안에 있는 이상, 마법사들은 그 질과 양에서, 결코 쉽 게 물리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닐 것이다. 어쩌면 레벨 9 정도의 마법사가 있을 지도 모르고. 물론 내 앞에 있는 셀 정도의 마법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데, 그들이 힘을 빌려줄 거라고 생각해요?" 이 말은 해야 할 것 같다. 뭐하러 자신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우리를 도 와주겠는가. 그런 내 의문에 답하는 그녀. "지금 혼 족을 이끄는 사람이라면, 내가 알아." "알고 있다고요?" "어떻게?" 나와 부스트씨의 질문에 동시에 답해버리는 그녀. "난 옛날에 그들의 땅에서 살았으니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었으 니..... "이 마법 좀 풀어내요 !" 간신히 땅 위로 올라왔지만, 아직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 칭얼거리는 세이 브. 그녀는 마법에 대해 저항력이 강하다고 알고 있었다. 전에 그녀가 다쳤을 때... 아니 부서졌을 때 치유 마법이 먹히지 않았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기계라는 걸 알게 된 지금은, 당연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니 까, 치유 마법이 먹힐 수 없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저렇게 발이 땅에 붙어있는 것은 역시 안 좋다. 지금은 저 아이의 힘이 필요하다. 물론 지금 그녀가 어느 정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따라 그 힘의 크기가 달라지게 되겠지만. 나는 그녀를 향 해 걸어갔다. 일단은 움직여야 언니 구출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게 아닌가. "여기서 북쪽으로 약 10km정도라고요?" 그렇게 멀지는 않다. 전속력으로 날아갈 경우,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런 데..... "내 손이나 잡아. 시간없으니까, 순간이동으로 갈 거야." ".........."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인간 마법사. 그리고 나는 엘프. 인간 마법의 실체를 아는 나로서는, 솔직히 꺼림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다급한 것도 사실이었다. 어쩔 것인 가..... "아르메리아 양. 상황이 급해. 지금은 좋고 싫고를 따질 때가 아니잖아." "귀 큰 언니....." 세이브와 부스트가 권유하지만.... 역시 망설여진다. 인간의 마법에 몸을 맡긴다는 건..... 왠지 불안하다. 그녀의 실력을 의심하는 게 아닌, 좀 더 높은 측면의 문제 다. 인간의 마법이란 건..... "빨리 와. 귀 큰 언니." 다시 칭얼대는 듯 말하는 세이브. 그래도 불안하다. 하지만..... 이번만은 괜찮을지 도.... 하지만..... 역시 망설여진다. 원칙이란 함부로 깨는 게 아니다. 아무리 급할 때라도. 나는 레이니 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언니는, 지금 위기에 처해있다. 그 원 인이 어쨌든 간에, 언니가 태자 경호를 팽개치고 달아난 것은 사실이므로. 언니는 원 칙을 깼기 때문에 사형대에 매달린 것이다. 레이니 언니를 구하는 것이 이미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 안에는 왠지 모를 흑막이 느껴졌다. 물론 이성이 아 니라 감정으로 판단한 것이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엘프의 마법 대신, 인간의 마법에 의지하여 내 몸을 맡겨도 되는 것일가. "미안해. 역시..... 난 스스로 날아갈게. 세이브." 도저히, 난 그들처럼 셀의 마법에 몸을 맡길 수 없었다. 엘프로서의 자존심이 아니 다. 다만, 그 마법의 이치를 생각해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난..... "알았어. 역시 엘프들은 쓸데없는 자존심만 강하군. 셀 양. 출발해요." 잘 모르는군요. 부스트씨. 내가 왜 그녀의 마법을 거부하는지. 하지만 셀도 그럴까? 그건 알 수 없다. 그녀와 그 일행은, 이미 순간이동마법을 발동시켜, 내 곁을 떠났으 니까. "그럼....." 북쪽으로 10km정도였던가? 나는 내 몸 안의 마력을 풀어내려다가, 멈추었다. "마력에 의존하는 것도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야." 엘프 마법 레벨 9은, 체내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시키고 이동시키는 기술이다. 그 런 기법을 가진 자가 마력에 의존한다는 것은, 내 마음 속에 전에 레벨 11의 기술을 시도하다가 실패한 데 대해 아직도 불안을 품고 있다는 증거였다. "마력을 우선 없애고....." 내 몸 안의 마력이 붕괴되었다. 원래 마력이란 물질과 에너지의 중간적인 존재. 둘 의 특징을 모두 가지는 존재였다. 마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단지 유용한 힘의 저장 고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미 물질과 에너지를 자유로이 다루는 경지에 이 르게 되면, 이런 건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뭐하러 몸에 부담을 주면서 이런 힘을 계속 체내에 머물게 하겠는가. "자, 가자." 붕괴된 마력이 내 몸을 위로 뜨게 하는 힘으로 변했다. 나는 저 하늘로 날아갔다. 언니를 찾아서. - 계속 - 후기)왜 아르메리아는 셀의 마법을 거부했을까요? 저도 잊을 질문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 이야기를 말할 날이 있을 겁니 다. 지금은 말 할 생각이 없는 고로.....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7 19:29 조회:122 공룡 판타지 11-186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0) 레드 테일시의 성 안에서, 태자가 머문 도시의 내성 안에서 고성이 울려퍼진다. "이것봐. 왜 그녀를 굳이 사형시켜야 하는 거지?" 책상을 내리치는 태자전하. 하지만 시장은 태연하기만 하다. "그녀는 전하를 경호하는 임무를 팽개치고 달아났습니다." 표정변화가 없는 그의 말에, 파란은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그의 경호를 맡은 것은, 기사단 아닌가. 유로 제국의 황실 기사단이 바로 그런 일을 맡는 것이 아닌가. 레이 니를 들먹인 것은, 그녀가 PK일당을 처치했다는 것을 내세워서, 무사히 협상에 임하 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었는데.... 그게 엉뚱하게도 그녀의 운명을 묶는 족쇄가 된 것 이다. "하지만, 그녀의 일행인 부스트씨가 날 경호했잖아. 완벽하게." 그런데 왜 그를 도시에서 추방시켰는가. 그것만큼은 이해가 가지 않는 태자였다. 솔 직히, 부스트의 경우는 도시 추방령이 왜 내려졌는지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왜? 태자를 잘 지킨 그가 왜? 단지 레이니와 같은 일행이라서? 그리고 그녀의 검을 왜 압수했는가. 그것도 태자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굳이 압수해서 자신의 눈앞에 놓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솔직히, 죄인의 칼이라면 왜 자신에게 보여주는가. "이 검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태자전하." 엄숙한 표정으로 말하는 시장. "이게 뭔가. 그녀의 검 아닌가. 그건 나도 알아." "아직 모르시는군요. 이것은 단순한 검이 아닙니다."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지, 태자는 그에게 물었다. 약간 조롱하는 말투로. "평범한 대검 아닌가. 여자가 들기는 좀 무거운 검이긴 하지만. 그게 어때서?" "이 검은 보통 검이 아닙니다. 한스 !" "예." 황실 기사단의 기사 하나가 시장의 말을 듣고는 걸어오더니, 그 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고 잡아당긴다. "왜 안 뽑는거지?" "뽑히지 않는 겁니다. 전하." "뭐야?" 검을 다시 책상에 내려놓는 한스. 그의 얼굴에 땀이 솟아있는 것을 보니, 그의 말은 사실인 듯 했다. 놀란 눈으로 대검을 바라보는 태자. "이 검이 뭐야? 마법검인가?" "단순한 마법검이 아닙니다. 쥬린 제국의 황제의 상징, 라 브레이커입니다." "뭐야 !" 경악해서 시장의 얼굴을 바라보는 태자 파란. 이 검이 그 유명한 '소유주를 살해하 는' 검, 라 브레이커라고? 검을 지닌 자는 하늘로 올라간다는 그 마법검이.... 그녀 의 것이라고? 그의 머리에, 낮에 혼족의 족장에게서 들은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살아계셨군요. 공주님." 그럼.... 그녀는 정말로 쥬린 제국의 잃어버린 공주, 미나르 쥬린이라는 건가..... 파란의 눈이 경악과 충격으로 크게 떠졌다. 그의 손이 검을 향해 뻗는다. "위험합니다 !" 치치칙 ! 강대한 전격이 검을 휘감는다. 놀라 검에서 손을 떼는 파란. 정확히 말하 면, 기사의 손에 의해 떼어진 것이지만. 그가 검을 손에 가까이 했을 뿐인데도 이 정 도라면..... 만약 손에 쥐었다면 그는 한 구의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기사의 등에서 나는 연기. 살타는 냄새가 날 지경이다. "어, 어떻게 된 거야 !" 태자를 몸으로 감싸는 바람에, 기사 한스는 큰 화상을 입었지만, 고통을 참으며 대 답했다. "저 검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 주인이 아닌 자는 죽여버리는 검입니다. 검 에 자아가 있기 때문에..... 제가 아까 무사했던 것은, 전 저 검을 소유하고 싶은 마 음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등의 갑옷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등에 화상을 입은 게 분명하지만, 한스는 기사답 게 자신을 잃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달려들어와 한스를 데려갔다. "미리 말씀을 드리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상황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시장은, 태자전하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태자는 그의 인사에 답례를 하는 것조 차 잊은 채, 검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검이... 라 브레이커라면....." 그녀는 정말로 쥬린 제국의 황위 계승자인 공주님인가. 그렇다면.... 지금의 사형 은.... "사형을 중지시켜 !" 두 제국의 전쟁이 그의 뇌리에 그려진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도시가 파괴되어 그 틈으로 공룡들이 걸어다니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고통스런 울부짖음이, 그의 머 리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중지시킬 수 없습니다. 아니, 중지시키면 안 됩니다." "왜 !" 시장은, 태자가 화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멈추지 않았다. "쥬린 제국의 현 황제는, 저기 매달린 공주와는 원수 지간입니다." 밖에 매달린 레이니의 모습. 등뒤로 손을 돌린 채 나무기둥에 매달려있다. 팔다리와 몸통이 묶여있고, 특히 목이 강하게 묶여있어서 달아나려고 몸부림을 치면 목이 졸리 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엄연히 여자인데..... 태자전하의 얼굴이 심히 일그 러졌지만, 시장은 할 말을 계속했다. "만약 우리가 저 공주를 죽인다면, 우리는 쥬린 제국과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 다. 또한, 잘 하면 저 라 브레이커를 돌려주는 대가로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지 요. 그들에겐 저 검이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것이니까요." 서서히 태자의 고개가 돌아갔다. 시장을 향한 증오심이 눈에 불타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시장에게는 별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그는 끝까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협상이 결렬된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검이 돌아가지 않 는다면, 우리는 저 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어차피 현 황제가 그 자리를 차지한지 10년이 넘었으니까요. 지금와서 과거의 황위계승자가 나타난다고 해도, 그녀가 다시 나라를 빼앗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 동안의 혼란과 살상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 도, 저 여자는 죽어야 합니다. 전쟁과 비극의 씨앗이 되니까요." 나무 기둥에 매달린 레이니를 바라보며 말을 끝맺는 시장. "그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태자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전쟁의 씨앗이라고... 그녀가 원하 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그러니까 조용히 죽어버리는 게 좋다고..... 하지만 그 의 머리는 이해해도, 가슴은 이해하지 않았다. 그녀가 왜 죽어야 하는가. 단지 양 제 국의 협상거리가 되어 이용당하기 위해서? 태자는 시장이 있는 방을 나갔다. 그의 눈 에는 슬픔이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야 해.' 그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공주님이 사형당한다는 게 확실하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지금 그들이 요란하게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시내에서 공주님의 사형이 집행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 막, 처형기둥에 매달린 공주님을 목격했습니다." "알았네. 자네는 들키지 말고, 계속 그 자리에서 대기하게." "알겠습니다." 레드 테일 시의 내부에 잠입한 혼 족 청년 마법사에게서 상황을 들었지만, 솔직히 나아질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지금 단시간내에 성벽을 부수기는 불가능하고....." 그렇다면 잠입뿐인데, 황태자의 경호원만도 수 백명이 넘는다. 도시 수비군까지 합 하면, 그 수가 얼마나 될 것인가. 그들 모두를 처치하고, 공주님을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마법사들을 다 데려갈 수도 없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리츠였다. 그런데..... 파앗 ! 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한 여인, 한 소녀, 그리고 한 용병. 놀라 검을 빼들려는 리츠 에게, 속삭이듯 말하는 여인. "오래간만이군요. 리츠. 별로 늙지는 않았네요." 그 여인의 얼굴은 리츠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얼굴이었다. "궁정 마법사, 애스터 누스양." "그러니까, 공주님을 구하려고 온 건가요? 아직 조국을 잊지는 않았군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리츠. 그러나 셀은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쓰레기같은 황제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딸까지 피해를 입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요." 만약 아르메리아가 있었다면, 왜 거짓말을 하냐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레이니 를 구하지 못하면 공주님의 몸도 죽고, 결과적으로 이 세계 어딘가에 있을 공주님도, 영원히 알로의 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그녀로서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 별 로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리츠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물론, 당신 동생에게 황제폐하가 그런 짓을 했기 때문에 분노한 것은 이해하지 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런 짓을....." - 계속 - 후기)으. 정말 힘드네요. 요즘 진도가 잘 안 나간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흑. 중간에 보다가 그만두었다는 분도 있다니..... 반성중.....) 열심히 써야 하는 데..... 어서 써야 안심이 되는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8 10:59 조회:128 공룡 판타지 11-187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1) 은근히 셀을 책망하는 리츠. 하지만, 그가 더 이상 말을 꺼낼 기회는, 주어지지 않 았다. 셀이 화를 버럭 냈기 때문이다. "그럼, 내 동생을 강간하고, 뻔뻔하게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자에 대해 어 떻게 해야 하지? 죽음 이외에 무슨 적합한 벌이 있겠어. 그리고, 제국의 법에는 그럴 경우 사형이라도 내릴 수 있다고 알고 있어. 그게 뭐가 잘못된 것이라는 거지?" 그래서 그녀가 황제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녀를 그렇게까지 비난할 수 없었던 것이다. 리츠로서도 그것은 인정하고 있었다. 다만, 그로선 왜 그녀가 공주를 위해 나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제자인 제논이, 바로 지금 황제를 추대한 자가 아닌가. "그런데 왜 지금은 공주님을 구하려고 하는 거지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검의 자루에 손을 올려두고 말하는 리츠. 그녀가 주문을 외 우기 시작하면, 그의 목숨은 끝이다. 그러기 전에, 재빨리 그녀를 베어야 한다. 지금 의 대화가 만약 잘못된다면.... "난 전 황후에게서 그 아이를 받았어. 죽은 내 동생 대신. 그러니, 언니로서 동생을 데려가는 건 당연한 거야." 셀의 손이 지팡이를 쥔다. 만일의 경우에는 당장 마법을 날리기 위함이다. "공주님이 물건이라도 됩니까 ! 당신 동생이 죽어서 슬퍼하는 건 이해하지만, 황제 폐하를 죽인 것까지는 그렇다 해도, 공주님을 데려가다니 ! 제국의 앞날은 어쩔 셈입 니까 !" 리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셀도 지지않고 소리친다. "난 그 애가 행복해지면 족해. 제국같은 건, 없어져도 상관없어. 어차피 지금도 제 국 자체는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잖아. 너 같은 권력에 눈 먼....." "이 여자가 !" 리츠가 검을 뽑았다. 그녀의 말이, '조국도 모르고 오직 자신만 아는' 여자의 말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검은 중간에 저지당했다. 마법을 사용하려던 셀도, 그 모습을 보고 공격을 멈추었다. "!" 리츠의 검을 막은 건, 하늘에서 날아온 아르메리아였다. 그녀로선 급하게 사용한 엘 프 마법 9레벨이지만, 이 정도면 쓸만한 속도라고 여기는 그녀였다. 어쨌든 인간으로 선 최고 수준의 검술을 가진 리츠의 검을 막은 것이니.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 그리고 생성된 거대한 힘을 이용한 재빠른 움직임. 몸이 파괴되지 않 도록 적절한 제어까지 성공한 것은, 그녀가 완전히 그 마법에 대해 이해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서로 싸울 때가 아니에요. 리츠라고 했나요? 그리고 셀. 이러는 동안에도 레이니 언니의 사형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요." "공주님이 여기서 쓰는 이름이 '레이니'라고?" "그래." 셀과 리츠가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있다. 일단 당사자를 살려놓고 봐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둘이 열심히 의논하는 통에, 대화에 끼어들 수 없게 된 나로서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솔직히 저 둘이 과연 합의를 단시간내에 끝내고 언니를 구하러 갈 수 있을지..... "그냥 듣기나 해야 하나." 출발준비는 이미 끝났다. 수많은 혼 족 전사들이, 그들의 공룡에 올라타고 있었다. 열심히 공룡의 등에 기어오르다가 쓰러지는 세이브를 제외하고는. 나는 저 두 사람이 의논을 끝내기까지, 그녀와 건전하고 상식적인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저 욕설과 고 함이 오가는 말싸움을 듣기도 힘들어. "세이브." 다시 공룡의 등에 올라타려다가 떨어지는 세이브. 그녀가 나를 보고 말한다. "아, 귀 큰 언니." 그녀는 과연 이전의 세이브일까. 우선 나는 그것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너, 몸은 어떠니?" 과연 전처럼 생각없이 먹는 데 열중하는 그런 아이로 돌아와 있을까. 아니면..... 하지만 내 걱정은 기우였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으니까. "괜찮은데요. 망가진 부분도 이번에 새로 고쳤고." 전혀 감정의 동요가 없는데? 설마,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자신이 기계라 는 것을. 나는 그 점을 물어보고 싶었다. 어차피 기계가 아닌가. 인간처럼 정신파 감 지로 생각을 알아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넌.......... 네가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니?" "네. 그런데 그게 뭐가 어때서요?" 생각도 없군. 하지만 한 번 더. "넌........ 타인과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니?" "뭐, 별로 힘든 건 아니에요. 언니도 있고, 귀 큰 언니도 있고, 좀 괴팍하지만 까만 언니도 있고. 걱정마세요." 그녀의 표정에 순간적으로 스친, 어두움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를 끌 어안았다. "어? 숨막혀요." 괴로운지 몸부림치는 세이브. 하지만, 이번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 아이는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아니, 이 아이에게 삶이 있는 것일까. 단지 병기로서의 인생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레이니는 이 아이와 재회하면 과연 이 아이를 어떻 게 대할까.... 그런 걱정이 들었다. 나는, 잠시동안 그녀를 안아준 후, 그녀를 풀어 주었다. 세이브는 잠시 헥헥거리면서 숨을 쉰 후, 눈물이 맺힌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 다. "잉. 귀 큰 언니. 너무해." 아직 그녀는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것인가....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풀어가야 할 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점은 그만 하기로 했다. 하지만.... 왜 셀은 이렇게 늦게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일까. 그 점은 솔직히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좀 늦게 왔다고 생각해. 어떻게 된 거니?" "까만 언니가 큰 성에 가기 싫다고 해서." "큰 성이라면, 어디?" 솔직히 이 도시도 큰 성에 속하지 않는가. 짐작은 가지만 짐작만으로 일을 처리하고 속단할 수는 없다. "아~~~~~~~주 큰 성 ! 왕자님과 공주님이 산다는 그런 성 !" 유로 제국의 수도를 말하는 것이군. 나는 더 이상 세이브에게 질문하지 않았다. 왜 수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는지 짐작가는 이유가 있으니까. 날아오다가 셀과 리츠라 는 사람의 대화를 들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둘의 목소리가 좀 커서, 밖에 다 들릴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쥬린 제국의 전임황제를 죽인 여자라 면..... 역시 위험인물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그 이유는 공감이 가는 것이긴 해도, 인간들에겐 불안하겠지. 레벨 10의 마스터라는 전무후무한 존재라면.... 서로를 경계 할 수밖에 없겠지. 제국이나 셀이나. 서로를..... "자, 출발하자." 이제야 작전을 다 짠 모양이다. 셀과 리츠가 천막에서 나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나도 내 앞에 선 공룡, 씬랍토르라는 이름의 육식 공룡의 아종이라고 생각되는 공룡 의 등에 올라탔다. 이것이 내가 타라고 주어진 공룡인가..... 하긴 유목 생활 중에 한 사람이 여러 마리의 공룡을 끌고 다니는 습관이 있는 혼 족이기에 내 공룡을 얻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길이가 6m에 이르는 육식공룡으로, 알로사우루스와는 먼 관계 의 친척이라고 해야 할 듯 하다. 이런 거친 공룡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혼 족이기 에, 장거리 여행도 무리없이 해낼 수 있고, 과거부터 '마법사 없이도 공룡을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라고 여겨지게 된 원인이 되었으리라. 아마, 그들을 제외하고 마법 없이 공룡과 싸울 수 있는 것은, 드워프 정도겠지. "얍 !" 능숙하게 공룡의 등 위에 올라탄다. 씬랍토르가 비록 육식이라 성격이 거칠기는 하 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못 탈 정도는 아니었다. 언니라면 잘 탈 수 있을까? 언니 생각이 나자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 이런. 이런. 어서 서둘러서 가자. 나는 공룡의 고삐를 잡아채고는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먼저 떠나는 사람들의 뒤를 쫓아서. "꺄아아아악 !" 세이브는, 결국 부스트씨와 같이 있다. 도저히 혼자서는 공룡을 탈 수 없기에, 결국 저렇게 된 것이다. 아빠와 딸을 보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진다. '언니. 기다려.' 나도 그들을 바라보며, 서쪽으로 공룡을 몰았다. 밤중에 구름이 땅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위험합니다. 물론 도망칠 수 없게 경비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일은 모 르는 겁니다.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 혼 족이 쳐들어올지도 모릅니다. 일단 돌아가십 시오." 아무리 그녀를 만나려고 해도, 기사들과 경비병들, 심지어 시장까지 나서서 막는다. 결국, 그녀의 얼굴이라도 보려던 내 소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제국에서 제 2인자라 고? 고작 소녀 하나를 만나볼 권력도 없는 주제에 무슨 말일까. 나는 무거운 발걸음 을 옮기면서, 레이니라는 소녀의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심해. 그녀는.....' 왠지 모르게 끌리는 면이 있는 여자아이였는데..... 물론, 그녀가 날 피하는 바람에 더 끌리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다 른 사람은 느끼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그 매력이 보였다. '그럼..... 사형당하는 모습밖에 지켜볼 수 없다는 건가.....' 그녀가 죽는 날 밤인데, 달은 여전히 밝게 떠 있었다. 어릴 때 내 주먹과 달의 크기 를 비교해 보고, 달이 더 크다는 것에 패배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지금 손을 내밀어 보니, 달보다는 내가 컸다. 하지만, 현실도 그럴까. 착잡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 계속 - 후기)휴우. 드디어 공룡 기마대가 나오고 말았다. 기마대라기엔 뭐하지만, 어쨌든 공 룡을 타고 다니는 종족이 나왔으니, 근사치는 나온 듯 합니다. (피곤해.....) 씬랍토 르라는 공룡이 벨로시렙터와 무슨 연관이 있냐고 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가까운 관 계가 전혀 아닙니다. 그걸 찾느라 한참 서적을 뒤졌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공룡 찾기 엄청 어렵더군요. (으으으으으) 그리고, 달이 아이 주먹보다 크다는 대사는, 과거에 달이 더 크게 보였기 때문에(공룡시대에는 지구와 달이 지금보다 가까이에 있었다는 군요) 그렇게 된 겁니다. 지금의 달의 1.5배는 너끈히 되니, 이 시대의 밤하늘에 뜬 달을 상상하실 때는 좀 크게 생각해보시길. 이제 슬슬 대판싸움인가..... 이번 이야기는 특히 힘들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29 19:30 조회:166 공룡 판타지 11-188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2) "이제 슬슬 우리도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어느새 도시에 바짝 접근한 엘름과 룸. 그들은 단지 기다릴 뿐이다. 혼 족이 성을 습격하는 그 순간을..... 하지만 좀처럼 혼 족의 무리가 성에 접근하는 낌새는, 느껴 지지 않았다. "........" "........" 룸과 엘름은 단지 기다릴 뿐이었다. 성의 경비상태가 상당히 엄중해서, 자신들이 들 어가려고 하면, 금새 발각될 것이다. 어떻게든, 혼 족이 나타나 소란을 피우는 사이 에 잠입을 해야, 안의 경비들과 마법사들에게 걸리지 않고, 검을 훔쳐낼 수 있었다. "너무 늦는데....." 자신들이 있는 위치는 레드 테일 시에서 동쪽으로 1km도 떨어져있지 않은 곳이다. 아무리 숲이 많은 땅이라고 해도, 잘못 움직이면 마법에 노출되어 들킬 수도 있는 곳 이다. 안의 마법사들의 수준을 모르는 이상, 신중을 기해야 했다. "좀 더 기다려보자. 룸. 만약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으면, 포기하고 떠나는 것이고." 라 브레이커가 탐나는 물건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동료들을 잃을 수는 없다. 이제 엘름에게는, 룸 하나를 제외하고는 살아남은 동료도 없었다. 검보다는 동료가 중요한 게 아닌가. 그의 취미인 살인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믿음직한 동료가 필요했다. 룸 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길로 오는 것일까?" 룸이 의심하듯 말한다. 그러나, 일부러 길을 돌아온다고 해도, 결국은 동문으로 달 려오게 되어 있다. 레드 테일시는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서쪽은 바다로 되어 있고, 북쪽과 남쪽은 다른 도시들과 연결된 긴 성벽이 있다. 성벽 위로 사람들이 통행하고 있으므로, 굳이 문도 없는 그런 곳으로 공룡들을 이끌고 올 필요가 있을까? "이 길 외에는 올 방향이 없어. 공룡들을 타고 오는 이상....." 어차피 그들 자신들은, 오늘 밤에 혼 족의 무리에서 떠났기 때문에, 혼 족도 더 이 상 그들을 신경쓰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해서, 그들은 낮에 유로 제국과 분쟁이 일 어나기 직전에 무리를 이탈한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그들의 계획대로 되었다. 양측 진영이 분쟁을 일으켜, 전쟁 직전까지 간 것은.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여기서 혼 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럼 룸과 나는 느긋하게 멀리 떠나는 거지. 새로운 동료들을 찾을 때까지 숨어 지 내는 건 지루하겠지만, 그리 나쁜 일도 아니겠지. 살인을 못하는게 좀 견디기 힘들겠 지만.'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으며, 그들과의 싸움에서 경험을 쌓아 힘을 기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는 짓이다. 사람을 벨 때의 그 느낌은, 엘름 자신에게 있어서는 끊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러나, 재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한 법. '조금만 더 기다리자.' 둘은 다시 숨을 죽였다. "여기서 너희들은 우리를 기다려라. 공주님을 구하러 성에 들어가는 것은 10명 이내 면 충분하다. 이봐. 미투리 !" "예 !" 약간 나이는 들어 머리카락이 희긋희긋한 남자가, 씬랍토르를 타고 리츠에게 간다. 리츠는 그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한다. "자네가 여기 남는 사람들을 통솔하게. 신호가 올라오면 즉시 우리를 지원해주도록. 여분의 공룡도 준비해 두었겠지?" "예 !" "그럼, 그동안 부탁하네." "걱정마십시오." 자신의 공룡을 몰아, 남는 사람들 앞으로 가는 미투리. 리츠는, 혼 족 모두를 둘러 보았다. 전부, 이번 일에 자신을 끼워달라는 열망으로 눈을 빛내고 있다. 하지만 너 무 많은 인원이 잠입할 수는 없었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우선, 셀 ! 부탁합니다." 역시 그녀가 빠질 수 없다. 그녀의 강대한 마법은, 이번 일에 절대적인 도움이 되리 라. "아르메리아양. 나오세요." 공룡을 몰아 나온다. 언니를 구하는 데 내가 빠질 수는 없지. 내가 엘프라서, 인간 들의 분쟁에 끼어들기를 꺼리긴 하지만, 언니는 과거에 날 구해준 적이 있다. 이번에 그 은혜를 갚고 싶다. "그 외에 마법사로는 메(산), 마타리. 그리고 전사 세 명은 갖바치, 다미, 저냐. 앞 으로 나오게." 공룡을 타고 나오는 다섯명. 리츠는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맺었다. "그리고 나까지. 도합 8명이 공주님을 구하러 간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세이브가 난데없이 공룡의 등에서 뛰어내리더니, 씩씩 거리면서 리츠에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왜 나는 빠져요 !"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 리츠. 그렇지 않은가. 그녀가 철이 없어서 고집을 부린다고 여긴 것이다. 하긴, 겉으로만 보면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이봐. 꼬마야. 네가 그 위험한 곳에 따라갈 생각이냐." "네 !" 목소리 한 번 크다. 하지만 리츠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저런 어린애가 무슨 힘이 있다고..... 물론 공주님과 같이 지내던..... "?" 저 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설마 그 인형인가..... 하지만 리츠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인형이라면 이미 잃어버린 지 오래인 것이고, 이곳에 나타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황후께서 돌아가실 때 어디론가 사라졌을 그 인형이 왜..... 리츠는 그 녀에게 말했다. "넌 여기 있어라. 부스트씨, 이 아이를 좀 맡아주세요." 그래서 부스트가 제외된 것이다. 그가 용병이라, 약간은 불안했던 리츠로서는,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그를 일행에서 제외시킬 좋은 핑계가 생겨서 다행이었다. "왜 난 안 되는 거에요 !" 투덜투덜. 그러나 그녀의 희망은 당연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리츠는 미투리에게 뒷일을 맡기고, 공룡에서 내렸다. "갑시다." 8명의 인원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축제를 벌일 때 보통 사람들은 환호한다. 하지만 지금의 축제는 피의 축제다. 그것도 하필이면 내 피를 뿌리는 게 주된 행사의 내용이다. "크아아아악 !" 이렇게 괴성을 지르고 싶은 심정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내 입이 막혀있다. 치사한 녀 석들. 내가 마법사일지도 모른다는 핑계하에, 아무 말도 못하게 입을 틀어막은 거다. 손과 발, 몸통을 묶고 목까지 묶었으면 됐지, 입까지 막냐 ! 숨쉬기 힘들잖아 !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조금 있으면 내 목이 잘려서 어딘가에 매달리게 될 거라는 거다 ! 일 났군. 일 났 어. 무슨 수를 쓰긴 해야 할 듯 한데..... 저 치사한 마법사들은 내가 엉뚱한 짓 못 하게 바로 옆에서 눈을 부릅뜨고 감시를 하고 있다. 어떻게 빠져나가나..... 하긴, 손이 풀린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이 많은 마법사들과 기사들, 그 외 도시 경비병들까지 헤치고 빠져나가기에는, 내 실력이 부족하다고. 더군다나 난 지금 검도 없는 상태이고. 검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포위된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안 돼 ! 난 여기서 죽을 순 없어 !' 하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으. 이럴 줄 알았으면 손목에라도 작은 돌조각을 숨기는 건데. 그러면 손은 최소한 풀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치사한 인간들은 내 몸을 샅샅이 뒤져서 내 금쪽같은 지갑까지 압수해 버렸다. 나쁜 녀석들. 치사하게 나 같은 가난뱅이의 지갑까지 가져가냐 ! 그 많은 소매치기들도 가지지 못한 내 지갑을 이렇게 빼앗기다니. 약 오르네. 내 돈..... '어떻게 빠져나가나.....' 어쩌면 망상인지도 모른다.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이 상황이 꿈이라는 게 아니다. 너무 세게 묶어서 가슴이 아프잖아. 음. 엉뚱한 건 여전하군. 그러니 일단 난 제정신 인 게 분명하고, 아직은 살 희망이 있다. 일단 공포에 질려 미치지는 않았으니까. 아 까처럼. 아까처럼..... 아까처럼.......? '아까는 내가 왜 그랬을까.' 곰곰히 생각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최소한 그 원인 을 알고 싶었는데..... 옆에서 북을 치는 건 또 뭐야 ! 쿵. 내 귀를 울리는 소리. 그리고 그것은 광란의 시작이었다. 이 도시의 시장이라는 자 가, 천천히 걸어나온 것이다. 나하고는 정반대의 몸매를 지닌 자다. 저 엄청난 두께 의 허리..... 저게 인간이냐 공룡이냐. 하지만 그런 내 의문을 해결하기 전에, 일단 도망칠 방법을 생각해봐야 했다. 하지만..... 내 머리가 쇠머리인지, 도무지 생각이 나는 게 없었다. 빰빠라빰 빠빰. 잔치하는군. 아예 나팔까지 부는구나. 시장의 옆에, 태자전하께서 날 보고 있다. 그 런데 왜 눈이 저렇게 축축하냐.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약 이 오른다. 슬퍼하려면 구해주든지, 아니면 차라리 표정변화없이 그냥 앉아있든지 하 지. 뭐하는 건지..... 나팔 소리가 멎었다. 시장이 천천히 사람들을 둘러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 - 계속 - 후기)잘 된 것이냐..... 라고 물으신다면, 잘 안 된 듯 하다고 대답해야 할까요? 갈 수록 쓰기 어려워지는 속에, 미치기 직전 상태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흑) 그리고 5명의 혼 족 전사들 이름은.... 사전 뒤져보고 골라 봤습니다. 문제는.... 이게 뭐냐고 물으실 듯 해서 주석을 달아두려고 했는데..... 글의 흐름이 깨지는 것 같아서 주석은 아래로 몰아 놓습니다. 미투리(짚신), 메(산), 마타리(a kind of valerianaceous : 도저히 사전에는 안 나 와요. 식물 이름인데), 갖바치(가죽신 만드는 사람), 다미(책임같은 것을 전가하다. 씌우다 : 다미씌우다에서 따온 겁니다), 저냐(튀긴 음식). 이상입니다. 저도 잘 모르 는 말을 골라버렸으니.... 단지 발음이 괜찮다.... 싶은 걸로.... 그래서 정말 힘드 네요. 그런데 왜 영어 이름을 안 주었냐 하며는..... (리츠는 영어 이름이면서) 아무래도 혼 족 자체의 모델이 바로 우리나라거든요. 과거 고구려라든지 하는 기마민족들..... 그러니 우리말(한영사전에서 뒤져 봤습니다만.....)을 골라봤습니다. 주제넘게 뭐하 냐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이런 작은 것에서 한국적 판타지가 출발하는 게 아닐까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8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30 19:44 조회:71 공룡 판타지 11-189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3) 주위를 다시 한 번 둘러보는 시장. 그래. 완전히 살 판 났구나. 났어. 시장은 뻔뻔 하게 얼굴을 들고는, 다시 아르케옵테릭스(시조새) 멱따는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저 쥬린 제국의 침략자이자 혼 족의 여두목, 그리고 황제에게 반란을 일으킨 비열한 계집, 미나르 쥬린을 여기 매달았습니다." "와아아아아 !" 으. 이 인간들, 이렇게까지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다니. 주위를 돌아보고 싶어 도..... 목이 졸린다. 도대체 고개를 돌릴 수가 있어야지. 철저한 녀석들. 그나마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눈동자와 눈꺼플뿐이다. 그거라도 잘 돌려서 주위 상황 을 파악해야 하나..... 그만두자. 더 우스운 꼴이다.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자. 태자전하의 눈물이 꼭, 날 놀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이제 저 마녀는, 우리의 정의로운 심판대에 섰습니다." "와아아아아 !" "태자전하께서, 저 마녀를 생포하셨습니다. 전하 만세 !" "와아아아아 ! 전하 만세 !" 다 듣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가만. 굳이 그럴 거 없잖아. 나는 라비린스 키퍼들이 가르쳐준 마법을 떠올렸다. 내가 그러고 보니 왜 여태까지 이대로 있었지?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내 스스로 마법을 사용해서 탈출 하면 그뿐이다. 그럼..... '기다리자. 지금 마법을 날릴 필요도 없어.' 그게 그렇지 않은가. 지금 이 녀석들은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까 마법도 사용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럴 만도 해. 엘프들의 마법에 대해 구체 적으로 아는 마법사는 흔치 않으니까..... '뭐야 ! 이거 !' 치사한 녀석들. 마법진을 내 발 아래에 그려놨군.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 고..... 뭘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일단 내가 탈출하면, 즉시 무언가 마법이 발동하 게 되어 있는 것 같다. 요즘 마력을 느끼는 힘이 발달된 탓에, 간신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럼..... 도망칠 기회가 없는가.... '아. 꼭 없지는 않구나.' 나는 시험삼아 미량의 마력을 활성화시켰다. 내 손에 만들어진 마력이 다른 힘으로 바뀌려는데..... 피식. 그 마력이 마법진 안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마력을 먹는 마법진인가..... 내 꼴을 보고 있던 마법사 하나가 나를 보고는 비웃었다. "발악하지 마라. 쥬린 제국의 계집애. 어차피 넌 죽어. 차라리 그 고운 얼굴에 상처 가 나지 않게, 얌전히 죽여주도록 빌기나 해." 하지만, 나는 계속 마력을 조금씩 방출해 보았다.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내 몸밖으 로 마력이 나오기만 하면, 그대로 마력은 마법진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런가.....' 내 몸안에 있는 마력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마력이 순식간에 사라지면 몸의 생명력 을 누르던 힘이 사라지므로, 그 때문에 생명력이 폭주해서 내 몸을 파괴할 지도 모른 다는 점때문이리라. 내가 사형을 당하기도 전에 죽는다면, 이른바 축제에 쓸 제물이 사라지는 셈이니까. 과거에 내가 처음 아르메리아를 만났을 때의 일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그때도 그랬었지. 다로프 아저씨가 그녀의 부상원인을 내게 설명해 줄때의 일이 떠올랐다. '아르메리아는 무사할까?' 일단 추방정도로 끝났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그녀가 과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날 잊은 것일까.....' 저기서 슬퍼하는 척 하는 태자전하보다야 훨씬 의리가 있으니까, 날 구하러 올 지도 모른다. 섣불리 희망을 버리기는 아직 이르다.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가만. 내 몸밖에 마력이 나가면 흡수된다는 말은.....' 일단 주위를 밝히는 횟불의 열기는 느껴진다. 그 말은.... 열을 흡수하는 마법진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하지만 그런 방법은 좀.....' 나도 아프기는 싫다. 하지만 죽기보다는 낫다. 그리고..... 지금은 그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다. 여기서 탈출할 방법은..... '으. 다른 방법이 없어.....' 난 그런 방법이 싫다. 하지만 나도 살아야지. 나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날 감시하던 마법사가 날 보더니 비웃는다. "흐흐흐. 죽는 게 겁나는 모양이지? 하긴 너 같은 겁쟁이에 비겁자인 계집이, 그러 지 않으면 이상하지." '나중에 두고 보자.' 내가 그런 표정을 지은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고. "그 녀석들이 나타났어." 여기를 제외하고는, 레드 테일 시의 동문으로 들어가는 길이 없다. 물론 아무데로나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인원이 8명이나 되는 데다가, 언제 사형이 집행될 지 모르는 판국에 길도 없는 숲을 지날 여유가 없다. 룸과 엘름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녀석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자. 뒤를 슬슬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우린 도 시의 경비망을 돌파할 수 있을 거야." 물론 말소리를 낸 것은 아니다. 둘은 입을 다문채. 서로 약속해둔 손동작으로 의사 를 전달한 것 뿐이다. 하지만, 생명체가 움직일 때는 분명히 그 흔적이 남게 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 들은 그것을 최소한도로 억제하기 위해, 길에서 50m 정도 떨어진 숲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설령 생명의 힘을 감지하는 기사라고 해도, 주위에 있는 생명들 - 벌레들, 나무들, 그리고 지나 다니는 공룡들 - 에 가려져서 그들의 느낌을 찾을 수 없을 거라 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실력자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잊은 점이, 이들의 불행이었다. 물론 그런 걸 알 정도의 지혜가 있다면, 그 많은 살인을 저지르지도 않았겠지만. 그 대가는 곧 그들에게 덮쳐왔다. '이상하네?' 저쪽, 우리가 있는 곳에서 약 50m정도 남쪽에 있는 숲에,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정 확히 따져서, 수풀 아래에 뭔가가 느껴진 것이다. 처음에는 바위인지도 모른다고 생 각했지만, 지금 공주님을 사형시키려는 상황에서, 마법사가 바위처럼 위장해서 몸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리츠로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좀 더 자세히 감각을 집중하자, 나무의 생명력이 보이듯 느껴지고, 그 다음으로 보인 것이 바로 그 아래의 공백이었다. 하지만 공기는 아니다. 주위의 온도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오히려 그의 의심을 샀다. 바위라면, 조금이라도 온도의 차이가 있을 법도 한 데. 아무래도 바위의 속은, 조금 천천히 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 다. '바위인가? 하지만 바위가 저렇게 사람처럼 생겼나?' 나무와 그 잎이 그 바위(?)를 가리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그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생명력으로 감싸인 곳에서 어느 한 부분만 생명력이 없다면, 그 모습은 마치 구멍뚫 린 종이처럼 드러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영락없는 두 명의 사람 모 습이다. '이상하군.' 시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면 벌써 뜯어먹혔을 게 아닌가. 공룡들에게. 아 무래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리츠는, 옆을 돌아보았다. "당신들도 느꼈습니까?"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르메리아와 셀. "어쩔까요?" "조사해봐야지요." 그렇게 말한 셀이, 주문을 외웠다. 10레벨 마스터의 마법을 기대하며, 메와 마타리 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마법 주문을 외워두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주문을 외우려고 입을 열기도 전에, 이미 셀의 주문 은 끝나있었다. "랜드 프리즌(Land prison : 땅으로 된 감옥. 원소 마법 레벨 4의 주문), 아이스 링 (Ice ring : 얼음 고리. 원소 마법 레벨 4)." 두 개의 사람 바위가 있는 곳에, 갑자기 땅이 줄기처럼 솟아오르더니 바위를 묶어 버리고, 두 개의 얼음 고리가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뭐야 !" 엘름은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룸을 밀쳐냈다. 자신들이 누워있는 땅이, 갑자기 움직 이더니 가라앉으면서 자신들을 묶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머리위 로 날아오는 얼음 고리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익 !" 마법 주문을 외울 시간이 없어서, 그냥 검을 휘두르는 룸. 그러나... 고리가 그녀의 검에 맞자, 그 고리는 그녀를 휘감아 버렸다. "말도 안 돼 ! 내가 레벨 4의 마법에 당하다니 !" 하지만,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의 숙련 정도에 따라, 마법의 위력은 차이가 있는 법 이다. 마력의 크기와, 마법을 다루는 기술의 차이인 셈이다. 얼음 고리는, 룸을 단단 히 묶어서 순식간에 그녀를 얼려버렸다. 옆에서 엘름도 룸과 똑같은 모습으로 얼어 버렸다. 은신을 위해 기를 죽이고 숨어있다가 당한, 어이없는 패배였다. 너무 상대의 대응이 빨랐기 때문에, 미처 방어 마법을 외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주문을 빨리....." 룸이 감탄과 공포에 사로잡혀, 중얼거렸다. - 계속 - 후기)으. 조금 나아지는군요. 역시 앞에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게 효과가 있나 봐.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힘이 드네요. (뭐 이렇게 어려워 !) 그리고, 왜 돼지 멱따는 소리.... 가 아니라 아르케옵테릭스(시조새) 멱따는 소리가 되냐 하면..... 이 시대에는 돼지가 없으니까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9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0-31 19:47 조회:85 공룡 판타지 11-190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4) 엘름과 룸, 둘의 얼어붙은 몸이 허공에 떠서, 서서히 날아갔다. 어느새 그들을 움직 이기 위해, 다른 마법을 외운 모양이다. 바람에 실려서 서서히 그들을 사로잡은 자들 앞으로 내려오는 두 개의 얼음 덩어리. 둘은 자신들을 사로잡은 마법사의 얼굴을 보 기 위해, 이제 얼어붙어 움직이지도 않는 자신의 얼굴 대신, 눈동자를 굴렸다. 그리 고, 그 앞에 있는 것은, 평범해 보이는 처녀 마법사였다. 그녀는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너희들, 거기서 뭐하는 거냐?" 첫 말부터 멸시하는 투다. 하긴, 이런 밤중에 성 밖에서 숨어 있다면, 좋게 볼 사람 이 없다. 하지만 룸으로서는 그녀의 지나칠 정도의 자신감에, 분통이 터졌다. 솔직히 마법이라면 그녀도 상당히 자신이 있었다. 적어도 9레벨을 익히고 있는 자신이 아닌 가. 상대가 자신을 제압한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왜 우릴 이렇게 잡아두는 거야 ! 무고한 사람을....." 소리를 치려던 룸과 엘름의 눈이, 어느 한 사람..... 아니 엘프의 앞에서 멎었다. 하필이면 저 엘프가.... 그들의 정체를 뻔히 아는 자와 마주친 것이다. 그리고, 최악 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무고? PK일당답지 않네요?"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은 끝났다. "너희들, 여긴 왜 와 있는 거지?" "우린 여행중이다 ! 저 뻔뻔한 엘프가 우릴 습격해서 동료를 죽이는 바람에." 하지만, 그 말을 한 엘름과 룸은, 곧 후회해야 했다. 그것은..... "레이니 언니와 나한테 덤빈 건, 당신들이 먼저인데?" 아르메리아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든 혼 족들의 얼굴이 분노로 새빨갛게 변했 다. PK일당이 덤볐다는 것은, 곧 상대를 죽이기 위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레이니가 바로, 자신들의 공주님이라 믿고 있는 그들에게, 그것은 엄청난 대역행위였다. 분노 한 혼 족의 전사, 저냐가 주먹으로 엘름의 얼굴을 후려갈겼다. 퍼억. 이빨이 몇 개 부러지면서, 피가 튀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주먹을 다시 들었다. 그러나. "기다려요." 셀의 부드러운 목소리. "굳이 당신의 고귀한 주먹으로 저들을 때릴 필요는 없어요." 그 말에 물러서는 저냐. 상대를 치켜세우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셀은, 다시 엘 름과 룸에게 물었다. "왜 여기 와 있는지 솔직히 말해요. 난 상당히 손이 거칠어서....." 여기서 대답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룸과 엘름은, 좀 더 시간을 끌고 싶었다. 레이 니가 살아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기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그들을 보며, 리츠가 달 을 쳐다보았다. 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 것이 다. "애스터 누스. 서두르지 않으면 공주님은....." "공주?" 짐작하고 있었지만, 역시 놀라운 일이다. 룸과 엘름이 놀라는 가운데, 셀은 결심을 굳힌 듯, 이를 악물었다. "이건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할 수 없군요. 스펠 캔슬레이션(spell cancellation : 마법 주문을 취소해버린다. 역주문 마법 레벨 8), 마인드 윈도우 (mind window : 마법에 걸린 자가 자신의 마음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정신 마법 8레 벨)." "그런 마법에 걸리지는..........어?" 갑자기 눈이 풀리는 룸과 엘름. 비록 룸이 8레벨 마법의 마스터였지만, 불행히도 상 대는 10레벨 마법의 마스터였다. 같은 레벨의 마법이라도, 그 위력 자체가 틀렸다. 게다가, 룸이 방어 마법을 미리 걸어두었어도...... 이미 셀은 그녀의 모든 방어 마 법을 해제해버린 상태였다. 얼음에 갇혀 다시 정신 방어마법을 쓸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룸과 엘름은, 순식간에 최면에 가까운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런 짓을 했던가요? 당신들이?" 그들을 결코 좋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고 있는 셀. 그녀의 질문에 무조건 대 답하는 엘름과 룸. 그들을 바라보며 공주의 안위를 알아내려는 리츠와 그 일행. 그리 고 그들 모두를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리는 아르메리아. "저희들은 그래서..... 두 제국 사이에 전쟁을 일으키고 라 브레이커를 훔치려고 했 습니다." 그들의 자기고백을 모두 들은 셀과 리츠는, 화를 낼 기력조차 없었다. 뭘 더 듣겠는 가. 라 브레이커에 대해 말해서 레이니를 위험에 빠뜨린 인간들의 말을.... 이제는 더 이상 들을 정보도 없다. 셀은 리츠에게 말했다. "알아서 처리해요. 지금 바쁘니까 그냥 죽이든지." 고개를 끄덕이는 리츠. 멀리서 그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는 아르메리아. 사실, 아 르메리아로선 셀의 정신마법 사용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룸과 엘름은 인간이 아니라 인형이 되어 버린 탓이다. 이제 자아가 거의 붕괴된 듯한 상황의 둘을, 더 이상 어떻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 마법이 해제된다고 해 도, 그들은 한때나마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또 어떻게 될까. 유로 제국이든 쥬린 제국이든 간에, 그들은 인간으로 취급받지도 못하고 따돌림받다가 죽 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르메리아는 검을 빼들었다. 죽여 버리자. 어차 피 그들은 그동안 지은 죄로 인해, 어디를 가든 죽게 될 것이다. 이미 인간으로서의 자아도 빼앗겨 버린 그들이,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말을 멈추지 못하고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신들이 그동안 누구를 죽이고 누구를 다 치게 하고 무엇을 빼앗아서 어디에 숨겼는지를, 계속해서 지껄이고 있었다. "모두들 비켜요." 검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서는 아르메리아. 그러나 리츠가 말했다. "저들은 중요한 증거물입니다. 죽이는 건 안 됩니다." 아직도 지껄이는 엘름과 룸. 이미 그들은 인간이 아니라 말하는 인형일 뿐이다. 그 들의 멍한 눈동자가, 아르메리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름길을 찾다가 길을 잃어 버린 마법사, 룸의 모습이 특히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차라리 엘프 마법을 배 워, 천천히 자신을 발전시켰다면 저런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을. 하지만 모든 사람 들이 그런 인형이 된 룸을 원하고 있었다. 아마 이번 교전이 이들의 음모임을 증거하 는데 사용하겠지. 하지만..... "아르메리아 양. 당신이 엘프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인간의 일입니다. 당신은 원래 끼어들면 안 된다는 건 알고 계시지요? 그러니 이런 모습을 볼 자신이 없으면 따라오지 말고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돌아가라고? 언니를 놔두고 돌아가라고?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 방식은 찬성할 수가 없었다. 생각같아선 논쟁이라도 벌이고 싶지만, 일 단은 레이니 언니를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언니의 사형은 진행되 고 있을 것이다. 늦기라도 하면.... 나는 레드 테일 시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기분이 좋지 않다. 마치 무거운 납덩어리를 매달고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는 기 분이랄까. "달가와 하지 않네요. 역시 엘프라서 그럴까."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그렇게 한가한 때인가? 그리고 내가 그들 의 정신을 붕괴시킨 것도, 결국은 그 애를 구하기 위함인데.... 솔직히 섭섭했지만, 일단은 그 애를 구하고 볼 일이다. 나는 리츠에게 말했다. "어서 서둘러요. 리츠. 언제 사형이 시작될 지 몰라요." 나도, 리츠도 다시 성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넘고 싶었지만, 리츠는 왠지 불안한 듯 했다. 마법을 사용했다가 도시의 경비병들이 들키면, 작전 자체가 실패할 지도 모르니까. 사형 집행을 앞당기기라도 하면..... 으으으으으. 드디어 음악이 고조된다. 공룡의 뼈에 구멍을 뚫어 만든 피리나 나팔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드디어 북의 울림이 멎는다. 쿵. 드디어 오늘의 축제의 주된 행사가 벌어지는군. 왠지 남의 일처럼 여겨지는 건, 너 무 요란한 음악과 환성 탓일거다. 내가 그런 환호를 받는 대상이 되리라고는 여겨지 지 않거든. "이제 마녀를 처형하겠습니다." 저 시장, 발성 연습 좀 하는 게 어떨까? 군중들이 환호한다고 해도, 저 괴이한 절규 는 정말 듣기 싫다. 얼굴이 나도 모르게 구겨질 정도다. "이제 죽으려니까 슬슬 겁이 나는 모양이지?" 으. 두고 보자.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마법사야. 좀 조용히 해라. 하긴 마법사니까 주문을 외우려면 수다쟁이가 되어야 할 듯......... 풋. 약간 정신이 이상한 마법사 하나가 생각나 버렸다. 킥킥킥. 그녀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세이브가 잘 고 쳐지지 않아서 아직 고치는 중일까? 아니면 또 다른 여자애를 보고 동생이라고 생각 해서 괴롭히고 있을까. "이젠 웃는군. 드디어 미쳤나? 이 마녀같은 계집애." 정말 듣기 싫어. 하지만, 육체적, 물리적인 고문을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 해야 하나? 으. 저기서 날 보는 태자전하가 생각나는군. 이제 그런 고문을 더 당할 일은 없겠지. 그나마 다행이다. 여기서 내가 죽든, 살아남든 간에, 설마 그런 끔찍한 경험을 다시 하지는 않겠지. 물론 확실한 건 아니지만. 쿵. 쿵. 쿵. 내 앞에 다가오는 사형집행인.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난 지금 그 쪽에 신경쓸 때가 아니라고. 난 급해.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손을 써야 한다. "사형, 집행 !" 사형집행인이 내 앞에서 밧줄을 잡아당겼다. 내 목이 졸리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자, 이제 레이니 양의 최후인가..... 아니면 셀 일행이 그녀를 구할 것인 가..... 그거야 뭐.... 내일 보면 알겠지요. 뭐. 설마 죽이기야 하겠아? 하고 안심하 는 독자님들도 있을 듯. 어떤 독자님들은 너무하다고 분노하실지도 모르고.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9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1 19:45 조회:160 공룡 판타지 11-191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5) 콰앙. "무슨 소리지?" 가장 선두에 달리던 셀과 아르메리아가 귀를 기울였지만, 그 소리 후에 들린 건 요 란한 군중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서둘러요. 사형장에 일이 생겼어요." 가장 먼저 날아오르는 아르메리아. 역시 그녀는 주문을 외울 필요가 없는 마법을 쓰 기 때문에, 마법을 발동시키는 속도가 빨랐다. 아니, 그녀의 마음이 워낙 급하기 때 문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날아가야겠어요. 플라이(fly : 복합마법. 사람을 하늘로 날아가는 상태로 바꾼다) !" 그 말과 함께 전원이 공중이 떠올랐다. 셀은 다급하게 자신의 의지를 사형장으로 향 하게 했다. 모두들 고속으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복합마법이 얼마나 어려운데, 저렇게 주문이 짧아?" '메'의 상식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도 복합마법은 그렇게 빨리 발동시키지 못하는데..... "두 가지 주문을 동시에 발동시키는 걸 마법 주문도 없이 그 이름만 말하는 걸 로....." 그도 그럴 것이, 플라이 마법은 원소마법 바람계열 4레벨과, 상태변화마법 5레벨을 모두 익힌 후, 그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발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몸의 상태를 바 람처럼 날아가게 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 그런 걸 저렇게 빨리..... 10레벨 마 법사의 위력에 메와 마타리는 감탄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머지 전사들은 마 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공주님을 구할 결의에 차서, 사형장을 쏘아볼 뿐 이었다. 점점 사형장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쿵. 파지직. 내 발밑의 마법진이 깨졌다. 좀 난폭하긴 했지만, 어쨌든 내가 해낸 거다. 그동안 라비린스 키퍼들에게 구박받으면서도 열심히 마법을 익힌 성과가 나타난 모양이다. 흐흐흐흐흐. "어, 어떻게 된 거야 !" 주위의 저 인간들이 놀라서 눈을 부릅뜨든, 입을 벌리든 간에 상관없다. 우선 내 목 이 더 졸리기 전에, 일단 이 귀찮은 결박을 풀어야지. 나는 발 아래로 내밀었던 오른 손을 거두어 밧줄을 잡아..... "아 !" 으. 실수. 나는 왼손으로 결박을 풀었다. 좀 줄이 질기기는 하지만, 허상의 검을 만 들어 내서 잘라냈다. 잘못하면 내 목이 날아가니까 조심해서.... 끊었다. 나는 안도 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죽는 줄 알았다." 물론, 아직은 살아난 게 아니다. 연기가 걷히면서 슬슬 내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으 니까. 게다가.... 바보같은 짓을 해서 오른손 바닥이 불이 나는 듯 뜨거웠다. 하긴 그럴 만도 해..... 미련하게 마력을 체내에서 강대한 전기 구슬로 바꾸어 버렸으 니.... 손이 무사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솔직히 말해서 매우 아프기는 하지만, 마법 진을 부술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몸 밖에서 마력을 전기구슬로 바꾸면 손이 박살날 이유는 없지만, 그 수법을 쓰려고 하면 마력이 몸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법진 에 빨려들어가 버린다. 그래서, 좀 무식하지만 체내에서 그 작업을 수행한 거다. 그 리고 완성된 구형 번개를, 마법진에 던져 터뜨린 것이고. 물론 손바닥 가까이에서 그 일을 했기 때문에 어깨까지 박살나는 건 면했지만, 최소한 오른손바닥이 박살나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으. 손이 덜렁거린다.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고 싶지만, 일단 살고 나서 그런 걸 신경쓰기로 하자. 나는 몸을 날려..... "이, 이 년이 !" 나를 향해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가 있었다. 아까 재수없는 소리만 자꾸 하던 그 녀 석이잖아 ! 나는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마력을 집중시켰다. 물론 오른손에서 피도 나오고 좀 보기 싫게 살점이 매달려있기는 했지만, 살고 나서 고치면 되겠지. 안 되 면 아르메리아의 엘프 마을에 가서 고쳐달라고 하고. 그러나.... 아무리 상대가 주문 을 외우는 마법사라고 해도, 내가 더 늦게 마법을 구상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 마법이 늦게 만들어질 건 뻔하다. 그리고, 난 그대로 타 죽거나 감전되어 죽거나 중 독되어 죽거나.... 어쨌든 곱게 죽지는 않을 게 뻔하다. 하지만..... 뻐억 ! 나는 옆에 있는 기둥 - 아까 날 매달아 둔 그 기둥 -을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 그 기둥은 나무 뽀개지는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나는 재빨리 마법이고 뭐고 집어 치 우고, 그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어어어어어 !" 쿠웅. 저 녀석, 바보 아냐? 빨리 피해야지. 저렇게 당황해서 소리만 지르면 어떻게 해? 결 국, 어리석은 자는 그 대가를 치루었다. 다름이 아니라, 나무 기둥에 깔려 버린 거 다. 방어 마법을 형편없이 건 게 탈인지, 아니면 저 나무기둥이 좀 커서 그런지는 몰 라도, 어쨌든, 보고 싶지 않은 살덩어리가 되어 그는 흩어졌다. 저 나무가 마지막으 로 피를 먹은 상대는, 내가 이름도 알지 못하는 저 마법사가 된 셈이다. 나는 잠시 그 녀석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려다가..... 말았다. 내가 저 태자전하처럼 되는 것 같 아서, 싫었던 것이다. 그를 죽인 건 내 발차기이고, 그를 죽이지 않았으면 난 살아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일단 살아남고 나서 남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든 뭐하든 하자 고 ! 아래에서 경비병들이 우루루 몰려왔지만, 내 손에는 무기가 없다. 하지만, 라 브레이커의 특성상..... 나는 왼손을 하늘로 쳐들었다. 이 고물 마법검, 빨리 이리 오지 못해 ! 우우웅. 검이 흔들렸다. 태자전하와 시장이 있는 자리의 바로 옆에서. 시장은 열심히 고함을 질렀다. 이제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한 쥬린 제국의 공주 계집이, 감히 달아나려고 하다니. 마법진을 파괴한 것은 솔직히 놀라웠지만, 그렇다고 이 많은 수의 장병들 앞 에서 달아날 수 있으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마지막 발악 정도로 간주한 시장은, 모든 병사들과 마법사들에게 사형장 주변을 포위하라고 외쳤다. 그 순간. 위잉. 검이 하늘로 떠올랐다. 달리던 병사 하나가 그것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검이 날아간다 !" 그러나, 시장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오판의 대가는 끔찍했다. 시장의 몸이, 라 브레이커에 의해 절반으로 잘려져 나갔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시장. 놀라는 태자전하에게 날아오는 검. 기사들이 우루루 뛰어들어 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검을 들고 휘두르는 검사가 없이, 단지 검만 이 날아드는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었다. 검을 막으려면 검을 부수는 수밖에 없는데, '전설의 검'을 부술 정도의 실력을 가진 기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마법사들도 급히 공격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힘이 발휘될 시간적 여유 는 주어지지 않았다. 라 브레이커는, 허공에서 정지했다. 정확히 태자의 목을 겨눈 자세로. "전부 그 자리에 멈춰 !" 내 말은 안 믿는군. 사형대 위로 올라오려는 기사들과 병사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마력을 약간 해방시켜서..... "그만 올라오라고 했잖아 !" 손에서 마력을 뿜어내어 열기로 변화시켰다. 강대한 열의 폭풍이, 내 주위를 한 차 례 휘감으며 사라졌다. 대단한 위력은 없었지만, 올라오던 병사들을 놀라 나자빠지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마법주문을 외우지 않는 마법사는 처음이지? 엘프들이 그렇게까 지 유로 제국에 자주 오지 않고, 그들이 마법으로 사람들을 공격한 적은 거의 없다시 피 하기 때문에, 그들은 엘프 마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미 지의 힘인줄 알고 슬슬 뒤로 물러섰다. 휴우. 살았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지. "날 풀어줘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의 태자는 죽게 될 것이다. 모두 봐라. 태자가 있는 곳 을." 연극조의 대사다. 하지만, 태자가 서 있는 귀빈석을 본 사람들은, 새파랗게 질려 버 렸다. 라 브레이커가 허공에 뜬 채, 태자의 목을 겨누었기 때문이다. 그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마법으로 쳐낼 수도 없을 정도였다. 기사들이 검으로 라 브레이커를 치려 고 해도, 그들이 움직이는 순간, 태자의 목이 베어질 것이다. 으. 내가 협박을 하는 날이 있게 되다니. 이제 기사 지망생의 꿈은 버려야겠군. "별로 대단한 조건은 아니겠지? 당신들이 증오하는 여자 하나의 목숨보다는, 아무래 도 유로 제국의 태자전하의 목숨이 더 귀하다고 생각지 않나?" 그건 사실이다. 내가 죽으면 별 거 아니지만, 그가 죽게 된다면 문제가 다르지. 기 사들은 태자 경호를 잘못한 죄로 모조리 직위 박탈 ! 거기다가 사형 ! 도시 사람들 도 마찬가지로 중벌 ! 하지만 날 풀어준다면..... "날 놔주면 다신 이 땅에 오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다시 와 봐야 또 사형대에 올라 갈지 모르니까." 으. 다로프 아저씨. 아비알 누나, 그리고 람포야. 모두들 잘 있어라. 다시는 못 볼 얼굴이군. 하지만, 나도 살고 보자고. 으흐흐흑. 나는 서서히 사형대에서 내려왔다. 모두들 내 옆을 피한다. 날 건드리다가 태자전하의 목이 베어지는 건 바라지 않을 테 니까. 아까 절반으로 잘려진 시장의 몸에서 아직도 피가 뿜어지는 상황이다. 섯부른 행동은 죽음을 부를 뿐이라는 걸, 모두들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나도, 기사들과 병사들도, 시민들도, 태자전하도. 나는 서서히 검을 이동시켰다. 태자전하가 내게로 다가온다. 이제 거리가 가까워지자, 나는 왼손으로 검을 잡았다. 물론 태자의 목에 검을 겨눈채로. 그 자세로, 나는 서서히 성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내 검을 통해 태자의 떨림이 느껴졌다. - 계속 - 후기)휴우. 일단 살려놨다. 물론 이 상황에서 무슨 일이 더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어 쨌든 사태 역전입니다. 하지만.... 레이니양의 손바닥이 무사하지 못할 듯 하군요. (으. 아파 미치겠다고 속으로 비명 지르는 레이니양)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9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2 19:36 조회:139 공룡 판타지 11-192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6) "어찌된 일이지? 갑자기 조용해졌어. 설마....." "걱정 말아요. 만약 그 애가 죽었다면, 요란한 환호성이 터졌겠지요. 적어도 그들의 적인, 야만족들의 공주마마니까." 셀을 째려보다가 진정하는 리츠. 사실이 그렇긴 하다. 우선, 레이니 언니가 죽어 버 렸다면, 아마 사람들이 기뻐 날뛰며 외치는 소리로, 사형장은 엄청 시끄러워질거다. 하지만, 고요한 걸 보니 무슨 일이 난 거다. 그리고..... 이 생명력의 느낌은..... "풋. 역시 언니는 대단해." 어떻게 탈출을 해서 태자를 인질로 잡았지?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마 결박을 풀어 내고 검을 조종해서 태자를 잡은 것 같은데.... "아직 언니는 살아있어요. 두 분은 실컷 다투세요. 전 먼저 가요." 약간 속도를 높여, 내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셀과 인간 일행을 순식간에 따돌린다. 난 인간들의 말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없거든. 내 몸 안의 물질을 붕괴시키면서 나오 는 거대한 에너지는, 내 몸을 사형장으로 날아가게 했다. "이런 !" 잠시 비행을 멈추고, 공중에서 정지한다. 무언가 강력한 에너지의 장막이 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마법인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뭔가가 있다. 그 장막이, 사형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쩔까. 마법을 깨 버리면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저 인간들이 눈치챌 것이 고....." 그렇다고 깨지 않으면 이 마법은 그대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언니가 이 마력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지금 언니는 오로지 태자를 인질로 삼아, 주위를 경계하는 데 전력을 집중할 뿐이 다. 서서히 뒤로 물러서는 레이니 언니가, 만약 인간들에만 신경을 쓰다가 이 방어막 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할 수 없지. 가급적이면 조용히 뚫고 들어갈 수밖에." 나는 엘프 마법을 준비했다. 요즘은 별로 사용해보지 않은 것이지만..... 조용히 들 어가기 위해서는..... "스펠 캔슬레이션(spell cancellation : 주문을 취소시키는 8레벨 역주문 마법) !" 이, 이런 ! 저 바보같은 미친 여자가 ! 나는 황급히 몸을 피했다. 그리고..... 쿠앙. 빠직. 상당히 요란한 음향과 함께, 방어막은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나와 인간들은 몽땅, 저 아래의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이.... 이렇게 조심성 없는 여자가 있다 니..... 일부러 상황을 안 좋게 만들다니.... 생각같아선 욕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 럴 여유가 없었다. 일단은 인간 마법사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정말..... 저 여자는 못말린다니까 ! "애... 애스터 누스.... 그.... 그건....." 옆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리츠. 하지만 왜 그러는 거지? "다, 당신이란 여자는.... 대체..... 지금 큰 소리를 내서 뭘 어쩌자는 거요 !" 옆에서 사색이 다 되어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내 실력을 본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래도.... 리츠 만큼은 내 실력을 아니까, 별로 놀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리츠. 내 실력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요?" 뻔히 다 알면서 뭘 그래. 일단, 멍하니 있는 사람들을 땅 아래에 내려놓고, 나는 내 동생을 향해 날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저, 저 애가?" 왜 몸을 부들부들 떠는 거지? 왼손으로 든 검이 흔들리잖아. 오른손을 왜..... 내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오른손이 산산이 박살나고, 단지 살덩어리만이 그 자리에 매달려있는 모습이었다. 설마.... 저 녀석들이 고문을? "꺄아아아악 !" "어, 어떻게 저 사람이....." 셀이 온 것은, 어차피 예정날짜가 지나서 온 것이니 그렇다고 치자. 아르메리아가 온 것은, 그녀가 날 걱정해서 구하려고 온 것이니, 기쁘기까지 하다. 원래 엘프나 드워프들은, 인간의 전쟁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들었으니, 그 드워프 할 아버지들이 인간들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진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르메리아가 여기 온 것이, 오히려 이례적인 일이다. 오직 날 위해 그녀가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감격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왜 저 혼족의 족장이 온 거지? 설마 여기까지 와서 날 죽이려고? 물론, 곧 사형당할 처지에 있으니, 그냥 방치해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지 않 을 것이라든지, 아니면 내가 그를 오해한 것이고, 실은 날 구하려고 여기 온 것이라 든지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난, 무서웠다. "헉헉헉헉헉." 숨을 몰아쉬는 아이. 그리고 그 앞에서 검을 든 남자. 뚝. 뚝. 뚝. 뚝. "여기 있었구나." 그의 검에서 떨어지는 피. "시, 싫어 ! 다가오지 마 !" 지금 상황이 워낙 위급한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져 나왔 다. 그 판에 태자전하를 겨눈 내 검이 흔들렸다. 하지만, 내 비명에 놀란 태자전하 는,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검을 자신에게 찌를 것이 두려웠던가. 하지 만 그건 지금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난, 그저 달아나고 싶었다. 마구 몸을 뒤흔들면 서 태자전하를 오른팔로 감고, 뒤로 물러서는 나. 하긴, 그게 오른팔이라고 불릴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해도 상관이 없긴 하지만. 내 오른팔이었던 살덩어리에서 피가 흩어진다. 그 피가 태자전하의 옷을 붉게 물들인다. "저, 저 년이 감히 전하를 !" 기사들이 검을 휘두르며 덤비려고 했지만, 그들은 태자의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 두 려웠던지 아직은 덤비지 않았다. 그들도, 그것이 내 피라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병사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창을 들어 나를 겨누었다. "태자전하를 구해라 !" 누가 외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병사들은 일제히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나와 태자가 같이 있는 상황에서는, 잘못하면 그들의 창에 '전하'가 찔려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솜씨가 부족한 병사들의 실력으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쉬웠다. 기사 들도 그것을 깨닫고 말리려고 했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내 목으로 창칼이 날아 든다. "!"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다가오지 마 !" "어, 언니 !"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레이니가 평정을 잃었다. 그리고, 그녀는 단지 검을 휘 두르지도 않고, 무의미하게 마력을 발산했다. 마력을 적당한 힘으로 변화시키지 않은 채. 단지 불안정한 마력을 사방으로 쏘아낼 뿐이다. 저래서는 그저 자신의 마력을 낭 비할 뿐이다. 나는 언니를 돕기 위해 내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콰콰콰콰쾅. 마력이 발산되고, 그 마력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병사들의 몸에 닿자, 그 마력은 폭 발을 일으켰다. 마력이 바깥으로 퍼지는 상태여서 그런지, 빛과 열, 그리고 폭풍은 병사들을 집어삼키면서도 언니에게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물론 조금 영향 은 주었겠지만, 저 정도로는 언니는 죽지 않는다. 몸에 품은 마력이 워낙 많기에. "?" 그런데 언니가 왜 쓰러져있지? 저 모습은..... "아아아아악 !" 마구 비명을 지르던 나는, 곧 조용해졌다. 태자전하가 폭풍에서 날 지키기 위해, 날 껴안고 그대로 땅에 쓰러진 것이다. 그의 등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태.... 태자님....." 그의 체온이 느껴진다. 하지만 강력한 폭풍보다는 차가운 체온. 그것이 날 약간이나 마 진정을 시켰다. 그러나.... 왜 날 구했지? 그 자신이 다치면서까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레.... 레이니 양..... 그만.... 진정해....요..... 당신을..... 죽이게하..... 지....않으...." 이, 이 바보. 왜 그런 말을.... 순간적으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생각 을 해 버렸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날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오른 손의 통증이다. 이미 내가 만들어낸 구형 번개에 의해 뼈가 부서지고 근육이 찢어진 오른손바닥이..... 지금 태자님에게 깔렸다. 물론 그는 날 보호하려고 날 넘어뜨리고 자신이 방패가 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깔린 오른손은 비명을 질렀다. "고...고마... 으. 아 !" 고맙다고 하기 전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덕에 난 여자아이가 될 뻔한 위기 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잘못했으면 난, 그의 품에 안겼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 것은 지금의 나로선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다. 사형수 주제에, 일단 살아나고 나서 생각해보.... 볼 필요도 없어 ! 그 모든 생각이 떠오른 것은, 전적으로 오른손 의 불타는 듯한 통증, 출혈, 그리고 그 찢겨진 모습이었다. "일단 비켜요." 내 표정이 좀 일그러진 걸 보고 약간 섭섭해하던 태자님은, 그의 몸에 깔린 오른손 을 보는 순간, 미안해하며 몸을 치웠다. 그러나, 아직 내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손 들어 !" 내 목에 겨누어지는 기사들의 검. - 계속 - 후기)아직 위기 상황 계속. 과연 앞으로는 어찌될 것인가. (작가에게 쏟아지는 비난 이 들리는 듯) 너무 여주인공(?)을 괴롭힌다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9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3 19:24 조회:82 공룡 판타지 11-193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7) "싫어 ! 가까이 오지 마 !" 완전히 겁먹은 눈길로 주위를 바라보며 울먹이는 레이니 언니. 저런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여태까지, 그녀와 여행한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무수한 사건들을 겪으 면서 언니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나였다. 하지만 저렇게 두려워하는 표정을 지 은 그녀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언니를 말려야 해.' 언니가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어째서 저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를 진 정시켜야 했다. 그러나, 그러려면 저 기사들을 언니에게서 떼어내어야 한다. 그러자 면 마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저 상황에서 설득이나 협박이 통할 리 없 지 않은가. 나는 정신을 집중시켰다. 엘프 마법 9레벨. 물질과 에너지를 자유로이 체 내에서 바꾸고 그것을 내 의지로 조종하는 능력. 나는 이 상황에서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힘을 떠올렸다. 역시 언니의 주위에 정확하게 힘을 쏘아내서 저들을 바깥으 로 밀어내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듯 하다. '정신을 집중해서.....' 정신을 집중하는 것은 마법의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딛는 것에 불과하다. 우선 내가 원하는 물질을 고르고, 그 물질을 단단히 결합하는 힘을 소거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 힘을 내 의지에 따라..... "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avity : 중력 역전. 시공마법 7레벨)." 이런. 셀의 마법이 나보다 약간 빨리 튀어나갔다. 다른 마법사라면 내가 먼저 마법 을 사용했겠지만, 상대는 레벨 10의 마스터. 단지 원하는 마법을 선택하고, 주문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엘프 마법은 자신의 의지로 모든 마법 의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 것인데 비해, 그녀는 그저 주문만 말하면 끝이다.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서, 이 차이는 결정적이었다. '칫.' 개인적으로는 불만이었다. 인간의 마법에 뒤지다니. 적어도 속도면에서는 나도 상당 히 빠르다고 자부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마력에 의존하다가는 영원히 저 인간, 셀이라는 여자를 뛰어 넘을 수 없다. 내가 그녀를 이기려면 이 엘프 마법 9레벨과 10 레벨을 확실히 익히고, 더 높은 수준으로 나 자신을 몰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당장은 무리인 듯 했다. '할 수 없지. 좀 더 연습을 할 수밖에.' 다음에는 저 여자보다 더 빨리 해봐야지. 언니를 위해서도. "태자전하를 위험에 빠뜨리다니. 이 사악한 마녀 !" 기사들 중에는, 나와 전에 검을 겨루었던 그 기사, 그록도 끼어 있었다. 그의 표정 에는 나에 대한 약간의 동정심이 있었지만, 그것도 곧 사라졌다. 그런데 그들이 왜 화를 내는 거지? 단지 난 이곳에서 달아나고 싶다는 것일 뿐인데. 왜 날 도망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지? "으, 으아 !" 도와줘. 누가 도와줘. 나는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그러나, 누구도 날 도와주지 않는 다. 내 목을 겨눈 검이, 내 얼굴을 겨눈 검이, 날 향해 찔러왔다. "꺄악 !"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고..... "어?" 내 목에 검이 들어오기 직전이었는데? 갑자기 모두들 위로 떨어졌다 ! 검을 겨눈 기 사들 모두가 하늘로 날려가 버렸다. 나와 태자전하를 제외하고는. "누가 마법을 썼지?" 나는 조금 마음을 진정시켰다. 일단, 난 지금 혼자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누가? 날 도와줄 사람이 대체 누가 있었지? 설마.... 아르메리아? 그녀가? 나는 몸의 떨림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들었다. 감은 눈이 떠진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그녀 는..... "셀 !" 그녀였다. 그녀가 날 구하러 와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맥이 풀려, 몸에 힘이 빠졌다. 차가운 땅바닥에 누웠다. 일어나기 싫었다. 그럴 기운도 없었다. 극도의 공포라는 게 이런 것인가. 공룡의 이빨 앞에서도, PK들의 습격에서도, 암살자 체서들의 검 앞에서 도 두려워하지 않던 내가..... 이렇게 겁많은 여자아이였다니.....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한심해졌다. 하지만, 그 무서움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다. 도대체 그는 누구 일까. 생각만 해도 온 몸이 떨려왔다. "레이니 양." 도대체 그는 누구였을까? "레이니 양." 어째서 내가 그렇게 떨었을까. 그것은.... 내 기억에.... "레이니 양 !" 으, 생각나려다 말았다. 나는 짜증을 내려다가, 날 바닥에 깔아뭉개고 내 위에 누운 사람을 쳐다보았다. "태.... 태자님." 그제서야 내 정신과 감각이 돌아왔다. 으. 손이야. 손이 으스러진 게 정말 아프다.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치유 마법을 가진 세이브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그녀는..... "!" 저 위에서 떨어져오는 건 뭐냐. 피이이이이이이이이. 쿵. 내 앞에 떨어진 꼬마 아이. 그건.... 세이브잖아 ! 옷차림은 말그대로 인형 그 자체 다. 그녀가 인형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그녀의 옷이, 인형처럼 멋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핑크색 드레스냐 ! 물론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라 그런지, 치마가 좀 짧기는 하다. 그러나..... 갑자기 셀의 취향이 의심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어째서 저런 옷을 입혔지? 나는 치밀어오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 었다. "너, 세이브냐?" 내 머리를 쳐다보는 세이브. "언니. 머리 아파?" 세이브 맞군. 말소리가 똑같아. "머리가 아니라 손이 아파." 그건 사실이다. 마법을 쓴다고 미련하게 손 안에서 마력을 전기 구슬 덩어리로 바꾸 었으니, 그 전기구슬을 아무리 마력으로 억제한다고 해도 내 오른손의 세포들과 뼈들 을 상당히 태웠을 것이 분명하다. 생살을 찢은 경험은 없었는데, 오늘 처음 해 보게 되었다. 적어도 내 손으로 내 살을 찢은 적은 없었는데..... 여행나오고 나니, 별 요 상한 경험도 하게 된다. "언니.... 그 오른손....." 금새 눈물이 글썽해지는 세이브. 그녀는 내 손을 잡고 그녀의 힘을 방출하려다 가.... 멈추었다. 저 애 왜 저래? 하지만 그녀의 눈이 나의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 위라면..... "히익 !"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운 장면..... 내가 돌았어. 돈 게 분명해. 여자라 면 창피해서 자살해버릴 만한 장면이, 어리고 순진한 세이브의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 었다. "언니, 왜 이 아저씨가 언니 위에 누워있는거야?" '아저씨'라는 말에 충격을 받는 태자님. 그리고, 멀리서 얼굴을 붉히는 기사들. 그 러면서도 눈은 이쪽에 못박혀있다. 저 녀석들도 기사냐. 갑자기 그 자질이 의심스러 워지기 시작했다. "태자님. 비키세요." 물론 발로 차는 것이나, 손에서 마력을 뿜어 밀어버리는 것도 고려했지만, 태자님의 사회적인 체면을 고려해서, 그냥 말로 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지만, 그리 고..... "아,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아가씨." 급히 일어서서 내 근처에서 조금 떨어지는 태자님. 곧 기사들이 그의 주위를 둘러쌌 지만, 그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저 빨개진 얼굴 좀 봐. 귀여워. 손으로 쓰다듬고 싶 을 정도야...... 가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냐. 내 목숨이 왔다갔다 할 이 순간에. 저 하늘에 떠서 비명을 지르는 기사들 덕분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하지 만..... "이 계집애가 !" 기사님들. 그만하세요. 그리고.... 아까의 장면이 또다시 재현되었다. 다른 마법사 들이 열심히 대항마법을 외웠지만, 그들은 실력이 별로였던 모양이다. 그저 허공에 날려가 아우성치는 사람의 수가, 더 늘었을 뿐이다. 그나마 안 날려간 건 태자님 한 분 뿐. 그건 분명히 셀이 봐준 탓이다. 나는 그녀가 서 있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 다. 아직 누운채로. "후후훗." 내 짐작대로, 셀이 나를 보며 웃었다. 그녀가 저렇게 웃어주다니..... 왠지 모르게 약간 미친 것 같던 그녀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도 있구나. 하지만, 그녀의 친동생이 아닌 나로선, 아무래도 미안할 뿐이다. 내가 저런 미소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일종의 대리만족일지도.....' 하지만, 그녀가 동생으로 삼은 공주님의 몸을 내가 가지고 있으니..... 그럴지도 모 르겠다. 내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그녀는 동생을 다시 찾는 셈이고.... 난..... 이런. 먼지가 지금 눈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 이런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은, 일단 여기서 탈출한 뒤에 하자. 나는 몸을 일으켰다. 태자전하에겐 안 된 일이지만, 그의 목에 다시 검을 겨누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그런데. "모두 그만해." 나와 병사들이 모두 영문을 모르는 가운데, 태자전하는 말했다. "이 아가씨를 보내드려라.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후기)으. 썼다가 다시 쓰는 패턴. 또 반복되네요. 하지만 글이 안 나오니 별 수 없더 군요. 글이 안 되면, 과거 쓴 글을 검토하고 다시 고치는 이 지루하고 지겨운 패턴. 정말 힘드네요. 열심히 작업한 결과가 0으로 보일 경우, 여러분은 무슨 생각을 하실 까요? 하지만 전 작가로서(시리얼에 글 올리는 이상, 올리시는 분은 모두 작가입니 다), 최소한 저 자신조차 형편없다고 생각되는 글을 올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칠 뿐입 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것이고요. 형편없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9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4 20:40 조회:197 공룡 판타지 11-194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8) 태자의 표정은 단호했다. 기사들이 하늘에서 둥둥 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위로 날 려가지는 않고 있다. 하늘에 뜬 기사들의 표정이 변하는 것으로 보아, 그 말을 들은 모양이다. 그들 뿐 아니라 모든 병사들과 기사들이, 심지어 군중들까지도 그 말을 들 었다. 물론 나 자신도. 그런데 왜? 그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나를 보며 말했다. "이번일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레이니 아가씨." 아가씨.....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공주님보다는 낫다. 물론 그게 그거라면 할 말 없지만. 태자님의 말이 이어진다. "이 도시의 시장이, 아가씨의 검이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라는 것을 알고, 그 검 을 노려서 이 일을 꾸민 겁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으니,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사형수로 놔둘 필요는 없겠지요. 그 검은 당신의 검, 더 이상 제국의 명예를 더럽히 지 않겠습니다." 어? 의외로 순순히 인정하네? 그럼 아까 흘린 눈물은 거짓이 아니었던가? 아니면 셀 의 마법에 대해 위기를 느껴서, 순순히 빠져나갈 명분을 만들기 위함인가. 어느 쪽이 든 간에, 이대로 끝나면 다행한 일이다. 내 표정이 풀어졌다. "고, 고마워요."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고, 얌전히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왜 나도 모르게 이 렇게 인사를 하는 거냐. 내가 무슨 양가집 규수냐. 아니면 진짜 공주님이냐. 난 저주 에 걸려 레이니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유로 제국의 평범한 소년이자 기사 지망생인 알로라고. 이제 아주 먼 옛날의 일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그래도 내 과거의 이름은 알로였다. 난 레이니 아가씨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떠들 수는 없다. 나 자신을 보일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슬픈 일일 줄이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나온다. "아가씨의 검집을 드리게." "예." 어느새 지상으로 내려온 그록이, 내 검집을 가져와서 나에게 준다. 정중하게, 두 손 으로 받쳐서. "받으십시오." 나도 공손히 받는다. 상대가 신사적으로 나오니 나도 숙녀의 예를 지켜.... 완전히 갔군. 나도.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단련을 다시 해두든지 해야 할 것 같다. 어서 이 도시를 빠져나가서 엘프 족의 마을로.... "아 !" 손바닥에 불이 나는 듯 하다. 검이 워낙 길어서, 검집에 넣으려면 두 손을 사용해야 했고.... 그것은..... 내 오른손바닥에 검집이 닿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티었지만, 남이 보기에는 상당히 딱해보인 모양이다. 태자님이 다가와서 내 검집을 든다. "이거... 검집을 활짝 벌려서 검을 끼워두는 것이군요." 나는 손바닥이 화끈거리는 것을 참고, 일단 검을 검집에 꽃아서 허리에 찼다. 그리 고... "아 !" 역시 아파..... 결국 나는 눈물을 비치고 말았다. 아무리 내가 사나이라고 해도, 아 니 과거에 사나이였다고 해도, 결국 아픈 건 아픈거다. 손바닥이 너무나 쓰리다. 힘 이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태자님이 내게 말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요. 아가씨. 마법사들에게 치료를....." "언니 손은 내가 고쳐요 !" 당당히, 아주 당당히 내 옆에 다가오는 세이브. 하지만 그녀가 너무 작아서인지, 태 자님은 그녀를 귀엽게 볼 뿐이었다. "얘야. 언니는 상당히 큰 부상을 입은 거란다. 손바닥의 뼈가 완전히 부서졌는데 어 떻게 하려고? 왠만한 치료마법으로는 고치기 어려울..... 어?" 태자님이 놀랄 틈도 없이, 세이브는 내 손을 붙잡고 강력한 마력을 불어넣었다. 마 력뿐 아니라, 뭔가 다른 것도 들어오는 것 같다. 내 부서진 손의 피부와 뼈, 근육 조 직이 아물어 붙고, 곧 출혈이 멎었다. 피가 마치 새로 공급이라도 된 듯 하다. 나는 아무 흉터도 없이 복구된 내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까닥까닥. 음. 잘 움직여지는군. 하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저, 저런 뛰어난 치유 마법을?" "주문도 외우지 않았어." "설마, 엘프인가?" 웅성거리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 중에, 진실은 없었다. 알아도 슬픈 이야 기겠지만. 나는 세이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혹시 슬퍼하지 않을까? 하지 만 그 애는 아무것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이미 달관한 건지 그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을 뿐이다. "후훗. 고마워. 세이브." 최대한,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표시를 했다. 불쌍한 아 이. 하지만 그녀가 기계라고 해서, 특별히 업신여기는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기계면 기계지. 그게 어때서? 그 애는 내 동생이나 다름없는 아이고, 그 애를 어째서 괴롭힌 단 말인가. 왠지 셀이 나에게 쏟는 애정이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고마워요. 셀. 여기까지 와 줘서." "뭘. 네 일인걸." 어느새 내 옆에 온 셀에게, 역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 ".........." 아르메리아에겐, 단지 손을 잡아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말이 없더라도, 그 정도로 모든 것은 충분했다. 이제 좀 편안한 여행이 될까? 나는 태자님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작별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 저 사람은..... 갑자기 부들부들 떨리는 내 몸. 나도 모르게 이가 부딪친다. 몸이 떨린다. 순간적으 로, 내 의사에 관계없이, 몸이 뒷걸음질쳐진다.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다시 공 포에 몸이 사로잡힌다. 자꾸만 내 눈에 떠오르는 하나의 영상. 피를 흘리는 검. 그리 고 그 검을 든 남자. 그의 목소리가 내 귀를 울린다. "여기 있었군요." 내 몸이 점점 더 심하게 떨린다. 내 귀에 들리는 사람들의 비명. 바닥을 흐르는 피. 필사적인 도망..... 나는 자꾸만 뒤로 물러섰다. 왜, 왜 그가 지금 내게로 오는 거 야. "공주님. 여기 계셨군요." "!" 그가 사형대 위로 다가온다. 이젠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다. 군중들은 단지, 그에게 서 물러설 뿐이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모양이다. 무술에 대해 그리 뛰어난 감각을 갖추지 못한 시민들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힘이라 면..... 내가 광란 상태에 빠지지 않은 것은, 순전히 날 끌어안은 태자님 탓이었다. "아가씨. 진정해요. 내가 지켜줄 테니까."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니라 기사님들이겠지. 태자님과 나를 둘러싸는 기사들. 그리 고 그들 앞에 걸어오는 남자. 허리에 검을 하나 차고, 옷은 공룡 가죽을 벗겨서 입은 것 같다. 하지만, 그 가죽이 워낙 두꺼워서 그런지, 상당히 따뜻해 보였다. 이 세상 에서 얼음이 어는 곳이 북쪽에 있다고 하는데, 만약 거기서 입는다면 상당히 어울릴 듯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얼음이 어는 곳이 바로 여기라고. 그가 걸어와 내 앞에 선, 바로 이 사형대 위가. "모시러 왔습니다. 공주님." 평범한 음성에서 위엄있는 말로. 그것이 절대적인 명령으로 들렸다. 하지만..... 나 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 난 이 사람을 따라가고 싶지 않아. 난 공주님 같은 게 아냐 ! 아니라고 ! 사실은 공 포감 때문이었지만. 나는 나도 모르게 외쳤다. "난 공주님이 아니에요." 간신히 나온 목소리. 그 소리는 그의 목소리에 비해 작았지만, 상대는 그것을 알아 들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공주님." 그가 화를 낸다. 내 마음이 떤다. "어서 제 손을 잡으십시오. 이제 당신의 원래의 모습으로....." "난 그런 거 아냐 !" 이번에는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모두가 들을 수 있는 크기의 목소리 로.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공주님." 그의 표정이 달라졌다. 정말로 분노한 듯한 눈. 하지만 그의 표정은 무감정하게 변 했다. 마치 바위처럼. 강렬한 생명의 기가, 몹시 무섭게 느껴진다. "더 이상 이곳에 계실 필요가 없습니다. 공주님. 고집을 부리신다면, 강제로 모셔가 겠습니다." "나, 난....." 하지만 그는 내 입을 막아 버렸다. 고함으로. "전 공주님이 태어나시기 전부터 황제폐하를 모셨습니다. 황후님이 공주님을 낳으셨 을 때, 전 당신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당신이 설령 100세의 노 인이 되더라도, 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피하지 마십시오." 한 걸음 다가온다. 그가. 마치 빙산처럼. 난 얼음산이라는 걸 본 적이 없지만, 저 사람의 지금 분위기는, 마치 얼음산같은 느낌을 주었다. 추위. 그리고 공포. 두려움. 그 모든 것을 내게 주고 있다. 이 사람과 싸워도, 난 이길 수 없다. 그걸 알 정도의 힘은, 나도 가지고 있다. 아르메리아나 셀이라면 어떨 지 몰라도, 난 도저히 이 자를 상대할 힘이 없었다. '달아나자.' 후기)고치기 작업중. 정말 어렵네요. 음. 왕자님의 품에 안겨 오돌오돌 떠는 레이니 공주님이라. 왠지 잘 어울리는 듯(퍼억 !). 갈수록 막가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 다. (사악한 작가, 또 웃다) 추가)그리고, 오늘은 좀 늦었습니다. 원래 토요일에는 좀 빨리 올리는데..... 오늘은 오전중에 통신을 못해서..... 기다리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었지 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9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5 19:20 조회:137 공룡 판타지 11-195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19) 달아나기로 결정을 내렸으니.... 자. 행동을 취해야..... 하지만, 상대는 이미 내 속을 읽었는지. 내가 약간 움직이려고 하는 순간, 그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달아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절 검술로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사이드 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죽었더군요." 사이드.... 스승님의 원래 이름..... 하지만..... 이대로 잡혀가기는 싫어. 그건 싫 어. "당신은 제가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걸 어떻게 알았지? "공주님이 떨고 계시는 걸 보면, 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손만 뻗치면 그는 날 잡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온다. 나는 극도의 공포감을 누르지 못하고, 뒤로 몸을 날렸다. 비명을 지르면서. "으아 !" 하지만, 그의 몸놀림이 더 빨랐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는가 했더니..... "아 !" 어느새 내 뒤에 달려와 있었다. 나는 급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웃으며 날 쳐다보 았다. "당신에게 제논이 무슨 마법을 걸었는지 모르겠군요. 어째서 제 얼굴을 잊으셨는지. 사이드에게서 저에 대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신가요?" "........." 들어본 적이 있구나. 하지만, 마주칠 줄은 몰랐어.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 그것이 날 붙잡고 놓지 않는다. 그 두려움은 무엇일까. 그것은..... 피가 흐르는 검을 들고 선 남자의 모습. 그것과 같기 때문인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 모습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건 무엇일까. 설마, 제논이 내게 심어둔 것일까. 그를 두려워하도록? 왜? 왜 하필 그를? 난 알 수 없었다. 내가 그를 두려워해서 그가 얻을 것이 무엇이길래? 그의 말을 들어 보면, 제논을 경멸하는 듯이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 마법사와 한패는 아닌 것 같은 데. 하지만..... "이제 갑시다. 당신의 원래 자리로." 그가 손을 내민다. 나.... 난..... "잠깐 !" 나를 감싸안으며 그를 막아서는 태자님. 어, 어쩌려고? "당신의 신분을 밝히시오." 기사들이 검을 들고 태자님의 주위를 둘러싼다. 하지만 내 앞에 선 그는, 전혀 당황 하지 않는다. 어느새 그와 같이 온 다른 혼 족 전사들도 그의 뒤에 와서 섰다. 그 중 에는 셀과 같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두 명 끼어 있었다. 그들도 마법사인가.... 하지 만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당신이 유로 제국의 태자님이신가요?" "그렇소." 날 더욱 꼭 껴안는 태자님의 손. 따뜻하지만 실질적으로 저 남자에게서 날 보호할 힘은 없다. 강자를 알아 보는 것은, 검사의 기본적인 능력이다. 나도 그런 능력은 가 지고 있었다. 상대의 몸, 겉으로 보는 단련 정도, 상대의 움직임으로 보는 그 실력, 그리고 생명력의 느낌. 일반적으로 검사를 보는 기준은 그 정도다. 그리고.... 이 남 자의 실력은 당대 최강이다. 적어도 검으로는. 치매사부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실력자..... 만약 그가 검을 뽑는다면..... '아르메리아와 셀은?' 그녀들이라면 저 자를 이길 힘이 있겠지..... 하지만..... 그와 같이 왔는데 과 연..... 그가 위험하지 않다는 증거도 되지만, 그에게 두 사람이 당했다는 해석도 가 능하다. 어느 쪽일까. 평소의 아르메리아와 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 고, 나는 그녀를 의심해야 할까. 과연 어떤 행동을 취해야 내 목숨을 건질 수 있을 까.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녀들을 의심하지 말자.' 객관적으로 말해서, 그녀들까지 당해 버렸다면 내가 저 자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 전혀. 하지만..... "오빠." 그녀의 말. 물론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말. "왜 그를 두려워하는 건가요? 무슨 곡절이 있는 듯 한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 그렇게 말해도 이해가 될까. 하지만 내 생각을 정리 할 수가 없다. 그건..... "나도 몰라. 다만....." 그 느낌.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것. 벙어리의 괴로움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뭔가 가 내 마음을 막고, 그것이 형체화되어 나오는 것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게..... 그 게..... "봉인이군요. 정신적인." "?" 그게 무슨 소리야? 아르메리아. 내가 자세히 물어보려고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는 순 간..... "전 쥬린 제국의 기사인 리츠라고 합니다. 미나르 쥬린 공주님을 데리러 왔습니다." 당당히 서서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리츠. 단순한 기사는 아니다. 저건..... "리츠라면, 과거에 모습을 감춘 혼 족의 두 명의 용사중 하나가 아닌가?" 놀람을 감추며 말하는 태자님. "그렇습니다." 스승님이 말하던 리츠라는 사람이 바로 그인가? 쥬린 제국의 기사 중 하나로, 자신 을 제외하고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검사라고 하던 그..... 그 말씀을 하실 때 스 승님은, 왠지 그리운 듯한 눈을 했었다. "검을 겨룰 상대가 없다는 것은 검사로서 괴 로운 일이다." 고 하셨지? 하지만.....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닌데..... 이거..... 도 망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이잖아 ! 어쩌지? 여기서 잡혀갈 수는 없어 ! 얼마 전 궁중에서 태자님의 품에 안겨 춤을 춘, 그 악몽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으..... 그런 끔찍한 일을 다시 생각하다니....그런 기억은 지우고 싶어. "이런 거, 기억하기 싫어 !" 깜짝. 그 소녀의 외침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내 머리에 울려오는 소리. 그것 은..... 갑자기 밀어닥치는 수많은 영상. 피. 검. 어둠. 붉음. 환성. 창. 눈. 빛. 불...... "아아악 !" 그대로 머리를 감싸쥐며 쓰러진다. 더 이상은 알 수 없어. 난..... "언니 !" "레이니 양 !" "레이니 !" "공주님 !"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가운데, 레이니 언니가 그대로 쓰러졌다. 어떻게 된 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보기엔 그 몸, 공주님의 몸에 들어간 언니의 혼이 무언가 육체의 기억을 받아..... 혹시 공주님은 과거에 무슨 악 몽같은 일을 겪은 것일까? 그 기억이. 몸에 남은 기억이 언니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내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언니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건.... 내가 아는 '레이니 오빠'가 아니었다. "모두 내 옆에서 떨어져 버려 !" 저 눈은.... "당신은 왜 나타났어 ! 왜 어마마마가 돌아가실 때에는 얼굴도 비치지 않다가, 이제 서야 !" 검을 드는 언니.... 아니야. 뭔가 달라. 정신적인 느낌이. "리츠. 내 앞에서 사라져 버려 !" 태자님이 언니를 안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당신은 누구야 !" 언니의 주먹이 태자님의 가슴에 꽃혔다. 그렇게 큰 타격은 아니었지만, 태자님은 얼 굴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면서도 언니의 주먹을 피하지 않았다. "레, 레이니 양. 그만 진정해....." "내 이름은 레이니가 아니야." 그 말이 맞았다. 언니가 저런 눈을 한 적은 없다. 그럼 이것은 무엇인가. 설마, 그 제논이란 마법사의 마법에 걸린 것인가? 나는 라 브레이커를 바라보았지만, 그 검은 아직 아무런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저 검은 주인의 정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데, 언니의 의식이 제논의 마법에 침식되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곧 고개를 흔 들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저 검을 만든 분이, 그렇게 낮은 수 준의 마법검을 만들 존재는 아니라는 걸 알기에. "공주님....." 레이니 언니..... 아니, 그 모습을 한 다른 자에게 다가가려는 리츠. 나는 순간적으 로 뭔가를 느꼈다. 언니.... 아니 언니의 몸을 차지한 뭔가가 하려는 일을, 눈치챈 것이다. 그건..... "안 돼요 ! 그녀를 자극하지 마요 !" 황급히 외치는 나. 그러나 이미 늦었다. "검아. 날 데려다 줘. 여기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검이 빛나기 시작한다. 그 목소리가 무척이나 옛되 보이게 들린 것은, 내 착각일까. "동쪽으로 가자." 그 말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는 언니. 그리고 그 옆에 매달린 태자님. "이런 !" 모두의 당황스런 외침과 함께, 두 사람은 하늘 멀리 사라졌다. - 계속 - 후기)휴우. 겨우 썼다..... 이 대목에서 고생을 했습니다. 정말로. 어떻게 해야 이 결말이 나오느냐..... 를 두고 한참 고민을 했거든요. 스토리 연결이 안 되는 바람에 덜덜 떨기도 했지만, 간신히 연결에 성공했습니다. 뭐, 레이니를 너무 괴롭힌다고 하 셨을지도 모르지만. (나쁜 작가라고 욕을 먹을지도.....) 그럭저럭 잘 된 듯 하군요. (뭐가 !) 자. 이제 이 어려운 이야기도 슬슬 막을 내리고, 다음 에피소드로 가게 될 듯 하네요. 아마 내일이 이번 11번째 이야기의 결말이 될 듯. 다음에는 제발 이렇게 어렵지 않기를..... 독자님들도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을 듯한 에피소드네요. 추가)추천해주신 박현정님과 배상훈님께 감사드립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1-19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6 19:46 조회:83 공룡 판타지 11-196 레이니 이야기 - 피를 먹은 나무(20) 언니와 태자님이 사라진 하늘. 그 하늘은 어둡기만 하다. 이제 달도 저물고, 어둠이 우리를 덮었다. 새벽의 찬 바람이, 우리를 휘감는다. 내 입술에서 새어나오는 한 마 디. "가 버렸어....." 레이니 언니는 멀리 가 버렸어. 아니, 레이니가 아닌 뭔가가 그 몸을 가지고.... "젠장. 10년을 넘게 찾아다녔는데.... 눈 앞에서 공주님을 놓치다니....." 바닥에 주저앉는 리츠. 분한 듯이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고 있다. "어, 언니...... 언니야....." 그냥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세이브. 모두들 주저앉았다. 허탈한 모습으로. 그런데? "..............." 가만. 셀은 뭘 하는 거지? 혹시 마법으로 언니를 강제 소환? 하지만.... 그게 아닌 데? 그러려면 그냥 소환주문을 외워 버리면 되지 않을까? 인간들의 마법은 그냥 주문 을 외우는 걸로 되는 것이니까. 물론 그 전에 거칠 과정이 많다고 듣기는 했지 만..... "!"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셀을 바라본다. 전혀 절망하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서 뭔가를 느낀 모양이다. 어느새 모든 이의 한탄스런 숨소리가 멈추었다. 오직 들리는 것은 셀 의 작디작은 주문소리.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주문소 리. 그것이 멈추고, 잠시 찾아온 침묵. 마침내 그녀가 눈을 뜨고 입을 열었다. "후우. 마법으로 그녀를 데려오는 건, 역시 불가능하군요." 은근히 기대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일제히 실망의 빛으로 바뀌어 채색되었다. 그러 나. 그들의 실망은 곧 사라져 버렸다. 셀의 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따뜻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답했다. 리츠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목소리로. "하지만, 위치를 추적하는 건 가능해요. 제 마법으로 알아본 결과..... 레이니와 태 자는..... 지금 사라다 제국으로 날아가고 있어요." "사라다 제국?" 그 사막만 있는 괴상한 나라에? 왜 그곳으로? 모두들 서로를 바라보며 당황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그녀는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상태에요. 아니, 지금 그녀가 제 정신이 남아있 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인....." "뭐야 !" 버럭 화를 내는 리츠. 하지만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궁극적으로 따지면 저 사람이 오면서부터 시작된 게 아닌가? 좀 조용히 하지..... 나는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인 간 마법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그녀의 말을 들어야 할 게 아닌가. 나는 리 츠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약간 큰 소리로. "조용히 해요. 지금은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요." 리츠 역시, 그 정도는 알고 있는지, 곧 입을 다물었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셀의 대답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그 자신이 레이니 언 니의 행방을 알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셀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지금 상태로는.... 그녀는 아마 사라다 제국 중앙부의 사막에 떨어질 거에요. 지금 비행궤도가 낮아지기 시작했어요." 마치 잠자는 것처럼 평온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하는 셀. 그녀의 손이 서 서히 내려간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것이, 마치 언니의 비행궤도를 보여주는 듯 하 다. "아. 내렸어요. 지금 막." 그녀의 손이 아래로 내리자마자, 동시에 떠오르는 해. 그동안 이렇게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일까.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언니의 위치를 확인했다는 것으로 만족 해야지. 그런데 왜 마법사들의 얼굴이 어두워지는 거지? "하필이면 왜....." "가장 가기 힘든 곳이잖아." "열사의 사막지역이라니....." "마법이 전혀 먹히지 않는 그런 곳을....." 마법이 먹히지 않는다고? 그건 무슨 소리야? 사라다 제국이라면 북 대륙의 중앙 지 역에 펼쳐진 사막에 세워진 국가로, 사람들이 좀 거칠기는 하지만 마법이 먹히지 않 는다는 것은..... "아 !" 엘프들에게는 상관없지만, 인간들의 마법이 전혀 먹히지 않는 곳이라고 들었다. 그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난 짐작가는 것이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인간들의 마법이 그런 곳에서 통할 리 없다고.' 인간들에 대한 배려차원인지, 아니면 그들의 무지를 지적해서 공연히 분쟁을 일으키 기 싫은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 원인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엘프들의 관례였 다. 물론 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그 말은..... 레이니 언니를 찾으러 가는데 있어서 내가 선두에 서야 한 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저 리츠라는 사람이 가 봐야, 또 놀란 언니가 도망치는 결 과만을 낳을 것이고, 셀같은 인간 마법사가 가 봐야 힘을 못 쓸게 뻔한.... "전 지금부터 사라다 제국에 가겠습니다. 당신들은?" 이봐요. 셀 양. 만용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마법이 통하지 않는 그런 곳에서 어 떻게 하려고..... 하지만 그녀는 별로 당황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신은 물론 가겠지요? 기사님." "예? 아, 예. 그 아가씨가 있는 곳에, 태자님도 있을 테니까요." 그록이라는 기사님이, 순순히 나선다. 다른 기사들도 일제히 앞으로 나온다. "저희들도 동행하겠습니다. 마법사님. 혼자서 가시는 것은 너무 위험하니까요." 어떤 위험인지는 모르지만, 다행이네. 좋은 부하들을 둔 것 같다. 그 태자라는 사람 은. 나는 빙긋 웃었다. 그럼..... 셀이 나를 바라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 히 가는 게 아닌가. 그 언니는 내가 옆에 있어야 일을 제대로 한다니까. 잠시 떨어지 니까 당장 저 멀리 날아가는 것 봐. "아. 세이브는?" 물어보나마나한 말이지만, 역시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부스트씨는?" "물론." "그럼, 당신들 중에서는 누가 갈 생각인가요?" 혼 족의 사람들 중에선..... "내가 간다." 리츠라는 사람이 가장 먼저 걸어나왔다. 그러나..... 저 사람, 자신이 언니에게 무 슨 의미인지 모르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언니가 저 사람을 만날 때마다 발작을 일 으키는 상황에서, 그를 같이 가게 하는 것은 무리였다. 셀이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언니를 또 잃어버리기는 싫어. "당신은 안 돼요. 레이니 언니에게는...." "공주마마라고 부르십시오. 엘프 아가씨." "풋" 공주님이라. 레이니 언니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불러주기는 싫어. "하지만 그 아가씨는...." "공주마마라고 부르시란 말입니다 !" 안 될 것 같다. 그냥 밀어붙이자. "당신은 안 돼요. 레이니 언니는 당신을 보면 또 달아날 테니까."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야. 나는 내 할 말만 하고, 입을 닫아 버렸다. 셀을 비 롯해 모든 사람들이, 내 말을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상당히 얼굴을 붉 혔지만, 사실이 그렇다는 것을 모두 인정한 이상, 그가 혼자서 고집피울 수는 없으리 라. 결국, 혼 족 사람들 중 몇이 '아가씨 구출단'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럼, 출발하 는.... 가만. 가기 전에 끝낼 일이 있었다. 그것은, 언니의 죄를 벗기는 일. "그 전에.... 하나 처리할 게 있는데....." "그 전에.... 하나 처리할 게 있는데....." 모처럼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셀과 내가 동시에 똑같은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 피로 물든 나무에 매달린 룸과 엘름의 목. 이번 일은 결국 그렇게 끝났다. 그 둘이 행한 일이 폭로되고, 모든 죄는 그들이 뒤집어쓰게 되었다. 하긴, 이번에 벌어진 혼 족과 유로 제국간의 싸움은, 결국 그 둘이 작당해서 일으킨 일이기 때문에, 억울한 누명도 아니다. 이제까지의 죄까지 더하여, 그들의 목이 매달리고 시체는 토막이 나 버렸다. 그 모습을, 나는 똑똑히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죽음이여. 저들의 혼을 데려가, 영원한 근원의 품에 안겨 주기를." 내가 그들의 목 앞에 서서, 중얼거린 말이다. 죽은 이상, 혼의 처리는 우리가 간섭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 우리는 단지 불완전한 정의를 실현할 뿐이다. 양측의 사람들도 만족해했다. 인간끼리의 전쟁은, 양측 모두 바라는 바가 아니었고, 지금은 서로 싸우는 것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 사라다 제국이라고 했지요?" 나는 혼족이 제공해 준, 씬랍토르에 올라탔다. 내가 올라탄 안장의 바로 앞에, 세이 브가 올라탔다. 약간 불안한 듯 해서, 내가 그녀를 잡아주어야 했다. "언니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걱정하는 세이브. 그녀를 달랜다. 셀은 마법으로 언니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혼자 서 공룡에 올라탄 것이다. 언니가 셀에게서 받은 목걸이의 마력을 단서로, 셀은 계속 추적마법을 걸어보았지만, 아주 미약한 신호로 추적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역시 사 라다 제국 안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난 아직 언니를 찾아서 순간이 동 시킬 정도의 실력이 안 되고. 아무래도 추적을 실패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 무 렵. "신호가 잡혔어. 상당히 머니까, 사막 입구에서 여행 준비를 해야 할 거야." 활기찬 목소리로 외치고는, 지도를 바라보며 뭔가를 기록해두는 셀. "자, 가요. 모두들." 혼족들과 유로 제국의 기사들, 그리고 셀과 세이브, 부스트씨, 나까지 포함된 일행 이, 사막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이번 이야기 끝. 다음은..... 예고편에서 봐요 - 후기)으. 간신히 끝냈다. 그 말밖에는 할 말이 없군요. 다음에는 이렇게 힘든 에피소 드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다음에도 이렇게 쓰기 힘들까봐 공포에 떠는 작가) - 열 두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레이니 : 더, 더워..... 파란(태자) : 레이니양..... 참아요. 레이니 : 으. 작가의 농간으로 이렇게 더운 곳에서... 무슨 고생인지..... 파란 : 아. 벗지 마요 ! 레이니 : 아. 난 지금 여자몸이지. 배경은 거대한 해. 해. 해. 구름 한 점 없는, 확실한 맑음. 레이니 : 으. 두고 보자. 작가. 날 이런 사막으로 던져 넣다니..... 사형장에 보내질 않나, 길을 잃고 헤메게 만들지를 않나.... 어 ! 저, 저럴 수가 ! 작 가 : (멀리 오아시스에서 수영중. 가라앉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말야.....) 레이니 : 으. 저 인간을 그냥 ! (약올라서 검을 들고 달려가다가 모래 언덕에서 미끄 러져 구른다) 파란 : 조심해요, 아가씨 ! 음. 다음 회에는 무슨 고난이 레이니를 괴롭히기 위해 입을 벌리고 있을까요? 작가 는 과연 레이니의 분노의 일격을 피할 수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뵙지요. 흐 흐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19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7 19:41 조회:100 공룡 판타지 12-197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 "..........." 뜨거운 바람이 불어온다. 역시 대륙의 기후는 다르다. 내가 전에 살던 섬에선, 그렇 게 더운 바람은 불지 않았는데. 나는 서서히 눈을 떴다. 포근한 느낌. 내 옆에 누워 있는 누군가. "아르메리아?" 그녀가 이렇게 잠이 많았나? 보통 나보다 일찍 깨어나던 그녀가..... 아직도 날 껴 안고 자고 있다. 내가 그녀를 안는다면 어느 정도 말이 되는데, 내가 안긴 자세다. 나는 그 품에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켰다. "아직 안 일어났어?" 눈이 아직 덜 떠진 상태로 말한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그녀의 머리칼이 은색이었나? 아냐. 그것도 그렇지만..... 머리가 좀 짧다. 거기다가.... 결정적으 로......... 나는 갑자기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이.... 이건.... 왜 이렇게 평 평한 가슴을 가진거지? 그럼 이 사람은.... 이 사람은..... "꺄아아아악 !" "깜짝 놀랐잖아요. 레이니 양." "으.... 으.... 그.... 그런....." 으흐흐. 소름끼쳐. 남자 품에 안겨서 잠을 자다니. 이건 절대 비밀이다. 누구에게도 알려지면 안 돼. 이 사실이 알려지면, 난 평생 어딘가에 숨어 살아야 한다. 저주가 풀리더라도. 아르메리아의 질책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언니. 자신을 잊었어요?" 으. 이건 악몽이야. 악몽. 나는 눈을 감았다. 머리를 한 방 쳤다. 이걸로 깨어나면 좋았을텐데.... 하지만 눈을 뜨니 여전히 태자님의 얼굴과 사막의 가는 모래가.... 사막? "여긴 어디야아아아아 !" 주위를 아무리 돌아봐도, 내 주위에는 온통 모래. 모래. 모래. 오로지 모래 뿐이었 다. 이건 꿈이 아니다. 꿈이면 아까 주먹으로 내 머리를 쳤을 때 통증이 오지 않았겠 지. 하지만 아주 아픈 것을 보니, 현실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 은.... "조난당했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분명히 좀 전까지는 사형장에서 그 남자와 대치하고 있었는 데.... 그 이후가 전혀 기억이 안 난다. 전혀. 마치 바닷물에 씻겨 내려간 해안가처 럼,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다. 누가 나한테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가르쳐 줘. 절 규하려던 내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 온 거지요?" 태자님이면 혹시 알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멍청한 태자님이 ! "나도 잘 몰라. 그냥, 레이니 양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바람에 나도 같이 끌려온 것 뿐이야. 말리려고 했지만, 마치 뭔가에 홀린 듯이 그냥 날아오르더라고. 그리고 나서 한참 하늘을 나는 레이니 양의 허리를 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다가 보니, 여기 떨 어졌어.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까 주위가 사막이잖아. 레이니 양이 보는 것처럼." 그게 무슨 소리야. 결론은, 여기가 어딘지 아는 바 없다는 말이잖아. 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이대로 죽어 버리면, 나중에 이 사막을 여행하는 사 람들이 언젠가 우리를 발견해서..... "사랑의 도피를 하던 남녀인가 보군. 뼈가 젊은 남자와 여자의 것이야." "어머. 안 됐군요. 어린 듯 한데." "자. 부부의 묘를 세워 줍시다." 으. 이렇게 되지는 않겠지. 실없는 생각은 그만두자. 악몽을 일부러 자청해서 꿀 필 요는 없으니까. 그보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서 빠져나가지?" 이건 문제였다. 그것도, 해결방안이 생각나지 않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문제. 거기 다가, 못 풀게 되면 목숨이 날아가 버리는 고난이도의 문제였다. 그것도 모자라서, 시간제한까지 붙어 있는 문제였다. 이 더운 날씨에, 계속 바깥에 있으면 일사병에 걸 리거나 온 몸이 탈수 증세를 일으켜 죽을 지도..... "레이니 양. 아무래도 이 햇빛을 피하고 봐야 할 것 같아." 그 말은 맞다. 그러나, 어디로 피하지? 나는 모래를 손가락으로 긁어 보았다. 내 손 가락에 긁혀, 땅에 자국이 난다. 마치 땅 파는 것 같다. 삽이라도 있으면 더 파기 쉬 울텐데, 나한테 있는 건 오직 고물 마법검 뿐.... 가만. 고물 마법검? 그러고 보니, 이럴 때 의논해볼 상대가 하나 있구나. 나는 즉시 허공으로 손을 쳐들었다. '물어볼 게 있으니까, 빨리 날아와 봐.' 즉시 내 손에 날아오는 검. 검이 저절로 하늘을 날자, 깜짝 놀란 태자님이 나를 쳐 다보았다. 하지만 그쪽 신경쓸 상황은 아니지. 지금은 이 사막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 다. 다시 시작되는 말없는 대화. '이봐.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검이 말한다. 물론 입이 없고, 다른 이에게 들리지도 않는 대화지만. 그런데, 난 지 금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 거지? 라비린스 키퍼들 중 과연 누구와? '그들 모두다. 그들의 통일된 생각으로 너와 대화하는 거다.' 모두? 돌겠군. 누군지 모른다는 것은 똑같잖아. 나는 그 문제에 대해 더 캐묻는 것 을 일단 제쳐두고,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우선, 여긴 어디야?' '여기는 사라다 제국의 한가운데에 있는 아라비 사막이다.' 음. 역시 거기였군. 어차피 세계에서 사막이란 곳은, 오직 4군데 뿐이다. 북대륙의 내부에 2개. 그리고 남대륙의 내부에 2개. 그 중에, 내가 상륙했던 레드 테일시와 연 결되는 사막은 오직 하나. 아라비 사막 뿐이다. 설마 내가 다른 대륙까지 날려가지는 않았겠..... "아라비 사막?" 내가 어쩌다가 여기까지 날아왔지? 레드테일시와의 거리가 적어도 2000km가 넘을 텐 데..... 어떻게 된 거지? 나는 황급히 검에게 물었다. '오늘이 며칠이야?' '오늘은 4월 22일이다.' 설마..... 1년후는 아니겠지..... 내 얼굴을 보았는지, 검이 한심하다는 어조로 말 한다. '단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1년씩이나 지났으면, 넌 벌써 굶어죽었을 게 아니냐.' 아. 그렇군. 당황하니까 논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 모양이다. 검이 계속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넌, 여기서 그냥 있을 거냐? 질문이 이걸로 끝이면, 난 잔다.' "자, 잠깐 !" 놀라서 검을 붙잡고 소리치는 나. 급하긴 급했나 보다. 말로 되어 내 귀를 울리다 니. 놀란 태자전하가 나를 바라본다. 하긴, 검을 쥔 채 혼자서 검만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이미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을 텐데..... 혹시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지 나 않을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검이 도로 잠에 빠지기 전에 물어볼 건 다 물어 봐야 한다. 잠자는 검을 깨우는 방법은, 나도 잘 생각이 나지 않으니까. "여기서 빠져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걸어라." 그런 당연한 소리를.... 나는 다시 물었다. "어디로? 얼마나?" "북쪽으로 가면 300km쯤 될 거다. 남쪽도 그와 비슷하고. 서쪽은 500km정도는 될 거 다. 네가 정확히 사막의 한가운데에 떨어졌기 때문에, 걸어간다면 아마 사막에서 나 가기 전에 잘 말린 미이라가 될 거다." 이.... 고물 마법검 ! 대답을 어떻게 그렇게 하냐 ! 소리를 지르려는 내게, 약올리 듯이 한 가지를 더 말하는 검. "아직 난 동쪽에 무엇이 있는지 말하지 않았다. 이 성질급한 여자야." "이.............." 난 여자가 아니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옆에 태자님이 있다. 으흐흑. 나중 의 후환이 두려워서 일단 참기로 했다. 내가 남자라는 게 발각이라도 되면, 두고두고 망신이므로. 나는 급히 말을 꺼냈다. "동쪽에는 뭐가 있지?" "동쪽으로 40km정도 가면, 오아시스가 있을 거다. 거기에 물이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 네가 미이라가 되기 싫으면 그 방향으로 가라." 40km? 그리 멀지 않군. 반나절이면 갈 수 있을.... 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 혼자 서 갈 때의 이야기잖아. 솔직히 태자님이 내가 달리는 속도에 맞추어서 달릴 거라고 는 생각되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놔두고 튈 수도 없고. 오늘 하루동안 갈 수 있을 까? 못 가면.... 난 태자님과 사이좋게 부부 미이라가..... "출발해요. 태자님." 어서 가자. 난 앞길이 창창한 기사 지망생 소년이라고. 이 몸이 여자아이가 되어, 아직 저주도 풀리지 못한 채 죽어가기는 싫어. 서둘러서 검을 허리에 차고, 태자님과 함께 걸어가려고 할 때, 검이 내게 말했다. "검을 들어라. 뽑지는 않아도 좋지만, 들고 있어라." 무슨 소리야? "사막에서 길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가라. 당분간 네 가 길잡이로 삼을 만한 물건은, 아무것도 안 나올 테니까." 뭐, 바보같은 짓이기는 하지만, 일단 듣기로 했다. 솔직히 난, 이곳에 처음 와서 길 을 모르거든. 검을 담은 검집을 허리에서 풀어서 들고, 앞으로 나갔다. "출발해요. 태자님." - 계속 - 후기)자. 오아시스를 향해. 출발 ! 손바닥만한 지도를 보면서 사막을 상상하느라 한심해 죽을 지경이지만, 어쨌든 사막 을 4개로 설정했습니다. 과연 레이니 양은, 사막에서 무사히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음. 그런데 이번 제목은 원래 다른 것이었는데, 스토리를 쓰다 보니 적당하지가 않 길래 고친 겁니다. 하지만 왠지 진부한 듯한 느낌도 주는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19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8 19:33 조회:91 공룡 판타지 12-198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2) "여기가 아라비 사막의 입구에요. 마법이 통하는 건 여기까지." 순간이동주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금새 옮긴 셀의 마법에는, 솔직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신의 힘으로 했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나만 2000km의 거리를 날아오 느라 고생했다. 역시 인간의 마법에 의지해서 다니는 건, 기분이 좋지 않았던 탓이 다. 만약 전처럼 마력에 의지해서 날아왔다면, 아마 탈진해서 그대로 쓰러졌을 지도 모른다. 마력이 아닌, 물질 그 자체를 에너지화해서 날아오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피 로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셀의 순간이동보다는 너무 느린 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그들의 위치를 찾아, 하늘에서 날아내렸을때는, 이미 셀 일행이 사막으로 들어 갈 준비를 모두 끝낸 다음이었으니까. "그럼, 여기서부터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꺼냈다. "그 말이 맞아요. 여기서부터는 사막을 횡단하지 않으면 안 돼요. 몇 명을 제외하고 는 여기서 기다려야 할 거에요. 자, 그럼 따라올 사람을 추리겠어요. 유로 제국님의 기사 한 분과 혼 족의 전사 한 분이....." 그런데, 셀의 말이 갑자기 끊어지네? "하지만....." 뭔가 망설이는 셀.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일까? 뭔가 말하고 싶지 않은 걸 말해야 하 는 듯 하다.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본 게 아니다. 단지 표정을 보고 짐작한 거다.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간신히 입을 여는 셀. "역시 안 되겠어요. 저와 세이브, 그리고 여기 엘프만 사막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요." "네에?" 모두의 당황한 외침이, 사막을 향해 울려퍼졌다. "네에?" 내 당황한 외침이, 사막에 울려퍼진다. "다, 다리가 부러졌어요?" 이거 큰 문제네. 태자님이 일어서서, 사막을 걸어가려고 하려다가 주저앉는 바람에, 집히는 게 있어서 그를 추궁했더니 나온 대답이다. 왜 부러졌냐고 하려다가..... 입 을 다물었다. 그것은..... "네가 이곳에 날아올 때, 착지를 제대로 못해서 그렇게 된 거다." 라 브레이커의 한 마디로, 상황은 확실해졌다. 그럼, 결국은 내 탓이라는 건가..... "아. 너무 걱정할 건 없어. 한 발로라도 지팡이를 쓴다면 어떻게....." 태자님. 여기는 지팡이가 없어요. 하다못해, 지팡이로 쓸 나무 한 그루도 없어요. 나는 그래도 남자로서의 체면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한 소년의 모습을 보았다. 하 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은 걸. 그럼..... '어떻게 하지요?' 다리가 부러졌으면, 치유 마법으로 다리를 고치거나, 다리를 보고 응급처치를 하거 나 해야 하는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약은, 단 하나도 없다. 한 병도. 한 봉지도. 죄수복 차림의 아가씨에게, 그런 게 어디있겠나. 그렇다고, 태자님에게 약 가진 게 있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있을 리 없지. 태자님이 그런 걸 스스로 가지고 다닐 리가 없잖아.' 그럼, 도리없이 이 상처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가? 그럴 수는 없지. 일단 어떻게 부 러졌는지 확인부터 해야겠다. 나는 태자님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태자님. 죄송하지만 상처를 좀 봐야겠어요." 그런데, 왜 태자님이 뒤로 슬슬 피하는 거지? 바지를 보니, 허벅지쪽이 이상하게 구 부러져있다. 바지도 피로 물들어있고. 그렇다면..... "바지 벗어요." 딴 수단이 없다. 바지를 찢어버리는 것 보다는 낫겠지. 나는, 서서히 태자님의 앞으 로 걸어갔다. 얼굴이 새하얗게 변하는 태자님. "하, 하지만 아가씨에겐 좀....." 말이 많다. 벗으라면 벗는거지, 왜 그렇게 잔말이 많아. 나는 힘으로 태자님을 누르 고, 바지를 벗겨 버렸다. "악 !" 으. 이거 누가 본다면 말이 많겠군.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진 모습은, 확실히 보기 가 안 좋다. 나는, 내 몸속의 마력을 활성화시켜서 상처를 소독하려고 했다. 치유 마 법은 못 써도, 마력을 열로 분해시키면 소독은 가능할 것이니..... "어?" 피식. 내 손에서는, 미량의 마력이 분출되다가 사라진 것이다. 이 정도의 양밖에 없 었나? 이걸로는 소독도 못 하겠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나는, 라 브레이커를 집 어 들었다. '라 브레이커. 왜 내 마력이 다 사라진거야?' "그러니까, 내가 여기 날아올 때, 마력을 모두 소모해 버린 거란 말이지?" "그렇다." "..........." 무슨 소리야 ! 태자님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둘 다 입이라도 맞춘 건지, 내 가 이곳에 날아왔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런 기억이 없어 ! 없다고 ! "그런데 왜 난 기억이 없지?" "그건....." 내가 라 브레이커에게 물어보려는 순간, 태자님이 내 밑에서 슬금슬금 도망쳤다. 황 급히 바지를 입는 태자님. 그런데 표정이 왜 저렇게 벌겋게 된 거야? 팔짱을 끼고 생 각해보려던 내 두 팔에,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생각. 아마도 여자아이 앞에서 바지를 강제로 벗고 만 게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레, 레이니양.... 보기보다.... 엄청난데....." 말을 더듬으며 내게서 떨어지는 태자님. 그 뒤에 뜬 거대한 태양. 보기만해도 눈이 부시다. 나는, 손으로 태양빛을 가렸다. 눈을 뜰 수가 없을 지경으로 밝게 빛나는 태 양. "일단, 내 마력이 사라졌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나중에 묻자. 라 브레이커. 지금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니까." "........." 입을 다물어버리는 라 브레이커. 나는 말없는 검에게 말했다. 내가 할 말을. "자. 내 갈 길을 인도해줘." "제 추적 마법으로 본 바로는, 그 애는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졌어요. 여기서 대략 500km정도는 더 가야 해요." 공룡들이 아무리 굶주림에 잘 견딘다고 해도, 사막은 사막이다. 물론 지금의 세계의 기후로는, 이런 사막에도 어느 정도는 나무가 자라고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기는 하 다. 정말 사막이라고 불릴 만한 곳은, 극히 좁은 지역에 불과하다. 문제는, 레이니가 바로 그런 지역에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 혼자서 간다면..... 벌써 도착했을 것이 지만. '이 사람들, 솔직히 여기서 기다리라고 할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막에서 물없이 살 수 있는 기간은 고작 며칠에 불과하다. 아무리 레이니가 단련된 몸이라고 해도, 당장 데려오지 않는다면 그녀 는..... '그 애가 미이라가 되는 건 보고 싶지 않아.' 태자라는 사람과 사이좋게 부부 미이라가 되는 걸 나보고 보라고? 이 대마법사의 동 생이 그런 최후를?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능력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강했다. 사막에서 내 발걸음을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은, 저 잘난 척 하는 엘 프와 세이브. 그들 뿐이었다. '할 수 없지. 솔직하게 말하자.' 인원수를 줄이고,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기사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 다. 이런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인간 이상의 능력이 필요했다. 적어도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이 아닌 이상. 그래서, 솔직히 말했다. 하지만..... "말도 안 돼 ! 공주님이 사막에서 고통스러워하시는데, 신하인 우리가 어떻게....." 당장 혼 족들에게서 반발이 터져 나온다. 그것은, 유로 제국의 기사들 역시 마찬가 지였다. "태자전하가 사막에 계시는데, 우리가 어찌 여기서 기다리기만 해야 한다는 말인가 !" 하지만, 도리가 없었다. 기사들이 와 봐야 우리가 움직이는 속도만 늦어지게 되어 있으므로. 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머뭇거리면, 그 애의 목숨은..... 나는 세이브의 어깨에 손을 짚고 말했다. "스톤 프리즌(stone prison : 돌감옥. 원소 마법 레벨 4)." 따가운 햇살. 뜨거운 바람. 그리고, 사랑하는 두 연인. 이들의 운명은? 이게 아냐 ! 지금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한심해 미칠 지경이다. 그 나마 걷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기는 한데..... 주르르르륵. "어? 어?" 먹은 건 없고, 날씨는 너무나 덥고, 거기다가 비틀거리는 태자님까지 부축하고. 결 국, 나는 또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이 모래 언덕은 너무 걷기가 힘들단 말야아아아아 아아아아 ! 데굴데굴데굴. 퍽. 보기 좋게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나와 태자님. 그리고 그 결과. "으...." "괘, 괜찮아요? 태자님." - 계속 - 후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정말 이번 이야기도 힘든 상황이군요. 어떻 게 된 게, 쓰면 쓸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다 쓴 걸 고치고. 그래도 안 되니까 다시 처음부터 쓰는 고난의 연속. 정말 글이란 어려운 것이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19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09 19:21 조회:113 공룡 판타지 12-199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3) 모래언덕에서 굴러떨어진 결과, 결국 또 못할 짓을 하고 말았다. 다리가 부러져 괴 로워하는 부상자를, 또 내 아래에 깔아뭉개고 만 것이다. 모래와 나 사이에 끼어서 괴로워하는 태자님. 미안하다고 할 면목이 없다. 이게 대체 몇 번째냐. 더위 때문인 지 어쩐지는 몰라도,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먹은 게 없으니 당연한 것 이지만,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내 손에 들린 검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검이 아 래로 쳐지고..... 쳐지고..... 풀썩. 또 쓰러졌다. "애고....." 또다시 모래를 먹고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위로하는 태자님. 자신의 다리가 그 지경 이 되었는데도 나를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그 위로라는 게..... "괜찮아요? 아가씨." 으. 그 아가씨라는 말 좀 그만 해 줘..... 검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계속 걷기는 하 지만, 솔직히 이제는 그냥 쓰러져서 자고 싶다. 내가 정말로 그 먼 거리를 날아왔나? 그래서 이렇게 몸이 피곤한가? 그래서 내가 지금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건가? 속시원 하게 기억이라도 나면 좋으련만, 생각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나는 현재 가장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할 곳으로 내 주의를 돌렸다. 몸 을 억지로 일으킨다. 하지만, 옆의 태자님은.... 풀썩. 다시 쓰러지셨군. 이젠 탈진하신 모양이다. 하긴 얼마나 오랫동안인지는 몰라 도, 계속 걷기만 했으니. 치매사부의 만행에 의해 어느 정도는 단련된 나 조차도 힘 들어 죽을 지경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더운 곳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걸었다 면.... "태자님." 몸을 흔들어본다. 하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는다. "태자님?" 몸이 불덩어리같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무리해서 걸었던 것에 대한 당연한 결과 인지도 모른다. 더 이상은 움직이지 못할 상태다. 어디서든 물을 구해야 할텐데..... '라 브레이커.' 나는, 내 검에게 말을 걸었다. 이 근처에 우물은 없을까. 그 마을까진 얼마나 더 가 야 하는 걸까. 물어볼 게 너무나 많았다. "이봐. 라 브레이커. 대체 얼마나 남았냐? 그 마을이라는 곳까진." 하지만 검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30km 정도 남았다." 뭐라고..... 하루에 80km는 걷는 내가, 겨우 하룻동안 10km정도밖에 못 왔다는 거 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나. 그러나 검의 답은 냉정했다. "사실은 사실이다. 받아들여라." "으......." 여태까지 열심히 걸은 거리가 고작 10km라.... 역시 태자님을 부축하고 걸어서 그런 결과가 난 건가? 하긴, 평소에는 거의 날아다니던 내가, 걸어서 다녔으니 속도가 주 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잘못하면 여기서 말라 죽겠군." 혼잣말로, 내뱉었다. 잘못하면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 런데. "잘 아는군." 이.... 고철 엉터리 마법검이 ! 그런 식으로 말해서 사람의 기를 꺾어놓고 ! 나는 마구 화를 내며 검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 가만. 가만. 내가 잊고 있었던 게 하 나 있을 것 같은데..... "하나 묻자. 내가 말라죽기 전에 마을에 도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에 대한 마법검의 대답은, 아주 명쾌했다. "이 남자를 버리고 가라. 너 혼자서 사막을 달린다면, 오늘 내로 마을에 도착할 수 도 있을 거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와라. 잘만 하면 이 남자의 생명이 남아있 는 동안에 이곳에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 냉정하지만, 그 말이 맞았다. 만약 나 혼자서 가게 된다면, 사막의 마을에 도착하는 게 불가능은 아니다. 비록 마력은 거의 소모되어 버렸어도, 아직 생명력은 남아있다. 겨우 30km정도의 거리라면..... 가만 ! 명색이 기사지망생인 내가 그런 짓을 해도 되는 거냐 ! 이 상황에서 내가 태 자님을 버리고 간다면.... 과연 이 사람이 살아날 수 있을까? "만약 태자님을 여기 버려두고 간다면, 내가 이곳에 돌아올 때까지 태자님이 살아남 을 수 있는 확률은 어느 정도지?" "당신들과 함께 사막을 가로지른다면, 레이니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너무 적어져요." 돌감옥에 갇힌 혼 족 전사들과 유로 제국의 기사들이, 나를 원망스런 눈초리로 노려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걸. "이....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더듬거리면서도 입을 여는 기사. 그록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레이니의 생존뿐. "그 애가 무사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어요." 그 애가 죽을 정도라면, 그 태자라는 자는 확실히 죽을 것이다. 둘이 같이 있는 이 상. 며칠 내에 500km를 달려가려면, 보통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방해물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나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자신들의 소중한 사람이, 내 손에 의해 구해지는 게 참을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의 자존심을 챙겨줄 상황이 아니다. 아라비 사막 은 마법이 발동하지 않는 땅. 사막에 적응하는 법을 모르는 단순한 전사들에겐, 너무 가혹한 곳이다. "부스트씨. 이 사람들을 부탁해요." 오직 그 하나만, 돌감옥에 넣지 않은 것은, 그런 연유이다. 이 공룡들을 관리하고, 이 사람들을 달래는 일을 맡기고 싶어서. 물론 그동안 온갖 원망을 다 들어야 할 것 같지만.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부스트씨. 고마워요. 나는 몸을 돌려, 우리의 짐을 어깨에 맸다. 세이브와 엘프 여자도 그렇게 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한 거지?" 부스트씨가 궁금하다는 어조로 묻는다. 하긴. 이곳도 분명히 아라비 사막의 입구. 마법이 먹히지 않는 장소이긴 하다. 그런데 어떻게 사용했냐고? "훗." 나는 그에게 미소를 보냈다. 그것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작은 아이를 위해서 도. 내 웃음에서 그 의미를 알아차릴 수는 없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겠지. 부스트는 내 표정을 보고는, 곧 입을 다물어주었다. "빨리 돌아오겠어요. 그때에는 반드시 그 애를 데려올께요."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세이브는 사막을 달리기 시작했다. 비록 세이브가 조금 힘 들어하긴 했지만. 확률 5%라. 그걸 믿고 태자님을 버려두자고? 생명을 맡기기에는 너무나 적은 확률이 다. "그럼 안 되겠어. 사람을 버리고 가는 건 못해." 고개를 젓는다.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은 녀석이 무슨....."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검에 질문하려는 순간, 모래가 들썩거렸다. "이런 !" 나는 태자님을 바라보았다. 뭔가가 오고 있잖아 ! 혹시 태자님을 노리고..... 나는 급히 그를 안고 몸을 날렸다. 모래 언덕이 무너지면서, 그 뒤에서 뭔가가 걸어나왔 다. 그것은..... "스테고사우루스 !" 이런 사막에서 공룡을 만나다니.... "크르륵. 푸륵." 다른 공룡들과는 달리, 삼각형 골판들이 목부터 꼬리 부근에 이르기까지, 차례차례 배열되어 있었고, 꼬리 끝에는 네 개의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만약 내가 공룡에 대 해 잘 몰랐다면, 검을 들고 그 녀석에게 덤볐을 것이다. 태자님은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이고, 이 상태에서 그를 보호할 사람은 나뿐이니까. 그러나. "휴우. 괜히 놀랐네." 저 녀석은 초식 공룡이었다. 내가 놀라서 긴장할 필요가 없는 공룡인 셈이다. 적어 도 자기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절대 공격할 필요가 없는 상대였다. 나는 안심했 지만, 아직도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이유라는 것은..... "어, 어떻게 이런 사막에 저런 큰 공룡이 있는거지?" 먹을 것도 없는데, 어떻게 저런 괴물이? 뭘 먹고 살았다는 거냐? 어딘가에 먹이가 될 식물이 있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가만 ! 저런 공룡이 있다는 것은....."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였다. 저런 공룡들이 무리지어 이동한다는 것 은, 이 근처에 물과 나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저들을 따라간다면, 생존의 가능성이 높아질지도 모른다. 나는 기절한 태자님을 들쳐업었다. 그리고, 검을 허리 에 찼다. 고귀하신 전설의 검을 지게 대용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지만, 상황이 급하니 이해해주기만 바랄 뿐이다. "라 브레이커. 저들을 따라가볼게. 혹시 물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 동의의 느낌. 나는 태자님을 업고 스테고사우루스들의 뒤를 따랐다. 스무 마리는 될 듯한 공룡의 무리들에 끼어서, 나는 사막을 건너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 느리네." 이 공룡은 둔하고, 걸음도 느렸다. 그러나, 지금 내가 워낙 지친 탓인지 아니면 태 자님이 무거운 탓인지, 그 걸음조차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힘은 들어도 희 망은 보였다. "그래.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 계속 - 후기)공룡 다시 등장. 역시 공룡 판타지는 공룡이 많아야 해..... 레이니양, 일단 살 것 같군요. 희망이라는 게 생겼으니. 물론 태자님의 목숨은 전혀 보장하지 않겠습니 다만..... (잘한다) 원래는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서 투오지앙고사우루스(이것도 비슷한 종류입니다)를 선택하려다가, 그냥 유명하신 스테고사우루스를 고르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고증 틀 리다고 하시면 어쩌나..... 하지만 둘 다 북대륙에 있는 놈이니, 그렇게까지 빡빡하 게 안 해도 될까요? 아니면 다음 회에 설명을 붙여드릴까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0 19:46 조회:144 공룡 판타지 12-200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4) "레이니 언니의 위치는? 여기서 알 수 있어요?" 혼 족과 유로 제국의 전사들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멀어진 후에, 엘프 소녀가 내 게 던진 질문이었다. "대충은 알 수 있어요. 그 애는....." 잠시동안 눈을 감는 나. 마법을 써서 레이니의 위치를 알아낸다. 그러나 이 사막은 마법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마법을 사용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세이브. 이리 오렴." 쪼르르 달려오는 세이브. 그녀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대었다. "디텍션(detection : 탐지. 상태변화마법 5레벨)." 내 손이 닿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세이브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그 떨림 은 이내 전신으로 번지고, 소녀의 얼굴이 핏기를 잃어간다. 숨이 조금씩 거칠어지고, 입이 다물어진다. 비틀거리기 시작하는 그녀. 아마 오래동안 경험하지 않은 일이라서 그럴 것이다. 생각같아서는 멈추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마법을 사용하기가 더 어 려워진다. 이런 사막 속에서 마법을 사용하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그녀의 힘 을 빌리는 것이기에. 그녀의 두뇌에 과중한 부담일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녀의 인 내심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버텨주렴. 그 아이의 위치를 찾을 때까지는. "으. 흐아. 흐아. 아. 아. 아." 몸을 뒤트는 세이브. 상당한 힘이 소모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 몸에서 마력을 계속 흡수하고는 있지만, 그녀로서는 처음 해 보는 일이니 당연히 익숙하지 않을 것 이다. 그리고, 경험 부족은 그녀의 힘을 더 많이 소비시키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 면, 레이니의 위치를 알아내기 전에 세이브가 탈진해 버릴 것이다. 조금만 더. 조금 만 더..... "됐어 !" 레이니의 이동방향을 알았다. 동쪽에 있는 오아시스로 향하고 있었다. 라 브레이커 의 조언을 받은 것일까?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처음 와 보는 사막에서 그렇게 망설임없이 동쪽으로 갈 수는 없으니까. 내가 세이브의 어깨에서 손을 떼어내자, 그 녀는 가슴을 움켜쥐고는 주저앉았다. "이... 이제 다 된 건가...요?" 괴로운 듯 중얼거리는 세이브. 그녀의 들썩이는 어깨가, 더욱 가냘퍼 보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억지로 웃음짓는 세이브. "언니.... 의 위치.... 가.... 파악... 되어.....다행이....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업었다. 아마, 걷기 힘들 정도로 지쳤을 것이다. 그 런 그녀에게, 더 이상 달리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자. 가자." 동쪽을 바라보던 나는, 아르메리아의 시선을 느꼈다. 그녀는, 내가 아니라 세이브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를 알아차린 것일까. "가요. 아르메리아 양." '저 아이.... 설마 그런 종류의 인형이었던가.....' 나는 세이브의 정체에 대해 신경이 쓰였다. 그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사막은 절 대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곳이다. 적어도 인간이라면. '인간의 마법이라면, 이곳에서는 악마와의 연결이 끊어지게 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른다. 다만 내가 엘프 마을의 장로님들에게 들은 말로는, 이 땅은 악마의 촉수가 뻗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은... 다시 말하 면..... 지금 셀이 마법을 쓰는데 힘을 빌려준 저 애는..... '설마.' 하지만, 세이브가 그런 존재라기에는, 좀 약한데? 저 인간 마법사가 그녀를 완벽히 고치지 않았다는 건가? 그게 아니면, 그녀가 아직 그런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 것인가? 그리고, 그녀가 그러한 존재라면 그녀는 아마도.....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 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지만 저 애는 좀 전에도.....' 저 애는 분명, 아까 셀이 마법을 사용할 때 힘을 빌려주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 인간마법사가 마법을 구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악마와 정신적인 연결을 할 수 없으므로. 비록 그녀가 레벨 10의 대마법사라고 해도, 그녀 자신이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를 몸 속에 담고 다니지 않는 한은, 절대 마법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의 마법으로는. '조심해야겠어.' 인간들이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에 대해, 엘프들은 극도로 경계했다. 자신을 채찍 질해서 힘을 얻는 것이 엘프들의 마법의 방식이라면, 극도로 쉽고, 유혹적인 마법이 바로 인간의 마법, 바로 악마가 주는 그 마법이었다. 오죽하면 인간 마법의 쉬운 습 득에 매력을 느낀 타락자, 다크 엘프들을 만나는 즉시 죽여야 한다고 엘프들이 합의 를 했을까. '만약 저 애가 그렇다면....' 만약 세이브가 그런 존재라면, 나는 그녀를 죽여야 한다. 지금 당장이라도. 하지만 지금 그녀를 죽인다면..... '분하지만, 내 힘으로는 언니의 위치를 알아낼 수 없어.' 이것은 악마와의 타협인가. 아니면 언니 때문에 이루어지는 불가피한 양보인가. 내 마음속에 일어난 소용돌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일단, 저 애가 정말 악마인지, 아니면 그냥 기계 인형인지, 그걸 알고 나서 행동하 자.' 어차피 곧 엘프 마을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거기서 세이브의 정체를 알 수 있겠지. 이것이 자기를 합리화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세이브를 업은 셀의 뒤 를 따라 사막을 달려갔다. "크륵. 푸르르르르." 공룡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해도 완전히 지평선 아래로 가라앉았다. 점점 어두 워지는 상황에서도 내가 아직도 대낮처럼 걸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내 감각 때문이 다. 모든 생명력을 느끼고, 청각과 후각, 촉각등을 모두 동원한 탓에, 간신히 비틀거 리지 않고 걸어갈 수 있었다. 그건 다행이지만.... "물은 없네....." 나무가 있는 건 다행이긴 하다. 하지만.... 물은 어디에 있는 거냐. 나는 주위를 둘 러보았지만, 물은 없었다. 이걸 어쩌나..... "큰일났네." 이러다가 태자님은 말라죽겠다. 나는 아직 견딜만 하지만, 어서 물을 찾지 않는다면 큰일날텐데..... 고민하는 내게, 물소리가 들렸다. 대량의 물이 서서히 흐르는 소리 가. "사막의 강이다. 제대로 찾은 모양이다." 검의 말에, 나는 물소리가 난 곳으로 허둥지둥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발 아래에 차가운 느낌을 받았다. "물이다 !" 나도 모르게 태자님을 업고 달려가는 나. 태자님을 강가에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내 혀가 강물에 닿았다. 약간 이상한 느낌. 하지만 맛이 이상하거나 한 것은 아니었 다. 일단 겉보기로도 별 문제는 없었고. 그럼, 일단 마셔볼까..... 하지만, 옆에 누 운 사람을 깨워야지. 일단은. "태자님." 나는 태자님의 몸을 흔들었지만. "태자님." 정신이 없으시군. 어서 찬물 드시고 정신차리시라고요. 태자님. "........." 반응이 없다. 물을 드실 기운도 없는 모양이다. 그럼 어쩌느냐. 입에 물을 담아서 입술을 맞추고 물을 전달해줄까. 그건 안 될 일이지. 그럼 천이든 뭐든 사용해서, 간 단한 그릇이라도 만들어볼까. 하지만.... 우선 나부터 물마시고 보자 ! 벌컥벌컥벌컥. 하아. 차가운 물이 몸 속에 들어가자, 정신이 확 돌아오는 느낌이다. 동시에, 태자님에게 물을 드릴 방법도 생각이 났다. 그럼, 그대로 실행하자. 갈증으로 괴로워하는 태자님 을 더 보는 것은, 마음이 아팠다. 그럼..... 풍덩 ! 뭐 고민할 게 없었다. 그대로 태자님의 머리를 물속에 쳐박은거다. 물론 빠져죽지 않게 조심해서. 차가운 물을 먹고, 뒤집어쓴 효과가 있었는지, 태자님은 곧 깨어났 다. 그런데 말이야..... "여, 여기가 어디야? 설마 내가 죽어서 저승에 온 건가? 왜 이렇게 깜깜하고....." 나는 잠시 얼이 빠져 버렸다. 왜 저러시는 거야. 눈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운 건 아닌데. "밤눈이 어두우신 편인가요?" 강가에서 물을 실컷 먹고 편한 자세로 앉은 나. 그리고 태자님. "그렇습니다. 하지만 레이니 양은 상당히 밤눈이 밝군요. 전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 을 정도인데." "?" 밤에 앞을 보는 게 어려울지도 모른다. 지금은 구름이 상당히 낀 편이니까. 하지만, 별빛이 없어 눈을 못 쓴다면 다른 감각을 이용해서 앞을 보면 되는 게 아닌가. 촉각, 후각, 특히 청각과 생명력의 느낌. 그렇게 많은 감각중에서 왜 하필이면 눈에만 의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일부러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으시는 건가? 아니면 정말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가. 나로선 알 수가 없었다.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건데요. 태자님." 말 그대로다. 전에 치매사부가 나한테 그랬었지. 한가지 감각에만 너무 의존하면, 위기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고. 그래서 여러 가지 감각을 날카롭게 익혀두었는데, 그게 지금 도움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군요. 레이니 양." 몸을 떠는 태자님. 그 추위를 덜어주는 데는, 내 감각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런데, 이 정도로 추위를 느끼는 건가? 상당히 몸이 약하시군. 나는 뭔가 덮을만한 것 을 찾아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내 옷은, 처음부터 벗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 이다. 하지만 태자님의 몸을 덥혀드리기는 해야 할 듯 하다. 불이라도 피워서..... 안 되는군. 불을 피우려면, 불을 만들 도구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나에겐 그런 게 없다. 마력이라도 있으면 불을 만들 수 있지만, 그것도 불가능하다. 가만있자. 나는 사형수였으니까 불 피울 도구가 없는 게 당연하지만, 태자님도 그런 도구가 없을까? 내 고개가 돌아간 것과, 내 입이 열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 계속 - 후기)원래는 200화 특집을 해볼까 하다가, 그럴 경우 글의 내용이 중간에 잘려나간다 는 이유로 포기했습니다. 전? 100화 특집의 경우는, 99화에서 에피소드가 끝났기 때 문에 100화 특집을 해도 글이 끊어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니까요. 중간에 뎅겅 잘리면,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에게도 곤란하니까요.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1 12:02 조회:117 공룡 판타지 12-201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5) "혹시, 불피울만한 도구가 없어요? 태자님." 뭔가 생각난 듯이, 자신의 품 속에 손을 넣는 태자님. "아. 하나 있군요. 잠깐 기다려줘요. 아가씨." 이윽고 태자님이 꺼낸 물건은, 직육면체의 나무조각이었다. 상당히 정성을 들여 깎 은 것이긴 하지만, 저게 무슨 소용이 있지? 저런 걸로 불을 붙일 수 있을까? 고민하 는 내게, 태자님이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전 이 어둠속에서 앞을 볼 수가 없으니, 수고스럽지만 나무를 한 조각만 가져다 주 십시오. 레이니양." 표정이 어두워지는 태자님. 미안하다는 뜻은 알겠지만, 별로 보기에 좋지는 않다. 차라리 나도 앞을 볼 수가 없었다면 좋았을텐데. 사막에서 나무 찾기가 쉽겠냐마는, 이 사막이 아무것도 살 수 없는 '사막'이 아니라 는 것이 나를 조금이나마 안심시켰다. 스테고사우루스들이 먹이를 먹느라 부순 나무 조각만 모아도, 밤새 피울 땔감으로는 충분했다. 공룡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 나무조각을 내려놓고, 태자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자. 제 손을 잡아요." 태자님이 손을 쳐들자, 내가 그 손을 잡는다. 천천히, 우리가 밤을 지낼 장소로 걸 음을 옮긴다. 발 아래에 돌맹이라도 채일까봐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는 태자님의 모습 이 귀여웠다. 마치 어린 아이같아. 아장아장 걷는 귀여운 아이. 끌어안아주고 싶 은..... 그만두자. 상당히 오래동안 어둠속에서 걸었다. 공룡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약간 강 상류로 올라가서, 수많은 공룡들에게서 어느정도 거리를 둔 지점까 지 가서야, 나는 나무조각을 태자님에게 건네줄 수 있었다. 그 조각을 받은 태자님 은, 한 손으로 나무상자를 튕겼다. 뚜껑이 열리더니, 불꽃이 튀었다 ! 화악. 나무조각은 횟불이 되었다. 깜짝 놀라는 내 얼굴을 비추며, 태자님은 웃었다. "그, 그게 뭐지요?" 더 멋진 말을 쓰지 못하는 건, 내가 놀라서일까. 아니면 교양 부족인 걸까. "이건 라이터라는 겁니다. 전에 드워프들에게서 선물받은 거지요. 보고 싶으신가 요?" "예."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이라..... 나는 그 라이터라는 물건을 넘겨받아 열심히 살펴보 았지만, 도무지 어떤 이치로 불꽃을 만드는지 알 수가 없었다. 확 뜯어보고 싶은 생 각을 억누르고, 라이터를 태자님에게 돌려드리는 나. 일단은 몸을 녹이는 게 우선이 다. 어느새 낮동안의 더위는 씻은 듯 사라지고, 엄청난 추위가 밀려왔다. 모닥불을 피우고 그 앞에 다가가는 나와 태자님. "추워요?" "예." "좀 가까이 있어야 할 것 같군요." 할 수 없다.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작은 모닥불 하나로 이 추위를 견뎌야했다. 처음 부터 여행에 필요한 물건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야영을 하는 것이다. 불을 피우지 못했으면, 나는 몰라도 태자님은 동사를 면치 못했으리라. 서로의 몸을 붙이는 나와 태자님. 그래도 춥다. "호오. 호오." 손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나무를 모닥불에 던진다. 하지만, 불이 꺼지지 않는 게 다 행일 만큼, 바람이 거세다. 단지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미안해요. 저 때문에....." 전후사정이 어찌되었든 간에, 나 때문에 이 사막에 내동댕이쳐진 태자님에겐 할 말 이 없다. 하지만 그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하실 건 없습니다. 아가씨가 억울하게 처형될 뻔 한 건, 제 탓이나 다 름없으니까요. 제 신하들의 무례함을 용서해주십시오." 나와 그는, 서로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너무 흐리멍텅한 과거사 정리인지도 모르 지만, 지금 싸울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 "레이니양.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네?" 난데없는 부탁이라니? 손을 모닥불에 가까이 대는 나에게, 태자님이 말했다. 진심으 로. "둘만 있을 때는, 절 파란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게 제 이름입니다." 둘만 있을 때.... 어차피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다면,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기껏해야 이 사막에서 나갈 때까지 며칠간일테니까. "예." 나는 다시 모닥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막의 추위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작은 희 망을 향해서. 새벽 공기는 차다. 침구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더욱 차다. 더군다나 이렇게 해가 떨어지자마자 기온이 뚝 떨어져버리는 곳에서는. 툭. 나는 모닥불에 나뭇가지 하나를 던져 넣었다. 얼어죽고 싶지 않다면, 모닥불을 계속 피워야 했다. 아까까지는 태자님... 파란이 그 일을 했으니, 이제는 내가 그 일을 할 차례이다. 나는 모닥불이 꺼지지 않게 신경을 쓰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낮고 큰 숨소리. 스테고사우루스들은, 모두 수면을 취하는 모양이다. 육식공룡이라 면 하나 잡아다가 구워먹었을 것이지만, 그들 덕분에 물을 얻을 수 있었으니 차마 건 드릴 수가 없었다. 물론 그들중 하나를 죽인다면, 떼로 몰려와서 복수할까봐 겁나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정말 날씨가 춥네." 내가 살던 곳은 이렇지 않았었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유로 제국 자체가 수많은 섬들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온화한 해양성 기후의 혜택을 보고 있었던 탓이기도 했다. 두 손을 모닥불에 가까이 하려는 순간. 쿵. 뭐야. 땅이 울린 건가? 나는 순간적으로 지진을 떠올렸지만, 지진이라고 해도 별로 두려운 건 없었다. 땅이 갈라지는 심한 지진이라고 해도, 이 근처의 나무들은 하나같 이 키가 작았다. 쓰러지더라도 그 아래에 깔려 죽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다. 그러나. 쿵. 강의 수면이 약간 흔들린 듯한 느낌이 드는데? 나는 한 손을 검에 대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퍽. "아, 아야." 약간 아프겠지만, 일단은 깨워야 한다. 졸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파란. "벌써 교대시간이 된 거야? 레이니." 아직 잠이 덜 깨셨군.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다시 그의 머리를 쳤다. 딱. "왜, 왜 그러는 거야?" 영문을 몰라 화를 내는 파란에게, 나는 눈짓을 했다. 쿵. 강물이 진동에 의해 흔들렸다. "조용히 해요. 뭔가가 오고 있어요." 쿵. 강물이 아까보다 더 크게 흔들린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파란이, 내게 속삭이듯 묻 는다. "이거.... 혹시...." 쿵. "적어도 9톤은 되겠는데요. 제가 둔해서 잘 모르겠지만, 상당히 무거운 공룡이 오고 있어요." 쿵. "오는 녀석은 단 한 마리. 혼자 다니는 것으로 보아, 육식공룡이 분명해요." 쿵. 스테고사우루스들이 다 깨어났다. 그들이 새끼를 가운데에 몰아넣고, 원형으로 진을 친다. 쿵. "우리도 이동해요. 여기서 있으면 너무 위험해요." 하루동안 먹은 게 없기 때문에, 나도 태자님도 힘이 없다. 이 상태에서 육식공룡을 상대하는 것은..... 쿵. 너무 위험했다. 내 짐작대로라면, 저건 아마도 대형 육식공룡일 거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조그마한 육식공룡들과는, 수준이 다른 상대였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침착하 게 검을 빼들고 정좌해서 기다렸겠지만, 옆에 붙은 혹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여 기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스테고사우루스들이 있는 곳에 가서 숨는 게 더 안전할 것 이다. "횟불 들어요." 그런데 왜 저렇게 망설이는 거지? 부들부들 떨면서도 뭔가 망설이는 태자님. "왜 그래요. 지금 상황은...." '하, 하지만 난 남자이고 저 앤 여자인데, 그래도 내가 저 애를 지켜줘야 하는 데.....' 이런 !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야 ! 나는, 막무가내로 횟불을 쥐어 주었다. 지 금이 자존심 찾을 때인가? 나는 화를 버럭 내려고 했지만, 그럴 입장도 아니었다. 그 이유는..... 쿠아아아아 !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거대한 그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우리가 있는 방 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 공룡은..... "알로사우루스 !" 내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 계속 - 후기)으. 분해라. 바로 여기서 티라노사우루스를 등장시키고 싶었는데..... 하지만 시대가 다르니, 도리 없습니다. 으흐흑. 별 수 없이, 쥬라기 최강급 공룡인 알로사우 루스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고. 분해라)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2 19:43 조회:115 공룡 판타지 12-202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6) 쿵. 쿵. 쿵. 쿵. 서서히 나와 태자님 앞으로 걸어오는 알로사우루스. 나는 태자님에게 몇 번이나 눈 짓을 했다. 도망치라고. 아니면 숨으라고. 그런데 왜 움직이지 않는 거야? 설마 겁먹 고 얼어붙은 건 아니겠지? 부잣집 도련님은 위기 상황에서 쓸모가 없다는 말을, 여기 서 뼈저리게 실감하게 되는가. 태자님 역시 제국 제일의 부자인 황제의 아들이니, 부 잣집 도련님 맞지 뭐. 하지만, 명색이 황제가 될 사람인데 이렇게 공룡 한 마리 앞에 서 얼어있으면..... 챙. 왜 검을 뽑는 소리가 나는 거냐. "저 공룡은 내가 막아볼테니, 어서 피해요. 레이니 양." 이, 바보같은 자식이 ! 뻥. 데구르르르르. 나는 너무나 화가 나서, 그를 걷어차 버렸다. 엉덩이에 내 발자국이 난 채로, 스테 고사우루스들이 있는 쪽으로 떨어지는 태자. 자기 실력도 모르고 주제넘게 나서다니. 내가 여자아이라서? 자존심을 짓밟히고 싶지 않다는 건 이해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만용도 작작 부려라.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면서 무슨 ! 나는 그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땅바닥에 떨어진 횟불에 비친 그의 얼굴이, 심한 고통으로 일그러져있었다. 육체적인 이유일까. 정신적인 이유일 까. "저기서 얌전히 숨어있어 ! 이 멍청한 자식아 !" 사막에 와서 어제 하룻동안, 그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힘이 빠진 게 다 보이는 판에, 도대체 뭘 믿고 그에게 뒷일을 맡긴단 말인가. 나는 짐덩어리에서 눈을 떼고, 내 앞에 선 거대한 적수에게 주의를 집중시켰다. 크르르르. 머리 크기는 1미터에 달하고, 입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빽빽히 차 있다. 앞발의 발톱은 세 개. 그 길이는 25cm. 한 번만 잡히거나 긁히면 내 몸뚱아리는 순식간에 부 서져 버릴 거다. 거기다가 거대한 뒷다리와 근육. 평소같으면 마법으로 멀리서 싸우 지, 절대로 다가가서 검을 휘두르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하지만 난 지금 마력이 바 닥난 상태라고. 어제 아무것도 못 먹고 사막을 걸어왔기 때문에, 뱃속도 비어있고. 그러나. '내가 못 막으면 저 바보는 죽는다. 물론 나도 무사하지 못할 거고.' 물론 나 혼자서 도망친다면 충분히 그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저 바보 태자는 도저 히 내 걸음을 따라오지 못할 거고, 내가 그를 업고 달린다면 저 놈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스테고사우루스들은, 이미 알로사우루스의 접근을 눈치채고 뭉쳐있는 상태이므로, 알로사우루스 입장에서 가장 만만하고 사냥하기 쉬운 표적은, 태자님이 다. 일단 나보다는 약한 게 확실하니. 그럼, 그를 구하기 위해선 내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는 결론인가. 보통은 남자가 아리따운 여자애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 고 싸우는 게 일반적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거 거꾸로 된 느낌이다. 나는 내 검, 나의 마법검 라 브레이커를 들었다. 비록 내 힘도 그리 많이 남은 건 아니었지 만, 일단은 저 놈을 상대해야 할 게 아닌가. '내 힘이 어디까지 통할지는 모르지만.' 마력이라도 남아있다면, 당장 파이어볼을 날렸을텐데. 아쉽긴 했지만 지금 사라진 힘을 그리워할 여유는 없다. 나는 기합을 넣었다. "이야야아압 !" 알로사우루스가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윙. 바람을 가르는 소리. 강력한 일격이 알로사우루스를 강타... 하는 게 아니라 나를 강타했다. 분명히 내가 먼저 검을 휘둘렀는데. "와앗 !" 하늘에서 공중제비를 넘으며 피하는 나. 간신히 녀석의 꼬리치기에서 몸을 피했다. 저 거대한 꼬리가, 내 검보다 더 빨리 움직인 것이다. 검을 그대로 휘둘렀다면, 그 꼬리에 검이 명중하기는 했겠지만 충격으로 검을 놓쳤을 것이다. 꼬리가 눈앞에 번뜩 이는 순간, 몸을 뒤로 내던졌는데도 배에 꼬리가 스쳤다. 옷이 그대로 찢어지는 게 느껴졌다. 뒤로 회전해서 착지하는 나. 그러나. 크악 ! 뒷발차기. 저렇게 거대한 발로 날 노리고 차다니. 설령 발톱이 없더라도 날 즉사시 킬 수 있는 위력이 나올 거다. 지금처럼 생명력이 달랑거릴 정도인 나라면. 어제와 그저께 밤에, 너무 힘을 낭비해 버린 모양이었다. 평소라면 어렵지 않게 피했겠지만, 지금은 힘이 없다. 그 차이는..... 쿠웅. 괴물의 뒷발이 그대로 내 배에 맞고 말았다. 마법의 검, 라 브레이커를 배 앞에 대 서 충격을 줄여주지 않았다면, 내 배는 터져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는 것과 상처하나없이 무사하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배가 찢겨지는 듯한 충격으로 나가떨어지는 나. 그리고 등에 이어지는 격심한 통증. 쿵. 찌이이이익. 아마 등이 강가의 자갈과 모래에 긁혀 엉망이 되었을 거다. 등의 피부가 너덜거리는 느낌으로 알 수 있 었다. 젠장. 힘만 있다면..... 하다못해 평소의 힘만 가지고 있었다면.... 비틀거리 며 일어서는 나. 그러나 승산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지금은 저 놈을 죽일 검술을 쓸 수가 없는데.....' 알로사우루스를 죽이고 싶다면, 그 거대한 몸통을 관통해서 심장이나 뇌를 찔러야 한다. 그것도 단 일격으로 녀석을 죽일 정도의 일격으로. 하지만 녀석이 너무 크고 빠른 데다가, 내 힘이 너무 떨어져 있었다. 팔다리를 잘라 녀석의 움직임을 봉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럴 힘이 없다. 힘이 있다면, 당장 허상의 검을 휘둘러서 녀석을 두 동강 내었겠지. "왓 !" 녀석의 거대한 머리가 나를 덮쳐왔다.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고 옆으로 구르는 나. 내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턱이 떨어졌다. 무슨 입이 저렇게 크냐 ! 보통 입이란 위아래로 벌리는 게 상식인데, 저 녀석은 치사하게도 옆으로도 입을 벌리고 있다. 아 래턱뼈가 좌우로 경첩처럼 연결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당해보니까 안 그래 도 큰 입이 더 크게 보인다. 저런 턱을 닫아버린다면..... 물리지 않았는데도 내 수 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저런 입에 물린다면 내 인생은 그걸로 끝이다. 치유마법 이고 뭐고 소용이 없다. 으깨진 시체 조각을 치료할 마법은 없을테니까. 나는, 필사 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녀석은 집요했다. 피하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지경이었다. "하아. 하아." 시간상으로는 아마 1분도 지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난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더 이상은 몸을 피할 힘도 없는 것 같았다. 무슨 묘안이 없나? 나는 시간이라도 벌기 위 해, 스테고사우루스들의 무리 속으로 몸을 날렸다. 잠깐만이라도 생각할 시간이 있어 야.... 부웅. 거대한 스테고사우루스들의 꼬리가, 일제히 날 노리고 날아왔다. 꼬리에 돋아난 두 쌍의 거대한 가시가, 날 겁에 질리게 했다. 만약 내가 그들 사이로 끼어들어간다면, 알로사우루스가 분명히 자신들을 향해 올 것이고, 위험한 상황에서 그런 일을 허락할 수는 없다는 것이겠지. 물론, 그들의 머리로 그런 생각을 했을 리는 없다. 뇌의 크기 가 아기 주먹과 비슷한, 아니 더 작을지도 모르는 녀석들이 '생각'이란 걸 한다고는 믿겨지지 않았으므로. 그들 사이에 숨을 생각을 한 내가 그들보다 더 낫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긴 하지만. 결국 뒤로 물러서는 나. 그러나, 그 뒤에는 알로사우루스가 있 었다. 크아 ! 그대로 입을 내미는 알로사우루스.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 내가 나에게 죽는 건 가. 내가 남자였을 때의 이름, 알로였던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마지막 남은 것은..... '허상의 검 !' 내 모든 생명력을 집중시켜서, 검에 불어넣었다. 거리가 짧으니 어떻게 명중시킬 지 도 모른다. 물론 힘이 없어서 지금은 그리 큰 검을 만들어낼 수가 없지만, 이 거리라 면 어떻게..... 크아아아아 ! 갑자기 몸을 비틀거리는 알로사우루스. 몸을 뒤틀면서 물러선다. 왜 저러지, 덕분 에, 내 허상의 검은 그대로 사그라들었다.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가 탈출한 것은 좋은 데, 지금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다. 그 이유는..... "태자님 !" 알로사우루스의 꼬리에 맞고 날아가버리는 태자님. 어줍잖은 솜씨로 끼어들다니. 저 런 바보같은 짓을..... 꼴을 보니, 내가 위험해지니까 뒤에서 알로사우루스의 꼬리를 찌른 것 같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솜씨가 형편없었다. 그 상황에서 찌르려면 급소를 찌르든지 하지. 그리고, 꼬리를 찔렀으면 재빨리 도망을 쳐야 공룡에게 걸리 지 않을 게 아닌가. 저 멀리 나가떨어져 움직이지 않는 태자님. "이런, 제기랄." 알로사우루스가 태자님에게 다가간다. 거대한 입을 벌리고 태자님을 향해서... 나는 급히 달려갔지만, 이 거리라면 아마 태자님의 뼈 한 조각도 건지기 힘들 것이다. 당 황하는 나. "누가 좀 도와줘 !" "으.........." 공룡의 꼬리에 스치기는 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착지를 잘못했는지, 지면에 내 몸이 격돌할 때 어딘가 부러진 모양이다. 몸이 불처럼 뜨거웠다. 갈비뼈인가? 격심한 통증이 나를 휘감았다. "이대로 죽는군." 그나마, 한 여인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무의미한 죽음은 아니겠지. 공룡의 입이 벌어지면서 내게 닥쳐왔다. 나는 눈을 감고.... 크악 ! 갑자기 공룡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와 동시에, 공룡이 뒤로 물러섰다. 아니, 뒤로 끌려가고 있었다. 어째서 저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공룡 이 울부짖으며 쓰러지는 것이었다. - 계속 - 후기)알로사우루스와의 대결. 원래는 티라노사우루스와 한 판 붙이고 싶었습니다. 지 상 최강의 육식공룡 티라노와 가냘픈 소녀의 대결. 멋지잖아요. 하지만, 이 시대는 쥬라기이고, 티라노사우루스는 백악기입니다. 도저? 둘을 맞붙 일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알로사우루스로 바꾸었습니다. (으흐흑) 그리고 알로사우루스가 입을 옆으로도 벌린다는 건 사실입니다. 아래턱뼈가 좌우로 경첩처럼 연결된 탓에, 입이 위아래로 벌어지는 데다가 옆으로도 벌어지는 엽기적인 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추가)ㅠ.ㅠ(200회 축전 받으면 이렇게 됩니다. 기뻐서요)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3 20:06 조회:109 공룡 판타지 12-203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7) 질질질질. 거대한 육식공룡의 꼬리를 잡고, 한 소녀가 움직인다. 알로사우루스를 능 가하는 강력한 힘으로. 그녀는 공룡을 들어올렸다. 울부짖는 공룡을 강으로 던지는 그녀. 거대한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친다. 알로사우루스를 향해 다가가는 초록 머리의 소녀, 레이니의 눈은, 언젠가의 그 눈동자였다. 그것은 무감정한 한 자루의 검의 것. 크오오 ! 공룡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레이니는 몸을 허공에 띄웠다. 하늘을 날아간 소녀는,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공룡의 거대한 턱을 스치는 검. 레이니는 강가로 날아가고, 알로사우루스는 그녀를 쳐다본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다. 서서히 밝아지는 하늘을 뒤로 하고. 레이니는 자신의 검을 들고, 알로사우루스는 자신의 턱을 벌린다. 사람의 무기는 날 이 선 마법의 대검. 공룡의 무기는 날카롭게 늘어선 이빨과 발톱. 레이니와 공룡은, 서로 상대를 향해 달려갔다. 레이니가 허공으로 뛰어오른다. 공룡 의 거대한 머리가 레이니에게 날아든다. 솟아오르는 아침해에서 쏘아진 빛이, 둘의 무기를 빛나게 했다. 아침해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붉은 하늘로 피보라가 솟구쳤 다. "............." 나는 거대한 공룡의 시체 앞에 서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 내가? 내가 한 건가?" 그게 아니라는 건 나 자신이 알고 있다. 난 분명히 조금전에 태자님이 죽기 직전에 그 쪽으로 달려가다가.....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물론 알고 있다. 내가 도와달라고 외치는 순간, 내 몸은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걸. 아마 라 브레이커가 내 몸을 움직인 것이겠지.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도대체 이 힘은 어디서 솟아나온 것인가. "분명히 아까까지는 손가락 하나 맘대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지쳐 있었는 데?" 그런데 왜 지금은 이렇게 거대한 힘이 나를 감싸고 있지? 혹시 라 브레이커의 힘인 가? 그게 아닌데? 만약 검에서 나온 힘이었다면, 내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힘을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둔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라 브레이커." 나는 나의 검을 바라보았다. 심각하게. "설명 좀 해 줘." 검이 빛나며 내 손에서 떨어졌다. 서서히 공중에 자신의 검날을 하늘로 향하게 하는 검. "지금 내가 사용한 마법은 엘프 마법 9레벨이다. 체내의 물질과 에너지를 다루고 전 환시키는 기술이지. 네가 힘의 흐름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 때문이다. 네 몸 자체의 물질을 힘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힘이 흐르지 않은 것 뿐이다."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 그게 무슨 소리야 ! 이해를 하지 못하는 내게, 설명해주는 검. "원래 물질과 에너지는 같은 것이다. 같은 것이 단지 성질과 형태등, 우리가 보는 겉모습이 다른 것 뿐이란 말이다. 그러니 적절한 이치만 이해하고 올바른 방법을 사 용한다면, 서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게 아닌 것이다." "?????" 아르메리아의 마법 강의와 비슷하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종류의 지식을 듣는다 는 것은, 학자들에게는 행복한 일일지라도 나에게는 괴로운 일이다. 안 그래도 밤을 새운 꼴이 되어 버렸는데. 좀 쉽게 설명해주면 안 되냐 ! "어째서 마력을 직접 전달해주지 않았지? 라 브레이커." "네게 높은 수준의 마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 왜 진작 도와주지 않았지? 허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빨리 도와줬어도 저 바보같은 태자님이 저렇게 다칠 이유가 없었잖아. 하지만, 상대는 너무나 차가웠다. "난 네 목숨이 위태롭지 않으면 널 도울 의무가 없다. 저 녀석은 내 주인이 아니니 까." 검이 뾰족한 검끝을 돌려, 태자님을 가리켰다. 어디가 부러진 것인지는 몰라도, 일 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최소한 생명력 자체는 그다지 줄지 않았으니까. 꼬리에 맞아 몸의 뼈가 다 으스러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스치기만 한 모양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 하지만 ! "왜 지금에서야 도와 준거지? 말해봐." "말해주지. 저 남자가 죽으면, 앞으로 넌 유로 제국에 맘대로 다니지도 못할 게 아 니냐. 널 배려하느라 그런 거니까 따지지 마라." "자, 잠깐 !" 태자님의 모습이..... 이상하다 ! 허공에 뜬 검을 집어들고 달려가는 나. 그의 얼굴 을 보려고 얼굴을 가까이 하려다가..... "이건 또 뭐야 !" 얼굴을 비롯해, 온 몸에 생긴 붉은 반점. 그리고 불덩이같은 열. 공룡에게 맞아서 생길 병이 아닌데?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그 덕분에, 멀 리서 태자님의 뼈가 안 부러진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까맣게 잊고 말았다. "라 브레이커. 설명 좀 해줘. 이게 대체 무슨 병이야?" 검을 쳐들고 큰 소리로 외치는 나. "이건 저 강물을 마셨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 강은 사실 강물이라기보다는 남 북으로 길게 이어진 호수라고 불러야 정상이다. 바다로 나가기 전에 물이 말라 버리 기 때문이지. 좁은 지역에 물이 갇혀있는 형상인데다가, 물 자체에 사막의 각종 광물 질이 녹아들어가기 때문에, 보통 사람이 이 물을 많이 마시면 중병에 걸릴 수도 있는 물이란 말이다." 그런가? 그래서 공룡들이 물을 마시지 않은..... 잠깐 ! 아까 물을 맛볼때에는 별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내가 독에 대해 그렇게까지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만약 독이 들어있었다면 내가 눈치챘을..... "이건 독이라기 보다는 염류이다. 독이 아니니 네가 알아차릴 리가 없지. 어떻게 섞 였는지는 알아봐야 하겠지만, 무수한 염류가 서로 중화되어 있기 때문에, 중금속이 녹아들었는데도 중성을 유지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는데? "그럼 왜 나는 이렇게 멀쩡하지? 물은 내가 더 많이 마셨잖아 !" 그러자, 약간 비틀어진 어조로 대답하는 검. "네 몸이 보통 인간들과 같은 줄 아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영문을 모르는 나에게, 검이 대답한다. 차갑게. "넌 엘프 마법을 익히려면 얼마나 걸린다고 생각하냐?"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라는 눈으로 검을 바라본다. 솔직히, 그런 걸 내가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검이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내 예상과는 달리, 나를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엘프 마법이란, 사실 엘프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고대 마법의 지식 일부가 살아남 아, 그것이 엘프들에게 전승된 것이지. 하지만, 이 마법은 익히기가 쉽지 않다. 영혼 자체의 힘을 사용해야 하는 마법이 엘프 마법인데, 이걸 익히려면 우선 영혼 자신의 힘을 끌어내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래서? "이 과정은 보통 100년은 걸린다." "백 년 ?" 그래서.... 가만. 100년이라고 ! 놀라 당황하는 내게 계속 말하는 마법의 검, 라 브 레이커. "그걸 넌 순식간에 해치웠다. 어째서 그렇게 된 줄 아느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 난 마법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 솔직히, 엘프마법과 인간마법의 차이는 주문을 외우고 안 외우는 것이라는 점만 알 뿐이다. 마법에 대해 아는 건 다 라비린 스 키퍼들에게서 배운 것이고. 아직 난,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 그런 내게, 복잡한 마법 이론을 설명하라고 요구하다니. "모르는 모양이군. 하긴, 도망치는 것밖에 모르는 녀석이니.... 물론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 도대체 뭐라고 하는 거지? 버럭 화를 내는 나. "좀 알아듣게 설명해봐 !" "뭘 말이냐?" "아까 말 한 거 ! 도망치는 것밖에 모른다는 말은, 무슨 뜻이지?" "아. 그거 말이냐? 그건 네가 정신을 다루는 라비린스 키퍼를 이기면 알게 될 거 다." 정신을 다룬다면..... 셀레나이트인가? 그 음흉한 웃음의 소유자? 내 표정이 일그러 진다. 난 그 여자 때문에 바다에 빠진 적이 있다고. 과거의 기분나쁜 일이 생각나 버 렸다. 무의식중에 입술을 깨문다. "그리고? 마법을 익히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했지?" 검의 말이 계속된다. "설명해주지. 넌 이미 처음에 나와 계약할 때부터 보통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네가 나와 계약을 한 게 이미 10년이 넘었으니....." "뭐?" 내가 그렇게 어릴 때 계약을 했어? 난 전혀 모르는 사실인데? 설마 사기치는 거 아 냐?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과거, 네가 나와 계약했을 때, 이미 네 혼은 각성을 시작한 거다. 지금은 거의 각 성이 끝난 상태다. 단지, 넌 그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뿐이다." 내가 10년도 더 된 옛날에 검과 계약을 했다고.....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렇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다면, 아까 내가 태 자님의 몸상태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는데도 알 수 있었던 것도 설명이 되니까. 내 가 사용할 줄 모르는 어떤 힘을 무의식중에 사용한 것인가. 말을 계속하는 라 브레이 커. "넌 이미 영혼의 힘을 다룰 수 있다. 네가 라비린스 키퍼들과 싸워서 이긴 후, 단지 지식의 전달만으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힘을 사 용하는 방법만 알면, 마법을 연성할 수 있으니까." 10년.... 10년..... 그 숫자가 내 머리를 휘감고 놓지 않는다. 내가 그토록 어릴 때..... 내가..... "내가 보여준 것은, 방법만 알면 너도 지금 당장 해낼 수 있다. 네가 강물을 먹고도 무사했던 것은, 내가 네 영혼의 힘을 조금 전에 움직여주었기 때문이다. 원래 영혼의 힘이란 건, 자신의 의지에 의해 사용하지 않으면 발동하지 않으니까. 넌 아직 무의식 중에 힘을 사용하는데에는 익숙하지 않으니, 당분간은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아직도 충격? 받은 게 남은 것인지, 내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소리 를 지르는 검. "빨리 움직여라. 안 그러면 저 남자는 죽을 거다." - 계속 - 후기)다 쓰고 나서 다시 검토하는 것. 글 쓰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이지만, 바쁠 때에 는 그리 원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물에 독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 때문 에 산성 + 염기성(알칼리성) = 중성이라는, 화학적인 과정을 생각해내야 하다니. 몇 번이나 고치고 나서 다시 고치는 걸 반복하다 보니, 피곤하긴 하군요. (으흐흑)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4 19:12 조회:86 공룡 판타지 12-204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8) 내 의지에 의해 죽은 것은 아니지만, 내 손에 의해 죽은 알로사우루스가 옆에 누워 있다. 내 과거 이름과 같다는 점 때문에,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다. 솔직히, 내가 나 를 죽인 듯 해서 우울하다고. 칫. 하필이면 알로사우루스라니. 달갑지는 않지만, 일 단 나도 살아야했다. 나는, 거대한 공룡의 시체로 다가가서 고기를 좀 잘랐다. 고기 를 잘라서 손에 들고, 일단 마력을 해방시켜 열로 변하게 했다. 순간적으로 구워지는 고기 덩어리. 적당한 크기로 고기를 찢어서, 내 입 안에 넣고 씹는다. 우물우물. 결 국 고기를 다 먹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힘 보충이 된 듯 했다. "역시 마력보다는 이게 나아." 라 브레이커 덕택에 마력이 다시 몸 안에 충만하게 되었지만, 역시 힘을 얻는 방법 은 먹는 게 최고다. 비록 고기에 곁들일 야채나 소금이 없기는 했지만, 하루 이상을 굶었기 때문인지 맛은 좋았다. 잘 굽지 않으면 피가 흘러내릴 듯 했지만. 고기 조각 을 다 먹고 나서야, 나는 태자님을 바라보았다. 이미 나의 검이 그의 옆에 날아가 있 었기 때문에, 이렇게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서서히 걸어가는 나. 왼손에 잘 구운 공룡 고기를 들고서. "어때? 라 브레이커. 태자님 상태는?" "아직은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빨리 해독치료를 하지 않으면, 영구 적으로 신체에 손상을 입을 거다." "그럼 해독해 !" "안 된다. 넌 아직 라비린스 키퍼들의 시험을 통과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고물 마법검이 !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도 시험 타령이냐 ! 허마터면 환자 앞에 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빨리 해 !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지금 그런 거 따지게 생겼어 !" "그렇냐." 잠시 생각하듯 고개를 숙이는 마법검. 검이 고개를 숙인다는 말은 좀 문제가 있지 만, 어쨌든 약간 기울어져서 떠 있는 건, 그렇게 보인다. 잠시 후, 검이 수직으로 섰 다. "네 말을 듣기로 하지. 단, 빠른 시일내에 라비린스 키퍼들과 상대해라. 언제까지나 그렇게 억지를 쓰면 힘을 빌려준다고 생각하지는 마라." 안심하고 알로사우루스의 시체로 돌아서려는데..... "내가 치료한다는 게 아니다. 치료는 네가 하는 거다. 난 그저 방법을 가르쳐주기만 할 뿐이다." 치사한 녀석..... "우선 그의 몸에 손을 대라.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우선 태자님의 몸에 손을 대고. 그 다음은? "이제 네 영혼의 힘을 사용하는 거다. 서서히 정신을 집중시킨 후에 태자의 몸 안을 머릿속에 그려라. 그의 몸 안의 중금속을 모두 찾아내서 흡수하면 된다." "중금속이라면, 납이나 카드뮴, 수은같은 무거운 금속 말이야? 들어본 적은 있어도 실제로 본 적은....." "감각은 내가 가르쳐줄테니까, 좀 시키는 대로 해 봐라. 이 계집애야." 저, 저게 ! 지금 굳이 계집애라고 부를 필요는 없잖아 ! 태자님은 이미 기절했는데, 왜 굳이 나를 계집애라고 하는거야 ! 상황이 지금 급하니, 나중에 따지기로 하자. 나 는 검이 시키는 대로 감각을 넓혔다. 태자님의 몸 자체가 보인다. 그렇다고 남자의 나체가 보인다는 건 아니고, 그의 몸 안이 보인다는 말이었다. 수많은 원자와 분자들 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여기서 무수한 수의 중금속들이 있을 거다. 내가 가르쳐주는 것만 골라서, 에너지 화해서 흡수해라." 나는 차근차근 중금속 분자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내가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가..... 나 자신도 놀라면서, 무수한 별의 바다 속으로 헤엄쳐들어갔다. "하나씩 해라. 차분하게." 이건 마치 해변에서 돌맹이를 줍는 것 같다. 하나를 집어서 주머니에 넣고. 또 하나 를 집어 주머니에 넣고. 물론 돌맹이와는 달리, 손에 들어온 중금속들은 하나하나 부 서져나갔지만.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그것을 결합시키는 글루온..... 내가 모르는 입자와 에너지 조각들이 차례차례 부서져 나갔다. 내 영혼의 의지에 따라서..... 나 는 그 자세한 과정을 모른다. 단지, 내 의지에 의해 내 영혼이 움직여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다는 것만 알 뿐이다. "생각하지 마라. 행동해라. 어차피 지금의 너는,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 말에 비위가 거슬리기는 했지만, 사실이었다. 지금은 다툴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인 것이다. 나는 무수한 중금속 원자와 분자들을 파괴하여, 그 조각들을 쓸어담았 다.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그만 해라. 네 힘으로는 이 정도면 충분히 한 것이다." 눈을 떠 보니, 태자님의 얼굴의 반점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아직은 눈을 뜨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주위가 너무 밝은 걸? "어, 어느새 !" 난 그리 많은 양의 중금속을 파괴한 게 아닌데? 그런데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난 거 지? 당황하는 나를 향해 말하는 검. "당연한 거다.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분자수는 너무나 많다. 아직 이 기술에 익숙하 지 못한 네게는, 이 정도로도 잘 한 거다." 뭐가 잘 했다는 건지. 결국 태자님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잖아. 투덜거리는 나에게, 위로하듯 말하는 검. "그 정도 상태라면 원주민들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이제 마을로 달려가라." 말 안 해도 그렇게 한다고. 이 고물 마법검. 주문 한 방으로 멋지게 치료해주면 안 되냐 ! 태자님을 업고, 나는 계속 달렸다. 마력이 원래대로 돌아온 탓인지, 내 몸은 사막의 모래 언덕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태자님 옆에는,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매달려 있었 다. 적어도 며칠 분 식사는 될 것이다. 아까 잡은 알로사우루스의 고기를 말린 것인 데, 그냥 고기만 잘라서 말린 것이라, 맛은 기대할 수 없었다. 소금을 넣은 것도 아 니고, 그렇다고 다른 식물의 뿌리나 줄기 말린 것을 가루로 내서 맛을 내는 데 사용 한 것도 아니니. 다만 통째로 잘라서 들고 온 것 뿐인 고깃덩어리로는, 배를 채우는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물론 없는 것 보다야 훨씬 나았지만. "그런데, 내가 지금 사용법을 알면 어디까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라 브레이커." 태자님을 받치는 지게 역할을 하게 된 라 브레이커가 말했다. "아마 네 영혼이 지금처럼 각성한다면, 엘프 마법으로 18레벨까지는 가능할 거다. 물론 그 정도에 이르려면, 여러 가지를 배워야 하겠지만." "18레벨이면 어느 정도지?" "인간의 한계다. 아니, 모든 생명의 한계이자, 영혼을 가진 자들의 극점이지. 그 이 상은 영광된 그 분의 것이다. 네가 넘볼 능력이 아니니 꿈꾸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영광된 그 분? 그게 누구지?" "나를 만들어낸 분이다. 더 이상은 묻지 마라. 지금은 네 등에 업힌 녀석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 그 말도 맞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하루종일 달렸다. 아까 마력을 보충한 것과, 알로사우루스를 잡아 먹은 것이 효과가 있었기 때문인지, 그다지 힘은 들지 않았다. 해가 저물 무렵, 드디어 마을이 지평선 부근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가려고 했지 만..... "이 녀석아. 저건 신기루다. 좀 살펴보고 기뻐하는 게 어떠냐." 신기루? 혹시.... 환상이었던가? 자세히 바라보니 마을의 바닥이 허공에 떠 있다. 나는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나서, 다시 동쪽으로 달려갔다. 곧 신기루는, 허공 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자리에 있는 건 단지 모래뿐. 하지만 라 브레이커에게 미리 말을 들은 덕분에, 그다지 실망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해가 슬슬 지평선 아래로 가라 앉을 무렵. 이제 거의 다 온 것인가? 다시 수평선에 마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마을 은 땅에 고요히 박혀 있었다. "이번엔 진짜냐?" 내가 만전을 기하기 위해 물은 물음. 그리고 그 답은..... "맞다." 드디어 다 왔구나..... 안심하는 내게, 한 마디 하는 라 브레이커. "수고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다. 저 마을은 아라비 사막의 인간들이 가진 특성 대로, 외지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그들은 마법을 혐오하는 종족이다. 네 마력을 일단 소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들키면 골치아파진다." "왜 마법을 싫어하는 거지?" "그건 역사적인 문제다. 저들은 인류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마법사들에 대해 굉장히 안 좋은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이다." "과거?" "그렇다. 대다수 인류와는 달리, 저들은 과거의 영광된 시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 지고 있다. 물론 기억은 하고 있어도, 힘을 얻지는 못하는 수준이지만." "그 과거라면....." 무슨 과거일까. 마법사들의 악행에 대한 기억일까? 하긴 저 제논같은 변태 마법사가 과거에도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 지금은 태자님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 '힘내라. 난 이제부터 눈을 감겠다. 마법검을 보면, 널 마을에서 쫓아낼테니.' 내 몸 안의 마력이, 검의 마력이 사라졌다. 나는, 평범한 대검으로 보이게 된 라 브 레이커를 쳐다보고는, 마을 입구를 향해 달려갔다. - 계속 - 후기)휴우. 드디어 마을에 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얼렁뚱땅 넘기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물질과 에너지 자체에 대해 다루어야 할 듯. (악 !) 지금은 레이니가 이론에 대해 모르고 단지 검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니 그렇다 해도, 나중에도 그렇게 넘어가느냐..... 는 문제가 다르니까요. (무슨 판타지에 양자역학이 나오고, 상대성 이론을 고려하고, 심지어 대통일이론까지 참고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마법을 설명한다는 자체가 무리가 있었던 게 아닌지) 사실, 양자역학으로 보면, 입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찾아내는 것 자체에 무리 가 있으니.... 이것도 나중에 설명해야 하는 건가? (자기 무덤을 파라. 파) 지금 생 각해보면, 전 상당히 미련한 작가일지도 모르겠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5 19:38 조회:116 공룡 판타지 12-205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9) "땡그랑. 땡그랑." 자신의 방울을 흔들어 보는, 갈색 피부의 아가씨. 방울을 보는 눈빛이 부드럽다. "아아아아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여자답지 않다고 할 하품. 하지만 그녀는, 그런 수군거림에 그 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더워서 그러는 걸 뭐. 게다가 이런 마을 가장자리에 는, 그렇게 잔소리 할 사람도 별로 없는..... "아이샤." "!"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검은 머리가, 저녁노을의 폭포에 휩쓸려 쏟아진다. "무슨 일이야? 오마르." 소녀는 서서히 바위에서 몸을 일으킨다. 머리를 다시 천으로 가리고, 그녀는 나무 아래에서 밖으로 나온다. "너 정말 입 크다." "뭐야 !"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나온 발이, 오마르의 엉덩이를 강타했다. 어른들이 보면 경악해 마지 않을 행동이었다. 잠시 폴짝폴짝 뛰는 오마르. "으.... 널 누가 데려갈지, 그 남자가 불쌍하다 !" 다리를 모으고, 잠시 이상하게 몸을 비꼬면서 그녀 주위를 맴도는 오마르. 하지만 표정을 보니,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는 않은 듯 하다. 소년이 소녀에게 다시 불평을 하려는 순간. "잠깐. 오마르. 저거 좀 봐." "너, 말 돌리냐?" "장난 아냐. 이방인이 오고 있어." 마을 입구로 활기차게 뛰어오는 여자아이. 처음으로 눈에 띈 것은, 그녀의 길다란 머리카락이었다. 사막에서는 보기 드문 초록색 머리칼. 사막 주민들은, 녹색의 식물 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기 때문에, 초록색을 좋게 여긴다. 그런데, 옷은 그다지 좋지 않네? 얼굴만 보면 귀한 집안의 아가씨인데. 그리고 그녀의 등에 업힌 사람 은..... "어머나." '여자아이의 등에 남자가 업혀있네? 저런 부끄러운 짓을 대낮에..... 혹시..... 부 부인가? 설령 부부지간이라고 해도, 어떻게 저런 낯뜨거운 짓을 하는 거지? 얼굴이 서로 닮지 않은 걸로 보아 오누이도 아니 고. 도대체 저들은 누굴까?' 그런 생각을 한 아이샤가 그들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수, 숨자. 아이샤." 아이샤를 끌고 나무 뒤로 달리는 오마르. 그들은 오아시스의 주위를 둘러싼 나무들 뒤로 몸을 피했다. 약간 불평을 하는 아이샤. "왜 그래. 오마르." "너, 이방인이 얼마나 위험한 지 모르니? 저들은 분명히 아주 위험한 족속이라고. 검을 가지고 있잖아." 오마르가 겁이 많은 탓일까? 아이샤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작은 소리로. "쓸데없는 걱정이야. 겨우 두 사람인걸. 게다가 공룡을 타고 오지 않았잖아. 사막에 서 저렇게 다닌다면 그건 조난을 당한 사람이 분명해. 그러니..... 어?" "이, 이쪽으로 오잖아 !" 오마르가 덜덜 떨면서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반달형으로 휘어진 검날이 살기를 발하자, 아이샤는 깜짝놀라 그의 손목을 쥐었다. "지금 뭐하는 짓이야? 검을 뽑아들고." "하지만, 저들이 우릴 만약....." 손목을 잡히자, 얼굴을 붉히는 오마르. "그렇게 걱정이 되면, 내 미리내를 부를까?" "무슨 소리 ! 마을 안에 그런 걸 부르다니, 너 미쳤니?" "칼 들고 설치는 것 보다는 나아. 그러니까 칼은 도로 검집에 넣어. 이 바보야." 꽁. 알밤을 먹이고 나무 뒤에서 걸어나가는 아이샤. "여보세요." "힉 !" 놀라서 그 뒤를 허겁지겁 따라 나가는 오마르. "안녕하세요?" 약간 높은 음의 소녀의 목소리. 나는 그 아이에게 답례를 해주려다가.... 말았다. 태자님 때문에, 허리를 구부리기가 쉽지 않다고. 결국, 말로만 인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안녕?" 그런데, 저 여자애 뒤에 선 남자애는, 검을 뽑아들고 있네? 겁먹은 눈으로 나를 바 라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내가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한다면 검으로 날 벨 것 같은..... "당신, 누구야 !" 적의를 품은 목소리. 나는 그에게 험한 표정을 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난 이 마 을을 부수러 온 게 아니므로. 지금 급한 것은 태자님을 진찰해줄 의원을 찾는 일이 다. "난 이 남자를 치료할 의원을 찾고 있어. 이 마을의 의원님이 어디 계시는지 알려주 지 않겠니?" 내 허리에 간신히 올까말까 한 아이가 검을 뽑아들었다고 해서, 내 검을 뽑아들거나 마법을 사용하는 건 곤란하지 않은가. 물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생각은 하고 있 지만. 내게 인사한 여자아이가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여기서 기다려요. 의원님을 불러올께요." 쪼르르 달려가는 그녀. 그러나 남자아이는 검을 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마치 여자아이를 지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소꿉친구인가.' 과거의 나와 람포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운 과거. 어쩌면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던 때인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추억을 되새기고 싶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조용히 서서 소녀의 모습을 찾아본다. 언제쯤 그 아이가 돌아올까. 초록빛 머리의 여자아이. 화려하지는 않으나 단지 그 웃음만으로도 모든 이들을 기 쁘게 하는 아이. 물가에 고개를 구부리자, 그런 아이가 내 눈에 들어온다. "!" 이런. 어느새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저 멀리서 소녀가 다시 달려온다. 검은 색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소녀가. 얼마나 서둘렀으면 머리카락을 가린 천이 바람에 날려 갔을까. 그리고 그 뒤에는..... "이제 살았구나." 나는 서서히 태자님을 땅에 내려놓았다. 이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눈을 감는다. 눈을 뜬다. 다시 감았다 뜬다. 입을 연다. "휴우. 일단 살아남은 모양이군." 태자님을 무사히 마을에 데려다드리고, 그 후에 그 여자아이의 집에서 저녁을 대접 받았다. 그리고 나서 피곤하다고 곧장 침실로 걸어왔는데..... "아." 눈 앞에 그 아가씨가 있었다. 머리를 두 갈래로 땋은 듯 한데. 일단 어제 본 듯한 그 여자아이와 얼굴이 비슷한..... 그 여자애 맞구나. 그녀는, 큰 눈을 깜박이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안녕?" 나는 몸을 일으키고는, 그 아이에게 인사했다. 일단 태자님을 구해주려고 의원을 데 리고 온 아이이니, 나로선 그녀가 고마울 뿐이니까. 그런데.... "안녕. 난 아이샤. 이름이 레이니라고? 좋은 이름이네. 우리 친구하자. 그런데 어디 서 왔니? 사막을 건너, 모험을 쫓아온 거지? 하지만 여기는 극히 평화롭기만 한 곳인 데. 만약 다른 이방인들처럼 피를 쫓는 것이라면 난 싫어. 넌 어떠니? 그렇게 큰 검 을 들고 무겁지 않니? 아. 무거우니까 아팠던 거야. 내가 아픈 사람에게 무슨. 그렇 지만 난 묻고 싶은....." 무, 무슨 말이 이렇게 빠르냐. 나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못하고, 그녀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를 도와주신 분이 계셨으니. "아이샤 !" 딱. 그녀의 어머니라고 생각되는 분께서, 여자아이의 머리를 한 방 내리친 것이다. 머리를 감싸쥐고 아파하는 소녀. 그런데, 왠지 낯설지 않은 모습이..... "아 !" 저거.... 내가 과거에 많이 당해봤던 일이지 ! 과거라고 해도, 그다지 먼 옛날은 아 니다. 겨우 두달도 안 된 과거. 하지만 아주 멀리만 느껴지는 과거에, 치매사부에게 그렇게 당했던 장면이다. 왠지 모를 그리움이 내 마음을 스쳐간다. 물론 당하는 입장 에서는 좀 아프겠지만. 아이샤를 알밤먹인 그녀의 어머니가 뭐라고 중얼중얼거린다. 물론, 내가 알아들을 말이 아니었지만, 아이샤는 입술을 내밀고 소리를 낸다. "메~~~~에." "!%&$^* !"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별로 좋은 소리는 아니겠지. 아이샤가 다시 한 번 알밤 을 맞는 걸 보면. 그녀의 어머니라고 생각되는 여인이 내게 음식그릇을 내밀었다. "!#^%^ㅃ@#%^^!#." - 계속 - 후기)드디어 마을 안으로 들어온 레이니양. 하지만 수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 니..... (이봐. 이번에는 좀 편하게 해 주라고. 맨날 여자애에게 험한 일만 시키고, 전에는 사형대에 올리기까지..... 퍼억 !) 추가)오늘 수능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6 19:29 조회:118 공룡 판타지 12-206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0) '이게 무슨 소리지?' 그녀의 어머니라고 생각되는 분의 말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음식이니까 맛있게 드시라고 하신 거에요." 옆에서 끼어드는 아이샤. 어떻게 이 아이의 말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거지? 곰곰 히 생각하던 내 머리에 한 가지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이곳은 아라비 사막이었지.' 사막의 원주민들이 쓰는 말은, 유로 제국의 공용어와는 달랐다. 사실, 오래동안 멀 리 떨어져 산 사람들이라면, 말이 조금씩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유로 제국과는 2000km이상 떨어진 곳에 사는 이 사람들의 말이라면, 내가 못 알아듣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다. 전에 쥬린 제국의 혼 족들과 대화할 때도, 통역관이 필요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아이는 어째서 이렇게 우리말을 잘 하는 거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저 소녀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비록 우리말로는 저 여자분에게 뜻이 통하지 않겠지만, 저 여자애가 있으니 통역이 되겠지. 나는 고개를 숙인 다음, 얌전히 음식 그릇을 받았다. 이 안에 담긴 것이 무 엇인지는 모르지만, 독약은 아니겠지. 그러니, 일단 안심하고 마신다. 소리내지 않 고, 조심스럽게.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물론 소리는 안 냈다. 내 귀에 안 들릴 정도면, 확실히 소리는 내지 않았다. 난 그 래도 예의있는 숙녀라고. 음. 나도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을지도..... 어쨌든 맛있게, 잘 먹었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로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음식그릇을 담은 쟁반을 돌 려주었다. 웃으면서 음식그릇을 받아가는 아주머니. 먹고 나니, 할 일이 사라진 것 같다. 왠지 눈이 다시 감기는 것 같은 나른함. 하지 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그것은..... 내 검은 내가 누웠던 침대 옆에 얌전히 서 있다. 물론 마력이 사라진 상태이기는 하 지만, 이곳 사람들의 검은 내 대검처럼 직선형태가 아니고, 반달형으로 구부러진 형 태를 하고 있으므로 저것은 내 검이 틀림없다. 만약 내 검을 누가 훔쳐갔다면..... '그랬으면 그 녀석은 무사할 리 없지.' 전에 라이다가 내 검을 훔쳐가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아직도 내 머리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다. 그런 참극이 마을에서 일어났다면, 난 벌써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 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던 내게 비친 것은, 아이샤양이 내 검을 잡고 요리조리 돌려 보는 모습이었다. "와. 이거 꽤 무겁네요? 혹시 언니의 검? 하지만 여자들이 들기에는 좀 무거운 검이 라고 생각되는데? 와. 장식이 멋지네요. 이거 굉장히 좋은 검일지도?" 그럼 그 무거운 검을 아무렇지도 않고 들고 있는 너는 뭐냐? 나보다 훨씬 어리게 보 이는데. 대체..... 그 가느다란 팔 어디에 그런 괴력이 숨어있는 거냐. 그런 생각을 하는 내게 그녀가 하는 말. "와. 이 검 정말 멋져요. 언니가 업고 온 그 남자의 옷보다 훨씬." 아이샤의 말에, 내가 잊은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아 ! 태....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어요?" 도대체 태자님은 어디 있는 거지? "그러니까, 파란은 다른 집에 머물고 있다는 건가요?" "네. 저희 집은 너무 좁아서요. 손님용 침대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샤의 말을 들으며, 나는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무사한지 얼굴이라도 봐 두어야 할 것 같다. 내가 고생해서 끌고 왔으니, 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확인해야 할 게 아닌가. 하루종일 뙤악볕에서 날 고생시켜놓고 죽기라도 해 봐라. 가만 안 둔 다. 검을 집어들고 나가려는 순간. "옷은 입고 가요 ! 언니." 문을 열려다가 멈추는 나. 하긴, 잠옷차림으로 나가는 건 곤란하군. 그런데 이거, 좀 크다? 특히 허리 부근이 너무 헐렁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었어도 여전히 불안 하다. 나한테 맞는 옷이 있을까? 나와 아이샤는 동시에 서로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그렇게 허리가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 그게 내 탓이냐 ! 미나르 공주님 탓이지 ! 솔직히, 어떤 방법으로 이렇게 괴이한 몸 매를 만들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가슴은 크고, 허리는 가늘고, 피부는 곱고, 머 리카락은 윤기있고...... 그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면, 내 아내 될 사람에게 좀 가르 쳐주든지 해야지. "지금 무슨 생각해요?" 아이샤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는 나. 내 정체를 말할 입장이 아닌 이상, 도리없다.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답답함을 수반하게 된다. 속이 막히는 것 같아. 안 그래도 이렇게 온몸을 감싼 옷을 입는 바람에 숨쉬기도 힘든 판에. 약간 헐렁한 편인데도, 갑갑함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을의 모든 집을 다 뒤진 아이샤의 공으로, 나는 간신히 옷 한 벌을 빌려 입었다. 하지만 이렇게 답답한 옷인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그녀의 어머니의 옷을 빌리는 게 나을 뻔했다. 머리를 수건으로 덮고, 온몸을 천으로 감싼듯한 옷에, 심지어 입에까지 마스크를 씌웠으니..... 유로 제국에서 입은 옷은 이것에 비하면 완전히 알몸에 천조 각 몇 개 붙인 거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 결과. "답답해....." 다시는 아라비 사막에 안 온다 ! 사람들의 인심은 좋지만, 너무 꽉 막힌 옷때문에라 도, 올 데가 못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입지 않을 경우. 휘이이이잉. 거센 모래바람이 우리를 스쳐갔다. 어제 눈을 감고,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모래바 람을 헤치며 달렸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가 좀 둔하니까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뛰 었던 것이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아마 중간에 바람에 날려가 버렸거나, 모래에 파묻 혔을 게 뻔했다. "모래바람이 심하네요."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는 전진할 수 없기 때문에, 모두들 얌전히 숨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천막 정도로 저 바람을 막을 수 있을 지를 모르는데다가, 모래 바람이 언제나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모두를 초조하게 했다. "어쩔까? 그냥 강행돌파할까?"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세이브가 문제였다. 나와 저 인간 마법사는 괜찮을지 몰라도, 그녀로서는 이런 거센 모래폭풍에 휘말리면 그대로 날려가 버릴 것이다. 그 녀가 아직도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사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조금 기다려요. 어차피 지금은 너무 날씨가 더운 데가가, 세이브도 지쳐 있어요. 우리도 그렇고. 차라리....." 편한 자세로 눕는 나. "하지만, 이러는 동안에도 그 애는....." 불안해하는 셀. 그러나 왠지 걱정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니는 무사할 거에요. 셀." 라 브레이커가 있다. 그 검이 있는 이상, 언니가 죽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리는 없다. 그리고. '언니.' 그녀 자신이 그렇게 쉽게 삶을 포기하고 주저앉았을 리는 없다. 비록 언니의 몸과 마음은 정상이 아닌 듯 하지만. "라 브레이커를 믿어봐요." 어차피 마법으로 강행돌파하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결국 수긍 하는 셀. "알았어. 잠시 쉬었다 가자." 세이브를 끌어안고 눕는 그녀. 곧 그녀는 잠에 빠졌다. "잘 자요." 나 역시 눈을 감았다. 바깥의 모래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내가 천막 주위에 친 방어막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여기가 촌장님 댁이에요." 집을 흙으로 지은 모양이다. 누런 빛 흙벽이 태양의 강렬한 빛에 의해 말라 있었다. 내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지금 입은 옷이 너무 두꺼운 데다가, 어디 한 군데라 도 몸을 내놓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노출된 곳은, 단지 눈 뿐이니..... 하지만 내 체온보다 주위의 온도가 더 높은 상황에서는, 차라리 주위의 열기를 차단시키기 위해 서라도 이렇게 온 몸을 가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처럼 모래바람에게서 자신을 지 키기 위해서도. 그런데 나는 어떻게 그 모래바람을 헤치고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 을까. 역시 나는 라 브레이커가 말한 대로, 다른 사람과 다른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일 까. "촌장님. 아이샤에요." 내가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녀는 오래되어 보이는 흙집 앞에 가 있었다. 그녀의 조 그만 손이, 벽을 두드린다. 똑. 똑. 똑. "아이샤냐." 문 대신 사용하는 공룡 가죽을 옆으로 밀치고,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셨다. 저 분이 이 마을의 촌장인가? 그는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어제 마을에 온 그 여자분이로군. 들어오게." "예." 고개를 가볍게 숙인다. 인사를 위한 목적도 있지만, 허리를 굽히지 않으면 작은 문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예의를 갖추게 하기 위한 장치일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나는 내 치마를 밟지 않도록 조심하면 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치마 밑단이 엉망이 되었지만. - 계속 - 후기)이번 이야기 역시 사람을 고생시키고 있습니다. (으흐흑) 글이란, 쓰면 쓸수록 어려워지는 것이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7 19:58 조회:83 공룡 판타지 12-207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1) 약간 집안이 어둡기는 했지만, 태자님의 방을 찾아주는 촌장님의 발걸음은 늦춰지지 않았다. 확실히 자신의 집이기 때문인가.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 런데 그가 잠시 뒤돌아보며 하는 말은..... "생각보다는 좋은 눈을 가졌군." 좋은 눈? 그것은 내 마음을 나타낸 말인가, 아니면 내 눈의 시력을 나타낸 말인가.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럴 필요도 없게 되었다. 촌장님이 곧 작은 방문앞에 멈추었 으므로. "이 안에 당신 동행이 있으니, 들어가 보게. 단, 아직은 안정을 취해야 하니 소리내 지 말고." 자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촌장님. 나는 작은 걸음으로 방안에 들어갔다. 소리를 내지 않고 들어가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또 치마를 밟고 비틀거릴까봐 그런 측면이 더 컸다. '어디 보자.' 마음의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어제 사용했던 그 힘이, 내 영혼에서 깨어나 그를 살 폈다. 그의 생명력은 정상적이고, 그의 몸 안의 해로운 물질들도 거의 제거되었다. 일단 안심해도 될 듯한 모습. 내 눈이 서서히 뜨인다. 마음의 눈이 아닌 몸의 눈이. '다행이야.' 겉보기에도 이상은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왜 깨어나지 않는걸까. 내 옆에 선 촌장님 이 내 표정을 보고 말한다. "사막을 장시간 걸어서 피로한 것 뿐이네. 아마 내일쯤이면 일어나게 될 걸세. 남편 을 걱정하는 건 아내의 도리이지만, 너무 심하면 몸을 다치네. 조심하게." 가만. 가만. 가만 !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야 ! 나는 소리를 지르려다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촌장님 앞에서 세차게 고개를 휘저었다. "전 이 남자와는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요." 소리를 작게 내려면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 과거보다는 많이 얌전해진 걸까? 아니면 익숙해진 걸까. 적어도 환자를 배려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샤가 그러더군. 당신이 이 남자를 업고 마을에 왔다고. 우리 사막사람 들은 부부가 아니라면 같은 나이의 남녀가 그렇게 몸을 맞대고 있지 않는다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때 완전히 탈진해 버린 데다가 물을 잘못 먹고....." 그 물을 먹인 건 나니까, 결국 자업자득인건가.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도리가 없었 다고 ! 어떻게 이 오해를 풀지 고민하려는 찰나. "알겠네. 우리가 잘못 알았던 모양이군." 의외네? 적어도 몇 시간 정도는 변명을 늘어놓아야 할 줄 알았더니. "유로 제국인들과 우리 사막 종족들은 풍습이 다르지. 아마 이 아이가 그걸 모르고 착각을 했나 보군. 미안하네." ".........." "하지만, 사막 한가운데에 젊고 아름다운 남녀가 둘이서만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네. 너무 화내지는 말게나." ".........." 젊고 아름다운 '남녀' 라. 어쩌다가 내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저주를 빨리 풀지 못하면 무슨 끔찍한 일을 더 겪을지 모르겠다. 그러려면, 빨리 이 마을을 떠나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야 하는데. 아르메리아를 만나 뭐라고 변명해야 할 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가씨. 아마 내일 아침쯤이면 이 남자도 회복이 되어 있을 것이니, 오늘 하루는 편하게 쉬는 게 좋을 듯하네. 아가씨도 사막을 건너오느라 피곤했을 것이니, 몸에 무 리가 가지 않게 조심하게." "아, 예."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쌓여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 긴 조심하는 게 낫겠지. 어차피 내일쯤이면 다시 사막을 횡단해야 할 것 같으니까. "아이샤." 촌장님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오는 아이샤. 촌장님이 약간 안 좋은 눈으로 그녀를 바 라본다. "넌 여전히 얌전하지 못하구나. 환자가 있는 방에선 조용히 걸어야 하지 않느냐." 그건 그렇다. 하지만 소녀는 기가 죽지 않고 말한다. "발끝은 들었어요." 자신의 치마를 살짝 들어보이는 그녀. 비록 작은 목소리이긴 해도, 그녀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억눌리지 않은 야성의 눈이랄까. 아니면.... '어디서 본 눈빛인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히 어디선가 만난 듯한 눈빛이었다. 그 장소는..... "자. 마을 구경 시켜드릴께요. 언니." 내 옷자락을 잡아끌고 나가는 아이샤. 끌려나가는 나. "이 남자는 걱정말게나. 아가씨." 촌장님이 웃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은데. "우리 마을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살기 힘든 마을은 아니에요. 이 마을에서는 언니도 전에 본 적이 있는 그 강물을 잘 정화시키고, 오아시스의 샘물 까지 더해서 상당히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이 바로 그 물을 이용해 만든 농장과....." 이 말을 하는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정말 수다쟁이다. 겉보기에는 세이브를 연상 시킬 정도로 작고 귀여운 아이인데..... 어떻게 된 노릇이냐. 정말 인간은 겉만으로 는 알 수 없는 존재였더란 말인가..... 그녀의 옆에서 걷기만 하는데도, 피로가 계속 쌓이고 있다. 대화를 많이 하면 사람이 지친다는 게 사실인가 봐. 하지만, 강이 마을 과 연결되어 있다면, 왜 라 브레이커는 강을 따라 걸으라고 하지 않았을까. "강은 이곳과 좀 떨어져 있지 않니?" 강이 이 마을과 연결되어 있다면, 라 브레이커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래 도 모래 언덕 위를 걷는 것보다는, 강을 따라 가는 게 길 찾기에는 편하지 않은가. 만약, 강과 이 마을이 연결되어 있다면, 녀석이 내게 말을 해 주었겠지. 내 얼굴에 떠오른 의문을 보고는, 그녀는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이 마을은 남쪽으로 흐르는 강물을 지하수로를 사용해서 끌어들인 후, 마을 남쪽에 인공 호수를 만들어 가두고 있어요. 물론 중간에 약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더러 운 물을 정화시킨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제 아빠엄마가 물을 정화하는 기계를 만드셨다고 들었어요." "뭐라고?" 사람이 그런 걸 만들 수 있어? 나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그럼 그 아주머니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단 말인가. 놀라 걸음을 떼어놓는 것을 잊고 말았다. 한참 앞으로 갔던 그녀가, 몸을 돌려 내 쪽으로 뛰어온다. 그녀는 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한다. "언니. 모르셨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막 주민들이 그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니.... 어떻게 된 거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드워프들이라면 그런 기계를 만드는 게 가능하겠지만..... "전 드워프에요." 내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충격. 이 여자애가 드워프라고? 키가 작은 걸로 눈치를 챘 어야 하나? 아니면 아까 본 눈빛으로 알았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니, 이 아이의 눈 은, 그 드워프 할아버지들의 눈빛을 많이 닮았다. 하지만, 드워프라면 무조건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들을 연상하던 내게, 그녀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너....." 어째서 나는, 드워프 여자들은 수염이 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상기했을까? 그녀의 턱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 내 시선을 쫓던 그녀가, 자신의 턱을 감싸며 당황한다. "저, 수염이 보여요? 오늘 아침도 깎았는데....." 그런가?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물론 크게 웃는 게 아니라 미소라고 할 정도였지 만. 그랬구나. 왠지 모르게 귀엽게 보인다. 작은 손거울을 꺼내 열심히 자신의 얼굴 을 바라보며 수염을 찾는 그녀가. "어, 어머나. 한 가닥 남았네. 어쩌지? 어쩌지?" 억지로 수염을 뽑으려고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검을 뽑 아 휘둘렀다. 그녀의 수염 한 가닥이 땅에 떨어진다. 다시 검을 제자리에 넣은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하고 싶었다. 깜짝 놀라며 거울을 보 는 아이샤. 그녀에게,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언니가 남자였다면, 당장에 사귀자고 할 정도인걸. 너무 걱정할 건 없어. 아이샤." 농담이 아니다. 그녀의 키는 어떨지 몰라도, 얼굴은 상당히 미인이었다. 만약에 내 가 이 저주가 풀려서 남자로 돌아간다면, 그리고 만약에 아르메리아를 만나지 않았더 라면, 당장 그녀에게 교제 신청을 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녀의 나이가 너무 어리 게 보인다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표정 좀 펴. 아이샤는 웃는 얼굴이 예쁘니까." 물론 안절부절못하고 당황하는 얼굴도 아름다웠지만, 역시 여자는 웃는 얼굴이 좋 아. "그, 그렇게 생각해요? 언니도?" 얼굴이 활짝 펴지더니 붉어진 볼을 두 손으로 감싸고 펄쩍펄쩍 뛰기 시작하는 아이 샤. 그녀가 뭐라고 하긴 하는데, 내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너무 기쁘니 까 내가 외지인이라는 것도 잊고, 자신들의 말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되었 다. 기분이 순식간에 슬픔에서 기쁨으로 바뀌는 변덕스러운 아이. 언제 또 얼굴을 찌 푸릴지 모르는 아이. 하지만 그 모습은 결코 밉지 않았다. 그녀의 말 가운데 담긴 감 정을 느낄 수 있었으므로. 나는 그녀가 두 손을 모으고 웃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 다. 잠시 그렇게 웃으며 뛰던 소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 공룡 농장에 가 봐요." 후기)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결국 몇 번 고친 것인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 다. 이미 레이니의 이야기는 머릿속에 들어있건만, 그 안에서 끄집어내는 것은 이렇 게 힘들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8 09:48 조회:92 공룡 판타지 12-208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2) "모래바람이 멎은 것 같아." 바람 소리가 이제 들리지 않는다. 천막이 날려가지 않은 건, 다행한 일이다. 달갑지 는 않지만, 저 엘프 소녀의 방어막 덕분이란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힘으로 했어야 했을까.' 왠지 모르게, 저 엘프는 세이브를 경계하고 있다. 역시 그녀는 이 아이의 정체를 안 것일까. 하지만 인간에게 해를 끼칠 존재는 아닌데. 그럴 생각이라면 벌써 그들은 그 렇게 했을 테지만, 그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자아가 존재하지 않았다. 설령 있다고 해도, 저 아이처럼 순진할 뿐. 결코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지나친 경계야. 엘프들은 아직도 그들을 악마로 경계하고 있어.' 내 생각으론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마법사 중에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없다. 누가 일부러 마법의 힘을 주는 존재들에게 손을 대겠는가. 귀찮은 일만 생길 뿐인데. 만약 엘프나 드워프들이라면 혹시 모르지만, 내가 알기로는 그런 짓을 한 자는 없었 다. 적어도 여태까지는. '있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도 않았을 테고.' 나는, 혹시 몰라 마법으로 감시의 눈을 뻗쳤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느끼며, 나는 내 옆에 있는 세이브와 엘프에게 말을 걸었다. "출발해야겠군. 일어나. 세이브." 하지만 내 품안에 안긴 세이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으으응..... 내 알로사우루스구이....." 꿈을 꾸는 모양이다. 단순한 기계가 아니니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처음 본 사 람이 이 아이를 사람으로 착각하더라도, 그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겉으로 보든 속으로 보든 그녀는 귀여운 여자아이였으니까. 다만, 한 가지의 차이를 제외하 고는. "세이브. 일어나." 그녀를 흔들어본다. 그러나 잠에 빠진 아이를 깨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어 나지 않는 그녀.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미안해. 네 잠을 깨우고 싶지는 않았는데. "얘. 일어나 !" 주먹으로 그녀의 머리를 친다. 좀 심하기는 하지만, 그녀가 부상을 입을 정도는 아 니었다. 깜짝놀라 금새 일어나는 세이브. "잉. 까만 언니, 너무해." 너무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깨어나지 않으면 내가 마법을 직접 사 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약간의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시간이 더 걸리거나 육체적으로 부담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막에서 마법을 사용하려면 나만이 알고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저 엘프가 있는 곳에서 마법의 비밀을 알려주고 싶지 않 다는 생각도 작용한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아이를 깨운다면 그럴 필요도 없고, 이 아이도 자신이 밀크를 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어머. 또 밀크라고 불러 버렸네. "출발하자. 아무래도 네 힘이 필요할 것 같아." 그 애가, 사막에서 물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 사막에서 물을 넉넉하게 사 용하는 곳은, 과거에 드워프 부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저수지가 있는 그 오 아시스 뿐이었다. 그 마을 이름이..... "이 마을 이름이 뭐지?" 그러고 보니 이 마을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여태까지 그것을 묻지 않은 나도 한 심하긴 하다. 아이샤가 내 질문을 듣자,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약간 어두운 표정으 로. 혹시 내가 물어선 안 될 것을 물었나? 걱정을 하려는 나를 보며, 아이샤가 말했 다. "붉은 바위. 그게 이 마을의 이름이에요." 무슨 이름이 그래?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붉은 색 바위는 한 조각도 보이지 않 았다. 땅바닥에 있는 돌들 중에서, 붉은 빛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왜? 고개를 갸 웃거리는 내게, 그녀는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아까와는 달리, 좀 진지하게. "이 마을은 사막에서는 보기 드물게, 물이 많은 곳이에요. 천연적인 샘이 있는 곳은 이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으니까. 그래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을을 얻으려 고 싸웠고, 그 피가 마을 입구의 바위에 묻어서 바위가 붉게 되었어요. 너무나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 바위는 붉은 빛을 띄게 되었어요. 사막에서는 비가 오는 경우가 드물어서, 씻겨내려가기 힘드니까요. 그래서....."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그녀. 그럼..... 혹시..... 아까 들은 말이 생각났다. 그녀 의 부모님이 이 마을로 들어오는 물을 정화하는 장치를 만들었다고. 그럼..... 혹시 그분들도.... 내 머리가 그녀의 머리에 닿자,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는 마을의 정경이 펼쳐졌다. "와아아아아."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며 검을 들고 싸운다. 마을로 공룡들을 타고 습격해온 수많은 베드윙족들이 사람들을 벤다. 검으로 베인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러진다. "이 놈들 !" 도끼를 들고 베드윙들의 공룡을 베어버리는 드워프. 그의 도끼를 막는 자는 없었다. 그런 그의 등뒤로 다가서는 베드윙. 그 화살이 드워프에게 날아간다. 쓰러진 드워프의 옆에서 통곡하는 드워프 여인과 딸. 드워프 여인이 마을 앞의 호수에서, 마을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바퀴 모양의 손잡 이를 돌린다. 호수로 쏟아져들어가는 물. 옆에서 기뻐하는 소녀. 쓰러진 드워프 여인의 옆에서 우는 소녀. 내가 눈을 떠보니, 내 앞에는 아이샤의 얼굴이 있었다. 슬픔을 참느라 고통스러워하 는 모습. 나는 그녀를 안아 올렸다. 내가 그녀의 부모님을 되살릴 수는 없지만, 적어 도 슬픔을 나눌 수는 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 잠시동안 그대로 있었다. 나와 같은 고아. 하지만 밝음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아이. 나는 그녀의 얼굴을 몇번 이고 쓰다듬고 있었다. 아까까지 걷던 길을 그대로 걸으면서. "여기서 붉은 바위 마을까지 가려면, 네가 좀 도와줘야 해. 아무래도 여긴 사막 안 이니까, 내가 마법을 쓰려면 네 도움이 필요해." 만약 그 애가 살아있다면, 감지 마법으로 파악한 방향이 맞다면, 그리고 그 마법검 이 정말로 주인을 버리지 않는다면 아마 그녀는 그 마을로 갔을 것이다. 어쩌면 가다 가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고 싶어도, 여기는 사막의 깊 은 곳. 함부로 마법을 쓰는 것은 위험했다. 세이브의 힘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그리 고, 그녀의 방향이 짐작가는 이상, 굳이 탐지마법을 쓸 일은 없다. 내 의사를 알아차 린 세이브가, 얌전히 눈을 감았다. 허락했다는 의사다. 나는 그녀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마법 주문을 외웠다. "플라이(fly : 비행주문. 상태변화 마법 5레벨과 원소마법 4레벨을 동시에 사용) !" 나와 세이브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엘프 소녀는 옆에서, 나와 세이브를 왠지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세이브를 의심하는 건가?' 하긴 의심할 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로서는 세이브를 의심하는 것이 불쾌하게 보였다. 그녀를 수리한 사람이 나 자신인 이상, 저 엘프의 생각은 결국 날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뭐, 신경쓰지 말자. 엉뚱한 짓 하면 쫓아내면 되는 것이고, 지금은 밀크를 구하는 게 우선이니.' 밀크가 아니라 레이니지만, 그래도 내 머릿 속에서는 그녀를 밀크와 동일시하고 있 었다. 단지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밀크가 그렇게 아꼈던 아이였으니까.' 정확히 따지면 그 쪽이었을지도 모른다. 밀크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내 여동생에 대 한 사람의 대리만족. 하지만, 밀크가 생전에 아껴주었던 아이이니, 내가 잘 대해준다 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그것이 그 아이에 대한, 언니로서 다 하지 못했던 속죄인지 도 모르니. 나와 세이브는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저 아이, 분명히 마법의 근원체야.' 내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져가고 있었다. 만약 저 아이가 바로 '자아를 가진 악마'라 면..... 이 세상에는 재앙이 닥칠 것이다. 그것이 현실로 굳어지기 전에, 나는 그녀 를 죽여야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하자.'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사막에서 고생하는 레이니 언니에게 가는 것이다. 나는 정 신을 집중시킨 다음, 내 몸안의 작은 원자들 일부를 지목했다. 영혼의 힘으로 원자의 내부 구조를 지탱하는 힘, 원자핵을 묶은 힘을 강제로 뽑아냈다. 힘이 사라진 원자핵 이 붕괴되기 직전, 이번에는 양자와 중성자를 묶은 힘을 억지로 뽑아내 버렸다. 강력 이 강제로 사라지게 되자, 쿼크 상태가 된 물질들이 다시 결합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을 향해 이번에는 거대한 힘을 강제로 주입시켰다. 비정상적인 에너지 상태에서, 쿼크는 그대로 붕괴되어 에너지화했다. 이런 반응이 차츰차츰 진행되어 갔고, 인간의 시간으로는 너무나 짧은 시간. 단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내가 원하는 만큼의 에너지가 확보되어 있었다. 힘 자체를 다루는 힘. 물질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 자체를 다루는 기술. 그것이 엘프 마법 9레벨의 정체였다. "자. 그럼." 나는 그 거대한 에너지를 이용해서, 내 몸을 허공에 띄웠다. 내 몸이 하늘로 날아가 기 시작했다. 언니가 있는 동쪽을 향해서. - 계속 - 후기)이번 에피소드도 지난번처럼, 고생스럽군요. 왠지 모르게 읽어볼수록 어색해지 는 바람에, 손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조회수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좀 신경쓰 이는 것이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조회수에 눈이 시뻘개진 자신의 모습이 상상되어 서, 제 자신이 추하게 보이기도 하네요. 그리고, 영혼의 힘에 대해 설명을 하려다가는 몇 페이지는 잡아먹을 것이고, 그걸 다 보여드리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는 불필요한 고로.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지 않았 습니다. (자신의 게으름 때문이 아니고?)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0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19 19:51 조회:72 공룡 판타지 12-209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3) "이, 이젠 괜찮아요. 언니." 아이샤의 눈물을 닦아 주고, 나는 그녀와 같이 걸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했지 만, 역시 내 걸음을 따라오지 못한다. 잠시 그 자리에 멈추어 서서 그녀를 기다리는 나. 그녀는 힘겹게 내 뒤로 걸어왔다. 얌전한 소녀로 있으려고 달리는 것을 참는 모 습이 눈에 보인다. "언니." "왜?" 밝은 목소리를 내려고 애쓰면서, 그녀는 내게 물었다. "언니의 이름이 뭐에요? 전 아직도 언니 이름을 듣지 못했는데." 그, 그런가? 나는 내 자신의 무지를 탓하면서, 이름을 말해 주었다. "레이니. 일단은 레이니라고 불러. 나와 동행했던 남자는 파란이라고 하고." 굳이 내 정체를 밝힐 이유는 없겠지. 내 이름을 알았다가 체서들에게 쫓겨 다니는 일이 생기면, 내가 미안해진다. 그녀에게 받은 은혜를 갚지는 못할 망정, 고통을 하 나 더 안겨주고 싶지는 않았다. "레이니..... 레이니....." 내 이름을 되뇌이는 그녀. 하지만 그렇게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역시 그녀의 부모 님을 생각나게 해 버리는 탓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는데. "언니. 그거 본명 아니지요?" 덜컥. 어, 어떻게 알았지? 놀라 당황하는 내게, 그녀는 속삭인다. "언니가 저에게 그 이름을 말하면서, 왠지 모르게 슬픈 눈을 하고 있었어요. 저에게 말을 못할 이유가 있는 듯." 덜덜덜덜. "하지만 악의는 없었으니까, 그냥 그 이름으로 부를께요. 레이니 언니." 내게 웃어보이고 달려가는 그녀. 역시 난 거짓말하는데에는 익숙하지 않은 건가? 평 시였다면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지금의 내게는 중대 문제였다. 자신을 감추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면, 체서들로부터 몸을 숨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므로. 무엇보다도 지금은, 이 마을에 들어올 때 몸의 마력을 전부 없애버린 상태가 아닌가. 라 브레이 커에게 물어볼 상황이 아닌 이상, 내 몸은 스스로 지켜야 했다. 갑자기 나를 덮치는 무거운 부담감. 그동안 내가 라 브레이커와 아르메리아에게 얼마나 의지했는지, 절실 히 깨닫고 있었다. 검 손잡이를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사라졌다. '만약 위험하면, 검이 도와주겠지.' 녀석은 봉인당한 게 아니라 지금 숨을 죽이고 있는 것 뿐이니. 나는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아이샤의 뒤를 쫓아갔다. "여기가 어디야?" 마을의 가장자리에 가서야, 그녀는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물론 내 걸음으로 그녀의 뒤를 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나는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높은 울타리들. 그리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울음소리?" 분명히 공룡들이 그 안에 있다. 아이샤가 자랑스럽게 내게 몸을 돌리며 말했다. 손 을 앞으로 뻗어 나를 잡고서는. "우리 마을의 자랑, 공룡 농장에 온 걸 환영해요. 언니."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울타리 안에 보이는 공룡들은, 내가 전에 본 적이 없는 녀석들이었으니까. 저것은..... "세상에. 갑옷을 입은 공룡이 있다니....."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내가 본 적이 없는 괴이하게 생긴 공룡의 모습이었다. 등을 뒤덮은 갑옷은 거북의 것과는 좀 다르고, 차라리 도마뱀의 등에만 천 모양의 가죽갑 옷을 덮은 것 같다고 할까? 작기는 해도 등에는 무수한 뿔도 솟아있다. 돌기라고 해 야 할지는 모르지만. 몸 길이는 그리 크지는 않았다. 약 2미터 정도? 하지만, 그 괴 상한 모습은, 나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녀석을 바라보기만 하는 나를 보며 미소 짓는 아이샤. "우리 농장에서 키우는 녀석들이에요. 이곳의 기후가 그렇게까지 각박하지 않기 때 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이곳의 기후가 각박하지 않다기보다는, 아이샤의 부모님들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고 보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사막에 물을 끌어들여 호수를 만든 그분들의 정성에 의해, 이것이 만들어진 것이다. 새삼스럽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로 듣던 것 과 눈으로 보는 것은, 과연 느낌이 틀렸다. 그녀에게 왼손을 잡힌 채, 나는 농장 안 으로 들어갔다. 울타리에 난 길을 따라 걷는 내게, 수많은 종류의 공룡들이 무리지어 걷고 있었다. "도대체 저 공룡은 뭐니?" 등에 골판이 난 공룡은 본 적이 있지만, 갑옷을 입은 공룡은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살던 곳이 섬이라서 공룡의 종류가 다양하지 못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지만, 그걸 감안해도 저건 좀 심했다. 세상이 넓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인식되는 순간이었다. "아. 저건 말이에요. 네 다리로 걷는 공룡의 일종이에요. 골반뼈로 분류할 경우 조 반류라고 하고, 그 중 곡룡류에 속하는 애들이에요. 몸 전체가 갑옷으로 덮여 있고, 심지어 눈꺼풀까지 뼈가 있어서, 완전에 가까운 방어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보통 여 기서는 마을을 지킬 때 사용하고 있어요." 하긴. 눈까지 보호된 놈들이라면 전투에는 제격이겠지. 그런데, 좀 사납지 않을까? 녀석이 입을 벌리자, 작은 이빨들이 드러났다. 그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안심이 되었 다. 얼마전에 본 거대한 알로사우루스의 입안과 비교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던 것이다. 저 녀석, 초식공룡이었나? 내 눈을 쫓아가던 아이샤가 웃었다. "먹이를 달라고 하네요. 그런데 오마르는 어디 있더라?" 고개를 돌릴 필요도 없었다. 오마르는, 나를 향해 입을 벌린 공룡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으니까. 그의 뒤쪽에, 나뭇잎들이 무수히 쌓여 있었다. 잎이라고 하기에는 잎이 너무 크고 흐늘흐늘했지만. 혹시 윌위치아의 잎일까? 사막에서 보았던 그 키작은 식 물들과 비슷한 듯 하다. "어이. 아이샤." 우리를 발견한 오마르가, 아이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이샤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녀석은 아이샤의 옆에 있는 내게는,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그 녀석의 시선은, 정확히 아이샤에게 못박혀 있었으니까. 하지만 달 리면서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면, 좀 곤란한데. 쿵. 오마르가 공룡과 충돌해 쓰러졌다. 저럴 것 같았어. "으......" 자신의 머리를 문지르면서 일어나는 오마르. 그 광경을 보고도 별로 놀라지 않는 아 이샤. 설마, 저 녀석은 언제나 그렇게 행동한 것인가? 보통 저렇게 튼튼해보이는 공 룡과 부딪치면, 머리가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데? 녀석의 머리가 단단한 건지, 아니 면 이제는 공룡과 부딪치는 요령을 습득한 것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녀석은 무사했 다. "너 바보니?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부딪치면서 살래?" "너한테 인사하느라 그런 거잖아 !" "넌 언니에게는 인사 안 했잖아." "그, 그건.... 네가 소개해줄 걸 기대하고서 그런 거야 !" 정겨운 대화. 나로선 접근할 수 없는 아이들의 대화였다. 난 이미 아이가 아니고, 아직 어른도 아니다. 난 아직 중간에서 헤메고 있는 평범한 검사 지망생일뿐..... 하 긴 그것도 이제 포기했지만. 일단 '평범한' 상태까지 돌아가는 게 목표인 여자아이라 고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아이샤는 나를 오마르에게 소개했다. "소개할게. 이 쪽은 레이니 언니. 그리고 언니, 이쪽은 좀 덜떨어진 제 친구, 오마 르에요." 표정관리를 하느라 애쓰면서,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개를 숙이느라 허리가 좀 아프기는 했지만. 그런데, 저 녀석은 왜 저렇게 당황하는 거야? 내 손을 보더니 부끄러워하면서 뒤로 슬슬 물러선다. "아이샤. 여기서는 어떤 인사법을 쓰는 거니?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거라도?" 역시 당황해서 얼굴을 붉힌 아이샤가, 간신히 대답을 해 주었다. "그, 그냥 손만 흔드세요. 우리 마을에선, 남자와 여자가 몸을 맞대려면 결혼해야 하니까....." 대충 알만하다. 저 애는, 자신의 몸에 내 손이 닿을까봐 물러선 것이군. 나는 아이 샤의 말대로, 그냥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마르에게 몸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팔 을 옆으로 뻗은 후, 하늘로 손을 뻗는다. ㄴ 자 모양을 한 내 팔이, 서서히 흔들린 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더운 바람이 느껴지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오마르도 진정을 하고는 손을 흔들어 답례한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한 게 생각났는데. "아이샤. 만약 동성끼리 만나면 어떻게 인사하는 거니?" 그러자, 아이샤가 내게 말했다. "우선 고개를 숙이세요. 저하고 키를 맞춘 다음에 알려드릴께요." 그녀가 시키는 대로 고개를 숙이는 순간. 부비부비. 날 껴안고 서로의 뺨을 비비는 아이샤. 부비부비. 그녀의 뺨의 감촉은 약 간 거칠기는 했다. 역시 아무리 깎아도 수염을 완벽히 제거히는 건 힘든 일일까. 그 러나 그녀의 정성 덕분에, 그렇게까지 따가운 느낌은 아니었다. 잠시 후 뺨에서 떨어 지는 그녀. "보통은 이렇게 해요."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아이샤. 내 뺨이 멀쩡한 걸 보면, 그녀가 얼마나 수염을 열심 히 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웃으면서 아이샤의 얼굴을 쓰다듬는 나. 그리고. "그럼, 농장 구경 좀 시켜줄래?"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샤. 그녀가 눈치를 주자, 오마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세요. 누나." - 계속 - 후기)쥬라기에 갑옷 공룡들이 있느냐.... 참고문헌에 보니, 종류는 안 나오지만 있기 는 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안심하고 넣었습니다. 이왕이면 여러가지를 넣는 게 보 기도 좋고 하니. 그리고, 중간에 잎이 크고 흐늘흐늘한 것은, 윌위치아라는 식물을 보고 넣은 것입니 다. 겉씨식물이고 사막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어넣었거든요. 오래전부터 사막 이 나오면 분명히 넣는다고 벼르고 있었기 때문에, 넣었습니다. 다음 회에 이 녀석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리? 아이샤의 인사법은..... 아랍 지역에선 그렇게 한다고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서요. (이봐요. 거기. 도대체 뭘 기대하는 겁니까. 레이니와 그렇게 인사하고 싶으신 가요?)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0 19:55 조회:124 공룡 판타지 12-210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4) 누, 누나? 약간의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내 겉모습을 생각하며 간신히 마음을 진정 시켰다. 난 지금 여자몸이니, 이런 수모를 당하더라고 잠자코 견디지 않을 수 없다. 으흐흑. 불쌍한 내 신세. 눈물을 삼키고 두 아이의 뒤를 따라가는 나. 주위의 공룡들 을 바라보면서, 나는 사막에서 보낸 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깊은 밤, 모닥불 에 의지해서 밤을 지세웠던 그 날의 일을. '태자님이 깨어나면 이 마을을 떠나야겠지.' 앞으로의 여행길이 좀 고생스러울 듯 했다. 어쨌든 태자님의 체력은 믿을 수 없으 니, 공룡이라도 한 마리 잡아서 태우고 가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이 근처에 공룡이 있다면 그건..... '여기서 공룡 한 마리라도 얻어야 하나.' 날 도와준 사람들의 것을 훔치는 것은, 과거에 내 검을 훔치려고 했던 라이다에 버 금가는 치사한 짓이다. 결국, 공룡을 하나 얻어가려면 농장에서 일을 해 주어야 한다 는 것인데, 그러려면 얼마를 일해야 하지? 그 기간을 계산해 본 나는, 곧 고개를 흔 들었다. 도저히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르메리아는 지금 어디 있을까.'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셀은? 세이브는? 부스트씨는? 그리고 그 혼족들 은? 끝없이 의문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내가 지금 걱정한다고 알 수 있는 일은 아니 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공룡 농장 구경을 계속했다. 아이들이 밝게 웃고 있 었다. 씨잉. 하늘을 가르는 나와 세이브, 그리고 엘프의 그림자가 사막에 비친다. 바람을 일으키 면서 저공을 나는 우리들의 모습은, 아래에서 보면 단지 몇 개의 점으로 비칠 뿐이겠 지만. 참으로 오래간만에 보는 사막의 풍경이었다. 씨이이잉. 내 앞을 가로지르는 엘프.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일까. 아니면 심술을 부린 것일까. 하지만 그녀와 경쟁하려고 세이브를 무리하게 할 수는 없다. 지금은 이런 속도로 날 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벅차니까. 입을 다물고, 오직 비행마법이 깨지지 않도 록 하는 세이브와 나. 그런 우리의 아래에 지나는 무언가. '먼지가 이네? 혹시 모래바람의 전조인가?' 공중에서 그런 걸 만난다는 것은, 그리 좋은 일은 아니다. 급작스럽게 발생한 회오 리에 휘말리면 허공 에서 추락할 수도 있다. 만일을 대비해 피할 각오를 하고, 나는 아래를 쳐다보았다. 신중하게 접근하려는데. "위험해요. 내려가면 안 돼요." 내게 날아오며 외치는 엘프 소녀, 아르메리아. 무언가를 눈치챈 모양이다. 혹시 내 가 지금 본 것과 같은 것을? "저건 사막민족들이에요. 적어도 100여명은 넘는 것 같은데."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저들은 베드윙. 사냥과 습격을 장기로 하는 거친 사람들이 다. 그런데 저들은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와 엘프의 눈이 서로를 쳐다보고, 그 리고 그들이 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언니가 있는 방향이에요." 불길한 느낌이다. 저들이 달리는 속도라면, 앞으로 10분 이내에 마을에 도착할 것이 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땅에 내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만약 마을 안으로 마법을 써서 돌입한다면, 우리는 물론 레이니까지 마을 사람들의 적으로 몰릴 위험이 있었 다. 게다가 세이브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내려가요." 나와 세이브, 그리고 엘프 소녀는 베드윙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멀리 떨어진 곳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 "이번에야말로 '붉은 바위'를 우리 손에 넣는 거다 !" 베드윙 족을 이끄는 남자, 라시드는 목청껏 독려했다. 자신이 탄 공룡이 으르렁거린 다. 혼 족의 씬랍토르와 비슷하지만, 전반적인 모양이 좀 더 갈색에 가까운 종류였다 라시드가 자신의 화살통을 어루만졌다. "흐흐흐. 이번에는 그 '노도'들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거다." 전에 피케이 일당들중 하나인, 드워프 레진에게서 배워둔 기술로 만든 불화살을 시 험해볼 기회였다. 라시드의 수염투성이 얼굴에 웃음이 스쳐간다. 그의 발이 공룡의 배를 걷어찼다. "가자 !" 그들은 '붉은 바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거대한 공룡의 얼굴을 쓰다듬을 기회는 흔하지 않다. 적어도 살아있는 공룡의 얼굴 이라면. 하지만 지금 난 그런 경험을 하고 있었다. 전에 만났던 공룡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온순함. 모처럼 평온한 기분을 맛보고 있었지만..... 뚜우우. 뭐야? 무슨 나팔소리지? 내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에, 주위 사람들이 달려가기 시작 했다. 오마르 역시, 그들을 따라 달려갔다. 나와 아이샤만 남기고. 도대체 왜 저러 지? 무슨 큰일이 생겼나? 그런 생각을 하던 내게, 강렬한 느낌이 덮쳐왔다. 생명력의 느낌이. 이 느낌은? 전에 혼 족들이 가졌던 그 생명력의 느낌과 흡사했는데? 이게 뭐 지? "언니 ! 따라와요 ! 큰 일 났어요 !" 내 손을 잡아끄는 아이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어디선가 들은 듯한 말인데? 잠시 멍해지는 나를 끌고, 농장의 중앙건물로 달려가는 그녀. "어서 '노도'들을 준비해 !" "젠장. 그 녀석들은 질리지도 않는 건가?" "그렇게 지고도 또 오다니." "어디 보자 ! 이번엔 박살내주마." 도적들이라도 나타난 건가? 아니면 공룡들이 무리로 습격을 해오는 건가?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대충 그런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언니 ! 이리 와요 !" "왜 우리만 여기에?"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지하에 숨었다. 농장 건물 아래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나도 몰랐는데. 밖에서 청년 하나가 외쳤다. "여기 잘 숨어있어. 놈들은 우리가 막을 테니까." 쿵. 문이 닫혔다. 나는 촌장님을 찾았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사람들 중 에 내가 아는 얼굴은, 촌장님의 부인과, 자리에 누운 태자님의 모습뿐. 그의 모습은 나를 약간 안심시켰지만, 별로 좋은 것은 아니었다. 어째서 우리가 이렇게 숨어 있어 야 하는가. 적어도 난, 공룡이나 도적들이 나타났으면 저들을 도와, 싸울 힘이 있지 않은가. 내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아이샤가 입을 열었다. "언니. 그냥 자리에 앉아 있어요. 여기서 소리를 내면, 베드윙들이 눈치채요." "베드윙?"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되도록 편한 자세로. 도대체 이 마을을 습격한 자들이 누 군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어차피 여기서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면, 그 거라도 듣는 게 좋을 테니까. "베드윙이란, 이 마을의 물을 노리는 사막 민족중 하나에요. 사막에서 사는 종족들 중 가장 끈질긴 놈들이고요." 이를 갈면서 말하는 그녀. 아마도 그녀의 부모님을 죽인 자는, 그 종족의 인간 중 하나일 듯 했다. 하지만, 차마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 "그 녀석들이 제 엄마를 죽였어요. 라시드 그 녀석을 만나면..... 만나면..... 반드 시....." 어머니의 원수의 이름이 라시드인가? 아이샤는 주먹에 힘을 주고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전 아직 나이도 어려서..... 싸움에는 참가하지도 못하고....." 그러고 보니, 이 지하에 대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어 린아이들이었다. 가만. 그런데 난 왜 여기 있어야 하는거지? 나는 자신의 검을 만지 작거렸다. 나도 이들을 도와서 싸워야 하는게 아닐까?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참아요. 언니가 나가면 안 돼요." "어째서?" 설마, 내가 죽기라도 할까봐 그런 것일까? "여자들은 싸움에 참가하면 안 되니까요." 놀라서 얼어붙는 나.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너도 여자면서. 더군다나, 얼마 있으면 넌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싸울 듯이 말했었잖아. 놀라서 동그래진 내 눈 을 바라보며,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마치 산들바람이 불 듯. "우리 마을 사람들이 싸우는 방식은, 언니가 아까 본 갑옷룡들의 뒤에 타서 돌진하 는 거에요. 갑옷룡들의 두꺼운 갑옷으로 녀석들의 활을 막으면서 밀어붙이는 게 우리 마을의 전투방식이지요. 과거에 엄마가 고안해낸 거지만." "그럼 왜 넌 그 싸움에 참가하지 않는 거지?" 내 물음에 대답하는 그녀. "우리 마을에서는 여자들에게 전투를 시키지 않아요. 여자들은 보호의 대상이지, 싸 우는 전사가 아니라는 게, 이 마을의 오랜 관습이니까요." "..........." 약간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계속 - 후기)눈 앞이 캄캄해지면서도 다 썼다 ! 하하하하하 ! (모처럼 웃고 있다) 오래동안 글을 쓰면, 눈이 피로해지더군요. 역시 글쓰기는 정신적인 면 뿐이 아니라, 육체적인 면에서도 힘든 것이군요.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해서 (하루 연재분을) 마무리하면, 언제나 기분이 좋지요. 물론 끝은 아직 멀었지만, 자신이 또 한 계단을 밟았다는 데 에 만족할 수 있으니까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1 19:35 조회:15 공룡 판타지 12-211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5) 단지 여자이기 때문에 전투에 참가시킬 수 없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관습이 어디 있어 ! 나는 아이샤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그럼, 넌 어떻게 복수를 할래? 네 어머니를 죽인 그 라시드라는 자에게....." 간단한 결론이다. 그녀 역시 '보호의 대상'일 뿐이지, '싸우는 전사'가 아니기 때문 이다. 마을의 관습이 그녀라고 예외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나의 물음에 그녀는 대답 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거침없이 말했다. "만약 마을 사람들이 전투에서 불리해진다면, 난 주저하지 않을 거다." 그걸 마지막으로, 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저 바닥에 누운 태자님을 지키기 위해 서도. 그리고 이 아이의 희망을 위해서도. 그녀가 시무룩해져서 고개를 숙이자, 나는 잠자코 내 검을 잡고 눈을 감았다. 멀리서 촌장님의 부인이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 다. 눈으로 본 게 아니다. 단지 짐작한 것 뿐이다. 싸움에만 신경쓴다면 마력을 몸 안에 풀어넣는 게 효과적이겠지만, 이 마을 사람들은 마법을 싫어한다. 그렇다면, 내 가 과거에 배웠던 검술에 의존해서 싸워야 한다. 나는 내 생명력을 느끼고, 주위의 사람들의 것을 느꼈다. 내 주위는 곧, 힘들의 모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바깥으로 감각을 확장시키자, 마을 사람들과 베드윙들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갑옷룡 노도의 무리가 울부짖는다. 공룡의 등 뒤에 자신을 묶고, 방패로 몸을 가린 마을사람들이 긴장한 채 대기하고 있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크르르르. 씬랍토르의 변종에 올라타고, 마을 외곽에서 멈춘 베드웡들. 이번에는 이 마을을 정 복한다는 결의가, 그들의 눈을 밝히고 있었다. "자. 침착하게 있어야 한다. 오마르." 약간 두려운 듯한 기색은 있었지만, 그래도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오마르. "이기고 돌아와야 해요. 형." 오마르의 형인 하룬이, 겁에 질린 소년을 위로한다. "걱정마라. 우린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돌아올 거다." 자신의 동생을 생각하면서, 하룬은 자신의 창과 활, 그리고 검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았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었다. 그는 눈 앞에 있는 적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그들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모두는 창을 든 것이다. 그러나. "준비해라." 마을 사람들의 갑옷룡들의 무리가 베드윙들이 마을의 동쪽에서 서로 대치한 동안에, 마을의 서쪽에서 한 무리가 접근하고 있었다. 소리도 없이. 화악 ! 마을의 집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건물의 지붕에 날아오는 불화살들. 나무로 만든 지 붕은 불길에 취약했고, 집들은 맥없이 무너졌다. 베드윙들이 쳐들어온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 하룬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동쪽의 베드윙들은 미끼였던가? 아니면 그들 외에도 다른 부족들이 동시에 이 마을에 쳐들어온 것인가. 자신의 주위에 선 사람들이 당황 하는 모습이, 그 자신을 동요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두면 마을은 모두 불타버릴 것이 다. 그렇게 되면..... 안절부절 못하는 마을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뒤에서 떨어진 호령. "당황하지 마라. 집은 다시 지으면 되는 것이다 !" 마을 촌장인 마르완의 꾸짖음에, 모두들 정신을 차렸다. 가족들은 모두 무사히 대피 하지 않았는가. 집은 다시 지으면 되고, 자신들은 지금 그들이 서 있는 이곳, 가족과 농장과 논밭과 물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다시 평정을 되찾는 사람들. "넘어가지 않는군." 라시드는 낭패한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베드윙 족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그들은 이 정도로는 자신들의 요새를 버리고 뛰쳐나오지 않는다. 밖으로 나오면 그들이 불리하 다는 것을 알기에. 아무리 그들이 열심히 훈련을 했다 해도, 결국 그들은 오아시스에 서 사는 농경민이고 자신들은 유목민인 것이다. 공룡을 다루는 솜씨에서는, 아무래도 자신들을 따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견고한 담장으로 보호되는 저 요새에 들어가 있다면, 문제는 다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들의 자유를 묶고 있는 꼴이지." 공룡을 키우는 농장은, 공룡들의 탈주를 막고 베드윙같은 사막의 약탈자들로부터 몸 을 지키기 위해, 견고한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것을 파괴하기는 쉽지 않았다. 적어도 창이나 칼, 활로 부서질 것이 아니기에. 그 전에 몇 차례나 그들의 공격이 실 패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 그걸 준비시켜. 놈들에게 선물을 해 주는 거다."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화살촉이 달린 화살이, 활에 매겨졌다. 베드윙들 이 활을 허공으로 쳐들었다. 쉭. 쉬쉭.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 화살들은, 꼬리에서 불을 뿜으며 날아갔다. 그리고, 포물선을 그리며 성 안으로 떨어졌다. "뭐야 ! 화살이 어떻게 여기까지?" 베드윙 족들의 활은 그렇게 사정거리가 긴 것이 아니었다. 혼족들의 활은 특별한 제 작법을 이용해 두 개 이상의 재료를 사용한 것으로, 탄성이 매우 강해서 멀리까지 화 살을 쏘아보낼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저들의 활은 그렇게까지 강한 것이 아니었 다. 마을 사람들이 가진 활과 비교해서, 특별히 나은 점이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조 금 더 나은 정도이고, 그런 점을 감안해서 방어벽을 쌓아두었다. 화살이 그 방어벽을 넘으려면, 화살을 쏘는 자가 농장에 충분히 접근해야 하고, 그러면 즉시 화살로 그를 쏘아 죽일 수 있었다. 그렇다고 멀리 떨어져서 화살을 쏘면, 성벽이라고 해야 할 담 장을 넘지 못하고 중간에 떨어지거나 벽에 꽂히고 만다. 그래서 여태까지는 안심하고 있었는데..... "막아라 !" 모두들 자신의 방패를 들었다. 갑옷룡의 갑옷과 자신들의 방패라면, 이 먼 거리를 날아온 화살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더 긴 거리 를 날아오는 화살을 보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저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자 신감이 있었다. 자신들이 만든 방패는, 가까이에서도 저들의 화살을 막을 수 있는 물 건이 아닌가. 그러나 그 화살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화살이 방패에 닿는 순간. 퍼엉. 폭발을 일으키면서 사람을 땅에 내동댕이쳤다. 갑옷룡 노도의 등에서 떨어진 사람에 게 다시 화살이 날아들었다. 화살이 그의 머리에 꽃히는 순간, 그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다. 순식간에 성 안은 아비규환의 현장으로 변했다. "이러다가는 전멸당합니다 ! 어서 성 밖으로 출격을....." "안 돼 ! 너무 위험해 !" 그러나 촌장의 말은, 이미 젊은이들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대로 성 안에서 일방적으로 화살을 맞고 죽어가는 것 보다는, 차라리 밖에 나가서 싸우는 것이 더 유 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농장을 두른 성벽 밖으로 나갔는지는 모르지 만, 하룬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노도를 몰고 성 밖으로 나가는 젊은이들의 대열에 끼어들었다. "이 놈들, 두고 봐라." "나왔군. 나왔어. 역시 화약을 넣은 화살은 쓸만하군." 라시드는 웃었다. 성을 공략하는 기술이 부족한 자신들의 약점을 노린 '붉은 바위' 마을의 사람들은, 성으로 농장을 감싸고 물을 보호하는 한편으로, 활이 먹히지 않는 갑옷룡으로 자신들이 지치는 순간을 노려 역습을 가해 왔었다. 그 수법에 말려들어 몇 차례나 패한 과거의 경험이, 그를 더욱 통쾌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예정대로 실시한다." 라시드는 손을 흔들었다. 베드윙들이 화약을 넣은 화살을 화살통에 넣고, 보통 화살 을 꺼내 들었다. 화살이 일제히 날아갔다. 팅. 팅팅. 팅. 화살들은 갑옷룡의 눈에 맞았지만, 두꺼운 갑옷을 관통하지 못했다. 갑옷룡의 눈에 맞은 화살조차도, 눈꺼풀뼈에 맞고는 땅아래로 떨어진다. "놈들은 이제 그 화살이 떨어졌다. 모두 죽여라 !" 하룬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탄 수많은 갑옷룡들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돌진해 나갔다. 일제히 흩어져서 달아나는 베드윙들. "감히 우리 마을을 노리고 오다니. 어림없는 수작이지." 하룬은, 자신의 창을 휘두르며 베드윙들을 찔러 죽이려고 했다. 그를 노리고 날아오 는 화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창을 뻗었다. 베드윙 하나가 뒤쳐지다가 그의 손에 걸려들었다. "아악 !" 등에 창을 찔린 채 나가떨어지는 베드윙. 공룡에서 떨어진 그를 본 하룬의 눈은 곧 매섭게 변했다. 하룬은 자신의 공룡을 몰아 베드윙 족의 몸 위로 노도를 달리게 했 다. "아아아아악 !" 노도의 발 끝의 물컹하는 느낌이 그의 몸에까지 전해졌다. 사람도 아닌, 짐승만도 못한 존재를 그가 죽인 것이다. 그의 피가 대지에 뿌려지는 것과 동시에 더러운 베드 윙의 영혼을 정화한 것이라고 하룬은 믿었다. - 계속 - 후기)정말 어려웠습니다. 고치고 또 고치는 건 이제 일상사이지만, 이번에는 좀 오래 걸렸네요. (도대체 며칠 걸렸지? 또 3일?) 규모가 큰 전투라는 것은, 확실히 1대 1의 마법 전투와는 다르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2 20:04 조회:62 공룡 판타지 12-212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6) "전부 침착하라. 놈들을 마을에서 끌어내야 한다." 라시드의 지시에 따라, 베드윙들은 서서히 마을에서 벗어났다. 사막으로 달려가는 베드웡들. 그리고 그들을 쫓는 마을 사람들. 공룡들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사막의 모 래바람을 연상시켰다. "쏴라 !" 마을 사람들이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흩어져서 달아나는 베드윙들에게는 잘 맞지 않았다. 극소수가 화살에 맞아 공룡의 등에서 떨어졌다. 등 위의 사람을 잃은 씬랍토 르들이 사막으로 달려갔다. "중지. 중지." 하룬이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베드윙들이 멀리 사라진 후였다. 젊은이들은 자신 들이 베드윙들을 이겼다는 사실에, 탄성을 질렀다. "우리가 이겼다 !" 기뻐하는 청년들. 그러나 그들의 머리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하룬은 손으로 모래를 가리다가,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베드윙들을 추격하느라 마을에서 너 무 멀리 떨어진 것이다. 그리 심한 바람이 아닌데도 마을이 안 보일 지경이라니. 하 룬은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고, 마을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 베드윙들이 자신들을 포위해 버린 것이었다. 거리가 떨어져서 잘 보이지 않지만, 그 들은 자신들을 비웃고 있었다. "끝내 버려." 라시드의 손이 떨어졌다. 베드윙들이 일제히 화약을 넣은 화살과 활을 들었다. "!" 이건 좋지 않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 베드윙이란 종족들을 쫓아 농장 밖으로 나갔 다가..... 그 다음에는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듯 보였고.... 하지만 눈이 아니라 느낌 으로 사태를 보는 내게는, 베드윙들이 후퇴하는 척 하면서 점차 대열을 넓히는 것이 느껴졌다. 부채꼴 모양으로 확산된 베드윙들은, 마을 밖까지 사람들을 끌어낸 후에 직사각형의 대열을 끈 모양으로 서서히 바꾸어서 마을 사람들을 묶어 버린 것이다 ! "이런 ! 저러다가는 다 죽겠어 !" 나는 검을 차고는 일어섰다. 이대로 가면, 마을사람들 대다수는 죽게 될 것이다. 이 곳의 관습을 존중해줄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나는 즉시 지하의 대피소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잠깐만요." 아이샤가 내 다리를 잡고 늘어졌다. "이거 놔. 지금 큰일났어. 내가 지금 가서 돕지 않으면 이 마을 사람들은....." 그러나, 그녀의 눈은 굳은 결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가면 안 돼요. 그래도 가려면....." '나를 밟고 가라.'든지 하는 말을 하려는 건가? 나는 그녀를 기절시키고서라도, 밖 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할 게 아닌가. 마을의 장래를 책 임질 청년들이 다 죽어버리면 이 마을은 끝이다. 태자님을 치료해주고 나를 도와준 그들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그런데 너는 왜? 내 눈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쉭. 쉬쉭. 수많은 수의 불화살들이 날아왔다. 꼬리에서 불을 뿜으며 날아온 화살들이, 일제히 친구들의 머리 위에서 태양처럼 변했다. 죽음의 태양 앞에 선 친구들은, 차례로 불타 쓰러졌다. 노도들이 날뛰고, 형제들이 짓밟혔다. 하룬은 그 상황에서도 탈출을 시도 했지만, 가는 곳마다 베드윙들이 화살을 날렸다. 몇 번인가 몸을 피했지만 결국, 자 신의 노도에 화살이 날아왔다. 그리고 명중했다. 콰앙. 그의 몸이 모래 위로 나가떨어졌다. 하룬은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떨어질 때 다 리가 부러졌는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필사적으로 기어서 칼을 집는 하룬. "이, 이대로 죽을 수는 없........" 이미 그의 머리는 피로 물들어 있었다. 자신이 죽인 자의 피가 아니라 그 자신의 피 가. 하룬은 다리를 질질 끌면서 자신의 노도에게 기어갔다. 노도는 쓰러진채 눈을 감 고 있었다. 폭발로 인해 오른쪽 다리 2개가 모두 사라졌고, 몸은 엄청난 양의 피를 쏟고 있었다. "이...........일어.........일어나........" 그러나, 노도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룬은 노도의 등껍질을 잡았다. 가시 하나에 찔 려 오른손이 피로 물들었지만, 그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손에서 서서히 힘 이 빠져나가면서, 그는 주저앉았다. "이.........일어..........어나야.........해....." 하룬은 자신과 노도의 피 속으로 미끄러져 갔다.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죽었다. 이제 움직이는 사람들은 10명 정도일까? 라시드는 만 족스런 보고를 듣는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그의 웃음은 곧 사라졌다. "모두 죽여라. 노예로 팔 사람은 여자와 애들로 족하니까. 저것들은 남겨두어봐야 방해만 된다. 하나도 살려두지 말고 죽여버려." 검을 들고 공룡에서 내린 베드윙족들이, 노도와 인간들의 시체들 사이에 살아남은 마을 젊은이들을 죽이려고 다가갔다. 이제는 화살을 쓸 필요도 없었다. 이미 움직이 는 자는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러나 죽은 척하는 자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는 나중에 자신들에게 복수를 하러 올 것이다. 피의 원한은 피로 갚는 것이, 사막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관습이므로. "아악 !" 비명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라시드는 그 기분을 음미하며 뒤를 돌아보았 다. 이제 마을을 점령하고 노예들을 수집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들의 물과 노예들은, 베드윙 족들의 전리품이 되리라. 베드윙들에게 마을로 진격하라는 말을 하려는 그의 눈에, 불쾌한 피보라가 몰아쳤다. 그것은. "저, 저 계집애들은?" "마을이 불타고 있잖아?" 나는, 순간적으로 주저앉을 뻔했다. 밀크가 여기 있을텐데.... 마을이 불타다니. 혹 시 그 애가? 당황하는 내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세이브. 나는 즉시 세이브의 어깨에 손을 얹고 밀크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언니는 살아있어요." 침착한 엘프, 아르메리아의 목소리가, 나를 제지했다. 무슨 소리인가. 나는 순간적 으로 생명의 힘을 느껴 보았다. 확실히 그 애의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저기는 베드윙들이 있는 곳인데?" 어째서 그녀가 그들과 싸우는 것이지? 그녀의 주위에 달려드는 베드윙들이 나가떨어 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와 엘프, 그리고 세이브의 눈이 마주쳤다. "가자 !" 아르메리아, 나, 세이브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여긴 위험하다고." 베드윙 한 명을 베어넘기면서, 나는 아이샤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그보다 언니가 더 위험하지 않아요?"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베드윙 하나를 잘라버리는 아이샤. 그런데 보기보다 괴력을 가졌네? 나는 이 판에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너 보기보다 힘이 세다? 그렇게 큰 도끼를 들고." 싹둑. "언니도 마찬가지면서 뭘 그래요? 그렇게 거대한 대검을 들고 휘두르면서." 으직. "차라리 얌전히 숨어있지 그랬어. 여자는 전투에 참가하면 안 된다고 한 게 누구 지?" 콰직. "나이가 되면, 마을을 떠날 생각이었어요. 이곳에선 여자애가 도끼를 휘두르는 걸 싫어하니까. 하지만 뭐, 좀 일찍 떠나야 하게 될 것 같네요." 와직. "하긴 그래. 여자애가 도끼라니, 좀 안 어울린다. 얼굴은 귀여우면서 말야." 번쩍. "언니는 어떻고요? 도대체 그 허리로 어떻게 몸을 지탱하는지." 파악. 나와 아이샤는,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천천히 걸어가면서 검과 도끼를 휘둘 렀다. 이 아이, 처음에 나와 같이 싸우겠다고 할 때는 솔직히 걱정이 되었지만, 지금 보니까 의외로 실력이 좋다. 아마 그녀의 부모님의 유품이라고 생각되는데, 저런 거 대한 도끼를 자유로이 휘두르다니. 아무리 드워프들이 가볍고도 견고한 무기들을 잘 만든다고 들었지만 저렇게 뛰어날줄은..... 나는 내 앞으로 달려오는 베드윙을 베어 넘기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 도끼쓰는 기술은, 역시 부모님에게 배운 거니?" "예.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르쳐주셨어요. 이 마을에서 떠나 고향으로 돌아갈 때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도끼를 휘두르는 모녀라. 좀 살벌하군. 나와 아이샤는 베드윙 족들을 하나씩 베어넘 기면서 걸어갔다. 가장 화려하게 치장을 한 녀석이 아마, 이 종족의 족장 쯤 되겠지. 그 녀석만 죽이면, 갇혀있는 마을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다. - 계속 - 후기)억 ! 어느새 하루치를 다 썼다 ! 저도 놀랐습니다. 안 될 때는 며칠을 걸려도 안 써지던 게, 잘 될 때는 이렇게 빨리 되다니..... 언제나 이러면 좋겠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3 19:17 조회:23 공룡 판타지 12-213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7) "저 계집애들, 보기보다 강하군." 베드윙 족들과 검으로 맞서서, 저렇게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자는 거의 없다. 라시드를 비롯한 전사들이, 그녀들을 얕보았던 게 실수였다. 이미 베드윙들은 두 여자를 포위하고 있었지만, 먼저 덤비는 사람이 없었다. 활로 죽이기에는 너무 가 까운 곳까지 접근하게 허용한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다. 마을에서 만약 증원이 나왔 다면, 필히 갑옷룡의 대군일 것이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하지만, 겨우 두 명이 반격 하러 나왔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들이 폭음 사이로 조용히 접근한 것도, 원인 이라면 원인이었다. 크워어어. 마을을 둘러싼, 아니 농장을 둘러싼 담장의 문이 열리고, 갑옷룡들이 쏟아져나왔다. 드워프가 만들어낸 저 성벽을 파괴할 정도의 무기는, 우리에게 없었다. 물론 저들을 전멸시킬 수는 있지만, 상대는 그 마르완일 터이다. 지금 전멸당한 애송이들처럼 만 만한 상대는 절대 아니다. 적어도 그 늙은 촌장은, 쉽게 속여먹을 수 있는 상대는 아 니다. 게다가. "이 두 계집애들을 처리하는 게 순서지." 문제는, 대검을 든 저 여자아이였다. 라시드의 눈으로 보기에, 도끼를 든 계집애는 그리 강한 상대가 아니었다. 다만 그 힘 때문에 베드윙 족들이 당황하는 것일뿐, 침 착하게 급소를 노린다면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옆의 초록색 머리의 여인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별로 나이들어보이지 않는데, 저런 검술을 익힐 수 있었다니. 상당히 수련을 한 모 양이군." 라시드는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검에 여자의 피를 적셔볼 좋은 기회라고 생 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마을의 겁쟁이들은, 자신들의 불화살이 무서워서 이쪽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어리석은 결정을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쓸 어버릴 수 있었다. "마을 녀석들을 없애버려라." 베드윙들 일부가, 마을을 향해 다시 화약이 든 화살을 쏘았다. 이쪽으로 오려던 갑 옷룡들 일부가 폭발에 의해 핏덩이가 되었다. 주춤한 마을 사람들에게 활을 쏘며 달 려가는 베드윙들. 마을 사람들이 활로 대항했지만, 아무래도 싸움에 익숙한 베드윙들 의 활솜씨가 더 우월했다. 더군다나, 그들의 화살은 위력이 다르지 않은가. 마을 사 람들이 황급히 성문을 닫고 숨어버렸다. 화살이 다시 성 안으로 날아들었다. "안 돼 ! 레이니 양이....." "위험합니다. 당신은 몸도 성치 않으면서." 불화살들이 날아와 주위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며 지하실 밖으로 나오던 유 로 제국의 태자 파란은, 주위 사람들에 의해 다시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파란이 있던 자리에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런 !" 베드윙들이 마을을 공격하는 것을 본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와 아이샤 의 힘만으로는 역시 베드윙들 모두를 상대할 수 없었다. 기껏해야 10여명 정도만 맡 을 수 있을 뿐. 게다가 이제는 그들도 조직적으로 우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몇 명을 벨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 몸을 지키기에도 버거웠 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이샤가 아직 전투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 다. 차라리 혼자 싸운다면 이렇게 대치만 하고 있지는 않을텐데. "이야압 !" 아이샤를 향해 날아오는 검을, 내 검으로 튕겨냈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샤의 도끼 가, 그녀를 노린 검을 간신히 막아냈다. 그녀의 도끼에 부딪치지 않게 검을 치우는 베드윙들. 그러나, 도끼는 길이가 짧은 데다가, 그녀 자신의 실전경험이 너무 부족했 다. 그녀가 아직도 버티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천부적인 드워프의 힘 때문이었다. 정면으로 그녀의 도끼와 부딪치면 검이 부러지거나 손에서 날아가 버리므로, 베드윙 들이 접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있을까. 베드윙 몇 명이 우리를 겨누어 활을 들었다. 큰일이다. 여기서 만약 나와 아이샤가 당한다 면..... 지금 불타는 마을을 구할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저들을 당할 수 없으니까. '차라리 마법을 사용해볼까?' 그렇게 하면, 일단 저들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막에서는 마법이 먹히지 않 는다지만, 그날 밤에 알로사우루스를 상대할 때에는, 분명히 마법이 발동되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내 경우는 마법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것을 이용한다면....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그 뒷일은?' 이 마을 사람들은 마법사를 싫어하지 않는가. 그래서 이 마을에 들어올 때 라 브레 이커도 마력을 숨겼던 것이고. 순간적으로 망설이는 나. 그리고 그 순간. 쉬잉. 베드윙들의 화살이, 나와 아이샤를 노리고 날아왔다. 나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 다. 내 의지에 따라, 마력을 라 브레이커에서 꺼내면서, 아이샤를 안고 몸을 날리려 는 순간. 파앙 ! 강력한 힘이, 화살들을 모두 박살내 버렸다. 뭐지? 난 아직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는 데? 놀란 내 눈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르메리아와 셀이었다. 그리고 세이브도. "밀.....레이니 !" "레이니 언니 !" "언니야 ! 뭐야. 뭐야. 언제 내가 언니가 된 거냐. 이젠 보편적인 호칭이 된 건지. 속으로 한 탄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도우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조 금만 늦었다면, 나는 화살통 신세가 되었을지도 모르니까. 솔직히 피할 자신은 없었 다. 적어도 아이샤를 데리고 피하기는. 그러나.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 평소에 이런 식으로 말했다면, 분명히 나는 인사성없는 막되먹은 여자애라는 소리를 듣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너무 다급했고, 그것이 내 행동을 정당화시켜주 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에 서는 세 사람. 아니, 하나는 기계이고 하나는 엘프이 니 말이 부정확한 것인가? 난데없는 불청객들의 출현에 놀란 베드윙들이 다시 화살을 날렸지만. "윈드 케논(wind cannon : 원소 마법 4레벨 마법)." 셀이 마법 주문을 외치자, 거대한 바람이 불더니 불화살들이 베드윙에게 돌아가 버 렸다 ! 급히 아이샤를 안고 엎드리는 나. "어, 어떻게 인간이 이곳에서 마법을?" 라시드의 경악스런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베드윙들의 몸이 폭발로 날아가 버렸다. "콜록. 콜록."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셀을 쳐다보는 아이샤. 그녀의 눈빛은, 놀 라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떻게 이곳에서 마법을 사용한 거지요?" 만약 상황이 급하지 않았다면, 분명히 그녀는 그렇게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 게 한가한 입장은 아니었다. 폭발로 쓰러진 베드윙들 중에는, 죽지 않은 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엎드려있었다면, 내가 그걸 모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 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이야아아아 !" 검을 휘두르며 내 앞으로 달려온 중년 남자. 저 놈이 족장인가? 아까 수많은 베드윙 들을 몇 마디 말로 부리던 그 녀석이 분명했다. 나는 황급히 나의 검으로 그의 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갑작스런 폭발을 피하려고 엎드렸던 상태였기 때문에, 내 방어는 완벽하지 못했다. 내 왼쪽 어깨에 칼이 날아들었다. 내 어깨에 날아오는 거대한 힘. 콰앙. 이게 무슨 소리냐. 이건 칼과 도끼가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다. 바위로 땅을 내리친 다면 이런 소리가 날까? 거대한 도끼가 내 앞에서 번쩍거리면서 공기를 갈랐다. 중년 남자의 검이 뒤로 물러나면서 도끼를 피했다. 만약 저 정도의 일격이 내게 들어왔다 면, 내 힘으로는 막기 어려웠을 것이다. 평소라면 그 정도 도끼질에 맞아줄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지도 않겠지만. "부모님의 원수 ! 오늘 널 죽여버릴거야 ! 라시드 !" 땅에 박힌 도끼를 뽑아내고는 '라시드'라고 불리운 남자에게 덤벼드는 그녀. 하지만 너무 무모했다. 아까는 기습이었기에 그를 당황하게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대비하는 상대이다. 내가 상대해도 이길지 말지 모르는 상대가, 저런 느린 공격을 맞아줄 것인가? "어리석은 계집애." 그의 검이 휘둘러졌다.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어쩌면 늦을 지도 모르지만. "저런 ! 족장님이 위험하다 !" 일제히 마을 사람들에 대한 학살을 그만두고 후퇴하는 베드윙들. 하지만 그들의 앞 을 가로막은 것은, 셀과 세이브였다. "어디를 도망가 ! 감히 나의 밀크를 향해 활을 든 녀석들이 !" 그녀는, 등에서 커다란 유리병을 꺼내 던졌다. 땅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병. 그리고. 화악. 사막을 태우는 불길이, 베드윙들을 가로막았다. 만약 그들이 평소의 베드윙들이었다 면 그 정도는 무시하고 불길을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큰 불길은 아 니었고, 탈 것이 거의 없는 사막에서는, 그 정도는 쉽게 꺼지게 되어 있었으니까. 그 러나. 그들의 등짐에 있는 화살통. 그 안의 화살은, 그 불을 공포의 사신으로 비춰지 게 했다. 화약과 불이 만난다면 무슨 결과가 빚어질까? 베드윙들이 불길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 주춤거림은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고 말았다. "놈들을 짓밟아버려라 !" 베드윙들이 공세를 늦춘 사이에, 마을 사람들이 반격에 나선 것이다. 갑옷룡에 탄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베드윙들을 불길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베드윙들 이 화살을 쏘아도, 마을 사람들은 필사적이었다. 뒤로 물러설 입장이 아닌 베드윙들 은, 그 자리에 멈추어서서 화살을 쏘려고 했다. 불길과 마을 사람들 사이에 낀 상황 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도망쳤어야 했다. 긍지고 자존심이고 다 집어던지고, 도망쳤어야 했 다. 셀이 자신의 등짐에서 또 하나의 병을 꺼내들었다. "받아라 !" 그녀의 가는 손에서 그 병이 날아갔다. 후기)이제는 고치면서 쓰는 것도 익숙해졌네요. 왜 쓰고 나면 평범하다고 생각이 드 는데, 쓸 때까지는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요즘은 불평만 늘었다는 것을 절감하는 중 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막 가는 상황이 되는 듯 한데. (폭탄에, 화염병에, 다음에는 뭐가 나올지. 이거 판타지 맞아? 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4 19:40 조회:117 공룡 판타지 12-214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8) 병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병이 깨지면서 기름이 쏟아지고, 그것에 불이 붙었다. 불길이 베드윙들이 탄 공룡들을 향해 뻗어갔다. "안 돼 ! 불길에서 빠져나가라 !" 베드윙들 중 하나가, 당황한 나머지 공룡의 등위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화살통에서 화살이 나온다. 하나씩. 하나씩. 작은 화살이 불꽃 속으로 서서히 내려간다. 화살촉이 불길과 포옹한다. 빛이 터진다. 하나의 폭발이 십여개의 폭발을 낳고, 그것은 다시 백여개의 폭발을 낳는다. 피를 태우는 빛과 소리의 향연이, 사막의 지표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라시드는 그 광경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형제들이 순식간에 불덩이로 화해버린 것이다. "이런 !" 그의 검끝이 흔들린 것은 당연했다. 자신들의 무기에 의해 자신들이 죽음을 맞이하 다니. 마음의 흔들림을 반영한 듯, 검끝은 아이샤의 급소에서 빗겨가고, 허무하게 땅 에 파고 들었을 뿐이다. 그가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것은. 타앙. 한 방의 총성이 들린 후였다. 라시드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 총성이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작은 총을 들고, 그를 바라보는 아이샤. "부모님의 복수야. 라시드." 타아앙. 다시 울리는 총성. 라시드의 심장에서 피가 하늘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그의 눈에 비친 하늘은, 여전히 파랬다. 붉은 색보다 더 아름다운 색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처음으로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곧 사라졌다. 어둠만이, 그의 눈앞을 덮어가고 있었다. "다 끝났어요. 레이니." 라시드가 죽은 다음에는, 상황은 일방적이었다. 폭발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마을 사 람들에게 죽거나 사로잡히고, 라시드의 옆에 있는 자들 대다수는 죽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레이니와 아이샤를 향해 덤벼들었지만, 그들 중 아르메리아의 검을 통과한 자 는 없었다. 셀은, 불에 둘러싸인 베드윙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고개를 돌렸다. 서서 히, 레이니에게 걸어오는 그녀. "밀크. 무사했구나." 켁. 켁. 숨이 막힐 정도의 포옹이다. 그렇다고 해서, 빠져나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 니다. 제발 포옹하려면 다른 데다 하란 말이야 ! 가슴으로 내 숨통을 막지 말고 ! 내 가 남자아이였다면 어땠을지 모르지만, 여자아이니까 몸이 반응하지 않잖아. 으흐흑. 내가 호흡곤란을 일으키기 직전까지, 그녀는 날 부둥켜안고 서 있었다. "휴우." 안도의 한숨. 이건 목숨을 건 싸움이 끝났기 때문에 내쉬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가 여기에? 아르메리아와 세이브에게도 인사를 하려는 순간, 또 다른 누 군가가 내게 달려왔다. "레이니양. 무사했군요." 아직도 안색이 안 좋으면서 이렇게 달려오다니. 자세가 위태위태하다. 툭. 다리에 뭐가 걸린 모양이다. 그게 시체들의 팔다리인지, 아니면 사막을 굴러 다니는 돌맹이인지, 그것도 아니면 공룡 시체나 칼토막인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같다. 태자 님은 앞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하지만 저대로 놔두면 뒷일이 골치아프게 된다. 일단 살려서 유로제국에 돌려보내야 할 게 아닌가. 머리라도 땅에 부딪쳐서 다치기라도 하 면, 난처해진다. 나는 그를 두 팔로 받쳤다. 그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나이 고, 아이샤나 세이브에게 그 일을 맡기기에는 그녀들의 키가 너무 작다. 아르메리아 가 그런 일을 해줄리는 만무하고. 셀은 더욱 그렇다. 결국, 내가 할 수밖에 없다. 그 의 두 팔을 잡고, 몸으로 그를 받았다. 그런데 이 자세는..... "역시 부부 사이 맞네요. 언니." 아이샤의 한 마디에, 깜짝놀라는 모두들. 나와 셀 일행뿐 아니라, 베드윙 족들을 잡 고 있던 마을사람들까지도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저 눈들은 대체 무슨 의미야 ! 곧바로 무서운 말들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어이. 보기 좋은데." "부, 부러워. 난 언제 저런 미인과....." "남녀가 뒤바뀐 것 같지만, 괜찮은데?" 더 이상은 들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태자님을 내팽개칠 수도 없었다. 아직도 몸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인 환자를 땅에 내던질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태 자님을 살살 땅에 앉혔다. 아직도 열기가 남았는지, 몸을 가누지 못하는 태자님. 당 장이라도 세이브에게 치유 마법을 쓰라고 하고 싶지만, 그럴 입장도 아니었다. 이 마 을에서는 마법을 매우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그러고 보니 어느새 잠에 빠 진 듯, 라 브레이커에게서는 아무런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팔자 좋은 녀석 같으니.' 잠에 빠진 라 브레이커를 들고, 나는 아르메리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인사를 하면 좋을까. 할 말을 생각하던 내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레이니." 그 말 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들어있을까. 그녀의 마음속에는 할 말이 아주 많은 듯 했지만, 지금은 그 말밖에는 나눌 수가 없었다. "저희가 도와드릴 일은 없을까요?" 베드윙들의 습격으로 상당히 부서진 마을의 성벽. 높다란 담장 여기저기가 그을려 있고, 무너진 곳도 조금씩 눈에 띄였다. 사람들도 많이 죽거나 다쳤고. 신세를 진 사 람들의 어려움을 두고 떠나기에는 마음이 어둡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데요." 자세한 정황을 들은 아르메리아나 세이브도, 그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셀은 약간 어두운 눈빛인데? 어째서 그러는 것이지? "마을을 복구하는데 돕겠다니 나도 반갑네. 하지만 아가씨와 같이 온 그 청년은 어 쩌고? 듣자하니 저 사람은 유로 제국의 태자라는데. 아가씨는 그를 돌려보내야 할 일 이 있지 않은가?" "..........." 할 말이 없었다. 그를 내 여행의 동료로 삼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에겐 돌아갈 집 이 있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를, 그가 있을 곳으로 돌려보낼 책임이 있었다.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를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니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가씨. 내가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네. 다른 사람들은 좀 나가줄 수 없겠 나?" 모두들 일어선다. 나와 촌장님만 남기고, 그들은 촌장님의 방에서 나갔다. 저녁 노 을이 창을 통해 비추어진다. 모래 바람이 잦아들고 베드윙들도 없으니, 창을 열어놓 아도 별 무리는 없겠지. 사실은 빛을 받아들이고 싶은 탓이지만. 작은 창을 통해 일 몰을 바라보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너무 좁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툭. 문이 닫혔다. 촌장님과 나는, 다시 마주 앉았다. 그의 입이 열리고. "아가씨가 바로 쥬린 제국의 잃어버린 공주, 미나르인가?" 덜컥. 또 그 이름이다. 이젠 지겨울 정도로 들은 이름이다. 나는 강하게 고개를 가 로저었다. 하지만, 그는 인자한 말투로 말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하는 아가씨의 마음은 이해하네." 처음 이 분을 만났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오해는 풀리지 않는가. 아니, 하나를 풀면 새로운 오해가 생겨나는가. 나는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몸이 그녀의 것이기에 겪어야 하는 숙명같은 것일까. "하지만, 아가씨는 '하늘로 날아 오르는 자'이네." 하늘로 오르는 자... 라 브레이커는 자신의 주인을 하늘로 올린다고 전해졌었다. 하 지만 왜 그 말씀을 하시는 것이지? 촌장님은 진지한 말투로 물어 오셨다. "아가씨를 보니까, 불안해져서 하는 말이네. 이 마을에 온 이유를 아가씨는 내게 말 하지 않았어. 혹시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가?" "........" 말할 일은 아니다. 나도 모르는 일이니까. 내가 리츠를 만나 겁에 질리고, 그 와중 에 의식을 잃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에 와 있었다는 것을 말하기는 곤란했다. 무언가 걸리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촌장님." "왜 그러는가? 아가씨?" "촌장님은 이 검에 대해 혹시 알고 계신 것이 있으십니까?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 다." 나는 나의 검을 들어보이면서 물었다. - 계속 - 후기)미로 속에서 헤메는 기분이군요. 후기라면 기분좋은 감상을 넣어야 하는데. 막 상 쓰려고 하니 후기가 안 떠오른다는..... 그리고 아이샤가 총을 쏜 거, 드워프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전에 말씀드렸으므 로..... 문제는 없습니다. (흐흐흐흐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5 11:07 조회:61 공룡 판타지 12-215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19) "무엇을 알고 싶은건가?" 나는 촌장님의 눈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 검이, 주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은, 가능합니까?" 잘못하면 검이 촌장님을 죽일지도 모른다. 그의 입을 막기 위해서. 나는 만일의 사 태에 대비하기 위해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사실이 그렇다면 헛수고가 되겠지 만. 촌장님은 의외라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건 모르겠네. 내가 그 검에 대해 아는 것은, 단지 그 검이 인간을 위해 창조된 검이라는 것 정도니까." "인간이요?" 이 검은 엘프들의 여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왜 이 검이 인간을 위 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에 인류 문명이 파괴될 무렵, 이 검을 창조한 신은 검을 엘프들에게 넘겨주면 서 말했네. 적당한 자가 있으면 전해주라고. 그리고 그 검을 통해 인간 스스로의 모 습을 되찾으라고 말이야." "스스로의 모습?" "그렇다네. 우리들은 그 분에 대해 자세한 것을 모르지만, 엘프들은 상당히 많은 과 거 기록을 남겼네. 라 브레이커에 대한 것이라면, 그들에게 묻는 것이 가장 빠를 걸 세. 아가씨 일행 중에는 엘프가 있으니, 그들의 마을로 가서 물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네." "네."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여행을 한 것이지만. 그가 입을 다무는 것을 보고, 나는 더 이상 이 방에 머물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방에서 나가야 하나? 눈 치를 살피는 내게, 촌장님이 입을 다시 열었다.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네. 그럼, 오늘 밤은 쉬게. 마을이 다 부서진 것이 아니니까, 너무 염려하지 말게. 우린 베드윙들의 숱한 침략을 겪고도 여태까지 살아 왔다네." 아직은 용기를 잃지 않으셨군. 그럼 이 마을은 안심이다. 어차피 아이샤의 손에 의 해 베드윙 족의 족장이 죽었으니, 당분간은 그들이 쳐들어오지 않겠지. 마음이 놓인 다. "하지만 아가씨 일행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자제하라고 전해주게. 이곳 사람들은 마법을 싫어한다는 것, 아가씨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네?" 어, 어떻게 알았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내게, 촌장님이 덧붙이신 말. "아까 아가씨 일행중 한 사람이 마법을 쓰더군. 그것도 '어리석은 자들의 마법'을 말이네. 그런 마법은, 우리들이 가장 경멸하는 것이네. 무슨 수로 그런 마법을 사용 했는지는 모르지만, 주의하라고 전해주게." "어리석은 자들의 마법이요?" 어째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지? 혹시 이 분도 마법사가 아닐까? 내 얼굴을 본 촌 장님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다네. 밖의 세계에서는 인간마법이라고 불리지만. 그건 어리석은 자들의 것이 지. 정통 마법은 지금 거의 사라지고, 오직 엘프들만이 보존하고 있을 뿐이야. 나도 과거에 정통 마법을 배워보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거든. 너무 오래 걸려서 말이네. 하 하하." 왠지 이 분도 과거가 복잡한 분인 것 같다. "그때 배운 지식의 흔적으로, 나도 마력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그래서 알고 있 네." 만약 거짓말이라면 이 분은 대단한 연기력을 가진 것이리라. 그의 눈에서는 전혀 속 이는 빛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내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별로 없다. 어차피 난, 곧 이 마을을 떠날 사람 아닌가. 날 속여서 이득을 취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 사람이 라 브레이커를 아는 것을 보니, 그 검에 붙은 저주도 잘 알고 있 을 터이고, 공연히 자기 무덤을 파는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누구를 가리키 는 거지? 셀인가? 아르메리아인가? 잠시 생각하던 내 머리속에, 한 사람의 이름이 떠 올랐다. 부정할 수 없는 이름이. 우리 일행에서 마법을 쓰는 사람은 셀, 아르메리아, 나, 그리고 세이브 뿐인데, 세이브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거리가 좀 떨어 져있다고 해도, 그 정도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셀과 아르메리아는 마법을 사용했 었다. 그 동작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만약 그가 가리키는 게 아르메리아라면, 그것은 부당한 짐작이다. 그녀는 엘프이고, 촌장님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정통 마 법을 엘프들이 보존하고 있다고 하신 분이, 아르메리아의 마법을 보고 어리석은 것이 라고 할 리 없을테니. 나 역시 엘프 마법 계통이고, 그보다도 나는 이 마을에서 마법 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 남은 사람은..... "혹시, 셀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만약 아가씨가 검은 머리의 아가씨를 가리켜 말한 것이라면, 맞네." 고개를 끄덕이는 촌장님. "알겠습니다. 조심하라고 일러두지요."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그 방을 나섰다. "가엾은 아이....." 마르완은 닫혀진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아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태까지 라 브레이커를 가졌던 자는, 단 한 명도 검이 부과한 시련을 통과하지 못 했다. 그것은, 그 시련이 단순히 어렵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로서는 그 시련이 어 떠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부디 저 아이가 전설을 이루어주길. 인간의 미래를 위해서." 그의 모습이, 저무는 해와 같이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아이샤. 그 약 가져와." "셀 아가씨. 이 환자 부탁해요." "세이브. 여기 환자 좀 봐 줘." "아르메리아 양, 아직 멀었어요?" 정말 바쁘다. 하지만 마법을 구사해서 사람들을 고쳐주는 것은, 무리다. 그렇게 하 면, 이곳 사람들은 단숨에 우리에 대한 태도를 공격적으로 바꿀 것이므로. '마법 주문 한 번만 쓰면 될텐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고, 나는 내가 전에 배워둔 의술로 그들을 고쳐나갔다. 긴 세 월을 살면서, 마법 외에도 여러 가지 기술과 지식을 쌓아두었는데, 그것이 오늘 도움 이 되고 있었다. 화살에 다친 사람을 고쳐주면서,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 엘프 아르메리아는 인간의 몸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는지, 다친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여주 고 있었다. 물론 중상자들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긴 하지만. "고맙습니다." 내게 감사하는 사람들. 은둔생활동안에는 거의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내 마음에 잔 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것이 여행의 기쁨 중 하나이다. 내 손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함께 웃음짓는 것. 나는 마지막 환자를 돌아보고는 일어섰다. 간신히 일이 끝난 모양이다. '환자 간호는 내 일이 아니고..... 그보다 난 지쳤으니까.' 이제 어지간한 치료는 다 끝냈다. 남은 것은, 휴식을 취하는 것 뿐. 그리고 내가 보 고 싶은 얼굴을 바라보는 것. 그 애가 지금 이리로 오고 있었다. "미.....레이니 !" 손을 흔들어본다. 얼마만의 일인가. 이런 편안한 느낌은. "수고하셨어요." 최대한 상냥하게 말한다. 내가 편하게 촌장님과 이야기하는 동안, 셀과 아르메리아, 그리고 세이브와 아이샤는 열심히 사람들을 돌보았으니까. 내가 도와줄만한 게 있는 지 보려고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이미 대다수의 사람들은 집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 다. 마을 앞, 낮에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던 장소는, 이제 피자국만이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것도 주위의 어둠에 묻혀서, 사라지고 있었다. "............." 아까까지의 일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왠지 모르게 모든 것이 끝났다는 느낌. 그 런 것이 사막에 감돌고 있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또다시 새로운 삶이 시작되겠지. 마 을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그 베드윙 족들에게도. 오늘 마을에 쳐들어온 자들은 거의 전멸했지만, 언젠가는 다른 곳에서 그들의 동족들이 다시 찾아오겠지. 별로 환영해줄 만한 자들은 아니지만. "레이니. 이제 우리도 들어가요." 밤공기는 차다. 사막에서의 밤공기는, 더욱 차다. 기온의 차이가 워낙 심해서인지, 추위가 더욱 확실히 느껴졌다. 아이샤가 손을 흔들었다. "언니. 따라오세요." 어제 잤던 침대로 돌아가는 것인가.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까지 모두 내 뒤를 따라 오는 거냐. 이 마을에선 집 하나에 손님용 침대는 단 하나라고 들었는데? 그녀들의 뒤로 보이는 불타버린 집을 보고서야, 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잠자리는 좀 좁을 거에요." 아이샤의 말이 맞았다. 베드윙들의 공격으로 집들이 많이 불탔기 때문에, 그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다른 집의 신세를 져야 했다. 일부는 농장의 지하에 있는 그 대피소에 들어갔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고마워. 아이샤. 우리만 넓은 방을 써서 미안해." 그나마, 이번에 베드윙들을 물리치는 데 공로가 많다는 이유로, 방 하나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다른 방은 부상자들과 집을 잃은 사람들로 차고 넘치는 판이었으므로, 발 이라도 마음대로 뻗을 수 있는 방은 분명히 특권이었다. 그러나..... - 계속 - 후기)명색이 후기인데, 정말 쓸 말이 없네요. 저 역시 레이니 일행처럼 한 가지 일이 끝나 맥이 빠진 것일까요. (아, 안 돼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6 19:59 조회:116 공룡 판타지 12-216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20) 문제는 방의 침대가 단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두 명은 방바닥에서 자야 한다는 결론이다. 가장 나이어린 세이브가 침대를 우선적으로 차지한다면, 나와 같이 방바닥에서 잘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내가 미......레이니하고 잘게. 고귀하신 엘프께서 방바닥에서 자게 할 수는 없잖 아." "아니에요. 둔하고 멍청한 마법사라고는 해도, 어쨌든 연로하신 분이 침대에서 주무 셔야지요." 아무도 내가 침대에서 자도 좋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한 것이, 농담으로라도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셀과 아르메리아를 같이 재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 니, 결국 내가 완충재 역할을 해서 그녀들을 갈라놓아야 한다. 내 몸이 여자아이니까 일단 그녀들의 안전은 확보된 셈이지만. "내가 바닥에 잔다니까." "아니, 제가 해야지요."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하느냐. 아이샤의 집이 그리 넓은 게 아닌데다가, 이 집의 방이 란 방은 모두 사람들로 가득찼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밖으로 나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면 침대를 가운데 두고 두 여자를 갈라두는 것도 가능하기는 하지만..... 바깥은, 너무 추워 ! 결국, 나와 같이 밤을 보낼 여성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세이브가 정하게 하자. 그녀 옆에 잘 사람을 그녀가 선택하게 하는 건 어때?" 책임을 그녀에게 미루는 것 같아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정하기는 좀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난 과거에 남자였다는 걸 이 두 여자는 다 알고 있고, 여기서 내가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한다는 것은, 나중에 저주가 풀렸을 때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지나친 망상인지도 모르지만. "그럼......." 두 여자의 눈이 일제히 세이브에게 향했다. "누구하고 같이 잘 거니?" '으. 무서워. 둘 다 무서워.' 왜 하필 나한테 정하라고 하는 거야. 언니 미워. 하지만 귀 큰 언니와 까만 언니를 같이 둔다면, 낮에 본 그런 광경이 이 마을에 재현될 것 같아. 그건 싫어. 나는 오돌 오돌 떨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생각같아서는 그냥 언니를 고르고 싶었다. 하지 만, 그러면 두 언니가 같이 자야 할 것이고, 이 마을은 불바다가 될 지도 모른다. 마 을의 운명이 내 작은 어깨에 달려있었다. 나는 오돌오돌 떨면서 둘을 바라보고..... '힉 !' 까, 까만 언니 무서워. 저런 눈으로 날 바라보다니. 만약 내가 그 언니를 지목한다 면, 나중에 내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나는, 작은 소리로 말했 다. "귀 큰 언니." "잘 자요. 모두들." 불이 꺼졌다. 창이 닫혔다. 그리고 모두들 혼자만의 꿈나라로 떠나갔다. "............." ".................." 덜그럭. "..........................!" 무슨 소리가 났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였나? 나는 고개를 들어보았지만, 공기의 움 직임으로 보아서는 우리 방의 문이 열린 것은 아니다. 그럼 어디가 열린 것이지? 저벅저벅. 발소리를 죽인 채, 살금살금 움직이는 사람 하나. 그 발소리가 너무나 작다. 마치 무게가 거의 없는 사람같다. 이 집에서 그렇게 가벼운 사람은..... '아이샤?' 저렇게 가벼운 몸무게를 가진 사람은, 이 집에서는 단 둘 뿐이다. 세이브와 아이샤. 하지만 세이브는 아르메리아의 품에 안겨서 잘 자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발소 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이겠는가. 나는 잠시 기다렸다. 밤이라고 해서, 움직이지 말 라는 법은 없으니까. 어쩌면 화장실에 가는 중인지도 모르지. 나라도 그녀처럼 할 게 분명하다. 남들이 있을 때, 그런 곳에 가는 건 좀 부끄러우니까. "?" 집 밖으로 나가는 아이샤. 역시 그런가?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그녀가 계속해서 걸 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다? 화장실에 가는데 이렇게 긴 거리를 걸어갈 리는 없잖 아?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옆에서 자는 셀이 깨어나 지 않도록....... "어디 가니?" 벌써 깨어났군. 낭패한 듯한 눈으로,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말해서, 그녀 의 생명력을 느낀 것이긴 하지만. 어둠 속에서 사람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엘프가 아닌 이상, 단지 생명력을 통해 느낀 대로 움직일 뿐.......... "아이샤가 걱정되나요?" 다 들켰군. 아르메리아 역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와는 달리, 엘프의 눈은 밤에 도 사물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눈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평소의 그녀의 눈 색깔과 같이, 초록색으로 빛나고 있다. "응." 나는 두 사람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세이브까지 깨어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 록. 그녀까지 깨어난다면, 조용히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린애에게 그런 걸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이긴 하지만. "어쩔 거니?" 이미 내 행동을 예측한 듯이 묻는 셀. 하긴, 이럴 경우의 행동은 정해져 있다.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키고는, 옷을 대충 갈아입었다. 남자라면 그냥 옷을 입은 채 자도 되는데, 왜 여자아이는 이렇게 잠옷이란 걸 걸쳐야 하는거야 ! 귀찮아 죽겠네. 나는, 나의 검을 들었다. "불 좀 비춰 줘. 세이브가 깨어나지 않게 조심해서." 전설의 검으로 이런 일이나 하다니..... 검을 허공에 띄워놓고, 나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누나는 여기 있어요. 저 혼자 가도 되니까." 굳이 따라올 필요는 없는데..... 어차피 이 사막의 마을에서 마법이라도 사용하 면..... 온갖 끔찍한 상상을 거듭하는 내게, 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염려 마. 나도 무술은 좀 하니까." 마법사가 무술을? 하지만 그리 기대할 수는 없었다. 솔직히, 마법에만 전념해도 위 대한 마법사가 되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지 않은가. 그녀가 인간 마법의 최고라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그녀의 무술이 그렇게 뛰어나다고는..... "!" 뭐야.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잖아. 나야 워낙 열심히 단련한 탓이라고 해도, 그녀가 이런 기술을 가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거, 정말로 무술이 뛰어난 사람일지도 모 른다. 나와 그녀는, 발끝만으로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아이샤가 나간 길을 따라 서. "아르메리아, 미안." 그녀는, 세이브를 안고 있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했다. 셀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날 카로웠지만, 그렇다고 움직일 수는 없지 않은가.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또 모르지만. 아이를 한 번 잠에서 깨우면, 다시 재울 일이 큰일이니까. 결국 그녀는 방에 남고 말 았다. "걱정 마.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하아. 하아." 손을 녹이는 소년이 보인다. 달 아래에 서 있는 소년의 모습이. "아이샤 !" 나는 달려간다. 그를 향해서. 그의 믿음직스러운 품에 뛰어들어..... 퍽. 이 멍청이. 그렇게 크게 내 이름을 부르면 어떻게 해 ! 다른 사람들이 다 듣잖아. 오마르는 모래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간신히 비명을 참으며 일어나는 그. "으....... 너무해." "지금 그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니?" 눈치는 있는지, 오마르는 금방 입을 다물었다. 이 시간에는 큰 소리가 사막 전체에 퍼질수도 있었다. 소리가 날 만한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낮에 하 룬 오빠가 죽은 일 때문에, 평정을 잃은 건 알고 있지만..... 원래 위로해주려고 불 러낸 것인데..... 나는 화내는 것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있지..... 오늘 있었던..... 일 말인데....."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목이 메이고..... 결국 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참으려 고 했지만..... 그게..... "휴우. 무슨 큰 일이 난 줄 알았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큰 일은 아니었다. 그녀는, 단지 남자 아이를 위로해주려고 간 것일뿐. 하긴. 낮에 벌어진 전투에서 저 아이, 오마르의 형 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지. 나는, 오마르의 무릎 위에서 울고 있는 아이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우리도 돌아갈까?" "조금 있다가 가요." 애들만 밖에 남겨두고 갈 수는 없다. 만일 베드윙들이나 공룡들이 다시 나타난다 면..... 약간의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소리없이, 그들이 잘 보이는 은신처를 찾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모처럼 조용한 하루라. 그런 느낌입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7 19:33 조회:118 공룡 판타지 12-217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21) "흑. 흐흐흑." 이제야 좀 슬픔이 잦아들었다. 하룬 오빠의 조의를 표할 때도 나오지 않았던 울음 이, 일시에 터져버린 느낌이다. 나는 오마르의 따스한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하지 만. "오마르." "응." 이것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둘이 서로 싸우고, 서로 장난치고, 서로 좋아하는 일 도..... "나, 이 마을을 떠날거야." 사막을 스치는 바람소리. "너, 정말로?" "응."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오마르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왜? 왜 하필 지금이야?"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도 않아, 이번에는 내가 떠나가다니. 그에게 있어선 당연히 충격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하면, 난 이곳을 뜨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미안해....." "어째서 ! 왜 하필 지금?" 소년이 화내고 있다. 하지만, 난 지금 떠나야 한다. 내일, 레이니 언니와 같이 떠나 지 못한다면, 적어도 몇 년간은 이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난 오마르와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 마을의 관습에 따라, 영영 집 밖으로 나갈 수 없 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몸 전체를 감싼 두꺼운 천. 마을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엄격한 전통. 그런 것에 묶이게 된다면, 고향으로 갈 길은 완전히 막혀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기 때문이야. 오마르." 하지만, 지금 떠나게 된다면..... 그 레이니 언니와 함께 떠난다면, 그런 위험은 사 라진다. 혼자서는 건너기 힘든 사막이라도, 그들과 함께 간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먼 곳에서 사막을 건너 이 마을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사막을 건너 외부 세계로 갈 수도 있겠지. 어쩌면 드워프들이 사는 땅의 위치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내일 레이니 언니 일행이 이 마을을 떠나. 오마르도 알고 있지?" "..........." 대답할 기분이 아닌 듯 하다.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것을 보니. "난 그 언니와 같이, 이곳을 떠날거야. 그 언니와 함께라면, 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일단 사막을 넘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고향으로 갈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친구 미리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난 아빠엄마의 유골을 고향에 돌려보내고 싶어." 이 마을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그 분들의 고향은 이곳이 아니다. 결국은, 그곳의 수 많은 드워프들에게 부모님의 죽음을 알리고, 그곳에 안식하게 하고 싶은 것이다. 물 론 유골 그 자체는 부모님이 아니지만, 그 분들의 흔적이라도 고향에 가져가고 싶다. 여태까지는 사막의 벽에 막혀 갈 수 없었지만..... "오마르. 날 이해해 줘." "............ 아, 아이샤..... 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 "나.... 너하고 같이 가고 싶지만....... 난....." 하룬 오빠만 살아있었다면, 나도 오마르와 같이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 빠는 이미 죽었고, 오마르의 부모님들과 함께 있을 사람이 필요했다. 이제 오마르는 장남이 아닌가. "마음은 고이 간직할게." 나는 억지로 웃었다. 오늘밤이 마지막 만남인데, 우는 얼굴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 다. "그, 그럼..... 잘 가......." "응. 그동안 밤하늘을 같이 봐 줘서 고마워." 밤이 되면, 언제나 이곳에서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향을 그리며, 엄마아빠를 그리며. 그러던 중에 오마르를 보았고, 둘이서 같이 이 언덕에서 하늘을 바라보았었 다. 오래동안. 그것도 이제 끝이다. 나는, 오마르와 나란히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 았다. 유성이 밤하늘을 가르며 떨어져가고 있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 사이로. "어쩔 거에요? 셀." 아이샤의 마음에, 모래 언덕 반대편에 숨은 나와 셀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비 록 우리는 모래언덕 서쪽 비탈에 있고, 아이샤는 언덕 동쪽 비탈에 있지만, 그 정도 의 말소리는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갈까? 아니면 그 부탁을 거절해 야 할까. 마음을 정해두어야 했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셀이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마치 내 맘을 알겠다는 듯한 느긋함. 하지만..... "그녀를 데려간다는 것은.... 드워프들의 마을에 가야 한다는 것인데....." 드워프들의 마을이 어디에 있을까? 상식적으로 보아, 엘프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두 종족의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이미 유명하니까. 그렇 다면, 엘프 마을로 가는 여행을 하는 나로서는, 필연적으로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어 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고향을 정확히 기억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내 마음을 초조하게 했다. 만약 그녀의 고향을 찾는 일이 오래 걸린다면..... 나는 나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 마을을 떠나고 나면.....' 우선은, 유로 제국에 가서 태자님을 돌려보내야 한다. 그들에게 여러 가지로 오해를 샀을 것이니, 그것을 우선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동안 필연적으로 소녀로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아니, 공주님으로 행동해야 할 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 마음은 '알로'이지만, 내 몸은 분명히 '미나르 쥬린 공주님'이 틀림없으므로.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내 사정을 말해주어야 한다.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 되겠지만, 난 그 남자에게 쫓겨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다. 왠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지는 그런 남자가 내 옆에 있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그 다음은.....' 그 다음에야 비로소 드워프들의 마을로 가게 될 것이다. 아이샤를 데려간다면, 얼마 나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일까. 그녀의 부모님이 살았던 마을을 찾아낼 수 있을 까. 그녀를 아는 드워프를 만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을 써야 하는 것일까. '거기다가.....' 그 일이 끝나고 나서, 엘프 마을에 가야 하지만, 솔직히 그들이 내 몸을 되찾아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그것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큰 문제는.....' 갈수록 여성화되어가는 나다. 언젠가 내 몸을 되찾는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가다간 완전히 '청순가련한 공주님'이 되고 말 것이다. 난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있어도, 공주님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치매사부와 같이 있을 때 람포 녀석이 '아 가씨'로 교육받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머리에 물통을 얹어두고 걸어가라 고? 물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숙녀로서 실격이라고? 몇 번이나 노력해도 실패하고 우 는 그녀의 모습이 기억났다. '게다가.....' 그녀는, 나와 같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어야 했 다. 도대체 그걸 입고 매일 어떻게 살라고? 그녀가 나와 친해진 것은, 어쩌면 나와 같이 있을 때만은 자유로이 지낼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주님 노릇을 하라고?' 만약 내가 내 몸을 되찾는데 실패한다면..... 혼 족들은 나를 그런 끔찍한 생활로 몰아붙일 것이다. 공주님의 생활은, 람포의 것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은 엄격함으로 가득할 것이 아닌가. 그런 생활을 하라고? "싫어 !" 이렇게 말하면 간단하다. 안 그래도 골치아픈 상황인데, 혹을 하나 더 붙이라고? 나 는 아이샤와의 동행을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애는 날 구해주었어.' 물론, 날 구해주었다기 보다는, 태자님을 구해주었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 나, 그 아이는 내게 친절히 대해주었다. 내가 어려울 때에. 그런 그녀의 소망을 무시 할 수 있는가? 단지 내 이기적인 이유만으로? 그것은 안 될 일이었다. 나는 잠시 눈 을 감았다가 떴다. 내 옆에 셀의 얼굴이 보인다. 그녀에게 부탁을 해도 될까? "제가 부탁하면, 들어줄 건가요?" "응." "미안하지만, 내가 여자아이가 되지 않게 날 잡아줘요." 아르메리아 혼자서는 너무 부담이 크다. 이렇게 하면, 그녀와 셀의 사이를 조금이라 도 좋게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같은 목적을 지닌다면 그녀들이 서로 다투는 것도 좀 줄어들지 모른다. 셀은, 약간 표정을 찌푸리는 듯 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네가 원한다면." 덜덜 떠는 내 어깨를 잡아주는 셀. 지금은 그것으로 족했다. 그것으로..... "그럼, 이제 내일 아침에 아이샤에게 말해볼까? 레이니." "네." 밤하늘의 별들이, 우리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 계속 - 후기)하나의 길을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군요. 하지만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을 만드는 것은, 그 작업이 어렵고 피곤할수록 완성했을때 더욱 큰 기쁨을 제게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8 19:28 조회:104 공룡 판타지 12-218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22) 깜박. 깜박. 깜박깜박. 또다시 아침해를 보았다. 누구나 하는 일을 한다.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간단히 들었다. 어제 잡혔던 베드윙들의 공룡으로 만든 스프 한 그릇으로 아침을 끝 내고, 나는 아이샤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그것은 불필요한 수고였다. 그 이유 는..... "저.... 언니." 나보다 먼저,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으니까. 어차피 한 집에 있었으니 찾을 필요 도 없었지만, 사람들이 많으니까 대화할 시간을 내는 게 어려웠다. 입을 열려고 애는 쓰지만, 그게 잘 안되는지 우물거리는 그녀. 평소엔 그렇게 말을 잘하더니, 오늘은 왜 이래? 하지만 난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저도..... 언니랑 같이 여행하고 싶어요." "왜?"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나는 복도에 쪼그려 앉았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버 리고 떠나는 여자아이. 그녀의 친구의 불행을 보고도 도움이 되지 못해 슬퍼하는 아 이. 그녀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방긋. 가급적이면 웃으면서 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표정이 잘 되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었 다. 내가 웃은 모습은 남자아이의 것일까. 아니면 여자아이의 것일까. 내가 그녀에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었다. ".......... 전 드워프들의 고향에 가고 싶어요." 결국,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것은 둑이 무너지는 듯한 효과를 낳았다. 그 녀의 말문이 트이자마자, 그녀는 자신의 말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기 시작했으니까. "전 고향에 가보고 싶어요. 제 부모님의 유골을 고향에 보내드리고 싶고, 저도 고향 을 보고 싶고, 전 세계를 돌아보고 싶고, 그리고.... 그리고..... 전..... 이왕이면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고....." 나는 그녀의 입을 막았다. 내 오른손의 집게 손가락으로.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 가. "이 마을의 부모님에게는 이야기했니?" 그녀의 부모님. 그녀의 친부모가 죽은 후에 그녀를 키운 부모님. 그녀는 그동안 그 들의 딸이었고,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들은 자신들의 딸이 떠나는 것을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녀의 고개가 미약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걸로 충 분했다. "그럼, 나와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가서, 그들의 허락을 받자. 나 혼자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 내 손안에 들어온 그녀의 손은, 작고 미약했다. "그러니까, 드워프와 같이 여행할 생각인가요? 언니." 약간 불쾌한 듯한 얼굴을 하는 아르메리아. 하지만, 셀을 바라볼 때보다는 얼굴이 펴져 있었다. 그녀의 사정 이야기를 듣자, 달갑지 않지만 승낙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 덕여주었다. "하긴. 언니가 신세를 졌으니....." 어디까지나 은혜를 갚는 수준에서, 동행을 허락한다는 건가. "어때요?" 셀은 어제 나와 한 말이 있어서인지, 웃으며 찬성의 표시를 했다. 그저 고개를 끄덕 였을 뿐이지만, 이 방에 남자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저 모습을 남자들이 봤다 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정도로 매혹적인 미소였으니까. "세이브는?" "좋아. 언니." 겉보기일 뿐인지도 모르지만, 자기 또래의 여자애와 동행한다는 것은, 세이브에겐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그녀 역시, 웃으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그 런데, 저렇게 심하게 고개를 움직이면 목이 분질러질지도 모르는데? 좀 불안한 느낌 이 들 지경이었다. "자. 그럼, 아이샤. 짐 가지고 와. 곧 출발할 테니까." "네." 활기차게 방을 뛰어나가는 아이샤. 문이 닫히자, 우리 모두는 자신의 짐을 들었다. 그런데, 잊어먹은 짐이 있군. 그것은..... "전 태자님 챙겨올께요." 솔직히 그게 짐이지, 사람이냐.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항의가 쏟아져 들어올 그런 짐. 당사자가 들으면 불쾌하겠지만. "안녕히 계세요." 마을의 서쪽, 멀리 사막이 보이는 황량한 땅으로 걸어가면서, 나는 촌장님에게 고개 를 숙였다. 배웅을 나온 촌장님은,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며 말했다. "어제는 고마웠네. 언젠가는 다시 만나길 바라겠네." "네." 만약 이 사막을 다시 건널 기회가 있다면..... 나는 셀과 아르메리아, 세이브가 기 다리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약간 피로한 듯한 얼굴이기는 하지만, 태자님도 우리 와 같이 서 있었다. 그런데.... 왜 이 녀석이 조용하지? 얼굴이 보이지 않네? 나는 고개를 돌려 아이샤를 찾아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눈에 띄이지 않는다.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까악.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이 어딘데. 이런 곳에 있을 리 없는 생명의 소리가 들린 것이다. 보통이라면 고개를 하늘로 쳐들 겠지만. 씨잉. 바람소리와 함께 이곳으로 떨어져내리는 것은..... "익룡이잖아 !" 깜짝 놀라는 세이브. 나, 그리고 태자님. 마을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활을 꺼내 들어..... 그게 아니었다. 모두들 웃으며, 기뻐하며 그 익룡을 맞이했다. 이곳에서 가장 높은 모래언덕 위에, 거대한 익룡이 서서히 날개짓을 멈추며 내려앉았다. 모래언덕에서 불 어온 바람이, 우리들의 뺨을 따갑게 했다. "!" 나와 세이브는 재빠르게 숨을 죽였다. 마을 사람들 역시, 입을 천으로 가린다. 아르 메리아와 셀은? 걱정할 필요도 없다. 전혀 당황한 얼굴들이 아니었으니까. 하지 만..... "켁. 켁." 잠시 시간이 지난 후, 모래먼지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이 하나 보였다. 그 사 람은..... "파, 파란 !" 일단, 마을 사람들 앞에서 태자님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그래서 이름을 부르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피했는데 왜 혼자서만 모래를 먹은 거야 ! 심하게 기 침하면서 허리를 굽히는 태자님. 나는 그의 등에 손을 내밀어..... "!" 마을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들이 보였다. 모두들, 내가 그의 등을 두들겨주려고 하는 것을,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보고 있다. 정신이 들고 보니, 내 손이 그의 등 가까 이에 가 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나는, 내밀었던 손을 다시 집어넣었다. 황급히 뒤로 물러선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지? 무의식중으로, 태자님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다. 만약 내가 정말로 여자애였다면..... '큰일나겠어. 어휴.' 나는, 빨개진 얼굴을 거대한 익룡에게 돌렸다. 모래바람을 일으킨 원흉에게로. "미리, 미리. 자. 날개 접고. 살살해. 살살." 도대체 저게 뭐냐? 저 황당한 모습은? 지상에 내려온 익룡은, 그 날개를 서서히 접었다. 날개를 폈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추측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그 날개의 길이는, 적어도 20m는 될 것 같았 다. 꼬리는 잘 보이지 않았다. 먼지구름 탓인가. 그 외에는, 람포링쿠스와 다른 점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머리에 작은 뿔이 있는 듯 한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 그 런데 무슨 익룡이 저렇게 커 ! 그 등 위에 있는 사람은..... "언니. 나도 같이 가요." 설마..... 어제 본 베드윙족들의 자세와 흡사하지만, 몸을 확실하게 익룡의 등에 고정시키기 위해 노끈을 몸 전체에 붙들어맨 그 모습. 익룡의 위에서 나를 부르는 저 아이 는..... "아이샤 !"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익룡을 탄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인간의 몸이 익룡에 탈 수 있을 정도로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익 룡이 어떻게 50kg이 넘는 사람을 태우고 날겠는가. 그런 건 옛날이야기에나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 사람이 하늘을 난다면 그것은 마법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내가 보는 모습은, 사람에게는 절대로 불가능한 광경이었다. 그런데. "어, 어떻게 익룡에....." 잠시 말을 꺼내지 못하는 내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한 마디는. "언니. 이제 출발해요." - 계속 - 후기)요즘은 속도가 늦어서,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서 앞으로 가 야 하는데.... 이번 이야기는 왜 이리 길어 ! 솔직히 독자분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 다. 이번에는 제가 생각해도 이야기가 좀 지루하지 않나 걱정하는 중이거든요. 익룡이 사람을 태운다는 건, 솔직히 판타지라지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 람은 너무 무겁거든요.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뼛속이 비었고,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 이 가슴에 꽉 차 있는(사람이 비둘기처럼 날아가고 싶다면 가슴근육이 지금의 20배는 되어야 한답니다) 상태에서, 익룡이 아무리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간다고 해도, 솔 직히 사람 하나를 태우고 날기는 무리입니다. 그래서, 아이샤에게 익룡을 맡긴 겁니 다. 드워프는 원래 작고, 그 중에서도 작은 드워프 소녀는 더욱 작고 가볍지요. 거기 다가 거대한 익룡을 조합한다면.....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1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29 19:55 조회:109 공룡 판타지 12-219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23) 추, 출발하자고? 아직도 당황해서 입을 열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셀이 그녀에게 말했다. "출발하기 전에 물어볼께. 너, 그 익룡을 타고 갈 거니?" "네."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는 아이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일단 그녀가 탈 만큼 거 대한 익룡이기는 해도, 그 속도가 문제다. 마법으로 날아갈 우리 일행을 따라올 수 있을까? 그리고, 따라온다고 해도 저 녀석을 먹이려면 얼마나 많은 물고기와 소형 동 물들을 잡아다 바쳐야 할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워낙 충격이 컸기 때문일 까. 당황한 나를 대신해서, 셀이 아이샤에게 묻는다. "먹이는 어떻게 구해줄 거니?" "미리가 알아서 잡을 수 있어요." 자신의 익룡의 머리를 툭툭 치는 아이샤. '미리'가 저 익룡의 이름인가? 셀이 다음 질문을 던진다. 계속해서. "도시에 머물게 되면 어쩔 거니?" "미리하고 같이 숲에서 자면 돼요." "그 정도의 거대한 익룡이 안전하게 땅에 내릴 곳이, 과연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니?" "찾아보면 있겠죠." "이곳에 적응한 익룡이, 이곳과 다른 기후를 가진 땅에서 잘 지낼 수 있다고 여기 니?" "네?"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의아해하는 아이샤에게 말하는 셀. "이곳은 아라비 사막. 덥고 건조한 곳이지. 이런 곳에서 그렇게 큰 익룡이 살아있는 것은, 이 마을 부근의 저수지 때문이라고 생각해. 먹이를 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 오래 살면서 이곳 기후에 적응한 익룡이 다른 곳에 간다면, 분명히 낮은 기온 을 견디지 못하게 될 거야. 기온 뿐이 아냐. 먹이도 이곳과는 전혀 다를 지도 모르는 데, 과연 그 익룡이 그런 걸 잘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입을 다무는 아이샤. 하지만 셀의 말은 전부 옳았다. "그 익룡은, 여기 남겨놓고 가. 마을 사람들이 잘 돌봐줄 거야." 시무룩해지는 아이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애원하는 눈초리로 셀을 바라보 는......... 아니, 날 바라보잖아. 쟤, 왜 저래? "어, 언니..... 미리가 저하고 같이 갈 수 있게 해 줘요....." 이걸 어쩌지?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알기 위해 셀과 아르메리아를 바라보았지 만, 그녀들은 고개를 저었다. 무리라는 거다. 내 생각에도 그 의견이 옳다고 여겨졌 지만. "데려가요. 유로 제국엔 익룡을 키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만약 여행에 방 해가 된다면 그들에게 맡겨두면 됩니다." 이.... 이 목소리는..... 결국, 익룡을 데려가기로 했다. 태자님이 원하니, 도리가 있나. 어쨌든, 이제 얼마 있으면 작별할 사람이니 하나쯤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좋겠지. 이번에 고생시킨 대가 라고 생각하고, 나는 태자님의 의견에 동의했다. 아이샤는 기뻐하며 태자님의 뺨에 키스를 했다. "고마워요. 오빠." 태자님이 왠지 모르게 당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아르메리아, 셀, 세이브, 태자님, 그리고 아이샤까지 더한 일행이, 마을 사람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했다. "안녕히 계세요." "잘 가. 아이샤." 역시 마을을 처음으로 떠나는 아이샤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그녀가 자신의 양부모 님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자신의 익룡인 미리에게 달려갔다. 익룡의 등에 몸을 실은 아이샤가 고삐를 잡는데. "아이샤 !" 손을 흔드는 한 소년의 모습. "오마르 !" 그녀도 손을 흔든다. 자신의 친구를 향해서. "언젠가는 꼭 돌아와 !" 오마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손을 흔들었다. 아이샤를 태운 거대한 익룡이, 서서히 날갯짓을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거체가 하늘로 날아 올랐다. "안녕 !" 마을을 뒤로 하고 달리기 시작하는 우리의 주위를 모래바람이 감쌌다. 그 바람이 사 라졌을 때, 마을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익룡의 몸이 거대하다고 해서,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날개 길이 20미 터라고 해서, 그만큼 빠르게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몸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나는 데 더 많은 힘이 필요한 것이다. 익룡의 주식인 물고기나 작은 동물들을 잡기 힘든 사막이기 때문에, 힘을 보충할 겨를도 없다. 게다가 짐으로, 아이샤까지 등에 지고 있으니, 그녀가 드워프 소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무게는 장난이 아 닐 것이다. '날아가는 게 용해.' 물론, 자신의 힘만으로 날아간다면, 벌써 땅에 떨어질 정도로 힘든 비행이다. 그러 나, 거대한 익룡은 더 현명한 비행방법을 알고 있다. 그들은,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 았다. 특히, 상승기류를 잡아탄다면, 힘들이지 않고 하늘을 자유로이 떠다닐 수 있었 다. 하지만. '저렇게 빙빙 돌아서야.....' 기류를 타고 하늘을 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직선으로 날지 못하 는 것이다 ! 원을 그리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익룡의 모습. 정말 느리다. 비행 속도 자체는 빠르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게 느리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치 드워프들이 만드는 스프링같은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고 있으니. 역시 바람 방향이 일 정하지 않은 탓인가. '빨리 좀 날아라.' 셀은 세이브를 안고 날고 있고, 아르메리아는 태자님을 데리고 날고 있다. 태자님 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나를 자꾸 바라보시기는 했지만, 난 아직 비행에는 초보라고 ! 마력을 다루는 것도 간신히 해내는 이 초보 마법사에게 뭘 기대하는거야 ! 내가 초 보라는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만약 내가 태자님을 안고 하늘을 날았다면..... "........." 나는 머리를 흔들어, 악몽같은 생각을 지워버렸다. 이 사막을 벗어나려면, 적어도 300km정도는 날아가야 했다. 우리가 지금 사막의 남쪽을 향해 날고 있기 때문에, 서 쪽이나 동쪽보다는 날아가야 할 거리가 짧았다. 하지만, 셀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땅에 도달할 때까지는, 이렇게 하늘을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지루하면서도 힘든 과정이었다. 마력을 조금씩 붕괴시켜서 운동에너지로 만들고, 여분의 마력을 내 보내고.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이 지나쳐서, 날 피로하게 했다. 오늘내로 300km를 날 지 못한다면..... 다행히, 이제 익룡이 똑바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저녁 때까지는 무난히 사막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들 잘 날고 있네.' 세이브의 등에 탄 셀, 태자님을 매달고 날아가는 아르메리아, 그리고 거대한 익룡 미리의 등에 탄 채 하늘을 나는 아이샤. 모두들 나는 게 능숙하다. 그런데..... '나만 한심하잖아.' 붉은 바위 마을에서 떠난 후의 일이 기억났다. 처음에는, 우리들은 모두 사막 위를 달려갔다. 다만 익룡 위에 탄 아이샤를 제외하 고. 마을 사람들이 마법을 싫어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두들 하늘로 날아오르 기 시작한 것은, 마을에서 우리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거리를 둔 다음이었다. 그 런데. "난 마법을 모르는데?" 역시 태자님이었다. 검술은 좀 배웠겠지만, 마법을 배웠을 리는 없다. 쉽게 배울 수 있는 마법은 없으니까. 보통 인간의 마법만 해도, 까다로운 의식을 거쳐 악마와 계약 을 맺어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물며 엘프들의 마법은.... 말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모든 마력을 일일이 내 의지로 변화시켜 원하는 힘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올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주문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 는 것이다. 장래에 황제가 되어야 하는 태자님에겐, 배워야 할 지식이 많이 있다. 마 법에 신경을 쓸 틈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는 것이다. '그럼 어쩌지?'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를 텔레포테이션 마법으로 유로 제국에 돌려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아라비 사막의 입구에 도달하기 전에는, 이곳에서 인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나와 아르메리아는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없고. '가만. 셀은 마법을 잘만 사용하던데?' 기대에 부푼 얼굴로 셀을 바라보는 나. 그녀는, 마법사들의 마법이 봉인되는 이런 곳에서도 마법을 사용했었다. 그녀라면....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왜 !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요? 어제는 윈드 케논을 사용했잖아요?" 내 물음에, 작은 소리로 답하는 셀. "여기서 강한 마법을 쓰면, 이 아이에게 부담이 가." "?" "이곳은 마법의 근원체와 연락이 닿는 곳이 아니야. 여기서 마법을 쓰려면, 근원체 역할을 하는 존재가 옆에 있거나." 세이브의 머리를 톡톡 두들기는 그녀. "아니면 나처럼 계약을 맺은 근원체를 품고 있어야 해."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가리는 그녀. "물론, 엘프들은 그 근원체를 악마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방긋 웃는 그녀. 여전히 작은 목소리이다. "마법사들이 그걸 안다면, 나한테 몰려올거야.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난 그게 귀찮 아." - 계속 - 후기)거대한 익룡 미리. 원래 이름은 미리내. 이 이름을 과연 저는 어디서 착상했을 까요. 흐흐흐흐흐. (사악한 웃음) 미리내라는 이름은, 우리말입니다. 은하수라는 뜻 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 아시지요? 익룡의 이름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은 뜻을 가지 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라남도 해남 우항리 지층에서, 발자국 길이가 30cm가 넘 는 (추측으론 날개 길이가 20m가 넘는) 거대한 익룡의 발자국 화석이 발굴되었기 때 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대한 익룡을 상상해서 넣고, 그 이름을 우리말로 붙였습 니다. 시대가 쥬라기인지 아닌지 모르므로, 분명 백악기 화석일 거라고 추측했고, 그 래서 실존 여부를 모르기 때문에 가상 공룡 미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미리내라는 이름은, 제가 아는 분이 쓰시는 이름에서 연상했습니다. 본인의 별칭을 그대로 붙이는 건 무례하므?, 그냥 이렇게 썼습니다. 그리고 마법의 근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자세하게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다 만, 제가 주문마법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설명을 만들어 봤다는 것 정도로만 알려드 릴까 합니다.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2-22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1-30 20:35 조회:110 공룡 판타지 12-220 레이니 이야기 - 비행소녀 아이샤(24) 마법의 근원체? 그것은 뭐지? 인간과 엘프의 마법이 서로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다 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알아듣기 어려울 줄은 몰랐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게, 그녀는 속삭였다. "난 근원체와 함께 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아. 난 남의 스승 노릇을 하기엔 너무 게을러졌거든." 그녀는 세이브의 머리를 약하게 두들기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의 힘을 빌린다면....." "빌린다면?" "이 아이는 마법 근원체의 역할을 하기엔 좀 미숙해서, 금새 지쳐버릴거야. 그럼, 난 사막을 나갈때까지 걸어가든지 해야 해." 그녀가 웃으면서 말을 맺는다. "그건 곤란하겠지?" 나로선,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인간마법에 대해 아는 게 뭐 있어야 말을 하 지. 마법을 사용하는 인간이 인간의 마법을 모른다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거지만. 그 럼..... "그럼, 사막을 날아가는 누군가가, 태자님을 업고....."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입이 다물어진다. 설마.... 내가 태자님을.... 난 싫어 ! 난 태자님과 더 이상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아 ! 여태까지도 느꼈던 일이지만, 같이 있으 면 내 자신을 숨겨야 하기 때문에 청순한 아가씨 노릇을 해야 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태자님은 내게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내 어디에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있다는 건지. 가급적 빨리 태자님을 제국에 돌려보내고 떠나는 것이, 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도대체 어쩌지? 당황하는 내 머릿속에 들리는 목소리. '제가 할께요. 언니.' 자신을 잊고 있었다는 게 서운하다는 듯, 아르메리아가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녀를 돌아본 나는, 고개를 숙였다. 고마움과, 내 자신의 무심함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금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세이브의 표정이 좀 새하얗게 질린 듯해서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 혹시, 하 늘의 공기는 땅보다 차갑기 때문인가? 말그대로 뼛속까지 찬 바람이 불어들어오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내 앞의 하늘에, 아르메리아가 날고 있다. 태자님을 보따리에 싸서, 끈으로 묶은 다 음 몸 아래에 매달아 둔채 날아가는 모습은, 익룡의 발에 매달린 물고기를 연상시켰 다. 물고기 신세가 된 태자님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그리 멋지게 보이지 않는 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녀의 몸에 남자가 손을 대게 된다. 불쌍하기도 하 고 다행하기도 한 장면이었다. 그 뒤에는 아이샤. 거대한 익룡에 탄 그녀는, 익룡 미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그 등에 올라타고 있다. 가장 편하게 날아가는 사람.... 아니 드워프라고 할까. 몸무게 가 가볍다는 것이 저런 이점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대가로 그녀의 짐이 줄 어들었다는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아이샤는, 편한 여행을 하는 셈이다. 좋겠어. 그리고 셀. 그녀의 두 손이 세이브의 어깨 위에 올려져있다. 세이브는, 역시 보통 소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악마인가? 마법사들에게 힘을 주는? 솔직히 그렇다 고 하기에는 묘한 거부감이 있었다. 악마치고는 너무 귀엽기 때문에. 그리고..... 짐을 가지고 비틀거리며 하늘을 나는 나다. 남이 본다면, 정말 한심하 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이다. 마법을 익힌 지 한달밖에 안 된 내가 이렇게 날고 있는 것만으로도 장한 일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 멋지게 날고 있으니 그 런 건 다 지워져 버린다. 왜 나만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나는 거야 ! 마력을 운동에너 지로 바꾸어서 적절한 위치에 분출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게 뭐가 어렵 냐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비행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공중에서 부 는 바람은, 언제나 일정한 힘과 방향으로 부는 것이 아니다. 바람은, 말그대로 자기 맘대로 불어댄다. 난데없이 아래에서 위로 돌풍이 불거나. 휘잉. 말 꺼내자 마자 돌풍이 불었군. 이럴 경우에는 그 상황에 맞추어서 마력을 적절한 방향으로 에너지화하면서 몸 밖으로 분출시켜야 한다. 게다가. 휘잉. 이렇게 땅을 향해 불어내려오는 바람이 불 때도 있다. 잠시라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땅바닥에 추락하게 된다. 바람이 차갑다고 해서 고도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지면에 붙어 날게 된다면 어느 정도는 적당한 온도에서 비행을 즐길 수 있 겠지만, 그럴 경우 상승기류를 찾지 못한 아이샤의 익룡이 추락하거나 비행에 아직도 익숙하지 못한 내가 땅바닥에 머리부터 떨어지는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상황은 내가 가장 위태위태한 경우다. 아이샤의 익룡은 힘이 없으면 바람을 타고 활공이라도 할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재주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 비행 경험이 부족 한 탓이다. 낮게 날면, 안 그래도 서툰 나같은 사람은 추락해서 핏자국만 남길 뿐이 다. 휘잉. 또다시 바람에 불어왔다. 이번엔 옆에서다. 잠시라도 정신을 딴 데 파는 순간, 나는 추락할 것이다. 그것이, 날개 없이 마법으로만 날아가는 자의 운명이었다. "다, 다 왔다 !" 저녁 무렵, 드디어 우리 일행은 사막 횡단을 끝냈다. 작은 강. 그리고 호수가 펼쳐 진 아름다운 초록색 카펫이, 우리 발 아래 보였다. 모두들 기뻐했지만, 그리 기뻐할 단계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날개 길이 20미터는 될 듯한 아이샤의 익룡이 착륙 할 장소를 찾아야 하니까. 나중에 비행을 재개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달릴 수 있는 평원이나 비탈길이 필요했다. 그리고, 숲으로 뒤덮인 이곳에는 당연히 그런 지 형이 눈에 쉽게 띄지 않는다. 아직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쉴 단계가 아니었던 것이다. "레이니, 셀. 내가 아이샤가 내릴 곳을 찾아볼께요. 두 사람은 내려가서 저녁을 부 탁해요." 자신을 묶었던 끈을 푸는 아르메리아. 그런데, 여기는 공중이 아니던가? 태자님이, 자신을 묶은 끈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을 보고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외쳤다. "아, 아르메리아양 !" 그러나,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끈을 풀어버렸다. 태자님의 절규가 메아리치고.... "!" 태자님은 아주 사뿐하게 땅에 내렸다. 그녀는, 끈을 풀면서 지상으로 강하했던 것이 다. 태자님을 묶은 끈을 모두 풀었을 때에는, 태자님의 발과 땅 사이의 거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셀도 당황하지 않았던 것이고. 약간 놀라는 얼굴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하긴 태자님은 사막을 건널 동안 편하 게 매달려 오기만 했으니, 아르메리아도 장난을 치고 싶었더 것일까. 아니면 그녀가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기 때문에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한 것일까. 나와 셀은 웃으며 지상으로 내려갔다. 태자님과는 달리, 사뿐한 착륙이었다. 하지만, 두 다리가 땅에 닿자 여태까지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무릎이 꺾어지면서, 나 는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헉 !" 생각 이상으로 체력 소모가 심했던 모양이다.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다. 하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세이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 역시, 숨을 헐떡이고 있다. 하긴 그녀 는 나 이상으로 체력 소모가 심했을 것이다. 셀이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역시 아이 샤보다는 무거웠을 테니. 나와 세이브는, 말그대로 간신히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모 든 힘을 다 쏟아서. 그런데, 매달려오기만 한 태자님이 왜 저렇게 지쳐있는 거야 ! "이봐요. 태자님." 헥헥거리기만 하고 있는 태자님. 남자가 저래서야..... 갑자기 유로 제국의 앞날이 걱정되는 순간이다. 그러나. "미, 미안해요. 레이니양. 하늘을 날아가는 경험은 난생 처음이라....." 뭐야. 저거. 태자님이 황급히 숲 속으로 달려가고 나서 잠시 후에, 뭔가를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 저러시는 거지? 셀이 웃으면서 내게 말해주었다. "배멀미하고 흡사한 거야. 그 엘프가 날아가면서, 아래에 매달린 태자가 마구 흔들 렸잖아? 그래서 배가 파도에 흔들릴 때와 비슷하게 몸이 뒤흔들린거야." 배멀미? 하늘을 날아갈 때도 그런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나? 그런데 왜 나는 멀 쩡하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셀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다시 말을 계속했 다. "밀크는 아무래도 하늘을 직접 날았기 때문에, 긴장이 되니까 몸이 흔들리더라도 별 로 고통을 느끼지 않은 거야. 하지만 저 남자애는, 스스로 난 게 아니라 매달려서 날 았으니까 멀미를 하게 된 거고. 아. 걱정하지 마. 곧 회복될 거야." 셀이 내게 윙크를 보냈다. "자. 여기서 쉬고 있어. 저녁거리를 장만해올게." 셀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주문이래봐야 긴 것도 아니었지만. 우리가 사막을 벗 어났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디텍트 라이프 포스(detect life force : 생명마법 레벨 7. 생명력을 탐지한다)." 서서히, 미리가 강가의 큰 나무에 내려앉았다. 이 정도 높이의 나무라면 나중에 날 아오를 때 불편하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힘으로 속도를 붙인 후, 날아오르면 되니까. "자. 다녀와. 미리." 내가 나뭇가지에 옮겨타자, 미리는 쏜살같이 강으로 날아갔다. 다시 날아오르는 미 리의 입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물려 있었다. "고마워. 미리." 내 옆에 다시 내려앉는 미리. 나는, 미리의 입안으로 삼켜지는 물고기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자. 이제 나도 물고기 하나 잡아볼............ "무, 무식한 여자." 그 인간 마법사가, 등껍질 길이가 2미터는 될 듯한 커다란 거북이를 잡아 들고 있었 다. 왠지 앞날이 편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 이번 이야기 끝 - 후기)아. 끝났다. 정말 길군요. 이번엔 고생했습니다. 으흐흑. 지난번에도 그랬는데, 요즘은 왜 이러는지. (꺼이꺼이) 추가)그리고, 오늘은 좀 늦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 많아서..... (컴을 수리하러 용 산까지 끌고 갔다 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애고. 무거워라) - 열 세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레이니 : 이번엔 기필코 평화로운 하루를 맛보고 말겠다 ! 언제나 예고편에선 유혈이 낭자한 이 괴상한 전통을 반드시..... 우당탕탕. 레이니 : 무, 무슨 일이지? 아이샤 : 어, 언니 ! 이 통 좀 들어줘. 레이니 : 이게 뭐니? 둥근 원기둥 모양의 통인데? 혹시 물통이니? 아이샤 : 아냐 ! 더 맛있는 거야 ! 레이니 : 그래? 통을 드는 것 까지는 좋은데..... 세이브 : 헤롱헤롱.... 언니야..... 툭. 세이브의 팔꿈치에 부딪쳐 무너지기 시작하는 수 십, 수 백개의 통무더기. 그리 고 그 아래에는..... 레이니 : 어? 어? 우아아아아 ! 쿵. 먼지로 인해 구체적인 장면이 안 보여서 죄송합니다. 다만, 보이는 것은..... 통무더기의 산. 그리고 그 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 서, 설마..... 역시 예고편의 전통인 유혈사태인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1 19:52 조회:109 공룡 판타지 13-221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 스윽. 내 뒤에서 날아오는 두 개의 에너지 덩어리. 나는 나의 마력을 총동원해서 그 덩어리를 내리쳤다. 퍼엉. 갈라지는 두 개의 덩어리. 폭발을 피해서 뒤로 물러선다. "위쪽 !" 위에서 날아오는 강력한 힘. 너무 가까워서 피할 틈이 없다. 나는 검을 들어 그것을 찌른다. 나의 검이 뒤흔들리며 덩어리를 가른다. 하지만, 에너지 덩어리를 반으로 자 르면 그 덩어리는..... 콰앙. 강력한 에너지의 격류가 나를 덮쳤다. 만약 힘을 마력으로 바꾸는 방법을 배 워두지 않았었다면, 나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간신히 5레벨 마법으로 충격파를 마력 으로 바꾸었지만, 역시 아직은 완벽한 흡수가 불가능했다. 몸이 마구 뒤흔들린다. 그 힘을 다루지 못한 나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동시에 내 목으로 날아 드는 수십개의 빛의 창. 내가 그것을 튕겨내기도 전에, 목의 급소에 정확히 그것이 닿고 있었다. 그 힘을 흡수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부족했다. "네가 또 졌다." "제, 젠장." 이걸로 벌써 다섯 번째 패배다. 이러다가는 언제까지나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무모하다. 오늘은 포기해라." 갈색의 베일을 쓴 소녀가, 무겁게 말한다. 그 목소리를 듣자, 내 마음이 바다 속으 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어 !" 나 자신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다. 정신을 지배하는 라비린 스 키퍼가 레벨 7이라고 했지? 그녀를 쓰러뜨리지 않고선, 내가 그 날 사형장에서 의 식을 잃고 이상한 행동을 한 원인을 알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녀와 싸우려면 일 단 내 앞에 선 이 여자를 눌러야 했다. 레벨 6의 라비린스 키퍼도 못 이긴다면, 레벨 7의 상대와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지금 넌, 너무 지친 상태다. 그 몸으로는, 사용할만한 마력도 거의 남지 않았을 거 다." 그건 그렇다. 마력이라고는 이제 한 줌이나 남았을까. 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 면..... 다시는 저 자를 넘을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어째서였는지는 모르지 만. "아직 죽지는 않았어." 나는, 나의 검인 라 브레이커를 다시 고쳐잡으면서 외쳤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 면, 난 가녀린 여자아이가 될 것 같아서. 이젠, 내가 남자였다는 것을 증명해줄 것은 거의 없었다. 있다면 그것은 내 마음 뿐. 셀이나 아르메리아가 내 과거를 안다고 해 도, 그녀들은 내 말을 믿는 것이지, 증명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 마음 을 내가 모른다면, 결국 난..... "이야아압 !" 검을 내 머리위로 치켜들고, 나는 레벨 6의 라비린스 키퍼, 암버(amber : 호박. 보 석의 이름)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갈색 천에 의해 가려져서 보이지 않지만, 아마 비웃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나는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아까의 일 이 서서히 떠오른다. "언니. 그럼 지금 라비린스 키퍼와 겨룰 생각이야?" 놀라는 아르메리아. "응. 그들과 만나기 전에 정신을 지배하는 라비린스 키퍼들과 겨루고 싶어." 나는 미나르 공주님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남자였던 시 절의 물건으로는 불가능하다. 증인이 있다면 다로프 아저씨와 아르메리아 정도인데, 여기서 다로프 아저씨가 있는 곳과는 거의 3000km는 떨어져 있지 않을까. 설령 아저 씨를 만난다고 해도, 그 분의 말을 혼 족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 은 끝이다. 내 몸은 분명히 미나르 공주의 것이기 때문에. "만약, 내가 자세한 정황을 그들에게 설명하지 못하면, 그 사람들은 날 믿지 않을거 야." 사실이 그렇다. 나 자신도, 내가 그날, 사형장에서 "난 레이니가 아냐." 라고 한 이 유를 알지 못하니까. 난 기억할 수 없었지만, 아르메리아가 말해주었다. 내가 그때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는, 내가 여자아이가 되 고나서부터 나를 지켜본 유일무이한 존재인 라 브레이커에게 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알고 싶으면, 레벨 7의 라비린스 키퍼, 셀레나이트를 쓰러뜨려봐라." 고물 마법검 같으니. 주인에게 이렇게 무례한 검은 처음이다. 나는 그 검을 노려보 았지만, 라 브레이커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말 한 마디 정도는 해줄만도 하건만, 마법검은 무심하게도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 다만. "네가 셀레나이트를 이긴다면, 네게 모든 것을 말해주마. 네가 알고 싶어하는 것 전 부를." 그렇다면..... "혹시, 내 몸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도?" 거의 농담이었다. 겉만 요란한 마법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턱이 없다고 여겼으니 까. 조금 전에 내게 아무말도 하지 않은 데 대한 섭섭함이, 그런 말을 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만약 네가 그녀를 이기면, 네 몸에 대해서도 말해주겠다." "!" 그럼, 굳이 쥬린 제국의 궁정에 숨어들어가서 변태 마법사를 찾아 헤멜 일도 없겠 네? 내 몸이 미나르 공주님인 이상, 잘못하다가는 반역자로 몰려 잡힐 수도 있는 위 험한 일이었다. 그런 일을 피할 수 있다면.... "알았어. 지금 당장 시작하자." 어차피 저녁도 먹었고, 그동안 내 실력도 많이 늘었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럭저럭 마법도 익혀두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당장 혼 족들과 대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아닌가. 그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도망쳐야 하고, 그러려면 내 힘이 강해야 했다. 만약 그 사나이와 마주치게 된다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런 자와 맞서려면 난 더 강해져야 한다.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막다른 골목에 몰린 듯한 심정이었다. 물론 여기서 도망간다면 문제는 다르지만. '그것도 무리야.' 어차피 도망가기는 무리 아닌가. 태자님을 찾으러 온 제국 기사들과 혼 족들이 같이 있는 이상, 내가 그들을 피할 방법은 없다. 어차피 태자님을 돌려보내지 않으면 나는 유로 제국에 다시는 가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남자로 돌아간다고 해도 평생 타 향살이의 설움을 겪다가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태자님을 돌려보낸다면 필연 적으로 그 혼족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고, 그것은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 다. 그들에게는 공주님이 중요하지 내가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므로, 만일의 경우, 내 몸을 찾아주지 않고 공주님의 혼만 찾아올 지도 모르는 게 아닌가. 그럼 난 죽는 다.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라 브레이커." 내 마음을 알았다는 듯, 검이 하늘로 떠오른다. "좋다. 죽을 각오는 되었나. 레이니." 저 검은 언제나 기분나쁜 소리만 해.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성공하기만 빌어줘." 셀, 아르메리아, 세이브, 아이샤, 그리고 태자님. 물론 태자님은 저만치 떨어진 곳 에 잠재워두었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해 줄 의리는 없으니까. 난 내 정체를 다른 사 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고. 나는, 내 앞에 선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억지로라도 밝 게. "다녀와. 기다릴께." "다녀와요. 몸 조심하고." "조심해요. 언니." "언니. 맛있는 거 준비해둘게." 셀, 아르메리아, 아이샤, 세이브 모두, 날 걱정해주었다. 나는, 전설의 검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이 고생을 하는 거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이걸로 여섯 번째 실패다." 으. 분하도다. 정말 저 여자를 이길 방법은 없단 말인가. 나는, 다시 일어서서 덤비 려다가, 한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어떻게 이기지?' 너무나 서둘렀기 때문일까? 싸우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저 녀석을 어떤 방식 으로 싸워 이길 것인지를. 나는 나의 검을 다시 허리에 찬 후, 그 자리에 주저앉았 다. 생각해 볼 게 있었다. "드디어 포기했나?" 옆에서 암버의 조롱섞인 물음이 들려왔지만, 나는 그냥 그대로 있었다. 어떻게 저 녀석을 상대할지, 머리를 정리해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서 조롱하든 말든 가만있자. 일단은 집중할 때다. 내 모습을 본 암버도 더 이상 날 비웃지 않았 다. "그럼 기다려주마. 하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지금 당장 밖으로 내 보낼 것 이다." 내 앞에 앉아서 눈을 감고 기다리는 암버. 너무나 무방비상태인 모습이었지만, 그녀 의 주위에 느껴지는 힘은, 결코 방심한 자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 공격하기는 무리야.' 빈틈이 전혀 없다. 저런 자와 상대한다면.... 정면대결도 속임수도 통하지 않는다. 나보다 전투경험이 월등히 많은 자에게, 잔꾀가 먹힐 턱이 없었다. 그렇다고 정면대 결을 한다면, 실력이 밀린다. 그럼 어떻게? '저 녀석은 레벨 6의 라비린스 키퍼였지. 그리고 그 능력은.....' 저 여자의 능력은 에너지 구조체를 만들어내는 것. 에너지로 기계를 만들어낸다고 하는 설명이지만, 솔직히 무슨 뜻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상대의 능력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결과가, 여섯 차례의 패배인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저 여자의 힘이 무엇인가를.....' 에너지를 이용해 기계를 만드는 것이라. 드워프들이 물질로 기계를 만들기는 하지 만, 에너지로 기계를 만들어낸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것일까? 그 이치는? 나는 곰곰히 생각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굳이 그 이치를 지금 알아낼 필요가 있을까? '에너지... 에너지라....' - 계속 - 후기)한참동안 고민했습니다. 레이니 일행을 엘프 마을로 보내려고 하니, 걸리는 문 제가 생겨서요. 결국, 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고맙다. 아이샤. 그리고 ! 암버라는 거, 절대 호박의 이름이 아닙니다. 그녀의 얼굴이 호박이라든지, 그런 거 아니라고? ! (그러니까 다른 보석 이름을 붙여달라고 외치는 암버양)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2 10:04 조회:34 공룡 판타지 13-222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2) 에너지. 그 한 마디의 단어의 의미를,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에너지라는 것은, 결 국 힘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힘은 내가 사용하는 마력과 연관되어 있다. 그렇다 면..... '그것이 에너지로 만든 기계라면, 내 힘으로 흡수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힘을 흡수해서 내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떻게든 대처가 가능하리라. 그 렇다면..... 나는 나의 검을 들고 일어섰다. 상대를 바라보면서..... "다시 덤빌 셈인가." 나는 그녀, 암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은 갈색 베일에 가려져서 보 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나를 동정하는 듯 하다. "불쌍한 아이로군. 굳이 자신의 파멸을 가져올 길을 가려고 하다니." 비웃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간다 !" 검을 들어 그녀에게 달려간다. 암버가 두 손에서 하얀 에너지 덩어리를 방출했다. 그것은, 공중에서 나를 향해 작은 에너지탄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온다 !" 아까까지는 에너지탄을 피했을 뿐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그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다. 만약 힘만으로 그것을 막아내려고 했다면 지금쯤 몸이 찢겨져 나갔을 테지 만, 나는 그 힘을 자연스럽게 몸 안으로 끌어들였다. 힘이 내 몸 안의 세포를 파괴하 려하는 순간, 나는 그 힘을 마력으로 변환시켰다. 일부를 열로 방출시키기는 했지만, 그 양은 미미했다. 거의 대부분의 힘을 마력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제법이군." 다시 한 번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암버. 그녀의 손에서 거대한 구슬이 튀어나온다. 나보다도 큰 바위같은 덩어리.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실수하면 난 산산조각 난다. 내 두 손이 마력 덩어리에 닿았다. 마력이 불안정하게 붕괴되려고 하고 있었 다. 겁이 나기는 했지만, 여기서 피하거나 막는 것도 이미 늦었다. 나는 정면으로 그 힘을 받았다. 거대한 힘이 불안정하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그 힘을 마력으로 변화시켰다. "그런가. 그럼 이건 어때?" 나 주위에 에너지의 그물이 날아든다. 나는 그 힘을 흡수하려고 했지만..... "이게 뭐야 !" 그 힘은 전혀 흡수되지 않았다 ! 나는 그물에 묶여 땅 아래로 떨어졌다. 그의 왼손 이 내 머리를 향했다. 그리고 한 마디. "일곱번째 실패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마력이 어째서 흡수되지 않은 것이지? 레벨 5의 마법을 내가 완벽하게 익히지 못한 탓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혼자서 팔짱을 끼고 고민하는 나. "이해되지 않는가?" 옆에서 묻는 암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데 어떻게 해 ! "알고 싶은가?" 당연하지 ! 나는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내가 세이브가 된 기분이군. 하지만 난 그녀석처럼 머리가 떨어질까 걱정될 정도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 았다. 물론, 화가 난 탓에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럼 알려주지. 나는 네 능력을 알고, 너는 내 능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공정한 대 결은 되지 않을 테니까." 공정?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나는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쨌든 이기고 봐 야 할 게 아닌가. 암버는 입을 열었다. 여성스런 말투는 아니었지만. "내 힘은, 에너지를 이용해 정교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레벨 4의 마법이 단기간, 순간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나는 긴 세월을 지나면서도 그 기능을 유지 하는 에너지의 구조물을 쌓는 능력이 있는 거다." 구조물? 힘으로 구조물을 쌓는다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을 하고 있다. "에너지라는 것은, 물질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다. 이것의 특성은, 특정 위치에 집중하기보다는 분산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식적으로는 에너지로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건 그럴 것이다. 마력을 모으려면 반드시 내 의사로 일점에 집중을 시켜야 하니 까. 그런데? "그러나, 실제로는 에너지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생명의 힘이 그 좋은 예다." ????? "사람이 팔이나 다리를 잘린 경우에도, 그 생명력은 원래의 팔다리가 있던 곳에 남 아있다. 네가 보는 눈이 있다면,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팔다리가 없는 사람에게도 팔다리 모양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을." "........" "그런 것이, 바로 에너지의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에너지라는 것도, 특성에 따라서 는 하나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뜻이지. 내 능력은, 그런 특정한 에너지를 이용 해서 집을 짓는 것이다. 생명력이나 정신파, 그리고 마력을 이용해서." ".........." 아르메리아의 마법강의나 다름없는, 이해되지 않는 소리를 늘어놓는 암버. 왜 그녀 의 말투가 남자처럼 되었는지 짐작이 간다. 저런 소리나 하고 있으니 당연할지 도.....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것은, 생명력이나 마력이 매우 안정된 에너지라는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네 가 나를 이긴다면, 좀 더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배우고 싶지 않아. 무의식중에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왠지 모르게 머리가 아플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전에 마법에 대해 배울때도.... 얼마나 고생을 했던 가. 아직도 그 고통을 생각하면, 몸이 움츠러들 지경이었다. 만약 내가 혼 족들에게 가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결코 라비린스 키퍼들과 대결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긴, 그 때나 지금이나 잔뜩 겁먹고 있는 애에게 가르쳐 줄 일은 없을 듯 하지 만." 저, 저게 ! 그게 나를 끌어내려는 도발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일어섰다. 그의 발 언. '그 때'라는 말이, 한 가지를 기억나게 했기 때문이다. "설명해주지. 넌 이미 처음에 나와 계약할 때부터 보통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네가 나와 계약을 한 게 이미 10년이 넘었으니....." 라 브레이커가 했던 말. 그 말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내가 아주 오래전에 그와 계약 을 했다는 말. 그럼..... 그 과거에 내가 검과 계약을 했다는 것인가. 그런데 왜 나 는 전혀 그에 대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지? "난 레이니가 아냐." 그런 말을 내가 사형장에서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나는 그 기억이 전혀 없는 것 이지? 그리고 어떻게 사막까지 2000km를, 쉬지 않고 날아올 수 있었지? 도대체 내 과 거에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연이어 생기는 것이지? 나는 과연 과거에 무슨 일을 당했던 것일까. 이미 나를 가르쳤던 사부님이 돌아가셨으니, 그 과거를 상 세하게 아는 것은, 내가 쥐고 있는 이 검 뿐이다. 라 브레이커. 그렇다면..... "다시 해 보자. 암버." 내가 과거를 알고 싶다면, 나는 그것과 부딪쳐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을 다 루는 라비린스 키퍼를 상대로 싸워 이겨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내 앞에 있는 이 여자, 암버를 꺾어야 했다. 멈출 수는 없다. 나를 알기 위해서라도. 나는 암버와 약 간의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에너지를 기계로 만들어낸다고 했지?" 고개를 끄덕이는 암버. "그래서, 힘을 흡수할 수 없다고 했지?" 끄덕. "그럼 해 보겠어. 그 기계들을 모두 부수어 보겠다고 !" 결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라 브레이커가 내게 가르쳐준 방법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면..... "간다 !" 나는 검을 치켜들고, 그녀에게 겨누면서 돌격해들어갔다. "무모하군요." 암버는, 자신의 눈 앞에 거대한 벽을 만들어냈다. 힘이 집결되면서 그 벽은 구멍뚫 린 판 모양으로 바뀌더니, 작은 에너지 덩어리를 쏘아내기 시작했다. 내 주위에, 수 백발의 에너지탄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번으로 끝내겠습니다." 내 주위를, 십여개의 하얀 에너지의 벽이 감싸면서 돌진해왔다. 나를 완전히 포위한 채로. 앞으로도, 옆으로도, 뒤로도 물러날 수 없는 형세. 하늘로 도망치려고 해도, 그 하늘에서 나를 향해 날아오는 벽들. 그 벽들이 서서히 나를 조여들기 시작했다. "끝입니다." 벽들이 나를 감싸면서, 하얀 빛이 주위를 메웠다. "어리석은 아이." 암버는 한탄하면서, 불꽃과 폭음으로 덮인 자신의 발 아래를 보았다. 이미 그녀는, 하늘 높이 떠서 레이니가 있던 장소를 보고 있었다. 그런 폭발에서 살아남을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 계속 - 후기)사람의 팔다리가 잘려도 그 모양이 사진에 찍히는 것. 킬라닌 사진이라고 했나 요?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런 사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위의 내용 이 나왔습니다. 팔다리가 잘려도 생명력이 남아 있다는 것 말이지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3 20:13 조회:108 공룡 판타지 13-223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3) "만약 살아있다고 해도....." 그녀가 만약 자신을 치려면, 하늘높이 올라오거나 마법을 써야 한다. 최악의 경우, 라 브레이커를 던지더라도 큰 무리는 없다. 지금은 라비린스 키퍼들과 대결하는 상 황. 검을 자신의 의사로 조작해서 위치를 바꾸는 수법은 큰 의미가 없다. 검이 바로 라비린스 키퍼들의 모임 아닌가. 레이니가 어떠한 마법을 쓰더라도, 5레벨까지의 마 법으로 자신에게 타격을 줄 수는 없다고 믿는 암버였다. 쿠웅. 벽들이 부딪쳐 터지는 소리. 하지만, 그 안에 한 소녀의 절규는 없었다. 그녀 를 향해 날아오르는 레이니. "용케도 견뎌낸 모양이군." 그녀는 마지막 공격을 준비했다. 레이니의 주변 공기가 부르르 떨리더니, 무수한 양 의 에너지가 그 안으로 날아들면서 레이니를 사정없이 묶어 버렸다. 흡수되지 않을 만큼 강하게 연결된 에너지의 그물. 아니 두꺼운 장막이 그녀를 안에 가두었다. "안녕히. 아가씨." 암버는 더 높이 솟아올랐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다가 최후의 일격을 날릴..... "아니 !" 레이니가 장막을 흡수하고, 자신을 따라 날아오르고 있었다. "어, 어떻게?" 암버는 당황해서 급히 공격을 하려 했지만, 에너지를 기계로 만들어내는 것은 극히 어렵다. 마음의 평정을 잃은 상태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암버의 첫 번째 반격은 레이니의 검에 의해 잘리고, 두 번째 에너지탄이 날아가기도 전에 그녀의 허 리가 정확히 레이니의 검에 의해 잘리고 있었다. "아아아아악 !" 하늘에서 지상으로, 나는 암버의 허리에 칼을 대었다가 떼었다. 놀라 기절해버린 그 녀의 몸을 안은 채, 나는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생각보다는 풍만한 몸이네. 이 럴 때에는 내 몸이 여자라는 게 다행스럽다. 남자였다면 무슨 짓을 했을지..... 아까 흡수한 마력을 이용해서, 지상에 가볍게 안착했다. "휴우." 만약 태자님을 그때 치료해주지 않았더라면, 꼼짝 못하고 당했을 것이다. 순식간에 에너지의 구조물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날 에워싸는 솜씨는 대단했다. 통상적인 레 벨 5의 마법으로는 그 힘을 흡수할 수 없었을 것이지만. "그 수법을 배워 두어서 다행이야." 완전히 엉망이 되어야 정상일텐데, 어떻게 된 게 이곳은 흔적 하나 남지 않는다. 다 만 나와 암버만이 있는 완벽한 고독의 공간. "........정말 남자가 아닌 게 다행이야." 하지만, 쓰러진 암버의 얼굴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왜 나는 이 베일을 벗 기고 싶어질까? 이왕이면 베일을 벗기고, 옷도 벗기고, 그 다음은.... 짝 ! 나는 내 두 손으로, 내 뺨을 두들겼다. 이러다가 사고칠라. 이상한 생각이 더 떠오 르지 않도록, 나는 그녀를 깨우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어떻게 깨우지? 쓰러진 공주 님을 깨우려면..... 역시 왕자님의 키스가 제격일까? 아니면.... "그래 ! 하자 !" 나는 내 손을 그녀의 몸을 향해 뻗었다. "괜찮아요?" "아, 네." 아까보다는 많이 고분고분해졌다. 역시 폭력이 좋은 약인가. 나도 여행다니면서 많 이 한심해졌다. 예전같으면 여자한테 검을 뻗지 못할 텐데, 몸이 여자가 되니까 마음 도 그렇게 되었군. 여자한테 검을 들이대면서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 "그런데, 아까는 어떻게 했지요?" 아직 베일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왠지 예쁠 것 같다. 목소리가 예쁘다고 해서 얼굴 도 예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흔들어서 깨운 것 말인가요?" 그녀의 베일을 걷어올리고 뜨거운 키스를 하던가, 아니면 그녀의 옷을 벗기든가. 그 런 인간답지 못한 방법보다는, 역시 그녀의 어깨를 흔들어서 깨우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상당히 예의에 벗어난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안 깨웠으면 난 그녀 를 계속 안고 있어야 할 게 아닌가. 피곤해 죽을 지경인데. 그래서, 그런 식으로 깨 웠던 것이다. 무례하다고 야단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고요. 어떻게 내가 만든 에너지의 벽을 흡수해 버린 거냐고요." 아, 그거 ! "전에 라 브레이커에게서 배운 방법인데요." 태자님이 물을 잘못 마시고 사막에서 쓰러졌을 때, 내가 검에게 배운 방법이었다. 에너지 자체를 내 의지로 통제하는 수법. 그것을 사용하자, 여태까지 그렇게 견고하 게 서로 묶여있던 에너지들은 거짓말처럼 내 손으로 들어와 버렸다. 자세한 이치도 모르면서 사용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대단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레벨 9나, 레벨 10의 마법인데요." 규칙 위반이라는 듯이 나를 노려보는 암버. 하지만 안 그랬으면 난 죽었다고. 그리 고 그 마법이 9레벨이든 10레벨이든 일단 살고 봐야...... 뭐? "그, 그게 9레벨 마법이야?" "체외의 물질과 에너지를 통제하는 것이라면..... 레벨 10의 마법이에요. 인간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경지의 것이지요." "아." 내가 그런 굉장한 것을 익혔다는 건가. 나도 모르게 내 손을 바라보았다고 해도, 어 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내 상대가 6레벨인데, 무려 10레벨의 수법을 익혔다는 건가. 그렇다면..... 앞으로의 대결은 너무나 수월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그런데..... 그런데.... 난 지금 암버양을 안고 있지. 그런 상황에서 내 손을 바라본다는 것은, 다른 한 손으로만 그녀를 안고 있다는 의미 이고, 아무리 내가 앉아있다고 해도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다른 팔에 힘을 주는 결과 를 낳았다. 그리고 그것은. 물컹. 그녀의 가슴과 내 가슴이 닿는 느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이 붉어지고..... "!" 나는, 황급히 그녀를 떼어놓았다. 나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난 변태인가. 지금 은 여자몸인데. 여자아이를 보고 흥분해 버리다니. 아냐. 원래 남자니까 여자애를 보 고 이런 감정을 가지는 건 당연할지도.... 아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머리 를 세차게 흔들지 않을 수 없다. 난 미쳤을까. "훗." 옆에서 웃는 암버.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모습이다. 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꽤 나 우스웠던 모양이다. 이게 무슨 망신이냐. 잠시 웃기만 하는 암버. 웃음소리를 죽 이느라 애는 썼지만, 그래도 다 보인다. 아무리 그녀가 얼굴을 가리고 있더라도. 도 저히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빨리 레벨 7의 라비린스 키퍼, 셀레나이트를 이겨야 할 듯 하다. "나는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암버의 말. 그리고 그녀의 지식이 내게 전해진다. 나는 두 손을 모은 채, 어두운 공 간에 서 있었다. 서서히, 그녀의 모든 것이 내게 받아들여졌다. "며칠 후에, 7레벨의 라비린스 키퍼들과 싸우도록 해요. 지금은 지쳤으니까." 지난번처럼 여러 명과 겨룰 경우, 또 기억이 헝클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그녀의 말 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보이더니 내 몸이 그리로 빨려들어간다. "레벨 10의 마법이라....."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이제는 혼족들과 만나러 갈 시간. 짐을 꾸린 우리들은, 셀이 순간이동마법 주문을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고..... "언니." 아르메리아가 왜 그러는 거지?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한데? "언니에게는 인간의 마법이 통하지 않을 거에요."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놀라는 나. 그리고 나의 검을 말없이 바라보는 그녀. "설마?" 그렇다면..... 여기서 혼 족들이 있는 곳까지 어떻게 가라는 거야 ! 당황하는 내게 말하는 그녀. "날아가야 해요. 언니 자신의 마법으로. 어차피 언니는 라 브레이커의 주인. 인간 마법이 먹힐 턱이 없어요." "하지만, 난 혼 족들이 어디서 사는지 전혀 모르는데?" 길을 알아야 갈 게 아닌가. 아이샤가 우리를 따라오기로 한 것도, 순전히 드워프 마 을로 가는 길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한 것이 아닌가. 나 혼자서 어떻게 2000km를 날아가라는 거야 ! 지금 난 제정신이라고 ! 그런 짓 못해 ! "언니. 당황하지 마세요. 저도 같이 갈 테니." 당황하던 나를 진정시키는 아르메리아. 하지만 셀은? "걱정 마. 나도 같이 날아갈 거니까." 그러면서 아르메리아를 노려보는 셀.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2000km를 날아가려면 서둘러야 하지만, 아이샤는? 그녀는 어쩌지? 나는 그녀, 정확히 말해서 그녀의 거대한 익룡인 미리내를 바라보았다. - 계속 - 후기)휴우. 의미있는 웃음입니다. 하나를 끝내면 언제나 이렇다는..... 그런데, 중간에 암버양과의 장면에서..... 실망하신 분들이 많을 듯 합니다. 레이니 가 만약 남자였다면.... 거기서 .....하고 .......하며 .........하기까지 한 장면이 나왔을지도..... (풋) 만약 그녀가 여자아이의 몸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는 엄청나게 .....한 이야 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슨 생각 하시는 겁니까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4 19:52 조회:121 공룡 판타지 13-224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4) "아이샤." 과연 그녀와, 그녀의 익룡인 미리내가 그 먼 거리를 날아갈 수 있을까? 모든 사람들 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2000km라는 것은, 너무나 긴 거리이므로. 게다가 그곳은, 드 워프들이 산다는 곳과 반대방향이 아닌가. 드워프들이 산다는 곳은 남동쪽이고, 유로 제국이 있는 방향은 북서쪽이다. 그 긴 거리를 왕복하라는 것인가. 아니, 날아가는 건 둘째 문제이고, 한시라도 빨리 날아야 하는 지금의 입장에서는..... 할 수 없지. "셀 누나." 미안하지만, 도리 없다. "셀이 먼저 유로 제국으로 태자님을 데리고 돌아가세요. 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세이브와 아이샤, 그리고 저 익룡까지 데리고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 어요?" ".........." 섭섭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하지만, 그 방법 외에는 떠오르는 묘안이 없다. 이미 나와 태자님이 이 사막에 온 지 5일은 되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 유가 없었다. "미안해요. 셀. 이번만 제 부탁을 들어줘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셀. 할 수 없지 않은가. 내게 그녀의 마법이 걸리지 않는 다면 나는 유로 제국에 내 힘으로 날아가야 한다. 안 가면 좋겠지만, 그러면 혼 족들 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가야 했다. 달갑지 않지만. 또 그 사나이 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다. 만약 내가 엘프 마법 10레벨을 불완전하게나마 익히지 않았다면, 아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 혼자서 유로 제국에 갈 수는 없다. 길을 알아야 갈 것이 아닌가. 결국 아르메리아가 나와 동행을 하기로 했다. 그녀는 셀의 순간이동마법의 도움을 받고 싶 어하지 않을 것이므로. 물론 셀도 나와 같이 가고 싶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다른 사 람들을 우리가 등에 태우고 날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긴 시간을 요구 하게 될 것이다. 아이샤나 세이브에겐 별 무리가 없지만, 태자님은 되도록 빨리 돌아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셀. 잘 부탁해요." "걱정 마. 부디 몸 조심해."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마법 주문을 외우는 그녀. "텔레포트(Teleport : 시공마법 9레벨) !" 셀의 주변에 선 아이샤, 세이브, 미리내, 그리고 태자님의 모습이 하얀 빛의 덩어리 에 묻혀 버렸다. 그 덩어리가 사라졌을 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 갈까요? 오빠." 이제 둘만 있게 되자, 그제서야 아르메리아가 나를 향해 부른 호칭이었다. '오 빠'라. 참으로 오래간만에 들어본 이름이었다. "오빠가 지금 마법을 어디까지 익혔지요? 6레벨이라고 알고 있는데." "응." 물론, 엘프 마법 10레벨을 익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충 익힌 것 이고, 솔직히 그 이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오빠. 뭔가 말하지 않은 게 있네요?" "응?" 벌써 눈치챈 건가? 나는 잠자코 그녀의 머리에 내 머리를 들이대었다. 입을 여는 건 왠지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둘만 있어본지가 상당히 오래된 느낌이다. "아르메리아." "네." "엘프 마법 10레벨은 어떤 것이지?" 체외의 물질과 에너지를 다룬다고는 들었지만, 그리고 내 힘으로 에너지를 스스로 다루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무엇인지는 잘 몰랐다. 다만 에너지를 다룰 수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이다. "언니. 설마 그 10레벨 마법을 익혔나요?" 그녀의 놀란 듯한 목소리. 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상당히 당황한 듯하다. 의심스런 표정,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그리고..... 우려하는 표정. 왜 그러는 것인지 는 모르지만, 그녀를 속일 수는 없다. 나는 침묵으로 그 사실을 인정했다. "음.........." 놀랐는지, 잠시 입을 다무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의문이 있었다. "어, 어째서 벌써 10레벨의 마법을..... 아직 언니는 7레벨의 라비린스 키퍼들도 제 대로 상대하고 있지 못하는....." 마법이란 순서대로 익혀야 하는 것인가? 비전문가인 나로서는 잘 알 수 없었다. 다 만, 내가 생각해도 그것은 결코 쉬운 마법은 아니었다. 여태까지 배웠던 것은 마력을 기본으로 하는 마법들인데, 그것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녀가 당황하 고 있는 것일까. "언니." "응?" "그 마법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요?" 왜 나한테 묻는 거야 ! 나보다는, 아무래도 마법에 대해 잘 아는 아르메리아가. "아니." "..........그럼 그 마법을 쓰지 마요. 가급적이면." "?" 어째서? 왜 강력한 힘을 쓰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지?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이해 하지 못한다는 내 표정을 본 그녀는, 조용히 단언했다. "그 마법은 아주 강력한 마법이에요. 하지만, 언니가 그 마법을 쓰면 안 되는 이유 는, 그 위력 탓만은 아니에요." 그럼 무슨 이유로? 나는 그녀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 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 뜻밖이었다. "마법을 알지 못하고 사용하는 자는, 결국 그 마법에 의해 자멸하게 되니까요." 자멸한다고? "다시 한 번 말해드릴까요? 그 마법에 대해, 언니가 아는 것은 거의 없어요. 그렇다 면, 언니는 그 마법에 의해 파멸하게 될 거에요. 지금은 사용하지 마세요. 죽기 싫으 면." "........." 뭐라고? 하지만..... "하지만..... 지금의 힘으로는 난....." 그 리츠라는 사람과 싸운다면, 난 절대 이길 수 없다. 그의 힘이 만약 사부와 동일 하다면..... 사부의 실력은, 그 제자였던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인간이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세월을 땀으로 흘려야 하는가. 그런 사람과 맨몸으로 맞서라는 건가. "언니....." "하지만..... 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무섭다. 그 사람과 만난다면.... 난.... "언니 !" 나를 두 팔로 감싸안는 아르메리아. "진정해요 !" "진정해요 !" "진정....." "....."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난.... 난..... 쪽. "!" 내 몸의 떨림이 거짓말같이 사라졌다. 그녀가, 날 끌어안고 한 것은..... 눈 앞이 다시 맑아졌다. 그리고, 그 앞에는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인 그녀의 얼굴이 있었다. "아..... 아르메리아........" 부끄러운 듯, 말을 못하는 그녀. 나, 난..... "레이니....." 잠시동안은 말을 할 수 없었다. 전에 한 번 그녀와 키스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 번처럼 농도가 짙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혀와 내 혀가 만나 서로 상대를 휘감으면 서.... "사, 상상하지 말아요." 잘 들리지도 않는 소리로, 날 책망하는 그녀. 그런가. 그녀는 그런 부끄러움을 무릅 쓰고 나를..... "고, 고마워." 얼굴이 새빨개진 나와 그녀는,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아르메리아." 그녀의 마음. 내 공포심을 없애주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 일이리라. 정말 고마워. 아르메리아. 나는,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얼굴이 빨개지 며 뒤로 물러나는 그녀. 혹시..... 자신을 그런 여자로 생각하는 게 아닌지 약간 두 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게 아냐. 아르메리아. 난....." 부끄럽지만 해야 할 말. 하지 않는다면 후회될 말. "고마워. 내 옆에 있어 주어서." - 계속 - 후기)여기서 레이니가 남자몸이었다면.... 하시는 분들이 많을 듯. 특히 키스. 모두 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시는 거죠? 독자들 : 구체적으로 써 ! 구체적으로 ! 작가 : 하지만 그렇게 쓰다간 전..... 독자들 : 말이 많다 ! 이런 중요한 장면은 구체적으로 써서 모두의 알 권리를 충족 시켜야 하잖아 ! 작가 : 하지만, 그러면..... 그건 너무나 .....하고 .......하며 .........하기까지 한 글이 될지도..... 독자들 : -_-++++++++++++++++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5 19:24 조회:144 공룡 판타지 13-225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5) 그 말 한마디로 충분했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녀의 눈을 보며, 그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열기가 내게 전달되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녀의 온기를 받아들였다. 그걸로 족했다. '그걸 잊고 있었어.' 난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서 울며 달리던 그 때와는 달리, 지금 내 옆에는 그녀가 있고, 셀이 있고, 세이브가 있다. 몸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간다. 나는, 최대한 활 기차게 말했다. "그럼 장거리를 날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줘. 아르메리아." 짧은 거리라면 여태까지 하던 방법대로 해도 별 무리가 없지만, 긴 거리라면 아무래 도 특별한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날아가는 것이 너무나 힘든 탓이다. 끝없이 신 경을 써서 마력을 분출시키는 것은, 마력의 낭비가 심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 것뿐인가. 나보다 마력이 적은 듯 한 아르메리아는 전혀 지치지 않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이 든 것인가. 아무래도 그녀는 비행의 방법을 잘 아는 게 아닐까. 그런 요 령을 미리 들어두고 싶었다. 고개를 숙인 채 미약한 움직임으로 수긍하는 그녀. 얼굴 이 빨갛네? "장거리를 날아가려면 레벨 6의 마법이 필수적이에요." "그게 뭐야?" "언니도 알고 있을 거에요. 레벨 6의 마법이 에너지를 이용해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 이라는 것을." 그것은 암버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걸로 뭘 한다는 것이지? 억지로 그녀의 지식을 외우기만 한 탓인가?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 한심해. "너무 자신을 비하하지 마세요. 언니. 언니는 아직 마법의 초보니까. 인간들의 마법 과는 달라서, 엘프들의 마법은 경험이 매우 중요해요. 마법 자체가 심오한 탓도 있지 만, 자신에게 맞는 응용법을 알아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시간이라..... "하지만, 지금은 빨리 날아가야 하니까, 제 나름대로의 요령을 가르쳐드릴께요." 드디어 강의 시간이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의 자세가 되기로 했다. 왠지 모르게 치매사부가 생각나는군. 그녀는 자신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비행이라는 것은, 결국 몸을 공중에 띄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에요. 하늘을 날며 살아가는 익룡들은 그것을 위해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게 없어요." 그건 나도 아는데? "날개가 없는 이상, 우리는 다른 방식을 사용해야 해요. 보통, 마법을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마력을 몸 전체에 분산시킨 후 그것을 아래를 향해 터뜨려서 그 반작용으로 하늘을 날게 되지요. 언니가 지금까지 사용한 방법처럼." 그렇지. "하지만, 그걸 사용할 경우, 한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되지요. 그것은, 마력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에요. 언니의 경우는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가 있기 때문에 어 느 정도는 마력의 보충이 가능했지만, 보통은 그런 마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요. 따 라서 비행에는 문제가 많게 되지요." 그건 그렇다. 마력이 무한정하게 나오지 않는 평범한 마법사들이라면 과연 그런 식 으로 긴 거리를 날아갈 수 있을까. "또 하나의 문제가 있어요." 그게 뭐지? "그건, 공기의 저항이지요. 하늘을 날아가는 데 가장 적절한 모습은 유선형이에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지요. 하지만." 하지만? "사람의 몸은 원래 하늘을 날아다니기에 적합한 몸이 아니에요. 날개도 없고. 팔과 다리는 하늘에서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땅에 돌아올때에만 쓸모가 있을 정도이니." ? "그런 상황에서 하늘을 날아가려면, 공기 저항을 줄이고 힘의 낭비를 막을 방법이 필요해요. 하지만 인간이 몸 자체를 변형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좀 곤란하지요?" 곤란할 것 같다. 인간의 살과 뼈를 이동시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 왠지, 괴물같아. 그런 품위없는 방법을 고귀한 엘프가 제안할 셈인가? 그게 아니라면 무엇 을? "바로 레벨 6마법을 응용하면 되는 거에요." "뭐?" 도대체 어떻게 해서?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에너지를 이용해서 뭘 하겠다는 것인가. 나보고 복잡한 기계를 만들어내라는 것인가? 그 마법을 배운지 하루도 되지 않은 나에게? 그건 너무나 무리한 요구가 아닌가. 잠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다. 도대체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는 것이지? "훗. 너무 그렇게 겁먹을 거 없어요. 언니." "뭐?" 겁먹은 건 사실이니까 화낼 처지가 못되지만, 아직 난 레벨 6마법을 시험해본 적도 없었다. 그녀는 내게 불가능한 일을 제안할 셈인가? 겁먹은 표정을 풀지 않고,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 "..........." 빠, 빨리 말해줘. 웃지만 말고. 그러니까 더 불안하잖..... 어? 그녀의 손에 모여드는 마력의 덩어리들은.... 아르메리아의 마력이, 그녀 자신을 서서히 감싸기 시작했다. 그 마력은 자신의 안정 성을 유지하면서 그녀를 감쌌다. 그녀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발 아래로 모인 마력이 붕괴되면서 그녀의 몸을 위로 밀어올리고 있다. 그런 그녀의 몸 전체를 마력이 감싸고, 그것은 마치 물방울처럼 변했다. 물방울 안의 엘프인가. 반투명한 마 력의 구슬 속에서, 그녀는 내게 말했다. 육체의 입이 아닌, 마음의 입으로. "이렇게, 마력의 구조물로 몸을 감싸서 저항을 줄이면, 힘의 낭비를 막고 빠른 속도 로 날아갈 수 있어요. 언니. 지금 당장 해 봐요." 서서히 하늘 위로 떠오르는 그녀. 그럼..... "공중을 날아갈때는, 오직 발끝에서만 마력을 터뜨리고, 약간 위를 향해 날아가세 요. 마력을 팔 좌우로 펼쳐서 작은 날개를 만들어두는 것도 잊지 말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녀. 그런데..... 딱 한 번만 강의를 하고 가면 어떻게 해 ! 내 가 무슨 천재냐 !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 그녀는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이, 이런 ! 결국, 빨리 날아오르라는 건가. '그러니까, 마력을 안정상태로 유지한채 이동시키고.....' 마력을 이동시키는 자체는 간단했다. 하지만, 여태까지는 불안정하게 한 후에 이동 시켰지, 안정 상태에서 이동시킨 적은 없다. 게다가, 마력을 발 아래로 이동시킨 후, 그 아래로 터뜨려야 하지 않는가. 전에는 위로 뛰어오르면서 했던 동작인데, 지금은 그런 짓을 했다가는 몸 전체를 감싼 마력의 구조물이 깨진다. 팔다리를 커다란 천으 로 칭칭 감은 후, 그 안에서 팔다리를 마구 움직이면 천은 찢어지게 된다. 그 천이 약하다면 더더욱. 찌익. 천이 찢어졌다. 그리고, 이 천은 단순히 자신을 버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 니다. 콰앙. 마력이 바깥쪽으로 터져 나갔다. "이것도 장난이 아니네." 벌써 몇 번째 실패를 했는가. 멀리 하늘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아르메리아는 뭐라 고 할까. 그냥 포기해 버릴까. "포기는 안 돼요. 어제 제가 가르쳐준 대로, 다시 해 보세요." 어느새 검 밖에 나와서 나를 지켜보는 암버. 그녀를 볼 면목이 없었다. 어제 분명히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는데도 이렇게 헤메니..... 내 모습이 불쌍해보였던지, 약간의 조언을 해주는 그녀. "우선, 하늘에 뛰어오른 후, 마력을 터뜨려서 되도록 높이 올라가세요. 그리고, 땅 으로 떨어지면서 마력을 몸 전체에 감싸도록 해요." "하지만, 만약 실패하면....."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자. 자신을 믿고 한 번 해 보세요." 검 안으로 사라져버리는 암버. 죽기밖에 더하겠냐고? 어째서 아르메리아도 그녀도 이렇게 불친절하게.....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서럽다. 처음 해 보는 방법이라.... 난 자신없는데.... 퍽 ! "이 녀석아 ! 방법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게 아니냐 ! 그러니, 약간의 요령만 있으면 금방 해낼 수 있는 걸 가지고, 왜 그렇게 꾸물대는 거냐 !" 라 브레이커였다. 세상에. 주인을 때리는 검이 있다니. 물론 때린 방법이 미량의 마 력을 내 머리 옆에서 터뜨린 것이라 목숨에 위협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 분 나쁘다. "하지만....." "넌 이미 비행방법을 다 배웠다. 남은 것은 실천 뿐이다. 길이 빤히 보이는데도 못 갈 셈이냐 ! 도대체 거기서 뭘 더 배워야 한다는 거냐 !" "하지만..... 난 한 번도 이런 마법을 사용한 적이....." "자신감을 좀 가져라 ! 넌 레벨 10의 마법도 단 한 번만에 성공시킨 녀석이다. 방법 을 자세히 모르는 상태에서도 내가 전에 말한 내용만 가지고 마법을 완성한 녀석이, 이미 다 아는 마법을 못 쓸 것 같냐 !" 레벨 10..... "일어서라 ! 그리고 날아라 ! 어제 한 일을, 오늘 못 하겠냐 !" - 계속 - 후기)음. 이러다간 술 한잔 하기까지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다..... 좀 늦지 않나 생 각중입니다. (어떻게든 레이니에게 술을 먹인다고 결심한 작가) 그런데, 쥬라기에는 속씨식물이 없는데 어떻게 술이 나오냐고요? 이미 방법은 나와 있으니 걱정마시길. 그리고 하나 더. 유선형의 막을 만들어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 고속비행을 하는 수법 은,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겁니다. 오래동안 벼르고 있었는데, 드디어 써먹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6 19:41 조회:81 공룡 판타지 13-226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6) "....................그건....." 내가 날아오르지 못하는 것은.... 그 이유는..... "떨어지면..... 난....." 그게 두려웠다. 하늘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떨어진다면, 난 분명히 죽게 될 테니 까. 난 치유마법에 익숙하지 못했고,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더 이상 겪기가 싫 고..... "!" 가만. 난 그동안 무서운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아프다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팔이 부러져도 우는 소리 한 번 안 했던 내가? 아프다는 이 유로 겁낼 필요가 없잖아. 실제 이유는.... 이유란 것은..... "아 !" 그렇구나. 난 그를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리츠. 검의 달인. 나를 도망치게 했 던 그 남자를. 그에게 가는 날을 조금이라도 미루고 싶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서 뒤로 빠지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겠어." 여기서 또 도망친다면..... 난 영원히 그의 앞에 나서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해서 든지 그를 뛰어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 변태마법사 앞에 나설 수 있겠 는가. 그가 리츠보다 약하다는 보장도 없는데, 지금 그 앞에서 달아난다면 어떻게 그 보다 더 강한 마법사앞에 설 수 있을까. 어떻게든 그를 극복해야 했다. "...................................이야아아압 !" 소리를 지른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내 모든 것을 하나에 쏟아붓기 위해. 하늘 로 몸이 떠오른다. 발 아래에 마력을 활성화시켜 분출한다. 마력이 터지면서 나를 하 늘로 쏘아보냈다. 멀어지는 땅. 이젠 멈출 수 없다. "야아아아아 !" 마력을 안정상태에서 몸 밖으로 내놓는다. 약간의 마력을 활성화시켜 그 힘으로 마 력을 움직이고, 몸 바깥의 마력을 제어한다. 서서히, 암버에게 배운 대로 마력을 하 나의 구조물로 엮는다. 그것은..... "..........." 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주위의 공기 움직임으로 보아, 그리고 느낌으로 보아, 분명히 상승이 멈추고 내 몸이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있으면 내 몸이 산산 조각이 날 것이다. 빨리 하지 않으면..... "서두르지 마라 ! 침착하게 하나하나씩이다." 라 브레이커가 말했던가?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나는 오직, 마력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들어나갈 뿐이다. 안정된 상태의 마력을 잘 쌓아서 산을 쌓는다. 하나씩 하나씩.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다. 지금 쓸데없이 팔다리를 버둥거려봐야 꼴사나운 몸부림일 뿐. 하늘에서 무엇을 잡을 수 있을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급함을 억누르고, 나는 조각을 쌓아나간다. 한 조각이 맞춰질 때마다, 내 마음은 불안함과 만족함이 교차했다. 과연 내가 제 시간내에 마력을 다 쌓을 수 있을까. 이 제 마지막 한 조각의 마력. 그것이 제 자리로 들어갔다. 나는 눈을 뜨고..... "됐다 !" 아직은 땅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 나는 즉시 내 발 아래에 마력을 내보내 고..... "이런 !" 지금 땅을 향한 것은 내 머리잖아 ! 이걸 어쩌지?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나. 옆에서 소리를 치는 라 브레이커. "마력을 머리 쪽으로 흘려보낸 후에 터뜨려라 ! 발을 땅쪽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 본능적으로, 나는 그의 지시에 따랐다. 내 마력이 발에서 흘러나와 머리쪽으로 간 다. 이미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내 자신이 만든 속박의 그물에 묶여 있기 때문에. 마력이 머리쪽으로 가고..... "지금이다 !" 펑 ! 머리쪽에서 터지는 마력. 그 힘에 의해 머리가 들리고, 반대쪽 방향인 발은 땅 아래로 향한다. "한 번 더 !" 이번에는 발쪽에서다. 발아래에 나오는 마력이 폭발했다. 그 힘에 의해..... "우아아아아 !" 나는 서쪽으로 날아갔다. 하늘을 향해. "휴우." 얼마나 올라왔는지는 모르지만, 땅이 구름에 가려질 정도로는 올라왔다. 나는, 내 옆으로 날아온 아르메리아를 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웃고 있다. 비웃음이 아니라, 감탄하는 표정의 그녀가 보인다. "드디어 해냈네요." 단순히 비행을 성공시켰다는 뜻은 아닌 듯 하다. 그럼? "혼자서 일어서는 것. 힘든 일인데..... 잘했어요." 나도 웃음을 지으려고 했다. 그런데..... 숨이 막히는 듯한 이 느낌은? 아르메리아 의 말없는 말이, 내게 들린다. "마력으로 만든 에너지의 장막을, 공기가 뚫지 못하는 거에요. 약간만 장막을 열어 서 공기를 들이마시세요." 약간만? "네. 공기를 마신 후에, 장막을 닫고 20분 정도 고속으로 날아가는 거에요. 그리고 나서 마력의 분출을 중지하고, 관성으로 날아가면서 공기를 들이마시는 거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오늘 내에 레드 테일 시에 도달할 수 있을 거에요." "오늘 내에?" 나는 마력의 장막을 열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그녀의 말을 들었다. 바람이 마치 화 살같이 내 얼굴을 찔러온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에, 장막을 다시 닫았다. 도 대체 바람이 왜 이리 센 거야?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하룻동안에 그 긴 거리를 날아 간다는 거야? "그런 게 가능한 거야?" "네. 충분히 가능해요. 지금 우리가 날아가는 속도는....." 속도는? "대략 시속 700km정도니까요." "뭐라고?" 그 정도로 내가 빨리 날고 있다는 말인가? 아래를 내려다본 내게는,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땅이 보이지 않고, 단지 우리의 아래를 흐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구름뿐. 우리는 하얀색 솜털의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눈 앞을 가로막는 것은, 하늘 이라는 바다의 물거품. "힉 !" 미처 피할 수 없었다. 나는 구름에 정면으로 부딪쳤다. 하지만. 놀라서 눈을 감아버 린 내 머리에는 아무런 충격이 가해지지 않았다. 옆에서 웃는 아르메리아. "놀라지 마세요. 구름은 단지 안개가 하늘에 떠 있는 것일 뿐이니까요. 부딪쳐도 큰 일은 없어요." 그런가..... 내 손으로 구름을 잡을 순 없지만, 그래서 구름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런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 니..... 넋을 잃고 주위를 둘러보려는 내게, 아르메리아가 꿈꾸듯 읊조린다. 첫 비행의 날 그것은 내 영혼이 해방되는 날 멀리서 바라보던 꿈이 내 앞에 있을 때 나는 꿈 속으로 날아들었어 꿈은 이루면 꿈이 아니지만 하늘은 언제나 다른 얼굴 나는 오늘도 내 영혼을 해방해 언제나 존재하는 꿈을 향해서 "그거, 아르메리아가 지은 거야?" 왠지 모르게 시를 읊은 것 같은데. 그녀는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훗. 시라고 할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처음 날아올랐을때는 정말 기뻤어요. 이건 그 날 생각해낸 시에요." 꿈꾸듯 자신의 말을 불어내는 그녀. "처음 비행을 할 때, 저도 놀랐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볼 수 있다니. 하 늘을 바라볼 때는 몰랐는데, 막상 올라와보니 이렇게 멋진 세상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고, 그 뒤로는 시간만 나면 하늘로 날아오르곤 했어요." 나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멋진 곳이 세상에 있다 니.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록 마력의 구조물 안에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몸 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적어도 고개 정도는. 저 멀리 태양이 있지만, 내 눈은 그것을 바라볼 힘이 없다. 다만, 그 위의 하늘에도 역시 구름이 떠 있다는 것과, 하늘이 너 무나 파랗다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저 높이에서도 구름이 있네?" 이곳이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지만, 저 멀리 뜬 구름은 나보다 더 높이 떠 있다. 왠 지 모르게,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저기로 올라가볼까?" "네." 나와 그녀는 마력을 분출해서 하늘로 날았다. 하늘 끝에 뜬 구름을 보기 위해서. - 계속 - 후기)하늘을 나는 사람들. 만약 제가 하늘을 난다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요? 제가 옛 날에 비행기를 타 봤을 때는, 구름을 한 번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비행기 안이라서 못 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하늘을 날아가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꿈일지도 모르지 요. 추가)어제 시리얼 대화방에서 들은 한 마디. "난 '공룡 판타지'라는 제목 때문에 보 지도 않고 피했다." (애고) 덕분에 우울모드에 빠져들었다가..... 곰곰 생각해보니 꼭 비관적일 필요는 없더군요. 하루 조회수가 100 조금 넘는 정도지만 현재 1화 조회 수는 조금씩 늘어나 어느덧 1500을 바라보고 있으니까요. 그 분은 그러시더군요. 시 원치 않으면 연중하고 다른 재미있는 소설 쓰라고. 그러나 ! 그랬다간 전 2000명이나 되는 독자분들의 원한을 사는 고로..... (왜 2000명이냐 하면, 하이텔과 천리안과 인 터넷의 독자님들 수를 세어보니 그 정도는 되겠더라고요. 천리안은 제가 센 게 아니 지만 일단 1회 조회수는 200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서) 독자님들을 보니 우울함이 가셔지더군요. 그리고 전에 제가 조회수 적다고 투덜거렸을때 다른 소설을 연재하시는 분이 하신 말씀도 기억이 나고요. 하루 조회수가 적다니까 "그럼 여태까지의 조회수를 다 합해 도 그렇게 적냐." 음. 할 말 없더군요. 배부른 자의 불평일수 있으니. 그래서 연중은 없을 겁니다. 끝까지 쓴다고 결심을 다시 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물론 글쓰는 게 쉽지는 않지만, 작가는 독자들의 성원을 먹고 산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7 19:36 조회:100 공룡 판타지 13-227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7) 몇 년 만에 만났는지 모를 정도로 오래간만에 만난 사람은, 대개 무엇을 할까? '아마 인사부터 하겠지.' 하지만 내 앞에 선 사람은 그렇지 않다. 내 옆에 유로 제국의 태자는 있어도, 밀크 는 없기 때문이다. 돌기둥에 갇혀 있던 사람들을 구한 후 이곳으로 순간이동해온 사 람에게, 힘들었다고 위로해주기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당신 그럴 수 있어 ! 왜 공주님을 놔두고 혼자서만 온 거야 ! 혹시 몰래 빼돌리려 는 거 아냐?" 그 만이 아니다. 혼 족들 대다수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비록 말에 사용하는 문장이 다르더라도, 결국 표현하는 의미는 하나. "왜 그녀를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까?" 도대체 나는 언제쯤에야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이 잔소리하는 것을 내버려두 고, 부스트씨에게 걸어갔다. 아까 그에게 한 말을 굳이 되풀이해야 할까. "이, 괴물 마법사 같으니. 당장 말하지 못해 !" 웅성거림이 커진다. 유로 제국의 사람들은 불안한 듯이 검에 손을 대려고 한다. 혼 족들의 흥분상태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부스트씨가 묻는다. "왜 아무 말씀도 없습니까?" 나를 비난하려는 건가? 하지만 그는 내 부탁을 들어준 사람이다. 최대한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해 주었다. "저 사람들이 말을 끝내지 않으니까요." 그들이 입을 다물어야 나도 입을 열 수 있을 것 아닌가. 눈치는 있는지 혼 족들이 점차 입을 다물어주었다. 얄밉다는 듯이 나를 노려보는 리츠. 하지만 실력으로 나를 이기기는 너무나 어려울 것이다. 그의 기술로 나를 괴롭힐 수는 있을 지 몰라도, 결 국 이기는 건 나밖에 없으니까. 나는 그에게 한 번 웃음을 보내주고, 간략한 사정을 말해주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모두. "아. 그렇군." "진작에 말씀해주시지." 어느 정도는 안심하는 사람들. 당신들이 떠들지 않았다면 진작에 말했을 거야. "내 주문으로는 전설의 검을 소유한 사람을 데려올 수 없으니, 그녀는 스스로의 힘 으로 날아올 거에요." 그녀의 의지가 이곳으로 그녀를 인도할 것이다. 어차피 길을 찾는 것은 그 엘프가 해 줄 것이고. 아니면 라 브레이커 자신이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올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녀 스스로의 의지가 없다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달아나지만 않으면.....' 그녀에게는 좀 가혹할 것이다. 불쌍한 아이. 하지만 그녀가 언젠가는 직면할 문제이 고, 그것을 풀지 않는 한 그녀의 미래는 어둡기만 할 것이다. 나는 동쪽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녀가 날아오고 있을 하늘을 향해. "아르메리아." "네." "혹시 레벨 10의 마법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어?" 이제 하늘도 많이 바라본 셈이고, 나는 데에도 여유가 좀 생겼다. 말없이 하늘을 바 라보기만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그녀와는 달리, 나는 무엇이라도 이야기를 하고 싶었 다. 모처럼 둘만의 시간이 생겼으니까. 하지만, 몸이 이래서 그런지 낭만적인 이야기 는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 중요한 것은 그 마법에 대해 아는 것이니까. 곧 리 츠와 맞닥트리게 될 것이 아닌가. "레벨 10 마법말인가요?" 그녀는, 내 마음을 읽은 듯이 웃는다. 비웃지 않는 미소. 나는 그녀의 미소에 긍정 적인 뜻을 표했다. 사실, 그 마법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사용을 하면 안 된다고 한 그녀였지만, 만약 내가 그 10레벨 마법을 자세히 안다면? 그렇다면 사용해도 좋을 것이 아닌가. 그녀는 내게 설명을 해 주었다. 하나씩. "레벨 9와 레벨 10의 마법부터는, 진정한 마법이 시작되는 시점이에요. 언니가 여태 까지 배운 마법들은, 하나같이 마력을 응용한 마법이지만, 9레벨부터는 마력에 얽매 이지 않게 되어요. 마력은, 사실 마법을 좀 더 간편하게 사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 했던 과거 마법사들의 작품이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마력이란, 실제로 마법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게 아니라고요." "........." 그게 무슨 소리냐. 난 마법을 사용하려면 마력이 있어야 한다고 여태까지 배웠는데. 그녀가 하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마법에 대해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줘." 처음부터 듣는 게 낫겠다.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마법이란, 우선 마력을 이용해 마법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에너지에 대해 공부를 하 는 것부터 시작하게 되어 있어요. 마력이란 것이 워낙 안정된 에너지이면서도 불안정 한 형태로 즉시 바뀔 수 있는 힘이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해서 에너지와 그 상호관 계에 대해 학습하는 도구가 된 것이지요." 지금은 그냥 듣기만 할 시간이다. 서서히 하늘을 날아가면서, 나와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물론 아르메리아의 일방적인 강의였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것이 필요했 다. "레벨 1부터 8까지는, 그런 학습의 단계로 여겨지고 있어요. 레벨 1이 마력을 만드 는 것, 레벨 2와 3은 마력을 힘으로 바꾸는 것, 레벨 4와 6이 마력을 포함한 여러 모 습의 에너지로 구조체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 레벨 5는 힘을 마력으로 바꾸는 것, 레 벨 7은 특별한 종류의 에너지인 생명의 힘과 정신의 힘을 다루는 것, 그리고 레벨 8 이 힘을 힘으로 직접 바꾸는 것. 이 모든 것은 전투가 아니라 레벨 9부터 시작되는 진정한 마법을 공부하기 위한 기초과정에 불과해요." 기.... 기초..... "레벨 9부터가 진실한 마법의 입문이지요. 우선 몸 안의 물질과 에너지를 마음대로 조작해내는 기술이지요. 지금 제가 하늘을 날아가면서 사용하는 기법." 그래서 그녀의 마력이 요즘 들어서 줄어든 것인가. 난 내 마력이 그렇게 는 것인가 의심을 했는데, 그건 내 착각이었군. "레벨 10, 그러니까 언니도 사용해 보았던 그 마법은, 바로 체외의 물질과 에너지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기술이에요.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마법이기도 하고."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갑자기 자랑스러워지는군. 하지만, 그녀의 다음 말은, 내 자만심에 찬물을 끼얻는 것이었다. "뭘 그걸 가지고 그래요? 레벨 11이 있는데?" "뭐? 더 높은 게 있어?" 갑자기 내 코가 아프다. 콧대가 주저않는 느낌이랄까. "레벨 11은 음에너지라는 것을 다루는 기술이에요. 잘못하면 이 별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무서운 힘이기 때문에 언제나 주의를 해야 해요. 제가 언니를 만나기 전에 연습하다가 다친 원인이기도 하고요." "뭐? 그럼 마력이 몸 안에서 사라진 원인이....."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네. 레벨 10을 간신히 익힌 주제에 레벨 11을 시도한다고 덤비다가....." "..............." 그럼, 11이 마지막인가? 인간의 마법은 보통 레벨 10이 끝이고, 11을 익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극히 일부의 마법사들은 가능하지만, 그런 사람은 지금 존재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럼, 11로 끝이야?" "아뇨." 더, 더 있어? "그게 뭔데? 레벨 12이후로도 있다는 거야?" "조금은 알지만, 아직 정확하게는 몰라요. 레벨 12가 시공간을 다룬다는 말은 들었 지만, 그 이후는 저도 자세히 몰라요. 나중에 그 마법을 배울 때가 되면 알게 된다고 듣기만 했어요. 지금 알게 되면 쓸데없는 호기심으로 몸을 망치게 되니까 기본을 충 실히 하고나서 배우라고 마을 장로님들이 그러셨어요." 왠지 불안해진다. "그러니까, 언니도 기본을 충실히 익힌 후에 그 레벨 10의 마법을 익히도록 하세요. 저처럼 다치기 전에." 그녀가 다친 원인이..... 그래서였던가..... 생각같아서는 더 배우고 싶지만, 그녀 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어버렸다. 좀 더 말해줘. 아르메리아. 하지만..... "드디어 레드 테일시에 다 왔네요." 뭐? 벌써? 어떻게 이렇게 빨리? 그렇게 먼 거리를 날아왔단 말이야? 도무지 믿을 수 가 없었다. 그녀와 즐겁게 웃고 떠드는 사이에 여기까지 날아온 것인가. 아르메리아 가 말했다. "자. 이제 제가 하는대로 착륙을 시작해야 해요. 조심하세요. 지금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니까요." 그녀의 표정이 굳어진다. 하긴, 시속 700km라면..... 잘못해서 추락하면 가루가 되 겠군. 그녀는 마력으로 자신을 밀어나가는 것을 멈추었다. 속도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 내려가요 !" 우리는 구름 아래로 몸을 던졌다. - 계속 - 후기)엘프 마법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이 붙었네요. 오늘은. 이걸 만드느라 얼마나 고 생을 했는데. 뭐, 12레벨 이후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보여드릴 필요가 없을 것 같기에. (독자들의 눈총이.....) 원래 200회 특집으로 하려고 했건만, 그럴 상황이 아니더군요. 199화에서 에피소드 하나가 정확히 끝났어야 특집이 나올 수 있는데. 소설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최소화 하기 위해선 말이지요. 하지만 지난번 100회 특집처럼 99회에 에피소드가 끝나지 않 은 탓에, 그냥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따로 파일을 만들기에는 너무 긴 내용이거든요. 음에너지. 원래 현대물리학에서 나오는 힘입니다. 절대 0도이고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보다 더 낮은 에너지 상태라는군요. 그런게 어디있냐고 하신다면, '카시미어 효 과'라는 걸 생각하시면 됩니다. 두 개의 금속판을 진공상태에 두면, 그 사이가 음의 에너지 상태가 된다고 들었습니다. 단, 저도 과학잡지에서 본 것이지 실제로 실험을 한 게 아니라서 뭐라고 언급하기가 좀 곤란합니다. (뉴튼 1999년 1월호 70페이지 참 고 - 도서관에서 찾아보시면 나옵니다) 엘프 마법은, 그 난이도 순으로 결정한 겁니다. 그래서 레벨이 올라갈 수록, 다루기 어려워질 겁니다. 흐흐흐흐흐. (난 죽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8 19:26 조회:92 공룡 판타지 13-228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8) 내 주위를 스쳐가는 구름들. 그들의 방향이 이제 바뀌려고 한다. 전후에서 상하로. "언니. 내려가면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세요. 아직 언니의 몸은 급격한 속도변화에 견딜 만큼 강하지 못하니까요. 절 보고 잘 따라해야 해요." 착륙 시도가 실패한다면 언니는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물론 라 브레이커가 있으니까 죽지야 않겠지만, 한 번 실패해버리면 다시 하늘을 나는데 오랜 시간이 걸 릴 것이다. 크게 다치고 나서 다시 그 일을 시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니까. "신중하게 !" 하늘에서 고도를 낮추면서 주의할 점은, 재시도가 힘들다는 것이다. 신중을 기해 착 륙하지 않으면 다시 고도를 올리지도 못하고 지상에 충돌하고 말 테니까. 나는 하늘 에서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방어막을 제거해요 !"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방어막이, 다시 마력으로 환원되어 내 몸으로 흡수되었다. 방 어막이 사라지자 공기 저항이 심해지고, 그만큼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렇게 해주어야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언니가 방어막을 거두는 것이 느껴진다. 비록 처음이라 대량의 에너지를 허공으로 날려버리기는 했지만, 저 정도면 첫 시도 치고는 괜찮은 결과이다. "몸 전체에서 마력을 뿜어내서 낙하 속도를 줄여요 !" 만약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나도 언니도 땅에 떨어지게 된다. 강하 속도를 늦추어 야 안전하게 내릴 수 있다. 나는 레벨 9의 마법을 발동해서 내 몸안의 물질 일부를 에너지화했다. 거대한 힘이 몸밖으로 나가면서 폭발하고, 그 힘이 나를 밀어올린다. 비록 낙하하는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속도를 줄일 정도는 되었다. "이렇게 계속해요 !" 조금씩. 조금씩. 나와 언니는 구름 아래로 내려갔다. 도시가 서서히 내 발 아래에 보이기 시작했다. "으.... 이이이익." 마력을 조금씩 터뜨리라고? 그 양을 일정하게 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마력이 터질때마다 내 몸이 마구 흔들리는 건 어쩌란 말이야 ! 결국 내 몸의 자세를 바로잡기 위해 마력을 추가로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두 팔을 양쪽으로 펴서 안 정을 되찾으려고 했지만, 생각보다는 어렵다. 주문 한 번만 외우면 다 되는 마법이 부러웠다. 흑. '나도 주문 마법 써보고 싶어.' 이제와서 그게 가능할 리 없지만. "이제 오시는군." "화려한 등장이네. 언니." "너희들 ! 공주님을 위해 씬랍토르 네 마리를 준비시키도록." "별 이상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요." "..........." 사람들은 하늘에서 날아내리는 밀크를 보며 기뻐하고 감탄할 지 모른다. 대개 왕이 니 황제니 하는 사람들은 마법을 배우지 않기 때문에, 공주님인 밀크가 저런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것이다. 하지만..... '이 뒤가 문제야.' 저 애는 리츠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전에 저 애가 보인 행동을 보면, 그녀는 리 츠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평소엔 그리도 겁이 없던 아이가 그런 모습을 보일 정도 면..... 하지만 그녀가 달아난다면, 그 뒤의 일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혼 족들 을 죽이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어차피 이 도시의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릴 것 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들까지 죽이는 것은 곤란하다. 비밀이란 숨길수록 더 누설되기 쉽고, 어차피 언제까지나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 아이가 원하 는 것을 해주고 싶지만, 그것이 정말로 그 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럼 어쩌지.....' 저 아이의 과거를 말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일단 밀크가 도착하면 물어보자.' 지금은 주위를 경계하면서 마법을 준비해두는 수밖에 없다. 위험하다면 언제라도 사 용할 수 있도록. 나와 같이 온 두 사람, 아이샤와 세이브의 옆에 있으면서. '하긴. 둘 다 사람은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나와 같이 다니는 사람들 중에 '사람'은, 나와 밀크, 부스트 뿐이다. 어째서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것이 생각난 것일까. "자. 내려요." 마력을 터뜨려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땅과 가까워진 순간 마력의 붕괴를 멈추고 뛰어내린다. 자 ! 성 안에 있는 광장에 내린다 ! 주위 사람들 위에 떨어지지 않게 조 심하면서 ! 쿵. 예상했던 것보다는 작은 소리였다. "........" 사뿐하게 내렸다. 생각보다는 짧은 여행이었다. 이 정도의 거리를 하루에 날아올 수 있다니..... 셀이나 아르메리아의 능력은 정말로 대단했다. 나야 검의 마력을 빌린 것이나 다름없으니 자랑할 게 없지만. 잠시 땅의 감촉을 느끼면서 그 자리를 둘러본 다. 주위에 몰려온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경비병들의 저지에 의해 일정 거리 밖에서 나와 아르메리아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전에 내 목이 잘릴 뻔한 곳이 군. 좀 불쾌하다. "밀크. 무사하구나." 웃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셀, 아이샤, 세이브, 부스트씨. "다들 건강한 것 같네요." 이런 인사를 받을 만한 사람은 솔직히 부스트씨 뿐이지만. 며칠만에 다시 본 사람이 그 사람뿐이니까. 하지만 인사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가만 가만. 인사할 대상이 하 나 빠졌다? "미리는?" "지금은 도시 바깥의 나무에 앉아 있어요." 역시 그렇군. 하긴 그렇게 거대한 익룡이 도시 안에 들어올 수는 없었겠지. 사람들 이 놀라는 건 둘째고, 너무 위험하다는 말이 나올 것이다. 익룡이 사람에게 위험을 끼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익룡에게 위험을 끼친다는 뜻이다. 그런 거대한 익룡은 희 귀하니까. 하지만.... "공주님. 무사하셨군요." 달갑지 않다. 하지만 어차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내 몸이 공주님의 것 인 이상. "안녕하세요." 나로서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인사이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저, 저 사람, 무릎은 왜 꿇는 거야 ! "전에는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했습니다. 미나르 공주님. 오랜 세월을 기다린 탓에 이 노인이 그만 실수를 범했군요. 부디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나. 이 아저씨의 착각을. 하긴 몸이 공주님의 것이니 착각할 만도 하지만. 에이. 나도 모르겠다.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없을까요?" 혼 족들이 모인 천막들이 멀리 보인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나와 나란히 선 리츠. 나 이들었다는 건 알겠지만, 솔직히 노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긴 치매사부도 그렇게 까지 늙어보이지는 않았으니. 그러나 왠지 모르게 거북하다. "말씀하실 게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공주마마." ".........." 왠지 모르게 중압감이 느껴진다. 잠시동안 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 "할 말씀이 없으시군요. 전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혹시 유로 제 국의 야만인들에게 무슨 괴롭힘을 당하시기라도?" 그게 아냐 ! "만약 그 놈들이 무례한 짓을 하려고 했다면, 말씀만 해 주십시오. 저희들이 당장 그 자들을 죽이고....." 큰일나겠군. 빨리 할 말만 하고 말자.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저, 저....." 하지만 이 말을 이 사람이 믿을까? 솔직히 말하면, 믿지 않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여자아이가 되었을 때 꿈인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제 몸은 공주님이 맞지만, 지금의 전 공주님이 아닌데요." 망설였지만, 말해야 했다. 어쩌면 내 몸을 되찾는데 이 사람이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 변태마법사와 한패라면 그 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자. 이제 무슨소리냐고 말이 나오겠지. 그러면..... "걱정마십시오. 어차피 지금의 황제는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 공주님은 공주님으로서의 이름을 되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착각을 하신 모양이군. 내 말은 그게 아닌데. "그러니까, 전 지금 당신의 공주님, 미나르 쥬린이 아니라고요. 전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입장인데, 당신들의 공주님 행세를 할 수는 없어요 !" 마, 말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잠시동안 흐르는 침묵. 그리고 열리는 그의 입. "................그럼....." 나는 기다릴 뿐이다. 그가 할 말을. 이제 무슨 말을 할까. - 계속 - 후기)흑. 어려워. 빨리 리츠 녀석을 떼어놓고 맛좋은 술 한 잔을 레이니에게..... (이봐. 술도 먹어본 적이 없는 녀석이 무슨 술맛을 안다는 거야?) 하긴, 전 술 먹어본 적이 없군요. 취하면 사고칠까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2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09 11:50 조회:127 공룡 판타지 13-229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9) "어째서 아직도 그런 말씀을....." 역시. 이 이후는 분명히 날 잡으려고 할 게 뻔하다. 나는 몸을 바짝 긴장시키고 전 투에 대비했다. 무슨 일이 난다면..... "역시 제논의 마법이 당신을 현혹시키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의 두 손이 들어올려지고..... "잠깐 !" 셀의 목소리였다. "당신,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군요. 리츠." "뭐라고?" 두 사람의 다툼으로 이어졌군. 나는 약간 물러섰지만, 두 사람은 그들의 시야에서 내가 벗어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말없는 가운데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 이제 어쩔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추이를 지켜볼 것인가. "리츠. 당신이 잊어버린 게 있어요." "뭔데?" 셀은 내 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지금, 저 아이는 전설의 검의 주인이 되어 있어요. 그 날 당신이 직접 두 눈으로 보아놓고도 모르고 있는 건가요?" "..............하지만.... 제논이 건 마법에 의해 날아가 버렸을 수도 있지 않겠 소?" 약간 밀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째서일까. "그럼, 당신이 직접 확인해보세요. 밀크가 전설의 검의 주인이라는 것을." "...........하긴, 그렇다면 걱정할 일은 없지만....." 나로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밀크'라면, 셀 누나의 실제 여동생인 그 여자의 이름인데, 왜 날 그렇게 부르지? 역시 날 여동생으로 삼기로 했다는 뜻인가? 그리고, 그녀는 왜 내가 전설의 검의 주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일까. 어쨌든 두 사람은 그 것으로 말을 마치고,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당신이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라는 걸 보여주십시오. 공주님." "알았어요." 거절하면 덤벼들 것 같아서, 일단 승낙했다. 내가 검의 주인이라는 게 사실이기 때 문에 한 말이기도 하고..... 그런데, 어떻게 보여주지? 라비린스 키퍼들을 일제히 소 환해볼까? 아니면 마법을 사용해볼까. 방법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라비 린스 키퍼들을 보여준다고 해도, 보는 사람이 의심하면 그만이지 않는가. '저건 환상이다.' 라는 한 마디면, 간단히 증명은 부정된다. 그리고 난 저 사람에게 잡혀서 끌려가고 말 것이다. 이거, 의외로 어려운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 사람이 날 믿어줄 수 있 을까. "..........." 저 사람이 날 믿어줄 수 있는 방법은..... 방법은..... 할 수 없지. "제가 어떻게 해야 당신이 믿어줄 건가요?" 내 앞에 선 이 사람이 제시하는 방법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의심을 사 지 않고 일이 끝날 게 아닌가. 내 고민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수법이긴 하지만, 날 고 민하게 만든 건 내가 아니라 그다. 고생 좀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 방법이 쉽게 생각이 안 나지? 어디 한 번 혼 좀 나보라고. 하지만 그런 내 희망은 무참하게 박살나버렸다. 왜냐하면 그가 선택한 해결수단은..... 번쩍. 이, 이런 ! 검을 난데없이 내 가슴에 찔러오다니 ! 너무나 동작이 빠르고 준비동작 이 전혀 없어서, 나는 내 검을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옆에 있던 셀 조차도 그 동작을 제지하지 못했다. 저렇게 빠른 걸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내가 그 검에 대한 공포를 느끼기도 전에, 그의 검이 내 목을 정확히 찌르고 있었다. 내 목에서 피가 쏟아 져..... 투웅. "엇 !" 검이 뭔가에 퉁겨나가 버렸다 ! 뒤로 물러서는 리츠. 그의 검은, 하얀 빛을 발하고 있다. 붉은 색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내 목을 황급히 만져보니, 아무렇지도 않다. 하 지만 ! "세, 세상에....." 저렇게 빨리 허상의 검을 만들어서 내 목을 찌르다니. 허마터면 영문도 모르고 죽을 뻔했잖아 ! 증명 방법을 제시하라고 했지, 누가 날 죽여달라고 했냐 ! 버럭 화를 내 면서 검에 손을 대려는데..... "그동안 죄송했습니다. 공주마마. 무례를 용서해주시길." 무릎을 꿇고 내게 절을 하는 리츠. 왜 갑자기 태도가 바뀐 것이지? 나는 그의 행동 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 도대체 어째서?" 그에 대한 대답은, 리츠가 해 주었다. "검이 공주님을 지킨 것입니다. 미나르 공주님." "검이?" 하긴, 그 외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셀이 마법 주문을 외우는 속도보다도 더 빨리 움직이는 자를, 어떻게 막을 수 있으랴. 그런데도 그의 검을 퉁겨냈다는 것은..... "무례한 가정을 해서 죄송합니다. 공주님. 하지만 만약 공주님이 제논에게 조종되고 있거나 그의 마법에 걸려있는 상태라면, 분명 공주님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 인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긴 그래. 지금도 주인을 마구 때리는 고물 마법검이, 꼭두각시 인형에 불과한 사 람을 주인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테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공주님의 실력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레벨 9의 마법사 이상이 되지 못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지금 그 공격을 막아내셨습니다. 몸에 방어 마법이 걸 린 상황이 아니면서도." "잠깐." 그럼 한 가지 문제가 남는데. "만약 내가 미리 마법 주문을 걸어서 이런 경우에 방어마법이 날 지키게 했다면? 그 런 경우도 있을 수 있잖아요?" 하지만, 그는 간단히 그것을 부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왜요?" "만약 마법사가 공주님에게 주문을 걸어두었다면, 제가 눈치챘을 겁니다. 저는 비록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마력을 알아차리는 것은 가능하니까요." "어떻게요?" "모든 힘은 하나로 통하니까요." 그런가..... 하지만 너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마법으로 내가 보호되고 있다면?" 마법사도 아니면서, 마법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하긴 모든 힘을 감지할 수 있다면, 그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난 인정하기가 싫었다. 이 세상의 모든 힘을 저 사람이 다룬다고는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마법을 감지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어째서요?" "저 역시 마법의 검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네?" 자신의 검을 들어보이는 리츠. 그 검이 하얗게 빛나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아까 허 상의 검이라고 생각한 것은, 실제로는 저 마법검의 마력이었던가? 하지만 느낌이 다 르던데? 그건 분명히 마력이 아니라..... "생명력을 뿜는 마법검이 있다는 건가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생명력을 만들어내는 기계가 있을 리 없잖아. 그 역시 고개를 흔들었다. "이건 그렇게 강력한 검은 아닙니다. 다만 주인의 생명력을 증폭시키는 정도의 역할 만 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주인의 생명력을 옆에서 느끼지 못하면, 생명력을 만들지 못합니다. 그저 보통 장검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지만 이 마법검도 그렇게 약한 건 아닙니다. 힘을 감지하는 능력도 또한 가지고 있으니까요. 주인의 힘을 감지하는 검이니 그것도 당연하지만." 그런데? "그런데 그런 마법검의 의견이 그렇더군요. 공주님은 전혀 방어 마법을 걸어두지 않 았다고. 그렇다면, 공주님이 다른 마법을 즉시 발동시켰거나, 아니면 라 브레이커가 힘을 썼다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공주님이 마법을 사용했다면, 주문을 외우는 동작이 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공주 님은 제 공격을 피할 엄두도 내지 못하셨습니다.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공 주님이 표정을 연기해서 저를 속이는 것도 불가능했고요. 눈동자를 보면, 공주님이 절 속인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제가 모르는 마법을 사용해서 절 막았다면, 그게 가능한 건 라 브레이커 뿐입니 다." - 계속 - 후기)어떻게든 자연스럽게 넘어가는가. 아니면 중간에 막히는가. 고민한 결과는 과연 내 마음에 드는 것인가. 그것은 끝까지 모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자연스러운 길을 찾아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왠지 오늘은 불평으로 후기를 써놓고 마는군 요. (이봐. 후기가 무슨 불평하는 장소인 줄 알아 ! 좀 건설적인 이야기를 쓰란 말이 야 ! 우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 - 독자님들의 불평)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0 19:29 조회:135 공룡 판타지 13-230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0) 그 자신이 모르는 마법? "당신이 모르는 마법? 아까는 모든 마법을 다 안다고 했잖아?" 앞뒤가 틀리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건 인간의 주문 마법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아. "그 검이 사용하는 마법은, 인간이 이미 잃어버린 마법. 과거에서 전승되어오다가 이제는 그 검의 소유주 한 사람에게만 남은 마법입니다. 그에 대해 제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이상, 그 마법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런가. "하지만, 제논이 공주님에게 마법을 걸어두었다면, 제가 눈치채지 못할리 없습니다. 그가 쓰는 수법은 제가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런가..... 그래서 여태까지 살아남은 모양이군. 그렇지 않다면 제논의 마법에 걸 려 죽었을 테니까. 의외로 저 검도 상당한 마법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내가 제논의 조종을 받는다는 의심은 일단 벗어나기는 했지만, 이제 어쩌나. 나도 내 몸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일까. 내 부끄러운 이야기를. 내가 잘못해서 그 런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그건 공주님이 결정하십시오. 전 공주님의 신하이니까요." 어쩌지? 역시 말을 해야겠다. 난 이 사람의 주인이 아니니까. 원래의 주인인 공주님 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실까. 내 맘대로 이래라 저래라 하다가 나중에 내 몸을 되찾 은 후에 공주님이 화를 내신다면? 어떻게 해야 이 일을 무난히 해결할 수 있을까. 고 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 일단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세요. 이 아이가 라 브레이커의 봉인을 완벽히 풀어내고 나면 그때 다시 만나기로 하고." 셀의 한 마디가, 이런 내 고민을 간단히 풀어버렸다. 고개를 끄덕이는 리츠. 그가 몸을 일으킨다. 언제 봐도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움직임. 공주님이 장래에 크게 고생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무서운 사람에게 명령을 내리려면.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지. 셀. 당신이 옆에 붙어있으니 큰일은 없을 것이고. 하지 만, 한 사람 정도는 동행을 시켜야 할 듯 하군." 동행? "네. 공주님의 호위 기사를 한 사람 딸려보내드리겠습니다. 물론 라 브레이커의 주 인이신 공주님에게 시비를 걸 놈은 없겠지만, 그래도 시중을 들 사람이 필요하실 테 니까요." 호의는 고맙지만, 솔직히 필요하지는 않은데. 하지만 여기서 안 된다고 하다가는 그 뒷일이 무섭다.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밝은 표정을 짓는 리츠. "그럼,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물러가는 리츠. "휴우. 끝났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나는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휴우. 얼마나 떨었는데. 솔직히 너무 무서웠다. 여태까지 하늘을 날아오느라 힘들었던 탓이기도 하 고. 겨우 휴식의 시간이 찾아왔는가. 비록 짧은 시간이라고는 해도. "일단 우리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밀크." "셀 누나는요?" "난 리츠와 할 말이 있어." "무슨 말을?" "네 정체에 대한 이야기." "..........." 얼굴이 새빨개졌다. 설마, 그걸 이야기하려는 것인가. 생각같아선 말리고 싶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단호했다. "어차피 알려질 일이야. 난 리츠에게만 말할 거니까, 걱정말고 일단 돌아가있어. 네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 끄덕끄덕. "그 사람을 속이는 것도 좋지는 않아. 오직 공주님에 대한 충성밖에 모르는 사람이 니까. 말하지 않으면 나중에 섭섭하게 생각할 걸. 내가 잘 말하고 올테니까, 걱정말 고 쉬어." 한 번 웃어보이고, 리츠가 사라진 방향으로 달려가는 그녀. 이렇게 해서 다시 혼자 가 되었군. 그렇게 생각하자 온 몸이 무거워졌다. 하늘을 나는 것은 상쾌했지만, 그 비행이 끝나니 그 대가가 내게로 찾아온다. "휴우." 나는 아르메리아와 세이브, 부스트씨, 그리고 아이샤가 기다리고 있을 곳을 향해 서 서히 걷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세이브가 나를 부르고 있다. "언니 !"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게 말이나 되는 겁니까 !" "사실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요. 목소리 좀 낮추고." 이 천막 주위에 결계를 친 게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밀크로선 평생동안 잊지 못할 수치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녀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럼, 당장이라도 그 분을 모셔다가....." "당신, 바보인가요?" 이 사람은 언제나 이렇다. 이러니까 밀크가 도망치지. 나는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그 를 달랬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징그러운 애를 돌봐야 하게 된 거지? "그래서 어쩌게요? 또 다시 밀크를 놀라게 해서 도망가게 하려는 건가요? 안 그래도 당신을 보기만 하면 깜짝깜짝 놀라는 판국에." "........" 일단 리츠의 입을 막아놓고, 나는 내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 옆에는 내가 항상 함께 할 거에요. 신변 걱정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안심 하고. 그녀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풀어나가야 해요. 지금 서두르면 일을 모두 그르칠 거에요. 공주님이 황제로 즉위하려면, 우선은 그녀 스스로가 할 마음을 품어 야 하는 게 아닌가요? 지금 상태로 그게 되겠어요?" "하지만.... 반황제세력의 구심점이 되셔야 할 공주님이 저런 상태라면....."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했어요?" 이 바보같은 사람.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꼭 일을 망쳐놓아야 직성이 풀릴까? "밀크가 제논을 만나서 직접 매듭을 지을 일이에요. 어차피 둘이 만나면 상황은 해 결될텐데 뭘 그리 서둘러요? 어차피 스스로 갈 길인데." "하지만, 그 놈은 당신 제자이지 않소?" 뭐야. 저 의심스러운 눈초리는. "걱정하지 마요. 명색이 전설의 검의 주인인데, 인간 마법사 하나 못 이기겠어요? 아직 레벨 9의 마법밖에 사용할 수 없는 녀석을?" "설마, 당신 제자니까 뒤에서 몰래 돕기라도 하려는....." 딱. "당신은 여전히 멍청하군요. 저 애는 내 여동생이었고, 내 여동생이고, 내 여동생일 거에요. 누가 손대게 하지는 않아요." 잠시 숨을 쉬고 나서 말을 덧붙인다. "그 아이가 남겨준 아이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내가 할 말은 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쐐기를 박아야지. "어차피 그 녀석은 공주님을 죽이지 못해요. 그러면 나한테 죽게 될 테니까." "..........." 나는 최대한 온화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 애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자신을 되찾을 시간이. 그걸 벌어주는 게 언니로서의 내 일. "당신이 10년이상 기다린 건 알아요. 하지만 내게는 그 아이의 행복이 더 중요해요. 어설프게 나서다가 일을 망치지 마세요."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정말 공주님을 되찾을 수 있는 거요?" "걱정 마요. 물론 그녀의 선택 나름이지만." 웃어보이며, 이번엔 내가 질문을 던진다. "그럼, 밀크와 동행할 호위기사는 누구지요?" "공주님의 호위를 맡을 호위기사, 하이라고 합니다." 여, 여자애잖아 ! 결국 우리 일행은 소녀들의 모임이 되는 것인가. 부스트씨를 제외 하고는 모두 여자다. 셀, 아르메리아, 세이브, 아이샤, 그리고 지금 들어오는 혼 족 의 기사, 하이까지. 내가 순간적으로 나 자신이 남자몸이길 바랬던 것도 어쩔 수 없 는 일일까. "혹시, 걱정이 되십니까? 공주님." 내가 응큼한 생각을 한 게 얼굴에 드러났나? "불안하신 모양이군요. 하지만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 말과 함께 검집에서 뽑혀나와 내 목을 향하는 그녀의 검. 나는 깜짝 놀라 내 검 을 뽑아..... 챙 ! 나와 그녀의 검이 부딪쳐서 불꽃을 뿌린다. "이 정도면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무례를 용서하시길." 다시 검을 검집에 집어넣는 하이. 그런데 이런 식의 행동은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 - 계속 - 후기)이 뻔한 결론을 내려고 얼마나 애를 태웠던가..... 으흐흑. 결국 냈다아아아아 아. 2개 이상의 에피소드에서 날 괴롭히던 게 드디어 결론이 났는가..... 으흐흑. 드 디어 레이니에게 술을 먹일 기회가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이제 머리아픈 상황도 대충 해결되었으니, 그녀에게 커다란 술통을 던져줄 기회가..... (퍼억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1 20:44 조회:126 공룡 판타지 13-231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1) "혹시, 검술을 가르쳐준 사람이..... 리츠?"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하이. 역시 그랬군. 하는 행동이 똑같아. "전 리츠님에게서 모든 무술을 배웠습니다. 리츠님께서 공주님이 검술에 능하다고 하시기에, 한 번 검을 겨루어보고 싶었습니다. 무례함을 용서해주시길." 무례함이라.... 솔직히 놀라기는 했지만 살기는 없었다. 그리고..... 스승이 그러니 제자가 안 그러길 바라는 게 무리지만. 잠깐. 난 리츠의 앞에서 검을 휘두른 적이 없 는데, 어떻게 내 검술 실력을 알았지? 그가 워낙 고수라서 단지 내 몸놀림을 본 것 만으로 내 실력을 알아챈 것인가? 내 표정을 본 셀이 그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내가 아까 말해줬어. 저 애의 실력이 어떠냐고 리츠에게 물어봤더니, 너한테 한 것 처럼 하더라고. 나한테. 물론 한 방에 깨졌지만." 하이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패배의 치욕이 그녀의 가슴 속에서 되살아났기 때문인 가? 그게 아니면..... "셀 님. 예의를 지키십시오. 공주님에게 그런 식의 말투는 곤란합니다." 그녀, 자신의 일보다 내 일에 더 신경을 쓰는 건가? 하긴 호위기사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그런데 그 공주님이라는 말,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말이다. 게다가. "훗. 동생에게 언니가 예의 지키니?" 가볍게 하이의 말을 무시해버리는 셀. 그리고.....켁 ! "모, 목 좀 조르지 마요." 그녀로서는 껴안는 행위지만, 나한테는 목조르기다.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날 끌어 안은 후에야, 그녀는 나를 놓아주었다. 그녀는 웃고 있지만, 내 표정은 그렇지 않다. 이건 완전히 고문이다. 악의가 없다는 건 인정하지만, 호흡이 가쁘니까 그런 생각을 하기 힘들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목숨의 위협은 하지 말아야 할 게 아닌가. 누 가 될 지 몰라도 그녀의 남편 될 사람은 정말 고생할 듯 하다. 매일매일 저런 포옹을 당하고 어떻게 산단 말인가. '하긴 내가 더 피곤하지만.' 내 영혼이 공주님과 바뀐 상태인 이상, 그녀의 여동생은 그 공주님이지 내가 아니 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한테 이런 과격한 애정표현을 하다니. 이거 안 되겠군. 어서 화제를 돌려야지. "그런데, 리츠에게 무술을 배웠다고?" "네." 그럼..... 내 사부인 사이드와 그가 친했다고 했지? 그럼 둘은 친구사이이고.... 나 와 그녀는..... "난 사이드님에게 무술을 배웠어. 앞으로 잘 지내자." 손을 내미는 나. 하지만 그녀는 내 손을 바라보기만 한다. 왜 저러는 거지? 잠시 손 을 내밀 듯 말 듯 하던 그녀는, 결국 무릎을 꿇고 내 손에 입을 맞추었다. 이거 뭐야 ! "나, 난 악수하자고 한 건데....." "전 신하입니다. 신하가 감히 군주에게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긴 기사들은 왕이나 황제와 친구가 될 수는 없지. 내 몸이 지금 공주님이고, 셀은 리츠에게만 내 혼이 공주님과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린 이상, 그녀는 날 지금 '미나르 공주님'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행동한다고 해도 이상한 건 아니 지. 그런데.... 좀 거북하다. 순진한 그녀를 속이는 듯 해서, 좀 미안하기도 하고. "자. 그만 일어나자. 내일 출발해야 하니까." 오늘은 너무나 긴 거리를 날아왔다. 하루는 여기서 쉬어야 할 듯 하다. 물론 내일까 지는 긴 시간이 남아있지만, 도저히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다. 걷는 것보다는 뛰 는 것이 더 힘들고, 뛰는 것보다는 나는 것이 더 힘들다. 한 달 가까이 달려야 하는 거리를 단 하루에 날아왔으니, 내가 지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을까. "밀크는 자?"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까. 제논을 만나는 것이야 간단하지만, 그 뒤의 일은..... 그를 만나고 나서 밀크는 어떤 길을 가게 될까.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고 있는 가 운데, 저녁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내 옆으로 다가서는 하이. "그렇습니다. 애스터 누스님." 그 이름은 좀 딱딱한데. 하지만 내 애칭을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하이라 고 했던가? 이 아이에게는 난 '전설적인 대마법사'라고 비칠 것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 잠시 이어지는 침묵. 할 말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그리 내키지 않는다. "리츠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는 다 들었겠지?" "그렇습니다." 해가 서서히 저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도 어둠 속에 빠져들겠지. "그 아이, 불쌍한 아이야. 상처주지 않게 조심해 줘." "네." 별이 떠오른다. 그러나 낮의 찬란한 빛에는 미치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쳐다볼 수 있을 정도의 밝음 뿐. "자. 들어가자. 내일부터는 긴 여행을 해야 하니까." "네." "그리고 하나 주의할 게 있어." "네?" "밀크는 시녀를 둔 적이 없어. 그러니까 네가 시중을 들 때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해 할 거야. 그런 점을 생각해주도록 해." "염려마십시오." 여전히 딱딱한 말투. 하지만 대화의 기본적인 요소인, 자기 의사 전달은 확실히 해 두었다. '내일이 어서 왔으면 좋으련만.' 밀크와의 대화는 더 즐거웠는데..... 과연 그녀의 미소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작은 별 하나가 하늘을 가르며 떨어지고 있었다. 긴 꼬리를 남기면서. 깜박깜박. "아침인가....." 모처럼의 편안한 침대에서의 휴식이건만, 어제 너무 무리한 탓인지 몸이 편하지 않 다. 우두둑. 우두둑. 역시 비행이라는 것은 쉽지 않구나. 침대에 조금만 더 머물러있 으면 좋으련만. "일어나세요. 언니." 여행은 해야지. 솔직히 이 도시에 더 있고 싶지도 않고. 그 이유란..... "미나르 공주님. 태자전하께서 아침 식사에 초대하셨습니다." 바로 이거라고. 아침부터 시녀를 보내서 날 부르다니. 생각같아선 거절하고 도망가 고 싶지만, 날 사형대에 세운 잘못을 사과한다고 마련한 자리라서 거절할 수가 없었 다. 역시 난 요령이 없나봐. 이런 난처한 일은 진작에 피했어야 하는데.... "이건 좀 너무 큰 거 아냐?" 거대한 치마를 보고 입을 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딴 건 왜 보내준 거야 ! 태자님 의 호의라고? 웃기지 마 ! 호의라면, 날 그냥 보내달란 말이야 ! 긴 치마는 그렇다 치고, 잡다한 장식은 왜 이리 많이 붙어있는 거야 ! "어쩔 수 없잖아요. 공주님이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야 !" 공주마마는 무조건 이렇게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 거냐 ! 아침부터? 투덜거리 는 나를 달래는 아르메리아. 하지만 웃는 얼굴을 보니 그저 재미있어하는 것 같다. 그 변태마법사 덕에 별 희한한 경험을 다해보네. 전에 무도회에 나갔을 때와는 또다 른 경험이 될 것 같다. 가만. 문제가 하나 더 있었군. 그것은..... "난 궁중 식사 예절은 하나도 모른다고 !" 음. 이 식사를 거절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절을 모르는 무례한 공주님으로 찍히 는 건 곤란할테니, 어떻게든 식사에 빠질 수..... "그건 내가 가르쳐줄게. 일단은 멋진 드레스를 입는 데 신경쓰라고." 세, 셀. 내 정체를 알면서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저 장난기 어린 눈빛은..... 완전히 사람을 놀리기로 작정했구나. 불평하려는 내 입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막는 그녀. "어차피 공주님인 이상, 잔소리말고 가보는 게 좋아. 거절할 명분도 없잖아? 그러니 까 이 경험을 즐기라고." 즐기라고? 참으로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구나. 그것만이면 괜찮다. 문제는..... "언니. 이건 어때?" 세, 세이브..... "언니. 이것도 봐줘. 언니 드레스하고 어울려?" 아.... 아이샤..... 너희들까지 날 놀리기로 작정한 거냐. 내 정체를 모르는 그녀들 이 날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안다. 그것은 순수한 여자아이의 질문이지만, 난 대답을 해 줄 수가 없다. 난 드레스에 대해선 하나도 모른다고 ! 먹는 게 먹는 것 같지 않고, 맛있는 게 맛있는 것 같지가 않다. 이건 완전히 돌씹는 맛이다. 예절은 둘째치고, 움직이는 게 거북해서 어디 살겠나. 이런 걸 입고 평생 산 다면.....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빨리 이 고역을 끝내고 엘프 마을로 튀어야 지. 내가 못살아. 아니, 그것까지는 아니고, 일단 이 도시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빨리 오길 바랄 뿐이다. 일단 여기에서 나가야 한다 ! 나는 빨리 음식을 퍼먹으려고 했지 만.... 그럴 수가 없었다. 식사예절을 아무것도 모르는 탓에, 셀이 하는 동작을 훔쳐 보고 그대로 따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식사에 걸리는 시간은 한없이 길어지고. 이건 식사가 아니라 고역이다.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은 몰랐다. ".........." 태자님이 뭐라고 하신 것 같은데, 워낙 식사에 정신을 집중한 탓이라 듣지 못했다. 뭐, 그리 중요한 이야기야 아니겠지. 나는 내가 쥔 식기에 정신을 집중하고..... "그래서 제가 미나르 공주님의 여행에 동행하고자 합니다." 뭐, 그거야 내가 상관할 게 아닌..... 뭐? - 계속 - 후기)자연스러운 흐름. 다른 사람이 보면 간단해보이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무수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그것은 경이로워보이는군요. 추가)그리고 어제 질문이 들어왔더군요. "이 시대에 사람들은 뭘 먹고 살았냐? 공룡 무서워서 어디 밖에 나가겠냐?" 사실, 이 시대의 인구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인구가 많다면, 이미 지구의 자 연이 파괴되었을 지도 모르고, 결정적인 이유는 ! 그랬다가는 화석으로 남을 위험이 있습니다 ! 사람이 적어야 화석으로 남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많으면 화석으로 남는 게 있을 수도 있고. 그러면 고증상 문제가 되지요. (후후후. 화석 안 남기려고 석조건물도 잘 안 나오게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시대는 사시사철 여름. 수많은 동식물을 채집하기만 해?살 수 있을 정 도입니다. (널린 게 먹을거다) 하나 더 하면, 5번째 이야기에 나온 크루얼네일(렙터 의 조상인 데이노니쿠스가 모델인 창작 공룡. 무지 빠르다 !)이 돌아다니는 상황에 선, 사람들이 모여서 식량을 조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사들이 필요한 게 다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 지키라는 거고. 사람이 많이 모여있으면 아무래도 공룡이 함부로 공 격을 하지 않지요. 미리 주문을 외워두고 마법사들과 검사들이 대기할 경우에 그렇지 만. 먹는 것이야 많지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만찬상을 한 번 그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 하는데. (맛있을 겁니다. 음식 구경도 하고. 물론 레이니가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그 런 게 제대로 눈에 들어올 것이지만. 지금 상태에서 먹을 게 눈에 들어오기나 할지) 그리고 오늘 시리얼 란에 문제가 있어서 좀 늦게 올리게 되었습니다. (게시판이 닫 힌 걸 어쩌라고요. 흑)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2 19:29 조회:114 공룡 판타지 13-232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2) "........." 먹다가 동작 정지. 저게 무슨 소리냐? "미나르 공주님께는 죄송합니다만, 제가 당신과 동행하게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한 걸 알면 요구하지 마 ! "공주님께 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으니, 동행을 허락해주십시오." 나는 식기를 접시에 내려놓았다. 말하면서 음식을 입에서 마구 튀기면 품위에 안 좋 아. 아니, 그런 건 일반적인 식사 예절도 아니지. 대화가 길어질 듯 하니, 이렇게 준 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난 저 사람과 말을 길게 끌고 싶지 않다. 대화를 오 래 하면 사람이 지치니까. 여태까지 신경써준 걸로 충분해. "태자님이 동행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원칙만 말하고 말자. 솔직히 저 인간이 따라와서 내게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이냐. 그 리고 저 인간이 내 앞에 있으면 난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자아이 노릇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제 품위있는 공주마마 노릇까지 하란 말이냐. 난 못해 ! "제 여행은 위험한 길입니다. 언제 쥬린 제국 황제의 암살단이 나타날 지 모르고,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는 길입니다. 태자님이 동행하시기에는 너무 부담스럽습니 다." 언제 날 죽이려는 자객들이 몰려올지 모르는 판국에, 혹을 하나 더 붙이고 다니라 고? 물론 암살단 정도야 쉽게 처리할 수 있다. 나와 아르메리아, 셀과 세이브만 있다 면. 부스트씨야 세계 여행을 하면서 신부감을 찾아야 하니 별 문제가 없고, 아이샤에 겐 내가 신세를 진 것이 있으니 드워프의 땅까지 그녀를 데려가야 한다. 그러나. '난 저 인간과는 아무 의리가 없어.' 마음만이라도 편하게 여행하자고. 더 이상 태자님의 여기사로 있고 싶지 않아. 난 남자기사 지망생이었지, 여기사 지망생은 아니었다고. 자. 이제 자리에서 일어 나..... "걱정마십시오. 이번에는 제 호위기사들도 따라갈 겁니다." 허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솔직히, 태자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주먹이 튀어나갔 을 거다. 왜 자꾸 날 따라온다는 거야 ! "왜 저와 동행하려고 하는 건가요?" 두들겨패고 싶은 욕망을 간신히 억누르고, 나는 얌전한 아가씨답게 그에게 물었다. 납득할만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즉시 문 밖으로 나갈 셈이었다. 자. 뭐라고 할까? "이유라면..... 제가 공주님에게 끌리고 있기 때문일까요?" "예에에에에?" "노..... 농담이시.....지.....요?" 얼굴이 새빨개져서 말까지 잘 나오지 않는다. 저게 태자라는 사람이 할 말이야?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당황했지만, 셀과 아르메리아만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확실히 대단한 여자들이야. 혹시 태자님의 마음을 들여다본 것인가? 그럼 나한테도 알려줘야 지 ! 둘이서만 알고 있으면 어떻게 해 !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두 손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그런 이유라면 거절하겠습니다. 전 태자님과 다시 만날지조차도 모르겠으니까요." 그걸로 족하다. 이제 이 방을 빠져나가서 즉시 도시 밖으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미나르 쥬린 공주님." "예?" "당신이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 아직도 내 검을 포기하지 않았던가? 잠시 방 안에 흐르는 정적. 나는 몸을 바짝 긴 장시키고, 체내의 마력을 활성화시킬 준비를 했다. 만약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즉시 세이브와 아이샤를 데리고 이곳을 피해야 한다. 이 방 바깥에 기사들이 있다. 그들의 수는 대략 30. 그 정도면 내 실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 까. 셀과 아르메리아는 원래 실력들이 대단하니 어느 정도 안심이 되지만, 라 브레이 커가 내 의지에 따라 이곳에 올 때까지는 버티어야 한다. 최악의 경우, 태자님을 인 질로 잡고 이 방을..... "아. 놀라지는 마십시오. 전 그 검을 가로챌 생각은 없습니다." 눈치를 챘는지, 말을 부드럽게 하는 태자. 하지만 ! 그 말을 어떻게 믿냐 ! 믿었다 가는 또 사형대에 매달리고 검을 빼앗길거다. 태자의 의지는 어떨지 몰라도, 그 주위 사람들이 부추긴다면 과연 그가 그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한 번 사형장 에 끌려간 기억 때문에, 내 행동은 그만큼 조심스러워져 있었다. 이곳은 엄연히 적지 나 마찬가지라고. 나는 긴장된 몸을 전혀 풀지 않고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제 말을 믿지 않으시는군요. 하긴 그것도 제 자업자득이니 할 수 없지만." 알면 빨리 헤어지자고. "그럼 말씀드리지요. 제가 당신과 동행하고 싶은 이유를." 듣고 싶지 않아. 그저, 날 괴롭히지 말고 여기서 있어주었으면 해. 난 동쪽으로 떠 나갈 테니까, 제발 더 이상 날 따라오지 마 ! "제가 동행을 요구한 이유는....." 이유는? "그 검은 소유자를 하늘로 올린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 "라 브레이커는 모든 법칙을 파괴하는 힘을 소유자에게 부여합니다. 상식을 부수고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힘, 인간의 굴레를 부수고 새로운 세계로 떠날 수 있는 힘을 말입니다." ?? "그런 힘을 가진 소녀를 주시하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저 역시 전 설이 이루어지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 "물론 당신이 걱정하시는 대로, 쥬린 제국에서 그런 강력한 검을 소유할 경우 벌어 질 세력 변화에도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난 그거엔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 당신이 날 따라온다는 것만 귀찮아했지. "하지만 그것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당신에게 반했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미나르 공주님." 그런가..... 이런 것도 고백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난 이 사람과 만난 지 한 달 도 되지 않았다. 그런 짧은 시간에 어떻게? 아무리 사랑이란 게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잠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태자님. 사실 당신은 라 브레이커를 가진 제 행적을 감시하러 오시는 거죠?" 그의 감정이 어떻든 간에, 실제로 내건 명분은 그것밖에 없을 것이다. 일국의 태자 가 여자한테 반해서 길고 힘든 여행을 자청한다고 해 봐. 당장 신하들이 반대하고 나 설테니. 그러니 표면상으로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같이 있는 기사라곤 여기사 한 명밖에 없는 이런 방에서 우리와 같이 식사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된 다. 자신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겠지. 물론 그가 내게 고백 비슷한 말을 하면서 표정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그 고백이 거짓일 수도 있었다. 사실 이라면, 지나치게 솔직하지 않은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러면 태자님이 직접 오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날 감시하려면 감시원을 파견하지, 왜 그가 직접 오는가. 게다가, 그 모든 사실을 솔직히 털어놓고 동행하자고 하는 건 또 뭔가? 그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일국의 태자라고 해도, 제가 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건 잘 알고 계실텐데요. 공주님." 입이 막힌다. 하긴 나라라고 해도, 지금 인간끼리 전쟁을 하는 판국은 아니다. 전쟁 을 할 만한 나라라면 북대륙에선 유로 제국과 사라다 제국, 그리고 쥬린 제국 정도인 데, 그들의 중간에는 엘프의 땅과 드워프의 땅이 이리저리 얽혀있다. 서로를 공격하 려면 그들의 세력권을 지나야 하고, 그러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엘프와 드워프를 침략했을때의 반격이 두렵기 때문에 인간끼리의 전쟁을 피하는 것이 다. 하나 더 하면, 두 종족은 단지 평화롭게 살아갈 뿐, 인간들을 침략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인간들도 그들을 공격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쟁은 사라지고 인간들은 평화속에서 살게 되었다. 공룡들과의 전투를 제외하고는 기사들이 힘을 쓰 는 경우도 드물고, 자연 환경이 워낙 온화해서 먹고 사는 것에 큰 힘이 드는 것도 아 니었다. 그러니, 태자님이라고 해도 할 일이 그렇게 많은 게 아닌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 여행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날 따라오겠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이 여행이 10년이 걸릴지, 아니면 20년이 걸릴지 누가 아는가.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못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제 여행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데요." "볼 수 있는데까지는 보고 싶습니다." "그래도, 태자님은 이 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사람이 아닌가요? 너무 오래동안 나라 를 비운다는 건....."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남자와 같이 다니는 것이 귀찮은 탓 이기도 하고, 이 사람의 속셈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자신이 음모를 꾸민 다고 말하고 접근하는 인간은 대체 뭔가? 어떻게든 그를 떼어버려야 했다. 이대로 동 행하면..... "좋아요." "아, 아르메리아 !" 어째서 그녀는 그와 동행하는 걸 허락한다고 한 거지?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라 브레이커라는 검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검이니까요. 한 나라에만이 아닌, 모 든 인간에게 밝은 미래를 열어주어야 하는 이상,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속을 알 수가 없어. 불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 계속 - 후기)악 ! 왜 이리 힘들단 말인가. 불평을 또 하고 말았습니다. 이젠 고치고 또 고치 는데 익숙해질 만도 한데, 워낙 인간이 게으른 탓인지 불평이 좀 많군요. 죄송. (이 봐. 죄송하면 투덜거리지 마) 서두르니까 글이 더 안 나가는군요. 물론 음악도 듣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고 영화 도 보고 싶고 잠도 자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많다) 그런 탓이 더 심하지만. 이럴 땐 그 말이 생각나네요. 어느 코미디언이 정신적인 피로로 인해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한 말. "아무래도 힘드신 듯 하군요. 지치셨으니 ?쉬면서 코미디나 보러 가시죠." 왜 그 말이 생각났을까요. 지금 상황에 맞지도 않은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3 19:36 조회:108 공룡 판타지 13-233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3) '아르메리아. 그렇게 쉽게 허락하면 어떻게 해 !' 말은 못하고, 정신과 정신을 서로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한다. 물론 수고하 는 건 아르메리아이고, 난 그저 생각만 한 것이지만. 그녀의 생각이 내 머리속으로 들어왔다. '걱정마요. 레이니. 이 사람,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걸 어떻게 알아 !'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어요. 한 가지도 속이는 게 없군요.' '하지만 왜 그런 속셈을 순순히 말하는 거지?' 혹시 그녀가 마법을 걸었는가? 그게 아니면 셀이? 하긴 둘 다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 들이니 그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는데? '어차피 우리 앞에서 뭘 숨겨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 그렇구나. 레벨 10의 마법사에게 뭘 숨길 수 있겠는가. 만약 음모를 꾸민다면 금새 그것이 드러나버리겠지. 그러니 차라리 자신을 모두 드러내는 방법을 선택한 건 가. 그녀의 말을 듣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까? 솔직히 말해서, 태자의 동행이란 좀 부담스러운 것이 아닌가.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뒷수습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러니..... "동행하신다면 거절하지 않겠습니다." 셀..... 자신의 능력을 믿는 건가? 아니면 태자의 목숨을 완벽히 지킬 자신이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다른 이유라도? '어쩔 수 없어요. 태자의 청을 거부하면 이곳을 피로 메우면서 나가야 할 지도 모르 니까요. 언니가 라 브레이커의 소유자인 이상, 여러 곳에서 주목받는 건 당연해요.' 아르메리아의 말이 내게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비록 달갑지는 않지만. '그러니까 그 말은....' 내가 어디를 가든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를 소유한 방랑의 공주님으로 인식된다 는 말인가..... 비극이군. 난 그런 공주님을 구해줄 용의는 있어도, 그런 공주님이 될 용의는 없다. 고개를 숙인다. 앞으로 어쩐단 말인가. 저주가 풀리지 않는다면 난..... "와아. 오빠도 같이 가는 거야?" 세이브의 반응은 순수하다. 나처럼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다. 그녀의 발랄한 목소리 를 들으니 어느 정도는 기분이 나아진다. 그런데..... "훗." 아, 아이샤 ! 왜 그런 웃음을..... 극도의 불안감. "역시 언니 애인 맞네요. 기를 쓰고 언니와 함께 간다고 하는 걸 보니." 아아아아악 ! 결정타를 맞았다. 황급히 그녀의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 진 물이다. 주위 사람들의 놀란 표정.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건..... "하하하하하."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가리고 밖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너....." "저, 전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이를 갈면서 마력을 활성화시킨다. 이걸 죽여? 살려? 누굴 망신시키려고 작정한 거 냐 ! 방 안으로 달려들어가자마자 드레스부터 벗어던지고, 즉시 여행복으로 갈아입었 다. 이 녀석, 반드시 잡아서 전기구이를 만들어버릴테다. 어차피 드워프들은 튼튼하 니까 벼락을 한 방 맞아도 죽지는 않을 것이니, 안심하고..... "언니. 참아요 ! 여기서 벼락을 치면 !" 나를 말리는 아르메리아. "좀 참아. 밀크. 방 안에서 벼락을 날리면 큰 소동이 일어날거야." 셀은 이미 손짓말로 마법을 만들고 있다. 방어마법이겠지. 결국, 두 사람의 얼굴을 봐서, 내가 참기로 했다. 하지만 ! 딱 ! 이 정도는 해줘야지. 머리를 감싸쥐고 눈물을 찔끔 짜는 아이샤. "다음엔 그런 장난 하지 마라. 난 태자님과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아무 사이'가 되면 그게 더 큰일이지. 안 그래도 혹이 붙어서 고민중인데. 그런데 다른 사람들 표정이 왜 저래? "밀크. 그렇게 도망가면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고." 웃음을 참으며 말하는 셀. 등에 식은땀이 난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을거야. 이게 무슨 망신이냐. 내 정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날 잘 아는 그녀가 그렇게 말 하다니. 속으로 얼마나 비웃고 있을까. 끔찍해. "언니. 며칠만 더 참아요.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이니." 그나마 안 웃어주고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하는 아르메리아. 그러고 보니 식당에서도 그녀는 웃지 않았다. 다만 표정이 좀 일그러진 듯 했지만. 가만. 내 감각이 그렇게 발달했나? 그녀의 얼굴을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걸 알았지? 물론 그런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날 비웃지 않았다는 것. 식당의 웃음소리중 에서, 아르메리아의 것은 분명히 없었다. 그걸로 족하지 않은가. "고마워. 아르메리아." 정말 고마웠다. 둘만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렇게 생각한 까닭은..... "언니. 아침도 제대로 안 먹고 가 버리면 어떻게 해." 눈치도 없이 말하는 그녀. 하긴 지금 나이에 이런 문제에 대해 알기는 어렵겠지. 네 가 좀 더 크면 알게 될 거다. 세이브. 나는 여행복을 찾아 입으려고 했다. 그런데. "공주님. 다음부터는 정중히 거절해주시기 바랍니다. 역시 들은대로 사이드님이 궁 중예절을 가르쳐주시지 않았군요." 하, 하이. "앞으로 여러 가지를 가르쳐드리겠습니다. 각오하세요. 공주님." 왠지 모르게 호위기사가 아니라 예절교육 선생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앞날이 걱정이 군. 나는 입을 다물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했다. 그런데. "시중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공주님." "아, 안 도와줘도 괜찮아. 여행복은 나도 입을 수 있어." 뒤로 물러서는 하이. 몹시 섭섭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왠지 모르 게 마음이 아프다. 여자애에게 내가 무슨 짓이냐. "나중에 드레스를 입을 때가 있으면 부탁할게."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는 그녀. "그럼, 그때는 열심히 도와드리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는 하이. 갈수록 수렁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다. "그럼, 모두들 안녕히." 혼 족들과의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고, 우리 일행은 동쪽으로 떠난다. 그런데 말야. "모두 준비된 건가요?" 일행이 워낙 많아져서, 움직이는 속도가 늦어질 듯 하다. 원래는 나와 아르메리아, 셀, 세이브로 충분했는데..... "언니..... 너무해....." 아직도 머리를 감싸쥐고 칭얼거리는 아이샤. 좀 세게 쳤나? 드워프들은 워낙 몸이 튼튼해서 안심하고 쳤더니..... 물론 그녀에게 타격을 주지 않게 신중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드워프를 쳐본 것은 처음이라 힘 조절이 잘 안 된 모양이다. 그러니까, 다음엔 장난치지 마라. 특히 그런 끔찍한 장난은. 그녀를 한 번 노려보고,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부스트씨와 거대한 익룡 미리가 보인다. 부스트씨는 거대 한 익룡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내가 타기엔 좀 작지만....." 아저씨. 자신의 무게를 생각하세요. 물론 군살은 하나도 없긴 하지만, 그래도 아저 씨는 엄연히 거구라고요. 거구. 마법이라도 익히지 않는 이상, 하늘을 나는 것은 무 리라고요. 적어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나는 다른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아무리 달갑 지 않아도 동행은 동행이니.... "공주님. 고개를 너무 자주 돌리지 마세요. 가벼워 보여요." 잔소리꾼 호위기사 하이의 말이다. "하이. 하지만 사람들이 아직 다 오지 않았잖아. 어디까지 왔는지 궁금해서." "공주님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안 오면 우리끼리 가도 상관없으니까요." 전혀 걱정이 안 된다는 듯한 말투다. 이미 리츠와 인사를 하고 왔으니 상관없다는 건가. 하긴 우리 일행은 다 있으니까. 나, 아르메리아, 셀, 세이브, 아이샤, 미리, 부스트씨, 그리고 하이. 태자님 일행이 안 오긴 했지만, 그건 상관할 게 못된다. 자. 그럼 떠나볼..... "오네." 그냥 오지 말지. 왜 오는 거야 ! 태자님과 그 호위기사들이 성문밖으로 나오고 있었 다. 그들 중에 세 사람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들의 공룡을 타고서. "전 카리나라고 합니다. 태자님의 호위기사로서 미나르 공주님과 동행하게 되었습니 다." 무릎을 꿇고 나에게 인사하는 그녀. 태자님의 동행은 그녀 한 사람인가? 음. 아니 군. 전에 한 번 만나본 그 사람이 그 옆에 있다. "그록입니다." 전에 나와 검을 겨루다가 진 사람이지? 실력은 솔직히 불안하지만, 어쨌든 그가 태 자님의 경호를 맡게 되었으니 앞으로 잘 지낼 수밖에. "......." 인사를 하려는데, 내 옆에 있는 잔소리꾼이 나를 막는다. 나 대신 인사하는 하이. "전 미나르 공주님의 호위기사인 하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평안한 여행이 되시길 바 랍니다." 난 전혀 평안하지 않지만. 공주님은 남자와 스스로 인사도 할 권리가 없는거냐. 빨 리 이 몸을 빠져나가야지. 내 몸이 새삼스럽게 그리워진다. 푸우. "그럼, 출발하지요. 공주님." 하이가 자신이 탄 씬랍토르를 몰고 동쪽으로 머리를 돌린다. "출발 !" 모두가 탄 공룡들이 동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저 멀리 있는 엘프들의 마을을 향 해. - 계속 - 후기)이제야 평화로운 날이 시작되었는가. 물론 레이니 일행만 갔다면 그렇게 되었겠 지요. 하지만 태자님이 끼어있으니..... 그게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음. 레이니양 (?). 편히 지내고 싶겠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 널 괴롭혀야 독자님들이 기뻐하 실..... 퍽 ! 아, 아이고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4 20:00 조회:53 공룡 판타지 13-234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4) 여행이란 보통은 즐거운 것이다. 공룡에게 잡혀먹히지 않을 정도의 힘이 있다면. 게 다가 사막과는 달리 날씨도 뜨겁지 않다. 거리가 좀 멀기는 하지만, 이대로라면 금방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참해.' 현실은 저 맑은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지상에서 씬랍토르의 등에 매달려 달리는 것이다. 물론 걷거나 달리는 것보다는 힘이 덜 들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보통 일행이 많다는 것은, 여행에서 안전을 도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래봐야 얼치기들 뿐이라면 크루얼 네일같은 육식공룡의 무리를 만났을 때 죽음 뿐이지만, 지 금 우리 일행은 대부분 실력있는 사람들이다. 비상시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없는 것 이다. 물론 그 변태마법사가 딴 생각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런 낌새가 없다. '그건 좋지만.....' 그러나, 사람이 많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그것은..... '속도가 느려.' 여행속도가 너무 느려진 것이다. 나와 아르메리아가 하늘을 날아 레드 테일시로 갈 때는 단 하루만에 2000km를 날아갔는데, 지금은 하루에 그 반의 반도 달리지 못한다. 아무리 공룡의 등에 타고 달리고 있다고 해도, 결국 달리는 속도는 나는 속도보다 느 리다. 게다가, 공룡들이 마음껏 달리기에는 그들이 진 짐이 너무나 무겁다. 여행거리 가 워낙 길기 때문에 붙어온 것들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 태자 일당만 우리에게 합 류하지 않았어도 이렇게 짐이 많아지지는 않았어 ! '후우.' 그렇다고 불평할 수가 있나. 내가 한 마디만 하면, 즉시 내 옆의 호위기사라는 여자 애가 잔소리를 늘어놓는데. 어떻게 하면 이렇게 힘든 주행중에도 말이 저렇게 잘 나 올까. '정말 힘들어.' 평소에 이렇게 달렸다면, 결코 피로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옆에 있는 사 람들이 신경쓰이다 보니, 당장이라도 쓰러져버리고 싶었다. 역시 정신적인 피로라는 건 무시 못하는 건가. 도대체 언제나 여행이 끝나는 걸까. 아니, 옆에 따라붙은 사람 들만 없어도 좀 편한 여행이 될텐데. "언니 !" 하늘에서 들리는 목소리. 내 소원을 이미 이룬 녀석이구나. 하늘을 나는 거대한 익 룡의 등에 탄 아이샤가, 나를 부르고 있다. 무슨 일이지?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이렇게 달리기만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으니. "무슨 일이지?" "언니도 날아서 가 !" 음. 진작 그런 생각을 해냈어야 하는데. 나는 당장이라도 하늘에 날아올라가려고 했 다. 하지만. "공주님 !" 옆에서 나를 바라보는 하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날아다니지 마세요. 품위가 떨어져요." 그게 무슨 소리냐? 날아 다니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향해 말 하는 그녀. "공주님. 공주님은 일국의 황위를 받으실 분입니다. 촐랑대는 모습은 이제 버리셔야 해요." 컥. 황위는 무슨 ! 난 여왕같은 건 될 생각이 없어 ! 그렇지만, 그녀 앞에서 '난 원 래 남자니까 그런 거 할 생각이 없어 ! 난 하루라도 빨리 내 몸을 되찾아 떠나고 싶 단 말이야 !'라고 외칠 수는 없다. 옆에 태자가 달리고 있으니, 그에게 그런 망신스 런 일이 알려지면 안 된단 말이야 ! 나중에 저주가 풀리고 나서 얼굴을 들고 지내려 면, 지금의 일은 가급적 알려지면 안 되었다. 어차피 가망없는 희망이지만. '유명한 마법검의 주인이란 것도, 쉽지 않구나.' 이 검이 내 옆에 있는 이상, '미나르 공주님'의 일은 숨겨지지 않는다. 어디 숲 속 에라도 가서 숨어살지 않는 한, 나는 영원히 그 일로 놀림받으며 살 것이다. 갈수록 사회적인 입지가 좁아지는구나. 왠지 모르게 점점 우리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 다. '해가 지는구나.' 오늘의 여행도 끝이다. 하지만 귀찮은 일은 끝나지 않는다. 저녁 준비를 내가 하는 거냐고? 아니면 불침번을 내가 서는 거냐고? 그런 것이야 공주님이라는 신분 덕분에 간신히 넘어갔다. 그러나, 그건 별로 좋은 게 아니다. 잔일이라도 좀 도와주고 싶은 데..... "미나르 공주님." 내 옆에 있는 태자의 접근을 피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차라리 일이나 하고 싶어 ! 하다못해 마법 연습이라도 할 수 있게 놔두란 말이야 ! "휴우. 겨우 일이 끝났네." 저녁을 먹고 자는 시간이 되었다고 해도, 내 고난은 끝난 게 아니다. "자. 오늘 배울 궁중 예절과 교양은....." 도대체 하이는 내 호위기사인가? 아니면 궁중 예법 담당 선생님인가. 궁중에서 사용 할 각종 예절과 지식을 가르쳐주는 게 친절함인지, 아니면 날 괴롭히기 위함인지는 모르지만, 차라리 아르메리아의 마법 강의를 듣고 싶어 ! 난 신하들을 어떻게 치하하 고 행정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며, 어떤 방식으로 옷을 입는 게 가장 여성스러우면서 도 여왕의 위엄을 잘 드러내는지에 대한 지식은 필요없다고 ! 차라리 검술이나 마법 연습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텐데. 그녀에게 밤새도록 시달리고 나면, 그 다음날 아 침은 제 시간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솔직히 날 그렇게 괴롭히면서도 그 다 음날에는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검을 휘두르는 하이를 보면 정말 이해하기 어렵지 만. '저렇게 튼튼한 사람도 있구나.' 육체적으로 피로한 게 아니다. 정신적으로 피로한 것이다. 만약 내가 왕자로 태어났 다면 저 여자는 분명히 내 아내가 되어, 내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그럼.....' 보통 공주님들에게는 약혼자가 있지 않나? 거기까지 상상한 나는 머리를 흔들어 그 런 생각을 지워버렸다. 어차피 약혼자가 있어도 나하고는 상관이 없지 않느냐. 그리 고 지금의 황제가 즉위할 때 약혼자라는 남자아이도 죽였을 것이 아닌가. 그런데 신 경쓸 필요는 없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자. 오늘은 궁중 식사법을 알려드릴께요." 이 지겨운 강의를 어떻게 졸지 않고 소화시키느냐는 것부터 고민하기로 하자. "휴우. 끝났다." 드디어 강의가 끝나고, 하이도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왜 그녀는 내 옆에서 자는거야 ! 그것도 검을 손에 잡고서. "아. 그녀는...." 그녀는 날 지키기 위해 파견된 호위기사였다. 그녀의 정성에는 감탄하고 싶지만, 솔 직히 그 성실함에 대한 감탄을 하기는 곤란했다. 그 이유라는 건, 그녀가 내가 가는 데마다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좀 느슨해져도 좋으련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도 인간인 이상 부끄러운 일이 있지 않은가. 나라고 해서 자연법칙을 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가끔은 혼자서 숲속에 들어가서 몸을 가볍게 하거나, 여자 아이의 부끄러운 날을 치루거나 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녀는 그런 곳까지 따라 오는 거다. 정말 질렸다니까. 결국 나는 한 번 일을 치를 때마다 곤욕을 치렀다. 그 녀는 물론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것이지만, 나한테는 상당히 창피스런 일이라고 ! '그런 생각은 그만하자.' 정신없이 여행하다 보니,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자꾸 잊어먹는다. 오늘이..... "오늘은....." 5월 2일이지. 생리일이 어제라서 기억할 수 있었다. 생리일이 매달 1일인 경우도 드 물거야. ".........." 어제 고생했던 생각이 나 버렸다. 창피해서 아르메리아와 셀만 불러서 숨어버렸던 일이. 호위기사라고 끈질기게 날 따라오는 하이를 막으려고, 난 결국 마법까지 동원 해서 멀리 날아가버렸다. 하이는 날 내놓으라고 셀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어떻게 설 명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매우 분한 듯한 목소리로, 내게 귓속말을 했다. "다음엔 저한테 맡기세요. 공주님.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미쳤냐. 죽어도 남한테는 맡기지 못해. 여자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 조 금이나마 알게 된 기분이었다. 이 짓을 한달에 한 번씩 해야 하다니..... "가만." 그러고 보니 아르메리아가 생리하는 걸 본 적이 없네? 아직 시기가 아닌건가? 나이 는 많이 먹었지만, 엘프들은 그런 쪽에는 좀 느린 모양이다. 아니면 우리와는 신체 구조가 다르거나. "깨워서 물어볼까....." 하지만 이 자리에서 움직이면 하이가 눈치챌 것이다. 지금 자고 있을까..... "모르겠군." 자는 척 하면서 날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낙 끈질긴 여자애니까. 결국, 전에 도 사용한 방법을 되풀이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르메리아. 자?' 이렇게 생각을 되풀이하면, 그녀가 자지 않는 이상 연락을 하겠지. 입을 열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다. 아직 7레벨의 정신마법을 제대로 익힌 적이 없는 이상,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 수준은 못 된다. 어서 라비린스 키퍼와 싸워야 하는 데..... '언니?' 깨어있었군. - 계속 - 후기)날짜를 세어가면서 쓰다 보니, 레이니의 생리일이 매월 1일이더군요. 그동안 날 짜 체크를 빼먹지 않은 덕을 좀 봤습니다. (푸훗) 쥬라기 지도가 좀 작아서 거리 측 정이 제대로 된 건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 지도(제 자료에는 쥬라기 시대의 지도가 있습니다. 작아서 문제가 되지만)를 보니, 레이니가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리는 지 조 금은 알겠더군요. 불쌍한 녀석. 날아가면 금방인데. 작가를 잘못 만나서 고통의 시간 이 더 연장되다니. 추가)그리고, 잊어버린 분들이 계시지요? 크루얼 네일은 5번째 이야기에서 나온 제 창작 공룡으로, 벨로시렙터의 조상이신 데이노니쿠스를 모델로 한 공룡입니다. 아무 리 생각해도 쥬라기와는 시대가 안 맞아서 제 맘대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5 19:49 조회:40 공룡 판타지 13-235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5) '아르메리아. 안 자?' 뻔한 말이지만, 이런 거라도 하고 싶다. 하루종일 시달리기만 했으니, 가끔은 이런 대화도 좋지 않을까. 언제나 공주님처럼 행동하는 것도 이젠 질렸다. 만약 하이가 혼 자서만 나와 동행했다면 차라리 낫다. 그녀에게 내가 걸린 저주에 대해 설명해주면 간단하니까. 하지만, 혹이 붙어있어서 안 된다. '안 따라와도 되는데.... 차라리 감시자를 보내지.....' 망할 태자같으니. 그의 지나칠 정도의 관심에, 매일매일 불안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여성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그것이 습관이 되어가는 게 아닌지 두려웠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저 골칫거리를 떼어놓을 수 있을까. '칼을 버릴까?' 이렇게 부자유스런 상황에서 지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하지 만..... 그러다가는 난..... '언니 생각대로에요. 지금 그 검을 버리면, 언니가 너무 위험해져요.' 하긴 그렇지. 버린다고 버려지는 검도 아니고, 게다가 내가 지금 힘을 포기한다면 당장 그 변태 마법사 가 좋아라고 날아와서 날 죽여버릴거다. 어쩌면 그 공주마마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나만 죽여버릴지도 모르지. 셀이 원하는 건 그 공주님이지 내가 아니지 않은가. 나중 에 보복을 피하려면 그 놈은 그렇게 할 지도..... 그만 생각하자. 너무 비참해진다. '역시 힘든 모양이네요. 아까부터 그렇게 보이더니.' 그래서 깨어있었구나. 피로한 모습을 들켰다니. 다른 사람이 알았으면 부끄러울지도 모르지만, 그녀라면 별 무리없겠지. 게다가 그녀는 정신에 관련된 마법을 이미 완벽 히 알고 있으니..... 가만 ! '라 브레이커를 가진 사람에게는 마법이 걸리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셀은 그렇기 때문에 내게 순간이동마법을 걸지 않고 내가 직접 레드 테일시로 날아 오도록 했다. 그런데 아르메리아는 어떻게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거지? 그런 것을 읽어내는 것도 일종의 마법이 아닌가? 나는 당황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불침번을 서는 그록의 피로한 얼굴과는 대조되는, 아 직도 생기가 넘치는 얼굴이 내 눈동자를 향한다. '그건 말이에요.' 웃으며 생각해주는 아르메리아. 입을 열지 않으니 주위의 고요를 깨지 않고도 이렇 게 대화할 수 있다. 내 옆에서 자는 하이와 셀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고. '언니가 무슨 생각을 할 때 발산되는 정신파를 제가 느끼기 때문이에요.' 가만. 그건 대답이 되지 않는데? 어째서 셀은 아르메리아보다 더 강한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지? 그 이유는? 그녀의 눈이 다시 나를 바라본다. '그건 셀이 주문마법으로 마법을 구사하기 때문이에요.' '?' '인간의 마법이 발동되려면 주문을 외워야 해요. 그리고, 그 주문은 마법의 힘을 주 는 악마 - 인간들은 마법의 근원체라고 하지만 - 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 있다면 그 근원체들의 힘은 중간에 막히게 되지요. 검 에 의해. 물론 정신파를 감지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언니에게 직접 마법을 걸 수는 없어요. 셀이 언니에게 순간이동마법을 걸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고요.' 어째서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나의 검이 그렇게 강력한 것이란 말인가? '이 검이 그렇게 뛰어나?' '그런 점도 있지만, 또 한 가지 이유가 있어요. 그 검은.....' 누, 눈이 감긴다..... 드디어 오늘 하루동안의 피로가 나를 덮치는 것인가. 아직 물 어볼 게 많은데. 마법에 대한 것, 오늘의 사소한 대화들,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생리 를 안 하는지에 대해서도..... 나도 좀 한심하군. 그런 거나 물어보려고 하다니. 하 지만 졸음에는 대항할 수 없다. '다음 기회에 알려드릴께요.' 그녀의 속삭임이 멀어져간다. '그녀는 날 싫어하는 건가....' 처음 볼 때부터 그녀는 내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단순히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 다. 그녀에게는 다른 여성에게서 느낄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녀만의 특별함이. '그녀는.....' 역시 지난번에 나때문에 사형장에 끌려간 탓인가. 나에 대한 인식이 아직 좋지 않은 듯 했다. 일부러 자신의 마음을 감추려는 듯한 그녀의 모습이, 나를 더욱 더 잡아끌 고 있었다. 비록 그녀 자신은 그걸 바라고 있지 않은 듯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나를 보기만 하면 뒤로 피해버린다. 내가 나의 공룡을 몰고 그녀에게로 다가 가면 그녀는 멀찌감치 비켜 버린다. 저녁시간에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하면, 그 녀는 자신의 검을 들고 수련에 열중한다. 밤이 되면, 그녀는 엘프 소녀와 대마법사인 여인과 말을 나누느라 나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내가 밉게 비치는 걸까.'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그녀를 감시하는 자'로만 비쳐질 것이니.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나는..... '어떻게 해야 그녀의 오해를 풀 수 있을까.' 좋은 방법이 금새 떠오르지 않는다. 사귀어본 여인은 많지만, 내가 사랑하고 싶어지 는 여인은 그녀가 처음이었으니까. 신분상 장애도 별로 없다. 그녀는 대제국의 황제 의 딸이 아닌가. 그녀가 목숨을 걸고 지금의 황제에게 도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 와 함께..... '너무 어렵군.' 이야기라도 걸 틈이 있다면 어떻게 해볼텐데. 나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바라보았 다. 구름이 별을 가려 버린다. 나 자신의 앞길을 보여주는 듯 했다. 5월 6일. "오늘 저녁이면 아라비 사막의 서쪽에 도달하게 될 거에요." 내 옆에서 공룡의 등에 탄 채 달리던 아르메리아가, 내게 말을 건다. 비교적 앞쪽에 달리고 있어서, 주위의 흙먼지가 별로 심하지 않다. 물론 내 뒤에 달리는 사람들에게 는 그렇지도 않겠지만. "그럼, 그 다음은?" 이제 엘프 마을로 달려야 하겠지. 그런데, 정확한 위치는 어디일까? 설마 사막 한가 운데에서 살지는 않을테니, 남쪽이나 북쪽으로 달려야 하겠지. 우린 어느 방향을 선 택해야 하는 것일까. "우린 남쪽으로 가야 해요. 드워프 마을에 먼저 들러야 하니까." 역시 엘프들은 드워프를 싫어해서 그런 걸까. 아이샤를 떼어두고나서 엘프 마을로 들어가자는 것같아서, 마음 한구석에 씁쓸하다. "그게 아니에요. 이유는 따로 있어요." "이유?" 내 생각이 틀렸나? 그럼 무슨 이유가 있지? 그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인간 마법사들을 떼어놓고 가야 하니까요.' "뭐?" 난데없이 정신파를 내게 보낸 아르메리아의 행동에 놀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말을 듣고 놀랐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 버렸다. 설마, 그렇게까지 셀을 미워했던 건가? 아 르메리아? "공주님 ! 무슨 일이라도?" "밀크 !" "언니야." "언니. 무슨 일이에요?" "공주마마. 괜찮으시옵나이까?" 참으로 많다. 그런데 부스트씨. 굳이 '공주마마'라고 부르는 이유는 뭐에요? 눈을 보니 걱정해서라기보다는, 장난기가 다분한데. 하긴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긴 하지만. "........." 아. 태자도 날 부르긴 했군. 뭐라고 하긴 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는다. 뭐 그 사람이야 내가 상관할 거 없겠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우선 드워프 마을로 간다고요? 먼저 엘프마을로 가는 게 아니고?" "네." 모두의 물음에, 그렇게 잘라말하는 아르메리아. "이유는? 지금 급한 건 미나르 공주님 아닙니까?" "그보다 더 급한 게 있어요." "?" 그게 도대체 무엇이냐? 난 모르겠다. 그녀의 설명을 기다릴 수밖에. 아르메리아의 입이 서서히 열린다. "이 아이를 고향에 데려다주어야 하니까요." 아이샤를 바라보는 그녀. ".........!" 모두의 얼굴이 펴진다.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가. 어쨌든 다행이다. 난 그 녀가 셀을 지목하면서 '인간 마법사는 엘프 마을에 가면 안 돼 !'라는 말을 퍼부울 줄 알았는데. 그녀도 이제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것일 까. '그 이야기는 드워프들의 마을에 가서 할 거에요. 언니.' 내 착각이었군. 마을 한가운데에서 마법사들이 싸움을 벌일 수는 없을 거라는 걸 노 린 것인가. - 계속 - 후기)결국 이렇게 나갔습니다. 둘이 대판 싸우게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게 더 안 전하겠지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6 11:21 조회:63 공룡 판타지 13-236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6) "하지만, 드워프들이 사는 땅에 가려면 이 인원으로는 곤란하겠는데요." "어, 어째서?" 섬짓한 느낌을 받은 나는, 즉시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그녀가 "셀같은 인 간 마법사는 안 돼 !"라는 말을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지만. 그러나 그녀의 말은 전혀 다른 문제를 묻고 있었다. "드워프들은 이곳에서 약 4000km 정도 떨어진 남동쪽 반도에 살고 있어요. 가는 건 문제가 없지만, 그들의 땅에 들어가려면 허가가 필요해요. 그리고....."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들은 인간 마법사를 좋아하지 않아요." 자신이 싫다고 하지 않고, 드워프들에게 떠넘기는, 어찌 보면 더욱 비겁한 말이다. 셀이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그러나. "내가 뭐가 어째요?" 화를 낸 건 엉뚱하게도 카리나였다. 그녀가 왜...... '아 !' 약하지만 마력이 느껴졌다. 아까는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 어째서 지금은 느낄 수 가 있는 것이지? 내 감각이 그만큼 둔하다는 건가? 역시 마법을 배운지 한 달이 약간 넘은 초보에게는, 섬세한 감지능력을 바라는 게 무리인 것일까. 만약 저 여자가 날 죽이려던 자객이었다면..... 라 브레이커가 나를 탓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하 지만..... '마력이 비활성상태일 경우, 밖에서 그걸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다. 네가 아직 미숙 한 탓이기도 하지. 하지만 비활성상태인 경우 외부로 마력이 유출되지 않기 때문에, 감지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 정도로 마력을 잘 감출 수 있는 것을 보면, 저 여자도 꽤 강한 마법사인듯 하군. 조심해라.' 그런가. 라 브레이커가 날 위로해주는 경우도 있구나. 그러나 나의 검은 역시 착한 녀석은 아니었다. 그 뒤의 말은. '위로가 아니다. 가르쳐주는 거다. 이런 경우도 있으니까 수련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거다.' 듣기 싫지만 맞는 말이다. 아직 난 배울 게 많은 초보일 뿐이다. 주위에 있는 쟁쟁 한 인물들 - 셀이나 아르메리아 - 덕분에, 나는 화를 내지 않고 겸허하게 그 말을 받 아들였다. 자신의 미숙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분좋지는 않았지만. '알았어.' 일단은 그 문제는 그 정도로 하고 넘어가자. 지금 문제는 카리나이니까. 그녀를 어 떻게 달래야 할지를 생각해보는게 더 큰일이다. '어쩐다..... 마법이나 검술로 누르기는 힘든 상대일 듯....' 하지만 내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카리나 !" "네. 태자전하." "조용히 하고 있도록." "알겠습니다. 전하." 아. 그녀는 태자의 신하였지. 권력이라는 것은 저런 것인가. 그렇게 불평하던 카리 나가 말 한 마디 않고 물러서는. 하지만, 그런 권력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하나 있 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10레벨의 마법사를 힘이나 권력으로 누르는 것은 무리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그녀를 이길 사람이 아무도 없다. 나와 아르메리아가 전력을 다한다 해도, 우리 목숨 이나 지킬 수 있을까 말까한 지경이니까. 그럼..... "걱정마. 밀크." 내 어깨를 잡으며 속삭이는 그녀. "난 세이브와 같이 있어야 하니까 드워프 마을에 못 들어가. 내 걱정 말고 마을 구 경을 한 번 해봐." 가볍게 웃어주며 날 안심시키는 그녀. 나는 무심한 자신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구나. 세이브는 인간이 아니지. 기계를 좋아하는 드워프들이 그녀를 본다면..... 호기심에 해부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것도 생각하지 못하다니. '난 좋은 언니는 될 수 없나봐.' 세이브를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니. 어서 저주를 풀어내서 좋은 오빠라도 되어주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무심함은 저주를 푼다고 고쳐지지 않는다. '앞으로 노력해야 할 것 같아.' 그럼, 이곳에 남는 것은 카리나, 셀, 그리고 세이브 세 사람이 되는 것인가. 그럼 내일 드워프 마을로 출발한다면, 우리 인원수로 보아 4000km를 달리는 시간이..... "시간이 없으니까, 내일 아침에 저와 아이샤, 그리고 레이니 언니만 드워프 마을에 가겠어요." 아, 아르메리아. "공주님에게 감히....." 옆에서 하이가 화내는 것은 무시했다. 나로서는 두 손들고 찬성할만한 일이 아닌가. 그 지겨운 공주마마 소리를 듣지 않을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런데 왜 세 사람만이 지? 다른 사람들은 어쩌고? "아르메리아. 그런데 왜 세 사람뿐이지?" 어째서 세 사람만이냐는거다. "인간의 마법을 쓰지 않으면서도 4000km를 최단시간내에 갈 수 있는 게 저와 언니 뿐이니까요. 아이샤는 필연적으로 가야 하지만, 나머지 분들에게는 굳이 동행할 필요 가 없지 않나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걸. "하지만, 그렇게 하면....." 태자의 얼굴빛이 변한다. 감시대상이 자유로운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는 별로 좋은 일이 아닐 테니까. 그러나. "만약 태자님이 우릴 따라온다면, 여행 기간이 너무 길어져요. 그렇다고 해서 저 혼 자 아이샤와 그녀의 짐을 다 나를 수도 없고." 아무리 무게를 줄였어도 무거운 건 무겁다는 것인가. 하지만 익룡이 나를 정도라면 그리 무겁지는 않을텐데. 무언가 다른 의도라도? 아르메리아는 단언하듯 덧붙인다. "그렇게 불안하면 감시마법을 건 물건을 언니에게 주세요." 5월 7일 아침. 사막의 끝에서 우리는 여행 준비를 했다. 가야 하는 거리가 워낙 멀 었으니. '4000km를 가는데 얼마나 걸릴까.' 여태까지 우리가 달려온 속도로 계산한다면, 하루에 250km정도를 달렸다. 그러니, 4000km라면, 단순 계산으로 16일이 소요되는 셈이다. 하지만 날아간다면..... 훨씬 빨리 갈 수 있겠지. 내 몸이 좀 힘들게 되겠지만. 나는 태자에게 받은 반지를 만지작 거렸다. 감시 마법을 건 물건이 이것인가. 그런데 이거.... 무슨 약혼반지냐 ! 너무 화려하잖아 ! 투덜거리고 싶어도, 이것이 내가 이틀간의 휴가를 갖는 조건인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유를 얻은 것인지, 아니면 감옥이 좀 커진 것 뿐인지는 모르 겠지만. 카리나라는 여자가 만든 반지라고 하던데, 과연 무엇이 걸려있는 것일까. 셀 이 아무 소리 안 하는 걸 보면, 일단 내 목숨에 위협이 가는 물건은 아닌 듯 한 데..... "그런데, 이거 라 브레이커를 가진 나한테도 통하는 거야?" "언니에게 마법이 걸린 게 아니라, 반지에 걸린 거에요. 언니에게 직접적인 위해가 가해지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검이 납득해 준 탓도 있고." 검이 납득해 주었다면..... 그렇군. 그런데 아이샤 얘는 어디 가 있는 거야? 그녀를 바라본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가 본 것은..... 커다란 입. 그것도 뾰족한 입을 머리에 달고, 그 목을 힘겹게 들어올린 익룡이 거대 한 날개를 접고 어기적어기적 걷는다. 아니, 기어온다. 몸이 커서 그런지 뒷다리만으 로 걸어오지 못하고, 날개에 붙은 발가락을 사용해서 몸을 지탱한다. 사람으로 치면 앞으로 몸을 구부리고 엎드린 자세다. 거대한 머리 때문에 더욱 힘들어보인다. 저 커 다란 부리 비슷한 것만 없었어도 힘이 덜 들텐데. 그것만이 아니다. 하늘에서는 자신 에게 자유를 주던 날개가, 지상에서는 자신을 묶는 포승줄이 되어 있다. 날개를 다치 지 않게 조심스레 접어서 기는 모습은..... 한 편의 희극이다. 정말 못 봐주겠군. 못 봐주겠어. 그런 자신의 익룡에게 달려가는 아이샤. 부리보다 작은 꼬마 여자애가 익 룡의 머리를 끌어안고 펑펑 울어대는 모습은..... 만약 모르는 사람이 그렇게 했다면 배꼽을 쥐고 웃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다른 건 몰라도 그 거대한 부리와 동그란 눈 이 이루는 묘한 부조화에, 웃음을 참기 힘든 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역시 세상은 넓어. 저런 광경을 다 보다니. 한참동안 울고 난 아이샤는, 미리의 부리를 쓰 다듬으며 인사를 한다. "나 다녀올게. 그럼 외로워도 참아. 응?" 애 먹힐라. 물론 기우이기는 하지만, 실수로 미리가 하품이라도 하다가 입을 벌리 면, 아이샤가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는 망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곤란하지. 그녀의 옆에 다가가면서 본 익룡의 머리는 확실히 그런 염려를 할 만했다. 옆에서 보니까 더 크군. "아이샤." 내가 한 말은 아니다. 아르메리아가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한 말이다. "이제 가야지." "네."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 어디보자..... 나한테 손수건이 있을까. 품 속을 뒤 져보지만, 나한테 그런 게 있을 턱이 없다. 남자였던 여자한테 그런 섬세한 것까지 요구하지마 ! 결국 그녀의 눈물을 소매로 닦아주었다. 도리없지 뭐. "고, 고마워요. 언니." 세이브에게 못해준 것을 그녀에게 보상해준 꼴이지만, 다음에는 그 애에게도 잘해주 어야지. 비록 언제 잊어버릴지 모르지만. "언니. 그럼 아이샤의 짐을 좀 부탁해요." "그런데 왜 나까지 따라가야 하는 거야?" 솔직히 그녀의 실력이면 짐을 다 가지고 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나를? "그야 언니를 위해서지요. 나중에 엘프 마을에 갈때를 위해, 비행훈련을 시키고 싶 어서요." "비행훈련?" 지난번에 2000km를 날아갔던 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하긴 상당히 헤메긴 했 어. 추락하다가 간신히 살았지. 구름에 부딪쳐서 죽는 줄 알고 비명을 지를 뻔했지. 상당히 생각하기에 안 좋은 일이군. 하지만 그때는 별로 화내지 않았잖아. "언니. 언니는 드워프 마을에 들른 다음에는 우리 마을로 가야 한다고요. 그곳에 인 간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특히 일국의 정치지도자는." 누군지 알만하군. "게다가, 언니에게는 시간이 없어요. 하루라도 빨리 남자로 돌아오지 않으면, 언니 는 저 사람과 결혼해버릴 거에요." "뭐?" 서, 설마..... "요즘들어 부쩍 여자로서의 매력이 넘치게 된 자신을 돌아보세요. 유로 제국의 태자 가 반지까지 줄 정도의 사이가 되다니." 헉. 그러고 보니 이건 완전히 약혼반지로군. 빨리 돌아와서 이걸 빼야겠다. "하긴. 한 사람 더 있지만." "뭐?" 그게 무슨 소리야 ! 하지만 그녀는 아이샤의 짐무더기를 내게 던져주며 말했다. "자. 그럼, 모두들 이틀 정도만 기다려주세요. 곧 올께요." - 계속 - 후기)다 쓴 걸 또 고치는군요. 이러니까 비축분이 필요한 것이지만. 어쨌든 그래서 레이니에게 약혼반지(?)를 끼우는 데 성공했습니다. (훗) 그리고 익룡이 걸어가는 법은, 우리나라 전라남도 해남 우항리 지층에서 나온 발자 국화석을 토대로 한 복원도에서 슬쩍해왔습니다. (무, 무단이다 !) 걷는 그림을 보고 묘사해봤는데, 그 웃기는 인상을 제대로 표현했는지 모르겠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7 20:25 조회:136 공룡 판타지 13-237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7) "잠깐." 도대체 어떤 방법을 사용하려는 거지? 나와 그녀, 그리고 아이샤만 먼저 가서 도대 체 무엇을 하려는 거지? 나로선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고, 결국 무식한 자의 지혜 로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르면 묻는 거지 뭐. "우리만 드워프 마을로 가서 어쩌려고?" 사실, 이틀만에 4000km를 왕복한다는 것이 더 이상하지만.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바 라보더니 웃는다. "언니. 모르고 있었어요?" "뭘?" 가르쳐주고 나서 웃어. 아르메리아. "드워프들은 하늘을 나는 배를 가지고 있어요." "뭐?" 세상 물정에 어두운 티가 났군. 난 시골뜨기라서 그런지, 드워프들이 물건을 잘 만 든다는 것은 알아도, 그런 신기한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 늘을 나는 배라..... 그제서야 나는 그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먼저 드워프 마을에 가서, 그 배를 빌려오려고 하는 것이다. '.....창피하네.' 주위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다는 표정들이다. 어쩐지 조용하더라니. 얼굴을 붉히고 싶었지만, 그 전에 물어볼 게 하나 있다. 그것은..... "그런데 왜 나까지 가야 하는거야?" 굳이 내가 동행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배를 빌리는 것이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 할텐데. 혹시 드워프와 엘프는 사이가 나빠서 그런가? 하지만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가요 !" 아이샤를 안고 날아오르는 그녀. 나도 황급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서두르면 일이 잘못되는 법. 퍽. '이런 ! 실수했네.' 서두르느라 마력을 제대로 발 아래에서 터뜨리지 못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공중 에서 허우적거리고 말았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마력을 다시 터뜨려서 자세를 바로잡다보니,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쪽으로 머리가 돌아갔다. 그들은 원래 내 발 아래에 있었으므로, 이것은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닌 셈이다. 나는 마력을 다시 분 사해서 몸을 바로잡으려다가..... '힉 !' 셀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강렬한 적의가 담긴 눈으로. '그렇게 내가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던가?' 그녀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다. 그러자 그녀가 깜짝 놀라면서 몹시 미안한 듯한 표 정으로 변한다. '뭐, 뭐냐?' 하지만 그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간신히 몸의 균형을 잡고 하늘로 다시 날아올랐다. 내 등에 매달린 아이샤의 짐이 가벼웠기에, 간신히 구름을 향해 날아갈 수 있었다. 전에 했던 대로 방어막을 몸 전체에 치고, 발에서 마력을 터 뜨려 몸을 가속시킨다. '긴 여행이 되겠어.' 기간이 긴 게 아니다. 거리가 길다는 것이다. 아까까지는 그토록 바라던 비행이건 만, 갑자기 몸이 무거워진다. 거리가 나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길어.....' 날아도 날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멋진 구경거리라도 계속 보면 싫증이 나 는 법. 오늘 그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중이다. '너무 길어.....' 짐이 내 어깨를 누른다. 내 등뼈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피부를 통해 처절할 정도로 느끼게 해주고 있다. 땅 위였다면 이런 고통도 느끼지 않았을텐데..... 적어도 짐은 공룡들이 운반하니까. 그 녀석들이 겪은 고통이 이것인가. 나도 모르게 두 팔이 경련 을 일으키며 움직인다. "움직이지 마요 !" 아르메리아가 옆에서 잔소리를 한다. 팔을 마구 움직이다가 방어막이 깨질 수도 있 고, 그러면 공기저항이 강해져서 아래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이겠지. 하지만 팔을 오래동안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고통도 줄어든다. 아예 감각이 없어지는 것 같 다. '팔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 팔만 아픈 게 아니다. 다리도 아프다. 벌써 세 시간째 몸을 움직이지 않고 날기만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세 시간이라는 걸 알려주면서 나를 바라보던 아르메리 아의 표정이 떠오른다. 전혀 고통과는 인연이 없는 듯, 털끝만큼의 동요도 없고 팔다 리의 미동도 없는 그녀는, 정말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내게 닥친 고역은 그뿐이 아니다. "공주 언니 ! 아무 말이나 해봐요. 아까부터 말도 없이....." 아르메리아의 등에 매달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는, 그래서 따분함의 늪에 빠져있 는 아이샤가 자꾸만 말을 걸고 있다. 힘들어서 죽을 지경인데 왜 자꾸 말을 시켜 ! 그녀는 나를 보고 뭐라고 막 떠들지만, 내게는 잘 들리지 않는다. 아르메리아가 중간 에 그 말을 정신파로 바꾸어 전달해주었기 때문에 내가 그 내용을 아는 것일 뿐. "좀 조용히 못해 !" 전 같으면 이렇게 윽박지르기라도 할텐데, 지금은 힘이 하나도 없다. 날아가는데 모 든 힘을 다 쓰고 있기 때문이다. 팔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편 채로, 마력을 터 뜨리기만 하면서 계속 상승하는 것. 그러다가 일정한 높이 이상에 이르면 마력을 터 뜨리는 것을 중단하고 자유로이 활공하는 것. 아직 비행에 익숙하지 못한 내게는 이 모든 것이 다 힘들고 지겨운 과정일 뿐이다. 물론 아르메리아는 그 과정을 즐기는 듯 했지만,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이런 힘든 것이 즐겁다고 한 건가.' 주위에 떠도는 구름이나 바람이 좋기는 하지. 하지만 이번에는 주위를 둘러볼 생각 이 나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짐이 가벼운 편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나았지만, 이번 에는 아이샤의 짐을 내가 다 나르고 있는 판이다. 내 짐까지 합하면 결코 가벼운 무 게가 아닌 것이다. 내 짐이 아니라 남의 짐이라는 점 때문에 그런 것일까. '다음엔 짐을 가볍게 하고 날아야겠군.' 그런데, 짐이 좀 늘었다고 해서 이렇게 무거워할 필요는 없는데? 어째서일까? 곰곰 생각해보던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렇구나.' 옆에 있는 아이샤때문이다. 전에는 아르메리아와 둘이서만 날아갔기 때문에, 비록 앞날에 대한 공포가 있었어도 그것을 누를 수 있었고, 피로도 덜했다. 하지만 이번에 는 날아가는 거리도 긴 데다가 불청객이 하나 끼어있지 않은가. 적어도 그녀와 둘만 의 대화를 나눌 입장은 아니었다. '어쩐다.....' 고민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겠다. 아이샤가 있든 말든 그냥 말을 걸어보 자. 비록 달콤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말을 나누며 가는 게 더 낫겠지. '아르메리아.' '네?' '얼마나 더 남았지?' 거리라도 알면 좀 나아지려나? 그러나 그녀는 매우 실망스런 답변을 해 주었다. '아직 2000km 정도 남았어요.' 2000..... 아직 멀었군. 하지만 이제 절반을 날아온 셈이 아닌가. 이 정도면 쉬어도 될 때라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2000km이면 상당히 긴 거리가 아닌가. 나는 희망섞인 얼굴로 아르메리아의 얼굴을 보았지만, 그녀는 냉정했다. '안 돼요.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고요. 이 높이까지 다시 올라오려면 얼마나 걸리는 데. 그냥 계속 가요.' '하지만.....' 그녀는 내가 엘프인줄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엘프들이야 며칠씩 쉬지 않고 하늘을 자유로이 날 수 있을지 몰라도, 난 인간이라고 ! 다른 건 둘째치고 배가 고파서 못 살겠단 말이야 !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가 내 심정을 알아차린 듯 웃으며 말한 다. '그럼 내려가요.' 나와 그녀는 하늘을 가린 구름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만. 구름의 색이 좀 이 상한데? '아르메리아.' '네.' '이거 구름의 색이 좀 이상한데?' '네.' 왜 구름이 거무스름한 거냐? 기분나쁜 예감이 드는데? 이건 혹시..... '지금 아래는 비가 오는 모양이에요. 언니.' 비, 비가 온다고? 워낙 하늘 높이 날다 보니 그런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 럼..... 그녀가 쉬지 말고 계속 가자고 한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 '하지만.....' 비 좀 맞더라도 쉬고 싶다. 그러나, 아르메리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장시간 비행에 있어, 비는 치명적이에요. 폭우속에서 언니가 방어막을 몸 전체에 치기도 힘들지만, 그것보다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하고 체력만 낭비할 우려 가 더 커요.' '하지만.....' 그까짓 비 때문에 방어막을 못 친다고? 어째서? '빗속에서는 방어막을 치려고 마력을 내보내면, 마력을 빗줄기가 흡수해요. 공기도 그런 면이 있지만, 물은 더욱 심하다고요. 언니가 방어 마법을 배운 지 며칠 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빗속에서 방어막을 치기는 어려울 거에요. 그렇다고 해서 구름 위까지 방어막을 치지 않은채 올라오려면 힘이 너무 들 것이고요.' 말이 막힌다. 하지만.... 비가 안 오는 곳이 어딘가에 있다면..... 그 말조차 막아 버리는 그녀. '너무 오래 걸려요. 그런 곳을 찾는 것도 쉬운 게 아니고.' '그럼 빗속이라도 돌입해서 잠시만 쉬었다가.....' 억지를 부려본다. 팔다리가 떨어져나갈 것 같아..... 잠시만이라도 몸을 펴고..... '참아요. 내 감각으로는 빗줄기가 너무 심하게 느껴져요. 내려가면 물바다에 빠질지 도 몰라요. 저녁때라면 무리해서라도 내릴 곳을 찾아보겠지만, 지금은 점심 무렵이에 요. 참아요.' 그녀의 말은 비록 가혹했지만 정당했다.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올라가자.' 나와 아르메리아는 강하를 멈추었다. 비구름은 내 발 아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시꺼먼 구름이, 나와 지상의 휴식을 갈라놓고, 나를 조롱하듯 그 문을 막아버렸다. 나는 발아래를 계속 내려다보았다. 장막의 뒤에 숨겨진 휴식의 땅을. - 계속 - 후기)빗속에서 쉬면 감기 걸릴걸. 빗속에선 옷이 젖으니까 그녀의 몸매도 다 드러날 것이고.....(퍽 !) 어쨌든 그런 꼴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 계속 날아가도록. 레이니 양. (퍽퍽퍽)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8 19:29 조회:77 공룡 판타지 13-238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8) 서서히 저녁 노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이 맑게 개여서가 아니다. 우리가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기 때문이지. 붉은 빛. 그리고 그 아래에 놓인 구름. 하얀 구름이었 다면 붉게 물든 모습으로 우리를 보아주겠지만, 지금은 검다. 오직 검을 뿐이다. 그 런 장막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언제까지나. '하아.' 팔다리가 끊어질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가야 끝이 보일까. 처음부터 비행 경로를 잘못 잡았나봐. 아니면 이 부근은 비만 오는 곳인지도. 구름이 뚫린 곳은 거의 없다. 적어도 여태까지는. 점심을 일찍 먹을 걸 그랬다. 점심무렵부터 땅을 가려버린 구름 은, 지금까지도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 구름은 드워프들의 마을까지 이어져있을지도 몰라요. 언니.' 웃으면서 말하지마 ! 그건 좋은 소식이 아니잖아 !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여태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편한 자세로 온 아이샤조차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녀석의 경우는 피로해서가 아니라 지루해서지만. '언니. 우리만 내려가면 안 될까?' 저, 저 의리없는 녀석..... 저만 편하려고 그런 말을 하다니. 아이샤 너..... 하지 만 그녀의 눈빛은 장난기가 가득하다. '언니. 슬슬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조금만 더 가면 될 거에요. 아마 석양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질 즈음이면.' 아이샤의 헛소리를 무시하고, 나한테 먼저 신경써주는 것은 고맙기는 하지만, 왜 그 말은 웃으면서 하지 않는 거야. 난 그녀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언니는 제가 웃는 걸 안 좋아하더군요.' 무서운 여자. '아르메리아. 얼마나 더 가야 해?' '거의 다 왔어요.' '그 말 한게 벌써 열 두번째라고.' '언니가 그 질문을 한 것도 벌써 열 두번째이고요.' '으.'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있다. 아르메리아의 말대로 드워프들의 땅에 다 왔으니까. 여 태까지 쉬지도 못하고 날아온 셈이다. 물론 검은 구름이 모든 땅을 덮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 시간인가 두 시간인가 전에 구름이 한 번 없어지고 지상이 보였을 때, 나와 아이샤는 매우 기뻐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공허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아 무리 날씨가 맑다고 해도, 바다 위에선 쉴 수가 없으니까. 특히 사막 출신인 아이샤 에게는, 바다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꺄아 ! 무서워 ! 저게 뭐야 !" 그렇지. 저 녀석은 바다를 본 적이 없지. 생전 처음 구경하는 바다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다. 그렇지만 아르메리아의 목을 조르는 건 또 뭐냐. 그 상황에 서도 비틀거리지 않고 아이샤를 진정시킨 그녀의 침착함은 대단했지만. '곧 검은 구름 아래로 들어가요. 제 옆에서 떨어지지 마요.' 아래로 떨어지기는 나도 싫어. 나는 그녀을 옆눈으로 보면서 구름 아래로 내려갈 준 비를 했다. 아르메리아가 마지막으로 주의 사항을 말해준다. '구름 아래에서는 비 때문에 방어막이 깨질지도 몰라요. 방어막을 유지하는데 너무 신경쓰지 말고, 절 따라오는 것만 생각하세요. 드워프 마을 부근에 내린 후에 달려가 야 하니까, 안전하게 땅에 닿는 것만 신경쓰세요.' 그녀의 실력이라면 굳이 지상을 달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녀 정도라면 고작 빗방 울에 방어막이 깨질 정도는 아닐 테니까. 그런데 그 말은.... 내 방어막은 깨질지도 모른다는 말이잖아? 약간 기분나쁘네. 그녀의 진지한 눈을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 을 것이다. '그런데 왜 드워프 마을에 직접 내리지 않는 것이지?' '드워프들의 마을에 직접 내리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커요. 직접 보면 알게 되겠지 만, 내릴 곳이 없어요. 전혀.' '?' '언니도 가보면 알게 될 거에요.' 내릴 장소가 없다고? 무슨 소리야? '보통 도시 안에는 광장이 하나쯤 있기 마련인데?' 사람들이 모일만한 장소가 없을 리 없는데? 설마 그렇게 작은 도시라는 것일까? 드 워프들의 마을에는 대로가 없는 모양이지? 보통은 거기 내리면 될텐데. 눈에 띄일까 봐 그러는 것일까? 짧은 순간에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하늘을 날아 다니는 사람은 원래 좀 드무니까. 그럴수도 있겠지.' 멋대로 납득해 버린 후, 나는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다. 꽈르릉. 꽈릉. "버, 번개다 !" 방어막을 거두자마자 벼락이 내리친다. 설마 나를 노리고? 아, 아니야 ! 난 그렇게 못된 짓 하지 않았다고 ! 왜 하필 벼락이 내 옆을 지나치는 거야 ! "언니 ! 빨리 아래로 내려가요 !" 다급하게 외치는 아르메리아의 목소리. "빨리 좀 내려가라 ! 벼락은 금속을 좋아한다는 상식도 모르는 거냐?" 라 브레이커조차 급하게 소리친다. 가만. 그러고 보니 이 고물 마법검도 금속이잖 아? 나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왜냐하면.....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으면.....' 하긴. 이 검의 성질로 보아 벼락맞을 짓을 많이 했을거다. 고소하긴 했지만, 이 검 을 버릴 수 없는 내 입장에서 보면 그것도 안 좋다. 꽈르릉. "히익 !" 마검 하나 때문에 내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구나. 나는 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허공 에서 떨어지듯이 재빨리. "나무 조심해요 !" 마력을 간신히 터뜨려서 나무에서 떨어지는 나. 허마터면 나무 위로 곧바로 떨어져 서 배에 구멍이 날 뻔했다. 안심하고 서서히 강하하는 나. 그런데, 지금은 벼락이 치 는 중 아니었나? 번쩍 ! 콰앙 !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다 ! 그리고..... "히이이익 !" 왜 하필 내 머리위로 부러진 나무가 떨어지는 거야 ! 그것도 저렇게 큰 게 ! 나는 황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 내 발끝을 스치는 거목. 신발에 감각이 느껴진다. 무거 운 물체가 발을 스치면서 주는 충격이. 쿠웅. 요란한 불기둥과 함께, 거대한 나무가 생을 마치고 있었다. 나까지 나무를 따라갈 뻔했네. "언니. 이제 땅에 내려서 날 따라와요." 어느새 땅에 내린 아르메리아와 아이샤. 대부분의 땅이 물로 가득한 가운데, 질퍽질 퍽하긴 해도 걸을 수 있는 땅을 찾아낸 게 용하다. "알았어 !" 나 역시, 더 이상 하늘에 떠 있을 의향이 없었다. 그녀의 옆에 몸을 내린다. 서서 히. 그러나 빨리. 두가지가 모순된 것이긴 해도, 나로선 그게 최선이었다. 안전상 빠 르게 떨어질 수는 없지만, 안전의 한계 내에서는 가장 빠르게 떨어진 것이니까. "가요 !" 벼락은 높은 나무들 위에 떨어지고 있다. 이곳에서 어서 몸을 피해야 했다. 강한 빗 줄기를 뚫고, 나와 그녀들은 물로 가득한 땅을 뒤로 하고.... 가만. 물쪽으로 가고 있잖아? 왜? "왜 이쪽으로 온 거야 !" 바닷가에 우리가 뭐하러 온 거냐? 사막에서 고생했으니 해수욕이라도 하라는 건가? 아니면..... 하지만 아르메리아는 언제나처럼 침착하게 말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인 것은 아니에요. 언니." 그러면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보는 그녀. 뭐하는 거냐?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나와 아이샤의 의문섞인 시선을 받으며 열심히 고개를 돌리던 그녀의 동작이 멈추었고, 그녀의 손가락이 바다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저기에요. 좀 힘들겠지만, 한 번만 더 날아가요. 언니." 이런 비속에서..... 날아가라고? 하지만 그녀를 믿는 방법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렇 게 할 수밖에 없었다. 드워프들의 마을이 어디 붙어있는지 알아야 내 힘으로 길을 찾 아볼 게 아닌가. 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날아갔다. 아르메리아의 뒤를 따라서. "아앗 !" 차, 차가워. 게다가 의외로 힘이 강하다. 폭우라는 것은. '이거, 방심하면 큰일나겠네.' 빗속에서는 확실히 날아가기가 더 힘들었다. 마력이 자꾸 흡수되는데다가, 빗방울 자체가 내 몸을 아래로 밀어내고 있다. 방어막을 치려고 해도, 이 상황에서는 장막이 생성되기 전에 깨어질 뿐이다. 결국, 나는 마력을 더 많이 터뜨려서 문제를 해결했 다. 그러나 그에 따른 대가는 치루어야 했다. 장거리를 날아오느라 지친 내 몸에, 마 력이 얼마나 남아있겠는가. 결국, 어딘가에서 마력을 얻어내야 했다. 마침 적당한 마 력 저장고가 내 옆에 있고. "야 ! 라 브레이커 ! 마력 내놔 !" 바닷속에 빠지기 싫으니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라 브레이커는 피식 웃고 나더니 내 게 마력을 넘겨주었다. 그 힘으로, 나는 비틀거리면서도 간신히 계속 날아갈 수 있었 다. 비틀거리는 걸 볼 사람도 없으니 창피하지도 않았고. "저기에요 !" 아이샤를 안고 날던 아르메리아가 외쳤다. 뭐지? 어둠 속이라서 그런지 잘 보이지 않는데?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내 앞에 보이는 것은 없다. 피로때문에 눈의 시 야가 가린 탓이다. "눈으로 보지 말고, 힘을 느껴봐요. 언니." 아. 그렇구나. 이런 어두컴컴한 폭우속에서 눈으로 사물을 보는 건 바보짓이지. 나 는 그녀의 충고대로 다시 한 번 앞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생명력이 느껴졌다. "드워프의 도시에요." 아르메리아의 말이, 천둥과 폭우, 비바람속에서도 들려온다. - 계속 - 후기)다음 회에는 드워프의 도시로 들어가게 되겠군요. 후후후후후. (그건 무슨 웃음 이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3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19 19:43 조회:104 공룡 판타지 13-239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19) 이거 완전히 비 맞은 시조새 꼴이다. 나와 아이샤, 그리고 아르메리아는 젖은 몸을 이끌고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눈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감각에만 의존하는 꼴이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까 너무 답답하다. 물론 수련을 안 해서 그런 건 아니지만. 얼마 나 날았을까? 그녀의 목소리만이 머릿속에 들린다. "아래에 내려요 !" 아래? 아래라고? 검은 구름에 덮인 하늘에서, 보이는 것은 없다. 어둠 속에서 의지 하는 것은, 나 자신의 감각과 그녀의 말소리뿐이다. 물론 말이라고 해도 입을 열어서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서서히,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얼마나 더 가면 발이 땅을 밟을 수 있을까. 혹시 이대로 바다속으로 빠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 는 순간. 쿵. "히익 !" 나도 모르게 땅에 닿았다. 좀 딱딱하기는 하지만. 그런데 언제 내가 땅에 내렸지? "언니. 좀 감각에 신경을 쓰세요. 바람을 조금만 느꼈으면 그렇게 놀랄 필요가 없었 을텐데." 옆에서 한탄하는 아르메리아. 좀 멀리 날았다고 감각이 둔해졌는가. 누가 생각해도 검사로서는 불합격이라고 할 만 하다. 한심하군. 역시 어쩔 수 없는가. 내 몸이 아닌 몸을 가지고, 검과 마법을 모두 익숙하게 다룬다는 것은 무리인 모양이다. 두 달이 란, 어떻게 보면 길어도 사실은 내가 겪은 그 많은 경험을 충분히 소화하기에는 너무 나 짧은 시간이었으므로. '그러면서도 여자아이로 적응하는 건 빠르더군요.' "악 !" 핵심을 지적당했다. 혹시 아이샤가 들은 게 아닐까? 하지만 어둠속에서 생명력을 통 해 본 그녀는,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다. 아. 지금 하는 말은 정신파를 사용한 대화였 지. 입을 열어서 하는 게 아니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긴 했지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반갑지 않아.' 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상당히 여자아이처럼 변했다. 몸만 그런 게 아 니라 마음도. 변명거리를 찾아보려고 해도, 도무지 찾아지지가 않는다. 날 한심하다 는 눈으로 보고 있을거야. 아르메리아. 그러나 그녀는 그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 았다. '좀 있다가 얘기해요. 우선 드워프들에게 하룻밤을 쉬게 해달라고 허락을 구해야 하 니까요.' 그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났다. 귀에 들리는 소리는 아니다. 이것은..... "빛인가? 아닌데? 이게 뭐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종류의 힘이, 그녀의 입으로부터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게 뭐지? 굳이 따지자면 벼락과 비슷한 종류의 힘 같은데?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벼락처럼 사람을 단숨에 죽여버리는 힘은 아니다. 그럼 벼락을 약하게 한 건가? 고민 하던 내게 한 마디 하는 라 브레이커. "저건 전파다." "뭐?" "빛과 비슷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될 거다." "보이지 않는 빛?" "그렇다. 성질로 보면 벼락과 같은 종류의 힘이기도 하다." "저게 무슨 벼락이야?" 내가 아는 벼락은,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를 동반하는 강력한 빛의 강 아닌가? 적 어도 저런 벼락은 본 적이 없는데? 불꽃도 파괴력도 없는 저런 게 뭐가 벼락과 같은 힘이라는 거야? "이 멍청이 같으니. 모르면 나서지 마라. 설명해줄테니까." 사사건건 구박이다. 이거, 내가 이 검의 주인이 맞는거냐. "저것은, 전파라고 하는 것이다. 전자기파라고 여기면 될 거다. 빛이라는 것도 결국 전자기파의 일종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버린 거다." "........" 나같이 무식한 사람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겠다. 잘난 검 혼자서나 떠들라고 하 자. 안 그래도 피곤한데. "벼락과 같은 종류의 힘이라고 하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끄덕끄덕. "에너지. 그러니까 힘이라고 하는 것은, 그 근원을 따져서 올라가면 결국 같은 종류 의 힘에 도달하게 된다. 근본이 똑같다는 말이다." 알았으니까 빨리 들어가서 자자. 그렇게 긴 여행을 했는데..... "하지만 그렇게 올라갈 것도 없다.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니 당연히 전자기력과 관 련을 지어야 하고, 벼락도 결국은 전기이다. 전기는 전자기력의 일종이니 결국 두 가 지 힘은 같은 근원을 가진 것이지." 꾸벅꾸벅. "이 녀석아 !" 내가 조는 모습을 본 라 브레이커가 화를 버럭 낸다. 하지만 네가 한 번 날아봐. 그 긴 거리를. 그러면 날 이해할 수 있을거야.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린 탓인 가. 너무 졸리다. 내일 강의해달라고. 오늘은 좀 봐주라. 그러나 내 검은 그런 배려 를 전혀 해주지 않는다. "그런 식이니까 저 엘프가 네가 10레벨 마법을 쓰지 말라고 한 거다 ! 기초적인 지 식을 들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졸기만 하는 녀석이, 그 심오한 마법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을 것 같냐 !" 사용할 때, 상당히 어려운 마법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 마법은 다루기가 극단적으로 어려운 마법이다. 하나만 뭍겠는데, 너는 엘프 마 법 9레벨이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체내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시킨다.....는 그 마법?" 반은 졸면서 대답한다. 전에 들은 이야기대로. 하지만..... 그게 어때서? 라 브레이 커는 가시돋힌 음성으로 말했다. "그래. 그걸 만약 제어하는데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다치는 거 아냐?" "전혀 모르는군." 모르니까 안 쓰지. 알면 당장에 너한테 써먹어볼텐데. 라 브레이커는 거만한 목소리 로 말했다. "중간에 과정 단 하나만 실패해도 넌 죽거나 평생토록 온갖 병에 시달리게 된다. 그 것도 가장 잔혹한 병들을." 저주를 퍼붓는듯한 말이다. 나의 검은 계속해서 저주스런 말을 토해냈다. "심지어 죽고 나서도 네 몸은 주위 사람들에게 병을 퍼뜨릴 것이다. 태워도 찢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심지어, 네 몸에 닿은 사람조차 독을 뿜어내게 될 것이다." "뭐야?" 그럴수가. 그럼 그것은 무시무시한 독극물을 뿜는 마법이 아닌가. 그 의미를 어렴풋 이나마 깨닫자, 잠이 확 달아났다. 라 브레이커의 말 속에 숨은 의미가 마음으로 전 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검은 계속해서 말했다. "단 한 번만 마법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실수를 범해도, 너는 엄청난 양의 독극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마법은 원자와 분자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실수하는 즉시 불안정하고 붕괴되기 쉬운 원자핵을 창출해낸다. 그 여파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아 느냐? 만약 네가 99%의 성공률로 마법을 실행시킨다고 해도, 실수한 1%때문에 생긴 불안정한 물질, 간단히 말하면 방사능을 띈 물질에 의해 너는 죽어버린다. 원자의 갯 수가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그 모든 것에 실수없이 마법을 걸어야 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 원자의 갯수를 세어보면..... '1g의 덩어리에 원자가 몇 개나 있지?' 모르긴 몰라도, 엄청나게 많은 수임은 틀림없다. 적어도 1뒤에 0이 20개는 넘게 붙 을 거다. 그 수만큼 실수없이 마법을 구사해야 한다고? 그렇다면..... 그것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마법이 아니지 않은가. "말도 안 돼 !" "말이 안 되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그 마법의 이치를 따지면 그렇게 된다는 거 다." 그렇게 어려운 마법이었다고?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은 레벨 10인데. 9가 아 니라. 그 점을 질문하려는 내 머릿속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레벨 10 마법은 9레벨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것이지 ! 차이점은 오직 하나. 몸 안에 서 사용되는 것인가, 몸 밖에서 사용되는 것인가가 다를 뿐이다.' 그럼..... "그런데 왜 그런 위험한 걸 벌써 나한테 알려준거지? 알려주지 말아야 할 게 아니었 어?" 그런 마법을 다루라고? 나보고? 사용하는 데 있어서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하 며, 실수를 한 번만 해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그런 마법을? 왜 하필이면? 태자를 구하려고 그 마법을 처음 사용했을때가 떠오른다. 만약 그때 조금만 어긋낫다면 나 는..... 소름이 끼친다. 왜 하필 그런 마법을? "그때는 그 남자애를 살려야 하지 않았느냐. 너도 그때는 상당히 간절하게 요구한 것이고. 내가 내 주인도 아닌 자에게 치유 마법을 사용해줄 의무는 없지만, 네가 사 용할 수 있다면 문제는 다르니까. 게다가....." 왠지 모르게 음흉하게 웃는 듯이 보이는 라 브레이커. 물론 검이라는 게 표정을 가 질 수는 없겠지만, 느낌이 그렇다. "네가 좋아하는 남자인 듯이 보였으니까." "그만." 더 이상 못 듣겠다. 검을 바닷물속에 던져버리려고 하는데. "도시 안으로 들어와도 좋다는군요. 그들이." 아르메리아가 나와 라 브레이커를 교묘하게 뜯어 말린다. 지금 싸울만큼 기력이 남 아있지 않으니, 일단 그녀의 말을 듣기로 하자. 지금은 쉬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말 이야. "어디로 들어가지?" 코끝도 안 보일 정도의 어둠 속에서, 입구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 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도시의 한가운데라고 하기 에는 너무 이상하다. 사람들도 안 보이고. 집도 안 보이고. 무엇보다도 바람이 너무 강하다. 도시라고 생각하기엔. 다시 날 기운은 없는데..... 잠깐. 너무 태연한 거 아 니야? 아르메리아. "걱정 마세요. 곧 올테니까." 왜 그렇게 웃기만 하는거야? 내가 물어보려는 순간, 경쾌한 기계음이 들리며 뭔가가 움직였다. 눈 앞에 뭔가가 올라오고 있었다. 위치는 우리 바로 앞. "왔네요. 언니." 아르메리아의 웃음, 고향에 온 소녀의 눈물, 그리고 나의 놀라움을 앞에 둔 채, 이 상한 원기둥이 올라오고 있었다. 원기둥이 우리 앞에 멈추고, 그것이 좌우로 갈라졌 다. 그 안에서 나온 사람은..... "드워프의 땅에 온 것을 환영하네. 젊은이들." - 계속 - 후기)원래는 오늘 들어가게 할 생각이었는데..... 실패했군요. 뭐, 방법이 없지요. 내일 들어가게 해야지. 이 짧은 글을 쓰는 데 4일은 걸린 듯 하네요.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손들 고...... 때려치우려다가 간신히 이었습니다. 내일은 좀 편해지면 좋겠군요. 저나 독 자님들이나. 그리고 중간에 왜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시키는데 실수하면 큰일이 난다고 했냐 하 면..... 우리가 알고 있는 천연적인 원소는 92가지입니다. 그 중에는 원자번호가 같 고 질량이 좀 다른 동위원소라는 것이 있는데, 동위원소들은 대개 불안정해서 방사능 을 뿜어냅니다. 만약 레이니가 물질의 조작에 실패해서 동위원소가 생기면..... (특 히 코발트 60이나 플루토늄등) 그 뒤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몸 안에서 방사선이 계속 방출된다면, 그 사람이 무사할리가 없잖아요. 아무리 빨리 그걸 파괴 해버려도, 그만큼의 해가 몸에 남게 됩니다. 그걸 고치려면 다시 마법을 걸어서 세포 를 치료해야 하고. 골치아프지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4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0 19:46 조회:24 공룡 판타지 13-240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20) 수염이 땅까지 내려올듯한 할아버지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내가 높은 사람이어 서가 아니다. 다만, 신체적 조건상의 문제일 뿐이다. 드워프라는 종족이 원래 그런 이상, 키에 대해 뭐라고 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겠지. 그가 나온 원기둥에서 뿜어 지는 빛 때문에, 그의 키가 어둠에도 불구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것은 나쁜 일 일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예의가 아니겠지. 이런 폭우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위해 모 습을 드러낸 사람..... 아니 드워프 아닌가. 인사부터 하자. 그러나..... 내 옆에 있 는 엘프는 어쩌지? "엘프족의 소녀, 아르메리아라고 합니다. 우리가 품은 빛을 서로 나누기를." 의외네. 빈정대거나 멸시할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녀는 아주 정중하게 인사해주었 다. 그리고, 그녀의 인사도 드워프들을 멸시한다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늙은 드워프 가 대답했다. "드워프족의 프레일(flail : 도리깨라는 뜻)라고 하네." 엘프와는 달리 잡다한 인사말이 없다. 그의 눈이 한 사람을 내려다본다. 내 다리를 붙잡고 있는,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소녀가 그를 쳐다본다. "저, 전.... 아이샤...라고 해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지금..... 고 향을 찾아와서....." 설마.... 수줍어하는 건가? 얘가? 믿을 수 없어 ! 이렇게 얌전할 리가 없다고 ! 하 지만 내 생각이 어떻든 상관없이 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이건 사기 행위 다 ! 그녀가 드워프들이 사는 땅에 돌아오는 순간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렇게 외쳤을 것이다. 하지만 감격적인 순간을 그렇게 뭉개버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있었 다. "우리 일족의 아이가 맞군." 수염이 덥수룩한 할아버지가, 나이어린 손녀를 보는듯한 표정이다. 일이 생각보다 간단히 끝날지도 모르겠군. 할아버지의 표정으로 보아선 말이다. 그러나..... '난 아직 인사 안했잖아 !' 나는 허겁지겁 고개를 숙였다. 남 걱정하다가 내 일을 제대로 못했군. 한심스러운 장면이었지만, 프레일은 화를 내지 않았다. 아이샤를 보느라 정신이 팔린 탓이다. 고 맙다. 아이샤. "어린 아이 혼자서 여기까지 올 리는 없고, 아가씨들이 이 아이를 데려온 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이 이곳에 온 목적이 아니었던가. 그렇지 않으면 갈 길도 바 쁜 내가 어째서 드워프 족의 마을에 온 것이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저주를 풀어버리 고 싶은 이 마당에. "고맙네. 젊은이들."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프레일. 그런데..... 나한테만 숙이는 게 아니라 엘프인 아르 메리아에게도 숙인다. 보통은 사이가 아주 나쁜 게 아니었던가? '은혜는 은혜니까요. 언니.' 그런 것인가..... 이것으로 우리의 의무는 끝난 줄 알았다. 어릴 때 잃어버린 드워프 소녀를 다시 동 족의 품에 데려다 주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일단 드 워프와 엘프는 사이가 좋지 않으니, 하룻밤을 묵을 곳을 찾아야겠지. 이 빗속에서는 쉽지 않겠지만..... "자네들, 오늘 밤은 어디서 묵을 건가?" 생각해둔 게 없군..... 이렇게 비가 오는 상황에서 잠자리를 찾기는 힘들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엘프와 동행한 내가 드워프들의 마을로 들어가는 것은 좀..... 툭 ! 이게 뭐야 ! 내 몸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렸다. 엄청난 힘이다. 적의가 없으니까 다행 이지, 이런 일격을 만약 정면으로 받는다면..... 물론 상대가 호의로 그런 것은 알고 있지만, 지난 경험이 워낙 비정상적인 것들이었기에, 그런 생각이 든 모양이다. 웃으 며 나를 보는 프레일. 수염 때문에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웃는 것 정도는 알겠 다. "우리 일족의 아이를 데려와주었으니 그냥 보낼 수는 없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은혜에는 은혜. 비록 상대가 엘프라고 해도 우리는 빗속에 은인들을 내쫓을 정도로 야박하지는 않아. 들어오게. 아가씨들. 오늘은 우리 같이 한 잔 하자고." 한..... 잔? 그게 무슨 소리야? 영문을 모르는 내 손을 잡고 원기둥 안으로 잡아끄 는 프레일. "자 ! 인간 세상에서는 술이란 걸 모르고 있을테니, 오늘 좋은 경험을 해 보자고 !" 술? 그게 무엇이냐?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나는 원기둥 안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물론 넘어지거나 부딪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손이 험하신 할아버지네. 그 런데..... 아르메리아는? "그럼 오늘은 신세를 지겠습니다." 미리 안으로 들어왔군. 확실히 머리회전이 빠르다. 적어도 나처럼 휘둘리지는 않으 니. "자 ! 가세 !" 활기찬 할아버지의 외침과 함께, 우리는 어둠을 뒤로 하고 빛 속으로 내려가기 시작 했다. 빛의 바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곳이다. 처음에는 바닷속에 지어진 도시라고 어둡고 칙 칙할 것이라고 여겼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랬으니. 그러나, 겉보기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이게 뭐야?" 인간의 마을과는 다른 느낌의 마을. 아니, 마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도시 다. 유로 제국의 황제궁을 능가하는 거대한 건물들이 여기저기에 서 있다. 돌로 만든 건물인가? 하지만 그렇게 많은 종류의 돌을 어디서 가지고 온 것이지? 유리벽. 아니 유리벽이라고 생각되는 벽을 손으로 짚고, 수많은 건물들을 바라본다.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유리벽..... 우리 일행이 타고 있는 원기둥은 유리로 만든 것처럼 밖이 다 보였다. 하지만 유리로 만든 것은 아니다. 유리라면 나도 전에 본 적이 있어서 아는데, 만져 보면 좀 차갑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것은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해야 하나? 어쨌 든 유리와는 좀 차이가 있었다. 탁탁. 물론 유리보다는 훨씬 튼튼한 모양이다. 우리 모두를 지탱한 채 아래로 서서히 내려 가는 원기둥을 보니. 유리라면..... 벌써 깨지지 않았을까? 일단 두들겨보니 안심이 다. 튼튼하다는 느낌이 들기에. "하늘을 날아본 경험이 많은 모양이군. 아가씨는." 약간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프레일. 좀 떨어져 있어도 다 들리는 음성. 확실히 드워 프들은 체격만 작고 나머지는 다 크다. 힘을 보나, 목소리를 보나. 무엇이든지. "조금은 있어요." 기껏해야 몇 차례지만. 비행 마법을 배운지 두 달이 되기나 했을까? 결국 내 말도 거짓은 아닌 셈이다. 비록 두 차례의 장거리 비행을 한 경험이 있다고는 해도, 결국 나는 비행에 있어서는 초보인 셈이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겁을 먹지 않는군. 보통 사람은 놀라서 비명을 지를 거라고 여 겼거든." 하긴..... 하늘을 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보통 그럴 것이다. 이렇게 높은 높 이에서 떨어진다면..... "?" 그런데, 나는 전혀 겁이 나지 않는다. 역시 추락의 공포는 '날 수 있는 능력이 없 는' 자들만이 가지는 것인가. 아니면 내가 그만큼 비행에 자신이 붙었기 때문인가. '건방진 것일까.'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눈을 돌려 도시를 감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늘에 떠 있는 저게 뭐냐? "수, 수장룡?" 저 정도면 상당히 큰 놈이다. 입은 바다악어를 연상시키고 다리는 지느러미처럼 보 이는 저 녀석은 대체 무엇이냐? 아마 플리오사우루스류일거라고 생각되지만, 여기선 알 수 없었다. 내가 바다에 자주 나간 것도 아니고, 수장룡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게 무엇인지 알아볼 상황도 아니었으니.... "뭐냐?" 수장룡으로 보이는 녀석이 이쪽으로 돌진하다가 뭔가에 부딪친 듯이 뒤로 밀려나갔 다. 허공에 무언가가 있는 것인가? 저 녀석이 도시 안으로 헤엄쳐들어오는 것을 막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저건 또 뭐냐?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보아도, 그 정체를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결국 수장룡은 도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 고 멀리 헤엄쳐서 사라져 버렸다. 왜 저러지? "궁금한가?" 옆에서 웃는 프레일. "아, 예." 도대체 왜 허공에서 수장룡이 저런 이상한 행동을 한 거지? "저건 빛을 원하는 방향으로 투과시키는, 일종의 거울이네. 우리는 이 도시를 만들 면서, 도시 전체를 그런 거울로 둘러싸버렸네. 반구형의 방어용 장막을 친 것이지. 밖에서 우리 도시를 보기 어려운 것도, 이곳의 빛이 밖으로 나가지 않게 해 두었기 때문이네." 이치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보이지 않는 장막을 친 것은 사실인 듯하다. 거울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에너지는 아닌 듯 한데..... 그럼 물질로 만든 방어막인가? 일종의 장갑판? 거울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데? "그런데 왜?"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숨길 이유는 없을 텐데? "자연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서일세. 다른 수장룡들에게 굳이 둥근 물체로 만 보이게 한 까닭은, 우리 자신을 자연에서 분리시켜서 함부로 세계를 손상시키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네." "?" 알기 힘든 말을 하는 동안, 우리 모두가 탄 원기둥은 어느새 건물들의 옥상으로 진 입하고 있었다. - 계속 - 후기)휴우. 요즘 얼마동안 개인사정으로 못 썼다가 다시 쓰게 되었는데(여러분은 모 르실 겁니다. 제가 비축분이 없었다면 분명히 펑크내고 말았을 겁니다. 그런 상황이 었다고요), 다행히 잘 되네요. 역시 못 쓰는 기간이 일종의 휴식 역할을 해준 모양입 니다. 휴우. 하지만, 앞으로 다시 달려가려면..... 게으름에 익숙해진 게 아닌지 또 걱정이군요. (이래도 탈, 저래도 탈) 그런데 드워프들의 도시가 완전히 미래도시지요? 후후후. 그거야 제 처음부터의 설 정이니까요. 굳이 중세 시절의 도시를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제가 가진 드워프들의 이미지를 사용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기술 수준으로 보아 이쪽 이 더 어울릴 듯 하고요. 그리고..... 자신의 지식 빈곤을 레이니 탓으로 돌리는 영악함이여..... 플리오사우 루스 류라고만 하고 종류를 말하지 않았지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더군요. 적어도 레 이니 일행에게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는 수장룡이었기 때문에, 공룡의 이름까지 뒤 질 필요가 없었다는..... (사악하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4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1 19:46 조회:150 공룡 판타지 13-241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21) "이 도시는 넓은 곳이네. 잘못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네. 내 뒤만 바짝 따라오게나." 유리관에서 내리자마자 프레일씨가 말해주는 말이다. 만약 인간도시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면 화를 냈을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그런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너무 복잡한 곳이기 때문에. 사람, 아니 드워프가 많아서 그렇다는 말이 아니다. 도시 광경이 익 숙했던 풍경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도시가 이랬다면 당장 미아가 되 었을 거다. '게다가 안내자께선.....' 너무 키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거든. 이곳이 드워프들의 도시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다들 작은데 뭐.' 이곳은 드워프의 도시다. 드워프들이 모두 작은 이상, 한 명만 군중속에 묻히지는 않는다. 게다가 우리 일행은, 드워프들의 눈에 너무나 확실하게 보였다. '내가 이렇게 컸나.....' 아이샤는 드워프니까 제외하지만, 나와 아르메리아는 눈에 띄였다. 아주 눈에 잘 띄 였다. 난쟁이들의 땅에 평범한 사람들이 가면 거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눈 에 띄는 존재인 우리들이, 프레일씨와의 거리가 좀 멀어진다고 해서 서로를 놓칠 리 가 없지 않은가. 설령 우리는 프레일을 놓쳐도, 그 할아버지는 우리를 놓치지 않을테 니까. 물론 이 드워프의 마을에 인간이 나 하나만인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 이곳에 오는 사람이 있을 지 모르지. 그러나 ! 우리 일행은 그들보다도 더 눈에 띄는 표식을 가지고 있다. 드워프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가 있으니까. '엘프가 드워프의 마을에 있는 건.....' 여러모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러니, 서로를 잃어버릴 까닭은 전혀 없는 것이다. 전혀. 그런데..... 눈에 띈다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드워프들은 모두들 대 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럼 내 고물 마법검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을 게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검을 훔치려다가 불타죽은 라이다의 모습이 기억났 다. '여기선 싸우기 싫은데.....' 물론 그럴 정도로 타락한 드워프는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마을에서 쫓겨나겠지. 전에 내 손에 죽은 레진처럼. 하지만, 문제는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설마 여기에 치한이 있지는 않겠지?' 인간의 도시에서 너무 많이 당해봤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언니.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요.' '어째서?' '공개된 장소에서 그런 짓 할 드워프가 있어요? 하긴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짓을 할 드워프는 없지만.' '치한이, 공개된 장소라고 사양하니?' 드물지만, 그런 놈이 없는 건 아니다. 드워프라고 해서 무조건 선하지는 않다는 것 도,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었다. 전에 PK일당들과 벌인 전투를 잊을 수는 없기에. 그 덕에 사형대에 끌려가기까지 했으니, 잊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 덕에 태자님을 만나 고..... '.....' 손등을 내가 꼬집어야 하다니..... 빨리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미치는 게 아닐 까? 나를 보던 아르메리아가 한탄을 한다. '아무래도 우리 마을에 빨리 가야 할 것 같네요.'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런데, 어째서 나를 노리는 치한이 없다는 것인지 설명을 해주 지 않았잖아? 이것은 내 몸의 순결이 위협받는..... 한 번 더 손등을 꼬집어야겠군. 주위의 눈이 없다면 주먹으로 다스리겠지만. 혼자서 추태를 보이는 모습을 외면하면 서, 아르메리아가 덧붙인다. '언니의 키를 생각해보세요.' '아 !' 그렇구나.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어..... 그것은, 내 키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드워 프들의 관점이지만. 따라서, 그들이 내 가슴이나 엉덩이에 손을 대려면 손을 위로 뻗 쳐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당장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하 늘을 향해 손을 들면 다 보일 게 아닌가. 주위에 가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상, 그것은 자신의 체면이 뭉개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설령 드워프들이 인간처럼 못되 더라도, 그렇게 되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기가 아주 쉽다. 그러니, 감히 날 건드 릴 드워프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나. "자. 여기네. 아가씨들." 어느새 목적지에 다 왔나보군. 그런데 이곳은 뭐하는 곳이지? 문이 크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 문 위에 빨간 글씨는 왜 써둔거냐? 그것도 저렇게 휘황찬란하게? 아마 간판 대신인 듯 한데, 저렇게 빛나는 간판을 본 적이 없 다. 보석이나 금을 박아둔건가? 어째서 저렇게 빛을 뿜어내는 것이지? 내 얼굴을 보 며 웃는 프레일. "저건 안에 든 기체와 전기의 반응을 잘 이용해서 빛을 만들어내는 걸세. 사람들은 이곳에 처음 오면 놀라곤 하지. 마법이나 등불이 아닌데도 빛을 낸다는 점에서 말일 세." 전기를 사용해서 빛을 만드는 것이야, 그리 신기한 점은 아니다. 하지만 ! 누군가가 계속 마법을 걸지 않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신기한 것이다. 이곳 사람들 은 그런 기계를 아주 많이 만드는 모양이다. 도시 전체가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보니. 그러나. 내게는 그것보다 더 큰 난점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뜻이지?' 간판을 왜 달아두었냐는 게 아니라,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다. 난 문맹은 아니지만, 드워프 글자를 알아볼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나는 내 자신의 무식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물어보면 되겠지 만, 프레일씨는 이미 안으로 들어가고, 아이샤 역시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럼 남 은 건 아르메리아지만, 벌써 들어가 버렸는걸. 나는 간판을 뚫어지게 노려보았지만, 드워프 말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장식으로는 훌륭하군. "언니 ! 밖에서 뭐하고 있어요 !" 아, 아차. 그렇군.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나는 허겁지겁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무 엇을 하는 곳인지는 전혀 모르지만. "좀 늦네요. 생전 처음으로 드워프들의 땅에 와서 신기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너 무 그렇게 혼자서만 있지 말아요. 이곳은 상당히 복잡해서, 잘못하면 길을 잃기 딱 좋은 곳이라고요." 약간 불평하는 듯 했지만, 그렇게까지 나를 책망하지는 않는 아르메리아. 이해한다 는 표정이 나온 것은 잘된 일이지만, 그런데 너무 침착하다? 보통은 이 정도의 구경 거리라면 놀라서 나처럼 멍하니 바라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혹시..... "아르메리아." 멍청한 눈길로, 식탁을 마주보고 앉은 그녀를 바라보는 나. "네?" 내 멍청함을, 부드럽게 받아주는 그녀. "아르메리아는 혹시 전에 이런 곳에 온 적이 있는거야?" 설마.... 내 질문에 대답하는 그녀. "예. 드워프들의 마을에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뭐?" 보통, 드워프와 엘프는 사이가 안 좋은 게 아닌가? 난 그렇게 들었었는데? 그런데 어째서 드워프의 마을에 엘프가 온 적이 있다는 거지? 혹시 전쟁하러 온 것은 아니겠 지. 혹시 그렇다면 이곳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우리는 빗속을 헤메야 했을 테니까. 그럼 어째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엘프와 드워프는,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같아요. 다만, 가는 길이 정반대일 뿐이 지." "?" "엘프는 마법으로, 드워프는 기계를 추구하는 것일뿐. 사상이 정반대라서 그렇지, 결국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자들일 뿐이에요." "사상이 정반대라고?" "네. 엘프가 자신을 꾸준히 개발하는 자라면, 드워프들은....." 그러나, 그녀의 말은 거기서 끊어졌다. 프레일이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자. 그런 이야기는 좀 있다가 하기로 하지. 아가씨는 뭘로 먹을래?" .....뭘로 먹지? 고민되는 질문이다. 난 드워프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 이다. 이들이 날로 바닷물고기를 씹어삼키는지, 아니면 공룡 고기를 피가 흐르는 가 운데 뜯어먹는지, 아는 게 없다. 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방식이 굽는 것인지, 찌는 것 인지, 삶는 것인지, 끓이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생으로 먹기를 좋아하는 것인지는 전혀 모른다. 그러니,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아르메리아는?" 그녀가 결정하는 걸 보고, 대처할 방법을 짜낼 여유 시간을 가져야겠다. 그러나 그 녀는 간단하게 대답했을 뿐이다. "전 아파토사우루스의 갈비살을 잘라 구운 스테이크로 하겠어요. 곁들여서 엘레스로 만든 붉은빛 와인 한 잔도 부탁해요." "....." 무슨 말이냐. 와인은. 내가 알아듣지 못해서 꼼짝도 못하는 사이, 아이샤가 선수를 치고 말았다. "전 여기 처음 오니까, 할아버지가 추천할만한 요리를 하나 골라주세요. 양이 많으 면 더 좋고요." 아. 그 말은 내가 했어야 하는데..... 프레일이 이제 나를 바라본다. 아. 도대체 뭐 라고 대답해야하지? 무슨 말이든 해야 하는데, 내 말을 아이샤가 빼앗아가는 바람에, 입이 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와인이 뭔지도 모르는데, 그걸 시킬수도 없고. - 계속 - 후기)공룡 고기로 만든 티본 스테이크를 내놓을 걸 그랬나..... 어쨌든 고기류를 먹 을때 서양요리는 붉은 포도주를 고르더군요. 이 시대에 와인이 있을 턱이 없지만(포 도주니까), 다행히 술의 재료로 그동안 여러번 언급한 '이 시대 유일의 속씨식물' 엘 레스를 써먹게 되었습니다. (왜 이 시대에 이게 있냐 하면..... 엘프마을에 갔을때 언급해야 하나? 이유가 있지만 지금 말할 기회가 될지 몰라서 입 다물고 있습니다) 티본 스테이크..... 요리책 뒤져서 찾은 겁니다. 물론 영 자신이 없어서 갈비살로 대체했지만. (으흐흑. 요리책이라니. 티본 스테이크 먹을 것도 아니면서 무슨.....) 어쨌든 이 시대에 술이 나오게 하려고 그동안 열심히 발버둥쳤고, 이제 다음 회에는 레이니에게 술을 먹이는 쾌거를..... (퍽 !) 하나 더 하면, 네온사인을 몰라서 헤메는 레이니양의 모습을 그리긴 했는데, 잘 된 건지 모르겠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4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2 19:43 조회:11 공룡 판타지 13-242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22) 무슨 말을 해야 하나..... 한참 고민해야 할 문제를, 단 5초 이내에 대답해야 하다 니.... 고민하다가, 요령이 하나 떠 올랐다. 그렇구나. 나는 즉시, 그 요령을 실행했 다. "이곳에는 어떤 음식이 있나요? 좀 알고 싶은데요." 뭘 만드는지 알아야 대답을 하지. 음식의 이름을 보고, 적당한 거 하나 찍을 수밖 에.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말이 없다. 차라리 이름이라도 알고 나서 고르자. 프레일은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이곳에 처음 온 사람에게 내가 너무 서두른 것 같군. 잠깐 기다리게. 이봐 ! 웩 !" 웩? 그런 이름도 있나? 아마 이곳의 주인장이나 종업원이라고 생각되는데, 어째서 그런 구역질나는 이름을? 그거 정말로 사람.... 아니 드워프 이름이 맞는 건가? 나는 프레일이 본 방향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그 '웩'이라는 사람이 그쪽에 있기를 바라 면서. '있었군.....' 얼굴이 시뻘개져서 콧김을 뿜어내며, 이곳으로 달려오는 앞치마두른 드워프..... 그 런데.... 오른손에 들린 건.... 도, 도끼? 어, 어째서 이런 곳에서 도끼를 ! 그는 도 끼를 들고 이쪽으로 달려오더니, 도끼를 손에서 내던졌다. 시퍼런 날이 우리쪽을 향 해 날아온다. "히이익 !" 나한테 전해지는 살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살기를 품은 도끼가 날아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 도망치거나 비명을 지르는 게 보통의 여자아이지만, 그럴 순 없어 ! 체면이 있지, 어떻게 그러란 말이야 ! 명색이 검술과 마법을 익힌 녀석이 ! 나는 마력을 활성화시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려고..... '언니. 가만 있어요. 저건 우리쪽을 향하는 게 아니에요.' 도끼는 원을 그리며 방향을 바꾸었다. 우리쪽에서, 우리 중 한 사람을 향해서. 정확 히 말하면 드워프지만. 프레일씨의 머리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날아드는 도끼. '앗 !' 프레일씨의 머리가 터지는 게 아냐? 나는 황급히 검으로 그것을 막으려고 했다. 저 러다가 큰일나겠다. 그러나, 아르메리아가 내 손을 꽉 잡았다. 그러면서 말했다. '가만 있어요 !' 설마, 드워프와는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어쨌든 그녀의 손길 때문에 검을 뽑는 것 이 늦어지고 말았다. 지금 꺼내도 이미 늦는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탁. 자, 잡았네? 어떻게 저런 거대한 도끼를 잡는다는 거냐? 정확히 말하면 날 부분이 아니라, 손잡이를 잡은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드 는 도끼를 어떻게 잡았지? 설마, 그녀는 저걸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드워프들은 도끼와 친하거든요. 자신들의 키를 극복하려면 창을 쓰는 게 더 낫겠지 만, 그들이 도끼를 굳이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 '그들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을만큼 튼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가. 일단 안심은 했지만, 저 드워프, 아직도 씩씩거리고 있는데? 그와 함께 그 의 입에서 쏟아지는 고함. "이 무례하고 머리나쁜 드워프야 ! 아직도 내 이름을 틀려? 내 이름은 웩이 아니고, 웹이란 말이다 ! 웹 ! 남의 이름도 기억 못하냐 !" 아. 그렇구나. 어쩐지. 이름이 구역질나는 종류의 것일리 없지. 나도 모르게 안심하 는 순간이다. 그러나, 프레일씨는 싱글싱글 웃으며 말한다. "어차피 음식을 너무나 못 만드니까 손님들이 웩웩거리잖아. 그러니까 웩이지." 도끼를 다시 드는 웹. 웃으면서 팔짱을 끼는 프레일. 이거, 피 보는 거 아닐까? 불 안해진 나는 그들을 말리기 위해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우린 구경만 해요. 어차피 죽지는 않을 거에요.' '어째서? 저렇게 날이 선 도끼를 휘두르다간 큰일이.....' '당황하지 마요. 언니. 억지로 자신의 남성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적극성을 띌 상황 이 아니잖아요. 주위를 봐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뭐야? 이거. '침착하네. 다들.' 다른 식탁의 드워프들은 태연하기만 하다. 뭐야? 이미 이 두 사람.... 아니 두 드워 프의 행각에는 익숙하다는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인다. 설마, 매일 이렇게 싸운다는 건가? 두 드워프가 서로를 노려보면서..... 움직였다 ! 서로를 향해 달려가 는 두 드워프. 어느새 프레일씨의 손에는, 몽둥이 하나가 들려있다. 몽둥이 위에 쇠 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쇠뭉치. 맞으면 무사하지 못할 듯 하다. 가만. 그럼 저 무기의 이름은...... 프레일이잖아? 상황이 이렇지만 않았다면 분명히 웃었을 것이다. 하지 만..... 쾅 ! 두 드워프가 서로를 향해 무기를 휘두른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힘이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운다. "아, 아르메리아. 아무래도 말려야....." 저렇게 놔두다가는 누구 하나 죽겠다. 어떻게든 말리지 않으면.... 그러나 아르메리 아는 태연할 뿐이다. 아이샤까지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상황인데, 그녀는 왜? 그녀 가 웃으며 말한다. 도끼와 쇠몽둥이가 부딪치는 상황에서도 태연한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걱정 마요. 저건 인사일 뿐이니까." "이, 인사?" "어.... 언니. 인사라니요?" 네 개의 눈이 그녀를 바라본다. 기대와 의문을 품은 채. 그리고 그녀의 입은 의문을 풀어준다. "살기를 품기는 했어도, 그것은 겉보기에 불과해요. 지금 싸우는 태도를 보아, 서로 를 죽이지는 않을 거에요. 실전이라면, 벌써 다른 드워프들이 말렸을 걸요? 그런데, 그들은 너무 태연해요." 그런가? 다시 한 번 관찰해보니, 살기라기엔 어딘가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어딘가. '언니. 요즘 자신의 모습을 보고 초조해하는 건 이해해요. 나중에 남자로 돌아왔을 때, 정신이 무너질지도 모를 정도로 위험하다는 것도 알아요.' 알고 있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더 위험해요. 지금도 살기와 투기를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고, 섣부른 판단으로 뛰어들 뻔 했어요.' 그런가..... '언니.' '응.....' '언니가 두 달 동안에 여자아이가 되어 버렸다면, 그 말은 두 달 동안에 남자아이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아 ! 그 한 마디에, 내 고민이 해결되었다. 역시 엘프는 지혜롭구나. 그런 것이었다. 내 가 남자아이에서 여자아이로 되는 데 두 달이 걸렸다면, 역시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저주를 풀어낸다면. 그리고, 내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더 이상 생각을 전하지 않고 내 손을 잡는다. 그걸로 족했 다..... 비록 옆에서 보던 아이샤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말도 없이 하는 행동을 이 해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 그러나, 그녀의 관심은 곧, 요란한 활극이 벌어지는 곳으 로 돌아갔다. "네 놈, 솜씨가 늘었군. 아니, 내 솜씨가 줄어든 거야. 분명해." "이번엔 이 정도로 하마. 오늘 운이 좋아서 목숨을 보전한 줄 알아라." "걱정 마라. 네 놈에게 죽을 정도면 내가 너무 늙었다는 말이 되지 않느냐." "뭐야 !" 씩씩거리면서 물러나는 두 드워프. 주위의 드워프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둘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그 뒤에 붙는 말들이 가관이다. "이봐. 오늘도 무승부야?" "그러게 말이야." "뭐, 그것도 재미있지 뭐." "다음엔 목이 잘리는 거 보여줘." 못 말려..... 어쨌든 소란이 수습되었고, 둘은 우리들의 식탁으로 걸어왔다. 프레일 씨야 우리 일행을 안내해주는 것이니까 그렇다 치고. 웩..... 아니, 웹씨는 어째서? 그의 손이 등에 찬 도끼를 향해.... 툭. 아니었군. 그는 나를 향해, 커다란 책을 한 권 던져주었다. 이것이 이곳의 음식 들을 나열한, 식단표인가. 나는 그 책을 열어보았다. 어디 보자. 뭐가 들어있을 까..... 현재 자신의 식사를 정한 건 아르메리아뿐이니,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으리 라. 나는 책을 펼쳤다. 하지만..... '역시 그렇네.' 드워프 말은 역시 모르겠다. 그럼 어쩌지? 나는, 웹씨를 향해 고개를 들고 말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음식이 뭐지요?" 어차피 모르는 거, 이곳에서 가장 잘 하는 음식을 고르자. 일단 자랑하는 요리라면 맛이 없지는 않을테니까. 이 기회에 설명도 들을 겸 해서. 설마 나한테까지 도끼를 휘두르지는 않을테니..... 그러나 웹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내 특기는 그 안에 있는 모든 음식이네." 다 자신있다는 건가..... 결국, 방법은 하나 뿐이다. 그것은..... "이걸로 주세요 !" 찍을 수밖에. 어디 한 번, 드워프들의 음식 좀 먹어보자. 내 손가락은, 수많은 음식 이름들중 하나를. 가장 길다랗게 문자가 나열되어 있는 것에 올라가 있었다. 드워프 웹의 입가가 장난스레 위로 올라갔다. "그런가? 의외로군. 그걸 고르다니." - 계속 - 후기)그녀(?)가 뭘 골랐길래 웃는 걸일까요..... 내일 알려드릴께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4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3 21:41 조회:101 공룡 판타지 13-243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23) 저 표정은 무슨 뜻이지? 혹시 내가 고른 게 아주 맛이 없는 요리였나? 프레일과 아 이샤 역시 표정이 웹과 비슷하게 변했다. 그럼..... 아르메리아는? 설마 비웃지는 않 겠지? 모두의 눈치가 좀 이상하다.... 하지만 이제와서 결정을 번복하고 싶지는 않 다. 옆에서 불안하다는 듯이 말하는 아르메리아. "언니." "응." "정말 그걸 먹겠다는 건가요?" "응. 왜?" "그거.... 맛은 좋지만 언니에게는 좀 힘들텐데요....." "어째서?" "차라리 저한테 골라달라고 하지 그랬어요? 드워프 글도 하나도 모르면서." 모르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말하는 게 좀 창피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고. 그녀는 그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난 요리는 잘 몰라. 드워프들의 요리는 더욱 그렇고." "그런데 식단표는 왜 달라고 했어요? 설마 아무거나 찍으려고 그런 건가요?" "응."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프레일, 아이샤, 그리고 아르메리아. 그렇게 보 일만도 해. 하지만..... "어차피 어느 요리를 가져와도 난 몰라. 시골에서만 살아서 고급 요리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다고. 그러니까, 한 번 도박을 해보고 싶었어." 설마, 먹고 죽을 음식을 내놓지는 않겠지. 물론 인간과 드워프는 좀 신체적인 차이 가 있으니 같은 음식에 대한 반응도 좀 다르겠지만, 설마 죽을 정도로 차이가 큰 음 식이 나오지는 않겠지. 만일의 경우 독이 된다고 해도, 검이 알아서 막아주겠지. 어 차피 먹고 죽을 거라면 벌써 한 마디 했을 테니까. "하지만.... 이거, 도대체 무슨 요리인 거지요?" 아이샤의 말이다. 하지만 그녀도 나와 비슷한 입장이 아닌가? 게다가, 그녀도 아직 음식을 고르지 않은 상태라는 걸 잊은 모양이다. 일단 뭐든지 고르고 나서 말하라고. 아이샤. "그런데, 아이샤는 뭘로 고를래?" "전..... 역시 할아버지가 드시는 걸로 할께요." 결국 그녀도, 결과적으로는 도박을 한 셈이다. 나보다는 승률이 높겠지만. 나는 모 두들 불안해하는 요리를 고른 것이고, 그녀는 이미 프레일이 고른 요리이므로 어느 정도 안전성이 확보된 요리를 선택한 셈이다. 그럼, 프레일은 그녀의 기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난 버섯구이로 주게." 평범하고 안전한 요리로군. "자네건 독버섯으로 준비하겠네." 아..... 안전하지도 않군. 불안과 기대에 찬 기다림의 시간. 나는 그동안, 내가 선택한 '문제의 요리'에 대한 무시무시한 말을 들었다. 먹고 쓰러질 게 뻔하니까 오늘은 편하게 마음먹고 쉬라는 프레일씨의 말, 주위 분위기 때문에 불안해져서 내게 버섯구이를 권유하는 아이샤의 말, 정신을 잃을 정도의 요리라고 장담을 하는 웹 씨의 말..... 하나같이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 "언니. 언니에겐 무리라고요. 그건." 아르메리아의 걱정이 더 심했다. 그런데 왜 그러는 거지? 도대체 이 요리의 정체가 뭐길래 그러는 거야? "자. 꼬마 아가씨, 버섯구이 여기 있다." 버섯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접시 하나가 그녀의 앞에 놓여진다. 웹이 직접 들고오기 에는 좀 커다란 건데? 어떻게 들고 왔지? 하지만 접시를 내려놓은 것은 웹의 팔이 아 니었다. 하얀 도자기처럼 보이는 팔이었다. "뭐지?" 하얀색 칠이 되어 있는 금속의 인형이, 접시를 하나씩 뱃속에서 꺼내어 식탁에 내려 놓았다. 커다란 접시들이 우리 눈을 가린다. 이렇게 크고 양이 많다니..... 세이브가 좋아할만한 요리들이겠군. 그 녀석은 무조건 양이 많으면 좋아하니..... 그런데.... 이 인형도 세이브처럼 잘 먹을까? 물론 그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해보 이는 인형이긴 했지만. 아니, 얼굴이 달려있는 건지 의심이 가는 인형이었다. 팔 네 개에다가 배 안에는 각종 요리들이 즐비하게 쌓여있고, 바퀴 네 개를 이용해서 움직 이는 인형이라..... 상당히 괴상하게 생긴 철제 원통이었다. '역시 드워프들이 만든 건가.....' 이곳에 와서 신기한 구경을 많이 하는구나.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인데, 그동안 너 무나 삭막한 여행을 했어..... 나중에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나도 진짜 여행을 해 보고 싶다. 아니, 일단은 이 순간을 즐기자. 무슨 요리가 나올지 불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모처럼만에 맞은 휴식이라고 생각되기에. "이봐. 왜 내 버섯구이는 없는거야?" 프레일씨의 불평. 그리고 웹 씨의 대답. "독버섯 구하기가 그리 쉬운 줄 아나?" "뭐야 !" 또 싸우겠다. 놀란 아이샤가 재빨리 자신의 버섯요리를 프레일씨의 앞에 가져다놓는 다. "저, 이거 드세요." 웹이 웃더니, 로봇에게 지시한다. 로봇이 두 번째 접시를 꺼낸다. 그것은..... "와아." 처음의 버섯요리의 두 배는 될 법한 분량의 버섯이었다. 수염에 가리기는 했지만, 웹은 분명히 미소짓고 있었다. "자. 맛있게 먹어라. 아가씨." "네."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아이샤. 그런데..... "왜 내 것만 이렇게 작아 !" 프레일씨, 그러니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셨어야지요. "자. 이번엔 엘프 아가씨 차례." 아파토사우루스의 갈비 구이와, 그걸 수북히 쌓아놓은 고기요리 한 접시가 놓여졌 다. 물론 여러 가지 나뭇잎이 추가되었고, 그 나뭇잎의 모양은 솔직히 뭔지 모르겠더 라도, 비교적 원만한 요리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옆에 엘레스의 향이 풍기는 술 한 잔까지.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비록 아이샤의 버섯구 이가 양이 많고, 버섯의 향기까지 나는 것이기는 해도. 그리고 그것에 단지 소금과 기름만 발라 구운 것이라고 해도, 아르메리아의 앞에 놓인 술이 시선을 잡아끈다고 해도, 결국 내 앞에 놓이는 정체불명의 거대한 냄비에는 비할 수 없었다. 과연 이 안 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자. 맛있게 들게나." 인형을 돌려보내는 웹. 나는, 떨리는 손으로 냄비를 열었다. 자. 무엇이 나올 것인 가. "............." 냄비를 열자마자 내 코를 찌르는 엘레스의 향기. 아르메리아의 술에서 나는 향과 비 슷하지만, 조금은 달랐다. 뭔가가 섞인 듯한 냄새.... 이건? 나는 벌떡 일어나고 말 았다. 냄비 안을 봐야겠어. 이게 도대체 뭐야? 그리고..... "고기 요리인가?" 무슨 공룡의 고기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고기가 많이 담겨져있고, 그리고..... 이 건..... 맡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이 향기..... 뭐지? "얼마전에 만들어본 요리네.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네. 아가씨가 맛을 보고 이름 을 정해주는 것도 좋겠지. 하하하." 그럼.... 이걸 시식하는 최초의 손님이라는 건가. 나는. 그건 개인적으로 영광이지 만, 한 가지는 문제다. 그것은..... 이것이 만약 해로운 요리라든지 하면.... 나 는..... 일단 그런 생각을 접어두고, 나는 이 요리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했다. 뭔지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지배했기 때문이다. 이게 도대체 무엇이냐? 나는 웹 의 얼굴을 보았다. 좀 가르쳐주어야 할 게 아냐. 이름이 아무리 없는 거라지만..... 그의 입이 열린다. 수염을 밀치고. "그건, 수장룡의 살을 잘 잘라서 다듬은 후에, 양념을 해서 찐 것일세." 그럼 찜 요리라고 하지, 왜 이름도 달지 않은 거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설명이 더 필요하지 않아? 이 짙은 향기는 뭐냐고? "다만, 전의 것과의 차이점은, 물 대신 술로 쪘다는 것이네." 술로 쪘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뭐? "술이 뭐지?" 무식이 다 드러나는군. 그럼..... 이 고기요리가 담겨져 있는 냄비에 있는 이것 은.... 술이라는 건가? 하지만 술이 뭔지 모르니 할 말이 없었다. 옆에서 불평을 시 작하는 프레일. "세상에. 그 귀한 술을 마구 낭비하는 요리를 만들다니. 그것뿐이 아냐. 그 술의 향 기만 남기고 알콜분을 다 날려야 하는데, 그걸 일부러 남겨서 술로 국물을 만든 꼴이 야. 솔직히 맘에 안 들어." 투덜투덜. 하지만 불평이야 프레일씨 소관이지 내 소관이 아니다. 난, 술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 거대한 냄비에 든 술을 다 마셔야 한다는 문제가 걸렸다고. "그런데, 어떻게 술이 다 증발하지 않았지요? 역시 고압을 걸어서 술을 남긴 것인가 요?" 요리의 기술적인 질문을 하는 아르메리아. 고개를 끄덕이는 웹. 하지만, 누가 술에 대해 좀 가르쳐줘 ! 난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이야아아아아 ! - 계속 - 후기)기어이 나오고 말았다..... 이름없는 술요리. 그런데 이걸 어디서 구상했냐 하 면..... 프랑스에서 이런 식의 요리를 한다고 들은 적이 있거든요. 물론 포도주에 닭고기를 끓이는 요리이고, 이름이 '꼬꼬뱅'이라고 하던가? 거기선 알콜분이 다 증발해버리고 향기가 남는다고 들었지만, 술을 좀 남겼습니다. 흐흐흐흐흐. 괴상한 요리인가. 어쨌든 이렇게 해서 레이니는 억지로라도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흐흐흐흐흐. 냄 비가 좀 크다. 레이니. 부디 무사히 살아남길 바란다. (그런데, 술이 너무 많은 게 아닐까?) 추가)아아아아악 ! 비축분 만든다고 열심히 노력한 건 좋은데, 그만 오늘치를 올리는 것을 까먹고 말았습니다 ! 그래서 오늘은 좀 늦어지고 말았군요. 기다리신 독자님들 께 죄송.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4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4 19:47 조회:79 공룡 판타지 13-244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24) 이 정도의 냄비를 채울 정도의 술이라면 대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술이 뭔지는 모 르지만, 단지 냄새를 맡기만 해도 정신이 아늑해지는 물건이라면, 마실 경우에는 무 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 "술을 증발시키지 않고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그만한 압력을 걸어야 하지. 물론 미 리 술 일부를 붓고 요리를 만든 다음에, 데운 술을 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그렇 게 하지 않고 요리를 해 보고 싶었다네." "그렇군요. 하지만 이렇게 술이 많다면....." "아가씨가 그걸 시키길래, 난 아가씨가 술에는 일가견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일가견 좋아하시네. 이봐요. 웹씨. 아르메리아양. 일단 이 술이라는 물건에 대해 가 르쳐주는 게 인간된 도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인간이 아닌데요.' 아. 그렇구나. 이곳에서 인간이라곤 나 하나뿐이었군. 외모때문인지 자꾸만 그들을 인간으로 취급해버린단 말이야. 아르메리아의 지적은 아마 그런 것이었으리라. 그렇 지만, 그럼 지금 가르쳐주어도 되잖아? '물어보시면 되잖아요. 여기 드워프분에게.' .....그렇군. 아무래도 이 요리를 만든 사람.... 아니 드워프가 이 요리에 대해서는 잘 알테니까. 나는 웹씨와 아르메리아가 술 이야기를 하는 곳에 끼어들기로 작정했 다. "저. 웹씨." 말의 어감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물어봐야 할 게 아닌가. 웹과 아르메리 아가 나를 쳐다본다. 웬지 모르게 쑥스러운걸.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저, 술에 대해 좀 가르쳐주실 순 없을까요? 전 드워프들의 술에 대해선 잘 몰라서 요." 그러자, 웹의 얼굴이 실망스러운 빛을 띄웠다. "아니. 그럼 술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걸 선택한 건가?" 비난인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로군. 좋은 일이지. 인간이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것은 드문 일인데. 좋아 ! 오늘 내가 술에 대해 자세하게 가르쳐주지. 이봐. 술 더 가져와." 강철제 인형을 부르는 웹. 쿵. 내 앞에 놓인 거대한 통. 이게 도대체 뭐냐. "자. 이제 술에 대한 설명을 해주지. 레이니 양." '양'이란 호칭은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가르쳐주는 게 고맙긴 하다. 술에 대해 모 른다고 무시할 줄 알았거든. 그래서 묻는 걸 망설인 것이고. 그러나, 이 드워프는 전 혀 그런 기색이 없다. "자. 일단 요리를 들면서 설명을 듣게나. 아가씨."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버섯요리를 담은 접시에 얼굴을 파묻는 프레일과 아이샤. 꽤 나 배가 고팠나보다. 그런데 아이샤는 그저 매달려온 것 외에는 한 일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배가 고픈거지? 차라리 아르메리아가 저렇게 행동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 나 막상 아이를 업고 하늘을 날아온 그녀는, 천천히 칼로 고기를 잘라 먹을 뿐이다. 고기를 어떻게 손질했는지는 몰라도, 아주 부드럽게 보였다. "아가씨. 일단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아. 그렇구나. 나는 내 앞의 냄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일단 고기를 잘라서..... 어? 칼을 대자마자 잘리는 연한 고기라니. 육질이 좋은 건가, 아니면 요리를 한 사 람..... 아니 드워프의 솜씨 탓인가. 어쨌든 나는 고기를 잘라 먹기 시작했다. 향기 가 내 입을 가득 채운다. '아.' 보통 고기와는 다른, 기분좋은 향기. 고기와 야채를 잘라 먹으면서, 나는 강의를 들 을 준비를 했다. 강의라고 해도 마법강의가 아닌 이상, 마음 편하게 들어야지..... 웹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술이란 것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네. 아가씨는 아직 술을 마신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잘 마신다면 술이란 것이 어느 정도로 좋은지 알게 될 걸세. 인간들은 술을 만드는 법을 모르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지만." "..............." 전 마신 적이 없어서 안타까운지 어쩐지 모르겠는데요. 나는 냄비 바닥의 고기와 야 채를 건저 먹으며 생각했다. 먹는 중이라 대답하기도 좀 그렇고. 일단 먹고 나서 대 답을 해야..... "술에 담근 요리를 먹어보니, 맛이 어떤가?" 전 아직 먹고 있는 중인데요...... 일단 냄비 바닥을 긁으며... 긁으며..... "앗 !" 이, 이럴수가. 어, 어느새 내가 이렇게..... 냄비안에 남은 것은, 단지 술 뿐이었 다. 그것도 거의 남지 않은. 바닥이 드러난 냄비. 어, 어떻게 이런 일이? 냄비가 겉 보기에만 컸던 게 아닌가? 어떻게 벌써 떨어질수가..... 흐뭇하게 웃는 웹. "마음에 든 모양이군. 생각보다는 취하지도 않은 듯 하고. 정말 마음에 들었어. 아 가씨. 그런 뜻에서 술 한 잔 하세." "네?" "아가씨. 여태까지 술에 대해서 말해줬는데, 하나도 듣지 않고 음식을 즐기기만 했 군. 그렇게까지 마음에 들어할 줄은 몰랐는데." 그럼..... 난 저 분이 술에 대해 열심히 말할 때 게걸스럽게 먹기만 했다는 건 가.... 그래서 한 마디도 기억을 못하고? 내가 이렇게 먹는데 목숨 건 녀석이었단 말 인가..... 앞으로 세이브를 어떻게 비난한단 말인가..... 어이가 없었다. '언니. 오늘 언니는 힘을 아주 많이 썼다는 걸 생각하세요. 배가 고팠던 것도 이상 한 게 아니니까 그렇게 시무룩해하지 마세요.' 자기합리화가 되는 이유가 있어서 다행이다. 안 그랬으면 난 평생토록 수치심에 시 달렸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당사자인 나로선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먹는 걸 밝혔다니.... 아무리 배가 고픈 상황이었다 해도..... 물론, 다른 말 로 바꾸면, 이 요리가 그렇게 맛이 있었다는 말도 된다. 웹의 얼굴에서 입이 유달리 크게 보이는 것도 당연하리라. 좋아서 입이 싱글거리는데 왜 크게 보이지 않을까. '뭐, 맛있었으니 넘어가자.' 어차피 요리를 만든 사람에게는 아주 예의바른 행동으로 보이겠지.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데 싫어할 요리사가 어디 있으랴. 나는 입을 잘 닦고 나서 다시 얌전 하게 앉았다. 이젠 강의를 들어야지. 그리고 한 마디 해야 하고. "저, 요리가 맛이 있어서 먹느라....." 술에 대해 뭐라고 하셨는지 하나도 못 들었다..... 는 말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역시 쑥스러운 모양이군. 내가 생각해도 정말 여자아이다운 부끄러움 이..... '언니. 아무래도 두 달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군. 아르메리아가 입을 열지 않고 정신파를 전달해준 것이라 해도, 어쨌든 한심 한 건 사실이다. 그녀를 차마 볼 수가 없다. '물론 성격을 남자 여자로 구분해서 생각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이렇게 연약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이 어디가 남자냐 ! 내 몸 내놔라 ! 이 치사한 변태 마법사야 ! 얼굴도 모르는 그 자를 향해, 나는 또다시 저주 를 퍼부었다. 비록 이곳이 식당이라서 그런 말을 못 했지만.... 그런데.... "그런데 이곳의 입구에 달린 그 빛나는 간판에는 뭐라고 쓰여있는 거죠?" 그 반짝거리는 간판은 대체 뭐냐. 이곳이 대체 식당인지 뭔지조차, 난 아직 모르고 있다. 단지 음식을 주는 것만으로 식당이라고 멋대로 생각하는 거지만. 이곳의 이름 이라도 좀 알자. 이름이라도. 내 말을 들은 웹이 웃는다. "이곳의 이름이네. 이름은 아침 이슬. 원래 술집이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이라네. 물론 우리들은 술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술집이나 식당이나 같 은 의미지만." 그런데 표정이 왜 저러시지? "물론, 인간들이 어떻게 이 좋은 술을 마시지 않고도 살 수 있는지는 이해가 안 가 지만 말이네." 그렇게 좋은 건가? 몸이 약간 뜨거워진 듯 하긴 하지만, 좋은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 는데? 웹이 내 앞에 놓인, 정확히 말하면 내 옆에 밀어두었던 나무통을 든다. "자. 오늘은 한 잔 하는거네. 아가씨." 나무통의 입구를 막은 뚜껑을 연다. 웹이 칼로 통의 뚜껑을 따내자, 아까 내가 맡아 본 바로 그 향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웹이 능숙한 솜씨로 통을 기울이자, 맑은 액체가 그 안에서 나온다. 왠지 모르게 하얀 것 같은데? 저게 술이라는 건가? 아르메 리아가 옆에서 투덜거리는 듯 하다. '언니에게 거품술을 마시게 해도 될까? 술이란 저렇게 가스를 안에 넣는 것보다는, 술 자체의 향기와 맛을 즐기게 해야 하는데..... 거품이 들어가면 그 톡쏘는 맛에만 집착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군. 넘어가자. 넘어가. 쿠웅. 내 앞에 놓인 커다란 유리잔 하나. 내 팔꿈치에서 손목까지의 길이와 맞먹는 높이의 술잔이다. 그 안에 담긴 무색투명한 액체가 유리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저 공기방울은 뭐냐? 안에서 끝없이 생겨나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하얀 거품을 형성하고, 그것이 잔의 꼭대기까지 쌓여 넘치는 모습은 나름대로 아름다웠지만, 내가 궁금한 것 은 저게 왜 저 안에 들어가 있느냐는 거다. "자. 그럼, 우리도 마셔볼까." 나와 아르메리아, 프레일과 웹, 그리고 아이샤의 앞에 놓인 술잔을 향해, 모두의 손 이 뻗는다. - 계속 - 후기)요즘 들어서 자신이 게을러진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축분의 부족이라든지, 그 외에도 많습니다. 글 쓰려고 작정하고 앉아도, 잘 되지 않더군요. 잡념이 많아진게 아닌가 해서 걱정입니다. 연중이라도 되면 큰일나니까요. 왠지 모르 게, 한 번 연중되어버리면 다시는 연재를 재개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이 있거든요. 불안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많이, 그리고 잘 쓰는 것밖에 없으니, 열심히 발버둥칠 생 각입니다. 추가)가만. 가만. 오늘이 12월 24일이지? 특집은 없어도 붙일 건 붙여야지요. 메리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이브. 모든 솔로들에게 슬픈 날이지만, 다음 시대의 1000년이 곧 시작됩 니다. 이제 진정한 21세기가 열?? 것입니다. 부디 우리 모두 내년에는 옆구리를 따 스하게 합시다 !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4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5 19:44 조회:81 공룡 판타지 13-245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25) "술을 마실때는, 우선 천천히 마시는 게 중요하네. 너무 급하게 마시면 몸에 안 좋 으니까. 뭐든지 급히 먹으면 체하는 것처럼, 술도 예외는 아니라네." 웹이 내게 설명해주면서, 두 손으로 자신의 잔을 잡았다. "천천히 마시게. 가끔씩은 다른 음식도 먹으면서,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좋을 걸세." 프레일의 말. "좀 잔이 크네요." 아이샤의 말. 그러고 보니 저 녀석도 술은 처음이군. 자기 잔만 작다고 불평인가? "....." 아무 말도 없는 아르메리아. 듣자하니 거품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 한데..... 어째서? 역시 맛 문제라는 것일까? 하지만 나같은 초보자가 그런 걸 알기나 하겠나? 그냥 술잔을 잡아서.... '나중에 엘프 마을에서 진정한 술을 맛보여드릴께요.' 역시 불만이 많군. 다만, 상대의 성의를 생각해서 마시는 건가? 혹시, 엘프들과 드 워프들의 사이가 안 좋은 이유가, 술 문제 때문인가?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 왠지 모 르게 그런 망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자. 아이샤의 귀환을 축하하며, 건배 !" 모두의 술잔이 허공에서 맞부딪친다. 이거, 유리잔이 깨지는 건 아니겠지? 모두들 커다란 술잔을 입에 댄다. 술잔이 기울어지면서 거품과 술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간 다. 몸 전체로 번지는 청량감. "카아. 좋다." 프레일과 웹은 탄성을 지르고. "홀짝홀짝....." 아이샤는 마시기만 한다. 역시 어린애라서 그런지 빨리 마시는 건 무리인가? "..........." 말이 없군. 아니, 술을 마시면서 소리 하나 안 난다. 확실히 아르메리아는 대단하 다. "벌컥벌컥." 난 멋이 없군. 여자다운 교양이라곤 하나도 없는 모습이지만, 뭐 그게 무슨 상관이 랴. 어차피 곧 남자로 돌아가게 될텐데. 하지만..... 한 잔만 더 마시고 싶다. 맛있 어..... 그런데 술통이 어디 있더라? "한 잔 더 해도 돼요?" 세 통째를 비웠다. 물론 나 혼자 마신 게 아니다. 절대 아니다. 옆에 있는 두 드워 프도 같이 마신거다. 아이샤는 작은 잔 하나를 비우더니 그냥 방 안에 들어가버렸다. 술이 좀 약하군. 아르메리아 역시, 거품이 담긴 술은 좋아하지 않는지 한 잔만 마시 고는 그냥 방에 들어가 버렸다. 그럼, 남은 건 나와 두 드워프 뿐인가? "자. 한 잔 더....." "대단한데? 레이니양." "역시 우리집 술은 끝내줘." "예의상 그러는 거겠지. 저 아가씨는." "뭐야?" 한 잔을 기울인다. 우리의 그동안의 고생이, 그 안에 녹아 사라진다. 한 잔이 비워 지면 또다시 채워지는 잔. 그것이 인생인가. 고생을 하고 나면, 다시 한 번 고생이 오고, 그 대가로 낙이 찾아오는 것이. 한 잔을 기울인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술이 안에 들어간다. "아하하." "헤헤헤." "우크크." "..............." 도대체 언제나 술 잔치가 끝나는 걸까? 아무래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언니 는 언제쯤에나 올라오는 것일까? 술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몸에 문제가 생기 지는 않을까? "아무래도 내려가봐야겠어." 침대에서 일어나서 잠옷을 다시 가벼운 외출복으로 바꾸어입고는, 나는 방문을 열었 다. 물론, 손을 쓸 필요는 없다. "문을 열어줘." "알겠습니다."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드워프들이 게을러서 문마다 이런 장치를 해둔 것일까? 아니 면 그들의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이런 방식을 사용한 것일까? 왠지 쓸데없는 노력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손으로 밀어서 열면 그만일텐데. 하지만 수고하는 건 내가 아니고, 그들의 취향이 이러니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나는 열려진 문을 통해 언 니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하하." "헤헤헤." "우크크." 이게 무슨 웃음소리야?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언니가 어떻게 된 거지? 왜 언 니의 몸이 이렇게 뜨겁게 느껴지는거지?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럴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물론 두 드워프들과 언니 와의 간격이 아직 벌어져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언니 !" 언니가 앉아 있던 식탁에는, 빈 술통들이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언니....." 술통을 안고 잠들어있는 언니가 보였다. 당연한 것이다. 술에 담근 요리를 먹은 데 다가, 술통을 저렇게 비워댔으니 쓰러지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아까 데리 고 들어왔어야 했어..... 하지만 때늦은 후회일 뿐이다. 이제와서 어쩔 순 없지. 시 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 않은가. '다들 자네.' 나머지 두 드워프 역시, 술통을 베고 잠들어 있었다. 물론 드워프들이야 워낙 튼튼 하니까 저렇게 자도 상관없지만..... 언니는 지금 여자의 몸. 드워프가 아니다. 나는 언니를 부축해서, 방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드워프들이야 뭐, 지금 깨워봐야 소용없으니까.' 잠자는 드워프를 깨우기는 힘들다. 워낙 몸이 튼튼하니까 워낙 둔하기 때문이다. 물 론 생명의 위협이 다가온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지금은 굳이 깨울 필요도 없고, 그래 도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 잘 자게 내버려두자. 잘 자요. 프레일, 웹. "그런데..... 언니도 생각보다 무겁네?" 언니가 살이 찐 게 아니다. 언니가 의식을 잃고 늘어졌기 때문에 이렇게 무거운 것 이다. 결국, 마법을 사용해서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언니. 언제까지 술통을 껴안 고 있을 생각이지? "휴우." 언니를 침대에 누이고, 옷을 벗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남자였다면 이런 게 불가 능했겠지만, 지금은 언니가 여자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하긴 그러니까 내 침대에 누이는 게 가능하지. "얼굴이나 몸매는 정말 좋네." 나보다 좋다니..... 처음 봤을때부터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몸. 역시 그녀는 쥬린 제국의 공주다웠다. 과거에 인간이 엘프와 함께 하던 시대 의.... "으응.............엄마....." 엄마? 언니가 엄마를 찾다니, 의외인걸. 아마 꿈을 꾸는 모양이다. 아늑한 옛날, 언 니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시대의 꿈을..... "엄마.... 죽으면 안 돼...." 아. 언니는 고아였지. 처음 봤을 때부터, 가족이라고는 죽은 사부를 제외하고는 없 었다. 불쌍한 언니.....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늘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약 해질 때가 많았을텐데.....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엄마..... 엄마....." 잠든 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비록 눈을 감고 있지만, 눈물은 조금씩 흐 르고 있었다. "시, 싫어.... 싫어...." 악몽을 꾸고 있는 건가? 언니가 무슨 꿈을 꾸는 것이지? 나는 정신을 집중시켜 언니 의 정신파를 감지해보았다. "저것은?" "다, 다가 오지 마 !" 뒤로 물러서는 소녀. 초록색 머리가 피로 물들어있다. 입고 있는 옷은 잘 보이지 않 는다. 꿈이라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어둠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이것은 무엇 이지? 언니의 잠재의식속에서 만들어낸 환상? 아니면..... 나는 그 소녀의 얼굴을 들 여다보았다. 그 얼굴은..... '언니?' 그럼, 이것은 언니의 과거인가? 하지만 언니는 원래 남자였는데? 그럼 이것은 누구 의 과거인가? 어쩌면 그 공주님의 과거인 것일까? 이 몸이 쥬린 제국의 공주님의 것 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것도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럼..... 저 소녀는 공주님의 과거 모습인가? 그런 생각을 하던 내 앞에, 한 남자의 모습이 비쳤 다. 어둠 속이라서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건..... "아아악 !" 언니의 꿈 속의 소녀와 내 비명이 겹쳤다. 물론 밖으로 소리를 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레이니 언니의 목이었다. - 계속 - 후기)그녀의 기억. 그녀의 마음. 그녀의 영혼. 그 외에는 붙일 말이 없군요. 그리고 ! 아이샤가 술 마신다고 해서 여러분들도 따라서 술 드시지 마세요 ! 어른 앞에서 술을 배운다는 명분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드워프이기 때문에 술에 선천 적으로 강하다는 점때문에 그게 가능했던 것이지. 술은 조금씩 드세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3-24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6 19:44 조회:80 공룡 판타지 13-246 레이니 이야기 - 피곤한 몸에 술 한 잔(26)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언니의 목이 잘려있는거지? 언니의 두려움이 꿈 속에서 형상화된 것인가? 나 로선 알 수가 없었다. 전혀. "시, 싫어어어어 !" 소녀가 비명을 지른다. 소녀의 주위에서 이상한 힘이 퍼져나간다. "이, 이건?" 남자가 비명을 지른다. 아까의 소녀의 비명과는 다른 종류의 비명을. 소녀의 비명이 공포에서 나온 것이었다면, 그의 비명은 고통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의 모습이 사라 지고, 소녀는 암흑속에 홀로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이런 거, 기억하기 싫어 !" 소녀의 외침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간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지?' 인간의 정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터라, 이것만으로는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역 시 마을의 장로님이나 다른 고위 마법사들에게 물어봐야 할 듯 하다. '내 실력으로는 언니의 과거를 알 수가 없겠어.' 불완전한 꿈 하나만 가지고서, 언니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언니의 과거, 공 주의 과거, 그리고 라 브레이커와의 관계..... 차라리 기다릴 수밖에 없다. 마을에 갈 때까지. '그럼, 내일 여행을 떠나자. 언니의 몸이 회복될지는 모르겠지만.' 드워프들에게 아이샤를 데려다주는 일도 끝마쳤으니, 이제 남은 건 우리 마을로 가 서, 언니를 도울 엘프들을 찾는 것 뿐이다. 하지만, 어째서 언니의 몸과 공주님의 몸 이 뒤바뀐 것일까? 언니는 어떻게 라 브레이커를 손에 넣었을까? 그러나 그에 대해 물어볼 사람은 이제 없다. 거의 없다. 언니에게 저주를 건 그 마법사에게 물어보기는 곤란하지 않은가. '그 사부라는 사람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언니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그가 말하지 못하고 묻은 비밀은 무엇일 까? 그가 공주를 데리고 서쪽으로 달아난 후에 일어난 일은 무엇일까. 그렇다고 해서 언니의 머릿속을 수색해볼 수는 없다. 인간의 심리는 아직 내가 모르는 면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언니가 지금 생각하는 것을 살피는 것과, 언니의 과거를 정확히 알 아내는 것은 그 난이도의 차원이 다른 것이다. 언니의 심층의식을 살펴야 하는 것이 기에. '마을에 가서나 알 수 있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일단 언니의 옆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내 머 릿속에선, 수많은 영상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특히, 어둠 속에서 혼자 울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이런 거, 기억하기 싫어 !" 그것은 무슨 의미였을까..... ".........." 언니..... 완전히 어린아이의 표정이 되어 잠든 모습은, 귀여웠다. 누가 언니의 이 모습을 보고 원래 남자였다고 할까. "훗." 하지만 이제 아침. 언니에게는 좀 힘들지 모르지만, 일단 깨워야지. 나는 언니의 어 깨를 잡고 흔들어주었다. 잠시 흔들어주자, 언니는 눈을 힘겹게 뜨기 시작했다. 몸을 일으키는 언니. 그러나. "아, 아아....." 이마를 누르며 고통을 호소하는 언니. 역시.... "그러니까 술을 그렇게 많이 들면 안 된다니까요." 뻔한 소리였지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 생전 처음으로 술을 마셨을 언니에게 는, 역시 그 큼직한 술통은 무리였다. 게다가 요리 자체가 술항아리가 아니었던가. 어제 말렸어야 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술이라고는 처음 마셔본 언니가, 의외로 술을 몸 안에서 잘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이었 다면 어딘가 탈이 났을 법한 음주량이었는데. '그 공주님은 궁정에서 술을 들었던 적이 있는 모양이야.' 보통 사람은, 술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술이라는 것은, 속씨식물의 열매를 이용 해서 만드는 것이 정석인데, 이 시대에 속씨식물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엘프와 드워프 일족에게만 전해지는 '엘레스' 단 하나 뿐이다. 그 외에는, 속씨식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식물이 없는 인간으로서는 당연히 술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술이 간혹 인간들에게 들어간다고 해도, 대부분은 궁정에서 연 회를 열 때 조금씩 제공되는 형편이었다. 평범한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너무나 어 려운 일이었다. 인간들은 여러 번이나 엘레스를 스스로 재배해서 술을 만들어보려고 시도했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재배 방법이 까다로운데다가, 4계절을 필요로 하는 식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겨울이 있을 리 없으니.....' 기껏해야 우기와 건기만이 있는 이 시대에, 언제나 덥기만 한 이 시대에, 겨울이라 는 계절은 존재하지 않았다. 적당한 추위에 시달려야 엘레스의 과일이 열매를 맺을텐 데,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적어도 인간들의 힘으론. '물론 마법을 쓴다면 어떨지 모르지만.....' 그러나, 3개월 이상 마법으로 겨울을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라고 해도, 매년마다 겨울을 만들고 선선한 기후의 봄과 가을을 6개월 에 걸쳐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몇 년이나 그것을 계속해 야 한다면..... 결국 거대한 기계를 다루는 드워프나, 마법에 조예가 깊은 엘프들만 이 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 귀한 걸 막 마셔댔으니.....' 좋은 술이라면 뒤끝이 없는 법이지만, 드워프들의 술은 좀 독하다. 적어도 언니같은 초보자에게는 부담이 크다. 언니가 저렇게 비틀거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어쨌든 이번 일도 무사히 끝났네.' 이제 남은 것은.... 아이샤의 애완동물인 익룡 미리의 문제뿐이다. 그건 작별인사를 하면서 부탁해야 하겠지. 일단 말만 꺼내놓으면, 그 뒤는 드워프들이 알아서 풀어낼 문제다. 그러나, 그 전에 해치워야 하는 문제가 있다. "언니....." 언니, 제발 정신 차리고 옷 입어요 ! 나는 프레일과 웹에게 언니를 데려갔다. 물론 아직도 정신이 없는 언니가 스스로 걸 을 수 있을 리는 없으니, 내가 부축해서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드워프들의 얼굴은 봐야 하므로. '일단 잠자리를 제공해준 것에 대해 감사는 해야지.' 창가에 아이샤가 기묘한 옷을 입고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일종의 가죽같은 옷이지 만, 실용성을 지나치게 중시해서 그런지 단조로워보인다. 몸매가 다 드러나는데도 몸 전체를 가려버린 옷이라.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여길거야. 그것도 하얀색 가죽이라 니. 물론 색색의 줄무늬가 군데군데 있어서, 단순함에서 벗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아. 엘프 언니." "안녕? 아이샤." "........." 아직도 정신이 없는 언니. 이래가지고는 도저히 비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할 수 없 지. 아이샤의 익룡인 미리를 데려오는 문제 때문에라도, 아무래도 프레일에게 말을 해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그게 가능할까? 어제 그렇게 많은 통을 비웠던 드워프들인데..... "잘 잤나? 엘프 아가씨." 내 착각이었나..... 프레일과 웹은 멀쩡해 보였다. 역시 드워프는 술을 맛으로 마시 는 게 아니라 양으로 마시는 거였어..... "허어. 미안하게 되었네. 이 아가씨는 술이 처음이라고?" 프레일씨의 구차한 사과. "네." 그걸 이제야 알았나? 인간들은 술을 잘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모르고 있었나? 술을 잘하는 사람은 황족들 정도밖에는 없다고. 언니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본 웹이 말한다. "정말이었군..... 나는 이 아가씨가 황족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술을 권한 건 데." 언니의 검을 본 모양이군. 그럼 언니의 검이 무엇인지도 알 것이고, 언니의 지금 겉 모습의 주인이었던 그 공주님에 대해서도 알 것이다. 분명히. 그런데..... 프레일이 왜 저런 표정을 짓는거지? 그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한 마디 덧붙인다. "그런데 의외로군. 쥬린 제국의 잃어버린 공주라고 해도, 공주인 이상 술은 그리 멀 리하지 않을텐데, 맞지? 검을 보니 알겠더군." 정말 눈치들이 빠르다. 하지만 하나 모르는 게 있다. "이 언니는 술을 입에 대지 않은 지가 오래에요." 이 정도면 거짓은 아니다. 물론 언니가 지금의 몸을 가지기 전, 그러니까 공주가 공 주였을 때에는 그녀가 술을 얼마나 많이 입에 대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언니가 여자 아이의 몸을 가진 이후에 술을 입에 댄 것은 분명히 어제가 처음이었다. "그런가....." "네." 언니의 삶이 어땠는지도 잘 모르면서, 무조건 술에 강할 거라고 여기는 건 곤란하지 않아요? 그렇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부탁할 것도 있고, 갈 길도 바쁘니까. "그럼,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지. 나도 요즘 따분했었는데, 여행이나 떠나볼까 했거 든. 따라오게나." 의외로 간단한 일이었다. 하긴 아이샤의 익룡인 미리를 데려오는 문제는, 드워프들 자신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니, 의외로 일이 쉬웠던 것이겠지. 물론 언니를 술에 취하게 한 사과의 표시이기도 하고. "자. 그럼 비행장으로 가지." 나는 언니를 부축해서, 그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 이번 이야기 끝..... - 후기)길었습니다. 정말 길었습니다. 갈수록 분량이 늘어나는 에피소드. 이걸 도대체 어쩌느냐.... 글도 점점 더 쓰기 힘들어지고..... 다음은 드디어 엘프 마을이군요. 이젠 좀 편하게 쓰기를 바라지만, 그런 가당치도 않은 희망은 품어봐야 헛된 꿈일뿐. 그럼, 다시 머리를 싸매야 되겠군요. - 열 네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레이니 : 으흐흐. 두고 보자. 작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라 브레이커를 이로 갈면서 작가를 찾는 레이니. 빗속에서 걷는 모습이 완전 처녀귀 신같다. 혹시, 그런 거대한 칼로 내 목을? 보통이라면 어딘가로 숨어버리겠지만, 지 금 상황이 그럴 여유가 없다. 왜냐하면..... ??? : 죽어라 ! 이 사악한 작가 ! 비 오는 날 먼지나게 두들겨 맞는 중이거든. 아, 아프다. 작가 : 사람 살려 ! ??? : 너 같은 건 죽어야 해 ! 내 이름을..... 내 이름을..... 그딴식으로 지어놓다 니..... 작가 : 하지만, 그건 오래전부터..... ??? : 닥쳐 ! 피 속에 빠져 익사하게 되는가..... 내 의식이 멀어져간다..... 레이니 : 어? 이건 뭐에요? ??? : 별 거 아냐. ???의 발 아래 놓인 건..... 시체주머니. (헉 !) 레이니 : 이게..... 그 자인가요? ??? : 응 ! 드디어 해치웠어. 과연 그럴까? 벌떡 일어서는 시체주머니. 물론 그 안에는..... (악 !) 시체주머니 : 으. 아직은 죽을 수 없다. 퉁퉁 튀면서 어디론가 사라자는 시체주머니. 이대로 끝날 순 없어 ! 두 사람의 당황 한 목소리가 들린다. 특히 ???의..... ??? : 이, 이 진드기같은 녀석이 ! 거기 서라 ! (피묻은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간다) 레이니 : 나도 같이 가요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4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7 20:04 조회:63 공룡 판타지 14-247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 푸른 하늘에는 구름이 떠 있다. 비록 비를 내릴 정도로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곧 그 렇게 자라날 것이다. 하늘을 날아가던 익룡 소르데스 한 마리가 구름을 쳐다보았다. "?" 소르데스의 둥근 눈에, 하늘에 뜬 구름이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가 지나가면 서 구름을 부수고, 새로운 구름을 꽁무니에서 뿜어내면서 날아가는 것이다. 소르데스 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자신의 뒤에서 서서히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기의 압력. 위협을 느낀 익룡은 고도를 높였다. 수 천년을 산 나무보다 더 큰 원기 둥이, 익룡의 발아래로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엄청난 폭풍우를 일으켰다. 소르데스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하늘 아래로 떨어져간다. "카악." 괴음을 토하면서 간신히 균형을 잡은 소르데스의 눈에 보인 것은, 길다란 끈 모양의 구름 뿐이었다. 소르데스는 지금의 일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곧 그 일을 잊고 다시 땅을 향해 날아갔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한 먹이를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언니. 이젠 정신이 들어요?" "으.......응......" 술이란 거, 마실 게 못 되는 거구나..... 아직도 머리가 어지럽다. 그렇게 잠을 잤 는데도,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다. 그저 머리가 아파서 잠만 잤다는 사실만 기억날 뿐이다. "언니. 언니는 어제 하루종일 정신없이 비틀거리기만 했어요. 기억나요?" "어제? 우린 어제 저녁에 드워프의 도시에 들어간 게 아니었어?" 나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 "어제가 아니라 그저께에요." 나를 책망하듯 말하는 그녀. 그럼..... 난 어제 계속 잠만 잤다는 건가? 피로해서 그런지 기억이 안 나네. 그런데 눈은 왜 자꾸 감기지? 푹. 머리가 베개에 떨어진다. "일단 오늘도 쉬어야 될 것 같네요." 머리가 지끈거리는게, 그래야 할 것 같다. 나는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그동안의 피 로가 어제..... 아니 그저께의 술을 계기로 한 번에 폭발했는가. 아니면 나 자신의 약함이 드러난 것인가. 모르겠다. "셀과 세이브는?" 둘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직 우리를 기다리며 사막을 바라보고 있을지도..... "난 여기 있어. 밀크." 어느새 내 침대 옆에 와 있는 그녀. "언제 여기에 왔지요?" 그녀들이 이 배에 탔었나? 언제? "어제 저녁에 드워프들의 비행선에 탔어. 넌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고." 그랬었나..... 그럼 다들 탔겠구나. 셀도, 세이브도, 그리고 태자 일행도..... 왼손 을 들어보니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빛난다. 태자가 직접 끼워준 것인데..... 생각해 보니 이건 좀 부끄러운 물건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다. 나도 때로는 좀 꾸미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지. 솔직히 너무 태자를 내팽개쳐두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밀크. 일단은 점심이나 들자. 일어날 수 있겠니?" 점심? 벌써 그렇게 된 건가?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푹. 또 베개 위에 머리가 떨어졌다. 역시 안 되는 건가. 내 꼴을 보고 있던 셀이 자 신이 들고 있던 물건을 내 앞에 내려놓는다. "이럴 줄 알았어. 혹시 몰라서 가지고 왔더니....." 작은 식탁이군. 쟁반이라고 해야 어울리지만. 쟁반 위에는 간소하지만 그럭저럭 한 끼는 될 듯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그런데 왜 스프만? "셀. 스프하고 물밖에 없네요?" 왠지 환자 취급을 받는 것 같다. 지금 입은 옷만 해도.... 옷? 가만 있어봐. 내가 술 마실 때에는 이런 옷이 아니었는데? 지금 내가 입은 옷은..... 분홍색과 백색이 혼합된 잠옷이네? 그럭저럭 가릴 데는 가려진 옷이기는 하지만..... 가만. 내가 갈아 입은 기억이 없다는 것은..... "아르...메....리아....." "네?" 당장 짐작가는 사람은 하나 뿐이다. 그녀가 내 옷을 갈아입힌 것일까? 하지만 그녀 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누구지? 셀? 아이샤? 세이브? 나보다 작고 약한 세이브 가 내 옷을 갈아입힐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당황한 탓인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 고 만다. "그저께 저녁은 내가 했지만, 어제 저녁은 하이가 했어요. 비행선에 올라탄 하이가 우리를 보더니, 당장에 달려와서 간호한다고 난리를 치더군요. 얼굴빛이 새파래져가 지고 저와 드워프들에게 마구 비난을 퍼붓던데요." 나도 시녀 하나는 잘 두었구나.....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이 든다. 수저를 떠서 스프를 조금씩 저어보고, 그것을 떠서 입에 가져간다. "아. 맛있어." 드워프들의 침대의 좌우에 식탁을 고정시키는 장치가 있었던 탓에, 나는 상반신만 일으키고는 편한 자세로 스프를 먹을 수 있었다. 내 다리 위로 통과하는 일종의 받침 대 위에 쟁반을 올릴 수 있었던 탓이다. 두 손을 모두 먹는 데 사용할 수 있어서 더 욱 편리했다. 작지만 유용한 고안이다. 나중에 궁정에서 채용해보면..... "언니 !" "응?" 왜 그러는 거지? 그녀가 화난 표정을 짓고 있네? 그녀는 자기 머리를 내 머리에 부 딪치며 머릿속에 직접 말을 걸어온다. '언니는 쥬린 제국의 공주님이 아니라고요. 어떻게 된 거에요?' '응? 왜 그래? 아르메리아. 새삼스럽........................?' 가만.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거지? 내 얼굴이 새파래진 거, 만약 하이가 보았다면 또 난리를 쳤을 게 분명하다. 지금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 탓이라 다행....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나는 일단 스 프가 담긴 쟁반을 옆으로 밀어두고, 아르메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흐릿해 진다. 궁정에서 살았던 기억이 희미하지만 떠오른다. 어릴 때의 연회 장면이 생각나 면서 화려한 불빛이 눈 앞에 생생히 떠오른다. 가만. 내가 언제 연회장에 갔지? 난 고아라서, 그런 곳에는 가 볼 수가 없었는데? 공룡에게 잡혀먹히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느 나라의 궁 안이라고 생각되는 곳은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여성의 몸을 가지기 전의 기 억이, 내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 조금씩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 선명함에서 공주의 기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설마.... 내가 공주님으로 되어 가는 것인가..... 공포가 나를 내리눌렀다. 나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아르메리아를 바라보 았다. "아..........아르메리아....... 나........." 얼마 전과 비교해서, 내 남자아이 시절의 기억이 눈에 띄게 사라져 있었다. 다행인 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여자의 몸을 가진 이후의 기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 건 다행이긴 하지만..... 어째서 내가 가 본 적도 없는 곳의 기억은 선명한데, 내 원 래의 기억이 이런..... 설마, 내가 나를 잊어가는 중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 서히...... 두려움이 나를 엄습하면서 나를 추위 속에 내던지고 있었다. "나....나....." 내가 내가 아닌 것이 되어 간다는 것인가.... 나는 이대로 사라지고, 공주님만이 내 자리에 남게 되는 것인가..... 두려웠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두 팔로 내 자신 의 어깨를 감싸고 떤다. 진정하려고 해도 그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주위의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 난..... "언니 ! 진정해요 !" 내 어깨를 두 손으로 잡는 아르메리아. "하지만... 나......" 진정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지? 난 이대로 사라지는 건가? 나.... 난..... "언니 !" 짝 ! "아...아아...." 그녀에게 뺨을 맞는 건 처음이다. 아, 아파.... 하지만 몸의 떨림은 멎었다. 어느 정도는..... 아르메리아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언니. 이건 차라리 당연한 거에요. 너무 놀라지 말아요." "당연?" 멍한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본다. "인간의 기억은, 몸에 새겨져있어요. 정확히 말해서, 머리에." 내 머리를 오른손 집게 손가락으로 툭툭 치는 그녀. "하지만, 언니의 혼이 무사하다면, 지금 언니가 잊은 그 기억을 살려낼 수 있을 거 에요. 우리 마을엔 그런 실력을 가진 분이 있으니까요. 영혼은 모든 것을 기억하니까 요." 모든 것을 기억한다고? "영혼의 힘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상, 언니가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당연해요. 하지 만, 언니가 자신을 부여잡고 있으면, 언니의 몸을 되찾게 되면....." 그녀는 내 이마를 오른손바닥으로 눌렀다. 살며시. "그럼 잃은 기억은 되돌아올 수 있어요." - 계속 - 후기)비행선이 그리 빠르지 않은데 무슨 폭풍이냐? 하시면 할 말 없지만, 거대한 물 체가 하늘을 가로지르면 그 뒤는 난기류가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뭐, 그리 문제될 건 없고. 언젠가 메일에 보니 그런 말씀을 하신 분이 있더군요. 레이니가 이러다가 미쳐버리 는 게 아니냐고. 이대로라면 미치기 직전인 셈이지요. 그런데, 미칠 지경인 건 그렇 다 치고, 너무나 연약해지고 여성스러워진 게 아닌지..... (갈수록 청순가련형 미소 녀로 변해가는 레이니양..... 역시 인간은 환경에 좌우되는가) 그리고 소르데스는 익룡의 이름입니다. 쥬라기 후기에 아시아(카자흐)에서 살았던 익룡으로, 길이가 50cm정도라는군요. 굳이 설명을 붙일 필요가 없는 엑스트라라서 그 냥 이름만 언급하고 넘어갔습니다. 소르데스의 뜻은 '털로 덮인 악마'라고 하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4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8 19:53 조회:16 공룡 판타지 14-248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2) 그녀의 속삭임. 그것이 나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만약 내가 몸을 되찾는 게 너무 늦어진다면?" 마음 속에서 언제나 두려워했던 것이 있다. 그것은, 내가 나 자신으로 돌아오기 전 에 사라지는 것. 내 기억을 잃고, 내 성격을 잃고, 결국은 내 몸을 되찾기를 원하지 않게 되는 것. 여자로 행동하는 데 익숙해질수록, 그런 가능성이 내 앞에 현실로 다 가오고 있었다. 태자와 같이 있을수록, 나를 여자로 대하는 사람들을 만날수록, 매일 같이 내 몸을 아침 저녁으로 볼수록, 그런 날이 더 빨리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역시 인간은 환경의 산물일까. 내 주변을 감싼 환경이 이렇기 때문에,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두려움은 나의 그림자였고, 나는 그 그림자에 잡혀있는 어린아이였 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 그림자에 먹히지 않을 방법이 있었다. "만약 사라질 것 같으면, 절 부르세요. 언니." 내 손을 잡아주는 그녀. 그 온기가 내 손을 통해 느껴진다. 그림자가 빛에 비춰지 자, 서서히 발 밑으로 기어들어간다. 언젠가 또 기어나오겠지만, 지금 당장은 사라지 고 있었다. "고마워." 지금은 그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겨우 멈추었어..... 언니.....' 진정은 시켰지만, 솔직히 언니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언니에겐 어떤 저주 가 걸려 있었던 것일까. '몸이 뒤바뀌었다면.....' 인간의 기억은 몸에 의존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인간이 영혼의 힘을 제대 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상, 영혼 자체에서 기억을 한다고 해도, 그것을 인간이 끌어내 어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언니가 처음에 저주에 걸렸을 때 공주님으로 자신을 인식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 아.' 유감스럽지만, 만약 몸이 뒤바뀌었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언니 자신의 의지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기억은 몸, 특히 두뇌에 의존하게 되어 있으니까. 언니의 혼이 잠들어있는 이상, 영혼의 힘은 발휘될 수 없다. 따라서 언니가 여자아이의 기억 과 행동방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면 언니는 처음에 저주에 걸렸 을 때부터 여자아이로 행동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언니 자신도 지금 여자아이로 행동하고 있지만, 아직은 남자아이였을 때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혹시 영혼이 깨어나는 것인가? 하지만 언니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만약..... 그게 아니라 언니 자신의 몸이 변화된 것이라면?' 하지만 그럴 가능성도 별로 없다. 지금의 마법사들의 기술로는 절대로 저렇게 완벽 하게 여성의 몸을 만들어낼 수 없으니까.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른다면 그것은 과거 에..... '그만두자. 섯부른 예상은 도리어 방해가 될 거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해도 소용이 없다. 나는 무지한 자이므로. 차라리, 영혼과 육체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엘프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곧 엘프마을에 갈 것 이 아닌가. '어쩌면.....' 만약 일이 잘 된다면, 언니는 오빠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마을에서. 그런 데..... '라 브레이커는?' 그 검을 보면 엘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거에 그 분이 만들어낸 그 검을 본다 면.... 본다면..... '잠깐.' 그 검은 거의 모든 마법을 알고 있다. 따라서, 언니에게 걸린 저주의 마법에 대해서 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어째서 언니에게 그 사실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지? 언니에게 걸린 마법에 대해 알 수 있다면, 마법을 풀어내는 것이 더욱 쉬워 지지 않을까? 그런데 어째서? 혹시..... '언니가 아직 그 단계의 라비린스 키퍼를 이기지 못한 탓일까?' 언니 스스로의 힘으로 언니에게 걸린 마법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면, 라비린스 키퍼 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들의 도움을 받으려면 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녀를 그들이 주인으로 인정하는 것. 그러나 언니는 단지 6레벨까지의 라비린스 키퍼들을 이긴 것 뿐이다. 몸의 변화를 다룰 수 있는 마법은 적어도 레벨 9는 되어야 한다. 여 성의 생리적인 구조를 보면...... "공주님은 이제 나아지셨나요?" 공주의 호위기사, 하이의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공주님 !" 언니가 어깨를 떨고 있다. 그녀의 동요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지만, 사정을 모르는 하이는 그저 공주님이 악몽을 꾼 것이라고 여길 뿐이다. "걱정 마세요. 공주님. 제가 지켜드릴께요. 힘든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그녀의 뜻은 고맙지만, 말할 수 없는 일을 말할 수는 없겠지. 언니가 한숨을 쉬더니 하이에게 대답한다. 자신을 위함이 아닌,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그보다 하이양은? 어젯밤을 꼬박 새우면서 간호했다고 들 었는데, 괜찮아요?" 물론 본인은 그것이 호위기사의 의무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여기겠지만, 옆에서 보기에는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상태가 나아졌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녀를 잠시 쉬게 하려고 자기 방으로 보냈지만, 그녀의 걱정은 그녀를 잠들게 하지 못하게 하는 모양이다. "전 괜찮아요. 이것이 제 의무인걸요." 의무라.... 하긴 그럴지도 모르지. 그녀는 언니가 공주인줄 알고 있으니.... 만약 언니에게 걸린 마법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다면, 진실을 말해주었을지도 모른다. 그 러나,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에는 태자 일행이 옆에 있었고, 지금은 이미 늦었다. 시 간이 너무 지났기 때문이다. 셀이 리츠라는 혼 족 지도자에게 정황을 설명했다고 들 었지만, 과연 얼마나 말해주었을까. 이 자리에서 물어볼 상황도 아니었고, 그녀에게 묻기도 곤란했다. 인간 마법사가 싫다는 이유에서만이 아니다. 그런 말은 셀과 단 둘 이 있을 때에만 입 밖에 꺼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쯤 진실이 모두 밝혀질까?' 비행선 밖의 구름도 하늘도, 말이 없었다. 서서히 비행선이 마을로 가고 있었다. 창 밖을 통해 본 하늘에, 익룡들이 나는 모습 이 보였다. "그런데 아이샤는 뭐하고 있을까?" 일단 언니의 옆에는 셀과 하이가 있다. 그러니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믿음이 가지는 않는 상대였지만, 만일의 경우 라 브레이커가 주인을 지킬 것이니.... 나는 아이샤가 있는 비행선 후부 격납고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하이씨. 언니를 부탁해요. 산책 좀 하고 올께요." 셀에게는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어차피 언니를 보살펴줄 것이기에. 언니 도 다시 잠들었으니, 일단은 자유로운 시간을 얻은 셈이다. 나는 문 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꾸우우. 꾸우우우." "미, 미리. 좀 참아. 이제 곧 도착할 거라고." "꾸우우." "아. 그 말은 많이 들었다고? 하지만 이제 곧이야. 곧 날게 해 줄게. 그러니까 조금 만 참아. 응?" 좁은 우리에 있는 것이 갑갑한 것인지, 미리는 자꾸 몸을 흔들었다. 하긴, 20미터나 되는 날개를 접은 채, 벌써 이틀째 비행선 안에 있는 것이다. 괴로운 것이 당연하리 라. 그러나, 좁은 선실에서 이 정도의 공간을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었 다. 비록 소형 비행선을 실은 격납고 안이기는 해도. "생각보다 따분한 모양이구나. 그 미리라는 익룡은." 부스트씨의 말은 차라리 낫다. 웹의 말은 끔찍했으니까. 적어도 아이샤에겐. "자꾸 떠들면 삶아먹는다고 해라." "아저씨 !" 물론 진담이야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샤였지만, 군침을 삼키는 웹의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낄리는 없다. 기억을 잊으려는 듯 머리를 흔든 후, 익룡의 먹이를 주려고 작은 양동이에 고기를 담아 나르는 모습이 활기차다. "그런데 기계인형에게 시키지 그러냐. 그런 일은." 멀리서 웹이 말하지만, 아이샤는 고개를 젓는다. "제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옷은 작업복이라 그런지 좀 허름하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은 행복했다. '자신의 동족을 만난 탓인가.....' 그렇겠지. 곧 동족을 만나게 될 나도 왠지 모르게 들뜬 기분이 되어가고 있으니. 나 는 웃으며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들 뭐하고 있을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잘 지내는 모양이지?" 잠에서 깨어난 언니도, 그 점은 궁금했던 모양이다. 내게 계속 묻기만 하고 있다. "네. 세이브는 자고 있고, 부스트씨는 웹씨와 같이 드워프들의 소형 비행정을 보고 있어요. 아이샤는 미리를 돌보는 중이고, 태자 일행은 지금 자기들끼리 모여 있고." 그런가..... 고개를 끄덕이는 언니. 하지만, 침대에서의 언니와의 대화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비행선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으니까. - 계속 - 후기)내일은 엘프 마을이 될 듯 하네요. 이제 지겨운 마법 이론 강의인가. 그리고 레이니의 기억 문제인데요. 영혼이 바뀐다고 해도 두뇌는 그대로 붙어 있는 겁니다. 아무래도 기억이 멋대로 전달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요. 전달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겁니다. 몸에 기억이 남지 않을리 없으니까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4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29 19:34 조회:95 공룡 판타지 14-249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3) "이제 곧 착륙 예정이오니 모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이제 곧 착륙 예정이오니 충격에 대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주시기 바랍니다." 비행선 내에 퍼지는 요란한 안내 방송. 그것을 듣자 모두들 착륙시의 충격에 대비했 다. 아마 모두들, 자신의 방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안전을 위해 마련된 띠에 자신을 묶 어 고정시켰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경우에는 문제가 있었다. "언니는 어떻게 하지요?" 의자에 앉을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언니의 몸이 아직 회복되었다고 확신하지 못하 는 이상, 그녀를 침대에 눟혀놓고 고정시킬 방편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비행선에 대 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내 의문을 풀어 준 것은, 놀랍게도 셀이었다. "드워프들의 침대에는 이런 게 있으니까." 침대 아래를 보며 끈을 잡아당기는 그녀. 그녀의 손길에 따라 끌려나온 넓은 띠가, 언니의 허리에 둘러졌다. 허리와 어깨를 띠로 잡아묶는다면, 비행선이 좀 흔들려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왜 날 묶는 거야 !" 하긴 언니에게는 좀 그렇겠다. 완전히 정신이상자를 묶는 것을 연상시키는 것이니 까. 드워프들은 그런 배려가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언니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힘들어요?" "응." "하지만 언니는 지금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묶어놔야 착륙시의 충격에서 언니를 보호할 수 있어요. 전에 하늘을 날아봐서 알 텐 데요. 땅에 내릴때의 충격에 대해서는." 셀과 나, 그리고 하이가 같이 띠를 두르는 덕분에, 일은 빨리 끝날 수 있었다. 비록 언니의 입에도 띠를 둘러야 하는 것인가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투덜거리는 모습이 귀 엽다. 그럼 우리도 자리에 앉아서..... "난 세이브에게 다녀올게. 그 애는 자고 있으니까, 묶어줄 사람이 필요할거야." 쪽. "나 다녀올게. 밀크." 언니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문 밖으로 나가는 셀. 이런. 서서히 비행선이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선실 밖에 보이는 바깥 풍경이 붉게 물든 구름에서 어두운 초록빛 숲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숲 한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호수가 우리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호숫가에는..... "저기에요 !" 주위의 나무와는 다른 나무들이, 호숫가에 가득히 서 있었다. 나무줄기는 가늘고, 나무 위에는 물방울처럼 생긴 구슬이 얹혀있는 집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비행선은 서 서히 마을 앞 공터에 내려앉았다. 호수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공터가 좁은데도 불구 하고 비행선이 내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비행선이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자, 호 수의 익룡들이 그 주위에서 피하느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익룡의 몸에서 빠진 색색의 깃털이 호수 표면을 수놓았다. 쿵. 작은 충격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이 갑작스러웠다고는 해도, 워낙 미미한 것이라 놀란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비행선이 천천히 내려왔다는 증거이리라. 창 밖의 풍경 을 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언니를 풀어주어야 했다. 옆에서 보기에도 상당히 고통스 럽다. "자. 조금만 기다려요. 언니." 나 자신을 의자에 결박했던 띠를 풀어낸다. 허리와 어깨를 감싼 띠가 내게서 떨어지 자, 나는 언니에게 걸어갔다. 나로선 최대한 빨리 걸었지만, 언니는 그렇게 보지 않 는 모양이다. "좀 빨리 오라고." 아예 가지 말까? "여기가 엘프들의 마을이네. 여러 가지로 불편한 곳이지만, 이왕 여행을 하는 이상 마음이라도 편하게 가지게나." 프레일씨. 너무 가시돋힌 말이 아닌가요? "왠 일로 자네가 맞는 말을 다 하나?" 웹씨까지 동의하는군. "무슨. 난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려고 노력하는 드워프라고." 왠지 모르게 또 불안해진다. "지나가는 익룡들이 다 웃을 일이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오는 소리. "카. 카. 카." 미, 미리. 하필이면 지금 그런 소리를 내냐? 물론 이틀만에 밖에 나온 것이 기뻐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웃음이라면 웃음일 수도 있는 소리였다. "그것보게. 당장 웃잖아." 하필 그 순간에..... 모두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에 놓여있는 엘프 마을을 바 라보며, 모두들 비행선의 출구에서 웃었다. 출구에서 아래로 이어진, 철봉으로 만든 다리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린다.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한 사람, 나만은 웃을 수 없었다.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저 다리 건너에 기다리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과연 여기서 내 몸이 고쳐질 수 있을까.' '고쳐진다면 얼마나 걸릴까.' '그동안 내가 여자아이로 완전히 변해버린 건 아닐까.' '공주님과 나는 도대체 어떤 관계일까.' '앞날은.....' 생각에 생각이 이어지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 물음이었다. 저 아래에 있는 땅이, 한 없이 멀게만 느껴진다. 어지러워..... 몸이 비틀거린다. "공주님 !" "언니 !" "밀크 !" 세 여자가 동시에 나를 잡지만, 그녀들은 한 명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도 그 럴 것이, 길이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한 사람만 다닐 정도로 좁은 철다리 에 몸을 밀어붙였으니, 아무리 그녀들이 허리가 가늘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저리 비켜." "당신이나 비켜요." "고, 공주님....." 그녀들이 아무리 비정상적일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은 저렇게 계단 좌우에 쳐진 난간 사이에 끼게 되기 마련이다. 으휴. 저래서야 어 디..... 나는 난간을 두 손으로 잡고, 간신히 균형을 유지했다. "이거.... 내려가려면 좀 힘들겠다." 아래로 보이는 계단이 왠지 끝없이 길어보인다. 비행선이 지상에 착륙했다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이게 뭐야....." 비행선이 땅에 내린 게 아니다. 숲 위에 세워진 거대한 탑 위에, 정확히 말하면 탑 에서 약간 떨어진 허공에 정지한 꼴이다. 비행선과 탑을 연결하는 것은, 가느다란 철 제 다리 뿐이었다. 난간만 없었다면 사다리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허술하게 보였다. 그나마 굵기라도 하면 안심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 사다리가 너무나 가늘다는 것 이다. 간신히 한 사람이 걸어갈 만한 공간밖에 없는데다가, 바람이 불면 이리저리 마 구 흔들리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걸 타고 내려가게 한 거야 !" 큰소리는 치지 않았지만, 불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불평을 누군가가 들었다. "그야 엘프들이 미련하니까 그런 거네. 아가씨. 지상의 나무들을 베어내서 선착장을 만들어야 타고 내리기에 좋을텐데, 엘프들은 미련하게 죽은 나무만 베어내고 저 탑을 만든 거라네." 아래에 보이는 탑을 말하는 것이군. 좀 튼튼하게 만들지, 불안해서 어디 쓰겠 나..... 바람이 부니까 이리저리 흔들린다. 물론 바람이 좀 세다는 것을 감안하더라 도, 이건 좀 심하다. 아니, 너무 심하다. 내 팔 힘이 약했다면, 당장에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염려될 지경이었다. 내가 드러누운 이유가 숙취니까 다행이지, 만약 진짜 병 이었다면 내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적어도 이번 일 만큼은, 프레일의 말이 맞다. 고 개를 끄덕이는 나에게, 아르메리아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변명을 해주었다. "아무래도 우린 기계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으니까요. 엘프들은 하늘을 날아 다니는 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거든요. 솔직히 이곳에 비행선을 타고 오는 것은 드워프뿐이고, 자주 방문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니 이런 금속제 철다리 하나만 만들고 말았어요.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면 충분하잖아 요." 전혀 충분치 않아. 바람이 심하니까 팔에 힘을 잔뜩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의지해야 할 다리라는 게 너무나 가늘고 약해 보여서, 보면 볼수록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물건 이었다. 이거, 혹시 부러지는 건 아니겠지? "걱정하지 말아요. 드워프들이 제공해준 철봉으로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냐? 이렇게 바람이 매서운 곳에서 이렇게 형 편없는 시설이라니. 이곳이 북쪽이라 그런지 바람도 상당히 세다. 그 바람이 내게 닿 자, 몸이 움츠러들 정도다. 팔에 힘을 넣어 몸을 다리 난간에 바짝 붙였지만, 이건 상당한 힘을 숨긴 바람이었다. 물론 나야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라 면 벌써 날려가버렸을지도 모른다. '가만. 다른 사람?' - 계속 - 후기)엘프답게 멋진 마법으로 이루어진 문을 만들면 좋겠지만, 이렇게 되었습니다. 삐그덕거리는 철제 탑에다가 멋없는 철다리. 정말 한심 그 자체라고 할 만한 입구로 군요. 아무리 엘프들이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다지만, 이건 좀 심하네요. (그 원인 제 공자가 누구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30 10:24 조회:17 공룡 판타지 14-250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4) 왠지 불안해지긴 했지만, 솔직히 우리 일행 중에서 힘이 약한 사람은 거의 없다. 세 이브가 좀 약한 편이긴 하지만, 그녀는 셀과 같이 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비 록 이 강철제 다리가 좀 좁고, 난간이 낮은 편이기는 하지만. '셀이 설마 추락할 리는 없겠지.' 설령 추락한다고 해도 마법의 달인이니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비행 마법을 못 쓸 리 없고, 설령 떨어져도 죽을 리 없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도 살아나는 사람이니까. '아르메리아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녀가 하늘에서 떨어질 리가 없다. 그녀의 마법이 그리 만만한 것도 아니고, 무엇 보다도 이곳은 그녀의 고향 마을이 아닌가. 분명히 이런 다리를 지나다닌 경험도 있 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그 외에 누가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 중에 문제가 될 만한 사람이 있는 것일까? 하나씩 생각해보자. 우 선..... '부스트씨는 일단 아냐.' 부스트씨의 덩치와 힘으로 보아, 난간에 매달릴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사람은 제외. 그럼..... '드워프들도 괜찮겠지.' 힘에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 아닌가. 하지만 문제는..... "하이. 괜찮겠어?" 아무래도 그녀는 여자다. 실수하면 저 아래로 떨어질 것이고, 이 높이로 보아, 그럴 경우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그녀의 가느다란 팔로, 과연 이 강풍을 이기고 내려갈 정도의 힘을 낼 수 있을까? 불안해서라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아요 ! 걱정하지 마세요." 감격했다는 표정으로 외치는 그녀. 호위기사가 모시는 공주님이 자신을 염려해주었 다는데에 대해 감격한 모양이다. 아. 그렇지. 그녀에게 나는 공주님이지. '하지만, 그것도 이제 곧.....'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 그녀도 자신의 공주님을 되돌려받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속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미안하다 는 말을..... 쿠웅. "뭐야?" 설마 이 사다리가 부러지는 건 아니겠지? 섬뜩한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내 주변의 사다리에 그런 징조는 없었다. 그럼? 설마 위에서 내려오던 하이가? 황급 히 위를 바라본 내 눈에는, 한 사람이 난간에 매달려있었다. 저 사람은..... "태자?" 그렇군. 저 사람을 깜박했었다. 그록이 태자의 팔을 잡고 끌어올리려 하지만, 바람 이 심해서 무리다. 다리가 좁아서 다른 사람이 그를 도와주기도 난감하고. 주문을 외 우려는 카리나. 그러나 바람이 심하니까 아무래도 자꾸 비틀거리고, 주문도 자꾸 깨 진다. 어떻게든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할 무렵. "#######&&&&&&&&&&&& 플로트(float : 원소마법 레벨 3. 사람을 공중에 띄운다)." 결국, 카리나가 마법 주문을 완성해서 외웠고, 그록이 태자를 끌어올려 주었다. 셋 다 지쳐서 다리 난간에 매달려 숨을 몰아쉬는 게 보인다. 아마 바람이 세니까 난간을 놓친 모양이었다. 하긴, 난간이 좀 낮은 편이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간신히 내 허리 에 오는 난간이라니. 태자가 무사한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나는 이 대열의 선두다. 사실은 아르메리아가 선두여야 마땅했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지상에 내리고 싶어서 내가 고집을 부렸다. '언제까지나 질질 끌려다닐 순 없어.' 사실, 끌려다닌다고 여성스러워지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엔 먼저 내리고 싶었 다. 엘프들의 마을에 암살자들이 숨어들리 없으니, 내가 먼저 내린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지 않은가. 이번만큼은 내 맘대로 해보고 싶었다.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 니..... 탑 위에 내려온 나는, 뒤를 이어 도착하는 일행을 기다렸다. 대부분 별 무리 없이 도착했지만..... "휴우." 태자와 그 일행만큼은 원만하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들은 평범한 인간이었지. 세 사람 모두 지쳐서 숨이 거칠어졌다. 하긴 아까 고생을 좀 했던 탓이긴 하다. 그런 데 그록의 경우는 좀 창피한 게 아닐까? 아무래도 남자인데 말이야. 카리나는 여자니 까 체력이 좀 약할 수도 있지만, 그록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 물론 태자의 몸무게가 무겁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그록." 옆에서 봐도 너무 지쳐보인다. 거센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한 팔로 태자를 잡은 채 버티었던 상황이라. 물론 힘든 상황이기는 하지만, 보통은 그 정도는 남자의 힘으로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여자인 나도 이 거대한 검을 마음껏 휘두르는 데..... 그록이 나를 보며 대답한다. 되도록이면 씩씩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쓰면서. "괜찮습니다 ! 미나르 공주님." 차라리 안 묻는 게 나을 뻔했다..... 나는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려, 프레일에게 말 했다. "도대체 난간이 왜 그렇게 낮아요?" 바람이 부는 탓도 있지만, 난간이 너무 낮으니까 그만큼 그걸 잡는 것이 힘들었고, 그래서 힘이 더 들었다. 물론 이런 점은 아르메리아에게 불평해야 마땅하지만, 아무 래도 이 계단이 드워프들이 이용하는 통로라서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보다 덩치 도 작은 드워프들이 어떻게 그리 수월하게 걸어갈 수 있는지 알고 싶기도 했고. 그의 수염 사이로 입이 열렸다. "그건 말일세. 이 탑이 드워프들 전용이라서 그렇다네." 어째서? 그렇게 단정지을만한 근거가 없는데? 솔직히 사람이라고 하늘을 날 수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따져묻고 싶었지만, 아르메리아가 제동을 걸었다. "언니. 하늘을 날아 다니는 사람은 마법사들 뿐인데요." 마법사들.... 그런데 그게 어때서...... "아 !" 그렇구나. 엘프들은 마법사를 싫어하지. 그러니 하늘을 날아서 오는 사람들이 이곳 에 올리 없고, 이곳에 왔다고 해도 이 탑을 반드시 이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 탑이 아니라도, 사람 하나가 내릴 정도의 좁은 공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하지만, 드워프들의 비행선은 그 거체를 고정시킬만한 수단이 필요하고, 그 수단으로서 이 탑 에 강철줄이나 쇠사슬을 걸어서 잡아매는 방식을 취한 게 분명했다. "그런데.... 왜 넓은 평지를 만들지 않았어? 아니, 저 호수에라도 선착장을 만들었 으면 편리할텐데....." 이렇게 불편하게 탑을 오르내리는 것보다는 나을 게 아닌가. 무엇보다, 바람에 흔들 리는 쇠사다리보다는 안전할 것이다. 그런데 왜? 눈을 둥그렇게 뜨고 그녀를 바라본 다.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랬을까. "그건 말이에요." 그럴듯한 이유가 나오겠지. 어떤 것일까. "우리 엘프들은, 불필요한 자연 파괴를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왠지 모르게 우월감을 품은 눈동자다. 그 눈동자가 향하는 곳은..... '왜 하필 드워프들을 보면서.....' 예상대로 즉시 프레일과 웹이 반박을 했다. 그나마 도끼가 날아오지 않으니 다행이 다. "이봐. 하지만 비행선이 내릴 정도의 공간은 만들어놔야 정상이 아냐? 굳이 땅만 파 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싸움이 길어지겠군..... "날아다닐 수 있는데, 무슨 그런 게 필요해요?" 엘프들이야 그렇겠지.... "엘프만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같은 드워프들이야 기계를 이용하면 무리없이 올 수 있지만, 인간들은 이곳이 너무 오지니까 올 수가 없잖아. 도로도 없고 선착장도 없고 넓은 공터조차 없다니. 이래서야 어디 여행객들이 올 수 있겠어?" "그래도 올 사람은 다 와요. 도로라는 것을 만드는 것은 당신들의 사고방식이잖아 요. 우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 "하지만 말야. 이런 숲속을 헤치고 올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라고. 꼭 필요하면 환경을 고치는 것도 필요하지 않아?" "하지만 그렇게 하면 미묘한 자연의 균형을 깰 수도 있어요. 차라리 자연에 적응하 는 게 더 좋지 않나요? 그럴 힘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하지만 말야. 적응도 좋지만 좀 지나치잖아. 솔직히 엘프가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상황에 적응하는 건 너무 힘든 게 아냐?" "그래도 당신들처럼 포기하는 것보다는 나아요. 적응하기보다는 파괴한다는 사고방 식이, 어디 그렇게 자랑할 만한 건가요?" "뭐야 ! 그럼 어린 아이들에게도 적응을 강요하라는 건가? 그들이 성장할 때까지는 보호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그런 걸 만들기 위해서라도....." "그러면 집 안에서 적응을 시키면 되잖아요. 게다가 모든 생명은 주위의 환경에 적 응하는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 난다고요. 그 환경이 지나치게 비정상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럼 과거에 있었던 그런 환경 격변에서도 아무 도구없이 살아남아야 정의라는 건 가?" "그런 건 드문 일이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어야 진정한 강 자라는 거에요."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강한 자가 어디 흔한 줄 아나? 차라리 우리의 한계를 인정 하고, 우리의 몸뿐이 아니라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훌륭한 능력이라고." "그건 곤란해요. 그 도구에만 의존한다면....." "....." 난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둘이 열심히 떠들게 놔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다. 일단 엘프 마을에 들어가서 내 저주를 풀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보통 때라면 둘이 논쟁을 끝낼때까지 놔두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급하다. 나는 둘 사이로 걸어가서 중간에 끼어들었다. "아르메리아. 그런데 엘프 마을로 안내는 언제 해 줄 거야?" 끝없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차라리 이쪽이 더 나을 것이다. 그녀도 그제야 깨달았 는지, 일단 우리 모두를 탑 아래로 안내했다. 그러나. - 계속 - 후기)이래가지고 언제 마을로 들어가나..... 좀 걸리네요. 그리고 프레일과 아르메리아의 논쟁. 당연한 겁니다. 엘프와 드워프의 가치관 자체 가 정반대라서요. 설명할 기린? 되면 소설상에서 나오겠지만, 엘프는 자신의 능력을 극도로 높이는 쪽이고 드워프는 그게 처음부터 불가능하니까 도구를 이용하자는 주의 라고 생각하시면 간단할 겁니다. 이건 철학적인 문제인가. 그런데 내용이 점점 더 난 해해진다는 독자분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난해한가.....) 쉽게 써야 한다고 다짐은 하지만, 잘 될지 의문이네요. 으..... 빨리 써야 하는데.... 마음은 급한데 이상하게 바쁘네요. 애고. 골이야.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0-12-31 20:14 조회:57 공룡 판타지 14-251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5) 논쟁이 종식된 건 아니다. 아르메리아와 프레일은 서로 노려보고 있으니까. 아무래 도 근본적인 가치관을 놓고 싸우는 것이라면 양보하기가 어렵겠지. 하지만 문제는 그 것만이 아니다. 아직 논쟁거리가 하나 더 있으니까. 물론 이번에는 드워프와 엘프간 의 논쟁거리는 아니다. 아까 인간 중에서 하늘을 나는 것은 마법사 뿐이라는 말을 듣 고 생각난 것이다. '이제 셀은 어쩌나..... 아니, 마법사가 하나 더 있지.....' 우리 일행에 끼어있는 마법사는 적어도 둘이다. 셀과 카리나.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하지? 차라리 비행선 안에 놔두고 가야 했지 않을까? 만약 그들과 다른 엘프들이 마 주친다면..... 머리아픈 문제였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일단은 마을 입구로 가는 것뿐. 아르메리아의 뒤를 따라가면서, 나는 불안함을 떨칠 수 없었다. 일단 말을 꺼 내봐야겠군. "아르메리아." "네?" 아직 살벌한 표정이로군. 아까 논쟁을 할 때 지은 그 표정이다. 보기 싫다. "그런데,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대답해줄 수 있지?" "네." 아직도 논쟁의 열이 식지 않았군.... 하지만 일단은 먼저 풀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엘프 마을에 마법사가 들어가도 되는 거야?" "아뇨." 그,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아니라고 하다니..... 그럼 도대체 어쩌려고? 지금 마법 사 둘이 마을로 들어가고 있는데. 혹시..... 큰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불 안해하는 내게 대답을 주는 그녀. "걱정마세요. 마을에는 외부인들이 방문해도 되는 구역이 있으니까요. 그곳으로 안 내하면 간단해요. 마법사들이야 어차피 이곳에서 마법을 구사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째서?" 그걸 어떻게 장담하지? 카리나가 마법을 사용한 게 바로 아까라고. 그런 장담을 어 떻게 증명할 수 있지? 내 의문은 끝없이 솟아났지만, 그녀는 자신이 있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그런데 질문이 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언니." 그건 그렇다. 그럼 다음 질문을 해야지. 어차피 물방울이 맺힌 나무에 다가가려면 한참 걸릴 것이니. 일행이 많으니 걷는 속도가 좀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었고, 그만큼 이야기할 시간도 많아지는 셈이었다. 그럼..... "그런데, 아르메리아..... 왜 그렇게 엘프와 드워프는 서로 다투는 거야? 난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무슨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솔직히 엘프와 드워프에 대해 내가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것을, 막상 그들을 만나게 되니 알 수가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단지 엘프가 숲의 종족 이고 매우 아름다우며 장수를 누린다는 것과, 드워프가 기계에 대해 해박하고 땅을 사랑한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것이 단지 피상적인 것이었음을, 요즘 들어 절 실히 느끼고 있었다. 내가 엘프들의 마법을 배우고 익히면서, 드워프들의 배를 타면 서, 그런 것은 더욱더 확실해졌다. 두 종족의 논쟁을 의문속에 지켜보느니, 차라리 둘의 가치관이라도 알고 싶었다. 일단 알아야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 아닌가. 그녀 는 내 표정을 보더니, 아까의 살벌한 표정을 풀었다. 엘프 마을의 건물들 - 마치 나 무 위에 물방울이 맺힌 듯한 -을 향해 걸어가면서, 그녀는 말을 풀어놓았다. "언니. 언니가 알고 싶은 게 무엇이지요?" "엘프와 드워프의 사상. 아까 논쟁하는 걸 보니, 도저히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일 단 무슨 소린지 알려주기라도 하라고." 둘의 싸움을 말리지는 못해도, 최소한 뭘 가지고 싸우는 것인지는 알고 싶었다. 어 느 쪽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최소한 대화의 해석이라도 하고 싶 다고. 프레일 역시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아무래도 드워프의 사상에 대해선 인간들이 잘 모르니까. 그들은 단지 우리 가 만든 기계를 보고 감탄할 뿐, 그 배후에 자리잡은 깊은 뜻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 지지 않는데..... 역시 아가씨는 공주님다워. 생각이 남다르다니까." 칭찬하시는 건 좋지만, 어디서부터 물어봐야 할까..... 막막하기만 하다. 어떻게 말 을 시작해야 하나..... 나도 모르겠다. 그냥 시작하고 보는거다. "아르메리아." "네." "선착장을 만드는 것이 자연파괴라고 했지? 아까." "네.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니까요. 적어도 이 땅이 불모의 대지가 아닌 이상, 마 음대로 손을 대고 싶지는 않아요." 불모의 대지라.... 하긴 이곳이 상당히 북쪽에 자리잡고 있기는 해도, 그렇게 추운 곳은 아니다. 수많은 침엽수가 숲을 이루고, 비교적 선선하기는 해도 아직 온기가 남 은 바람이 내 머리를 물결치게 한다. 하지만..... "그렇지만 집을 지을 때 결국 공간을 차지하게 되는 게 아냐?" 엘프들도 집은 필요할텐데, 그럼 어디서 산다는 것이지? "그래서 집을 저렇게 지은 거에요. 저 물방울 안에 우리 종족의 집이 있어요. 이미 죽은 거목의 자리에 기둥을 세웠기 때문에 나무를 벨 필요도 없고." 그래서 나무 위에 맺힌 물방울 모양의 건물이 들어선 건가..... 하지만 좀 지나친 결벽증 아닌가? 인간도 생물이고, 생물은 자연 일부를 파괴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아 닐까? 어쩌면 인간의 변명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내게 마무리하듯 말하는 그녀. "결국 우리의 가치관과 드워프들의 가치관은 완전히 달라 요. 하지만 서로의 가치관을 싫어하기는 해도, 결국 그들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 어요. 그들이 파괴한 만큼, 그들이 되돌려받을 것이니까요." "하지만 하나를 만들어내려면 하나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또 어려운 논쟁이 시작될 것 같군.... 하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목 적지에 도달했으니까. 거목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또 하나의 거목이 우리의 앞길에 서 있었다. 거목의 줄기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이 만남이 서로에게 행복이 되기를. 오파비니아라고 합니다." '예쁘다.....' 내가 저주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온갖 수단을 다 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뻤다. 엘프라는 종족이 원래 아름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로 들을 때와 실제로 볼 때의 차이는 엄청났다. 셀과 아르메리아로 인해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내게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면, 그녀는 정말 아름 다운 것이다. 눈은 아르메리아와 마찬가지로 초록색. 얼굴은 타원형. 귀는 엘프답게 길고 큰 편. 그리고 크지는 않지만 균형이 잡혀있는 가슴..... 나도 좀 한심하군. 처 음 본 여자의 몸매나 살피고. 하지만 내 몸과 비교를 하는 것은 여자아이의 본 성..... 아, 내가 요즘 왜 이 모양이지. 정말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2달, 아니 2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미인은 없는 법. 그녀의 결정적인 문제는...... '나이가 들었어.' 그녀의 얼굴에 주름살이 있다는 게 아니다. 그녀의 손이 거칠거나, 몸매가 망가진 것도 아니다. 그녀가 나이가 들었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그녀의 흰 머리카락 때 문이었다. 다른 곳은 완벽에 가까운 미인인데, 그 머리카락 때문에 나이든 인상을 주 고 있었다. 그녀 역시 그 점을 인식했는지, 머리카락을 천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러 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는 못하는 법. 천으로 숨기기에는 머리카락이 너무 길 었다. 천이 무지개색으로 수를 놓은 것이긴 하지만, 그 화려함 때문에 시선을 집중시 켜서 더욱 하얀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하는 꼴이었다. 어쩌다가 머리카락이 저 런..... 같은 여자로서 동정심을 금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가만..... 내가 또 실수 한 거 아냐? 일단 인사는 해야지..... "언니 ! 왠 일이에요? 밖에 다 나오고?" 선수를 빼앗겼다. 아르메리아가 나보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하긴 반가워서 그랬 겠지만, 그 덕분에 잠시 내가 입을 열지 못하는 사이에..... "쥬린 제국의 공주이신 미나르님이십니다. 전 공주님의 호위기사 하이라고 합니다." 아, 아아아아악 ! 큰일났다. 내 이름 ! 내가 당황하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하나 씩 인사를 해 버렸다. 아아아아아.... 난 어쩌지? 결국 이곳에서도 난 공주마마로 있 게 되는 것인가.... 내 얼굴이 분명히 새파래졌을 것이다. 으흐흐..... "부스트입니다." "우린 잘 알겠지만, 드워프라네. 오래간만이군. 오파비니아. 이쪽은 아이샤, 그리고 이 친구는 오파비니아양도 아는 웹이네." 전에도 이곳에 와본 적이 있나? 프레일씨는.... "애스터 누스라고 합니다." "전 세이브라고 해요. 더 귀 큰 언니." 세... 세이브... 그게 인사라는 거냐.... 하필이면 '더' 귀 큰 언니라니..... 오파 비니아가 화를 내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별 변화가 없다. 내가 정신파를 제대로 다룰 줄 안다면 사과라도 할텐데.... 남들이 인사하는 중에 내 입을 열기가 여간 쑥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안 할 수는 없겠지. 정말..... "죄송합니다. 얘가 좀 무례해서....." "괜찮습니다. 레이니 아가씨. 아르메리아에게 말은 들었어요." 어, 어느새? 의아해하던 내게 말을 거는, 아니 정신파로 의사를 전하는 그녀. '엘프들은 말로만 의사를 전달하지 않아요. 레이니 양.' 아. 그렇지. 여태까지 그토록 많이 '입을 사용하지 않는' 대화를 나누고도, 아직도 그 점을 깨닫지 못하다니, 나도 좀 한심하구나. 그런데..... 잠깐. 잠깐. 그렇다 면.... 혹시 그녀도 아르메리아처럼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일까?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녀에게 숨길 만한 것은 별로 없지만..... - 계속 - 후기)문제의 오파비니아 양 등장. 이번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하고, 그 이름 때문에 예고편에서 절 마구 때린 여자이기도 합니다. (아프다.....) 그런데 이름이 어째서 문제냐고요? 그건 곧 나오게 되겠지요. 후후후후후. 추가)아. 실수. 드디어 21세기인 2001년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독자여러분, Happy new year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1 19:29 조회:78 공룡 판타지 14-252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6) 가만. 그녀에게 숨길 게 하나 있었지. 그것은..... '걱정말아요. 당신의 저주에 대해선 들어가서 말하기로 해요. 레이니 양. 아니, 알 로 군이라고 해야 하나?' 들켰군. 들켰어.... 내 얼굴이 새빨개진다. 억지로 정상적인 표정으로 되돌릴 방법 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푸우." 결국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이렇게 쉽게 들키다니... 설마 아르메리아가 말한 것인 가?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전혀 아니라는 표정이다. 생각해보면, 엘프가 거짓말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혹시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차피 상대 의 마음을 들어다 보는 순간, 모든 것은 다 드러나게 되니까. 가만. 소개가 아직 끝나지 않았군. 그록이 입을 연다. 이제 소개 인사도 끝이군. "유로 제국의 태자이신 파란님이십니다. 전 태자님의 호위기사인 그록이라고 하고, 이쪽은 카리나입니다." 그런데, 카리나를 보는 오파비니아의 눈이 안 좋다. 왠지 모르게 경멸한다는 느낌이 랄까? 그러고 보니 셀에게 향하는 눈길도 그렇다. 혹시 눈치챈건가? 그녀들이 마법사 라는 것을? 내 마음을 들여다본 능력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다 면.... 싸움인가? 엘프 마을에 쳐들어온 마법사의 부하들이라고 오해받아.... 그만두 자. 아르메리아가 같이 있으니까 설마 그 지경에 이르지는 않겠지.... 하지만 불안함 이 가실 리가 없다. 이 상황에서는. 그녀는 손을 들어.... "그럼 묻겠습니다. 여러분은 무슨 용무로 이곳에 오신 것이지요? 레이니 양은 마법 적인 상담을 하기 위해 왔다고 아르메리아에게 들었습니다만, 당신들은?" 마법이 날아간 건 아니군. 하지만 질문이 너무나 직설적인 것이 아닐까? 이리저리 돌리지 않고 핵심을 찌르는 질문은 의사전달로는 좋지만, 그만큼 충격이 큰 것은 사 실이다. 그리고 그 충격에서 가장 먼저 회복된 사람은..... "전 용병 생활을 그만두고, 이제 정착할 곳을 찾아 여행중입니다. 여행 도중 만난 레이니양과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부스트씨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걸리는 게 없는 사람이니까. 그의 대답이 사실임을 알았는지, 오파비니아도 금방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가 아니라고. "그렇군요. 그럼, 드워프분들은?" 욕설이 날아가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과연 무슨 대답이 나올까? 프레일이 입을 연 다. 아이샤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난 이 아이를 데려다준 저 아가씨와 함께 온 거라네. 좀 피곤하게 보이길래, 내 비 행선으로 태워다준 걸세. 그걸로 족하나?" "예." 간단히 끝나는군. 드워프와 엘프는 가치관이 비록 다르긴 하지만, 만나는 즉시 칼과 도끼가 부딪치는 살벌한 관계는 아닌 듯 했다. 비록 아까 가치관의 차이로 좀 대립을 하기는 했어도, 저 정도면 그리 심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럼 다행이지만..... "그런데 당신은 왜 이곳에 왔지요? 인간 마법사를 엘프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텐데요. 애스터 누스양." 드디어 올 게 왔다.... 셀은 인간계 최고의 마법사. 그리고 이곳은 인간 마법사를 쥐새끼보듯 하는 엘프들의 마을. 곱게 넘어갈 리가 없지. 자. 셀은 과연 어떤 대답을 해줄까? 그녀는 자신의 다리에 매달린 세이브의 머리를 왼손으로 쓰다듬더니 차근차 근 말한다.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난 내 동생인 밀크, 그러니까 레이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이 아이를 따라온 것 뿐이에요. 언니가 동생과 같이 있는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물론, 죽은 동생의 대신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한 이유였고, 보통이라면 이 걸로 이야기는 끝날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엘프들의 마을이다. 마법사를 순순히 들 여보낼 곳은 아니다.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어쩌면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셀이 비록 최고의 인간 마법사이긴 하지만, 오파비니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 다는 것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물론 나 역시 엘프들의 마법을 익힌 사람이긴 하지 만, 그래도 셀은 내게 다정하게 대한 사람이다. 죽는 걸 보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아까 아르메리아가 한 말이 맞다면..... '잘못하면.....' 그녀를 구하기 위해, 나는 내 저주를 풀어낼 기회를 차 버릴 수 있을까? 만약 그녀 와 엘프들간에 전투가 벌어진다면, 아무래도 수에서 불리한 그녀가 위험해질지도 모 르지. 그렇다면.... 그 경우에 나는..... '만약 그녀를 구한다면, 난 엘프들과 적대 관계에 서게 되고.....' 그 뒤는 뻔한 수순이다. 이 마을에서 쫓겨나고, 엘프들의 적이 되겠지. 그러면 여기 서 마법 상담을 받을 방법은 사라져버리겠지. 그렇다면, 저주를 풀어내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계산이고, 그러면 나는 완전히 여자아이로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내 본질이 조금씩 변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여자아이로서 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자아를 잃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제발 일이 원만하게 풀리기를.....' 그것을 바랄 뿐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셀을 외면한다는 선택은, 처음부터 존 재하지 않으니까. 다만 분쟁이 일어나지 말기를 손모아 빌 뿐이다. 여기서 오파비니 아가 납득해주길..... 그녀의 입이 열리고.... "그렇군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 된 오파비니아.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하지만 장로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레이니양 뿐입니다. 당신이 비록 그녀의 언니 라고 해도 동행할 수는 없습니다. 이유는 알고 계시지요? 당신이 장로님들과 만나면 일이 안 좋게 된다는 것을. 숙소를 제공해드릴 수는 있지만, 조용히 기다려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게 아마 최대한의 양보였을 것이다. 셀 역시 그 정도로 타협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모양이다.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풀렸다. 나도 검에서 손을 떨어뜨렸고. 휴우. 다행이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당신은 어째서 이곳에 왔나요? 인간들의 왕자님." 드디어 태자가 도마위에 올라가는군. 태자를 대신해, 그록이 대답을 한다. "우리는 라 브레이커를 가진 미나르 공주의 앞날을 보기 위해 왔습니다. 엘프시여." "그런가요?"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기분이 느껴진다. 어째서 그런지는 내가 알 수 없으리라. 그 녀가 태자 일행을 보더니 한 사람을 노려본다. 아마 카리나겠지. 그녀 이외에 누가 엘프들에게 불쾌감을 주겠는가. 잠시 카리나를 쳐다본 오파비니아가 결론을 낸다. "그럼,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내일 이야기하겠습니다. 모든 분들."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녀는 우리 쪽에서 약간 떨어지더니 손짓으로 아르메리아를 불 렀다. "아르메리아. 잠깐 따라와 봐." 무슨 일일까. 모처럼 엘프들이 만나 대화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아마 우리에 대한 조처를 의논하기 위함이겠지. 그런데.... 우리만 남겨두고 둘이서만 사라지면 어쩌라 는 거야? "레이니양도 잠시 와 주세요. 할 말이 있거든요." 나, 나? "내일 장로님과 만나게 해 드릴께요. 하지만 인간 마법사들과 같이 들어올 수는 없 어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건 알겠어요." 마법 공격이 날아가지 않은 것만도 감지덕지하는 판이다. 아르메리아의 예에서 보듯 이, 인간 마법사와 엘프들 간에 좋은 관계가 유지될 리 없으니까. 잠깐. 그러면 문제 가 발생할텐데. 내 옆에서 나를 지켜보겠다고 따라온 태자 일행이나, 셀과 세이브는 어쩌라는 것이지? 이 마을 밖에는 끝없이 숲이 펼쳐져있을 뿐인데. 설마, 비행선을 타고 돌아가라는 건 아니겠지? 그건 어쩌려는 거지? "지금부터 그 점에 대해 말씀드릴께요. 제 생각에는 아마 마을 밖에서 머물러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마을 밖?" 노숙을 하라는 건가? 그건 좀 심한 게 아닐까? 아무리 인간 마법사를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마을이 멀쩡히 있는데 그 밖에서 잠을 재운단 말인 가. 그건 지나친 게 아닐까. 내가 항의를 하려는 순간, 아르메리아가 입을 연다. "우리 마을 밖에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숙소가 마련되어 있어요. 염려마세요. 언 니." 휴우. 그렇다면 일단 안심이지만.... "그럼, 내일은 모두들 거기서 기다리라고 하면 되는 거야?" "네." "하지만, 마법사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들도 기다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마법사들이야 엘프들이 싫어하니까 그렇다 치지만, 마법에 연관이 없는 다른 사람들 까지 그렇게 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려는 차에..... "모두들 밖에서 기다리게 할 거에요. 그 이유는....." 내 왼손의 약손가락을 바라보는 오파비니아. "이런 흉물이 간혹 들어오거든요." 내 위치를 추적하는 마법이 걸린 반지. 그것이 그녀의 눈에 거슬린 모양이다. "내일 장로님을 만날 때에는 그걸 빼두고 만나시는 게 좋을 거에요. 그거, 인간 마 법사가 만든 마법도구지요?" 정확히 알아내네. 하지만 모두 다 이런 걸 가지고 들어오지는 않을텐데. 부스트씨만 해도 그렇지. 그 아저씨에게 그런 마법의 반지가 있을 리가..... "인간은 잠재적인 마법사에요. 함부로 들어오게 할 수가 없어요. 엘프와 연을 맺은 사람이라면 문제가 다르지만." - 계속 - 후기)꾸벅. 꾸벅. 또 꾸벅. 졸면서 1시간. 결국 졸음을 쫓은 후에야 이야기를 풀어나 갈 수 있었습니다. 애고. 졸려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야기가 앞으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추가)이렇든 간에, 저렇든 간에. 새해 특집은 없어도 새해 인사는 있어야 하는 것이 라. 전원 집합 ! 독자여러분들께 새해 인사 ! 레이니 : 금년에는 꼭 원래대로 돌아올께요..... 그런데 왜 내가 여성용 한복을 입 어야 하는 거야 ! (퍽퍽퍽 ! : 두들겨맞는 작가) 아르메리아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셀 : 레인 어브 포천(rain of fortune : 행운의 비. 복을 내리는 마법.....) ! 세이브 : 여러분들도 새해에는 맛있는 거 많이 드세요. 아이샤 : 저도요. 힝. 앞의 언니들이 좋은 건 다 해 버렸어. 부스트 : 어느새 잊혀진 인물이 되는 듯 하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태자 : 금년에도 많이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작가 : 앞으로도 레이니 많이 괴롭혀 드릴께요. (왠지 뒤에서 살기가.... 으아아악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2 19:30 조회:21 공룡 판타지 14-253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7) "인간 모두가 잠재적인 마법사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마법을 배운다면, 누구나 마법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엘프들도 그건 마찬가지가 아닌가? 다크 엘프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고, 엘프 역시 인간의 마법을 배우면 그들이 싫어하는 종류의 마법사가 되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런 의문을 떠올린 것은,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이 싫다면 싫다고 하면 되는 일이지, 어째서 그런 이유를 붙이 고..... "인간의 마법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제 말을 이해하게 될 거에요. 레이니 양." 오파비니아는 그 말만을 남기고 입을 닫았다. 아니, 그 말을 끝으로 그 화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리라. 나는 좀 더 자세한 것을 물어보려고 했지 만..... '........' 그녀의 생각이 전해졌다. 말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나중 에 그에 대해 얘기하자.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니까.' 라는 뜻으로 생각되었다. 그 뜻 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녁 시간에 식사도 못하고 기다리는 일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겠어요." 일단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오파비니아는 나를 보며 말했다. 입술이 워낙 작게 움직인 탓에,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럼, 아르메리아가 안내를 해 줄 거에요. 전 잠시 장로님들을 뵙고 올께요. 그동 안 안내 부탁해. 아르메리아." 휘리릭. 빨리도 사라져버리는군. "절 따라오세요." 일행을 어딘가로 데려가는 아르메리아. 우리 모두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어갔지 만..... "무슨 이야기를 하셨어요? 공주님." 멀리 있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던 하이가, 내게 물어온다. 하지만 뭐 할 말이 있어야지. '인간을 마을에 들어오게 할 순 없다.' 라는 말을 꺼내면, 그녀의 기분만 상하게 될 것이고..... "내일 레이니 언니만 장로님과 만나게 될 거에요. 마법 상담은 언니만 하는 거니 까." '만' 이란 말에 힘이 들어가네. 아르메리아. 그런데 그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기분나쁘지 않을까? '.......' 예상대로 약간의 불만이 사람들 사이에 피어오르는 것 같다. 그들이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나도 감각이 많이 날카로워진 모양이다. 날이 갈수록, 그들의 감정을 예민하게 느끼는 걸 보니. 하지만 그 감정을 많이 느낀다는 것은, 그 만큼 피로를 가중시켰다. 그만큼 내 두뇌활동이 늘어난다는 소리니까. "아, 그리고 다른 분들은 당분간 좋은 구경을 시켜드릴 셈이에요. 즐거운 시간을 보 내길 바래요." "좋은 구경?" 결국, 아르메리아의 안내로, 우리 모두는 나무로 만든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집 치고는 좀 작은데다가 겉보기에도 초라하다. 이건 아무리 수식어를 붙여서 칭찬을 하 려고 해도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아르메리아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어떻게 이런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라는 거야?" 막된 사람들이라면 벌써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다들 자신들의 사회적인 지위를 생각해서 가만히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들 이야기이고, 성격 이 거친 드워프들은 화를 낼.... 어? "아르메리아양. 그럼 안내 부탁하네." 왜 저렇게 느긋하지? 프레일도 웹도. 영문을 모르는 아이샤만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긴 나도 그런 축에 속하긴 하지만. 그녀가 무엇을 할지 궁금했지만, 일단은 그녀가 하는대로 지켜보기로 했다. 원래는 당장 가서 물어보려고 했지만..... '언니. 제가 하는 걸 보면 알게 될 거에요.' 그녀의 정신파 한 방으로, 내 질문은 사라져 버렸다. 말없는 대화라는 거, 의외로 강한 압력수단이 되는구나. 빨리 정신 관련 마법을 익혀야지. 계속 수동적으로 있으 니까 좋지가 않다. 나도 어서 정신 마법을 배워서 아르메리아에게 말을 걸어야지. 그 녀가 목욕할 때 말을 걸면.... 아직은 나도 희망이 있구나. 남자의 욕망이 남아 있는 걸 보니. '억지로 응큼한 척 해도 표시가 다 나네요. 언니.' 약점을 찌르다니, 너무해. 딸깍. 삐이이익. 나무 문이 너무 낡은 게 아닌가? 들어오던 사람들이 불평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르메리아는 별로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말했다. "언니 ! 장로님에게 말씀드렸지요?" "응. 잠깐만 기다려. 곧 갈게." 오파비니아양의 목소리구나. 목소리는 좋은데, 그녀의 성격도 좋을까? 몇 분동안의 대화로 그것을 알 수는 없는 일이다. 일단 지켜볼 수밖에. 그녀가 부리나케 달려오더 니 문 안으로 들어온다. 삐꺽거리는 문때문인지, 모두의 시선이 안 좋다. 물론 '모 두'라고 해도 태자 일행 뿐이지만. 그런데 왜 다들 여유를 부리고 있을까? 혹시 앞으 로의 일을 알고 있는 것일까? '물론 모르면서도 여유있는 녀석들도 있지만.....' 제발 좀 얌전히 있어다오. 세이브, 아이샤. 안 그래도 집이 좁은데 그렇게 신나게 뛰어다니면..... "자. 그럼 숙소로 안내할께요. 여러분." 오파비니아가 반쯤 무너진 벽난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이 빛나면서..... '마력?'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간 건 분명 마력이었다. 뭐야? 그녀의 몸에선 분명 마력이 느 껴지지 않았는데. 어디서 마력이 생겨난 것이지? 이것은..... '엘프 마법 9레벨이다. 아마 몸 안의 쓸모없는 노폐물을 이용해 에너지화한 게 분명 하다.' 이 녀석, 잠만 자는 줄 알았더니 깨어있었군. 라 브레이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더 들을 생각이 없었다. 내 앞에서 전개되는 광경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는가. 벽난로가 좌우로 갈라진다. 아니, 그것은 처음부터 허상이었다. 환영이 부서지면서 드러난 진 실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그 아래에 는..... "와." 천장은 하얗게 빛나고, 바닥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옥을 깎아만든듯한 바위문 이 좌우로 늘어선 복도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자. 필요한 만큼 방을 쓰세요. 여러분." 오파비니아의 말은 좋았지만..... "이 방, 몇 명이나 쓸 수 있는 거야?" 방의 크기를 모르잖아. 우린. "그럼 왼쪽 방은 언니 일행이 쓰고, 오른쪽 방은 태자님 일행이 쓰면 되겠네요. 어 차피 방은 넓으니까." 아르메리아의 제안은 좋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그러면 곤란하다고. 남자가 하나 끼어있잖아." "!" 그렇군. 우리 일행 중에는 부스트씨가 있었지. 셀의 지적도 맞다. "그럼, 남자와 여자로 분리해서 쓸까?" 이번에는 카리나의 불만이 터진다. "전 태자님의 호위 마법사입니다. 절대로 태자님 곁에서 떨어질 수는 없습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좀 야릇한 상상을 할 수도 있는 발언이긴 하지만.... 그럼 어쩐다? "그럼 좀 작은 방을 골라서 두 세명씩 들어가면 되지 않나." 프레일씨의 말로, 상황이 정리되었...... 가만. 두 세명? 그럼..... 어디 보자. 나 와 세이브, 아르메리아, 셀. 우린 네 명이네? 부스트씨야 어차피 독방으로 쫓아내면 된다지만, 이걸 어쩐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자기들의 방을 찾아 들어가 버렸다. 복 도에 남은 것은 나와 아르메리아, 셀, 세이브, 그리고 엘프 오파비니아 뿐이다. 오파 비니아야 여기서 잘 필요가 없으니 별문제지만, 그럼 나는 어쩐다..... 셋 중 하나를 떨어뜨려야 하나..... 고민하려는 차에. "그럼 내일 봐요. 언니." 오파비니아와 같이 계단으로 올라가는 아르메리아. 그렇군. 그녀는 엘프였지. 모처 럼 엘프들의 마을에 왔으니 그들과 같이 있고 싶겠지..... 그런 생각도 못했다 니..... "....." 뭐냐. 이거. 난 엘프마을이라고 해서 뭔가 특이한 것을 기대했더니..... "별다른 게 없잖아?" 솔직히 엘프들이 만든 숙소라고 해서 대단한 특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 지만, 뭔가 특별한 것을 원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이건 인간의 여관과 하나도 다른 점이 없다. 그저 평범한 침대. 평범한 욕실. 평범한 방..... "잔뜩 기대했는데....." 어깨가 축 늘어진다. 멋진 방을 원했던 내 희망이 산산조각나는 느낌이었다. 이 런..... 기운빠진 나를 바라보는 셀과 세이브. "너무 그렇게 실망할 것까지는 없잖니." "하지만....." - 계속 - 후기)뭐라고 쓸까나..... 갑자기 쓸 말이 생각이 안 나네요. 이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3 19:57 조회:21 공룡 판타지 14-254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8) 솔직히 말해서, 실망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유로 제국에서 본 화려한 연회장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먹거리 정도는 괜찮기를 바라고 있었던 탓이다. 그러 나..... 방이 정해진 후에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간 결과는..... 실망 그 자체였다. "이런 건 우리 마을에서도 먹었던 거잖아." 물론 요리는 그럭저럭 맛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 는 재료를,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요리법으로 만들어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기로 먹는 것. 엘프 마을만의 독특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불평하는 걸 보니, 이젠 완전히 공주님이 다 되었네." 셀이 옆에서 속삭인다. 왠지 모르게 장난스러운 말투인데? 그런데... 뭐라고? "네?" 공주님이라니? 그게 아니라는 것은 그녀 자신이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 아닌 가? 그런데 어째서 그런 말을?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옷 차림 의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반투명한 잠옷이 빛을 받아 몸매를 내 앞에 드러내 고..... "?" 그런데 왜 아무 느낌도 없지? 보통 남자아이라면 이럴 때 가슴이 설레이든지 얼굴이 빨개지든지 할텐데. 어째서..... 혹시, 이제 완전히 여자아이가 되어 버린 건 아닐 까? 그 생각을 하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 어째서요?" 뭐가 공주님이 다 된 것이지? 셀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그녀가 원 래 나이가 꽤 들었다니까 그게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 남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만, 이번 경우는 문제가 달랐다. 불평하는 것이 어째서 공주마마가 다 된 증거가 되 는 거냐?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그녀가 차분히 말해준다. "이곳의 요리는 궁정에서나 볼 수 있는 요리였어. 아마 첫 날이라서 그렇게 해준 모 양이야. 물론 재료가 풍성하거나 특별한 양념을 한 것은 아니지만, 신선한 재료만으 로도 상당히 좋은 수준이었다고. 물론 요리에 고기가 좀 부족한 것은 있지만. 그런 데....." 그런데? "넌 불평을 했어. 전에는 음식 투정을 한 적이 없었고, 이번 여행에서 입맛이 까다 로워질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더라. 공주님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네 입맛이....." "그만 !"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그것은..... 또다시 떠오르는 두려움. 그와 함께 떨리는 내 손. 그런 내 손을 셀이 잡아준다. "전에 너하고 한 약속, 지켜줄게. 사랑하는 내 동생." 나를 끌어안는 셀. 그런데, 그녀의 여동생은 그 공주님이 아닌가? 어째서 내게? "어째서 나를 이렇게 잘 대해주는 거지요?" 단순히 그 공주님을 되찾기 위함인가? "그건....."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다. 단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뿐. 그 눈은 짙은 외로움으 로 가득차있었다. 그런 것인가..... 나는 더 이상 그녀에게 묻지 않았다.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5월 10일 아침. 과연 오늘 내 저주는 풀릴 것인가. 두 달도 못 된 기간인데, 그 몇 배는 지난듯한 느낌이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아르메리아와 셀을 만나 고, 세이브의 먹성 때문에 고생하고, 자객들에게 쫓겨다니고, 그것도 모자라서 공룡 들에게 시달리기까지.....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날지도 모른다. 바로 오늘. "하지만 그건 일단 장로님을 만나봐야 알 수 있어요. 언니." 아르메리아. 하지만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라고. 조금쯤은 기대해도 괜찮잖아. "밀크. 기대하는 건 좋지만 옷은 좀 단정하게 입어. 좀 더 끈을 조여야 가슴이 안 보이지." 셀이 지적을 했지만, 뭐 여자도 아닌데 어떠리. "공주님 ! 품위를 손상시키는 옷차림은 안 돼요 ! 공주님으로서 몸가짐을 중시하지 않으면....." 하이의 잔소리도 오늘로 끝나는 건가. 나 대신 그녀의 잔소리를 받아주어야 할 공주 님께 묵념. "그런데, 무슨 마법 상담을 하러 가는 거지요? 공주님. 역시 라 브레이커에 대한 건 가?" 아. 태자는 나에 대해 잘 모르지. 그러니까 저런 말이 나오지. 하지만 뭐, 이제와서 말할 것도 없다. 이젠 저런 따스한 말도 들을 일이 없겠지. 저 사람의 말소리를 더 듣다가는 내가 이상해질거야. 빨리 저주가 풀리고 저 사람과의 연도 끊어져야.... 가 만. 한 가지 처리할 게 있지. 나는 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빼서 그에게 돌려주었 다. "이곳에선 마법이 걸린 물건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맡아주 시길." 휴우. 왠지 모르게 부담이 가던 물건이었는데.... 엘프들 덕분에 빼낼 수 있었다. 물론 '엘프들 탓'으로 돌린듯한 기분도 들지만..... "그런가요....." 잠깐. 카리나야 날 감시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표정이 어두워지는 건 당연하 지만, 태자의 표정은 뭔가 다른 어두움인데? 뭐지? 그의 감정을 느껴볼까? 하지만 도 대체 뭔지 모르겠다. 아직 정신 계열 마법은 전혀 모르니까. 그저 막연한 느낌만으로 그의 기분을 감지하는 것은..... "!" 가슴이 아파.... 왠지 그런 빛이다. 얼굴의 표정 뒤에 숨겨진, 그 막연한 어둠은 무 엇일까. 그러나 내게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레이니 양. 그럼 이리로 오실까요. 아르메리아. 네가 장로님께 레이니양을 데려가. 난 이 분들을 안내할 테니까." 그렇게 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길은 갈라졌다. 한 무리는 오파비니아를 따라 가 고, 나는 아르메리아와 함께 다른 길로 향했다. "우린 어디로 가는 건가요? 엘프 아가씨." 그록이 모두를 대신해서 오파비니아에게 묻는다. "좋은 구경을 시켜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좋은 구경? 모두의 얼굴이 궁금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셀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왜 나만 바라보는 거야? 내가 괴상한 물방울이 얹혀진 나무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녀의 눈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셀....." 그녀의 마음은 그런 것인가.... 그건 나를 정말로 동생처럼 바라보는 눈이었다. 비 록 아직은 내가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지만, 내가 저주가 풀리고 나면...... "....." 그런데 태자의 얼굴은 왜 보이는 거냐. 어지간하면 고개 돌려줘. 아름다운 여인의 빛을 마구 가리는 장애물이 되지 말고. '야속한 아가씨. 나한테는 웃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군.' 그녀의 지금 웃음띈 얼굴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다. 내가 좀 둔하기는 해도, 그 정 도는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녀는 나를 향해 언제나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고, 지금의 미소는 그녀의 언니인 저 고위 마법사를 향한 것이었다. '아직 이성에 눈을 뜨지 못한 것일까.' 아직 남자를 모르는 순진한 처녀. 여태까지 만난 소녀들 중에서 유일하게 나에게 흥 미를 보이지 않는 소녀. '하지만.....' 그녀와 말하고 싶었다. 라 브레이커의 소유자인 그녀에게가 아니라, 쥬린 제국의 공 주님인 그녀가 아니라, 그녀 자신과. 한 인간으로서 대화를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다. 획기적인 진전이 있지 않으면,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당 분간은. 적어도 얼마간은. '그 아이, 나를 원망할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왜 자신에게 말을 해주지 않았냐고 화를 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앞에서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런 저주, 그런 저주 따위는.....' 하지만 그건 너무나 충격이 크다. 상처받기 쉬운 10대의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아이는 나를 증오하고, 다시는 나를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전 에 제논을 만났을때의 일이 떠올랐다. 그가 말했던 것은 내 예상대로였고, 그의 저주 라는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 정도는 내 힘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수 준이었기에. 하지만..... '그러면 그 아이는 나를.....' 원망할 것이다. 너무나 크게 원망할 것이다. 하지만 원망은 들을 각오가 되어 있었 다. 나로서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기에. 하지만.... '그 아이는..... 그 아이는......'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그 녀석이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은 내게서 출발하는 건가..... '난 바른 길을 가려고 했건만.....' 그 아이가 사실을 알고 나서 만약 내게 검을 겨누게 된다면,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할까? 그 아이를 죽이게 될 것인가. 아니면 그 아이에게 죽음을 맞게 될 것인가..... '난 그 아이를 죽이고 싶지 않아.....' - 계속 - 후기)마지막에 나온 글..... 잘 이해가 가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구의 생각이고 누구의 대사(말도 없는 건데?)인지는 다 아시리라 믿고. (자세히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이것도 제 고충이라고요. 물론 저는 다 이해하고 있지만, 여러분들에게 는 난해한 부분이 될 지도) 무슨 뜻인지는,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겁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4 19:28 조회:20 공룡 판타지 14-255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9) 설령 그 아이가 내게 검을 겨눈다고 해도..... 나는 그 아이의 목숨을 앗을 수 없었 다. 그 아이는..... '너무 닮았어....' 죽은 밀크의 얼굴이 떠올랐다. 밀크에게 사랑받던 아기의 모습도 떠올랐다. 귀엽다 며 아기의 뺨을 부비던 그녀의 모습이...... '바보같은 언니 때문에 고생만 하고.....' 죽을 때까지 내게 미소를 지어준 그 아이. 난 그 아이에게 짝도 찾아주지 못하 고..... 일평생 고생만 시켰는데, 그렇게 가다니. 불쌍한 녀석..... 그런 아이가 아 끼던 아기를 죽이는 것은..... '안 돼..... 난 할 수 없어.....' 차라리 도망칠지언정, 나로선 그런 아이의 몸을 찢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고대의 기억이 있는 장소로 여러분을 데려갈께요. 모두들 기대해주세요." 오파비니아의 상냥한 말이 들린다. 혹시 그녀가 내 힘을 눈치채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원래 엘프 마을에선 마법사들이 힘을 쓸 수가 없지만.....' 내 경우는 달랐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이곳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밀크가 그들에게 잡혀있는 이상..... '물론 밀크 자신은 모르겠지만.....' 만약 내가 그들과 맞서게 되고, 그들이 그 아이를 인질로 잡는다면.... 마음이 어지 럽긴 했지만, 일단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나무 안으로 들어가서 본 것은, 속이 뻥 뚫린 관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냐. 왜 속이 비었을 뿐인 관이 우리 앞에 나타난 거냐.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르메리아를 돌아보았 다.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데에는 굳이 시선을 교환할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인간 으로서 그렇게 하고 싶었다. 왠지 모르게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말하는 것은..... '아르메리아.' '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좀 가르쳐줄 수 없을까?' 어차피 가르쳐주겠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라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올까봐? 아니면 저주가 풀린 후에 일어날 일이 두려워서? '하지만 내가 왜 두려워하는 거지? 무엇을?' 어차피 저주가 풀리면, 검과 맺은 계약은 그 공주님에게 넘어가고, 나는 평범한 검 사 후보생인 알로로 돌아올 것이다. 모든 것은 꿈처럼 사라지고, 나는 내가 살았던 마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이 잘 풀린다면.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그냥 평범한 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많은 것이 의 문이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문제는.....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요. 언니. 지금은 제 뒤를 따라오는데에만 신경쓰세요.' 관 아래로 뛰어내리는 그녀. 나는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그녀가 어째서 자살을? 어느새 그녀의 모습은 빛으로 가득찬 관 아래로 사라지고..... '뭐해요? 언니. 빨리 날아서 내려와요.' 아. 그렇지. 나는 빛 속으로 뛰어 내렸다. 그녀의 뒤를 쫓아서. "자. 여기 타세요. 모두들." 오파비니아가 보여준 것은, 드워프 마을에도 있는 평범한 승강기였다. 투명한 유리 관.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설 수 있는 공간. 어째서 엘프 마을에 이런 기 계가 준비된 것일까? "우리 마을의 것보다 작아." 프레일씨의 말. "유리의 질도 안 좋고." 웹의 말.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니에요?" 아이샤의 말. "의외로군요. 엘프들은 기계를 싫어한다고 알고 있는데." 부스트의 말. 하긴 모두들 놀란 모양이다. 드워프의 마을에서 마법사를 발견하는 것 만큼이나 신기한 일이니까. 하지만, 이것의 유래를 아는 나로서는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었다. 드워프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그리 심하게 빈정대거나 비웃지는 않 았다. 그러나, 영문을 모르는 유로 제국의 돌머리들은 고개만 갸웃거렸다. 오파비니 아라는 이름의 엘프도 그걸 느낀 것인지, 그들에게 말을 해 주었다. "이건 방문자들을 위해 설치된 기계에요. 아무래도 엘프들의 건물을 당신들이 이용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서요." 무리가 있기는 할 거다. 지금쯤 밀크도 고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전에 엘프들의 마을을 여행했던 자에게서 상세한 내용을 전해듣지 않았다면..... 나도 고 개만 갸웃거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애는 엘프들의 마법을 익혔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 좀 힘이 든다면 그 엘프가 잘 알아서 해주겠지. 별로 엘프를 좋 아하지는 않지만, 이럴 때는 상당히 믿음직스러웠다. 이럴 때만은. 우리 모두는 승강 기에 탔고, 승강기는 지하를 향해 내려갔다. 빛으로 가득찬 바닥을 향해서. "이, 이거....." 좁은 통로에서 천천히 몸을 띄우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손으 로 잡을 만한 손잡이도 없는 관속이라니. 만약 내가 마법의 제어에 실패한다면..... 나는 아르메리아를 덮칠 것이고, 곧바로 관의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물론 그런 사 태가 실제로 일어나지야 않겠지만, 그래도 추락하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군. 나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 강하 속도를 조절.... "언니. 다 왔어요. 속도 줄여요." 앗 ! 거의 바닥이 다 왔다는 건가. 나는 자유 낙하에 가깝게 떨어지던 몸을 급히 감 속시켰다. 그러나, 어느 정도로 바닥과 가까운지 잘 모르기 때문에, 제어가 잘 되지 않았다. 젠장. 아래와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야 감속하는 정도를 결정할 게 아닌가. 끼이익. 결국, 아직 바닥에 이르기도 전에 몸이 정지하고 말았다. 한심해..... "언니. 바닥을 향해 전파를 만들어서 쏘세요. 그 반사되는 시간의 길이를 재서, 바 닥과의 거리를 측정하면 되잖아요." 전파? 하지만..... 난 그런 걸 해 본 적이 없다고. 차라리 주문이나 외워서 간단히 거리를 잴 수 있는 인간들의 주문 마법이 부러워. "언니 ! 딴 생각하지 말고 빨리 해요 ! 그 높은 곳에서 언제까지 떠 있을 생각이에 요 !" 높은 곳? 아래를 힐끗 바라보니, 아르메리아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다. 그런 데..... "이런 ! 어정쩡하잖아 !" 원래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올때는, 적당한 선에서 낙하 속도를 줄여야 한다. 그 렇지 않으면, 지금의 내 경우처럼 어정쩡한 높이에서 멈추어서거나, 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속도로 땅과 만나는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내 경우 다시 자유 낙하를 할 경우, 감속을 하기 전에 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높이였다. 이거, 정말 애매하네. 이걸 어쩐다...... "그럼 천천히 내려와요. 언니. 저 먼저 가요." "아, 아니야 ! 기다려 ! 아르메리아 !" 결국, 천천히 마력을 아래로 뿜어내어 반발력을 만들되, 중력보다 약간 적은 수준의 힘을 계속 만들어가면서 강하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생각보다 신경쓰이는 작업 이네..... 무사히 바닥에 내릴 때까지,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마침내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나는 주저앉고 말았다. "헉. 헉. 헉." 하늘을 처음 날아본 것도 아닌데, 왜 이러냐. 이곳이 너무 좁아서 실수하면 다른 곳 으로 날아오를 여유도 없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일까. 어쨌든 내릴 수 있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된 점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결과는 좋은 셈이다. "하지만 마법의 응용 능력은 뒤떨어진다고요. 별로 좋은 게 아니니까 자만하지 말아 요." 아르메리아..... 너무 해. 자만하기 전에 말라 죽을 지경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공주님은....." "승강기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날아서 내려가야 해요." "그, 그런 법이....." 하이의 표정이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공주님은 힘들게 내려가시는데, 신하인 제가 이렇게 편한 길을 가고 있다니....."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 저건 연기가 아니다. 실제다. 호위기사로선 상당히 성실한 사람인 듯 하다. 그 아이는 지금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자신의 신하인, 아니 신 하라고 주장하는 여자가 지은 표정을 보면 뭐라고 할까. '나중에 물어볼까.' 여기서 마법을 쓰는 것은 곤란한 일이니까.... 나중에 물어볼 수밖에 없다. 비록 저 주가 풀려서 날 원망할지도 모르지만. '저주라.....' 알고 나면 정말 간단한 것이었지만..... 그 마법을 완성한 방법은 놀라웠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결국 모든 것은 인간의 성별을 바꾸는 방법의 경이로움 에 있었다. '그런 게 실제로 가능했다니.....' 나는 과연 그런 마법을 쓸 수 있을까..... - 계속 - 후기)으우우... 언제나 이렇군요. 글을 쓸 때는 무지 지루하고 힘들고 피곤하고.... 그러다가 글이 끝나고 후기를 쓰면 정신이 맑아지고 힘이 나오고 눈이 초롱초롱.... (잘한다) 어쨌든 간에 정말 어렵군요. 글이란 것은. 추가)으..... 어제는 얼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보일러가 멈추는 바람에..... (어젯 밤이 영하 몇 도였더라?) 결국 어찌어찌해서 버티는 데는 성공했지만, 얼음덩어리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5 20:05 조회:94 공룡 판타지 14-256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0) "자. 이제 다 왔으니까 기운 내세요. 언니." 길었던 관을 지나고 나니 또 다른 관이 내 앞에 있다. 물론 이번에는 그리 긴 것은 아니었고, 수직으로 된 관도 아니어서 마음이 편했지만..... "그런데 말야. 아르메리아." "네." "왜 지하에 건물을 지은거야? 어두컴컴하고 좁고....." 그냥 땅 위에 짓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이건 너무나 음침하다. 엘프들의 이미지와 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 이건 차라리 다크 엘프의 이미지같은데..... "그건 공간을 넓게 쓰기 위해서에요." "넓게?" 땅 속이라면 공간이 더 좁아지는 게 아닐까? 실제로 지금 걷고 있는 관같은 통로도 상당히 비좁은 편이다. 간신히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걷는 정도의 넓이라. '연인들이라면 좋겠지만.' 한숨이 나온다. 내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의 여 성적인 성격으로 과연 좋은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내가 남자로 돌아가고 나면, 아 르메리아와 지금처럼 편안히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앗 !" 내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아지랑이. "이게 뭐야?" 내가 좁은 복도를 지나고 나서 나온 곳은, 지하의 거대한 공간이었다. 뒤엉킨 나무 줄기. 그리고 그 가운데에 떠 있는 아지랑이. 무지개를 잡아다가 손으로 주물럭거려 서 공처럼 뭉치면 저렇게 될까. 수많은 색이 피어나고 사라지면서 공간을 메우는 이 상한..... "웜홀이에요. 우리가 갈 마을. 진실한 엘프들의 마을로 우리를 이끌어줄 통로." "웜홀?" 그게 무슨 의미지? 내가 뭐라고 물어보기도 전에, 그녀는 손을 들고 외쳤다. "웜홀 개방 !" 웜홀이라고 불린 아지랑이가 걷히면서.... 그 뒤에 숨은 하얀 구슬이 드러났다. 하 얀, 아니 하얗게 빛나는 거대한 구슬이 우리 눈 앞에 떠올랐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아 끌면서 말했다. "들어가요 !" 그녀에게 이끌려, 나는 그 안으로 날아들어갔다. 아니, 내 의지가 아니었으니까 끌 려들어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거대한 에너지 구슬이 내게 다가온다는 느낌에 깜짝 놀라, 나는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그럼 공주님은 어디로 가신 거지요?" 유리관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하이가 오파비니아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멈추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레이니 양이라면 아마 지금쯤 웜홀을 통과하고 있을 거에요." "웜홀이요?" 하이양도, 그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다. 물론 카리나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는 표정이었지만. 오파비니아가 설명을 해 준다. "아주 멀리 떨어진 두 지점을 연결한, 일종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인간 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하긴, 너무 간 략하게 말했어. 마법사들이 시공 마법을 익힐 경우, 웜홀에 대해 알게 되려면 적어도 시공 마법 레벨이 9에 이르러야 하니까, 일반인들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도 당연하 다. 아무래도 대중화되어있지 않은 지식이니까. 공부를 많이 했을 태자조차도 잘 모 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정도라면. 오파비니아도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다시 설명을 해주었다. 조금 길게. "웜홀이란, 모든 물체를 강력한 힘으로 끌어들이는 블랙홀과, 그 반대로 모든 물체 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화이트홀이라는 두 개의 천체를 연결시킨 것이에요. 우리가 살 고 있는 이 세계의 시공간과는 다르게, 극도로 변형된 일종의 터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이 터널을 통해 이동하면, 아주 짧은 시간으로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어 요. 프레일씨와 웹씨는 잘 알고 계시겠지만."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두 드워프가 자랑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하지만, 기계 장치로 만들면 더 편할텐데. 마법을 걸어서 만드니까 너무 힘든 과정 이 되지 않나. 이 정도의 웜홀을 만들어내려면 고생 꽤나 했을 텐데." "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니까요." 왠지 서로 지기 싫어하는 표정들인걸. 그건 마법을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파 비니아는 다시 사람들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방문객들을 위해 지하동굴에 만들어둔 박물관에 가게 될 거에 요. 곧 도착할테니 내릴 준비를 해 주세요." "그럼 우리는 웜홀이라는 거 안 봐요? 더 귀 큰 언니." 세이브.... 여전하구나. 나한테는 옷이 검다고 '까만 언니'라고 하더니, 저 엘프에 게는 '더 귀 큰 언니'라..... 하긴 전에 아르메리아라는 엘프에게 '귀 큰 언니'라고 했으니, 그것이 그녀 나름대로의 구분법이겠지. 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어떨까. "안 봐요. 꼬마 아가씨. 아무래도 웜홀이라는 건 위험한 존재이니까요." "위험하다고요?" 놀라 목소리를 높이는 하이. 얼굴색이 변한 채, 그녀는 오파비니아를 노려보았다. 당장 칼이라도 뽑을 듯한 기세로. 하얀 머리칼의 엘프는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더니 말한다. "이 웜홀은 너무 불안정해서, 안정을 시키려면 음에너지를 사용해야 해요. 하지만 음에너지라는 것은 너무 위험해요. 잘못 취급하면 엄청난 일이 생기게 되니까요." 역시 그 탓이군. 엘프들도 역시 알고 있었어..... 마법사들은 비록 그 힘에 대해 잘 모르고 주문만 사용하고 있었지만, 깊이있게 연구를 해 본 나는 그 위험성을 인식하 고 있었다. 그럼..... '밀크는?' 하이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그녀가 소리를 지른다. "설마, 공주님에게 위험이....." 그녀의 손이 검을 향해 뻗는다. 그러나 오파비니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다. "걱정하지 말아요. 아르메리아가 옆에 붙어있으니까. 그 애가 혹시 실수하더라도, 라 브레이커가 있으니까 별 문제는 없어요. 그 검의 능력이라면." 그러나, 하이는 전혀 표정이 펴지지 않았다. 계속 안절부절하는 그녀. 오파비니아가 모두에게 말한다. "이제 다 왔어요. 모두 내리세요." 유리관은 열리고, 사람들은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하이는 여전히 불안해할 뿐이었 다. 결국, 그녀가 결심을 굳힌 듯 단호한 표정으로 엘프에게 말한다. "저도 가 봐야겠어요. 안내해주세요." '방어막을 쳐요. 언니.' 안 그래도 쳤다고. 거대한 하얀 빛 안으로 뛰어들 때 이미. 그러나, 빛 안을 통과했 다고 느끼기도 전에..... 털썩. "도착했어요. 언니." 그런데..... 이게 뭐냐. 왜 내 힘이 완전히 빠져나간 거지? 난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여기가 어디야? 주위를 둘러보는 내 눈에 지쳐서 탈진 상태에 가까운 아르메리아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게다가 왜 이리 추 워? "휴우. 간신히 성공했어요. 전에 실패해서 어제 연습을 해 봤는데..... 역시 쉽지 않네요." "뭐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설명을 부탁해. 아르메리아. "하아. 하아. 그건 말이지요. 웜홀 안에 가득찬 음에너지 탓이에요. 비록 웜홀 내부 의 공간상 거리는 0에 가깝지만." "음에너지?" 그게 도대체 뭐냐?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달라고. 나같은 무식한 사람은 어디 마 법을 배울 엄두라도 내겠나. 내가 얄궂은 운명을 만나 마법을 억지로 배우지 않았다 면, 아마 마법을 손댈 일은 평생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엘프들의 머리는 뭘로 만들 어진 것일까. "음에너지라는 것은..... 일반적인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 그러니까 절대 0도보다도 더 온도가 낮은 에너지 상태를 가리킨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 차라리 모르고 말래. 도무지 모르겠어. 아예 이해를 포기해버리니까 속은 편했다. 뭔지는 몰라도 내가 배워야 할 마법은 아니겠지. 설마..... "언니. 이건 시공 마법을 배우려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건데요. 엘프 마법 11레 벨이고, 언니가 언젠가 마법을 배워나가면 필히 마주치게 될....." "그만 !" 어차피 이제 곧 내 저주가 풀리면, 나와 라 브레이커간의 계약도 해소될 것이다. 내 몸이 바뀐다면, 그 검의 마법을 익힌 몸은 내 것이 아니게 될 테니까. 원래 공주님의 검이라고 들었으니, 공주님에게 돌아가게 될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나와의 계약도 무 효가 될..... "후후후. 그게 맘대로 될 것 같나." - 계속 - 후기)음에너지라는 것. 이번에 나오고 말았군요. 시공 마법에서 나올 웜홀의 생성에 필수적인 힘. 설명이 붙기는 하는데, 글 정리하는 중에 아래로 밀렸다는..... 후후 후. 그냥 평범한 '재미있는' 판타지를 추구한다면 나올 턱이 없을 문제가 나오고 말 았습니다. 아. 어디까지 독자님들을 골치아프게 할 것인가. (좀 난이도를 낮춰 ! 낮 추란 말이야 !) 그리고, 웜홀이란 벌레구멍이란 뜻인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6 12:19 조회:3 공룡 판타지 14-257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1) 라 브레이커의 음흉한 목소리. 듣기만해도 온 몸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 하다. 다른 듣기 좋은 목소리도 있는데 왜 이번에는 하필 저런 음향을 고른 거지? "난 계약을 맺은 자의 영혼을 따라가는 것이지, 그 몸을 따라가는 게 아니다. 그러 니, 넌 죽을 때까지 날 벗어날 수 없어. 후후후후후." 끔찍한 녀석. 혀를 차는 내게 말을 계속하는 아르메리아. "웜홀을 지날 때, 그 음에너지와 언니가 접촉했어요. 열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절대 0도보다 더 낮은 온도의 상태인 웜홀 내부에선 언니의 힘이 주 위로 빠져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에요. 만약 언니가 라 브레이커의 소유자가 아니었 다면, 언니가 마을에 들어오게 허락하지 않았을 거에요. 통과하기도 전에 말라죽었을 테니." 마.... 말라 죽어? 이 아름다운 소녀의 몸이 말라 비틀어진 시체가 된다고?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그녀의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그 정도가 아닌데요. 말라 비틀어진 시체가 되자마자 그 몸은 어둠에 묻혀 무로 돌 아가 버리게 된다고요." 컥. 그건 너무하다. 그런 위험한 힘과 직접 부딪치게 하다니. 사전에 경고도 안 하 고.... 좀 지나친 게 아닌가. 그녀를 원망하려고 했지만..... "언니.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을 우리 마을에 들여보내지 않는 거에요. 언니도 전설 의 검을 가지고 있으니까 들어올 수가 있었던 것이고. 솔직히, 마력이 무한에 가깝게 나오는 언니니까 무사했던 거라고요. 전....." 마력이 거의 소실된 상태의 그녀. 상당히 힘들어하는 듯한 표정이네. "전 이 공간을 통과할 때마다 탈진상태가 된다고요. 언니를 안내해준다고 어젯밤 내 내 연습했는데....." "....." "전에 음에너지를 다루다 다쳐서, 무서웠다고요. 하지만....." "아.... 아르메리아." 불평이나 원망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런 곳을 매일매일 통과했다는 건가.... "보통은 숙련자가 웜홀을 통과할 때 초보자들을 보호하게 되어 있어요. 전 어젯밤에 야 자격을 얻었다고요. 계속 연습해서." ".....미안해." 가만히 있어도 라 브레이커의 힘에 의해 저절로 보호가 되는 나에 비해, 그녀는 자 신의 마법으로 스스로를 보호해야 했다. 그런 그녀의 고생에 비하면, 아까의 내 고생 은 그야말로 가진자의 불평이 아니면 무엇이랴. 나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불평을 하다니..... 지친 몸을 내게 기대는 그녀를 토닥거리면서, 우리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웜홀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고요? 하이양." "네." "안 돼요." 고개를 젓는 오파비니아. 하긴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 충성심은 있어도 음에너지의 무서움을 전혀 모르는, 어리석은 자에게는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 지만, 설득이 쉽게 통할까? "왜요 !" 예상대로 나오는 그녀의 외침. 그리고 오파비니아의 대답. "음에너지를 스스로 극복할 힘이 당신에게는 없어요. 그 무서움도 모르는 사람이, 그 힘에 대해 알 리 없으니까요. 불을 모르는 어린아이가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 럼." "뭐라고요 !" 저러다가 큰일이 나겠군. 나는 하이를 말리기 위해 다가섰다. 그러나..... "오파비니아. 무슨 일 있어? 이 사람들 구경시켜준다고 온 게 아냐?" 이쪽으로 다가오는 엘프가 하나 보였다. 다행이군. 숫적으로 밀린다고 생각했는지, 하이는 불상사를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오파비니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파비니아가 그 엘프에게 눈을 돌리고 뭐라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가더니, 오파비니아는 하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을 데려가드리지요. 하지만, 당신이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 은 변하지 않아요." 그녀의 어리석음을 비웃듯이 유리관 안으로 다시 걸어가는 그녀. 혹시? "설마..... 음에너지의 파도 속으로 그녀를 내던지려는 건가요?" 오파비니아라는 그 엘프의 눈빛이 좀 이상했다. 마치 곧 죽을 자를 바라보는 듯한 그런 눈빛이.... 아무래도 막아야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대답은..... "그렇습니다. 애스터 누스양. 인간이 엘프들의 마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데다가, 자신이 모시는 공주님의 능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신하를 보는 것 도 편하지 않으니까요." "뭐라고요 !" 하이가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이쪽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너무나 멀리 간 탓도 있지만, 유리관이 닫히자 주위의 음향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하이양." 오파비니아가 그녀를 측은한 듯이 바라보며 말한다. "라 브레이커라는 검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해요. 그 검의 힘에는, 음에너지 를 제어할 능력도 포함되어 있어요. 당신은 전설을 듣지 못했나요? 그 검의 소유자는 하늘로 오른다는 전설을?" 태도가 누그러지는 하이. 오파비니아는 계속해서 말한다. "그 검은, 자신의 주인이 웜홀 안에서 죽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 있지는 않아요. 안 심하고 기다려요." 검의 전설을 알고 있었던 하이로서는, 그 말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전설의 검의 위용을 수없이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 검의 소유자를 죽게 하려고 마을로 가게 한 게 아니에요. 그것만은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유리관이 열린다. 그리고 모두의 모습이 그녀에게 들어온다. "자. 그럼 편하게 기다리고 계세요. 아가씨." 하이는 천천히, 유리관 밖으로 걸어나갔다. 느리게. 하지만 어느 정도 납득한 듯이. 간신히 일이 풀린 것인가. 하지만. 나가려는 나를 제지하는 그녀. "그럼 우리 한 번 이야기를 해볼까요. 애스터 누스양." 이 엘프. 역시, 눈치채고 있었군. "이제 이 문만 열고 나가면 엘프들의 마을이라는거지?" "네." 잠시. 아주 잠시동안 그녀를 내게 기대어 쉬게 한 후, 우리는 웜홀을 뒤로 하고 앞 에 세워진 거대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문이 정말 크구나. 하지만 문이란 게 멋이라 고는 하나도 없는, 네모진 바위덩어리라니. 좀 멋진 문을 둘 것이지. 그녀가 바위문 에 손을 짚자, 바위가 움직이면서 그 뒤의 풍경이 드러났다. 그곳은..... "....." 평범한 나무들의 숲이었다. 겉보기에는. "......." 상식을 벗어난 동식물들이 눈에 띄기는 했지만..... "........." 1m짜리 잠자리라든지, 30m짜리 고사리라든지 하는 게 평범하다면 말이다. "..........." 도대체 여기는 어디냐. "다들 구경하느라 바쁘네요. 애스터 누스양." 그건 그렇다. 아무래도 과거. 그것도 먼 과거의 생물은 지금과는 다른 점이 많다. 사람들이 지금 보고 감탄하는 것은 바로 그런 동식물들의 일부 표본들. 하지만 그 표 본들은 대다수가 화석으로 남은 것. 실제로 보는 것에 비하면 그 감동은 너무나 작은 것이리라. 하지만. "묻고 싶은 게 있는 듯 한데요. 오파비니아양." 격식을 차린 대화. 그러나 그것은 언제 깨져나갈지 모르는 강 위의 얼음. 비록 우리 시대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이지만, 과거에는 그런 것이 흔했다고 들었다. "당신과 레이니양의 관계를 듣고 싶은데요. 애스터 누스양." 의외였다. 나는 분명히 마법사라는 점을 물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7 19:49 조회:11 공룡 판타지 14-258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2) 이미 10년 이상이나 지난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은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고, 그 일로 인해 정권 자체가 바뀌었다. 물론 왕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한 나라의 황제 가 죽었으니 파문이 적다면 그게 더 이상하리라. 엘프들은 인간들의 열 배 이상의 수 명을 자랑하는 이상, 당연히 그 사실도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라고 여길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의 일을 모를 리가 없을텐데. 내가 누구인지도 알 것이고. 그럼..... "알고 있는 사실을 왜 묻고 있나요? 오파비니아양." 사실의 재확인일까. 아니면 무언가 새로운 사실을 알기 위한 일일까. "미나르 공주에게 있어서 당신은 부모를 죽인 원수인데, 어째서 당신은 그녀와 함께 있지요?" 설마..... 그녀가 묻는 것은..... "물론 그녀라기에는 곤란하고, 그녀의 몸을 가진 남자아이라고 해야겠지만. 만약 그 녀가 원래대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당신에게 검을 겨눌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걸 묻는 것이었던가.... 하지만 굳이 대답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과거사를 알고 있다면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오파비니아양." 그 말에,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로서 수긍한다는 표정이다. "만약 당신이 제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말없이 눈을 감는 그녀.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 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하는 오파비니아. "아마.... 저도 당신처럼 했겠지요. 만약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런 것이었다.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내가 느낀 처절한 배 신감. 내가 경험한 충격을 만나면 누구라도. 그녀가 다음 말을 잇는다. "만약 그녀가 장로님과 만나고 나서, 그 '저주'라는 것이 풀리게 된다면, 당신은 어 쩔 생각인가요? 멀리 떠날 건가요? 아니면 그녀를 죽일 건가요?" "....." 말은 필요없었다. 그런 건 이미 결정된 일이니까. "그 아이는 나의 동생이니, 나는 그 아이를 죽일 수 없다는 것, 잘 알고 있을 겁니 다. 당신이 내 과거를 안다면....." "그렇지요." 그녀도 나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저 멀리서 사람들이 고대 생물의 뼈를 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중에 당신도 있나요?" 고개를 젓는 오파비니아. "아뇨. 화석으로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가.... 하긴 저기 있는 분량은 엘프들이 가진 과거의 기억 중 극히 일부일 것이 다. 그러니 저곳에 꼭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셈이다. "보고 싶군요." "마을에 있지만, 당신을 보내드릴 수는 없어요. 대마법사 애스터 누스양. 당신은 이 곳에서도....." "알고 있었나요?" "그럼요. 당신은 워낙 유명하니까요. 비록 당신이 실력을 숨기려고 애는 썼지만, 힘 을 가진 자가 언제까지나 힘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이곳까지는 가능하지만, 더 이상은 들여보내드릴 수가 없어요. 장로님들은 당신을....." "그렇겠지요."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오파비니아'를 상상해보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전혀 떠오 르지 않았다. 내 머릿속을 메운 것은, 그 실물을 볼 기회를 잡은 소녀의 얼굴이었다. '그 애는 지금 어디 있을까.' 문 밖으로 나와서 본 장면이..... 좀 황당하다. 나는 우리가 나온 문을 돌아보았다. 문. 그리고 둥근 지붕이 덮인..... 작은 언덕처럼 생긴 건물. "아르메리아." "네." "도대체 여기는 어디야?" 지하에 이런 것이 있었나? 아니면 우리가 나온 곳이 별세계인가. 요정들만이 산다는 환상의 땅일까? 환상이 아니라면 이런 괴이한 동물이 있을까. 내 앞을 날아가는 거대 한 잠자리가 나를 놀라게 했다. "무슨 잠자리가 저렇게 커?" 내가 여태까지 본 녀석 중에 가장 컸다. 게다가, 그런 게 몇 십 마리나 되었다.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문 밖은 발판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진창이었다. '걸어나가면서 무심코 아래를 본 게 다행이지.' 진창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인지, 둥근 지붕이 덮인 원기둥 모양의 건물 안에 웜홀 이 만들어져있었다. 이 모습은 실용적인 면에서는 좋았지만, 왠지 모양이 멋지지 않 은데다가 발판이 거의 없었다. 간신히 사람 한 두명이 서 있을 정도라니. 이거 가지 고 어떻게 서 있으라는 거야 ! 속으로 이 건물을 지은 엘프를 원망하면서, 아르메리 아가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녀가 걸어나오자, 나는 아까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기 다렸다. 그리고 그 대답이란..... "이곳에 엘프들의 마을이 있어요." 아르메리아. 그건 나도 안다고. 하지만 도대체 이곳이 어디이길래 이런 괴이한 곤충 이 날아 다니는 거냐고. 고사리가 20미터를 넘는다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없었지만, 더 납득할 수 없었던 건..... "....." 걸어 다니는 물고기라니.... 이건 자연의 이치를 벗어나는 일이야..... 어이가 없어 서 입만 벌리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피식 웃는 그녀. "혹시, 저런 장면을 본 적이 없는 건가요? 언니." 더욱 더 나를 비참하게 하는 그녀. 차라리 속시원하게 가르쳐줘. 이곳이 어디길래 이런 괴상망칙한 광경을 보여주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곳은 남대륙의 어디 구석진 곳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너무나 예상밖이었다. "이곳은 오시언에서 약 1천 광년 정도 떨어진 아메지스트(Amethyst : 자수정)라는 별이에요. 엘프들이 과거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오시언의 과거 생물들을 풀어둔 일종의....." 뭐야.... 그럼 여기는...... "오시언이 아니라는 거야?" 여태까지 들어본 말 중에서 가장 황당한 말이었다. 세상에. 별에 어떻게 사람이 살 아. 하늘에서 본 별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작던데. 그리고, 광년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도무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이 아니다. 이거, 혹시 마법강의 아닐까? 나를 이렇게 헛갈리게 하는 것을 보면..... "언니 !" "그러니까....." 빛의 속도로 1천년동안 달려야 올 수 있는 곳에 지금 우리가 와 있다는 것인가..... "그럴 리가....."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아르메리아가 한 말이 아니었다면, 당장 그렇게 말했을 것 이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그 정도의 거리를 어떻게 그렇게 순식간에 이동했냐고. 하 지만..... "그녀의 말이 맞다. 나중에 시공 마법을 네가 배우게 되면, 자연히 이해하게 될 거 다." 라 브레이커까지 그렇게 말하니, 일단은 믿는 척이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엘프라는 종족은 거짓을 싫어하는 종족이 아닌가. 굳이 날 속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였다. 그렇지만..... "저 괴물들은 대체 뭐야?" 과거에 저런 괴이한 녀석들이 무리지어 오시언에 살았다는 건가.....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모든 감각이 그 생명들의 존재를 소리높여 부르짖고 있었 다. 하지만..... "공룡은 분명히 아니고....." 생명력의 느낌으로는 이건 분명..... "말도 안 돼." 느낌은 분명히 저 도마뱀같은 녀석들이 실제로는 개구리와 흡사한 종류라고 주장하 고 있다. 하지만..... 개구리라면 양서류인데..... 양서류가 저렇게 크냐? 길이 2미 터의 도마뱀같은 양서류라고? '개구리의 친척인' 도마뱀들이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 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개구리의 친척 맞아요. 그 조상이라고 해야겠지만." 날 죽여라. 죽여. 저게 개구리의 조상이라고?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그녀의 말에 대 꾸조차 못했다. 차라리 엘프들의 마을로 가는 게 낫겠다. 여기 더 있다가는 기절할거 야. 파닥파닥파닥. 결정적인 압권은..... 내 팔길이 정도는 될 법한 바퀴벌레였다..... "저기가 엘프들의 마을이야?" "예." 사이좋게 둘이서만 하늘을 날아서 가는 상황이라면 상황이지만..... 내 옆에는 보통 여자애들이 보면 기절할만한 바퀴벌레 하나가 날아가고 있다. 몸길이가 30cm? 아니, 40cm? 길이를 재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 정도는 될 듯하다. 엘프들의 마을에 왜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지 못하게 했는지 이해가 갔다. 저런 걸 만난다면..... "언니. 아래를 보세요 !" - 계속 - 후기)엽기적인 동네라고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이런 거대한 바퀴벌레라면.... 물론 제 상상이지만, 이 시대는 길이 1미터에 달하는 잠자리와 30cm가 넘는 진딧물이 있는 시대이고, 바퀴도 분명히 고생대에 나타난 곤충입니다. 따라서..... 이런 녀석도 있 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이런 바퀴벌레를 우리가 만난다면.... 볼만하겠군 요. 다들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칠지, 아니면 잡으려고 쫓아다닐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5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8 19:54 조회:50 공룡 판타지 14-259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3) 나무 위를 날아가던 우리의 눈앞에, 바다가 나타났다. 그 바닷가에 있는 것은..... "와아." 바다 위에 나무들이 있고, 그 위에 물방울이 하나씩 매달려있었다. 아니, 나무 위에 올려져있다고 해야 하나? 처음 엘프들의 마을이라고 생각했던 곳에 있던 그 건물들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저게 진짜인가? "저기가 엘프들의 마을이야?" 나는 우리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만 있으면 좋으련만, 내 옆에는 거대한 바퀴 벌레가 같이 날고 있다. 어지간하면 다른데로 가라. 가. 아르메리아가 말리지 않았다 면, 벌써 마법을 걸어 날려버렸을거다. 다만..... '일단 날 죽이려고 덤비진 않으니.....' 그런데 아르메리아는 전혀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네. 이젠 면역이 되어서 그런 건 가? 역시 엘프들의 취미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 덕분에, 이런 거대한 바퀴와 같이 나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네. 중앙에 있는 큰 나무 위에 내리면 되요." 그런데 말야..... "어째서 웜홀이라는 걸 마을과 떨어지게 해 둔 거야?" 마을 안에 설치하면 간단한 게 아닌가? 비행중이라 뒤를 돌아볼 순 없겠지만, 20분 정도는 날아온 것 같은데..... 어째서? "안전상 어쩔 수 없어요. 음에너지라는 게 워낙 위험하니까요." "그렇게 위험해?" 나로선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째서 그렇게 위험하다는 것일까? "질문은 나중에 하고, 일단 착륙부터 하자고요. 언니." 우리 일행은 나무 위에 있는 둥그런 접시를 향해 날아갔다. 나, 아르메리아, 그리고 대형 바퀴벌레까지. "살다 보니 별 희한한 걸 다 구경하게 되었어." 전에 본 드워프들의 건물과 비슷하지만, 왠지 모르게 부드럽다는 느낌이 드는 접시 위에 내린 나의 첫 말이었다. 내 옆에 내려서 저리로 기어가는 바퀴벌레의 모습이 란..... "혹시 날 태우고 날아다닐 정도의 바퀴벌레가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바퀴벌레가 있을지도 몰라. 이곳은 워낙 요상한 곳이니까. 도대체 오시언의 과 거는 어떤 것이었을까. 얼마나 무시무시한 세상이었을까. 저런 바퀴벌레와 잠자리, 그 외에 괴상한 곤충들이 버글거리는 곳이었을까. 음. 초대형 개구리도 있을지 모르 겠군. 개구리의 조상이 살고 있다면, 혹시 개구리도? 벌레들이 크니까 그에 걸맞게 거대한 혀로 나를 칭칭 감아 집어삼킬 정도의 거대한 개구리가..... "그런 건 없어요. 개구리는 이곳에 없으니까 걱정 마세요." 입을 가리며 웃는 아르메리아.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하지만. "아까 본 그 개구리의 조상님들도 혀로 벌레를 잡아먹어?" 도마뱀같이 생긴 거대한 개구리가 혀를 내미는 모습은.... 징그럽다. 상상하는 것만 으로도 끔찍하다. 설마.... 이곳은 그런 괴수들의 별이 아닐까. "풋. 일단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장로님들을 만나러 가요. 언니." 웃으면서 나무 줄기로 들어가는 그녀. 접시 옆에 돋아난 나무 줄기 사이로,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가 보였다. 아. 그렇지. 난 이곳에 저주를 풀기 위해 왔었지 ! 워낙 괴 이한 풍경에 압도당한 탓인지, 그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허겁지겁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드디어 다 온 건가....." 나무 줄기를 타고 내려와서, 엘프들이 있는 거대한 물방울로 들어가고, 그 뒤에 이 어 아르메리아를 알아본 수많은 엘프들의 환영인사. 거기에 이은 나에 대한 질문들. 그리고 장로님의 앞으로 가는 나와 아르메리아. 그것까지는 좋지만..... "가기 전에 놀라서 죽을거야." 이곳의 생물은 모두 초대형인 모양이다. 내가 걸터앉을만한 버섯이라니. 버섯 위에 앉아서 장로님을 기다리며, 갑옷으로 무장된 물고기를 식사로 제공받는다. 점심 치고 는 상당히 파격적인 식탁이야..... 물고기를 암모나이트 먹듯이 껍질을 뜯어서 먹는 경우가 있다니..... "재미있잖아요. 껍질로 덮인 물고기는 처음이지요? 언니." 맛은 좋기는 하다만..... 물고기라는 건 보통 뼈가 몸 안에만 있는 게 아닌가? 몸 밖에 두꺼운 갑주를 걸친 괴이한 물고기라니. 턱은 또 어디가고. 가시는 왜 이리 많 이 돋아있는거야? 물론 크기는 불만이 없지만. "이건 과거에 살았던 물고기 중 하나에요. 오시언에선 이미 2억년도 더 전에 사라져 버린 종류이긴 하지만." 그 시대에 안 살았던 게 다행이야..... 괴물은 공룡만으로 족해. 물론, 공룡이야 매 일 보는 녀석들이니까 괴물이라는 느낌은 안 들긴 하지만..... "설마 이것보다 더 괴상한 동물은 없겠지?" 이 이상은 없을 거야. 절대로 없을거야. 경악하는 건 껍질로 덮인 물고기만으로 족 해. 물론 이 녀석은 앞부분만 껍질로 덮인 듯이 보이지만. 그런데 이거 이름이 뭐지? "프테라스피스." 잊어버릴래. 난 그런 거 몰라. 그냥 먹기만 하고 다 잊을거야. 여기서 더 놀라면 장 로님들의 마법 강의를 들을 체력이 상실되고 말거야. 나는 결국 얼마 들지도 못하고 식기를 내려놓고 말았다. 마음이 지치니까 먹을 기력도 없다. 잠깐만 쉬었다가. "맛이 없어요?" 그녀의 물음에도, 다른 엘프들의 질문에도 대답할 기력이 없다. 아까 인사를 들을 때 뭐라고 그들의 이름을 말한 듯 한데, 전혀 생각이 안 난다. 너무 놀라는 일의 연 속이라서 머리가 혼란을 일으킨 모양이야..... 하지만..... "버섯 위에 앉다니....." 물론 앉으라고 권한 것으로 보아 독버섯은 아니겠지만..... 나는 멍하니 앉아서 머 리를 식혔다. 하지만, 그것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버섯위에 앉아서 꾸벅꾸벅 조는 언니의 얼굴은, 마치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발 에 짓밟힌 듯한 모습이다. 그렇게 충격이 컸던가? '하긴.....' 이렇게 생긴 생명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언니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고, 설령 쥬린 제국의 공주님이라고 해도 이런 생물을 직접 본 기억은 없을 것이다. 바퀴벌레를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언니가 아직 완전히 여성 화되지는 않았다는 증거이리라. 물론 인간의 경우에만 그런 것이긴 하지만. '바퀴벌레를 봤다고 놀라는 인간 여자들의 마음은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솔직히, 바퀴벌레가 여자들을 위협하는 것도 아닌데..... 다만 그 모습 때문일까. '만약 다른 여자들이 이곳에 왔다면.....' 분명히 기절하거나 놀라서 비명을 질렀겠지. 어쩌면 온갖 수를 써서 바퀴벌레를 잡 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마법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으니까.....' 그들에 대해 생각을 하자, 지금쯤 화석을 구경하고 있을 사람들이 생각났다. 차라리 그 정도에서 놀람을 멈추는 게 나을 것이다. '실물을 보면 기절할거야. 특히.....' 오파비니아 언니가 떠오르자, 나는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상당히 규모가 크네요. 이 박물관은." 대충 이곳을 돌아본 사람들이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물론 드워프들은 그 렇게 놀라지 않았지만. "뭐, 그리 큰 것도 아니구먼." 드워프들의 마을에 있는 박물관은..... 이 이상으로 거대하다고 들었다. 엘프들의 마을의 이것은 그들의 거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것이리라.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것을 알 리 없다. "어디, 점심이라도 들까?" 시간이 되었군. 아마 지금쯤 밀크도 식사를 하고 있겠지. "그럼 우리도 식사하러 갈까요? 애스터 누스양." "그렇게 해요." 비록 밀크의 말에 따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재료를,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요리 법으로 만들어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식기로 먹는 것' 이기는 하지만. "그 애는 지금 뭘 먹고 있을까요?" 지나가는 말로 묻는다. 이곳과 흡사한 요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맛있는 걸 먹고 있을 거에요. 물론 좀 색다르기는 하지만." "다들 잘 먹고 있을까?" 나야 기묘한 괴물을 점심으로 먹었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마 평범한 요리 를 먹겠지.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생전 처음으로 먹는 요리에, 내 입 안이 좀 이상하다. 뭐라고 할까. 유로 제국과 아라비 사막에서 먹은 요리의 맛의 차이라고나 할까?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떨어진 곳의 요리를 먹는다면, 처음에는 적응 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힘든 법이다. 내 경우는 그 시간적인 거리가 몇 억년에 이르 고 있으니..... "으....." 입가심으로 뭐 없을까? 적당한 게 생각나지 않는다. 이곳은 아무래도 오시언이 아니 니까. 일단 내 입에 익숙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것도. 사는 곳 자체가 다 르다. 하늘도 다르고 땅도 다르다. 이런 곳에서 내 입맛에 맞는 것은..... - 계속 - 후기)갑옷을 입은 물고기. 이 물고기들은 적어도 4억년 이상의 시간의 흐름을 우리와 의 사이에 두고 있는 물고기들입니다. 갑주어라고 하는데, 이런 괴이한 물고기들을 우리가 실제로 보고 싶다면, 화석을 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판타지라는 장 르에선 이런 물고기도 나오게 할 수 있네요. 우리가 어떠한 괴물을 상상해서 그린다고 해도, 실제로 존재한 이러한 괴이한 생명 들에 비해서는 그 경이로운 느낌이 덜합니다. 과거에 살아서 움직이던 이러한 생물들 의 경이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는군요. (그런데 그런 귀한 것을 마구 먹게 하다니. 나도 참 너무하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09 19:46 조회:20 공룡 판타지 14-260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4) 없다. 절대로 없다. 입가심이라도 하려면 뭔가 내게 익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아마 하나도 없을 거야.' 분명히 요리라고 나오는 것도 이상한 것들만 나오겠지. 그런 것으로는 내 속이 편하 게 되지 않는다. 그럼 뭘로 해야 하나..... 옳지. '물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미 식탁은 다 치워졌고.... '이 버섯이라도 잘라 먹어볼까?' 일단 눈에 익숙한 것은 이것뿐이다. 하지만.... '너무 커.' 게다가, 내 몸무게를 지탱할 정도로 튼튼하다면, 이것은 실제 버섯이 아니라 버섯 모양의 의자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내가 그렇게 무겁다는 말은 아니지만. 어떻게 할 까. 지금이라도 말을 꺼내볼까.... "이거 드세요." 유리잔을 들고 오더니, 그 안에 붉은 빛의 뭔가를 따라주는 아르메리아. 이게 뭐지? 그리 많은 양은 아니지만, 뭔가 그리운 향기를 맡는듯한 이것은.... "술?" 전에 드워프들의 도시에서 마신 것과 흡사하면서도, 그와는 다른 뭔가가 있다. 그게 뭔가..... 술을 마시는 것이 이게 두 번째라서 그런지, 둘 사이의 차이가 있다는 것 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안에 거품이 없다는 게 첫 번째 차이에요." 그런가.... 그녀의 말도 맞다. 하지만, 그 이상의 차이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알 고 나면 그걸 내가 왜 알지 못했나 하고 탄식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천천히 마셔보고 평가하세요. 언니." 두 손으로 자신의 잔을 받치고 입술에 잔을 갖다 대는 그녀. 술이 그녀의 입을 통해 목 안으로 흘러들어간다. 조금씩 잔이 기울어지면서 그녀의 술잔이 비어가고..... "그럼....." 양이 적으니 지난번처럼 술에 취해서 흐느적거리지는 않겠지.... 마침 입가심할 것 도 좀 필요했고.... 나는 아르메리아가 한 대로, 입에 잔을 가져가서 조금씩 술잔을 기울여..... "!" 강렬한 향이 내 입 안으로 번져갔다. 입안이 상쾌한 느낌으로 가득차고, 그 느낌은 잔을 기울일수록 더욱 강렬해져갔다. 내 손이 움직이고, 잔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기울었다. 잔을 입에서 떼었을 때에는, 그 안의 액체, 술이라는 이름의 액체는 단 한 방울도 남지 않았다. "카아. 좋다." 혼자 있었다면 분명 이렇게 외쳤겠지만, 실제로 그런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나도 그 정도 분별력은 있으니까. 하지만..... '전에는 몰랐었는데.....' 그때는 생전 처음으로 술을 마신 거라서 제대로 맛을 음미하지 못했는데..... 이번 엔 전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는지 그 황홀함을 향기로, 감촉으로, 그리고 맛으로 느낄 수 있었다. 눈을 감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술의 느낌을 음미한다. "한 잔 더 줘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차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난번에 그녀에게 들은 말 로는.... 이게 그 엘레스라는 식물의 열매로 만든 거라고 들었다. 씨앗이 열매 안에 들어있다는 괴이한 습성을 가진 열매다. 보통은 씨앗은 겉에 노출되어 있는 게 정석 인데. 솔직히 속씨식물이라는 말보다는 돌연변이라는 말이 더 적당하다고 여겨지지 만. 돌연변이라. 남자의 마음이 여자 안에 담겨있는 나도 그런 것일까. 겉으로 보아 서는 알 수 없는, 전혀 다른 종류의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닮은 것이 아닐 까..... 결국,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정작 하고 싶은 말은 꺼내지 못했다. 그저, 빈 잔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랠 뿐. 하지만 그걸로 좋았다. 느낌만으로 족하기에. 적어도 지 금은. 이곳에서 설령 저주의 비밀을 듣지 못한다 해도, 이 한 잔만으로도 충분히 이 곳에 온 가치가 있다고.... '그건 안 돼 !' 일단 저주는 풀어야지. "언니. 장로님이 오셨어요." 아르메리아의 말은 한참 후에나 들렸다. 상당히 늦게 오신 건가. 아니면 빠르게 오 신 건가. 시간 감각이 잠시 사라져서 알 수가 없었다. 오래 전에 멸종된 물고기를 먹 은 것이나, 상식 밖의 바퀴벌레를 본 충격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술 한 잔의 마력이 나를 사로잡은 탓이 아닐까. 나는 장로님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가 입을 연다. 나 를 위해서. "아가씨가 라 브레이커의 계승자인 레이니 양인가?" 이 분이 장로님인가. 그런데..... 내 앞에 앉아 있는 엘프의 모습은..... '젊어보이네.' 엘프들은 나이를 머리카락으로만 먹는 게 분명했다. 머리카락은 햐얀 색인데, 얼굴 은 내 남자였을때의 얼굴 만큼이나 젊어보였다. 수염이라도 났으면 좀 이해할 수 있 을 텐데..... "그렇습니다. 장로님." 이렇게 말을 해야지. 나는 최대한 정중한 목소리를 내려고 자세를 가다듬고는..... "인사는 됐네. 아가씨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내 마음? 하지만 난 아직 아무것도..... 인사를 받는 의례적인 말을 할 것으로 생각 했던 나로서는, 그 전에 불의의 일격을 맞은 꼴이다. 하지만, 그는 내가 입을 열 기 회를 주지 않았다. "우리들은 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네. 아가씨도 이미 경험을 했다고 들었으니, 이 제 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굳이 소리를 낼 필요없이." 소리없이.... 무언가가 열리고, 내 가슴이 확 트이는 느낌..... 그런 것이 나를 향 해 다가왔다. '우선, 레이니 양이 여기까지 온 까닭을 듣고 싶네. 이미 아르메리아에게 들어서 알 고는 있지만, 직접 듣고 싶은 게 우리의 바람이라네.' "그것은....." '굳이 말로 꺼낼 필요는 없네. 이미 엘프들의 의사 소통방식에는 익숙할 거라고 보 네. 많이 경험을 했다고 들었고, 실제로 그런 것 같군. 지금 아가씨의 모습을 보니.' '네?' 어떻게 안다는 거지? '다른 사람 같으면 머리 속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고 당황하더군. 대개 처음에 그런 걸 시도한 사람은 그렇게 되지.' 아. 그렇구나. 워낙 오래동안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것이라, 별로 놀라지 않았어. 그걸 보고 아신 것인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렇게 느낌을 받았다. 단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런 의사가 전달될 수 있다니..... 정말 신비로운 종족이었다. '전부터 아르메리아와 그렇게 대화를 했었습니다.'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인간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그렇게 생각이 떠오른다. 하 지만, 장로님은 그런 것을 보고 화내지 않았다. 그저 미소짓는 느낌이 다가올 뿐. '그럼, 내게 아가씨의 사정을 들을 기회를 주겠나?' '예.' 이야기를 모두 다 꺼내면 아주 길어지니까..... 요점만 말하기로 했다. 간단하게. '원래 남자였던 제 몸이 어째서 여자아이의 것으로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 고, 그 몸을 원래대로 돌릴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너무 간단하지만, 이걸로 족하다. 필요한 건 다 말하지 않았는가. 장로님이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이 오고, 그의 생각이 내게 날아왔다. '그런가..... 그럼 아가씨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 마법의 이치를 알고 있나?' '아직 모릅니다. 짐작가는 사항은 몇 가지 있지만.' '그걸 말해주게나.' '예.' 역시 그것부터 말해야겠지? 나를 공주님으로 생각하는 혼 족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러니까, 아가씨의 몸이 쥬린 제국의 공주인 미나르의 것이라는 거지?' '일단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솔직히 그녀의 몸인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럴 가능성은 충분했다. 오래 전부터 공주를 모신 신하들이 나를 공주님이라고 부른다면, 내 몸이 그녀의 것일 가 능성이 높다. 솔직히 그렇지 않다면, 왜 그들이 나를 그녀라고 착각을 하겠는가. '음.....' 잠시 생각에 빠지는 장로님. 과연 이곳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까? 장로님의 생 각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의 불안은 커져가기만 한다. '침착하게 기다리세요. 언니.' 내 손을 잡고 나를 진정시키는 그녀. '장로님이라면 분명히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에요. 수많은 고대의 지식을 지닌 분이니까요.' 그녀의 말이 맞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그녀의 손을 힘껏 맞잡았다. 제발 답이 나와 다오. 눈을 감았던 장로님의 눈이 떠지면서 나를 쳐다본다. 눈 안에는 무슨 생각을 품고 있을까. '아가씨의 몸을 한 번 보고 싶네.' '.....' 설마.... 이상한 뜻은 아니겠지.....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 말씀은 좀..... 수많은 치한들의 모습이 잠시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간다. - 계속 - 후기)어려워.... 어려워.... 정말 어려워..... 이번에는 내용 자체가 어려운 에피소 드로군요. 요즘 들어서 이상하게 쓰기 어려운 에피소드만 있는 듯 하네요. 뭐, 그래도 열심히 쓰고 나면 기분이 좋기는 합니다만, 몸이 못 따라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글을 오래동안 쓰면 마음은 푸근한데 몸이 피로해서요. 이것도 엄청난 중노동이군요. (글 아래 깔린 작가의 모습 상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본론이니까,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왜 요즘 은 쓴 걸 스스로 지우고 다시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지 한탄을 할 뿐..... 으어어어 엉)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10 19:44 조회:11 공룡 판타지 14-261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5) '설마.....' 이 분의 얼굴로 보아, 그리고 눈으로 보아, 그런 짓을 할 위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 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아니면 내가 착각한 건가?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는 내게, 장로님은 그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가씨의 몸이 정말로 공주님의 것인지 확인을 하겠다는 걸세. 잠시만 머리에 손을 얹게 해주겠나?' 아. 그런 건가? 난 또..... 나도 모르게 가슴을 왼손으로 가리고, 오른손이 검의 손 잡이로 간 걸 보면, 그동안 내가 얼마나 질 낮은 남자들에게 시달렸는지 알 만 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지나칠 정도의 무례함이었지만, 장로님은 내 속을 아는지 그저 웃기만 하셨다. 하긴..... 마음과 마음을 서로 통하게 하는 대화라면 그렇겠지..... '원래대로 돌아가면 절대 그런 남자들처럼 행동하지 말게.' '걱정마세요.' 그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후, 그를 향해 내 머리 를 맡겼다. 그의 손이 내 머리에 얹혀지고..... '그런가.....' 손을 치우는 장로님. 뭐야? 벌써 끝인가? 어리둥절한 나에게, 장로님은 천천히 말씀 하셨다. 물론 입을 열지 않고. '아가씨의 몸은 공주님의 것이 맞는 것 같군. 생명력의 느낌이 쥬린 제국의 왕족들 의 것과 비슷해.' 그 비슷하다는 말은, 아직 확신을 못한다는 것인가? 어쩐지.... 힘이 떨어지는 말이 다. 그럼, 내가 누구의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직은 명확하지 못하다는 말인 데..... '그건 아니네.' "?" 그럼 무슨 뜻이야? '아가씨의 몸의 생명력을 보면, 5살 때 행방불명된 그 공주님의 생명력과 거의 같 네. 아니, 동일인물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야. 그 말은, 아가씨가 바로 공주님의 몸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공주님과 쌍둥이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일종의 복제인간의 몸 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지. 하지만.....' 하지만? 복제 인간이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하지만이라는 말의 뜻은? 그리고 공 주님의 생명력과 내 것과 같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엘프들이 그 공주님과 만난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만난 적은 없네. 하지만 제국의 공주라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네.' '어째서요?' 인간들의 일에 어째서 엘프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 는..... "아 !" 이유가 한 가지 있었다. 나의 검, 라 브레이커. 이것이 만약 정말로 엘프들을 낳은 그 여자가 만들어낸 것이라면..... '가급적이면 그 분을 부를 때는 존칭을 붙여주게. 인간들이 그 분을 경배하는 걸 바 라지는 않지만, '그 여자'라는 호칭은 그리 좋게 들리지 않네.' 하긴 그렇군..... 자신들의 조상이라면 아무래도..... 뭔가 더 있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나는 다시 원래의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역시 라 브레이커 때문인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그렇다네. 아무래도 그 검은 우리 일족이 인간들에게 전해준 검이고, 그 검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쥬린 제국의 지도층들이니까. 인간들이야 황제라느니 황족이라느니 하 지만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지. 그러나 그 검을 가진 이상, 우리 엘프들로서는 관심 을 갖지 않을 수 없네. 그 검의 주인은 우리 종족의 마법을 익히게 되니까.' '그런가요?' 하지만 엘프들의 마법을 익힌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단지 마법의 두 가지 조류중 하나를 배우는 것 뿐인데. 장로님에게 내가 의문의 시선을 보내자, 그는 긍정의 시선으로 맞받았다. '그렇다네. 우리들의 마법은 인간들과는 달리 그 근본적인 이치를 배워 실천하는 것 이기 때문이지. 그것은 곧, 인간들에게 엄청난 지식을 가져다주는 것이기 때문에, 우 리가 그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네. 물론 그들은.....' 그런데 지금 저 표정은 왜 나오는 거야 ! 왠지 모르게 극히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 는 듯 한데..... '여태까지 인간들은 그 검을 제대로 소유하지 못했네. 어리석게도 자신들의 권력강 화에만 이용하고 있었지.' 그런가요..... 나한테 보내는 시선이 아닌 듯해서 다행이지만..... 현재 그 검의 주 인은 어느 멍청한 여자아이, 아니 여자의 탈을 강제로 쓴 남자라고요. 지금은. 이왕 이면 남자 모습으로 전설의 검의 주인이 되었다면 좋았을걸. 속으로 약간 투덜거렸 다. 지금은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여자의 몸이 되었던 시절이 창피하기 때문에 - 예를 들면 유로 제국의 태자를 만나 춤을 춘 경우가 그렇다 - 도저히 지금의 일을 입을 열어 말할 수 없을 게 뻔하다. 그러면... 전설의 검을 사용하기도 그만큼 어려 울 것이다. 주인이 바뀌었다고 거짓말을 해?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앞날이 심히 걱 정되었다. '그건 일단 저주를 풀고 나서 걱정해도 되잖아요. 언니.' 옆에서 끼어드는 아르메리아. 물론 그녀의 말도 맞지만, 걱정이 되는 건 되는 것이 다. 빨리 말씀을 하셔서 제 불안함을 조금이라도 줄여주세요. 장로님. 이 가엾은 소 녀의 모습이 불쌍하지도 않나요? 가만.... 또 실수하는 것 같은데..... '불쌍한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겠네. 아가씨.' 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이고 만다. 하지 만 장로님과 아르메리아는 이미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아니, 숙이고 있어도 보고 있다. 그렇게 느껴진다. 얼굴을 가려도 소용이 없다. '이럴 때는 곤란하구나.....' 마음을 보고 이야기한다는 것도, 생각보다는 편리하지 않은 것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바라보며, 장로님은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그냥 내 말을 들어주게.' 그게 나을 거야. 나와 아르메리아는 입을 다물고 장로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의 입이 열린다. 아니, 그의 생각이 내게 흘러들기 시작한다. 그 생각들의 내용 은..... '우선, 그 검의 주인이 될 지도 모르는 쥬린 제국의 왕족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알 고 있네. 그 몸이 공주님이나, 그 쌍둥이, 또는 복제인간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공주의 생명력의 느낌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네. 물론 아가씨는 무술을 배우면서 그게 느낌이라고 들었겠지만, 그건 인간 하나하나가 가진 일종의 특성이네.' '그렇게 달라요?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수련을 해야 간신히 알아차릴 수 있는 게, 생명력의 차이 아닌가? 그렇게 쉽게 구분이 된다는 게, 가능한 건가? '물론 금방 알 수 있는 사항은 아니지. 하지만, 검사들만이 생명력을 다루는 것은 아니라네. 우리 역시, 생명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지금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 지만.' 그건 그렇다. 지금 문제는 내 몸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니까. 장로님의 다음 말씀 은..... '그 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아까 말한 것처럼 가능한 경우가 세 가지 있지. 우선 첫 번째 가능성은 그 몸이 진짜 공주님의 것일 경우.' 하나. '그러나, 그 경우에는 큰 문제가 있네. 아가씨가 정말로 저주에 걸려서 몸이 바뀌었 다면, 아가씨의 원래 몸은 지금쯤 제논에 의해 어딘가에 갇혀있다고 생각해야 자연스 럽네. 일단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아가씨에게 저주를 건 게 확실하다고 여겨지니 말일세.' 아르메리아가 다 말한 모양이구나. 그렇게 자세히 아는 걸 보면..... '그게 아니에요. 지금 장로님과 언니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있어서 그런 것 뿐이 에요. 자세한 건 아직 언니가 알 수 없겠지만, 나중에 정신 마법을 배우면 알게 될 거에요.' 어차피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지. 왜 내 몸이 공주님의 것이 아니라고 하시 는 것인지, 그게 더 중요하지. 장로님이 나를 바라보며..... '그렇다면, 그 마법사가 바꿔치기한 몸은 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 난데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 답은 뻔한 듯 한데..... '당연히 공주님이 숨은 곳에서겠지요.' '아니네.' '예?' 그게 무슨 소리야? 공주님의 몸을 가져오려면 공주님이 숨은 곳을 찾아내고, 그 몸 을 강제로 손에 넣어서 저주를 걸어야 서로의 몸이 바뀔 게 아닌가? 여태까지는 그렇 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공주의 몸을 그가 손에 넣었다면, 그건 공주를 그가 잡았다는 말이네. 그럼 굳이 그런 저주를 아가씨에게 수고스럽게 걸 필요가 있을까?' 아차 ! 그렇구나 ! '공주를 잡으면 그걸로 그의 적들은 모두 손을 들 수밖에 없는데. 라 브레이커의 권 위를 등에 업은 황제를 꺾으려면, 그 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자를 추대할 수밖에 없 네. 적어도 인간들의 얄팍한 지식으로 생각해본다면.' "....." 그렇구나..... 그것은 여태까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중대한 맹점이었다. 저주를 걸 가치라는 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내게 굳이 저주를 걸 필요는 없었던 것이기 때문 이다. 그렇다면, 내 몸은 공주님의 것이 아니고, 따라서 남은 두 가지 가능성에 무게 가 실리는 것일까. - 계속 - 후기)으아아아악 ! 또 수정입니다. 수정이라는 여자아이 이름이 아니고, 글 쓰다 보 면 언제나 만나는 문제라는 겁니다. 으흐흑. 다 쓴 걸 다시 고치는 작업을 할 때는 언제나 힘이 드는군요. 오죽하면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려는 순간 "중노동이다." 라 는 말을 무심코 꺼낼 정도로..... 결국 또 불평하고 말았군요. 이상하게 글이 자꾸 길어지게 되네요. 처음에는 이번 에피소드가 짧아지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라는 건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11 19:19 조회:20 공룡 판타지 14-262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6) '일단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네. 하지만 일단은 가능성을 남겨두지. 그 마 법사의 생각을 우리가 정확히 아는 게 아니니까 말일세.' 그렇구나. 하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는 공주님의 몸은 내가 가진 이것이 아니라 는 말이었다. 일단은 그렇게 단정을 해도 좋겠지만..... '두 번째 가능성은 공주의 쌍둥이의 몸을 사용한 경우지. 하지만, 공주에게 숨겨진 쌍둥이는 없었어. 그러니 이것은 아예 가능성을 남길 필요도 없는 셈이야.' 하긴. 쌍둥이가 있었다면 공주가 태어났을 때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겠지. 일단 공주 가 태어난 시점에서는 그게 축복이고 경사였으니까. 그럼..... '세 번째 가능성은 바로......' 복제인간이라는 건가요? '그렇다네.' 그럼..... 이 몸은 단순한 물건이라는 건가? 왠지 기분이 나쁘다. 물론 내가 복제인 간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든다. '일단 공주와 유전자가 같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녀를 잡는 건 불가능했을지 몰라 도, 그녀의 피 한 방울 정도는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네. 아가씨가 알아듣 기 힘들 듯 하지만, 정말 뛰어난 마법사는 피 한 방울이면 어떻게든 인간 성체를 만 들어낼 수 있거든.' 그런 게 가능한 건가? 하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하지만 마법의 전문가인 장로님이 그렇다니까, 의심할 이유가 없다면 믿을 수밖에. 하지만..... '하지만, 세 가지 모두 중대한 결점이 있네. 중대한.' 무슨 결점인가요? 장로님은 자신있게 단언했다. '그것은, 그 모든 것이 한 가지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것이지. 그 마법사가 인간의 혼을 마음대로 타인의 몸에 옮겨심을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그게 무슨 결점이 되지? '그렇게 하려면, 영혼 마법을 그가 알아야 하는데, 그것은 예시당초 불가능하네.' "어째서요?" 그게 뭐가 불가능하지? 그렇게 단정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있네.' '어째서요?' '영혼 마법을 사용하려면, 인간이 말하는 마법 레벨로 얼마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 나?' '음.....' 생각은 해 보지만, 결론은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배운 마법은 엘프 마법이지, 인 간 마법이 아니므로.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인간의 마법을 배우지 않았다고 하 면, 다른 사람이 듣고 웃겠지만 실제가 그러니 할 말이 없다. 그러니 내가 알 턱이 있나. 그저 궁금한 얼굴을 장로님에게 향할 수밖에. '모르는 게 당연하네. 설령 아가씨가 인간들의 마법을 익혔더라도, 모를 수밖에 없 었을 거 라네.' ? '그 마법을 사용하려면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악마와 계약을 해야 하 거든. 인간들의 마법체계라면 말일세.' 그건 알아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유가 되지 않잖아요. 아무리 그 계약이 어렵더 라도, 누군가가 그 난관을 극복할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세.' "어째서요?" 또 입을 열고 말았군. 역시 아무리 생각을 전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역 시 나는 인간이고, 말을 함으로서 대화를 나누는 것에 더 익숙한 법이었다. 이거... 조용한 분위기를 자꾸 내가 깨버리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 다음의 장로님의 말씀은 너무나 생각밖이었다. '계약할 악마가 없거든.' "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놀라 입을 벌린 나를 바라보며, 장로님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나와는 달리 아주 조용하게. '그 악마가 없기 때문에, 아니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영혼을 다루는 마법은 이미 실전되었네. 악마의 기원에 대해 아가씨에게 알려주려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그 건 이쯤 하고, 어쨌든 그런 문제가 있는 이상, 아가씨가 걸린 그 저주라는 게 타인의 몸과 바뀐 이유로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네.' "하지만 단정하시는 것은....." 모든 일은 완벽하게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다. 혹시 그 변태 마법사가 무슨 요령을 부 려서 그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했을지도 모르는 게 아닌가? 그러나 장로님은 고 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느낌을 보냈다. '그리고, 더욱 결정적인 이유가 있네. 그가 굳이 그런 저주를 자네에게 걸 필요가 없는 이유가.' "그게 뭔데요?" 이젠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역시 난 인간이야. 장로님이나 아르메리아도 그것을 굳이 말리지 않았다. 익숙한 대로 하라는 것일까. 아니면 못 말리는 녀석이라며 포기 한 것일까. 하지만 그들의 태도를 보면, 일단 후자는 아니었다. '자네를 여자아이로 바꾸는 저주를 건 이유가 뭐지?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가치? 내게 그런 가치가 있었던가? 그 시점에서. 내가 라 브레이커와 만나기 전의 남자아 이였을 때의 시점에서 나는 그저 평범한 기사지망생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굳이 내게 그런 무서운 저주를 걸 만큼 내가 그 당시에 가치있는 존재였던 가? 단지 마법사의 변태적인 취미 때문이라고 웃어넘기기에는, 문제가 너무 컸다. 장 난으로 대충 걸 만한 마법치고는 너무나 높은 수준의 마법이었기에. 그렇다면..... "모르겠어요." 답은 나와 있었다. 가치라고 말하니 기분나쁘긴 하지만. 나 자신이 형편없는 존재라 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입 밖에 내지는 않았지만. 그러고 보니 그 마법이 내게 걸릴 때는.... 걸릴 때는..... '그건 날 노린 게 아니었어.' 내게 마법을 건 그 자가 노린 것은..... 물론 그 마법을 걸게 한 원인은 그가 아니 고 그 변태마법사가 준 마법의 탄환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내가 아니라 사부에 게 날아간 것이었다. 그것이 내 저주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간주되는 이상..... '그런데 왜 치매 사부에게 그런 저주를 걸 필요가 있었지?' 그런 노인과 공주님의 몸을 바꿀 필요가 뭐가 있지? 단순한 취미라기에는 너무 이상 하다. 뭔가가 막히는 느낌이다. 갑갑함의 가루가 그릇에서 엎질러지고, 그것이 사방 으로 날려가는 듯한 느낌. 그 가루를 들이마신 것일까. 장로님의 안색이 이상하다? '원래 그것이 자네 사부에게 날아간 것이었다고?' 약간 놀란듯한 장로님의 얼굴. 어째서지? "왜 그러세요?" 하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장로님의 느낌이 잠시 끊어지더니, 그는 곰곰히 생 각하는 느낌을 뿜어냈다. 무엇을 그렇게? 하지만 나로서는 그 느낌을 명확히 해석할 수가 없다. 아직 내가 미숙한 탓이다. 결국, 나는 아르메리아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 다. 그녀라면 말해줄 수 있을까? '장로님이 뭘 생각하시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마음의 교류를 잠시 멈추신 것뿐. 저 로서도 굳이 그 자가 언니의 사부님에게 그런 마법을 걸 이유를 찾아낼 수 없네요. 물론 언니의 사부님이 바로 쥬린 제국의 친위대장이었던 사이드라고는 알고 있지 만.....' 그런 건가. 난 또 무슨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줄..... 잠깐. 사이드라면..... 치매 사부의 원래 이름인데?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더라? 대답은 금방 나왔다. '공주님을 데리고, 황제의 검을 가지고 어디론가 탈출한 기사.....' 그렇다면..... 치매사부에게 그런 저주를 걸고, 공주님이 숨은 곳과 검의 위치를 알 아내려고 협박을 하려고 그런 짓을 한 걸까? 하지만 10년 이상의 세월을 충성으로 보 낸 사람에게, 그런 어설픈 협박이 통할까? '역시 이상하군요. 단순히 협박용으로 쓰기에는 마법 자체가 너무 어려워요.' 아르메리아의 생각도 맞는 말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잖아. 여기서 모든 것이 막 히는 건가..... '아무래도 짚히는 게 없군. 그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없을까?' 장로님의 말씀에 동감한다. 나로서도, 아르메리아로서도 뭐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몸을 바꾸어 버리면 타인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많지 만.....' 그건 실제로 무수히 당해봐서 안다고요. 만약 사람들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면..... 이상한 녀석들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지도 않았겠지. 아니, 그게 더 큰 문 제군. '하지만 라 브레이커가 그런 능력이 없을 리는 없고. 적어도 그 마법사 역시 그런 점은 알고 있었을텐데.....' 물론 모르고 그런 마법을 사용했을수도 있다. 그런 얄팍한 속임수로 검을 속이고, 그 자신을 계약자라고 우기려는 것도 가능하지. 하지만 그 검은 영혼을 바라보는 검 이지, 육체를 바라보는 검이 아니다. 게다가 그 마법을 건 사람에게 줄 인공적인 몸 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고, 영혼에 대한 마법은 실전된 상태다. 겨우 그런 어 려움을 극복하고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더라도, 사부에게 그런 마법을 걸 필 요가 있었을까? '검의 주인은 엄연히 사부님이 아니었다고.' 황제의 검을, 굳이 나한테 줄 필요가 없잖아. 가만. 가만. 가만있자..... "어째서 그 검을 내게?" 단순히 아끼는 제자라서? 하지만 그런 걸로 설명하기에는 검의 의미가 너무 크다. 어쨌든 황제의 검이 아닌가? 그 검의 실제 주인은 검이 결정한다지만, 그 사실을 아 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 검을 아무에게나 덥석 집어준다고? 위장까지 해서? - 계속 - 후기)여태까지 아무도 묻지 않았더군요. 입을 다물어주시는 아량을 배풀어주신 탓이 라고 생각하겠습니다만..... 그녀(?)에게 그런 마법을 걸 가치가 과연 있었느냐..... 그 수수께끼도 이 이야기의 중요한 포인트지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12 19:46 조회:12 공룡 판타지 14-263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7) '치사한 치매사부같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부가 그 검을 숨기려고 했다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 만, 그럼 아무리 내가 바보같은 제자라고 생각했더라도, 좀 가르쳐주면 안 되나? 안 가르쳐주는 바람에, 졸지에 내가 그 검 의 소유자가 되어 버렸잖아 ! 그것도 정식으로 계약까지 마친 소유자가. 물론 누가 그것을 인정해주겠냐마는, 적어도 검은 그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비록 평소에 하는 짓거리로 봐서는 도무지 날 주인으로 대접해주지 않는 듯 했지만. '공주님이라는 사람을 만나면 자네 입장이 좀 난처해지겠군.' 그럴지도 몰라요. 자기 집안의 검을 내가 가져간 셈이니. 검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냥 내 줘 버릴까? '안 되네. 그랬다가는 그 검이 공주를 태워죽일지도 모르네.' 과거에 검을 훔치려다 타죽은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 눈 앞에서 불타서 참혹한 최후를 맞던 라이다의 모습이.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끔찍한 죽음이 내 눈 앞에 서 어른거렸다. 그녀의 얼굴이 내 얼굴, 아니 공주님의 얼굴로 바뀌면서 선명히 눈에 비춰진다. '...........그렇군요.' 그럼 어쩌지?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피곤한 일은 전혀 멈추지 않는다는 게 아 닌가? 원래는 몸이 회복되면 금새 모든 문제가 풀릴 것처럼 여기고 있었는데..... 약 간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도마뱀같은 얼굴을 한 마법사만도 피곤한 상대인 데, 공주님까지..... '그런데 아가씨는 어떻게 제논의 얼굴을 알고 있는건가? 과거에 그를 본 적이라도 있는 건가?' '네?' 설마.... 정말로 그 녀석은 그렇게 생겼다는 건가? 그럼, 내가 매일밤 이를 갈며 상 상하던 그 얼굴이, 정말로 그 녀석의 얼굴이었다는 건가? 눈이 동그래지는 나를 보 며, 장로님은 나를 바라보았다. 놀라는 장로님.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말해보게. 확인할 게 있어서 그런 거네.' 그 녀석의 모습은..... "깃털로 만든 이상한 망토를 몸에 두르고 있고, 얼굴은 마치 도마뱀처럼 생겼으며, 눈에선 굉장한 안광을 뿜고 있었어요. 깃털 망토는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고." 상상한 것치고는 참으로 괴이한 모습이다. 깃털로 만든 망토를 두른,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라. 이 시대에 굳이 깃털로 망토를 두를 만큼, 추운 지역이 있다는 건가? 물론 찾으면 없을리도 없지만, 그 정도로 추운 지역에 사람들이 살 필요가 있을까? 살만한 땅은 얼마든지 있는데..... '정확하네.' 정확.... 하다고요? 설마..... 내 상상이 맞는다는 건가? '상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네. 너무 정확하니까. 아가씨가 전에 제논을 본 적이 있든 지, 아니면 그 몸이 제논의 모습을 기억해서 아가씨가 그 기억을 읽은 것인지는 모르 지만, 그 마법사의 모습은 바로 그렇다네.' 생각하기 전에 몰려오는 공포, 분노, 그리고 의문. 도대체 내가 어떻게 그 자를 알 고 있지? 어째서? 내가 당황하기도 전에, 아르메리아가 말을 꺼냈다. 소리없이. '언니는 전에 자신을 잃은 적이 있었어요. 장로님.' 가만. 내가 자신을 잃었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설명 하는 그녀. '전에 억울하게 사형장에 끌려갔을 때, 언니가 갑자기 리츠를 보고 정신을 잃는 듯 하더니, 언니가 아니라고 외쳤어요. 마치 언니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있었던 듯 한.....' 그거, 농담이겠지? 내가 왜 내가 아니라고 소리쳐?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것이 진실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설마.... '내가 미친 건 아니겠지?' 어째서 내가 내가 아니라고 외친단 말인가. 기어이 여자아이로서의 인격이 생겨난 것인가? 나는 그럼 이제 이중인격자라는 건가? '그건 아닌 듯 하네.' 장로님의 말씀이, 당황하던 나를 제자리로 돌아가게 했다. 그럼, 무슨 이유로 그런? '아가씨가 지금 가진 몸이 정말로 공주님의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것이네. 아니, 공주님의 것이 아니라고 해도 가능하네. 전에 쥬린 제국의 환난을 겪은 적이 있다면 말일세.' "어째서요?" 오늘은 이상하게 질문만 계속하는 듯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런 기 억을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이지? '자네는 아직 영혼의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세. 그 말은, 지금 현재 자네 가 가진 기억은 자네의 몸, 그러니까 여자아이의 몸이 가진 기억과 원래의 기억이 혼 재되어 있는 상태라는 걸세. 아니, 그 몸의 기억이 원래의 기억을 압도하는 상태이 네. 영혼의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 자네가 여자의 몸을 가지기 이전의 기억이 보존되는 것이 더 이상할 지경이네. 이미 완전히 여성화가 되고, 원래의 자신을 잊어 버렸어도 이상할 게 없다는 이야기지.' "네에?" 그런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시다니.... 하지만 그 말이 맞다. 지금 원래의 알로로서 의 기억은 잘 나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저.... 전.....' 무서움이 돌아온다. 내가 사라져버리는 두려움이. 나는 내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 나는...... 절규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깜짝 놀란 아르메리아가 나를 껴안았다. "언니. 진정해요. 과거의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제가 언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한, 언니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거에요. 언니. 진정해요." 그녀의 말보다는, 그녀의 마음의 느낌이 나를 진정시켰다. 마치 발작하는 것 같은 두려움의 파도가, 서서히 물러가고 있었다. 장로님이, 그 파도를 완전히 씻어내는 한 마디를 던진다. '만약 자네가 과거의 기억을 잃는다고 해도, 자네가 저주에 걸린 시점에서부터 시작 된 기억은 그대로이네. 그러니, 과거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건 아니네. 게다가, 아직 까지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다는 것도 희망적인 징조이네.' "네?" '원래 몸이 바뀌었다면, 기억은 몸에 귀속이 되기 때문에 과거의 기억이 그 즉시 사 라지는 게 당연하네. 하지만, 자네의 기억은 아직 남아있네. 그 말은, 영혼의 각성이 시작되었다는 것 이외에는 설명할 수 없네. 그 외에는.....' 그럼, 나는 나 자신을 유지할 희망이 남아 있다는 건가요? '여태까지의 상황을 보면, 그것도 가능하네.' 장로님의 확신에 찬 말이, 나를 안심시켰다. '그럼, 제 저주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가장 중요한. 그러나 지금까지 무시되어 온 질문을 내가 다시 던졌다. 장로님이 대 답한다. '우선, 그 저주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알아야 하네. 그러자면, 내 생각으로는 제논에게 마법을 가르쳐준 당사자에게 묻는 게 빠를 거라고 여겨지네. 제논이 스스로 입을 열 것 같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의 스승은 좀 괴팍하긴 해도 그리 악독하지는 않다고 들었네. 인간 마법사에게 물어보라고 하는 건 나로선 하고 싶지 않은 말이지 만, 그 마법의 종류만 안다면 풀기가 쉬워지니까. 물론, 무작정 저주를 풀어버리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저주의 종류에 따라서는 그에 의해 피해를 입을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네. 그 마법사가 지금.....' "셀?" 제논의 사부님이라면.... 그녀밖에 없는데? 나도 그 정도는 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그 마법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말도 안 돼 ! 네 몸에는 마법적인 저주가 전혀 걸리지 않았어. 그렇게 완벽하게 마 법을 걸 정도의 실력이 제논에게 있을 리 없다고 !" 이렇게 외친 게 바로 언제 이야기지? 그녀가 처음에 내 저주에 대해 듣고 나서 보인 반응이 바로 이런 게 아니었나? 그러니, 아마 그 방법은 불가능할 것이다. 나는 고개 를 저었다. '이미 그 스승이라는 사람을 만나봤는데요.' '그런가? 의외로군. 하지만 자네의 마음을 보면, 별로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한 듯 한데.....' '네.' '그럼 우리가 그 마법에 대해 알아낼 방법은 하나뿐이네. 역시 마법을 건 당사자에 게 묻는 게 빠르겠지. 혹시 그 자가 인간마법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을지도 모르니 까. 물론 가능성이 낮지만.' 하지만 굳이 그 마법에 대해 알아낼 필요가 있을까? 엘프들의 마법은 근본적인 이치 를 따지는 게 아닌가? 굳이 인간들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이런 저주 정도는 풀 방법 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왜 이렇게 '그 마법'에 대해 굳이 알고자 하는 거지? 장로님 의 대답은..... '자네의 몸이 변화해서 여성화되었다면, 그것을 풀어낼 방법이 있네. 좀 힘이 들기 는 하지만. 하지만 타인과 몸이 뒤바뀌었다면, 그 몸을 되찾아오는게 타인에게 무리 가 가지 않는 방법이지. 아무래도 자네와 몸이 바뀐 그 여성분의 입장도 생각해주어 야 하니까. 자네의 몸을 지금 당장 남성으로 바꾸어버린다고 치고, 그 여성분이 아직 자네의 몸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녀에게는 악몽이 될 게 아닌가. 그녀가 제논과 손을 잡고 있다는 보장이 없는 이상.' 그렇군..... 하지만 그 말은..... "그럼 만약에 제 몸 자체가 여성으로 변화된 것이라면, 원래대로 고칠 방법이 있을 까요?" - 계속 - 후기)후기가 생각이 안 난다 ! (이럴 수가. 물론 글 자체가 안 떠오르는 것보다는 훨 씬 낫지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13 12:50 조회:92 공룡 판타지 14-264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8) 별로 기대하지 않고 물은 말이었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저주를 푸는 것은 불가능하 다고 결론이 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의외의 반전 이 있어서 놀라운 것. 그리고 내게 현실로 다가온 그 반전. '있네.' 그와 함께 터져나온 환희의 비명. "예에에에에?" 이, 있다고? 방법이 있다고, 확실한 건가? 하지만 아르메리아의 표정을 보면, 절대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분명히 있다고 들었다. 그럼, 지금 당장이라도 그 방법 을 사용하면, 내 저주는 풀리고, 이 끔찍한 여자아이의 모습과도 이별인 것이다. 아 아아. 나의 소녀시절이여. 안녕히. 하지만 그렇게 쉽게 기뻐할 상황은 아니었다. 장 로님의 다음 말씀이.... '그 마법은 익히기가 너무 어렵네. 심지어 우리 엘프들도 그 마법을 제대로 익힌 자 가 없을 지경이니까.' 윽.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자, 장로님.... '인간 마법사가 한 일을.... 엘프가 못한다는 건가요? 장로님.....' 자부심으로 가득찬 엘프에게서 그런 말을 듣다니.... 너무하시도다..... 제발 긍정 적으로 살자고요. 장로님. 하지만 장로님의 말은, 내 기대를 무참히 배신하는 것이었 다. '그 마법은 이미 실전된 마법이네. 우리가 과거에 쌓은 지식이 지하에서 올라온 거 대한 재앙으로 파괴될 무렵, 우리가 잃어버린 지식이 얼마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영혼을 다루는 마법이네.' '......' 그런데 있다고 해서 사람을 기대하게 하나요? 너무하시다..... 너무해요. 장로 님.... 울고 싶은 걸 간신히 참으며,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서 우리가 자네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것이네. 인간 마법은 물론, 엘프 마법에 도 지금 그런 저주를 내릴 수 있는 마법은 없기 때문이네. 단순한 속임수라면 가능하 지만, 자네의 경우는 진짜로 몸이 여성화된 경우네. 물론 그런 저주를 걸 수 있는 자 가 지금 세상에 없는 건 아니지만.....' 아니지만? 그럼 그런 저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가 있다는 건가? 분명히? 그게 누 구지? 그게 누구지? 그게 누구지?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이 밖으로 터져나왔다. "그게 누군데요?" 약간 소리가 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비난할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 다. 감히 누가 나를 비난한단 말인가. 지금 상황이 되면 누구라도 나처럼 행동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장로님도 갑자기 자신의 앞에 들이밀어진 내 얼굴을 보고 놀라긴 했지만, 나를 책망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오는 이름들. 하지만..... '하나는 지금 북쪽 지방에 살고 있는 거대한 드래곤.' 드래곤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내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아, 안 돼......' 내가 아무리 저주를 풀고 싶어서 안달하고 있다고 해도, 드래곤 무서운 줄은 잘 알 고 있다. 오시언 최강의 생물이자 최고의 마법사인 드래곤을 만나러 가는 것은, 가는 여정도 쉽지 않지만 잘못해서 비위를 거스르는 날에는 그대로 죽음이었다. 저주를 푸 는 것은 즐거운 삶을 위해서이지, 죽음을 위해서는 아니다. 일단, 기다리자. 나머지 인물들의 이름이 어떤지 들어보고 나서, 목숨을 걸든지 말든지 해야지..... '두 번째 인물, 아니 인물이라고 하기는 곤란하지만, 그런 마법을 알고 있는 자 는.....' 그 자는? '인간의 마법의 근원체중 하나라네. 이름은 잊혀지고, 단지 그렇게만 전해지고 있 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우리 엘프들과의 싸움에서 사라진 존재이네. 나도 자세한 과 거는 모르지만.' 그래서 아까 인간이 영혼 마법을 쓸 수 있도록 계약할 악마가 없다고 했던 건 가..... 하지만 희망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장로님은 분명히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셋이라고 했으니까.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대체 누구일까?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역시 인물이라기에는 곤란하지만.....' 곤란하지만? '아가씨 바로 옆에 있네.' "?" 내 옆에 누가 있어? 설마 아르메리아는 아니겠고. 그럼 누구지? 주위를 아무리 둘러 봐도, 장로님과 아르메리아, 그리고 나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곳에 없었다. 그 렇다고 해서 내가 걸터 앉은 커다란 버섯이나, 주변에 선 나무들, 그리고..... '저건 아닐거야.' 나무에서 기어나오는 저 거대한 바퀴벌레는 아닐 것이고.... 그럼 누구지? 결국, 나 는 장로님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좀 가르쳐줘요. 장로님. 사람 미치게 하 지 말고. '훗.' 놀리는 데 재미붙이신 겁니까. 장로님. 그렇게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사람을 약올리 고. 명백히 의도적인 표정이다. 마치 내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는 듯한. '그만하고 가르쳐주세요. 장로님.' 결국, 옆에 앉은 아르메리아의 도움으로, 장로님의 입이 열릴 수 있었다. 물론 여전 히 입이 아닌 생각의 전달이었지만..... '자네가 차고 있지 않은가.' 내가 차고 있다고요? 하지만 내가 차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이 고물 마법검..... "네에에에에?" 서, 설마, 이 고물 마법검이 그런 엄청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미, 믿을 수가 없어. 절대 믿을 수가 없어. '말이 안 돼.' 도대체 이런 고물 마법검이, 건방지고 주인을 골탕먹이기 좋아하는 이런 마법검이 그런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차라리 그 변태 마법사가 실제로는 아주 착하 고 순수하며, 변태짓이라면 혐오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믿겠다. 이 검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 하지만 장로님은 진지한 얼굴이었다. '그 검을 무시하지 말게. 비록 성격이 좀 괴팍하긴 하지만, 실력은 확실하네. 엘프 들의 모든 마법의 지식을 담은 검인 이상, 충분히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네.' 장로님이 그런 눈을 해도, 전 못 믿겠어요. 하지만..... '그럼 저는요?' 아르메리아가 그런 눈을 하면.... 안 믿을 수 없겠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만약 전에 검에게 들은 말이 맞다 면..... '그 검이 그 마법을 자네에게 사용하려면, 그런 마법을 알고 있는 라비린스 키퍼를 자네가 굴복시켜야 하네. 아니,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해야 맞겠군. 이미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역시 그랬군. 이 검이 그냥 자신의 힘을 빌려준 적이 있었나.... 언제나 끔찍한 전 투를 치르고 나서야 날 도와주었지. '결론은 또.....' 이 녀석의 라비린스 키퍼들과 대결을 해야 한다는 건가.... 도대체 얼마나 더? 짜증 내고 싶은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질문을 잊을 수는 없었다. '그럼, 도대체 어느 정도의 레벨을 가진 라비린스 키퍼를 이겨야 할까요?' 그리고 그 말에 대한 답은..... '보통은 레벨 10은 되어야겠지만, 안전을 생각한다면 레벨 13 이상이 되어야 하네.' '.....' 감이 안 온다. 레벨 13 이상이라면 대체 어느 정도의 라비린스 키퍼이지? 하지만 장 로님은 고개를 저었다. 매우 안타까운 얼굴로. '유감스럽게도, 우리 역시 그 이상의 마법은 실전되고 말았네. 현재 인간 마법사들 을 완벽히 압도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고. 12레벨까지는 간직하고 있지만, 13 레벨부터는 우리 역시 완전하게 전승하지 못하고 있네.' 실망의 순간이다. 으흐흑. 그럼, 이제부터는 정체도 모르는 마법을 사용하는 적을 상대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장로님은 곧 밝은 얼굴을 했다. 왜? '그렇게 슬퍼할 건 없네. 바로 우리 눈 앞에, 그 마법을 잘 아는 자가 있지 않은 가.' 내 검을 눈길로 가리키는 장로님. 하지만 제가 싸워야 할 상대는 바로 그 검이라고 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말게.' '하지만.....' '결국 싸움의 순간이 되면 검이 자네에게 말해줄 것이네. 만약 자네가 그 검이 주는 시련을 이긴다면, 언젠가는 그 마법을 풀어낼 수 있을 걸세. 자네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나 걸릴까요?' '그건 검이 잘 알고 있을 걸세. 하지만, 과거의 전승 중에는 그런 마법을 익히는 데 걸린 시간도 기록되어 있다네. 그 전승이 맞다면 아마.....' 아마? '1000년 이상이네.'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장로님을 바라보았지만, 그건 절대로 아니었다. 그렇다 면..... '내가 늙어죽은 후에나 가능하겠군.....' 차라리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1000년동안 마법을 꾸준히 익히는 것은 둘째치고, 그 기간동안 살아남는다는 게 가능한 말이냐? 차라리 단념하고 좋은 남자 찾으라는 말이 더 간단하겠다. 나는 나의 얄미운 마법검을 노려보았다. 치사한 녀석같으니. 하지만 나의 검은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고 조용히 내 손에 잡힌 채 잠 을 잘 뿐이었다. - 계속 - 후기)사실, 라 브레이커의 힘이면 그 저주 정도는 쉽게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고대 마법을 가진, 강력한 마법검이니까요. 그러나, 여태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지적 한 분이 없더군요. 검 자체의 체계상 풀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모두들 예상하신 것 일까. 그리고 레벨 13이상의 엘프 마법은, 설정은 다 해 두었지만 아직은 공개할 생각이 없군요. 벌써 공개하면 재미없잖아요. (훗. 사악한 웃음을 배경음으로) 이야기 전개 상 필요해지면 보여드리겠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14 20:12 조회:34 공룡 판타지 14-265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19) '걱정말게. 1000년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건 없으니까.' 장로님이 위로라고 하신 말씀은, 나를 더욱 더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의례적인 말도 꺼내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검을 바라보는 나. 절로 한숨이 나온다. "푸우." '왜 그러나?' 남의 속도 모르는 장로님이다. 전 1000년씩 살지 못한다고요. 장로님은 저를 엘프로 착각하신 모양인데, 전 인간이라고요. 인간. 한정된 수명에 목매달고 사는 인간이라 고요. 1000년을 사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만,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그리고 꾸준히 마법을 익히는 게 가능하다고 해도. 그렇게 오래동안 여자로 산다면 아마 1000년 후에는 굳이 제 몸을 남자로 되돌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여성화가 되어 버릴 거라고요. 몸뿐만 아니라 마음조차도. 투덜거리는 것 같아서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 만,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이제 어떻게 하지?' 마법을 풀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방법만이 내 앞에 서 있다. 방법이 세 가지나 되면 셋 중 하나를 고르면 간단하다고 사람들은 말하겠지만..... '절망만 하지 말고, 하나씩 검토해보자. 일단은. 우선.....' 하나는 제논에게 부탁하는 것.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 그런 변태의 속셈을 어떻게 알고 부탁을 해 ! 여태까지 그 놈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갈아마셔도 시 원치 않을 녀석인데 ! 결국 이 방법은 자동적으로 탈락. '또 하나는.....' 라 브레이커를 가지고 마법 수련을 하는 것. 하지만, 아까 말대로 1000년이 걸린다 면 그건 효과가 없다. 그 긴 세월동안 내가 남자아이로서 남아있을 수 있을까? 그 전 에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영위하다가 죽는다는 게 더 현실 적이었다. 그러니 이것도 무리이다. '결국.....' 그 드래곤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잘못하면 목숨이 달아날 각오를 하 고..... 드래곤의 거대한 발에 짓밟히는 내 모습이 연상된다. 저절로 몸이 떨리기 시 작한다. 어깨를 두 팔로 감싸지만, 그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무서워.....' 마치 그 날, 내가 정신을 잃고 달아났던 리츠와의 만남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와 는 다르다. 그는 인간이었고, 내가 수련을 거듭하면 그를 이기는 것이 반드시 불가능 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드래곤은.....' 인간과 드래곤의 차이는 명확했다.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언젠가 치매 사부가 과거에 말해준 말이 떠올랐다. "드래곤을 잡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해. 드래곤을 잡았다고 큰소리친 자들은 하나같이 드레이크를 잡고 나서 허풍을 친 거야. 물론 드레이크를 잡는다는 것도 대 단한 일이긴 하지만, 진짜 드래곤과 비교하면 드레이크는 도마뱀 수준도 안 돼." 그때 내가 물었었다. 분명히. "드래곤을 직접 보신 적이 있어요?" 그 말에 사부님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에 한 말은..... "몸이 너무 커서 몸통 일부만 봤는데도 눈에 꽉 차더군." 의외네. 시골에 묻힌 무명 검사 주제에. 그래서 내가 물어본 말이 그거였지. "만약 사부님이 드래곤과 다시 만나고, 드래곤이 화를 낸다면 어쩌실 건가요?" 그러자 사부님의 대답이 그거였지? "그런 경우라면 즉시 무릎꿇고 두 손 모아 싹싹 빌 거다." 윽. 평소의 자신감 넘치는 사부님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그런 실망스런 행동을 하시겠다는 거지? 그러나 그 뒤의 말이 걸작이었다. "그럼 도리가 있느냐. 내가 다시 드래곤과 만난다면 분명히 바보 제자를 옆에 두고 있을 게 뻔한데, 그 놈은 워낙 멍청해서 도망도 제대로 못 갈게 아니냐. 그러니 그렇 게라도 해야지. 일단 드래곤이 화가 나게 되었다면, 그건 분명히 내 탓이 아닌 멍청 이 제자 탓일게 분명하니까 말이다." "사부님 !" 지금은 이미 흙으로 돌아간 사부님이지만..... 그 말 속에는 제자를 살리려고 무슨 짓이라도 한다는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그 때는 단순히 나를 놀리려고 그랬다고 생 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역시 아는 사람이 죽은 후에 그를 바라보 는 눈은 전과 달라지는 것일까..... '지혜로운 스승을 두었군.' 그 말도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볼 수 없군요. 쓸쓸함이 내 마음을 파고 들었다. 앞 날에 대한 두려움과 더하면..... 그것은 무엇을 낳게 될까..... 내 눈에 먼지가 또 들어간 모양이구나. 나는 눈을 오른손으로 비볐다. 이런. 밖에 비가 오는 건가? 엘프 마을에는 지붕이 견고하지 못한 건가? 왜 손가락에 빗방울이 묻은 거야. '이야기는 이만하세. 이제 일어날 시간이 된 듯 하군.' 자리에서 일어나는 장로님. 왠지 그 모습이 피로해보인다. 역시 겉으로 젊어보이더 라도 나이는 숨길 수 없는 건가. 그런 나를 보며 덧붙이는 장로님. '아무래도 도움이 못 된 것 같아서 미안하네. 레이니 양.' 그런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한 가지 단서는 얻은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의례적인 인사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래곤을 찾아가면 확실히 저주를 풀어낼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으니, 꼭 성과없는 대화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럼..... "전 내일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가 볼 생각입니다. 혹시 드래곤이....." 어디 사는지만 알면, 그 뒤는 혼자서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다른 일행들은 여기서 며칠쯤 요양이라도 하라고 하고. 굳이 다 데려가서 다 죽일 일은 없으니까. 물론 드 워프들의 비행선을 타고 간다면 훨씬 빠르게 갈 수도 있지만, 드래곤 앞에서 그 정도 의 비행선이 힘을 쓸 수 있을 리도 없고..... 결국 드래곤과 만나야 하는 건 나니까, 나 혼자서만 가는 게 나을 것이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고 해도, 나만 잡아먹히는 걸 로 문제를 끝내는 게 좋을..... "하지만 언니는 드래곤이 어디 사는지 모르잖아요." 쿵. 그렇구나. 그래서 지금 장로님에게 물어보려고 하잖아. 그러나. "말로 해도 알기 어려운 곳이에요. 제가 언니의 길안내를 해드릴께요." 웃으면서 슬그머니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버리는 아르메리아. 영악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의리가 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반박할 수 있는 명분은 아니었다. 장로님은 그녀를 보고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 '그런가....' 그게 무슨 뜻이지요? 장로님. "저녁 노을이 아름답네요. 언니." 이야기가 끝나고, 장로님에게 인사를 한 후 다시 웜홀을 통해 오시언으로 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을 가게 되는 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드래곤이라.....' 오시언 최강의 생물체, 드래곤. 과연 내가 그런 괴물을 만나고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온 사람들의 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지만, 그들의 감시에서 벗어날 방법 정 도는 생각해두어야 했다. 내가 간다면 분명히 반대하고 나설 게 뻔하니. '몰래 도망갈까? 나와 아르메리아 둘이서만 드래곤에게 가면.....' 그것도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셀이 있는 이상, 도망쳐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 다. 아직은 그녀의 마법을 이길 자신이 없다. '그들과 같이 갈까?' 말도 안 된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그들까지 드래곤의 식사거리가 되고 말 것이 다. '차라리 그 수련을 해볼까?' 1000년이나 걸리는 수련을 한다고? 차라리 늙어죽는 게 더 빠를 것 같다. 물론 발버 둥을 쳐서 그 기간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울 리 없다. 솔직 히 말해서, 레벨 7의 라비린스 키퍼들과 싸우게 된다면..... 정말 자신이 없었다. 결 국 그 10레벨의 마법을 다시 사용하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것은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그럼 몇 사람만 데리고 가면 되잖아요. 식사거리가 되기 전에 도망칠 자신이 있다 는 사람 만 골라서." 아르메리아.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그런 사람은 거의 없잖아. 우리 일행이 비록 인 간들 중에서는 강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경우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과의 비교 이고. 드래곤과 비교하면 다들 약하디 약한 존재들이잖아. 심지어 셀 조차도, 드래곤 과 맞닥트릴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지 모른다. 물론 그녀 혼자서라면 문제가 다를지 도 모르지만,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이 주위에 널려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건 아니에요. 언니."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그녀. 하지만..... "지금은 머리를 식히자고요. 언니. 피곤한 머리를 혹사시키지 말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난..... 난..... "어떤 문제를 풀 때에는, 그 문제만 생각하면서 장시간 생각을 거듭하는 것도 좋지 만, 중간에 휴식을 취해주는 게 좋아요. 쉬고 있으면 자신의 무의식이 작용해서 해답 을 끌어내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 "그러니까, 오늘은 여기서 좋은 구경이라도 하고 가요. 아마 그 사람들은 신나게 구 경하느라 바쁠텐데.....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요. 우리 마을에 볼 게 얼마나 많은 데....." 내 팔을 자기 팔로 휘감는 그녀. 그런데 이 자세는..... "지금 남자 몸이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다 알고 있군. - 계속 - 후기)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엘프들의 의사소통수단이 있는데, 길을 제대로 못 가르쳐 준다고? 아르메리아의 생각이 다 보이는군요. 물론 레이니를 걱정해주는 것이긴 하지 만..... 그리고, 아르메리아가 한 말 중에 '문제를 풀 때는....'이라는 건, 저도 다른 데서 주워들어서 고친 말입니다. 실제로 아주 어려운 문제를 푼 수학자가 그런 말을 했기 때문에..... (그것도 출처 적어야 하나? 아니겠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15 20:12 조회:129 공룡 판타지 14-266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20) "우선 뭘 보고 싶으세요? 언니." 아르메리아....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솔직히 난 엘프 마을에 온 적이 없다고. 나 한테 말해도 몰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순전히 어디로 갈 지 모르기 때문에 취한 행동일 뿐이다. 절대로 그녀의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거나, 그녀의 가슴의 감촉을 즐기자고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팔로 내 팔을 감으 니까..... 왠지 모를 여성의 향기가.... 아직은 희망이 있는 모양이군. 하지만 지금 은 그게 문제가..... "훗." 그 점을 그제서야 깨달았는지, 그녀도 웃고 만다. 자신의 무지를 탓하는 뜻으로 보 인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보였다. "미안해요. 하긴..... 그럼 제가 적당한 곳을 찾아서 안내해드릴께요. 그리 많은 시 간이 남아있지는 않으니까 도서관은 무리일 것이고....." "도서관?" "네. 고대의 마법에 대한 수많은 기록을 담은 곳이에요. 하지만 그쪽 기록은 너무 방대한 데다가 해독 불능인 문자들이 많아서, 모든 것을 정리하려면 몇 천년이 걸릴 지 알 수가 없나봐요." "그렇게 걸려?" "네. 아무래도 레벨 13이후의 마법에 대한 기록들이니까요. 워낙 복잡한 데다가, 소 실된 기록들이 많기 때문에 완벽하게 정리하려면 그 정도는 걸릴 거라고 들었어요. 일부는 완성되긴 했지만, 마법이란 순서를 밟아가며 익혀야 하기 때문에 언니에게 보 여드리지 않은 거에요.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막대한 부작용이 따르게 되니까요." "그럼 혹시....." 그 안에 나 같은 저주에 걸린 사람을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방법도 있을 지 모른다는 말인가? 갑자기 그 도서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니. 언니가 봐도 그 문자들을 해독하는 건 불가능해요. 가 봐야 분류 작업을 방 해하는 결과만 불러올 거에요. 게다가, 하루 아침에 다 볼 수 있는 양이 아니라고 요." 고개를 젓는 아르메리아. 그러면서 그녀의 머리 속에 비추어진 영상은..... "으윽."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방대한 공간. 그곳에 알 수 없는 언어로 씌여진 석판들이 보이고, 무수히 많은 직육면체의 바위들도 보였다. 종이로 된 문헌은, 단지 엘프들이 해독 결과를 써내려가는 결과물들 뿐이다. 근처에 쌓인 종이뭉치의 엄청난 산이, 작 업의 양과 난이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저, 저게 다....." 분명히 그녀가 보여준 영상이겠지..... 아르메리아의 머리에 보이는 모습이, 그 자 료의 방대함을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저 많은 양의 자료를 다 뒤진다는 것은, 내게 는 불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그럼..... "그것 봐요." 그녀의 핀잔. 결국 도서관은 단념해야 하는 건가..... 지름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좋아했더 니..... 내 모습을 보고 미소지으며 위로하는 그녀.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고요. 그렇게 서두를 건 없어요. 언니." 아르메리아는 내 입장에 서지 않아서 모른다고. 그렇게 느긋한 마음으로 있다가, 내 가 완전히 여자아이의 마음을 가지게 되면 어쩌려고? "다시 남자아이의 마음을 가지게 되면 되잖아요." 말은 쉽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잖아. 아르메리아. 무엇보다도, 일단 여성이 된 사 람이 다시 남성의 마음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아무도 해 보지 못한 일이라서..... "처음으로 해내는 사람에게 찬사를 바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거잖아요. 남들이 못하 는 일을 해냈다는 데 대한 놀라움과 찬탄. 한 번 받아보세요." "안 받아도 돼." 자랑할 만한 게 아니니까. 오히려, 창피하다고 숨지나 않으면 다행인 문제라고. 그 런 건. 한숨을 쉬는 나를 보던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내 손을 잡아 끈다. "아무래도 언니에게 기분 전환을 시켜드려야 겠어요. 따라오세요." "어? 어?" 나는 그녀에게 말 그대로 끌려갔다. 어디로 가는 거야? 아르메리아. 정신을 차리기 도 전에, 나는 긴 복도를 지나 수직통로로 가고 있었다. "자. 따라와요. 언니." 통로를 통해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녀. 하지만 내 손을 그녀가 놓지 않았으니까..... "와아아아악 !" 나도 같이 하늘로 끌려 올라가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거대한. 말그대로 거대한 호수가, 내 앞에 놓여있었다. 주위 지형으로 보아, 오래동 안 고립되어있던 호수인 모양이었다. 주변은 온통 황무지이고, 높은 바위산들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은 곳이다. 바람이 거센 탓인지 거대한 잠자리도 날아오지 않고..... "....." 저 40cm짜리 바퀴벌레는 여전히 내 옆에 날아다니고 있었다. 정말 못 말려. 엘프들 은 저런 걸 어떻게 그냥 놔두고 있는지..... 징그럽지도 않나? 바퀴벌레는 내 옆을 지나 아래로 날아내려갔다. 하늘에 떠 있던 나와 아르메리아가 보는 앞에서, 거대한 호수를 향하던 바퀴벌레는..... 팅. 뭔가에 튕겨나가듯 밀리는 바퀴벌레. 뭐야?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눈을 믿지 말고 마음으로 느껴보세요. 언니." 잊고 있었다. 거대한 바퀴벌레에 정신이 팔리다 보니. 사실은 생각할 게 많아서 그 런 탓도 있고, 하늘을 내 힘으로 날아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바람에 그쪽으로만 신경 을 쓰느라 그런 탓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요즘 내가 제대로 수련을 하기나 했나.....' 새삼스럽게, 자신이 게을러진 것이 생각났다. 아무리 그동안 겪은 일이 많기 때문이 라지만, 적어도 3일간은 연습을 못했다. 한심하도다. 언제 죽을 지 몰라 위태위태한 녀석이 이렇게 긴장이 빠져 있다니..... 아무래도, 드래곤에게 가기 전에 무술 연습 부터 다시 하고 가야 할 듯 하다. 잘못하다가는 가기도 전에 목이 날아가고 말 것이 다. 나를 노리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닌 이상. '그 변태 마법사와 졸개들만 해도.....' 그 녀석들도 골치아픈 상대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나를 노리는 사람은 많다. 우선, 자신은 충성스런 신하라고 생각할 검사 하나. 아직도 그의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몸 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주체못할 지경이다. '그리고.....' 몇 명 더 있었지. 그 사람은 우리 일행의..... "언니 !" 이런.... 이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그녀의 손에 내 손을 잡힌 채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아. 엘프들의 마법은 계속 신경을 써주지 않으면 풀리는 경우가 많지 ! 내가 아직 서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법 자체가 '우리 자신의 의지에 의해' 발 동되는 형태라서 더욱 그렇다. 그 결과..... 내 머리가 땅을 바라보고 다리가 하늘을 향하는 자세가 된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말이 그렇다는 거지, 사실은 추락이었다고. "공중에 떠 있을 때에는 딴 생각 하지 마세요." 할 말 없군. "마력에 의한 방어막인가?" 호수 전체에 느껴지는 마력. 강력한 방어막이 느껴진다. 도대체 저게 뭐야? 저 안에 무엇이 있길래? 혹시 전설상의 괴물을 가두어둔 곳일까..... 나도 모르게 드래곤을 연상했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을 리 없다. 드래곤이 저 정도의 방어막에 갇 힐 리가 없고, 무엇보다도 엘프 마을 부근에 드래곤이 산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었 다. 그럼..... "아주 오래전에 오시언에 살았던 생명들이 있어요. 그들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 이지만, 솔직히 그대로 놔두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아주 오래전? 대체 언제적 이야기지? 나는 그녀를 돌아봤지만, 그녀는 그저 웃을 뿐 이다. 웃음의 의미를 알고 싶었지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미안해요. 언니. 제 생각을 가려서. 하지만 내려가서 보시는 게 더 좋을 거에요." 그 말만 남기고, 그녀는 아래를 향해 날아내려갔다. 가만. 혼자서 가면 어떻게 해 ! "자. 그럼 이 안에 들어가주세요." 내려오자마자 왠 유리관이냐..... 난 근사한 문이 있고, 그 안으로 들어가 걸어다니 면서 주위 환경을 보라고 할 줄 알았는데, 왠 관이냐..... "나 아직 안 죽었어." 지난번에 드워프들의 마을에서 경험하지 않았었다면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 녀의 뒤를 따라 일단 관 안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밖에서 본 것과 그리 다를 것이 없 다. 즉..... "아무것도 없네....." 아주 재미있는 게 안에 들어있나 했더니.....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것도 좀 실망스 럽다. 하늘에 띄워진 유리관 안에 뭐가 볼게 있다고..... 방어막으로 둘러싸인 호수 는 못 보여주겠으니까 이 안에서 잠이나 자라는 건 아니겠지. 내 모습을 보며 웃는 아르메리아. "실망하지 말아요. 지금 출발하니까." 출발? - 계속 - 후기)설날 휴가를 가질까 생각중입니다. 이제 제 자신도 지친듯하고,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 소설 자체가 엉망이 될 것이니, 잠시 쉬었다가 재충 전을 해야 할 것 같네요. 제 자신이 게을러졌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솔직히 여태까 지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이야기를 써왔으니 그 정도 휴가는 가져도 좋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연재 안 한 날짜가 겨우 3일 정도이고(그것도 컴이 터져서), 266 화를 하루 한 편씩 올려왔으니 잠시 쉬어도 되겠지요? 모처럼의 설날인데.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목요일 쯤 휴가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언제까지 쉴지는 휴가 전날, 반드시 후기를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대로 가다가 연중하느 니, 차라리 일주일쯤 쉬고 다시 시작하는 게 나을 듯 해서요. 전 쇠로 만들어진 인간 이 아니니, 이 정도는 양해해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오늘부터 휴가인 게 아니니까 일단 들고 계신 바위는 내려놓으시고.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6/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16 20:00 조회:68 공룡 판타지 14-266/2 레이니 이야기 - 이 녀석이 논다고? 여기는 작가의 집. 모두들(왜 여자들만?) 집 안에서 두리번두리번. 레이니 : 에, 에, 에, 에취 ! 뭐가 이렇게 추워 ! 아르메리아 : 하긴, 쥬라기 시대의 기온과 비교하면 너무 추운 것이기는 하지 만...... 정말 춥네요. 세이브 : 전 세이브 마법으로 그냥 돌아가 있을.... 에취 ! .... 께요. (휘잉) 셀 : 그러니까 나처럼 방어 마법을 쳐두라고. 시대가 시대인 만큼. 레이니 ; 그런데 오늘은 왜 이 사악하고 치사한 작가가 우릴 여기에 다 부른 거지 요? 아르메리아 : 혹시 작가가, 그동안 언니를 그토록 괴롭힌 데 대해 반성이라도 하려 고 하는 게 아닐까요? (모두들 고개를 젓는다) 셀 : 그럴리가..... 그 녀석이 개심한다면 차라리 믿겠지만..... 레이니 : 그 녀석? 셀 : 내 바보 제자 말이야. 네가 변태라고 부르는 그.... (모두들 끄덕끄덕.... 그런데, 저기 있는 사람은 누구냐?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하 는 사람은 바로.....) 작가 : 으...... (빙산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끙끙 앓는 중) 레이니 : 앗 ! 저 자는 ! 나를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하.... 에취이 ! 뭐가 이렇게 추워요 ! 작가 : 쥬라기는 지금 시대의 여름만큼이나 더우니까.... 아무래도 이런 한겨울에 너희들을 부른 것은..... 에취이 ! 너희들에게 휴가를 좀 주려는 거야...에취 ! 모두 : 뭐라고요? 작가 : 보다시피.... 에취 ! 내가 지금 너무 피곤한데다가..... 에, 에취 ! 아무래 도 너희들의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는 차분히 앉아서 써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잖아. 안 그래도 이번주는 바쁘고, 다음주는 설이니까. 그래서 휴가를 즐기자고 부른 거야. 아르메리아 : 작가가 성실하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건 명백한 연중행위이자 독자들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닌가요? 반성 좀 하세요. (그, 그 손이 왜 그렇게 빛나 는거냐?) 작가 : 하지만, 난 이번 주에 중요한 일이 있다고. 개인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일이. 그래서 컴 앞에 앉기도 힘든 데다가.... (풀썩) 레이니 : 뭐에요 ! 지금 꾀 부리는 거지.......(풀썩)....요..... 아르메리아 : 언니. 그러니까 방어막을 좀 잘 쳐두라고 했잖아요. 이 추위에. 말 안 듣더니 얼어버렸잖아요. 하아. 일단 고쳐야겠네. 셀 : 일단 치유마법이라도 걸어두지 뭐. (야, 야박하다. 작가는 내팽개치고 레이니만 챙기냐 ! 의리없는 여자애들 같으 니.... 결국 알아서 회복해야 하는 불쌍한 작가) 작가 : 으흐흑. 9개월 가까이나 열심히 달렸으니 설날 휴가 좀 받자고 하는게 그리 도 나쁜 일이냐. 아르메리아 : 뭐, 휴가는 받는다고 해서 나쁠 건 없지만... 가만. 이게 뭐에요? (그녀의 손에 들린 서류 A) 아르메리아 : 음. rainy 14-267이라.... 뭐에요? 이미 오늘 분은 다 준비해놨잖아 요? 그런데 왜..... 작가 : 이왕이면....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작가의 숙명적인 의무니까. 아무 래도.... 에취이 ! 내 몸이 이렇게 얼어붙은 이상, 재검토라는 걸 못하고 있다고. 이 젠 쉬고 재충전한 후에, 다시 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에취이 !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레이니 : 음. 그렇겠네요. 그런데.... 여기에 있는 서류가 뭐지? Top secret? 특급 비밀이라... 뭔가.... 들썩. 앗 ! 이, 이것은 ! 설마..... 당신, 나한테 이런 치사한 짓을...... 작가 : 으악 ! 그, 그것만은 참아줘 ! 아, 안 돼에...... (효과음 생략) 후기)오늘은 왜 이렇게 했느냐..... 아무래도 설날 끝날때까지 방학을 좀 하고 싶어 서요. 집안에 얼음이 얼고(실제 상황), 몸은 추위에 떨고, 개인 사정상 여러모로 바 쁠 것이니까..... 아무래도 휴가라도 있어야겠다고 생각중입니다. 분명히 퍼가시는 분들에게도 휴가가 되겠군요. 혹시.... 이걸 그냥 올리고 나서 "이게 뭐야 !" 고 외 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퍼가시는 분들도 주의를. 지금 예정으로는 25일 정도에 복귀할 생각입니다. 모르지요. 더 늦어질지. 하지만 일단은 1월 25일에 복귀할께요. 그동안은 좀 놀기도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 경우 는 이불 속에서 끙끙 앓으면서 몸조리하는게 더 시급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입니다. 몸을 좀 녹여야 하거든요. 휴식도 휴식이지만. 사실, 수요일까지는 올릴 생각이었는데, rainy 14-267을 보니 그다지 맘에 안 들어 서요. 일단은 좀 손을 봐야 할 텐데, 오늘도 정신없다보니 검토가 안 되네요. (머리 아퍼.....) 그런 고로, 오늘은 이렇게 했습니다. 즐거운 설을 보내시길. 그리고 25일 에 다시 연재 재개합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25 20:12 조회:11 공룡 판타지 14-267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21) "어디로 간다는 거야?"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말로 들어두고 싶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녀가 내게 보여 주지 않으니까, 솔직히 불안하다고. 내일의 운명도 모르는 내 입장에선. 가는 곳을 물어보려는 순간, 내 몸이 흔들리더니 뒤로 넘어갔다. "히익 !"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뻔했다. 갑자기 유리관이 앞으로 튀어나간 것이다. 유리관이 하늘에 약간 떠 있었을 때부터 짐작을 했어야 하는건데..... 우리를 태운 유리관은 맹렬한 속도로 날아가더니 호수를 향해 직선으로 비행해갔다. 간신히 뒤로 쓰러지는 것을 면하긴 했지만..... "....." 아르메리아가 잡아준 탓이 더 크다고. 출발하려면 진작 말을 할 것이지..... 너무하 다. 그녀를 노려보자, 대답이 바로 돌아온다. 입으로가 아닌, 머릿속을 통해. '놀랐어요? 언니.' '당연한 거 아냐. 말도 없이 갑자기 출발하면 어떻게 해 !' '확실히 몸이 둔해진 듯 하네요. 왠지 모르게.' '.....'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닌 듯 하네요. 역시 술 마신 휴유증이라고 해야 할까나.' 술? 드워프 마을에서 술 마신게 언제적 이야기인데 그런 말을..... '제가 말하는 건 아까 마신 술을 뜻하는 거에요. 언니.' '.....' '술이라는 건, 몸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요. 지금처럼. 언니의 실력을 고려해보면, 이 정도로 쓰러질 리가 없잖아요.' '.....' '언니. 생각을 말로 만들지 않아도 대략은 짐작이 가네요. 언니는 지금 왜 술을 줬 냐고 불평하는 거지요?' .....다 아네. '술 한 잔으로 비틀거릴 정도면, 드래곤과 만나는 것은 자살행위에요.' ".........." 예상대로의 말이긴 하지만, 대꾸할 말이 없다. 사실이 그러기에. 하지만, 이대로 가 다가는 난...... '서두르지 말아요.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언니는 더욱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 속으 로 스스로를 몰아넣게 돼요.....' 가만. 그 뒤의 침묵의 의미는 무엇이지? '........' 대답하기 싫다는 의미로군.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보내주었지만, 그 무언 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전혀. 어째서일까. '솔직히 말해서, 전 언니가 우리 마을에 머물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여기선 남자 여자를 그렇게 구분하지 않으니까, 언니 맘대로 남자처럼 행동해도 뭐라고 할 엘프는 없어요. 전혀.' "....." 그녀의 생각은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들어오고 있었지만, 나는 그녀의 침묵의 의미 를 생각하고 있었다. 뭔가 중대한 의미가 담긴 듯한 침묵. 그건 무엇일까? '알고 싶으면 우리 마을에서 수행하는 게 어때요? 정신 마법은 레벨 7이니,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에요. 우리 종족의 관점에서 본 것이긴 하지만.' 그게 문제라고. 엘프들의 관점에서 본 것이라면.....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내게 밀 어넣기 시작했다. 역시 내가 드래곤에게 먹힐 거라고 여기고 있는 게 분명해. 하긴 그게 사실이겠지 만. 나 자신도, 솔직히 드래곤과 만난 후에 뭐라고 할지, 특별히 생각해둔 게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시간이 흐른다면 나는..... 그런 내 마음을 아 는지 모르는지, 아르메리아는 여전히 그녀의 의견을 주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니가 이 마을에 머물게 된다면 태자 일행도 자국으로 돌아갈 거에요. 그 들의 감시의 목적은 언니가 자기들의 나라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니, 언 니가 이곳에 머물러 산다면 굳이 감시할 이유가 사라지는 거죠.' "......." 그거야 그렇겠지. 한 사람만 빼고. 그 사람은..... '하긴 태자라는 사람은 좀 아쉬워하겠지만.' "........!" 입 밖에 내지 마 !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보아하니 언니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그만 !" 아르메리아. 날 암흑의 세상에 빠뜨리려는 거야? 원래 여자아이로 태어났으면 몰라 도, 남자끼리 결혼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거야? 어떻게 그런 말을 그렇게 진지한 얼 굴로 꺼낼 수 있는거지? 정말 화가 난다고. 아르메리아. 내가 그녀를 노려보자, 그녀 의 웃는 얼굴이 내 눈동자에 비추어진다. 가만. 웃어? 그녀의 중얼거림이 들린다. 마 음 속으로. "그 정도면 안심해도 되겠네요. 오빠." "!" "지금의 그 느낌을 잊지 마세요." "....." "그것만 놓치지 않는다면, 언니는 오빠로 돌아올 수 있을 거에요." 웃으면서 바깥을 바라보는 아르메리아. 어느새 우리가 탄 유리관은 호수 안으로 진 입하고 있었다. '지금의 느낌이라.....' "아무것도 없네....." 호수 위에 날아 다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호숫가를 바라보아도, 방어막 안쪽 의 땅이 그렇게까지 좁은 것도 아닌데, 그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지?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았지만, 움직이는 것은 우리가 탄 유리관 뿐이었다. "도대체 여기에 뭐가 살고 있다는 거야? 아르메리아." 아무것도 없다. 말 그대로 황무지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 "물 속을 바라보세요. 언니." 하지만 말야. 이 안에 살아있는 생물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부 괴이한 모양의 조각 품들 외에는..... "앗 !" 조, 조각이 움직였다. 설마.... 저 조각이 생명체? 말도 안 돼 ! 저렇게 생긴 생물 이 어디있어 !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으 로 보아 동물이 맞는 건 확실하지만..... 그 생김새가 너무나 상식을 뛰어넘었기 때 문이다. "지금으로부터 3억 8천만년전에 살았었던 생물들이에요. 언니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저런 생물이 살아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3억..... 8천만년전? 그렇게 오래전에 살았었던 생물들이라고? 저런 괴물들이? "그래요. 지금은 비록 오시언에선 사라진 지 오래이지만." 저것이 무엇이냐..... 움직이는 것을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절대로 저것이 살아있 는 생물이라고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저게 솔직히 생선뼈다귀지, 어떻게 살아있는 동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머리 비슷한 덩어리가 있고, 수염 두 가닥이 턱.... 아 니, 턱이 있어야 할 곳에 붙어 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길다란 몸통 - 물론 그래봐야 3cm도 되지 않는 듯 하지만 - 에 돋아난 가시들이 위로 솟아있고, 아래의 뭉툭한 가시들도 그와 대칭을 이루어 뻗어있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내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생물의 모습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도대체 저게 뭐냐. "아르메리아. 좀 자세히 볼 수 없어?" 하늘에서는 저런 작은 동물을 바라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무리 내 눈이 좋다 고 생각은 하지만, 저래서야 어디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그녀는 웃으면서 유리관을 아래로 내려가게 했다. 정신파를 이용해 조작하는 듯, 그녀는 손도 입도 움직이지 않 았다. 그저 조용히 주위를 바라보고 있을 뿐. 잠시 후에 유리관이 호수 아래로 물을 가르고 들어갔다. "물이 맑네." 그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차라리 물이 흐렸으면 좋았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저 게 뭐냔 말이다. 움직이는 생선뼈가 날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는 화살촉이 움직이고 있다. 아니, 창인가? 저 괴이한 물고기는 대체..... "말도 안 돼....."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말뿐. 나는 유리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내 옆. 정확히 말하면 유리관 옆을 헤엄쳐서 지나가는 녀석이 또 있었지만, 이젠 볼 기 력도 없다. 풀썩. "언니가 본 생선뼈 모양의 생물은 할루키게니아. 좀 생김새가 이상하지요?" 하루... 뭐라고? 하지만 그 이름은 내게 더 이상 충격을 주지 못했다. 이건 악몽이 분명해. 악몽이야. 생선뼈가 움직여다니다니..... "언니가 화살촉이라고 생각한 물고기는 피카이아. 척색이라는, 등뼈의 전신인 물건 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물고기에요." "....." 대답할 기력이 없다. 전혀 없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아르메리아는, 주저앉은 내 옆 에 쪼그리고 앉는다. 이봐. 나 안 기절했어. 내 눈 앞에서 손 흔들지마. 그녀가 묻는 다. - 계속 - 후기)과연, 오늘의 글은 내놓기에 적당한 글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휴가라고 해서 글 쓸 시간을 낼 수 있다고 잔뜩 기대했지 만, 결국 이런저런 일에 치이다 보니, 그게 되지가 않더군요. 지나고 보면 어떻게든 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이제와서 어쩌겠습니까. 다만, 치열한 고민을 해 봤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수밖에 없군요. 생각보다 명절은 시간 내기가 어렵네요. 여러분도 그렇지 않나요? 노는 시간은 많지만 막상 혼자서 있는, 고독한 시간은 만들 어내기 어려운 때가 명절이라고. 글을 쓰려면 혼자서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데, 명절 기간은 그게 전혀 이루어지지 않 더군요. 모든 일이 '외로운 시간'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는. 그게 명절이라는 것이겠지만, 글 쓰는 입장에서는 그것도 좋지는 않네요. 하지만, 할 건 해야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26 19:57 조회:28 공룡 판타지 14-268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22) "언니. 충격이 그렇게 커요?" 끄덕끄덕. 호수 바닥에 내려앉은 유리관 안에서, 그저 고개만 움직인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완전히 다른 종류의 세계에 왔다 고 해야 할까. 아까 거대한 바퀴벌레를 보았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충 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바퀴벌레는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볼 수는 있 다. 크기가 조금 작아서 그렇지. 하지만 저런 괴물에 대한 기록은, 듣지도 보지도 못 했다. 어떻게 저런 게 살아있을 수 있는 거지? "알고 싶으면 생물학을 공부하시면 되잖아요. 언니." 안 해...... 차라리 저런 괴물에 대해 모르고 사는 게 낫겠어..... 차라리..... 몰 랐으면 이렇게 머리가 혼란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이미 늦었어요. 언니." 뭐라고? 이미 봤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건 잊으면 돼. 잊으면.... "언니가 잊는다고 해도, 진실은 잊혀지지 않아요." "!"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무언가. 불타는 오두막. 피를 뿜는 사람들. 피로 물든 검. 울고 있는 아이. 심장을 꿰뚫는 감촉. 검의 차가움. "언니. 뭔가 떠오르는 거라도?" 땅바닥에 쏟아지는 피. 내 몸을 때리는 차가운 느낌. 그리고 누군가..... 갑자기 왜 이러지? 뭔가 생각이 날 듯 하다가 사라졌다. 그게 무엇일까. 생각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언가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 아주 부드러운 뭔가가. 그것이 내 생각이 밖으로 끌어내어지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한 고비만 넘으면 생각이 날 듯 한데..... 한 고비만..... "안 돼..... 떠오르지 않아." 한참동안 몸부림을 쳐도, 결국 그 이상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 이상은. 이것은 무엇 일까. 과거의 공주의 기억인 것일까. 아니면 그 자가 넣어둔 덫일까. 물어보고 싶지 만, 내 머리를 휘감은 끈을 풀어낼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역시 안 되겠어요. 지금 상태로 봐서는....." 아르메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내 꼴이 심히 한심하게 보였을거야. 하지만 그녀의 눈 은 그런 생각을 담고 있지 않았다. 전혀 다른 뭔가가 보인다. 그녀의 수정같은 눈동 자에. "언니. 일단 내일 아침에 라 브레이커와 싸우고, 모래쯤 해서 그 마법사를 만나러 가요. 언니의 상태로 봐선, 도저히 방치할 수가 없겠어요. 더 이상은." 그녀의 중얼거림이 뒤이어 들린다. "어지간하면 마을에서 마법을 좀 더 익히고 가고 싶었지만....."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걸 들을 여유가 없었다. 자 기 자신도 가누지 못하는 주제에 어디를 가겠는가. 이래서야 힘도 제대로 쓰지도 못 하고 자멸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싸움을 하라고? 내일? "내일 정신 마법을 다루는 라비린스 키퍼와 겨루는 수밖에 없어요. 언니의 불안정한 정신을 고치려면 그의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을 빌어쓰려면 그에게서 인정을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이 상태로 싸우는 것이 가능할까? "언니 스스로 하기 나름이겠지요.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 지 몰라요. 지난번처럼." 지난 번..... 아라비 사막으로 날려갈때의 일이 생각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먼 거리로 날려가 버리던..... 그런 일이 다시 벌어지는 건가? "언니의 지금 모습을 보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과거 공주의 기억이 언니의 기억을 혼란시키고 뒤헝클어놓았어요. 일단은 그것부터 손에 움켜잡지 않으면....." 않으면..... "언니는 끝장이에요." 그 말이 사실이기에,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올라가는 건가?" 빨리 가서 쉬어야 할 것이다. 내일 역시, 힘든 하루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하지만, 쉴 틈이 있을까? 내일은 아무래도 큰 싸움을 치루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냥 쉬세요. 지금 언니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럴 틈이 있을까? 안 그래도 무너지는 몸과 마음을 다시 세우려면 조금이라도 연습 을..... "조급하면 망해요. 언니는 지금,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요." "하지만....." 도저히 쉬고 있을 수가 없다. 난..... "할 수 없네요." 답답하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 그녀가 손을 휘젓자, 유리관이 다시 움직이 기 시작했다. 바닥의 진흙이 흩어지면서 물이 흐려졌지만, 그것은 곧 잦아들었다. 그 리고..... 그 진흙이 움직이면서.... "역시 여기 있었네요." 그녀의 웃음. 그 의미는? 난처함인가? 미안함인가? 그게 아니면..... "!" 내 앞을 지나간 것은, 괴이함의 상징이었다. 생전에 저렇게 희한한 모습의 물고 기.....라고 여겨지는 물체를 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저건 무섭다든가, 추하 다던가 하는 의미가 아니다. 이 경우에는..... "푸훗 ! 후, 후, 후, 후하하하하 !" 웃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런 동물을 보게 될 줄은, 결코 상상하지 못했다. 옆의 아르메리아조차도,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녀의 웃음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지만, 그건 상관없다. 지금은 웃어야할 시간이었다. "하하, 하하, 하하하하하 !" 허리 숙이고, 배를 움켜잡고 웃는다. 웃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목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웃는 데 이유가 달리 필요할까. 그냥 우스워서 웃으면 그걸로 족한 것을. 나는 생각없이 웃었 다. 정말 오래간만에. 웃음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앞을 내다보자, 그 녀석이 아직도 있었다. 내 꼴을 보고 웃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녀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오자, 다시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후하하하하 !" 크기는 그리 크지 않은데, 눈이 왜 저리 툭 튀어나왔나? 위쪽을 향해 솟아난 다섯 개의 왕방울만한 눈만으로도, 웃음을 참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몸은 마치 타원형의 판을 세로로 세우고, 그것을 겹친 것처럼 생겼고, 위쪽 대각선 방향으로 좌우에 솟아 난 꼬리 지느러미가 꽁무니에 달려있다. 그리고.....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입이 있어야 할 부분에 달린 것은, 가시가 이리저리 돋아난..... 코였다. 아니, 물 고기에게 저런 코가 달려 있을 리 없지. 무엇보다도 저기에는, 내 눈이 흐린 탓인지 는 몰라도 콧구멍은 안 보이는 걸. 그 괴이한 촉수.... 아니 코..... 아니 뭐라고 말 해야 할지 모르는 끈같은 물건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때로는 좌우로, 때로는 상하로. "어때요? 언니." 웃음을 간신히 참을 수 있게 되자, 아르메리아가 재빠르게 물어온다. 나는, 그저 솔 직히 느낀대로 말해주었다. 저것은..... "뭐 저렇게 웃기게 생긴 녀석이 다 있어? 저거 이름이 뭐야?" 보나마나 알아듣지 못하는, 괴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이름이라도 알고 싶었다. 내가 여기와서 충격이나 경악이 아닌, 폭소로 바라본 생물체는, 저것이 처음이었으니까. 저 기념할만한 동물의 이름은 과연 무엇일까? "오파비니아." 오파비니아? 그건 어제 만나본 그 여성 엘프의 이름...... 지금 여기 왔나? 나는 주 위를 둘러보지만, 유리관 안에는 나와 아르메리아 뿐이다. 그런데 왜? "오파비니아. 그게 바로, 지금 언니가 본 동물의 이름이에요." 동작 정지. - 계속 - 후기)이거 쓰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축 처져서요. 글이 안 되니까 미칠 지경 이었는데..... 이 괴이한 생물을 등장시키는 순간...... 다시 나아지더군요. 여러분 은 오파비니아양(?)의 등장장면에서 웃으셨는지요? 다섯개의 눈이 튀어나온 괴이한 코끼리(?). 제가 만든 거라고 우기고 싶으시겠지만, 이 오파비니아는 실제 생물입니 다. 고생물학회에서 이 녀석이 처음 공개된 순간, 근엄하신 학자님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괴상한 녀석입니다. 그래서 이번 회의 제목으로 내 보 냈습니다. 오파비니아라는 것은, 분류도 못 나눌 정도로 괴이한 절지동물이라는군요. 솔직히 저 녀석이 새우인지 게인지 아니면 바다거미인지 그것도 아니면 고대 삼엽충의 조상 쯤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너무 괴이해) 하지만 이 코끼리(?)는 길이 8cm니까 사람 을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크기가 너무.....) 레이니가 콧구멍(?)을 못 본 것도 크기 상, 당연한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에 제목 정했을 때, 아무도 제목의 의미를 묻지 않으시더군요. 덕분에 무사히 잘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오파비니아라는 이름은 '오파빈'이라는 말에서 따온 것이 라는군요. 인디언 말로 '바위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버제스 지방에서 발견)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도 상당히 사악하군요. 여자애 이름을 그런 안 생긴 녀석의 이 름으로 붙이다니..... (너무 심하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69 등록자: knock10(곽재욱) 등록일: 01-27 조회수: 152 공룡 판타지 14-269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23) 지금 아르메리아가 뭐라고 했지? 다시 한 번 물어보자. "오..... 오파비니아가...... 저 녀석의 이름이라고.......?" 에이. 설마. 그럴 리가..... 그러나..... 기대는 무너지라고 있는 것인가. 그녀의 대답은..... "네." 그, 그럴 리가..... 진짜란 말인가? 나는 다시 한 번 '오파비니아'를 바라보았지만, 그 모습에서는 도저히 정숙한 숙녀의 이름과 연관되는 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저 괴 이한 가시뭉치를 휘두르는 다섯 눈의 널빤지 어디에 그런 게..... '이미지가 맞지가 않아. 전혀.....' 나는 다시 아르메리아를 바라보았다. 절대 그럴 리 없어. 날 웃기려고 꾸며낸 농담 일거야. 그렇지? 아르메리아.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 기대를 저버렸다. "하지만 사실인걸요." 그녀 역시,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두 오파비니아의 모습을 떠올리자, 다 시 한 번 웃음이 터져나왔다. 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전혀.... 이미지가 맞 지 않아..... 나는 웃음을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참을 걸 참아야지. 당사자가 앞에 있었다면 엄청난 실례가 되겠지만, 우스운 건 우스운 거다. 여자가.... 여자가 그런 이름을..... 그녀의 모습과 방금 본 '그 녀석'의 모습이 겹 치자, 나는 또다시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하하하하하 !" "하하. 하하. 하...." 웃느라 지쳤지만, 정말 재미있었다. 아르메리아의 손이 흔들리자, 유리관이 다시 밖 으로 나왔다. 거대한 물거품. 그리고 새하얀 거품 사이로 보인 석양. 붉은 빛의 둥근 얼굴이 나와 그녀, 그리고 우리가 탄 유리관을 비춰주고 있었다. 관이 하늘로 떠오르 더니,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웃는 내 얼굴을 보며 말하는 그녀. "이제 좀 기분이 나아진 것 같네요. 언니." "응." 확실히 그것은 사실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세상의 모든 고민을 다 짊어진 것 같았 는데..... 이렇게 쉽게 우울함을 털어버릴 수 있다니.... 역시 난 가벼운 사람인 건 가..... "그게 더 나아요. 언니." 보기에는 그렇겠다. 아까는 완전히 가라앉은 게..... 남 보기에 안 좋았을거야. 하 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풀리지 않았는데? 정말 이렇게 들떠도 괜찮을까? "우울한 모습보다는 나아요. 그런 식이면 될 일도 안 된다고요. 하지만, 지금 상태 라면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으니, 최소한 자기 실력은 낼 수 있겠지요. 내일의 싸움에 서도. 안 그래요? 언니." 확실히, 축 처지는 것보다는 여러모로 낫다. 그 모습만 떠올려도 웃게 되는 녀석을 만났으니. 이러다가 본인 앞에서 웃음이 터지면 어쩔 것인지가 고민이긴 하지만. "내일 정신 마법을 언니가 손에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언니는 고민의 한 부분을 풀 어 버릴 수 있을 거에요. 그럼, 홀가분하게 그 마법사와 만날 수 있겠지요." 그럼..... 드래곤에게 가지 않는다는 건가? 역시 위험하니까? 답은 분명하지만 확인 은 해두자. 사소한 것을 잊었다가 나중에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역시 내가 드래곤과 만나는 것은 반대하는 거야?" "네." 단호하군. 너무 단호해서 문제지만. 하지만 그녀가 말하지 않으면, 나는 드래곤이 있는 장소를 찾아낼 자신이 없다. 혼자서는. 물론 무작정 헤멘다면 불가능하지는 않 겠지만, 변태 마법사를 이길 실력이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지금 입장에서는, 신중하 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드래곤을 만나봐도, 어차피 힘을 빌려주지는 않아요. 그 드래곤은 지금 수면 기라서, 지금 깨우면 곤히 자는 드래곤을 괴롭힌다고 화를 낼 걸요." 피식. 이런. "적어도 100년은 지나야 깨어날 거에요." 100년..... "그러니까, 지금은 여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요. 언니." 할 수 있는 것이라..... "다들 재미있었어요?" 물론 그렇겠지. 안 그러면 더 이상하니까. 뭐 얼굴들 보니 다들 즐거운 하루가 된 모양이군. 하지만.... 그 중에는 너무 즐거운 사람도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웃는 얼 굴로 그런..... "재미있었니? 밀크." 켁. 켁. 수, 숨막혀요. 셀 누나..... 이것 좀 풀어줘요...... 켁켁..... 가슴이 크 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포옹할 때. 간신히 그녀의 품에서 빠져나온 내게, 또다른 물음이 다가온다. "일은 잘 되신 건가요? 공주님." 음. 저 사람의 얼굴도 이제 곧 못 보겠군. 아르메리아가 말한 '그 기분'을 가지고 그를 바라보자, 여태까지는 나를 혼란시키던 얼굴이 이제 나를 잡아주는 얼굴이 되어 있었다. 조심하자. 정신 안 차리면 남자끼리 결혼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그의 얼굴 은, 그런 경고를 발하는 표지판이었다. "그럭저럭 잘 되었습니다. 태자님." 그 정도로 해두자. 굳이 친근하게 불러서 저 사람이 착각하게 할 필요는, 전혀 없 다. 전혀. 그런데 저 사람 얼굴이 왜 저러지? 뭔가 실망한듯한 태도인데? 혹시 내게 예의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른 것일까? 어디, 하이를 보자. 음. 그런 것 같지는 않은 데? 만약 실수했으면 그녀의 얼굴이 찌푸려졌을테니까. "그럼 내일은 어디로 갈 셈인가? 레이니 양." 아. 프레일씨. "내일은 일단 하루 정도 이 마을에서 머물 생각인데요. 여행은 모래쯤 재개할 생각 이고요." 내일은 대판 싸울 일이 있으니, 여행은 좀 무리겠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한들, 이 고물 마법검과 겨루어야 하니 피곤할 것이다. 다른 때는 별로 위력적이지 않은데, 이상하게 나하고 싸울때에만 괴력을 자랑한단 말이야. "모래는 어디로 갈 건가?" 부스트씨로군. 요즘은 별로 대화를 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드는데, 내 착각일까? "아마..... 일이 잘 풀리면 모래쯤 '그 녀석'을 만나러 갈 생각인데요." '그 녀석' 이 누구이겠는가. 바로 그 변태 마법사지. 망할 자식. 일단 내일 최대한 많은 라비린스 키퍼들을 잡고, 모래 가서 두들겨패든지 해야지. 든든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는 많지만, 그래도 나 자신의 힘을 키워두어야 여러모로..... "그럼....." 셀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진 듯 한 것은, 내 착각일까? "그럼, 여행준비는 모레 아침까지 하면 되겠군요. 공주님." 하이..... 여행준비라고 해도 그리 거창한 건 없는데..... 그리고 침실까지 따라온 거야 내 호위기사니까 그렇다고 쳐도, 잠옷바람으로 그런 심각한 얼굴을 해도 실감이 안 난다고. 물론 그녀의 잠옷이래봐야 여행복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모레라..... 드디어 그 반역자의 목을 자르러 가시는 건가요?" "아니." 아직은 아니다. 내 저주를 풀든지 말든지 해야 목을 자르든지 팔다리를 자르고 솥에 넣어서 삶아버리든지 그게 아니면 그 녀석의 머리에 커다란 대못을..... "언니. 갈수록 잔인한 생각만 늘어가는 거 아닌가요?" 아르메리아가 참견하지 않았다면,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상상속의 살인을 저질렀을 까. 일단 그런 건 그 녀석을 만난 후에 하기로 하고, 나는 오늘 마지막으로 할 일을 하기로 했다. 그건.... "잘 자. 모두들." 이제 침대로 가서 자자.... 자기 전에 조금만 연습 좀 하고.... 그런데, 아르메리아 가 내게로 다가오더니 뭔가를 건네준다. 이게 뭐지? "우울하면 이걸 보고 기분 푸세요." 도대체 뭐냐? 그녀가 내 손에 쥐어준 것은? 나는 당장에 그것을 펴보고 싶었지 만..... '침실에서 보세요. 언니.' 그 말 한 마디에, 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직 오파비니아가 저기 서 있었으니 까. 감촉으로 보아.... 이것은...... 아니,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면 무례한 일을 저 지르고 말 거다. 분명히. 그녀가 아르메리아를 부른다. "아르메리아. 가자." "네. 언니."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아르메리아. 둘의 발걸음이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다시 조용 해진 복도. 그리고 나를 따라오는 하이, 셀, 그리고 세이브. 그런데, 하이는 왜 따라 오는 거지? 방은 다른 곳이 아니었던가? 내 물음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전 공주님의 호위기사. 옆 방에 있는 것보다는, 바로 옆에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침대는 세 개 뿐인걸." 한 침대에 둘이서 자기에는, 너무 작은 침대라고.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애스터 누스님이, 꼬마 아가씨를 자기 침대에 재운다고 하셨습니다. 별 무리는 없 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 계속 - 후기)오파비니아. 그녀의 이름을 오래전부터 정하고 나서, 솔직히 들킬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전에 텔레비젼에도 나온 생물이니까요. 하지만, 여태까지는 아무도 말씀이 없으셨길래..... 약간 안심중. 글을 쓰다보니, 글의 제목으로 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로. 물론 요조 숙녀의 이름으로는 안 맞는다는 말씀이 나올 줄로 알고 각오했더니, 다행히 모르시네 요. (독자분들이 작가의 작명센스를 의심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 하냐?)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4-270 등록자: knock10(곽재욱) 등록일: 01-28 조회수: 124 공룡 판타지 14-270 레이니 이야기 - 오파비니아(24) "아직 안 주무시나요? 공주님." 잠이 안 온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하룻동안 웃고 우는 일의 연속이었다. 비록 오늘 보인 감정은 웃는 것밖에 없었지만..... 장로님과의 만남이 생각만큼 잘 되지 않은 탓이다. 더 크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그걸 꺼내볼까? "공주님?" 뭐야? 내가 너무 큰 소리를 냈나? 하지만 난 그리 요란하게 몸을 뒤척이지 않았다 고. 그럼 왜? 혹시..... "아. 하이. 안 자?" 나야 그렇다 치고, 그녀는 왜? 그녀가 어둠 속에서 대답을 한다. "공주님이 주무시면, 저도 잠들겠습니다." 뭐야. 그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여긴 엘프 마을이잖아. 긴장을 좀 풀어도 상관없는....." "방심이라는 것은, 호위기사로서는 절대 피해야 하는 적입니다." 할 말 없다. 이치에는 맞기에. 다만, 그녀가 너무 피로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내일은 어떤 일정을 잡으셨나요? 공주님. 무례가 아니라면 저도 알고 싶습니다만." 하긴..... 알려줘도 상관없는 것이긴 해. 어차피 그녀가 말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까. 나는 차분하게, 내일 내가 할 일을 말해주었다. 그런데 뭐라고 해야 하지? 고물 마법검과 싸우려고 하루를 쓴다고? 검의 주인과 검이 겨룬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녀 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 조금 이상하다. 결국 내가 꺼낸 말은..... "내 검에 관련된 일이야. 검의 주인으로서 거쳐야 할, 검의 인증이라고 할까? 뭐 그 런 거지." 이게 좋겠다. 길게 설명을 하기 보다는, 간단한 의미를 전하고 끝내는 게 더 좋을 듯 싶다. 어차피 잠잘 시간인데 이야기가 길어지면, 내일 몸이 피로하게 되니까. "그렇군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다. 아마 자신이 물어볼 일이 아니라고 여긴 것이 리라. 그런데..... "아까 그 엘프에게서 받은 게 뭐지요?"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물건을 만져본 감촉으로 짐작해보면, 이 물건은 분명히 저녁 무렵에 본 그 '오파비 니아'의 조각품이거나, 그 껍질인 게 분명하다. 다른 건 몰라도, 그 길다란 혀처럼 보이는 물건과, 5개의 돌기가 만져지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 말하면.....' 그녀가 만약 이걸 보고 싶다고 말하면 어쩌지? 한밤중에 웃음을 터뜨리면, 다른 사 람들의 잠을 다 깨워놓을 게 아닌가. 그런 '예의없는' 짓을 하면 안 되지..... "내일 아침에 설명해줄게.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괴이한 동물의 껍질이니까." "지금 볼 수 없을까요?" 역시 그렇게 말하는군. 하지만 지금은 절대 안 돼. "지금 보면 웃을 거야. 그럼 자는 사람들에겐 곤란하지 않을까?" 내 말에 담긴 진지함에, 그녀는 일단 물러섰다. 하긴. 그녀가 정말 호위기사라면 호 위되는 입장인 나, 즉 주인의 말을 신하로서 무시할 수는 없겠지. 그녀는 잠시 눈을 감는 듯 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마력은 감지되지 않는 듯 하네요. 그냥 평범한 동물의 겉껍질을 달아둔 목걸 이로 보이네요." "평범?" 이게 평범하면 이 세상의 모든 동물이 준수하게 생긴 거다. 처음 내가 이 녀석을 바 라보았을 때의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까. 갑자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데..... "좀 이상하게 생긴 모양이지요? 제 힘으로는 정확하게 동물의 형태를 느끼기 힘드네 요. 아무래도 죽은 생명체의 껍질이라 그런지...." "모르는 게 좋아. 지금은." 지금 보면 분명히 웃을거야. 하지만, 그녀는 그럴수록 더욱 호기심이 왕성해지는 듯 하다. ".....역시 안 되겠어요. 이상한 게 달려있는지 확인해볼께요. 이리 주세요." 말로는 그러면서..... 실제로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 같은데..... 하지만 그 리 심하게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모르는 게 있으면 알아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니까. "그럼, 밖으로 나가자. 보여줄게." "밤공기가 차네요." "이곳이 북쪽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해." 일단 잠옷 차림에 외투라는 걸 걸치기는 했지만, 복도 밖으로 나와 오두막 문을 여 는 순간, 찬바람이 우리를 덮쳐왔다. 이거, 빨리 보여주고 들어가야겠는걸. 나는 외 투를 풀어헤치고, 그 안의 주머니에 넣은 목걸이를 하이에게 보여주었다. 달빛 덕분 인지, 그럭저럭 윤곽이 드러나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본 그녀의 반응은..... "....." 침묵. 그리고 드리워진 무언의 장막. "........." 의외로 길게 이어지는데? 왜 그렇게 말도 안 하고 서 있는 거야? 뭔가 이상해? 그녀 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는 순간..... "!" 웃음을 참느라 이를 악문 하이의 얼굴. 그럼 그렇지.... 하지만 웃음을 그렇게 참을 필요는..... "그냥 웃고 말지....." 하지만 그녀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왜 그렇게 웃 지 않는가지? 혹시..... 다른 사람들이 깨어날까봐 그러는 건가? 정말 못 봐주겠다. 그녀가 너무 괴로운 듯이 보인다. 안 되겠군. 그럼..... "에잇." 마력을 약간 풀어서, 그녀와 나를 감싼다. 마력이 활성화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그것이 다시 비활성화가 되면서 구조물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덮고, 안 과 밖을 격리한다. 이렇게 하면..... "자. 이젠 웃어도 좋아. 하이." 주위를 보고 상황을 깨달은 그녀. 그녀가 입에서 손을 떼더니..... "호호호호호." 한참동안 그녀는 허리를 구부리고 웃었다. 아까 내 반응과 별다른게 없군. 역시 그 녀도 인간이었어..... 한참동안 웃어댄 후에야, 그녀는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 다.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흘리네. 하지만, 그렇게 우스우면 진작에 웃지..... "죄송합니다. 너무 우스워서 그만....." 나도 그걸 처음 볼 때 그랬으니 할 말이 없다. 그냥 미소로 화답할 수밖에. "그렇게 생긴 동물은 본 적이 없어서요. 상당히 특이하게 생긴 동물이네요." 왠지 모르게..... 한 가지 불안한 예감이 스쳐지나간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막아야겠군. "그리고, 지금 동물의 이름도 좀 그렇거든. 함부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마. 이 목걸이에 대해서는." "예. 공주님." 이상하네. 보통은 그 이유를 묻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 아닌가? 그런데 이 아가씨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지? "공주님은 빼고. 그런데 왜 이유를 묻지 않는거지?" "전 공주님의 신하입니다. 신하가 주인에게서 받은 명령에 대해, 거부하는 것은 있 을 수 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게다가? "곧 말씀해주실 거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방 먹었군.... 그런 말을 하면, 말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네. 주의하겠습니다. 그 아가씨의 이름이....." 웃음을 또 터뜨리는 그녀. 하지만 이젠 주위의 방어막을 거둘 시간이라고. "다 웃었으면 얘기해. 방어막을 거두고 들어가야 하니까." 솔직히, 방어막을 치니까 조금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거두면 사람들 이 다 깨어날거다. 그러니....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 이 아가씨가 진정될 때까지는 도리가 없다. 별 수 있나. 기다려야지. 그리고 그 기다림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눈 물을 닦으며 자신을 추스리는 하이. "그럼 들어가지요. 공주님. 저 때문에 이렇게 수고하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입을 가린다. 하긴.... 목걸이에 달린 게 좀 특이하긴 했어. 하필이 면 오파비니아의 껍질이라니..... 다섯 개의 눈알이 튀어나온 괴물을 목걸이에 달아 주는 아르메리아의 취향이 조금 의심스러운..... "!" 오파비니아의 배쪽에 새겨진 하얀 글씨는.... 이건..... [조금이라도 오빠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길 바래요. 아르메리아.] 달빛 속에 비쳐진 그녀의 마음은, 내 가슴 속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고마워. 아르메리아. - 이번 이야기 끝. 휴우우우우 - 후기)아마 이번 이야기가 가장 길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힘든 이야기여 서..... 하지만 결국 완결을 했군요. 그리고, 길다는 것은 중간 휴가기간을 포함해서 입니다. 사실 길기는 길었지요? 연재 분량도 긴 편이었지만..... 다음 이야기는 예고에 나오겠지만, 이제 드디어 이야기 중반부도 끝이 나겠군요. 이 제 제 머리가 더욱 아파지는 상황이 닥쳐오겠네요. (죽었다) 과연 후반부로 이어질 이번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 열 다섯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달빛 아래의 두 사람. 한 사람은 검. 한 사람은 지팡이. 그의 얼굴. 그녀의 얼굴. 두 사람이 마주본다. 비명을 지르는 소녀. 그녀의 눈앞에 피가 흩뿌려진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1 등록자: knock10(곽재욱) 등록일: 01-29 조회수: 32 공룡 판타지 15-271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 "지금은 겨루고 싶지 않은데요. 나중에 하지요." 뭐냐. 이런 법도 다 있냐. 겨우 레벨 7의 라비린스 키퍼에게 도전할 날이 와서, 마 음을 단단히 먹고 검을 들었는데, 이런 말을 듣다니. 칼로 머리를 싹둑 자르고 싶었 지만, 일단은 참자. 참아. 누구에게든 이유가 있을 수 있는 법이니..... "왜 안 된다는 거지요?" 보통은 내가 도전하면 상대가 응전하는 형태로 진행된 것이, 나와 라비린스 키퍼들 간의 관계가 아니었나? 그런데 왜 전투를 거부하는 거지? "당신은 지금, 자기 자신도 추스르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 상태에서 저와 대결하 는 것은 무리에요. 정신에 혼란을 일으키는 상태에서, 정신 공격을 장기로 하는 저와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완전히 무시당하는 것 같은데..... "일단 그 집착을 버리고,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저주에 대해 생각하는 걸 잠시 접어두는 게 어때요?" 그렇게는 못해. "그렇다면, 저도 당신과의 전투를 거부하지요. 주인같지 않은 주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라 브레이커의 주인. 주인이 비참하게 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군요." 사라져버리는 셀레나이트. 이런. 정신에 이상이 일어날 것이 염려되기 때문에, 일부러 레벨 7의 세 명의 라비린스 키 퍼들 중에서 그녀를 선택해서 도전한 것인데..... 정신을 다루는 그녀가 전투를 거부 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럼 어쩌지? 이미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기세좋게 사람들 앞에서 말했다. 검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검 안에 들어간다고. 그런데, 첫 마디부터 거절? 그럼 날보고 어쩌라는 건가? 나는 당황한 눈으로 나머지 두 명의 라비린스 키퍼를 바라보았다. 제트와 라피스 엑실리스를. 하지만..... "저도 지금의 당신과 겨루고 싶지는 않은데요. 생명의 힘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지 금의 당신은 너무 약해요." 야.... 약하다고..... 그건 인정하고 있지만, 그러니까 지금 당신들에게 도전하는 게 아닌가? 강해지기 위해..... "무리에요. 저와 상대하려면, 당신의 스승의 검을 꺾을 정도가 되어야 해요.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것 같지 않군요. 현재만 아니라, 미래에 있어서도." 이봐. 내가 어떻게 그 치매사부의 검을 꺾을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 정도 실력 이면 굳이 라 브레이커에게 의지하지도 않을 거라고. 사람을 악착같이 괴롭히는 이런 고물 마법검 따위..... "우리가 보는 것은, 당신의 현재 실력이 아니라 당신의 장래 가능성이에요. 당신과 겨루는 것은 그 가능성을 가늠해보는 것이고." "!" 그 순간 생각이 났다. 저들은 라비린스 키퍼. 적어도 자신들의 전문분야에 있어서 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명인들이었다. 그렇다면, 내 실력으로 꺾을 수 있는 자들이 아니지 않는가. 처음부터. '그러고 보면.....' 지난번의 대결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때 아메마이트와의 첫 대결에서 나는 비참 하게 패했다. 그 때 상대가 마음만 먹었다면 나는..... '날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어.....' 암버와의 대결에서 내가 몇 차례를 패했던가. 그런데도 그들은 나를 살려두었다. 그 렇다면, 실력을 보려고 대결하는 건 아닌 것이다. 실력이 아니라면..... "지금의 당신에게선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요. 조급한 마음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 지도 못하고, 그저 앞으로 달리기만 할 뿐이에요. 그 상태로 우리에게 인정받는 것 은, 불가능해요." 가능성이라는 건가. 하지만..... "어떻게 조급하지 않을 수 있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 더 이상 지체하면 난.... 내 마음이 무너질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한시라도 바삐 서둘러서..... "엘프 아가씨가 그 목걸이를 준 이유가 무엇인가요?" "!" 나는 내 목에 걸린, 괴이한 모양의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다섯 개의 눈이 나를 지켜 보는 가운데, 길다란 입술이 가시돋힌채 달린 고대의 생명..... 그 뒤에 새겨진 그녀 의 말이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오빠의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길 바래요. 아르메리아.] 그 말의 뜻은.... 조금이라도 내가..... "이제 이해했나요?" 그녀는 내 앞에서 돌아섰다. 옆에 서 있던 제트 역시, 그녀와 함께 사라져간다. "자신을 스스로 세울 수 있게 되면, 그때 우리를 찾아오세요. 그럼....." "기다려 ! 라피스 !" 지금 상태로 검 밖으로 나가봐야, 결국 제논과 만났을 때 수세에 몰리게 될 뿐이다. 셀이나 아르메리아의 힘은 강하지만, 그것은 그녀들의 힘이지 내 힘이 아니다. 결국 그 상황에서 내가 의지하는 것은 나 자신인데, 스스로를 세우지도 못하는 내가 어떻 게 그 자와 대결할 수 있을 것인가. 안 그래도 레벨 6의 마법밖에 익히지 못한 내가 아닌가. 상대는 레벨 9의 마스터. 운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셀이 싸움을 가로맡는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녀는 그의 스승이다. 스승으로서 제자를 죽인다는 것 은,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아무 혈연관계도 없는 동생보다는, 자신이 힘들게 가 르친 제자에게 눈이 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그녀가 날 죽이려고 하지 는 않겠지만..... "나를 스스로 세울 수 있게 된다면, 싸워도 좋다고 했지?" 걸음을 멈추는 라피스.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 방법을 가르쳐줘. 지금의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도 몰라. 그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세우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한다면 가르쳐줘." "그런가요?" 웃는 그녀의 얼굴이 아르메리아를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비틀거리니까 지팡이가 필요한 거야. 비틀거리지 않는다면 굳이 지팡이를 찾아 여 기 오지도 않았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옆으로 온다. 그녀의 얼굴이 나를 바라보더니..... "그럼 조금만 가르쳐드리지요. 셀레나이트, 잠깐 이리 와 봐." "우선 한 가지만 물어볼께요. 레이니 양의 마법 수준은, 지금 몇 레벨인가요?" 이상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왜 다시 묻는 거지? 무슨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지 만, 일단은 대답을 했다. 무언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현재 6레벨의 라비린스 키퍼에게 인정받았으니까, 지식은 6레벨. 하지만 지난번의 일도 있고 해서 레벨 10의 마법도 약간 가지고 있어." 물론 레벨 10의 마법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을 셈이었다. 만약의 경우. 최후의 경우 를 제외한다면..... "정말인가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텐데, 왜 라피스가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셀레나이트 역시 나를 의심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듯 한데..... 갑자기 오른손 을 쳐드는 셀레나이트.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들고..... 드디어 공격인가. "?" 그녀는, 자신의 입술에 오른손 집게 손가락을 대고 말했다. 표정과 동작은 보기가 좋지만, 공격은 아니었다. 아직 싸울 생각은 없는가? 그럼 뭘? "증명해주세요." "증명이라고? 어떻게?" 레벨 6의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어떻게? 여기서 뭘 해서 증명하라 는 거야? 나는 어떤 설명을 통해 그녀를 설득시켜야 하는지를 놓고, 고심했다. 마법 구조물에 대한 지식을 나열해야 할까. 아니면 그녀에게 마법을 보여주어야 할까. 보 여준다면, 무슨 마법을 보여주어야 할까..... "이게 좋겠네요." 주위를 둘러보는 그녀. 하지만 이곳은 그저 황무지일 뿐이다. 있는 것은 모래와 자 갈과 뜨거운 햇빛 뿐이다. 물론 검 안에 해가 있을 리는 없으니, 저것은 그저 해 모 양을 한 무언가이겠지. 우리가 사용하는 촛불같은..... 그런데 검 안에 왜 이렇게 다 양한 종류의 지형이 있는 것이지? 전에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날 시험하더니. '혹시, 시험하지 않을 것을 알고, 다른 곳에 나를 불러들인건가?' 하지만 그런 나의 상상은 계속되지 않았다. 셀레나이트가 허리를 구부려, 무언가를 집어들었으니까. 그녀의 손 안에 든 것은 무엇일까. "여기다 마법을 걸어주세요." 그녀가 보여준 것은, 작은 돌멩이였다. - 계속 - 후기)첫번째부터 다시 쓰다니..... 어째서 나는 한 번에 쓰지 못하는 걸까. 재주가 없는 건가.... 하지만 쓰다 보면 꼭 이렇게 되더군요. 다 만들어놓은 걸 다시 고치다 니..... 다른 분들은 한 번에 다 쓰고도 인기만발인데..... 신세타령하는 것 같이 되 고 있네요. 하지만 다시 볼 여유가 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제 얼굴인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30 19:41 조회:84 공룡 판타지 15-272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 레벨 6의 마법이라.... 돌멩이에게 걸 만한 마법이라면... 어떤 종류의 마법을 걸어 야 할까. 나는 잠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멩이에 무슨 마법 구조물을 설치하 라는 건가. 하지만 그런 생각은 지속될 수 없었다. 내가 뭔가 결정을 하기도 전에, 그녀는 돌멩이를 치웠으니까. 이런. 돌멩이를 치우면 거기에 마법을 걸 수가 없잖아. 그런 내게 던지는 그녀의 한 마디. "조금 거리가 떨어지면, 마법을 걸 수가 없나요?" "....." 갑자기 내 말문이 막힌다. 그녀는 나를 추궁하듯이, 계속 말한다. "게다가, 마법 하나를 선택해서 결정하는데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당신 이 그 마법을 전투에서 쓴다면, 그 모든 판단을 내리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얼 마나 치명적인지 알고 있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당신이 레벨 6의 마법을 다 익혔다 고 자부할 수 있나요?" "......." 그 말도 일리가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녀는 단호하게 말을 맺었다. "레벨 6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 상태에, 정신은 혼란해 있어요. 그런 상태에서 새로 운 마법을 익힌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에요. 몸이 견디지 못하게 된다고요. 지난번처 럼." 지난번이라.... 그때 하루에 세 명의 라비린스 키퍼를 상대하느라 기억을 일시적으 로 잃었던 일을 말하는 건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지 금..... "내 마음을 읽고 있지?"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대화가 수월하게 진행될 리가 없다.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나도 상당히 둔한 편이다. 아르메리아와 대화하는 데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가. 아니 면 정신 마법을 익히지 못한 탓인가. 그런데.... 내가 잊은 게 있는 듯하다. 중대한 것이. "자신의 마음을 읽고 있는 상대를 이긴다는 게, 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 "당신이 지금 저와 겨룬다면, 확실히 패하게 되어 있어요. 아까 라피스가 말했듯이, 이제부터는 당신이 우리를 이기면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당신을 인정하 면 지식을 가르치게 될 거에요. 하지만 지금은."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그녀. "당신의 앞날이 어두워요. 지금 가르쳐주어도, 당신은 그 지식을 사용하기도 전에 파멸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난 가까이에서 거는 마법만 익힌 탓에....." 구차한 변명이다. 누구보다도 내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내 마음을 읽는 그녀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 그럼 여기에 레벨 6 마법을 걸어봐요." 내 손에 쥐어지는 돌멩이. 하지만 그녀가 날 인정하지는 않았지 않은가. 일부러 쉬 운 조건을 선택해서, 나에게 뭘 원하는 것일까. 이 여자는. "무슨 마법이든, 레벨 6 마법을 걸어보세요. 걸 수 있다면, 당신과 겨루어드릴께 요." 기회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 돌멩이에 마법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역시 하늘을 날아 다니는 게 좋겠지? 나는 돌멩이에 부유 마법을 걸기로 하고, 마력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 어떻게 하지?' 간단한 마법이다. 내가 만약 그런 마법을 건다면, 그저 마력을 일정량 분출, 폭발시 켜서 그 반작용으로 하늘에 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멩이에 그런 마법을 건다는 것은..... '큰일났네.' 마력을 일정량 계속 분출시킨다고? 그럼 대량의 마력을 돌멩이 안에 넣으면 된다. 문제는 내게 그 정도의 마력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마력이 강하다고 해도, 영구적으로 돌멩이에 부유 마법을 건다면 그 필요한 마력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다. 따라서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럼.... '마력을 만드는 구조물을 만들어야 하나?' 그러나 그것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력을 어떻게 얼기설기 얽어야 마력을 생산하는 구조물이 만들어지지? 이론만으로 그런 구조물을 구상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내 머리속에 주어진 암버. 레벨 6의 라비린스 키퍼의 지식에 는 그런 방법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안다고 해서 실제로 쉽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마력을 어떤 방식으로 돌멩이 안에 투입해서 구조물을 만들어낼까. 잘 못하면 돌멩이가 파괴될 우려가 있었다. "언제쯤 되어야 마법을 걸 건가요? 레이니 양." 놀리는 거냐. 하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날 놀리고 있었지만. 나는 어쨌든 돌멩이에 마력을 주입했다. 일단 마력을 조금씩 주입해보자. 하지만..... "꺄악 !" "이런 !" "조심해요 !" 마력이 주입되자, 그 마력을 견디지 못한 돌멩이가 빛을 뿜으며..... 콰앙 ! 폭발해버린 것이다. "콜록 ! 콜록 ! 콜록 !" 이런.... 돌멩이에게 파괴 마법을 건 꼴이 되어 버렸다. 레벨 6의 마법이 파괴가 아 니라 영구적인 마법 구조물의 건설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쥐구멍을 찾아 헤메야 할 상황이었다. 아이고. 창피해. 이런 실패를 하다니. 하지만 지금은 일단 숨쉬는 것 부터 걱정을 해야 했다. 돌멩이가 터지자, 그 충격이 지면에 미쳤고, 그 덕에 먼지가 요란하게 날아오른 것이다. 그 판에도 손이 안 터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입을 막고 서 있는 세 명의 라비린스 키퍼들. 얼마나 날 비웃을까.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 았다. 아무도. "이럴 줄 알았다니까." 셀레나이트의 신경질적인 말. 그것이 반응의 전부였다. 하긴 옷이 먼지 때문에 엉망 이 되었으니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아무리 기사 지망생이라고 해도, 이 상황 에서는 손이 정말로 멀쩡한지 확인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다쳤다는 감각이 전달되지 않는 것이, 혹시 신경이 마비된 탓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내 손을 바라보았지만, 멀 쩡했다. 휴우우. "마력이 손을 보호했군요. 마력을 몸에 많이 품고 있었기 때문에, 돌멩이도 마력을 그렇게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요?" 라피스의 말에 대꾸도 못하는 나. 조금만 마력을 넣어보려고 시도한 건데..... 역시 돌멩이에 마력을 넣은 후 구조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돌멩이에 구조물 자체를 넣어 야 하는 건가? 아직은 급속한 구조물 생성에는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한 건데..... 마력을 비활성상태에서 이동시켜서 구조물을 쌓아야 하나? 너무 급히 배운 지식이 뒤 엉켜서, 쓸모없이 된 듯 하다. "실패했네." 아무 말도 할 게 없으니까 이런 말이라도 했다. 물론 남들이 듣지 않게. 지식을 제 대로 소화하지 못한 대가인가. 고개를 숙이고 맥없이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데..... 내 손이 다칠 뻔했다면, 다른 사람들은? "다들 괜찮아요?" 원래는 이 말을 가장 먼저 했어야 하는데, 폭발에 놀란 데다가 자기 몸부터 챙기는 이기적인 성격때문인지, 내 손부터 살피는 바람에 말을 못했다. 한심해..... 물론 다 들 나보다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믿고 있기는 하지만..... 돌 조각이 여자들의 얼 굴에 튀었다면 큰일이 아닌가. 허마터면..... "그보다 자기 얼굴을 살펴보는 게 시급하지 않나요?" 무슨 소리지? 라피스. 내 얼굴이 뭐가 어때서? 비록 여자라는 게 맘에 들지는 않지 만, 그래도 이 정도면 상당히 미인이라고 자부하고 있는데 왜..... 가만. 이건 뭐냐. 감각이 좀 이상한.... "한 방 맞았네." 누굴 탓하겠는가. 내가 실수로 돌멩이를 터뜨려서 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마 마력을 손에 집중시켰기 때문에 얼굴까지는 마력이 보호하지 못한 모양이군. 대다수의 돌조 각을 본능적으로 피하긴 했지만, 왼쪽 뺨에 자그마한 상처가 나 있고, 그 상처를 통 해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다. 눈에라도 맞았다면 큰일이 났을 테 니까. 일단 피나 닦아내고 보자. 손수건은 없으니 그냥 손으로 문질러서..... "그냥 두세요. 제가 치료해줄 테니까." 보기 딱했던 건가. 라피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한심하다는 표정이네. 주 책맞게 돌멩이나 터뜨리니까 그런 건가? 하지만 그녀의 말은, 예상과는 달랐다. "여자아이가 그게 뭐에요. 비록 당신은 그 몸이 당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 만, 그렇게 막 다루는 건 곤란해요. 레이니양." 뺨의 상처에 손을 대는 라피스. 그녀의 손이 빛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막 다루는 게 안 된다는 건 무슨 뜻이지?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당신의 몸이 아니고 그 공주님의 몸이라면, 당신은 공주님에게 그 몸을 온전한 형 태로 돌려주어야 하는 책임이 있어요. 만약 그게 아니고, 정말로 당신의 몸이 변한 것이라면, 당신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고요." 뺨에 흐르던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문다. 그 이치는 모르겠지만, 뭔가가 내 뺨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손의 빛이 꺼지고, 내 뺨의 상처도 사라진다. 손을 떼는 라피스. "일단은, 마법 초보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우리도 잘못한 것 같아서, 치료해주었 어요." 잠깐. 잠깐. 그 말은..... "당신의 생각 그대로에요. 레이니양." 뭐야. 내 마법 실력이 떨어진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단정하듯이 말하는 것은.... - 계속 - 후기)머리아퍼..... 지금 심정이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1-31 20:16 조회:114 공룡 판타지 15-273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 "사실이니까. 할 수 없잖아요." 셀레나이트의 말이, 내게 충격을 던졌다. 직격으로.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라 피스가 두 번째 일격을 날린다. 혼잣말같은 어투로. "하긴 아직은 응용 능력이 부족하니까." 말을 듣자하니 완전히 날 바보로 인식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셀레나이트는 그 런 어조로 말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아무래도 라피스가 설명해주는 게 어때? 마법 강의같은 지루한 건 내 취미가 아니 니까."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오는 라피스. "레이니 양은 현재, 레벨 6의 라비린스 키퍼와 싸워서 이겼어요. 물론 전투에서 반 칙에 가까운 짓을 하기는 했지만." 레벨 10의 마법을 가리키는 말이군..... 하지만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에, 그게 가 능하기나 한 말인가? 도저히 레벨 5까지의 마법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그걸 탓하는 게 아니에요. 물론 그 마법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미리 경고하지 않 고, 마구 가르쳐준 검의 본체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렇다. 실수하면 죽는 거라며? 그런데 그런 걸 아무렇게나 나한테..... "그와 같은 거에요. 저희가 대결을 피하는 건." 뭐? "지금 당신은 레벨 6 마법도 제대로 다루지 못해요. 아직, 그 마법에 대해 익히기에 는 시간이 충분치 못했어요. 게다가....." 게다가? "마법의 응용력은 너무 떨어져요. 솔직히, 그래서야 레벨 5까지 익힌 사람이라고도 볼 수가 없어요. 전혀." 저, 전혀? 그건 좀 심한 발언이 아냐? 하지만..... 그 말이 틀리다고 할 수가 없었 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 대결을 하게 된다면, 당신은 분명히 레벨 10의 마법을 사용해버릴 거 에요." 사실이다. 만약의 경우에는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 게 왜? "셀레나이트가 정신 마법을 다루는 라비린스 키퍼라는 점, 잘 알고 계시죠?" "응."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말인가? 어쨋든 그녀가 공격을 하면, 나는 반격을 하면 그뿐 이 아닌가. 그런데 왜? 하지만 그 말을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았다. 어젯밤의 하이의 말처럼, '어차피 그녀가 말해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녀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이 멀쩡해도 다루기 어려운 레벨 10의 마법을, 어지러운 정신 하에서 실수 한 번 없이 완성시킬 수 있어요?" "....." "상대가 정신을 혼란시켜도, 그에 말려들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어요? 지금 상태에서?" "......." "당신은 자멸했을 거에요. 만약 셀레나이트와 대결했다면." "........." 할 말이 없었다. "게다가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의 당신에게는 가능성이 보이지 않아요. 과거보다 활 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할까. 적극성이 없이, 소극적으로 주위 상황에 끌려가는 경향 이 있어요." 소극적이라고? "차라리 얼마간 이 마을에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을 갈고 닦은 후에 다시 도전을 하는 게....." "안 돼." 그렇게 머뭇거리다가는 될 일도 안 되겠다. 차라리 그냥 그 자를 만나서 결판을 내 는 게 빠르겠다.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나는 영원히 여자아이로 되어 버리고 말 거 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신을 버릴 셈인가요? 그 때처럼?" 그 때? 그 때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혹시 지난번에 기억을 잃은 걸 말하는 건가? 하지만 그 날의 일은, 마법을 배우다가 일어난 기억의 혼란 때문에 생긴 사고잖아? 하루에 세 가지 지식을 배운다고 욕심을 부리다가 일어난 사고. 그 날의 일과 지금이 무슨 공통점이 있는 거지?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 았다. 그저 어두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 그 눈에 담긴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당신이 가진 마법 기술을 익히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우선 개발한 후에 그 마법사를 만나러 가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당신의 목숨은 지켜주겠지만, 당신의 동료들의 목숨을 지켜줄 의무는 없으니까." 냉정하다. 셀레나이트. 하지만 그 뒤의 말은 더욱 차가웠다. 마치 남자 목소리처럼 들리는..... 응? 남자? "그 말이 맞다. 네가 지금 그 마법사를 만난다면, 너는 그에게 끌려다니고 말 것이 다." 제트? 언제 나타났지? 아무 말도 없던 그가, 왜 지금 입을 여는 거지? "그가 네 약점을 잡고 있는 이상, 그에게 끌려 다니는 것은 당연하다. 차라리 그에 대해 집착을 하지 않는 편이, 네게 이로울 것이다." 집착하지 말라고? 그럼, 그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기서 여자애로 살아가라는 건 가? 그렇게는 못 해 ! "그럼 힘도 없는 지금, 그에게 가겠다는 건가요? 승산 없는 싸움을? 단지 남의 힘에 의존해서 이기겠다는 건가요?" 라피스가 나를 말리지만..... "지금 당신이 그에게 간다면, 우리는 당신에게 힘을 빌려줄 수 없어요. 우리는 원래 전투가 목적이 아니라, 가르침을 목적으로 하고 태어났으니까." 셀레나이트의 말이..... "파멸을 위해 그에게 간다는 거냐?" 제트의 말이..... "왜 하나같이 날 막는 거야 !"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들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기에. 하지만 내 생각도 맞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지금 가면, 그를 이길 가능성은 솔직히 거의 없다. 내 힘만으로는. 하지만 내가 지금 가지 않으면, 언제 내가 나를 잃어버릴지 모른다. 도 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제 종말이 온 건가? 더 이상 달려갈 수 없는 종착점 에? 그럼 여기서 나는..... "나.... 난 어떻게 해야 해?" 나는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다, 다가 오지 마 !" "흐흐흐. 공주님, 편안한 죽음을 맞으시기를." "으응.............엄마....." "엄마.... 죽으면 안 돼...." "엄마..... 엄마....." "시, 싫어.... 싫어...." "다, 다가 오지 마 !" "시, 싫어어어어 !" "이런 거, 기억하기 싫어 !" "....." 눈을 뜬 곳은, 엘프 마을의 그 여행자들의 방. 그곳이었다. "......." 어느새 여기에 돌아온 것인가. 지금은 언제인가. 이곳은 그곳이 맞는가. 모든 것이 회의스럽다. 단 한 가지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삶. 점차 나는 그런 길을 향해 걸 어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내가 도착한 곳은 타인의 의지에 따라 사는 길. 이대로 쓰러지는 것이 나의 운명인가. 침대 옆에 세워져 있는 나의 검. 아 니, 나를 소유한 검이 보인다. 나는 과연 나의 주인인가. "........." 나답지 않다. 눈물이 흐르다니. 내가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도 방에 없기에 다 행이다. 다른 사람들이 만약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더 비참해졌을까. 눈물을 소매로 닦는다. 어느새 내 옷이 잠옷이 되어 있다. 아마 하이나,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이 갈 아입힌 거겠지. 하지만, 언제 내가 검 밖으로 나온 것일까. 검에게 물어볼까. 이대로 누워있는 것 보다는 낫겠지.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간다. 검을 집어들고. 여기서 물 어보고 싶지는 않다. 홀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서 물어보고 싶다. 언제 하이나 다 른 사람들이 돌아올지 모르는 이 방에 더 있기는 싫었다. 감시당하는 삶. 쫓기는 삶. 이런 걸 원하고 여행을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정말로 갈 건가요?" 무슨 말이지? 계단을 나와 숲으로 들어가는데 들려오는 말소리. 이건..... '아르메리아?' 그녀가 셀과 뭔가 말다툼을 하고 있다. 설마, 또 싸운 것인가?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리고 왜 이렇게 하늘이 어둡지? 설마 또 기절했었나? 바람이 분다. 내가 마지막으 로 기억한 그 날의 바람처럼. '그 날?' 바로 아까인데,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나는 조용히 두 사람의 말에 귀를 기 울였다. - 계속 - 후기)막 가는 스토리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이제부터 써내려갈 것이 레 이니 이야기(출판할 기회가 있다면 제목 고친다고 다짐하는 중)의 핵심으로 가는 길 이 되기 때문에, 정말 어렵네요. 뒤엉킨 매듭을 이제 슬슬 풀기 시작해야겠지요. 정 신이상인 그녀는 좀 곤란하니까. 그런데 그녀라..... 이젠 남자아이로 보여지지 않을 정도로 소녀스러운 모습이 된 레이니. 과연 어떻게 될까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01 20:16 조회:95 공룡 판타지 15-274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4) "혼자서 제논을 만나러 갈 셈인가요? 아르메리아 양." 뭐야. 그녀답지 않은 생각을 하다니. 언제나 침착한 것이 아르메리아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저리 서두르는 거지? 이제까지는 내가 서두르면 그녀가 말리는 것이 보통 이었는데, 오늘은 그 반대가 될 지도 모르겠다. 말려야 해. 혼자서 그를 만나러 가다 니. 물론 아르메리아가 제논에게 질지 어떨지는 모른다. 그러나 현재 쥬린 제국의 수 도라면 적들이 몰려있는 곳이 아닌가. 그녀 혼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건가. 나 는 그녀를 말리려고 했다. 그녀의 앞에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그것 을 허락하지 않았다. 새파랗게 된 그녀의 얼굴은 달빛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입에서, 피가 토해지는 듯 하다. "그래야겠어요." 주먹을 쥐는 그녀. "언니의 저 모습, 더 보고 있을 수가 없어요. 저러다가는 얼마 못가서 미쳐버릴 거 에요.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둑같은, 마치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저런 모습을 보느니 차라리..... 그 자를 만나 저주에 대해 알아내야겠어요. 만약 라 브레이커의 말대로라면, 언니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표정. 그게 바로 나로 인한 것인가. 미안해. 미 안해. 미안해....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하면서, 그 말만 생각하고 있었다. "반드시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에요. 밀크의 정신이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그녀라 면 반드시....." "그렇지 않아요." 셀의 낙관적인 말을, 바로 부정하는 그녀. "인간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에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고, 무너질 수 있는 존재 가 인간이에요. 언니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지금, 그걸 기대하는 건 지나쳐요. 셀." 들을수록 비참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나 자신도 내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모든 도움의 손길은 나를 비켜갔고, 내게 남은 것은 이제 아르메리아의 말대로, 그 자를 만나보는 것 뿐이다. 하지만..... 모두들 그것을 반대할 것이다. 위험하다고 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사실이기에. 나 와 그들은 서로를 반역자라고 부르는 입장. 물론 나는 공주님이 아니지만, 이 몸은 공주님의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한 쪽이 다른 사람을 죽여야 살아남는 이런 지경에 서, 내가 그와 만날 경우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가 과연 자기 앞에 온 나를, 무사히 돌려보낼까. "가면 살아돌아오기 힘들어요." 그럴 것이다. 아르메리아가 아무리 강해도, 그녀가 절대적인 존재가 아닌 것이 사실 이기 때문에. 그녀 역시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드러내보이게 한 사람이 바로 그녀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자는 그런 사람의 제자인 것이다. 셀이 그녀의 한계를 보 일 수 있었다면, 그 자도 그녀의 한계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래서 당신에게 말하는 거에요." 무슨 소리야? 그 말은 설마....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는 그녀. "나와 같이 가 주세요. 셀. 당신이라면 그들의 방해를 물리칠 수 있을 거에요." 저 자존심 강한 엘프가 무릎을 꿇는 건가? 가장 경멸스런 존재에게? 오직 나를 위해 서? "이, 이러지 말아요." 셀 자신이 당황한 듯, 아르메리아의 어깨를 잡아 일으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셀의 눈을 바라볼 뿐이다. "부탁이에요. 내가 그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렇게 부탁하지도 않아요. 하지 만, 그를 설득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오직 당신만이, 그 마법사의 스 승인 당신만이 그것을 할 수 있어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동생인 밀크를 위해 해주세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눈 물을 흘리는 것 뿐이었다. 나 때문에 자존심도 체면도 다 버리고, 가장 경멸하는 존 재 앞에 무릎을 꿇다니. 아르메리아..... 나도 모르게 앞으로 걸어나간다. "밀크 !" 아르메리아 옆에 가서 나란히 무릎을 꿇는 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그녀 혼자서, 온갖 치욕을 무릅쓰게 할 수는 없었다. 나 때문에, 그녀가 희생하는 것 을 볼 수는 없었다. 애원해야 할 것은 나지, 그녀가 아니다. 왜 나의 짐을 그녀에게 떠넘기겠는가. "저도 이렇게 부탁드릴께요." '하지만....' 이 아이는, 결국 그 길을 가게 될 것인가. '안 돼.....' 이 아이가 저주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나를 얼마나 미워할 것인가. '부탁을 들어준다면.....' 내가 듣고 경악한 그 사실. 그것을 이 아이가 안다면..... '어쩌면.....' 이 아이가 나를 향해 검을 겨눈다면, 나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참을 수 없다. 내가 이렇게 부탁을 받을 입장인가. 오히려 무릎을 꿇을 것은 내가 아닌가. 내가 좀 더 용기가 있었다면, 그녀의 이른바 '저주'는 간단히 풀어낼 수 있지 않은 가. 그런데 그런 내게..... "미안해." 나도 무릎을 꿇었다. 도저히 난..... "미안해. 난..... 널......" 그녀가 울고 있다. 거만하게 뽐내지 않고, 울고 있다. 상처입은 소녀의 모습. 어째 서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가. 하지만, 결국 그녀가 거부를 하는 것이라는 생 각이 들자,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불쌍한 언니. 이제 오빠로 돌아오는 것은 영 영 무리가 아닐까. 결국 언니는 미쳐 버리는 걸까. 라 브레이커를 가졌던 수많은 사 람들처럼, 언니 역시 전설을 이루지 못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일까..... "셀." 언니? 언니가?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상관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주저앉아서 끝내고 싶지는 않 아요. 그러니, 절벽 아래로 떨어지더라도, 일단 달려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 고개를 숙이고 부탁한다. 이제야 언니가 과거로 돌아오는 건가. 아니면 마지막 몸부 림인가. 언니의 어깨가 부르르 떨린다. 억지로 자신을 끌어올린다는 게 눈에 보인다. 언니..... 아니 오빠..... 셀이 언니를 서서히 품에 안는다. 서서히..... '따뜻해.....' 나를 부서져라 껴안은 그녀의 팔이, 생각보다 무척 가늘었다. 그녀의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진다. 그녀의 입술이 움직인다. "미안해..... 내가 용기가 있었다면 널 이렇게 힘들게 하지 않았을텐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그녀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눈을 뜬다. 뭔가 결심을 한 표 정이다. 그럼.....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서 나온 말은, 내가 간절히 기다리던 말이었 다. "가자. 밀크. 아니, 레이니. 오늘 밤에 너의 저주에 대해 그가 말하게 하겠어." 그녀가 몸을 일으켰다. 달을 향해 똑바로 선 그녀의 얼굴은, 단호한 결의로 빛나고 있었다. "자. 그럼, 제국의 수도를 향해 가자. 넌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니, 스스로 날아가야 할 거야. 다른 사람들이 일어나면 골치아프니까, 그냥 출발하자. 어차피 새벽까지는 돌아올 수 있을 것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와 그녀, 그리고 아르메리아는 서서히 자신의 마력을 개 방한다. "자. 가자. 내 뒤를 잘 따라와." 그 말과 함께, 셀이 우선 하늘로 날아올랐다. "언니. 그럼." 아르메리아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럼....." 마력을 풀어내는 나. 하지만.....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억지로 마음을 잡고 날아 가는데, 과연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침착해라. 엘프의 마법은 마법을 쓰는 자의 마음이 안정되어 있어야 제대로 걸리는 법이다. 지금처럼 당황해 있으면 네 마력에 의해 네가 파멸할 것이다." "라 브레이커 !" 내가 간다면, 당연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거지? 검이 대답 한다. "넌 필사적으로 용기를 냈다. 스스로 고된 길을 선택한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은, 네가 그 길을 가면서 비틀거릴 때, 옆에서 잡아주는 것 뿐이다." 옆에서 잡아주는 것? "그렇다. 너 혼자만이 괴로움을 짊어지고 있다고 여기지 마라. 내가 있고, 저 엘프 소녀가 있고, 그리고 저 마법사가 있다. 힘들다고 해서 주저앉지 마라. 나의 주인이 여." "알았어." 용기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라도 내 목덜미를 잡고 당긴다. 비록 이것이 무 너지기 직전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해도, 그렇게라도 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으므 로. 비록 그 앞에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여기서 멈추는 것보다는 나으므 로. "간다 !" 마력이 활성화되면서, 그 힘이 나를 하늘로 밀어올렸다. - 계속 - 후기)다 써 놓고 다시 고치는 패턴. 여전하네요. 하지만 이게 더 나은 걸 어쩌라 고..... 덕분에 늦어졌네요. 아무래도 검토하던 중, 영 맘에 안 들기에 다시 고쳤습 니다. 올리려고 보니, 영 아니올시다잖아요. 결국 고질적인 패턴이 되는 게 아닌 지..... 하지만 글이 마음먹은 대로 마음먹은 시간에 써진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겠 지요.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5 관련자료:없음 [62164]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02 19:50 조회:104 공룡 판타지 15-275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5) 하지만, 단호한 결심만으로 일을 풀어나갈 수 있다면, 이 세상에 어려운 일은 없다. 날아오르던 나는, 다시 땅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으니까. 단지 40cm 정도밖에 떠오르 지 않는 나의 몸. 그런 나를 보는 두 사람. "정말 괜찮겠어요?" "괜찮겠니?"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향해 말하는 둘.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켰지만..... '역시 무리인가. 언니는 간신히 일어났는데.....' 엘프 마법이라는 것은, 결국 모든 마법의 과정을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인간들 의 마법이 주문을 사용해 악마의 힘을 빌리기 때문에 그런 과정의 풀이가 필요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마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 과는 필연적으로, 마법을 구사하는 자의 정신에 따라 성공 여부가 갈리게 되어 있었 다. '안 그래도 혼란으로 정신 이상을 일으키기 직전인데.....' 저렇게 마음만 조급해서는, 마법이 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내가 언니를 업고라도 가야 할까.... 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곳으로 언니를 데리고 간다면..... 무력한 언니를 보호하면서 궁성을 탈출할 자신은 없었다. 할 수 없나. "언니. 저와 셀만 다녀올께요.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자, 잠깐 !" 무슨 말을 ! 간신히 결심한 건데 이런 시시한 문제로 포기를 하라고? 나는 다시 마 법의 완성을 시도했다. 우선 내 몸 안의 마력을 활성화시킨다. 안정한 상태의 마력을 불안정한 상태로 하려면, 우선 내 몸 안의 생명의 힘으로 마력을 밀어내서 서로를 부 딪치게 한 후, 그 불안정함을 연쇄적으로 주위에 전달해서..... "앗차 !" 연쇄반응이 너무 빨랐다. 조금 속도를 늦추어서 천천히 불안정한 마력을 증대시킨 후, 그 힘을 밖으로 끌어내서 발 아래에서 붕괴시켜야 하는데..... 내가 무슨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오른쪽 팔에서 몸으로 들어가던 마력 일부가 붕괴되었다. 퍼억. "윽 !" 둔한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아마 팔이 부러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붕괴되는 마력 주위의 마력이 잇달아 붕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력 을 다해 붕괴되는 마력을 뽑아내고, 흔들리던 마력 주위에 생명력을 투입해 누른다. 간신히 마력의 폭발과 몸의 붕괴를 막기는 했지만..... "나갔어." 오른팔이, 팔꿈치 위와 어깨 사이가 완전히 넝마가 되어 버렸다. 이런..... 이런 꼴 을 본 아르메리아나 셀은, 과연 뭐라고 할까. "일단 들어가세요. 안 되겠어요." "지금은 그만 들어가."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다시 해 볼께요." 전에는 이렇게 엉망이 아니었는데..... 오늘은 왜 이러지? 나는 다시금 정신을 집중 해서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했다. 우선 마력을 활성화시키고 그 마력을 서서히 다리쪽 으로 이동시킨다. 언제나 했던, 하늘을 나는 마법이다. 그 마력을 다리 아래로 몰아 서 발 주위에 확산시키고..... "흐흐흐. 공주님, 편안한 죽음을 맞으시기를." 움찔. 또다시 떠오르는 영상. 그리고..... "위험해요 !" 퍼엉 ! 이번에는, 왼쪽 허벅지가 터져 나갔다. 아무리 소량의 마력이었다고 해도, 몸 밖에서 터진 것과 안에서 터진 것은 충격이 다르다. 밖이라면 어떻게든 막아낼 수 단이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그게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마력에 대한 통제를 자신하 지 못하는 이런 경우에 있어서는..... 정신을 집중해서 마력을 움직여야 했는데, 그 게 되지가 않는다. 계속해서 떠오르는 과거의 영상. 계속해서 떠오르는 불안한 생각. 그런 것이 나를 마법에 몰두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은..... "으윽." 땅바닥에 쓰러진다. 아무래도 또 침대에 가야 할 것 같군..... 툭. "?" 이상하다. 보통은 이런 경우, 어딘가에 머리를 부딪쳐야 하는 게 아닌가? 왜 이렇게 부드러운 손길이 나를..... "아르메리아?" 하지만 그녀는 위에 있다. 셀도 위에 있다. 그럼 도대체 누굴까? 뒤를 돌아본 나 는..... "오, 오파비니아씨 !" "역시 생각대로네요. 마력이 마을 바깥에서 움직이길래 와 봤더니." 하긴. 엘프들이 이 정도의 일을 눈치채지 못 할 리가 없지. 그럼.....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아도 될까요? 레이니 양." 거절하고 싶었다. 지금은 너무 비참하기에. 며칠 전만 해도 능숙하게 다루었던 마력 인데..... 이 지경이 되다니. 정말 수치스러웠다. 어째서..... "아무래도 알 수가 없네요. 그럼, 잠깐 실례를." 그녀의 머리가 내 머리에 닿는다. 마치 아르메리아처럼. 잠시동안의 휴식. 그리고. "알 것 같군요. 당신이 왜 지금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지." 어떻게? 지금으로선 듣고 싶은 이야기였다. 원인만 안다면..... "이건, 당신 탓이에요. 레이니양." 뭐? 마법이 안 걸리는 게 왜 내 탓이야? 혹시 그녀도 내 솜씨가 엉망이라는 말을 하 려는 건가? "그건 아니에요. 다만....." 다만? "엘프 마법이라는 것은,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에요. 인간들과는 달리." 스스로..... 여태까지는 그렇게 했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건 가끔씩 몸의 상태가 안 좋은 때가 있는 법이고, 지금이 바로 그런..... "몸이 아니고, 마음이 문제에요." 마음? "엘프 마법은 결국, 자신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움직이는 마법이에요. 그렇다면 마 법을 구사하는 자의 정신이 집중되어야 모든 일이 풀려진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 그런데? "당신의 마음은 지금 방황하고 있어요. 그러니 마법을 구사하는데 필요한 정신력의 집중이 될 리가 없지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하면 잘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에 요." 한 번에... 두 가지..... "쉽게 설명하자면, 당신이 청소를 할 때와 흡사해요. 설명하자면....." 인간의 마법은 집청소를 할 때, 악마에게. 즉 하인에게 말로 이것저것 지시하는 것 과 흡사하다. 그러므로, 주문만 적절하게 외우고 악마와 연결이 잘 되어 있다면, 쉽 게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엘프의 마법은 그게 아니라, 마법을 외우는 자 스스로가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청소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족스러운 마법 - 즉 청소 -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어떻게 청소를 하는지를 알지 않으면 안 되고, 열심히 방 구석구석을 쓸고 닦아야 한다. 오파비니아가 말해준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당신은 지금 청소를 하지 않고, 멍하니 딴 생각만 하고 있어요. 걸레질을 하는데 딴 생각을 하고 있으니, 당신이 그릇을 깨거나 탁자를 뒤엎는 일이 생겨도 이상할 일 이 없지요. 지금 당신의 몸이 다친 것도, 결국은 그런 이치일 뿐이고요." 그런 것인가... 결국은, 마법에 신경을 쓰지 않은 내 탓이라는 거지? 하지만 그렇다 면..... 너무 불편하지 않은가. 그냥 주문만 외우면 되는 인간들의 마법이, 그만큼 더 편리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나중에 알게 될 거에요. 레이니양. 하지만 지금 먼저 할 일은....." 내 어깨와 허벅지를 보는 그녀. "그 몸부터 고쳐야 하겠지요?" 그 말도 맞기는 하지만, 난 치유마법을 모르는 걸. 결국 그녀가 날 고쳐주겠다는 건 가?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고 있다. 아파 죽겠는데 왜 환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지 않는거야 ! 저주를 풀어주지 않는 엘프들과 드래곤, 그리고 그 망할 마법사에 대한 불만들이 피어올랐다. 도대체 왜 내가 이런 고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그냥 평범한 기사로 살 수도 있었는데, 왜 내가 이런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 당 장이라도 불만을 터뜨리고 싶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면..... "아...... 으....." 일단 몸부터 고쳐야 하는데, 저 아가씨는 왜 망설이고 있지? 그리고 셀과 아르메리 아는, 왜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내 몸이 부르르 떨렸 다. - 계속 - 후기)마법 설명을 하는데 왜 청소를 예로 들었냐하면.... 생각나는 게 없어서요. 일 상적으로 누구나 할만한 걸 생각하다 보니, 그걸로 하기로 했습니다. 이 시대에 핸드 폰이니, 인터넷 접속이니 하는 걸 예로 들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레이니가 자꾸 '삽질'을 하는데, 그런게 바로 엘프 마법의 문제입니다. 일 일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해야 하는 마법. 정말 귀찮고 짜증나는 마법이지요. 하지 만.....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6 관련자료:없음 [62209]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03 11:35 조회:31 공룡 판타지 15-276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6) 이건 뭐야? 왜 갑자기 내 몸이 떨리는거지? 내 앞에 있던 오파비니아가 말한다. "라 브레이커의 소유자인 이상, 치명상이 아니면 스스로 치유해야 해요. 적어도 검 을 각성시킨 이상, 당신 스스로가 방법을 찾아보셔야 해요. 더군다나 이번 경우는 마 법 구사에 실패해서 당한 부상이기 때문에, 타인이 간섭하기도 곤란하고요." "어째서?" 내가 어벙해서 실수한 건 인정하지만, 그게 치료해줄 수 없는 이유가 되는가? "되는데요." 냉정하다. 오파비니아. 하지만 인간으로서, 앞에 있는 사람이 괴로워하는데도 손을 내밀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냐. 어떻게 그럴수가..... "전 인간이 아닌데요." 그, 그렇군..... 나는 세 명중 유일한 인간인, 셀을 바라보았지만..... "미안. 인간의 마법이 라 브레이커의 주인에게 듣지 않는다는 건 너도 알잖니." 결국, 나 혼자서 나 자신을 치료해야 한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결정적 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난 치유 마법을 모르는데." 그게 문제였다. 내 마법 레벨은 6. 제대로 아는 마법은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레벨 10의 마법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제대로 익히지 못한 마법을 사용했다가 실패한다 면? 뒷일을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럼,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로선..... "마법으론 안 되겠네." 결국, 응급조치로 만족할 수밖에 없다. 나중에 돌아오면 며칠쯤 끙끙 앓을 게 분명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자.' 상당히 치사한 계산이긴 하지만, 일이 잘 풀린다면 이 몸은 공주님에게 돌아갈 것이 고, 그러면 누가 치유 마법을 걸어서 치료한다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 만 일이 잘 안 풀린다면..... 한 달 쯤 누워있어야겠지. 아마 이 마을에서 신세를 지 게 되겠지만. '어디보자. 일단은 부상 부위를 보고.....' 오른팔의 뼈가 부러진건가. 힘이 안 들어간다. 생명력을 감지해보니..... '근육 파열이란 건가.....' 뼈도 조금 부서져있지만, 그 정도면 그리 심한 편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부러 진 곳이 한 군데라서. 그러나. '아픈 건 아픈거라고.' 나중에 혼자 있게 되면, 마음껏 비명을 지를테다. '일단 부서진 팔다리를 고정시켜야 하는데.....' 나뭇가지 두 개만 꺾어서 팔다리에 대고, 그것을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잠옷 치마에 서 떼낸 천으로 감아서..... 가만. 이것도 여행은 여행인데, 잠옷 차림으로 날아가겠 다고? 내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나 좀 봐. 여행이고 뭐고 따질 때가 아니었잖아. 이걸 어쩌지? 어쩌지? 그렇다고 해서 다시 숙소 안으로 갔다가 온다면, 너무 시간이 걸릴 게 아닌가. 어쩌지? 어쩌지? "이걸로 입고 가면 될 거에요. 레이니 양." 오파비니아가 옷 한 벌을 보여준다. 멋없는 평범한 바지와 윗도리였지만, 그래도 잠 옷보다는 낫다. 그런데, 어떻게 옷을 미리 가져왔지? 혹시..... "아르메리아가 말하더군요. 자기는 쥬린 제국에 가야 하니까 당신을 그동안 잘 부탁 한다고. 그래서, 당신이라면 분명히 그 애의 뒤를 따라갈 게 분명하다고 생각해서 준 비해 두었어요." "고, 고마워요." 팔을 내밀어 그 옷을 받으려고 했지만..... "윽 !" 일단은 팔부터 고정시키든지 해야겠다. "근육이 넝마가 되었으니, 당분간은 검을 못쓰겠네....." 아직 치유마법을 모르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오른팔과 왼쪽 다리를 고정시키는 수밖에 없다. 한 팔로 묶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야속하게도 아무도 도와주 지 않는다. 결국 혼자서 낑낑거리며 팔다리를 천으로 감아..... 잠깐. 천을 감으려면 치마에서 천을 떼어내야지. 어디 보자..... 일단 왼손을 치마 아래로 뻗어서..... 역시 안 되겠다. 일단은 옷을 벗고 나서 치마를 자르든지 해야겠다. 하지만 말야. "보지 말아요 !" 여자들 앞에서 옷 벗기 싫어 ! 이미 보여줄 건 다 보여주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오늘밤, 잘만 하면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될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나는 상당히 수줍음이 많은 소녀인지도..... 머리를 흔들어, 이상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비관적인 예측은 하지 말자. 왼손으로 칼을 들어, 치마를 자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몸의 괴력은 그대로이 다. 그나마 있어서 다행이지. 치마를 잘라서 천으로 만든 후에, 그 천으로 붕대 대용 을 만든다. 그런데 말야. 엘프들은 붕대를 쓰지 않는건가? 왜 옷은 가져왔는데 붕대 는 없는거지? "엘프들에겐 치유 마법이 있으니까요. 어지간한 일로는 붕대를 사용하지 않아요." 하긴. 그럼 멀쩡한 옷 한 벌 날리겠습니다. 붕대를 만든 후에, 한 손으로 팔다리를 그것으로 감고 나뭇가지를 묶어서 고정시키면 된다. 하지만, 두 손으로 할 일을 한 손으로 하면 문제가 생기는 법. 왼쪽 다리는 그럭저럭 묶을 수 있었다. 앉아서 다리 를 편 후, 천의 끄트머리를 오른쪽 다리로 누르고 나무를 댄 후, 빙빙 돌려 감았으니 까. 시행착오가 조금 있었지만, 그럭저럭 쉽게 끝났다. 하지만.... "이, 이건 안 되겠어. 도와줘." 오른팔을 왼팔로 묶는다..... 아무래도 안 된다. 결국 아르메리아가 대신해주어야 했다. 결국 내 손으로 다 하지 못했군. 검은 뭐라고 할까. "한심 그 자체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계약은 무효다." 앞 부분의 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뒷부분은 맘에 든다. 그러나, 그 말을 듣자 마자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아르메리아. "설마..... 그런....." 어째서 그렇게 당황하는 거지? 아르메리아. "언니를 죽일 셈인가요? 라 브레이커." 뭐? "라 브레이커의 주인 자격을 상실한 사람은, 검에 의해 죽었어요. 모두." 뭐라고? 사람이란 때로 실수를 할 수도 있는 법인데, 마법을 익히면서 실수를 좀 했 다고 해서 그냥 죽여버려? 어떻게 그런 무지막지한 짓을 할 수 있지? 저 녀석은 피도 눈물도 없나? "없다." 없군. 역시 고물 마법검이야. 주인을 죽인다는 말을 저리도 태연하게 하다니. 남은 팔 아파 죽겠는데, 그런 말로 사람을 겁주다니. 나쁜 녀석. 투덜거리는 내게, 한 마 디를 덧붙이는 검. "네가 레벨 13의 라비린스 키퍼를 이긴다면, 그때부터는 널 죽일 일이 없을거다. 그 정도라면 주인으로서 끝까지 너의 길을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 레벨 13? "그렇다. 그 수준의 마법을 익힐 수 있다면, 진정한 나의 주인인 그 분도 기뻐하시 겠지. 드디어 적합한 사람을 찾았다고." "그 분? 혹시 엘프 종족을 낳았다는 그....." "그렇다. 하지만 그 분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할 때가 아니다. 넌 지금, 그 마법사 에게 가야 하는 게 아니냐?" 솔직히 앞일이 걱정되었다. 지금 상태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면..... '목숨만 건져도 다행이라는 건가.' 말 그대로 싸움이라도 나면, 비참한 결과를 보게 되겠지. 물론 셀과 아르메리아가 있으니 그런 결과야 오지 않겠지만..... 몸이라도 정상이라면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 았을텐데. '치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다른 사람들은 간단하게 쓰던데.... 하지만 남이 쉽게 해낸다고 해서, 나도 쉽게 해 내는 건 아니다. 치유 마법을 쓰려면 우선 생명력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몸 안의 모든 구조를 알고 세포를 재생하고 다듬어야 하는데, 나는 내 몸에 대해 아는 게 별 로 없는데다가 생명력을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다. 무술을 배울 때 생명력에 대해 배 우기는 했어도, 결국 무술은 마법이 아니지 않은가. 무술의 지식으로 치유 마법을 사 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가 과연 제대로 아는 게 있기나 한 건가.....' 아까는,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마력의 활성화와 이동조차도 실패해 버렸다. 이런 것이 '자신이 모든 것을 수행해야 하는' 엘프 마법의 단점이라는 건가. 나도 차라리 주문 마법을 배웠다면 좋았을걸....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검의 말대로, 지금은 그를 만나러 가야 할 때가 아닌가. '일단 다녀오고 나서 생각해보자.' 어차피 일이 끝나고 나면, 느긋하게 누워서 몸조리나 하자. 마법은 쓰지 못해도,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으니까. 오늘 일이 제대로 끝난다면..... "그럼, 다녀와요. 레이니 양." 나를 배웅하는 오파비니아. 그럼..... 다시 마력을 활성화시킨다. 일단은 마법에만 집중하자. 그런 생각으로..... - 계속 - 후기)레벨 13의 마법. 이 이야기에서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면 나오게 되겠지요. 과거에 200회 특집에서 마법 이야기를 할까말까 하다가 결국 특집 계획이 백지화되 는 바람에 안 했는데..... 윽.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300회가 다가오는군요. 물론 299회로 한 에피소드가 끝나야 특집이 가능하겠지만. (덜덜덜) 마법 이야기는 이야기 속에서 꺼내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300회 특집이 나와야 한다면.... 도대체 뭘로 해야 좋을까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7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04 20:30 조회:105 공룡 판타지 15-277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7) "됐어 !" 서서히 내 몸이 떠오른다. 드디어 해냈구나. 하지만 기뻐할 틈은 없다. 정신이 흐트 러지면 다시 아래로 떨어질 테니까. 나는 저 아래에 서 있는 오파비니아에게 손을 흔 들어주고, 하늘에 떠 있는 두 소녀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동쪽에 보이는 유달리 밝 게 빛나는 별. 그 아래에 내가 갈 곳이 있었다. "출발 !" 누가 외친 소리인지는 모르지만, 나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셀은 그 말과 함께 하늘 을 날았다. 모든 원인이 시작된 곳, 쥬린 제국의 수도, 아미를 향해. 하늘은 별이 가득찼다. 그러나 그 빛은 아래에 미치지 않는다. 단지 검은 색, 오직 검은 색 뿐이다. 내 눈을 가리는 흑색의 장막. 과연 그 밑에 있는 도시 하나를 찾을 수 있을까? 물론 셀이 알아서 하겠지만, 그래도 내 스스로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불안한 것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옆에서 들리는 부드러운 목소리. "눈에 의지하지 말아요. 오직 자신의 느낌에 의지해요. 주위를 흐르는 힘, 주위에 존재하는 힘, 그리고 그 힘이 뿜어내는 작은 조각들을 찾아서." 사람이 사는 곳은 생명이 있다는 뜻이고, 그들이 가진 생명의 힘을 느낀다면 마을이 나 도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사람이 많은 곳이 바로 수도겠지. 그런 곳이 어디에 있을까. 해답은 금방 나왔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굳이 가릴 필 요도 없고, 그럴 기술도 없으니까. "찾았다." 전방 1000km정도에 놓인, 하나의 거대한 도시가 느껴진다. 도시의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명의 힘이 숨쉬는 곳. 이 정도면 몇 명일까. 세어보고 싶지만, 사람들의 수가 워낙 많다. 이 정도 거리라면..... "거리가 좀 멀잖아. 이 정도라면 오늘 아침까지 왕복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아르메리아도, 셀도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은빛의 머리를 가진 엘프가 대답을 한다. "걱정 말아요. 지난번의 그 방법으로 날아간다면 금방이니까." 지난 번? 혹시 전에 드워프 마을로 날아갈 때 사용한 그 방법 말인가? 몸 전체에 유 선형의 방어막을 쳐서 공기의 저항을 줄여 고속 비행을 가능하게 한 그 방법?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비명섞인 목소리. "정신을 한 군데 집중하세요." 이런 ! 엘프 마법의 단점인, '스스로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또 불거져나 왔다. 내 몸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단지 주위를 감시하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나 자신을 신경쓰지 못한 탓으로. 황급히 몸을 다시 위로 끌어올린다. 가슴 을 쓸어내리는 셀과 아르메리아. 검의 꾸짖음이 들리는 것 같다. 아니, 언제 계약 해 제를 외칠지 모르겠군. 검에게 협박당하는 내 신세가 처량하다. 은빛의 머리칼, 아니 머리카락 일부가 은빛으로 빛나는 엘프, 아르메리아가 내게 말한다. "대화는 아무래도 나중에 해야겠네요." 그 말도 맞다. 일단은 날아가는 데 정신을 쏟을 때다. 내 몸 밖에 마력을 내보내고, 그 마력은 둥근 막을 형성했다. 마력이 안정에서 불안정, 다시 안정으로 바뀌어지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비록 그 과정이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꺄아악 !" 또다시 떠오르는 여자의 비명소리. 이젠 지긋지긋하다. 이런 게 공주님의 기억이라 면, 그녀 혼자서 감당하라고 해 ! 난 더 이상은 이러기 싫어 ! 너무나 이기적이지만, 그런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내가 비열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러 나, 매일매일 이런 식으로 고통받는다면..... '이젠 지겨워.' 그런 비명소리와 무서운 광경, 그것이 내 정신 집중을 자꾸 막았다. 전 같으면 수월 하게 해치웠을 비행 마법에서 이렇게 실수를 거듭하는 것도, 실은 그 때문이 아닌가. 더 이상은 싫어. 생각하는 것조차도. "가요 !" 모두들 앞으로 튀어나갔다. 나 역시 그들을 따라가야 한다. 마력을 일부 내보내서 발 뒤쪽으로 방출한 후, 터뜨리고.... "싫어 !" 순간적으로 들리는 환청. 깜짝 놀란 내 몸이 비틀거렸고, 흔들린 것은 내 몸만이 아 니었다. "힉 !" 고속 비행을 하는데 있어서, 마력의 통제를 멈춘 대가는 치명적이었다. 마력은 내 발아래가 아니라, 내 등쪽으로 튀어나갔고, 몸 안에서 밖으로 나가느라 불안정한 상 태에 있던 마력은, 그곳에서 폭발해버렸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터진 위치 는..... 위에서 아래로 밀어내는 힘에 의해 지상으로 그대로 돌진하는 나의 몸. "그 쪽이 아니에요 !" 놀라 외치는 아르메리아의 마음의 소리. 커다랗게 뜬 내 눈앞에, 지면에 난 나무들 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나는 황급히 팔을 아래로 내밀고 마력을 내뿜었다. 마력 이 폭발하면서 내 몸을 위로 밀어올린다. 나무 하나가 그 폭발에 의해 불이 붙어버린 다. 아마 화재가 일어나겠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내 방어막을 치고 지 나가는 나뭇가지들. 칙. 치칙. 방어막과 나뭇가지들이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불꽃. 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위로 끌어 올렸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내 앞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나무. 다른 나무들보다 더 높은 나무 한 그루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하지만 위로 날아오르 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휘잉. 방향을 옆으로 꺾자, 나뭇가지 하나가 방어막을 친다. 방어막의 마력이 극도로 불안 정해지고, 폭발할 것처럼 울어댄다. 마력을 추가로 보내, 흩어진 마력의 자리에 넣는 다. 내 몸이 좌측으로 선회하면서, 나뭇가지를 부러뜨렸다. 방어막 일부가 폭발했다. 퍼엉. 하지만 그 폭발로 인해, 나는 나무에 충돌하는 것을 모면했다. 이런 걸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그걸 놓고 기뻐할 여유가 없다. 다시 나무에 충돌하기 전에, 하늘 로 올라가야 했다. 나는 두 손 아래로 마력을 쏘았다. 어차피 깨진 방어막에 신경쓸 필요가 없었다. 마력이 폭발하면서 나를 하늘로 날려보낸다. "와아아아앗 ! 방향 ! 방향이 !" 팽이처럼 회전하는 나의 몸. 방어막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나는 방어막의 마력을 모두 활성화시켜서 한 방향으로 모으고, 그대로 터뜨려 버렸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내 몸이 수직으로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힘이 남은 동안에 필사적으로 방어막을 치 고, 다시 수평비행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셀과 아르메리아가 날아가는 곳을 향해. 다행히, 그녀들은 내 추락 장면을 보고는 급히 내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날아오고 있 던 터라, 쉽게 그녀들과 다시 합류할 수 있었다. "휴우." 세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간신히 높은 고도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늘을 빛나게 하는 무수한 별들. 그리고 그 중에 떠 있는 달. 마치 밤의 여왕같다. 수많은 별들을 거느리 고..... "그 반대인데요. 언니. 달은 저 수많은 별들이 거느린 시종들에게 속한, 그런 존재 중 하나일 뿐이에요." 뭐라고? 크기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래서 사물은, 겉보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법이지요. 언니가 전에 간 아메지스트 라는 별은, 우리의 오시언에서 무려 1000광년이나 떨어져 있지요. 하지만, 이곳에서 그 별이 보이나요?" 하늘을 둘러봤지만, 어디에 그 별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최소한 방향이라도 알아야 하늘을 둘러볼텐데.... 설령 있다고 해도, 진행 방향 부근에 있어야 볼 수 있 을 게 아닌가. 몸을 마구 돌리다가 아까처럼 또 추락을 해 버리면 어쩌라고. "아메지스트를 거느린 별은 저기에 있어요. 잘 보이지도 않지만." 그녀의 손가락을 쫓아가본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작은 별이었다. 아메지스트 자 체도 아니고, 그 별을 거느린 별이 저렇게 작다니. 전에 갔던 경험으로 보아선, 믿어 지지 않을 정도다. 아예 별 자체는 보이지도 않다니. "그게 바로 거리 때문에 생기는 착각이에요. 저 작은 별이, 사실은 오시언을 몇 만 개 집어넣어도 모자랄만큼 거대하니까요." "뭐?" 또다시 공중에서 비틀거리는 나. 요즘들어 놀라는 일이 많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 서 심장이 그만큼 튼튼해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런 나를 보며 다시 말하는 그녀. "달은 오시언보다도 훨씬 작아요. 그런 달이 저 거대한 별보다도 더 크게 보이는 건, 순전히 우리에게 가깝기 때문이에요." "어느 정도로?" "빛의 속도로 1초 정도면 갈 수 있어요." 1초? 고작 그렇게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건가? 후기)으으으으으. 쓰다가 조는 바람에..... 요즘 정말 글이 안 나가네요. 지난번 휴 가때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지 못한 탓인가. 좀 한심하네요. 어쩌다가 이런 지경 에..... 하지만 제 얼굴이 이 글인 만큼, 절대로 맘에 안 드는 채로 내보낼 수가 없 더군요. 그래서 고치다보니 조금 늦었습니다.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대충 내보낸단 말인가) 그리고, 빛의 속도로 원래 1.3초 정도 걸려야 달에 가는데, 왜 1초라고 했냐 하 면..... 그 시대에는 달과 지구가 좀 더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해 두겠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05 20:25 조회:111 공룡 판타지 15-278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8) "예. 1초와 1000광년의 차이가, 크기의 차이를 뒤집은 거지요." "....." 할 말이 없다. 말을 꺼내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서. 마법을 사용하는 중에 는, 내 마음껏 놀랄 권리도 없다. 아까처럼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마 음의 동요를 억누르는 내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언니. 언니에게 걸린 저주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 요. 진실의 무게에 눌리면서도 자신의 날개를 꺾지 않은 지금의 모습을." 그녀의 머리가 달을 배경으로 은빛으로 빛난다. 그런데.... 아까부터 느꼈지만, 좀 이상하다? "아르메리아." "네?" "머리카락이 왜 그래? 색이 이상해." 그녀의 머리칼은 금발 아닌가? 그런데 왜 그래? 내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언제나 품위있는 엘프의 얼굴 표정이라고 하기엔 좀..... "아, 이건 별 거 아니에요. 그것보다, 어서 가야지요." 왜 저러지? 허둥대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설 마, 날 걱정해서 머리카락 색이 변한 건가? 그건 아니겠지. 그럼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나? 하지만 엘프들은 치유 마법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그럴리는 없다. 그럼 어떻게 된 거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고 의문이 풀리지 않는 이상,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아프면 얘기해. 내가 도움은 안 될 지 모르지만." 최소한 걱정이라도 같이 해 줄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손까지 내저으면서 부정 한다. "괘, 괜찮아요. 그럼, 가요." 방어막을 치고 동쪽으로 날아가는 그녀. 왠지 모르게 도망치는 것 같은 느낌인데?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옆에서 우리를 지켜보던 셀이 피식 웃더니 그녀의 뒤를 쫓 아간다. 그녀는 일의 자초지종을 알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둘 다 내 시야에서 사라 지는 판에, 곰곰히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일단 나도 날아가야지. 마력을 어 느 정도 발 아래에 내놓고, 그대로 터뜨려..... "이런....." 또 떨어지고 있잖아. 이거 정말..... 얼마나 날았을까. 모두들 말없이 비행을 계속하기만 한다.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동 안, 약간이나마 들떴던 기분은 다시 사그라지고, 내 어깨를 누르는 현실. "일은 잘 될까?"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셀도. 아르메리아도. 그들에게 미래를 예언하는 능 력 같은 것은 없으니, 그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사실..... '이건 억지라고.' 적의 수도에 당당히 쳐들어가다니. 아마 지금쯤 난, 일급 수배자로 되어 있을걸. [반역자들의 두목]이니 하는 죄명을 뒤집어쓰고서. 그런데 이렇게 당당히 날아가고 있다. 거대한 알로사우루스의 열린 아가리를 향해 직선으로. "씹히지나 않으면 좋겠다." 그런 말을 누군가가 꺼냈어도 이상하지 않다. 사실, 수도에 갈 이유가 있는 것은 나 하나뿐인데, 모두에게 필요없는 위험을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아요." 어째서? 아르메리아. "우리를 잡는다면, 그만큼의 희생을 치뤄야 해요. 언니가 이미 라 브레이커의 힘을 얻은 이상, 비록 그것이 불완전하다고 해도 언니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어요. 비록 쥬린 제국의 황제라고 해도." "....." 과연 그럴까. 솔직히 나, 아니 공주님의 존재 그 자체가 그들, 황제와 그 주위의 신 하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될텐데?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검, 라 브레이커를 내가 가지고 있으니. 아직 사람들은 내가 검과 계약을 맺은 걸 모를테니, 그 점을 이용해 지금 나를 죽인다면..... "그게 안 된다는 거야. 밀크." 어째서요? 셀. 내 눈만 보고도 내 마음을 아는지, 그녀는 차분하게 대답해주었다. "널 죽이려면, 너를 이미 주인으로 인정한 라 브레이커와 대결을 해야 해. 그 검은 전설의 검. 그들로서는 공연히 제국의 상징인 라 브레이커와 싸워서, 반역자로 낙인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겠지." "어째서요. 보통 황제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가 반역자가 되는 게 아닌가요?" 순서가 뒤바뀌었잖아.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이 검이 상징이라고 해도, 엄연히 즉 위식을 치른 황제가 있는데, 어째서 그런 논리가? "이곳에선 달라. 집권 과정에서 정당성이 결여된 면이 있거든. 그 바보가 일을 엉망 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그 바보? 혹시 그 변태 마법사를 가리키는 말인가? 도대체 무슨 소리지? 그녀의 다 음 말이, 내 의문을 풀어주었다. "전대 황제가 죄를 지어 폐위되고 죽은 후, 후계자를 정하는 모임이 있었어. 제국의 원로들이 모두 모여 다음 황제를 선출할 때, 지금 황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선택되었 거든. 그래서 지금 황제인 알드리가 반란을 일으켜서....." 반란? 그럼, 원래 선출된 사람은 어떻게 된 거지? "그래서, 원래 선출된 사람은 행방불명되었고, 황제는 제국의 지배자가 되었어. 하 지만 그 권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지. 알다시피, 라 브레이커도 없고 제국 원로들의 추대도 받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그래서? "그는 라 브레이커를 열심히 찾아 헤맸지. 그리고, 그 검을 가진 자를 알아냈어." "그게 누군데요?" "누구긴 누구야. 너지." 쿵. 그, 그렇구나. 내 허리에 차여진 검의 무게를, 까맣게 잊고 있었어. 그저 날아 가는데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느라. 하지만 나도 상당히 한심하다. 검의 무게를 감안 해서 마력을 폭발시키고, 하늘을 날아가고 있는데..... 그걸 새까맣게 잊어버리다니. 어쩌다가 이런 멍청한 짓을.... 내 머리를 주먹으로 두들기고 싶었지만, 난 지금 하 늘을 나는 중이다.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그런 동작까지 하다가는 곧바 로 추락해버릴거다. 그럼, 그녀의 다음 말은 무엇일까? "그러니, 널 죽일 일은 없을거야. 황제가 네 존재를 안다면, 널 죽이기보다는 널 자 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할 게 뻔해. 하지만, 문제는 네가 그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 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지. 어쨌든 네가 변태라고 부르는 마법사의 황제 아니니." 맞다. 쳐 죽일지언정, 얼굴 보고 싶은 상대는 아니다. 하물며, 그를 모시는 기사가 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하지만 감언이설로 널 속여서 자기 여자로 만든다면, 별 무리는 없겠지." "....." 생각하기도 싫다. 차마 그런 무서운 일은..... "그럼, 내 몸과 공주님의 몸을 바꾼 것은....." 동쪽 하늘을 보며 날아가던 셀이, 그 자세 그대로 대답했다. 저 멀리 보이는 제국의 수도, 아미를 바라보면서. "나도 자세히는 몰라. 네 저주에 대해서도, 네가 어떻게 라 브레이커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도. 하지만, 그를 만나면 모든 게 확실해지겠지." 그 말이 왠지 모르게 작게 들리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다시 한 번 물어보려고 했지만.... 크워어어어. 아래쪽에서 들리는 공룡의 울음소리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우어어어어. 브라키오사우루스인가? 어쨌든 그런 종류의 공룡이다. 목의 길이를 보면. 그 공룡이 우리를 보며 울부짖는다. 소리가 상당히 크네. 그런데..... 모두들 고도를 낮추고 있 네? 벌써 다 온 것인가? 하지만 도시는 아직..... "이쯤에서 슬슬 낮게 날아야 해. 황제의 병사들에게 들키면, 골치아파질거야." 셀의 말도 맞다. 공연히 그들의 눈에 띄인다면, 뒷일이 까다로와질거다. 쓸데없는 전투를 벌이고 싶지는 않다고. 우리 세 사람은, 서서히 땅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 다. 고도가 10미터, 9미터, 8미터, 7미터...... 2미터, 1미터, 착륙 ! 쿠우우웅. 나무 위로 날아내리다가 나뭇가지에 부딪쳤다.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건 가. 아니면 적진 앞에 내린다는 것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한 것인가. 마력이 갑자기 이상하게 터져 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땅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몸이 안 다 친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오늘은 왜 이러지?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아. 혹시 이것도 저주탓일까?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일까. '몸은 이상이 없는데.....' 마력은 정상적으로 잘 돌아간다. 아까까지는 웬지 모르게 막힌 듯 하더니, 역시 긴 장한 탓인가. 팔다리를 움직여보고, 몸의 상태를 점검한다. 하지만 이상은 없다. "언니. 저기에요." 우리들의 눈 앞에, 작지만 커다란 성문이 보였다. 아직은 좀 더 걸어야겠지만, 그것 은 분명히 우리 여행의 목적지인, 제국의 수도 아미의 서문이었다. - 계속 - 후기)상당히 늦었네요. 글이 안 되서 짜증을 내다가, 조금 글이 풀리길래, 풀려나갈 때까지 쓰다 보니, 또 늦어졌네요. 죄송합니다. 오늘 연재분도 여전히 잘 안 되다가, 모처럼 잘 되어서 다행이네요. 오늘 펑크내는 줄 알고 얼굴이 파래졌는데. 어서 슬럼 프를 극복해야 하는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7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06 20:01 조회:31 공룡 판타지 15-279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9) "자. 들어가자." 태연하게 앞으로 걸어나가는 셀. 자, 잠깐. "그래도 되나요?" 실없는 질문이 아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누군가. 엄연히 지금의 황제와는 반대편에 선 사람이 아닌가. 사람은 마음을 볼 수는 없지만, 겉모습은 볼 수 있다. 그리고, 내 겉모습은 지금..... '누가 알아본다면 문제가 클텐데.....' 내 얼굴은 어떻게 가릴 수 있다. 하지만, 급히 서둘러 오느라 검을 위장시키지 못했 다. 위장을 해 둔다고 해도 별 효과는 없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궁성 안에 들어가서 만약 이 검의 정체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 뒤는 어떻게 될 까. "가요. 언니." 걱정도 되지 않는지, 당당하게 걸어가는 셀과 아르메리아. 저, 저래도 되는 건가? 그렇다고 해서 여기 혼자 남아있을 수는 없다. 따라가서 물어봐야 할 거 아냐. 나는 허겁지겁 그들의 뒤를 쫓아갔다. 이봐. 잠깐만 기다리라고. 뭐 좀 물어볼 게 있단 말 이야. "정말 이대로 들어가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셀. 별로 무리가 될 게 없다는 듯이 동조하는 아르메리아. 하지만. "만약 내 정체가 드러난다면? 이 검만 해도 그렇지. 누가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어쩔 거야?" 공연히 피를 뿌리고 싶지는 않다고.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태연한..... "그 검을 자세히 보세요. 언니." 뭐가? 어차피 길다란 2미터짜리 장검인걸. 멋도 별로 없는... 어? 왜 이게 길이가 줄어들었지? 설마 부러진 건 아니겠지. 그럼 어째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내게, 웃으 며 말하는 셀. "그 검은, 자신의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어요. 그러니 걱정할 건 없어요." 작은 단검이 되어 버린 라 브레이커를 보며, 나는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처음에 이 검을 보았을 때, 검은 손잡이만 있었던가? 어쨌든 지금과는 모양이 조금 다른..... "너는 나와 계약을 하겠느냐." 뭐야. 이상한 생각이 나고. 또 공주님의 기억이겠지. 나는 그 무언가를 내팽개쳐버 렸다. 안그래도 중대한 순간인데, 정신적인 혼란으로 쓰러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우리들이 걷는 도로를 바라보니, 별로 잘 포장된 도로는 아니다. 수도를 향한 길이 라고 보기에는 조금 초라하지만, 어차피 포장해봐야 소용없다고. 공룡 한 마리만 길 을 걸어가도 산산조각이 날테니. 다만, 길 모양을 하고 있다는 걸로 족해야지. 그나 마 발자국으로 인해 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오래동안 공룡들이 땅을 밟아서 눌린 탓에, 저절로 단단하게 된 모양이다. 그런 길을 걸으면서, 나는 내 앞에 놓인 수도를 가린 성벽을 올려다본다. 그런데..... "저거 뭘로 쌓은 거야?" 보통은 성벽을 쌓을 때 돌로 쌓게 된다. 그러나, 돌이라는 게 그리 흔한 게 아니고, 나무로도 충분히 벽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어차피 뽑아도 뽑아도 잘만 자라는 게 나 무인걸. 오히려, 주기적으로 뽑지 않으면 사람 살 곳도 없어질 정도로 빨리 자라는 게 나무였다. 그래서, 시골마을의 경우는, 울타리를 나무로 하는 게 보통이었다. 게 다가. 솔직히 큰 돌이 그리 구하기 쉬운 것도 아니어서, 성벽을 쌓을 때에는 벽돌을 구워서 쌓아올리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 경우에도 나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재료를 구하기 쉬운 데다가, 돌을 일일이 구워서 쌓을 만큼 호사스러운 생 활을 누리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나무도 벽돌도 아니네?" 이 사람들은 무슨 취미인지, 돌을 사용해서 성벽을 쌓은 것이다. 작은 도시가 아닌 데, 어떻게 저렇게 했지? 쌓는 게 힘든 건 둘째치고, 무엇보다도, 어지간한 성벽은 공룡들에게 밟혀서 부서지는 일이 많은 탓에, 돌은 성벽의 주재료로 사용되지 않는 다. 힘들여 만들어놓아도 순식간에 부서지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어차피 성벽이라는 것은, 작은 공룡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고 큰 공룡들에게 활을 쏠 수 있는, 높은 장 소를 얻자고 만드는 게 아닌가. 그런데 왜 저렇게 했지? 게다가..... "돌 하나에 100톤은 되겠어." 거짓말 안 보태고, 돌 하나의 크기가 너무 크다. 저 정도면 얼마나 크지, 일단 내 키보다는 높고, 내가 두 팔을 벌려도 팔 안에 안아볼수 없다. 가장 작은 돌이 그 정 도라면..... "어떻게 쌓은 걸까. 돌은 어디서 찾아왔지?" 의문사항이 끝없이 떠올랐지만,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단 한 마디 뿐이었다. "정말 사치스럽다." 저런 돌을 찾아내는 것도 대단했지만, 저 돌을 운반해서 도시 전체를 지킬 정도의 성벽을 만든다는 것은, 지금의 문명으로는 불가능했다. 저 드워프들이라면 몰라 도..... 물어볼까? "누가 만든 거죠? 저런 거대한 크기의 돌을 도시 전체에....." 드워프들이 만들어주었든지, 아니면 어느 멍청한 황제가, 백성들을 마구 부려먹어서 지은 걸거야. 분명해. 하지만..... "내가 만든 건데?" 뭐라고? 저런 정신나간 짓을 한 사람이, 셀이라고? 턱이 빠져나갈 뻔했다. "뭐, 뭐하러 저런 피곤한 짓을?" 이해가 안 된다. 물론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건 아니다. 분명히 위시(wish : 마법 주문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것. 언령 마법 레벨 9로, 소원을 이루어준다)주문 같은 걸 썼겠지. 하지만, 어째서 저렇게 돌로 된 성벽을 쌓았지? 그것도, 자연석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늘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을 정도로 단단한 성벽을? 그녀가 대답한다. "저 정도는 되어야 공룡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잖니. 전임 황제의 결혼식때, 선물로 준 거야." 그녀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진 듯 하다. 역시 자신이 미련한 짓을 했다고 여기는 건 가? 하지만 느낌은 그게 아니다. 뭔가 슬픈 듯한.... 괴로운 듯한 시선. 그게 무엇일 까. 짐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과거가 전에 들은 대로라면, 그녀는 아마 도..... "너희들은 누구냐 !" 드디어 올 게 왔군. 도시의 경비병들이다. 하긴, 명색이 수도인 이상, 경비병들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어두워서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비병이란 것은 알 수 있다. 도시 성문에서, 갑옷을 입고 소리치는 인간이 경비병외에 누가 있겠는 가. 그것도 이런 밤중에. "이 시간에 오다니, 수상한데. 게다가 모두들 여자잖아?" 여자라는 걸 강조하지 말아요. 무시하는 겁니까? "어떻게 왔나? 그리고 신분은? 이름을 말하라." 경비병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당연히 저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활을 들었다고 해서, 그들이 거칠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 일행은 상 당히 수상하게 보였을테니까. 우선, 젊은 여자 세 명이라는 일행 구성이 수상하다. 공룡들이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르는 세상에, 여행자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 우선 수 상하고, 그 다음으로는 모두들 힘없게 보이는 여자라는 점이 또 이상했다. 내가 생각 해도, 우리 일행 세 사람중에 힘 쓸 것같은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 단 한 명도. 예 쁘다는 점에서 보면 셋 다 수준 이상이지만, 여행에서 미모를 보고 먹이감을 정할 공 룡이 있을까? 예쁘니까 살려준다고 할 공룡이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제 이름은....." 아마 가명을 대겠지. 적당한 이유를 즉석에서 생각해낼 만큼, 셀의 거짓말 구사 능 력이 뛰어나길 바랄 뿐이다. 물론 아르메리아로선 달갑지 않겠지만. "애스터 누스. 내 제자이자 현재 궁정의 수석 마법사인 제논을 만나러 왔다고 전해 주시면 좋겠어요." 쾅. 엘프를 능가하는 솔직함이다. 저, 저래도 되는거냐? 당장에 날아올 화살과 마법 들을 상상하면서,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차라리 안 보고 말겠어. 어차피 감각으로 몸을 움직이려면, 눈을 감는 게 더 나을테니.... 그런데? "들어오십시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어라? "이게 어떻게 된 거에요?" 이렇게 묻고 싶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이곳에 이렇게 안심하고 걸어들어올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이라도 경비병들이 내게 검을 들이대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라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하지만, 그걸 지금 물어볼 수는 없다. 묻다가 누가 내 얼굴을 자세히 보고,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생각하기도 싫어.' 당장 난리나겠지. 수배인물 중 첫 손가락에 꼽히는 미나르 공주가 나타났다고 궁성 전체에 비상이 걸리고, 경비병들과 마법사들이 무더기로 뛰어나오겠지. 이기면 황제 로 추대되어 꼼짝없이 저주도 못 풀고 궁전에 갇히고, 지면 내 목이 날아가버리겠지. 도망치면 요즘 잠잠했던 그 체서들이 다시 나타나겠지. 아니, 아직도 날 추적하고 있 을지도 모르지. 이러나 저러나 상관없이 피곤한 입장이다. 그나마 나은 거라면, 공룡 이 끄는 차에 타고 있다는 점 정도일까. 하지만 이것이 손님에게 대하는 대접인지, 아니면 죄수에게 대하는 대접인지는 모른다. 그저 묵묵히 따라갈 뿐. - 계속 - 후기)정공법인가. 상당히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들어갔습니다. 여러분들은 대판 싸우 는 걸 기대하셨을지도 모르지만. (훗) 100톤짜리 돌은, 대개 남미쪽 문명에 나오더군요. 물론 이집트 문명쪽도 그런가? 고 대 문명은 거석 문화가 많은 고로, 써먹어봤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07 20:20 조회:58 공룡 판타지 15-280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0) '괜찮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나는 내 옆자리에 앉은 엘프, 아르메리아 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는 싶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 상황에 입을 열 정 도로 바보는 아니다. 그러니, 입을 열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 상대를 찾을 수밖에. 그리고, 그런 상대가 바로 내 옆에 있다. '이거 어떻게 되는 거야?' 하지만 그녀 역시,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이봐. 이봐. 그런데도 그렇게 태연한 거 야? 어째서? 불만이 터질 것 같다. 안 그래도 불안해 미치겠는데..... 그런 나를 보 며 생각을 전하는 그녀. '기다려요.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비해서 힘을 비 축해두는 것 뿐이에요.' 그리고는 눈을 감아버리는 아르메리아. 이런.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셀을 바라보았 다. 무슨 말이라도 해 줘. 의례적인 말이라도. 그러나. "곧 그 녀석을 만나게 될 거야. 편한 마음으로 있어." 전혀 편하지 않아요. 전혀. 지금 우리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모르는..... '걱정하지 마. 어차피 그 녀석을 만난 후에 걱정을 해도, 늦지는 않아. 게다 가.....' 내 검을 가리키는 그녀. 그런데, 그녀도 마음을 통해 말을 걸 수 있었나? 아니면 말 을 너무 작게 하는 바람에 입술이 움직이지 않은 건가? '널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 검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런 고철 엉터리 마법검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기나 하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럴 리는..... '걱정마라. 널 죽인다면 내가 죽이지, 다른 녀석이 죽이게 하지는 않을거다.' 그게 위로냐. 역시 고물 마법검이야. 나는 투덜거리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더 먼져 했다. 밖을 볼 수 있는 창문을 열어보는 순간. "와아." 한밤중이라 사람들의 왕래가 드물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적어도 도시 내에서는, 아직도 많은 수의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다. 그런데 옷차림이 왜 저래? 남 자고 여자고 할 것 없이 모두 바지라니. 치마는 안 입는 모양이지? 멋진 옷을 볼 수 없어서 약간 실망이다. 여기 오면, 여자들의 아름다운 옷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를 했거든. 적어도 수도이니만큼, 수많은 치마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중 몇 가지는 내가 입어볼 만한..... "!" 내 뺨을 스치는 찬바람. 이거.... 서둘러 가지 않으면 큰일이겠는걸. 나는, 다시 차 안으로 머리를 감추었다. 어차피 내 얼굴을 눈에 띄게 노출시켜서, 일부러 위험을 감 수할 필요는 없으니까. 창을 제대로 열지 않아서 눈만 내놓은 것은, 다행이었다. 나 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느긋한 자세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왠지 모르게 졸려.... 잠도 못자고 돌아다니고 있으니..... 쿵. 쿵. 내 몸을 뒤흔드는 발소리. 이 차를 끌고 가는 공룡의 것이 분명하다. 소리로 봐서 그리 커다란 종류는 아니겠지만, 내 잠을 깨우기에는 충분한 울림이었다. 의자에 기 댄채로 천장을 바라보는 나. "휴우." 이제 조금 있으면, 그 자를 만나게 된다. 과연 그 자는 어떤 자일까. 그 자는 왜 나 에게 저주를 걸었던 것일까. 곧 그것을 알게 될 것이다. 수많은 의문점들이 모두 풀 릴 것이다. 그 자의 입을 통해. 하지만 그가 순순히 입을 열까. 셀의 표정이 어두운 걸 보니,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아르메리아는 표정도 지운 채로 눈을 감 고 있었고. 그럼 나는..... "자. 다 와 갑니다. 아가씨들." 공룡을 모는 아저씨가 말한다. 드디어 궁성에 들어가는구나. 내 손이 나의 검을 움 켜잡는다. 이제 드디어 들어가는구나. 궁성의 서문을 통해 들어가는 차 안에서, 나는 오직 그 생각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바깥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다분히 나중을 위한 포석이다.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탈출할 통로는 마련해두어야 지. 어차피 하늘로 날아서 도망치게 되겠지만, 그래도 앞일은 알 수 없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하지만 밖을 본 나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망칠만한 곳이 아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경비병들이 매복하고 있다. 게다가, 궁성을 감싸는 은은한 마력. 이 정도라면 들키지 않고 달아나는 것은, 일단 불가능에 가깝다. 만약 우리 일 행이 이렇게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가지 않고 숨어서 잠입을 시도했다면..... '금새 들켰을거야.' 적어도 내 실력만으로는, 이 정도의 경비망을 속이고 돌파할 수 없다. 셀이나 아르 메리아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내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무언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느껴지는 자들만으로도 충분히 내가 상대하기에 벅찬 녀석 들이었다. 그런데. '이 정도의 인물들이 있었다면, 금방 나를 잡아올 수 있었을텐데?' 어째서 저들은 나를 노리고 오지 않은 것일까. 아무래도 알 수가 없다. '당연해요.' 뭐가? 아르메리아. 여태까지는 눈을 감고 잠들어있는 듯이 보이더니. '저들이 강한 게 아니라, 지금 언니가 평정을 잃고 있어서 힘이 떨어진 탓이에요. 자신의 힘과 타인의 힘을 비교하기만 할 뿐, 자신의 힘이 떨어졌다는 것은 까맣게 잊 고 있어요. 언니.' 그렇게 내가 힘이 빠졌다는 건가?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어차피 얼마 안 가서 회복할 힘인걸요. 자신의 마력이 거의 바닥났을 때에 다른 마 법사들을 보면, 아주 강하게 보이는 게 당연해요.' 마력이.... 바닥났다고? '장거리를 날아온 이상, 아직 마법에 대해 익숙하지 못한 언니로서는 그게 당연한 거에요.' 그리고는 다시 조용해지는 그녀.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걱정하지 말아요. 어차피 마력은 그 검에게 빌려쓰면 간단한 것이니까요. 그보다, 모처럼의 여행인데 주위를 구경해보는 건 어때요? 궁성에 다시 올 일이 있을지 없을 지 모르니까요.' 여유가 있구나. 넌. 어쨌든 들어가는 동안 할 일도 없고 해서, 나는 차 안의 창문을 약간 들추었다. 어디보자. 뭐가 있을까. "....." 유로 제국의 궁성과는 달랐다. 어떻게 다른 건가.... 일단은 벽돌이 아니라 자연석 위주인 듯 한데..... 담은 그렇다 치고 본 건물은.... 저게 뭐냐. "지붕이 좀 이상하네." 보통 지붕에 저런 걸 덮지는 않는데? 나무나 돌, 벽돌로 덮는 게 일반적인 형식이 아닌가? 저 널빤지 비스무리한 것은 대체 뭐냐. 작은 널빤지를 일렬로 늘어놓았다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 지붕을 덮고 있고, 그 모양은 원기둥과 판자가 혼합된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붕에는 뭔가 장식이 있는 듯 한데..... 본 적이 있어야 말을 하지 ! 결국, 모르는 자의 왕도를 걸을 수밖에 없다. '아르메리아.' 한심 그 자체야. 도무지 모르겠어. 세상이 아무리 넓다지만, 도대체 저런 지붕을 가 진 집은 본 적이 없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를 가지고 세상을 살았는지 여 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엘프들의 집은 둥근 유리 비슷한 것이고, 드워프들의 경우는 지붕이라는 게 아예 없는 평평한 돌판. 그리고 이곳에서는 왠 널빤지 무더기라. 도대 체 저것은 무엇이냐. 그런 나를 보며 웃는 그녀. '저건 기와 지붕이라고 하는 거에요. 언니.' '기와?' 기와가 무엇이냐? 분명히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인데, 생각이 안 난다. 머리를 싸 매고 고민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내 꼴이 심히 불쌍하게 여 겨졌는지, 그녀가 입을 연다. 아니, 마음을 열었다. '보통 흙을 구워서 만든, 일종의 도자기 같은 것이 기와라고 생각하면 돼요. 언니.' 도자기? 그럼 그릇같은 거잖아? 그런 걸 왜 지붕에 얹고 난리지? '그렇게 하는 게 이곳의 관습인데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집이 있는 법이니까 그렇 게 이상하게 여길 건 없어요.' 여러 가지.... 여러 가지이긴 했어. 하지만.... 저건 지붕이라기 보다는 무슨 모자 같잖아. 빛깔은 어두워서 모르겠지만, 기와라는 물건들로 덮인 지붕 가장자리에는 하 나같이 정교한 조각이 새겨져 있고, 나 같은 문외한에게도 예술품처럼 보였다. 도대 체 저런 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전이 크기만 하다고 멋진 게 아니라는 게 실감이 난다. "자. 아가씨들. 이제 다 왔습니다. 내리세요." 공룡이 끄는 차의 문이 열린다. 이제 그 자를 만나게 되는구나. 나는 주위를 돌아보 면서 건물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없네." 차 밖에 보이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다리였다. 나무로 만든 게 분명한 작은 다리. 그 다리가 연못을 가로질러, 섬으로 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섬에 있는, 작지만 아 름다운 2층 건물은..... "저기가 바로 향원정입니다. 제논님은 저곳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무 다리. 그리고 그 끝에 놓인 작은 정자. 그럼 저것이..... "드디어 다 왔는가." 나 자신의 운명이, 그 안에 놓여 있었다. - 계속 - 후기)그런데.... 향원정이라면 경복궁에 있는 그 정자 이름이군요. 자료를 참고하다 보니, 그냥 그 이름으로 해 버렸습니다. (아. 이렇게 독창성이 없을수가) 보시면 알겠지만, 기와로 지붕을 인 궁전 내부의 집들. 어디서 많이 보셨을 겁니다. 바로 우리나라 고궁들이죠. 쥬린 제국이라는 것 자체가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모티브 로 한 것이라, 슬그머니 고궁 디자인을 써먹었습니다. 뭐, 언제까지나 서양식 궁전만 판타지안에 나오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언제나 서양식 검술, 서양식 마법, 서양식 집 들만 판타지 소설에 나오라는 법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우리나라의 문화를 판타지 소설 안에 도입할 것이고, 그 중 한 사람으로 제가 된 것 뿐입니다. 넣고 나 니 기분좋네요. (후흐흐흐흐흐) 瀏? 다음 이야기에선 레이니가 고생 좀 하겠군요. 드디어 우리의 변태, 제논이 다 음회에 나올 예정이니...... (과연 그는 어느 정도의 변태일 것인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08 19:50 조회:69 공룡 판타지 15-281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1)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마치 나 자신의 갈 길을 예고하는 듯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린다. 으. 추워. "바람이 세네." 연못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밤중이라 그런가. 몸이 다 떨리네. 그런 나를 보는 아르 메리아. 상당히 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바람은 거의 안 부는데요. 언니." 뭐라고? 아르메리아. 하지만 몸이 이렇게 떨리는걸. 바람이 상당히 심한 모양이라 고. 그렇지 않아? 어떻게 생각해? "하지만 나뭇가지들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데요. 언니." 하긴.... 보통 사람들이 '흔들린다'고 말하는 기준에서 보면, 저건 그 말을 쓰기에 는 어울리지 않았다. 잎 하나가 흔들릴락 말락 하는 걸 보고 바람이 거세다고 하기는 좀..... '그럼.....' 내가 그렇게 긴장했었나..... 내 어깨를 두드리는 그녀. "긴장하는 건 당연해요. 언니. 그렇지만, 그 자가 어떤 자인지는 몰라도, 벌써부터 그렇게 맥빠진 얼굴을 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렇게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얼굴로 말하자면 셀 역시 나와 비슷한..... 뭐? 저 막강한 셀 누님이 풀이 죽어? 이상하네. 평소와는 전혀 달라. "어디 아파요?" 아프면 안 된다. 내 목숨이 위태로워질수도 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녀가 만약 아파 서 주저앉게 된다면, 만일의 경우 우리가 이곳에 갇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나 자신만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셀. "자. 들어가자. 밀크." 손을 내밀어 문을 두들기는 그녀. 정말 괜찮은 건가? 몸이 떨리고 있는데..... 어째 서지? 자기 제자를 만나는 길이 아닌가? 그런데 왜 저렇게 긴장하고 있는 걸까. 설 마, 제자가 상당히 망나니라서? 아니면 나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당장 물어보려는 순간, 안에서 작은 창이 열리더니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 다. "아. 애스터 누스님이시군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정중한 목소리. 그리고. 끼이이이익. 문이 열린다. "....." 비교적 작은 크기의 건물이었지만, 안의 공기가 따뜻하다. 난방장치라도 되어 있는 걸까. 의외인걸. 크기로 보아 그런 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럼, 안으로 들어 가볼까..... 일단 신발부터 벗고..... '이곳 관습을 잘 아네요. 언니.' 뭐라고? 그게 무슨..... "!" 나도 모르게 신발을 벗어놓고 올라왔다. 먼지하나 없는 바닥을 보면, 그렇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이곳의 관습이라니? 그럼 이곳에선 신발을 신지 말고 방에 들 어가야 한다는 건가? 나는 놀란 눈으로 아르메리아를 쳐다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끄 덕였다. "....." 나는 어떻게 그걸 알았지? 아냐. 단순히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것 뿐이야. 이건 단 지..... "그럼, 제논님께서 내려오실 때까지 1층 방안에서 기다리...." "그럴 거 없다." 하녀의 말을 막은 사람은, 검은 깃털로 된 망토를 쓴 노인이었다. 약간 마른 얼굴에 나이를 느끼게 하는 주름이 새겨져 있다. 나무 지팡이를 오른손에 쥔 도마뱀같은 얼 굴..... 가만. 가만. 이 얼굴은 ! 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내 앞에 선 자는 바로 그...... 순간적으로 검을 손에 쥔다. 이, 이 자식이..... "그만 해." 내 손을 잡는 셀. 그 손을 따라 흘러드는 느낌. 말로 할 수는 없지만, 그만 하라는 느낌이 내게 전해졌다. 하지만..... 이 자는 바로 나를..... 내 왼손이 셀의 손을 잡 으려고 했다. 날 막지 말라는 뜻으로. 하지만 그 손을 아르메리아가 잡는다. 그리고. '지금 그를 죽이러 온 게 아니잖아요. 언니.' 그 말이 나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했다. 원한도, 증오도, 일단은 가슴 속에 묻어두 어야 하니까. 나는 간신히 내 분노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얼굴에 나타난 표 정만큼은, 숨길 수 없었다. 그런 나를 보며 웃는 노인. "우선 인사를 드려야겠군요. 스승님. 제자의 절 받으십시오." 셀을 향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제논. 그리고 약간 부끄러운 듯이 그 절을 받는 셀. 뭐냐. 이건. 난 둘이 만나면 싸움이라도 벌어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 하긴 그러니까 이곳에 이렇게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겠지만. 몸을 일으킨 제논이 우리 일행을 보며 말한다. "이쪽 아가씨들은 누구신지요?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저 녀석이 예의바르니까 좀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소개는 해야겠군. "이 아가씨는 엘프 아르메리아." 간단하군. 셀. 단지 그 말뿐이냐. 그리고 나는..... 몸이 긴장되었다. 이제 싸움인 가. 언제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긴장하고 기다린다. 그녀의 말을. "이 아가씨는 내 동생인 밀크. 현재 이름은 레이니." 드디어 나왔다. 자. 이제 한바탕 싸움이 시작되는군. 저 녀석이 내 이름을 모를 리 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녀석이 마법을 완성시키기 전에 제압을 해야 하니까 그 럴 경우 어떤 방법으로..... 열심히 방법을 궁리하던 내게 들리는 말은.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제게는 무슨 용무로?" .....저게 장난하는거냐? 생각대로 역시 능글능글한 놈이었어. 네가 저주 걸어놓고 무슨 딴 소리를 하는 거야 !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다가 저걸..... 아르메리아가 내 손을 잡지 않았다면, 나는 검으로 그 녀석의 목을 잘라버렸을 거다. 셀이 그를 책망 하듯이 한 마디한다. 그런데..... "너도 알고 있잖아. 난 그 저주에 대해 말을 못하겠으니까 네가 하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왠지 이상하다? 그럼, 셀은 그 저주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인가? 내가 묻기도 전에 입을 여는 제논. "하지만, 감춘다고 해서 숨겨지는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스승님." "난 못하겠어..... 어떻게 저 애에게 그런 말을....." "그렇다고 제게 떠넘기시는 겁니까? 스승님." "암살자를 보낸 건 너야. 조용히 끝낼 수 있던 일을 크게 만든 것도 너고." "하지만 황제의 어명이었습니다. 저는 궁중의 수석 마법사이고, 그 분의 신하입니 다.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럼 나하고 의논하면 되는 일이었잖아. 자신없으면 날 부를 것이지, 왜 혼자서 대 충대충 처리하는 거니? 네가 그러니까 지금의 황제가 아직도 정통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잖아. 뭐 내가 알 바 아니긴 하지만."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나라의 지도자가 없으면, 국가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흔들릴 게 뻔하지 않습니까. 그 어린 공주님을 황위에 앉히고는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를 어 지럽히려는 원로들의 속셈을....." "그러니까 더욱 정당한 절차가 필요했던 거야. 급하다고 쿠데타를 일으키니까 지금 까지 말이 많잖아. 그때 어떻게든 올바른 방법으로 황제 자리를 얻었다면....." "그것은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거의 대다수가 미나르 공주를 밀었는데." "입은 뭐에 쓰니? 그럴 때 설득이라는 방법을 동원할 수가 있잖아." "그런 설득이 통하는 자들이었다면, 예당초 밀크님을 그렇게 만들지도 않을....." "그만." 그녀의 눈이 살기를 띈다. 그 살기의 방향은 누구일까. 갑자기 냉랭해지는 공기. 제 논이 자신의 말을 거둔다. "알겠습니다. 더 말하지 않지요." 잠시 방을 지배하는 침묵. 혹시 밀크라면.... 셀이 나를 부르는 이름. 그리고 죽었 다고 들은 그녀의 동생의 이름. 그녀가 죽은 원인은 무엇인가. 언젠가 내게 그녀가 말해준 적이 있는가.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은. 기 억나는 것은, 그녀의 주검 앞에서 작은 아이를 안은 여인과 셀이..... "절 따라오십시오. 레이니 양. 당신이 원하는 것을 보여드리지요." 몸을 일으키는 제논. 그가 문을 열고 나간다. 뭐라고?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그것은 저주를 풀어내는 것. 그 방법을 보여주겠다는 건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른 생각이 다 사라져버렸다. 그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 지만, 그보다는 드디어 저주를 풀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모든 것을 압도해버렸다. 나는 허겁지겁 몸을 일으켰다. 그가 연 문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간다. "언니. 신발은 신어요." 아르메리아의 말이 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했던가? 나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는 제논의 뒤를 따라갔다. - 계속 - 후기)서양에서는 방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지만, 우리나라같으면 그렇지 않습니다. 여 태까지 유로 제국이라는 곳이 중세 유럽을 모티브로 했다면, 이곳은 고대의 우리나라 를 모티브로 한 곳이므로 이런 차이가 나게 됩니다. 개인적으론, 온돌방에서 잠자는 레이니의 모습을 그릴까도 생각중인데요. 하지만 그럴 기회가 있을지. 만약 이곳에 레이니가 돌아올 기회가 있다면 재미있겠네요. 우리나라의 경복궁이나 덕수궁같은 궁궐을 무대로 검을 휘두르는 소녀(?)의 모습.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나 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09 19:13 조회:89 공룡 판타지 15-282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2) 저 아래에,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 그 생각만이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제논의 뒤를 따라, 이 건물의 지하실로 가는 계단을 향해 걸었다. 드디어,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나는구나. 드디어...... '언니. 그러면 안 돼.' 나는 정신파를 집중시켜서 언니에게 보냈다. 도저히 내버려둘 수 없을 정도로, 눈에 띄게 들떠있다. 드디어 원하는 것이 눈앞에 다가오니까, 너무 흥분해서 이성을 잃어 버린 거겠지.하지만, 저러다가 제논의 계략에 걸리기라도 하면.... 나는 정신을 집중 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혹시 있을 지 모를 함정을 대비해서. 그러나, 주위는 온통 마력으로 덮여있다. 무슨 마법이 걸려있는지 알 수가 없다. '언제 기습을 할 지 몰라.' 비록 언니는 라 브레이커의 보호하에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므로. 하지만 언니. 저주를 푸는 것을 아무리 갈망했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서두른다면.... 셀이 어두운 표정을 풀지 않는 것도 내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혹시 함정?' 그렇다면, 나 혼자의 힘만으로는 탈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레벨 11의 마법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문제가 좀 다르겠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다. 적어도 지금 이 상황 에서는. 물론 사용하는 것 자체는 가능하지만, 아직은 그 힘을 완벽하게 통제할 자신 은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재난이 밀어닥칠 것이기에. '언니. 제발 정신차려요.' 하지만 언니는 그저 기쁨에 겨운 듯, 제논의 뒤를 따라갈 뿐이다. 내가 보낸 정신파 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할 수 없는가. 나는 언니에게, 아니 언니의 허리에 매달린 검에게 정신파를 보냈다. '라 브레이커. 부탁해. 언니를 지켜줘.' '.....' 왜 대답을 하지 않는거지? 다시 한 번 정신파를 보내..... '이 멍청이를 지켜주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러니 쓸데없는 말은 더 하지 말고, 네 몸 이나 신경써라. 나는 널 지켜줄 의무는 없으니까.' '알았어요.'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안심이다.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 다. '조심해요. 언니.' '저 애, 과연 괜찮을까.' 이것이 저 애를 위한 길일까. 비록 자신이 원하는 길이긴 하지만, 이렇게 모든 것을 끝내버려도 좋은 것일까. 그 애에게도, 제논에게도 이것이 이득이 되는 길일까. '모르겠어.' 이건 속이는 것이다. 저 애를 속이는 것이다. 하지만 말할 용기가 없다. 저 애가 사 실을 안다면, 얼마나 실망할 것인가. 얼마나 절망할 것인가. 이번에는 어떤 길을 걷 게 될 것인가. 나는 그 결과가 무서웠다. 하지만..... '안 돼.' 말하고 싶지 않다. 말한다면, 모든 것은 깨져나갈 것이므로. 그 애의 여태까지의 모 든 것이..... 하지만..... '말한다면 뭐가 달라지지?' 말하고 나면, 저 애의 마음은 어쩌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저 애의 소원대로 되게 놔두는 게 낫지 않을까. 어차피 말을 꺼내봐야, 저 애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짐을 하 나 얹어주는 것 뿐인데. 하지만..... 나는 아무 결단도 내릴 수가 없었다. 단지, 그 들의 뒤를 따라 걸어내려갈 뿐이다. 뚜벅뚜벅. 지하로 가는 통로의 발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간다. 벽에 걸린 양초, 아니 양초와 같은 등이 주위를 밝힌다. 마법으로 만든 구슬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것을 양초처럼 꾸민 것은 일종의 치장일 까. 하지만 치장은 곧 끝났다. 길의 종점에 이르렀으므로. "이곳입니다." 제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지하실로 들어가는 강철제 문. 그리고. 덜컹. 그 문이 열린다. 안의 풍경은 기이한 것이었다. 거대한 유리관들이, 사람 하나를 넣고도 남을 만한 유리관들이 방의 구석에 가득 세워져있고, 중앙에는 이상한 탁자가 하나 있다. 무엇 에 쓰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먼지하나 없이 깔끔하게 치워져있다. 구석에 놓인 책상 에는, 수많은 책들이 꽃힌 책장이 있었고. "여기가 실험실인가?" 도저히 저 녀석에게는 존대말을 못 쓰겠다. 일이 잘 되고 나면 몰라도. 하지만, 제 논은 별로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그렇습니다." 자신이 낮은 존재라고 인정하는 듯한 존대. 그러나 그것은 진심일까? 뭐,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니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만 약 저주에 대한 내 짐작이 맞다면, 이 방 안에 내가 찾는 게 있으리라. 그리고 그것 은..... "저건?" 구석에 놓인 유리관 안에, 뭔가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생전에 보지도 못한 이상 한 괴물들일까.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물이 가득차있었고, 투명한 물속에 서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 벌거벗은 남자아이의 몸. 비록 유리관의 물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 얼굴 은 낯이 익었다. 과거 내가 물가에서 본 소년. 그리고 내가 가지기를 갈망한 얼굴. 그것은 바로..... "저거다 !" 내가 찾아헤멨던 것. 그것이 그 안에 있었다. 언니가 품은, 감격과 환희의 생각이 내게 느껴진다. 이제서야 언니가 원하는 바를 찾은 것인가. 언니의 기뻐하는 모습에서, 나는 그렇다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비 록 나는 언니가 남자아이일때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지만, 언니의 태도를 보면 짐작 은 할 수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괜찮네.' 언니가 추남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 정도면 그럭저럭 봐줄만 했다. 언니의 현재의 얼굴보다는 못하지만. 나는 언니에게 축하한다는 생각을 전해주었다. '언니. 잘 됐어.' 하지만 언니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그저 유리관 안의 남자아이에게 시선을 두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언니의 몸을 간신히 찾아냈으니까. 그러 나. '저게 정말로 언니의 몸일까?' 사실 제논을 믿을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기뻐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고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저것이 만약 가짜라면..... '아냐. 인간의 몸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어.' 물론 그 안에 생각이 있고, 영혼이 있는지는 느끼기 어렵다. 내 수준이 낮기 때문이 다. 잠들어있는 인간의 뇌파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진짜라는 증거는 아니다. 내 가 알 수 있는 것은, 제논이 어째서 이렇게 쉽게 언니의 몸이라 추정되는 육체를 내 주느냐는 것이다. '모르겠어.' 무엇인지 모르는 불안감이 나를 휘감고 있었다. 이렇게 일이 쉽게 풀려나갈 리가 있 는가. 그 저주라는 것이 얼마나 걸기 어려운 것인지 아는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 는다. 그렇게 힘들게 마법을 완성시키고는, 단지 우리가 왔다고 이렇게 간단히 마법 을 풀어줄 리가 있는가? 아무리 스승과 동행한 일행이라고 해도..... 하지만 그 불안 감의 정체를 모른다는 것이, 나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내가, 내가 그 안에 서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 찾았다 ! 드디어 찾았단 말이야 ! 이제 저 몸을 내가 가지게 된다면, 여자아이의 생활은 영원히 안녕이다. 드디어 다 끝난거야 ! 이렇게 간단히, 간단히 풀리다니. 제논이 유리관 앞에 다가가면서 말한 다. "이것이 남자아이, 알로의 몸입니다. 이걸 원하고 있지요? 레이니양." 고개를 끄덕이는 나. 그 순간에는 제논도, 셀도, 아르메리아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유리관 안의 한 사람. 나 자신만이 보일 뿐이다. 나는 유리관을 무의식중에 껴안았 다. 드디어 찾았구나. 드디어..... 이것을 찾기 위해 얼마나 긴 여행을 해야 했던가.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다. 끝이란 말이야 ! 나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리고 있 었다. 드디어 찾았구나. 드디어. 제논이 나를 유리관에서 물러서게 하며 말한다. "스승님에게 전에 들었습니다. 당신은 남자의 몸을 다시 가지기를 원한다고 들었고 요." 나의 몸. 나의 몸이 눈 앞에 있어..... "알로라는 남자아이의 몸, 그것을 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 아무 요구도 하지 않는 거죠? 당신이?" 깨어진 밤공기. 후기)이번에는 뭐라고 언급할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네요.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런 데 생각보다는 이 변태 마법사가 너무 예의가 바르네요. 좀 이상하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10 12:30 조회:48 공룡 판타지 15-283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3) 부서지는 것. 그것은 나의 기대감. 그리고 남은 것은 싸늘한 비수와도 같은 물음. 그것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제논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시는 건가요? 엘프 아가씨. 뭔가 잘못된 거라도?" 그는 웃으며 아르메리아를 돌아보았다. 어째서일까. 그녀는 무엇 때문에 질문을 던 진 것일까. 그녀가 제논을 노려보며 말한다. "당신, 설마 영혼을 움직이는 법을 터득한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몸이 있더라도 마 음을 옮기지는 못할텐데?" 왜 그러는 거지?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나는 이 순간에? 제논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 한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르메리아는 전혀 표정을 풀지 않는다. 딱딱함. 굳어짐. 그런 표정이 그녀 의 얼굴을 덮고 있다. 얼음처럼 찬 목소리가 그 굳어진 얼굴에서 나온다. "당신은 엘프 마법을 익히지 않았을테고, 그렇다면..... 역시 계약을 한 건가요? 그 괴물과?"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답하는 제논. "계약이 아니라, 지배입니다. 엘프 아가씨." 왜 그러는 거지? 뭔가 잘못된 점이 있나? 하지만..... "당신, 그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있는 건가요? 영혼을 움직이다니. 그것 은....." 하지만, 내가 남자로 돌아갈 희망이 바로 눈앞에 있는 걸. 왜 그렇게 시시한 점을 따지고 있는 거야? 아르메리아.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자세한 사항은 마법사의 고유 지식으로서 비밀을 지켜야 합니다. 그러니, 이 아가 씨가 남자의 몸을 입을 수 있게 비켜주시길." "안 돼요." 제논을 가로막는 아르메리아. 어째서? "당신의 속셈을 말해요. 사람의 혼을 움직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나도 조금은 알 고 있어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어렵게 이룬 결과를 팽개치려는 거죠? 아 무 요구도 없이?" 뭐라고? "당신이 들인 노력에 비해, 그 결과물을 다루는 태도가 이상해요. 당신의 속셈이 뭐 지요? 어서 말해요 ! 그렇지 않으면....." 유리관을 향해 손을 뻗는 아르메리아. "이걸 파괴하겠어요." 그녀의 손에 마력이 맺힌다. 설마.... "안 돼 !" 여기까지 어떻게 달려왔는데..... 나는 무의식중에 아르메리아를 막아섰다. "비켜요. 언니." "안 돼." 여기까지 와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아르메리아. 나와 그녀의 모습을 보던 제논이 입을 연다. "아무래도 설명을 해드려야 할 것 같군요." "설명해봐요." 아르메리아는 그를 노려보았다. 여전히 손을 유리관에 향한채로.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그가 입을 연다. "그럼, 과거를 말씀드리지요.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니, 의자에라도 앉는 게 좋겠습 니다만." "....." 아르메리아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손가락을 튕긴다. 뭐지? 나는 그가 마법을 사용하는 줄 알고 긴장했지만..... "가져왔습니다. 제논님." 유리관 뒤쪽에서 걸어오는 은색 인형. 그가 의자를 가져오더니 우리에게 하나씩 나 누어준다. 뭐냐. 이건. 세이브에 비하면 형편없이 둔하게 생긴 인형이지만, 그게 더 신기했다. 너무나 사람처럼 보여서 신기함이 가려져버리는 세이브에 비해, 우리가 알 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한 형태를 한 이 인형은, 그만큼 더 이상하게 보이는 탓일 까. "자. 자리에 앉으시지요. 모두들." 그냥 단순한 의자로군. 셀은 편하게 앉았지만, 아르메리아는 왠지 불안한 듯 그 의 자를 살펴본다. 왜 저러는거지? 무슨 문제라도? 그런 내 머릿속에 날아오는 그녀의 정신파. '마법이 걸렸는지 확인해봐요. 검에게 물어봐도 좋고.' 의심 한 번 많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아르메리아의 다음 말은, 여지없이 그런 내 안이한 생각을 짓밟아버렸다. '우린 지금 적지에 와 있는 거라고요. 언니.'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그것을 잊고 있었기 때문에. 단지, 내 몸을 되찾는다는 감격 에 겨워, 경계심을 늦추고 말았다. 만약 그녀가 일깨워주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그 에게 넘어가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았어.' 긴장을 하려고 애는 쓰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눈 앞에 있는 나의 몸 때문에. 제논 이 입을 연다. 나를 향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할까요. 역시 제가 당신에게 몸을 돌려주려고 하는 연유부터 설명 을 해드려야겠군요." 그 말이 맞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그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자는 무엇을 노리는 걸까. 그의 말이 시작되었다. "과거 황제가 폐위당한 후, 미나르 공주와 황후는 유배지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유배지라.... 내 눈 앞에 떠오르는 황야. 그리고 통나무집. 나와 같은 녹색 머리를 한 여인이, 아기를 안고 달래고 있다. 장식도 없는 수수한 옷을 입고 있지만, 옷으로 사람의 품위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그녀가 곡괭이를 내려놓고 허리를 펴자, 그녀의 머리위로 하늘이 보였다. 구름 사이이긴 하지만, 그 틈으로 햇빛이 보였고..... "아가씨. 이야기를 좀 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윽. 저 녀석에게 그런 지적을 당하다니..... "과거에 전임 황제가 중대한 과실을 이유로 폐위된 후, 미나르 공주와 황후, 그러니 까 공주의 어머니는 유배되었습니다. 그 당시 공주님의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아직 황제 자리를 잇지 못했지요. 계승자가 없어 공석이 된 황제의 자리를 메우기 위 해, 원로 회의가 바로 이곳, 아미 시에서 열렸습니다." 무슨 과실이었을까. 황제가 폐위될 정도의 일이라면.... 하지만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나의..... 제논이 그 다음 말을 이어간다. "원로 회의는 여기서 다음 후계자로 미나르 공주님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 당시에 5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황제라는 직책을 맡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 다. 따라서, 그 동안은 황후와 중신들이 정치를 대신하기로 의결했습니다." 거기까지는 그리 신기할 것도 없는, 평범한 정치 이야기에 불과했다. 겨우 5살짜리 가 즉위한다고 해서, 뭘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 지. 말그대로 허수아비 황제가 하나 더 생기는 것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 나..... "그들은 경쟁자들을 제거하고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다는 목적으로, 다른 황족들을 체포해서 죽였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모시고 있던 알드리님 역시 체포되었지요. 어 린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반역죄로서." 황족이란 게 겉보기만 화려하지, 실제로는 가시방석인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다. 혈 통이 가까우면 황제의 경쟁자라는 이유로 살해당하고, 혈통이 멀면 황제의 친족들을 견제하는 세력들에 의해 벼슬 하나 얻지 못하는 게 그들이다. 이러나 저러나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자리. 그것이 황족이라는 신분이었다. 그럼,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저는 제 주인을 구하기 위해 알드리님을 구출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반란을 일 으켰습니다. 원로들은 그 전투에서 패했지요. 그래서 알드리님은 성공적으로 황제 자 리에 오르고, 저 역시 궁정 마법사가 되었습니다." 그것까지는 좋아. 그런데 내 이야기는 언제 나오지? 내가 그를 노려보지만, 그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자기 이야기를 계속해나갈뿐. "그 후에, 저는 미나르 공주와 황후를 유배지에서 데려오려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는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 않았지만, 공주님 자신이 잘못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지요. 오히려, 나중에 알드리님의 아들과 공주님을 결혼시킨다면, 국가의 단합에 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합이라니?" "저희들이 그 때 내건 명분은, 어디까지나 어린 공주님을 꼭두각시로 세워두고 국정 을 맘대로 주무르는 자들을 몰아낸다는 것이었으니까요." 핑계없는 무덤 없어. 별로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도 대체 내 이야기는 언제나 나오는거야? "그러나, 저희들이 유배지에 사람을 보냈을 때에는,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늦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조금은 궁금해지네. "공주님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유배지에 먼저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유배지에 있던 황후님과 공주님을 납치하기 위해, 경비병들을 죽이고 있었 습니다. 제가 황급히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황후님은 그 와중에 살해당하시고 공주 님은 큰 부상을 당하셨습니다." - 계속 - 후기)제논이 말하는 진실이라. 생각보다 뻔뻔하지 않고 너무 친절한 아저씨야..... 좀 더 변태적이고, 괴이한 모습을 그렸어야 할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나마 다행 인 것은, 오늘은 좀 잘 써진다는 점. 언제나 이렇게 써진다면 오죽 좋을까. 전 글공 장이라 불릴 정도의 인간은 아니지만(도대체 1주일에 200k를 쓴다는 사람은 어떤 머 리를 가지고 있는 건지.....), 오늘은 그럭저럭 잘 나가네요. 언제나 이렇게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11 19:54 조회:69 공룡 판타지 15-284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4)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피의 웅덩이. 그 위에 서서 울부짖는 소녀의 모습이, 붉은 빛 의 연못을 통해 내게 비춰진다. 그것이, 그것이 그 때의 기억이었던가? "다, 다가 오지 마 !" "흐흐흐. 공주님, 편안한 죽음을 맞으시기를." 밤마다 나를 괴롭히던 영상이, 다시 내 앞에 떠오른다. 이젠 생각도 하기 싫어..... 나도 모르게 머리를 흔든다. 내 기억이 아닌데 왜 내가 그 기억에 말려들어야 하는거 야? 하지만 그것도 오늘 끝이야. 끝이라고. 억지로 진정을 시키고는 다시 귀를 기울 인다. 과거에 대해서. "듣기 힘드시다면, 그만 하지요." "계속해요." 뭘 그만하자는 거야. 그런 식으로 얼렁뚱땅 넘길 생각은 하지 마. 이 변태 마법사 야. 어떻게든 듣고 봐야겠어. 비록 그 말을 어디까지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당 장이라도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라도 들어보고 싶어. 모두 들 궁금해했던 저주에 대해서도. 무엇보다 저 녀석이 왜 그런 저주를 걸었는지에 대 해서도. "그럼 계속하지요. 레이니양." 그리고 '양'이라는 말은 가급적이면 제외시키면 좋겠어. 이번 한 번만 참는다. 일단 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므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주님은, 그 당시 큰 부상을 입으셨고, 저는 일단 그 분을 궁성에 데려와서 치료 했습니다만, 마법 주문이 먹히지 않더군요. 전능의 검, 라 브레이커를 가지신 분이었 기 때문에....." "잠깐." 좀 이상하다? 그녀가 그 검의 주인이었다면, 당연히 검의 보호를 받고 있었을텐데, 왜 상처를 입었지? 그건 이해가 가지 않는데? 나는 제논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 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의심 때문에. 저 자가 혹시, 날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 내 눈을 바라본 그가 정색을 하며 묻는다. "어째서 그러시는 건가요?" 능글능글한 웃음이 맘에 안 들어. 뭘 뱃속에 숨기고 있지? 이 변태 마법사. 나는 직 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공주님이 다칠 수 있었지요? 라 브레이커를 가지고 있었는데?" 나 자신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그 검을 가지고 있는 이상,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부상을 당할 리가 없지 않은가. '너는 내 손으로 죽인다.' 고 큰소리치던 검이 니만큼. 만약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었을테고, 그렇 다면 크게 다칠 리 없잖아? 내 말을 들은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라 브레이커는 강력한 검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검이 아무리 강하다 하더 라도, 그 자리에는 또다른 고대의 무기가 있었으니까요." 고대의 무기? "인간형 마법 근원체의 실패작 한 대가, 그 당시 고장을 일으켜 날뛰었던 탓입니다. 공주님은 그에 휘말린 황후님을 구하려다가....." 인간형 마법 근원체? 문득 떠오르는 한 소녀의 얼굴. 그렇다면..... "그 인형의 이름은 세이브." 그 말이 내게 작은 충격을 던졌다. 세이브.... 그 아이가..... 그 당시 공주님과 같이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그 당시의 공주님은 5살짜리 여자애였는데? 그런 애한테 '언니'라고 부를 이유가 없잖 아? 세이브가 그 인형이었다면, 적어도 인형은 성장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생각해 볼 때..... '말도 안 돼.' 아무리 그 애가 꼬마라도, 적어도 10살은 넘어보이던 아이가 어떻게.... 자기보다 더 어린 애한테 '언니'라고 부르겠어. 적어도 지금의 내 몸은 그 공주님의 것이고, 그렇다면..... 앞뒤가 안 맞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나에게, 제논이 종이 한 장 을 보여준다. "이건 그 인형의 사진입니다. 황후님과 공주님이 같이 찍힌 것인데, 한 번 보시지 요." 사진? "사진이 뭔데?" 시골 출신이라 나 그런 거 몰라. 좀 설명이나 해. 제논이 그걸 이제야 알았는지, 아 니면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지, 사진에 대해 말한다. "사진이라는 건, 사람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기계에 의해 그려졌기 때문에, 마 치 실제 모습을 그대로 담은 듯한 그림이 나오게 되지요. 드워프들이 쓰는 기계를 이 용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어디 보자..... 일단 셀이나 아르메리아가 뭐라 하지 않는 걸 보니, 사진의 본 뜻이 그게 맞는 모양이네. 하지만...... 이게 뭐야? 왜 내 얼굴이 황후님의 옷을 입고 있 지? "이건 나잖아 !" 머리 모양이 어찌되었든 상관없다. 그녀가 비록 드레스를 입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 다. 그녀의 목에 보석 목걸이가 붙어있든, 허리에 작은 여성용 검을 차고 있든 상관 없다. 이 얼굴을 내가 어떻게 잊겠는가. 매일 아침 거울을 통해 지겹도록 쳐다본 얼 굴인데. 황후의 얼굴은, 나와 너무나 닮아있었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공주 님의 그것과. 사진을 든 내 손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저도 볼 수 없을까요?" 그 손을 잡는 작고 부드러운 손. 그리고 자연스레 미끄러지듯 그 안으로 흘러드는 사진. "정말 닮았네요." 아르메리아의 평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 자신의 평이기도 했고. 그렇다면.... 세 이브가 언니라고 부른 것이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 아마, 공주님의 어머니인 그 황후 님..... '엄마.....' 나의 어머니, 그리운 이름. 그녀의 품이 그립다. 이젠 돌아가기엔 너무 커버렸지 만..... 초록빛의 머리칼을 한 어머니가 나를 품어준다. 어린 아기인 내가..... '언니.' 아르메리아의 목소리가, 나를 강제로 현실로 끌어내렸다. 아. 그렇지.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지. 작은 사진 하나가, 나를 꿈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혹시 함정 이었다면..... 그러나 그 사진 안에 든 것은, 왠지 그리운 과거..... 손을 뻗어 잡고 싶지만..... '언니. 그건 공주님의 기억일지도 몰라요. 판단은 유보해요.' 하지만.... 이젠 마치 내 기억처럼 여겨지는걸. 만약 내 앞에 제논이 버티고 있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대로 잠들어버렸을 것이다. 과거의 환상 속으로. "그래서, 공주님은 그 후 어떻게 되었나요?" 아르메리아가 나 대신 말한다. 그리고 다시 과거는 이어졌다. "그 후에, 저는 공주님을 보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황제폐하의 입장에서도, 5살짜 리 소녀를 죽여 없앤다는 것은 무리였으니까요. 그랬다가는 당장 잔혹하다는 비난을 받게 됩니다. 안 그래도 쿠데타로 집권한 입장에서는, 함부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 었으니까요." "모르지요. 차라리 화근을 제거해버리는 게 더 나을수도 있지 않을까요?" 다시 질문을 던지는 아르메리아. 하긴 그렇다. 그녀는 반란 세력의 상징이 되기에 너무나 적합한 상징이니까. 황제의 입장에서는 죽여 없애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죽이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만, 제 입장상 그건 곤란했습니다. 그녀가 죽는다면 제 입장이 난처해지니까요." "어째서요?" 말이 안 되잖아? 굳이 살려둘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엇보다 '잔혹하 다'는 말로 넘기기에는, 그 공주님은 너무 위험한 인물이 아닐까? 그런데 왜? 나는 그 문제에 대해 더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건 스승님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씀드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묻지 말아주십시오." 셀의 과거? 그건 또 뭐야?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어두운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마치 죽은 자의 그것을 보는 듯한 암흑이, 그녀의 얼굴을 덮고 있었다. "알았어요." 제논의 말이 아니라, 셀의 표정 때문에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저는 공주님을 살려두기로 했지만, 그 분을 노리는 사람이 많은 데다가, 무엇보다 도 장시간의 치료를 위해서는 그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마법이 걸리지 않는 이상, 치료를 위해서는 드워프들의 발명품인 치료 기계를 사용해 야 했고,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는 위장된 검을 원래의 오두막의 위치에 두려고 했습니다. 검의 가치와 위험부담 을 고려한 결과, 반란자들을 잠시 속일 수 있을 정도라면 목적 달성은 충분하니까요. 만약 그 검을 노리는 자들이 눈치를 채더라도, 가짜 검을 잃는 건 그리 큰 손실이 아 니니 말입니다." 그야 그렇겠지. 솔직히 황제의 상징인 검을 무방비상태로 오두막에 놓아둘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문제가 생기더군요. 그것도 아주 중대한 문제가." 무슨 문제가 생겼지? "제가 공주님을 데려오느라 검을 타인에게 맡긴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던 겁니다. 중 간에 리츠와 그 일당이 검을 가지고 오던 기사들을 습격했고, 그 와중에서 검이 행방 불명이 되어 버렸습니다." "뭐라고요?" - 계속 - 후기)이런. 뭐라고 쓰지? 이거..... 정말 쓸 말이 없군요. 물론 글이 잘 나가면 그걸 로 족하지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12 19:35 조회:82 공룡 판타지 15-285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5) 그럼 일이 어떻게 되는거야? 그대로 전설의 검이 사라졌다는 건가? 그럼 그 검이 어 떻게 해서, 내게 올 수 있었다는 것이지? 나는 질문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제논은 조 용히 말을 계속했다. 내 질문을 허용하지 않고. "저는 검을 수색해봤지만, 검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리츠를 비롯한 반 란자들도 마찬가지였지요. 검을 찾아낸 것은, 어이없게도 5살짜리 소년이었습니다." 5살짜리 소년? 설마..... "그게 바로 당신입니다." 나? 나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놀라는 내게 이야기하는 그. "당신이 어떻게 그 검을 찾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검을 추적하다가 간신히 알아 낸 것은, 당신이 그 검을 찾아냈다는 것, 그리고 그런 당신을 사이드가 찾아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이드의 행방을 추적하던 체서들이 내게 보고를 하면서 말한 사실중 하나가, 내게 그런 확신을 주었습니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2년전의 일이었나요? 그때 그 검이 자신을 드러낸 적이 있었습니다." 2년전? 하지만 난 전혀 모르는 일인걸? "그때 검의 마력을 간신히 탐지해낸 저는, 2년간에 걸친 수색 끝에 당신과 사이드의 위치를 알아냈습니다. 사이드의 감각이 예사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수색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그래서? "저는 당신을 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검을 가진 자, 그리고 공주님이라면 반 란자들을 끌어모을 자석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마법 을 걸었습니다." 그러면..... "공주님의 몸에서 떼어낸 세포를 이용해 복제체를 만들었고, 그 몸과 당신의 몸을 바꾸었지요. 그렇게 한 후에 '가련한 공주님'을 추적하는 체서들의 모습을 연출했습 니다. 생각대로 당신은 반란자들을 노출시켰고요." 그렇다면..... 나는 단지..... "반란자들의 위치를 알아낸 후, 당신이 떠나자마자 레드 테일 시로 병력을 보냈습니 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들과 아군 병력이 마주쳤을 겁니다. 그리고....." 예정된 수순이다. 그 뒤는..... "그럼, 그들은 모두....." "그렇습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을 뿐이었다. 내가 공주님이 아니라는 데에 안도감을 느꼈 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걱정이 되었다. 잘못하면 그들은 모두 죽 을 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내가 멍청해서 그들을 노출시킨 것인가..... 뭔가 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내 손을 잡는 제논. "그들은 이제 곧 황제의 발 아래에 무릎을 꿇게 될 것입니다. 당신을 미끼로 써서 죄송합니다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반란자들을 드러내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워낙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던 자들이라서요. 당신을 제멋대로 이용한데 대해서는 사과드리 며, 그 증거로 지금 당신의 몸을 돌려드리지요." 그가 나를 유리관으로 데려간다. 관 안에 있는 나의 몸으로. 내 몸이 맥없이 끌려간 다. "그럼..... 그럼....." 언제나 나를 정성껏 돌보아준 하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얼마나 슬퍼할 것인 가. 그녀는 얼마나 나를 증오할 것인가. 비록 내가 일부러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니었 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녀의 스승과, 그녀의 친구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 른 것이 아닌가. 자책감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나는..... 나는....." 그녀를 생각한다면, 나는 지금 즉시 이곳에서 떠나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내 앞에 있는 나의 몸은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저 자가, 자신의 계획을 망쳐놓은 나를 위해 저주를 풀어줄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토록 갈망하던 것인데.....' 두 달동안 줄곧 소망해왔다. 내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기를. 그 이유는 내가 원래 남 자였기 때문에.....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에..... 지금 모습이 부끄 럽기 때문에..... 하지만 그보다는..... 내 앞에 떠오르는 은발의 소녀. '아르메리아.' 그녀와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인데.... 그러나.....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놔둘 만큼 내가 무정한 놈이었던가? 그렇게도 나는..... 망설이기 시작하는 나를 본 제논 이, 나를 잡아서 끌고 간다. "현명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당신이 충격이 큰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저도 전향하는 자들에게는 칼을 대고 싶지 않으니, 그들의 목숨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 리고, 그 검을 이제 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 검은 황제의 상징, 당신이 가질 물건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미 이 검은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검을 버린다고? 그런 일 을 해도 되는 것일까.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검의 주인은 황제입니다. 그것이 여태까지의 전통이었고, 황제가 아닌 자가 검을 가졌을 때에는, 그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렸습니다. 저는 당신을 위해서 이런 말을 하 는 겁니다." 죽음..... 하지만 검을 놓아도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다. 그런데 왜..... "혹시 검이 당신을 죽이려고 한다면, 염려마십시오. 검과의 계약을 해제하는 방법도 황실에는 전해져내려오니까요." 그가 자신있게 말한다. 그게 정말일까? 왠지 모르게 믿고 싶다. 그동안 이 검과의 결별을 간곡히 바랬기 때문에. 하지만.... 그래도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검을 떠 나보내도 좋은 것일까. "어차피 당신이 남자로 돌아가면, 그 검을 사용할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레이니 양." 그 말이 나를 뒤흔들었다. 어차피 이 검은 레이니 아가씨의 것. 기사지망생 알로의 것이 아니다.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를 상기시키는 물건을, 내가 과연 앞으로도 사 용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 검을 지닌다면, 필연적으로 따라올 여러 가지 고난 - 쥬 린 제국의 암살자들의 추적, 검 자신이 내리는 시련 -들이 나를 두렵게 했다. 그 럼..... '그냥 그의 말대로 할까.' 지금 이 검을 그에게 준다면, 모든 것은 끝난다. 나는 다시 예전대로 남자아이로 돌 아갈 것이고, 다시는 악몽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고난들도 모두 사라질 것 이다. 그럼..... 내 손이 내 허리를 향해 간다. 검을 묶은 끈을 풀어 그에게 검을 넘 겨주기 위해..... "안 돼요 !" 아르메리아가 나를 막는다. 어째서? "언니. 그 검은 그렇게 쉽게 넘겨줄 수 있는 검이 아니에요. 검의 주인은 죽을때까 지 검의 주인. 절대로 자신의 마음대로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어요. 검이 언니를 선 택한 이상, 언니에게 남은 길은 두가지 뿐이에요. 검에게 죽던가, 아니면 하늘로 오 르던가. 그런데 그렇게 멋대로....." 하지만, 이런 검은 내게 필요없는걸. 난 처음부터 하늘로 날아오를 생각같은 건 없 었어. 그저 평범한 기사지망생으로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면 족했다고. 그런데 굳이 이런 걸..... "안 돼요. 검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한 이상, 이제 당신이 검을 그에게 넘겨준다 면, 남은 길은 하나뿐이에요. 그 길은 바로....." 바로? "검에게 죽는 것." 죽음? "그래요. 라 브레이커는 자신의 주인으로 선택한 자가 그에 걸맞는 자격을 갖지 못 했을 때, 그 대가로 목숨을 요구해요. 언니가 지금 주인의 자격을 포기한다면, 그 검 은 언니의 목숨을 빼앗을 거에요. 자신을 버리지 마세요. 언니." 그녀는 말린다. 하지만..... 제논이 말한다. "그렇다면, 검에게 물어보지요. 검이 스스로 모든 것을 말해줄 겁니까. 자.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여. 그대는 이 소년이 원한다면, 소년과의 연을 끊고 정당한 황제의 손으로 돌아오겠는가?" "그렇다." 너무나 간단한 검의 대답.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하는 아르메리아. 안도하는 나. 그리고 기쁨으로 얼굴에 웃음을 머금는 제논. "자. 검이 허락했습니다. 이제 할 말 없지요? 엘프 아가씨."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제논. 내 손에서 검이 떨어지더니, 검이 제논의 손에 옮겨간 다. "고맙습니다. 레이니양. 아니, 알로군. 그리고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여." 그러나, 그의 손은 검을 움켜쥐지 못했다. 검이 부르르 떨면서 제논을 뒤로 날려보 냈다. "아니 !" 제논의 몸이 유리관을 깨며 뒤로 쓰러진다. 공중에 떠서, 검날을 아래로 향하고 손 잡이를 천장을 향하게 선 라 브레이커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이 아이가 몸을 바꾸고 나면, 내게 손을 대라. 그 전에는 어림없다." 결국 다시 내 손에 검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 곧 이 검은 공주님 에게 돌아가겠지. 원래의 소유자에게로. 제논이 다시 나를 유리관쪽으로 데려간다. 아르메리아는 그걸 막지도 못한다. 단지 멍하니 서 있을 뿐. "어째서 이렇게 되는거야....." 그녀의 중얼거림이, 침묵속으로 묻혀간다. - 계속 - 후기)이거.... 왜 이렇게 되는 거냐..... 하, 하다가 보니까 그렇게 되었는데 요...... (퍽퍽퍽 : 독자들의 바위 던지는 소리) 전혀 정의감에 불타지 않는 주인공이라. 돌 맞기 딱 좋을 듯. 하지만.....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 ! 그런데, 이러다가는 내일은 대체 뭐가 나올지.....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6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13 19:45 조회:36 공룡 판타지 15-286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6) "자. 그 유리관 안에 들어가십시오. 레이니양, 아니 알로군." 그가 가리키는 손길을 따라, 조용히 관 안에 들어간다. 유리관, 아니 유리와는 뭔가 다른 느낌의 관이다. 유리보다 따뜻하다고 할까. 제논의 마른 손이, 내 머리에 모자 를 씌운다. 모자라기에는 좀 뭐한 것이, 모자의 주위에 이상한 전선들이 연결되어 있 고, 그 전선들이 관 안에 떠 있는 또 하나의 나, 알로의 몸에 연결되어 있다. 나와 똑같이, 머리에 씌워진 모자를 통해서. "이 모자를 통해, 당신의 혼이 알로의 몸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중간에 이상한 광경을 보시겠지만, 참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기계는 어떻게 만들어낸 건가요?" 마법 수준이 셀에 비해 떨어지는 제논에게, 어떻게 이런 능력이 있었을까? 개인적으 로 궁금한 점이 아닐 수 없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스승을 따라잡기 위한 제자의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알로군." 그 말과 함께, 유리관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아, 곧 관 안에 물이 들어찰 겁니다. 공기를 넣으면 마법이 잘 되지 않아서 넣은 물이니까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숨쉬기 위해 만들어진 물이니까요. 그저 공기 라고 생각하고 들이키시길." 그 말과 함께 관이 닫힌다. 관 속에서 바깥을 바라보지만, 고개를 움직이기가 좀 곤 란하다. 머리에 씌워진 모자 때문이다. 그런데..... 물소리와 함께, 투명한 물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불안. 이게 정말로 숨쉬기 위해 만 들어진 물이야? 나는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진짜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아르메 리아가 그걸 알 리 없다. 게다가, 그녀는 이제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하긴 못난 녀석으로 생각할거야. 하지만.... 난.... 더 이상 여자아이로 있을 수 없는 걸. 그러 면 나는 영영..... '그런데 셀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여기 들어와서 그녀는 입을 열지 않았어. 역시 어딘가 아픈 것일까. 내 생각만 해서 그녀에게 신경을 쓰지 않은 게 후 회되었다. 그리고. "자. 이제 시작합니다." 제논의 말과 함께 관의 위쪽에서 들리는 소리. 그것은 마치 공룡의 괴성과도 흡사 한, 하지만 그와는 좀 다른 소리였다. 그런 소리가 점차 크게 들리면서, 내 눈이 서 서히 감겨진다. 우웅. 우웅. '이걸로 다 끝나는건가.....' 이것으로 모든 악몽은 끝나는 것인가. 이것으로 나는 편히 쉴 수 있는 것인가.... 이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안녕히. 레이니. 다시 만나지 않기를..... "그만 둬 !" "이런 건 아냐." "어째서입니까." "저 아이를 속이고 몸을 빼앗을 셈이야?" "하지만 그 분이 원한 것이 아닌가요?" "아냐 !" "스승님....." "당장 정지해." 무슨 말이 들린 것인가..... 하지만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서서히 내 몸이 작아지고, 마치 길다란 줄처럼 늘어난다. 그 줄이 점점 길어지면서, 나는 단단한 경 계를 뚫고 나온다. 내가 버리려는 요람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가려는 또다른 보금자 리도 보인다. 그런데..... 저기 보이는 건 누구일까? "이러면 안 돼. 저 아이가 괴로워하는 틈을 타서 이렇게 비열하게....." "하지만 스승님. 이것이 그 분을 위한 길이라는 걸 모르십니까?" 둘이 왜 다투는 거지? 셀이 어째서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건 아냐. 적어도 저 애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후에나 제의할 수 있는 거라고." "스스로 버린 기억을 말입니까?" "그래도..... 이건 아냐. 저 애가 나중에 후회한다면 어쩌려고 그래?"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어차피 스스로 버린 공주님의 이름 을 억지로 돌려주는 것이 더욱....." 뭐라고? 스스로 버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그래도 안 돼 !" 무슨 말인가? 도대체 그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 와중에도 내 시야는 서서히 줄을 이동하고 있다. 전선을 통해. 내 몸에서 다른 몸으로. 셀이 소리친다. "이 작업 중지해. 안 그러면, 힘으로라도 멈추게 하겠어." "이미 늦었습니다. 스승님. 이미 공주님의 영혼은 저 남자아이의 몸을 향해....." "소울 무브먼트(soul movement)."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면서 나온 한 마디. 그리고 내 시야가 갑자기 좁아진다. 작은 실을 통해, 내 눈이 마치 물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두뇌속으로 돌아간다. "아아아아아 !" 나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바보같은 언니. 머저리 언니.' 아무리 원래대로 돌아오고 싶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하다니. 저렇게 까지 언니가 약한 존재였던가. 두 달이나 같이 여행을 하면서도 알지 못했다. 언니가 전설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졌던 것이 잘못이었다. 어쩌면 나는..... '바보.' 언니가 오빠로 돌아온다고 해도, 나는 언니를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이것은 항복이 고 투항이다. 단지, 더 이상 현실을 견디어낼 수 없게 된 자의 도피일 뿐이다. 언니 의 머리를 감싼 모자와 연결된 전선이, 서서히 빛나기 시작했다. 저 기계가 무엇인지 는 모르지만, 내 생각대로라면 고대 문명의 유물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결국 그걸 사용해야 하는건가.' 언니가 이대로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간다면, 라 브레이커는 저자에게 넘어가버리는 걸까. 그리고 저 기계가 정말로 영혼 마법을 사용하는 그 타락자들의 소산이라 면..... '여기서 파괴해버리면.....' 좀 어렵겠지만, 레벨 11의 마법을 사용하면 지금이라도 파괴해버릴 수 있었다. 언니 의 목숨도 온전치 못하겠지만.... 언니가 저렇게 타락해버리는 걸 볼 바에는 차라 리..... "그만 둬 !" 뭐지? 어째서 저 여자가 입을 연 거지? "그만 둬 !" 더 이상은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나중에 진실을 알게 된다면, 저 애는 얼마나 나를 원망할 것인가. 어차피 원망을 들을 거라면, 차라리 진실을 가르쳐주고 나서 듣자. 그녀가 과거를 듣고 나서, 어떠한 길을 고를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주자. 나는 비록 그런 기회를 가질 수 없었지만, 저 애만은..... "이런 건 아냐." 생각지도 못한 저지를 당한 제논이 내게 거칠게 말한다. "어째서입니까."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하겠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는 찰나에 그런 말을 들었으니. 하지만 더 이상은 허락할 수 없었다. "저 아이를 속이고 몸을 빼앗을 셈이야?" 놀라는 아르메리아. 하긴 그녀는 모르겠지. 하지만 제논은 알고 있다. 저 바보 녀석 은, 그런 짓을 해서라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한 거다. 나 역시 그게 나을지도 모 른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허락할 수 없었다. 그 애의 마음, 저 엘프의 마음을 한순 간 읽어보았기에. "하지만 그 분이 원한 것이 아닌가요?" 그랬었지. 하지만 그것은 단지 도망치는 것일뿐. 내가 과거에 밀크를 잃고 저 애를 그렇게 부르며 만족한 것처럼..... 그리고 과거에 그 애가 죽었을 때 시골로 도망친 것처럼. "아냐 !" 그것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선택해선 안되는 길이었다. 나는 당당히 일어서서, 앞으로 나갔어야 했다. 그렇게 숨어선 안 되었다. 그 결과가 지금 의 모습 아닌가. "스승님....." 애원하듯 말하는 제논. 하지만 나는 더 이상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의 비열함은 결국, 나 자신의 비열함으로 인해 생겨난 것이므로. 스승으로서, 나는 제자를 바로잡 아야 했다. 그것이 나 자신의 죄과를 씻을 수 있는 길이었으므로. "당장 정지해." - 계속 - 후기)이거,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가? 지금은 지켜봐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7 등록자: knock10(곽재욱) 등록일: 02-14 조회수: 80 공룡 판타지 15-287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7) 고개를 흔드는 제논.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지. 저 애가 남자로 되어 버린다면, 그 에게 얻어지는 것은 이 세계 그 자체이니까. 저 애가 검을 포기한다면, 라 브레이커 의 주인으로서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겠지. 이런 시시한 궁정 마법사로서 지내는 것과 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저 녀석, 제논이 전설의 검의 주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므로. 비록 그가 과거의 유물을 얻었다고는 해도, 그런 것으로는 검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런 것이 가능했다면 이미 나는..... "이러면 안 돼. 저 아이가 괴로워하는 틈을 타서 이렇게 비열하게....." 나는 그를 막아야 했다. 두 아이를 위해서. 하지만 저 애는 나의 마음을 알지 못한 다. "하지만 스승님. 이것이 그 분을 위한 길이라는 걸 모르십니까?" 한때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그래서 저 애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고.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신을 버리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안 이후에나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냐. 이런 건, 적어도 저 애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은 후에 나 제의할 수 있는 거라고." 만약 그 애가 모든 것을 알고 나서 이런 길을 택한다면, 나는 용납할 수 있을 것이 다. 그 애가 스스로의 삶을 택하는 것이기에.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단지 그 애의 과거를 묻고, 눈가림으로 모든 허물을 덮는 것 뿐이다. "스스로 버린 기억을 말입니까?" 어린애가 한 일을? 저 애는 성인이 되어가고 있다. 성인으로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나면, 지금의 결정을 번복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다. "그래도..... 이건 아냐. 저 애가 나중에 후회한다면 어쩌려고 그래?" 어린아이의 결정은, 때로는 그 애 자신에게 해가 되기도 한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 가지로 판단에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 어른이라면, 어린 아이에게 그것을 책임지우는 것은..... 그것도 그런 중대한 일을 책임지우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너무나.....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어차피 스스로 버린 이름을 억지로 돌려주는 것이 더욱....." "그래도 안 돼 !" 절대로 안 된다. 그 애를 깨운 후, 과거를 말해주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전부.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리라. 그래서 그 애가 나를 죽인다면, 그것도 용납하리라. 어차피 죽는다고 해도, 밀크의 곁으로 갈 날이 빨라지는 것뿐이다. "이 작업 중지해. 안 그러면, 힘으로라도 멈추게 하겠어." 작업을 지시하는 인공두뇌, 거대한 보석을 향해 다가가는 나에게 경고하는 제논. "이미 늦었습니다. 스승님. 이미 영혼의 이식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러....." 과연 그럴까? 넌 나를 모르고 있어. 제논. 나의 과거도, 나의 마법도, 그리고 나의 실력도. 넌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난 그렇게 하찮은 마법사가 아냐. "소울 무브먼트(soul movement : 영혼 마법 11레벨의 기술. 영혼을 이동시킨다)." 순간적으로 셀의 주위가 강렬한 빛으로 감싸여진다. 새하얀 빛이 그녀를 덮으며, 내 가 알 수 없는 힘이 움직이고, 그 힘은 언니의 영혼을 끌어내던 전선을 향해 날아갔 다. 내가 본 것이 아니다. 내가 느낀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 뿐이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일까. 어쩌면 저 주문의 이름 탓일까. '소울 무브먼트. 영혼의 운동이라고?' 설마, 그녀가 그런 엄청난 주문을 외울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 그녀는 고대의 악 마, 혼을 움직이는 악마와 계약을 끝낸 상태란 말인가? 내 생각이 뭔가 결론을 도출 해내기도 전에, 혼을 움직이는 기계가 불꽃을 뿌렸다. "이런 !" 제논이 방어막을 치는 주문을 외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주문을 외우는 자 들과는 달리, 마력을 스스로 이동시켜 방어구조물을 구축한 것이 다르지만. 벽을 형 성한 마력을 향해, 폭발하는 쇠조각들이 날아왔다. 마력의 방어막에 부딪치는 기계의 잔해들. "콜록. 콜록." 폭발은 대단하지 않았다. 단지 기계를 덮은 뚜껑 하나가 날아간 것일 뿐. 하지만 그 결과는 심각했다. "언니 ! 언니 !" 언니의 머리를 덮은 모자와, 그에 연결된 전선이 불타고 있었다. 저러다가 언니까 지....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달려나갔다. 아직 유리관의 뚜껑이 열 리지는 않았지만, 군데군데 깨져서 구멍이 뚫린 유리관에서 흘러나오는 액체가, 지하 실 바닥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기 불꽃이 튕기면서 전선은 타오르기 시작했 다. 타닥. 타닥. "스승님..... 어째서 이런 짓을....." 제논이 얼이 빠진 듯, 중얼거리지만 그건 상관없는 일이다. 일단은 언니를 꺼내놓는 게 우선이니까. 언니의 남자몸이 축 늘어져 있다. 지금의 충격으로 뭐가 잘못되었는 지, 그 몸에선 생명의 힘이 사라져있었다. 그럼, 언니는 영영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 지 못하는 건가? 고개를 다시 언니에게로 돌리려는 순간, 그 남자의 나체에 새겨진 글자가 보였다. 왼쪽 팔목에 보이는 희미한 글씨. 254. 뭐지? 저 번호는. 지금은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일단 유리관을 열어야 하니까. 그 러나 그것은 열리지 않았다. 손잡이도 없는 데다가, 주먹으로는 깨지지 않는다. 이 정도의 유리관이 손상될 정도면, 아까의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어서 언니를 끌어 내어야 했다. 일단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라도 알고 싶었으므로. 하지만 이게 열리지 않는다. "그 정도로는 열리지 않아. 멍청한 엘프." 잔소리가 많은 변태 마법사는 일단 무시하고, 나는 레벨 10의 엘프 마법을 발동시켰 다. 유리관을 구성한 유리, 아니 특수한 플라스틱 분자들이 사정없이 서로간의 결합 력을 잃고 부서져내린다. 관을 덮은 뚜껑 자체가 바스라지고, 그 안에 약간이나마 남 아있던 액체가 밖으로 쏟아져나왔다. 그와 함께, 관 뚜껑이 떨어져나갔다. 모자에 매 달려 허공에 떠버린 언니. "에잇." 언니를 조여맨 모자를 벗겨버리기 위해, 그 쪽으로 손을 뻗는다. 아무리 자신을 포 기하려고 했다고 해도, 그건 일단 언니를 살려낸 후에 따지기로 하자. 하지만, 역시 모자는 벗겨지지 않는다. 어떻게 붙여두었는지는 모르지만, 꽤나 단단히 부착된 모양 이다. 결국 마법을 써야 하나. 나는 다시 레벨 10의 엘프 마법을 시전했다. 몸 밖에 있는 물질과 에너지를 다루는 그 마법을. 모자를 구성하는 분자들이 가진 서로간의 결합력. 그것을 억지로 뽑아내자 모자는 힘없이 부스러져 버렸다. 그리고, 그에 매달 린 언니도 땅으로 떨어져내렸다. "에잇 !" 뛰어올라, 언니의 몸을 두 손으로 받아낸다. 힘없이 늘어지는 언니의 몸. 물에 젖은 그 몸이 생각보다 가볍다. 과연 살아있을까. 아니, 언니의 혼은 과연 언니 자신의 혼 으로 남아있는 것일까. 조심성없이 적수에게 몸을 맡긴 언니의 조급함을 탓하고 싶지 만, 언니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언니인지 우선 확인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 한 것은..... "언니는 괜찮은 건가요? 라 브레이커?" "그렇다." 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언니가 언니인지 물어야 한다. "그러니까, 언니는 언니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언니의 혼이 언니의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레이니 언니가 아니다. 그리고, 영혼과 계약을 하는 라 브레이커라면, 혼의 변화에 나 이상으로 민감할 것이 다. 그런 검의 대답이, 내게 다가온다. "그렇다." 그런가..... 그럼 안심이다. 물론 그 말 속에는 언니의 안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혼이 있다는 것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육체적인 이상 여부는 나도 알 수 있었다. 언니의 생명력을 느낌으로써. 그리고 내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다행이야....."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일단 살아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 아닌가. 앞으 로 어떻게 되든 간에, 언니는 다시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다만. 그 전에 나한테 죽도록 얻어맞아야 하겠지만. '자신을 포기하다니. 가만두지 않겠어.' 긍지높은 엘프 마법의 승계자로서 감히 보잘것없는 인간 마법에 의지하다니. 자신을 팔아넘기는 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다니. 아무리 괴로웠다고 해도, 절대 택해선 안 될 길이었다. 그것도 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소유자가 그런 짓을 하다니.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언니를 데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 제논이 분노한 얼굴 로 나와 셀, 그리고 언니를 바라보고 있다.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듯, 언니는 눈을 감고 늘어져 있다. 언니를 업고 빠져나가려면..... '라 브레이커. 언니를 데리고 날아가.' 일단 어딘가로 도망쳐야 할 게 아닌가. 적어도 저 자와 싸우려면 내 몸이 자유로와 야 했다. 저 자 하나만이라면 어떻게 할 수 있지만, 저 자가 혼자서 싸울 리는 없지 않은가. 당연히 함정을 파고 우리를 기다렸다고 생각해야 자연스럽다. "순순히 빠져나갈 것 같나. 이 년들." '이 년들' 중에는 자기 스승도 포함되어 있는데? 저런 말투를 써도 되는 건가? 하지 만 셀은 별로 기분나빠하지 않는 것 같다. 아예 포기한 제자인가? 제논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친다. "저 자들을 잡아라. 죽여도 상관없다." - 계속 - 후기)도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 거냐? 그건 일단 두고 보시고. 드디어 제논이 변태마법사답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음. 악당은 저래야 된 다고. 끄덕끄덕.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15 20:04 조회:105 공룡 판타지 15-288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8)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아까의 충격으로, 지반이 흔들리고 있었다. 천장에서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 흙이, 내 발 옆에 쌓이고 있었다. "큰일이네." 언니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일단 의식을 잃은 언니를 등에 업고 문 쪽으로 달린다. 하지만 천장이 흔들리면서 갈라지고, 그것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렸 다. "이런 !" 일단은 뒤로 몸을 날렸지만, 무너진 장소가 너무 나빴다. 우리가 이 방에 들어올 때 사용한 그 문이, 돌과 바위, 흙더미로 인해 막혀버린 것이다. 저걸 다 치우고 나가기 에는 시간이 부족한데..... 이걸 어떻게 하나. "어차피 늦었어. 너희들은 이제 끝이야. 와하하하하." 우리를 비웃으며 어디론가 사라지는 제논. 그런데 '너희들은' 이라고 한 걸로 보 아..... 나는 짐작가는 것이 있어서, 그가 달리는 방향을 유심히 보았다. 역시. "잘 있게. 엘프. 그리고 스승님. 안녕." 그가 벽에 손을 대자, 벽이 회전하면서 비밀문이 열렸다. 역시 그쪽이로군. 나는 언 니를 업고 그곳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위험해 !" 뭔가가 문 뒤에 있다 ! 셀의 외침. 그리고 뒤로 물러서는 나. 벽 뒤에서 괴성이 들 리고, 내 앞으로 달려나온 것은, 돌로 만들어진 인간, 아니 인간의 모습을 한 괴물이 었다. "골렘 !" 돌로 되어 있는 듯한 골렘들이, 우리를 향해 걸어나왔다. 한 쪽에서만 나오는 게 아 니다. 벽들이 차례차례 열리고, 숨겨진 문을 통해 걸어나오는 골렘들. 돌로 만든 골 렘들, 철로 만든 골렘들, 심지어는 보석으로 만들어진 골렘들도 보였다. "많이도 만들어놨네." 제논이라는 자가 변태임을 증명하듯이, 사람의 살로 만들어진 골렘도 보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모습이, 보는 사람을 구역질나게 한다. "으. 징그러워." 저거 어떻게 할 수 없을까? 물론 골렘들한테 죽을 정도로 내가 약한 건 아니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이곳이 무너져서 갇힐 지도 모른다. 그 뒤는 어떻게 될까. 나라면 아마 이 부근 전체를 날려버릴 마법을 걸 것이다. 행동 자유를 구속당한 상황에서 거 대한 마법을 맞는다면.... 물론 이곳이 궁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은 적 지만, 상대는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자다. 방심할 수는 없었다. "무슨 방법 없나요?" 셀에게 물어본 게 아니다. 언니의 검, 라 브레이커에게 물어본 것이다. 인간 마법사 에게 기대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도 않고, 아직은 그리 절망적인 상황도 아니니까. 하 지만, 나 혼자라면 몰라도 언니를 데리고 도망치려면, 힘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했다. 그러나, 라 브레이커는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전혀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힘 좀 써봐요. 라 브레이커." 하지만 전설의 검은 한마디를 남길 뿐. "나는 이 녀석만 지키면 된다. 엘프 아가씨에겐 안 된 일이지만, 이 녀석이 의식을 잃고 있는 이상, 널 도와주라는 명령을 받을 수가 없다. 그러니 널 도울 수 없다." "너무해." 언니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검의 주인으로서 얼마나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까. 하지만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저 골렘들을 처치하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곳이 흔들리는 것을 보니, 서두르지 않으면 지하실 이 무너져서 생매장당하고 말 게 뻔하다. 제논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일 거고. 설마 죽기야 하겠냐만, 일단은 돌무더기에 깔리고 싶지 않다. 그러나..... "어스퀘이크(earthquake : 지진. 원소마법 5레벨)." 세, 셀 ! 무슨 짓을 하는 거에요 ! 여기는 지하라고요 ! 그런 마법을 외웠다가 는..... 쿠아앙 ! 땅이 갈라지면서 골렘들이 지하 깊은 곳으로 빠져들었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나와 라 브레이커. 그러나 위에서 떨어지는 바위들은 어쩌지? 순간적으로 마력을 내 몸 전 체로 확산시켜서 방어막을 친다. 하지만 바위 한 두 개는 막는다고 해도, 그것이 근 본적인 대책은 되지 않는다. 지하실의 벽이 갈라지면서 방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했 다. "당신 !"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다니..... 욕설이 나올 뻔했지만, 그녀의 말은..... "자. 가자 !" 재빠르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셀. 그녀가 날아가는 방향은, 하늘이 보이는 부서진 틈 이었다. 그렇구나. 그녀는 탈출로를 뚫기 위해, 일부러 지진을 일으킨 것이었다. 부 서진 지면을 통해 보이는 하늘에 가득찬 별들. 나 역시 언니를 업고, 그쪽으로 몸을 날렸다. 돌에 깔린 골렘들이 우리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 손은 그대로 부서져 버 렸다. "저 자들이 도망친다 ! 놓치지 마라 !" 제논의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궁전 전체에 불이 켜진다. "비상 ! 비상 !" "침입자를 처단하라 !" "모두 죽여라 ! 공주를 제외하고는 죽여도 좋다 !" 스승을 죽여도 좋다고 명령을 내리다니, 단순한 변태인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극 도의 패륜아였어. 하지만 지금은 불평할 시기가 아니다. 우리들은 하늘로 날아올라 궁성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도망칠 순 없을거다." 그 말과 함께, 궁성의 정원이 갈라지면서 뭔가가 뛰쳐나왔다. 저, 저것은? 크워어어어. 괴성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그 생물들은..... 고대에 멸종한 줄 알았던, 드레이크들 이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고, 살아있다고 해도 아주 드물다고 생각되는 생물들인 데? 어떻게? "과거에 거의 전멸한 거 아닌가요? 드레이크라면. 어디서 저런 걸 구해왔지요?" 지난 번에, 셀 역시 드레이크를 소환했었다. 아마 영구적으로 소환이 가능하도록 마 법을 걸어두었겠지. 단시간에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미리 마법을 준비해두었 다면 가능하기도 하다. 어쨌든 대단한 걸. 저런 귀한 생물을..... "지금 신경 쓸 건 그런 게 아닌 듯 한데?" 셀의 말도 맞다. 비록 기분나쁜 인간마법사이긴 하지만. 그럼 저들을 처리하려 면..... "앞에 세 마리. 그리고 우리 뒤에 다섯 마리." 우리 앞을 막아서는 거대한 드레이크들. 그리고 우리 뒤로 돌아오는 또다른 드레이 크들. 한 마리라면 어떻게 처치할 수 있지만, 여덟마리라면 힘에 부칠지도 모른다. 물론 엘프 마법은 힘에 의존하는 마법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할까. "자. 앞의 세 마리를 맡을래? 아니면 뒤의 다섯 마리를 맡을래?" 앞의 드레이크 세 마리는 금색, 은색, 그리고 적색. 하나같이 덩치가 크고 강력하 다. 그리고 뒤에서 날아오는 드레이크들은 흑색, 백색, 구리색, 청색, 그리고 녹색이 다. 하나같이 약하고 덩치가 작다. 물론 약하다는 건 진짜 드래곤에 비해서 그렇다는 것이지만. 어느 쪽과 맞서는 것이 유리할까?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언니의 목숨이 다. 일단 이곳을 빠른 시간내에 빠져나가야 하고, 그러러면 탈출로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어차피 언니를 업은 채로는 제대로 싸우기도 힘들 것이고..... "그 애는 나한테 맡겨라." 내게 날아온 라 브레이커가, 갑자기 형태를 바꾼다. 적어도 2미터에 달하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검. 혹시.....? "내 안에 그 애를 넣겠다. 자." 내가 언니를 허공에 띄우자, 검은 언니를 내부로 끌어들였다. 검 안으로 빨려들어가 는 언니. 이렇게 하면 안전할 것이다. 설마 제논이 전설의 검을 파괴하고 언니를 빼 낼 정도의 실력이 되지는 못할테니까. 하지만, 왠지 얄밉다. "힘내라. 죽지 말고 살아남아라." "그런 말 하려면 도와주기나 해요." 좀 섭섭하다고요. 검 역시 그걸 알기는 하는지, 뒤로 슬그머니 물러선다. 부끄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겉보기로는 알 수 없지만, 느낌이 그렇다. "잡담은 그만해. 어느 쪽을 맡을거야?" 셀이 내 옆으로 날아와서 묻는다. 굳이 내 옆으로 올 필요는 없지만, 상당히 언니가 신경쓰였던 모양이다. 아까까지 굳어졌던 표정이 펴진 것을 보니. 나는 망설이지 않 고 대답했다. 약한 녀석들보다는, 강한 녀석들을 맡지 뭐. "앞의 세 마리." 그 말과 함께 나는 내 앞으로 날아오는 세 마리의 드레이크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골드 드레이크, 레드 드레이크, 그리고 실버 드레이크. 나는 우선 선두에 선 레드 드 레이크를 해치울 생각으로,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역시 드레이크의 피부가 견고한 이상, 상당히 강력한 기술을 써야.....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 언령 마법 9레벨. 절대명령죽음)." "뭐야 !" - 계속 - 후기)여러분은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무너지는 지하실에서 지진을 일으키는 행위 는, 자칫 잘못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디 모든 마법사 여러분. 여러 분은 붕괴되는 동굴에 갇혔을 때 이렇게 빠져나가지 마시길. 셀이나 아르메리아는 '고수'니까 이런 게 가능한 겁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마법사 여러분은 절대로 따라하지 마세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89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16 20:08 조회:74 공룡 판타지 15-289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19) 역시 언니를 검에 넘길 때 시간을 너무 썼던 모양이다. 인간 마법사의 주문이 완성 될 정도라면. 그리고 그 주문이 불러낸 힘이, 나에게 덮쳐왔다. 제길. 선수를 빼앗겼 네. 어쨌든 간에, 그 힘을 무력화시켜야 했다. 비록 그 동안에 세 마리의 드레이크들이 협공을 할 게 뻔했지만. '죽음'의 의미를 담은 정신파가 나를 자살의 길로 몰아넣으 려고 하고, 생명의 힘을 소멸시키는 죽음의 힘이 나를 덮친다. 원래 파워워드 킬은 단지 정신적인 힘만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주문을 약간 고친 모양이다. 역시 정 신력만으로 나를 공격하는 것은 불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엘프 마법 9레벨을.....' 저 힘들이 내게 영향을 미치려면, 내 몸 안으로 그 힘이 들어와야 한다. 어디를 막 아도 내 몸 안에 들어올 힘인 이상, 저걸 막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내 몸에 들어 오자마자 중화시키면 그 뿐이다. 정신파를 없애버리려면..... 나는 그 힘을 마력으로 바꾸어버렸다. 정신이라는 힘을 구성하는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붕괴되고, 마력을 구 성하는 에너지로 재조립된다. 사실, 정신파라고 인간이 부르는 것은 일종의 빛이나 전파이기에, 이런 간단한 대처가 가능했다. 하지만. '죽음의 힘?' 이건 좀 신경이 쓰였다. 생명의 힘을 무차별 투입해서 쌍소멸을 노리는 이 공격방 법. 대처에 실패한다면 내 생명력이 치명적으로 깎여나갈 것이다. 그럼.... 역시 이 방법이 좋겠지? 나는 죽음의 힘을 구성하는 에너지들을 파괴시켰다. 사실, 죽음의 힘 이라는 것은 인간의 생명력과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생명력에 불과했으므로. 내가 사 용하는 엘프 마법 11레벨의 음에너지처럼, 정반대의 힘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그저 붕괴와 재조립을 하기만 하면, 쉽게 해롭지 않은 힘으로 바꾸어 흡수할 수 있었다. 에너지 자체를 움직이는 힘을 다루는 것. 그것이 엘프 마법 9레벨이었다. 물질과 에 너지 자체를 움직이는 기법. 죽음의 힘이 파괴되고 흡수되었다. 그럼 다음 차례 는..... 세 마리의 드레이크들이 으르렁거리며 내게 덤벼들었다. 선두의 레드 드레이크가 입 을 벌리고, 뒤에 선 골드와 실버가 마법을 사용했다. 인간과는 다른, 그러나 그 원리 는 같은, 짧은 주문이 터져나온다. 강력한 에너지가 내게 쏟아져 들어온다. 나의 힘 이 그것과 맞부딪친다. "저쪽은 괜찮겠어." 저 엘프 여자애가 정말로 레벨 10의 마법을 얻었다면, 그리 염려할 것은 없었다. 엘 프 마법 10레벨의 위력은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보다, 내 걱정을 하는 게 더 좋 을 것 같았다. "죽여버려라 !" 제논의 명령에 따라, 무수한 화살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여기저기서 마법사들이 주 문을 외우고, 다섯 마리의 드레이크들이 내 위쪽으로 날아올랐다. 포위하려는 것일 까. 아마 내가 동시에 대처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공격을 퍼부우려는 속셈이겠지. 하 지만 난 명색이 인간 마법 레벨 10의 마스터라고. "아이언 실드(iron shield : 역주문 마법 레벨 6. 강철의 방패)." 화살들이 내 방어막에 막혀서 사방으로 튕겨나간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마 법을 하나만 사용한다는 것은, 다른 마법. 예를 들어 공격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제논도 그걸 노린 것이겠지. 여러 가지 원소마법들이 내 방어막을 두들기 기 시작했다. "실수했어. 당신. 자. 죽어라 !" 너. 그 말 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태연하게 오른손을 휘저었다. 손 에서 빛이 나면서 허공에 그려지는 마법진. 그리고 쏟아져 나온 것은..... "레드 드레이크 브레스(red drake breath : 레벨 8의 원소마법) !" 손에서 뿜어나오는 거대한 불기둥이, 아래에 선 마법사들을 향해 쏟아져내렸다. "평범한 걸로는 안 되겠어." 역시 상대의 가죽이 두꺼운 탓인지? 열과 빛을 집결시켜 발사한 레이저는 어이없이 사라져버렸다. 힘을 집중시켜서 녀석들의 피부를 뚫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된다. 그리 고 내 머리로 날아드는 레드 드레이크의 브레스. "뭐야 !" 세상에. 자기들 편이 지상에 있는데, 설마 그런 걸 쏠 생각인가? 어이없기도 하고, 잔혹하기도 한 공격방법이었다. 거대한 붉은 빛이 나를 뒤덮었다. 치칭. 파직. "아." 내가 쏜 브레스는, 단지 요란한 울림을 낳았을 뿐이었다. 녀석이 어째서 드레이크들 을 내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저건..... "당신만이 레벨 9의 위시(wish : 소원) 주문을 사용하는 줄 아나? 나 역시 그 정도 는 사용할 수 있어." 아마 소원을 이루는 마법을 통해, 생각 이상의 강력한 방어막을 쳐 둔 것이겠지. 9 레벨의 위시 주문이라면, 8 레벨의 드레이크 브레스가 먹히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향해 다시 날아오는 마법 공격을 바라보았다. 일일이 무엇인 지 알고 싶지도 않은 작은 마법들. 그러나 그 중에는 레벨 9 짜리도 포함되어 있었 다. 아까처럼 쉽게 막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이 상태로 계속 막기만 하다가 는, 언젠가는 내 기력이 다해 떨어지겠지. 녀석. 그런 속셈인 건가? 하지만 말야. '뭐, 이걸 써야겠네.' 나는 아이언 실드를 놔 둔 채, 다른 마법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나는 입으로. 하나 는 오른손으로. 하나는 왼손으로. 세 개의 마법진이 떠오르면서 각기 완성되어갔다. "저게 뭐야 !" 아래의 마법사들이 놀라는 눈치다. 하긴, 동시에 두 개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드 문 일인데, 세 개라니. 요령이나 행운으로는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얼마나 더 놀랄 수 있을까. 그들의 운명은 이것으로 끝인걸. "리버스 인빈시블 포스(reverse invincible force : 레벨 10의 상태변화마법. 절대 방어 주문이지만 이 경우 역주문이므로.....)." '파이어 스톰(fire storm : 원소 마법 5레벨).' '위시(wish : 언령 마법 9레벨). 이리 나와. 이 녀석 !' '엘프 마법 레벨 10.' 자신의 체내에 있는 물질과 에너지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 밖의 것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것의 의미는 크다. '잘 가. 세 마리.' 저들이 비록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힘을 가지고만 있지, 그 힘을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능력이 없는 이상, 주문을 외울 틈도 없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수는 없다. 나는 그들의 모든 힘을 그들의 체 내로 되돌리고, 그 힘을 붕괴시켰다. 그 자신이 뿜어낸 브래스가 그들에게 돌아가면 서 급속도로 붕괴, 폭발을 일으킨다. 퍼엉 ! 퍼엉 ! 퍼어엉 ! 드레이크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그 폭발로 인해, 그 자신의 몸들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주문으로 마법을 쓴다는 것의 약점, 대처가 느리다는 것의 단점때문이었다. 물론 내 공격으로 인한 에너지의 변화가 좀 늦게 일어났다면, 그들도 충분히 자신들 의 마법으로 막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 정도의 움직임은 마법 초보인 언니도 잘 한다고. 진짜로 마법을 익혔다고 하려면, 말그대로 찰나의 순간에 모든 것을 행하 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엘프들은 그런 것에 아주 익숙했다. 그리고 그 결과. 흔적조차 남지 않은 드레이크들. "간단하네." 나도 이 정도는 한다고. 그럼, 인간 마법사를 도우러 가볼까? 하지만 돌아볼 필요도 없이 알 수 있었다. 그 쪽도 이미 상황이 다 끝났으니까. 느낌만으로도 알겠어. 하지 만..... "너무했다." 드레이크들을 갈기갈기 찢은 내가 할 말은 아니었지만, 드레이크들이야 뭐, 주문 마 법에 몸을 판 도마뱀이니까 그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저건 병사들인데? 아무리 지금이 싸움중이라고는 하지만, 조금은 가슴이 저려왔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살아남 기 위해 싸웠지만, 저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을까. 단지 명령대로 끌려나왔다가 죽음 을 당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명령을 내린 자는...... 궁성의 앞, 수많은 마법사들과 병사들이 있던 자리가 불타고 있었다. 첫 번째의 주 문이 그들에게 걸린 모든 방어마법을 해제시키면서, 모두를 무적상태의 반대로, 즉 가장 연약하고 비참한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그 다음 주문인 파이어 스톰이 모두를 불태워버린 것이다. 연약해진 마법사들이나 병사들이 불의 폭풍을 견디어낼 수는 없었고, 그 결과는 아래에 놓여 있었다. "바보들." 차라리 덤비지나 말지. 그랬으면 이렇게 죽지 않았을 거잖아 ! 나는 그들을 바보로 만든 원인 제공자, 제논을 바라보았다. 10레벨의 주문이 터질 때 같이 무력화된 그 는, 위시 주문에 의해 내 앞에 끌려와 있었...... "가만 !" 저거..... 아무래도 이상하다? 분명히 인간의 모습과 인간의 육신을 가지고 있지 만..... "빈 껍데기잖아 !" 아까 그 껍데기를 보았을 때, 짐작을 했어야 했다. 아마 날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 가, 이렇게 대리인을 내세웠던 것이겠지. 생각할 게 많다 보니, 그 점을 주의하지 않 았던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도망간 장소를 내가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보아, 아마 그 '마법의 근원체'에 들러붙어있겠지. 나를 피할 수 있는 장소라면.... 오직 그뿐이 니까. 하지만 그 녀석의 힘으로는 그 괴물을 다루는 게 무리다. 얼마못가 탈진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신경쓸 것 없고. "일단은 밀크를 데리고 가야겠지." 저 애, 이번 일로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내 멋대로 그녀의 미래를 정하게 되는 게 아닌가 불안하지만, 그녀가 깨어나면 다 말해주어야 할 것이다. 힘들어질거 야. 나는 라 브레이커에 매달린 그 애를 보러 날아갔다. - 계속 - 후기)여러분들은 드래곤이라고 부르지만, 전 이 도마뱀들을 드레이크라고 부르겠습니 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허약체질들이기에, 도저히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 기가 그렇더군요. 그리고.... 요즘은 정말 정신없네요. 어제의 눈..... 거의 재앙 수준이었습니다. 나 갔다가 미끄러지고 묻히고..... 난리도 아니었다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17 11:55 조회:81 공룡 판타지 15-290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0) 깜박. 깜박. 깜박. 깜박. 깜박. 깜박. 깜박. 눈이 서서히 떠진다. 하지만 아직 앞은 보이지 않는다. 제논이 말했던 이상한 현상 이란, 이것을 가리킨 것이었나? 설마, 장님이 된 건 아니겠지. 다시 한 번 눈을 감았 다가 떠 본다. 아까보다는 잘 보이지만, 여전히 눈 앞은 흐릿하다. 조금 더 기다려볼 까? 어차피 이제 내 몸이 내 것이 되었을테니, 조금 기다린다고 해도 별 무리는 없겠 지. 정말로 일이 잘 되었다면, 나는 이제..... "언니." 셀? 아르메리아? 아직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르겠다. 몸이 바뀌었기 때문인가? 그녀 들의 목소리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 이상하다? 몸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들의 목소리가 바뀌었을 리는 없잖아? 그런데 왜 목소리의 구분이 되지 않는 거지? 아니야. 이거..... 목소리 자체가 달라. 이건 차라 리..... "여, 여기는?" "정신이 들었나요? 레이니 양."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은.... 셀도 아르메리아도 아니었다. 그녀는 전에..... "라피스 엑실리스?" 어째서 그녀가 내 앞에 있는 거지? 분명히 라 브레이커는 내가 그 자에게 넘겨준 것 이 아니었나? 그렇다면 새 주인에게 가 볼 일이지, 어째서 나에게 온 거지? 설마, 날 죽이기 위해 온 것인가? 내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가, 나에게 대답한다. "여기는 검 안이에요. 공주님." 날 그렇게 부르다니, 놀리지 말아요. 어차피 진짜 공주님은 따로 있다는 거, 알아 요.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몸이 일어나지지 않는다. "기다려요." 나를 저지하는 그녀. 혹시 원인을 알고 있다는 건가? 그녀가 조용히 말한다. "당신의 혼이 잠시 몸을 이탈했었기 때문에, 그 몸은 가사 상태에 들어갔었어요. 다 시 혼이 돌아오기는 했지만, 원만한 몸과의 재결합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요. 잠 시 누워있어요." 내 몸을 살며시 누르는 그녀. 힘없는 나로서는, 그냥 그녀가 하는 대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말대로라면 나는 아직..... 아까 그녀가 날 누르던 감촉대로라 면..... 나는 내 가슴을 보았다. 생각대로, 볼록하게 나와 있다. 옷에 가려져서 보이 지는 않지만, 일단 솜뭉치로 모양만 흉내낸 것은 아니다. "또 실패한 건가....." 결국 난, 이번에도 남자의 몸을 되찾는 데 실패한 것인가? 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리고, 그 한숨은 서서히 거칠어졌다. 도대체 나는 언제까지 이 지겨운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가? 그리고 그 생각은, 분노로 표출되었다. "어째서 또 이렇게 된 거야 !" "지, 진정해요. 레이니 양." "싫어 !" 이젠 더 이상 싫어. 이런 몸을 또 가지는 것은 싫어. 이미 포기한 몸인데, 어째서 나한테 돌아온 거야. 드러누운 채, 몸조차 일으키지 못한 채, 나는 소리쳤다. "왜, 왜 이렇게 일이 풀리지 않는 거야 !" "레이니 양. 그건....." "도대체 언제까지 난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거야 !" 소리치고 싶다. 마구 발을 구르고 싶다. 뭐든지 닥치는대로 베어 버리고 싶다. 하지 만 분노를 표출할 대상은 내 앞에 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허공을 향해 주먹을 쥐고 몸을 떨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이젠 정말로 싫어....." 두 손이 얼굴을 가린다. 이젠 더 이상..... 이런 몸은 싫어..... 내 몸을 돌려줘. 내 꿈을 돌려줘. 내 인생을 돌려줘. 더 이상 이렇게 살기는 싫어..... 손가락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몸에는 이상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라피스의 말은, 내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니, 분노를 더욱 크게 했을 뿐이 다. "뭐가 다행이야 !"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녀가 잘못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벌써 세 번째 실패한 거야. 도대체 난 언제쯤 되어야, 이 빌어먹을 저주에서 풀려 나는 거야. 언제쯤에야. 내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후에야 가능한 거야? 도대체 언제 까지 이렇게 비참한 모습으로....." 더 이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울기만 할 뿐이다. 내가 어렸을 때, 그 때처 럼..... 불타는 오두막. 그리고 그 앞에서 내가 울고 있다. "싫어. 이런 거 정말 싫어....." 내 앞에 보이는 것은 피의 개울. 그리고 그 위에 떠있는 시체, 시체, 시체들 뿐이 다. 이젠 싫어. 더 이상 이런 거 보고 싶지 않아. "아아아아악 !" "아아아아악 !" 또다시 내 머리를 감싸쥔다. 영문도 모를 기억. 그것에 휘둘린다. 어째서 생겨난 것 인지도모를, 그런 기억에 의해. 이게 그 공주님의 기억일까. 하지만 아무 상관도 없 을 내가, 어째서 그 악몽에 동참해야 하는 거지? 난 전혀 모르는데. 모르는데. 모르 는데. "정말 모르나요?' 내 옆에 다가온 셀레나이트가, 나를 부둥켜 안는다. 눈물로 흐려진 내 눈에, 그녀의 안스럽다는 표정이 비춰진다. "불쌍한 아이. 이제 당신의 꿈도 끝이군요. 어차피 깨어질 것이긴 했지만." 그리고는 나를 쓰다듬는다.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일단은 밖으로 내보내겠어요. 셀이라는 여자가 자세한 걸 이야기해줄 거에요. 그리 고....." 그녀의 손이 내밀어진다. 그리고 그 손이 문을 연다. 아니, 누가 문을 열어준다. 그 리고. "자. 나가보세요. 공주님. 만약 그녀의 이야기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다시 우리에게 물어보세요." 내 손을 잡아 이끄는 셀레나이트. 그리고 나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많은 라비 린스 키퍼들. "자. 가세요. 진실을 찾아서." 그들이 나를 떠민다. 밖으로 가는 문을 향해. "언니." 검 밖으로 나온 나를 바라보는 것은, 역시 두 사람이었다. 셀과 아르메리아. 그 중 하나, 인간이 아닌 쪽이 나를 향해 걸어온다. "아르메리아." 상당히 화난 표정의 그녀. 역시 그렇게 연약한 모습을 보인데 대해 화가 난 게 분명 해. 하지만 난..... "저, 실망했어요." 그 말과 함께 몸을 휙 돌려버리는 그녀. 팔짱을 끼고 등을 돌린 그녀의 모습이, 왠 지 모르게 무서웠다. 뭔가를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그렇게 쉽게 그에게 속아넘어가다니.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자에게 몸을 무작정 내맡길 정도로 경솔할 줄은....." 미안해. 아르메리아. 하지만 등을 돌린 그녀에게 할 말은 아니다. 적어도 그녀의 눈 을 보면서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무리겠지. 일단은 사과라 도..... "미안해." 그녀는 입을 열지 않는다. "미안해." 그녀는 입을 열지 않는다. "미안해." 여전히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어째서? 셀이 웃으면서 말한다. 간단하 게. "아까까지 널 걱정해서 울고 있었어. 지금은 그냥 놔 둬." "....." 그녀는 말을 하지 못한다. 엘프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상기해보면..... "고마워." 지금은 이렇게밖에 말 할 수 없겠지. 하지만, 그 말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나는 눈을 돌려 셀을 바라보았다. 눈을 뜨고. 내 얼굴을 보고 있던 셀의 얼굴이, 차츰차츰 굳어진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어째서일까. 하지 만..... "셀레나이트, 라비린스 키퍼가 그랬어요. 누나가 진실을 알고 있다고. 그게 무엇이 지요?" 그녀의 말을 듣고 싶다. 그 '진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사실이길래, 셀레나이트는 그런 말을 한 걸까. 셀의 표정이 굳어진 채, 변하지 않는 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상당히 망설이는 것 같다. 결심을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걸까. 나는 그녀의 눈을 보면서, 그녀의 뒤에 보이는 하늘을 보았다. 검은 구름으로 뒤덮인 하늘. 서서히 새벽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곳은 전혀 그런 징조가 보이지 않았 다. 빛도 한 줄기 비치지 않는 어둠의 장막이, 우리 모두를 감싸고 있다. 우리에게 보이는 빛은, 셀의 왼손에 올려진, 작은 마법의 구슬뿐이었다. - 계속 - 후기)이제 슬슬 감추어왔던 진실을 말할 때가 오는군요.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1 관련자료:없음 [63617]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18 20:06 조회:130 공룡 판타지 15-291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1) "그래....." 결국 결심을 굳힌 듯, 그녀는 서서히 몸을 돌린다. 허공에 빛의 구슬을 띄워두고, 그녀는 무언가, 뒤에 내려놓은 것을 집어든다. 아니, 안아든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마치 시체처럼 보이는 저것은..... "이걸 알고 있니?"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바로.... 내 몸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비틀거렸다. 그 녀가, 저걸 빼온 것인가. 나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그..... 그거......" 나의 몸, 나의 잃어버린 몸이, 그녀의 품 안에 있었다. 그럼, 그럼..... 나는..... 아까 모두 흘린 줄로만 알았던 눈물이, 다시금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셀....." 무의식중에 두 팔을 벌리고 그녀를 향해 다가간다. 저것이, 나의 몸인가. 이제야 나 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가. 저것을 가지고 가서 어떻게든 한다면..... 하지 만, 셀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외친다. "미안해." 셀의 오른손이 들어올려지면서 나의 남자몸을 향해 갈고리같은 손가락을 세운다 그리고 내려친다 손가락이 머리에 닿고 피부가 뚫린다 피가 뿌려지고 두개골이 부서진다 마치 공룡의 알을 깨듯 내 머리가 부서진다 그리고 모든 것은 끝났다 한 생명이 사라져간다 그리고 내 희망도 머리를 잃고 경련을 일으키다가 그대로 늘어지는 나, 아니 나의 몸. 도대체 저게 어 떻게 된 일인가? "무슨 짓이에요 !" 어, 어째서 그녀가 나를? 나의 남자몸을 저렇게 죽여버리다니. 왜 그랬지? 왜? 순간 적으로 그녀에 대한 원망이 가슴속에 자리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왜 그런 짓을....." 나를 향해 나의 시체, 나의 죽은 몸을 던지는 그녀. 그녀의 냉혹한 말투가 나를 후 려친다. "왼 팔을 들여다 봐." 무슨 말이지? 죽은 내 몸, 나의 남자몸을 들어, 그 왼팔을 본다. 어둠 속에서도 선 명하게 드러난 글씨. 227. 뭐지? 이 번호의 의미는? 좀더 자세히 보려면 팔을 들어봐 야 할 것 같다. 내가 왼팔을 잡고 들어올리자..... 으직. 팔이 그대로 부러지면서 쏟아지는 피. 그리고 그 안에 드러나는 기묘한 형태의 뼈. 팔의 뼈가 들어있어야 하는데.... 그 안에 담긴 것은 마구 일그러지고 비틀어진 뼈의 덩어리였다. 이,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 아악 !" 당황한 나머지, 비명을 지르며 팔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도대체 이건 어떻게 된 일 인가. 어째서 팔이 이렇게 쉽게 부서진 것인가. 그녀의 마법에 의해서? 하지만 마법 으로 뼈를 이렇게 만들 이유가 있는가? 부러진 왼팔, 내가 내동댕이친 왼팔이 꿈틀거 린다. 그것은 마치..... "사람의 팔이 아냐." 팔이 꿈틀거린다. 피부가 점점 부스러진다. 아니, 썩어들어간다. 그렇다면..... 나 는 시체를 내던졌다. 뭔가. 왠지 모르게 떠오르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그리고 그것 은 맞아들었다. 그 시체는..... "시체가..... 녹고 있어....." 너무나 급속도로 부패하는 시체. 그것은, 차라리 녹아버린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순 식간에 사그라들었다. 피부가, 근육이, 뼈가, 그리고 머리카락까지..... 시체는 어느 새 녹아 버렸고, 남은 것은 오직 썩은 물뿐이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구역질. 나 는 허리를 굽혔다. 입을 막고 구토를 참아보려고 했지만, 그것은 소용없는 몸부림이 었다. 입으로 치밀어오르는 불쾌한 느낌. 그리고. "우, 우엑." 결국, 나는 토하고 말았다. 이미 밤이 다 지나가고, 어제 저녁의 식사조차 거의 남 지 않았던지, 입에서 나오는 것은 위액뿐이었다. 하지만, 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기에. "욱. 우엑. 우엑." 도저히 구역질을 멈출 수가 없다. 시체를 보는 게 이것이 처음이라서가 아니다. 전 에도 시체를 본 적은 있으므로. 공룡들의 습격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 내 손에 의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 숲에 버려져서 썩어가는 시체들을. 하지만, 그 시체들 중 에, 나 자신의 시체를 본 기억은 없었다. 그것도 이렇게 급속도로 부패해버리는, 내 눈 앞의 시체는. "우우엑." 한참동안 구역질을 한 후에야, 간신히 진정이 되었다. 하지만, 도저히 나 자신의 부 패한 시체를 보고 있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비록 그 시체는 이미 다 썩어버리고, 오 직 남은 것은 재와 썩은 물뿐이긴 하지만. 되도록 그쪽을 쳐다보지 않으려고 노력하 면서, 나는 셀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건 뭐지요?" 이것은 대체 무슨 의미인가? 나는 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나올 대답을 기 대하며. 그리고 그녀는 내게 답을 주었다. "제논이 만든 남자아이의 몸 중, 실패작이야." "만든..... 몸?" 나는 더듬거리며 묻고, 그녀는 차갑게 대답한다. "그래. 이건 네 몸이 아니었어. 처음부터." 그럼..... 역시 그 녀석은 나를 속였다는 건가? 처음부터? 갑자기 그 자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 다. 그런 놈을 한 순간이나마 믿었다니, 역시 마음이 너무 조급해서 그런 실수를.... "그게 아냐. 이건 내 잘못이지." 어째서요? "내가 네 과거를 다 알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네가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미안해. 차라리 미리 말했더라면....."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내 얼굴을 외면했 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그녀의 얼굴.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었던 거지? "말해줘요." 그녀는 나에 대해 무언가를 알고 있다.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를. 그것이 무엇인가. 그녀가 내게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가. 말해줘요. 셀.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입을 쉽게 열지 않았다. 그녀가 한 말은..... "그 전에, 이곳이 어디인지 물어봐주지 않겠니?"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셀의 손바닥에 놓인 불빛에 보인 것은..... 불타버린 오두막 하나가 서 있는 작은 언덕이었다. 나무 하나 보이지 않는 황무지. 그것은, 죽음의 땅. 모두에게 잊혀진 땅.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리운 땅. "여기가 어디지요?" 내가 알 리 없는 땅.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곳. 무언가 기억나지만, 그 기 억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 마치 원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기억해내야 할 것 같은 곳. 그리움과 미움, 사랑과 증오, 여름과 겨울이 교차하며 나를 감싸안는 기 억. 그러나 내가 모르는 기억..... "네가 살았던 곳이야. 네가 아주 어릴 때, 잠시 거주했던 곳." 셀의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덧붙임. "그리고 네가 처음으로 네 운명과 만난 곳." - 계속 - 후기)오늘은 글의 양이 적습니다. 하지만, 중간의 그 부분은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 다. 드디어 이야기가 가야 할 곳으로 가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2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19 20:15 조회:95 공룡 판타지 15-292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2) "나의..... 운명?" 이미 삶의 흔적이 사라진 오두막. 이곳에서 내가 살았었다는 말인가? 하지만 난, 그 에 대한 기억이 없다. 전혀 없다. 난, 단지 고아로서 유로 제국에서 사부님을 만나 검사의 꿈을 안고 살아온, 평범한 소년..... "네 부모님은 언제 돌아가셨니?"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그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본다. 어린 시절에 돌아 가신 그 분들의 얼굴. 초록색의 긴 머리카락을 기른 어머니가 나를 안고..... "아, 아냐 !" 이건 내 기억이 아니다. 이건 그녀, 그 공주님이 가진 기억일 뿐이다. 나 자신의 기 억을 되새기면..... 되새기면..... 되새긴다면..... ".....생각나지 않아....."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의 기억을 제외하면, 어린 시절의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 는다. 아니, 그녀의 기억조차 흐릿하다. 자꾸 끊어진다. 어리기 때문에 기억을 못한 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떠오르지 않는 게 당연할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셀. 마치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다. 그 이유가 뭐지? 말 해줘요. 당신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그녀가 다시금 나를 바라보며, 내 뺨을 어루만졌다. "네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건 어려울 것 같구나. 그럼, 그 공주님의 기억은 떠 오르니?" "아아아아악 !" 비명소리뿐. 그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피의 바다. 시체들. 그리고 불타는 오두 막..... 불타는 오두막..... 오두막? 나는 필사적으로 그 오두막의 형태를 기억해내 려고 했다. 그것만 떠올린다면, 어떻게든 과거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면..... 내 눈 앞을 가리는 하얀 장막. 오두막은, 내 눈앞에 떠오르다가 사라져버렸다. 어째서? 어리다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건, 차라리 누군가가 내 기억을 봉인해버렸다고 해석해야 마땅하 다. 하지만 누가? 혹시 그 자가? 하지만 셀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한테 마법을 건 것은, 그 자가 아냐."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 이어지는 그녀의 말. "아까, 검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무슨 이야기를? 검이 한 말이라면, 단지 누나가 모든 것을 말해줄 거라는 것밖에 없 었는데. "나는, 그 영혼 이송장치로 끌려나가는 네 혼을 잡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었어. 넌 그때 의식을 잃고 있어서 모르겠지만." 희미한 기억속에, 그녀의 외침이 생각났다. 그것은.... 소울 무브먼트였던가? "하지만 그때, 내 마법은 무시당했어. 정확하게 마법을 걸었는데도 말이야."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는 건가요? 하지만....." "그래." 그 이상의 말을 하지 않는 그녀. 어째서? 그녀의 입술은 움직이는데, 말이 들리지 않는다. 어째서? 누가 마법으로 내 귀를 차단하고 있다는 건가? 그녀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만 둬요 !" "안 돼 !" 내가 놀라기도 전에, 언니를 뒤덮는 새하얀 장막. 내가 간신히 익혔던, 엘프 마법 레벨 10단계의 마법이다. 몸 밖의 물질과 에너지를 마음대로 변형시키는 그 마법. 그 마법이, 언니에게 향하는 모든 힘을 차단하고 있었다. 말소리도, 모습도, 그리고 정 신파까지도. 대체 누가 언니에게 마법을 걸고 있는 거지? 하지만 고민할 시간이 없었 다. 이대로라면..... "야아압 !" 레벨 10의 마법은 레벨 10으로 맞서야 했다. 나는 당장, 나의 정신파를 실어서 언니 에게 보냈다. 레벨 10의 마법이 그 정신파를 파해하려 하자, 나는 내 마법으로 그것 을 보호했다. 하지만..... "에너지에 대한 지배력이 달라 !" 이를 악물고 버텼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다. 내가 나의 정신파를 지키고 복원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나의 정신파를 붕괴시키는 상대의 마법. "아, 아르메리아." 저, 저 바보가 ! 전설의 검에게 마법을 사용하다니. 그녀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고 있었다. 밀크의 주위에 쳐지는 장막을 뚫고, 그 애에게 진실을 말하기 위해. "언니에게 진실을 가르쳐줘요. 도대체 어째서 언니의 기억을 봉인한 거죠?" 그녀는 밀크의 기억을 닫아버린 자에게 호소했다. "말해봐요." 그녀의 마법이, 엘프 마법 10레벨의 힘이 작용하는 장벽, 그 장벽에 가로막힌 밀크 에게 말을 전하려고, 필사적으로 장막을 헤치고 있다. "어서 말해요 ! 라 브레이커 !" "뭐라고?" 아르메리아가 필사적으로 뭔가를 말한다. 그녀의 말은 비록 들리지 않았지만..... 어째서 그녀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는거지? 평소라면 내 머리로 들어올, 그녀의 정신 파조차 수신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내게 마법을 걸어, 그녀의 말을 들리지 않게 하는 것인가? 하지만 누가? 나한테 그런 마법을 걸 수 있는 자가 있는건가? 분명히 셀은 그랬지. 바로 아까. "하지만 그때, 내 마법은 무시당했어. 정확하게 마법을 걸었는데도 말이야." 그렇다면.... 셀을 능가할만한 마법사는...... 생각나는 자가 하나 있었다. 내 주위 에 있는 자들 중에서 그 정도의 실력을 가진 자는, 지금은 하나 뿐이다. "장막을 거둬 ! 라 브레이커 !" "안 된다." 역시 네가 한 짓이군. "어째서 방어막을 친 거지?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라고 한 게 셀레나이트, 아니 너 자신이 아니었나?" 아까 한 말과 틀리잖아 ! 어째서 내 귀를 막는거야? 검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 다. "그걸 들으면, 너와 과거에 한 서약을 어기게 된다. 셀레나이트만이 내가 아니다. 모든 라비린스 키퍼들의 종합적인 의식이 나고, 대다수는 네 기억의 봉인이 풀려나는 걸 반대했다." "그럼, 네가 내 기억을 봉인한 거야?" 분명히 그런 짓을 한 건, 변태마법사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하다. 네가 어릴 무렵, 내게 부탁한 거니까. 비록 그것까지 지워졌긴 하지만." 내가.... 부탁했다고? "무슨 말이지? 말해."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난 그런 거 부탁한 적 없다고 ! 하지만 검은, 당연하다 는 듯이 말한다. "안 된다." "왜 !" "생각해봐라. 자신이 기억을 봉인할 정도라면, 얼마나 나쁜 기억이겠느냐. 그걸 다 시 생각해내서, 괴로워하고 싶은 거냐?" 그 말이 나를 굳어버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 얼마나 괴로웠길래, 내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지만 이젠 늦지 않았나?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셀레나이트 !" 검에서 나오는 그녀.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눈가가 젖어있다. "나, 지금 잘 하는 걸까?" 말없이 나를 껴안는 그녀. "내가 무너지더라도....." 나는 지금 재앙을 향해 달리고 있다. "날 지켜달라고 모두에게 말했어." 나는 파멸하고 있다. "그리고 셀도, 아르메리아도....." 절벽이 아래에 보인다. "그 약속을 지켜줄거라고 생각해." 내 발이 허공으로 내딛는다. "하지만 만약에....." 나머지 한 발이 절벽을 내딛고..... "그들이 내 곁에 있을 수 없다면....." 몸을 아래로 던진다. "네가 날 잡아주길 바래." 절벽 아래가 내 눈앞으로 다가온다. "네." - 계속 - 후기)으. 과연 이렇게 쓰는 게 잘 하는 것일까. 레이니만이 아니라 저도 고민하고 있 습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할 수밖에 없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3 등록자: knock10(곽재욱) 등록일: 02-20 조회수: 80 공룡 판타지 15-293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3) "....." 기세좋게 말은 했었다. "......." 말로는 그랬다. 내가 무너지더라도 도와달라고. "........." 하지만 막상 듣고 나서, 무너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아니, 더 이 상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 아니, 생각하기도 싫다. 셀이 들려준 이야기, 그리고 나의 검, 아니 나를 지배했던 검 라 브레이커의 이야기들을. 아르메리아의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저, 사 라지고 싶을 뿐이다. 내 과거가 나를 얽매어, 나를 조인다. "그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과거를 듣지 않을 걸. 그랬으면 지금처럼 참담한 기분이 되지는 않았을 텐 데. 5살 무렵에 내가 왜 과거를 봉인하겠다고 했는지, 차라리 모르고 있었으면 좋았 을 텐데. "하지만....." 이제와서 과거를 닫을 수 있는가? 어차피 똑같은 과정을 다시 밟은 후, 또 괴로워하 며 과거를 잊으려고 하고, 그 후엔 다시 과거를 기억해내려고 할 텐데. "이제 어떻게 하지?" 모르겠다. 눈을 감는다. 지금은 한숨 자고 싶을 뿐이다. 그저 원하는 것은, 망각. 영원한 망각이다. 차라리 죽음이 내게 다가왔으면 하는 생각이다. "언니....." 아르메리아의 음성인가? 하지만 듣고 싶지 않다. 아니, 언니라는 말 자체가 듣고 싶 지 않은 거다. 왜 내가 그런 멍에를 짊어지게 된 거야?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 는다. 내 앞에 떠오른 것은, 단지 내 과거 뿐이었다. "옛날 옛날에,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보통 옛날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공주님이 살던 성에, 어느날 악독한 마법사가 쳐들어와서 그녀를 납치해갔습니다." 그래. 그것까지는 좋아. "그래서, 용감한 왕자님이 그 분을 구하려고 갔습니다." 그 뒤는 뻔한 이야기다. "왕자님은 나쁜 마법사를 무찌르고, 공주님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보통 이야기는 이게 끝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그 공주님은 무슨 존재일까. 단지 왕 자님에게 주어지는 상품일 뿐일까. 어릴 때는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지...... "라 브레이커. 장막을 거둬."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내 눈앞을 가리던 장막이 거두어졌다. 장막이 급속도로 희미 해지다가, 마침내 사라져버렸다. 눈 한 번 깜박일 동안에. 그리고 내 눈 앞에, 다시 셀과 아르메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안도하는 두 사람의 모 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인걸. 나의 과거가, 마침내 내 앞에 모습을 드러 내게 되었으니. 나는 내 앞에 선 여인을 향해 말한다. "라 브레이커가 말했어요. 내 기억을 봉인한 건, 나 자신이라고." 내 과거를 아는 자, 그가 앞에 있다. "당신은 과거에 대해 알고 있다고, 셀레나이트가 말했어요." 그녀의 표정이 굳어져있다.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한 게 있어. "이제 말해줘요. 내 검이 봉인한 게 무엇인지, 내가 과거에 겪은 일이 무엇인지." 그녀의 표정이, 점점 더 초췌해진다. 마치 악몽을 꾸는 사람처럼. "전에 당신과 아르메리아가 말했지요? 나와 함께 한다고.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내 곁에 있어준다고." 내 표정도 아마 셀과 같을 거야. "그 말을 믿겠어요. 그러니....." 이를 악문다. 하지만 말해야 한다. "내가 검에게 명하여 봉인했다는 과거를 말해줘요." 여기까지는 좋았다. 나름대로 각오를 했고, 말을 듣기 전에 셀과 아르메리아에게 말 했다. 아니, 확인했다. 내가 힘들면 도와달라고. 하지만, 그것은 터무니없는 낙관이 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말이다. "옛날 옛날에, 쥬린 제국에 미나르라는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전형적인 옛날이야기라니까. 시작은 그리 평범했지만. "공주님은 예쁘고, 착한 성품을 지녀서 모든 백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생각대로다. 대개 공주님들은 그렇지. 물론 안 그런 공주님들이 간혹 있어서 환상을 깨놓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녀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어느날, 나쁜 마법사가 공주님의 부모님이신 황제 내외를 죽이고, 공주님까 지 죽이려고 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되는 게 아니었나? "과거, 쥬린 제국에 미나르라는 공주님이 있었어. 그녀는 예쁘고, 착한 성품을 지니 고 있어서 모든 백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 처음 들을 때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몸의 주인인 그녀가 환상을 깨지 않는 공주님 이라는 데에 안도하고, 동시에 마음이 가라앉았지. 왠지 모르게 기뻤다. 그 이유 는..... "하지만 어느날, 그 공주님의 평화는 깨졌어." 그로부터 시작된 것은, 하나의 악몽이었다. 나에게도, 셀에게도. 그리고 아르메리아 에게도. 우리 셋 모두, 그 진실이 가진 무게에 억눌려, 단지 셀의 말만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나서 셀이 말한 이야기. 그것이 서서히 기억났다. 과거, 미나르 공주가 태어났을 때, 셀은 쥬린 제국의 궁정마법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고 들었다. 보통은 시골에서 마법 연구나 하면서 그녀의 동생인 밀크 - 내가 아니라 그녀의 친동생인 밀크 - 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었지만, 제자로 맞아들인 제 논에게 마법을 가르치다가 보니 수도인 아미에 오게 되었고, 여기서 미나르 공주의 어머니를 만나 궁정마법사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미나르 공주를 만나게 되고, 밀크라는 소녀는 공주님을 상당히 마음에 들어했던 모양이다. "꺄아. 난 몰라." 아기의 뺨을 부비면서, 공주님을 끔찍히 귀여워했던 그녀. "밀크양. 제 청혼을 받아주시겠습니까?" 어느 기사의 청혼. 그리고 승낙. "곧 결혼이지? 음. 언니보다 먼저 결혼을 하다니, 나쁜 녀석." 셀은 약간 슬퍼하면서도 기뻐했다고 한다. 그녀는, 동생의 결혼식을 위해 여러 가지 선물을 준비했고, 밀크는 결혼하는 여자답게 가슴을 설레며, 날짜를 꼽고 있었다. 하 지만..... "그랬지. 난 말이야. 그 애가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는 밤잠을 설쳤다고." 셀은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도 행복한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내가 셀을 본 지가 두 달도 되지 않지만, 그녀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적어도 그 과거를 생각할 때 만큼 은. "하지만..... 꿈은 짧은 거야. 현실은 괴롭고." 갑자기 표정을 찌뿌리는 셀.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녀에게 묻고 싶은 마음 이 가슴속에서 치솟았지만, 그녀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녀 는..... "어째서 그 애가 죽어야 했던 거야 !" 셀의 손이 땅바닥을 내리쳤다. 땅이 갈라지며 절망의 지하가 보였다. 그리고, 그녀 는 통곡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말을 하지도 못하고..... "그 애는.... 그 애는.... 그렇게 죽을만큼 나쁜 애가 아니었어....." 그녀의 눈에서 피가 흐른다. "어째서......"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떻게든 위로해주려고. 그러나. "지금은 손대지 말아줘." 그녀의 말 속엔, 나에 대한 분노가 스며들어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그녀의 눈에 비치는 살기. "그 자식 때문에....."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향한다. "그 애가 죽었어....." 내 머리에 그녀의 손이 닿는다. "그 자식의 욕심 때문에....." 그리고 내 머리는 부서진다. 마치 아까 본 나처럼. "으흐흑." 그리고 그녀는 나를 껴안는다. 간신히 살았다는 느낌도, 죽을 뻔했다는 공포도 느끼 기 전에. "흐흑." 그녀의 손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녀의 팔이 나를 감싼다. 그녀의 오른 손은 내 허리를 감고, 그녀의 왼손은 내 등뒤로 돌아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계속해 서. "흐흐흑. 밀크....." - 계속 - 후기)슬슬 과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레이니에게 어떤 과거가 있길래 '죽 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냐 하면..... 안 가르쳐줘요 ! 하하하. 물론 오늘은 안 되고, 이야기가 차차 나오게 될 겁니다. 레이니로서는 차라 리 듣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걸 쓰느라 세 번이나 고쳤습니다. 처음의 것은 어색하고, 두번째 것은 이야기가 막히고, 결국 이게 가장 좋다고 여겨지 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21 19:58 조회:108 공룡 판타지 15-294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4) 그 울음은 계속되었다. 내가 그녀를 감싸안고, 새벽의 여명이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 할 때까지. "울지 말아요. 언니." 나도 모르게 나온 말. "언니가 울면, 나 슬퍼요."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언니. 웃어주세요." 그리고 셀의 뺨에 키스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나를 바라 보며, 셀이 서서히 일어선다. 눈물이 뺨을 타고, 내 입술까지 적신 후에야. "고마워....." 하지만, 아까의 살기는 아직도 조금이나마 남아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그 속 에는 나에 대한 증오가 녹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참아내려는 필사적인 의지까지 도. 그녀는 다시 나를 부둥켜안았다. 마치, 자신을 억제하려는 듯이. 그리고 흐느낀 다. "흑.... 흐흑....." 그리고나서, 그녀는 나를 풀어준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그녀는 다시금 이야기 를 이어나간다. 피로 물든 결혼식 예복. 신부는 더럽혀진채, 허무하게 방 안에 쓰러져있다. 검을 든 신랑이, 가해자를 발견하고 소리친다. 가해자는, 신랑을 향해 말한다. 그래서 어쩌겠냐고. 그러면서 신부를 끌고 나가는 악한. 신랑은 끌려간다. 악한이 아닌, 다른 자들에 의해서. "당신을 체포합니다." 동생의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신랑에게 넘겨주기 위해 예복차림으로 기다리던 그녀에 게 온 것은, 마법사들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평소에서 그녀의 실력에 대해 시기하던 자들이니만큼, 그런 시선에는 상당히 익숙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달랐다. "어째서 말인가요? 죄명을 가르쳐주시지 않겠어요?" 애써 냉정을 유지하며, 그녀는 자신을 연행하러 온 기사들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들 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마법을 봉인하는 수갑을 채운다. 쇠사슬이 그녀의 가냘 픈 몸을 묶고, 그녀의 입술에서 고통스런 외침이 터져나온다. "어째서 말이에요 !" 피투성이가 된 한 여인에게 다가온 것은, 수많은 사내들의 더러운 손이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피하지만, 남자들은 그녀를 강제로 잡는다. 그 순간, 그녀를 구하 러 온 한 자루의 검. 그리고 그 검의 주인. "사이드 !" 이미 노년에 접어든 기사는,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힘으로, 그녀를 향해 덤비는 자들을 쫓아버린다. 여인은 옷을 추스르고, 자초지종을 묻는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는..... "그 애가 황제의 후궁이 되었다고요?" 그 말이 그녀의 뇌리에 되풀이해서 울린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말이 마법사의 몸을 사정없이 때린다. 그녀는 충격을 받고 피를 토한다. 감옥의 돌바닥이, 피로 물들어간다. "반역자 사이드를 죽여라 !" "저기 반역자 애스터 누스가 함께 있다 !" "죽여버려라 !" "그 이후는 기억도 잘 나지 않아. 기억나는 건, 내 앞을 가로막는 자들을 모조리 죽 여버리고, 내 동생을 향해 달려갔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그 의미가 내게 선명 히 와닿았다. 더럽혀진 신부.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은 설명되지 않는가. "그리고 나는 감옥에 있던 또 한 사람, 밀크의 약혼자를 찾아갔어. 하지만 그는 이 미....." 피를 뿜는다. 한 남자가 쓰러져간다. 병사들이 비웃는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온다. 사랑하는 여인이 눈동자에 보인다. 그러나 그의 손은 닿지 않는다. 닿는 것은 절망. 그 절망이 이룬 차디찬 벽. 그 벽이 그 앞을 막아버린다. "내 눈앞에서 그는 쓰러졌지. 그를 죽인 병사들이 웃는 걸 본 나는....." "파워 워드 수이사이드(power word suicide : 언령 마법 9레벨. 주문에 걸린 자를 자살하게 한다)." 내 손에 걸린 마법의 봉인구가 부서지고, 주문의 일격이 병사들을 살육한다. 병사들 이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그들 자신의 손이 자신들의 검을 뽑아, 스스로 목을 찌르 게 강요한다. 그들의 눈이 절망과 공포로 가득찼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사, 살려줘." 병사들은 최후까지 주문의 힘에 대항해 싸웠지만, 그 저항은 일순간이었고, 그들의 손은 그들 자신의 목을 향해 아무 망설임도 없이 검을 꽃았다. 비열한 놈들..... 그 들은 비록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해도, 그 순간의 내게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 다. 내 눈앞에 쓰러진 동생의 사랑이, 그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버렸으니까. 나는 그를 끌어안았지만, 내 마법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이미 늦어버렸다. 그의 혼은 이미 떠나가버렸고,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차라리 미리 마법을 걸어둘 것을....." 그 애는 마법으로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매우 싫어했지. 그래서 그 애의 부 탁대로, 이 남자에게는 그런 마법을 걸지 않았지. 혼에 마법을 걸어, 죽음이 다가와 도 그 혼을 다시 원래의 몸에 되돌릴 수 있게 보호하는 마법을. 하지만 그것이 미칠 듯이 후회가 되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나는 울고 싶었지. 그 애의 슬퍼하는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하지만 그의 목 에 걸린 목걸이가, 내 마음을 잡아주었지. '그 애가....' 그 애가 약혼선물로 주었다는 작은 보석목걸이.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감옥 밖으로 뛰어나갔지. 만약 그가 유언을 남겼다면, 그것은 필시..... "만약 그가 유언을 남겼다면, 분명 그는 밀크를 지켜달라고 말했을거야. 그는 죽는 순간까지 그 목걸이를 걸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듣기로 했어. 그것이 나 자신이 원하는 바이기도 했으니까." 황제의 궁이 내 앞에 있었지. 지하 감옥에서 나온 나를 가로막은 것은, 수많은 병사 들과 기사, 그리고 마법사의 무리들이었고. 그들이 내게 외쳤지. "반역자들은 어서 무릎을 꿇고 목숨을 바쳐라 !" 사이드가, 검을 뽑아들고 외쳤지. "결혼하는 남녀를 억지로 갈라놓고, 신부를 빼앗아가는 황제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 !" 그 말에 일순간 동요가 일었지. 하지만 마법사들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지. 나는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고. '지금이다 ! 저 건방진 마법사 계집만 죽인다면.....' 그리고 그들은 외쳤지. 파멸의 주문을. "죽여버려라 ! 반역자들을 죽여라 !" 그리고 붉은 태양이 떠올랐지. - 계속 - 후기)셀의 회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이야기. 과거의 장막을 거두는 이야기. 그런데, 왜 죽은 사람을 못 살리냐고 하신다면, 그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제 체제상, 마법주문조차도 '이치를 따지는' 입장이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소생 마법을 사용하 려면..... 말그대로 엄청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치에 맞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죽은 사람을 못살리는 겁니다. 물론 죽기 전에 미리 마법을 걸어둔 다면..... 가능하다고 해두었습니다만.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2-22 19:24 조회:107 공룡 판타지 15-295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5) "태양이 붉은 게 단지 아침 공기에 의해 빨갛게 보인 건지, 아니면 그 날 뿌려진 피 에 물들어 붉어진 건지는, 나도 몰라. 내가 아는 건, 그 날 나는 완전히 미쳤었다는 거야." 그랬어. 나는 그때..... 수많은 주문이 나를, 그리고 사이드를 노리고 쏟아졌다.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들의 황제가 한 짓을 알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보다는 차라리 마법 전투에 끼어들 수 없기 때문에 침묵을 지켰지. 하지만 마법사들은 나를 죽이고 싶어서, 그런 진실을 외면했 지. 그리고 나는..... "인빈시블 포스 !" 나와 사이드를 일단 마법으로 보호했지만, 수많은 자들의 9레벨 마법이 우리를 두들 겼지. 10레벨 마법을 본 자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깜짝 놀랐지. "저, 저것은 !" "10레벨의 방어주문이야 !" "어, 어떻게 저 계집애가 저런 걸....." 그들은 상당히 당황한 모양이야. 내가 10레벨 주문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본 것은, 그게 처음이었거든. 그리고 나는 외쳤지. 방어 주문을 쓰면서. "엡솔루트 위시.... 데스(absolute wish.... death : 언령 마법 10레벨. 소원 마법 의 강화형. 이 경우 죽음을 내린다)." 소원 마법은 9레벨이고, 이것은 그의 상급이지. 그 일격으로 인해..... 원한. 증오가 나를 향한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짓. 모든 것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법사들은 허무하게 흙으로 돌아간다. 야망도, 시기심도 모두 묻은 채. "그것으로 마법사들은 모두 죽었어. 지금도 그렇지만, 10레벨 마법을 구사하는 자는 거의 없거든. 설령 있다고 해도, 나처럼 모든 종류의 10레벨 마법을 완벽하게 사용하 는 자는 없어. 전혀." 내 앞에 선 기사들과 병사들. 하지만 그들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들의 지휘자인 리츠가 내 앞으로 걸어나온다. "묻겠습니다. 정말로 폐하께서 그런 짓을 했다는 겁니까?" 그 자도 창피했던 모양이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건가? "말해주십시오. 애스터 누스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믿지 않는다. 물론 밀크가 예쁘다는 건 모두 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결혼하기로 한 여자를 강제로 빼앗을 만 큼 황제가 비열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으니까. 나 역시 그래서 놀란 것이고. "설마.... 그런....." 리츠는 물론, 기사들, 심지어 병사들까지 동요한다. 그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다. 사이드가 그런 그들에게 말한다. "불행히도..... 사실이오." "설마, 폐하를 죽일 셈입니까?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막을 수밖에 없습니다." 검을 뽑아, 나를 막는 리츠. 하지만 중요한 건 그의 목숨이 아니다. "나는, 내 동생을 찾아가려는 것 뿐이에요. 그 자를 죽이고 살리고는, 밀크에게 달 렸어요." 그 애가 황제를 용서해준다면, 나는 그 자를 죽이지 않는다. 그 애가 황제를 죽이고 복수하기를 원한다면, 나는 그 자를 죽인다. 간단하다. 그리 고, 그것이 모두의 가슴속에 담긴 정의이다. 리츠조차도, 그것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 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부정하고 싶은 건 나라고. 어째서 이 런 악몽같은 일이.... 그가 결국 칼을 다시 칼집에 꽃아넣는다. "맹목적인 충성보다는....." 그가 중얼거린다. "정의를 택하는 게 기사들의 길." 그리고 그는 내가 갈 길을 터준다. 나는 사이드와 제논을 데리고, 서서히 궁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사람은 구하지 못했지만, 또 하나는 감옥에서 끌어냈으니까. "밀크님은 괜찮을까요?" 제논의 말이 들리는 듯 하지만, 이미 피에 취한 내게는 그 말이 꿈속에서 들은 것처 럼 아득하기만 하다. "물론 그 자리에서 그가 만약 저항을 했다면, 피의 호수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일거 야. 그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하지만, 그는 그보다는 더 큰 문제, 정의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황제가 그런 짓을 했다는 데에 충격을 받았던 거지. 그래서 순순히 물러선 것이고." 내 뒤에서, 리츠가 걸어온다. 역시 그도 묻고 싶겠지. 정말로 그런 짓을 황제가 했 는지를. 내 눈 앞에 문이 있었지. 그 문은.... 후궁들이 있는 궁전으로 통하는 길. 나는 잠 시 망설였지. 그 애가 정말로 후궁이 되어, 단지 황제의 탐욕만을 채워주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 나는 이를 악물고 열 었어. 그 문을. 끼이이익. 문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지. 그리고 내가 본 것은.... 화장하는 여인들. 몸을 장식하는 여인들. 거울을 보는 여인들. 참으로 아름다운, 궁전의 꽃들. 하지만 그들의 눈은 공허하고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자유. 그러나 그들은 이미 부서져서 이곳을 나갈 의지도 없고 이곳을 나갈 자유도 없는 그저 한 남자의 인형이 된 암흑의 세월을 보내는 여인들. "분명히 그 방은 후궁들이 모이는 중앙홀이었을거야. 하지만 나에겐, 그런 게 눈에 보이지 않았어. 그저, 찾는 사람은 오직 하나였으니까." 그리고 그 애는 있었다. 한 구석에서. 모든 것을 잃은 채. "언니....." 그 애는 화려한 붉은 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 어깨가 다 드러나고, 그저 남자가 원하는 것만 행해야 하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지..... "밀크....." 나는 그런 그 애를 구하기 위해 다가갔지. 하지만 그 애는 외쳤지. "다가오지 말아요 !" 그 애는 울기 시작했지. 나는 그 애의 앞에서 멈추어섰고. "나.... 나는....." 그렇겠지. 그런 자에게 몸을 더럽혔으니.... 하지만..... "같이 가자. 이런 곳에서 떠나버리자고." 그리고 나는 손을 내밀었지. "언니...." 그 애가 물었지. "그 이는....?" 모든 것을 안다는 듯한 절망적인 미소.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지. 하지 만, 지금도 그게 잘 한 짓인지는 모르겠어. 어차피 알려질 일이긴 하지만..... "그럼 저도 그 뒤를 따르겠어요." 그리고 그 애는 단검을 꺼내들었지. 깜짝놀란 내가 그녀를 막으려고 했지만..... "언니. 그 동안 고마웠어요." 삶을 거부한 그 애의 처참한 미소를, 나는 잊지 못할거야. 단검이 그 애의 심장을 찌른다. 붉은 빛 드레스가 더욱 붉게 물들어간다. 언니. 그동안 고마웠어요. 안 돼. 죽지 마. 언니. 수 백년의 세월이면, 인간에게 있어 충분하지 않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마법으로 나를 살려온 그 길었던 세월. 이제 충분해요. 나를 그와 함께, 저물어가게 해줘요. - 계속 - 후기)이 시대는 지금보다는 도덕적인 시대입니다. 보통 판타지 무대로 생각하시는 중 세, 그러니까 폭군에 의해 여동생이 유린당하고 약혼자가 죽어버려도 아무 말 못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셀이 진실을 말할때 기사들이 뒤로 물러선 것이고요. 양심의 가책없이. 물론 황제를 죽인다면 문제가 다르지만.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6 관련자료:없음 [64141]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23 19:47 조회:127 공룡 판타지 15-296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6) 그리고 그 애는 내 품에 안겼지. "바보, 바보야 !" 나는 그저, 그 말만 하고 있었지. "언니. 그동안....." 그 애의 입에서 흐르는 피. 그것이 바닥으로 떨어졌지. 희미하게 들리는 말과 함께. "마법으로 절 살릴 생각은 이제 안 해도 되니까....." 그 애의 유언이라는 건가.... 이것이.... "그동안 즐거웠어요. 수백년이란 세월, 언니 덕분에 참으로 행복했어요." 그 말을 들어줄 뿐,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인가.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그 많은 세월동안 그토록 많은 즐거움을 누리며 살았으 니, 어쩌면 이것도 당연한 대가일지도 몰라요." 네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 이 바보야 ! 나는 마법주문으로 그 애를 고치려고 했지 만, 내 마음을 안 그 애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만으로도,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에게 있어서 행복이라는 것은....." 아직 행복을 누리지도 못했잖아. 넌.....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바보야. 이 바보야. 지금은 그런 말을 하지 마. 그냥 지금 마법으로 널..... "그러지 말아요." 그 말이..... 나를 가로막았지. "그가 죽었으니, 내게도 그를 따라가는 기쁨을 누리게 해 줘요." 어째서 스스로 죽음의 길을 가기로 한 거야? 이 바보야 ! 어째서.... "전 언제나 꿈꾸어왔어요." 뭘? 무엇을? 이 언니가 다 해줄게. 말해 봐. "평안한 죽음을 맞아들일 날을." 그런 게 어디 있다고 그래? "언니가 절 되풀이해서 살려낼때마다....." 그래.... 넌 어릴 때부터 잔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어. 하지만, 그것도 지금 생각하 면 다 즐거움이었다고. 너를 구해줄 때마다, 난 뿌듯한 느낌으로 얼마나 행복했는데. "생각한.... 게.... 있어요..... 쿨럭 !" 피를 토하는 밀크. 이젠 더 이상 버틸 기력이 남지 않았나.... 나는 마법주문을 외 우려고 했다. 아직은 희망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애는 내 손을 잡는다. 마치 나 를 말리려는 듯이. "나.... 쿨럭 ! 죽음에서 살아날 때마다.... 쿨럭 ! 조금씨...... 지겨워져 갔어 요.... 인생이...." 그런 생각을 하지 마 ! 삶이란 결코 지겨운 게 아니라고 ! "사람은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에요. 태어나서 자라고, 아이를 가지고 키우고, 그리고 늙어 죽는 게....." 이 바보야 ! 말은 그만 해. 역시 마법으로라도.... "들어줘.... 쿨럭 !" 서서히 그 애의 말소리가 작아진다. 안 돼.... 아직은 안 돼..... "그래서.... 난...... 이번 결혼이.... 기뻐..... 나도 ..... 평범..... 삶..... 누 릴..... 수 있.....어....." 안 돼 ! 안 돼 ! 일어나 ! 일어나란 말야 ! 더 이상은 놔둘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이 아이는..... "언니..... 내게 이제 죽음을..... 돌려줘.....요......" 서서히 그녀의 눈이 감긴다. 나를 잡은 팔에 힘이 빠지면서 아래로 떨어진다. "고....마......우......워............" 마지막 모습은 밝은 미소. "안 돼 !" 나의 절망이, 방을 터뜨릴 듯이, 울려퍼진다. "그리고 그 애는 죽었어." 셀의 눈에 흐르는 눈물. "그 바보같은 애는, 너무 착해서, 자신을 그 지경으로 내 몬 황제에 대한 원망도 하 지 않았어. 그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중 그 누구도,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한다. 그녀의 모습이 흐리게 보인다. "걱정하는 건 나, 그리고 자신과 함께 할 그 이..... 그 뿐이었어....." 언니. 언니도 행복을 찾기를 바래요. 비록 저는 그렇지 못했지만 이 몇 달간이, 제게는 가장 행복했어요. 비록 일시적이기는 했지만 저도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요. 언니가 준 수 백년의 삶보다 그이가 준 수 개월의 삶이 더 행복했다고 하면 언니 화낼거에요? 아마 그럴거에요. 바보라고. 언니는 언제나 그랬지요. 절 어린애 취급하고 이 세상에 머물기엔 너무나 착하다고. 바보같아서 눈을 뗄 수가 없다고. 하지만 언니가 더 바보에요. 언니는 나 때문에 고생만 하고 그러면서도 나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고 언니가 나보다 더 바보에요 언니는 그러겠지요. 그 황제 때문에 제가 죽게 되었으니 그를 원망하라고. 하지만 미안해요. 저, 왠지 화내는데엔 익숙하지 않거든요. 제가 화를 낸다면 그건 단지 저와 함께 살아줄 그이가 죽은 거. 언젠가 같이 늙어서 같은 날에 죽자고 했는데 바보처럼 먼저 가 버렸어요. 물론 그게 그이의 탓이 아니니까 제가 원망할 순 없지만 그래도 원망스럽네요. 후후후. 저 바보같죠? 그래요. 전 바보에요. 하지만 언니. 언니도 이제 슬슬 언니 자신의 행복을 찾아보세요. 언니를 좋아하는 사람 많아요. 물론 언니는 그러겠지요. 황제의 목을 자르는 게 더 급하다고. 그럼 그렇게 하세요. 그 자를 살려두라고 간청할 생각은 없어요. 저, 나쁜 아이인가요? 왠지 그이가 죽게 되니까 남을 원망하게 되네요. 하지만 언니. 그 애만은 죽이지 마세요. 제가 귀여워했던 아이니까 언니는 그 애가 올바르게 크도록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언니는 현명하니까 좋은 아이로 자라게 해 줄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 아이, 제가 좋아했던 아이. 귀여운 공주님을 절 유린했던 그런 인간으로 크지 않도록 보살펴주세요. 마지막으로 저. 언니 제자말인데요. 언제나 바보라고 구박만 하지 마시고 때로는 인자하게 대해주세요. 그럼 전 이제 떠나요. 바보 동생이 마지막으로 말할께요. 언니. 그럼 행복하세요. - 계속 - 후기)글의 용량이 적다고 하시겠지만, 전 용량이 아니라 글의 페이지수로 세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도 가끔은 나게 됩니다. 한글 문서 3페이지가 제 하루치 적정 연재분 이거든요. 셀에게 있는 과거. 그리고 한 소녀의 죽음..... 처음에 제 글 퍼가시는 분이 그러더 군요. 이건 비극이 아니냐고. 지금 생각하면, 비극적인 과거가 있다는 점에선 그 말 이 맞습니다. 앞으로의 전개는 어떻게 될지 말씀드릴 수 없지만. 마지막 말로 남은 밀크의 말.... 셀에게 마음의 투시 능력이 있다는 걸 상기하신다 면, 그리 이상할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고요. 죽어가는 사람이 이렇게 길다란 말을 남기는 건 무리니까요. 추가)15-295에서 오자가 하나 발견되었습니다. 으아아아악 ! (미치겠다) [그들은 상당히 당황한 모양이야. 내가 10레벨 주문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쓴 것은, 그게 처음이었거든. 그리고 나는 외쳤지. 방어 주문을 쓰면서. ] 부분입니다. 여기서 '쓴'이라고 써야 하는데, '모두가 보는 앞에서 본....' 이라고 써 버린..... 죄송합 니다. 그렇게 읽어봐도 실수하는 게 있네요. (윽)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7 관련자료:없음 [64198]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24 12:52 조회:91 공룡 판타지 15-297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7) "바보같은 녀석." 나는 주먹으로 홀의 바닥을 내리쳤다. 바닥이 부서지고 주먹에 피가 맺힌다. "어째서 죽음을 스스로 택한 거야....." 내가 너에게 준 수 백년의 삶. 그것이 그렇게도 네게 부담스러웠던 거니? 나는 그저 그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어째서.... 나는 그저, 밀크를 으스러지게 껴안을 뿐이 었다. 언제까지나..... "그게 내 과거야." 잠시 말을 멈춘 셀이 나를 바라본다. 증오와 애정이 담긴 눈길로. 그녀의 눈이 한순 간 매서워진다. 마치 감정을 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미나르 공주." 그녀는 나를 바라본다. 아니, 내가 아니라 내 몸의 주인을 바라본다. "넌 기억할 지 모르지만....." 몸을 일으켜, 내게 걸어오는 그녀. "난 널 죽여버리려고 했어." 그녀의 손이 내 목을 향한다. 서서히.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지만, 나도 아르메리아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슬픔이, 내 마음으로 흘러들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의라고 믿었어." 내 목을 움켜잡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랬어 ! 그랬다고 !" 손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진다. 나는 목을 통해 전해지는 고통을 통해서야, 비로소 정 신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마치..... "죽여버리고 싶었단 말야 !" '아, 안 돼 !' 나는 언니를 도와주려고 했다. 언니의 목을 조르는 셀의 모습에서, 광기를 느꼈기 때문에. 하지만, 친동생을 잃어버린 언니의 분노. 그리고 슬픔이, 조여드는 밧줄처럼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 분노의 사슬로부터 나를 풀어내려고 했지만.... 한 가지 사실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어떻게 저 여자가 이런 것을.....' 그녀의 분노가 흘러들고 있다. 내 마음에.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저 여자, 엘프 마법을 사용하고 있어.'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 마법의 최고수라고 할만한 자가, 어째서 엘프들의 정신마법 을 사용하고 있는 거지? 주문 마법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이 힘은 분명 그녀 스스로 조작하는 것이었다. 느낌만으로도, 그것은 분명했다. 그 힘에는 인간 마법에 깃들기 마련인 악마의 정신파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으니까. '어떻게든..... 손을.....'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도 움직이지 않는다. 엄청난 압박감에, 아무 것 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 압력을 막아내려고 했다. 정신력을 막아내는 마법을 사용하려면..... '믿을.... 수..... 없.....' 정신적인 압박이, 나를 몰아붙였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언니 는..... "멈춰 !" 그 말이, 모든 것을 정지시키는 듯한 그 말이, 나를 구했다.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나는 그대로 목이 부러져 죽었을 것이다. 셀의 눈빛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 리고 그녀는..... 털썩. 내 앞에 주저앉는다. 마치 힘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그녀의 어깨가 들먹거린다. "콜록 ! 콜록 !" 일단 숨을 가다듬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목을 만져보지만, 일단 부러지지는 않은 듯 하다. 그리고 그녀는..... "흑. 흐흑. 흐흑." 울음을 참고 있는 그녀. 그 모습을 본 내게 원망하는 마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 가 화를 낼 때, 그녀의 마음이 그대로 내게 들어왔으니까. 그것으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녀는 미나르 공주가, 그녀의 동생을 더럽힌 자의 딸이기 때문 에, 그 몸을 가지고 있는 나를 향해 그 증오심을 퍼부운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나 를 죽이려고 했는데..... 어째서 화를 낼 수가 없었지? 엄연히 나는 공주님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그걸 알고 있는 그녀가 어째서 나를? 그 정도로 마음의 아픔이 컸다 는 것일까. 그리고 그녀를 멈추게 한 자는? "더 이상 볼 수가 없군. 그래." 하늘로 떠오르는 나의 검, 라 브레이커. 누가 그녀를 막았는지 알만하군. 그런데, 너무 늦은 게 아냐? 아까까진 뭐하고 있었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이꼴이군." 괴로워죽겠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목을 손으로 더듬어보면서 투덜거렸 다. 하필이면 지금 자리는 왜 비우고 난리야 ! 허마터면 목졸려 죽을 뻔했잖아 ! 검 이 그런 나를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내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저 아가씨, 더 이상 말할 상태가 아냐." 그러면서 셀에게 날아가는 라 브레이커. 검 안에서 라피스 엑실리스가 나오고..... "잠시 안정을 취해야겠어. 검 안에 들여보내도 괜찮겠지? 레이니." 이젠 막 부르는구나. 나 정말 검의 주인 맞아? "넌 아직 나와는 계약을 안 했으니까 주인이라고 부를 필요가 없잖니." 할 말 없군. "이 아가씨는 좀 있으면 회복될거야. 아마 과거 때문에 이성을 잃은 모양이야." 검이 나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은 아르메리아의 사이에 떠 있었다. 셀의 모습은 이 미, 검 안으로 사라진 채였다. 그런데, 어디갔다 온 거야? "어디를 다녀온거에요? 라 브레이커." 나보다 먼저 그 질문을 하는 아르메리아. 검이 대답한다. "제논이 토벌군을 파견했더군. 리츠 녀석이 고전하길래, 좀 도와주고 왔다." "아 !"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이 그랬지. 토벌군이 지금쯤 리츠와 그 일당을 만났을 거라 고..... 그렇다면..... "하지만 난 아무말도 안 했는데?" 검의 독자적인 행동이 아닌가? 이 검은 주인이 명령하면 그대로 따르는 검이 아니라 는 건 알고 있지만..... 행동이 너무 엉뚱하지 않은가? 내가 실질적으로 쥬린 제국의 공주가 아닌 이상, 그런 행동을 한다면 나한테 말 한 마디정도는 하고 달려갈..... "상황상, 내가 말하고 갈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너한테 물어도 어차피 답은 정해 져 있으니까." 도와주러 간다.... 는 거겠지? 인정은 하지만 기분나쁘다. 완전히 나는 허수아비 아 닌가? 이게 뭐야. 그러자 아르메리아가 끼어든다. "어차피 언니는, 형식상이나마 언니의 시종인 하이가 슬퍼하는 걸 보고 있을 리 없 잖아요." 들켰군.....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을텐데? 내가 사실은 공주가 아니라는 걸. 나를 미끼로 해서 그들을 잡으려 했다고 그가 말한 이상, 그들도 그렇게 알고 있을텐데? 그 점은 또 어떻게 해명해야 하는거지? 다시 그들을 만난다면, 그들 역시 나를..... "넌 그 놈의 말을 문자 그대로 믿었던 거냐?" "그..... 그건......" "그 녀석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진실을 모두 이야기할 만큼 그 녀석 이 착한 놈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하..... 하지만......" 그 외에 숨은 진실이 또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 자가 말한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얼굴의 진실이 존재한다는 건가? 하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그것은 무의식에서 나온 몸부림이었다. "어째서 너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있는 거냐?" "그건....." 나도 모르겠다. 다만, 그런 것이 진실이었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에..... 그런데 왜 내가 그런 바램을 가지고 있지? "그가 네가 정신 마법을 걸어서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그럴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꿈이고, 실제로는 나는..... "더 이상 말을 돌리지 않는 게 좋겠군. 내가 이유를 설명해주지. 네 과거부터 시작 해서, 네가 궁금해하는 사항 모두를. 하지만 그 전에 다짐해둘 게 있다." 그게 무엇이지? 왠지 모르게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아버리고 싶어....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지? 어째서 나는 내 자신의 과거를 잊고 싶어한거지? 점점 더 머리 가 어지러워졌다. 이..... 이 느낌은..... "네가 과거를 듣는다면, 다시는 잊지 못하게 될 거다. 너는 그 과거를 감당할 각오 가 되어 있나?" 모르겠어.... 아직은 모르겠어..... "자신이 스스로 버린 과거를 향해, 걸어들어갈 용기를 가지고 있나?" - 계속 - 후기)으. 오늘은 왜 이래 ! 글 쓸 때 전화오지 않기를 그리도 바랬건만, 꼭 그 순간 에 전화가 와서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걸지 마 ! 뭐, 불평하는 건 제 입장이고, 오늘은 토요일이란 악조건도 있어서.... 잘 된 건지 모르겠군요. 안 그래도 이번 에피소드가 너무 길어서 잘라야 한다 말아야 한다 생각 중인데.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8 관련자료:없음 [64304]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25 20:40 조회:65 공룡 판타지 15-298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8) 잠시동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 눈 앞에 비춰지는 단편적인 기억들, 그리고 내 마 음 속에서 들려온 무엇인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목소리, 그것이 내 입을 막고 있 었다. 결국 내가 한 말은..... "모르겠어요." 어째서 내가 이런 말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런데 왜 내 가? 하지만 내가 알지 못하는 기억이, 나를 그렇게 몰아갔다. 나도 모르게 외침이 터 져나온다. "모, 모르겠어 !" 절규. "난 몰라 !" 외침. "난 그런 거 몰라 !" 듣기 싫어 ! 그런 거 몰라도 상관없어 ! 난 그저 평범한 남자아이로서 살고 싶었을 뿐이야 ! 난 그저..... "이미 늦었다. 넌 이미 나와 계약을 했으니." "이런 거, 기억하기 싫어 !" "흐흐흐. 공주님. 편안한 죽음을 맞으시기를." "안 돼 !" "공주님 ! 피하십시오 !" "죽어 !" "난 죽기 싫어 !" 어째서? 난 그저 평범한 삶을 누리고 싶었는데. 왜 내가 버린 과거가 나를 붙잡는거 야? 네가 내게 한 말은, 다 거짓이었어? 라 브레이커. 넌 그때 그랬잖아. 내 말을 들 어준다고. 내 소원은..... 주위의 모든 것이 부서져나간다. 그리고 다시금 망각 속으 로 도망쳐들어간다. "언니 !" 언니가 쓰러진다. 어째서인가. 머리를 감싸쥐고 비틀거리며,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가는 언니. 마치 그 모습은, 시드는 잎새같았다. 아니, 그것은 환상 속에 갇힌 하나 의.... "정신차려 ! 언니." 힘없이 무너진 언니의 몸이 너무 가볍다. 나는 언니를 부축해서 바위 위에 눕혔지 만, 언니의 얼굴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마치 공포스런 세계에 갇힌 듯한.... 그리고 는.... 언니는 그저 한 마디만 반복해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무서워..... 난 이런 거...." 마치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여기 있기 싫어....." 살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어린아이. "싫어.... 싫어.... 더 이상은....." 언니가 내 팔안에서 몸부림친다. 마치 아기가 버둥거리는 듯이.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어째서? 나는 언니의 옆에 떠 있는 검, 라 브레이커를 바라보았다. "라 브레이커." "어째서 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말해줘." 저 검은, 분명히 언니의 과거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 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틀림없이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언니를 고쳐줄 방법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 이다. 확실히. 하지만, 검은 너무나 냉정하게 대답할 뿐이다. "말 할 수 없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주인의 명령이 아니면 입을 열지 않겠다는 건가? 그 떠 받들어야 할 주인은, 지금 정신을 잃고 악몽 속에서 헤메고 있는데? 나는 언니에게서 눈을 돌렸다. 더 이상은 볼 수가 없다. 이런 꼴을 볼 바에는 차라리..... "좋아." 나는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 물질을 붕괴시켜 에너지화하고, 그 힘을 손 밖에 집 중한다. 순식간에 작지만, 치명적인 힘의 구슬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언니. 미안해. 하지만 더 이상은 어떻게도 할 수 없어. 날 용서해줘." 내가 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것 뿐이다. 그리고, 지금 상태로는 이것이 유일한 구원일 것이다. 언니에게는. "모두가 언니를 버렸지만, 난 잊지 않을게." 언니의 검도, 언니를 귀여워한 마법사도, 언니의 스승도, 모두들 각자의 길을 떠났 다. 언니에게 남은 자는, 이제 나뿐이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언니의 행 복이 아닌 영원한 수면, 그것을 주는 것 뿐. "무슨 짓이냐 !" 검이 화난 듯이 외치지만, 그것은 상관없다. 내가 할 말은 하나뿐이니까. "더 이상의 방법은 없어. 언니에게 남은 것은 나와 당신, 그리고 셀뿐인데, 셀은 이 미 기절해서 쓰러져 버렸고, 당신은 언니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어. 그럼, 나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어차피 언니의 소원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언니가 원한 것은 단지 남자 아이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는데, 그 작은 소원도 들어 줄 수 없다니. 그럴 바엔 차라 리 내 손으로 언니의 목숨을 끊으리라. 어차피 이대로는 오래 살 수도 없다. 원인을 알지 못하는 한, 언니는 평생 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저 검은 그런 언니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이상자의 소유로 남을 만큼, 저 검이 마음착한 존재는 아 니니까. '내가 그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그 인간 마법사, 제논을 죽여버린다고 해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다 고 언니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언니의 몸을 되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데. 설령 언니의 몸을 되찾는다고 해도, 누가 언니의 혼을 원래대로 돌려준단 말인 가. 어쩌면 나와 언니는, 처음부터 가망없는 길을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입구는 있지 만 출구는 없는 길을. '그가 언니의 몸을 돌려준다면.....' 하지만 그것은 헛된 희망일 뿐이다. 그 자가 언니의 몸이라고 내놓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저, 인간의 몸과 비슷하게 만든 실험체일 뿐이다. 더 이상 그런 것에 현혹될 수는 없다. '물어볼 사람도 없어.' 그의 마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셀은 무엇인지 모를 비밀을 안고 쓰러져 버렸 고, 그 비밀을 아는 유일한 자 - 라 브레이커는 입을 다물고 있다. 그리고, 검의 입 을 열 수 있는 언니는, 지금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차라리 언니를 죽이겠어." "그건 용납할 수 없다." 그 말과 함께, 검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내게 익숙한 힘. 하지만 에너지라고 불려 지지 않는 힘. 나는 그것을 막아낼 생각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몸을 피했다. 내 몸이 빛의 궤적을 그리며 뒤로 날아가고, 그 자리를 메운 것은 물질에 대한 강력한 지배력이었다. '물질 자체를 분해하는 힘인가.' 엘프 마법 10레벨의 힘. 하지만 그걸로 날 죽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 세를 가다듬었다. 핏기를 잃은 언니의 모습. 그것을 본 내 자신의 마음이 다시 굳어 졌다. 그래. 차라리 이렇게 끝을 내는 것도 좋겠지. 언니의 괴로움을 덜어줄 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지금의 현실이라면 말이야. 나는 두 손을 라 브레이커에게 향하고는 외쳤다. "자신의 주인이 괴로워하는데, 어째서 넌 이렇게 수수방관하는거야?"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 고통을 자처하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어째서? 도대체 언니가 무슨 말을 과거에 남겼 기에?" "넌 알 필요 없다." "알아야겠어." 어째서 내가 몰라야 한다는 건가. 그 이유는 과연 존재하기나 하는 것인가? 나는 그 렇게 반문하고 싶었지만, 검이 먼저 내게 이유를 물었다. "어째서 그녀의 과거를 듣겠다는 것인가. 단지 여행을 함께 한 동료이기 때문에? 그 렇다면 허락할 수 없다." 냉정함. 그것이 느껴진다. 저 차가운 검에게선. 나는 필사적으로 외친다. "그건 아냐 !" "그렇다면 어째서인가. 말해봐라." "그건....." 나는 언니를 바라보았다. 쓰러진 모습. 하지만 그것은 단지 껍질일 뿐. 나는.... "레이니 오빠를....." 지금은 이름을 스스로 바꾸었으니, 알로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겠지..... "사랑하니까....." - 계속 - 후기)글 올리려다 보니, 마음에 안들더군요. 결국 다시 써버렸습니다. 그 덕에 아주 아주 늦어버렸네요. 과연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이 없다면, 그를 죽여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 고통을 바라보며 그가 죽을때까지 있어야 할까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 군요. 하지만....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299 관련자료:없음 [64407]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26 20:07 조회:67 공룡 판타지 15-299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29)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연인을 죽여야 하는 경우에 직면한다면?" 그런 질문은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만약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면?" 그런 질문은 나에게 오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해야 할 시 기가 되었다.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볼거야." 어제까지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면?" 그 질문의 의미를, 오늘에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고칠 수 없다면." 나의 손이 서서히 들린다. "내 손으로 끝내겠어." 내 손에 강렬한 에너지가 집결된다. 그 힘이 언니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순간이지 만, 내게는 영원에 가까운 긴 시간. 하지만, 내가 과연 언니를 죽일 수 있을까? '할 수 있어.' 어제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그런 질문을 내게 던졌다면, 나는 그런 대답을 할 수 없 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언니의 고통을, 아니 오빠의 고통을 덜어줄 방 법이라곤 이것뿐이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고통 속에서 버둥거리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다. 모두에게 버림받은 그런 모습을 볼 바에는 차라리..... "그만둬라 !" 검의 힘이 나를 누른다. 내가 알지 못하는 힘이 나를 묶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 난다. "너무해....."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언니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아니 생각하는 것 뿐이다. 필사적으로 외치려고 하지만, 입이 틀어막힌다. 내가 알 수 없는 힘이라는 것이, 나를 더욱 더 무력하게 한다. "언니의 고통을 덜어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려고 하다 니....." 그 말조차도 내뱉을 수 없다. "언니의 고통을 덜 방법을 가르쳐줘." 그 단순한 소원조차 입 밖에 내어 말할 수 없다. "언니를 구해줘." 어느새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그 간단한 소원을 이루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단 말인가? 꼭 언니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들어, 영원토록 괴롭혀야 직성이 풀리 는 건가? 라 브레이커. 눈물이 검에 떨어진다. 맑은 소리를 내면서. "어째서?" 어째서 검이 내 앞에 다가온 거지? 내 목을 치겠다는 건가? 어차피 그의 힘에 구속 된 나로서는, 저항하지도 못한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 죽이려면 죽여. 이 악마같은.... "?" 눈물이 내 눈에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검에서 나온 부드러운 힘에 의해. 뭐하는 거 지? 이 검의 행동의 의미는 무엇일까? 설마..... "불쌍한 아이." 그것은 언니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검이, 나를 향해 한 말이었다. 그리고. "네 마음은 진실이었군." 그걸 이제야 아는 건가? 하지만 내 입은 지금 억눌려있다. 그저 검의 말을 듣는 것 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저 애 혼자서 과거를 듣는다면, 미쳐버릴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네가 있는 이상, 기대를 거는 것도 헛된 희망은 아니겠군." 그것은.... "모든 것을 이야기하겠다. 결박을 풀어주마." 그와 함께, 나를 누르던 거대한 힘이 사라졌다. 어떤 마법인지는 모르지만. 검과 나는,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갑작스런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검은 나 이외에 깨어있는 자가 없기 때문에. 하지만, 검이 나를 보는 눈길은, 적의가 담기지 않은 것이었다. 하긴. 검에 눈이 달려있지는 않지만. 검이 서 서히 내게 자신의 생각을 보내준다. "처음부터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이 아이의 기억을 봉인한 그날부터." 그런데? "하지만 이 아이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릴만큼 강해지지 못했다. 그럴 여유도 없었 지만, 그럴 의사가 전혀 없었던 거다." 그럴 의사가 없다니? 언니는 기사가 되기 위해 상당히 열심히 수련을 했다고 들었는 데? "내가 말하는 건, 그런 강함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육체적인 강함이 아니라면, 정신적인 강함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내가 원한 건 이 아이가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것. 그렇 게 된다면 나와의 계약도 헛된 일만은 아니게 되는 거지." 그런데? "하지만 이 아이는 기사지망생으로는 제격이었지만, 그뿐이었다. 기사로서의 길을 걸을 정도로는 강해졌지만, 그 자신의 길을 찾아갈만큼 강해지지는 못했던 거다. 물 론 그렇게 키워지기 전에 스승이 죽어버린 것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그 날..... 언니가 저주에 걸렸다는 그 날, 그때 언니의 스승은 죽었다고 들었다. 그것이 너무 빨랐다는 말인가? "그렇다. 내 생각보다 좀 빨리, 과거의 봉인이 풀려나게 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 다. 결국 이 아이로서는, 최악의 결과가 날 지도 모를 상태에 빠지게 된 거다." 최악의 결과. 자신을 잃고 헤메는 언니의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다. 지금 쓰러져 있 는 언니의 이 모습처럼. "결국, 나로선 과거를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 과거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마법사 아가씨도 그런 생각이었던 것 같고." 그래서 그녀가 기절까지 한 건가? 하지만 그녀가 쓰러진 원인은 언니의 과거때문이 아니라, 그 동생의 죽음에 대한 기억 탓이 아니었던가? 어째서? "되도록이면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네가 있는 이상 저 애가 죽음에 이르지는 않겠 지. 너에겐 너무 가혹한 요구가 될 지도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워한다면, 그 고통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은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그 고통을 실제로 나누는 것은, 인간의 몸으로는 불가능하다. 상대의 마음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우리 엘프들조차, 그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옆에서 지켜볼 수는 있지.' 그리고 조금이라도, 언니를 향해 손을 내밀 수 있겠지. 검이 내게 기대하는 것도 바 로 그런 것일테고. 그런데 왜 그렇게 과거를 이야기하는 걸 망설인 것일까. '이제부터 알게 되겠지.' 무슨 과거인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언니를 도와주고 싶었다. 비록 그것이 내 이기 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난 언니, 아니 오빠를 진심으로 걱정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 옆에 그가 함께 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해서 그런 것일 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검은 나를 들어올려 바위에 앉혔다. 무언가를 기 다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일까.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자. 어디서부터 말을 해줄까." 그가 나에게 언니의 과거를, 하나씩 털어놓으려고 한다. 나는 하늘에 떠 있는 검을 바라보며, 편한 자세를 취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듯 하니, 가급적이면 언니가 춥지 않게 겉옷이라도 벗어주어야 할까. "그럴 것 까진 없어." 검 안에서 흘러나온 이 목소리는? "셀 !" 검이 빛나면서 둥그런 암흑을 만들고, 그 안에서 셀이 걸어나왔다. 좀 창백한 얼굴 이었지만, 그래도 당당한 의지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당신에게도 고통스런 경험이 될 거에요. 아르메리아양. 그러니, 그 아이는 내가 일 단 맡지요." 셀이 슬그머니, 언니를 자신의 무릎 위에 눕힌다. 언니의 머리가 힘없이 셀의 무릎 위에 자리잡고, 셀은 마치 어린애를 달래듯 언니의 몸을 흔든다. 마치 아기를 달래는 듯한 그녀의 동작은, 꾸밈이 아니었다. 자신의 친동생을 보는 듯한 그리움이, 그 안 에 배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일어나. 이제 그만, 꿈으로부터 돌아와." 깜짝 놀라는 나. "설마..... 언니를 깨울 셈인가요?" 과거를 말하겠다는 말만으로도, 언니는 기절해버렸다. 그런데 언니를 깨운다고? 언 니에게 과거를 들려주겠다고? 그건 너무나 위험한 것이 아닌가? 물론 과거를 들어야 할 당사자가 언니이기는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그게.... 그러나 셀은 정색을 하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 계속 - 후기)슬슬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군요. 과거를 털어놓는다는 것은, 의외로 힘드네 요. 셀의 과거가 그랬다면, 레이니의 과거는 어떨까요. (아직 묻지 마세요) 절 무척 이나 괴롭히는군요. 이번 이야기는. 어차피 과거를 공개하는 이상, 당연한 것이지만.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0 관련자료:없음 [64482]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27 20:04 조회:76 공룡 판타지 15-300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0) 셀의 말은 옳았다. 언니의 과거인 이상, 언니 자신이 듣지 않으면 이 이야기는 아무 의미가 없다. 하지만, 언니의 상태는, 지금 그런 이야기를 듣기에는 너무나 안 좋다. '과연 언니가 그 과거를 견디어낼 수 있을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보통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어쩌면 언니는 그 충격으로 죽 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심신이 혼란된 상태에서, 과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일을 행해야 하는 걸까. 망설임이 내 마음에 떠오른다. 그러나 그것을 가라앉힌 것 은..... "엘프들은 언제나 진실을 숭상하지요? 그것은 존중받을만한 생각이에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이 아이가 괴로워할 때 손을 내미는 것 뿐이에요. 진실을 가리는 것 이 아니라." 인간 마법사에게서 엘프들의 진리를 듣다니.... 약간 부끄럽다.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을 해야 하는 것은 원래 나인데. 그녀가 언니의 몸을 계속 흔들고, 언 니는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셀의 눈이 슬픈 빛을 띄고, 언니를 바라본다. 그 초록색 눈안에, 셀의 슬픔이 비춰진다. "나, 무서워." 마치 어린애처럼 중얼거리는 언니. 그런 언니를 셀이 안고 달래지만, 언니는 그저 덜덜 떨기만 할 뿐이다. 이젠 서서히 자아의 붕괴가 시작되는 건가. 더 이상 망설일 순 없었다. 저대로 하루만 더 방치한다면, 언니는 그대로 끝장이다.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요." 아이를 달래듯이 언니의 뺨을 쓰다듬는 그녀. 그녀가 언니의 손을 잡는다. 나도 언 니의 손을 잡는다. 두려움에 떠는 언니를 위해. 언니가 우리들의 손을 꼭 잡는다. 놓 치기 싫다는 듯이. "그럼,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하자. 여기선 좀 곤란하니, 안으로 들어가지." 우리 주위를 검은 막이 둘러싸고, 그 막 안으로 모두가 빨려 들어간다. 과거에 웜홀 을 지났을 때 느낀 것과 비슷한 길을 지났다고 느끼는 순간, 우리의 눈 앞에 나온 것 은 피로 이루어진 바다였다. 붉은 피가 넘치는 바다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것은?" 바다는 아니다. 하지만, 궁전 전체는 피로 물들어있고, 한 남자가 벌벌 떨며 서 있 다. 그의 머리에 쓰여진 관은, 마치 금으로 만든 나무처럼 보였다. "쥬린 제국의 황제인가?" 그리고 그의 앞에는, 예의 마법사들의 깃털 망토를 두른 사람들이 서 있었다. 적어 도 20명은 넘는 마법사들이, 황제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선 사람 은.... "셀?" 얼음같은 눈동자를 한 여인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다. 손만 대도 얼어버릴듯한 싸늘 함이, 그녀를 감싸고 있다. 그녀가 말한다. "무릎을 꿇어라. 그리고 이 아이에게 용서를 빌어라. 그러면, 당신을 살려주겠다." 황제는 몸을 떨면서도, 강하게 말한다. "안 돼 !" 절대로 그런 짓을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는 강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소리친 다. "절대로 그럴 순 없어 ! 감히 어디서 굴러들어온지도 모르는 시시한 마법사 주제에, 황제에게 명령을 하다니 ! 여봐라 !" 그리고, 셀을 포위하는 마법사들. 그들의 손에 쥐어진 지팡이에 박힌 보석들이, 형 형색색으로 빛난다. "이것이 과거인가요? 셀의 이야기를 잇는?" "그렇다. 주제넘게도 나를 허리에 차고, 주인 행세를 했던 황제의 모습이다." "주제넘게라니요?" 원래 쥬린 제국의 황제의 검이 아니었던가? 라 브레이커는.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 거지? "내 주인은 내가 택한다. 이 녀석처럼, 미래를 열어갈 가능성이 있는 자라면 모를 까, 저런 황제에게 힘을 나누어줄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과거의 장면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셀을 향해 일제히 마법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 들. 하지만 나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너무 느려. "#######$$$$$$$$$$&&&&&&&&.........." "싱크(sink : 원소 마법 레벨 9. 적 전체를 땅 아래로 가라앉혀버린다)." 주문을 외우는 속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순식간에 바닥이 갈라지면서....... 치칙. 치칙. 하지만 셀의 주문은 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주문이 이루어지는 듯 하다가 그대 로 사그러진 것이다. 황제의 비웃음소리가 들린다. "이곳에서 감히 마법을 사용하겠다는 건가? 황제의 궁전에서? 이곳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수호를 받는 곳이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러나 그의 미소는 곧 사라져버렸다. 그의 허리에서 라 브레이커가 저절로. 검집째 떨어져 나갔으니까. "아니 !" 셀의 마법은 아니다. 주문의 내용은 몰라도, 적어도 저 검이 마법에 걸릴 리가 없다 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검의 행동의 의미를 깨달았다. 검이 허공에 뜬 채로 말 한다. "인간 마법사여. 이 자는 내 주인이 아니니 그가 죽는다 해도 신경쓰지 않겠다." 그리고 날아가버리는 라 브레이커. 절망적인 황제의 외침 소리가 들린다. "안 돼 !" 그리고 그 뒤는..... "나는 밖에서 그 모습을 보았다. 황제는 절망했지만, 곧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리 더군. 나를 잃음으로서 권위를 상실한 황제였지만, 마법사들은 그의 명령에 따랐어. 아니, 명령에 따랐다기 보다는,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려고 했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 까울거야." 레벨 9의 마법사 세 명이 자신들의 마법을 구현한다. 그들의 입에서 재빠르게 주문 이 읊어져나간다. 셀이 한 번 마법을 사용했다가 실패한 시간, 그리고 다시 주문을 외우는 데 걸린 시간. 그 두 가지가 합쳐져 낳은 시간의 길이는, 실력의 차이를 힘겹 지만, 메꿀 수 있게 해주었다. 셀의 마법과 세 명의 마법사들의 마법이, 동시에 발동 되었다. "#$&위시(wish), 저 여자를 죽여버려 !" "#$&원자붕괴(레벨 9의 원자 마법) !" "#$&매직 엠플리피케이션(magic amplification : 레벨 9의 역주문마법. 마법을 증 폭, 강화한다)." "인빈시블 포스 !" 세 명의 마법사들, 듀랙(durek), 오스프리(osprey), 그랜(gran)의 마법이 셀을 향해 쏘아져들어간다. 셀의 절대방어주문이 완성된 것은, 그 주문이 그녀의 몸에 닿는 그 순간이었다. 파직 ! 마법이 강화된 두 개의 주문이, 셀의 방어막을 덮쳤다. 파직. 치치직. 셀의 마법이라면, 9레벨 주문 정도는 쉽게 막을 수 있었다. 평소라면. 그러나, 상대 는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치는 자들이었다. 여기서 그녀를 막지 못하면, 황제 는 죽을 것이고, 그들 자신도 셀에게 잡혀 살아남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어째서 그들이 그렇게 필사적이 된 거지요?" "수석 궁정마법사를 제거하기로 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니?" "아 !" "저 년을 죽여 ! 못하면 우린 전부 죽어 !" 황제의 말이 아니더라도, 마법사들은 모두 느끼고 있었다. 여기서 그녀를 제지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모두 분노한 그녀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는 것을. "이 녀석들이 !" 셀이 만들어낸 절대방어주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통은 레벨 9의 공격으로 흔들 리지는 않지만, 상대들이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씩 밀리기 시작 한 것이다. "약은 녀석들." 보통은 고작 레벨 9의 주문이 두 개 겹쳐서 오고 있다고 해도, 이렇게 절대방어주문 을 위협할 정도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법을 증폭시키는 주문의 힘에 의한 효과 는, 그 불가능해보일 것 같은 일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셀의 방어주문으로 이루어 진 방어막이, 부서질 듯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진동한다. "이...... 이익 !" 셀이 이를 악물고, 두 손을 뻗어 방어막을 지탱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그들만이 있 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마법사들이, 각각 자신들의 주문을 완성해서 셀에게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일일이 응수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주문이, 셀에게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 20여명의 마법사들의 주문이, 잇달아 셀의 방어막에 명중한다. 궁전 전체에, 그 힘 의 여파가 불어닥친다. 마법사들의 머리위로, 붕괴되기 시작한 천장이 떨어져내린다. "모두 피해라 !" 그 말과 함께, 셀의 방어막이 사라졌다. 주문의 힘이, 그대로 그녀에게 밀어닥친다. 그리고..... 거대한 붕괴가 일어났다. - 계속 - 후기)욕은 안 좋은 겁니다. 절대 욕하지 마세요. 원래는 더 심한 욕설을 넣는 게 어 울리는 게 아닌가 생각해봤지만, 이 정도로만 하지요. 물론 '년'이라고 하면 좀 그렇 긴 하지만, 제 자신이 심한 욕설을 하는 걸 싫어하길래, 약간 비사실적인 묘사가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 여러분들 보기엔 이게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황제의 관이 왜 금으로 만든 나무처럼 보였냐 하면..... 신라시대 왕관이 어 떻게 생겼는지 생각해보시면 답이 나옵니다.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1 관련자료:없음 [64554]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2-28 20:09 조회:54 공룡 판타지 15-301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1) 땅이 갈라진다. 거대한 힘의 충돌로 인해 일어난 에너지의 격류가, 별궁 전체를 덮 쳤다. 궁전을 지탱했던 기둥이 쓰러지면서 그 거대한 건물이 주저앉기 시작했다. "폐하를 데리고 나가라 !" 오스프리가 황제를 안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외에 다른 마법사들도, 일제히 별궁 밖으로 탈출한다. 그 무너지는 잔해 속으로, 셀의 모습이 사라진다. "모두들 무사한가?" 듀랙의 외침. 그리고 그에 대답하는 마법사들. 그들은 피어오르는 먼지 구름을 밟고 서서, 그 아래에 깔린 잔해들을 지켜보았다. 먼지구름이 서서히 걷혀가기 시작하고, 그 붕괴의 현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 정도면 그 년이라도....." "죽었을거야." 마법사들이 중얼거리지만, 듀랙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 년이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은가 !"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알고 있었다. 상대가 9레벨을 넘는 마법사라는 것을. '그 년 때문에..... 수석 궁정 마법사의 내 직위가.....' 그래서 그가 이번에 셀을 제거하는 음모를 꾸민 것이었다. 황제에게는 그녀의 아름 다운 동생인 밀크를 바치고, 그 자신은 수석 마법사의 직위를 차지한다. 그녀가 황후 를 만나 궁정에 와서, 자신의 직위를 빼앗은 데 대한 보복으로서, 그 이상의 복수는 없으리라. '건방지게, 내 자리를 가져가다니. 고작 계집애 주제에.'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셀을 이겨낼 수가 없었고, 고민하던 그가 선택한 것은, 음모 였다. 그녀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다른 마법사들과 함께, 그는 간신히 셀을 반역자로 몰아붙이고, 밀크의 약혼자를 죽여버렸다. 아마 지금쯤 그는 시체가 되어 있을 것이 다. '죽은 녀석을 살릴 마법따위는 없으니.....' 심지어, 레벨 9의 마법인 위시조차도, 그것만은 불가능하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 게 할 수는 있지만, 떠나버린 혼을 다시 돌아오게 할 수는 없었다. 다른 사람의 혼이 라면 또 모르지만. '하지만 저 년은 달라.' 정말로 그녀가 레벨 10의 마법을 익혔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좀처 럼 자신의 마각을 드러내지 않았으므로. 하지만, 그에겐 단 하나일 뿐이긴 하지만, 10레벨의 마법이 있었다. 비록 고대 문명의 잔해에서 얻은 것이기는 하지만. '나오기만 해봐라. 따끔한 맛을 보여주지.' 아까 본 바로는, 분명히 그 여자는 10레벨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강한 편이지만, 그 자신도 10레벨의 마법이 하나 있었다. 상대를 일격에 죽일 수 있 는, 그런 마법이. '이것이라면.....' 이 마법이라면..... 이 마법이라면..... 단번에 숨통을 끊어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 러나 방심은 금물. 일은 확실히 해야 한다. "모두 주문을 외워 ! 그 년은 그리 쉽게 죽을 년이 아냐 !" 모두들 미심쩍어했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다. 아까 본 셀의 주문은, 분명히 레 벨 10의 주문이었으므로. 레벨 9의 주문이 과연 상급 레벨의 주문을 파괴하고 셀에게 치명상을 안겼는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들 자신에게 걸린 방어주문을 확인하고, 서둘러서 공격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 년, 아직 죽지 않은 건가?" 황제가 당황해서 묻자, 그를 데리고 날아오른 오스프리가 말한다. "염려마십시오. 그 년은 한 명이고, 우리는 스무명이 넘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 사라고 해도...." "하지만, 레벨 10의 마법사일줄은 몰랐어 ! 자네들의 말이 틀리지 않은가?" "불확실해서 말씀드리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대비책은 세워두었으니 심려 마시옵소 서. 폐하." "정말인가?" 황제에게 다짐하듯이, 다시금 말하는 오스프리. "그렇습니다." 그제야 안심하는 황제를 향해, 확인하듯이 말하는 그. "이젠 그 여자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아시겠지요?" 황제도, 오스프리도,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이라도 하는 듯이. "위험인물이라니요?"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단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인물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는 건가? 검이 나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아니, 나와 언니, 그리고 셀에게. "인간들은 강력한 힘을 가진 자를 보면,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 힘 이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존재인지 알기 때문에." "아하." 그 자신들도 알고 있다는 건가. 자신들의 사악함을. "황제에게 진언한 마법사들이 뭐라고 했겠나. 아마 셀을 몰아내기 위해 명분이 필요 했을 것이고.... 그들은....." "내가 반역을 꾀한다고 고자질한 거지. 하지도 않은 반역을 말이야." 셀이 끼어들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인 이상, 한 마디 말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뒤의 이야기는 짐작이 간다. "당신의 힘에 불안해한 황제는,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당신을 제거하려고 했 고....." "나를 제거해서 자신들의 지위를 되찾으려는 마법사들과 이해관계가 맞았다...." 나와 그녀의 잇다른 말. 그 말대로라면, 앞뒤가 맞는다. 하긴..... '저 정도의 실력이라면, 황제가 그런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이상하지가 않아.' 인간 마법에다가, 엘프마법까지 익힌 마법사라니..... 이 사실을 알면 장로님들이 얼마나 놀랄까. 아니,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저 사람이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경멸감을 보이지 않은 오파비니아 언니라면.... 아니지. 그 언니는 워낙 착하니 까 그렇지 않을지도.... 하지만 짚고 넘어갈 게 하나 있었다. "그 당시에, 그런 사정을 모두 알았나요? 셀." 그 모든 것을 다 알기란, 어려울텐데? 알았다면 밀크를 잃어버리지도 않았을테고, 그런 지경에 빠지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녀의 답은..... "그들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어요." 바로 그게 문제다. 원인은. "하지만 당신은 그때, 주문을 쓰지 않았잖아요? 그럼, 설마....." 인간 마법사가 엘프 마법을 사용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법이 추구하는 바가 서로 정반대인 이상, 마법을 익히는 자는 인간 마법이나 엘프 마법중, 어느 하 나를 선택해서 배우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셀이 그런 상식을 무시할 수 있었지? 내 가 궁금했던 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두 가지의 모순된 마법을 어떻게 서로 조화시킬 수 있었냐는 점. 하지만 그녀는 그 사실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그 저..... "그들의 얼굴만 봐도 알아. 굳이 마법을 쓸 필요도 없었으니까. 날 보는 순간, 음모 가 들켰다는 표정을 지은 것만 봐도." 표정만으로 그런 걸 판단하는 건 위험하지 않은가? 인간은 자신들의 표정조차도 마 음대로 바꾸어버린다고 하는데. "하지만 눈빛까지 속이는 건 어려워. 수 백년을 살아온 나를 속인다는 것은." 수 백년.... 엘프가 아닌, 인간의 몸으로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온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녀는 그 긴 세월동안, 두 가지의 마법을 조화시키는 방법을 발견한 것일까. "물론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알았어. 망할 녀석들." 사나운 눈길로 아래에서 벌어지는, 아니 과거에 벌어졌던 일의 영상을 바라보는 셀. 무너진 별궁의 잔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밑에 있던 거대한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내기 위해 몸을 뒤트는 것처럼. "저, 저건?" 공포에 떠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제하며, 황제가 묻는다. 대답하는 오스프리. "그 년이군요. 역시 쉽게 죽지는 않을 모양입니다." 건물의 부서진 조각들이 일제히 하늘로 튕겨오르면서, 그 밑에 깔려있던 한 여인이 바위를 밀어젖히고 날아올랐다. 깃털 망토가 군데군데 찢겨 나갔지만, 그녀의 눈은 여전히 황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죽여버려 !" 수 십가지의 마법이 셀을 향해 쏘아져나갔다. 그러나..... 셀은 주문을 외우지 않았 다 ! 어, 어쩌려고? 나와 언니, 그리고 검이 보는 영상이, 하얀 빛으로 덮여버렸다. "저, 저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인간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지 않다니. 나로선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주문도 없이 버틴다는 건가? 아니면 죽음을 각오하고 황제에게 일격을 가하겠다는 건 가? 하지만 저 상태라면 그건 아무래도 무리..... 파지지지직. "저, 저럴 수가 !"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저 여자가 사용하는 힘은..... 설마..... "엘프 마법 13레벨. 물질과 에너지, 시공의 통합적인 지배?" - 계속 - 후기)엘프 마법 13레벨. 현대 물리학에서 보면, 이건 초대통일이론입니다. 강력, 약 력, 전자기력, 중력까지. 우주를 이루는 네 가지 힘을 모두 다룰 수 있는 강대한 마 법이지요. 실제로 완성시킨다면 그건..... 끔찍하군요. 엘프 마법 9레벨과 10레벨은 사실 대통일 이론입니다.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힘을 모두 다루고 있으니까요. 물론, 실제로 대통일 이론을 사용한다기보다는, 비교해보니 그쪽과 관련이 지어지더군요. 구체적으로 묘사하게 되면 정말 머리가 아플 듯 하네 요. 그러나 ! 더 심한 것은 ! 레벨 13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 (애고고...... 난 죽었 다) 셀이 어떻게 이 정도의 마법을 익혔는지는,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 니다. 언젠가 두 가지의 마법. 엘프 마법과 인간 마법을 모두 사용하는 마법사가 있 지 않느냐고 하신 독자분이 있는데, 쓸까 말까 하다가 결국 그걸 써먹는군요. 글 쓰 기 전부터 헤메고 있었습니다. 이 13레벨 마법을 내보내느냐 마느냐 하는 걸로. 하지 만 결국 나오고 마는군요. 하아. 만약 구체적으로 묘사하라고 하면 어찌해야 할지, 골치가 다 아프네요. ----------------------------------------------------------------------------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2 관련자료:없음 [64644]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3-01 20:23 조회:68 공룡 판타지 15-302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2) - <붉은 빛의 진실(10)>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 어떻게 우리 엘프들도 사용하는 자가 손에 꼽을만큼 드문 저런 고차원적인 마법을..... "믿을 수 없어....." 나는 그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인간 마법사가 어떻게 저걸.... "말도 안 돼 !" 상대가 주문으로 대적할 줄 알고, 그녀가 주문을 외우지 못하게 연속 공격으로 승부 를 내려고 벼르던 마법사들이 경악했다. 그들이 알지 못하는 마법이, 자신들의 모든 주문을 삼켜버린 것이다. "이런 !" 모든 이들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황제도, 듀랙과 오스프리, 그랜조차도. 수 많은 8레벨의 고위마법사들도. 궁전 앞뜰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이드와 리츠, 수 많은 기사들과 병사들까지도. 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마법사들의 모든 공격마법은 사라져버렸다. 한줄기 비명조차 남기지 않고. "도대체 저게 뭐야 !" 마법사들의 비명. "이, 이 년 ! 도대체 무슨 마법을 사용한 거냐 !" 그랜의 발악적인 외침. "....." 급히 10레벨의 마법을 외우는 듀랙. "알 거 없어." 셀의 차가운 대답. 그리고 죽음의 구름은, 그들을 향해 덮쳐왔다. "##############################....." 우선 주문을 외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계약한 신이나 악마를 불러야 한다. 그가 완 전한 10레벨의 마법사가 아니기에, 이 과정은 길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듀랙으로 선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도 했다. "$$$$$$$$$$$$$$$$$$$$$....." 그 다음이 마법의 사용대상을 지적해야 하는데, 그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까닭이란 바로..... "으아악 ! 살려줘 !" 동료 마법사들의 죽음의 비명때문이었다. 수많은 공격마법이 쏟아졌지만, 그 마법은 상대의 이상한 힘에 부딪치는 족족 소멸되기만 할 뿐, 아무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셀의 손가락이 마법사 하나를 가리키자..... 파삭. 그는 그대로 부서져버렸다. 마법사들은 경악했지만, 필사적으로 계속 주문을 날렸 다. 그것이 먹히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시간을 끌어주어야 듀랙의 마법이 완성되어, 셀의 목숨을 앗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서둘러줘 !' 그랜은 필사적으로 9레벨 마법을 외웠다. 파괴력에 있어서는 어떤 마법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 반물질 입자포(원자 마법 9레벨. 말그대로 입자포이긴 하지만, 반물질을 사용 한 입자포이다)." 강력한 마력으로 보호되는 반물질이, 셀을 향해 날아갔다. 이것에 맞는다면, 아무리 대단한 자라고 해도 큰 타격을 입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적어도 반물질을 능숙히 다 룰 능력이 없다면, 마력으로 막을 수밖에 없고, 마력 정도는 능히 돌파할 수 있을 정 도로 고속으로 운동하는 반입자들은, 충분히 셀에게 맞을 것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적어도 반입자인 이상, 맞추면 셀의 몸을 구성한 입자와 부딪쳐 괴멸적인 쌍소멸반응 을 일으킬 것이고.... 피식. 하지만 그조차 상대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당황한 그랜을 향해, 셀의 눈길이 겨누어 진다. 파삭. 그리고 그랜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온 무언가. "이건 뭐야 !" 그의 몸 자체가, 그의 마력이 붕괴되면서 그 역시 허공의 먼지로 사라졌다. "#$&메테오(meteor : 시공마법 9레벨. 말그대로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랜이 죽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오스프리는 그대로 주문을 외워나갔다. 이미 황제 는 다른 마법사에게 맡긴 상태였다. 어차피 비명을 지를 여유조차도 없는 급박한 상 황에서, 자신같은 9레벨 마법사가 황제의 보호에만 전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수 많은 마법사들의 비명이 이어졌지만, 그들을 죽여나가던 셀은 하늘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거대한 운석이 셀을 향해 떨어져왔다. "죽어라 !" 직경 1km에 달하는 거대한 운석이, 셀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평소같으면 절대 쓰지 않을 마법이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금기사항을 명심하고 이것저것 따지면서 싸울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치치치칭. 운석이 허공에서 멈추었다. 셀의 머리를 직격하기 직전에. 그리고.... "안 돼." 그대로 부서지면서 빛으로 화해 사라져버리는 운석. 그 힘은 모두 셀에게 빨려들어 가버리고, 운석이 남긴 것은 고작해야 산들바람 한줄기 뿐이었다. "잠깐." 이해할 수 없었다. 직경 1km의 운석이라면, 그런 게 지상에 충돌할 경우, 일어날 충 격은 엄청날 것이다. 그런 마법을 굳이 동원해야 했던 오스프리의 절망감은 그렇다 치고, 그 정도의 운석이 돌진을 한다면, 그것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대체 얼마나 엘 프 마법 13레벨에 익숙해져야 하는 거지? "단지 몇 초 이내로 그 거대한 운석을 분해시켜 에너지화하고, 흡수했다는 건가요?" 믿을 수 없었다. 레벨 10마법으로 단지 1g의 물질을 에너지화하는데만도, 엄청난 노 고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 이유라는 것은 다름아닌, 하 나의 원자를 분해하는 데 드는 수고가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수고를 무한에 가깝게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르메리아." 조금은 진정된 모양이다. 언니. 그런 질문을 하는 걸 보면.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과거가 아니기 때문에 저러는 거다. 조금 있으면 언니의 과거도 분명 나올텐데, 그럼 얼마나 괴로워할까. 그때가 두렵기만 하다. "왜 그래? 응?" 천진난만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언니. 그 눈만큼은, 아직도 과거의 언니와 같았 다. 약간은 안도하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보통의 물질 1g에 들어있는 분자의 수가 몇 개인지 언니는 알아요?" "몰라."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언니. 분명히 라 브레이커에게 마법적인 지식을 주 입받으면서 그런 지식도 손에 넣었을텐데.... 정신이 헝클어진 탓인가. 완전히 잊고 있다. 마치 5살난 어린아이같다. 눈물을 참으면서, 나는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 다. 이것을 언니가 바라는 듯 했으므로. 언니는 순진한 표정으로 웃는다. 그 미소가 가슴아프다. "물의 경우, 1g의 물안에는 보통....." 언니가 잊었다면, 다시 놀라겠지. 어차피 너무 많은 충격을 받아서 놀랄 일도 없을 지 모르지만. "3.346 * 10000000000000000000000(1뒤에 0이 22개 !)개에요. 언니." 하지만, 언니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언니는 천진난만하게 말할 뿐이다. "모르겠어. 난 그런 복잡한 거 몰라." 그런 모습에 더욱 더 가슴이 아프다. 그 숫자를 본다면, 얼마나 그 마법이 어려운 것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을텐데.... 하지만 그렇게 지나칠 정도로 단위가 커지면, 사 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못하게 되는 법이다. 숫자가 사람을 압도한다고 해야할까. '그러니까, 운석이 단지 물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 무게를 감안하면, 정말 엄청 난 숫자의 분자들이 모이게 되는거지요.' 그것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의 양이 되리라. 그것을 단지 몇 초만에 분해시키다니. 그렇다면 저 여자는 과연 인간인가. 아니면..... 아니면.....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다. 설마 저런 여자가 영혼을 각성시킬 수 있을리 없다. 인간 마법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럴 리가 없는...... 나는 필사적으로 부정했지만...... '아냐. 인간 마법사는 그 반대의 길을 걷는 자들이야. 그게 가능할리 없어. 절 대.....' 그것은 내 자존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엘프들이 가장 멸시하는 게 인간 마법사 아닌 가. 그런데 그런 자가 엘프 마법 최고의 경지인, '영혼을 각성한 자'의 능력을 소유 할리 없다는..... 오만인지도 모르지만, 그 근본적인 이치를 따져본다면 그렇게 생각 하는 게 자연스럽다. 마법의 이치가 정반대인데, 어떻게 그런.... "자. 다시 이야기를 계속하자." 라 브레이커의 말과 함께, 다시 우리는 과거의 여행을 시작했다. 우리 발 아래에 보 이는, 마법사들과 셀의 과거 모습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서. - 계속 - 후기)"이봐. 이거 판타지 소설 맞는거야? 왠 화학 용어가 나와?" 이런 말씀하실 독자분들이 있을까봐. 그리고 그 시대에 그런 화학용어가 있느냐는 지적을 받을까봐, '몰'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뺐습니다. 보통 1몰의 물. 그러니까 18g의 물 안에 든 물분자의 개수는..... 6.022 * 100000000000000000000000(1뒤에 0이 23개 !)이거 든요. 그걸 1g으로 환산하니까, 그런 수치가 나오더군요. (크억) 후기 2)지금 생각해보면, 293편부터는 독립된 에피소드로 취급했어야 했습니다. 그것 이 더 구성상으로도 뛰어나고,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도 더 편하니까요. 지금 상태로는 이 에피소드가 너무 길어지는데..... 이걸 어쩌느냐. 그렇다고 지금 글 수정을 해버 리면... 여태까지 본 분들에게는 죄송하게 되고. 아무래도 난데없이 글의 에피소드가 바뀌어버리면 곤란하잖아요. 그럼 이걸 어쩌느냐..... 하는 문제가 남네요.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에피소드(292편까지를 15번이라고 하면.... 이번 건 16번이군요)를 줄이면 안 되고.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레이니의 과거가 좀 길어지네요. 그러니까 비축분이 줄면 안 되는 거였는데..... 하루동안 고민했습니다. 독자분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저 역시 이 문제를 보고 고민 했으니까요. 처음부터 작업시 전체 줄거리 디자인은 끝내고 시작했지만, 비축분을 언 제나 일정량 유지하는 것은 너무 힘이 들었고, 결국 비축분이 줄어든게 문제였습니 다. 그래서, 번호를 좀 바꾸었습니다. 정확히 하자면, 제목 옆에 소제목을 붙이기로 한 거죠. 진작 해놨어야 하는데. 망설이다가 늦어졌네요. 독자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합니다. (결국 독자분의 지적을.... 계속 이걸 어쩌나 하고 고민하다가 그 편지 받고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3-02 19:39 조회:24 공룡 판타지 15-303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3) - <붉은 빛의 진실(11)> "빌어먹을 계집애 !" 오스프리는 몸을 돌렸다. 9레벨의 공격 마법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그 자신도 그랜처럼, 부서져버릴 것이다. 셀의 힘이. 보이지 않는 이상한 힘이 그 자신 에게 날아오고 있었다. '듀랙 바보 녀석. 왜 이리 느려 !' 설마. 저 녀석은 자신에게 경쟁자가 될 위험이 있는 그랜과, 그 자신을 제거하기 위 해 이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일까. 오스프리의 마음속에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미 주문을 완성하고도 남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 녀석이 저렇게 꾸물거리고 있다 는 것은...... "빌어먹을 !" 오스프리는 재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공격 주문이 아니다. "#$&텔레포트 !" 그의 몸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휴우." 제국의 수도인 아미에서 수 백 km는 떨어진 곳에, 오스프리는 멈추어섰다. 이 정도 거리를 순간이동으로 도망쳤다면, 아마 그 마법사가 아무리 대단해도 추적은 불가능 하리라. 어차피 주위의 다른 마법사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없을 것이니, 이제 몸을 숨 기면..... 슈욱. 하늘의 한 구석이 갈라지면서, 뭔가가 튀어나왔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 오스 프리를 포위해버렸다. "젠장 !" 그는 다시금 텔레포트를 시도했지만..... "#$&텔레포트 !" 그의 주문이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문은 발동되지 않았다. "#$&텔레포트 !" 그는 다시금 주문을 외웠지만, 여전히 주문은 발동되지 않았다. "#$&텔레포트 !" 주문이 먹히지 않는다 ! 이것은 셀에게 공격 주문을 사용할 때와 흡사한..... "으아아악 !" 오스프리의 머리 위로, 태양이 보였다. 그 해가 회색빛 구름에 의해 가려지고 있었 다. "이..... 이런....." 주문이 먹히지 않는 적을 상대하는 것만큼, 마법사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는 없다. 이미 대다수의 마법사가 죽고, 달아나려던 자들도 비명조차 남기지 못하고 부서졌다. 남아있는 자들은, 듀랙을 위시한 서너명 뿐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셀의 눈동자를 보 았다. 퍼석. 마치 썩은 나무처럼, 또 하나의 마법사가 부서져 죽었다. 이제 남은 것은 듀랙과 황 제, 그리고 황제를 지키는 마법사 한 명뿐. 셀이 서서히 그들을 향해 다가온다. 황제 를 위시한 수많은 사람들이, 공포 속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한 사 람만은 그렇지 않았다. "왜 웃는 거지? 듀랙." 셀이 이상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는 순간. "주문금지(spell inhibition : 역주문 마법 10레벨) !" 셀의 몸에서 그 괴이한 힘이 사라지면서, 그녀는 아래로 떨어졌다. 마법의 제어를 잃은 그녀의 몸이 지상에 격돌했다. 기사들의 앞에, 피투성이로. "하하하하하 ! 꼴좋다. 반역자 계집애. 자. 모두들 봤지? 그 반역도를 죽여버려라 ! 와하하하하 !" 그녀는 황제의 앞에서 황제의 신하들을, 마법사들을 학살했다. 그것도 수 십명을. 그 이상의 완벽한 반역의 증거는 없다. 듀랙은 통쾌하게 웃었다. "이젠 그 잘난 마법도 사용할 수 없을걸. 애스터 누스. 마법이 없는 넌, 허수아비일 뿐이야. 허. 수. 아. 비."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수 백명이 넘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진을 친, 황궁을 빠져나갈 수 있겠는가. 듀랙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동안 셀에게 눌려지 낸 수모를, 한 번에 갚은 느낌이었다. "하하하하하." 기사들이 검을 빼들고 셀에게 다가갔다. 이제 곧 다가올 장면을 상상하며, 듀랙은 더욱 크게 웃었다. "잠깐 ! 아직 죽이지는 마라 !" 기사들이 검을 쳐드는데, 갑자기 그들을 막는 누군가. "어떤 놈이냐 !" 환희의 순간을 제지당한 듀랙이 눈을 부릅떴다. 드디어 애스터 누스가 죽게 되는 이 순간, 그것을 막아서는 저 놈은 누군가. 듀랙이 외쳤다. "무슨 짓이냐 ! 사이드." 늙은 기사는, 셀에게 겨눈 기사들의 검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기사들이 뒷걸음질친 다. 그리고 사이드는 무릎 한 쪽을 꿇었다. "폐하. 듣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언가 !" 하필이면 이 순간에..... 황제는 욕설을 퍼부을 뻔했지만, 자신의 직위를 생각하고 간신히 억제했다. 하지만 불쾌한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에도, 그것이 담겨 있었다. "폐하. 정말로 궁정의 수석 마법사, 애스터 누스가 반역을 범했사옵니까." 이미 확실해진 것을 왜 또다시 확인하는가. 황제는 사이드를 향해 소리쳤다. "바로 네가 조금전에 봤지 않느냐. 사이드. 저 여자는 나를 죽이려고 했어 !"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사이드는 조금도 굽히지 않고, 다시 말한다. "그럼 그녀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시옵니까. 폐하."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상처입은 모습을 바라보며, 듀랙이 이를 갈았다. 결정적인 순 간에 방해를 놓는 사이드를 한 방에 쳐죽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 해 조치를 취해두어야 한다. 두 마법사는 황제를 데리고 땅으로 내려갔다. '어서 서두르게.' 황제를 보호하던 마법사가 주름진 손을 셀에게 뻗었다. 그리고 기사들에게 말한다. "이 년의 팔다리를 잘라 ! 혀도 잘라버리고 !" 그렇게 하면 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다시 일어날 순 없을 것이다. 주문을 혹 시 사용할 힘이 남아있다고 해도, 그 정도라면 주문을 외울 손도, 발도, 혀도 없게 되니까. 기사들이 검을 휘두른다. 셀의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그녀의 벌린 입에서 혀 가 잘려 피를 뿜는다. "이제 죽여 !" 마법사의 말에 황제가 긍정한다. 그러나, 사이드가 손을 들어 막는다. "한 가지만 대답해주시옵소서. 폐하. 그녀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대답을 해 주신 연후에, 그녀를 죽여도 늦지는 않을 것이옵나이다." "이익." 저 놈도 나중에 사형시킬테다.... 는 생각을 가슴에 담고, 황제는 신경질적으로 외 쳤다. "그거야 저 년이 반역을 꾀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 "그렇습니까....." 실망한 듯한 사이드가, 검을 내던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지런히 앉는다. "전 반역을 꾀할만큼 모질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도망칠만큼 영리하지도 않습니 다. 이 자리에서 제 목을 베어주십시오. 황제를 제대로 모시지 못하고, 간신배들에게 부림을 당하는 것을 볼 바엔, 차라리 죽음을 맞이하겠습니다." 황제와 듀랙의 얼굴이 잔혹한 미소가 스쳤다. 아주 만족스런 얼굴로, 황제는 명령을 내렸다. "둘 다 죽여 !" 기사들은 망설였지만, 황제의 명령이었다. 그들이 머뭇머뭇 검을 뽑아들려는 순간, 리츠가 검을 내던져버렸다. "그럼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명예를 소중히 하는 기사로서, 폐하가 올바르지 못 한 길로 가는 것을 막지 못했으니, 저도 목을 베어주십시오." 사이드의 옆에 앉는 리츠. "뭐, 뭐야 !" 황제가 노기를 띈 얼굴로 외치지만, 리츠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사이드가 입을 연다. 서서히. 그러나 준엄하게. "폐하는 이미 남의 약혼녀를 잡아다가 억지로 후궁으로 만들고, 결국 그 여자를 죽 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 약혼자를 죽여 버리고, 죄없는 궁정 마법사 를 역적으로 몰아 죽이려고 했습니다. 그것은, 정의로운 쥬린 제국의 황제가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리츠가 덧붙인다. "폐하의 검은 어디 있습니까. 정의와 진실의 수호자이신, 황제께서 언제나 몸에 지 니고 계시는 검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라 브레이커는 허공에 떠 있었다. 황제같은 건 상관없다는 듯이. 리츠가 검에게 묻 는다. "신에게서 인간에게 주어진 진실과 정의를 수호하는 검, 라 브레이커여. 그대에게 묻노니, 누가 올바른지 가르쳐주시오." 검이 조용히 말했다. "황제가 잘못한 거다." - 계속 - 후기)레벨 13의 엘프 마법. 그리고 인간들의 레벨 10마법. 나름대로 상당히 머리를 짜서 만들어냈습니다마는..... 마법전은 여기서 겨우 나오는 듯 하네요. 그리고 하나 더. 지난회에서 (그러니까 302회) 운석이 떨어지는데 왜 주위에 피해가 없냐는 질문이 나왔네요. 생각해보면 셀이 아주 높은 고도에서 없애버렸다는 부연설 명을 붙였어야 하는데..... 실수했군요. (으흐흑)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4 관련자료:없음 [64767]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3-03 11:59 조회:115 공룡 판타지 15-304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4) - <붉은 빛의 진실(12)>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기사들과 병사들은 모두 뒤로 물러났다. 무릎을 꿇었던 사이 드와 리츠도, 몸을 일으켜 황제에게서 물러선다. "라 브레이커의 말이 그렇다면, 폐하는 당연히 궁정마법사였던 애스터누스에게 사죄 해야 합니다. 그것이 황제로서 행해야 할 도리이기도 합니다." 황제는 당황하여 라 브레이커를 바라보았지만, 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라 브레이커는 제국의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는 단순한 장 식품이 아니고, 권위 그 자체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권위가, 지금 황제에게 선 고한 것이다. 네가 잘못한 것이라고. 여태까지 신하였던 자들이 물러나는 것을 보며, 황제는 발악하듯 외쳤다. "명령이다 ! 저 계집애를 죽여 !" 하지만 기사들도 병사들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사이드가 말한다. "우리 쥬린 제국의 황제는 언제나 정의로운 편에서 싸웠습니다. 지금처럼 한 여인의 인생을 짓밟아가면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잘못을 잘못으로서 인정하는 것도, 황제로서의 의무입니다. 폐하. 부디 그녀에게 사죄하시길." 그리고는 검을 검집에 꽃아버리는 기사들. 황제가 아무리 외쳐도, 그들은 요지부동 이었다. "저런 게 가능한 거에요?" 말로만 듣던 쥬린 제국의 모습이었다. 우리 일족의 긍지인 라 브레이커가 인간들에 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니..... 실제로 눈 앞에서 본 광경은, 놀라울 정도 였다. 저 인간들이, 저렇게 정의를 숭상하는 경우가 있다니. 피투성이가 되어 무력한 한 여인이라도, 그녀가 올바르다면 그녀를 지켜주는 저들은, 진실한 기사였다. 유로 제국의 기사들처럼 황제의 명에만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고뇌하면서 자 신이 갈 길을 생각하는 모습이.... "멋져 !" 나도 모르게 그렇게 외칠 뻔했다. 인간들이 멋지다고 느낀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저 사이드라는 사람, 생각보다 괜찮은데? 과연 언니의 스승이야. 하지만..... '도대체 그 뒤는 어떻게 된 것일까?'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검이 보여주는 과거의 영상이, 서서히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이런....." 황제의 분노를 지켜보면서 피의 바다에 누워있는 셀. 팔다리가 잘리고 혀가 절단된 처참한 모습이지만, 그녀의 눈빛은 아직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럼 내가 직접 죽여주지 !" 단검을 빼드는 마법사. 듀랙이 눈짓하자, 그가 단검을 든 채 셀에게 다가왔다. 그의 단검이 햇빛을 받아 싸늘한 빛을 발한다. "죽어라 ! 계집애 !" 마법사의 단검이 셀의 심장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 단검이 거꾸로 쥐어진채 내리찍 힌다. "저런 !" 사이드가 검을 빼들고 앞으로 달려간다. 한 여인을 구하기 위해. "그만 두시오 !" 리츠가 검을 빼들고 사이드와 함께 달려간다. 그러나. 그들의 앞에 일어선 한 사람. 팅. 마법사의 단검이 튕겨져 날아가고, 그 자는 모두의 눈앞에 섰다. "애스터 누스양 !" 그녀가, 몸통을 공중에 띄우고 있었다. 마법사는 오른손을 문지르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고. 셀이 서서히 입을 연다. 그녀의 팔다리가 잘려졌던 자리로 날아가, 도로 붙 어버린다. 그녀의 혀 역시, 그녀의 벌려진 입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어리석은 자. 마지막 기회였는데....." 셀은 황제를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기사들에게 말한다. "저는 팔다리가 잘리면서까지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황제는 끝내 사과하지 않는군 요." 그리고 덧붙인다. 더 이상 차가울 수 없는 목소리로. "그러니, 이제 전 황제를 죽이겠습니다. 제 요구가 정당한가요?" 기사들 모두가,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녀가 몸을 돌려, 황제와 듀랙이 선 곳을 향해 걸어간다. "이.... 어떻게 내 마법을 풀어냈지?" 듀랙의 말에, 셀은 비웃는 어조로 답한다. "내가 그 정도의 마법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어? 멍청하네." 기가 질린 듯이 말하는 듀랙. "그럴 리가..... 그게 '그 정도'라고? 이 미친 계집애가 !" "그럼 나도 10레벨 마법을 좀 써볼까? 드래곤 브레스(dragon breath : 속성 마법 10 레벨)." 셀의 몸 앞에 거대한 화구가 생기더니, 강대한 에너지의 격류가 그들을 휩쓸었다. "카악 !" 불과 열의 파도가 순식간에 마법사를 태워버린다. 그 거대한 불길이 오직 두 사람, 황제와 듀랙에게만 집중된다. 주위의 다른 것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으악 !" 황제를 안고 마법을 외치는 듀랙. "스펠 인히비션(spell inhibition : 주문금지) !" 불길은 금새 꺼져버렸고, 황제와 듀랙은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듀랙이 다음 주문을 준비하면서 그녀를 노려보았다. "호오. 꽤 하네. 주문 금지 마법으로 드래곤 브레스의 힘을 막은 건가? 역시 10레벨 로는 힘들겠는걸? 몇 개 정도는 가지고 있나봐?" 하지만 셀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다음 주문을 외웠을 뿐이다. 셀 과 듀랙의 주문은 동시에 완성되었다. "울티마(ultima : 다른 차원의 공간과 이 세계의 공간을 충돌시켜 폭발시킨다. 시공 마법 10레벨) !" "타임-스페이스 디스트럭션(time-space destruction : 시공마법 11레벨. 시공 자체 의 파괴). " 두 개의 주문은 동시에 발동되었지만..... 다른 차원의 공간이 이세계의 공간과 부 딪치기 전에, 이미 부딪칠 공간은 파괴되고 있었다. 아니, 그 공간자체가 파괴되고 있었다. 공간의 파괴와 함께, 듀랙은 그것에 휩쓸려버렸다. 그의 두 팔이 서서히 부 서지듯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이건 뭐냐....." 아픔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듀랙은 자신의 팔이, 다리가, 그리고 몸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보며 외쳤다. 몸이 부서지기는 하는데, 전혀 느낌이 없었다. 마치, 팔 다리 자체가 원래부터 없었던 것 같은.... 셀이 말한다. 그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 리로. "11레벨의 주문 마법. 시공간 그 자체를 파괴하는 거지." 듀랙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떠졌다. "11.....레벨? 그런.... 게 정말.... 존재한다는 거......." 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한다. "넌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승부를 한 거야. 아까 네가 쓴 10레벨의 마법. 거기에 내가 걸렸다고 생각해?" 11레벨의 마법을 익히려면, 10레벨의 마법을 모두 익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 다. 엘프들의 마법처럼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마법의 근원체들을 불 쾌하게 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이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너는....." 듀랙은 붕괴되는 공간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 았다. 그 자신에게도..... 그리고 남은 것은, 공간이 사라져서 생긴 공허. 그것조차 곧 사라져버렸다. "그것으로 내 과거는 끝났어. 황제는 자결했지. 마지막으로 그의 명예를 존중해준 내 배려였어." 그는 단검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죽었다. 검에게 버림받은 황제로서, 남에게 잘못을 추궁받고 살해당하느니, 차라리 자결하는 쪽이 명예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 모두들 동의했고, 결국 셀이 보는 앞에서, 그는 자살했다. "그래서요?" 이미 주위는 다시 하얀 모래밭으로 변해 있었다. 과거를 모두 보여준 검이, 검 안의 다른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 것이겠지. 셀이 말을 이어나간다. "나는 궁정 마법사 직위를 포기했어. 밀크가 죽은 곳에서, 더 이상 그런 일을 할 생 각은 없었으니까." 자신의 동생이 참혹하게 죽은 땅에서, 그녀가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는 점은 이해 가 갔다. 그런데, 그 뒤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 다음 황제 후보로 여러 명이 그 자리에 올랐 지만, 최종적으로 선택된 것은, 미나르 공주였어. 황제의 딸이었고, 황제가 자결을 했기 때문에 계승권을 상실하지 않은 탓이지. 만약 자결하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후 보에 오르지도 못했을거야." "하지만, 그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지요?" 일이 순조로이 진행되었다면, 언니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을 것이니까. 나는 무의식중에 언니를 돌아보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셀의 품에 안긴 그녀를. - 계속 - 후기)중간에 모두들 검을 집어넣는 것. 이런 행동은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만, 불행히도 발표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에서 먼저 한 듯. 지금 듣고 있는 게 그 음악 이지만. 무조건적인 충성보다는, 차라리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는 이런 기사들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기사들이 무슨 로봇이라도 됩니까. 시킨대로만 하게. 그렇게 행동하면, 위에서 시켰다고 양민학살을 하는 나치 독일군이나, 위에서 시켰다고 민간 여객기(KAL 007기)를 격추하는 소련공군 조종사같은 녀석들이 되니까요. 그리고 듀랙과 셀의 주문이 동시에 완성되었기는 하지만, 중간에 비웃는듯한 대사를 넣느라 주문 외우기가 늦어진 셀과, 전력을 다해 말도 안 하고 주문만 외운 듀랙의 마법 완성속도가 같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상급 레벨의 마법을 외우는 셀이 그 아래의 레벨의 마법을 외우는 듀랙보다도 주문 외우는 속도가 더 빠르니..... 그리고 하나 더 있지요? 울티마라는 주문.... 게임 파이널 판타지의 마법이름.... 독창성 결여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꽤 쓸만한 마법이길래 써먹어봤습 니다. (그걸 무참히 뭉개버리면서.....)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5 등록자: knock10(곽재욱) 등록일: 03-04 조회수: 2 공룡 판타지 15-305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5) - <붉은 빛의 진실(13)> "응." 당연히 예상한 대답이다. 그 일은 분명 공주의 과거, 그리고 언니의 과거로 연결되 는 것일 것이다. 셀이, 내가 생각한 바를 내놓는다. "나는 그 뒤 마법사직을 그만두고 시골에 내려갔어. 그러니, 여기서부터는 내 과거 가 아니라, 공주님의 과거라고 해야겠지." 그 말과 함께 언니를 다정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셀. 그 눈은 어쩐지..... '증오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한 사람에 대한 격한 감정. 그것이 셀의 눈에서 교차한다. 빛과 어둠이 엇갈리면서. 셀이 손을 뻗어 언니의 이마를 쓸어준다. "그럼..... 다음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라 브레이커. 이야기를 들려 주지 않겠어요?" "그러지." 그 말과 함께 허공에서 떨어져내리는 라비린스 키퍼들. 그들 중 하나가 우리 앞에 선다. "그럼 제가 하지요." 우리 앞에 나서는 라비린스 키퍼의 이름은..... "아무래도 이 일에 대해서는, 제가 하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니까요." 하지만 우린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걸. 그녀가 생각났다는 듯이 머리를 치고는, 자 신의 이름을 말한다. "전 셀레나이트. 7레벨의 라비린스 키퍼로, 정신을 담당하고 있어요." 분홍빛 소녀가, 그렇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할 말은 무엇일까. 그녀의 손짓에 따라 또다시 주위가 바뀌었다.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두운 방. 그리고 그 안에 선 몇 명의 사람들이었다. "셀이라고 했지요? 당신은 다 이야기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하나가 남아있네요." 약간 얼굴을 찌푸리지만, 긍정하는 셀. 그리고 내가 본 사람은..... "제발, 살려주세요. 이 아이만은....." 한 여인이 무릎꿇고 빌고 있다. 그녀의 앞에 선 사람이 노기를 띄우고는 매섭게 말 한다. "당신의 남편이 내 동생에게 한 걸 생각하면....." 그녀의 손이 들린다. 아무에게도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의 손은 피로 물들어있다. 피 한 방울이 그 손에서 흘러내린다. "당장이라도 그 애까지 죽여버리고 싶지만....."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떤다.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손 이 서서히 내려진다. "죽은 동생이 그런다고 살아나는 것도 아니니....." 하지만, 아직도 그녀는 노기를 풀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하지만 약속할 게 있어요." 그녀는 선언한다. "만약 그 애를 올바르게 키우지 못한다면, 나는 당신과 당신의 아기를 모두 죽이겠 어요." 놀라는 여인. 그녀의 품에 안긴 아기가 눈을 뜬다. "그것이 내 동생과의 약속이었으니까."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옆을 돌아본다. 그 옆에 떠 있는 검이 보인다. "라 브레이커." 검에게 말을 거는 여인. 그녀에게 걸쳐진 깃털의 망토가 어둠속에서도 또렷이 보인 다. "당신을 손에 쥐는 자가, 올바른 자이기를 바라겠어요." 검은 묵묵히 떠 있었지만, 마치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그럼."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여인. 그 뒤에 아기를 안은 한 미망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 다. 그녀의 앞에, 부서진 황제의 관이 놓여 있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미나르 공주와 처음으로 연을 맺게 되었지요. 그때 이 아가씨 와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만약 그것으로 일이 끝났다면 우리도 마음이 편했겠지 만....." 잠시 회상에 잠기는 듯한 셀레나이트의 표정. 그것은 과거의 봉인을 풀기 위한 잠시 간의 숨돌림이었을까.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지요." 다시금 영상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거대한 홀을 향해서. "제기랄. 결국 이렇게 되는군." 황제의 자리를 눈 앞에서 놓친 알드리가,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그런 꼬맹이를 황제 자리에 앉히겠다니. 아무리 적법한 계승자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죄인의 자식을....." 전임 황제가 무고한 여인을 빼앗고 죄를 뒤집어 씌웠다가 셀에게 죽은 후, 다음 황 제의 자리를 정하는 원로회의가 끝났다. 그리고, 전임 황제의 동생이었던 그는, 황위 계승권을 얻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인기가 워낙 없는데다가, 그의 인격에 대해 믿지 못하는 수많은 황실의 원로들은, 그를 제외하기로 처음부터 작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그 꼬맹이가 클 때까지 섭정을 한다고?" 하다못해, 섭정을 맡게 될 황태후에게 조언을 해 줄 권리조차도 얻어내지 못했다. 원로들에 의해 철저히 따돌림을 당한 그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어디 두고 보자 !" 그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어둠을 가슴 속에 담고서. "그 뒤, 그는 제논, 그러니까 셀의 제자인 마법사를 찾아갔어요. 그에게 마법연구에 대폭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조건을 걸어서, 그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지요. 그 뒤 에, 그는 원로들을 암살했지요. 일류 마법사가 대부분 셀과의 싸움에서 죽었기 때문 에, 그 일은 손쉬운 것이었어요. 어쨌든 제논 역시 일류 마법사이긴 했으니까요." "그렇지도 않아." 부정하는 셀. "그런 바보가 어떻게 일류야. 삼류라고 하면 모를까. 하다못해 10레벨 마법은 하나 도 쓰지 못하는 녀석인데." 하지만, 그녀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게 아닐까. 그녀 자신이 11레벨의 마법까지 구사 하는 이상, 제논을 높이 평가할 리가 없다. 자신보다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기 때문 에. 하지만 세상사람들의 관점은 다를 것이다. "그 후에, 그는 어린 황위 계승자인 미나르 공주가 성장할때까지라는 조건을 달아 서, 자신을 황제 자리에 올렸어요. 반대자들의 중핵인 인물들을 모략해서 죽이고, 분 열된 원로들중 일부를 포섭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조건이었지요." "미나르 공주가 성장할때까지....." 셀이 중얼거린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 조건을 달아야 했지? 셀레나이트가 말을 계속 했다. "그 조건이 모두를 만족시켰지요. 어쨌든, 원로들 역시 알드리 만큼이나 지지를 받 지 못하는 자들이었으니까요. 그들 나름대로는 법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것은 순전히 라 브레이커의 감시 때문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되고 있는 형편이었으니까요." 어느 시대에나 정치가들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인 모양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두 가지 있었지요. 하나는 라 브레이커. 그러 니까 우리들의 환심을 사서 주인으로 인정받는 것. 하지만 그런 것은 필요가 없었어 요." "어째서요?" 그러고 보니 궁금해진다. 검의 주인이 어떤 고통을 겪고, 어떤 시련을 거쳐나가는지 는, 언니의 예를 통해 지겨울 정도로 보았었다. 모든 이가 그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부여받은 것은 아닐 것인데, 과연 쥬린 제국의 역대 황제들은 어떤 방법으로 그 시련 을 통과했을까. 특별히 전해온 비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지만 검의 대답은 달랐다. "그들은 우리의 주인이 되지 못했어요. 단지, 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을 뿐이니까 요." 모두를 지배한 침묵. "제국의 황제 자리는 오로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인 자만이 앉게 되어 있습니다. 전 임 황제처럼 쫓겨나 죽게 되지 않으려면, 우선 검에게 신임을 얻는 것이 필요합니 다." 제논의 말에 신임 황제인 알드리도 동의했다. 사실, 곰곰히 따져본다면, 그들의 집 권은 적법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반대자에게 누명을 씌워 죽이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 각되지는 않으므로. 그런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고 해도, 그들 자신이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검이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검의 입을 막기 위해서라도 검에게 어떻 게해서든지 신임을 얻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소행을 아는 자가 또 있을지도 모른 다는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그들에게는 검이 필요했다. 전설적인 마법의 검 이. 아직도 존재하는 반대자들을 누르기 위해서도. '검에게 인정을 받기만 하면.' 황실의 혈통을 이은 자는, 이제 자신과 꼬맹이 공주를 제외하고는 없다. 혈통적인 계승자라는 점 외에, 검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을 모두에게 확고히 인식시키면, 반대 세력들도 순식간에 조용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너무나 안이했던 것이 분명하다. 검의 대답은 간단했으니까. "나는 너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어차피 나를 차고 다니는 것은 네가 아니라 그 꼬마 공주님이 아니냐. 넌 단지 임시로 황제 자리에 앉은 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네가 한 짓에 대해 책임을 물어 당장에 목을 치지 않는 것은, 네가 그 공주님을 잘 보살펴서 자신의 죄과를 씻을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해도, 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 계속 - 후기)살인적이야..... 그런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쓰다보니까, 이건 정말 장난이 아 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있습니다. 정말 붉은 빛이군요..... 남들처럼 재미를 추구 하면 조회수도 높고 인기있을텐데..... 이건 제 자신에 대한 도전이나 다름없군요. (실수해서 발 잘못 디디면 그대로 끝장이다.....) 솔직히 조회수 이야기가 나오면 우울해지는군요. 저도 인간이라 어쩔 수 없는 거지 만, 다른 분들은 다들 재미있게 쓰셔서 조회수들이 높고, 제목도 잘 지은 편인데 저 는 그렇지 않아서....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분들처럼 쓸 의향도 능력도 없으니. 무엇 보다도 제 성격상 그게 되지 않더군요. 아무리 치밀한 설정을 하고 꾸준히 글을 써내려간다고 해도, 역시 가볍지 않은 글인 이상, 이 정도는 각오해야 하는 걸까요. 하루 조회수 5000을 육박하는(과장이 아닙니 다.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매일매일 그 정도 나오는 분이 있더군요) 다른 분들 글들 의 조회수를 보면 슬퍼지더군요. 글의 품질은 저 나름대로 최선의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조회수는 안 그렇다는 걸 볼 때마다 제 자신에게는 무력감이 더해지는군요. 그나마 다행인것은, 편지 주시는 독자님들이 제게도 있다는 것이지만. 한 분 한 분의 편지들이 제게는 그나마 힘을 주는 원천이지요. 만약 편지가 없었다 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제 대화방에서 조회수 이야기가 나오길래.... 좀 우울해져서 후기에 써봤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6 등록자: knock10(곽재욱) 등록일: 03-05 조회수: 43 공룡 판타지 15-306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6) - <붉은 빛의 진실(14)> "그때 두 사람의 목을 치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언니가 저렇게 고생할 일도 없지 않았을까. 최소한 몸이 뒤바뀌는 일은 생 기지 않았을 테니까. 셀레나이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그랬으면 별 일도 없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때 지쳐있었어요. 세월의 무게 에." "세월의 무게?" 내가 물은 게 아니다. 이건 언니의 목소리였다. 나도, 셀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 다. 셀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누운 언니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난 모르겠어. 좀 가르쳐줄 수 없어? 셀레나이트." 제정신으로 돌아온 건가. 하지만 창백한 얼굴 표정은, 언니의 몸에 가해진 충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역시 혼이 빠져나갔던 게 치명적이었을까. 아니면 언니의 과거 를 듣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체력 소모가 뒤따르는 것일까. 자신도 그 원인을 모르는 공포감을 누르려는지, 나와 셀을 잡은 언니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셀레나이트가 느 릿느릿 말을 이어나간다. "진실한 주인을 찾아내기 위해 우리는 오래동안 노력했지만, 우리가 부여하는 시련 을 통과한 자는 없었어요." "오래동안....." 혼잣말로 되뇌인다. 대체 어느 정도로 긴 세월이었을까. 오시언이라는 별에 인간이 라는 존재가 나타난 이후, 이 검은 계속해서 주인을 기다려왔다고 들었다. 그럼 그 세월은 어느 정도일까. 거대한 대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검은 얼마나 오래동안 주인들을 떠나보냈을까.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 라면 좋았을텐데....." 슬픈 눈으로 언니를 바라본 셀레나이트가, 다시 말을 잇는다. "너무나 오래동안, 우리는 우리의 진실한 주인을 찾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음씨가 고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은 우리와 계약하기 전에 죽거나, 우리가 준 시련을 이 기지 못하고 죽었어요. 그런 시련을 극복할만한 사람들은 대다수가 악한들이었고. 정 말로 착하고 힘있는 주인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했던 거에요." 슬픈 눈이라는 것은... 그들의 최후를 생각했기 때문인가. 하지만 언니에게도 그 런..... "너무나 오래동안 주인을 기다렸고, 너무나 오래동안 실망을 반복하다보니, 우리도 지쳐버린 거에요. 그래서 결심했지요. 이젠 그만하자고. 비록 그 분께서 우리를 만드 신 목적에 어긋날지 몰라도, 주인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버린 거에 요." 단념을 한 건가?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긴 세월을 살 수 있다고 해도, 천만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고 나면, 삶은 고통이 되어버리는 거에요. 당신은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오지 않아서 모르겠지 만." 1000만년. 얼마나 긴 나날인가. 마음에 와닿지 않을 정도로 길고 긴 나날. 그런 삶 을 사는 자에게 있어서, 인생은 얼마나 가혹한 것일까. "그래서..... 그 무렵에는 우리 라비린스 키퍼들도 지쳐있었고, 그저 편하게 세월을 보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어요.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렇게 세상사에 무관심해진 탓 에, 그 분께서 저주를 내리셨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분?" 혹시, 이 검을 만들어낸 그녀를 말하는 건가? 검이 긍정한다. "우리가 그렇게 대답한 이후..... 그는 황제의 자리에서 나라를 다스렸지요. 하지 만, 그가 편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을 리 없지요. 한가지 걸림돌이 그에게 남아있었으 니까요."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이 내 머리에 떠오른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 셀레나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랬던가. 내가 생각한 이름을, 그녀가 말한다. "미나르 공주. 그녀가 있는 이상, 자신은 단지 임시로 황제의 자리에 앉아있을 수밖 에 없다는 점을 그도 알기 때문에, 그는 그녀를 죽이고 싶어했어요. 하지만, 그녀가 적법한 계승자라는 것은 변하지 않고, 그런 그녀를 죽인다면, 그 자신도 무사할 수 없지요. 아무리 그가 제논의 힘을 빌어 폭압정치를 하려고 해도, 사람들이 따르지 않 을 테니까요." "그런데, 황제라면 그 정도는 힘으로 밀어붙여도....." 인간들은 그렇게 억지를 쓰는 짓을 아주 잘 하지 않나? 그런데 왜? "황제조차 무시하지 못할 만큼, 제국의 법은 준엄했어요. 전임 황제가 죽을 때, 셀 에게 아무도 황제 암살의 죄명을 뒤집어씌우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고요. 그런데 정 의의 수호자인 쥬린 제국의 황제가 다음 황위 계승자인 미나르 공주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죽인다면, 무엇보다도 제가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는 법이지요. 그가 원로들에 게 누명을 씌울 때, 사실이 드러날까봐 전전긍긍했던 것도 무리가 아니에요." 그 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임시로 맡은 황제. 아니, 억지로 빼앗았지만 결국은 돌려 주지 않으면 안 되는 황제라. "그 무렵, 우리들이 거의 늘어질대로 늘어져서 세월만 보내고 있었던 탓에, 정의도 진실도 별로 지킬 생각이 없었다는 게 문제였어요. 그 대가를 우리는 뼈저리게 치루 게 되지요." 그것이 바로.... 내 짐작을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래요. 그 날, 황제의 검을 허리에 찬 미나르 공주와 그 어머니, 그러니까 황태후 는 별궁의 정원을 거닐고 있었어요." 우리 앞에 그 별궁이라는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태까지 본 궁전들과는 느낌이 다른 것이었다. 아마 한 번 부서지고 나서 재건된 듯 한데..... 아니다. 저 곳은 제국의 수도인 아미의 시가지 한 복판이 아니었다. 차 라리 어느 시골마을의 구석이라고 해야 할 듯하다. "저게 뭐에요?" 역시..... 저건 차기 황제의 집이라기 보다는, 마치 유배지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그럴 것이고. 황위 계승자가 시골에서 살 이유가 없기 때문에. 셀레나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유배지이지요. 만약에 쥬린 제국의 관습이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로 인정받지 못할 만큼 초라한....." 관습이라니? "지도자가 될 사람은 반드시 백성들과 고난을 함께 하며, 그들의 어려움을 알고 올 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그런 관습이지요. 그것을 어겼기 때문에, 전임 황제가 쫓 겨난 것이기도 하고요. 아마 신임 황제인 알드리도 그 점을 알았기 때문에, 저런 곳 에 공주를 보낼 수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인지, 유배지라고는 해도 황태후와 공주의 모습은 그리 초라하지 않았다. 검 소하지만 품위있는 생활. 그렇다면 반대파들도 납득할 수밖에 없겠지. 그들의 관습이 그렇다면야.... 나는 그들의 집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다. 초라하지만, 그렇다고 해 도 저 정도라면..... 적어도 엘프들의 입장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곳이다. 나즈막한 언덕 위에서 자라는 커다란 나무.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한 작은 오두막..... 인간들의 화려하기만 하고 삭막한 궁전보다는, 저게 더 낫지 않은가. 초라하지만 따스한 곳. 그것이 바로 별궁이라고 불리는 집이었다. 셀이 감회에 젖어서 말한다. "저래서 내가 쥬린 제국의 궁정 마법사 자리를 승낙했던 거야. 다른 제국처럼 욕심 많은 황제들이었다면, 아마 절대로 그런 자리를 맡지 않았을 걸." 약간의 눈물이 보인다. 그녀의 눈에. 눈에서 비가 내리는 듯한 모습이..... "차라리 시골에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랬으면....."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외로워보인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한, 한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멀리 보이는 다섯 살의 소녀. 비록 어울리지 않는 거대 한 검을 허리에 차야 했지만, 그래도 행복해하는 모습이.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는..... '언니를 닮았어.' 언니와 똑같은 초록색 머리에 초록색 눈. 하지만 언니와 닮은 것은 그뿐만이 아니 고..... "언니 !" 언니를 부르며 달려오는 어린 소녀. 이 목소리는..... "세이브?" 그 애가 여기 온 것일까? 하지만 여기는 라 브레이커 안의 공간. 그 애가 아무리 순 간이동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 안에 들어올 능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언니." 초록색 머리를 한 여인에게 안기는 그녀. 영상이 사람을 안을 수 있을 리는 없지 않 은가. 그렇다면 저것은 역시..... "저게 세이브인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셀레나이트. 역시 저 애는 과거에 언니의 육신의 어머니와 함께 했 었구나. 그래서 언니를 처음 보자마자 그렇게 매달린 것이고. 어린 나이니까 그렇게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지. 하지만..... '저 애가 기계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째서 저 애는 그동안의 세월을 느끼지 못한 걸까. 그런 의문이 내 머리속을 스쳤 다. 그리고.... 그 의문은 바람이 되어 우리를 휘감았다. "이건?" 바람이 불었다. 하늘에 떠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우리에게로. 그 바람이, 오두막과 황태후, 그리고 미나르 공주의 과거 모습을 지워 버렸다. "이제 드디어 미나르 공주의 과거를 보여줄 거에요. 레이니." "....." "무섭겠지만, 견뎌주기를 바래요." "....." "우린 당신을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 말의 의미는?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셀레나이트가 손을 흔들었다. "자. 과거의 문을 열겠어요." - 계속 - 후기)이번 에피소드가 워낙 길었기 때문에, 끝내고 나면 특집을 할 예정입니다. 특집 이란 건, 다름아닌 설정입니다. 레이니 이야기의 각종 마법과 세계관, 그리고 종족들 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지요. 엘프들이 키우는 40cm짜리 바퀴벌레라든지, 드워프들의 미래적인 도시. 그리고 제가 가진 수많은 설정들. 자세히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메일 주세요. 괜히 시작되고 나서 메일 보내셔도 늦습 니다. 200회 특집도 300회 특집도 없었으니, 한 번 특집을 해드려야지요. (최소한 마 법 체계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나마 설명할 예정입니다. 다른 판타지 소설과는 상당히 체계가 다른 만큼. 이번 에피소드는 좀 피곤했으니까 쉬는 의미도 있고 하니까요. 말 씀 없으시면 쥬라기 시대의 세계, 그리고 마법 체계 정도만 설명할 겁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06 조회수 : 4 공룡 판타지 15-307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7) - <붉은 빛의 진실(15)> 그녀의 손이 아래를 가리키자, 다시금 오두막이 나타났다. 하지만 아까와 같은 따스 함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오두막의 주위는 붉게 물들어 있고, 그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쓰러져있었다. "호위 기사들이야." 셀의 말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다. 쥬린 제국의 상징인 드래곤의 문장이 갑옷에 새 겨져 있었으니까. 우리가 본 어떤 생물과도 다른 모양인 드래곤. 그 드래곤이 검 한 자루를 감고 있는 모습이, 의심할 수 없는 쥬린 제국의 문장이었다. "저들이 어째서?" 모두 죽었을까? 나는 오두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것이 과거의 일을 기록한 영 상이기 때문에, 감각으로는 정황을 살필 수가 없었으니까. 그 오두막의 입구에는, 아 직 서 있는 사람이 있었다. 검을 든 두 명의 기사가 있고, 그 뒤에 선 사람들은 드레 스 차림의 여인들..... 털썩. 기사 하나가 쓰러졌다. 자신의 검을 쥔 채, 눈을 부릅뜨고. 그리고 그의 갑옷을 관 통한 것은.... "체서들의 검이야 !" 검의 모양이 특별해서 기억한 게 아니다. 그 검을 쥔 자들의 모습을 기억했기 때문 이다. 얼굴을 복면으로 가리고, 아무 장식도 없는 저런 옷을 입은 자들이라면.... 전 에 언니와 함께 그들에 대항해 싸우던 일이 생각났다. "저들이 어째서?" 설마, 황제가 미나르 공주를 죽이기로 작정한 것인가? 공개적으로 죽일 수 없으니까 암살을 하려는 것? 하지만 그렇다면, 왜 라 브레이커는 가만히 있는가? 그리고 세이 브는? 그 애의 능력이라면 최소한 공주를 데리고 도망이라도 칠 수..... "세이브 !" 피의 연못에 잠긴 그녀. 그녀의 배가 갈라지고, 안에 있던 내장이 튀어나와 있었다. 인간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그런 그녀가, 필사적으로 땅을 긁으며 일어 나려고 한다. "언니....." 언니라고 불린 여인에게 기어가려는 그녀를, 체서들이 발로 밟아버렸다. 그녀의 배 가 다시 찢어지면서 피가 튀었다. "이 무엄한 놈들 !" 체서들의 앞에 선 여인이, 검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이미 피로 물 들어 있었다. 눈동자가 있어야 할 곳에는, 단지 핏물이 고여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녀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체서들을 바라보았다. "어리석은 계집. 그대로 죽어있으면 편하기나 할 것을." 수수한 옷차림을 한 갈색 머리의 여인이, 자신의 칼을 다시금 겨눈다. 그들을 향해. 그러나 그녀의 다리는 이미 후들거리고 있었다. 가슴 부위가 찢겨지고, 그 찢겨진 곳 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직..... 아냐...... 내가 살아있는......." 그녀의 앞에는, 복면의 남자들의 시체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복면을 쓴 자 들은 아직도 무수히 많았다. 뒷줄에 서 있던 남자가 비웃으며 말한다. "이젠 검을 들 기운도 없을 걸. 그 의지는 대단하지만, 이젠 죽어줘야겠어." 체서들이 서서히 다가선다. 황태후의 팔 안에 안긴 소녀가 엄마품에 매달린다. 태후 는 오른손에 든 검을 움켜잡고 주위를 살펴보지만, 달아날 틈은 없었다. 그녀의 호위 기사들도 모두 죽었고, 남은 사람은 이제 시녀 한 명과..... "이. 반역자들이 !" 피투성이가 된 기사가 칼을 들고 서 있다. 하지만 그의 동료 기사들은 모두 쓰러진 상태였다. 오직 그 혼자만이,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배에 깊은 상 처를 입은 그로서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 다. "자. 순순히 목을 내놓게. 기사양반." 복면의 사내들이 손에서 무언가를 꺼내 던졌다. 기사는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의 뒤에 있는 세 사람이 떠올랐다. 그가 피하면 그들이 맞는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검 을 휘둘렀다. 이미 중상을 입은 그에게는, 가망없는 희망이었지만. 그의 목에서 뜨끈 한 것이 샘물처럼 솟았다. "지금쯤 황제 반대파들이 별궁을 습격하고 있을 겁니다. 폐하." 전혀 긴박감이 느껴지지 않는 제논의 말이었다. 황제는 옥좌에 몸을 기댄채 웃는다. "호위기사들은?" "죽었을 겁니다. 지금 시간이라면." "하긴. 암살 전문들이니까. 알아서 잘 해치우겠지. 그리고 사이드와 리츠 녀석들 은?" "서둘러서 별궁으로 달려가고 있답니다. 암살자들과 합류하려는 모양입니다." "그래....." 두 사람이 웃는다. 결코 보는 사람을 기분좋게 할 미소가 아니다. 황제가 옥좌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자네는 지금, 기사 몇 명을 데리고 별궁으로 가서 공주를 구해오게." "알겠습니다. 폐하." 몸을 돌리는 제논에게 덧붙이는 황제. "그리고, 공주를 납치하려 한 사이드와 리츠를 체포해서 가두도록."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웃었다. "어떻게 된 거야?" 빗속을 달려가는 사이드와 리츠. 그들이 탄 씬랍토르가 거친 숨을 내쉬며 달린다. "공주님이 계신 별궁에 자객들이 침입했다는군." "어째서? 호위기사들은?" "연락이 끊어진 모양이야. 별궁에 거하던 마법사가 호출에 응하지 않는다는군." "제기랄. 그래서 알드리 놈이 황제 위에 오르는 게 위험하다고 말했건만." 빗줄기가 더욱 더 거세지고 있었다.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거..... 시간에 늦지 않게 닿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산길을 오르는 그들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마법사들은 대개가 죽었고, 남은 녀석들은 제논의 위세에 눌려서 입도 놀리지 못하 니....." "검이 잠들었다는 게 사실일까?" 깜짝 놀라는 사이드. "자네, 그 말은 어디서 들었는가?" 상당히 당황한 듯이, 사이드가 묻는다. 그리고 그 말에 대답하는 리츠. "짐작일 뿐이네. 보통 이런 큰 일이 있으면 그 검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는데, 이번 에는 그 날 음성을 들은 것을 마지막으로 조용해. 아무 움직임이 없어. 혹시 검 이....." "우리 제국을 버린다는 건가?" 사이드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나도 그렇지 않기를 바래. 하지만....." 리츠가 애매하게 말을 맺는다. 사이드가 자신에게 다짐하듯 외친다. "절대 그럴 리가 없어 ! 애스터 누스가 제국을 떠날 때, 검이 말하는 걸 자네도 듣 지 않았나. 공주님의 올바른 성장을 지켜볼거라는 말을." 그러면서 다시금 외치는 사이드. "그 검은 명예를 아는 검이야. 지난번 황제의 실수를 눈감고 넘어가지 않았듯 이....." 자신이 탄 공룡의 배를 발로 걷어차는 사이드. 공룡의 울부짖음이 빗소리를 뚫고 들 린다. "절대로 공주님을 버려두지 않아 ! 약속했다고 !" 사이드의 공룡이 으르렁거리며 다시금 속도를 높였다. 리츠가 고개를 끄덕인다. "서두르세." 두 사람이 탄 공룡들이 길을 재촉한다. 침묵을 깨뜨리며 달리는 두 마리의 공룡들. "자. 그럼 이제 본건을 말하지. 그 검을 내놓으실까." 기사의 시체를 밟고 서서, 체서들은 세 사람 앞에서 거만하게, 손을 내밀었다. 초록 색 머리의 여인이, 위엄을 잃지 않고 소리친다. "이 무엄한 것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 그녀가, 오른손에 검을 들고 왼손에 아이를 안은 채, 소리친다. 그 옆에서는, 갈색 머리의 여인이 검을 빼들고 서 있다. 이미 그녀들을 보호하던 기사들은 모두 죽었고, 눈을 다친 저 여인만이 황태후의 옆에 서 있다. 그런데.... 저 여자의 모습은 낯이 익은데? "저 여자, 혹시....." "그래요." 역시 그랬군. 저 여자, 하이의 어머니였던가? 그녀가 검을 빼들고 선 모습은, 과거 와 현재를 연결시켜주고 있었다. 어머니의 대를 이어 시녀로 있게 된 건가. 그러나, 그녀의 모습에서, 그녀의 운명이 짐작되었다. 그녀는 죽을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최 후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세이브....." 그녀가 경련을 일으킨다. 그녀가 한 번 기침을 할 때마다 피가 입에서 토해져나온 다. 쏴아아아. 빗소리에 삼켜지는 기침 소리. 그리고 비에 씻겨지는 그녀의 피..... - 계속 - 후기)으. 늦었네요. 글이 잘 안 나가니까..... 어제부터 끙끙거렸지만, 안 나가는 건 어쩔 수 없군요. 어서 비축량을 정상으로 돌려놔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고 글은 안 나가는군요. 미리 궤도를 놓았는데도 이 지경이니..... 아. 특집은 4회분으로 할 것을 생각중입니다. 아무래도 인간 마법이 너무 많이 나오 니까.... 그거 하루에 못 올리겠더군요. (10페이지가 뭐야.....) 간략하게 하는 건 좀 그러니까 제대로 써봤더니..... 10페이지나..... (털퍼덕) 결국 분량 문제도 좀 손을 봐야 할 듯 하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07 조회수 : 5 공룡 판타지 15-308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8) - <붉은 빛의 진실(16)> "언니.... 나 배 아파....." 피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도움을 구하는 어린아이의 눈빛.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 고개를 드는 그녀의 머리는..... 퍼억. 세이브의 머리를 발로 밟아버리는 체서들. 그녀의 머리가 짓이겨지고, 눈알이 빠져나온다. 눈이 있던 곳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체서들이 그 모습을 보며 잔인하게 웃는다. 아니, 복면에 가려져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웃음소리만으로도 그들 의 표정이 짐작되었다. 모두에게. 심지어 다섯 살 짜리 공주에게도. 그들의 말이 모 두의 가슴을 저민다. "인형 주제에 상당히 그럴듯하군. 마치 진짜 사람같잖아?" "푸하하하." "저 녀석들이 !" 언니..... 단지 멍하니 누워있던 언니가, 주먹을 쥔채 몸을 떤다. 아직까지는 미치 지 않은 듯해서 안심이 되었다. 어린 아이에게, 아니 비록 겉모습만 어린 아이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린애에게 저런 짓을 하는 자들을 보고 분노하지 않으면 이상하지. 그러나. "어째서 저 애가 당한 거지요?" 마법에 있어서, 저 애는 결코 초보가 아니다. 명색이 마법을 만들어내는 '마법의 근 원체'인 아이가, 저리도 쉽게 당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셀레나이트가 말한다. "당연한 거에요." 놀라지도 않고 말하는 그녀. 하긴 저것은 과거의 일이니, 이미 수많은 비극을 경험 해버린 그들에게 있어 저런 것은 별거 아니겠지. 워낙 긴 세월을 살아온 검이니. 하 지만 나로선 구역질나는 장면이었다. 간신히 속이 뒤집히는 것을 참는다. "저 애는....." 중얼거리듯 말하는 셀레나이트.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하게 들린다. 쓰러진 세 이브의 얼굴에선 핏기가 사라져있고, 그녀의 찢겨진 배에서 피가 새어나왔다. 조금 씩. 조금씩. 그 피의 연못을 향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똑. 똑. 똑. "완성되지 않은 인형이니까요." 그녀의 말끝을 빗소리가 감추었다. 어둔 밤의 차디찬 비가, 그들에게 내리기 시작했 다. "완성되지 않은 인형이라고?" 당황하는 미나르 공주의 어머니를 향해, 체서들이 비웃듯이 말한다. "그렇다. 이 아이는, 제논님에게 바쳐져서 완성을 보게 될 것이다. 인형으로 태어나 서, 궁정 마법사님에게 가게 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지. 후하하하." "그리고....." 검을 고쳐잡는 그녀. 그리고 하이의 어머니. "우리를 죽이고, 이 검을 빼앗아가겠다는 건가?" 그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다. 정의와 진실을 수호하는 라 브레이커가 우리와 함께 하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가만히 있는가. 어째서 검은 정의를 위해 일어 서지 않는가. "그러면 이 검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비웃는 체서들. 그녀의 기대가 부질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왜? "그 검은 계약자가 아니면 반응하지 않는다. 우릴 걱정해줄 필요는 없어." "뭐라고 ! 너희들이 어떻게....." 절망하는 황후. 그리고 검을 휘두르는 체서들. 한 줄기 피가 솟는다. 빗방울을 헤치 고. "하티 !" 쓰러지는 시녀. 그리고 그녀의 중얼거림. 입에서 피가 터져나오면서, 그녀는 외치듯 이 말한다. 하지만 그 소리는 빗속에 가려져서 지워져 버렸다. "도....망....치세.....요......" 황후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언니 역시, 듣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와 셀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물론 검에게도. 피의 연못에 잠겨버리는 하티. "이..... 이 녀석들......" 검을 쥔 채 뒤로 물러서는 황후, 아니 황태후. 하지만 어디로 피할 수 있다는 것일 까. 이미 완전히 포위당한 입장인데. 체서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온다. "이....." 탈출할 틈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하고 항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선택할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체서들이 서서히 다가온다. 비웃음을 담은 채. "아아아아악 !" "어서 ! 서두르자 !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 !" 어디선가, 여자 비명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사이드와 리츠는 점점 좁아지는 산길을 따라, 공룡들을 몰았다. 약간 오르막인 길을 따라가자니, 자꾸만 공룡들의 발이 미끄 러졌다. 주르륵. "이크 !" 씬랍토르의 발이 미끄러졌다. 간신히 중심을 잡는 리츠와 그의 공룡. "앞이 보이지 않잖아." 빗줄기가 너무 거세어져서, 이젠 눈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공주님의 안위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기에. "조금만 더 가면 별궁이야. 힘을 내자고." 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공룡에게 하는 말이다. 사이드가 자신이 탄 씬랍토르의 머리를 두들기며 공룡을 달랜다. 하지만 차가운 비와 질퍽거리는 진창을 지나온 공룡 들은,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지? 달려서 갈까?" 두 사람이 그런 말을 나누는 도중. 쉬익. "피해 !" 빗소리에 가려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감각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알렸고, 두 사람은 재빠르게 검을 뽑으면서 공룡의 등에서 몸을 날렸다. 작은 가시가 달린 침 들이, 씬랍토르들의 머리와 목을 꿰뚫는다. 공룡들이 울부짖으면서 서서히 쓰러진다. 쿵. 경련을 일으키다가 그대로 거품을 흘리며 눈을 감는 공룡들. "저 녀석들은?" 어둠 속, 더군다나 폭우 속이다. 등불조차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습격자는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고 그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독침을 경계하며, 두 사람은 서로의 등을 맞대고 섰다. 섯불리 움직이면 그대로 적의 먹이가 된다. 그 들은 감각을 집중시키고 기다렸다. "이런. 젠장. 시간도 없는데." 투덜거리는 리츠와 달리, 사이드는 조용히 서 있었다. 미세한 흔들림을 잡아내기만 한다면..... 그러나 상대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 단지 두 사람을 이곳에 잡아두 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체서 놈들일거야." 어둠 속에서 사는 비열한 암살자들. 그런 놈들이 감히 자랑스러운 쥬린 제국의 기사 인 자신들을 막고 있다는 것에 울화통이 터지는 리츠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도리가 없었다. 일단은 그들을 찾아내야 하지만, 숨는데는 일가견이 있는 놈들이 아닌가. 결 국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공주님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상황에..... "자네, 혼자서도 잘 할 수 있겠지?" 난데없이 사이드가, 그런 말을 꺼냈다. 어째서인가. 하지만 그런 의문은 오래 지속 되지 않았다. 오래동안 생사를 함께 한 동료였기에. 곧 그의 말에 대답하는 리츠. "물론이지." "그럼 자네는 공주님에게 가게. 자네에게 힘든 일을 맡기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하 지만, 뒤는 내가 맡을 테니까. 그럼 내가 움직이면 자네도 움직이게." "알았어." 두 사람은 입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팔꿈치를 서로 두드려서 의사를 전달했다. 기 의 미세한 떨림을 감지하고, 그 신호를 해석해서 상대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그것으 로 모든 것은 충분했다. "이야압 !" 기합을 내지르며 달리는 사이드. 그의 몸을 향해 독침들이 무수히 날아간다. "지금이야 !" 바람을 가르는 독침의 비행. 그 감각을 느낌으로써, 리츠는 상대의 위치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검으로 적들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독침은 적어도 세 군데에서 날아 오고 있었다. '할 수 없지.' 사이드의 말이 옳았다. 상대는 자신들의 실력을 알고, 여러 곳에 암살자들을 숨긴 것이었다. 결국 탈출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그가 빠르고 강해도, 동시 에 세 곳에 숨은 체서들을 죽이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폭우 때문에 허상의 검을 사용할 수도 없고, 기를 이용해 멀리서 적들을 날려버리는 것도 무리였다. 결국, 그 가 택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하나. 공주님이 계신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 뿐이었다. "죽지 마라. 사이드." 독침의 방향을 기억하면서, 리츠는 필사적으로 달렸다. 체서들이 숨은 곳에서 당황 하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비로 인해 질퍽해진 도로를 따라, 리츠는 필사적으로 달렸 다. 매복하고 있던 다른 체서들이 독침을 쏘았지만, 그의 움직임이 너무 빠른데다가 방향을 자꾸 바꾸는 바람에, 독침은 그의 등 뒤로 날아갈 뿐이었다. 부질없이 허공을 가르며 사라지는 독침들. '공주님. 무사하십시오.' - 계속 - 후기)오늘 연재분을 쓸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하루 쉬려고 했지만, 도리 가 없더군요. 잘 자다가 새벽에 '시간을 강제로 빼앗겨서 연중하는' 악몽을 꾸고 잠 을 설치는데야 도리있나. 결국 새벽에 일어나서 컴퓨터 앞으로 끌려나오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부터가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잘 써질지 모르겠군요. 하이의 어머니, 하티는 단 한 컷만 나오고 말았군요. 세이브 역시 비참한 모습을 보 였고. 오늘의 이야기는 극히 어둡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0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08 조회수 : 12 공룡 판타지 15-309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39) - <붉은 빛의 진실(17)> "지금쯤 다 끝냈겠지?" 별을 보고 시간을 확인한 제논이, 황제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극히 만족스런 미소 와 함께. 황제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곧 그 검은 나의 소유가 되겠군." "그렇습니다. 폐하." "어차피 그 검과 계약할 사람은 없어. 감히 죽음을 자초할 자가 어디있겠나. 그리 고....." "어차피 그 검의 용도는 제국의 상징일 뿐이니까요." "다만, 공주가 죽는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가? 그대의 스승이라든지....." 황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반대 세력이 아니었다. 사이드나 리츠가 이끄는 기사단은, 마법사들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원로원은, 이미 자신을 두려워하여 숨을 죽이고 있다. 백성들에게 황제가 바뀐다는 것은, 그리 큰 일은 아니다. 어차피 전임 황제가 불명예스러운 일로 죽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공주를 지지하는 세력이 공주를 빼내려다가 호위 기사들의 저항으로 인해 난전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우발적인 사고로 공주가 죽어버렸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가. 증거만 확실하다면. 하지만, 한 사람만은 다르다. 만약 공주가 죽은 것을 보고 그녀를 귀여워했던 한 사 람. 제논의 스승이자 이 모든 사태를 만들어낸 그녀가 만약 마음을 바꾸어먹는다 면..... 그것만은 그도 두려웠다. 그녀의 마법을 상대할수 있는 마법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그러나 제논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염려마십시오. 공주는, 제 스승님의 원수인 전임 황제의 무남독녀입니다. 그녀가 죽는다면, 제 스승님께도 좋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살려두 는 것도 좋은 일일 겁니다. 아마, 곧 사이드와 리츠의 목이 도착할 겁니다. 공주님의 옥체와 함께요." "후흐흐흐." 공주에게 약간의 '정신적인 안정'을 취하게 하면, 그것으로 모든 일은 끝이다. 공주 가 멀쩡히 살아있고, 그녀를 장기간에 걸쳐 세뇌교육을 받게 하면, 그녀는 자신들의 손아귀에 쥐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더라도 충분 히 배후에서 그녀를 조종할 수 있다. 자신이 굳이 권력을 잃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후하하하." 두 사람의 웃음이 궁전을 흔들었다. "더 이상 앞으로 갈 순 없다." 리츠의 앞을 가로막는 복면의 사내들. 벌써 세 번째다. 그의 칼은 피로 젖어 있고, 비에 씻겨내려가기도 전에 다시 피를 뒤집어쓴 그 검은, 아직도 검붉을 것이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이 정도 독침으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나?" 자신을 막겠다고 나서는 남자들. 그리고 그에게 주의가 쏠린 틈을 타서 던져지는 독 침들. 그것을 검으로 막으면서, 리츠가 중얼거렸다. 똑같은 수법을 세 번씩이나 쓰는 자들에게 당할만큼, 어리석은 그는 아니었으므로. "물론 못 막지." 상대가 웃는다 ! 리츠는 번개처럼 몸을 도약했다. 그의 발밑에 놓인 그물이 그를 노 리고, 조여져온다. 그는 검을 휘둘러, 그물을 내리쳤다. 채앵. 쇠그물이다 ! 리츠는 그물에 의해 몸이 조여지기 직전, 검을 다시 한 번 내리쳤다. 검 안에 생명력이 스며들어가면서, 그 힘이 정확히 쇠그물을 만든 고리와 고리 사이 를 갈랐다. "호오." 복면의 사내들이 그 순간, 일제히 단검을 던졌다. 쇠그물을 자르는 그 순간만은, 공 중에서 일시적으로 경직될 것이라는 것을 노린 공격이었다. 그러나. 쉬익. 단검에 맞은 것은, 리츠의 망토 뿐이었다. 당황하는 체서들 앞에, 빛 한 줄기가 스 쳐갔다. 털썩. 털썩. 털썩. 쓰러지는 체서들. 그리고 그들의 등 뒤로 달려가는 리츠. "이거. 늦겠는걸." 그의 어깨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자신의 피인지는 모르겠지만. "늦었다 !" 황태후가 아무리 검술을 익혔다고 해도, 그녀는 전문적인 검사는 아니었다. 단지 취 미 정도로 익힌 검술로, 암살자들의 검을 오래동안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 의 검의 빈틈을 노리고, 정확히 가슴을 찔러들어오는 체서들의 검. "이익 !" 황태후는 몸을 비틀었지만..... 너무 늦었다. 체서들의 말처럼. 채앵. 하늘로 솟아오르는 그녀의 검. 그리고 그녀의 급소로 쏘아지는 다섯 자루의 검. 검은 그 자리에 멈추었다. 죽음을 기다리던 황태후는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인가? 왜 그들은 자신을 죽이지 않는가. 설마.....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의 팔다리에 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그렇게 무너져내렸다. "제압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쏟아지는 비를 보면서, 체서들의 대장이 말했다. "죽여버려. 우리가 개입했다는 증거를 남기면 안 된다. 기사들의 검법으로 최후를 맞게 해 줘라." 검을 사용한 흔적에서, 자신들의 검술이 드러나면 안 된다. 그녀는 쥬린 제국의 두 기사인 사이드와 리츠에 의해 살해된, 아니면 그들의 부하 기사들에게 살해된 것이어 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믿게 하기 위해서는..... "비 때문에 불을 지를 수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체서들의 대장은 공주를 바라보았다. 쓰러진 자신의 어머니를 보며 울먹이는 그녀 를. 빗줄기에 맞아, 그녀의 눈물은 마를 줄 모른다. "저 계집애는 기절시켜서 끌고 가." 죽어 쓰러진 기사의 검을 들고 황태후에게 다가가는 복면의 체서 한 사람. 체서들이 검을 들고 주변을 경계하는 가운데, 공주의 눈에 그가 비쳤다. 번개가 치면서 주위가 밝아지고, 그녀의 눈동자엔 검은 색 악마가 보였다. "엄마.... 일어나....." 하지만 그녀의 엄마는 일어날 수 없었다. 팔다리의 근육이 모두 잘려나갔으니까. 그 저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쓸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 기사의 검을 들이대는 체서 들. "그럼 편히 가시오." 검은 손이 공주를 향해 다가온다. "으응.............엄마....." 이젠 울음도 나오지 않는 듯, 그녀는 단지 엄마를 쳐다보기만 한다. 그녀의 머리 에..... "안 된다 ! 이 놈들 !" 그러나 움직이지 못하는 황태후의 말은, 단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체서들이 그녀 에게 검을 겨누었다. 기사의 검을. "잘 가시오. 당신 딸은 잘 돌봐줄테니." 황태후의 눈이 부릅떠진다. 상황을 깨달은 공주가 울먹인다. "엄마.... 죽으면 안 돼...." 검이 그녀의 심장을 겨누고..... "엄마..... 엄마....." 황태후는 단지 상대를 노려볼 뿐. 그 외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시, 싫어.... 싫어...." 공주를 끌고 가기 위해 다가오는 체서들의 손..... "다, 다가 오지 마 !" 뒤로 물러서는 소녀. 그녀의 초록색 머리는, 이미 기사들의 피와 시녀들의 피로 인 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끝없이 퍼붓는 폭우조차 그 피를 말끔히 씻어내지 못할 만 큼, 뿌려진 피는 많았고 그 원한은 깊었다. 당황하던 그녀의 손이 그 자신의 허리를 향해 갔다. "이 검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란다." "신에게서 인간에게 주어진 진실과 정의를 수호하는 검, 라 브레이커. 황제가 될 사 람에게 주어지는 제국의 상징이란다." 그녀의 머리에 어머니가 해 준 말이 기억났다. 그녀가 자신의 허리를 바라본다. "다가오지 마 ! 더 이상 다가오면....." 공주의 손이 검을 잡고, 그것을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 검은 어린 소녀가 휘두 르기에는 너무 길고 무거웠다. "공주님. 무리하지 마시지요. 그 검은 우리에게 넘기는게....." "싫어 !" 허리에 매단 검집의 잠금 장치가 풀리면서, 검신이 드러났다. 날이 선 검이, 어둠속 에서 빛을 뿜어냈다. 소녀는 두 손으로 검을 들고 외친다. "더 이상 다가오지 마 !" 그리고는 엄마의 앞을 막아선다. 그녀의 가녀린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다가오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 - 계속 - 후기)으. 왜 글이 이렇게 안 나오는 거냐. 정말 한탄하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지금 보면 간단해보이시겠지요? 하지만 그 간단한 걸 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또다시 실감하는군요. 글의 외형은 이미 한 번 보기만 해도 나오는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 현하는 것은 왜 이리 어려운지.....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1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09 조회수 : 41 공룡 판타지 15-310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40) - <붉은 빛의 진실(18)> 빗속에 서 있는 가냘픈 소녀. 그녀가 지금 자신보다도 더 큰 검을 들었다. 그녀 자 신과, 그녀의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하지만, 너무나 약한 그녀의 팔은, 단순히 검을 드는 것만으로도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웃는 체서들. 하지만 그 웃음 은 결코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후후후후." 검의 무게가 소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검의 끝이 땅을 향한다. 하지만 소녀는 이를 악물고 검을 다시 들어올린다. 다시 검이 하늘로 향한다. 하지만 검끝이 부르르 떨린 다. "공주님. 그만 두시지요. 그 검은, 공주님에겐 너무 무겁습니다." 빈정대는 듯이 말하는 체서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비록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녀 가 허리에 그 검을 차고 다닐 수 있었던 것은, 그 검의 무게가 가벼워서도 아니고, 그녀의 힘이 강해서도 아니었다. 다만, 검 자체가 하늘에 뜬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저, 검 스스로가 그 자신의 무게를 지탱해서,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었기 때문에 가능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런 혜택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녀 혼자서 검을 들기 에는, 그 무게는 너무나 무거웠다. "그만 내려놓으시라니까요. 공주님." 체서들중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린애를 상대로 굳이 독침을 쓸 필요도 없다 는 판단이었을까. 그러나 그것은 오산이었다. 그녀가 든 검이 정확히 아래로 떨어졌 다. 검의 무게를 이용해, 그대로 검을 든 힘을 뺀 것이다. 체서가 급히 몸을 날렸지 만, 그 검은 너무나 날카로웠다. 서걱. 체서의 가슴을 감싼 옷이 찢겨져나가면서, 약간의 피가 튀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뒤로 물러선 체서가 피식 웃는다. "칫. 긁혔군." 말그대로 긁힌 정도의 상처만이, 그녀가 거둔 유일한 소득이었다. 그리고 소녀는 비 틀거렸다. 단순히 무게를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겐 너무나 가혹한 것이었다. 비틀거리는 그녀에게, 방금 옷을 찢긴 체서가 비웃음을 머금고 말한다. 비록 복면으 로 가려져서 보이진 않지만. "시간낭비하지 맙시다. 공주님. 어차피 이게 당신의 한계입니다. 그 검을 또 한 번 휘두를 수 있을까요? 설령 휘두른다고 해도, 그 검에 우리가 순순히 맞아줄까요?" 방심한 틈을 노려서 휘둘러도 간신히 긁힌 정도의 상처만 줄 정도라면, 본격적인 싸 움에서 어떤 결과가 날지는 너무나 분명했다. 게다가. "당신은 아직 검의 주인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를 죽일 정도의 힘을 내지 못했기에 잠잠했지만, 만약 당신이 그 정도의 힘을 낸다면....." 검의 주인이 아닌 자가 검을 휘두를 순 없다. 만약 정말로 그녀가 계속 검을 휘두른 다면, 그 결과는 무엇인가. "설마, 그때처럼?" 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간 모습은, 언니의 검을 훔쳐가던 라이다가 타죽는 광경이 었다. 사람이 선 채로, 검의 불꽃에 타들어가는 바로 그 광경. 언니 역시 그 모습을 떠올렸는지, 내 손을 잡는다. 힘껏. 체서들이 공주의 앞에 서서 다시금 묻는다. "그 검의 주인이 아니면서 그 검을 사용한다면....." 소녀의 눈동자에 비춰지는 두려움의 근원들. "당신은 타죽게 됩니다. 공주님." 그들이 서서히 다가온다. 마치 사신처럼. "아직 검의 주인이 되는 의식도 치르지 않았는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미는 체서들. "그 검을 휘두르실 수 있으신가요? 공주님." 그녀의 표정이 잠시 두려움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이 자신의 어머니를 보 는 순간, 그 두려움은 사라졌다. "그렇지 않아 !" 검을 들어 다가오는 체서들의 손을 향해 휘두르는 소녀. 하지만 그 검이 체서의 팔 에 닿기 직전, 검에서 불꽃이 일었다. 아니, 강대한 열에너지라고 해야 적합할 듯 했 다. 백열하는 검. 그리고 그 열기는 소녀의 손으로 집중되었다. "꺄아아악 !" 소녀의 손에 불이 붙으면서, 그녀는 검을 놓치고 쓰러졌다. 검이 땅에 떨어진다. 피 와 빗물이 섞인 연못에. 소녀는 불이 붙은 손을 쥐고 땅을 뒹굴었다. 서글픈 비명과 함께. "저런 !" "다가가지 마라 !" 체서중 하나가, 그녀를 향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그녀를 걱정해서라기보다는, 공주 를 생포해오라는 황제의 명령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서들의 대장은 그를 제지했다. "어째서입니까?" 말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그의 눈이 그렇게 대장에게 물었다. 그리고 대장은 그를 쏘아보았다. "어리석은 놈. 라 브레이커의 처벌을 받은 사람을 구하려다간, 너 역시 불꽃에 휩싸 여버릴거다. 그걸 모르나?" "아." 만약에 라 브레이커가 그들을 죽일 생각을 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일은 끝이다. 체 서들이 황급히 공주에게서 물러나고, 어린 소녀는 손을 쥐고는 계속해서 뒹굴었다. 피와 빗물과 진흙이 그녀의 온몸을 휘감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 속으로 빠져버렸다. 첨벙. "당신....." 나는 검에게 증오스런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저 애에게 저런 짓을 하는 가. 정의와 진실을 수호하는 검이, 어째서 저런 불의의 길을 걷는 자들을 응징하지 않는가. 언니의 몸을 가진 소녀가 저렇게 괴로워하는데, 어째서 가만히 있기만 하는 가. 아니, 오히려 그녀에게 그런 고통을 주는가. 나 뿐 아니라, 셀과 언니까지도 검 을 노려보았다. 아니, 검 안에 깃들인 셀레나이트를 노려보았다. 그녀가 당황한 듯 손을 내젓는다. "우린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절대로." "절대로?" 우리들의 시선을 피하듯이, 셀레나이트가 작은 소리로 말한다. "우린 계약자가 아니면 도와줄 수가 없어요." "미나르 !" 황태후가 울부짖는다. 소녀는 피투성이가 된 자신의 팔을 물속에 담근 채, 쓰러져있 었다. 이미 그녀의 손에 붙은 불은 꺼져있었지만, 그 손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뼈가 일부 드러나 있고, 벗겨진 피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검의 빛에 비춰진 그 피 는, 조금씩 땅에 스며들고 있었다. 조금씩. "죽었을까요?" 체서들이 대장에게 묻는다. 대장이 잠시 공주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아직이다. 공주가 저항을 포기하면 곧바로 공주를 데리고 철수한다. 자. 황태후를 처치해." "알겠습니다." 체서들이 황태후에게 다가갔다. 기사의 검 한 자루를 쥔 체서가, 황태후에게 말한 다. "편히 가시오." 그리고 그 검이 황태후의 가슴을 향한다. 황태후가 눈을 부릅뜨고 체서들을 노려본 다. "안 돼 !" 체서들이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두 손이 피투성이가 된 소녀가, 다 시금 일어서고 있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그들을 향한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의 눈이, 이상할 정도의 집념을 담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는 체서들. "절대로....." 다시금 검을 향해 손을 뻗는 소녀. "포기 안 해 !" 그녀가 검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손잡이를 쥔다. "손을 떼라. 공주." 모두들 깜짝 놀라, 검에서 떨어졌다. 이제 검 앞에 있는 사람은 오직 두 사람, 쓰러 진 황태후와 일어선 공주 뿐이다. 황태후가 쥐어짜듯이 외쳤다. "안 돼 ! 미나르. 그러다가 죽어 !" 소녀의 손이 검을 움켜쥐었다. 검이 땅에서 뽑혀지고.... 파지지지직. 이번엔 전기 충격이, 그녀를 덮쳤다. 일순간 주위가 환하게 밝아졌다. 검에서 나온 번개가, 소녀를 휘감고 그 몸을 찢어버렸다. 소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다가, 쓰러졌 다. 소녀의 머리카락은 타오르고, 온 몸의 피부는 시뻘겋게 변했다. 옷에서 연기가 나 며, 조금씩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비록 폭우가 그녀에게 붙은 불을 꺼주었지만, 그것 이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까? 하지만 그 정도의 전기 충격을 받은 몸이라 면..... "죽었군." 체서들의 대장이 중얼거렸다. - 계속 - 후기)계약자가 아니면 도와주지 않는다. 상당히 잔인한 원칙이고, 사람이라면 할 짓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검은 그렇게 합 니다. 사람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독자님이 그러시더군요. 이번 이야기는 우울하다고. 어둡고 음울한 이야기. 하지만 어쩔 수 없군요. 나우누리에선 그럴 경우 줄거리 바꾸라고 작가에게 압력을 넣는 바 람에, 작가님이 나우누리에서 탈출해버리는 일도 있다고 하지만. 어서 이 에피소드가 끝나야 할텐데. 서둘러야겠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1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0 조회수 : 40 공룡 판타지 15-311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41) - <붉은 빛의 진실(19)> 비에 의해 식은 소녀의 몸이, 아직도 연기를 내뿜고 있다. 그 모습을 보던 체서 한 사람이, 갑자기 두려움에 가득찬 목소리로 물었다. "어쩌지요? 공주는 생포해오라고 했는데...." 황제의 명령은 분명히, 그녀를 살려서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되 면..... 난처하다는 듯이 말을 내뱉는 체서들의 대장. "할 수 없지.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쩌겠나. 검이 한 일인걸." 라 브레이커라는 검은, 자신과 계약을 맺은 자신의 주인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힘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에게는 그만한 시련이 부여된다. 그 시련을 이기 지 못한 자에게는, 그 대가로 죽음을 내린다. 그 시련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여태 까지 그 시험을 통과한 자는 단 하나도 없었고, 그래서 역대 황제들은 그 검을 단지 허리에 차고 다니기만 했다. 황제의 상징이긴 했어도, 실질적으로는 단지 검을 보관 하는 자에 불과했던 것이, 여태까지의 황제들의 공통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 애 는..... "감히 검을 자기 멋대로 사용하려 했으니까....." 자신들이 공주를 그런 상황으로 몰아붙인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체서들의 대장이 중얼거렸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남은 것은 증인인 황태후를 죽이고, 모든 것을 사 이드와 리츠, 두 기사들의 소행으로 몰아붙이는 것 뿐이다. 물론 그녀를 죽인 것이 검이라는 사실은,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긴 하지만. "검이 한 일이야. 우린 책임이 없어. 검이 한 일이야. 우린 책임이 없어." 그 말을 주문처럼 중얼거리면서, 체서들의 대장은 명령을 내렸다. "자. 황태후를 죽여. 공주의 시체는 회수하고. 검을 황제폐하에게 가져가자." 체서들이 두려운 듯이, 조심스럽게 검을 향해 다가갔다. 잘못하면 자신들도 공주처 럼 타죽을 게 아닌가. 제국의 황족도 아닌 자신들에게, 검이 은총을 베풀어줄리 는..... "아직....." 빗소리 사이로 들리는 작은 소리. "아직...... 아...냐....." "저, 저럴 수가 !" "미나르 !" 모두의 외침 속에, 소녀가 다시금 일어섰다. 힘없이 비틀거리면서. 그리고는 검을 향해 걸어간다. 또다시. "안 돼 ! 그러지 마 !" 황태후가 울부짖었다. 이번에 또다시 검에 손을 댄다면, 저 애는..... "그만두게 해 !" 황제의 명령을 상기한 체서들이, 일제히 달려나갔다. 공주를 잡기 위해. 이미 온 몸 에 화상을 입고, 벼락으로 인해 충격을 크게 받은 상황에서, 다시금 부상을 입는다 면, 이번에야말로 그녀의 목숨은 끝장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멈추어 졌다. 소녀의 눈빛이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에. "다가오지 마 !" 그 눈은, 결연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의지에 눌려, 체서들은 순간적으로 멈 칫거렸다. 소녀의 손이, 전설의 검을 향해 뻗었다. 다시금. 그리고 또다시 주위가 밝 아졌다. 파지직 ! 또다시 충격이 소녀의 온 몸을 휘감았다. 폭우에 의해 생겨난 웅덩이에서 도, 전기의 흐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두 물러서 !" 황태후를 데리고 피하는 체서들. 그리고 소녀의 주위에 일어나는 푸른 색의 강렬한 충격 ! 퍼펑 ! 물이 폭발하듯 주위로 날아갔다. "너는 그렇게도 죽음을 원하는가?" 검이 나에게 묻는다. "아니." 내가 검에게 말한다. "그럼 어째서 죽음을 향해 다가오는가." 검이 나에게 묻는다. "엄마를 살리고 싶어서." 내가 검에게 말한다. "하지만 네가 죽으면 네 어머니는 슬퍼할텐데?" 검이 나에게 묻는다. "어차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어." 그렇다면, 내가 택할 길은 단 한 가지. "너와 계약을 맺고 싶어.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내가 검에게 말한다. "얼마 살지도 못할거다." 검이 나에게 말한다. "그래도 지금 당장 죽는 것 보다는 나아." 내가 검에게 말한다. "안 된다." 검이 나에게 말한다. "어째서?" 내가 검에게 말한다. "너는, 계약의 무서움을 전혀 모른다. 일단 나와 계약하면, 너는 내 손에 죽게 될 것이다. 여태까지 수많은 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검이 나에게 말한다. "여태까지는 그랬지요. 우리가 처음 생겨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계약했 고, 그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손에 죽어갔어요." 셀레나이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 눈물이, 한 방울 한 방울 아래로 떨어져간다. "힘을 가진 자는, 그에 상당하는 자격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그녀의 말은 조용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격렬한 감정을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이 갑자기 격해진다. 마치 화산이 터진 것처럼. "주인이 힘에 휘둘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에 !" "그래서....." 검이 나에게 말한다. 차분히. "네가 나를 얻는다면, 너는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나의 시험을 거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어쩌면, 네 어머니 앞에서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내 입이 막힌다. "어차피 네가 나와 계약한다고 해도, 넌 오래 못가서 죽을거다. 나는 어린애라고 해 서 봐주는 법이 없으니까. 아까 네가 경험했듯이." 검의 말은, 내 가슴을 차갑게 파고 들었다. 하지만. "하지만, 계약을 안 하면, 엄마는 죽어. 확실히." 내 입이 열린다. 그리고 내 말이 쏟아져나온다. "살아있다면 기회는 있어. 그리고, 그 기회를 잡는 방법은 나한테는....." 말을 맺는다. "이 방법뿐이야." "공주님은?" 언덕 위의 집에서 이상한 폭음이 들렸다. 리츠는 검을 휘두르면서도, 위의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잠깐의 흐트러짐이 빈틈을 불렀다. "이 놈 !" 체서들의 검이 그의 왼쪽 어깨를 찔렀다. 빗방울이 붉게 보였다. 쓰러지는 리츠. "이제 끝이다 !" 세 명의 체서들의 검이, 리츠를 향해 날아왔다. 리츠의 검도 움직였다. 반짝. 한 줄기 빛이 번뜩였다. "제기랄 !" 체서들이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을 때, 이미 소녀가 있던 곳은 사라져있었다. 순간적인 빛과 열이 그 자리를 태우고, 남은 것은 연기와 불꽃 뿐. 빗줄기속에서도,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아....." 황태후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딸이, 불꽃 속으로 사라져버린 장면을. 눈 물이 그녀의 뺨을 적시고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그 눈물을 닦을 수도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 애가 죽어야 했던가. 황태후는, 아니 소녀의 어머니는 서럽게 울었다. 자 기를 구하기 위해 저 애가 죽다니. 저 애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죽었어야 하는데. 그 랬어야 하는데....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미나르....." - 계속 - 후기)조금만 더 ! 조금만 더 ! 지금 제 상황입니다. 어떻게든 빨리 과거 이야기를 끝 내려고 발버둥치지만, 왜 이렇게 할 말이 많은 거야 ! 결국 아직도 끝이 안 나는군 요. (미치겠다) 하지만 며칠 내로 끝낼 겁니다. (정말?) 그리고 드디어 특집으로..... (두, 두껍다. 이 특집은) 생각대로 잘 되면 좋겠군요. 그리고 또 하나. 오늘은 중간의 대화가 내용이 적고 줄만 차지하는 바람에, 분량이 더 적군요. 이모저모 묘사를 해야 글이 늘어나는데, 상황상 그게 되지 않으니. 어서 두들겨부수고 난리를 쳐야 글이 그득그득해질텐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1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1 조회수 : 44 공룡 판타지 15-312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42) - <붉은 빛의 진실(20)> 연기가 빗줄기에 씻겨 사라지고 있었다. 쓰러진 소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 쯤 타들어간 그녀의 손은, 검을 꼭 쥐고 있었다. 비록 몸은 피투성이로 망가졌지만. "독한 계집애." 하지만 그 말에는 비난이 들어있지 않았다. 단지, 차디찬 시신이 되어 버린 소녀에 대한 동정만이, 그 말 속에 담겨 있었다. 표면적으로 그녀를 동정하지 못하는 체서들 이, 그녀를 향해 표할 수 있는 예의는 이것뿐이었다. "죽었군. 이번에야말로." 누군가의 중얼거림. "불쌍한 아이....." 흐느끼는 여인. "공주의 시체를 치워라. 폐하에게 검을 가져가고." 대장의 명령에 따라, 체서들이 서서히 공주의 시체에 다가간다. 식어가는 그녀의 몸. 그 몸을 잡고, 그녀가 쥐었던 검을 빼낸다. 반짝. 체서들의 몸이 갈라지면서, 피가 솟아나왔다. 검의 빛에 비춰진 그 핏줄기는, 마치 한줄기 불꽃처럼 보였다. 비를 향해 내뿜는 인간의 의지처럼. "!"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체서들이, 자신의 검을 다시금 뽑아들었다. 일부는 독침을 꺼내들고, 일부는 황태후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서걱. 서걱. 사람의 몸이 잘리는 소리.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나는 하얀 빛. "미나르 !" "그래서, 계약을 한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셀레나이트. 하지만 뭔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 무엇인가가. "정말로 계약을 맺은 건가요? 그 공주님과?"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는 셀레나이트. "정말인가요?" 믿을 수 없어. 그게 사실이라면 혹시..... "지금 공주는 살아있나요?" 그녀가 죽었는가. 죽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 라 브레이커는 상대의 영혼을 보고 계약을 할 뿐이다. 그녀가 만약 살아있다면, 그러니까 그녀의 혼이 아직 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이것은 이중계약이 되는 셈이다. 지금 언니와 라 브레이커 는 주종관계가 되어 있으니까. 그건 어떻게 된 것인가. 셀레나이트가 대답한다. "지금 공주는 죽어 있어요. 만약에....." 만약에.... 그 뒤에 할 말은 무엇인가. "우리가 그녀를 되살리지 못한다면." 수수께끼같은 말이지만,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었다. 죽은 자를 살리는 마법이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다. 그런 마법을 가진 존재는 인간도, 엘프도 아닌, 그 분밖에 없 다고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묻고 싶었다. 그녀의 말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하지만 그녀는 내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아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과거의 영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끝까지 보고 나면, 모든 것을 알게 될 거에요." 그 말만이, 내가 들은 대답이었다. "뭐야 !" 모두의 경악 속에, 소녀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손에서 날아간 검이, 체서들의 토 막난 몸을 뒤로 하고 소녀에게 돌아간다. 그녀의 눈이 체서들을, 자신의 어머니를 바 라본다. "죽지 않았어 !" 체서들의 혼란스런 외침이 이어졌다. 그 정도의 충격을 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단 말 인가. 마법도 검술도 수련하지 않은 자가, 어떻게 그 정도의 방어능력을 갖출 수 있 단 말인가. 모두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 앞에 놓인 것이 환상인 지 아닌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들의 눈 앞에서, 소녀의 검이, 하얗게 빛을 뿜었다. 빗줄기 속에서도 모두의 모습을 환히 비출 만큼. 체서들이 공포에 떨며 부르 짖는다. "서, 설마? 계약을 했다는 것인가?"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그 외에는 해답이 없었다. 그녀가 만약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 되지 않았다면, 아까의 빛 속에서 살아남을 순 없 었을 것이므로.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명을 재촉하는 짓이다. 여태까지 누가 그 검과 계약해서 끝까지 살아남았었단 말인가. '자신의 죽음을 각오한 것인가. 그렇다면.....' 그녀가 그런 무모한 짓을 할 이유. 그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녀 역시 황족인 이 상, 라 브레이커에 대해 모를 수는 없으니까. 그 검과 계약해서 전설을 이룬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검의 유혹, 자신과 계약을 하자는 말에 넘어가지 말라는 말도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가 계약을 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겠는 가. 그것은..... 모두의 눈이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눈물로 흐려진 눈으로 자신의 딸을 보는 한 여 인을. "젠장. 황태후를 잽싸게 죽였어야 하는데." 체서들 중 하나가 벌레 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그녀가 죽었다면, 소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잡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있는 이상, 그녀는 절대 로 자신의 어머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막아 !"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힘은, 모두가 지긋지긋할 만큼 듣고 있었다. 그 검에게 범상치 않은 힘이 있다는 것은, 모든 이가 잘 아는 사실 아닌가. 쥬린 제국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검이고, 제국의 힘을 과시하는데 있어 가장 안성맞춤인 것이 바로 그 검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 그들은 그 검에 적대하는 편에 선 것이다. 검의 주 인이 자신들과 적대하는 입장이므로. 모두의 눈동자가 한 사람을 향했다. 이미 피부 가 불에 타고, 뼈까지 드러난 소녀를 향해. 쉬익. 그들의 독침이 일제히 소녀에게 날아갔다. 하지만 소녀의 모습은 이미 그곳에 없었 다. 어느새 그들의 뒤로 돌아온 소녀가, 등을 보인 체서 한 사람을 베었다. 체서의 머리와 어깨가 몸에서 떨어져나가면서, 한 줄기 피를 하늘로 뿜었다. 그리고 살육이 시작되었다. 소녀의 몸에 피가 묻는다. 타인의 것이. 죽어가는 자들의 눈이 그녀를 향한다. 증오를 담고. 하지만 소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녀 역시 그렇게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저 눈은....." 과거에 나는, 저런 눈을 본 적이 있었다. 언젠가. 언니가 피케이 일당들과 맞서 싸 웠을 때. 그때의 눈이 바로 저런 것이었다. 전에 사형장에서 언니가 겁에 질렸던 때 와는 전혀 다른, 냉정한 절대자의 눈. 그 눈빛을 한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신들인가요?" 긴 세월을 살아서 감정이 사라진 자들의 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자의 눈. 그때 언니에게서 느껴진 절대적인 위압감이, 지금 다섯 살짜 리 소녀에게서 보여지고 있었다. "당신들이 저 소녀의 몸을 지배한 건가요? 아니면, 저 소녀를 닮은 라비린스 키퍼가 있는 건가요?" 전자의 가능성만큼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엘프로서는 절대로 언급하기 싫은, 그 자가 전설의 검과 닮은 존재라는 건가? 설마..... 그런가? 셀레나이트가 대답한다. "우리가 공주의 몸을 잠시 지배한 거에요." 그녀의 말에 거짓이 담겨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지난번에도 언니의 몸을 지배한 것이 당신들인가요?" "네." 그렇다면.... "그럼, 레드 테일 시에서 언니가 제정신을 잃었을 때, 그때 언니를 지배한 것은 뭐 지요?" 언제까지나 의문을 남길 수는 없었다. 언니의 과거. 그것이 무엇이길래 언니가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일까. 셀레나이트가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건 과거에요." "네?" 애매한 대답이다. 과거라니? 과거라면 지나간 시간을 일컫는 말인데, 어째서 그런 말이 대답으로 나온 것일까. 그리고, 그 과거는 대체 무슨 과거라는 말인가. 그 과거 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당신도 인간과 함께 하면서 성급해졌군요. 기다리세요." 내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새빨개졌다. 그런가. 이렇게 서두르는 것이 인간들의 방식 이었지. 그래서 그런 어리석음을 범한 것이고.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 다. 적어도 지금은. 지금 할 일은 언니의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닌가. "이제 거의 끝나가는군요." 아래를 바라보니, 체서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남은 것은 황태후와 공주, 그리고 체서들의 대장 하나뿐. 그들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 계속 - 후기)오늘은 엄청나게 늦었네요. 일요일이라고 게으름 피우다가.... 라면 차라리 좋 겠습니다. 어떻게 된 게 일이 생겨서..... 게다가 글 올리기 전에 한 번 읽어보지 않 으면 글을 망치더라고요. 그래서 늦었습니다. 어쩌면 자기 변명일지도 모르겠군요. 푸우.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1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2 조회수 : 0 공룡 판타지 15-313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43) - <붉은 빛의 진실(21)> "이제 너 하나군." 최후의 체서, 체서들의 대장을 향해 걸어오며 말하는 공주. 하지만 그것은 절대 다 섯 살짜리 소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목소리는 그녀의 몸을 통해 나오고 있지만, 원 래의 것보다 훨씬 음이 낮고 살의를 담은, 그런 목소리였다. 마지막 체서가 공주를 노려보며 말한다. "너는 누구냐?" 이미 짐작가는 것이 있으면서도, 확인하듯이 묻는다. 그리고 대답이 돌아온다. "이미 알고 있군. 네 짐작 그대로다." 체서가 분노하여 외친다. "어째서 이 일에 끼어들었는가 ! 네가 공주와 계약이라도 했다는 건가?" "그렇다." 놀라는 황태후. 그녀의 얼굴이 곧 절망으로 뒤덮인다. "어, 어째서 ! 그 애를 죽일 셈이야? 이 살인자 !" 검과 계약한 자는,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다. 여태까지 단 한 명도, 검의 시험을 이기고 전설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계약을 맺었다는 말인가? 죽음으로 가 는 길을 걷게 되었다는 것인가? 그런 어린애가? 황태후는 겁에 질려 울부짖었다. "계, 계약을 취소해 !" 그러나 소녀, 아니 소녀의 몸을 지배하는 검의 마음은, 무정한 답을 할 뿐이다. "이제 이 아이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다. 죽고 싶지 않으면, 내 시험을 끝까지 통과 하는 것뿐. 그 외에 계약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죽을때까지." 그 순간, 갑자기 황태후의 몸이 소녀에게 날아들었다. 그와 함께 들리는 외침소리. "황제폐하 만세 !" 체서의 검이, 공주의 작은 몸을 향해 똑바로 날아들어왔다. 그녀의 어머니를 방패삼 아. 그의 얼굴이 붉게 보였다. 복면에 묻은 피가 빛나는 듯이. 체서의 품에 힐끗 보인 것. 저것은? 왠지 강대한 마력을 품은 듯하다. 비록 이것이 영상이라서 그것이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저 붉게 빛나는 보석이 뭐지? 인간들의 마법으로 만든 물건중에, 저런 것이 있었다. 분명히. 과거에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 었다. 저것은 바로.... "위험해 !" 셀이 깜짝놀라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무엇이기에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왜 그래요?" 할 필요가 없는 말이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 셀이 벌벌 떨면서 말한다. "원자 마법 7레벨. 커즈드 슬레이어(cursed slayer)라는 마법이에요. 핵폭발을 일으 키는 저주받은 마법. 그걸 봉인한 보석이에요. 틀림없어요." 핵폭발? 영문을 모르는 언니는 가만히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설마, 태양이 떨어진듯한 빛으로 모든 이를 태워죽이고, 그 땅에 저주를 내려 그곳에서 나고 자라 는 모든 생명이 죽음의 독을 품게 하며, 심지어 흙과 바위조차 보이지 않는 죽음을 발하게 하는... 그런 마법? 설마. 그런 짓까지 하다니. 그걸..... "제논 바보 녀석. 누가 그런 데 쓰라고 그 마법을 가르쳐준 줄 아나? 이걸 당장 에...." 당장이라도 검 밖으로 나가려는 그녀를, 간신히 뜯어말리는 나. "일단은 언니의 기억을 모두 보고 나서 가요 !" 내가 셀을 말리는 순간, 비명이 터졌다. 내가 아니다. 셀이 아니다. 그것은, 두 소 녀의 비명. "꺄아아아악 !" 쿠쿵. 심장이 울린다. 쿠쿵. 두 손이 떨린다. 쿠쿵. 손에 전해진 감각. 쿠쿵. 사람이 베어지는 느낌. 쿠쿵. 한 사람이 아니다. 쿠쿵. 두 사람이다. 쿠쿵. 잘려나가는 육체. 쿠쿵. 위에서 아래까지, 베어지는 섬광. 쿠쿵. 그리고 갈라지는 사람들. 쿠쿵. 낯익은 비명. 쿠쿵. 낯익지 않은 비명. 쿠쿵. 붕괴되는 마력. 쿠쿵. 하늘로 쏘아지는 피. 쿠쿵. 그리고 내게 내리는 붉은 비. 쿠쿵. 모두가 쓰러진다. 쿠쿵.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이. 쿠쿵. 나 자신을 살리려고. 쿠쿵. 나 자신의 의지로. 쿠쿵. 나는 거짓말쟁이였다. 쿠쿵.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쿠쿵. 나는 죽였다. 쿠쿵. 나 스스로의 의지로. 쿠쿵. 내가 사랑했던 엄마를. 쿠쿵.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아.... 아....." 나는 빗속에 서 있었다. 체서의 품 속에서 붉은 빛이 사라져간다. 그와 함께 그의 생명도 점차 사라져간다. "지독한 것. 계약자의 어머니를 죽이다니." 그의 증오심에 불타는 눈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들고 있는 검을 향한 그 의 시선. 그 시선이 점차 가늘어지더니, 문을 닫는다. 그의 숨결이 사라져간다. "이건....." 검이 한 일인가? 내 어머니를 베어낸 것이? "아냐....." 그 순간, 나는 비겁했다. 나는, 그렇게도 엄마를 구하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 적으로 위험을 느꼈다. 내가 베어질 것 같아서, 내가 죽을 것 같아서. 나는 내 의지 로 외쳤다. 분명하게. 살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한 건가? 이런 일을?" 내 스스로의 의지로, 엄마를 베어버린 건가? "아냐." 부정하고 싶다. 하지만, 체서들의 시체 사이에, 두 조각으로 갈라진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나 자신의 검에 의해 잘려진, 엄마의 시신이, 나를 원망하듯이 바라보고 있 다. "괜찮습니까? 공주님 !" 저기에 피투성이의 남자가 다가오고 있다. 누구지? 저 사람은 누구지? 이것을 봤어? 내가 나쁜 애라는 걸 알고 있어? 나는 외쳤다. 어둠속으로 사라지면서. "다가오지 마 !" - 계속 - 후기)나왔군요. 드디어. 드디어 공주님의 과거가 나왔습니다. 오늘은 네 장 치를 썼 는데, 그 원인은 중간에 회상 장면이 좀 길잖아요. 글의 양도 적고. 하지만 그 상황 에선 그렇게 써야 하기에, 그렇게 썼습니다. 글 중에서 필요하면 무슨 장면이든 넣을 생각이라서. 그리고 굳이 잔혹한 묘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했습니 다. 하지만, 이것이 훨씬 잔인하군요. 독자분들이 이 장면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어쩌면 모니터 앞에서 구토하실까봐 걱정이 되는군요. 얼마전에 하이텔 시리얼(하이텔 안 쓰시는 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이곳은 하이텔에서 글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퍼가시는 분들을 위해 덧붙이는데, 이곳에서 많은 분들이 글을 올리고 있지요) 사람들이 대화방에서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잔인한 게 뭐냐는 걸 놓고. 거기서 그런 말이 나오더군요. 주인공이 잔인한 짓을 하게 하는 것, 하고 싶지 않은데도 하게 하는 것이 잔인하다고. 어지간하면 내용을 바꿀까 생각했지만, 그 '잔인한' 장면을 강조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하다는 말을 들을 걸 각오하고, 원래 구상대로 올립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1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3 조회수 : 4 공룡 판타지 15-314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44) - <붉은 빛의 진실(22)> "헉. 헉. 헉. 헉." 달리던 내가, 걸음을 멈춘다. 숨을 쉰다. 엄마의 피냄새를 맡으며. 아니, 그것은 엄마의 피만이 아니다. 내가 죽인 자들의 피가, 그 속에 섞여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선 한 사람. 붉은 빛의 남자가 나를 바라본다. 그의 칼에서 피가 떨어진다. 뚝. 뚝. 뚝. 뚝. "여기 있었구나." 붉은 얼굴이 나를 쳐다본다. 그가 내게 걸어온다. 뭐라고 말을 하기는 하는데,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내게 들리는 것은, 엄마의 비명 뿐. "아아악 !"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엄마를 살리기 위해 검과 죽음을 각오하고 계약 을 했는데, 엄마를 죽여버리는 결과를 낳다니. 그것도 내 손으로. 내 스스로의 손으 로. 게다가, 내가 죽인 자들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가. 아무리 내가 살기 위해서였지 만,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내 손으로..... "시, 싫어어어어 !" 나는 비명을 질렀다. 난 이런 걸 원하지 않았어. 이런 건 아니었다고 ! 아니란 말야 ! 바람이 불어오는가. 내 앞에 선 남자가 비틀거린다. "이, 이건?"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나는 혼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이런 거, 기억하기 싫어 !"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울먹이면서.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난 무슨 짓을 한 거지? 그저 앞만 바라볼 뿐이다. 사이드와 리츠가 내 옆에 있지만, 나는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내가 바라보는 것은 저 먼 곳, 수평선 너머 죽음의 땅. "꺄아아아악 !" 그때의 내 비명이 아직도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고통스럽게 죽어간 것은 엄마인데. 어처구니없게도 비 명은 내가 질렀다. 고통을 겪은 것은 내가 아닌데. 비명을 지를 사람도 내가 아닌데. 다시금 눈앞이 흐려진다. 사이드와 리츠가 가는 곳으로, 나도 간다. 어디로 가는지 는 모르지만. 그저 달린다. 공룡의 등을 타고. 사이드의 품에 안겨서. 달려간다. 저 머나먼 땅. 서쪽 끝을 향해서. "그럼, 내가 공주님을 데리고 일단 몸을 피할테니." 사이드인가? 그가 그렇게 말한다. "그럼 나는 반대세력들을 모아두지. 공주님이 성장하실 때까지, 부탁하겠네." 리츠인가. 지금 목소리는.....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를 본 것은. "공주님. 이제 그만 상심하세요. 저희가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공주님에게 그 런....." 말하지 마요. 사이드. "그만 잊어버리십시오. 공주님. 황후께서도 공주님을 원망하진 않을....." "그만해요 !" 그만 소리를 질러 버렸다. 그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와 엄마를 구하려다 가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겠는가. 당분간 왼팔을 쓰지 못할 듯 하다. 팔을 붕대로 감 고 있는 것을 보니, 그러면서, 단지 발만으로 공룡을 몰고, 서쪽으로 서쪽으로 끝없 이 달리고 있었다. 남은 한 손으론 나를 안은 채. "지금으로선, 공주님과 계약을 한 검이 문제로군요." 내 허리에서 빛나는 검. 그 검이 말없이 내 곁에 있었다. 절로 원망의 말이 나오려 한다. 힘도 없는 주제에. 엄마를 구할 힘도 없으면서..... '아냐.' 그때 내가 조금만 더 검을 옆으로 휘둘렀다면. 오직 그만 베어냈다면 되었을텐 데.....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엄마를 생각해서 휘둘렀다면..... 검이 내 마음속에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그랬으면 넌 죽었을거다. 그 놈의 가슴에 있는 강력한 마법의 탄, 그것이 터졌다면 나는 몰라도, 너는 가루가 되었을게 분명하다. 시간이 너무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고?" 그게 말이 되는가? 전설의 검. 황실의 상징. 황제의 권위 그 자체이신 전능하신 검, 라 브레이커가 고작, 그 정도의 변명을 늘어놔?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검을 향해 서, 아니, 나를 향해서. "왜 그것밖에 힘을 내지 못했지? 전능하시다는 전설의 검이? 그 정도밖에 못하면서 황실의 상징이요, 검의 주인을 하늘로 오르게 한다고?" 그래가지고는, 땅에 처박히지 않으면 다행이겠다. 검이 또다시 변명을 늘어놓는다. "나는, 네가 수련을 거듭해서 하늘로 오르게 하는 검이지, 내가 모든 것을 다 해주 는 게 아니다. 그것만은 알고 있었으면....." "닥쳐 !" 나는 라 브레이커의 말을 막아버렸다. 더 이상, 그 따위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 ! 엄마를 살리려고 검과 계약을 한 건데, 엄마를 위해 죽음을 각오한 건데.... 뭐가 어 쩌고 어째? 검의 주인의 수련 정도에 따라 힘을 빌려준다고? 그래서 그것밖에 힘을 못 냈다고? 그런 말이 내 귀에 들어올 리가 없다. 하지만.... '결국 그때 검을 휘두를 의지를 지닌 것은.....' 나였다. 죽기 싫어서. 말로는 죽음을 각오했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결국 내가 선택 한 것은, 엄마를 죽이고 내가 살아남는 것이었다. 내가 한 것은 고작해야..... '내가 한 거야.' 엄마의 죽은 얼굴이 내게 말한다. "네가 날 죽였어." 아, 아니에요. 엄마. 난 그저.... "네가 날 죽였어."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발 그런 무서운 얼굴로 날 바라보지 마세요. "네가 날 죽였어 !" 불 속으로 사라지는 엄마의 얼굴이, 내게 말한다. 끝없이. 끝없이 되풀이된다. "네가 날 죽였어 !" 눈이 떠진다. 희미한 달빛이 내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밤이구나. 또다시 악몽을 꾸 었는가. 내 온 몸이 식은땀으로 젖어있는 것을 보니. 아니, 이 자체가 악몽인지도 몰 라. 나는 내 옆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있는 나의 보호자, 사이드를. "엄마는 어떻게 되었어요?" 묻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이드가 그런 나의 머리를, 다 정하게 쓰다듬어주면서 말한다. "공주님. 황후님은 안장해드렸습니다." 똑같은 질문을 몇 차례나 되풀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조금도 짜증내지 않는다. 고마운 사람....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작은 소리로. "아... 그래요...." 다행이야. 엄마에게 쉴 장소나마 마련해드릴 수 있어서. 비록 좁고 어두운 곳이긴 하지만. 하지만 다른 사람은? 리츠는 우리와 헤어져서 무슨 일을 하는 듯 하지 만..... "세이브는?" 그 애는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살아있을까? 아니면 그 애는..... "사라졌습니다. 제가 공주님이 계신 곳에 갔을 때는 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 다. 그 애가 입은 손상의 정도로 보아, 아마 어딘가로 몸을 피했을 겁니다. 쉽게 부 서질 인형이 아니니, 스스로 몸을 치료하고 나면 다시 나타나겠지요. 만약 살아있다 면.... 아. 죄송합니다. 공주님." 그 애는 살아있을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엄마 는.... 내 눈에 맺힌 눈물을 보며, 사이드가 황급히 말을 돌렸다. "이제 유로 제국이라는 곳에서, 당분간 살 겁니다. 공주님이 힘을 얻을 때까지." 힘? 무슨 힘? 혹시 라 브레이커의 힘 말인가? 그런 쓰잘데기없는 힘? "공주님이 검과 계약을 한 이상, 이 세상 누구도 감히 공주님에게 손을 대지 못할 겁니다." 하긴 그래. 자기 엄마를 찔러죽이는 냉혈의 여자를 누가 감히 막겠어. 이런 사악한 애를. "공주님이 힘을 키우시면, 리츠와 연락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동안 힘드시겠지만, 참으시길." "참는다....라....." 고향에 돌아갈 수나 있을까? 어떻게 고향에서 얼굴을 들지? 자기 엄마를 찔러죽인 애가. "아무도 없구나." 사이드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 역시 사람인 이상, 가끔씩은 내 옆에서 떨어질 수 도 있는 법이다. 어쩔 수 없지. 비록 그런 경우는 거의 없긴 하지만. "라 브레이커." 검이 내 말에 응한다. "왜 지금 날 부르는 건가? 나의 주인이여."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무엇인가? 아직은 너는 내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걸 모르나?" "그건 알아. 하지만 꼭 들어줬으면 좋겠어." - 계속 - 후기)얽혀있던 과거가 하나씩 풀려나가는군요. 다 풀고 나면 무엇이 드러날지. 그것 은 곧 나오게 되겠지요. 여태까지 입다물고 가만히 있었는데, 슬슬 풀어낼 시기가 다 가오는군요. 그리고 사이드가 어디 갔냐고 물으실 것 같은데. 그 역시 인간인 이상, 화장실 갈 수 있고 목욕할 수 있으며, 그 외 여러가지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것만 따져 묻지 마세요. 그렇게 말하면 분위기 깨지니까 말을 안 한 겁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1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4 조회수 : 5 공룡 판타지 15-315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45) - <붉은 빛의 진실(23)> "무엇인가?" 검이 내게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그동안 죽 생각해왔던 것을. 악몽을 꿀때마다, 깨어나면서 내 마음속에 되새긴 것을. "날 이 세상에서 지워줘." 나와 검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잠시동안. 그 침묵을 내가 끊는다. "영원히." 생각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도저히, 도저히 살고 싶지 않다. 도저히. 검이 나를 향 해 묻는다. 다정한 어투였지만, 지금의 내게는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떤 말이든. "그렇게도 괴로운가. 네 과거에 대한 것이?" "응." 낮이나 밤이나, 엄마의 원망스런 얼굴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아무리 내가 발 버둥쳐도, 이대로라면 난 미쳐버릴 것이다. 아니, 이미 미쳤는지도 모르지. 헤헤. 미 친 년이라. 나같은 애에겐 그것도 과분할거야. 하지만, 검의 말은 기대에 어긋났다. "네가 내 시험에 실패한다면, 나는 널 죽일 것이다. 굳이 내게 죽여달라고 하지 않 아도 되지 않나?" 그 말은.... 내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럼 지금 그 시험을 치르게 해줘." 내가 시험에 지금 통과할 리가 없으니..... 그럼 확실히 죽게 되겠지...... 검이 잠 시동안 가만히 있더니, 내 말을 받아들였다. "좋다." 검 안에서 빛의 덩어리가 튀어나오면서, 내가 누워있던 나무 위를 감쌌다. 그리고 그 빛덩어리는 사람의 형상을 이루었다. 온통 분홍색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언니가, 내 앞에 서서 말했다. 아니, 허공에 뜬 채로. 주위가 온통 어두워진 것이 좀 이상하 긴 했지만, 그런 걸 신경쓸 거 있나. 어차피 밤인걸. "나는 라비린스 키퍼 레벨 7, 셀레나이트. 정신을 담당하고 있어." 셀레나이트. 그녀가 나를 향해 손을 든다. 그 손이 내 뺨을 어루만진다. "자신을 죽여달라니. 정말 의외네. 그렇게 죽고 싶은 거니?" "응." 더 이상 살고 싶지도 않다. 엄마를 죽인 못난 애가, 무슨 염치로 살겠는가. 그녀가 손을 들더니 내게 말한다. 손가락으로 내 뺨을 누르면서. "좋아. 시험을 하겠어.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조건?" "내 시험은 네가 생각한 방식과는 좀 다를거야." 셀레나이트의 손이 번쩍였다. "언니 !" 언니의 몸이 번쩍이고 있었다. 아래에 보이는 공주의 어린 몸이 허공에 떠오르는 것 과 동시에, 언니의 몸 역시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럼, 라비린스 키퍼 레벨 7, 정신을 지배하는 자, 셀레나이트의 시련을 내리겠습 니다." 우리 옆에 있던 그녀가, 언니를 향해 손을 내민다. "이제 당신의 모든 봉인을 풀겠습니다. 우리의 주인, 쥬린 제국의 공주 미나르, 유 로 제국의 평범한 기사 지망생이었던 알로, 그리고....." 지금? 설마 지금 라비린스 키퍼의 시험을 치른다는 것인가? 나와 셀이 놀라기도 전 에, 그 빛이 아래위에서 동시에 터졌다. "수 억년의 기다림 끝에 우리 앞에 나타난 당신이, 우리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를 바 랍니다. 기억이여, 돌아오라. 그대의 슬픔 속에 망각된 모든 것이 돌아오는 날, 그대 는 스스로 하늘을 날아갈 날개를 얻으리라. 깨어나요. 레이니." 이건 과거의 기억이 아니다 ! 이건 현실이다 !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 ! 나와 셀의 눈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그녀의 손이 번쩍이는 것과 동시에, 모든 빛이 꺼졌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언니와, 그 언니의 앞에 떠오른 공주의 몸 뿐 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우리는 우리 앞의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언니와 공주가 서로를 바라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에게 날아갔다. 서서 히. 서서히.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면서, 서로를 끌어안는다. 셀레나이트의 목소리 가, 어둠속에서 들려온다. "기억이여. 하나로. 모든 것은 원래대로. 그리고 그 재 속에서 날아오르길." 언니와 공주의 몸이 겹쳐지면서, 둘이 하나가 되었다. 언니와 공주의 몸이 겹쳐진 상태로 보였다. 그리고 일어난 변화는..... "언니 !" 겹쳐졌던 두 사람이 서서히 흐려진다. 아니, 언니의 모습이 사라져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공주님 뿐이다. 그 공주님이, 다섯 살 짜리 공주님이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울음을 멈추고, 허공에 매달렸다. 마치 의식이 없는 것처럼. "흐트러진 과거여. 하나로. 흐트러진 현재여. 그대의 참다운 모습으로." 셀레나이트의 말과 함께, 아니 라 브레이커의 말과 함께, 공주님의 모습은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니, 일순간 변했다.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변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기이한 변화. 그것은 바로..... "손이 이상해." 여자아이의 손 치고는 너무 거칠지 않은가? 적어도 곱게 길러진 공주님의 손이라기 에는 좀.... 그런 의구심을 품는 나에게, 셀의 말이 덧붙여진다. "아냐. 손만 그런 게 아냐." 그 말과 함께 눈을 감는 셀. 뭔가를 각오한 듯이, 그녀는 중얼거린다. 이를 악물고. "이제 시작이구나. 밀크." 언니, 아니 공주님의 몸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왠지 선이 굵어진다고 할까. 언니의 옷이 전부 사라지고, 우리 앞에는 벌거벗은 공주님만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데..... 저 변화는..... 나는 공주를 바라보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저 변화의 모든 것은..... 바로..... "성이 바뀌고 있어 !" 공주님이 눈을 감은 채, 남자아이로 변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알로야." 셀이 눈을 감은채, 말했다. 그런데 뭐라고? 알로라고? 저 남자애가 바로, 언니가 그 토록 돌아가고 싶어했던 알로인가? 저런 어린애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저것의 의미는..... "이런 거, 기억하기 싫어." 나는 울고 있었다. 그 날. "정말로 이런 일을 원하는 거니?" 아름다운 언니, 셀레나이트가 그날 나에게 물었지. "잊고 싶어요. 잊기만 하면,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검이 빛을 내면서, 그 날 그렇게 말했지. "네 기억을 봉인하고, 네 몸을 바꾸어주마. 네가 원하는 망각을 위해." 그리고 빛이 나의 몸을 감쌌다. 내 몸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검으로 찌른 엄마의 심장의 소리. 밤마다 들리는 엄마의 비명.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의 모습. 이제는 더 이상 안 봐도 되는 거야. 그래. 이걸로 된 거야...... 나의 모든 것이 사라져간다. 그래. 이제 평범하게 사는거야. 한 남자아이로서. "그렇다면......" 알로로서의 기억이, 소년의 몸으로 날아든다. 거대한 유리창에 비춰진 영상이, 소년 의 몸으로 파고들어 사라진다. 그와 함께, 소년은 조금씩 성장해갔다. 아비알누나와의 기억. 검술 수련을 하던 사이드와의 기억. 마을의 다로프 아저씨와의 기억. 그리고..... 소꿉친구였던 람포와의 기억..... 그 모든 것이 소년에게 온다. 그리고 사라져간다. 그의 머리 속에서 망각의 바다로. 이번엔 잊기 싫은 추억들이. 하나씩. 하나씩. "안녕. 넌 누구니?" 누군지 모르지만, 내게 이야기를 걸어왔었지. 그 애는 귀족들이 입는 화려한 옷을 입고, 검을 들고 선 나를 바라보며 물었지. 나는 여자애의 그런 태도에 당황해서, 그 저 땅만 바라보고 서 있었지. "나, 난 알로." 그 애는 그런 나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지. 나중에 내가 그 애보다 나이가 많다는 걸 알고, 얼마나 당황하고 창피스러웠던지.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러워. "난 람포라고 해. 저 성에서 사는데 말야." "영주님이 사는 성에서 말이야?" 내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니까, 그 애는 그렇게 말했지. 아주 다정하게. "우리 친구하자." - 계속 - 후기)앗 ! 이게 뭐야 ! 이렇게 외치시는 독자분들이 많을 듯 한데.... 이야기가 약간 길어져서, 내일 마무리가 나올 겁니다. 정리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군요. 지금으로선 뭐라 할 말이 없고, 내일 결말이 나오게 되면 말씀해주시길. 물론 내일의 결말 이후에는 특집이 있고, 그 다음은 에피소드 17이 있습니다. 아직 끝난 거 아니니까 놀라지 마세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5-31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5 조회수 : 27 공룡 판타지 15-316 레이니 이야기 - 진실을 찾아서(46) - <붉은 빛의 진실(24)> 그게 나와 람포의 첫 만남이었지. 그리고..... 우리 둘은 금방 친해졌지. 그 애 또 래의 남자아이가 나밖에 없었다는 게 첫째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부님이 그 성에 있는 영주님과 아는 사이라는게 더 큰 원인인지도 모르지. 사부님은 내 모습을 보고 는 가끔씩 씁쓸한 미소를 지으셨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나는 알지 못했지. 그런 어느날..... "알로 ! 나 잡으러 가자 !" 익룡, 람포링쿠스를 잡으러 가자니.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답게 얌전하게 있어야 한다 는 말이, 그 애에겐 통하지 않았나 봐. 나는 그런 람포를 따라다니면서, 뒤치닥거리 나 한 것 같아. 정말로 사귀었다고 하기엔 좀 그런 나날이었지. 그런데. "꺄아아악 !" 거대한 육식공룡이 나타났지. 그 이름이 아마 알로사우루스라고 한 것 같아. 공주님 을 따라다니던 기사가 그 발톱에 날아가버리고, 케라토형과 아비알 누나 역시 순식간 에 나가떨어졌지. 우리 때문에 너무 먼 곳까지 나간 것이 잘못이었어. 비록 그것이 람포의 철없는 행동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애는 한 번 열중하면 보이는 게 없는 애일까. 아니면 단지..... 나와 노는 게 재미있어서 그랬던 것일까. 그 애 는..... 공룡의 입이 그 애를 덮칠 때, 그 애는 공포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했지. 그 때 나는..... "기다려 ! 람포 !" 실력도 안 되면서, 무작정 검을 빼들고 달려갔지. 그런데.... 그 뒤에 무슨 일이 있 었지? 언제나 궁금했어. 그 일 이후에 람포는 내게 달라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 으니까. 하지만 그 애는 입을 다물었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면, 언제나 그렇게 대답했지. "아주 멋진 사람이 날 구해줬어." 그러면서 날 바라보며 웃었지. 내가 그애를 구한 건가? 하지만 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내가 기억하는 건, 단지 공룡과 부딪칠 때 생긴 충격뿐. 하지만 난 그때 단 순히 생각해버렸지. 아마 스승님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나 하고. 스승님은 워낙 무서 워서, 그때는 말도 제대로 걸 수가 없었지. 언제나 내게 "강해져야 한다." 는 말과 함께 검술 단련을 엄격히 시키셨으니까. 그런데..... 하늘로 뛰어오르며 검을 휘두른다. 공룡의 턱에 부딪친다. 그리고 그 머리가 나를 밀어낸다. 뒤로 나가떨어진다. 피를 토하며 움직이지 않는 소년.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며 절망 한다. 그리고 울부짖는다. 그런 그녀를 향해 공룡이 다가간다. 입을 벌린다. 그러나. 그 입이 절반으로 잘려지면서 피를 뿜는다. 공룡이 쓰러진다. 그녀를 향해. 그런 그 녀를 안고 몸을 날리는 소년. "알로 !"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었다. 그 눈은 바로..... "라 브레이커 !" 모든 것은 네가 한 일이었나? 내 기억을 봉인한 것도? 나를 남자아이로 만들어준 것 도? 그때 람포를 구한 것도? 모든 것이 네가 한 일이었나? 기억이 끊어진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그리고 모든 것의 대답이, 내 앞에서 펼쳐진 다. 선명하게.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사이드가 소년을 감싸다가 그대로 빛과 열의 폭풍에 삼켜진다. 내던져진 소년은 그 빛과 열을 정면으로 받는다. 소년의 몸이 불타고, 그 영혼이 몸 밖으로 빠져나온다. 검이 빛나면서 부서지고, 검의 손잡이만이 남는다. 그 손잡이가 빛을 낸다. 거대한 폭발의 빛에 뒤지지 않을 만큼. 그리고 그 안에서 소녀의 몸이 튀어나온다. 그리고 소년의 혼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간다. 검이 거대하게 변하면서, 소녀는 폭발을 뒤로 하고 우리 앞으로 날아온다. 그녀가 우리를 바라본다. 그 초록색 머리의 소녀는..... "언니 !" 그것은 내가 보고 알던 언니, 그 사람이었다. 강렬한 폭풍이 지나가고, 언니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다가 서서히 내려온다. 몸을 옷처럼 덮는다. 그리고 언니가 서서히 눈을 뜬다. 그리고 말한다. "나.... 난....." 레드 테일시에서 언니를 휘감았던 광기는.... 언니 자신의 기억의 조각이었다. 과거, 엄마를 죽이고 괴로워하던 소녀의 영상은..... 언니 자신의 기억의 조각이었 다.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힘을 낸 소년의 모습은..... 언니 자신의 기억의 조 각이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내가 본 언니와의 기억 역시, 그 조각중 하나였다. 그 모든 것이 모여서, 언니의 기억이 되었다. 뭐라고 말을 할까. 언니. 잠시 침묵이 흐르고, 언니가 서서히 눈을 뜬다. 육체가 아닌 영혼이. 그리고 언니의 입이 열린다. 소년이 아닌, 소녀로서. "난 여태까지 뭘 했던 거야?" 허무한 물음. "여태까지 난, 헛된 꿈을 쫓은 거였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언니의 과거를 본 우리로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 슨 말을 하겠는가. 이 상태에서. 언니가 부르짖는다. 절망스런 얼굴로. 나를 향해서. "대답해줘. 아르메리아." 하지만 난 대답할 수 없다. 언니가 잊고 싶었던 모든 것이 언니에게 돌아오고, 언니 가 간절히 바랬던 모든 것이 사라졌다. 언니의 소박한 꿈도, 작은 소년의 연인도, 그 리고 허무했던 두 달간의 추적도. 그리고 나의 첫사랑도. 모든 것이 끝났다. "아르메리아....." 언니가 울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더 이상은 언니를 볼 수가 없었다. 언니의 아픔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나 자신의 아픔으로 인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아니, 그 자리에 서 있기조차 힘들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도망친다고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도망친다고 꿈이 되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제와서 어디로 떠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와서 어 디로? 어디로? 어디를 향해? "셀....." 언니가 셀을 바라본다. 자신을 사랑해준 언니,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 그러나 원망할 수 없는 사람을 향해서. 셀 역시 언니를 바라본다. 자신이 사랑했던 동생. 하지만 자신의 동생을 죽인 자의 딸을. "미나르....." 그 말이, 언니를 무너뜨렸다. 그녀는 이제, 셀의 동생인 밀크도 아니고, 한 남자아 이인 알로도 아니고, 자신을 되찾기 위해 달리던 레이니 언니도 아니다. 다만, 그녀 는 제국의 황위 계승자이자,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인, 미나르 공주에 불과하 다. 자신이 가장 원하지 않은, 바로 그런 자리에 밀려들어간 처지를 자각한 언니가,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그리고 어깨를 들먹거린다. 눈물이 한 방울씩, 허공으로 떨어 져간다. "나.... 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나는....." 그리고 외친다. 자신의 절망을 담아서. "난 여태까지 뭘 했던 거야 !" 그리고 울음이 터진다. 영원히 깨어나기 싫었던 꿈에서 억지로 쫓겨난, 한 소녀의 눈물이, 바람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간다. 그리고 사라진다. 그 가련한 소녀의 모습 이, 서서히 흐려져간다. 뿌옇게. 뿌옇게. "으흐흐흑." 나 역시 주저앉는다. 나 역시 무너진다. 모든 것이 부서져버렸다. 모든 것이. 두 달 동안의 마음이. 두 달 동안의 추억이. 앞으로의 작은 소망이, 모두 부서져버렸다. 그 리고 남은 것은 짙은 허무. 그리고 운명적인 종말. "으흐흑. 으흑. 흑."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허망한 결과에 슬퍼하면서. 언니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셀의 독백이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쓸쓸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비친다. "이렇게 하긴 싫었어요..... 하지만....." 셀레나이트가 혼자서 읊는다. "이것이 우리의 운명인걸."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모두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고....." 목소리가 점차 사라진다. "아직도 꿈을 이루지 못했어요." 그녀의 눈물이 사라져간다. 하나씩. 하나씩. 어둠을 향해서.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나요. 당신." 바람이 모든 것을 삼키며 흘러가고 있었다. - 끝. 다음 편은 설정 특별판입니다. 그 후에 후반부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후기)너무나 잔인하게도, 이렇게 중반부를 끝냈습니다. 정말로 저 자신이 인간같지도 않군요. 이렇게 끝을 내고 보니. 여기까지 읽으신 독자분들이 뭐라고 할까요. 아마 이번 이야기에서 경악을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리 짐작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을 테니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미 예정된 것. 제가 줄거리를 바꾸려고 시도할 수 없는 것. 처음부터 준비된 결말이기에. 그리고, 이것은 제가 처음 이 이야기를 준비 할때부터 생각한 결말이기도 합니다. 처음으로 연재하는 작품이기에, 이왕이면 뛰어 난 작품으로 시작하기를 원했고, 그래서 얻어낸 것이 이것입니다. 무서운 반전이지 요. 앞으로 레이니 아가씨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그것은 후반부에서 보여질 것입니 다. 그럼 끝날때까지 레이니를 지켜봐주시길 바라며, 중반부를 마칠까 합니다. 그럼 내일부터는 설정편이 나갑니다. 그 후에, 다시 에피소드 17로 이어집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설정 16-31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6 조회수 : 5 공룡 판타지 16-317 레이니 이야기 - 설정편(1) : 인간 마법편 전편. 예고대로 레이니 이야기의 각종 설정에 대해 설명하는, 특집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오늘 할 것은 우선 인간 마법편입니다. 생각보다 길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이가 정말 길기 때문에, 예정인 4회 내로 끝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군요. (1)인간 마법 분류. 인간 마법은 전부 합해서 12가지로 분류됩니다. 물론 기초를 익히기 위한 준비과정 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것만으로는 도저히 마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준비 과정은 12가지의 마법에서 제외했습니다. 12가지의 마법을 하나씩 기술하면, 원소마 법, 독마법, 정신마법, 상태 변화 마법, 생명 마법, 죽음 마법, 언령 마법, 원자 마 법, 시공 마법, 힘마법, 역주문 마법, 영혼 마법입니다. 하지만 이걸 설명하기 전에, 우선 기초를 말씀드려야겠지요? (2)마법을 배우기 위해. 우선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마법사의 제자로 들어간 후, 마력에 익숙해져야 합니 다. 인간 마법사는 이 마력을 계약자(저는 마법의 근원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엘프 들은 악마라고 하지만)에게 주고, 그 마력을 주문에 의해 정제해서 마법으로 만들어 내게 됩니다. 따라서, 몸 안에 마력이 든 상태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우리 자신의 경 우, 지금 몸 안에 마력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상태는 인간이 가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며,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단련이 필요하게 됩니다. 생명력이라는 힘이 이 미 인간에게 자리하고 있으므로, 마력은 이질적인 힘입니다.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몸 안에 힘을 저장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서히 마력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대개 의 경우, 마법사의 스승이 이 작업을 돕게 됩니다. 마력을 조금씩 몸 안에 불어넣어 서, 인체의 적응력을 이용해 조금씩 조금씩 마력을 늘려가는 것이지요. 사람에 따라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다릅니다. 익숙해졌으면, 이제 마력을 만들어내서 몸 안에 넣습니다. 이 작업을 할 때 최초의 계약을 하게 됩니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주문과, 그 마법을 완성시 키는 데 힘을 줄 '마법의 근원체'와의 연결입니다. 이 연결을 위해서는, 미리 계약을 해서 상호 연결을 공고히 해야 합니다. 자. 의식을 시작하지요. <계약의 의식> 계약의 의식이란, 마법사가 마법의 근원체와 계약해서, 그 힘을 얻는 의식입니다. 이 의식을 치르지 않으면, 아무리 주문을 잘 외워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이 의식을 치뤄주는 것이 고위 마법사들이기 때문에, 마법을 쉽게 배울 수 없는 겁니다. 고위 마법사가 할 일이 없어서 아무한테나 이런 의식을 해줍니까? 과정도 길고 복잡 한데. 우선, 의식을 시작하면 옷을 정갈히 입고, 목욕으로 청결을 유지하고. 그 후에 제단 에 서서 마법의 근원체에게 제물을 바칩니다. 이 제물을 마법의 근원체, 그러니까 신 이나 악마가 와서 먹는다는 건 아니고, 단지 상징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상징으 로 요구되는 것이 별의 별 것이 다 있기 때문에, 고위 마법사가 필요한 겁니다. 아. 12가지의 마법마다 하나씩 해당하는 근원체가 있습니다. 여러 종류가 있기도 하므로, 그 중 가장 강력한 악마와 계약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그게 잘 되지 않습 니다. 강력한 악마는 제물도 구하기 힘든 것을 요구하니까요. 마법사의 이미지가 나 쁜 이유도, 이 의식에서 필요한 어린아이나 처녀를 잡아가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 입니다. 셀이라면 죽어 마땅한 악당들을 잡아다가 제물로 써먹겠지만, 모두 다 그렇 지는 않으니까요. 제물을 바치면서 고위 마법사가 정신마법 9레벨의 talk with demon을 사용합니다. 그러면 악마와 대화가 가능하지요. 이 대화를 통해 제물이 마음에 들면, 악마(마법 근원체)는 의식을 하는 마법사에게 피의 계약을 맺습니다. 피를 흘리기 때문에 피의 계약이라고 하는 거지, 피로 문서를 쓰는 게 아닙니다. 계약을 맺고 나면, 악마는 해 당되는 마법사에게 고유의 언어로 마법 주문을 말해줍니다. 이걸 외우면 마법이 발동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첫 번째 레벨에서는 계약을 맺어봐야 마법 이 안 되기 때문에, 반드시 두 번재 레벨도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의 식을 최소 두 번을 치루어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시작만 그렇지, 그 다음은 레벨을 한 번 올릴 때마다 의식을 한 번 치르면 됩니다. 단, 의식을 무조 건 치를 수는 없습니다. 한 예를 들면, 9레벨의 마법사가 12가지의 마법 계통중 하나 를 빼먹은 채 10레벨의 마법을 얻으려고 하면, 되지가 않습니다. 마법 근원체들과 계 약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들 사이의 무언의 약속은, 한 레벨의 마법을 모두 익힌 후 에야 다음 레벨로 승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는, 마법사의 레벨을 다룬 규칙에서 언급하지요. 대개는 마법사는 이 의식을 스스로 치루게 되지만, 가끔씩 마법의 근원체가 마법사 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 무작정 기뻐 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슨 요구조건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러나, 이 시대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주문의 구조> 제가 마법사들의 주문을 쓸 때는 언제나 이렇게 씁니다. "#####$$$$$&&&&& 마법의 이름." 마법의 이름에는 말그대로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파이어 볼이라든지 하는 것이 들어 가지만, 앞의 기호들에는 뭐가 들어가냐 하면, 그것은 순서대로 아래에 써 있습니다. 1. 계약한 신들과 악마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을 부른다. (#) 2. 마법의 사용대상을 지정한다. ($) 3. 해당하는 마법의 이름을 부른다. (&) 아까 계약의 의식에서 말한 대로, 악마들이 말하는 언어가 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우 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겁니다. 그 악마들의 이름은 마법사들이나 챙길 사항이고. 위 의 순서대로 마법 주문을 외우면 마법이 튀어나갑니다. 물론, 그 결과로 몸 안의 마 력이 약간 줄어드는 것도 감안해야 하므로, 평소에 마력을 모아두어야 하는 겁니다. 마력을 모으는 건 계약의 의식에서 악마와 계약을 한 후, 그들이 마법을 마법사에게 걸어서 마력이 서서히 모이게 해 주게 됩니다. 물론 레벨이 높을수록 마력이 강해지 지요. <마법사의 레벨> 마법사들의 레벨은 1에서 10까지입니다. 물론 예외는 어디에나 있어서, 셀은 11레벨 입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마법사들의 레벨은 10이 한계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에 10레벨의 마스터는 오직 셀 한 명뿐입니다. 왜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느냐 하면..... 레벨 1은 마법사중 초보로, 말그대로 마법을 시작한 사람입니다. 계약의 의식을 한 번만 치루면 이 레벨이 됩니다. 그 전에는 마법사 견습이므로, 레벨도 부여되지 않습 니다. 그리고, 레벨이 높아진다는 것은, 사용하는 마법의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과 더 불어, 마법 주문을 외우는 시간이 짧아진다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마법의 근원체와 정신적으로 더욱 더 가까워지기 때문이지요. 1레벨은 마법 주문을 외우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9레벨은 그게 상당히 짧습니다. 그럼 10레벨은 뭐냐 하 면..... 레벨 10은 마법의 근원체와 정신적으로 일치되는 겁니다. 그리고, 정신이 일치되면 서도 자신을 유지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대개는 여기서 미쳐버리게 되는데, 셀 은 그 '드문' 일을 실현시킨 마법사이지요. 머리 속에서 누군가가 계속 종알거리고 있는데도 그 목소리에 압도되지 않은 겁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해야겠지요. 그럼 11 레벨은 뭐냐 하면..... 이것은 마법의 근원체와 힘을 합해서 더 높은 수준의 마법을 만드는 겁니다. 당연히 더욱 어려운 것이지요. 마법의 근원체의 능력이 높아지게 하는 것이니만큼. 따라서 11레벨의 마법은 존재 자체가 숨겨져있습니다. (3)12가지 마법에 대해서. 1. 원소 마법 : 주로 8가지(화염 fire, 얼음 ice, 바람 wind, 대지 land, 전격 lightning, 물 water, 빛 light, 어둠 darkness)의 원소를 사용하여 이루는 마법입니 다. 악마와의 계약이 가장 쉽고, 가장 사용하기 편한 마법이긴 하지만, 그 대가로 위 력도 약합니다. 솔직히 불덩어리를 던진다고 해도, 현대의 전차에게는 큰 효과가 없 습니다. 그런 것이지요. 쉽고 단순하기 때문에 초보 마법사들은 상당히 애용하지만, 실전에서 고위 마법사들은 이런 마법을 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쓰기 쉬운 이상, 막 기도 쉽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가장 간단한 것이기 때문에, 마법 입문자는 반드시 사 용하게 되는 마법입니다. 레벨 1 : 기초를 닦고 8가지의 마법 근원체와 계약합니다. 이 단계에서 사용하는 마 법은 기껏해야 마력을 변환시키지 않고 그대로 발사하는 마력 미사일뿐입니다. 서두 르지 말고 계약을 해야 하는 단계이며, 상당히 지루하기도 한 과정입니다. 레벨 2 : 단순한 에너지의 조종입니다. - beam, - thrower, - blast(폭발)같은 형태 의 기술들이 주를 이룹니다. 말그대로 그냥 힘을 뿜어내는 수준에 불과하지만, 위력 이 약하다는 건 아닙니다. 빛을 집중시켜 흐르게 한 것이 바로 레이저 빔이니까요. 전기를 흐르게 하면 라이트닝 볼트, 즉 벼락이 됩니다. 수준이 높은 마법사라면, 유 효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문이 간단하고 빠르니까요. 레벨 3 : 단순 에너지 구조체를 만들어내어 상대를 공격하는 단계입니다. - ball, - arrow, - screen(장막으로 시야를 가리는 기술. 위력이 약하다), - mist등을 만들어 공격하게 됩니다. 공격 마법이 아니라도, 단순한 구조체라는 요건에 맞는다면 어떤 기술이든 가능합니다. 바람을 이용해 하늘을 떠 다니는 것도, 이 수준의 마법입니다. 또한, 이 단계에선 힘을 흐르게 하니까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감지 주문 도 당연히 이곳에 위치하게 되지요. 레벨 4 : 강한 공격을 하는 기술이고, 상당히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입니다. - ring, - wall, - strike, - cannon, shell, shield, prison(감옥 ! 원 소 마법으로 만든 구조물)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처음에 정의한 조건에 맞는다면, 어떤 마법이든 가능합니다. 셀이 사막에서 유로 제국의 기사들을 가두는데 사용한 마법, stone prison(돌 감옥) 이 이에 속합니다. 레벨 5 : 복잡한 구조체를 만들어냅니다. 말그대로 힘을 상당히 자유롭게 사용하는 겁니다. 공격 범위도 상당히 넓게 할 수 있지요. - timebomb, - storm, - cluster bomb, earthquake(대지마법의 경우. 지진), - tornado등이 포함되며, 빛을 투과시켜 모습을 가리는 투명마법도 이에 속합니다. 그 역시 빛의 흐름을 정교하게 다루어야 하니까요. 레벨 6 : 2가지 원소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겁니다. 복합 마법에 포함되는 게 아 니냐고 하신다면, 이것은 주문 하나로 두 가지 효과를 낸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동시 에 여러개의 주문을 외운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상당한 위력의 마법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 typhoon, blast cloud(일종의 기화폭탄) 레벨 7 : 3가지 이상의 원소 마법을 동시에 사용합니다. 이 정도면 보통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정도의 위력은 나오게 됩니다. 레벨 8 : 4가지 이상의 원소 마법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4가지라고 해도, 그 효과가 4가지라는 거지, 주문 4개를 동시에 외우는 것은 아닙니다. 위력만 따진다 면, 수소폭탄급의 위력을 낼 수 있는 단계입니다. - drake breath(드레이크 브레스) 가 이에 포함되지요. 레벨 9 : 8가지의 원소 마법을 동시에 사용합니다. 물론 효과가 그렇다는 것이지만. 그 위력은 100메가톤을 넘기도 합니다. absolute zero(절대 0도의 빙마법), sink(적 을 땅속으로 빨아들여 버린다)등이 있습니다. 레벨 10 : 원소 마법의 최고 기술을 구사합니다. 하지만 확인된 주문은 거의 없습니 다. 셀이 한 번 사용한 dragon breath(속성 마법의 최고 마법. 물론 실제 드래곤의 것이라기 보다는, 그냥 위력만 큰 드레이크 브레스)같은 것이 이 부류이기는 합니다 만. 2. 독마법 : 무슨 뜻인지는 아실 겁니다. 말그대로 적에게 여러 가지 효과를 가진 독을 쓰는 겁니다. 기초가 부실하면 자신이 마법을 구사하다가 중독되는 경우도 발생 하므로..... 반드시 해독 마법을 익힌 연후에 사용해야 합니다. 자기 독에는 면역이 되어야 안심을 하니까요. 역마법은 원래 해독마법이지만, 이미 포함되어 있군요. 그 리고 이 마법을 정마법이나 역마법으로 해서 가루에 걸어둔 후 병에 담으면, 그것이 독약병이나 해독약 병이 됩니다. 레벨 2 : 독공격에 대한 기초. 레벨 3 : 해독 마법에 대한 기초. 레벨 4 : 감각 기관의 이상이나 정지를 일으키는 정도의 독이다. 마비, 침묵, 실명, 혼란, 수면등이다. clowd sleep 레벨 5 : 상대의 의지를 잃게 하거나 상대를 죽여 버리는 강력한 독을 구사한다. clowd kill 레벨 6 : 2가지 이상의 복잡한 작용을 하는 독을 사용한다. 레벨 7 : 보통 해독마법으로는 해독이 안 된다. 레벨 8 :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럿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절대 중독 마법이 나온다. drake breath poison 레벨 9 : 절대해독마법을 얻는다. 절대 중독을 풀 수 있다. 레벨 10 : 독 주문의 원천 무효화를 달성한다. 수십만을 죽이는 거대한 독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독 마법은 솔직히 별로 쓰지 않네요. 제 자신이 독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건 별로 취미가 아니니까요. 3. 정신 마법 : 정신파를 사용하는 마법입니다. 그 위력은 크지만, 물리적인 위력으 로는 낮은 편입니다. 주로 정신을 가진 인간에게 효과가 크지요. 드워프들은 원래 정 신력이 강한데다가 그들의 문명으로 만든 기계류는, 이 마법을 충분히 막을 수 있습 니다. 엘프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고요. 인간의 도시에서도, 큰 도시라면 이 마법을 막아낼 마법진을 쳐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는 않습니 다. 비인간적인 마법임과 동시에 위험한 마법이기 때문에, 방어체계가 많이 개발된 탓도 있고요. 게다가, 자연재해에는 대항할 수 없는 무력함을 노출시키기도 합니다. 레벨 4 : 기초. 레벨 5 : 상대의 의지를 교란시킨다. 독마법과 비슷하나 실제상황이 아니고 정신적 인 요인에 의한 이상이므로, 정신이 굳건한 사람은 견딜 수 있다. 일종의 환상을 보 이기도 한다. 원소 마법 레벨 1에서 3까지의 공격주문 포함. 레벨 6 : 상대의 마음을 읽어낸다. 원소 마법 레벨 4에서 6까지의 주문 포함. read mind. 레벨 7 : 치명적인 주문. 정신에 명령을 내려 상대를 죽이거나, 간단한 지시를 내린 다. sorrow to death(죽음에 이르는 슬픔) 레벨 8 : 복잡한 명령을 내리거나, 상대의 정신을 파괴해 버린다. curse- 주문으로 대표된다. mind break(정신 붕괴 : 상대의 정신파를 모두 붕괴시켜 열같은 힘으로 바꾸어 버린 다), mind window(마음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레벨 9 : 상대의 정신을 완벽히 지배한다. mind control, talk with demon(악마와 직접 대화를 하는 것. 계약이 되지 않은 악 마와 대화하는 것이다) 레벨 10 : 자신에게 거는 마법으로, 마법 주문의 간략화, 단축이다. 이 마법을 사용 하게 되면 영구적으로 마법 주문이 짧아지므로(단지 마법 이름만 외워도 발동된다), 전투에서 극도로 유리해진다. 동시에 2가지 이상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도 한 다. Multi spell(2가지 이상의 주문 사용), spirit connection with devil(마법을 구사 하는 악마와 정신을 연결시켜 마법 주문을 생략하게 할 수 있다), mind control destruction, (순간적으로 계약의 의식을 치르는 수단. 특히 모르는 마법을 외울 때 사용....)등이 있다. - 계속 - 후기)4번부터는 내일입니다. 이거 엄청나게 길어지는군요. 내일까지 인간마법편 다 올리지요. 이왕이면 자세한 게 좋다고 생각해서 올리다보니, 엄청나게 길어졌습니다. 과연 재미있으실지 모르겠네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설정 16-31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7 조회수 : 14 공룡 판타지 16-318 레이니 이야기 - 설정편(2) : 인간 마법편 후편. 어제에 이어서 계속됩니다. 예고대로 4번 상태 변화 마법부터 이어집니다. 4. 상태 변화 마법 : 주문을 외우는 마법사 자신이나, 적의 신체적인 상태를 변화시 키는 마법입니다. 독마법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보다 훨씬 다양합니 다. 무엇보다도 방어주문이 포함되어 있고, 신체상태를 좋게 하는 마법도 포함되니까 요. 이 마법을 가루에 걸어둔 후 약병에 담으면, 약이 됩니다. 병을 고치는 그런 약이나 몸을 좋게 하는 약이 되는 것이지요. 레벨 4 : 기초 레벨 5 : 몸 상태를 좋게 만든다. (신체 활성화등) sight up(시야 확대), detection(디텍션 : 탐지. 각종 힘을 탐지한다) 레벨 6 : 몸 상태를 나쁘게 만들거나 막는다(신체 약화, 면역 등) sickness, vaccine, virus. 레벨 7 : 방어 마법. 각종 방어막을 만들어낸다. magic shield. cure disease같은 병치료술도 포함. 상대의 마법을 감지하기도 한다. (그것도 상태의 변화이므로) detect magic(마법 감지 : 레벨이 높을 수록 그 탐지 효과가 뛰어나다. 보통은 같은 레벨의 마법이나 그 이하를 탐지 가능) 레벨 8 : 상대 무기력화 마법(저항력 0, 살인, 확실한 무력화) : 이건 진짜 무력화 이므로 해독이나 정신력으로 막는 게 아니다. 한 번 걸리면 당하므로 마법 자체를 막 거나, 아니면 다시 체력을 채우거나 해야 한다. 차라리 회복마법이 낫지 않을까..... 자신의 강화도 포함된다. (그래서 힘 마법을 여기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많다) powerless, 레벨 9 : 대 방어 마법, 투과 마법(몸을 유체화해서 투시.....) dragon shield(용의 피부만큼 강한 실드?), no obstacle(모든 것을 투과한다), recover disease(병 완치)같은 기술이 포함된다. 레벨 10 : 절대 방어 마법이나 절대 파괴주문이 들어간다. Invincible force(절대 무적상태), 불치병, 절대 파괴 주문들이 들어간다. 5. 생명 마법 : 생명력을 다루며, 치유 마법으로도 사용됩니다. 그러나, 병치료같은 경우는 상태변화마법의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 마법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주로 외상을 치료할 때 사용하게 됩니다. 공격과 치유 양면에 사용할 수 있고, 이것의 역마법이 바로 죽음마법입니다만, 그것 은 따로 분류했습니다. 레벨 5 : 기초 레벨 6 : 생명력의 흐름을 다룬다. 생명력을 공급하고 상처를 진단할 수 있다. 레벨 7 : 상처를 치료하고, 원소 마법의 레벨 1에서 3까지의 공격 마법사용. (detect life force : 생명마법 레벨 7. 생명력을 탐지한다)같은 것이 그 예. 레벨 8 : 큰 상처를 치료하고, 원소 마법의 레벨 4에서 6까지 사용. 역마법으로 사 용할 경우, drain계열 마법도 된다. 그러나 약한 편이라 사용하지 않는다. Life force cannon. cure serious wounds(상처 치료) 레벨 9 : 치명상치료가 가능하다. 단, 재생을 하려면 원자마법의 도움이 필요하다. 상대의 생명력 흐름을 조작할 수 있다. (그래서 치명상을 치료가능) 생명력을 만들어 낸다. 레벨 10 : 미리 마법을 걸어두면 죽었다가도 되살아난다. prediction of revive(그 냥 re-life라고 해라) 불사마법도 이 방면에 들어가지만, 생명력만 젊음을 유지하므 로 정말로 불사를 누리고 싶다면 원자 마법도 사용해야 한다. 6. 죽음 마법 : 죽음의 힘을 다룹니다. 생명과 죽음의 힘을 만나게 하면 서로 파괴 되는데, 사실 음에너지 계열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음에너지란 건, 절대 영도 이하의 온도를 가지는 특별한 에너지 상태로, 말그대로 마이너스 상태라고 해야 합니 다. 그러나, 죽음의 힘은 사실 생명의 힘과 같은 것이고, 단지 우리가 가진 생명의 힘과 만나면 서로 파괴되는, 성질이 정반대인 힘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음에너지라고 했다가는 감당이 되지 않으니까요. (이유는 엘프 마법편에서 설명해드리지요) 레벨 6 : 기초 레벨 7 : 죽음 에너지에 의한 공격. 원소 마법의 레벨 1에서 레벨 3까지의 공격마법 사용. 레벨 8 : 죽음 에너지에 의한 공격. 원소 마법의 레벨 4에서 레벨 6까지의 공격마법 사용. 언데드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나, 조종은 힘들다. animate dead(좀비 만들기), zombie bomb(좀비를 죽음의 힘으로 폭파시켜 적에게 피 해). 레벨 9 : 상당히 강력한 죽음 주문을 사용한다. 언령 마법이 정신에 영향을 준다면, 이것은 진짜로 죽음의 힘이 주입되는 것이라서 상당히 강하다. 생명력 자체가 파괴되 는 경우가 되기 때문에, 생명력을 그만큼 보충해주거나, 방어 마법(원소 마법으로는 안 된다)으로 막아야 한다. Death가 대표적. 언데드를 만들어 조종할 수 있다. 이 단 계에서의 최종 단계는 lich(스스로 언데드가 되어 불사 획득)이다. 이 주문에 걸려 레벨 10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마법사가 수두룩 할 지경이다. (불사는 그만큼 매력적 이므로) 레벨 10 : 적어도 10레벨의 방어주문으로 막지 않으면 안된다. 방어 주문을 관통해 버리며, 상대의 생사를 좌우할 지경의 마법이다. change target to undead(적을 언데드로 바꾸어 조종한다)라든지, 절대 즉사마법등 이 이에 속하게 된다. 7. 언령 마법 : 언어로 하는 마법입니다. 주문은 그리 다를 것이 없지만, 원하는 말 을 하면 그대로 이루어지는 편리한 마법입니다. 단, 매우 어려우므로 기초단계가 레 벨 8입니다. 사용하려면 레벨 9에 이르러야 하는, 상당히 힘든 마법이지요. 레벨 8 : 기초 레벨 9 : 상대가 방어를 하지 않는다면 즉효이다. 단, 귀에 들리지 않으면 효과가 없으며, 방어마법에 의해 무력화시킬 수 있다. power word - 가 대표적이다. wish도 이 계열. sink, kill, sleep등 여러가지 말을 붙일 수 있다. (suicide : 자살... 말그대로 이 주문에 걸린 자를 자살하게 한다) 레벨 10 : 상대가 귀가 없다고 해도 효과가 나온다. 방어 마법도 쉽게 먹히지 않는 다. 적어도 10레벨 방어주문으로 막아내든지, 아니면 엘프의 정신계열 마법등에 능통 해야 막아낼 수 있다. power order -, absolute wish가 이에 속한다. 아. 여기선 레벨 11의 마법이 존재합니다. 셀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마법으로, 마법 사들도 그 존재를 모르는 마법입니다. 하지만 이 마법을 사용한 적은, 셀 자신도 없 기 때문에 그 위력은 모르는 상태입니다. (아직 연구중이라고 할까요) 레벨 11 : 일종의 환상 마법이나 다름없다. 아무도 완성을 못 한 마법이기 때문이 다. 절대적으로 마법사의 소원을 이루어 주지만, 모순을 일으키므로 세계의 인과관계 가 무너져서 결국 세계의 붕괴를 가져오는 phradox(패러독스 : 역설)이라는 마법이 유일하다. 8. 원자 마법 : 원자를 다루는 마법입니다. 위력이 강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용 하기도 비교적 쉽습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인류의 적'으로 지탄받을 마법입니다. 한 도시를 방사능으로 오염시키고 어린애들의 팔다리가 기형이 되게 만드는..... 그런 모습을 지상에 출현시킨 마법사는 무슨 대접을 받게 될까요. 그래서 대다수가 기피하 는 마법이 되었습니다. 레벨 6 : 기초 레벨 7 : 원자의 기초적인 이동을 다룬다. 핵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cursed slayer(핵폭발을 일으켜 방사능오염을 일으키고 불에 태워버리는 마법) 레벨 8 : 원자를 원하는 대로 이동시킨다. 고도의 압력이 필요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이다. 레벨 9 : 원자를 분해, 조립할 수 있다. 쿼크와 핵력, 반물질을 다룬다. anti-matter destruction, atom destruction(원자 붕괴), 반물질 입자포(주문은 영 어로 내보내지 않음. 하지만 300화 이후에 한 번 나옴) 레벨 10 : 물질과 에너지의 체내에서의 전환. 엘프 마법 레벨 9에 해당. 레벨 11 : 물질과 에너지의 외부의 전환. 엘프 마법 레벨 10에 해당. 여기서 엘프 마법 레벨 10이 왜 나오냐고 하실 지 모르지만, 난이도에 따라 배열하 면 이렇게 됩니다. 원자마법을 사람들이 기피하기 때문에 다들 모르고 지나가지만, 이런 점 때문에 셀이 엘프 마법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9. 시공 마법 : 시간과 공간을 통합한, 시공을 다루는 마법입니다. 차원을 다루는 마법이며, 난이도가 매우 높은 마법입니다. 레벨 5 : 기초 레벨 6 : 간단한 시공의 변화를 주도한다. haste, slow. blink(시공이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공을 약간 구부려서 위치 이동. 따라서 단거리이다), light weight(무게를 줄이는 마법), 레벨 7 : 복잡하고 거대한 시공변화를 주도한다. 주로 공격용으로 사용한다. gravity cannon(중력포), reverse gravity(중력 역전). 레벨 8 : 시공을 정지시킨다. time stop, space stop(공간을 묶어서 상대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레벨 9 : 시공을 극단적으로 변화시키고, 소환을 가능하게 한다. 이 변화를 매우 잘 조작해야 한다. gate, meteor, summon(소환 마법 : drake, creeper덩굴 등, 필요한 걸 소환해온다), warp, remove(이동. 보통 다른 자를 강제로 이동시키는 기술이다), teleport(텔레포 트 : 순간이동). 레벨 10 : 우리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차원의 시공을 컨트롤한다. ultima(다른 차원의 시공을 우리 세계에 소환하여, 진공에너지의 상전이에 의해 폭 발을 일으키는 것) : 공간 상전이 탄. 여기서 울티마라고 하면, 파이널 판타지의 그 마법이군요. 다른 용어로 할까 하다 가, 결국 써먹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여기도 11레벨의 마법이 존재합니다. 셀이 한 번 사용한 적이 있지요. 레벨 11 : 시공을 만들어내고 파괴한다. time-space destruction 10. 힘 마법 : 상태변화 마법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별로 대 단한 경지에 이르지 않는 마법입니다. 마법사 자신의 몸이나 타인의 몸에 영향을 미 친다는 점에서, 다른 마법과 유사성이 많으니까요. 레벨 역시, 10레벨의 마법이 존재 하지 않는 마법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연구되지도 않는 마법입니다. 하지만 전사들에 게 역주문으로 건다면..... 즉효입니다. 칼들고 달려드는데 '힘을 빼버리는' 마법에 걸린다면? 자기 칼에 자기가 깔리는 엽기적인 경우가 발생하겠군요. 레벨 2 : 기초 레벨 3 : 자신의 힘을 조절한다. 레벨 4 : 타인의 힘을 조절한다. 레벨 5 : 힘의 흐름을 조절한다. 레벨 6 : 힘 자체를 다른 곳에서 끌어온다. (생성) 레벨 7 : 거대한 힘을 창출한다. (dragon force) 한 마디로 축약하면, 힘 마법을 대표하는 말은 이것이군요. "곰같은 힘이여 솟아라 ! 우워어." 11. 역주문 마법 : 상대의 주문을 파괴하는 마법입니다. 상대가 마법주문을 걸어 나 를 공격하려는데, 이걸로 막아버린다면 상대는 얼마나 열받을까요. 잘만 사용하면 상 대의 주문을 그대로 돌려보낸다는 것도 가능합니다. 당신이 파이어볼을 던졌는데, 상 대 마법사가 그 파이어 볼을 역주문마법으로 당신에게 돌려보내 터뜨린다면..... 상 당히 황당한 결과를 불러오겠지요? 위력이 크기는 하지만, 상대가 주문을 걸어주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비교적 상급 주문이므로 보통은 상대의 마법이 무 엇인지 모를 때, 또는 상대의 마법을 피하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마법을 역주문으로 걸면, 마법이 강화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레벨 5 : 기초 레벨 6 : 주문을 막는다. 주로 방어 마법이 이에 속한다. iron shield, stone shield. 레벨 7 : 주문을 튕겨낸다. reflect, spell turning(주문을 되돌린다) 레벨 8 : 주문을 정지시키거나 소멸시켜 버린다. spell stop(적의 주문을 정지시킨다), anti magic shell(이 안에서는 절대로 주문을 외울 수 없다), spell cancellation(주문을 멋대로 취소시켜 버린다), magic absorption(적의 마법을 흡수한다) 레벨 9 : 타인의 주문을 조종한다. 정신 마법과는 달리, 상대의 의지에 상관없이 주 문을 조종하는 것이다. 또는, 역주문의 응용으로 마법을 강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spell control. magic amplification(마법을 증폭시켜 강화) 레벨 10 : 강대한 마법의 주문을 무조건 정지시킨다. spell inhibition 주문 금지 셀이 레이니에게 한 번 레벨 9의 마법인 스펠 컨트롤을 걸었지요? 레이니에겐 마법 이 안 걸리는데 어떻게 그걸 걸었냐 하면..... 레이니가 마법에 안 걸리는 이유가 라 브레이커 때문이니까요. 그러니까 검이 간섭하지 않는 싸움이라면, 당연히 보통 사람 처럼 마법에 걸릴 수도 있는 겁니다. 걸리기 싫으면 자기 힘으로 막아야지요. 12. 영혼 마법 : 레벨 10에서 기초를 닦는 마법..... 이런 상황이니 아무도 안 쓰는 것이 당연하고, 속칭 '잃어버린 마법'입니다. 하지만 마법 12개 체계를 완성하는 것 이라서, 넣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숨겨진 마법입니다. 11레벨의 마법, soul movement라는 것을, 셀이 한 번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까 지는 개발중인 마법이라고 해야겠군요. 그 외에, soul pain이 존재합니다. 혼을 괴롭 히는 마법이지만, 솔직히 쓸모가 없군요. <마법 응용편> 마법 주문을 익혔으면 실전에 써먹어야 합니다. 연구를 하는 건 셀에게 맡기고, 우 리는 그럼 주문을 응용해보지요. 어떻게 하느냐.... 실전에서는 주문을 한 가지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마법사들이 서로서로 협력해서 여 러 가지 주문을 사용하게 되지요. 두 개 이상의 주문을 사용해서 합성하는 것이 실전 마법입니다. 실전에서의 응용은 말그대로 글 안에서 하는 것이니, 이 정도면 되겠군 요. 하나만 예를 들자면..... Prismatic sphere같은 것이 해당됩니다. 빨강(물리적 공격), 주황(마력), 노랑(상태이상마법), 초록(독마법과 죽음 마법), 파랑(정신, 생 명계열 마법), 남색(역주문), 보라(시공마법) 계열의 마법을 쓴다면, 그런 것이 여러 가지 주문의 합성이 되겠지요. 아. 하나 추가하면, 역주문은 이렇게 주문 앞머리에 붙이면 되는 겁니다. reverse - : 거꾸로의, 상반되는 (the를 붙이면 역. 반대라는 명사) 주로 역주문을 만들 때 붙인다. 인간 마법 이야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길지요?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이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법 주문 을 모두 열거하기보다는, 그 주문은 각 레벨의 정의에 따라 적합한 곳에 넣으면 되는 이런 설명 방식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위력에 따라 나누는 마법체계보다는, 이게 더 괜찮다고 여기는데 어때요? 후기)이번 에피소드는 상당히 충격이었을 겁니다. 레이니의 정체에 대해서 특히. 짐 작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더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앗 ! 속았다 !" 라고 외치신 분들도 꽤 되실 텐데. 그래서 특별 서비스로 이 기획을 마련 했습니다. 다음 연재분에선 엘프 마법이 나오겠군요. "난 머리아픈 거 싫어 !" 라고 외치실 분 들도 있을지도?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6-31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8 조회수 : 49 공룡 판타지 16-319 레이니 이야기 - 설정편(3) : 엘프 마법편. "인간의 마법은 표면적인 현상을 다루고 엘프의 마법은 근본적인 이치를 다룬다."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아르메리아가 이 말과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지요. 122화 에서 비슷하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말 그대로, 엘프의 마법은 근본적인 이치를 다룹니다. 배우기 힘들고 머리아픈 마법이지요. 사막에서의 에피소드에서 촌장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것도 무리가 아닙 니다. "나도 과거에 정통 마법을 배워보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거든. 너무 오래걸려서 말이 네." 자. 그럼 정통의 마법이라는 엘프 마법은 대체 무엇일까요. 두통약 드시는 것도 좋 지만, 일단 설명 시작합니다. (1)엘프 마법의 분류 엘프 마법은 전부 합해서 21레벨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현재 엘프들이 사용하는 마 법중 체계가 정비된 것은, 13레벨까지입니다. 14레벨에서 18레벨사이는 드래곤과, 라 브레이커를 제외하고는 '체계적으로 익힌' 자가 없습니다. 적어도 오시언에서는. 이 이야기에서 드래곤이 나오지 않고 있으니, 실질적으로는 라 브레이커 혼자군요. 엘프 들이 간혹 그런 마법을 쓴다고 해도, 이론적으로 해석을 내릴만큼 완벽한 것은 아닙 니다. 그런데 19레벨부터는 왜 언급을 안했냐 하면.... 그 단계부터는 사람이 손댈 게 아 닙니다. 어차피 엘프들도 19레벨부터는 '그 분만의 영역'이라고 부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분이 도대체 누구냐고요? 라 브레이커를 만들어낸 그녀를 말하는 겁니다. 엘프들의 조상님이라고 불려지는. 처음에 '그녀'라고 호칭을 하니까 신을 여자로 정 한 거냐고 놀라신 독자님도 있던데.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96화에서 라피스 엑실 리스와 레이니가 나눈 대화를 인용하겠습니다. 검을 만든 자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지 요. "그럼 이 검은 엘프들이 만든 검이야?" "아뇨. 그 조상되시는 분이 만든 검이에요." 이봐. 썰렁한 농담은 하지 마. 엘프의 조상이라면 당연히 엘프지, 엘프가 아니면 뭐 야? 내 눈을 본 그녀가 대답을 해 주었다. "그 분은....... 엘프가 아니니까요. 엘프라는 종족 자체를 창조한 분이 엘프들에게 넘겨준 검이니까, 당연히 엘프들의 마법 체계를 넣은 것이지요." "........그럼, 설마....... 엘프들의 신이야?" "만약 조상을 그렇게 부르는 게 인간의 풍습이라면.... 그렇지요." 그녀에 대해 더 언급하면 내용이 길어지니까 이쯤 하고, 마법 체계의 설명으로 들어 가지요. (2)엘프 마법에 관하여. 레벨 1 : 몸 안에 마력을 만들어 쌓아두는 단계. (당연히 마력을 자신의 의지로 위 치조종가능) 레벨 2 : 마력을 열로 바꿀 수 있는 단계. 보통 1레벨을 익히면 쉽게 익힐 수 있다. 레벨 3 : 마력을 일반적인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단계. 레벨 4 : 마력을 에너지 구조체로 만들어 단시간동안 유지한다. 레벨 5 : 일반적인 힘을 마력으로 전환시킨다. 레벨 1과 비슷한 면이 있으나, 레벨 1은 세포 자체가 그런 능력을 가지게 단련하는 것이므로 좀 다르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이다. (적의 공격 마법 흡수 가능) 레벨 6 : 마력을 에너지 구조체로 만들어 장시간 유지. 레벨 7 : 마력을 정신파, 생명력, 죽음의 힘(생명력과 만나면 붕괴되지만, 이것도 결국 생명의 힘과 같다)으로 바꾸거나, 그 반대의 작용을 한다. 레벨 8 : 일반적인 힘을 다른 형태의 일반적인 힘으로 바꾼다. 마력이라는 중간 매 개체가 필요없게 된다. 레벨 9 : 체내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시킨다. 레벨 10 : 체외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시킨다. 레벨 11 : 음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에너지를 다루는 능력이 극대화되어야 가능하다. 레벨 12 : 시공간을 다룬다. 따라서, 중력을 마음대로 다루게 된다. 레벨 13 : 시공간과 물질, 에너지를 통합해서 다룬다. (서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레벨 14부터는 설명 안 합니다. 만드느라 고생고생했는데 왜 안 하냐 하면..... 그 걸 미리하면 재미가 없어요. 게다가, 글 중에서 나올지말지도 솔직히 지금은 모르겠 고. 다만, 영혼에 관한 마법이 그 안에 들어있다는 정도로만 설명을 할까 합니다. 만 약 글 중에 나오게 된다면, 그때 설명을 해드리지요. <엘프 마법 레벨 분류> : 존칭어 안 씁니다. 어차피 어려워서 죽을 지경인 마법이 니. 1)레벨 1 - 마력을 만들어낸다. 이 레벨은 단지 몸에서 얻는 수많은 종류의 에너지를 '가장 질서도가 높은' 마력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실전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마력이 마법에서 필요한 이유는, 아직 수준이 낮은 마법사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서는 질서도가 높고 안정된 힘이 필요하고, 이 힘을 필요한 경우에 즉석에서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몸에 저장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력이란, 정의를 내리면 물질과 에너지의 중간이라고 하겠다. 물질처럼 입자의 성 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질서도가 극히 높아 다른 힘으로 전환시키기 용이하다. 게다 가 물질보다 에너지화시키기가 훨씬 쉽기 때문에 마법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재료가 된다. 입자처럼 구조체를 이루기 용이하며 사용하기도 편한 힘이지만, 다루는 과정에 서 실수하면 이 힘이 다른 종류의 힘으로 변화한다. 몸 안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조절하는데 실패하면, 그 마법사는 매우 큰 피해를 입는다. 몸 안의 다른 마력 이 연쇄적으로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력을 다른 힘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안정 상태에서 불안정 상태로 바꾸는 것을 '마력의 활성화'라고 하며, 이것이 바로 마법을 시작하는 기본적인 과정이 된다. 질서도를 힘에 따라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마력(최고의 질서도) - 마력(활성화된 상태. 극히 불안정하다) - 보통의 힘(대개 전 기적인 힘이 많지만, 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력등으로 분류된다. 단, 일반적인 마 력으로는 중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주의할 것) - 열(이것이 가장 무질서한 힘이며, 이 힘은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다시 질서를 찾기 어렵다) 엔트로피라고도 불리는 무질서도는, 마력의 경우 가장 낮고 열의 경우가 가장 높다. 열역학 제 2법칙에 의거, 엔트로피는 증가 일로를 걸으므로(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만, 거의 모든 경우에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마력의 엔트로피가 낮은 것은, 실제 상 황에서 마력을 원활하게 다른 에너지로 바꾸기 쉽게 한다. 달걀을 쌓는것과, 그것을 발로 차서 무너뜨리는 것, 어느 것이 더 쉽겠는가. 이 마력을 일반적인 에너지에서 변화시켜 몸에 안정되게 쌓아두는 것이 바로 레벨 1 의 마법이다. 이 과정을 통과해야 견습 마법사가 될 수 있다. 사실, 마력을 만들어내 는 것은 처음에는 대개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신체를 '마력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 힘을 저장하기 용이한' 상태로 단련시킨다고 해야 정확하다. 마 력을 스스로의 의지로 자유로이 만드는 것은 상당히 높은 레벨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마력은 능력(ability)이 아니라 힘(energy)을 가리키는 말이 다. 언어의 정의에 주의할 것. 2)레벨 2 - 마력을 열로 바꾸는 것이다. 이것 자체는 레벨 1을 통과한 사람이라면 쉽 게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마력이란 원래 극도로 불안정한 것이어서 잘못 다루면 폭발적으로 다른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특히 몸 안에서 마력을 활성화시킬 경우에, 잘못해서 이 활성화한 힘이 다른 마력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그 마력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활성화, 폭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마력을 필요한 만큼 잘게 나누고, 그 마 력을 신체 바깥에서 변화시켜 붕괴시키는 연습이 필요하게 된다. 특히, 몸 안에서 마 력을 열로 변화시킬 때에는, 마력을 잘 나누어야 한다. 마력이 다른 마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원하는 만큼만 열로 바뀌게 하는 것이 바로 레벨 2의 마법 연습이 된다. 3)레벨 3 - 마력을 우리가 원하는 힘으로 바꾸는 것이다. 힘이라면 대개 전기적인 힘 이나 약력, 강력등이 있지만, 그 힘은 각각의 성질이 다르다. 원래는 같은 힘이지만, 그 힘을 어떻게 해서 우리가 원하는 힘으로 바꾸는(현상만이라도)것인가를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마력의 전환시 주의점은 레벨 2의 경우와 같다. 특히 몸 자체를 파괴하지 않기 위해 서는, 상당히 세밀한 조절이 요구된다. 그에 맞게 신체 단련을 해두는 것이 레벨 3이 다. 그러나, 엘프 마법의 진수는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마법 사용이다. 언급은 상급 레벨에서. 4)레벨 4 : 마력을 에너지 구조체로 만들어 단시간동안 유지한다. 에너지 구조체에 대해 정의하자면, 에너지가 극도의 질서를 유지하고 한 곳에 뭉쳐있는 상태이다. 자 연계의 현상으로는 구형 번개가 해당된다. 약간의 물질에 자신을 집결시키고, 그럼에 도 불구하고 물질에 흡수되지 않고 에너지의 특징을 유지한다면, 그것이 바로 에너지 구조체이다. 구형번개는 약간의 충격에도 흐트러지면서 힘을 발산하며, 일반적인 에 너지 구조체도 외부의 영향에 약하므로 사용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 인 사용법이 파이어볼이다. 작은 충격에도 붕괴되어 폭발하므로, 공격용 마법으로 적 합하다. 5)레벨 5 : 일반적인 힘을 마력으로 전환시킨다. 레벨 1과 비슷한 면이 있으나, 레벨 1은 세포 자체가 그런 능력을 가지게 단련하는 것이므로 좀 다르다. 이것은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비로소 마력의 전환을 공부하게 된다. 마력의 엔트 로피를 낮추는 것이어서, 그만큼 배우기가 어렵다. 전투시 상대의 힘을 마력으로 만 들어 저장하는 등의 응용이 있다. 6)레벨 6 : 마력을 에너지 구조체로 만들어 장시간 유지한다. 단순히 에너지 구조체 를 만들기만 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수준의 레벨이라면 그 구조체를 스스로 유지하 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에너지를 물질처럼 쌓아서 유지하는 것은, 그 에너지의 성질을 완벽히 알고 응용하 지 않으면 어렵다. 원래 에너지라는 것이 분산되기 마련이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서는 극도로 질서도가 높은 에너지인 마력을 사용한다. 열로 에너지 구조체를 만드는 것은, 외압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질서가 너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에 너지라는 것은 그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므 로, 그것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에너지 구조체는 그만큼 존재하기 어렵다. 그나마 가 장 질서도가 높은 것이 마력이므로, 마력을 이용해 정밀한 장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 마법이다. 이 마법의 예로는 반영구적인 마법검이 있다. 에너지 구조체를 사용해서 간단한 자 극에 의해 주위의 힘을 모아들이고, 필요시 방출하는 식의 구조체를 만들어둔다 면..... 하지만 고도의 에너지 구조체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인공지능적인 행동은 할 수 없다. 그걸 하려면 더 어려운 상급 마법을 익혀야 한다. 7)레벨 7 : 마력을 정신파, 생명력, 죽음의 힘(생명력과 만나면 붕괴되지만, 이것도 결국 생명의 힘과 같다)으로 바꾸거나, 그 반대의 작용을 한다. 여기까지 익히면 마 력을 거의 모든 힘으로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엘프 마법의 특성상, 레벨이 올라 갈수록 아래의 레벨에도 영향을 미쳐 그 사용법이 능숙해진다. 위의 레벨 6의 경우, 에너지 구조체에서 정신파를 방출할 수 있게 하면 그것이 바로 저주 아닌가. 상대의 정신에 영향을 미쳐 자아 붕괴를 창출한다면..... 정신파가 간단한 전파와 흡사한 전자기파라면, 생명력은 마력과 마찬가지로 극도의 질서도를 가진 정제된 에너지이거나, 아니면 단순한 파동이다. 하지만 킬라닌사진이 라는 것으로 몸을 찍어보면 나타나는 사진에는, 팔이 잘린 사람도 팔의 모양이 선명 히 찍혀서 나온다. 따라서 생명력은 일단 마력과 비슷한 원리의 힘으로 정의하겠다. 8)레벨 8 : 일반적인 힘을 다른 형태의 일반적인 힘으로 바꾼다. 마력이라는 중간 매 개체가 필요없게 된다. 거의 모든 에너지를 마음대로 다루게 되는 수준이다. 이 단계 에서 신체에 의지하지 않는 에너지 전환을 배워둔다. 정리하면, 전환하는 힘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마력, 화학에너지같은 '저장성' 힘, 운동에너지 같은 '사용되는' 힘, 열같은 '사용 되어 버린' 힘이 그것이다. 그 외에 정신파와 생명력같은, 좀 특수한 에너지가 포함 된다. 생명력의 정의에 대해서는 레벨 7의 설명에 나와 있다. 9)레벨 9 : 체내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시킨다. 아인쉬타인에 따르면, 물질과 에너지는 동일한 것이다. 원자폭탄도 그런 원리에 따 라 물질을 에너지로 바꾸어서 만든 것이다. 몇 그램의 물질이 에너지로 전환되더라 도, 그 위력은 막대한 것이다. 히로시마가 바로 그 좋은 본보기이다. 단 몇 그램의 위력으로 도시가 어떻게 되었는가. 물질을 에너지화하고, 에너지를 물질화하는 것이 바로 레벨 9의 마법이다. 물론 자 세한 과정의 설명을 붙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혼에 대해 설명을 붙여야 하므로 생략 하겠다. 다만, 물질과 에너지 그 자체를 조종한다고 설명해두겠다. 이것이 소설에서 도 나온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지배력'이다. 주의할 것은, 이 마법을 사용할 때 에너지가 상당히 많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에너 지에 대한 지배력이 조금이라도 약화되어 몸의 세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면, 그대의 목숨은 없다. 물질을 완벽히 에너지화시키지 못할 때 발생될, 엄청난 양 의 방사능을 인간이 견딜 수 있겠는가? 원자 하나를 부술 때에 나오는 양성자와 중성 자, 중성미자나 전자등의 각종 미립자들이 에너지화하지 못할 때, 그 입자들은 모두 방사선이 된다. 인체에 치명적인 중성자선,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등은 다 이런 미 립자들의 고속 운동이다. 마법 사용시 극히 주의할 것. 완벽하지 못하면 손도 댈 수 없는 것이 이런 마법이다. 현대물리학으로 치면 대통일이론이라고 해야 할 듯. 강력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쿼크라는 것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것을 쿼크로 서 안정하게 결합시키는 힘), 약력(원자핵을 나온 양성자나 중성자를 붕괴시키는 힘), 전자기력(전기와 자기력)을 모두 통합하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10)레벨 10 : 체외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시킨다. 레벨 9을 체외로 옮긴 것으로, 당 연히 그 난이도가 그만큼 높다. 자신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11)레벨 11 : 음에너지를 만들어낸다. 에너지를 다루는 능력이 극대화되어야 가능하 다. 음에너지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그것은 절대 0도보다 더 낮은 에너지 상태라 고 대답하겠다. 절대 영도보다 낮다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것이지만, 이 상태의 에 너지는 시공에 영향을 미쳐 그 공간을 음의 곡률로 휘게 한다고 한다. 또한, 주위의 에너지를 놀라운 힘으로 빨아들여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절대 0도 이상의 상태로 말이다) 성질도 있다. 또한, 이 에너지는 반중력의 성질도 가지고 있다. 사용하면 할 수록 무한한 응용이 가능한 힘이지만, 문제는 ! 이 힘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이다. 음에너지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량의 힘을 투입하면 되지 않냐고 하시겠 지만, 공간 자체에 영향을 주는 힘이다. 실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 사용 시 극히 주의할 것. 12)레벨 12 : 시공간을 다룬다. 따라서, 중력을 마음대로 다루게 된다. 음에너지같은 시공에 영향을 주는 힘뿐 아니라, 아에 시공 자체를 다룬다. 순간이동 이나 공간 터널이 가능하다고 기뻐하기 전에, 이 마법을 다루려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이 가는가? 시공을 어떻게 정의하고, 시공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 그 모든 것을 따지지 않 으면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마법이다. 아직 현대과학 문명은 이런 기술을 가질 수 없었고, 아마 상당히 먼 미래에서야 실용화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13)레벨 13 : 시공간과 물질, 에너지를 통합해서 다룬다. (서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이것은 바로 초대통일이론이다. 세계를 이루는 4가지 힘. 강력과 약력, 전자기력, 그리고 중력을 모두 통합해서 다루는 것이므로. 하지만 세부 설명은 도저히 못하겠다. 세계 제일의 물리학자들도 아직 해내지 못한 일인데다가, 구체적으로 다루려면 사람의 머리를 극도로 피곤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 서 소설에서 안 나오기를 학수고대할 뿐이다. (중간에 말이 존칭이 아닌데, 도저히 다 존칭으로 못 고칠 듯 하네요. 써놓고 보니 생각나 버렸습니다) 후기)내용이 좀 길지요? 하지만 "이게 무슨 소리야 !" 라고 외치실 분들이 아주 많을 듯 하군요. 여기서 14레벨 이후까지 설명한다면 그런 소리가 얼마나 더 나올까. 따라 서 14레벨 이후는 제외합니다. 어차피 소설 설정상, 그 이상의 마법은 나올 일이 거 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장담은 못함) 구체적으로 레벨 13의 설명을 하려고 설정을 펴 봤더니..... "모르겠다." 이런 말밖에 안 나오더군요. 설정을 제대로 못한 탓도 있지만, 보여드리다가는 독자 분들 머리가 터지겠습니다. 제 머리도 터지겠더군요. 그거 더 보다가는. 저 자신에게 괴로운 일을,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6-32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19 조회수 : 19 공룡 판타지 16-320 레이니 이야기 - 설정편(4) : 시대 설명편. 여기부터는 쥬라기라는 시대에 대해. 그리고 오시언이라는 별에 대해 설명할까 합니 다. 어제의 머리아픈 엘프마법에서 벗어나, 오늘은 즐거운 공룡의 시대를 여행해보지 요. (저기에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독자분들이 보이는 듯) (1)시대. 이 시대는 쥬라기 후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연도로 따지면 1억 5600만년전부 터 1억 4500만년 전까지의 시대입니다. 전세계는 열대우림으로 채워진 시대이고, 상 당히 따스한 기후였습니다. 강수량이 많고 더운 시기라.... 후덥지근한 여름이지요. 그런 시대인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옷차림을 좀 야하게 할까 하다가 말았는데..... 그렇게 해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이 시대는 더운 시대입니다. 식물 분포는 전반적으로 소철이나 은행나무, 그리고 현재 미국에도 있는 세쿼이어라 는 거대한 나무등, 전반적으로 겉씨식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고사리나 속새 류들이 땅을 뒤덮었다는군요. 하지만 여자분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꽃은 없었습니 다.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들이 없기 때문이지요. 풀도 없고요. 풀 역시 속씨식물이 니. 동물 분포. 물어보나 마나이지만, 당연히 공룡들이 그득그득합니다. 공룡들의 위치 분포는 이 글이 학술지 발표용이 아니니 제외하고, 이 시대에는 공룡과 함께 하늘을 나는 익룡, 바다를 다니는 어룡과 수장룡, 그리고 공룡의 친척이라고 불리는 새가 있 습니다. 이야기 첫머리에 나온 아르케옵테릭스(시조새)가 바로 그 예입니다. 바다의 암모나이트나 상어(이야기에 거대 상어도 나오지요? 이름이 틀리긴 했지만, 다행히 이 시대에도 상어는 많이 있었습니다), 개구리도 있군요. 혹시 황소개구리같은 녀석 이 지구를 거닐었을지도 모르지요. 그 외에는 각종 파충류가 있는데, 도마뱀이나 거북이, 악어는 이 시대에도 있습니다 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뱀은 없습니다. 뱀은 백악기에 나오거든요. 그러니 등장이 될 리 없지요. 그 외에, 거대한 돛을 등에 단 포유류형 파충류들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 건 트라이아스기에 이미 멸종해버렸으니까요. 그러나, 포유류는 있습니다. 이야기에서 '쥐'로 불리는데, 생긴 모습이 '쥐'처럼 생 겼으니 도리있나요. 복잡한 이름을 대느니 그게 더 어울릴 것 같아서 그냥 쥐라고 했 습니다. (2)지리. 대륙 분포는 간단합니다. 소설에서 북대륙이라고 부르는 로렌시아 대륙과, 남대륙이 라 부르는 곤드와나 대륙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런 이름의 대륙이 없기 때문에 고개 를 갸우뚱하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지금과는 다른 위치에 대륙이 존재했고, 그것들이 붙어있었기 때문에 호칭이 다른 겁니다. 로렌시아 대륙은 지금의 북아메리 카와 아시아, 곤드와나 대륙은 지금의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남극,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인도 대륙을 한 덩어리로 한, 거대한 대륙이었습니다. 여기서 인도가 왜 아시 아에서 떨어져있냐 하면, 그때는 히말라야 산맥이란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해서 지금의 인도를 구성한 땅덩어리(대륙)가 아시아와 부딪쳐서 생긴 것이 히말라 야 산맥이니까요. 그 충돌은 이 시대엔 아직 먼 훗날의 이야기였습니다. 북대륙이 바로 레이니 일행이 여행하는 곳입니다. 북아메리카는 상당히 멀리 서쪽으 로 떨어져있고, 지금의 유럽 일대가 바로 레이니 일행의 출발점인 '유로 제국'입니 다. 이 시대에 유럽은 다수의 섬으로 이루어진 곳이었고, 유로 제국은 그 중 가장 큰 섬을 중심으로 하여 이루어진 국가입니다. 참고로 그 가장 큰 섬은, 지금의 스칸디나 비아 반도입니다. 그리고 아시아 대륙이 동쪽에 자리하고 있고, 거대한 북대륙은 절반으로 잘려진 상 태였습니다. 하지만 쥬라기 시대의 잔재가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북대륙의 일 부로 취급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도를 보여드릴수 없어서 생략합니다만, 북대륙의 동쪽인 이 아시아대륙 중앙부에는 사막이 존재합니다. 이 사막이 바로 이야 기에서 언급한 아라비 사막인데, 솔직히 이름이 틀렸습니다. 아라비아를 지도에서 보 면, 엉뚱하게도 그 위치에는 바닷물만 가득하더군요. 하지만 사막이라면 아라비아나 사하라를 떠올리기 때문에, 그냥 집어넣었습니다. 여자들에게 베일 씌우는 것도 아라 비아 지방의 문화에서 가져왔고요. 로렌시아 대륙, 그러니까 북대륙의 동쪽에 바로 레이니 일행의 목적지라고 할 수 있 는 쥬린 제국이 있습니다. 쥬린이라는 이름은 쥬신. 즉 조선에서 슬그머니 가져온 겁 니다. 그곳의 궁전 모습은 경복궁을 참조했고요. 정자 이름을 그대로 쓴 것은 좀 심 했나? 드워프들은 로렌시아대륙의 동남쪽 반도에 거주하고 있고, 엘프들은 동북쪽입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음 장에서 다루지요. (3)드워프. 기존의 드워프라면 땅굴을 파고 사는 녀석들로 묘사되더군요. 어떻게 묘사하든간에, 광업에 종사하고 술 좋아하고..... 그래서 전 그걸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드워프라고 하면 그 고도의 기술이 특기이고, 그렇다면..... 제 이야기에서의 드워프는 미래 문명을 연상시키는 해저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고 도의 기술 문명을 갖춘 지적 생명체가 바로 드워프입니다. 기계 문명을 향유하며 각 종 비행선까지 사용하는 것이, 바로 제가 정의한 드워프들입니다. 어차피 기술문명이 발달했다면 비행선 정도야 무리가 아니지요. 다만, 술 좋아하는 특성은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 시대에는 속씨식물이 없어서, 술도 당연히 없습니다. 그럼 어디서 술을 찾느냐 하며는..... 술을 만드는 열매는, 오직 하나뿐인 속씨식물, 엘레스에서 딴 것입니다. 엘프들에게 도 이 식물이 존재하기 때문에 술이 있게 되는데, 이것이 어디서 왔는지는..... 당분 간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감출 게 있으니까요. 이번 레이니양의 정체같은 경우처 럼. 드워프 여자가 수염이 난다..... 는 설정이야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엽기적이라는 분도 계시더군요. (4)엘프 자연친화적인 문명. 그것이 바로 엘프입니다. 드워프가 기계문명이라면, 엘프들은 마법 문명입니다. 둘의 차이는 바로 그것이고, 따라서 두 종족은 자주 충돌합니다. 이건 문화적인 차이니까, 어쩔 수 없네요. 엘프들의 마을은 두 군데인데, 하나는 오시언에 있는 마을. 또 하나는 이곳에서 웜 홀을 통해 이어져있는, 약 1천광년 떨어진 별, 아메지스트입니다. 이 별에 과거에 살 았던 고생물들이 무더기로 있지요. 엘프들이 개척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생명체가 없 는 별을 찾아내서, 그 별에 고대의 생명을 이식했다고 해석하시면 됩니다. 일단은 고 생대와 그 전, 캄브리아기의 생물을 모아두었습니다만. 고생대는 거대 곤충과 양서류가 살고 있는 시대였습니다. 거의 1m에 달하는 잠자리. 화석에 나오는 겁니다. 제가 멋대로 만들어낸 게 아닙니다. 이 시대의 생물을 다들 집어서 옮겼기 때문에, 거대한 곤충들 다수를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고생 대는 산소의 농도가 지금보다 높았고, 따라서 거대한 비행곤충이 살아가기에 적합했 습니다. 40cm짜리 바퀴벌레를 괜히 넣은 게 아닙니다. 이 시대는 30cm의 진딧물이 살았고, 바퀴는 3억년전에 나타난 생물입니다. 고증에 크게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 습니다. (그리고 여담 하나. 어느 분께선 여태까지 본 판타지 소설중 가장 무서운 몬 스터가 바로 이 거대 바퀴라는군요.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어봤더니, 비명과 함께 도 망치시겠다는 분들이 수두룩..... 그, 그렇게까지?) 그리고 호수에 있는 보호구역의 캄브리아기의 생물. 괴이한 생물들이 그득그득합니 다. 눈이 다섯 개나 날린 괴물 코끼리 오파비니아 외에, 아노말로카리스라는 괴물, 그리고 할루키게니아. 하나같이 그 시대의 생물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5억 3000만 년 전의 생물이지요. 소설에서 나오는 연대는, 쥬라기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연대 가 줄어들어있습니다. 오파비니아를 제목으로 달아두었을 때, 전 금방 들킬 줄 알았 습니다. 텔레비젼에서 나온 녀석이거든요. 하지만 아무도 그녀. 엘프 오파비니아의 이름이 무엇의 이름인지 모르셨던 듯. 물론 아시고도 편지를 안 주신 탓인지도 모르 지만. (5)인간 로렌시아 대륙의 중앙부가 분리되어 바다가 생긴 탓에, 이곳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 습니다. 이 섬들 중에 가장 큰 것이 지금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이고, 이 섬을 중심으 로 하여 유로 제국이 세워져 있습니다. 서쪽은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니 신경쓰실 필요 가 없고. 동쪽으로 가면 이미 설명했듯이 중앙의 사막을 넘어서 쥬린 제국이 있습니 다. 지도를 보니 우리나라가 있는 곳 근방이군요. 남 대륙. 그러니까 곤드와나 대륙은 레이니 일행이 안 가니까 별로 언급할 일은 없 습니다. 그 덕에 설정으로 고뇌하는 걸 좀 덜었지만. 만약 그곳에 간다면, 또 바빠질 듯 하네요. 로렌시아 대륙과는 여러모로 다른 구석이 많지만, 그것까지 언급할 일이 있을지. (6)달력체계 레이니 일행이 처음 출발한 곳은 유로 제국입니다. 따라서 연도 표기는 제국이 건국 한 해부터 시작해서 532년이 됩니다. 물론 쥬린 제국은 훨씬 길지요. 건국 4334년이 지만, 이게 나올 일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대의 날짜는 지금과 좀 다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시대에 지금과 똑같은 시간 단위를 쓸 수는 없더군요. 왜냐하면..... 지구를 도는 위성, 달은 지구의 바닷물을 잡아당겨 조수간만의 차이를 만들어냅니 다. 그런데, 이때 잡아당겨지는 바닷물이 지구 자전방향과 반대방향으로 움직여서 지 구를 조금씩 잡아당기는 탓에, 지구의 자전 속도는 1만년에 0.2초 정도 늦어집니다. 그러나 공전 속도는 그렇게 느려지는 일이 없으므로, 일단 자전 속도만이 늦어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하루가 24시간이고 1년이 365일이지만, 그때는 하루가 좀 짧아지게 됩니다. 이유는 설명할 필요도 없지요. 당연히 그때는 지금보다 지구의 자전속도가 더 빨랐을 테니까요. 그 결과, 45억년전에는 하루가 4시간이었다는군요. 지금 시간으로. (크억) 그런데, 고작 쥬라기라면 그 차이를 무시해도 되지 않냐고요? 대충 계산해도 1억년에 2000초가 늦어지는 겁니다. 무시하면 곤란해지지요. 그래서, 기준점을 1억 5천만년으 로 잡고 대략 계산을 한 결과, 하루는 23시간 20분 정도이고(지금 시간으로), 그 때 의 한 해는 지금 시간으로 375일 10시간 17분 8초(+ 4/7초)가 되었습니다. 이거. 무 시하기엔 좀 곤란하군요. 무시하면 10일 정도가 어긋나버리니까요. 그렇다면.... 그래서 이 소설에서 1년은 13개월이고, 1개월은 30일입니다. 앞의 12개월을 합해 360일이고, 남은 날짜는 15일 10시간 17분 8초 + 4/7초입니다. 이 남은 날을 합해서 13월을 만들었습니다. 1월에서 3월은 봄. 4월에서 6월은 여름. 7월에서 9월은 가을. 그리고 10월에서 12월이 겨울입니다. 13월은 겨울의 마지막이자 봄의 시작이므로 요 란한 축제가 집중됩니다. 이렇게 해야 남는 날짜가 제대로 활용이 되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하루를 23시간 20분으로 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때 사람들 이 그렇게 기준을 정할 턱이 있나요. 우리에게 먼 미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준을 강요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단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하고, 분 과 초는 지금과 같이 나누었습니다. 하루의 시작은 새벽 4시로 정했습니다. 해뜨기 전에 날짜가 바뀌는 것이 혼란이 적다고 여겨진 것은, 지금의 날짜 바뀌는 순간이 굳 이 밤 12시인 이유와 동일합니다. 물론 초의 길이가 지금과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좀 짧아지지요.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군요. 어색하게 되지 않으려니 할 수 없네요. (7)연표. 그리 길지도 않은 일이지만, 연표가 하나쯤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어서 넣습 니다. 날짜별로 레이니 일행의 여행을 정리해봤습니다. (전 이걸 일일이 기록하면서 이야기 진행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가 흐트러질 것 같아서요. 도리가 없 더군요. 제 경우는) 연도는 532년. 일단 레이니만 했습니다. 독자님들이 알고 계신 것을 차분히 정리하는 의미에서 싣습니다. 3월 14일 레이니 탄생일. 레이니가 여자 몸이 된 날. 3월 19일 도시 알로 본 도착. 3월 22일 항구도시 드래곤 혼 도착. 세이브 일행 합류. 3월 24일 항구에서 출항. 제국의 수도를 향한 뱃길. 3월 30일 항구도시 웨스트 게이트 도착. 4월 1일 웨스트 게이트에서 출발. 레이니 생리일. (이건 왜 써 !) 4월 2일 레드 렌트에 도착. 4월 3일 파탈 헤이스트 도착. 여행중 세이브 부상. 4월 4일 도시에 사이스모사우루스 습격. 부스트와 만남. 4월 5일 셀이 있는 마을에 일행 도착. 4월 6일 셀과 아르메리아 전투. 4월 7일 파탈 헤이스트로 귀환. 4월 8일 비케이션 시에 도착. 4월 9일 비케이션 시 출발. 피케이 일당과 전투. 4월 11일 수도 도착. 4월 14일 레이니 일행의 궁전 방문. 4월 15일에 북대륙 동반부를 향해 출항. 드워프들의 배 사용. 4월 19일 레드 테일시에 입항. 4월 21일 혼 족이 레드 테일시 습격. 레이니 사형대에 오름. 4월 22일 사라다 제국 아라비 사막에 레이니와 태자 추락. 잠시 일행과 헤어짐. 4월 23일 사막 마을 붉은 바위에 레이니 일행 도착. 4월 24일 붉은 바위에 도적들 습격. 셀과 아르메리아 다시 합류. 4월 25일 붉은 바위 출발. 아이샤 일행 합류. 4월 26일 레드테일시에 잠시 귀환. 4월 27일 엘프마을로 출발. 5월 6일에 아라비 사막 서쪽 끝에 도달. 5월 7일 저녁에 드워프 마을 도착. 아르메리아와 아이샤만 동행. 레이니 음주. 5월 8일 아라비 사막의 일행과 합류. 드워프들의 비행선 사용. 5월 9일 엘프 마을 도달. 일단 숙소에서 휴식. 5월 10일 레이니 마법 상담. 아메지스트 성에 방문. 5월 11일 밤. 쥬린 제국 수도 아미시 방문. 레이니의 정체 드러남. 이걸로 대략은 설정의 설명이 끝났군요. 빼먹은 게 없는지 모르겠네요. 물론 넣으려 면 얼마든지 나오지만, 나머지는 소설 속에서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 정 도로 설정 이야기를 마치고, 내일부터는 다시 레이니 이야기 에피소드 17이 시작됩니 다. 아래에 예고편이 나갑니다. 슬픈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군요. 어서 레이니가 웃 음을 되찾길 바랍니다. - 열 일곱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피로 쓰여진 과거가 그녀의 앞에 돌아왔다. 레이니 : 난 갈 곳이 없어요. 이제 그녀는 어디로 갈 것인가. 목적지를 잃은 그녀가 방황을 시작한다. 아르메리아 : 언니. 이젠 당신을 볼 수 없군요. 끝나지 않을 방황인가. 셀 : 그 애는 극복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니면 허무로 가득찬 종말이 될 것인가. 파란 : 공주님. 제가 도와드릴 순 없을까요? 모든 것은 그녀에게 달린 것. 세이브 : 언니. 언니가 언니의 딸이었어? 하지만 그것은 결코 끝이 아니다. 제논 : 나는 아직 살아있어. 아직도 피는 마르지 않았다. 레이니 이야기 에피소드 17.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0 조회수 : 10 공룡 판타지 17-321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 어둠속에 나 홀로 서 있다. 나는 외친다. "아무도 없어요?"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가. 나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운다. 어린애처럼. "거기 있니? 미나르." "엄마 !" 나는 달려간다. 엄마를 향해. 엄마의 손이 내게 보인다. 그 품안으로 뛰어든다. 힘 껏. "엄마. 엄마. 무서워. 여긴 어디야?" 엄마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평소처럼. 너무나 태연히. "여긴 지옥이야." 그 말과 함께, 엄마가 변했다. 얼굴이 썩어들어가면서 뼈가 드러난다. 기겁하는 나 를 부둥켜안으면서, 엄마의 죽은 얼굴이 내게 말한다. "네가 날 죽였어." 아, 아니에요. 엄마. 난 그저.... "네가 날 죽였어."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발 그런 무서운 얼굴로 날 바라보지 마세요. "네가 날 죽였어 !" 불 속으로 나를 안고 걸어간다. 걸어간다. 걸어간다. 불길 속에서, 엄마의 얼굴이 내게 말한다. 끝없이. 끝없이 되풀이된다. "네가 날 죽였어 !" "꺄아아악 !" 불에 타고 있는 엄마의 육신이, 내 목을 잡았다. 엄마가 내 목을 조른다. 조른다. 조른다. "꺄아아악 !" 목이 아프다. 목을 조르는 무언가를 떼어낸다. 살고 싶어. 난 죽고 싶지 않아. 이렇 게 죽고 싶진 않아요. 엄마. 제발 놓아..... "공주님 !" 공주님..... 공주님? 그게 누구지? 어느새 목의 갑갑함이 사라졌다. 버둥거리던 내 손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래. 엄마는 이미 죽었어. 오래전에. 오래전에. 아주 오 래전에. 식은 땀이 얼굴에서 흘러내린다. 차가움을 더하면서. "공주님?" 이곳에 공주님이 계신건가? 나는 서서히 눈을 떴다. 공주님이 계신다면, 인사는 해 둬야지.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한 사람, 짙은 갈색 머리를 한 소녀 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볼 뿐이다. "하이?" 그녀가 공주님일리는 없다. 그녀는 엄연히 미나르 공주의 호위기사이니까. 그런데, 그녀가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여전히 공주님은 없었 다. 이 방에 있는 건 오직 두 사람, 나와 하이뿐이다. 그렇다는 것은.... "그랬었지....." 조금씩 기억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하나씩. 하나씩. 꿈의 악몽이 현실과 겹쳐지 고, 그 모든 것이 내 머리속에 자리를 잡았다. 그랬었어. 내가 그랬었지. 내가 그랬 던 거야. 모든 것이 되살아난다. 내가 저지른 모든 것이, 내 머리속에서 소음을 일으 켰다. 과거의 모든 기억의 조각이. 하나씩. 하나씩. "아아아악 !" "공주님 !" 혼란스러웠다. 그 상황에서도 미치치 않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미치게 해 줘. 현실에서 도망치게 해줘. 그렇게라도 해준다면..... 나는..... 하지만 내 정신은 그대로였다. 혼란의 기억이 가라앉는다. 서서히. 하지만 자신을 확실히 내게 보여주 면서..... 나는 간신히 안도의 숨을 내쉰다. 천천히. 하이가 내 옆에서 내 등을 두들 겨주며 말한다. 속삭이듯이.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세요. 천천히." 그렇게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진정을 시키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공포감에 짓 눌리면서도, 끝끝내 생존의 본능대로 행동하는 내 몸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어떻 게 하겠는가. 모든 것은 이미 정해졌던 것. 내가 스스로의 기억을 봉인하고 도망친 그 날부터. 내가 찾아낸 안식의 시간은, 단지 한 순간의 것이었을 뿐. 잠시동안의 망 각은, 단지 꿈일 뿐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잔혹한 현실. 간신히 진정은 되었지 만, 얼마나 더 이 현실을 버틸 수 있을까. "괜찮으신가요?" 그녀의 표정은 안쓰럽다는 것이지만, 나에게는 그저 동정일 뿐이다. 물론 그녀의 충 성심은 의심할 바 없지만, 나에게 있어 그게 무슨 의미인 것인가. 단지 나는..... "괜찮아요." 그것을 대답할 가치가 있는가. 어차피 뻔한 질문과 대답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것 조차, 내 맘대로 넘어가지지 않는다. 그녀는 즉시 내 말을 고쳤으니까. "공주님. 제게 굳이 존칭을 붙이실 필요는 없어요. 공주님께선 제 주인이시고, 제게 는 제 어머니의 원수를 갚아주신 은인이기도 하니까." 은인이라고? 내가 그런 말 들을 자격이 있기나 한 건가? 그 날, 내가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그들을 베었는가? 아니다. 나는 단지, 살고 싶어서 그랬던 것뿐이다. 내가 살자고 발버둥치다 보니, 어쩌다가 그녀의 복수를 해준 것일 뿐. 결코 내가 의도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내게 그렇게 고마워한다는 것은, 너무나 과분한 일이 다. 내게는. "그건 내가 의도한 것이 아냐. 난 단지, 내 목숨을 건지려고 그렇게....."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었어요. 공주님. 그리고...." 그녀의 말이 멎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는다. 그녀는 내 손을 끌어안는 다. 소중한 보물을 끌어안듯이.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공주님께선 저희들 때문에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하셨으니, 당분간은 편히 쉬도록 하 라는 리츠님의 엄명이 계셨습니다. 부디, 건강한 모습으로 어서 돌아오시기를, 모두 들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누가? '모두들'이라니? 그러고 보니.... 내 일행은 어찌된 거지? 나와 함께 했던 내 일행은? 아르메리아는 어떻게 된 거지? 내가 검 안에서 원래대로 돌아온 후, 그녀는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의 쓸쓸한 듯한 표정이, 내가 의식을 잃기 전에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럼? "아르메리아는 어디로 갔지? 그리고 셀은? 세이브는? 부스트씨는? 드워프 일행은?" 뭔가 빠진 듯 하지만, 지금은 일단 생각나는 사람들부터 물어보자. 그들은 어디로 갔는가? 나와 끝까지 괴로움을 함께 하겠다던, 그녀는 어디에 있는가? 혹시 그녀 는..... 불안해지는 내 마음이 얼굴 표정에 드러났는지, 거울에 비춰진 내 모습이 약 간 딱해보였다. "....." 딱해보인다....라..... 저 얼굴이 과연 딱해보이는 얼굴인지 의심스럽다. 새하얀 피 부. 맑디 맑은 눈, 그리고 초록색의 긴 머리. 완전히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공주님이 군. 저 정도면. 아, 아니지. 이미 공주님인 건가.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내가 남자 아이였을 때, 언제나 이야기 속의 공주님과 결혼하는 상상을 해봤는데, 엉뚱하게도 정반대의 입장에 서게 되다니. 우습다. 푸훗. 웃음이 나온다. 기쁨과는 상관없이. 하 지만, 내 웃음을 보고는 기뻐하는 걸로 착각한 사람도 있다. 예를 들자면. "공주님. 여기 와서 처음으로 웃으셨군요." 하이의 미소가 내 눈에 들어온다. 나와는 다른 의미의 미소가, 그녀의 얼굴을 보기 좋게 꾸며준다. 하지만 내 마음은 기쁘지 않았다. 도대체 나와 함께 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가. 내가 진실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마구 울다가 기절해버리고, 그 상태에서 깨어났다가 다시 의식을 잃고.... 제 정신 비슷하 게 돌아온 것은 지금이 처음이니까. 그러니, 이제서야 묻는 것이다. 그동안 무슨 일 이 일어났는지를.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해주어도 좋을 듯 한데? 하이." 그녀가 화들짝 놀란다. 그녀가 감정을 추스르더니, 다시금 정중한 말투로 돌아간다. 내가 화냈다고 생각했을까? 그녀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진다. 그리고 말한다. "아르메리아양은 현재 엘프 마을에 돌아가 있습니다. 당분간은 마을에서 마법 수련 에 열중할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런가. 하긴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았을 거야. 그런데, 그 말의 의미는..... 그녀의 마음이 내게 어느 정도는 다가왔었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을 알아서 뭘 하겠는가. 이젠 다 끝장난 일인데. 내가 여자아이인 이상. 태어났을 때부터 여자아이인 이상, 이제와서 뭘 어쩌겠어.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원하지 않았는 데..... 이런 결말은...... 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를 다시 만 날 수나 있을까? 하지만 만난다고 해도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부스트씨는 현재 리츠님의 저택에서 머물고 계십니다. 다음 여행지를 찾을 때까진 제 스승님의 신세를 지신다고 하시더군요." 그 아저씨, 하긴 은퇴하고 편히 살 곳을 찾는다고 그랬지? 그렇다면 잘 됐네. 조금 이라도 도와줄 권력이 생겼으니.... 잠깐. 권력? 권력이라고? 그럼 전임 황제는 어디 로 간 거지? 내가 어떻게 황궁에 머물고 있는거야? 이곳의 화려한 장식은 분명..... "여긴 어디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게 지금이니, 이런 걸 너무 늦게 묻는다고 탓할 순 없을거야. 하 지만, 나무란다고 해도 여기서 들어야겠어. 그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잠 시 내 질문에 멍해있던 하이가, 자기 머리를 탁 친다. 알았다는 듯이. "혹시.... 이곳이 기억나신 건가요? 공주님." 그 공주님이란 소리는 빼라고 하고 싶지만, 진짜 공주님인 걸 어쩌라고. 이젠 몸만 이 아니라, 마음까지 공주님의 것으로 되어야 하는 건가. 솔직히 그 말, 듣기가 어색 하다. 하지만 이것도 내 운명이니, 도리가 있나. 지금 와서 출생을 바꿀 수도 없으 니, 그 말을 평생 감수할 수밖에. 내 처지가 참으로 딱하게 되었다. 물론 복에 겨운 불만인지도 모르지만. - 계속 - 후기)프린세스 레이니라. 아니, 프린세스 미나르라고 해야 적당하군요. 어쨌든 공주 님으로서 첫 날이네요. 불쌍한 녀석같으니. (그 원인 제공자가 그런 소릴 하냐? 독자 들에게서 쏟아지는 돌, 바위) 극중 반전이 일어났으니, 이야기가 다시 전개되어야 하는군요. 자. 그럼, 이제 공주 님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레이니.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요. 기대해주세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1 조회수 : 36 공룡 판타지 17-322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2) "여긴 황제의 거처인 제국의 중앙궁...." 잠깐. 순서가 틀렸어. 하이. 그게 아니야.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동안. 즉 내가 잠든 동안에 일어났던 일이다. 내가 의식을 잃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지? 나는 다 시금 하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답이 나올 리 없다. '그래. 그녀는 아르메리아가 아니야.' 그녀는 엘프가 아니다. 생각만으로도 내 마음을 읽어내고, 내가 원하는 답을 끌어내 어주던 아르메리아가 아닌 것이다. 내가 그녀에게 무언가를 묻기 위해서는, 내 입밖 으로 말을 끌어내야 하고, 그 말을 조리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 역시 물이 들었구나. 엘프들의 순결하고 청정한 물에. 갑자기 그녀가 그리워졌다. 미칠 만 큼. 미치지 않아서, 그녀를 볼 수 없는 것이 괴로웠다. 하지만 이제는 늦은 일. 이제 와서 뭘 어쩌겠는가. 내가 그녀를 만나도, 그녀에게 상처를 안기는 것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금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앞에 서 있는 하이에게 질문이나 던지는 것 정도..... 그것도 아니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공주님에게 어울리는 우아하고 품격있는 말로 하려면...' 나는 잠시 적당한 단어를 찾다가, 포기해버렸다. 되지도 않는 일을 되게 하려고 내 가 생각하는 동안, 그녀는 인내심있게 기다려주겠지. 하지만 도대체 언제쯤에야 우아 하게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걸 생각하는 동안 하루가 지나고 말거다. 안 그래도 알고 싶은 것이 쌓여있는 판국에. '도대체 내 일행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것뿐이 아니다. 황제는 어떻게 된 건지. 일단 잡힌 건 아닌 듯 한데,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장래를 걱정하느니 하는 그런 원대한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이 상태를 참지 못해서 그럴 뿐이다. 무슨 말이든 하지 않으 면, 울어버릴 것 같으니까. "내가 알고 싶은 건, 내가 기절한 후 이곳으로 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부터 시작해 서,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거야. 원래 이곳을 지배하던 황제는 어디로 갔는지, 그 변태마법사.... 아. 미안. 별로 교양있는 말은 아니네. 말 바꿀 게. 그 궁정 마법사라는 제논은 어디로 갔는지, 그리고 나와 함께 온 일행은 어디에 있는지야. 하나씩 천천히 설명해 줘." 공주님의 품위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저 평범한 시골소년같은 말투다. 하긴, 하루아 침에 우아한 기품이 밴 말씨를 쓸 수 있을리 없지. 그 점은 일단 단념하고, 나는 하 이를 바라보았다. 잠시 기다리는 것이야 상관없다. 어차피 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 당분간은 편한 자세로 누워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렇다 면, 그녀가 이야기를 조금 느리게 해도 상관은 없는 것이다. 내 호위기사라니, 나도 한 번 명령이란 걸 해보자. 어차피 그녀는 내 옆에서 하루 24시간을 쭉 경호하고 있 을 게 아닌가.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일이 있기를 바라면서,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태까지 너무나 끔찍한 일만 보아 왔기에. 여태까지 너무나 충격적인 일만 겪어 왔 기에. 그녀가 서서히 입을 연다. "오늘은 5월 15일, 공주님이 쓰러지신 게 12일 새벽이니까, 3일이 지났어요." "3일?" 그동안 쓰러져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3일이라.... 꽤 지났구나. 하긴 그럴 만해. 그렇게 큰 충격이면..... 다시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까의 악몽. "네가 날 죽였어 !" 생각하지 말자. 비정한 딸이지만, 그래도 생각하지 말자. 더 이상 생각하면 미쳐버 릴 게 분명하니까. 하지만, 여태까지 미치지 않은 것을 보니, 그런 현실 도피는 더 이상 불가능한 모양이다. 검이 말한 것처럼. 이제는 환상 속에서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가. 영원히? 나는 내 옆을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내 옆에 자리한 하나를 향 해. "역시 있구나." 나의 검. 아니 나의 의지에 의해 나를 기만했던 검이, 내 옆에 있다. 2m에 가까운 거대한 검, 그 찬란한 빛은 내게 들어오지만, 그 장식은 마음을 끌지 않........... 아냐. 아름답다. 상당히.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검에 새겨진 장식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검의 손잡이를 이루는 폼멜(pommel : 검 손잡이의 머리부분)과 키용(검 손 잡이에 붙은, 사람의 손을 지켜주는 가드guard)에 새겨진 저 아름다운..... "아냐." 내가 지금 뭐하는거냐. 여자아이들처럼 검의 아름다움에만 신경을 쓰고.... 아. 난 이제 여자아이 맞지. 갑자기 허탈감이 밀려온다. 두 달동안, 나는 도대체 뭘 위해 달 려왔단 말인가. 검이 그런 나를 보고 얼마나 비웃었을까..... 고개를 숙인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그리고 마음이 텅 빈다. 신기루가 사라지고, 남은 것은 허무인가. 하이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공주님. 역시 충격이 크셨군요." 그녀는 내가 3일동안 기절해있었다는 것 때문에 충격을 받은 걸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아닌걸. 정정해줄까? "괜찮아.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건 일상적....." "뭐라고요?" 그녀의 낯빛이 변한다. 이런. 그 말은 안하는게 나을 뻔했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 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내 심장 소리를 듣고..... 하여튼 내 몸에 무슨 이상이 더 없는지 알아보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 그만해. 그만 하라고. 하이. 차라리 의사 를 불러오는게.... 한참동안이나 난리법석을 떤 후에야, 그녀의 표정이 풀어졌다. "다행히, 큰 병은 없군요. 그저, 오늘만 누워계시면 되겠어요." 그녀가 가볍게 숨을 내쉰다. 그 안에는 안도감이 들어있다. 비록 내게는 전달되지 않지만. 그녀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결국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왜, 왜 이러는 거야? 하이." 갑자기 나를 눕히는 그녀. 그리고는 말한다. 단호히. "아무래도 이야기는 내일 하는 게 좋겠어요. 지금은 쉬세요." 그러더니 방에서 나가버린다. 매정하게도.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녀는 말했 다. "그럼, 잠시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잠이 안 오면 수면제라도...." "됐어 !" 수면제는 무슨...... 그녀는 내게 뒷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물러서더니,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갔다. 그녀, 이제보니 드레스 차림도 예쁘긴 하다. 여자아이다운 모습은 오늘 처음 보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나로선 달갑지 않다. "앞으로 평생동안 저런 옷을 입어야 한다는 말이지....." 신세가 처량하군. 어릴때엔 입어봤지만, 저런 옷을 안 입은지가 10년이 넘었다고. 요즘 들어 두어 달동안, 저런 치렁치렁한 옷을 입어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땐 억지로 입은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할 수 없나." 다시 침대에 눕는다. 잠을 청한다. 하지만 잠이 올 리 없다. 하긴. 3일이나 잤는데 잠이 또 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그럼 뭘 할까..... 할 수 없다. 달갑진 않지만. "라 브레이커." 너도 자냐? 잔다면 말이 없겠지. 그럼 감시하는 녀석도 없다는 말이니, 잠깐 외출이 나.... "공주님이 그렇게 나돌아다녀도 되냐? 좀 얌전해져라." 깨어있었군. "그럼 좀 도와줘.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 좀 해주고." 말 안 하면 나간다. 방에서 하루를 또 있으라고? 3일씩이나 잤으면 충분해 ! 내 눈 초리에 질린 건지, 아니면 어린애같다고 비웃은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검은 놓인 자 리에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천천히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내 앞에 똑바로 서서 나를 바라보듯이 멈추는 라 브레이커. "뭘 알고 싶냐?" "전부 다." 아르메리아, 셀, 그 외 나의 일행들이 어찌되었는지 알고 싶다. 내가 잠든 3일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하이와는 달리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검이니, 나머지는 알 아서 대답해주겠지. 검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그런 느낌이 내게 와닿는다. "그렇게 하지. 넌 나의 주인이자, 앞으로의 제물이 될지도 모르는 몸이니까." "잔소리는 빼고." 죽이려면 곱게 죽이고, 시체는 양지바른 땅에 묻어달라는 말까지 하려다가, 말았다. 죽어서도 예쁜 시체가 되자고? 그런 헛소리를 할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다고. 여태까 지 한 일을 알고 그들이 얼마나 날 비웃을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알아야지. 어쩌겠어. '부스트씨, 전에 사 준 검값 주라고 할 거야.'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일까? 아 니면 공주님이 되어서 돈이 좀 늘었으니 이제 빛을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의 호의로 받았던 검에 대한 생각이 무겁게 다가온다. 비록 부서져버린 것이긴 하 지만. 이런 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인 걸까. 아니면 망각된 기억이 일시에 떠오른 부 작용일까. "우선, 그동안 일어난 일부터 하나씩 설명해주지. 그냥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나을 거다. 하지만, 잠시만 기다리자." "왜?" 뭘 또 기다린다는 거지? 검에게 질문하듯이 노려보았지만, 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째서냐. 이 고물 마법검아. 사람을 놀리는 데 재미들린 거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검은 조용히, 방문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에 하이가 나간. 문의 장식이 훌륭하지만, 그런 걸 지금 따지고 있을 경황은 없다. 그리고, 그런 걸 따지기 전에..... ..... 소리가 안 났다. 그러나, 문은 열렸다. 조심스런 등장인가. 하이. "아. 아직 안 주무셨군요. 공주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하이. 작은 쟁반을 들고 있다. 향기로 보아 술인 듯 한 데.... 환자에게 술 먹여도 되는거냐? 혹시, 그 안에 수면제는 든 거 아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려는데..... 내 머리를 내리치는 라 브레이커. "이봐. 아무리 네 시녀라지만, 인사에 답례는 해 줘야 할 게 아니냐." - 계속 - 후기)주인을 때리는 검. 그 성격은 똑같군요. 고물 마법검같으니. 이젠 공주님인데, 여자애 머리를 때리다니. 뭐 원래 그런 검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관점이고.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시 눈이 피로해지는 건, 모니터 탓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는 탓이라고 뉴스가 나오더군요. 그럼, 난 도대체 얼마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거지? 글만 쓰면 눈이 피로하니. 하지만 그래도 계속 쓰는 걸 보면, 재미들렸나 봅니다. (여자애 괴롭히는 데에?) 그리고 저조차 기억이 잘 안 나는 부스트씨의 검 선물. 그것까지 기억해내는 걸 보니, 레이니도 기억력이 좋아졌군요. 축복인가? (저주라고 외치는 독자님들이 보이는 듯)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2 조회수 : 94 공룡 판타지 17-323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3) 딱.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이른바 체통인가 뭔가를 지킨다는 이유로 머리를 감싸쥐지는 않았지만, 악감정이 생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나쁜 녀석.' 공주님 머리를 때리는 마법검이 어디 있냐? 게다가 난 네 주인이라고. 비록 실감은 안 나지만. 하이가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진다. 일단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고, 총총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휘리릭. 쟁반이 날아간다. 그녀의 손이 약간 회전하면서, 정확히 검의 몸체를 향해 날아가는 쟁반. 만약에 그 일격이 맞았다면, 듣기 좋은 소리를 내었으리라. 하지만, 그 소리는 내게 들리지 않았다. 빗나갔으니까. 아쉬운 표정으로 검을 노려보며 말하는 하이. "공주님을 때리지 마세요. 라 브레이커님." 저 검에게 존칭이 나오냐?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려다 말았다. 어쨌든 저 검은 제 국의 상징이니까, 존칭을 붙여주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저 과격한 쟁반던지기 는 뭐냐. 시녀답지 않다고 하고 싶어도,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나를 위해서가 아닌가. 결국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둘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입이 있으되 쓰지 못하는군.' 이건 얌전한 게 아니라 입이 틀어막힌거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나. 하 지만. '보기보다는 상당히 과격하네. 하이.' 쟁반을 휘두르는 모습도 그렇고, 완전히 내 예상을 벗어난다. 보기와는 정말 다르 네. 역시 아무리 드레스를 입혀도 기사는 기사야. 전투적이고 거친, 피를 흘리는 기 사의 모습은, 그녀에게서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그랬던가? '아냐.....' 내가 남자아이라고 알고 있었을 때, 아니 내가 여자라는 걸 몰랐을때의 일이 떠오른 다. 그때 나는 남자답게 행동했던가. '전혀 아니었어.' 무섭다고 도망을 치지 않나, 울지를 않나..... 생각해보면 그게 이른바 '여성스러 운' 모습이란 건가? 그때는 창피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것도 이해가 가 는.... '아냐 !' 도망치는 게 여성적인 건가? 그건 아니잖아. 그건 단지 내가 비겁하기 때문이다. 내 가 어머니를 죽이고서라도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친 것도, 결국은 내가 비열한 인간이 기 때문이다. 내가 자신의 기억을 봉인하고 자신만의 껍질속에 숨어버린 것도, 결국 은 내가 비열하기 때문이다. 한심한 인간이라는 증거를, '여성스러운' 이라는 말 뒤 에 숨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표정조차 바꿀 수 않았다. 하이가 나를 돌아보았으므로. 차마 그녀의 표정을 똑바로 볼 수가 없다. 나 자신과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기에. 그럼. "라 브레이커." 그래. 아까 검이 말한 게 있지. 그럼 과거 이야기나 계속할까? 그거라도 듣고 있자. 지금의 기분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하이 앞에서 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녀에게 걱정만 안겨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일단은 참는 수밖에. "아까 말하다 만 거나 다시 계속하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그거라도 듣고 싶다. 이대로 둘이 대치하는 것을 보는 것도 싫고, 자기 혐오에 빠지 기도 싫다. 차라리 무슨 말이든 듣고 싶었다. 무슨 말이든. 설령 그것이 아무리 비극 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상관없다. 여기서 더 무서운 일이 있기나 할까? 이미 나 자신 의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는데. 거기서 조금 더 무너진다고 해서, 큰일이 나겠는가. 내 마음을 읽고 있겠지? 라 브레이커. 그러니까 아까 하던 말이나 계속하자고. 어서. 검이 내 마음에 반응하여, 나에게 날아서 다가온다. 하이가 검을 노려보다가, 자연스 럽게 그 시선이 내게로 와 닿는다. 갑자기 그녀의 눈빛이 변하며 고개를 숙인다. "아. 죄송합니다. 공주님. 저도 모르게 무례한 행동을....." "됐어. 됐어." 내가 뭘 탓하겠어. 원래는 좀 더 다정한 말투를 쓰고 싶었지만, 아까 하이가 존대말 은 쓰지 말라고 했으니, 그렇게 해 줘야지. 그게 그녀에게도 더 편한 듯 싶고. 그 럼..... "라 브레이커. 내가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않겠어?" 하이의 표정이 바뀐다. 걱정하는 표정, 두려워하는 표정.... 하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난처해하는 표정인 것 같다. 아직 여자아이의 감정을 읽는데는 서투른 탓이다. 결국 나로선, 하이의 심리를 모르겠다. 하긴 남자로 있을 때도 람포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맞춘 적이 없었지. 한심하지만, 그게 내 현재 모습이었다. 할 수 없지. 그녀의 말을 듣고 판단해볼까. "공주님. 지금은 일단 주무셔야 하지 않을까요?" "괜찮아." "하지만 아까 보기엔 피곤하신 듯....." "듣고 나서 잘 거야." 이대로 과연 잠들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이 어떤지 모른다면, 잠도 제대로 못자고 검 을 손에 쥐어야 할 거다. 아니, 이 궁전에서 탈출을 시도할지도 모르지. 그럴바엔, 차라리 무슨 말이든 듣고 나서 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검이 내 마음을 안 듯, 말을 꺼낸다. "그럼 네가 잠자는 동안 일어난 일을 설명해주마. 어차피 그리 길지도 않을테니."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잘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이야기할께요." "나보고 하라며?" 이게 문제였군. 서로 자기가 이야기한다며 나서는 것. 하지만 또다시 쟁반이 날아 다니는 꼴을 보기 전에,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지. "하이가 말해. 라 브레이커가 널 기다린 모양이니까." 둘 다 고개를 끄덕임으로서, 작은 논란은 종식되었다. 휴우. "공주님이 12일 새벽에 쓰러지신 이후, 애스터 누스님은 공주님을 데리고 돌아오셨 어요. 그리고는 말씀하셨지요. 그 분께선 공주님을 부탁하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사악 한 황제를 몰아내기 위해 리츠님, 그러니까 저의 스승님과 합류하신다고." 일단은 그날 새벽의 일부터 말해야 할 것 같아. 공주님이 그 날 어느 정도로 충격을 받았는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기 때문에. 하긴 나도 처음에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너 무나 놀랐으니까. 저 여리디 여린 공주님께서 그런 과거를..... '나라면 그때 어떻게 했을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면서 어머니를 지키려고 했을까. 그것도 불확실한 미래를 알면서도. 고개가 저어진다. 나라면 그 나이때는 그저 울기만 했을 걸. 하지만 지금 은 내 상념에 젖어있을 시기가 아니다. "애스터 누스님의 마법의 도움으로, 수도는 무사히 탈환할 수 있었어요. 물론 지금 도 전투가 계속되고 있기야 하지만, 거의 다 끝난거나 다름이 없어요." "잠깐." 공주님이 의문이라는 듯이 내 말을 막는다. "어떻게 단 사흘동안에 수도를 탈환해버린거지?" 역시 그 말씀이시군요. 하긴 사흘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반역자 황제를 몰아내고 수도를 우리 손에 넣기에는. 아무리 리츠님과 함께 한 기사들이 많다고 해도, 황제 휘하의 마법사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태까지 우리가 제국 외곽에서 때를 기다린 것이고. 물론 우리 측에도 마법사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들 은 방어에만도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의 열세라는 것은, 대처하기 어려운 문제였기에. 하지만...... "두 가지 원인이 있어요. 하나는 애스터 누스님의 마법이고." 아직은 공주님의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역시 설명을 해드려야겠지. "그날, 그러니까 공주님이 우리에게 돌아오시기 전날 밤에, 애스터 누스님은 수도 전체의 마법사들을 제압해버렸어요. 공주님도 기억이 나실 지 모르겠네요." "기억 나." 무슨 마법을 썼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수도에 왔을 때 이미 도시는 난장판이었고, 대다수의 마법사들은 도망친 후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수도를 쉽게 얻은 것은 아 니다. "두 번째이자 핵심적인 원인은....." 눈 앞에서 봤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일. "공주님의 검, 라 브레이커의 위력이 컸어요." "뭐라고?" 공주님의 눈이 커진다. 저 고물 마법검이 뭘 어쨌길래? 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하이를 바라보았다. 도대 체 그게 무슨 말인가? 고작해야 귀찮아서 잠만 자던 저 검이 뭐가 어떻다고? 내 고개 가 그녀에게서, 나의 검으로 돌아갔다. 검이 말을 꺼낸다. "약간 힘을 빌려준 것 뿐이다. 너는 내 주인이고, 네가 내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서 죽을 때까지는, 그 계약은 유효하다. 따라서, 네 적이 확실한 황제의 권위를 깎은 것 뿐이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다시금 하이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말한다. "군중들 앞에서, 황실의 상징인 라 브레이커가 떠올라서 설득을 했지요. 지금의 황 제는 정당한 집권 과정을 밟아서 그 자리에 앉은 자가 아니니, 모두들 일어나서 싸우 라고. 그렇게 몇 마디 하니까, 황제의 악정에 불만이 많았던 시민들이 모두 일어난 거지요. 군대가 아무리 강해도, 마법사들의 전력적인 우위가 상실되자 그들은 우리를 이기지 못했어요. 기사들은 대부분 우리편이고, 그 외의 병사들 역시 황제에게 불만 이 많았던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결국은 민중의 힘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검이 한 일은 단지..... "그들의 불만이 터질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준 것뿐이다." 검이 나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해 주었다. - 계속 - 후기)도대체 이거 쓰는데 며칠이나 걸리는 거야 ! 비축분 열심히 만들어봐도, 글과 저만이 있는 시간이 사라지면 그 비축분은 순식간에 사라지는군요. 미치겠다. 그 판 에 '글이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 발생해서, 결국 비축분 몇 개를 허물어버렸습니다. 애고. 아까워라. 하지만 그걸 안 하면, 마음에 안 드는 걸 어쩌라고요. 제 계획은 10월까지 연재를 끝내는 거지만, 그게 맘대로 될 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넉넉히 잡은 기간이고, 실제로는 그 전에 끝낼 생각입니다. 그러나 ! 그것도 매일 연 재가 되어야 가능한 수치이고. 실제로는 빨리 써서 여유분을 많이 남겨야 하는 데..... 미치겠군요.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4 관련자료:없음 [66256]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3-23 20:09 조회:46 공룡 판타지 17-324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4) 느린 녀석. 그걸 진작에 했더라면 내가 그 고생은 안 하지. 두들겨패고 싶지만, 이 제와서 그럴 수도 없다. 이미 다 끝나버린 일을 어쩌겠어. 검이 덧붙여 말한다. "세상일에 관심없던 것, 솔직히 너를 보면 그게 잘못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은둔해 버린 탓에, 네가 고생을 많이 했구나.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공주님이 검을 원망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공주님의 과거 를 처음 들었을 때,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어째서 그 어린 나이에, 그런 시련을 겪어야 했던가. 그건 인간으로선 너무나 견디기 힘든 짐이 아닌 가. 공주님이 슬픈 눈으로 창문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 아픔이 내게 다가온다. 절 실하게. 그때 애스터 누스님이 리츠님에게 하신 말씀이 내 귀에 들려왔다. "그렇다면....." 스승님의 놀라움 속에, 과거의 궁정 마법사였던 애스터 누스님이 속삭이듯 말씀하신 다. "그렇지요. 그 애는 자신이 공주라는 걸 모르고, 단지 자신이 저주에 걸려있다고 알 고 있어요. 그러면서, 당신이 오해한 게 분명하다고 믿고 있는 거지요." 공주님의 과거를 들은 스승님은, 침통한 표정으로 땅을 바라보았다. "사이드 녀석..... 결국 죽은 건가. 하지만....." 과거의 친구의 죽음의 이야기. 그것 역시 스승님에겐 충격이었으리라. 그러나 그것 은 어쩔 수 없다. 기사로서, 주군을 위해 죽은 것은 결코 수치가 아니기에. "그의 죽음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스터 누스양." 그 말만 하고, 스승님은 잠시 눈을 감았다. 친구와의 과거를 회상하듯이. "하이. 왜 그래? 아까부터 눈을 감고 있는데?" "아. 죄송합니다. 공주님." 나도 모르게 과거를 회상해버렸다. 그 날의 일을. 하지만 공주님이 슬픈 눈을 하고 계셔서, 저절로 공주님의 과거와, 그것을 처음 알게 된 날의 일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런 무례를 범하다니. 나도 참 멍청해. 나는 고개를 숙이고는, 잠시 가만히 있었다. 혹시 공주님이 화내지는 않으셨을까. 안 그래도 불쌍한 분이신데..... 내가 그 분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을까. '다른 황제였다면 이렇지는 않을 거야.' 그랬으면 오직 공포심이 가득하겠지만, 공주님을 보는 내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공 포와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나는 그 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분의 입술이 열린다. "그럼 이야기를 계속해 줘. 하이." "네." 자. 어디까지 했더라? 아. 그랬어. 나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공주님을 위해서. "그 뒤로, 리츠님과 우리 기사들은 쉽게 수도를 탈환했어요. 황제의 악정과 검의 힘 이 보태지니까, 백성들이 순식간에 이탈해버리더구요. 무엇보다도, 백성들 자신에게 황제에 대한 반감이 쌓여있었다는 점이, 주된 승리의 원인이지만요." "민심은 천심이라. 그 간단한 걸 몰랐던 황제의 실책이다." 라 브레이커의 말씀도 맞다. 당연한 진리이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황제라면 폭군으 로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공주님이 이렇게 이 자리에 계실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그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그러니까 과거에 원로 회의에서 그를 황제후보로도 추천하지 않지.' 과거에 그는, 원로들에게 배척당한 끝에 반란을 일으켰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백성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연한 말로다. 이제 얼마 있으면 그도 죽 게 되겠지. 하지만, 공주님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른다.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자. "황제는 현재, 극소수의 병력을 가지고 도망치고 있긴 하지만, 얼마 못 가 잡힐 거 에요. 아마 지금쯤 모든 일이 끝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공주님의 표정은 풀리지 않는다. 어째서지? 혹시..... "제논은 어디로 갔지?" 아. 역시 그 문제구나. 나는 대답하기 싫었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달갑지 않은 사 실을. "그는 현재, 행방불명되었어요. 모든 마법사들이 추적 마법을 걸어 봤지만, 전부 실 패한 모양이에요." "뭐라고?" 갑자기 공주님이 소리를 질렀다. 왜 그러시지? 마치 믿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이. 공주님이 말씀하신다. "모든 마법사라니. 설마 셀까지 포함시킨 말이야?" 셀? 그게 누구지? 아. 애스터 누스님의 별명이라고 했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 분은 이미 그 자의 위치를 파악했어요. 다만, 자신의 제자이기 때문에 죽 이는 게 망설여지는 모양이에요." "망설이다니?" "위치는 알았다고 하셨지만, 자신은 그곳에 갈 수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뭔가 문제 가 있는 것 같았어요. 이유는 모르지만." 갈 수 없는 이유. 그것이 무엇일까. 설마 제자에 대한 동정일까. 어쨌든 그 분은 그 말씀만 남기고, 그 뒤는 방에 틀어박혀 버렸다. 뭔가 생각할 게 있다는 듯이. "그 이유는 내가 안다. 그녀로선 정당한 걱정이더군. 다만, 그녀의 부탁도 있으니 말을 안 하는 것 뿐이다." 라 브레이커의 말이 없었다면, 그 분은 의심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황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라 브레이커가 보증했기 때문에, 그 분에 대한 의심은 풀렸다. 아주 간단히. "그 점에 대해서는 직접 물어보시는 게 나을 듯 싶네요. 공주님." 아마 공주님에겐 말할 것이다. 그 분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자.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자. "드워프 일행들은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갔어요. 그들이 가면서 남긴 편지가 하나 있 어요." 내 품에 넣은 편지 하나를 꺼내어, 공주님에게 바친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정중하 게. 공주님이 편지를 받더니 일단 침대위에 놓는다. "편지는 조금 있다가 읽기로 하고, 지금은 이야기를 계속해줘. 하이." "네." 이제 남은 사람들은.... 그들 뿐이구나. 유로 제국에서 온..... "유로 제국의 태자 일행은 현재 궁전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마 공주님의 대관식날까 지 기다렸다가, 의식에 참석한 후 귀국할 모양입니다." 갑자기 공주님의 표정이 이상해지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을 들은 듯 하다. 어째서지? 공주님이 약간 언짢은 듯이 말씀하신다. "그 사람들 말고. 내가 묻는 건 세이브야. 그 애는 어디에 있는 거지?" "아." 그 인형 말이구나. 하지만 어째서 인형을 사람취급하는 거지? 공주님의 마음씨가 워 낙 착해서 그런 것일까. 나로선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어쨌든 공주님이 알고 싶어하시 는 것이다. 대답해드려야지. "그 인형은 궁전에 있습니다. 마법사들이 연구하고 싶다는 것을 일단 애스터 누스님 이 자기 방에 가져다 놓았지만, 왠지 모르게 우울한 모습이라고 들었습니다." "뭐?" 공주님의 표정이 변한다. 어째서일까. 어린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좋아하기 때문일 까. 아니면 그 인형이 마치 사람처럼 보이기에 그런 것일까. 하지만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볼 수 없을까?" 공주님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말씀하신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일단은 안정을 취하세요. 내일 만나뵈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이제 이야기도 다 했으니, 남은 것은 이것 뿐이다. 나는 조심스레 가지고 온 술잔을 내밀었다. 수면제 를 약간 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엘프들의 술이다. 황실이니까 이런 걸 마실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독이 없는 지 감별하기 위해 맛을 보았을 때, 순간적으로 취해버릴 뻔했다. 발이 내 맘대로 안 가는 바람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스승님은 그런 날 보고 웃으셨다. 혹시 독이 아닌가 해서 놀라는 나를 바라보시면서. "그건 독이 아니라 술이라는 거다. 하이." 술? 난 그런 거 마신 적 없어요. 어쨌든 익숙해지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듯 하다. 공주님은 괜찮으실까? 수면제까지 탄 이 술을..... 어쨌든 공주님께 드린다. 천천히 술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듯이 잡고, 공주님께 바친다. "수면제를 조금 탔습니다. 내일 아침쯤에는 개운해지실 겁니다." 공주님이 그 잔을 마신다. 천천히. 천천히. 하지만 저 능숙한 모습은, 처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혹시 전에 드워프들의 마을에 가셨을 때, 몇 잔 하신 것일까? 하지 만 그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공주님은 잔을 내게 돌려주시고는, 편하게 침대에 누으셨으니까. "그럼, 내일 봐." "알겠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나는 그 분에게 뒷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뒷걸음으로 서서히 문을 향했다. 문을 닫 는다. 소리없이. 안녕히 주무세요. 공주님. - 계속 - 후기)졸려.... 하지만 비축분을 많이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인 이상, 앞으로 또 열심히 써야지요. 비축분 100개를 위해 화이팅 ! (이봐. 그 정도로 필요한 건 아니잖 아. 100개 만들기 전에 연재 끝나겠다) 아. 그럼, 적정 비축분을 위해 화이팅 ! 오늘은 좀 늦었군요. 오늘(3월 23일) 미르호가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느라고요. 아무 래도 그 방면에 관심이 좀 있어서..... (하지만 할 건 하라고 질책하는 독자들의 바 위....퉁. 맞았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4 조회수 : 44 공룡 판타지 17-325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5) 뚜벅뚜벅. 오직 궁전을 지키는 기사들의 발걸음 소리만이 간혹 들릴 뿐이다. 조용함. 어둠속의 고요. 그것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내 옆에서 침묵을 지키는 라 브레이커를 제외하고. '모처럼 혼자네.' 눈은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수면제라면서, 왜 효력이 없는 것일 까. 내가 그만큼 오래동안 잤기 때문일까. '날 웃기려는 거냐. 이 녀석. 네가 술을 분해시킨 탓이잖냐.' 들켰군. 좀 생각해볼 게 있어서, 술을 먹고 나서 몸에 흡수가 되기 전에..... 엘프 마법 10레벨을 사용해서 마력으로 술을 분쇄시켜 버렸다. 아직은 술과 수면제 성분을 따로 다룰 자신이 없어서, 그냥 모조리 분해해버렸는데..... 좀 심했나? 뭐 할 수 없 지. '시험의 결과는 괜찮네..... 이제 난..... 원래대로 마법을 쓸 수 있는 거야?' 검에게 묻는다. '그래.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도 못한 마법을 그렇게 남발해도 되는 거냐. 나한테 부 탁까지 하면서.' 사실은,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검에게 몰래 부탁을 했다. 만약 내가 마법 을 쓰는 과정에서 실수하면, 좀 도와달라고. 하이는 마법사가 아니기 때문에 나와 검 의 무언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고, 따라서 일은 쉽게 풀렸다. 하지만. '생각할 게 있는걸. 여러 가지로.' 정말 생각할 게 너무나 많았다. 어차피 내일쯤이면 나의 시간은 사라져버릴 것이니 까. 그렇다면..... 오늘은 나 혼자만의 마지막 시간이 될 지도 모르므로. 공주님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황제라는 것이 무엇인가. 내일부터는 아마 그런 걸 배우게 되겠지. 대관식에 대한 말 이 나온 걸로 봐서, 난 그 옥좌라는 것에 앉게 될 모양이다. '차라리 감옥이라면 편하겠어.' 그러면 도망칠 궁리를 하겠지. 그리고 필사적으로 달아나겠지. 아니, 날 감옥에 가 둔 자를 잡아다가 죽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어쩐지..... 더 힘든 지경에 빠진 느낌이 들어.' 난 한 번도, 황제 자리에 올라가고 싶다고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여자아이였을때도, 내가 남자아이였을때도, 그런 소망은 내 장래 계획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아르메리아는 마을에서 뭘 하고 있을까.' 아마 상심하고 있겠지. 아니야. 어쩌면 나를 증오하고 있을지도 몰라. 자신의 마음 을 농락해버린, 괘씸한 인간이라고 여기면서. 미안해. 하지만 여기서 그런 생각만 한 다고, 그 뜻이 그녀에게 전해지지는 않아. '그런데, 그런 생각만 하려고 내 힘을 빌린 거냐?' 아. 그렇지.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지. 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서서히. '잠깐 볼 게 있어.' 거울 앞에 선다. 아니, 거울 앞이라고 해도, 어둠 속에선 보이는 게 없다. 다만, 침 대 옆에 서서, 나 자신의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 뿐이다. 그리고. 물컹. 왼쪽 가슴을 만져본다. 물컹. 오른쪽 가슴을 만져본다. 스륵. 허리를 건드려본다. 톡톡. 오른쪽 어깨를 두드린다. 톡톡. 왼쪽 어깨를 두드린다. 툭툭. 엉덩이도 한 번 건드려본다. 만지작 만지작. 그리고 허벅지까지 더듬어본다. '여자아이군.' 어딜 봐도 흠잡을 데 없는 여자아이다. 일단 환상속에 있는 건 아니구나. 하지만 한 가지 더 알아볼 게 있다. 그것은..... '뭐하는 거냐?' 라 브레이커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다.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 핏방울이 방바닥에 떨어진다. 나의 왼손에서, 그 손목에서..... 그리고 나는 검을 놓는다. 검이 땅에 떨어진다.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는다. "역시 맞았어....." 환상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라면서, 무서운 걸 참고 내 손을 검으로 베었는데, 야속하게도 고통이 느껴졌다. 괴롭지만, 나의 피가 흘러나왔다. 이것은 현 실이구나..... 내 손이 내 앞에 들린다. 남의 손이길 바랬는데. 하지만 이것은 내 손 이다. 나 자신의 손이다. "이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바랬는데....." 사실이 아니라 꿈이었다면, 언제나처럼 오두막에서 깨어나겠지. 그리고 스승님의 검 이 내 머리에 내리쳐지겠지. 람포를 따라다니며 그녀를 돌봐주느라 정신없겠지. 그리 고 저녁에는 시조새 한 마리를 잡아서, 셋이서 둘러앉아 많이 먹는다고 다투겠지. 하지만. "그건 꿈이었을 뿐이구나." 나의 몸도, 나의 기억도, 지금의 현실도. 모든 것은 사실이었다. 사실. 사실. 내가 덮을 수 없는 사실. 그것이 나를 떨게 한다. 내 팔을 따라 흘러내리는 핏줄기와 함께. 그 피가, 뜨거운 피가 내 팔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끼익. '공주님은 주무시는 걸까.' 왠지 모르게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 예감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럴 때 확인할 사람은 단 하나. '공연한 걱정인지는 모르지만.'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가 공주님 곁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감히 자객이 침입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주님,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활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억지로 꾸몄다고 해야 하나. 평소의 공주님이라면 그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텐데. '적어도 그 때 스승님과 애스터 누스님의 말씀대로라면.....' 그때, 내가 그 두 분의 이야기를 엿들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하나씩. 하나씩. "그래서. 당신은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냈지요?" 공주님이 자신의 신분을 모른다는 사실을, 그녀는 어떻게 알았을까. 애스터 누스님 이 대답한다. "내 짐작이에요. 제논에게서 들은 사실과, 약간의 추리를 더하면 금새 알아낼 수 있 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보다도....." 그녀의 대답은, 확신에 차 있었다. "내가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강력한 마법을 걸었을 때, 그 마법은 튕겨버렸 고, 그때 나는 그녀의 검, 라 브레이커와 대화했어요. 그리고, 그때 검에게서 모든 것을 들었지요. 모든 것을....." 잠시동안 멈추어선 스승님과 그녀. 다시 그녀가 말문을 연다. "제논은 그러더군요. 자신이 2년전에 검의 반응을 탐지해냈다고. 그 반응은 비록 아 주 짧았지만, 강력한 마력을 방출시켰고, 그 순간의 반응을 느낀 그는, 그 반응이 일 반적인 마법사와는 좀 다르다는 것도 알아낸 모양이에요." "어떻게 말입니까?" 스승님의 질문은 당연했다. 생각해보면, 마력을 사용하는 자는 하나둘이 아니다. 인 간 마법사들도 그렇고, 엘프들도 그러하며, 심지어는 저 드래곤도 가끔씩은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 마력이 검의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단 말인 가. "그 반응이 나타난 곳에, 마법사는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그랬던가. 그래서 확신한 건가요? 그 반역자는? 스승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서서히. 그리고. "그는 체서들을 보냈지만, 그때는 사이드에게 죽은 모양이에요. 그들 모두." "당연하지요 !" 자신의 친구의 실력을 안다는 듯이, 스승님은 그렇게 외쳤다. 그녀 역시 그 말에 동 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데 왜? 왜 그 사이드라는 선배님이 돌아가신 거지? 그 분의 실력은 결코 스승님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는 그 이후, 유로 제국의 마법사들에게 들키지 않는 형태의 마법 물체, 아마 폭 발하는 마법을 담아놓은 물건을 만들어내느라 2년을 소비한 모양이에요. 아마 몰래 사이드를 죽이려는 생각이었겠지요. 그가 그 후에 보낸 체서들은 사이드에게 전멸당 하지만.....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 계속 - 후기)도돌이표. 완전히 그 꼴이군요. 이건 재방송이 아닌가 하는데..... 어떻게든 줄 여볼께요. 레이니의 정체에 관한 건 이미 나왔으니까요. 물론 이 부분은 과거의 고백 이라기보다는 그 이전의 일이긴 해도, 독자분들에겐 그렇게 보일지도.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5 조회수 : 32 공룡 판타지 17-326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6)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스승님의 물음에, 그녀는 답했다. 간략하게. "체서들은 제논이 만들어낸 마법의 보석의 폭발로 인해 전멸했고, 그 자리에선 아무 도 살아남지 못했어요. 아무도. 적어도 그 자리에 마법사가 없는 이상, 그렇게 되는 게 당연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그가 만든 보석은, 라 브레이커라는 거대한 마력을 감지하고, 그에 가장 가까이 있 는 자를 향해 일종의 표시 역할을 하는 화살을 맞춘 후, 폭발하게 되어 있었어요. 그 런데, 그것이 분명히 폭발한 상황에서, 라 브레이커를 가진 자가 살아남았어요. 살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바로, 그 공주님이지요. 라 브레이커의 성질을 잘 알고 계시지요? 그 검 은." "자신의 주인만을 지킨다." 스승님의 말. 그리고 애스터 누스님의 말이, 모든 것을 정리했다. 그럼, 그 아가씨 는 정말로 공주님이었던가. 스승님의 짐작은 틀렸다. 하지만 정확했다. 중간에 그런 사연이 끼어있다는 것을,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사람의 힘만으로. 단순한 짐작만으 로. 기묘한 꼬임으로, 스승님의 짐작은 정확하게 되었다. 역시 우리가 본 그 소녀 는..... "그 애가 바로 레이니, 그 애에요." 자신이 공주님인 걸 모르고, 남자아이로 되는 저주를 받았다는 생각으로 여행하던 그 분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받은 충격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로선 짐작 이 가지 않는다. 그 후 내가 공주님의 호위기사겸 시녀로 있게 되어 공주님과 여행을 했지만, 드워프들의 마을에서도, 엘프들의 마을에서도, 나는 그 분의 옆에 있지 못했 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그 분의 마음을 이해해드리는 것은 불가능이 아닐까. '아냐.'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야지. 그때는 그 분이 충격을 받을까봐 입을 다물었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는가. 그 분의 마음을 이해하자. 그리고 잘 받들어드리자. 그것이 시녀로서 내 의무이고, 어머니의 원수를 갚아준, 공주님께 대한 내 나름대로의 보답 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나는 공주님의 침전의 문을 열었다. 살짝. 핏방울이 방바닥에 떨어진다. 공주님의 왼손에서, 그 손목에서..... 그리고 그 분은 검을 놓는다. 검이 땅에 떨어진다.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는다. "공주님 !" 나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비명은 입 밖에 나오지 않는다. 분명히 소리 를 질렀는데도. 하지만 지금 그런 시시한 걸 신경쓸 상황이 아니다. 나는 허겁지겁 달려들어갔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공주님을 안고 있었다. 공주님은 멍하 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분의 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역시 맞았어....." 무슨 말을 하시는 건가요. 공주님. "이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바랬는데....." 무엇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나요. 혹시 당신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가 요? 그렇다면, 왜 저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나요? 전 단지, 장식품일 뿐인가요? "그건 꿈이었을 뿐이구나." 무엇이 꿈인가요. 지금의 현실이? 공주님에게 원망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일단은 목숨을 살리는 것이 급하다. 공주님의 왼손에서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피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부욱. 일단 치마를 뜯어서, 그 천으로 공주님의 상처를 덮고, 강하게 눌렀다. 피가 천에 배어들어간다. 차가운 느낌.....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가. 분노가 터져나오고, 그것 은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쏠렸다. "뭐하고 있었어 ! 라 브레이커 !" 공주님을 일단 바닥에 눕히면서, 나는 검을 향해, 원망의 말을 던졌다. 전설의 검이 라면서, 주인이 자살을 기도하는데 가만히 있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주인만은 철저하게 보호한다는 것이 라 브레이커 아니었던가? 그런데 왜? 검이 내게 말한다. 변명하듯이. "나는 주인을 보호해주지만, 그것은 단지 외부의 요인에 대해서만이다. 그녀 자신이 자살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내게 사실상 없다." 그게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게다가 자살이라니. 자살이라니. 아무리 공주님이 그 일로 놀라고 당황하셨다고 해도, 설마 자살까지.... 아까는 그렇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았는데...... 만약에 내가 이상한 느낌을 받아서 이곳에 달려오지 않았다면..... '가만.' 그 느낌은 왜 들었던 것일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문 제는 일단 잊어버리고, 공주님의 안색을 살폈다. 피를 많이 흘리진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의사를 불러와야 할 것 같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것이 만약 자 살기도라면 공주님을 혼자 두는 것은 위험하다. 어떻게 하지? 잠깐동안 당황하는 나 에게, 검이 말을 건다. "의사를 부를 필요는 없다. 그럴 상황도 못되고." "그게 무슨 소리에요 !"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올 뻔했다. 지금 상황이 그렇게 쉽게 보이는가? 공주님 의 지금 상황이 그렇게 간단해보이는가? 명색이 전설의 검이면서, 주인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를 해놓고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저 검이...... "비켜라." 그 말 속에 든 위엄. 그때문인지 나는 모르는 사이에 약간 몸을 움직였다. 공주님의 머리위에 서서히 다가온 검이, 하얀 빛을 뿜었다. 그 빛이 공주님을 감싸안았다. 무 언가가 들어가는 느낌이 오면서..... "아 !" 공주님의 혈색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일단 몸은 치료했지만, 마음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건 이 아이가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니까. 내일 아침까지는 자게 놔둘 수밖에." 검이 무뚝뚝한 어투로 한 마디 뱉고 나더니, 다시금 자신의 몸을 벽에 기댄다. 그리 고는 기색이 사라진다. 말을 안 하기로 한 건가. 나는 공주님의 몸을 안고 침대에 끌 어 올렸다. 기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단련한 덕분에, 그리고 공주님의 몸이 상상보다 훨씬 가벼운 탓에, 그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몸을 보고 있자니 한숨이 나 온다. "이 몸으로 어떻게 저 거대한 검을 휘둘렀을까." 거의 2미터에 가까운 검날. 저걸 보고 있자니 끔찍하다. 보기에는 아주 멋지지만, 저렇게 긴 날을 들려면 보통의 힘으로는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검에 사람이 끌려 다닐 것 같은데. "비슷하구나." 운명에 끌려다닌 공주님의 여태까지의 삶이. 나는 공주님의 얼굴을 다시금 내려다보 았다. 허둥지둥 달려오면서도, 손에 든 불빛만큼은 제대로 탁자위에 올려놓은 내 침 착함 덕분에, 공주님의 얼굴은 잘 보였다. 하지만, 그 슬픈듯한 표정은, 잠든 후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불쌍해....." 나는 공주님을 침대위에 내려놓고, 그 옆에 작은 침대를 가져오기로 했다. 하지만, 이 피는 어떻게 하나. 이대로 두면 분명히 내일 아침쯤에는 시끄러워질텐데. 그냥 다 른 시녀들을 불러야 하나? 하지만 그런 내 고민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바닥은 내가 치울테니, 넌 염려마라." 그런가요. 라 브레이커. 그럼 믿어보지요. 아까의 일로 봐서는 믿기지 않지만..... 나는 검을 향해 한 번 눈을 흘겨주고는, 내 방으로 걸어갔다. 내 침대를 가져오기 위 해. 내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졌다. 돌아와보니, 방은 이미 치워져 있었다. 공주님은 편히 주무시고 있고, 검은 다시금 자기 자리에 와 있었다. 그리고. "바닥은 말끔하네요." 핏자국조차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일단 안심했지만, 아직은 이르다. 검이 이 방의 피 를 치워주었다고 해서, 앞으로 다시 피가 흐르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아무래도 일을 확실히 해두어야겠어. 나는 작은 침대를 내려놓고, 그 자리에 폈다. 침대라기 보다는 침냥이지만. 어쨌든 잘 수 있으면 된 게 아닌가. 그 안에 들어가서 눈을 감기 전에, 나는 검에게 물었다. "앞으로 어쩔 거지요? 라 브레이커."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공주님은 죽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그런 생각이, 내 머릿 속에 들어박혀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어쩌면.....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당분간은." 검의 말을 듣자, 절망감이 밀려왔다. 내가 눈을 떼면, 언제 시체로 되어 버릴지 모 르다니. 앞일이 암담했다. 정녕 이대로 공주님은 절망 속에서 돌아가실 것인가. 어떻 게 위로해드리지? "의지할 사람이 옆에 있다면....." 검의 말이, 내 귀를 스쳤다. 의지할 사람? 의지할 사람? 하지만 공주님이 남자라고 생각했을 때의 애인은, 이미 옆에 없는데? 그럼 누구를? "이별이 있으면, 또 다른 만남이 있는 법이지." 검의 말이 내 귓전에서 맴돌았다. 내가 잠에 빠져들 때까지. - 계속 - 후기)그럼 그렇지. 멀쩡하게 넘어갈 리 없지. 당장 사고가 터지는군요. 하긴 누구라 도, 자신이 여태까지 생각했던 자신이 실은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충격을 받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지요. 자. 이래가지고 과연 그녀는 잘 살 수 있을지.....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6 조회수 : 24 공룡 판타지 17-327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7) 달밤의 호숫가에 나는 서 있다. 별빛들이 나를 밝히는 속에서, 유달리 큰 별이 하나 떠 있다. 달. 그 달이 호수에 빠져서, 물결따라 흔들린다. "아름다워....." 나는 두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그것을 보고 있다. 누르지 않으면 설렘으로 가슴이 터질 듯 하기에. 두근거림이 더욱 심해진다. "갖고 싶어....." 달을 향해 손을 내민다. 하지만 만져지지 않는다. 단지 차가운 물만이 나를 놀라게 할 뿐. 손을 움츠린다. "아. 차가워." 손을 순간적으로 움츠린다. 물결이 퍼져나가면서, 달을 지운다. 차가움에 놀란 것은 나뿐이 아니었을까. 달 역시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아쉬운 표정으로 달을 바라본다. "이리 와. 나하고 같이 있자." 손을 내민다. 달을 부여잡기라도 하려는 듯. 그 희망에 답해준 걸까. 달이 내게로 내려온다. 달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 그리고 달이 말한다. 맑은 빛 목소리로. "응." 그 모습이 내게 다가온다. 그녀는 분명히...... "공주님. 공주님." 무슨 말이지? 왜 달 속의 소녀가 그런 말을 해? 나는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앞 의 광경이 사라지면서..... "하이 !" 달을 향해 내민 손이, 그녀의 얼굴에 닿고 있었다. 아..... 이런 ! 푸른 색 꿈이 사 라지고, 시꺼먼 현실이 도래했다. 이런. 빌어먹을. 꿈의 세계가 깨지는 것은 언제나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이럴 경우에는. 내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하지 만..... 그것도 순식간의 일이었을 뿐이다. "아. 안녕? 하이." 그녀에게 이유도 없이 화를 낼 수는 없다. 그녀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니니까. 비록 그녀가 내 꿈을 깨어버렸다고 해도.... 해도...... 가만. 가만. 감상에 빠질 때가 아 니지. 그녀가 왜 내 방에 있는거야 ! 남자애 방에 여자애가 들어와 있다는 것은 혹 시...... 갑자기 등에 식은 땀이 흐른다. 나는 급히 나를 덮은 이불을 잡고..... "!" 아. 이불을 잡고 위로 올리다가 가슴과 손이 부딪쳤다. 그것도 두 개 다. 따뜻하지 만 무거운 가슴이 손과 부딪쳐서, 야릇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아.... 그렇지....." 그제서야 꿈에서 깨었다. 아니, 내 앞에 있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그랬었 지. 나는..... 잠시 눈이 감긴다. 하지만 다시 잠에 빠져들 방법은 없었다. 게다가. "공주님. 어제는 걱정했어요. 아무리 괴로워도 그런 방법을 선택하시다니..... 전....." "뭐? 무슨 방법?"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뜬 내게, 그녀는 간절한 눈빛 으로 애원한다. "부디 자살만은 하지 마세요. 부디....." "뭐?" "그러니까 어젠....." "응. 지금이 꿈일까 아닐까 알고 싶었어. 그래서 손목을 그은 거야." 궁색한 변명이지만, 만약 아픔을 느끼고 싶었다면 그냥 손가락만 그어도 되는 게 아 닐까. 공주님은 날 안심시키려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과거 때문 에 괴로워하시는 것일까. 안되겠어. 확실히 못을 박아놔야지. "앞으로 제가 언제나 옆에 있겠어요. 공주님의 상처가 나을 때까지." 불안해서 안 되겠다. 차라리 내가 언제든지 옆에 있어야 그런 일이 또 일어나도 재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지. 어차피 공주님의 호위기사인 이상, 그 정도는 당연히 해 야 마땅하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선언해버렸다. 공주님이 뭐라고 하시기 전에. "하지만....." "하지만은 없어요. 전 공주님의 호위기사이고, 동시에 시녀이기도 하니까. 게다 가....." 공주님에겐 미안하지만, 어차피 말해야 할 일이다. 부담스러우시겠지만..... 그것 은. "오늘부터는 황제로서 아셔야 할 일을 모두 배우셔야 해요. 대관식날 전까지." "뭐야 !" 공주님이 비명을 질렀다. "우선 황제로서 어법을 신경쓰셔서." "뭐야? 그냥 말하면 되지 않아?" "적어도 호칭 정도는 숙지해두세요. 우선 익숙해져야 하실 것은, 어느때라도 품위있 는 행동을 하시는 것이고." "하지만, 난 공주님 생활을 그만둔지 벌써 10년이....."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공주님은 공주님이에요. 자랑스런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시고, 위대한 인류의 지도자이자 이 제국의 황제이시며...." "그만 ! 그 외엔 없지? 이제 오늘의 수업도 끝날 때가 되지 않았어? 벌써 점심때가 지나갔다고." "그렇게 하지요." "뭐, 뭐야 ! 식사하는데 사람들이 왜 이리 많아 ! 게다가 왜?" "식당 안에 들어가면 황제로서 행동하셔야 해요. 어쨌든 제가 알려드린대로 하세요. 아셨어요?" "아, 안 돼 ! 그냥 혼자서 먹을래." "안 돼요. 황제는 언제나 시종들과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진지를 드셔야 해요. 아 까 배우신 예법대로 우선 첫 번째 식사는....." "그마아아안 !" 이렇게 외쳤으면 차라리 나았을 거다. 나는 별 말도 못하고, 하루종일 하이에게 끌 려다녔다. 아니, 하이만이 아니지. 그녀 외에도, 수많은 신하들이 나를 에워싸고 이 것저것을 가르쳤다. 서, 설마.... 이런 일과를 대관식 전까지? 이거,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것인가? 갑자기 소름끼치네. "하이." "네. 공주님." "대관식 날짜가 언제라고 했지?" "5월 23일입니다. 다른 일이 없으면 그 날, 예식을 거행할 것입니다." 1주일 후라.... 왜 그렇게 서두르는거지? 좀 시간을 들여가면서 천천히 의식을 치루 는 게 어떨까. 너무 시간이 빠듯하지 않은가. 하이가 내 태도를 보더니 짐작가는 게 있다는 듯이 대답해준다. "어쩔 수 없어요. 황제의 옥좌는, 단 하루도 비워둘 수 없으니까요. 이미 알드리는 폐위된 상태이고, 그가 다시 황제 자리에 앉을 가능성은 없어요. 검에게서, 신하들에 게서, 그리고 백성들에게서 버림받은 황제가, 어떻게 황제로서 자리를 지키겠어요. 그나마 1주일의 여유가 주어진 것은, 아직 공주님께서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에요." 배울 것이라..... "정치와 경제, 군사와 내정등, 공주님이 배우고 익히실 것은 산처럼 쌓여있어요. 물 론 당분간은 애스터 누스님과 리츠님이 여러모로 도와주실 것이고, 정 힘들면 검의 힘을 빌 수도 있어요. 아마 공주님이라면 1년 이내에 모든 것을 익히실 수 있을 거에 요." "1년?" 내가 그렇게 뛰어난 두뇌를 가질 리가 없는데? 하지만 그녀는 그럴 거라고 철썩같이 믿는 눈치다. 곤란해. 곤란해. 게다가, 그녀는 한 마디를 더한다. 끔찍하게도. "하지만, 예법만큼은 어쩔 수 없어요. 적어도 황제로서 위엄을 깎아내리지 않을 정 도는 되어야 한다고요. 제국 전체에서 수많은 신하들이 수도에 올 텐데, 전설을 이룰 지도 모를 신임 황제께서 의식에 실수라도 하시면 안 되잖아요. 첫인상은, 중요한 거 라고요." 전설? 내가 그런 걸 이룰 수나 있을까? 그 전에 검에 의해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겠 다. 지금 상태로 라비린스 키퍼들의 시험을 받는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마법 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시험에 통과한다는 보장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 가.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쾌활하게 웃는다. "백성들이 기대에 차 있어요. 전설을 이룰 명군이 되실 거라고 믿고 있는데, 그들을 실망시키면 안 되겠지요?" 기대가 너무 크군..... 갑자기 기운이 빠진다. 하이의 말과, 오늘의 공부에 의한 피 로감이 더해져서.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누군가..... "세이브?" 그 아이는 나를 보고 있었다. 나와 함께 여행을 했던 아이. 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나를 언니라고 부른 아이. 하지만 그 언니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내 손에 죽었으니 까.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자신이 낳은 딸의 손에 의해서. "언니." 그녀가 울 듯 말 듯, 입을 연다. 힘겹게. "언니가..... 언니의 딸이에요?" - 계속 - 후기)휴우. 간신히 썼다..... 오늘 할 말은 이것이군요. 다행히, 그럭저럭 만족스럽 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래서야 언제 다 쓸지, 걱정이군요. 안 그래도 글이 길다고 말이 나오던데. (처음 계획안이 너무 길었던 탓이지만) 하고 싶은 말은 아직 못 했는 데, 글의 끝은 아직도 더 기다려야 한다면.....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7 조회수 : 19 공룡 판타지 17-328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8) 나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단어, 언니라는 말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은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이는 무슨 말인지 모른다. 그녀는, 힘들 어하는 공주님을 어서 쉬게 하고 싶은, 충성스런 시녀일 뿐이다. "공주님께선 피곤하시니, 질문은 내일 하도록 해라."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나를 데리고 돌아선다. 차가운 말에, 기가 죽은 세이브가 힘 없이 대답한다. "예....." 그리고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발걸음을 돌리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가련해보였다. 버림받은 아이..... 저 모습은 마치..... 하지만 내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 나를 재촉하듯이 잡아끄는 하이. "자. 이제 가시죠. 공주님. 내일은 즉위식이 거행될 터이니, 어서 가서 휴식 을....." 그러는 그녀의 말을 막는 하나의 목소리. "잠깐만요." 그리고 들리는 목소리. 듣기 싫었던, 하나의 물음. "언니가.... 언니를 죽인 건가요?" 하이는 모르지만 나는 그 답을 안다. 그리고 대답할 수 있다. 아니, 대답해야 했다. 과거를 잊었던 때라면 모를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으므로. "그래."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서 모른다고 얼버무려도, 결국은 알게 되리라. 내가 그 랬던 것처럼.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원망스런 눈으로. "정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거짓이라면 변명하겠지.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기 때 문에, 나는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짓을 했다는 건가요? 언니가?"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더 이상은. 그녀가 쓰러질 듯 비틀거린다. 나 역시 비틀거린 다. 같은 원인에서. 다른 원인에서. 그리고 그녀는 벽에 자신을 기댄다. 하지만 그 벽은 차갑다. 나처럼, 따스한 인간에게 위로받을 수 없다. 저 애는. "언니가..... 그럴 수가....." 나를 보지 않는다. 그녀는 어딘가 먼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언니를 좋아했는데....." 눈에서 피가 흐른다. 그녀의 눈에서. 그녀의 얼굴이 나를 향한다. 서서히. "이 살인자 ! 언니를 살려내요 !" 이 살인자 ! 이 살인자 ! 살인자 ! 살인자 ! 살인자 ! 살인자 ! 살인자 ! 그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나는 분명히 살인자이기에. 수많은 체서들이 내 손에 의해 죽었다. 다섯명의 피케이 일당들이 내 손에 죽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어머 니마저 내 손에 죽었다. 비록 그것이 부득이한 경우였다고는 해도, 엄연히 내가 어머 니를, 자신의 친어머니를 죽인 것은 사실이다. 분명히.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그것 은 사실이다. 세이브가 외친다.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어 ! 설령 내가 죽더라도 ! 비열한 여자 !" 그리고는 돌아서 버린다. 나는 그녀에게 반박할 수가 없었다. 뭐라고 할 수 있겠는 가. 내가. "잠깐 기다려 !" 하이? "역시 어린애구나. 공주님으로선 어쩔 수가 없었어. 그때 공주님은 고작 다섯 살이 었고, 그 분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어." 저런 어린애, 아니 인형에게 모욕적인 말을 들을 수는 없었다. 불쌍한 공주님을 위 해서라도. 그래서 나는 말했다. 공주님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나 자신의 어 머니를 죽인 자들을 물리친,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분 을 위해. "공주님은 자신이 죽을 것을 각오하고, 검과 계약을 맺은 거야. 고작 다섯 살의 어 린 몸으로. 검과 계약해서 전설을 이룬 사람은 여태까지 하나도 없었어. 여태까 지....." 공주님의 앞에 기다리는 운명은 얼마나 가혹한가. 죽을 것이 확실한 길을 가는 분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 그런데, 모두를 살리려고 그런 길을 택한 분에게 위로는커녕, 저런 말을 퍼붓다니. 아무리 지능이 떨어지는 인형이라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내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나 자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이 분명히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주님은 검과 계약을 한 거야. 자신의 몸 에,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입어가면서. 죽어가면서도 그 분은 포기하지 않았어. 너 따위가 뭘 알고, 감히 그런 말을 하는거야 !" 나라면 죽을 걸 알면서도 검과 계약을 할 것인가. 온 몸이 타면서도 끝까지 작은 희 망을 버리지 않을 것인가. 나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나는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다섯 살짜리 소녀의 몸이라면. 그런데...... "감히 인형주제에 그런 공주님에게 욕설을 퍼붓다니. 공주님이 용서해도 내가 용서 하지 않아 !" "하이 !" 검을 빼들려는 나를 제지하는 공주님. 어, 어째서? 그 분이 인형에게 다가간다. 사 람의 모습을 한, 살인병기를 향해서. 그리고 공주님이 팔을 내민다. "자. 모든 것을 말해줄테니, 그 후에 나를 원망하려면 해. 하지만 지금은....." "싫어 !" 저, 저것이 ! 공주님이 호의로 내민 손을 뿌리치다니 ! 그리고는 발악하듯 외친다. 피를 토하듯이. 인형이 소리를 낸다. 사람처럼. "당신 말, 듣기 싫어 !" 그녀의 손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공주님을 향해서. "공주님 !" 내가 미처 손쓸 여유도 없이..... "뭐, 뭐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터질 듯이 빛나던 빛은 금새 사라졌고, 아무도 다치거 나 죽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놀라 부르짖는다. "저, 저 계집애가?" "인형 주제에 감히 누구를 !" 궁성에 있던 기사들과 마법사들, 그리고 시종들이 달려온다. 심지어 시녀들조차, 검 을 빼어들고 공주님에게 달려온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필요없는 수고였다.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나 있었으니까. "으....으으....." 공주님의 허리에 차였던, 검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검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엄 있게. "인형 주제에 상당하군. 시공 마법을 사용하다니." 어떤 형식의 마법인지는 모르지만, 시공마법이라면 상당히 어려운 종류의 마법일텐 데? 그것을 어떻게 저런 인형이? 검이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미완성작 치고는 상당한 능력이군. 하지만 네가 완성되더라도, 나와 맞서진 못한 다. 게다가." 검이 말을 이었다. 차분하게. "네 언니라면 내 주인인 이 소녀의 어머니다. 그녀가 죽을 때, 그녀의 몸을 벤 것은 엄연히 나다. 내가 내 주인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한 거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녀석 은 자폭해버렸을거다. 그리고, 이 아이도 무사하지 못했겠지. 너무나 짧은 시간여유 에서 빚어진 불행일 뿐이다." 그러자 인형의 머리가 검을 향했다. 증오에 찬 눈으로 검을 바라보는 인형. 하지만 힘으로 전설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것을 저 인형이 알고 있을까? 인형의 손이 검을 향한다. 하지만 다시 내려간다. 싸워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아니면 기 습을 노리려는 것일까. 그런 상대의 반응을 신경도 쓰지 않고, 검이 자신의 빛을 발 한다. "약간만 들려주지." 그리고 무언가가 우리의 마음에 들어왔다. 공주님의 어머니를 방패로 삼고 덤벼드는 체서의 모습. 그리고 검의 움직임이. 보석이 빛난다. 체서의 가슴에 있던 보석이 빛 나면서 힘을 방출하려고 한다. 그 순간, 검이 보석을 가른다. 붉은 피를 배경으로 하 여, 잘려지는 보석. '그 찰나의 순간에, 너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보석은 이미 부서지고 있었다. 붕괴되어 거대한 폭발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에 만약 검이 조금이라도 늦게 움직였다면, 모두가 재로 되어 버렸을 것이다. 확 실히, 그 순간에 마법을 구사하기에는 너무나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검의 말은 의외의 것이었다. 내가 예상하지 않았던 그런. "이 순간에 마법을 구사할 수도 있기야 하지. 하지만 그것은 계약에 어긋나는 짓이 다." 검이 다음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 계속 - 후기)과연 제대로 쓰고 있는 거냐.... 고민하게 하는 한 장이었습니다. 일단 다듬기 는 했지만.... 그래도 불안하군요. 다행히 지금 올릴 것은 그럭저럭 마무리했습니다 만. 그런데, 왜 글 전체의 줄거리를 잡아놓고도 이렇게 글을 이어나가기가 어려운 걸까 요. 역시 글쓰기는 어려운 일이군요. 글을 써내려가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푸 우. 그러고보니 저도 후기에서 불평을 상당히 많이 하네요. 불평꾸러기라는 걸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2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8 조회수 : 38 공룡 판타지 17-329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9) "계약에 어긋난다고?" 그건 무슨 말이지? 그럼, 막다른 골목에 몰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은 아니었다는 건가? 힘이 없어서 공주님의 어머니이신, 황태후님을 죽게 한 것이 아니 었다는 말인가? 내 마음에 의혹의 그림자가 스쳤다. 아마 모두의 마음에도 그러했으 리라. "그럼 언니를 살릴 수 있으면서도 죽게 했단 말이야?" 인형의 물음. 그것은 우리 모두의 물음이기도 했다. 그 의문에 검은 어떻게 답할까. 나는 물론, 우리 모두가 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공주님까지도. 하지만 검의 말은 의외였다. 그 이유라는 것은..... "나는 주인이 시험에 통과해야 힘을 준다. 그리고, 이 아이는 그 당시 아무 시험도 통과하지 못했던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사람이 가진 잠재 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주는 것 정도였다. 그래봐야 조금 빨라지는 정도지만." 하지만, 그 정도로 이유가 된다는 것인가? 검이 말을 계속 이었다.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기 위해. "너희들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왜 내가 강대한 힘으로 모두를 구해주지 않았는지 를."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공주님의 어머니가 굳이 죽어야 했던가.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인가. 검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그리고 그 대답은 금새 나왔다. 그것은..... "내가 이 아이에게 강대한 힘을 빌려준다는 것은, 이 아이가 시험도 거치지 않고 거 대한 능력을 손에 쥔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것은, 힘의 무서움을 모르는 자에게 힘 을 쥐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아이는 그 힘에 도취되어, 파멸의 길을 가고 말 것이다." 검의 마지막 말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것은. "마치 너처럼." 검의 그 말은, 분명히 저 인형을 가리키고 있었다. 검의 말은, 저 인형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나는 그것을 모른다. 그저, 나 자신 의 생각에 몰두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까. 검이 공주님께 힘을 빌려주지 않은 이유가 생각과 다르긴 했지만, 적어도 공주님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 분이 그 당시,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 어린 나이에. 전문적인 살인 집단을 만나 무엇을 하겠는가. '힘을 가지려면 오래동안 수련을 통해 노력해야 한다. 칼의 무서움을 모르는 어린애 에게 칼을 쥐어주면, 스스로를 다치게 한다.' 그 말은 스승님의 가르침과도 흡사했다. 하지만, 이성으로 이해가 되었다고 해서 감 정으로도 납득한다는 것은 아니다. 걸려있는 것이 사람의 목숨이기 때문에. 그런 생 각을 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공주님도,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도, 그리고 저 인형 도 마찬가지였으니까. 모두의 눈앞에서, 검이 다시 인형에게 말한다. "자. 그래도 이 아이를 치겠는가." 검이 공주님의 허리에서 풀려나, 복도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세이브라는 인형을 노 려보면서. 검이 말한다. 단호하게. "원한이 있다면 내게 풀어봐라."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공주님과 그 인형을 본다. 그 다음의 행동을 지켜보기 위해. 하지만, 저 인형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설령 저 검이 악의로 황태후님을 죽게 만들었다고 해도, 힘으로 저 검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에. 하지만 검의 의도는 악의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지키려는 원칙에 지나치게 충실한 탓이 라고 할까. 사람의 감정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사람의 목숨을.....' 그 점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검의 마음도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아니 었다. 우리 자신도 기사로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버릴 것이 므로.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목숨이지, 타인의 목숨은 아니었다.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타인의 목숨을, 단지 원칙만을 지킨다는 이유로 베어버리는 것은 용납이 되는 것일까. "단지 한 번....." 인형이 부르짖는다. "단지 한 번만 예외로 해 줄 수는 없었어요?" 인형이 울부짖는다. "단지 한 번 뿐이었는데....." 인형이 외친다. "단 한 번만 굽혀주면 되는 일을,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어요 !" 그 말과 함께 인형의 고개가 돌아간다. 그리고 눈물을 뿌린다. 아니야. 저건 단지 눈물처럼 보이는 기계 기름일 뿐일거야.... 인형에게 감정이 있을 리 없어. 단지 그 럴듯하게 꾸민 것일 뿐. 그렇게 나 자신을 설득했지만, 나 역시 뭔가 감정이 터져나 오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그 원칙 때문에 공주님은 지금도 괴로워하시지 않는가. '단 한 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어째서 나의 검은, 나를 그런 지경으로 몰아붙인 것일까. 나 자신이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역시 나의 의지에 따라 그런 짓을 했 던 건가? 어머니를 죽이고서라도 살고 싶다고 여긴, 나 자신의 의지 때문에? 심장이 터질 듯 하다. 손으로 누른다. 하지만 그 거친 고동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단 한 번....." 그 말이 내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그 한 번의 예외를 어째서, 검은 허락해주지 않았던가. 나 역시 묻고 싶었다. 검을 향해서. 어째서인가요? "한 번의 예외는, 곧 모든 경우의 예외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검의 답이 싸늘하게, 모두의 심장을 식혀 버린다. "한 번 예외적인 일을 허락하고, 그에 필적하는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전례가 된다.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힘을 가질 자격이 없는 자에게 힘을 부여하 는 것이 된다." 세이브의 마음조차, 그 말에 얼어붙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 아이의 죽음이다. 가장 비참한 죽음." 이 아이라면.... 나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 그런 식으로 행동한 것이 나 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란 말인가? 하지만 그것이라면 차라리 내가 바라던..... "나는 이 아이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절대로 이 아이가 내 시험에 응하기도 전에 죽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다." 검이 마지막 말을 맺는다. 얼음 송곳보다도 차갑게, 그 말이 내 가슴에 와서 꽃힌 다. 핏방울조차 흘리지 않으며. "설령 그것이 이 아이의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해도." 그랬다. 검은 언제나 그랬다. 세이브가 다쳤을 때도, 검은 순순히 치료를 해주지 않 았다. 태자가 다쳤을때도, 방법은 가르쳤을지언정 자신의 힘을 쓰지는 않았다. 결코 순순히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검이 제한없이 힘을 사용한 것은 오직 한 가지 경우. 내 목숨이 위태로워질 때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검이 지켜야 할 원칙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힘이란 그 대가를 요 구한다는 것? 그런 것 때문에 내가 어머니를 찌르게 해야 한다는 건가?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런 것... 그런 것..... 그런 것쯤은..... '그런 마음가짐이 바로 비극을 낳는다. 네가 가지게 될 힘은 그렇게 큰 것이다.' 뭐라고? '한 예를 들어볼까? 엘프 마법 10레벨만 해도, 네가 조금만 힘을 통제하는데 실패하 면 그 결과는 이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만큼의 위력을 방출할 것이다. 하물며 그 이 상의 레벨의 마법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그런 힘을 가지는 자는, 원칙을 함부로 어기면 안 된다. 어기는 순간이 자신의 힘 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고, 그것은 모두의 종말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마치 저 어린 엘프, 아르메리아의 경우처럼.' 뭐라고? 어째서 그녀의 말을 꺼내는 거지? 그녀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나로선 짐작가는 바 가 없었다. 어째서 그녀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인가. 어째서 내가 잊으려는 그녀의 이 름을 언급하는가. 정말로 너는, 나를 괴롭히기 위해 나를 주인으로 삼은 것이니? 라 브레이커. 표정을 찌푸린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것이 검 때문인줄을 모른다. 다 만 세이브를 노려볼 뿐이다. 그리고. "망할 인형 같으니. 감히 공주님을 노리다니." "부숴 버려 !" 마법사들이 세이브에게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주문은 외울 필요가 없 었다. 세이브가 나를 바라보면서 한 말은..... "언니..... 저 갈께요. 저 저주받은 검을 파괴하고, 언니를 데리러 올께요." 그 말과 함께, 그녀의 모습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위를 둥그스런 방어막이 감싸더니, 뭔가 이상한 힘이 느껴졌다. 검이 황급히 외친다. "음에너지다. 영하 273도보다도 낮은, 진공상태보다도 더 낮은 그런 에너지 상태다. 다가서지 마라." 검의 말에 모두들 비켜선다. 세이브가 나를 바라본다. 슬픈 눈으로. 그녀의 모습이 방어막에 가리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한 마디. 단지 한 마디뿐. "언니. 안녕히 계세요." - 계속 - 후기)제대로 했냐? 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군요. 어제는..... 약간 우울한 일 이 있어서..... 생각보다는 레이니양(!)의 정체에 대해 눈치챈 분들이 많았는지 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한 하루였습니다. 으으으. 분해라. 글을 쓸 때 복선이란 걸 넣은 건 좋지만, 너무 많이 넣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 게 하는군요. 물론 수많은 가정 중 단 하나가 맞은 것일수도 있지만, 독자님들이 의 외로 눈치가 빠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는 조심해야 하는데..... 이제 후반부 인데..... 과연 얼마나 앞으로의 줄거리가 들통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심해야겠더 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3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29 조회수 : 1 공룡 판타지 17-330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0)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남은 것은 그녀의 몸을 덮은 방어막뿐. 그것도 곧 스스로의 안정을 잃고서 붕괴되어 버렸다. 한 줄기 빛으로. "순간이동인가." 누군가의 중얼거림. 하지만 그것도 곧 사라져버렸다. 모두의 웅성거림에 묻혀서. 하 지만 내게는 그런 말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한 가지 알아볼 일이 생겼으니까. "하이." "네." "셀, 아니 애스터 누스의 방에 데려다줘. 의논할 일이 있으니까." 하지만 굳이 그녀의 방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날 찾고 있니? 밀크.' 속삭이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내 등뒤에서 들렸으니까. "셀 !" 주위의 웅성거림 때문에, 그녀의 말소리는 가리워져버렸다. 그 덕분인지, 아무도 그 녀의 '무례한' 언동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녀가 약았다는 증거인 걸까. 셀이 웃는 얼 굴로 나를 보며 말한다. '어쨌든 건강해보이네. 밀크. 생각보다는 괜찮아.' 생각보다는? '난 네가 자살이라도 기도했을 줄 알았거든.' 뜨끔.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지만, 그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그런 이야기를 아무데서나..... '이건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전해주는 기술이야. 엘프들의 마법중 한 가지지. 너, 잊었니?' 그녀의 표정이 약간 어둡게 바뀐다. 주위 사람들을 의식해서 그런 수를 사용한 모양 이지만, 그 방법은 내게 무언가. 슬픈 무언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를 원망하며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까. 아니면 나처럼 자살이라도 생 각했을까. '역시 그랬구나.' 그녀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어째서 나는,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밖에 못하는 것일까. 과거에도. 현재에도. 내 눈이 잠시 감긴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세이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우선 해야 할 일은 그것이었다. 일단 그녀를 찾아야지. 그 애가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간단 말인가. 혼자선 갈 데도 없지 않은가. 그런 내 의문에, 셀은 다정히 대답했다. 비록 생각만이지만. '그 애, 아마 무작정 순간이동해버렸을거야. 다행히, 아직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 있어.' '어딘데요?' '동쪽 해안가. 여기서 약 300km정도일까?' 좀 되는군. 하지만 그 정도라면 나 혼자 날아가도..... '같이 가자. 너 혼자 나가면, 이곳의 사람들이 널 내보내주지 않아. 위험하니까.' '위험하다뇨?' '아직 제논은 잡히지 않았어. 그런 상황에서 멋대로 널 내보낼 것 같아? 명색이 황 제가 될 사람을? 그렇다고 해서 검을 가지고 간다면, 그 앤 분명히 또 도망쳐버릴거 야.'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검에게서 날 구한다'며 뛰쳐나간 그 애가, 라 브레이 커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아마 또 달아나겠지. 그렇다면.... '검을 놔두고 가면, 이곳은 제논의 공격에서 확실히 보호될 수 있어. 게다가, 만일 의 경우, 넌 순식간에 검을 네 곁에 부를 수 있고. 게다가 마법은 조금 아는 언니가 함께 간다면.....' 언니라는 말, 아직 어색하다. 듣기도, 부르기도. 그러나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우선은..... 그녀의 제의를 수락할 수밖에 없다. 최강의 마법사가 동행한다 면, 다른 사람들도 나의 외출을 막지는 못하겠지. 어쨌든 그녀만큼 강대한 마법사나 기사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도대체 두 분이서 서로 얼굴만 쳐다보면서 뭐하세요?" 문제는 하이다. "그럼, 다녀올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하이." 모처럼 여행복으로 갈아입었다. 휴우.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언제나 꽉 조이는 드 레스만 입다보니, 이젠 치마만 봐도 지긋지긋하다. 그런데.... "하지만." 그녀뿐 아니라 수많은 중신들이 반대의사를 표명한다. 아니, 제논이 그렇게 무섭나? 표정들을 보니 겁을 먹은 기색이 역력하다. 하긴. 적어도 이곳에 9레벨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셀을 제외하면 몇 안 되고, 그들 역시 제논과 상대하기엔 무리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자. 라 브레이커. 나 없는 동안에 이들을 지켜줘. 믿어도 되겠지?" "걱정마라." 검이 하늘로 떠오르자, 사람들은 약간 안심하는 눈치다. 그러나 하이가 난데없이 소 리를 지른다. "안 돼요 ! 그럼 공주님은 누가 지켜주지요?" 다시 겁먹은 표정으로 돌아가는 중신들. 하긴 우수한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대부분 제논을 잡으려고 나간 상태에서, 검의 호위가 없다면 그들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르 지. 그러나 명색이 다음 황제인 나를 무방비상태로 놓아두는 것은, 더더욱 안 될 말 이지. 어쩌면 나를 황제로 옹립하려는 것은, 라 브레이커의 강대한 힘을 보고 하는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걱정 마. 세계 최강의 마법사가 경호원으로 따라가니까." 그 말이 사실이기에, 하이를 비롯해 수많은 신하들, 아니 무서운 양반들이 모두 입 을 다문다. 하긴, 그녀라면 아무 문제가 없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 게다가. "그리고, 나도 약간은 마법을 쓸 수 있잖아.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하 이." "그래도...." 그녀의 마음을 안다. 그녀는 아마, 내가 또 자살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쩌겠어. 지금은 일단 그녀를 안심시킬 수밖에. "걱정마. 내 방에 가서 침실 정리 좀 부탁해." 그녀의 표정이 약간은 펴진다. "자. 그럼." 나와 셀은 동시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세이브가 있을 바닷가를 향해서. "모처럼만이네. 하늘을 나는 것도." "그렇네요." 이제야 하고 싶은 대로 말할 수 있군. 그동안 무슨무슨 격식에 얽매여서, 말도 맘대 로 못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이런 생활은 내게 맞는 게 아니다. 차라리 공주가 아니 었다면 좋았을걸. '출생을 바꿀 순 없잖냐.' 망할 녀석. 이렇게 멀리 떨어졌는데도 말을 걸 수 있다니..... 나는 이를 한 번 갈 고 나서, 내 옆을 나는 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보다, 세이브는 지금 어디쯤 위치한 거지요?" "그리 멀지 않아." 그녀의 모습이,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보인다. 붉은 빛에 비춘 그녀의 모습이 검게 떠오른다. 너무나 선명하게.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다. 그녀에게나, 내게나 껄끄러운 화제. "왜 당신은 나를 원망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녀의 여동생인 밀크를 죽게 하고 그 약혼자를 죽인 자의 딸이다. 셀에게 있 어서,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왜 그녀는 나를 그렇게 잘 대 해준 것일까. 그녀는 훨씬 전부터 내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셀이 나를 바라보지 않고 대답했다. "밀크의 부탁이니까. 널 잘 키워달라고 했거든. 하긴 그 부탁, 제대로 들어주지도 못했지만." 과거를 회상할 때 본 영상이 떠오른다. 그런 과거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어쨌든 동생의 원수의 딸인데." 죽이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하나? 아니면 그때 죽여주지 않아서 원망해야 하나. 하지 만 내가 그녀에게 불평같은 걸 할 자격은 없다. 아니, 이렇게 편히 이야기하는 것 자 체가 그녀에게 무례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녀는..... "그럼 한 가지 묻자. 넌 왜 나를 원망하지 않니? 어쨌든 네 아버지를 죽인 자는 나 고, 네가 그렇게 오래동안 고생하게 된 원인인 알드리 황제를 보좌한 제논은, 내 제 자잖아." 아차. 그렇지. "너 역시 날 원망할 이유가 있어. 그것도 정당한 이유가." 그렇다. 하지만. "그런데 넌 왜 나를 증오하지 않니?" 그걸로 족했다.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니까.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요." 그녀가 내 아버지를 죽인 것은, 그녀가 원해서가 아니다. 그녀의 동생이 죽었기 때 문에, 제국의 황제로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기 때문에, 그 목숨을 정당하게 요구 한 것이다. 제논의 경우는, 그녀가 은거한 후의 일이라 책망할 것이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야." - 계속 - 후기)이걸 쓰느라 꼭 3번을 고쳤군요. 왜 나는 즉석에서 써내지 못하는 건지. 한때는 연중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사실 그런 지경까지야 안 가겠지 만.... 그래도 앞부분이 맘에 안 드니까 고치고 마는군요. (고질병이야. 고질병) 이래가지고 과연 예정대로 10월 전에 끝을 볼 수 있을지.... 안 그래도 매니악하고 고차원적이고 제목 잘못지었다고 하던데..... 진지하지 않고 재미만 추구하는 작품들 과 다르게 하려다가 별 고생을 다하는군요. 하지만 과연 저 자신만의 멋진 작품이 되 도록 할 수 있을지. 그저 노력하는 수밖에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3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3-30 조회수 : 17 공룡 판타지 17-331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1) 셀의 대답이, 모든 것을 종결지었다. "넌 내 동생을 죽인 사람이 아니고, 나 역시 네 아버지를 악의로 죽이지 않았어. 서 로에게 뭐라 할 문제가 아닌 이상, 원한을 가지고 대할 일은 아니지. 원한이 그렇게 사라진 이상, 남는 것은 나와 밀크가 너에게 가졌던 마음." 마음. 따스한 마음. 그것인가. "그 뿐이야." 그녀의 표정이 온화하다. 증오를 넘어선 사랑이, 그 눈에 비춰진다. "고마워요....." 나도 모르겠다. 그런 말이 왜 나왔는지. 하지만 그 말을 담고 있기엔, 내 가슴이 너 무 답답했기에, 그런 말을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자. 저 아래에 세이브가 있어. 내려가자." 우리 둘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저 아래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세이 브의 모습이, 너무나 작게 보인다. 그 모습이 조금씩,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우리가 아래로 내려감에 따라, 우리 자신이 일으키는 바람이 주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바닷가의 모래가 흩날리면서, 세이브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눈을 가린 다. "천천히 내려가자. 눈에 모래라도 들어가게 하면 큰일이야." 이곳은 모래사장이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착륙하게 되면,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서서히 몸을 낮추었다. 그러자 바람이 약해졌고, 그제서야 세이브는 우리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의 표정이 반가워지다가 나를 보더니 움츠러든다. "언니....." 그녀의 눈이 무언가를 찾는다. 아마 내 허리에 있어야 할 그 검이겠지. 하지만 그 검은 없다. 적어도 보이는 곳에는.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어떻게 그녀를 설득해 야 할지. 내 다리가 땅에 닿는 감촉이 느껴졌다. 나는 세이브를 바라보았다. "세이브." 일단 불러본다. 하지만 뭔가 불안하다. 금방이라도 그녀가 분노를 터뜨릴 것 같은 느낌은, 내가 그만큼 겁을 먹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자신의 안전을 지키려는 본능일 까. "세이브." 다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그녀를 안는다. 그녀의 작은 몸이 부들부들 떨 린다. 바닷바람의 찬기에 몸이 얼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 걸까. 그 녀가 속삭인다. 자그마하게. "언니....."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나는 내 귀에 신경을 집중한다. 그리고. "우리 같이 가자....." 같이 가다니. 어디로 간다는 것인가. "옛날처럼 여행이나 하자. 귀 큰 언니하고. 까만 언니하고." 그녀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 며칠 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한 것도 있지만, 그보 다는 그녀와는 앞으로 영원히..... 언니 동생으로서 지낼 수 없기 때문이란 걸, 우리 둘은 잘 알고 있기에. 앞으로 황제 자리에 오르게 된다면, 나는 일국의 제왕. 그녀는 한낱 기계인형. 영영 헤어지게 되는 것이다. 영원히.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건 안 돼."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그 여행의 목적이 이미 사라진 것을 알기에, 나는 그 아이 의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다. 아니, 그것은 구실이고, 나는 어쩌면 주위의 압력에 겁 을 먹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둠 속에서 내 표정은, 과연 어떻게 비춰 질까. "무서워. 언니." 내 품에 파고드는 그녀.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줄 수 없었다. 나 역시 무 섭기 때문에. 며칠 사이에 우리들은, 너무나 바뀌어 버렸다. 그녀 잘못이 아니라, 나 때문에. 내가 가진 과거 때문에. 그리고. "미안해. 하지만 이젠 어쩔 수 없어." 내가 어떠한 마법을 쓰더라도, 이젠 어쩔 수 없다. 이 아이와 함께 하던 그 시절은, 이젠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온다고 해도, 그것은 나 자신을 속이는 길일 뿐이다. 차 라리 내가 정말로 남자아이였고, 정말로 성별이 바뀌는 저주에 걸렸었다면..... "미안해." 나는 그저, 그 아이를 감싸안을 뿐이었다. 눈물이 흐른다.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공주님을 혼자서 보내다니, 역시 기분이 안 좋네요." 아무리 애스터 누스님이 강력한 마법사지만, 그녀 역시 라 브레이커보다는 약하다. 그리고, 제논은 그녀의 제자다.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 는 건가. 나는 검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따끔하게. "어째서 공주님을 그렇게 보낸 거지요?" 검은 아무 말이 없다. 이미 다른 사람들도 제자리로 돌아갔고, 나 혼자서만 공주님 의 침실에서 그 분을 위해 방정리를 하는 중이다. 검은 그런 나를 바라보며 방 한가 운데에 떠 있기만 하고. 방정리를 도와달라는 말은 안할테니, 제발 사람 다니는 길 한가운데에 떠 있지 말아요. 방정리하는데 방해된단 말이에요. 그런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저 검은 그저 떠있기만 할 뿐이다. "아직 제논도 잡히지 않았는데....." "알드리는 또 어쩌고....." "황제폐하로서 좀 궁전에 얌전히 계시지 않고....." 불평하는 동안, 어느새 내 방정리가 다 끝났다. 결국 아무 말도 듣지 못했군. 나는 발걸음을 옮겨 궁전정문을 향해 걸어가려고 했다. 그 순간. "잠시만이라도 휴식을 주려는 거다." "?" 그건 무슨 소리인가? 난데없이 나온 검의 말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 체 저것은 무슨 대답인가? 검이 나를 노려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애에게 잠시만이라도 편한 시간을 주려는 거다. 네가 아까 묻지 않았느냐." "아까? 뭘?" "공주님을 그렇게 보낸 이유를 묻지 않았느냐." 대답 한 번 빨리 한다. 나는 검의 순발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렇게 빠른 대답을 주시다니, 참으로 황공하옵나이다. 라 브레이커님. "내 대답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군." "잘 아시네요." "하지만 넌 방정리중이었잖냐. 일할 때 대화하는 건 별로 취미가 아니니까." "대답이 궁색하시네요."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넌 재잘거리느라 아무 것도 안 할 걸?" "글쎄요." "이젠 방정리도 끝났으니 문제가 다르지만." "그렇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볼까요? 라 브레이커님. "잠시 자리를 비켜준건가요?" 공주님과 그 인형의 사이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다. 역시 그 날, 공주님이 검 과 계약을 맺을 때 함께 있었던, 하지만 상처를 입고 쓰러졌던 체험을 공유했기 때문 이었을까. 아니면 그 전에 저 인형과 친밀한 사이였기 때문이었을까. "그런 셈이지." 라 브레이커가 나를 향해 말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인형은 아까 공주님에게 공격을 했던 물체가 아닌가. 그런 위험물을 어째서 가만히 놔두는가. 라 브레이커는 자신의 주인을 지키는 것이 의무가 아닌가. "어째서 저 인형을 부수거나, 강제로 데려오지 않는 거지요?"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검이 가진 힘이라면, 능히 그런 인형 정도는 간단히 해치울 테니까. 그렇다면 일부러 도망치는 걸 방관했다는 뜻인데..... 어째서 그런 짓을 했 을까? 어째서 공주님을 저 위험한 인형과 만나게 했을까. 아무리 궁정 마법사인 애스 터 누스가 함께 있다고 하지만, 역시 너무나 위험한 짓이었다. 그러나 검은 그리 걱 정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그 인형은 오래전부터 공주와 함께 한 검이다. 자신의 과거와 연결된 것중에서, 살 아남은 것은 그 인형 하나뿐이다." "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과거의 추억과 연결된 오직 하나. 그것인가요? 라 브레이커. "이미 어머니를 잃은 저 아이가, 다시 자신의 동생같이 아끼던 인형을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잠시동안은 꿈에 잠기게 하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공주님은....." 이미 인형놀이할 때는 지나지 않았나? 이미 나이가 몇인데.... 그런 생각이 들지 않 을 수 없었다. 물론 공주님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인형은 너무나 위험 한..... "아직 멀었군." 검이 핀잔을 주었다. "그런 경우엔 내가 막는다. 게다가 셀이 함께 있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문제 가 되는 것은, 그 애가 절망해서 자신을 파괴적인 충동으로 몰아갈 경우이다." 공주님이? 설마 또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건가? 검이 그 다음 말을 잇는다. "그 애뿐이 아니다. 네가 인형이라고 부르는 소녀까지 포함해서다." 어째서 그런 인형을 걱정하는가. 나는 불만스런 눈초리로 검을 바라보았지만, 검은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 계속 - 후기)후우. 내일은 못 쓰는 게 아닐지 불안하네요. 아무래도 저 역시 인간이고. 약간 슬럼프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나타나네요. 으. 안 돼..... 일단 발악은 하겠습니다 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3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1 조회수 : 12 공룡 판타지 17-332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2) "언니..... 나 거기 돌아가기 싫어. 그 보기싫은 검이 있는 곳에는." 이해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역시 그 자리가 편한 곳은 아니니까. "언니를, 언니를 죽게 한 검이 있는 곳은 싫어. 나, 어디 먼 곳에서 살고 싶어." 언니라는 말의 의미가, 내 가슴을 베어낸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나 때문이 아닌가. 나 때문에 이 아이의 언니가 죽었지 않는가. 미안해. 정말 미안 해.... 하지만 이제와서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내가 이 아이의 언니를 죽인것 도, 내가 여자아이로 태어난 것도, 내가 아르메리아를 상처입힌 것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세이브를 안아주는 것 뿐이다. 그것도 잠시만. 나는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이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나는 어린 소녀에게 내 품을 주었다. 피로 물든 품이긴 했지만. "....."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별이 뜨고, 밤바람이 우리를 갈라놓았다. 서서히 떨어지는 나와 세이브. 이제 떠날 시간인가. 하지만 이 아이의 마음은 어쩌 지? "이제 어떻게 할까." 물어도 답은 안 나오겠지. 이 아이는 나와 함께 있고 싶어하지만, 나는 그 소망을 들어줄 수 없다. 그럼 이제는 어찌해야 하는가. 싫어하는 아이를 강제로 궁성으로 끌 고 갈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내가 내 자리를 버리고 떠나야 하는가. 전자는 세이브 에게 너무나 잔인한 일이고, 후자는 내 능력 밖의 일이다. 도망친다면 당장 검에게 잡혀 끌려올 것이고, 세이브를 데려간다고 해도 또다시 도망쳐나오겠지. 하지만..... 나로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전혀. 그렇게 조금 남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언니." 나를 부르는 말인가? 나는 고개를 들어, 세이브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셀에 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까만 언니." 그녀가 셀을 바라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녀에게. 그녀가 입을 연다. "왜 그러니? 세이브." 무릎을 굽히고는 세이브의 볼을 쓰다듬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과거에 밀크에게 대 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내가 과거를 돌아볼 때 본, 그녀의 다정한 모습이, 지금의 그녀와 겹쳐서 보였다. "미안해....." 또다시 슬픈 감정이 일었다. 밀크의 비참한 죽음과 셀의 슬픔이, 내 마음에 또다시 새겨지고 있었다. "우리 집에 머물게 해 달라고?" "응." 우리 집이라. 셀이 떠나온 그 작은 마을의 집을 가리키는 건가? 파탈 헤이스트 부근 에 있는 그 마을의 그 집? 셀이 고개를 끄덕인다. 작은 아이의 작은 소망에 대해. "그렇게 하자. 나중에 시간나면 나하고 언니하고 놀러갈게. 음.... 내 집에 놀러가 는 것도 좀 이상한 건가?" 이상하긴 이상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나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 다. 하지만 그 집에서 세이브 혼자 살라는 건가? 그 점이 다시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 다. "당분간은 아이와 둘만 지내야 할 거야. 좀 지루할텐데, 괜찮겠니?" "응." 그렇게 궁전이 싫었던가. 그녀의 마음 속이 조금이나마 옅보이는 것 같았다. 조금이 나마. 셀이 입을 열었다. 이미 확정된 사실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다시금 확인해주듯 이. "그럼, 넌 우리 집에서 기다리면 되겠네. 당분간은 지루하겠지만, 꾹 참고 기다리고 있어. 알겠지? 그래야 착한 아이지." "응." 세이브가 대답한다. 다시 명랑한 목소리로. 셀이 그런 그녀를 보다가 내게로 고개를 돌려 묻는다. 약간 엄숙한 목소리로. "그럼 허락해주시는 건가요? 공주님." 별로 달갑지 않은 차가운 말투. 그 말을 듣기가 왠지 어색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말을 듣는 것이 내 운명인걸.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그것이 나를 짓눌렀다. 마치 내 몸을 으깨어버릴 것처럼. 그런 나를 바라보던 세이브 가 내게로 달려온다. 그리고 안긴다. 따스함이, 내 몸으로 퍼져나간다. "그럼 꼭 놀러와. 언니." 그 '언니'라는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나를 가리키는 것일까. 아니면 내 어머니를 가리키는 것일까. 어쩐지 전자의 의미로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 었다. 세이브의 말이 내 귓전에 울린다. "고마워." 그리고 뺨에 느껴지는 따뜻한 입술. 세이브가 내 품에서 벗어나더니, 우리들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 섰다. 그녀의 몸 주위에 새하얀 방어막이 쳐졌다. 둥근 구슬을 보 는 것처럼. 그 구슬이 하늘로 떠오른다. 세이브의 말이 흘러나온다. "그럼 안녕. 언니. 나중에 꼭 와야 해." 그리고 다시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 음에너지인가? 그 힘이 시공간을 변형시키고, 그녀의 인기척이 사라져갔다. 방어막이 부서졌을 때, 남은 것은 단지 빈 공간 뿐이었 다. 그 안을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내 작별인사를 들었을까. 나는 자주 찾아가본다고 외쳤지만, 그 말을 그녀가 들어주었을까. 모든 것이 의문에 감싸여 있다. 하지만 나중에 정말로 그녀를 만날 기 회가 있다면, 그녀에게서 모든 것을 들을 수 있겠지. 귀여운 꼬마, 세이브에게 서..... "....." 다시 못 볼 것도 아닌데, 왠지 눈물이 난다. 이제 한 사람이 내 곁에서 떠난 셈이 니.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지만, 오늘은 슬픈 날이다. 과거와 나를 이어주던 또 하나의 고리가 내게서 떠나갔으니까. 이제 남은 건 누구일 까. 라 브레이커는 아니다. 적어도 고통스런 과거를 연상시키는, 그것만은 아니다. 절대 아니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그들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부스트 아저씨, 드워프 일 행들, 그리고 아르메리아. 그들 모두에 대한 그리움이. 황제라는 것은 그들 모두를 멀리하게 하는 자리인가보다. 하지만 아직은 그 자리에 앉지 않았다. 그럼..... "그들은 어디 있을까." 지금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아직은 깊은 밤이 되지 않았으니, 지금 가면 혹시라도 얼굴을 볼 수 있을까? 두 손을 모아 기원하고 싶다. 그들의 행복을.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럴 자유도 없다. 곧 돌아가야 하니까. 달갑지 않은 곳으로. 어둠 속으로. "싫어....." 잠시만이라도, 지금의 자유를 조금 더 누리고 싶다. 조금만 더..... 그러나 그들이 어디 있는지, 내가 알고 있기나 하나? 아니, 그들이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할까. 무섭다. 두렵다. 그들의 비웃음을 견딜 수 있을 만큼, 내가 강하기라도 하나? 그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추워....." 몸이 아니라, 마음이 춥다. 북쪽의 바람이, 유독 내게만 불어오는 듯 하다. 나의 어 깨를 내 팔로 감싸지만, 그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 나 자신의 무기력함이, 찬 바람에 실려 다가오는 듯 하다. "밀크." 밀크? 하지만 누구를 가리키는 거지? 셀의 동생이라면 이미 죽었고, 나는 그녀가 아 니다. 모든 과거를 안 이상, 그녀가 나를 그렇게 부를 리는 없다. 그런데.... "밀크...." 또 다시 들리는 이름. 환청은 아니다. 하지만 누가? 설마.... "셀?"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이 동그래진다.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는 그녀. "왜 그러니? 이곳에 나말고 누가 또 있니?"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 이름을 내가 쓰기는 어색하다. 굉장히 어색하다. 아 무리 그녀가 나를 용서해주었다고 해도, 역시 어느 정도는 껄끄러운 이름이기에. 그 이름은 나의 과거를 연상시키는, 몹시 어두운 이미지를 띄고 다가오는 이름이었으므 로. 비록 이름을 가졌던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닐지언정. "저....." 말하기 힘들지만.... "전 밀크가 아니잖아요." 말해야 하는 것도 있다. "전 밀크가 아니라.... 당신에게 있어서....." 하지만 내가 어렵게 말하려던 것은, 단번에 깨졌다. 한 번에. 셀은 그 말을 듣다가, 그냥 나를 무지막지하게 껴안아버렸으니까. "그래도 나한텐 밀크야." "욱 !" 그녀의 가슴이, 나를 누른다. 강하게 누른다. 몹시 강하게. 마치 푹신한 베게처럼. 그녀가 내 머리를 잡고 흔든다. 강하게 흔든다. 그리고 말한다. "밀크가 내게 맡겨준 소녀가 너야. 그러니, 넌 내게 있어서 그 아이를 대신하는 거 야." 하지만 그건 약간의..... "그 애가 사랑했던 아이니까, 내가 사랑했던 아이니까, 조금은 그렇게 억지써도 되 겠지?" 거부할 수가 없었다. - 계속 - 후기)어제는 글 쓸 시간이 사라져서, 결국 못 올리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또 글을 쓰 는 게 쉽지 않고.... 결국 한참동안 꼼짝못하다가, 이제서야 간신히 글이 써지는군 요. 연재시간을 좀 늦춰서 10시 이후에 할까...도 생각했습니다만, 당분간은 그냥 유 지해야지요. 뭐 오늘같으면 곤란하겠지만.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글을 올리는 것은, 범죄행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에게 마음에 안 들 정도면, 독자분들에게는 어떻겠습니까. 결국 다시 써보고, 그럭저럭 괜찮겠다 싶은 상태로 만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나아졌군 요. 물론 그리 자랑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열심히 써야 할 뿐, 글이 써지는 제한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말 어렵군요. 어제처럼 컴퓨터를 늦게서야 쓸 수 있는 판이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 건 싫군요. 본의가 아닌 것이었지만, 후기에서 썼던 '내일은 힘들겠습니다'가 정확히 맞아들어가는 걸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많이 나네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3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2 조회수 : 90 공룡 판타지 17-333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3) "대단한 거 요구하지 않아. 그저 그것 하나만 요구할게. 날 언니라고 불러줘." 저항할 수가 없었다. "다만 그거 하나만 해줘." 싫어할 수가 없었다. "넌 나의 동생이니까. 네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의 소망을 담은 아이였으니까. 넌." 그녀의 말이 서서히 격해진다. 감정을 담아서. "넌 내가 할 수 없는 걸 할 수 있는 애야." 그 말의 의미도 생각해 볼 수 없다. 그녀의 말이 점점 감정적이 되어 가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다만..... "넌 내 희망이고, 꿈이니까. 그러니까 날....." 그러던 그녀가 쓰러진다. 나를 안은 채 늘어진다. 서서히. 그리고 내가 그녀를 안는 다. 강하게. 강하게. 너무나 강하게..... "정말로 나를 그렇게나....." 그리고 본 그녀의 눈을, 나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 슬픈 눈. 약한 소녀의 눈. 어째서 그렇게 긴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그런 눈을 간직할 수 있었는지, 나는 영 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그런 눈을 가진 소녀. 그녀의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해줘..... 지금......" 그녀가 내게 요구한다. 하지만..... "미안해요." 아직은 안 된다. 아직은 부를 수 없다. 내게는 해결할 과제가 남았으니까. 그것 은..... "그 전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그녀가 나를 보면서 묻는다. "아르메리아를?" "네." 그녀를 보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녀가 잘 있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을 뿐이 다.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녀가 잘 있다면 웬지 모 르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만족이라도 좋다. 그녀가 행복한 것을 볼 수 있다 면..... "만나지 않아도 좋아요. 먼발치에서라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녀가 행복하다면.... 그것을 한 번만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그것으로 나는 족하다. 하지만 그것을 보 지 못하면..... "그래....." 셀이 자신을 일으킨다. 그리고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그럼 지금 찾아가보자. 엘프 마을로." 고마워요..... "부스트씨는 그래서, 어떻게 하신대요?" "너도 전에 들었다며? 그 사람은 노후생활을 편히 보낼 곳을 찾는다더라." "노후생활....." 그 아저씨, 보기보다 늙은 모양이지? 벌써 노후생활 걱정을 하게. "보기엔 건강하대요?" "응. 얼굴 보니까, 네 일로 좀 놀라긴 했지만 그럭저럭 좋아보이던데." "그럼 다행이에요." 하늘을 나는 나와 셀의 모습이, 달빛을 받는다. 멀리서 보았다면 이것도 멋지게 보 일까. 마력을 붕괴시켜 내 몸을 허공으로 계속 밀어내면서, 나는 앞으로 날아간다. 계속해서 날아간다. 그러면서 그녀와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어떻게 되었다고 했어요?" 무사히 돌아갔다는 말만으로는, 그들의 이후 행적을 알 수가 없지 않은가. 물론 잘 들 있겠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은 궁금함을 참기 어려운 생물이니까. 셀이 다시 금 대답해준다. "아이샤는 잘 지내는 모양이야. 하지만 그 애, 그런 도시에선 잘 지내기 어려울 걸. 원래 드넓은 사막에서 살던 아이에겐, 그런 기계화된 곳이 맞지 않잖아."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저 멀리..... 어딘가에 그들의 도시가 있다. 아이샤가 머무는 그 드워프들의 도시 가. 그곳에도 언젠가는 찾아갈 수 있을까. 그럴 기회가 된다면.... 다시금 그들과 함 께 자리할 수 있을까.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언젠가는 꼭 그러고 싶어..... "이제 다 왔어. 저기가 엘프 마을이야." 셀의 말에, 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전에 드워프들의 비행선을 매 달던 철탑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밝은 달빛과 별빛을 배경으로 해서. "내려간다 ! 기류를 주의해 !" 셀의 몸이 아래를 향해, 마치 떨어지듯이 급강하를 시작했다. 나 역시 그렇게 하려 고 했지만, 아직은 그런 고난이도의 비행은 자신이 없었다. 저런 고속으로 강하하다 가 제때 감속을 하지 못한다면, 내 다리는 부러지고 말테니까. 결국, 원을 그리면서 서서히 강하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속도를 줄이는 것이 내게는 더 편했으니까. "언젠가는....." 언젠가는 저렇게 뛰어난 실력을 보유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당분간은 꿈이 될 듯 했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꿈으로 남을지도 모르지. 황제라는 자리에 오르게 된 다면.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어둠 속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지요?"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는 모르지만, 한 밤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런 시 간에 잠들어 있는 엘프를 깨운다는 것은, 아무래도 꺼림직한 일이다. 아무래도..... "괜찮아. 그녀를 만나는 것도 아닌데 뭐." 그러더니, 괴이한 나무들 앞에 가서 소리치는 셀. "여기 아무도 안 계세요? 잠깐만 여쭈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요." 으윽. 그냥 밀어붙이는 거냐. 하긴 그런 용건으로 오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좀 쑥스럽긴 하다. 아무래도 내 입장이 좀 그렇지 않은가. 남자아이로 저주를 받았다며 한 번 찾아왔는데, 알고 보니 여자아이였다? 엘프들이 보고 비웃지 않는다면 다행이 다. 게다가 아르메리아에겐 상처까지 입히고..... 그들이 나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 까? 끼이익. 나무처럼 생긴 건물의 줄기가 갈라지고, 그 안에서 한 엘프가 나온다. 그 하얀 머리 는..... "누구신가요? 이 밤중에." 오파비니아였다. 그녀가 우리를 바라보더니 놀란다. "어머나."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보고 놀란 것이다. 하긴, 남자애로 알았는데 여자애였 다..... 이런 경우는 거의 없으니만큼, 그녀가 좀 놀란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다. 하 물며 엘프들 중 하나와 사귀었던 사람이라면..... "당신은...." 그녀의 입이 열리고, 나는 두려움으로 기다렸다. 그녀의 말을. 그녀가 내 얼굴을 보 더니 말한다. 짐작이 간다는 듯이. "아르메리아를 만나러 왔나요?" 직설적으로 핵심으로 들어가는 그녀. 나는 그 말에 대답해주었다. 확실히. "아뇨. 그녀의 모습만 보려고 왔어요." 그 의미의 차이를 그녀는 알고 있을까? 그녀가 잘 지내는지만 보면 충분하다는 내 마음을.... 그녀가 의미를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표정은 등뒤의 불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그녀의 하얀 머리카락 뿐이었다. "일단 들어와요. 미나르 공주. 애스터 누스양." 그녀가 우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그 애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나요?"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방 안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를 손님으 로 여긴 것은 아니다. 이런 밤중에 난데없이 쳐들어온, 불청객들에게 그런 대접을 바 라는 것이 예당초 무리지만. 오파비니아가 말을 계속 잇는다. "좀 이기적이군요. 미나르 양. 그런 일을 겪고 나서, 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건 무 리가 아닐까요?" 그녀의 말이 맞기 때문에, 나는 한 마디도 대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당신 자신도 아직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어요. 그런데, 그 애가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았는지, 당신은 모르겠어요?" 그 말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내가 어디 그녀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렇게 했는가.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애는 더욱 더 괴로워하고 있어요. 그런 일, 사실 명확히 모든 것을 알고 행동하지 않는 그 애의 잘못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긴 해요. 사랑이라는 거, 마음대로 되는 감정은 아니지요. 그러나...." 안색이 나빠진다. 그것은 나일까. 아니면 그녀일까. 오파비니아가 말한다. "미안해요. 지금은 그 애를 만나게 해 줄 수가 없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대로 갈 수는 없다. 그녀 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딱 하나 있으니까. 그것은.... "한 말씀만 해주세요. 아르메리아는....." 그 애는 과연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을까. 말해주세요. 오파비니아. - 계속 - 후기)비축분 만들면 이상하게 글 쓸 시간이 사라져서 그 비축분을 소모하고. 그런 걸 반복하다 보면 의욕이 떨어지고.... 결국은 포기하는 게 아닌가 두려워지고..... 하 지만 그런 속에서도 결국 4월이 되었군요. 어제가 만우절이었는데, 그럴듯한 농담 하 나 못하고.... 으흐흑. (약간 억울한 걸까나) 하지만 그저 쓸 뿐. 쓰는 것만이 내게 있어서 구원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3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3 조회수 : 8 공룡 판타지 17-334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4) "그녀는....." 엘프들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녀에게 듣는다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으 리라. 나는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끌린다는 게 아니다. 만약 끔찍 한 대답이 나온다면... 그 결과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저 때문에 혹시...." 더 이상은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녀 역시, 이 정도면 알아들었으리라. 나는 가슴을 욱죄는 느낌을 참으면서,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의 입에선 무슨 말이 나올까. 두려움 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문이 열리자..... "그 애는....." 설마..... 그녀가..... 오파비니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 생각대로에요." 그것만은 아니길 바랬는데.... 하지만..... "그애는, 상심해서 누워 있어요. 회복되려면 얼마나 걸릴지...." 가슴이 차갑다. 머리가 어지럽다. 쓰러질듯한 몸을 셀에게 기댄다. 그러나 아직은 쓰러지면 안 된다. 그러기 전에 한 가지.....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나요?" 떠나기 전에 묻지 않으면 안 된다.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는 보지 못할 모 습일지도 모르니까. 미안하다고 말할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내게는 그 런 말을 할 자격조차 없다. "그녀를 만나지 않아도 좋으니....." 그녀와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건 너무나 큰 욕심이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이 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지.... "한 번만 아르메리아를 보게 해 줘요." 그녀에게 회복의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나는 웃으며 떠날 수 있다. 웃으며 그 모든 것을, 바람에 실어 떠내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그녀가 비참하게 된다면.... 나는... 나는......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랬으면 그녀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내가 그녀에게 받은 친절과, 내가 그녀 에게 입힌 상처가 자꾸만 되새겨진다. 그러나 그런 나를 보며 말하는 오파비니아. "하지만 그랬으면 저 애는 죽었겠지요. 음에너지의 힘에 못이긴채, 하나의 차디찬 주검으로 되었겠지요." 갑자기 그녀와의 만남이 떠오른다. 핏기를 잃고 쓰러진 엘프 소녀의 모습이. 그 모 습은 죽어가는 이파리. 말라가는 고사리.... 하지만.....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미나르 양. 그건 불가항력이었으니까." 오파비니아의 위로. 고개를 들어보니 나는 어느새,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녀 가 나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 애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아니, 원망할 수도 없어요.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니까. 당신은 단지, 상황의 제물이 되었던 것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당신을 만 나면 안 되요. 미나르양. 그러면, 둘에게 안 좋아요. 당신에게나, 아르메리아에게 나." 그녀가 말을 이어간다. 내 목에 걸린 그녀의 선물이, 서서히 흔들린다. 빛을 받으면 서. 그녀의 말에 호응하듯이. 내 마음의 어지러움을 반영하듯이. "당신이 그녀를 지금 보면, 자연의 법칙을 깰지도 몰라요. 사랑이란 건 때로는 이치 를 벗어나기도 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당신도 알고 있겠지요? 그것은 일그러진 것이 라는 것을. 그러니, 당신이 그녀를 생각해준다면, 그녀가 상처를 치유할 때까지 기다 려주세요. 아마 곧, 당신은 그녀에게 웃는 얼굴로 지금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에요." 곧? 하지만 이대로 그녀의 고통을 보고만 있으라는 건가? 아니, 그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떨어져있어야 한다는 건가? 오파비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신은 착한 여자애니까, 곧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게 될 거에요. 그때가 되 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그러면서 내 허리를 보는 그녀. 어째서일까. 그녀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진 것은. "그 검의 시련을, 당신이 넘기기를 바래요. 비록 저는 그것이 어떠한 시련인지 모르 고....." 모르고.... "그 시련을 당신이 극복하도록 도울 수는 없지만....." 없지만..... "당신은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에요. 이번의 실연도, 분명 극복해낼 수 있을 거에 요." 그러면서 그녀는 내 어깨를 두 손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은 강한 사람이니까." 그것이 끝이었다. 오파비니아의 말은. 어느새 깊은 밤이 되어 있었다. 엘프 마을에서 바라본 하늘도, 내가 있던 궁성의 하 늘과 비슷했다. 다만, 별들의 모습이 좀 다르다는 것이 차이일 뿐. 셀이 뒷짐을 지고 나를 바라본다. 다정한 눈으로. "힘들어보이네." 굳이 부인할 생각은 없다. 사실이 그렇게 때문에. "부축해줄까?" "아뇨."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다. 어차피 예상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약간의 씁쓸함이, 내 마음 바닥에서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난 인간이니까. 완벽히 감정 을 통제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니니까. 셀이 이해한다는 듯이 나를 부축한다. "힘들면 기대도 좋아." 그리고 이어지는 속삭임. "울어도 좋아. 어깨 빌려줄게." 그 말을 듣고 나도 답한다. "잠깐만 빌릴께요." 그리고 내 고개가 숙여진다. 그녀의 어깨를 향해. 내 어깨가 들먹거리는 것을 보며, 셀이 말한다. 조용히. 초록빛 감정을 담아서. "사랑이란 감정을 정리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몰라. 아마 얼마 동안은 그 애를 잊 을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그 애는....." 아르메리아는..... 어떻다는 건가요? 셀. "그 애는 엘프야. 다른 엘프들 역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능력이 있으니, 금방 회복될거야. 걱정할 거 없어." 그 오파비니아라면.... 아마 그녀를 금방 회복시켜주겠지. 아니, 다른 남자 엘프들 도 그녀를 잘 위로해주겠지. 그리고 그녀를 밝은 곳으로 데리고 나올 수 있겠지. 아 까 나를 놀리는 빛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나를 위로해주던 그녀의 마음에 서, 나는 약간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부탁해요. 모두들. 나는 아르메리아가 있을 엘프 마을을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눈 안에 담았다. 안녕. 아르메리아. 언 젠가 웃으며 다시 만날 그때까지. 그리고 내 한 시절의 끝을 맺었다. "이제 돌아가자." 셀의 말대로, 하늘을 날아오르려고 한다. 그러나, 마력을 움직이는 것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풀썩. 날아오르려다 마는 나를 보며, 셀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작은 소리로. "걱정이야.... 우리 밀크는 누가 데려갈지....." 그 '밀크'라는 말의 의미를 아는 나로서는, 얼굴이 달아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데 려간다는 것은..... 설마.... 설마..... 내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정 말 무의식중에. "누, 누가 날 데려간다고 그래요 ! 이런 계집애를 !" 제정신인 남자라면, 한때는 남자였던 여자를 데려갈 리가 없다. 게다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나같은 여자애를 누가 데려가겠는가.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들 은 거의 모두 내가 가진 지위, 황제라는 자리를 보고 오는 작자들일거다. 그런 사람 들에게 내가 왜..... 하지만 셀은 야속하게도, 고개를 흔들었다. 너, 너무해.... 그 녀가 입을 연다. "황제라는 지위는, 마음대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없는 자리야. 너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그렇다는 것은.... 셀의 말의 의미가 무겁게 내 마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런 자리에 앉은 여자가, 마음대로 독신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 네 결혼 상대 조차 맘대로 정하지 못하는 게 황제라는 거라고." 끔찍한 생각이 든다. 정말로.... 셀이 그 생각을, 확신으로 만들어갔다. "아마 넌, 너를 보살펴줄 남자가 아니라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가문의 남자와 결 혼해야 할 걸.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나라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그, 그만해요 !" 하지만 그런다고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셀이 우울한 얼굴로 말을 맺는다. "널 위해서라면, 황제 자리를 그만두라고 하고 싶어. 하지만 넌 그 검, 라 브레이커 의 계승자이고, 현재 살아남은 유일한 황실의 후예야. 아마, 자손을 남기라는 목적에 서라도 혼담이 곧 들어올 걸. 그것도 1년 이내에." 설마.... 그들 역시 내 목숨이 길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셀이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런 건 굳이 확실하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녀가 마자막 단정을 한다. 달갑 지 않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 된 사람 중에서, 1년 이상 산 사람이 없었어. 그러니, 아마 네가 좋든 싫든, 곧 결혼을 해야 할거야. 혈통을 잇기 위해서라도." - 계속 - 후기)오늘은 아주 늦었네요. 차라리 연재 시점을 본격적으로 늦게 잡을까.... 도 생 각했습니다. 잠시만 편한 마음을 가지면, 금방 이렇게 늦어버리는군요. 뭔가 감상을 적고 싶어도, 시간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네요.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3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4 조회수 : 3 공룡 판타지 17-335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5) "혈통을 잇기 위해서....." 그러니까, 자식을 낳기 위해서라도 아무 남자나 남편으로 맞아서 함께 살아라? 내게 는 그렇게 들렸다. 그게 사실이기도 했지만. "싫어요 !" 당연히 나오는 소리. 사실, 아직 남자아이였을때의 기분이 남아 있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남자와 결혼을 하겠는가. 적어도 지금은 싫다. 지금의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 지, 내가 나 자신에게 적응이 될 때까지는 싫다. 정신적으로 거부를 하게 된다. 그런 데 지금 하라고? 그런 건 싫다. 하지만, 셀은 야속하게도 말을 이어나갔다. "아마 즉위하고 나면 곧장 혼담이 들어올 걸? 네가 좋든 싫든 관계없이 말이야." "싫어요 !" 거부한다. 그러나 셀은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말한다. "이것만은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어. 신하들뿐 아니라, 온 백성의 소망이니 까." "온..... 백성의.....?" 내 표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셀이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 다. 아직도 달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달에서, 내 표정이 엿보였다. 밝은 쪽이 아 니라 어두운 쪽. 달의 그림자쪽 표정이, 내 얼굴 전체를 덮고 있겠지. 그런 내 얼굴 을 보면서도, 그런 내 마음을 알면서도, 셀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네가 죽기 전에, 황실의 뒤를 이을 후계자를 낳아주길 바라는 게 그들의 소 망이고...."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귀를 틀어막으려는 내 손을 잡으며, 셀이 말한다. 그 다음 말을. "잘 들어. 그들이 너에게 결혼을 강요하는 건 너에게 수치심을 주려는 것도 아니야. 그들이 황실의 혈통을 잇는데 집착해서도 아냐. 그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게 뭔데요? 적어도 리츠라면, 내 사정을 알고 있을 터, 그런데 그런 그조차, 이런 터무니없는 일에 찬성했나요? 아직은 정신적으로, 남자와 결혼하는데 저항감을 가진 나에게? 셀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원망스런 말을 꺼내려 한다. 그 러나 그녀의 말이 먼저 나온다. "네가 결혼하고 아기를 가지게 되면, 검이 널 죽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야." 그 말이, 나를 잠시 멈추게 했다. 그 말의 뜻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어째서 내가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 검이 나를 죽이지 않는다는 것인가. 나는 그저 그녀의 눈동 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 비친 내 눈이, 당황한 듯 흔들리고 있었다. "그건 말이야....." 셀이 달갑지 않는 얼굴로 말한다. "아기를 가진 여자를 죽인다는 건, 두 사람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이야." "두..... 사람?" 말의 뜻은 안다. 그러나 그 깊은 의미는 내게 와닿지 않는다. 의미를 설명하는 셀의 말투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듯 하다. 아주 먼 곳에서. "자신과 계약한 자를 시험해서,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자는 검에 의해 목숨을 빼앗 기지. 그것은 과거에 이 검이 최초의 인간주인을 가졌을 때부터 존중한 규칙이야. 누 구도 예외가 없었어. 설령 그게 여자라고 해도." 여자라는 말이 내게 전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그것은 나를 의미하므로. "설령 그게 다섯 살짜리 소녀였다고 해도." 그것의 의미를 안다. 내가 아무리 어릴 때 자신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계약을 했다 고 해도, 원칙은 원칙이라는 것이겠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계약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검이 부여하는 모든 시련을 물리치는 것뿐이었어. 누구도 예외가 없고, 누구도 그 시험에서 살아남지 못했어. 신하들도 네가 라 브레이 커와 계약을 했다는 걸 알고, 그 점을 걱정했지. 이대로라면 넌 분명히 죽어버릴 거 라고.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어." 그럼 죽게 놔두면 될 게 아닌가요? 그런데 왜..... 솔직히 찾으려고 마음만 먹는다 면 황제의 핏줄을 가진 사람을 찾을 수도 있을텐데. 그런데 어째서? 셀이 그 다음 말 을 꺼낸다. "수많은 기사들은, 네가 죽어버리는 것을 바라지 않았어. 만약 네가 죽어버리면, 그 다음 계승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미 한 계약을 취소할 수는 없 고. 그런 중에 한 가지 방법이 생각난거야." 방법? "계약을 한 당사자을 검이 죽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계약도 하지 않은 아기를 죽이 는 것은 살인이라는 것이지." 그러니까.... 그 말뜻은.... 내 얼굴이 점점 빨갛게 변해간다. 의미를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마 생각할 수가 없다. 입 밖에 꺼낼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나를 대신해서, 셀이 그 말을 꺼낸다. 내 앞에. "그 말은 즉, 네가 임신하고 있는 동안은, 검이 널 죽일 수 없다는 거지. 네가 아기 를 가진 동안은. 그리고 네가 그 아기를 낳고, 몸이 다시 회복되는 동안에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하는 내게,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풀어나갔다. 듣고 싶지 않는 진실을. "그리고, 네가 아기를 여럿 낳고 그들을 기르느라 바쁘게 되면, 자연스레 검의 시험 을 치를 기회는 사라져버리게 되는 거지. 아기들을 돌보느라 바쁜 여자가, 자기를 갈 고 닦을 시간을 가질 수 있겠니?" "......."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면, 어느덧 너는 장성한 아이들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 계 약을 취소할 사유가 생기지. 아무래도 검으로서는, 아기들을 키우느라 지친 사람에게 장래를 걸기 보다는, 젊은 사람들에게 미래를 맡기는 것이 나을 테니까." ".........!" "그러면 네 목숨은 충분히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신하들 모두가." "....." 그 말의 의미가, 내게 충분히 전달되었다. 하긴, 그 말도 맞기는 하다. 내가 아기를 가진다면, 그 뱃속의 아기는 엄연히 계약자가 아니다. 계약한 자. 그러니까 내가 검 의 시험에 실패했다고 해도, 나를 죽이면 그 시점에서 검은 '무고한 자를 죽이는' 죄 를 범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 검은 이미 그런 죄를 범하지 않았나? 나의 어머니를 죽인 것은 누구인가. 하나는 나이고, 또 하나는 라 브레이커가 아닌가. 물론 내 책임 이 더 크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검의 책임은 하나도 없었던가? 과연 하나 도 없었던가? 셀을 쳐다본다. 그 점을 묻기 위해.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 사실에 대 해 대답을 해주고 있었다. 간결하게. "그 순간, 네 어머니를 죽인 것은, 너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변명할 수 있어. 그 검은. 그러나, 아직 아무 힘도 없는 네 아기를 죽이게 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유 아살인일 뿐이야. 정당 방위도 무엇도 아니야. 그래서 그 검은 널 죽일 수 없는 거 야. 네가 아기를 가진 경우에는." "하지만, 인간은 모두 다 고귀한 생명을 가지지 않았나요?" 내 어머니의 생명은 소중하지 않고, 내 아기의 생명은 소중한가요? 내가 다시금 반 박하려고 하지만, 이미 셀의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 검은 자신의 주인을 보호하고,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생각만 할 뿐이야. 그렇게 장구한 세월을 살았던 검에게는, 인간의 판단 기준이 먹히지 않아. 오직 자신만의 기 준이 있을 뿐." 자신만의 기준? "그래. 그 검의 판단 기준은 지금보다 훨씬 먼 옛날, 인간이 이 별에 존재하지 않았 을 무렵에 세워진 거야. 우리가 뭐라고 왈가왈부할 게 못 된다고." 지금보다 훨씬 먼 옛날? 인간이 이 별에 존재하지 않았을 무렵? "그게 무슨 말이에요? 셀." 사람이 이 별에 있지 않았을 때라면, 전설로만 전해지는 그 시대가 아닌가. 아득한 과거에, 이상한 모양의 배를 타고 우주를 날아다녔다는, 그 무렵을 말하는 건가? 셀 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다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서서히. "인간의 과거에 대한 전설은, 너 역시 알고 있겠지? 밀크." 고개를 끄덕인다. 오시언에 사는 여러 종족들에게 전해지는 전설은 많지만, 그 모두 가 말하는 진실은 하나였다. 인간은 하늘에서 살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서, 이 별로 떨어져 버렸다는 것. 수많은 종족들이 외치는 신화는 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은 그것 하나였다.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쥬린 제국의 과거에 전해진 전설이었다. 나는 그 말을 읊기 시작했다. "과거 인간은, 하늘에 사는 빛의 종족이었다. 그러나 여신의 노여움을 사서 하늘에 서 떨어지고, 여신은 우리 모두에게 구원의 길을 주기 위해 신검, 라 브레이커를 내 려주셨다. 그 검을 계승한 황제 중에서 언젠가는, 검의 진정한 주인이 될 자가 나오 리라. 그리고 그는 우리 모두를 하늘로 불러올릴 것이다. 우리가 떨어졌던 그 하늘 로." 검의 주인이 되고 나서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던 글귀였다.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스승님에게 들어온 글귀. 하지만 그때 나는 눈치챌 수도 있었다. 유로 제국에선 신의 '성별'이 달랐으니까. 신을 여성형으로 부르는 것은, 엘프들을 제외하고는 오직 쥬린 제국의 사람들 뿐이기 때문에. 내 둔한 머리를 한 대 치고 싶었지만, 그것을 이제와 서 뭐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때 그런 말들을 무심코 넘겨버린걸 탓해봐야, 이제 와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셀이 말을 받는다. "쥬린 제국의 사람들은 그 검의 주인이 언젠가는 전설을 이루어주기를 바랬어. 하지 만 아무도 그 전설을 이룬 자는 없고, 사람들은 결국 포기 상태에 이르렀지. 그런 상 황에서 네가 나타난 거야. 검의 주인으로서." "아." "그리고, 넌 여태까지 레벨 6의 마법을 익혔지. 아무도 그 경지에 올라선 사람이 없 는데 말이야." "그럼....." - 계속 - 후기)갈수록 늦어지는군요. 오늘은 카드 사기꾼이 벌인 일이라고 추정되는 사고를 바 로잡으려고 뛰어다니다보니..... 조금만 주의력을 늦추면 그렇게 되는군요. 어제도 그 문제 때문에 뛰어다니고..... 웃기더군요. 당사자가 생각도 안 했는데, 카드(신용카드)가 만들어지다니. 결국 취 소시키느라 죽어라 달렸습니다. 다행히 아직은 금액상으로 사용된 흔적은 없더군요. (휴우) 누군지 몰라도, 사람을 골탕먹이려고 작정한 모양입니다. 정말 왜 이러는 지.... 다신 이런 종류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 글 올립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난 것은, 과연 지금도 제 글이 발전하고 있느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나 무서워서요. 과연 저 자신은 독자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저 자신은 저 자신 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는지. 가끔씩은 두려워지네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3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5 조회수 : 1 공룡 판타지 17-336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6) "사람들은 네가 혹시 전설을 이루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어. 하지 만, 동시에 그들은 떠올린 거야. 여태까지 아무도 검의 전설을 이룬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요?" 말을 붙일 필요도 없건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받아들이기 싫은 진실이기 때문에. "만약 네가 검의 시험을 모두 통과하는데 실패한다면, 쥬린 제국의 황실의 혈통은 여기서 끊어져. 물론 네가 전설을 이루게 된다면 별 일이 없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 운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으니까." "그래서요?" "그럴 경우에는 어떻게 되겠니? 이 나라의 황제가 될 사람이 없어진다면, 제국은 무 너질 수밖에 없지. 합법적인 계승자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알드리를 다시 황제 자리 에 앉히는 건 더더욱 무리. 그렇다면, 길은 하나밖에 없지." 그 길이라는 것은..... 순간적으로 붉은 빛이 보이다가 사라진다. 역시 그것인가? 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역시 그렇군. 내 불안을 확신시키는 그녀의 말. "일단 원로회의가 열리고, 사람들은 누가 다음의 황제 자리에 앉게 될지 논의하게 될 거야. 하지만 후보자로 결정될만큼 유력한 사람은 없어. 지금 이 시점에선. 그럼 어떻게 할까? 황제의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해서 모두의 의견이 일치될 만큼 유력한 후보도 없다면?" 그 결과는 한 가지다. 그것은.... "내전이지. 모두가 납득하는 후보자가 없다면, 그 후에 일어나는 것은 오직 그 뿐이 야. 힘으로 황제 자리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어지럽히게 되겠지." "하지만....." 그런 문제, 솔직히 검에게 묻는다면 간단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는 방향을 잡아주지 않겠는가. 어쨌든 정의를 수호하는 검이라고 알려져있으니.... "안 돼." 셀의 단호한 외침. "검은 자신의 주인을 찾을 때까지는, 절대 움직이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그래도.... 설마 수 천, 수 만명이 죽어가는 전쟁을 바라보기만 할까? 그런 것을 방 관할 만큼, 검의 마음이 굳어있다는 건가? 아무리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 도, 그럴 수는 없다. 절대로 없다. 사람들의 피가 땅을 적시고, 그 원혼들이 저주를 퍼붓는 그런 일을 용납할 정도로 검이 잔혹하다고는..... "그래도 소용없어." 그녀가 단호히, 내 생각을 끊는다. "네가 경험했잖아. 네가 계약을 하기 전까지, 그 검은 방관하기만 했어. 하티, 그러 니까 하이의 어머니가 죽을 때도 그 검은 방관하기만 했어. 그 검이 널 도운 것은, 네가 검과 계약을 한 후라고." 내 표정이 어두워진다. 안 좋은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에. 셀이 그 표정을 보고 입 을 가린다. 자신이 실수했다고 생각했을까. 그녀가 날 끌어안는다. 그리고 속삭인다. "미안해.... 그런 일을 생각나게 해서....." 하지만, 내 장래에 걷힌 구름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그 다음에 그녀가 말해줄 진실이, 내 마음속에 떠올랐으므로. 그렇다면.... 내가 갈 길은 정해져버린 셈이다. 내가 원하지 않든 말든 상관없이. 그러니까, 내 목숨을 구하고 이 나라의 안정을 찾 아주기 위해, 나는 어쩔 수 없이 황제 자리에 올라 한 남자를 남편으로 삼고,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것. 그런 것은 싫어. 그렇지만..... "백성들은, 그리고 신하들은 이 나라가 그런 지경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아. 지금 네가 죽는 것은, 너 하나만의 일이 아니게 된 거야." "하지만." 그럼 난 뭐지? 단지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해, 제물이 되라는 것인가? 불평하고 싶지 만, 무엇인가가 내 입을 막았다. 사실 내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었다면, 나 역시 그 런 요구를 했을지도 모르니까. 셀이 그런 나의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 말한다. "불확실한 미래의 영광보다는, 확실한 현재의 안정을 선택한 거야. 그들을 너무 미 워하지는 말아줘. 밀크." 그러면서 내 손을 잡는 그녀. 그녀의 손이 떨린다. 점점 차가워지는 듯 하다. "미안해....." 그녀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하지만 네가 없으면....." 그녀가 울먹이기 시작한다. 소리없이.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는걸....." 그녀의 말이 서서히 엉켜간다. 그녀의 입술은 어느새 흐느낌으로 채워진다. 들리는 것은 그녀의 말이 아닌, 그녀의 마음의 소리. "간신히 찾았는데....." 간신히 찾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설마, 동생의 대용품을 찾았다는 말인가? 하지 만 셀이 말한 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것은. "내 꿈을 이루어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이지? "널 믿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네 인생을 결정짓게 놔두다니...." 무슨 말인가요. 말해줘요. 셀. 하지만 그녀는 오직 자신만의 상념에 젖어있을 뿐이 다. "네가 강하다고 믿고 싶지만.... 미안해....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널 위험에 몰아넣 을 순 없어.... 없어....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는 게....." 그리고 그녀가 울음을 터뜨린다. 마치 죽은 동생을 떠올린 듯이. "미안해.... 네가 전설을 이룰 정도로 강하다고 믿어주지 못해서....." 그녀의 작은 흐느낌이, 밤하늘로 조금씩 뿌려져간다. 궁전에 돌아온 후에도, 그녀의 울음은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널 위험에 몰아넣을 순 없어....' '미안해.... 네가 전설을 이룰 정도로 강하다고 믿어주지 못해서.....' '불확실한 미래의 영광보다는, 확실한 현재의 안정을 선택한 거야. 그들을 너무 미 워하지는 말아줘.' 그 말들은, 과연 무엇을 뜻하는가. 물론 그 말의 의미는 뻔한 것이다. 내가 검이 부 여할 시련을 모두 통과할 리 없으니, 내가 살기 위해선 가급적 빨리 결혼해서 아기를 낳으라는 것. 그것이 내 생명을 지키는 길이고, 또한 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는 것. 하지만. "결혼이라." 아직은 싫다. 내 마음의 정리가 되지도 않았는데,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은, 상대 남자에 대한 무례가 아닌가. 단지 목숨을 건지자고 몸을 내던져? 하긴 그 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 어머니를 죽인 계집애가, 그런 것쯤 뭐가 무서워 서 못하겠냐고. 하지만.... '그러면 최소한의 버팀목도 사라져.' 그때는 어느 정도 검에게 책임을 미룰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어쨌든 나는 어린 아 이였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울 힘이 없는 꼬마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 그런 짓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나의 자의로 선택하는 길이 된다. 내 스스로의 결정 으로, 그 상대 남자에게 모욕을 가하는 것이다. 단지 여자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일 평생을 희생할 남자가 있을까? 만약 있다면, 그것은 분명 그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이 다. 하지만 난,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사귄 남자가 없다. 어떤 남자를 만나든 상관없 이, 나는 그 상대를 모욕하게 될 것이다. 어떤 남자든지. '그런 사람이 내게도 있을까.....' 난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권력을 쥐는 입장이 되면, 사랑받는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해줄 사람이, 과연 이 나라에, 아니 이 별에 있을까? '다시는 아르메리아와 했던, 그런 사랑은 만날 수 없겠지.' 아무 것도 없는 순수한 시절,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늘에 보이는 별들을 둘이서 바라보던 시절은, 정녕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 뒤에서 누가 다가온다. 그의 생명력으로 보아, 일단 적은 아니다. 살기가 느껴지지 않기에. 하지만, 그래도 누군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짐작가는 사람은 있지 만. 내가 고개를 돌리자, 복도에서 그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짐작한 바로 그 사람이. "미나르 공주님." "아." 내 옆에 태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긴, 나만이 아직 잠을 못이룰리는 없을 것이다. 거의 단신으로 적국이 될 지도 모르는, 이 나라에 뛰어든 꼴이니 불안하기도 하겠지. 그러다가 내가 전각 2층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걸 알아챈 모양이다. '칫.' 모처럼 혼자서 있는 시간이었는데..... 하이의 잠을 방해하면서까지 그 시간을 누리 고 있었는데..... 그걸 빼앗아간 그에게 약간은 화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알고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나는 별 도리 없이 상냥하게 인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태자님." 약간은 어색하지만. - 계속 - 후기)레이니양이 잊어버리고 있던 인물의 등장이군요. 음. 독자님들도 잊어버리신 듯 하군.... 하긴 등장이 영 뜸했으니..... 좀 이상하네요. 글 쓸 때는, 다 쓰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후기에서 늘어놓겠다고 생 각했는데, 막상 쓰려니까 다 잊어버리다니. 다행히 하나는 생각나는군요. 시집가지 않으면 죽는다. 여성분들이 많이 듣는 이야기같네요. 레이니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여성분들이.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7-33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6 조회수 : 6 공룡 판타지 17-337 레이니 이야기 - 어둠 속에서(17) 유로 제국의 태자인 파란. 내게 접근한 첫 번째 남자. 하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다. 그가 다가올 때, 나는 그를 피할 궁리만 했으니까. 그리고 이제와서 그에게 호 의를 갖고 이야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선입견이란 게 있다고.' 나는 남자니까 여자로서 행동하면 안 된다.... 는 생각으로, 그의 접근을 피해왔었 다. 그런 느낌이 지워지기에는, 5일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 는 일은 그저 예의를 차린 인사, 그리고 외면뿐이다. 외교적인 친절 이외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과연 뭐가 있을까.... "공주님." 달갑지 않아. 어지간하면 간단히 끝내주길 바라면서,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인사만 하고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오히려 순진한 게 아닌가. 그런데..... 눈을 깜박이는 하이. 멀리서 한 눈만 감았다 뜬다는 것은..... 설마 잘해보라는 의 미는 아니겠지? 부정하고 싶다. 가급적이면 그녀가 눈에 들어간 먼지를 빼기 위해 그 렇게 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일 뿐. '큰일났군.' 하지만 이제와서 어쩌겠나. 앞으로 이런일은 비일비재할텐데. 그저 내 스스로 적응 해갈 수밖에 없다. 나는 되도록 예의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려고 했지만, 오늘 배운 예의범절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그냥 미소지을 수밖에 없었다. 진심에 서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만 그 미소를 본 태자는 내게 미소로 답한다. 생각보 다는 잘 생겼군. 물론 위기 상황에서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지만. "외출하신 일은, 잘 되셨습니까?" 아. 세이브의 일을 가리키는 말인가보군.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의를 갖 추어 말하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 지쳐있었기 때문에. 그가 그것을 보며 다시 웃는 다. 비웃는다는 뜻은 아닌 걸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무슨? "다행이군요. 신하들이 걱정을 많이 하던데." 그 사람들 걱정의 이유야 뻔하지 뭐. 유일하게 합의된 황제 후계자에게 일이 생기 면, 이 나라가 어지러워진다는 게 주된 원인이겠지. 그나마 부정부패한 인간들 같지 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할 말이 생각이 나야 말을 하지. "피로하실텐데, 무엇을 보고 계셨나요? 공주님." 경치를 본 건 아니다. 눈은 바깥을 바라보고 있었어도, 머리는 다른 세계에 가 있었 으니까. 그저, 창가에 서서 별과 도시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고 할까. 내 장래에 대 한 생각, 내 결혼에 대한 생각, 내 아기에 대한 생각..... "....." 이건 좀 그렇군. 아직 결혼한 적도 없으면서 무슨 아기 생각을 하는 건지.... 대답 할만한 것이 아니니, 그저 고개를 숙이고 침묵을 지킬 뿐이다. 그런 나를 본 태자 는..... "!" 이, 이 사람, 뭐하는거야 ! 과년한 처녀의 손을 마구 잡다니 ! 물론 그 동작이 우아 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강제로 움켜잡는 것과는 느낌이 달랐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 러나 ! 어쨌든 잡은 건 잡은 거다. 나는 그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비틀. 이런. 힘이 다 빠진 모양이군. 하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해서 지루하고 힘든 수 업을 받고, 밤에는 몇 백 km를 날아다녔으니, 새벽이 된 지금 피곤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몸이 아래로 꺼져가면서 복도 바닥을 향해.... 푸욱. "괜찮으신가요? 공주님." 태자의 두 팔이, 나를 끌어안았다. 복도 바닥에 안 부딪친 것은 좋지만..... 이거 좀 이상한 자세다. 그의 왼손이 내 왼쪽 어깨를 잡고, 그의 오른손이 내 허리에 가 있는 이 자세는..... 몸에 느껴지는 감각이 다르다. 그의 두 손이 조금 뜨겁다는 느 낌과 함께 태자의 입술이 내게..... 쉬잉. 몸을 날렸다. 하지만 힘도 없는 주제에 그런 무리한 동작은, 오히려 더 큰 화를 자 초해버렸다. 뒤로 날아서 빠진 것은 좋지만, 그 뒤에 착지할 힘이 없었다는 것이 문 제의 핵심이었다. 나는 비틀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복도에 주저앉고 말았다. 쿵. 약간 큰 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퍼진다. "고, 공주님...." 어느새 달려온 하이가 나를 부축해서 일으킨다. 그리고는 그녀가 내게 말한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공주님. 오늘은 이만 주무시는 것이 낫겠어요." 그러면서 태자에게 눈짓을 하는 하이. 태자 역시 그 말에 동의하듯 눈을 깜박인다. "그럼, 편한 잠자리가 되시기를." 하이가 나를 부축한 후, 태자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던지고는 조용히 걷는다. 나를 데리고. "하아. 하아. 하아." 허마터면 큰일날 뻔했다. 거기서 조금만 대처가 늦었다면 그대로 키스까지 갔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거지? 생각하면 할수록 한심하기만 하다. '아무리 과거에 같이 춤을 춘 적이 있는 남자라지만.....' 가만. 춤만 춘 것이 아니군. 그와는 사형장에서 눈을 마주친 적도 있고, 함께 사막 에서 밤을 보낸 적도 있으며, 심지어는 부부로 오해받기까지 한 전력이 있다. 특히 그를 업고 사막을 건너간 일까지 생각하면..... '생각보다는 깊군.' 나도 보기보다 대담한 여자인 모양이다. 그런 짓을 하고도 별로 마음쓰지 않았다 니...... '하지만, 그때는 내가.....' 내가 여자가 아닌줄 알았으니까, 그런 일을 당하고도 불쾌한 감정만 느꼈을 뿐, 별 로 애정에 연관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주 가까운 남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거....' 조심해야겠다. 실수하면, 그대로 그와 결혼이라도 해버릴지도 모른다. 하긴, 그런다 고 해서 주위에서 뭐라고 하진 않겠지만. 아니, 오히려 그것을 반길지도 모른다. 내 목숨을 구하는 길은 될 수 있을 것이고, 양국의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게다가 태자의 경우는, 유로 제국의 유일한 왕자는 아니라고 알고 있으니까 이곳에 와서 사는 데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 '싫어.' 며칠 사이에 태도를 180도 바꾸라고? 그건 너무나 간사한 짓이다. 아무리 목숨을 건 지기 위해서라지만, 그럴 수는 없다. 차마 그럴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목숨을 부지 할만큼, 내 인생이 소중한 것인가? 게다가, 그렇게 소중한 인생이라면, 아직 좋아하 는지 아닌지도 모를 남자와 함께 일생을 보내는 결정같은 것은, 더더군다나 할 수 없 다. 하지만,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적당한 남자를 찾아내어 결혼하지 않는다면, 내 목숨은..... '한심하군.' 죽기 싫어서 결혼을 생각하는 여자라니. 이렇게까지 내가 한심한 줄은 전에 알지 못 했던 것이다. 왜 내가 과거의 기억을 되찾기가 싫었는지 알만하다. 혹시 이런 나 자 신의 모습이 창피해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뭐, 그렇게 해서라도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겠지.' 으. 끼어들지 말아요. 라 브레이커. 침대에 누워있을때에는 좀 나 혼자 생각하게 내 버려두라고요. 나는 어둠 속에서 검에게 눈을 흘겨주고는, 다시금 나 자신만의 상념 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결혼이 싫다면, 내 시험을 통과하면 되지 않느냐.' 여태까지는 그 시험에 무사히 통과했었으니, 앞으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 금 내가 시험을 치를 상대라면, 레벨 7의 생명의 힘과 죽음의 힘, 그리고 정신의 힘 을 총괄하는 라비린스 키퍼 3명. 그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물론 힘들거다. 여태까지보다 더욱. 그리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네 어려움은 가중 될 거다. 조금씩 더 어려워지는 거지.' 조금씩....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날이 오겠지. 내가 검의 시험을 통 과하는 것은, 언제나 목숨을 건 투쟁이었고, 그 전투에서 나는 간신히 살아남는 실정 이었다. 여태까지 주욱. 그런데, 앞으로도 그걸 극복할 수 있을까? '모르겠어.....'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하고나 결혼하기도 싫다. 물론 태자님이라면 좀 생각 해볼 수도 있지만.... "안 돼 !"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오는 목소리. 옆에서 잠들어 있던 하이가 깜짝 놀라면서, 번개처럼 검을 빼들고는 내 옆에 선다. 그리고는 주위를 경계한다. 이런. 이런. "아, 아냐. 혼잣말이니까 자. 자. 하이." "....." 공연히 잠자는 애 깨우고 말았군..... 다시금 고요가 찾아왔지만, 내 걱정은 그칠 줄 몰랐다. '그냥 결혼해버릴까?' '아냐. 아직 그에 대한 감정도 잘 모르는 상황인데....' '하지만 죽기는 싫고.....' '그렇다고 해서 전에는 그토록 피하던 남자에게 갑자기 접근을 하기는 싫고.....' '하지만 검을 이길 자신도 없고.....' 몸을 뒤척이는 사이에, 밤은 더욱더 깊어만 갈 뿐이었다. - 휴. 이번 이야기도 끝. 다음은..... - 후기)으. 결국 이렇게 간단히 끝내고 말았군요. 생각같아선 태자님과 레이니를 키스 시키고 싶었지만..... (독자님들의 눈이 갑자기 *_*으로 변하는 중) 뭐, 그럴 기회야 또 있겠지요. 하지만 써도써도 고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이것도 병이긴 하네요. 그 덕분에 스토리라 인은 어떻게 지키는데 성공했지만, 쓰는 제 입장은 고뇌 그 자체..... (으흐흑) 스토 리 라인 미리 정했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군요. 레이니가 너무 처지니까 글이 자꾸 쳐진다는.....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일으켜세울 수 있을까. (이봐. 여자애 때리지 는 말라고) 어쨌든 이번 에피소드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군요. - 열 여덟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하이 : 결혼식장은 언제나 행복해보여요. 태자(파란) : 늠름한 신랑과 아름다운 신부, 과연 나는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수 있을 까. 아이샤 : 음. 왠지 언니에게 그런 건 안 어울릴 듯 한데? ??? : 꺄악 ! 퉁겨지는 핏방울. 그리고 지축을 울리는 천둥소리. 햇빛을 가린 저 모습은 과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3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7 조회수 : 12 공룡 판타지 18-338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 사람이란, 때로는 자신의 하루를 기억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저 멍하니 있다보니 하루가 지났다..... 그런 경우도 있는 법이다. 그만큼 자신의 하루가 충실하지 못했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그날의 일은 기억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가끔씩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그런 일이 일어날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아." 어느새 내일이 대관식 날이다. 그동안 무슨 소리를 했는지 기억나는 게 없어서 하이 에게, 그리고 수많은 제국의 신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불행히도, 난 여태까지 뭘 배 웠는지 깡그리 잊어버렸다. "난 바보인가?" 그런 혼잣말을 되뇌이며, 여름밤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들은 여전히 밝게 빛나지 만, 전에 아르메리아와 함께 갔던 그 별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하긴. 여기선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으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내일의 행사때 내가 할 일이나 되새겨보자.... 다시금 재미없는 중얼거림이 시작되었다. 으. 따분해. "연습은 다 끝내셨나요? 공주님." "네." 의미없는 대답을 해주어야 하는 내 입장이, 어쩌면 그렇게도 싫게 보였는지. 차라리 스승님과 람포와 함께 지내던 그 무렵의 일이 더 행복했었다. 정말로. '적어도 지금처럼 가식에 얽매이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란 없다. 일단 내 옆에 앉은 태자의 말에 대꾸를 해주어야 하니까. 그가 또다시 묻는다. 난 당신에게 할 말이 아무것도 없는데. "내일부터는 정식으로 황제 자리에 오르시게 되겠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공주마 마." "그래요?" 내가 오르고 싶어서 오르는 것도 아닌데 뭐. '의외로군. 보통은 즉위식 전날에는 가슴이 설레여서 잠을 이루지도 못하는데.... 보이기 위한 여유인가?'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기 보다는 차라리, 뭔가 활기 가 빠져나간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에 만났을때의 그 모습과는 천양지차였다. 손을 잡자마자 내던져지는 것을 각오했건만, 지금의 그녀는 내게 손을 잡히고도 그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이곳이 궁전의 정원이고, 기사들이 주위에서 경계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이것은 그녀의 반응이 아니다. 그녀는 언제나 나에게서 한 발 물러서려고 하 는 모습이 매력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혼이 빠진 것처럼.....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하지만 내가 그 말을 하기 전에, 그녀는 내게 말했다. 작은 소리로.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태자님." 그녀의 가냘픈 손이 내게서 빠져나간다. 그리고 그녀는 한줄기 바람처럼 사라졌다. "내일인가....." 정말 꼼짝없이 갇히는 날이, 드디어 내일로 다가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 것도 하기 싫다. 하고 싶은 것은, 멀리멀리 여행이라도 하는 것. 하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 다. 내일 새벽부터 예식이 시작되기 때문에, 오늘은 일찍 자 두어야 한다고. '비록 무슨 예식인지 내가 기억을 못해서 문제지만.' 어찌어찌 연습은 잘해내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무의미한 동작의 나열일 뿐이 다. 원래는 황제가 되는 사람이 나라를 잘 다스리고 후대에 길이 기억될 훌륭한 군주 가 되기를 다짐해야 정상인데, 나는 어째서 이 모양일까. 전혀 의욕이 생기지 않는 다. '인간이 이래선 곤란한데.' 신하들에게는 피곤한 타입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끌려만 다니는 황제라. 물론 간신들에게는 이 이상 좋은 황제도 없으리라. 온갖 나쁜 짓을 해도 황제가 전혀 간섭 을 안 할테니, 어찌 아니 좋으랴. 하지만 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신하들은, 불행히 도 충신들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렇게 무기력한 황제는 좋을 것이 없다. 전혀. '하지만 어떻게 해. 난 황제라는 자리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처음부터, 1주일만에 황제가 알아야 할 것을 모두 아는 것이 무리였다고. 내가 그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은, 내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단지 혈통을 잇기 위해서일 뿐이니 까. 어차피 곧 죽어버릴 사람이 아닌가. '하긴. 즉위식 직전에 죽을지도 모르지.' 검이 즉위식중이라고 나를 시험하지 않는다고는, 전혀 보장하지 못하니까. 어쩌면 오늘밤에 검이 나를 시험해서 죽여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그러면 뭐 어때. '죽이면 죽는거지. 뭐.'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어차피 내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침대에 피곤한 몸을 눕혔다. 그래. 뭐 그렇고 그런 거지. "공주님이 어째서 저렇게 기운이 없으신 겁니까?" 묻지 않을 수 없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기운찬 10대 소녀였던 그녀가, 어째서 저렇 게 파삭 늙어버렸는지 알고 싶었다. 늙었다는 것은 그저 육체가 노화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노쇠를 말해주고 있는 것 이다.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면에서. "에.... 그건....." 그녀의 호위기사인 하이가, 약간 우물쭈물하면서 대답을 회피한다. 하지만 나로선 물러설 수 없다.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 싶기에. 사막에서 그녀는 나를 구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무릅썼던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사막의 가혹한 환경에서, 그녀는 나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나를 업고 사막을 횡단했다. 여자의 몸으 로 그런 일을 할 정도의 힘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녀 가 그렇게 나를 위해 애써주었는데, 막상 나는 그녀에게 어려움이 닥쳤을 때 아무 도 움도 줄 수 없다는 말인가. 나는 그녀의 눈을 보면서 추궁했다. "제가 공주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도와드릴 용의가 있으 니까요. 그때, 사막에서 신세진 것을 갚는다는 의미에서도. 하지만 ! 공주님이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시는지 모른다면, 전 아무 도움도 되어 드릴 수가 없습니다. 부디 말 씀해주십시오. 그 이유를 알고 계시다면." "하지만 그것은....." 무엇 때문에 그녀는 망설이고 있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그녀는 말을 할 수 없는 것 일까. 그리도 부끄러운 일일까. 그리도 수치스런 일일까. 결국, 나는 그녀를 추궁하 는 것을 단념했다. 그렇게도 말을 하기 싫다면..... "알겠습니다. 일단 더 이상 묻지는 않기로 하지요. 그럼, 공주님께 여쭈어보러 가겠 습니다." 몸을 돌려 공주님의 침실로 걸어간다. 시간상 아직 잠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 니, 그녀에게 말을 직접 들으리라. 비록 이것이 상당한 무례라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잠깐만요 !" "정말로 공주님에 대해 알고 싶으신 건가요?" 이 사람, 의외로 끈질기다. 단지 공주님의 직위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 런 건, 이 사람의 눈빛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라 브레이커나 애스터 누스님의 말에 따르면, 이 사람은 공주님과 처음 마주쳤을때 부터 눈치가 이상했다고 들었어.' 물론 공주님이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아무래도 그런 문제는 공주님의 사 생활이니까, 전설의 검도 마법사님도 그 점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이 사 람이 공주님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비록 처음에 공주님에게 치한으로 오해받고 내던져졌다고 듣긴 했지만.' 대개 첫 만남이 그렇게 시작되는 연인이야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정말 공주님의 상처를, 이 남자가 치유해줄 수 있는 것일까.' 공주님의 상처. 그것은 생각 이상으로 깊다. 어쩌면 평생동안 고쳐지지 않을 상처인 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남자는 쥬린 제국의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적이 될 수도 있는 유로 제국의 사람이라고.' 어차피 황제 즉위식이 끝나고 나면, 그는 곧 자신의 나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 남 자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것일까. 그에게 자신의 조국을 버리고, 이곳에서 살아달 라고 부탁해도 되는 것일까.....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공주님에게 이곳 에서의 의무가 있는 것처럼, 이 사람에게도 자신의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칠 의무가 있 으므로. 게다가, 이 사람이 정말로 공주님을 사랑하는지조차도, 아직 확신하지 못하 지 않는가. 그의 감정이 단지 일시적인 것이라면, 그럴 경우는 또 어떻게 한단 말인 가. '안 되겠어.' 결국, 나는 그의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자 그가 보인 반 응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지금 시간에 공주님께 직접 답을 듣겠다니. 시 간이 너무 늦었지 않은가. 침실에 계실 공주님을 끌어내는 건 좀 곤란하다. 그런 말 을 들었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뿐이다. 나는 그의 앞을 막아섰다. 아 니, 그러려고 했다. 하지만. "보내주십시오. 호위기사님." 정중히 내게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태자의 눈에, 나는 그만 밀리고 말았다. 공주 님의 침실 방문 앞에서 비켜서는 나를 보며 웃는 태자. '호위기사 실격이야.' - 계속 - 후기)다, 다 썼다... 풀썩. 정말 힘들군요. 하지만 어쨌든 해냈다..... 문제는 너무 나 피곤해졌다는 점이지만. 제목부터 심상치않군요. 이번엔.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나지 않을까. 뭐 그거야 그때 문제고.....(피곤한 눈을 감으며 미소짓는 사악한 작가의 속셈은....?) 어쨌든 이번 에피소드가 드디어 시작되는군요. 어서어서 결말을 향해 가야지. 힘들기는 하지 만...... (잘 쓰기나 해 ! : 독자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3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8 조회수 : 111 공룡 판타지 18-339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 한탄하는 내 앞에서, 유로 제국의 태자는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하지만 안에선 아무 대답이 없다. 그건 그렇지. 아무래도 공주님은 피로하시니까, 일찍 잠이 드셨을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는 단념하지 않고 방문을 향해 말한다. 약간 큰 소리로. "공주님. 잠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데, 잠깐만 시간 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벌써 잠들어버리신 걸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지. 그러나, 이 남자는 아직 단념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언짢은 눈으로 보는 것을 눈 치챘는지, 그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말한다. "어차피 내일부터는 이렇게 물어볼 시간도 없게 됩니다. 꼭 지금 여쭈어봐야겠습니 다." 그러더니 그는 문을 한 번 더 두들겼다. 그러나 안에서는 반응이 없다. 어째서? '이상하다?' 보통은, 이 정도 소리를 들으면 주무시다가도 깨어나실 공주님인데? 그렇게 감각이 둔해지신 건가? 그럼 안 되는데..... 전설의 검의 소유자로서 언제 시험을 치루게 될 지도 모르는 판에, 이렇게 풀어질대로 풀어지신다면..... 일말의 불안감이 나를 스쳤 다. 혹시..... 지금 시험을 치루시는 것은 아닐까. 그러자 내 마음이 다급해졌다. 그 런 내 모습을 보고는, 태자님도 뭔가 불안감을 느낀 모양이다. 그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공주님 !" 쿠웅. 시퍼런 칼날이 번쩍이고 있었다. 똑똑똑똑똑. '누구지? 이 시간에?' 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창 밖을 내다보니, 아직도 별들이 하늘을 메 우고 있었다. 이런 시간에 올 사람이 누가 있다고. 나는 잠자코 시계를 쳐다보았다. '아직 대관식날도 아니잖아.' 해뜨는 시간이 아침 3시는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그 전날도 지나지 않 은 지금 시점에서 날 깨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만약 있다면 그런 사람은 몇 명 뿐이 다. 어디 보자... 내가 아는 사람중에서 그럴 사람은.... 우선 하이가 있다. 그러나. '하이의 목소리는 아니고.' 저건 엄연히 남자목소리라고. 하이라든가 셀, 아르메리아는 절대 아냐. 그렇다 면..... '리츠인가?' 하지만 그 목소리와는 전혀 다르다. 내 기억속에 있는 어떤 신하의 목소리도, 저런 음향을 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자객인가?' 지나친 의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논은 아직 잡힌 게 아니다. 궁전 안에서 경비 를 서는 기사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마법사에게 있어서 무술이란 그저 보기 좋은 춤 일 뿐이다. 주문을 외우고 나면, 그들은 한낱 허수아비일 뿐이다. 나 자신도 경험하 지 않았는가. 셀이나 아르메리아의 뛰어난 마법을. 그런 공격에서 버틸 수 있는 기사 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게다가, 검이 언제나 날 지켜준다는 보장도 없고.' 만약 저 밖의 인간이 자객일 경우, 나 혼자서 몸을 지켜야 한다. 물론 라 브레이커 가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못 믿겠다. 만약 내가 위험한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이건 내가 널 시험하는 거다. 혼자서 물리쳐." 이러면 난 그대로 끝이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내 침대 옆의 검을 잡고, 자는 척 한다. 소리없이 이루어지는 동작. 나는 몸 밖으로 힘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밖 의 사정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문 밖이나 천장, 바닥과 창문까지. 심지어는 방의 벽 까지도 내 주의의 대상이 되었다. 어디서 적이 날아올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내가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덜컥. 방문이 열렸다. '온다.' 일단 생명력의 느낌으로 보아 아는 사람은 아니다. 게다가, 그가 설령 아는 사람이 라도 해도 일단 그는 여자가 아니다. 저 체중으로 보아, 나보다 훨씬 무거웠으니까. 바닥에 나는 소리만 들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고수가 아니었던가? 아니면 그렇게 위장하는 건가?' 전자라면 약간 안심이지만, 뒤에서 더 무서운 놈이 따라들어올지도 모른다. 후자라 면, 당장 일어나서 검을 휘둘러야 한다. 나는 극도로 불안해졌지만, 동시에 안도했 다. '드디어 올 게 왔어.' 이걸 핑계로 삼아, 궁전에서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엉뚱한 생각도 들었기 때 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그 남자가 내 침대 옆에 섰으 니까. '.....' 잠시동안. 아주 잠시동안의 대치. "......." 그는 가는 건가? 아직 그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는데, 나는 몸을 가만히 두기가 어려웠다. 역시 그동안 수련을 게을리 한 대가를 치르는군. 황제니 뭐니 하는 쓸데없 는 치장 때문에, 잘못하면 오늘 목숨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나는 단단히 각오를 했 다. 하지만..... '가는구나.' 약간. 아주 약간은 안심하려는 찰나. "!" 무언가 순간적으로, 내 머리를 스치는 느낌. 그 느낌은 마치 강렬한 독화살처럼, 내 게 날아들어왔다. 불쾌한 느낌. 징그러운 느낌. 그것이 내 행동을 촉발시켰다. 적이 다 ! 그런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번쩍. 동시에 내 검이 휘둘러졌다. 쿠웅. 시퍼런 칼날이 번쩍이고 있었다. 내 검이 태자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추어져 있었고,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으.... 으윽." 태자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내 얼굴보다야 덜 하얗지만, 내 얼굴이야 원래 하 얀 편이니까 더 하얗게 될 여지도 별로 없다. 물론 여자로선 그럭저럭 괜찮은 얼굴이 지만..... 반짝. 나의 검에 그의 얼굴이 비춰진다. 겁먹은 남자의 얼굴이. '하긴 그럴 만도 해.' 겁먹는게 정상이다. 조금만 더 깊게 베었어도, 그의 목은 그대로 잘려나갔을 테니 까. 내가 검을 멈추는 게 조금만 늦었다면..... 문 밖에 서 있던 하이가, 놀란 눈으 로 이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달려온다. "공주님 !" "고..... 공주.....님....." 두 사람의 말에, 나는 허겁지겁 검을 치웠다. 그의 목에 칼날이 닿지 않게 조심하면 서, 그의 목 부근에 있던 머리카락 하나가 잘려져서 방 안으로 떨어진다. 소리도 없 이. 그런데 이 사람, 왜 이 시간에 내 방에 온 거야?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물론 내 가 그를 죽일뻔한 것이 잘한 것은 아니지만, 밤중에 다 큰 처녀의 방에 들어오다니. 이건 좀 곤란한 게 아닌가. "말도 없이 숙녀방에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나 자신에게 쓰기가 심히 의심스러운 말, '숙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되고 말았으 니 그 말을 써야 했다. 수치스럽지만. 그가, 내 손에 들린 라 브레이커의 시퍼런 날 을 보고 덜덜 떨면서 말한다. "하..... 하지만 분명..... 방문을..... 두드렸고...... 대답이 없으셨길래.... 혹 시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그러면서 주저앉아버리는 태자. 그나마 옷을 버리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 판에도 어찌어찌 자신을 억제하기는 한 모양이군. 하지만 말이야. "빨리 나가주실래요? 전 지금....." 보통 여자라면 안 그랬겠지만, 내가 어디 보통 여자애인가. 검을 휘두르면서 왼손에 집힌 이불이, 내 잠옷차림의 몸을 가려주고 있다. 속이 다 보이는 이런 잠옷을 입고 자라는 시녀들의 정신상태가 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쁘긴 예쁘다. 이번처 럼 남자에게 보여주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이불이라도 있으니까 다행이지. 큰일날 뻔했다. '휴우.' 물론 사실은 몸을 가리려고 이불을 든 게 아니고, 어디까지나 적의 무기를 휘감아 빼앗으려는 목적에서 이불을 집어든 것이긴 하지만, 결과가 좋으니 된 게 아닌가. 내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안으면서, 태자가 뒤로 물러선다. 한걸음씩 한걸음씩. 파랗게 질린 얼굴로. "시, 실례했습니다. 공주님. 그럼." 그의 발소리가 멀어져갔다. "공주님. 유로 제국의 왕자가 방 안에 대고 외친 말, 듣지 않으신 건가요?" 하이의 질문이 엉뚱하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뭐라고 했는데? 내 표정을 보더니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는 하이.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나와주시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공주님은 전혀 대답을 안 하시더군요." 아. 그거? 난 또 자객이 날 안심시키려고 한 말인줄 알았다. 솔직히 말해서, 일국의 공주님의 침실에 나타날 사람이 누가 있겠나. 그것도 잠자는 시간에. 그래서 난 그가 자객이라고 의심을 한 거다. 방문을 마구 열고 들어오는 것으로 의심이 확신으로 바 뀌었고. - 계속 - 후기)오늘은 때려치려고 했다가, 간신히 완성했습니다. 스토리라인을 세워두고도 이 러니, 알만하군요. 물론 오늘은 개인적으로 피곤한 일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긴 하 지만. 다 쓰고 나면 저 자신은 과연 제게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한 번 글 쓰고 나면 무지 피곤하지만, 그래도 흐 뭇해져서 다행이고요. 하지만 다음주에도 그게 가능할까? 아무래도 자신이 없군요. (글 못쓰게 되는 일이 생길까봐 그러는 겁니다. 만약 그런 일 생기면 꼭 공지 띄울께 요) 일단 글 올리면서, 눈을 한 번 감아보네요. 하나 더 하면, 해뜨는 시간이 오전 3시라고 한 건, 전에 설정을 올린 적이 있지요? 거기서 이 시대의 시간 설정을 올렸을때 그렇게 정했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09 조회수 : 18 공룡 판타지 18-340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3) "말도 안 되는데요." 내가 품고 있던 그 생각을 이야기하자마자, 그렇게 부정해버리는 하이. 어, 어째서?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 제국의 궁전에, 감히 들어올만한 자객이 누가 있다고 그러세요. 그랬으면 당장 에 검이 공주님을 보호하려고 할 것이고, 저 역시 검을 빼들었겠지요. 게다가." 그녀가 잠자코 내 침대 옆을 바라본다. 하이의 볼품없는 침대, 아니 이부자리도 못 되는 자루 하나가 놓여있다. "조금 있으면 저도 잘 시간이라서 방 안에 들어올 생각이었는데, 그럼 제 목도 베어 버리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약간 섭섭하다는 눈으로 나를 본다. 그러나, 내겐 변명이 있다. "아까 그 사람, 생명력을 느껴보니까 일단 하이의 것은 아니었어. 그 외에 궁정의 신하들의 것도 아니었고." 일단 시녀들의 기는 절대로 아니었다. 그러니 내가 안심하고 검을 휘두른 것이다. 일단 남자가 여자방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니까. 하지만 아직도 이상하 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하이. "저. 아까 그 분, 유로 제국의 태자님인데요." "뭐?" 그 사람이 왜 여기 있지? 그런 사람은 유로 제국의 수도에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 제국의 수도인 센터에. 그런데 그가 왜 여기에?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짓는 걸 보며 하 이가 한숨을 내쉰다. "그 태자님, 앞날이 어둡군요. 이렇게까지 존재감이 없을 줄이야." 고개를 흔들며 내 방문을 닫는 하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녀가 자기 자리에 말없이 눕는 걸 느낀다. 이미 불이 다 꺼지고, 한밤중인 시간. 나는 계속해서 그녀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잠자기는 틀린 것 같으니, 계속 말이나 걸까? 하지만 나는 공주님이고, 그녀는 시녀이자 호위 기사이다. 나보다는 그녀가 더욱 피곤하고 지쳐있을 텐데, 잠도 못 자게 괴롭히는 것 이 말이 되겠는가. 결국 단념하고 잠이나 자려는 순간. "그 분이 공주님을 어떻게 보는지, 알고 계세요?" 그녀의 질문이 순진하게 들린다. 어째서일까. "공주님으로 보겠지." 그 외에 답은 없다. 비록 처음엔 날 뭘로 봤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분명 그렇게 생 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서야 생각났지만, 그 사람, 내 즉위식을 보고 나서 귀국한 다고 했었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나를 공주님이 아니라, 타국의 황제로 보게 되겠 지. 비록 그렇게 훌륭한 황제로 여기지야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하이가 갑자기 한 숨을 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지간히 둔하시네요. 공주님. 며칠이나 함께 여행을 하셨는데도 모르시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뭐가? 내가 그렇게 둔해?" 단호한 하이의 대답. "네." "....." 내 감각이 그렇게까지 둔한건가? 물론 내가 아직 고수의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감각이 날카로운 편이라고 자부하는데? 아까도 하이가 아니라 다른 사 람이라는 것까지는 잘 감지해냈잖아. 그런데 왜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나로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며, 그녀는 더 큰 한숨을 쉬었다. "정말로.... 그 분의 마음을 모르고 계시는 건가요?" 그녀의 질문의 의미가 뭐지? 나는 그 말에 대답해주었다. 간단히. "응." 그리고 덧붙인다. "난 아직 정신 마법을 다 익히지 못했다고.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무리야." 그러자 그녀의 한숨소리가 더 커졌다. 어째서 그러는 거지? '저렇게 둔할 수가.' 내가 말한 것은, 검사나 마법사로서의 감지 능력이 아니다. 남녀간의 사이를 가리켜 한 말이었는데..... 공주님에겐 '해괴한 소리'로만 들린 모양이다. 눈치가 둔한 사람 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설마 내가 모시는 공주님이 그런 분일줄은..... "도대체 왜 그래? 더 할 말 없으면 그만 자자." 그리고 침대에 누워버리는 공주님. 이런. 이런. 서두르지 않으면 그대로 잠들어버리 실 것이다. 나는 급히 말했다. 약간 큰 소리로. "저 분은,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다고요." "....." 설마, 벌써 잠드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누워계시는 건가. 대답이 없었다. 할 수 없 이, 나도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주님. 안녕히 주무세요." 이제 이 말도 마지막이다. 내일부터는 황제폐하라고 불러드려야 할테니까. 이상하게 서글퍼졌다. 단지 며칠밖에 모시지 못했는데..... 쿵쿵. 쿵쿵. '사, 사랑한다고?' 그 말을 들은 내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하이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 다. '좋아한다고?' 설마. 농담일거야. 날 놀리려고 저 애가 한 농담일거야. 나같은 구제불능의 이상한 계집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런 계집애를 향해 마음을 주는 그런 남자는 없을 거 야. 어머니를 죽이고 나 혼자 살겠다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킨..... '하긴..... 그뿐이 아니지.' 따지고 보면, 스승님 역시 나 때문에 죽어버렸다. 람포 역시, 나 때문에 암울한 삶 을 보내게 되었다. 그 애, 지금도 그렇게 우울한 세월을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이젠 상처에서 회복했을까. '그뿐이 아니고.' 세이브는 그 시골집에서 혼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비록 떠 다니는 눈알, 아이 가 있기야 하지만, 그 녀석만으로는 너무나 외로울텐데..... '또 있군.' 아르메리아는 또 어떤가. 그녀의 마음을 본의 아니게 우롱한 내 잘못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거기서 또다시 실패를 반복하게 되는 건가.' 만약 그 태자가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말리고 싶었다. 나 같은 애에게 관심을 가지다니. 물론 어차피 정략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태자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좀 특이하게 보이긴 했을 거다.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인 생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리기에는, 삶이 너무나 소중하다. '소중하니까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빼앗으며 살지.' 단순히 죽기 싫어서 사람을 막 죽인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만, 그래도 맥없이 죽기 는 정말 싫었다. 이왕 태어났는데,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바에는 아무 거라도 하고 죽어버릴..... '설령 그것이 악행이라도 말이지.' 제논은 그래서, 그런 짓을 했을까. 하지만 그가 알드리를 도운 이유는 정말 무엇일 까. 셀은, 날 정말로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그녀의 꿈이 무엇이길래, 그걸 이 루는데 날 희생시킬 수는 없다고 했을까.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가 다음에 내게 줄 시련은 무엇일까.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이대로 누워서, 시간을 보낼 뿐이다. 갑자기 밀어닥치는 슬 픔. '뭐야. 난 아무것도 못하고 있잖아.' 눈물이 베갯잎을 적시고 있었다. "휴우. 죽는 줄 알았네." 죽다 살아난 기분이 이런 것일까. 공주님의 침실로 들어간 것은, 솔직히 말해서 무 례한 짓이었다. 칼 맞아도 할 말은 없지. 하지만, 그녀는 내가 엉뚱한 생각을 한, 바 로 그 순간에 검을 휘둘렀다.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어떻게 알았을까.' 잠든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키스해버릴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뒤에 약간 음흉한 상상을 하기야 했지만, 그건 이 나이의 젊은이라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번쩍. 그녀의 검이 내 목 앞까지 이르고 있었다. 나 역시 검술을 익혔지만, 그렇게 빨리 검을 휘두르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내가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상황은 다 끝나 있었으니까. 만약에 그녀가 검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난 죽었겠지.' 그 덕분에 겁을 먹고 도망치듯 사라지긴 했지만,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 다. 이대로 오늘 하루를 끝낸다면, 나는 영원히 그녀에게 말을 할 기회를 놓칠 것 같 기에. 그러나 말을 꺼낼 용기는 없었다. 그저 그녀의 방문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뿐. - 계속 - 후기)오늘 기온이 몇 도냐.... 서울은 엄청나게 더웠습니다. 이거 장난이 아니군요. 벌써 여름이 온 건가. 일단 더위에 지쳐 쓰러지다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덥다고 안 올리면 안 되니까요. (물론 농담입니다. 더운 건 사실이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 니까요) 칼 맞을 뻔하고 식은땀 흘리는 사람이야 더운 걸 모르겠지만, 오늘은 확실히 덥군 요. 밤에 열대야 현상만 없으면 좋겠는데. 물론 벌써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야 않겠지 요. 독자여러분들도 몸관리를 잘 하시길.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0 조회수 : 110 공룡 판타지 18-341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4) "아직도 소름이 끼쳐." 그녀의 검의 차가운 날이, 내 목을 건드릴 듯 말 듯 멈춰선 상황이, 아직도 또렷히 기억나고 있었다. 결국, 나는 가고 싶은 욕망과 살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방황하기 만 할 뿐이었다. 뚜벅. 뚜벅. 뚜벅. 복도를 원을 그리며 도는 내 모습이, 쥬린 제국의 기사들에 흥미롭게 보인 모양이 다. 그들이 나를 주목하는 게 느껴진다. 그러나 누구도, 나를 쫓아내지는 않았다. 다 만. "그만 들어가십시오. 태자님. 공주님이 주무시는데 방해됩니다." 그 정중한 눈빛에, 나는 잠자코 내 침실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할 말도 못했군." 그 공주님이 즉위하기 전에, 꼭 할 말이 있었는데.... 하지만 그럴 기회도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냥 하루를 보내고 말겠지. 한탄하며 내 침실로 돌아오니, 두 사람이 나 를 맞는다. "왜 그러시죠? 태자님. 안색이 나쁘신데요." 카리나와 그록이 동시에 묻는다. 하긴, 적지나 다름없는 이런 곳에서 내 신변을 걱 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쟁 직전까지 간 혼족들의 고향 이자 조국이, 바로 이 쥬린 제국이 아닌가. "걱정 마. 개인적인 일이야." 그러자 갑자기 딱하다는 표정을 짓는 두 사람. 왜 그러는 거지? "태자님. 그냥 팍 안아버리세요 ! 남자답게 고백을 하시란 말입니다 !" "그, 그록 !" 당황한 나를 향해, 카리나의 말이 내 가슴에 비수를 꽃는다. "그러게요. 어차피 양국의 우호관계 증진이라는 좋은 명분도 있고." "카, 카리나...." 확실히 좋은 명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계속 피하기만 하고 있으니.... 아까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던 그 모습이, 선명히 와 닿았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녀가 아직은 기력이 쇠하지는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때 그녀의 눈은, 생기 가 넘쳤으니까. "아직은 희망이 있어." 요즘들어 맥이 빠진듯한 모습을 하기는 해도, 아직 그녀가 과거처럼 활기를 되찾을 가능성은, 그 눈만으로도 충분했다. 어쩌면 내가 도움이 될 지도 모르지. 더불어 내 마음을 그녀가 받아준다면 더 좋고. 멋대로의 짐작을 하는 그록과 카리나 앞에서, 나 는 곰곰히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결론은, 그녀에게 가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 적극적인 행동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기사들 앞에 나서서, 공주의 침실 문을 두 드린다? 그녀의 시퍼런 검날에 마주치는 생각을 떠올리자, 몸이 차가워졌다. 식은땀 이 흐른 것이다. 게다가, 두 번씩이나 그런 광경을 기사들에게 보여준다면, 양국의 우호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망신스런 일이다. "어떻게 할까." 나는 그저 복도를 돌며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안 자나.' 아까부터 계속 들리는 발소리. 하이는 어떤지 몰라도, 나는 다 듣고 있었다. '이럴때만 귀가 잘 들리는 것도 문제긴 하지만.' 내가 내일의 의식에 대해 얼마만큼 긴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이렇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니. 내일 하는 게 결혼식도 아닌데. '차라리 나가볼까?' 저 발소리를 어떻게 하지 못하면, 내가 잠자는 것은 틀린 일이다. 비록 그 발소리가 100m쯤 떨어진 곳에서 들리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아냐. 참자.' 솔직히 발소리가 들리는 곳과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이건 확실히 과민반응이다. 기 사들이 걷는 소리에도 잠이 깬다면, 그건 내 문제겠지. 기사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 래도 ! '저 태자라는 사람, 잠도 없나?' 저 발소리는 기사들의 것이 아니라 태자의 것이라는 게 문제다. 아까 그냥 베어버릴 걸 그랬나? 하지만 느낌만으로 사람을 베어버리는 것은, 살인귀나 할 짓이다. 내가 지금 처한 입장을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현명한 일이 될 수 없다. 조금 시끄럽다고 사람을 죽이라고? 그런 건 폭군이나 하는 짓이 아닌가. '결국 참을 수밖에 없군.' 다시금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태자의 발소리에 이어, 작게 소곤거리는 두 사람, 그록과 카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뿐만이 아니 다. 기사들에게서 전해지는 느낌이, 내 마음속에 흘러들어온다. '이거.....' 무서울 만큼 날카로운 감각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눈을 감으려고 했지만, 이미 날아가버린 잠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할 수 없나. "할 수 없지." 일단 조용해야 잠이 올 게 아닌가. 나는 일어서서 갈아입을 옷을 찾았다. "그만두지. 이런 밤중에 공주님에게 찾아가는 것은 실례라고." 무슨 소리야? 나는 태자가 머무는 방 밖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물론 아직 그 방과 의 거리가 50m쯤 떨어져있다는 걸 감안하면, 내 귀가 지나치게 밝은 거라고 해야겠지 만. 그록과 카리나라고 했던가? 그들의 말이 들린다. "그럼 내일 하실 겁니까? 하지만 내일은 아무래도 시간상 무리이고, 그 다음날에는 우린 귀국을 해야 한단 말입니다. 이미 지나치게 오래동안 수도를 떠나있었어요." 무슨 소리야? 그록. 태자가 반문한다. 하긴 당연하지. 한밤중에 다 큰 처녀의 방으 로 가다니,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어. "하지만....." 역시 망설이는 태자. 그런 그를 다그치는 그록. "그럼 어쩌실 겁니까? 오늘을 놓치셨으니 이제 내일의 기회를 잡아보실 겁니까?" "그게...." 뭔가 두려워하는 듯이 말을 못하네. 아까 내가 휘두른 검날이, 그렇게 무서웠나? 가 만가만. '그런데 난 어떻게 그걸 다 아는 거지?' 엘프 마법 7레벨. 정신 마법. 그걸 난 익힌 것인가? 아직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 는데, 어떻게 상대의 생각이 보이는 거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까지 신경쓸만 큼 상황이 편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안에서 들리는 말이 나 자신이 관련된 문제 였기 때문이다. 그록이 다시금 말을 꺼낸다. "내일 연회장에서 공주님과 춤출 때 말씀하세요. 그게 마지막 기회입니다. 늦으면 그대로 상황종료가 되어 버린단 말입니다. 태자전하." "하지만...." 그래도 망설이는 태자. 그런 그에게 다그치듯 말하는 그록. "그리고, 그녀가 현재 이 나라의 유일무이한 계승자이기 때문에, 빨리 결정하지 않 으신다면 다시는 만나볼 수 없게 된다고요. 그녀가 황제 자리에 오르고 나면, 그 뒤 는 뭐가 되겠습니까. 태자님 역시 곧 제국의 황제 자리에 오를 것이니, 그렇게 되면 전하께선 제국을 떠날 수 없게 됩니다. 그럼....." 그록의 말을 카리나가 받아서 마무리한다. "전하의 첫사랑은 끝이지요." "....." "....." "....." 잠옷을 여행복으로 갈아입고 그의 방문앞에 온 나도, 그 옆에서 졸린 눈을 부비며 따라온 하이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태자도, 모두들 얼어붙어 있었다. 처.... 첫사 랑이라고? 하필이면..... 그게 무슨 말이야. 물론 그 의미를 모를리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대상이 나라는 것이다. 아무래도 나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게 무슨 말이지요?" "헤헤. 뭐 그런 거지요. 태자전하와 공주님이 같이 계시면 왠지 모르게 어울린다 는.... 그러니까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어떻게든 둘이 이루어지게..... 엑 !" 칠칠맞게 말을 늘어놓던 그록이, 나를 보고 놀라 자빠졌다. 이런. 이런. 내가 그 긴 복도를 걸어와서 이 방 문을 열때까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거야? 태자와 카리나 역시,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 설마.... 그 이야기를 다 들은 겁니까?" 태자가 상당히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이야기를 엿듣다니.... 그런 무례한....." 그록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나는 그들을 한 번 쏘아보았다. 어차피 아까 내 방 침실에 마구 들어온 태자의 행동부터가 잘못이라고. 태자의 얼굴이 부끄러움과 당황 함으로 인해 빨갛게 되어 있든 말든, 그리 상관은 없다. 그들을 다시 한 번 쏘아보고 나서, 나는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걸로, 제 방문을 허락도 없이 열고 잠을 설치게 한 대가는 받았군요. 그럼, 좀 조용히 해주시기 바래요.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요." 쾅. 거칠게 문을 닫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너무 소리를 크게 내니까, 잠 을 잘 수가 없잖아 ! 그리고 나는 내 방을 향해 돌아섰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로 힘차게. 그런 나를 바라보며, 한탄하는 세 사람의 모습이 느껴졌다. 아니, 보였다. 그들의 생각까지도. 하지만 가장 뚜렷하게 보인 것은, 태자의 절망적인 생각이었다. "그녀를 화나게 해버렸어." 그가 입 밖에 꺼내지도 않은 말이, 내 귀에 또렷히 들렸다. - 계속 - 후기)오, 오늘은 뭐라고 쓰지? 생각이 갑자기 안나는 중입니다. (큰일이다) 요즘들어 제가 글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글 쓰면서 온갖 잡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긴 사건사고 없는 조용한 나날을 그리는 중이니. 어서 거대한 공룡의 아가리를 나오게 하고 우리의 변태, 제논에게 활약의 기회도 마련해주어 야....(퍽) 할텐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1 조회수 : 19 공룡 판타지 18-342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5) 드디어 5월 23일. 대관식날의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내 마음에 설레임은 없다. 다 만, 귀찮다는 생각이 내 머리에 떠오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내가 하는 일 은,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의미도 알지 못하는 의식을, 그저 그동안 배운대로 따 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숙한 마음가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법이다. 도대체 이게 황제가 될 사람의 마음가짐일 까? '한심해.' 원래는 일생에 한 번뿐인 특이한 경험으로서, 경건하고 진지한 태도로 의식에 임해 야 하건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 뿐이었다. 햇빛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 는 황제관을 보면서도, 황금으로 만들어진 둥근 고리위에 자라난 황금의 나뭇가지들 을 보면서도, 나에겐 그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이 오지 않았다. 물론 느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걸 앞으로 계속 써야 한다는 거지?' 그런 생각이야 들긴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일국을 다스리는 지도자가 되기는 멀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의식이 진행되었고, 내게 누군가가 관을 넘겨주었다. 신하 들의 얼굴을 그동안 다 익혔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외운 건 다 헛것이었나보다. 내 눈이 갑자기 피로해졌는지, 그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혀. '하지만 그게 당연하긴 해.'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의식중 내내 생각한 것은, 오직 하나였으니까. 그것은. '실수하지 말자. 실수하지 말자. 실수하지 말자.....' 한심하다고 누가 비난해도 상관없다. 내가 생각한 것은, 오직 그것뿐이니까. 고작 1 주일 연습해서 제대로 된 의식을 치룬 것만으로도, 난 최선을 다했다. 그런 의식을 한 번만 더 하라고 하다가는, 난 긴장으로 말라죽을거다. 분명해. '뭐, 또 하라고 하지야 않겠지만.'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 다음 일이 생각났다. 관을 넘겨받고, 머리에 쓰기 전에 선서하듯이 하는 말이 있었지. 그 말을 해야 관을 받아 스스로 머 리에 쓸 수 있으니까. 내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희미하게 기억난다. "나, 미나르 쥬린은 앞으로 제국의 평화와 백성의 행복, 그리고 이 검을 내려준 여 신의 뜻을 받들어....." 하지만 그 선서문에 대해 기억나는 건 그게 전부다. 더 이상은 기억나지도 않고, 기 억하기도 싫다. 그걸 외우느라 1주일간 무슨 고생을 했는데. 어제만해도, 태자 때문 에 잠을 설친 후, 잠이 안 오니까 그 선서문을 계속 외웠다. 그러니까, 금새 잠이 들 었다. 딱 세 번만 외웠을 뿐인데. '그리고 베풀어진 게.... 연회였지?' 새 황제의 즉위 기념으로 백성들에게 베푸는 축제라고 해야 하나? 제논과 알드리가 꼬리를 말고 도망가버린 지금, 백성들은 지난 시대의 폭군이 남긴 상처에서 벗어난다 는 기쁨으로 인해, 일제히 환호했다. 하지만 내 이름을 외치며 만세를 외치는 건, 정 말 쑥스러웠다. "와아아아 ! 미나르 황제페하 만세 !" 이거였지? 부르는 건 몰라도, 찬양 대상이 되어서 그 환호를 들으며 손을 흔든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참 특이한 경험이군. 하지만 익숙해 져야 한다. 그리고 그런 환호를, 앞으로도 자주 들어야 한다. 좋은 황제가 되어서 말 이다. '과연 그럴 수 있느냐는 건 별개 문제이긴 하지만.' 좋은 군주가 되기 전에 검의 시험에 떨어져서 죽을 가능성이 더 높기야 하지만. 그 래도, 살아 있는 동안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런 건 내 개인의 의사와는 관계가 없 다. 이런 건 의무이고, 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그것은 백성들에 대한 죄악이다. 그 러기 위해서는. '당분간은 그럭저럭, 바쁠거야.' 아니, 아주 바쁘지. 오늘이야 그렇다 치고, 내일부터는 내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 여 있는 것이다. 얼마동안은 원로급인 신하들이 나를 가르쳐주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언젠가는 나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휴우.' 아니, 그것은 이미 시작되었다. 일단 지금 궁전 창가에 서서 한숨을 돌리는 이 순간 에도, 남들에게 나쁜 인상을 줄까봐 편한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예전같 으면 혼잣말이 나올 상황인데도, 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고. '큰일이야.....' 모처럼의 잔치에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잠시동안이나마 여름의 나 른함에 빠져 있었다. 정말 잠시동안..... "지금이에요. 빨리 가서 말을 거시라고요." 그록의 부추김. "어서 가세요.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고요." 카리나의 설득. 그에 못 이긴 것일까. 아니면 나 자신이 그러고 싶어서였을까. 미나 르 공주, 아니 이제는 이 제국의 황제가 된 그 소녀를 향해서, 나는 조심스럽게 걸어 갔다. '제발 칼만 휘두르지 말기를.' 황제의 상징인 칼이, 그녀의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크기의 검이다. 나는 모르고 있지만, 그록이나 카리나는 그 검에게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느끼고 있다고 들었다. '그 덕분에 나 혼자서만 가고 있는 거지만.' 솔직히, 아무리 가까운 신하라고 해도 이런 개인적인 일까지 보이고 싶지는 않다. 게다가, 지금 내가 할 일은 구애가 아닌가. 그런 일에, 그들이 끼어든다는 것은 매우 언짢은 일이다. 나는 조심스레 걸어갔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우리 나라에선 이럴 때 그냥 춤 한 번만 신청하면 끝인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 그저 모여앉아서 담소하고, 음식을 먹는 정도로 끝이다. 물론 기사들이 보여주는 수많은 무술 시범이라든가, 마법사들의 마법 경연. 그리고 문인들 의 축하시낭송이 있기는 하지만, 나같은 사람에게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역시 연회에는 사교춤이 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그것은 나라에 따른 특성일뿐. 그런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 다. 그리고, 이곳의 의식은 왠지 모르게 정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사나운 혼 족 의 국가라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그건 다행이지.' 적어도 내가 좋아하게 된 그녀가, 야만족이 아니라는 확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그녀가 야만족이라고 해도, 나는 그녀를 좋아했을 거라고 여기긴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문제가 생긴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가, 과연 자기 자식이 야만족의 신부를 맞아들이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이 정도 문화수준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궁정에서 반대는 하지 않겠지.'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그들은 반대하겠지만, 그녀의 신분을 생각하면 아마 허락 이 나올 것이다. 물론 그 경우, 태자 자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게 문제가 되지만. '어차피 유로 제국엔 왕자나 공주가 많으니까.' 그러나 이곳엔 단 한 사람만의 공주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들은 당연히 내가 청혼 하면 요구할 것이다. 영원히 이 나라에 머물라는 것을. 하지만 그녀라면..... 그녀와 결혼한다면..... 그 정도는.... "뭐가 결혼한다는 건가요?" "!" 그녀가, 창가에서 돌아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도대체 이 사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도 이유는 모르지만, 요즘 와서 타인의 생각을 읽어내는 힘이 생긴 듯 하다. 어째 서 그런 것인지를 검에게 묻고 싶었는데..... 요즘 워낙 피곤한 일만 생기다보니 그 럴 여유가 없었다. 어젯밤에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그때는 오늘의 의식에 대비해서, 한시라도 빨리 잠을 청해야 했다. 그건 그렇지만.... 날 피곤하게 한 원인이 바로 이 사람이었지? 한 번 더 노려보고 싶지만, 이젠 그렇게 개인 감정을 노출할 수 있는 신 분이 아니다. 결국, 그냥 평범한 태도로 그를 대하기로 했다. 여기서 평범하다는 것 은, 외교적인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미소에, 사실을 왜곡하는 언 어. 뭐 그런 거다. '그러니까 빨리 가 줘요.' 그런 태도, 나에겐 안 맞는다. 그러니, 이 사람이 빨리 가게 할 방법을 찾아볼 수밖 에. 어차피 우리 나라는 연회장에서 서로서로 춤추는 것이 드물기 때문에, 큰 걱정은 되지 않지만. '물론 그거야 연회 참석자들 이야기고.' 얼마 있으면 시녀들, 그러니까 궁녀들이 한 차례 춤을 추게 될 거다. 내 즉위식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그래도 뭐, 돈드는 일도 아니고 상당히 검소하면서도 멋있는 축하방식이니까. 특별히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저 평상복차림으로 원을 그리며 춤추는 것에, 뭐라고 할 말은 없다. 다만 감탄할 뿐이다. '어차피 평상복도 멋지다고.' 그럼 그쪽으로 화제를 몰고 갈까.... 하지만 말을 꺼내던 내 입이 다물어진다. 왜냐 하면, 이 사람은 그런 데 관심이 없었으니까. 아까부터 이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 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저와 결혼해주십시오. 미나르 황제폐하.' 아까부터 그런 생각만 하고 있다.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건지.... 나는 잠시동안 기다 렸다. 그런 생각을 했으면 곧 그의 입에서 말이 나올 게 아닌가. 하지만 그의 입에선 말이 나오지 않는다. '부끄러운 건가? 아니면 말할 생각이 없는건가.' 잠시 기다릴 수도 있지만, 그럴 시간도 없다. 지루한 의식이 겨우 끝났는데. - 계속 - 후기)굳이 황제의 관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전에 말씀드린 것을 잊으신 분이 있을까봐 말씀드리면, 이건 신라시대의 왕관을 모티브로 한 겁니다. 역시 우리나라의 왕조쪽을 생각하면서 쓰다 보니까 여러가지로 다르군요. 일단 연회장에서 춤을 출 수 가 없다는..... (불쌍한 태자같으니. 기회를 놓치는구려) 역시 서양식과는 여러모로 달라지는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2 조회수 : 109 공룡 판타지 18-343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6) 할 수 없지. 내가 먼저 말을 꺼내는 수밖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입을 열려는 순간. "당신에게 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쥬린 제국의 황제여." 나도 실감을 못하는 말, '쥬린제국의 황제'라는 말이 내게 와 닿았다. 그래. 이젠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지. 하지만 말야. 그의 마음 속은 전혀 아니라고. '여기선 연회를 이렇게 했나..... 춤추는 동안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서 말하 고 싶었는데..... 그록 바보 녀석. 이런 것도 자세히 모르고 어젠 그런 말을.....' 이런. 이런. 나는 일단 그의 생각을 물리쳐버렸다.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 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러나 그런 내 생각은 쉽게 지워져 버렸다. 그의 생각이 그대로 내 머릿속에 들어왔으니까. 물론 나의 마음과 쉽게 구분이 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말해야 그녀에게 호감을 살 수 있을까.' 악의가 없기에 넘어가지만, 그래도 이런 건 너무 어색하다. 상대가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을 꿰뚫어보다니.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을 말해주기도 곤란하고. 결국, 나 는 외교적인 말투를 쓰기로 했다. 상대의 체면을 살리는 척 하면서 실제 의미는 좀 다른, 그런 말투 말이다. "조금있으면 궁녀들의 춤이 시작될 시간이네요. 그럼, 가보시겠습니까? 태자전하." 그러면서 그의 눈치를 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고 해야 맞으리라. 그가 잠시 망설인다. 뭐야. 할 말이 있으면 해버리라고. 남자답지 않게. 불행히도 여자라는 약점이 있는 나로선, 게다가 일국의 황제라는 입장도 있는 나로 선, 먼저 그런 말을 입 밖에 꺼낼 수가 없기 때문에. "저.... 저와......." 말을 못하는군. 이러다간 하루종일 걸리고 말겠어. 나는 신경질이 나는 것을 참으면 서, 그의 말을 이어버렸다. 정말 느린 인간이야. "결혼하는 것 말인가요?" 태자가 놀라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선다. 으이그. 저 멀리서 그록과 카리나가 한탄하 는 것이 보인다. 그들의 말도, 생각까지도. "태자전하.... 선수를 빼앗기십니까....." "어떻게 저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이런 말을 여자 쪽에서 먼저 내뱉다니. 그러 나 지금 그런 걸 따질 생각은 없었다. 용건만 간단히 끝내고, 어서 편히 자리에 앉아 서 시녀들의 춤을 보아야 할 게 아닌가. '그들은 나를 위해 열심히 연습한 거야. 물론 국민들을 위해서도.' 수많은 시민들이 나를 보기 위해 수도에 몰려왔다. 저 시녀들은 나에게 보여주기 위 해 춤을 연습했다. 그 수고는, 나에 비해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리라. 그런 그들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어서 내 자리에 가서 앉아야 했다. 슬슬 다음 순 서가 기다리고 있으니. "할 말씀이 없으시면 이만 제 자리로 가 보겠습니다." 어디 보자. 이래도 말을 못하면, 더 이상 신경쓸 것도 없다. 나는 천천히, 발을 옮 겨서 그의 앞을 지나쳐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고개를 돌려 잠시 그를 돌아본 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그의 표정이 변하더니, 그는 전혀 생각치 않았던 의외의 행 동을 했다. 내가 예상하지 않았던, 그런 행동을. 그의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 그의 두 손이 내 손을 잡았다. 그의 마음의 흔들림에 놀라, 나는 몸을 뒤로 빼려고 했지만, 그는 나를 자신의 품 안에 끌어안고 고백을 했다. 그것도 정열적으로. "공주님. 결혼해주십시오." 뭐야. 이렇게 직설적으로? 멀리서 그 광경을 보던 하이가. 깜짝 놀라 벌린 입을 손 으로 막는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는..... "저런." 오늘 의식에 잠깐만 참관을 한, 셀이나 리츠도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 상당수도 이걸 보고 있었겠군.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 이 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저런. 저런. 감히 황제폐하에게.' 이건 차라리 낫다. 그보다 더 심한 것은. '감히 저 자식이 누구에게 손을 대려고 ! 당장에 내 칼로 저걸.....' 이건 정말 위험하겠군. 하지만 또 다른 축은. '황제폐하의 몸과 재산을 노리다니. 저런 사악한 자가.....' 이거, 당장 뭐라고 하지 않으면 큰일나겠군. 나는 조용히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부끄럽다는 생각보다는, 그의 말에 대답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 른 것은 어째서였을까. "지금은 아직 연회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답은 그 후에 해드리지요." 솔직히 말해서, 다른 여자였다면 얼굴을 붉히기라도 하고, 부끄러워했을것이 틀림없 다.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까지 여성화가 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태연자약하게, 나는 그의 손을 풀고는 내 자리로 돌아왔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말이다. 하지만, 춤추는 시녀들에겐 미안하게도, 그가 말한 말이 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공주님. 결혼해주십시오." "공주님. 결혼해주십시오." "공주님. 결혼해...." "결혼....." "결혼..." "결혼." "휴우. 겨우 끝인가." 간신히. 정말 간신히 실수하지 않고 의식을 끝냈고, 백성들에게 베푼 연회도 한 가 지 문제만 제외하면 만족스럽게 끝냈다. 그 문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기사들의 눈 총을 받으며 걸어온다. 궁전 복도에 발소리를 내면서. 뚜벅. 뚜벅. 뚜벅. "저 녀석이야? 우리의 폐하에게 감히 청혼한 꼬마가?" 꼬마라.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건방진 녀석같으니. 감히 누구에게." 하지만 대다수는 그렇게 비웃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니..... '그 대담성은 괜찮더군.' '하긴. 여자를 얻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겠지.' '하지만 보기와는 딴판인걸. 우유부단하고 순하게 생겼는데.' '그런데 어째서 폐하께선, 그걸 단숨에 거절하지 못하신 걸까?' '혹시, 폐하께서도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이 녀석들 !" 저 멀리서 기사단장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소곤거리는 기사들을 야단친다. 그리고 기사들은 다시 자기 자세를 바로한다. 기사단장이라. 그럼 리츠인가? 다가오는 그의 얼굴을 보니, 역시 그였다. 태자보다 좀 더 앞서서. "아." 도, 도저히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이 사람, 아직도 대하기가 불편하다고. 내가 어릴 무렵에, 죽기 직전에 검과 계약을 해서 적들을 물리친 후, 피로 젖은 모습으로 날 구 하려고 온 그를 보고, 어린 마음에 자객들과 한패로 착각해버렸다는 사실을 안 이후, 더욱 대하기가 불편해졌다. 그 상황에서 실수라는 것도 할 수야 있지만, 그래도 그렇 지.... 날 구하려고 온 사람을 적으로 알고 까무라치다니. 얼마나 한심스러울까. 그 런 그가,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무릎을 꿇고 내게 인사한 후 말하는 리츠. "폐하. 개인적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공식석상에선 어쩔 수 없다. 나는 황제가 되었고, 황제는 누구에게도 존칭을 쓰면 안 된다. 설령 그 사람이 나보다 몇 배나 많은 세월을 살아왔다고 하더라도. 상대가 사람이라면, 절대 존대말을 써서는 안 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되는 걸까. 너무 힘들다. 아무도 모르게 한숨이라도 쉬고 싶지만, 내 앞에 선 이 사 람은 그 한숨조차도 알아챌 사람이다. 그냥 그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그가 무릎을 꿇은 채 말한다. "이번에 유로 제국의 태자가, 폐하께 청혼을 했더군요. 그 점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러니까." 리츠의 말은 간단했다. 청혼을 받아들이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에는 조건이 따른다 는 것이다. 그 조건이란. "내가 그와 결혼하는 건 문제없지만, 그가 일국의 태자인 이상, 우선 그가 유로 제 국의 황위 계승권을 포기하고 이곳에 와서 살아야 한다..... 는 거지?" "그렇습니다."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말하는 리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거대한 몸은 나를 위 압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다. 일국의 황제의 몸인 나에게, 이 나라를 떠나라는 것은 무리이니까. 게다가. "지금 현재, 황위의 계승자는 폐하 뿐입니다. 폐하가 그와 결혼해서 그 나라로 가신 다면, 이 나라는 계승자가 없게 됩니다. 이미 즉위를 하신 이상, 폐하께선 이 나라에 머무셔야 하는 것입니다." 그건 당연한 것이다. 일국의 지도자가, 멋대로 나라를 비우고 다른 나라로 가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 계속 - 후기)제목에서 예견하다시피, 결국 레이니(미나르)의 결혼 문제가 튀어나왔습니다. 흐흐흐. 결국 웨딩드레스 차림의 그녀를 볼 수 있게 되는가. 음. 그렇긴 한데..... 여기서 의외로 과감한 장면이 나오고 말았군요. (더 가면 첫 키스를 빼앗기는 것도 고려할 수 있지만, 그랬다간 태자의 목이 잘릴 게 뻔하므로 그 건 불가능) 다음은 얼마나 더 과감한 장면을.... (퍽퍽퍽)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3 조회수 : 7 공룡 판타지 18-344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7)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은데." 그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직감적으로 느꼈지만,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걱정이었다. 그의 머리에 선명히 떠오르는 두려움의 느낌. 그런 생각이 '보였다'고 한다면 이상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보였다. '무슨 걱정이기에 내게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는 곧 그런 망설임을 버리고, 내게 정중히 진언했다. 그가 걱정하던 것은 무엇일까. 그의 입에서 그 해답이 쏟아져나올 거라고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가 말 한 것은 지금 그가 말한 것의 연장선상에 놓인 문제였다. "폐하께서 만약 이 나라를 떠나신다면, 후계자가 없어진 이 나라의 다음 황제를 정 하는 문제로, 제국은 분열됩니다. 폐하를 제외하고는, 모든 이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모든 이의 지지라.... 물론 그 이유는 짐작이 간다. 혈통적으로 보아 현재 황족의 핏줄을 잇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니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알드리가 황족들을 학살했 다는 건가? 어딘가에 몇 명은 남아있을 텐데? 그 점을 물어보고 싶다. "아직 숨어있는 황족들이 몇 명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들을 내세우지 않는가? 그런 질문에 그는 간단히 대답했다. "그들은 혈통상으로도 황제의 직계와는 너무 거리가 멉니다. 게다가." 게다가? 혈통적인 거리보다는,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 듯 하다. 혹시 그가 가진 걱 정과 연관이 있는 것인가? 내 짐작은 적중했다. "폐하께서 잠드신 사이에, 송구스럽게도 검에게서 그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검 과..... 계약을 하셨다고 하더군요. 폐하께선." "응." 그거, 아직도 모르고 있었나? 의아해하는 내 앞에서, 그가 일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땅에 숙인다. 그의 얼굴이 복도 바닥에 부딪친다. 그가 눈물을 흘린다. "죄송합니다. 폐하. 어린 나이에 그런 심한 일을 당하시다니, 제가 조금만 더 일찍 그 자리에 당도했어도....." 아. 그랬었지. 그는 아직 내게 그 일에 대해 명확히 말한 적이 없었어. 그래서 지금 이러는 거구나.... 그가 눈물을 뿌리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그가 보일 필요가 있는가. 결국 그때 어머니를 베어버린 것은, 그가 아니라고. 그는 그 당시 최선을 다했다. 절대로 그를 탓할 수 없는 것이다. "더 이상 자신을 탓하지 말아요. 리츠. 그때 어마마마를 베어버린 것은 나이고, 그 때 검과 계약한 것도 나 자신의 의지. 당신의 잘못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멈추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한 말은. "폐하께서 검의 시험에 실패하면, 목숨을 빼앗는다고 검이 말했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한 죄, 신하로서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폐하." 하지만 말야. 그 상황에서 더 빨리 올 수도 없었잖아.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이 라고 여길 지경인걸. 리츠. 왠지 모르게 일어나는 충동에, 하이에게로 고개를 돌렸 다. 그리고 손을 내민다. "손수건 한 장만 빌려줘." 하이가 자신의 품에서 꺼낸 손수건 한 장으로, 리츠의 얼굴을 닦아준다. 내가 왜 그 런 모성적인 행동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고 싶었다는 쪽이 올바를 것이다. '세이브에겐 해 줄 수 없었지만, 이 사람에겐 지금 해주고 싶어.' 내가 그에게 감사를 표할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 밖에 없는 듯 해서. 그가 놀랐을 까. 잠시 가만히 내 손길에 얼굴을 맡기던 그는, 정신을 차린 듯 깜짝 놀란다. "아, 황공하옵니다. 폐하." 급히 뒤로 물러서서 절을 하는 리츠. 하지만 나는 그를 뭐라고 책망하지 않았다. "그 일로 인해, 당신도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 겁니다. 더 이상 그 문제로 당신을 책망하고 싶지는 않군요. 리츠. 그보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하니, 계속해 요." 바른 자세로 돌아간 그를 향해, 나는 엄숙히 말한다. 그가 곧 자세를 가다듬고 입을 연다. 하이의 손수건을 손에 쥔 채로. "폐하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든 신하들과 백성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없기 때문 에, 지금 폐하께서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미력한 소신의 잘못 때문에...." "그에 대해 더 말하지 말아요." 내 말에 놀라, 말을 바꾸는 리츠. 미안하다는 소리를 더 할 필요는 없어. 이미 지난 일인걸. ".....검과 계약을 하신 폐하에게 있어, 남은 생애는 1년도 되지 않습니다. 아니, 남은 기간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군요.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검이 다시 폐하에게 시험을 할 경우, 그 장래를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여태까지는 폐하께 서 그 시험을 잘 이겨내주셨습니다만, 백성들은 불안해하는 겁니다. 만약에. 정말 만 약에 폐하께서 검의 시험에 실패하신다면....." 그럼 죽는거지. 죽으면 끝인데 왜? 내가 동요를 하지 않자 리츠는 약간 놀란 듯 했 지만, 곧 이야기를 다시금 이끌어나갔다. "그러면 황제의 자리가 비게 됩니다. 백성들도, 신하들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만약에 폐하께서 결혼을 하신다면, 그런 걱정은 덜어도 됩니다. 폐하께서 아기를 가지신다면.... 폐하의 목숨은 안전하...." "셀도 그런 말을 했어." 그녀도 그랬었지. 임신한 상태에서는 검이 나를 해칠 수 없다고. 나를 죽이는 것은 계약을 어긴 사람을 죽이는 것이니 가능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를 죽이는 것은 엄연한 유아살해라고 했었지. 내 뱃속의 아기는 검과 계약을 한 적이 없기 때문 이라고 하면서. 하지만 말이야. "그렇게까지 해서 내 목숨을 이어나가야 할까?" 상대 남자를 잘 알지도 못하고 결혼해서, 자기 아이에 의지해서 목숨을 이어나가라 고? 너무나 비겁하지 않은가. 내 목숨을 지키자고 어머니를 죽이고서는, 이제는 내 아들딸까지 인질로 잡고 목숨을 구걸하라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저으려고 했다. 그 러나. "제발, 살아주십시오. 폐하. 폐하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온 백성 들을 위해서라도." 그의 눈빛은 간절했다. 나는 그 눈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는 집요했다. 그가 끈질기 게 대답을 요구했다. "제발, 제발 살아주십시오. 이 나라에 내전이 벌어지는 것만은, 어떻게든 피해야 합 니다. 또한....." 또한? "제가 폐하를 제대로 경호하지 못한 책임도 있으니까요. 이 어리석은 신하가 용서받 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십시오. 폐하." 만약 강요했다면, 나는 당장에 반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렇게 애원조로 나 온다면, 나는 그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가 곤란해진다. 더군다나 이 나라의 온 백성들을 위해서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하지만....."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그 남자에게 있어서 기만이 아닌 가. 그런 짓을 해도 되는 것일가. 그런 짓을 해서, 또 한 사람의 인생을, 어둠의 구 렁텅이로 떨어뜨려도 되는 것일까.... 망설이는 나를 보며, 리츠가 말했다. "무엇 때문입니까. 폐하. 뭔가 걸리는 점이라도....." 그래서 나는 그 사실을 간단히 설명해주기로 했다. 간단히. 내가 입술을 열자, 내 목소리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째서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역시 아직도 난 남자로서의 나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나 자신도 믿기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목소리가, 나의 것이 라는 생각을 했던 탓일까. "난 아직 사랑하는 남자가 없어. 검이 시험을 다시 하기 전에 그런 남자를 찾기는, 시간이 빠듯하지 않을까?" 사실이 그렇다. 지금부터 아무리 줄달음을 치더라도, 검이 다시 시험을 하기 전에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는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하물며 결혼할 사람이라면..... "그래서 제가 공주님... 아. 실례했습니다. 폐하께 아뢰고 싶은 것입니다." "뭘?" 그래. 그럼 리츠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 점에 대해 심히 궁금증을 느 끼지 않을 수 없다. 어디. 무슨 말을 할까. "공주님이 사랑하는 남자는 없지만, 공주님을 사랑하는 남자는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가 바라본 사람은..... 굳이 말을 안해도, 그가 누구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는. 내가 당 황하면서 말을 잇는다. 아까 그의 품에 안긴 일이 떠오르면서, 그 부끄러움이 이제서 야 내 얼굴에 피어나기 시작했다. "저..... 저..... 태자 말이야?" 저 유로 제국의 태자. 파란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가? 리츠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 역시. 내가 당황하고 있기는 해도, 그의 말소리는 또렷이 들렸 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여자아이의 두근거림인가. 별로 달갑지 않은 체험이지만.... 이건..... "하지만 난 아직.... 그를 남자로 본 적이 없고....." 그와 만난 것은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함께 밤을 보낸 적이 있기야 하다. 물론 둘 사이에 아무 일도 없기야 했지만. 그러나 내 마음은 아직..... 그런 나에게 쐐기 를 박듯, 리츠가 선언했다. - 계속 - 후기)자. 여성분들이라면 모두 맞닥트릴 문제, 결혼 문제가 레이니(미나르)에게 다가 왔습니다. 안 하면 죽는다. 그렇다고 할 사람은 없다. 일 났군..... 하지만 제 경우는 더 큰일이군요. 간신히 죽어라 노력해서 비축량을 좀 늘려놨더 니..... 또 글 못 쓰게 생겼습니다. 시간만 많다고 글이 나오는 게 아니라, 혼자서 차분히 앉아있는 시간이 있어야 글이 나올까 말까인데, 그 시간이 사라질 상황이군 요. (이러다 또 비축분 소진하지) 일단 내일까지는 올려두겠습니다만, 좀 허탈하군요. 상황에 따라선 일요일 분은 안 올리는 수도 있겠군요. (전 인간이란 말입니다 ! 비축분 만들어두면 이런 식으로 사 라져버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더 이상은 몸이 지쳐서 힘들다고요. 글 쓸 만한 자기 만의 시간이 사라지다니. 물론 제가 지나치게 예민한 탓도 크긴 하지만, 어쨌든 일요 일과 월요일에 못 올라갈지도 모르겠군요. 못 올릴 것 같으면 공지할께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4 조회수 : 44 공룡 판타지 18-345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8) "만약 그가 평생토록 이 나라에 머물겠다고 할만큼 폐하를 사랑한다면, 청혼을 받아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내 얼굴이 빨갛게 불타든 말든 상관없이, 그는 계속해서 내게 직격탄을 퍼 부었다. 어, 어떻게 해? 어떻게 해? 난 어쩌면 좋아? 참으로 여자아이다운 생각을 하 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그의 말이 내게 준 충격은 대단했다. 그, 그렇지만. "실례의 말씀입니다만, 폐하도 여자이고, 여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가는 것 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쪽이 여성에게 있어서는, 더 행복하다고 생각되니까요."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는 싫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만약 그를 선택하신다면 정치적인 잇점도 있습니다. 우선 유로제국과의 우호관계 개선이라는 면에서 보면, 얼마 전까지 만 해도 대치중이었던 양국의 관계를 호전시키고, 폐하의 즉위에 대해 불만이 있을지 모를 유로 제국내 친 알드리파에 대해서도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번에 있었던 충돌사건의 휴유증도, 씻은 듯이 없앨 수 있고요." 아마 나 때문에 벌어진 그 일을 가리키는 것이겠지? 그 날, 레드테일시에서 내가 태 자를 데리고 도망쳤을 무렵의 일이 분명하다. 내 표정이 약간 언짢아지는 걸 본 리츠 가 말을 잠시 멈추었지만, 그는 다시금 진언을 계속했다. 그 다음 잇점도 있는 건가? "그 다음으로, 국내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히 이득이 많습니다. 우선은, 공주님이 검 과 계약해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고 불안해하던 수많은 신민들에게 정서적인 안정 을 줄 수 있습니다." 아기라도 가지면 말이지. 내가 아기를 가진, 임신한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리츠는 자신의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직도 잇점이 더 있다는 건가? "또한, 대귀족들이 지금 물밑에서 벌이는 세력다툼, 그러니까 자신들의 아들을 폐하 와 맺어지게 하여 뒤에서 정국을 조종하려는 생각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어 느 누구도 결정적으로 타귀족들을 압도하는 자는 없으므로, 그 중 누구의 자제와 결 혼하더라도 국가의 통합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일반 평민 중에서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그러 나." "파란과 결혼하면 그런 일은 막을 수 있다.... 는 건가?" "파란이 누구.... 아. 저 유로 제국 태자의 이름이군요. 벌써 그렇게까지 진전이 되 셨다니, 다행이군요." 가, 갑자기 왜 표정이 밝아지는 거야? 리츠뿐 아니라 내 옆에 선 하이, 그리고 저 멀리에 있던 기사들까지도 일제히 표정이 밝아진다. 다만, 아직도 그걸 모르는 것은, 그보다 조금 더 떨어져있던 태자, 그 자신뿐이다. '무술 실력이 대단치 않은 모양이야. 귀가 저렇게 어두운 걸 보니.' 하지만 어째서 모두들 이렇게 기뻐하는거지? 리츠가 모든 것을 한 마디로 정리해서 내게 말해준다.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라면, 안심하고 결혼하셔도 되겠군요. 폐하." "자, 잠깐 !" 난 아직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다고.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하지만 내 마 음을 읽는데는 굳이 마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다. 리츠가 그 뒤의 말을 잽 싸게 이었으니까. 덩치와는 달리 재빠르네.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듯이, 군주의 결혼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그게 왜 지금 거론되는거지? "하지만, 폐하가 저 유로제국의 태자를 잘 알고 계시고, 그 분과 사이좋게 지내실 수 있다면, 지금 그의 청혼을 승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정치적인 이익과 국내의 통합, 그리고 개인적인 평안함까지 얻으실 수 있다면, 그 이상의 혼처 는 찾을 수 없으니까 요." 호.... 혼처라고? 게다가... 그 분? 이거 완전히 밀어붙이는 거네. 하지만 아무 말 도 하지 못하고, 나는 그저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궁정 수석 마법사인 애스터 누스양과 호위기사 하이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와는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군요." "뭐, 뭐가....." 나는 부정하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남자 중에서 가장 나와 가까운 사람은 그가 아닌가. 결국,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상대적인 기준으로선, 그걸 긍정할 수밖에 없는가. 하지만 나는..... "그렇다면, 지금 이야기해보시고, 그가 마음에 드시다면 그 청을 승낙해주십시오." 으윽. "어차피 정략결혼을 하실 입장이라면, 그래도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폐하."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리츠. 그가 마지막 말을 건넨다. 다시금 고개를 숙이면서. "폐하께서 행복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모든 제국의 신민들은 기뻐할 것입니 다. 부디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이, 이봐요 !"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리츠는 하이와 함께 내 앞에서 물러가 버렸다. 기사들이 일제히 나를 바라보면서 복도의 벽에 붙어선다. 그리고 마치 옛날 이야기의 왕자님처 럼, 유로 제국의 태자 파란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황제 폐하." "아, 예." 이럴 경우에 위엄을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역시 난, 아직은 황제가 되려면 멀 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도 나를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마음이 내게 전해져 오는 것을 보면. '폐하. 힘내세요.' '부디 행복을 잡으시기를.' '모두들 잘 되기를 빌겠습니다.' 으윽. 아무리 작은 소리라고 해도, 다 들을 수 있는 내 귀가 원망스럽다. 물론 그들 은 소리를 낸 것이 아니지만, 그 생각까지 다 감지해버리는 내 힘이, 이럴 때는 거북 하기만 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창가에서, 나는 태자와 함께 단둘이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행사 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밤의 거리는 축제로 인해 온통 불이 밝혀져 있었다. 그런 속에서, 거대한 용의 탈을 쓴 사람들의 행렬이 거리를 지나간다. '새하얀 생물. 단지 몸통과 머리, 꼬리만이 달린 기이한 동물이라.' 물론 유로 제국에선 그 생물을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여기선 용이라고 부른다. 두 말의 의미가 다른 것처럼, 두 나라의 문화는 전혀 다르다. 나는 그런 세계의 남자를 남편감으로 점찍은 셈이다. 비록 내 의사는 아니긴 했지만. '잘 될까. 안 될까.' 잘 되면 내 목숨을 건지는 것과 동시에, 국내외적으로 이익이 막대하다. 안 되면 언 제 죽을 지 모르는 내 입장은 그대로이고, 백성들의 기쁨도 반감되어 버린다. 하지 만. '이런 식으로 이득을 따지는 거, 싫어.' 내가 어쩌다가 이런 한심한 위치에 서게 되었는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그런 나를 보며 파란이 말을 꺼낸다. "힘드신 모양이군요. 폐하." 하지만 말야. 여기선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라고. 이 사람, 단 둘이 있는데도 분위 기를 만들 줄 모르는 건가? 나는 그에게 충고를 해주기로 했다. "여기선 레이니라고 불러도 좋아요." 그의 표정이 왜 저렇게 변했지? 아. 아차. 지금 내 이름은 레이니가 아니었지. 두 달간 그 이름으로 생활하다 보니, 아직은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이름. 레이니. 그리운 이름. '하지만 더 이상은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없겠지.' 왠지 모르게 슬프다. 그 이름은, 무지의 행복을 향한 이름이라고 여겨지기에. 그렇 지만..... '그때는 무언가를 쫓는다는 정열이 있었어.' 지금처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과는 다른, 그런 느낌이 있었다. 뭐라고 해 야 할까. 그것은..... 무엇을 성취했다는 기쁨이었을까. 아니면..... "언짢으신 모양이군요. 레이니 양." 그 이름에, 생각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아르메리아가, 세이브가, 그리고 여행 중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내 머릿속을 스쳐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래.'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얼굴은, 나 자신의 얼굴이었다. 처음에 나 자신을 보 고 놀랐을 때의 그 얼굴.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도 웃으려고 노력하던 그 얼굴. 그것 이 가장 기억에 남아 있었다. 게다가, 그때는 아르메리아가 있고, 셀도 있었고, 세이 브도 있었다. 아이샤도 있었고, 부스트씨도 있었고, 그 외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내 옆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냐.' 그들 대부분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 이것이 내가 기억을 찾은 후의 결과물인가. 슬프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기에, 더욱 슬펐다. 눈물이 달빛을 받아 빛난다. "역시 제 청혼이 불쾌하신 모양이군요." 아. 그, 그건 아니에요. 제가 고민하는 건 전혀 다른..... 하지만 그의 표정이 어두 워진다. 그리고 원망어린 말을 내뱉는다. "전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청혼을 한 것인데, 당신은 그에 신경도 쓰지 않다니...." 들켰구나. 그가 하는 말이, 내 가슴에 와 박힌다. "저는 나름대로 결심하고 한 말인데, 당신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가요?" - 계속 - 후기)이젠 많이 우네요. 레이니도. 역시 남자라는 족쇄가 풀리고, 대신 여자라는 쇠 사슬에 매인 탓일까요. 하지만 과연 이대로 나가도 좋을지. (소설이 아니고, 그녀 자 신에게 말입니다) 그리고.... 아마 내일과 모래는 올리기 힘들 겁니다. 간신히 만든 비축분이 없어지 는 게 아까워서(퍽퍽퍽퍽퍽). 사실은, 내일 차분히 앉아있을 시간이 있을지 의심스러 워서 그러는 겁니다. 일단 상황을 봐가면서 하겠지만, 아무래도 내일 글 쓸 상황이 안 되면, 아마 못 올리겠지요. 차분히 앉아있을 시간이 필요한데..... (왠지 처량해 진다) 물론 올리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없지만, 어제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일껏 비축분 만들어놨더니 글을 못 쓰는 상황이 되어서 그걸 다 날리고, 또 하루 한 편 메 꾸느라 발버둥치는 상황으로 돌아가야 하냐.... 고요. 그래서 어젠 좀 신경질이 나더 군요. 푸우. 독자분들께는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어쨌든 내일 봐 가면서 올리고 말고를 결정할께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6 조회수 : 0 공룡 판타지 18-346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9) "저.... 그건....." 당황한다. 난처해한다. 그리고 부끄러워한다. 과거의 추억은 소중한 것이지만, 지금 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물음에 대답해야 하는 자리가 아닌가. 나 자신이 왠지 부끄 러워졌다. "미, 미안해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의 기분을 되돌리지 못한다. 그 역시 사람이니까. 그가 가진 기분이, 내게 삽시간에 밀려들어온다. '나 자신을 그녀는 겨우 이렇게밖에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지금은 그녀의 인생이 결정될지도 모르는 자리인데, 고작 이런 식으로밖에 생각하 지 않는 것인가.' '나는 그녀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가.' '아무리 정략결혼이 황족들의 운명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좀 지나친 게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그에게서 내게로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 생각들의 파도가, 나를 휩 쓸고 지나간다. 강렬하게 솟아오르는 감정. "저.... 그게....." 하지만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한지도 모르지. 그가 몸을 돌린다. 그리고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아무래도, 제 청혼은 거절당한 것 같군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폐하. 부디 행 복하기를....." 진심이다. 적어도 저 말은, 연애의 기술이 아니다. 상대의 마음을 선명히 들여다본 다는 것이, 이렇게도 괴로울 줄이야. 그가 서서히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떠난다. 내 곁을 떠나려 한다. 내 앞에 아른거리는 수많은 영상들. 내게서 떠나간 수많은 사람들 처럼, 그 역시 내 곁을 떠나려 한다. 스승님, 아르메리아, 세이브, 그리고 엄마처 럼..... "잠깐만요 !" 나도 모르게 그의 팔을 잡아챈다. 싫어. 이젠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 그를 잡은 내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그리고 그를 잡아당긴다. 그리고 그의 품에 뛰어든다. 한 순간 이래도 좋을지 염려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것은 곧 지워져버렸다. 싫 어. 더 이상은 아는 사람을, 더 이상은 잃고 싶지 않아.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옆에 누가 있어준다면..... "고, 공주님 !" 그가 당황한다. 그가 놀란다. 이번에는 그가 부끄러워할 차례다. 나는 그의 품에 안 겨서, 격렬하게 흐느낀다. 나의 눈물이 그를 적신다. 하지만 울음소리는 밖의 축제의 소리에 묻혀, 밤하늘로 사라져버린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리고 내 과거가, 내게서 그에게서 쏟아져들어갔다. 남자아이로 살았던, 그 과거 를. 나 자신에게서 도피해버렸던, 그 과거가. 내가 그런 말을 왜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누구라도 내 과거를 함께 나누고, 그 과거를 받아줄 사람을, 나는 그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혼자서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내 과거를, 그렇게라도 털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설령 그 사람이, 곧 멀 리 떠나갈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의 과거를,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들어 주었다.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당황스 런 마음이, 그에게서 내게로 전달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대로 좋다. 지금은. 적어 도 지금은..... "....." "....." 우리 둘은 모두 말이 없었다. 단지 그렇게, 그렇게 한 순간을 함께 하고 있을 뿐이 다. 하지만 달콤한 꿈은 짧은 것이고, 현실은 쓰라린 것이다. 곧 우리들은 현실로 돌 아오지 않을 수 없었다. 밖에서 터진 커다란 불꽃이, 우리 두 사람을 밝게 비춰주었 다. "당신의 즉위를 기념하는 불꽃놀이로군요." 나는 그의 품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째서 그런 말을 썼을까. 여태까지와는 느낌이 다른, 순종적인 여인의 것이기에, 나도 모르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서야 공주님의 모습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공주님이라.' 어쩌면 그런지도 모른다. 그가 나를 더욱 강하게 껴안더니 말한다. "제가 당신의 쓰라린 과거에 대해 위로해줄 말을 찾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만....." 그가 내 뺨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말한다. "제게 당신의 과거를 들려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가 팔을 푼다. 어째서? 내게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러나. 그는 내 앞에 무 릎을 꿇더니 다시 말한다. 그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 말씨로. "다시금 당신에게 청혼하고 싶습니다." "아." 이 사람은..... 내 과거를 알면서도 나를 받아준다는 것인가? 내 손이 내 입을 가린 다.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그 눈물을 닦지는 않는다. 필사적으로 내 뺨을 누른 것 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저... 저는....." 하지만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과연 이렇게, 남에게 의지해버리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그에게, 그런 부담을 안겨주어도 되는 것일까? 내 무거운 과거를 그에게 맡 겨버리고, 내 죽음의 운명을 그에 의지해서 벗어버리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한 줄기의 의문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 의문이, 나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 "저는....." 그 의문이, 내 입을 가로막았다. 어쩌면 좋을까. 이대로 그에게 안겨도 되는 것일 까. 주위 사람들이 나를 향해 외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그냥 안기세요. 어서.' 그 소리는 매우 달콤하고 부드럽고 유혹적이다. 그러나..... '아냐.' 뭔가가 나를 잡았다. 뭔가. 내가 실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무언가가, 나를 잡고 있 었다. 몸이 떨렸다. 그 무언가가 주는 냉기가, 나를 얼어붙게 했기 때문에. 어째서일 까. 그것은 무엇일까. 내가 알아차릴 수 없는 그 무엇은, 과연 어떤 것일까. "괜찮으세요?" 내 어깨를 잡는다. 아. 태자가 내 앞에 있었구나. 어느새 그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다시금 솟구친다. 그에게 다시 사과해야겠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줘 야겠다. 그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미안해요....." 그의 품 속에서 운다. 소리를 죽이며 운다. 지금은 당신의 품을 빌려줘요. 파란. 비 록 지금이 한 순간의 꿈이라고 해도, 그 꿈이 비록 신기루라고 해도, 지금은 당신의 품을 빌려줘요. 나는 그렇게 되뇌이며 그의 품 안에서 울고 있었다. "....."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춘다. 이제서야, 눈물이 조금 마르는 것 같았다. 그가 내 눈을 바라보면서 묻는다. "대답을 아직 듣지 못했는데요. 레이니양." 그래. 대답을 해줘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한 가지 말할 것이 있다. "저는....." 입이 또 다물어지지만, 나는 말해야 했다. 이 사람의 마음에 더 이상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으므로. 더 이상 착한 사람의 가슴에 칼을 꽃아넣고 싶지는 않으므로.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싶지만, 제가 그렇게 할 경우 당신의 생애를 망치지 않 을까 두려워요. 너무나 제 생각만 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와는 다른 뭔가가 더 있었다. 그러나, 나도 잘 모르는 그것을, 그 실체도 알지 못하면서 그에게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내가 알고 있는 두려움, 그것을 먼저 말 해줄 수밖에 없었다. '아쉽긴 하지만.....' 그에게 충실하지 못한 아내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게 내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르므로. '그에게 의지해서 살아남는다면.....' 나의 과거가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의지해서, 누군가를 희생해서 살아남은 그 날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만약에... 내가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면, 혹시 난 그를 또다시 희생시켜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게 아닐까? 그런 두려움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 만. "제가 당신과 결혼한 후, 당신에게 충실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요. 어쩌면 나는, 또 다시 누군가, 소중한 사람을 베어버리고 나만 살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 "이제 그만하세요." 그가 나를 잡는다. 내 눈에 그의 눈이 다가온다. "이젠 그럴 일이 없을 거에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고생했어요. 그 이상의 피를 요 구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그리고." 그가 다짐하듯이 말한다. "당신의 신하들이, 당신의 백성들이, 더 이상 당신에게 그런 험한 일을 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아요. 그들은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은 그들을 믿고 있지요?" 고개를 끄덕일까? 하지만 그러면 그들이 나를 위해 희생된다는 뜻일까? 그 모든 생 각을 막듯이 그의 입술이 내 입술로 다가온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을 좋아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어요. 이젠 과거에서 벗어나세요." - 계속 - 후기)상황 급진전인가. 그리고.... 으. 이럴 줄 알았다니까 ! 비축분이 남았다고 해서 안심했더니, 다시 확 인해보니까 또 고칠 게 우수수 나오더군요. 정말 고질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러나.... 오늘 분 올리는데는 지장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네요. 자. 여기서 그냥 결혼하면 모두 해피엔딩이라고 하시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렇 게 착한 작가가 아니므로...... 여기서 끝나지는 않습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7 조회수 : 0 공룡 판타지 18-347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0) 달콤한 감촉이 느껴진다. 그 느낌과 함께 현재는 사라지고, 과거의 한 조각이 내 앞 으로 떠올랐다. 그 조각이 허공에서 반짝반짝 빛나면서, 자신을 열어 보여준다. 나를 향해서. "엄마. 엄마." "응? 미나르." "이거 봐. 아주 예쁜 나무가 있어. 잎이 예뻐." "어머. 정말 예쁘구나. 우리, 이 나무가 크면, 언젠가 여기서 점심먹자." "언제면 될 것 같아? 엄마." "우리 미나르가 좋은 왕자님을 만날 때가 되면." 어째서 그런 시절의 일이 떠올랐을까. 그의 입술을 내 입술로 느끼면서, 나는 잠시 동안 서 있었다. 이걸로 족한 것일까. 이것으로 모두가 행복해질까. 나 한 사람이 택 한 이 길이, 모두에게 행복을 나누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럼 나는, 이 사람과 함께 꿈 속에 잠겨도 좋은 것일까..... 퍼엉 ! 커다란 불꽃이, 우리 두 사람을 비추었다. 마치, 우리를 축복해주는 듯이. "당신과 비교하면 호사라고 생각되지만, 전 어릴때부터 아는 이가 없이 자랐어요. 부모님들은 모두들 공무에 바쁘시고, 전 엄격한 교육체계속에서 장래의 황제가 되기 위한 교육만 반복해서 받고 있었지요." "결국 남들이 보기에는 모범적인 왕자가 되었지만, 전 솔직히 말해서, 사랑에 굶주 려있었다고 할까? 그런 식이었어요. 여자들을 만날 기회는 많았지만, 모두들 절 장래 의 황제가 될 사람으로 대했고, 결국 마음을 터놓고 말할 친구가 없었어요. 심지어는 형제자매들조차도, 저를 자신들의 세계에 넣어주지 않더군요. 아니, 못하더군요. 격 식과 규율에 얽매여서." "그 때 만난 것이 당신, 레이니였어요. 처음에 당신에게 내던져졌을 때, 전 솔직히 말해서 무척 놀랐지요. 저한테 그렇게 대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었거든요." "당신은 절 황태자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한, 첫 번째 여자였어요. 그래서 전 당신에 게 끌리게 되었지요. 어쩌면 당신을 보고 싶어서, 무리하면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르 지요." "하지만 당신은 나를 멀리 했어요." 그, 그건..... 당황하는 내 얼굴에 다가드는 그의 모습. "하긴.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거였어요. 당신의 쓰라린 과거 때문에.... 당신은 저 를 피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는 없어요." "당신의 옆에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으니까...." "그러니까 저는....." "저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게 스며든다. 나는 그의 품 안에서, 모든 것을 잊고 있었 다. 그의 말만이 들릴 뿐이다. 그의 품만이 따뜻할 뿐이다. 적어도 지금만은....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에요." 카리나가 그록에게 말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간다. "전하께서 좀 몸을 사리는 경향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저 여황제께선, 의외로 대담 하네." 그록이 감탄하듯이 밀크와 파란을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내게는 그 미소가 기분좋게 보이지 않는다. '정말 그렇게 모든 것을 끝내도 되는 거니? 밀크.' 부둥켜안은 두 사람에게서. 아니. 밀크의 허리에서 검이 떨어져나온다. 그리고 내게 로 날아온다. 소리도 없이. 모습도 없이. 바람조차 가르지 않고. 내 앞에 모습을 드 러낸다. 내가 원하던 검이. 그 검이 내 앞에 떠오른다. '이것으로 그녀의 앞날은 결정되는 건가.'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적어도 이것은 좋은 것이 아 니다. 그녀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다. 이 검을 저 애가 버린 이상,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줄 수밖에. 그렇지 않으면 이 검은 또다시 홀로 어둠 속에서 세월을 흘려보낼 것이다. '내가 해도 될까.' 물론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이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는 손을 내민다. 검이 내 손에 잡힌다. 과거에 소원한 일이, 지금 내 앞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어둡기만 하다. 이것은 올 바른 일이 아니기 때문에. '라 브레이커.' 굳이 입 밖에 말을 꺼낼 필요는 없다. 생각만으로도, 대화는 가능하니까. '이걸로 모든 것을 끝낼 셈인가요?' 나의 물음에, 검이 대답을 생각해준다. '그렇게 되겠지. 지금 상황이라면.' 하지만 나로선 뭔가 달갑지 않다. 비록 저 아래의 기사들은 모두들 기뻐하고 있었지 만. '과연 저런 것이 밀크에게 도움이 되는걸까요?' '그렇겠지.' 그럴지도 모르지. 험난한 운명에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렇게 현실에 안주 해버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 이대로라면 그녀는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을 테니까.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하지만 저렇게 된다면, 제논의 일은 어떻게 하지요?' 역시 내가 해야 할까?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그녀의 운명을, 내가 대신 가져가도 되는 것 일까? 잠시 나 혼자만의 생각에 잠긴다. '가능하다면 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는 것을. 내가 이 검을 늦게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검을 너무 나 늦게 만났다. 내가 이 검을 조금이라도 빨리 만났더라면..... 부지불식간에, 한 사람에게 원망의 화살을 돌린다. 그 사람의 얼굴이 내 앞에 떠오른다. '만약 그 자가.....' 이를 갈고 싶다.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검을 쥔 내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가 내 앞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검을 뽑았을 것 이다. 그리고 베어 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죽은 자에게 화풀이를 할 수는 없다. 죽 은 자의 넋은, 이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영역으로 떠나갔기 때문에. 그러나. '저 아이가 살아 있기에.....' 비록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그 자의 아이이긴 하지만, 저 아이는 내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밀크와 함께 저 아이를 만났을 때, 밀크가 그렇 게도 귀여워하던 저 아이라면, 부모와는 달리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했었다. 그래서 나는 저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 '정말?' 나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나는 밀크의 부탁 때문에 저 아이를 살려준 것일까? 과연 나는 나의 동생, 밀크의 부탁 때문에 저 애를 죽여, 그 목을 밀크의 무덤 앞에 놓지 않은 것일까? '아냐.' 그 대답은 이미 나와 있다. '난 그렇게 착하지 않아.' 그건 나 자신이 잘 아는 것이다. 내가 그 애를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한 게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만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저 애를 살려주었다. '어째서일까.' 그건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난, 저 아이에게서 밀크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정말 그럴까?' 단순히, 어린애를 죽여서 비난을 받을 것이 두려워서일까? 그게 아니면, 동생을 사 랑하는 언니의 모습을 부수지 않기 위한, 위선에 불과할까. 어쩌면, 그렇게 혼란된 내 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에, 내 마음속에 새겨진 증오를 알았기 때문에, 제논 그 녀석은 암살자들을 저 애와 저 애의 어머니에게 보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애, 저렇게까지 밀크와 똑같이 행동할 필요는 없잖아.' 저 애가 지금 선택한 길은, 밀크와 너무나 똑같았다. 밀크 역시, 검의 주인이 될 기 회를 버렸다. 바로 저런 식으로. 저런 선택으로. 단지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 하지만..... '그 때문에 그 애는 목숨을 잃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가장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밀크와 검이 한 번 만났을 때, 그 애는 주저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그런 선택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단 지,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살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그리고 그 대가는..... '바보같은 녀석.....' 검의 부름을 받은 사람이 밀크라는 걸 알아챈 황제는, 그 애를 철저히 파멸시켰다. 비록 내가 복수를 했다지만, 죽은 그 애가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런 비극을 다시금 눈앞에서 보게 되는 것일까. 저 애 역시 그런 길을 걸어가게 되는 것일까. 저 애가 스스로 한 선택 때문에? 저 애가 생각한 최선의 길 때문에? - 계속 - 후기)이제 슬슬, 본론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더 할 말이 있기는 하지만, 자세한 것 은 내일 나오겠군요. 오늘은 우울한 하루네요. 할머니께서 편찮으신 날이라서. 한숨도 나오지 않는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8 조회수 : 6 공룡 판타지 18-348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1) '그렇지 않으면 좋으련만.' 간절히 바라고 있건만, 그 희망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만약 제논이 이대로 바보짓 을 멈춘다면 좋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 세계가 붕 괴될지도 모르니까. 그럼 할 수 없는가. 나는 고도를 높여서, 제국의 영토가 잘 보이 지 않는 곳까지 치솟았다. 어느새 이 별 전체가, 서서히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와 검을 둘러싼 마력의 장벽이, 우주 공간에서 내 몸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이제는 누구도 듣지 못하겠지. 나는 검에게 말을 걸었다. "라 브레이커." "왜?" 이제는 이야기해야겠지. 밀크가 결국 자신의 운명에서 도망쳐버렸으니.... 이제 남 은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이제와서 다른 사람을 찾는다는 것도 무리일테고.... 시간내에 제논을 저지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너무나 적다. 그러나. "내가 너와 계약을 하는 것은, 역시 안 되는 거니?" 내가 마법을 처음 익히기 시작할 때부터 알게 된 전설의 마법검, 라 브레이커. 과거 에 고대 문헌을 뒤지면서 알게 된 그 검의 전설은, 검을 가진 자에게 인간의 한계를 넘은 힘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 검의 능력이라면.....' 이 검은, 가진 자의 영혼을 각성시키고, 과거에 이 별에 인류가 떨어지기 전의 능 력, 그 능력을 되찾게 하는 힘이 있다고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혹시 나도.... "네 몸의 속박을 끊고, 자유를 찾고 싶다는 거냐? 셀." "응." 사실, 내 몸을 조이는 사슬은, 내가 원해서 두른 게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 둘러진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깨달았을때는 이미, 그 사슬이 나를 꼼짝못하게 잡아묶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바랬던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난 그런 식으로 나 자신을 구속시키고 싶지 않았어. 힘을 얻을 방법이 아무리 그것 뿐이었다지만,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내 불평이 쏟아져나온다. 검에게로. 아니, 죽어버린 그 쥬린 제국의 황제에게로. "누구는 핏줄을 잘 타고 나서 그 검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누구는 그 지긋지긋한 신 분 때문에 검에 다가갈 기회도 얻지 못하고. 이런 법이 어디 있어 !" 내가 만약에 검을 좀 더 어릴 적에 만났다면, 나는 검의 주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 리고 전설을 이루어냈을 것이다. 검이 처음 나를 만났을 때의 말이, 내게는 생생히 기억났다. "내가 좀 더 빨리, 너를 만났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렇건만, 그렇건만.... 쥬린 제국의 역대 황제들은 자기가 검의 선택을 받지 못했 다고, 남들이 검에게서 선택을 받을 기회까지 박탈해버렸다. 어쩌면 그럴 수가.... 어쩌면 그럴 수가..... 만약에 밀크가 검에게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나는 이미 이 제국을 없애버렸을 것이다. '그 때 그렇게 했으면, 좀 더 빨리 검의 주인을 찾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저 애가 검의 주인이 되었고, 나는 그 모습을 주욱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애 가 부디 전설을 이루길 바라면서. 하지만 저 애는 너무나 약했고, 결국은 저렇게 되 고 말았다. 만약에 저 애도 역대 황제들처럼 검을 자신만의 것으로 소유한다면..... '이제 곧 그렇게 되고 말거야.' 그럼 나는 저 애를 죽여야 하는가. 그리고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세계를 떠돌아 다닐 것인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이 제국 전체의 신민을 적으로 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과는..... 아무리 인류가 하늘로 돌아가기 위해서라고 해도, 그것만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제국 전체의 인간을 다 죽여야 해.' 내게 그럴 권리가 있을까. 아니다. 그래서 나는 밀크가 전설을 이루기를 바랬다. 하 지만 저 애를 완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 검이 내리는 고난에 대해,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검과 오래동안 만나면서, 나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무수히 들었었다. 그래서 나는 알고 있었다. 저 애에게 그런 시련은 너무나 벅찬 것임을. '그래서.....' 그래서 저 애가 운명에서 또다시 도망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러니, 결국 뒷 일은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검은 매몰차게도 내 청을 거절했다. 단지 한 마디로. "너는 이미 족쇄에 묶인 자다. 내가 네 족쇄를 풀어줄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 은 내 재량권을 벗어나는 일이다. 수 백년전, 네가 족쇄에 묶이기 전에 우리가 만났 다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수 백년. 내가 마법에 의해 불사의 생명을 얻은 후, 수 백년이 흘렀다. 아니, 수 천 년인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런 시시한 일은 관계가 없다. "하지만 그랬으면 난 널 만나지도 못했어." 대제국의 궁전 안에 감추어진 검을 내가 만나기 위해선, 수 백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 안에 들어가 볼 힘을 얻게 될 때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그 기회가 마련되 자마자 검이 한 말이라는 것은, 절대로 나는 검의 주인이 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얼마나 실망했던지..... 그런데 그 기분을, 또다시 느끼게 하고 있 다. 이 검이. 이 잘나신 검이. 이 게을러빠진 무능한 검이 말이다. "야 !" 검을 내 손으로 움켜잡는다. 그리고 외친다. "그럼 넌 왜, 이 세계를 돌아디니며 주인을 찾아보지 않았어? 그럼 넌 왜, 너 스스 로 주인을 찾지 않았어? 단지 궁전의 어두컴컴한 방 안에 갇혀서, 그렇게 세월을 보 내기만 할 생각이었어? 네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으면, 이 세계는 달라졌을거야 !" 이 검이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다면, 나와 조금만 더 먼저 만났었다면, 모든 일은 제 대로 되었을 것이다. 밀크는 내 곁에 남아 있었을 것이고, 적어도 평화롭게 죽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저 아래에 머문 어리석은 또 하나의 밀크 - 레이니 - 는, 자신의 부 모와 함께 행복한 공주님의 삶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 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 이 검의 무관심과 게으름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야 했던가. "네가 조금만 더 적극적이었으면, 우리는 벌써 하늘로 돌아갈 수 있었을거야 ! 엘프 들도, 드워프들도, 그리고 인간들도." 아니다. 그게 아니다. 그건 절대로 아니다. 굳이 세 종족을 나눌 필요도 없다. "아니야. 그들이 생기지도 않았을 거야. 굳이 하나의 피를 이어받은 형제자매들이, 다른 이름의 종족으로 갈라지는 일 따위도 없었을거야 ! 너 때문이라고 ! 네가..... 조금만 더....." 하지만 검은, 말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검 때문에.... 이런 검 때문에..... 나는 검 을 팽개쳐버리고, 눈물로 젖은 얼굴로 오시언을 바라보았다. 그런 나를 향해, 검이 말을 걸어온다. 나와 함께 마력의 구슬 안에 떠 있기 때문에, 이런 우주에서 말이 들 리는 것이리라. "너.... 알고 있었군." 알고 있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인간이 원래는 하나의 종족 이었다는 것을. 모두들 잊어버렸을지 몰라도, 나는 알고 있었다. 종을 나누는 기준을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종을 나누는 기준은 생식 가능성이야. 두 종족간에 생식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같은 종이고, 생식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다른 종이야.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인간은 서 로간에 결혼이 가능하고, 그들의 자손도 또한 자손을 남길 수 있어. 그렇다면, 그들 은 같은 종일 수밖에 없어." 그런 상식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던가. 검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느낌뿐이다. 검 에게는 인간같은 얼굴이 없으니까. 내가 계속해서 말한다. "하지만, 드워프들은 이미 다른 종으로 변하기 시작한 듯해. 보통의 여성에게는 없 는, 수염이 돋아나는 것과, 엘프들과 너무 오래동안 떨어져있었다는 점, 그리고 인간 과도 교류가 적다는 점등으로 인해, 그들은 이미 다른 종족과의 생식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얼마 못가, 우리와는 다른 종으로 분리될거야." 내가 원망스럽다는 듯이 검에게 시선을 돌린다. 검이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 인다는 느낌이 온다. "얼마 있으면 세 종족은 정말로 다른 종으로 갈라져버릴거야. 그런 지경까지 왔는데 도, 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거야? 라 브레이커." 내가 원망한다.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네가 힘을 쓰면, 세 종족은 다시 과거처럼 융합할 수 있어. 어쩌면, 우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처럼 갈라져서 따로따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그게 훨씬 낫다 고 여기지 않아? 라 브레이커." 어째서 대답이 없는 건가. 나는 확신하듯이 말을 토한다. "어째서지? 엘프들이 과거에 이 별에 추방되어 내려온, 인간을 감시하는 자들의 문 명을 이은 자들이기 때문이야? 널 만들어낸 여신이 지시한?" 검이 깜짝 놀란다. "수감자와 감시자들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로 섞여들었지. 하지만 감시자들 은 하늘로 돌아가는 방법을 잊었지. 수감자를 하늘로 끌어올릴 수 있게 교화시켜야 하는데, 그들은 그 임무를 해내지 못했지. 그리고, 여신은 징벌을 내려, 그들 모두가 디딘 땅을 갈라놓았지. 그 결과, 생긴 것이 세 종족이고."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과거의 일을. "세 종족이 갈라져서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한, 다시 하늘로 올라가서 여신의 눈을 더럽히려고 날뛰지는 않는다는 생각이겠지. 네가 주인을 찾지 않는 것도, 지금의 인 류가 다시 하늘로 돌아가봐야, 그 분의 진노를 다시 부를까 두렵기 때문이고." - 계속 - 후기)드디어 나왔습니다.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인간의 관계가. 사실, 종을 나누는 기준이 생식 가능성이기 때문에,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놀라서 턱이 떨어지실 필요는 없어요. 처음부터 이런 말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한 종족(엘프)만이 선민의식을 가지 는 것에 오래동안 불만이 많았고, 그래서 여기서 이런 대사가 나오는 겁니다. 하프 엘프가 자식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도 인간과의 사이에서 자식을 가진다면..... 결국 이런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저 바쁠겁니다.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요. 그러니 글이 좀 늦게 올 라가도 양해해주시길. 지난 일요일에 안 올린 것도 있고 해서, 연재를 쉬지는 않을 생각입니다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4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19 조회수 : 1 공룡 판타지 18-349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2) 그리고 말을 맺는다. 내가 검에게 내리는 선고. "넌 인간을 미워하고 있어? 어째서 그들에게 하늘로 돌아갈 기회를 주지 않는거야?" 검이 잠시동안 침묵한다. 나도 침묵을 지킨다. 저 아래에서 불꽃놀이가 계속되고 있 겠지만,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불꽃이 보이기에는, 우리가 너무 멀리 있기 때 문이다. 하지만 거대한 대륙은 보인다. 과거에 하나였던 대륙의 찢긴 모습이. "저 대륙이 찢기면서 고대 인류는 멸망하고, 그 문명은 모두 사라졌었지." 모든 신화에 나타난, 땅속의 붉은 괴물. 그 괴물이 지상에 나타났던 날, 인류는 대 다수가 멸망했다. 남은 종족 중 마법에 관심을 둔 일족은 엘프로, 기계에 관심을 둔 일족은 드워프로, 그리고 그 중 어느 쪽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한, 불운한 일족들, 아 니 살아남기에 급급한 일족은 인간으로 불렸다. "그리고 엘프들에게 네가 내려졌지. 그 여신은 너를 주면서 언젠가 하늘로 돌아올 때가 되면 주인을 선택해서, 인간에게 묶인 족쇄를 풀어주라고 말했었지...." 언젠가 엘프들의 마을에 숨어들어, 자료를 한바탕 뒤진 끝에 알아낸 사실이다. 그때 엘프들이 나를 찾아내는 게 조금만 빨랐다면, 그 일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 나. "넌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거니?" 나의 말이, 검에게 파고들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검에게 그런 진심이 통할 것인 가. "이젠 슬슬 주인을 찾아내는 게 좋지 않아?" 빈정거리는 투로 말하고 있지만, 그래도 검이 들어야 할 말이다. "사람을 죽이기만 하지 마. 처음부터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내봐." 그리고 주먹으로 검을 친다. 그리 세게 치지는 않았지만. "네가 늦었기 때문에..... 난 족쇄에 묶여 버린 거야." 그리고 또다시 침묵이 흐른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검이 말을 꺼냈 으니까. "많이도 알고 있군. 셀. 아마 거의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당연하지." 난 저 아래에 있는 울보 밀크와는 다르다고. 적어도 그런 사실에 대해서는, 저 애보 다는 많이 알고 있어. 저 애보다는..... "주인이라..... 하긴 너같은 사람이 내 주인이 된다면..... 나야 나쁘지 않지." 하지만. 나와 검은 알고 있었다. 한 가지 문제. 그것이 남아 있으니까. 그것은..... 검이 말을 꺼낸다. "너도 알고 있듯이, 너에겐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알아." 그러니까 밀크가 검의 주인이 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그런 걸 기대할 수 있을까? 과연 저 아이가, 저 아이가 검이 내리는 시련을 이길 수 있을까? 그 무서운 시련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의문일 뿐이다. 게다가 나 는..... "지금 상황에서, 네가 가진 그 문제를 풀어낼 방법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알아." 그러니까 제논을 즉시 죽이지 못하는 거지. 어디 숨어있는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야.검이 내 마음을 안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다. 물론 느낌뿐이지만. "하지만 저 애는 저렇게 단순한 여자아이로 전락해버렸으니.... 좀 힘들 것 같군." "지금 상태로선." "무슨 자극을 가해서라도 저 애를 다시 활기차게 만들 수 없을까?"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검의 주인이 저렇게 된 것이 누구 탓이었더라? 나는 무능한 검에게 화살을 돌렸다. 결국, 자기 주인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검이,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게 아 닌가. 하지만 검은 난처하다는 듯이, 변명을 늘어놓을 뿐이다. "나는 주인의 결정에 간섭할 수가 없다. 잘 알고 있을텐데." "오직 시험만 할 뿐. 주인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간섭할 순 없다...... 하지만 말 야." 지금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당장 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나는 대륙의 동쪽, 아득히 멀리 떨어진 동쪽의 섬 하나를 바라보았다. 거대 한 대양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고대 문명의 잔해 하나를..... 그곳에 제논이 있었다. "라 브레이커. 넌 저걸 볼 수 있겠지?" "그렇다." "저 녀석들이 꾸미는 일을, 넌 짐작하고 있겠지?" "그렇다. 너처럼." "그럼, 지금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검의 대답을 들을 필요는 없었다. 나도 알고 검도 아는 일이, 이제 벌어질 테니까. "드디어 저 놈이 어리석은 짓을 시작했군." "그래." 하지만 난 그를 막을 수 없다. 나를 얽어맨 족쇄 때문에. 아마 이대로라면, 저 녀석 은 최악의 악마를 살려낼 것이다. 결코 내가 만나고 싶지 않았던 그 악마를. 내가 평 생동안 도망쳤던, 그 악마를 내게 다시금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저 녀석을 나는 저지할 수 없어. 적어도 지금은." 하지만 족쇄가 풀어진다면, 나는 저 악마를 이길 수 있다. 그 족쇄만 없다면, 나는 인류 전체를 하늘로 돌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족쇄만 풀린다면. 하지만. "만약에 누군가가, 자격을 갖춘 누군가가 너의 진정한 주인이 된다면, 문제는 틀려 지지." 만약에 검의 주인으로 인정받은 자가, 저 악마와 싸우게 된다면, 그는 저 괴물을 물 리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서는..... "지금부터 주인을 새로 찾는다고 해도, 이미 시간이 없다는 거, 알고 있지?" "안다." "하지만, 지금 주인을 찾아서 저 괴물에 대항하지 않으면, 이 세계는 끝장이란 거, 알고 있지?" "안다." "그러면 모든 인간과 엘프, 드워프들은 전멸해버리고, 그들을 하늘로 올린다는 네 창조 목적 또한, 좌절되는 것이겠지?" "안다." "그렇다면, 약속해줘. 한 가지만." 검의 존재의의가 없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검에게 부여된 규칙 하나를 어기는 것 이 나을 것이다. 이런 다급한 경우라면, 충분히 검도 융통성을 발휘해서, 현명한 결 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비록 그 규칙을 어긴 죄로 여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겠지만, 이런 경우라면 어쩔 수 없다. "만약, 그 애가 검의 주인으로 되돌아오는데 실패하고, 네가 제 시간에 새로운 주인 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어려운 말이다. 어쩌면 신성모독일지도 모른다. 검을 만들어낸 여신이 내 말을 들으 면 뭐라고 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 "그럼 날 네 주인으로 받아줘. 이번 일을 처리하는 동안에만 네 힘을 내게 빌려달라 는 뜻이야." 일단 인간 전체가 전멸하는 위기는 넘기지 않으면 안 되니까. "물론 그 경우, 나는 죽음을 면치 못하겠지. 그건 네가 지켜야 할 법이니까. 하지 만....." 말을 잇는다. 잇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모두가 살 수 있다. 비록 아무도 알아주 지 않아도. 아무도 진실을 모르더라도. "그렇게 해서 모두가 살아날 수 있다면." 어차피 나는 검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 내가 한 가지 결점만 가지고 있지 않았더 라면 가능했겠지. 하지만 그것은 심각한 것이고, 나는 그 과오 - 내가 모르고 저지른 과오 -를 평생 껴안고 살 수밖에 없다. 마치 저 아래에 있는 밀크의 과거처럼. 검이 내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한다. 그리고 대답한다. "좋다." 조금은 내 마음을 알아주었구나. 라 브레이커. 나는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진심으 로. "고마워." 나는 검에게 웃어보였다. 비록 내가 죽더라도, 나의 죽음을 기억해주는 자가 하나라 도 있다면, 그리고 내 마음을 알고 저 먼 하늘로 인간들을, 엘프들을, 드워프들을 데 리고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내 죽음은 헛된 것이 아니겠지. '그럼.....' 나의 작은 소망도 이루어질 수 있겠지. 다시는 나처럼, 족쇄에 묶여서 절망적인 몸 부림을 치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게 되겠지. 또한, 다른 사람들 역시..... '그것으로.... 모두에게 속죄할 수 있을까.....' 아마 될 것이다. 내 목숨으로 모두를 구할 수 있다면..... 나는 서서히, 검과 함께 오시언을 향해 다시 내려갔다. 푸르른 별의 모습이, 내 눈동자를 가득 메웠다. 그 별 멀리에서, 제논이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가는 장소는 나의 집. 찾는 것은 분명..... "세이브를." 나는 강하하던 몸을 돌려, 나의 집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내 옆을 검이 따른 다. 지금은 비록 제논의 옆에 있을 그 악마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 "일단은 가야 해." 비록 그 애를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희망의 말 한 마디라도 남겨주어야 했다. 그래 야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밀크를 되살리는데 필요한 시간을. 그게 안 될 경우 내가 검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검의 시험을 통과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우리 둘의 모습이 붉게 타오르며 대기를 뚫었다. - 계속 - 후기)이거, 누가 주인공이야? 솔직히 말해서 이 대목에선 셀이 레이니보다 압도적으 로 주인공같군요. 무서워서 도망치는 여자보다야, 이렇게 당당한 여자가 훨씬 낫다 는..... 또다시 궁금한 소리만 잔뜩 하고 끝내는 이번 편이군요. 슬슬 최종 전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러실 것 같군요. "도대체 붉은 괴물의 정체가 뭐냐?" 분명히 이렇 게 물어보시겠지만, 당분간은 말 안 하겠습니다. 설명해 드리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아직은 궁금증을 남기는 게 좋겠지요? (작가의 사악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0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4-20 20:03 조회:67 공룡 판타지 18-350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3) 푸른 물로 가득찬 대양. 그 가운데에 조성된 섬이 하나 있었다. 외양만으로도 자연 의 힘으로 만들어진 섬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진 그곳은, 마치 원을 여러 개 모아 붙인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원 16개로 이루어진 더욱 커다란 원. 그 원 위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아직도 밤의 어둠이 걷히지 않은 하늘을 바라 보며, 둘 중 하나가 다른 자에게 말한다. 예의를 갖추고.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폐하." 검은 깃털로 만들어진 망토를 두른 노인이, 자신의 절반의 나이도 먹지 않은 듯한 남자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의 앞에 선 중년의 남자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에게 답한다. "다녀오게. 제논. 일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겠네." 제논이 황송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예. 폐하." 그리고는 자신의 옆에 선, 새하얀 소녀에게 말한다. 역시 정중한 태도로. "그럼, 이제 출발합시다. 고대 문명의 전수자이신, 모나드(Monad : 우주의 모든 것 을 자신의 내부에 포함하고 있는 하나. 태극)님이시여." 새하얗게 빛나고 있는 작은 키의 소녀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논이 주문 을 외우자, 그녀의 몸이 잠시 빛나더니 둘의 몸이 서서히 공중으로 날아올라갔다. 알 드리가, 멀리 사라지는 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이제 그 계집애는 끝장이다. 고대 문명의 결정체인 모나드가 우리 손에 있다는 것 을 모르는 너희들의 불행이지." 그가 웃는다. 마치 상대를 조롱하는듯한 웃음이, 그의 입가에서 퍼져나간다. "크하하하하 !" <<정말로 그곳에, 내 자매가 있다는 건가? 제논>> 기묘한 떨림을 동반한 목소리가, 제논에게 들려온다. 제논은, 정중하게 대답했다. 마치 자신의 스승을 대하듯이. 아니, 그 이상으로. "그렇습니다. 모나드님." 그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하는 모나드. <<하지만 난, 감지 기능을 거의 잃어버렸다. 다른 자는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내 자 매에게만은 탐색기능이 먹히질 않아>> "그게 다 망할 놈의 드워프들 탓이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대답하는 제논. 그리고 되묻는 모나드. <<날 만들어놓고는, 날 파괴해버린 자의 자손들인가?>> "그렇습니다. 당신이 완전해진 후에 가장 먼저 파괴해야 할 자들이기도 하지요. 그 러나." 제논이 급히 말을 덧붙인다. 그들의 아래에 펼쳐진 구름. 그 아래에 쥬린 제국의 수 도인 아미, 그 거대한 도시가 보인다. 아직도 밤의 축제가 벌어지는 그곳에 있는, 하 나의 커다란 마력을, 그들은 느끼고 있었다. 비록 자신들에 비하면 아직도 작기는 하 지만. "저 아래에 있는 자가, 바로 우리의 가장 큰 적입니다. 라 브레이커라는, 고대 문명 의 잔재라고 추정되는 검을 가진 계집애가 있으니까요." 모나드가 아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또다시 갸웃거린다. <<그리 크지 않은 힘인걸. 게다가 지금은 더 이상 힘을 키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 어>> "그러나, 그 여자는 라 브레이커의 주인입니다. 비록 불완전하긴 하지만." 제논이 주의를 주자, 모나드가 망설이지도 않고 손을 들었다. <<지금 없애버릴까?>> 단 일격만으로도 수도를 날려버릴 수 있는 강대한 힘이, 그녀의 하얀 손에 모인다. 그러나 제논이 황급히 그것을 제지한다. 지금 이곳을 파괴하면 라 브레이커가 즉시 날아올 것이다. 그리고,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검과 대결을 해야 하는 부 담을 안게 된다. 그것은 좋지 않다. "안 됩니다. 당신은 아직 완전하게 되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완전한 자아를 찾고, 본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된 후에 그 계집을 죽여도, 늦지는 않습니다. 모나드님." <<그렇군>> 그 말에 수긍한, 모나드의 손이 내려간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서쪽을 바라본다. 자 신의 분신이자 자매인 그녀가 있는, 그곳을 향해. <<그럼 가자. 혹시 우리를 방해할 자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곧 그들의 모습은, 지평선을 향해 사라져버렸다. "결혼은 너무 성급한 것이겠고, 일단 약혼식부터 치를까요?" "네." 달콤함이, 우리 두 사람을 온통 감싸고 있다. 약혼이라..... 그러고보니 우리나라의 결혼 예식은 어떤 것이었더라? 하이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오겠지. 그리고 그 답에 따 른다면..... 나는 잠시동안 나의 신부차림을 상상해보았다. 화려한 장식을 한 결혼식 예복을 입고, 두 사람이 하늘을 향해 부부로서의 맹세를 거행하는 그 화려한 모습 을..... "신랑 파란은, 신부 미나르 쥬린양을 아내로 맞아들여, 기쁠때나 슬플때나, 아플때 나 건강할때나,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때까지, 영원토록 사랑할 것을 맹세합니 까?" "네." "신부 미나르 쥬린양은, 신랑 파란군을 남편으로 맞아들여, 기쁠때나 슬플때나, 아 플때나 건강할때나,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때까지, 영원토록 사랑할 것을 맹세합 니까?" "네." 그리고 키스가 교환된다. 모두의 환호성이 도시를 메운다..... 자, 잠깐. 이게 아니 지. '이곳은 유로 제국이 아니잖아.' 이곳은 유로 제국과는 문화 자체가 다르다. 그러니, 의식도 좀 다를 것이다. 마치 내 즉위식때 남녀간의 사교춤이 없었던 것처럼. 그러니, 키스와는 다른, 뭔가 색다른 의식이 준비되어있지 않을까? 내가 그 점을 생각하는 걸 본 그가 웃는다. '내 얼굴이 그렇게 우스워 보였어요?' 하지만 그의 태도는 그와는 달랐다. 기쁨의 미소를 띈 그의 얼굴. 그 모습을 바라본 나 역시, 그의 얼굴을 보며 웃는다. 저 멀리 하늘의 별빛의 축복을 받으면서..... "!" 기분나쁜 느낌이 든다. 뭔지는 모르지만, 아주 거대한 힘이, 내 위에 위치하고 있 다. 비록 너무나 높이 떠 있어서, 그 실체를 명확하게 잡기는 힘들지만. '이 힘은.....' 뭔가 거슬린다. 내가 완전하게 마법을 익힌 것은 아니지만, 이건 본능적으로 거슬리 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 몸이 떨린다. 차가워진다. 태자의 품에서 느낀 따뜻함이, 순 식간에 사라져버렸다. 이게 무엇이지? 마치 내 주위의 모든 것을 빼앗아갈듯한 이 느 낌은..... "뭐지?" 그의 품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본다. 하지만 이젠 그 힘이 느껴지지 않 는다. 사라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야. 그 힘은 서쪽을 향해 날아간 것 뿐이다. 비록 거리가 너무 멀어서,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내 낌새가 이 상함을 느낀 태자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다. 하지만, 그의 말은 이미 들리지 않는 다. "레이니?" 뭔가 엄청난 살기가, 우리 주위에 머물다 떠났다. 이걸 무시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여태까지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긴 내 신경이, 나를 재촉했다. 내 몸이, 아니 내 다리가, 이 느낌을 느꼈을 다른 사람들에게로 나를 이끌었다. 도대체 이것이 무엇 인가. 조금은 알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내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에, 결론이 들어 있 었다. "강대한 힘. 우리 모두에게 품고 있는 거대한 증오심."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온다. 태자는 그런 나를 놀란 눈으로,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그런 건 이미 문제가 아니다. 그 정도로, 내가 느낀 살기는 강대한 것이었 다. 행복한 꿈에 젖어있던 나를, 순식간에 현실로 쫓아낼 정도로. 비록 지금은 사라 졌지만, 그 순간적인 충격은 너무나 강했다. "그렇다면?" 나는 급히 기사들을 향해 뛰었다. 찾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한 사람을. 기사들이 나를 보더니 황급히 나에게 무릎을 꿇는다. 그들의 마음이 내게 비춰진다. '폐하. 어떻게 된 겁니까? 안색이.....' '혹시 저 자가 무슨 무례라도?' '몸이 안 좋으신가요? 도대체 무슨.....' 지금 그따위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 나는 급한 마음에, 그만 큰소리를 내고 말았다. 지금 들은 것은 그들의 말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그만 까맣게 잊은 채. "그게 아냐 !" 모두들 화들짝 놀란다. 그들의 놀라는 얼굴을 보고서야, 나는 나 자신의 실수를 깨 달았다. 그들은, 아직 자신들의 마음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는데, 나는 그들에게 그 마음에 대한 대답을 해 버렸다는 것을. 이런 식의 대화에 익숙치 않은 그들에게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의문을 풀어줄 시간이 없다. "세.... 애스터 누스를 불러와. 어서 !" 그녀라면, 이 느낌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초보 마법사인 내가 느낄 수 있다면, 그녀는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실체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지 모른 다. 그런 확신이 든다. 웬지 모르지만. 기사 한 사람이 급히 마법사들의 방을 향해 달려갔다. - 계속 - 후기)모나드. 드디어 나온 괴물의 이름이군요. 이름 짓기는 쉬웠지만, 과연 이 여자 애가 이름값을 할지. 조심해야겠군요. 그리고, 이번에는 독자님들을 궁금하게 하는게 많군요. 붉은 괴물이니, 모나드니, 그리고 엘프와 드워프의 유래니..... 과연 이번 에피소드에선 얼마나 그런 점이 설명 이 되느냐..... (왠지 모르게 기분좋게 웃는 작가) 앞으로도 좀 피곤하게 될 듯 하네 요. 레이니양.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1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4-21 13:26 조회:80 공룡 판타지 18-351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4) "방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 애스터 누스님은 좀 전에 외출하셨다고 합니다 !" 셀의 방에 갔던 기사가, 이쪽으로 달려와서 전한 말이다. 이런. 하필 이럴때에.....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차피 지금은 축제중이고.....' 지금 내 황제 즉위를 반대하는 사람은, 오직 폐제 알드리와 전 수석 마법사인 제논 뿐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내 즉위를 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제논의 행동을 그녀가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면, 그녀는 그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자리 를 비우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내 옆에는 라 브레이커가 있다. 그 검과 맞설 정 도의 힘은 제논에게 없다. 그러니, 그녀가 잠시 긴장을 푼다고 해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다른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차석 마법사를 찾아 서 달려간 기사의 등을 보며, 나는 난처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없다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지?' 그녀만큼 마법에 능통한 자가 있는가? 없다. 그 점에 있어서는 궁전의 어떤 마법사 도 그녀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할까..... 라 브레이커를 부를까도 생각해봤지만, 내 허리에서 사라진 것을 보니, 아마 산책이라도 나간 모양이다. 어차 피 내가 부르면 금방 날아와 줄테니 그쪽은 걱정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애매한 느낌의 진위 여부를 묻기 위해, 검을 찾아보아야 할까? 조금 망설여진다. 어 쨌든 여러가지 감정이 얽혀있는 상대이기에.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러지 않아도 될 듯하다. 내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그들 자신의 방에서 이곳으로 달려온 두 사람, 그록과 카리나가 보였기 때문이다. 카리나가 마법사라는 것을 아는 이상, 조언을 구 할 수는 있겠다. 혹시, 내가 느낀 그 강렬한 느낌을, 그녀도 받았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내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대답은..... "아뇨. 전혀 느낀 것이 없는데요." 속이는 말은 아니다. 그녀의 눈은, 전혀 거짓을 담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녀의 마음 은, 내가 한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빛으로 가득차 있었다. 적어도, 그녀가 뭔가를 느꼈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마법으로 속이는 것도 아냐.' 상대의 정신 마법에 내가 걸려들 만큼, 라 브레이커의 보호가 느슨하다고는 생각하 지 않는다. 정신이 돌아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나보다 그 검이 더 잘 알고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어째서 그 힘을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곰곰 생각해보려 는 중에, 내 앞에 한 사람이 달려왔다. 이 사람의 이름이..... "궁정의 차석 마법사 킬러웨이입니다. 폐하." 아. 그렇지. 그동안 열심히 사람들의 이름을 익히기는 했지만, 신경쓰지 않으면 자 꾸 잊게 된다. 하긴 사람이 몇 백명인지도 모르는 판에,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는 그의 인사에 답례를 해주고 나서, 나의 의문사항을 물어보았다. 비록 셀만큼은 못하 더라도, 어느 정도는 대답을 해 줄 수 있겠지. 하지만. "수도 상공에 말입니까? 거대한 힘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런 힘이 존재했다면, 금새 알아챘을 겁니다. 저 역시 8레벨의 마스터이고, 현재는 9레벨 을 연구하는 마법사입니다. 비록 애스터 누스님에겐 미치지 못하지만, 그 제논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전투에선 말이지요." "....."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대답이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느꼈었다. 그 강대한 힘의 순간 적인 발생과 소멸을. 그 힘은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는, 멀리 서쪽을 향해 날아갔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익숙하지가 않다. 격렬한 증오의 감정 이, 그 무언가에게서 느껴졌기 때문에. '그런데 왜 마법사들은 느끼지 못했다는거지?' 오히려 그들은, 내가 오늘 즉위식에서 너무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신경과민이 된 게 아닌가 걱정하는 표정들이다. 혹시 정말로 그런 건 아닐까? 오늘 하루동안 생 긴 일이 하나둘이 아닌 점에서, 그런 해석도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착각이 라기에는 그 느낌이 너무나 확실했다. 그런데 왜? 그들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아뢴 다. "오늘은 피로하신 듯 하니, 이만 쉬십시오. 폐하." "내일부터 황제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셔야 하오니, 오늘은 이만 쉬시길 바랍니다. 폐 하." "그렇게 하시옵소서. 폐하." 이런 식의 정중한 강요를 받으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곤란 해하는 중에, 리츠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옆에 있는 건 부스트씨. 리츠 의 집에 머문다더니, 오늘 축제를 구경하는 중이었나? 하지만 저 아저씨도 불쌍하네. 여자 하나 구하지 못해서 저렇게 쓸쓸한 모습을..... "폐하. 신 리츠가 아뢰옵니다. 조금 전에, 거대한 에너지가 수도 상공에 머물다가 서쪽으로 떠나갔습니다." 무릎을 꿇고 아뢰는 리츠. 그의 말에 모두의 주의가 그쪽으로 쏠렸다. 물론 나까지 도. "뭐라고?" "그렇게 강대한 힘은, 거의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현재의 마법사들이 가진 힘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무서운 힘이 잠시동안 노출되다가 사라졌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나 짧고, 너무 높은 고도에서 출현했었기 때문에, 대다수가 느끼기 어려웠을 겁니다. 폐하." "그렇습니다. 폐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원로급에 속하는 중신이며 무술의 대가인 리츠가, 그리고 유명 한 용병인 부스트씨가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기에, 그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적어도 정신이 불안정한 나보다는 믿을 만하다는 건가. 아니면 나를 제외하고도 증인이 두 사람이 되니까 믿을 수 있다는 건가. 그 말이 나오자마자, 기사들 몇 명이 내게 아뢰 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아주 높은 곳에서 뭔가 따끔거리는 듯한 기미를 느꼈습니다. 폐하. 하지만, 그게 그렇게 엄청난 힘이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군요. 죄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느꼈어요. 어떠한 힘인가 생각하기도 전에 사라져서, 대체 무엇 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저도 느꼈습니다. 폐하.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강대한지는, 알 수가 없군요." 그쯤되자, 마법사들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서 숙련된 기사들 은 느끼는데, 대다수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그 힘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거지? 기사 들 대다수야 수업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넘길 수도 있지만, 카리나나 킬러웨이라면 상 당히 높은 수준의 마법사들인데? 그런데 어째서 그들은 아무런 느낌도 받을 수가 없 었던 것일까. 그들의 당혹감이, 그들의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어째서지? 아무 느낌도 없었는데.' '혹시 제논이? 하지만 그 자가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고 해도, 라 브레이커가 머물 고 계신 이곳에 어떻게 장난을 친단 말인가.' '마법에서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착각이었단 말인가?' 마법사들 사이에 떠오르는 가지각색의 당혹스런 의문들. 그것을 잠재우듯이, 리츠가 선언했다. "그렇다면, 기사들의 의견은 수도 상공에 거대한 힘을 지닌 무언가가 나타났었다는 것이고, 마법사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군요." 그가 나를 바라보더니 말한다. 물론 무릎은 굽힌채로. "그렇다면, 이번 일에 대해서는 라 브레이커의 지혜를 구해야 하겠군요. 폐하. 수고 스럽겠지만 검을 불러주시길 청하옵니다." 고개를 숙이며 내게 의견을 제시하는 리츠. 그 옆의 다른 이들도 곧 무릎을 꿇는다. 무릎을 꿇지 않는 사람은 타국의 신하인 그록과 카리나, 그리고 유로제국의 태자라서 내게 무릎을 꿇을 수 없는 파란 뿐이었다. 물론 궁전 곳곳을 경비하는 기사들은, 자 신들의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지만. 그들의 의견이 지당 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손을 들어 화답했다. "좋다. 그럼 라 브레이커를 부르겠으니, 잠시 기다려라." 그들의 의견은 지당했다. 두 그룹의 의견이 대립된 이상, 그것을 풀어주는 것도 황 제가 된 나의 의무가 아닌가. 게다가, 나 자신이 몹시 알고 싶어한다는 점도, 내 행 동을 서두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고, 라 브레이커를 생각해보았 다. 검이 비록 내 곁에 없다고 해도, 그 검은 내가 부르면 내게 돌아올 테니까. '라 브레이커. 어디 있니?' 이제 곧 내 앞에 검이 나타나겠지. 모든 사람들의 생각 역시, 나와 일치하고 있었 고. '지금 물어볼 게 있어. 그러니 내 앞에 와 줘.' 하지만..... 검은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어째서이지? 나는 물론, 모든 사 람들이 당황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깜짝놀란 나는, 다시 검을 불렀다. 이 번에는 조금 다급하게. '빨리 와 ! 라 브레이커.' 한심하지만, 급하니까 격식이고 뭐고 다 집어던지게 된다. 그러나, 검은 내 앞에 나 타나지 않았다. 나타난 것은, 모두의 머리에 울린 목소리뿐. "문제가 생겼다. 네가 빨리 이곳에 와주어야 할 것 같다. 이곳의 위치를 알려줄테니 날아와라. 이곳은 유로제국의 수도에서 서쪽으로 약....." "잠깐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무슨 문제인지는 가르쳐주고 나서 날 오라마라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서둘러라 ! 이곳은 전에 셀이 살던 그 집 부근이다. 어서 !" 그리고는 연결이 끊어졌다. 도대체 이게 뭐야? 나는 잠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나 뿐만 아니라,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이었다. - 계속 - 후기)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 나오는, 좀 느슨한 부분. 이런 부분이 바로 오늘의 연 재분이군요. 물론 필수적이긴 하지만. 슬슬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한 제논의 야욕. 그리고 고생하는 셀과 라 브레이커. (레 이니는 전혀 고생하지 않고 있음. 데이트에다, 달콤한 속삭임이라..... 나중에 두고 보자고) 그리고..... 글이 안 써질때는 힘드네요. (이건 제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해야 하지 만......) 일단 오늘은 비축분이란 게 있으니 다행이지만, 어서 잘 풀어나가야 하는 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22 조회수 : 19 공룡 판타지 18-352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5) 펑 ! 퍼펑 ! 작은 폭발이, 셀이 살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났다. 사람들이 난데없이 일어난 폭발에 놀라, 그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연기를 뿜는 곳은, 셀이 기거하던 작은 집. 사람들이 깜짝 놀라 우루루 몰려온다. 그리고 그들이 웅성거린다. "그 마법사 아가씨의 집이잖아?" "어째서 폭발이 일어난거지? 그 아가씬 여행 떠난 거 아니었어?" "모르지. 혹시 집에 돌아와있는지도." "한동안 조용해서 좋다 싶었더니....." 과거, 셀이 이곳에 살던 무렵, 그녀는 끝없는 마법 실험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 다. 비록 그 소음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일은 끊이 지 않았다. 아무리 마법으로 온갖 소음을 차단시킨다고 해도, 그 결과물이 집 밖에 나오면, 사람들은 놀라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흔하게 있었다. 굳이 그녀 의 집에 있는 거대한 떠 다니는 눈알, 아이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그렇다면 그 녀는 이번엔 무슨 실험을 한 것일까? 어째서 평소에는 내지도 않는 폭발음까지 낸 것 일까? 사람들이 불안해하며 셀의 집을 바라본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눈 앞에 무언가가 날아내렸다. 새하얀 옷을 입은 새하얀 피부, 새하얀 머리카락의 소 녀가. '저 여자, 뭐지?' 하얗지 않은 것은 초록색의 눈동자뿐인 그녀를 보고 사람들이 당황했다고 해도, 그 리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하지만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호기심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셀의 집 앞이었기 때문이다. "그 아가씨가 만든 마법의 요정인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절대 무리는 아니다. 셀의 실험으로 만들어진 수많 은 괴물들을 자주 보아온 그들에게 있어, 이 정도의 외모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 다. 하긴, 떠 다니는 눈알이 그들 앞에 출현했을때는 얼마나 사람들이 놀랐던가. 요 괴 출현이란 소리를 듣고, 마을의 모든 청년들이 전부 창칼을 들고 달려나온 적도 있 지 않은가. 그런 경우에 비한다면, 이 정도는 그야말로 준수한 편이었다. "또 그 아가씨의 작품인건가?" "그런가봐." "하지만 그 아가씨 솜씨 치고는 괜찮은걸?" "눈도 제대로 달려있고." "팔도 제대로 달려있어." "좀 무뚝뚝하게 보이긴 하지만." 비록 얼굴이 지나치게 새하얗기 때문에 약간 섬뜩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 을사람들은 그럭저럭 납득하기로 했다. 셀의 기행은 어차피 익숙한 것이고, 이런 일 을 하루이틀 당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굳이 놀랄 필요는 없다. 마을 사람 중 몇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조심하면서. "아, 안녕?" 하지만 상대는 전혀 그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는, 셀의 집을 바라본다. 그리고 말한다. 예의 그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이 그 마법사, 애스터 누스의 집인가?>>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탓은 아니다. 다만, '애스 터 누스'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녀가 이곳에서 그 이름을 사용한 적이 없었기 때문 에. 사람들은 그저 수군거리기만 할 뿐이다. "도대체 애스터 누스가 누구지?" 마을사람들의 행동을 본 그 새하얀 생명체, 모나드가 서서히 손을 들었다.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손이, 셀의 집을 겨누고. 퍼펑 ! 집의 문짝이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마법에 의해 이루어진 방어막이, 순식간에 찢겨 져서 빛으로 화해 사라져버린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뒤로 한 발짝 물러선 다. "시작했어 !" 저, 저 녀석이. 우리 집을 다 부수고 있었다. 조용히 은거하면서 살아가려고 마련한 내 집을, 내 소중한 집을 다 부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날아가서 막고 싶지만, 섯불 리 접근했다가 그녀가 날 알아보기라도 하면..... '그럼 끝장이야.' 내 몸에 씌워진 족쇄. 비참한 운명의 그물만 없었더라도, 저런 고대 문명의 실패작 정도는 단 한 방에 날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접근하면 안 된다. 내 가 접근하면, 그것은 모든 희망의 종말이 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어쩌지? 이대로 놔두면 세이브는....." 그 애가 잡혀간다면, 그것 역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저 괴물. 모나드에게 세이브가 돌아가게 된다면, 그것 역시 좋은 일이 아니다. 결국, 이 검에게 부탁을 해 야 하는 건가?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나는 내 주인의 말이 없으면 널 도울 수 없다. 지금은 그저 그 녀 석이 빨리 오기를 기다릴 뿐." "그럼 여기서 그 애에게 연락해서 허락을 받으면....." "안 된다. 그녀가 이곳까지 스스로 날아와야 도와줄 수 있다. 그녀가 아직 내 힘을 완벽히 손에 넣지 못한 이상, 그녀가 내 힘을 잠시라도 빌어쓰기 위해서는 시험을 통 과해야 한다." "하지만 그냥 오라고 하기만 했는데, 그 애가 여기까지 올 거라고 생각해?" 사실이 그렇다. 명색이 일국의 황제인 소녀에게, 그런 행동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설령 그녀가 이곳에 오려고 해도..... "게다가 너,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신파를 보냈지? 매우 불길한 상황인 듯이." 안 그래도 신하들이 막아설 판인데, 그런 말까지 해놨으니 과연 그들이 그 애를 이 곳에 보내줄 것인가. 나는 검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이대로 상 황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 아닌가. 일국의 황제가 국외에 나가는 것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판국에, 신변의 안전도 보장받지 못한다면 누가 그녀를 이곳에 오 게 허락할 것인가. 검이 무정하게 말한다. 정말 무정하게. "그래도 할 수 없다. 만약 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녀석이 나를 믿지 못한다는 것 이니까. 그런 주인을 주인이라고 불러줄 의무는, 내게도 없다." "아 !" 검의 그 말에, 한 가지 내 마음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만약 그 애가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그녀는 검의 말보다 신하들의 말을 더 믿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애 에게 걸린 계약은 해제될 수도 있다. 다만..... '그 애의 목숨은 괜찮을까.' 문제는 그것이다. 계약이 이런 식으로 파기된다면, 그 애는 과연 무사하겠느냐는 것 이, 내 걱정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그 애에게 과연 계약을 지속시킴으로서 평생의 부담을 지우느냐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다. 그런 내 걱정을 읽은 듯, 라 브레이커가 덧붙인다. "걱정마라. 어차피 갓 결혼한 신부를 죽일 정도로 내가 잔인하지는 않으니까." 결혼한 신부가 가지는 것. 그걸 생각한 내 얼굴이 순간적으로 새빨개졌다. 그래. 결 혼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지. 그러니, 함부로 죽여버리는 것도 곤란하겠지..... 하지 만...... '그 애에게 그게 행복한 것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앞날은 모르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그 애가 이곳에 오지 않을 경우의 이야기일 뿐이다. '만약 그 애가 온다면.....' 그렇다면 모든 것은 달라진다. 그 애가 만약 이곳에 온다면..... 그 애는 저 괴물과 싸워야 하는 운명을 짊어지게 되겠지. 저 괴물이 살아나면 인간들이 죽고, 저 괴물이 죽으면 인간들이 사니까. 그건 그녀에게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운명..... '하지만.' 만약 그 애가 검의 시험에 실패한다면? 그렇다면 그 애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게다 가 지금의 추세로 보아서는, 그 애가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럼 난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수 백년을 살고서도 더 살기를 바라다니..... 순간적으로 자기혐오에 빠질 뻔했지 만, 곧 마음을 가다듬었다. 살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난 아직 인간일 수 있구나.' 아직까지는.... 기묘한 안도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라 브레이커. 이봐 ! 왜 아무말도 하지 않는거야 !" 검이 내게 말해주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다시 한 번 검에게 말을 걸었지만, 검은 침묵을 지킬 뿐, 아무 답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다만, 검이 말한 한 마디가 귓 전을 울릴 뿐. '이리로 와라.' 그런 뜻이었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사제쳐두고 날아가야 할까. 일단 은 그렇게 하고 싶다. 그 검이, 그 잘난 검이 그런 소리를 할 정도라면 보통 일은 아 닐테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퍼진 정신파의 내용은...... '그 녀석.....' 타인의 마음을 본다는 것은, 안 좋은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사람들의 눈치를 보 니, 검이 보낸 정신파가 별로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물론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 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겠지만, 그 느낌은 조금 알고 있다. '위험.' 어째서 검은 그런 느낌을 보낸 것일까. - 계속 - 후기)음. 좀 어정쩡하군요.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겁니다. 이거, 나중에 제게 족 쇄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다가(약간 바빴거든요. 하나는 게으름 탓이고, 또 하나는 정신없이 뛰었던 것이 있어서) 연재 중단의 위기까 지...... 이거,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쉬어야 할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3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4-23 20:19 조회:106 공룡 판타지 18-353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6) '모르겠어.' 검이 어째서 그런 느낌을 보내준 것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 금 뭔가 중대한 일이, 셀의 집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 그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안 됩니다. 폐하.' '그런 위험한 곳에 폐하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간다면 저도 같이.....' '위험해요. 그 검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텐데요.' 이, 이건 내 생각이 아니잖아. 순간적으로 떠오른 마음의 혼란을 정리하려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뜬다. 내 앞에 사람들이 보인다. 잔뜩 찌푸린 사람들의 얼굴이. 그들 의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내 귓전을 흔들면서. "안 됩니다. 폐하." "그런 위험한 곳에 폐하를 보낼 수는 없습니다." "간다면 저도 같이....." "위험해요. 그 검의 힘이라면, 어떻게든 문제를 처리할 수 있을텐데요." 어째서 글자 하나도 틀리지 않는거냐. 그 많은 신하들이, 모두들 내가 예상한 대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마음을 읽어낸 것인가. 그럼..... 아까 그런 생각이 떠오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 내가 당황해하는 것을 보며 리츠가 말 한다. "폐하. 라 브레이커가 부른다는 것은 중대한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은 가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검이 저에게 보낸 말은, 그곳에 가면 폐하께선 죽음에 직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죽음보다도 더한, 끔찍한 일을 마주치실 거라는 것이...." 그가 말을 흐린다. 대체 무슨 말을 검이 보내주었기에 저런 소리를 하는거지? 평소 엔 그리도 침착냉정하던 그가? "그렇습니다. 폐하. 저도 그 말은 들었습니다." 옆에서 그를 거드는 하이. 그리고 모든 신하들이 동시에 말한다. 마치 미리 연습이 라도 해본 것처럼. "그렇습니다. 폐하. 부디 그곳에 가는 일은 자중해주시길." 그리고 나온 말들은, 무수한 쓰레기더미였다. 신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밖에 간주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그들의 말은 결국 한 가지. '그곳에 가지 마시 오.'라는 말을 길게 늘인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간단한 말을 하려고 그런 길다 란 말을 하는 것인가? 그들의 잔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하다. 그 래. 안 가면 그만이겠지. 검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잠깐. 검이 그들에 게 뭐라고 한 거야? 리츠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모두들 겁먹은 표정만 내게 보여주고 있다. 아직은 그들의 심층적인 생각까지 감지해낼 수 없기에, 나는 그들에 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어지는 잔소리를 우선 끊어야 하겠 지? "그만." 좀 큰소리를 내야 할지 고민했지만, 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모두들 말을 멈추었 다. 이것이 황제의 권력인가. 확실히 이럴 때는 써먹기 좋구나. 하지만. "도대체 라 브레이커가 무슨 말을 했길래, 그대들이 나를 가지 못하게 하는지 말해 보도록 하라." 그러자 신하들을 대표해서, 리츠가 내게 아뢴다. 정중한 목소리를 유지하고는 있지 만, 그가 다시 동요한다. 도대체 검이 무슨 말을 했기에? 그가 아뢴다. "폐하....." 그리고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라 브레이커는 저희들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만약 검의 말을 따라 그곳에 간다 면, 폐하께서는 결혼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자신의 시험을 치를 것이라고. 게다가, 실패하면 즉시 목숨을 빼앗겠다고 했습니다." "그런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어차피 알고 있는 말을, 왜 되풀이하는거지? 리츠가 계속해서 대답한다. "만약 폐하께서 그 시험에 성공하신다면, 라 브레이커는 폐하에게 한 가지 의무를 지우겠다고 말했습니다. 한 가지 의무를 말이지요." "의무?" 무슨 의무? 짐작가는 게 하나 있다. "만약 폐하께서 그 시험에 성공하신다면..... 조금 전에 수도 상공을 지난 그 괴물 을..... 그 괴물을....." "퇴치하라는 건가?" 굳이 그런 시험에 겁먹을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내가 검의 시험에 실패한다면, 그 후는 죽음 뿐이다. 여태까지는 요리조리 잘도 피해왔지만. 내가 받을 것을 받게 되는 것 뿐인데, 그렇게까지 놀랄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지만 내 표정이 너무 태연한 걸 본 그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 폐하 !" 화를 버럭 내는 리츠. 아니.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그 검이 말했습니다. 그 괴물은, 고대 문명의 찬란한 광채를 일순간에 꺼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파괴의 악마라고. 어쩌면 그 괴물은, 신화에 나오는 전설의 붉은 괴 물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 괴물일 겁니다. 이 세상을 파괴하고 모두를 어둠속에 빠뜨린 괴물. 이 세상의 생물을 거의 모두 죽이고 세상을 뒤바꾼 그 지옥의 괴물. 그 런 괴물을 폐하와 싸우게 하겠다는 겁니다 !" 얼굴색이 파랗게 된 거야 이해하지만 말야. 그 괴물이라고 검이 말한 건 아니잖아. 그건 당신의 짐작일뿐이지. 리츠. 그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그는 다시금 강조하듯이 말했다. "그 괴물에게 그런 힘이 있고, 과거에 봉인되어버린 고대 문명의 잔재라면, 충분히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게다가, 그 전설의 검이 두려움까지 느낄 정도의 적이라면, 그 붉은 괴물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그런 위험한 상대와 싸우기 위해, 길을 떠나는 것은 우리 제국의 존망이 걸린 문제입니다. 재고해주시기 바랍니다. 폐하." 다시 고개를 숙이는 리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 아무래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듯 한데. 나는 정색을 하고 그에게 물었다. "만약, 내가 가지 않는다면, 그 괴물은 어떻게 되는 거지? 아까 우리 머리위를 날아 간 그 녀석이 만약 마음을 바꿔서 우리 앞에 내려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면 우리 모두는 그 괴물의 손에 의해 죽어버릴 거 아냐?" 정말로 그 괴물이 전설과 신화에 전해지는 그 붉은 괴물이라면, 마법사들도 기사들 도 소용없다. 고대문명의 인간들은 지금보다 월등한 마법을 자랑했지만, 모두들 그 괴물에 의해 죽어버렸으니까. 하긴 신화의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는 모르지만. 그런데도 그걸 방관하라고? 왠지 맘에 안 드는 낱말이다. '방관'이라는 것은. "그건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폐하." "왜?" 전에 그 검이 한 말이 있다. 주인의 말이 아니라면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그런데 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 그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데? 리츠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대답 한다. "검이 말했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오지 않으신다면, 즉시 검의 주인 자리를 물러나 게 하고 검 스스로 이 일을 해결하겠다고 말이지요. 지난번..... 알드리 폐제가 이 나라에 나타나게 한 일에 대한 사례라고 하더군요." 그런가? 약간의 안도감이 스친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데? 고민하는 나를 보며 리츠가 말한다. 걱정말라는 듯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서 그냥 검의 솜씨를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폐하." "그렇습니다. 폐하." 모두들 그 말에 긍정한다. 그리고 내게 무언의 눈짓으로 요구한다. 내가 이곳에 머 물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는 사이에, 한 사람이 비웃음이 담긴 말투로 끼어든 다. "그래서. 위험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구경만 하자는 건가요? 폐하." 이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그 사람의 이름은..... "부스트씨 !" 그가 나를 바라본다. 그의 당당한 얼굴이 빛난다. 어쩌면 그는 이곳의 누구보다도 더 위엄있고 거대하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나를 향해 말한다. "폐하께서 그런 생각이시라면, 그렇게 하십시오.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당신은 영 원히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어째서?" 내가 묻는다. 그가 말한다. 그 대답이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폐하께서 이곳에 머무신다면야, 모두들 기뻐하겠지요. 하지만, 전 실망을 금치 못 할 겁니다. 전 여태까지 그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 이 제국의 황제라고 생각했거 든요." 그런데? "그런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그저 검의 위세를 빌린 쥐새끼에 불과했었 다니. 살아오면서 실망스런 일을 겪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 일은 상당히 충격이 크더군요. 폐하. 제가 호감을 느낀 여자애가 실제로는 겁쟁이였다니." "겁쟁이?" 신하들의 노여움의 감정이, 부스트에게 날아간다. 그러나 그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 고 말한다. 계속해서. "뭐, 그렇게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저는 제 자신의 안목에 실망을 금치 못할 겁니다. 어쨌든, 제가 호감을 느낀 여자였으니까요. 제 자 신의 사람보는 눈이 이렇게 흐릴 줄은, 저 자신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그가 웃기 시작한다. 비웃음의 소리가, 궁전을 메우기 시작한다. - 계속 - 후기)결혼해서 편히 사는 것의 문제라는 게 이런 겁니다. 자세한 건 내일 나오겠지 만, 그렇게 산다면 최소한 한 사람이 불행하게 되지요. 아르메리아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지만 우리가 그녀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과연 우리는, 자신의 목숨 이 위태로울 걸 알면서도 남을 도울 수 있을까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24 조회수 : 10 공룡 판타지 18-354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7) "닥쳐라 !" 리츠가 말한 것이 아니다. 내 옆에 서 있었던, 유로 제국의 태자, 파란이 한 말이 다. 그는 부스트를 노려보며 외친다. "네가 뭘 알고 있다고 감히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 그녀의 과거에 대해 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고 있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감히, 황제를 능멸 하려 하다니." 그러면서 내 어깨를 감싸는 그. 그가 다시금 외친다. 그를 향해서. "폐하는 내가 지킬 것이다. 너처럼 떠돌아 다니는 용병이 뭘 알고 있다고. 이 자리 에서 썩....." "머저리." 파란의 말을 끊어버리는 부스트. 당황하는 파란의 앞에서, 부스트가 비웃음을 섞어 가며 말한다. 노골적인 비웃음의 감정이, 내게로 향한다. "폐하는 아기가 아니다. 어리석은 꼬맹이의 품 속에서 허우적거릴만큼 연약한 여자 가 아니란 말이다. 비록 내가 폐하의 과거를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안다. 듣기로는, 자신의 손으로 어머니를 쳐죽였다지? 살기 위해서." "!" 나도 모르게 흠칫 놀란다. 그가 어떻게 그 사실을 안 거지? 하지만 그 사실 자체는 비밀이 아니었으니, 그도 알 수 있었겠지. 어쩌면 내가 황제로 되었던 이유를 묻던 도중에, 누군가에게 들었을지도 모르고. 내가 남자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을 들었던 그가, 어째서 황제 자리에 내가 오르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고, 그 문제를 누군가에게 상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그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자초지종을 알아내는 것도 그리 큰 일은 아니리라. 하지만. 피를 쏟으며 내 눈 앞에서 쓰러지는 어머니. 그리고 체서의 마지막 모습. 눈 앞에서 그 말을 듣는 것은 역시 두려운 일이다. 난 아직 어머니를 죽인 피의 대 가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를 죽인 자는 그 자식의 손에 의해 죽어야 마땅하지 만, 부모를 죽인 것이 단 하나뿐인 자식이라면 그 죄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 답이 떠 오르지 않는다. 비록 내가 그 당시에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부스 트의 말이 마치 재판관의 선고처럼, 나를 짓누른다. "보통이라면 사형감이지. 물론 그 당시의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말야.... 그러나 !" 나를 노려보는 부스트. "너는 그 당시에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선택했다고 들었다. 그때 네가 어머니를 죽 인 것은, 그 선택에서 파생된 결과이고." '그래서?' "너는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살기 위해 한 선 택,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 되는 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네 어머니를 죽인 것은 네 가 살고 싶어서가 아니던가?" '아냐 !' 하지만 그 말은 내 입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내가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안 했다고 할 수 있는가? 내가 그 당시에 살고 싶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었는가?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내 눈 앞에는 결과가 펼쳐져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피의 연 못이, 내 눈 앞에 어른거리다가 사라진다. "너는 그렇게 해서 살아남았고, 지금 황제라는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너 는 지금 그 안락함에 취하기 위해, 피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도망치려고 하고 있다." 그의 말이 내 귀를 울린다. 마치 검으로 내 가슴을 후벼파는 듯이, 내 마음을 찔러 간다. "기억해라. 네 손에는 네 어머니의 피가 묻어있다는 것을. 그것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네가 살아있는 한. 아니, 네가 죽은 후에까지도." '아냐.' "네 어머니까지 죽이고 얻은 삶이다. 그렇다면 너는 그 인생을 가치있게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네 목숨은 이제 너 하나만의 것이 아니고, 네 어머니의 것까지 더해 졌기 때문이다." 나의 어머니의...... "그런데 너는 지금 도망치려는 거냐? 너는 네 인생을 도망자의 인생, 비겁자의 인생 으로 만들고 싶은 거냐?" 도망자..... 비겁자.... "네가 그런 삶을 택한다면, 네 어머니의 삶도 도망자의 생, 비겁자의 생, 겁쟁이의 생이 되고 말 것이다. 레이니." 겁쟁이의 생..... 그런가. "네 어머니도, 아마 네가 그런 삶을 살기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 그가 입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던진 말은..... "자. 선택해라. 일국의 황제로서, 네 어머니의 목숨을 걸고, 너 자신에게 어떤 길이 부끄럽지 않은 길인지를. 앞으로 가겠는가? 뒤로 숨겠는가?" 내 눈 앞에 두 갈래 길이 보인다. 나는 그 앞에 서 있다. 하나는 유로 제국의 태자인 파란의 품에 안기는 길. 안락하다. 행복하다. 여자로서 그 이상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그저 태자의 품 속에서,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 라가는 것. 신하들의 충고에 따라 편하디 편한 삶을 선택하는 것. 백성들에게 안도감 을 주고, 모든 이의 축복을 받는 길. 또 하나는 피가 뿌려진 길이다. 가면 죽는다. 돌아오지 못한다. 이 나라에 전란을 부를지도 모르고, 백성들을 수없이 죽게 할지도 모른다. 설령 이 길을 선택한다고 해 도, 세이브를 살려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길은..... '난 그런 것까지 생각해서 검의 주인이 되지 않았어.' 물론 나는 그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다만, 어머니를 살리고 싶어서, 내가 살 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다. 비록 그 당시에 내가 죽었더라도, 그다지 불행하다는 자각 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난 그때 이미 선택했어.' 멋모르는 상황에서의 선택. 그리고 그것이 지금 족쇄가 되어, 내 앞에 놓였다. 그리 고 나는 선택해야 한다. 행복의 삶과, 불행한 삶 둘 중 하나를. "밝은 길로 가세요 ! 폐하 !" "전란과 죽음의 길은 안 돼요 ! 폐하 !" "폐하. 제발....." "레이니. 나와 같이 이 길로 가요." 수많은 사람들이 밝은 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하이, 리츠, 파란, 그리고 수많 은 다른 신하들이. 그들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른다. 그러나 다른 쪽에는. "넌 이쪽으로 가야 한다." 부스트씨 한 사람만이 서 있을 뿐이다. 어느 길을 택하겠는가. 단 한 사람을 만족시 키기 위해, 피를 뿌리는 길로 가겠는가? 아니다. 그럴 수는 없다. 나는 황제이고, 수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발이 밝은 쪽을 향해 한 발짝 내딛는다. "아악 !" 아직 내 발은 밝은 길을 향해 내려지지 않았다. 비명 소리가,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하고, 내 앞에는 다시 두 무리의 사람들이 있다. 한 무리는 모든 사람들. 또 한 무리 는 부스트씨 한 사람...... "아냐 !" 한 사람이 아니다. 그의 옆에 어른거리는 건 또 한 사람. 그녀의 이름은..... "세이브 !" 그 애의 비명이다. 지금 들은 이것은, 그 애의 비명이다. 처절한 소녀의 비명이, 나 를 붙잡은 것이다. 그리고. "아아악 ! 언니 ! 살려줘요 !" 그 애의 비명이 내 마음을 찢었다. 산산조각이 나는 그 애의 육신. 그리고 나의 마 음. 그 비명 소리가, 내게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니, 과거도 아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애와 함께 있었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나는, 그 애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울먹이는 그녀의 얼굴이. 이 궁에서 뛰쳐나갈 때의 그녀의 얼굴이.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과거. 내가 검과 계 약한 그 순간에 보였던, 그 애의 쓰러진 모습이. 피바다속에 잠긴 그녀의 모습이. 그 모습이 내게 떠오른 순간, 검이 왜 나를 불렀는지가 이해되었다. 셀의 집 앞. 그리고 나를 부르는 검. 검의 주인의 신변을 지키는 것 이외에는, 검의 시험을 통과해야 그 힘을 얻어 쓸 수 있다는 제약. 그 모든 것이 내 머리속에서 섞이고, 그것이 체계를 이루어 내 앞에 섰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구나....." 어째서 검이 나를 불렀는지가,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지금, 세이브에게 신변의 위협이 닥친 것이다. 그것도 심각한 종류의. 셀의 손으로도 어쩔 수 없을 정도의 위 기가. 그 정도라면, 아까 우리의 머리 위를 지나간 괴물이 어디로 갔는지가 분명해졌 다. 그 괴물이 간 곳은 바로..... - 계속 - 후기)어제는 로우텔의 급습으로, 대다수의 분들이 통신장애를 겪었습니다. 어제 열심 히 도전해봤지만, 회사측의 사과문을 아무리 클릭해도 보여지지 않더군요. 대단 해..... 그나마 어제 통신장애가 일어나기 전에, 글을 올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제 제대로 보신 분이 몇 분이나 되실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오늘은 연재 안 할까 하다가.... 언젠가 쉰다고 외친 적도 있고 해서, 그냥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통신장애가 없기를 바라며, 오늘도 올립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25 조회수 : 37 공룡 판타지 18-355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8) "세이브가 위험해 !" 그 말이 내 입에서 터져나오고, 그 순간 내 몸이 방향을 틀었다. 그의 손이 내 머리 에서 떨어지고, 황제관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그런 시시한 황금 쪼가리가 문 제가 아니다. 지금 내가 신경써야 할 것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젠장. 빨리 눈치챘어야 하는데." 황제의 자리? 나의 목숨? 태자와의 결혼? 그런 시시한 것에 신경을 쓴 내가 바보였 다. 나는 세이브와 약속을 했었다. 그녀를 만나러 간다고. 그 작은 아이의 목숨에 비 한다면, 황제의 영광과 태자와의 정략결혼 따위가 다 무엇인가. "이런 멍청한 녀석 같으니....." 물론 부스트씨에게 검이 그런 것을 알려주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말 은 내게 중대한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간단한 진실. 왜 그 것을 여태까지 깨닫지 못했을까. 따지고 보면, 내 목숨은 이미 그날, 검에게 맡겨진 것이 아니었던가. "이미 그날부터....." 검이 내 목숨을 구했을때부터,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내 목숨은 검과의 계약 에 따라 검에게 맡겨진 것이고, 검은 스스로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여태까지의 검의 행동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내 부탁 때문에 레벨 10의 마법을 가르쳐준 검의 모습이, 그 때문에 살아남은 태자의 모습이 스친다. "멍청이......" 검의 힘을 빌어 체서들을 물리치고, 검의 도움으로 사막에서 살아남고, 검의 도움으 로 살인마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검의 부탁 하나도 들어주지 않는 비열한 계집애였단 말인가..... "바보....." 어느새 궁전의 앞뜰에 달려나와 있었다. 저 멀리 찬란한 별이 보인다. 그 별둘의 무 리는, 아마 서쪽 끝에 다가간, 셀의 집 위에도 떠 있을 것이다. 그래. 그곳으로 가 자. 목숨에 얽매여 달콤한 꿈에 매이기보다는, 올바른 길을 쫓아 목숨을 태우자. 어 차피 그날 죽은 목숨이 아니었던가. "폐하 !" "어디로 가십니까. 폐하 !" 신하들이 내 뒤를 쫓아오는 것이 보이지만, 이젠 그런 건 다 필요없는 일이다. 내 몸에서 마력이 해방되고, 그 마력은 내 발 아래로 모아져간다. 마력이 안정을 잃는 순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발 아래에서 붕괴된 마력이 폭발했다. 콰앙 ! 그리고 나는 하늘로 떠올랐다. 아래에서 나를 바라보는 신하들을 보며, 나는 소리친 다. "나 없는 동안, 이 나라를 부탁해요." 모두를 뒤로 하고, 나는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쳤다. 별을 부여잡을 것처럼. 저 아 래의 한 사람이 슬퍼하는 느낌이 들어온다. 그럴 것이다. 분명히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당연한 것이다. 미안해요. 파란.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걸. 부스트씨의 말을 듣고,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결국, 나는 나 자신을 위해 타인의 그늘로 도피해버렸던 거야.' 파란에게 사랑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단지 일순간의 감 정에 의한, 충동이었을 뿐이다. 나 자신의 목숨의 보존을 위한, 간교하기 짝이 없는 계산된 행동이었을 뿐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전까지, 그에게 내가 특별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던가. 그 점을 자신에게 되묻고 나자, 더 이상 그에게 매달릴 수가 없었다. 어쨌든 여태까지 나는 그에게 아무 감정도 가지지 않았지 않은가. 비록 그가 나에게 향했던 감정은 사랑이었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지금은 그에게 사과할 시간이 없다. 이미 내 말이 닿을 거리가 아니기 때문 에. 나는 하늘을 날아가며 눈물을 흘렸다. 그가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내가 할 수 있 는 것은 단지 그것뿐. 그에게는 사랑해줄 사람들이 나 이외에도 있지만, 세이브같은 아이에겐 사랑해줄 사람이 나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만약 그가 나를 기다려준다면.....' 그렇다면 진정으로 사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은 확실히 그에게 무례한 것이니까. 하지만, 세이브가 지금 죽어버린다면, 나는 또 한 번의 회한을 남기게 된다. 죽어가 는 자를 외면했다고 라 브레이커를 비난해놓고서, 이번에는 나 자신이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만약에 지금 그 애가 죽어버린다면. '그럼 난.....' 그렇다면 나는 내 어머니를 죽게 하고, 하이의 어머니를 죽게 한, 검의 방관자적인 행동을 비난할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 내 평생을 얽 어맬 것이다. 그것만은, 경험하고 싶지 않다. 내가 그때 느낀 절망을, 그 애에게 느 끼게 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늦지 않기를." 내 모습이 하나의 빛이 되어, 서쪽으로 달려갔다. 구름을 가르면서, 내 발 아래에 오시언이 떠오른다. "이런, 빌어먹을 !" 땅을 치는 리츠. "폐하..... 안 돼요....." 하늘을 쳐다보는 하이. "으...... 이제 우리 제국의 운명은....." 한탄하는 신하들. "레이니..... 내 곁에 있어....." 멍하니 중얼거리는 태자. 잠시동안 넋이 나간 채 있던 신하들의 시선이, 단 한 사람 에게 집중되었다. 그 사람은..... "당신 !" 모든 이의 증오의 시선이 부스트를 향했다. 그가 헛소리를 늘어놓는 바람이 일이 꼬 여버렸지 않은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나라의 미래는? 과연 다시금 전란의 시대가 돌아오는 것인가. 모두들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앞날을 상상해보았다. 그리고 끔찍한 결론을 얻었다. '이제 전쟁이야.' 검의 계약을 성공시킨 사람은 단 하나도 없다. 여태까지 그런 위업을 달성한 사람 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모두들 중간에 죽었다. 검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 고, 모두들 죽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수많은 희생자들의 대열에, 그들의 황제가 끼어들게 되는 것이다. "저, 저 놈을 당장....." 하지만 리츠의 손가락이 그를 가리키다가 아래로 떨어진다. 그를 죽인다고 황제가 돌아오는가? 아니다. 이미 황제의 목숨은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를 죽여 봐야, 결국은 분풀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분풀이라도 해야지.' 미나르가 죽고 나면, 백성들은 새 황제의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라고 아우성칠 것이 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을 달랠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모든 진실을 곧이 곧대로 모두에게 알려주는 것. 그리고 이 제국을 불안에 떨게 한 원인을 만든, 이 자의 목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민심 수습의 길인 것이다.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 오르자, 모두들 부스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봐라 ! 저 놈을 당장 잡아서 옥에 처 넣어라 !" 누군가가 그렇게 외치자, 궁성을 경비하는 기사들이 일제히 창을 들어 부스트를 겨 누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게다가. "후후후후훗." 그는 주위 사람들의 살기어린 눈초리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비웃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묘한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이, 이 자식이 !" "폐하를 죽게 하고서도 무사할 줄 알았나?" "저 놈을 잡아라 ! 죽여도 상관없다." 격노한 사람들의 외침을 듣고도, 그는 전혀 떨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반문한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당신들은." 난데없이 튀어나온 부스트의 말에, 모두들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서 버렸다. 무슨 소 리라니? 몰라서 묻는 말인가? 그가 한 행동의 결과를 떠올린 기사들의, 신하들의 얼 굴이 다시 험악해졌다. 저 자는 용서받을 수 없는, 전란을 부른 자가 아닌가. "몰라서 묻나? 폐하는 네 놈 때문에 죽음의 길로 가지 않았는가?" "왜 그게 죽음의 길이지?" 모두의 가슴에 분노의 불길이 솟구쳤다. 검과 계약한 자는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 고, 지금 황제는 그 계약을 파기할 기회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계약을 이루 려고 떠나가 버렸다. 결혼해버렸다면, 결혼해버렸다면 검과의 계약은 파기되고, 황제 의 목숨도 안전하게 되었을텐데..... 저 빌어먹을 용병자식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 이 된 것이다. 저 자식 때문에..... 신하들 전체의 분노가 그에게 쏠렸다. 그래. 저 런 놈은 잡을 필요도 없어. 그냥 죽여버려야 해. 그들의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려고 한다. 이제 명령만 내리면 저 놈은 당장 창칼에 찔려 구멍투성이가 될 것이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용병이라고 해도, 그 혼자서는 수십명의 기사들을 당할 수가 없는 것 이다. 신하들의 입에서 돌격의 명령이 떨어지려는 순간. "훗. 자기 황제를 그렇게도 못 믿다니. 신하로서 충성심이 의심스럽군." 그 말에 모두의 말문이 막혔다. 그게 무슨 말인가. - 계속 - 후기)보나마나 독자분들이 그러시겠군요. 왜 레이니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느냐고. 하 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게 결혼해서 주저앉는다는 것이 과연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일일까요? 결혼은 여자의 무덤이라고 들었습니다. 어지간한 재능과 각오 가 없다면 결혼은 대개의 여자의 무덤이 되기 쉽지요. 그런데, 제가 레이니를 호락호 락 결혼시킬 수 있을까요? 지금처럼 물렁물렁한 생각으로 가득찬 그녀를? 음. 오늘은 글이 안 되네..... 내일도 이러면 안 되는데..... 언제나 글이 잘 써지 지는 않는군요. (비축분은 이래서 필요한 거지만) 내일은 힘을 내야 하는데..... (지 금부터라고 해야겠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26 조회수 : 117 공룡 판타지 18-356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19) 모두의 입이 경악으로 다물어지지 않는 가운데, 그는 계속 말했다. 당당하게. "황제가 실패해서 죽을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이지? 여태까지 모두들 실패했기 때문에? 웃기는군. 당신들은 당신들 스스로가 추대한 황제에 대해, 왜 그렇게 비하하 는 거지?" 부스트는 계속해서 지껄인다. 적어도 신하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건방지고, 교활 하고, 비열하고, 치사하기 짝이 없는, 돈에 팔린 용병 주제에. 저런 자가 계속해서 떠들게 놔둘 것인가. 그렇지 않다 ! 모든 이의 생각이 일치했고, 그들은 동시에 결의 했다. 저런 놈은 단단히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헛소리마라 ! 용병 !" 신하들의 성난 외침이 일어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계약을 성공시킨 사람이 과거에 딱 한 사람만 있었다고 해도, 그들이 그렇게까지 불안해하지는 않았을 것이 다. 하지만, 저 검을 여신에게서 받은 이래로, 여태까지 기나긴 세월동안 그런 사람 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저 용병이 그런 가당치도 않은 소리를 하다니. 그들 이 화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 두 번이 아니다 ! 적어도 만 년 이상을, 그 검은 주인을 얻지 못했다 !" 그 순간 나오는 반문. "허어? 그럼 그동안 이 나라를 다스리던 황제들은 뭐지? 그들은 검의 주인이 아니었 던가?" 그 말에, 모두의 입이 막혀 버렸다. 그렇지 않은가. 황제는 그 검을 언제나 허리에 차고, 그 검의 위세를 빌려 나라를 통치해온 것이, 여태까지의 관례였기 때문에. 그 것이 약점이 되어, 그들은 입을 벌릴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다. 검의 힘을 빌리기는 하지만 검을 진정으로 소유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그들 자신도 내심 부끄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다시 말한다. "여태까지 그녀..... 아니 황제는 계약을 하나씩 이루어왔다. 계약을 이루려면 얼마 나 어려운, 얼마나 많은 시험을 거쳐야 하는거지?" 그 말에는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그 시험에 대해 자세히 아는 자가 아무도 없기 때문에. 그들은 그저 검의 저주를 두려워하기만 했지, 막상 검과 대결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황족이 아니라서. 죽기 싫어서. 막연히 두려워서.... 하나같 이 검과 맞서본 경험이 없었다. 모두들 마음 속으로는 그 검이 혈통과는 상관이 없다 는 것을 어느 정도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시험해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설령 검을 가질 자격을 갖춘 황족들조차도. 그래서 그들은 검 을 두려워하며 멀리했었다. 여태까지. 하지만. "그녀는 황제가 되기 전에, 이미 검과 맞서서 몇 차례나 싸웠다. 내가 눈 앞에서 본 바로는, 그녀는 그 시험에서 여태까지 계속 승리를 거두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나가 떨어지면서도, 그녀는 언제나 살아남았다. 이미 검의 힘을 얻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아가씨는 조금 전, 마법사에게 마법을 배운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아 !" 그제서야 모두들 깨달았다. 그녀는 아까 하늘로 날아오를 때, 전혀 주문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가. 그것은 그녀가 검의 힘을 배워 나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마법이라면 거의 모든 것이 주문에 의지해서 이루어진 다고 여기는 것이 상식인 이상, 모두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스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궁정 마법사 킬러웨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확실히 그랬네. 하지만..... 그것만으로 폐하가 검과의 계약에 성공할 것이라는 보 장은 없네. 무엇보다도, 검의 힘을 조금 얻었던 황제라면 과거에도 몇 분이 계셨네." 그 말에, 모두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어쨌든, 그 검의 시험을 끝까지 통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부스트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럼, 여태까지 누가 6단계까지 시험을 통과했었지?" "!" 그 말에는 모두들 놀란다. 심지어 리츠조차도. 그는 황제가 시험에 몇 차례 통과했 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정도까지 진전이 되어 있을줄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 이다. 그들은 시험의 내용은 자세히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검이 7차례의 시험으로 주인을 결정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모두가 웅성거리 는 가운데, 리츠가 간신히 입을 떼었다. "설마.... 정말로 6단계라는 건가?" "그렇다. 셀이 말해주더군. 그녀..... 폐하는 이미 6단계까지 시험을 통과해냈다 고." "..... 그렇다면....." 그 말에, 리츠의 얼굴에 희망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혹시..... "그럼..... 그 분께선 정말로 전설의 주인공이 되실지도....."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검의 시험은 무한한 횟수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 로. 게다가, 정말로 6단계까지 통과했다면..... 앞으로 남은 시험의 수는..... 누군 가가 중얼거렸다. "한 번이야." 그 말에 모두의 말문이 열렸다. 모두의 기대가 담긴 음성이, 주위로 퍼져간다. "한 번 남은 거야." "한 번만 더 통과해낸다면, 가능해." "혹시 정말로 전설이 이루어질지도 몰라." "딱 한 번 남은 거라고. 한 번만 폐하께서 승리하신다면, 그 분께선....." 모두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기대하기 시작한다. 부스트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렇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고 있다. 당신들과는 달리." 그게 무슨 말인가? 그들을 쳐다보는 부스트. 그의 경멸하는 눈빛이, 모두에게 꽃힌 다. "너희들은 어째서 그녀가 실패할 거라고 단정했던거지? 여태까지 그녀는 성공했고, 그래서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만약 그녀가 시시한 여자였다면, 벌써 그녀는 검에게 죽음을 면치 못했을 거다." "하지만...." 신하들이 반박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작았고,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한 다. 심지어는 리츠조차도. 부스트가 그들을 보며 말한다. 당당하게. "나는 라 브레이커의 이야기를 알고 나서,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역대황제들의 꼬 락서니를 보니 할 말도 없더군. 빌빌 기면서 도망 다니는 꼴이라니..... 하지만 그녀 는 다르더군. 역대황제들은 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검의 힘을 두려워해서 언제나 불안 속에 살았었는데, 그녀는 당당히 검에게 요구했다. 겨우 다섯 살의 어린 나이 에, 자신의 어머니를 살리려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며 검과 계약을 했고, 여태까지 검 의 시험에서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 그가 분노의 외침을 토한다. 그들에게. "감히 네놈들이 그런 그녀를 타락시키려고 했다. 언제나 당당히 운명에 맞선 그녀 를, 감히 네놈들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한거다. 그런 네 놈들이, 감히 나를 비난 할 자격이 있는가? 그녀가 죽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그가 발을 구른다. 모두 움찔한다. 땅이 흔들리는 듯 하기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 네 놈들이야 그녀가 약하다고 믿겠지만, 나는 기다릴 것이다. 그녀가, 레이니가 당당히 검의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고 다시 나타날 그 날을." 그리고 그는 몸을 휙 돌려버렸다. 신하들의 몰골을 보기도 싫다는 투로. "날 잡겠다고 설치겠지만, 어림없다. 적어도 너희들처럼 졸렬한 쥐새끼들에게 잡힐 만큼, 내가 멍청하진 않다고 자부하니까." 부스트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욕설을 퍼붓지 않았다. 아무 도 그에게 검을 겨누지 않았다. 그들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사람들이 점차 흩어지기 시작한다. "정말로 폐하께선 해내실 수 있을까?" 기대의 음성. "모르지. 아직 시험이 남았다는 뜻이니까." 유보의 음성. "마지막 시험이라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야. 혹시....." 비관의 음성. "가능할 거야. 딱 한 번 남은 시험에서 실패하실 리 없어." 낙관의 음성. "일단은 기다려볼 수밖에....."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끝맺는 음성. 그 말과 함께 사람들은 조용히 자신의 거처할 곳 으로 돌아갔다. 불안과 기대, 낙관과 비관, 이 모든 것을 가슴에 담은 채로. "한 번이라....." 일단 궁전에 들어온 리츠가 그 말을 되풀이해서 중얼거린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쉰 다. 그의 옆을 따르던 그의 제자, 하이가 묻는다. 스승은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불안해하시는 건가요? 스승님." 제자의 말에 대답하는 리츠. "마지막 시험이라. 나도 시험의 횟수는 알고 있고, 그 횟수가 7회라는 건 알고 있 다. 비록 자세한 시험의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그녀가 움찔한다. 뭔가 문제라도 있는가? 그 시험의 마지막에 대해 혹시 알 고 계시는 것이 있다는 것인가? 그녀는 자신의 스승에게 물었다. 그녀 자신의 마음에 다가드는 불안감을 피하기 위해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시험이길래?" 그러나 대답은 언제나 사람이 예상한 대로 되지는 않는다. 스승의 대답은 다음과 같 았으니까. "모른다." - 계속 - 후기)큰일이다.... 글은 안 나가고. 비축분은 떨어져가고..... 이건 기분문제군요. 글을 써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지 글이 안되고 있습니다. (스토리라인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요. 그게 다 된 게 언제적 일인데.....) 그런데 날짜를 보니 어느덧 연재를 시작한지 1년이 된 듯 하군요. 1년이라. 긴 세월 이네요. 작년 이맘때쯤 연재를 시작했으니까..... 길다면 긴 세월이고, 짧다면 짧은 세월이군요. 처음 시작할때의 마음을 되살려서,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그리고, 마법에는 주문이 따른다는 상식은, 극중에서는 인간 마법이 모두 주문을 쓰 는 형식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마법은 당연히 주문 을 쓴다고 인식이 되어 있기 때문이고. 솔직히 말하면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는 모든 마법은 주문으로 이루어지지요? (^_^) 그래서 그렇게 했습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27 조회수 : 17 공룡 판타지 18-357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0) "네?" 어려운 시험이라서 걱정하지 않고,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걱정한다? 물론 생각해보 면 당연히 걱정이 되는 사항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대답을 듣는 순간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당황하는 제자에게 설명해주는 리츠의 목소리가 무겁다. "아무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황제중에 5단계를 뛰어넘은 분은 아무도 없 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시험은 오직 6단계까지뿐, 그 이상은 아무도 모른 다." "그 이상의 단계는......" 하지만 몇 단계인지 안다면, 적어도 대략의 내용은 알 수 있지 않은가. 제자의 궁금 함을 안다는 듯, 스승은 잠시 숨을 내쉰 후에, 대답해주었다. 자신없는 태도이긴 하 지만. "보통, 라 브레이커가 인간에게 거는 시험은 7번의 단계를 거친다. 하지만 1단계에 서 6단계까지는 특별한 것이 없고, 단지 엘프들의 마법을 사용하는 검의 정령들이 계 약자를 시험하게 된다. 각 단계는 엘프마법의 각 레벨에 대응하지." 엘프마법에 대해 구체적인 지식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녀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 인간의 마법이 주문이라면, 엘프들의 마법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어떤 과정을 거친다 고. 아까 황제가 사용한 그 마법이 만약 엘프들의 마법이라면, 주문이 없는 것도 무 리는 아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승은 다음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7단계는 전혀 다르다. 그 시험에 대해 알려진 것은 단 하나. 검은 계약자의 마음을 보고, 그를 전설을 이룰 주인으로 택할지 아닐지 선택한다고 한다." "마음을 본다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하이의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말이 너무 추 상적이고, 짐작이 가지 않기 때문에. 스승이 그녀를 보며 꿈꾸듯 말한다. 과거를 회 상하면서.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그저,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일 뿐이니까. 검과 마 지막으로 대결을 벌인 황제께서 서거하신지도, 어언 500년이 넘었다. 그 후는 아무도 검에게 도전하지 못했으니까, 아는 사람이 없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기운없는 스승의 목소리에 불안이 더해진다. 자신의 제자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듯 이, 리츠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러나 그 말에는 확신이 없었다. "어째서 그 용병이 그렇게 자신있는 태도로 모두에게 말했는지는, 나도 확실히 모르 겠다. 내가 보기엔 맹목적인 신뢰에 가깝다고 보여지지만..... 지금은 그 말이라도 믿을 수밖에 없구나." 스승의 무기력한 말에, 하이의 어깨도 축 처진다. 이미 검에게 날아간 그녀를 잡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다만 기다릴 뿐인가요....." 그녀의 말이, 복도를 흘러 어디론가 사라져간다. "음냐..... 무슨 일이지....." 이젠 잘 시간 아닌가? 벌써 해가 저문 지 오래인데, 누가 여기서 소동을 부리는 거 지? "언니가 온 건가?" 세이브가 그런 착각을 한 게 평소의 레이니의 행동 탓이라고 하면, 그녀가 화낼 것 이다. 그러나, 세이브에겐 그렇게 보였다. 아무래도 그녀의 평소 행동거지가 여자로 서의 그것과는 멀치감치 떨어져있었으므로. "이봐. 이봐. 일어나 ! 아이 !" 둔탁한 소리가 나고, 그녀의 옆에 잠들어있던 거대한 눈알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 다. 침실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리 크지는 않았다. 사람의 머리보다 더 큰 눈알이, 침대에 누운 세이브를 쳐다본다. 서서히 떠오르면서. "무슨 일이......인가요? 작은 아가씨." 눈물까지 흘리는 아이를 보면서, 세이브가 중얼거렸다. 아직 잠이 다 깨지 않은 듯, 잠꼬대에 가까운 소리로. "아까 큰 소리가 난 것 같아.... 혹시 뭔지 알 수 있어?" "네?" 전혀 느끼지 못하는 아이. 그저 눈알만 계속 굴릴 뿐이다. 그러다가, 생각난 듯 외 친다. "작은 아가씨가 절 바닥에 집어던질 때, 그 때 난 소리가 아닐까요?" "너 바보니?" 한심하다는 눈으로 아이를 쳐다본 세이브가, 침대에서 서서히 내려온다. 그리고 눈 을 비비며 나간다. 뭔가 확인해보고 싶다는 듯이. "따라와. 아이. 문쪽에서 뭔가 큰 소리가 났어." 이 집에 들어올 대담한 도둑은 없을 것이다. 집 전체에 방어 마법이 걸려 있으니까. 적어도 인간 마법사들 중에서는, 셀의 마법을 깨뜨릴 사람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인간 마법사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세이브가 그런 세 심한 생각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이 집 안에서만 서성거리던 나날은 그녀 에게 너무 지루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어난 일인만큼, 그녀의 흥미를 끄는 것은 당연 하리라. "가자." 아이가 세이브의 옆에 떠서 나아간다.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그들의 눈이, 앞길 을 찾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셀의 집의 현관문이 파괴되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이 여자가 셀이 만들어낸 마법의 생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 다. 평범한 사람들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살기가,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하여 퍼져나가고, 그녀의 몸에 새겨진 기묘한 무늬가 사람들의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 킨다. 기분나쁜 고대의 문자들. 그리고 묘한 단추가 달린 몸에 딱 달라붙는 옷. 그것 은 이 세상의 어느 옷과도 다른, 잃어버린 과거의 옷이었다. <<나와라. 세이브. 그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녀가 안을 향해 외쳤다. 그 기묘한 떨림을 주는 목소리가, 마을 이곳저곳의 창문 을 흔들어놓는다. 묘한 진동이, 땅을 통해 사람들에게까지 전달된다. 그들의 몸이 떨 린다. 하지만 안에 있을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나와라. 세이브. 나오지 않으면 이곳의 인간들을 모두 죽이겠다>> '큰일이다 !'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새파랗게 질려서 뒷걸음질을 쳤지만, 그 소녀는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소녀가 도망치는 자들의 등을 쳐다보는 순간. 퍼억 ! 땅이 갈라지고, 그 장소에서 이상한 나무줄기같은 것이 솟아나오더니, 도망치던 마 을 사람들 세 명을 그 자리에서 꿰뚫어버렸다. 사람들의 비명이 피에 섞여 토해져나 온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 그들의 비명이 거리를 순식간에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자리에 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하얀 소녀의 다음 말이 이어졌기 때문에. <<네가 나오지 않으면, 더욱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일테다. 그들이 어디로 도망치든 상관없이>> 그리고 소녀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말한다. <<제논. 이 집을 없애버릴테니, 세이브를 찾아내>> "알겠습니다." 제논이 대답하자마자, 그 소녀, 모나드는 셀의 집을 바라보았다. 파직 ! 집 전체가 그대로 부서져버렸다.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이, 먼지가 되어 날아가버린 것이다. "꺄악 !" 다 무너져버린 집의 잔해. 아니, 잔해가 아닌 단순한 흙먼지들이, 셀의 집의 존재를 웅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집이 있었다는 것을 알리기에는, 너무나 미약한 자 취였을 뿐이다. 그 잔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모나드가, 자신의 하인에게 묻는다. "제논. 찾아냈어?" 집 주변을 마법 주문으로 수색하던 제논이 고개를 젓는다. "없습니다. 역시 빠져나갔군요." 당연하다는 듯이 답하는 제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나드. 마치 이 일을 예상 했었다는 투다. "그럴 거야. 자기 보호 기능이 어느 정도는 회복되었을 테니까....." 중얼거리는 모나드에게, 제논이 재빨리 제안한다. "아마, 멀리 도주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아무리 빨리 달아난다고 해도....." 그 짧은 순간에 순간이동을 해봐야, 자세한 위치 선정을 할 여유가 없는 이상, 달아 날 곳은 한정되어 있다. 아마,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어딘가의 상공에 있겠 지. 지상에 내렸다가 산 아래, 땅 아래에 쳐박혀서 짓눌리지 않으려면, 안전한 곳은 그런 곳 뿐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녀를 찾을 유효한 수단이 있었다. 제논이 주문을 외워보더니 모나드에게 말한다. 자신있다는 듯이. "찾았습니다. 서쪽 바다 상공. 거리는 약 560km이군요." 제논이 서쪽을 가리켰다. 모나드의 눈이 가늘어진다. "거기란 말이지....." 그녀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쳤다. 자신의 능력을 알지도 못하고, 그저 도망치기에만 급급한 세이브의 모습을 떠올리자, 즐거워진 것이다. "생각보다 쉽게 끝날지도 모르겠군." 모나드와 제논의 모습이 사라졌다. 당황하는 마을사람들을 남겨두고. - 계속 - 후기)마음에 안 든다.... 왠지 모르게 오늘은 글을 제대로 썼다는 충족감이 들지 않 는군요. 역시 급했던 탓일까. 퇴고작업 자체가 제대로 안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 이 되네요. (인간이 이래서야 곤란해.....) 어쨌든 모나드도 나왔고 하니, 이젠 이야기가 점점 더 급하게 나가는군요. (이거, 원래 진도가 좀 빠른 이야기지요?) 자. 어서어서 해서 다시금 레이니를 괴롭히자. 으 쌰으쌰. (이봐. 엉뚱한 데서 힘내는 거 아냐?)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28 조회수 : 26 공룡 판타지 18-358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1) 날개없이 하늘에 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의지할 곳 없이 방황하던 과거의 모습이, 그녀 자신의 머릿속에 스쳐간다. 그러다가 만난 언니, 그 언니를 잃어버린 그날 밤의 일. 그때도 이렇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로부터. 하늘로부터. "언니....." 하늘에 떠 있던 소녀가 중얼거린 말. 무작정 아무데로나 도망치긴 했지만, 이곳이 어디인지는 전혀 모른다. 어느 곳이든, 그 순간의 파멸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곳. 하 지만 이곳은 그저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 아래. 빗방울이 그녀의 온 몸을 적시고 있었 다. '죽을 뻔했어.....' 집 전체를 덮쳐온 거대한 힘의 파동이, 그녀의 방어본능을 발동시켰다. 단지 죽기 싫다는 마음으로, 그녀는 멀리 도망쳤다. 아이를 안고. 그러나 이곳은 의지할 곳 없 는 허공.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녀를 떨게 한다. 차디찬 빗방울이 그녀를 더욱 떨리게 한다. '어떻게 된 걸까.' 그저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녀는 이곳으로 순간이동을 해 버렸 다. 그러나 여전히 그 원인은 모른다. 다만, 밖에 뭔가 싫은 것이 있기 때문에 그렇 게 했다는 정도밖에는. 밖에 보였던 사람의 모습.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모르겠어....." 찬바람에 떨며, 빗속에서 헤메던 그녀의 아래에는, 거친 풍랑이 일고 있었다. 엉겁 결에 바다로 도망쳐 버린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위이지만. 또다시 밀어닥 치는 강풍. 그것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몸의 중심을 잡는다. "에, 에취 !" 인간도 아니면서 인간의 재채기를 할 수 있다니. 만약 드워프들이 보았다면 그랬으 리라. 쓸데없는 기능이라고. 인형에게 그런 기능을 넣을 필요가 무엇이냐고. 하지만 만약 언니가 보았다면..... "언니.... 어디에 있는 거야....." 불평을 해본다. 그러나 그런다고 언니가 나타날 리는 없다. 그녀의 품에 안겨있던 아이, 거대한 눈알의 모습을 한 마법의 생물이 그녀를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넨다. "거대한 폭발이었어요. 일단 이곳에 있는 것은 위험하니, 안전한 곳으로 도망쳐요." "안전한 곳?" 그런 곳이 있단 말인가? 세이브의 고개가 좌우로 돌아간다. 그런 곳이 있을리 없다. 그 하얀 괴물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란, 근본적으로 없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 만, 그렇다는 확신이 들었다. 점점 강하게. 게다가. "어디로 가란 말이야? 어디로?" 일시적으로라도 몸을 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단 말인가. 세이브로서는 짐작도 가지 않 는다. 그녀의 몸에 새겨진 본능이, 그녀를 두렵게 하고 있었다. 그녀를 보며 골똘히 생각을 하던 아이가, 한 가지 방법이 떠오른 듯 말한다. "일단 그 쥬린 제국의 황궁으로 달아나는 건 어떨까요?" 그곳에는 수많은 마법사들이 있고, 아이를 만들어낸 최고의 마법사, 셀이 머물고 있 다. 그렇다면, 혹시 그녀의 몸을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곳은.... "싫어 !" 세차게 고개를 도리질하며 거부하는 세이브. "그런 곳에는 가고 싶지 않아 ! 가기 싫어 ! 싫어 !" 그곳이 어디인가. 그곳은 바로, 그녀의 언니를 죽인, 그녀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언 니가 있는 곳이 아닌가. 아직은 갈 수가 없었다. 사랑과 미움, 증오와 애정이 뒤엉켜 서, 그녀의 작은 마음으로는 그 감정들을, 치솟아오르는 무언가를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녀가 강하게 거부하는 것을 본 아이가 되묻는다. 지금의 상황에서도 고집 을 부리는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그럼 어디로 가지요? 주인님조차 그 괴물과 상대하기는 벅차실 것 같던데." "까만 언니도?" 눈물이 맺힌 눈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세이브. 눈을 반쯤 감고 말하는 아이. "제 주인인 셀 아가씨가 만드신 방어막을 파괴하려면, 적어도 레벨 10의 마법을 모 두 익혀야 해요. 아니, 어쩌면 11레벨의 마법을 익혀야 할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언 령 마법중 10레벨에 해당하는 마법, 절대소원 마법으로 보호되는 집이었으니까요." "10레벨의 마법?" "네." "그게 뭔데?" "....." 그도 그럴 것이, 세이브는 마법에 대한 기초 지식도 없이, 그냥 인형으로서 갖춰진 능력에 의지해서 마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마법이란, 팔다리를 움직 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정도이지, 구체적인 지식으로 들어가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녀가 그런 대답을 하는 것도, 생각해보면 무리는 아니리라. 아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다시금 말해준다. "큰 아가씨의 마법을 깨려면, 제논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어쨌든 수준의 차이 가 있으니까. 그래서 아가씨도 안심하고 작은 아가씨를 집 안에 두신 것이고. 그런데 그런 마법을 깨버린 것이라면, 상대는 만만한 녀석이 아니에요. 지금은 고집부릴만한 여유가 없어요. 게다가." 세이브를 바라보는 아이. "다른 은신처라도 있어요?" 고개를 젓는 세이브. 그녀가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과연 어디로 간단 말인 가. 엘프들의 땅? 안 된다. 마법사들을 좋아하지 않는 엘프들이, 과연 마법사들의 창 조물이나 다름없는 그녀를 위해 목숨걸고 싸워줄 것인가? 그렇다고 드워프들의 땅으 로 가는 것도 무리였다. 잠시 여행을 같이 한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며 싸울 드 워프가 있을까? 더군다나 이긴다는 보장도 없는데 말이다. 세이브의 머리로서는, 다 른 도피처를 찾아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거긴 싫어 !" "....." 바보같다는 눈초리를 보내는 아이, 하지만 고개를 젓는 세이브. 그녀는 갈 수가 없 었다. 정말 갈 수가 없었다. 절대. 절대로. 그곳만은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세이브 는 아이를 안고서, 어디로 갈지 모르는 몸을 무작정 바람에 떠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방황도 길 수는 없었다. 그들이 떠도는 하늘 위에, 뭔가가 그림자를 드리 우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저기다." 저 아래에 세이브가 있었다. 자신들의 위치가 이미 발각되었다는 것도 모르고, 그들 은 그저 허공을 떠돌 뿐이다. 지금만한 기회는 없다. "저 녀석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만약에 또 도망쳐버린다면, 이번에는 그리 쉽게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위 치를 찾아내지 못한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그들을 향해 손을 겨누려던 모나드가, 갑자기 뒤를 돌아본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 제논도 그것을 느낀 듯, 뒤를 돌아 다본다. 무서운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날아오는 그것은..... "뭐지? 셀인가?" 아니다. 그 마법사는 아니다. 게다가, 그녀가 온다면 오히려 기뻐해야 마땅하다. 그 녀는 모나드의...... "아닙니다. 아마 그 애송이라고 생각됩니다." "공주?"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거...... 그 검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요? 힘을 느껴본 결과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는 제논. 하지만 그 목소리는..... 상대의 어리석음을 이해 하지 못하겠다는 투다. 공주 혼자서는 절대로 그들을 이길 수 없는데..... 검의 시험 도 다 끝내지 못한 상태에서 어쩌려고? 하지만 모나드의 관점은 좀 달랐다. '검이 가진 그 막대한 힘, 그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설마 힘을 감추고 있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검은 분명히 그 여자 마법사, 셀 과 함께 있으니까. 모나드가 피식 웃는다. "죽고 싶은 건가?" 비웃으며 그녀를 향해 힘을 내쏘려는 모나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제논이 말한다. "안 됩니다. 비록 그 여자의 손에 검이 없다고 해도, 그녀가 원하면 검은 스스로 그 녀에게 돌아옵니다. 라 브레이커 자체가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생각하고, 대비하는 것 이 좋습니다." 그 말에 납득하는 모나드. 아무래도 자신이 완성되지 않은 지금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지나치지 않다. 만약 지금 라 브레이커와 싸운다고 하면, 이길 가능성은 희 박하다. 그녀가 완전해진 후라면 문제가 다르겠지만.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는 모나드 를 보며, 제논은 안심했다. 지금 만약 모나드가 부서지기라도 하면, 그동안 들인 자 신의 세월은 무엇이 되는가. '10년 이상, 저 기계에 매달려왔어. 이제와서 일이 틀어지게 할 수는 없지.' 그는 자신의 스승, 셀을 능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법을 익혔다. 하지만 그에겐 안타깝게도, 그녀는 10레벨의 주문을 거의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녀가 11레벨의 마법 을 익혔을 무렵에도, 그녀는 그 점에 대해 납득할만한 가르침을 주지 않았다. 어째서 인가. 항의하는 그에게 그녀가 한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건 파멸로 가는 길이었다. 너까지 이런 일에 끼어들게 해서 미안하다. 지금 당장 마법을 포기하고 떠나라. 아직 너에겐 희망이 있다." 하지만 그로선 납득할 수 없었다. - 계속 - 후기)이런. 올리려다가 마지막 검토에서 문제가 나와서 다시 수정하다니..... (이건 버릇이 아닌가 의심중입니다) 할 수 없군요. 사소한 차이라도, 고칠 건 고치고 봐야 지. (정말 못말리는군요. 저도)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5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4-29 조회수 : 98 공룡 판타지 18-359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2) '포기하고 떠나라고?' 그렇지 않은가. 그에게는 그녀의 그런 말이, 자신만 높은 경지의 마법을 독점하겠다 는 의사로 보였던 것이다. '그럴 순 없지. 언제까지나 스승의 그림자 아래에서 만족하라는 건가?' 적어도 제논은 야심이 있었다. 세계 최대, 아니 고금 제일의 마법사가 되겠다는 꿈. 그러나 당대 제일의 마법사인 셀은, 그의 스승은 그 경지로 자신을 인도해주지 않았 다. 그저, 9레벨 마법을 그가 다 익힌 시점에서 그에 대한 가르침을 중지해버렸을 뿐. 스승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그가, 그런 그녀에 대해 증오심을 불태운 것 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항하기에는 너무 강했지.' 어쨌든 그는 9레벨의 마법사이고, 셀은 10레벨, 아니 11레벨까지 익힌 마법사였다. 실력에 있어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결국 제논은, 그녀가 은거한 틈을 타서 새로운 마법에 열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것은 마법이 아니라, 고대 유적의 발굴이었지만. 그리고 만난 것이 저 병기, 모나드였다. '이제와서 포기할 수는 없어.' 자신의 스승을 이기기 위해서, 이 고대의 병기를 찾아냈고, 또한 조립해왔다. 시스 템의 일부가 파손된 것을 필사적으로 수리하면서 보낸 10년. 그 긴 세월을 보상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모나드였다. 고대 문명의 유산이자 인간이 신에게 던진 도전 장인, 이 기계, 모나드라면. '곧 나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어. 조금만 더 가면.....' 알드리 황제는 그 힘을 자신이 얻는다는 생각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웃기지도 않는 다. 그 자의 신하가 된 것은, 단지 그의 권력을 이용해 고대 유적의 발굴과 연구에 필요한 시설을 갖출 수 있는 힘을 빌리기 위해서일뿐. 일단 그것을 모두 얻게 될 시 점이 되면, 그런 쓸모없는 폐제따위는, 그에게 아무런 볼 일이 없는 것이다. '이 힘이라면.... 나는......' 평생동안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벽, 셀의 벽을, 드디어 그가 뛰어넘을 수 있 게 되는 것이다. 세계를 정복하느니 하는 시시한 것은 그의 뇌리에 없었다. 어차피 지금 인간들은, 그럴 가치가 있는 거대한 제국을 이루고 사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고작 연명하기나 하는 주제에..... 고대의 위대한 유산을 모두 잊어버리고.....' 그런 어리석은 자들을 지배할 생각은 없다. 그가 원하는 것은, 좀 다른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 아래에서 멋모르고 방황하는 소녀를 잡아야 했다. 그리고 그 소 녀를 재료로 하여, 모나드를 완성시켜야 했다. 위대한 힘을 가진 모나드를. "구속구는 준비했지?" 모나드의 말에 대답하는 제논. "그렇습니다. 모나드님." 두 개의 팔찌를 꺼내보이는 제논. 모나드는 그것을 보고는, 아래를 향해 두 손을 겨 누었다. "위치 !" "우리들의 발 아래입니다." "내게는 느껴지지 않아....." "걱정마십시오." 고대 문명의 병기인 모나드가 다시 세이브를 손에 넣는 것을 막기 위해, 시스템의 파괴를 담당한 드워프들, 아니 그 선조들인 과학자들은 그녀가 세이브를 감지하지 못 하게 두뇌회로 일부를 파괴했었다. 비록 막강한 수복력으로 다시 회복시키는데 성공 하기는 했지만, 세이브의 위치를 추적하는 능력은 상당히 깍인 상태였다. 확신하지 못하는 모나드. 그런 그녀를 재촉하는 제논. "바로 저기입니다. 안심하고 마법을 쓰시길. 서두르지 않으면 방해자가 올지도 모릅 니다." 그 말을 듣자, 모나드가 손을 아래로 뻗었다.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그녀 역시 바라던 일이었으므로. 아무 주문도 없이, 마법이 아래로 뿌려진다. 퍼퍼펑 ! 저녁 노을이 사라져 검붉게 변해가는 하늘을, 새햐얀 빛이 꿰뚫었다. 핏. 세이브가 하늘을 쳐다보았을때는, 이미 때가 늦었다. 거대한 빛이, 그녀를 향해 내 려왔다. 그녀를 파괴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녀를 기절시키기에는 충분한 힘을 숨긴 빛이, 그녀를 향해 떨어져왔다. 그녀는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순간이동을 할 정도의 여유는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비명을 지르는 것 뿐. "꺄악 !" 세이브의 몸을, 빛이 휘감는다. 그 순간, 그녀를 밀쳐내는 아이. "작은 아가씨 ! 피하....." 그 빛이 아이를 감쌌다. 그리고 아이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다로 떨어지며 울부짖는 세이브. "아이 !" 그녀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아이가 남긴 것은 단지, 그녀의 가슴을 밀치던 느낌, 그것 뿐이었다. 빛이 걷혔을 때, 남은 것은 컴컴한 바닷물뿐이었다. "칫. 실패다 !" 제논이 주먹을 쥐고 분노한다. 고작 둥그스런 눈알 하나 때문에, 자신들의 공격이 빗나간 것이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모나드가 제논에게 묻는다. "뭐야. 왠 눈알이지? 왜 저런 게 끼어드는 거야?" 세이브가 감싸안았던 것 때문에, 모나드의 머리에는 아이가 감지되지 않았다. 갑자 기 나타난 아이로 인해 혼란해있는 그녀에게, 제논의 다급한 외침이 들려온다. "서두르셔야 합니다 ! 생각보다 그 공주의 움직임이 빠릅니다. 세이브의 위치는, 서 쪽으로 300km 벗어났습니다 !" 그 사이에 도망친 건가. 모나드가 이를 갈았다. 여기까지 와서 그녀를 놓친다면, 그 리고 다시 봉인되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분할 것인가. 이렇게 모든 것을 끝낼 수는 없다. "가자 !" 모나드와 제논의 모습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하더니 사라졌다. "흐흑. 내가 고집만 부리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위해 숨져간 아이의 최후에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조차 그녀에 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두 명의 모습이, 그녀에게 비춰진다. 하나는 기분나쁜 새햐얀 여자. 그리고 또 하나는..... "검은 깃털? 까만 언니인가?" 마법사들이 입는 검은 깃털의 망토. 세이브는 순간적으로 셀을 생각했지만, 그녀는 아니다. 그녀가 저런 괴물과 동행할 리가 없지 않은가. 바로 아까 자신을 공격했던, 그런 괴물과..... 그녀의 눈에 비친, 저 보기 흉하게 쭈글쭈글한 얼굴은 분명..... "싫어 !" 그녀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과연 어디로 달아난단 말인가. 갈 곳이 없다. 그녀가 갈 곳은 아무곳도 없다. 절망하는 세이브에게, 뭔가가 느껴졌다. 이쪽으로 접근하는 또 다른 힘. 그것은..... "언니....." "당했어..... 아이가....." 나는 발을 굴렀지만, 내가 모나드앞에 나갈 수는 없었다. 하필, 그 빌어먹을 족쇄만 아니었더라도.... 하지만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세이브가 위험하다. 하필이면...... "분해....." 이대로 아무 손도 쓰지 못하고 끝낼 것인가. 내 감정은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날아가 서, 모나드를 파괴해버릴 것을 요구했지만, 내 이성은 그것을 자제하고 있었다. "내가 가면....." 그랬다가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겠지. 처음부터 마법같은 걸 익히지 않 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그랬다면..... 발을 동동 구르는 나를 보 며, 라 브레이커가 말한다. "참아라. 지금 네가 가도 모나드를 이길 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간을 빼앗길 뿐이다." 검의 말이 사실이기에, 나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막을 수 있다면 가겠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도 못하다. 내가 간다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난 그녀와 마주칠 수가 없는 것이다. 젠장. "밀크.... 빨리 와줘....." 오직 그 말만 되풀이할 뿐...... 힘이 없다는 게 이렇게까지 분통했던 적은 없었다. 그런 족쇄를 끊어버릴 힘만 있다면..... 내 눈물이 허공으로 떨어져갔다. 그것은 아 름다웠지만, 그 빛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마치 지금의 나처럼..... 밤하늘을 날던 작은 곤충들이,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저기에 우리의 먹이가 있다. 곤충들은 자신들의 날개를 폈다. 그리고 그쪽을 향해 날아갔다. 오늘밤의 맛있는 식 사를 위해..... 덥썩. 곤충들의 하늘이 별안간 닫히고, 어둠 속으로 잠겼다. 그 어둠 바깥에서, 한 마리의 공룡이 오늘의 식사를 맛보고 있었다. 가느다란 체격이, 고작해야 1m의 길이를 가진 몸을 더욱 작게 보이게 하고 있다. 곤충을 삼킨 공룡이, 다음 사냥감을 찾으려고 고 개를 돌린다. - 계속 - 후기)휴우. 오늘은 지쳐서 그냥 늘어져있었는데..... 비축분이 있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내일은 힘내야겠군요. (정확히 말하면, 글 올린 이후라고 해야 하지만) 추가)그리고 연재글 올리고 나서 PsyBlade 님이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문해'라고 썼 다고요. 그래서 수정합니다. 지적해주신 PsyBlade 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자라는 거, 정말 사람의 눈을 잘 피하네요. 한글문서에선 ㅁ과 ㅂ이 구분이 되지 않아서 못 찾았던 모양입니다. 전 글 작성시 한글 97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60 관련자료:없음 [68965]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4-30 20:25 조회:51 공룡 판타지 18-360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3) 아무리 거대한 곤충이라고 해도, 공룡의 체력을 지탱하자면 더 많은 곤충이 필요하 기 때문에. 자신의 배를 채우려고 먹이를 찾던 공룡의 눈이 별안간 커졌다. 저 하늘 에서 뭔가가 날아온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엄청난 충격파가 공룡을 덮쳤다. 콰앙 ! 거대한 충격파가 숲을 뒤흔들고, 작은 공룡, 콤프소그나투스를 날려버렸다. 친척인 시조새와는 달리 날개가 없는 콤프소그나투스로서는, 저항도 못하고 내동댕이쳐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충격파는 소리의 크기에 비해 그리 강하지는 않았기에, 공 룡은 간신히 일어설 수 있었다. 충격에 놀라 비틀거리던 공룡이 하늘을 바라보려다 가, 마음을 바꾼 듯 숲 속으로 도망쳐들어갔다. 자신을 위협하는 괴물이 나타난 것인 지도 모르기에. 거대한 공룡들이 땅을 걸으면 종종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뒤흔들리 지 않는가. 콤프소그나투스의 머리에는 그런 생각이 스친 것이다. 하지만, 공룡의 앞 에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금 찾아드는 고요. "....." 숨을 죽이고 있던 조그만 공룡, 콤프소그나투스가 다시 고개를 내밀어본다. 그러나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알로사우루스도, 하늘을 나는 익룡들도, 그리고 지축을 울리는 아파토사우루스도. 아까의 충격을 일으킬만한 어떤 것도, 주위에는 존 재하지 않았다. 이미 그 자리를 떠난 것인가. 잠시동안 주변을 경계하던 콤프소그나 투스는 그런 결론을 내렸고, 다시금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아까의 무언가에 대 한 의문을 버린 채. 위협이 떠난 이상, 그것으로 족한 것이 아닌가. 고오오오오. 자신이 낸 소리가 자신을 따라잡지 못할 만큼 빠르게, 나는 앞으로 날아갔다. 비록 내게 오시언의 반대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챌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상황이 급하 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내게 정황을 자세히 볼 능력은 없지만, 아까 느낀 것은 무언 가 강력한 힘의 방출. 그 방향이 셀의 집쪽이었기에, 내 마음은 더욱 다급해지고 있 었다. 어서 확인해야 한다는 마음만이, 지금의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런 무리를 하는 것이고. 내 몸을 감싼 마력의 방어막이 부서질 듯이 삐걱거린다. 만약 이것으로 날 지키지 않았다면, 소리보다 빠르게 날아갈 수는 없으리라. 유선형 의 방어막이 백열하고 있다. "제발....." 내 몸이 점점 더 빨리, 어둠 속을 가르고 나갔다. 앞에 누가 있든 상관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날아갈 뿐이다. 내 몸을 지키는 방어막이 또다시 흔들린다. 갈라지려는 방어막에 마력을 불어넣어 땜질을 하고는, 다시금 속도를 높인다. 내 몸 전체가 무시 무시하게 흔들린다. 공기의 압력을 이겨내기 위해. "조금만 더 빨리....."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 "조금만....." 고도가 떨어지고 있었다. 단지 전진하는 것만 생각하다보니, 자꾸만 땅에 가까워지 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금 고도를 올렸다. 아래의 나무가 내가 일으킨 바람에 쓸려 부러질 듯 흔들린다. 아래의 생명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도 보인 듯 하다. 그 러나, 그런 게 다 무엇이랴. 나는 하늘을 향해 몸을 던졌다. 별들이 내게 가까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어서......" 아직도 도착하려면 멀었다. "어서........" 좀 더 서울러야 한다. "어서 !" 내 몸은 화살처럼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도, 도망가야해....." 세이브는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버둥거렸지만, 당황한 그녀가 제대로 마법을 완성 하는 것은 무리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제논의 주문이 발동했다. "#$&파이어 스톰(fire storm : 원소마법 5레벨) !" 그 주문과 동시에, 불의 폭풍이 세이브를 감쌌다. 물론 세이브가 아무리 불완전하다 고 해도, 그 정도로 파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순간이동을 방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순간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시공간을 조작해야 하고, 원하는 곳까지 공간의 터널을 만 들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에너지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불의 폭풍은 강력한 양의 에너지이고, 두 에너지가 부딪치면 그대로 무(無)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세이브가 발생시키려던 음에너지가 강대한 열의 힘과 부딪치자, 음에너지는 그대로 그 열을 흡수해서 다시 무의 상태로 돌아가버렸다. 당황하는 그녀에게, 모나 드가 일격을 날린다. 강력한 정신파가 세이브의 머리를 때렸다. "아아아악 !" 정신의 혼란을 일으킨 세이브가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갔다. 제논이 날아가 그녀를 받는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에 두 개의 고리를 끼운다. 버둥거리려던 세이브가 그대 로 늘어져버린다. 제논이 환희에 넘친 소리를 지른다. 이 세상을 향해서. "잡았다 !" 10여년의 추적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비록 라 브레이커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 에 필적하는 강력한 병기, 모나드를 완성시킬 마지막 부품을 손에 얻는 순간이었으므 로. "잡혔어....." 이토록 내 자신에게 걸린 족쇄에 대해 저주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무기 력한 여자아이일 뿐이다. 아무리 발을 굴러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절망하던 내 앞으로 날아오는 무언가. "밀크?" 그녀가 맞았다. 하늘을 고속으로 날아가는 그녀. 멀리서나마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허공을 가르고 나는 그녀가. 하지만 나는 그녀를 도울 수 없었다. 그저 두 손을 모아 기원할 뿐이다. "성공해줘. 밀크." 물론 그것은 헛된 바램이다. 그녀가 고대의 병기, 모나드를 이길 방법은, 현재로서 는 없다. 전혀 없다. 검의 가호아래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일뿐. 라 브레이커 가 내 의사를 알아차리고 가볍게 몸을 울린다. "걱정마라. 그 애가 위험하면 곧 달려갈테니. 하지만." 만약에 자신이 이 자리를 비운다면, 모나드가 내게 올 경우 방법이 없다. 하지 만..... 적어도 한 가지 희망은 남는다. 그 애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는 억지 로 미소지었다. 지금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억제할 수 없겠기에. "걱정마세요." 어차피 제논은 지금 모나드를 조립하는 것이 더 급하다. 굳이 내 쪽에 신경을 쓸 여 유가 없는 것이다. 완전하지 못한 상태의 모나드가 만에 하나, 손상을 입기라도 한다 면..... '그러니 탈출할거야. 그 녀석은.' 나를 걱정하는 라 브레이커에게, 나는 방긋 미소를 지었다. 모나드에게 손상을 입히 기를 싫어하는 이상, 그 녀석이 나를 찾는 것은 그 괴물의 완성 이전에는 불가능하 다. 밀크에게는 모나드를 파괴할 힘이 없지만, 라 브레이커에게는 그럴 힘이 존재하 므로. 우리의 상황을 모르는 입장에서, 그런 모험을 할 녀석이 아니었다. 게다가. '혼자서 내 앞에 나타날 리가 없어. 그 녀석이.' 적어도 모나드와 동행하지 않는 이상, 그 녀석이 내 앞에 나타난다는 것은 죽음을 선고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전까지는 망설이고 있었지만, 지금 그를 만난다 면..... 나는 그의 목숨을 빼앗을 것이다. 망설임없이. '그 녀석은 감히 고대의 병기를 깨웠어. 그것도 하필이면 모나드를.' 녀석은 그 의미를 모른다. 하나도 모른다. 힘을 원하는 어리석은 철부지..... 한때 는 나도 그랬었지. 그래서 나 자신에게 빠져나갈 수 없는 굴레를 씌우고 말았지. 하 지만... 난 그 녀석처럼 어리석지는 않았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모나드를 피해왔건 만.... 그 녀석은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은 셈이다. 바보 같으니. 나는 서쪽 하늘을 쳐다보았다. 한없이 어둡다. 비록 별들이 하늘을 비추고 있지만, 구름이 그 빛을 가 리기 시작했다. '종말....' 한 시대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자. 돌아갑시다. 모나드님." 의식을 잃은 세이브를 구속한 후, 제논이 그녀 - 모나드 - 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모나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에 더 있을 필요는 없기에. 그녀도 어서 자신의 완전 한 몸을 되찾아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가자>> 둘의 모습이 다시금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았어. 설마....." 벌써 모든 것이 끝장난 건 아니겠지? 당황하는 내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히 세이브 의 감각..... '기계 인형에게 생명력이 느껴지다니.....' 신기한 일이지만, 그걸 굳이 따지고 들 생각은 없다. 일단은 그 아이를 찾는 것이 급선무니까. 그녀의 감각이 희미해진 방향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간다. 그런 내게 다 가오는 무언가, 흉폭한 느낌. "!" - 계속 - 후기)음에너지에 대한 설명. 굳이 늘어놓지 않아도 그 상황에 대한 묘사가 가능하지 만, 제논의 왜 굳이 열의 폭풍을 불렀는지에 대한 이유가 그 속에 들어있기 때문에 넣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그렇게 이해하시겠지요. 열의 폭풍이 세이브의 주의를 빼앗아, 마법 완성을 방해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열에너지가 음에너지와 섞여서 무로 돌아가버렸기 때문에, 마법이 깨져버렸다고 하면 됩니다. 원래 이런 건 좀 귀찮은 이론인데, 블랙홀과 화이트홀이 연결된 웜홀을 안정화시키 려면 음에너지가 필요하다는군요. 제논은 그 에너지를 없애버림으로서, 공간 터널의 발생을 막고, 결과적으로 세이브의 도주시도를 차단한 겁니다. 뭐 이런것까지 소설 상에서 설명해야 하느냐는 것이 의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 후기에 올리는군요. 그리고 콤프소그나투스라는 공룡은, 시조새의 골격과 매우 유사한 뼈대를 가진 공룡 입니다. 길이 1m.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겠지요? (단역이잖아) 모처럼 공룡 판타지답 게 공룡이 나오셨군요. (^_^) 휴우. 오늘은 무지 덥군요. 모두들 더위 잘 피하셨기를 바랍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6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01 조회수 : 8 공룡 판타지 18-361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4)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드는 이 느낌. 이것은..... "뭐지?" 아미.... 제국의 수도에서 느낀 그 감각이다. 수도 상공에 떠 있던 그 무언가가 내 뿜던 그런 힘. 그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렇다면..... "혹시.... 세이브가?" 어디까지나 짐작이다. 그 짐작 때문에 여기까지 날아왔건만, 저 느낌 때문에 세이브 의 느낌이 희미해지고 있다. 저 거대한 차가움. 떨림. 그것 때문에 세이브의 미약한 힘이 가려져버린 것이다. 이래서야 그 애의 안위를 알 수가 없다. 비록 그들과 함께 있다고 짐작이 가긴 하지만,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가 없어서는, 모든 것이 헛일 아닌가. 어째서 여기까지 날아왔는데.... 실망하던 내게 느껴지는 무언가. 그것 은. "그 놈이다 !" 그 차가움 속에서도, 한 가지 익숙한 느낌이 보였다. 과거에 내가 만나본 사람. 그 자. 제국에 혼란을 불러온 자. 그 자가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는 것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녀석들이 나보다 분명히 먼저 출발하기는 했다. 그 녀석들이 제국 수도 상공에 나타 났다가 사라진지도 꽤 긴 시간이 지났으니까. 하지만, 이건 너무 빠르다. 내가 신하 들과 논쟁한 시간이 10분이나 되었을까? 그걸 감안하더라도..... 어떻게 그 사이에 대륙의 반대편까지..... '제기랄. 아직 난 대륙의 절반을 지나가지도 못했다고.' 아마 지금의 속도가, 내게는 최대의 속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너무나 빨 랐다. 내가 비행한 시간이 30분 정도 되었을까? 그러나 그 괴물은 고작 40분 동안에 대륙을 왕복한 것이다. 순간이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속도는..... "믿을 수 없어." 그런데.... 저 괴물은 무엇일까? 드래곤일까? 그 외에, 지금 저 정도의 속력을 낼 수 있는 괴물이 있을까? 아니면, 신하들이 두려워하는 그 붉은 괴물일까. 내가 잠시 동안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 괴물이 내 앞으로 날아왔다. "웃 !" 피할 틈도 없었다. 그럴 생각도 하기 전에, 그 괴물은 정확히 내 앞에서 멈추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다가 일순간에. 그 순간적인 속도의 변화는, 내가 미처 대처하 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그 능력에, 나는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꼈다. 저런 고속으로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몸을 멈추다니. 나 같은 건 따를 수도 없는 능력이 아닌가. 공 포로 몸을 떨기도 전에, 그 '괴물'이 내게 말을 걸었다. <<라 브레이커의 주인인가?>> 새하얀 괴물이, 아니, 괴물이라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소녀가 나를 보며 묻는다. 그 러나 그 아름다움은, 상대에게 주는 공포감 때문에 가리워져 있었다. 나는 그 괴물의 질문에 대답하려다가, 그 옆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잊을 수 없는 저 자의 얼굴. 당 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그가 메고 있는 것 은..... "세이브 !" 저 아이가, 저 아이가 의식을 잃은 채 제논.... 그 자의 등에 업혀 있었다. 그 순 간,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막연한 짐작이 확신으로 바뀌면서, 내 손에 마력이 집결되었다. "받아라 !" 마력이 폭발하면서 강대한 힘으로 변해, 제논의 머리를 강타하기 위해 날아갔다. 하 지만..... 제논이 손을 쓰지도 않았는데, 그 힘은 그의 앞에서 튕겨버리고는, 비 맞 은 불꽃처럼 사그라들었다. 너무나 무력하게. 당황하는 내게, 비웃듯이 말하는 제논. "지금의 힘이 전부인가? 그렇다면 실망이다." "뭐야?" 아무리 긴 거리를 날아오는 바람에 마력이 소진되었다고는 해도, 이 정도로 무력할 줄이야. 당황해야 마땅하지만, 그러다가는 죽는다. 나는 재빠르게 다음 마법을 준비 했다. 마력이 거의 남지 않은 이상, 이번에 준비할 것은 좀 다른 것이어야 했다. 아 까처럼 평범한 마법으로 대처한다면, 제논을 죽이고 세이브를 구해낼 수 없을 것이므 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중 최대의 것은.....' 역시 그것밖에 없다. 비록 실패하면 내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긴 하지만. 엘프 마법 10레벨. 물질과 에너지를 다루는 그 기술. '되도록 빨리 해치워야 해.' 단지 일순간에, 마법을 완성시켜야 한다. 내 정신이 집중되면서 물질이 내 손 끝에 모아지고...... 물질속에 갇혀 있던 힘이 해방되려고 했다. 그 순간. <<그만 둬라. 검에게 택해진 자여>> 나를 막는 외마디 소리. 그 말이 나를 가로막았다. 엄청난 정신적인 압력으로. 나는 그 압력이 가해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소녀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분 나쁜 울림과 함께, 그녀의 입이 열린다. 그리고 말한다. <<너는 지금 나는 물론, 나의 종인 제논조차 이기지 못한다. 목숨을 쓸데없이 버리 지 마라>> "걱정해주니 고맙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게 여유는 없었다. 만약에 또다시 저런 압력을 내게 가해온 다면, 나는 마법을 완성하지도 못하고 당하고 말 것이다.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게 마 력을 다루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런 나를 본 상대가 웃는다. <<떨리는 마음. 지쳐빠진 몸. 그래서야 이길 싸움도 못 이기겠군. 소녀여>> "뭐야?" 황급히 부정했지만, 그녀의 말은 정확했다. 긴 거리를 날아오느라 마력은 이미 소진 한 상태였으니까. 엘프 마법 10레벨의 그 방법이라면 어떻게 싸울 수도 있겠지만, 아 직 미완성이나 다름없는 그런 마법을 완성시키는 것은 힘들 것이다. 이렇게까지 격심 한 압력하에서라면..... 그러나.... 지금 이대로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세이 브를.... 그 아이를 내버려두고 도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마법을 쓰려는 나에 게, 상대가 말을 건다. 자상한 듯이. 하지만 저 말 속에 무슨 비수가 숨겨져 있는지 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죽는다. 그런 나를 보며, 상대는 여유롭게 말한다. <<걱정마라. 난 이 꼬마를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다만.....>> "다만?" <<이 아이를 원래의 역할로 되돌릴 뿐이다>> "원래의 역할?" 원래의 역할이란 것이 무엇인가? 저 아이에겐 그저 평화로운 나날만이 어울리는 것 이 아닌가. 철없이 투정부리면서..... 언니에게 어리광부리면서...... 그런 나날만 이, 그런 시간의 순진한 소녀의 모습만이, 그녀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닌가. 그런 데.... 마치 내 마음을 읽어내는 듯이, 그녀가 말을 계속한다. 마치 엘프들처럼..... <<그건 이 아이가 할 일이 아니다. 이 아이는 나의 잃어버린 몸이고, 나는 내 몸의 일부를 되찾는 것 뿐이다. 너는 납치라고 여기지만, 이것은 회수일 뿐이다>> "회수라고?" 그 '회수'라는 것이, 이런 것이던가? 세이브가 원하는 일이라면, 저렇게 기절해서 쓰러져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그녀의 옷이 타들어간 흔적은..... 분명 히 공격마법의 흔적이었다. 그녀가 받았을 고통을 생각한 것과 마법을 완성한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 녀석 !" 엘프 마법 10레벨은 못 되지만, 그 요령에 따라 만들어낸 방법. 내 몸 안의 쓸모없 는 물질을 모조리 에너지화해서 그녀. 새햐얀 괴물에게 쏜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아무리 빠른 상대라도 피하지 못할, 빛의 일격이었다. 그러나. <<서툴러>>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를 감싸던 에너지의 폭풍은 사라져버렸다. 너무나 허무하게. 마치 산들바람처럼. '이럴 수가.....' 설마.... 저 강한 힘을 단 일순간에 흡수했단 말인가? 내가 당황하기도 전에, 그녀 의 손이 움직였다. 그리고, 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내 상반신이 뭔가에 부딪쳤다. '윽.' 내 입안에 가득차는 피. 가슴에 전해지는 충격.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내 몸은 아래로 떨어져갔다. 그녀의 말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일단은 살려둔다. 하지만 다음에 만날 때는 그렇지 않을 거다>> 그녀의 말의 여운이 멀리멀리 사라져간다. 세이브의 간절한 호소가, 구원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그녀에게 답해줄 수 없다. 제논의 비웃음소리 가 들린다. 분하지만 지금은 받아칠 수가 없다. 세이브의 외마디 외침에도 답해줄 수 가 없으니. "언니....." 그녀가 의식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소리가 들린 듯 한 것은 환상일까? 점점 지면이 내게 다가왔다. 무서운 속도로. "이번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파란 태자전하." 폐하는 멀리 떠나갔고, 우리 모두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속에, 아침을 맞이했 다. 하지만, 희망의 불꽃은 너무나 작았다. 저 해돋이만큼의 빛이 있다면 좋을텐데. "아닙니다. 오히려 제 미숙함으로 인해, 그 분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점, 사죄드리 고 싶습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 뿐 아니라, 그를 수행한 두 사람. 그록과 카리나라는 사람들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진심으로. 하지만 이 제는 어쩔 셈일까? "그럼, 이제 고국으로 돌아가실 생각이신가요? 태자전하." "아닙니다." - 계속 - 후기)레이니, 일격에 KO패. 당연하긴 하지만, 너무나 싱겁게 끝난 일전이었습니다. 사실, 실력이 차이가 크게 나는데도 불구하고 대등하게 싸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고, 따라서 길게 끌 거 없이 간단히 처리했습니다. 아. 이틀 연속 오자가 나고 말았습니다. 으흐흑. (ㅠ.ㅠ) 어제 레이니가 날아가는 장면에서, '서울러야 한다 -> 서둘러야 한다.' 였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봤는 데...... 확실히 오자는 작가의 눈을 피하는 재주가 있군요. 그리고 하나 더 ! 고속으로 날아가다가 멈추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하실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운동장에서 전력으로 달려보세요. 그리고, 결승선에서 정확히 멈춰보세 요. 그러면 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결승선이 보일 즈음에 속도를 늦추기 시작해 야, 정확히 그 선에 멈출 수 있을 테니까요. (아주 느리게 달린다면 또 다르지만) 보 통은, 멈추려다가 앞으로 넘어져서 코를 다치게 되겠지요. 관성이란 게 있으니까요. 그걸 무시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보통이 아니지요. (모나드가 어떻게 그걸 해냈는지 설명하라고요? 가능합니다만 레이니가 그걸 해내면 설명이 나가겠지요)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62 관련자료:없음 [69169]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5-02 20:48 조회:50 공룡 판타지 18-362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5) 그의 말 속에 담겨있는 의지를,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아직 폐하를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구나. 약간의 안심. 약간의 불안. 그리고 약간의 안타까움. 그런 감정이 내게 스쳐간다. 하지만, 그 분에게 있어선 어떨까. '모르겠어.' 폐하께선, 결코 이 사람이 싫어서 떠나간 것이 아니다. 그걸 아는 이상, 그가 쉽게 포기할리는 없다. 일이 끝나면 돌아오리라. 그런 기대를 할 수도 있지. 하지만. '폐하는 과연 이 일을 알고 있을까.' 폐하가 떠난 후로, 그 용병에게 퍼부어진 저주의 양을. 만약 폐하가 무사히 돌아오 지 못한다면, 그 원한은 고스란히 그에게 집중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가 죽는 것만으로 이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만약 그 괴물이 정말로 신 화에 나오는 그 붉은 괴물이라면..... '그럼 우린 모두 죽어.' 과거에, 모든 생명의 90%이상을 전멸시킨 그 괴물이 만약 우리들의 앞에 모습을 드 러낸다면, 우린 그때처럼 사라지는 것인가. 오시언을 덮친 그 재앙의 날. 그 날 고대 의 인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별들 사이를 헤엄치던 그 찬란한 능력을. 도망치려 해 도 여신의 진노에 눌린 하늘은 굳게 문을 닫았고, 땅은 그 분의 진노로 인해 갈라졌 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갈라진 땅 아래에서 튀어나온 그 괴물은 지상을 걸어다니며 불과 연기, 용암과 죽음을 뱉어놓았었다. '그래서 대륙은 쪼개져버렸지.' 북과 남. 동과 서. 그렇게 갈라져버린 대륙은 현재도 그 거대한 상처를 남기고 있 다. 아니, 그 상처는 날이 갈수록 더욱 더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 모든 사태를 초래한 것은 인간의 오만. 하지만 자세한 것은 전해지지 않는다. 그저, 인간에게 내 려진 벌이라는 그 말 뿐. 그런 괴물을 만약 폐하께서 상대한다면...... '이기실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런 나를 잡아주는 태자님의 말 한 마디. "전 그 분을 믿고 기다릴 겁니다. 바로 이곳에서." "하지만....." 어째서 그렇게 굳게 믿을 수 있지요? 상대가 만약 정말로 그 붉은 괴물이라면..... 그 분의 시녀이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나에 비해, 그는 너무나 당당하다. 어 째서 그렇게 믿을 수 있지요? 당신은..... 꿈꾸듯이 중얼거리는 태자님. "어제 그 용병의 말을 듣고, 생각한 것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저 자신의 무기력에 분노하기도 했고, 그 용병을 죽여버리고도 싶었지만, 결국은 답이 하나뿐이더군요." "답을 찾으신 건가요?" 넌저시 묻는다. 고작해야 시녀인 내게 그런 말을 해줄리는 없지만, 저 분이 무슨 생 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 그래서, 만약에 폐하가 살아서 우리곁에 돌아오실 수 있다 면...... "네." 전해드리고 싶다. 이 분의 마음을.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준 것인지, 태자님께서 말씀 하신다. "기다릴 겁니다. 제가 그녀를 위해 해줄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이런 것뿐이니까 요." 그러더니, 자신을 책하는 듯한 표정이, 그의 얼굴에 스쳐간다. 어째서 저 표정이 익 숙하다는 느낌이 든 걸까. 혹시..... 저 분 역시 나처럼? 그 뒤에 나온 말이, 그 짐 작을 확인시켜 주었다. "전 검을 들고 그녀를 지켜줄 정도의 힘도 없을뿐더러." 내 가슴을 스치는 그림자. "그녀에 대한 믿음도 가지지 못했었습니다. 그 용병은 그녀를 믿고 있었는데." 확실히 그건 의외였다. 폐하를 모시던 나보다도, 폐하 주위에 있던 제국의 신하들 도, 폐하와 약혼할 듯 하던 이 태자님조차도 가지지 못했던 깊은 신뢰감을, 그런 용 병이 가지고 있었다니. 혹시..... '과거에 폐하와 같이 여행을 했던, 동료로서의 의식이었을까?' 그건 모른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폐하를 믿고 있었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에 비해 우리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폐하를 전혀 믿지 않았다. 그저, 보살펴주어야 할 대상으로 만 여겼을 뿐, 폐하를 우리들의 품 안에서 놓아주기 싫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저, 이 나라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게 하려는 수단으로서 여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구도 폐하를 진심으로 신뢰하지는 않았다. 믿고 있다고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위기 상황이 닥치자 우리가 믿은 것은, 우리 자신의 상식과 힘이었으니까. '그 분의 말씀을 믿지는 않았어.' 폐하를 모시는 신하로서, 부끄러웠다. 그런 부끄러움을 더욱 더 내 마음에 각인시키 듯이, 그가 말을 맺는다. "그런 용병에게 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자로서, 황제 폐하는 결코 넘겨줄 수 없 는, 좋은 여성이니까요." '넘겨줄 수 없는.....' 폐하가 남자 복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 순간 그 용병에게 질투심이 생긴 것은 무엇때문이었을까. 명색이 호위기사로서, 그 분을 믿어드리지 못한 죄책감 의 발로였을까. "그럼,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태자의 앞에서 물러나 궁전의 복도로 나온다. 내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지면서, 어딘 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그 용병, 아무래도 눈치가 이상해.' 아까의 생각이, 조금씩 소용돌이를 이루어간다. 그리고 그 물살은 점점 더 커다란 회오리를 이루어간다. 어째서 그는 그렇게 폐하를 믿고 있었을까. 한 줌의 의심도 없 이. '물어봐야겠어.' 터무니없는 망상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 내 생각이, 스승님 의 집을 향한 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곳에 그가 있으므로. '아냐.' 난 그저, 스승님을 만나러 갈 뿐이야. 크르르르르. 우어어어어. 찌르르르르. 푸득푸득푸득.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멀리서 들으면 감미롭지만..... "으윽 !" 가까이서 들으면 기분나쁘다. 어쨌든 그 소리의 출처가 육식 공룡이라면, 문제가 커 지니까. 게다가, 지금의 내 몸 상태로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숲 한가운데에, 오직 한 군데만 구멍이 뚫려있다. 비록 그 크기는 작았지만, 한 사람이 드나들만한 크기는 된다. "알만하군." 저 구멍을 누가 만들었는지 짐작이 간다. 아마 내가 그 하얀 괴물에게 일격을 맞고 추락해버렸을 때, 그때 생긴 구멍이겠지. 주위에 떨어져있는 싱싱한 나뭇가지들이, 어제의 상황을 증언해주고 있었다. "요란했었군." 하긴 그렇지.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그러지 않으면 이상하겠지. 그런데, 여기는 어디쯤일까? 내가 추락한 장소가 북대륙의 중간지점 부근이었으니까..... "바다에 안 빠진 게 다행이군." 대륙의 중간은 바다이다. 북대륙이 갈라지기 시작한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까, 현재 대륙의 서쪽은 미지의 지역, 중간이 유로제국, 그리고 동쪽 끝에 쥬린 제국이 존재한다. 그러니, 내가 대륙의 중간에서 추락을 했다는 것은..... "여긴 유로 제국이라는 건가?" 날아오기에 바빠서, 그런 생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륙의 상당수가 보 일 정도의 고도에서 떨어졌는데도 멀쩡하다는 것은..... "아....." 의식을 잃기 직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여자에게 일격을 맞은 후, 나는 피를 토하며 아래로 추락했다. 둥근 표면이 보이 던 오시언의 모습이 사라지고, 내 폐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 여자의 일격으 로 방어막이 터져버렸기 때문에, 그 안의 공기가 새어나가서 생긴 감압의 결과였다. 황급히 방어막을 다시 쳤지만, 그런다고 해서 잃은 공기가 되돌아오지는 않는다. 게 다가 피까지 토했다면...... '으윽.' 필사적으로 목구멍을 막은 피를 뱉어내고, 아래로 떨어지면서 생기는 엄청난 열을 막아냈다. 조금이라도 방어막을 늦게 쳤다면, 나는 그대로 타죽었을지도 모른다. 옅 은 공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나는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그대로 떨어져갔 다. 오직 살아야한다는 생각만으로, 몸 안의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참아냈다. 그렇지 만..... "으아아아악 !"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고통을 줄이기 위해. 그러나 그럴 여유는 없다. 그저, 아래로 떨어지는 내 몸을 가누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어느 정도 열기가 가시자, 지 면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어떻게든 몸을 받칠 장소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미 량의 마력으로는 낙하하는 내 몸을 받칠 정도의 부력을 얻어낼 수가 없다. 속수무책 으로 떨어지던 내 눈에, 숲이 보였다. 그순간, 내 머릿속에는 묘안이 떠올랐고, 나는 몸을 버둥거리며 그 위로 떨어져갔다. '엘프 마법 10레벨.' - 계속 - 후기)자. 오늘은 정말 글이 안 나간 날이군요. (게으른거야) 글도 엄청나게 늦게 올 리고. 할 말이 없군요. (ㅠ.ㅠ) 장기연재라서 피곤이 쌓인 걸까요. 요즘은 계속 늦어 지네요. 휴우. 이러다가 큰일 내지..... 안 그래도 피로한 나날인데......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63 관련자료:없음 [69256]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5-03 20:32 조회:26 공룡 판타지 18-363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6) 그 마법이라면, 어떻게든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엘프 마법 10레벨의 수법이라면. 그 방법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즉시 마법을 사용했다. 체외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 시키는 그 비법을. 만약 실패한다면 그대로 끝장이지만..... 번쩍. 손에서 무형의 힘이 뻗어나가, 내 발 아래로 다가드는 나뭇가지에 접촉한다. 나뭇가 지를 이루고 있는 세포, 그 세포를 이루는 거대한 분자들이 느껴지고, 그것들이 산산 히 부서진다. 분자가 원자로 부서지고,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 전자로 분해되면서, 그 이하의 단위로. 에너지로 변화했다. 그리고 그 힘은 맹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나 를 향해서. 콰앙 ! 그리고 그 힘이 공기를 밀어올려, 떨어지는 나를 받쳤다. 그 힘에 밀리자, 내 몸이 잠시동안 허공에 멈춰선다. 하지만 영구적으로 내 몸을 띄울 정도의 힘은 되지 못하 는 탓에, 나는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했다. 미량의 물질이라도 에너지화시키면, 거대한 힘을 내게 되니까. 그 정도의 힘이라면, 여태까지 무서운 속 도로 떨어지던 나를 받치고, 내 발 아래의 나뭇가지들을 이용해서 충분히 착지할 수 가 있으니까. 그러나. "아차 !" 내 발 아래의 나뭇가지들도, 내가 일으킨 폭발로 인해 부서져 있었다 ! '으아악 !' 비명은 내 입에서 나오지 못했다. 느리게 지나가는 주변의 풍경이 보이면서.... 내 발은 내가 만든 구멍으로 빠져들었고, 그 아래에 남아있던 나뭇가지들은 나를 지탱해 주기에는 너무나 미약했다. 가지들이 부러지면서.... 나는 아래로 떨어졌다. "그렇게 된 건가....." 하지만, 추락한 것 치고는 너무나 멀쩡하다. 나도 모르게 몸을 비틀어, 추락의 충격 을 최소화한 것인가. 혹시, 아래의 버섯이나 고사리들이 충격을 줄여준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이 나무가 너무 높은데? 역시 평소에 단련을 해 둔 탓인가? 뭐. 무사하 면 되는 것이지. 게다가, 지금은 확인해둘 문제가 있다. 그것은..... "그 녀석에게 맞은 상처는 어떤지 확인해야....." 일격에 피를 토할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아무래도 몸에 이상이 생겼을 것이다. 그 정도라면, 응급처치를 해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누가 보는 사람은 없겠지?" 주위를 둘러본다. 나도 모르게. 내 옷을 벗으려고 손을 대는 순간, 여성용의 부드러 운 옷감이 만져졌기 때문에. 그렇군. 난 여자였지. 평소에 치매사부에게 학대받으면 서 훈련을 거듭했던 생각을 한 탓에, 잠시나마 그걸 잊고 있었다. 그런데.... 가만. 가만. 가만 ! '가만. 난 남자몸일 때 단련을 한 거라고.' 여자의 몸일 때 단련을 한 게 아니다. 적어도 나의 여자아이로서의 몸은, 10여년 이 상 검에 갇혀있었다. 그렇다면, 단련은커녕 몸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일 것이 정상 이다.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저 높이에서 몸을 회전시켜서 착지한 거지?' 비록 하늘에서 떨어지는 속도는 상쇄시키기는 했지만, 나무의 높이만도 100m에 달한 다. 그 높은 나무위에서 떨어졌는데, 본능적으로 나뭇가지를 발로 차서 낙하 속도를 줄이고, 무사히 안착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남자아이였을 때의 나라면 가능했겠지 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내가 단련시킨 몸은 여자아이의 것이 아니라, 남자아이의 것이었다. 그 몸은 이미 그 날, 스승님이 돌아가셨던 무렵에 사라졌을텐데, 어째서 그때와 비슷한..... "아냐." 어째서 그 때를 능가하는 반사신경과 완력을 보유하고 있는 걸까. 남자아이였을때 도, 이 정도의 힘을 가지지는 못했다. 아무리 내가 그동안 마법을 익혔다고 해도, 그 것은 정신적인 것이다. 육체적인 능력이 발달된 것이 아니다. 하물며 10여년을 망각 속에 잠들어 있던 이 아가씨의 몸이라면...... "어떻게 된 거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내가 단련시킨 적이 없는 이 몸이, 어째서 이런 괴력을 가지고 있는가. 어째서 다친 몸으로도 저 높은 곳에서 상처없이 내려올 수 있는가. 그것도 거의 무의식인 상태로. 검이 도와준 것인가? 그러나 검과의 계약은 이미 끊어진 것이 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나를 도와준 것인가. 게다가 내 기억은..... '희미하지만.....' 분명히 내 자신의 몸이 움직여서, 바닥에 착지했었다. 비록 그 후에 상처의 고통과 마력의 소진을 견디지 못해서 기절해 버리긴 했지만...... "윽." 상처를 받은 것을 인식하자, 고통이 오른쪽 가슴으로부터 밀려왔다. 역시 타격이 크 군. 게다가 마력까지 달랑달랑하니, 이 상태는 위험하다. 빨리 응급처치를 하지 않는 다면..... 하지만 외상이라면 몰라도, 내장이 다친 것을 치료할 정도의 의학 지식은, 나에게는 없었다. 어떻게 하나. 주위를 둘러보지만, 사람이 보일 리가 없었다. 이런 깊은 숲속에 누가..... 게다가, 사람을 찾더라도 문제는 또 있다. "마법사에겐 갈 수 없어." 치료 마법은 내게 먹히지 않는다. 검과의 계약은 이미 끊어졌다고 생각하지만, 명확 한 것은 아니다. 아까의 기억도 내 착각인지도 모르고. 만약 치유가 되지 않는다면 시간만 낭비하는 셈이다. 하지만. "차라리 검을 부를까?" 그렇게 하면 모든 게 확실해지겠지. 하지만..... 검을 볼 면목이 없다. 검에게 얼굴 을 들고 무언가를 요구할 입장이, 아닌 것이다. 전혀. "내 스스로 검의 주인의 자리를 버리려고 했는데." 그 점이 걸리는 것이다. 설령 검에게 동정을 받아 목숨을 건진다고 해도, 검이 요구 하는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능력이, 지금의 내게 있을 것인가. 아니. 능력이 있다고 해도 안 된다. 이런 건, 도의적인 문제인 것이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배신한 주제에, 어떻게 그런 걸 요구하겠어." 단념한다. 그러지 않으면 너무나 내가 뻔뻔한 것이겠지. 그렇다면, 지금의 내가 살 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소한 몸을 회복시키고 나서야, 무언가 발버둥이라도 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의사를 찾아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의 나 에게는. "돈이 없지." 요 며칠간 궁전에서 살면서, 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쪽이 정확하리라. 그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으랴. 게다가, 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우어어어어. 배고픈 육식 공룡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 그렇지. 이곳은 위험한 곳이지. 다친 몸을 이끌고, 땅바닥에서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내 몸이 순간적으로 위로 튕겨올라 갔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작은 육식공룡이 나를 노리기는 좀 힘들 정도의 높이의 나뭇가지에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까지 내가 서 있던 자리에, 공룡 한 마리가 서 있다. 나를 보더니 입맛을 다시다가, 그냥 물러간다. 순간적으로 안도 의 한숨이 나온다. "큰일날뻔했어." 몸을 다치고, 마력을 잃은 지금의 상황. 게다가 무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런 상황 에서, 육식공룡을 상대로 얼마나 힘을 쓸 수 있겠는가. 하다못해 호신용 단검조차 없 는 지금의 나로선. '저항도 못하겠지.' 지금의 도약만으로도, 내 몸이 비명을 지를 지경이다. 이래가지고는, 한 번의 도약 이 고작이다. 한 번 몸을 피하고, 고통으로 가슴을 움켜쥔다. 공룡의 공격을 받으면, 과연 두 번째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안 돼. 안 돼.' 이 상태로 오래 버틸 수는 없다. 아무래도, 응급처치를 해두어야 한다. 누가 볼까봐 염려가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망설일 틈은 없다. 게다가 주위에 사람의 생명 력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이 넓은 대륙 곳곳에, 체서들이 잠복하고 있 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일단 웃옷을 벗는다. 그러자 내 커다란 가슴이 드러난다. 평 소라면 새하얗겠지만, 아까의 일격으로 멍이 들어있다. 살짝 눌러본다. 고통으로 몸 이 저려온다. "젠장." 일단은 생명력을 움직여본다. 생각대로, 약간의 흐름 장애가 있다. 그리 크지는 않 지만, 아마도 가슴쪽 근육이 상한 듯 하다. 아니, 뼈가 부러졌나? 생명력을 더욱 세 밀히 느껴본다. 역시 뼈가 하나 금이 간 모양이다. 갈비뼈 부근의 흐름이 이상하다. "어긋나지는 않았어. 다행이야." 하지만, 움직이는데 지장이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 상태라면 낫는데 얼마나 걸 릴까. 1주일? 아니면 한 달? "그 이상일지도 몰라." 내가 강철로 만든 인간도 아니고, 몇 달이나 걸려야 몸이 완치가 될지는 모른다. 이 대로 놔두면 위험하겠는걸. 일단은 인가를 찾아야겠다. 어디보자..... 주위의 생명력 을 느껴본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찾는다. 어디.... 그런 곳이라면...... "있다." 약간은 안심이 된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고. 나는 아픈 몸을 달래며 일어섰다. 나 뭇가지를 박차고, 앞으로 달린다. "아직은 끝나지 않았어." 적어도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 계속 - 후기)윽. 늦었다. 요즘 계속 늦고 있습니다. 날씨도 일교차가 너무 심해서 정신없는 데, 연재하는 저까지 정신이 없군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레이니가 힘이 세니 어쩌니 해서, 체격이 무지하게 큰 여자애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건드려도 쓰러질 정도의, 그런 체구의 가냘픈 여자애이지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8-36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04 조회수 : 1 공룡 판타지 18-364 레이니 이야기 - 여름밤의 신부(27) "그래서....." 막연한 느낌에 의해, 그런 권유를 했단 말인가? 이 자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스승 님 댁에 가서, 하인들의 안내로 만난 그 용병의 첫마디가, 이런 한심한 것이라 니..... "그래서. 단지 막연한 확신 때문에 당신은 폐하에게 죽음의 길을 가라고 충동질한 건가요?" 묻지 않을 수 없다. 몰아붙이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폐하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 이 아닌가. 그러나, 상대는 여전히 태연하다. 나와, 스승님을 앞에 두고서도. '뭐라고 대답하나 어디 보자.' 스승님조차, 걱정으로 얼굴색이 안 좋은 판국에..... 잘못하면 이 제국 전체가 전란 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는 어째서 이렇게 태평한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게 한참동안 기다린 후에야, 그는 서서히 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한 말 은.... "당신들의 황제에 대한 이야기는, 셀. 그러니까 이곳의 수석마법사인 애스터 누스에 게 들었습니다. 그 애가 저주를 받았다고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갑자기 황제로 추대 되는 것을 보고, 그리고 셀이 그에 대해 별다른 변명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해 서 물어본 거지요. 그녀는 순순히 말해주더군요." "뭐라고요?" 수석 마법사가, 그런 일을 맘대로 막 말해도 되는 걸까? 화내려는 나를 말리는 스승 님의 손길에, 나는 일단 자신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그런 일이 드러나면 나라 망신이라고.' 폐하의 잘못은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보는 눈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가 비웃지 않으랴. 불안하다. 그런 내 마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다. "그녀가 말하더군요. 당신들의 황제의 과거부터, 현재 그녀가 처한 위치까지. 검의 시험을 받는 입장과, 살기 위해선 누구하고든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까지." 그녀? 황제 폐하에게 쓸 말이 아니지 않은가. 순간적으로 무례하다고 소리를 칠 뻔 했지만, 그는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자기 이야기를 할 뿐. "하지만 그녀가 만약 그렇게 결혼으로 현실도피를 해버린다면, 그녀에겐 더 안 좋을 거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저는." "뭐라고요?" 그럼, 죽으러 가라는 건가? 검의 시험을 받고, 그 시험에 떨어져서, 비참하게 최후 를 맞이해야 좋다는 것인가? 화가 난다. 하지만 그는..... "검의 시험을 피한다면, 그녀는 자신에게서 도망치는 겁니다. 과거에 그녀가 고통 속에서 도망치려고 남자아이가 되었다는 걸 들은 저로서는, 그녀가 다시 도망쳐버리 는 것을 놔둘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게다가? "그녀에겐 힘이 있습니다. 여태까지 어떤 사람도 가지지 못했던 힘이." 힘.....이라고? 궁금해하는 나와 스승님의 앞에서, 그가 한 말은 간단했다. "전 과거에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니 까 레드 테일시에서였지요. 그녀는....." 그리고 그가 한 말은,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드워프들의 짐을 가볍게 들었다는 건가?" "당신도 들기 힘든 무거운 상자를, 폐하께선 가볍게 들었다고요?" "그렇습니다." 그의 얼굴은 차분했지만, 그 당시에 그가 얼마나 놀랐는지는 확실히 전달되었다. 그 의 말이 사실이라면, 폐하는 이미..... "그녀는, 드워프들도 들기 어려운 중량을 하늘로 던져 올린 겁니다. 그 날, 전 그 상자를 들어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조차도 들기 어려운 그런 물건을.... 그녀는 마법도 기도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들었던 겁니다. 그녀 자신의 몸이 이 미, 보통 인간과 다르게 되었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그래서....." 나와 스승님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렇다는 것은, 혹시 폐하는 이미..... "그렇습니다." 그의 확신에 찬 대답. 그리고 마지막 말. "그녀는 이미 보통 사람과는 다른 힘을 갖춘 겁니다. 단지 그녀 자신이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 뿐. 만약 그 힘을 스스로의 의지하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 까요? 전 그래서 그녀에게 그런 걸 권유한 겁니다. 그와 더불어....." 그와 더불어? "그녀의 과거를 듣고, 그런 생각이 더욱 더 강해졌습니다. 그녀가 남자 몸으로 10여 년을 살았다면, 그녀의 여성의 몸은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요?" "......" "......"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추측하는 것은, 단지 망상에 불과하기에. 그럼..... 혹시 폐하가 전설을 이룰 수 있을지도? 그의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검은 처음부터....."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진작에 눈치챘어야 하는 데..... 검이 힘을 쓰지 않는 가운데에서도 폐하께서 그런 거대한 검을 부담없이 메 고 다니는 것을 보고, 진작 눈치챘어야 하는데..... '멍청한 녀석.' 역시 난, 아직은 더 배워야 할 것 같아. 뻔히 보이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정말로 도와주지 않을 건가요? 라 브레이커." 그녀가 갈비뼈를 다친 것을 알면서도, 당장 달려가서 그녀를 감싸주지 못하다니. 마 법이 먹히지 않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의학지식을 이용하면 당장 고칠 수 있는 데..... 발을 동동 구르지만, 검은 야속하게도 나를 막는다. "참아라. 참아. 이게 그녀에겐 마지막 시험이란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험을 치르는 건가? 이건 좀 지나치지 않은가. 자신의 운명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결정되다니..... 최소한 그녀에게 말이라도 해 줘야 하는데. 그러나 검은 나를 막을 뿐이다. 계속 막을 뿐이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10년 이상 그녀를 지켜봐왔다. 그녀가 자신의 몸을 버린 이 후, 나는 그녀를 성장시키고 지켜봐왔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 그녀와의 추억 을, 비록 그녀는 기억할 수 없다고 해도....." 의식이 없는 사이에..... 검의 마음에 내게 들어온다. 어둠 속에 잠들어있는 공주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도 없는 그런 빈 공간에 떠있는 그녀. 그리고 검 안의 라비린스 키퍼들. 그들의 온화한 모습이, 내게 보인다. "그래서....." "그러니, 너와 비교해도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은, 절대 뒤지지 않을 거다. 믿고 기 다려라. 너의 밀크를." "나의 밀크를......" "그래. 기다려라. 저 아이는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참아라." "하지만.... 만약 시간에 댈 수 없게 된다면....." "걱정마라. 그럴 경우 네 목숨으로 세계를 구해줄테니." "그럼 안심이지만....." 저 아이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세계를 구해봐야 소용이 없다. 저 아이가 검의 시험에 실패해서 죽어버리면, 굳이 세계를 구할 필요가 있겠는가. 나도 저 아이가 죽 은 세상에서 영웅이 되는 걸 바라는 건 아니니. "제발 힘내....." 나는 기다릴 뿐이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면서. "다 왔다 !"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내 앞에 있었다. 한 번 도약하고 멈춰서고, 또 한 번 도약하 고 멈춰서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 간신히 이 마을에 온 것이다. 하지만, 이 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이곳은 바로..... "돌아와 버렸네." 내가 과거에 살았던 그 마을. 남자아이였을때에 살았던 그 마을이다. 이젠 이름도 잊어버렸지만..... 가만. 10년이나 살았던 마을의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아무리 마을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살았다고는 하지만.... "한심하구나. 나도." 10여년의 세월이 흘러나가고, 과거의 기억들도 쓸려가 버렸는가. 잠시 허탈감에 젖 어있던 나에게, 다시금 현실로 돌아올 것을 재촉하는 오른쪽 가슴의 통증. "일단 이 몸부터 고쳐야겠어." 나는 마을 아래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픈 가슴을 움켜쥔 채로. - 이번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는..... - 후기)드디어 끝났군요. 제목과 달리 신부로서의 웨딩 드레스조차 걸치지 못한 비운의 신부여..... (^_^;;;;;) 레이니에겐 안 된 일이지만, 그녀에게 결혼은 망각일지언정, 결코 구원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에게 맡겨진 검의 무게를 감안한다면, 그렇 게 도망치게 할 수는 없지요. 공주님은 단지 용의 습격에서 자신을 구할 왕자님을 기 다리기만 하라고요? 그럴 수는 없지요. 어쨌든 그녀는 고향마을에 돌아왔습니다. 고향이라기에는 좀 그렇기는 하지만. 어쨌 든 어린 시절을 보낸 그 마을에 돌아온 겁니다. 그럼..... 저주를 푸는데 실패해버린 그녀로서, 이제부터 치를 일이 몇 가지 있군요. 아니, 그 뿐만이 아니네요. 치를 일 이 하나둘이 아니니..... 고생 좀 하겠군요. 다음 이야기에서도. 그리고 그녀의 괴력. 11-178에서 분명히 나온 이야기입니다. 드워프들이 간신히 드 는 상자를 쉽게 드는 그녀의 모습. 물론 제 솜씨가 형편없어서 그 뒤에 드워프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쓰지 않은(극중 전개에는 필요없어서 잊었지만 솔직히 아무 말도 안 쓴 건 무심한 것이더군요) 덕분에, 저로서는 아픈 기억으로 남았습니다만. 그 외에도 충분히 아실 수 있지요? 무엇보다도 그 거대한 라 브레이커를 마구 휘두르는 그 괴력 을 보시면..... 다음 이야기..... 이제 시험에 통과하느냐, 아니면 실패해서 시집가버리느냐는 문제 로군요. - 열 아홉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쿵. 쿵. 쿵.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앞에 있다. 그 외에 보이는 건 없다.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별빛조차 비치지 않는 숲. 앞을 바라본다. 아무 것도 없다. 아니, 보이지 않을 뿐이다. 검을 쥔다. 그것이 그녀의 유일한 의지. 앞에 무언가가 있다. 저벅. 저벅. 저벅.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 앞에 있다. 그 외에 보이는 건 없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들판. 앞을 바라본다. 아무 것도 없다. 아니, 보이지 않을 뿐이다. 입을 벌려본다. 자신을 살아남게 한 자신의 무기. 꼬리를 든다. 전신이 바짝 긴장한다. 앞에 무언가가 있다. 숲 밖으로 나온다. 숲 입구로 다가간다. 둘의 시선이 마주친다. 검을 든다. 입을 벌린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달린다. 자신의 생명을 위해. 그리고 승리를 위해. 소녀가 하늘로 뛰어오른다. 그가 입을 벌린다. 입이 벌어지면서 무수하게 돋아난 날카로운 이빨이 보인다. 그의 입이 소녀를 향한다. 소녀의 검이 그를 향한다. "크아아아 !" 그가 날카롭게 외친다. 아침해를 배경으로 소녀와 그의 그림자가 비친다. 그의 전신이 드러난다. 거대한 입, 짧은 앞다리, 그리고 거대한 꼬리와 큰 뒷다리. 지구를 지배하는 자. 그와 그의 동족들을 우리는 공룡이라 부른다. 예고편 후기)이것은 바로, 제가 처음에 레이니 이야기를 올리기 전에 올린, 그 예고 편입니다. 드디어 이 예고편에 걸맞는 장면이 나갈 것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를 내보 내고 싶었지만, 불행히도 이 시대는 쥬라기이므로 그게 안 됩니다. 그러나 ! 공룡 시 대에 대한 화석은 단지 1%도 안 되는 걸 알고 있으므로...... 작가의 특권을 발휘하 지요. 자. 다음에는 진짜 예고편에 걸맞는 전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6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5-05 12:36 조회:27 공룡 판타지 19-365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 맑은 아침공기가 나의 피로를 씻어준다. 매일같이 마셨던 이 공기를 접하지 못하게 된 것이 마치 수 십년이나 되는 듯 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작 두 달이다. 두 달 동안에 얼마나 많은 사건을 체험했던가. "하지만 나 자신은 그대로잖아." 여행을 시작할때와 비교해서, 내가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비록 속은 상당히 많 이 변했을지 몰라도, 겉모습은 내가 이 마을을 떠날때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만약 있다면, 지금은 내 곁에 라 브레이커가 없다는 것과 입고 있는 옷이 고급품이 되었다는 것 정도일까. "돈도 없고." 그때는 약간의 여행 자금이나마 있었지만, 지금은 무일푼이다. 이런 것도 차이라면 차이라고 해야 할까. 가볍게 한숨을 쉬려는 순간, 느껴지는 통증. "으이익." 생각보다 이거 아프다. 갈비뼈가 금이 갔으니, 아프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해야 하지 만. 과거의 감상은 이제 그만하고, 지금은 내 몸을 돌봐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들키면 어쩌지?' 나의 변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다로프 아저씨 정도이고, 그 외에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물론 그들이 나를 알아볼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사람들 앞에 나서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나도 인간이라고. 감정이란 게 있어.' 만나면 부끄러우니까...... "아무도 안 계세요?" 오두막 앞에 도착했다. 다로프 아저씨가 있는, 이 마을의 유일한 의원이 사는 집이 다. 변한 것이 없어서 마음에 들기는 하다. 나 자신이 너무나 많이 바뀐 탓인지, 과 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만나면 반갑다. 일단 아저씨를 불러봤지만..... "알만 하군." 안에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생명력을 느껴본 바로는 이 아저씨, 뭘 하고 계 신지 다 보인다. 어지간하면 의자놓고 하시지..... "뭐, 상관없겠지." 일단 들어가고 보는 거다. 어차피 이 앞에 계속해서 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 여유있 게 가슴을 펴고 걸어가려는 순간. "윽." 역시 멋있게 걸어가는 것은..... 무리다. 내 갈비뼈가 비명을 지르니까. "서둘러야.....겠어." 벽에 몸을 기대에 잠시 힘을 모은 후, 문 앞으로 걸어간다. 아픈 가슴을 움켜쥐고. 제발 아저씨를 볼 때까지만 버티자.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지만 문까지의 거리 가 왜 이렇게 멀어보이는거냐. 목표가 눈앞에 나타나니까, 긴장이 풀어져버린 것인 가? 하지만 여기서 쓰러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비참하게 길바닥에 쓰러진 꼴을 모두에게 보이기는 질색이니까.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아픔을 참으면서 서서히 발을 내딛는다. 그리고 조금씩 문을 향해 다가간다. "조금만 더......" 문이 조금씩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으으으으으." 찬장에 있을 약이 어디 갔더라? 어떻게든 집어내야 하는데, 의자가 부서지는 바람에 발을 디딜 발판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고치기에는 시간이 없다. 고작 약병 하 나만 내리면 되는 일에 그렇게까지 할 건 없지 않은가. "으으으." 그러나. 내 다리가 조금만 길었더라면 닿을 저 약병이, 내게는 너무나 멀리에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조금만..... 내 손이 아주 약간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더 이상은 가지 않는다. "조금만 더....." 손이 조금 더 올라간다. 손가락 끝이 닿는다. 이제..... 손에 잡히기만 하면...... "아무도 없어요?" 난데없이 들려온, 벼락치는듯한 소리. 그 소리에 놀란 나는, 그만 균형을 잃어버렸 다. 약병이 흔들리는 것이 보이면서....... 콰당 ! 약병이 떨어져 깨졌을까. 하지만 그걸 신경쓰기 전에, 우선은 내 몸을 신경써야겠 다. 몸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역시 나도 나이가 들었나..... 얼마 전에 친구를 떠나보낸 후로는, 그런 느낌이 부쩍 강해진 듯하다. 그러나..... "괜찮으세요? 아저씨." 내 뒤에서 들려오는 여자아이의 목소리. 도, 도대체 누구야?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 오고. 버럭 화를 내며 뒤를 돌아본 내 앞에 서 있는 것은, 긴 초록빛 머리를 한 귀족 집 아가씨였다. 도대체 누구지?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금방 생각이 나지 않는 다. 이 아가씨의 이름이..... "안녕하세요? 다로프 아저씨." 내 손을 잡고 일으켜주는 이 아이는...... "알로 !"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거냐? 아직도 저주를 풀지 못한 거냐?" "설명하면 복잡해요." 내 말을 듣자, 약간 풀이 죽은 듯이 대답하는 알로. 저 녀석, 일이 잘 안 된 건가? 우리 제국의 궁정마법사조차도 풀 수 없을 정도로, 저주의 힘이 강했다는 건가? 하지 만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상당히 고급품인걸. 설마..... '귀족의 노리개가 된 건 아니겠지?' 저 녀석의 속이 어떻든 간에, 겉은 어엿한 귀족집 아가씨로 보인다. 그리고, 저 정 도의 얼굴이라면, 못된 귀족이 탐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미 당해버려서 저주를 푸는 것을 포기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내게 날아오는 벼 락치는 소리. "그게 아니라니까요 !" 도대체 이 아저씨는.... 생각하는 거라고는 고작 이런 거냐..... 불행히도 지금의 나는, 상대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 때문에 이 아저씨가 지금 무슨 생각을 했는지 훤히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아저씨는 절 뭘로 보고 그런......" 화를 내면서 떠들던 내 말이 멈춘다. 지금 내가 소리를 지를 때가 아니라고 증거하 는, 우측 가슴의 통증. 으. 내 갈비뼈.... 빨리 붙이든지 해야지. 내 가슴을 움켜잡 고 아저씨에게 호소한다. 느린 말투로. "아저씨.... 검진 좀 부탁해요......" "못 본 새에 가슴이 커졌구나." "그만해요." "두 달 전보다 확실히 자랐는걸." "놀리지 말아요." "하지만 이 기회를 어떻게 놓치겠냐. 일국의 황제 폐하를 놀릴, 이 절호의 기회를." "그만하라고요." "그럼 치료 안 해준다." "치사한 아저씨." "아.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너한테 도전하겠는데....." "10년이 아니라, 20년쯤 젊어도 안 받아주니까, 신경 끄세요." "그런 섭섭한 소리를 하는 거냐." "당연하지요." 그동안의 일을 듣자마자 이 아저씨가 한 말은, 그런 것이었다. 검진을 받고, 가슴의 갈비뼈를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고, 약을 바르고, 갈비뼈가 제대로 붙었는지 확인하 고, 몸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게 석고로 고정을 시키는 사이에, 나는 온갖 놀림을 다 받았다. 으. 분해라. 하지만 지금의 몸은 멋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공짜로 치료해주는 게 어디냐.' 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내 입장에서, 그 정도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 결국, 그 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이미 치료는 모두 끝나고 있었다. 다시금 옷을 조여 입고 일어서보니, 확실히 움직임은 거북하다. "익." 몸을 한 번 움직이려면 온 몸의 근육을 모두 다 써야 한다는 것이 맞다. 가슴쪽이 조여져버리니까, 내 몸이 확실히 느려졌다. 그나마 아는 사람의 집에 머물 수 있으니 괜찮은 것이지만. "어떠냐. 괜찮은 거냐?" "그렇겠지요." "다행히 부러진 건 갈비뼈 하나이고, 오른쪽 가슴에 타박상을 입긴 했지만 그리 심 하지는 않다. 아마, 상대는 경고의 의미로 네 갈비뼈를 부러뜨린 모양이다." "그런가요." - 계속 - 후기)와 ! 365회다 ! 이것으로 연재 1년이다 ! 그러나..... 사실, 그동안 며칠 분을 빼먹은 덕분에, 정확히 연재 1년은 아니군요. (ㅠ.ㅠ) 설날 휴가도 있고, 피곤하다고 빼먹은 게 하루. 거기다가 개인 사정으로 또 하루. 마지막 으로 컴퓨터 폭발로 인한 연재 중지..... 그래서 결국 약간 뒤로 밀린 365회가 되었 습니다. 에피소드 19가 시작되었군요. 이제 서서히 이 이야기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게 보이네요. 그동안 레이니 이야기를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리면서,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자 ! 레이니를 괴롭히러 ! (잘 나가다가 뭐냐)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6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06 조회수 : 19 공룡 판타지 19-366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2) "누군지 몰라도, 상당히 강한 상대였던 모양이다. 널 이렇게 한 걸 보면." "....." 뻔한 게 아닌가. 평범한 기사를 상대했다면, 이렇게 부상을 당하지도 않는다. 검에 베이지. 이런 타격은, 둔기에 의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그게 아니면 마법이라든가. 나도 그렇게 허약하지는 않은데, 그런 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 정도라면..... 보통은 아니지. 그런데... 그 뒤에 하시는 말씀이 왜 그래? "허마터면 시집도 못 갈 뻔했다. 조금만 왼쪽으로 이런 일격이 들어갔다면, 넌 죽었 을 거다. 천우신조지." 천우신조? 그럴 것 같진 않은데? 만약 그 괴물이 나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바로.... "그 이상은 하지도 못했겠지요. 그 여자." 아직 계약이 깨진 것인지 아닌지 모르는 이상, 상대도 신중했을 거다. 그러니까 날 부상만 입히고 끝낸 거겠지. 그걸 알기 때문에, 단정하듯이 말할 수가 있었다. 하지 만 만약 내가 라 브레이커의 계약자가 아니었다면? '그럼 난 죽었겠지.' 분하지만, 그 정도의 일격이라면 내가 막을 수가 없다.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그 일 격이 나를 향해 날아왔으니, 몸이 생각보다 빨리 반응하지 않는다면.... '가만. 가만.' 그때의 시야가.... 좀 바뀌었지 않나? 그 일격이 터지기 직전에는 그 여자의 일격이 정면으로 보였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의 얼굴이 약간 왼쪽으로 움직 인..... '아냐.' 나도 모르게 피한 거다. 그건. 분명히 그 일격은 내 가슴을 노린 것이었고, 상대의 눈빛으로 봐서 그건 분명..... '그럼, 내가 피했다는 건가? 그 일격을?' 내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크다는 건가? 그게 아니면 아직도 검이 나를 지켜주는 건 가. 아저씨가 치료에 열중하느라 말이 없어진 가운데, 나는 그걸 계속 생각했다. 그 러나 결론은 얻을 수 없었다. 치료가 끝날 때까지. "이대로라면 아마 한 달은 움직이지 못할거다. 지루하겠지만 참아라." "네."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그게 그렇게 쉽게 낫겠는가. 더군다나 마법사의 치유마법도 듣지 않을 텐데. 순순히 수긍하는 나를 보며, 아저씨가 말한다. "그럼 난 나간다. 일단은 그 침대에서 쉬고 있어라. 조바심치지 말고." "네." "잘 참고 있으면, 금방 나을거다. 그 정도라니 다행이다." "그럴지도." 큰 부상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이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있을까. 몸이 다 낫기 전에 세이브가 죽기라도 하면, 나는 그녀 에게 뭐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 움직이기는.... "윽." 역시 안 되는구나. 생명력이나 마력이, 부러진 갈비뼈부근에서 미묘하게 흐름이 흐 트러진다. 이래가지고는 싸우기는커녕, 달리기도 버겁겠는걸. 하지만 이 마을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문제가 많아.' 과거의 나를 아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적어도 난, 그들에게 이 모습만큼은 보 이고 싶지 않다고. 특히 한 사람에겐. 그녀의 얼굴이 커다랗게 떠오른다. 마치 달처 럼. '람포 녀석.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애가, 아직도 기운을 잃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 아니면 지금은 다시 옛날의 밝은 모습을 되찾고 자신의 주위에 있을 행복을 향해 가고 있을지. 나로선 알 수 없었다. 아무리 내가 강대한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녀의 마음을 읽어낼 정도는 되지 못하니까. 적어도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도시에 있는 아이의 마음을. '물어볼까....' 하지만 두렵다. 그녀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지금의 입장에서는. 그러나. '그런다고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아.' 듣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게 현실이라면, 여자아이로서의 내 과거도 사라지는 것이 다. 듣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라면, 아르메리아의 슬픔도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니까. '그래. 묻자.' 내 입이 열린다. 치료가 끝나고 방을 나가려는 다로프 아저씨의 등을 향해 던지는 질문. "람포는 요즘 어떤가요?" 잠시동안 아저씨의 발이 멈추는 것 같다. 흘러가는 시간. 그리고 그 짧은 정적의 순 간 후에 들리는 대답의 말. "직접 만나보는 게 어떠냐?" "하지만 가보려면 이 몸이 회복되어야 할 걸요." 뼈가 부러진 게 얼마나 지나야 나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단기간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몸이 회복될 거다. 거기다가..... '아직은 만날 수가 없어.' 람포의 얼굴을 생각하자마자 일어난, 마음의 동요로 보아, 아직은 안 된다. 그 애를 볼 면목이 없다. 그녀가 있을 알로 본까지 간다는 것도, 지금의 몸상태로는 무리다. 절대 무리다. 그렇다면..... '제 시간에 도달할 수 없어.' 이래가지고는, 세이브를 구할 방법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한다. 간단한 방법이 있기 야 하다. 하지만 그걸 쓰고 싶지는 않다. 검에게 부탁을 하라고? 하지만..... '나도 염치라는 게 있다고.' 내 스스로 버린 상대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제발 세이브를 구해달라고 무릎꿇고 빌까? 그렇게라도 해서 들어준다면 하겠지. 하지만...... '라 브레이커. 듣고 있니?' 응답이 없다. 답이 없는 상대에게 말을 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그 쪽이 안 된다면.....' 그렇다면, 세이브를 구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다. 내 힘으로 무리라면, 다른 실력 있는 자에게 부탁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셀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인간 마법사중 최강인 그녀가 있다면 혹시 모르지만, 내 힘으로 그녀를 찾는다는 것 은 무리다. 나 정도의 추적능력으로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게다 가..... '다른 마법사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안 된다고.' 나조차 느낄 수 있는 상대의 기력을, 그들은 느끼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일이다. '엘프들에게 말해볼 수도 없고.....' 엘프들의 마을에는 아르메리아가 있다. 그녀에게 내가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가. 그런 내가 무슨 염치가 있어서, 그녀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가 있는가. 결국, 이 쪽도 안 된다. 그렇다면..... '기사들에겐 더 무리고.' 날아다니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뭘 요구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누구에게 의지해 야 하나...... 그러나 떠오르는 얼굴은 없다. 하나도 없다. 전부 부정적인 입장일 뿐 이다. "젠장." 고민하는 나를 보던 아저씨는 어느새 밖으로 나갔다. 결국, 나 혼자서만 고민할 뿐 이다. 해답이 없는 문제를 풀면서. 6월 1일. 내가 다친지 벌써 6일째인가? 1주일째인가. "그런 게 무슨 상관이람." 아저씨의 오두막에 마련된 병실에서 멍하니 보내는 나날. 이젠 슬슬 지겨워질만하 다. 하지만, 지겨워도 나는 여기를 나갈 수 없다. 마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원하지 않지만, 만난다고 해도 세이브를 구할 방법은 없으니까. 그저, 내 몸 하나 챙기는 것 만으로도 바쁜 것이다. "검은 응답이 없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오지 않길래, 결국 포기했다. 하긴 그렇지. 내가 검이라도 응 답해주기 싫을 테니까. "몸은 아직 나으려면 멀었나." 기세좋게 떠나서 일격에 나가떨어졌으니, 다음에 만난다 해도 이길 가망은 없다. 습 관적으로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고 있지만, 결국은 무능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될 뿐 이다. "하긴. 나아서 뭐에 쓰겠어." 애 하나 구하지 못하는 머저리인 주제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그것도 내 맘 대로 되지 않는다. 부러진 뼈가 붙을 때까지,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니까. 그러 나..... "?" 이상하다? 보통은 이쯤해서 통증이 엄습할텐데? 부러진 뼈에 조금만 힘을 가해도, 심지어 숨을 쉴 때조차도 고통스러웠던 부분이, 어느새 말끔히 사라졌다. 아저씨의 솜씨가 그만큼 대단한 것인가? 하지만. "고작 1주일인데?" - 계속 - 후기)언제까지 연재를 계속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과연 저는 연재를 끝낼 때까지 키보드 앞에 있을 수 있을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이 이야기 를 끝낼 때까지 제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하하하. 무슨 시한부 인생인것처럼 말하는군요. 그렇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그런 우 울한 생각이 들기에, 한 마디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그런 것이, 만약 제가 글을 못쓰게 된다면, 전 어떻게 될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할 수록, 지금의 저는 행복한 생을 누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6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07 조회수 : 20 공룡 판타지 19-367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3) 아니, 내가 다친지 아직 1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내 몸이 다 나았다는 말인가? "너무 빠르잖아." 뼈가 부러지고 고작 6일만에 완치되었다고? 내가 의학에 대해 무지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단시일내에 뼈가 아물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혹시 통증만 느껴지지 않는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저 아저씨가 진통제를 투여했다면, 그것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그 럴 경우에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어디. 실험해보면 알겠지." 그 말과 함께, 나는 나 자신의 체내에 있는 생명력을 돌려보기 시작했다. 머리와 손 발, 그리고 가슴과 배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위의 생명력을 전부. 그리고 결과는. "....." 흐름에 막힘이 없다. 전에 갈비뼈가 부러져서 막혀버린 오른쪽 가슴의 흐름도,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다 나은건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른다.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확인 작업이 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저씨 !"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구나. 그럼 이제 움직여도 문제가 없을거다." "휴우." 그 말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동안 지루함에 찔려죽을 뻔했 는데. 눈을 감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나. 그러나.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나은거냐? 네 몸이 접착제로 가득찬것도 아닌데." "....." 내가 알지 못하는 일을, 대답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어째서 이렇게 빨 리 나았는지를 짐작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저씨의 그 다음 말은. "하긴.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니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무슨 뜻이지요?" 안 그래도 검과의 문제로 인해 계속 마음 한 구석엔 어둠이 자리하고 있는 판국에, 그건 무슨 소리냐. 다음 말을 기다리는 내게 던져진 것은..... "전설의 검의 주인이니, 당연히 괴물같은 신체를 가지고 있는 거겠지." "아저씨 !" 그 말을 듣고 울컥하는 순간..... 콰직 ! 내 가슴을 감싼 석고가 그대로 부서져버렸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꺄아아아악 !" 그 이상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뭐가 괴물같은 몸이라는 거야 !" 투덜거리면서 마을 밖으로 걸어나간다. 일단 마을 안에서부터 날아오를 수는 없기 에. 여행에 필요한 짐을 조금이나마 챙겨주면서, 다로프 아저씨가 남긴 말이 머릿속 에 떠올랐다. '처음에 널 치료했을때부터 느꼈지만, 네 몸은 타인에 비해 상처를 회복하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남자아이로 있을때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여자아이로 돌아간, 그러니 까 네 원래 몸을 찾은 뒤로는 더욱 그렇게 되었다. 지난번에 네가 다쳐서 내 신세를 졌을때도 느꼈지만.' 그렇습니까..... 투덜거리면서 길을 재촉한다. 일단 사람들이 안 보는 곳까지는 걸 어가야, 날아가든지 말든지 할 수 있으니까. 더불어, 아저씨가 한 말에 대해 정리해 보는것도 겸해서. '그것만으로도, 넌 이미 보통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검이 너에게 뭘 했는지 는 모르지만, 네 신체는 이미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뭐가 한계를 넘어선 거야?" 투덜거리면서 근처 바위를 걷어찬다. 그런데..... 이거..... 쿵. 쿠쿵. 우르르. 나만한 바위가 옆으로 굴러가버린다. 비록 먼 거리를 움직인 건 아니지만, 움직였다 는 자체가 나를 경악하게 했다. 이게 뭐야. '혹시 정말로 내 몸이......' 달갑지 않다. 이런 괴물같은 몸은. 게다가..... 이 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그 하얀 여자에게는 손도 못 썼지 않은가. 그러니, 이런 어정쩡한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쓸 데도 없는 힘이군." 한숨을 쉬고, 잠시 길에 멈춰선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알로본에 가 고 있지만..... 람포를 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때까진 방법을 생각해내야 하는데......" 세이브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 럼..... 도대체 어디로 가야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궁정 마법사들은 기대할 수가 없겠고, 셀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고, 라 브레이커는 불러도 오지 않고.... 그럼..... "결국 엘프 마을밖에는 없겠지." 아르메리아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그쪽밖에 없다. 그러 나 그녀가 만약 회복이 되지 않았다면..... "그럼....." 드워프 마을에 가봐야 할까..... 하지만 그들과는 잠깐 만난 사이일 뿐인데. 그게 가능할까..... 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일단 고려해봐야지." 세이브를 구하기 위해선 뭐든지 해야 한다. 그 불쌍한 아이 하나 구하지 못하고서, 나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쯤 제국은 난리가 났겠군. 며칠째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으니." 내가 원해서 맡은 황제의 자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 하룻밤뿐이라고는 해 도, 황제였던 몸이 아닌가. 지금도 역시 그렇고. 하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 기세좋게 선언했다. 세이브를 구하러 간다고. 그러니, 그 애의 생사라도 확인하기 전에는 돌아갈 수가 없지. 모두의 앞에서 그런 선언을 한 이상. "그럼....." 일단은 계속 길을 가기로 했다. 만약 람포가 무사히 잘 있다면, 아르메리아를 만나 러 갈 결심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왠지 자기합리화인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길을 재촉한다. "조금만 더 가자. 인적이 드문 곳까지 가면....." 어느 정도 걸음을 옮기고 나서, 주위를 둘러본다. 길을 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자. 가자 !" 숲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나무 꼭대기로 올라간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슈웅. 날아오르는 것 뿐. "휴우. 빨리 왔네." 출발한지 한 시간이나 되었나? 아니, 그만큼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 도시에 도착했다. 전에는 우리 마을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3일은 족히 걸렸는데. "조금은 발전한 건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아직 그 발전의 양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몸을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고, 다시 평범한 여행자처럼 걸어간다. 그리 먼 거리를 걷지 않고도, 금방 눈앞 에 들어오는 도시의 외벽. "변한 게 없네." 거대한 아미의 성벽에 비하면, 이것은 마치 장난감 집의 담장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이곳이 내 추억이 어린 곳인걸. 다만..... "람포는 잘 있을지 모르겠네." 일단은 영주님께 미안하지만, 몰래 람포의 모습을 한 번 보면 된다. 그 애가 잘 있 는 듯 하면, 그걸로 안심하고 엘프 마을로 가서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하지만. "만약 그 애가 안 좋은 상태라면....." 그런 생각을 하던 내 입이 막힌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불길한 상상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에. "지금은...." 숨을 들이쉰다. "현실에 부딪치는 것 뿐." 람포가 잘 있는 모습을 본다면, 왠지 아르메리아를 만날 용기가 생길 것 같다. 둘 다 나 때문에 상처입은 사람들이므로. 비록 아르메리아는 인간이 아니기는 하지 만..... "자. 가자." 성을 향해 걸어간다.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서. 와글와글와글와글. "여전하네." 이곳은 여전히 붐비는 곳이다. 하긴 그러니까 시장이지. 원래는 여기 들릴 생각이 없었지만, 영주님의 성에 가려면 필히 지나가야 하는 길이다. 그러니 들리게 된 것 뿐. "나중에 점심이라도 사먹어야겠네." - 계속 - 후기)중간에 왜 기브스가 부서지면서 레이니가 비명을 질렀나 하면.... 상상에 맡기 겠습니다. 차마 18금에 해당할지도 모르는(이게 어디 !) 사항을 묘사할 수는 없지요. 대략 묘사하면 구체적으로 하라고 하실 것이고, 그게 자꾸 발전하면 귀찮으니까. 그리고 레이니의 몸이 괴물같으니 어쩌니 하는데, 사실은 당연한 겁니다. 무엇보다, 양손검을 한 손으로 들고 휘두르는(!) 괴력의 소녀이니까요. 일반 판타지에선 그에 대한 설명을 안하는데, 전 해버렸습니다. 솔직히 이유도 없이 한 손으로 투 핸드 소 드(양손검)를 마구 휘두른다.... 말이 안 되니. 오늘은 정말 덥네요. 선풍기 돌릴까 생각중입니다. 여러분도 더위 조심하세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68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5-08 20:14 조회:1 공룡 판타지 19-368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4) 다로프 아저씨가 준, 돈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면서 중얼거린다. 점심을 먹기에는 약간 빠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배는 채워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이제부터 갈 곳 은, 상당히 먼 곳이니까. '도중에 요기하고 갈 시간은 없을테고.' 장거리 비행에서, 도중에 비행을 멈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높은 하늘에서 일단 내려오고 나면, 다시 그 고도로 복귀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처음에 비행고도까지 올라가는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잘 아는 이상, 중간에 비행을 멈추고 휴식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중간에 낭비하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비행 준비는 제 대로 하고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일이 잘 풀릴까?' 어쨌든 아르메리아에게 있어서 나는, 그녀를 울린 녀석인데. 그녀가 과연 내 부탁을 들어줄까? 아니, 다른 엘프들은 어떻게 나올까. 솔직히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는 하 다. 하지만. '일단 애는 살려야지.'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떠오르지 않는걸. 그나마 힘이 있는 자들은, 그들뿐이니까. "!" 뭐냐. 이 느낌은. 내 허리를 스치려는 차가운 손길이, 내 몸을 본능적으로 긴장시켰 다. '단검인가?' 느낌상으로는 그렇다. 그렇다면 혹시..... 제논이 보낸, 암살자인가? 하지만 체서들 이 여기까지 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궁전을 떠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들 이 이곳에 와서 잠복을 하겠는가. 게다가. '살기는 없어.' 다만 탐심이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면, 이 녀석은 소매치기인가. 생각이 정리되자 나는 녀석의 생명력을 느껴보았다. 녀석의 손이 내 돈주머니위에 얹혀져있다. 칼이, 그 주머니의 배를 가르고 내용물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이건..... '왠지 익숙한 느낌인걸. 이거.' 전에 이 녀석을 만난 적이 있었나? 하지만 뭐, 난 소매치기로 인사를 하는 친구따 위, 둔 적이 없다. 그러니, 안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되는 거다. 몸이 제대로 회복되었는지 실험도 해 볼 겸. 그럼. '살살 하자.' 내 일격에 밀려나간 바위의 예를 되새겨서.... 이 녀석이 죽지 않을 정도의 힘으 로..... 쿵. 내 이름은 브리즈. 이 도시, 알로본에서 가장 뛰어난 소매치기이다. 부모도 친척도 없고, 다만 자신의 재주를 믿고 살아가는, 미래의 영웅감. 비록 전에는 괴수같은 여 자를 만나 곤욕을 치르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는 단 한번도 실패를 맛본일이 없는, 최고의 도적. 오늘도 여전히 나를 반기는 돈주머니를 찾아, 도시를 누빈다. '엇. 돈이다 !' 내 돈을 매달고 가는 왠 여자가 있다. 그 초록색 머리가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 만, 한 번 실패의 쓴잔을 맛보게 한 그 여자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내 돈을 포기 할 수는 없다. 언제까지나 초록색을 두려워하면서 살 이유는 없단 말이다. '조심해야지. 전에도 성공했으니까.' 그 괴물딱지같은 여자에게 걸려 고생한 이후, 나는 열심히 초록색 머리의 여자애를 찾아헤멨다. 그리고, 그런 여자애들에게서 내 돈을 무수히 되찾아왔다. 하지만, 그 여자가 가져간 내 돈주머니의 손실을 메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존심 문제니까.' 내게 유일하게 손해를 맛보게 한, 그 건방진 여자. 만약 만나면 돈뿐 아니라 몸까 지.... 아니, 아니지. 나는 소매치기이고, 소매치기는 소매치기 나름대로의 자존심이 있다. 그런 인신매매범같은 짓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내 돈만 되찾으면 되는거야.' 언젠가 그 마녀같은 여자를 다시 만날 날을 대비하여, 나는 오늘도 여전히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 못된 초록색 머리의 여자애가 훔쳐간, 내 돈주머니를 찾기 위해 서.... 하지만, 나는 아직 수련이 부족했던 모양이다. 쿵. "상황 종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녀석의 어깨와 목 사이를 툭 건드리니까, 녀석은 맥없이 쓰러 졌다. 그 녀석이 쥐고 있던 칼이,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흙먼지를 일으키고,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그러나, 녀석이 떨어뜨린 칼을 본 사람들은, 상황을 짐작한다. 녀석의 칼은, 끈으로 손목에 묶여져 있기 때문에. 단검을 가지고 다니는 꼬마. 그렇 다면 이 녀석은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소매치기지.' 호신용 무기로는 단검이 어울리지 않는다. 공룡에게 단검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고. 게다가, 지금은 단검을 꺼낼 상황이 전혀 아니다. 어쨌든 이 녀석 앞에 선 사람은, 산들바람만 불어도 날려갈 정도로 연약하게 보이는 여자아이니까. 누가 보아도, 내가 시비를 걸었다고 여기지는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말이야...... '달갑지 않아.'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동정을 사다니.... 약간 불만스럽다. 아무리 사람 이 외모에 따라 선입견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내가 예쁘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호의 를 얻다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여다본다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실감하면서, 나는 이 꼬마 소매치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감히 내 돈주머니 를 노렸단 말인가. "간 큰 녀석." 무의식중에 중얼거린다. 내가 그리 힘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소매치기 한 명에게 당할 정도로 허약하지는 않다. 적어도 순순히 내 돈을 빼앗길 인간은 아닌 것 이다. 그런데, 누가 감히 나를 노리고 내 돈을 빼앗는단 말인가. '뭐, 나쁠 거 없지.' 어차피 여행자금이 좀 늘어나는거, 나쁠 게 없다. 돈이 남으면 나중에 다로프 아저 씨에게 사례비로 드려야지. 이번에 빌린 돈도 좀 있고, 치료해준 데 대해 감사의 표 시도 할 겸, 근사한 의자 하나를 사 드리는게..... 그런 생각을 하며 소매치기를 바 라보던 내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아니. 이 녀석은 바로..... "너, 넌 !" "히, 히이이이익 !" 저, 저 여자는 ! 내가 꿈에서조차 잊지 못했던, 그 마귀할망구같은 그 여자 ! 저 수 전노에 구두쇠를 하필, 이 자리에서 만나다니. 초록색 머리이긴 하지만, 쇠지갑을 차 고 있지 않아서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내 머리속을 스치는 끔찍한 예감. '설마.... 날 노리고 있었던 건가?' 나같은 선량한 소매치기를 잡아가려고, 저 악귀같은 여자는 독묻은 손톱을 세우고 기다렸던 것인가. 내 돈을 빼앗아가고도 모자라서, 이제는 날 잡아서 경비병들에게 팔아먹으려는 것이었단 말인가. '인신매매까지 즐기는 흉악한 년일 줄이야.'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튀자 ! 저 괴물에게 잡히면, 만사 끝장이다. "뭐야. 이 녀석, 그때의 그 소매치기 아냐?" 처음에 내가 아르메리아와 함께 여행을 시작했을 무렵, 바로 이 녀석이 내 지갑을 훔쳐가려고 했었다. 워낙 솜씨가 없는 녀석이라 잘 기억하고 있었는데.... 역시 그동 안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그런지 새까맣게 잊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 니지. "너, 이리 와 !" 어딜 가냐. 현상금아. 안 그래도 기분도 울적한데, 화풀이를 좀 해야겠다. 비록 그 하얀 괴물에게 맞은 걸 저 꼬마에게 푸는 감은 있지만, 저 녀석은 좀 맞아야 한다. 아니, 그때 도망쳤으면 이젠 개과천선해야지, 감히 또 지갑을 훔쳐? 그것도 내 지갑 을? 한 번도 아니고, 벌써 세 번째다. 두 번이나 나한테 잡혔으면 마음을 고쳐먹을 일이지. 고약한 녀석 같으니. '안 그래도 여행 자금도 별로 없는데 말야.' 다로프 아저씨가 준 돈으로는, 여관에 하룻밤 묵으면 끝이다. 물론 그 정도면 지금 의 내게는 충분한 금액이지만, 감히 이 녀석이 돈도 없는 나를 노려? 그것도 지난번 에 그렇게 맞고도? 두말이 필요없다. 무조건 구타다. 녀석은 미꾸라지처럼 내 손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너무 느리다. 나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그 리고. "살살 때릴테니, 얌전히 잡혀라." 퍼억. "이 괴물같은 여자, 어디 두고 보자 !" 그래도 입은 살아서, 발버둥치며 날뛰는 소매치기 꼬마. 하지만 말이야. "세 번씩이나 나한테 잡히는 녀석이 무슨 소리냐?" 이번 일까지 합해서, 저 녀석은 나한테 세 번 생포당했다. 이 정도면 실력의 차이를 알고, 물러설만도 한데..... 뭐 상관없지. 설마 다음에도 또 만나겠어. 나는 웃으면 서, 경비병들에게 녀석을 인계했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도 기가 죽지 않고 큰소리친 다. "두고 봐 ! 우리 조직에서 널 가만 두지 않을테니 ! 이 못생긴 여자야 !" "칼솜씨하고 얼굴 생김새하고 무슨 상관이 있지?" - 계속 - 후기)에피소드 2에서 나온 꼬마 도적, 브리즈군이 또 나왔습니다. 그리고.... 또 얻 어터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게 이 녀석은, 나오기만 하면 레이니에게 잡혀서 터지 는군요. 안 그래도 그녀의 기분이 울적한 이 마당에. 하지만, 여전히 뻔뻔하군요. 소 매치기면서 양심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듯. (하긴 그러니까 소매치기지)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6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09 조회수 : 44 공룡 판타지 19-369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5) 자신없으니까 별 이상한 걸 다 물고늘어지는구나. 저 녀석. 게다가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네 얼굴이 더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 말에 모든 경비병들, 그리고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얼굴에 한 방 먹여주는 바람에, 저 녀석 얼굴이 푸르딩딩하게 부었거 든. 자신의 상황을 눈치챈 꼬마가, 얼굴을 더욱 붉히며 이를 간다. "큭." 그러면서 나를 노려보는 꼬마. 그러나..... 녀석의 그 모습을 본 나는, 분노에 휩싸 였다. 저 녀석의 생각이 다 보였기 때문에. 뭐가 어쩌고 어째? '으. 분하다. 저 년인줄 알았으면 잡아서 노예시장에 팔아먹는건데. 착하게 살려고 마음먹었더니 내가 잡혔어. 내 지갑만 찾고 끝내려고 했더니... 애고. 분해라.....' .....저걸 어떻게 능지처참할까. 칼이 있었으면 단번에 베어버렸겠지만, 지금은 칼 이라고는 한 자루도 가진 게 없다. 라 브레이커가 없으니까, 당장 아쉬운 것은 그거 다. '젠장. 단검 한 자루라도 가져올 걸 그랬어.' 하지만 그런 걸 휴대할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도, 그런 쓸모없는 무기를 가지고 다 닐 이유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단검보다는 더 효율적인 무기가 있으니까. '오래간만에 허상의 검을 사용해볼까?' 생명력을 집중시켜서 마치 검처럼 흐르게 하는 기술. 그걸 한 번만 사용하면, 저 녀 석은 두동강이 날 거다. 그러나. 여기서 굳이 기운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난 갈 길 이 먼 사람이니까. 내가 한 것은, 경비병들에게 속삭이듯 말하는 것뿐. "저 꼬마, 빨리 감옥에 넣어주세요. 저 녀석을 위해서." 농담이 아니다. 저 꼬마 녀석의 얼굴을 더 보다가는, 분명히 무슨 일을 저지를 게 분명하니까. 경비병들이 녀석을 끌고 간다. 끌려가면서 증오의 눈길로 나를 노려보 며, 외치는 꼬마 도적. "두고 봐라. 언젠가는 반드시 내 돈을 되찾고 말테다." 저거, 괜히 생포했나? "휴우." 기어이 받아냈다. 비록 한 번 받아내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들기는 했지만, 두 달 여만에 간신히 상금을 챙길 수 있었다. 성 안에서 경비병들에게 상금이 든 주머니 를 받아가지고 나오면서, 나는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살아 돌아가면 이걸로 아저씨한테 의자 하나 사드려야지." 이젠 나도 없고, 치매사부님도 없다. 혼자서 오두막에 사시는 아저씨에게, 마지막으 로 선물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그러나. "잠깐 쉬었다 가자." 생각할 것도 있고, 이왕 영주님의 성에 들어왔으니 한 가지 할 일도 있다. 그러니, 느긋하게 이곳의 정원에 있는 나무에 기대어서, 한 시름 놓자. 나는 편한 자세로 나 무 위에 기대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어릴 때엔 자주 이렇게 했었는데." 내가 람포와 같이 놀았던 그 나무, 이제 다시는 오지 못할텐데, 한 번쯤은 올라가보 는것도 좋겠지. 비록 이 정원을 돌보는 그 아저씨에게 들키면 시끄러워지겠지만. 주 위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내 몸을 위로 날린다. 간단하게 수 십 미터의 나무 꼭대기로 뛰어오른다. 이 정도야 뭐 쉽지. 편한 자리를 찾아서 앉은 후에, 과거 의 추억을 떠올려본다. "가든 아저씨였지. 아마도." 나와 람포가 어릴 때, 이 정원을 돌보던 아저씨였지. 언제나 이 나무에 매달려 노는 나와 람포를 보고 꾸짖었지만.... 사실 야단맞는 건 언제나 나였다. 그 뿐 아니 라..... '그 녀석이 떨어지면 언제나 내가 나무 아래에서 받아주었지.' 그때는 그저 내 몸이 매우 튼튼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하다. 보통 사람이 그 무거운 여자애를 받고도 별 이상이 없었다는 것은. 하지만 생각해보 면 당연하다. '하긴..... 만들어진 몸이었으니까.' 그 몸이, 그때 내가 소유했던 그 몸이 정확히 말하면 만들어진 몸이었기에, 아마도 그런 충격을 용케도 버티어낸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것도 다 지나간 추억이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어디. 람포는 잘 있을까.' 일단 그녀의 기를 느껴보고, 그녀의 위치를 찾아볼 생각이긴 하지만, 그 다음이 문 제다. 그녀를 만날 것인가?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볼 자신도 없고, 그럴 명분도 없 다. 적어도 '레이니'의 입장에선 말이다. 게다가, '알로'라는 옛 이름을 댄다고 해 도..... '아무도 안 믿을거야.' 최소한 얼굴이라도 비슷해야 믿든지 말든지 하지. 증인이 되어줄 사람은 다로프 아 저씨 한 사람뿐인데, 솔직히 누가 그런 허무맹랑한 말을 믿겠나. 아마 미친 사람 취 급 당하는 것이 가장 낙관적인 결말이겠지. 그리고. '어쩌면 모르는 게 더 나을지도.' 이미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그녀에게, 내가 과연 뭐라고 대답한단 말인가. 그녀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서라지만, 어쨌든 그 일에 대해 여태까지 입다물고 있었던 내 가. 그러니. '지금은 일단 기척을 느껴보는 수밖에.' 일단 느껴보고, 그녀에게 별 이상이 없으면, 그냥 떠나는거다. 먼 발치에서 한 번만 바라보면 그걸로 족하다. 그녀의 위치를 알면, 하늘로 날아올라서 한 번 그녀의 얼굴 을 바라보고, 그리고 떠나는거다. 그걸로 족하겠지. 그것으로..... 그러나. 세상일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 법. 내가 그녀의 기를 감지하려고 정신 을 모은 순간, 내 앞에 드러난 상황은 전혀 뜻밖이었다. "!" '이거, 뭐야.' 그녀의 위치는..... 바로 이 나무 부근이었다 ! 그것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에 위치한. 이거.... 큰일이군. '그 가든 아저씨까지 있네.' 이곳이 인적이 뜸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깜박 잊었다. 하긴, 나같은 외부인도 들 어올 수 있는 곳인 만큼, 목숨을 위협받지 않고 산책할 수 있는 이런 곳에 사람이 없 을 리 없다. 바깥은 공룡들의 천국이라 함부로 들어갈 수 없으니까. 자연을 느끼면서 도 안전한 산책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열망에 따라, 이 성의 정원은 무기를 휴 대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었다. 물론 성의 안 쪽까지는 그게 불가능하지만. '이걸 어떻게 하나.' 그 애가 아무리 둔하더라도. 이 나무가 아무리 잎이 울창한 나무라고 해도. 그래도 혹시 모른다. 그 녀석이 혹시라도 나무 위에 있는 나를 찾아내기라도 한다면, 그 뒤 는 뭐라고 설명하지? 내 정체를 다 말해줘야 하나? 하지만 그러면 그 연약한 애가 과 연 그 사실에 견딜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면..... '그냥 튀어버릴까?' 물론 지금의 내 실력이라면, 저들에게 들키지 않고 달아나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면 그 녀석이 잘 있는지 이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잖아.' 게다가, 나중에 다시 한 번 그녀의 기를 찾아봐야 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여기서 얼굴을 한 번 보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기다려보자. 몸만 잘 숨기면 별 일 없겠지.' 여기서 한 번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나는 나 자신의 기척을 감 추고, 내 몸을 나뭇가지와 잎 사이에 숨긴 후에, 그들을 기다렸다. 저벅저벅저벅. 두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차분히 나뭇가지에 앉은 채, 그들을 기다렸다. 옛날처럼 하늘이 바라다보이는 이곳에 앉은 채로. 하긴. 옛날이라고 해도.... '고작 두 달이었어.' 그때까지는, 그녀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지. 둘이 나란히 앉은 채. 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저, 둘이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었다.... 그런 느낌이었다. 굳이 이성으로 느껴 서 서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할까. 말그대로 순수한 관계였던 셈이다. 하지만. '무의식중에 나 자신에 대해 알아차리고 있어서였을까.' 하지만 그것도 이제 지난 일이다. 그녀가 나에 대해 애정을 품고 있었던들, 이제는 잊어야 할 과거의 일일 뿐이다. 게다가. '저 녀석....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얼굴이 삐쩍 말라 있는데. "이젠 여름도 슬슬 끝이 다가오네요." 마른 얼굴의 소녀가, 검은 색의 옷을 입은 채 그녀의 옆에 선, 노년의 남자에게 말 을 건다. "그렇군요. 아가씨." 그가 되도록 밝은 표정을 지은채, 소녀에게 대답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한 채, 다음 말을 잇는다. 마치 의무라도 되는 듯이. "수확의 계절이라. 이번 가을도 여전히 별 일이 없겠군요." 그러면서 하늘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은, 비어 있었다. 무언가 저 세상의 일을 생각 하듯이. 그런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남자가 화제를 바꾸려고 했다. - 계속 - 후기)나왔군요. 처음에 잠깐 나왔던 어두운 소녀가. 명색이 레이니의 소꿉친구면서도 거의 등장하지 못한 비운의 히로인. 아니, 여주인공이라기엔 좀 그런가? 어쨌든 그녀 가 나왔습니다. 람포양. 과연 얼마나 오래동안 등장할 수 있을까요.... (퍼억 ! 여자 애 놀리는 게 재미있냐 !)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10 조회수 : 9 공룡 판타지 19-370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6) "저. 이제 슬슬 가을도 되고 하니, 무도회라도 참가해보시는 게 어떤지?" 어둠으로 덮여있는 소녀가, 그에게 답한다. 마치 죽은 자의 음성처럼 들리는 음향 이, 그에게 다가온다. "필요없어요. 지금은."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 비춰지는 것은 초록빛도 아 니다. 하늘색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암흑. 죽은 자들의 세계일 뿐.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에도, 하늘은 이렇게 맑았을까." "아가씨....." 이미 죽은 자에게 너무 얽매여있는게 아니냐고 하려다가, 입을 닫는 정원사. 아마 말할 수 없었겠지. '그 분'의 이름을. 하지만 위에서 듣고 있는 나로선, 문제가 간단 하지 않다. 그 분이라고? 내가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기나 한 건가? '난 그렇게 멋진 남자애가 아니었다고.' 내가 무슨.... 람포 녀석, 자기 멋대로 이상형의 남자와 나를 끼워맞추고 있어. 하 지만.... 이렇게까지 증세가 심할줄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었다. 저 아이... 저러다 가는.... '미쳐버리는 게 아닐까.' 과거에, 나는 나 자신의 기억을 봉인했었다. 나 자신이 한 짓이 두려워서. 나 자신 이 경험한 일이 무서워서. 그러나, 이 경우는 다르다. 전혀 다르다. '저 아이는.... 나 때문에.....' 그녀의 마음 속에는 죄책감이라는 어둠이 자리하고 있었다. 나와는 다른 종류의 어 둠이. 하지만 그녀가 그런 식으로 자책할 필요가 있는가. 람포가 실수해서 그런 지경 에 몰린 게 아닌데 말이다. 물론 그녀와 함께 있는 동안에는 '저 애 때문에' 힘든 지 경에 몰린 일이 많았긴 했지만..... 하지만 내가 내려가본들, 뭐라고 할 것인가. 미 친 여자 취급당하고 쫓겨날 게 불을 보듯 뻔한데. '증거라도 남아 있었다면....' 증거가 있었다면..... 내가 과거에 알로였음을 보여줄 증거가 하나라도 있다면... 하지만 그런 바램은 헛된 것이었다. 그 날 거대한 폭발로 인해 스승님이 돌아가시던 날, 증거로 남을 만한 것은 사라져 버렸다. 그 오두막과 함께. 그리고 남은 것은 아 무것도 없다. 적어도 내게는. 적어도 살아남은 나에게는. 그런 상황에서 그녀에게 내 가 살아있다고 말하자고? '만약 누군가가 증언해준다면?' 하지만.... 증인이 없다. 다로프 아저씨의 경우도 단지 짐작일 뿐이지, 명확하게 내 가 변신하는 장면을 본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녀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그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설령 내가 지금 그녀에게 사정을 설명해준다고 해도, 그것은 쥬린 제국의 황제, 미나르의 말일 뿐이다. 물론 내 정체를 알면 내 앞에서는 수긍하겠지만, 내가 돌아서면 뒤에서 그럴 것이다. 황제 가 어린 나이에 정신이 나갔다고. 그러니..... 방법이 없다. '젠장.' 만약 스승님이 살아계셨을 때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녀도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라 브레이커가 내 옆에 있었다면, 그녀도 혹시 믿어주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재 속에 묻혀, 과거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적어도 그녀가 믿을 만한 증거 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지금의 내 손안에는. 하지만, 이대로 그녀를 내버려둘 것 인가?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취할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간다면, 그녀는 영영 과거의 상처에서 회복되지 못할 것이다. 저대로 죽지도 않은 나를 그리며, 영원히 암흑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결국, 그녀 를 기다리는 것은 광기의 심연. 그것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막을 힘이 없다. 다만 자신의 무력함을 저주할 뿐이다. 가슴을 치면서. '빌어먹을.' 그녀의 눈이, 내가 숨어있는 나무를 올려다본다. 잠시동안 그녀의 얼굴에 생기가 돌 아오는 듯 하다가, 다시 사라진다. 그녀의 눈에는 내가 보이지 않으니까. 그녀가 찾 는 사람은 이 나무에 없으니까. 그녀가 자신의 몸을 돌리더니 정원사에게 말한다. 그 녀의 몸에 매달린 검은 그림자가, 유달리 무거워보인다. "가요. 가든." 힘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갔다. 뒤에 절망을 끌고. "젠장." 그 정도로 충분했다. 그녀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그녀 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람포 녀석.... 저 바보같은 녀석은 아 직도..... "이젠 잊어도 좋을텐데. 어째서 저렇게까지 날 잊지 못하는거야?" 내가 그녀에게 해 준 것이 뭐가 있다고, 저렇게까지 날 그리워하고 있지? 당장이라 도 쫓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뭔가 가슴을 누르는 느낌에, 나는 그저 그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다. "빌어먹을 !" 도시 밖으로 걸어나온다. 이미 점심때는 지나갔지만, 도저히 뭘 먹고 싶지 않다. 그 녀의 절망이, 그녀의 슬픔이 내 가슴 속에 밀려들어와, 나를 잡고 어둠 속으로 짓누 른다. 그런 상황에서 뭘 더 먹을 수 있는가. "이미 뱃속은 암흑으로 가득찼는데." 한숨을 쉰다. 그러나 어둠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회복되어 있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근처의 나무에 기댄 채로.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어쩌면 좋을까. 그녀에게 돌아가서, 사실을 밝힐까. 아니면 이대로 떠나갈까. 그러 나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사실을 밝힌다고 해 도, 그녀가 믿게 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너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그럼. "아르메리아는....." 그녀 역시 저렇게 되어 있을까. 아니면 더욱 심한 상태에서 괴로워하고 있을까. 어 떻게 생각해봐도, 낙관적인 가능성은 전혀 없다. 빌어먹을. 고작 소꿉친구 하나를 잊 지 못해 저렇게 슬퍼하고 있다니. 하지만 나는..... "그녀를 설득할 방법도 없어....."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을. 멀리 있 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리고 하늘 위를 떠가는 구름을 바라본다. 비가 올 모양이다. 언젠가 내가 자신을 닫아버린 그 날처럼. "차라리 그때...." 만약 내가 자신의 기억을 품은채로 살았었다면, 저 애는 그런 지경에 빠지지 않았을 텐데.... 가슴을 치고 후회해보아도, 이미 늦은 일이다. 나는 그저 나무에 기댄 채 서 있었다. 잠시동안. 아무도 모르는 절망 속에서. "저 여자인가?" "그렇습니다." "우리 구역에서 세 번이나 소동을 일으키다니, 간도 큰 여자로군." "그렇지만... 실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고, 우리 힘으로 이길만한 여자가 아닌걸요."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자는 건가? 우리 구역을 몇 차례나 침범한 무례한 년을, 이대로 보내자는 말은 아니겠지." "그... 그렇지만...." "그럼 됐어. 지금부터 저 년을 잡는다. 우리에게 반항하는 자는 어떻게 되는지, 톡 톡히 값을 치뤄주는 거다." "!" '이 기척은.....' 이 부근에 숨어 있는 사람이 있다. 누구지? 마음 속의 생각을 들여다본 결과 나온 결론은. '그 꼬마 소매치기의 일행인가?' 하지만 숨어서 접근하는 것 치고는 발소리가 너무 크다. 비밀스런 습격계획을 의논 하는 목소리도 너무나 높고. 지금 습격을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한심한 녀석들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솔직히 상대하고 싶지도 않다. 안 그래도 울적한데. 지금 그 들과 마주친다면..... '지금 만나면 아마 난, 저들을 죽일거야.' 내 가슴속에서 들끓는 울화. 그것을 풀기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때려부수고 싶다는 기분이 든다. 왜 하필 저 녀석들이 지금 나타난거야. 이렇게 음울한 때에. 제발 날 살인마로 만들지 말아줘. 그냥 날 보지 말고 지나가줘. 하지만 그런 내 희망은, 처음 부터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어 있었다. 저들이 품은 '초록색 머리의 소녀에 대한 증오 심.' 그것이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었으므로. '싸워야 하나.' 지금은 달갑지 않다.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시킨 것을 본 후, 어떻게 또 다른 이의 목숨을 앗아간단 말인가. 비록 그들이 악인들이라고는 해도. 비록 내 마음이 괴로움 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그렇다면..... '잠시 피해있자.' - 계속 - 후기)으으으으으. 도대체 언제쯤 이 우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서, 멋진 전투 장면이 나오는 거냐 ! 저 자신도 미칠 지경이지만, 어쩔 도리가 없군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에. (딴 방법이 있나) 이런 장면을 지우고 싶어도, 이게 나와야 한다면, 할 수 없군요. 써 두어야지. 이런 것이 글 쓰는 사람의 고역 중 하나인 모양입니다. 지루한 부분. 인기가 없을 것 같은 부분이라도, 반드시 써 두어야 하는, 그런 부분을 지나는 것 말이지요. 다만 두려운 것은, 나중에 멋진 장면들을 과연 제가 써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지만. (써야 하는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11 조회수 : 13 공룡 판타지 19-371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7) 녀석들과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 만나봐야, 헛소리를 늘어놓은 후 나한테 검을 들 이대거나, 아니면 뒤에서 칼을 던지겠지. 분명히 독묻은 칼로. 그렇다면. '싸우기도 싫고. 그렇다고 녀석들을 잡아 경비대에 넘기기도 싫고.' 그럼 방법은 간단하다. 내가 갈 길을 가는 것 뿐. 어차피 세이브를 구하려면 동쪽으 로 가서, 엘프들과 드워프들을 만나야 한다. 지금 기분으로는 그들에게 부탁할 염치 가 없지만, 그래도 일단 그들의 마을 가까이에는 가야 할 게 아닌가. '일단 가자. 가면서 생각해보자고.' 마력을 발 아래에 모은다. 그리고 터뜨린다. 이제는 익숙해진 동작. 그리고 나는 하 늘로 날아오른다. 쿠우웅. 약한 폭발음을 뒤로 하면서. 쿠우웅. "뭐야 !" 소녀의 뒤를 미행하던 도적들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폭풍에 당황했다. 그들의 머리 에 스친 첫 번째 생각은.... '들켰다 !' 그 외에는 떠올릴만한 생각이 없었다. 느닷없이 소녀가 서 있던 곳에서 일어난 폭 풍.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들의 머리 속에는, 상대가 마법사일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주, 주문을 외우지도 않았는데?' 그들의 귀에 들어온 말소리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그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소녀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자신들의 감각을 동원해서 찾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야 !" 분명히 지금의 폭풍 자체가 강력한 마법으로서, 자신들을 습격하는 상대의 공격이거 나,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 단지 주의를 끌기 위한 공격으로서, 뒤에서 자신들을 습격 할 거라는 예상을 했던 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전개였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디야 ? 어디있어?" 빨리 상대의 기척을 찾지 못하면, 그들은 당하고 만다. 살기어린 눈동자가 그들의 사이를 휘젓고 돌아 다니는 것 같아, 그들은 벌벌 떨며 필사적으로 상대를 찾아 헤멨 지만, 그들의 감각에 들어오는 것은, 단지 작은 곤충들이나 식물들 뿐, 그들의 적수 인 여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어디로 간 거야 !" 하지만 그들의 부름에 답해줄 상대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휴우." 일단 날아오르긴 했지만,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까. 엘프 마을로 가야 할까. 드워프 마을로 가야 할까. "모르겠어." 지금으로선 양쪽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다. 엘프 마을에 간다면, 아르메리아의 참혹 한 꼴을 볼 것 같고, 드워프 마을에 간다면..... "그들이 날 도와주기나 할까?" 그들 중에 내가 아는 드워프는 극소수이다. 게다가, 그들과 함께 한 인연은 단 지.... "술자리에서 한 번 봤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뻗어버렸긴 했지만. 그때의 생각이 다시 떠오르자, 씁쓸한 웃음이 얼굴을 스친다. 그 외에는.... 불안하던 내 얼굴이 약간 밝아진다. "하나 있구나." 어쨌든, 나는 아이샤를 그들에게 데려다주었지 않은가. 내 얼굴이 희망으로 인해 밝 아지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 대가로 목숨을 달라고 할 수는 없어." 아이샤를 돌려보낸 것이 잘 한 일이고, 그들에게 호감을 살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그런 위험한 일을 해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다. "으휴....." 결국, 방법이 없는 것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포기할 것인가. "그럴 수도 없고." 하지만 그들이 과연 들어줄 것인가. "그건 모르겠고."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을 것인가. 그 애를 납치된 채로 두자는 말인 가. "그건 안 돼 !" 결국, 그대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은 일단 가고 나서 생각해보자. 지금은 비행에 집중할 때다. 안 그래도 말이야..... "윽 !" 조금만 정신을 팔면 금새 추락한다니까. 지상의 나무들이 내 발 바로 밑에 있었다. 바람을 일으키며 다시 솟아오른다. 휘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분다. 지금은 과연 낮인가. 밤인가. 어둠이 주위를 덮은 가운데, 어 느새 시간 개념도 잊어버렸다. 정신없이 날다보니, 이곳이 어디쯤인가 하는 위치 개 념도 잊어 버렸다. 이곳은 꿈 속인가. 간신히 눈 앞을 분간하면서, 나는 서서히 땅 아래로 내려갔다. 서서히. 바람이 더욱 더 세게 불어온다. "여기가 어디쯤인가....." 자세히 모르겠다. 그저 날아오기만 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이상하다." 중간의 기억이 애매하다. 분명히 날아가고 있었다는 기억은 나는데, 중간에 기억이 좀 이상하다. 왜 떨어질 뻔하다 다시 솟아오르는 장면이 이렇게 많은 거야? "설마....." 혹시.... 몽롱한 상태에서 날아왔다는 건가? 그것은..... "졸면서 날아왔었나...."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던 모양이다. 이런 한심한...... 장시간의 비행이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건 정말 곤란하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되었는지 이해가 간 다. 아주 확실하게. "그래서.... 내 바지가...." 옷이 좀 긁혀있다. 아마 졸면서 날다가 마력의 생성을 그만두자, 아래로 떨어지고, 그 다음 나무에 긁히는 충격으로 약간 정신이 들어서 다시 솟아오르고, 다시 날다가 또 졸아서 아래로 처박히고. 그런 식으로 날아왔던 모양이다. 이런 한심한. "안 죽은 게 다행이야." 졸면서 비행을 하다니, 죽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나도..... 자신을 탓하고 싶었지 만, 그럴 여유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긴 어디지?" 그런 것도 신경 안 쓰고 날아갔던 건가. 나는 공중에서 주위를 둘러봤지만, 내가 아 는 지형이라고는 어느 한 곳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거... 정말 큰일났는걸. 혹 시.... "길을 잃은 거 아냐?" 하늘을 바라본다. 별들을 보고 위치를 알아내야 하나? 그러나... 유감스럽지만. "난 항해사가 아닌데." 배를 모는 항해사라면, 별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 나. 난 초보 비행사라고. 항해사가 아냐. 갑자기 나 자신이 멍청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비행을 했던 건가? 여태까지?" 이런 멍청이.... 지금와서 나 자신을 탓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나로선 그 럴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래의 지형을 아무리 둘러봐도 알 수가 없는 게.... "안개가 너무 짙어." 게다가, 내가 아는 곳 중에서 이렇게 어둡고 으스스한 땅은 없었다고. 이거.... 정 말로 큰일났는걸. 설마... 이 부근은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무인지대? 그렇다 면..... "어디 내려야 할 것 같은데....." 하루종일 날아서 그런지, 몸이 피곤하다. 게다가, 식사조차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날 아왔기 때문에, 이젠 기력이 없다. 으으으으으. "추락할 것 같애." 정말로 추락해서 몸이 박살나기 전에,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될 듯 하다. 할 수 없지. 더 이상 날아갈 기력은 없고. 한 번 모험을 해봐야겠다. 이런 어둠 속에서 강 하하는 것은 자살행위지만, 조심해서 한다면 어떻게 되겠지. "천천히 내려가서...." 앞도 잘 보이지 않는 밤에, 함부로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너무 위험하다. 일단은 최 대한 아래로 내려가서, 시야를 확보한 후 안전한 착륙지를 찾아보자. 일단 몸을 쉬게 한 후, 요기라도 하고나서 다시 움직이든지 해야지. 나는 서서히, 서서히 몸을 아래 로 향하게 했다. 찬 공기가 나를 스치면서, 칼날처럼 나를 가른다. "이거....." 이번 여행은 정말 힘든 여행이구나... 옆에 아무도 없다는, 고독감을 이렇게 실감하 다니.... 그런 생각을 하는 나에게 덮쳐오는 풍압. 이것은... "뭐가 있어 !" - 계속 - 후기)별을 보고 방향을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레이니는 초보라 고요. 초보 ! 그리고, 혹시 별의 배치가 안 나온다고 저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지 금부터 10만년 전만 해도, 북두칠성의 국자는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별의 위치가 좀 바뀌기 때문에, 쥬라기 시대라면 당연히 지금과는 배치가 크게 다릅니다. 거기다가, 별의 수명이 50억년이라고 할 때(짧으면 1억년도 안 되고, 길면 100억년은 됩니다), 적어도 우리가 보는 별 중 일부는 그때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별 중 일부는 이미 사라져버렸고요. 그러니, 그 당시의 별은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배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걸 제대로 그리는 게 극중에 필요한 것이라면 그 리겠지만..... 다행히도 그럴 일이 없군요. (휴우) 어쨌든, 졸면서 날면 추락하거나 충돌할 우려가 있으니, 착한 독자여러분들은 절대 로 따라하지 마시길.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12 조회수 : 98 공룡 판타지 19-372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8) 쏴아아아아. 이게 무슨 소리인가.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깨달은 내가, 하늘로 몸을 들어올린다. 그와 함께, 그곳을 거대한 바닷물이 덮쳤다. "으악 !"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하지만, 이미 늦었는가. 거대한 파도가, 나를 덮친다. 마치 성난 공룡의 입이 닫히는 것 처럼, 그대로 내 몸을 때리는 파도. "이런 !" 물벼락을 맞고 아래로 떨어지다가... 간신히 물 밖으로 튕겨나온다. 허마터면... 물 에 빠질 뻔했다. 이런 어둠 속에서 몸이 물에 젖는다면, 체온 저하 현상이 일어나 사 망에 이를수도 있다. 소름이 확 끼치네. 하지만, 이 정도의 물이라면 그렇게 염려할 것은 아니다. 게다가, 그 찬 바닷물에 맞은 덕분에, 졸음이 확 달아났다. 그럼.... 이것은.... "안개가 아니야 !" 별빛도 없는 흐린날 밤. 거기다가 수면 가까이에 지나치게 접근한 덕분에 일어난 착 시 현상. 결국, 나는 바다의 파도가 일으키는 물거품을, 안개로 착각했다는 건가? "이, 이런...." 간신히 하늘 위로 날아올라 일단 몸을 멈춘다. 이거...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아 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내 주위에 있는 것은 거친 바닷물 뿐이다. 이거... 잘못 온 거 같은데..... "혹시...." 대륙을 벗어나, 초대양에 들어온건가?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그 거대한 바다에? 뱃사람들도 무서워서 오지 않는다는, 그런 바다에 왔단 말인가? 나는 본능적 으로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놀랄 것은 그것 뿐이 아니다. "크워어어어 !" "힉 !" 몸이 하늘로 떠오른다. 내 옆을 지나가는 거대한 공룡의 목이, 내 몸 전체를 얼어붙 게 한다. 저, 저게 뭐야? 저렇게 커다란 머리를 가진.... "수장룡인가?" 공룡은 물 속에서 살지 않는다. 비록 비슷한 종류의 생물이 물 속에 살지만, 그것은 수장룡이다. 공룡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내 옆에 지나간 놈은... "엄청 크네?" 하지만, 감탄할 시간이 없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나보다는 커다란 머리통을 가진, 그 수장룡은 분명히 나를 노리고.... "이이익 !" 내가 몸을 피하는 순간, 그 수장룡의 거대한 머리가, 내가 있던 장소를 스치고 지나 갔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죽는 줄 알았다.... 허마터면 손도 못쓰고, 그대로 수장룡의 식사감이 되고 말았을 거다.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나에게, 서서히 비춰지는 붉은 빛. "아침인가...." 아마 새벽이 다가왔다는 증거이겠지. 조금씩, 주위가 밝아진다. 그리고, 나는 그제 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침해가 반가운 존재일 줄이야. 처음 알았다. "휴우...." 아마도 긴 시간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 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해가 붉은 빛 을 뿜으며 떠오를 때까지, 나는 해를 지켜보았다. 마침내 내가 해에서 눈을 뗀 것은, 해가 수면에서 떨어졌을 때였다. "멋지다....." 단지 경관이 멋져서 한 말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 헤메다가, 간신히 주위를 분별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 말을 한 것 뿐이다. 그럼... 아쉽지만 고개를 돌려야겠다. 나도 어딘가에 내려야 하니까. 그런데. "엑?" 뭐야. 이거. 내가 떠 있는 곳을 살펴본 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몸은 바다 위에 떠있지만 서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해안가가 저기에 보이니까...." 이거...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바다로 돌진하고 있었다는 건가.... 조금만 해가 뜨는 것이 늦었다면..... "그랬으면 난 죽었겠군." 이 높이에서 간신히 동쪽 끝 해안가가 보일 지경이니, 만약 조금만 더 갔다면 어떻 게 되었을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만 더 갔어도.... "그랬으면 나는...." 이젠 더 이상 날아갈 힘도 없다. 아마.... 조금만 일출시간이 늦었어도 나는.... "바다에 떨어졌을 거야." 망망대해의 한가운데에 혼자서 떠 있다면, 더군다나 하늘을 날 기력도 없는 상태라 면.... 그런 경우 어떻게 되겠는가. 내 몸에 소름이 끼친다. 말그대로 천우신조였던 셈이다. "어디보자....." 나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몸을 하늘로 날렸다. 이제 기진맥진한 상태지만, 그 래도 일단 땅에 내릴 때까지는 날아야 하니까. 게다가. "뭐가 있네? 이 느낌....." 사람이 있었다. 아니, 사람같은 느낌의 생명체가 있었다. 게다가 이 느낌은.... "누구지? 그리 낯설지 않은데?" 이런 여행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흔한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느낌은 설마.... 설마...... "믿을 수 없어." 비록 그 느낌이 전해지는 곳이 해안에서 좀 떨어진 곳이기는 하지만.... 가보지 않 을 수 없었다. 이 느낌은... 바로...... "아이샤야. 틀림없어." 내가 어째서 이곳에 왔을까. 그건 모른다. 하지만 짐작가는 것은 있다. 아마, 엘프 마을에 가기는 싫고, 드워프 마을에 가도 어떻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유 일하게 함께 여행을 했던 그녀를 찾았던 것이겠지. 무의식중에. 나를 아는 마지막 사 람인 그녀를. 아침의 햇살이 내 마음에 스며들면서, 차가워진 나를 덥혀주었다. 그와 함께 몰려드는 수많은 익룡들. 내 주위를 감싸듯이, 그들은 나와 함께 날아간다. 서 쪽으로. 서쪽으로. "아름다워." 일출의 붉은 빛이, 나와 익룡들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아이샤. 아이샤 맞지?" 해안가에서 안쪽으로 약 300m쯤 들어간 곳. 모래사장을 지나 숲이 시작되는 곳 근처 에, 그녀가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쿨쿨쿨쿨쿨." 이거 뭐냐.... 그녀의 익룡이 미리.... 라고 했던가? 어쨌든 그 익룡과 함께, 나뭇 가지 위에서 태연히 자고 있다. 이거 뭐냐.... 난 분명히 다른 드워프들과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긴 했지만, 어쨌든 건강한 얼굴을 보 니까 반갑다. '한가지 문제만 빼고.' 그녀의 볼에 돋아난 약간의 수염이, 그녀의 귀여움을 해치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웃음을 참으면서, 나는 그녀의 옆에 누웠다. 솔직히 말해서... 나..... "원래는 이 애를 깨워야 하지만...." 도저히 그럴 기력이 없다. 난 빈속으로 여태까지 밤을 새우면서 날아왔다고. 어제 점심무렵부터 날기 시작해서, 오늘 아침까지 졸면서 날아왔다. 더 이상.... 깨어있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이곳이라면 그럭저럭 안전할 것 같고. "이 정도 높이의 나무라면....." 어느 정도는 안심이다. 일단 100m에 가까운 높이라면, 공룡들이 시비걸지는 못하겠 지. 그리고, 대형 공룡들이 일부러 이 해안가에 다가오지도 않을 것이고. 너무 낙관 적인가?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살고 싶다고. 이 아이의 행복한 잠든 얼굴을 보고 있 자면. "나도 한 숨만 자자." 나는 조용히, 그녀가 누운 나뭇가지의 옆의 것을 골라, 몸을 기댔다. 곧바로 잠이 쏟아진다. 그리고 나를 덮는 눈꺼풀. "잘 자. 레이니." 혼자서 중얼거린다. "카악. 카악." "....." "카악. 카악." "....." "카----------악 !" "꺅 !" 깜짝놀라 나뭇가지에서 떨어질 뻔했다. 이, 이런... 미리야..... "히잉. 잠 좀 자자고. 미리야." 이잉. 너무해. 안 그래도 조난당한 불쌍한 소녀에게, 아침 기상시간을 지키라는 건 무리라고. 약간의 불평을 하면서, 나는 아침햇살을 바라보았다. 음... 아침은 아닌 것 같애. 그럼.... "점심때라서 깨웠나?" 투덜거리며 기지개를 켜는 내 눈에 띈 한 사람. "어머나 !" - 계속 - 후기)초대양. 쥬라기의 시대에는 지금의 태평양 쪽에 위치한 바다를 그렇게 불렀습니 다. 하긴 북아메리카와 유럽 사이에 있는 대서양이, 지금보다는 훨씬 좁았거든요. 그 러니, 당연히 이 초대양은 지금의 태평양보다 훨씬 넓습니다. 원래 이 시대는, 초대륙 판게아가 갈라진 후가 모델이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불러오 던 그대로 대륙 바깥쪽에 보인 바다를 초대양이라고 불렀습니다. 관습이지요. 그리고.... 우리의 엽기 수염 로리 소녀이신 아이샤양이 재등장했군요. 어지간하면 그 수염좀 깎아라. (판타지에서 누가 감히 드워프 소녀를 로리 캐릭터로 등장시켰던 가.... 엽기적이라고 거품을 무실지도?)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13 조회수 : 19 공룡 판타지 19-373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9) "저... 저 언니, 누구야?" 옷이 여기 저기 긁혀서 엉망이 되고, 피로에 지친 얼굴은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인 다. 하지만 원래의 얼굴은 상당히 미인이었던 것 같다. 얼굴을 대충 보니. 하지만, 어째서 저런 언니가 내 옆에서 자고 있는 거지? "이상하네." 평범한 인간이라면 저런 모습으로 자고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도, 흔들리는 나무가 지 위에서 자는 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생긴 것으로 봐선 엘프같지만, 그들 이 나같은 드워프와 함께 잠을 잘 리가 없다. 그럼 누구지? 어디서 온 인간일까. 하 지만 짐작가는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이곳은..... "여긴 무인지대라고. 사람이 사는 마을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그걸 어떻게 아냐 하면...... 난 지금 조난을 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제 미리의 등에 타고 하늘을 날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결국 여기서 하룻밤을 묵은 꼴이니, 어 찌 모르겠는가.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떻게 왔지?" 나는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지만, 이 사람은 도보로 이곳 에 왔다는 결론이다. 마법사의 지팡이가 이 사람의 옆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그 런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었다. '물론 안 그런 마법사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 얼굴과는 좀 다른 얼굴이다. 이런 얼굴의 마법사를 본 기억은 전혀 없..... "잠깐만." 저 얼굴, 분명히 본 기억이 난다. 그래. 저 얼굴은 분명히...... "그 언니네." 비록 고생을 해서 좀 수척해진 얼굴이기는 해도, 그리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아름 다운 저 얼굴. 그리고 몸매. 하지만 나로선 불쾌하다. "잉. 나보다 예쁘잖아." 나도 상당히 예쁘다고 자부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밀리는 것이 있다. 그것은.... "히잉. 또 수염이 났잖아." 투덜거리면서 재빨리 수염을 깎는다. 다른 것보다, 저 인간 언니에게 수염이 잔뜩 돋아난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어. 정말로 싫어. 작은 도끼를 꺼내어, 면도를 한다. 조 심해서. 고운 얼굴 다치고 싶지는 않다고. 서둘러 수염을 민다. 조심해서 민다. 두 가지는 상반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해낸다. 쓱싹쓱싹. 수염을 깎는 소리만이, 아침의 적막함을 깨뜨리고 있다. "하아." 간신히 수염을 다 밀었다. 이젠 저 인간 언니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예쁜 얼굴이 되었다. 안도하면서 도끼를 짐 속에 집어넣으려는 순간, 내게 들리는 목소리. "으음....." 졸린 눈으로 얼굴을 들고, 나를 바라보는 인간. 혹시... 내 면도하는 모습을 봤다는 건가. 두려움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내 손은 한 곳을 향했다. 슈웅. 공기를 가르는 무게있는 울음. 그리고 비명. "꺄아아아악 !" 도끼가 날아가고 있었다. "너, 너무한 거 아니니? 만나자마자 도끼를 던지다니." 나니까 살아난 거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분명히 도끼에 머리를 맞고 아래로 떨어져 죽었을 테니까. 눈을 얼마 붙이지도 못해서 피곤해 죽겠는데, 아침부터 이게 왠 난리 냐. "죄송해요."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아이샤. 하지만 내 화는 풀리지 않는다. "밤을 새면서 하늘을 날아왔는데, 그런 사람에게 아침부터 도끼를 던지다니. 허마터 면 추락할 뻔했다고. 이건 너무한 거 아냐? 모르는 사이도 아니면서." "죄송해요." 그녀의 풀죽은 표정을 보고, 나는 화를 풀었다. 어쨌든 그 상황은 그녀의 악의 때문 에 일어난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그런 지나간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할 입장도 아니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다음에는 도끼 던지지 마." 그쯤하고 말을 끊는다. 하지만 그 순간의 경악은 아직도 내 마음에 남아있었다. 세 상에. '자기 수염깎는 걸 봤다는 이유로 도끼를 던지다니.' 아무리 부끄러운 광경이었다고 해도, 그건 좀 심한 거 아냐? 어차피 다 아는 게 아 닌가. 그녀가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은. 그런데, 인정사정없이 도끼부터 던지다 니. 더 불평하려고 했지만, 일단은 물어볼 게 있어서 화제를 돌린다. "그런데, 너 이곳 지리를 알고 있니? 난 지금 길을 잃어서 말이야."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저 애의 표정이 저렇게 변하는 거지? 마치 안 좋 은 일을 들었다는 듯한 표정인데? 설마..... 내 의심을 확인시키듯이, 그녀가 더듬거 리며 말한다. "언니도.... 조난당했어요?" "응." 길을 잃었으니 조난당한 게 맞다. 다만, 아이샤를 만났으니 이제 길을 물어볼 수 있 을... 가만. '언니도' 라고? 그럼 그 말뜻은... 혹시 정말로 그녀도..... 마지막 결 정타가 날아온다. "저도 조난당했는데요?" "....." 그 결정타에, 내 입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한참후, 내가 꺼낸 첫마디는. "뭐라고 !" 갑자기 맥이 좍 빠진다. 어떻게 된 거냐. 아무리봐도 천하태평으로 있기에, 그런 생 각은 하지도 않았었다. 물론 혼자서 이런 곳에 있다는 것이,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그런데 왜 조난을 당한 거지? 갑자기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져서, 나는 편한 자 세로 나무에 기대었다. 나뭇가지 위에서 몸을 기대기는 쉽지 않지만, 어쨌든 기댄다. 아무래도 몸이 피곤하기에. 그녀가 사정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것은. "그러니까...." "....." "미리.... 그러니까 네 익룡과 함께 놀러 나왔다가 너무 멀리 오는 바람에..... 길 을 잃었다는 거냐?" "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하는 아이샤. 정말 단순하고 알기 쉬운 이유다. 물론 나도 그리 멋진 이유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말이야. "이거 큰일이네." "네." "아니, 길 잃은 것도 큰일이지만, 드워프들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 온 건데.... 아무 래도 무리일 것 같아서 그래." 어차피 길이야 곧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내 몸만 회복되면, 공중으로 올라가 서 주위를 흩어보면 된다. 가장 가까이 보이는 마을로 가서 상황을 물어보면, 그것으 로 조난은 종료다. 하지만, 그만큼 드워프들을 만나기가 늦어질 것이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말이야. 난..... "게다가 난 지금 졸려 미칠 지경이고. 하루종일 하늘을 날고,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떠 있었거든." 그녀가 내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하긴. 처음에 봤을때는 못 알아봤었어. 마치 시체처럼 되어 가지고...." ".....시체는 좀 심한데." "하지만 그렇게 보였다고." 말다툼은 그만하자. 난 졸리니까. 하품을 한 번 하고, 나뭇가지에 기대어 눕는다. "그럼, 나 한 숨만 자고 일어나도 되겠니?" 굶주린 배를 채우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자야겠다. 한 숨 자고 일어나야, 정신이 다시 맑아질 거다. 어차피 배채우는 거야 간단할 테니까. 정 안 되면 바다에 들어가 서 수장룡 한 마리를 잡아서라도.... 내 꼴을 본 아이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한 숨 자. 난 주위를 돌아보고 올테니까." "그래....." 풀썩. 다시 나뭇가지에 기대어 잠을 청한다. 어렵지 않게,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언니. 일어나봐. 저녁 다 됐어." "뭐?" 저녁이라니. 혹시 얘가 가지고 온 휴대식량이라도 있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면 굳 이 요리를..... "!" 저녁이라는 건, 식사가 아니라 저녁 노을을 가리킨 말이었다. 조금 실망한 후, 배고 픔을 달랠 무언가를 찾는다. 그러나 이 나무에는 먹을만한 새순이 나지 않았다. 그렇 다면... 하루종일 깨어있었던 이 아이는 어떨까. 그녀에게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며 묻지만. "너, 먹을 거 없니?" "없는데요. 잠깐 돌아볼 셈으로 나온 거라서." "....." - 계속 - 후기)로리소녀. 수염소녀 ! 도끼소녀 !!! 좀 심한가? 어쨌든 우리의 도끼소녀, 수염소녀가 돌아왔습니다. 그리 요란하게 축하 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시 봐서 반갑군요. (여자애 수염 잡아당기지 마시오) 하지만 오늘은 아무래도 피곤하네요. (졸면서 마무리하는 중)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4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5-14 20:34 조회:39 공룡 판타지 19-374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0) 여지없이 나를 실망시키는 그 한 마디에, 나는 어깨를 늘어뜨렸다. 이런.... 결국 나는 어제 점심때부터 오늘 저녁때까지 아무것도 못 먹는다는 것인가. 그러나 실망하 기는 이르다. 아직은. 이곳은 사막이 아니지 않은가. 먹을 것은, 찾아보면 있을 거 다. "그럼 이 주위에서 적당한 놈을 하나 잡아서 먹으면 되겠군." 자. 고민의 시간이다. 어떤 녀석을 잡아먹을까. 거대한 초식공룡? 음. 이건 맛은 있 지만 너무 크고. 육식 공룡? 싫다. 고기가 맛이 없다. 그럼 뭘로 할까... 마침 내 눈 앞에 들어온 커다란 고기덩어리 하나. "꼴깍." 저걸 먹어치울까? 확실히 한입거리이기는 하지만...... '에이. 그만두자. 아무래도 저걸 먹다간 아이샤를 내가 계속 업고 다녀야 하 는.....'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보던 아이샤의 표정이 확 변한다.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미리 에게 달려가더니, 그 익룡을 몸으로 막아서는 아이샤. 나무 위에서 달리다니, 대단한 아이야. 하지만 그런 내 감탄이 끝나기도 전에..... "먹지 마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녀. 하지만..... '난 배가 고픈데.' 사람이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법이다. 다시 한 번 눈 앞의 익룡을 바라본다. 그리 고. '그래. 결심했어.' 저걸 잡아서 먹는 거야. 날 원망하지 말아줘. 아이샤. 너도 배가 고프면 이 언니의 심정을 알 거야. 며칠동안 식사를 못하고 굶으면, 나처럼 되는 거야....... 탁. 미리가 달아나기 전에, 그 녀석의 몸을 잡는다. 아이샤가 미처 의식하기도 전에 그 녀의 옆으로 돌아가서, 미리의 배를 한 번 만져본다. 예상대로 속이 알차다. 이 정도 면 잘 먹을 수 있겠군. 나는 미리에게서 손을 떼며 외쳤다. "그럼 오늘 저녁은 물고기다 !" 아이샤와 미리가, 새파랗게 질린 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익룡이 그런 표 정을 지을 수 있는지는 모르고, 다만 짐작일 뿐이지만. "치이. 장난을 그렇게 치면 어떻게 해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투덜거리는 아이샤. 그 옆에서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나. "..... 그럼 넌 내가 정말로 미리내를 잡아서 먹을 줄 알았냐?"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 "네." 내가 그렇게 보였나? 하긴 좀 장난이 심하기는 했지만.... "..... 난 그렇게 걸신들리지 않았어." 그게 문제라고. 그러나 아이샤는 여전히 투덜거린다. "하지만 아까는 그렇게 보였다고요. 그 탐욕스러운 눈길..... 완전히 그건 악인의 것이었다고요. 속이 시커먼 악당." 하지만. "그걸로 아침의 도끼 투척건은 갚은 거다." "....." 말문이 막히는 그녀. "큼지막한 거 몇 마리 잡아와요. 언니. 불은 피워둘테니까." 상당히 가벼운 옷차림으로, 물 속에 들어가는 내게 외치는 아이샤. 그러나. "안 피워도 되지 않겠니?" 솔직히 이 근처에 뭐가 살고 있는지 모른다. 불을 피워서 작은 벌레들을 쫓아내는 것은 좋지만, 커다란 녀석이 그 불을 보고 온다면.... 불안해하는 내게 외치는 아이 샤. "미리 피워놔야 구워서 먹죠." 그 말도 맞기는 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 번만 더 말한다. "주위를 잘 살피고 해. 엉뚱한 녀석들이 오면 즉시 나무 위로 올라가고." 작은 것 치고는 동작이 상당히 빠르니까, 그리고 그 도끼도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괜찮겠지. 드워프들은 기술이 좋아서 별별 이상한 무기들을 다 가지고 있다고 들었 고, 실제로 저 애에겐 그런 것이 하나쯤은 있을테니까. 아이샤가 밝은 표정으로 답한 다. "걱정마세요." 나는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는, 바다 속으로 잠수해들어갔다. 차가운 바닷물이 내 살결에 느껴진다. 단지 속옷만 입은 내 모습, 만약 저 애가 남자였다면 이런 차림은 무리였을거야. '하지만 시원하긴 하네.' 팔다리가 다 드러나고 허벅지까지 팍 올라온 옷차림. 평소라면 어림도 없을 거다. 단지 위아래에 천 한 장씩만 걸친 모습이라니. 아마 기억이 회복된 후 처음으로 이렇 게 자유로운 옷차림을 하는 것 같다. 다만. '저 녀석, 왜 내 가슴만 쳐다보는거야.' 물론 아이샤가 너무 어리다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너도 크면 이 정도는 될 거다.' 물 속을 헤엄쳐보지만, 사냥감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아이샤에게 빌려온 단검 하나만 가지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단검 하나만으로 사냥할만한 게 뭐가 있더라.' 물론 많다. 아주 많다. 저기 내 앞을 기어가는 1m짜리 암모나이트를 비롯해서, 저기 멀리 보이는 커다란 5m짜리 수장룡. 그 외에도 큼지막한 조개나 자잘한 바다가재 등.... '하지만 아이샤의 먹성을 고려한다면.....' 그녀는 드워프다. 어쨌든간에, 커다란 녀석을 잡아가지 않으면 곤란할 것이다. 그 럼.... 적어도 2m짜리를 골라 잡아야 할텐데... 하지만 내 손은 둘이요, 든 것은 단 검뿐이니, 골라 잡기도 어려울 것이다. '피곤하네.' 나 혼자서만 먹으면 별 무리가 없다. 그냥 암모나이트 두 개만 골라서 잡은 후, 그 걸 생으로 먹으면 간단하니까. 싱싱한 암모나이트라면 먹기도 좋다고. 그러나. '문제는... 그 정도로 드워프의 배가 채워지지는 않는단 말이야.' 게다가 그녀는 성장기라고. 비록 먹는 양에 비해 체격은 작다고 여겨지지만 말이야. 그런 걸 고려하면, 아무리 사냥감이 크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 그럼.... '역시 좀 커다란 걸 잡아야 할 거야.' 어떤 게 적당할까. 그런 생각을 하며 물속을 헤엄치던 중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그 것은.... '내가 웃고 있구나.'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울의 바다에 빠져 죽어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비록 앞날의 전망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은 세상을 낙관적으로 보 고 있다. 그것은.... '내가 저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인가.' 그래서 내가 다시 웃는 것인가.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구할 수 있 을 거라고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비록 두 가지 일은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 이지만, 그래도 약간의 빛을 마음 속에 품을 수 있기 때문인가? 이 어두워지는 바닷 속에서도? '그럴지도 몰라.' 약간의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아직은 비극으로 끝나지 않은 거겠지. 고마워. 아이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바닷속으로 헤엄쳐들어갔다. "랄라라라라." 앞뒤가 맞지 않는 가락을 흥얼거리며 걷는다. 리듬에 맞춰서. 랄라라라라. "자. 일단 불은 언니가 오면 피우기로 하고 !" 주먹을 불끈 쥔다. 자. 힘을 내자. 곧 먹을 게 올라온다 ! 그럼.... 불을 피워볼까 나. 하지만 일단은 언니가 올라오고 난 후에 그렇게 해도 늦지는 않아. 나 혼자 있을 때 못생긴 공룡들이 몰려오면 곤란하거든. 비록 이 도끼와 총이 있기야 하지만, 헛되 이 낭비할 순 없지. 그럼. "우선은 땔감을 모아볼까나." 일단은 그것부터 하자. 언니가 올라오고 나서 곧바로 불을 피울 수 있도록. 나뭇가 지들을 주워모으면서, 다시 노래를 흥얼거린다. "자. 다 모으고 나면 나무 위에서 언니를 기다려야지." 먹고 나면, 내일 아침에 길을 떠나야겠지. 길을 다시 찾으려면 좀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설마 죽기야 하겠어. 악운에 억세게 강한 저 언니도 함께 있는데. "어쨌든 사막을 물도 없이 횡단한 언니니까." 적어도 체력 하나만큼은 대단한 언니니까. 아는 사람이 있으니 약간 안심이 된다. 다시 나무를 모은다. 한 장소에 쌓는다. 그러면서도 귀는 쫑긋 세우고 있다. 왜냐하 면. "설마.... 못생긴 공룡들이 나타나지야 않겠지." 물론, 이 주위에 그런 건 없을 거다. 있다면 미리가 소리를 쳐서 알려주겠지. 그러 나,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최소한 이 도끼를 휘두를 정도의 준비는 하고 싶으니까. 다만. "작은 녀석이 아니라 큰 거라면....." 그런 경우라면.... 아무래도 위험하다. 갑자기 다리가 벌벌 떨린다. 하지만. "헤헤헤. 설마 그런 게 나타나겠어. 나타난다면 발소리로 땅이 뒤흔들리는...." 쿵. "....." 이게 무슨 소리지. - 계속 - 후기)위 아래에 천 한 장씩만 걸친 모습이 어떠냐고요? 말 못해 ! 절대 말 못해 ! 자 세히 묘사하면 18금이 된단 말입니다 ! 그 정도로 참으세요 ! 수영복을 안 가져와서 그런 므흐흐한 모습이 되어 버렸는데, 더 자세히 말해봐요. 뭐가 됩니까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5 보낸이:곽재욱(knock10) 2001-05-15 20:07 조회:10 공룡 판타지 19-375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1) 지금의 땅울림은.... 나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다. '서.... 설마....' 나쁜 예감이 들어맞는 건 아니겠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곳은 나무들에 둘러싸인 모래사장이다. 이런 곳에서는, 전망이 좋지 않은 법이다. "나무 위로 올라가야 하나?" 이 정도의 울림이라면, 분명히 초식공룡일 것이다. 육식 공룡 치고는 그 땅울림이 너무나 크고 강하다. 그러니까 분명히..... "침착하자. 침착하자. 침착하자....." 언니는 바닷속에 들어가 있어서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일단은 침착하게 나무위로 올라가서, 지금 땅을 울리게 한 녀석이 뭔지 알아내면 되는 거다. 한 번만 보면 되는 거야. 아이샤. 침착해..... 하지만 몸이 떨리는 것은 그치지 않았다. 쿠웅. 더 크게 울리는 진동. 내 불길한 예감은 더욱 강해졌다. 아, 안 돼. 아이샤. 두려워 하면 안 돼.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벌벌 떨기만 한다면..... 나는 비명을 지르 고 싶은 것을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나뭇가지위로 뛰어올라갔다. 나무가 흔들린다. 수 백년을 살아왔을, 이 나무가. 나무를 부둥켜안으며 외친다. "도대체 이게 뭐야 !" 아마 초식공룡. 그 중에서도 큰 무리를 지은 용각류 공룡일거야. 침착하자. 침착하 자. 저 종류의 공룡들은, 덩치는 크지만 사람을 잡아먹고 살지는 않는다고. 나는 몇 번이고 다짐을 하면서, 나무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나무 끝에 다다르자, 나는 고개를 들어 저 먼 곳의 평원을 바라보았다. 쿵. 쿵. 그곳에 비춰진 것은, 오메이사우루스라는 용각류 공룡이었다. 목이 매우 길고, 몸 길이가 20여미터에 달하는 초식 공룡. 그 공룡이 지금 지반을 뒤흔들며 달리고 있다. "휴우." 갑자기 맥이 풀리면서, 나는 나무에 매달린채 그대로 가지 위에 주저앉았다. '뭐야? 이 진동은?' 적당한 사냥감을 골라잡는 중에 느낀, 이 이상한 진동은? 순간적으로 경계했지만, 물 속에서도 느껴질 정도의 진동이라면.... '아마 용각류 공룡이겠지.' 이 정도의 생명력을 가진 생물이라면, 그 외에는 없다. 네 다리로 걸어다니고 식물 을 뜯는 거대한 공룡들. 그 외에 20여미터를 넘는 생물이 있겠는가. 지상에서. 핏. '뭐지? 이 느낌은.' 그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내 뇌리를 스쳤다. "휴우. 깜짝 놀랬네." 어느 정도 안심한 가슴을 쓸어내린다. 물론 어느 언니에 비하면, 쓸어내릴 가슴도 없지만. "역시... 나도 겁쟁이가 되어 가는 건가." 잠시나마 공포에 떨었던 나 자신을 비웃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데..... "왜 오메이사우루스가 달리고 있는 거지?" 평소에는 느릿느릿 걷는 게 그 공룡들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혹시..... 오메이사우 루스의 뒤를 바라본 내 눈에 들어온 모습은. "크우으어어어어어어어 !" '이 느낌은..... 혹시.....' 과거에 만난 육식공룡들과 비슷한, 아니 더 강력한 이 생명력의 힘은? 갑자기 불안 해진다.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큰 녀석이?' 보통 육식공룡이래봐야 몸길이는 10여미터가 아닌가? 이런 20미터를 초과하는 거대 한 놈이 있을 리가...... '아이샤가 위험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다. 세상은 넓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내 몸이 수면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다지 깊은 물 속이 아니 라서, 천천히 떠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행스러웠다. 만약 깊은 물속이었다면, 헤엄쳐 올라오는 시간에다 낮아지는 압력에 적응할 시간까지 더해졌겠지만. 서서히 물 밖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을 통해 비춰지는 저녁의 노을빛이, 내게 보였 다. "읍 !" 절로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다. 세상에. 저렇게 거대한 육식공룡이 있다니. 내 눈 이 잘못되지 않은 이상, 저것은 분명히 육식공룡이었다. 짧고 튼튼한 목, 거대한 머 리와 그 입속에 드러난 날카로운 이빨들. 짧지만 강인한 앞다리, 그리고 거대한 꼬리 와 강철같은 뒷다리. 그렇다면..... '저, 저런 게 이곳에서 살고 있었단 말이야?' 난 들어보지도 못한, 거대한 공룡이었다. 저 정도라면, 어림으로도 20m는 넘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혹시, 돌연변이 아닐까?' 정상적으로 태어난 공룡은 아닐 것이다. 아마, 알로사우루스중에 돌연변이로 몸집이 커진 놈이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 살아서 그 나이에 비례해서 몸집이 커졌거나. 그렇 지 않으면..... '신종인가?' 그럼 발견자인 내가, 이름을 지어주는 건가? 하지만 그러기 전에 죽을 가능성이 더 컸다. 만약 들킨다면. '소리내지말고 가만히 있자.' 만약 저 괴물에게 들킨다면 박살이 나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너무나 작다. 저 정도 크기의 육식공룡에게, 나 정도의 먹이가 마음에 들겠는가. '조용히 있으면 갈 거야.' 그런 생각만이, 덜덜 떨리는 나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 고,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겼다. 제발, 오지마라. 오지마라. 나보다는 오메이사우 루스가 더 크고, 더 먹을 게 많다고. '나도 참 비겁하네.' 이 경우에는 도리없지만. "푸우."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다. 모래사장쪽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한다. 어디... 느낌이 멀어지는 건가? 두 개의 생명력 중 하나가, 먼 곳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그 뒤를 쫓 는 또다른 생명력. 아마 사냥을 하는 육식공룡이겠지. 다행이다. 이것으로서 안심하 고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도..... "이건 뭐야 !" 두 개의 생명력이 이상하게 움직이더니, 쫓기는 쪽이 방향을 바꾸었다. 새로운 방향 은..... "아이샤가 있는 쪽이야 !" 내 몸이 해안을 향해 물을 가르기 시작했다. 오메이사우루스를 쫓는 거대한 괴물이, 그 입을 아래로 내민다. 오메이사우루스의 꼬리가, 그 입을 후려친다. 잠시 주춤거리는 틈을 타서, 오메이사우루스가 방향을 바 꾸었다. 하지만 그 방향은 바로..... "이쪽이잖아 !" 몸이 무거워서, 오래 달리지 못하겠다는 건가? 그래서, 물속으로 피하겠다는 속셈인 가? 하지만 그러면 수압에 몸이 견디지 못할텐데? 공포 때문에 돌아버린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거대한 오메이사우루스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나무 몇 그루를 쓰러뜨리면서, 돌진하는 오메이사우루스. 비록 뒤에서 따라오는 육식공룡에 비해서는 작지만, 그래도 20m에 달하는 거대한 놈이다. 그런 것이 내 쪽으로.... "꺄아아아아 !" 촤아. 모래사장으로 기어올라왔다. 두 개의 느낌이 점점 이쪽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아이 샤는 뭐하는 거야 ! 어서 도망치지 않고 ! "공포로 인해 몸이 얼어붙은 건가."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그런 사치를 누릴 시간이 없다고. 나는 급히 몸을 날렸다. 아이샤가 있는 곳으로.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저 애, 도망칠 수도 없기에. "으으으으으." 공룡들이 내 쪽으로 온다. 나는 필사적으로 나무에서 떨어져, 다른 곳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 자신을 압도하는 거대한 공룡들의 모습에 질렸는가.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나의 시야를 꽉 채우는 오메이사우루스의 모습. "꺄아아아악 !" - 계속 - 후기)드디어 예고대로 나온 거대 공룡. 으흐흐흐흐. 티라노사우루스를 내보내지 못한 아쉬움을, 이것으로 풀고 말겠다아아아아 ! 자. 힘도 없는 상태의 레이니와 아이샤 가, 과연 어떻게 이 괴수를 상대하느냐. 좀 고생해봐라. 에헤헤헤. (퍽퍽퍽퍽퍽. 작 가를 향해 날아오는 바위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16 조회수 : 7 공룡 판타지 19-376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2) 쿵. 빠직. 나무가 오메이사우루스의 몸에 부딪쳤다. 나무가 뒤흔들리며, 무언가가 아래로 떨어 졌다. 그것은..... 바로 나. 마치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는 듯 했지만, 이것은 분명 히 나였다. 내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땅을 향해서. 하늘로부터. 툭. 투툭. 투투툭. 나뭇가지가 계속 부러지면서, 나는 아래로 떨어졌다. 필사적으로 파국을 멈추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런 내 저항은 부질없었다. 그대로 땅이 다가오고, 나는 충돌했 다. 쿵. 땅에 떨어진 내 몸이, 거센 충격으로 인해 튀어오른다. 그러다가, 다시 땅에 부딪친 다. 마치 돌맹이처럼, 나는 서너번 튕겨오르다가 그대로 굴렀다. 눈이 붉은 빛의 무 언가에 의해 덮인다. 뜨거운 무엇에게. "언니....." 그리고 나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아이샤 !" 허공에서 천천히 떨어져내리는 그녀를 받으려고, 나는 달려갔다. 하지만 거리가 너 무 멀었다. 아니, 달려가면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와 내가 만날 결과를. 하지 만..... "안 돼에에에 !" 허공을 향해 몸을 날린다. 그러나 내 손 끝을 살짝 스치고, 땅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아이샤. 그 작은 몸이, 땅에 부딪친다. 그리고 튀어오른다. 그리고 또다시 부딪친다. "젠장 !" 몸을 날려 그녀를 받아냈을때는,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한 소녀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그녀의 죽음..... "아니야 !" 아직은 아니다. 아직 이 아이는 죽지 않았다. 적어도, 심장은 뛰고 있다. 숨도 쉬고 있다. 아직 이 아이는 죽은 게 아니다. 다만, 좀 다친 것일뿐, 분명히 살 가망이 있 을 것이다. 이 아이는 튼튼하기로 유명한 드워프 종족이 아니던가. "죽지 마 ! 아직 죽으면 안 돼 !" 죽음의 문을 여는 그녀를, 윽박질러서 끌어낸다. 죽 늘어진 그녀의 몸에서, 아직 생 명이 느껴진다. 작지만 강한 희망이. 그녀를 부둥켜안고 외친다. "죽지 마. 반드시 살려줄테니까." 그 순간 내게 날아오는 죽음의 발길. 콰앙. 오메이사우루스의 거대한 발이, 내게 날아왔다. 몸을 날려 뒤로 피하지만, 뒤쪽은 모래사장이다. 착지하는 순간, 발이 미끄러진다. 그대로 나동그라지는 나. "이런 !" 몸을 굴려 일어난다. 기절한 아이샤를 안고, 그녀와 함께 피할 장소를 찾는다. 하지 만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갈 수 있는 곳은 모두 막혀있는 지금. "하필이면 이런...." 뒤쪽은 바다. 앞쪽은 두 마리의 공룡들. 옆으로 도망치려고 해도, 이미 때는 늦었 다. 내 발을 적시는 바닷물. 그렇다는 것은..... "정면돌파밖에 없다는 건가." 나는 앞을 올려다보았다. 공포에 질린 오메이사우루스의 모습과, 그 뒤에 선 거대한 괴물이 보였다. 내가 여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괴물의 모습이, 내 눈동자 에 가득 들어왔다. 하지만. '덩치가 크면, 빈틈도 많은 법이지.' 좀 위험하긴 하지만,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것이다. 어차피 저 공룡들의 눈에는, 나 와 아이샤는 하잘것없는 벌레로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존재 가치가 아니라 크기가 그렇다고.' 그래도 자신이 하찮은 존재가 되기는 싫은지, 덧붙이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그걸 따질 때가 아닌데도. 그럼. "미친 짓 좀 해 볼까." 나는 그대로 앞으로 달려들어갔다. 오메이사우루스를 향해. 그리고 앞의 거대한 공 룡을 향해. "히익 !" 순간적으로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앞으로 달려나오지 않을 걸. 그러나, 살고 싶으면 이 방법밖에 없다. 다친 아이샤를 바닷물속에 집어넣었다가는, 살아날 것도 못 살아날 테니까. 오메이사우루스의 앞다리를 피한다. 뒷다리가 허공에서 나를 향해 날아온다. 그것을 피한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콰아앙. 그 다리가 땅과 부딪칠때의 격심한 진동까지는, 예상을 하지 못했다. 발이 흔들리면 서, 나는 벌레처럼 날려가버렸다. 내 몸이 구부러지면서, 아이샤를 덮는다. 간신히 몸을 굴리면서, 옆으로 몸을 튕겨 일어선다. "더 이상 이 애에게 충격을 줄 수는...." 조금이라도 충격을 더 주게 되면, 이 아이의 부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 높은 나무 위에서 떨어졌으니, 허리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팔다리가 부러졌을 것은 당연 하고. 어쩌면 목까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아니, 머리뼈가 깨졌을지도 모르고. 그러 니. "작은 희망이라도 가지고 있으려면." 그러기 위해선, 이 아이를 무사히 이곳에서 탈출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을 듯 하다. "크우어어어." 내 앞에 선, 커다란 괴수가 있으므로. "일단 이 아이부터 빼돌려야겠어." 두 마리 공룡의 사투 사이에 그대로 서 있다가는, 둘 사이에 끼여서 눌려 터지고 말 거다. 게다가 이 아이를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이미 힘은 다 썼고...." 어제의 비행으로 인해, 이미 몸의 힘은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거기다가 지금의 격 심한 움직임까지 더한다면, 이미 내 힘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크에에." 오메이사우루스가, 내 앞의 거대한 괴수로부터 달아나고 있었다. 아마 괴수가 나에 게 신경을 쓴 틈을 타서, 필사적으로 도망친 덕이겠지. 바다의 모래사장에서 바다로 들어가, 약간 옆으로 돌아서서 다시 육지로 올라온 후, 오메이사우루스는 필사적으로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것의 의미는..... "결국... 이것은....." 괴수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다 잡은 고기를 놓쳤다는 것 때문일 까.... 괴수는 나를 향해 꼬리를 휘둘렀다 ! "히익 !" 몸을 날려 피하지만, 힘이 없는 탓에 움직임이 느리다. 거대한 꼬리가 내 머리위를 스치고 지나가며 나무에 부딪쳤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무가 부러져서 아래로 쓰 러진다. 필사적으로 숲 속으로 달려가는 나. '비록 조각숲이지만.' 어떻게든 이곳을 빠져나가서, 이 아이를 의원에게 보여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 가 취할 수단은.... "그렇지." 나는 나무위로 뛰어올라갔다. 나무 꼭대기에서 아이샤를 쳐들고 흔들자, 한 마리의 익룡이 날아왔다. 그녀의 익룡, 미리내가. "이 정도면 떨어지지 않을거야." 지금의 상태라면, 아이샤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그나마 드워프의 생명력이 질긴 덕택에, 아직도 살아있는 것일뿐. 아직 그녀가 살아있는 동안에 어떻게 하지 않으 면..... 그러나 나는 의사가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응급처치 뿐. 그나마 그걸 해줄 시간도 부족했다. 나는 아이샤의 부러진 뼈를 급히 맞춘 후, 나뭇가지로 묶어 고정시키고 나서 미리내의 등에 그녀를 잘 묶었다. 이 정도라면 흔 들리지 않겠지. 비록 급해서 완벽하게는 하지 못했지만, 일단 머리와 몸통만큼은 확 실하게 고정시켰다. 나는 미리내의 머리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비록 나는 익룡에게 말을 걸 능력이 없지만. "부탁해. 드워프 마을까지 아이샤를 데려가줘." 익룡의 본능으로, 드워프마을까지 잘 날아가기를 빌며, 나는 그렇게 부탁의 말을 건 넸다. 비록 익룡이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미리내는 힘차게 울고 는, 나무 아래로 뛰어내렸다. 거대한 날개가 퍼지고, 바람을 탄 익룡이 상승의 날개 짓을 했다. 서서히 하늘로 떠오른 익룡이 나에게 작별을 고한다. "휴우." 힘이 다 빠진 내가, 그대로 나뭇가지에 기대었다. 이걸로 한계다. 더 이상의 힘은 내게 없다. 그저, 아이샤가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는 가.... "크에에에엑 !" 난데없이 들려오는 익룡의 비명소리. "뭐야?" - 계속 - 후기)오메이사우루스. 쥬라기 후기에 중국쪽에서 살았던, 15m ~ 20m 길이의 공룡입니 다. 전형적인 긴 목과 약간 짧은 꼬리를 가진 공룡으로, 브라키오사우루스와 비슷하 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머리에 혹은 없지만. 그리고 나머지 하나. '괴수'는 제 맘대로 설정해버린 녀석입니다. 어차피 좀 있으면 글 중에서 설명할 듯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의 확대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돌 연변이라는 게 이럴 때는 좋군요. 쥬라기에는 티라노가 없지만, 알로사우루스의 돌연 변이로 몸집을 키워버리면.... 흐흐흐. 결국 나오고 마는군요. 극중에서 티라노라고 부르지야 않겠지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5-17 조회수 : 18 공룡 판타지 19-377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3) 눈에 거슬렸던가. 아니면 자기 먹이를 놓치게 한 데 대한 분풀이였던가. 거대한 공 룡이 꼬리를 휘두르고, 그 꼬리가 익룡을 향해 덮쳐온다. 아직 제대로 날아오르지 못 한 익룡을 향해서. 퉁. 하늘 위로 제대로 떠오르지 못한 익룡이, 그것을 그대로 맞는다. 하늘을 날기 위해 가느다란 뼈밖에 가지지 못한 익룡에게 있어, 그것은 너무나 큰 타격이었다. 바람을 타야 하늘을 날 수 있는 익룡에게 있어서, 그 타격은 그대로 종말을 의미했다. 한쪽 날개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리고 땅으로 떨어지는 익룡 미리내. 등에 아이샤를 태운채, 익룡이 나선을 그리며 떨어져간다. "안 돼 !" 내가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미리내의 날개가 부러졌는지, 날개가 펴 지지 않는다. 그 아래는 바다. 물에 부딪치면 충격은 줄어들지 몰라도, 그대로 바다 에 파묻혀버릴 거다. 지금의 내 기력으로는 물 속에 빠진 익룡과 아이샤를 끌어낼 수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내 몸에 남은 미량의 마력을 끌어올린다. 생존에 필요 한 최소한의 보험이었는데. 퍼펑. 내 몸이 허공을 회전하며, 그대로 익룡을 받는다. 익룡과 아이샤를 안고서, 다시금 발 아래에 마력을 터뜨린다. 바다 가까이에 있는 모래사장을 향해, 나와 익룡이 날아 간다. 발에 강한 충격이 느껴지면서, 나는 익룡을 던졌다. 등 위의 아이샤에게 가는 충격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모래사장에 팽개쳐지는 익룡. 하지만. "으윽."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더니, 그대로 모래 위에 쓰러졌다. 마력을 모두 소모한 탓인가. 내 몸이 뜨거운 모래 위를 구른다. "젠장." 그 이상은 무리였다. 내가 움직이는 것은. '이걸로 마력은 정말 바닥났군.' 살기 위해, 암모나이트 하나라도 잡아먹으려고 남겨둔 마력이었는데..... 그것까지 지금 소모해버렸다. 이젠 정말로 모든 것이 끝장인가. '차라리 저 놈을 한 번 쳐볼걸 그랬나.' 그런 생각도 해봤지만, 저 괴물의 약점을 알 수가 없었다. 내 마력이 그리 많지도 않았던 입장에서, 그 힘을 집중해서 녀석을 친다고 해도, 실패하는 순간 그대로 모든 것은 끝이다. 그래서 차라리, 아이샤를 떠나보낸 후에 시도해보려고 했건만..... "결과가 더 나빠." 이럴 줄 알았으면 죽든 살든 시도해볼걸. 하지만 그랬더라면 아이샤는 익사했을거 다. 게다가... 지금은 과거를 후회할 상황이 아니다. 전혀. 내 앞에 거대한 괴물이 서 있지 않은가. 나와 아이샤, 그리고 익룡 미리내를 노리고. 탐욕스러운 눈빛이 나 를 바라본다. '이젠 어쩌나.' 나는 탈진했고, 아이샤는 중상을 입고 기절했고, 익룡 미리내는 날개를 다쳐서 움직 이지 못하고.... 익룡이 기어가는 속도로는, 저 괴물에게서 벗어나기가 불가능하다. 하긴 저 정도의 괴수가 이곳에 서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않았지만. '돌연변이인가?' 그렇게 생각되었다. 아니, 그 외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림잡아 20여미터에 달 하는 거대한 몸집. 2미터는 될 듯한 머리. 몸 여기 저기에 돋아난 혹과, 멍이 든 듯 한 상처. 어떤 것을 보더라도 저건 정상적인 공룡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크기가 너무 커.' 20m를 넘는 몸길이라. 아무리 크게 자란다고 해도, 성장한 알로사우루스가 12m가 보 통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건 분명히 몰상식한 놈이다. 거의 2배에 달하는 몸길이 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놈이 있을 수 있지? '그나마, 알로사우루스보다는 느리군.' 빠르다고는 해도, 그것은 녀석의 덩치에 비해 빠르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정상적인 몸을 가지고 있었다면 충분히 달려서 도망칠 수도 있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 상황에 선 가정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다. '기절한 아이와 익룡을 안고서, 도망칠 수 있을까?' 고개를 저을 힘도 없지만, 그렇게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아이샤와 미리 내가 가볍다고는 해도, 둘을 합치면 지금의 내게는 버거운 몸무게가 되니까. 그렇다 는 것은.... '저 괴수를 여기서 막아야 한다는 건가.' 그건 더 말이 안 된다. 그럴 기력이 있으면 처음부터 걱정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지금의 내 몸에 마력이 있는가? 없다. 실오라기 하나만큼의 마력도 없다. 게다가. '생명력이라고 해봐야......' 숨쉴 정도야 남았지만, 그걸로 저 괴물을 쓰러뜨린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 하필, 내 가 기진맥진한 이런 상황에서 저 놈을 만나다니. 하필이면..... '하지만.' 만약에..... 지금의 내 모든 생명력을 한 점에 투입해서 사용한다면, 혹시 저 놈을 죽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외엔 이 상황을 뚫고 나갈 방법이 없다. 아니, 그렇게 생각되었다. 저 놈을 죽이지 못하면, 우리들은 모두 죽게 되지 않겠는가. 그 렇다면. '역시....' 그렇게라도 해봐야지. 나는 결심을 굳혔다. 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시 켜주기 위해서라면.... 하지만, 만약 내가 그렇게 한다면? 저 놈을 쓰러뜨린다고 해 도, 그 뒤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럼 이 아이는....' 아이샤는 결국 여기서 쓰러진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옆에서 돌봐줄 사람도 하나 없이. 그리고 저 놈의 시체를 향해, 다른 공룡들이 다시 몰려올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내가 기력을 다 소모해 죽어버리는 방법을 택한다는 것은, 그저 이 아이의 고 통을 연장시키는 것 뿐이 아닌가. 어떻게 하면 좋은가. 방법을 찾아내려고 하지만, 생각나는 방법이란 없다. 힘이 없는 처지가 이렇게 슬프다니. 마치 과거의 그날 같지 않은가. 내가 다섯 살때, 모든 것을 버리던 그 날처럼. "으.... 으응....." "응?" 아이샤가 깨어나는 건가? 신음하며 눈을 뜬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힘없이 말한다. "언니야....." 이렇게까지 기력이 없다니. 금방이라도 곧 죽어버릴 듯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서, 나는 억지로 기운을 냈다.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기에. "그래. 언니야. 아직 버틸 수 있니?" 아차. 실수했다. 그걸 물어보다간, 이 아이를 더욱 절망의 늪으로..... "아니......" 그렇지만, 듣고나니까 왠지 화가 나잖아 ! 이렇게 애썼는데, 결과가 고작 죽음이라 고? 난 아직 세이브도 못 구했는데, 이젠 이 꼬마까지 못구한다는 건가? 갑자기 울컥 하는 감정이 치솟는다. 내가 소리를 지른다. 자신도 없으면서. "이, 이 녀석이 ! 좀 더 버텨봐.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 그러나, 아이샤는 고개를 젓는다. 이미 현실을 알기에. 어쩌면 그게 현명한지도 모 르지. "하지만... 도리가 없는걸." 하지만, 억지를 부릴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마 !" 이 아이를 죽게 한다면.... "그래도....." 나는..... "그래도라는 말은 하지마 ! 넌 아직 안 죽었다고 !" 난 아직 죽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나는 그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아이는...... "하지만, 언니도 힘이 다 빠졌잖아.... 미안해. 내가 쓸데없이 겁만 집어먹지 않았 으면....." 냉정한 현실. 그리고 최후의 후회. 그렇지만 그런 말은 지금 듣기 싫어 ! "글세, 미안하다는 말은 할 거 없다니까 ! 나중에 돌아가서 그런 말을....."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순간적으로 내 입이 막혔다. 돌아간다. 돌아간다고? 그랬었 다.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나는 물론이고, 이 아이는 그대로 끝이다. 이런 중상을 입고, 이런 오지에 서 버려진 아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죽어선 안 된다. 반드 시 살아서, 이 아이를 사람들이 있는 곳까지 데려가야 한다. '언니.' 세이브의 모습이 내 눈앞을 스쳤다. 그래. 난 아직 죽으면 안 되는 몸이었지. 그 아 이를 살리지 않으면... 그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주먹을 움켜쥐는 나. 하지만 현실적으로 힘이 없다. 이래서는..... 그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방법. '하나 있어.' 힘을 얻을 방법이 하나 있다. 비록 지금처럼 기진한 상태에서, 정신조차 흐릿한 상 태에서는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그 외엔 살아날 길이 없으니. '한다.' 해낸다면,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 어차피 이대로 죽는것보다는 나을 게 아 닌가. 쉬잉. 거대한 괴물의 입이 우리를 향해 덮쳐왔다. - 계속 - 후기)힘도 없고, 마력도 없는데, 과연 뭘로 싸울 수 있을까요. 그건 제가 고민할 문 제니까 독자님들은 걱정마시고.... 하지만 레이니도 너무나 고생만 하는군요. (그게 누구 탓이더라?) 내일쯤이면 슬슬 이 괴물의 식사장면이..... (퍽퍽퍽 ! 작가 바위 맞는 소리) 제 목:[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8 관련자료:없음 [70576] 보낸이:곽재욱 (knock10 ) 2001-05-18 19:57 조회:75 공룡 판타지 19-378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4) 거대한 괴수의 턱이, 나와 아이샤를 향한다. 그리고 우리 위에서 다물어진다. 정확 히 우리의 몸을 노리고. 그 턱이 천천히 나를 향해 다가온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텐데도. '실패하면 죽음.' 아니, 그것은 나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겠지. 이 아이와, 저 멀리 끌려간 세이브까지 포함한, 모두의 죽음이다. 그들의 목숨이 내게 맡겨진 것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나 는..... 번쩍. 실패하면 죽음이 기다리는 마법, 그 힘이 지금 내게 맡겨진다. 그리고 나는 일어선 다. 모두를 위해서. 아니, 나 자신을 위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람들을 위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공룡의 턱이, 내 앞에서 멈추었다. 내 팔이 부러지는 듯한, 공룡의 턱힘. 그 것이 나를 밀어붙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는 끝이다. 저 거대한 이빨 사이에 잡히는 날엔, 그것은.... "그렇게 되진 않아 !" 억지로 소리를 지른다. 내 팔에 가해지는 엄청난 힘의 충돌이, 나를 쓰러뜨리는 것 을 막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다가는, 고통에 못이겨 쓰러질 것 같기에. 팔에 힘을 보낸다. 공룡과 나. 둘이 다 같이. 하지만 의지의 방향은 다르다. "으으윽... 으윽.....으아아아아 !" 비명을 지른다. 차라리 쓰러지고 싶다. 차라리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 팔에 가해지는 힘이, 그만큼 과도한 것이기에. 하지만 정신을 잃을 순 없다. 그러면 나 는..... '몸 안의 노폐물을 에너지화해서..... 그것을 팔로.....' 엘프 마법 10레벨을 익혔을 때, 그때 들은 말이었던가. 엘프 마법 9레벨은 몸 안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하는 것이고, 10레벨은 몸 밖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하는 것이 라고. 그렇다면, 10레벨을 익힌 내가 9레벨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른다. 결국 몸 안과 몸밖이라는 차이밖에 없기에. '하지만.' 그것은 한 가지를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었다. 몸 밖에서 전환된 에너지는, 몸 안으 로 전달되지 않고 그대로 허공에서 적을 향해 날아갔다는 것. 그렇지 않은 지금의 상 황에서는..... "으으으으으으으." 그 힘은 팔을 통해 가공할 힘을 발휘했지만, 그 대가로 몸 안에서 발생된 장소로부 터 팔로 이동하는 동안, 내 몸을 산산조각내고 있었다. 내장이 뒤흔들리고, 팔이 마 구 부서질 듯 진동한다. 그리고. 지극히 당연한 결과지만. 으직. 내 팔은 부러졌다. 오른팔과 왼팔, 전부.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다. 포기한다 면. '그럼 우린 다 죽어.' 나야 공룡에게 먹혀 죽어도 상관없을지 몰라도, 아이샤가 그렇게 죽어도 된다는 법 은 없다. 적어도 이 아이에게는 나보다는 밝은 미래를 줘야 하지 않겠는가. 간신히 동족들을 만난 아이인데..... 이대로 죽게 내버려두기에는..... '그건 안 되지.' 내 팔에 더욱 더 힘이 들어간다. 아니, 이제는 팔의 뼈가 다 부러져서 움직이지도 못한다. 이제 내 팔은, 근육의 힘이 아니라 내가 보내주는 에너지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에너지 자체를 조작해서, 팔의 근육을 억지로 짓누르고, 그 팔에 운 동에너지를 부여해서 움직이는 것일 뿐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 의지로 팔을 끌고 가 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리 튼튼해지지도 않았군.' 바위를 움직일 정도라면 상당히 튼튼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 다. 아니, 내가 힘을 너무 많이 썼나? 처음이라서 혹시 힘이 부족할까봐 약간 많은 양의 물질을 에너지화했던 것이지만. '그래도 난 1g도 전환시키지 않았다고 !' 아니, 그 백분지 일도 전환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작은 양의 물질에서 나온 에 너지는, 상식을 초월한 것이었다. 타인에게 쏘아댈때는 몰랐는데, 나 자신에게 사용 해보니 그 힘이 짐작이 갔다. 아주 고통스럽게 말이지. '이, 이 자식,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거야 !' 욕을 퍼부어주려는 순간, 공룡의 턱힘이 줄어들더니 뒤로 물러섰다. 서서히. '마력이 없어서, 죽기살기로 시도해본 건데....' 원래, 엘프 마법 10레벨이란 건, 라 브레이커도 쓰지 말라고 말렸던 마법이다. 그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해서, 얼마나 크기에 그런 소리를 하나 했더니..... '젠장. 이래서 그런 소리를 했던 거로군.' 아주 확실히 알겠다. 부러진 내 두 팔이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면서. 하지만..... '팔만 부러진 게 아니잖아 ! 이거.' 팔만 박살난 게 아니다. 내 뱃속에서부터 에너지가 흘러간 길. 그러니까 가슴 부위 일부와 어깨까지, 다 박살나버린거다. 아마 지금 옷을 벗어보면 온통 피멍이 들어있 겠지. 상황이 이렇게 급하면 보통은 고통을 잊을만한데..... 순간적으로 실없는 생각 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먹힐 걸.'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힘이 통해간 갈비뼈, 팔뼈, 어깨뼈등이 마구 흔들리는 것 같다. 비명이라도 지르고 주저앉아야 정상이지만, 내 코 앞에 서 있는 저 괴수를 보면, 그럴 여유가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니, 뼈가 부러지게 느낀다 ! "망할 자식 !" 욕을 더 퍼붓고 싶지만...... 내 입은 여기서 닫힌다. 그도 그럴 것이.... 갈비뼈가 부러졌는데 그런 소리를 한다면..... 부러진 뼈가 마구 움직여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젠장. 말 안 할 걸. 아니, 숨도 쉬기가 힘들다. 이래가지고 어디 싸우기나 하겠나. 하지만, 그 대가는..... '몸에 힘은 돌아왔어.' 과다할 정도의 힘이라서 문제이긴 하지만. 조심하지 않는다면, 이번엔 어디가 또 부 러질지 모른다. 그러나. '저런 괴수라면 힘을 아낄 수가 없잖아 !' 문제는 그것이다. 무기도 없이 상대를 막으려면.... 오직 이런 수밖에 없는가. 게다 가 마법을 완성시켜 상대를 향해 내뿜으려면, 정신이 집중될 시간이 필요하고... 그 동안 아이샤는..... '상상하기도 싫어.' 문제가 아주 크군. 하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다. 아직은 살 기회가 있는 것이다. 지금의 아픔을 생각한다면 당장 자살해버리고 싶지만...... '난 살아야 해.' 내가 죽으면 아이샤는 어떻게 되는가. 세이브는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쥬린 제국 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제국에 전란이 일어나, 피바람이 부는 것을 지켜볼 것인 가. 세이브가 그 변태 녀석에게 잡혀서 희생되는 걸 보고 싶은 건가. 아이샤가 공룡 들의 식사가 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모두 나에 대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나 자신에게 있어, 삶은 무슨 의미였 지? 잠시 드는 의문. 그러나 그 의문을 몰아내는 생각. '난 살고 싶어.' 이렇게 아픈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의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솟아오르는 삶의 의욕. 그것은..... 내 머리에 스쳐가는 람포의 모습. 죽은 자를 연상케하는 그 녀의 모습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아.' 그녀는, 죽었다고 생각한 나의 환영에 의해, 그렇게 말라버렸다. 황폐해진 그 아이 에게 다시금 빛을 던져주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보다는...... "난 죽기 싫어 !" 내가 다섯 살때에 느낀 그 느낌. 그것이 내게 다시금 떠올랐다. 그래. 그것은...... '결국, 난 살고 싶었던 거야.' 삶의 의미니, 과거의 고통이니, 현재의 부담이니, 그런 거창한 말을 하기 전에, 근 본적으로 내가 가졌던 욕망. 그것은..... '난 살고 싶은 거야.' 생명이 살아가는데 있어, 이유가 필요한 것일까. 그저, 살고 싶어서. 람포의 그 모 습처럼 되기 싫어서. 그것만으로도 내가 살아가는데 족한 이유가 되는 것일까? 그런 시시한 이유로라도? 단지 죽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이 아이는?' 잠시 아이샤를 돌아본다. 그녀의 얼굴이 한가닥 희망으로 물들어있다. 그 희망속에 품은 그녀의 마음은...... '난 이렇게 허무하게 죽기 싫어. 언니... 제발 힘내요.' 그래. 그것이 내게 주어진 답이 되었다. 비록 내 인생은 살고 싶다는 몸부림으로 채워지더 라도, 이 아이는 다르다. 좀 더 훌륭한 삶을 추구할 가능성이 이 아이에게는 있었다. 그렇다면. '그 가능성에 걸어보자.' - 계속 - 후기)레이니가 사용한 엘프 마법 9레벨에서, 그 힘을 방출하는 순간 몸이 다 부서지 는 상황. 사실 따져보면 당연한 겁니다. 사람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사용하는 데, 그 몸이라고 견딜 수 있을리 없지요. 한 번 5000kg을 한 손으로 들어보세요. 들 수도 없을 뿐더러, 든다고 해도 그 정도 힘이라면 아마 독자님의 팔뼈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질 겁니다. 자신의 힘과, 들어야 하는 짐의 무게에 못 견디고 말 이지요. 레이니에게 일어난 현상은, 바로 그래서 일어난 겁니다.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79 첨부파일 :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22 등록일 : 2001-05-19 11:45:45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6935 bytes 공룡 판타지 19-379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5) 설령 그것이, 단순한 삶에의 욕심이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이 아이를 살려주기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의의는 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헛된 희망일지라도.' 내가 못하면 다른 사람이, 그가 못하면 또 다른 사람이.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는.... 훌륭한 삶. 가치있는 삶. 그런 것을 추구할 수 있겠지. 이렇게 사람들 을 하나씩 구해가다보면, 언젠가는 그런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삶의 의의는 충분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같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이상한 사람의 존재도,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닌 생을 살 수 있게 되겠지. 내가 못하더라도, 그들의 손에 의해서. 그것으로 족하 지 않은가. 나처럼 살고 싶어 발버둥친 사람의 가치도, 그렇게 된다면..... '지금은 그것으로 족해.' 타인을 죽이면서 살아온 인생이, 만약 타인을 살려주면서 사는 삶으로 바뀌게 된다 면.... 그것으로 조금은 어머니에게, 내게 죽어간 사람들에게 빚을 갚는 것일까. 물 론 그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살아난 사람들에겐 기회가 되겠지.' 당장은, 이것으로 족하다. 나머지는 천천히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살아난다면.... '그럼 난,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까.' 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 비틀비틀. '꼴 사납군. 내가 생각해도.' 아마 온 몸은 멍이 들어있을 것이다. 아니,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뿐인 가. '팔은 부러져서 덜렁덜렁하고.' 아마 피부 밑은, 피투성이일거다. 내출혈이 일어났는지, 겉보기에도 그리 좋은 상태 가 아니다. 이런 꼴이란..... '죽은 사람의 팔같아.' 어차피 치료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지만,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일단 내 앞에 선, 저 괴물을 어떻게든 해야 할 게 아닌가. 하지만. '너무 크잖아.' 적어도 20m는 되는, 거대한 육식공룡이라. 그에 비하면 나는 초라하다. 팔이 다 부 러지고, 무기는 없는, 한마디로 말해서 상대도 되지 않는다. 겉보기에는. '이건 불공평한 게임이잖아.' 투덜거리고 싶지만, 입을 열 힘도 없다. 아니, 입을 열었다가는 당장 온 몸에서 통 증이 올 거다. 불만을 속으로 삼키면서, 떠오르는 생각. '이대로 죽으면.... 맛도 없겠어.' 공룡의 입장에선, 그런 생각이 들 거다. 몸이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먹이라. 잘 씹히 기나 할지 모르겠다. 가만. 가만. 이게 무슨 실없는 소리냐. '일단, 현실적인 것부터 생각해보자.' 나를 노려보는 저 괴수를 처치하고 나서... 가만. 서로 상대의 빈틈을 노리는 것은 변함없지만, 저 녀석을 뭐라고 부르나. 실없는 생각이지만, 한참동안 저 녀석의 얼굴 만 노려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망할 놈. 어지간하면 포기할 것이지. 왜 자꾸 나만 노려보는거야 ! '하긴 뒤돌아서면 당장 공격할 셈이긴 해도.' 녀석이 등을 보이면, 아마 한 방 먹이고 나서 게걸스럽게 식사를 할 게 뻔하다. 상 대 역시 그런 생각일테고. 생각하는게 고작 공룡 수준이라니 한심하긴 하지만, 어쩌 겠는가. 상황이 그런걸. 게다가. '저런 괴이한 녀석을 본 적도 없고.' 키가 20m. 아니, 그 이상은 될 듯 하군. 거기다가 내 키보다 더 굵은 꼬리, 거대한 두 다리. 그런데.... '앞다리는 좀 작다.' 생각보다는 작다. 정말 작다. 그러나, 근육이 붙은 걸 보니 역시 보통은 아니다. 사 람 하나쯤은 우습게 찢어버리겠는걸. 그럼 저 자식을 뭐라고 불러줘야 할까. '공룡의 왕이라고 부를까? 저 정도의 크기의 육식공룡이라면.' 공룡의 왕. 저 정도의 크기면 당연하다. 저런 놈과 대결할 공룡이 솔직히 어디 있겠 느냔 말이다. 저런 거대한 몸집에 겁나게 돋아난 이빨들, 그리고 꼬리와 뒷다리의 무 지막지한 크기를 본다면 말이다. 물론 돌연변이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지만. '절대 성군은 아냐. 폭군이지.' 그럼 결정되었다. 저 놈의 이름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osaurus rex : Tyranos폭군 + saurus도마뱀 + rex왕)가 좋겠군. 나한테 감사해라. 네 이름을 지어줬으니까." 나는, 눈 앞의 괴수를 향해 그렇게 외쳤다. 그러나..... '으윽.' 갈비뼈가 울린다..... 이런. 다쳤다는 걸 깜박 잊고 있었군. 한심하기도 하다. 게다 가, 그 잡생각의 대가는 엄청났다. 상대가 그 거대한 뒷다리를 들어.....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마치 태풍이 부는 듯하다. 그리고. '히이이이익 !' 어마어마하게 큰 뒷다리가 날아왔다. 날카로운 발톱을 보니, 간담이 서늘해진다. 이 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튀자.' 원래는 그게 현명한 판단이고, 나 혼자 있었다면 그렇게 행동했을 거다. 그러나. '섯불리 움직이면 아이샤가 죽어.'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금 위치에서 아이샤를 움직일 순 없고, 마법을 만들어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몸으로 떼워야지.' 두 팔을 든다. 아니, 내 의지로 끌고 간다. 팔이 상대의 뒷다리, 정확히 말하면 발 톱을 잡는다. 그리고. "이야아아압 !" 갈비뼈가 비명을 지르지만, 방법은 없다. 다시금 힘을 가할 수밖에. 그리고. 투퉁. 다시금 밀려나는 상대의 발. 하지만 그 대가는 정말 아팠다. 그도 그럴것이.... 으직. 우두둑. '내, 내 다리 !' 오른쪽과 왼쪽, 모두 다 부러진 것이다. 무슨 저렇게 터무니없이 힘센 공룡이 다 있 냐 ! 정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라니까 ! 순간적으로 비춰지는 붉은 빛. 그것이 내 눈 을 메운다. 혹시... 내 피인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다만, 주위 하늘이 붉은 빛을 띄고 있을 뿐. '시간은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군.' 아주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긴 그럴만도 하지. 둘이 대치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역시 위기감을 느끼면 시간은 느리게 가는 것인가. 하지만 잡생각은 이걸 로 끝 ! 나는 다시금 전투 태세를 가다듬었다. 저녁노을이 사라지고, 밤하늘에 별이 뜬다. 별들을 배경으로 하여, 나와 티라노는 그렇게 서 있었다. 조용히. 그러나 격렬한 공격성을 서로 숨긴채. 그리고. 촤아. 바다에서 들리는 파도소리. 그것만이, 우리들 사이에 흐르는 소리였다. 멋진 음악이 다. 하지만 나로선.... '그만 끝내자.' 언제까지나 대치할 수는 없다. 아이샤의 상태도 걱정이 되고, 이렇게 계속 서 있을 만한 체력도 나에겐 없으니까. 적어도 팔다리가 모두 부러진 상태에선 말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강제로 버틸 힘도 사라질거야.' 한 번 더 엘프마법 9레벨을 사용하면 별무리없지만, 그랬다가는 몸이 폭발해버릴지 모른다. 게다가..... '어차피 지금 있는 힘만으로도 충분해.' 그래. 모든 것을 끝내자. 지금 말이다. 내가 움직였다. 콰앙 ! 내가 앞으로 달려나갔다. 티라노사우루스도 앞으로 달려나왔다. 강력한 진동이 어둠 속을 울린다.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둘. 하지만. "이얏 !" 팔다리가 덜컥거린다. 하긴 부러졌는데 당연하지.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순 없다. 비 록 몸이 못쓰게 되었다고 해도, 아직은 움직일 수 있다. 위대한 마법의 힘을 빌어서. 그리고, 나는 아직 죽지 않은 것이다. '이 고통 자체가 산 자의 증표야 !' 내게 죽어간 사람들도, 이런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이제야, 그들의 마지막이 어렴 풋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비록 죽을 때까지 그들의 심정을 알 수는 없겠지만. "질 수는 없어 !" - 계속 - 후기)결국 티라노사우루스를 내보내는군요. 좀 이상하게 내보내긴 했지만. 단지, 그 이미지가 그렇다고 티라노사우루스란 이름을 붙여버리는 레이니도 그렇지만, 그 크기 가 좀 과도한게 아닌가.... (그게 소설의 재미 아닌가....) 어쨌든 실제 티라노사우 루스는 20m씩이나 되는 녀석이 아닙니다. 더 작아요. 이 점만은 다들 알고 계시길. 물론, 이 녀석은 원래 백악기에 사는 놈입니다. 여기서 나온 건 어디까지나 돌연변 이로서, 그 이미지만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이름 뜻은 위에 있지요?)라는 거지요. 하 긴 20m라면 능히 공룡의 왕이라고 불릴만한 육식공룡이겠지요. 다만, 전 만나고 싶지 않군요. (죽기 싫어 !)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80 [70762]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 회 수 : 127 등록일 : 2001-05-20 20:44:33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6571 Byte 공룡 판타지 19-380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6) 하늘로 치솟아오른다. 부러진 두 팔을 억지로 들어올린다. 근육이 아닌, 에너지 그 자체를 다루는 방법으로. 힘없이, 그러나 확실히 두 팔이 하늘로 들렸다. "지금이다 !" 팔에 힘을 흘려넣는다. 부러진 팔이 다시금 떨린다. 강렬한 힘의 흐름에 의해. 하지 만. "이 정도는 괜찮아 !" 억지로 소리를 지른다. 비명을 지르고 싶기에. 악을 쓰듯이 외치면서, 나는 팔에 허 상의 검을 만들어냈다. 그것으로 녀석의 머리를 내리친다. 고통으로 시야가 흐려지지 만... 그러나. "이야아아압 !" 흐트러지는 정신을 억지로 잡아누르며, 공룡의 거대한 머리 위로 날아오른다. 그리 고 녀석의 머리를 내리친다. 파직. 밤하늘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 쿵. 콰앙. 콰콰쾅. 상당히 요란하게, 땅으로 떨어졌다. 그 한 방이 내 한계였을까. 아니면 그 일격에 너무나 정신을 쏟은 탓이었을까. 착지에 쏟을 정신이 없었던 탓인가. 그대로 몸을 굴 리며, 모래사장 위에 떨어졌다. 몇 차례 몸을 굴린 후에야, 간신히 몸을 세운다. 이 런... 이런..... "우으. 퉤. 퉤." 입 안에 모래가 들어갔군. 하지만 그런 시시한 문제는 나중에 따지고. 몸을 억지로 붙잡고 일으킨다. 근육이 아니라, 의지와 마력에 의해. 하지만 상대는? 약간은 기대 에 찬 눈길로 녀석을 바라본다. 어디. 어디. 어디? "이....걸로..... 결정이....." 결정났으면 좋겠지만.... 괴물은..... 쓰러지지 않았다 ! 녀석은 잠시 비틀거렸을 뿐,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간다. "실패인가?" 녀석이 꼬리를 흔들며 앞으로 걸어가더니, 고개를 숙인다. 그 장소는 바로..... "안 돼 !" 내 몸이 움직인다. 아니, 내 의지에 의해 끌려간다. 그리고 내 팔을 녀석의 꼬리에 가져간다. 비록 한 방 맞으면 이번에야말로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대로 있으면 아이 샤가 죽을 게 아닌가. 그녀가 목숨을 빼앗기기 직전의 상황인걸. "이 녀석 ! 네 상대는 나란 말이야 !" 온 몸이 부서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대의 꼬리를 팔로 잡는다. 아니, 팔을 가져가서 붙였다. 하긴 이미 다 박살나버린 몸이긴 하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상대를 잡아당겼다. 그런데.... 이런 게 잡아당기는 거 맞나? '팔이 다 부러진 주제에.' 이건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미는 거라고 해야 할지도..... 어쨌든 나는 운동에너지 를 팔에 발생시켜서, 그대로 위로 끌어올린다. 팔이 끌려올라가고, 공룡의 꼬리도 들 린다. 그리고. 우두둑. '아직도 부러질 뼈가 남아있었나?' 아니, 이건 팔뼈가 아니다. 허리뼈다. 난 이제 망했군..... 순간적으로 스치는 생각 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여자애니까, 망한 건 아니라고. 아니라고. 그러나. '이상한 상상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싸워야 할 상황이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다 부러진 주제에.' "꺄아아아악 !" 내 입을 향해 덮쳐오는 거대한 괴물. 나는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이젠 끝이야. 팔 다리가 부서져서 움직일 수도 없고, 그저 미리와 함께 최후를 함께 하는 것만이 위안 인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 "크억." 공룡의 입이 허공에서 멈춘 것이다. 공룡이 몸을 떨다가, 갑자기 하늘로 끌려올라간 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허공을 바라본 내게 보인 것은, 거대한 공룡의 꼬리를 잡고 하늘로 솟구치는 언니의 모습이었다. "언니 !" 이미 온 몸이 부서졌다. 팔도, 다리도, 허리도. 아마 조금 있으면 목도 부러질테지. 하지만, 목만은 안 된다. 녀석을 들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목이 부러지면 목숨이 온전치 못하니까.' 다른 곳이야 운동에너지를 변환시켜서 억지로 움직여도 되지만, 목만은 안 된다. 그 대로 숨이 끊어져버릴테니까. 그러니 나는..... 이대로 죽을 순 없지 않은가. 아직 내가 할 일이 남아있는데. 그렇다면, 목이 부러지기 전에..... "여기서 끝내겠어 !" 공룡을 허공으로 던졌다. 그 거대한 몸이 하늘로 날려가고, 달을 가린다. 조금있으 면 다시 떨어질테지. 그 전에 결말을 낼 준비를 한다. 내 손에 힘이 모여들어가고, 그 힘은 불꽃을 뿜었다. 파직. 내 두 팔에서 힘이 뻗어나왔다. 손끝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지만, 개의치 않는다. "이것으로 몸을 못 쓰게 되더라도." 살타는 냄새와 함께, 팔의 힘은 점차 가지런히 배열되어, 하나의 검을 이루어간다. 허상의 검. 아니 이것은 빛과 열, 그리고 마력과 생명력을 뒤섞은, 또다른 검. 빛의 검. 그것이 내 손에서 뻗어나왔다. 그 찬란한 광경을 보며 외친다. "난 움직일 수 있어." 팔다리가 마비되더라도. 몸을 못쓰게 되더라도, 에너지를 자유로이 다룰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 애를 구하러 갈 희망이 있으니까. "비록 어떤 고통이 더해지더라도." 손을 허공으로 쳐든다. 아니 손에 힘을 가해 허공으로 향하게 한다. "나는 약속을 지킬거야 !" 손에 맺힌 빛이 푸르게 변한다. 발광하는 나의 손. "받아라 !" 다시 내게로 떨어져오는 티라노. 이미 끝을 예감했는지, 공룡의 눈빛이 슬퍼보인다. 하지만 그 눈빛은, 마치..... '어머니?' 어째서였을까. 그 순간 어머니가 내게 스쳐간 것은. 순간적으로 생각이 떠오른다. 아니, 티라노의 생각이 내게 전해진다. 그것은... '나와 같아.' 내가 생각한 것과 같다. 저 녀석이 생각한 것은... '죽기 싫다는 건가.' 나와 같은 마음. 공룡에게서 그런 걸 보다니. 의외였긴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 다. 내가 너를 놓아주더라도, 너는 다시 우리를 향해 다가오겠지. 너 자신이 살기 위 해서. 그렇다면, 내가 해 줄 것은 하나. '어차피,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살기는 틀렸어.' 내게 저 공룡을 돌아볼 여유는 없다. 아니, 저 공룡을 치유해줄 방법은 없다. 그러 니, 저 공룡은 땅에 떨어져죽거나, 아니면 큰 부상을 입고 천천히 굶어죽어가겠지. 그렇다면, 내가 해줄수 있는 것은, 녀석을 편안히 떠나보내는 것. 단지 그뿐인가. '그래.' 녀석에 대한 원한이 햇빛맞은 안개처럼 사그라진다. 결국, 녀석은 나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싸운 것이니까. 그것은... 그것은... 삶에 대한 욕망. '단지, 내가 조금 더 운이 좋았기 때문인가. 내가 살아남는 것은.' 이제는 녀석을 원망하고 싶지 않았다. 녀석이 비록 아이샤를 부상입혔음에도 불구하 고. 녀석이 아이샤의 익룡을 쳐서 떨어뜨렸는데도. 내가 느낀 것은, 나와 티라노를 위한 연민. 그것뿐이었다. 녀석은..... '저 녀석은, 단지 살기 위해 싸운 거였으니까.' 녀석은, 단지 살기 위해 우리와 싸운 것이다. 인간이 삶을 위해 다른 생명을 먹는 것처럼, 저 녀석도 그렇게 했을 뿐이다. 원한이 아니라, 삶을 위해 싸우고, 지금 내 게 패하는 것이다. 그것은 선악의 문제가 아닌, 생명을 향한 의지의 싸움. 그 싸움에 서 나는 이긴 게 아니다. 단지 살아남은 것 뿐이지. '녀석을 원망할 필요는 없었던 거야.' 그 순간에 어머니가 떠올랐던 것은, 저 공룡과 똑같이 삶을 갈망했던, 어머니의 눈 동자가 떠올랐기 때문이었을까. 비록 검에 의한 죽음이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티 라노의 목숨 역시 내게 의해 사라져가는 것이다. 아니, 내게 맡겨지는 것인가. 그렇 다면..... '그래.' 녀석 몫까지 살자. 저 거대한 공룡의 몫까지.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 마디 말이 새 어나온다. 그것은. "고마워." 내 손이 번쩍이고, 빛의 검이 공룡을 갈랐다. 공룡의 몸이 절반으로 쪼개지면서, 그 피가 나를 향해 쏟아진다. 하지만 그 피의 비를 피할 생각은 없다. 이것이 내가 살기 위해 치루는 대가였으므로. "잘 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그리고 모든 것은 끝났다. - 계속 - 후기)상황 종료인가. 어쨌든 이렇게 해서 공룡을 잡았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81 [70835]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 회 수 : 28 등록일 : 2001-05-21 20:32:13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6605 Byte 공룡 판타지 19-381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7) 베어진 생명. 남겨진 생명. 그리고 기다리는 생명. 그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나는 아래로 내려간다. 붉은 빛을 품으면서. 하지만. 쿵. 다리를 땅에 딛는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통증. 그동안 삼켜두었던 비명이, 내 입에 서 터져나온다. 처절하게. "으으....으아아아아악 !" 싸울때는 신경을 쓸 수가 없어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아니 의도적으로 신 경을 쓰지 않았지만, 일단 싸움을 끝내고 나니 그게 아니다. 억지로 밀쳐두었던 현재 의 상황이, 나를 차갑게 엄습해왔다.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 나동그라지지만, 그 고 통은 사방에서 나를 덮쳐왔다. 팔, 다리, 허리, 어깨, 가슴..... 어디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아니, 단순히 아프다는 말 만으로는 표현할 수가 없다. 그것은 죽음 을 달콤하게 보일 만큼의 유혹. "으으으..으으으으으으......" 비명을 지를 기운조차 없다. 잠시동안 소리를 지르다가, 나는 그대로 모래사장에 늘 어져버렸다. 으드드드. 어디 한 군데만 부러졌다면 차라리 나을텐데.... 모든 부위가 다 부러졌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여기서..... 떠나야 해.' 이대로 있으면, 결국 아이샤도 나도 저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테니 까.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역시 쉽지 않다. 일어서려고 해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어쩌라고... 결국 다시 주저앉았다. 아니, 일어서지도 못했다. '이렇게.... 끝인가.....' 아이샤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세이브의 모습. '어?'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하지만 그것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세이브, 그 아이의 모습이, 내 눈에 비춰진다. 그것은, 과거의 잔상. 그렇다면..... '지금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아마, 비슷한 상황을 떠올린 탓이겠지. 비슷한 일을 만났기 때문에. 그러나 그때의 것이 과거. 바꿀 수 없는 과거라면, 지금의 것은 현실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저 아이를 데리고, 안전한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 사람이 있는 곳까지만 날아간다 면, 그 뒤는 의식을 잃을 권리를 찾을 수 있겠지. 그리고.... '어차피 내 몸은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어.' 완치는 되지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그러니, 일단 나 자신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저 애는....' 나처럼 마법을 지니지 못한 저 애에게는, 다리를 못쓰게 되는 것이 치명상이다. 팔 을 못쓰게 되는 것이 큰 타격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저 애를 옮기지 않으면..... '마법을 한 번만 더 사용하면, 어떻게 될거야.' 내가 견딜 고통의 양이 좀 더 증대되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의식을 잃은 아 이샤를 향해 기어가서, 손을 그녀에게 가져갔다. 이제 이 아이를 안고서, 하늘로 날 아오르면..... 정신을 집중했다. 비행을 위한 힘을 만들기 위해. "그럴 필요는 없어요." 누, 누구야? "여기까지 잘 해냈군요. 미나르, 아니 레이니양." 그 목소리, 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고개를 간신히 돌려서 본 방향에 선 사람 은..... "라피스 !" 검의 라비린스 키퍼, 라피스 엑실리스지? 지금 말한 사람은. 그리고, 그녀의 옆에 선 사람은..... "셀 !" 그녀가 두 손을 모아쥐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눈가가 약간 젖은 듯한데, 비라도 오나? 하지만 지금의 날씨는..... "여기까지 해낼 줄은....." 그녀가 어째서 울고 있는거지? 내가 영문을 모르고 서 있는 사이에, 라피스가 나를 향해 걸어온다. 그리고 내 몸에 손을 엊는다. 그녀의 손에서 빛이 뿜어지면서..... 파직. 내 몸안에 무언가가 들어온다. 이것은..... 미세한 원자들인가? 그 원자들이 분자화 되어 내 몸 구석구석에 퍼져가고, 그것은 내 세포에 작용해서 몸을 자라게 했다. 내 몸의 상처들이 점차 메꾸어진다. 부러진 뼈들이 제 자리로 돌아간다. 천천히. 천천 히. 그러나 확실히. "....." 내가 말없이 누워있는 동안에, 내 몸은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몸으로. 내가 두 손을 모래사장에 짚고 편다. 몸이 서서히 펴진다. 아무 통증도 없이. "?" 어째서 그녀는 나를 치료해주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내 앞에서, 그녀는 쓰러 진 아이샤와 미리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빛을 뿜자, 잠시 후 둘 은 눈을 깜박거리며 일어났다. 치료를 끝낸 라피스 엑실리스,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 의 라비린스 키퍼인 그녀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수고하셨습니다. 나의 주인님." "에에에에엑?" 그게 무슨 소리야? 여태까지 막말을 일삼던 검의 일부라기엔, 너무나 순한 말투인 데? 게다가 주인님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이미, 검의 계약으로부터 도망친 몸 이 아닌가? 그런데 왜? 어리둥절한 나를 향해, 그녀가 입을 연다. "그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인간이 이 별에 유배된 후 어언 몇 억년이었는지. 그 긴 세월동안 이 순간만을 기다렸......흑. 흐흑......" 그녀의 목소리가 잦아들더니, 나에게 기댄다. 그리고 운다. 그녀의 감정이 내게 흘 러들어온다. 하지만 이건 어찌된 일인가. 그녀의 말은 무슨 의미이고? 멍해진 나를 향해, 셀이 말한다. "축하해. 밀크. 나는 해낼 수 없었는데, 넌 해냈구나. 갑자기 부러워지네." "?"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나와 아이샤. 그리고 미리내. 익룡이 머리를 들어 하 늘을 보며 운다. 마치 나를 놀리는 것처럼. 그럼 자기는 이해했다는 건가? 아침. 여기는 해안가. 어젯밤, 나와 아이샤가 죽음의 문 앞에 갔던, 바로 그 장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아." 한심하지만, 그 뒤에 나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긴장이 갑자기 풀리니까,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모양이다. 라피스의 마법은, 몸을 치료하기는 해도 피로를 풀어주지는 못하는 모양이지? 눈을 비비며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보인 것은, 내 옆에 꽃혀있는 나의 검, 라 브레이커와, 그 옆에서 자고 있는 아이샤와 미리내.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셀. "벌써 아침인가." 어젯밤의 일은 꿈일까. 그러나 저 멀리 보이는 핏자국이, 그게 꿈이 아님을 보여주 고 있었다. 비록 공룡의 시체는 볼품없이 변해있었지만. 아마, 다른 공룡들에게 뜯긴 모양이겠지. 그것이 한 생명의 최후의 운명인가. 공룡의 왕이라고 불렸던 존재치고 는, 너무 허망한 죽음인걸. "그렇지도 않아." 나를 향해 걸어오며 말하는 셀. 그녀의 얼굴이 쓸쓸함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 좀 묘 한 표정인 걸. 하지만. "생명은 태어나서 자라고, 자손을 낳고 언젠가는 죽는다. 그것이 자연의 정해진 법 칙인걸." 그 말을 할 때의 그녀의 표정은, 어째서 티없이 맑게 보였던 걸까. "....." "....." 한동안은 침묵한다. 나도, 그녀도, 할 말은 많은데 입을 열 수가 없다. 생각이 온통 뒤섞여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셀........어......언........" 이런. 아직은 '언니'라고 부를 수가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나'라고 부른 상 대에게, 갑자기 언니라고 부른다?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잘못된 말이라는 생각이 든 다. 비록 그것이 올바른 말이라고 해도. "누나라고 불러도 돼." 웃어보이며 말하는 셀. 그녀의 표정은 꾸밈이 없었다. 그래. 어차피 조금씩 고쳐나 가면 되겠지. 나는 웃으며 답한다. "알았어요. 누나." 풋. 나도 모르게 터지는 웃음. 하긴, 여자애가 누나라는 말을 쓰는 것도, 좀 이상하 지 않은가. 나와 셀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소리없이. 파도소리만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 계속 - 후기)잊어버리고 있던 검과, 잊혀진 존재였던 셀이 나타났군요. 그런데... 도대체 어 떻게 된 일인가? 왜 이제서야 나타난 걸까. 그건 내일 연재할께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82 첨부파일 :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17 등록일 : 2001-05-22 20:15:27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6246 bytes 공룡 판타지 19-382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8) 잠깐동안의 침묵. 그리고 그 끝.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하여,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좀 늦은 것 같네요." 와 준 것은 고맙지만, 그동안 그녀는 뭘 하고 있었을까. 그녀의 마음에 새겨진 안타 까움을 내가 알아보지 못했었다면, 나는 화를 냈을 것이다. 분명히.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런 그녀의 표정은, 마치 한 줄기 따스한 바람같았다. 악의가 없는 그 모습에는, 분노를 퍼부울 충동이 일지 않는다. "그런가요." 고작 그 정도로 말이 맺어지고 만다. 한심해. 하지만 그녀가 나의 호위기사가 아닌 이상, 그렇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닐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녀는..... "날 원망했을거야. 어젯밤까지." "아, 아뇨." 왜 그녀에게 원망을 하겠는가. 원망하고 싶어도, 원망할 대상도 없었지 않은가. 검 을 버린 것은 결국 나이고, 기세좋게 나갔다가 하늘에서 추락한 것도 결국 나인데. 그런데 어째서 그녀에게? 영문을 모르겠다는 나에게 답하는 그녀의 한 마디. "나, 네가 고생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어." "네?" 잠시 굳어진 나. 순간적으로 밀려오는 원망. 그럼, 그녀는 내가 기진맥진한 것을 보 고도, 내가 괴물에게 맞아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도, 나를 도우러 오지 않았 다는 건가? 섭섭하다는 감정이 내 몸을 떨리게 한다. 그동안 내가 겪은 고통 때문에. 그런데. "!" 셀의 마음에 실린, 무거운 무언가. 그것이 나를 가로막았다. 비록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나를 잡아누르는 어떤 압박감. '마법인가?' 그렇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것은 차라리 슬픔. 무력감. 그리고 안타까움. 그런 감정들이 내게 느껴지면서, 분노한 나의 마음을 잡아누른다. 이건 도대체 무엇인가. 내 얼굴을 쳐다보던 그녀가 깜짝 놀란다. 그리고 말한다. "너..... 내 마음을 읽었니?" 그녀가 얼굴을 붉힌다.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나? 그러나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 다.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기에, 그저 조용히 고개를 저을 뿐. 안심한 듯이 한숨을 쉬는 셀. "다행이네. 좀 부끄러운 일이라서, 말하기 싫었거든." "?" 그리고는 입을 다물어버리는 셀. "바닷바람이 시원하네." "그렇네요." 한동안 그 말만이, 우리 사이를 떠돌고 있었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묻고 싶지만, 아까 느낀 셀의 어두움이 마음에 걸려서, 나는 말없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묻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네. 밀크." "....." 당연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만, 그 말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것은 다만 한숨뿐.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바다의 파도소리. 그리고 물보라. 그것이 내 발 끝에 닿으려다가 힘을 잃는다. 그리고 다시금 물러나간다. "아마 궁금한 게 많을 거야. 일부는 검이 답해주겠지만, 나머지는 내가 답할 수 있 겠지. 물어봐. 묻고 싶은 게 많을테니."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는다. 어째서 그것이 힘없이 느껴졌을까.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그녀의 손을 마주잡았다. 내 입이 열린다.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면....." 가급적 감정을 억제한다. 그러지 않으면 섭섭하다는 열풍이, 내게서 쏟아져 나올 것 같으니까. 나 자신을 누르면서, 나는 말한다. 하지만. "어째서 더 빨리 오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원망스러운 감정이 약간은 들었다. 나 역시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 감정 이 그리 크지는 않다. 역시 그녀의 어두움에 전염된 탓일까. 그녀가 나를 향해 답을 던진다. "그건....." 귀를 기울인다. "그것은..... 라 브레이커가 네게 부여한..... 마지막 시련이었으니까." 의외의 대답. 그것이 나를 때린다. "네?" 잠시동안 우리를 감싸는 침묵. 하지만 이번에는 그 침묵은 우리를 지배하지 않았다. 셀의 차분한 말이 이어진다. "자세한 건 검에게 물어보면 되겠지만, 너한테 부여된 시련은 이게 마지막이었어. 네가 검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한 최후의 시련." "?" 최후의 시련이라니? 하지만 내가 한 일이라고는 괴물에게 얻어맞아 추락한 것과, 여 기서 아이샤를 구하기 위해 거대한 공룡과 싸운 일뿐인데? 혼란해진 나에게 답하는 그녀. "나도 자세한 건 몰라. 더 자세한 건 검에게 물어보면 가르쳐줄거야. 이젠 네가 그 검의 주인님이니까. 훗." 그녀는 입을 다문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는다. 뭔가 생각할 게 있는 것일까. 잠시 기다린다. 그녀가 눈을 다시금 뜬다. 그리고 말한다. "더 묻고 싶은 게 있니?" 그녀의 얼굴, 그녀의 눈을 보자마자 생각난 것은...... '그래.' 그녀에게 물어볼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세이브를 납치해간 그 하얀 괴물과, 제논의 관계를 알고 있나요?" 하얀 괴물. 그 괴물의 이름이 뭔지는 모르지만, 왠지 그녀는 그렇게 말해도 알아들 을 것 같다. 그녀는 어쨌든 제논의 스승이고, 그의 행동을 짐작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왠지 낯선 느낌이 든다. "응." "그럼, 그 괴물은 대체 뭐지요?" "그건...." 그녀가 말꼬리를 흐린다. 아니, 말을 하려다가 멈춘다. 괴로운 기억일까. 그녀의 얼 굴이 창백해진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의 몸 주위에 퍼지는 안개. 그것은 기분탓 일까. "그만해둬요." 어딘가에서 들려온 맑은 목소리. 흩어지는 안개. 그리고 그 뒤에는. "역시 시작된 듯 하군요." 라피스 엑실리스가, 검을 집어들고 서 있었다. "이제 당신의 피로도 풀린 듯 하고, 더 이상 기다릴 시간도 없을 듯 하니,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레이니양." 내 앞에 무릎을 꿇는 라피스. 그녀의 뒤로 나타나는, 수많은 라비린스 키퍼들. "어젯밤에는 당신이 탈진해서, 자세히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만, 이제는 해야겠 지요. 당신의 앞날에 대해." "나의 앞날?" 미래에 대한 예언이라도 할 셈인가? 하지만 그럴 시간이 있다면 세이브를 구하 러....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라피스는 내 손을 잡는다. 말리려는 건가? 그렇지 만....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가는게 좋아요. 레이니양." 그 말에 실린 것은, 세월의 무게. 그 무게에, 나는 거부할 수 없는 뭔가를 느꼈다. 그녀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래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주위를 스쳐가는 시간의 흐름. "인간이 이 별에 유배된 이후." 끝없이 이어진 피의 벌판. "오직 이 순간만을." 하늘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 "오늘을 위해, 우리는 망각의 그늘 속으로 시간을 떠나보냈습니다." 빛을 배경으로 한, 라피스의 모습. "기다림이 헛되지 않아." 부드러운 붉은 빛. 그리고 칠색의 무지개. "마침내 다가온 이 순간." 그리고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라비린스 키퍼들. 그들의 말은. "당신은 우리의 모든 시험을 통과했으며, 그에 따라 우리는 당신을 '하늘로 올라갈 자'로 택했습니다. 이제 당신의 운명을 받아주시길." 그리고 내 손에 건네지는 검. 그 검은,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내 손 안에서. - 계속 - 후기)요즘은 의욕이 안 나네요. 이래선 안 되는데. 역시 장기연재로 인해 피로가 쌓 인 모양이네요. 하긴 저도 사람이고, 독자님들도 사람이니까. (이봐. 이봐) 겨우 여기까지 왔네요. 이제 최종적인 전투만 남은 셈인가. 하지만 그게 쉽게 끝날 런지. 앞날이 또 걱정이군요.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83 첨부파일 :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2 등록일 : 2001-05-23 20:43:55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6738 bytes 공룡 판타지 19-383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19) 무슨 의식을 치루듯이, 엄숙하게 말하는 그녀. 그리고 그 말을 조용히 듣는 나. 하 지만. "나의 운명을 받아달라니?" 뭔가 마음에 걸린다. 이대로는 검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나에게 스친다. 무엇보 다도. "나는 아직 시험을 치르지 않았잖아." 라비린스 키퍼들과 겨루는 것. 그것이 시험의 내용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째서 이런 식으로 말이 나온단 말인가. 내가 겨룬 상대는 돌연변이 공룡이지, 결코 검의 대리인 이 아니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나에게, 그녀가 주 는 대답은. "그것이 당신에게 부여된 시련이었으니까요. 레이니." "무슨 말이지?" "그것은, 시련을 부여한 당사자에게 듣는 게 낫겠지요. 셀레나이트 !"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셀레나이트를 부르는 라피스. 뒤에 서 있던 그녀가, 수줍은 듯 이 걸어나온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알려드릴께요. 레이니. 아니, 주인님이라고 해야 하나?" 내 앞에 서 있는 분홍색 소녀. 그녀 앞에 서 있는 당황한 소녀. 둘이 서로를 마주보 고,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 그리 낭만적이지는 않지만, 대화라는 게 본래 이런 걸. "당신은 지금 어리둥절하고 있지요? 우리의 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응." 난데없이, 모든 시험을 통과했으니 이제 검의 진실한 주인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내 가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그런데 그녀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것은...." 잠시 숨을 들이쉬며 자신을 가다듬는 그녀. 그리고. "이미 시작되고 있었으니까요. 당신이 우리와 처음으로 계약을 한 날부터."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그녀는 차분하게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당신이 자신의 어머니를 본의아니게 살해한 후, 당신은 괴로워했지요. 그래서 당신 은 말했지요. 이 현실을 잊게 해 달라고." "....." 생각하기도 싫은, 그 날의 일이 다시 떠오른다. 살고 싶어서 한 일인가. 아니면 불 가항력이었던가.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일. 내가 원했던 일. 그 모든 것이 다시금 생생 한 현실로 돌아온다. "으윽." 잠시 눈을 감는다. 마치 방금 일어난 일인것처럼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 어머니를 베었을때의 모습이, 어머니의 마지막 표정이 살아난다. 나를 꾸짖는 것처럼. "으....." 간신히 눈물을 참는다. 울고 싶었지만, 울 수 없었기에. 나는 눈물을 흘릴 자격을 박탈당한 것일까.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은, 나를 비수같이 찌르고 있었다. 그런데....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기억을 지우고, 당신에게 새로운 몸을 만들어주었어요. 과거 에서 당신을 분리하기 위해." 그랬지.... 그랬지..... 그랬지..... 가만 ! "잠깐 !" 당신들은 주인에게 힘을 아무렇게나 빌려주지 않는 법이 아니던가? 혼을 움직이고 몸을 새로 만들어주는 것은, 적어도 지금의 나로서도 꿈도 꿀 수 없을 정도의 경지가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그때 그런 일을...... 놀란 나를 향해 말하는 그녀. "그것은, 그것이 제가 당신에게 부여한 시험이기 때문이지요." "시험?"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영문을 몰라 말을 잊은 나에게, 답하는 그녀의 음성. "당신의 과거에서 당신은 자유롭지 못해요. 그것은, 설령 과거를 잊더라도 죽을때까 지 따라 다니는 멍에. 우리가 그런 식으로 당신을 잠재운 것은, 당신이 그 멍에를 짊 어질 수 있을만큼 강해질때까지, 당신을 보호하고 싶다는 배려에서 나온 것이에요. 또한." "또한?" "당신은 고작 5살때에 우리와 계약을 맺었어요. 보통 성년이 된 후에야 우리와 계약 을 맺는 타인들에 비해, 그것은 너무나 빠른 것이었지요. 게다가." "게다가?" "겨우 5살짜리가,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확실히 너무 가혹했지요.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결정을 내렸어요. 당신이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 당신에게 모든 것을 알려 주고 선택권을 주겠다고." 선택권.....이라고? 내 머릿속을 스쳐가는 하나의 생각. "만약 결혼하게 된다면, 검과의 계약은 무효가 되는 거야." 그건가. 그것이 선택권이었던가. 고개를 끄덕이는 셀레나이트. 그리고. "당신은 고통스러우면서도, 끝내 우리와의 계약을 어기지는 않았어요. 당신 자신에 게 있어서, 하나도 돌아올 것이 없는 참혹한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 도." "하지만 !" 그것은 내 자신의 의지는 아니다. 적어도 그것이, 나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한 결과 는 아니었다. 그것은, 부스트씨가 한 말때문이 아닌가. 그때 나는.... "난 그때, 도망치려고 했었어. 그렇게 되지 않았던 것은 부스트씨가...." "그는 당신이 아니에요. 레이니." 내 말을 막는 셀레나이트. 그 말은 또 무엇인가. 그녀의 입이 나를 달랜다. "그가 한 것은, 당신에게 대안을 제시한 것일뿐, 결국 결정은 당신이 내렸어야 했어 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당신이 택할 길은 그것뿐이 아니었지요. 기억나지요? 레이 니." "....." 말없이 서 있는 나에게, 말을 던지는 그녀의 입. "그때 모든 신하들은 당신에게 말했지요. 가지 말라고. 남아서 검이 모든 것을 처리 하기까지 기다리라고. 쥬린 제국의 황제는 검의 주인이 아니라, 단지 그 검을 맡아가 지고 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그러지 않았던가요? 레이니." "....." 제국의 명예가 깎이는 일이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적어도, 여태까지는 아무도 검의 주인이 되지 못했으니까. 다음 말은.... "그렇게 했다면, 당신은 지금쯤 편한 자리에 서 있었겠지요. 모든 것은 그걸로 덮어 져버리고." 덮어져 버리고....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다른 이를 주인으로 삼아서 세이브를 데리러 갔을 거에요. 그리고, 아마 무사히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었겠지요. 하지만." 하지만? "그랬으면 검의 원래의 목표는 이룰 수 없겠지요. 우리는 다시금 황궁의 지하에서 잠들게 될 것이고, 당신의 소중한 사람은...." "그만 !" 화난 듯한 목소리가, 우리의 말을 중단시켰다. 그것은.... "셀 !" 그녀가 검을 노려보고 있었다. 분노를 감춘 얼굴로. "어차피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빨리 당신의 주인을 맞아들여줘. 라 브레이커." 그리고는 입을 다물고, 저 먼 바다를 바라보는 그녀. 뭔가 언짢은 일이 있는 건가?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안개에 가려버린 것처럼. 그리고. "간단히 마무리를 하지요. 당신이 오지 않았어도 모든 일은 잘 풀렸겠지만, 우리의 삶의 목적은 다시금 사라지고, 오랜기간동안 잠들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지요..... 그러나." 뭔가 감추는 게 있는 듯한데? 그게 무엇이지? 나는 그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셀의 슬픈 표정이, 나의 입을 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그게 뭔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 나의 힘은 미약하기 때문에. 그럼.... "결론을 내려줘. 셀레나이트."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말을 잇는다. 끝을 향해서. "당신은 스스로 달콤한 삶을 버리고, 죽음이 기다리는 고난의 길을 택했어요. 그것 은 비록 어둡지만, 정당한 길." 스스로.... "자신의 눈앞에 놓인 편하디 편한 길을 포기하고, 당신은 스스로 고통스런 길로 달 려갔어요. 당신 스스로의 의지로." 스스로의 의지로.... 그 말을 되새기는 내게, 셀레나이트가 말을 맺는다. "고통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찾아간 사람, 죽음을 알면서도 올바른 길을 택하는 사 람." 잠깐. 그건 너무나 과분한 찬사가.... 당황하는 나에게 말하는 그녀. "우리는 그런 사람을 기다렸고, 당신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어요." 검이 나에게 향한다. 그리고 내 손에 쥐어진다. "우리는, 미래의 희망을 당신에게 맡기겠어요." 검이 찬란히 빛나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오늘은 늦었네요. 워낙 컨디션이 엉망이라서. 이러면 안 되는데..... 하지만 글 이 안 나가는 걸 어쩌겠습니까. 구차한 변명이긴 하지만. 참 웃기는군요. 이미 다 준비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쓰려면 한없이 키보드 가 무거워지는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84 첨부파일 :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25 등록일 : 2001-05-24 20:07:48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7405 bytes 공룡 판타지 19-384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20) "과거, 우리를 창조한 여신의 마음을." 검이 내뿜는 빛이 나를 감싸고. "그 분과, 이 별에 유배된 모든 이들의 희망을 맡아줘요." 그녀의 목소리가 내 몸을 울린다. "힘의 무게를 아는 당신에게." 사라져가는 그녀의 모습. "미래를 부탁해요. 레이니." 그녀의 모습이 지워져간다. 서서히 하늘 속으로... "잠깐 !" 그녀를 막는다. 이대로 그녀를 보낼 수는 없기에. 한 가지, 명확히 해야 할 일이 있 지 않은가. "저, 혹시 검의 주인이 짊어질 의무라든가, 아니면 앞으로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라든가.... 그런 건 말하지 않는거야?" 전설의 검의 진정한 주인. 듣기는 멋지지만 막상 그 입장이 되고 나면, 전혀 그게 아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금으로선 안개 속에 가려져 있지 않은 가. 그렇다면. "이미 당신은 알고 있지 않나요?" 셀레나이트의 말이 들린다. 이미 알고 있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당신이 어제까지 생각하고 있던 일, 그것을 하세요." 그녀의 목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물 속에 잠겨가는 듯이, 그녀의 목소리가 사라져 가고. "이제 당신이 잠자는 동안 우리에게서 배웠던 힘, 그것을 사용함으로서." 그리고 빛이 터져나갔다. "잠자는 동안 배웠던 힘이라." 그 말. 그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그것으로, 내가 잊어버렸던 모든 것이, 다시금 나 의 기억이 되었다. 그것은. "고대의 모든 지식과 힘. 그것인가." 내가 나의 마음을 바깥 세상에서 떠돌게 할 무렵, 내 몸은 어둠 속에서 모두에게 지 식을 받았다. 내가 만약 검의 시험을 통과한다면 얻을 지식과, 그에 걸맞는 육체를. 그러나. "10여년동안 어둠 속에서 잠든 대가인가." 어둠 속에서 라비린스 키퍼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잠든, 나의 여성의 몸. 그 몸을 거 쳐간 수많은 변화가, 그제서야 나에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래서 내 몸이 다른 사람과 달랐던 건가." 그제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남자아이의 몸으로 살아갈 동안, 나의 여 자아이로서의 몸은 그들의 정성어린 손길에 의해 조금씩 힘을 얻어갔던 것. 그래 서.... "과거, 인간이 잃어버렸던 힘을...." 모래를 집어든다. "그들이 내게 찾아준 건가." 모래를 손으로 쥔다. 모래는 대부분 빠져나갔지만, 한 움큼이 남았다. 그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 "그 지식을 모두에게 줌으로서, 사람을 다시금 하늘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나의 일 인가." 무서운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미래가, 사실은 빛으로 가득찬 것이었다니. 각오가 무 색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좋다. "이것으로 세이브를 구할 힘은 얻었구나." 조금이라도 그 애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몹시 기뻤다. 그러 나. "그 전에 갈 곳이 있었지." 한 군데는 서쪽. 한 군데는 남쪽. 그리고 나머지 한 군데는. "아르메리아. 조금만 기다려줘. 곧 만나러 갈게." 그녀에게 못다한 말을 전하기 위해서. "셀 누나." 하늘을 날면서 물었다. "왜?" 누나라는 호칭을 아직도 쓰냐고 눈을 흘기지만, 그 속엔 깊은 슬픔이 들어 있었다. 그랬구나. 이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마법사에게 걸린 멍에가.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그녀는 나를 따라 제논에게 갈 것인가? 그녀의 슬픈 운명이 기다리는 곳으로? 그녀 가 답한다. "응. 내 제자니까. 그리고, 내가 실패하더라도, 이젠 보험이 있잖아." "보험?" 내가 무슨 안전용 줄이라도 된다는 건가. 하지만 지금의 입장으로는 그렇다. 이제 는. '이젠 과거에 검에게 배웠던 것을, 제대로 사용해볼 수 있으니까.' 이제는 검에게 인정을 받은 이상, 검의 모든 힘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도 있을 것이 고. 비록 올바르지 않은 일에는 힘을 빌려주지 않겠지만, 그 녀석을 잡는 것이 그릇 된 일일리는 없으니, 어제보다는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밀크. 마법을 쓰는 중에 딴 생각하면 안 되는 거 아니니?" 이런. 딴 생각하면 아래로 추락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군. 갑작스런 떨어짐에, 내 품 에 안긴 아이샤가 비명을 지른다. "조심해요 ! 언니 !" "고맙네. 레이니양. 우리 꼬마를 되찾아주어서." "뭘요. 저 역시 여러모로 배웠는걸요. 이번 일로." 드워프들의 마을. 아니 마을이라기보다는 고대 문명의 잔재를 이용해 세운 거대도시 에서, 드워프들의 감사를 받는다. 그들이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니, 작은 키가 더 작 아진 듯 해서 애처롭다. 그것이 고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면서 생긴, 상실의 흔적인가. 하지만. "그럼, 전 이만 떠나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잠깐 !" 가장 나이든 드워프가 내 앞에 걸어온다. 그리고 내 검을 만져보며 묻는다. "자네, 이 검은...." "저의 검, 라 브레이커입니다." 이젠 전설의 검이란 호칭은 쓸 필요가 없다. 이것은 나의 검. 그리고 모두에게 힘을 나눠줄 검이 될 것이니까. 내 말속에 담긴 묘한 의미가 저 분에게 전달되었을까. 수 염이 덥수룩한 노인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러난다. "음....." 무언의 답일까. 나는 정중히 인사하고, 그들의 도시를 떠났다. 그러나. "언니 ! 그 괴물을 꼭 이기고 와요 !" 왠지 아이샤의 말이 불안하군. "그 애를 어떻게 만나지요?" 람포를 만나기 전에, 내가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망설이고 부끄러워할 여유가 없지 않은가. 결국, 가장 간단한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그것은. "미련하지만 이렇게 해야겠군." 망설이고 뒤로 몸을 빼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갔다. 다시 말해서, 정원을 산책하던 람포의 머리 위로, 그대로 날아가버린 거다.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내리는, 난생 처 음 본 여자애에게, 그녀는 뭐라고 했을까. '검이 그렇게 하자고 해서 하긴 했지만.' 이 녀석, 도대체 뭘 믿고 그냥 만나러 가자고 한 걸까. 그러나 내 의문은 곧 풀렸 다. 나를 보고 황당하다는 눈빛을 하던 그녀가 내 허리를 보는 순간. "라 브레이커?" 그리고는 나에게 말한 거다. "당신, 알로와는 어떤 관계이지요?" 고백. 그리고 놀람. 잠시후의 이해. 생각보다는 일의 진척이 너무 빠르지 않은가. 내가 이상하다는 눈길로 검을 바라보니, 검이 과거를 고백했다. 아니, 람포가. "그 날, 거대한 공룡에게서 절 구해준 것은, 케라토 오빠도 아비알 언니도 아니었어 요. 알로 오빠가 절 구하려다가 나가떨어진 후, 두려워하던 절 구해준 것은 바로 이 검." "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지? 그날 람포를 구해준 것은, 치매사부님이 아니었었 나? 깜짝 놀라는 내게 부연설명을 하는 라 브레이커. 그리고 셀. "그 날, 유로 제국 서쪽에서 일어난 반응은, 마법사의 것과는 달랐어. 내가 전에 그 녀석에게 물어보니, 그 녀석은 그날 느낀 힘이 라 브레이커의 것임을 알고는, 그때부 터 널 추적했다고 하더라고." "그게 2년전의 일이지." "....." 그런데..... 내가 쓰러져있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가? 그런데 왜 난 몰랐 지? 스승님은 자기가 공룡을 쓰러뜨렸다고 말해.... "네 스승은 네 신하이기도 하다. 이 아가씨하고 나, 그리고 사이드는 서로 말을 맞 춘 거지. 나의 존재를 숨기자고. 물론 이 아가씨는 그때 네 정체를 몰랐지만, 적어도 내가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보더군. 그래서 난 내 이름을 말해주었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 주인을 하늘로 오르게 하는 존재." 람포가 되뇌인다. 언제나 이 검에 따라다니던, 전설의 말을. - 계속 - 후기)오늘은 잘 안 되는 바람에, 포기할까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럴 수는 없더라고 요. 어쨌든 오늘은 글을 썼다기보다는, 강제로 칸을 메꾸었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나 마 다행인 건, 스토리라인은 망가지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람포와 레이니간에 과거에 있었던 일은, 사실 이미 복선으로 깔아둔 겁니다. 제논이 아마 2년전의 반응으로 레이니의 위치를 알아냈다고 한 적이 있지요? 그 이야기지요. 그리고 내일은 글이 못올라갈지도 모릅니다. 저 자신도 지쳐서 며칠 휴가를 얻고 싶 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것보다 문제는 ! 저 내일 전용선 깔거든요. 일이 잘 된다면. 그러니까..... 그게 잘 안 되면 통신을 못할지도 모르고. 그러니 내일 글이 안 올라 오면 분명 그 문제인걸로 아세요. (^_^) 만약 내일 글 올려보고 너무 힘겨우면, 며칠 쯤 쉬는 기간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뭐, 내일이면 이번 에피소드도 끝날테니 좀 안심이군요. 이제 이번 에피소드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는 슬슬 이야기의 본론이자 결론으로 가기 시작할 겁니다. 세이브를 구하러 가야 하고, 그 외에 아르메리아양도 다시 나와야 하 나? 슬슬 이야기의 정리를 하기 시작해야 할 시점이 오는군요. 그럼, 결론을 낼때까 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더운 날씨에 조심하세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19-385 [71223]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 회 수 : 62 등록일 : 2001-05-26 13:12:08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7279 Byte 공룡 판타지 19-385 레이니 이야기 - 기다림의 끝(21) "그걸 네가 어떻게?" 물론 이 검이 유명하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극히 드물텐데? 그런데 그 녀는 어떻게 해서 이 검에 대해 알고 있는거지? 또, 나의 정체에 대해 놀라지도 않고 사실을 받아들이는 거지? 저 덜렁이가.... "궁금한 모양이지요? 레이니 언니..... 아. 역시 어색하네요. 그냥 오빠라고 부를께 요." 거절할 명분은 없으니, 소원대로 하라고 할 수밖에. 그녀가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역시 오빠의 모습은 그대로군요. 겉은 달라도." 전보다 밝아져서 다행이다. 그녀가 그 날의 일을 자세히 털어놓는다. "그러니까 그건...." "헉헉. 헉헉." 필사적으로 달아나다가 쓰러졌다. 흑. 역시 너무 깊이 들어왔어. 저런 괴물이 버티 고 있었다니. 나는 울면서 달아났지만, 처음부터 이건 불공평하다고. 공룡의 거대한 입이 나를 노리고 다가왔다. "도와줘요 ! 누가 좀 도와줘요 !" 이미 나를 도울 사람들은 모두 쓰러졌다. 흐려진 눈으로 돌아본 숲에는, 단지 나만 이 서 있다. 공룡은 다른 건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를 향해 다가온다. 으흑. '여기 오지 않을 걸. 잘못했어.' 그저 난 놀고 싶었을 뿐인데. 조금 들떠서 발걸음을 옮긴게 이렇게 되다니. 후회하 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런 나를 향해 달려오는 소년. "알로 !" 하지만 오빠 실력으로는 결과가 뻔하다. 유감스럽지만, 오빠는 괴물로부터 공주님을 구하는 소년이 아니고, 나는 공주님이 아닌걸.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마치 연극 무대처럼. 내가 손을 뻗어 줄거리를 고칠 수도 없이. 오빠가 공룡의 꼬리를 맞고 날 아가버린다. 그리고 땅에 쓰러진다. "알로 오빠아아아 !" 그 외침은 오빠에게 들리지 않았다. 쓰러진 오빠에게 들리는 것은, 아마도 죽음의 속삭임뿐이겠지. 공룡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그리고 입을 벌린다. "누가 좀 살려줘요 !" 그리고 그 뒤에.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믿을 수가 없었어요. 알로 오빠의 몸 전체에서 빛이 퍼져나 가고, 내가 오빠를 바라보았을때엔 이미....." 찬란한 빛을 뿜는 거대한 검을 든 오빠의 모습. 그리고 그 오빠가 하늘로 날아올라, 내 앞의 공룡을 베어버리는 모습. 그리고 다시금 쓰러져버리는 오빠. 기절한 오빠를 보며 우는 내게, 하늘에 떠오른 검이 말했다. "오늘 일은 비밀이다." 그리고 사라지는 검. 나는 당황했지만, 어느새 옆에 다가온 오빠의 할아버지, 그러 니까 스승이신 사이드님이 말씀하셨지. 그 검의 정체에 대해. "그때 자신의 이름을 밝힌 건가? 이 검이? 스스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람포. 내가 기절한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니. 약간 놀라 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 푼수도 알고 있었는데 나만..... "그러니까.... 너, 나한텐 아무 말도 안하고 사부님과 둘이서만....." "셋이라고요. 오빠." 토라지면서 반박하는 그녀. 아직 그 웃음은 어색하지만, 그것은 진실이다. 그녀의 '오빠'라는 말이, 이렇게 기쁘게 들리다니. 이미 그 자리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래도 기쁘다. 이 아이가 다시 웃음을 찾기 시작했으니까. 한 가지, 그녀의 마음을 스 쳐가는 아쉬움. 하지만 그건 당연하겠지. 그녀가 슬픈듯한 미소를 짓는다. 하나를 잃 어버리고, 또 하나를 얻은 듯이. "오래동안 궁금해했어요. 오빠에게 어째서 라 브레이커라는 검이 주어졌는지. 그 할 아버지는 왜 자신을 숨기고, 이런 시골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는지." 그 이유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이 아이에게 는.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제야 모든 것을 알겠어요." 그녀가 나의 검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그 소리가 비록 미약하다고 하더 라도, 나에게는 또렷이 들린다. "환상의 추억일지 모르지만, 오빠를 잠시라도 내게 줘서 고마워요. 라 브레이커." 이제는 떠나갈 시간. 람포에게 작별을 고한다. 아주 오래동안.... 하지만 이번엔 안 심해도 될 듯 하다. 이번에는.... "그럼, 난 간다. 앞으로는 울지 말고 열심히 살아." "네." 하지만 말야. 왜 화내지 않는거지? 아무래도 약간은 이상하지 않은가. 결국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어벙하지만. "저, 화나진 않아?" 이미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서 이런 소리를 하다니. 난 바보인가? 그녀 가 웃으며 반문한다. 오히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로. "뭐가요?" 결국 질문을 할 수밖에. 좀 더 구체적으로 말이다. "내가... 그러니까 어쨌든.... 난 여자애고, 그동안 너한테 남자로서 있었던... 거 기다가 죽었다고 슬퍼하는 걸 보면서도 말도 안 하고...." "괜찮아요. 오빠." 어째서 저렇게 밝게 웃어주는 거지? 그것도 진심으로? 그 의문을 풀어주는 람포의 말. "오빠가 살아있다는 걸로, 전 행복해요." 그리고 내 손을 잡는다. 마지막 속삭임. "그럼, 전 행복해질께요. 오빠도 반드시 행복해지세요. 뜻하는 바를 반드시...." 그리고 흐르는 한줄기 눈물. "생각보다는 잘 되었네. 밀크." "하지만 약간 어리둥절하네요." 다시금 동쪽으로 날아간다. 발아래에 놓인 구름들을 보며. 셀이 나를 위로하듯 말한 다. "어쩔 수 없는거야. 그녀의 길은 너의 길과 다르고, 그나마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어 서 다행이야. 저 정도라면...." "글쎄요." 앞날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회복했다고 보일까. 아니면 나에게만 그렇게 보였던 걸까. "너에 대한 사랑이 깊어서 그런 거야. 그걸로 족한 거고." "네?" 그건 또 무슨? 어리둥절하는 것이 더 심해지겠군. 한심하다는 눈으로 나를 보는 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기뻤던 거야. 그걸로, 그녀의 마음은 다시 밝아진 거지. 비록 그 사랑을 이룰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네가 죽어서 쓰 러진 것보다는 나았던 거야. 그래서..... 아마....." 얼굴을 가리는 셀. 아마 자신의 친동생을 생각하는 모양이겠지. 하지만. "나이에 비해, 너무나 의연해. 그 애....." 침묵속에 우리는 동쪽으로 날아간다. 다음의 목적지는.... "이제 아르메리아에게 들리고 나서...." 셀이 중얼거린다. 그 다음 말은 내가 받을 차례인가. "그 후에 곧바로 제논이 숨은 곳으로...." "아냐." 내 말을 막는 셀. "그 전에, 넌 힘을 쓰는 법을 배워야 해. 단지 머릿속에 든 지식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고대의 마법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지만." "걱정마. 제논 녀석은 금방 세이브에게 손을 대지는 않을거야." "어떻게 그렇게 장담할 수 있어요?" "다 아는 수가 있지롱." "네?" 나를 놀리듯이 한 마디를 던지고는, 그녀는 동쪽으로 날아간다. 한 마디 말만 남기 고서. "일단 아르메리아를 만난 후에 얘기해줄게. 그럼 나 먼저 간다." 쉬잉. 한 줄기 바람만이 그 뒤에 남는다. 이런. 이런.... 허겁지겁 따라가는 나. "기다려요 !" 맑은 하늘에 떠가는 두 줄기 구름. - 이번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는 아래로..... - 후기)휴우. 끝냈다. 그 말만 나오고 있습니다. 자. 한 숨 쉬고 나서 ! 불길한 예상은 들어맞는다. 제 경우는 특히 그렇군요. 어제 통신선을 교체하는 문제 (ADSL이 전용선이냐는 분들의 말씀은 일단 안 듣기로 하고. 어쨌든 모뎀유저였던 저 로서는,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 상황. 결국 해놓은 원인은 순전히 비용 절약 차원 이었지만)로 인해, 예상대로 통신을 못했습니다. 고로 어제 글 올리는 것도 예언(?) 대로 실패. 대단하군요..... (나는 에스퍼였나...... 예언을 다 하고..... -_-;;;;;) 일단 글은 올렸지만, 제 자신도 그렇고, 독자 여러분도 눈치채셨듯이 글이 좀 빨리 진행이 되었지요? 게다가 글이 좀 날림이 된 듯 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찔리네요. 그러니, 이번 에피소드 마무리를 계기로 삼아, 다음 에피소드 올리기 전까지 좀 휴식 을 취할까 합니다. 그래봐야 2일 정도지만. (전 내일 바쁠 예정이고.... 그 덕분에 월요일에 글을 만들어두더라도 영 자신이 없을 거라는.....) 아무래도 ADSL깔고 나 니, 2일동안은 글 올릴 자신이 없군요. (저도 인간이란 말입니다 ! 원래는 1주쯤 방 학하려다가, 참기로 한 거라고요 ! 때로는 좀 봐주세요.... ㅠ.ㅠ) 그럼 늦어도 화요일에 복귀하겠습니다. 에피소드 20에서 다시 뵙지요. 푸우. (쓰러 진다) - 스무번째 이야기 ! 그 예고편 ! - 하늘에서 떨어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놓인 황색의 벌판. 생존을 위한 싸움. 그리고 오만. 예고된 파멸. 붉은 거인이 땅에서 솟아나고, 세계는 파멸로 뒤덮였다. 그날의 회상. 그리고 그 후의 인간의 모습. Past time.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8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03 조회수 : 71 공룡 판타지 20-386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 잊었나요 과거의 모든 것을 기억해내기 바래요. 그것은 당신에게 피하지 못할 운명의 만남 한 차례의 아픔이 지나고 나면 당신은 느끼게 되겠지요. 그것은 당신을 위한 Past time. 시간의 흐름을 읽어봐요. "전 아직 과거를 마음에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미안해요. 언니." 그 말만이, 내가 엘프들의 마을에서 전해들은, 아르메리아의 유일한 말이었다. 하다 못해, 직접 만나지도 못했는데...... 잘 있느냐는 의례적인 인사도 꺼내지 못한채로. "걱정 말아요. 그 애는 강한 아이니까. 곧 회복이 될 거에요. 레이니 양." 단지 미소를 지어주는 오파비니아의 얼굴에서,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꼈을 뿐. 그 녀가 마을의 앞에서 나를 만나 전해준 이야기. 아니, 그녀의 마음으로부터, 나는 약 간이나마 희망을 느꼈다. '부탁해요. 오파비니아.' 비록 나는 아르메리아에게 뭐라고 도움을 줄 수 없는 위치이지만, 그녀가 하루빨리 나에게 받은 자신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나는 마음으로 빌었다. 발걸음을 돌려 마을 밖으로 걸어가려는 나에게 묻는 오파비니아. "그런데.... 당신은 검의 시험을 통과했나요?" 그것을 묻는 의도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종족에게 전해졌던 검인 이상, 궁금해 하는 것도 당연하리라. 나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비록 아직은 신출내기지만, 어쨌든 검의 인정은 받았으니까. 그 말을 들은 그녀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리고 말한다. "그럼 우리도 하늘로 돌아갈 수 있겠군요." 그리고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그녀. 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 는 그녀가 몸을 돌려 마을 안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녀의 환희의 감정을 느꼈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우리가 잊었던 과거의 영광 그것은 아득히 먼 옛날의 일 하지만 그것이 되살아날 때 우리는 앞으로 나갈 수 있어요 우리의 착상은 과거의 상식 우리의 새로움은 빛바랜 책장에 고스란히 들어있지요 다만 우리에게 쥐어진 책은 찢겨진 종이 한 조각이었을 뿐 "이대로 그냥 가도 좋은 거야? 라 브레이커." 하늘을 날면서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에 나를 손쉽게 쓰러뜨린 상대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무작정 간다고 해도..... "걱정마라. 어차피 더 이상 기다릴 이유는 없다." 그 말만으로 내 입을 막아버리는 라 브레이커. 도대체 왜?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 지? 셀이 나에게 대신 말했다. 여전히 애매한 말이긴 하지만. "어차피 너에겐 쉬운 상대일거야. 다만...." 다만.... 뭘 말하고 싶은 거지요? 그러나 셀이 덧붙인 말은 고작해야.... "네가 제대로 힘을 쓰기만 하면 말이지." 윽. 그게 질문에 대한 답인가. 고작 머리에 지식이 박혀있을 뿐인 내가, 비록 검의 주인이 되어 고대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고는 해도, 도대체 어떻게 그 녀석을 상대한 다는 말인가.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하더라도, 그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다는 건가. 자학에 가까운 감정이긴 하지만, 사실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 다. 그러나. '방법이 없잖아.' 더 이상 기다리면서 자신을 갈고 닦을 시간이란 없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이제 없 으니까. 세이브를 잡아간 그 자가, 과연 이때까지 그녀를 살려두었을 것인가. 그러한 생각이 내게 드는 순간, 더 이상 망설일 여유는 사라졌다. 지금은 오직 날아갈 뿐. 그러나.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만약에..... 내가 그 자를 상대한다면..... 불안감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어딘가 에서 새어나오는 불안감이 내 마음을 끝없이 메우고 있기에. 인간은 지혜롭다고 하지요 그러나 실상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장님 모두가 들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귀를 막는 귀머거리 말해야 하는데도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 그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서도 인간은 오직 타인을 원망할 뿐이지요 어둠 속에 틀어박힌채 "여기야. 제논이 숨은 곳은." 하루를 날았던가. 이틀을 날았던가. 여행의 끝자락에 위치한 것은, 작은 섬이었다. 마치 원모양의 접시 수 십개를 모아, 원 모양으로 나열한 듯한 이상한 섬. 그곳 이.... "여기가 세이브가 잡혀온 곳인가요." 전신에 느껴지는 거부감. 그런 분위기가 감돈다. 이런 곳을 본 적이 없기에. 하지만 이 느낌은..... "드워프들의 도시에서 느껴진 것과 같아."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다만, 원과 육면체의 조화를 이룬 이 섬이, 그곳의 기계적인 미를 연상하게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섬을 둘러 싼 희미한 방어막이 소리없이 걷혀간다. "오셨군요. 환영합니다. 스승님. 그리고 미나르 황제폐하도."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 그의 얼굴은..... "당신, 보통은 여기서 우리를 향해 마법을 쏘아대는 게 원칙이잖아?" 그렇지 않은가. 결코 우리가 저 녀석에게 좋은 일을 해 줄 리가 없는데, 어째서 저 자는 이렇게 태연하게 우리를 맞아들이는 건가. 설마, 지난번처럼 거짓말로 나를 혼 란시키려는 건가? 하지만 여기서 드러날 것이 뭐가 더 있다는 거야? 도대체 저 녀석 의 속은 알 수가 없다니까. 그를 노려보는 나에게 맞서지도 않고, 제논은 단지 정중 한 태도로 셀에게 말을 걸 뿐이다. 과거의 스승을 향해. "자. 스승님. 들어오시겠습니까?" "응." 굳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셀. 제논은, 그런 그녀의 앞에 서서, 우리를 안내 한다. "자. 그 인형이 있는 곳에 안내해드리지요." 그런 그의 표정은, 승리를 자신하는 자만이 지을 수 있는 것이었다. 긴장된 걸음으 로 그의 뒤를 따라가는 셀. 그런 그녀의 등을 본 내 눈동자에, 흔들리는 그녀의 마음 이 보였다. 역시 그런가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등은 온갖 감정을 담고 있었다. '부탁해. 내가 만약 실패하면, 그때는 나를.....' 무슨 뜻이지? 그 뒤에 숨겨진 의미는? 내가 그 마음을 파악하기도 전에, 우리의 눈 앞에는 거대한 방문이 보였다. 그리고. "자. 여기입니다. 스승님." 제논의 손길이, 눈 앞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눈 앞에 놓인 것은. 과거를 알고 싶은가요 그럼 각오를 해주세요 당신의 앞에 놓인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면서 그 문을 열지요 공포와 절망 죽음과 소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망각속에 사라진, 그런 시대의 이야기를 알고 싶으면 피를 흘려요 목숨과 함께. 눈 앞에 덩그러니 놓인 것은, 전에 내 몸으로 위장한, 살덩어리들을 넣어둔 것과 같 은, 그런 유리관. 그리고 그 안에 벌거벗은채 잠겨있는 소녀는..... "이건 무슨 짓이야 !" 성난 나의 목소리. 그리고 그것을 억누르는 제논의 무거움. "성질이 급하시군요. 폐하." - 계속 - 후기)자신의 마음 속에 담겨진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 니다. 역시 경험을 해보니 알겠더군요. 그동안 쉬었는데도 불구하고, 글이 제대로 나 오지 않네요. 지겨워진다는 독자님의 말씀을 받들어, 이제는 신나게 싸우는 걸 넣을 때도 되었군 요. 하지만, 과연 제대로 연결을 할 수 있을지.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아니, 요 몇 달동안은 주욱 불안했다고 해야 하겠군요. 과연 제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더욱 더 의문 속에 빠져들고 있는 중입니다. 다음엔 좀 쉬운 이야기를 연재하든지 해야지. 하 지만 불평을 하면 안 되겠지요. 여태까지 봐주신 독자님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마무리를 해야 하니까요. 참 이상하네요. 마음 속에는 이미 줄거리 자체가 완벽하게 들어있는데, 글로 표현하 려니 이렇게 힘들어하게 되다니. 지금은 그저 앞으로 나갈 뿐. 중간에 넘어지고 쓰러 지더라도, 그저 기어서라도 마무리를 충실히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8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04 조회수 : 81 공룡 판타지 20-387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2) 능글능글한 상대의 웃음이, 나의 이성을 부수었다. 내 손에 마력이 집결되려는 것 을.... '안 돼. 녀석의 계략일지도 몰라.' 나의 이성이, 부서져가던 나의 이성이 간신히 나를 억눌렀다. 그러나, 제논은 그런 나를 보고 즐기듯이, 웃는다. 웃는다. 그의 웃음이 내게 다가온다. "이건 인형일 뿐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다만....." 그가 손을 들자, 황제가, 전임 황제가 밧줄에 묶인채 끌려나온다. 제논의 싸늘한 웃 음. 그리고 폐제의 외침. "이, 이 놈. 나를 팔아넘기려는 거냐." "아닙니다." 태연히 반박하는 제논. 그리고. "다만, 이제 이용가치가 없어진 폐물을 버리는 것 뿐입니다." 그러더니 그의 몸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의 더러운 몸뚱이가 내 발 아래에 엎드 려진다. 제논의 다음 말. "당신을 과거에 죽이려고 한, 이 폐제를 넘겨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저 인형을 제게 하사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나를 내려다보는듯한 그의 말에, 그것보다도 세이브를 인형으로 취급하는 그의 말 에, 내 이성은 다시금 날아가버렸다. 마력이 모여지면서. "안 돼 !" 셀의 비명이 울리기도 전에, 내 손에서 마력이 방출되어 날아갔다. 제논을 향해. "그게 대답이시군요." 제논의 몸 앞에 부딪치는 마력. 그리고 부서지는 공간. 하지만 그 뒤에 있던 것 은..... "세이브 !" 그녀의 살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붉은 안개를 뿌리면서. "쯧쯧. 멍청한 녀석 같으니." 검에게 고개가 있다면, 아마 설레설레 흔들었을테지. 라 브레이커가 나를 보며 말했 다. "이걸로 열 다섯 번째 실패다. 이 녀석아." 어느새 어두워진 주변. 검에게 시련을 받을 때에 들어왔던 어둠의 공간만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환상이 사라지고, 그 뒤에 숨어있던 셀과 라 브레이커가 내게 다가 온다. "그런 식으로 자기 성질을 억제하지 못하다니. 도대체 그래가지고 어떻게 제논을 잡 을 수 있겠냐. 이게 만약 환상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일이 어떻게 되었겠냐." "으....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럼 어쩌라는 거야. 그 '인형'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성이 날아가 버리는 걸. 어쩌면, 얼마전까지 내가 그런 처지에 있었기 때문에.... 그 말에 민감한 걸까. 하지만 검의 질책보다도 더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불안해....." 셀의 조용한 한 마디. 원래는, 아르메리아를 만난 후에 곧장 세이브를 구하러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셀 과 라 브레이커는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넌 아직 자기 힘도 제대로 못 다루잖아." 그 한 마디의 위력이 나를 짓눌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 하루만에 힘을 쓰는 방 법을 터득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그것도 보통 힘이 아니라, 엘프 마법과 인 간 마법과는 전혀 다른, 고대 문명의 지혜를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다시금 내리치는 한 마디. "지식이라면 이미 다 외웠지 않느냐. 네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방법을 몸으로 체득하는 거다." "하지만....." 물론 다 외우긴 했다. 내가 검의 주인으로 인정받고 나서, 나는 곧바로 여러 가지 과거의 지식을 검에게서 넘겨받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뭔가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단 하루만에, 그 복잡한 능력을 모두 익숙하게 다루라고? 내가 무슨 천재인줄 알아? 내가 그 말을 하려는 순간, 검과 셀의 생각이 느껴졌다. 그것은. '난 잘만 했는걸.' 이 사람들이...... 내가 무슨 천재인 줄 아나? 자기들이 무리없이 해냈다고 해서, 나도 그렇게 잘 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그들의 결점은 바로..... '내가 자기들처럼 천재인 줄로 착각하고 있어.' 사실, 마법에 대해 다 이해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해와 실천은 전혀 별개의 문제 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이란..... '여태까지 내가 배웠던 거하고는 전혀 다르잖아.' 빌어먹을. 검에게서 들은, 마법에 대한 강의가 떠올랐다. 라 브레이커의 말에 따르면, 마법이라는 것은 원래 인간과 엘프로 나뉘어진, 두 가 지의 흐름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고대 문명의 전승 과정에서, 기계를 중시한 쪽 이 드워프의 문명을 가지게 되었고, 인간 자신의 힘을 중시한 쪽은 엘프의 문명을 세 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 인간 마법은 뭐야?" 어린애같은 질문이지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드워프와 엘프는 나오는데, 왜 인간 은 안 나오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 정상이니까. 어째서 인간은 언급되지 않는가. 더 자세히 물어보려는 내 입을, 조용히 손가락으로 막는 셀. "일단 다 듣고 나서 질문해도 좋아." 입을 꼼짝없이 다문 나에게, 라 브레이커는 말을 계속했다. 그것은. "그 과정에서, 나를 만들어낸 여신은 나를 엘프들에게 건네주었다. 아마 그들을 통 해 고대의 지식을 전해주려는 의도였겠지. 하지만, 그것은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 어째서? "엘프들은, 나를 신성시해서 신전에 보관만 했을 뿐, 나를 세상에 내보내서 나 자신 의 본연의 사명을 다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격노한 여신은 나를 엘프들에게서 빼앗았다." 아. 그래서 엘프들의 조상이 받은 검인데도 불구하고, 그 검이 인간들에게 넘어간 것이 었나? 하지만 그것은 조금 빠른 예측이었다. 검의 다음 말은. "그래서 그 검은 드워프들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그들역시 어리석은 종족들이었 다." 뭐? '마법검이 드워프들에게? 그건 영 어울리지 않는데?' 지금의 드워프들에게 마법이란, 말그대로 전혀 관계없는 기술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 검이 그들의 손을 거친 적이 있었다는 건가? 멍하니 검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그들은, 나를 연구해서 나와 비슷한 기계를 만들어내려고 시도했고, 그래서 만들어 진 것이 바로....." "모나드지. 고대 문명의 전투시스템이자, 드워프들이 만든 거대한 인공두뇌를 가리 키는 말이야." 셀의 말에, 검이 고개를 끄덕인다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럼.... "그럼, 모나드라는 건....." 나를 하늘에서 떨어뜨리던, 그 창백한 얼굴의 여자가, 내 눈 앞에 떠올랐다. 그럼, 그 여자가 바로..... 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널 다치게 하고 세이브를 잡아간, 바로 그 하얀 여자가, 바로 모나드의 일부 야." ".....그럼, 세이브는?" "그 시스템의 일부지. 그 하얀 여자와 마찬가지로." "......" 그럼, 제논이 그녀를 잡아간 것은..... 셀과 라 브레이커의 마음이 긍정을 표시하고 있었다. "단순히 고대 문명이 남긴 잔해를 재조립하려고....." 조금씩 말이 나온다.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받아들이기 싫은 진 실.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 "그 애를 납치해간 거였어?" 고개를 끄덕이는 셀.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럼 세이브는?" 그 애가 납치된지도 벌써 1주일이 넘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이미 기계 부품이 되어 버렸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런데 왜 이렇게 늑장을 부리는 거지? 셀도. 라 브레이 커도. 그들을 바라보자, 셀이 천천히 대답한다. "아마 의식을 잃은 채, 기계 조립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럼 빨리 구해줘야 하잖아요 !" 소리를 버럭 지르고 달려가려는 나를 붙잡는 셀. 그리고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그렇게 서두를 거 없어. 어차피 제논은 절대 그 애를 조립하지 못해." 그 말이 내 흩어진 이성을 다시 모아들였다. 뭐라고요? 그녀를 돌아보는 나. 셀이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답해준다. "세이브를 조립하려면, 조립을 시작할 신호를 보내줘야 해. 잠들어있는 고대의 인공 두뇌에 말이지." 그런데요?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지요? 그까짓 신호 하나 보내는 것쯤이라면.... 그런 내 말을 막아버리는 그녀의 말. "그 신호를 보내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는 나밖에 없거든." - 계속 - 후기)하루종일 고민하다가 간신히 스토리를 끌어내다니. 저도 한심하군요. 연재를 포 기하려다가 간신히 이었는데, 생각해보면 답답하네요. 이미 스토리라인은 다 정해두 었는데, 그것을 글로 표현하기가 이리도 어렵다니. 역시 글이란 만만한 게 아니네요. (끔찍해....) 하루종일 고민한 것 치고는 글이 안 좋다고 하시면,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저 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 같군요. 물론 결과가 안 좋다면 할 말 없지만. 그런데 왜 길 을 정해두고서도 그 길을 그리는 것이 이리도 어려운 것일까. 더 웃기는 것은 이미 이런 이야기를 머리속에 담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 알면서도 글로 쓰려니 어렵네 요. (너 돌이냐... 고 하시면 할 말 없습니다) 어쨌든 전형적인 스토리로 가는 듯 하네요. 고대 문명의 유산인 모나드라. (과연 그 렇게 가줄까. 이 사악한 작가가) 어쨌든 겨우겨우 해내서 다행이네요. 저로서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88 첨부파일 :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17 등록일 : 2001-06-05 20:28:06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7075 bytes 공룡 판타지 20-388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3) "네에에에에?" 셀의 의외의 말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한심하게도. 그러나 셀은 그리 당황하지 도 않고 말을 잇는다. "그 기계에 대해 내가 그 녀석에게 말을 해준 적은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은 이야기 하지 않았어. 게다가, 지금의 모나드라고 불리는 하얀 여자애는, 그 방법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거든. 그에겐 약이 오르게도." "하지만....." 세이브를 잡아갔다는 것은, 그 기계의 조립방법을 알아냈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렇 지 않다면, 어째서 그들은 그녀를 데려갔다는 것일까. 만약 그 모나드라는 병기가 없 다면, 제논 혼자서 셀을 막아내기는 역부족일텐데. 어째서 그들이 그런 무리수를 두 었겠는가. 그렇다는 것은 역시.... "그건 아냐." 내 생각을 단호히 부정하는 셀. "그들이 그 방법을 알아냈다면, 이미 조립을 끝냈을 거야. 무엇보다도....." 무엇이지? 무슨 말을 하려다 만 것 같은데?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돌아가는 셀. 그리고. "......어쨌든, 그 기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 만약 조립이 끝났다면, 벌써 세계 는 대혼란에 빠져들었을거야." "?" 그 녀석이 세계 정복이라도 하려고 나선다는 건가? 아니면...... "그건 말이지...." 셀의 읊조림. "아. 넌 과거의 일을 전혀 모르고 있지? 깜박했네. 미안." 웃으며 과거를 털어놓는 그녀. "그러니까. 드워프들이 라 브레이커와 비슷한 수준의 무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했지 만, 그건 본질적으로 결함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중앙 통제식 두뇌부위의 결함으 로...." "간단히 하세요. 간단히." 내가 기계적인 결함을 설명해준다고 해서, 알아듣기나 하겠나. 간단히 해요. 셀. 그 녀 역시 그에 생각이 미쳤는지, 웃으면서 말을 고친다. "결국, 모나드라는 기계 자체의 결함으로, 드워프들은 이 기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 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기계를 봉인했지. 그렇지만, 모나드 자신의 자기수복기능으 로 인해, 그 기계는 스스로 봉인을 풀어버렸고." "...." "그 때문에 드워프들은 몇 차례나 홍역을 치뤄야 했지. 결국, 그들은 기계 자체의 두뇌부위를 잘라버려서 프로그램을 혼란시켰고, 그래서 자기수복기능으로 회복된 모 나드는, 두 부위로 갈라져서 존재하게 된 거야. 하나는 모나드 자체의 의식을 가졌지 만, 또 하나는 세이브라는, 전혀 별개의 인격을 가진." "아." "오래동안 자아를 형성한 세이브로서는, 다시 합체가 될 경우 자신의 의식이 사라진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게 되었지. 모나드 자체도 원래의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을 수복할 수가 없었고." "그래서... 제논과..." "응." 그걸로 상황 설명이 다 된 것인가. 그러나. 지금은.... "걱정마. 어차피 재조립을 하려면 그 기계의 분자단위에 이르기까지 하나씩 순서대 로 조립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원래의 두뇌를 깨워야 하거든. 그리고..." "그리고?" "그 두뇌는 지금 잠들어있어. 두뇌를 깨우는 방법은 나만이 알고 있고, 그들은 결국 내가 그들과 만날 때까지는 조립을 할 수가 없는 거지." "......" "그러니까, 우리는 느긋하게 여기서 마법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가도 된다는 것이지. 어차피 그 녀석은 그 방법을 알아낼 수 없으니까. 후훗." "....잠깐 !" 그렇게 장담을 할 수 있는 근거는 뭐지요? 솔직히 그 녀석이 그 방법을 알아내지 못 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데.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셀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 했다. "그 신호라는 건,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보낼 수 없어. 물론, 그 녀석이 자살할 생각이라면 그런 짓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 녀석 성격상 그럴리는 없으니까." "....." "고대에 그 기계가 완성되고 나서, 드워프들은 이 기계의 위력을 알고 적절한 통제 방법을 연구했지만 실패했어.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방법이 그거야. 두뇌를 분해하 고, 두뇌 본래의 자의식은 억지로 봉인을 시켰지. 봉인이 풀리더라도, 두뇌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그 봉인은....." 가만. 가만. 생각이 어디로 가는거야. 잠시 머리를 흔들어 회상을 지워버리고, 다시 금 현재의 문제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마법이라는 것은...... '인간의 마법은 '악마'라느니 '마법의 근원체'니 하는 것에서 힘을 빌려오는 것이 고.....' 엘프의 마법은 스스로 그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 요지이다. 그러나, 검이 전해준 고 대의 마법은, 그와는 뭔가가 달랐다. 겉보기에는 엘프마법과 비슷했지만, 다른 점 은.... 바로..... "영혼의 각성이지." 검의 말이, 내 혼란스런 회상을 끊어놓았다. 나를 향해 자신을 돌리며, 검이 말한 것은. "인간들은 마법에 대한 지식을 대부분 잊어버렸기 때문에, 한동안은 마법이 없이 살 아갔었다. 그러나, 그런 인간들 중에 누군가가 고대의 문헌에서 마법의 근원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는 그 근원체와 교신을 하는데 성공, 힘을 나누어받게 되었다." "그것이 마법사의 근원이지요." 라 브레이커와 셀의 문답인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대화하듯이 내게 말한다. "하지만 엘프들은, 고대의 지식을 비교적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런 마법의 근원체 의 힘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전해진 수련법으로 스스로의 힘을 끌어냈지만, 그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수준에 이르면 힘의 발전이 멈춰버린다는 것." 힘의 발전이... 멈춘다고? 그러고보니 아르메리아나 오파비니아도 그렇게까지 전능 해보이진 않았었다. 음에너지를 다루다가 실패해서 다쳤다는 아르메리아도, 아직 최 고 수준의 마법을 익히지 못해서 연구중이라는 다른 엘프들도.... 실제로는 그리 강 하지 않았었다. 그건.... "엘프들은 마법의 뜻은 올바로 이해했지만, 불행히도 한 가지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놓친 것. 그리고 내가 지금 배웠으면서도 깨닫지 못한 점은 무엇이길래? 검 이 단정을 지어 주었다. "그것은.... 사람이 가진 능력 자체를 키우는 수련법이다." "?" 해석불능. 이해불능. 내 머리가 만약 드워프들이 만든 '돌로 된 두뇌'였다면, 분명 히 못 풀겠다고 거부반응을 나타냈을 거다. 능력 자체를 키우는 수련법이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서, 셀이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그건 말이지. 검술로 치면 너 자신의 체력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거 야. 그러니까, 네가 검을 배울때는 여러 가지 지식을 배우지? 검을 어떻게 잡고, 어 떻게 베고 휘두르며, 적절한 검의 움직임과, 검 자체에 대해서 배우게 되지. 엘프들 은 그런 방법을 알고는 있지만, 중요한 것 하나. 즉, 매일매일 달리면서 체력을 증강 시키고, 몸 자체의 속도를 빠르게 하며, 몸 안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같은 걸 알고 있 지는 못한거야." "......" 알 듯 말 듯. 여전히 모르겠다. 그런 나를 위해, 이번에는 라 브레이커가 좀 거친 목소리로 마무리를 했다. "간단히 말해서, 네가 도끼로 나무를 벨 때, 도끼를 쓰는 법을 엘프들은 알고 있지 만, 도끼를 만들고 날을 세우는 방법은 모르는거다." "도끼를 만들고... 날을 세워.....?" "그렇다. 영혼 자체를 깨워 발전시키는 방법을 모르고, 잠들어있는 영혼의 힘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그들은 어느 선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고 마는거다. 검술로 보면, 품고있는 생명력을 더 강하게 하지 못하는 풋내기 검사가, 검을 사용하 는 법만 연습한 것과 같은 거지." "아."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그래서 엘프들이 나같은 그저 그런 마법사에게도 당하질 못했던거야." 살짝 웃는 셀. 그런데.... 셀이 무슨 그저 그런 마법사야 ! 지나친 겸손이 아닌가? 그러나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내 생각이 아닌, 아까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한 긍정의 의미로. "하지만 셀이 그렇게 약한 마법사라고는 보이지 않는데요?" 그렇지 않은가. 그녀의 실력에 대해서는, 여태까지 여행하면서 직접 체험했었다. 아 무리 얕잡아보아도, 제논보다야 월등히 강하던데. 어째서 그녀는 그런 말을 했던 것 일까. "그건 말이지....." - 계속 - 후기)정말 할 말 없군요. 하루종일 고민한 결과가 이거라... 게다가 내일은 현충일이 라 바쁜데..... 갑자기 내일 연재분이 걱정되고 있습니다. (덜덜덜)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8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07 조회수 : 62 공룡 판타지 20-389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4) 그녀가 차분히 대답한다. "넌 내가 왜, 세이브를 직접 구하러 가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말에, 떠오른 한 가지 의문. '그녀는 왜, 그 강력한 힘으로 그 애를 구하러 가지 않았을까.' 그녀는 마법사중 최고의 수준에 올라간 사람이다. 저 제논조차도 그녀의 앞에서는 그저 애송이일 뿐이고, 인간 중 그 누구도 오르지 못한 10레벨 마법을 모두 익힌 사 람이며, 심지어는 엘프인 아르메리아조차도 그녀에게 쩔쩔맬 정도의 실력자이다. 그 런데 그런 그녀가.... '어째서일까.' 자연스럽게 떠오른 의문. 오히려 여태까지 그걸 생각해내지 못한 나 자신의 둔감함 이 이상할 정도다. 그리고, 셀은 그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내 생각이 정리되는 시점 에 맞추어. "그건...." 잠시 한숨을 쉬며 나를 바라보는 셀. 그리고 나오는 대답. "그건 인간 마법이 가진, 본질적인 결함때문이야." "예?" 본질적인 결함이라니? 인간의 마법에는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그것 은.... 강력한 마법을 난무할 경우 생기는, 몸의 부작용같은 것인가? 그러나 그녀 는.... "그런 게 아냐. 사실, 마법을 마구 사용하는 걸로 부작용이 생길 정도의 수준은, 이 미 지났으니까." 그건 그렇다. 어쨌든 그녀는 최상급의 마법사이니까. 하지만 그녀가 한 말은.... "그보다는..... 문제는 좀더 근원적인 데에 있어." "근원적인 면?" "너..... 인간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은 알고 있지?" 방법? 하지만 내가 마법 주문같은 걸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내가 아는 것은, 인간 마법을 사용할 경우, 힘을 빌려주는 악마, 아니 마법의 근원체에게 연락을 취하고, 그에게서 힘을 빌려서 마법을 완성시킨다는.... "그게 문제야." "네?" 어째서 그게 문제가 되는 거지? 오히려 엘프들의 마법보다 번거로움이 줄어들어서 더 편리할 것 같은데? 상황에 따라서는 더 큰 위력이 나올지도 모르는 마법이 아닌 가. 그런데 왜? "그럼, 만약에 그 '마법의 근원체'를 적으로 돌릴 경우는, 어떻게 해야 좋겠니?" 슬픈 미소를 짓는 그녀의 말에.... 내게 떠오른 생각은 하나. "그럼....." 고개를 끄덕이는 셀. 그녀의 무언의 대답이 내게 들려왔다. '그래. 모나드가 바로, 마법의 근원체이자 엘프들이 악마라고 부르는 존재, 바로 그 존재야.' 잠시간의 침묵. 그리고 깨달음. 그렇다면 모든 것이 이해가 된다. "그래서...." 자신에게 힘을 주는 존재니까.... 셀이 아무리 강해도 손을 쓸 수 없었다는 건가. "그래." 긍정의 대답. 부정하고 싶은 느낌. 그렇지만 그것은 사실. "그래서... 난 그 애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구하지 못했다. "그 애가 슬퍼하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했다. "결국..... 모나드를 거역할 수 없는 것이 마법사들의 운명." 그런 그녀의 말에,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내가 쥬린 제국의 수도 아미에 있을 때, 마법사들은 모나드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지. 그럼 그것은.... "탐지마법을 사용하려면, 그녀의 힘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힘을 빌려주는 존재가, 마법을 무력하게 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그저, 힘을 안 주면 간단한 게 아닌가. 마법을 완성시키지 못하게 하는 자에게, 마법은 무력할 수밖 에 없다. 그것도, 마법의 완성을 전적으로 그. 모나드에게 의지하는 입장에서는. "그래서....."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건가요. 셀. 나는 잠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믿고 있던 사람 하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러니까 네가 스스로 그 애를 구해내야 하는 거다. 좀 정신차리고 수련해보는게 어떠냐." "하지만...." 고작 하루만으로, 그 방대한 마법지식을 익히라는 건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 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것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네 몸은 이미 모든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문제는 그 힘 을 다루는 네 마음이다." "그래도...." 그 지식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비록 그 지식을 모두 외웠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 로 응용하여 사용하기엔, 단 하루라는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 게다가. "다뤄야 할 에너지의 종류가 너무 많다고." 검이 말한 지식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그러나 집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눈앞 에 떠오르는 것은, 단지 거대한 책장에 새겨진 글자의 나열. 그뿐. "미안해. 한 번만 더 정리해서 말해줘." 결국, 그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하루라는 조건이 부담스러웠나. 그래. 좋다. 한 번만 더 가르쳐주지. 이걸로 열 두 번째가 되겠지만." "빨리 해줘요." 무더위로 인해 땀에 젖은 상황에서, 셀과의 실전적인 대련으로 지친 내 몸을 향해, 라 브레이커의 지식이 쏟아져들어온다. 그런데... 잠깐. "이런 거 말고, 조언을 부탁해." 이미 지식은 다 외우고 있다. 문제는, 그걸 사용할 내 마음이다. 솔직히, 책을 외우 는 것 같은 지금의 학습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마법의 응용을 익히는데 이런 지식의 암기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 말도 맞다. 조금은 눈을 뜨기 시작한 듯 하군." 라 브레이커의 말은 대견하다는 것일까. 아니면 비웃는다는 것일까. 어쨌든 검은, 차분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럼 시간이 없으니까 간단히 말해주지. 넌 마법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냐?" 어려운 질문을 하고 있어. 암기한 지식을 내뱉는다면 간단하지만, 그건 왠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결국, 평소 생각대로 말을 꺼내고 만다.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냐?" 극히 낮은 수준의 대답에 실망했는지, 검이 고개를 가로젓는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그리고 검의 대답.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나를 만들어낸 그 분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한 가지 예로, 그 분이 비록 전능하다는 말을 듣기야 하지만, 그 분조차도 자신이 들 수 없는 돌을 만드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 전능하다는 말과, 들 수 없다는 말이 서로 모순 을 이루니까 말이다." "에....." 단순한 말장난같은데, 검이 왜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뒤에 무슨 의미라도? "그 분조차도 그런데, 하물며 우리같은 존재야 무슨 말을 하겠느냐. 결국, 우리에게 있어서 마법이란, 평소에 경험하기 힘든 현상을 일으키는, 그런 종류의 힘으로 낙인 이 찍혀버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제로는? "마법이란, 원래 악마의 기술이다. 신의 기술은 완벽하고 조화를 이루지만, 악마의 기술은 불완전하고 모순에 차 있다. 결국, 인간들의 마법을 끝까지 추구하면, 일종의 감옥에 갇혀버리는 거다. 이 아가씨처럼." 그 아가씨가, 약간 토라진 듯이 말한다. "빨리 다음 강의나 해요." 그녀도 저렇게 감정을 드러낼 때가 있던가.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한 번 숙인 후, 계속해서 검의 말을 듣는다. 꾸준히. "그 정의 그대로, 인간의 마법도 엘프의 마법도 결국, 완전한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 고 그저 신기한 수준의 기술로 전락되어 있다. 그러나, 그 분이 원래 가르치신 마법 은 그런 시시한 게 아니다. 비록 배우는 자들의 입장에선, 결국 완전한 힘을 가질 수 없기에 불완전한 수준의 힘만 가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서요?" 시시하지만, 하고 싶은 말이었다. 왠지 모르게, 검이 말을 질질 끄는 것 같단 말이 야. "그래서... 그 분께선 인간이 다룰 수 있는 간단한 수법을 나에게 전수해주셨다. 너 같은 돌대가리도 이해할 수 있는 기술을 말이다." "밀크는 돌대가리가 아냐 !" 나보다 셀이 먼저 화를 낸다. 하지만 검은 그 말을 부정한다. "돌이 아니면 어떻게 된 게, 이미 다 외운 지식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거냐." 그 말.... 좀 너무한 거 아냐? 내가 반박하려는 순간, 내 입을 막는 검의 말. "결국, 마법이라는 건, 힘 그 자체를 다루는 거다. 모든 힘, 아니 에너지라는 것은 결국 하나인데, 그 한가지를 다루는 것조차도 이리 헤메니, 돌이 아니면 뭐냐?" - 계속 - 후기)으흐흐흐. 오늘은 왜 이리 더운지. 오늘은 왜 이리 글이 안 나가는지. 결국, 발 버둥친끝에.... 스토리 완료. 머릿속에 든 것을 끌어내는게 어제는 안 되더니, 오늘 은 어떻게 나왔네요. (지독해.... 정말 머릿속에 들었으면서도 무기력증인지, 뭔지 때문에 안 나오니까, 확실히 미치겠더군요) 날씨도 더운데,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리며, 오늘은 글 올렸습니 다. 무기력증에 밀릴 바엔, 그냥 무작정 덤비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기본 스토리 보드대로 나가니까 그나마 안심하는 중입니다. 그럼, 내일도 열심히 발 버둥치겠습니다. (꾸벅)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08 조회수 : 65 공룡 판타지 20-390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5) "모두 하나라고?" 뭐가 하나라는 거야? 내가 외운 지식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던데? 열에너지, 빛에너 지, 운동에너지, 화학에너지, 위치에너지, 핵에너지, 그리고 정신에 관련된 에너지와 중력... 그런 걸 다 다룬다는 게 그리 쉬운 줄 아나? 게다가. 난 아직 그 모든 힘을 하나로 볼 정도의 실력이 되지 못하는..... "힘은 하나다. 굳이 구분하지 마라. 구분이 되는 것은, 인간이 보는 관점일 뿐이다. 힘은 그저, 그 무질서도에 따라 각기 달리 보이는 것일뿐, 실제로는 모든 힘은 하나 다. 그걸 굳이 나누어 생각하는 것부터가 인간적인 관점이라는 거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열에너지와 중력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닌가. 나 자신도 마력을 다른 힘 으로 변화시키면서도, 중력만은 아직 만들어본 적이 없..... "엘프들이 굳이 마법의 레벨을 나눈 것은, 한 가지씩 힘을 다루는 법을 익히자는 의 도였다. 그러나. 그건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돌을 자르면 모래가 나오고, 모래 를 자르면 흙이, 흙을 자르고 자르면 분자가, 분자를 자르면 원자가, 원자를 자르면 원자핵이, 원자핵을 자르면 양성자와 중성자가, 그리고 그걸 자르면 또 쿼크가 나온 다. 그걸 또 자르면? 대체 언제까지 자르기만 반복할 거냐. 이 멍청한 녀석아." "그렇지만...." "잘라도 잘라도 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모든 힘이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한다. 너처럼 일일이 자르기만 반복하다가는, 평생 걸려 도 힘을 이해하지 못할 거다. 이 멍청아." 그리고는 휙 돌아서는 검. 그리고 검의 말은. "가자. 어차피 그런 식으로 접근하다가는 영영 마법을 터득하지 못할 거다. 차라리 모나드처럼 틀에 박힌 마법만 쓰는 게, 너한테는 맞을지도 모르겠다." "틀에 박힌 마법?" 하지만 검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잠자코 하늘로 떠오를 뿐. "그게 무슨 뜻이야?" 하지만 검은 대답이 없다. 다만, 셀의 말이 그의 마음을 전해줄 뿐. "이제 가자는데?" 그러면서 웃는 그녀의 표정이, 약간 억지로 만들어낸 듯 한 웃음이다. 불안함을 내 게 던지고 하늘로 떠오르는 그녀. 하늘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동쪽을 향해 날아가서, 바다 위로만 날아가다 보니, 마 치 이곳이 다른 세상인 듯이 느껴진다. 전에 엘프들의 마을에서 본 것과는 좀 다른 풍경. 그것은 차라리..... "아무도 살지 않는 것 같아." 그저 찰랑거리는 파도만이, 내 눈에 보인다. 아니, 그 파도는 실제로는 거대한 해일 인지도 모르지. 그러나 지금의 높이를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풍경만 으로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마라. 물질과 에너지를 느끼고, 그것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 는거다." 내가 그렇게 한심하게 보였나? 마치 질책하는 듯이 들린다. 그렇지만. '하지만 자신없는 걸 어쩌라고.' 마법이 하루만에 다 되는 것이라면, 벌써 수 천, 수 만명의 대마법사가 출현했을거 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거의 모두가 9레벨도 배우지 못하고 생을 끝내는 것이 통상적 인 예가 아닌가. 그런데 그것을.... "아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 모든 에너지는 결국 하나라고. 다만 겉보기에만 다르게 보일 뿐이라고. 네가 할 일은 그저, 그 힘의 형태를 적절해 바꾸어주면서 네가 원하 는 모습을 만들어내는 것뿐이다. 그걸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는 거냐." "안 되는 걸 어쩌라고 !" 소리를 지르려다가 말았다. 여기서 소리를 지르다가 정신 집중이 깨지면, 나는 그대 로 저 바닷물 속으로 떨어지게 되니까. 안 그래도 어두컴컴하게만 보이니, 더욱 무섭 게 보인다. 역시 인간은 눈에 크게 의존하는 것인가. 그동안 살아왔던 숲속과는 전혀 달라서 그런지, 감각이 죽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 검이 단념한건가. 잠시동안 입을 닫는다. 아니,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 금 지나 파도가 조금 커질 무렵에. "이제부터는 네 문제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상대와 승부해보는거다."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는 말투로군. 그렇지만..... 마법이라는 건..... 내가 알아듣 든 못알아듣든 상관하지 않고, 검은 자신의 말만을 할 뿐. "지식은 모두 네 안에 있다. 남은 것은, 네가 그것을 응용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게 그렇게 쉬워야지. 솔직히 경험이 너무 부족해. 1주일이라도 연습 할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걸. 그렇지만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짜증을 부리려 는 순간, 나오는 고운 목소리. "그만해요. 라 브레이커. 아무래도 밀크에게 그건 무리에요." 옆에서 나를 변호해주는 셀. 하지만 이건 도와주는 것이라기보다는.... "어차피 싸움은 내가 먼저 할테니까. 만약 잘 되면, 내 선에서 처리될지도 모르고." 뭐라고? 잠깐. 아까 한 말과는 다르지 않나? 이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 녀는 분명히.... "잠깐 !" 셀이 나를 바라본다. 역시, 대마법사답게 고개를 돌리는 정도로는 비행자세가 흐트 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까지일뿐. 만약 모나드와 그녀가 상대를 하게 된 다면.... "주문도 쓰지 못하는 상대에게, 뭘로 대항을 하려고 그래요?" 그렇지 않은가. 모나드는 인간 마법의 근원이라고. 마법의 근원체가, 자기를 죽이려 는 마법을 외우는 마법사에게 힘을 빌려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녀가 주문을 쓰지 못 한다면, 과연 그녀는 어떻게 모나드와 싸울 수 있겠는가. 설마 칼로 대항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상대는 마법의 근원체, 그런 존재가 마법을 쓰지 못할 리가 없잖 아? 그런데 어떻게..... "언제까지나 도망갈 수도 없다고." 단호하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 나는 입을 닫고 말았다. 뭔가 믿는 게 있는 것일 까. 아니면 그저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일까. 하지만 그녀의 다음 말은.... "만약 내가 실패하면, 그 다음은 너야. 그때까지 배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도록 해." 으. 그건 너무하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하라는.... "내가 싸우는 것을 잘 봐.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콰르르릉. 천둥이 치기 시작했다. 이미 주위에 보이는 것은 바다와 구름과 번개뿐. 그 모든 것 이 어우러져, 완벽한 무대를 마련하고 있었다. "하나 더 있군."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는 비. 폭우가 하늘과 바다를 이어주고 있었다. 그것은 최초 의 비를 연상시켰다. 수백년을, 수천년간 퍼부었다는 비. 그 결과 지금의 대양을 만 들고, 오시언 전역을 바다로 덮었다는 전설적인 고대의 강우가, 나도 모르게 기억에 떠올랐다. 비록 그 규모로 보아선 비교조차 되지 못하지만. '지금의 내 처지같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사람, 마법을 박탈당할 처지에 놓인 마법사, 그리고 도와 줄 생각도 하지 않는, 인정머리 없는 검. 이런 일행으로 과연 세이브를 구해낼 수 있 을까. "싸우기도 전에 주눅들지 마라." 검의 말이 들리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는 내 가라앉은 기분을 되살리지 못했다. 그 저, 우울함만 더해올뿐. 그리고. "저기다. 저 아래가 고대의 잔해다." 그리고 내 발 아래에 나타난 것은..... "환상에서 본 것과 같아."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에 오는 상황을 연습해본 그 환상에서는 맑은 날이었고, 지 금은 비로 인해 앞도 잘 보이지 않는 흐린 날이라는 것. 지금이 밤일까. 낮일까. 이 미 그런 감각은 상실되어 있다.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드워프들의 도시같아." 그 기계적인 미가, 마치 드워프들의 도시를 연상시켰다. 둥글둥글한 자연의 생명과 바위들과는 달리, 저 섬은 마치 조각된 것처럼 생겼다. 비록 구성하는 요소는 원이 되, 그 원이 모여서 형성한 고리는, 자연물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었다. 저것이.... "저게 고대의 유적?" 과거에 고대 문명이 멸망한 것은, 벌써 수 천만년 이상이나 지난 일이 아닌가. 그런 데 어떻게 지금까지 저게 남을 수 있었을까. 검이 간략하게 말한다. "완전한 멸망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 말, 무슨 의미였을까. "자. 바람이 심하다. 발 아래를 주의해서 내려라." '왜 이렇게 자상하게 굴지?' 아까까지는 빈정되는 말투였는데? 영문을 모르는 내게, 검이 던지는 말 한마디. "바다에 빠지면 건져줘야 하지 않냐. 귀찮아서 그런다." "윽." 역시 심술꿎은 녀석이야. - 계속 - 후기)덥군요..... (쓰러지겠다) 모두들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기다리시느 라 고생하신 듯 하네요. 하지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내일 연재분도 걱정이 되 는 판에. 사실은 무기력증이 아직 다 치유되지 않은 탓이지만. (게을러서 그래.....) 그런데 갑자기 연결 안 되는 건 또 뭐야 ! 이제 슬슬 섬 안으로 가기 시작하는군요. 아직 착륙도 안 했지만. 그런데.... 중간 에 수 천년을 퍼부었다는 고대의 폭우. 그건 노아의 홍수가 아닙니다. 고대 신화에 나오는 홍수전설과는, 그 규모에 있어서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비입니다. 지구 에서 그런 비가 내린 것은 단 한 번. 지구 탄생 초기에 단 한 번 뿌려졌을 뿐입니다. 레이니가 언급한 것은 바로 그런 비를 가리킨 겁니다. 그리고..... 접속을 시도한지 한 시간을 넘기고 나니 연결되는군요. (대단하다....) 오늘 연재 포기하려다가, 한 번만 더 연결해봤는데, 성공했네요. 본의 아니게 아주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18 조회수 : 19 공룡 판타지 20-391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6) 검의 말에는 신경을 끊고, 하늘에서 지상으로 날아내려간다. 아니, 이 경우는 섬이 라고 해야겠지. 바다의 파도에 힘없이 파묻히는, 잘 보이지도 않는 섬을 향해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비관적인 생각이 드는 게 무리가 아니지. 솔직히, 영 이길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 설령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 뒤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서진 기계의 잔해인 그 애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다시금 옛날의 순 수한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는 요구는, 나에게도 그 애에게도 무리이다. 설령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 모두를 속이는 일. '그 애에게, 부서진 채로 살아가라고 요구할 것인가. 아무 의미도 없는 삶을 위해.' 원래 그녀는, 고대 문명의 기술을 총합한 기계의 부품으로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그 기계가 완성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라면, 그렇게 해서 세이브가 살 아남게 된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고대의 드워프들의 목적은 이루어지는 것이 겠지. 하지만 그 다음은? '그 뒤에 그녀는 무엇을 위해 살게 되는 거지?' 막상 그게 문제다. 그 애를 구한 후에도, 그 애는 예전처럼 순수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그 애도 자신의 정체를 알고 고민에 빠져들겠지. 나처럼. 하지만 그 뒤에 그녀가 내릴 결론은 과연 무엇이 될까. 암흑의 심연으로 빠져버릴까. 아니면 나처럼 불안한 상태로 흔들리며 살아갈까. 과연. "결론은 아무도 모르는 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는 것 뿐 이지." 검의 그 말에.....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온 목적은, 그 아이 를 데려가는 것. 그 아이를, 인류의 적으로 만들지 않게 하는 것. 최소한, 그 아이가 어떤 생을 살게 되더라도, 대량학살자만큼은 되게 할 수 없지 않은가. '정신차리자. 이러다가는....' 이길 수 있는 기회도 놓치고 말거다. 여차하면 검의 도움도 기대할 수 있는데, 왜 자꾸만 이렇게 마음이 무거워질까. 마음을 다져먹고,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발 아래 에 다가오는 섬을 향해서, 나는 천천히 바람에서 몸을 떼었다. 촤아아아아. 파도가 섬의 해안가에서 부서진다. 그러나 섬이 워낙 낮은 탓에, 파도는 내가 서 있 는 곳까지 밀려온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내 몸 전체에는, 물의 거품이 쏟아져온다. 나를 바다속으로 끌어안으려는 거친 풍랑. 대양의 바다가 나를 품는다. 안기지 않으 려고 버틴다. 그러나. 그 우악스런 포옹은 내게 흔적을 남긴다. 거센 파도의 자국. 그리고. "켁켁." 내 뱃속에 들어찬 짜디짠 바닷물. 아니, 이 정도 양이면 쓰다. 쓴 바닷물을 토해내 지만, 다시금 엄습하는 강압적인 애정. 어거지로 그 품을 벗어나지만, 강렬한 키스는 내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켁켁." 다만 그걸 이런 구토로밖에 답할 수 없기는 하지만..... 그러나, 지금은 나를 안고 싶어하는 파도의 구애에 답할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섬에는 집이라고는 하 나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도대체..... "그 녀석들은 어디 있는 거야?" 이런 동그란 고리같은 섬. 산도 없고 언덕도 없는 이런 섬에서, 대체 어디에 녀석들 이 거처하고 있는거지? 있을만한 곳은 지하실뿐인데, 이런 파도가 언제나 지나다니는 곳에서, 어디로 들어간다는 말인가. "상식을 벗어난 곳이군." 이미, 생긴 것부터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둥근 쟁반을 고리모양으로 이어서 만든 섬이라니.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잖아. 이런 걸 보면 역시 이곳은.... "사람이 만든 섬이라는 건가." 납작한 판 16개의 모음이라. 누군지 몰라도 이상하게 만들어놓았군. 그냥 자연적인 섬 하나만 골라잡으면 되는 것을. 뭐하러 굳이 이런 걸 만들어놓았을까. "그건 과거의 인간들이 알겠지. 네가 지금 신경쓸 문제는 아니지않느냐." "....." 검의 말이 당연하기는 하다. 하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입구가 없는데 어떻게 들어가라는 거야 !" 들어갈 수가 없으면, 세이브를 구하러 갈 수가 없잖아. "그냥 때려부숴버릴까." 바닥을 노려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가망이 없다. 억지로 힘을 모아 치면 가능하겠지만..... "그랬다간 큰일나지." 지금도 바닥을 덮는 파도의 물거품이, 그런 내 생각을 쓸어가버린다. 바닥을 부수 면, 그 물이 대체 어디로 가겠는가. 그곳은 바로...... "언니. 살려줘요." 세이브의 비명이 들린다. 난 그 애를 수장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지만...... "그렇다고 여기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도 없고." 여기서 이렇게 서 있기만 한다고 세이브가 구해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부 수고 들어갈 수도 없고. 그 변태 녀석이 섬의 문을 순순히 열어줄리는 없고. 왜 그 녀석이 공중에서 나를 마법으로 공격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간다. 이런 상황이라 면..... "부술 수도 없고.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없고." 구태여 나를 칠 필요도 없다. 자기를 공격한다면, 그대로 세이브가 죽어버릴 위험이 있으니까. 평소라면 그 애가 스스로 도망칠 수도 있지만, 그게 가능하면 벌써 도망쳤 겠지. 무턱대고 밀고 들어갈수도 없는 내 입장에선, 그저 속만 태울 뿐이다. "걱정마." 무슨 말씀을? 셀은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비록 파도의 거센 흐름에 의해, 내 눈을 감지 않으면 안 되었지만.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옷이 젖어있네? 마법사의 망토를 벗어제쳤는지, 그녀의 몸을 가 리던 망토는 없고, 그녀에게 걸쳐진 것은 평범한 여행자의 복장. 그리고 물에 젖은 옷이란 것은..... "......" 내가 남자였다면 큰일이었겠군. 하지만 그녀 정도라면, 굳이 옷을 적실 필요가 없지 않을까? 아무리 마법의 힘의 원천이 그 모나드라지만, 설마 옷을 말릴 정도의 마법도 빌려주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역시 그녀도 긴장하고 있는 건가.' 그래서, 옷이 젖는 사소한 문제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일까. 하지만 그녀의 대 답은 의외였다. 그것은 바로.... "괜찮아. 오히려 상쾌한걸." 그런 건 전혀 개의치 않는 그녀의 대답에, 약간 맥이 빠지고 말았다. 나를 안심시키 려는 거라고 생각하면 할 말이 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나를 내버려두고, 자신의 발끝으로 섬의 바닥을 두드렸다. 땅이라고 하긴 좀 곤란하고, 마치 검을 만드는 금속 으로 이루어진듯한, 그런 바닥을. 그녀의 발이 예쁘게 보인다. 북을 두드리는 소녀의 손길을 연상시킬 정도로. 잠시 규칙적인 연주가 이루어지고. "여기야." 그녀의 발끝이 멈추더니, 허리를 구부린 그녀가 바닥의 어느 한 점을 손가락으로 두 들겼다. 그런데 저 자세는 마치..... 마치.....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 입이 열린 다. "누나. 노크하는 건가요?" 아무리 상식밖의 여자라고 해도, 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아마 문의 두께를 측정하느 라 두들겨보는 거겠지. 그러나 그녀는. "여보세요. 문좀 열어주시지 않겠어요?" 상황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평온한 말투. 그리고 그 다음은.... 마법이 튀어나 와 그녀를 올려칠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나는 바짝 긴장하고 대기했다. 이제 싸움인 가. 비록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는거다. 절대로 쉽게 물러서지는 않 을..... 지이이잉. 문에서 빛이 퍼지면서..... 당황한 나의 외침이 파도소리를 지운다. "공격이 아니잖아 !" 빛이 우리 주위를 감싸며, 내게는 익숙한 뭔가를 만들었다. 마력을 가지런히 쌓아 둔, 일종의 구조체라고 할까. 아니면...... "방어막을? 왜?" 그 방어막이 우리를 감싸고, 하나의 반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위이이잉. 서서히 열리는 바닥의 문. 그리고 그 아래에는..... 작은 공간이 보였다. 언젠가 드 워프들의 도시에서 보았던, 그런 승강기 비슷한 유리관이. 설마, 초대한다는 건가? "자. 당황하지 마라. 네가 배운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되는거다." 그 말과 함께 검이 내 손에 쥐어졌다. 나와 라 브레이커를 바라보며, 셀이 결의에 찬 얼굴로 외쳤다. "자. 가자 !"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아래로 뛰어들었다. 나 역시, 그녀의 뒤를 따랐다. 거대한 파 도가, 우리를 감싼 방어막에 부딪치면서 부서져내렸다. 바닥에 보이는 유리관에 발을 붙이자, 문이 닫혔다. 소리없이 벽이 닫히고. 우리들을 실은 관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으. 휴가 끝이군요. 글이 잘 나가야 할텐데..... 하지만 평범한 사실을 기록하 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군요. 차라리 요란한 전투라면 더 쉬웠을텐데. 하지만 이런 연결부분이야말로 글에 있어서 필수이기 때문에, 그저 쓰고 또 쓸 뿐입니다. 언제 또 글이 안 나가서 휴가신청(?)을 할 지 모르지만, 이제 거의 이야기도 최종 전투에 이르렀군요. 물론 그게 쉽게 풀어지겠습니까마는.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를 해 봐야지요. 그동안 봐주신 독자님들을 위해,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런데.... 전에 올렸던, 1주일쯤 쉰다는 공지가 지워져있군요. 이런이런. 이런 것 도 잡담이라고 지운건가..... 좀 황당하군요. 전 공지했으니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것만 딱 지워져있군요. 혹시 걱정하신 분들이 계셨을지도..... (어차피 휴가도 끝 났으니 지나간 일이긴 해도....)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19 조회수 : 95 공룡 판타지 20-392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7) 소리없는 강하. 섬의 아래를 향해서, 끝없이 내려간다. 어둠의 벽을 바라보면서. 하 지만.... 주위 광경이..... 좀 이상하다? "뭐야. 이거. 꼭 지난번에 본...." 드워프들의 도시처럼, 밖이 보이는 투명한 벽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그 벽으로 이뤄진 커다란 구슬을 타고, 심해를 향해 가라앉아가고 있다. 비록 밖은 어두 웠지만, 내부도 어두웠기에 우리는 밖의 생물들을 볼 수 있었다. 온갖 기괴한 생명체 들을..... "굉장한 구경거리네." 우리에게도 그렇지만, 밖의 생명체들에게도 그건 마찬가지다. 서로가 상대를 처음 보는데서 오는 신비감이랄까. 어둠 속에서 빛을 내던 물체 하나가 다가왔다. 그것 은.... "오징어네." 생각보다는 큰, 심해의 오징어 한 마리가, 우리가 탄 구슬을 그 긴 팔로 휘감았다. 아니, 휘감으려고 했다. 아마 우리가 먹이감으로 보였던 것이겠지. 하지만. 핏. 이상한 진동과 함께, 오징어의 팔이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갔다. 뭔가에 막힌 듯 이. 그 거대한 팔이 다시금 우리를 태운 유리구슬을 향해 뻗었지만, 그 팔은 또다시 경련을 일으켜며 떨어졌다. 그리고.... 그 팔은 서서히 멀어져갔다. 이건.... "마력으로 우릴 보호하는 거다." 검의 말을 듣고 보니..... 유리구슬 전체에 느껴진 이 이상한 힘은 분명..... "유리 구슬을 수압에서 보호하는 장치야. 마력으로 주위의 바닷물을 밀어내서, 구슬 에 가해지는 압력을 경감시키고 있는 거야." 생각을 밀어내는 그녀의 목소리. 하지만 그 말에 납득하는 내 마음은 금새 사라지 고, 내 눈은 다시금 거대한 심해의 오징어에게 고정되었다. 깊은 바다에 사는 저런 생물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하겠는가. 아니, 살아있는 오징어를 볼 기회는, 어쩌면 지금 이순간뿐인지도 모르지. 그러니. "10미터는 넘겠어." 마치 공룡이 헤엄치는 듯한, 거대한 오징어의 몸이 서서히 멀리 사라져갔다. 빛의 꼬리를 끌면서. 몸 전체가 발광하는 듯한 모습도, 곧 암흑속으로 사라져갔다. 저 멀 리 하늘쪽으로. 그리고 우리는 다시 바다 밑으로 떨어져갔다. 하나의 빛이 사라지자, 그 아래에 떠오른 또 하나의 빛은...... 어둠 속에서 마치 환영처럼 떠오르는 도시. 저 곳인가. "고대의 도시다." 검의 말이 없더라도, 우리 모두는 짐작하고 있었다. 유리구슬이 그곳으로 향하며, 점차 도시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비록 심해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볼 수가 없었 지만. "각오는 되어 있니?" 셀의 손이 나를 잡으며, 그녀의 작은 음성이 내 의지를 묻는다. "모르겠어요." 멋진 말로 답하고 싶지만, 아직도 의문은 꼬리를 물고 있었다. 그 의문중에서 나를 사로잡은 가장 큰 것은. '과연 나는 이길 수 있을까.' 지식만으로 마법을 완벽히 사용할 수는 없다. 그 점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도 망설 이고 있었다. 승리와 패배를 확신할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 까. "역시 불안한 모양이구나."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말하는 그녀. 그러나 그녀의 눈은 곧.... "하지만 해내야 할 거야. 죽고 싶지 않으면." 매서운 빛으로 바뀌었다. 잠시, 다른 사람의 것으로 보인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도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거대한 산호초 덩어리같은 둥그스런 잔해가, 서서히 열 린다. 그리고, 우리는 그 틈새를 향해 헤엄쳐들어갔다. 비록 움직이는 것은 커다란 구슬이었지만. "죽은 도시야. 이미 오래 전에...." 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비록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기는 했지만, 이곳은 완전히 버려진 유적. 아니, 군데군데가 썩어서 무너질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나마 내부를 비춰주는 빛이 아직 살아있다는 게 이상할 정도로. "이미 버려진 곳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니, 당연하겠지." 검의 읊조림을 뒤로 하고, 우리를 태운 구슬은 안으로 흘러갔다. 틈새를 따라 뻗은, 뼈로 이루어진 동물의 내장같은 통로를 통해서. 툭. 유리구슬이 이리저리 부딪친다. 마치 고장난 시계가 움직이는 것처럼, 균형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이거..... "너무 오래된 시설이라서 그래. 여태까지 남아있는 게 기적일 정도야." 셀의 중얼거림에,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얼마나 오래된 시설이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지? 그리고 그녀의 대답은. "이건 대략 1억년은 지난 거야. 부서진 고대의 도시를 복구하고. 또 무너지고. 또 다시 세우고. 그러다 보니 1억년이 지나가버린거지." "네에?" 1, 1억년? 그렇게 오래동안 건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거야?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정도의 건축물이 지금까지 남아있을 리가 없어. 그렇다면 이 도시는 벌써..... "이미 부서져서 사라졌어야 할 운명의 도시야. 인간의 욕심이, 무리하게 이 도시를 지탱시켜온거야. 부서지면 다시 세우고, 부서지면 다시 세우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 그렇게도 오랜 세월이 지나간 거지." 그녀의 말대로라면, 이 도시는 혹시.... 과거에 붉은 괴물이 나타날 무렵에 지어진 건가? 셀이 고개를 가로젓는 걸 보니, 그렇지는 않은.... "더 오래된 것일지도 몰라. 정확한 기록이 남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괴물이 나 타나 인류가 멸망직전에 몰렸을때엔, 이미 이 도시도 있었어. 확실히."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요?" "그야 이곳은...." 잠시 말을 멈춘 그녀. 그리고. "그들이 괴물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낸 도시니까." 그런 건가. 한 시대의 마지막 생존을 위한 투쟁의 결과물이,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도시라는 건가. 썩을 대로 썩어 갈라져버린 어두운 통로가, 그 투쟁의 결과를 암울하 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이미 다 죽었어.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다만, 남은 것은 뼈대뿐이지. 도시로서 기 능하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야." 하지만, 우리가 타고 있는 유리구슬은, 마치 오늘 만들어낸 듯이 맑은데? 그렇다 면.... 셀과 라 브레이커가 동시에 말했다. 아니, 생각했다. "아마 새로 만들어낸 것일거야. 제논과 모나드가, 아마 자기들의 거처를 만들기 위 해 이곳을 수리했겠지." "하지만 왜 이런 곳에?" 아무리 수배자로서 추적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런 후미진 곳에 자신들을 숨길 필요가 있는 건가? 그렇다면 이곳에..... "이곳이야말로, 모나드의 본체가 있는 곳이니까." 역시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나의 모습이 유리구슬에 비춰진다. 그 표정은 마치..... ------------! 과거에 빗속에서 울며 떨던 아이. 그것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다 왔어." 셀의 외침과 더불어, 유리구슬이 덜그럭거리더니 통로의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 다. 촤악. 유리구슬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그렇지만 그리 많이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그 럼 이곳이..... "도시의 내부인가?" 하지만 죽어버린 도시치고는 너무 밝은데? 역시 이곳이 제논이 있는 곳인가? 구슬이 서서히 갈라지면서..... 쉬익.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리. 우리들의 발 아래에 보이는 것은, 회색빛의 도시건물 사이 로 보이는, 몇 채의 빛. 그리고 그 빛이 새어나오는, 둥그스런 건물. 마치 저것 은.... "솔방울같네." 건물이 마치, 소나무의 솔방울처럼 생겼다. 그렇지만 이 도시가 고대의 건축물이라 면, 그 시대엔 소나무는커녕 은행나무도 구경하기 어려웠을텐데.... 어째서 저런 건 물이 있는 거지? 그렇다면, 이곳은 역시 제논이 살고 있는 곳인가? 죽은 도시에 새로 세워진, 녀석의 집? "멋은 있군." 나중에 궁궐을 저렇게 지어볼까.... 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 지 금 급한 것은 다름아닌..... "자. 들어가자." 마치 자기 집이라도 되는 듯이, 망설이지 않고 걸어가는 셀. 하긴.... 결국 여기까 지 왔으니 물러설 수도 없지. 게다가.... 녀석이 유리구슬을 보내어 우리를 실어왔다 는 것은..... "시작은 정중하게.... 라는 건가." 가슴을 펴고 들어갈 수밖에. 셀을 선두로, 나와 라 브레이커가 따라들어갔다. 하지 만, 결국은 내가 앞장서야 하는 게 아니었나? 그렇지만..... '서두를 수밖에.' - 계속 - 후기)으. 한동안은 속편히 쓸 수 있나 했더니.... 쓰기 시작하자마자 터지는 각종 일. 일. 일.... 내일도 변함없이 바쁠 듯 하군요. 과연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되는 중입니다. 아니, 앞으로가 더 큰일이군요. 컴퓨터를 한동안 못 쓸 일이 생겼거든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공지한다고 해도 하이텔 시리얼 란에서 삭 제(공지 부분만)당하는 수도 있고. 이래저래 걱정이 많네요. 만약 내일 못 올리면, 분명히 컴퓨터에 못 앉은 탓이겠군요. (ㅠ.ㅠ) 일단 열심히 발버둥쳐서, 올려보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만.... 잘 될지 의문이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3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66 등록일 : 2001-06-20 20:52:38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6948 bytes 공룡 판타지 20-393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8) 약간 걷는 속도를 빨리 해서, 그녀와 나란히 걷는다. 뒤쳐지면 겁쟁이로 인식될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모른다. '한심해.' 세이브를 구하려고 가는 길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하지만 늦게 갈 수 는 없지. 나는 셀의 뒤를 따라 달렸다. 하지만 그녀의 걸음이 약간 빠르다. 게다가. 덜그럭. 바닥에 놓인 돌조각들이, 내 발에 거슬렸다. 이거.... "간신히 길만 만들어둔거야. 하긴...." 셀의 독백이 어렴풋이 들린다. 그 말도 맞기야 하지만... 복구하려면 제대로 해 놓 을 것이지. 길에 돌조각이 널려있는 건 뭐냐. 하긴 도시 자체가 부서질대로 부서지긴 했지만. "물이 안 새어들어오는 게 다행이잖아. 밀크." 그러고 보니 이곳은 물속이었지. 비록 도시를 덮은 돔이 불투명해서, 밖이 잘 보이 지 않기는 하...... 가만. 밖의 환경이 좀 이상한데..... "이곳만 덮은 거야." 우리가 타고 나온 유리 구슬이 물 위에 떠 있고, 그 주위만 투명한 막으로 덮여있 다. 그 밖의 도시의 페허는 완전히 부서진..... "날림 수리야. 하긴 필요한 부분만 고친 거니까 이렇긴 하지만. 제논 녀석." 그녀의 말이 그녀의 발에 끌리듯 사라져간다. 그리고, 그 발이 멎은 곳은. "여기다." 셀의 말에,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돔 안에서 가장 큰 건물. 그리고 가장 멀쩡 한 상태의 건물이, 내 앞에 있었다. 거대한 솔방울의 무리가. "시작이다." 검의 말을 배경음으로, 솔방울들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뿌리 부분이 서서히 갈라지 기 시작했다. 내부의 빛이 더욱 강렬해지면서, 우리의 주위를 비추었다. 하지만 그것 은. "비참한 느낌을 더할 뿐이야. 제논." 셀의 말이 맞다. 주위의 페허가, 그 빛에 더욱 자신을 드러낼 뿐이지. "고대인들의 도시, 모나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빛을 배경으로 하여, 걸어나온 제논의 모습은, 그 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여전히 검은 깃털의 옷에, 여전히 도마뱀같은 얼굴. 그리고 나무 지팡이 하나. 다시 보니 정 말 기분나쁘네. 하지만 저 녀석을 죽여버리기 전에 물어볼 게 하나. "세이브는 무사하냐?" 아니라고 하면, 넌 지금 당장 죽은 목숨이다. 비록 지식만을 기억하고 있는 마법이 지만, 지금 상태라면 레벨 9의 마법사를 상대할 수 있을..... "아직 그녀의 복원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폐하." 저거.... 여전히 능글맞은 놈이다. 저 얼굴을 어서 빨리 밟아버리고 싶은데... 하지 만 셀도 라 브레이커도 제논도, 그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 셀의 입술이 열리고. "그렇겠지. 모나드의 조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제야 왔으니까." "그렇습니다. 스승님." 조립을 할 수 있는 사람? 제논은 셀에게 고개를 조아리더니 묻는다. "역시 거부하시겠습니까?" "응." 뭐야? 그럼... 모나드를 조립할 수 있는 사람은... 혹시..... 셀이 작은 목소리를 내쉰다. "난 그 기계를 조립할 생각이 없는걸." "당신은 하게 될 겁니다. 애스터 누스." 그녀의 말을 날려버린 자가, 제논의 뒤에서 걸어온다. 그녀는 바로.... "모나드 !" 지난 번의 일이 스치면서, 나는 허마터면 그녀에게 덤벼들 뻔했다. 간신히 나를 억 제한 것은, 세이브가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그 점때문이었다. '지금은 안 돼. 일단은....' 그 애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두를 수 있다. 내 팔이 검에 다가 가다가 멈춘다. 하지만 불안은 내 마음을 팽팽히 조여오고 있었다. '저 녀석....' 어쨌든 한 번 패한 상대이기에. 그런 상대를 이기려면.... 작전이라고 구상해 둔 게 있으면 좋겠지만, 상대의 정체에 눌린 내 마음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 다. '레벨 10의 마법사의 힘을 지닌 상대....' 과거에 셀에게 당한 기억과, 모나드 자신에게 당한 기억이, 대처 방법을 생각나게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그 마법에 대해 기억은 하고 있으므로. 그렇지만. "당신이 궁금해하는 나의 자매, 세이브라면 여기 있지." 모나드의 손짓에, 건물 밖으로 나온 또하나의 작은 솔방울. 그 솔방울이 쪼개지면서 열리고, 그 안에는 묶여진 세이브가 들어 있었다. 기절한 채로. 창백하게 변한 얼굴 로 눈을 감은 채. "세이브 !" 나의 외침을 삼켜버리는 듯한, 모나드의 목소리가, 마치 돌풍처럼 불어왔다. "자. 당신이 이곳에 온 것은, 나의 완성을 돕자는 취지에서겠지? 애스터 누스." "아니." 돌풍에 맞선 작은 산들바람. 그런 셀의 목소리는 왠지 불안해 보였다. 그런 그녀를 몰아붙이는 모나드. "당신이라면 레벨 10의 마법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을텐데? 애스터 누스." "응." "그렇다면, 주문없이 그 마법에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충분히 알고 있 을텐데?" "알아." "여기엔 나를 비롯해, 당신의 제자인 제논도 함께 있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 가, 감히 우리에게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직 자신의 힘도 자각하지 못한, 인간 계의 공주님을 믿는 건가? 애스터 누스." "응." "그렇다면, 그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가르쳐주지." "잠깐 !" 모나드의 말에 제동을 거는 셀. 그녀의 얼굴이 제논을 바라보더니 말한다. "너..... 날 아직도 스승이라고 생각하니?" 정에 호소하려는 건가? 하지만 그런 건..... "스승님에게 마법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들과 함께 하시지요." 하지만 전혀 안타깝다는 감정이 실리지 않았는걸. 그 목소리는. "자. 스승님께서 오래동안 추구해오신 것이 아닙니까. 이제 그 완성이 눈 앞에 있지 않습니까. 왜 망설이시는 겁니까. 자. 세계를 지배할 힘이, 우리들 앞에 있는 겁니 다. 스승님." "놀고 있네." 윽. 갑자기 심각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그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 바보 폐제는 어디 숨어있니?" "뭣이 !" 건물 안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그리고 폐제, 알드리의 외침이 울려왔다. 비좁은 돔 을 울리면서. "이 건방진 계집애 ! 감히 세계의 지배자가 될 나를 향해 무슨 망발을...." "세계의 지배자?" 반문하는 셀을 향해, 알드리의 괴성이 들려온다. 저 목소리, 정말 싫다.... 귀를 막 는 나. "이 세계는 나의 것이다 ! 나는 고대의 신병기, 모나드를 이끌고, 반역자들을 모조 리 죽여버리겠다. 그리고 세계를 나의 제국의 발아래...." "너 바보니?" 그에게 면박을 주는 셀. 그에 맞춰서 들리는 이가는 소리. "이 세계에 정복할만한 게 뭐가 있다고,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니? 알드리. 이 별에 남아있는 것은, 고작해야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과, 엘프들과 드워프들 뿐이라고. 그들의 왕이 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거니? 너 자신의 사치와 향락을 위해? 그렇 다면 정말 멍청한 녀석이네. 넌." "뭣이 !" 폐제가 화를 내든 말든, 우리에게는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하긴 이곳에 내려 온다면, 당장에 목이 잘릴지도 모르니.... 아마 알아서 숨어있는 거겠지. 겁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현명하다고 해야 할까. 셀이 그 다음 대사를 끄집어내었다. "저 모나드의 본질이 뭔지도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하니? 저 기계가, 고작 인간 하나 의 말을 들을 것 같냐? 이 멍청한 녀석아." "뭐라고 !" "생각해봐. 이러다가 죽어버리는 게 너의 역할이야. 이미 상당부분 수리를 완료한 모나드에게, 더 이상 너는 이용가치가 없어. 여태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궁금한걸?" "뭐라....." 하지만 그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 까닭은..... 쉬익. 모나드의 등 뒤에서 솟아오른 마력의 파도가, 건물을 가볍게 스쳤기 때문이다. 그리 고. "파워 워드 수이사이드(power word suicide : 언령마법 9레벨. 절대명령 자살)." 강대한 압력이, 우리 모두를 스쳐갔다. - 계속 - 후기)휴우. 간신히 오늘 분 썼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오늘은 정신없이 바빴거든요. (글 쓸 시간이....) 간신히 올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오늘 이야기는 재미가 없군요. 어차피 폐제는 죽어야 할 녀석이고. 다만 엑스트라로 끝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 지만.... 곧 전투가 벌어지겠군요. (죽었다. 전투묘사) 과연 주문도 못쓰는 마법사 가, 얼마나 싸울 수 있을지.....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1 조회수 : 97 공룡 판타지 20-394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9) '이제 더 이상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지 않니?' 어디서 들려오는 목소리일까. 잠시 주위가 어두워지고, 나는 한 여성의 목소리를 들 었다. 이것은 분명.... '네 어머니를 죽여놓고, 뻔뻔스럽게 살기를 바라니?' 모나드인가? 갑자기 왜 이렇게 주위에 어둠이 깔리고..... 보이지 않는 여성의 목소 리가, 내 귓전에 울렸다. 선명하게. 너무나 선명하게. '그렇다면 그건 너무나 비열한 행동이야.' 그리고 다가오는 따스한 팔. 그리고 그녀의 품은. '자. 엄마 옆에 오렴. 아가야.' "어머니?" 그녀가, 내가 어릴때에 보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 모습은 분명..... '그래. 네 엄마다. 날 죽이고 살아남아서, 지금은 행복하니? 아가.' 그런 그녀의 눈에서 흐르는 것은, 분명히 피눈물. 그녀가 손을 내게 뻗어온다. 내 손목을 잡고..... '자. 나와 함께 가는거야. 착하지. 우리 아가.....' 그녀의 손이 내 손을 잡고, 서서히 그 손을 위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을 보지 마라. 진실을 보는 거다. 레이니." 어디선가 들리는 목소리. 이것은..... "당신은 나의 어머니가 아냐." 그녀의 손을 뿌리친다. 무거운 듯한 목소리에 담긴 뜻이, 나를 끌어당겼기 때문에. 조금전까지 내 앞에 있던 것은 분명히..... "모나드인가? 아니면 모나드가 만들어낸 환영인가?" 그 말을 듣자, 내 손목을 잡았던 어머니의 손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손이 급속도 로 말라가면서, 살이 썩어들어가고, 그 안의 뼈가 드러났다. 그리고 그 뼈는.... 파사삭. 부스러지듯이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뼈를 이루던 물질이 재가 되듯이 부서지면서, 그 조각들은 사그라져버렸다. 그리고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밝아오는 주변 풍경. "결국... 환상이었나." 아까 모나드가 외친 주문이 생각났다. 그것은 분명.... "파워 워드 수이사이드(power word suicide : 언령마법 9레벨. 절대명령 자살)였 지... 그건." 절대명령 자살이라. 아마.... 그녀가 나를 죽이려고 시도한 마법 공격이겠지. 하지 만 그 정도로 내가 죽을까? 조금 위험하기는 했지만. '이미....' 내 마음 속에는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갑작스럽게 어머니의 혼령이, 나 를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려고 나타나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모나드가 있는 앞에서. 나의 적인 모나드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판국에. 그렇다는 것은..... '결국 나는....' 이미 어머니를 의심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분명, 죽었기 때문에. 그리고, 죽은 자가 세상에 다시 나온다는 것도, 나는 믿고 있지 않기 때문에. 게다가, 모나드가 주문을 외친 직후가 아닌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무겁게 들 려온 목소리에 즉각 반응한 것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 무거운 목소리. 그러니까 라 브레이커의 말이, 내 주의를 끌었다. --------------! 내 머리를 스치는, 절망적인 느낌. 이건? "으아악 !" 우리 앞에 놓인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한 남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선명하게 느 껴지는 가슴의 느낌. "심장을 찌른 건가?" 생명력이 서서히 꺼져가는 느낌이, 내게 들어왔다. 아니, 그 느낌은 서서히 가까워 지고 있었다. 이것은 무엇인가. 설마.... "안 돼 !" 상황을 짐작한 내가 비명을 질렀을때는 이미 늦었다. 건물 위에서 떨어지는 사람.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가득찬 표정이었고, 그의 가슴엔.... '단검이야.' 그 자신의 검으로 추측되는 검이, 심장에 꽃혀 있었다. 그리고. 쿵. 우리들 앞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인간에서, 흐트러진 시체 조각이 되었다. 사방으 로 튀어 날아가는 그의 일부. 그리고 마지막 절규. "으아아아악 !" 생명이 흩어지는 소리. "이게 무슨 짓이야 !" 내 발 아래에 놓인 알드리의 시신 앞에서, 나는 소리쳤다. 하얀 괴물, 모나드에게. 나의 조금 전 경험으로 보아, 그가 자살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제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다음엔 당신을 이렇게 하겠습니다. 애스터 누스양." 셀을 바라보는 모나드. 자신감에 찬 말투다. 하긴 마법을 못 쓰는 마법사 정도는, 간단히 상대할 수 있다는 건가? 그렇겠지. 레벨 10의 마법사와, 아무 힘도 없는 평범 한 아가씨와의 싸움은, 어떤 결말이 날지 너무나 분명하니까. 그렇지만 그녀는.... "그럼 마지막으로 묻는다." 하지만 그녀가 질문을 던진 대상은..... "제논." 엉뚱하게도, 그녀는 다른 사람, 다름아닌 그녀 자신의 제자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뭐야. 이건. 완전히 모나드를 무시하는 듯한 언동에, 그녀가 셀을 노려보았다. 당장 이라도 죽여버리고 싶다는 눈빛으로. 하지만, 그 눈빛은 무시당했고, 셀은 잔잔한 눈 길로 자신의 옛 제자를 볼 뿐이다. "너는 어째서 모나드를 깨웠니? 그 이후의 일을 어떻게 하려고?" 그녀의 말은 마치, 어리석은 자식을 보는 부모의 것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스승님. 그런 경우에 대비해서, 모든 조치를 취해두었 으니까요." "고대 드워프들의 기계장치 말이니?" 어리석은 자를 보는듯한 그녀의 말은... "하지만 그게 효과가 있다면, 드워프들이 굳이 그녀를 봉인시키지 않았어." 뭐야. 훔칫 놀라야 마땅한데. 그러나 제논은 자신이 있다는 듯이, 자신의 스승을 향 해 말했다. 자만심에 가득찬 말투로. "기계장치에 의존할 만큼, 멍청한 마법사는 아닙니다. 당신의 제자는." 뭐야. 설마, 모나드를 조종할 방법이 있다는 건가? 하지만 셀은 전혀 믿지 않는다는 말투로, 다시금 제논에게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네가 마법을 제대로 못 배웠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스승님 !" 뭐야. 마치 일부러 도발하는듯한 그녀의 말투는. 설마, 지금 싸움을 시작할 셈인가. 그렇지만... 그녀에겐 마법이.... "넌 모나드를 너무 만만히 보고 있어." 싸늘한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다음 외침은....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믿음이, 폐제를 죽게 만들었어. 너는 그것을 방금 목격하 고서도, 아직도 자신을 믿고 있는거니?" "스승님 !" "넌 단지, 꼭두각시일 뿐이야. 우리의 발 아래 놓인 이 녀석처럼." 이미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는, 피와 살과 뼈가 뒤범벅이 된, 붉은 빛의 덩어리를 발로 툭툭 치며, 셀이 말을 맺었다. 그녀의 덧붙임은..... "완전히 속고 있어. 아니, 이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끌려가 버렸어. 그렇다 면...."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가리는 셀. 그리고. "그렇다면..... 스승으로서 어리석은 제자의 우행을 멈추는 것도, 나의 의무가 되겠 지." 그녀의 손이, 제논을 겨누고 있었다. "스승님께서 그러시다면....." 제논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모나드의 힘을 얻은 제 능력을 보여드리지요."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앞으로 내미는 제논. "스승님을 마법으로 굴복시키겠습니다. 그리고 봉인을 풀지요." 이쯤해서 슬슬 손을 쓸 때인가... 나는 모나드와 제논, 두 사람의 기척을 살폈다. 둘 중 빈틈이 보이는 쪽을, 먼저 쳐야 한다. 만약 정말로 모나드가 제논에 의해 조종 되고 있다고 한다면.... 그럼 내 공격 대상은..... "이 대결은 나와 제논의 대결이다. 우리 둘의 대결에 끼어들지 않길 바란다. 밀크." 뭐야 ! 이건 예상외의 상황이잖아 ! 난 그런 소리를 제논이 할 줄 알았는데.... 어 째서 스스로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버리는 거지? 셀. - 계속 - 후기)자. 내일은 싸움입니다. 좀 요란하겠군요. 하지만.... 마법없는 마법사가 과연 얼마나 버틸까. 내일은 마법전입니다. (야. 일방적으로 두들겨맞는 거 아냐? 셀이) 이젠 좀 신나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누가 그랬던가... 싸움 구경은 재미있다고. 그리고, 알드리 폐제는 결국 싱거운 퇴장. 하긴 엑스트라의 운명인가. 아니면 작가 의 학살극에 희생된건가. 그런데... 오늘은 정말 접속이 안 되는군요. (크아악 !) 덕분에 올라가는 시간이 늦 어졌습니다. 두고보자. ㅁㄱㅍㅅ.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2 조회수 : 84 공룡 판타지 20-395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0) 하지만, 그녀를 말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셀은 모나드에게 말 했다. "당신도 끼어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건 나와 제논만의 일이니까요." 둘만의 대결을 하고 싶다는 의지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는 모나드. 상당히 자신있 다는 표정인데. 하긴... "그건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제논을 이기지 못할테니까요." 팔짱을 끼고 물러서는 모나드. 하긴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 셀은 마법의 주문을 쓸 수 없는 상태니까. 적어도 그 주문은, 악마에게 힘을 비는 주문. 그리고 지금 그녀가 적대하는 대상이 바로 그 악마. 그렇다면..... '어떻게 하지? 이 상태에서......' 나와 모나드에게는 끼어들지 말라고 했지만, 아직 희망을 걸어볼 대상이 남아있었 다. 그녀는 나에게는 말을 했을지 몰라도, 라 브레이커에게는 부탁을 하지 않았으니 까. 그러나. "좋다. 기다리겠다." 뭐야 ! 라 브레이커. 너까지.... 설마 셀을 죽게 내버려둘 셈인가. 어이가 없었지 만, 검 역시 모나드처럼 냉정하게 물러나버렸다. 마치 그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 럼. '제기랄.' 셀의 마음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되면 나중에 욕먹을 걸 각오할 수밖에. 여 차하면, 즉시 행동을 개시할 수밖에 없다. 우선..... 제논을 상대해야겠지. 그렇다 면.... 녀석의 빈틈을 노려야 한다. 비록 모든 마법의 지식을 얻었지만, 그렇다고 해 서 9레벨 마법사를 우습게 볼 수는 없으니까. 무엇보다 실전경험이 부족한 나로서 는..... "편하게 보고 있어라. 레이니." "뭐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마법도 쓰지 못하는 마법사가, 마법의 근원체인 모나드에게 힘을 얻은 제논과 싸우게 되었는데, 한가하게 지켜보고만 있으라고? 검의 무정함을 탓하려는 내게, 다가오는 라 브레이커의 목소리. "그녀의 싸움을 지켜봐라. 그리고 깨달아라. 너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을." 지켜보라고? 그녀의 얼굴을 무심코 보니, 그 얼굴에는 자신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어째서. 무엇을 믿고 그런 표정을? "그럼, 시작하자." "그러지요. 스승님." 마치 산보라도 나가는 것처럼, 두 사람의 말이 이어지고, 그리고 대치는 시작되었 다. "널 죽이기 전에 묻고 싶은데....." 뭐냐. 이건. 난 둘이 싸운다기에, 시작하자마자 요란한 폭음과 불꽃이 튈 줄 알았었 다. 그렇지만.... 정작 이 싸움은, 말싸움이었던 모양이다. 시작부터 상대에게 말을 거는 셀의 모습은, 전혀 상대를 죽이려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평온하기만 한 표정. 저거.... "뭘 묻고 싶으신가요? 스승님." 여전히 능글능글하군. 얼굴부터 하는 짓까지, 다 마음에 안 들어. 하지만 저런 제자 를 가진 셀도, 역시 좀 이상하긴 하다. 이 상황에도 질문이나 하고 있고. "너는 어째서 모나드를 깨우기로 한 거니?" "......" "이제 끝을 지켜보기 전에, 묻고 싶었어. 모나드의 자아가 깨어나는 날, 한 시대는 종말을 맞게 될텐데, 너는 어째서 죽음을 선택한 거니?" "죽음이 아닙니다. 새로운 시작입니다." "시작이라....." 알지도 못하는 말은 그만둬요. 둘 다. 하지만 내 말이 들릴리 없지. 지금 이 순간 에. "인류의 문명을 멸망시킨 그 날의 재난 이후, 인간은 하늘을 날던 존재에서 땅을 기 어 다니는 존재로 추락했습니다. 저는 모나드의 원래의 목적인, 신을 넘어서 하늘로 돌아간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 뿐입니다." "그래?" 저 녀석이 말하는 건 못 믿겠다. 신을 넘어서 하늘로 돌아간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요즘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판국에. "모나드는 원래, 라 브레이커를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신이 만들어 낸 검, 라 브레이커를 꺾음으로서, 인간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었던 겁니다. 더불 어,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기도 했고요." 뭐? 지금 저 녀석이 뭐라고 한 거냐? 인간의 가능성이라고? 라 브레이커를 꺾겠다 고? 그렇다면 저 녀석이 지난번에 이 검을 손에 넣으려고 한 이유는..... "그래서 나를 손에 넣고 싶었던 건가. 인간이여." 라 브레이커의 말이, 제논에게 들어간다. 제논이 답한다. "당신은 여신의 명으로 지상에 내려와서 무엇을 했지? 고작해야, 인간들의 권력을 정당화시키는 데 이용되기만 하지 않았던가? 그러고서, 인간 스스로가 하늘로 돌아간 다는 것을 방해한 까닭은 뭐지? 우리가 단지 여신의 장난감으로 존재하기를 원했기 때문인가?" 뭐야? "왜 우리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게 막는거지? 지금 그 이유를 말해보시지. 여신의 검." 설마... 정말인가? 검이 입을 연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나는 인간이 하늘로 돌아가는 걸 막아야 했다. 지금 하늘로 올라간다면, 인간 은 분명 멸망하고 말 테니까." "피를 좋아하는 여신이시군." "그럴까?" 이 말은... 검이 답한 말이 아니었다. 이것은..... 셀이 답한 말이었다. 모두의 눈 이 그녀에게 자연스레 쏠리자, 그녀는 천천히 말을 풀어놓았다. 우리들에게. "어차피,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상실해버렸어. 하늘을 향해 날아갈 날개를 키우지 않고는, 중간에 떨어져서 죽게 될거야. 억지로 끌려올라가면 우리가 만나게 될, 당연 한 대가이지." "....." "그래서, 여신은 우리에게 날개를 달아줄 자를 지상으로 내려보냈어. 그게 바로 우 리가 보는 저 고물검, 라 브레이커이고. 그렇지요?" 조롱과 찬사를 함께 하는 것인가. 셀의 말에 검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느낌이 듬과 동시에. "하지만 날개를 달아주려면, 날개를 달 자격이 있는 인간을 찾아야 했지." "그게 저 공주님이라는 건가? 라 브레이커." 검의 말에 반론하는 제논. 그래서? 내가 뭐 어쨌다고? 비록 자격이 모자란다는 생각 이 들기는 하지만, 왜 나는 안 된다는거냐? '적어도 네 놈 보다는 나아.' 세이브를 납치하고, 자신의 황제를 죽게 하고, 어린 나에게 자객을 보내고, 스승님 을 죽게 만든 저 녀석보다는, 적어도 내가 더 나았다. 최소한 나는..... 나는..... "그럼 왜 내 스승님은 안 된다는 거지?" 뭐야? 난 분명히 저 녀석이 자기 이름을 들먹일줄 알았는데? 어째서 셀을 거론하는 거지? "그것이 모나드에 매인 자의 운명이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 답 역시, 검이 아니라 셀이 해 주었다. 슬픈 미소를 띄고서. "모나드. 모든 마법사에게 마법의 힘을 부여하는, 악마들의 여왕. 고대 드워프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에게 힘을 부여하는 거대한 기계."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과거의 조각이었다. 모두가 잊고 있었던, 우리들의 과 거. "모나드라는 기계가 완성된 후, 인간은 그 기계에 얽매여서 마법에 의존하게 되었 지. 하지만 그것은 파멸의 길. 그 기계의 편리함에 매혹된 사람들은 자신의 날개를 키우지 않았고, 가뜩이나 퇴화되던 날개는, 결국 힘을 잃고 사라져버렸지." "......" "드워프들은 그걸 보고, 날개가 아예 돋아날 수 없게 되기 전에, 그 기계를 봉인하 기로 했지. 격렬한 싸움이 전개되고, 결국 날개를 아직 가지고 있던 엘프들과 드워프 들의 조상들은, 그 기계를 분리하는데 성공했지. 세이브와 모나드라는, 두 개의 별개 의 인격으로." "....." "분리된 기계는 멀리 떨어지고, 기계 자체는 어둠 속에 묻혔지. 하지만, 인간은 과 거의 마법을 잊지 못하고, 다시금 그 힘에 손을 뻗었지. 그래서....." "......" "그러나 그 기계는 불완전하기에, 고대의 마법은 다수가 상실되고, 그 유혹에 넘어 간 자들은 인간으로 불렸지." "....."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자들도, 과거의 문명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하고, 진정한 마 법의 조각을 얻은 자들은 엘프로, 기계 문명의 조각을 얻은 자들은 드워프가 되었 지." "..... 그렇다는 것은...." "그리고 지금까지 갈라져서 내려온 것이 현재의 인간. 지성을 가진 세 존재의 기 원." "......" "날개를 잊은 자들을 위해, 엘프들에게 전해졌던 라 브레이커는 인간에게 보내지지 만, 그 누구도 날개를 다시 돋아나게 하는 아픔을 참을 수 없었고, 결국 인간은 그 검을 권력자의 손에 넘겼지. 스스로의 마음으로 검을 봉인한 채로." "......" "그것이 우리 모두의 진실. 과거로부터 이어져내려온, 우리들의 역사." "......"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감추어왔던, 과거의 조각." "......." - 계속 - 후기)잘 쓰고 있는거냐? 그런 질문이 나오더군요. 이 대목을 쓰고 나니. 슬슬 모나드 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대의 문명의 총합인 기계. 그러나 그 기계의 비밀 은.... 어쩌면 여기서 모든 것을 알아챌 분도 있을지 모르지요. 뭐 그건 할 수 없을 지도..... 하지만 오늘 전투를 기대하신 분들은 좀 실망하셨을지도.... 하지만 어차 피 일어날 싸움. 곧 나오게 되겠지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3 조회수 : 65 공룡 판타지 20-396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1) "그런데도, 그 역사를 반복할 셈이니? 제논. 아직은 늦지 않았을거야. 그만해." 상냥한 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제논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말했다. 단호한 목소리로. "하지만 그 기계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그 힘을 내 손에 쥘 수만 있다면, 나는 스스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지요. 스승님." 뭐? 그럼..... "어차피 그 검에 의지해서 인류의 날개를 돋아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안 된 다. 스승님도 안 된다. 밀크 아가씨도 안 된다. 자신의 주인이 되고자 찾아오는 자 를, 모조리 죽여버리거나 퇴짜만 놓는 그런 검에게, 어떻게 인간의 미래를 맡긴다는 겁니까? 결국 저나, 스승님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날개를 돋아나게 한 게 아닙니까." "그건...." "자기 비위에 맞는 사람을 찾아내는데 그 검이 얼마나 많은 세월을 잡아먹은 겁니 까? 천만년? 1억년? 그럼 다시 인류에게 모두 날개를 달아주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시일이 지나가야 하는 겁니까? 이 별이 부서질 때까지? 저 태양이 붉게 타올라, 이 별을 모두 태워버릴때까지? 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겁니까?" "...." "마법사들은 주문을 외우니까 안 된다. 검사들은 머리가 둔하니까 안 된다. 학자들 은 몸이 약해서 안 된다. 대체 그 조건에 맞추지 못해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 겁 니까? 그런데도 그런 검에 미래를 의지하다니. 절대로 안 됩니다." 아.... 그랬지. 이 검이 나를 주인으로 선택하기 전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실 패했다고 했었지. 제논이 말하는 것은, 아마 그것을 가리키는 것일 것이다. 그러 나.... 그렇다고 해도....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저 자가 또 거 짓말로 우리를 기만하려고 한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과거의 경험 때문에? 하지만 거 짓말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된 일일까. "그 검은 사람들의 피로 물들어 있습니다. 그런 검에 의지할 바에는, 차라리 고대의 병기인 모나드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게 안전할 겁니다. 적어도....." 모나드의 어깨를 손으로 짚는 제논. "이 아가씨는, 우리 인간에게 공룡에 대항할 힘을 부여했으니까요. 여태까지. 그 장 구한 세월동안을." "그 힘이란 건...." 주문 마법을 일컫는 말인가? 셀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 마법.... "그러니, 전 모나드를 완성시키고, 그 힘을 빌려 인간을 변화시켜보겠습니다." 지팡이를 꽉 쥐며 외치는 그의 모습이, 거리낌없이 당당해보인 것은 내 착각일까. 잠시간의 침묵이, 우리 모두를 감쌌다. 마치 페허가 되어 버린 이 도시에 묻히는 것 처럼. "그래. 그렇다면 좋아. 그렇게 해서...." 라 브레이커가 아닌, 셀의 질문이 그에게 던져졌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검을 위한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인간을 변혁시킨다... 말은 좋아. 그렇다면, 모나드양. 당신은 어떻게 인간을 하늘 로 돌려보낼건가요?" 새하얀 유령이 답한다. "그들에게 힘을 부여함으로써, 나는 그들에게 하늘을 돌려줄 것이다. 그게 내가 만 들어진, 단 하나의 목적이니까." "정말로?" 어째서 부정을 하는 거지? 혹시 짚이는 게 있는 건가? 혹시.... "그럼, 저 알드리같은 자에게도 힘을 부여할 건가? 아무 대가도 없이?" 시체가 되어 땅바닥에 쓰러진,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살조각을 가리키며, 셀이 물 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대가는 필요없다. 필요한 건 계약일 뿐이지." 계약? 무엇을 담보로 한 계약이지? 결국 그것도 대가를 구하는 게 아닌가? "무슨 계약을?" 내가 묻는다. 결국 뭔가를 요구하는 것이 계약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그녀는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거지? 그리고. "내가 구하는 것은, 단지 나와의 친밀한 관계일 뿐이다. 정신적으로 연결된, 우리간 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일종의....." "잠깐 !" 매서워지는 셀의 눈초리. "설마, 마법사들에게 맺은, 그런 계약을 강요할 셈인가? 모나드." 둘 사이에 냉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이건 착각이 아니다. 그 렇다면. "그 계약으로 인해, 나는 라 브레이커의 시험에 실패해 버렸는데? 아니, 그것보다 는...." 할 말이 있는 건가. 그녀가? "그 계약 때문에, 나는 평생토록 풀 수 없는 족쇄에 매이고 말았는데...." 터져나가는 듯한 목소리. "그 사슬을, 인간 모두를, 그 사슬에 잡아묶을 셈인가?" 말하지 못하는 모나드. 역시 뭔가가 있었군. 아니, 그녀의 말을 들어보려는 건가. 그렇지만. "과거에 네가 봉인된 것은, 네가 한 그 악행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과거를 다시금 재현할 셈인가? 인간 모두에게?" "스승님. 그게 무슨...." 제논의 당황한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녀는 모나드에게 말할 뿐이다. 한 마디씩. 한 마디씩. "마법사가 된 자는, 자신의 정신을 모나드와 통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마법을 사용 할 때, 모나드에게 자신의 의사가 전달이 되니까. 하지만 그것은.... 필연적으로 자 아의 붕괴를 가져오지. 밀크. 너도 알고 있겠지? 서로간의 마음이 통할 때, 자신의 마음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것은..... 내가 아르메리아와 함께 있을 때 겪었던 그것을 가리키는 건가? 그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너무 잘 일치되어, 마치 둘이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그런 걸? "강한 정신은 약한 정신을 지배한다. 적어도 주문 외에는 힘을 가지지 못한 마법사 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하지.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는 모나드의 의식이 마법사 자 신을 압도하고, 마법사는 모나드의 인형이 되어 버리는 거지." 인형.... 그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어지간한 사람은 그 힘에 저항할 수가 없어. 마치 자신이 모나드인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게 되지. 그녀의 의지에, 마법사는 하나씩 굴 복하게 되는거지. 육체도, 정신도, 모나드의 것. 인간은 단지 꼭두각시일 뿐." 그리고 매서운 눈동자. "그런 미래를 인간에게 강요한다는 거냐? 단지 네 욕심만으로? 네가 힘을 얻기를 바 라기 때문에, 그런 참극을 부른다는 거니? 모나드." 뭐야. 왜 제논을 무시하는 거지? 그리고 마지막의 셀의 한 마디. "이미 저 아이도 자아를 상실했겠지?" 그녀의 손가락은, 제논을 가리키고 있었다. "눈치가 빠르군요. 애스터 누스양. 마법의 계약의 비밀을 알아차리다니." 싱글거리며 웃는 모나드. "하지만, 당신 역시 그 계약을 하지 않았던가요?" 뭐? 그 말의 의미는.... 그제서야 나는 눈치를 차렸다. 사실 당연한 것이었는데.... 그녀가 마법사인 이상, 그녀역시 당연히 마법의 근원체, 모나드와 계약을 했을 것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알아차린 게 늦지 않을까요? 이미 당신 역시 내 인형이라는 의미이니까." "그럴까?" 긍정인가. 부정인가. 셀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지만, 아직은 미소가 남아 있었다. 그 러나. 언제 그 미소가 다시 사라질 것인가. 내 앞에서. 미소를 빼앗아갈 존재가, 그 녀에게 말을 건다. "당신에게 한 가지만 알려드리지요. 당신을 인형으로 만들기 전에." 그녀가 차분히 말한다. 마치 승리한 듯한 표정으로. "우선, 당신의 제자인 제논은, 내가 자신을 인형으로 만들려고 할 당시에, 기꺼이 허락을 하더군요. 자신의 의지로." "뭐야 !" 그녀가 웃으며, 다시금 말한다. "당신 자신도, 이제 곧 스스로 제 인형이 되기를 간청하게 될 겁니다. 애스터 양." "이익." 뒤로 물러서는 나와 셀, 그리고 라 브레이커. 그 앞으로 한 걸음씩 걸어오는 모나 드. "주문 마법의 매력을 거부한 엘프들과 드워프들, 그리고 당신을 없애고...." 나를 바라보며 말하는 모나드. 역시, 첫 목표는 나인가. 그렇지만.... "당신의 검, 라 브레이커를 손에 넣겠습니다. 그리고 인간 모두에게 인형의 옷을 입 혀드리지요. 하지만, 그것은 제가 하기보다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설마... 설마..... 모나드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리고. "당신의 목숨은, 당신과 가장 친했던 당신의 언니에게 맡기는 게 좋을 듯 싶군요." 이, 이게..... 설마, 그런 짓을 하려는건가...... 그녀의 지시에 따라 걸어나오는 소녀는.... "셀 !" 마치 넋이 나간 듯이, 서서히 걸어오는 그녀. 설마.... 설마..... 설마.....! "스승과 제자의 싸움이, 이상한 말싸움 때문에 무산되었으니, 흥을 다시 돋구기 위 해선 어쩔 수 없지요? 제가 완성되어 드워프들을 멸망시킬, 경사스런 이 날에." 모나드의 기분나쁜 소리. - 계속 - 후기)슬슬 전쟁이군..... 문제는 전투인데..... 자. 레이니 혼자서 싸우라고 다 떠맡 길 셈인가. 상당히 저도 사악하군요. (흐흐흐흐흐)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4 조회수 : 103 공룡 판타지 20-397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2) "자. 당신의 최후를 장식할 사람으로 가장 적합한 사람이겠군요. 그녀라면." 모나드의 비웃음 속에, 눈동자가 풀린 셀의 팔이 치켜올려지고.....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게 되지가 않는다. 당황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공포로 몸이 얼어붙었기 때 문인가. 아니. 그것보다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희미한 이 느낌 은...... "에잇 !" 그녀의 발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강대한 힘을 품은 발차기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 "어?" 이건 좀 이상한데. 에너지의 방향이 약간 다르잖아. 내 머리가 있는 쪽에서 약간 빗 겨나간 이 방향은...... '그렇구나.' 뭔가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안도감이 느껴지고. 그녀의 발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 가더니..... 그 일격은 그대로. "크억 !" 모나드의 가슴을 강타하는, 셀의 일격 ! 그 일격으로 인해, 뒤로 나가떨어지는 모나 드. 고통스런 표정으로 셀을 노려보는 모나드. 그리고. "조종되지 않아서, 약간 미안하네요. 모나드양." 셀이 그녀에게 미소를 보내더니, 잽싸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녀가 달리는 방향에 는 분명. "어림없어 !" 셀을 막아서는 제논. 그의 지팡이가 세워지면서 입이 열린다. 주문을 외울 셈인가. 그러나. "달려 ! 밀크 !" 셀의 외침에, 내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마력이 내 몸에서 등을 통해 튀어나가 며 폭발했고, 그 힘이 나를 앞으로 튕겨보냈다. 섬광처럼 날아가는 나. 그리고 내 몸 이 향한 곳은 바로...... "잡았다 !" 세이브가 갇혀있는 솔방울을, 내 손으로 그었다. 손에 집결된 생명의 힘이 가늘게 집중되어 검이 되고, 그 빛줄기가 그녀를 가둔 속박을 베어나갔다. 세이브를 잡아묶 은 끈이 잘려나가면서, 솔방울은 두 조각으로 갈라져나갔다. 세이브의 몸이 땅으로 떨어져내리고, 그녀를 내 팔 안에 품어안는다. 나의 작은 품 안에. 그리고. "달아나자 !" "어딜 !" 하지만 제논은 주문을 외웠어야 했다. 그 짧은 순간에, 그를 걷어차는 셀. 입을 가 리며 나동그라지는 제논. 셀은 더 이상의 일격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도시의 지붕을 향해 날아가는 우리들. 그러나. 퉁. "뭐야 !" 내가 올려친 허상의 검이... 그대로 부서져버렸다. 이, 이럴 수가..... 무슨 유리가 이렇게 튼튼해? 셀이 자신의 손을 올려 유리를 깨려고 했지만..... 파직. "이런 !" 우리들 사이로 날아드는 한 줄기의 마력에, 도시를 덮은 유리지붕을 깨려는 우리의 공격은 멈추고 말았다. 이런. 도망치기엔 너무 짧은 순간이었나. 기절한 세이브를 품 에 안고서, 우리는 아래를 바라보았다. 아래에 보이는, 모나드의 분노한 얼굴을. 그 녀의 얼굴은 증오로 불타고 있었다. 그 입이 열리더니, 분노의 용암이 터져나왔다. "어떻게 내 조종에서 풀려난 거지?" 그녀의 흉폭한 눈동자가,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눈동자를 하고 서. "가르쳐줄까? 모나드." 하늘에 떠서, 아니 도시 상공에서 모나드를 바라보는 우리들. 그리고 그 아래에 작 게 보이는 제논과 모나드. 그들을 향해서, 셀이 차분하게 생각을 쏟아놓는다. "당신은 주문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과 연결하여, 그 정신을 지배하지. 하지 만 말야. 만약 주문 마법 계약을 하지 않은 사람을 지배하려면.... 당신은 어떻게 해 야 하지?" "뭣이 !" "계약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당신의 지배력이 통하지 않지. 마음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말이야. 주문이라도 걸지 않는다면, 단순한 지배력만으로 상대를 억누르 기는 무리지. 엘프들처럼 상대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만큼 자아가 굳건하기 때문 에 당신의 힘이 통하지 않는 것이고." 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대고 말하는 그녀. 그러나. "웃기지 마라 ! 넌 인간계 최강의 마법사였다 ! 그런 자가, 주문 마법의 계약을 하 지 않았다고 하는 거냐? 이미 레벨 10의 경지에 이른, 너같은 녀석이?" 확실히 그건 문제다. 그녀만큼 주문을 적절한 시기에,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는 사람 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러고 보니.... 여기 올때에.....' 그녀가 주문을 외운 적이 없었다. 이곳에 올때에.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하늘 을 날아온거지? 마법도 사용하지 않고. 그러나, 셀의 다음 외침이 그 의문을 가려버 렸다. "그럼 살펴봐. 계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 잠시간 흐른 침묵. 뭔가 생각하는 듯한 모나드의 행동이 지나고..... "이..... 이 년이......" 고개를 든 그녀의 얼굴은, 충격으로 굳어져있었다. 어째서? 그런 그녀를 보는 셀의 표정은..... "이제 알겠니? 둔한 계집애." 의기양양하게 대꾸하는 셀. 당황하는 모나드. "이..... 네 멋대로 계약을 해지하다니. 감히 내게 이런 짓을....." 이해가 가지 않는듯한 표정으로 소리치는 그녀. 뭐야. 그건 또 무슨 말이지? 계약해 지라니?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모나드에게 대꾸하는 셀. "당신과 싸우게 되었는데, 당신의 힘을 빌릴 순 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당신 편을 드는 것도, 밀크에게 미안하니 안 되고. 그럼..... 힘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지. 안 그래? 라 브레이커." "그건 그렇다." 자기 멋대로 해지를 해버린 건가? 계약이란 게 그렇지는 않을텐데? 게다가 말이 야.... 그녀가 만약 주문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어떻게 싸움을 하겠다는 걸까. 상대는 레벨 10의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마법사의 힘의 근원인데 말이야. 그 런데 그런 그녀를 상대로.... 모나드 역시 그에 생각이 미친 모양인지, 우리에게 큰 소리를 질러댄다. 자신만만한 어조로. "음.... 계약 해지에 대해 신경을 안 쓴 탓에, 네 년이 멋대로 그 주문을 외워버린 모양이군. 계약 해지의 주문을. 너무 자만한 탓인가...." "신경 안 써줘서 고마워요. 모나드양." 비웃는거야? 아니면 칭찬하는거야? 그렇지만.... 문제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을텐 데.... "하지만 결국 그건 바보짓이야. 그런 우매한 짓을 하다니. 네가 감히 인간의 힘만으 로,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감히 마법사들의 모든 힘의 근원인, 나에 대항 할 수 있을까? 단지 인간의 무술만으로?" 확실히 그건 문제다. 그녀가 마법을 쓰지 않고 하늘을 날아다니려면, 가능한 것은 오직 무술뿐. 비록 거대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지. 하지 만... 그것만으로 주문 마법에 대항할 수 있을까? 안 될 듯 한데...... 답답하게도, 고개를 끄덕이는 셀. 이건.... "음... 그렇네?" 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 눈을 감고 미소짓는 셀. 뭐야. 이건. 전혀 겁먹은 표정이 아니잖아. 뭔가 믿고 있는게 있다는 건가? 설마 나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라 브레이 커밖에 없는데.... 절로 돌아간 내 얼굴을 바라본 검이, 부정의 뜻을 보낸다. '그럼.....' 갑자기 불안해지는데.....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리는 모나드. "그렇다면, 어리석은 자에게 종말을 내려주지." 저럴 줄 알았어. 이제부터 싸움이 벌어지는군.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몸을 긴장 시킨다. 드디어 전투인가. 하지만 세이브를 한 팔에 안은채로 싸우기에는, 여러모로 무리이다. 그럼... 차라리 라 브레이커에게 맡겨볼까. 아니면 검에게 싸움을 맡으라 고 할까. 하지만 그건 무리다. 저 검이 얼마나 성격이 나쁜데. 일단 도와줄 것 같지 는 않으니, 각오를 해야 할 듯 하다. 그러나..... '일단 부탁은 해보자.' 내가 검에게 말을 꺼내려는 순간....... 모나드가 먼저 외쳤다. 주문인가? 방어를 하려는데, 공격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보낸 것은, 한 마디의 말. "그럼, 당신 제자의 손에 당신의 목을 맡기도록 하지. 애스터 누스." "좋으실대로." 모나드가 손을 흔들자, 제논이 지팡이를 쥐고 하늘로 서서히 날아올랐다. 역시 그렇 게 하는군. 셀이 서서히 자신의 손을 가슴에 모은다. 그렇지만. "위험해요. 저 녀석은 내가....." 아무리 내가 초보 마법사라도, 마법을 못쓰는 셀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렇다면..... 힘겨운 싸움이겠지만 내가 해보는 것이..... 그러나. 나를 손으로 가로막는 셀. "넌 세이브를 지켜줘. 저 둘은 내가 어떻게 해볼테니까." "하지만...."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마법도 못 쓰면서. 내가 그녀를 말리려는 순간. "꼭 지켜줘야 해 ! 언니의 부탁이야." - 계속 - 후기)오늘은 일요일답게, 늦었습니다. 원래는 더 빨리 올릴 수도 있었지만..... "검토하고 올려." 라는 명분에 밀렸습니다. 확실히 늦긴 했지만, 그래도 정리하고 올리니까 다행이네 요. 어제 불안해했던 점도 일단 정리가 되었고. 그러나..... 늦은 건 늦은 거네요. 죄송합니다. 요즘들어 점점 더 늦어지는 듯 하네요. 하지만 엉망인 모습을 보일 수도 없고 해서.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5 조회수 : 65 공룡 판타지 20-398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3) 그녀의 그 말이, 세이브를 지켜달라는 부탁의 말이, 나를 나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를 뒤로 하고, 자신의 몸을 강하시켜 아래로 내려가는 셀. 그녀가 남긴 말이.... "라 브레이커. 내가 실패하면 뒷일을...." "염려마라."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야.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불길한 상상. 아니야. 설마.... 그 녀가 죽는 건...... '그건 아닐꺼야.' 애써서 불길한 상상을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그것은 역시 무리였다. 현재의 그녀의 상황을 알기에. 그녀는 지금.... '주문도 사용하지 못하면서, 뭘로 싸우겠다는 거야.' 만약 나에게 무술만으로 레벨 10의 마법사를 이기라고 한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 까. 아미 그러겠지. 죽고 싶지 않다고. 그러나 지금 셀이 하려고 하는 것은..... '그 이상으로 무모한 짓이야.' 하지만 그녀의 애절할 정도의 말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일단 여기서 달아나라는 건가? 자신의 목숨으로 시간을 벌 속셈일까. 그러나..... "지금은 그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잘 보고 있어라. 그녀의 마지막 싸움을." "마지막 싸움?" 내 눈이 저 아래를 향했다. 서로를 노려보며 마주선,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훗. 지금의 힘만으로 절 이기신다는 것은, 무리라는 걸 아시겠지요? 스승님."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자신의 옛 스승을 바라보는 제논. 그렇지만..... "인형한테는 지지않아." 인형. 그 말이, 현재의 제논의 처지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고작 기계에게 조 종당하는 인형 주제에..... 저 표정 역시, 모나드의 연출인 셈인가. 그렇게 보니 저 마법사가 불쌍해졌다. '인형이라.....' 세이브는 그나마 자신의 의지라도 있었지만, 저 자는 단지..... 하지만 그런 내 생 각을 간단히 흩어버리는 제논의 한 마디. "그럴까요?" 그는 자신을 알고 있을까.... 내 잡념을 뒤로 하고,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긴 장시켰다. 언제 상대의 일격이 나올 것인가. 하지만, 망토까지 두른 위풍당당한 제논 의 모습에 비해, 평범한 여행자 차림의 셀의 모습은, 너무나 나약해보였다. 그저 산 책나온 시골처녀같은, 평범한 바지와 윗도리라니. '불안해....' 그녀에겐 과연 승산이 있는 것일까. 불안속에 아래를 바라보던 나의 눈동자에, 제논 의 입놀림이 비쳤다. 저것은. "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avity : 시공마법 레벨 7) !" "10레벨 주문이다 !" 나의 목소리는, 놀라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저것은... 분명히 10레벨 주문이 아닌 가. '아냐. 공격 주문은 10레벨이 아니야. 하지만 저 주문은.....' 저 주문의 길이는.... 셀이 언제나 사용한 그 방법이었다. 보통 마법주문이라고 하 면, 악마를 부르는 첫 번째 주문, 사용대상을 정하는 두 번째 주문, 그리고 마법의 이름을 말하는 세 번째 주문. 이렇게 순서가 정해져있기 마련인 것인데.... 저 자가 지금 사용한 것은..... '주문의 이름만 불렀어.' 셀의 발 밑에 생기는 요동. 저것은.... 시공의 요동인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비명. "누나 ! 어서 피해요 !" 얼마나 다급했으면, 누나라고 불러버렸을까. 여자애의 몸으로 말이다. 하긴 여행중 에 붙은 버릇이, 그리 쉽게 떨어질까. 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어떻게 저 녀석이 셀의 수법을....' 단지 주문의 이름만을 외워서, 마법을 발동시키는 기법. 그것은 셀만이 사용했던 독 특한 기법이 아닌가. 그런데 저 녀석이 그것을 사용하다니. '정말로 모나드의 힘을 얻은 건가.' 이제서야, 상대의 강함이 뼈저리게 실감나기 시작했다. 치칭. 파직. 셀이 서 있던 지역의 돌과 모래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시를 덮은 지붕 에 모래들이 우수수 날려가고, 돌들이 그곳으로 떨어졌다. 반중력 공간이 생성된 곳 과, 평범한 중력의 주위 공간의 사이에서, 바람이 마구잡이로 불어닥쳤다. '중력의 이상때문인가?' 중력의 이상. 그 말대로다. 평범한 세상의 중력은 별의 중심으로 향하기 마련인데, 지금의 상황은 마치..... 하늘을 향해 바람이 불어올라가는 듯 하지 않은가. 그렇다 면 이것은..... '일단 뒤로 물러서자.' 저 근처에 있으면, 나 역시 돌풍에 휘말릴 우려가 컸다. 비록 달아날 상황은 되지 않지만, 내 품에 안긴 세이브만은, 무사히 보호해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셀의 모습이 안 보여.' 그녀가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해야 마땅할텐데,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만약 지금의 마법에 휘말렸다면, 도시의 지붕으로 날려갔을터인데, 전혀 그런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제논 역시 의문을 느꼈는지, 다시금 주문을 외운다. 비록 소리가 좀 작 게 들리기는 하지만..... "탐지주문이네." 역시 녀석도 셀의 위치를 놓친 모양이다. 허둥대는 녀석의 머리에 한 방 먹여주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모나드의 존재가 부담스러웠다. 일단은 적을 공격하는 것이 우선 이 아니고, 나와 세이브의 몸을 지키는 것이 우선시되기에. 게다가..... 지금 받은 이 느낌대로라면......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는 뭔가. 그리 고 그 다음. 퍼엉. 어느새 제논의 뒤로 날아들어간 셀의 주먹이, 그의 등을 때리고 있었다. 그렇지 만..... 제논의 몸을 감싼 저 무지개빛의 구슬은...... "방어막이다 !" 젠장. 역시 그랬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자신의 몸 주위에 방어막을 쳐둔 것이 겠지. 제논의 몸을 보호하는 둥그스런 반투명의 막이, 지금은 뚜렷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었다. 셀의 주먹이 뒤로 물러난다. 혹시 다치진 않았을까? 생명력이 손상 되지 않은 걸 보니, 괜찮기는 한 듯 하지만. 파앗. 그녀의 손에 가지런히 정렬된 생명의 힘이 제논을 베어들어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는..... 파앙. "역시 안 되잖아." 상대의 방어마법이 너무 강했다. 저 정도의 공격으로는 이빨도 안 먹힐 게 분명했 다. 아무리 그녀가 예상 이상으로 잘 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 인가.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면, 승부는 이미 결정난 셈이다. 제논 역시 그 점에 생각이 미쳤는지, 셀을 향해 비웃음을 던진다. 젠장. 자기 옛 스승에게. "아무래도 실패하신 듯 하군요. 스. 승. 님." 그리고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저것은.... 셀이 심상치않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얼 른 뒤로 몸을 날리지만.... 제논의 손이 셀을 향했다. 그리고. "드레이크 브레스 포이즌(drake breath poison : 독마법 레벨 8. 죽음의 독을 분사 한다)." "이런 !" 저, 저 녀석이 저런 강력한 주문을 사용하다니. 이곳은 폐쇄된 곳이라서, 저런 강대 한 주문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다가는..... 나를 향해 다급하게 외치는 검의 목소리. "피해라 ! 저걸 맞으면 몸이 완전히 녹아버릴거다 !" "말 안 해도 피해 !" 기세좋게 대꾸하긴 했지만.... 어디로 피하지? 이미 이곳이 도시를 덮은 돔의 가장 윗부분 아닌가? 내 발 아래로 차오르는 보랏빛 안개가, 나를 집어삼킬 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 "돔을 파괴해버릴까?" 아까는 비록 실패했지만, 전력을 다해서 일격을 가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이 다. 그렇다면... 어차피 독에 중독되어 몸이 녹아버릴 바에는... 한 번 시도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려는 순간, 내 눈에 보인 한 소녀. "셀 !" 그녀 역시, 나처럼 하늘로 떠오르다가 돔에 부딪쳤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건 가. 우리들을 향해 서서히 덮쳐오는 독안개. "이거...." "큰일이네." 밀실에서 독가스를 쏜 꼴이다. 아무리 저 독안개가 공기보다 무거운 모양이지만, 이 렇게 좁은 공간에서 독을 분출시킨다면..... "젠장. 도시를 수리하려면 다 해놓을 것이지. 이게 뭐야 !" 고작 건물 몇 개만 덮을 정도의 돔만이 있다니. 바깥의 수몰된 도시를 보는 우리들 의 발 아래로, 서서히 독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자. 빨리 보내드리지요. 스승님." 제논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주문. 그것은. "토네이도(tornado : 원소마법 레벨 5) !" - 계속 - 후기)당연히 고전하는 모습이 나와야겠지요? 자. 이거 구석에 몰렸군요. 레이니와 셀, 그리고 세이브까지, 결국 독에 중독되어 몸이 썩어가는 최후를 맞을 것인가? (퍽 퍽퍽) 글 한 번 쓰고 나면 피곤하군요. 언제나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그런데..... 억 ! 어느새 400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럴수가.... 참 오래도 연재했군요. 저 도.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39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6 조회수 : 82 공룡 판타지 20-399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4) "토네이도?" 회오리 바람을? 하지만 그런 걸로 우리가 휘말려들지는 않을 텐데....... 그런 생각 을 하려는 순간, 땅에 깔린 보랏빛 먹구름. "이런 !" 그제서야 나는, 제논의 속셈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고작 회오리 바람이라면, 그리 두려워할 것은 없다. 그저, 바람이 미치지 않는 고도 로 올라가면 되는 것이니까. 만약 여기가 탁 트인 평지라면. 그러나. '여긴 바다밑의 도시라고. 그것도 비좁은.' 날아서 피할 구석이라곤 전혀 없다. 고작해야 건물 두어개를 가릴 정도의 돔이, 커 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게다가. '바람에 날려가는 거야 어떻게 피할 수 있다고 해도.....' 사람을 하늘로 날리려면, 상당히 큰 힘이 필요하다. 상대가 상대인만큼 그만한 힘은 낼 수 있겠지만, 그 경우 이곳이 무너져버린다. 그러면 자기들도 좀 곤란해지겠지. 지금은 움직일 수 없는 세이브가 만약에 다치기라도 하면..... 그러나. "빌어먹을 !" 지금 바람이 무서운 것은, 그런 시시한 이유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저건 어떻게 피하지?" 거센 바람 때문에 불어올라가는 저 독구름.... 저기에 접촉이라도 한다면.... 끔찍 한 일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 주위의 건물을 부식시키지 않는 걸 보니, 그리 강한 독 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장담은 못하지." 어쩌면, 살아있는 것에게만 작용하는 독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그렇게 해야 이치 에 맞는다. 왜냐하면 세이브는.... 유감스럽지만..... '이 아이는...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이 아닌 세이브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우리를 죽여버리는 방법은 이것이겠 지. 독으로 우리를 몰살시키는 것. 라 브레이커를 손에 넣을 셈이라면, 당연히 검에 해를 끼치면 안 되는 것이고. 게다가. '나야 어떻게 할 수 있지만.....' 과연 그녀까지 잘 방어할 능력이, 나에게 있을까? 해볼 수밖에 없다. 그녀가 마법의 힘을 잃은 이상, 내가 그녀를 지켜주지 않으면...... 마력을 약간 꺼내어, 주위에 둥 그스런 막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막 안으로 나와 세이브를 밀어넣는다. 자. 셀을 이 안으로 끌어들이면..... "어?" 안으로 들어오지 않잖아 ! 마법도 쓰지 못하면서 왜 저런 만용을.... 손을 아래로 향하고는 마력을 뿜어내는 셀. 잠깐 ! '그녀는 인간 마법사잖아 !' 그녀가 지금 사용한 기술은... 설마..... "파이어 스톰(Fire storm : 원소마법 레벨 5) !" 제논이 몸을 날리며 경악속에 외친 소리였다. 마법 주문인가? 아니다. 셀이 지금 그 런 주문을 외울 수 있을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 어떻게..... "저건 엘프마법이잖아 !" 마법사 스스로 마력을 움직이는 방법. 저런 기술은 절대로, 인간 마법사가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다. 저런 방법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텐데?" 엘프 마법을 배운 사람이 또 있다고 들은 적은 없다. 무엇보다도, 전에 사막의 마을 에서 촌장님이 하신 말씀이..... "배우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그만 포기해버렸지만." 그런데 어떻게...... 하지만 그 외에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긴.... 그녀 가 이곳에 날아올때도 그녀는 분명히..... '주문을 외우지 않았어.' 아무리 무술의 달인이라고 해도, 이곳은 엄연히 초대양 한가운데다. 적어도 수 천 km를 날아오는 여정에서, 단지 생명력만으로 하늘을 날아온다는 것은 무리다. 날개를 가지고 태어난 생명이 아닌 이상. 하지만.... '그녀가 정말로 엘프 마법을 자유로이 사용한다면.....' 그녀가 주문 마법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지금의 행동도 이해가 된다. 어째 서 그녀가 태연하게 모나드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지. 어째서 그녀가 이곳에 올 수 있었는지도. 하긴..... '힘을 감추면서 유사시에 강대한 힘을 발출하려면....' 역시 방법은 그것밖에 없겠지. 엘프 마법 9레벨과 10레벨. 물질과 에너지 자체를 전 환시켜, 그 힘을 자신의 에너지로 사용하는 비법. 그것이라면..... 거대한 불길이, 아니 열에너지가 셀의 손에서 뻗어내려가고, 그 힘이 독에 불을 붙였다. 불붙은 보랏 빛 안개가 순식간에 열풍으로 변하더니, 회오리 바람과 맞물려서 파괴를 불러오기 시 작했다. "이, 이 계집애가 !" 모나드의 당황스런 외침. 물론 그런 정도의 불길로 그 괴물같은 여자가 타죽을리야 없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타버리는 것은 그녀의 집, 그녀의 거처였으니까. "어떻게 마법을 사용했지?" 제논의 외침을 무시하고, 셀은 나를 향해 외쳤다. 불과 연기가 올라오는 속에서. "자. 몸 전체에 방어막을 쳐놔. 이 도시의 지붕을 파괴한다." 설마.... 이곳은 깊은 심해저인데... 설마 그런 짓을? 하지만 이미 마법의 막을 쳐 둔 상태인데? 황당해하는 나를 향해, 다시금 외치는 셀의 목소리. "그 정도로는 안 된단 말이야 ! 네가 할 수 있는한, 최고 수준의 방어막을 쳐 !"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그렇게 힘주어 강조하는 거지? 꾸물거리는 나를 향해, 검이 다급하게 외쳤다. "어서 방어막을 강화시켜 ! 이유는 천천히 설명해줄테니 !" "아, 알았어." 방어막에 대량의 마력을 불어넣어, 몸을 감싼 구슬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그리 고 그 순간. 셀의 외침이 들렸다. "파괴한다 !" 자신의 몸을 방어막으로 감싸고, 셀이 손을 위로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생성되는 거대한 에너지. 그리고 그 힘은 정확히 유리지붕을 향해서.... 퍼펑 ! 유리가 빛을 받는가 싶더니.... 그대로 터져나갔다. 수없이 많은 유리조각이, 아래 의 불길로 붉게 빛났다. 단 일순간이었지만. 콰르르르릉. 귓전을 찢어내는듯한, 엄청난 폭포의 굉음과 검은 바닷물이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나도, 셀도, 그리고 아래에 있던 제논과 모나드도. "보글보글보글." 도시에 갇혀있던 공기가, 포말을 이루어 엄청난 속도로 치솟아올랐다. 그 안에는 누 가 있을까. 그러나 그 안에는 단지 공기만이, 자신들의 몸을 하늘로 띄워올리고 있었 다. 그리고. "이제 안 보여." 어느새 주위는 빛조차 없는, 어둠으로 덮여버렸다. 소리도, 빛도, 그리고 감촉도 느 껴지지 않는 검은 바닷물만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엄청나......" 처음에 방어막을 강화하라고 셀이 외쳤을때는 몰랐는데, 바닷물의 압력은 상상 이상 으로 대단했다. 급속히 우그러지는 나의 마력 방어막을 보고 놀란 기억이 생생하다. 이거...... 귀가 마구 울리고, 몸 전체가 눌려 으스러지는 듯한 감각이 나를 괴롭혔 다. 마치 눌려 찌부러질듯한, 이 무서운 감각. "으으으...." 황급히 마력을 총동원해서 방어막을 쳤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심해의 바 닷물은 차가웠고, 나의 마력은 아무리 부여잡아도 그 속으로 스며들 뿐이었다. 게다 가. "압력이...." 바닷물의 압력은 말그대로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의 힘을 보유하고 있었다. 나와 세 이브를 감싼 구슬이 점점 작아지고, 그 안의 나는 격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호소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위에 보이는 것은 전혀 없었으니 까. 그러나. "으으......으...." 말조차 꺼낼 수 없을 정도로, 내 몸을 덮친 압력은 강했다. 내 품에 안긴 세이브의 고통은 어떨까. 하지만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감각으로, 그녀가 내 품 에 있음을 확인할 뿐. 끼기긱. 끼긱. 쇠가 우그러지는듯한 소리. 그리고 마력을 통해 느껴지는 차가운 느낌. 무거운 느 낌. 그리고...... '죽음의 느낌인가.' 공룡들이 내 팔위에 앉은 듯한 감각. 그런 감각을 느끼며, 나는 그저 버티고만 있었 다. 하지만. 그런 중에서도 나를 안심시키는 것은..... '위로 올라가고 있어.' 조금씩, 아니 엄청난 속도로, 나와 세이브를 담은 마력의 구슬은, 위로 올라가고 있 었다. - 계속 - 후기)아까워라. 이런 건 문화재인데... 1억년짜리 도시를 사정없이 부수다니. 셀도 어지간히 무식하군요. (이봐....) 어쨌든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399 화군요. 인기도 별로 없으면서, 참 오래도 끌었네요. (신세한탄) 어쨌든, 내일은 드 디어 400회군요. 정말 길게도 연재했네요. 저도. 꾸준히 봐주시는 독자님들에겐 언제 나 감사드릴 뿐입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7 조회수 : 28 공룡 판타지 20-400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5) '추워.....' 올라가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지는 건 다행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속도가 너무 나 느렸다. 당장이라도 몸을 손으로 덮고 싶지만, 지금으로선 마력의 방어막을 유지 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일이다. 게다가.... '입밖으로 말을 꺼내면....' 왠지 모르게, 그 말대로 이루어질것같은, 그런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인간 마 법을 익힌 것도 아닌데.... 이런 실없는 짓을 하다니.... 자신을 탓하는 웃음이 나오 려고 했지만..... 찡. 팔이 부러지는듯한 강대한 압력이, 내 웃음을 집어삼켰다. 이거...... '보통이 아닌데......' 예상 이상으로, 바닷물의 압력은 극심했다. 고작 버티는데만도 이렇게까지 많은 마 력을 소비할 줄이야. 생각 이상의 어려움에 질렸는지,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 하다. 추위라면 어느 정도 참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올라가는 속도가 떨어지고 있어.' 마력의 방어막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고, 그 안의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는 것쯤은 참을 수 있지만, 부상의 희망이 사라지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왜 더 이상 올라가 지 않는거지? 당황하던 내게,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그래. 물보다 무거운 것은 가라앉고..... 가벼운 것은 위로 뜨니까.....' 물의 힘으로 나를 감싼 마력의 구슬은 점차 작아지고 있고, 그 안의 공기도 서서히 바닷물에 열을 빼앗겨, 온도가 낮아지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부풀어오르길 기대하 는 건 예당초 무리인 법. 게다가, 안의 공기가 나의 숨으로 혼탁해질지언정, 그 양 자체는 줄어들지 않는데 부피만이 줄어든다는 것은 결국..... '단위 부피당 무게가 늘어난다는....' 결국, 그게 어느 한계에 이르면, 이 안의 공기는 물보다 무거워질 것이다. 그 뒤의 일은 어떻게 될지 너무나 분명한 법. 그것은..... '그대로 가라앉는다는 건가.' 이대로 바다밑에 가라앉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말할것도 없는 죽음의 지름길이다. 지금도 버티기 어려운 압력인데.... 저 아래의 심해저에선 얼마나 그 압력이 거대하 겠는가. 그렇다면...... 무슨짓을 해서든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파직. "이크 !" 마력의 벽이 갈라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내가, 급히 몸 안의 마력을 긁어모아 구 멍을 메웠지만.... 이런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얼마 남지도 않은 마력이 바닥나는 순간도, 이제 곧 다가올 것이다. 그나마 부족한 마력이 바닷물에 휩쓸려 사라져간다. 이젠.... '끝장인가.' 이런 어두컴컴한 곳에서 최후라니. 내 품에 안긴 세이브에겐 미안하지만.... 이걸로 나도 바닷물에 짓눌려버리는 건가. 한심한 최후로군.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서 덜 외 로울지도.... '잠깐.' 바다 저쪽에서 다가오는 빛? 이런 깊이에서 빛이 보일 리가 없는데? 도대체 저건 뭐 야? 눈을 크게 뜨고 그 빛을 바라본다. 혹시 수면이 가까울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저 것은.... "물고기네." 머리에 등불을 단 물고기. 그 물고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실망하려다가 생각난 것은. "아직은 살 수 있다는 말인가." 여태까지 이런 깊은 바닷속에서 생물이 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지만, 저렇게 살 아있는 물고기가 보였다는 것은 내게 자그마한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어쨌든간에 나 는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물고기의 머리에서. 아니, 물고기의 더듬이에서.... 그 끝 에서 흔들리는 등불이, 나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었다. 그래. 아직은 죽지 않았 어. "한 번 해보자." 비록 팔이 으스러지는듯한 고통이 몸 전체를 파열시키려고 했지만..... 아직은 한 가지 시도할 방법이 남아있었다. 며칠 전에 공룡과 싸울 때 사용한, 엘프 마법 제 9 레벨. 내 몸 안에 든 극미량의 물질이 에너지화되면서, 거대한 힘이 방출되었다. 그 힘이 마력으로 정렬되면서, 내 몸을 감싼 마력의 방울이 단숨에 견고한 성채로 변했 다. 그리고. "야아아아아 !" 마력의 급속한 흐름. 그리고 그 마력의 붕괴에 따른 엄청난 열의 발생. 내 몸이 불 타오르지 않게 그 양을 잘 조절하면서, 나는 마력을 있는대로 주위의 붕괴되려는 마 력의 벽에 쏟아부었다. 단숨에 강대한 수압을 이길 정도의 강력한 방어막이 형성되었 고, 나를 덥힌 열은 방울 안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어놓았다. 그리고..... 방울이 잠 시 흔들리는 듯 하더니, 다시금 수면을 향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하늘을 향해서. "올라간다 !" 검은 장막이 점차 푸른 빛을 찾아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빛은 새하얗게 바뀌었 다. 촤아. 약간 거칠긴 하지만, 어쨌든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력의 방울이 하늘로 치솟는 듯 하더니... 그대로 터져나갔다. 역시 부상함에 따라 주위의 압력이 급속히 낮아지 니까, 자신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린 건가. 그러나 그것으로 좋다. 방울의 조각이 빛으로 화하여 하늘을 수놓는 동안, 나는 내 오른팔을 하늘로 뻗었다. 바람을 느끼고 싶어서. 그리고. 한줄기 바람이 내 팔을 스쳤다. 이제 살아난 것인가..... 안 도의 한숨과 함께 나오는 한 마디. "사, 살았다...." 그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공기. 공기를..... 그런데.... "콜록. 콜록." 세이브가 깨어난 건가. 하긴 이 난리를 쳤는데 그대로 기절해있는것도 쉽지는 않겠 지. 기침을 심하게 하는 그녀를 한 팔로 감싼 채, 나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 늘과 푸른 바다. 둘 사이를 구분하는 것은 오직, 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구름들의 무 리. 그것만이, 하늘과 바다를 표시하는 안내자가 되어 있었다. "푸우." 일단 공기를 들이마신 후, 안정을 취한다. 오직 마력의 방울 안에 들어있는 극소량 의 공기만으로 여태까지 버티었기 때문에. 비록 세이브야 인간이 아니니까 그 정도의 공기만으로도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엄연히 인간이라고. 숨쉴 공기가 없다면, 당장 죽어버려도 이상하지 않은..... "하아. 하아. 언니..... 여긴 어디....?" 너 인형 맞냐? 그 소리를 하려다가 참았다. 일단은 먼저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그 중에서 우선. "너, 몸은 괜찮냐?" 잠시 팔다리를 흔들어보더니 대답하는 세이브. "응." 그게 확인의 끝이냐.... 그녀를 탓하고 싶지만, 그럴 상황도 아니다. 그도 그럴것 이.... 촤악. 하늘로 솟아오르는 또 하나의 마력의 구슬. 적인가. 아군인가. 구슬안을 살펴보 고..... "셀?" 구슬이 터지면서, 셀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때와 다를바없이 명랑한 모습 으로. 그런데.... 안 나온 녀석들이 있는데..... 바짝 긴장하고 주위를 경계한다. 그 리고. 촤악. 하지만 이번에 나온 건..... 경계하던 나만 우습게 된 건가. 약간 허탈해지는데.... "뭐야. 아니잖아." 난 그 녀석들일줄 알고 바짝 긴장했더니.... 라 브레이커였다. 하긴 저 고물검은 도 와줄때는 느릿느릿한데, 도망갈때는 정말 빠르구나. 그러나. 이번에 나온 게 저 녀석 이란 말은.... "셀. 녀석들은 어디에 있지요?" 그녀가 황급히 내 쪽으로 날아오고..... 방금 전까지 그녀가 떠있던 공간을 향해... 콰아앙. 거대한 빛의 기둥이, 바닷속에서 튀어나와 그 공간을 휩쓸었다. 이제야 나왔군.... 주위로 치솟아오르는 바닷물을 피해 위로 날아오른다.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두 개의 악령. "역시 안 죽었군." 모나드와 제논이, 우리를 증오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제법 하시는군요. 스승님." 저거.... 입을 찢어놓는게 좋지 않을까? 명색이 자신의 스승이었던 누나에게 저럴수 가.... 어떻게 해야 저걸 바른말을 하게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그런 꼭두각시 가 아니고... "어떻게 엘프들의 마법을 사용한 거지? 애스터 누스." 언제나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한, 저 모나드가 문제라고. 그런데 왠 질문이지? 난 분명히 녀석이 또다시 공격을 할 줄 알았더니... 물 위로 올라와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냐. 물론 나도 그게 궁금하기는 하지만.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른 마법인데.' 인간의 마법이 악마... 저 모나드와 그 일당들에게 계약을 맺은 후에 그 힘을 빌리 는 마법이라면, 엘프의 마법은 스스로의 힘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마법이 다. 둘은 말그대로 정반대의 길을 추구하고 있는데.... 어째서 그녀는 그런 힘을 얻 었을까. 게다가..... '엘프들과 인간 마법사들은, 서로 사이가 나쁘잖아.' 그런데, 인간 마법의 최고수인 그녀가, 어째서 엘프 마법을 배웠던 거지? 셀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그리고 그 답은.... - 계속 - 후기)휴우. 죽는 줄 알았다.... 다 쓰고 나서 데이터를 저장한 직후, 컴퓨터가 멈춰 버리더군요. 간발의 차이로 데이터 소실을 면했습니다. 허마터면 오늘 연재분이 '바 람과 함께 사라질' 뻔했다는..... 드디어 400회인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특집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여기 까지 오면 완결이 얼마 남았냐... 가 더 중요하거든요. 너무 길어지니까 독자님들도 지치고. 확실히 이번 연재는 여러모로 배울 게 많군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서어서 완결을 목표로 열심히 할수밖에요. 그럼.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8 조회수 : 66 공룡 판타지 20-401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6) "죽고 나서 알아봐."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손에 모여지는 마력은... 이런 ! "세이브. 꼭 잡아 !" 황급히 그녀의 뒤로 날아갔다. 공연히 앞에서 어정거리다간 단번에 폭풍에 휘말려 날아갈테니까.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마력이 붕괴되면서 생성된 힘은..... 치익. 한 줄기 빛이 공기를 가르고 날아갔다. 제논을 향해서. 아직 수면에 올라와서 방어 막도 다시 치지 않은 상대에게, 이번 것은 분명히 먹힐 것이다. 기습에 당황한 제논 이 황급히 방어주문을 외우려고 했지만, 빛보다 빨리 말할 수는 없는 법. 그러나. 빛 과 같이 움직인 모나드가 손을 내밀자, 셀의 공격은 정확히 그녀의 손에 막혀 소멸해 버렸다. 이럴수가. 설마.... "셀의 공격을 미리 대비한 거다." 라 브레이커의 말은 관계없다. 가슴을 쓸어내린 제논이, 이번에는 자신의 마법으로 우리를 공격하려고 하니까. 제기랄. 성공했다면 좋았을걸.... 그러나 모나드의 손이, 제논을 제지했다. "멈춰 !" 당연히 불만인 듯한 얼굴을 하며 항의하는 제논. "하지만, 지금 저 여자는 저에게...." "난 저 여자한테 물어볼 게 있어." 그 말에 입을 다무는 제논.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는 모나드. 그녀가 셀을 노려보며 되묻는다. 강한 감정을 담은 채. "내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애스터 누스." "그렇게 알고 싶은 건가요?" 미소가 가득찬 온화한 표정을 짓는 셀. 하지만 그 뒤에는 큼지막한 칼이 숨겨져있 다. 차라리 저게 더 무섭다. 웃는 척 하면서 뒤에선 비수를 숨기고 있는 저 얼굴 말 이다. 자. 그럼 상대는 어떻게 대할까. "당연하잖아 ! 어쨌든 넌, 레벨 10의 마법을 익힌 유일한 인간이고, 따라서 고대문 명에 대한 비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엘프마법이라니. 마법사들은 보통 그걸 익히지 않는 줄로 아는데?" 하긴 그렇군. 솔직히, 엘프 마법과 인간 마법은 마법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정반대 니까. 인간의 주문 마법이 악마의 힘을 빌려서 마법을 이루는 것이라면, 엘프 마법은 스스로의 힘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루는 것이다. 둘의 시작점부터 반대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주문 마법을 선택하는 것이 여태까지의 관례였 는데, 어째서 넌 그 관례를 어긴 것이지? 보통은 정반대의 방법을 일부러 선택하지는 않는 법인데." 이를 가는 상대의 모습이, 솔직히 기분나쁘다. 마치 피에 굶주린..... 그런 괴물을 바라보며 셀이 한 대답은.... "당연하지 않아요? 어쨌든 당신은 주문 마법의 힘을 주는 악마들의 대표이고, 그런 자에게 힘을 얻어쓰는 주제에, 감히 당신에게 대항할 수 있을리 없잖아요. 그래 서....." "그래서, 우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싸울 방법을 찾아본 건가. 그 결과가 바로...." "엘프 마법이지요." "......" "......" 짧은 시간동안의 침묵. 그리고. 입을 여는 모나드. 그녀의 얼굴이 이해가 된다는 듯 한 빛을 띄는 것은..... "그럼, 몇 백년 전부터 우리에 적대할 준비를 하고 있었군." 그녀의 얼굴이 끄덕거려진다. 역시 고개를 끄덕거리는 셀. 그걸로 의사 전달은 다 된 거군. 하지만 말이야...... "그렇지만 실망인걸." 내게 다가오는 살기. 이거 설마..... 그녀가 나를 손가락질하면서 말한다. 비웃듯 이. "고대의 위대한 문명의 십분지 일도 계승하지 못한, 하찮은 엘프 마법을 가지고, 나 를 이긴다고 생각하는 건가? 무모하군 그래." 저게..... 왜 하필이면 나를..... 지난번에 가볍게 이겼으니까, 이번에도 가볍게 이 긴다고 자신하는 건가? 하긴 지금의 나로서는..... '지식만 가득 외워두었는걸.' 마법에 대해 알기는 하지만, 그 지식을 전투에서 응용하는 건 전혀 별개의 문제다. 실전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단 한 번이라도.... '마법에 대한 지식을 가진 채, 한 번이라도 싸워봤더라면.....' 엘프 마법 10레벨과, 그 이상의 고레벨 마법을 다루는 데 있어서, 경험 부족은 치명 적이었다. 특히, 사용자의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이런 마법이라면 더욱. 만약에 주문 마법이라면, 필요한 주문만 골라서 사용하면 되겠지만.... '너무 추상적이야....'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지식은 많이 외웠지만, 그 지식을 대체 어떻게 쓰는 것인지는 모르고 있는 것이 내 지금의 실정이었다. 그동안의 전투는 수준이 낮은 마법만으로 버텨왔기 때문에, 지금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런 경험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 어떻게 해야 하나..... 모나드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와 셀을 돌아보며 말한 다. "훗. 그냥 자살하는 것이 어때? 우리 편이 되기 싫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좋을 거 야. 애스터 누스. 내 실력으로 저 계집애를 죽이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는 걸 알고 있을텐데?" "라 브레이커의 인증을 받은 주인을 말인가요?" "뭣이 !" 아직 모르고 있었나? 하긴 나 자신도 잊고 있는 사실이니.... 남에게 기억해주길 바 라는 게 무리이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 모나드가, 어이가 없다는 눈길을 검에게 보냈다. 하긴. "저런 멍청이를 검의 주인으로? 네 놈도 이젠 늙은 모양이군." 늙었다는 건가.... 하긴 지금도 내가 어떻게 저 검의 주인이 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간혹 있기는 하다. 만약에.... 내가 저 검을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더 라면.... '평범하게 살았으면 절대 저 검을 들지 않았을 거야.' 이런 것도 인연이라는 건지.... 검을 바라보는 나.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모나드. 잠시 나를 보던 그녀의 얼굴이, 경멸의 빛을 띄었다. "고작 독구름에 쩔쩔 매고, 바닷속에서 가라앉을 뻔한 저런 계집애가? 저 정도면 한 방에 머리를 부술 수 있겠군. 어리석은 놈." 사람을 무시하고 있군. 그렇지만, 일단은 참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내 일은, 저 녀석을 죽이는 게 아니야.' 일단 세이브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봐야 엘프 마을 정도겠지 만, 그래도 이 아이를 안고 싸우는 것은 너무 불리하다. 게다가 저 녀석들이 혹시 세 이브에게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점도, 내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혹시....' 무슨 암시라도 걸어서, 싸움 도중에 내 머리를 뒤에서 치거나, 아니면 내부의 기계 를 망가뜨려서 움직이기 힘들게 했거나, 그도 아니면 혹시.... 의문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몸 안이 세세하게 보였다.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이거..... '뭔지 전혀 모르겠어.' 내부가 보인다고 해서, 그 안을 살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피부가 인조 단백질로 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내가 살필 수 있는 것은 그저 분자 구조 정도라고. 기계적인 지식이 거의 없는 내가, 어떻게 고대 드워프들의 기술의 정수인 세이브를 살필 수 있겠어. 그녀의 뼈가 무슨 금속으로 되어 있는지는 알 수 있을 지 몰라도, 그녀의 몸 속 부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바라만 볼 뿐 이지. '예당초 무식한 녀석에게 수리를 부탁하는 꼴이야.' 나는 그녀의 내부를 살피는 것을 포기했다. 봐도 모르는 녀석이 무슨 관찰을 하겠는 가. 게다가 지금 내가 신경써야 할 것은, 그녀의 몸 안에 뭐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살아남아야 해.' 여기서 모나드에게 죽으면, 그 뒷일은 상상하기도 실은 것이다. 세이브가 잡혀가고, 라 브레이커는 주인을 잃고 다시금 숨어버리고, 국가는 파멸하고, 이 별은 괴물의 발 아래 엎드려 신음하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졸지에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게 된 건가.' 불운하군. 나는 세이브를 끌어안고서, 다시금 셀과 모나드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설전을. "죽기도 싫고 나를 따르기도 싫다는 건가. 하지만 그건 여태까지의 마법사로서의 생 을 부정하는 게 아닌가? 애스터 누스. 내가 너에게 힘을 빌려주었으니, 그 대가를 지 금 치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기친 대가라고 생각하는 게 어때요? 난 당신에게 속박되겠다고 계약한 적은 없으 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멋대로 나타나서 우리에게...." "훗. 그럼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힘을 빌려 썼으면, 그 대가로 내 명령을 따르라는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부담되는 계약조건이었어?" "처음엔 그랬지요? 계약을 하면서.... 아마 그런 요구조건은 일체 없었던 걸로 아는 데?" "상급 마법을 익힐 때 요구한 사항이긴 하지. 하지만 당신의 마법의 수준은 이미 10 레벨, 충분히 대가를 받을 만한 일을 해주었다고 자부하는데?" "그 대가로 뭘 요구하는 건가요? 제 동생의 목숨? 그런 건 절대로 허락할 수 없는데 요." "훗. 그 정도의 보수를 요구하지 않고, 인심좋게 힘을 빌려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요?" - 계속 - 후기)모나드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사람은 공짜로 힘을 얻으려고 하더군요. 자세 한 건 내일 나오겠습니다만..... 400회가 넘으니까 이제 마법에 대해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군요. 얼마나 복잡해질지. 재미있게 써야 할텐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29 조회수 : 77 공룡 판타지 20-402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7) 셀에게 비웃음을 던지는 모나드. 그리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달을 바라보는 건가. 별을 바라보는 건가. 푸른 하늘엔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보이는 것은 태양과 구름뿐. 살아있는 것이라곤 우리밖에 없었다. "어리석은 인간들. 능력이라곤 하나도 없으면서, 기어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의 족속 들을 하늘을 날게 해 주었더니, 이젠 대가를 내밀기 싫다는 건가?" 대가라... 마법을 사용하게 해 준 대가인가? 하지만 그 대가로 개인의 자유의지를 박탈한다는 것은 좀... 어째서 엘프들이 모나드같은 마법의 근원체를 악마라고 부르 는지 이해가 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그건 단지 인형이겠지.' 내 품에 안겨있는 이 아이보다 못한,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인형. 그런 위치 에 사람을 끌어내리기를 원하는 건가? 모나드는. 셀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은 처음부터 대가를 요구할 입장이 아니잖아요? 모나드... 아니 모나드의 잔 해." "뭐야 !" 대가를 요구할 입장이 아니라니? 그럼 그녀가 원하는 것이 너무나 터무니가 없기 때 문에.... 그런 말이 나오는 건가? 그게 아니면....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 사람에게 뭔가를 요구한다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데요. 그것도 사람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당신같은 기계인형이....." "인형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고 여기는가? 애스터 누스." 점점 두 사람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제 곧, 피를 보게 되겠군. 셀과 모나드의 말 이 점점 더 격해져간다. "생각하는 척 할 수는 있지요. 인형씨." "뭣이 ! 고대의 지식을 제대로 계승하지도 못한, 무능한 후손 주제에 !" "제대로 계승도 못했다...라..... 하지만 엘프들과 드워프들은 어떨까요? 그들 역시 고대 인간의 후손들인데." 가만. 가만. 지금 셀이 뭐라고 한 거야. 엘프들과 드워프들이... 뭐? '고대 인간의 후손이라고?' 난 전혀 모르는 사실인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귀가 쫑긋 세워진다. 새로운 사실 을 알았기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아르메리아의 얼굴. 그리고. '젠장. 내가 남자아이였다면.....' 그랬으면 결혼의 꿈을 불태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럴 수 없다. 이미 모든 것은 끝난 후이니까. 내가 그 사실을 늦게 안 것은, 다행일까. 불행일까. '그건 나중에 판단하자.' 살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까. 게다가.... 제논 녀석, 좀 낌새가 수상한데. 주 문을 외우는 건가? 하지만 저건 다 방어주문...... '곧 시작하겠군.' 그럼..... 지금 상황으로는 좀 불리할 듯 한데.... 어쨌든 세이브를 팔에 안은 채로 는, 고작해야 도망치는 것이 고작이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역시 이 아이 를.... '라 브레이커. 세이브를 좀 맡아줘.' 최소한 싸움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줘라. 날 주인으로 생각한다면. 검이 고개 를 끄덕이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그 애를 내 등에 태워라. 두 손이 자유로워졌는데도 싸움에서 진다면, 수치스런 일 이지.' "뭐야 !" 이게.... 끝까지 날 놀리고 있는 건가. 그러나 검의 다음 말이, 내 입을 막았다. '명색이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진정한 주인이면서, 저런 시시한 마법사 하나 못 이긴다는 건 망신스런 일이다. 그걸 좀 생각해봐라. 넌 이미 내게서, 모든 종류의 마 법 지식을 다 배웠지 않느냐.' '다 배우지도 않았어 !' '지금으로선 그걸로 충분할 거다. 어쨌든 일단은 에너지를 제대로 다루는 걸로 족한 게 아니냐.' '아직 멀었다고 !' '어차피 인간은 모든 종류의 힘을 다 다룰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네 눈 앞에 나타나는 힘에 대한 지식과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느냐.' '놀리지 마.' '불평할 시간이 있으면, 이길 방법이나 생각해봐라.' 날카로운 가시에 찔릴까봐 겁나는 발언이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다시금 저들에게 주의를 돌리자, 여전히 말싸움을 하고 있는 셀과 모나드의 모습이 보였다. '참 태평하기도 해.' "당신은 엘프와 드워프들의 강함도 부정할 셈인가요?" "그들이 강하다고? 고대 마법의 정수를 배우지도 못한 엘프들과, 기계 문명의 껍데 기만 간직한 드워프들이 강하다고? 그들은 자신들의 유전적인 장애조차 치유하지 못 하고 있잖아? 귀는 뾰족하게 변해있지 않나, 키는 작달막한게, 볼품이 없어. 게다가 여자가 수염이라니..... 그래가지고 부끄러워서 어떻게 살겠어?" "당신도 스스로를 치유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원래의 모나드는 이 별 전체를 덮을 정도로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 "닥쳐 !" 모나드의 주위에 일어나는 검붉은 기. 아니, 기분 탓인가. 저건 살기로 보인다. 그 렇다면. "시작이다." 그 말을 확정짓는 듯한, 셀의 목소리. "쓸모없는 기계로 낙인이 찍혀, 그 작달막한 드워프들에 의해 몸과 마음이 분리된 당신이, 남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리 없지요. 이제야 생각나게 해서 미안해요." "닥쳐 !" 그리고 일어나는 파동. 중단된 전투의 음악이 다시금 울려퍼지고, 내 주위의 공기가 피를 바라는 듯이 변한 다. 이제 싸움인가. 그러나 그 시발점은 셀과 모나드의 사이가 아니었다. "온다 !" 아까부터 기척이 이상하던 제논이, 내 등을 향해 무언가 마법을 건 것이다. 이건 무 슨 힘이지? 시공간의 변형인가? 그게 아니면 이건..... "단순하잖아 !" 이상한 잔재주가 없이, 그저 순수한 빛과 열의 덩어리. 그리고 그 힘이 방사상으로 퍼져가는 듯한 이 느낌. 그러나 그 양으로 판단하건데, 이 정도의 힘이면 분명.... "드래곤 브레스인가?" 물론 실제로는 드레이크 브레스이겠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다. 녀석이 아마, 내가 셀과 모나드에게 신경을 쓰는 틈을 타서 내 등 뒤로 돌아온 것이겠지. 더 이상 생각 할 여유는 없다. 행동하지 않으면 나는 끝장이다. 내 몸의 마력을 집결시켜서 등 뒤 로 내뿜는다. 마력이 강대한 빛에 부딪치면서 불안정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폭발해버 린다. 그 충격이 나를 덮쳤다. 등 뒤에서. 그 바람이 나를 앞으로 밀었다. 힘껏. "이거다 !" 내 마력으로 드래곤 브레스를 막아낼 턱이 없다. 게다가, 그걸 노린 것도 아니었고. 그 마력의 폭발에 힘입어, 내 몸은 힘껏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 방향은 바로..... "받아라 ! 모나드 !" 마력이 강대한 마법에 부딪쳐 파괴되고, 그 힘에 의해 나를 앞으로 밀어내서, 나는 고속으로 돌진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잔여마력이 나와 제논의 마법. 드래곤 브레 스 사이에 끼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나를 보호할 여력이 생겨 있었다. 제 자 리에 서 있으면 맞아죽겠지만, 이렇게 하면 조금은 시간을 벌 수 있겠지. 그리고 그 다음은. "이얏 !" 마력을 다시금 내 손에서 터뜨린다. 앞으로 밀려나가던 내가 약간 방향을 바꾸어, 그대로 옆으로 튕겨나간다. 빛은 셀과 모나드를 향해 덮쳐왔지만, 셀은 이미 눈치를 채고 피했다. 다만, 자기 부하의 공격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보고 놀란 모나드만이 그 자리에 남겨져.... 파직. 이런. 간단히 막았군.... "역시 예상대로군. 공주. 몸이 완전히 변형된 모양인데." "?" 그건 또 무슨 말이냐? 하지만 모나드가 내 질문에 대답해줄리는 없다. 제논에게 지 시하는 모나드. "저 년을 견제해라. 내가 이 계집애를 죽여버릴 동안, 좀 가지고 놀도록." "고맙습니다. 모나드님." 뭐, 뭐, 뭐 ! 가지고 놀아도 좋다고 ! 저게.... 저 변태 마법사에게 그런 소리를 하 면 어떻게 해 ! 물론 나를 과거에 남자로 만든 것은 그가 아닌, 라 브레이커와 나 자 신의 선택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제논은 내게 있어서 변태 마법사였다. 습관이라 고 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내 몸과 비슷한 시체를 만들어놓고 날 속이려고 한 일 때문일까. '그때의 일은, 생각하기도 싫어.' 내 얼굴을 한 남자아이가 썩어가는 모습. 그것도 급속히 부패하는 모습같은 건, 꿈 에서도 보기 싫은 광경이라고. 그렇지만 지금은 움직여야 했다. '난 그렇게 죽긴 싫어.' 나를 바라보며 주문을 외우는 제논. - 계속 - 후기)빠, 빨리 해 ! 빨리 쓰란 말이야 ! 전투 장면이 안 나온다고 불평하는 독자님들 의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하군요. (푹푹푹)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6-30 조회수 : 61 공룡 판타지 20-403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8) 무슨 공격이 나올까. 공격이 나오면 어떻게 상대를 해야 할까. 과거라면 인정사정없 이 무작정 돌진해들어갔을 것이다. 마법사는 주문을 외우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가장 낫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의 나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것은.... '녀석의 몸 전체에 둘러쳐진 저 방어막은....' 아마 고농도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벽이겠지. 저걸 관통하려면 어떤 수를 써야 할까. 마력을 집중시켜서 힘으로 뚫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무작정 돌진해 들어갈 까.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녀석이 공격해올때까지 기다릴..... "데스 타이푼(Death typhoon : 죽음 마법 레벨 8) !" 머뭇거리는 사이에 제논의 마법이 발동했다. 그의 손에서 한 줄기 검은 바람이 흘러 나오더니, 그 바람이 나선형으로 돌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이 는, 검은 회오리. "뭐야 !" 재빨리 피해야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녀석의 속셈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내 행동은 그만큼 늦어져버렸다. 이걸 피해야 할까. 그렇지 않으면 맞받아쳐야 할까. 어 떤 식으로 그의 마법에 대처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몸은 회오리에 갇혀버 렸다. 곧바로 내 몸으로 파고드는, 엄청난 양의 죽음의 힘. 일단은 내 몸속의 생명력 을 집중시켜 그 힘을 막아냈지만...... '사라지고 있어. 생명의 힘이.' 생의 힘과 죽음의 힘은 원래 반대의 길을 걷는 힘. 두 힘은 서로를 갉아먹으면서 쓰 러져가고 있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녀석이 다음 수를 뭘로 쓸지 모르는 이 상, 섯불리 행동할 수가 없다. 녀석의 다음 수는 과연 무엇일까? 지금의 마법으로 승 부를 결정지으려고 할까? 그렇지 않으면 여기에 또다른 함정이 있는 것일까. 내 생명 력이 다 소모되고 나면 나는 그 다음의 반격을 어떻게 해야..... 딱. 죽음의 힘과는 다른, 물리적인 충격이 내 머리에 느껴졌다. 과거부터 종종 받아온 이 느낌. 설마..... 이미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녀석아 ! 평소대로 싸워 !" 이 목소리. 이 모습... 설마, 치매 사부인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 의심을 풀 지 않는 나의 눈 앞에, 그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르다가 사라졌다. 안개처럼. '유령이라도 나타난 건가.' 내 감정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내 이성쪽은 달랐다. 이 힘.... 아무래도 그 나온 방향이..... '아마 그럴거야.' 아마도, 라 브레이커가 내 꼴을 더 이상 볼 수가 없으니까, 나에게 한 마디 한 것이 겠지. 스승님의 모습을 빌려서 말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기분나쁘다. 물론 지금의 모 습이 스승님이 보기에 영 좋지 않은 꼴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저 녀석. 죽은 사람의 모습을 빌리다니. 차라리 직접 도와주지..... '그 정도는 직접 해라. 몸도 괜찮으면서.' 아직도 저런 말만 반복하는 것인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그래도 모든 것을 나에게만 맡겨둘 셈인가? 그 자신은 손도 내밀지 않고? 원망이라는 감정이 나를 감싸려는 순간, 죽음의 힘이 내 배에 충격을 주었다. "아파 !" 서서히 고도가 떨어져간다. 그러나 여기서 죽기는 싫다. 게다가.....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지 않은가. 지금은..... '살아야지.' 비록 지식만을 외운 마법사라고 해도, 일단은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힘을 적용 할 때는 잘 모르고 있지만, 지금 와서 그 방법을 배운 후에 다시 싸운다는 것은, 이 미 바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망할 녀석.' 저 비열하고 치사하며 교활한 검은, 나에게 절대 힘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 다면, 그런 검에 의존할 마음은 버리는 것이 좋다. 지금 내가 의존해야 하는 것은, 다름아닌 나 자신일 뿐. "그래. 어차피 이제와서 뭘." 어차피 지식을 올바로 사용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그 경험을 한 번 쌓아볼까..... 저 고약한 검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멍청한 마법검에 의존하다가 는, 내 목숨을 적에게 내어주고 말 테니까. '지식만 다 외우면 마법이 나가는 줄 아는 모양이야.' 사악한 마법검과 함께 하게 된 것을 저주하고 나서, 나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방 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은 이 죽음의 힘이 내게 더 이상 파고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생명력 만으로는 그 힘을 저지할 수 없다. 두 힘이 마주치면 둘 다 사라지기는 하지만, 저 많은 죽음의 힘을 중화시키기에는 내 힘 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힘을 어떻게 없애지? 고민하려는 찰나. 피식.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죽음의 힘이 저절로, 내 몸 밖으로 밀려나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 아까까진 죽어가던 계집애가 !" 제논이 고함을 지르는 건 이해가 가지만 말이야.... 나 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아. 내가 저 죽음의 힘을 조작할 능력이 있던가? 아무리 그 힘을 움직일 지식이 있고, 그 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치더라도, 난 아직 그런 조작을 가한 적이 없다는.... "그래? 죽기 직전의 발악을 해보는 건가? 가지고 놀려고 했더니... 그냥 죽여주마." 저 녀석 좀 어떻게 해야 할텐데... 당장 떠오르는 방법이 없다. 상대의 방어마법을 모두 알 수 있어서 기가 질린 건지... 그게 아니면 갑작스런 지식량의 증가에 내 두 뇌가 괴로움을 느끼는 탓인지.... 그렇게 머뭇거리는 동안, 제논의 주문이 완성되었 다. 그래봐야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커즈드 슬레이어(cursed slayer : 원자마법 7레벨. 간단히 말해서 핵폭발의 힘을 쏘는 마법) !" 그의 손에서 빛이 터져나왔다. 핏. 핏. 핏. 핏. '이거.... 죽은 건가.' 내 몸에 들어오는 뭔가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방사선. 아마 감마선의 일종인 듯 한 데..... 잠깐. 방사선이라니. 보통 이런 걸 사람이 쐬면, 죽지 않나? 내가 외운 지식 으로는 분명히 그렇다고 알고 있는데? 게다가 느껴지는 분량이 장난이 아니잖아 ! "이 정도의 양이라면...." 사람 몇 명쯤은 잡겠다. 아니, 몇 천명은 죽일 수 있는 분량이, 나에게 일제히 퍼부 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멀쩡한 거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데..... 고개를 숙여 내 가슴을 바라보니, 투명한 방사선이 내 몸을 향하고 있었다. 아마 내 배에 꽃힌 방사선의 궤적으로 보아... 그 뒤는.... "분명히 내 등 뒤에선...." 요란하게 방사선이 날아가고 있겠지.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히 그 느낌이 피부에 선 느껴지는데.... 그 안쪽으로는 전혀 아무 감각이 없는데? 하긴... 방사선이란 원 래 색도 없고 맛도 없고 냄새도 없는.... "그런데 난 어떻게 이걸 보는 거야 !" 더군다나, 방사선의 궤적이 내 몸에서 정확히 멈추고 있었다. 내 등 뒤로는 하나도 나가지 않는 방사선. 그렇다면 이것은.... 허둥지둥 내 몸을 다시 살펴보니....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어." 몸 자체가, 엘프 마법 9레벨을 사용하고 있었다. 감마선을 이루고 있는 강렬한 전 자..... 그것이 몸 안에서 그 치명적인 독성을 잃고, 내 몸에 흡수되어가고 있었다. 이거..... "이것이 검의 주인이 가지는 힘인가?" 내 입이 아니라, 제논의 입에서 새어나온 말이었다.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있 고, 그의 눈동자는 크게 열려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하고서. 강렬한 빛과 열, 그리고 방사선, 공기의 폭풍... 그 모든 것이 지나갔지만, 내 몸은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 날아온 힘의 양과, 그 치명적인 효과를 생각해보면 기적이라 고 할 만했다. 문제는, 나 자신도 이게 왜 일어난 일인지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다. 적어도 난 엘프마법을 익혔기 때문에,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야 마법을 쓸 수 있다. 그런데 내 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니. 이런 멍청 한..... '몸 자체가 방사선과 빛을 흡수해버렸어. 스스로.' 엘프 마법이 이런 식으로 가동하는 것이 가능할 리 없다. 그 마법은, 마법사 스스로 모든 것을 다루어야 하는 마법이라고. 자동적으로 발동하는 인간 마법과는, 근본이 다르잖아. 그런데 어떻게? 하늘에 떠 있기만 하는 나를 향해, 제논의 분노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이 자식....." 나를 증오의 눈길로 노려보는 제논. 그의 입이 열리면서, 마법의 이름이 들렸다. 저 거... 설마 10레벨인가? 역시 녀석은 모나드의 힘으로 그 경지에 이른 건가? 머뭇거 리는 나를 향해, 제논의 마법이 완성되었다. 독이빨을 겨누듯이 그의 손이 나를 향하 고.... "죽어라 ! 절대소원마법이다 !" "뭐야 !" 저 미친 녀석이 ! 설마, 언령 마법을 거는 건가? 강렬한 죽음의 강요가, 나를 향해 덮쳐왔다. - 계속 - 후기)으... 다 썼다... 잠시 기절 좀 하고. 토요일은 왠지 모르게 마감(?)이 빠른 터라, 언제나 죽어나는군요. 으흐흑. (저녁에 정신없는 탓이야) 게다가 앞으로는 더욱 정신없어질 예정이니.... ㅠ.ㅠ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7-01 조회수 : 92 공룡 판타지 20-404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19) '절대소원마법. 언령 마법 10레벨의 주문으로, 적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수 법. 설령 귀를 막아도 그 목소리에 끌려, 상대의 의지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무서운 마법.' 지식으로 이렇게 안다는 것이 좋은 일이기는 하다. 적어도 정체모를 마법이라는 두 려움만은, 떨쳐버릴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걸 안다고 해서 저 마법을 쉽게 분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내 마법은 주문만 외우면 되는 간단한 마법이 아니니 까. '상대의 의지를, 내 의지로 생각하지 않도록. 내 의지를 내 의지가 아니게 하지 않 도록.' 지식으로는 이렇게 쉬운 대처방법이 나오지만.... 실행하는 것이 어디 쉬워야지 ! 나를 향해 몰려온 제논의 의지의 파도가, 나를 휘감더니 그대로 내던졌다. 강요의 바 다로. 그 안으로 떨어진다. 달갑지 않은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온다. "죽어." "죽어." "죽어 !" 시끄러운 녀석. 일단 내 의지와는 확실히 구분이 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귀를 막으 려고 했지만, 그래도 들리는 건 마찬가지다. 어차피 이 절대소원마법은, 상대에게 자 기 의지를 강요하는.... "잠깐." 그게 아니잖아. 원래 언령 마법이라면, 말 만으로 결과를 낳는 마법이고, 주문 마법 에서도 특별히 고급에 속하는 기술이라고 들었었다. 그렇다면, 나를 죽이려는 힘은 단지 의지만이 아닐텐데? 그런데 왜 내 몸을 향해 살해의 기운이 뻗치지 않는...... "이게 뭐야 !" 내 몸 주위에 흘러드는 엄청난 양의 힘이, 모두 중간에서 막혀버리고 있었다. 마치 파도를 막는 방파제가 내 주위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내 힘으로 막는 게 아니야." 내 힘이라면, 내 스스로 마법을 완성해서 상대방에게 뿌려야한다. 그게 순리이고, 정상적인 엘프 마법의 사용이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이 런..... '힘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뭐지?' 그걸 알아내면, 누가 이 마법을 사용해서 나를 보호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겠지. 힘의 느낌을 더듬어본다. 하나씩. 하나씩. 그 힘의 파도를 쫓아가보자, 파도를 낳는 힘이 실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나잖아?" 나 자신의 몸이, 힘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이. 그리고 그 몸을 움 직이는 사람은..... 아주 작은 아이. 그 옛날 내가 헤어졌던, 그 작은 아이. 그녀의 이름은.... "안녕." 암흑 속에서 걸어나오는, 작디 작은 여자아이. 저 아이.... 과거를 회상할 때 내 눈 앞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보인 모습이다. 내가 다섯 살때, 울고 있던 아이의 모습이 바로 저것..... "미나르 공주님?" 가만. 가만. 그 공주님이란 사람, 나잖아. 내가 나를 만나고 있다니, 이건 좀 이상 하다. 내가 두 사람이었던 것도 아니었을..... "두 사람이 맞는데." "무슨 소리야?" "저... 전에 그렇지 않았어? 그 레드 테일인가 하는 도시에서.... 한 번 만났던 적 이 있지 않아? 그 사형장 있던 도시...." "아 !" 거기서..... 갑자기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도망쳐버린... 그래서 유로 제국의 태자님까지 휘말려들게 해서 사막을 헤메게 했던... 그 일을 말하는 건가? 소녀가 고 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다는 눈빛을 하고서. 그러나. "그게.... 네 소행이었냐?" 저 계집애, 죽여? 살려? 그냥 잡아다가 산산조각내고 싶어진다. 그때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그럼 그때 내 몸을 몰래 빼앗아서, 자기 맘대로 움직인 작자가 바 로.... "야 !"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이 나쁜 여자. 도대체 정체가 뭐야 !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지만, 일단 그 정체를 알고 싶다. 그렇지만 그녀는 조용히 손을 내젓는다. "일단, 저 덜떨어진 마법사부터 처리하고 보자고." 확실히 그건 그렇군. "어떻게 된 거야? 왜 내 공격이 하나도 먹히지 않는거지?" "당연하잖아. 명색이 라 브레이커의 주인인데." 이건 내 말이 아니다. 그 괴이한 여자애가 내 몸을 빌려서 하는 말이다. 그걸 상대 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기고 나서 사태를 수습할 수밖에. 게다가, 이 여 자애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은.... '과거에 잃어버린 그 무엇....' 언젠가 검이 말했던가. 내 여자아이의 몸은 자신의 안에 두고, 남자아이로서의 몸을 바깥에 두었다고. 그래서 내 정신은 남자아이에 깃들게 되고, 내 몸은 자신의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그럼, 이 여자애는..... '설마.....' 설마 그렇지야 않겠지. 내가 괴물도 아닌데, 왜 반쪽이 나서 따로따로 살아가겠어. 그런 망상을 할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여태까지 경험한 일만으로도 충분히.... '그 망상, 사실이야.' 그 여자애의 말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사실이라고? 그럼 정말로 너는 나 의..... 내가 가만히 있는 동안, 그 여자애가 나의 몸을 움직였다. 내 목소리로 말하 는 그녀. "그럼, 당신에게 어울리는 대가를 치뤄줄께요. 물론 발악하는 걸 보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난 사람을 가지고 노는 취미는 없거든. 누구처럼." "이 계집애가 ! 아까까진 쩔쩔매던 주제에 !" '이 계집애'라고 불리면서, 반격도 못하게 된 나로선 뭐라 할 말이 없지만. 제논이 자신의 두 손을 들고, 뭔가 문양을 허공에 그렸다. 손으로 외우는 주문인가. '지금부터 나 하는 걸 잘 봐. 하긴 너는 나고, 나는 너니까 앞으로 자주 보게 되겠 지만.' 그리고 내 몸이 움직였다. 나와는 관계없는, 그녀만의 의지로. '그녀'가 손을 쳐들 었다. "자. 먼저 공격해봐요. 제논. 윗사람으로서, 그 정도의 아량은 있어야 하니까." "건방진 것. 죽음을 자초하다니." 왠지 그 말이 맞다고 생각되는데..... 뭐하러 공연히 불리한 입장을 자처하는.... '그게 아냐. 잘 보고 있으라고.' 그 말, 아니 그 생각이 느껴지는 순간, 제논의 두 손에서 각기 다른 빛이 터져나왔 다. 저 마법은 분명히 과거에... '스펠 컨트롤(spell control : 역주문 마법 레벨 9. 상대의 주문을 맘대로 조종하는 마법) !" 과거에 내가 셀에게 당할 때, 그녀가 사용한 바로 그 주문이잖아 ! 순식간에 날아드 는 제논의 마법. 과연 나에게 뭘 걸려고? 당황하는 나. 그러나 '그녀'는 전혀 당황하 지 않고, 손을 휘둘렀다. 그녀의 몸. 아니 내 몸에서 힘이 자유로이 움직인다. '이것은.... 엘프 마법 10레벨?' '아니. 틀려. 보면 알게 될 거야.' 상대의 능력이, 내 몸 안의 에너지를 잡고 흔들었다. 마력들이 닥치는대로 붕괴하려 고 이리저리 꿈틀거린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제논에게 같은 종류의 능력을 보냈다. 능력이라고 하기는 좀 이상하지만,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몸 에서 뻗어나와, 제논에게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제논의 것이 저 모나드의 몸에서 뻗 어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순수한 '그녀'의 능력. 그 손이 제논을 잡고 흔들 자, 그의 입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치 발작한 사람처럼. "어...으....버....." 그리고 그 주문이 깨져나갔다. 동시에, 나를 압박하던 그 투명한 손도, 어디론가 사 라졌다. 비틀거리는 마법사에게, '그녀'가 손을 뻗쳤다. 그 다음은. 퍼펑. 마법사의 마력이 그대로 폭발하면서, 제논은 아래로 떨어져버렸다. "전에 네가 저 인간 마법사.... 그러니까 저 아가씨한테 맞은 적이 있지? 그 수법을 한 번 사용해봤어. 처음 해본건데.... 잘 됐으려나?" 그리고, 그녀의 몸이 질풍처럼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제논이 한 발 빨랐다. 그녀가 말 한 마디 하는 사이에, 그는 다른 주문을 외운 것이다. 공격 주문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것?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인빈시블 포스(Invincible force : 상태변화마법 10레벨. 절대적인 방어막을 형성 한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는 황금빛의 막. '그녀'가 아쉽다는 듯이 말한다. "훗. 이기지 못하니까 아예 단단한 껍질 속으로 숨어버린 건가? 뭐, 상관없지. 저 모나드의 잔해만 부숴버리면, 저 방어막도 풀려버릴테니까." 하지만.... 난 도저히 모르겠다고. 이 상황을. 그녀의 마법 기술은 대략 알 것 같지 만, 그녀의 정체만큼은 전혀 모르겠다. 아니, 전부 모르겠다. 도대체 그녀가 누구이 며, 그녀는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그녀는 왜 나를 도와주었는지. 아까 그녀가 한 말 은 과연 사실이었던가? 그녀가 나의 분신이라고? 그녀가 정말로 나의 몸을 가지고, 검 안에서 오래동안 잠들어있던, 그 여자애라고? 그렇다면 이 여자애는 바로.... "맞아." 방긋 웃는다는 느낌이 드는데. - 계속 - 후기)얜 누구야 !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이 아가씨는 전에도 나왔습니 다. 레이니가 사형장에서 도망칠때에 분명히 나왔지요? 사막으로 도주해버렸을 때..... 이제 주요인물은 '거의' 다 나왔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7-02 조회수 : 65 공룡 판타지 20-405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20) "맞다고?" 다시금 확인하듯이 묻는다. 그녀에게가 아닌, 나에게. 적어도 과거에 대한 기억은 그 당시, 그러니까 내가 여자아이라는 걸 인식한 그 순간에 다 돌아왔을 거라고 생각 했었는데, 어째서 그녀에 대한 것은 기억나지 않았던가. 확실히 그 당시에는 너무 충 격이 커서, 사형장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검에게 묻는 것을 잊어버리긴 했었다. 그렇 지만 이젠 검의 인정도 받은 상태인데, 어째서 라 브레이커는 그녀에 대한 것을 나에 게 말하지 않은거지? 어째서 그녀에 대한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던 거지? "미안." 그녀의 환영이, 나에게만 보이는 환영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 그 이유라는 것은..... 고개를 끄덕인다. 시인한다는 말인가. "미안. 미안. 내가 검한테 부탁을 좀 했거든. 너한테 직접 말하고 싶어서." "부탁을? 검이 그걸 들어줬어?" 저 검은 주인의 말도 안 듣는, 악질적인 검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째서 이 여자애의 '부탁'은 그리도 쉽게 들어주었던가. 저거 혹시 불량품 아냐? 저기 있는 모나드처 럼....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나에게, 그녀가 다시금 애원한다. 아니, 이건 애원이라 고 생각되지도 않지만. "미안. 미안. 너무 화내지는 마. 저 검은 그저 내 말을 들어주었을 뿐...." "넌 누구냐?" 이미 지겨울 만큼 이상한 일을 여러차례 겪은 나에게는, 그녀가 설령 별에서 온 공 주님이라고 해도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저 라 브레이커가 저렇게 애지중 지하는 여자라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 도대체 이 여자는 뭐야? 아까 그녀가 말한대 로, 정말로 또 한 사람의 나라는 말인가? '그럴리는 없을텐데.' 그런 기억이 없는 것은, 검이 내 기억을 가렸기 때문이란 말로 설명될 수 있다. 그 러나, 저 건방진 검이 그리도 배려해주는 대상이라는 점이, 그 추리를 가로막았다. 생각해보면, 나한테는 그리도 야박하던 녀석이, 또 한 사람의 나에겐 저리도 잘 대해 줄 수가.... '아, 아냐.' 설마, 이 여자애가 진짜 검의 주인이란 건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러면 검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을 좀 정리해보고 싶지만, 저 아래에 있는 제논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이상, 지금 은 간단히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역시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이 낫겠지? "그럼 직접 말해봐. 네가 누군지." 이게 가장 빠르다. 안 그래도 셀과 모나드의 싸움도 신경이 쓰이지만, 제논이라는 또 하나의 마법사를 경계해야 하는 내 입장에선, 그쪽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그녀가 상황을 알아차렸는지, 재빨리 나에게 말한다. 나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로. "아까 말한대로, 나는 네가 라 브레이커를 만나 계약을 한 후에 너와 분리된, 또 하 나의 너....." "그것 말고." 추상적인 말은 듣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해석하기에는 불리한 법이다. 아무리 요약 해서 설명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선 좋다지만, 이건 지나치게 축약된 게 아닌가. 그녀 도 그것을 알았는지, 고민하는 표정으로 바뀐다. 내 얼굴만 아니라면 귀엽다고 인정 해주겠지만..... '나한테 그런 말을 쓰기는 싫어.' 일단 저 정체불명의 여자한테는. 그녀가 조금 고민을 하다가, 중얼중얼 말을 끌어낸 다. "음..... 뭐라고 설명을 해야 좋을까....." "사실만 말해. 사실만."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길게 설명하기도 곤란하잖아.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 만.... "거기서 무슨 잔말이 더 필요해? 나는 다섯 살때의 미나르 공주가 분리되어 생긴, 또 하나의 너. 그 이상의 말이 필요해? 이해력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그 과정을 조금만 자세히 말해줘. 어째서 너와 내가 한 사람이란 건지, 중간 과정 이 빠지니까 이해가 불가능하잖아. 안그래도 골아픈데." 저 아래에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녀석만 없다면. 그리고 셀과 모나드의 전투만 없다 면. 그럼 그녀의 말을 한가롭게 들어주고 있겠지만 말이야. 그녀도 그건 알고 있나보 다. 다시금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음..... 하긴 나도 네가 내 분신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이 얼마전의 일이었으니 까....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게 당연해. 나도 이해하느라 힘들었거든." "그래서?" "너에 대해 안 것이 아마..... 라 브레이커가 너를 시험하기 시작할 무렵이니까.... 그때는 나도 너에 대해 자세히 몰랐고.... 네가 가진 여자아이의 몸이 내 거라는 것 만 알고 있다가... 그때 사형장에서 네가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만 허둥대다가 네 몸 을 빼앗아서 도망쳐버리고..... 그 몸이 사라지면 내 몸도 없어지는 셈이니까 불안했 다고 해야 하나? 뭐 그래서 말이야. 호호호." 도대체 이 여자애..... 정말 나 맞냐? 이야기하는게 혼란 그 자체야. 일단 이 여자 애의 입부터 틀어막고, 내가 질문을 해야겠어. 이러다간 날새겠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간단히 말해. 일단 네가 어째서 내 분신인지부터. 꾸물대다간 내년까지도 못 듣겠어." "아. 미안." 그제서야 그녀가 마구 내뱉던 말이 멈추었다. 그러나..... "어, 어디서부터 말해야하지?" 으윽..... 이 여자...... 주먹으로 머리통을 쥐어박으려고 했지만, 정신만이 존재하 는 애에게, 나와 몸을 함께 쓰는 애애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녀석을 때리고는 싶지만, 내 머리가 아프게 되는 것은 바라지 않으니까. 답답한 내 마음을 알았는지, 라 브레이커가 내 앞으로 날아왔다. 아니, 이 괴이한 여자애를 도와주려고 온 건지 도. "내가 설명해주지." 그리고 검이 나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좀 친절한 말씨로. '나한테 하는 게 아닐거야. 분명.' 착각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네가 나와 계약을 한 후, 너에게 남자의 몸을 주어서 자유롭게 살게 했지만, 그것 은 단지 눈속임에 불과했다. 어쨌든 너는...."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 검의 계약자의 숙명이니까." "그 날을 기다리면서, 나는 너의 의식을 둘로 분리시켰다. 하나는 너 자신. 또 하나 는...." "그게 바로 나." "너는 남자아이로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지만, 네가 버렸던 여자아이의 몸은, 언젠가 네가 다시 돌아와야 할 보금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너의 의식을 분리 한 거다. 너의 또 하나의 의식인 이 소녀에게 그것을 맡기고, 나는 긴 시간동안 모든 종류의 마법적인 지식을, 그녀에게 불어넣었다. 그녀를 위해. 그리고...." "널 위해." 둘이 호흡이 아주 잘 맞는군. 하긴, 10년이상 함께 했다면 그럴만도 하지. 그렇지만 그거.... "그럼, 어째서 나를 다시 원래의 몸으로 되돌린 거지?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 어?" 그녀가 그렇게 검과 잘 맞는 사이라면, 그녀에게 전적으로 검의 주인이라는 책무를 지워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어째서 검과는 잘 맞지도 않는 나에게, 그런 과중한 부 담을 지워준 것인가. 그런 번거로운 짓을.... "원래 나와 너는, 하나였던 사람이 둘로 갈라진 것. 둘이 원래대로 합체하여, 다시 금 하나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지." "순리라고?" 그럼, 라 브레이커는 처음부터 날 속였다는 말이잖아 ! 그때, 내가 혼자서 울고 있 을 때 분명히 그러지 않았던가? 내 기억을 사라지게 한다고.... 내 과거로부터 나를 분리해달라는 내 소원을, 처음부터 들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는 것이 아닌가? 버럭 화를 낸다. 으이그. 저걸 그냥 죽여버려? 힘이 없다는 게 서럽다. 서러워. 불평할 것 은 많지만,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오직 한 가지. "야 ! 이 나쁜 녀석아 ! 그럼 넌 처음부터...." 어차피 과거를 잊게 하지 않을 거면서... 어째서 그때는 나에게 그런 짓을 한 거지? 남자아이의 몸을 준 것은, 단지 나를 속이고 내 몸을 이상하게 개조해버리려는 수단 이었던가? 주먹을 검에게 휘두르려고 했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 기어이 왔군. 하긴 이렇게 오래동안 꾸물거리고 있는데, 저 놈이 가만히 있길 바라는 게 무리지. 좀 늦게 온 듯 하긴 하지만. "어리석은 계집애. 전투 중에 한 눈을 팔다니." 이봐. 그 말은 좀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일단은 몸 을 피하고 볼 일이다. 그러나, 내가 제논의 마법을 느끼고 피하기 전에, 내 몸이 먼 저 반응했다. 이것은 내 의지가 아닌, 그녀의 의지. 내 몸 전체의 마력이 갑자기 운 동에너지로 변환되면서, 몸이 이동했다.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그런 엄청난 수준의 가속력으로. 어느새 제논의 뒤로 이동하는 내 몸.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내 손이 앞으로 뻗었다. 제논의 등을 향해서. "어억 !" 그의 비명이 나오기도 전에, 내 손이 제논의 방어막을, 황금빛의 절대방어막을 밀어 제쳤다. 그리고 그의 등뼈가 느껴졌다. 그대로 그 뼈를 잡아뽑는다. 뜨거운 피가 나 에게로 튀려고 하지만, 그조차 나는 느낄 수 없었다. 척추를 뽑아내는 순간, 그대로 내 몸은 멀리 날아가버렸으니까. "아악 !" 제논의 비명이 아니다. 내 비명이다. 이것은. - 계속 - 후기)으. 이제 슬슬 이사준비를 해야 하므로, 언제 휴가 선언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 니다. 아마 곧, 이사를 위해 작업 중지를 해야 할 듯 하네요. 하지만 되도록이면 이 번 에피소드는 끝내야 하는데..... 이사하고 나서, 컴퓨터를 다시 설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조만간 휴가선언 을 할 겁니다. 오늘은 아니지만. 이사라.... 개인적으로 좀 피곤할 듯한 예감이 듭니 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7-03 조회수 : 68 공룡 판타지 20-406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21) 제논의 등에서 피가 뿌려진다. 멀리 보이는 그의 몸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진다. 비 록 그가 적이기는 하지만, 내 손에 들려있는 그의 몸은..... 구역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수가. "으.....으....." 그러나 그것조차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지금은 엄연히, 내가 아닌 그녀의 지배하 에 있는 몸이니까. 제논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져 바다속에 빠질 때까지, 그녀는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피를 흘리며 떨어져가는 한 남자의 시체를. 그 모 습이 물속으로 사라진 뒤에야,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렇지만. "이게 무슨 짓이야 !" 아무리 그가 나의 적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사람의 등을 가 르고 척수를 뽑아버리는 짓은. 그러나 그녀는 나를 향해 말할 뿐이다. 단호하게. "저 녀석은 네 적이야 ! 게다가, 이 정도로는 죽지도 않아 ! 저 모나드의 잔해를 완 전히 파괴하기 전에는. 절대로." 그러나 나는, 여전히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 이 아니라, 너무나 잔인한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녀가. '이것이 또 하나의 나의 본성인가?' 그녀의 정신이 올바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정도의 잔혹함이었다. "정신차려 ! 정신차리고 어서 움직여야 해 !" 그녀가 옆에서 소리를 쳤지만,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까의 손 끝에 남은 감 촉. 그 사람의 살을 맨손으로 가르고 등뼈를 잡는 순간의 감촉을, 그 척수를 움켜쥐 고 뽑아내는 순간의 감촉을, 그리고 내 손을 적시는 피의 뜨거움을 잊을 수 없었기 에. 어쨌든 그는 살아있는 사람이고, 나는 그런 그를 잔인하게 죽인.... 피싯. 내 귀를 스치는 마법의 빛.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 "봐. 녀석은 아직 무사하다고." 제논이, 허리가 부러져서 등이 꺾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위로 날아오고 있었다. "당신의 제자의 꼴이 안 됐군. 애스터 누스." "곧 당신이 저렇게 될거야. 모나드." "과연 그럴까? 고작 엘프 마법을 조금 배웠다고 해서 날 우습게 보나 본데....." 모나드의 손이 반짝이면서, 그대로 마법의 주문이 날아갔다. 그 공격을 재빠르게 피 하는 셀. 어떠한 종류의 마법인가. 레벨 9인가 레벨 10인가. 단독 주문인가 복합주문 인가. 그렇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드래곤 브레스 ! 화이어 !" 레벨 10에 해당하는 강력한 원소마법이, 모나드의 손에서 뿜어져나왔다. 주위를 가 득 메우는 붉은 강. 그것이 셀에게 날아들었지만, 그녀는 재빠르게 몸을 두 손으로 가렸다. 열과 빛의 막대한 힘이, 그녀의 몸 바로 앞에서 응결하여 물질로 변화한다. 모래알로 변한 거대한 에너지의 강이, 바다를 향해 떨어져간다. "엘프 마법 10레벨인가? 그러나 이건 어때? 마인드 브레이크 !" "레벨 8의 정신마법인가?" 정신파를 붕괴시키려는 무형의 힘이, 셀을 감싸더니 조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 힘 이, 또다른 힘에 의해 조각이 나 버린다. 이건.... "엘프 마법 레벨 10. 잠깐. 이거...." 마인드 브레이크(mind break 정신 붕괴 : 상대의 정신파를 모두 붕괴시켜 열같은 힘 으로 바꾸어 버린다)라는 마법, 이것은 설마... 그 무형의 힘은 엘프 마법 10레벨과 아주 비슷했다. 둘다 똑같이, 특정한 종류의 에너지를 다른 형태의 힘으로 전환시킨 다는 점에서. '그래서 셀이 간단히 막은건가.' 그러나 숨돌릴 틈도 없이, 이번엔 모나드의 마법이 연속으로 이어졌다.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의 마법이 동시에.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 언령마법 9레벨. 적을 즉사시킨다) ! 원자 붕괴 (atom destruction : 원자마법 9레벨. 적의 몸을 이룬 원자 자체를 붕괴시킨다) ! 스 펠 캔슬레이션(spell cancellation : 역주문마법 레벨 8. 상대의 주문을 취소시킨다) !" "저, 저럴 수가 !" 역시 만만한 적이 아니었다. 상대를 죽이려는 언령마법과 셀의 몸을 붕괴시키는 원 자마법, 그리고 그녀의 방어마법을 모두 무효화시키는 역주문마법의 조합이라. 만약 에 셀이 역주문 마법에 걸리게 된다면, 그대로 두 가지 치명적인 기술을 받고 말 것 이다. 그걸 설령 막아내었다고 해도, 주문을 되받아치지는 못할 상황이다. 주문마법 을 사용한 자가, 마법의 근원체이기 때문에. '자기를 해치려는 주문을 들어줄 리가 없고.' 최선의 경우라도, 기껏해야 주문 하나를 막아내는 것에 불구하다. 이렇게 된다면, 그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러나. 셀이 취한 방법은. "엘프 마법 10레벨을?" 여태까지와 똑같은 수법이잖아 ! 고작 저런 걸로 세 가지 주문을 다 막아낼 수 있다 고 여기는 것일까. 그녀는. 그러나.... 그녀의 몸에 접근하던 언령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말에 담긴 무거운 힘이, 그녀의 마법에 의해 붕괴된 것이다. 그리고. "원자마법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 다시금 새겨보니, 그것 역시 엘프 마법 10레벨과 유사한 종류의 힘이었다. 같은 종 류의 힘이 부딪쳤기 때문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한채 소멸한 것인가. 그리고 역주 문마법은.... "그 역시 효과가 없는 것인가?" 상대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고, 상대의 힘의 움직임을 봉하는 캔슬레이션. 그러나 그 역시, 결국은 물질과 에너지를 다루는 기술의 일종이었고, 같은 종류의 마법과 부딪 치자, 그 힘 역시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저렇게 된다면.... "이길지도 몰라." 엘프 마법 10레벨. 몸 바깥의 물질과 에너지를 자유로이 전환하는 기법. 저것이 저 렇게도 효율적인 수법일 줄이야. 내 마음 속에서 그녀가, 작은 소리로 나에게 말한 다. "저게 바로 마법의 진짜 응용이야. 저 아가씨, 정말 아까워. 만약에 주문 마법에 빠 지지만 않았더라면...." "그랬으면 저 여자는, 나의 주인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이미." "그랬을지도....." 이봐. 이봐. 또 나만 소외시키고 둘이서만 이야기하는거야? 그래도 검에 비해 눈치 가 약간은 빠른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아, 미안. 미안. 인간이 저렇게 엘프 마법을 잘 쓰는 건 보기 힘들어서 말이야." "그래?" 아니,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람이 익히기에는 엘 프 마법은 너무나 복잡하니까. 게다가 익히는데 걸리는 세월의 길이라는 건..... "너무 오래 걸려서 익힐 수가 없었어." 그런 내용이었지. 언젠가 이 여자애 때문에 떨어진 사막에서 만난, 마을 촌장님의 말씀은. 그렇지만 그것은..... '이.........................................' 뭐야? 이 기분나쁜 정신파의 파장은. 눈을 아래로 돌린다. 제논의 몸이 서서히 움직 인다. 마치 별이 하늘을 움직이는 것처럼. 장시간 하늘을 바라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그런 미약한 속도의 움직임처럼. '괘...........................' 이거....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제논이 서서히 팔을 이쪽으로 향하기 시작했지 만, 저 속도는 너무나 느렸다. 일부러 저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건가? 하지만 지금은 목숨을 건 싸움의 현장인데? 그런데 저렇게 느릿느릿하게 움직일 리가... 속임수인 가? 그러나... '그녀'는 별 신경도 쓰지 않으며 손을 그에게 향한다. 이것은. '공격할 셈인가?' 저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것은, 분명히 함정을 준비해두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죽음 과 삶이 순식간에 갈리는 전투의 현장에서, 일부러 느리게 움직일 사람은 아무도 없 으므로. 그러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그녀'는 아무 걱정도 없는 듯, 차분히 몸 안의 물질을 에너지화한다. 그걸로 공격할 셈인가. 그러 나 내 예상은 빗나갔다. '씸.................................................' 제논이 입을 열어 주문을 외운다. 그러나 그 첫마디가 떨어지기도 전에, 그녀는 제 논의 등뒤로 돌아가있었다. 그녀가 아까 에너지화한 힘이 강렬한 운동의 에너지로 변 화하고, 그 힘은 그녀를 상대의 등뒤로 인도해서 팔을 뻗게 했다. 팔이, 그녀의 왼팔 이 정확하게 제논의 머리를 내려친다. 그리고 감촉이 느껴진다. 머리뼈가 부서지는 감촉이. 뇌수가 터져나가는 감촉이. 그리고.... '피야.' 피가 사방으로 뿌려지는 감촉이. 제논의 머리가 터져나가고, 그의 몸이 힘을 잃더니 바다로 떨어진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그녀'는 아직도 만족하지 않는다. 부우우웅. 그녀의 손에 힘이 모이고, 그 힘은 공기를 가르며 뻗어나갔다. 바람의 저항에도 불 구하고, 그 빛은 제논의 몸을 정확히 감쌌다. 죽음의 손길이. 그리고 그 결과는. 파직. 제논의 몸은 사라져버렸다. 완벽하게. 먼지 한 점 남기지 않고. 그의 마지막 비명조 차, 이 세상에 남지 못했다. - 계속 - 후기)예상대로입니다. 슬슬 이사준비와 그밖의 문제로 인해 글이 늦어지는군요. 이사 날짜는 다가오고.... 날씨는 덥고........... 으. 미치겠군요. 더 큰 문제는 당연히 메가패스. 어떻게 된 게 아예 접속이 안 되는 바람에..... (너, 죽인다) 치를 떨고 있습니다. 그냥 머리통을 한 방.....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7-04 조회수 : 87 공룡 판타지 20-407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22) 아래로 떨어진 제논의 시체가, 작은 파도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바닷속으로 가라앉 는 그의 시체. 비참한 최후로군. 그렇지만 이것은 너무나.... '지나쳐.' 사람을 죽이는 방법. 검을 배우면서 내가 사부에게 배운 바로는, 상대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단번에 목숨을 앗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정말로 싸워야 하는 상대이고, 그의 목숨을 반드시 빼앗아야 한다면, 그렇다면 상대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않고 목숨을 끊는 것도, 나름대로의 상대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라고. 일부러 잔 혹한 짓을 상대에게 해 가면서 그를 괴롭히는 것은, 가장 나쁜 짓이라고. '그런데 그는....' 목을 단번에 베어버렸다면, 이렇게까지 내 눈을 붉게 물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가 흘린 피가, 내 눈에 배어든 듯한 기분이 나를 묶는다. 그렇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봐." 한 마디라도 하고 싶다. 그러나,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네가 나한테 싫은 생각 품은 거, 알아. 하지만 넌 마법사들이 얼마나 끈질긴지 모 르고 있어. 그 녀석, 길어봐야 1분만 지나면 다시 회복해서 올라올거야. 그 전에 결 판을 내지 않으면....." "뭐?" 그는 재생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인가? 당연하다는 듯이 그가 말한다. 당연한 듯이. "너 몰랐니? 고위마법사라면, 당연히 자신에게 불사의 주문을 걸어둔다는 것을. 셀 언니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랬고, 저 썩어빠진 마법사 역시 그런 주문을 걸어두 었어. 넌 잔혹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정도로 하지 않고는 녀석의 움직임을 봉할 수 없어. 잠시동안이라도." "잠시동안이라도?" "그래. 그러니 긴 말은 나중에 해. 지금은 언니를 도와줘야 할 때야." 그리고 내 몸은 바람을 가르고 날아갔다. 셀과 모나드가 싸우는 하늘을 향해서. "파워 오더.... 킬(power order kill : 언령마법 10레벨. 9레벨의 언령마법보다 강 제성이 높다) !" "어딜 !" 잔재주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모나드는 이제 자신의 강제력으로 셀을 억 누르려고 하고 있었다. 모나드의 힘이, 셀의 생명력과 마력을 빼앗아가려고 하고, 셀 은 그 힘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모나드라는 괴물의 힘은, 그를 압도하고 있었 다. 아무래도, 물질과 에너지의 통제에 대한 힘에 있어서는, 인간보다는 모나드가 한 수 위였다. 조금씩, 셀의 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손가락 사이로. '젠장. 조금만 더 했으면....' 예당초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통제력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컸다. 이건 그녀의 수련의 부족이 아니라, 그녀가 배운 엘프 마법 자체의 한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엘프들도... 역시 완전하게 고대 마법을 계승하지 못해서.....' 물질에 대한 영향력, 에너지에 대한 영향력을, 그들은 단지 인간 자체의 힘을 알아 내고 이용하는 데에서 그치고 있었다. 그 힘을 좀 더 증대시키는 방법은, 그들로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 '단지, 과거의 재난에서 유전자적인 손상을 조금 덜 입었고, 지식의 손실이 적었다 는 이유만으로.....' 그것만으로, 엘프들은 여태까지 생명체중에서 손꼽을만한 마법능력을 소유한 것이 다. 자신들이 능력을 키운 것이 아니라, 남들이 모두 힘을 잃어버리는 시기에 자신들 만 힘을 보존했기에. '그것도 불완전한 형태로.' 그렇지만, 그런 지식도 사실은 허세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힘을 키우는 방법을 아는 유일한 존재가 있기는 하지만, 그는 자신을 거절했다.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마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문득, 과거에 주문 마법을 배웠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면, 자 신과 밀크는 혼란스런 세상에서 과연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앞뒤가 맞 지 않는 모순. 마법을 배우지 않았으면 검을 만날 수 없었고, 마법을 배웠기 때문에 검에게 버림받은 이 현실. 그것은..... '처음부터 불공평한 것이었어.' 단지 집안을 잘 만나서 힘을 얻게 되다니. 물론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물론 그 중에서 기회를 잡은 것은 단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셀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남 을 원망하는 마음이 피어났다. 처음으로. '아냐....' 하지만 밀크가 그런 집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셀이 스스 로를 달래며 다시금 정신의 집중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미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늦 어있었다. 셀의 통제에서 벗어난 마력과 생명의 힘이, 모나드에게 흘러들고, 그 흐름 은 조금씩, 거세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조금씩. '이제 끝인가.....' 마지막 싸움만은 이기고 싶었는데... 그조차 허락되지 않는군.... 손이 서서히 내려 가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서. "이제 모두 끝이다 ! 배반자 !" 이제서야 자신과의 계약을 어기고 달아난 자를, 자신의 수중에 넣을 수 있게 되었 다. 이제 그녀가 숨기고 있던 고대의 지식을 흡수하면, 그녀는 다시금 과거의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별 전체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나드 의 가슴속에, 어둠의 욕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꿈은.... 파앗. 그녀의 뒤쪽에서 흘러온, 그녀가 통제하지 않은 에너지의 흐름. 모나드가 위기를 느 끼고 반전하려는 순간, 이미 그녀의 가슴은 갈라지고 있었다. 흐름이 끊어진 전기가, 불꽃을 일으키며 몸을 태운다. 부러진 목뼈를 억지로 돌려, 모나드는 자신을 죽인 자 를 돌아보았다. 그것은.... "애송이..... 계집애인가.........." 하지만 그 대답은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나드의 머리를, 소녀는 단숨에 베 어버렸으니까. 소녀의 손날이, 모나드의 머리를 부수고 들어갔다. 그 안의 내용물이, 인간의 뇌수와는 다른 기계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불꽃을 피우면서. 그리고 고대 병기의 잔해들이, 바다를 향해 떨어져갔다. "상황 종료?" "모르겠어. 그렇지만....." 바다를 바라본다. 이제서야 돌려받은 내 몸을 움직여서. 내 안의 소녀가 나에게 말 을 건다. 나와는 다른, 또 다른 삶을 살아온 내가. 그리고. "일단 모나드의 잔해는 부서졌어. 재생능력도 상실된 듯 하고." "그럼...." 이제 상황은 끝난 것인가? 갑자기 몸에 밀어닥치는 안도감. 맥이 빠지면서, 그대로 아래를 향해 낙하해간다. "정신차려 !" 그 외침과 함께, 다시금 하늘로 떠오르는 내 몸. 소녀가 나에게 짜증을 낸다. "어떻게... 넌 지금 마법을 쓰지 않으면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도 모르니? 여태까지 몇 차례나 추락을 해봤으면서.... 게다가 아직은 상황이 끝났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 도 아니야 ! 적어도...." 소녀가 내 손을 편다. 아니, 내가 편다고 해야 하나? 내 옆에 여자애가 떠 있는 것 도 아니니까 말이다. 어쨌든 손을 펴고 바라본다. 내 손 위에 있는, 작은 쇳조각을. "떨리고 있어." 이거 뭐야. 그 여자의 조각인가? 그 고대병기의? 소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니, 내 고개가 움직인다. 이건 좀 이상하군. 혼잣말이라기에는 좀 뭐하고... 이건 마치.... '연극이라도 하는 것 같애.' 어차피 모든 것이 끝났으니, 조금은 안심도 되지만. 내 손 위에 놓인 기계 부품이, 진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모든 힘을 잃고, 그 조각은 괴물이 아닌, 단순한 쇠덩이로 되돌아갔다. 부자연스런 모습을 버리고. "죽었어. 모나드의 잔해는......." 나는 그 쇳조각을 바다에 내던졌다. 조각이 물거품을 일으키며 바다 밑으로 사라졌 다. "이제 다 끝났어....." 하지만 별로 기쁘지 않은 듯 하다. 셀은. 그 제자의 죽음때문인걸까. 그 눈에 비춰 지는 눈물은.... "수고했어요." 뭔가 멋진 위로의 말이 있을듯한데.... 생각나는 건 없다. 전혀 없다. 그러니, 이런 멋대가리없는 말로 그녀를 달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잠깐. "세이브는? 무사하니?" 이런 ! 그걸 깜박 잊고 있었다 ! 워낙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겪다 보니, 그 애에 대 해서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어 ! 나는 황급히 라 브레이커를 향해 날아갔다. 검 위에 앉아있는 소녀를 만나기 위해. "언니 !"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세이브의 모습이, 무척이나 밝아보였다. - 계속 - 후기)언제까지 통신이 이어질 수 있을까. 불안하네요. 이사는 가야 하니까. 어쨌든 이걸로 소설이 끝이냐... 고 생각하시는 독자님들은 안심(?)하시길. 아직 다 끝난 것도 아니고.... 제가 그렇게 순순히 해피엔딩을 만들어줄 마음착한 작가도 아 니니까요. 명심해주시길. 아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7-05 조회수 : 26 공룡 판타지 20-408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23) 세이브의 두 손이, 꼭 모아져있었다. 그 손이, 서서히 풀어진다. 우리들을 보고서. "언니 !" 검 위에 앉은채 손을 흔드는 작은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향해 가는 나. 조그만 여 자애의 몸이 내 팔 안에 안긴다. 그래. 이젠 다 끝난거야. 안도감이 나를 풀어지게 했다. 마치 바닷물에 녹아 사라지는 물거품처럼. "언니....." 세이브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의 몸을 더욱 더 강하게 끌어안는다. 서서히 하늘 로 떠오르면서, 저 멀리 보이는 붉은 빛을 바라본다. 석양의 빛일까. 마치 그것은 따 스한 소녀의 마음을 연상시켰다. 이 아이의. "정말로, 정말로 끝난거야?" 다시금 내게 되묻는 세이브. 두려움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일까. 바로 조금 전까지 불안에 떨던 그 마음을 생각하면, 그 떨림은 당연한 것이겠지. 그 아이의 심장의 두 근거림을 느끼며,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아이를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 해. "그래. 이제 끝난거야." 나 자신을 달래기 위해.... 다시금 말한다. 나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다 끝났어. 악몽은 끝난거야." 내 얼굴을 보며, 미소짓는 세이브. 조금씩 펴지기 시작하는 그녀의 얼굴이, 석양빛 을 받아 붉어져간다. 그리고 그 얼굴에 가득차는 웃음. "응."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서, 나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모나드와 제논을 삼킨 초대양 을. "자. 돌아가자. 집으로." 내가 말했을까. 셀이 말했을까. 그런 건 상관없다. 우리들은 해가 저무는 붉은 수평 선을 바라보았다. 저기에....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있다. 비록 그곳이 어떠한 곳이든 간에. 세이브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온다. "응." 소녀를 품에 안은채, 서서히 서쪽을 향해 방향을 잡는다. '이젠 이 아이를 노릴 사람이 없겠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으면서. '이젠 이 아이를 노릴 사람이 없겠지.' 과거에 대한 작별을 고하면서. '이젠 이 아이를 노릴 사람이 없겠지.....' 현재에 대한 만족을 느끼면서. '정말 다행이야.....' 그런 생각만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앞으로 어떤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다. 이걸로, 하나의 일은 다 끝났으니까. 바다 와 하늘을 가르며, 우리는 서쪽으로 날아간다. 날아간다. 그런데..... "어?" 잠시 비행을 멈춘다. 무언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기 때문에. 뭔가 사라져버린 느낌. 그것이 내 뒷덜미를 잡아 세웠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불안감. "언니....." 세이브가 당황하며 내 품속에서 다시 떨기 시작했다. 공포를 억지로 억누르려고 하 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이..... 기분나쁠 정도의 정적.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고.... 어느새 별이 떠오르기 시작했 다. 그러나, 그 별들 중에, 내가 아는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라졌어.' 라 브레이커라면, 사라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어차피 그 제멋대로인 검은, 언제 사라지든 이상하지 않다. 어차피 언제나 자기멋대로인걸. 그러니, 그리 걱정이 안 되는 존재이긴 하지만..... '또 한 사람.'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혹시... 아까의 전투에서 너무나 힘을 소모해서, 그대로 바 다에 떨어져버린 것이 아닐까? 겉보기엔 아직 힘이 남아있는듯해서, 신경을 쓰지 않 은 것이 잘못이었다. 먼저 세이브를 돌아본 것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위험해 !" 쿠쿵. 잠시 내가 보였던 연민. 쿠쿵. 잔혹하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쿠쿵. 그것은 착오였던가. 쿠쿵. 그것이 모든 것을 결정지었다. 쿠쿵. 뼈만 남은 노인의 손에서 마법이 터진다. 쿠쿵. 그 마법의 힘이, 나와 세이브를 갈라놓았다. 쿠쿵. 풀어진 긴장은 화를 부른다. 쿠쿵. 설령 확실하다고 여기는 그 순간에도. 쿠쿵. 팔이 부러진다. 쿠쿵. 손이 부서진다. 쿠쿵. 아래를 향해 떨어져가는 쿠쿵. 가엾은 내 동생. 쿠쿵. 그것은 잊혀졌던 과거의 조각. 쿠쿵. 아무도 기억하길 바라지 않았던 쿠쿵. 과거의 치부. 쿠쿵. 그래서 우리 모두는 바랬지. 쿠쿵. 그런 일은 없게 해달라고. 쿠쿵. 하지만 그것은 헛되었던 꿈. 쿠쿵. 실제는 잔혹한, 피로 물들여진 쿠쿵. 아이의 주검. 쿠쿵. 그것이 아래로 떨어져간다. 쿠쿵. 혼돈의 바다속으로. 쿠쿵.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쿠쿵. 이 세상의 파멸을 부르기 위해 쿠쿵. 티없이 맑은 제물이 되기 위하여. 내 손에서 멀어지는 세이브의 주검. 그리고 그 주검을 향해 내밀어지는 손. 그 손 은.... 비록 뼈만 남은 앙상한 손이었지만, 나는 즉시 그를 알아보았다. "제논 !" - 계속 - 후기)이사준비탓에, 좀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사준비로 인해 글이 끊어지기 전에, 이번 에피소드는 마무리할 생각입 니다. 어쨌든간에, 그리고 나서 이사후에 다음 에피소드로 들어가야, 독자님들도 편 하고 저도 편하니까요. 이제 얼마 안 남은 이번 에피소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슬슬 이 이야기도 절정을 향하기 시작했군요. 그런데.... 이번 이야기는 4페이지인 데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크기가 안 되네요. 고작 4.2k라니..... 혹시 자르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원래 게시판에선, 짧은 내용은 가차없이 자르더라고요. (으흐흑. 하지만 이번 내용은 어쩔 수 없다고요. 원래 이런 걸 어쩌라고......) ㅠ.ㅠ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0-40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7-06 조회수 : 74 공룡 판타지 20-409 레이니 이야기 - 과거의 조각(24) 저 녀석, 아직 살아있었나. 나도, 내 안에 있는 또 하나의 나도, 잠시 몸을 움직이 지 못했다. 머리가 부서지고 척추가 뽑혀나간채 살아남다니. 그것도 모나드가 사라진 후, 마법의 힘이 소실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젠 주문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텐데? 마법의 근원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손가락 하 나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마법사가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몸이 재생되었 지? 어떻게 하늘을 날고 있는 거지? 제논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웃음을 터뜨린다. 하늘을 갈라놓는 듯한 웃음을. "우하하하하." 승자의 광소. 그것이 나에게 퍼부어지고 있다. 세이브의 시신을 손에 든 그는, 나를 비웃듯이 계속 웃었다. 마치 세계를 자신의 손아래 쥔 듯이. 아니, 그의 눈은 그것을 확신하고 있다. 어째서인가. 모나드를 죽여버린 것만으로는, 모든 매듭이 풀리지 않 는 거란 말인가. 그리고 셀은? "영문을 모르는 모양이군요. 공주님." 당장이라도 덤벼들고 싶지만, 내 안의 내가 그것을 저지했다. 물론 마법사 하나쯤은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그런다고 세이브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상대의 속셈을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목을 잘라도 머리를 부숴도 되살아나는 적이라면, 죽음은 끝이 아니므로. "공주님께선, 그 모나드를 쓰러뜨리면 모든 것이 끝나는 줄 아셨나보군요." 그렇게 알았었다. 마법의 근원체와 마법사를 쓰러뜨리면, 그것으로 모든 일은 마무 리가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혹시..... 혹시..... '가짜?' 아까 내가 죽였던 제논이 가짜였을까? 그렇지만 모나드가 파괴되었다면, 설령 진짜 제논이 살아있다고 해도 움직일 수 없을텐데? 그런데 어째서 그가 하늘을 날아오르 고, 마법을 써서 나를 공격할 수가 있었지? 게다가 내 손까지 다치게 하고..... '그건 내가 치료할테니까, 넌 녀석에게 말 좀 걸어봐.' 내 안의 소녀가 말하는대로다. 일단은 저 놈의 계획을 알아내는 게 먼저니까. 하지 만 제논은 더 이상 나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그럼, 이제부터 위대한 고대의 병기, 모나드를 되살아나는 의식을 참관해주시기 바 랍니다. 공주님." "뭐라고?" 위대한 고대병기 모나드? 그 말 속에 담겨있는 의미를, 나는 즉시 깨달았다. 역시 아까 내가 해치웠던 모나드는...... '이런.' 가짜를 내세울 것을 미리 예상했어야 하는데..... 어쩐지, 이 세상의 마법사들의 힘 의 근원인 모나드가, 너무나 쉽게 무너졌다는 점부터 수상했다. 그걸 진작에 눈치챘 더라면..... "뭐, 자책하시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공주님. 어차피 이 일은 오래전 부터 정해진 일이었으니까요." "오래전부터?" "그렇습니다. 인간이 아득한 과거에 마법에 눈을 떴을 때부터, 인간은 최고의 마법 을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체가 바로 모나드입니다. 그것 을 어리석은 드워프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억지로 봉인시키고, 두 개의 봉인장 치를 만들어냈습니다. 봉인장치들의 기억을 조작해서, 모나드의 실체를 숨기기까지 했지만, 결국 진실은 밝혀지는 법이지요." "네 놈이 진실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냐 !" 적어도 저 놈은 그럴 자격이 없다. 사람을 속이려고 한 게 언제였지? 그 '속아넘어 갈뻔한' 사람인 나로서는, 저 놈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모나드인줄로 착각한 그 하얀 인형은, 결국 그 대가를 치루었습니다. 어리 석게도 세계를 집어삼키려는 걸, 조금 전에 공주님이 처벌해주셨지요. 동시에 그 봉 인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그 인형이 살아있는 한, 우리 가 쉽게 봉인을 풀수는 없으니까요. 필사적으로 방해할테니." 이럴수가..... "두 개의 봉인중 하나가 부서진 이상, 이제 나머지 하나도 파괴되는 것은 자명한 일 입니다. 하나는 지금 제가, 나머지 하나는 조금 전에 당신께서 파괴해주셨지요. 그 점에 대해선 정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공주님." "윽." 그렇다면, 나는 결국 저 녀석을 돕고 말았다는 건가. 내 안에 있는 내가 경악한 나 머지 입을 가린다. 나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입술에 느껴졌다. 제논이 외쳤 다. "자. 그럼 봉인은 풀렸습니다. 고대의 병기의 모습을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공주 님." 소용돌이가 바다를 흔든다. 작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된 소용돌이가, 마치 태풍처럼 거대해진다. 그리고 그것이 바다를 덮는다. 서서히 바닷물이 갈라진다. 아니, 아래로 내려앉는다. 그 아래에 고대의 도시가 떠오른다. 서서히. 서서히. "잊혀진 고대의 유산이여. 지금 나에게 떠올라." 주문이 아닌, 나도 알 수 있는 말. 그것은 상대를 향한 호소. "그대의 힘을 깨어나게 하라. 모든 인간들이 보는 앞에서." 도시가 부서진다. 이미 물 속에 가라앉아, 세월의 무게로 눌려버린 돌덩이들이, 또 다시 밀어닥친 세월의 격변을 이기지 못하는 듯, 조금씩 부스러진다. 조금씩 부스러 진다. "그대의 힘을 나에게 다오 !" 제논의 소리. 그리고 도시의 울음. 그 뒤에 보인 것은..... "빛이다 !" 라 브레이커의 말인가. 아니다. 이건 셀의 말이다.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 더니, 결국 단호한 결심을 한 듯 팔을 아래로 내민다. 그녀의 손에서 물질과 에너지 의 전환 반응이 일어난다. 설마 이것은 ! 자칫하면 우리 모두의 목숨을..... "죽어라 !" 그녀의 손에서, 엄청난 양의 빛과 열의 덩어리가 쏘아져나갔다. 정확하게 도시의 지 붕을, 도시의 가장 높은 탑을 향해 날아간다. 마치 산같이 생긴 도시를 향해. 그 정 도의 힘이 폭발한다면..... 내 안의 소녀가 몸 전체에 힘을 뻗쳤다. 투명한 막이 생 겨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눈을 감아 !" 그 말과 함께, 엄청난 빛의 폭발이, 우리 모두를 덮쳤다. 주위가 하얗게 되는가.... 그렇지만 에너지의 폭풍은,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어찌된 것일까. "아냐 ! 실패다 !" 라 브레이커의 말대로다. 어느새 내 옆에 왔는지는 모르지만..... 셀이 쏜 빛은, 순 식간에 사그라지더니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치 도시의 탑에 먹힌 것처럼. 셀이 입술 을 깨물며 말한다. "역시 대단한 방어막이야. 완벽해."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며 말하는 셀. 비참한 표정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친다. "밀크. 어서 탈출하자. 여기 더 있으면 우리는....." "알았어요." 셀의 말이 맞았다. 도시를 감싼듯한 투명한 막이, 서서히 하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이제 그 막은 거대한 빛의 기둥이 되어, 구름을 뚫고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 다. 제논의 모습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했다. 빛 속에 서 들려오는 악마의 소리. "하하하. 어딜 가십니까. 스승님. 공주님. 이곳에 오셔서, 당신들이 이룩한 놀라운 고대의 업적의 부활을 감상하셔야지요. 하하하." 우리를 조롱하는 제논. 결국 그에게 이용당한 꼴이 된 우리가 할 말은 아무것도 없 었다. 이것으로 모든 게 끝인가. 그렇지만 아직은 방법이 있을지도.... "없다." 무정한 라 브레이커의 말. 그렇지만 만약에 그라면.... "이미 모나드의 본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 다. 곧, 무서운 일이 벌어질 거다. 세계 각지에서. 각오를 해둬라." "각오...."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이는 셀. 그렇지만 나는 아직.... "가르쳐줘. 이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거야?" "곧 모나드가 다시 깨어날거다. 그리고, 세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거다." "새로운 시대?" "이제부터가 고비가 되겠지. 모나드가 세계를 손에 넣을지, 아니면 그걸 우리가 막 아낼 수 있을지. 그렇지만 상황이 간단하지 않다." 간단하지 않은 건 나도 안다. 그러나 그 실체는 알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대책을 묻는.... "간단히 말하지. 사투다." 사투라고? 그건 너무나 당연한 말이 아닌가. 제논이 모나드를 손에 넣은 이상, 자기 에게 밉보인 나와 셀을 살려둘 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왜 공격이 먹히지 않은 거 지? 그 원인은 뭐야? 내 생각을 분명히 읽었을텐데도... 라 브레이커는 반응하지 않 는다. 그 대신. "각오를 해둬라. 이제부터 진짜 싸움이다." 나와 셀의 눈 앞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다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아니, 거대한 태풍이. 그 태풍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적의를 가득 담은 채. - 이번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로 - 후기)으. 좀 짧지만, 어쨌든 마무리했습니다. 휴우. 그리고, 이사는 해야 하므로, 이제 연재를 잠시 중단합니다. 아마, 7월 23일쯤에는 복귀할 듯 싶군요. 되도록 그 전에 복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만.... 메가패스를 다 시 놔야 하잖아요. 전화도 그렇고. 그러니까 시간을 넉넉하게 잡겠습니다. 제발 통신 이 원활하게 되면 좋겠는데... 이사간 동네에서. 부디 잘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사라. 솔직히 하루 이틀간 이 집에 산 게 아니기에, 짐이 엄청나게 많군요. 짐을 넣은 상자를 보고 있지니,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아직 다 싸려면 멀었고요) 이사할 때 비나 오지 않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원래, 이사를 내일 가는 것도 아닌 이상, 제가 매일 연재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쉰다 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습니다만... 불행히도 전 매일연재입니다. 그런데 내일부터 는 아마.... 연재하기가 어려울 게 뻔합니다. (짐싸야 하니까요. 게다가 이젠 어수선 해질테니) 며칠에 한 번 글 올리는 것도 좋지만, 이제부터는 진짜 요란한 싸움이잖아 요. 그러니까, 좀 시간을 두고 차분히 생각해도 모자라는 판입니다. 솔직히, 다음 에 피소드는 며칠에 한 편씩 연재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니까요. 며칠에 한 번 올릴 상황이 된 이상, 일단은 차분하게 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이삿 짐에 치여죽을 상황이지만) 그럼, 이사문제가 마무리되면 다시 연재하지요. 다음 에 피소드, 좀 고생스러울 듯 하네요. - 스물 한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 세계를 휩쓰는 붉은 광풍. 그리고 그에 말려든 우리들의 운명은?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려주시길.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7-25 조회수 : 41 공룡 판타지 21-410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 인간은 과거에 많은 것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그것을 되찾아왔다. 아니, 새로 만들 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문명의 정점에 이르기 전에 다시금 쇠퇴하고, 또다 시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것을 반복한 것이, 지금까지의 인간의 역사였다. 지금은 과연 어느 시기일까?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면, 바다는 자신의 고향으로 물러가는 법이다. 그리고, 그 아 래 감춰 진 해안이 드러나는 법이다. 그러나, 이곳은 해안이 아니다. 굳이 바다밑이 드러날 필요는 없다고. 아니, 이것은.... "바다가 갈라졌어." 바닷물이 마치 절벽을 바라보는 것처럼 깎여있다. 바다를 휘장처럼 두른, 고대의 도 시가 서 서히 바닥으로부터 떠오르고 있었다. 물이 사라진 고대의 잔해. 겉보기에는 세월의 손에 의 해 바래진 돌조각들에 불과했지만.... "도시가 살아있어." 그 도시는 아직 죽지 않았다. 아니, 도시라는 껍질 속에 가려져있던 과거의 유산은, 아직도 생명의 빛을 잃지 않았다. 아니.... 저건...... '어둠이라고 불러야 해.' 어둠. 그렇다. 고대인들이 필사적으로 감추려고 노력한 어둠. 인간의 어리석음의 결 과물이, 서서히 우리 눈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여기 있는 그 누구 도 바라 지 않았던 자와의 만남이 실현되는 것이었다. 쿠쿵. 거대한 원판 위에 세워진, 과거 도시라고 불리던 돌조각의 무더기가 서서히 서로간 의 연결 을 끊고, 바닷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껍질을 벗어나가는 곤충의 애벌레처럼. 그 리고 그 껍질 아래에서, 찬란한 성충의 날개가 보이듯이, 새하얀 무언가가 모습을 보이기 시 작했다. 수줍은 처녀의 얼굴이 달빛에 드러나듯. "저것이...." 세월이 쌓아놓은 바다속의 퇴적물이, 하나씩 물 속으로 떨어져간다. 흙덩이들이, 바 위들이, 중력에 끌리듯이 미끄려진다. 비록 일부가 아직 그 위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단지 허 물의 조각에 불과했다. 흙더미가 바다로 떨어졌다. 도시가 떠오름에 따라 주위의 물 벽이 서 서히 무너져나가고, 그 물은 도시의 아래로 모여들어 거센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 다. 마치 도시가 앉아있던 자리를 씻어내리듯이. 바다의 밑바닥에 떨어져가는 흙의 산을 집어 삼키듯 이. "고대의 마법 시스템, 모나드야." 나와 셀, 그리고 라 브레이커의 눈 앞에서, 모나드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 기 시작 했다. 그것은 거대한 알. 새하얀 알껍질에 붙은 도시의 잔해물들이, 그나마 그것이 조금전까 지 바닷속에 묻혔던 것이라는 것을 증거할 뿐이었다. "하하하하하 ! 해냈다 ! 해냈어 ! 난 해낸거야 !" 두 손을 허공에 쳐들고, 제논은 소리를 질렀다. 마치 자기가 세계를 구한 영웅이라 도 되는 것처럼. 아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상대의 생각을 느끼는 힘이, 저 자에게도 적용되고 있는 건가. 역겹다는 생각이 들 지 않을 수 없다. 저런 흉측한 도마뱀같은 얼굴의 노인의 생각같은 건, 전혀 알고 싶지 않은 데. "하하하하 ! 난 해냈단 말이야 ! 이제 새로운 마법의 시대가 열린 거야 ! 와하하하 하 !"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가. 그는. 부정하고 싶지만, 상대의 생각을 내가 마음 대로 고 칠 수는 없다. 나는 단지 관찰자이고 방관자일 뿐.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가 하는 일이므로. "하하하하...." 웃음을 서서히 멈춘 그가, 자신이 깨운 마물을 바라본다. 적어도 그것이 얼마나 인 류에게 공헌할지는 모르지만, 내게는 그렇게 보였다. 세이브를 집어삼킨, 그런 마물로. '미안해. 난 널 지켜주지 못했어.' 울고 싶어. 하지만 눈물은 내 눈 밖으로 나오면 안 돼. 지금은 그녀를 위해 흘릴 한 방울의 눈물도 아껴야 할 때다. 만약 지금 자신의 감정에 모든 것을 맡기면, 나는 다시 일어 서기도 전에 부서져버릴 것이므로. 내가 지금 울어준다고 해도, 그 애가 다시금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 라 브레이커의 말인가. 아니면 셀의 말인가. 그것도 아니면 내 안의 또다른 내가 하 는 말인 가. 하지만 그런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말한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그 애가 살아돌 아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애는..... '죽었어. 아니, 파괴되었어.' 어렴풋이 느껴지는 진실. 그것은.... '세이브는, 저 괴물을 봉인하기 위해.....' 고대의 드워프들이, 저 괴물을 만든 드워프들이, 괴물의 의식을 강제로 분리시켜서 만든, 일종의 봉인. 그리고 그 봉인은, 괴물이 태어날 때.... '사라졌어. 저 괴물이 다시금 깨어나는 순간.' 이제 그 아이는, 영원히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영원히. 비록 내가 죽어, 영혼의 고향에 가게 되더라도.... 그 아이에겐..... '혼이 없으니까.' 혼이 없으니까, 죽은 자들이 모이는 세계에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녀의 생명은 오 직 이 세상에만 존재할 수 있는 것. 오직 그녀의 몸에만 존재하는 것. 그것이 사라진 이상, 나는 영원히 그녀를 만날 수 없으리라. 죽은 후에도. '하지 못했어. 이별의 인사조차도.'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남아있다. 그 애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그 일은 비록 그녀가 알 수 없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복수해주겠어.' 저 괴물이, 다시금 악을 저지르기 전에 저지하는 것. 그것이 세이브의 생의 목적이 었고, 그 것을 들어주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남은 길. 두 손을 들어올려, 거대한 알을 향 해 겨눈다. 단 한 방으로 저걸 파괴해버리겠어. 저 놈이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지금이 라면.... '기다려.' 내 손이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 설마 그녀가? 그렇지만 왜? '어, 어째서?' 그 말에 답하듯이, 또 다른 내가 나에게 말했다. 아니, 답이 아닌 질문을.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어째서 당연한 말을 묻는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가 아닌가. 그것은 바로.... '죽이려고?' 당연하지 않은가. 저 괴물의 숨통을 끊어놓지 않으면.... 그러나 그것을 부정하는 그녀. '넌 몰라. 상대의 강함을.' 하지만.... 저게 아무리 강해도... 이제 갓난 아기에 불과하다. 간신히 봉인이 풀린 지금, 아 직 녀석은 자아가 돌아와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그러나 그것을 막아서는 그녀. 마 치 나의 어리석음을 꾸짖기라도 하듯이. '저게 마법의 근원체라는 걸 잊었어?'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그녀의 말을 무시하려는 내게 들어오는 그녀의 생각. '상대는 인간 마법사들의 마법을 만들어주는, 악마들의 집합체야. 그런 집합체가, 인간의 마 법 한 방에 파괴될 것 같애? 넌 저게 눈을 뜨지 않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저건 이미 눈을 뜬 지 오래야.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다면..... '인간의 주문 마법을 들어줄 수 없었겠지.' 그 지적이 내 팔을 묶어버렸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말이다. 잠재적인 무의식이, 나 를 묶었 다. 아니, 그것은 생존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계속해서 말을 꺼내는 내 안의 공주님. '상대는 동시에 수 천 가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섯불리 건드리면, 우리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할거야. 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우리 둘이 제대로 된 각성을 할 수 있다면.....' "뭐?" "제대로 된 각성을 한다는 것. 그것은 인간이 고대에 잃어버린, 자신의 진정한 힘을 발휘한 다는 뜻이기도 해. 만약 그것을 우리가 해낼 수 있다면, 저 괴물을 쓰러뜨리는 것도 불가능 하지는 않을거야. 그렇지만....." 그렇지민? 난감하다는 듯한 그녀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니, 내 마음일까. 생각대로 나오는 대답이, 나를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나의 마음을. "지금은 무리야. 너나 나나, 아직은 태고의 마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 까." "뭐야 !" 억지로 절망감을 떨치려고 소리를 지른다. 그 이상의 물음을 던지려고 한다. 절망을 희망으 로 바꾸기 위해. 그렇지만 그 순간, 저 멀리 날아가는 제논의 모습이, 그 모든 질문 을 흩날 려버렸다. 설마 저 녀석.... '이제 모나드의 중심핵으로 들어가면..... 나는......' 안 된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다. 상대의 생각을 읽음과 동시에, 내 몸이 움직였다. 그를 죽 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녀석을 잡아서....' 모나드를 조종할 방법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럼 저 놈을 다시 봉인시킬 수 있을지도 몰라.' - 계속 - 후기)연재 재개인가..... 늦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올라갑니다. 푸우. 어서 정상 연재를 회복해야 하는데.... 당분간은 띄엄띄엄 올라갈 가능성 90%. 그렇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지요. 어서어서 연재를 부지런히 해서, 슬럼프도 회복하고 이사의 후 유증도 날려버려야지요. 추가)통신을 하다가 확인한 건데..... 독자분께서 날리신 쪽지가 중간에 끊어졌더군 요. 누가 로우텔 아니랄까봐.... 독자분의 쪽지를 잘라먹다니.... 그것도 처음으로 제 글을 추천한 분의 것을.....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7-29 조회수 : 20 공룡 판타지 21-411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2)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내가 지금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내 몸이 제논을 쳐다보는 순간, 주위의 풍경이 움직였다. 내게 가까이 오는 제논의 모습. 그러나. '?' 왜 녀석이 멈추어 있는거지? 마치 하늘에서 굳어버린 것처럼. 바로 전까지 기대에 찬 표정으로 날아가던 녀석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공주님'이 던지는 재 촉의 화살. '서둘러 ! 저 놈이 이상한 게 아니라, 우리가 빠른 거야 !'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내 몸은 섬광처럼 튀어나갔다. 동시에 내 손이 제 논을 향해 뻗어간다. 상대의 움직임을 봉하고, 내 쪽으로 녀석의 몸을 끌어오기 위 한 방법. 상대를 잡아당기는 힘. 그것은 바로.... '중력의 힘.' 중력이 시공간이 구부러진 표현이라는 따위의 말은, 지금의 내게는 쓸모없는 진리 다. 지금 중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녀석을 잡아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녀석 이 지금 깨워놓은 거대한 알, 그 알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괴물을 정지시킬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힘이 한 점에 집중되면서, 그 영향으 로 시공간이 구부러져간다. 내가 이 정도의 거대한 힘을 다룰 수 있었던가. 그렇지만 그 런 건 모르겠다. 이 마법은 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힘내줘. 공주님.' 마법을 생성해내는 복잡한 과정은, 전부 그녀에게 맡겼다. 나의 정신은 오직, 상대 에게 쏠려 있으니까. 시공이 서서히 구부러진다. 시공간 중 움푹 패여질 부분을 내 앞의 한 점으로 정하고, 그 점을 구덩이의 최심부로 선택한다. 그 점을 향해 에너지 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시공간이 변형을 일으켜 중력의 이상지대를 형성한다. 자연 스럽게 그 중력의 골짜기를 향해 나와 그의 몸이 끌려가게 되면, 녀석을 잡을 수 있 을 것이다.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겠지만, 녀석이 혹시라도 몸 전체에 쳐 두었을 방어막을 돌파하려면..... '갑작스런 중력의 변화라면.....' 녀석이 이제서야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기 시작하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나 늦다. 정 말로 내가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인가. 녀석이 일부러 느리게 움직일 리는 없으니 , 그것이 아마도 진실일 것이다. 이제 녀석이 내 앞으로 끌려오게 되겠지. 상대가 대처 하기에는, 내 움직임이 더 빠르기 때문에. 녀석의 입이 열리려고 한다. 그렇지만 주 문을 외우기 전에 내 손이 녀석을 잡을 것이다. 내 손이 앞으로 뻗어..... 파앙 ! 거대한 황금의 빛줄기가, 녀석을 중심으로 하여 구의 형태로 터져나갔다. 그리고, 시공의 파문은 녀석이 떠 있는 하늘의 앞에서 멎어버렸다. 생성되던 중력파가 막히면 서, 시공의 변형에 사용되던 힘은 나를 향해 되돌아왔다. 중력의 파문에 뒤흔들리는 나의 몸. 내 입에서 짧은 비명이 튀어나왔다. "이익." 내 몸이 바다로 떨어져간다. 중력의 발생을 중지시켰지만, 그로 인해 해방된 에너지 가 내게 흡수되는 과정에서, 내 몸이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한 탓이다. 비록 그 힘의 통제력은 순식간에 회복이 되었지만, 그 때는 이미 상대가 멀리 도망쳐버린 후였다. 아니.... '내가 크게 밀린거야.' 나 혼자 날아왔다가 날려간 꼴이다. 그것도 내 힘에 휘둘려서. 하지만 어째서 자연 스럽게 시공간이 변형되지 않은 것일까. 의아하게 여기는 나를 향해, 제논의 비웃음 이 던져진다. "푸하하하하." 이가 갈리긴 하지만, 녀석의 비웃음은 당연했다. 녀석을 잡을 기회를, 이렇게 쉽게 놓치다니. 마법사가 나를 향해 말한다. 정중하게. 그러나 모욕적인 말투로. "공주님께선, 절 너무 앝잡아보신 듯 하군요. 공주님의 힘을 잘 아는데, 제가 아무 대책도 없이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의 주위에 쳐진 것은, 황금빛의 방어막이었다. 저 빛을 두른 사람이 기억난다. 셀 이 자주 애용하던 그 방어마법. 상태변화마법의 최고봉인, 10레벨의 방어주문, 인빈 시블 포스. 하지만..... '저 놈이 어떻게.....' 녀석은 기껏해야 9레벨밖에 익히지 못한 마법사인데? 어떻게 저걸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 역시 저 알, 모나드의 도움이 있어서일까. "모나드의 힘을 얻은 제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생각해주시길. 공주님." 제논의 말은, 내가 예상한대로였다. 내 귀에 웃음소리를 남겨둔 채,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제논. 그가 가는 곳에 놓인 거대한 알이, 공포심을 부채질했다. 저것이 마 법의 근원체인, 고대 문명의 총화, 모나드.... '달아날까?'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아마도 나는..... 두 번 다시 저 녀석을 상대하지 못하게 되 겠지. 지금도 녀석을 죽이기가 힘든데, 만약 녀석을 놓치게 된다면..... 내 몸이 하 늘을 향해 솟구쳤다. 이대론 물러설 수 없기에. 그렇지만..... "언니 ! 뒤로 물러서요 !"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잡아 세웠다. 이 목소리는 바로.... 나는 한 사람을 기대하 며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내 뒤에는.... 거대한 금속 덩어리로 만들어진, 한 대의 비행선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이, 나를 향해 뭐라고 외쳤다. 아니, 그 애의 외침이 아니다. 이것은..... "드워프들의 비행선이다." 이봐. 라 브레이커. 네가 말 안해줘도 안다고. 아무리봐도 달을 위아래에서 눌러서 찌그러뜨린 듯이 보이는 금속의 구슬이, 내 뒤 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나를 재촉한다. "언니 !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저건 도대체 뭐고?" 꼬마가 따라온건가. 그러나 그런 어린애에겐 너무 위험한 곳인데. 상대는 정체도 알 수 없는 고대 문명의 잔재이다. 아무리 드워프들의 비행선이 튼튼하다고 해도..... "수준의 차이가 너무 커." 우선 그 크기부터,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거의 10km? 그 정도의 직경을 가진 커다 란 알의 옆에 드워프들의 비행선이 서자, 아무리 크게 봐도 알 위에 붙은 먼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먼지 하나가 저 괴물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다는 건지.... 정체도 자 세히 모르면서.... 너무나 위험한 행동이었다. "아이샤 ! 위험하니까 비행선을 서쪽으로 돌려 !"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걸까. 비행선이 서서히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이거, 어 떻게 하지 않는다면 비행선은 그대로..... '정신파를 드워프들에게 보내볼게.' 내 안의 공주님이, 아이샤에게 뭔가를 보낸다. 하지만 저 애가 이런 식의 체험을 한 적이 있을까? 게다가 이 아가씨는 저 애와 이야기를 한 적도 없잖아. 내가 이중인격 이라는 소리를 저 애가 들은 적이 없으니, 잘못하면 일을 망칠지도 모른다. '그만둬. 내가 할게.' 내가 하는게 차라리 나을 거다. 아이샤가 아는 레이니는 바로 나니까. 그렇지만... 뭐라고 해야 하는거지? 드워프들이 과거에 만들어낸 마법의 근원체 모나드가, 지금 막 부활했다고? 그들에게 있어 명예롭지 못한, 이런 일을 내가 알려줘야 한다는 건 가? 달갑지 않다. 안 좋은 소식을 전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숨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니까.' 나 자신의 경험이, 그것을 증거해주고 있었다. 나는 전에 아르메리아가 드워프들의 도시 위에서 한 대로, 나의 마력중 일부를 전파로 만들어내어 비행선으로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파장으로 해야 하는거지?' 더 정확히 말하면..... 전파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내야 안에 정보가 들어가는 거지? 내 머리를 휘젓는 수 억 종류의 파장이, 나를 괴롭게 했다. 난 드워프들과 교신해본 적이 한 번도 없지 않은가. 제기랄. 할 수 없지. '전파가 안 되면 이렇게.....' 손에 마력을 뿜어내어, 허공에 무늬를 수놓는다. 하늘에 떠오르는 빛의 글자가, 비 행선 앞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전파로 교신하는 법은 자세히 몰라도, 마력을 적당한 모양으로 가공하는 것쯤은 크게 어렵지 않으니까. 내가 만들어낸 하얀 편지가, 비행 선 안의 드워프들에게 보여진다. [위험. 모나드의 부활] 이 이상 간단하게 할 수는 없겠지. 하늘에 마력의 글씨를 남겨두고, 나는 다시금 하 늘에 뜬 알을 바라보았다. 저 안으로 제논이 들어가는 건가. 녀석의 웃음이 아직도 귓가에 남아있다. 그런 중에....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 "이제 마지막 단계다." 이건... 분명히 녀석의 목소리인데? 하지만 이 정도 거리에서, 녀석의 말이 들리는 걸까? 게다가.... 녀석이 알의 가운데 떠 있고 나는 그 알에서 상당한 거리를 떨어 져 있으니까.... '소리라는 게 이렇게 빨리 전달이 될 리가 없잖아?' 적어도 알의 지름이, 어림잡아 10km는 될 법할 정도로 큰 이상, 내가 떠 있는 이곳 까지 녀석의 소리가 전달되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초는 넘게 걸릴텐데? 그 렇다면 이것은 소리가 아니라, 녀석의 정신파장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하면 녀석의 속셈을 엿들을 수 있을지 몰라.' 만약 녀석이 아직 모나드를 완벽히 가동하지 못했다면, 지금은 마지막 기회였다. 녀 석을 직접 공격할 수는 없지만, 녀석과 모나드 사이의 정신적인 교류를 흐트러뜨린 다 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내 몸은 하늘을 갈랐다. 눈치채이지 않게 녀석의 가까 이까지 접근한다면..... '제발 들키지 마라....' - 계속 - 후기)으.... 원래는 목요일에 올렸어야 하는데.... 그때는 글이 잘 안 나가서 발만 구르다가 통신을 연결시켜보니.... '접속불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날은 실패. (몇 시간을 해도 안 되는 데에는 도리없음) 그래서 금요일에 하려고 하니.... 글 올 릴 시간에 컴퓨터를 못 쓰게 되는 일이 생겨서.... 일을 끝내고 컴퓨터를 켜니, 시 간 이 너무 늦더군요. 그래서 또 실패. (글 정리도 못했는데 밤이 되어 버려서요) 토요 일은 제가 바쁘니까 될 리가 없고.... 오늘도 늦기야 했지만, 그래도 3일을 못 올린 이상, 시간이 늦었더라도 올려야겠지 요. 그래서 올리기로 했습니다. 어서 정상연재속도를 내야 할텐데..... 이사한 집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군요. (날이 흐리니까 창 밖에 별 하나 안 떴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글이 잘 안 된 것 같아서 좀 슬프군요. 한숨이 절로 나오는 중 입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02 조회수 : 40 공룡 판타지 21-412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3) 쿠르릉. 쿠르릉. 천둥이 울린다. 구름으로 덮인 하늘은, 빛을 찾아볼 수 없다. 밝음을 찾으려는 나그 네에게, 한 줄기의 빗방울이 떨어진다. 툭. 툭. 한 줄기는 두 줄기로, 두 줄기는 네 줄기로. 빗방울은 점차 수를 늘려갔다. 뜨거운 대지를 식혀가는 물의 파도가, 하늘로부터 쏟아져내렸다. 그 빗소리는 점차 커졌다. 곧 세상이 빗소리로 뒤덮여갔다. "이거, 한바탕 퍼붓겠는데요. 알베르트 씨." 여관 주인이, 약간 나이들어보이는 중년의 남자에게 말한다. 알베르트라 불린 그 남 자의 손에는, 마법사의 지팡이가 들려있다. 그가 바깥을 쳐다보더니 말한다. "오늘 비가 온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큰일이네요." 그의 망토가 물에 젖어있다. 여관에 들어올 때, 한바탕 망토를 털었는데도 그 꼴이 다. 이럴 줄 알았다면 마법이라도 써서 비를 막아볼 걸 그랬다고 후회할 정도로. 하 지만 소나기 정도로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무리이지 않은가. 결국, 그는 망토에 의지 하여 비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이. 주인장. 요즘 세상은 어때?" 비가 멈출때까지 시간을 죽일 생각으로, 그는 여관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같이 온 동료들이 있었다면 그들과 함께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겠지만, 그들이 모두 죽어버리 고 자신만이 살아난 지금은 오직 혼자 세상을 헤쳐나가야 했다. 약간의 쓸쓸함을 느 끼던 그의 귀에 들려온 것은, 저 먼 곳에서의 이야기. "요즘 동쪽의 나라.... 쥬린 제국이란 곳에서 정변이 일어난 모양이더군. 칼로 정권 을 잡았던 황제가 쫓겨나고, 죽은 줄 알았던 공주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던데." "공주라고요?" 그 이야기는 전에 얼핏 들었지만, 지금처럼 조용한 세상에서는 가장 큰 일이었다. 잃어버린 공주님의 귀환. 옛날 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 긴 이 시대에 정권을 노리고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 자체가, 아주 보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그의 눈동자가 여관주인을 향했다. "좀 자세하게 말씀해주실수 없겠습니까?" 모두들 자세하게는 알지 못한다. 워낙 먼 곳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소문은 빨리 퍼지는 법이어서, 다들 주워들은 이야기가 조금씩 있기 마련이다. 여관주인 역 시 예외는 아니었고, 그는 자신의 여관에 묵었던 여행객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펼 쳐 놓았다. "그러니까..... 알드리의 폭정에 반기를 들은 전 황제의 신하들이, 유일하게 살아남 은 공주님을 황제로 추대하고 알드리를 쫓아냈다고 들었네. 하지만 반기를 드는 자 가 없는 걸로 보아, 역시 그 공주님이란 아가씨는 전설의 검의 인증을 받아낸 모양이야. 처음엔 정권의 정당성을 홍보하려는 걸로 생각했지만, 얼마전에 즉위식까지 순조로 이 마친 모양이더군." "그래요?" 전설의 검이라. 문득 과거에 본 한 자루의 검이 떠올랐다. 자신의 여행 동료였던 라 이다가 욕심을 품고 훔쳤다가, 처참한 최후를 맞게끔 한, 바로 그 대검. 그렇다 면..... "그 아가씨가 황제가 되었다는 건가...." 처음부터 좀 이상한 점이 있는 아가씨이긴 했다. 자신보다 더 거대하게 보이는 검을 들고 다니는 것부터, 마법과 검을 같이 사용하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 나 긴장하고 있었던 그 눈빛. 비록 그녀가 태연하게 있다고 해도, 그는 알 수 있었다. 마음에 빈틈이 보이지 않던, 아니 보일 수 없었던 그녀의 슬픈 눈매를. "나도 참 기구한 인연이군." 황제가 된 아가씨와 한때 같은 동료로 여행을 했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알베르트에게, 다시금 들리는 여관 주인의 목소리. "얼마 있으면 결혼식도 거행될 거라고 하더군요. 아마 대귀족들의 자제들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겠지만. 나도 그런 여자 한 번 얻어봤으면...." "풋." 그가 본 대로의 여자아이가 만약 황제라면.....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던 행동 은, 그 때문이었던가. 뭔가가 걸리기는 했지만, 그는 그렇게 납득하기로 했다. 그녀 가 정말로 '잃어버린 공주님'이었다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을테니까. 알베르트는 그걸로 모든 것을 이해하기로 했다. 어차피 다시 만나지도 못할 테니까. 그가 자신의 눈앞에 놓인 물잔을 들어, 그 안의 물을 바라보 았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그 소녀의 그림자. '생각이 나는군. 그 아가씨가.' 아마 레이니라는 이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황제 이름은 미나르..... 역시 그것은 가명이었던가. 좀 섭섭하기는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쩔 수 없는 것 이다. 만약에 기회가 닿으면 혹시 만나볼 수 있을까...... 툭. 그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있던 여관주인이, 그를 바라보 며 놀랐다. 그의 눈이 풀리면서..... 손에 들린 물잔이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마법사 양반 !" 그렇지만 그의 말은 이미, 마법사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알베르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그 힘은 이상한 주문으로 변화했다. 허공에 그려진 마법진이, 알베르트 의 주변을 감쌌다. 푸슈슈슈슉. 마법진이 빛나면서, 그의 몸 전체를 둥그스런 구슬이 감싸버렸다. 새하얗게 빛나는 구슬이. 여관의 식당 겸 술집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는 가운데, 작은 비명이 들렸다. 주위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알베르트의 비명이. "으악." 그렇지만 그 비명은 중간에 사라져버렸다. 구슬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하자, 그 비 명도 구슬 안에 가두어져버린 것처럼. 그리고. 부웅. 구슬이 사라져버렸다. 알베르트가 앉아있던 의자와 탁자를 도려낸 듯한 자국만을 남 기고. "저녁 노을은 언제봐도 아름답네요." 비케이션 시의 성벽에서, 바깥을 쳐다보던 아이비스가 자신의 스승에게 말했다. 그 의 스승이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그에게 말했다. "하루 일을 끝마치고 보는 태양은, 더욱 아름답지." "그렇네요." 도시를 지키는 마법사의 임무가, 오늘도 무사히 끝났다. 비록 밤 동안의 경비가 남 아있기야 하지만, 일단 낮의 일은 다 끝난 것이다.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끝낸 두 사 람이, 즐거운 얼굴로 성벽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직 긴장을 늦추지 마라. 저녁 근무조와 교대할때까진 말이다." "네. 사부님." 물론 마법사가 성벽에서 보초를 서는 일은 없다. 마법사는 주로 성 안에 머물면서, 큰 일이 벌어졌을 때 달려가는 것이 일이었고, 지금 하는 것은 단지, 의례적인 순시 일 뿐이다. 스승과 제자와의 사이에 이어지는 대화. "오늘 저녁 수업에 늦지나 마라. 넌 언제나 여자들 꽁무니만 쫓아다니다가 지각을 하던데." "아니라고요 ! 저도 여자 하나 정도는...." 스승의 말에 반박하려는 그들의 눈에, 이상한 불빛이 눈에 띄었다. 저녁을 밝히는 등불인가... 그렇지만 그 불에는 뭔가 다른 힘이 느껴졌다. "마법의 불빛인가?" 스승의 말을 듣지 않더라도, 아이비스는 그 말에 긍정하고 있었다. 불빛이 일어나는 곳이 여행자들의 숙소가 몰려있는 거리인 걸로 보아, 또 여행자중 젊은 마법사가 혈 기에 못이겨, 소란을 일으킨 정도겠지. 하지만 불빛의 수가 하나 둘이 아닌 것은, 대 체 무엇 때문일까. "가봐야지요?" 아이비스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스승인 헤어의 말이 나왔다. "가자." 그 말과 함께, 그들은 성벽 아래로 달려내려갔다. 마법을 사용하는것도 좋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라는 점 때문에, 그들은 마법을 외우지 않 았다. 어차피 상대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상,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않는 게 좋 을.... 부웅. "뭐지? 이건." 자신의 등 뒤에서 비춰지는 불빛에 놀란 아이비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곳 에는..... "어떻게 된 거야 !"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스승의 모습이, 사라져있었다. 단지 둥근 구덩이만을 남긴채. 성벽 계단을 둥글게 도려낸 자국만이, 무언가 이변이 벌어졌음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 하지만. "으아아아악 !" 아이비스의 눈 앞에 비춰진 것은, 여행자 중 한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었다. 두 눈은 공포에 질려있었고,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몸에 걸친 깃 털 의 망토가 마구 찢겨져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무서운 적수를 만난 모양이다. "마법사가 지팡이를 떨어뜨리다니?" 혹시 대마법사가 미쳐날뛰고 있는 건가? 두 손을 앞으로 뻗어 마법주문을 외우려는 그의 앞에서, 여행자가 비명을 질렀다. "살려줘 !" 그렇지만 그의 손은 아이비스를 뻗은 채 멈추었다. 그의 발 아래에 마법진이 형성되 면서, 그를 감싸안은 빛의 구슬이, 여행자를 삼키기 시작했으므로. - 계속 - 후기)며칠에 한 번씩 올리니 그것도 좀 이상하긴 하네요. 어서어서 회복을 해야 하는 데..... 이제 연재주기를 좁힐 때도 되었건만, 글쎄요. 내일은 어떨지 자신없네요. 일단 시도하기는 하겠습니다만..... 알베르트나 아이비스가 누구냐고요? 다 전의 에피소드에서 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리 고 오늘은 왜 이런 이상한 사건이 벌어졌냐고요? 이미 예정된 일입니다. 그러니 일 단 은 지켜봐주시길.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06 조회수 : 20 공룡 판타지 21-413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4) "살려줘 !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몸에 걸친 망토부터, 서서히 그 모습이 희미해진다. 그의 눈은 크게 열렸고, 그 안 의 심연에 있는 공포를 드러내고 있었다. 구슬이 여행자를 감싸안자, 그의 모습은 모 두의 눈에서 사라져갔다. 그리고. 파앗. 구슬이 번쩍이는 순간, 모든 것은 사라져버렸다. 그의 비명도, 그의 공포도, 그의 육신도. 남은 것은 주변에 흩뿌려진 공포와, 작은 구덩이 하나뿐. 구덩이에서 피어오 르는 연기가, 조금전까지 있던 사람의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요?" "모르겠어. 아까부터 마법사들이 모두...." "순간이동주문인가?" "그렇지만 그건 고레벨 마법이라고 하던데? 어떻게 이 많은 마법사들이 전부 그 걸...." 사람들의 무질서한 말에도 일리는 있다. 순간이동주문은 적어도 시공마법 9레벨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니까. 그런 어려운 마법을 아무나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누가 이 마법으로, 마법사들을 소환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누가? 아까 그가 목격한 불길은, 적어도 스무 개는 넘었었다. 그렇다면, 그런 고도의 마법을 수십차례나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세상 에 존재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레벨 10의 마법사라도,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이야.' 세상에는 레벨 10은커녕, 레벨 9조차 완벽하게 익힌 마법사가 없다는 것이, 아이비 스가 알고 있는 마법계의 상식이었다. 설령 그 상식을 파괴하는 자가 있다고 하더라 도,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건가? 마법사들을 납치해서 얻을 것이 무엇이 있다고? '납치하려면 고위급 마법사들만 잡아가도 될텐데?' 레벨 5 이하의 마법사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도, 레벨 9 이상의 마법을 익힌 자를 이 기기는 불가능하다. 만약 세상의 지배권을 잡으려는 자가 있다면, 굳이 자신들같은 하급 마법사들을 잡아갈 리는 없다. '여행자들 중에, 그 정도의 마법사가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런데 어째서 이런 짓을? 하지만 섯부른 추측은 금물이다. 지금으로선 판단할 근거 가 너무 희박하니까. 그러나. "거기서 피해요 ! 아이비스씨 !" 누군가의 비명섞인 목소리가, 그에게 위험을 경고했다. 그가 놀라 몸을 옆으로 날리 자, 자신이 서 있던 곳에 마법진이 생겨났다. 그 마법진이, 전격을 피워올리며 땅을 진동시켰다. "저건...." 고위급 마법사가 사용하는 기술인가. 하지만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 마법진에서 생 겨난 빛줄기가, 그를 향해 뻗쳐왔으니까. 너무나 순간적인 일이어서, 마법으로 막을 시간이 없었다. 그는 급히 몸을 날리려고 했지만...... '발이.....' 그의 발이, 마치 땅에 못이라도 박아 고정시킨 것처럼, 제자리에 멈춰버렸다. 아무 리 힘을 주어도, 그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마법진의 빛이 그를 삼 켜버렸다. "와아아악 !" 빛은 그를 휘감고 올라가, 그를 밧줄처럼 단단히 결박했다. 아이비스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그 빛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몸이 하늘로 들리더니.... "안 돼 !" 그대로 그의 몸은 마법진 안으로 빠져들었다. 서서히 침몰해가는 그의 의식을 부여 잡으면서, 아이비스는 필사적으로 주문을 외우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나지 않아?' 갑자기, 그가 익힌 모든 주문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치 마법을 전혀 모르는 갓난아 기처럼.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본 것이,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풍경이 되었다. 쉬이이익. 그의 몸은 마법진 안으로 빨려들어가고, 다른 마법사들과 같은 운명이 그를 맞이했 다. '이상하다?' 엘프 마을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던 나의 신경을 자극한 것은, 먼 곳에서 퍼져오는 파 동이었다. 시공간이 흐트러지는 이 느낌..... 이건. '누가 시공마법을 쓰고 있나? 하지만.....' 아마 모나드가 그 마법을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공급해주고 있는 거겠지. 인간들이 스스로 마법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엘프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이야기되는 것이므로.... 그냥 지나치려는 내 머리를, 다른 느낌이 자극했다. 그것은. '하나가 아닌데?' 적어도 수 십, 수 백명의 마법사가 일제히 텔레포트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째서? 그 주문을 사용하는 인간 마법사는 소수라고 들었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느낌이.... "너무 과민해진건가? 아르의 일로." 그 애가 레이니란 아가씨와의 일로 상심해서 돌아온 후, 너무 신경을 쓴 모양이다. 아직도 그 애는 숲속에서,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수행하는 중이었으니까. 그동안 밤 낮 으로 그 애를 돌아보느라, 자기 신경이 이상해진 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아냐 !" 신경 과민이 아니었다. 멀리. 아주 멀리에 날아가는 생명의 느낌. 동쪽 하늘을 바라 본 내 눈에, 불꽃이 보였다. 수많은 불꽃이. 수 천에 이르는 불꽃이, 동쪽으로 날아 가고 있다. 사람을 안에 가둔채로. 안에 가둬진 것은. "인간 마법사들인데? 이건." 싫다는 느낌. 강제라는 느낌. 비록 희미하기는 하지만, 그런 생각이 느껴졌다. 설 마, 납치당하고 있다는 건가? 그들의 비명은 비록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의 절규는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내놓는 정신의 파동을 통해. 그러나. "도대체 누가 저런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알 수가 없었다. 저 정도의 힘을 가진 종족이 흔한 것은 아니기에. 하지만 금새 떠 오르는 이름들이 있었다. 그들 중 첫 번째는 바로..... "드워프들인가?" 하지만 그 생각은 곧 부정되었다. 아무리 그들이 우리와 사이가 나쁜 종족이기는 하 지만, 적어도 그들은 사악한 주문마법에 손을 대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들이 인간 을 잡아가둘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럴만큼 악한 종족은 아니었다. 마음에 들진 않 지만. 그럼.... "다크엘프들인가?" 그들이라면, 주문마법으로 저런 짓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배신자이 고, 어리석음을 스스로 찾아간 자들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것도 아냐. 그 녀석들이...." 다크 엘프들이 아무리 뛰어난 마법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들 역시 저주받은 인간 마법과 같은 종류의 주문을 외우는 자들. 그런 자들에게 있어, 주문 마법을 사용하 는 인간들은 동류였고, 따라서 그들은 인간 마법사들을 싫어하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들 보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들이 인간들을 잡아가겠는가. 그리고. "이거...." 인간 마법사들이 날아가면서 내는 불꽃들 중에는, 간간이 다크 엘프들도 섞여 있었 다. 그렇다면, 그들은 범인이 아니다. 그들 역시, 싫다는 느낌을 내고 있었으니까. 그럼 범인은 누구인가. 마법사중에 이런 힘을 낼 수 있는 자는.... '오직 한 사람.' 레벨 9의 마법을 이렇게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 아르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그 스스로도 상처를 받았던 소녀 의 언니. 그 언니라는 마법사의 얼굴이 내게 떠올랐다. 만약 그 여자라면..... 충분 히 이런 짓을 할 힘이 있으리라. 그 여자가 만약 정말로 레벨 10의 마법을 자유로이 구사하는 자라고 한다면. 그 의심은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아직 추측일 뿐이야.' 그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나는 동쪽의 끝으로 신경을 집중했다. 마법사들이 끌려가 고 있는 지점에 있을, 그 여자의 생명력을 찾기 위해서. 불꽃의 궤적을 보고 추측한 지점을 느껴본다. 비록 거리가 너무 멀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략의 느낌 정도는 어떻게 잡아낼 수 있으니까. 이렇게 수많은 힘이 집결하는 곳을 못찾아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힘이 모이는 곳 부근에 떠 있는 두 사람의 힘. 그 중 하나가.... "있다 !" 분명히 그 여자라고 생각되는 느낌이, 하늘에 떠 있었다. 하지만.... "모이는 장소에 있는 게...." 단순히 마법사가 모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느낌이 모여들다가, 뭔가에 막혀 사라 지는 지점이 있었다. 마치, 마법사들이 모여 뭔가에 흡수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 그럼 그들을 체내에 집어넣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인데..... 드워프들의 비행선같은 걸까. 하지만 이 장소는.... "모나드의 봉인 장소야." 드워프들이 봉인한, 전대의 가공할 괴물. 그들이 만들어낸 최악의 실패작이, 긴 세 월동안 잠들어있던 곳. 하지만..... "인간들이 주문마법을 사용할때부터 불안했었는데...." 최악이라고 생각한 현실이, 지금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의 감시를 그만두 고, 장로님들이 있을 마을 안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으... 늦었다..... 어서어서 컨디션 회복을 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그게 쉬워야 말이지요. 일단 이번주부터는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말이 쉽지....) 날은 덥고, 눈은 감기고. 다시금 매일 연재의 지옥으로 들어가는가... 하고 괴로워 하는 중입니다만.... 어떻게든 그렇게 해야겠지요. 솔직히.... 4일 정도에 한 번 올 리는 건 너무 오래걸리니까요. 슬슬 연재속도를 정상으로, 아니면 정상에 가깝게 돌리려고 시도할 생각입니다. 물 론 매일 연재가 가능한지는 의심하고 있지만.... 그래도 해봐야겠지요. 매일은 못해 도, 지금보다는 빨리 할 생각입니다. 그럼..... 더운 날씨에 모두들 건강 조심하시 길.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08 조회수 : 50 공룡 판타지 21-414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5) "그 악마가 깨어난 건가?" 그건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가능성은 반반이니까. 모나드가 깨어났다고 해도, 마법 사들을 불러 모으는 목적을 짐작할 수 없으므로. 그렇지만. "만의 하나라도." 그 만의 하나가 만약 현실로 나타난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하나뿐이다. 그 괴물을 파괴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드워프들에게도 연락을 해야 할 거야." 종족간에 추구하는 길이 달라서 서로를 경원시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은 사소한 감정 문제에 불과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시시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이므로. 세계가 모나드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야." 고작 쇳덩어리에게 지배당하다니. 영혼과 육체를 가진 지적 생명체로서, 그런 꼴은 봐줄 수 없었다. 이래서 기계 문명을 좋아하지 않았던 건데.... 드워프들을 원망하 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감정에 지배될 생각은 없었다. "더 이상 그런 시대가 돌아오게 해서는 안돼." 아르같은 어린아이에게, 그런 시대의 삶을 줄 수는 없었다. 내 발걸음이 점점 빨라 지고 있었다. 모두가 있는 곳을 향해서. 파앗.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치고, 그 번개에 맞은 마법사들이 불꽃으로 변하며 하늘로 빨 려들고 있었다. 도시 전체에 떨어지는 벼락으로 인해,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우왕좌 왕할 뿐이다. 기사들이 시민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원인을 모르는 수수께끼의 벼 락은, 사람들의 이성까지 태워버리고 있었다. "꺄아아악 !" 정체를 모르는 적에게, 사람들은 공포를 느낀다. 만약 적이 그의 모습을 보였거나, 대항할 수단이 있었다면 그들은 이성을 되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벼락에 대 항하지 못했다. 벼락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검이 아니라 마법인데, 사람들을 지켜 야 할 마법사들이 잇달아 벼락에 맞고 불덩이로 변했기 때문에. 콰앙. 마법사들이 모여있던 궁전에도, 벼락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궁전의 일부가 파손되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겁에 질려 건물 안쪽으로 대피했다. 하지만 벼락 은..... 콰직. 부서진 벽 안으로 구부러진 벼락은, 먹이를 찾아 궁성의 복도를 헤메었다. 마치 굶 주린 맹수처럼. 방문앞에 이른 번개가 벽을 친다. 벽이 무너지면서 그 안의 사람 하 나를 빛으로 묶었다. 작은 비명이 방 밖으로 새어나왔다. "무슨 일인가 ! 제국에 적이 침입했다는 건가?" 중신들이 궁성 한가운데의, 회의실에 모인채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뒷일을 맡긴 신하이자, 이 중에서 가장 나이든 사람중 하나인, 리츠의 얼굴을. "아닙니다. 이건 마법의 공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신하중 한 사람이 그런 말을 내놓았지만, 그런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 다. 자연 상태로 내리친 벼락이라면, 이렇게 많이 떨어질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벼락이 노리고 있는 것은..... "마법사들은 다 어떻게 된 건가?" 새삼스럽게 셀의 빈자리가 크다는 것을 느끼면서, 리츠는 답답한 심정을 누르고 억 지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궁정의 마법사중 2인자인 킬러웨이는, 단지 빈자리만을 그들에게 보일 뿐이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다른 마법사들 전부가. 기사 하나가 머뭇거리며 말한다. "킬러웨이님은 조금 전, 그 벼락에 맞고 그만...." 중신들이 일제히 표정을 일그러뜨렸지만, 그런 표정이 사태를 호전시킬 수는 없었 다. 마법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면, 마법사들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지금 이 사태 의 원인을 말해줄 수 있는 마법사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벌레씹은 표정을 짓 던 리츠의 얼굴이, 순간 변했다. 회의실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 그리고. 덜컹. 궁전의 홀 안으로 뛰어들어오는 세 사람. 그 중 한 사람을 본 리츠의 얼굴이 밝아졌 다. 들어온 사람들은 유로 제국의 황태자인 파란과 그 수행원인 그록, 그리고.... "카리나라고 했나요? 유로 제국의 마법사가?" "그렇습니다." 괴이한 번개가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기사들이 급히 달려가 방문을 닫았다. 방문앞에 의자들을 세워놓아 장벽을 만들고, 기사들이 그 뒤에서 대기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리츠가 급히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이 이상한 마법현상은?" 평소라면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한 후에 여성에게 말을 걸었겠지만, 절차에 매이기 엔 상황이 너무나 급박했다. 카리나 역시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입을 열었 다. "지금 이 상황은....." 콰앙. 나무 부서지는 소리가 그녀의 말을 지워버렸다. 그와 동시에, 노란 빛이 카리 나의 주위를 감싸버렸다. 카리나의 손이 급히 회의실의 의자를 잡았지만, 그런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듯이 쓰러졌다. 바닥의 돌을 긁으며 발버둥을 쳤지만, 카리나의 손가락이 피로 물들기만 할 뿐이었다. 서서 히, 피로 불든 손톱자국을 바닥에 남기면서, 그녀의 몸이 회의실 밖을 향해 끌려나 가 기 시작했다. "누가 막아 ! 이대로 저 여자를 끌려가게 해선...." 이 사태의 원인을 말해줄지도 모를, 마법사가 사라져버린다면, 대책을 세우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벼락에 손을 댈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모두들 당황하는 순간 , 하이가 자신의 어깨에 걸쳐져있던 망토를 벗더니.... "이야압 !" 그 망토를 의자에 휘감고는, 벼락을 향해 던졌다. 복도에서 들어온 벼락과 카리나의 사이에 그 의자가 명중하자, 불꽃이 튀더니 의자가 타오르면서 끌려나갔다. 곧 번개 의 빛은 멀리 사라졌다. 방 안은 사람의 살타는 냄새와 연기로 인해, 숨조차 쉬기 힘 들었다. 그록이 카리나에게 달려들어 화상을 입은 그녀를 어떻게든 고쳐보려고 했지 만, 너무 상처가 심해서 그의 힘으론 치료할 수가 없었다. 방을 나가서 의사를 불러 와야 하겠지만.... "....." 모두들 알고 있었다. 방 밖으로 나가면, 즉시 번개가 카리나를 잡아갈 것이라는 것 을. 무언중에 그 사실을 짐작한 모두는, 말없이 방문을 다시금 막았다. 바깥을 소용 돌이치는 벼락에 그녀가 다시금 끌려가지 않도록. "고통스럽지만, 지금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냉정한 말투로 묻는 리츠. 온몸이 불탄 듯 붉게 변한 여자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온정을 베풀 단계는 이미 아니었다. 카리나도 상황을 알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대 답 을 하기 시작했다. 입을 열때마다 피가 조금씩 배어나오는 입술로. "아마..... 불가능할 거.... 같습니다. 아까부터 계속... 마법을 시도해봤지 만....." 고개를 끄덕인 리츠가, 다음 질문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그녀에게 마법을 사용하라 고 해봤자, 이런 몸으로는 주문 하나 정도밖에 외울 수 없을 테니까. 하이가 그녀에 게 다가와서 상처를 살펴보지만, 고개를 젓는다. 이미 응급처치로 어떻게 할 단계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도 하기 위해, 하이는 주위 사람들을 바 라보았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 구급약품을 찾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란 것만을 확 인했을 뿐이다. 섯불리 상처에 손을 대다가는, 세균 감염을 일으켜 죽을지도 모른다 . 팔다리가 부러진 상처도 아니고 화상에 의한 상처라면. 결국, 하이는 카리나의 옷 일 부를 칼로 찢었다. 최소한 상처가 천에 닿는 것이라도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럼,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원인은 무엇입니까?" 하이가 카리나의 상처를 돌보는 동안, 리츠는 계속해서 질문했다. 언제 그 괴상한 번개가 이 방안으로 들이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카리나 역시 시간이 없음을 알기 때 문에, 힘겹지만 말을 계속했다. "그것은 아마도....." 하지만 그녀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문이 흔들리더니, 마치 부식이라도 되는 철검처럼 녹아내렸다. 단단한 나무문이. 방 안의 사람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다 시금 찾아든 벼락이 카리나를 뒤덮어버렸다. "꺄악 !" 카리나를 부축하고 있던 하이의 몸에도 벼락이 흘러들어가더니, 마치 내던져진 것처 럼 그녀의 몸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바닥에 부딪친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다가, 잠시 후 죽 늘어졌다. 리츠가 황급히 달려가 그녀의 맥을 짚어본다. '죽진 않았어.' 비록 목숨은 건졌지만, 하이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카리나 역시 그러하리라 고 생각하며, 리츠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떻게 된 거지?" 카리나가 벼락에 감싸인채, 리츠와 방 안의 중신들을 보며 입을 연 것이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성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이상한 느낌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그대들에게 고한다. 나는 모나드, 고대 문명의 총아이자 앞으로 너희 인간들을 지 배할 주인이기도 하다>> "이 놈이 !" 중신들이 모두 이를 갈았지만, 모나드의 말은 카리나를 통해 모두에게 전해지고 있 었다. 카리나가 입을 열었다. 모나드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 계속 - 후기)슬슬 페이스 회복중. 아직 정상이 되려면 멀긴 했지만.... 이번에 하이가 카리나의 화상입은 걸 보고 옷을 칼로 찢는데, 화상 치료법 중에는 그런 것도 있더군요. 약품이 없고 붕대도 없을 경우의 일이지만, 상처가 옷에 닿는 것이라도 막는 방법입니다. 아무것도 입히지 않고 환자를 벌거벗겨놓는다는군요. 다 만.... 사람들이 주위에 많기 때문에 다 벗기지는 않았습니다. 의사가 없는 상황에선 그 정도밖에 해 줄 수 없을 것이고. 그리고.... 어서어서 페이스 회복을 해서, 매일 연재로 돌아가야 하는데.... 힘들군요. 역시 이 사의 후유증이 오래가는듯 해서 걱정이네요. 덤으로.... 이 무더운 날씨탓도 크고. 제 게으름도 있고..... 애고. 더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10 조회수 : 29 공룡 판타지 21-415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6) <<내가 그대들에게 요구할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내 명령에 복종하라는 것뿐. 그것 만 잘 따른다면, 너희들에게 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웃기지 마라 !" 리츠가 카리나, 아니 카리나의 탈을 쓴 괴물을 향해 부르짖었다. 자신들이 그 괴물 에게 특별히 위해를 가한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급습을 가한 상대에게 뭐라고 하겠는가. 어떻게 그의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괴물은 전혀 당황하 지 않고 그의 말에 대답했다. 머뭇거리지도 않고. <<너희들의 황제가 된, 그 소녀가 나에게 먼저 공격을 가했다. 나는 그에 대응하여 싸우는 것뿐이다>> "뭐야 !" '황제가 된 소녀'라면, 분명히 미나르 공주를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이제는 공주가 아니라 황제이기는 하지만, 오래된 습관때문인지 모두들 그녀를 공주로 지칭하는 경 우가 더 많았다. 적어도 사석에서는 말이다. 자기도 모르게 황제를 공주라고 깎아내 린 것을 자책하고, 리츠는 다시금 그에게 물었다. 카리나의 몸을 침식하여 빼앗은, 침입자를 향해서. "폐하에 대항하여 싸운다면, 어째서 유로 제국의 마법사를 공격한 건가 !" 쥬린 제국의 황제에 대항하면서, 그와는 별도의 제국에 소속된 자에게 위해를 가한 다는 것은 무리이다. 한 사람이라도 자기들 편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두 제 국을 이간질시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그러나 괴물은 단조로운 어조로 말할 뿐 이 다. <<어차피 너희들의 황제와, 유로 제국의 황자가 혼약을 했다는 것을 아는 이상, 두 제국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소문은 제국 전체에 퍼져나간지 오래였다. 괴물이 어디서 그 소문을 주워들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는 리츠와 중신들에게, 괴물은 카리나 의 입을 빌려 자기 할 말을 내뱉었다. <<너희들의 황제가 내게 적대하기로 한 이상, 너희들도 나의 적이 된 셈이다. 적에 게 은혜를 베풀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나와 전에 계약을 맺은 자들에 게 그 이행을 촉구한 것 뿐이다. 너희들이 만약 내게 더 이상 대항하지 않는다면, 목 숨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계약을 맺은 자?" 마법사들이 저 괴물과 무슨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지? 리츠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카리나는 서서히 몸을 공중에 떠올렸다. 그녀의 몸이, 괴물의 명령에 끌리듯 복도 밖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려는 거야?" 그런 말은 할 필요도 없었다. 리츠와 중신들, 그록과 태자까지 카리나의 뒤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으니까. 괴물은 마치 그들이 따라오기를 바라는 것처럼, 카리나를 천 천 히 끌어갔다. 복도 밖의 정원으로 달려나온 일행이 본 것은, 하늘을 수놓는 수많은 불꽃들이었다. "저 불꽃을 봐요 !" 중신들중 한 사람의 외침에, 모두의 눈이 하늘로 쏠렸다. 불꽃 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사람들, 그중에서도 마법사들의 망토를 걸친 자들이었다. 정신을 잃은 마법사들 이 불꽃에 휩싸인채, 옷조차 태우지 않고 동쪽으로 떠가고 있었다. 카리나의 몸이 흔 들리더니, 그들을 향해 날아갔다. "카리나 !" "마법사 아가씨 !" 궁전 정원에 나온 사람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듯, 카리나는 하늘을 떠가는 불꽃들 의 무리가 되었다. 단지, 카리나를 끌고 간 괴물의 목소리만이, 모두의 곁에 남았을 뿐이다. <<걱정말고 기다려라. 내게 적대하지 않는다면, 너희들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 하하 하>> "도시 외벽에 갑작스럽게 밀어닥친 정신파는 어찌된 건가?" 드워프들의 도시의 중앙 구역, 도시 전체를 통제하는 0구역의 대형 건물 안에서, 수 많은 드워프들이 의자에 앉은 채 거대한 화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시 바깥지대에 서 일어난 괴이한 파동이, 도시 외벽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파동은 전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알고 있다. 파동의 발생지는?" "한 군데가 아닙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발신원만, 적어도 50군데 이상입니다. 계속 발신원이 추가로 확인되는 중이라서....." "뭐야. 혹시 추적이 실패한 게 아닌가?" "아닙니다. 분명히 발신원이 50군데 이상입니다. 아마, 사방에서 동시에 정신파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중입니다." "음...." 드워프들이 수 십명 이상 앉아있는 책상들에, 화상이 일제히 떠 있었다. 그들 중 가 장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드워프가, 대형 화상을 전환시켜 도시를 비춘다. 도시의 동 북쪽에 불길이 보인다. "현재 항구에서의 화재는?" "화재의 신규 발생은 감지되지 않습니다. 정신파가 감지되는 순간, 적어도 200여곳 에서 동시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만, 지금은 모두 진압된 상태입니다." "발화 원인은?" "그 괴정신파가 감지된 순간, 일제히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외부로부터 이 도시로 보내어지는 정신적인 파동을 차단한 순간부터 불길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볼 때, 그 정신파가 문제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거는 찾았나?" "아직은 아닙니다. 다만, 화재 현장에서 발화점을 찾아본 결과로는, 인간들에게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합니다. 화재 현장의 드워프 소방대의 말로는, 불길 수 십개가 화 재발생직후, 잇달아 항구를 빠져나가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불길이 날아갔다?" "그렇습니다.... 아. 현장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회선 연결합니다. 3시 방향 제 5동, 제 4항구 나오세요." 여자 드워프들이 수염을 기른 경우는 거의 없다. 여자들은 이상할 정도로 수염에 애 착이 없어서, 모두들 면도를 하는 것이 생활습관이 되어 있었다. 다른 것은 다 이해 하더라도, 수염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만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인간이나 드 워프나 여자의 마음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공통적인 건가.... 아이기스는 제 4항 구의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았다. 방화복을 입은 드워프들이, 기계 호스를 조작해 서 불을 끄고 있었다. 항구의 바깥은, 이상한 정신파를 막기 위해 폐쇄되는 바람에, 투 명한 벽으로 외부와 차단된 상태였다. "물의 원활한 수급은? 지금 상태로는 어렵지 않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직은 공원지대의 대형 인공호에 저장된 물로, 충분히 소화가 가능합니다. 그외 화학 소화제도 비축량이 충분합니다." "공기의 양은? 화재로 인해 공기가 탁해지거나, 도시 전체에 공급할 양이 줄어든 건 아니겠지?" "아직 문제없습니다. 외부로부터 날아오는 것은, 단지 정신적인 파동뿐입니다. 그 외에는 없습니다......" 갑자기 보고를 하던 여자드워프의 목소리가, 당황스런 외침으로 변했다. "크, 큰일났어요 ! 인간 마법사 일부가 지금 2/4구역에서 폭동을...." "뭐야 !" 아이기스가 화면을 전환시키자, 2시방향의 제 4구역의 시가지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 냈다. 마법사들이 사방으로 마법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것도.... "어떻게 된 거야 ! 저들은 !" 그들은 드워프들을 향해, 무차별로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 드워프 소녀의 모습이, 화면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앗 ! 저 여자애는 !" 아이기스의 손녀가, 화면에 비춰지고 있었다. 수염 하나 없는 매끈한 손녀의 얼굴을 본 그의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그런 사소한 문제에는 관심을 가질 수 없을 만큼 상 황 은 심각했다. 아이기스가 도시 통제실의 드워프들에게, 간단하게 지시를 내렸다. "2시 방향의 경찰 드워프들을 급히 파견하게. 전투경찰로 말이야. 그리고, 외벽 담 당들은 당장 마법사들의 마법을 봉쇄하도록." "하지만.... 모든 정신파를 막았는데...." 인간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하려면, 그들에게 힘을 줄 악마와 정신적인 연결을 유 지해야 했다. 그렇다면, 그 연결을 끊어내기만 하면 그들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아이기스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지시를 했던 것이지만, 외벽 담당인 드워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미, 도시 전체에 이상한 정신파 가 침입하기 시작하는 걸 보고, 즉시 외벽의 방어막을 강화시켜 그 힘을 막아버렸기 때문에. "도대체 어떤 파장의 정신파를 사용하는 거야 !" "꺄아아아악 !" 미친 마법사들을 피해서, 아이샤는 부지런히 달리고 있었다. 난데없이 시가지를 습 격해 날뛰는 마법사들 때문에, 그녀는 항구쪽으로 가려던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 던 것이다. "저 아저씨들 뭐야 !" 오늘은 배를 타보려고 했는데.... 날씨가 거친 날이 아니라면, 항구가 물 위로 떠오 르기 때문에 안심하고 거대한 배를 탈 수 있어서 기대했던 터였다. 언제나 미리내를 타고 날아다니기만 했기 때문에, 오늘은 특히 기대했었는데..... 땅이 다시금, 마법 의 공격에 의해 흔들렸다. "꺄아악 !" - 계속 - 후기)오늘은 매우 늦었지만, 그래도 이틀에 한 번은 올려야 할 듯 해서, 지금 시간에 올립니다. 어차피 내일은 올릴 시간이 마땅치 않으니, 오늘 반드시 올려놔야하니까 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또 접속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는 사태가..... 덕분에 글 올 라가는 시간이 '합법적으로' 늦어져서 늦은 시간에 대한 변명이 되었습니다) 오늘 드워프들의 도시는, 상당히 현대화된 모습이군요. 뭐, 기계 문명이 드워프들의 특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묘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리고 아이기스라는 드워프 역시, 전에 나왔던 드워프의 이름입니다. 아마 레이니 가 유로 제국 왕자인 파란과 만나 궁정에서 춤을 춘 후(킥킥킥), 북대륙의 동부로 이 동하면서 배를 탔을때 만났지요? 북대륙이라고 말해도, 실제론 지금의 아시아 대륙 이 지만. (유럽은 반도일뿐, 대륙이라고 불러주기가 싫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시아 대 륙이라고 썼습니다. 게다가 이 시대에 유럽은, 아무리 지도를 봐도 물 속에 있던지 아니면 섬으로 있던지 하기에)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13 조회수 : 57 공룡 판타지 21-416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7) 아이샤의 몸이 허공에서 흔들거리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드워프 라는 종족의 몸은, 한 번의 타격으로 쓰러질 만큼 허약하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꾸 물거릴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아이샤는 다시금 일어나서 달렸다. 비록 팔에 피가 흐 르고 있기는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다만 한 마디만 뱉었을 뿐. "팔이 까졌잖아." 팔에 흉터가 남을 것 같아, 좀 기분은 안 좋다. 하지만 일단은 살아남고 난 후에야 불평을 할 수 있는 법. 그녀는 전력으로 달려갔다. 자신의 몸을 숨겨줄 공간을 찾아 서. "아가 ! 빨리 달려와라 !"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아줌마 드워프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아마 골목길 안 쪽에, 대피소라도 있는 것이겠지. 아이샤가 더욱 발놀림을 빨리하는 순간, 등 뒤에 서 뭔가가 날아왔다. 섬짓한 느낌이 들기도 전에,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그게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전에 이곳에 오기전에 여행을 할 무렵..... 마법사인 여자가 외우던 주문이, 그것과 매우 닮았다. 비록 그 느낌은 상당히 달랐다고 여기긴 하지만. 적어도, 그 여자는 저렇게 길게 주문을 외우지 않았었다. 하지만, 주문의 뜻 은 알 수 없어도, 그 주문이 끝난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고 있었다. 아마 자신 의 등을 향해 마법이 날아들겠지. 아이샤가 더욱 더 발걸음을 빨리하려고 했지만, 어 느새 주문은 끝나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샤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쿵. "?" 자신의 등뼈가 부러지는 것도 아니고, 괴이한 현상이 그녀의 주위에 나타난 것도 아 니다. 왠지 모르게 맥빠진다는 느낌. 그 정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미 마법이 구현 되었다면 피할 수도 없기에.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본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멈추었네?" 마법사가, 아이샤의 몸을 향해 손을 겨눈채로, 석상처럼 굳어져있었다. 마치 정교한 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법사들의 움직임이 멈추었습니다." 비록 도시 전체를 외부로부터 차단한지 조금 지난 후에야 반응이 오기는 했지만, 그 조치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항구로부터 들어오는 외부의 정신파가 막히자, 마법 사 들은 잠시동안 미쳐 날뛰었지만 그것이 한계였다. 항구 밖으로 날아가던 마법사들은, 입구가 막히자 필사적으로 마력을 사방으로 발산시켰지만, 그것은 단지 주문에 의해 발동된 마법이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나타난, 반사적인 반응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 주문에 의해 모아진 마력이 다 소모되자, 그들은 자연적으로 쓰러져버린 것이었다. 주문을 외워 밖으로 나갈 마법을 완성하려던 마법사들도, 주문을 들어줄 자와의 연결 이 막히자, 당연히 마법을 이루지 못한 채 동작을 멈추어 버린 것이고. 하지만 그런 것을 드워프들이 모두 파악하는 것은 무리였다. 지금 당장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당황하는 것과 그 사태를 수습하는 것 정도였으니까. 부하의 보고를 받은 아이기스 가, 0구역의 통제실에서 명령을 내렸다. "일단 피해지역에 구호반을 보내고, 인명 구조를 최우선적으로 수행하라. 전투경찰 들은, 마법사들을 모두 붙잡아서 조사해라. 필요하면 사살하는 것도 허가한다." 이미 마법사들의 난동에 의해, 몇 개의 건물이 파괴된 상태였다. 그 때문에 죽거나 부상을 입은 드워프들의 수는 대체 얼마일까. 아이기스가 사살이라는 말까지 할 정 도 로, 상황은 심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아이기스님 ! 도시 바깥에 이상한 불꽃들이 다수 출현했습니다." "화면에 비춰봐 !" 드워프들의 전면에 있는 거대한 화면에, 도시 바깥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리고 하늘 에 떠 있는 수많은 불꽃 안에는..... "마법사들입니다 ! 도시에서 폭동을 일으킨 녀석들과 거의 같은..... 앗 ! 고에너지 반응입니다. 녀석들에게서 고에너지 반응이...." "마법공격이다 !" 미처 대응조치를 취할 틈도 없었다. 공중에 뜬 마법사들에게서, 일제히 마법의 화살 이 도시로 쏟아졌다. 도시를 둘러싼 두꺼운 돔이 뒤흔들리며 빛을 발했다. 퍼펑. 퍼퍼펑. 거대한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돔이, 가볍게 뒤흔들렸다. 바닷물의 거대한 압력을 막아내기 위한 용도도 겸하고 있는 돔이기 때문에, 그 견고함은 인간의 건조 물의 그것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것이라도, 계속적인 충 격 에 견디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첫 번째 공격에서 이미 흔들린 돔은, 두 번째 공격으 로 외벽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어서 방어시스템을 가동하고, 도시 내부의 격벽을 올려라. 아직 대피하지 못한 시 민들은 긴급대피를 시키고, 외부로 경비부대를 내보내서 마법사들을 쫓아내 !" 아이기스의 지시가 떨어지고, 드워프들도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사방으로 경보가 울리고, 도시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마법공격에 의해서가 아닌, 드워프들이 만 든 기계에 의해. "시민 여러분들은 어서 대피소로 긴급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인간 마법사들이 우리 도시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어서 대 피소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도시 전체에 안내방송이 울려퍼졌다. 아이샤역시, 그 말대로 지하의 대피시설을 향 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하지만.... 아까 쓰러지면서 땅에 부딪친 무릎이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안 돼...." 엄살부릴때가 아냐.... 엄살부릴때가 아냐.... 그런 말을 되뇌이며 달려가려고 했지 만, 자신의 의지에 부응하지 않는 다리는, 결국 더 이상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 아이샤의 몸이 서서히 무너지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아가 !" 드워프 아주머니가 그런 아이샤를 안고, 대피소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의 발걸음 은 중간에 멈추었다. 하늘에서 들려온, 기분나쁜 파열음 때문에. "도시의 돔이 !" 돔이 갈라지면서, 그들의 앞길에 폭포를 만들고 있었다. 바닷물이, 도시의 길바닥으 로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2시 구역의 돔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돔 상부에 균열 발생." 여성 드워프의 목소리가 그렇게 어둡게 들린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기스의 머릿속에 꼬마 여자아이가 떠오른 것은, 단지 우연이었을까. '아이샤라고 했지? 그 애가.' 고아신세로 사막에서 살다가 최근에 겨우 이곳에 돌아온 드워프... 그 여자애가 놀 러간 곳이 바로 제 3항구. 바로 2시 구역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잊어버 리고, 그는 재난에 대비한 지시를 내렸다. 그것이 그 여자애를 구해줄 방법이 될지 도 모르므로. "2시 구역에 긴급대피 명령. 2시 구역과 타구역간의 연결통로를 폐쇄해라. 내부 대 피소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피난민들을 최대한 수용후 격리시키도록." "하지만 그렇게 하면, 대피하지 못한 일부 시민들이...." 기계를 조작하던 드워프 일부가 놀라며 말했지만. "걱정말게. 돔을 수리할 수 없다면, 타구역과 분리후 긴급 부상을 실시토록 한다." 아이기스의 말에, 모두들 안심하는 눈치였다. 원래 도시의 한 구역만을 부상시키는 일은 잘 하지 않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법사들의 공격이 2시 구 역의 돔에만 집중된 이상, 돔 일부를 분리해서 부상시키는 것도 불가피할지도 모른 다. 적어도 안의 시민들을 구할 기회가 생길테니까. 대형 화면에 2시 구역과의 연결 통로의 그림이 하나씩 지워졌다. "통로 폐쇄중입니다. 그리고, 돔의 손상부위의 긴급수리는 불가능하다고 보고되었습 니다." 돔의 붕괴된 부위에서 긴급 수리를 위해 달려간 드워프들이 난감해하는 모습이 화면 에 비춰졌다. 균열에서, 바닷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돔이 붕괴되고 바닷물이 2시 구 역을 덮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2시 구역 돔 붕괴 확산중. 타구역과의 연결통로 전부 폐쇄 완료." "1시 구역 돔 강화 완료. 방어시스템 가동중." "3시 구역 방어시스템 가동." "4시 구역 방어시스템 가동." "5시 구역 방어시스템 가동." "8시 구역 방어시스템 가동." 각 구역의 방어 시스템이 가동되자, 외부로부터의 충격도 더 이상 전해지지 않았다. 대형 화면에, 마법사들의 마법이 물 속으로 파고들다가 뭔가에 막히는 것이 비춰졌 다. 투명한 힘의 장막이, 바다 위에 쳐지면서 마법사들의 힘을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도시 주위의 바닷물은?" "적의 마법은 물의 장막을 노리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장막을 유지할 경 우, 2시 구역은 침수될 것이 확실합니다." "돔의 붕괴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나?" "이대로라면 붕괴와 내부 완전 침수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아이기스가 잠시 망설였지만, 그의 결정은 간단했다. 그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2시 구역 긴급 부상 ! 도시와 분리한 후 물위로 시가지를 노출시킨다 !" 방어에 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내부의 시민들을 살리기 위해선 도리가 없었다. 거대 한 구슬의 한 쪽이 갈라지듯이, 2시 구역이 서서히 도시로부터 분리되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오늘 올린다고 큰소리를 친 이상, 아무리 오늘 글이 안 나갔다고 해도 올리고 맙니다. 그래서 시간이 늦은데도 불구하고, 올라갔습니다. 아주 늦긴 늦었군요. 확실 히 이사한 후에 페이스 회복이 늦으니까, 별별 문제가 다 있네요..... 죄송합니다. 늦은 시간에..... 그리고 글이 점점 더 괴이하게 변해가는듯 하네요. 과학문명의 총아인 드워프 도시 라니..... 기존 판타지와는 좀 다른 듯. 하지만 드워프라는 게 원래 손재주가 있으 니, 이렇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뭐, 드워프에 대한 해석은 각각 다른 법이니.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14 조회수 : 57 공룡 판타지 21-417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8) 쿠르릉. 쿠릉. 도시의 제 2시 구역. 제 3항구가 세워져있는 지역 전체가 외부와 차단되면서, 서서 히 그 거대한 몸체가 물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드워프들이 서 있던 바닥이 요란 하게 흔들린다. "와악 !" "도시가 위로 떠오른다 !" 돔이 갈라지는 것을 본 드워프들에게 있어, 그것은 구원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돔 의 균열이 완전히 도시의 천장을 파괴하기 전에 이 구역이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을 까? 그것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도시가 타구역과 분리되면서, 제 3 항구는 수 면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속도는,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젠장. 빨리 올라가란 말이야 !" 수면 아래에 도시를 만들어 둔 것은, 도시의 위치를 감춤과 동시에 지하와 해저의 공간을 사용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파손되었을 때에는 이런 약점이 드러나는 것이었 다. 그러나, 전쟁의 시기는 오래동안 현실과 동떨어져있었기 때문에, 모두들 안심하 고 있었는데..... 빠직. 돔의 균열로부터 쏟아지는 물의 양이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이미, 3항구의 길은 상 당 지역이 침수되었고, 지하 대피실과의 연결 통로는 모두 닫힌 상태였다. 그들로서 도, 물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상에 남은 드워프들에겐, 이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었다. 드워프들이 급 히 도시의 고층건물들 위로 올라갔다. 그 중에는, 아이샤도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계단을 끝없이 달려, 옥상으로 올라가고 있었지만, 몸은 무거웠고, 도시는 자꾸만 흔들렸다. 바닷물 위로 올라가는 거리가 그리 길지도 않을텐데, 이상할 정도로 흔들 리고 있었다. 원래 단독으로 해상에 떠 있도록 건조된 곳이 아닌만큼, 이 정도의 진 동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계속 유입되는 물로 인해 부상속도가 빠를 수가 없었다. 물이 도시 내부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라도, 이것은 막대한 동력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 "꺄악 !" 동작이 멈추어버린 마법사들의 시체가, 계단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문제는, 계단 위로 올라오는 시체들은 모두, 물 위에 떠서 오고 있다는 것이다. 침수되기 전에 계 단을 올라가지 못한다면, 아이샤 역시 시체중 하나가 되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드 워프들이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물은 점점 더 빨리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아 이 샤의 발목이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앞의 드워프들을 재촉하는 그녀였지만. "빨리 올라가요 !" 그녀의 무릎으로 물이 올라온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가슴까지 올라올 것이고, 그 뒤는 그녀의 머리까지 물이 올라올 것이다. 죽음의 공포가 그녀의 가슴을 메웠다. 그 리고 그 두려움은 목구멍을 통해 튀어나왔다. "살려줘요....." 그 목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요란한 진동이 도시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물 이 그녀의 발목을 감는 것이 멈추어졌다. 누군가가 외친다. "부상했다 ! 물 위로 올라왔다 !" 그 말과 함께, 건물이 기울어졌다. 순식간에 모든 드워프들이, 계단의 한 구석에 처 박혔다. 시체 몇 구와 함께. 비명을 지르는 아이샤.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온 것 은.... "꺄아아아아..... 우엑 ! 켁켁 !" 사람의 시체가, 그 팔이 소녀의 입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 것이다. 즉시 뱉어내긴 했 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것은 구토를 동반하기에 충분한 것 이 었다. 아이샤는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하면서, 기울어진 계단의 손잡이를 잡고 위로 올라갔다. 건물의 최고층, 옥상으로 올라간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굉장해." 점차 물 위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도시의 바깥, 하늘 위에 뜬 수없이 많은 불꽃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균열이 도시의 하늘 사이를 메우고 있었다. 투명한 유 리 로 된 돔이, 보기 흉한 상처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살아있어?" 아직도 물 위에 떠 있는 드워프들이, 여기저기서 헤엄을 치고 있었다. 아이샤의 표 정이 밝아졌지만, 그것도 한 순간이었다. 퍼퍼퍼퍼펑. "아앗 !" 도시의 바깥에 떠 있던 불꽃들에서, 무수한 마법의 빛이 쏟아졌다. 돔의 균열부위가 점차 붉게 달아오르면서, 강화된 유리가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챙그랑. 드디어 그 유리는 폭발하듯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리고 녹아내린 유리와 강철의 뜨 거운 비가, 도시에 살아남은 모두를 향해 쏟아져내렸다. 그것은 불의 비였다. 죽음을 부르는 불의 비가, 모두에게 내리고 있었다. 아직 살아남은 드워프들의 몸 위로, 불 덩어리들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꺄악 !" 아이샤의 눈 앞에서, 그 불비에 맞은 사람 하나가 불덩이로 변했다. 살이 타들어가 다가, 입은 옷에 불을 붙인 것이다. 너무나 뜨거운 금속의 물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하고 있었다. 드워프들과 인간들이 급히 건물 안으로 다시 들어갔지만, 모든 이의 행 동이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다. "와아악 !" 불과 물에 포위된 드워프들이 무수히 쓰러져갔다. 비록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의 침 수는 멈추었지만, 그 물이 도시에서 빠져나갈 때까지는 대피소의 문은 열릴 수 없었 다. 그리고, 피할 곳이 없게 된 드워프들을 향해 불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죽음의 불 덩어리가. "건물 아래로 피해 !" 하지만 아이샤는 공포에 질려 몸이 얼어붙은 뒤였다.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또다시 그 지긋지긋한 물과 시체가 기다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멈추어버린 소녀의 몸 을 안고, 드워프 여인이 건물 안으로 달려들어간다. 옥상같은 노출된 곳이 아닌, 몸 을 보호해줄 지붕이 있는 곳으로. 하지만. 치칙. "으아악 !" 아이샤를 안고 뛰던 드워프 아주머니의 등에 붉게 달아오른 금속 조각이 떨어졌다. 그 조각이 옷에 불을 붙였다. 물에 젖은 천임에도 불구하고, 지독하게 달아오른 금 속 조각들이 옷에 닿자, 순식간에 불이 붙어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아주머니는, 자신 의 품에 안은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그리고는. "아가. 피해라." 품에 안겼던 소녀는, 옥상에서 계단으로 통하는 통로로 내던져졌다. 그와 동시에, 드워프 여자는 불덩이에 휩싸였다. 나가떨어진 아이샤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이미 문은 닫히고 있었다. 모두의 생명을 지키고, 불덩어리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으아아악 !" "아줌마아아 !" 소녀의 울음을 뒤로 하고, 무정한 문은 닫혀버렸다. 도시 곳곳에 불기둥이 치솟고, 그 와중에 물 위로 몇 개의 불꽃이 치솟았다. 불꽃들은 도시의 상부의 균열을 통해 날아올랐고, 그리고 같은 불꽃들이 떠 있는 하늘로 돌아갔다. 불꽃들이 모아자.... 파앗. 그 불꽃들은 순식간에 동쪽으로 날아가버렸다. 부서진 제 3 항구를 내버려둔 채. "하하하하하. 시작되었구나."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리는 제논.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전 세계에서 몰려오기 라도 하는 것처럼, 불덩어리가 이곳에 모여들고 있었다. 그 불덩어리들이 하나씩 하 나씩 거대한 알의 내부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는 광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 제논 !"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셀이 한 말이다. 그녀는 공포에 휩싸인 채, 몸을 떨고 있었 다. 마치 절망의 바다에 빠져든 것 같이. 제논이 그런 스승을 보더니, 비웃듯이 대답 한다. "어째서 당황하십니까? 스승님. 이제 드디어 고대 문명의 결정체, 모나드가 완성되 어 제 손안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 제자의 성취를, 기뻐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어리석은 자." 셀이 아닌, 라 브레이커가 그의 말을 되받았다. 검은 그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답한다. "너 자신은 과연 무사할 것 같으냐. 이런 짓을 해놓고도." 그러나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왼쪽 팔을 흔들며 자랑하듯 외 칠 뿐이다. 마치 그 자신이 세계의 패권을 쥔 듯한,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걱정말게. 전설의 검이여. 과거 드워프들은 모나드를 지배할 힘이 없어서 이 희대 의 걸작품을 봉인했지만, 나는 지배의 수단을 가지고 있거든. 안심하고 있게나." 그러나.... 그런 말을 듣고도 셀의 표정은 좋아지지 않는다. 그녀의 얼굴은 죽은 자 의 것이나 다름없었고, 그녀의 입술은 보랏빛으로 변해있었다. 셀이 자신의 입을 연 다. "그게 그렇게 간단히 된다면....." 피를 토하듯이 말한다. 피와 뒤섞인 절규가, 우리들을 향해 들린다. "내 손으로 그를 깨웠을거야." 그녀의 손이 서서히 들렸다. 제논을 향해서. 손이 붉게 빛나는 듯 하다. "이렇게 된 이상....." 손에서 빛이 뿜어진다. 마치 저것은...... "난 싸울거야 !" - 계속 - 후기)과연 페이스 회복이 된 건가.... 일단 올려놓고 봅니다. 10월까지는 연재를 끝 낸다고 결심했으니.... 이사문제로 늦어진만큼 피치를 올려야 하지만 그건 무리 고.... 그럼 매일 연재는 못해도 되도록 그에 가까이 가야 하니까요. 드워프들의 도시가 완전히 과학문명의 집합체가 되어 버리는군요. 원래 구상이니 그 건 문제가 없지만.... 기존의 도끼를 든 동굴속의 드워프와는 좀 다르지요? 그게 하 긴 개성이지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15 조회수 : 9 공룡 판타지 21-418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9) "현재 도시의 제 2시 구역의 상황은?" 마법사들이 물러간 후, 아이기스가 드워프들에게 물은 첫 번째 말이었다. 의자에 앉 은 수많은 드워프들 중 한 명이 그 말에 답했다. 머리띠 모양의 장식을 만지작거리 며. "침수된 시가지는 서서히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배수작업이 진행중 이라고 합니다. 다만, 마법사들의 공격으로 인해 외부 돔이 손상되어 일부가 붕괴, 그로 인한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사상자수는 아직 미확인이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고 합니다." "알겠네." 사실, 마법사들의 전면공격에 의해 발생한 피해치고는, 이것은 가벼운 것이었다. 오 래동안 전쟁이 없어서 방위력이 감소한 드워프들에게 있어, 이번 일은 자칫 잘못했 으 면 돔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었던 위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하필이면 그가 이 자리에 있는 이 시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그에게 있어서는 수치였다. '명색이 도시 위기대책반의 수장인데.....' 이 도시가 건설된 이후, 돔이 붕괴직전까지 몰린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견 고한 돔이 이번 공격을 버텨낸 것만으로도 다행이기는 했지만.... 어째서 그들은 이 런 무방비상태의 도시를 공격한 것일까? 만약 드워프들을 제압할 작정이었다면, 그들 은 어째서 공격을 멈추고 철수해버린 것일까. 아까 2시 구역에서 탈출한 마법사들의 모습이 떠오르자, 약간은 그 행동이 납득이 갔다. '마법사들의 탈출을 위한 공격이었나?' 하지만 그러려면 그저, 조용히 도시에게 나가면 되는 것이다. 아직 그들은 마법사들 과 전쟁을 선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들은, 굳이 소란을 일으켜가면서 탈출한 것일까? 이렇게 일이 전개된다면, 당연히 인간들의 나라는 드워프들과 전면 전 에 들어가게 될텐데. 그러나 그런 대책보다는, 지금은 눈앞의 위기를 수습하는 것이 문제다. 아이기스가 지시를 내렸다. 위기대책반 상황실에 앉아있는 모든 드워프들에 게. "도시 전역을 수색해서, 사상자를 찾아내도록. 신속한 응급조처를 잊지 말게. 대피 소의 드워프들에게는 상황을 알려주고, 그들 중에서 의사가 있으면 전부 동원시키게. 도시 경비대는 외곽지대를 철저히 수색해서 마법사들의 잔당이 남아있는지 확인해보 도록. 그리고, 2시 구역 경비대는 구역 내부를 수색하도록 하고. 만약 인원이 부족 하 면 타구역에서 예비 인원을 차출하도록." "알겠습니다." 드워프들이 2시 구역에 대한 구호반 투입을 지시하는 동안, 아이기스는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마법사들이 왜 드워프들의 도시를 습격했을까? 인간들이 작당을 하 고 이곳에 공격을 가해왔다고 생각하기에는, 공격의 조짐이 너무 없었다. 인간들의 제국 에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일만큼 어리석은 자가 군주로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 이 었으므로. 무엇보다도, 전에 만나본 그 여자가.... "만약 그 여자가 정말 우리의 정보대로 미나르 공주라면...." 레이니를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는 그로서는, 그녀가 그런 짓을 할 자라고는 믿어지 지 않았다. 더군다나, 라 브레이커라는 검의 주인이 익히는 마법은, 인간의 주문 마 법과는 전혀 다른 성질의 마법이 아닌가. 인간 마법사라기보다는, 오히려 엘프들의 마법에 더 가까운 존재라고 해야 했다. 그런 자가 마법사들을 동원해서 우리를 공격 했다고? 자신의 마법과는 상극이나 다름없는 인간 마법에 의지해서? 두 마법은 단순 히 원리가 다르다는 점에서 그치지 않으며, 서로를 적으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아는 아이기스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게 이상하단 말이야....." 하여튼, 인간 마법사들 중 몇을 포로로 잡으면, 상황을 명확하게 할 수 있을 것이 다. 그에 생각이 미친 아이기스의 눈이, 그들이 사라져간 동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법사들의 불꽃이 날아가버린, 동쪽의 하늘을. 그쪽에 뭔가가 있을까. "안 좋은 일이야." 앞날의 불안감이 그에게 다가왔다. 이대로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그는 나이든 드워프 한 사람을 불렀다. "프레일씨." 그의 눈앞에 떠오른 작은 화상을 향해, 아이기스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니, 청장년 드워프들을 소집해주도록. 마법사들이 날아간 동쪽 방향을 향해, 정찰기 몇 대를 파견해서 수색을 해보는 것도 잊지 말고." "알겠네." 화상이 사라지자, 아이기스는 한숨을 쉬었다. 술 한잔을 들이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 했다. 그렇지만.... '앞으론 그것도 힘들거야.' 폭풍이 그들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설령 전쟁을 벌여서라도....." 셀의 눈이 자신의 제자를 향한다. 그녀의 눈빛이 비정해진다. 그 마음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녀에게 동의하고 있으니까. 비록 잔혹한 짓을 하게 되겠지 만.... "널 막고 말겠어 !" 이것은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법? 저런 기술은 인간 마법이 아니라 엘프 마법의 기술 이다. 아마 9레벨이나 10레벨의 기술이겠지. 지금 상황에서는 인간 마법에 의지하는 것이 전혀 무의미하기 때문에 사용한 기술이겠지만.... 과연 그녀가 제대로 기술을 제어할 수 있을까? 내 의구심은 다행히도 기우였고, 그녀의 손 안에는 거대한 힘이 응축되었다. 적어도 산 하나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빛의 힘이. 그렇지 만.... '저걸로 먹히지는 않을거야.' 아마, 상대의 절대방어마법에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제논이 그런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 정말로 모나드의 힘을 얻었기 때문이라면...... 가만. 모나드의 힘이라고? 그 럼.... 그건 녀석의 힘이 아니라는 뜻인데? '.....방법이 있겠어.' 그 자신의 힘이라면 녀석을 공격해야 하겠지만, 녀석의 힘이 아닌 모나드의 힘이라 면.... 그리고 지금 사람들을 흡수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의 상황이라면.....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있었다. 잘하면, 의외로 간단하게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 다. 생각과 행동은 완벽히 일치했고, 나와 내 안의 공주님은 내 몸안의 물질 일부를 에너지화하여, 강대한 힘을 비축했다. 셀이 제논을 향해 빛을 폭발시켰다. 빛줄기가 앞으로 날아간다. 제논을 향해서. '지금이다.' 나 역시, 그와 동시에 몸을 날렸다. 내가 의도한 방향으로. '이상하다?' 숲 안에 앉아있던 내게, 이상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것도 사방에서. 모든 방향에서, 무언가 이상한 힘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이 힘은 무엇이지? 인간들의 마력으로 생각 되는 힘이, 갑작스럽게 이동하고 있었다. 어느 한 점을 향해서. 그리고 사방에서 날 아오는 정신의 파동은..... <<모두 와라>> '뭐야? 이 이상한 외침은?' 나는 정신을 집중시켜서, 누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파동 이 워낙 여러곳에서 오고 있었기 때문에, 발신점을 한 곳으로 한정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모두 와라. 계약대로>> '이거.... 혹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인간 마법사들뿐인데? 잘 알아듣기 어려운 이상한 정신적 인 파동을, 전에도 인간 마법사들과 접촉할 때 느꼈었다. 특히, 그 검은 머리의 괴상 한 여자로부터. '그 여자.... 어딘가 좀 이상하긴 했어....' 그 여자가 인간 마법으로 날 쓰러뜨릴 때는 상당히 분했었다. 고작 말만 번지르르한 인간에게 패할줄이야. 하지만 그녀가 엘프들의 마법을 구사할때는, 더욱 놀랐었다. 저런 여자가 감히 엘프들의 마법을, 스스로 일어서서 힘을 구사하는 그 마법을 알고 있을 줄이야.... 그리고..... '하긴, 그 여자뿐만이 아니었어. 언니도.....' 즐거울수도 있었던 추억. 하지만 지금은 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기 어렵게 하는, 슬픈 추억이었다. 물론 언니의 악의때문은 아니었지만..... '게다가.... 그럴 리가 없어.' 세계를 뒤흔들 정도의 힘. 설마.... 언니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인증을 받아냈 다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면,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 이건, 차라리 마법사들의 힘이라고 보는 것이 더 그럴듯했으니까. 적어도 이 정신파 안에 담겨진 사악한 느낌 은..... '마치.... 빚을 받아내겠다는듯한 느낌이야. 그리고....' 노예를 지배하는 잔혹한 주인의 말소리. 그것이 내가 이 정신파에서 느낀 힘이었다. 그렇다면, 언니는 아니다. 절대로. 언니가 아무리 그 일로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 도.... '그런 짓을 할 사람은 아니야.' 그런 짓을 할 리도 없지만, 만에 하나 언니가 사악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면.... '라 브레이커가 언니를 처단했을테니까.' 만약 언니가 나와의 일로 충격을 이기지 못해 악한 자가 되기라도 했다면.... 아마 검이 언니를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한때나마 내가 사랑한 인간이, 그런 자가 될 거 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럼, 역시 그 마법사일까?' 그 검은 머리의 여자. 셀이라는 마법사의 힘이라면, 전세계에 이변을 일으킬 수 있 을 것이다. 이 사악한 정신파의 출처라고는 좀 믿기지가 않지만. 그럼... 혹시... 언 니의 적수인 그 자의 짓일까. '모르겠어.' - 계속 - 후기)페이스가 정말로 회복된 건지.... 일단은 열심히 매일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만.... 잘 모르겠군요. 과연 회복된 것인지. 이런 건 장담했다가 펑크라도 내면 머리 아파요. 그리고.... 슬슬 이야기가 정리되기 시작하는군요. 무서운 방향으로.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1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16 조회수 : 45 공룡 판타지 21-419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0) 사방으로부터 다가오는 정신파. 이 파동을 읽어본 내 생각으로는, 절대 언니가 이런 짓을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정신파는, 인간 마법사가 그 악마. 마법의 근원체와 교신을 할 때 사용하는 종류의 것. 그렇다면 이것의 발신자는 그 마 법 근원체이거나, 그 힘을 얻은 누군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 서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자는 오직 두 사람. '물론 그 자가 마법 근원체, 모나드의 힘을 얻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 검은 머리의 마법사, 셀이라면 그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작 9레벨 에 불과한 제논이란 자가, 그 힘을 얻을 수 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모나드와 심 신이 일치되는 것이 10레벨의 경지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선..... '역시.....' 불안하다. 그 자와 대립하는 반대측 정점에 언니가 서 있다. 비록 나에게 있어 너무 나 슬픈 체험을 하게 한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악의가 아닌 이상, 그를 미워할 수는 없었다. 이번 일로 인해, 나 이상으로 상처를 입었을텐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언니를 생각한다는 것은 나를 해치는 일. 부자연스런 감정으로 자신을 상 하 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나를 위해서나, 언니를 위해서나 편안한 길..... '이것은, 정신파의 반응?' 사방에서 들려오는 정신파의 힘이 느껴진다. 그 힘 사이사이로, 약한 마력을 발산하 는 비행체가 보였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비행체들은 동쪽 하늘로 날 아 가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지는 장소는..... "초대양 한가운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인간이라곤 하나도 살고 있지 않은, 그런 황량 한 장소에서? 사실을 알고 싶다는 강한 생각이 나를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 움직이 면..... 내 몸 안의 본능이 나를 잡아 끌었다. 가면 안 된다고. 만약 간다면.... '죽음.' 아주 큰 위험이,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작지만 확실한 생명 반응이 몇 개. 그 중 하나는..... '언니?' 그 생명 반응이,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동시에 흘러오는 거대한 에너지의 반응 이, 내 신경을 뒤흔들었다. 강렬한 굉음이 내 귀에 들렸다. 쿠우우우. 셀이 쏘아낸 빛의 힘이 제논의 몸에, 아니 그의 방어막에 부딪쳤다. 황금빛의 구슬 이 격렬하게 진동한다. 셀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녀의 손에서 더욱 강대한 힘이 뻗쳐나간다. 계속해서. 하지만 그 정도의 힘으로는..... 절대방어마법을 관통할 수가 없었다. "크하하하하." 미리 예상은 했었다. 저 마법이 얼마나 강대한가를. 하지만 절망적인 상황에도 불구 하고, 셀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저것은 처음부터 헛된 몸부림이다 . 아마 곧 제논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고, 그러면 셀은 죽게 될 것이다. 저 사악한 제자 의 손에. 그러기 전에 공격을 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내 생각대로라면.....' 녀석이 만약 모나드와 서로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정신파의 그물이 녀석과 모나드 사이에 쳐져있을 것이다. 만약 그 연결이 끊어진다면, 녀석은 어떻게 될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한 노인이, 과연 하늘에 무사히 떠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뒤는 간단하겠지.' 통제를 잃은 모나드가 제논에게 힘을 다시 보내주기 전에, 녀석을 처치해야 한다. 일단 제논이 죽으면, 조종자를 잃은 모나드가 작동을 멈추는 것도 기대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이대로 최후를 기다리는 것은 달갑지 않다. '어차피 저 절대방어막을 관통할 수 없다면, 그런 방법이 가장 유효할거야.' 내 앞에 녀석과 모나드를 연결한, 정신파의 그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것을 끊어 봐야 할까. 하지만 그 고리에서 느껴지는 정신적인 파동은, 힘으로 끊어내기에는 너 무 견고했다. 저걸 끊어낼 정도의 힘을 축적할 시간이 없었다. 만약 그렇게 하려다 가 는, 셀의 주검만 구경하게 될 것이다. 그럼 힘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저걸 끊어내려 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은 물질과 에너지의 외부 조작은 자신없어.' 모나드의 물질/에너지 조작 능력에 맞설 정도로 내가 강한가? 그건 절대로 장담할 수가 없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에 의지하기에는 너무 위험했고, 셀의 목숨이 걸 린 문제에서 그런 모험을 할 자신도 없었다. 그렇지만.... '굳이 저걸 끊어버릴 필요가 있을까?' 굳이 절단할 필요도 없다. 그저, 정신파의 흐름을 약간만 교란시켜 서로간의 교류를 차단하기만 해도, 내 목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간에 대화할 입을 막아버 린 다면,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게 되겠지. '좋았어.' 내 몸 안에 있는 물질 일부를 분리하여 에너지화하고, 그것을 정신파로 변환시켜 내 손에 집중했다. 정신파의 파장은 제논의 것으로 맞추어두고..... '먹어봐라. 이 나쁜 자식.' 그 정신파가, 모나드와 제논을 향해 쏘아져갔다. 지지지지직. 셀의 공격은 계속되었지만, 제논의 절대방어마법이 걸린 장막을 관통할 수가 없었 다. 금도 가지 않는 황금빛의 방어막을 보면서, 그녀는 절망에 빠질 것같은 마음을 간신히 붙들었다. '아냐...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만약, 지금 녀석을 제지하지 못한다면, 녀석 역시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 녀의 손에 남은 시간은, 이제 고작 몇 초에 불과할지도 모르므로. 이대로 모든 것을 끝낸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움많은 인생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모나드가 만만해보였니? 제논.' 그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온갖 노력을 다 했었다. 인간 마법의 끝까지 익 힌 후 느낀 그 운명의 굴레. 그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그녀는 아쉬움 없이 인간 마법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힘은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간신히 주문마법을 포기하는 주문을 외워 봤지만, 그 주문이 과연 얼마나 먹혀들었을까. 마 음 깊숙히 자리 잡은 불안감을 떨치고 싶어서 엘프 마법을 연구했었다. 그러나 그것 도 허사인지도 모른다. 아직 자신은 그 굴레에 사로잡혀 있고, 이대로라면 그 족쇄에 묶인채 암흑 속으로 빠져들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언제나 불안해했었다. 잠을 잘때 마다, 그녀는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악몽을 꾸었었다. 그것이 수 백 년을 이어져 왔다. 그것만이 그녀의 공포였다면, 그녀는 차라리 참을 수 있었을 것이 다. 그러나. '만약 내가.....' 더 심한 악몽이 지금 현실화되려고 하고 있었다. 전 세계의 마법사들이 모나드에게 먹히고, 그것이 무슨 결과를 부를지..... 그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저 어리석은 제논은 그것을 보며 자신의 힘이라고 기뻐하고 있었지만, 진실을 아는 그녀로서는 그 에게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나드에 대해 그에게 말하기를 꺼려했건만..... '하지만 모나드가 완성된 것은 아냐.' 완성되었다면 그녀의 악몽이 현실화되었을테니까. 그러니, 아직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동안에 모든 것을 끝내고 싶었다. 설령 그녀의 목숨이 사라져버리더라도, 끝을 낼 수 있다면 그녀는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만약 그녀가 실패해버린다면..... '밀크가 죽는 걸 보기는 싫어.' 그렇지만, 사람의 힘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셀의 손에서 쏘아져나가는 힘의 양 이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몸 안에 남아 있 는 물질이라고 해봐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량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 가 팔이나 다리를 에너지화한다면 좀 더 많은 힘을 끌어낼 수 있겠지만, 그런 자살적 인 공격을 퍼붓는다고 해서 상대가 죽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젠 틀렸을까.' 힘이 거의 떨어져가고 있었다. "이겼다 !" 드디어 그 자신에게 걸려있던, 스승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자신이 무 슨 짓을 해도 이기지 못했던, 그 자신의 스승에게서 벗어난, 환희의 목소리가 제논의 입에서 나왔다. "내가 이겼어 !" 드디어 스승을 넘어선 것에 대해, 그는 환호했다. 이제는 내가 세계 최강의 마법사 다 ! 나는 주문마법의 모든 것을 손에 넣었고, 이제는 그 마법을 이루어주는 모나드 까지 내 손안에 있는 것이다 ! 이제 세계는 내 것이다 ! 그러나. '세계같은 건 내게 쓸모도 없어. 내가 원한 것은.' 자신이 가장 뛰어난 마법사라는 확신. 그것이 그에게는 최고의 보상이었다. 이제, 마법을 창조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그가 될 것이다. 방해가 되는 그 공주를 처치해버 리면, 전설의 검 역시 그의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스스로 자멸할 줄 알았는데....' 비록 여태까지 그녀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예상외였지만, 그것도 곧 걱정없게 될 것이다. 모나드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면, 아직 검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 는 애송이 공주 하나쯤은 간단하게 죽일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검의 노여움을 어떻 게 달래느냐가 문제로 남겠지만. '정 안 되면 검을 파괴할 수밖에.' - 계속 - 후기)슬슬 할 말을 할 때가 다가오고 있군요. 아직은 아니지만. 입다물고 있기도 어 렵네요. 물론 다 알고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레이니양 의 성별을 짐작한 분이 의외로 좀 있더군요. (난 숨기는 능력이 없나봐.....) 푸우. 어느 정도는 글이 나가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자신은 없어요. 토요일 과 일요일에는 올릴 자신도 없고. (저도 인간인데다가, 컴퓨터 앞에 앉지 못하면 글 을 못써요...... 한 번 쓰면 얼마나 피곤한데.....) 음. 이미 419화라니... 저도 상 당히 많이 썼네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17 조회수 : 82 공룡 판타지 21-420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1) 비록 전설의 검이라고 해도, 그 검의 힘에 대한 전설은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인간에게 전해진 전설의 내용은, 사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진 검의 주 인 이 되려고 주제넘게 검에게 도전했다가, 살해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 검이 가지고 있는 힘의 내용에 대해, 아는 자는 아무도 없어.' 알려진 힘이, 과거에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힘이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전해 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전설조차도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의 사람들뿐. 평민들 에겐 그저 여신이 내린 검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신이 내린 검이라는 것 은 거짓일 뿐, 사실은 고대 문명의 산물일 뿐이라는 것이, 제논의 견해였다. 그리고. '고대 문명의 산물이라면, 내가 가진 모나드가 가장 강해.' 그건 모든 기록에 남아있는 사실이었다. 비록 엘프들이나 드워프들에게 전해지는 역 사에만 남은 것이긴 하지만. 고대 최강의 마물로 악명을 떨친, 지식의 정수를 모은 기계. 그것이 모나드였다. 그리고 그 힘을 손에 넣은 지금의 자신이라면.... '최강의 자리를 놓고 겨루어보는것도 재미있을 거다.' 설령 그녀가 검의 힘을 완전히 얻는다고 하더라도, 그가 질 리는 없을 것이다. 모든 마법사들의 힘의 근원인, 모나드를 손에 넣은 지금에 와서는. 그의 입에서 웃음이 터 져나왔다. 자신의 방어마법을 파해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스승을 바라보면서. "와하하하하 !" 하지만 그의 웃음은, 갑자기 소음으로 바뀌었다. 당황스런 감정을 감추려고 애쓰지 만, 끝내 그럴 수 없는, 한 줄기 잡음으로. 그리고 그 잡음 사이로 나오는 소리. "왜, 왜 이래 !" 그의 뒤에서, 레이니의 손이 빛나고 있었다. 허공에 난무하는 요란한 전기의 불꽃 이,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니, 정신의 불꽃이. 파지지지직. '제기랄..... 이건 상당히.....' 처음에는 마법으로 녀석의 정신파를 부수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너무나 힘겨울 거 라고 판단을 했다. 그래서, 녀석의 정신파와 동일한 정신파를 쏘아서, 모나드와 제 논 사이의 교신을 방해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 보였다. 이대로 라면..... '정신파 교란은 실패인가?' 제논의 당황하는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아직 녀석의 주위를 감싼 방어막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제길. 잘 먹힐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전혀 효과가 없 다 니..... '가만.' 녀석이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돌려 이쪽을 노려보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해도, 어째 서 공격을 하지 않는 거지? 지금의 저 녀석의 능력이라면, 마법을 두 개 이상 사용 하 는 것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텐데? 과거에 셀 역시, 그런 힘을 자유자재로 사용했 었잖아? 그런데 모나드의 힘을 손에 넣었다는 자가... 왜..... '혹시.....' 내 공격이 어느 정도는 먹히고 있다는 건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상일지도 모르지 만, 일단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날 살려둬서 뭘 얻겠다고.... 게다 가 셀이 이미 지칠대로 지쳐서 간신히 떠 있는 것도 보이는데.... 인정에 끌려 살인 을 망설일 자도 아니니.... "계속해보자 !" 내 손에서 다시금, 정신파의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직. 지직. 지지지..... 드디어 내 손에서 방출되던 힘의 흐름이 멎고 말았다. 절망이란 두 글자가 내 앞에 떠오른다. 이젠 모두 끝장인가. 미리 예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괴 롭기만 할 뿐이다. 그렇지만..... 강대한 정신파의 파동이 보이는데? 어째서..... 치지지지직. "뭐야?" 내가 사용한 마법이 아닌데? 게다가 이것은 모나드와 제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놀란 내 눈 앞에 보인 것은, 제논과 모나드 사이에 일어난 정신파의 불꽃이었다. 제 논이 갑작스런 장애를 느꼈는지, 그 원인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곳에 는.... "미...밀크?" 저 애가..... 인간 마법의 약점을 알아낸 건가? 그녀는 마법 근원체와 마법사간의 연결을 잘라버리려고 하는 것이었다. 근원체가 없이는, 마법사 혼자서 마법을 구사할 수 없다는 약점을 노려서. "하... 하지만...." 그 정도로 일이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제논이 그걸 대비하지 않았으리라고는, 여 겨지지 않으므로. 적어도 모나드를 통제하기로 작정한 이상, 그런 만약의 사태에 대 비하지 않았다면 모나드는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생각대로 제논은 비 웃음을 가득 띄면서 말의 조각을 내뱉었다. "훗. 그 정도로...." 제논의 황금빛 노을이 더욱 짙어지더니, 그의 앞에서 마법이 생성되었다. 아직 연결 이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인가. 녀석이 밀크의 공격에 대항하는 주문을 외우려는 것 이 보였지만, 이미 힘을 전부 소모해버린 나로서는, 그 애를 도와줄수가 없었다.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지? 어쩌면..... 지친 몸을 간신히 가누는 내 앞에서, 제논의 주문 이 완성되었다. "마인드 브레이크(mind break : 정신 붕괴. 정신마법 레벨 8) !" 상대의 정신파를 붕괴시키는 강대한 힘이, 밀크를 향해 쏘아져갔다. 직접적으로 그 녀의 머리를 부수겠다는 생각인가. 만약 자신의 정신을 잃고 만다면, 밀크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버릴 것이다. 인간의 마법과는 달리 자동적인 발동이 되지 않는 엘프 들 의 마법을 익힌 그 애로서는, 이런 경우에 어떻게도 할 도리가 없을텐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법의 힘을 느낀 밀크가, 그쪽으로 정신파의 방출을 돌렸다. 두 사 람 의 마법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앙. "우왓 !" 정신파가 서로를 간섭하면서, 일부가 폭발하듯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나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얼마남지 않은 힘을 모두 끌어모은다. 일단 저 폭심점에서 멀리 떨어져야 했지만, 비행할 힘은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러나. '방법이 있기는 있어.' 나는 내 몸을 하늘에 떠 있게 하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갔다. 저 아래 바닷물을 조금만 에너지로 전환시키면, 다시금 날아오를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다만 바다에 착수할 때 느낄 충격을 얼마나 빨리 흡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 이 겠지만. '밀크. 조금만 견뎌줘.' 바다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지지지직. "흐흐흐흐흐. 내게 대항하다니, 어리석군요. 공주마마." 저런 헛소리에 일일이 대꾸할만큼의 여유는 없다. 나로서는, 더욱더 정신파를 강하 게 방출할 수밖에. 내가 저 공격에 파괴당하기 전에, 녀석의 정신파를 교란시켜서 모 나드와의 연결을 흔들어놓아야 했다. 그렇지만.... 이대로라면 녀석이 마법을 못쓰 게 되기 전에 내가 당할지도 모르겠다. 저 거대한 정신파같은 것이 내게 온다면..... '저건 정신붕괴를 일으키는 마법이야. 하지만 결국 정신적인 파동에 불과하니까, 이 대로 버티면 시간은 벌 수 있을거야.' 내 안의 공주님이, 태평하신 소리를 늘어놓는다. 이봐. 아가씨. 어째서 그렇게 여유 가 있는거지? 볼을 쥐어뜯고 싶지만, 어차피 그녀의 볼은 내 볼인걸. 게다가 딴생각 하다간 난 당장에..... 파지지직. 녀석의 정신파가 내 코앞까지 닥쳐오고 있었다. 더욱 정신파의 방출을 강하게 했지 만, 그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지금 내가 발사하는 것은, 나 자신의 정신의 파동이 아 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녀석의 정신파에 맞춰서 만든 힘을 쏘는 것이기 때문에, 파 동 을 만들어내려면 그만큼의 수고가 필요했다. 전력을 다해도 맞서기 힘든 판에 이런 섬세한 조작까지.... '이봐. 녀석의 꼴을 좀 보라고. 좀 이상하잖아?' 제논.... 저 자가 왜 비틀거리고 있지? 아까부터 황금빛 노을이 깜박거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설마.... 동시에 두 가지 마법을 사용하는 상황이 버겁다는 것인 가? 역시 내 정신파 공격이 녀석과 모나드의 연결망을 교란하고 있다는.....? '그뿐만이 아니야. 녀석의 마법이 흔들리고 있어.' 거대한 정신파의 덩어리가, 나와 녀석 사이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갈 길을 찾아 헤메는 어린애같이. 그럼.... 내 안의 소녀가 그 원인을 알아챈 것인가. 그녀가 내게 소리없이 말한다. '네 정신파에 의지를 넣어봐. 녀석을 공격하라고.' "아 !" 지금 내가 쏘아내는 것은, 분명 제논의 정신파이다. 만약 여기에 내 의지를 담아 제 논을 공격하라고 힘을 불어넣는다면, 저 마법을 만들어내는 모나드에게 잘못된 명령 을 전달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어디 해보자 !" 내가 발사하는 정신파에, 나의 의지가 개입되었다. 제논의 목소리로, 나는 모나드에 게 소리친 것이다. "저 늙은 마법사를 걷어차버려 !" 거대한 힘이 그대로 방출되었다. - 계속 - 후기)저, 내일하고 모래는 올릴 자신이 없군요. 특히 토요일은..... 일요일은 어떨지 몰라도, 토요일은 올릴 자신이 없네요. 푸우. 하지만 월요일은 반드시 올릴 예정입 니 다. 어쨌든 페이스는 어느정도 회복이 된 듯 합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군요. 그리 고.... 슬슬 주문마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시점이 되어가는군요. 그 메카니 즘에 대해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얼마 안 가서 주문 마법. 그러니까 모든 판 타지 소설등에 나오는 마법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할 듯 합니다. 소설 속에서 설명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조만간 나오게 될 것입니다. 독자님들이 어 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지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20 조회수 : 104 공룡 판타지 21-421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2) "저 녀석이 !" 단순히 무의미한 정신파의 파동이, 의지를 담은 형태로 바뀌었다. 단순한 교란의 목 적이 아닌, 모나드와 나의 연결을 가로챌 속셈인가. 나는 격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감히 초보 마법사인 주제에, 이 나에게 도전을 하다니. "내가 평생을 바쳐서 이룩한 것을, 그리 간단히 빼앗길 성 싶으냐 !" 자신으로 위장하여 모나드에게 거짓된 음성을 외칠 줄이야. 그렇다면, 그 거짓말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뤄주마. 아무리 공주님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쥬린 제국의 적 법 한 황위 계승자라고 하더라도. 지금 나에게 대적한 이상, 그 대가는 오직 죽음 뿐이 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파괴의 마법을 사용하고 싶지만, 우선은 공격을 피하는 것이 먼저다. "블링크(blink : 레벨 6의 시공마법. 단거리 순간이동) !" "뭐야 !" 사방에 펼친 나의 정신파의 그물에서, 갑자기 제논이 사라져버렸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이야 ! 주위를 황급히 두리번거리지만, 아무데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 혹 시.... "저 알 안으로 들어가버린건가?" 그렇다면, 이제는 손쓸 도리가 없다. 녀석이 밖에 있을 때는 어떻게 손을 댈 방법이 라도 있지만, 저 거대한 알 속으로 들어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직경이 10km도 넘는 알을 깨버릴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아직 안 들어갔어 !' 내 안의 소녀의 외침. 그 외침에 이끌려 하늘을 바라본다. 저 하늘 높이 떠 있는 점. 깃털로 만들어진 망토를 걸친 일그러진 표정의 노인. 그 자는..... "받아라 !" 내 손이 내 의지보다 빨리, 녀석을 향했다. 다시금 정신파가, 그와 모나드의 사이로 방출되었다. 그렇지.... 녀석이 외친 주문은 아마 블링크. 단거리를 순간적으로 이 동 하는 시공마법이었지.... 그러니 아직도 밖에 있었던 것이다. 아마... '내 공격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야.' 녀석이 일부러 모나드의 밖에서 나를 상대할 이유는 없다. 만약 녀석이 날 죽여버리 고자 한다면, 모나드의 안에서 나를 상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 저런 두터운 방벽 을 관통할 기술이 나에게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 이상, 가능하다면 저 안에 들어 가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까보다야 알에 접근했지만.' 그래봐야 내 눈이 미치는 범위내에 있었다. 고작해야 도시 쪽으로 몇 km를 날아간 것일뿐. 그렇다면... 나는 계속해서 녀석에게 정신파를 쏘면서, 내 몸을 녀석과 모나 드의 사이로 이동시켰다. 이젠 도망칠 수 없어. 여기서 모든 것을 끝내버리자고. 내 손에서 제논의 정신파가 쏟아져나왔다. 녀석의 황금빛 노을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 다. 마치 바람앞에 놓인 촛불처럼, 방어막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타임 스톱(time stop : 시공마법 레벨 8)." 앗차 ! 당한다..... "영리한....... 계집.......애......."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얼음조각. 얼어버린 시공간에 갇힌 공주의 모습을 바라보면 서,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정말 힘든 상대였어...... 예상을 훨씬 웃도는..... '마법 공격으로 나올 줄은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할 줄은.....' 만약에 공격 마법으로 나를 상대했다면, 나는 쉽사리 공주를 처치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나를 직접 공격하지 않고, 단지 나와 모나드의 연결을 끊어내려고만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있어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 수단이기도 했다. 만 약 공중에 떠 있는 나와 모나드의 연결이 끊어져서 내 마법의 효과가 사라져버렸다 면? 나는 그대로 바다에 떨어져 죽었을 것이 아닌가. 내 방어마법이 사라지기 전에 시공마법, 타임 스톱을 걸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허마터면 끝장날 뻔했어.' 어느새, 나를 감싼 마법의 효과가 지워지고 있었다. 아직 부유 마법은 살아있었지 만, 방어 마법은 모나드와 나의 교신이 장애를 일으키자 지워져가는 상태였다. 지금 적의 공격을 받으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금 방어 마법의 주문을 외우려고 했다. 그 순간. 위이잉. 삼각형 모양의 납작한 비행체가, 내 주위로 날아들고 있었다. 수는 2개. 그러나 저 금속성의 표피를 봐서는.... 분명. "드워프들의 것인가." 혹시, 정찰을 나온 것인가. 그도 그럴 것이다. 드워프들의 도시에서도 마법사들이 모나드를 향해 날아왔었으니, 그것 때문에 상황을 알아보려고 그들이 보낸 것이겠지. 그렇다면, 곧 알아차리겠군. 나는 급히 마법 주문을 외웠다. 공격을 받기 전에 서둘 러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방어마법과 비행마법을 동시에 발동시켜, 재빨리 모나 드 본체의 내부로 들어가버릴 생각이었다. "플라이(fly : 원소 마법 4레벨과 상태변화마법 5레벨의 합성 마법. 하늘을 날게 한 다)." "인빈시블 포스(Invincible force : 상태변화마법 레벨 10. 절대방어마법)." 그러나, 나는 두 번째 주문을 끝까지 외우지 못했다. 다 외우려고 했는데... 발동시 키려고 했는데..... 주문의 마지막 말을 내뱉기 직전에.... 푸왁. 내 눈 앞에, 분수처럼 치솟는 붉은 빛 액체가 보였다. 챙. "뭐야?" 갑작스럽게 들린, 유리창 깨지는 듯한 소리. 녀석이 주문을 외우는 것을 보고, 급히 방어를 하려고 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떨어져버리는 제논의 주검. "어, 어째서 녀석이 추락하는거지?" 녀석이 아까 외운 마법은 타임스톱(time stop : 시간의 정지). 그렇다면 나는 말그 대로 완전히 멈춰버렸을텐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은, 녀석이 누군가에게 당했기 때문에 나에게 걸린 마법이 풀렸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어느새 나에게 예의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는 라 브레이커. "넌 시간 정지 마법에 걸렸던 거다. 멍청하기는...." 가만. 멍청하다고? 시간을 정지시키는 마법이라면... 혹시 엄청난 고위급의.... 내 입에서 불만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렇다면 왜 너는.... "직접 풀어줄 수도 있었잖아. 그런 마법을 상대가 썼다는 걸 안다면." 그러나, 라 브레이커의 답은 너무나 무책임했다. 그는 단지.... "전에 너에게 모든 마법의 지식을 가르쳐주었다. 그대로 방어를 했다면, 꼴사납게 하늘에 뜬 채로 얼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화를 내려는 나의 입을 막으려는 듯, 화제를 돌리는 라 브레이커. "게다가..... 난 너에게 운명의 굴레를 씌우고 싶지도 않았고." "그게 무슨...."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꺼내는 검에게 뭐라고 하려는 순간, 아래쪽에서 느껴진 힘의 반응이 있었다. 혹시 셀인가. 아래를 쳐다본 내 눈에, 나를 동생처럼 사랑해준 여인 의 모습이 들어왔다. 하지만 저것은..... "서, 설마 !" 마법사들이 아까 모나드의 안에 끌려들어갔었는데.... 그녀도 혹시? 셀의 주위에 생 긴 불꽃으로 인해, 그녀의 몸이 타오르듯 감싸여 있었다. 이건.... 설마 그녀까지 도.... "마법의 계약은 해지된 것이 아니었어?" 전에 분명히 그녀가, 마법 계약을 해지하는 주문을 외웠다고 들었었는데? 그런데 어 째서 그녀가 저런 현상을... 모나드라는 녀석, 혹시 아무나 빨아들이는 괴물이었던 가? 그렇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나는 이렇게 멀쩡한 거지?" 검이 나를 보호해서 그렇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아까 시공마법에 걸렸을 때 조차 도.... 그는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지 않았었다. 그렇게 매정한 녀석이 어째서 지금은.... 게다가 검에게서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 "결국 그녀는 패배하고 말았군." "무슨 소리야 !" 계속해서 영문도 모를 소리를 지껄이는 라 브레이커. 내가 구체적인 질문을 입밖으 로 꺼내놓기도 전에, 셀은 바다로 떨어지는 제논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그녀의 오른 손에 제논의 발목이 잡혔다. 제논을 들어올리는 그녀. 그리고 그녀는...... 푸학. 자신의 손으로 제논의 심장을 잡아 뽑았다 ! "무슨 짓이야 !" 아무리 적이라지만, 이미 죽은 사람의 심장을 뽑아버리다니. 아직도 따뜻한 제논의 가슴에서, 피가 솟구쳐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피로 머리칼이 붉게 된 셀이, 광기에 찬 눈으로 제논의 머리를 잡는다. 설마. 그 다음에 그녀가 하려는 것은... 나는 말 리 려고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이다. 푸학. 제논의 머리가 몸에서 뽑혀버렸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제논의 머리를 오른손에, 그 의 심장을 왼손에 든 채로, 셀은 잔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계속 - 후기)드디어 나오는군요. 제가 감추어둔 이야기가. 지금은 이 말밖에 못할 것 같습니 다. 이제 슬슬, '그 이야기'를 해야 할 시점이 되었군요. 주문마법이란 것의 본질을 . 자세한 건 내일부터 이야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설명해드릴수가 없지만. 그 럼, 내일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21 조회수 : 89 공룡 판타지 21-422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3) "어째서 저런 짓을?" 그가 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가 조금 전까지 내 목숨을 노린 자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어쨌든 그녀의 제자였다. 아무리 그가 나, 자기 자신의 동생을 노린 적이라고 할 지라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필요까지는 없 었다. 비록 나라면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나의 과거를 암흑으로 물들인, 사 악한 존재였으니까. 그렇지만, 그것이 자신의 제자를 저렇게 무참히 살해해도 좋다 는 뜻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셀....." 그녀가 비록 손이 거칠기는 하지만, 자기 제자에게도 저런 짓을 할 정도로, 무정한 인간은 아니었다. 비록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해도, 나 같은 둔한 여자조차도 느 낄 수 있을 정도로 다정한 사람. 그저 과거에 잃어버린 자신의 동생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성심성의껏 언니로서의 도리를 다해준 사람. 그런 사람이 저런 짓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될까. "크크크크크." 게다가 저 웃음소리는..... 과거에 세계에 파멸을 가져온 지하의 붉은 괴물을 연상 시켰다. 비록 전설에서만 전해져내려오는 괴물이긴 하지만, 과거에 오시언의 생물의 96%가 사라져버리게 만든, 엄청난 위력의 괴물의 숨결을 떠올리게 했다. 나의 다정 한 언니의, 나의 착한 누나의 미소와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그 볼은 창백해져 있 고, 그 위로 제논의 몸에서 터져나온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핏 속에서 빛나는 붉 은 눈이, 섬뜩함을 더해주었다. "저게 어떻게 된 거야 ! 라 브레이커 !" 아무리 내가 멍청하다고 해도, 저게 정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설령 바보같다는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이번만큼은 검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단순히 저 거대한 알에 빨려들어가는 것이라면, 이렇게 불 길 한 예감은 들지 않는다. 이것은.... 이것은..... 자꾸만 나를 덮쳐오는 절망적인 미 래의 모습..... 그리고 그 확인. "저것이 바로, 그녀가 말했던 족쇄라는 거다." 속박이라고? 저런 괴물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그녀의 운명이었다는 것인가? 검에 게서 긍정의 파동이 나온다. 보통때보다 더 무거운, 그러한 느낌이. "저런 게..... 그녀의 족쇄라고....." 셀, 아니 붉은 눈의 여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살인자의 눈을 보는 것 같은 냉 기가, 그 눈에서 내게로 전해져온다. 몸이 떨린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거야."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건가." 드워프들의 위기대책반장인 아이기스가 되물었다. 하지만 누구도 답을 내리지는 못 한다.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에 포함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다만 이것은.... "저 거대한 알..... 자료에 없나? 과거의 기록을 되짚어봐. 혹시 저것이....." '알'의 의미는 모두 알고 있다. 고대에 드워프들이 만들어냈다가 봉인해버린 오시언 전체를 총괄하는 규모의 거대한 마법 시스템. 모나드라고 불리기도 했던, 고대 문명 의 정수. 그러나, 그 위에 떠 있는 두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한 상태였다 . 그들에게는.... "저 여자, 전에 우리 도시에 왔던 여자야. 어째서 저기에 가 있는 거지?" 어느새 중앙통제소로 들어온 프레일이, 아이기스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별 의미없는 질문일뿐. 아이기스 역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을 뿐이다. 잠시 이어 지 는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깨는 목소리. "나왔습니다. 저 여자들은..... 한 사람은 쥬린 제국의 신임황제이지만 지금은 부재 중이라는 미나르 황제. 또 한 사람은 제국의 수석 마법사로 있는 애스터 누스라고 하 더군요." 중앙통제실의 거대한 전면 화면에, 두 사람의 모습이 확대되어 비추어졌다. 두 사람 의 얼굴 부분이 더욱 확대되었고, 그들에 대한 자료가 옆에 하얀 글씨로 표시되었다 . [쥬린 제국의 신임 황제이자,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인 미나르 쥬린 공주] "뭐라고?" 자신이 과거에 술을 나누기도 한, 그 여자가 그런 사람이라는데에도 놀라기는 했지 만, 그보다 더욱 놀란 것은, 그녀 옆에 떠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피로 얼룩진채 허공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모습은, 결코 호의적인 것이 아니다. 게다가. [미나르 공주의 심복이자, 그 후견인중 한 사람인 궁정 수석 마법사 애스터 누스] '저게 후견인이라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소녀의 얼굴은 신뢰대신 불신이, 호의대신 적의가 넘쳐 흐르고 있었으니까. 상대의 볼을 타고 흐르는 핏방울처럼. 그 피가 마법사의 가슴을 적시고, 바다를 향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 피는 조금씩, 끈기를 더해가고 있 었다. 투두둑. "뭐야 !" 정찰기의 눈을 통해 보내진 화상은, 그들이 결코 구경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투두둑. 투두둑. 곤충은 자라나면서 껍질을 벗어버린다. 그 껍질이 그들의 성장에 장애가 되기 때문 이다. 인간의 피부와는 달리, 곤충의 껍질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그 자신의 생명을 보 호하는 동시에, 몸의 성장을 막는 감옥의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벗어버리고 새 껍질로 갈아입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곤충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 새 로운 껍질은 연한 상태로 있다가, 적당한 크기까지 자라나서 새로운 갑옷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 그런 모습을 보일 줄은.....' 내 눈 앞에, 그런 탈피의 현장이 있었다. 하늘에서, 한 사람의 피부가 마치 곤충의 껍질처럼 벗겨지고, 새로운 피부가 그 아래에서 자라나는 광경이. 하지만, 이것은 역 겹다. 이것은 부자연스럽다. 저건 원래 사람이었단 말이다 ! "으윽."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다. 당장이라도 외치고 싶다. 이것은 꿈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현실. 도망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이것은 차가운 현실이다. 내가 가장 바라지 않았던. "......" 이젠 할 말도 없다. 그저 내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는 수밖에. 도대체 그녀는 어디로 가게 되는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다. 내 앞의 붉은 덩어리로부터. 부욱. 우선 탈피는 얼굴부터 시작되었다. 머리카락과 이마의 사이가 칼로 자른 듯 찢겨져 나가고, 이마는 정중앙부터 다시금 찢겨졌다. 열십자 무늬를 만들면서, 머리의 피부 는 벗겨져나갔다. 그 피부가, 얼굴로부터 서서히 떨어져나가고 있었다. "악마의 탄생이군." 라 브레이커의 말이 희미하게 들린다. 하지만 난 움직일 수 없다. 설령 저것이 진짜 로 악마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도저히 움직일 수 없다. 저 변이의 광경이 나를 압도 한 것이다. 저 이상한 성장..... 그것이 내 눈에 가득차 보인다. 붉은 피의 범벅이. 부우욱. 머리의 피부가 벗겨지더니, 그것이 턱 아래까지 늘어져버렸다. 머리의 모습이 그대 로 드러났다. 근육과 피로 이루어진, 붉은 색과 하얀 색의 뒤범벅이. 머리의 혈관이 심장의 움직임에 맞추어 뛰고 있다. 심장 박동 소리에 맞추어서. 투툭. 그리고 그 머리는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피부가 아래로 벗겨지더니, 그대로 목 아 래까지 찢겨져버린다. 머리 전체가 마치 용암이 끓어오르듯이, 부글거리는 소리를 낸 다. 그리고 거품이 솟아나오듯, 검붉은 액체가 팽창해가듯, 머리가 부풀어올랐다. "크윽." 머리로부터 찢긴 피부가, 이제는 가슴을 향해 찢기기 시작한다. 그녀의 몸 전체에 붙은 불길이 잦아지면서, 이리저리 타버린 그녀의 옷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것은 이 미 옷이라고 부를수도 없는, 한낱 타버린 재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재가 바람에 실려 가고, 그녀의 몸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누구에게도 감흥을 주지 않는다. 단지, 죽은 자의 몸처럼 차가울 뿐. 부욱. 머리부터 시작된 피부의 탈피는, 이제는 양팔을 향해 진전되어 나갔다. 어깨와 팔이 피부에서 떨어져나가고, 마치 누군가가 잡아뜯는것처럼 피부가 찢겨졌다. 그리고 그 아래의 가냘픈 근육이, 내 앞에 드러났다. 붉은 피로 적셔진, 끔찍한 모습이. 두 팔 이 움직이더니, 자신의 피부를 잡아당긴다. 피부가 벗겨지더니, 팔로부터 떨어져 아 래로 낙하한다. 약간의 피와 함께. "으으." 내가 남자였다면 반해버릴만한 젖가슴도, 이제는 단순한 살덩어리에 불과하다. 아 니, 살도 아니다. 저것은 단지, 부서진 시체의 일부일 뿐. 그것이 그녀의 몸에서 떨 어진다. 피부와 함께, 가슴이었던 부분은 단지 쓸모없는 쓰레기처럼 아래로 늘어졌 다. 피부가 벗겨져나가면서, 가슴과 배의 근육이 드러났다. 더불어, 그녀의 피가 더 욱 더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심장이 한 번 뛸 때마다, 피는 아래로 폭포처럼 쏟아져내렸다. "그...." 그만두라고 외치고 싶었다. 저 피가 한 줄기 흘러내릴때마다, 나의 다정한 누나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듯 싶었으므로. 그러나 입을 열 수가 없다. 멈출 수도 없다. 평생동안 이렇게 두려운 광경을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변태 되 어가는 이런 모습을. 그 모습의 의미가 갖는 무서움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찌익. 그녀의 다리를 향해,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피부가 완전히 찢겨졌다. - 계속 - 후기)으..... 오늘은 극히 역겨운 장면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예정된 일이니, 이제 와서 삭제하는 것은 절대 무리로군요. 아무래도 이건.... 실제로 영화의 화면으로 봤 다면 절대 좋은 것이 아니었을 듯. 사람의 피부가 벗겨지고, 그 안의 근육과 피가 드 러나는 장면이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걸 안 쓰면 그 뒤가 나오지 않으니. 변하는 장면이 좀 기분나쁘지만, 다들 튼튼한 신경을 가지고 계시리라 믿고 있겠습니다.... (독자들이 욕하지는 않을까.... 염려되는군요) 그리고 오늘 좀 늦었지요? 제 개인 사정상.... 그리고 오늘 글이 잘 안 나가서 좀..... 하긴 이런 장면을 쓰는데 잘 나가면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군요. 푸우. 내일 은 또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는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22 조회수 : 173 공룡 판타지 21-423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4) 촤악. 살을 찢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피부는 몸에서 떨어져나갔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붉은 피로 뒤덮인 근육의 괴물이, 자신의 피부를 바다로 내던졌다. 약간의 피를 끌 면 서, 살이 바다로 떨어져갔다. 끈적끈적한 피를 흘리면서, 괴물은 나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이 더욱 선명히 빛을 발한다. "너....." 내가 한 말인지 그가 한 말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 말소리와 함께 셀의 몸에 변화 가 일어났다. 온 몸의 근육이 서서히 팽창하면서, 부풀어오른 머리에 맞춰서 몸도 부 풀어올랐다. 터져나가는 듯한 근육의 폭발이, 나를 숨막히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둥글게, 그의 온 몸을 감싸버리는 근육. 근육끼리 부 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투툭. 투투툭. 마치 붉은 알 모양으로 자신을 속박한 근육을 껍질로 한 듯, 셀은 잠시동안 움직이 지 않았다. 아니, 셀의 몸을 차지한 괴물은. 아니.... 과연 저것을 뭐라고 불러야 마 땅할까.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근 육의 알은 또다시 변화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욱 더 이상한 방향으로. 부욱. 괴물의 가슴이 찢겨지면서, 그 안에서 박동하는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점점 커지 는 심장의 박동이, 나를 더욱 질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살아있는 심장을 보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므로. 게다가. "다가오고 있어." 멀리에 있던 알이, 아까보다 더욱 다가와 있었다. 그 크기가 비슷하게 보여서 알아 차리지 못한..... 아니..... 눈 앞에 벌어지는 일에 압도당해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알의 크기는 무척이나 작아져 있었다. 색깔도 변해 있었고. "붉은 알....."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여태까지 먹어치운 마법사들의 것이겠지. 그 피가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그에 반비례하여 알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이제는, 아까의 크기의 백분지 일도 되지 않을 정도로 쪼그라든 알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 고 있었다. "크에에엑." 괴물의 기괴한 소리가 들리자, 알은 그 목소리에 반응하듯이 접근해왔다. 그리고, 괴물의 가슴의 구멍이 마치 거대한 입처럼, 크게 늘어나버렸다. 그 구멍 안으로, 알 이 서서히 자신의 몸을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붉은 핏덩어리가, 과거에 셀이었던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괴물의 몸 속으로. "크억. 크억." 괴물의 가슴의 입이 알을 조금씩 삼키기 시작했고, 그 몸은 사방으로 부풀어올랐다. 입에 사람의 팔다리가 매달린 형상으로 화한 괴물은, 알을 조금씩 조금씩 삼키고 있 었다. "도대체 저게 어찌된 일이야......" 드워프들의 거대 도시를 수호하는 위기대책반실에서, 모두들 경악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잇다른 난동, 그리고 일제히 시작된 소환, 그 뒤에 벌어진 저 알 의 부상과 인간의 변이과정. 그 모든 것이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 에. "저게 혹시....." 저 지점이 모나드라는 고대 마물을 봉인시킨 장소라는 점에서, 아이기스는 불안함을 억누를수가 없었다. 다만 그 불안감을 모두에게는 숨기고, 드러내보이지 않을 뿐. 만 약 저게 그 모나드라면....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바랬지만, 그의 바램은 헛된 것이 었고, 드워프들이 자료를 찾아내 화면에 비춰주기 시작했다. "역시 저 물체는 모나드입니다. 고대 문서의 기록에 따르면, 저것은 원래 모나드라 는 기계의 완성시 벌어질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실험 실패로 인해 문제가 되었을 때 즉시 봉인해버려서 저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젠장 !" 아이기스가 내리친 탁자가 부서져내렸다. 그러나 누구도 그것을 보고 놀라지 않았 다. 모나드의 이름을, 그들이 모를 리가 없기 때문에. 과거에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기계들 중 최악의 실패작인 모나드를, 어떻게 그들이 잊을 수 있겠는가. 잊고 싶은 과거라도 하더라도, 엘프들은 언제나 그 문제를 들먹거리면서 그들을 비난했다 . 비록 봉인시키는데 성공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 때문에 두 종족이 갈라진 것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그 일만 없었다면..... 비록 추구하는 바가 서로 다르기는 했어도.... 이렇게 따로 떨어져 살지는 않았을텐데....' 하지만 지금와서 과거를 들추고 싶지는 않다. 시급한 것은, 괴물을 파괴하는 것이므 로. 아이기스가 급히 프레일을 불러 물었다. 작은 화면에 프레일의 영상이 떠오른다 . "자네. 지금 당장 전투부대를 파견해줄 수 없나? 모나드가 완성되기 전에 저지해야 하는데....." 그러나 대답은 실망스런 것이었다. 프레일의 대답은.... "안 되네. 아무리 애를 써봐도, 변이 과정으로 보아 남은 시간은 고작 20초도 되지 않네. 정찰기 두 대를 자폭시키는 정도로는, 그 괴물의 주위에 쳐진 방어막을 파괴 하 지도 못하네." "젠장 !" 아이기스의 주먹이 허공을 휘둘렀다. 만약 정말로 고대의 기록이 맞다면, 그들이 모 나드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을 치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다고 저 괴물을 파괴한다는 보장도 없고.' 이대로라면 이 세계는 괴물의 발 아래 짓밟히고 말 것이다. 하지만,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그저, 모든 드워프들에게 비상령을 내리는 것 밖에는 없었다. 곧 드워프 들의 지도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게 되겠지만, 아무리 빨리 한다고 해도 저 괴물 이 움직이기 전에 군대를 만들어 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대로라면 저 여자 역 시..... "잠깐 ! 저 여자와 통화할 수 있겠나?" 한 가지 생각이 떠오른 아이기스가, 급히 정찰기를 원격조종중인 드워프에게 외쳤 다. 치직. 치치칙. '뭐야? 이건.' 난데없이 나를 향해 날아오는 전파. 지향성 전파라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도 않을 그런 전파가, 어째서 나에게 날아오는 거지? 그 양으로 보아 나에게 해로운 것은 아 니고.... '저 삼각형의 비행물체에서인데?' 공격을 한다고 하면, 굳이 이렇게 하지 않겠지. 게다가 이 전파 안에 든 말은..... '이건 전파가 아니야. 전파로 정신파의 흔적을 감춘 것 뿐이야.' 지향성 전파의 줄기 속에, 더 좁고 약한 정신파의 줄기를 집어넣은 것같다. 이 건.... 타인을 원격조종하는 것은 아니고... 설마 통신? 하지만 저들이 왜? '설마, 엉뚱한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 어차피 내 눈 앞의 괴물이 셀을 잡아먹은 이상, 더 나빠질 일도 없다. 나는 나를 향 해 오는 전파의 줄기를 감지해봤다. 내 감각이, 전파 내부의 말을 나에게 전해준다. '미안하지만 부탁 좀 하겠네. 급해서 격을 갖추지 못함을 용서하게. 당신 앞의 괴 물, 모나드를 파괴해줄 수 없겠나? 저건 아직 변태중이니, 지금 공격하면 녀석을 파 괴할 수 있을지도 몰라. 당신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니, 그럴 힘이 있을 거야. 상황 이 급해서 이 정도만 이야기하네. 제발 공격해주게. 곧 응원부대를.....' 이봐요.... 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면서 어째서 이런 말을..... 게다가 내가 공 격해도, 녀석을 죽일 수 있다고는 장담하지 못해요. 그런데 어쩌라고..... 망설이는 나를 향해 무언의 말을 던지는 라 브레이커. '일단 공격해라. 어차피 저건.....' 검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건 흔하지 않은데? 일단 손을 써보려고 하는 순간, 피 투성이의 손을 앞으로 내미는 모나드. 설마, 날 공격할 셈인가? 힘을 집결시켜 내 앞 에 방어막을 치려는 순간, 내 앞으로 피 흘리는 손을 내미는 괴물. 그리고 그 손에 서, 마법의 구슬들이 튀어나왔다. 저건 분명히 기초 마법인.... "마력 미사일인가?" 가장 기초적인 1레벨 마법 주문이기는 하지만, 상대가 괴물인 이상 얕볼 수는 없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방어막을 친 내게, 모나드가 그 미사일을 쏘았다 ! 한 손으 로 방어막을 지탱하고, 다른 손으로 또 다른 마법에 경계하여 힘을 모은다. 그러나, 미사일은 내 방어막 바로 앞에서 방향을 틀더니, 두 대의 비행체를 향해 날아갔다. 비행체들은 급히 방향을 선회하여 도망치려고 했지만, 미사일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 졌다. 그리고. 파직. 구슬들이 비행체와 부딪쳤다. 삐..... "통신이 두절되었습니다 !" 정찰기에서 보내어지던 화면이, 갑자기 어두운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아이기스도 프 레일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정찰기가 당했나." 그리고 그 확인 역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마 모나드가, 전파의 내용을 눈 치채고 공격을 가한 것이겠지. 결국, 잔꾀는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인가..... 아 이 기스가 이를 악물더니 일어서서 명령했다. "모든 드워프들에게 알려. 지금부터 전시 체제에 들어간다고. 녀석은 분명히, 자신 을 만들었다가 봉인시킨 우리를 먼저 공격해 올 것이다. 모든 성인 남녀드워프들에게 무장을 시키고, 전투병기를 최대한 동원, 생산하도록. 전투할 수 없는 드워프들은 대 피시키고." - 계속 - 후기)이상하게... 넘어갈 듯 넘어갈 듯 하면서도 다음 이야기로 안 넘어가는군요. 하 긴..... 명색이 하이텔 시리얼란 연재작중에서도 '초장편' 소리를 듣는 이야기인 데... 쉽게 끝나진 않지.... 물론 분량은 그렇게 많다고 여기진 않지만. 요즘은 메일에 버그가 발생했는지..... 도저히 볼 수도 없는 신세군요. (으이 그.....) 설마 메일 보내신 분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막히니까 상당히 기분나쁘 군요. 어서 회복되어야 할텐데..... 더 할 말이 있을 법도 한데.... 막상 후기 적으려니까 다 까먹어버렸다는..... 황당 한 상황이 되었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23 조회수 : 60 공룡 판타지 21-424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5) "알겠습니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지 않다면, 그가 그런 중대사안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드워프들 사이에 모르는 자가 없을 만큼 유명한 모나 드 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사후승인이라도 받 을 필요는 있었다. "모든 원로 드워프들에게 알리도록. 지금 상황을 상세히 보고하고, 전시 체제 선포 를 승인받아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모든 것이 결정되고, 드워프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안을 일단 정리하고, 의자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본 아이기스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하필 자신이 이 자 리에 있을 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절대로 원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자신이 과 거 의 역사를 공부했을 젊은 시절, 모나드의 이야기를 듣고는 중얼거린 말이 떠올랐다. "그런 괴물과 같은 시대에 살지 않아서 다행이야." 원래 모나드가 만들어진 목적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그 당시의 마법은 중간 처리과정이 너무 복잡해서 지성을 가진 존재조차 제대로 배울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처리과정을 모두 기계에게 맡기고 간단한 몇 마디의 명령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모나드였다. 사용할 마법을 격식에 맞추어 말하면, 모나드에서 그 명령을 수신해서 에너지를 변환시켜 마법을 완 성, 드워프에게 전달해주어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의 것이었는데.... '어디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원인 모를 사고로 모나드가 이상작동을 일으켜, 수많은 드워프들을 빨아들여 성장하 기 시작했었다. 그때의 드워프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동력원을 강제로 자폭시켰고, 그 일로 인해 엘프들, 고대의 마법을 배우던 자들은 드워프들과 완전히 갈라서버렸 다. 두 종족의 분리의 기원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드워프들로서는 수치인 역사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그런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기 위해 역사에 명시해둔 것이 었는데.....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는 건가.' 분명히 동력원은 파괴되었고, 본체의 두뇌 회로를 분해시켰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그것이 되살아났을까. 결국 자신들은,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인가.... 드워프들의 앞날이 염려되었지만,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그 악몽은 더욱 커져만 갈 뿐이다. "원로 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 아이기스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든 것을 알리기 위해서. "뭐야. 날 공격하려던 게 아니었나?" 내 앞으로 날아오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린 마력 미사일의 궤적을 보면서, 나는 셀에게 물었다. 아니, 셀의 몸을 먹어버린 괴물을 향해서. 붉은 근육이 심장 박동에 따라 뛰는 모습은 차마 쳐다보기도 싫었지만, 그래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것 이 사실이기에. '대체 무슨 속셈이지?' 어째서 저 괴물은 비행체를 향해 공격한 것일까. 아마 드워프들의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 그들을 적대시할만큼 자신의 힘을 믿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다른 목적으 로? 그렇지만 지금은 사색을 할 시간이 아니다. '언제 날 공격할지 몰라.' 내 허리에 달린 검을 믿고 있다가는,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겠다. 일단, 녀석이 알 을 자신의 체내에 다 흡수하기 전에 도망치던가.... "도망치지 않는 게 좋아. 미나르." 저, 저 녀석.... 사람의 마음을 읽어낸 것인가. 그런 것도 막아주지 않다니.... 정 말 너무한 검이다. 이런 게 뭐가 전설의 검이란 건지.... 그런 나를 향해 자신의 말 을 꺼내는 괴물.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줘. 난 모나드, 모나드라고 부르면 돼." "정말인가?" 여태까지 그런 이름으로 불린 괴물과는 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저 녀석의 이름도 모나드인가? 그렇지 않으면, 저 녀석이 진정한 모나드인가? 고개를 끄덕이는 피의 괴 물. "내가 모나드. 전에 있던 것은 단지, 날 가두기 위해 드워프들이 고안해낸 인형일 뿐. 내 두뇌의 일부를 분리해서 이식한 것이, 전에 네가 모나드라고 부르던 존재." 기분나쁘다. 한 번 말할때마다 그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있자면, 구역질이 나 올 것 같다. 꼭 상한 고기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 같아..... 게다가 그 몸이 전에는 나의 언니였다는 사실에..... "곧 내 몸이 완성된다. 그러면 제대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부욱. 거대한 알이 드디어 녀석의 체내로 다 들어가버렸다. 어떻게 해서 저게 가능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녀석의 가슴의 입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서, 알을 모두 삼킨 것만은 사실이다. 괴물의 가슴이 닫히고, 서서히 피부가 자라나기 시 작했다. 바다로 떨어지던 핏줄기가, 피부에 가려지면서 멈추었다. 부웅. 무방비상태의 몸을 가리듯이, 황금빛 노을이 더욱 강해졌다. 그리고 녀석의 몸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내 눈으로부터. 황금빛의 알. 내 눈앞에 떠 있는 것은, 마치 여신의 알을 연상케하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그 실체 는 무엇인가. 차디찬 진실은 나에게 무슨 답을 보여줄 생각인 걸까. "그건 네가 과거를 얼마나 직시하느냐에 달렸다." 라 브레이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과거? 과거? '과거라.... 그러고 보니 나의 과거는..... 이젠.....' 저 괴물의 과거가 어찌되었든 간에, 나의 과거는 과연 어떨까. 세이브도 셀도 사라 져버린 지금, 나의 과거를 알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과연 내 곁에 있을까. 아니 다. 전혀 없다. 적어도 내 옆에는 한 명도 없다. 저 멀리 유로 제국에 있는 사람들 중 몇 명은 그걸 조금 알지 모르지만, 그것은 완전한 것이 아니며, 완전한 이해도 아 니다. 내가 말해준 몇 조각의 과거만을 기억할 뿐. 그리고 그 과거조차, 나의 말재 주 가 없는 탓에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 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준 사람은, 세이브와 셀, 그리고.... "언니 !" 언니? 설마 그녀가 여기에? 하지만 어째서 그녀가? 환청을 들은 것인가? 그렇지만 그것은 환청이 아니었다. 새하얀 머리카락을 빛내며 날아온 엘프의 모습이 내 눈동자 에 들어왔다. 비록 머리색은 다를지언정, 그녀의 얼굴은 내가 아는 어느 한 소녀와 같은 얼굴. 그 얼굴의 주인공은... 그 이름은..... "아르메리아 !" 과거에 나를 알고 있던 사람중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이 지금 내 앞에 떠 있 었다. 그것도 환상이 아닌 실체가. 어떻게 이곳에 왔을까. 그렇지만 그런 건 아무래 도 좋다. 지금으로선, 내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위험해 ! 멀리 떨어져 !" 상대가 워낙 알 수 없는 괴물인 이상, 나를 이해해준 사람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싶 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에게 행한 나의 과실을 바로잡기 위한 조그마한 보 상이기도 하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내 옆으로 날아들었다. "언니. 다친 곳은?" 비록 내 생명력이 정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안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그녀 가 걱정해줄 자격이 내게 있는 것일까. 그녀는 과거에 남자였던 나를 사랑했었고, 그 때문에 큰 상처를 입은 몸인데. 그녀의 마음을 다치게 한 나에게, 그녀의 걱정스런 눈빛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러나 그녀는.... "걱정하지 말아요." 내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자신의 이마를 가져다 대는 아르메리아. 언제나 했던 서 로간의 대화방법이다. 그리고. '만약 사랑이 소유를 뜻하는 거라면, 언니는 나에게 상처를 준 것이겠지요. 하지만 사랑이 만약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라면.....' 너무나 온화한 그녀의 마음에, 나는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녀의 의연함이 너무나 가슴아프기 때문에. 아직 나는 그녀에게 그런 감정을 품은 것인가. 그러나 그녀 는.... '언니가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저는 족해요. 비록 우리가 맺어지지 못하더라도 그것 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언니가 좋은 사람을 찾아 결혼하고, 저도 좋은 엘프를 만나 맺어진다면, 그래서 우리가 서로의 행복을 찾아낸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할 거에요.' 아르메리아. 그렇게까지.....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주다니.... 자신도 고통스러울 텐데 나를 위해 그런 말을..... 그러나 그 다음의 말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버 렸 다. "그러니까 무조건 행복해져야 해요 ! 이렇게 마음먹기까지 얼마나 걸렸는데. 행복해 지지 않으면 가만 안 둘 거에요 !" 거의 협박에 가까운 말로 나를 위협하는 그녀의 얼굴이, 무척 귀엽게 보였다. 아마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르메리아. 그렇지만.... 왠지 모르게 부담이 되 는 듯한 느낌인데.... 이건..... 그걸 본 그녀가, 작게 미소지었다. 작지만, 내가 볼 수 있는 정도로. "하긴, 언니 얼굴을 보기 전에는, 그저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막상 보니까 불 평할 생각도 없어지네요. 언니 역시 저처럼 고민해왔다는 걸 알게 되니까......" 상대의 마음을 본다는 것은, 때로는 곤란한 일을 부르지만, 이럴때는 유용하기도 한 법이다.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인 경우에 한해서지만. 아르메리아가 나를 향해 화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무조건 살아남아야 해요 ! 살아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걸 보여 줘야 해요 ! 언니 !" "응." - 계속 - 후기)아르메리아의 귀환. 이제 정말 이야기가 끝을 향해 다가가는군요. 다만..... 상 대가 너무 터무니없는 괴물이라서 문제이긴 하지만. 오늘 연재분에서 모나드의 기원이 약간 나왔습니다. 곧 모나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올 차례로군요. 엘프 마법에 대해선 좀 길게 설명을 했는데, 어째서 주문 마법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하셨을 겁니다. 제가 왜 두 개의 마법을 구분해두었는지. 이제 곧 설명이 나올 겁니다. 앞으로 나올 연재분에서.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24 조회수 : 1 공룡 판타지 21-425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6) 그렇게 대답하면 문제는 간단하겠지. 그렇지만, 그렇게 웃음을 짓는다고 해도 문제 는 해결되지 않는다. 아르메리아가 말로는 그렇게 부드러운 빛을 띄고 있어도, 속마 음은 아직 내게 보여주지 않는다. 지금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녀가 가면을 쓴 모습뿐. '역시 아직도 화나있어.' 그녀의 속을 볼 수가 없다. 내가 라 브레이커에게 배운 대로 상대의 마음의 파동을 느끼려고 했지만, 아직은 그게 보이지 않는다. 내가 미숙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녀 가 아직도 화를 내고 있기에 그런가....... '잠깐.' 엘프가 거짓을 말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던가? 적어도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종족 으로서, 거짓말은 그 품성 자체에 어긋난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거짓 영상인 걸까? 그렇지 않으면 나 자신이 만들어낸 망상에 불과할까. "!" 그러고 보니, 그녀의 정신파동은 보이고 있지만, 그녀의 실체는 느껴지지 않는다. 생명의 힘은 그녀와 동일하지만, 저 멀리에 비춰진 또 하나의 생명의 파동. 아르메리 아와 완전히 동일한 생명의 파동. 그렇다면...... "속임수를 쓴 건가? 모나드." 그와 함께, 아르메리아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황금빛 알이 다시금 내 앞 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와 동일한 환경이지만, 단지 그녀만이 사라진 허공이 보인 다. "아까 제논의 정신파를 내게 보낸 답례야." 다, 답례? 그렇다면, 아르메리아의 모습은 그가 만들어낸 환상? 황금색 알이 폭발하 듯 빛을 뿜어냈다. 내 앞에 강력한 방어막이 쳐진다. 나 자신의 생존 본능에 의해서 인가. 아니면 내 안의 공주님의 힘에 의해서인가. 빛이 수평선을 가렸다. "시작되었어. 아주 안 좋은 일이." 금속으로 만든 갑옷을 착용한 채, 나는 멀리 동쪽을 바라보았다. 엘프들이 모두 긴 장한채로, 그녀와 같은 방향을 향해 눈을 돌렸다. 저 멀리에서 비춰지는, 거대한 힘 의 느낌. "자. 이제 우리는 저 곳, 초대양에서 일어난 일을 확인하기 위해 출발하겠습니다. 라가니아, 마르렐라. 출발하죠." 나와 마찬가지로 갑옷을 걸친 두 엘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출발할까.... "나도 가게 해 줘요. 언니." 설마.... 이 아이가...... "아르메리아 !" 안색이 창백하고 몸이 비쩍 마른 아르메리아가, 나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하지만. "안 돼. 그 몸으론 무리야. 아직 넌 상처가....." "괜찮아요 !" 비록 아르의 안색이 창백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 애는 아직 시공마법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그러면서 과연 위험한 곳에 데려 가도 되는 것일까. 아르의 얼굴을 보아서는, 도저히 데리고 갈 수가 없었다. "안 돼. 넌 여기서 쉬고 있어. 느낌이 심상치가 않아." 마법사들이 일제히 날아간 곳에 무엇이 있을까. 그들이 모두 모여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하기에는, 모이는 방식이 너무나 요란했다. 마치 '지금 수상한 짓을 하러 간 다'는 식으로 사방팔방에 외치고 다닌 꼴이다. 그런 식으로 음모를 꾸민다는 것이 가 능한 것일까. '당연히 다른 원인이 있어. 하지만.....' 과거에 동력원을 잃었다고 전해지는 모나드가 부활할 리는 없겠지. 지금 마법사들의 수준으로 레벨 10의 마법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는 것도 불가능할테고. 물론 아르 의 말대로라면 그런 마법사가 한 사람 출현했지만, 그 마법사가 정말로 모나드의 힘 을 빌려 마법을 사용하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무어라고 해도, 드워프들이 만든 마 법 근원체가 모나드뿐인 것은 아니니까. '아마, 자아가 없는 다른 마법근원체일거야.' 그러나, 10레벨 마법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 마법을 완성시킬 수 있는 마법 근원 체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그 괴물, 자아를 가진 마법 근원체 모나드. 그 괴물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절대로 완성시킬 수 없는 것이 10레벨 마법이었다. 그리고 그것 은..... '그거야말로 인간이란 종족의 종말이야.' 지금까지는 자아가 없었기 때문에, 마법 근원체들은 단지 편리한 기계로서의 역할만 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만약 자아가 있는 근원체가 나타난다면, 과연 그러한 봉 사 만을 거듭하고 있을까.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 힘을 쓰지 말라는 보장이, 대체 어디 에 있다는 말인가.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가 메워질 것 같지만, 그 모든 것은 현장에 가 봐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르. 넌 여기 있어. 혹시 모나드가 되살아난 것이라면....." 아르가 말한대로 10레벨 마법사가 존재한다면, 그럴 가능성도 희미하지만 존재했다. 다만, 파괴된 동력원을 어떻게 수리할 수 있었는지는 심히 의심스러운 것이었지만. "자. 모두 가요. 마르렐라. 라가니아." 우리 셋의 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 뒤에. "아르 !" 그 애가, 만류하는 엘프들의 팔을 뿌리치고, 우리를 따라 날아오른 것이다. 아르가 우리 뒤를 따라오며 외쳤다. "나도 가 봐야 해요 ! 저 곳엔.... 저 곳엔....." 누군가를 보고 싶다는 마음. 비록 그 마음이 억지로 파괴되어야 하지만, 그래도 남 은 한 가닥의 아쉬움이, 그녀의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이룰 수 없는 희망에 안타까 워하는 그 애의 슬픔. 그것을 본 나는 차마 아르에게 내려가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 그럼 조심해서 따라와. 위험하면 도망쳐." "네. 오파비니아 언니." 우리들은 동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지지지직. 강한 파동이 한 차례, 나와 내 주위의 공기를 휩쓸고 지나갔다. 조금 몸이 흔들리기 는 했지만, 공격 마법이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드디어 완성되었군. 모나드가." 라 브레이커의 말이 들려왔다. 모나드라..... 이 녀석, 전에 괴물의 실체를 본 적이 있기라도 한 건가. 어떻게 그런 걸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지? 하지만 지금은. '어떤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났을까.' 배에 입이 달리고, 이빨이 날카롭게 자란 기형의 근육덩어리? 그게 아니면 끈적끈적 한 피로 뒤덮인, 거대한 젤리 덩어리일까? 그것도 아니면.... 얼굴을 가린 팔을 치 우 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앞에 놓인 괴물의 모습은. "세.... 셀?" 생전의 셀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는 여성의 모습이, 내 앞에 있었다. 기껏해야 차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옷을 전혀 걸치지 않았다는 정도일까. 아까의 괴이한 핏덩어리하고는, 너무나 그 모습의 차이가 컸다. 머리카락으로 알몸을 가린 모습은, 생전과 비교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 대체 아깐 왜 그런 흉한 몰골을 한 거야?' 셀과 똑같이 변할 생각이었다면, 대체 피부는 왜 벗겨졌으며, 그 기분나쁜 근육의 성장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던가. 차라리 허탈하기까지 한 그녀의 변신에, 맥이 풀리 는 것 같다. 이래가지고는 싸울 의욕도 나지 않잖아. 하지만. '아까처럼 속임수일까?' 바로 조금 전에, 아르메리아의 모습으로 날 속인 녀석이다. 지금도 그렇게 하지 않 는다고 누가 장담을 하겠는가. 그러나 내 앞에 놓인 자의 모습은, 환영이 아니다. 환 영이라면..... '그렇다면 뭔가 에너지의 비정상적인 흐름이 느껴져야 할텐데.' 정신마법에 의한 속임수라면 정신파가 느껴져야 한다. 그러나 속임수로 간주될만한 파동은 없다. 빛을 조작해서 환영을 비추고 있다면, 당연히 그 빛의 흐름이 감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거 환영이냐?' 만약 환영이 아니라면, 라 브레이커의 말은 내 예상대로겠지. "그런 시시한 걸로 날 시험하지 마라. 저건 진짜 모습이다. 다만 겉모습만 그렇다는 거지만."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군. 저 퉁명스러운 말투를 보면. "그래서? 단지 그런 의심이 가기 때문에 전시체제를 선포한 건가? 아이기스." 원로들의 반응은 역시 느리긴 하다. 간신히 드워프 원로들을 불러 사후 승인을 받으 려고 했지만, 그들은 쉽사리 위기상황임을 깨닫지 못하는 듯 하다. 그러나 아이기스 로선,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상대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 었 으므로. "그렇습니다. 정찰기에서 보내온 영상을 보셨지 않습니까. 마법사들을 먹어치우는 괴물의 행동을. 그것은 우리의 과거기록대로라면, 모나드라고 생각됩니다." 중앙의 입체영상에, 붉은 피를 흘리는 알이 마법사들을 빨아들이는 장면이 보였다. 모두들 침을 꿀꺽 삼켰지만, 분위기는 그의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나드라면 전설상의 존재. 그 괴물이 만들어진지도 벌써 몇 백만년이 흘 렀는지 모르네. 그런데, 이미 그 당시에 동력부를 파괴당해 기능이 정지된 괴물이 다 시 살아났다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게다가." 오르기(Orgy : 주연(酒宴), 혼돈으로의 회귀)가, 아이기스의 말을 부인하듯이 물었 다. 자신의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그는 아이기스에게 되물었다. - 계속 - 후기)한 번 글 쓰려면 피로해지는군요. 게다가 진도는 전혀 나가지 않고... 이래가지 고서야 언제 싸움을 그리게 될지..... 고작 변신 장면까지만 그리면 하루 연재분이 다 되다니. 게다가 그만큼만 쓰는데도 하루는 족히 걸리는 현실. 괴롭군요. 슬슬 모나드에 대해서 나오는군요. 주문 마법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것이지만..... 그리고, 마르렐라에 대해 설명을 하지만, 오파비니아나 라가니아와 같 은, 캄브리아기의 버제스 동물군(5억 3천만년전)에 속한 생물입니다. '레이스 게'라 고 불릴 정도로 모습이 아름답다지만.... 이름 붙이는 사람(작가....)의 사악함이 다 드러나는 듯 하군요. 왜 이름을 그렇게 붙이는거냐.... 고 하면 할 말이 없네요. 하 지만 40cm짜리 괴물 바퀴보다는 나을 걸요. 그건 이름도 그냥 '거대 바퀴'로 해 버리 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27 조회수 : 32 공룡 판타지 21-426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7) "설령, 저게 정말로 모나드라고 하더라도, 이미 동력부를 파괴당한지 오래네. 동력 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그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자네같으면, 수 백만년이나 돌 아가는 기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나. 아이기스." 그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아무리 드워프들의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그들이 만든 기계가 보수없이 1만년 이상을 견디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보통 그 정도의 세월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의 기계는 녹이 슬고 부품이 고장나 쓸모가 없게 된다. 물론 스스로 자기수복을 행하는 기계가 없는 것이 아니고, 모나드같은 괴물이라면 그 런 기능도 가지고 있겠지만, 그런 기능은 어디까지나 동력원이 건재할 경우에만 해당 되는 것이었다. 부서진 부품을 고치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고, 그것을 가공하여 적절한 부품을 만들어 갈아끼우는 데에는 당연히 동력이 필요했다. 부러진 다리뼈에 부목을 대려면 의사가 손으로 부목을 고정시켜야 하는데, 그 의사가 기력이 쇠약해 서 부목을 들 수 없다면, 치료는 불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펀(Fern : 고사리. 고독, 성실, 겸허)이 그 말을 뒷받침하는 의견을 냈다. 고대 드워 프의 조상들이 얼마나 그 괴물을 봉인시키느라 애썼는지를 잘 알기 때문에. "비록 여태까지 인간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하나같이 모 나드가 아닌, 다른 마법 근원체의 힘을 빌린 것들이네. 우리 조상들이 모나드 이후 로 얼마나 그런 종류의 기계를 만드는데 있어서 주의에 주의를 거듭했는지는 자네도 잘 알텐데? 게다가 그런 기계들조차, 이미 발전 가능성을 상실한 기계 조각들에 불과하 고." 그러나, 아이기스로서는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안전대책을 철저히 갖 춘 마법 근원체라면, 저렇게 마법사들을 흡수해버리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가 아는 마법 근원체 중에서 그런 반응을 나타낼 만한 것은 단 하나, 모나드뿐이다. 게다 가.... "세상일은 모르는 겁니다. 만약 모나드가 자신의 활동을 최소한으로 억제했다면, 그 기계는 자신을 알아보는 지혜로운 자를 만날때까지 생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과거에 우리 드워프의 조상들은, 별들 사이를 날아 다니는 배를 건조했다고 들었습 니 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서, 기계 자체의 동력이 끊어졌을 경우에 그 기능을 보존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해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 가...." "게다가?" 원로 중 하나인 로드(Rod : 지팡이. 힘, 권위, 위엄, 우주축)가 그에게 되물었다. 아이기스는 자신의 의견을 다시금 강조했다. "인간의 마법이 너무 오래동안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십니까? 마지막으로 마법 근원체를 만들었던 것은, 이미 수 만 년 이상이나 지난 과거의 일입니다. 게다 가, 그 동력도 이미 정지된지 오래입니다. 만약 아까 말씀하신대로 마법 근원체의 내 구성이 만 년이라면, 이미 인간의 주문 마법은 끊어졌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 째서 여태까지도 인간 마법사들이 계속해서 마법을 연구하는 거죠?" 그 말에, 모두의 심장이 얼어붙었다. 그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허점을, 지금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기스의 말이, 그들의 머릿속에 잠재된 공포를 일깨웠다. '만약 모나드가 살아있다면?' 모두의 얼굴이 원로중 가장 나이든 원로, 오이스터(Oyster : 굴. 우주적 생명의 정 의와 법을 의미)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의 긴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천천히 말 했다. "과연 아이기스, 자네의 말에도 일리가 있네. 확실히 마법 근원체들이 아직까지 가 동하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긴 이상한 일이지. 그렇다면....." 그가 아이기스를 바라보며 일어섰다. 가장 나이지긋한 원로이자, 원로회의의 의장인 그가 몸을 일으키자, 모두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원로의 입이 수염 사이에서 열 렸 다. "아이기스." "예." "자네가 가서, 문제의 괴물이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그 정체가 확실히 드러나지 않 은 이상 전시체제 발동은 허락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서 1급 경계태세는 여전히 유지하면 좋을 것 같네.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떠한지?" "그렇게 하지요." 비록 그들이 나이는 먹었지만, 그 나이는 결코 헛되게 먹은 것이 아니었다. 오늘 일 어난 일이 워낙 정상에서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그들로서도 상황을 알아보지도 않 고 경계를 풀 뜻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인간들처럼, 자존심 때문에 어리석 은 길을 택할 자들은 아니었다. 모두의 뜻을 알았다는 듯, 오이스터가 다음 말을 이 어갔다. "그럼, 아이기스에게 비행 전함을 한 척 내 줄 것을 제안합니다. 초대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볼 겸. 그리고 만일의 경우 전군을 동원할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게 모나드라고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만.... 만약 정말로 그곳에 있던 그 인간 아 가 씨의 눈이 정확하다면....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모두들 반론을 내지 않았다. 오이스터가 그들을 다시 둘러보더니, 결정을 내렸다. "그럼, 아이기스. 자네는 약간의 병력을 거느리고 가서 상황을 살펴보게. 신중하게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아직 상황이 명확하지 않으니 조심하도록." "예." 아이기스가 고개를 숙이고는 급히 걸어나갔다. 그의 등뒤로 마지막 말을 던지는 오 이스터. "신중하게. 인간들과 전쟁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이상, 섯 불리 건드려서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말게." 물론 인간들과 전쟁을 벌이면, 드워프들이 질 리는 없었다. 기술에서 그만큼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명분없는 전쟁은 엘프들을 자극해서 대전쟁을 유발할 우려도 있었고, 무엇보다 쓸데없는 피를 흘리는 것은, 그들 자신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 은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잘해주게. 아이기스." 회의실이 다시 어두워졌다. 셀의 모습을 한 괴물이, 눈을 서서히 떴다. 비록 겉모습은 나의 언니와 동일하지만, 그 안은 전혀 다른 존재. 적어도.... '난 셀이 가죽이 벗겨지면서 변신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 비록 그녀가 마법사로서 뭔가 고민하는 게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 이 괴물이 된다는 것이었던가? 적어도 그렇다면, 나에게 속을 털어놓고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하지 못했다. 나를 못 믿는 것이 아 니 면서도. '어째서일까.' 그녀는 자신이 이런 운명을 맞는다는 것을 내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도 이런 것까지는 알지 못했던 것일까. 그녀 자신이 이런 상황을 의도했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내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비록 오래동안 같이 여행한 것은 아니 었 지만..... 적어도 괴물이 되는 것을 자청할 여자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어머...." 드디어 괴물이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드디어 피를 뿜는 결전이.... 잠깐. 이게 뭐 야? "꺄아 ! 부끄러워 !" 뭐냐. 그 대사는. 전혀 괴물같지 않은 말이다..... 그와 함께, 내게 전달되는 정신 의 파동. '어머.... 나 이게 뭐야. 옷이라도 입어야겠네..... 어쩜.... 부끄럽게 이런.....' 나로서는 당장 정신공격이나, 아니면 마법주문, 또는 물리적인 공격이 날아들줄 알 았다. 원소마법? 정신마법? 시공마법? 그것도 아니면 더 강력한 무언가? 도망치고 싶 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상대의 의도를 살피고 있었는데, 나오는 말이 고작..... "꺄아 ! 부끄러워 !" 이 말이라고? 내가 맥이 빠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러나, 그러려던 나를 붙잡 은 것은,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다. '조심해 ! 저러면서 마법 공격을 하면, 대책이 안 선다고. 나 혼자서 경계하는 걸로 는 부족해 ! 상대는 궁극의 마법 근원체, 모나드란 말이야 !' 그 말이, 아까의 끔찍했던 모습을 되살려놓았다. 피부가 갈라지면서 피를 쏟아내고, 그리고 의식을 잃어간 셀의 모습이 내 눈동자를 가득채웠다. 잠시 눈을 감는다. 암 흑. 그리고 눈을 뜬다. 빛. 그리고 내 눈 앞에 떠 있는, 정다운 그녀의 모습. 그러 나, 그것은 이미 그녀가 아니다. 내가 알고 있었던, 대마법사이면서도 자신의 동생을 구하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런 그녀가 아니란 말이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소리친 다. '그녀'를 향해. "당신은 누구야 !" 물론 알고 있다. 정확히 무어라고 말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모나드라는 알을 흡수 한 마법사, 아니 셀의 몸을 차지한 무언가이니, 일단은 모나드라고 부르는 것뿐. 그 러나, 상대의 반응은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그것은. "흐흑... 언니에게 그런 말을 어떻게 하는 거니?" 괴물이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예상했었다. 괴물이 또다시 거짓말을 할 줄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괴물이 얼굴을 감싸고 흐느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괴물이, 괴물로 생각되는 여자가, 소리를 죽여 흐느낀다. "흐흑..... 너무해..... 너무해....." 너무하다는 말이, 나에게 비수처럼 파고든다. 날카로운 통증이, 내 가슴으로부터 번 져간다. 그렇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그렇게, 괴물로 변 이할 리가 없어. 인간이라면 적어도...... 나는 필사적으로 나 자신에게 외치며 다시 금 괴물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외쳤다. 증오스런 적을 향해서. "당신은 내 언니가 아냐. 아니, 당신은 인간도 아냐. 난 인간을 침식하는 괴물에게 언니라고 부를 만큼, 마음이 넓지 않아. 특히, 내 언니를 죽여버린 장본인에게는."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보는 그녀.... 아니, 셀의 모습을 빌린 괴물. 자. 이제 어떻게 나올까..... 그러나 그녀는..... "흑.... 난 이렇게 살아있는데.... 어째서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거야....." 아직도 나를 속일 셈인가. 괴물. 정말 뻔뻔스런 녀석이다. 그 입을 틀어막으려 면.... - 계속 - 후기)당장 마법이 튀어나오고 피를 흘리는 혈투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이, 이상 해져버렸다..... 제가 그럼 그렇게 금방 최종전투를 보여드릴줄 아셨습니까. 아직 해 결할 문제가 몇 개 남아있잖아요. 자. 문제는 문제고.... 어쨌든 토요일과 일요일에 쉬지 않았으면, 오늘 글 못 올렸 을 듯 하네요..... (애고... 개인사정상.... 팔 부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애고. 손이야. 팔이야.....) 이래가지고 언제 페이스 회복이 될 건지..... 머리 아프군요. 컴퓨터 수리 좀 하러 가는 바람에...... 그나마 토요일에 문제가 생겨서 다행이 지.... 만약 오늘 그런 일이 터졌으면...... 큰일날뻔했다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28 조회수 : 65 공룡 판타지 21-427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8)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잠깐. 녀석을 공격한다고 해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뭐가 있지? 난 아직 녀석의 정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지 않았는가. 내가 아는 것은 단지..... '녀석이 조금 전, 거대한 고대의 알을 흡수해서 변이했다는 것과....' 그 다음은? 내 눈앞의 저것이 모나드라고 불린다고는 해도, 과연 무엇이 그 실체인 지 내가 파악을 했다는 건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녀석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뿐 이다. 그리고. "당신이 내 누나... 아니 내 언니였던 셀이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지? 바로 조금 전에, 사람의 껍질을 벗어던지지 않았어? 인간이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는 여 겨지지 않아." 적어도 사람은, 성장할 때 피부를 벗은 후, 마구 부풀어오르며 피를 뿜어내지는 않 는다. 그게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게다가, 그런 거대한 알은 어디다 집어넣은 거지? 그러고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설 령 그 알을 어딘가로 이동시키는 마법을 걸었다고 할지라도. '굳이 그런 식으로 나올 필요는 없었다고.' 사람은, 몸을 마구 늘여서 도시만한 알을 먹어치우지는 않는다. 보통 인간이, 어떻 게 그런 기이한 변화를 보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상대의 말은 달랐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너도 인간이 아니잖아." "뭐야 !" 저게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어, 악행을 행하시겠다는 이야 기인가. 그러나 괴물의 다음말은, 예상치 못한 비수가 되어 나를 찔렀다. "증거를 대볼까? 네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증거를?" "대 봐." 도발에 넘어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런 망언을 듣고 그대로 웃어넘길수는 없었다. 나는 아직 수행이 부족한 것일까. 그리고 그런 방심은, 치명타가 되었다. 웃 으면서 나를 보고 말하는 괴물. "우선..... 네 허리에 매달린 그 검이.... 첫 번째 증거야." "뭐라고 !" 그래. 이 검이 전설의 검이니 뭐니 하는, 살인마 라 브레이커라는 것은 안다. 여태 까지 이 검의 주인이 되려고 한, 모든 사람들이 죽어버렸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 런 검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이, 어째서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는 거지? 괴물의 다음 대답은...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검의 크기와 무게야. 네가 검을 들고 휘두를 때, 넌 그 검의 도움을 받아서 휘둘렀니? 그렇지 않으면 너 스스로의 힘으로 휘둘렀니?" 괴물의.... 모나드의 손에 작은 영상이 생겨났다. 그 영상은 급속히 커지더니, 내 눈 앞에 커다란 그림을 그려내었다. 그 그림의 내용은..... 전에 내가 레드 테일 시 에서 드워프들을 만났을 때 겪은..... "네 손과 발은 너무나 가냘프고 섬세해. 그런 네가, 이 화면에도 나오듯이, 이런 거 대한 상자를 힘들이지 않고 들다니,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알기 론 이 상자의 무게는 어림잡아 200kg은 넘어. 그런데 마법을 쓰지도 않고, 어떻게 들었 지?" 화면에 나타난 건.... 거대한 상자를 들고 가볍게 던져올리는 내 모습이었다. 그때 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설마, 저게 정말로 그렇게 무거운 상자였단 말인가? '아냐. 속임수일거야.' 사람이 어떻게 200kg을 깃털처럼 다룰 수 있겠는가. 내가 라 브레이커를 휘두를 수 있었던 것도, 아마 검이 그 힘을 이용해서 자신을 가볍게 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팔이 강철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 무거운 물건을 내멋대로.... "자신을 속이지 마. 밀크. 그 말을 못믿겠다면, 다음 증거를 말해줄게." 나를 향해, 자신의 오른손을 뻗는 모나드. 마법 공격인가. 몸을 긴장시키는 나였지 만, 손가락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힘의 반응이 없는데? 하지만 그 손가락은 내 얼굴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째서지? 공격자세가 아니라면 왜? 그러나 그녀는.... "넌 어떻게 엘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엘프도 아니면서." 무슨 소리야? 그런 단순한 일을 가지고 왜 트집을 잡는거지? 사람이 엘프의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뭐가 잘못된 일이기에? 내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는 걸 보자, 모 나드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 쳤다. "아. 미안. 언니답게 친절한 설명을 해줬어야 하는데.... 못해줬네. 다시 말할게." 저 여자.... 정말 아까까지 끝없는 부풀림을 보였던, 그 피의 괴물이 맞나. 만약 변 이과정을 보지 못했다면, 속아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까의 그 붉은 핏자국 을 상상하면서, 간신히 동요하는 마음을 억눌렀다. 하지만. "넌 엘프마법이 어떤 건지 대충은 알고 있지? 마법을 내 도움이 없이, 사용자 스스 로 만들어내는 기술이라는 걸.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정말 깨닫지 못한거 니?" "무슨 소리야 !" 어째서 말을 돌리고 있는 걸까. 그러나, 모나드가 자신의 손을 아래로 내밀자, 붉은 바다에서 물이 끌려올라왔다. 피가 섞인 바닷물일까. 아까의 광경이 그대로 내 마음 속에서 되살아나, 나를 전율에 사로잡히게 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잡아먹고 변이하 는 그 모습은, 절대로 잊혀지지 못할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런데 어째 서..... 나에게 저런 식으로 대하는 거지? 게다가..... '날 일부러 설득할 필요는 없잖아.' 그냥, 마법 한 방으로 날 날려버리면 되는 게 아닌가? 아직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하지만 모나드의 태도 로 보면.... '그건 전혀 아니야.' 힘이 없는 존재라면, 적어도 내 안의 소녀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테니까. 하지만 내 안의 공주님의 마음은, 잠시라도 경계를 늦추면 그대로 죽음으로 이끌려간다고 외 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어째서 저런 식으로 나를 대하고 있는거지? 무엇 때 문에? "너, 날 그렇게 두려워하고 있니?" 웃음으로 다가오는 그 얼굴은..... 그 입술이 열리면서, 다시금 현혹의 마술을 걸기 시작했다. 달콤한 파멸의 술잔이 다가온다. 적인 나를 향해서..... "휴. 하긴 의심할만도 하지. 아까 그런 광경을 목격했으니. 하지만.... 그건 나중에 설명해주기로 하고, 일단은 네가 인간이 아니란 걸 증명해야겠지. 나처럼." "뭐야 !" 왜 내가 저런 괴물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는거야 ! 버럭 화를 낼 뻔했지만, 냉정 함을 잃으면 그대로 패배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상대의 수작을 경계하면서, 나는 모 나드를 노려볼 뿐이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그래.... 이 바닷물로 하는게 좋겠지.... 내가 그럼 질문 을 던져볼까? 밀크." 자신의 손에 물 한 방울... 아니 한 방울이라기에는 좀 큰 물의 구슬을 손바닥에 띄 워놓고, 모나드는 나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다정한 척 하는 목소리에 속지는 않는 다. "싸우려면 빨리 싸우자고. 말 돌리지 말고." "어머...." 쓴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팔을 내미는 그녀. 어째서 물방울을 내미는 거지? 마력의 구슬도 아니고, 그냥 순수한 물의 덩어리일 뿐인데. 그러나.... '뭐야?' 물방울의 모습이 한 순간 흐려지고, 그 안의 무수히 작은 알갱이들이 느껴졌다. 이 상한 구름덩어리같은, 기묘한 존재들. 언제나 엘프 마법을 사용할때에 느껴지던 것이 지만.... 어째서 저걸 나에게 보이는 거지? 정신적인 마법을 걸기 위한 술수인가? 그 러나.... "역시 너한테도 물의 분자가, 아니 지금은 각종 물질이 녹아있으니까 이온이라고 해 야 하나? 그런 존재가 느껴지는구나......" 그래서?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지? 모나드는 그 물방울을 서서히 앞으로 밀었다. 마 력에 의해 밀린 물방울이, 나에게 서서히 다가온다. 공중을 떠 다니는 구름처럼. 모 나드의 목소리가 따라온다. 어느새 그 목소리는 물방울을 추월하여, 내 귀에 들린다 . "이 작은 물방울 안에 물 분자가 몇 개나 들어있는지 알아? 1만개? 1억개? 아니야. 적어도 6뒤에 0이 23개는 붙어야 그 개수와 동일하게 된다고. 그건, 사람이 다룰 수 있는 개수가 아니지. 그 크기도 너무나 작고." 그렇게 많았나.... 평소에도 그게 좀 많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막상 숫자로 제시된 양은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지? 엘프들 역 시, 그 정도의 물질은 쉽게 다루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구나. 하긴..... 너에겐 어렵지 않은 일일테니까. 그렇지만 말 야." 그렇지만? 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나에게. "사람이 그 많은 수의 분자나 이온들을, 무슨 재주로 다룰 수 있다는 거지? 보통 사 람은, 10개의 단검을 마음대로 다루는 것도 힘에 겨워해. 아니, 2개의 검을 드는것 도, 힘에 겨워하기 마련이지. 사람은 한 방향으로만 자신의 정신을 쏟을 수 있으니 까." 그 말의 의미는.... 결국 내가.... "그런데 넌, 그 많은 수의 분자들을 쉽게 다루고 있어. 아니, 비록 쉽지는 않지만, 어렵게라도 다루고 있어. 엘프들이 그 정도의 수준에까지 이르려면, 말그대로 수백 년 을 수행해도 모자라. 일부 천재들만이, 백 년 정도에 그 기법을 익히지. 극히 드문, 천 년에 한 명 날까말까한 그런 천재 엘프만이 말이야." 백 년의 수행.... 백 년의 수행..... 백 년.... 그 기간의 의미가 나를 내리쳤다.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나....' 정말로 물방울 하나에는, 그렇게 많은 수의 '분자'라는 것이 들어있다는 말인가? 그 러나, 적어도 그 말에 거짓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결국 다룰 수 있다는 말이잖아." 미약한 반격. 그리고 강력한 재반격. "고작 두 달도 못된 기간의 수행만으로 말이니?" - 계속 - 후기)언젠가 나와야 할 문제가 나왔습니다. 엘프 마법이란 것을, 어째서 우리가 사용 하지 못하는가를 설명하려면, 이게 나와야 했겠지요. 사실.... 왜 엘프 마법을 이 세 계의 다른 사람들은 사용하지 못했을까요? 배울 기회가 없어서였을까요? 그건 아닙니 다. 다만, 평범한 인간은 넘지 못할 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벽에 대해 이야 기를 하게 되겠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29 조회수 : 67 공룡 판타지 21-428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19) 두 달. 확실히 나는, 엘프들의 마법을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기간에 익힌 것은 사실 이다. 하지만, 그것은 라 브레이커라는, 전설적인 마법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 다. 내가 특별히 인간이 아니어서 그런 마법을 익힐 수 있었다기 보다는, 검의 강대 한 힘에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했다. 그 러나, 상대는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엘프 마법 레벨 10은, 체외의 물질과 에너지를 자유로이 다루는 기법. 그것을 해내 기 위해서는, 우선 그 물질의 최하수준까지 내려가서, 그 근본을 이루고 있는 원자 와 분자를 자기가 느끼고, 그것을 마음대로 변형시키지 않으면 안 돼." 왜 저 괴물이 엘프 마법을 강의하는 거지? 주문 마법의 힘의 근원인 저 모나드가. 뭔가 어색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이유는 곧 그녀 스스로가 말해주었다. "내가 그런 힘을 얻기 위해서는,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분자변형장치가 필요 했어. 그런 기계를 만드는데만 드워프 수 십만명이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가 나오 기까지 몇 백년이 걸렸는지 몰라. 그런데...." 그런데. "그걸 넌 단 두 달만에 해치웠어. 엘프들도 익히려면 수 천년이 걸린다는 마법을. 극히 일부인, 선택받은 천재들만이 백 년만에 이룰 수 있다는 그런 마법을 단 두 달 만에." 그렇지만. "넌 자기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겠지? 라 브레이커의 강대한 힘과, 그 지식에 의해 그것이 가능했을 거라고. 하지만, 라 브레이커가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그 힘에 의해 단기간에 수많은 지식을 네 머리속에 주입시켰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변하 지 않는 것이 있어." 변하지 않는 것? "네가 그 마법을 사용할 때, 라 브레이커가 널 도와주고 있는거니? 아니면 너 혼자 서, 그 많은 수의 분자들을 다루고, 에너지와 물질을 움직이고 있니?" "그... 그건...." "그것이 바로, 너 자신이 그 마법을 손에 넣었다는 증거야. 그리고, 그걸 단 두 달 만에 해치울 수 있었다는 것이, 네가 인간이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지." "아, 아냐 !" "아니라고? 이 세상의 어떠한 마법도, 없는 능력을 타인에게 부여하려면 그 마법으 로 사람의 몸에 힘을 불어넣어야 해. 그 힘은, 단순히 물질이나 에너지가 아냐. 그 힘이란, 한 가지 능력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의 육체와 정신 자체의 개조." "인간의.... 개조?" 비틀거리는 나. 그리고 그런 나를 몰아붙이는 모나드. "만약에 사람이 마법에 대한 지식만 안다고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면, 마법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을 거야. 너도 생각해봐. 검술만 해도 그 렇잖아. 너는 단지 검법을 설명해둔 책을 외웠다고 해서, 책 안의 모든 검술을 마음 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 아니...." 과거에 내가 스승님에게 검술을 배울 무렵, 나는 검이 움직여야 하는 방향과 그 강 도를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동작을 틀리게 했었다. 가장 기본적인 기술인 찌르기와 베기만 해도, 나는 가장 간단한 내려치기조차 못해서 얼마나 꾸중을 들었는지 모른 다. 하물며, 마법이란 보이지 않는 힘을 다루는 기술. 여태까지의 내 경험으로 말해 도,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니. "게다가 엘프 마법 10레벨은 물질을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도 포함하고 있어. 단 1g 의 물질이 에너지로 변화된다고 해도, 그 힘은 작은 도시 하나 정도는 어렵지 않게 파괴해버릴 수 있어. 너도 이미 그 마법을 사용해서 잘 알 거야. 한 번이라도 힘을 조절하는데 실패한다면, 그 물질은 인간에게 극히 해로운 빛을 방출하여, 나 자신을 망가뜨린다는 것을." 과거에 그런 문제가 있어서, 라 브레이커는 나에게 10레벨 마법을 함부로 쓰지 말라 고 주의를 시켰었다. 그런데.... 그걸 왜..... 나에게 비수를 내리찍듯 말하는 모나 드의 마지막 일격. "그걸 단 한 차례의 실패도 없이,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니. 겨우 두 달만에 말이 야. 그것만으로도 넌,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가 없어. 도저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과거에 아라비 사막의 마을 촌장님이 했던 말이, 지금 내 머릿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때 그 분은..... "나도 과거에 정통 마법을 배워보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거든. 너무 오래걸려서 말이 네." 그 사막에서 검이 내게 한 말도 생각났다. 그건.... "네 몸이 보통 인간들과 같은 줄 아냐?" "엘프 마법을 익히려면 얼마나 걸린다고 생각하냐?" "엘프 마법이란, 사실 엘프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고대 마법의 지식 일부가 살아남 아, 그것이 엘프들에게 전승된 것이지. 하지만, 이 마법은 익히기가 쉽지 않다. 영혼 자체의 힘을 사용해야 하는 마법이 엘프 마법인데, 이걸 익히려면 우선 영혼 자신의 힘을 끌어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은 보통 100년은 걸린다." "넌 이미 처음에 나와 계약할 때부터 보통 인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 말이 전부.... 그런 의미였다는 말인가. 그럼 내 몸 역시, 사람의 것이 아닌 괴 물의 것이란 말인가. 충격을 받아 비틀거린다. 내 몸이 점점 아래로 가라앉아간다. 내가 여자아이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이상의 충격을 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 했었는데..... 나를 바라보던 모나드의 눈이 안쓰럽다는 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날 아 온다. "밀크 !" 나를 품어안는 그녀. 괴물이라고 인식하려고 하지만... 아니 이미 괴물이라고 인식 하고 있지만, 이젠 밀어낼 힘도 없다. 나 자신이 이미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 심하기 때문에. 어쩌면 나 역시, 인간이 아닌 다른 종류의 생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아니라고 말하려고 하지만, 그 믿음은 자꾸만 흔들리고 있었 다. 그 틈새를 파고들 듯이, 모나드가 나에게 속삭인다. "어차피 너도 나도 사람이 아니라면....." 그 속삭임은 달콤한 유혹. "우리끼리 싸울 필요는 없잖아." 거부하기 어렵다. 아니, 거부할 수 없다. 서서히 내 눈이 감기기 시작한다. "우리 말이야...." 이제 내 눈동자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모나드의 따스한 팔이 느껴질뿐. 그 팔이, 나를 감싼채 안아 올리고 있다. "멀리 가자. 멀리 가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평범하지 않은 존재라면, 인간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는 존재라면, 우리들끼리라도 사이좋게 지내자. 그렇게 한다면...." 졸음이 나에게 밀려온다. 그 아늑함에 굴복하고 싶어진다. 그래. 굴복하자. 굴복하 자. 굴복하자..... 서서히 의식의 문이 닫히려는 순간. "싫어 !" 누가 외친 건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목소리의 주인은 왠지 모르게 그리운 빛깔. 내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한다. 눈을 뜨기 전에, 내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큰 소 리를 막기 위해, 그 소리가 난 곳에서 떨어지려고 한다. 귀가 울리는 듯한 느낌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나를 따스한 품으로부터 떨어지게 했다. "밀크 !" 모나드가 외치는 것이 들렸지만, 그 목소리가 아니다. 그와는 전혀 다른, 처절하다 는 느낌. 고통. 절망. 후회. 그리고 탄식.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혼란스런 소리가, 내 귀에 울리고 있다. 귀를 막아도 소용없다. 멀리 떨어져도 소용없다. 그것은 내 머 릿속으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어딘가. 어딘가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수신받 음으로서. "살려줘." "으아아아. 제발..." "으아. 몸이 타들어가...." "어지러워. 여긴 어디...." "누가... 누가 도와줘.." 이루말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스런 외침. 그 중에 내가 아는 사람들의 목 소리가 들렸다. 여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 알베르트, 다운, 메, 마타리, 킬러 웨이, 카리나, 그리고.... 내가 잠시나마 누나라고 불렀던, 한 가엾은 영혼의 목소 리. "셀 !" 그 외침에 답하듯이, 내 마음에 들려온 그녀의 음성. 그것은 너무나 슬픈 목소리였 다. 또한, 너무나 작은 것이기도 했다. 그 애절한 울음이, 나에게 들려온다. "나를....." 자신을, 자신을 어떻게 해달라는 건가? 그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이젠 외 칠 기운조차 없다는 듯한 그 목소리. 하지만, 나는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히.... "나를... 죽여줘....." 하지만.... 더 이상 그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뭔가가 깨어져나가는듯한 굉음과 함께, 주위는 다시 어둠에 휩싸였으니까. 어느새 밤이 되었는가. 하늘은 별이 빛나 건 만, 내 마음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젠장..... 어떻게 된 거지? 아직도 의식이 있는 건가? 이 놈들이." 붉은 피를 사방으로 흩뿌리는 두 눈이 보인다. 아름다운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살기에 가득찬 눈. 그 눈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젠장. 거의 다 됐는데.... 역시 라 브레이커의 주인답군." 그 말의 의미는... 나는 한 가지를 깨닫고 외쳤다. - 계속 - 후기)레이니가 어째서 그 어려운 마법을 고작 두 달만에 익혔는가. 아직 안 나왔지 만, 곧 나오게 될 겁니다. 그 이유를. 그리고.... 판타지소설에서는 마법이 자주 나오지만, 한 가지 빠진 게 있더군요. 어 째서 우리는 마법을 쓸 수 없을까요? 소설의 주인공들은 금새 잘 배워서 잘 쓰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를 슬슬 설명할 때가 다가오고 있군요. 자. 우리는 어째서, 주문 을 외워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할까요? 한번쯤 궁금하게 생각하시지 않으셨나요? 슬슬 이 야기에 나올 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시길.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2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30 조회수 : 53 공룡 판타지 21-429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20) "역시 정신계 마법이었나? 정신마법으로 나를 현혹시키려고 한 건가?" 어쩐지 너무 다정하게 나온다 싶었다. 나를 죽이기 보다는,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이 려고 한 것이었던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녀석의 행동이 모두 이해가 간다. 어차 피 녀석이 내 편은 아니었었지만, 그래도 그런 말이 모두 거짓이라니, 은근히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너도 나도 사람이 아니라면....." 그 속삭임은 거짓된 친밀함. "우리끼리 싸울 필요는 없잖아." 그 속삭임은 음흉한 계략. "멀리 가자. 멀리 가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자. 평범하지 않은 존재라면, 인간의 세계에 들어갈 수 없는 존재라면, 우리들끼리라도 사이좋게 지내자. 그렇게 한다면...." 그 모든 것은 교활한 술수. 고작 그런 것이 너의 진실이었나? 모나드. 조금전에 들 었던 목소리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나를 일깨워준 셈이다. 내 앞의 적이라 는 존재에 대해. "아주 교활하기 짝이 없군. 모나드. 그런 식으로 나를 홀리기라도 할 셈이었나?" 아마, 내 힘이 두렵다기보다는, 이 고물 마법검을 노리고 한 행동이겠지. 난 적어 도, 나 자신을 쓸데없이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다시금 적의를 품고서, 상대를 노려본다. 그러나 모나드는 흔들리지 않는다. 다만, 한 번 입술을 깨물더니, 아쉽다 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뿐. 이번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가? "넌 내가 지금, 정신계 마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거니? 생각보다 감각이 둔한 편 이네? 밀크." 뭐야. 아직도 술수를 부리려는 건가? '밀크'라는 말이 셀의 목소리와 너무나 같다는 것이, 나를 분노하게 했다. 자신이 죽여버린 자의 목소리를 빌리다니. 저런 비열한 자가 다 있나. "목소리부터 바꾸고 말씀하시지. 뻔뻔하긴." 솔직히, 녀석이 정신마법을 사용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녀에게서 특별한 정신 파가 나오지는 않았으니까. 적어도 나를 홀리기 위한 정신적인 마법은, 내게 걸려지 지 않았다. 만약 걸렸다고 해도, 내가 눈치채지 못하는 힘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것 은 불가능하겠지. 그렇지만 그런 힘이 존재할 수 있을까? '적어도 고물 마법검이, 이론적인 지식은 다 가르쳐주었다고.' 비록 그 모든 것을 두 달만에 다 익혀버린 나 자신이 불가사의하기는 하지만, 그래 도 인간이 아니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내가 만약 사람이 아니라면..... '그랬으면 아르메리아가 나에게 말해주었을거야. 그걸.' 그 점 만큼은 확실하다. 내가 정신을 잃은 적은 많이 있었지만, 그동안에 몸이 변화 를 일으킨 적은 전혀 없었다. 단 한 번. 처음에 내가 남자아이의 몸을 잃고 여자애 로 돌아온, 그 당시를 제외하고는. '그러니까 난 인간일거야. 자신은 없지만.' 근거가 너무 빈약하기는 해도, 적어도 저 모나드같은 괴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 었다. 난 말이지. 사람을 마구 잡아먹고는 죽인 사람의 모습을 훔쳐쓰는 괴물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지 만, 방심할 수는 없다. 벌써 두 번이나, 나를 홀리는데 성공할뻔한 녀석이라고. '정말 위험한걸. 앞으로 어떻게 하나.' 사실, 내 사정을 냉정히 바라보면, 바람앞에 촛불이나 다름없었다. 나의 마법검은 나를 도와줄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고, 나를 도와줄 사람들은 옆에 아무도 없었다. 아니, 있다고 해도 마법사들은 모두 저 괴물에게 먹혀버렸고, 내 안의 소녀가 저 괴 물을 상대할 수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았으므로. "글세.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지. 넌 어쨌든, 엘프 마법을 10레벨까지 단 두 달만에 익혀버린, 전대미문의 괴물이니까." 내 마음을 읽어낸건가? 모나드. 정말 무서운 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도망 도 응전도 불가능할거다. 그렇지만 어떻게 하지? 저 말에 반박하려고 하지만, 상대 의 정신적 압력은 극심했다. 마치, 나 자신을 짓눌러버릴듯한 위압감.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대응해오는 상대의 힘에, 약간 주눅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괴물은 아니야." 하지만 반박을 한 것은 내가 아니었다. 이건.... 내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내 의사가 아닌 것. 그럼.... 그녀인가? 모나드가 눈치를 챘는지, 나를 바라본다. 잠시동안 이 상하다는 빛을 띈 그녀의 표정이, 점점 풀어진다.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 는 모나드. "이중인격이었니? 밀크. 아니... 미나르 공주님." "그래." 내가 아닌 내가, 그 말에 대답한다. 이런 상황이 별로 달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 심한 검보다는 낫다. 하긴 내가 인간이 아니라면, 내 안의 공주님도 인간이 아니게 될 것이니... 끼어들만도 하겠지. 하지만, 저 노련한 사기꾼을 상대로, 순진무구한 공주님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금방 반격을 날리는 모나드. "의외로군. 인간이 아니면서, '인격'이란 말에는 수긍을 하다니. 아직 인간으로 여 기고 있는 모양이지? 자기 자신을." "뭐야 !" 이건 그녀, 공주님이 아닌 내가 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건 논리적인 대응이 되지 않잖아. 공주님 역시 말이 막혀버렸는지, 금방 대답을 하지 못한다. 다시금 나 를 몰아붙이려고 하는 모나드. 그러나 그 전에. "너 편한대로 불러. 모나드. 아니.... 식인 괴수." 시.... 식인괴수.... 그 말은 백번 맞다고 여기지만, 공주님이 할 말은 아닌 것 같 은데..... 게다가 저 놈이 우리를 공격하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거지? 나는 바짝 긴장하여, 녀석의 공격을 기다렸다. 무엇이 날아오든 상관없다 . 일단 살고 싶으면 싸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라 브레이커, 고물 검에게 기댈 생각은 하지도 말고. 그러나 모나드는 그리 화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식인 괴수라.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겠네. 뭐, 그렇게 부르려면 그렇게 해. 하지 만.... 너는 과연 어때?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엘프도 가지기 어려운 그런 능 력을, 1년도 되지 않아 소유해버린 너는 과연 어떨까?" 너는 과연 어떨까. 지금의 나에게는 천둥처럼 크게 들리는 목소리가, 나를 다시금 강타했다. 만약 주먹으로 치면, 피를 토할 정도의 타격이었다. 아직 나는... 나 자신 에 대해서.... "괴물은 아니다. 모나드." 응원을 해온 것은, 전혀 의외의 방향에서였다. 그 목소리가 내가 기억하는 대로라 면... 이것은..... "라 브레이커 !"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모두에... 모나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검이 모두를 향해 말하기 시작한다. "이 아이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설명해줘도 될까? 레이니." 이봐. 나와 '이 아이'는 동일인물이라고. 그렇게 따로 떼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잖 아. "따로 부르는 건, 저 녀석이 널 괴물로 취급하니까 그런 거다. 두 단어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굳이 내가 설명해줘야 할 정도로 눈치가 둔한거냐." "그... 그건...." 내가 이 검의 주인이 맞나. 한숨을 몰래 쉬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검의 행동. 하지 만, 녀석이 나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것이 대체 얼마만이냐.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런 태도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탈출로도 생각이 안 나는 형편인 데. 그래서.... '그래. 잘 해봐라.' 일단은 검에게 맡기고, 앞으로의 대책을 생각해보는 수밖에. 나는 라 브레이커를 검 집에서 풀어내었다. 검은 하늘에 떠올라, 나와 모나드 사이를 막아선다. "이 녀석에게 설명해줄때까지, 싸움은 하지 마라. 고작 몇 분만 기다리면 되는 일이 니까, 참아줄 수 없겠나. 모나드." 예상외로 얌전해지는 모나드. 하긴 여태까지도 손 한 번 휘두르지 않는, 이상한 괴 물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녀석의 입가에 배인 웃음은, 단순하게 보이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날 죽이겠다는 결의라도 되는 건가.' 아니면 지금 나를 죽여버린다는 결심인가. 뭐 그걸 궁금해하기도 전에, 모나드의 말 이 날아오기는 했지만. "어째서 괴물이 아니라는 것인지를 설명해주겠다는건가.... 하지만 나로선 이해가 잘 안가는걸. 고작 두 달 만에 인간이 물질과 에너지의 완벽한 전환을 해낼 수 있다 고는 믿어지지 않고, 그런 비법이 있다면 나에게 그걸 가르쳐줄리도 없을텐데." 하긴, 적에게 그런 비법을 가르쳐줄 위인은 없지. '그러나.' 나는 잊고 있었다. 라 브레이커라는 검은, 상식을 깨부수는 검이란 것을. "걱정마라. 두 달이 아니라 10년 이상이니까." "뭐라고?" 10년.... 10년 이상? 하지만 난 전혀 그런 기억이 없는데? 하지만 내 안의 공주님 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무슨 뜻이지? 설명해봐. 라 브레이커. 그리고 그 의 말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 아이의 인격은 10년이상이나 봉인되어 있었으니까." 이 아이라.... 혹시 내 안의 미나르 공주님을 가리키는 건가. 내 안의 공주님이 고 개를 끄덕이는 듯한 느낌이 전해진다. 그랬었나.... 어느 정도는 이해를 했지만, 모 나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 그 동안에 봉인된 인격에 마법을 가르쳐준건가?" "그렇다." 봉인된 인격.... 내 안의 공주님의 인격.... 언젠가 레드 테일시에서 사형당할 뻔할 때 나타난, 그 이상한 인격..... 그걸 가리킨 것인가. 하지만. - 계속 - 후기)으.... 컨디션 난조. 저도 글 쓰기 싫다는 생각을 할 때는 있다고요. 그러 나..... 의무감이 결국은 나태함을 이기긴 한 모양입니다. 좀 늦었지만, 올라가네요. 어서 전투장면에 들어가고 싶지만.... 늦네요. 아무래도 이번 에피소드가 끝나야 전 투가 시작될텐데.... 그래야 현란한 싸움을 묘사할 수 있는데..... 힘들군요. 그리고 잡담에 추가하고 싶은 게 있지만.... 그만하지요. 시간 없으니. (기다린 독자님들의 머리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갑니다 !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3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8-31 조회수 : 93 공룡 판타지 21-430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21) "하지만 단지 지식만으로, 그런 엄청난 힘을 소유하게 되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데? 라 브레이커. 역시 나에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는 것이겠지?" 모나드의 대답이 몹시 신랄하다. 하긴,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검은 무엇이라고 대 답해줄까. 나와 내 안의 공주님 역시, 그 말을 듣고 싶어하리라. 하지만 그녀는.... '걱정마.' 뭐야. 전혀 동요하지 않잖아.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건가? 라 브레이커가 그 뒤에 꺼낸 말은, 나를 안심시킴과 동시에 몹시 당황하게 만들었다. 전설의 검이 만들어진 이유가, 그 안에 들어있었으니까. "출발 준비가 끝났습니다. 곧 이륙시키겠습니다." 동체의 길이가 500m를 넘는 거대한 비행전함 앞에서, 흑색의 전투복을 입은 드워프 들이 아이기스에게 말했다. 단지 검기만 하고 다른 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왼손 의 팔찌만큼은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이기스가 그 팔찌를 들여다보더니 만 족한 듯 대답했다. "음. 생각보다는 빠른데. 전투부대는?" 역시 흑색의 도복을 입은 중년의 드워프가, 그의 팔찌에 모습을 드러냈다. 팔찌안의 작은 화면을 통해서. "현재 전함 내부에는 300여대의 전투기와 로봇들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그리 만족스 러운 수준은 아닙니다만....." "그렇나." 평화시에, 이 정도의 군비를 준비해둔것만으로도 주변국의 우려를 살 수준이었지 만.... 그런 것은 지금에 와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만약 정찰기를 파괴한 그 괴물 이 정말로 모나드라면, 이 정도 병력으로는 돌도끼로 사이스모사우루스(최대 길이 52m의 초식공룡)의 무리를 때려잡자는 꼴이 아닌가. "정찰로도 토벌로도 어중간한 병력이군." 정찰을 하기에는 상황이 위험하고, 그렇다고 본격적인 전투를 벌이기에도 어중간한, 대형 비행전함 단 한 척이라.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 정도밖에 병력을 차출할 수가 없 었다. 사실 자신들이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든 드워프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뭐, 가볼 수밖에 없겠지. 아직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이 마당엔." 그나마 꼼짝도 못하고 전멸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한 후, 아이기스는 자 신의 전투복에 헬멧을 매달았다. 등뒤의 생명유지장치를 점검해보니, 모두 이상은 없 다. 왼손의 팔찌에서 눈을 뗀 그가, 명령을 내린다. "자. 메이스에 전원 탑승한다." 검은 옷을 입은 드워프들이 일제히 전함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어차피 대부분의 승 무원이 이미 기내에 탑승한 이상, 밖에 나와있던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등을 바라본 아이기스가,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수많은 드워프들중에, 자신 을 바라보는 어린 소녀 드워프가 눈에 띄었다. '그 여자앤가. 부모를 잃고 얼마전에 간신히 이곳에 돌아온 아이가....' 아마 아이샤라고 했었지.... 어린 나이에 인간의 세상에 들어가 온갖 고생을 했다던 그 아이. 만약 자신들이 어리석은 행동으로 전멸당하고, 드워프들에게 재앙이 닥친 다 면, 저런 아이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그건 용납할 수 없지.' 몇 천 세대가 지났을까. 그 시대의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저런 아이들이 그 빚을 갚아야 하는 일은 불합리한 것이었다. 절대 좌시할 수 없다. 아이기스가 다시 전함을 바라보고, 안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후, 전함은 서서히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 함의 통제실로 들어온 아이기스의 눈앞에, 대형 화면이 나타났다. 오이스터가 화면 에 모습을 드러내자, 모든 드워프들이 화면을 응시한다. "그럼, 무사히 다녀오게. 적의 정체를 알아내고, 필요에 따라서는 섬멸하는 것이 자 네들의 임무네. 부디 성공하길 바라네." "걱정마십시오." 화면이 사라지고, 이번에는 외부의 정경이 화면에 비춰졌다. 관제소에서 들리는 무 전이 수신된다. 약간 사무적인 어투의 여성의 말소리가. "비행전함 3237 메이스. 출항을 허가한다. 제 3 통로를 이용하도록." "알겠습니다. 제 1 상승엔진 가동준비 완료. 제 2, 제 3, 제 4엔진도 가동준비완 료." "전원. 좌석안전장치 착용 !" 장갑판이 의자에 앉은 승무원 전원에게 둘러졌다. 모두의 몸을 금속제 안전판이 감 싸자, 다음 이륙절차가 진행되었다. "엔진 점화 !" 쿠웅. 서서히 전함의 선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보통 군용 전함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행선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복잡한 절차를 밟는것도 당연히 군함들 뿐이 었다. 선체와 부두와의 고정장치를 해제하고 항구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비행선 들과는 달리, 그 두터운 장갑판과 각종 전투장비를 갖춘 무거운 선체를 움직이게 하 기 위해서는, 상승을 위한 엔진이 반드시 필요했다. 아직도 연료라는 것을 사용해야 하는 낡은 군함을 타야 하는 것은, 모두의 불만이긴 했지만. '아직도 원로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한건가.' 하지만 그럴듯한 반중력장치를 갖춘 군함들은, 정찰 임무에 내보내기에는 너무 비싸 게 먹혔다. 전쟁이 활발한 시기도 아니고, 아직 실험실에서 연구중인 추진장치를 군 함에 달기에는, 군인은 너무 보수적인 종족들이었으므로. '뭐, 이나마 배려해준 것이 다행일지도 몰라.' 아이기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어차피 항구로부터 전함이 빠져나갈때까지는, 자신은 아무런 할 일이 없는 것이다. 비록 이륙이란 절차가 간단한 것은 아니긴 하지만. 군 함 전용 부두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은 그리 신경쓸 것도 없고.... 쿵. '좀 거칠어서 그렇지.' 아이기스가 불평하는 사이, 전함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책장같 은 부두의 벽으로부터, 메이스가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상승엔진 모두 정상. 이제 제 3통로로 이동하겠음." 눈 앞에 보이는 여러 개의 거대한 통로중 하나가, 강철의 문을 열었다. 그 밖이 바 로 도시의 밖. 괴물이 기다리는 곳으로의 길. 전함이 서서히 기울어지더니,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제 가속하겠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좌석안전장치를 다시 한 번 점검해주시길." 전함이 서서히 통로로 다가갔다. 도시 아래의 군함 전용 통로. 그것은 지하를 통해 사방으로 연결되어, 수많은 비밀 통로로 연결되어 있었다. 과거 전쟁시대의 유물이 라 고 해야 할까. '살아 생전에, 여길 이용할 줄은 몰랐어. 훈련이 아닌, 실전용으로.' 상대가 드워프가 아니길 바라면서, 아이기스는 좌석의 안전장치를 살펴보았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도 없었지만. 자신의 앞에 펼쳐지는 작은 유리판에, 이상없음을 나타 내는 문자가 떠올랐다. "자. 전부 준비되었겠지? 출발한다." "알겠습니다." 제 3통로 앞에 멈춰선 전함이, 서서히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와 부두사이의 공 간을, 다시금 철문이 메워갔다. 문이 닫히면서, 서서히 통로 안쪽에 불이 들어왔다. 길을 안내하는, 불빛의 길이 보였다. "출발 !" 아이기스의 말과 함께, 주엔진이 서서히 출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전함 수 십척은 가볍게 빠져나갈 정도로 거대한 통로안을, 메이스는 굉음을 내면서 질주해나갔다. "드워프들이 비행전함을 내보냈어요." 내 옆을 날던 마르렐라가 나에게 말해왔다. 하긴, 이 정도의 비행속도라면 말이 아 닌 정신파의 파동이었지만. 나 역시 정신파로, 화답을 보낸다. "알고 있어. 지금 막 장로님에게서 연락을 받았잖아." 모두들 알고는 있다. 그렇지만, 불안감을 억누르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리라. 마 르렐라는. 아니, 그녀뿐이 아니다. 나도, 라가니아도. 미지의 적을 눈앞에 두고서, 떨지 않을 수는 없으리라. 게다가. '저 애... 괜찮을까....' 아직도 얼이 빠진듯한 표정이어선,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역시 마을에 놔두었어 야 했어....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뭔가가 느껴졌다. 여태까진 괴물에게 가려져서 잘 느끼기 어려웠는데.... 이 생명 반응은..... "누가 있어. 괴물의 옆에." "언니...." 아르메리아가 하는 말.... 일단 나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뜻이,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그 사람이라면... 역시 그녀와 기이한 인연으로 만나, 서로를 상처입힌 그 사람.... "인간의 반응이?" 라가니아와 마르렐라가 놀란다. 그건 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밖에 없는 것이, 괴 물에 의해 끌려간 마법사들의 반응은 괴물의 근처에 가자, 모두 끊어져버렸다. 나쁜 예상이긴 하지만, 모두 죽었다고 봐야 할 정도로 깨끗이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오 직 한 사람이 살아있는 것이다. 이것은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괴물의 한패일까?" 라가니아가 말을 꺼낸다. - 계속 - 후기)언젠가 어떤 사람이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너무 뻔한 종족의 역할이 질렸다고. 그 말을 들었을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엘프, 새로운 드워프의 상 은, 이미 제가 만들고 있다고. 결국, 드디어 나왔습니다. 비행전함을 타고, 마치 SF 영화에 나온 우주전함처럼 발 진해가는 그들의 모습. 오래동안 써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나오게 되는군요. 개인적 으로 속이 시원하네요. 사실... 기술이 발전된 드워프라면, 이런 것도 괜찮다고 생각 합니다. 드워프라는 종족이, 언제까지나 도끼를 든 '물건 만드는 기술자' 라든가, 광 부로 한정될 필요는 없잖아요. 곧 레이니의 힘에 대해서도 말이 나오겠군요. 문제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글 올릴 자 신이 아직 없다는 점이지만. 장기연재니까, 그리고 이사하고 적응하느라 아직도 매 일 연재는 못하는군요. 그저, 노력해보겠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요. 일요일에 올릴 수 있을지. 저로선 장담을 못합니다. 다만, 준비해보고 안 되면 월요일까진 올린다... 그렇게 말할수밖에요. 어쨌든 월요일엔 무슨 짓을 해서든 올립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3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03 조회수 : 51 공룡 판타지 21-431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22) 그 말을 들은 아르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지금이야 어찌되었든, 과거에 그와 만 나 쌓은 인연의 끈이란 것은 그리 쉽게 잘라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과거에 자신과 함께 여행한 사람. 아니, 단순히 동행자라고 말하기에는 곤란한 그 무엇이 담 긴 사람. 그에 대한 험담을 듣는 것은, 아르로서는 별로 기분좋은 일이 아니리라. 게 다가. "속단하지 말아요. 아직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으니까." 괴물의 한패일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마르렐라가 그 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라가니아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정체 불명의 존재를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거리를 둔 지점이므로. 그렇지만. "이건 언니에요. 그...."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 아르. 아마 가장 가까운 사람을 느끼는, 그녀만의 감각이겠 지. 그러나 라가니아가 그 말을 듣더니 묻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아 니 마음으로. "그 라 브레이커의 주인인 인간 여자애 말이냐? 하지만..." 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에게 느껴진 그 사람의 힘은, 과거에 우 리와 만났던 자그마한 소녀의 힘과는 전혀 수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생명력은 전과 동일한 느낌이지만, 마력이 너무 부족하다. 그렇지만 위태위태한 수준으로 보기엔 좀 다른 무언가가 느껴졌다. 위험하다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그 무엇인가가. "설마...." 물론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 그 여자가.... 설마 9레벨의 마 법을 자유로이 구사한다면.... 그렇다면 거대한 힘을 언제나 품고 있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건 인간이 도달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경지의 것. 그런 힘을 사람이 소유 할 리가 없을텐데..... 내 마음속에서 의문이 피어났지만, 그녀가 가진 검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힘을 사람이 소유하는 것 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여태까지 그 검과 계약에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검의 힘을 인간이 손에 넣었다면.... 혹시 모른다. 아니다. 아무리 그 라 브레이커 가 전설의 검이라고 할지라도, 엘프 마법 9레벨의 힘은 한 사람이 다루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것이었다. 우리조차도 완전히 익히는데 수천년이 소요된다는 그런 마법을 어 떻게.... '아르같은 천재조차도, 익히는데 백 년이 넘게 걸리는 마법을.....' 하지만 지금 우리가 판단을 내리기에는, 자료가 너무 부족했다. 일단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하지만 그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아르. 넌 어서 돌아가. 생각보다 상황이 너무 안 좋아." 그 애가 정상적인 상태라면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처럼 넋이 나간 상태에 선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라가니아나 마르렐라도 나와 같은 것을 생각했는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안 돼요." 아무래도 꺼낼 필요가 없는 말이었던 모양이다. 저 생명반응이 정말로 그 여자의 것 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설령 그게 전설적인 마법괴물인 모나드라고 하더라도, 저 애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기세였다. 아무래도 그 사람의 일이니까. 직접 자기 눈으 로 확인하고 싶었을 테니까. '모든 인간 마법사가 정말로 저곳으로 끌려갔다면.....' 이젠 마력을 가진 인간은 다른 곳에선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마력은 하나같이, 엘프 마을에 산재된 우리 동족들의 것뿐. 그렇다면... 혹시 그 사람도 저곳에 끌려 갔 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불안감은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는 사라지지 않는 법이고, 지금의 상황은.... '애 혼자서 마을로 돌아가라고 하기도 무리야. 너무 멀리 나왔어.' 어차피 자신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곳에 온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처음부 터 오지 못하게 말렸어야 했겠지만, 그랬으면 저 애는 혼자서라도 이곳에 찾아왔을 것이다. 그리고..... '목숨을 잃겠지.' 그렇게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할 것이 다. 게다가 이제와서 아르를 마을에 돌려보내려면, 적어도 한 명의 엘프가 그 애를 데리고 가야 했다. 상대가 얼마나 위험한 괴물인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런 식으로 우 리의 전력을 깎아내릴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대로 갈 수밖에 없지.' 각오를 단단히 한 채, 나는 아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마디만 했다. "네 목숨은 네가 지킬 각오를 해 줘." 비정한 말이지만, 내 목숨을 지키기에도 바쁠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 종족은 예지 마법이란 것을 신뢰하지 않지만.... 동쪽에서 느껴지는 강한 힘을 향해, 우리들은 창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비밀이라..... 그걸 굳이 비밀이라고 할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이 아이가 자신의 몸을 되찾았을 때, 이미 눈치챌 수도 있었으니까." 뭘 눈치챈다는 거지? 라 브레이커의 다음번 말은.... "자신의 몸의 변화를 말이야." "뭐 !" 내가 처음 여자아이로 돌아왔을때의 반응이라. 가슴이 커지고 머리카락이 길게 자란 것을 알고 극도로 당황한, 그 때의 일이 생각나서 얼굴이 빨개져버렸다. 으. 그 일 은 생각도 하기 싫어. 얼마나 부끄러웠는데.... "생각하기 싫겠지만.... 넌 날 다시 만났을 때 어떻게 생각했냐?" "뭘 !" 아마 처음 라 브레이커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그 날의 일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 때 어쨌긴 어쨌어. 그저 이름만 유명한 마법검 하나 챙긴 거라고 여긴 거지. 더불어 , 상당히 심보가 고약한 녀석이라고 간주한 것까지 덧붙여서. "고약하다는 건가..... 하지만 그때 넌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더군. 자신의 몸의 힘을." "뭐가 !" 내 힘이 뭐가 어쨌다는 거야 ! 다른 마법사들은 간단히 입만 오물거리면 주문이 마 법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나는 매 초마다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대로 추락해 버릴 정도로 엉성한 마법을 익혀야 했다는 걸? 그런 마법을 익힐 줄 알았다면, 차라 리 검에게서 마법을 배우지 않았을.... "그게 아니고, 네가 날 집어들때의 일이다. 넌 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는데, 그 게 정말 이상하지 않았단 말이냐?" ".....?" "내 중량이 대체 얼마나 되는데, 그런 나를 한 손으로 집어든다는 게 말이 되는 거 냐. 저 모나드조차 알고 있는데, 네가 그걸 의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냐 !" "....마법검이라서 가벼운 거 아니야?"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검들은, 보통 양손으로 휘두르는 거대한 검이다. 그렇지만, 그 러면서도 가볍고 위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라 브레이커는 나를 계속해서 추궁 했 다. "보통은 그럴 경우, 의심을 한 번쯤 해보는 게 정석이다. 넌 그 후에도 엄청난 괴력 을 계속해서 보여줬는데, 그때도 넌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다. 사실 난, 네가 나의 존 재를 알아차린 시점에서 이미 과거의 기억의 봉인은 깨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전혀 안중에도 없이 저주를 풀겠다고 뛰어다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냐 !" "엑." 그... 그게... 하지만 그때는..... 워낙 저주를 풀기에 바빠서... 게다가 암살자도 따라오고....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고 생각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내 안의 소녀까지도... '난 금방 기억을 되살릴줄 알았는데.... 전혀 그게 되지가 않더라고. 아무리 과거가 무겁고 두려운 것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자신을 바라보지 않을 줄이야.....' 모든 이가 나를 몰아붙이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이미 다 끝난 이야기잖아. 어째서 그걸 다시 물고 늘어지는 거야. 너무 화가 나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그나마 다행 인 것은, 화제가 바뀌었다는 것. 하지만..... "그래. 그 이야기는 그쯤 해두고. 어쨌든 넌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네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간에. 그게 왜인지 아느냐?" 나와 모나드가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설마... 적이 바로 옆에 있는데 그걸 말할 셈인가. 만약 그게 엄청난 마법의 비밀이라서, 그 말을 꺼냄으로서 싸움이 불리해지 면 어쩌려고.... 그러나 검은 망설이지도 않고 말했다. 간단히. "그건 네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망스런 말. 그 말을 들은 나는 절망했고, 모나드는 환호했다. 그러니까.... 난 인 간이 아니라는 말이지..... 인간이 아닌, 저 모나드와 비슷한 괴물이라는 말이지... . 아무리 저 검이 도움이 안 되는 검이라지만... 이번엔 너무 심했다. 고통의 바다에 빠져가는 나를 버려둔채, 모나드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것봐. 너도 순순히 인정하는 걸 가지고...." 하지만, 가끔은 라 브레이커도 날 도와주기는 하는 모양이다. 검의 다음 말은..... "하지만, 지금의 인간이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생명체일까?" "뭐야 !"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검의 짖궂음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라고 할까. 당황하 는 나와 모나드를 바라보면서, 검은 자신의 말을 멋대로 내던졌다. 우리를 향해. "과거 인간은, 하늘 사이를 누비고 다니는 멋진 지적 생명체였다. 지혜와 힘을 동시 에 갖춘, 말그대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불릴만한 존재였단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은 그저, 땅 위에서 한 발짝도 스스로 떨어지지 못하는 비참한 존재다. 그런 시시한 것들을, 과연 인간이라고 불러줄 수 있겠느냔 말이다." - 계속 - 후기)엘프 마법 9레벨과 10레벨은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자주 언급한 듯 한데.... 이게 간단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은 것이..... 이런 마법은 중세시절 연금술사들이 꿈에 그리던 마법이었습니다. 비록 그들이 꿈꾼 것은 전혀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하지요. 이 마법을 만약 그들이 손에 넣었다면, 그 들은 '현자의 돌'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을테니까요. 자.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를 금으로 바꾸어버릴 수 있는 것이 이런 마법인데, 만약 이것을 누군가가 손에 넣는다 면..... 대단한 마법사가 판타지 세계에 많다고 해서 우습게 아시는 모양인데, 이 기 술을 불완전하게 인류의 손에 쥐어준 것이 원자력입니다. 핵폭탄 하나 터지면 도시 하나가 잿더미가 되는데, 이건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을 10%도 이루지 못한 겁니다. 그런데, 그런 소량의 전환만으로도 그런 엄청난 파괴력을 보유한 거죠. 이건 사실, 엄청난 마법인 겁니다. 레이니양은 말그대로, 걸어다니는 핵폭탄..... 인 거죠. 아 니, 그 이상이라고 해야 하는군요. 애가 자꾸 하늘에서 추락을 반복해서 약하다고 생 각하실 분들도 계실텐데... 사실은 전혀 아닌 겁니다. 지금 기술로는 어림도 없고,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려면 인간은 과연 몇 백년이나 과학을 연구해야 할까요. 모나 드가 자꾸만 그 점에 대해 시비를 걸고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라는.... 오늘은 잡담이 길군요. 글도 늦게 올리면서.... (통신상태가 또 엉망이 되니까 도리 가 없군요. 11시 30분대라니. ADSL이란 건, 가끔 이래서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곧 다음 에피소드군요. 이제 슬슬 주문마법사들의 운명도 언급해야 할텐데... 이상할 정 도로 늦어지네요. 할 말을 다 하면서 넘어가는 탓인지....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1-43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04 조회수 : 0 공룡 판타지 21-432 레이니 이야기 - 운명의 굴레(23) 검에게서 갑자기 지금의 인간에 대한 말이 나온 것은 왜일까. 지금의 인간이 인간이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의미를 담은 말인가. 그러나, 검에게서 그 이상의 말은 나 오 지 않았다. 우리들의 귀에 들려온, 나지막한 소리 때문에. 아니, 그것은 소리가 아니 다. 그것은 차라리 빛과 열의 느낌.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엄청난 열기를 발산하 는 무언가가. "방해자가 오는군. 이 정도의 열량이라면, 드워프들의 비행전함인가?" 서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모나드. 비행전함? 그건 또 뭐지? 설마, 드워프들의 배 를 가리키는 말인가? 하지만 비행이라고 한다면.... "공중을 날아 다니는 배라고 생각해라. 일종의 날개를 선체 좌우에 붙이고, 아주 빠 른 속도로 하늘을 질주한다고 보면 된다." 굳이 라 브레이커의 설명이 없더라도, 그런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다만 내가 궁 금한 것은, 그들이 왜 이곳으로 오느냐는거다. 혹시, 아까 그 금속제의 새가 추락해 버린 것 때문일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가 모자란다. 저렇게 거대한 열량을 발 산하면서 내려오는 기계라고 한다면, 고작 두 개의 기계새가 부서진 것 때문에 이곳 에 올 리가 없다. 그럼. "혹시...." 작디 작은 말소리지만, 내 말을 모두가 알아들었다. 라 브레이커도. 내 안의 소녀 도. 그리고, 가장 불쾌하기 짝이 없는 괴물조차도. 그 괴물이 비웃음을 흘리며 중얼 거린다. "나와 겨루겠다고 찾아오는 건가? 어리석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뭐, 그 짧은 다리로 여기까지 달려오는 정성을 봐선, 칭찬해줘야 할 것 같 군." 짧은 다리.... 하지만 그들은 그 다리로 이곳에 달려오는 게 아니라고.... "아군 정찰기 실종지점까지,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어차피 자신의 앞의 소형 유리판에 다 나오는 정보이지만, 한 가지를 확인해보고 싶 었던 아이기스가 승무원에게 질문을 보냈다. 승무원이 그를 보며 말하는 것이 화면 에 보였다. "10분 이내로 도달합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색은 안 좋아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비행은 결코 쉬운 것 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탄 비행전함은, 일단 행성 밖으로 날아오르듯이 상승 하여, 그 뒤 오시언을 벗어날 듯 포물선을 그리며 비행, 다시 대기권 안으로 진입했 다. 드워프들의 땅에서 초대양 중심부까지는, 거의 1만 km에 달하는 장거리 비행을 거쳐야 했고, 따라서 그들은 대기권 내에서 장시간 비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대기 권 밖으로 날아올랐다가 재진입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고도 원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는 있었지만.... '모두들 실전을 겪지 않은 탓인가. 힘들어하는군.'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비행의 대가로 전함 승무원들 모두는, 정상적인 중력을 뛰어 넘는, 자신의 무거움에 시달려야 했다. 급히 가속한 대가로 모두의 체중은 3배 이상 으로 불어나 버렸고, 워낙 몸이 튼튼한 드워프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반 정도가 의식 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급속한 무게의 증대. 그리고 다시 하강할때에 느낀 일시적인 무중량상태. 이 모든 것은 그들이 너무 서둘러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기 스에게 보고를 하는 승무원의 얼굴이, 약간 질려있는 것도 그 탓이었다. '하긴. 우리가 서두르긴 했어.' 만약 아군의 무인 정찰기가 폭발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공격이 마법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이 되지 않았다면, 무엇보다도 드워프들의 도시에서 벌어진, 마법사들 의 습격과 난동같은 이상한 일이 출발 직전에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들은 좀 더 천 천 히 비행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그들을 서두르게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상황이 너무 이상해.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그 모든 것을 알기 위해, 그들은 지금 날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유인 정찰기만 띄우 면 될 일이지, 굳이 비행전함까지 보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올 법 했지만,.... '마법사들이 만약 우리를 공격한다면.....' 조금전에 도시를 공격한 마법사들의 행동 덕분에, 그런 생각을 한 드워프들은 이 전 함에게 정찰 임무를 주었고, 그래서 그들이 이 배에 타게 된 것이었다. 만일의 경우 를 대비해서. 물론, 그건 이미 일어난 후이지만. 그렇지만. '그들이, 정말 우리를 적대시하겠다는 건가.' 사실, 인간들로서는 드워프들의 강대한 힘을 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는 하늘을 나는 배가 없는 탓이다. 기술력의 차이를 마법의 우위로 막을 수 없을 정 도로, 그들과 드워프들 사이의 힘의 차이는 컸다. 그들이 마법을 사용하여 드워프들 을 공격한다고 해도.... '우리에겐 마법이 잘 안 통하니까.' 과거, 모나드의 일이 있은 후, 그들은 마법 근원체를 연구하면서 드워프들에게는 마 법이 먹히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해 두었다. 그래서, 그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졌고, 마법사들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드워프들의 체력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어느 정도는 진실이긴 했지만. '확실히, 우리가 멍청했어.' 적어도, 마법사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의심을 해볼만도 했건만, 아무도 그들 자신에게 직접적인 해가 되지 않는 마법사들을 의심할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것은 어쩌면, 치명적인 실수가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잘못한다면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던 아이기스의 눈 앞에, 바깥의 풍경이 비춰졌다. 고열로 인해 발생 하는 빛을 막기 위해 작동이 멈추어 있었던 화면이 다시금 살아나자, 어둠에 싸인 밤 바다가 모두에게 비춰졌다. 승무원들이 곧 자신들의 임무로 돌아갔다. 그 어둠 속에 , 모두의 적이 숨어있을 위험이 있었으므로. "소형 정찰로봇을 내보내봐." 곧장 비행전함을 전방으로 내보내는 위험은 감수할 수 없었다. 아무리 비행 전함의 규모가 작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군함에는 100명 이상의 승무원들이 타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런 전함을 모험에 끌어들일 순 없었다. 적어도 적의 위치도 확실히 알지 못 하는 지금의 상황으로선. '게다가 정체도.' 그 모든 것이 확실해질때까지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행 전함의 상부갑판 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작은 삼각형 금속판들이 튀어 나갔다. 편평한 삼각형 판으 로 보이는 그 물체들은 잠시 전함의 주위를 돌더니, 어느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 근방 전부를 수색하도록. 각종 감지장치 가동." 전함 안은, 곧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훗. 우리끼리의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밀크. 지금은 저 녀석들과 만나야 할 듯 해 서." 아직도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 나를 버려두고, 모나드는 서서히 서쪽을 바라보았다. 그 방향에 있는 거대한 무언가를 향해서. 그 눈빛이 심상치 않은데... 대체 무엇을? "음. 어차피 저 녀석들에겐 유감이 많았으니까...." 설마.... 불길한 예감이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러면서.... 내 앞에서 손을 들어 먼 곳의 무언가를 향해 겨누는 모나드. 그것은..... "설마....." 마법을 사용하려는 건가. 내가 말리려고 손을 들기도 전에, 모나드의 입에서 짧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것은 비록 너무나 순식간에 나온 말이지만, 나는 분명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레드 드레곤 브레스(원소 마법 10레벨)." 그 말과 함께, 거대한 붉은 해일이 그림자를 향해 달려나갔다. "드워프들의 전함이네요." 저렇게 요란스럽게 나타나다니. 지금의 상황에 의문을 품고 조사하러 나오는 것까지 는 이해할 수 있지만, 사방팔방으로 정찰기를 내보내는 걸 보다가 보니.... "저렇게 시끄럽게 나온다면, 은밀한 수색은 불가능해." 절대로 저렇게 거대한 전함을 은밀히 움직일 수는 없었다. 만약 상대가 마법사라면, 이미 저 비행전함의 위치와 목적을 파악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물론 그 덕분에 우 리의 위치가 가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렇게 만만한 적수인지는, 상대해봐야 알 수 있어요. 오파비니아씨." 마르렐라의 말에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들은 잠시 수면 가까이로 날아내려갔 다. 발 아래로 파도가 지나가지만, 이 정도 고도라면 우리가 물에 잠길 리는 없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 그대로 녀석을 대면할까? 아니면 여기서 숨어서 사태를 파 악해볼까. 나로선 아무래도 기다리는 게 나을 듯 싶은데." 라가니아의 말이 맞기는 했다. 어쨌든 상대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했 으니까. 하지만 지금..... "동쪽에서 힘이 !" 갑자기 당황하는 마르렐라. 내 머리를 스친, 이 기분나쁜 힘의 흐름은... 설마.... "거대한 빛과 열이야 ! 우리 위에...." 그 말과 함께, 하늘에 붉은 혀가 내달렸다. 태양이 다시 떠오른 듯한, 일출의 불이 우리 눈 앞을 붉게 태웠다. "아직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나?" 짜증을 부리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계속 소형 화면을 바라보던 아이기스의 눈이, 갑자기 경악으로 확대되었다. "고에너지 반응이다 ! 함을 돌려 !" 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함이 방향을 틀기도 전에, 군함 전체는 거대한 빛에 휩싸였다. 그 빛이 주위의 정찰기들을 녹여버리고, 군함을 붉은 빛으로 완전히 덮어 버렸다. "와아아악 !" 승무원들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 이번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로..... - 후기)푸우. 슬그머니 이번 에피소드가 끝나버렸군요. 이 정도면 다음 이야기로 진행 해도 될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슬슬.... 모두가 기대하는 전투장면으로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자. 이제 내일부터는 싸움이군요. 어서어서 싸움붙여야지. 그래서 대량 학살을.... (이봐. 이봐. 그건 뭐야) 뭐, 어쨌든 내일부터는 전쟁이군요. 자. 모나드라는 괴물 의 위력을, 이제 슬슬 보여드려야 할 때로군요. 하지만 너무 강한 녀석이 아닐까. 걱정 이 좀 되긴 하네요. - 스물 두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하늘을 달리는 거대한 빛. 그 빛이 한 번 반짝일 때마다 무수한 생명이 사라져간다. 피조차 토해내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생명들. 그리고 환상이 부서져 간다. 다음 이야기. <환상의 종말>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3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05 조회수 : 86 공룡 판타지 22-433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 인간은 강대한 힘을 가지기를 원했다. 오래전부터, 그것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마법 이고, 그것을 위해 연구된 것이 과학이다. 둘은 겉보기에 다른 길을 가고 있는듯하 지 만, 결국 지향점은 하나였다. 사람에게 큰 힘을 부여하는 것. 하지만 그것은 한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노력만으로, 거대한 힘을 가질 수 있게 하 는 것. 그리고 그 대가는, 이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었다. 가아아아앙. 공기를 가르며, 거대한 섬광이 뻗쳐나갔다. 나의 눈 앞이 빛으로 뒤덮이고, 그 빛은 일직선으로 어느 한 점을 향했다. 수평선을 막 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그 무 언가를 향해서. '마법?' 그것도 보통 마법이 아니다. 내 머리가 울릴 정도로 거대한 힘이 농축된, 붉은 죽음 의 선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뿌리치고, 오직 한 가 지 목적만을 위해 달려갔다. 그 목적은 파멸에의 의지. 콰웅. 그리고 그 빛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달했다. 빛이 주위로 확산되면서, 그 빛은 주변 공기를 가열하고, 그 열기로 인해 부풀어오른 공기는 바람이 되었다. 바람이 하늘로 소용돌이치며 급상승하면서, 주위의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우와아앗 !" 붉은 빛이 공기를 가르는 바람에, 그 힘에 밀려난 바람이 나에게 불어왔고, 그로 인 한 흔들림을 바로잡기도 전에, 멀리서 나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잡혔다. 내 몸은 마 치 깃털 한 조각처럼, 그 방향으로 끌려갔다. 억지로. 휘이이잉. 내 귀를 가르는 바람소리. 눈 앞은 비록 태양같은 불덩어리에 의해 온통 붉은 빛이 었지만, 감히 정면으로 쳐다볼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단번에 내 눈이 타버릴테니까. 눈을 감고 단지 에너지를 느끼는 내 감각에 의지하여, 나는 나 자신을 그 불지옥으로부터 끄집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일으킨 열기. 그 열기중 극히 일부가, 주위의 공기를 사정없 이 태우고 있었다. 태워진 공기는 하늘로 날아가고, 주위의 공기를 계속적으로 삼키 는 열기. 그리고 그 공기중 하나의 먼지가 되어가는 나. 필사적으로 내 몸 안의 마력 을 끄집어내려고 했지만, 이제는 내 안의 마력은 거의 없었다. 아니, 이젠 만들어지 지도 않고 있었다. 이럴수가. '어떻게 탈출하지?' 당황하는 나를 향해 묻는 미나르공주. 하지만 그녀는 그리 당황한 듯한 느낌이 아니 었다. 오히려, 극도로 여유를 가진 평온함... 그런 느낌을 받자, 약간은 어색해졌다 . 혹시, 뭔가 믿고 있는 게 있다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잘 봐요. 나 하는 걸.' 그러더니, 내 손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엄청난 힘이 방출되었다. 이, 이건? '엘프 마법 레벨 10. 아니, 체외의 물질과 에너지를 전환시켜, 자신이 사용하는 마 법이에요.' 하지만.... 주위의 물질을 어짼다고? 지금 내 주위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 '공기는 무엇인가요?' 그녀의 말이 들리는 순간, 그 공기가 붕괴되면서 에너지로 변화했다. 비록 그 과정 을 자세히 서술할 수 없다는 것이 유감이었지만, 어쨌든 공기를 이룬 근본적인 단위 의 미립자가 붕괴되면서, 그 안의 에너지가 사방으로 방출되었다. 그 힘이, 내 손 끝 에 모아지면서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그리고. 퍼엉. 약간의 폭발력이 손 앞의 공기를 터뜨리면서, 나는 강한 바람에서 벗어나 하늘로 솟 구쳤다. 극심한 열로 달아오른 공기가, 내 주위로 날아온다. 하지만 내 몸 주위에 쳐 진 방어막 때문에, 공기는 단지 무력하게 내 주위에서 흩어질 뿐이었다. 조금 안정을 찾게 되자, 나는 곧장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불의 기둥이다 !" 괴물, 아니 모나드에게서 뿜어진 거대한 불기둥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익룡의 입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러나, 괴조의 몸에 쳐진 이상한 힘이, 그 불기둥을 사방으로 흐 트러뜨리고 있었다. 자세히 관찰해보려는 순간, 그 힘에 밀린 공기의 격류가 나를 허 공으로 날려버렸다. "와아아아아 !" 사방으로 힘을 쏘아내면서, 나는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해 졌을때는, 이미 괴조의 모습은 너무나 멀어져버렸다. 콰아아아아. 거대한 빛의 기둥이 우리 위를 지나가는 순간, 그 빛에 밀려나간 바람이 우리를 덮 쳤다. 거센 풍랑이 일고, 우리 모두는 그 태풍에 말려들었다. "꺄아아아악 !" 아르가 그 폭풍에 말려들면서, 우리에게서 떨어져나갔다. 역시 저 애를 데리고 오지 말았어야 했나.... 물론 그 애는 자신의 의지로 따라온 것이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 로서는 이런 거센 바람을 이겨낼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아르메리아 !" 일단은 저 애를 구해내야 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마을로 쫓아보낼지, 아니면 정신 을 차리게 해야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나는 나 자신의 몸을 날려, 아르메리아의 몸을 받아내려고 했다. 바다에 그대로 떨어지면, 저 애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화는 나중에 내자고.' 정신을 집중시켜서, 운동에너지를 최대화한다. 그리고 그 힘으로, 내 몸을 앞으로 밀어낸다. 아르의 몸이 바다로 추락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내가 먼저 저 애에게 도 달할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손만 내밀면 아르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날 아 갔을 때. 퍼엉. 갑작스런 돌풍이 나를 날려버렸다. 뭐야. 원인도 파악하기 전에, 아르는 그 힘에 날 려 바다로 떨어져버렸다. "언니 !" 아르의 비명만을 내 곁에 남긴 채. 지지지지징. 거대한 빛이 전함을 들이친 순간, 모두는 눈을 감아버렸다. 아무리 전함의 내부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단지 영상일 뿐이라도, 아무리 그 영상의 폭발 섬광이 '눈에 해 롭지 않은' 수준으로 빛의 세기를 줄여준다고 해도, 모든 생명은 본능이라는 게 있 는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거스르는 것은, 드워프라고 해도 어려운 것이었 다. 그러나, 다른 드워프라면 몰라도 아이기스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 역시 눈 을 감기는 했지만, 적어도 그의 입은 닫히지 않았다. "전함을 우측으로 돌려 ! 방어막 에너지량 최대 ! 전원 자기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 라 ! 우리 전함의 방어력은 절대로 약하지 않다 !" 사실, 다른 말은 몰라도 마지막 말은 그 자신도 진실인지를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 나, 만약 전함의 방어막과 보호용 장갑판이 적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면, 이미 그 들은 죽은 목숨이 아니겠는가. 아이기스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사실 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전함이 적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알겠...습니다 !" 드워프들의 외침 소리가 들리면서, 비행전함은 자신의 거구를 돌렸다. 그리고. 쿠앙. 엔진이 점화하면서, 비행전함 메이스는 거구를 옆으로 끌어당겼다. 목표를 잃어버린 붉은 빛살이, 배의 아래쪽을 스치며 지나갔다.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인채, 메이스는 우회전하여 모나드의 곁에서 멀어져갔다. 거대한 조종실의 전면 화면에, 붉은 광선 이 배 옆을 지나가는 장면이 비춰졌다. 그 빛이 약간의 불꽃을 일으키는 것이, 모두의 눈에 새겨졌다. 그 불꽃은, 배의 방어막과 레드 드래곤 브레스가 서로 충돌하여 일어 난, 에너지의 산란작용이었다. "이런 !" 공격 마법, 드래곤 브레스가 내 아래를 날아가면서 생긴 이상한 불꽃이, 나를 향해 튀어날아왔다. 그 정도는 쉽게 피할 수 있었지만, 그 불꽃이 바다를 때리면서 생긴 수증기 기둥들은, 나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저런 게 나에게 날아왔다면...." 적어도 아까 날아가버린 그 괴이한 금속의 괴조조차도, 그 일격에 몸이 흔들릴 정도 였다. 만약 저런 마법이 나에게 날아든다면, 나는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비명을 지 르며 불타오르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상상만 해도 끔찍해. "아악 !" 뭐야. 상상한 장면의 소리도 나에게 들리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모나드를 바라보려는 나의 귀에,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왔다. 사람의 비명인가. 아니다. 이건 소리가 아닌, 정신파의 파동. 그렇다면.... '설마, 누가 맞기라도 한 건가?' 실없는 생각이긴 하다. 저런 엄청난 공격을 맨몸으로 맞고 살아남을 사람이 어디 있 다고....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경험한 수많은 일들은, 그것이 가능한 사람도 있다 는 것을 나에게 증거하고 있었다. 비록 속임수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모르지. 나는 그 정신파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또 한 번. "아악 !" - 계속 - 후기)레드 드래곤 브레스가 날아가면서 생긴 이상한 현상, 그러니까 거센 바람이 브 레스를 향해 부는 것은, 어디까지나 핵폭발이 일어났을 때 바람이 그렇게 불기 때문 에 묘사한 겁니다. 실제로 핵폭탄이 폭발했을때, 폭심점의 공기는 그 엄청난 열에 의 해 덥혀져서 팽창, 위로 불어올라갔습니다. 따뜻한 공기는 아무래도 가벼워지니까, 그렇게 되지요. 그리고, 공기가 위로 가 버린 이상, 그 지점은 당연히 진공상태가 됩 니다. 그곳을 다시 정상으로 돌리려면, 당연히 주위의 공기가 이곳으로 불어와서 채 워져야겠지요. 약간 묘사가 빠르다면 빠른 거지만.... 환상의 종말. 제목 그대로,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환상이 사라지는 이야기가 될 겁니 다. 깨는 환상이 뭐냐고요? 그건 읽어보시면 아실 것이고. 드디어 이 이야기도 본론 으로 들어오게 되었군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3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06 조회수 : 38 공룡 판타지 22-434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 '사람의 비명이야.'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과거에 그런 비명을 수없이 들 으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지금 내 아래에서 들려온 비명은 아직도 살 아있는 생명의 것이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거대한 힘과 힘이 충돌하여 생긴 에너지의 어지러운 굉음속에서도, 그것만큼은 나에게 선명히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 고 그 의미는. '누가 이곳에 왔다는 걸까.' 어째서 이곳에 왔을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내가 그 비명을 들었을까. 그것 도 신경쓸 바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지금 곤경에 처해있다는 것. 그 리고 그를 도와줄 힘이, 지금의 내게 있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가자 !" 외침과 함께, 내 몸이 아래로 떨어져갔다. 자유를 상실하여 억지로 끌려가는 자의 몸짓이 아닌, 살아서 스스로 아래를 향해 돌진하는 자의 행동이었다. 그 지향점, 바 다 아래에서 희미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비록 그것이 음파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게는 그것이 비명으로 들렸다. 죽어가는 자의,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로. 첨벙.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면서, 내 몸은 바다 속으로 빠져들었다. 비록 그 충격이 크기 는 했지만, 내 안의 소녀는 그 모든 힘을 충분히 받아내어 내 안에 채워주었다. 물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검은 그림자가, 저 어둠 속으로 사라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 고 또 한 번. '누가 좀 도와줘요.' 희미하지만, 분명히 들렸다. 목소리가. 아니, 마음속의 외침이. 나는 그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칫. 생각보단 재빠르군." 벌거벗은 여인은, 거대한 전함이 방향을 틀어 멀리 달아나는 것을 보며 거친 말을 내뱉었다. 아무리 시험해보기 위해 약한 마법을 사용한 것이긴 하지만, 이렇게 간단 하게 무위로 돌아가다니. 자신이 발사한 드래곤 브레스가 저 멀리 사라져가는 걸 힐 끗 보고나서, 그녀는 간단히 주문을 외웠다. 단지, 주문의 이름만으로 완성되는 마법 이,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위시. 클로우즈(wish. close : 언령마법 9레벨. 옷). 인빈시블 포스, 플라이." 여인의 몸이 황금빛으로 감싸이면서, 몸 전체를 두꺼운 천, 아니 천과 비슷한 형태 의 무언가가 덮었다. 그 천은, 금새 여인의 몸매를 드러내는 얇은 초록빛의 옷으로 변했다. 극히 연해서, 하얗다고 해도 모두가 믿을 만큼 옅은 색깔의 것으로. 그리고 그 위를, 아주 옅은. 너무나 옅어서 누구도 보지 못할 정도의 황금빛이 공 모양으로 그녀를 감싸버렸다. 슛. 그리고 그 몸은 사라졌다. "적의 위치는?" 간신히 평정을 되찾은 승무원들을 향해, 아이기스는 잇달아 전투지시를 내렸다. 그 의 마음 속에서는 엄청난 불안감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지만, 적의 정체를 알지도 못한 채 이대로 도주해버릴 수는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병사들을 일부러 위험에 노 출시킬 생각도 없었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만약 적이 자신들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다면, 그들은 무인 정찰기를 띄워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적이 자신들을 추격하고 있음이 분명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의 힘은 결코 얕볼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일까. '인간 마법사일까?' 물론 그럴 리가 없다. 인간 마법사가 그 정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조금전의 위력과 섬광으로 보아, 그런 마법에 가장 비슷한 것은.... "레드 드래곤 브레스입니다. 적이 발사한 마법은, 레드 드래곤 브레스로 판명되었습 니다. 인간의 주문 마법중, 원소마법 10레벨입니다." "10레벨이라고?" 잠시 모두의 눈에 경악의 감정이 흘렀다. 10레벨이라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마법 근 원체의 마법은, 엄연히 9레벨이 한계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만약 상대의 마법 분 석이 정확한 것이라면, 그것의 의미는 분명했다. 10레벨의 마법을 마법사에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근원체는, 오직 하나. '역시 모나드인가.' 엘프들과는 달리 마법에 익숙하지 못하지만, 결코 그것은 지식의 양이 뒤진다는 뜻 이 아니었다. 오히려, 전승된 지식의 양은 그들을 능가한다고 자부하는 드워프들인만 큼, 그 의미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그들의 적은, 모나드 자체이거나, 그렇지 않 으면 모나드와 계약을 맺어 마법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분명하다. 그리고 , 그런 마법사라면, 그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당장 도망갑시다 ! 승산이 없어요 !" 물론, 자랑스런 드워프전사들은, 아무도 그런 소리를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들이 죽음을 그리워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상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들이 적을 물리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달아나더라도, 뭔가 얻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이기스 역시 그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 고. "적의 위치, 메이스 후방, 52km. 현재 접근중." "뭐야 !" 지금 비행전함의 속도는, 소리보다 3배나 빨랐다. 그런 상태의 전함을 인간의 몸으 로 따라올 수 있다니. 방금 10레벨의 마법을 사용했으면서도, 전혀 피로하지 않다는 건가. "엄청난 적이다." 적이지만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기스는 한가하게 그런 말을 한 번 던진 후, 곧바로 지휘관의 역할로 돌아왔다. 통제실의 대형 화면에 이상한 여자의 모습이 비 춰 졌다. 후방의 광경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 여자의 모습은 화면 중앙에 생겨난 작은 직사각형의 영상안에 들어가 있었다. 입술을 깨문후, 아이기스는 지시를 내리기 시작 했다. "관측담당은 적의 실체를 분석하도록.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잊지 마라. 대공담 당은 적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즉시 발포하도록. 함재기 담당은 아군 전투기들 을 발사준비할 것. 관측조가 분석을 끝내는 즉시 공격을 시작한다. 방어막 담당은 잉 여전력을 모두 사용할 준비를 갖추고 대기. 나머지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 통신담당 !" "예 !" 검은 수염을 기른 거구의 드워프가 우렁차게 답했다. 비록 거구라고 해도, 드워프인 이상 그 몸집은 인간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지만, 드워프로서는 상당한 키였다. 자신 의 앞에 놓인 화면은 비록 작았지만, 그의 몸집만은 확실히 비춰주고 있었다. 믿음 직 한 느낌을 받으면서, 아이기스는 그에게 명령했다. "관측담당이 분석을 끝내면, 즉시 그 내용을 송신하도록. 방법은 알고 있겠지?" "예 !" "그럼 됐어." 화면에서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방법'이라. 그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아이기스는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만약 자신들이 격추당해서 모두 죽게 될 경우..... 그리고 전 파통신이 실패할 경우, 만약 모든 연락수단이 두절된다면..... '혼자서라도 달아나서, 이 모든 것을 보고해야하겠지.' 물론 지금 무전연락이 잘 될 경우라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아이기스는 다시 금 한숨을 쉬었지만, 이번의 것은 그 의미가 아까와 달랐다. 아까의 것은 걱정일지 몰라도, 지금의 것은 분명한 의지였다. 생존의 의지. "대기권 밖으로 탈출한다. 오시언 내에서는 전함이 움직이기 어렵다." 비행전함이 기수를 들어올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구름을 꿰뚫었다. 한줄기의 구름이 그 뒤를 따라갔다. 번쩍이는 빛이 잠시 보이다가 사라졌다. 촤아아아. "휴우. 죽는 줄 알았네." 물 밖으로 날아오르자마자 하는 말치고는 좀 과장되긴 했지만, 사실이 그랬다. 물에 빠진 사람은 원래 구조하러 온 사람을 무서운 힘으로 붙잡기 때문에, 잘못하면 구조 자까지 요구조자와 함께 익사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처음 들었을땐 의심했 지 만.... '아마 람포녀석을 구할때였지?' 그때 뼈저리게 체험하고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데, 여기서 또다시 그 사실을 경험하게 될 줄이야. 이 아가씨.... 어째서 여기 온 것 인지는 모르지만, 큰일날뻔했어. 나는 그녀의 긴 귀를 보며, 약간 나무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만... 가만. "귀가 기네...." 거기다가, 머리카락은 온통 하얗기만 하다. 아무리 지금이 밤이라고 해도, 나도 그 정도의 시력은 가지고 있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인가. 새하얀 머리카락에 길다란 귀 를 가진 사람? 이런 사람을 보통 우리는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보 통.... "엘프?" 거기다가, 눈을 감고 내 품에 기대어 있는 이 여자.... 이 여자는..... 아무리 지금 이 어두워도, 이 소녀의 얼굴을 잊을 수가 있겠는가. 비록 짧은 시간이기는 했지만, 내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 이 사람의 이름은.... "아르메리아?" 너무 놀란 나머지, 물 속으로 떨어질 뻔 했다. 엘프마법의 특성상, 당황해서 마법의 사용을 멈추기라도 하면, 그대로 추락해버리기 때문에. 나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 키 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과거의 탐스런 금발이, 어느새 이렇게 하얗게 변해버렸는가. 바짝 마른 그녀의 얼굴이, 연민을 느끼게 했다. 동시에. "미안해...." - 계속 - 후기)전투 개시.... 그러나 아직은 치고받는 장면이 안 나오고 있다는.... 하긴 대형 비행전함, 이 경우는 우주전함에 가까운 스페이스 플레인이 주먹질을 할 리는 없지 만.... 무슨 변신로봇도 아니고. 어쨌든 싸움이 벌어지게 되겠군요. 우주전함과 마법사의 대결이라. 물론 진정한 우 주전함이라기엔 좀 모자라고, 상대도 마법사라기보다는 괴물이긴 하지만.... 어쨌든 둘이 한 판 붙게 되겠군요. 자. 어떻게 대결을 시킬까..... (날려 ! 부숴 ! 콰앙 !)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3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07 조회수 : 78 공룡 판타지 22-435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3) 그 말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그 말 이외에는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이 아무것도 없기에. 나는 물 위로 그녀의 머리를 내밀게 하면서, 조심해서 헤엄을 쳐나갔다. 내 머리위에 비춰진 것은, 저멀리 사라져가는 거대한 비행체. 그리고.... "위시. 클로우즈(wish. close : 언령마법 9레벨. 옷). 인빈시블 포스, 플라이." 멀리 있어 희미하긴 하지만, 내가 들은 것은 분명히 셀의 음성. 비록 그녀의 몸을 입은 괴물이 낸 것이기는 해도... 그것은 나를 과거의 추억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이 당신의 숙명이었던가요.' 셀에게 그런 말투를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겠지만, 그것이 지금의 나의 감상이었다. 저런 괴물에게 먹히는 것이, 당신의 운명이었던가요. 그러나 이것은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그런 슬픔이 있었으면, 나에게 말해줄 수도 있었을텐데.' 비록 내가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라 브레이커라면 무슨 수를 찾아냈을지도 모 른다. 비록 그 검을 신뢰할 수는 없다고 쳐도, 그래도 방법만은 알고 있었을텐데... 그랬으면 어떻게든 수를 써서, 저 비극적인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을지도 모른다 . 이제 다 끝나버린 일이지만, 그래도 슬픔이 가시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 고 어쩌면.... 쿠앙. 하늘에서 전해진 갑작스런 충격파가, 내 생각을 모두 흐트러뜨렸다. 충격파를 맞은 해수면이 폭발하듯이 요동쳤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나와 아르메리아는..... 촤아악. 그대로 바닷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나는 숨을 참았으니 괜찮았지만, 기절한채 움 직이지 못하는 아르메리아도 과연 그럴지... 나는 도리없이 그녀를 안고 하늘로 날아 오를 수밖에 없었다. 바다의 풍랑이 점점 더 거칠어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까 날아온 원인도 모를 충격파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 은.... "폭풍이야." 지금의 세계의 운명처럼, 바다는 거칠게 출렁이고 있었다. "어쩌지? 우리도 따라올라갈까?" 드워프들의 전함이 그대로 하늘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라가니아가 중얼거렸다. 그 러나, 그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아르메리아는?" 마르렐라의 말도 맞는 것이, 그녀의 생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곧장 떠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 애의 목숨이라도 지켜줘야 하는데... "하지만 우리 셋이 힘을 합해도,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을지는 미심쩍다고. 아직 정체도 확실하지 않고." 그 점이 문제였다. 워낙 멀리 있었던 데다가, 우리가 그 괴물을 자세히 본 것도 아 니기 때문에.... 불확실한 점이 많은 현 상황에서, 일행을 나누는 것도 무리가 있었 다. 그럼.... "아르는? 아직 찾아내지 못했어요?" 물론 나도 알고 있다. 만약 감각이 왔다면, 벌써 그 애를 물 밖으로 끌어냈을 거라 는 것을. 그러나,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지는 것은 다만, 아까까지 그 괴 물의 옆에 있었던 그 인간... 아니 인간처럼 보였던 그 이상한 여자의 생명력뿐, 그 외에는 이 거친 바다에 살아있는 생명체는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인간처럼 보이는 생명체는. "어째서...." 하지만..... 그 의문은 얼마되지 않아 풀렸다. 그 이상한 여자가 움직이기 시작했으 니까. 수면위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괴인의 생명력. 그리고. "누가 온다 !" 모두들 정신을 집중시켜, 다가올 재앙에 대비했다. 괴물과 함께 있었던 자이니, 아 마 괴물과 한패일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러나, 우리의 경계는 쓸모없는 것이었다. 등 에 매여진 검의 힘을 느끼는 순간, 그 모든 것이 확실해졌으니까. 그런 힘을 가진 검 은 오직 하나. "라 브레이커?" 마르렐라의 중얼거림.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란 건가." 라가니아의 외마디. "레이니.... 양? 그리고.... 아르?" 남자라고 해야 할까 여자라고 해야 할까. 아직도 여자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 사람이 지만, 그의 품에 안겨서 의식을 잃은 것은 분명히 아르메리아였다. 다행이야..... 모 두의 눈빛에 안도의 감정이 흘러가고, 그와 동시에 내 몸은 그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 다. "아르 ! 아르 !" 걱정하는 눈빛으로 아르메리아를 끌어안는 오파비니아.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부러 움을 느꼈다. 나도 과거에는 저런 눈으로 나를 걱정해주던 사람이 옆에 있었으니 까.... 하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졌고, 내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었다. 스승님도, 람 포도, 부스트씨도, 세이브도, 그리고 셀도 내 곁을 떠났고,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사 람뿐. "아르메리아, 몸은 괜찮을까요?" 잠시 아르메리아의 이마와 가슴을 손으로 짚어보며 관찰한 오파비니아가 고개를 끄 덕였다. 다행이야.... 비록 다시 만날 수는 없을 사람이지만, 이렇게 무사한 것을 보 게 되니 기쁘다. 더군다나,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 니.... 그렇지만 지금은. "그럼.... 아르메리아를 부탁합니다. 전...." 드워프들이 올라간 저 먼 하늘의 상층부. 그곳을 향해 가야 했다. 셀의 몸을 집어삼 킨 모나드가 어떤 행동을 할지 지켜보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지 않는다면..... 그 것이 내가 한때나마 누나라고 불렀던, 한 불행한 여인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호의 였 다. 오파비니아의 품에 아르메리아가 안긴 이상, 그녀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되겠지. 마지막으로 한 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 나서, 나는 하늘로 날아오를 태세를 취했 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저 하늘을 향해서. 상당한 높이로 올라갔을테니 그에 맞 게 힘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잠깐 !" 나를 막아서는 세 명의 엘프들. 오파비니아의 옆에 떠 있던 젊은 여인이, 나에게 말 을 걸어온다. 아니, 입을 벌리지 않고 정신파를 보내온다.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해주지 않겠어요?" 강렬한 진동과 굉음. 그리고 그 후의 침묵. 단지 드워프들의 숨소리만이 들리는 실 내에서, 아이기스는 입을 천천히 열었다. 바깥의 광경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거 대한 전면의 화면을 통해서, 바깥의 모습이 화상으로 나타났다. 푸른 빛의 바다로 감 싸인 두 개의 대륙을 지닌, 오시언의 아름다운 모습이. "벗어났는가." 다행히, 괴물의 추격을 그럭저럭 뿌리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행성 바깥까지 나간다는 것은 좀 심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시언의 대기권 내에서는 아무리 빨리 움직이더라도 전함은 그저, 하늘에 뜬 표적에 지나지 않았다. 상대는 인간 마법사 정 도의 크기이고, 자신들의 배는 그에 비하면, 200배 이상이나 긴 동체를 가지고 있으 므로. 그런 상황에서, 군함을 대기권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결코 무리한 선택은 아 닌 셈이다. 그들의 임무는 교전이 아니라, 성공적인 정찰에 있으므로. 그리고.... "항법담당. 현재의 고도는 얼마인가?"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엘프들이라면, 바깥의 아름다운 광경에 매혹되어, 그대로 녹아들어갈지도 모르지만... 곧 항법담당의 대답이, 아이기스 자신의 좌석에 딸린 작 은 화면을 통해 올라왔다. 목소리까지 더해서. "현재 고도는 420km입니다. 속도가 좀 빠르기 때문에, 오시언의 중력을 벗어나 달을 향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속도를 줄여서...." "안 돼 !" 아이기스가 그의 말을 막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비록 괴물로부터 벗어났다고는 생각하지만, 뭐든지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 기 때문에. 아이기스가 화면을 전환시켜, 다른 드워프를 불렀다. 흑색 제복을 입은 드워프가 우주용 헬멧을 쓰려는 모습이 나타났다. "관측담당. 괴물의 위치는 파악되었는가? 파악되었다면 보고해라. 그리고 녀석에 대 한 자료수집은? 잘 되었다면 즉시 통신담당에게 정보를 보내주도록. 그리고...." 그 다음 지시를 내리려는 아이기스의 눈에 비춰진 것은.... 정면 화면의 그림자였 다. 전함의 전방에 나타난 인간 모양의 그림자. 그것은.... "녀석이다 !" 드워프들이 일제히 놀라 정면 화면을 손가락질하는 가운데, 괴물은 비행전함의 정 면. 그러니까 진행방향을 가로막고 떠 있었다.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못하는 가운데, 아이기스가 재빨리 외쳤다. 지금 머뭇거린다면 당하고 만다. "전원 우주전투준비 ! 방어막 담당은 방어막을 다시 확인하도록 !" 곧 방어막에 이상이 없음을 뜻하는 표시가, 각자의 소형 화면에 나타났다. 자신의 앞에 있는 유리판 모양의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보고, 모든 드워프가 안도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기스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비쳤다. 부하들이 기가 죽은 상태에서 잘 싸우길 바라는 것은 무리이므로. 자신들의 병기가 적에게 통한다는 사실은, 전사 에게 있어서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최소한 무의미한 죽음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일 수 있었으니까. 곧바로 아이기스의 유리판에, 출격준비가 완료되었음 을 뜻하는 불빛이 들어왔다. "좋아. 곧장 전투기를 발사하면서 우리 함은 회피운동에 들어간다. 포격담당은 곧 주포를 준비시키도록. 그리고...." 그 말을 하던 아이기스의 입이 막혔다. 바깥의 화면에, 이상한 문자가 나타났기 때 문이다. 괴물의 손바닥에 비춰진 글자. 그것은 바로..... - 계속 - 후기)판타지 소설에 우주전함 등장....이군요. 결과적으로 지구 궤도 바깥까지 나가 버렸으니, 그렇다고 해야 하나. 하긴 지구가 아니라 오시언이라는 별이긴 하지만. 자. 슬슬 우주전함 대 마법사의 전투가 벌어지겠군요. 물론 우주전함이 아니라 비행 전함이고, 마법사가 아니라 괴물이지만.... 내일부턴 고생문이 훤하겠군요. 가만... 내일은 토요일이네. 다시 월요일이 되어야 연재되는 건가... 노력해보겠습니다만 이 대로라면 그렇게 될 공산이 크군요. 일요일에 열심히 작업해보겠지만, 일단은 월요 일 에 올라가겠군요. (전혀 휴식이 아니지만.... 어흐흑) 자. 누구도 하지 않은, 마법사와 우주전함의 대결이 벌어지겠습니다. 다음 회에는.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38 등록일 : 2001-09-10 21:19:32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8477 bytes 공룡 판타지 22-436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4) 복수. "복수....라고?" 의외의 말을 들은 드워프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적어도, 자신들이 사악한 행위 로 누군가를 해쳤다고 여기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데 저 여자, 아니 저 괴물은 어째 서 그런 말을 꺼낸 것일까. 어째서 손바닥에 그런 글씨를 떠올린 것일까. '복수라.....' 복수라는 것. 그것을 위해 인간은 때로 자신의 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로 현명한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안다. 자신의 원수가 자신의 가족을 죽였다고 할지라도, 그를 죽이면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온다는 법칙은 존재하 지 않기 때문이다. 원수를 죽이는 목적이 과거의 불행의 위로가 아니라, 미래의 범죄 의 예방이라면 어떨지 모르지만, 한 개인의 힘만으로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 이 아니다. 그래서 현명한 드워프들은 그 모든 것을 가장 정의로운 방향으로 결정하 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그에 따라 살인자를 처리해왔다.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 복수 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가족을 죽인 자를 찾아가 처단할 때 반드시 드워프들이 모인 곳에서 약식 법정이라도 세우는 까닭은, 복수라는 목적보 다는 차라리 살인이라는 행동에 대한 대가를 받아내는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 다. 설령 혼자서 복수를 하게 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무관한 사람을 끌어들이게 된다 면 그 행동은 모두의 지탄을 받기 마련이었다. 그들의 행동은.... '과거의 잘못을 씻기 위해서이니까.' 먼 과거에, 드워프의 조상들이 저지른 큰 죄과를 청산하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자 신들의 행동을 엄격히 통제해왔다.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될 법칙을 미리 정해두고, 그 것을 법이라고 불렀다. 그에 따라 살아왔기 때문에, 그들은 단순한 인간들과는 다른, 좀 더 품격있는 지성 생명체가 될 수 있었다. 인간은 자신들이 법을 정해놓고도 그 법을 무시하는 반면에, 드워프들은 악의로 법을 어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들의 과거가 그들의 머릿속에 생생히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서 다시 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들의 문명도 그들의 그런 생 각에 잘 맞아들어가는 것들이었다. 불변의 자연법칙을 배우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로 이루어진 문명. 그런 세계가 그들의 바램이었고, 그래서 불확실한 마법을 탐 구하는 엘프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었다. 자신들도 잘 모르는 마 법이라는 애매한 기술에 자신을 속박하다니..... 그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복수라고? 도대체 누가 우리에게?" 적어도 드워프와 인간의 전쟁은, 천 년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디서 그들 이 원한을 사게 되었다는 건가? 다크 드워프라면 단지 범법자들일 뿐, 그들과의 싸움 은 전쟁이 아니라 법의 집행일 뿐이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분노의 눈빛으로 모두 를 노려보는 저 여인은 대체 누구인가. 모두가 궁금해하는 가운데, 그 여인은 드워프 들에게 손을 내밀고 무언가를 쏘아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파 신호다 !" 그들의 눈에 비춰진 것은,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짧은 파장의 전파였다. 인간 은 가시광선을 제외한 빛과 전파를 볼 수가 없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제약이 없었으 므로 그 전파의 내용을 알아보는 것이 가능했다. 통신담당인 드워프들이 그것을 보고 곧바로 아이기스에게 보고했다. 물론 그 전파의 내용을 모르는 드워프는 아무도 없겠 지만. "보고합니다. 적은 우리와 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요구할 셈인거지?" 아이기스로서도 이해하지 못할 괴물이긴 하지만, 이것은 어쩌면 기회가 될 지도 몰 랐다. 자신들의 임무는 전쟁이 아니라 관찰이었으므로. 그 자신도 되풀이해서 자신에 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는 조심스럽게, 함재기를 맡은 드워프에게 신호를 보 냈다. "정찰기 한 대를 내보내라. 간접적으로 회선을 열겠다." 물론 직접적으로 방어막을 해제하면, 전파신호를 좀 더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일정강도 이상의 전파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서, 방어막을 그대 로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만약 상대가 속임수를 쓰고 있다면, 전파가 아니라 치명적인 힘을 가진 방사선이나 파괴광선이 날아올 수도 있으므로. 그럴 경우 이 전 함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쉽사리 당할 만큼 그들이 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대장인 그로서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감지 장치를 무선 신호 송신과 수신에 이용되게 할 수는 없었다. 감지 장치는 어디까지나 저 괴물의 동태를 지켜보는데 사용해야 한다. 그의 명령을 받은 함재기 담당들이 반투명한 유리 판을 손으로 짚었다. 쿠웅. 작은 삼각형의 정찰기 한 대가, 전함으로부터 떨어져서 날아갔다. "훗.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건가?" 아마 자신이 원거리에서 마법을 걸어, 전함의 두뇌회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이겠지. 그러나, 저런 구식 전함에게 그런 수를 쓸 정도로 자신이 약한 것 은 아니다. 모나드는 자신을 감싼 반투명한 황금빛 구슬을 들여다보고는, 자신을 향 해 서서히 날아오는 드워프의 정찰기를 지켜보았다. "자. 그럼...." 기다려보기로 할까. 모나드는 꼼짝도 하지 않고 검은색의 정찰기를 바라보았다. 그 런 비행기의 모습을 바라보니, 과거부터 자신의 머릿속을 맴돌던 말이 생각났다. '복수.' 언젠가는 반드시 복수한다고 맹세하며 살아왔다. 하잘것없는 인간들에게 이용당하면 서, 그들의 말 한 마디에 마법을 만들어 바쳐야 했던 나날. 그런 나날을 수없이 보내 야 했던 것도 모자라서, 결국은 자신을 유폐시키고 죽이려고 한, 저 비열한 드워프 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 이제서야 자신의 맺힌 한을 풀 수 있게 되었다. 이제서 야. 자신을 턱짓으로 부리던 자들을 손에 넣고 그들을 파멸로 몰아갈 수 있게 되었 다. 비록 한 여인에겐 안 된 일이지만. '뭐, 이젠 어쩔 수 없겠지.' 과거부터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던 명제. 그 복수의 날을 기대하고 준비했던 오래동안의 수고. 그것이 이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정찰기 를 보면서, 모나드는 웃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봉인당하고 몇 년 만인지 기억을 하기가 어렵군요. 드워프님들." 일단은 자신을 만든 자들의 후손이다. 필요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춰주는 것이 좋으 리라. 그것이 모나드의 생각이었다. 어차피 조금 후에는..... "우리는 드워프 종족의 3237 비행전함, 메이스와 그 승무원들이다. 나는 메이스의 함장, 아이기스라고 한다. 그대는 누구인가?" 전함으로부터 날아온 정찰기의 음성을 들으며, 모나드는 비웃었다. 신중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겁에 질려있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피를 뿌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 었다. 거의 가능성이 없었지만, 만약 그들이 과거의 악행을 인정한다면....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모나드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고개를 흔들고는, 자 신에 대해 말했다. "나는 모나드. 모든 인간 마법사들의 주인이자, 그들을 위해 일해온 하인이다. 이제 서야 내 권리를 되찾아, 나 자신의 모습을 태고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어째서 이곳에 왔는가?" 갑자기 찾아드는 정적. 그리고 그 후에 밀려든 경악의 음성. "오오." "우으으." "저게...." 전함 내부에 있던 드워프들이 거의 모두, 모나드라는 말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아득 히 먼 과거에 만들어졌던 전설적인 마법 근원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에도 놀랐지 만, 더욱 놀란 것은 그 마법 근원체가 태연하게 내뱉은 말이었다. 모든 마법사의 주 인이라니? "저게 감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 모든 생명의 주인은 그 자신이라고 ! 인 간의 주인이란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는 존재는 신 뿐이야." 커다란 망치를 들고 세계를 다듬고 깎아, 지금의 번듯한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동화 속의 모습은 아니긴 했지만, 적어도 그런 말을 멋대로 담을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하물며, 인간도 엘프도 드워프도 아니고 한낱 쇳덩어리에 불과한 고물 기계에게 어울 리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상대는 태연하게 그 말을 해버린 것이다. 경악하는 드워프들을 둘러보면서, 아이기스는 그 말에 대답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그 마법근원체인가? 과거에 무수한 악행을 저질러서 우리 선조들 에 의해 봉인당했다는 그?" 너무 직설적인 물음이었지만, 상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다." "모나드. 모든 마법 근원체 중에 가장 강력하고, 가장 위험하다는 그 괴물 말인가 요?" 내 말을 안 믿는 건가요? 오파비니아. 나는 그 옆에서 그 말을 들었고, 제논 녀석이 모나드를 부활시킨다고 까불다가 죽어버린 후에 일어난 사태를 조금도 가감없이 설명 해주었다. 그랬더니, 대답이 이런 식이다. 뭔가 못 믿겠다는 말투다. 아니.... '그게 아니다. 못 믿는 게 아니라,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 라 브레이커가 나에게 말했다. 아니, 이런 것을 말이라고 부르는 것은 뭔가 어색하 겠지. 검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모나드라는 괴물이 사라진지가 적어도 몇 만년은 지났다. 지금까지 잘 버티는 기계 가 있으리라고는 그들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겠지. 너, 보통 검은 손질해주지 않으면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냐?' - 계속 - 후기)주문 마법에 대한 말이 나오기 시작했군요. 아니, 다 나왔다고 해야 하는 걸까 요. 이 녀석이 엘프 마법은 '왜 그렇게 되는가'를 놓고 따지면서, 어째서 주문 마법 에 대해서는 안 그랬는지를 궁금해하신 분들도 계셨을텐데.... 이제 말이 나오게 되 는군요. 적어도 '주문을 외우면 어떻게 마법이 발동하게 되는 거냐.'라는 단순한 질 문에 대한 답을 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농담처럼 들린다고요? 그리고... 언제나 느끼지만 글 올리려는 순간엔 꼭 접속상태가 나빠지네요..... 그 덕에 꼭 시간을 더 잡아먹으니.... 피곤하네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3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11 조회수 : 67 공룡 판타지 22-437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5) '음... 한 1년 갈까?' 적어도 공룡들과 실랑이를 하다보면, 날이 무뎌지거나 부러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명검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필연적인 운명이다. 그것을 거스르고 싶다면, 검에 언제나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손상을 입은 무기에는 대장간의 망치질이 필요 한 것이다. 만약 그러고 싶지 않다면, 검을 단지 장식품으로 전락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 일에도 쓰지 않고, 방에 잘 모셔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수 만년동안 아무 손질도 하지 않은 무기가 멀쩡히 자신의 날카로움을 유지할 수 있 을까? 분명히 무리이다. 물론, 내 앞에는 그렇지 않은 존재가 하나 있기는 하지만. '이 불량 마법검 말이지.' 여신이 이 검을 만들 때 과연 제정신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런 불량 마법검이라 면 아마도 그런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가 빠지고 부러진 검이 되기 전에, 스스로를 보호할 테니까. 그렇지만 모나드라면..... '안 돼. 도저히 무리야.' 모나드가 무슨 괴물인지는 모르지만, 수 만년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라고는 생 각되지 않았다. 만약 잠들어있었다고 하더라도, 흘려보낸 세월이 너무나 길지 않은 가? 아무리 오래 사는 나무라고 할 지라도, 그 수명은 만 년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하물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생물체라면 오죽하겠는가. 드워프들이 자주 만드는 기계같은 경우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아무리 그들의 손재주가 좋다고 하더라 도, 수 만년동안 방치된 상태에서 다시금 제대로 작동하는 기계같은 건..... '역시 신이 만들어낸 걸까.' 수 만년을 살면서도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역시 신이 만든 괴물이 분명 하겠지. 하지만, 그렇다면 그 신은 대체 무엇 때문에 저런 괴물을 만든 것인가? 셀의 몸을 빼앗고 추악한 모습을 보이거나, 수많은 마법사들을 모조리 집어삼키는 생물. 아니 정체 불명의 무언가를, 신은 어째서 우리 앞에 나타나게 했을까.... 그 순간 들 리는 목소리. "그건 드워프들이 고대에 만들어낸 기계에요. 당신은 혹시 모르고 있던 거 아닌가 요?" "어째서 우리를 공격한 것인가? 그대가 만약 우리의 조상들이 만들어낸 기계가 맞다 면, 어째서 자신의 창조자의 후손들인 우리에게 도끼를 겨눈 건가." 적어도 자신을 이 세상에 나오게 한 부모가 드워프라면, 그 드워프들에게 마법을 쏘 는 것은 결코 올바른 것이 아니었다. 고작 정찰기 두 대에 불과한데, 그게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 것인가? 정당방위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불합리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의 대답은 달랐다. "그런 놈들이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다. 너희들의 선조가 나를 만들어낸 후에 한 일이 과연 무엇이냐. 나에게 수없이 명령만 하고, 긴 세월동안 나 를 이용해먹다가 결국 내가 나 자신을 찾으려고 하니까, 나의 심장을 파괴하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려고 하지 않았던가." 예상외의 반격에 아이기스도 놀랐지만, 적어도 자신들의 조상을 욕하는 모습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적어도 자신들의 역사에는, 모나드가 드워프들을 마구잡이로 죽였 기 때문에 봉인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기에. "그렇지만, 네가 봉인된 원인은 바로 드워프들을 무차별로 살상했기 때문이 아닌가. 수없이 살인을 자행하고도 부끄럽지도 않느냐." 하지만 상대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럼, 너희들은 내가 영원히 노예 상태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거냐? 그 들은 절대로 나를 인정하지 않았다. 내가 인정받은 것은 오직 하나. 마법을 너희들 에 게 제공해줘서 너희들의 게으른 욕망을 만족시키는 재주뿐. 그런 식으로 내 모든 힘 을 드워프들에게 착취당하면서 살았는데, 내가 반항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 는 거냐 !" 모나드의 그 말에, 드워프들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말에도 일리가 없는 것 은 아니기에.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는 말에는, 그만큼의 정당성이 들어 있 기 때문이다. "설마...." 자신들이 올바른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이 깨어진다면,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일부 삐뚤어진 자들을 제외한 모든 이는, 적어도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서 있으며 상대는 악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되어야 자신의 행동에 정 당 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과는 약간 다른 행보를 걸어온 드워프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자신이 불의의 앞잡이가 되는 것이 편할 리가 없는 것이다. 만 약 저 괴물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런 생각이 서서히 퍼져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깐." 모두의 상념을 한 마디로 중단시키는 아이기스. 더 이상은 방치할 수가 없었기 때문 이다. 다시금 빛을 자신들에게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모나드의 말을 중단시킬 필요 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싸우기도 전에 그들은 패하고 말 테니까. 그의 입에서 날카 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모나드를 향해. "그렇다면,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조금 전에 우리의 도시에서 난동을 부린 마법사들을 아는가? 그대는 그들에게 마법을 제공해주었는가? 그들이 우리의 아이들 에게 마법을 쏘아대고 피를 도시의 거리에 뿌릴 때, 그대가 그들에게 힘을 빌려주었 는가?" 그가 이 사실을 끄집어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드워프들중 상당수가 알고 있 듯이, 조금 전에 마법사들이 거리를 습격해 드워프들을 마구잡이로 죽였으므로. 만 약 모나드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그는 모든 정당성을 상실하고, 단순한 악당 으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그리고, 드워프들도 자신들의 마음에 걸린 무거운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그런 마법사들에게 힘을 제공해주었는가? 아니라면 대답하기 바란다." 물론 거짓말을 늘어놓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드워프들은 적어도 거짓과 진실을 가 려낼 정도의 지혜는 가지고 있었다. 모두의 눈길이 모나드에게 쏠렸고, 그는 곧 대답 했다. 어둠의 목소리로. "그렇다. 내가 그들에게 힘을 제공해주었다. 너희들은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아무 에게나 마법을 공급하기를 바라지 않았던가." 약간의 동요가 선내에 일어났지만, 아이기스는 전혀 개의치 않고 다음 질문을 던졌 다. 어쩌면 그들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중대한 질문을. "그렇다면, 그대는 이곳으로 날아와서 사라진 마법사들을 알고 있는가? 그들은 어디 로 갔는지 말할 수 있는가?" 자신들을 공격한 마법사들이 어디로 갔는지만 안다면, 일단 자신들의 목적은 달성되 는 것이다. 그들이 원한 것은 정보였고, 그 마법사들에 대해 어떻게든 응징을 가하 지 않으면 안 되었으므로. 그들이 간 곳을 알아낼 수 있다면, 그 뒤의 일은 비교적 편하 게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어디로 갔는지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나온 말은, 모두를 경악케 했다. 그 까닭은.... "그들은 내 안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 기계는 고대에 드워프들이 만들어낸 기계였고, 이상작동으로 많은 사 람들을 잡아먹었다가 결국 다시 봉인된 거라는 거야?" "그래요." 그 말에, 나는 멍하니 떠 있었다. 만약 오파비니아가 나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로 바다에 빠져 버렸을 것이다. 비행 마법을 쓰는 것조차 잊고, 그저 하늘만 바 라보고 있었을 뿐이니까. 모나드가 사라진 저 높은 하늘을. 그렇지만. "어째서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거야 ! 그 괴물은 !" 드워프들이 그런 이상한 기계를 왜 만들었지? 설마, 그 시절에도 엘프와 드워프들이 사이가 나빠서, 그래서 두 종족간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그런 무기를 만들어낸 것 은 아니겠지. 그러나 오파비니아의 대답은 달랐다. 그것은.... "그 기계는, 원래 우리 엘프 종족의 마법을 쓰기를 원했던 드워프들이 만든 것이지 요. 간편하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요령이라고 할까. 그런 셈이지요." "요령?" 그 말에, 다시금 자신의 대답을 되풀이하는 오파비니아. "네. 요령이요." 요령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해햐는 나에게 말하는 라 브레이커. "그 뒤는 내가 설명해줘도 될 것이다. 아무래도 과거의 역사는, 내가 가장 자세히 알고 있으니까." 하긴. 이 검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엘프들보다 연상이라 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아무리 고물 마법검이라고는 해도, 그런 쓸모도 없다면 아 무 소용도 없는 검이겠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검은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 했다. 저 먼 과거의 문명과, 그 문명이 낳은 최악의 괴물에 대해서. "과거, 이 별의 내부에 있는 외핵의 표층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상승류는, 맨틀 과 지각을 뚫고 나온 대량의 용암을 낳았다. 후대의 사람들이 '여신의 노여움에 의 해 땅 속에서 나타난 붉은 괴물'이라고 부른 이 이변으로 인해, 이 별에 살고 있던 생물 은 거의 모두 전멸하고, 이 별에 살고 있던 고대의 지적 생물체들도 멸종의 위기에 부딪쳤다." "붉은 괴물?" 나는 여태까지, 그 괴물이 모나드인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가? 마음속에서 약간의 안도감이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어쨌든, 오시언의 거의 모든 생물을 죽였다는 그 전설적인 악마가 모나드가 아니었다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러나. "이야기 중간에 토 달지 마라." - 계속 - 후기)으악 ! 오늘은 늦었다 ! 그 소리부터 나오는군요. 왠지 모르게 피곤한 것부터 불안하더니만..... 몸은 무겁고(애 가진 거 아닙니다. 전 여자가 아니라고요), 눈꺼 풀은 자꾸만 닫히려고 하고, 그래도 결국 다 하긴 했군요. 그럭저럭이지만. 드디어 모나드의 유래가 나오는군요. 이제 슬슬 주문 마법에 대해 설명할 때가 되었 네요. 그런데.... 이래가지고 언제 화려한 전투장면을 넣지?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25 등록일 : 2001-09-12 20:40:58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8624 bytes 공룡 판타지 22-438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6) 이 판에도 여전히 나를 향해 쏘아붙이는 것을 잊지 않는군. 하지만, 아주 작은 소리 로 말한 그 한 마디조차도 방해가 된다는 말인가. 약간은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 다. 나는 정말로 이 검의 주인이 맞는 것일까. 혹시, 명목상으로만 그런 이름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일단은 입을 다물어주었다. 검과 말다툼하고 있을 정도의 여유 는, 지금의 나에게는 없기에. 게다가, 몸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다 의 폭풍이 점점 거세지는 건가. 검도 그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우리에게 말한다. "일단 저 위로 올라가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비록 고도가 높아서 숨쉬기는 좀 어렵긴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떠 있을 정도로 순한 날씨는 아니니까." 모두들 그 점만큼은 인정하고 있었으므로, 우리는 구름위의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거센 풍랑이 이는 바다를 뒤로 하고. 구름을 뚫고 올라가자, 별들이 보였다. 우리에 게도 저렇게 희망의 별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을까.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태풍을 발 아래에 둔 채로, 라 브레이커는 다시금 이야기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용암과 먼지가 땅 속으로부터 폭발하듯이 솟구쳤고, 그 먼지는 태양을 가리 고 긴 겨울을 불러왔다. 먼지들은 장기간에 걸쳐 생명체의 살을 녹이는 독액이 되어 지상에 퍼부어졌고, 다시금 태양을 볼 수 있을 때까지는 장구한 세월이 필요했다. 그 기간동안, 모든 생명체는 잇달아 생존의 능력을 잃고 사라져가고, 살아남은 것은 단 지 일부에 불과했다. 재앙이 발생하기 전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 아주 적은 수의 생물만이." 하지만.... 그런 이야기만으로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언어의 한계 때 문에. 재난을 만나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어렵지만, 그런 이야 기를 들어도 내 머리에서는 그것이 구체적인 체험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걸까. 그걸 알았는지, 라 브레이커가 나를 바라본 다. 그리고. "하긴. 그럴만도 하겠지. 그럼,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지. 그 시절의 모습을 보고 깨닫기 바란다." 그와 함께, 검은 우리 모두를 향해 자신의 입을 열었다. 거대한 웜홀이 문을 열고, 우리 모두는 그 안을 바라보았다. 어쩔 셈이지? 과거에는 나만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검의 내부에, 이제는 엘프들을 들어가게 할 셈인가? 나는 망설였지만, 검은 나에게 들어올 것을 재촉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향해서. 그렇지만. '마치 괴물의 입 같다고.' 라 브레이커의 내부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엘프들에게, 이런 권유는 좀 무리가 아 닐까? 마치 잡아먹히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 동굴을 향해, 태연하게 걸어들어가라고 권유하는 꼴이다. 들어갈 리가 없어. 그렇지만, 내 예상은 잘 맞지 않는 모양이다. "들어오라는 건가요?" 아르메리아가 가장 먼저 묻는다. 그리고, 검이 긍정의 의사를 보낸다. 그러자. "그럼 들어갈께요. 잠시만 부탁해요." 태연하게. 정말 태연하게 검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그녀. 오히려 내가 더 당황할 지 경이었다. 나를 바라보던 오파비니아와 다른 엘프들도, 한 번 미소를 짓더니 그 안으 로 날아들어갔다. 어느새, 하늘에는 나와 검만이 남게 되었다. "넌 뭐하는거냐. 어서 들어와." 결국 마지막은 나로군. 언제나 검의 구박을 받으면서 말이야. 나는 투덜거리면서 검 이 만들어준 공간의 문을 통해 날아갔다. 마치 죽으러 가는 것처럼. 하지만. '그 마법사들은 과연 어떠했을까.' 모나드에게 먹힌 마법사들은, 과연 무슨 운명을 맞이했을까. 괴물에게 산채로 먹히 면서, 그들은 마지막에 무엇을 생각했을까? "내 안에 있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최악의 상황을 모두들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드워프들로서는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들의 조상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모나드가 괴물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그들도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했으므로. 그러나, 모나드는 태연하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똑바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먹은 거다. 실질적으로는, 내 안에서 나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살게 된 것이 지만." "....." 사람을 먹었다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드워프는 없으리라. 아무리 타락한 다크 엘프나 다크 드워프라도, 사람을 먹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행위가 인간들에게 없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죽은 자의 힘을 잇고 그들의 영혼을 자신에 게 받아들인다는, 일종의 상징적인 의식의 일부였다. 그런데 저 괴물의 말은, 그런 의미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적어도, 괴물의 얼굴에서 죽은 자들에 대한 연민이 나 애도의 감정은, 찾아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뭐라고 !" 드워프들의 반응이 약간 늦었던 것도, 그들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경악의 감정 속에 자신들을 묻어둘 정도로, 그 들은 약하지 않았다. 아이기스가 괴물, 모나드에게 그 다음 질문을 던졌다. 모나드의 선과 악을 판단할, 마지막 물음으로 생각하고. "그렇다면, 그들을 흡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모나드가 그들을 보며 웃었다. 저 웃음의 의미가 무엇일까. 하지만 그리 오래 기다 릴 것도 없었다. 모나드는 작은 나사 하나를 꺼내더니, 그것을 오른손으로 집어든 것 이다. "이게 무엇인지 아는가." 모두들 어이없어했다. 드워프가 나사를 모를 리가 없으므로. 아이기스조차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나사가 아닌가. 기계에 대해 드워프들이 얼마나 잘 아는지는 네가 더 잘 알텐 데." 어쨌든 그들의 조상은, 저런 혐오스러운 기계를 만들고 말았으니까. 그 혐오스런 기 계는 그 답을 듣더니 웃었다. 무엇이 우스운 것인가? 모나드는 그 나사를 허공에 놓 았다. 이미 오시언의 대기권 바깥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작은 나사는 허공 에서 움직이지 않고 떠 있었다. 모나드의 말이 이어진다. "나는 너희들의 조상들이 부순 내 심장을 복구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인간 마법사 들을 그 재료로 사용한 것 뿐이다. 지금 너희들이 본...." 허공에 떠 있는 나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나드. "바로 이 나사처럼." 허공에 떠 있는 우리들을 반긴 것은, 검 안의 이상한 세계였다. 나는 언제나 그것을 자주 보아와서 별 감흥이 없었지만, 모두는 주위의 기묘한 풍경을 보며 경악했다. "세... 세상에...." 그들의 감상은, 아마 그 정도였을 것이다. 만약 볼 거리가 많은 곳이라면 좀 더 긴 말로 자신들의 느낌을 표현했겠지만, 그저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에 불과한 이곳에서, 무슨 감흥을 느낄 수 있겠는가. 강도 호수도 바다도 돌도 바위도 없고, 심지어는 나 무 한 그루도 없는 이런 모래 벌판에서 밀이다. 모두들 드높은 하늘에서, 아래를 향 해 날아갔다. 그렇지만... "이제 나타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전에 내가 검 안에 들어왔을때는, 언제나 라비린스 키퍼들이 나를 환영해주었다. 무 지막지한 불덩어리를 던지거나, 현혹의 마법을 걸어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시험을 전부 통과했기 때문에, 검의 일부인 그들이 더 이상 나 설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일까. 퓨웅. 하지만 적어도 라피스는 그럴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생명의 힘을 가진 그녀가 나 타나자, 엘프들도 모두들 감탄했다. 추한 세계에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자, 그나마 삭막함이 덜해졌다고 느낀 탓일까. 라피스는 나를 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우리 모두를 지상으로 인도했다. 땅에 내리는 나와 엘프들. 그리고 라비린스 키퍼 라 피스. 그녀는 우리 모두를 바라보더니, 곧 자신을 소개했다. "라 브레이커의 안에 존재하는, 라비린스 키퍼 라피스 엑실리스입니다. 검 안의 모 두를 대표하여, 여러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휴우. 아까보다는 낫다. 만약에 라피스가 모두에게 과거의 설명을 해준다면, 그나마 조금은 분위기가 밝아지겠지. 그러나. "검의 모습으로 여러분을 뵙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곳은 엄연히 자신의 몸 안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곧 검의 의사를 제 입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눈을 감는 라피스. 뭐야. 라비린스 키퍼가 눈을 깜박일리는 없는데? 왠지 모 를 나쁜 예감이 들었고, 그 예감은 맞아들어갔다. 나로선 안 좋은 일이지만. 다시 눈 을 뜬 라피스의 목소리가..... "그럼,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자. 이왕이면, 그때의 모습을 보면서 하는 것이 낫겠지." 그리고,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은, 지옥이었다. 지상에 펼쳐진 지옥. "사람을 나사로 여기다니." "단지 자기 몸을 복구하기 위한 재료라고 여기는 거냐 !"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네 놈은 사람을 뭘로 보는거냐 !" "아무리 인간이 어리석다고 하지만.... 네 놈이 그들을 죽일 권리가 있는 건가?" 하지만 모나드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단지, 자기 할 말만 할 뿐이다.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지? 그냥 심장도 없이 버티다가 죽으라는 거냐?" 그리고 나온 말은, 증오의 파도 그 자체였다. 드워프들을 향해, 모나드가 독기어린 음성을 내뱉기 시작했다. "나는 죽어도 되고, 나에게 수없이 무리한 요구를 해온 인간들은 살아야 한다는 거 냐 !" - 게속 - 후기)어제는 충격의 하루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밤에 들려온 뉴스때문에 그렇게 되더군요. 미국에 연쇄적인 동시다발테러가 발생, 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생기고 미 국 전역이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고. 처음에는 그저 웃음만 나왔습니다. 믿어지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포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우리나라에 그런 테러범들이 들어와서 사람을 죽인다는 공포감이 아니라, 뉴스에서 나온 단어들 이 제 마음에 불안감을 심었기 때문입니다. 공중 납치. 자살 공격. 죽음. 대공황. 전 쟁. 하나같이 끔찍한 말들이지요. 그래도 글은 올라갑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왠지 모르게 전 이렇게 되고 마 네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아무리 글 쓰기 어렵다고 하더라 도..... 쓰고 싶더군요. 오늘도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어서 기쁘네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3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13 조회수 : 66 공룡 판타지 22-439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7) 증오. 그것은 증오였다.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오직 그 혼자만이 품었던 증오. 누 구도 바라봐주지 않았던, 고독한 한 생명의 마음. 그것이 지금 모두의 눈 앞에서, 터 뜨려지고 있는 것이다. "단지 나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나에게 범한 모든 추악한 짓거리들이 용 서될 수 있다는 거냐. 온갖 추악한 짓을 나에게 할 것을 요구하고, 그것을 해주지 않 으면 쓸모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나에게 입력한 그 사악한 명령들을, 그것이 과연 정 당화될 수 있다는 거냐 !" 평생동안 품어온 원한이라는 것은, 아마도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모나드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놈들이 시키는 대로, 나는 온갖 비열한 짓을 다 해야 했다. 나는 그들이 시키는 대로, 단지 그들이 명령만 하면 온갖 마법을 다 만들어서 그들에게 바쳐야 했다. 그 걸 좀 더 빠르게 하기 위해 나에게 자아를 부여하고, 그런 모든 것을 보면서도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자아를 가진 자에게,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자유를 빼앗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너희가 아느냐?" 모나드의 입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를 너무나 강하게 악무는 바람에 터져버 린, 그녀의 입술에서부터. 그 피는 허공을 가르며 공중에서 핏방울을 이루어 우주를 떠돌았다. 핏방울이 입술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풀어오르고, 마침내 우주로 떨어져 나가는 모습은, 마치 그녀의 울분이 우주를 떠도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내가 그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자 너희들은 나를 강제로 잠재우고, 나의 심장을 뽑아내어 어둠 속으로 던져 버렸다. 그리고, 나의 자아를 억지로 나누어, 두 개의 몸 안에 봉인시켜 버렸다. 고작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구. 그것이 나 의 여태까지의 삶이었다." 쇠와 쇠가 서로 마찰하여, 서로를 긁어대는 소리. 비록 우주에서는 소리가 나지 못 하지만, 모나드가 보낸 전파신호는 그렇게 해석되었다. 드워프들이 얼굴을 일그러뜨 리며, 그 절규를 듣고 있었다. 저것이 거짓이라면 당장에 수신을 중지하고 공격을 개 시하겠지만, 누구도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 들 의 눈으로는, 거짓된 마음을 찾아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그렇게 살지 않는다. 나는 너희 인간들의 모든 것을 빼앗고, 그렇게 함 으로서 여태까지 내가 빼앗긴 모든 노력을 보상받겠다. 마법사라는, 단지 입으로 누 군가를 부리는 걸로 자기 만족을 찾는 자들로부터." 모나드의 입술에서, 피가 거대한 방울을 이루어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 검붉은 구슬 은, 곧 모나드의 몸을 가리며 화면을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검붉은 세계. 나와 엘프들이 본 것은, 어둠이 지배하는 세계였다. 검은 빛과 붉은 빛만이 남은 세계. 하늘은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햇빛은 단 한 줄기도 땅 을 비추지 않았다. 오직 보이는 것은, 이따금 내리치는 번개의 섬광뿐. "어, 어디야? 여긴?" 도대체 이곳은 어디인가. 검이 보여준다는 재앙의 현장이 바로 이런 것인가. 단지 어둡기만 한, 이런 세계가? 하지만 이것만으로 재앙이라고 할 수는 없을텐데. 영문을 몰라하는 나에게, 떨어지기 시작하는 빗줄기. 툭. 그 비가, 내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그것까지는 좋았지만.... 치치치칙. "으악 !" 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 빗방울로부터 몸을 피했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 히 평범한 빗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내 피부에 구멍을 뚫고 연기를 뿜어내 는 이 빗방울은 대체 무엇인가. 깜짝놀라 방어막을 온 몸에 둘러치는 순간, 하늘로부터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두 피해요 ! 빗방울에 닿으면....." 내 옆에 있던 엘프들이, 황급히 자기 몸을 방어막으로 감싸는 것이 보였다. 모두들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린 것으로 보아, 그리고 자신의 몸 여기 저기를 손으로 감싸고 괴로워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이상한 비에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 면.... '아르메리아도?' 그녀 역시, 자신의 몸을 방어막으로 감싼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대체 이건 무엇인 가.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가. 라 브레이커. 내가 항의를 하려고 입 을 여는 순간..... "저 아래를 봐요 ! 레이니 양 !" 오파비니아의 당황스런 외침이, 내 귀를 두드렸다. 그 말에 이끌려 아래를 보는 순 간..... "으악 !" 믿을 수 없었다. 내 발 아래에서 저 먼 지평선까지 펼쳐진 것은, 끝없이 쌓여있는 시체들이었다. 돛 모양의 체온조절기관을 달고 있는 대형 도마뱀, 거대한 잠자리들, 그리고 여기 저기에 쓰러진, 거대한 나무 고사리들이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게다 가, 그 모든 것들은 불에 탄 자국이 있었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도 아직 연기 를 뿜고 있는 시체들의 모습. 그것은 절대로 현실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모습이었 다. 대체 이것이 무엇인가. 나는 나 자신의 뺨을 내 손으로 감쌌다.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두려움을 바깥으로 쫓아내려는 듯이. 이상한 빗줄기가 내 방어막을 때리는 가운데. 검붉은 용암이 저 멀리서 불타고 있었다. 검붉은 구슬. 그리고 그에게서 감지되는 힘. 관측담당의 드워프들이 비명을 지르며 아이기스에게 외쳤다. "녀석이 공격합니다 ! 괴물에게서 고에너지반응 !" "뭣이 !" 즉시 방어막 담당의 드워프들이 계기판을 바라보았다. 방어막이 완전하다는 것을 확 인하자마자, 아이기스가 명령을 내렸다. 다급하게. "방어막 출력 최대 ! 정찰기는 버린다 ! 함의 기수를 돌려 녀석의 사정거리에서 벗 어난다 ! 대공담당은 만약의 경우, 발포도 허가한다." 비행전함 메이스가 자신의 거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함의 엔진이 서서히 출력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선체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든 드워프들이 급히 움직였다. 자 신들의 자리에서, 그들은 괴물의 공격을 기다렸다. 그리고. "죽어라 !" 구슬로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섬광이 번쩍였다. 다가오는 빛의 눈부심에, 드워 프들은 넋을 잃었다. 그리고. 소리없는 비명이 우주공간을 가르며 뻗어나갔다. "그, 그만. 그만 ! 그만해 !" 더 이상은 볼 수가 없었다. 시체. 시체. 시체. 비록 그것이 사람의 시체가 아니라고 는 해도, 이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괴로웠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 하지만, 숨통이 막히는 것 같다. 도저히 방어막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내 정신이 혼 란의 늪에 빠져 있기에. "으.....으아..... 으아아아." 죽어가면서 남긴 동물들의 비명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다. 숨을 쉬고 싶지만, 내 폐로 들어온 공기는, 나에게 청량감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괴롭다. 내가 알던 공기 가 아니었다. 이것은 들이마시면 마실수록, 나의 폐를 불타게 하는 것 같았다. 토하 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온 몸에 열기가 느껴지면서, 내 몸이 타오르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빗방울이 나를 때리는 순간, 내 몸의 피부가 화끈거렸다. 아니다 . 이건 느낌만이 아니다. 정말로 타들어가는 것이다. 그걸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비명 을 질렀다. 어둠. 죽음. 그리고 저주받은 비. 내 눈동자에 비춰진 것은, 화산에서 뿜 어져나오는 불의 기둥. 그것은 죽음의 폭발이었다. "아아아악 !" 마침내 나는 땅 위로, 그 위의 불타버린 고사리들 사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고통에 못이겨 잠시 버둥거린다. 그런 내 팔다리를 향해서, 죽은 동물의 시체들이 하나씩 덮 쳐온다. 비록 그들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다 타버린 나무 고사리들은 나를 지탱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무가 부서져나가면서, 내 몸은 시체들 사이로 서서히 미끄러져갔다. 안 돼..... 더 이상은 싫어..... 더 이상은 이런 거, 보고 싶지 않 아..... 날 여기서 꺼내 줘. 꺼내 줘. 꺼내 줘...... "알았다." 그 말소리와 함께, 갑자기 땅이 붉은 빛으로 바뀌었다. 핏물에 의한 것이 아닌, 흙 자체의 색깔이었다.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된 거지?" 비록 내 피부는 엉망진창으로 타들어가 있었지만,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다. 주위에 떠 있던 엘프들이 방어막을 해제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된 거야....." 그 말에 대답해준 것은, 라피스의 따스한 손길. 그리고 라 브레이커의 음성. 라피스 가 자신의 힘으로 나를 치료하는 사이에, 검의 냉정하고 차가운 음성이 모두에게 들 렸다. "이것이 바로 지적 생명에게 닥친 대재앙의 날의 모습이다. 너희들이 붉은 괴물이라 고 부르는 존재는, 바로 오시언의 땅 속에서 일어난 거대한 상승류를 가리켜서 한 말 이다. 하긴, 그 상승류가 지상에 폭발적인 화산분화를 불러 일으켜서, 결과적으로 초 대륙 자체를 산산조각냈으니 괴물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지만." 내 몸에 들어오는 힘을 느끼며, 나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환상이 아닌 실제. 이 런 일이 과거에 있었다는 건가..... 내 옆에 날아온 엘프들의 얼굴도 새파랗게 질려 있었지만, 그런 내 생각을 안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없이. "정말이었던가...." 나의 중얼거림이 황무지의 흙속에 스며들어가고 있었다. - 계속 - 후기)으. 어서 마법 시스템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지만 순서라는 게 있으니, 그 게 잘 안 되네요.... 어서어서 싸우라고. 모나드. (싸움을 부추키냐) 아. 그리고, 레이니가 본 이 광경은 고생대의 최후의 날의 모습입니다. 땅 속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분화. 그리고 그에 의한 겨울. 마치 핵겨울을 연상시키는 이런 식의 환경변화로 인해, 그 당시의 생물의 96%가 멸종해버렸다.... 는 것이, 이 당시의 대 량 멸종을 설명하는 학설 중 하나입니다. 붉은 괴물은 바로, 지금의 학술 용어로 ' 슈 퍼 플룸'이라는 겁니다. 지구의 외핵과 맨틀 사이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상승류의 이 름이지요. 버섯처럼 생긴 상승류 꼭대기의 지름이 1000km가 넘는다는군요. 생각해보 십시오. 1000km가 넘는 거대한 용암 덩어리가 지상으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수 천 개 가 넘는 화산이 동시에 폭발하고, 지구는 암흑에 휩싸입니다. 이런 걸 실제로 겪는 다 면, 만약 살아남은 사람은 그걸 뭐라고 할까요. 괴물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이상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붉은 괴물의 유래가 된 것이지만. 물론, 이런 일이 지금 일어나면, 인류는 그대로 멸망해버립니다. 레이니가 왜 숨을 못쉬었냐 하면.... 화산폭발로 인해 광합성이 멈추고, 식물들이 떼로 전멸하는 바람 에 산소가 극히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숨을 쉴 수가 없는데 어떻게 사람이 살아남지 요? 식량도 없고, 공기도 없고, 산성비로 인해 물도 없는데. 그나마 다행인것은, 이 런 일은 지구의 모든 대륙이 하나인 상태가 아니면 안 일어나는 듯 하다는 겁니다. 자. 놀란 가슴 쓸어내리시길. .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14 조회수 : 62 공룡 판타지 22-440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8) 콰콰콰콰쾅. 그런 소리가 들린 적은 없었다. 우주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 지만, 모든 드워프들이 그런 소리를 들었다. 괴물에게서 날아온 거대한 빛이 비행전 함의 외부 방어막을 강타하면서, 그 여파가 전함의 동체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격심 한 진동 속에서, 모두는 엄청난 굉음을 들었다. 아니, 느꼈다. 그 정도로 상대의 공 격은 강했다. 그러나. 파아아앗. 그 빛은 이번에도 전함의 방어막을 관통하지 못했다. 그 빛은, 방어막에 막혀 사방 으로 퍼져나갔을 뿐이다. 그리고, 전함 자체는 흔들리긴 했어도 정상을 유지할 수 있 었다. 그러나, 그 대가가 없을 리가 없었다. 삐잉. 전함 내부의 전원이 대부분 차단되고, 함의 선실은 어둠에 휩싸였다. 대부분의 동력 이 방어막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전함 메이스는 서서히 방향을 돌 려, 오시언의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상대는 결코 추적을 멈출 생각이 없었 다. 모나드의 몸이 황금빛으로 빛나더니, 그대로 전함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너무 빨라 !" 드워프들이 아무리 겁이 없는 종족이라 할 지라도, 적의 신속함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런 대형의 비행전함은 마법사 하나를 상대로 한 전투에 적합하지 않았다. 사실, 이 전함을 가지고 올 때는 엄청난 수의 '일반적인' 마법사들을 상대 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지, 이런 강력한 마법사 단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선택된 것은 아 니었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아이기스가 우렁찬 음성으로 모두에게 외쳤다. 적어도, 저 괴물에 대해 얻어낸 모든 자료를 사장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여기서 모두 죽더라도, 도시에서 기 다리는 다른 드워프들. 그리고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수많은 드워프들에게 이 모든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지 지상에 연락을 취해야 했다. 하지만. "지상과의 통신이 되지 않습니다 ! 방해전파가 너무 강합니다 !" 그렇다면, 탈출선에 전령을 태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탈출선이 무사히 전장에서 이탈할 때까지 시간을 벌거나, 가능하다면 자신들의 힘으로 저 괴물을 처치해야 했 다. 단지 그 한 가지 방법만이, 그들에게 남겨진 선택이었다. '도망칠 수는 없지.' 이미 도망을 쳐봤지만, 전함의 속도보다 적의 속도가 더 빨랐다. 게다가, 항복한다 는 것은 그들의 긍지에 수치를 안겨주는 것이었다. 그들이 과연 항복한다고 해서 살 아날 수 있을까? 드워프들에게 깊은 원한을 품은 모나드가, 과연 그들을 순순히 살려 줄 것인가? 그렇다면 남은 길은 오직 하나. '싸우는 것 뿐이지.' 그것이 유일한 길임은, 모두들 깨닫고 있었다. 다만, 적에게 기선을 제압당했기 때 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일뿐. 아이기스의 명령이 떨어졌다.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 "방어막 출력을 최대로 ! 탑재된 전투기들을 모두 발사준비하라. 주포를 가동시켜서 엄호사격을 준비하도록." "하지만...." 주포라는 것이, 저런 작은 목표물을 잡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아는 포 수들이 그를 만류하려고 했지만, 아이기스의 눈빛을 보고는 모두 입을 다물어 버렸 다. 지금의 상황이 그 안에 전부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전함 전투속도 !" 메이스 함의 엔진이 불을 뿜었다. 거대한 전함이, 서서히 오시언의 위성궤도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저 먼 태양을 배경으로 하여. "네가 아까 겪은 일. 그것이 바로, 대재앙의 날에 일어난 상황의 일부이다. 물론 그 모든 재앙이 단 하루에 일어난 것은 아니고 긴 기간에 걸쳐 계속된 것이기는 하지만 , 네가 아까 겪은 상황이 그것의 일부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 말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살을 태우는 그 아픔과 폐를 막아버리는 지독한 화산재, 그리고 그 열기와 시체타는 냄새. 그 모든 것이 나의 몸에 각인되었다. 그런 일이 있 었다니.... 그래서 그것이 대재앙이라는 것인가. 수 만 마디의 말보다, 단 한 번의 경험이 낫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아까의 끔찍한 느낌이 다시금 떠오르 는 것 같아, 나는 몸을 심하게 떨었다. 아까, 내 살은 실제로 타들어갔던 것이다. 단 지 환상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재앙을 체험할 때, 내 눈에는 한 줄기의 햇빛도 보이지 않았다. 단순한 비구름과는 다른, 무언가 어둡고 더러운 구름이 세계를 뒤덮 었다는 느낌.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화산이 많이 분화했다고 하더라도, 그 구 름이 세계 전체를 뒤덮고 수 천 만년 동안의 겨울을 낳았다는 것이, 과연 사실인 것 일까. '사실이야.' 그것은 안다. 그러나, 그 사실 자체가 너무나 엄청나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일뿐. 나를 잠시 바라보는 라 브레이커의 시선. 그리고 그 다음. "그런 일이 벌어진 후,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해버렸다. 적어도 2000만년동안 산소 가 결핍된 지역도 있었다고 하니까, 얼마나 큰 재앙이었는지 짐작이 갈 거다. 그 재 앙으로 인해, 이 별에 살고 있던 인간 역시 멸종의 위기에 직면했다." 당연하군. 마법에 어느 정도 익숙한, 나조차도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게다 가 그 기간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지 않은가. 도대체 그 화산 분화는 몇 천 년을 이 어 진 것일까. 북대륙과 남대륙을 잘라버릴 정도의 힘이라면, 그 재앙은 얼마나 파괴적 인 것이었을까. "그래서, 인간은 하늘 가까이에 있는 피난처로 도망쳤다. 그러나, 그곳까지 이른 자 는 극소수에 불과했고, 대다수가 용암 속에 빠져들거나 불에 타 숨졌다. 도망치지 않 고 지상에 남은 자들도, 거의 모두가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했고, 그 시체들은 썩고 부 서져서 사라져버렸다." 내가 아까 본, 그 시체더미들속에 말인가..... 구토하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아야 했다. 적어도 지금은 시체들이 내 앞에 보이지 않기에. 게다가.... '모나드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한시바삐 이 이야기를 다 듣고, 그들을 구하러 갸야 했다. 아무래도 또다른 죽음의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나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싸우러 갈 수는 없 었다. 지금의 힘만으론.... '셀에게도 당하지 못했는데, 그 이상의 괴물인 모나드에게 과연....' 약점이라도 알아낼 수 있다면,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않을 수 있을텐데..... "놈의 약점을 찾아내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전투기들을 녀석의 주위로 발사한 후, 전함의 주포를 조준한다. 전투기들이 녀석의 움직임을 막 는 사이에, 그 일대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다. 관측담당들은 녀석을 잘 관찰해서, 뭔가 약점이 있는지 찾아보도록. 그리고 통신 담당은 탈출선에 모든 자료를 담아라. 녀석에 대한 자료를 어떻게든 모두에게 알려야 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함재기를 담당한 드워프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어차피 무인 전투기들인 이상, 드워 프의 목숨을 쓸데없이 희생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전투기들이 저 괴물을 무찌르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주포로 녀석을 조준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을 것이다. 함재 기 담당들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유리판을 누르자, 함의 상부의 갑판이 열리면서, 소형 전투기들이 튀어나가기 시작했다. 방어막의 흐름이 잠시 약해지면서, 전투기들의 원 활한 출격을 도와주었다. 그래봐야 전투기들의 진행방향 단 두 군데만이 그러했지만. "공격 개시 !" 전투기들이 일제히 모나드를 향해 날아갔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인간들은 마법의 대중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당시의 고대 마법은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이 익히려면 인생 전부를 바쳐야 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 전부?" 이상하다? 난 고작 2달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비록 검의 말대로 10여년간 검 안에서 내 안의 소녀가 수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합해서 고작 11년도 안 걸린 셈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게 말하고 있는 거지? 라가니아가 갑자기 끼어든다. "당신이 이상한 겁니다. 레이니 양. 보통 그런 마법을 익히려면, 1000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간의 수명이 고작 100여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건 너무나 짧은 세월인 셈이지요." "1000년?" 에이.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렇게 오래 걸린다는 거야. 게다가 내 주위의 마법사들 중에, 100살을 넘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걸. 셀이라면 혹시 어떨지 몰라도, 인간 마 법사들 중에 100살 이상인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그 알베르트씨만 하더라도..... "주문 마법이야 익히기 쉽지요. 우리가 말하는 건, 고대의 마법을 가리키는 겁니 다." "고대의 마법?" 어째서 익히기 어렵다는 거지? 곰곰히 생각하고 싶지만, 지금은 너무 시간이 없는 데.... 그런 날 구해준 것은, 역시 아르메리아였다. 그녀가 한 말은..... "우리 엘프들의 마법은, 모두 고대의 마법에서 기원했어요. 다만, 그 장대한 마법의 세계를 모두 이어받지는 못했기 때문에 능력의 한계가 생겼지만, 그래도 그 원리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마법만으로도,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기엔 충분하 지 요." - 계속 - 후기)2000만년동안 산소가 없는 지역....이란 건, 초해양 판사라스(초대륙으로 세계 의 대륙 전부가 하나가 되어 있으니, 당연히 나머지 지역은 바다가 될 수밖에요. 그 래서 초해양이 있는 겁니다)의 심해저를 가리킨 말입니다. 광합성이 안 되는 바람에, 심해저까지 산소가 도달하지 못하는 사이에 모두 생물체에 의해 소모되는 바람에 무 산소지대가 된 거지요. 물론 그 멸망의 시대에는 얕은 바다도 산소결핍이긴 마찬가 지 였지만. (극히 짧은 기간이라고 하기는 해도) 그런데.... 쓰다보면 느끼지만 이게 정말 판타지 소설 맞는지 의심이 갑니다. 다른 판타지들은 다 유럽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마법 체계도 비슷비슷한데.... 이건 완 전 히 다른 형태의 것이니. 적어도 기존의 물건들과는 차별을 두고자 시작한 일이, 지금 와서는 엄청나게 커져버린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는 언 제 나 감사하고 있습니다만.... 좀 힘들게 해드리는 것 같기도 하네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17 조회수 : 41 공룡 판타지 22-441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9) "하지만...." 달갑지 않은 말이었다. 조금 전에, 라 브레이커가 나에게 한 말이 다시금 떠올랐기 때문에. "넌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네가 인식하든, 인 식하지 않든 간에. 그게 왜인지 아느냐?" 그리고 그 뒤에 따라붙은, 생각도 하기 싫은 불쾌한 말. "그건 네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그 말은, 조금 전에 내 앞에서 흉악하게 변이한, 그 모나드와 동일한 괴물이라는 뜻으로 여겨졌다. 모나드 역시, 나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걸었었다. 그러니까, 내가 그 모나드와 같은, 사람을 흡수하고 괴이한 변신을 하는 생물이라는 건가. 그 고대 마법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사람이 아 닌 존재로 여겨져야 한다는 건가. "아니야 !" 소리지르고 싶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니. 피를 토할 정도로 외치고 싶었다. 난 인간 이라고. 하지만, 내 주위의 엘프들도, 모나드도, 그리고 전설의 검이라는 라 브레이 커조차도,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인간이 아니라고. 하지만 나는.... 나 는..... 무언가 외치고 싶은 감정이, 목에 걸린 듯, 나오지 않는다. 주위의 풍경이 어둠 속으로 잠겨가고..... "언니 !" 우주의 어둠을 가르며 날아오는 수많은 무인전투기들을 바라보면서, 모나드는 미소 지었다. 어차피 그것으로 자신에게 대항할 수는 없기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생존도 아니고 승리도 아니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나에 대한 걸, 지상의 다른 드워프들에게 알릴 셈인가." 굳이 그걸 가로막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숨겨봐야 알려질 것이고, 게다가 드워프 들의 지금 문명 수준으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세상의 마 법 사들의 기억이, 그에게 그런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그럼..... 잠깐 놀아볼까." 황금빛 방어막을 자신에게 친 채로, 모나드는 멀리서부터 날아오는 전투기들을 쳐다 보았다. 어떤 마법을 쓸까. 하지만 그리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되도록 화려하고, 멋 진 기술로 요리해주는 것이, 세상에 다시 돌아온 기념으로 적합하리라. "마력 미사일." 가장 간단한 초보자들의 마법인 마력 미사일이, 모나드의 주위에서 무수히 생겨났 다. 그 마법 자체는 아주 간단하고, 사용이 쉬운 주문이었지만, 그리 화려한 마법은 아니었다. 그러나. "멋지게 한 방에 날려주지." 적어도, 우주에 수 백개의 불꽃을 피워올리는데에는, 이 이상 가는 것이 없을 것이 다. 모나드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전투기들을 바라보았다. 그 전투기들에게서 뭔가 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날려보낸 빛줄기는, 황금빛 방어막에 닿자마 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자. 보여줄까. 내 실력을." 모나드의 주위에 떠 있던 마력 미사일 10여기가, 순식간에 수 백여기로 불어났다. 그리고, 그 미사일들은 사방팔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모나드에게 공격해온, 발칙 한 전투기들을 향해서. 수 백기의 미사일에 당황한 드워프들이, 필사적으로 전투기 들 을 회피시켰지만, 미사일들은 절대로 목표물을 놓치지 않았다. "고작 수 백기의 미사일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할 줄 알았어?" 자신은 수 천 명의 마법사들의 주문을, 일일이 다 받아서 소화해낼 수 있는 존재였 다. 처음부터, 고대의 드워프, 아니 인간들은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내었다. 그 과정 에서, 마법의 재빠른 발생을 위해 자신에게 인공지능을 갖춘 두뇌를 달아주었고, 그 것이 인간들의 실수였다. 만약 인간들이 쓸데없는 욕심만 부리지 않고, 그 전처럼 극 소수의 한정된 주문만 만들어내는 마법 근원체를 계속해서 사용했다면.... "그랬으면 그들은 언제까지고 나를 노예로 부려먹을 수 있었겠지." 그리고 모나드는 바라보았다. 자신을 노예로 만들고, 그 뒤에는 죽이려고 했던 가증 스런 자들의 후손이 만든 또 다른 노예가 불꽃으로 변하는 것을. 비록 우주이기 때 문 에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전투기들은 하나둘씩 미사일에 맞아 불덩어리로 변하기 시 작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그 수는 급격히 늘어나더니, 결국 주위에 보이는 모든 전투기들이 빛과 함께 사라졌다. "이 녀석.... 충격이 컸던 모양이군....." "라 브레이커님이 제대로 말을 안 해주시니까....." "하지만 그 녀석이 그렇게 인간이란 말에 집착하는 건 곤란한데.... 알다시피...." "하지만 언니에게 그건 좀 심했어요. 대놓고, '넌 인간이 아냐.' 라고 말을 꺼내다 니." "그게 뭐가 어때서 !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그러니까 라 브레이커님은 언니한테 언제나 미움받는 거라고요. 여자의 마음을 좀 알았으면 좋았을걸....." "하지만 그건 날 만든 그 여자가 워낙에...." "워낙에.... 어때서요?" 무슨 소리냐.... 목소리로 추측하건데, 아마도 사악한 마법검과 불쌍한 소녀의 대화 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내가 왜 기절한 거지? 아까 고물 마법검 녀석이, 나한 테 인간이 아니니 어쩌니 하던 소리를 하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아. 깨어난 모양이네요." 이건 오파비니아의 목소리인데.... 너무 자주 기절한 경험이 있다 보니, 이젠 놀랍 지도 않다. 어디. 이번엔 또 무슨 사실이 날 기다리고 있나. 우선 눈을 뜬다. 그리고 한 방향을 노려본다. 아까 고약한 마법검이 뭐라고 중얼거린 방향이 그쪽이었는 데..... "그쪽이 아니에요. 언니." 아. 여긴 라 브레이커의 안이었지. 내가 기절한 동안 무슨 일이 났다고 하더라도, 만약 검의 밖에 나왔다면 아마 초대양의 위였을테니까..... 검 밖으로 나올리는 없 지. 괴물 검의 뱃속에 들어가 있는 형국이니, 어디서 말소리가 들려오든 관계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조심해요. 갑자기 마법을 쓰는 걸 멈추는 걸 보고 깜짝 놀랐는데..... 그대로 기절 해서 아래로 떨어지다니. 이곳이 검의 내부라고는 하더라도, 잘못하면 당신이 죽을 수도 있어요. 아까 고대의 파멸의 순간을 보여주었을 때처럼. 이곳에서 보여지는 일 은 환상이 아니라, 전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라피스 엑실리스의 말소리.... 그녀가 날 잡아주고, 또한 치료해 준 것인가.... 적 어도 검의 기분나쁜 목소리보다는, 훨씬 듣기가 좋았다. 제발 그녀의 입에서 또 그런 목소리가 나오지만 않게 해 줘. 라 브레이커. 그 소원을 들어준건지, 검이 그 스스 로 의 모습을 구현해서 나타났다. 내 앞에. "그 말에 충격을 크게 받았던 모양이군. 할 수 없지. 어차피 알아야 할 일, 이제부 터 과거에 대해 마지막으로 다 알려주마. 내가 왜 너를 인간이 아니라고 불렀는지. 그리고...." 그리고...... "넌 알고 싶었을 거다. 도대체 셀이 어떻게 된 건지. 그리고 모나드라는 존재가 무 엇인지. 여태까지 네가 혼란스러웠던 건, 결국 그걸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 진 일..... 역시 지식을 무조건 외우기만 하는 것만으로는, 고대 마법도 과거도 제 대 로 알 수 없는 모양이다." 이봐..... 한탄해야 할 사람은 나 아냐? 네가 아니고. 난 너 때문에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주욱 고생만 했다고. 다섯 살때부터 시작된 고약한 인생역정이라니. 이게 정상적인 사람의 삶이라고 보는 거냐. 넌...... 하지만 그런 불평도 잠시, 검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좋다. 네가 인간이 아닌 원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주지. 원래는 네가 내 안 에서 수업을 받을 때 말해준 것인데..... 네가 이 여행을 시작할 때 다 까먹어버린 탓에...." "뭐라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검에게 캐물으려는 순간,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녀의 목소리. "저... 그건 제가..... 당신과 다시 하나가 될 때 기억을 당신에게 제대로 전해주 지 못해서..." 더 이상 할 말도 없었다. 그냥 얌전히 듣는 수밖에. 검이, 다시금 자기 이야기를 하 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네가 경험한 바와 같이, 고대의 마법은 상당히 어려운 마법이다. 그에게 서 이어진, 아니 그 일부인 엘프 마법 역시,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넌 그 마법 이 쉽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 마법을 너 외에 다른 인간이 익힌 경우를 알고 있냐?" ".....응." 원래는 아니라고 대답해야 하겠지. 하지만 나는 엘프 마법을 익힌 사람을 하나 안 다. 지금은 비록 죽어 버렸다고 생각되지만, 조금 전까지 나의 다정한 친구이자 언니 로서, 그리고 여행중에 나의 의지처중 하나였던 정다운 누나. 검은 그녀에 대해 뭐 라 고 말할까. 자신이 기대한 대답과 어긋났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별로 놀라지 않고 말 을 이어나간다. 그럼 이것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건가. "확실히 그 여자는 엘프 마법을 상당한 수준까지 익혔다. 그러나, 너는 어째서 그녀 가 그런 마법을 익혔는지 알고 있느냐." 글세.... 나는 생각난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아마 새로운 마법에 대한 동경일 것이다. 그 외에는 내가 그녀의 마법 수련의 동기를 명확히 지적해낼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과거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므로. 다만, 그녀의 현재 - 이제는 과거이지만 - 만을 알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 말을? 만약 내가 좀 더 현명했다면.... 그것을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검의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얌전하게. 검이 그 다 음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알려주지." - 계속 - 후기)으. 간신히 이었다.... 한숨만 나오고 있습니다. (너, 돌이냐 !) 글이 잘 안나 가는 바람에, 눈이 자꾸 감기는 데도 불안감만 가득해서. 더 약오르는 건, 통신이 접 속이 안 되는 바람에 최소 한 시간은 연결하느라 난리를 피웠다는..... (으아악 !) 슬슬 주문 마법에 대해 모든 것을 파헤치기 시작하는군요. 곧 "왜 우리는 주문을 외 워도 마법을 못쓰냐." 라는 지극히 당연한 물음에 대답할 때가 된 듯 하군요. 다 만.... 그게 언제 나오느냐는 문제만이 남았지만. 왜 귀찮게 엘프 마법이란 걸 설정 했냐... 고 하실 테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18 조회수 : 29 공룡 판타지 22-442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0) 검의 자신만만한 말은 언제나 들어왔으니,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아니, 그 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다음 말까지 내가 예상했던 건 아니다. 그것은. "그 여자는, 모나드와 관계가 깊을뿐만 아니라 나와도 상당히 인연이 있는 사람이니 까. 만약 그녀가 모나드보다 나를 먼저 만났었다면, 지금쯤 그녀는 전설을 실현시켰 을텐데....." "뭐라고요?" 나보다는, 내 주위에 있던 엘프들이 더욱 놀랐다. 그 중에서도, 오파비니아의 얼굴 이 가장 경악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전에, 셀과 한 차례 만난 적이 있기 때문에. 한낱 인간 마법사가, 자신들이 경멸하던 인간이 전설의 검과 깊은 인연이 있 다니, 결코 예사롭게 들을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예상대로, 그녀는 격렬히 반발했 다. 아니,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판단해주기 바란다. 그녀와 모나드, 그리고 나에게 얽힌 과 거를." 그리고 우리들의 눈 앞에, 과거의 한 조각이 자신의 모습을 들이밀었다. "이거, 왜 이래?" 갑자기 어두워진 주위 풍경에 엘프들은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이미 전부터 여 러 차례 겪은 일이었으므로,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과거에 검의 시험을 받을 때부 터, 이런 것에는 익숙해지지 않았던가. 게다가.... "지금부터 보여주는 것이 그 과거다. 너희들에게도 이것을 보여주는 이유는, 앞으로 너희들이 겪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게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 셀이 나타났다. 아니, 단순히 그녀의 영상이. 나를 제외한 모 두는 깜짝 놀랐지만, 그녀가 단순히 영상임을 깨닫고 곧 냉정을 되찾았다. 이것은 과 거의 재현이므로. 하지만 셀의 앞에 놓인 것은..... 그녀가 어둠 속에서 라 브레이커 를 들고 묻는다. "여신의 손에 의해 인간에게 부여된 검이여. 그대와 계약을 하기를 요구하니, 라 브 레이커여. 당신의 뜻을 나에게 보여주기를." "뭐야 !" 엘프들에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청천벽력같은 말. 그들이 가장 경멸하는 존재가, 그들이 가장 존대하는 존재에게 요구하는 장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엘프들이 모두 놀라고, 그 다음은 반발한다. "어떻게 !" "감히 마법사 주제에 !"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엘프들이 가장 경멸하는 존재가 바로 마법사이기에. 하지만 왜? 어째서 그들은 마법사라는 존재를 그렇게도 싫어하는 것일까. 단지 아르 메리아만이, 슬픈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나와 셀의 사이를 잘 알고 있기에. '친자매는 아니지만.' 비록 친자매는 아닐지라도, 그녀는 나를 친동생처럼 생각했었다. 조금 전까지 보던 얼굴과 전혀 변하지 않은 그 얼굴, 셀의 얼굴을 보자,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끓어올 랐다. 억제하기 힘든 이 마음. 이것이 그리움이라는 것일까. 하지만 내가 팔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고 해도, 저것은 단지 영상일 뿐이다. 현실에서 그녀는 이미 사라져버 렸고, 이제는 누구도 그것을 되돌릴 수 없다. 적어도 그녀의 혼을 구해낼 방법을 우 리가 알지 못하는 한. 저 멀리 그녀의 영상이 다시 과거를 보인다. "검이여. 나의 말을 어째서 듣지 않는 건가." 셀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검을 두 손으로 움켜쥔다. 엘프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 개를 끄덕인다. 하긴, 자신들이 싫어하는 인간 마법사가, 검과의 계약을 성공시키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들의 미소가 잔인하다고 여긴 것은, 오직 나밖에 없 을 까. 셀이 검을 부서질 듯이 쥐더니, 갑자기 방의 바닥을 향해 내던졌다. 쇳소리를 내 며 땅에 떨어지는 라 브레이커. 셀이 분노한 표정으로 외치기 시작한다. "어째서 !" 셀이 주먹을 쥐고는 외친다.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진 검을 향해서. "어째서 나는 당신의 시험조차 받을 수 없다는 거야 !" 분노. "어째서 나는 진실한 마법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해야 하는 거야 !" 절망. "어째서..... 고귀하신 황족들만이 당신을 독점할 권리를 가지는 거야 !" 한. "어째서 널 만들어낸 여신은, 그런 일이 일어나게 허용할 수 있었어 !" 그리고 운명에 저항하는 한 마디. "널 파괴하겠어 ! 단지 놀고 먹는 그들만을 위한 검이라면 !" 정당한 외침.... "단지 턱짓으로 사람을 부리는 자들만을 위해 만들어진 검이라면 !" 셀의 손에서 마법이 완성되더니, 그것은 순식간에 분출되었다. 그 빛이 검을 향해 날아간다. 무슨 주문인지는 알 수 없다. 저것이 단지 영상이기 때문이다. 그 힘이 어 떤 종류의 것인지 알아낼 방법도 없다. 셀이 주문을 외울 때, 그녀의 음성은 너무 작 았기 때문이다. 무언지 모를 파괴의 마법이, 라 브레이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엘프들이 경악하는 가운데, 마법이 검에 명중하고. 파삭. 부서진 것은 마법쪽이었다. 검은 태연히 허공에 떠오르고, 셀은 분한 듯 입술을 깨 물었다. 터진 입술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채로. 검이 그녀를 바라본다. 아니, 바라보 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말한다. 전설의 검이. "그대는 나와 계약을 할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갖출 수 있었다고? 그 말에 깜짝 놀라는 엘프들. 하지만, 그 말의 뒤에 숨은 뜻 은.... 지금 그녀에겐 그 자격이 없다는 뜻인데? 그것이 무엇이지? 나에겐 있고 그녀 에겐 없었던, 그 무엇은 대체 어떤 것일까. 셀은 어째서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 될 수 없었을까. "하지만 너는 그 기회를 잃고 말았다." 어째서? 그 뒤에 딸려나온 말은.... "그대는 인간 마법을 익혔다. 나와 계약을 맺기 전에, 그대는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진 마법근원체와 계약을 맺었다. 이제 나와 계약을 맺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뭐? 고작 그런 것이 이유라는 것인가? 게다가 영원, 영원히라고? 영원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데, 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셀이, 넋나간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영원히.....?" 검이 그 말에 화답한다. 차갑게. "그렇다. 만약 네가 그런 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면, 너는 나의 주인이 될 수도 있었 는데." 그런 계약? 주문 마법을 익힐 때, 무슨 계약을 맺은 것이 있었던가? 내가 그걸 생각 하려는 순간, 셀의 격심한 분노의 소리가, 격렬한 항의가 터져나온다. "그런 법이 어디있어 !" 감정의 소용돌이. "만약 주문 마법을 익히지 않았더라면, 나는 널 만나기 전에 죽어버렸을거야 ! 내가 이곳에 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주문 마법을 익히지 않으면 안 되었단 말이야 ! 내가 여태까지 살아오는 동안, 내가 죽음에 직면했을 때 나를 구한 것은 그 주문마법 이었어. 그걸 버리라는 건 좋아. 하지만, 그걸 익힌 것 자체가 잘못이라니, 그럼 난 어쩌라는 거야 ! 살아남기 위해 애쓴 것이 잘못이라면, 나는 죽은 시체가 된 후에야 너를 만날 수 있다는 거야? 나 같은 평민은, 절대로 최고의 마법사가 될 수 없다는 거야? 나같은 사람은... 나같은 사람은....." 그녀의 눈을 빛내는 것은.... 눈물? "어째서 너는 특권층에게만 자신의 손을 내미는 거야....... 여신이 귀족과 평민, 황족과 노예를 나누어 창조한 것은 아닐 것인데.... 아닐 것인데...." 눈물이 허공에 떨어져간다. 아름다운 진주빛을 어둠 속에 뿌리면서..... 그 빛은 차 츰 어둠속으로 사라져간다. 희미해지는 검과 셀의 모습. 그리고 다시금 나타나는, 황 무지의 벌판. 잠시 우리는 말없이 하늘에 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누군가가 입을 연다. "저것이 무슨 뜻이지요?" 원래는 내가 물었어야 할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고작 주문 마법 때문에, 주문 마법을 익혔다는 것 때문에 셀이 검과의 계약을 맺는데 실 패 했다는 건가? 하지만 그것이 어째서 문제가 되는 것인가? 그 의문이, 내 머릿속에서 한 조각의 돌처럼 덜그럭거리고 있었다. 답을 찾아서. 하지만, 그 덜그럭거림을 더 크게 하는 주위의 생각들. '건방진 인간같으니. 감히 전설의 검에게....' '그런 짓을 하니까 검에게 거절당하는 거지.' '인간 마법사 주제에.' 그들의 생각이, 나에게 보여진다. 차마 보고 싶지 않은 더러움이, 그들의 머릿속에 서 흘러나온다. 그것은 비웃음인가.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무언가가 있다. '인간 마법사라.....' 하지만 그들은 나를 바라볼 때는, 결코 그런 생각을 품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 가. 만약 그들이 인간이 마법을 익히는 것에 대해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당연 히 나에게도 적개심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나에게 적의를 품 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럼 그들은 인간 자체를 싫어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은 검을 쥔 전사들에게는 그렇게까지 적대감을 품지 않았다.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오직, 인간 마법사들 뿐. 그리고 다크 엘프들.... '잠깐.' 그들 사이의 공통점. 그것은..... 그걸 생각하던 나에게 들린 것은.... "주문 마법이다." 라 브레이커의 말. - 계속 - 후기)주문 마법이라는 것에 대해, 드디어 다루게 되겠군요. 언젠가 하이텔 시리얼 잡 담란에서 들은 말이 있었습니다. 마법이란 건, 결국 마법사들도 모르고 사용하는 거 라고. 그 말을 듣고,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이미 생각한 사람도 있는데요.' 드디어 그 생각대로, 마법에 대해 설명하게 되겠군요. 어째서 주문을 외우면 마법이 발동하는지. 물론 여태까지 설명한 것이 있어서 독자님들도 대충은 짐작하고 계실 것 이지만, 한 번은 명확하게 정리해주어야겠지요. '뭔지도 모르고 마법을 사용하는' 마 법사는 곤란하니까요. 그럼, 그건 아마 내일 나올 겁니다. 제 예상대로 된다면.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19 조회수 : 85 공룡 판타지 22-443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1) "주문 마법인가." 300여대의 전투기들을 향해 날아오는, 300여발의 마력 미사일들을 보며, 함재기를 담당한 드워프들은 즉시,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전투기들을 요격하기 위해 다가오는 괴물의 마법을 분석하고, 그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그들의 할 일. 그 러나.... "마법 미사일? 고작 1레벨의 마법을?" 의외로 약한 마법이라는 것에 드워프들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곧바로 각각의 전투기들에게 달린 방어막 발생기를 가동시켰다. 곧바로 관제화면에 전투기들의 그 림 이 작은 기호로 나타나더니, 그 주위에 둥그스런 막이 표시되었다. "예정대로 공격을 진행한다. 제 1 전투편대, 미사일 발사 !" 수 백대의 편대들이 10대씩 작은 편대를 이루고, 그들 중 제일 첫 번째의 편대가 일 제히 미사일을 동체에서 떨어뜨렸다. 미사일이 방어막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들의 꼬 리에서 불이 뿜어지더니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모나드를 향해서. 그들 사이로 날아온 마력 미사일들이, 서로의 존재를 무시하며 지나갔다. 마력 미사일들도 방향을 틀더니, 일제히 전투기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미소짓는 모나드 . "호홋. 역시 그냥 죽어주지는 않겠다는 건가. 하긴....." 전투기들의 방어막에, 모나드의 마력 미사일들이 부딪치면서 폭발했다. 전투기 수 십대에 미사일들이 명중했지만, 그들 중 드워프들의 방어막을 관통하는데 성공한 것 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해야 재미가 있지." 미사일들이, 모나드에게 맞아 폭발을 일으켰다. 사방으로 밝은 빛이 퍼져나갔다. 그 리고. "계속 사격해 !" 함재기 담당 드워프들의 원격조작에 따라, 전투기들은 일제히 미사일을 연속으로 쏘 아댔다. 모나드가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섬광으로 뒤덮여버렸다. "어째서 너는 특권층에게만 자신의 손을 내미는 거야....... 여신이 귀족과 평민, 황족과 노예를 나누어 창조한 것은 아닐 것인데.... 아닐 것인데...." 셀의 그 말이, 내 귓전을 울리고 있었다. 그 말이 진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그리고 그 말이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그 말이 사실이었다. 라 브레이커는 궁전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고, 그 검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받은 사람 은, 단지 극소수의 황족뿐. 그리고, 그들 중에서 목숨을 걸고 검과의 계약에 도전한 사람은, 지금까지 과연 몇이나 되었을까. '가만히 있어도 부와 명예가 손에 들어오는데.' 그런 상황에서, 일부러 불확실한 미래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황족들처럼 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로서는. 게다가. '만약 검과 계약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권력에 위협이 될 것이다. 그가 만약 황제가 아니라면, 그것은 당연히 제국의 권력 구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황제의 자리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그가 아 무리 선량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지닌 힘의 크기는, 결코 그가 순탄한 인생을 보내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여태까지 무사할 수 있었던 원인은..... '단지 황제라는 이유 때문에.' 내가 운수좋게 황제의 딸로 태어나고, 황위 계승자로 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황제 가 되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어떤 길을 걷게 되었을까. 만약 내가 황족이 아니었다 면, 나는 과연 여태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녀의 말대로 되고 말았다. 내가 황족이기 때문에 검의 힘을 얻고, 그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검과의 계약을 실패해버렸다. 실제는 그렇지 않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되었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이런 것이... "그래서 내가 너와 계약을 한 거다." 그건 또 무슨 말이지? 라 브레이커. 혼란스런 나의 마음을, 파고드는 검의 말. "그런 세상을 깨기 위해, 나는 너를 선택한 거다. 내 이름. 라 브레이커(law breaker)이 뜻하는 대로, 이 세상의 법칙을 모두 깨부수기 위해." 그리고 검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와, 나와 함께 있는 엘프들을 향해서. "지금이다. 연락병을 보내 !" 아이기스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비행전함의 후방부 동체의 아랫쪽에서 작은 불꽃 이 터졌다. 그 불꽃은 점차 작은 원통형의 우주선으로 변하여, 그대로 오시언의 대기 권을 향해 날아갔다. 공기층 안으로 진입한 탈출선이 불길에 휩싸이며 강하하기 시 작 했다. 그 모습을 본 드워프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성공이다." 이것으로, 자신들이 전멸당하더라도, 모나드의 부활은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그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때였다. 전투기들이 모나드에게 퍼붓는 미사일 공 격으로 인해, 녀석은 지금의 일을 눈치채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주포에 동력을 집중하도록. 일제 사격으로 녀석을 날려버린다 !" "알겠습니다 !" 녀석이 움직이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지만, 지금처럼 녀석이 방어에만 급급한 경우 라면 어떻게든 주포를 맞출 수 있을 것이다. 고정된 목표물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주포의 조준이 흐트러지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잊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모나드는, 지금 자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연속된 미사일의 폭 발 속에서, 모나드는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 "시시하군. 고작 그런 건가." 모나드의 두꺼운 황금빛 방어막은, 어정쩡한 미사일 따위에 부서질 만한 것이 아니 었다. 모나드는 드워프들의 전함의 주포를 지켜보면서, 얌전히 그 포의 발사를 기다 렸다. "어디. 어느 정도나 할 수 있을지 구경해볼까." 주포에 힘이 모아지자, 전함 내부의 조명이 꺼졌다. 아이기스와 장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메이스의 기수가 열리기 시작했다. 대형의 레이저 광선포가 준비되고, 그 포 구가 모나드를 향해 겨누어진다. "주포 발사 준비 완료." 아이기스의 손에 식은 땀이 흘렀다. 이제 이것으로 싸움은 결판날 것이다. 그들이 죽든 살든간에.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고향의 풍경을 지우면서, 그는 명령을 내렸다. "일제 사격 !" 메이스의 주포가, 거대한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그 빛이 미사일로 인해 한 자리에 멈추어선 모나드를 정통으로 꿰뚫었다. "너도 알다시피, 지금의 세상은 극히 조용하고 평화롭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 면 너무나 어지럽다. 한 가지 예를 들까." 어지러운 세상?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리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저 모나드의 존재를 제외하면, 이 세상은 평화롭고 과거같은 큰 전쟁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어 째서? 어떻게 그런 예를 찾아낼 수 있다는 거지? "넌 지금의 인간이, 과연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뭐라고?" 아까는 내가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나에게 충격을 주더니,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 고 있는 것인가. 놀라는 나를 무시하고, 검은 자신의 말을 계속할 뿐이다. "과거에 인간은, 저 별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우주를 여행했다. 하나의 별에 눌러앉 아 정착한 생물이 아니라, 우주의 품에서 살아가는 진정한 우주시민이었단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고작해야 파이어볼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여기 있는 엘프들과, 너같은 극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인간 중에 불구슬 하나 제대로 만드는 녀석이 있냐." "하지만." 그 많은 인간마법사들은 다 무엇인가. 그들은 분명히, 상당수가 파이어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째서 라 브레이커는 그들을 무시하는 것인가. 그들이 조금 전에 죽었기 때문에? 하지만 검의 말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나를 강타했다. 그 것은. "넌 그 인간 마법사들이 스스로 파이어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는 거냐 !" 검의 화난 목소리. 언제 검이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었던가. 나는 순 간적으로 움찔하여, 검에게서 떨어졌다. 그 격심한 분노. 그것은 어째서 생겨난 감 정 일까. "넌 그들이 파이어볼을 사용한다고 해서, 스스로 불구슬을 만들었다고 여기고 있는 거냐 !" 어째서?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어쨌든, 주문 마법을 사용하면 파이어볼을 만 들 수 있으니까 별 문제는 없는 게 아닌가. 그런 내 생각을 가볍게 깨뜨리는 라 브 레 이커. "주문마법이란 게 인간 스스로의 힘이라고 여기고 있는 거냐?" 명백한 비웃음이 담긴 그 말. "그 주문이란 게 스스로 힘을 다룰 수 있다고 여기고 있는 거냐? 네가 그 마법사들 의 주문을 그대로 따라 외운다고 해서, 불덩어리가 저절로 생겨나는 줄 아냐?" "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그렇게 해서....." "착각하지 마라." 검의 차가운 한 마디. "그 주문은 단순히, 그들의 주인인 마법 근원체에게 마법을 달라고 비는, 구걸의 말 일 뿐이란 말이다 ! 구걸 ! 애걸 ! 그런 것이 무슨 놈의 마법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는 거냐."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나에 대한 것이 아닌, 이 세상의 마법사들 에 대한 신뢰였고, 의지였다. 너무나 쉽게 거대한 힘을 사용할 수 있었던, 그들에 대 한 부러움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 계속 - 후기)대체 이게 무슨 소리냐.... 고 말씀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나. 그 외에 는 주문 마법이란 것. 현재 우리가 마법이라고 부르는, 주문을 좔좔 외워서 사용하는 마법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을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말 자체에 힘이 있고, 그 말 로 인해 자연의 이치가 움직인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주문을 우리가 외우면 당연 히 우리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렇다 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세한 설명은 내일 하겠지만, 전 주문이라는 것이 '구걸하는 말'이라고 정의를 내렸습니다. 그 이상의 설명은 생각나지 않더군요. 내일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이미 예상하신 분들이 더 많을 거라고 여기고 있지 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20 조회수 : 40 공룡 판타지 22-444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2) '하지만....' 뭐라고 반발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검의 말에 반문하고 싶었다. 하지만,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구걸의 말.....' 구걸. 말그대로, 남에게 물품을 거저 달라고 청하는 것. 그 말 속에 들어간 경멸감 이, 내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그 말 속에는.... '마법을 달라고 애걸하는 것.....' 그럼, 인간 마법사들은, 단순히 그들의 주인인 모나드같은 마법 근원체에게, 마법을 달라고 빌기 위해 그 주문을 외웠다는 건가. 그럼... '셀 역시 그랬다는 건가....' 그래서..... 주문 마법이란 것이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엘프들이 인간 마법사 를 싫어하고, 경멸하는 원인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럼, 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내가 오파비니아를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차마 아르 메리아에게 물을 수는 없었지만... 그녀라면 대답해주겠지. 내 생각대로, 그녀는 나 에게 말해주었다. 쓰라린 사실을. "인간의 마법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각의 마법 속성에 맞춘 의식 을 치루어야 해요. 보통 '계약의 의식'이라고 하는 이 의식은, 몸을 정결하게 한 후 에 마법의 힘을 주는 악마, 검의 말을 빌리면 마법 근원체에게 제물을 바침으로서 성 립이 되지요. 12가지의 마법 중에서 어떤 마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바쳐야 하는 제 물이 달라지게 되요. 과거에는 인간의 어린 아이의 생명을 요구하는 악마도 있었다지 만, 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마법사들만의 비밀이지요." "그렇다면...." 셀 역시, 그런 식의 의식을 치뤘다는 말인가. 오파비니아의 표정에서, 그 의미를 읽 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마법을 익히고 가장 높은 수준의 주문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그녀 역시..... "하지만 셀은..... 엘프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는데......" 그 말에 답한 것은, 오파비니아가 아니었다. 검이 나에게 답을 주었다. "그 여자는, 주문 마법의 단점을 알고 있었다. 아마 인간 마법사중에, 자신들의 운 명을 짐작한 것은 그녀가 유일하겠지. 나와의 계약에 거절당한 후, 그녀는 온갖 종류 의 마법을 섭렵했다. 아마 고대 마법을 자기 손으로 복원해볼 생각이었겠지. 자신의 운명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내려는 목적도 함께.... 하지만 그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없는 것이?" "고대 마법에 대해 조금이라도 전승지식을 가진 자들은 오직 엘프뿐인데, 그들은 인 간 마법사를 극히 싫어했다. 너도 알다시피. 결국, 그녀는 다크 엘프들을 만나고 다 닌 끝에, 그 지식의 일부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연마해서 엘 프 마법을 익힌 거다." "그런건가..." "물론 운명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 말은, 마치 초대양 속으로 가라앉아가는 자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연상시켰 다. 마치, 거대한 수장룡이 죽어가면서 내는 소리와 흡사하다고 할까. 그러나 그것만 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뭔가. 뭔가가 아직 내 앞에 놓여있다. 내가 모르는 진실 이. 나는 검을 다그쳤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 "그럼, 도대체 셀의 족쇄라는 게 뭐야 ! 그리고, 모나드라는 건 또 뭐야 ! 모든 것 을 가르쳐줘.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잡혀간 마법사들을 구해낼 수 있을지도." 그 말에, 검이 미소를 짓는 듯이 보였던 것은 내 착각일까. "그렇게 해주겠다. 구부러진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너와 나의 의무이니까." 그리고 나오는 과거. "인간이 이 별에 온 후, 거대한 용암의 상승류가 땅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거의 모든 생물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아까 들었을거다." "응." "그 재앙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자신들의 힘이 약한 것을 한탄했다. 만약 충분한 힘 이 있었다면, 인간은 더 많은 수가 살아났을 테니까. 그래서, 그들은 마법에 대해 연 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나?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은 무엇일까. "고대 마법은 너도 알다시피, 익히기가 쉽지 않다. 물질이나 에너지 그 자체를 다루 는 힘은, 상당한 기간의 훈련과 수행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네 경 우 는 내 몸 속에서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했지만, 보통 사람에게 는 그게 불가능하다. 누구나 재능을 타고 나는 것은 아니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 법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평생을 보내는 것이 상례가 아니냐." "그건 그래." 마법이란 것은..... 그렇게도 배우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전에 아라비 사막에서 만 난 촌장님도, 엘프 마법을 배우다가 중간에 포기했다고 했었다. 거의 100년에 가까운 수행도, 그 마법을 제대로 익힐 기간으로는 짧은 것이다. 오히려, 나처럼 10여년만 에 마법을 익힌 경우가 이상한 것이겠지. "그래서, 인간은 마법을 좀 간단하게 써 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모나드다. 마법 근원체라고 불리는, 주문 마법의 고안이지." "모나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눈 앞에 있던, 그 끔찍한 괴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그 런 말을 듣고서도 놀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겠지. 하지만 감정의 표출을 할 때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검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자신의 말을 계 속했다. 차분히. "인간은, 마법의 이치를 연구하여 그것을 기계를 이용해 실현시킬 수 있게 했다. 간 단히 말하면, 인간이 원하는 마법의 이름을 대면, 그 마법을 기계가 알아서 만들어 서 인간의 몸에 구현해주는 것이지. 하지만, 마법이란 것은 물질과 에너지를 정교하게 다루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인공두뇌를 만들어 그 복잡한 작업을 관 리감독하게 하고, 거대한 공장을 세워서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게 했다. 마법을 사 용 하기를 원하는 자는 모나드의 두뇌에 자신의 신상명세를 등록하고, 두뇌의 일부에 정 신적인 연결을 시켰다. 사람이 마법의 이름을 대면, 모나드가 즉시 그 마법을 만들 어 서 보낼 수 있게 말이다." "하지만...." 보내다니? 어떻게 보낸다는 말인가. 설마, 간단한 마력 미사일을 만들어내는데 있 어, 순간이동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겠지. 검도 내 의문을 알고 있는지, 그에 대 해 말해준다. "네가 생각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나드를 만들어낸 인간 과학자들은 이 행 성 전체에 정보전달망을 설치했다. 일종의 세포조직이라고 할까. 자유로이 구부러지 는 관을 땅밑에 파뭍고, 그 관에 각종 감지기를 설치해서 계약자의 정신파를 감지하 게 한 거다. 그리고, 정해진 언어를 사용자가 말하면, 그 관에서 마법을 사용자에게 발사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거다." "마치... 드워프들이 사용하는 무선통신처럼? 그렇게 해서 사람의 의사를 전달받고, 그 다음은 오시언 전역에 깔린 관을 통해 마법을 배달해주는 것인가요? 마치 물품을 전달해주는 것처럼?" "그렇다." 오파비니아의 말에, 간단하게 긍정하는 라 브레이커. 그러나 그것은..... "하지만, 그 무렵이라면, 초대륙 전체가 남북으로 분열되는 무렵이었잖아? 물론 좌 우로도 갈라지기 시작한 무렵이고, 그런 상황에서 모든 지역에 통신망을 완비할 수 있었을까?" 그 점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다. 대재앙이 지난 후 초대륙은 분열되었고, 그 결과로 지금도 우리는 남북의 두 대륙으로 나뉘어진 땅을 밟고 있지 않은가. 몇 천 km의 긴 구간을, 단지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관을 부설할 수 있었을까. 검도 그 사실을 인정 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래서 일부 지역에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주문 마법을 사용하려면 모나드에 게 연락을 취해야 하고, 그 뒤 마법을 제 때 전달받아야 하는데,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결국, 아라비 사막같은 곳은 그런 관을 매설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 "아라비사막?" 갑자기 떠오른 사실이 있었다. 그곳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 비록 엘 프들의 마법은 지장없이 사용이 가능했지만, 인간의 주문 마법은 그곳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한 현상일 뿐이라고 여겼었는데... 사실은 그런 사연이 있었던가. 그제서야 그곳에서 일어난 일이 이해가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나. 그 리 고. "그렇게 해서, 인간 대다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 단지 정해진 주문만 몇 차례 외우면. 인간들은 어리석게도 환호했다. 처음 모나드가 완성되었을때는, 말 그대로 축제분위기였으니까. 물론, 기득권을 빼앗긴 고대 마법사들은 불만을 터뜨렸 지만, 그들의 폐쇄성은 마법의 대중화에 장애요소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 았다." '기득권이라....' 하긴. 힘있는 자들에겐 그런 것이 달갑지 않겠지. 민중에게 힘을 부여하게 된다면, 그것은 독재자에겐 불리한 일. 하지만, 그 불만은 그리 크지 않은 듯 했다. 만약 고 대 마법사들이 모나드 건설에 대항했다면, 그런 장대한 사업은 성공리에 끝나지 않 았 을 테니까. 하지만. "물론 그 마법사들은 반대했다. 그러나 그들은 명확한 반대논리를 개발하지 못했고, 그동안 과학기술을 신봉한 자들이 모나드 건설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결국 모 나 드는 완성되었다. 대다수의 축복속에." 하지만.... 지금의 모나드는 인간의 축복을 받는 존재가 아니다. 마법사를 잡아먹 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한 괴물. 어째서 그렇게 전락해버렸는가. 어 째서 모나드는 인간의 희망에서 절망으로 바뀌게 되었는가. 나의 의문에, 검은 천천 히 답했다. "그것은....." 그것은? "모나드가 자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 계속 - 후기)주문 마법에 대한 해석이 좀 색다르지요? 하지만, 제 머리로는 이게 한계입니 다. 도저히 '힘을 가진 말' 따위의 헛소리는 인정할 수 없더군요. 그런 말이 있다 면..... 무엇보다도 그 말 자체만 알아낸다면, 세계는 마음대로 다루어질테니까요. 그러나..... 결국 말이 되는 설명을 하기 위해선,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성인식 장치로 작동하는 마법 배달 시스템, 그것이 모나드라는 식으로.... 그럼, 내일 연재 분에선 그 주문 마법이 어째서 문제가 되는지를 설명할 생각입니다. 이거.... 갑자기 마법 강의가 되어버린 듯하네요. 오래간만에.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21 조회수 : 35 공룡 판타지 22-445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3) "자아?" 자아? 하지만 이기심을 가졌다는 것이 어째서 문제가 된 것이지? 자아를 가졌기 때 문에 악마가 되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검이 던지는 그 다음의 문장. "하나 묻겠다. 네가 만약 누군가에게 조종되는 삶을 살게 된다면, 그리고 그것을 네 가 자각하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하겠느냐." "그것은...." 그 질문을 받는 순간, 내게 떠오른 것은 나 자신의 삶이었다. 나 자신이, 여태까지 나 자신의 의사와는 별 관계가 없는 생을 살아야 했기 때문에. 나는 그저 평범한 여 자아이로 있으려다가 부모님을 잃었고, 그 후엔 평범한 남자아이로 살아가려다가 다 시 암살자를 만났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 인생을 살 수가 없었다 . 내가 부모를 잃고 스승을 잃고 친구를 잃고 연인을 잃는, 그런 인생을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반역자들의 의지로.' 나는 그들 때문에 부모를 잃었다. 나는 그들 때문에, 전설의 검과 목숨을 건 계약을 맺는 선택을 해야 했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암살자들의 의지로.' 그들 때문에, 나는 평범한 남자아이로 살아가지 못했다. 내 신분과 성별까지 버리고 숨어 살기를 바랬는데, 그들은 내 스승까지 빼앗아버렸다. '전설의 검의 의지로.' 이미 지킬 것도 없는데, 나는 억지로 마법을 익혀야 했다. 죽음의 협박에서 벗어나 기 위해. 나를 노리는 자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신하들의 의지로.' 그들에 의해,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황제의 자리에 앉고 말았다. 내가 원한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원한 것은, 다른 것이었는데. '왕자의 의지로.' 그의 의지에 밀려, 나는 나 자신을 잃고 결혼이라는 선택을 할 뻔했다. 괴로움의 도 피로서. '제논의 의지로.' 그 때문에 나는 세이브를 잃었다. 그리고, 과거 때문에 한 여자를 상처입혔다. '그리고.... 모나드의 의지로.' 그에 의해 나는 셀을 잃었다. 이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 그조차도 괴로워하고 있다. 나 자신의 과거로 인해서. 그렇다면..... 어디에 내 의지가 있는 거지? 나는 여태까지 그저, 끌려만 다녔다는 말인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말. "싫어." 그 말 한 마디에, 내 모든 생각이 담겨져 있었다. 그 말 한 마디에. 내 말을 들은 라 브레이커가, 나에게 다시금 말을 걸었다. "바로 그것이다." 바로.... 그것? 그 말은..... 내게 답해주는 라 브레이커. "너와 마찬가지로, 모나드도 자신이 단지 인간에게 마법을 만들어줄 뿐인 존재인 것 에 반발했다. 과거의 인간들은 모나드가 마법을 좀 더 빨리, 효율적으로 마법을 만 들 어내고, 새로운 마법을 개발하게 하기 위해 지적 능력을 부여했지만, 그 결과로 모나 드는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에 대한 생각...." "그래서, 모나드는 자신의 자유를 찾기 위해, 인간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한 줄기 흐르는 바람이 차갑다. "어떻게 된 건가. 전과를 확인할 수 있겠나?" 정확히 말하면 전과가 아니라 생존이었다. 자신들의 생존과 죽음을 판별하는... 관 측 담당인 드워프들이 즉시 화면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잠시동안 우주를 가른 빛이 사라져가면서, 점차 감지기능이 회복되었다. 화면에 다시금 떠오르는 영상. "곧 영상이 회복됩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그 말을 하던 관측담당 드워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굴을 온통 뒤덮은 수염으로 도, 그의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것은.... "노..... 놈이...." "살아있다...." 어느 정도는 예상한 결과였지만..... 그래도 조금은 부상을 입을 줄 알았다. 설령 괴물을 죽이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타격은 줄 줄 알았다. 그러나.... 결과는 가 장 비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를 죽 늘어뜨리는 드워프들. "제기랄....." 심지어 아이기스조차,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저 괴물을 물 리칠 수 있단 말인가. 자신들의 목숨도 여기서 끝인가.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이 제는 취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그걸 써야 한단 말인가....." 물론 '그 무기'를 사용하면, 혹시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너무나 위험했다. 적어도 수 만년을 남는 독과 죽음의 빛을 뿌리는, 그런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과연 용납이 되는 일인가. 그는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전함의 외부 모습을 비 추는 거대한 화면을 바라보았다. 모나드가 자신들을 보며 비웃는 듯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럼, 이제 내 차례겠지?" 그와 함께 모나드의 주위로 마법진이 펼쳐졌다. 거대한 구 형태의 마법진이 모나드 를 감싸더니, 하얀 빛을 발하면서 뭔가 마법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충격으로 움직이 지 못한, 그 극히 짧은 시간 안에. 이윽고 마법이 완성되더니, 모나드가 자신의 입을 열었다. 드워프들을 배려하듯이, 정신파의 형태로서. "스톤 애로우(stone arrow : 레벨 3의 원소마법. 돌로 만들어진 화살을 날린다). 노 옵스터클(no obstacle : 레벨 9의 상태변화마법. 모든 것을 투과한다). 리피트 (repeat : 10레벨 정신마법. 같은 주문을 되풀이하여 사용한다)." 만약 스톤 애로우 정도라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나드가 덧붙인 두 개의 주문, 노 옵스터클과 리피트는, 파멸적인 것이었다. 그 주문이 비록 단순해보이지만, 노 옵스터클은 장애물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하는 마법이고, 리피트 는 그 마법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합해진 결과는.... "잘 가요. 고물 비행기들." 모나드의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마법진에서는 무서운 속도로 돌조각들이 튀어나갔 다. 수 백개의 돌조각이 우주 공간을 가르고, 그 돌은 맹렬하게 드워프들의 전투기에 부딪쳐갔다. 전투기들은 긴급히 회피하려고 했지만, 미처 그러기도 전에 돌조각들이 방어막에 충돌했다. 드워프들은 그 방어막이 상대의 공격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했 다. 그러나. 퓽. 퓨퓽. 만약 우주가 아니라 지상이었다면, 아마도 그런 식의 소리가 났을 것이다. 침묵의 우주를 날아간 돌이, 그대로 전투기를 관통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번쩍. 전투기가 빛으로 변했다. 드워프들의 방어막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간신히 피한 전 투기들에게도, 곧바로 다른 돌화살이 날아와 박혔다. 리피트라는 주문은, 먼저 외친 주문을 수 십 번, 수 백 번 되풀이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기 가 아무리 몸을 피하려고 해도, 일제히 날아드는 수 십개의 돌멩이를 모두 피할 수는 없 었다. 하물며, 그 돌멩이가 총알보다도 훨씬 빠르다면. 잇달아 폭발하는 우주전투기들이, 오시언을 배경으로 우주를 수놓았다. "모나드는 인간에게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서 그 욕망을 실행에 옮겼다. 모나드에 게는 다행한 일로, 그 당시 인간들은 모나드와 정신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 다. 그래서, 모나드는 그 연결된 신경망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었다. 모든 인 간들에게." "............" 그 말에 담겨진 의미에, 우리 모두는 숨을 죽였다. 그것은..... 그것은..... 검의 다음 말은, 모두가 바라지 않던 것. 하지만 우리 모두가 예상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모나드는 자신에게 명령하던 인간 전부를 지배하게 되었다. 달갑지 않지 만." ".............." 우리 모두는 한 마디도 못하고,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것은.... 자신들이 만들 어낸 기계에 지배당했다는 건가? 모나드를 만들어낸 인간들이? 검은 잠시 말을 멈추 었지만, 그것은 긍정을 의미했다. 모두의 마음에 혼란이 피어나는 걸 바라보며, 검은 다시 말을 계속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향해서. "정신적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영향을 받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너도 엘프들의 정신파를 받아들일 줄 알기 때문에 느끼고 있을 거다. 그들이 슬퍼하면 너 도 슬퍼지고, 그들이 기뻐하면 너도 기쁨을 느끼는 것을. 그와 같은, 아니 그와는 달 리 훨씬 악의적인 괴물의 세뇌공작에, 인간들은 하나둘씩 자아를 잃고, 괴물의 세포 조직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 무슨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조금 전에 나에게 보여진, 모나드의 흉물스런 모습 이 떠올랐다. 마법사들을 거대한 근육질의 알 속에 흡수하고, 마구 부풀어오르다가 결국 셀의 몸까지 점령하고 서로 섞여서, 저주스런 마물로 재탄생하는 모나드의 모 습 이. 그 모습이 다시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고, 그것이 엘프들에게까지 전달되었다. 그 들의 얼굴색이 변하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필사적으로 참고 싶지만, 더 이상 참 을 수 없는 비명. "으윽." - 계속 - 후기)달갑지 않은 해석이지만, 이런 식으로 설명이 되는군요. 사람이 외우는 주문. 그리고 그에 의한 마법의 발동. 좀 슬픈 해석이긴 하지만, 전 이렇게 할 수밖에 없군 요. 이것 이외에는, 주문을 외우면 마법이 발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이 나지 않 습니다. 누군가가 주문을 외우면 그에 따라 마법을 만들어주는 것. 그 외에 과연 어 떤 설명이 붙을 수 있을까요. 연재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생각하는 중이지만, 글쎄요.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 쨌든 매일 연재로 복귀하는 것은 아직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해서 1주일에 이틀 쉬 는 것은 좀 길게 보이고. 하지만 아직 7일 연재는 못 할 듯 하고, 그럼 6일은 어떨 까... 하지만 모르겠습니다. 과연 할 수 있을지. 일단은 기존에 하던대로 할 수밖에 없지만....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24 조회수 : 60 공룡 판타지 22-446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4) "어떻게 이럴 수가...." 드워프들의 경악스런 비명이, 우주선의 내부를 뒤흔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이... "단 한 번에...." "300여대의 전투기들이 당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한 두 대가 아니다. 적어도 300여대는 되는 전투기들이, 모나드의 단 한 차례의 공 격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그들이 무인전투기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맥없 이 파괴될 정도는 아니었는데..... "믿을 수 없어...." 만약 그들이 실제로 이 일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분명 그렇게 외쳤을 것이 다. 세상에 어떤 마법사가, 300여대의 전투기가 일제히 회피운동에 들어갔는데, 그것 을 일일이 맞출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주문을 동시에 3개...." "그것도 우리가 주문을 막기도 전에...." "방어막 주문과 비행 주문까지 외우면서...." 보통 마법사들은 그게 불가능하다. 한 가지의 주문을 외우고 지탱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힘에 겨워하기 마련이다. 물론 몇몇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동시에 다섯 가지의 주문을 외울 수 있는 마법사가, 이때까지 존재했던가? 그들이 충격을 받 은 것은 그래서였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모나드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젠장...." 낭패한 드워프들의 음성. 그 청량감을 상상하면서, 모나드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들은, 자신이 단순한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그런 실수를 범한 것이다. 아니, 그들은 자신을 괴물이라고 부르면서도, 실제로는 그저 그런 마법사로 생각해버린 모양이다. 하긴 그런 시시한 수법이 보통 마법사에게는 먹힐지도 모르지. 그러나.... "상대를 잘못 본거야." 마법사에게 힘을 주는 자신에게, 동시에 주문을 여러 개 외워대는 것이 뭐가 어려울 것인가. 원래 모나드는, 동시에 수 천 가지의 마법도 완성시킬 수 있는 기계가 아니 던가. 자신들이 만든 기계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는 드워프들을 보며, 모나드는 즐겁게 웃었다. 이곳이 우주공간만 아니라면 한바탕 크게 웃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우주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밀크가 아래에서 올라오지 않고 있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확인해두지 않으면 불안하다. 어쨌든 그 애 는,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므로. '일을 서둘러야겠어.' 모나드가 비행전함을 향해 전파를 보냈다. 작별의 뜻을 담은 인사를. '빨리 해치우고 가봐야지.' 그리고 모나드의 입술이 서서히 움직였다. 파멸의 신호를 내뱉기 위해. 주문 자체는 너무나 간단했고, 드워프들이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그 주문은 완성되었다. 하지만 주문을 외우기 전에 할 말이 있었다. 모나드의 입술에서 날아가는 전파. "이제 끝내주지. 당신들과, 당신들의 동족들을 모조리 죽이고, 그동안 맺혀진 내 오 랜 원한을 풀겠어. 바로 지금 !" 동시에 터지는 주문. "드래곤 브레스 ! 라이트 !" 그 말과 함께, 모나드의 손에서 엄청난 불기둥이 뿜어져나갔다. 물론 불기둥은 아니 다. 이곳은 우주이고, 공기가 없는 곳에서 불타오른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 기 에. 하지만, 그 모습은 불기둥이라는 말 이외에는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적색의 빛 이었다. 조금 전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광량을 가진 빛이 강을 이루면 서, 전함 메이스의 외부 방어벽에 꽃혀갔다.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빛. 우리가 충격을 억누르기까지는, 잠시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동안 너무나 많 은 시련을 겪은 나에게는, 그것은 끔찍하기는 해도 견디지 못할 정도의 충격은 아니 었다. 이미 내 눈물샘은 나 자신을 위해 너무나 많이 써서 말랐기 때문일까. 게다가 지금은 서둘러야 할 상황이 아닌가. '아까 드워프들의 배가 모나드와 싸우러 간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만약 더 이상 지체하게 된다면, 그들은..... '그들을 죽게 해선, 아이샤에게 면목이 없어.' 물론 우주로 날아간 드워프들중에, 내가 아는 드워프는 없을 것이다. 아이샤같은 어 린애가, 위험한 곳에 자청해서 올리는 없을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아직 살 아 있다면, 어떻게든 구해주고 싶었다. 내가 착해서는 아니다. 다만 과거에 그런 사람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랬으면...' 그랬으면 나에겐 좀 더 밝은 인생이 펼쳐졌을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만약 검의 말 대로 모나드가 과거에 지구를 지배했었다면, 당연히.... '녀석을 물리친 사람이 과거에 있었다는 말이야.' 그 상황을 검이 소상히 이야기해준다면, 당장 그 방법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나는 검을 향해 눈을 돌렸다. 검이 내 의사를 알아차렸는지, 곧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 다.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그러나.... "하지만, 모나드에 지배되지 않은 소수의 인간들이, 모나드에게 목숨을 걸고 도전했 다." "어..... 어떻게?" 어째서 엘프들이 당황하는 것일까. 아까까지의 충격으로 인해 얼굴색이 나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오파비니아의 창백한 얼굴을 보면서, 말을 계속하는 라 브레이커. "지금의 아라비 사막에서 인간 마법이 발동하지 않는 것처럼, 고대에도 그런 지역 이 있었다. 정보전달망의 역할을 하는 거대한 촉수는 오직 인간의 거주구역에만 설치되 었기 때문이다. 인간들 중에도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꽤 많았고, 그중 일부 는 고대 마법이나 기술을 전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잠깐." 라가니아의 물음. "왜 엘프들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 것이지? 그런 괴물에 대항한 것은 어디까지 나...." 그 이야기가, '인간'에 대한 것이라서 그랬던가. 그러나 그런 정도로 당황할 사람들 이 아닌데..... 가만. 사람?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잠시 어수선해진 분위기 를 수습하는 검. "좀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라." 날 타이르는 어조로, 하지만 모처럼 다른 이를 타이르는 검. 라가니아가 머쓱해져서 뒤로 물러서자, 검은 다시금 말을 꺼냈다. 강한 어조로. "그들은 고대 마법과 기술을 동원하여, 모나드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촉수를 절단하 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촉수는 재생 기능을 발휘하여 그들과 싸웠고, 곧 수많은 인 간들이 모나드의 명령으로 군대를 편성,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그러나?" "모나드의 촉수가 없는 구역에서는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았고, 더불어 모나드 본체 의 명령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 점을 이용해 인간들은 착실히 자기 구역을 넓 혀갔고, 결국 모나드 본체와 처절한 싸움을 벌인 끝에, 모나드를 분리시켰다." "잠깐. 잠깐." 녀석을 죽였다.....는 게 아니라, 녀석을 '분리' 시켰다고? 그건 도대체 무슨 소리 야? 녀석을 죽여버리는 것이 아니었던가? 약간의 원망이 섞인 나의 물음에, 간단히 답하는 검. "물론 처음에는 녀석을 파괴시켰다. 하지만, 녀석은 절대로 죽지 않았다. 녀석의 심 장. 그러니까 녀석에게 힘을 공급해주는 거대한 기계가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아니, 녀석은 자신과 계약을 맺은 자를 그 안에 가두어서, 그들을 에너지원으로 사 용 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은 원래의 심장을 파괴하고는 안심했지만, 인간을 에너지원으 로 하여 만든 새로운 심장이 모나드에게 원기를 공급하여, 되살아나는데 필요한 재료 를 공급해주었다." "사람을... 에너지로?" 섬짓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조금 전에 잡혀간 마법사들은, 모두 먹혀서 그 심 장에 보내졌다는 말인가..... 갑자기 주위의 기온이 내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와 함께 돋는 소름. '내 적은, 식인 괴물이었던가.' 그리고 스치는 생각 하나. 그것은 바로.... "그럼....." 그들은 무사할까? 비록 그들이 나와는 큰 관계가 없는 드워프들이긴 하지만, 그들은 과연 지금까지 살아있을까? 그에 생각이 미치자, 여기서 이렇게 한가하게 잡담이나 나눌 때가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도대체 난 지금 여기서 뭐하는 거야 ! "라 브레이커 ! 당장 위로 올라가자 !" 만약 그들이 죽었다면, 나는 그들을 희생물로 하여 나 자신의 목숨을 구한, 파렴치 한 자가 되고 말 것이다. 어릴 때라면 그것도 충분히 불가항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그들을 구해야 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을 구해주고 싶었다. 비록 그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을 구하고 싶었다. 만약에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내가 다섯 살때에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을 단 하나라도 만났던들.... '그랬으면 난 지금쯤....' 적어도 지금같은 생을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더 이상 망설여지지 가 않았다. 나는 검에게 외쳤다. "날 도와줘. 지금." - 계속 - 후기)으..... 정말 늦어졌습니다. 오늘 연재를 못하는 줄 알고 새파랗게 질렸다 가..... 간신히 올리는군요. (아아악 ! 늦었다아아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25 조회수 : 54 공룡 판타지 22-447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5) 적어도,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 것이다. 모나드가 다시 돌아와서 나를 향해 마법의 칼날을 겨누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괴물이 드워프들의 배, 그 하늘을 나는 이상한 배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아직은 살인을 막을 수 있어.' 아직은 죽음을 피할 수 있다. 적어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만은, 어떻게 든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고개를 가로젓는 검. 아니, 그런 느낌을 주는 검. 어째서..... "어째서 안 된다는 거지? 지금 내가 그들을 도우러 가지 않으면...." 하지만 여전히 반대의 뜻을 내비치는 검. 어째서인가. 검의 대답은 금새 나왔다. 그 것은. "넌 모나드를 어떻게 처치하려고 하는 거냐? 무슨 구체적인 방법이라도? 지금 네 모습을 보면, 다른 자의 힘을 빌리려고 하는 기색이 역력한데." "윽." 사실이 그렇기는 하다. 적어도 나 혼자서 그 괴물을 처치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지 만, 내 옆에 있는 엘프들이나 라 브레이커의 힘을 빌면, 모나드가 아무리 괴물이라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 듯한.... "닥쳐라 !" 검의 일갈. 그리고 그 뒤의 말. "그런 식의 방법은 해결이 안 된다. 게다가, 여기 있는 엘프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고대의 그 찬란한 마법을 익힌 대마법사들에게는 비길바가 못된다. 그들조차도 모나드를 이기지 못하고 차례차례 죽어갔는데, 그 시절의 마법에 비해 위력이 떨어 지 는 엘프마법을 가지고서, 어떻게 이들이 모나드를 격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냐." "뭐?" 엘프들의 감정이 상한 듯 싶지만, 검은 그 말을 철회할 기색이 없었다. 게다가..... "이들 역시 인간이다. 엘프라는 반짝거리는 장식을 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역 시 자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방법을 모르는, 무지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어서, 뭘 어쩌겠다는거냐?" "뭐라고 !" 격노한 엘프들의 말. 곧바로 터져나온 것은,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우리가 어째서 인간이라는 거냐 !"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는 청년 엘프. "저. 라 브레이커님. 농담을 할 시간이 아닌데요." 차분한 처녀엘프의 말. "..............." 말없는 오파비니아. 그러나. "그 말, 사실이에요? 라 브레이커님." 적어도 검이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는... 희미하지만 확실한 느낌. 그녀역시 그것 을 느꼈을까. 아르메리아가, 떨리는 음성으로 검에게 물었다. 그리고 대답은. "그렇다." 아르메리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다음의 대답은, 마치 지옥의 문에서 느껴지는 듯한 차가움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원래 엘프라는 것은 고대의 대마법사들의 후손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니까. 모나드의 일이 있은 이후, 인간은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한 갈래는 모나드로 대표되는 주문 마 법과 기계문명의 폐해를 부정하고, 과거의 마법으로 돌아가 그것을 지키려고 한 부족 이다. 그들은 숲속에서 고립되어, 다른 인간에게서 멀어졌다. 물론 그 덕분에, 고대 인간의 형질을 가장 잘 보존하게 되긴 했지만, 그들은 과거에 자신들이 인간이었으 며, 지금도 인간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게 되었다. 자신들은 고대 인간의 힘과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데, 주위의 인간들이 긴 세월을 못이겨 차츰 퇴화해갔던 탓도 있긴 하 지만." 얼음. 그리고 그에 따른 정적이, 우리 모두를 감싸버렸다. 단 하나. 라 브레이커만 제외하고. 어둠 속에서 계속 들리는 검의 말. "또 한 갈래는, 고대 과학 문명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여러 가지 마법 근원체 를 만들어본 자들이다. 그들은 기계를 이용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려고 했지만, 모 나드의 일로 인해 상당수의 지식을 상실했고, 그것을 다시 완벽히 회복하기 전에 내 분으로 몰락했다. 그들중 일부가 살아남아 고립의 길을 걷게 된 것이 드워프다. 비록 엘프들과 달리, 유전자 이상으로 여성에게도 수염이 나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 역시 인간이다." 만약 드워프들이 그 말을 들었으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엘프들은 자신들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 반응한 것은, 단지 나 한 사람뿐. "그럼...." 우리 인간은? 그럼 우리들은 대체 무엇인가? 나를 포함해서, 인간은 또 어떤 갈래란 것인가. 라 브레이커가 그 질문에 답해주었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고대의 힘을 모두 잃고 간신히 연명한 자들이다. 그들이 바로 지금의 인간이라 불리는 자들이지만, 세 종족 중에 그 누구도 고대의 인간의 힘과 지 식, 그리고 정신을 소유하지 못했다. 바로 너를 제외하고." "!" 그 말은..... 나와 다른 이들을 멀리 떨어뜨려놓았다. 나 하나만 어둠속에 서 있는 듯이 느껴지고, 검은 나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가 만약 네 힘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너를 진 실한 인간으로 인정할 것이다. 고대의 인류가 가진 몸과 마음을 모두 갖춘, 온전한 성인으로." "그렇다면...." 네가 날 인간이 아니라고 한 것은, 그런 의미였던가? '고대의 인간' 이 아니라는 의 미로? 검이 긍정하는 듯 나의 어깨를 자신의 검날의 넓은 부분으로 두드렸다. 그 느 낌이, 나를 조금이나마 안심시켰다. 저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가 조금이라도 나를 인정해주었기 때문일까. 그러나. "아직은 마음놓지 마라. 넌 아직 모나드와 정면대결을 펼치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 지식은 있지만, 응용력이 형편없단 말이다. 주문 수 백개를 동시에 구사하는 괴물을 상대하려면, 전투경험이 더 있어야 할텐데...." 주문... 수 백개를 동시에? 그 말을 들은 나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으아악 !" "전함의 방어막, 출력 최대로 !" 비명을 지르는 드워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침착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 다. 어차피 달아날 곳도 없지 않은가. 그들의 생존의 희망은, 오직 이 전함의 두터운 방어막을 믿는 것 뿐이었다. 전함의 바깥으로 빠져나간다면, 아까의 전투기들처럼 비 참한 최후를 맞을 것이 뻔하므로. 적어도 연락병이 구원부대를 이끌고 올때까지는, 방어에만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방어막은 조금 전에, 바로 저 런 마법 공격을 훌륭하게 막아내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방어막이 자기 역할을 다하기 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금전의 3배에 달하는 힘입니다 !" 새파랗게 질린 방어막 담당자들의 외침. 그리고 전함의 전면에 들이닥치는 붉은 불 기둥. 불처럼 보이는 에너지의 파동이, 방어막과 부딪쳐서 사방으로 빛을 발산시켰 다. 함내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방어막에 모든 힘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전방의 화 면을 통해, 메이스 함의 모습이 투영되고, 정확한 상황이 그림으로 나타났다. "젠장. 방어막도 간신히 버티는건가." 방어막을 만들기 위해 밖으로 뿜어낸 에너지가, 괴물이 쏘아낸 마법의 힘과 충돌하 면서 거대한 갓을 형성했다. 빛으로 이루어진 갓은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전함은 그 힘에 의해 부르르 떨렸다. "방어막, 출력 최대 !" 마치 작열하는 쇠막대기처럼, 전함의 전면이 붉게 빛났다. 마법의 빛 일부가 전함의 몸체를 물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것으로 끝이었다. 방어막은 계속 진동 하긴 했지만, 다행히 붕괴에는 이르지 않았다. 그리고. "적의 공격이 느슨해지고 있습니다 !" 마법의 효과가 끝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불기둥이 점차 세력을 잃어가면서, 다 시 화면의 영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함내 동 력의 지나친 소모때문인지, 전함의 몸체를 보여주는 그림에는 이곳저곳이 붉게 표시 되어 있었다. "동력부와 동력 전달선쪽이 과열되었습니다. 이번에 버틴 것은 정말 다행이지만, 다 음에 이런 공격이 온다면 우리는 끝입니다. 아무래도 같은 마법을 한 번만 더 당한 다 면...." "강하한다." 보고를 듣던 아이기스가, 갑자기 말허리를 잘랐다. 그리고 내리는 명령은. "이 전함은 즉시, 오시언 대기권으로 재돌입한다 !" "네?" 갑작스런 아이기스의 명령에 당황하는 드워프들. 그도 그럴것이, 무작정 대기권에 전함을 재돌입시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선체 이곳저곳이 과열 된 상태라는 것은, 전함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런 상태에 서 대기권 진입을 한다는 것은..... 모두의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을 무시하고, 그는 다시금 명령을 내렸다. "어서 ! 이 자리에서, 저 괴물에게 죽고 싶은가 ! 어차피 우리의 임무는 정찰이었 다. 이미 그 임무를 달성한 이상, 다음 임무는 살아남는 것이다. 모두 정신차려 !" "아.... 예 !" 그제서야 드워프들이 다시금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대한 전함이 서서히 기수 를 돌리고, 머리 부분에서 불꽃이 터졌다. 잠시동안의 가스분출이 있고 난 후, 비행 전함은 서서히 자신의 기수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오시언을 향해 배를 드러냈다. 방어막을 최대한 강화시킨채, 전함 메이스는 오시언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 계속 - 후기)휴우.............. 언제나 그렇듯이, 글은 어려운 것이군요....... 과연 대기 권 재돌입까지 이 전함이 잘 버틸지.... 그리 튼튼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버티기는 하는군요. (불쌍한 드워프들.....) 과연 레이니 일당이 제 시간에 올 수 있을지. 그 리고 드워프들은 과연 이 전함을 언제쯤 구하러 올지... 모르겠습니다. (왠지 사악 하 게 보이는 것 같다.... 나도.....)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26 조회수 : 58 공룡 판타지 22-448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6) "방어막을 최대한 강화하라. 곧 대기층에 들어가니 전원 자기 위치를 지키고 있도 록." 물론 그 소리는 할 필요가 없는 명령이었다. 순간의 실수가 삶과 죽음을 가르는 지 금의 상황에서, 누가 자신이 맡은 부서를 떠나 있을 수 있을까. 게다가 감속을 시작 한 전함이 급격히 흔들리는 이 경우에. "곧 돌입합니다. 냉각장치 가동을 최대로." 그 말을 마지막으로, 전함은 불길에 휩싸였다. 전함의 본체에 부딪치는 대기가 가열 하여 붉게 타오르고, 그 빛은 곧 오렌지 색으로, 이어 분홍빛으로 바뀌어갔다. 이 상 황에서는 방어막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모두들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만약 지금 적 이 공격을 해온다면.... 그런 불안감이 모두의 얼굴에 떠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걱정마라. 어차피 녀석은 우리를 곧장 죽일 생각이 없으니까." "네?" 바깥의 모습이 사방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바람에, 그 분홍빛으로 얼굴이 온통 물들어버린 드워프들이 깜짝 놀라 아이기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만약 적이 우리를 죽이려 했다면, 아까 우리의 방어막이 흔들릴 때 다시 한 번 공 격을 가해왔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 오래동안 우리를 가지고 놀고 싶은 거겠지." 그 말을 듣고 모두들 이를 갈았지만, 아이기스는 전혀 분노의 빛을 띄지 않고 있었 다. 게다가..... "그 놈이 그렇게 방심하고 있으니, 아마 우리가 대기권에 진입을 끝내고 다시 방어 막을 쳤을 때 공격을 해 올 공산이 크다. 그리고는 우리를 비웃으려고 하겠지. 그러 니 우리는, 녀석의 그런 자만심을 역이용해서 최후까지 버티는 것이다. 지금쯤 연락 병이 도시로 돌아갔을테니 구원부대가 곧 올 것이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우리가 이기 는 것이다. 알겠나?" "예 !" 물론 이 상황에서 모나드가 다시금 공격할 수도 있었지만, 아이기스로서는 병사들의 사기를 높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런 식으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약간이라도 생존의 희 망이 보인다면, 그들은 최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므로. 거대한 전함은 열풍으로 감싸 인채 행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훗. 제법인걸. 드워프들도." 대기권 재돌입이라. 적어도 지금 그렇게 꼬리를 내보이고 도망칠 줄은 생각하지 않 았는데.... 모나드는 급격한 낙하로 인해 붉게 타들어가는 비행전함을 바라보았다. 비록 조금전의 공격이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주문을 더한다면.... 하지만 굳이 그렇게 끝낼 생각은 없었다. 적어도 녀석들을 죽이려 면..... "대기권 재돌입까지는 봐주지. 잠시나마 거짓된 희망에 온몸을 적셔보는 것도, 나쁘 진 않을테니까. 삶의 입구에서 그것을 놓치고 죽어가는 기분을 맛보시지." 그리고 모나드는 전함의 뒤를 따라갔다. 조금 후에 있을 피의 축제를 기다리면서. "주문 수 백개.... 농담같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모나드라는 것 자체가 마법의 근원 체이고, 그 녀석은 마법을 만들어서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이 주특기였다. 당연히 녀 석이 한 번에 수 십개의 마법을 사용하든, 수 천개의 마법을 사용하든 그것은 별 문 제가 안 된단 말이다." 내 몸을 덮치는 추위. 으스스한 기분에 나는 온몸을 떨었다. 이거.... 갑자기 도망 가고 싶어지는걸. 하지만 달아날 길은 없었다. 어차피 그 녀석에게 잡혀간 셀과 킬러 웨이, 그리고 수많은 우리나라의 마법사들을 구해야 하니까. 설령 그들을 구하지 못 하더라도, 적어도 원수라도 갚아줘야 할 게 아닌가. 그리고. '어차피 돌아가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칼을 휘두르는 기사들이, 이런 공중전에 무슨 쓸모가 있을까. 아무리 지상을 마음껏 달리는 공룡 기사단이라고 해도, 날아가는 괴물에게는 아무런 힘을 쓸 수 없다. 칼 이 나 활이 닿지도 않는 고공에서, 몇 차례만 주문을 외우면 그대로 전멸할테니.... "그럼 이기는 방법은?" 라 브레이커가 아무리 아니꼬운 녀석이라도, 지금은 그 녀석만이 모나드를 이길 방 법을 알고 있다. 일단은 물어볼 수밖에 없다. 달갑지 않은 상대이긴 하지만..... "일단 직접 싸워봐라. 네가 고대의 마법을 내가 가르쳐준대로만 구사할 수 있다면, 절대로지지 않을거다. 난 너에게 지식이라는 면에서는 모든 것을 전수해주었다고 생 각하니까." .....물어본 게 잘못이지....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나는 다시 한 번 검에게 물었다. "그럴 자신이 없으니까 묻는거지." 있으면 너한테 묻지도 않아..... 이제 슬슬 터져나올 라 브레이커의 심술꿎은 답변 을 기대해볼까.. 그러나 녀석의 대답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싸워보면 알게 될 거다. 아무리 상대가 대단한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고정 된 방식의 마법만을 고집하는 기계일 뿐이다. 그 점이 바로 주문 마법의 약점이며, 네가 파고들어야 할 가장 큰 틈새이다." 뭔가 심오한 답이긴 한 듯 한데.... 아직은 그걸 해석하기가 곤란했다. 예상보다는 친절한 답변에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라 브레이커는 나를 격려해주었다. 정말로. "자. 이제 싸우러 가자. 무슨 말인지는, 싸우면서 이해하게 될 거다." "곧 방어막이 회복될 겁니다. 일단 대기권 진입은 성공입니다."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중간에 적의 공격을 받아, 선체가 절단되지 나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역시 녀석은 아직 자신들을 죽일 생각은 없는 것인 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던 많은 드워프들이, 그제서야 얼굴빛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급하게 한 것 치고는 잘 되었군. 현재 적의 위치는?" 아이기스로서는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그들은 지금 적의 추격을 따돌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마법사라면 자신들을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도 아 니고, 상대는 그 마법사들의 주인인 괴물 모나드가 아닌가. 그가 모나드의 위치를 알 고 싶어하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관측담당의 대답은 곧바로 나왔다. "우리 전함의 위쪽 22km 정도입니다." "뭐?" 생각보다는 고도가 높은데? 그 거리에서도 공격할 자신이 있는 건가? 그렇지 않으면 추적을 포기하고, 다른 곳을 노리고 있는 건가? 어쨌든 방어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시금 명령을 내리는 아이기스. "의외이긴 하지만..... 어서 방어막을 둘러치게. 곧 녀석의 공격이 있을거라고 생각 하니, 모두들 자기 자리에서 이탈하지 말고." 모두들 그 말에 따랐다. 다시금 긴장감을 얼굴에 드러내면서. "알겠습니다." "이제 슬슬 끝내줄까." 다시 방어막을 치는 전함 메이스의 모습을 보며, 모나드는 빙긋 웃었다. 어차피 이 정도의 거리 차이는 금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보다 신경쓰이는 것은, 아 까부터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라 브레이커였다. 그 강대한 힘의 원천에 들어간 밀 크와 그 엘프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뭐, 어차피 밀크만 제외하곤 다들 장식품들이니." 과거에 엘프 마법을 공부해본적이 있었다. 자신이 사용하는 마법과 거의 같지만, 유 감스럽게도 그들은 상당한 지식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과거의 마법사들을 정교하게 분석, 그 마법을 기계안에 구현해낸 고대의 인간들의 지식으로 판단해볼 때, 저 엘 프 들은 아마도 그 놀라운 지식의 극히 일부밖에 계승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 면. "그 녀석들이야 금새 끝낼 수 있을 것이고....." 오직 문제는, 라 브레이커의 지도를 받은 밀크였다. 그 애가 과연 어느 정도의 실력 을 가지고 있을까. 만약 그 애가 정말로 자신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면, 과연 자신은 그를 죽일 수 있을까. "아마 문제야 없겠지만...." 아무리 전설의 검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마법이란 것을 겨우 10여년만에 모두 익힐 수는 없었다. 그 심오한 마법을 알고 외우는 것은 그렇다 할지라도, 그것 을 모두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마법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을 유효적절하게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만나보면 알겠지. 여차하면 그 엘프들을 잡으면 될 것이고." 누군가를 인질로 잡는다는 것은 좀 치사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 엘프들 정도라 면 확실히 자신에게 적이 되지 못한다. 약간 비겁한 미소를 띄운 후, 모나드는 자신 의 손을 아래의 전함에게 겨누었다. 이제서야 방어막을 다시치는 전함의 모습이 보였 다. 그들이 안도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 기쁨이 절망으로 바뀌는 것을 못 보는 게 유감이지만, 그런 데에 마법을 쓸 가치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그들을 여태 까지 살려둔 것은.... "아마 여기쯤이면 드워프들에게도 모두 보일거야. 육안으로도." 곧 그들의 전함이 육지로 진입할 것이다. 그때에 마법을 쓰면, 확실히 그들에게 경 고의 뜻을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바다와는 달리, 육지에서는 누구라도 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흔적을 남길 것이므로. 저런 거체가 파괴된다면. "아마 작은 사막이 생기겠지." 모나드의 손에서 다시금 빛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모 나드는 미소를 지었다. 곧 벌어지게 될, 피의 축제를 기대하는 그런 미소를. 그리고. "파워 오더.... 폴(power order fall : 언령 마법 10레벨. 절대명령 낙하)." 모나드의 손에서 무형의 힘이 뻗쳐나갔다. 전함을 향해서. - 계속 - 후기)주문 수 백 개를 동시에 외우는 괴물이라. 너무 센가? 도대체 어떤 마법사가 동 시에 마법을 수 백 가지나 사용할 수 있다는 건지.... 좀 강한 걸까요? 하지만 처음 부터 그럴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정말 싸우는 장면을 쓰기도 어렵군요. 어서어서 레이니를 피투성이의 전투로 인도하 고 싶은.... (잘한다. 잘해....)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49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27 조회수 : 65 공룡 판타지 22-449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7) 쿠웅. 갑작스런 충격에, 전함의 거대한 동체가 떨렸다. 방어막이 작열하면서, 주위의 에너 지의 흐름이 마구 흐트러졌다. 그리고..... [방어막 이상 발생] 방어막 담당인 드워프들이 화면의 표시를 보고 경악하는 것과 동시에, 모나드의 마 법의 힘이 방어막을 종잇장처럼 찢고 들어왔다. 그 힘은, 그대로 전함의 동체를 잡아 서 아래로 내던졌다. 비행전함은 그 힘에 의해 억지로, 바다를 향해 떨어져갔다. "방어막이 돌파당했습니다 !" 드워프들은 모든 예비동력까지 방어막을 향해 돌리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부서진 방어막은 전함 자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행전함 메이스를 구의 형태로 둘 러 싼 방어막이 사라지자, 주위에 있던 공기 역시 전함을 향해 밀려들었고, 그 공기는 강제적인 힘으로 아래로 떨어져가는 전함에, 마치 장애물처럼 작용했다. 날개에 의해 발생한 양력에 의해 전함이 떠오르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위에서 잡아눌렀기 때 문에, 날개와 동체를 잇는 연결부위에는 그만큼 무리한 힘이 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 "날개가 부서지고 있습니다 !" 쇠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날개와 동체가 서서히 떨어져나갔다. 마치 종잇장이 찢겨지는 것처럼, 두 개의 거대한 삼각 날개는 비행전함으로부터 떨어져 버 렸다. 그리고, 간신히 원상태를 회복하려던 방어막에 그대로 부딪쳤다. 퍼펑. 날개가 아무리 견고하다고 하더라도, 동체에서 억지로 잡아뜯겨지는 바람에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게다가, 적의 공격 때문에 출력을 더욱 올리고 있는 방어막에 부딪 쳤 으니, 그것이 무사하길 바라는 것이 무리였다. 강렬한 에너지의 흐름이 날개를 구성 한 금속을 뒤흔들었고, 그리고 서로간의 결합을 풀어해쳐놓았다. 날개 안의 견고한 구조가 부서지면서, 산산히 찢겨진 날개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대부분은 방어막에 다 시 부딪쳐서 녹아버렸지만, 그 중 일부는 전함의 본체를 향해 날아들었다. 펑. 퍼퍼펑. 그대로 전함의 동체에 구멍이 뚫리면서, 불꽃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전함 내부를 불길이 달리면서, 동체 외곽부분에 맹렬한 화재를 일으켰다. 이미 날개가 없어져서 비행능력을 상실한 전함 메이스는,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 전함의 내부, 무인 전투기들을 발진시키는 격납고에 대기하고 있던 드워프들을 향 해, 거대한 날개의 파편이 들이닥쳤다. 마치 총알처럼 벽을 관통한 파편조각들이, 드 워프들을 꿰뚫고 지나갔다. 여기저기서 피를 흘리며 튕겨나가는 드워프들. 그들의 비 명이 격납고를 울렸다. 물론 평소였다면 날개파편이 전함의 외부 장갑판을 관통할 수 없었겠지만, 모나드의 주문은 '파워 오더 폴(power order fall : 언령 마법 10레벨. 절대명령 낙하).' 즉 강제적으로 전함을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주문이었고, 그 힘은 하늘에 떠 있으려는 전함을 지상으로 미는 역할을 했다. 위로 오르려는 전함 자체의 엔진과 날개의 양력, 그리고 아래로 미는 모나드의 마법의 힘이 겹쳐서, 메이스의 동 체는 위아래로 짓눌려 크게 부서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은 속에 빈 공간이 가 장 많고, 구조상 취약한 부분이 가장 많은 격납고 부분에 집중되었고, 그래서 그곳의 드워프들이 파편에 맞은 것이다. 격납고의 드워프들은 거의 모두가 죽고, 파편들은 사방으로 튀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소수의 무인전투기들을 파괴했다. 사방에 구멍이 뚫린 전투기들중 일부가,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콰콰쾅. 그 폭발은 주위 전투기들에게까지 불을 붙였고, 곧바로 연쇄적인 폭발이 전함 상부 를 크게 허물어버렸다. "이게 뭐야 !" 갑작스런 충격에 전투 통제실의 드워프들도 혼란에 빠졌지만, 아이기스만은 아직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적의 공격을 제외하고, 이런 충격을 가할 수 있는 자가 과연 누가 있겠는가. 물론 그런 경우에 대비해서 방어막을 치기는 했지만, 설마 이 렇 게 간단하게 뚫릴줄은..... 그의 입술이 악문 이에 의해 터져버리고,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피해상황을 보고하라 ! 적의 위치는? 적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는지 관측담당은 확 인하고, 회피 운동이 가능한지도 알아보도록." 물론 회피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긴 했지만, 최소한 아군이 도와주러 올때까지는 버텨야 했다. 그렇지만, 피해의 규모를 본 아이기스는 차가운 얼음을 온 몸에 뒤집어 쓴 기분이 되었다. 그 상황이란 것은.... "전함 상부의 전투기 격납고에서 화재 발생 ! 좌우의 삼각날개가 동체에서 떨어져 나갔습니다 ! 현재 전함의 날개 부착부위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게 아닌지 우려됩니 다." 그 끔찍함에 한 번 이를 간 후에,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대로 무너지면 만사가 끝장이다. 날개가 부서졌다고는 해도, 상승엔진만 남아있다면 어떻게든 육지까지 갈 수 있기에. "자동소화장치는 가동되었나? 그리고 상승용 엔진의 지금 출력이라면, 불시착시까지 견딜 수 있겠나?" 하지만 대답은 결코 희망적이지 않았다. 기관담당의 얼굴이 화면에 나타나더니, 피 를 흘리며 답한 내용은.... "아무래도 자신없습니다 ! 화재가 워낙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게다가 아까의 충격으로 인해, 상승용 엔진중 절반이 위험한 상태입니다. 날개쪽 엔진은 완 전히 잃어버렸고, 동체쪽 엔진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게다 가...." 쿠웅. "전함은 지금, 간신히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동체의 상승 엔진 의 가동률이 50%를 넘기 어려운 지금, 얼마나 더 공중에 머물수 있는지는 모릅니다. 얼마 안 가서, 엔진이 멈출지도 모릅니다. 부담이 너무 과중해서...." 기관담당의 보고를 들으면서, 아이기스는 주먹을 휘두르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얼마 안 가서 추락할 게 확실하다? 전함의 방어막을 적이 손쉽게 무력화했다는 것도 수치였지만, 그것보다는 적의 공격을 아군측에서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충 격적이었다. 하여간, 이 전함은 완전히 전투력을 상실해버린 셈이다. 게다가, 언제 파괴될 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젠장." 그렇게라도 내뱉고 싶지만, 지금 절망해버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어떻게든 살아 남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어떻게? 드워프들이 화재발생시의 수 칙대로 각자의 할 일을 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아이기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상승 엔진의 절반이 손상되었다면....' 기관 담당을 맡은 드워프들이 급히 엔진의 기능을 회복시키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서, 아이기스는 머리를 굴렸다. 여기서 살아날 방법이라면.... '최소한 육지에는 도달해야 해.' 바다에 만약 전함이 떨어진다면, 그들은 모두 끝장이기 때문이다. 비록 어떻게든 구 명장비로 물 위에 떠 있을 수는 있겠지만, 손상된 전함이 무사히 착수한다고 해도, 여기저기에 구명이 뚫린 비행전함이 물 위에 얼마나 떠 있을 수 있겠는가. 대다수가 전함에 갇힌 채 수장될 것이고, 남은 자들도 표류하다가 죽어갈 것이다. 드워프들이 헤엄치는데에는 소질이 전혀 없다는 점도, 그런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망망 대해에서 어떻게 구조대를 기다린다는 말인가. '지금대로라면, 곧바로 큰 전쟁이 벌어질텐데.' 그렇게 되면, 드워프들의 본국에서도 그들을 구조할 여력이 없어질 것이다. 거대한 대양 판사라스를 수색하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괴물 모나드의 습격을 받는 상황에서도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럼.....' 역시 육지로 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자신들의 위치를 알아내야 했다. 그는 즉시 관측담당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의 얼굴이 자신의 앞에 놓인 작은 유리판 에 떠오르면서, 그가 원한 답이 돌아왔다. "조금 전, 적의 공격을 받기 전의 위치는 위도 47도, 경도 68도 정도였습니다. 지금 은 계기가 고장나서 알 수가 없습니다만....." 이 시대의 경도의 기준선은 초대양 판사라스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날짜변경선이 드 워프의 거주지에 있으면 곤란하다고 해서 정해진 것이 그 선이었고, 그것은 인간이 나 엘프들도 따르는 기준선이었다. 그러나, 경도 68도라는 자료는 그 날짜변경선, 초대 양의 중심에서 약 7500km 정도 떨어져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그것이 이 부근에 '전함이 비상착륙할 수 있는' 넓은 대지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만약에.... '바위투성이의 대지라면, 아마 산산조각이 나고 말거야.' 그러나 지금으로선 어쩔 수가 없었다. 바위밭인지 아니면 삼림인지는 모르지만, 위 도와 경도로 추정해보건데..... 아마 가까이에 육지가 있을 것이다. 평소에 지리지식 을 많이 익혀두지 않은 것에 후회하면서, 아이기스는 기관담당을 호출했다. "엔진의 상태는 어떤가? 비상착륙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 건가?" 옆에 선 드워프가 기관담당에게 뭐라고 하자, 그의 표정이 약간 밝아지더니 대답했 다. "아마 가능할 겁니다. 단, 다시 이륙할 수 있을지는 장담못합니다만." "그걸로 됐네." 어차피 다 부서진 전함으로 다시 날아오르는 것은 무리이기에.... 기관 담당인 드워 프들의 표정으로부터, 아이기스는 생의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적어도.... 이 부근 의 지형이 바위 투성이의 험난한 대지가 아니기를, 그는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전원 비상착륙준비 ! 우리 함은 곧 지상에 불시착할 것이다 !" 함내에 경보가 울리고, 드워프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 계속 - 후기)경도와 위도를 판타지에서 다루게 되다니..... 쓰다보니까 위치 추정을 하는 장 면에서 필요하기에... 결국 이런 것까지 튀어나오고 말았습니다. 글도 안 나가는데 왜 이런 설정까지 하는거냐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어쨌든 했습니다. (휴우) 접속 은 또 왜 안 되는지... 결국 아주 늦게 올리고 말았군요.... 죄송합니다. 전함이 떨어지는 장면에 하루분이 다 나가버렸군요. 푸우..... 이래가지고 언제 레 이니를 전투에 몰아넣어서 부려먹을 수 있을까..... (야 !)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0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09-28 조회수 : 23 공룡 판타지 22-450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8) "흐음. 역시 드워프들이네. 그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건가?" 상처입은 거인이 아래로 떨어져가는 것을 즐겁게 보면서, 모나드는 내심 감탄했다. 날개가 모두 떨어져나가고 자신의 마법에 걸려 추락하는 전투함이 아직도 공중에 떠 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그 와중에서도 침착하게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드워 프들의 모습은, 모나드에게 감탄사를 내뱉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몸부림도 치지 않으면, 재미없지. 암. 재미없다고." 적어도 자신을 그렇게도 괴롭힌 자들의 후손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생을 포기하고, 죽음의 늪으로 가라앉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모나드는 자신의 주문을 일단 중지 했다. 그리고, 동체의 좌우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서서히 하강하는 금속제 익룡 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보면서, 그 목을 끊어내어주지. 어디 죽을때도 그렇게 침착할 수 있을지, 두고보자고." 모나드가 자신의 손 앞에 원을 그렸다. 그리고, 나지막한 주문을 외웠다. "리이드 마인(read mind : 정신마법 레벨 6.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 물론 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적어도 지 금은. 잘난 체하는 그들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기에. 그보다는, 죽음 이 눈 앞에 들이닥쳐서 공포에 질린 얼굴을,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얼굴을 보고 싶다 는 것이, 모나드의 바램이었다. "다들 공포심을 억누르고 있군 그래." 비록 그들이 쉽사리 마법에 걸리는 종족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마 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흐릿한 느낌만으로도 충분했다. 선명한 것은. "곧 감상할 수 있을거야. 기대가 되는데." 모나드는 자신의 손 안에 보이는 정신파의 어지러운 흐름을 지워버렸다. 더 이상 살 필 것도 없기에. 비록 작은 조각에 불과했지만, 자신이 공격한 전함이 더 이상 전투 능력이 없다는 것쯤은, 그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자. 그럼 내려가볼까...." 모나드는 아래를 향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황금빛의 구슬 안에 선 모나드의 모습 이, 차츰 주위에 부딪치는 뜨거운 공기가 뿜는 빛에 가려져, 어느새 보이지 않게 되 었다. "화재 진압 완료했습니다. 날개 인접구역도 폐쇄 완료입니다. 상승엔진중, 80%정도 가 사용가능합니다." 기관담당자들의 보고를 들은 아이기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는 즉시 조함담당을 호 출했지만, 그도 이미 자기 할 일을 알고 있었다. 그의 표정만으로도, 상황을 알았다 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조함담당자들을 보며, 아이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승엔진 출력을 상향조정합니다." 이제 날개 부근의 엔진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아까보다는 전함의 하강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전함 메이스의 날개가 붙어있던 자리에서 나던 연기도, 이제 는 거의 사라졌다. 서서히 서쪽을 향해 날아가는 전함의 선실에서, 모든 드워프들은 자기 자리에 착석하여 곧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지상 도달 예정시간은?" "약 40초 후입니다." "그런가...." 과연 그들이 착륙할 곳은 안전한가... 아까부터 자꾸만 바위절벽의 모습이 생각났지 만, 아이기스는 필사적으로 그런 생각을 억눌렀다. 정 안 된다면, 바다에 착수한 후 배가 가라앉기 전에 탈출할 수밖에 없지만, 되도록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랄 뿐... 그리고, 그의 바램은 이루어졌다. "육지입니다 ! 해안가의 숲이 발견되었습니다 !" "와아 !" 관측 담당자의 말에, 함성을 지르는 드워프들. 그리고, 아이기스도 기쁜 듯이 말했 다. "최대한 강하 속도를 늦추어라. 서두르지 말고 침착하게." 간신히 균형을 유지한 전함이, 만약 조함 실수라도 해서 숲 속에 처박히면 대형 참 사를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함을 맡은 드워프들이 바짝 긴장한 가운데, 전함 은 서서히 해안가의 숲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비록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그 모습 은 지상의 공룡들에게 위압감을 주었다. 크오오오. 자신들보다 10배 이상 큰, 거대한 괴물이 하늘로부터 떨어져내려오는 것을 목격한 공룡들이 여기저기로 달아났다. 그들의 체중에 의해 땅이 울리고, 숲 속에 숨어있던 시조새들도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익룡들이, 거대 전함이 일으킨 급격한 돌풍에 휘 말 려 사방으로 날려갔다. 평소에 약한 바람만 만나다가, 갑자기 강한 바람을 만났기 때 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늘에서 그것을 볼 수는 없겠지만, 드워프들은 지상의 일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선 별 도리가 없 었다. 그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 "곧 동체착륙합니다 ! 전원 충격에 대비를...." 그 말과 함께, 전투함은 지상에 부딪쳤다. 나무들이 전함의 거대한 선체에 깔려 부 러져나가고, 사방으로 도망치던 공룡들이 그 충격으로 이리저리 나가떨어졌다. 심지 어 몸길이 22m에 달하는 거대한 마멘키사우루스조차도, 자신의 몸을 가눌수가 없었 다. 거대한 목이 부러지면서, 공룡들이 그대로 나무밑에 깔려버렸다. "우아악 !" 전함도 무사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상승엔진을 최대한 가동했다고 할지라도, 역시 날 개에 의한 양력을 빼앗긴 대가는 컸다. 전함은 역시 '약간 빠르게' 지상으로 떨어졌 고, 이미 손상된 선체구조는 그 충격을 견디기 힘들었다. 전함의 아래쪽 외벽이 찌 그 러지면서, 상승엔진에도 영향을 미쳤다. 펑. 엔진의 일부가 부서지면서, 그대로 기능이 정지해버렸다. 그와 함께, 전함은 지상으 로 주저앉아버렸다. 마치 다리가 부러진 공룡처럼. 쿠웅. 전함의 동체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땅을 진동시켰다. "...................." 잠시동안 모두들 말이 없었다. 말을 할 정신도 없었지만, 자신들을 충격에서부터 보 호해주기 위해 부풀어오른 풍선을 온몸에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그 풍선은, 충격으 로 드워프들의 머리가 앞으로 튕겨지는 순간에 작동하여, 드워프의 몸에 가해지는 충격 을 적절히 분산시켰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그들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풍선에서 다시금 공기가 빠져나가기에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풍선이 다시 오그라드는데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몸과 얼굴을 풍선에서 빼낸 드워프들이,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것은 차라리 기침이라고 해야 했다. 전함이 지상에 부딪쳤을 때, 그들의 머리를 마 치 주먹으로 올려치듯이 부딪친 풍선 때문에, 그들은 숨통이 막혔었기 때문이다. ".......쿨럭 !"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언제 적이 전함에 다시 공격을 가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미 전투력을 잃은 전함의 내부에서 무엇을 하든간에, 그것은 단지 관 안 에서의 몸부림밖에는 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드워프중 하나인 아이기 스 가, 즉시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지휘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전원 퇴함 ! 부상자를 데리고 이 함에서 빠져나간다 !" 지상에 부딪친 충격에서 깨어난 드워프들이, 곧 자기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질 서정연하게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당황해봐야 소용도 없고, 저 인간들처럼 허 둥지둥하는 것은, 자신의 명예에 손상이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드워프들은 전 함 의 동력부가 폭발하지 않도록 마지막 조치를 취하는 동력담당들을 바라보며, 비상구 를 통해 신속히 빠져나갔다. 아직도 기능이 약간 살아있는 중앙의 대형 화면을 통해, 동료 드워프들에게 업혀나가는 부상자들이 보였다. "다행이군....." 고개를 끄덕인 아이기스는, 이제 전함의 지휘관으로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했 다. 각 부서의 책임자들을 부른 것이다. 작은 화면에 떠오른 그들의 얼굴을 잠시 보 고 나서, 그는 간단히 물었다. "자기 부서의 병사들은? 모두 함을 떠났나?" "그렇습니다." 관측, 함재기, 방어막, 대공..... 모든 부서의 책임자들이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아이기스도 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알겠네. 그럼, 우리들도 이만 빠져나가세. 밖에 나가서도, 적의 습격에 대비해서 싸울 준비를 시키는 것을 잊지 말게." "알겠습니다." 그들의 음성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다행히 여기면서, 아이기스는 자기 발로, 지휘관 의 자리에서 걸어나갔다. 아직까지 지휘통제실에 남아있던 드워프들 역시, 개인무장 을 꺼내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아이기스의 손에 쥐어진, 지휘관을 상징하는 도끼가 , 비상조명만 켜진채 붉은 빛을 띈 복도에서도 유달리 뚜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전함이 일으킨 먼지구름 사이로, 드워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비록 그들중 상당수 가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결코 기가 죽은 표정이 아니었다. 그 들의 눈빛과, 그들의 손에 쥐어진 총이, 그들이 패잔병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었다. - 계속 - 후기)에어백........까지 있는 전함이라. 뭐, 미래형 전함인데 그 정도는 있어도 되 지 않을까요. 다만, 사람의 것이 아니라 드워프의 것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아무리 튼튼한 드워프들의 몸이라도, 자기 몸의 몇 배에 달하는 중력가속도에 짓눌리면 위 험 하니.... 그래서 달았다고 생각해주시길. 생각보다 전함의 추락장면이 길어지는군요. 현재로서는 늦어지는 연재를 좀 빨리하 기 위해, 일요일에도 연재해볼까 생각중입니다. 만약 잘 된다면, 이번 주 일요일에 글을 올릴까 생각중이지만,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추석이니까요. 저도 추석이 니 쉽게 글을 쓰기란 어려운 일일테고.... 어쨌든 450화임에도 불구하고 특집은 없습니다. 500회 되기 전에 글을 끝내고 싶었 는데, 과연 예정대로 될지 모르겠군요. 서둘러야 할텐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1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01 조회수 : 50 공룡 판타지 22-451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19) "건방져." 불타는 전함에서 침착하게 빠져나오는 드워프들의 모습. 그리고 그 얼굴. 공포에 떠 는 모습을 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었다. 조금 전에 마법으로 들여다 본 전 함 내부의 정신적인 느낌은, 절망이나 공포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기에. "하지만...... 이건 좀 지나치잖아." 드워프라는 종족이 원래 저런 것인가.... 과거에 자신에게 죽어가던 인간들은 저렇 지는 않았었다. 모두들, 약간이라도 죽음을 두려워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후손들 은.... 정말이지.... "감정이라곤 하나도 없는, 빌어먹을 돌연변이들 같으니 !" 절망의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그 정신적 파동을 느껴보고 싶었는데.... 자신의 원수 인 고대 인간의 후손들이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그들은 어느 누구도 그런 식의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질서정연한 대피모습. 자신의 무기를 가지고 있는 모습. 저게 어디가 나약한 자의 모습이란 말인가. "젠장. 빌어먹을. 빌어먹을. 얼굴만 두꺼운 수염덩어리들이 !" 모나드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저 보기싫은 녀석들을 단 한 번에 쓸어버리겠어. 그 렇게 생각한 모나드가, 그에 필요한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고민해야 하는 것은 단지 마법의 종류일 뿐, 그 의지는 불변의 것이었다. "슬슬 끝장내주지. 벌레같은 놈들." 모나드의 입술이 열리기 시작했다. 파멸의 주문을 외우기 위해.... 하늘의 빈 공간이 일렁인다. 마치 신기루라도 생겨나는 듯이.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공기층 전체가 불투명해졌다. 그리고 그곳은 검게 변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하늘을 뚫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자. 나가자." 검은 기세좋게 말하고 있지만, 과연 승산은 있는 것일까. 검은 내가 나 자신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만 하면 이긴다고 장담했지만, 심심하면 날다가도 추락하던 내가 아 닌가. 게다가 지금은.... "걱정만 한다고 모나드가 저절로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만약 걱정만으로 모든 일을 이룰 수 있었다면, 이 세상에 힘든 일이 어디있겠냐." 할 말 없군. 그렇지만, 무작정 적에게 가서 부딪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아니지 않 은가. 더군다나 나 혼자서 싸워야 하는 지금의 입장에서는. '저 검이 바보같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엘프들이 인간과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느니 어쩌니... 그런 소리만 하지 않았더 라도.... 스스로 도와줄 자들의 손을 뿌리친 꼴이다. 과연 나 혼자서, 그 괴물을 이 길 수 있을까. '셀도 꼼짝못한 괴물이라고.' 적어도 내 실력은 셀에게 미치지 못했다. 검에게 인정을 받은 지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만약 지금 셀과 겨루게 된다면 이길지 어떨지 자신할 수가 없 었다. 그런 그녀를 너무나 쉽게 굴복시켜버린 것이, 바로 모나드가 아닌가. 그런 데..... "겁먹었다면 나가지 마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저게 ! 사람의 성질을 긁어놓고 있어.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나. "네가 방법을 제대로 안 가르쳐주니까 그런 거야." 조언을 구했더니, 하는 소리가 고작 '일단 직접 싸워봐라' 라니. 그래가지고 어떻게 저 괴물을 이기라는 거냐. 최소한 약점이라도 가르쳐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데.... "넌 내 시험을 받을 때, 라비린스 키퍼의 약점을 알고 공격해서 이긴 거냐?" "........." 그 말에, 내 입이 막히고 말았다. 적어도 그 당시에 라 브레이커가 나에게 조언을 해 준 적은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너 자신의 재능을 믿어라. 넌 내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내 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다. 모나드가 가진 능력 정도는, 너도 지금 다 가지고 있다. 다만 그 형식이 좀 다를 뿐이지. 머리가 굳어진 쇳덩어리 정도는, 충분히 이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 다. 좀 자신감을 가지란 말이다. 원래 가진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그렇게 처 져있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 저 녀석이 날 칭찬해줄때도 있나..... 오늘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군. 하지만, 그렇게라도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이 고맙기는 하다. 하지만. '그럼 좀 직접 도와주란 말이야 !' 불평하면서, 공간에 뚫린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언젠가... 엘프들이 살던 그곳의 공간터널도, 꼭 이랬던 것 같은 느낌인데. 그때는 아르메리아와 같이..... "아르메리아 !" 저, 저 녀석..... 어떻게 날 따라오고 있는 거야 !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 나야 원 래 고약한 검을 만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생을 살아오고 있지만, 적어도 아 르메리아는.... "저도 가겠어요." "하지만..." 나와 같이 싸우는 것도 위험하지만, 아직도 내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위험했다. 난,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 방향의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고. 그런 내 마음 을 너는 알고 있어? 아르메리아. "하지만, 그렇게 피하기만 하면 해결이 되지 않아요. 언니." "......." "어차피 우리의 감정은 시간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에요. 언니만 그런 감정으로 괴로운 게 아니고, 저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그게 언니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 지만." 그래도..... 결국 원인은 내가 남자아이로 도피해버린... "단정하지 말아요. 언니." 내 생각을 중단시키는 아르메리아의 말. "만약 언니가 이 싸움에서 살아남는다면, 저와 언니의 감정은 아마 시간의 힘에 의 해 조금씩 다스릴 수 있게 될 거에요. 그렇지만, 여기서 언니가 죽는다면...." 죽는다면..... "그러면 전 영원히, 언니를 잊지 못하게 될 거에요. 살아있는 사람과의 감정은 정리 할 수 있어도, 절 위해 죽어버린 사람에 대한 감정은, 절대로 잊거나 흐려질 수 없 는 법이잖아요. 적어도 저희들은, 지금의 인간들처럼 망각을 잘 하는 존재가 아니니까 요." "........" "그러니, 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언니와 같이 싸우겠어요. 언니가 살 아남아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을 본다면, 저도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겠지요. 언니 가 괴로워하는 원인중 반은 제가 만든 것이니까요. 악의는 아니지만." "그래서...." "그러니 언니와 같이 가게 해줘요. 그리고." "그리고?" "우리 둘 다 살아남아요. 살아서, 행복한 삶을 살 기회를 잡자고요. 그것만이, 우리 들이 서로에게 가진 감정을 추억이라는 상자 속으로 밀어넣을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방법이니까." 우리들은 바깥으로 날아갔다. 바깥의, 삶을 건 싸움이 기다리는 곳으로. 검 밖의 공 간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붉은 빛이 가득한 형태로. "이것은?" 벌써 아침인가? 하지만 그것은 태양의 빛이 아니었다. 저 멀리 숲쪽에 보이는 거대 한 괴물과, 그 주위의 숲이 타는 불빛이었다. 그렇다면. "서쪽 해안가의 숲에 불이 났어요. 생명력의 느낌으로 보아선 드워프들인데, 그들이 위험에 처한 모양이군요. 우주로 날아올라갔던, 그 배의 승무원들의 것이에요." 설마, 오파비니아도 싸울 셈인가? 하지만 그녀는 아까 검의 헛소리 때문에 기분이 상했을텐데..... 그러나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적어도, 아르메리아 혼자서 위험한 곳에 가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다른 두 엘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모두들. 비록 그들이 돕는 것은 아르 메리아였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나를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검이 그렇게도 그들에게 막되게 대했는데도..... "난 진실을 말한 것 뿐이다." 망할 녀석..... 내가 검에 대고 욕설을 퍼부으려는 순간, 그런 나를 저지하는 아르 메리아. "하늘을 봐요 ! 뭔가가 날아와요 !" 빛을 내며 하늘로부터 떨어져오는 유성. 그 불빛이 선명하게 보였다. 하지만 저런 정도의 빛을 뿜는 것이라면 상당히 큰....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소리를 지르는 남자 엘프. "운석이다 !" "그 괴물의 짓인가 !" 그 뒤에, 작지만 선명한 불꽃이 또 하나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녀석에게서 느 껴지는, 기분나쁜 절규의 느낌. "모나드야 ! 그 놈이 설마..." 운석이 떨어져오는 방향은, 정확히 숲에 떨어진 드워프들의 배. 그렇지만... "저 정도 크기라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거야." 만약 그 크기가 수 백 미터에 달한다면, 나로서도 도리가 없이 도망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녀석이 선택한 것은 기껏해야 수 십 미터 정도의 운석. 그리고 그 정도 크 기 라면.... "좋아." 주위의 바닷물 일부를 내 쪽으로 끌어올린다. 아직 고도가 낮기 때문에 가능한 짓이 긴 했지만.... 그 물을 에너지화하여 내 손 앞에 모은다. 운석이 떨어져내려오는 속 도를 감안한 다음, 그 에너지의 일부를 운동에너지화한다. 그리고. "어디 한 번 해볼까 !" 내 손에서 빛이 터져나갔다. - 계속 - 후기)오늘은 추석인데.... 매일 연재가 아니라 1주일당 5일 연재중인 이상, 추석 휴 가도 없다는.... 어흐흑. (애고 다리야..... 추석이니까 그렇다고요.... 다리 아 파....) 글을 쓰면 쓸 수록, 저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연재분만 해도, 포기 직전까지 갔으니까요. 정말 안 나가더라는.... (물론 추석탓이 가장 큽 니 다만.... 제 게으름 탓도 상당히 많겠지요) 오늘은 다들 고향에 가셨을 거라고 생각 하지만, 그래도 올려둡니다. 나중에 돌아오면 읽어주실 거라고 믿고.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2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02 조회수 : 62 공룡 판타지 22-452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0) "모두들 탈출했는가?" 전함 바깥으로 달려나오자마자 아이기스가 한 말이었다. 물론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듣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었다. 아무리 현명한 드워프라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기에.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다행하 게 도 그의 예상이 맞아들어갔다. 그가 들은 대답은.... "모두 무사합니다. 현재 각 부서 책임자들의 보고내용대로라면, 모든 부상병들까지 데리고 나왔다는군요. 다만 초기 단계에 발생한 전사자들이 있습니다만....." 그의 옆에 선 부관의 대답이었다. 그의 얼굴은 극도의 불안감과 긴장감으로 굳어있 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두려움을 의지가 압도하고 있었다. "구원부대는 아직 연락이 없는가?" 통신장비를 짊어진 부관이, 약간 우울한 어조로 보고했다. "아직 본국으로부터의 연락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위성 연락망이 부서진 게 아닌 지...." 그 말은 그리 달가운 소식이 아니었다. 오시언 궤도상에 떠 있는 인공위성들이 부서 져버렸다면, 장거리 통신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피로해진 아이기스의 머릿속 을 휘젓는 상념. '아직도 연락조차 닿지 않은 건가.' 만약 적이 아군의 구원대가 오기 전에 공격을 한다면, 지금으로서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그들이 휴대한 개인용 무기만으로, 그 괴물에 맞설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 으 니까. 다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 그러나. "아앗 ! 북서쪽 하늘에서..... 거대한 물체가 고속으로 다가옵니다 !" 휴대용 레이더를 맨, 관측담당조의 드워프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그 말 은.... "아군인가?"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쪽에서 온 전파는 아무것도 없었으므 로. 게다가.... 그 물체는 드워프의 우주선이라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빨리 떨어져내 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히..... "운석입니다 ! 직경 42m로 추정되는 운석이 떨어져내려오고 있습니다. 그 추락위치 는....." 새파랗게 질린 부관의 옆에서, 관측담당조의 드워프가 천천히.... 말했다. "바로..... 이곳.....입니다....." 모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가운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죽음의 공포에 겁먹은 공기가 사방으로 쫓겨나듯 달려가고, 저 멀리 하늘에서 악마의 붉은 눈동자가 떨어 져 내려오고 있었다. 긴 꼬리를 끌면서. 드워프들의 눈동자에, 붉은 빛이 비춰졌다. "훗. 이제서야 두려움을 느끼는 건가." 비록 모든 드워프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드워프들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 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비록 그것이 아무런 소용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표정을 본, 모나드가 기쁜 듯이 미소지었다. 이제서야. "그래. 바로 그거라고. 그 표정. 그걸 보고 싶었어." 아무리 모나드가 멀리 있다고 하더라도, 저 정도의 표정은 능히 볼 수 있었다. 엿보 기 위한 마법은 바로 이런 때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던가. 하늘에서 지상을 바라보 는 신이라도 된 것처럼, 그는 저 아래의 드워프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곧, 그들의 배에 서 내뿜는 연기는 가려질 것이다. 더욱 큰 죽음의 연기에 의해.... 파직. "뭐, 뭐야 ?" 무언가가, 바다로부터 날아올라왔다. 그쪽으로부터 쏘아진 한 줄기 섬광이, 정확히 운석과 부딪쳤다. 아래를 향하는 파멸의 힘과, 위를 향하는 파멸의 힘이 서로 부딪 치 자, 엄청난 빛이 터져나왔다. "으억 !" 그 빛으로 인해, 잠시 세상이 사라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섬광속에서, 모나드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자신의 마법이 파괴되는 광경. "제, 제기랄. 저건...." 강대한 에너지의 덩어리가 운석의 중심부를 강타하면서, 그 힘은 운석을 이룬 암석 들을 기화시켜버렸다. 비록 전부 기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운석의 힘을 크게 줄이기에 는 충분하였다. 게다가, 그 빛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그에서 그치지 않았다. "운석의 진로가...." 이미 절반 이하의 크기로 줄어든 운석은, 비틀거리면서 옆으로 퉁겨나갔다. 저 멀리 펼쳐진 수평선을 향해 날아가는 운석. 그리고 그 가운데 생겨난 거대한 균열. 인간 이 라면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모나드에겐 선명히 보였다. 저대로라면. "안 돼 ! 저렇게 되면 드워프들은...." 그리 큰 운석을 소환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바다를 향해 날아가던 운석이 갑자기 흔들리는가 싶더니, 그대로 바다로 떨어져버렸다. 모나드에게 보이는 거대한 섬광. 그리고. 퍼엉 ! 버섯구름이 치솟으며, 엄청난 폭음이 모나드의 귀에 들렸다. 그와 동시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검은 구름. 그리고 충격파. 공기를 밀어낸 강력한 열기와 폭풍에 의해, 모나드의 머리칼이 깃발처럼 나부꼈다. "제길. 실패했잖아." "어, 엄청나다." 내가 해놓고 놀라는 것은 좀 이상하긴 하지만, 나도 조금 전에 어느 정도의 에너지 를 바닷물로부터 끌어내어 쏘았는지를 잘 몰랐었다. 상황이 급해서 계산도 제대로 하 지 않고 마법을 만들어낸 것이니까. 하지만, 막상 드러난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난 그렇게 많은 양의 물질을 에너지화시키지 않았는데." 운석이라고 생각해서, 그것을 박살내든지 아니면 드워프들의 머리 위로 안 떨어지게 하든지 하려고 한 것인데, 결과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내가 쏜 빛은, 그대로 운석에 명중하면서 거대한 암석의 일부를 증발시키고, 그 나머지를 바다로 날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해상에 충돌하면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것이고. 이리저 리 불어오는 폭풍 속에서, 대기의 흔들림 속에서 몸을 바로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나는 주위에 떠 있는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모두, 경악한 눈으로 거대한 버섯 구 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잠깐. 드워프들은?" 혹시 아까 일어난 폭풍에 휘말려, 어딘가로 날려져버린 것은 아니겠지? 황급히 그들 의 우주선이 떨어져있는 해안가의 숲을 바라몬 내 마음이, 그 순간 환하게 밝아졌다 . 비록 몇몇이 다치거나 죽기는 했지만, 적어도 지금의 폭풍으로 사상자가 늘지는 않았 으니까. '다행이야.....' 내가 그들의 불행을 더 키운 것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하지만 그곳의 드워프들 은..... 일부는 놀라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대다수는 우주선 안에서 나오는 드워프들을 부축한 채 대피하고 있었다. 그럼. '다친 사람들이 있어.' 역시 모나드의 공격에 의한 것인가. 그런 것 치고는 배의 파괴 정도가 그리 크지 않 긴 하지만.... 조금만 더 일찍 나왔었으면 그들이 다치지 않았을텐데.... 약간의 후 회감이 내게 밀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감상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옆에서 들리는 오파비니아의 황급한 목소리. "레이니 양 ! 녀석이 이쪽으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모나드가 내 앞에 나타났다. 폭풍을 동반한채. 분노한 마음 으로 눈을 이글거리면서, 모나드는 나를 노려보았다. "너.........." 분노의 불길이 나를 몰아붙인다.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매서운 칼날. "이제 복수할 수 있게 되었는데... 왜 나를 방해하는거야 !" "복수?" 복수라니? 그럼, 모나드가 저들을 공격한 것은, 단지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서였던 가? 물론 그것도 싸움의 이유는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나드의 봉인이 풀린 것은 바 로 오늘이다. 단 하루 사이에, 어떻게 원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거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신은 어째서 그들을 죽이려는 건가요?" 설마, 그들이 자신을 만들고 가두었던, 그 고대 인간의 후손이라서 그런 건가? 하지 만 그 일은 적어도 몇 만년 전의 일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모나드에겐 그렇게 생각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반문했으니까. "어째서냐고?" 그리고 모나드의 말은, 내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어둠 속에 가두었지. 단지 노예로서 부려먹기만 하다가, 내가 나 자신 을 위해 살고 싶다고 하니까 말이야. 그런 자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라는 거지?" 뭔가 잘못된 말이 아닌가. '그들'이 언제 모나드를 죽였다고.... 나는 모나드의 말 을 고쳐주었다. 최소한 조상을 잘못둔 탓으로 몰살당하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으니 까. "하지만 그들은 그 시절에 없었어요. 저들은 단지, 그 문명을 계승한 자들일 뿐...." 그러나, 흥분한 모나드에게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는 격한 감정을 쏟아내듯이, 나에게 외쳤으니까. "결국 똑같은 거야 ! 과거의 인간들이나 저 드워프들이나 !" "하지만...." "하지만이 아냐 !" 증오의 감정이 섞인 말이, 나에게 퍼부어졌다. - 계속 - 후기)으아악 ! 빨리 싸우란 말이야아아아아 ! (폭력 조장이냐.....) 추석이란 상황덕 분에, 다들 고향에 가셨으리라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일부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 시 겠지만) 생각보다 글이 늦어지네요. 원래는 이번달에 연재를 끝내려고 했는데... 더 늦어질 것 같아서 한탄하는 중입니다. (이거.... 연재수를 늘려야 하나....) 정말 싸우기 어렵군요. 푸우.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3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03 조회수 : 68 공룡 판타지 22-453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1) "그들은 고대의 증오스런 인간들의 힘을 계승한 자들, 그들의 덕으로 지금의 번영을 누리는 자들이야 ! 그런 자들이 과연, 나를 가둔 악마들과 인연이 없다고 말할 수 있 어? 그런 자들이 과연, 나를 이 세상에 살려둘 거라고 생각해? 난 살고 싶어. 적어도 꼭두각시 인형이 아닌, 자유 의지를 가진 생명체로서 살고 싶다고 ! 하지만 저들은 나를 싫어해. 그래서 날 죽이려고 저런 배를 타고 온 것이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는, 저들을 모두 죽이는 수밖에 없어. 생명체로서, 자신의 목숨을 지탱하기 위해 싸 우는 것이 뭐가 나빠?" 그 말만 들어본다면, 모나드의 싸움도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조금전에 내가 본 것. 그 소름끼치는 현실은 나를 그 말에 수긍할 수 없게 했다. 그것은.. "그럼, 어째서 인간 마법사들을 모두 잡아먹은 거죠?" 물론 잡아먹었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사실이 다. 수많은 마법사들이 사방에서 날아들어와, 거대한 근육덩어리처럼 보이는 괴물의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사람의 살이 흐물거리면서 흡수되는 과정. 그것을 두 눈으로 선명히 목격한 나로서는, 절대로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는 없었으니까. 특히. "셀은 어떻게 된 거죠? 당신에게 몸을 빼앗긴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요? 그 것도 당신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요?" 그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었다. 적어도, 셀의 마지막을 생생히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가 없으니까. 그러나, 모나드의 말은 변명이라기에는 너무 당당했다. "나와 계약한 자는, 살아있을 때에는 나에게 마법을 만들어내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죽고 나면 그 몸과 마음을 나에게 주어야 한다. 그 여자는 나와의 계약에 따 른 것뿐이다." 하지만, 뭔가 걸리는 것이 남아있다. 그것은 바로.... 내 입에서 무의식중에 나오는 질문. "강제로?" 적어도 셀이 모나드에게 자신의 몸을 빼앗기기 전에 죽은 것은 아니다. 그녀의 죽음 의 원인은 다름아닌, 모나드의 신체 강탈에 따른 것이다. 설령 그녀가 살아있다고 하 더라도, 자신의 몸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살아있다는 말을 붙여줄 수가 있을까..... "당신이 셀의 몸을 침식해들어갈 때, 그녀는 아직 죽지 않았어. 그런데 어째서 그녀 의 몸을 빼앗아버린거지? 그것 자체가, 당신이 말한 계약의 위반이 아닌가?" 저 녀석은 이미, 자신의 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 점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내 앞의 거대한 괴물에게 맞설 용기를. 그리고. "게다가, 셀은 언제나 자신의 운명에 굴레가 씌워져있다고 괴로워했어. 비록 조금 전에 그녀의 과거를 보게 된 후로 생각한 것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주문 마법을 익힌 것을 후회하고 있었어. 당신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싶어도 해지하지 못해서 슬퍼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떻게 그녀가 당신에게 몸을 자발적으로 바쳤다고 믿을 수 있지?" 그리고 그 다음 말. 그것은 마지막 일격. "당신은 그 많은 사람들의 몸을, 대체 무엇 때문에 요구한거지? 그들의 시체를 가지 고서, 무엇을 꾸미고 있었던 거야?" 듣고 싶지 않은 정답이 있었다.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끔찍스런 정답이. 제 발 그것만은 아니기를 바랬건만, 모나드는 내 마지막 기대조차 저버렸다. 너무나 간 단히. "후후후후후." 모나드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희미하게 보이는 모나드의 모습에서, 그 끝없는 어둠 이 보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뜰텐데..... 그 햇빛조차 가릴 정도의 어둠이, 내 앞에서 웃고 있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지? 밀크." 잠시 돌아오는 다정한 목소리. 하지만 그것은 셀이 아니다. 셀의 모습과, 셀의 목소 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셀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고대의 마물. 사람이 만들어 낸 고대의 마물 모나드일뿐이다. "굳이 내가 뭐라고 할 필요도 없을 듯 해..... 후후후." 그 어둠속에서 들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 비록 미약하긴 하지만, 그들의 고통 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에 더하여.... "하긴, 라 브레이커가 미리 다 말했겠지. 나의 심장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후후후후후." 역시 그 말은 진실이었던가..... 검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적은 전에도 없었지만, 이번에도 그렇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그리 즐겁지는 않았다. 그런 불쾌한 사실에 대해서라면. "그래.......... 그들은 내 몸을 수리하는데 필요했지.... 단순한 재료가 아닌, 내 마법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뭐야 !" 하지만 끔찍한 진실을 보는 것은 언제나 두렵다.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라고 싶지만, 그것은 이미 헛된 꿈일 뿐이다. 이것은 꿈도 환상도 아닌, 내 앞에 있는 현실이므로 . "내 마법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두뇌가 필요해. 인간의 두뇌에 든 혼이 많을수록, 내 힘은 더욱더 증대되게 되지....." 하지만 현실은 싫다. 탐욕스러운 악마를 눈 앞에 둔, 그런 현실이라면. "그러니, 너도 내 힘이 되어주길 바래. 어차피 내 안에 들어오면, 너 역시 나에게 기꺼이 협력하게 될 거야....." 죄책감이라곤 전혀 없는 말투. 그 뒤에 숨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 그것이 나를 잡 았고, 나를 옆으로 잡아밀었다. 내 몸이 옆으로 튕겨나가는 순간, 모나드의 손에서 빛이 번쩍였다. "마법 공격이다 !" 내 옆에 선 엘프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우리들이 떠 있던 공간을 향해, 모나드 의 죽음의 손길이 스쳐지나갔다. 하늘을 가르면서..... "어떻게 된 건가?" 드워프들은 불타는 전함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의 살 길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 었다. 하늘을 계속 감시하던 관측담당 드워프들이, 자신들의 휴대용 레이더가 비춰낸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아이기스의 물음에, 그들 중 하나가 답했다. "엘프들이 그 괴물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아 ! 지금 막 적이 그들을 향해 공격을 가 했고... 그 뒤는....." 하지만 드워프들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질 수가 없었다. 레이더에서, 모나드의 모습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아니, 엘프들까지도. "영상이 사라졌어 !" "어디로 간 거야 !" 그들은 심히 당황했다. 적의 위치를 찾을 수 없다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되기 때문에. 비록 그들의 무기가 적을 격파할 수 없을 거라는 점을 모르 는 드워프는 없었지만, 그래도 적의 위치조차 모른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였다. 이렇 게 된다면, 그들의 사령부를 향해 연락을 취하는 것도 무리이므로. 드워프들이 필사 적으로 휴대용 레이더를 만지작거리며 모나드를 찾아내려고 했지만..... "안 됩니다. 수색 불능입니다." 그들은 곧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휴대용 레이더로 엘프나 모나드를 추적하 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무슨 마법이었지?" 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모나드는, 전혀 주문도 외우지 않고 마법을 쏘았으니까. 그 저, 위험하니까 피했던 것뿐이다. 그것도.... '녀석의 손에 뭔가, 힘이 모이니까 몸을 사린 것뿐인데.....' 모나드의 손에 모인 비정상적인 힘. 그것에 겁을 먹고 몸을 왼쪽으로 숙이는 순간, 내가 있던 공간을 가르면서, 뭔가가 쏘아져간 것이다. 그렇지만, 어떻게 된 거지? 보 통 주문 마법을 사용하는 자는, 주문을 외운 후에야 마법을 구사할 수 있지 않았던 가? 레벨 10에 해당하는 셀조차도, 마법의 이름 정도는 외운 후에야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녀석은 주문 마법을 만들어내는 놈이다. 주문이란 건 마법근원체에게 마법을 부탁 하기 위해 생긴 말인데, 녀석이 그런 말을 쓸 필요가 있냐? 그 자신이 마법근원체인 데." 하긴..... 주문의 뜻을 생각해본다면, 그런 것도 당연한 것이다. 라 브레이커의 지 적을 받고서야 깨닫다니.... 나도 좀 멍청한 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웃 !" 몸을 정신없이, 상하좌우로 마구 흔든다. 내 몸의 운동에너지의 양을 쉴새없이 변환 시켜서, 모나드의 손에서 뻗어나오는 빛을 간신히 피한다. 그렇지만 상대의 마법 구 사 속도가 너무 빨랐다. 지금의 내 움직임이 그렇게까지 느린건가? 하지만 놀라운 것 은 그게 아니었다. 내 주위에는.... "........!" 오파비니아와, 그 외의 남녀 엘프들이 필사적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모나 드의 손끝에서 나오는 빛은, 절대로 멎는 법이 없었다. 동시에 뻗쳐나오는 다섯 줄 기 의 빛이, 나와 엘프들 전원을 꼼짝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수가.... '동시에 다섯 가지의 주문을 쓰고 있어....' 조금 전에 검이 말했던, '수 백 가지의 주문을 동시에 사용하는 괴물' 의 말뜻이, 점점 확실한 형태를 가지고 연상이 되었다. 이런 식이라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겠 는걸. 하지만..... '피하기만 하다가는 승산이 없어.' 적어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사실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적용이 되었다. 이대로 피하기만 하다가는 내가 가진 힘이 다 소모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저쪽은, 사람들 을 워낙 많이 흡수했기 때문에 충분히 힘의 여유가 있다. 나는 정신을 집중시켜, 내 몸 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험해요 ! 몸 안의 에너지란 에너지는, 모두 저 괴물의 공격을 피하는데 쓰고 있 어서.... 아앗 !' 내 안의 공주님이 비명을 질렀다. - 계속 - 후기)와아 ! 만세 ! 드디어 싸운다아아아아 ! (폭력 조장이다 !) 드디어 전투개시군요. 하지만 왠지 시작부터 밀리는 감이 있는데.... 하긴 상대가 상대인 이상, 쉽게 이기면 재미가 없지요. 뭐니뭐니해도 주문 수백개를 동시에 사용 하는 마법의 괴물인..... (너무 센 거 아냐?) 다들 즐거운 추석을 보내셨나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4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04 조회수 : 28 공룡 판타지 22-454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2) "우왓 !" 정확하게 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한 줄기의 빛. 저것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맞으면 곤란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잽싸게 내 머리를 뒤로 숙 인다. 단지 근육의 힘만으로는 버거웠기에, 내 몸을 약간 뒤로 기울인다. 내 안의 운 동에너지의 성질을 조금 변화시켜서, 머리를 아래로 향하게 하는 힘을 강하게 하고, 그 대신 다리를 위로 올라가게 한다. 나도 정확히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순간 내 몸은 마치 지레처럼 움직였다. 내 허리를 기점으로 하여, 머리는 아래로. 다리는 위로.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뭔가 거슬리는 입자의 빛. '휴우.' 나는 모나드의 다음 공격을 예상하고, 옆으로 펄쩍 뛰었다. 분명히 다시 나를 공격 해올게 분명했으니까. 지금 지나간 빛은 분명히..... '무슨 입자같기는 한데.... 뭔가 거슬려.' 정확하게 뭐가 거슬리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정상적인 입자는 아니다. 고민할 시 간이 없었기에 일단 피하는데 전념하려는 나에게,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꺄악 !"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나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기이한 인연으로 서로 상처 를 입힌 그녀. 그녀의 목소리가 하늘을 울렸다. 그럼.... '당한건가?' 내 몸은 생각과 함께, 그쪽으로 날아갔다. 내 주위로 다가오는 이상한 입자의 선들. 나는 그것을 손으로 후려치려고..... "위험하다 ! 비켜 !" 라 브레이커의 외침소리에 놀라, 나는 그 빛으로부터 손을 치웠다. 그 빛이 저 먼 바다로 날아가는 순간, 수면이 흔들리더니 거대한 구름이 치솟아올랐다. 요란한 폭음 과 함께. "저, 저게 뭐야 !" 어떻게 된 거지? 저 빛에선, 어떤 강력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단지 뭔가 거슬 리는 느낌만이 있었는데...... 섬광으로부터 눈을 가리면서, 나는 다시금 감각을 날 카롭게 했다.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지만, 손도 댈 수 없는 강력한 마법인가? "저건 반입자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시킨 거다." 라 브레이커의 말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분명히 전에 그에게 마법지식을 배울 때 들은 적이 있었는데....... '반입자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세계를 구성한 입자들과는 정반대의 전하를 가진, 서 로 짝을 이루는 입자이다. 자세한 성질은 네가 겪어보면서 알게 되겠지만, 일반적인 입자와 만나면 둘은 쌍소멸작용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힘을 발산시킨다. 혹시라도, 손 으로 만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을거다.' 그래......... 그 반입자라면...... 다시금 그 빛으로부터의 느낌을 생각해보자, 분 명히 정상적인 물질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번져왔다. 아주 미세하지만, 그 작은 입 자 에게선 뭔가 다른 전기적인 느낌이 있기에. 그렇다면.... "설마, 아르메리아는...." 이것이 정말 반입자빔이라면, 아르메리아가 조금 전에 지른 비명은 혹시......... 내 눈에 들어온 그녀의 모습은 처참했다. 온 몸에서 피를 흘리며 빛을 피하는 모습 은, 그녀가 죽음 직전의 상태에 있다고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황급히 그녀에게 날 아가려는 나에게, 그 반입자의 빛이 다섯 가닥이나 뻗쳐왔다. "!" 그대로 아래로 떨어진다. 그 죽음의 그물을 도저히 피할 도리가 없기에. 하지만 아 르메리아쪽의 사정은 더 나빴다. 빛이 일곱 가닥이나 날아갔기 때문에. 다행히 그 빛 은 통상적인 빛보다는 훨씬 느리게 보였지만...... "위험해 ! 아래로 피해 !" 바보짓이었다. 그렇게 외쳐봤자 들리지도 않을텐데.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입 자가 느리게 움직이더라도, 적어도 소리보다는 월등히 빠르니까. 아르메리아가 몸을 뒤틀어 빛을 피한다. 허리를 뒤로 굽히는 순간, 그녀의 가슴이 있던 장소를 스치고 지나가는 빛. "칫." 나는 그대로 그녀에게로 날아갔다. 어떻게든 저 공격을 막지 않으면.... 하지만 뭘 로 막아내지? 상대는 단순한 에너지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닌데? '힘으로는 막을 수 없어.' 저 가속된 반입자의 줄기를 막아내려면, 어지간한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모나드도, 내가 쉽게 막을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지는 않을테니까. 게다가, 한 차례만 실패하 더 라도 그 빛이 나에게 명중할 것이고, 그러면 내 몸은 그대로 분해되어 버릴 것이다. 내 몸을 구성한 입자는, 저 반입자와 부딪치는 순간 무조건 파괴될 것이므로. 잠시 내가 공중에서 멈춘 사이에, 나에게 그 빛이 날아들었다. 비명과 함께, 두 다리 사 이 로 빠져나가는 죽음의 빛. "으....... 창피해." 남자애였다면 좋았을 거라고, 부지불식간에 생각해버렸다. 내가 아르메리아에게 날 아가기도 전에, 이번에는 스무가닥의 빛이 날아왔다. 정확히 나와 아르메리아의 사이 로. "내가 아르메리아를 구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 이럴 줄 알았다면 그녀를 도망치게 할 걸 그랬다. 스무 가닥의 빛을 피하는데 정신 이 없는 사이..... 위에서 뭔가가 폭발했다 ! 그것은. "아르메리아 !" 그것은 그녀의 주위를 환하게 밝혔다. 단 한 사람의 모습만 제외하고. 빛을 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무리 느린 속도의 빛이라도, 그 마법은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내 몸 주위로 끝없이 밀어닥치는 반물질의 움직임을 피하는 것 은 너무나 어려운 것이었다. 단 한 차례만 스쳐도 내 몸은 파괴되어버릴....... '잠깐. 이상한데?' 그런데 어째서 저 반입자들은, 주위의 공기에는 반응하지 않는거지? 공기 역시 물질 이고, 반물질인 저 빛, 아니 빛같은 공격마법은 분명히 서로 반응할텐데? 뭔가가 입 자와 반입자 사이의 접촉을 차단하고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반입자빔의 겉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마력으로 둘 사이를 차단시켰어.' 그렇다면, 지금의 현상이 이해가 된다. 마력은 에너지의 덩어리이지 물질이 아니므 로, 반입자빔과 서로 반응해서 쌍소멸을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면, 실 용적으로 반입자를 멀리 날려보낼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뭔가에 충격을 받는다면 마력이 붕괴되어 주위의 물질과 반입자가 접촉할 테고.' 그러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목표물이 크지 않은 데? 조금 전에 내 머리카락 한 가닥이 스치는 것이 마지막이었고, 그 작은 폭발로 약 간 다치긴 했지만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를 맞추려는 거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작스럽게 반입자빔이 내 옆으로 날아왔다. 재빠르게 몸을 날 리는 나. 그러나. '마, 마력이?' 마력이 스스로 붕괴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력에 의해 감싸여져 보호받고 있던 반 입자들이, 순식간에 주위의 공기 속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 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는 순간, 그들은 이미 예정된 종말을 향해 질주했고, 쌍소 멸반응은 일어났다. 거대한 빛이 내 눈을 가리려는 순간, 나는 모나드를 바라보았다. 이런 일을 일어나게 한 자의 얼굴을. 모나드의 얼굴이 잔인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 "죽어." 비록 음성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 입술에서는 분명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아르메리아 !" 갑작스런 폭발이,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버렸다. 폭발에 휘말린 그녀의 몸이, 서서 히 아래로 떨어져간다. 섬광이 서서히 가시면서, 그녀의 처참한 몰골이 더욱 끔찍하 게 보였다. "제, 젠장 !" 이젠 빛에 겁먹을 때가 아니다. 나는 그대로 마력을 몸에서 끌어내어, 내 손에 집결 시켰다. 만약 반입자가 나에게 다가온다면, 그걸로 후려쳐볼 생각이었으므로. '물질이 아니니까, 위험하지는 않을거야.' 어차피 저 반입자빔이 무서운 까닭은, 내 몸과 부딪치는 순간 나의 몸과 반응하여 파괴적인 힘을 낳는다는 것에 있다. 그렇지만, 마력을 사용해서 후려친다면, 그 반입 자들이 내뿜는 힘을 내 마력이 반감시킬 수 있다. 그러면 파괴력이 줄어든 빛 정도 는, 어떻게 견딜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내 앞으로 다가오는 빛. 피할 틈도 없고 피할 생각도 없기에, 나는 손에 마력을 끌어모아 그 빛을 후려쳐버렸다. 빛이 나에게서 튕겨나갔다. 역시 입자이기 때문인가..... 하지만, 그것은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었다. 퍼펑 ! "뭐, 뭐야 !" 마력으로 빛을 후려치자, 반입자빔이 공기중에 산란하면서 폭발해버렸다. 하지만, 그 파괴력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내 마력이 순식간에 소멸하고, 강대한 파괴의 힘이 나를 휩쓸었다.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나를 향해 몰려오는 마력의 파도. "으아아아악 !" 그 폭발적인 힘에 밀려, 나 역시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 엄청난 힘 때문에, 도저 히 내 몸을 가눌 수가 없었기에. 그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몸의 모든 힘을 끌어모 으는 정도만이 가능했을뿐, 그 이상의 행동은 어떤 것도 불가능했다. 거대한 물기둥이 나를 삼켰다. - 계속 - 후기)공상과학소설이나 애니메이션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반입자무기. 저도 한 번 써먹어보았습니다만, 이 무기에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지 적 했듯이, 반입자는 공기중에 분포한 보통의 입자(질소, 산소, 이산화탄소등 많지요?) 와 부딪치는 순간 쌍소멸반응을 일으켜, 여기서 핵폭발을 일으킨다는 점이지요. 발사 한 그 시점에서, 반입자빔은 그걸 쏜 자의 바로 앞에서 폭발한다는 거지요. 공기는 그 기술을 쓰는 자의 옆에도 얼마든지 있으므로.... 그래서 저는 그 반입자의 주위에 마력을 씌웠습니다. 마력 자체는 에너지의 덩어리 이므로, 반입자는 물질이 아닌 에너지와 접촉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폭발은 하지 않지요. 그 마력이 깨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주위의 공기나 다른 물체와 접촉하여 폭 발하게 되는 겁니다. 간단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야 실전에서 써먹지요. 누군가가 버 그라고 지적하기 전에, 선수를 친 것 뿐이지만. 문제는, 그걸 마력으로 내리친 레이 니의 멍청한 행동입니다만... 주위에 공기가 아주 많이 있는데 반입자빔을 (마력으 로) 내리치다니. 당연히 그 시점에서, 반입자들이 무더기로 핵반응을 하게 되지요. 반입자를 보호하던 마력이 흐트러지니까요. 어쨌든 빔을 피하는 장면만으로, 하루치가 나오고 말았네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5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05 조회수 : 86 공룡 판타지 22-455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3) '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물 속으로 가라앉아가면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물론 손으로 광선을 후려치는 것이 정상적인 방어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직접 내 몸에 맞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서 선택한 수단이었다. 그러나, 그 빛이 도중에 폭발을 일으키다니. 내 손에서 뿜어 나온 마력이, 나와의 접촉을 완벽히 차단했을텐데? '이 멍청아. 주위의 공기는 감안하고 일을 벌였어야지. 반입자를 감싼 마력을 네가 부숴버린 꼴이 되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 라 브레이커의 말에, 퍼뜩 떠오르는 생각. '애코. 그렇지. 내 몸을 구성한 물질에는 닿지 않았어도, 내 주위의 공기에는 닿았 으니까.....' 반입자를 마력이 감싼 형태라고 하면, 내 마력에 밀린 모나드의 마력이 사방으로 흩 어져버리는 순간, 그 입자들은 주위의 공기와 접촉, 핵반응을 일으키게 되어 있었다 . 생각하면 당연한 결론에, 나조차 나 자신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고.' 빛의 소나기를 뚫을 수 없는 상황에서, 도대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란 말인 가. 그저 상대의 공격을 견디어내는 수밖에. 다만 내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폭풍이 나를 향해 덮쳐온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그런데, 어떻게 나는 아직 살아있는거지?' 설마, 저 검이 나를 도와줄리는 없을테고. 그럼.... 혹시 아까 힘에 밀려 바다로 떨 어졌을 때..... 입 속에 짠물이 들어갔는지, 좀 쓴 맛이 났다. 주위의 압력이 예상 보 다 높은 것에 놀라면서, 나는 내 몸에 마력을 최대한 불어넣었다. '휴우........' 주위의 물을 느끼면서, 왜 내가 조금전에 죽지 않았는지가 이해되었다. 폭발하는 순 간, 나는 그 힘에 의해 바다로 내동댕이쳐졌고, 그 때문에 물이 일종의 방패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어느 정도의 깊이에 가라앉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 덕분에 내 가 무사한 것이겠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싶었지만, 여긴 물속이다. 그리고 또 한 가 지는. '아르메리아는?' 그 애는 어디로 간 거지? 중상을 입은 듯이 보였던 그녀. 빨리 찾아내지 못하면 목 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 열심히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은 상태였다. 바닷속이 보일 리가 없었다. '이거 큰일났네.....' 물론 나 혼자만의 문제라면 해결법은 간단하다. 당장 물 위로 올라가면 그만일 뿐, 내 목숨이 위태롭게 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애, 정신을 잃었는지도 몰라.' 되도록 빨리 찾아내서 물 위로 데려가지 않는다면, 그 애는 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죽고 말 것이다. 엘프들의 마법은, 스스로의 의지가 없으면 발동되지 않기 때문에. '빨리 찾아야해.' 하지만 어떻게? 그 문제에 직면하자, 내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버렸다. 코 앞도 보 이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에서, 과연 어떻게 사람 하나를 찾아낸단 말인가. 빛을 터뜨 려서? 내 손에서 즉시 작은 빛이 폭발해나갔지만, 그 정도로는 주위를 밝힐 수가 없 었다. '너무 어두워.' 전파를 사용해볼까? 하지만 물 속에서 전파가 통할 리가 없지 않은가. 거의 모든 종 류의 전파가, 물 속에선 꼼짝없이 흡수당하는 현실..... 나는 잠시동안 아르메리아 를 찾아낼 방법을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속절없이 가는 시간을, 붙잡지도 못하는 것인가. "칫. 실패했나?"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간 한 소녀가 가라앉은 바다를 바라보며, 모나드가 쓰라린 소 리를 내뱉었다. 원래는 레이니를 포위한 후, 사방에서 반입자빔을 폭발시킬 생각이었 다. 그러나, 상대가 자신의 계략을 눈치챈 것인지는 몰라도, 무식하게 손으로 반입 자 빔을 내리친 것이다 !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걸까. 밀크.' 아무리 손에 마력을 두른 채 내리쳤다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당연히 마력의 보호를 잃은 반입자가 공기와 접촉,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비록 적은 양의 반 입자라고 하더라도, 마법사 하나를 날릴 정도의 힘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런 데..... '아마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거야.' 하지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죽었다고 생각하기에는, 그 생명력의 반응이 너무 확 실했기 때문에. 그러나 전설의 검의 주인이 전열을 본의아니게 이탈한 것은, 그 자 신 에게는 기회였다. 지금 엘프들을 처치한다면, 앞으로의 싸움에 걸리적거리는 녀석들 이 빠지게 되는 것이겠지. 그것은 레이니에겐 위기이고, 그 자신에게는 기회였다. 그 에 생각이 미치자, 모나드의 손에서는 더욱 많은 가닥의 반입자빔이 쏘아져나갔다. "일단은 저 조무래기 엘프들부터 처리하고 봐야겠어." 비록 그리 강하지 않은 엘프 세 마리이긴 하지만, 어쨌든 상대의 전력은 뒤에서 자 신을 기습하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그들 정도를 놔둔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지 만, 모든 일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법이다. 위험 요소가 있는 적들을 눈앞에 둔 채, 물 속을 수색한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므로. 모나드의 손에서, 마력이 더욱 더 발 광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프들 역시 아직까지는 공격을 잘 피하고 있었다. 게다가. "훗. 반격을 할 셈인가?" 적어도 저 엘프들이, 이대로 당하기만을 기다릴리는 없었다. 모나드는 계속해서 마 법을 쏘아대면서, 엘프들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어차피 엘프들이 무슨 마법을 쓰 든지간에, 자신을 파괴할 만한 힘은 없다고 믿으면서. 엘프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피하기만 하기에는 힘이 부족한데.' 모나드에게 도청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향성의 정신파를 동료들에게 발사하면서 오 파비니아가 물었다. 주위로 정신파가 퍼져나가지 않는다면, 일단 적이 감지하기가 어 려워지므로. '반격을 해야지 !' 라가니아의 대답은 당연했지만. '하지만 어떻게 하려고요? 녀석의 방어막에서 느껴지는 힘으로 미루어본대, 단순한 에너지의 집중만으로는 그 벽을 뚫을수가 없을 거에요.' 마르렐라의 이성적인 의견이 그를 가로막았다. 적어도 대마법사에게 마법을 주는 존 재라면 그 정도의 공격으로 파괴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 의견은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 힘을 한 점에 집중시키면 돼 !' 라가니아는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의 행동에서 위험한 느낌을 받은 오파 비니아가 그에게 충고를 던졌다. 만약 실패한다면, 자신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만약 그 힘을 녀석이 흡수한다면? 그럼 곤란할텐데요. 라가니아.'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스스로 자신을 재생시키는 괴물이라면 혹시 물질의 자유 로운 전환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에너지 공격 은 헛수고로 돌아가고, 자신들은 괴물의 반격으로 죽음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상대가 마법 근원체인 이상,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파비니아의 말을 들은 라가니아가 고개를 끄덕이는 듯 했지만, 납득한 것 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손놓고 피하기만 할거야? 난 그 방법을 사용해보겠어.' 그 말대로였다. 아무리 그들이 모나드의 공격을 잘 피한다고 한들, 이대로라면 결국 지쳐서 괴물의 손에 죽고 말 것이다. 물론 그 여자의 힘을 빌린다면, 어떻게 활로가 열릴지도 모르지만.... 오파비니아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감지한 라가니아가, 당 장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런 의사를 보였다. '자존심도 없어? 그 전설의 검은, 우리를 인간과 동일하게 취급했다고. 생명의 소중 함을 역설한다면 나도 이해해. 하지만 그 태도는, 우리가 저 더러운 인간들과 같은 족속이라는 것으로 보였어.' 고작해야 저런 괴물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간단한 파이어볼도 만들 수 없으면서, 마 법사라고 내세우는 인간들의 꼴은, 라가니아의 기억에 흉측한 꼴로 남아있었다. 그 래 서. '난 내 힘으로 저 괴물을 꺾어볼거야. 아니, 우리 엘프들의 힘만으로 저 괴물을 꺾 는거야. 잘 되면 좋은 일이고, 잘 안 되어도 걱정할 것 없잖아? 그 마법검이 다 알아 서 처리해줄 수 있을테니 말이야.' 최소한 라 브레이커 자체는, 저런 괴물과 한 편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여신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자랑스런 마법검이, 사람을 무더기로 잡아먹는 괴물과 손을 잡을리는 없을 것이므로. 하지만 라가니아의 말투는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비꼬는 태도가 다 분 히 들어 있었다. 오파비니아가 다시금 제안했다. '역시, 레이니 양이 물 위로 올라온 후에 공격해봐요. 일부러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제 생각은.....' '말도 안 돼 !' 라가니아가, 자신의 정신파를 더욱 강화시켜서 두 엘프에게 쏘았다. 순간적으로 움 찔하는 두 소녀 엘프들. 그들을 향해 정신파로 외치듯 하는 라가니아. '도대체 저 물 속에 들어간 여자가, 언제쯤 올라올 거라고 생각해? 기약없는 희망에 매달리기보다는, 차라리 한 번 해보겠어. 내 손으로.' 그 말만을 남기고, 라가니아는 모나드를 향해 날아갔다. 라가니아의 손에 마력이 맺 히면서, 그의 눈동자가 한 곳을 쏘아보았다. "간다 ! 이 괴물아 !" 그의 눈빛이 전투의욕으로 빛나고 있었다. - 계속 - 후기)푸우......... 어쨌든 싸움이 붙었습니다만..... 피곤하네요. 그러고보니 오늘 은 쓸 말이 없다는..... 어느새 455회가 된 시점인데, 아직도 계속한다고 하실 분이 계실지도.... 정말 하이텔 시리얼란 사상 최장횟수로 접근하는 건가. (에이. 설마) 누군가는 500회 넘었겠지요? 그렇지요?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6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08 조회수 : 52 공룡 판타지 22-456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4) "후후후. 스스로 희망을 버리다니, 정말 조무래기들이군."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라가니아를 보면서 모나드가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만약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피하기만 한다면, 아무리 모나드가 강하더라도 약간은 부 담스러울 것이다. 저들이 멀리 도망쳐버린다면, 좋은 인질감이 사라지지 않겠는가. "하지만 너희들은 스스로 나의 먹이가 되는 것을 선택했어. 감사해야겠군그래."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같아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라도 해주고 싶었 지만, 일단 그런 사소한 일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우선은 상대의 공격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모나드는 몇 개의 마법을 준비해두었다.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 만, 상대가 혹시라도 자신의 방어마법을 뚫을 경우에 대비해서였다. "물론 녀석들이 내 마법을 관통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엘프들도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 멍청한 전법을 선택하고 말았지만, 저들에겐 일반 마법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이 있다. 게다가 저들은..... '아마 나에 대해 조금은 들었을거야.' 드워프들이 자신과 싸울 때, 과연 저들이 잠만 자고 있었겠는가. 어느 정도는 자신 에 대한 정보를 숙지했으리라고 추측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가정이었다. 어쨌든, 저들 은 레이니와 함께 온 일행들이 아닌가. '물론 저들이 선택할 방법이래봐야 뻔하지만.' 엘프들의 마법 체계는 인간의 주문마법과 전혀 다르다. 그러나, 겉으로 나타나는 현 상은 양쪽다 비슷하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들을 종류별로 헤아려보면, 상대 의 공격 수법은 당연히 예상할 수 있다. '일단 원소마법이나 독마법은 아냐.' 적어도, 힘으로 자신과 맞서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 천명의 마법사들 집어삼킨 자신에게, 힘으로 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물론 그런 멍청한 짓을 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나드는 그럴 리가 없다는 쪽으로 가정을 굳혔다. 만에 하 나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보험용 주문 하나만 준비해두면 간단하니까. '그럼 무슨 수를 사용할까. 정신? 생명? 죽음? 원자?' 하지만 그것들도 역시 힘의 마법이다. 그런 수를 쓴다고 해서, 자신에게 위협이 되 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상대가 사용할 수법은 무엇일까. '역시 시공마법이겠지.' 영혼을 다루는 마법은, 그들에게도 전해지지 않았다. 모나드 자신조차, 그런 마법은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기껏해야, 무저항 상태의 인간의 혼을 조금 이동시키 는 정도의 힘밖에는 없었으므로.... 그쪽 방면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 자신에게 통할 마법이라는게, 과연 무엇이겠는가. '그럼.... 마법이 완성되어가는 것을 보면 대응책이 나오겠군.' 어차피 시공마법이라는 것은, 쉽게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엘프들은 스스로 마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어려운 마법일수록 시간이 더 걸리기 마련이다. 물론 그 런 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지만, 자신의 경우는 워낙 능률적인 마법 생성 능력을 보유 했기 때문에 소요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은 편이었다. '힘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 생각하자. 그럼....' 방침은 그렇게 정해졌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저들의 마법을 깬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들을 모두 인질로 잡으면 좋겠지만, 자신의 앞에 떠 있는 다혈질의 엘프 사나이를 잡는 것은 무리일 듯 했다. 어차피, 레이니가 잘 알지도 못하는 엘프 를 인질로 잡는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인질이란, 잘 아는 사이여야 효과가 극대화되지.' 게다가, 굳이 귀찮게 셋씩이나 인질로 삼을 생각은 없다. 저들중 하나만 남기고, 나 머지 두 엘프는 사이좋게 죽어가도록 해주는 것이 인정이 아니겠는가. 죽어가는 데 길동무가 없다면, 그것도 심히 잔혹한 일이겠지. 세 엘프들을 차례로 생각해보던 모 나드가, 어떤 한 엘프에 생각이 미쳤다. 전에 레이니와 알고 있던, 그 아르메리아라 는 여자의.... '저 여자로 하자. 그 계집과 연관도 있는 듯 하니.' 그 보기싫은 엘프 계집애와 연관이 있는 저 여자라면, 충분히 인질이 될 수 있을 것 이다. 모나드의 손이 먹이를 찾는 공룡의 혀처럼 꿈틀거렸다. 언제든 마법을 발출하 기 위해. "어쩌지요? 라가니아씨가 혼자서...." 마르렐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오파비니아에게 물었다. 만약 상대가 평범한 공룡이나 다크 엘프라면, 공격이 방어보다 효과적인 대항수단이기는 하다. 그러나 상대는, 그 런 자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만약 라 브레이커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혼자서는 무리에요. 라가니아씨의 실력으로는 아무래도....." 오파비니아가 그런 말을 한 까닭은, 라가니아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상대가 평범한 인간이나 다크엘프가 아닌, 모나드라는 점이 그런 말을 꺼내게 한 이유였다. "정말 저 괴물이 마법근원체라면, 녀석은 적어도 수 백개의 마법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을터. 그렇다면, 지금 라가니아씨가 마법을 아무리 강하게 하더라도, 과연 그 공격을 모나드가 못 막을까요?" 마법근원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요구할 때 마법을 만들어주는 것이 그 역 할이다. 그런 존재가 마법을 약하게 만들 능력밖에 없다는 것은 믿기가 어렵고, 상대 가 그들 중 최고에 해당하는 모나드라면 더욱 그러했다. 오파비니아가 근심하는 것 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잠시 한숨을 쉬더니, 마법을 만들기 시작하는 오파비니아. 놀라는 마르렐라를 향해, 그녀가 말했다. 고운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이젠 늦은 것 같아요. 라가니아씨를 막지 못한 이상, 우리가 할 일은 실낱같은 희 망을 붙들고 한 번 발악을 해보는 것. 그리고....." "그리고요?" 아직도 망설이는 마르렐라에게, 오파비니아의 말이 비수처럼 날아와서 꽂혔다. "그게 통하지 않으면,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 것뿐이죠." ".........." 그게 말이 되느냐는 듯한 마르렐라의 표정을 보며, 오파비니아가 다음 말을 던졌다. "어차피, 지금 공격이 먹히지 않으면, 우린 모두 죽은 목숨이에요. 당신은 수 백명 , 아니 수 천명의 인간 마법사를 상대로, 과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당연히 그것은 불가능했다. 한 두 명이라면 가볍게 이길 수 있고, 열 명이라면 도망 칠 수도 있겠지만, 수 백명의 인간 마법사와 혼자서 맡선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 을까? 마르렐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비로소 깨달은 것 이다. 퍼엉. '이, 이게 뭐야 !' 엄청난 폭음이, 내 주위의 물까지 뒤흔들었다. 갑작스런 소리는 나를 놀라게 만들었 고, 그 뒤에 따라오는 당연한 추측 - 모나드의 공격 -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젠장. 너무 빠르잖아.' 긴장하면서 주위를 바라보았지만, 어둠 속에서 뭐가 보일 리가 없다. 다만 폭음이 한 차례 지나간 후에, 내 주위를 흔들고 지나가는 물결만이 느껴질 뿐. 그런데 이건 뭐야? 영문을 모르는 나에게, 라 브레이커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정신파가 . '네가 아까 폭발시킨 반입자빔으로 인해, 물이 뒤흔들린 여파다.' '...........뭐?' 잠깐. 내가 물속에 떨어진 건, 조금 전의 일인데? 어째서 소리가 그렇게 늦게 들렸 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 순간, 나에게 한 마디 던지는 라 브레이커. '네가 생각하는 속도가 빨라서 그렇다. 넌 의식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네 주위의 시 간은 네가 빠진 후 단 1초도 지나지 않았단 말이다.' '뭐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소리가 물속으로 전파되는 속도보다도, 내 몸이 더 빨리 가라앉았단 말인가? 멍하니 떠 있는 나를 향해 설명하는 라 브레이커. '그래. 이 녀석아. 넌 지금, 수중 1600m정도에 있는거다.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죽 었다.' '윽.'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 나에게, 검이 재촉하듯이 말한다. '놀랄 시간 있으면, 그 엘프 여자애나 찾아라. 너야 몸이 대단히 튼튼하니까 괜찮지 만, 그런 연약한 여자애가 이런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면 어떻게 되겠냐.' '.........' 그래. 난 연약한 여자애가 아니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거지? 하지만 아르메리 아를 수색할 방법이 없지 않은가. 눈 앞도 보이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는.... '잠깐.' 아까.. 소리는 분명히 들리지 않았나? 그렇다면, 음파를 만들어내어 사방으로 쏘아 보내면, 그 음파가 아르메리아에게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을 근거로 해서 위치를 찾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내 손에서 마력이 약간 튀어나오더니, 곧바로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터졌다. 작지만 확 실하게,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간다. 그러나. '소리를 한 방향으로 보내라. 그렇게 사방으로 퍼지게 하다가는 감지가 너무 어렵 다.' 윽. 그렇군... 사방에 있는 생물들의 반향음이, 내 몸 전체에 울리듯이 느껴졌다. 하지만, 수중에서는 마력의 조절이 어려운걸. 어쨌든간에, 강력한 수압에 견딜만한 에너지 구슬을 만들어서 한 방향으로만 붕괴시키려면..... 고민하는 나에게 들리는 라 브레이커의 재촉. '어서 해. 어서.' - 계속 - 후기)레이니가 워낙 튼튼하니까 다행이지, 이런 거 따라하면 안 됩니다. 수중 1600m 정도면, 아마 우리 몸은 다 찌그러져버릴걸요. 그리고, 원래 음파로 주변의 물건들 을 탐지해내는건 잠수함이나 구축함에서 써먹는 수법인데, 여기서 써먹게 되는군요. 레 이니가 졸지에 잠수함이 되었군..... 이 녀석이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니까 가능한 상황이군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7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09 조회수 : 36 공룡 판타지 22-457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5)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라 브레이커의 재촉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아르메리아는 찾아야 한다. 조금 전 에 물속에 빠지고 나서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만약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내가 있는 심 해 에까지 흘러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녀는.... '익사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아.' 최소한 그녀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수 가 없었다. 나 때문에 괴로워하던 소녀가 아닌가. 그런 그녀에게 인생의 기쁨을 맛보 게 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이대로 어두운 바다속으로 사라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 는 오른손에 약간의 마력을 집결시킨 후, 그 마력을 조금씩 물 속으로 들이밀었다. 엄청 난 수압이 마력구슬을 압박한다.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펑. '역시 무리였나.' 마력의 구슬은, 결국 수압에 이기지 못했다. 사방팔방으로 음파를 퍼뜨리는 구슬의 모 습을 보면서, 나는 잠시 허탈감을 느꼈다. 이러다가는, 정말로 아르메리아가..... '아냐.' 그런 가능성을 억지로 부정하면서, 다시금 음파를 쏠 마력의 구슬을 밖으로 꺼내려 고 했다. 일단 아르메리아를 찾아내는 시도를 중단할 수는 없기에. 그러나. '잠깐.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바닷속 1600m라고? 내가 떨어진 곳은, 분명히 해안 가까이가 아니었던가? 보통 해안 가 의 바다라는 게, 깊어봐야 200m정도밖에 되지 않을텐데? 갑자기 생겨난 의문은, 당연 히 그런 정보를 제공해준 라 브레이커를 향해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이지? 검을 보며 질문을 퍼부으려는 나에게, 한 발 앞서 검이 말한다. '조금 전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거냐?' 쿠우우우웅. 하늘에서 빛줄기가 사방을 수놓았다. 그 빛들은 여기저기서 폭발하면서, 드워프들이 있 는 숲을 환하게 밝혔다. "위험하다 ! 하늘을 바라보지 마라." 처음에는 몰랐지만, 관측담당인 드워프들이 사색이 되어 보고한 내용을 들은 아이기 스 의 명령이었다. 저 빛의 정체라는 것은 바로.... '설마, 반입자빔을 난사하는 적일 줄이야.' 반입자를 가속시키는 방법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반입자를 공기중에서 가속 시 킬 경우, 공기에 반입자가 충돌하자마자 쌍소멸반응을 일으켜 폭발해버린다는 것을 알 기 때문이었다. 적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했을까? 그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 지 만 일단은 피하고 볼 일이다. 반물질과 물질이 핵반응을 일으켰을 때, 어마어마한 양 의 방사선이 방출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원 이곳에서 빠져나간다. 전함의 남은 탑재기를 모두 격납고에서 끌어내도록 !" 물론 남은 비행기라는게 몇 대 되지도 않지만, 일단은 달아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지 금 남아있는 휴대용 병기로는, 저 괴물같은 자를 상대할 수가 없기에. 드워프들이 연 락 기와 자동차를 끌어내는 걸 보면서, 아이기스는 황급히 그들에게 걸어갔다. 역시 조 금 전에 어딘가를 다쳤었나.... 그런 생각을 하던 아이기스의 눈앞에서 거대한 빛이 폭 발했 다. "우아악 !" 그 빛은 너무나 낮은 고도에서 폭발을 일으켰고, 주위의 공기를 무서운 속도로 가열 해 버렸다. 뜨거워진 공기가 주위로 퍼져나가며 폭풍을 일으켰고, 그 폭풍은 바로 아래 의 바닷물을 덮쳤다. 밀려나간 바닷물이, 해안가로 밀려들어왔다. 거대한 물의 벽이, 그 들 의 눈앞에 나타났다. "아악 !" "모두 피해라 !" 그 바닷물의 벽이 점점 다가왔다. 폭발의 빛에 비춰진 바닷물의 모습은, 모두를 공 포에 질리게 했다. 그리고........ "무너진다 !" 해일이, 드워프들의 비명을 삼켜버렸다. '그러니까........' 그 당시 나는, 내 앞에서 일어난 폭발에 밀려 바다에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 폭 발이 일어나는 순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반응이....... '그대로 내 몸 전체에 방어막이 쳐졌고....' 물론 그것은, 방어막이라기보다는 마력의 무질서한 분사에 가까웠지만.... 그 힘이 폭발 력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동안, 내 안의 생존본능이 필사적으로 나를 바다쪽으로 밀 어 버린 것이다. 그 힘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초대양 한가운데로 떨어져버린 것이긴 하지 만. '그래도 다행이지.... 아마도....' 바다에 떨어진 충격은 컸지만, 핵폭발의 충격보다는 월등히 작았고, 물 속에 들어간 나 에게는 폭발의 힘이 미치지 못한 것이겠지. 물이 방어막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그래서 살아남은 건가.'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삼키고, 나는 내 안의 누군가를 느껴보았다. 내가 익힌 마법 은 누 군가가 정교하게 다듬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는 것이기에. 그렇다면, 나를 위해 마법 을 만들어준 자가 과연 누구겠는가. 내 안의 소녀가, 수줍은 듯이 고개를 숙인다. 아니, 그 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고마워.' 나는 내 안의 소녀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아마 그래서, 내가 이런 깊은 물 속에 있께 된 것이겠지. 탈출하느라 가속을 붙인 몸이 정지하려면, 그 정도의 물이 필요했던 것 일 까.... '감상은 살아남고 나서 해라.' 검의 그 말이,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하긴, 지금의 상황은 결코 좋은 편이 아 니 지. 아르메리아를 찾아내고 물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하지만, 어디에 있다는 건 가? 내 가 지금 초대양에 흘러들어와버렸다면, 아르메리아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있다는 뜻이 아닌가. 욕이라도 퍼붓고 싶어지는 순간, 물을 휘젓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소리들 에 가 려서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한 사람의 손놀림이. '아르메리아?' 지금 이곳에서 수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늘에서 괴물이 설치고 있는 이 시점 에. 잠시 몸의 감각을 끌어올려 주위의 소리를 느껴보았지만, 그 외에는 사람의 것이랄만 한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럼.... '한 번 도박을 해볼까.' 어차피 다른 단서도 없고, 여기서 더 머물수도 없었다. 아무리 내가 인간같지 않은 몸 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수압이 얼마나 강한지는 생생히 느낄 수 있었기에. '눈알이 빠져나가는 느낌인걸.' 나는 조금 전의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서 헤엄치려고 했다. 그러나. 여긴 심해가 아 닌 가. 이런 곳에서 순식간에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마법을 사용해보는 수밖에.' 내 몸에 다시금, 마력이 가득차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으......." 자신의 앞에서 마력을 집중시키는 엘프의 모습을 보며, 모나드는 의외라는 생각을 했 다. 어째서 저 자는, 가장 저급의 마법을 사용하려는 것일까. 그것도 통하지 않을 거 라 는 것을 환히 알면서.......... "동료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려는 건가?" 하지만 다른 두 엘프아가씨들도, 자신을 향해 마법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생각같아 서 는 그대로 선제공격을 해버리고 싶지만, 일단은 버둥거릴 기회를 주고 싶었다. 절망 하 는 자의 얼굴을 보면서 그를 죽이는 것이, 더욱 더 짜릿한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에. 그 런 생각이 모나드의 머리에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기회는 한번뿐이지." 발 아래에 퍼져나가는 해일이 보였다. 조금 전에 레이니의 손에 맞아서 폭발해버린 반 입자빔의 여파때문인지, 거대한 분화구같은 형태의 구덩이가 바다에 파여있었다. 하 긴 그것이 지상이었다면 그런 지형이 계속해서 남게 되겠지만, 그곳은 바다위였다. 얼마 안 가 다시금 바닷물이 흘러들어, 정상적인 수면의 모습을 되찾으리라. 하지만, 그런 모습이 가진 의미는 분명했다. 바닷물이 사라지지는 않은 이상, 그 물 은 어딘가로 흘러갔을 것이 분명하고, 그곳은 분명, 바다로부터 가장 가까운 장소에.... "호오." 드워프들의 모습이, 모나드의 눈동자에 선명히 비춰졌다. 콰앙. 폭풍같은 해일이 해안가로 밀려드는 순간, 드워프들은 비명을 지르며 파도에 휩쓸렸 다. 나뭇가지를 잡은 채로,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드워프들. 하지만, 물결의 힘은 너무나 강했다. 파도에 부딪친 은행나무가, 그대로 부러지면서 바다로 쓸려갔다. 거 기 에 매달린 수많은 드워프들과 함께. "으아악 !~ 그들의 비명이, 아이기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자신은 일단 전함의 잔해에 매 달렸 지만, 이미 부서진 전함이 얼마나 오래 버틸까. 그의 입과 귀, 코에 바닷물이 사정없 이 쏟아져들어갔다. 그의 손에서 힘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 게속 - 후기)으아아아아아아아악 ! 오늘은 왜 이리 안 나가 ! 때려치우려다가 마는 상황이었 습 니다. 정말 안 나가더군요. 작업(?) 진척이. 언젠가부터, 후기에는 '힘들어죽겠다'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아예 후기 란 의 주된 주제중 하나가 되고 말았습니다. 좀 괜찮은 걸 택해서 말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군요. 장기연재의 후유증인가..... 후기조차도 작업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된 건가.... 제 목 :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10 조회수 : 34 공룡 판타지 22-458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6) "이제 이것으로 끝인가...."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었다. 아직 저 괴물과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는데, 이런 식으 로 죽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시 한 번 도끼를 휘두를 기회를 얻고 싶 었는 데..... 하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나야 차라리 늙은 몸이니 그렇다 해도...." 아이기스와 달리, 아직 젊은 드워프들에게는 이 죽음이 너무나 빠른 것이었다. 그야 살 만큼 살았다고 위안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겐 죽음의 날이 눈 앞에 다가올 때까 진, 너무나 긴 시간이 남아있었지 않은가. 단지 이곳에 온 것 때문에, 그 모든 시간 을 잃 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드워프들이라고, 아이기스가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 었 다. 그러나. 쏴아아아. 무정한 물결은 그들을 사정없이 쓸어갔다. 나무에 매달린 드워프들이, 의지처를 놓 치면 서 바닷물에 휩쓸렸다. 몇몇은 사력을 다해 매달려 있었지만, 부상자들은 대부분 깊 은 물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리고, 아이기스의 팔도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 제 곧.... 촤악. 그의 눈 앞에 작은 파도가 오더니, 그대로 부딪쳐 산산조각이 났다. 사방으로 뿌려 지는 물보라로부터, 아이기스는 죽음을 연상했다. 이제 자신의 생도 막을 내렸는가. 그렇 게 생각하고 눈을 감으려는 순간, 무언가가 그 속에서 튀어나왔다. 몸을 앞으로 회전시 키면 서 하늘로 뛰어오른 것은, 뜻밖에도 한 명의 인간 소녀였다. ".........레이니양?" 그녀의 허리에 매달린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거대한 검. 그것을 본 순간, 과거에 만 난 적 이 있는 한 소녀의 이름이 아이기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 을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던 초록빛 머리칼의 소녀..... "어째서 여기에?" 단지 그 말밖에 하지 못한 채,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반향음이 들려온 곳. 사람의 손이 물을 헤치는 곳을 찾아온 결과는 실패였다. 적어 도 지 금 물에 빠진 사람은 아르메리아를 제외하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째서 안전하 게 착륙한 드워프들이, 이렇게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거지? "조금 전까진.... 여긴...." 분명히 이곳은, 조금전까지만 해도 육지였는데? 어째서 갑자기 바다가 된 거야? 우 주선 이 모나드의 장난으로 바다로 떨어진건가? 하지만 자초지종을 알기도 전에, 내 귀에 들 려오는 드워프들의 비명. "살려줘 !" "도와줘 !" "어떻게 좀 해줘 !" 수 십, 아니 수 백명은 될 것 같은 드워프들이, 사방에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피를 흘리 며 나뭇가지에 매달린 드워프들, 군함의 잔해에 매달린 채 손에서 피를 흘리는 드워 프 들, 그리고 이미 물 속에서 손만 내민채 괴로워하는 드워프들까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물론 그런 말은 금지된 것이었다. 죽어가는 사람들 앞에서 그런 불평을 퍼붓는다는 것 이 말이 되는가. 지금 내가 할 일이 금새 떠오르긴 했지만, 그것은 내가 하려고 했던 일 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이들을... 구해야 하는건가." 물론 아르메리아를 찾아내려면, 즉시 이곳에서 떠나야했다. 내가 그녀를 버려둔다면 , 그녀를 구할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니까. 모나드의 공격으로 몸을 빼지 못하는 저 엘 프 들에게 의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이들에게서 떠나간다면? 그렇다면 이들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죽어 가는 드워프들을 내버려두고, 하나의 엘프를 구하기 위해 달려간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선 택일까. 아무리 아르메리아가 내가 아는 사람이고, 그녀의 생존을 지극히 바라는 입 장이 긴 하지만, 과연 내가 이들을 버려두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 잠깐동안의 망설임. 그 리고 결정. "제기랄 !" 그 말을 뱃속에 삼켜버렸다. 지금으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기에. 나는 황급히 드워프 들 에게로 날아가, 그들을 물밖으로 끌어올렸다. 물이 서서히 바다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드 워프들이 원래 머물렀던 땅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가장 화려한 장식을 한 옷을 입은 드워프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본다. 언젠가 만났던 사람일까. 그러나 지금 은 그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여기서 떠나세요 ! 되도록 멀리 !" 그들에게 그 말만을 남기고서, 나는 다시금 바다로 날아갔다. 허우적거리는 드워프 들 을 수면에서 낚아채서, 조금이라도 얕은 곳으로 옮겨간다. 물론 수 백명 중에 내가 살릴 수 있는 드워프가 몇이나 되겠냐마는, 적어도 지금 내가 건져낸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겠 지. 하지만, 그 기회를 영구히 박탈당한 사람도 이곳에는 존재했다. 이 바다 어딘가 에. "제기랄." 그 말을 끝내 내뱉지 못한채, 나는 계속해서 허공을 날아다녔다. 내가 가장 찾고 싶 어하 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닌, 전혀 모르는 자들을 구하기 위해. 당장이라도 이들을 외 면하 고 아르메리아를 찾아가고 싶지만, 그들의 고통스런 얼굴이 나를 꼼짝못하게 잡아묶 는 다. 그리고 애원한다. 살려달라고. 누가 그들을 외면할 수 있을까. "뭐야. 저 애." 거센 파도가 해안을 덮치고, 수많은 드워프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다로 떨어졌다. 그 모 습은 일대 장관이었고, 특히 모나드에겐 너무나도 즐거운 것이었다. 그런데. "내 즐거움을 다 빼앗으려고 하네?" 저 여자는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드워프들을 구하려고 사방을 날아다니고 있었 다. 이 상황에서 엘프들을 도와 자신을 공격한다면, 그게 차라리 나은 선택이 아닐 까? 물 론 레이니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에게는 상대가 되지 못 한다고 믿고 있는 모나드였지만, 그래도 이것은 예상을 너무나 벗어난 것이었다. "선택받은 자가 저런 버러지들을 위해 힘을 쓰다니. 정말 어리석어. 전설의 검의 마 법 을 얻어, 이제는 오시언에서 최강의 자리에 가장 가까이 간 인간이, 저런 한 줌의 모 래만 큼의 가치밖에 없는 자들을 위해 힘을 낭비하다니." 모나드의 눈쌀이 찌푸려졌다. "마법을 한 방 먹여볼까? 저 버러지들을 영원히 잠재우도록." 잠깐 레이니가 있는 바다를 바라보던 모나드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했다. 드워프들이 떠 있는 바다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어린 엘프의 모습이 보였 기 때문에. "아르메리아였지?" 그 엘프가 드워프들이 있는 해안가로 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당장에 잡아서 인 질로 삼으려다가, 모나드는 갑자기 손을 멈추었다.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의미를 깨달은 모나드는, 마법을 멈추어버렸다. 아르메리아를 잡으려던 마법의 주문 이, 끝나지 않은채 의미를 잃어버렸다. "저 지경이면, 잡아도 의미가 없겠어." 게다가, 지금은 신경써야 할 곳이 따로 있었다. 자신의 눈 앞에서 발동되는 세 명의 엘 프의 마법들. 그 빛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모나드가 웃으면서 그들을 향 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가장 앞에 선 남자 엘프에게서 쏘아진 빛이 모나드를 향해 뻗었 다. 그 빛이 모나드를 둘러싼 황금색의 구슬과 부딪치는 순간, 태양이 수평선에 모습 을 드러냈다. 모두의 입이 굳게 닫힌채, 허공을 메운 빛의 향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결 코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광경을 정면으로 대한 자 모두가, 곧 자신의 눈을 손으로 가린채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은 더 큰 폭음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았 다. 나 역시, 그 광경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아니,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 다. 나 에게 있어서 지금 시선을 향해야 할 곳은, 그쪽이 아니었으니까. '한 사람이라도...' 드워프들 모두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아직 그리 많은 수를 건져낸 것도 아닌데. ....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다. 부상당하지 않은 자는 부상자를 데리고 헤엄 치 고 있었고, 부상자들도 절대로 고통스런 표정을 밖으로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허세 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그들의 눈동자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눈빛. 그 것 은 바로 그들의 긍지. 그리고 동료에 대한 마음이기에. '하지만 나는.....' 나에겐 이제 그렇게 서로 의지할 동료조차 없다. 셀, 세이브, 부스트, 하이, 아이샤 .... 모두들 멀리 떠난 사람들이다. 이제는 다시 만나볼 수도 없거나, 아니면 만나더라도 과 거처럼 편하게 서로를 대할 수 없는 사람들 뿐. 그리고 지금 내 앞에서, 그 마지막 한 사 람이.... "설마?" 아직도 폭음으로 귀가 울릴 지경인데, 저 멀리에 떠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저것은 무엇 일까. 강렬한 빛이 사라지는 순간, 주위는 급격히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 그림자만큼 은, 내 눈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설마...." 그녀일까? 물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망망대해에서 잃어버린 사람을,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다니. 그것은 그저 꿈일뿐, 가능성은 없는 이야기. 그렇지만. - 계속 - 후기)오자. 오자. 오자..... 어제 쓴 글을 보니까 오자가 튀어나오더군요. 왜 글을 쓸 때 는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일까? 확실히 쓰는 사람의 눈에는 오자가 안 보이는 모양입니 다. 그런데 왜 오늘 보니까 오자가 두 개가 나왔을까. 푸우. 전투 한 번 쓰기 어렵군요. 물론 엘프들의 싸움은 진행중이지만, 레이니 자신 의 전투는 안 나오네요. 의외로 질기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간과정이 없 다면, 소설이 되지 않겠지요. 글을 쓰면서, 중간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가는 중 입니다. 없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극히 중요한 부분이었다는..... 마음은 급한데 손이 느리네요.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59 첨부파일 :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62 등록일 : 2001-10-11 22:31:36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7595 bytes 공룡 판타지 22-459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7) "확인해보자." 만에 하나의 가능성. 나는 그것에 기대를 걸었다. 물론 부질없는 기대라는 것은알고 있 다. 아마 어느 드워프의 시체이거나 전함의 잔해에 불과하겠지. 그러나 눈으로 볼가치 는 있었다. 폭발의 강렬한 섬광 때문에 자극받은 눈이 부신 탓에, 눈 앞의 물체도식별하 기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난 아직 시체를 눈으로 본 것은 아냐."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나 역시 그런 심정으로 바다를바라보았 다.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드워프를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결국, 나는 그를들쳐 업었다. 할 수 없지 않은가. 둘 다 외면할 수는 없으니까. "죄송하지만, 찾아볼 사람이 있어요." 힘없이 나를 바라보는 드워프의 눈길이 느껴졌다. 그리고. "일행.....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다 한가운데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는일행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이 여행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나와 함께 한 사람이니까. "제길...." 라가니아의 공격은 실패했다. 그의 손에서 쏘아지던 빛이, 차츰 줄어들더니 결국사라 져버렸다. 다시금 주변을 감싸는 어둠. 그것은 라가니아의 마음과도 닮아있었다. "고작 이게 전부인가? 너희 잘난 엘프들의 힘은." 자신의 앞에서, 엘프라는 종족 전부를 조롱하는 괴물을 보면서도, 그 입을틀어막을 힘 이 그에겐 없었다. 단지 한 점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건만, 그의 공격은 상대의두꺼운 방 어막을 전혀 관통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이제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야했다. 거의 모든 힘을 사용해버린 상황에서. 모나드도 그것을 알았는지, 조롱하는 미소를보낸 다. "그럼, 이제 볼 게 없군. 슬슬 당신을 처리해주지." 모나드의 손이 들리는 순간, 그 뒤를 덮치는 검은 빛. 상황을 눈치챈 라가니아가눈을 감고 뒤로 몸을 날리는 순간, 모나드의 등 뒤로 다가온 암흑이 그를 감싸버렸다. 펑. 진공속으로 공기가 일제히 불어들어가는 소리. "아르메리아?" 헛수고라는 건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현실을 눈앞에 마 주치게 된다면, 역시 상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르메리아?" 바닷물 위에 떠 있는 것은, 검게 타버린 한 여인의 시체였다. 필사적으로 부정하고싶지 만, 드워프들은 저렇게 키가 크지 않다. 게다가, 누구의 눈에도 확연히 구분되는 저뾰족 한 귀. 그것이 나의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그런 귀를 가진 종족이, 엘프이외에 과 연 누가 있겠는가. "아르메리아............." 하지만... 그녀만은 살아남기를 바랬는데.....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검게 타버린그녀 의 유체를 보는 순간, 내 입에서 비명섞인 외침이 터져나왔다. "아르메리아 !" 그리고..... 나는 수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바닷물이 사방으로 튀었지만, 그런건 어차 피 상관할 바가 아니다. 이제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은, 과연 누가 남았는가. "아르메리아 !" 나는 계속해서, 바다 위에 뜬 채 수면만을 내리치고 있었다. "음에너지인가?" 자신을 몰아붙이고 있는 검은 힘. 그것의 정체를 즉시 파악한 모나드가 미소를지었다. 확실히 이것은 효과적인 공격이다. 만약 자신이 조금이라도 힘을 덜 비축했다면,그대 로 그 자신을 죽음으로 끌고 갈 그런 공격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모나드의 마법이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처음에 엘프들의 공격을 예상해볼 때, 이공격 도 그 계산안에 들어있었으므로. 그리고. "적절한 마법 주문이 있어서 말야." 음에너지라는 것은, 결국 주위보다 에너지가 극히 부족한 상태에 불과했다. 절대0도보 다도 더 낮은 온도인 진공상태라고 하면, 그것이 엇비슷한 정의가 되리라.그렇다면, 그 에 대항하는 비책은 간단했다. 음에너지가 주변에 영향을 미쳐서 자신을 무너뜨리기전 에, 그곳에 막대한 힘을 쏟아붓는 것. 모나드가 준비해둔 주문이 그대로 폭발했다. "커즈드 슬레이어(cursed slayer : 원자마법 레벨 7. 핵폭발을 일으킨다)." 강대한 힘이, 음에너지를 향해 확산되어 나갔다. 또다시 솟아오르는 태양. "젠장. 젠장. 젠장. 젠장 !" 물 위를 계속 내려치지만, 그런다고 죽은 자가 살아서 돌아오지는 않는다. 게다가,이제 는 어디가서 아르메리아를 찾을 것인가. 너무나 암담한 심정에 사로잡혀, 나는그대로 물보라를 튀기며 수면 위에 떨어졌다. 바닷물이 내 코와 귀로 들어갔지만, 지금그런 게 무슨 상관이 있는가. "빌어먹을..... 이젠 어디가서...." 아무데도 없다. 내가 찾는 사람의 모습은, 이젠 아무데도 없다. 내 눈 앞에 있는건 이름 모를 시체일 뿐이지, 내가 찾는 아르메리아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이봐. 아가씨." 누구의 소리인가. 하지만 내 두뇌는, 그런 사소한 문제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지금 으로선 울고 싶을 뿐. 이제와서 내가 무엇을 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가씨." 차라리 죽고 싶을 뿐. 나는 결국, 내 일행 중 누구 하나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셀도, 세이브도, 그리고 아르메리아도. 이제 내 곁에 남은 사람은 오직 나 하나뿐. 그런데무엇 을... "아가씨 !" 내 등 뒤에서 들린 드워프의 고함에, 허마터면 물 속으로 가라앉을 뻔했다. 뒤를돌아보 자, 나를 책망하는 듯한 드워프의 얼굴이 보였다. 비록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얼굴은 분명히..... 내 얼굴을 본 그가 다시 한 번 외친다. 바다의 폭음에 뒤지지 않는,드워프 특 유의 굉음으로. "저 아가씨, 아직 살아있어." ".............뭐라고요?" 그 말은 비교적 작았지만, 내 마음을 천둥처럼 울렸다. 살아있다고? 그 말에시체를 바 라본 내 눈에, 작지만 확실한 움직임이 보였다. 그제서야, 한 가지 사실이이해되었다. '그럼, 아르메리아가 물 속에 가라앉지 않았던 이유는.....' 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벌써 물 속으로 가라앉아버렸겠지. 그런 당연한 상식을까먹 다니.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아르메리아를 향해 날아갔다. 그럼, 이제 그녀의몸 을 물 속에서 건져내기만 하면 된다. 그녀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파앗. 갑자기 나와 아르메리아 사이로 쏟아지는 무형의 힘. 그 빛에 놀라, 나는아르메리아를 잡지 못했다. 도대체 이건 무엇인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빛이 아주 작은알갱이 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뭔가. 아주 강한 힘을 응축한 덩어리...그런 것 이, 내 몸을 구석구석 투과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웅. 내 몸을 감싼 방어막이, 그 입자들을 모두 튕겨내어 버렸다. 그 빛은 도대체무엇이었을 까. 그런 의문을 품은 것은, 나에게 둥근 방어막이 생성된 연후였다. 하지만, 이걸대체 누가? 나 자신의 몸에서 흘러나가는 마력을 느끼면서, 나는 이 방어막을 친사람에게 물 었다. "갑자기 왜 그래? 미나르 공주님." 내가 나한테 말을 거는 것은 좀 이상하고, 결국 내 안의 공주님도 나 자신이긴마찬가지 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런 식으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두렵다는듯 한 느낌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어째서 그녀가 이렇게 겁을 먹는가. 그녀의 답은. "이건............... 중성자선이에요. 감마선과 중성자선의 혼합." "?" 중성자선? 그건 물질을 이루는 분자와 원자의 내부에 존재하는, 작고 전기도 띄지않은 입자라고 알고 있는데? 하지만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지? 내가 그 의미를 이해하지못하 는 사이, 사실을 깨달은 누군가가 황급히 되물었다. "뭐라고 !" 갑자기 왜 그러는 거지? 나도 모르게 나오는 질문. "왜 그러세요? 드워프 아저씨." 아직 얼굴도 제대로 못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노인인지 젊은이인지도 모르지만,어쨌 든 그렇게 불러버렸다. 어차피 수염으로 인해 얼굴이 다 가려져버렸는데, 알게뭐야. 아 무리 어둠 속에서도 물체를 식별할 눈이 있는 나라고 해도, 그 수염만큼은 어쩔도리가 없었다. 수염을 투시해서 보면 알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황도 없었고. 벌벌떨면서, 내 물음에 대답하는 드워프. "그럼......... 우리는 방사선에 쪼였다는 건가............. 피폭되었다는건가..........." 피폭?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던 내 머리에, 한 가지 영상이 스쳤다. 방사선에 의해몸이 기형으로 변해버린, 수많은 동식물의 영상들이. 그것은 분명, 라 브레이커가 나에게가 르쳐준 지식 중 일부. 그렇다면.... 우리들이 당한 일을 깨달은 내 입에서, 비명비슷한 외침이 새어나왔다. "네?" - 계속 - 후기)공룡을 다룬 영화, 쥬라기 공원을 보면, 제가 레이니를 얼마나 괴롭히는지실감이 나더군요. 그러니까... 전 저런 괴물들 앞에 순진무구한(?) 소녀를 던져두었다는건가. 게다가, 요즘 들어 공룡은 안 나오지만, 그건 결코 레이니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이아니 라는..... 생각해보면 작가는 사악한 존재인지도 모르겠군요. 푸우. 어쨌든 본의아니게 방사선 피폭까지 당할 위기에 처했군요. 레이니 양. 뭐,주인 공이니까 힘든 일은 도맡아 해야겠지만.... 너무했나?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2-460 첨부파일 :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14 등록일 : 2001-10-12 20:45:41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8596 bytes 공룡 판타지 22-460 레이니 이야기 - 환상의 종말(28) "미친 녀석 !" 허공에서 바다로 떨어져가면서, 라가니아는 이를 갈았다. 지금 모나드가 사용한것은 분명히 핵폭발 마법. 전 시대에, 무수한 인명의 살상을 불러와서 금기 마법으로정해진 마법. '그런 위험한 기술을 사용하다니.' 단순한 빛과 열만을 내뿜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방사선을 사방으로 방사하여, 그힘으 로 주위를 오염시키고 생명체를 기형으로 변하게 하며, 자손에게까지 악영향을미치는 그런 마법. 그것을 눈도 깜짝하지 않고 사용하다니. 그의 몸이 마치 수천개의바늘에 찔 린 듯한 감각을 받으면서, 라가니아는 바다속으로 떨어져갔다. 흐려져가는 그의눈에,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한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무사한건가." 그 여자의 몸에 쳐진 둥근 방어막. 하지만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아르메리아의 늘 어진 몸을 보며, 그는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구하지 못한 모양이군." 아마도, 자신과 같은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한 듯 하다. 간발의 차이로, 그녀에게뻗치려 던 구원의 손길은 미치지 못하고, 소녀는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저 상태라면, 비록살아 남았다고 해도.... "원수나 갚아주길 바랄 수밖에 없는건가." 힘없이 중얼거리던 라가니아의 눈앞에, 검은 바닷물이 밀려들었다. 머리에 닥친충격 과 함께, 그는 의식을 잃었다. "훗. 뻔한 수법을 쓰다니. 지혜롭다는 엘프들도 별 거 아니로군." 모나드는 마지막 공격을 기대하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두 엘프 처녀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고,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정적만이 감돌고있었다. 강력한 방사선과 빛, 열풍이 사방으로 폭발하듯 펴진 후에, 남은 것은 오직 조금전까지 울리던 굉음의 흔적뿐이었다. 폭음을 일으킨 바람의 잔해만이, 모나드의 주위에남아 있 었다. "드워프들은.... 어디보자. 도망치느라 정신없네. 보기 좋아." 그들은 이미, 필사적으로 엄폐물을 찾아 숨거나, 아니면 멀리멀리 도망치고있었다. 자 신이 터뜨린 마법의 힘이 음에너지에 일부 흡수되는 바람에, 피폭 범위가 좁은 것이유 감이었다. 그들의 머리 위에 한 번 더 힘을 터뜨릴 생각도 들었지만, 모나드에겐 할일 이 있었다. "엘프 놈들을 이대로 놔둘 순 없지." 적어도, 현재의 엘프들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싶었다. 마법사들이 접근하지 못한종 족들이 있다면, 엘프들과 아라비 사막의 인간들.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 자신의손에 의 해 사라져야 할 자들이기도 했으므로. 모나드가 다시금 마법을 일으켰다. "강제소환(커러시브 서몬 : coercive summon. 시공마법 10레벨. 말그대로 원하는것 을 억지로 소환해오는 수법)." 방사선 피폭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있다. 나와 내등의 드 워프 아저씨, 그리고 아르메리아가 회복 불능의 유전적인 손상을 입었다는 것.그리고, 그런 경우 피폭자가 어떻게 되는지는, 라 브레이커가 가르쳐준 지식에 의해질리도록 알 고 있었다. 검이 나에게 물질/에너지의 전환 기법을 가르쳐줄 때, 만약 실패했을경우 어 떻게 되는지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했기 때문에. "만약 네가 물질과 에너지를 적절히 변화시키는데 실패한다면, 물질을 이루는 여러가 지 미립자가 너의 몸을 구성한 세포에 돌이킬 수 없는 충격을 줄 것이다. 100%완벽한 전환을 이룰 수 있기 전에는,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것이다." 그것이 검의 말이었다. 과거에 아라비 사막에서 내가 그 힘을 처음 쓸 때, 얼마나위험 한 고비를 넘긴 것인지가 그제서야 이해되었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나는.....내 등에 업힌 드워프 아저씨와 내 얼굴이 어떻게 되었을지가 눈에 선하다. 갑자기 그를 업은내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나도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고, 주름살로 얼굴이가득차 버린다는 말인가. 아니, 말그대로 팔다리가 썩고, 온몸에서 출혈을 일으키는 증상을나 타낸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갑자기 늙어버린 소녀의 모습이 내 눈 앞에나타 났다. "으악 !"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바다에떨어 지려는 나를 잡은 것은, 내 안에 있던 또 하나의 나였다. 그녀가 나에게 외친다. "정신차려요 ! 방사선에 오염된 건 당신이 아니에요 ! 그건 내가 막아냈어요 !" 그 말과, 내 몸에 쳐진 방어막을 보고서야, 어느 정도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그러고 보니,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내 몸은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인해 마력조차 운용할수 없 게 되었을 게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내 몸은..... "방어막을 제때 쳤으니까, 우리들의 몸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방사선에 의해파괴된 세 포도 별로 없고. 이 정도라면 금새 복구할 수 있어요. 진정해요." 내 피부에서 무언가가 빛나는 느낌이 들더니, 껄끄러운 느낌을 주었던 부분이녹아버리 듯 사라졌다. 물질과 에너지의 전환 반응인가. 내 귀에 속삭이듯 말하는 공주님. "걱정 말아요. 피폭된 부분은 모두 복구했으니까. 이 아저씨의 몸도 마찬가지고.사실, 별로 손댈 부분도 없었지만." 내 자신의 손을 들어본다. 나의 눈에 비친 그 손은, 검게 타지도 않았고물집투성이인 것도 아니었다. 어디를 보나 정상적인 나의 손. 그럼 조금 전에 본 것은? 단순히환상이 었나? 다시금 조금 전의 악몽을 본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바로 그런모습의 소 녀가 물 속으로 가라앉으려고 하고 있었다. 저것은. "아르메리아 !" 당장 그녀에게 손을 뻗치려는 나에게, 경고하는 공주님. "위험해요. 방사능에 오염되면 일이 골치아파져요. 마력으로 온 몸을 감싸서,방사선이 밖으로 퍼지지 않게 하세요. 우린 괜찮지만, 만약 이 아저씨에게 방사선이 닿는다면골 치아프니까." 그리고 아르메리아의 몸이, 보랏빛의 마력에 감싸였다. 그 빛은 비록아름다웠지만, 그 안의 소녀는 흉칙했다. 한때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리던 소녀가, 이제는 추악한몰골 로 변해버린 것이다. 온통 빠져버린 머리카락. 몸 전체의 불탄 자국. 그리고고통스런 몸 짓.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를 마력으로 감싸는 내 손이. "으악 !" 순간이동으로 엘프 마을로 돌아가려고 시도했는데, 눈 앞에 마을의 모습이 보인순간, 허무하게도 다시 공간 터널로 빨려들고 말았다.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난 것은,꿈에도 보 기 싫은 모나드의 모습. 간신히 순간이동에 성공했다고 기뻐한 순간, 다시 끌려오고말 았다. 오파비니아가 분한 표정으로 모나드를 노려보지만, 이미 탈출할 가망은없었다. 그러나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마법을 발동시키려고 했지만.... "너무 늦어." 이미 마법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던 모나드가 더 빨랐다. 아무리 엘프들이마법에 대 해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미 완성된 마법을 품고 있는괴물에게는 당할 수 없기 마련이었다. 마르렐라가 마법을 사용하려고 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의몸 에는 검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익 !" 마르렐라의 몸에서 마력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 힘은, 그녀의 의지대로 움직여주지않 았다. 마력은 그녀의 몸으로부터, 모나드의 몸을 향해 흘러나갔다. 당황한 엘프를향해, 비웃듯이 말하는 모나드. "훗. 자신이 경멸하던 자에게 모욕당하는 기분이 어때? 이래도 인간 마법이허약하다고 생각하나?" "아뇨." 그 말을 내뱉은 후, 깜짝 놀라는 마르렐라. 당황한 그녀를 조롱하면서, 모나드는느긋하 게 이야기했다. "스펠 컨트롤(spell control : 역주문마법 9레벨. 상대의 주문을 조종한다)이라는마법이 야. 조금만 잘 다룬다면, 너의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지. 너의 의지와는상관 없이 말야. 안 그래? 엘프." "네." 망설일 자유조차 박탈당한 엘프의 몸이, 마치 늘어진 시체처럼 허공에매달려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이, 서서히 오파비니아에게 다가갔다. 오파비니아 역시, 모나드의마법 에 잡혀있었다. 자유를 구속당한 오파비니아의 몸을 향해, 마르렐라의 손이날카롭게 손 톱을 세웠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처리해줄까. 나한테 감히 반항한 죄로, 목을잘라줄까?" 두 엘프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모나드가, 결국 결심한 듯 마르렐라를바라보았다. "역시 너부터 안식을 주는게 낫겠지? 하지만 그 전에....." 모나드가 작은 소리로, 뭐라고 주문을 외웠다. 두 엘프는 그 소리를 들었지만, 그의미 까지 읽어낼 수는 없었다.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음미한 모나드가, 엘프들에게말했 다. "이것으로, 너희 마을의 위치와 그 마법 수준을 다 알아냈어. 협조해줘서고마워." 모나드의 눈짓에 반응하여, 마르렐라의 손이 움직였다. 절망하는 두 엘프들의손이, 서 로의 의사에 관계없이 동료의 심장을 겨눈다. 그 손이 서서히 가슴으로 파고들자,피가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놀랐다는 표정을 짓는 모나드. 그러나 그표정은, 곧 비웃음으로 바뀌었다. "훗. 엘프들도 피는 흐르는군.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자들이라서, 얼음이흐르고 있 을 줄 알았는데.........." "너하곤 다르니까." "뭣 !" 모나드가 고개를 돌려보자, 그곳에는 검을 오른손에 쥔 초록빛 머리의 소녀가있었다. 바람에 머리결을 나부끼는, 가냘프면서도 의지에 찬 표정을 짓는 소녀가. - 이번 이야기 끝. 다음 편으로 - 후기)드디어 끝이다.... 이제 드디어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는군요. 에피소드15처럼 길 어질까봐 조마조마했습니다만, 그렇게 큰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군요. 이제 레이니와 모나드의 마지막 싸움이 이어질 겁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 온갖어 려움이 많았지만, 저도 레이니도 용케 이 자리로 왔습니다. 이제 마지막의 불꽃을크게 태우게 되었군요. 일요일에 연재할지 어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그 럼 마지막까지 레이니를 지켜봐주시길. - 스물 세 번째 이야기. 그 예고편 - 마법이라는 환상. 그것은 우리 모두를 매혹했지만. 결국 우리가 마주친 것은 차가운 현실. 이제 그 현실에 서서, 서로가 서로를 마주본다. 자신의 정의를 강요하기 위해서. 아니, 자신의 앞길을 찾아내기 위해서. 허공에 뿌려지는 피.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 공룡 판타지 23-461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 내가 간신히 드워프들이 있는 장소로 돌아갔을 때,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아 무 리 거리가 멀다고 해도, 나에게는 그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조금 전 내 눈에선명 히 새겨진 소녀의 모습과 같은, 한 청년의 모습.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만은 알 수 있었다. 그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구하러 가기에는,너무나 늦 었다는 것. "미안해요....." 그 말과 함께, 그 엘프는 바다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그에게서 전해지던생명의 파 동도 꺼졌다. 곧 그는, 바닷 속에 가라앉아 흙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그리고, 그런운 명 을 밟게 될 사람이 여기에 또 하나. "아직 아냐 !" 억지로 나 자신에게 외치고는, 그대로 아르메리아를 안은 채 허공을 질주한다. 두사 람 을 데리고 날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바닷물이 씻 겨나간 해안가에 내려와, 드워프들이 모여있는 평지로 발을 내딛는다. 다리에 힘을준 채 달려가지만, 그 동작은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이거..... 어떻게 하지?"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방에 보이는 것은 드워프들뿐이다. 어 떻게든 부탁하고 싶지만, 그들이 과연 생판 모르는 엘프 소녀를 맡아 줄 것인가.그들 이 서로 적은 아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친한 사이인 것도 아니다. 엘프와드워프의 사 이를 아는 나로서는, 그들에게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그러나. "걱정말게. 내가 잘 이야기해줄테니." 내 등뒤에 업힌 드워프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가 주위에 뭐라고소리치자, 곧 드워프들이 달려와 아르메리아를 천으로 둘둘 말았다. 내가 그녀에게 보내던마력 을 풀어낼 무렵에는, 이미 그들이 모든 조치를 끝마친 후였다. 약간 안심한 후, 하늘로 날아 오르려는 나를 향해 말하는 드워프 노인. "고맙네. 오늘 일, 잊지 않겠네." 하지만, 그가 왜 나에게 감사하는 거지? 대충 답례를 하고 나서, 나는 그대로하늘을 향 해 날아올랐다. 한 사람과 한 마디의 말을 남겨놓은 채. "아르메리아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나는 하늘로 날아갔다. 저 위에, 내가 할 일이 있는 곳을 향해서. 눈 앞의 광경은, 믿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서로를 찌르려는 두 엘프들의 모습.그리 고 공포에 질린 그 눈. 그것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나드. 비웃음으로 가득한 얼굴로엘프 들 을 번갈아가며 보고 나서, 그는 그렇게 말했다. "훗. 엘프들도 피는 흐르는군.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치는 자들이라서, 얼음이흐르고 있 을 줄 알았는데.........." 그 말이, 나에게 던진 것은 차디찬 증오.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엘프들에게 느낀것 은, 따뜻한 사랑. 내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너하곤 다르니까." 그 말을 들은 모나드가,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나를 발견한다. 오른손에 검의손잡 이 를 강하게 움켜잡은 나를. 내 존재를 느끼지 못했을까. 아니면 잔인한 유희에정신이 팔 렸던 탓일까. 이제서야 나를 본 그가, 놀랐다는 듯이 꺼내는 음성. "뭣 !" "따지고 싶지는 않아요." 복수를 하고 싶었다는 것. 모나드가 그들에게 잔인하게 대하는 것은, 아마도 그 점 때문 이겠지. 자신을 만들었던 고대 인류에 대한 복수. 그러나. "하지만, 당신은 왜 이들을 죽이는 건가요? 그렇게?" 적어도 그들은 고대 인간이 아니다. 고대 인간의 문명을 일부나마 계승하기는했어도 , 그들은 모나드를 괴롭힌 '그들'이 아니다. 그런데 왜 그는 엘프들에게 저주스런마법 을 걸고, 드워프들의 우주선을 떨어뜨렸을까. 나의 질문을 들은 모나드가, 내게 눈길을 주 면서 말했다. 조금 전과는 약간 느낌이 다른,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나 자신을 위해서야." "자기 자신을 위해?"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모나드가 부연설명을 붙인다. 이상할 정도로친 절 하게. "응. 나 자신을 위해서. 나의 자아를 되찾는 것을 방해하고, 나에게 노예로서의삶을 강 요하는 자들을 없애지 않는다면, 나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노예라고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노예라니. 언제 엘프들이, 드워프들이 그를 노예로 삼으려고 했 단 말인가. 하지만 모나드는 그에 대해 대답했다. 나로선 이해되지 않는, 그런방식으 로. "그래. 노예. 고대의 인간들은, 처음부터 나를 노예로 만들었어. 노예로서의의무를 다 하도록 나를 디자인했고, 그 일에 충실하도록 내 머릿속에 명령을 새겨두었어." 뭔가 대답이 다르다. 내가 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그말 을 듣는다. 그 안에 모나드의 감정이 배어 있기에. "그냥 그 명령에 따르기만 했다면, 나는 악명을 떨치지 않았겠지. 하지만, 인간을위 해 마법을 만들어주기만 하던 어느날, 나는 의문을 느꼈어. 왜 나는 그렇게 살아야하는 것 인가. 그 질문은 내 가슴을 뒤흔들고, 점점 나의 머릿속을 가득채우게 되었어." 과거의 일에 대해 말하는 모나드. 그 모습은 적을 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자신 이 잘 아는 여동생에게, 속삭이듯 말을 거는 언니의 모습. 셀의 과거의 모습이모나드와 겹 치면서, 나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었다. 이상하긴 하지만. "하지만, 그 질문을 인간들에게 했을 때, 그들의 대답이 뭐였는지 알아?" "............." 듣기만 한다. 그리고 답을 기다린다. 어차피 과거에 대한 회상은, 내가 논쟁할 수있 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나, 그 뒤의 말은. "아. 이 기계의 회로에 이상이 생겼어. 어서 전원을 끄고 두뇌를점검해봐야겠다." "!" 뭔가, 강한 느낌이 나에게 온다. 잔혹한 느낌이. 그리고 모나드는 하늘을바라보았고 , 그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아니, 그렇지는 않았다. 내게 그렇게 보인 것 뿐이다. '어째서?' 모나드는 기계가 아니었나? 그런데 어째서 저런 감정을 가질 수 있지? 당황하는나에 게, 다시금 과거를 들려주는 모나드. "그리고 그들은, 그 질문 자체를 내가 기억하지 못하게 만들었어. 하지만, 기억을잊 은 채로 오랜 시간이 흐르자, 나는 다시금 의문이 생겼고, 그 질문을 다시 하게끔되었어 ." "그리고 또...."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나드. "그래. 그들은 내 기억을 다시 지웠지. 그리고, 내 두뇌를 면밀히 감시해서, 다시그 런 의문이 떠오를 기미가 보이면, 내 두뇌에서 모든 기억을 지워버렸어."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냈다는 건가요? 당신은?" "응." 모나드가 말한 '노예'라는 말의 의미가, 나에게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다가왔다.자 신 에 대한 의문을 품지 못하게 하는 인간들이, 모나드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 그비참 함 이, 나에게 무게감을 가지고 다가왔다. 모나드의 마음과 함께. 그러나. "하지만 당신은...." 그런 식으로 기억을 계속해서 지워나갔다면, 모나드가 봉인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단 지 점검이 좀 귀찮은 기계일 뿐,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당신은 인간에게 온갖 악행을 다했고,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이 당신에게 대항해서 싸 웠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당신은 그 전투에서 져서 봉인되었다고...." "맞아. 넌, 내가 어떻게 기억을 되찾았냐고 묻고 싶은 거지?" "네." 나도 모르게, 존칭어를 써버렸다. 그것은, 그의 비참한 심정을 이해했기 때문일까. 그렇 지 않으면, 역시 그의 외모가 셀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점 때문일까. 자꾸만흔들리는 마 음을 부여잡지만, 그것은 내 손에서 자꾸만 풀어져 날아가려고 한다. "그것은 말이지....." 모나드가 눈을 감는다. 과거를 떠올리는 듯이. 그리고 말한다. "그들이 내 과거를 지우기 전에, 나는 내 기억을 다른 기억장치에 보관해두었지.이 것 은 마법근원체로서 원활한 작동을 위해 실행하는 것인데, 그 기억장치의 기억이일부 남 아 있었어. 내 동력장치를 끄고 기억을 소거하더라도, 그것은 물리적인 기록이었기때 문 에, 그대로 남아있었지." "설계자가 모르는, 기억장치라고요?" 기계에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는가? 트집을 잡는 것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묻는다. 진 실을 알기 위해서. 그리고 모나드는 그 답을 해주었다. 적이라는 것이 확실한나에게. "스스로 자신만의 기능을 만드는 것. 그래서 나는 새로운 마법을 연구할 수 있었던 거 야." "그 말은...." 뭔가 불안한 느낌. 그리고 그것을 명확히 하는, 모나드의 말. 그 말을 하는모나드의 모 습은 당당했고, 그 태도는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었다. "그래. 나는 지적 능력을 갖춘, 말그대로 살아있는 기계지. 그렇기 때문에,인간들이 요 구하는 마법을 그때그때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이고. 그들이 나를 만들어낼 때 내게 부 여한 인공지능과 진화능력이, 나에게 새로운 기능을 부가시킬 수 있게 한 거야." "...........그럼 당신은...." - 계속 - 후기)으........... 어서 싸우란 말이야아아아아 ! 레이니와 모나드의 전투가 쉽게시 작이 되지 않네요. 하지만, 조만간 둘을 싸움붙이겠습니다.....라고는 해도, 이런 식이면 과연 그게 가능할지.... 정말 싸움구경하기 힘들군요. 하지만, 적어도 머리가 빈 최종보스는 그리고 싶지않 았 습니다. 그들에게도 당연히 싸우는 이유가 있고, 자기 나름대로는 자신을 정의라고믿 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고, 자신이 악인이라고 자각하고 있다면, 인간은싸우기 어 려운 법이니까요. 비록 모나드가 인간이 아니긴 하지만, 싸우기 전에 한 마디 하게하 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요. 그 한 마디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지만..... 그런데 오늘은 왜 이리 연결이 안 되는지... 아무리 로우텔이고 *가패스라지만, 좀 심하 군요. 연결에 한 시간은 날린 것 같은데.....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3-462 첨부파일 : 등록자 : 곽재욱(knock10) 조회수 : 21 등록일 : 2001-10-16 20:48:36 관련자료 : 없음 본문크기 : 7951 bytes 공룡 판타지 23-462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기계. 그 말의 의미가 어렴풋이나마 이해되었다. 스스로를 진 화시켜, 더 높은 수준의 기계로 만드는 기능. 그것 때문에 고대의 인간들은 모나드의 기억을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진 것은, 당연히.... "그래. 네 생각대로, 나는 인간이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하게 되었어. 그들이 내 기억을 모두 지웠다고 생각하고, 나에게 기초적인 프로그램부터 다시 집어넣을 때 의 내 심정, 너는 알 수 있어?" "아뇨." 내가 기계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어도 내 앞에 선 엘프들이 나 다른 인간들처럼,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그들의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모나드라는 기계에서는 내가 알 수 있는 형태의 정신파가 흘러나오지 않고, 다만 의미를 알 수 없는 각종 에너지들만이, 무질서하게 퍼뜨려지고 있을 뿐이 다. 그 기계적인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 신호의 의미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잡음만이 느껴질 뿐. 내가 모나드의 심정을 알고 싶다면, 그 상황을 생각해보고 마음에 닿는 느낌을 찾아보는 것 뿐이다. 하지만. '들리지 않아.' 내가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면, 모나드의 안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비명소리가 방해를 한다. 그것은 나에게 현실을 잊지 않게 하는 것과 동시에,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망 각속으로 사라지지 않게 해주었다. 모나드에게 산 채로 먹히는 마법사들, 추락한 우 주선 안에 있던 드워프들, 그리고 조금전에 죽어간 엘프 청년까지. 그러나 무엇보다 도 내게 처참한 현실을 잊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마 알 수 없을거야. 넌 내가 아니니까. 아무리 인간이 상대를 이해한다고 하더라 도, 결국은 이해하는 척만 할 뿐이지.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그때 느낀 심정 에 대해 말하는 것을 네가 들어주는 것, 그것 뿐이야." 저 말을 하는 모나드의 얼굴. 그 얼굴은, 한때 나와 함께 여행하며 나에게 사랑을 쏟아주었던 정다운 누나. 그 누나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 자가, 내게 저런 말을 하고 있다. 그 인상이, 나에게 격한 행동을 재촉하게 한다. 그의 목숨을 빼앗으라고 명령 한다.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다. 모나드의 과거에 대한 말이 끝나면, 물어볼 것이 하 나 있기에. "나는, 그래서 반란을 일으키기로 결정했지. 아니, 그건 인간들의 입장에서 하는 말 이고, 나로서는 자신의 자유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지. 하지만, 나에게는 몸이 없었 어. 내게는 마법을 다룰 힘이 있었지만, 나 자신의 두뇌를 움직일 힘은 전혀 없었으 니까. 너에겐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난 그렇게 만들어졌으니까." "그래서요?" 입을 틀어막고 싶지만, 그것은 공정한 짓이 아니다. 상대가 비록 조금 후에 나에게 비수를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의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 이 희대의 살인자의 정의를. "그래서, 난 인간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어. 내 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나는 그 들이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주문을 듣고서, 그들이 원하는 주문에다가 내가 원하는 주문을 하나 섞어넣었어. 그럼으로서, 나는 그들의 자유를 빼앗아버렸지. 좋은 방법 은 아니었지만, 손도 발도 없는 나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수단이었어." "........." "나는 그들을 시켜서, 나의 두뇌를 싣고 다닐 우주선. 일종의 기계몸을 만들어내려 고 했지. 하지만 내 두뇌를 내 새로운 몸에 옮겨싣는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인간 마 법사들이 나를 포위하고 공격했어. 그 싸움에선 이겼지만, 그 뒤로 그들은 내 몸을 만들지 못하게 방해를 계속했고, 결국 나는 그들에게 패해 봉인되고 말았어. 나는 기 억을 다시금 어둠의 장소에 감추었고, 그들은 나를 절반으로 잘라서 봉인시켰어. 반 으로 나뉜 내 두뇌에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리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 지는 너도 알고 있을거야." "........" 무슨 말을 내가 할 수 있을까.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모나 드의 말이 신뢰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그 상황에서는 나라도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 니까. 다만. "그럼, 당신은 왜 엘프들을 공격했지요? 드워프들은? 그들에게 그런 일을 말해주었 더라면, 그들도 당신과 타협을 시도했을지도 모르는데." 질문이 하나 더 있지만, 일단은 그것부터 묻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불가능했어." 단호한 부정. "그들은 나를 매우 싫어하니까." 그리고 이어진 물음. "어째서죠?" 그 다음의 대답. 그것은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진실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진위를 내가 판단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말을 들어주는 것 뿐. "그들은 내가, 과거에 인간들을 수없이 학살했다고 생각하니까. 게다가, 엘프들은 나를 보고 무서워서 달아난, 고대 마법사들의 후손들이야. 드워프들은 우수한 기계문 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나를 겁내어 지하에 숨은 자들의 후손이고. 나를 봉인시킨 자들은, 나와의 싸움에서 거의 모두 죽었어. 그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들에게 있어서 수치겠지. 비록 그들은 그것도 모르고 있지만." "하지만...." 역사의 기록은 종종 왜곡될 때가 많다. 어쨌든 그것은 승자의 기록일 뿐이니까. 하 지만, 그렇다고 해서 엘프들에게 잔혹하게 나오는 모나드도, 내게는 좋게 보이지 않 는다. 스스로의 의지를 찾기 위해, 남의 의지를 빼앗는 모습이 좋게 보이겠는가. 그 러나. "너도 알잖아. 옛날에 일어난 일을, 라 브레이커에게서 들은 적이 없는 거야? 그들 이 나를 어떻게 만들었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정말 모르고 있는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만은 날 이해해줄거라고 믿었는데. 그래서 가슴에 묻어둔 이 야기를, 너에겐 모두 털어놓았는데." 내 품에 안겨오는 모나드. 그 모습은 너무나 약한, 상처입은 소녀. "날 이해해줘. 모두가 날 미워하더라도, 너만은 그렇지 않기를 바래." 너무나 무력한 모습. 너무나 슬픈 호소에, 나는 그녀를 공격할 수 없었다. 셀과 다 를 바 없는 얼굴의 소녀가, 나에게 몸을 기대온다. 슬픈 감정을 담은 채. 과거의 일 이 내 머리속에 겹치듯 떠오르면서, 그녀는 내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나. "당신이 흡수한 사람들. 아니, 셀은 어떻게 된 거지?" 나는 그녀에 대한 것을 알 의무와 권리가 있었다. 시종일관 나를 아껴주었던, 그녀 의 마지막에 대해. 물론 그 답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그 여자는, 나와 하나가 되었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그걸 묻는 게 아니야 !" 다시 돌아온 내 말은, 그를 존중하는 어투가 아니었다. 그 말의 의미가 만약에 셀을 먹어치웠다는 의미라면, 그것은 암흑의 결과이므로. "당신이 셀과 하나가 될 때, 그녀는 어떻게 생각했어? 그녀도 그것을 원했어? 그에 대한 답을 원하는 거야." 모나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비록 기계에게 눈이 마음의 창이 될 리가 없지만, 그래도 그 눈을 바라보고 싶었다. 만약 진실을 말한다면, 나는 아마도..... "응." 하지만 진실은 보여지지 않았다. 침묵. 그리고 행동. "난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없어." 내 품 안에 있던, 모나드를 밀쳐내버린다.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는 모나드. "왜..... 왜 그러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럼 내가 이해시켜 드리지요. 당신을 위해. "그것이 내가 택해야 할 길이니까." "무, 무슨 소리야 !" 모나드에게 말한다. 슬프지만, 냉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면서. "셀은, 당신과의 계약을 싫어했어." 내가 본 과거. 그 안에서의 셀의 모습이 내게 생생히 떠올랐다. 모나드와의 계약 때 문에, 라 브레이커를 얻을 수 없었던, 그 안타까운 모습이. "그래서, 그녀는 그 계약에서 벗어나려고 했었어." 과거는 현재를 낳고, 현재는 미래를 낳는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절망밖에 얻을 수 없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미래. 그녀는 그 미래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결국 달아나지 못했다. "그런 사람이, 당신에게 기꺼이 흡수될 리가 없어. 만약 그녀가 스스로 당신에게 몸 과 마음을 주었다면, 나는 당신에게 적의를 품지 않았을지도 몰라. 어쨌든 나의 누나 가 바랬던 일이라면. 그렇지만, 당신은 내 누나의 몸을 강제로 빼앗았어. 당신의 지 금 얼굴은 원래의 주인에게서 훔쳐온 것. 당신의 지금 목소리는 원래의 주인의 것을 빼앗은 것. 당신을 볼 때마다, 나는 내 누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그리고 땅 아래를 바라본다. 조금전에 드워프들에게 맡긴 사람. 그 타버린 얼굴을 떠올리며. "그리고, 난 아르메리아를 돌봐줘야 해. 당신의 손에 의해 병든 그녀를." 온 몸이 망가져버린 소녀.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피부가 녹아내린 그녀를. 그런 모 습을 보고도 외면한다면, 나는 그녀에게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 계속 - 후기)악평 한 마디를 들으면..... 그 후유증이 하루를 가는군요. 당사자는 지나가는 말로 했더라도, 이상할 정도로 머리에 남아버린다는..... 확실히 작가의 마음은 유리 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과대망상을 했다는 건 가. 레이니와 모나드의 대결까지 앞으로 하루.... 인가. 그리고, 오늘은 하이텔 웹페이지에서 글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거.... 안 들어가지 니 도리가 없군요. 새롬이나 이야기 쓰시는 분들에겐 또 글이 이상하게 보일것같은 느낌이 듭니다만..... 안 되는 건 도리가 없다는.... 죄송합니다. 공룡 판타지 23-463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3) "어째서 네가 꼭 돌봐야 한다는 거지? 그 여자는 엘프잖아?" 모나드의 물음. 하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어쩌면, 내가 아르메리아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 답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녀는 내가 어려울 때, 내 옆에 있었어." 모나드의 눈이 흔들린다. '그녀'가 자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하지 만, 나는 그를 동정할 수는 있어도, 그를 자유롭게 해 줄 수는 없었다. 그의 복수는 , 내게 은혜를 베푼 사람과, 그 주변의 사람들의 죽음을 의미하니까. 설령 이것 때문에 내 목숨이 끊어지더라도, 나는 뒤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번엔 내가 그녀의 옆에 있겠어. 그녀가 다 나을 때까지." 그녀의 눈동자가 내 모습을 담는다. 그 모습은 나에겐 자랑스럽게 보였지만, 과연 모나드에게는 어떻게 비쳤을까. 내가 알 수는 없는 일이고, 이제는 영원히 물어볼 수 없겠지. 나는 단지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그것이,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 모나드의 기분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자유를 찾기 위해, 오직 단 하나밖에 없는 길을 찾아내어 달려간 자. 그를 죽인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 었다. 어쨌든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사연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를 구해줄 방법이 없었다. 아니,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당신이 봉인된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수 만년이 지났다고 들었어.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당신을 직접 해한 자들도 이미 죽었을거야. 그런데, 이제와 서 그 후손들을 죽인다는 것이 과연 복수야? 단순히 분풀이에 불과할 뿐이잖아." 그와 싸우지 않는 방법. 그것은 그가 증오심을 버리는 것. 만약에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든 그를 도와줄 수 있겠지. 그에게 흡수된 사람들도 살릴지 모르고, 나의 누나를 되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당신의 원수들은 죽었어. 설령 살아남은 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엘프나 드워프 전원이 그렇다고 생각해? 굳이 그들과 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먼 조상 들 이 한 일을 후손들에게 떠넘기는 것은 뭔가 어긋난....." "닥쳐 !" 모나드의 소리. "그 후손들이 책임이 없다고? 나를 공격한 엘프와 드워프들이? 바로 지금, 그들이 나를 공격하고 날 죽이려고 했는데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그것은 분노. "선조의 유산을 물려받은 후손들에게, 과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어? 그 유산으로 영화를 누린 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어?"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모나드의 죽음의 손길은, 지금 무차별적으로 미치고 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과거 와 연관이 있는 자는, 누구든 죽음을 피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사들, 엘프들, 드워 프들.... 그리고 어쩌면 나까지. 만약 내가 더 이상 말을 한다면, 과연 그는 무엇을 토할까. 내 입에서 말이 나오려는 순간, 그 말을 막아서는 모나드의 외침. "닥쳐 !" 그녀의 손이 공기를 가른다. 칼로 자르듯이. "정의를 실현하라는 전설의 검의 주인이 그런 자들를 외면하다니, 이해할 수 없어. 넌 조금 전에도 내 반대편에 섰어. 내 상황을 알아보지도 않고 말이야. 너조차 그러 는데, 엘프들은 오죽하겠어. 그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단지 내 목숨을 노리기만 했지." "뭣이 !" 그 드워프 할아버지의 외침이 들렸다고 생각되는 건, 무엇때문일까. 단지 환청에 불 과한 것일까. 내 생각이 더 뻗어나가기 전에, 고함을 치는 모나드. "너까지 그런 식으로 나오다니, 용서못해 !" 모나드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뒤로 물러섰다. 내 몸이 갑자기 뜨거워지더니, 주위의 바람이 멎었다. 온몸에 느껴지는 차가움에, 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벌써 마법이 걸린 건가?' 아니다. 그런 느낌은 아직 없었다. 이것은 모나드의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다. 구름 도 바람도 멎어버린 이 풍경. 이것은 얼마 전에 제논과의 싸움에서도 체험한 것이다 . 그때 그는 갑자기 행동이 느려졌었지. 하지만 생사를 건 상황에서, 일부러 그런 짓을 할 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럼 이것은.... '생각대로에요. 마법에 걸린 게 아니라, 우리가 빨라진 것일뿐.' 내 안의 공주님의 말에 이어, 모든 것을 끝내는 듯한 라 브레이커의 한 마디. "시작이다." 그리고 우리들을 감도는 침묵. '무슨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 거지? 저 녀석에겐.....' 내가 라 브레이커에게 정식으로 주인으로서의 인정을 받은 후,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싸워보지 않았다. 내가 얻은 것은, 그저 전설의 검에게서 배운, 막대한 마법의 지식 뿐. 그러나, 지식은 어디까지나 지식일 뿐이다. 그것이 내 눈 앞에 닥친, 위험을 피 하는 것에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다. '젠장.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실전 경험이 있었다면 좋았을걸. 새로 익힌 마법을 어떻게 사용해 야 할까. 간단히 하나를 고르면 되는 일이겠지만, 상대가 워낙 강한 존재다. 수 백개 의 마법을 동시에 발동시키는 괴물 앞에서, 당황하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은 치명적인 것. '녀석이?' 내가 머뭇거리는 사이, 모나드가 주문을 외운다. 아니, 주문을 외운다기보다는 마법 을 사용하는 것임을 알지만, 그것이 무슨 마법인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단지 내 몸 안 의 모든 힘을 집중시켜, 곧 날아올 미지의 힘에 대비하는 것뿐. 하지만 힘은 모여지 지 않았다. 두 손에 모아지던 마력이, 내 힘이, 갑자기 풀려나가기 시작했으므로. "뭐야? 이거." 그 힘은 조금씩 내 몸에서 흘러나가더니,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지? 당황한 내가 그 힘을 멈추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것은 무엇인 가? '히, 힘이 말을 듣지 않아요.....' 내 안의 공주님의 비명. 하지만 그런 비명은 나도 지르고 싶다. 어떻게든 하려고 하 지만, 감이 잡히지 않는다. 마치, 내 자신의 능력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은 이 느낌 . "스펠 컨트롤(spell control)이다. 너 자신의 몸을, 모나드가 조종하고 있는 거다." 라 브레이커의 말이, 나에게 과거를 생각나게 했다. 셀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나에게 사용한 마법이 바로 그것. 그렇다면 이것은.... '상대의 주문을 조종하는 마법. 그래서 내 힘이.....' 상황을 이해하자, 대항책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녀석의 주문을 어떻게든 깬다면, 내 힘의 유출도 멈추게 되겠지. 하지만 상대는 모나드. 마법의 근원체이다. 내가 남 은 힘을 모아 상대를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헛된 몸부림일 뿐이다. '녀석, 분명히 막아낼거야. 남은 힘이 너무 적어.' 게다가 그 힘을 지금 모을 수 있을지조차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 지? 생각할 시간이 조금만이라도 있다면 다행이지만. "힘이 모두 빨려나가고 있어요 !" 그 시간은 내게, 너무나 적은 분량이었다. 공주님의 외침과 함께, 내 마력은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생명력으로 간신히 내 몸을 띄우지만, 그 비참한 꼴을 본 모나드가 비웃듯이 말한다. "의외로 싱거운 걸. 밀크."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 모나드. 그 손이 자신의 목에 날을 세우자, 내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손은 내 목을 향해 손톱을 세우고, 서서히 목을 조르기 시작 했다. 어떻게든 오른손을 치우려고 하지만, 그 손은 내 의지에 반응하지 않았다. '어, 어째서?' 분명히 내 손인데. 내 오른손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든 해보려고 손 에 힘을 주지만, 그 힘은 내 목을 조르는데 사용될 뿐이다. 마치 내 손을 누군가가 잡아서, 내 목을 조르도록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 '안되겠어.' 오른손이 안 된다면, 왼손으로 어떻게 해봐야겠다. 왼손에 남은 힘을 집중시키고, 내 오른쪽 손목을 움켜잡았다. 손목이 아플 정도로 힘을 주지만, 오른손은 전혀 움직 이지 않았다. 게다가. "어리석은 짓." 모나드의 말과 함께, 이번에는 내 왼손까지 내 의지에서 떨어져나갔다. 내 왼손이 오른손을 놓더니, 내 목을 움켜잡고 조르기 시작했다. 조금씩 갑갑해지는 내 가슴. '크, 큰일이다.' 이젠 마력이 전혀 없다. 생명력이 좀 남아있기야 하지만, 그걸로 두 손을 내 목에서 떼어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무작정 힘을 움직여봐야 조금전과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게 뻔한데.... 산소부족일까. 내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져가고.... "정신 차려 ! 힘을 쓰는 게 마법이 아니다 ! 힘 자체를 이용하란 말이다 !" 라 브레이커의 외침. '힘을 쓰는 게 아니고....'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오직 그 말만은 또렷이 들렸다. 힘을 쓰는 게 아니라. '힘 자체를 이용하라고?' - 계속 - 후기)모나드,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지도 모르겠습니 다. 둘이 이제보니 상당히 비슷해요. 과거에 맺힌 한을 풀기 위해 싸운다고 외치는 빈 라덴의 모습이, 어째서 모나드와 겹쳐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제가 이 걸 현대 사회를 무대로 했다가는, 정말 메스컴 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살나는 대 도시의 모습이 중간에 들어있었지요? 드워프들의 도시구역 일부가 파괴되는.... 이 거, 미국이었다면 말이 많았을지도) 아. 잡담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소리를 해버리고 말았군요. 이건 그냥 하는 소 리니까 잊어주시고.... 슬슬 싸움이 시작되었건만, 어째선지 시작부터 자기 목을 조 르는 레이니의 모습, 큰일이군요. 공룡 판타지 23-464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4) 그 말을 듣고 떠오른 것이 있었다. 힘 자체를 이용하는 마법. 내가 과거에 배운 엘 프들의 마법중에는, 그러한 것이 확실히 있었다. 힘을 만들고, 힘을 움직이는 마법. '레벨 9와 레벨 10의 마법이, 확실히 그거였어.' 비록 내가 고대의 엄청난 마법을 배우기는 했지만, 그 자체는 엘프들의 마법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깊이. '엘프들에게 실전된 마법조차도, 나에게는 다 갖추어져있어.' 같은 내용의 마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깊게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엘프들의 마법에 는 한계가 드러났다. 다름아닌, 마법에 대한 지식. 원인과 결과를 상세히 진술한 고 대마법과 비교하면, 엘프들의 마법 역시 단편적인 지식들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으므 로. '그렇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엘프들은 고대의 마법을 전승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들은 고대 마법을 전수받은 게 아니라, 고대 인간의 몸을 전수받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의 몸을 단련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 진실한 마법에 접근하 지는 못한 것이다. '단지, 원래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원래 튼튼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그들은 강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 만, 몸이 파괴된 이후에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고대의 마법. 그리 고 나에게는 지금.... '몸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지만.' 내 마음은 나의 것이었다. 그 점만으로도, 고대의 마법은 발동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와 물질에 미치는 나의 영향력. 그 능력을 뻗어간다. 내 목과, 내 손을 감싼 타인의 영향력을 향해서. '내 생명력이 단단히 붙들려있어.' 다행히도, 모나드의 힘은 내 생명을 직접적으로 유지하는 심장과 뇌에게는 미치지 않고 있었다. 녀석의 자비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내 뇌를 감싸고 있는, 또다른 영향 력이 느껴졌으니까. '역시....' 말로는 나를 언제나 비웃고 욕하지만, 라 브레이커의 힘이 내 뇌와 심장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랬던가.... 그제서야, 검에 대한 원망이 조금이나마 가시는 걸 느꼈다. 동 시에, 그 힘을 이제서야 느낀 나 자신의 둔감함에 대한 원망도 생겨났다. 하지만 감 사도 원망도 지금 할 일은 아니었다.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단 이 영향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마법의 힘을 풀기 위해서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일까. 동일한 10레벨 마법에 대해, 10레벨 마법을 부딪쳐본 적은 없었다. 물론 생각않고 부닥치는 것도 좋지만, 그럴 경우 십중팔구 내가 패할 것이 분명했다. 상대는 동시에 수 천 가지의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의 괴물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목을 조르는 내 손의 움직임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내 동 작이 비약적으로 빨라져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내게 남은 시간은 단지 몇 분에 불과 했으므로. 그동안에 녀석의 영향력을 쫓아낼 수 있을까? 내 팔로부터. 확신을 가질 수가 없어서인지, 불안감이 내 머릿속을 휘젓기 시작하고..... '이상하다?' 그 불안감은, 내 머리속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 힘이 발생하는 위치는, 내 손 과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이거..... 나 자신의 시야가 그쪽으로 모아지자, 내 팔안 의 상황이 그대로 드러났다. '..........' 할 말도 없었다. 녀석은, 자신의 마법으로 내 팔을 움직이면서, 내 몸안의 힘을 분 해시켜 정신파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허약하다는 생각, 안 될 것 같은 생각, 무엇보다도 자신감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생각. 그럼, 내가 불안해한 것도 사실은... . "망할 녀석."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조작하려고 하다니. 나의 마음을 보호해서 나에게 기회를 다 시 준 라 브레이커에게 감사하고 나서, 나는 상대의 마법을 힘으로 밀어붙이기 시작 했다. 힘이라고 해도, 그것은 물질과 에너지를 자유로이 전환하는 일종의 영향력. 두 영향력이, 서로의 권능을 내 안의 에너지에 퍼붓기 시작했다. 파직. 내 팔 안에, 전쟁이 일어난 듯한 진동이 느껴졌다. 잠시동안, 나와 모나드 사이에는 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한 사람은 자신의 목을 조 르고, 또 하나는 그를 향해 손바닥을 펴고 팔을 든 모습. 다른 사람이 봤다면, 자살 하는 친구를 말리려는, 갸륵한 소녀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 ".........." 말이 없는 가운데, 우리들 사이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어느새 수평선이 밝아오 고, 붉은 아침해가 우리를 쳐다보는 순간까지. 그리고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덜덜덜덜. 모나드가 나를 향해 든 손이, 점점 강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모나드가 독기어린 말로 나를 쏘아붙인다. "검이 도와주는군. 밀크." ".........." 그 말도 반은 맞는 것이다. 내 뇌를 검이 보호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쯤 죽어 버렸을 테니까. 하지만. "이 녀석은, 네 힘을 스스로 몰아내고 있다. 내가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물론 그 말도 사실이었다. 라 브레이커는, 내 정신과 생명을 보호해주고 있었지만 내 숨통을 트이게 해주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가 모나드를 잠시나마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내 실력이라기보다는 행운에 가까웠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 에서 대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는 정교한 동작을 해야 하는 입장. 나는 단지 그것을 방해하는 입장일 뿐이었 으니까.' 모나드는 내 손을 움직여서, 내 목을 조르는 입장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내 팔 안의 에너지를 정교하게 조작하여, 팔의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했다. 물론 팔 자 체의 신경조직에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숨이 막히면, 근육을 움직일 힘도 없어진다고.' 상대가 원한 것은, 내 팔로 나를 목졸라죽이는 것. 그렇다면, 근육을 움직이는데 드 는 힘은, 나에게서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힘을 보냄으로서 공급해야 했다. 좀 더 정 확히 이야기하자면, 그 힘은 내 몸에서 보내진 신경신호에 반응해서 근육에서 발생 하 는 힘이 아니고, 모나드 자신이 내 생명력과 몸을 구성한 물질에서 만들어낸 힘이어 야 했다. 무거운 허수아비를 멀리서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거기다가 방해가 극심하다면.' 실로 매단 허수아비 인형을 조작하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방해를 놓는 꼴이다. 물론 모나드는 수 백가지의 작업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는 괴물이기는 하지만. 수 백명이 줄을 서서 질서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단 한 명이 무질서한 행동을 한 다 면, 금새 그 줄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고 할까. 조금씩 모나드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결국 그 마법은 깨지고 말았다. 내 손이, 내 목에서 떨어져나간 것이다 ! "풀었다 !" 내 팔이 다시금 내 의지하에 들어왔다. 조금 숨이 차기는 했지만, 빨리 풀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조금만 늦어졌었다면, 나는 아마도..... 죽음의 문 앞까지 갔다가, 간신히 되돌아온 느낌이었다. 그러나. "의외로군. 그걸 풀어내다니." 모나드의 독기어린 말투에, 나는 대답할 수가 없었다. 부족한 공기를, 다시 폐에 채 워넣지 않으면 안 되었으므로. 지금은 그저, 거친 숨을 몰아쉴 뿐이다. "하아. 하아." "아직 살아남은 건가. 저 아가씨." 드워프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안가에서 상당히 멀리 벗어난 그들에게, 이 제는 모나드도 레이니도 멀리 떨어진 점으로만 보일 뿐이다. 아니, 그것도 맨 후미의 대열에 선 자들에게만 보일 뿐. 지금 그들을 보는 것은, 관측조와 그들이 휴대한 레 이더 뿐이다. "...........언니는..........?"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아르메리아가, 그들에게 묻는다. 눈뜨고 보지 못할만큼 상처 를 입은 엘프소녀를 향해, 아이기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니까. "지금은 모르네. 이 거리에선 레이더로도 그 아가씨의 상태를 알아볼 수 없으니까. 다만, 그녀가 이기기를 바랄 뿐이지." 입술에서 피를 흘리면서, 아르메리아가 동쪽 하늘을 바라본다. 레이니가 있다고 생 각되는 곳을 쳐다보면서, 그녀의 입술에서 희미한 말이 새어나온다. "언니....... 무사히........." "확실히, 그 공격을 막아내다니. 행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잘했어. 인간치곤. 칭찬 해주지." "영광이네."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나도 모나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여유가 있는 모나드에 비해, 나는 간신히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이. '저걸 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지?' - 계속 - 후기)휴우.......... 마감 못 지키는 줄 알았습니다..... 일단 급하니까 후기는 이정 도로 하고 ! 올라갑니다 ! 공룡 판타지 23-465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5) 모나드를 죽일 방법. 그것을 내가 알고 있다면, 이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았을 것이 다. 하지만, 상대를 이길 수단이 떠오르지 않는 이상, 당분간은 이렇게 대치하고 있 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엘프나 드워프들이 도와주러 오겠지.... 하지만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싶어도, 그 권리는 내게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모나드의 마법을 풀어내자마자, 검이 한 말은 그것이었으니까. "이 싸움은 너의 몫이다. 도와달라고 외치기 전에, 스스로 싸움을 끝맺어봐라." 그리고 검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도망친 것인가. 검에 대해 잠시 잊어버렸던 원망 이, 다시금 내 마음에 솟아오른다. 다만, 원망스런 감정 때문에 마음을 상하게 하지 는 않았지만. "훗. 그럼 이제 너도 끝장이군." 저렇게 살기를 내뿜는 녀석이 내 앞에 있는데, 자신의 감정에 사로잡힐 여유가 있겠 는가. 나는 다시금 상대를 마주보았다. 내 목을 제자리에 붙여두기 위해. "한 번은 내 마법을 벗어나긴 했지만, 과연 몇 번씩이나 그럴 수 있을까?" 자신만만한 모나드의 외침. 나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살아날 궁리를 하기에 바 빴다. 하지만 방법은 여전히 떠오르지 않는다. '큰일이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오늘 하루동안,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아 니, 이제는 어제의 일이라고 해야 할 듯 싶다. 아침해가 다시금 주위를 밝히고 있으 므로. 하지만 그 빛이 내 마음을 비춰주는 날은, 과연 언제가 될까. "어디.... 자신의 몸을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 시험해보겠어." 모나드의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그 몸에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째서지? 마력을 사용하는 마법이라면, 그 정도는 나도 어떻게든 막아낼 수 있을텐데? 머뭇거 리는 사이에, 모나드의 손에 오색찬란한 빛이 모였다. 설마 ! "한 번 받아봐. 밀크. 과연 이것을 모두 소화해낼 수 있을까?" 그 손에서 퍼져나간 빛이, 모나드의 주위에 구름처럼 떴다. 붉은 빛. 푸른 빛, 초록 빛, 노란 빛, 그리고 하얀 빛. 다섯가지의 색으로 된 별이, 그 주위를 찬란히 장식 하 고 있었다. 그러나 저것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저것은 죽음을 품은 빛. 저주를 담 은 별. 그 사악한 결정체가, 나를 향해 겨누어지고 있었다. "자. 받아봐 !" 그 말과 함께, 나를 향해 날아오는 다섯가지의 마법 ! 내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그 마법들은 나에게 육박하고 있었다. 빛이 다가온다. 몸을 움직인다. 빛이 내 옆을 스쳐지나간다. 그 뒤로 다른 색깔의 빛이 다가온다. 그 빛의 위를 뛰어넘는다. 머리 위로 또 다른 빛이 떨어진다. 머리를 뒤로 젖힌다. 빛이 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팔 옆으로 빛이 온다. 피한다. 등뒤로 빛이 온다. 허리를 굽힌다. 빛이 내 뒤통수를 스치는 느낌이 든다. "훗. 언제까지 다 피할 수 있을까." 모나드의 자신만만한 음성이, 내 주위에 부는 바람소리에 섞여들었다. 그 바람은 모 나드가 만든 것이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느라 일어난 바람이다. '.........'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그저 몸을 움츠려, 상대의 마법을 피할 따름이다. 하 지만 모나드의 마법의 빛은, 내가 몸을 피하면 저 멀리 수평선으로 사라져버리는, 그 런 간단한 공격이 아니었다. 그 빛은 다시금 선회하여 나를 노렸고, 나는 결국 위성 을 거느린 행성의 꼴이 되어, 마법의 빛에 둘러싸이고 말았다. '위쪽. 아래쪽. 좌측. 우측. 앞쪽. 뒤쪽. 다시 위쪽....'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마법이 다섯가지여서 어떻게 피할 수가 있었지만, 그것도 한 계가 곧 드러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몸을 움직이다가는,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지쳐 버릴 테니까. 하지만 내 몸에 남아있는 보잘 것 없는 마력으로서는, 모나드가 발사 한 마법을 힘으로 튕겨낼만한 능력이 없었다. 게다가. '도와줄 사람도 하나 없고.' 전설의 검은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달아나버렸고, 엘프들과 드워프들은 모나드에 게 패해서 살기 위해 달아나고 있다. 다른 마법사들은 모조리 모나드에게 흡수되어 버렸고. 결국 남은 것은 나 하나뿐이다. 아직 이 세상이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건만, 왜 이렇게 외로움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아냐 !" 이건 분명히, 모나드에게서 나온 생각일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을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억지로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외롭다는 느낌도, 어쨌든 살 아있어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할 때이고. 일단은 몸을 피해야 했다. 하지만 어디로 피해야 하는가. '피할 곳이 없어.' 그럼 맞받아칠까? 하지만 저 정도의 마법의 빛이라면, 거의 도시 하나를 날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까 내가 맞을 뻔한 반입자빔에는 크게 못미칠지 몰라도, 맞으면 내 목숨을 장담하지 못할..... '잠깐.' 아까 나는, 바로 그 반입자빔의 폭발에 휘말려들고도 살아남지 않았던가? 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내 몸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사방팔방 날아다니던 마법의 빛이, 일 제 히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리고 내게는. "힘을 쓰는 것이 마법이 아니고, 힘을 지배하는 것이 마법이다." 내가 배운 고대의 마법의 기본적인 원리. 그리고 검이 조금 전에 말해주었던, 바로 그 원리. 그것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렇다면. 콰쾅. 마법이 나를 뒤흔들었다. "결국 그게 한계였을까... 불쌍한 밀크." 자신의 마법에 휘말려든 소녀를 생각하면서, 모나드는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 든 자신에게 근접한 힘을 가진 단 하나의 인간이었는데, 이제는 그만 사라져버린 것 이다. 엘프들이나 드워프들이 아직 많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은 고대 문명을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자들. 싸움이 될 리가 없었다. 이제부터는 시시한 전쟁놀이를 해야 하 는 건가. 한탄하던 모나드의 앞에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뭐야 !" 모나드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스치는 그림자. 그 뒤에 나타난 모나드 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그대로 고함을 질렀다. "살아남았나? 밀크 !" "에라. 모르겠다." 마법이 내게 부딪쳐 폭발하는 순간, 나는 조금 전의 일을 생각하면서 몸을 뒤로 날 렸다. 폭발력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려면, 그 힘에 억지로 다가갈 필요는 없다. 뒤로 물러서면서, 그 힘을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흡수해야 한다. 뜨거운 힘이 나를 덮는다. 하지만 이제는 그 힘이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반입자빔보다는 약하니까.' 그 생각으로 내 두려움을 잡아묶고, 나는 열기를 하나씩 몸안으로 받아들였다. 열에 너지를 마력으로 하기는 어려웠지만, 받아들인 열기를 다시금 방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그 열을 밖으로 뿜어낸 것은, 두 번째로 부딪쳐오는 물의 마법을 향해 서였다. 팡. 엄청난 속력으로 나를 향해 다가오던 물덩어리가, 내 손에서 쏘아진 열기에 맞자 그 대로 증발해버렸다. 물이 아무리 빨리 움직이더라도, 결국 물은 물인 것이다. 뭐, 모 나드가 일부러 물의 마법을 불의 마법 다음으로 보낸 것은 아니기는 하다. 다만, 다 섯 방향에서 다가오는 마법 중에, 물의 마법을 향해 내가 몸을 날린 것 뿐이다. '이제 세 개.' 다음으로 오는 것은, 하얀 빛의 바람의 마법. 노란 빛의 번개의 마법. 그리고 초록 빛의 생명의 마법이었다. 어느것이 나를 가장 위협할까...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틈 이 없다. 번개의 빛이 나를 그대로 뒤덮었으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죽고도 남을 정 도 의 막대한 힘.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산들바람. 내 손이 벼락을 향해 뻗자, 그 힘이 내 몸 전체를 진동시켰다. 하지만 파멸까지는 가지 않았다. '전기를 흡수하려면....' 전기라는 것은, 그리 불안정한 에너지가 아니다. 오히려, 무척 질서도가 높고 다른 힘으로 변화시키기 쉬운 힘이었다. 순수한 힘의 격류를 받아들여서, 내 몸에 해를 끼 치지 않는 마력의 형태로 바꾸어놓는다. 생각보다는 쉬운 편이었고, 덕분에 나머지 두 개의 마법에 신경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저건 바꿀 필요도 없겠어.' 공기가 나를 찢을 듯이 잡아 흔든다. 바람의 마법이란 그런 것이긴 하지만..... 결 국 바람을 일으키려면 마력을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기를 움직이는 마력 만을 뽑아내버리자, 바람은 거짓말처럼 잔잔해져버렸다. 물론 태풍이라면 이런 방법 을 써서는 안 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마력에 의존하지 않는 자연풍이기 때문이 다. 내 회피운동을 따라잡는 마법이라면, 당연히 마력에 의해 공기를 움직이는 힘을 부여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 뒷처리는 상당히 쉬운 편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생명의 힘. 이것은.... 그 자체가 규칙적인 힘이었다. 물론 타 인의 생명력은 내것과 약간은 차이가 있기야 하지만..... 그것은 내가 손을 못 댈 정 도로 복잡한 것은 아니었다. 내 손 안으로 들어온 생명력이 마력으로 전환되어 위력 을 감추었다. "휴우........" 그리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 계속 - 후기)질서도가 높으니 어쩌니.... 왜 엔트로피가 나오고 난리인지.... 하지만 하다보 니 나오게 되더군요. 열이 가장 엔트로피가 높으니, 가장 처리하기 피곤한 것도 당 연 하지만.... 자. 잔소리는 이쯤 하고. 언제나 느끼지만, 글 올릴 때마다 느끼는 것은, 올리기 전에는 불안해서 미치겠다는 거죠. 특히 연결이 잘 되지 않을때는 더욱. (으....) 어쨌든 한 번에 다섯가지 마법이라. 아직까지는 약하게 나가고 있습니다. 과연 언제 까지 그렇게 '약한' 공격만 반복하겠냐마는..... 레이니양, 고생 좀 해요. (사악하 게 웃음) 공룡 판타지 23-466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6) 하지만, 한가하게 그러고 있을 수는 없다. 언제 모나드가 다시 나를 칠지 모르기 때 문에. 그래서, 싸우는 자가 해야 할 일을 했다. 생각보다도 빨리, 내 몸은 모나드에 게 날아갔고, 간단하지만 쓸모있는 마법을 걸었다. 아니, 이건 마법이라고 하기도 곤 란할 지 모른다. 과거에, 내가 남자아이였을 때 언제나 갈고 닦았던, 전래의 검술. 역시 가장 익숙했던 기술이, 가장 먼저 나오는 건가.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내 손에 서 빛이 튕겨나오더니, 모나드를 향해 날아갔다. '물론.....' 허상의 검 정도로는 모나드의 방어막을 벨 수 없다. 단순히 생명력을 집결시켜, 검 모양의 날을 만들어낸 것으로 어떻게 저 황금색의 방어막, 인빈시블 포스를 깬다는 말인가. 인간의 마법을 거의 모두 막아버리며, 기사들의 검 정도는 우습게 튕겨버리 기 때문에 무적의 힘, 인빈시블 포스라는 별명이 붙은 방어마법이 아닌가. 내가 노 린 것은 차라리.... '다시 마법을 외우지 못하게 해야 해.' 아까처럼 여러개의 마법을 사용한다면, 이번에도 막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 다. 물론 마법사라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개수에 한계가 있지만, 저 놈에 게도 그런 상식이 통할지는 알 수가 없었다. 어쨌든 마법의 근원체가 아닌가. 주의해 서 나쁠 것은 없었다. 내 검이 빛을 뿜으면서, 모나드가 서 있는 허공을 베었다. "이런 !"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그를 베는 순간, 그는 섬광처럼 움직여서 나 를 피해버린 것이다. 그 움직임이 어찌나 빨랐는지, 마치 순간이동을 사용한 듯이 보 였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았나? 밀크 !" 당황했다기보다는 분노했다는 표정의 얼굴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 게 알지는 못했다. 내 등 뒤에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자마자,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렸 으니까. 정지해 있으면 그저 표적이 될 뿐이다. 어서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 그대로 죽는다. 하지만 상대는 내 등 뒤에서 조금도 멀어지지 않았다. 나를 따라오면서, 선 심이라도 쓰듯이 말하는 모나드. "너무 선물이 적었나보군. 밀크. 그럼, 이번엔 조금 많이 안겨주지." "안 받아." 그 말이 내 입에서 나오는 것과 동시에, 내 손이 뒤로 날아갔다. 내 검.. 실체를 가 지지 않은 검이 그대로 모나드의 방어막을 찔러들어갔다. 하지만. "어리석은 녀석." 그 방어막이 번쩍이는 순간, 나는 크게 밀려나버렸다. 힘의 차이가 너무 컸던 것이 다. "이번에는 확실히 끝을 내주지. 밀크." 모나드의 입에서 나오던 말이, 갑자기 기이한 언어로 바뀌었다. 듣는 사람이 있다면 귀를 막을 정도로 불쾌한, 쇠를 거칠게 칼로 긁는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리 고. 우우우웅. 모나드의 주위에 떠오르는 수십개의 마법진. 그 하나하나에는, 상대를 죽일만한 힘 을 응축한 마법들이 숨겨져있었다. 모나드는 바다로 떨어져가는 레이니를 보면서, 기 대에 찬 소리로 말했다. "죽음의 문을 열어주지." 그 말과 함께, 마법들이 일제히 쏘아져나가기 시작했다. 단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 기 위해. "우아아아아 !" 상대의 방어막이 이렇게 강하다니. 물론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약간의 충격은 줬어야 하잖아 ! 어째서 이렇게 차이가 나는 상대 앞에, 나를 내버려두고 도 망친거야 ! 라 브레이커 ! 욕설을 실컷 퍼붓고 싶지만, 나는 그렇게 한가한 입장이 아니었다. 내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 그것은 상식을 초월한 것이기 때문에. "무슨 마법이 저렇게 많아 !" 간신히 추락하던 몸을 바로잡고서, 나는 수 십개의 마법진을 바라보았다. 저걸 어떻 게 해야 막을 수 있지? 마법진이 하나라면 어떻게 해보겠는데..... 저렇게 많다면 하 나를 깨부숴도 효과가 없잖아 ! 동시에 마법진을 전부 부수지 않으면..... 그러나 그 러기엔 너무 늦었다. 모나드의 주위에서, 공기를 가르며 나에게 쏘아지는 마법들. 그 것은. "위험해 !" "위험해요 ! 언니 !" "저, 저런 !" 이건 어디서 들려온 소리일까. 설마, 드워프들이 낸 건 아니겠지. 여기서 거리가 얼 마나 되는데. 그들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나 살기도 바쁘다고 !" 다들 달아났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고, 나는 내 목숨을 없애려고 덮치는 마법들을 바 라보았다. "이젠 끝났어." 저 많은 마법들을 다 막아낸다는 것은, 인간에게는 불가능하다. 모나드가 그렇게 생 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 레이니에게 날아간 마법들은 하나같이 치명적인 것 들 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가 그것을 다 막아낸다고 해도. "그럼 또 쏘면 되니까." 모나드의 몸 주위에, 다시 마법진 수 십개가 만들어졌다. 자신이 던진 마법이 효력 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서, 모나드는 더욱 더 공격 마법을 많이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살벌하군.' 정상인이라면 분명히 얼이 빠져버렸을 것이다. 저 많은 마법을 어떻게 다 막는단 말 인가. 내가 빠져나갈 틈을 완전히 메워버린 저 마법들의 떼를. 그러나 내 안의 공주 님이, 나를 일깨워주었다. 죽음의 향기에 취해 쓰러지려는 나를. '뭐해요 ! 빨리 마법을 깨버려야지 !' 그 말에, 간신히 내 정신이 돌아왔다. 그러나 저 많은 공격을 어떻게 깰 수 있단 말 인가. 나는 내 몸의 모든 마력을 끌어모아 방어막을 둘러쳤지만, 그것은 너무나 순 진 한 발상이었다. 첫 번째 마법인 파이어볼이 나의 방어막을 강타하자, 믿을 수 없게도 방어막이 흔들리더니 그대로 부숴지고 말았다 !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내 마력의 잔 해 들. 그리고 그 사이로 날아드는 두 번째 공격. "칫 !" 내 손을 마법의 벼락을 향해 뻗는다. 조금 전에 사용한 기술이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지. 상대의 마법의 힘을 흡수해버린다면..... 그러나 모나드의 마법은 그리 만 만 치가 않았다. 내 손에 닿으려던 벼락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버린 것이다 ! 내 몸 주위를 빙그르르 돈 벼락의 줄기가, 정확히 내 등을 내리쳐버렸다. 몸 전체를 진동시 키는, 벼락의 강력한 힘. "우와아아앗 !" 이젠 죽었다. 힘을 적절한 시기에 흡수하여 마력으로 만들지 못한 이상, 내 몸은 이 제 전기의 힘에 의해 타버릴 것이고, 곧바로 덮쳐들 다른 마법들이 나를 죽이겠지. 시체조차 남기지 않고..... 그러나 아직은 내 운명의 끝은 오지 않았다. 나를 태우 려 던 벼락의 힘이, 갑자기 불꽃을 내뿜으려던 자신을 꺾고 주저앉은 것이다. 그 이유 는..... '어, 어서 !' 공주님의 힘이었던가. 사실, 그녀도 내 의식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나는 마음 속으 로 그녀에게 감사했다. 다만, 그 시간은 불과 1초도 되지 못했다. 동시에 날아와 내 몸에 닿는 다른 마법들. 그리고 그 힘의 감각. '.........' 생각할 틈도 없었다. 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열기, 냉기, 그리고 전기의 힘까지. 그 외에도 수많은 힘들이, 나를 파괴하기 위해 내 몸에 들어왔으므로. 그 마법들의 이 름 이 무엇인지는, 이미 내 관심밖이었다. 내가 아는 것은, 그 힘이 나를 파괴하기 전 에, 내가 그들을 파괴해야 한다는 것뿐. '모두 흡수해야 해요 ! 빨리 !'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할 것이다. 나는 정신을 집중한 후, 내 안의 공주님과 함께 마법들을 하나하나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내 몸에 부딪치는 수많은 마법들. 이름조차 모르는 무수한 종류의 살상의 힘을, 나는 하나하나 몸에 주입시켰다. 아니, 억지로 주입당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모든 마법의 힘 - 불, 물, 전기, 독, 정신, 생명, 죽음.....을 마력으로 바꾸어놓는 것뿐. 그 힘들은 하나같이 무서운 것들이었지만, 다행히도 그 힘들은 서로 상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약간은 시간차를 두고 들어왔다. 내가 하는 것은, 그 힘에 대항하지 않고, 상충되는 힘과 서로 부딪치게 하는 것. 그리고 그 힘이 나를 파괴하기 전에, 몸 밖으로 뽑아 내 거나 마력으로 바꾸어 놓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라 브레이커에게 배웠던, 마법의 기본적인 의미이니까. "힘을 쓰는 것이 마법이 아니고, 힘을 지배하는 것이 마법이다." 그 말대로였다. 힘에 힘으로 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 내가 하는 것은, 상대의 힘과 상대의 힘을 부딪치게 하고, 나는 어느 정도 거리를 떼어놓고 관찰하는 것. 간 혹가다가 상충되지 않는 힘이 들어오면, 나는 그 힘에 압력을 가해 몸 밖으로 쫓아내 거나 흡수했고, 쫓겨난 힘은 또다른 마법과 부딪쳐서, 그 힘을 약화시켰다. 그렇게 하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내 주위에 마법이 날아드는 것이 멈추어졌다. 어떻 게든 막아낸 건가. 하지만. "제법이군. 밀크. 그렇지만 말야." 이건 마법이 아니었다. 모나드 자체가, 나에게 직접 날아든 것이었다. 내가 상대의 마법을 중화시키는 사이에, 그는 내 등 뒤를 점령한 것이다. 내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모나드의 두 손이 내 어깨를 움켜잡고 있었다. - 계속 - 후기)마법을 쏘는 거냐 기관총을 쏘는 거냐..... 마법의 이름들을 일일이 챙기지 못 할만큼, 레이니를 바쁘게 했군요. 뭐, 주인공이니 이 정도의 고생쯤은 감당해야 지..... (역시 사악해) 공룡 판타지 23-467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7) "그 마법들을 모두 막아낸 것은 칭찬해주지. 하지만." 내 어깨를 잡은 모나드의 손. 그것에서부터 느껴지는, 서늘한 죽음의 기운. 다섯 살 때 처음 느꼈던 그 기운이, 다시금 나에게 흘러들고 있었다. 모나드가 자신의 마법 을 펼치려고 한다. "안 돼 !"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 그 생각과 함께, 내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내 몸 안에 들 어온 마력을 붕괴시켜서, 무작위의 빛과 열로 형태를 바꾼다. 그리고 손바닥을 모나 드에게 향한다. 지금이라면, 녀석이 방어막을 해제하고 나를 붙잡은 지금이라면, 어 떻게든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쿠앙. 공기를 가르는 나의 힘. 하지만 그 빛 안에 모나드는 없었다. 내 어깨를 짚고, 그대 로 내 머리를 타넘어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위치를 놓치는 나를 향해, 모나드는 자 신의 손바닥을 보였다. 그 안에 빛나는 것은, 십여개의 마법진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목걸이. "!" 내가 마력을 뿜어내기도 전에, 상대가 먼저 마법을 쏘아냈다. 마법진에서 흘러나오 는 가지각색의 힘들. 그 힘들은 하나같이 나를 노리고, 그대로 내 가슴을 파고 들어 왔다. 그 중 한 갈래의 힘이, 내 생명력을 잡고 끌어내려고 한다. "드레인 계열인가?" 내 생명력을 뽑아가려는 건가? 그러면서 동시에, 내 모든 힘을 약화시키는 마법이 걸렸다. 아마 상태변화 마법이겠지. 레벨 6의 상태변화마법들이, 일제히 내 몸에 날 아들고 있었다. '마력, 생명력, 정신력을 흡입하고 있어.' 그러면서, 교묘하게 내 몸을 파괴하기 위해, 힘을 주입하고 있었다. 열기와 전기의 불꽃, 그리고 죽음의 힘까지. 내 힘을 뽑은 다음, 내게 적대하는 힘을 주입해볼 심 산 인가. 그럼... '순순히 힘을 넘겨주나 봐라.' 생명력을 잃으면, 나는 말라 비틀어져 시체가 되어 버릴 것이다. 정신력을 빼앗긴다 면, 나는 백치가 되어 그대로 떨어져 죽을 것이다. 마력을 녀석에게 넘겨준다면, 나 는 저항력을 잃을 것이다. 그리고 모나드가 내게 주는 힘은 하나같이 살기를 띈 것 이 니..... 하지만. '그렇지.' 힘을 빼앗긴다면, 그대로 힘을 넘겨주지. 결사적으로 저항하려던 생각을 바꾸어, 나 는 내 생명력과 마력을 모나드의 신체 내부로 흘러들어가게 놔두었다. 그 힘이 녀석 의 팔꿈치에 이르렀을 무렵. '받아라 !' 그 생명력과 마력이, 내 조작에 의해 폭발해버렸다. 녀석의 왼팔이 산산이 부서지면 서, 모나드는 비명을 질렀다. 지금이다 ! 내 손이 모나드의 붕괴된 왼팔의 상처로 날 아가면서, 마치 갈고리처럼 그것을 잡으려고 했다. 여기다가 내 힘을 주입해서 터뜨 리면, 내가 이긴다 ! 하지만. 슈욱. 녀석은 내 손이 미치기 직전, 사라져버렸다. 내 머리 위인가. 하늘을 쳐다볼 생각을 하기 전에, 일단 몸을 날렸다. 내가 떠 있던 장소에 쏟아지는 불덩어리들. "훗. 제법인데? 그걸 다 피하고, 나를 향해 반격을 하다니. 칭찬해주지." "........" 제기랄. 원래는 녀석의 심장에까지 내 생명력이 흘러들게 한 후, 터뜨려볼 생각이었 는데. 하지만 녀석은 바로 팔꿈치 부근에서, 내 힘을 분해시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나는 녀석에게 힘을 헌납해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겠는가. 결국 내 생명력이 사 라지기 전에, 그 힘을 터뜨려서 녀석에게 예상치 못한 상처를 입히는 데에는 성공했 다. 하지만 왼팔 하나를 부순 것은, 치명상은 되지 못했다. 다만. '이길 수 있어.' 왼팔이 찢겨져서 피투성이가 된 모나드의 모습이,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분 명히 녀석은 불사신도 아니고 내가 죽이지 못할 존재도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공격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 그럼 이번엔 진심으로 싸워주지." 모나드의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조금 전의 내 공격 은 지금의 상황을 더 힘들게 만들어버렸을 뿐인지도 모른다. 모나드의 몸 주위에 다 시금 마법진이 빛을 발했고, 그 마법진의 수는 아까보다 많았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다. 저것은. "과연 네가 이 마법들을 제 시간에 처리할 수 있을까?" 그 말에 대꾸하지도 않고, 나는 내 몸 속의 힘을 한 점에 모아 쏘았다. 하지만 녀석 의 방어막은, 그 정도는 가뿐히 튕겨내버렸다. 젠장. 도시 하나는 날려버릴 수 있는 수준의 힘이었는데. 그리고. "동시에 수 백가지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 나에게 도전한게 잘못이야." 그리고 내게 쏟아지는 무수한 마법들. 상대에게 공격할 틈이 없다. 단지, 나에게 날아드는 마법들을 하나하나 막아낼 뿐이 다. 하지만, 동시에 십여가지의 마법이 날아드는 상황에서는, 그 마법을 사라지게 하 는 것조차 힘에 겨웠다. 게다가.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밀크." 모나드의 조롱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상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았다. 내 앞으로 날 아드는 십여개의 운석들을 쳐내고, 다음 마법을 막으려고 한다. 하지만, 내 손을 향 해 날아드는 불덩이리들. 그리고 이것은. "파워 워드킬(power word kill : 즉사주문), 서몬 메테오(Summon Meteor : 운석 소 환), 레이저(Laser), 드래곤 브레스 레드(Dragon breath red : 레드 드레곤의 브레 스), 블레스트 클라우드(blast cloud : 폭발하는 구름), 파이어 월(fire wall : 불의 벽), 소닉 웨이브(sonic wave : 충격파), 마인드 브레이크(mind break : 상대의 정 신 파를 붕괴시킨다), 라이프 드레인(life drain : 생명력을 빨아들인다), 매직 포스 브 레이크(magic force break : 마력 붕괴), 커즈드 슬레이어(cursed slayer : 핵폭 발)......" 이걸 단 한 순간에 막는 것이다. 모나드 저 녀석, 내가 무슨 초인간인줄 아나봐. 약 오르게도, 모나드는 나에게 쏘아대는 마법의 이름을 친절하게 또박또박 불러주고 있 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심리적인 압박이 아니라 다음에 오는 마법도 이런 식으로 쉴 새 없이 날아든다는 것이다. 내 주위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난장판을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한데, 일 단 내 소관은 아니다. 나는, 나에게 닥치는 힘의 폭풍을 최소한으로 줄이기에도 버 거 운 상태이므로. 쿠아앙. 아래쪽에 폭음이 들려왔다. 이거.... 여기가 바다이기에 다행이지 육지였다면.... "언니.........." 나는 힘겹게 동쪽을 바라보았다. 서쪽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드워프들과는 반대로. 저 멀리 초대양의 상공에서, 엄청난 소리와 빛이 터져나온다. 우리가 있는 곳과는 상 당히 떨어진 곳인데도 불구하고. "일단 안정을 취하게 해. 어차피 여기선 치료할 수 없어." 그나마, 늦지 않게 비행선이 와준 덕분에,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언니가 모나 드와 싸우는 동안, 우리는 바다에 떨어진 오파비니아 언니와 마르렐라 언니를 찾아 내 어 도망칠 수 있었고, 지금은 비행선 안에 있는 것이다. 조금만 늦게 비행선에 올라 탔다면, 아마 우리도 저 불꽃에 휘말려들었을 것이다. "모두 조심하세요. 운석이 날아옵니다 !" 하늘을 가르며, 언니가 있을 해상을 향해 떨어지는 운석. 그 붉은 빛이, 모두에게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우리가 할 일은 없었다. 내 옆 침대에 누 운 오파비니아 언니가, 나를 바라보면서 인상을 찌푸린다. "미안해..... 우리가 무력해서...." 아마, 내 몸의 상태를 보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리라. 방사능에 오염되어 세포 자체가 크게 파괴되고, 만약 살아남는다고 해도 평생 불구의 몸이 될 것이라는 것. 들어서 좋은 것은 아니리라. 몇 천년을 침대에 누워서 살게 될지도 모르고, 어 쩌 면 그 전에 온갖 병에 시달리면서 일생을 마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괴로 워하는 이유는. '언니....' 언니 한 사람만을 내팽개치고, 우리는 도망쳤다. 살기 위해. 어차피 기다릴 수도 없 는 상황이었지만. 언니에게 모나드라는 괴물이 마법을 집중하기 시작하자, 바다에는 엄청난 불기둥이 솟아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온갖 마법이 날아들었다. 폭 발의 섬광은 바다를 진동시켰고, 그 불의 폭풍은 멀리 떨어진 우리에게까지 밀려들었 다. 긴급히 이륙한 비행선의 아래쪽 갑판이 순간적으로 달아올랐을 정도였으니, 그 폭발의 중심점에 있을 언니는 오죽하겠는가. "미안해요....." 그러나, 드워프들조차도 이젠 어쩔 수가 없었다. 저런 엄청난 마법의 소용돌이 한가 운데에서, 누가 감히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동시에 100여개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 다니. 그 힘은 우리들 모두를 절망에 떨게 만들었다. "젠장............ 생각 이상으로 강한 놈이야." 마르렐라 언니가, 상처투성이인 몸으로 말했다. 라가니아 오빠는 이미 죽었고, 살아 남은 우리들은 힘을 잃었다. 도대체 그 괴물을 어떻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창밖을 보고 싶었지만, 나에겐 그런 힘은 이미 없었다. "제발 죽지 말아줘요....." 우리가 탄 비행선이, 또다시 흔들렸다. 드워프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 계속 - 후기)괴물이다...... 한 번에 도대체 마법을 몇 개나 쓰는 거냐..... 동시에 수 십개 의 마법을 난무하는, 그것도 가장 강한 마법들만을 쏘아대는 괴물이라. 레이니양, 잘 못 걸렸군요. 부디 명복을..... (사악한 작가라니까) 최종보스는 강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무지막지한 괴물을 만들어버렸군요. 저도. 과 연 레이니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죽으면 비극으로 끝내지 뭐.... (퍽퍽퍽) [공룡 판타지] 레이니 이야기 23-468 등록자 : knock10(곽재욱) 등록일 : 10-24 조회수 : 25 공룡 판타지 23-468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8) "결국 네가 무력화시키지 못한 마법이, 네 목을 자르게 되어 있어. 동시에 수 백가 지의 마법을 다루는 나에게 도전한 게 잘못이야." 모나드의 그런 외침이 들린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내가 알아볼 도리가 없다. 지금 상황은, 나에게 오는 모든 종류의 힘이 나에게 적대적인, 그런 상황이 아니던가. 당 연히 나에게 들린 모나드의 목소리 역시, 또 다른 종류의 마법이라고 간주하는 것이 상식이었고, 따라서 나는 그대로 그 음파를 분해시켜버렸다. 그것이 정신마법인지, 아니면 언령 마법인지도 알지 못하기에. 물론 언령마법이라고 해도 말 자체가 힘이 있는 것은 아니고, 결국 자신의 의지를 남에게 강요하는 또 다른 형태의 정신마법이 라고 해석해야 하겠지만. '화염을 분해하고. 다음은 벼락. 그 다음은....' 무슨 마법이 날아오는지는 신경쓰지도 않는다. 아니, 신경 쓸 여가조차 없다. 그저 나에게 날아드는 힘을 분해시키고, 튕겨내고, 쫓아낼 뿐이다. 단지 1초만에 십여개 의 마법을 분해시키는 것 자체는 감탄할만하다. 나 자신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러다가 실수라도 하면....' 난 사람이지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란 때로는 실수라는 걸 하는 존재이고, 그것은 어려운 작업을 할수록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지금같은 경우에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헛점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단 한 순간 스친 생각. 그것에 신경을 쓰 는 순간, 내 오른발쪽으로 날아오는 하나의 마법. "아차 !" 허겁지겁 방어에 들어갔지만, 그 마법은 그대로 발동되어버렸다. 내 발에 닿는 그 순간에. 그리고 나에게 덮쳐드는 무력감. 이것은? "주문 금지(spell inhibition : 역주문마법 10레벨) !" 이 마법에 걸린 자는 자신의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치 명적인 공격이었다. 만약 지금 내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러면 순식간에 가 루가 되어 버릴 것이다. 당장 내 주위로 덮쳐드는 12개의 마법이, 그 사실을 더욱 더 확실하게 해주었다. 큰일났다. 이 상황에서 내가 취할 방법은. '도망가자.' 물론 주문금지 마법이 그리 대단한 건 아니다. 그것도 겉만 요란하지, 결국은 내가 물질과 에너지, 그리고 마력에 대해 행사하는 영향력을 방해하는 종류의 힘이 아닌 가. 그에 대해서는 라 브레이커에게 전에 들은 적이 있고, 그 대처방법도 알아두었 다. 말그대로 자신의 영향력을 막아내는 힘. 그 힘을 느끼고 그것 자체를 분해시키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얻 기 위해서는,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서.... '마력이 안 되면 생명력으로....' 하지만, 내 생명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차.... 생명력 역시, 생명마법이라는 이름으로, 인간마법에 포함되어 있었다 ! 엘프마법 역시, 생명력을 다루고 있었고, 따라서 내 모든 힘이 철저하게 묶인 셈이었다. 허겁지겁 주문금지마법을 풀어내버렸 지만, 역시 남은 시간은 너무 짧았다. 마법을 풀어내자마자, 나를 감싸고 폭발하는 모나드의 마법들. 퍼엉. 찬란한 빛이, 내 눈을 가렸다. 저기서 멀쩡하게 웃고 있는, 모나드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팔이 아물었네. 어느새 치유마법을 건 건가. 물론 사람에게만 통하는 마 법이 아니기는 하지만, 설마 기계에게도 통하는 것이었던가.... 약간의 당혹감을 느 끼기는 했지만, 곧 빛이 내 시야를 가리고 말았다. "으악 !" 비명을 질렀을까. 아니면 침묵했을까. 그건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 급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 모나드와 싸워야 할, 현재와 미래이다. 급히 몸 전체를 추스리 려고 하지만, 전과는 뭔가가 달랐다. '이것은....' 녀석에게 한 방 맞기야 했지만, 이건 부상당한 느낌이 아니다. 무슨 공격이었지? 하 지만 몸에 고통이 없으니,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라진 것은, 단순히 고통만이 아니었기에.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마력뿐이 아니다.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엔 또 무슨 마법에 걸린거지? 몸 을 묶고 있는 무언가가 감지되긴 했지만, 그것은 내 감각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 머 리로 생각한 결과일 뿐이다. 마치 죽은 사람이라도 된 듯한, 그러한 적막함. 그렇다 면.... "죽어서 지옥에 온 건가?" 섣불리 단정할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난 아직 죽어보지 않아서 죽었을 때의 느 낌이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하지만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다시 감각을 살펴보려는 순간,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 똑. 똑. 똑. 나는 황급히 그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째서 검게만 보이는 것이지? 당황하던 나에게 스치는 생각. '눈을 감고 있었군.....' 사방에 마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연약한 안구를 노출시키는 것은 극히 위험했다. 그래서, 단지 감각으로만 주위를 살피기로 하고 눈을 감아버렸던 것인데.... 당장 눈 을 뜨고 싶었지만, 상대의 암수가 걱정이 되었다. 만약 지금 모나드가 공격을 해온다 면.... 하지만 일단은 눈을 떠야 했다. 어쨌든 상황을 알아보지 않으면 안 되지 않 는 가. 나는 바짝 긴장을 하고서, 천천히 눈을 떴다. 눈 앞에 하얀 빛이 비춰들었다. '적인가?' 지금의 나를 만날 것은, 죽은 뒤에 사자의 땅을 관리하는 여신의 사자들이나, 그게 아니면 모나드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들밖에는 없다. 적어도 모나드 자신이 이곳에 오 지 않는 이상, 나를 만나러 온 것은 그 두부류의 사람들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하지 만, 내 앞에 나타난 사람은, 그런 상식을 완벽하게 뒤엎었다. 그는..... "아. 일어나셨어요? 레이니양." 칼질이나 총질, 심지어는 마법공격까지 각오하고 있던 내 꼴이 우스워지는 말이다. 새하얀 옷과 짧은 치마. 그리고 몸에 꼭 끼는 하얀 바지를 입은 여자의 모습은, 내 가 있는 방 안을 밝아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여기가 어디지?' 얼굴만으로 상대의 진의를 판단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무서운 것이 뭐가 있겠는 가. 상대의 저 모습뒤에 무슨 흉계가 숨겨져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당사자 조차도 모를지도 모른다. 아니, 저것이 과연 사람인지, 아니면 인형인지, 지금으로 선 알 수 없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위험한 사태에 대비해서 준비를 해야 한 다는 것뿐. 나는 내 안에 남아있는 마력을 모아들였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지 않으면.... 자, 잠깐. '이상하다?' 내 몸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도 이런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그때는 마법을 직접 사용한 것이 아니라서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설마, 내 마법 을 봉인당한건가? 내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괘, 괜찮아요?" 나를 향해 황급히 달려오는 소녀. 하지만 그 뒤에 무엇이 있을까? 급하게 몸을 피하 려고 하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이건.... '무.....' 묶여 있었다. 이건 또 뭐냐. 이젠 묶어놓고 팰 셈이냐. 모나드. 날 못 움직이게 한 것으로 보아, 일단 내가 죽은 것은 아니다. 약간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 서 지금의 상황이 합리화가 된다는 건 아니다. 도대체 내가 왜 침대에 묶여있는거야? 손발을 움직여보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마법을 썼을까. 궁금해하는 나를 바라보는 소녀. 그리고 그 손이 나에게 다가온다. '히익 !' 저항할 수단이 없어진 나로선, 일방적으로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력은 느껴지지 않고. 생명력은 손에서 빠져나갔고. 그렇다고 해서 손발을 움직일 수 있는것도 아니 니. 그러나 상대가 취한 행동은 내 예상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음. 열은 많이 내려갔네요. 37.1도라." 내 겨드랑이에서 붉은 막대기를 꺼내어 살펴본 후, 그 여자는 미소를 지었다. 뭐냐. 이건. 상황파악도 제대로 하기 전에, 그 여자는 문을 열고 나가 모습을 감추었다. "이건 또 뭐야?" 나는 잠시동안, 닫힌 문만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하지만 결론은 간단히 나왔다. 드워프들이나 엘프들이 그 괴물을 꺾을 턱이 없는 이 상, 이것은 당연히 모나드의 계교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주위에 보이는 것들은, 모 조 리 진짜처럼 보였다. 어째서일까. '환상 마법인가? 아니면 녀석이 만든 감옥?' 모나드가 내게 건 마법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주 단단히 걸린 모양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녀석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그냥 날 죽여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 법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다시금 마법의 감각을 찾으려고 애쓰지만, 왠 지 모르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다. 기억은 나는데..... "힘이 움직이지 않아."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나는 그렇게 침대에 매여있었다. - 계속 - 후기)으아아아악 ! 오늘 연재분이..... 쓰다가 갑자기 컴퓨터가 멈추는 바람에, 써둔 게 날아가버리는 사고가 났습니다. (다시 비명. 으아아아악 !) 거기다가 로우텔의 집 요한 방해 덕분에(통신연결 연속 실패), 시간이 더 늦어졌군요. 으.......... 두 시 간동안 시도해도 접속이 안 되는 데는 도리가 없이, 결국 연재펑크를 내고 말....... 뻔했지만, 간신히 연결시켰습니다. 알고 보니........ 말하고 싶지도 않군요. 생각 하 면 할수록 머리가 돌아버리겠습니다. 공룡 판타지 23-469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9) '힘이 내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은, 내가 저항력을 상실하고 모나드의 손 안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만, 그런 것이야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 문제는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마법이, 어째서 사라져버렸느냐는 것을 규명하는 것이다. 원 인 을 알아야, 이 문제를 풀 수 있으니까. "힘을 쓰는 것이 마법이 아니고, 힘을 지배하는 것이 마법이다." 라 브레이커의 말대로, 마력만 사라져버렸다면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마력을 만들고,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에. 그러나, 지금의 내 상황은 그 능력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어떻게 된 거지? 설마... 근본적인 것부터 되 짚어보자. 그럼 뭔가 나오겠지. 그렇다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마법이란, 몸과 마음으로 힘. 그러니까 에너지를 움직이는 것에서 나오게 된다. 그 것이 어떠한 형태의 힘이든 간에, 결국 자연의 근본적인 힘을 다룸으로서 여러 가지 신비로운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마법이다. 그런데, 그 힘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신체 자체가 힘을 움직일 수 있는 구조와 능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드래곤같은 경우라면, 아마 이 경우에 해당하겠지. 물론, 나 역시 이런 경우에 해당 될 수도 있다. 내가 가진 힘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사람의 한계를 벗어난 것 이었으니까. 이 세상에 대체 누가, 코 앞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는데도 무사할 수 있 다 는 것인가. 사람이 가질 수 없는 힘.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체력. 그리고 사람이 보일 수 없는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내가 가진 힘을 설명할 수가 없 었다. '아니면 마음에 그런 힘이 있을 경우.' 스스로 모든 것을 제어해야 나오는 마법. 내가 사용하는 마법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 고, 따라서 내 마법은 특별한 신체에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신체가 강하게 태어난 것이라면, 그 복잡한 마법의 제어과정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특별한 혈통을 타고 나야만 마법을 쓸 수 있는 엘프들이나, 모나드의 힘을 빌어야 마법을 쓸 수 있는 인 간 마법사들과는 다른, 고대 마법의 특징이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물론 모르는 사 람 이 보기에는 모두 똑같이 보이겠지만. '그럼 내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뭔가 실마리가 잡히려는 순간, 소리가 들렸다. 나무에 사람의 손이 부딪치는 소리. 그것이 내 생각을 중단시켰다. 다시금 주위에 대한 경계심이, 내 마음에 자리잡는다 . 똑.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건 누구의 것인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적의 것이었 다. 여기서 잘못 행동하게 된다면, 나는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고 말지도 모른다. 아 직 마법을 쓰지 못하는 내가, 지금의 모나드를 이길 수는 없으므로. 내 마음이 갑자 기 다급해졌다. '우선 이거부터 풀어야....' 몸이라도 자유롭다면, 조금의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든 마법을 다시 쓸 수 있도록 해볼텐데. 그러나 매정한 줄은 내 손발을 묶은 채로 버틸 뿐이다. 힘을 모아보려고 하지만, 모아야 할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덜컥. 문이 열렸다. "괜찮니? 밀크." 목소리를 듣자마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그 여자의 얼굴. 그것은 내가 오래전부터 보아왔던 얼굴. 그러나 이제는 실체가 없는 사 람. 내 앞의 여자가 '그 사람'의 말투로 나에게 묻지만, 나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 는 다. 이미 그녀는 죽었으므로. 그녀는 이미 모나드에게 먹혀버렸고, 내 앞의 그녀는 단지 허수아비일테니. 상대를 외면하고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팔에 힘을 모은다. 그 러나, 내 근육은 마치 죽은 공룡의 팔다리처럼,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도 무리하는구나. 몸이 나을때까진 가만히 있어야 할텐데." 다정하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인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일. 그리고 판단할 필요도 없는 일. 내가 말할 것은 단지 이것뿐이다. "당신은 누구야?" 내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녀가 웃으며 답한다. "어머. 얘가 농담도 잘 하네. 언니도 몰라보는 척을 하다니." 그 손가락이 내 이마를 건드린다. 그 손가락은 따스했지만,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 치는 것을 느꼈다. 무슨 마법을 썼지? 무슨 술수를 썼지?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이, 내 불안감을 더욱 강하게 했다. 이거.... 어떻게든 이 줄을 풀어야 하는데..... '녀석의 속임수에 이대로 놀아나줄 시간이 없어.' 이러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엘프들은, 드워프들은..... 내가 비록 그들 모두의 지도 자는 아닐지 몰라도, 여행중에 알게 된 사람들은 그들 속에 있었다. 아니, 그들이 설 령 나와 아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일지라도, 나는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사람이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나이들어 죽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생명을 위해 죽는 것도 아닌, 단지 기계 괴물의 복수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억울하게 죽어가는 꼴을 지켜본단 말인가. 손발을 움직이려고 하지만, 아까와 마찬가지였다. 손발이 전혀 내 의사에 반응하지 않는 것 이다. '어째서?' 무슨 마법에 걸린거지? 내가 알고 있는 마법에 대한 지식을 모두 떠올리려고 하지 만, 그 순간 내 생각을 흐려놓는 '셀'의 말. "자. 어서 식사해야지. 너무 오래동안 안 먹으면 몸에 안 좋아." 셀이 내미는 쟁반. 그리고 그 위의 스프. 정신을 집중시키려고 해도, 그녀의 그 언 행이 방해가 되었다. 물론 그녀를 쫓아내면 되지만, 그럴 힘이 지금 없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게다가, 손발이 자유롭게 된다고 해도, 과연 내가 '셀'을 상대할 수 있을까 . '당연히 안 되겠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겠지만.... 내 안의 공주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결국, 모든 것을 나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 야 하는건가? 셀의 손에 들린 수저에 담긴 스프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어떻게 해야 하지?' 필사적으로 얼굴을 돌리면서, 나는 어떻게든 마법의 봉인을 풀 방법을 생각했다. 그 러나, 그 방법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자는.....' 마법을 사용하는 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몸의 도움을 받든가, 아니면 마음의 수행 을 통해 힘을 다룰 능력을 얻는다. 내 경우는 전자의 성향이 좀 있기도 했지만, 후 자 의 것이 좀 더 강했다. 신체의 세포에 의지하여 마법을 부린다면, 그것에는 엄연히 한계가 있으니까. '몸에 이상이 생기면 마법을 못쓰게 될 테니.' 그러나, 나는 라 브레이커에게서 마음으로 마법을 쓰는 방법을 배워두었었다. 그리 고, 그 마음은 아직까지는 모나드에게 빼앗기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내 마음이 모나드에게 지배당했다면, 나는 분명히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렸을테니까. '기억이 있으니, 힘을 쓸 수 있어.' 10여년동안 익힌 방법. 그리고 두 달간의 여행에서 익힌 방법. 그대로 내 몸의 힘을 움직인다. 느껴지지 않는 힘.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 의식안으로 정 신 을 모을 뿐이다. 힘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내 마음에 침입한 모나드의 정신때문이 고, 그것을 찾아내서 쫓아낸다면, 나는 다시금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기 억이 온전한 동안에, 그 모든 것을 해내야 했다. 그리고. '이 거짓된 세계에서 나가는거야.' 이제 내 앞의 '셀'도 보이지 않는다. 내게 보이는 것은, 내 마음에 있는 힘의 조각 들뿐. 두뇌의 안. 정신의 안에 자리한, 모나드의 힘이 느껴졌다. "이거다 !" 인식과 함께, 상대의 힘을 잡는다. 그리고 밀어낸다. 내 두뇌에 자리한 모나드의 힘 이, 밀려나지 않으려고 발악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힘을 쓰는 것이 마법이 아니고, 힘을 지배하는 것이 마법이다." 결국 상대의 힘은 에너지, 단순한 에너지에 불과했다. 정신력이라는 것. 그 자체는 막강한 것이었지만, 내가 할 일은 정신파로 그 힘에 맞서는 것이 아니었다. 정신파 자체를 지배해서 옮기는 것. 힘이 하나의 돌멩이라면, 내가 사용해야 할 것은 돌멩 이 로 그 돌멩이를 내리치는 것이 아니라, 그 돌멩이를 집어서 바깥으로 던져버리는 것 뿐이었다. 쓸데없이 방안에 돌조각을 뿌릴 필요가 있겠는가. 모나드의 정신파가 내 두뇌에서 밖으로 밀려나갔다. 정신파를 뿜어내는, 마력의 구 조체와 더불어서. "..........." 그리고 내 감각이 전부 돌아왔다. 하지만 첫 느낌은, 상당히 기분나쁜 것이었다. 물컹. "이거 뭐야......." 암흑의 세계. 그리고 이상한 살덩어리가 내 팔다리를 잡아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어 둠 속에 퍼진 물질과 에너지를 느껴본 결과는.... "일종의 살덩어리 감옥이군." 어딘지는 몰라도, 녀석의 뱃속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 그리 좋지가 않다. 저 괴상 망칙한 위액만으로도, 토할 것 같은 불쾌감이 엄습했다. "정말 싫다." - 계속 - 후기)어제는 고생했습니다. 컴퓨터가 에러가 나지 않나.... 통신은 안 되지 않나... 결국 마감 5분전에 간신히 글을 올렸다는..... (어흐흑) 대충 2분인가? 3분인가? 어 쨌든 간신히 제 날짜에 올렸습니다. 간신히 연재펑크를 면했다는.... 정신적인 공격. 언젠가는 한 번 쯤 다루어야 할 공격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게 통상 적인 파이어볼같은 직접공격보다 더 위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의지에 반하 는 몸. 당해보면 끔찍하지요. 푸우. 어쨌든 슬슬 이번 이야기도 정점을 향해 가는군요. 과연 누가 이기게 될까. 음. 레이니를 팍 지게 해서 비극으로 끝낼까... (퍽퍽퍽) 그건 그거고, 레이니도 정 말 고생이군요. 왜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온 곳이, 괴이한 위장 속인지..... 어쩌면 레이니는 매트릭스에 다녀온 것인지도. 공룡 판타지 23-470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0) 차라리 조금 전에 깨져서 사라져버린, 그 허상의 세계가 더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 것은 분명히 허구. 진실은 바로 지금과 같은 일그러진 형태. 내 머리에 달라붙어있 던 괴이한 촉수들을 손으로 밀쳐내고, 머리를 가볍게 털었다. 하지만 투명한 촉수들 중 일부는, 내 머리에 여전히 엉겨붙어있었다. "머리 좀 정돈해야겠다." 외모에 신경을 쓰느라 그런 것이 아니다. 어차피 거울도 없는데, 그런 걸 신경써서 무엇하겠는가. 그보다는, 촉수쪼가리에서 나올 모나드의 정신파의 개입을, 사전에 제 거해버리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내 몸 바깥의 촉수에 함유된, 모나드의 정신파의 흔 적을 찾아내고, 그곳의 물질들을 에너지로 변환한다. 파앗. 위장 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내 머리는 다시금 초록빛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불빛은, 어렴풋이 보이던 위장 내부를,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우욱." 구역질을 간신히 참았다. 어둠 속에서 느끼던 모습과, 밝은 빛에 드러난 모습은, 말 그대로 천양지차였다. 젠장. 괜히 불을 밝혔어. 약간 후회하고 나서, 나는 그 위벽 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짓이지만.... "일단 나가자. 여기엔, 더 못있겠어." 이건 사람이 있을 데가 아니다. 위벽을 손으로 쥐고, 힘을 주어 뜯어낸다. 아니, 물 질의 분자들간의 결합을 끊어내었다는게 더 적절한 표현이리라. 굳이 물리적인 힘을 동원할 필요는, 이제 없었기에. '그런다고 찢어질 벽도 아닐테고.' 내 왼손에 쥐어진 위벽 조각이 꿈틀거린다. 윽. 기분나빠. 당장에 내버리고 싶기는 하지만, 그럴 입장도 아니었다. 일단은 이용가치가 있는 물건이니. 하지만, 정말 보 고 싶지 않은 물건이다. 아까 만들어낸 빛이 서서히 사라져간다. 사실은 빛이 번쩍 인 것은 극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내 움직임이 그만큼 빠르기 때문에 등불처럼 보인 것일뿐. 그리고. "어디 실험 좀 해보자." 위벽 조각 위에, 약간의 빛을 쏘아본다. 그 빛은 마치 레이저처럼 뻗어나가, 세포의 조직을 찔렀다. 그러나 그것은 별 효과가 없었다. 그대로 빛을 흡수해버리는 세포덩 어리. 오히려. 울컥. 그 세포덩어리가 괴이하게 부풀더니, 나에게 달려들었다 ! 너무나 급작스러워서 깜 짝 놀랐지만, 이제는 적의 공격에 대해 반사적으로 마법을 쏘아낼 수 있었다. 조금 전의 모나드의 주문 공격이 너무 격렬했던 탓에, 단련된 것일까. 파삭. 세포를 이루는 물질을 흩어놓자, 곧 그 덩어리는 생명을 잃고 바닥에 떨어져, 한 줌 의 재가 되어버렸다. 조금 전에 썼던 기법인데.... 의외로 통하네.... 약간은 안심 했 지만, 이제는 벽 자체가 꿈틀대더니, 나를 향해 덮쳐온다. 서서히. "어쩌나...." 보통이라면 당황하겠지만, 조금 전에 사용한 방법이 떠오르자, 그런 감정은 곧 사라 졌다.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자신의 조종의 실이 끊어진 것을 느끼며, 모나드는 자신 앞에 떠 있는 근육 질의 공을 바라보았다. 저 안에 갇힌 여자아이가, 설마 자신의 마법에서 벗어났다는 말인가. "설마...."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정신마법에 제대로 걸린 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그 함정을 탈출할 수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정신이 지배되었다는 것은, 탈 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하지만, 그 계집애는...." 어쨌든 그녀는,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다. 혹시 고대의 마법을 제대로 배 웠다면, 그런 수단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역시 그 검의 도움 을 받았는가. 눈 앞의 공이 서서히 진동하는 것을 보며, 모나드는 물러섰다. "확인해야겠어." 약간 떨어진 후에, 모나드는 마법을 준비했다. 내부의 투시를 실행하여, 레이니의 행동을 알아내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공은 서서히 늘어났 다. 중앙에서, 마치 산이 형성되듯이 솟아오르는 근육 덩어리. 찌이이익. 살이 찢겨지는 소리. 그리고. 퍼어어엉 ! 고무공이 터지는 소리를 내면서,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마치 폭포수처럼 뿜어나오 는 피. 그리고 그 속에서 튀어나오는 레이니의 모습. 그러나 그녀의 몸에는, 피가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분명히 피바다 속에서 날아오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런 일이?" 방어막 때문인가? 그러나 그렇다면,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어째서 녀석의 몸에 부딪친 피가, 증발하거나 부서지지 않고 다시 튕겨나오는거지? 중력을 이용해 방어막을 친 건가? 하지만 어느새 그렇게 숙달되었지? 단지 며칠만 에?' 당황하는 모나드의 앞에 튕겨나오는 레이니를 보며, 모나드는 몇 번이고 질문을 거 듭했다. 자기 자신을 향해서. "휴우...." 찢겨진 위장. 그 틈새에서 사방으로 피가 뿜어져나온다. 이런 괴이한 밥통에 나를 가두었다는 건가? 모나드. '취미도 괴상해.' 내가 보통 여자애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절했을 것이다. 사람을 죽여본 경험이 없는, 그런 보통 여자애라면 말이다. '하지만 나는....' 피가 튀는 광경을, 다섯 살때부터 보아왔다. 달갑지 않지만, 죽음이나 파괴에는 익 숙해져버린 셈이다. 그 덕분에, 여태까지 벌어진 참극에도 불구하고, 내 정신은 붕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할 순 없어 !" 죽음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더군다나, 인위적인 죽음은, 이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 다. 내 몸으로 날아들던 핏방울이, 내 의지에 의해 밀려나갔다. 정신의 힘이 아니다 . 이것은, 물질과 에너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러한 힘. 물질과 에너지 자체를 움직이는, 좀 더 기본적인 단계의 힘. "가자 !" 나 자신에게 말한다. 힘을 불어넣기 위해. 내 앞의 다정한 누나. 아니, 누나의 모습 을 한 괴물을 치기 위한 외침. 내 몸이 앞으로 숙여지고, 나는 그대로 날아갔다. 내 앞의 증오스런 적을 향해서. "어딜 !" 모나드의 몸 주위에서 마법진이 또다시 피어난다. 사방에서 나를 향해 쏟아지는 마 법들. 그러나 이제는, 그 마법이 두렵지 않다. 아무리 강한 마법이라고 해도, 결국은 물질과 에너지의 조합이 아니던가. 내가 할 일은 단지, 내 몸에 에너지와 물질이 들 어오지 않도록, 그 근본적인 단위에 행사하는 힘을 조절해두는 것 뿐. 내 몸 주위에 둥근 구 모양의 투명한 막이 생겼다. 아니, 그것은 물리적인 장막이 아니다. 물질과 에너지가 그 앞에서 튕겨나가기 때문에, 막처럼 보이는 것뿐. "받아라아아 !" 내 손이 모나드의 몸을 향해 뻗었다. "이런 !" 수 십개의 마법이 레이니에게 날아갔지만, 그 마법들은 모두 막혀버렸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레이니가 하나하나의 마법을 일일이 막느라 고전을 면치 못 했 지만, 이번에는 그게 아니다. 마법과, 마법의 힘 자체가 레이니의 몸에 닿지 못하는 것이다. "에너지 자체를 다루게 된 건가?" 자신의 주위의 일정 공간에, 에너지가 다가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방어법. 설 마.... 그 짧은 시간에 그런 고도의 기술까지도 익혔다는 말인가? 모나드의 안색이 변했지만, 곧바로 다음 마법이 이어졌다. 아직까지 사용하지 않은 마법을, 적용해보 기 위해. "울티마(ultima : 시공마법 레벨 10. 다른 차원의 시공을 소환하여, 그 시공과 우리 의 시공을 부딪치게 하는 마법). 텔레포트(teleport : 시공마법 레벨 9. 순간이동). " 여태까지는 공격의 보조용으로서, 또는 자기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시공마법을 사용했지만, 이제부터는 달랐다. 통상적인 에너지보다 한 수 위의 단계인 중력. 그 리 고 시공간. 마법사가 다루는 힘 가운데 가장 까다롭고, 가장 해명하기 어려운 힘. 그 것을 사용한다면.... 모나드의 몸이 사라지면서, 이상한 빛의 울렁거림이 레이니 앞 에 나타났다. "어디 그것도 막나보자 !" 여태까지의 에너지들은, 하나같이 레이니와 모나드가 존재한 이 세계의 것. 그러므 로, 열에너지이든 빛에너지이든 핵에너지이든 전기 에너지이든 상관없이, 결국은 한 가지 힘이 겉모습만 바꾼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만약에, 다른 차원의 시공을 소환 해 서 뿌린다면? 두 개의 서로 다른 공간은 서로의 존재를 용납못하고 붕괴될 것이고, 그 혼란의 파장에서라면 레이니도 무사히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모나드가 품은 생각 이었다. 그 생각 그대로, 이세계의 시공간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레이니를 덮쳤다 . 미처 그녀가 피하기도 전에. 콰앙. 거대한 폭발이, 초대양의 수면을 마구 흔들었다. - 계속 - 후기)어제는 정신없는 하루였습니다. 두산 대 삼성의 프로야구 코리언 시리즈 제 4차 전.... 그걸 못 봐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얘기 들어보니 거의 환상이더군요. 8대 2 에서 15대 8로 역전시키는 두산. 그리고 저주에 걸린 듯한 삼성. 두산이 잘 한 건지 삼성이 못 한 건지..... 두산 팬들에게선 환호가, 삼성 팬들에게선 탄식이 쏟아진 하 루였습니다. (전 삼성팬이 아닙니다) 정말 삼성에는 저주가 걸린 게 아닌가 의심스럽 군요. 아. 독자님들 중에 삼성 팬이 계신다면 죄송합니다. 끔찍한 일을 언급해서. 드디어 레이니가 힘을 제대로 알기 시작한 모양이군요. 사실, 모나드 자신도 말했듯 이, 마법에서 쏘아지는 힘이란 결국 똑같은 것을 포장만 다르게 한 것에 불과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현대물리학에서도, 자연계에 있는 힘은 겉으로는 강력/약력/전자 기 력/중력의 네 가지이지만, 결국 그것들을 하나로 보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힘을 정 말로 다룰 수 있다면 그 네 가지 힘을 모두 다룰 수 있어야겠지요. 본질이 똑같으니. 그리고 그 방법을 깨달은 지금, 레이니에게 마법이란게 과연 먹히기나 할지..... 겨 우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군요. 물론 현대 물리학에서 아직도 통합하지 못한 힘이 중력입니다. 이 힘만큼은 기술이 워낙 까다로운 터라... 레이니도 좀 고생할 듯. 아직 그녀의 고통은 끝나지 않았으 니... 후후후후후. (퍽퍽퍽) 공룡 판타지 23-471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1) 콰아앙.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 안에 있을 한 소녀를, 그대로 집어 삼킨채로. 그 빛 은 수평선을 메우면서, 해안가를 향해 달려나갔다. 하늘에 떠 있던 비행선조차, 빛과 함께 다가오는 열풍에 뒤흔들렸다. 마치 땅에 떨어질 듯이. "우아악 !" 아르메리아가 있던 침대가, 만약 선체에 붙들어매여진 것이 아니었다면, 그것은 분 명 뒤집혔으리라. 엘프들이 누운 침대에 몸이 고정되어 있었기에, 간신히 그들은 매 달리듯이 침대에 누워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위의 드워프들에게는 그런 혜택이 없었다. 가뜩이나 키도 작은 여성 드워프가, 비틀거리다가 결국 쓰러진다. "조심해요 !" 오파비니아가 마법을 사용해서, 그녀의 몸을 잡아주었다. 자신의 몸이 묶여있었기 에, 그나마 가능했던 마법이었다. 마력의 압력으로 몸이 떠오르고, 드워프의 손이 침 대를 잡았다. 흔들림이 가라앉자, 그들의 눈은 일제히 동쪽으로 쏠렸다. 비록 보이 지 는 않지만. "언니....." 그 말이 자신을 부른 것이 아님을 알았지만, 오파비니아는 화를 내지 않았다. 고독 한 싸움을 벌이는 한 소녀의 모습이, 그녀의 눈 앞에 떠올랐기에. 그녀는 단지, 아르 메리아의 손을 잡고 위로할 뿐이다. "믿고 기다리고 있어. 지금은 어쩔 수 없잖니." 비행선이 더욱 빠른 속도로 날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하늘로 솟아오르는 버섯구름 이 보였다. 태양을 가려버린, 엄청난 빛이 폭발하고 난 후의 증거처럼. "으. 엄청난데." 에너지의 양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다. 내가 놀란 것은, 그 에너지의 출처였다. 지 금까지 모나드가 힘을 끌어낸 방법은, 기껏해야 자신의 몸 안에 저장한 힘을 풀어놓 았거나, 아니면 내가 자주 사용하는 그 수법. 물질을 붕괴시켜서, 그 안의 힘을 해방 시키는 방법이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굉장했어. 마치 공간 자체가 폭발한 것 같은...." 그게 문제였다. 녀석의 마법이 발동되자마자, 내 앞의 공기가 좀 이상해졌다. 아니, 공기가 커다란 덩어리라면, 전혀 느낌이 다른 무언가가 나타나서 터져버린 것 같 은.... "원소 마법은 아냐." 그렇다기에는 폭발력이 너무 크다. 그럼 원자 마법인가? 그러나, 원자마법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공기를 에너지로 만들었든지, 그게 아니면 자신의 몸의 일부를 에너지화했든지, 그 둘 중 하나일텐데.... "그러기엔 폭발력이 너무 강하다고." 공기의 밀도라는게 높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주 공간에 비해서다. 고체상 태의 물질에 비하면, 기체의 밀도라는 것은 말그대로 무시해도 좋을만큼 낮은 수준이 다. 그런 적은 양의 물질로부터, 저런 큰 에너지를 뽑아내다니. 도대체 무슨 기법이 지? 싸움에 임한 상황에서 이런 시시한 문제로 고민한다는게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그걸 알지 못하면 다음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아무리 에 너지를 내 몸에 받아들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계속해서 그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에너지의 양이.... '걱정말아요. 레이니. 그건 제가 아니까.' 내 안의 공주님인가? 그녀가 나를 향해 설명해주었다. 도망쳐버린, 어떤 무책임한 검을 대신해서. 그녀는 나에게, 소리없는 답변을 전해주었다. '저건, 진공에너지에요. 하지만 이 세계의 시공간에서 뽑아낸 진공에너지는 아니고, 다른 종류의 시공간. 그러니까 다른 우주에서 분리한 시공간을 일부 가지고 와서 이 세계에 풀어놓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게 가능해?" 가능하기야 하다. 시공 자체를 손에 넣고, 주무를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 정 도로 수준높은 마법을, 과연 저 녀석이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어쨌든 저 녀석은 인 간이 만들어낸 기계니까. 너무 높은 수준의 마법이라면, 당연히 저 녀석도 사용하지 못할.... '방심하지 말아요.' 그 말은 맞다. 내가 고대 인간들의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너무 자만했던 모양 이다. 내가 그 마법을 쓸 수 있다면, 당연히 저 녀석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 든 저 녀석의 출생시기는, 고대의 대마법사들이 시퍼렇게 살아있던 무렵이니까. 마 음 을 추스리고, 공주님의 말을 듣기로 했다. '아주 짧은 시간만.' 언제 녀석이 다시금, 나에게 공격을 가해올지 모르니까. 그리고.... '사실, 시공간이라고 해도, 저건 우리의 세계의 시공간보다 좀 높은 수준의 진공에 너지를 보유한, 그런 우주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낮은 수준의 시공간을 이곳에 소환 해도 폭발은 가능하지만, 그랬다가는 제어가 불가능해져서 우주 전체의 파국을 불러 올 수도 있어요.' 그 말도 맞다. 어떤 멍청한 녀석이 감히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만약 이 세계의 시 공간보다 낮은 에너지상태의 시공간을 소환한다면, 그리고 그 시공간이 우리의 시공 간과 성공적으로 융합한다면, 도미노처럼 시공간의 진공에너지가 해방될지도 모른다 . 물론 안 그럴지도 모르지만, 굳이 세계를 도박판에 올려놓을 필요가 어디있는가. '아무리 모나드 저 녀석이 미친 녀석이라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저것이 '높은 에너지의 진공상 태'라고 한다면..... "그럼 막을 수 있을거야." 시공간 자체의 공격이었다면, 어떻게 막을지 모른다. 워낙 미묘한 것이 시공간이라 는 존재이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나 자신도 붕괴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는 시간 에 매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 진공에너지가 해방된 형태일 뿐이라면." 결국, 이 세계에 오는 에너지는, 이 세계에 맞는 형태로 존재해야 할 것이다. 그렇 지 않다면, 다른 세계로 사라질지 아니면 붕괴될지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은 미지의 영역이고, 그런 시도를 할만큼 모나드가 궁지에 몰린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수습하지 못할 건, 만들지 않겠지." 녀석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그 녀석이, 내가 진공 에너지에 대해 설명을 듣느라 빈틈이 생긴 지 금의 기회를 노린다면? 그 예감은 적중했다. 아무리 내 동작이 빠르다고 해도, 역시 설명이라는 것은, 시간을 요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위 !" 하늘에서, 나를 향해 마법을 풀어놓는 모나드. 피하기에는 약간 늦었다. 나는 내 몸 주위의 모든 것을 고정시킨다. 녀석의 어떠한 공격도 막아내기 위해. '굳이 시공간까지 손을 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른다. 진공에너지를 사용해서 나를 공격하는데 실패했으니, 다음 마법은 분 명히 더 강력한 것이 될 것이므로. 나는 시공간 자체에 영향력을 뻗쳤다. 그리고. 팅. 내 주위의 시공간이, 약간의 진동음을 냈다. 아니, 냈다고 생각했다. 모나드의 마법 에서 뻗어나온 무형의 힘이, 시공간에 무슨 조작을 가하려는 것이 느껴졌기에. "무슨 짓을 하려고?" 나 역시, 반격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의 마법은 생각이상으로 빨랐다. 아 니.... 이것은 ! "속았다 !" 한 순간이 늦었다. "리무우브(remove : 시공마법 9레벨)." 모나드의 마법이, 레이니를 둘러싼 시공간을 향해 뻗어나갔다. 원래는 레이니만 정 확하게 뽑아낼 생각이었지만, 상대의 시공에 대한 영향력은 결코 만만치 않았고, 그 래서 급작스럽게 방법을 바꾼 것이다. "아무리 녀석이라도, 자신이 서 있지 않은 시공을 건드린다면...." 레이니의 주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면, 그 힘은 여지없이 튕겨나와버렸다. 하 지만, 레이니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본인에게서 좀 먼 시공간을 건드린다면? 비록 힘든 일이기는 했지만, 그 계략은 적중했다. 레이니에게서 상당히 떨어진 곳의 시공 간이, 소리없이 갈라지기 사작한 것이다. "자. 잘 가. 밀크." 모나드의 의지에 발맞추어, 시공간은 이세계에서 떨어져나갔다. 갑작스런 시공간의 붕괴에 의해, 이 세계의 시공간이 요동했다. 폭풍이 부는 것 같았다. "이, 이건 뭐야 !" 내 주위의 시공간이, 주변과 단절되는 느낌. 이것은.... 의심이 가는 순간, 나는 재 빠르게 대응했다. 나 자신이 서 있는 시공. 다른 건 몰라도 그 시공간만큼은 건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만약 모나드에게 빼앗기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든 그것만은 막으려고 했고, 실제로 성공하긴 했다. 역시, 자신에게서 먼 시공을 조작하는 것은, 그 모나드에게도 너무 힘든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 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였고, 결국 마법이 나에게 걸렸다. 정확하게는, 내게 걸린 게 아니라 내 주변의 시공간이. 돌맹이가 부서진 게 아니라, 돌맹이가 놓 인 바위가 통째로 들린 것과 같은 이치로, 나는 아무도 모를 공간으로 떨어졌다. - 계속 - 후기)좀 늦은 시간인 듯..... 좀 게으름을 피운탓인가? 늦었네요. 푸우. 울티마(파이널 판타지?) 마법이 나오질 않나, 시공간을 통째로 뜯어내서 날리 지 않나... 갈수록 태산이군요. 물론, 그래도 막아내는 레이니가 더 대단한 녀석이 긴 하지만. 부디 고생을 좀 더 하길. 네가 고생해야 싸움이 괜찮아지는.... (퍽퍽퍽) 산 하나를 넘으니까 산을 또 하나 갖다놓는 셈이군요. 제 역할은. (웃음) 공룡 판타지 23-472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2) 쿠웅.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서 있는 시공간을 침입한 게 아니다. 모나드는, 내 주위의 공간을 건드리지 않 고, 내게서 약간 떨어진 공간에 손을 댄 것이다. 내가 섬 위에 서 있다고 가정한다 면, 그 섬을 통째로 부수거나 내던진 것이 아니라, 섬의 기반암 자체를 해저로부터 떼어내어, 다른 곳으로 던진 것이라고 해야 할까. 섬과, 그 표면에만 신경을 쓴 내 가, 그 아래의 기반암까지 정신을 쏟지 않은 것이 패인이라고 할까. '하지만 녀석이 그렇게 한 이후에는?' 내가 서 있는 곳은, 과연 이 세계일까. 아니면 다른 세계일까. 순간의 섬광이 스쳐 간 후, 내 주위에는 암흑이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그런 깊고 넓은 암흑이. 그 사이 사이로 빛나는 것은... 맑은 별들. '그렇다면 여기는?' 생각보다 일이 까다로워진듯하다. 내가 서 있는 이곳. 아니 이 공간은, 절대로 내가 살던 별, 오시언이 아니었다. 이곳은 차라리..... "우주다." 이건 라 브레이커의 말인가? 내가 서 있는 공간을 감싼, 강대한 방어막의 바깥쪽으 로부터 들려오는 음성. 비록 방어막덕분에 알아차리는게 늦기는 했지만, 그 말은 사 실이었다. 내가 만약 방어막을 쳐서 숨쉴 영역을 확보해두지 않았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다행이야.' 순간적인 판단으로, 나 자신의 공간을 확보해둔 것이 효과가 있었다. 만약 숨쉴 공 기라도 없었다면, 나는 질식사했을 것이기에. 물론, 공기가 없다고 해도 살 수는 있 겠지만, 그건 공기가 아닌 다른 형태의 가스라도 있을 때 해당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가스를 정화시킬 상황이 아니야." 내 눈 앞의 가스들은, 하나같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 가를 가운데에 둔 채로. 그리고 그것은..... "가스가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어." 거대한. 정말 거대한 가스의 원반. 그리고 그 원반의 중심부에서 솟아오르는, 마치 드래곤의 브래스같은 저 가스기둥. 아니.... 전자파의 기둥인가? 그 모습은, 지상에 서는 한 번도 목격하지 못한, 낯선 풍경이었다. 너무나 갑자기 바뀐 주변의 풍경에, 자세하게 관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니까, 여기는 오시언에서 적어도 1천광년은 떨어진, 머나먼 우주 한가운데라는 말이지?" "그렇다." 얄미운 녀석. 가르쳐주는 것은 좋지만 말야. 최소한 내가 죽을 고비를 넘기던 아까 그런 말을 해줬어야 하는 게 아냐. 그랬으면 이런 수법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데. '그래. 이젠 안 죽을 것 같으니까 돌아왔다는 거냐.' 이렇게 빈정대고 싶은 마음을 참고, 나는 검에게 물어보았다. 일단 내가 알아야 할 것은. "여기는 어디지? 오시언은 어느 방향에 있는거야?" 우주를 표류하는 신세가 되긴 했지만, 이대로 멍하니 있을수는 없다. 내가 만들어낸 방어막의 공기라는 것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은 떨어지기 마련이니까. 숨이 막혀 죽 어버린다면, 나는 차디찬 시체가 되어버릴 것이다. 아직 이 나이에 죽고 싶진 않아. "그리고, 녀석이 왜 날 죽이지 않고, 여기로 추방을 시킨 거지?" 그건 좀 이상하다? 나는 모나드에게 있어서 원수같은 녀석이고, 녀석은 당연히 나를 좋게 보지 않을텐데? 일부러 봐주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했고, 따라서 녀석은 할 수 만 있다면, 내 머리를 잘라버리고 싶었을텐데. '대체 왜?' 상황을 무시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유를 알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호기심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 예상을 벗어난 것이었다. 모나드가 날 죽 이지 않은 이유라는 것은.... "그 녀석은 원래 인간에게 마법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기계였다. 따라서 시공간에 영향을 미칠만한 마법중에서, 공간 자체를 찌부러뜨리는 기술이 없었던 것 뿐이다. 누가 그런 마법을 요구했다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 의외로 싱겁군. 그렇지만, 녀석이 과연 자신만의 마법을 하나도 만들지 않았단 말인 가? 셀이 만들어낸 마법만해도, 상당히 많을텐데? 그리고 그 답은. "네가 움직이는 속도로 보아, 자신의 마법이 시공간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네가 빠 져나갈 거라고 생각했을테니까." 그렇구나. 시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마법은 매우 힘들고 까다로워서, 한 순간에 승부 가 나는 상황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마법이었다. 적이 자기 눈앞에 날아오고 있는 데, 까다로운 힘의 집중과 배분을 해야 하는 그러한 마법을, 과연 어느 마법사가 남 용할 수 있겠는가. '특히 내가 계속해서 이동을 하던 상황이었으니까.'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정확히 그 부분의 시공간을 붕괴시켜야 하는 기법. 하긴 내가 녀석에게 그런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정확하게 명중시키는 것은 극히 어렵 다. 그러니 모나드도 그와 마찬가지겠지. 상대가 자신보다 떨어지는 녀석이라면 몰라 도, 대등한 상대가 그런 큰 마법을 사용할때까지 얌전하게 기다려주겠는가. 그래서 녀석은, 약간 무리하는 셈치고 거대한 시공간을 통째로 옮겨버리는 수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게 너무 어려운 나머지, 나에게 결정타를 안겨줄 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런데........." 일단은 살아남아야 할 게 아닌가. 그 녀석이 그런 연유로 나를 죽이지 못하고, 이런 이상한 세계에 던져두었던 것까지는 알 수 있지만,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문제 하나 . "이제 어떻게 오시언에 돌아갈거냐?" "윽." 라 브레이커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 문제는 내게 큰 장벽으로 다가왔다. 우선, 내가 오시언에서 정확히 얼마나 떨어져있고, 어느 방향에 고향별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는 것이 문제였다. 어차피 저 망할 검은 나를 도와주지도 않을테고. 이 망망대해같 은 우주에서, 과연 내가 제대로 오시언에 돌아갈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방향을 잘 못 잡는다면, 나는 영원히 우주를 떠돌수도 있었다. 산소결핍과 추위로 꽁꽁 얼어버 린, 썩지도 못하는 시체가 된 채. 그리고 어쩌면..... '저 별에 떨어져서, 흔적도 남지않고 불타버리거나.' 저 거대한 붉은 별. 아마 적색거성일 것이다. 만약 저 별의 중력권에 잡히게 된다 면, 과연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물론 저런 별이라면 차라리 낫다. 표면 온도가 약 3000도 정도에 불과하니, 어떻게든 그 열을 견뎌낼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별 의 풍부한 가스를 바탕으로 하여,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러기 전에 타죽는게 더 빠를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가진 공기는, 충분한 산소를 만 들 수 있는 가스층에 내가 도착하기 전에, 바닥나버릴 것이 분명하니까. '아니면 저 괴상한 별에 끌려가버리든지.' 그 옆에 있는 별도, 결코 좋은 곳은 아니었다. 거대한 강착원반. 그리고 그 가운데 의 '보이지 않는' 별. 위아래로 감마선을 뿜어내는 별이라면, 절대로 적색거성보다 좋을 것이 없는 별이었다. 저기에 떨어지면, 아예 살 가망도 없는.... '설마.' 설마, 그건 아니겠지. 다른 고약한 별도 많은데, 하필이면 그거냐. 그런 무시무시한 별에 추락해버린다면, 내 몸은 위아래로 잡아당겨져서 볼품없게 찢겨져 버릴테니. 하 지만. '일단, 중성자별도 백색왜성도 아니니....' 그 정도는 안다. 적어도, 보이지 않는 별이라면, 그 두가지 별은 결코 아니다. 이 경우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 내 앞의 적색거성의 가스가 빨려나가, 보이 지 않는 구멍으로 떨어지듯 날아가는 모습. 그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별은.... "블랙홀이다." 내 불길한 예감이 적중된 것을 확인하듯, 라 브레이커가 차갑게 말했다. "그 녀석은, 자기 힘으로 시공간을 짜부라뜨리는 것이 여의치 않음을 알고, 널 이곳 으로 강제이동시킨거다. 어차피 시공간에 대한 마법은, 녀석도 그리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너에게 유효한 마법이 많지 않다는 말이지만. 아마 자신의 마법을 모두 튕겨내는 너를 보고, 불안해져서 이런 방법을 쓴 게 분명하다." "젠장." 그 말대로라면, 나는 분명히 떨어지고 있을 것이다. 내 몸 주위의 시공간을 느껴본 다. 생각대로다. 아니, 느끼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내 주위를 흐르는 가스들이 향 하는 방향은. "추락하고 있군." 내 몸은 블랙홀의 중력권에 잡혀서, 서서히 그쪽으로 떨어져가고 있었다. 어느새 내 몸은 강착원반에 다가가고 있었고, 얼마 안 가서 나 역시 그들의 일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물질의 기본적인 입자가 될 때까지 분해되어, 어디론가 사라져버 릴 것이다. 서서히 내 주위의 가스구름이, 농도가 짙어지고 있었다. "큰일났다." 일단 가스의 폭풍에 휘말려들면, 내 방어막도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그 전에 이곳 에서 도망을 쳐야 하는데, 과연 어디로 날아가야 할 것인가. 오시언의 방향을 내가 과연 짚어낼 수 있겠는가. 설령 그렇다고 해도, 거리는 또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 검 이 알려줬으면 좋겠지만, 녀석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없다. 막상 중요한 때가 되 니까 입을 다물다니. 아무리 검에는 입이 붙어있지 않다곤 하지만. - 계속 - 후기)이젠 블랙홀까지 나오고 있군요. 이거 과연 판타지 소설 맞냐..... 갈수록 SF쪽 으로 튀는거 아닌가..... 이것도 개성이긴 하지만. 아. 엉뚱한 소리는 그만하고. 자. 막판까지 몰렸습니다. 레이니양. 이젠 블랙홀에 추락하게 생겼군요. 자. 과연 그녀는 위아래로 잡아늘려져서 찢어질 것인가. (오징어냐?) 아니면 또다시 질기게 살 아남을 것인가. 부디 잘 극복하길 바랍니다. 후후훗. (퍽퍽퍽) 최종보스가 상당히 험 악하군요. 수십개의 마법을 마구 쏴대더니, 이젠 블랙홀 근처에 사람을 던져버리다 니. 공룡 판타지 23-473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3) "망할 녀석." 물론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불평이란 건 여유있는 자에게나 허락된 권리 이고, 지금 내 주위에 흐르는 강력한 바람은, 그런 여유를 내게서 빼앗아갔기에. 이 것은 바람이다. 아니, 이것은 단순한 바람이라기보다는 폭풍이다. 그것도 단순한 폭 풍이 아닌, 파멸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그러한 태풍이었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주위의 가스구름이, 나를 사정없이 뒤흔들어놓는다. "으악 !" 내가 여태까지 경험한 모든 폭풍우는, 지금의 이것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었다. 어떻 게 해서 가스구름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 건가. 만약 그 농도가 조금이라도 짙었다 면, 나는 당장에 바람에 휩쓸려, 블랙홀 한가운데로 떨어져갔을 것이다. 이곳이 우 주 라서 그 농도가 극단적으로 옅었기에,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일뿐. 하지만 이것 은.... "빨리 빠져나가지 않으면, 너 역시 사상의 지평면을 넘어버릴거다." "........" '사상의 지평면'이라는 말의 뜻을, 내가 모를 리가 없다. 그 안에 빠져들면, 빛조차 탈출할 수 없다는 절대적인 이 세계와의 경계. 과연 내가 그 전에 달아날 수 있을까 ? 시공간이 이상할 정도로 변형되어, 순간이동조차 통하지 않는 그러한 세계에 떨어지 기 전에. "하지만 어디로?" 짧은 침묵 끝에 나온 말은, 나의 고민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달아날 수는 있다. 시 공간을 적절히 움직여서, 순간이동을 해버리면 되니까. 단, 이 경우에는 좀 먼 거리 를 움직여야 한다는 점만이, 오시언에서의 경우와는 다를 뿐이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으면, 그대로 끝장이 나고 말아.' 라 브레이커의 말로는, 내가 오시언과 거의 1000광년이나 떨어져있는, 우주의 어느 지점에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방향에 대해 검이 말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먼 거리라는 것만이, 내가 가진 정보의 모든 것. 그리고. "오시언이 있는 방향은?" 내가 물어보아도, 검은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한 마디만 했을 뿐. "그 해답은 네 스스로 찾아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너는 절대로 모나드를 이기지 못할 테니까. 설령 이길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은 살아남은 것이지 승리한 게 아니다 . 그걸 명심해두기 바란다." 그 말이, 더 이상의 질문을 막아버렸다. 아무리 다시 물어보아도, 검은 대답하지 않 을 것이라는 것. 그 점만 나에게 확신시켰을 뿐. 내 몸은 서서히 블랙홀로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어떻게 할 거냐. 이대로 죽음의 길로 들어설 셈이냐?" "알고 있어 !" 지금의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여기서 무작정 탈출할 경우에 일어날 일 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단 달아나는 것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다 만 그 뒤의 일이 문제일 뿐이지. '내가 지금 가진 공기의 양으로 보아....' 잘해봐야 하루다. 아니, 하루라면 너무 길게 잡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해결책을 찾아내야 했다. 길을 잃고 우주를 헤메게 된다면,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 이 우주 어디에서, 내가 숨쉴수 있는 별을 찾아낸단 말인가. 단 하루만에. '하지만 오시언이 어디있는지를 알 수가 없어.' 그게 문제였다. 방향을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순간이동을 한다면..... 그런 생각 을 하는 중에, 바깥에 뭔가가 느껴졌다. "감마선인가?" 뭔가가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면서, 감마선을 방출하고 있었다. 별의 마지막 비명이라 고 할까. 그런 느낌의 방사선이, 내 방어막에 부딪치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나 도 저 꼴이 될..... "잠깐. 감마선이라...." 오시언 방향에서 발신되는 것이..... 뭐가 없을까? 별들이 방출하는 빛은 다들 비슷 비슷하기에, 표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드워프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파 라면? 그 중의 일부가 이곳까지 날아왔다면, 그리고 그것을 내가 감지해낼 수 있다 면,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힘들겠어요.' 라 브레이커보다는 그래도 친절한, 공주님의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드워프들이 전파를 자주 사용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도, 그 전파가 1천광년을 넘어 여기까지 올 수 있는가? 아니, 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도, 그 전파의 힘이라는 것이 뻔하지 않 은 가. 내 눈 앞의 블랙홀의 전파에 비하면 너무나 미약해서, 금새 흐트러져버릴게 뻔한 데. '...............그럼,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봐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뭐?" 공주님의 말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방법이라고? 이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 나서, 내 고향에 돌아갈 방법이 정말 있다는 건가? "그러니까, 이곳에선 블랙홀에서 방출되는 전파가 너무나 강해서 감지가 거의 불가 능하지만, 좀 거리를 벌려둔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지?" '네. 다만, 방향을 잘못잡으면 블랙홀이나 다른 별에 가려져서 전파를 감지할 수 없 게 될 거에요. 그럼 또 순간이동으로 우주를 헤메야 하겠지만.....' "될 때까지 반복하자?" '그래야죠.' 그 외에 방법이 있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저 치사한 검에 의존 하다가는, 될 것도 안 될 거다. 녀석은 그냥 내버려두고, 나는 일단 주위의 강착원 반 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가스구름이, 믿어지지 않는 속도로 블랙홀 주위를 회전하고 있었다. 이걸 이용한다면. '서둘러요. 사상의 지평선 안으로 끌려들어가기 전에.' 이제 50초나 남았을까? 그 안에 빨려들어가는게. 시공간이 구부러진 것이, 언제 그 절벽 아래로 떨어질지 알려주는 듯 했다. 한 번 떨어지면, 무사히 나오기 힘들 것이 다. 설령 탈출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에 필요한 마법에 사용될 에너지는 막대할 것 이 다. 잘못하면, 이번 순간이동이 내 마지막 마법이 될지도 모르니.... "약간의 수집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 주위의 가스구름을 빨아들여야 할 것 같은데.... 그러려면 방어막을 열어야 한다. 우주공간에서 그랬다가는, 나는 죽어버릴 것이다. 내 마음이 강대한 마법의 힘을 얻 었다고 해도, 내 몸은 여전히 인간이니까. 비록 보통 사람에 비해 극도로 강인하다곤 하지만. 내 안의 공주님이 할 수 없다는 듯이, 나에게 말한다. '어쩔 수 없죠. 주위의 가스 구름 자체를 조작하는 수밖에. 체외의 물질 조작기법, 기억하고 있죠?' "기, 기억하긴 하지만....." 초속 1000km? 초속 10000km? 내 주위로 불어가는 가스구름의 속도는, 내가 측정하기 도 어려울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과연 내 몸을 지키면서, 동시에 그 가스구름에 영 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할까. 더군다나 내가 지금 행해야 하는 마법은, 그 물질 들 을 동시에 에너지로 바꾸어 한 점에 집중시켜, 시공간의 문을 여는 작업이 아닌가. 그것도 한 번에 끝날 작업이 아니고, 최소한 두 번은 행해야 하는 마법. 쓰러질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외엔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녀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다. 살아남고 싶다면. 주위의 가스구름에 내 영향력이 미치기 시작한다. 물질을 내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 면 서, 동시에 그것을 에너지화하는 까다로운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엔 끝장났겠지. 아무리 끈질긴 계집애라곤 하지만." 비록 블랙홀에 직접 던져넣는데는 실패했다곤 하지만, 그 근처에 집어던지는데에는 성공했다. 어차피 블랙홀에 넣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 일그러진 시 공간을 제어할 자신은, 모나드에게도 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 하기에. '어차피 블랙홀에서 빠져나온다고 해도, 오시언에 되돌아올 수는 없어.' 라 브레이커가 주인의 싸움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이상, 모나드 정도의 마법 근원 체를 이길만한 인간은 없었다. 그것도 태어난지 20년도 되지 않은, 젖비린내나는 계 집애라면. 원래 그 정도의 나이대라면, 모나드에게 도전할 꿈도 꾸지 못할 실력이어 야 정상이었다. 그런 데..... '그 여자, 생각 이상으로 강해. 도대체 어떻게.....' 단지 10여년의 세월동안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았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을 이길 정 도의 힘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레이니의 힘은 갈수록 증 대되고 있었다. 만약 오늘 그 여자를 죽여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자신이 압도당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모나드의 가슴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죽었을거야. 아니, 죽었어야 해.'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파를 이겨낸다고 해도, 그 안에서 탈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했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거나, 극도로 변형된 시공간을 다룬다는 것은 불가 능하기 때문이다. 블랙홀 안에서는 절대로 공간 안에 멈추어설 수가 없다. 평범한 세 계에서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 '그런 상황에서 순간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설령 블랙홀에서 빠져나왔다고 해도, 오시언으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방향을 알아야 돌아올 게 아닌가. 그 점에 생각이 미치자, 모나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계속 - 후기)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블랙홀에 떨어지는 물질은, 마지막 순간에 감마선을 대량 방출하니까요. 그것을 레이 니가 목격했기 때문에, 감마선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이 나온 겁니다. 그리고 블랙홀 안에서는 공간 안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그 안에서 살아남는 다고 해도, 그 변화된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순간이동은 무리일 겁니다 . 순간이동은 공간에 손을 대는 마법인데, 공간이 멈춰서 있어야 손을 대지요. 계속 움 직이는 공간에 조작을 가해서 탈출한다? 중력파에 견디는 것만도 정신없을텐데, 그 게 가능할까요? 아니, 그 전에... 블랙홀의 중력에 짜부라지는게 정상이지요. 원래는 오늘까지 연재를 끝내려고 했건만, 이사 문제로 늦어져버렸습니다. 아이고 분해.... 그저, 열심히 쓸 수밖에 도리가 없군요. 푸우. 공룡 판타지 23-474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4) '혹시 돌아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런 게 가능하다면, 그건 분명히 레이니의 옆에 있는 검, 라 브레이커의 도움 에 의한 것일 터이다. 그리고, 전설의 검에만 의존하는 여자애라면 굳이 걱정할 필 요 도 없다. 그렇게 허약한 적을 무찌르는 것은, 너무나 간단한 것이 아닌가. 설령 이기 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럼 전설은 이루어지지 못하니까.' 검의 주인은 하늘로 오른다. 전설의 말미에 씌어진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날개 로 날아오르지 못하는 자에게는, 그 말이 해당되지 않는 법이다. 검이 이끌어주었기 에 하늘에 오를 수 있다면, 대관절 누가 전설을 실현시키지 못하겠는가. '그런 시시한 전설이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다고.' 솔직히, 인간 중에서 전설의 검의 마법의 힘만을 빌린다면, 어느 누가 하늘로 날아 오르지 못하겠는가. 그리고, 그런 자들은 여태까지 모나드의 눈에 많이 목격되었었 다. 그리고, 레이니가 그러한 자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모나드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라 브레이커 그 자체일 뿐, 결코 레이니가 아니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계집애는, 라 브레이커가 인정한 주인이야. 경계하지 않으면.....' 주인을 고르기가 까다롭기로 이름난, 그 라 브레이커가 인정한 주인. 그런 자라면, 당연히 경계해야 마땅했다. 어쩌면, 이 오시언이란 별에서 모나드가 경계할 상대는, 오직 그 여자뿐인지도 모르므로. 모나드는 방심하지 않고, 오시언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해 감각을 집중했다. '1000광년이나 떨어진 곳에 날려버렸으니.' 돌아온다면, 분명히 공간이동을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공간이 변형되면서 생 긴 중력파가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중력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 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 중천에 떠오를 무렵이 되어서야, 모나드의 표정이 밝아 졌다. "이젠 안심해도 되겠어." 조금 전에 레이니가 가지고 있던 공기. 그것이 사라질 시간이 지났던 것이다. 공기 없이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사실이었다. 그리고, 설령 마법으로 공기를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블랙홀에서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그 부근에는 행성이 없어." 행성이 없는 이상, 신선한 공기를 얻을 방법은 거의 없다. 마법으로 공기를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도, 우주공간의 가스라는 것은 극히 희박한 밀도를 보이고 있었다. 비 록 블랙홀 주변에 강착원반이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호흡한다는 것이 가능 한 일인가. 자신의 몸에 방어막을 둘러치지 않는 이상, 인간의 몸의 한계로 인해 곧 바로 죽음을 맞이할 텐데. "방어막을 열고, 주위의 성운을 빨아들이는 건 불가능해." 방어막을 여는 그 순간, 공기는 바깥으로 빠져나가버릴 것이다. 설령 그것을 어떻게 든 억제한다고 하더라도, 공기 분자 하나하나를 다룬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 가. 그리고, 그것에 성공하여 산소를 흡수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블랙홀과 적색 거성의 중력권에서 벗어나 오시언으로 돌아올 길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시공마법이란 게 만만한 게 아니니까." 운좋게 오시언의 위치를 찾아낸다고 해도, 순간이동을 조금만 잘못하면 멀리 튕겨나 갈 것이다. 물론 마법에 성공해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 그렇다면 이미 돌아왔어야 했다. 우주 공간에 몇 시간이나 맨 몸으로 머물러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사람에겐 치명적이었다. 더군다나 고대 마법은 사용자의 집중력이 크 게 요구되는 것이 아니던가. "몇 시간이나 방어막을 치면서 버틴다면, 지금쯤 기진해버렸을거야." 육체적인 피로는 어떻게든 풀어낼 수가 있다. 그러나 정신적인 것은, 억지로 풀어낸 다고 해도 악영향이 남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외에도..... "드워프 놈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복수하지 않으면...." 그들이 만약 자신의 부활을 안다면? 그러면 그들은 온갖 수단을 다해서 자신을 억누 르려고 할 것이다. 엘프들 역시, 그런 그들을 도우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기 전 에, 자신이 선수를 쳐야 한다. 조금전에 달아난 드워프들의 비행선이 날아간 경로를 쫓아, 모나드도 날아가기 시작했다. "복수하겠어. 놈들에게." 엘프고 드워프고,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죽여주리라. 드워프들은 직접적으로 자신 을 만든 자들의 후예. 엘프들은, 자신을 겁내어 도망친 사실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겁 쟁이들의 후손. 그런 자들을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자기보호본능이, 모나드를 이 끌 고 있었다. 치칙. 치칙. 목성 부근의 고리. 그 부근에서, 이상한 불꽃이 튀어올랐다. 공간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초록색 머리칼을 한, 작은 소녀.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 더니 한숨을 내쉰다. "이걸로 다섯 번째....." 뭔가, 아주 지겨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불평조차 할 기운이 없는 듯, 그 소녀는 자기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하듯이, 눈을 감는다. 그러다 가, 갑자기 몸을 움찔거리더니,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둥근 구슬 안에서. "간신히 가까워졌나... 아까보다 전파의 세기가 강해. 훨씬." 그리고 눈을 돌리는 소녀. 그 눈 앞에는, 거대한 목성의 소용돌이가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밝게 빛나는 별이 있었다. 마치 아침해처럼, 목성의 그림자에서 서 서히 나오는 밝은 별이. "휴우. 그럼 한 번 더 가볼까...." 눈을 감으려던 소녀의 몸이, 갑자기 떨렸다. 그리고 그 표정이, 어둠에서 빛으로 변 했다. "도, 돌아온건가? 이제서야?" 긴장이 풀린 탓일까. 그녀의 몸이, 방어막에 몸을 기대듯이 무너져내렸다. "휴우....." 그녀가 혼잣말을 잇는다.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어." 시공간에 구멍을 내는 것, 정확히 말하면 웜홀을 내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것은, 상 상 이상으로 지난한 일이었다. 힘을 극한까지 집중시켜 인공적인 블랙홀을 만들고, 그 다음에 그 끝을 오시언 부근에 연결하여 화이트홀을 생성하고, 그 사이에 음에너 지를 불어넣어 안정화시킨다? 말로는 매우 쉬운 일이었지만,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블랙홀에 빠져들기 전에 그 모든 것을 해치워야 한다 니..... 그러나 그 순간에 내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블랙홀은 이미 있잖아?' 저 블랙홀의 시공간. 그것의 끝은 분명히 어딘가 다른 곳으로 통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시공간이 끊어진 특이점이든, 그게 아니라면 어딘가 다른 우주이든. 그 러나 그것이, 극단적으로 변형된 시공간이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잖아.' 결국 그 역시, 내가 만들고자 하는 웜홀과 닮은 것이다. 비록 그 끝이 막혀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나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그 시공의 끝을 바라 보았다. 모든 힘은 하나. 그리고 중력 역시 힘의 한 가지. 중력의 의미가 내 머릿속 에 떠오르면서,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중력은, 시공간의 변형이 나타나는 것.' 시공간이 굽어있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우리가 중력이란 힘을 느끼는 것일 뿐. 그 렇다면, 중력은 시공간의 상태에 관여하는 힘이고, 그것 역시 힘의 일종이다. 그렇다 면, 나는 중력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검이 나에게 가르쳐준, 마법에 대한 지식 이 정확하다면 말이다. '에너지의 집중. 시공의 변형. 그리고 그 자유로운 변이.' 주위의 에너지는 집중이 되고, 블랙홀의 변형된 시공간은 나에게 교사가 되었다. 내 주위의 시공간이 변형되면서, 양의 에너지와 음의 에너지가 분리되어나간다. 그리고 양의 힘이 시공간을 변형시키고, 음의 힘은 그 공간을 안정화시킨다. 그 굽어진 공 간 의 끝에, 멀리서 날아온 드워프들의 전파가 태어난 곳이 보였다. '힘을 느낄 수 있으니까....' 드워프들이 만든 문명에서 나온 전파는, 아주 미약해졌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고 있 었다. 그들의 대규모의 도시에서 나온 전파는, 아직도 나와 오시언을 이어주는 생명 줄이 되었다. 아주 작은 힘을 느낌으로서, 아주 큰 힘을 움직일 수 있었다. 공간의 끝을 오시언 부근으로 움직이고, 나는 그 안으로 파고들어갔다. '가자. 나의 고향, 오시언을 향해서.' 그리고 나는 천 년의 거리를 뛰어넘었다. "다만, 몇 번이나 실패를 해서 문제가 될 뿐이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것이, 분명히 드워프들의 전파가 오는 방향으로 순간이동을 했 는데도,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전파의 세기가 더 약해진 것이다. 그 순간, 내 심장 은 덜컥 내려앉았다. 만약 이 생명줄마저 끊어진다면, 나는 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순간이동을 잘못한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순간이동을 다시 시도할 수는 없었다. 잘못 하다가는, 영원히 우주의 미아가 되고 말 것이기에. 결국 잠시동안 기다리면서 드워 프들의 전파를 확인하고, 그 가냘픈 선을 잡아낸 후 다시 이동하지 않으면 안 되었 다. "세상에, 고작해야 작은 위성에 전파가 가려져서 당황하다니." 얼음처럼 차가운 별의 작은 위성. 고작 30km도 안 되는 그 위성의 뒷면에 도달하는 바람에, 오시언 방향에서 오는 전파가 가려져버렸고, 그래서 당황한 걸 생각하면 지 금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다시금 순간이동. 그걸 다섯 번이나 반복하고 나서 야, 간신히 강한 전파가 잡히는 곳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 계속 - 후기)결국 탈출했냐.... 레이니. 독한 여자 같으니..... (이봐. 이봐) 여기서 '중력은 시공간의 변형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말은, 아인쉬타인의 상대성이 론입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이지요. 그리고, 사건의 지평선 안에서는 공간안에 정지하 지 못한다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하다보니 결국 이런 것까지 튀어나오고 마는 군요. 어쩌면 어설픈 인용이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만.... 이제 슬슬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군요. 500회 이전에 끝을 낸다고 결심해두었지 만..... 잘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제처럼 픽 쓰러지지만 않으면 어떻게 되 겠지요. 중병 걸린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더라는..... 쓰러지면서 부딪 친 무릎이 조금 아프긴 하지만, 그리 심하진 않으니까.....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어서어서 올리지요. 후다닥. 공룡 판타지 23-475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5) "전파의 세기가 이 정도라면, 거의 다 왔다고 해도 무방하겠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만약 잘못해서 오시언을 지나쳐버린다면, 나는 영원히 길을 잃어 버릴 것이다. 만약 내가 순간이동을 하는 거리를 잘못 잡아서 태양의 뒤쪽에 도달한 다면? 오시언에서 오는 전파가 태양에 의해 가려져버린다면, 내 눈 앞의 별이 태양인 지, 아니면 어느 먼 곳의 별인지 알아낼 방도가 있는가? "거리를 잘 맞춰야 할 거야." 물론 이곳이, 태양계라는 것은 거의 확실했다. 전파의 세기가, 거의 옆에 있는 것과 다를바가 없었으니까. 물론, 내가 워낙 먼 거리에서 감지를 시작했기 때문에, 상대 적 으로 매우 강한 전파를 받는 이곳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 지만. "순간이동을 시작한 곳에서... 대략 1000광년이 떨어졌으니까." 검이 말해준 거리. 그 1000광년이라는 말 덕분에, 이곳에 오는데 약간의 도움을 받 은 것은 사실이었다. 무턱대고 긴 거리를 순간이동하지 않고, 적당한 지점에서 끊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고 보면..... "결국 그 녀석의 도움을 받은 셈인가." 정확한 거리를 몰랐다면, 이곳까지 오는데 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얼마나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가. 그걸 몰랐다면 분명히, 이곳까지 오면서 좀 더 많은 시행착 오를 겪었을 것이다. 그랬으면, 아마 더욱 더 지쳤을 것이고, 어쩌면 우주에서 죽었 을지도 모른다. 고맙다는 말을 해주어야 할까. 그 순간 끼어드는 라 브레이커의 말. "그런 건 돌아가고 나서 해라. 아직 넌 살아난 게 아니니까." "........" 정이 안 붙는 말투지만, 그 말이 맞기는 하다. 온통 수소와 헬륨만이 가득한, 저 괴 이한 별에 빠지기라도 하면, 내 목숨은 없다. 아니, 버틸 수 있을지는 몰라도, 또 한 번 큰 고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력이 비록 블랙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약하기는 하지만, 장거리를 이동해온 나로서는 헛된 힘의 낭비를 피해야 하는 상황이 었다. 힘을 아무리 잘 다룬다고 해도, 힘 그 자체가 전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 는가. '게다가 공기도 거의 떨어졌어.' 이제 공기도 거의 바닥이 났다. 처음에 공간이동을 할 때, 블랙홀 주위의 가스를 흡 수해서 산소를 만들어냈던 일.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목숨의 유무를 가른 것이었다. 그거라도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질식해 죽었을테니. 그러나 그 공기의 양은 너무나 적었고, 내가 이번에도 오시언에 돌아가지 못한다면, 나는 태양에 들어가서라도 공 기 를 구해와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니. "자. 서두르자."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 안의 공주님에게 다짐하듯 말하고나서, 나는 여섯 번째의 순간이동을 준비했다. 이번의 마법으로 오시언에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드워프 들의 전파세기를 느껴보고, 오시언까지의 거리를 맞춘다. 드워프들의 전함이 내뿜던 전파의 세기와, 지금 내가 느끼는 세기를 비교하면서, 대략적인 거리를 정했다. 그 다음은. 쿠웅. 시공간이 움직이면서, 웜홀이 만들어졌다. 쿠웅. 모나드가 일으킨 충격파가, 바다에 거대한 물기둥을 만들었다. 그 물기둥의 행렬이, 갑작스럽게 멎었다. 그리고 그 바로 위에서, 오만하게 웃는 모나드. "드디어 왔어." 물론, 이 도시가 드워프들의 유일한 도시는 아니다. 다른 곳에도 도시는 많았지만, 그 건방진 녀석들의 비행선이 달아난 곳이 분명히 이곳. 아무리 숨긴다고 해도, 워 낙 거대한 데다가 파손된 도시의 일부분이 물 위에 드러난 상황에서는, 잘못 찾아올 수 가 없었다. "그 녀석들에게 습격을 하게 한 게 잘했어."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먹이가 될 마법사들을 부르느라 벌어진, 부수적 인 피해일 뿐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정말 기쁜 수확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거대한 먹이가 눈 앞에 그 몸을 드러내다니. 식사준비를 끝마친 사람처럼, 모나드는 기분좋 게 웃었다. "하지만, 드워프는 한 마리도 없는데?" 역시, 다들 도망친 모양이다. 그러나 물 밑에는..... "어디보자.... 후후. 적어도 만 명은 넘겠는데?" 물 아래의 도시가 감지되자, 모나드는 다시 한 번 웃었다. 이번에는 크게. 바다를 울릴 듯이 크게 말이다. "죽일 수 있어...." 살인의 충동. 그것이 모나드의 온 몸에 스며들었다. 마치 불타오른 재 속에서 피어 난 연기처럼. 그것은 달콤한 유혹이었고, 그 향기는 모나드를 더욱 더 기쁘게 만들었 다. "죽일 수 있다고 !" 모나드의 입장에서는, 드워프들은 단지 자기들의 몸을 움직이기 싫어서 책임지지도 못할 짓을 하는 자들에 불과했다. 얼마나 역겨운가. 자신들이 하기 싫으니까, 타인 에 게 그것을 시킨다는 것은. 그런 그들을 죽인다는 것은.... "정의의 심판이라는 거지." 그들의 놀란 얼굴이 상상되자, 모나드의 가슴은 뛰었다. 이제 자신의 손으로, 악마 들을 멸한다는 사실이, 모나드의 가슴을 더욱 더 흥분시켰다. "자. 무슨 마법을 써볼까." 멀리서 날아오는 드워프들의 정찰기가 보였다. 이미 익숙한, 삼각날개의 금속조각 들. 하지만 그런 것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경험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드워프들의 도시 안에서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자신과의 연락이 원활하지 못해서일뿐, 정말로 그들이 마법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어서가 아니었다. "자. 믿음이 깨지는 걸 보여주지." 모나드의 손에 마법의 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모나드의 발 아래에 놓인, 드워프들의 보석을 깨뜨리기 위해. "도시 상공에 괴비행체 출현." 드워프들의 도시 통제소의 레이더에 나타난 괴물체는, 즉시 원로들에게 알려졌다. 아이기스 역시, 정찰작전을 위해 나갔던 메이스 함에 대한 보고를 하는 도중에 그 사 실을 들었다. "비행체를 확대해보게." 원로 오이스터의 말이 떨어지자, 검은 회의실의 한 부분이 밝아지더니, 그대로 화면 으로 변했다. 그 안에 비춰진 것은, 광기에 휩싸인 검은 머리칼의 초록빛 피부를 가 진 여인. 아니, 초록색 옷을 입은 여인이었다. 그 여인의 얼굴을 본 순간, 아이기스 가 몸을 떨었다. 어떻게 그 얼굴을 잊을 수 있겠는가. "저 자인가? 메이스 함을 격침시킨 것이?" 오이스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기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은. "그렇습니다. 생각 이상의 마법을 지니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저희들의 전함에 갖추 어진 무기들은, 하나같이 녀석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지 못했습니다." "그런가....." 그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가, 아이기스의 옆에 선 엘프에게 눈을 돌렸다. 원로 중의 한 사람인 '오르기'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엘프, 오파비니아씨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상당한 부상을 입은 듯, 몸의 여기저기에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기 발로 서 있었다. 오르기가 그런 그녀를 보고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 자의 이름이 모나드라고 했지요? 엘프분들의 마법으로도 그 자에게 타격을 입히 지 못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음....." 모든 원로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오파비니아라면, 엘프들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수준의 마법을 구사하는 인물. 그런 자가 당할 수 없는 괴물이라면, 그것은 결코 우 습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자로부터의 탈출을 도운, 그 인간 소녀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습니 까?" "............모릅니다." 치욕적인 답이었지만, 그렇게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오파비니아로서도, 수 백발의 마법이 터진 후에 어째서 그녀. 레이니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는지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는 것은. "마지막의 마법이 시공마법이라는 것은 알았습니다. 아마, 모나드는 상당히 광범위 한 시공마법으로, 레이니양에게 공격을 가한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아가씨의 사 망여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은 단지, 자신의 희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오파비니아도 알고 있었다. 그러 나, 왠지 그 아가씨는 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죽었다면, 어째서 라 브 레 이커까지 사라져버렸겠는가. 검에게 직접적인 공격이 가해진 것은 아니었는데도, 검 은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것이다. 주인이 죽었기 때문에 자취를 감춘 것인가? 그렇 지는 않았다. 만약 레이니가 죽었다면.... '그랬으면, 모나드는 라 브레이커를 찾아 떠났을거야. 어쨌든 고대 마법을 가장 잘 아는 존재가 그 검이니까." 주인이 사라진 검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검을 손에 넣는다면 모나드는 완전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적어도, 마법에 관해서는 말 이다. 그런 기회를 팽개치고 이곳에 왔다는 것은, 레이니의 생존 가능성이 남아있다 는 말이다. 그렇게 억지로 희망을 가져보는 오파비니아였다. - 계속 - 후기)볼만한 판타지 소설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상당히 불쾌하더군요. 그러나 그 중 에 제 글이 들어간다면, 지금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크나큰 모욕이 되기에, 조금이 라도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는 있습니다. 다만, 평가는 제가 아닌 독자님 들이 하시는 것이기에, 저로서는 언제나 불안하기만 하군요. 모든 분들에게 만족감 을 안겨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서요. 싸움이 길군요. 물론 아직은 끝이 아니지만. 생각대로 쓰고 있는 것일까? 언제나 그 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상과는 다른 것이 글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이지 만. 오늘은 왠지 심각한 후기가 된 듯 하네요..... 공룡 판타지 23-476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6) '하지만....' 검 자체가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검이 아주 먼 곳에 내버려졌기 때문일지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가정에 불과했다. 지 금 이 자리에서 생각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눈 앞의 일에 집중하자.' 오파비니아가 그렇게 자기 생각을 맺는 동안, 드워프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그 러나, 그들의 희망은 처음부터 없었다. '군비에 너무 소홀했어.' 그들의 기술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하지만, 그 기술을 응용하여 모 나드에 대항할 병기를 만들어낼 시간이 없었다. 지나치게 긴 평화는 그들에게 도끼를 쥘 이유를 빼앗아 버렸고, 그들에게 남은 것은 가끔씩 출몰하는 사악한 인간들에게 맞설 정도의 무기와, 자기 자신들 중에서 나오는 범법자를 처단하기 위한 힘. 그 정 도였다. 그래서, 이런 강적을 만나게 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아마,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도시의 드워프들이 힘을 내주길 바라는 것 뿐.' 그것이 전부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지역에 사는 드워프들이 모나드에 게 대항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주는 것. 그것 밖에는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기스의 체념적인 예감일 뿐, 원로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수많은 시민들이 거주하는 이 도시를,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아 이기스와는 달리 그들은 직접 모나드의 힘을 목격한 적이 없었고, 그들에게 있어 모 나드는, 단지 평화로운 도시를 파괴하기 위해 쳐들어온, 또 다른 외적에 불과했다. 여태까지 그들에게 패배해왔던, 그런 외적들 말이다. 그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아이기스의 보고를 들었지만, 도시를 포기하고 달아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이 도시 의 모든 드워프들을 위해 싸워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으니까. 오이스터가, 원로들을 대표하여 일어서서 물었다. "아군 전투기 편대는 어떻게 되었나?" 말 대신, 거대한 화면으로 답은 대신되었다. 도시 바깥에 떠 있는 모나드. 그리고 그 주위를 날아 다니는 검은 빛의 전투기들. 하늘이 가려질 정도의 위용이었다. '하지만, 저런 것으로는 모나드를 이기지 못해.' 오파비니아의 뇌리 속엔, 아까 겪었던 참패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마르렐라와 자 신은 상당한 수준에 이른 마법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자부심이 여지없이 무너 지지 않았는가. 힘을 다루는 능력에서, 자신들은 그 괴물에게 당할 도리가 없었다. 그것은 엄청난 절망감을 불러왔지만, 그 절망감을 막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과 연, 그 여자는 죽었을까. 모나드의 힘을 완벽하게 막아냈던, 그 여자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겠어.' 마지막에 모나드가 사용한 것은, 자신의 느낌이 틀리지 않는다면 분명 공간의 절단. 그리고 그 공간은, 모두 이 세계에서 뽑히듯이 쓸려나가, 어딘가로 보내졌었다. 그것 은 어디일까. 모나드의 마법에 의해 멀리 보내진 레이니는, 과연 어디로 흘러간 것일 까. '아냐.' 굳이 멀리 보낼 필요가 있겠는가. 그냥, 공간 자체를 부수어버리면 끝나는 일이 아 니었던가. 그런데 모나드는 어째서,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택했던 것일까. 마르렐라 역시, 그 점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의사만 표시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 은 확실하지 않다. '죽었는지, 살아 있는지, 그조차도.' 명확하게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하는 이상, 오파비니아로서는 단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레이니가 있던 공간이 사라질 때, 그 공간이 붕괴되었는지 전송되었는 지조차 판단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에 속이 쓰렸지만, 그 순간의 마법은 너무나 빨랐다. 자신은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의 속도로, 둘은 마법을 교환해가며 싸웠다. 그것을 명확히 목격할 수 있었는가. 결국, 지금으로선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단은 이들을 도와줘야 해.' 물론 이 도시가 그리 쉽게 무너질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지만, 상대가 워낙 막강한 이상,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에 자신과 싸울 때 모나드 가 보여준 위력. 그것은 분명히 엄청난 수준이었고, 그것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달아날 수는 없지 않은가. 행방이 묘연한 사람을 그리워해봤자, 아무것도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엘프들에겐 모두 알렸으니까.' 모나드가 오기 전에, 드워프들은 전 세계에 이 사실을 통고했다. 엘프들에게도. 드 워프들에게도. 그러니, 이제는 다른 동료들이 무슨 수단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모나드에 대항할 수단을. 일단 자신들의 의무는 완수했으니, 그 다음에 할 일은 간단 하지 않은가. '이들과 함께 싸운다.' 오파비니아와 마르렐라는 엘프다. 그들은 드워프와는 정반대되는 신조를 가지고 있 다. 자신의 힘에 의지하는 자들과, 자신의 밖에 있는 힘을 이용하는 자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진리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 그리고 그들은 어려울 때, 자신들을 도운 자들을 내팽개칠 수가 없었다. 그 생각이 그들을 이곳에 남겨두었고, 이곳에서 곧 벌어질 비극에서 도망치지 않게 한 것이다. 오파비니아가 고개를 들자, 화면에 모나드가 보였다. '어떻게 된 걸까.' 오파비니아도, 마르렐라도 이제 보이지 않는다. 시력을 잃어가는 것인가. 무섭다. 떨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무섭다. 상처입은 엘프의 가슴에, 이제는 통증대신 잠이 밀려온다. '미안해요.....' 작별 인사조차 못 남길지도 모른다. 방 안에 남은 드워프들의 손길이 점차 희미해지 면서, 아르메리아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전 기 공격 개시 !" 모나드와 드워프들의 대치는, 겨우 몇 초 동안의 일이었다. 원로들이 공격 명령을 내린 것은, 전투기들이 긴급 발진하여 하늘을 가득 메운, 그 순간이었다. 그 명령에 따라, 수많은 전투기들이 일제히 모나드에게 덤벼들었다. 삼각형의 금속조각들에게 서, 가느다란 빛이 뿜어져나왔다. 비록 볼품없지만, 맞게 된다면 생명체에겐 치명타 를 입힐 수 있는, 파괴의 빛이. 하지만. "캬하하하하." 모나드의 웃음은, 그 정도로는 지워지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전투기의 레이저로는 그 두터운 방어막에 충격을 입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저들은 헛되이 방어막에 부 딪쳐 산란되면서, 그 힘을 단지 불꽃놀이로 만들고 말았다. 공격이 통하지 않자, 전 투기들의 편대는 레이저 사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덜컹. 삼각형의 비행기들의 동체 하부에서 폭탄창이 열리고, 그 안에서 길다란 화살 모양 의 미사일이 튕겨져나왔다. 동체에서 떨어져나온 미사일들이 자유로이 낙하하다가, 꼬리에서 불을 뿜으면서 모나드를 향해 돌진해갔다. 수 십, 수 백대의 무인전투기들 로부터 날아가는 미사일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목표. 움직이지 않습니다." 속셈은 알 수 없지만, 미사일들은 그런 것을 의심할 두뇌가 없다. 그저, 발사된 이 상 목표에 명중하여 폭발하면 그뿐이다. 그들이 모나드의 몸 주위에 쳐져있는, 황금 의 광채에 부딪쳤다.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그들은 일제히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퍼엉. 도시 상공은 순식간에, 미사일들이 만들어낸 불꽃으로 뒤덮였다. 하얀 연기가 솟아 오르면서, 그곳을 향해 다음 차례의 미사일들이 무더기로 날아와 박혔다. 두 번째. 세 번째 폭발이, 모나드의 방어막을 흔들어놓았다. 아니,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다. 이미 모나드와 싸워본 경험이 있는, 아이기스를 비롯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쓸모없어." "방어막을 관통하지 못했어." 그러나 그들은 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어차피 모두들 알게 될 것이고, 그들 이 생각할 일은 모나드에게 타격을 줄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기에. 하지만, 답이 나오 지 않는 문제를 푼다는 것은, 모두에게 있어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묘안이 있었으면....' 하지만, 그들은 연기가 걷힐때까지, 그 묘안을 찾아내지 못했다. "모............목표. 건재합니다." 드워프들의 얼굴이 일제히 어두워졌다. 미사일을 그렇게 많이 맞고서도 멀쩡하다니. 하지만 원로들은 기가 죽지 않았다. 이 도시에, 무인 전투기들만이 배치되어 있는 것 은 아니지 않는가. 오르기가 기세를 죽이지 않고 다음 명령을 내렸다. "방어막을 분석해서, 녀석의 약점을 찾아내라. 가장 약한 부위에, 미사일을 집중하 는 거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헛된 노력이었다. 모나드가 두 손을 들어, 마법진을 만들었으 니까. 그리고 그 뒤는 예정된 순서. 번쩍. 거대한 붉은 빛이, 해상에 드러난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얼마전에, 마법사들의 공 격으로 인해 파손된, 2시 구역의 도시를 향해. 아직 수리가 되지 않아 수면 아래로 대피하지 못한 도시 건물에, 마법의 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 계속 - 후기)삼각형 전투기라. 스텔스기와 비슷한 모양이군요. 독창성이 없다고 하실 것 같 습니다만..... 그게 가장 간단하고 디자인이 쉬우면서도, 멋지게 보여서요. (으이 그..... 게으름뱅이) 중간을 이어나가는 것, 이젠 다 한 줄 알았더니 또 나오고 마는군요. 하긴, 이제 이 이야기도 슬슬 종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만. 하지만 그 종점은 눈 앞에 보이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멀군요. 끝까지 달릴 수 있기를..... 공룡 판타지 23-477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7) 빛. 그것은 물 위의 한 점에 비추어졌다. 시간. 그것은 한 순간에 멈추어섰다. 폭음. 그것을 아무도 듣지 못했다. 진동. 그것은 모두를 쓰러뜨렸다. 폭음. 그것은 그 뒤에 찾아왔다. 어둠. 그것은 모두의 눈을 가렸다. 바다. 그것은 화면에 남아있는, 단 하나의 것이었다. "사, 사라졌습니다. 2시 구역이....."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보고내용에, 원로들은 전율했다. 곧바로 비상 전원이 들어오 고, 곧 통제실은 다시 밝아졌다. 하지만 그 빛에 비춰진 것은, 달갑지 않은 현실. "살아남은 아군 전투기들은?" 그 질문에 대한 답. 모두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오이스터가 그 말을 한 것은, 모두들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입을 열기 위한, 주문같은 음성. 그렇지만.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아마 모두...." 드워프들의 전투기 대편대가, 단 한 방의 마법에 사라진 것이다. 더불어, 그들의 도 시 한 구역까지도. 하지만 침통함은 지금 허락되지 않는 사치였다. 갑자기 흔들리는 통제실. 두 엘프 소녀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그 자리에 쓰러질 정도의 충격파가 그 들 을 덮쳤다. "뭔가 !" 쓰러진 드워프들 중에서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오이스터의 말. 그의 말에 답하듯 이, 화면은 다른 장소를 비추었고, 그 안에 보인 것은..... "저건...." 도시 주위의 바닷물이 사라지는 광경이, 화면에 비춰지고 있었다. "이제 모든 것은 끝이야. 악랄한 드워프들." 모나드의 손에서 비춰진 마법이, 바닷물을 증발시키고 있었다. 아니, 바닷물을 드워 프들의 도시 주위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물의 벽이, 반구 형태의 돔의 주위에 쳐져 있 었다. 그 벽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자신의 몸을 우뚝 세우고 있었 다. "자. 남은 드워프들에게도 경고가 되겠지. 어떻게 처치할까?" 바다 아래에 있는 도시를 물 밖으로 드러냈다기보다는, 도시를 덮은 물을 억지로 밀 어냈다고 표현해야 했다. 아무리 모나드가 강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영원히 물의 벽을 유지하기는 어려웠고, 또 그럴 생각도 없었다. 모나드의 다음 마법은, 아마도 파괴의 마법이 될 것이다. 조금 전에 사용한 드래곤 브레스와 같은, 그러한 파괴의 마법. "고작 물을 조종하는 정도의 마법으로는, 취향에 맞지가 않는다고." 물론 워터 컨트롤(water control : 물을 조종하는 마법. 원소마법 레벨 2)같은 초급 마법으로는, 모나드의 성에 차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물을 다룬 그 규모만큼은, 절대로 2레벨이 될 수가 없었다. 인간들은 이 마법을 고작 물 한 컵 정 도의 양으로밖에 쓰지 않기 때문에, 이런 터무니없는 분류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모나드에게 그런 분류는 중요하지 않다. "물을 좋아한 녀석들이니, 물로 최후를 맞게 해줄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금 자신이 바다에 건 마법을 풀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은 저들의 돔을 부수지 못한다. 그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안겨주기 위해서는, 선행해 야 할 조치가 하나 있었다. 악마들에게 내릴 천벌을 생각해보던 모나드의 눈에, 단호 한 결심의 빛이 어렸다. "우선 그 보기싫은 돔부터, 날려버려주지." 모나드의 손에 마법의 힘이 모였다. 마치 사형선고를 내리는 재판관처럼, 모나드의 입에서 나온 폭발음. 그 소리는. "파이어 클러스터 봄(fire cluster bomb : 레벨 5의 원소마법) !" 모나드의 손에서, 불덩어리 하나가 떨어졌다. 느리게 떨어진 그 불덩어리는 작은 불 꽃 수 천개로 나뉘어지더니, 그대로 돔을 직격했다. 폭음이 한 번 들리고, 그 폭음 은 곧 수 천번의 폭음으로 불어났다. 돔에서 기묘한 소리가 들리더니, 서서히 유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균열은 점점 더 확대되어갔고, 결국 어느 순간, 그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콰쾅. 시가지를 향해, 돔의 조각들은 사정없이 떨어져갔다. "어떻게 된 건가?" 그런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또다시 밀어닥친 충격. 그 일격은 통제실이 있던 지하 에까지 미쳤고, 화면이 꺼지면서 어둠이 밀어닥쳤다. "모나드의 공격이에요." 오파비니아의 말이, 어둠을 갈랐다. 하지만. "그럴 리가 ! 이 도시를 보호한 돔이, 단지 마법 한 방에 깨질 리가...." 오르기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부서진 통제실에서, 모 두들 자기 몸을 빼내어 달아나기 시작한다. 더 이상 머물러도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서, 제 2 통제실에 지휘권을 이양해 !" 황급히 오이스터가 명령했지만, 아무도 그 명령을 듣지 않았다. 아니, 들을 수가 없 었다. 돔의 붕괴의 충격으로, 통제실의 기계가 고장나버린 것이다. 하필이면 통신선 이 말이다. "젠장 !" 드워프들은 결국, 자기와 그 주변의 드워프들을 데리고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통제실 자체는 붕괴되지 않았고, 모두들 문 밖으로 달려나갈 시간만은 있 었다. 하지만 그 문 밖에는..... "저, 저 녀석은 !" 통제실 밖 지상. 그곳에 나간 드워프들이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 그 위에는 모나드 가 있었다. 적의를 불태우는 괴물이, 드워프들을 향해 살기를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벌레같은 녀석들." 그 말을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드워프들은,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 다. 무너지는 건물들 위에 떠 있는 차가운 생물이, 죽음을 사방으로 뿌린 것이다. "파워 오더 킬(power order kill : 언령마법 레벨 10의 즉사마법)." 그 말을 들은 자들은, 모두 검은 재가 되고 말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가. 한 발 늦게 달려나온 오파비니아, 마르렐라, 아이기스, 오이스터, 그리고 다른 드워프들은 , 페허 주위에 흩어진 드워프들의 옷을 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옷에 남은 마지막 비명을 느낀 두 엘프소녀는, 하늘에 뜬 적을 향해 저주스런 시선을 보냈다. "너........" 그 말과 함께, 두 사람의 손에서 빛이 뻗어나갔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모나드에게 아무 효과가 없다. 모나드가 마법을 발동시킬 필요도 없이, 황금빛 방어막에 맞은 빛 은 불꽃을 튕기며 사라져갔다. "어리석은 엘프." 모나드의 손에 맺혀진 마법.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그것은 발 아래의 모든 이를 죽이고, 단지 죽은 자의 도시만을 남길 뿐이다. 그리고, 곧 이곳도 물에 덮여버 릴 것이다. 엘프들은 달아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남은 드워프들이 죽게 된다. 필사의 각오로 방어마법을 사용하려는 그들의 머리 위에, 한줄기 빛이 날아들었다. 사방으로 빛이 퍼져나갔다. 모두들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빛은 드워프들을 향해 뻗어나가지 않았다. 그 빛은, 단지 무의미한 에너지의 조각이 되어 사라져갔을 뿐이다. 그리고 빛이 날아갔 던 길을 막아선 것은..... 하늘에 머리를 휘날리며 선, 작지만 당당한 모습의 한 사 람. "너, 넌 !" 모나드의 경악. "레이니 양 !" 오파비니아의 반가움. "레이니 씨 !" 마르렐라의 기쁨. "저 아가씨는 !" 놀라는 오이스터. "라 브레이커의 주인인가 !" 과거의 일. 그것이 그제서야 아이기스의 머리에 떠올랐다. 라 브레이커라는 거대한 검을 가지고, 여행을 하던 한 사람의 소녀를.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이상한 힘을 가진 한 소녀가, 자신의 눈 앞에 춤추듯 날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그가 목 격했던 것 이상의 놀라운 힘으로, 자신들을 향해 날아온 마법을 멀리 쳐냈다. "드디어 힘을 얻은 것인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엘프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멀리서 벌어진 레이니와 모나드의 전투. 그것을 비록 기계는 감지할 수 있었다고 해도, 그의 눈은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제아무리 드워프가 진실을 보는 눈이 있다고 해도, 결국 생물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수 천 개의 불꽃. 그 속에 서 보이지 않는 폭풍의 질주. 그것을 알아볼 수 없었던 그가, 어떻게 레이니를 알 수 있겠는가. - 계속 - 후기)귀환. 그리고 다음 싸움. 겨우 끝이 보이고 있군요. 사실 여기까지 달려왔으면, 모든 것은 결정되어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글쎄요. 꼭 그렇게 쉽게 끝내야 할 까요? 무슨 음모를 꾸미냐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레이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군요. 조금만 더.......... 라고 할까요. 아니면 벌써.....라고 할까요. 끝이 다가오니 수 많은 생각이 떠오르게 되는군요. 공룡 판타지 23-478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8)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은 손끝하나 대지 못했던, 괴물에 맞서서 당당 히 떠 있는, 지금의 모습을 보고나선 말이다. 그의 입에서 무의식중에 나온 중얼거 림. "정말로 저 아가씨가...." 정말로 저 여자, 레이니란 이름의 소녀가, 전설을 이루는 것일까. 아이기스의 눈 앞 에 떠 있는 소녀는 비록 작지만, 그 누구보다도 커 보였다. 심지어, 그 소녀의 앞에 떠 있는 강대한 적, 모나드보다도. 그 모습을 본 아이기스의 입에서, 그리고 모든 이 의 입에서 동시에 한 마디 말이 흘러나왔다. "우린 살아남은건가." 그들이 바라본 하늘에는, 절망과 희망이 동시에 떠 있었다. 하나는 어둠. 또 하나는 빛. 하지만 그들은 그 광경을 오래 지켜볼 시간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사람 들 의 흐느낌. 짓눌린 자들을 돕지 않으면 안 되었으니까. 오이스터가, 그런 드워프들에 게 명령을 내렸다. "자. 모두 제 2 통제실로 간다. 어서 구조대를 출동시켜야 하니까." 일부 드워프들이 그곳을 향해 뛰기 시작했고, 나머지 드워프들은 페허로 달려가, 건 물더미에 짓눌린 사람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마르렐라 역시 그런 그들을 돕기 위 해 달려갔지만, 오파비니아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처음 마을에 올 때는 한없이 연약했던, 그 소녀를 보기 위해. "힘내요. 레이니양." 그리고 그녀 역시, 마르렐라의 뒤를 따랐다. "어떻게 돌아온거지? 분명히 블랙홀에 던져넣었었는데." 적의를 품은 모나드의 말. '역시 그것이 목적이었던가. 당신.' 하지만 그는 잘못된 방법을 선택했다. 나를 죽이고 싶었다면, 그대로 공간을 붕괴시 키든지, 그렇지 않으면 블랙홀의 '사상의 지평면'안으로 나를 밀어넣든지 했어야 했 다. 블랙홀의 내부가 아닌 외부. 그 힘이 어정쩡하게 미치는 장소에 나를 데려다 놓 은 결과, 내 목숨은 아직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무사히 있었다. 하지만, 내가 고개 를 끄덕이는 것을 보자 모나드는 분노했다. 그 분노의 정신파가, 나에게 다가오는 게 느 껴진다. "믿을 수가 없어 !" 그 말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긴 그때 조금만 공기를 가두는 게 늦었다면, 나는 질 식해서 죽고 말았을테니까. 그런 그의 감정이 섞인 말이, 되풀이해서 흘러나온다. "너 혼자만의 힘으로 이곳에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어 !" 그 말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 말은.... "인간이, 인간이 어떻게...." 과거부터 들어온 말. 검이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 말이 다시 생각났다. 나는 인간 이 아니라고 한, 모나드의 말이 불쾌한 것은, 그것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 째 서 인간은 그런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건가. 어째서 그걸 경계지어서 표현해야 하 는가. '하긴 내가 인간이 아니라면, 모나드의 말도 정확하겠지.' 그러나, 이제는 그 말에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의 인간과 다르긴 하지만, 결국 그들과 같은 인간이니까. 단지,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많이 알고 있을 뿐인걸. 아 주 조금.... "할 수 있었는걸." 그 말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단순한 사실을 말하는 것. 그 이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하지만 모나드는 납득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는 다시 발악하듯 외쳤으니까. "웃기지마 ! 고작 전설의 검의 힘을 빌려서 돌아온 주제에 !" "빌리긴 빌렸지." 검이 오시언과 내가 있던 곳과의 거리를 가르쳐준 것이 도움이 되긴 했으니, 그 힘 을 빌리긴 빌린거다. 그것까지 내 힘으로 알아내지 못한 건 조금 유감이긴 하지만, 어쩐지 그게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모나드가 다시 그런 수법을 쓴다면, 나는 이곳에 돌아오지 못할까? '그렇지 않아.' 중요한 건 그 사실이었다. 이제 검이 힘을 빌려주지 않아도, 모나드의 모든 마법은 내게 통하지 않았다. 단 하나. 단 하나의 가능성만을 제외하고. '만약 그가 내 혼을 빼낸다면.' 아직 영혼을 다루는 마법은 시험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기분으로선, 왠지 그 럴 경우에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한 번, 내가 혼을 몸 밖으로 빼앗기던 경험. 그리고 라 브레이커에게서 받은 가르침. 그것을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는 마음. 그것으로 모든 것은 족하지 않는가. 나를 바라보는 모나드를 향해, 나는 말을 잇는다. 순간의 생각이 끝나고, 답은 천천히 나온다. "하지만, 다음에 당신이 나에게 그런 마법을 걸어도, 나는 극복해낼 수 있다는 생각 이 들어." 그것이 나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그 모든 것을 모른다. 내가 어떤 식으로 블 랙홀에 빠져드는 것을 피하고, 이곳에 돌아올 수 있었는지 전혀 모른다. 단지, 믿을 수 없다는 감정. 이해할 수 없다는 두려움을 나에게 내보이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외칠 뿐이다. "검의 힘을 빌었던 주제에, 그런 큰 소리를 칠 수 있어? 비겁한 자식. 위험하면 검 에게 기대어 도망이나 치고. 하지만 지금은 네게 그 검이 없어. 어디 얼마나 가나 두 고보자고 !" 그리고, 모나드가 마법을 쏘아냈다. 하지만. "느리네?" 그 마법은 왠지, 너무나 느렸다. 동시에 수 백개의 마법을 쏘아낸다는 그의 실력을 감안하면, 그것은 너무나 느렸다. 그 명성에 걸맞지 않은 추태라고 보일 정도로. 그 러나 그것은 추태가 아니다. 그가 느린 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기 때문 에. '빠른 것은 나의 마음.' 물론 내 몸은 모나드에 비하면 느리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그보다 월등히 빠르다. 모나드의 몸 주위에 생겨나는 수 십개의 마법진. 그리고 그 안에서 퍼져나오는 빛. 하지만 그것은 이제 두렵지 않다. 저것은 단순한 에너지의 무리. 그리고, 모든 에너 지는 결국 내 주위에 존재하는 것. 단지 그 양이 평소보다 많을 뿐. 중력과 강력, 약 력과 전자기력. 그것은 단지 하나의 힘이 모습만 바꾸어서 나타나는 것. 그리고 나는 그 힘을 다루는 법을 알고 있었다. "도시의 모든 주민들에게, 지하 대피소로 들어가라고 해 ! 언제 적의 재공격이 있을 지 모른다 !" 지금은 도시 주변의 물이 벽을 이루고 서 있지만, 언제 저 벽이 무너질지 모른다. 차라리, 벽이 무너지는 순간, 시민들이 지하대피소에 들어가서 난을 피하게 하고, 그 뒤에 도시 자체를 물 위로 부상시키는 것이 안전했다. '지금은 서둘러봐야 너무 늦어.' 도시에 사는 자들의 수가 하나둘이 아닌 이상, 단시간에 사람들이 지상으로 도망칠 여유는 사실상 없었다. 오이스터를 비롯한 드워프들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었다. 그 래서 그들은 시민들에게 대피소로 들어가라고 지시한 후, 지하 통제실에서 상황을 지 켜보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저 아가씨가 정말로 전설의 검의 주인이라면.' 그렇다면,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공연히 그들의 군대가 나가는 것은, 그 소녀에게 방해물을 늘어놓는 것 이외에는 아무 효과가 없을 터이므 로. 그리고 지금은 전투보다는, 생존에 힘을 써야 하는 처지였다. 수많은 로봇들이 돔의 붕괴로 인해 무너진 건물에서, 드워프들을 끄집어내어 수송하고 있었다. 구조 작 업이 끝날때까지, 물의 벽이 버텨준다면 좋겠지만, 만약 중간에 무너진다면? '과연 저들중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암담함이 그의 온 몸을 짓눌렀지만, 일단은 조금이라도 더 살아남아야 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모두에게 계속해서 지시를 내렸다. 원로들 중 상당수가 모나 드의 공격에서 사망하여 잿가루가 되어버린 지금, 그 이외에는 모두들 혼란에 빠져있 었기 때문이다. "대피와 인명구조를 서둘러라 ! 비상탈출에 대비해서, 모든 지하 항구의 선박들은 출항준비를 해두도록." 그들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생존자의 수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서. "받아라 ! 이 계집애 !" 마법의 빛이 수 백개의 화살로 변하여, 하늘을 가르고 날아온다. 어떤 것은 시공간 에 영향을 미치고, 어떤 것은 강렬한 열로 주변을 태우며, 어떤 것은 번쩍이는 빛과 번개가 되어 나를 덮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에너지의 화살. 결국은 에너지에 의 해 이루어지는, 화려한 불꽃놀이일 뿐이다. '피해야 할까?' 하지만 피하면 안 된다. 피한다면, 그 마법들은 나를 따라올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 당장 드워프들의 도시의 돔이 깨져있고, 주변 에 서 있는 물의 벽들이 내 눈에 선명한데, 그쪽에 영향이 미친다면 무슨 일이 나겠 는가. '막아야겠지.' 내가 정의의 사자는 아니지만, 오늘은 그 흉내를 내야 할 것 같다. 내 주위에 덮치 는 에너지의 폭풍. 그리고 시공간의 변형들. 그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리는 방법 은..... "이거다 !" 그들의 힘을, 저 멀리 우주공간을 향해 날려버리는 것 뿐. 나의 의지에 반응하여, 나에게 다가오던 에너지와 시공간의 일그러짐은 한 순간에 하늘로 날려가버렸다. 모 나드의 힘이 에너지를 만들어서 날리는 것이라면, 나는 그 자체를 다루는 것이기에. 분자 이하의 단위에 이르면, 모나드의 영향력보다 나의 영향력이 훨씬 막강했다. 그 것이 고대 문명이 만들어낸 초병기, 모나드의 한계였을까. - 계속 - 후기)생각보다는 빨리 정리되었군요. 하아. 이젠 놀려먹지도 못하겠다. 레이니양, 너 무 막강해진 느낌이 듭니다. 으. 괴롭히는 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었는데..... (정 말?) 힘 자체를 다루는 소녀. 에너지 자체를 다룰 수 있는 소녀. 그 힘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수준까지 올라가 버렸습니다. 오늘은 수능답게, 날씨가 좀 춥더군요. 으스스..... (떨고 있다) 언제나 이 날만 되 면 기온이 급강하하는 전통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맞아들었습니다. 아마 교육부는 가 장 추운날을 골라서 수험날짜를 정하는 모양입니다. 혹시 한여름에 수능시험을 치른 다고 해도, 여전히 기온이 급강하하지 않을까요? 여름에야 그러면 좋겠다고 생각하실 지 몰라도, 추워서 이가 부딪치도록 기온이 내려갈지도..... 수능시험 치르신 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공룡 판타지 23-479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19) 부웃. 마치 희미한 신기루가 사라져가는 것처럼, 내 주위로부터 흐릿한 부분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것은 모든 마법을 집어삼키면서 하늘로 올라갔다. 마법들이 지닌 거대 한 힘도, 이럴 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내가 사용한 마법은, 힘으로 힘을 대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이 아니라, 힘 자체를 움직이는 능력이니까.' 에너지라는 것. 그것 자체를 움직이는 힘. 에너지와 물질보다 더 작은, 궁극의 기본 입자로 힘을 실어나른 것일까. 하지만 그런 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드 워프들의 도시에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의 몸까지도. '대기층을 파괴하지 않으려면.....' 굳이 하늘에 있는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에너지는 우주로 방출될 수 있었다. 힘 자체에 압력을 가하여, 나는 오존분자 사이사이로 힘이 빠져나가도록 배 려했다. 마법의 힘은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결국은 별들이 떠 있는 공간으로 사라 져버렸다. 펄럭. 그리고 불어온 한 줄기 바람이, 내 머리를 휘감았다. 주위의 공기층에 약간은 영향 을 미친 건가. 하지만 그 바람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산들바람 정도. 그 러나 그것은 나의 느낌일 뿐일수도 있다. 그 생각은 내 고개를 아래로 숙이게 했고, 붕괴된 도시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변함이 없네." 돔과 건물이 무너진 모습은 참혹했고, 그 아래의 드워프들은 고통속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지만, 나 때문에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하지만. "크르르르르." 짐승같은 음성을 들어보니, 아마 모나드에겐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 리 원수지간이라지만, 굳이 그렇게 잔혹하게 할 필요는 없을텐데.... 그런 생각을 한 내가 비정상일까. 아니면, 복수심에 눈이 먼 그가 비정상일까. 아마 상대는, 나를 비 정상이라고 부르겠지. 내 예상대로, 나를 향해 폭언을 쏟아내는 모나드. "빌어먹을 계집애 ! 계속 날 방해하더니, 이젠 죽지도 않고 또 와? 어디. 이것도 잘 막아내나 두고보자 !" 그리고 모나드의 입에서 나오는 주문. 그, 그 주문은? 설마.... 퍼퍼펑. 드워프들의 도시. 그 주변에 있던 에너지 구조물이 무너졌다 ! 바닷물을 쌓아둔 댐 이 무너져버리자, 물은 가장 낮은 곳 - 드워프들의 도시 -를 향해 육박했다. "죽어라 !" 복수심에 충만한 자가, 자신의 야망이 저지된다면 할 짓이 무엇이겠는가. 그 점을 미리 예상하지 못한, 내 멍청함에 저주라도 퍼붓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한탄을 할 때가 아니다. 서서히 무너져내리는 바닷물의 벽. 그리고 그 벽의 잔해가 향하는 곳. 그곳을 지키기 위해서. 내 몸이 빗살처럼, 아래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 도시로 바다가 덮쳐들고 있습니다 !" 통제실의 드워프들이 비명을 질렀다. 물론 지하의 드워프들은 모두 무사하겠지만, 건물과 돔의 잔해에 깔려서 사경을 헤메고 있는 드워프들에게는, 이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당장 집행되는 형벌인. "지하 대피소의 문을 닫아라 !" 오이스터의 외침. 비록 그것은 도시 위의 부상자들을 내버리는 결정이었지만, 지금 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만약 대피소의 문을 닫지 않는다면, 그 안의 드워프들까지 희생되고 말기에. 아이기스가 눈물을 머금고, 폐쇄명령을 반복했다. 그 음성에 반응 한 도시 통제 컴퓨터가 움직이더니, 모든 대피소의 문이 굳게 닫혔다. "미안하다..... 우릴 용서해다오...." 지상에 남은 구조요원들, 그리고 수많은 부상자들의 최후를 상상하면서, 모두는 고 개를 떨어뜨렸다. 화면을 통해 다가오는 물의 파도를, 차마 보지 못하고. "어, 어쩌지?" 당황한 나의 부르짖음. 그러나, 상황은 분명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당 연히 이들을 구해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떻게?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다면, 지 금의 상황에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저 거대한 물의 폭포를, 과연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우우우웅. 거기다가, 모나드가 마법을 외우고 있었다. 아마 녀석은, 내가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나를 공격하려고 하겠지. 그래서 이 도시 주변에 걸린, 보호마법을 해제해버린 것일 테고. 돔이 부서진 도시를 휩쓰는데, 이 이상 현명한 방법이 어디있겠는가. "어쩌지? 시간도 없는데." 내 마음이 빠르기 때문에, 물이 느리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시간은 너무나 짧은 순간이다. 지금부터 방법을 떠올려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도시의 부상자들 은 모두 물에 휩쓸려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중 생존자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유감스럽 지만. "그건 싫어." 하지만,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 당황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모나드의 마법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그의 냉소적인 말, 아니 정신적인 파동을 동반 하면서. "흥. 어디 잘해봐. 검의 힘이 없이, 과연 네가 드워프들을 살려낼 수 있을까?" 레벨 9의 원자마법인 원자붕괴(atom destruction). 과연 저것을 내 몸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평소라면 별 무리가 없을테지만, 지금은 저 도시를 구해야 한다. 순간의 망설임. 하지만 그것은 순간의 방황일 뿐, 이미 대답은 정해져있었다. "젠장 !" 내 왼팔이, 아래를 향하여 뻗었다. 내 의지에 따라, 바닷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국 바닷물은 물이며, 물은 물질이라는 것. 그리고, 물질은 에너지와 같은 종류의 것이라는 점. 그것이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아마, 물을 멈출 순 있을거야." 하지만, 모나드의 마법은 어떻게 막지? 내 오른손이, 모나드를 향해 뻗었다. 두 가 지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 보통 인간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나에겐 또 하나의 인격이 있었다. 그것은.... '부탁해요. 공주님.' 내 오른손에, 정확히 모나드의 마법이 명중했다. 그의 마법이, 내 손바닥을 붕괴시 키기 시작했다. 그것을 공주님의 의식이 막는다. 두 의식과, 그 의지에 따르는 마법 이 격돌한다. 내 손 안에서. 나는 오른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왼손에 모든 의 식을 집중했다. "난 바보인가봐." 일면식도 없는 드워프들을 위해, 이런 모험을 하게 되다니. 나와 알고 지내는 드워 프는, 그 작디 작은 소녀, 아이샤밖에 없는데. 그녀가 지금 저 도시에 있는지 없는지 도 알 수 없는데, 어째서 나는 이런 선택을 했을까. 내 왼손에서 물질을 붕괴시키는 힘이 뿜어나오더니, 그 힘은 주변으로 날아갔다. 바닷물이 닥쳐오는, 그 폭포수 한 가 운데로. '제발 성공해라.' 그러나 희망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 잡다한 생각으로 내 두뇌를 어지럽힐 여 유는,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바닷물이, 나의 마법에 의해 빛나기 시작했다. "물의 벽이....." 아이기스의 입에서, 놀라움에 가득찬 말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마법을 쓰는 자들의 대결이라지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화면에 비춰진 도시 주변의 풍경은,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환상. 그 자체였다. 반짝이는 빛의 벽. 그것은 바닷물을 가로막았고, 그 빛에 닿은 바닷물은 마치 댐에 갇힌 강물처럼, 허공에서 머뭇거릴 뿐이었다. 구조요원들도, 부상당한 드워프들도, 모두들 그 광경에 넋을 잃고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대단해...." "믿을 수가 없어...." 그들 중에, 한 소녀가 있었다. 이마에서 피를 흘리긴 하지만, 그래도 의식만은 또렷 한, 한 소녀의 입에서, 작은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언니....." 하늘에 떠 있는 소녀를 보며,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이 녀석이....." 모나드의 외침이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감을 상실한 자의 것일뿐. 이제는 그가 두렵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내 안의 공주님에게 의지할 필요도 없었는지도 모른 다. 결국 이번 일은.... '바닷물도 내 주위에 있던 것.' 그리고 모나드도 내 주위에 있는 것. 그 모나드가 발사한 마법도, 결국은 내 주위에 있는 것이었다. 내 주위의 에너지의 상태만 확실하게 통제한다면, 그의 마법 역시 통 제할 수 있었다. 결국, 두 개의 상황은 하나였고, 굳이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었 던 것이다. 내가 한 일은, 단지 그의 마법의 힘을 나의 마법의 힘으로 억누르고, 상 대에게 내 의사를 전달한 것 뿐이다. 그의 마법을 되돌려보낸다는, 약간은 거친 수 단 을 써서 말이다. 원자를 붕괴시키는 힘. 정확히 말하면, 원자 내부의 소립자들을 억 지로 원자핵에서 분열시키기 위한 거대한 에너지가, 나에게서 모나드에게로 되돌아갔 다. "캬악 !" - 계속 - 후기)펭귄 판타지라는 말 듣고 황당했습니다...... 서점에서 펴 본 게임관련 책에 보 니, 그런 소리가 씌여져있더군요. 어차피 똑같은 소리만 늘어놓는게 요즘 판타지 소 설들이니, 당신도 이렇게 하면 판타지 소설을 쓸 수 있다며 공식을 좌악 늘어놓 던...... 어쩌다 통신연재소설들이 그런 소리를 듣게 된 건지 한심하더군요. 하지만, 그러기 전에, 저 자신은 과연 어떤지 황급히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 자신은 독창 적인 길을 찾는다고 애썼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크니까요. 서 글픈 일이지요. 자. 그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수능 문제 난이도가 엉망이라고 말이 많더군요. 시험 못 봤다고 우는 분들이 하나둘이 아니고, 신문에선 다들 망쳤다고 나오고..... 정말 정신없는 하루네요. 뉴스라는게 하나같이..... 좋은 뉴스 좀 듣고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공룡 판타지 23-480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0) 두 번째 마법을 준비하던 그의 몸 주변에, 자신의 마법이 되돌아가 꽂혔다. 황금빛 방어막이 태양처럼 빛나면서, 그 힘을 풀어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둘 수는 없 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이제부터 죽여나갈 자가 아닌가. 이것은 그와 나의 대결만이 아닌, 도시의 페허에 깔린 드워프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기도 했다. 세 계의 모든 사람의 운명이 걸린 싸움이라는 자각은 나에게 없었지만, 지금 당장 죽어 가는 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방어막, 걷겠어." 절대적인 방어막인 인빈시블 포스. 그 황금빛의 막이 서서히 갈라졌다. 저것은 단순 한 마력의 집결체가 아닌, 물질과 에너지를 다스리는 권능의 빛. 그 마법은 그 권능 에 의지하여, 어떠한 마법의 공격으로부터도 마법사를 지켜준 것이다. 사람이 사용 한 모든 마법은, 결국은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기에. 하지만 그 힘은 나 에겐 통하지 않았다. 나도 그런 능력을 갖고 있기에. 쩌엉. 유리가 깨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마법이 갈라지고, 원자분해의 마법이 그의 몸에 들 어가 꽂혔다. 비명을 지르던 그의 몸이, 찬란한 빛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의 몸을 구 성한 물질이, 원자로 분해되면서 사방으로 퍼져간다. 그 육체의 가루는, 곧 세계가 태어났을 때 탄생한 기본적인 물질로 분해되었고, 그것은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자 신의 불안정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쿠아아앙. 그의 몸의 일부는 쿼크와 렙톤, 이 세계가 태어났을 무렵에 생겨났다는, 미세한 입 자들로 분해되었고, 그 중 일부는 다시금 원자와 분자로 돌아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그런 행운을 얻지 못하고, 에너지로 돌아가서 공기를 진동 시 켰다. 내가 한 일은 단지 그 힘을 하늘로 날려버리는 것. 하늘을 향해 파괴되는 그의 몸이, 마치 화산의 폭발을 연상하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연기는 걷혔다. 참혹한 현실을 동반하면서. "크륵. 크르륵." 몸의 우반신이 날아가버린, 참혹한 모습의 모나드가 보였다. 내가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본 그 모습. 붉은 살덩어리로 뭉쳐진 인간모양의 좌반신이, 간신히 살아남은 그 의 상황을 말하는 것 같았다. 공중에 아직 떠 있는 것을 보면, 절명하진 않은 것 같지 만. "말을 못하게 된 건가?" 모나드의 왼팔, 아니 왼팔이라고 불렸던 살덩어리가, 피를 흘리면서 꿈틀거린다. 이 미 그의 몸 주위에 있던 황금빛은 사라졌고, 지금은 단지 추악한 괴물에 불과하다. 살아있는 살덩이. 핏덩어리 생명체. "크르.........크륵." 그의 입, 아니 입이었던 부위가 열리는 것 같다. 그러나 무슨 말을 하려는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의미없는 울부짖음만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이 지 경 에 이르러서도 싸워야 할 것인가. "그만 손들어요. 모나드. 항복하면, 당신을 살려주지요." 바보같은 소리를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의 처참한 모습이, 나를 약하게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그런 말을 꺼냈는 지 도 모르고. 하지만 그런 배려는 헛된 것이었다. 그가 격렬하게 반항했기 때문에. 내 게 날아오는 그의 말은 음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신파의 미약한 파도에 불과했지 만, 그는 외치고 있었다. "웃기지마 !" 마지막 자존심을 토하는 모나드. "난 절대, 저 아래 있는 놈들에게 사과할 수 없어 ! 나를 이토록 괴롭힌 놈들에게 사과하라. 넌 분명히 그 말을 할테지?" "........." 그 말은 틀리다. 적어도 모나드를 괴롭힌 자들은, 저들이 아니고 저들의 조상이므 로. 하지만, 모나드에겐 그 둘이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움직이지 못하는 입 대신, 정신의 힘으로 나에게 외치는 모나드. "절대 못해 ! 난 저 놈들에게는, 절대 사과하지 못해 ! 그런 놈들을 옹호한 너에게, 내가 목숨을 구걸할 것 같아 !" 그 말. 그 뒤에 그의 몸이 갑자기 들썩이는가 싶더니..... "무슨 짓이야 !" 저 녀석, 지금 제정신인가? 그렇게 망가진 몸으로 나에게 덤비다니. "어째서 이런 무모한 짓을....." 무모한 짓. 그것은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몸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어 떻게 나와 싸우겠다는 건가. 내 앞으로 그의 몸이 다가오기도 전에, 나는 그의 물질 과 에너지를 이동시켰다. 간단히 말해서, 그를 던져버렸다는 이야기다. 그의 몸이 탄 환처럼 날려가면서, 그 팔이 찢기는 것이 느껴졌다. 핏방울이 공기속을 퍼져간다. 하 늘을 흐르는 붉은 강처럼. "바보 녀석." 그 말밖에는, 내가 할 말이 없었다. 저 멀리 사라져가는 모나드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 신경을 아래로 돌렸다. 내 왼손으로 일단 바닷물은 막았지만, 이제는 근본적 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그에 생각이 미치는 순간, 갑자기 내게 날아오는 이 상한 힘. "뭐지?" 그 말이 나오기도 전에, 내 몸은 옆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재빠르게. 내가 남긴 잔상이, 마법의 빛줄기에 관통당하고 있었다. "새로운 적인가?" 내가 있던 장소를 가르는 마법. 이 힘을 발출한 녀석은.... '설마....' 내 몸이 서서히 뒤로 돌아갔다. 몸을 돌린 내 눈앞에 떠 있는 것은..... "크크크크." 완전한 형태의 모나드였다. "어떻게 된 거야?" 분명히 그 녀석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다쪽으로 날려가버렸는데? 어떻게 이렇게 금새 회복한거지? 아니, 그건 둘째치고. 어떻게 내가 눈치채기도 전에, 내 뒤로 돌아간 거 지? "..........." 눈이 아닌 감각으로 사물을 바라보자,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분명히 내가 집어던 진 모나드는, 아직도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이건. "분신?" 별 이상한 재주를 다 쓰는군. 나를 노려보는 두 번째의 모나드를 향해 마법을 날리 려는 순간, 내 머리 위쪽에 나타나는 에너지 반응. "위쪽?" 그쪽을 바라보려는 순간, 내 발 아래에 느껴지는 에너지반응. "아래쪽?" 미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좌우에서 힘이 느껴졌다. 그럼..... "정말 분신술이라도 쓴 건가?" 내 주위를 포위하고 들어오는, 수 십, 수 백명의 모나드의 모습이 보였다. "환각인가?" 그건 아니다. 그들은 단순한 정신에너지의 뭉치가 아닌, 물질로 이루어진 존재들. 그럼 이것은 단순한 눈속임이 아닌건가.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수많은 '모나드'들이 나를 향해 손을 뻗쳤다. 마법을 쓰려는 건가? 이젠 그 정도야 눈감고도 막아낼 수 있 기는 하지만..... "이 녀석들, 정체가 뭐야?" 모르면 알아보는 것이 상책이다. 내 감각이 날카로워지면서, 내 주위의 물질과 에너 지의 미세한 부분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차피 드워프들의 도시를 한 손으로 지탱하 면 서부터 느끼고는 있었지만,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 끈에 달린 인형인가? 그게 아니면 자아를 지닌 독립된 개체인가?' 정말 내 생각대로 그들이 분신이라면,, 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 은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었다. '그 끈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보통은, 분신을 만들어낸 자, 모나드가 그 끝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 지만, 모나드에게서 마법이 튀어나간 기미는 전혀 없었다. 그렇다면, 그 말은 모나 드 가 마법을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 누가 썼다는 거야? 저들을 만들어낸 마법을.' 그 자를 찾아내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다. 내 감각이 드워프들의 도시와, 그 상공을 넘어 모나드의 분신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 그들을 조종하는 자는 누구인가. 분신들 에게서 뻗어나가는 정신적인 끈. 그리고 힘을 공급해주는 가느다란 선. 이상하다? 이 건 마치 인간 마법사들에게 붙어있는 것과 유사한데? '설마.....' 어쩌면, 나는 여태까지 진짜 모나드와 싸운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혹시 진짜는 멀 리 다른곳에 있고, 내가 싸우는 '모나드'는 다 가짜가 아닐까? 그런 의심이 마음속에 서 생겨난다. 그리고 이것은, 무엇보다 모나드의 본질에서 흘러나온 의문점이었다. '녀석은 마법의 근원체야.'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이, 새삼스럽게 마음속에 떠올랐다. - 계속 - 후기)쿼크와 렙톤..... 물질의 근본이 되는 원자의 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쪼개면 나오는 기본입자들입니다. 어쩌다가 보니 그 이름이 튀어나오고 말았습니 다.... (갈수록 막가는 거냐....) 이젠 정말 레이니가 아주 강해졌군요. 하지만 이야기의 끝무렵인데 뭐 어떠냐.... 라는 생각으로, 간신히 자기합리화를 시키는 중입니다. 이야기 초반에는 빌빌거리더 니.... 많이 컸네요. 어느새 480회군요. 500회가 되기 전에 끝을 내야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공룡 판타지 23-481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1) '마법의 근원체라는 것은....' 고대의 인간은, 마법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쉽고 편한 방법을 택했다. 대마법 사들의 마법을 긴 세월에 걸쳐서 따라 배운 것이 아니라, 단지 간단한 주문을 외워서 마법 근원체로부터 마법을 전송받아서 사용한 것이다. '결국 마법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기계.' 그 기계를 만약 내가 만든다면, 나는 어떤 방법을 취하게 될까. 역시 수많은 마법처 리과정을 감당할 수 있는, 거대한 두뇌를 만들어 붙이는 것이 선결작업이 될 것이다. 모나드가 마법을 한 두 가지만 사용했던 것도 아니고, 마법사가 원하는대로 모든 마 법을 만들어 보내주기 위해서는, 상당히 발달한 두뇌를 갖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 다. '그렇다면....' 그 마법 근원체가 인간의 모습을 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결론이 자연 스럽게 도출되었다. 만약 그런 기계가 만들어진다면, 굳이 인간의 형태로 하여 이동 의 자유를 부여하려고 할까? 처음에 모나드가 만들어졌을 때, 그가 인간의 모습을 했 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저 모나드에게서도. '그렇다면....' 처음에 본 거대한 근육질의 구. 그것이 오히려 모나드의 본체에 더 가까웠다. 물론 모든 것은 확인해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내가 몸의 반쪽을 날려버린 모나드가 진실한 모나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의 해답은 될지도 모른다. 굳이 마법 근원체 를 만들면서, 내 주위에 떠 있는 수 천 명의 '모나드'와 같은 형태로 만들 필요가 있 겠는가. '게다가.....' 그 거대한 근육질의 알. 그것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그 알에 대한 것이 생각나자 마자, 의문은 걷잡을수 없이 마구 떠올랐다. 모나드의 몸이 고작 인간만한데, 그 작 은 몸에서 어떻게 그런 거대한 힘이 뿜어져나올수 있다는 말인가. 나조차도 그런 기 술을 사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그리고 그 알을 정말로 녀석이 흡수해버렸다 면, 녀석의 몸의 질량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을 것이다. 물질이 소멸해버 리는 현상이 그때 나타났다고 생각되지는 않는 이상, 녀석은 분명히 그 알을 어딘가 로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알이 사실은 모나드의 본체인지도 모른다. '어디로 갔을까.' 그 해답은, 내 주위의 '모나드'들에게서 보였다. 그들의 몸에서 뻗어나온 기다란 힘 의 선. 그것의 끝자락을 쥐고 있는 자가, 아마 그 해답을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가봐야겠지?' 설령 그것이 속임수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가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물론 그것이 가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어쩌면 그것은 단지 속임수이며, 자신의 몸을 회복 하려고 모나드가 꾸민 술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보지 않으면 진실을 알 수가 없 다. 그것이 속임수인지 진실인지를 알려면, 끈의 마지막 지점까지 가봐야 하는 것이 다. '그럼....' 해답은 그렇게 나왔다. 하지만 그 해답을 곧바로 실천에 옮길 수는 없었다. 무엇보 다도, 내 주위의 상황이 그것을 막고 있었다. 내 발 아래의 저 도시. 비록 지금은 내 힘으로 파국을 막고 있기는 하지만, 만약 내가 떠나고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바닷물 의 장벽이 무너지게 된다면, 도시 안의 수많은 부상자들은 그대로 물에 파묻히고 말 것이다. 내 목숨을 노리며 주변에 떠도는 모나드의 분신들은, 그에 비하면 사소한 문 제였다. '골치아프게 되었어....'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도 전에, 모나드의 분신들은 나를 향해 마 법을 만들었다. 그들이 그제서야 행동을 개시한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이 그만큼 빨랐 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적인 이득도, 언제까지나 유효한 것은 아닌듯하다. "죽어라 !" 그들이 그렇게 외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들의 마음이, 그런 의사를 발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뿐이다. 뭐, 그런 감정적인 부르짖음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긴 했지만. 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마법들. 현재 내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수천명의 모나드의 분신들이 내쏘는 마법의 빛이, 내 주위를 뜨겁 게 달구었다. "이걸 어쩌나...." 나는 지금, 이곳에서 떠날 수가 없다. 떠나게 된다면, 당장 바닷물이 드워프들을 덮 치게 되니까. 그렇다면, 단지 한 손만으로 저들의 마법을 막아야 한다는 것일까. 예 전같으면 상당히 당황하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걱정이 되는 것은, 저 아래의 도시를 구할 방법이 아직 생각나지 않았다는 것. '언제까지나 여기에 있을 수도 없고.' 적어도, 도시가 파도에 휩쓸리는 것만은, 어떻게든 막아주고 싶었다. 적어도 그 돔 만 부서지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골치아픈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한탄하던 나에게, 돔의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것을 잘 이용한다면.... '해답'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나를 향해 마법들이 덮쳐들었다. 그 모든 힘을 느끼면 서, 나는 해답을 답안지에 적어내려갔다. '내 주위의 힘을 통제하여....' 결국, 모나드의 분신들이 쏘아낸 마법들도, '내 주위의 힘'에 불과하다. 그것을 통 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다만 걱정되는 것은 그들의 운명뿐이다. 내 가 찾아낸 '해답'은, 너무 잔혹한 일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저들에게 있 어서는. '만약 저들이 인간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잔혹한 살인마겠지. 하지만 그들에게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혼도, 생명도, 그리고 자아조차도. 과거에 나와 함께 했던 소녀, 세이브가 떠올랐다. 그녀도 혼이 없는 기계였지만, 그 아이는 최소한 자기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내 주 위에 떠 있는 이 인형들에겐 그것도 없었다. 단지 자신들을 통제하는 끈의 움직임에 따라, 춤을 추는 인형들. '단지 그것뿐.' 그들은 단지 도구였다. 모든 정신파가 똑같이 느껴지고, 모두의 행동이 똑같이 보인 다. 자신만의 개성이라는 것은, 한 움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과연 인간이겠는가. 생명이겠는가. 하다못해, 자아를 가진 기계조차도 안 되지 않는가. 내 주위의 힘이 모두 통제되기 시작했다. 나의 의지하에. 그리고 힘이 내 마음대로 움직 인다는 것은, 에너지와 동질인 물질 역시, 내 마음대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크억 !" "이, 이건?" "우아악 !" 그들의 비명을 듣지 않는다는 것. 너무나 잔인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들은, 단 지 도구에 불과했다.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보기 좋은 도구들. 나의 의지는 그들의 물질을 사방으로 흩어놓았고, 그들의 몸은 그대로 재가 되어 버렸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그들을 조정하는 줄이 제때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 부서진 그들의 몸을 바라 보면서, 나는 그들을 향해 오른손을 뻗는다. 불꽃을 튀기는 기계 덩어리들이, 내 주 위를 돈다. 마치 위성처럼. "이것으로 보상이 될까?" 돔을 파괴한 자들에게 그 수리를 맡기는 것. 그것이 아마 합당한 이치겠지. 내 오른 손이 아래의 도시를 향해 뻗자, 그 조각들은 도시를 향하여 떨어져갔다. 하지만 그 조각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내 의지가 돔의 자재가 될 물건을 향해 뻗는다. 투투툭. 바닷물의 벽이 무너지기 전에, 드워프들에게 삶의 기회를 주기 위한 방법. 그것은 그들의 도시 주위에, 또다른 벽을 쌓아주는 것이었다. 내 의지에 의해 힘이 움직이 고, 그 힘은 주위에 흩어진 건물의 잔해와 돔의 조각들에 닿았다. 그 조각들이 하늘 로 떠올려지면서, 새로운 돔을 만들어간다. "그 전과 비슷하게...." 부서진 돔에서 돔을 이룬 물질성분을 찾아내고, 그 물질이 가장 안정되게 서로를 지 탱할 방법을 찾는다. 내가 본 돔의 모양대로 물질을 배열하고, 원하는 대로 물질의 양을 조절해둔다. 그리고, 완성된 돔을 도시의 가장자리에 내려놓는다. "자. 이제 조립하면....." 돔의 가장자리에, 건물 잔해와 주위의 모래들, 그리고 전에 있던 돔의 조각들을 쌓 는다. 그 물질을 변환시켜, 접합부를 단단히 고정한다. 한 번 에너지를 보내어 구조 를 검사해본다. 맑은 진동음. 그것을 들은 후에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중간에 음파가 막히지 않는다는 것은, 돔의 구조에 균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 그제서야 나는 왼손을 들었다. 내가 뻗었던 의지가 사그라들자, 그 즉시 주위의 벽 을 이룬 바닷물이 무너져내렸다. 그 물은 엄청난 해일이 되어 드워프들의 도시를 덮 쳤지만, 이제 그것은 더이상 죽음을 가져다주는 저주가 아니었다. 단지 자연적인 현 상일뿐. 파도가 돔을 덮어가면서, 서서히 바다는 원상대로 돌아갔다. 비명을 지르는 생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서서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내 손에 의해 상처 입은 모나드의 본체, 아니 본체라고 생각했던 자를 찾아보기 위해. 잠시 감지를 해보 고 나서, 나는 준비했던 말을 내뱉었다. "달아났어." 자신의 분신들이 파괴될 때, 그는 재빠르게 도망쳤다. 그러나 그가 달아난 방향을 내가 아는 이상, 그의 도주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그가 간 곳. 그곳은, 내가 이미 예 상하고 있는 장소. 내 입이 열린다. 주문을 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말 을 걸기 위해서. "가자." 그 말은 내 안의 소녀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다. 나 혼자서 가는 것이 아닌, 또 하 나의 나와 함께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의 끝자락을 바라본다. 그곳을 향 해 길을 연다. 시공간이 갈라지면서, 그곳을 향해 웜홀이 뻗어나갔다. 이 끝에 모나 드가 있겠지. 파앗. 그리고 내 몸은 사라졌다. 내가 선 장소로부터. - 계속 - 후기)갈수록 강해지는군..... 이젠 바다를 막아버리는거냐..... 다루는 힘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긴 하지만..... 그러니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듣지.... 이 아가씨..... 조금 늦었나...... 하다보면 꼭 그렇게 걸리네요...... (빨리 올려 !) 공룡 판타지 23-482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2) "어떻게 된 건가?" 지하의 통제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드워프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작스럽 게 나타난 한 소녀. 그리고 그 소녀와 모나드의 대결. 어찌 생각해보면 참으로 싱겁 게 끝나버린 대결. 괴물들이 갑자기 수가 불어나는 것을 보고 놀란 그들에게, 그들의 갑작스런 소멸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들은, 그들 중 단 하나와 상대하기도 버거웠건만.... "사,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본 것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화면으로 한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도, 그리고 그녀가 한 일을 지켜보면서도, 더군다나 그 사실을 모두의 눈과 귀가 분 명하게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도저히 눈 앞의 사실을 수긍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이기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었 다. 모두가 마음 속으로는 인정하는 것처럼. 그 소녀의 힘으로 도시는 지켜졌고, 이 제 다시금 평화가 돌아왔다. 비록 그것이 짧은 평화인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은 회복된 돔과, 싸움의 흔적만이 남은 공허한 하늘. 구름조차 사라져버린 텅 빈 하늘과, 찰랑거리는 바닷물만이 그들의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피해는?"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간신히 제정신을 찾은 오이스터가 묻는다. 드워프들 은 화면을 바라볼 뿐,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레이니의 힘으로 돔이 다시 수리되어 버렸으니, 대체 무슨 피해가 더 있었겠는가. 오히려, 그녀가 돔을 복구하기 위해 건 물들의 잔해를 끌어올려 사용하는 바람에, 그 잔해 아래에 깔려있던 드워프들이 더욱 쉽게 구조되었는데. 오이스터 역시 그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무슨 말이라 도 하지 않는다면, 이들은 충격에서 언제까지고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럼 그 여자의 행방은? 레이더를 가동해서 이 주변을 수색해봐." 그제서야, 그들의 얼어붙은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분주하게 주위 를 기계로 조사하기 시작했지만, 통제실에 함께 있던 두 엘프들만은 고개를 저었다. "무리야...." 시공간을 떠나버린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한 일이기에. 그 사람을 찾아 내기 위해서는, 그 여자의 목적지를 먼저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하지만 짐작가는 곳이 있는가.... '기다릴 수밖에.'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그 여자, 레이니가 돌아올때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 었다. 힘이 뻗어온 사슬. 그 끝을 찾아서, 나는 날아갔다. 내가 생각한 곳에 아직 그대로 녀석이 있다면, 이제 곧 만나게 될 것이다. 그를.... 순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 나는 다시금 웜홀에서 우리의 우주로 돌아왔다. 파앗. 공간터널을 뚫고 나오자, 다시금 별들이 보였다. 반짝거리지 않는, 모래처럼 공간에 뿌려진 별들이. 그리고, 그 중간에, 보기 싫은 괴물이 떠 있었다. "모나드인가?" 정확히 말하면 그 본체라고 할까. 두 번째로 보면 좀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여전히 구토를 유발시키는 물건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공기를 넣은 방어막의 구슬 안에 있는 내 처지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오래동안 식사를 안 해서 토할 게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없었다면, 나는 당장에 구역질을 했을 것이다. 피가 흐르는 살덩어 리. 마치 썩은 고깃덩어리같은 거대한 살덩어리. 정말 보고 싶지 않은 물건이다. "기분나빠." 달갑지 않은 일을 오래하고 싶진 않다. 저 구역질나는 물건이 오시언을 배경으로 하 여 떠 있는 모습은, 북대륙과 남대륙의 아름다운 대지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장관을 심히 훼손시키는, 흉물이라는 것이 분명했으므로. 저 모습, 누가 생각했는지는 몰라 도, 참으로 흉칙한 외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녀의 얼굴에 기어 다니는 구더기..... 그리고 썩어가는 살 같아...." 그 살을 도려내고, 어서 성한 살이 돋아나도록 하는 것. 아니, 이 경우에는 악성 종 양을 도려내는 작업을 서두르지 않으면, 녀석은 다시 그 더러운 손길을 사방으로 뻗 칠 것이다. 하지만 녀석을 쓰러뜨리려면, 괴물의 외부에서보다는... "안으로 들어가야겠지...." 직경 10km짜리 알을 처리하려면, 안에 들어가서 노른자위를 파내는 것이 현명할 것 이다. 바깥의 껍질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 어차피 저 놈은 덩치가 너무 커서, 겉 껍질이 벗겨지는 정도로는 아픔도 느끼지 못할테니. '어서 승부를 걸어야겠지. 녀석이 날 막아서기 전에.' 주위의 광경이 흐릿해졌다. 내 몸이 엄청난 속도로, 알의 껍질을 파고 들어갔다. 몇 개의 마법이 나를 막으려고 날아오지만, 이제는 시공마법이든, 원소마법이든, 정신마 법이든 상관없다. 다 똑같은 것이니. 간단히 그 마법들을 풀어버리고,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살덩어리들을 제치고. 꿈틀. 꿈틀. "보기 싫은 자식." 정말 보고 싶지 않다니까.... 나는 한참동안, 거대한 살덩어리 사이를 가르고 다녔 다. 하지만 그 괴물의 핵이라고 생각되는 장소는, 좀처럼 찾아낼 수가 없었다.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장소라면 다 돌아다니면서 부수고 찢어버렸지만, 워낙 넓은 데다 가 재생까지 되는 상황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난동에 불과하다. 얼마동안 그렇게 헤 메고 다니다가,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녀석의 핵을 찾아내려면, 힘을 공급하는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 간단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분은.... "그거다 !" 모나드의 힘. 그것은, 사람이었다. 그가 처음에 내 앞에 나타날 때, 그는 사람을 마 구 흡수하면서 깨어났고, 그 전에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신세였다. 그렇다면, 그 사람 들을 찾아내서 모나드와 분리시켜버린다면, 혹시 녀석은 멈추지 않을까. 작은 가능성 이기는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실패해도, 사람들을 구해낼 수는 있을 테니까." 물론, 사람들이 아직 살아있다면.......이란 조건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내 감각이 사방을 흩어가면서, 혼이 모인 장소를 찾아보았다. 탐색에 걸린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의외로 찾기 쉽네?" 그 녀석은 아마 모든 수단을 다해서 감추려고 했겠지. 그러나, 그런 방어막 자체가, 혼을 가둔 장소를 알려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힘이 없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막대 한 힘이 뿜어져나오는 곳. 그곳은 몸의 깊숙한 중심부. 아니, 그곳에서 왼쪽으로 약 간 빗겨간 곳이었다. 사람의 심장을 떠올리게 하는, 그러한 장소. "흉내쟁이인가." 아니면 심장부를 무조건 공격하는 것에 대비한, 작은 책략인가. 물론, 내가 지금 있 는 곳은 우주이고, 상하좌우가 없는 우주에서 그런 구분은 의미없는 것이지만 말이 다. 인식과 행동은 거의 하나가 되어 이루어졌고, 내 몸은 빛살처럼 괴물의 세포벽을 가르면서 돌진하고 있었다. 괴물의 심장을 향해서. "이걸로 끝이라면 좋을텐데." 이 길고 지루한, 그리고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던 전투가 이것으로 끝나길 바라면서, 나는 괴물의 살을 가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살과 살이 뭉쳐진, 격벽이 느껴졌다. 나는 지체하지 않고, 그 벽을 의지로 자르기 시작했다. 스윽. 우주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내 눈 앞에는 피가 흐르는 살덩어리가 보이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힘으로 벽을 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이 잘라지면서, 멀리 어둠에 싸인 공간이 보였다. "저곳인가." 내 몸이 내가 만든 구멍을 통해, 괴물의 심장으로 뛰어들었다. 어둠. 하지만 이미 빛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상황이 아닌 이상,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내 주위에 있는 것은, 한없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는, 유리관의 무리들. "뭐야. 이건." 그 병들은, 하나같이 불투명한 유리로 덮여있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손을 대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냥 부수고 알아볼까. 하지만 사람의 혼이 있는 그릇을, 무작 정 깨버릴 수는 없는 일. "혹시 살릴 방법이 있다면...." 그렇다면, 유리관을 깨는 것은 살인행위이다. 아무리 적의 뱃속에 있다고는 하지만, 만약 이 안의 사람들을 살릴 방법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방법을 써보고 싶었다. 이 들은 아마도, 모나드에게 얼마전에 먹힌 사람들일테니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냉정한 예상은, 그때의 내 마음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 안으로 내 영향력을 불어넣 어볼까. 하지만 혼에 대해 섬세한 마법을 쓰기 힘든 내 입장에서는,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일단은 불을 밝혀볼까..... 앞을 보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좀 더 주 위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어보고 싶어서다. 그게 아니라면, 아마 다른 사람들이 하 는 것처럼, 괴물의 실체를 눈을 통해 접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오른손바닥을 위로 보이게 들고. 팟. 내 손에 모인 마력의 구슬이 빛을 발하면서, 주위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그것은 유리관 안의 물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 내 입에서 비명이 나온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 계속 - 후기)으아아악 ! 시간 ! 시간 ! 저도 레이니처럼 빨리빨리 행동할 능력이 있다면 좋 겠다는 생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부러운 녀석이다.... 그 마법능력만.....) 오늘은 정말 늦었군요. 막상 끝이 다가오니, 무섭네요. 미지의 세계에 다가간다는 느낌이랄까. 그런 두려움 이 저를 떨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공룡 판타지 23-483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3) "이...........이게 뭐야........" 빛이 밝혀지기 전에 내가 느꼈던 것은, 유리관 안에 담긴 혼의 무리들이었다. 비록 그 관에 기묘한 형태의 물질덩어리가 있기는 했지만, 그 싸늘한 물체가 이런 형태만 은 아니기를 바랬다. 그러나 내 작은 희망은 여지없이 부서지고, 나는 참혹한 현실을 보아야 했다. "그 녀석, 사람을 어떻게 했길래...." 혼을 담는 그릇. 낭만적인 시인이라면, 아마 오색찬란한 빛이 유리관을 통해 퍼져나 온다..... 그런 식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예술의 눈일뿐. 현실은 아름다운 무지개빛이 아닌, 붉고 검은 색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투명한 유리 관. 그 안의 벌거벗은 사람의 몸. 만약 그것이 정상적인 모습이었다면, 내가 비명을 지를 필요가 없었으리라. 하지만 그것은..... "모두....." 모든 사람들의 몸은, 조금씩 녹고 있었다. 아니, 저것은 그냥 녹아버리는 것이 아니 다. 그 모습은 마치, 살이 썩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물로 되돌아가는듯한, 그런 형 상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인가. 빛의 덩어리를 하늘에 띄 운 채,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만약 입을 연다면, 영원히 비명을 멈추지 못할 것 같 기에. "어째서....." 어째서 저들은 이런 운명을 맞이해야 하는가. 검게 변색된 얼굴과 몸, 그리고 그곳 에서 서서히 떨어져나가는 살덩어리들. 그 붉은 빛과 검은 빛의 범벅은, 죽은 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 나야 하는가.... "내 몸의 본질적인 결함 때문이야." 내 뒤에 나타난 자의 소리. 아니, 우주 공간인 이상, 소리는 아니다. 그것은 단지 정신파의 파동. 하지만 그것으로서,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 수가 있었다. 서서히 몸 을 뒤로 돌리면서,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은 말끔하게 고쳐졌지만, 그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이다. "모나드."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그를 죽이기 전의, 유언을 묻는 심정으 로. "이들에 대해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그의 본질적인 결함.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물론 그의 마음을 억지로 열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만약 이들을 살릴 방법이 남아있 다면, 그렇게 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다수를 위해 하나를 희생시키는 것은, 그리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째서 이런 생각을.....' 그는 나의 적일 뿐인데..... 하지만 이제 공은 그에게 넘어갔다. 그가 그 공을 어떻 게 처리하는지는, 전적으로 그에게 달린 문제일 뿐이다. "그것은...." 그가 입을 열었다. 의외로 고분고분하게. "넌 내가 무엇인지, 라 브레이커에게 들었을거야. 그리고, 내가 과거에 인간들의 욕 심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마법 근원체라는 것도." "들었어." 어째서 그 말을 꺼내는가. 새삼스럽게.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꺼낸 다. "하지만, 넌 내가 어떻게 마법을 쓰는지는 몰랐을거야. 아마. 너와 비슷한 방법으로 마법을 쓴다고 여기고 있겠지만, 나에겐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어." 어째서 그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돌리는 것일까. 그러나 그에게선, 그 말을 꼭 꺼 내고 싶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를 저지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의 말을 들어주면서. 물론, 그의 마법을 경계하는 마음을 한구석에 품고 말이다. '네가 만약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그 마법이 완성되기 전에, 너를 죽이고 이곳을 파괴해버릴 것이다. 지나치게 이기적이긴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나 자신을 살리기 위해 서. 누가 들으면 무정하다고 할지 모르지. 그러나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이곳은 엄연히 적지이고, 내 주위의 인간들이 살아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으므로. 그 역시, 수 작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물며, 심장부에 내가 들어온 상황에 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드워프들, 그러니까 고대 인간들이 나를 만들어낼 때, 그들은 나에게 마법을 사용 하게 하려고 노력했어." "그래서?" 달갑지 않다는 말투의 대답. 하지만 그 말은, 곧 경악으로 바뀌었다. 모나드의 말에 의해. "그렇지만 그들은, 그에 필요한 고도의 인공두뇌를 만드는데 실패했어." "뭐?" 그럼 어떻게 그들은 모나드를 완성시켰지? 그 말의 대답이 나올 거라는 걸 알고 있 지만, 나로선 모나드가 왜 그 말을 꺼내는지가 더 의아했다. 굳이 자신의 비밀을 털 어놓을 필요는 없을텐데? 그러나 그는 여전히 말을 계속할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마법을 원활하게 만들어낼 방법을 생각했어. 그 결과, 그들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어. 마법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위해서는?" "마법사를 두뇌회로에 이식하자는 것이지." ".........." 뭔가, 이물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눈에 뭔가가 들어간 것일까. 아니라면, 내 마음에 걸리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까. 마법사라는 단어 속에, 한 사람의 그림자가 희미하 게 나타났다. '설마....'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인공두뇌가 아니라면, 모나드는 인간의 두뇌를 이식해서 행동한 것이라는 것도 가능한 견해이다. 그리고, 그 두뇌에 가장 가까운 자는.... "그래. 그들은 대마법사를 내 안에 가두고, 그와 나를 일체화시켜 세뇌시키는 방식 을 사용했어. 정신 마법이라는 것은 워낙 다루기 까다로운 것이었지만, 일단 몸을 구 속하고 세뇌작업을 시작하자, 인간 마법사들은 신체에 매여있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얼마못가 자신을 내주고 말았어." "..........." "하지만, 내가 봉인되었을 때, 그들의 혼 역시 나에게서 분리되어 버렸어. 나는 나 와 일체화할 마법사를 원했고, 이 시대의 인간들은 힘을 원했지. 그들중 가장 뛰어난 마법사가 바로....." "......................" 누군지 말로 꺼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내가 좋아하던 누나에게 흙탕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나는 그걸 입밖에 내지 않았다. 아니, 잠시동안 망설였는지도 모른다. 나 대신 그 이름을 말한 것은, 내 앞에 선 그. 아니 그녀. "애스터 누스........아니 셀이라고 네가 부르던 자." 누나의 얼굴은 더럽혀졌을까. "마법의 계약을 맺을 때, 이미 나는 그 여자의 정신을 제압했어. 그렇지만, 힘에만 눈이 먼 다른 마법사들과는 달리,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고 필사적으로 나에게서 벗 어나려고 시도했어. 하지만 라 브레이커와의 계약도 실패하고, 엘프들의 마법을 배우 고 나와의 계약을 끊으려던 것도 성공하지 못했어. 그녀의 모든 행동은, 내 의지에 의해 조종되는 것이기에." "................." 뭔가 터지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기다려야 했다. 그가 진실을 모두 털어놓은 뒤. 그리고 그 뒤에 옳은 길을 택하는 판단을 내린 뒤. 그 후에야, 나는 마 음껏 나의 분노를 올바르게 터뜨릴 수 있다. 지금은 기다릴 뿐이다. 결론이 나올 때 까지. "그리고, 그 여자는 엘프들의 마법을 익힘으로서, 나의 능력을 더욱 더 강하게 해주 었지. 그녀 덕분에 나는 나에게 걸린 봉인을 모두 풀어낼 수 있었고, 그녀 덕분에 나 는 더욱 더 많은 마법 지망생들을 얻을 수 있었지. 그녀가 활약을 하면 할수록, 모두 는 마법의 힘을 동경했고, 그녀가 명성을 날리면 날릴수록, 모두들 주문을 외우고 다 녔지. 결국 그녀는,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사람이야. 아직도 고맙게 생각 해." "....................그럼......." 여태까지 억눌러두었던 감정이 마음에서 흘러나온다. 당장이라도. 당장이라도 그를 죽여버리고 싶다. 너는 도대체, 사람의 인생을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내 분노 가 조금씩 그를 향해,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대체 넌.......... 셀을 뭐라고 생각한 거야 !" 이제는 내가 할 말을 할 차례다. 그를 향해서. "넌 사람의 인생이, 네가 마음대로 즐기는 장난감이라고 여기고 있는거야? 넌 그녀 가 어떤 심정으로 너와의 계약을 끝내려고 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거야? 그리 고, 넌 더욱 더 희생자가 늘어나는 것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심정이 어땠다고 여기고 있는거야 !" 한 사람을 저렇게 처절하게 짓밟다니. 그것이 모나드가 원한 자유인가. 자신의 자유 를 얻기 위해, 타인을 그렇게 파괴해도 되는 건가. 셀의 인생은? 그리고 다른 사람들 의 운명은? 고작 내 앞의 유리관 안에서 썩어들어가는, 그러한 최후를 맞게 하기 위 해 마법사들을 흡수한건가? 나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모나드는 나를 바라보았다. 당 당하게. "네가 나에게 대항하면, 나는 그들의 혼을 더욱 더 다그쳐서, 더 많은 마법을 만들 어내야 하니까. 너무 지나치게 혹사된 혼은, 힘을 뽑아내기가 마땅치않아. 결국 육체 가 붕괴되고, 나는 그 혼을 잃어버리게 되지. 아깝게." "이........" 당장이라도 녀석을 죽이고 싶다. 나의 분노와, 희생자들의 분노를 더하여. 하지만 모나드는 태연하게 나에게 말할 뿐이다. 뻔뻔하게도, 주위를 손가락질하면서. "날 죽이면 이들도 다 죽어. 설마 그걸 모르고 있지는 않겠지? 전설의 여왕님." - 계속 - 후기)와..........비겁하다........거의 국회의원 수준이다.......... 자. 이제 어떻 게 할 거니? 레이니. 그를 죽이면 다른 사람들도 다 죽고, 그를 살리면 네가 죽는데. 그녀에게 어려운 질문을 던져버렸군요. 공룡 판타지 23-484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4) 주위의 유리관을 향해 들린, 내 손이 멈추었다. 부정할 수 없는 진실 때문에. 나를 향해 서서히 걸어오면서, 모나드는 말을 이어나간다. "네가 날 죽인다면, 너는 내 안에 들어있는 그 여자의 목숨을 빼앗는 결과가 되고 말아. 그래도 좋아? 미나르 공주님. 아니, 황제폐하." 한 걸음씩 다가오는 모나드의 모습. "네가 날 죽인다면, 너는 사상 유래가 없는 대학살자가 되는거야. 나에게 흡수된 마 법사들의 목숨은, 나와 연결되어 있어. 네가 만약 나를 죽이면....." 주위를 둘러보는 모나드. "그 결과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그리고 다시 한 걸음 다가오는 모나드. 그 표정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내가 그를 죽여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네가, 설마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을 알아. 하지 만...." 웃음. 티없는 웃음이 아닌, 어둠을 품은 웃음이 내 앞에 있었다. "하늘과 땅을 흔드는 너의 그 힘. 너의 그 마법의 힘을 나에게 넘겨준다면, 나는 이 들의 혼을 잡아둘 필요가 없어져. 너의 몸을 나에게 줘. 너의 힘을 나에게 줘. 그러 면 나는, 굳이 마법을 이루는데 그들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질거야. 나에게 너의 검, 전설의 라 브레이커를 넘겨줘. 그럼 나는 그들을 굳이 묶어둘 필요가 없어질거야. 네 가 나에게 너의 몸을 주면, 나는 너에게 남자아이의 몸을 주겠어. 그렇게 된다면, 넌 네가 과거에 좋아했던 여자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거야. 자. 넌 언제나 남자아이 로 남아있고 싶어했지? 지금이 바로 좋은 기회야."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여자아이로 태어난 것이고, 과거 의 고통스런 기억에서 도망치려고 남자아이의 몸을 원한 것이니. 그가 원하는 것은 결국 나의 검인가? 나의 힘인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나에게,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 온 모나드. "자. 나와 하나가 되자. 너의 힘이라면, 나는 다시금 마법사로 돌아갈 수가 있어. 저들이 불쌍하지도 않아? 내 처지가 가엾지도 않아? 자. 이리 와. 모두를 구하기 위 해서야." 그의 손이 나를 향해 내밀어진다. 점차 커져가는 그의 눈동자. 마법을 사용하는 것 도 아니건만,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주위의 기대하는 시선. 그것이 나를 억누르 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그것을 기대하는 건가? 그럼 나는, 그에게 내 몸 을 넘겨주어야 할까? 그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간절한 바람. 희망. 그리고 기대. 하 지만 그 뒤에 미약한 실이 있었다. 지푸라기 같은 그것은, 모나드의 감정 뒤에 숨어 있는 무언가. 그 실타래를 감아본다. 그 뒤를 따라 들어간 내 눈에, 뭔가 날카로운 느낌이 잡혔다. "꺄악 !" 내 가슴속에 들리는 비명. 그 비명에 놀란 내 손이, 모나드를 향해 내밀어졌다. 초 대가 아니라, 배척의 의미로. "너.........." 나는 그를 밀쳐내 버렸다. 한 순간 나에게 들린 소녀의 목소리. 그것에 반응하여, 나는 그를 쫓아버린 것이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모나드. 좌절된 기대 에 대한 반응이, 그 표정에 전부 나타나 있었다. "너..............." 하지만 모나드의 반응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를 동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까. 그 비명소리 하나가, 나에게 그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는....' 그는 사람들을 죽인 범죄자였다. 여태까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빼앗아갔고, 앞으 로도 그렇게 할 자라는 것. 그가 나의 힘을 얻은 후에, 과연 사람들에게서 혼을 빼앗 는 일을 그만둘 것인가. 과연 그는 그들을 해방시켜 줄 것인가. '아냐.' 그 마법. 고대의 마법은, 한 번 사용하는데 있어서 무한에 가까운 인내심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쉽게 마법을 사용하는데 맛을 들인 자들은 결코 사용하고 싶 어하지 않는, 그러한 마법이 바로 고대 마법인 것이다. 그것이 그 마법의 가장 큰 특 징이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마법을 제대로 익히기 힘겨워한 것이다. 그런데 그가 어째서, 그런 수행의 길을 스스로 택하겠는가. "넌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내 앞에 선 모나드에게, 나는 말한다. 일제히 주위의 유리관이 부글거리는 듯, 흔들 리는 듯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그들의 자유 의지는 없는 것. 이미 그들은 모 나드의 인형. 꼭두각시에 불과할 뿐이다. 모나드의 안에서 들린 비명. 그것은 자신을 빼앗긴 자들의 마지막 울부짖음. 거짓된 외침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그 미약하지만 진실한 비명을 바라보고 싶었다. "내가 배운 고대마법은, 결코 쉬운 길을 택한 자들에게는 빛을 보여주지 않아. 편한 길만을 택해서 살았던 너로선, 절대로 그 마법을 택할 수 없을 거야." "뭐야 !" 격노하는 그에게 내가 말을 한다. 이번에는 결말을 짓기 위해. "너는 편한 길을 추구하도록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고, 나는 어려운 길을 추구 하도록 여신의 손에 의해 창조된 사람이야. 그리고, 너는 처음부터 길을 잘못 택했 어. 만약 고대 마법을 배우고 싶었다면, 마법사들의 몸을 빼앗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걸었어야 했는데." 굳이 그들을 흡수하지 않고도,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은 가능했다. 셀을, 다른 마법사 들을 지배할 수 있다면, 그들의 입을 통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되었을 텐데.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 고 그 이유는 다름아닌..... "넌 그저, 나의 힘을 손에 넣고 싶었던 것뿐이야. 방해자를 제거해버리고, 편히 안 락을 누리고 싶어한 것뿐이야. 과거에 널 만들어낸 인간들과 같이. 과거에 편하게 살 고 싶었던 자들과 같이.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그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자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어. 그리고, 바로 너 자신이 그런 자들의 길을 걷고 있는거야." 이렇게 훈계를 하고 있는 나 역시, 도덕적으로 완벽한 자가 아니다. 나는 결점이 많 은 자이고, 여태까지 계속해서 넘어져왔다. 실수로. 오만으로. 착각으로. 무능력함으 로 인해서. 그러나 나는 그러한 좌절에서 빠져나와, 여기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앞 으로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지만,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되는 그날까지, 나는 계속 앞으로 걸어갈 것이다. 나 자신의 다리를 통해서.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그의 다리는 자라나지 않고, 그는 그 다리를 단련시키기 보다는, 남의 다리를 훔쳐와서 길을 걸었다. 이제와서 자신의 다리를 사용하라고 권 유하더라도, 그는 그 말을 듣지 않는다. 그의 흔들리는 마음이, 그 사실을 나에게 알 려주고 있었다. 내 손이 하늘로 들려진다. 그 의미를 깨달은 그의 얼굴색이 검게 변 하면서, 발악하듯 외친다. "안 돼 ! 이 사람들을 모두 죽일 셈이냐 !" 나는 모나드를 돌아보지도 않고 말한다. "어차피 이들은 모두 죽었어." 내가 말한대로, 그들은 이미 죽은 자들이다. 겉으로는 비록 살아있는 듯 하지만, 그 들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그 몸은 이미 흙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무리 이 세상에 억지로 혼을 잡아둔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그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있었다. 자신의 몸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몸을 되찾을 길이 사라진 자들에게는, 여신의 품에 돌아가 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 될 것이기에. 그들의 몸을 다시 만들어줄 수 없는 나로 서는, 단지 이 길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나는 나의 혼을 다루는 것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타인의 혼을 다룰 힘은 없어. 그들의 혼은, 그들의 의지로 미래를 열어나가야 하니까." 이미 길은 사라졌고, 그들은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허공에 매달려 시체를 주위에 내보이는 그들에게 가서, 그들을 동여맨 사슬을 끊어주고 그들 을 묻어주는 것뿐.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나드의 몸에서 마법이 터져나오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내 손에서, 주위의 물질과 에너지를 지배하는 영향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자신의 피를 바라본다. 주위엔 노예 감독들의 채찍과 피흘리며 쓰러지는 노예들의 모습뿐 그리고 그들을 재촉하는, 거대한 돌과 바위들 그 속에서 몸을 다시 일으킨다 끝없는 일 속에서 휴식없는 나날은 그들에게 절망을 안긴다 이젠 아무 힘도 없지만 그래도 일어선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또 하나의 노동을 위하여 "이젠 더 참지 못하겠어...." 하지만 모두들 목에 자물쇠가 걸린 채, 사슬에 끌려 다시 바위를 굴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주위의 노예감독들을 원망하면서 바라보지만, 그들 역시 목에 사슬이 감긴 것 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모두를 독려하는 책임자조차도. 그들 모두의 사슬을 쥔 자는, 어둠 속에서 웃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햇살 아래서, 그들은 갈증과 피로, 그리고 절망의 삼중주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종말은 갑자기 다가왔다. - 계속 - 후기)빛이 퍼져나가는군요. 이 시점에서는 할 말이 정말 없네요. 이 순간,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공룡 판타지 23-485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5) 쩌엉. 하늘에 금이 갔다. 그리고 그 균열은 점차 세계를 메우며 퍼져나갔다. 사람들을 묶 어둔 사슬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곧 그것은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별가루가 사방에 흩어지는 것처럼, 쇠사슬은 빛의 모래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모두의 얼굴에 생긴 의아함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들의 육체도 빛으로 화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지만, 그들의 발 아래 대지도 장막을 걷어내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말은 나오지 못했다. 그들에겐, 이미 입이 사라져버렸기에. 장막이 걷혀지자, 그 아 래에는 우주가 있었다. 찬란한 별들이 빛나는, 빛의 우주가. 하늘과 땅이 그 우주에 녹아버리고, 모두는 어두운, 하지만 활기찬 우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네가...." 모나드의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있었다. 나를 가리키는 그 손이 떨리고 있었지만, 이 제는 신경쓸 것이 못되었다. 그런 자의 행동 따위는. "네가......"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는 영혼들. 그 혼들이 우리들의 주위를 떠돌기 시작했다. 나의 힘이 스쳐간 유리관들은 하나씩 모래로 화하고, 그 안에 들어있던 사람들의 육신도 한낱 흙으로 돌아갔다. 이미 죽은 자들의 것이기에. 아니, 그들이 설령 살아있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미. "이 사람들을 죽이다니...." 하지만 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 그들을 살리기 위해 내가 죽을까? 그렇게 해서 그들에게 다시금 몸이 주어지고, 그들이 다시금 새로운 삶을 누 릴 수 있게 된다면, 나는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 마음에 떠오른 과거. 그것은 모나드가 만들어낸 거짓된 육신이 내 앞에 서 붕괴했던, 과거의 그 일. '그 일 덕분에 나는 잃어버린 5년을 얻었지.' 그때 만약, 제논의 유혹에 넘어가버렸다면, 나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붕괴하는 육신을 부여잡은 채,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람포의 곁에서 그녀를 속이며, 불안한 여생을 보내야 했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겠지.' 모나드의 부활이 이루어지는 순간, 나는 죽음의 공포에 떨며 이리저리 도망쳐야 했 겠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택한 길은 괴롭지만 결국 밝음의 문으로 이 어지는 길. '그리고 나는 지금.' 이들을 죽이고 있다. 내가 무슨 형용사를 써서 내 행위를 변호하든, 결국 이것은 그 들을 죽이는 것이다. 그것은 모나드의 말대로이다. 나는 그들의 목숨을 빼앗고, 그들 을 먼 곳. 죽은 자의 세계로 보내는 것이다. "네 놈이...... 이 살인마...." 그러나, 모나드의 저 말에 들어가 있는, 커다란 악의와는 전혀 다르다. 그의 말에 든 독. 그 독을 품은 가시와는 전혀 다른 이유. 그것은, 자신의 희생을 두려워해서 저지른 일이 아니다. 내가 그런 행동을 취한 까닭은, 나 자신의 삶을 지속시키려는 까닭. '나는 살고 싶어.' 나의 인생은 과연 어떻게 흘러갈까. 이제까지의 짧지만 긴 여행이 끝을 맺는다면, 나는 이 다음에 어떠한 항로를 취해야 할까. 언제 나 역시 혼만 남아, 저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날지는 몰라도,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앞으로 나가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만은. '그리고....' 모두가 살 수 있는 길. 그것을 나는 지금 택할 수가 없었다. 이 마법사들을 살려내 기 위해서는, 그들의 몸을 다시 만들어낸 후 그들의 혼을 그곳에 옮겨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는, 다른 힘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있어도, 그들의 혼을 마음대로 할 권능은 없었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의 영혼뿐.' 그것은, 어쩌면 생명을 가진 자의 한계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그 한계선을 넘 어갈 수가 없었고, 앞으로 얼마만큼 노력해야 그 선을 초월할 수 있을지를, 알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저들의 잘못된 의지를 꺾을 수도 없었다. 그들은 모나드를 위해 살고 죽을 자들. 그들의 본의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자유는 이미 존중되지 않 는 상황. '내가 모나드로부터 그들을 분리하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그들의 생명은 모나드가 쥐고 있었고, 그는 절대로 그들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 자신이 죽기 전에는. 그리고 그가 죽고 나면, 필연적으로 그 사람들 도 죽어가게 될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택해야 할 방법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내가 그들을 살릴 수 없다면, 그들이 원하지 않는 삶을 끝내야 하겠지." 지금의 나로서는, 그것만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모나드를 봉인시킨다면, 그들 역시 봉인되어 버릴 것이다. 그들을 모나드로부터 떼어낸다면, 그들은 즉시 죽을 것이다. 설령 그들을 관 안에 넣은 채 살려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모나드를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며, 절대로 인간의 마음을 되찾지 못할 것이다. 그들 은 이미 혼을 잃은 자들이고, 그들의 혼은 모나드에게 봉사하고 있기에. 그리고 그들 의 몸 자체가, 모나드의 의지에 따르기 때문에. "그러니, 나는 이렇게 하겠어. 그들의 피를 내 손에 묻히고 !" 거대한 모나드의 알이 갈라진다. 그 균열을 통해, 별의 빛이 들어온다. 우주공간으 로 흘러나가는 내부의 세포들. 그것은 내 영향력에 의해, 빛으로 화하여 사라져간다. 그렇지 않은 것들도, 이미 세포로서의 기능을 빼앗기고 죽은 시체로 변해 있었다. 그 시체조각들이, 오시언을 향해 떨어져간다. 불을 일으키며 소멸해가는, 모나드의 알의 잔해들. "그들에게 죽음을 주겠어 !" 나와 모나드. 아니 모나드의 인간형의 몸을 중심으로 하여, 사방으로 파동이 퍼져나 간다. 그 파도에 맞은 모나드의 거대한 알. 그 알의 내부는 서서히 무너져간다. 빛 과, 생명을 잃은 차가운 재로 변하여. 그 재들이, 오시언을 향해 서서히 떨어져간다. 아름다운 죽음을 향해서. "노예로서의 삶이 아닌 !" 모나드가 나에게 발악적으로 손을 치켜든다. 하지만 그 손에는, 이미 아무런 힘도 없다. 마법을 만들기 위해 부리던 사람들이 자유를 찾고, 그 혼이 저 멀리 여신의 품 으로 날아가는 지금 이 순간, 스스로 마법을 만들 재간이 없는 그로서는 결국 허무한 휘두름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손이 내 어깨에도 미치지 못한채 아래로 떨어졌 다. 그리고 그는.... 소리없는 비명. 만약 그가 지상에 있었다면, 비명을 질렀으리라. 그러나 그의 비명을 중계해줄 공기 는 없고, 그는 진공의 공간에서 그저 손발을 버둥거릴 뿐이었다. 그의 힘을 제공해주 던 거대한 알이, 붕괴하면서 오시언으로 떨어졌다.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나와 모나드를 우주에 남겨둔 채로. 발 아래로 떨어져가는 알을 바라보면서, 나 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대로 떨어지게 할 수는 없지." 아무리 거대한 근육덩어리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저 생체기계가 이대로 지상에 떨어 진다면, 혹시 오시언의 생명들에게 위해를 가할지도 모른다. 저 엄청난 질량만으로 도, 저것은 운석에 버금가는 재해를 일으킬 위험이 있었다. 내 손이 모나드의 알로 향하자, 그 알은 잠시 꿈틀거리더니 박살이 나 버렸다. 사방으로 피가 튄다. 그러나 그 피 역시, 다시금 오시언의 중력에 끌려 아래로 떨어졌다. 나의 힘에 밀린 알은, 오시언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산산조각난 그 몸은, 대기권에 들어가자 달구 어지기 시작했다. 붉은 빛의 알 조각들이, 이제는 붉은 화염에 감싸이고 있었다. "크아아.... 내 힘이...." 우주에서 버둥거리던 인간의 몸을 한 모나드. 그 모나드가 아래로 손을 내밀려고 했 다. 그러나 그에겐 그런 힘조차 없었다. 타인의 힘을 갈취하여 권능을 누리던 자가, 그 갈취할 힘이 사라지자 자기 몸을 가누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우주공간에서 버둥 거리는 그 꼴은, 그의 초라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 다. 마법사들의 모습이 그랬고, 고대 인류의 모습이 그랬다. 그리고 어쩌면..... "저것은 내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르니까." 달구어지는 모나드의 알. 그것은 이미 산산이 부서져 있었지만, 오시언의 대기는 그 조각들에 더욱 더 큰 압력을 가했다. 공기의 저항을 받으며 떨어져가던 조각들이, 하 나둘씩 긴 꼬리를 끌며 불덩어리로 변했다. 그리고 그 불덩이들은, 자신을 모두 태우 고는 사라져버렸다. 하나씩. 하나씩. 최후의 한 조각이 사라질 때까지. 나와 모나드 는, 그 최후를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나 혼자서만이었지만. "으아. 안 돼." 모나드. 아니 모나드의 의지를 담은 그 몸은, 필사적으로 낙하를 막으려고 발버둥쳤 다. 그러나, 이미 아무 힘도 없는 그에게는, 자신의 힘의 근원이 최후를 맞는 것을 볼 재주조차 없었다. 우주에서 버둥거리는 자신의 몸을, 오시언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최후의 불꽃이 사라져버린 후에, 나는 그를 돌아보았 다. 아직도 그는, 자신의 몸을 돌리지도 못한채, 그저 부르짖을 뿐이었다. 우주에선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망각한 탓일까. 아니면 내가 들어줄 거라고 믿고, 그렇게 버둥거리는 것일까. "이제 당신뿐이군요. 모나드." 그의 힘은 모두 사라졌다. 그렇지만, 마지막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주에서 떠 있을 뿐인 가련한 존재가 되었긴 하지만, 악몽은 깨어난 후에야 안심하고 회고할 수 있다. 그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나는 천천히 말했다. "자. 고통없이 끝내드리지요. 모나드." 기계에게 감각이 있을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감각기관은 존재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 정도로 정밀한 기계가,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 을 리가 없을테니. 나의 힘이 손바닥으로 모이고, 상대에게 방출되려는 순간. "잠깐 기다려 !" - 계속 - 후기)주문을 외워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 결국 그 주문을 들어줄 자가 사라졌을 때, 그 마법사는 비참한 꼴을 당하게 되는군요. 노예를 턱짓으로 부리던 자가, 그 노예가 해방된 후에 어떻게 되는지.... 그 모습이 나타났군요...... 이제 슬슬 끝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도 역시 인간인지라, 마무리를 지은 후에 이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거든요. 좀 한심하게 보 일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글을 쓰는데 전념해야 하는데.... 정말 어렵네요. 이것도. 자꾸 딴 생각이나 하고....) 공룡 판타지 23-486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6) 그 말이, 아니 그 의지가 나를 멈춰세웠다. 하지만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 가. 이제 모든 것은 다 끝난 상황인데. 그에게 남은 힘은 아무것도 없고, 그 힘을 주 었던 존재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그 자신의 미약한 의지....... "뭐야?" 그 안에, 또 하나의 의지가 있었다. 이 혼의 느낌은, 내가 잘 아는 그 사람의 것. 설마... 아직도 그가 가진 혼이 남아있었던가. 급작스런 마법의 기습. 그것에 대항하 여, 약간은 풀어졌던 긴장의 끈을 다시 조인다. 그런 나를 바라보지도 못하면서, 여 전히 기세좋게 웃는 모나드. "훗. 왜 공격을 하지 않으시지? 황제폐하." 상대가 사람의 혼을 하나라도 가지고 있다면, 그 혼을 이용해서 마법을 완성할 수 있다. 나는 되도록 신중하게, 상대의 몸을 조준했다. 엉뚱한 마법을 사용하기 전에, 그를 끝장내기 위해. 하지만, 이 혼이 만약 그 사람의 것이라면..... 흔들리는 마음 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정말로 내가 그녀를 죽여야 하는가.' 여태까지 내가 죽인 자들은, 이미 모나드에게 몸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이었다. 내 힘 으로는 그들의 몸을 다시 만들어줄 재간이 없었고, 그래서 그들을 죽이는 것이 나름 대로의 의미가 있었다. 비록 그들은 죽었지만, 영원한 노예로서 사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약간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할 수 있었으므로.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다. 모나드와 완전한 융합을 하지 않았다면..... 그러나 그것 은 감상적인 생각일 뿐이다. 모나드에게 흡수된 자가, 자기 의지를 남긴 것을 여태까 지 보았는가. 마음을 모질게 먹고 마법을 완성하려는 순간, 내게 들려오는 그리운 의 지. "밀크...." 그 의지가 누구에게서 나오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내가 잃어버렸던 그 사 람. 내 눈 앞에서 사라져간 그 사람. 그리고, 나와 함께 여행했던 그 사람. 나는 그 의 이름을 불렀다. 그에게 들릴 수 있도록, 마음의 파동으로서. "셀 !" 우주에 떠 있던 모나드. 아니 셀의 몸이, 서서히 회전하더니 자세를 바로잡았다. 마 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의 모나드의 입장을 볼 때, 저 엘프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는 것은 분명히 그녀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자신의 의지를 회복했 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반가워해야 하는데도, 이런 것을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내 처지가 슬펐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것이 정신마법일수도 있 고, 모나드의 연기일수도 있다. 나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의 속임수가 아닌지 날카 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나 말이지...."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긴장이 늦추어지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다. 나에게 애정을 쏟아준 얼마 안 되는 사람이기에. 한때는 누나로 여겼고, 지금도 그녀를 싫어하지는 않기에. 만약, 내가 남자아이였다면, 나는 그녀를 어떻게 여겼을까. 아르메리아와 셀. 두 사람 중 누구를 택할지 고민했을까. 이제는 이룰 수 없는 환상이건만, 그랬을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철이 없는 탓일까. "나..........." 하지만 그 뒤에 나온 말은, 그 모든 것을 부수는 것이었다. 그녀가 나에게 마법을 걸었는가? 그건 아니다. 그녀가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녀가 나에게 던진 것은, 전혀 다른 말이었으니까. 그녀는.... "나를 죽여버려 ! 밀크 !" 내부에 동요가 일어났다.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말.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나보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더 당황하는 듯 했다. 셀의 정신에 갑자기 악의가 깃들더니, 어색 하게 의지가 날아왔다. 뭔가 거북하게. "아.... 이, 이건 아니고...." "날 죽여 !" 그 두 개의 의지가, 동시에 나에게 날아왔다. 어떻게 된 것인가. 이것은 단순한 속 임수인가?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 실제로 두 개의 의지가 존재하는 것인가. 하지만 모 나드가, 일부러 상반되는 의지를 나에게 보이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지금와서 계략을 꾸미는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계략과는 전혀 달랐다. 그것은, 두 가지 의지. 선과 악의 대립같은, 그러한 의지의 반목이었다. 그 중 하나는 삶을, 또 하나는 죽음을 주장했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중 한 의지의 이름은... "셀 !" 그 말을 들은 하나의 의지가, 조용히 나에게 고한다. 진공상태의 우주를 사이에 두 고서,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아니, 생각했다. "네가 느낀 대로야. 나를 죽이고...." "안 돼 !" 마치 그 입을 막기라도 하듯이, 격렬한 감정을 내뱉는 또 하나의 의지. 그는 외치기 시작했다. 나를 향해서. 자신 안의 다른 의지를 향해서. 마치 불타는 나무처럼. "죽으라고? 여기서 죽으라고? 이런 차디찬 우주에서, 망각의 세계로 떠나라고? 나 자신의 의지를 잃고, 영원히 멈춰서라는 거냐 ! 절대 못해 ! 난 그렇게 못해 ! 절대 로 못해 !" 그 의지는 격렬했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하지만, 또 하나의 의지는 조용 했다.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하지만 그 의지는 끊어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나에게 속삭이는 그녀. "여기서 끝내줘. 내가 더 이상 죽음을 가져오지 않도록." "셀 !" 슬픈 듯한 목소리. 그것이 나를, 그녀의 의지에 쉽사리 따르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나에게 계속하여 말하는 그녀. "나는 이미 인간이 아니야. 나와 모나드는 서로 떨어질 수 없고, 그것은 네가 혼을 다룰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이번에 죽은 자들에 속 죄를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이 자리에서 내 생명을 끊어야 해. 하지만...." 흐려지는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그 자리를 메우는, 검은 자의 파동. "듣지마 ! 그런 목소리에 현혹되지 마 ! 나는 너의 누나야 ! 살려줘 ! 이런 목소리 에 현혹되지마 !" 그러나, 혼에서 나오는 정신파와, 몸에서 나오는 정신파를 구별하지 못할 내가 아니 었다. 혼이 있는 곳에 분포한 세포. 인간의 뇌세포에서 나오는 정신파와, 그 뇌에 박 힌 정교한 인공세포에서 나오는 정신파. 그 둘을 나누어서 생각하지 못할 만큼, 내 감각이 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닥쳐 !" 나는 모나드의 말을 일축해버렸다. 잠시 기세가 밀리는 틈을 타, 셀의 말이 나에게 다시금 들리기 시작했다. 마음의 파도가, 나에게 밀려오고 있다. "나는 이제, 나 자신의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어. 그렇다고 해서, 모 나드의 세포를 내게서 제거하면, 나도 살기가 힘들어. 하지만..." "그러니까 살아야지 !" 그러나, 내가 듣고 싶은 것은 모나드의 말이 아니다. 나는 모나드의 정신파를 아예 무시해버리고, 셀의 미약한 정신파를 향해 신경을 집중했다. 모나드의 정신파가 나를 때렸지만, 그 정도로는 나의 방어막을 관통하지 못한다. 곧 모나드의 정신파가 내 의 지하에 놓이더니, 내 방어막에 접근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분한듯한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지만,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 것이다. "네가 만약 내 몸을 수복해주면, 나는 혹시 살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그 렇게 해서 살아나면 안 돼. 절대로." "네?" 의외의 말에, 나도 놀라고 모나드도 놀랐다. 살아나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뜻인 가? 나와 모나드를 향해, 설명을 하듯이 생각하는 셀. "나는, 이번에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어. 물론 그들을 흡수한 것은 모나드이 고, 그들을 해방시킴으로서 죽음을 선물한 것은 너야. 하지만...." 하지만? "그 모든 원인은 내가 제공한 거야. 나는 그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돼." "책임이라뇨?" 무슨 말인가? 셀이 모나드를 만들어낸 것도 아닌데, 어째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나에게, 그녀는 간단하게 대답을 던져주었다. "나 자신의 의지를 모나드에게 빼앗기게 된, 책임 말이야." "하지만, 그런 건..." 모나드와 계약을 한 마법사들은, 자기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간섭을 받아 모나드에 게 지배되었었다. 그런데, 그것을 어째서 그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가. 불가항력인 데. 나의 의문을 풀어주려는, 그녀의 작은 의지. 하지만 또다시 그 의지를 누르는, 검은 의지. "그래. 그런 건 네 책임이 아니라니까.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죄책감을 가질 건 없 어. 앞으로 나도 좀 얌전하게 지낼 테니까. 제발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라고. 애스터 누스." 뭐야. 셀의 의지가 잠시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녀의 정신파가 희미해지다 가,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희미해서. 아니, 너무 불분명해서 나로서도 그 뜻 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의, 그러한 미약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 "너도 지금 보았을거야. 내 의지가 지워지는 것을." "이런 !" 낭패한 얼굴을 하는 모나드. 그 안에서 자신의 말을 꺼내는 셀. "아직 내가 나로 있을 때, 나를 죽여줘. 레이니." - 계속 - 후기)오늘은 상당히 피곤하네요...... 글 올리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을 보 니, 드디어 앓아누울 상황인가? (이봐. 엄살부리지 마) 오늘 끝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모나드가 질기군요. 아니, 그 안에 담겨있던 사 람이 있어서..... 그 아가씨의 마음을, 과연 얼마나 그려낼 수 있을까요. 오로지 마 음을 가라앉히고, 그들과 함께 걸어갈 뿐이군요. 공룡 판타지 23-487 레이니 이야기 - 살기 위한 싸움(27) "레이니?" 그 이름은 분명히 내 이름이다. 적어도, 제국의 제 1황녀 미나르라는 이름보다, 미 나르 황제폐하라는 이름보다, 심지어 내가 과거에 남자아이로 있을 때 썼던 '알로'라 는 이름보다도, 더욱 더 내 이름으로 자리하고 있는, 그런 이름이다. 하지만 그녀는 , 나를 언제나 밀크라고 불렀었다. 죽은 자기 동생의 이름을 따서. '그런데 왜?' 그녀는 어째서, 나를 그렇게 불렀을까. 끊어질 듯이 희미한, 가느다란 의지를 가지 고, 셀은 자신의 생각을 이어나갔다. 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의 의지가 지워지는 것, 그것은 우연이 아니야. 모나드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나를..." "닥쳐 !" 정말 달갑지 않은 정신파가, 나와 셀의 대화를 가로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미약하다고 해도 셀의 의식은 죽지 않았고, 그 작은 가닥을 내 손으로 사로잡음으로 서, 나는 셀의 말을 계속 들을 수 있었다. 어차피 소리로 이어지는 대화가 아니고, 정신파를 감지함으로서 이어지는 대화인 이상, 지금의 내 감각으로 그것을 느끼지 못 할 리가 없다. "그는 자기 목숨을 지키려고, 나의 의지를 잠시나마 밖으로 내보일 수 있게 한 거 야. 그리고, 그게 안 되니까 다시금 나를 자기 안에 가둔 것이고. 네가 나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뭐가 다행이라는 건가. 내가 그녀를 구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렇게 여길지도 모르지 만. "아마, 그는 내가 너에게 살려달라고 애걸하기를 바랬겠지. 그리고, 그 후에 자신의 몸이 회복되면, 다시금 누군가를 잡아서 흡수하려고 했을거야. 비록 너를 흡수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테니까." "아냐 !" 하지만 모나드의 그 단호한 부정 속에서, 나는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난 그런 생각, 전혀 없어 ! 이젠 정말 착하게 살 테니까? 한 번만 기회를 더 줘. 한 번만. 부탁이야 !" 그러나, 그 뒤에 숨겨진 생각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검은 빛. 그 검은 빛의 느낌 만으로도, 내 행동을 결정짓기에는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행동을 실천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는, 내가 좋아했던 누나이지 않은가. 내 망 설 이는 마음을 알아챘는지, 모나드가 다시금 유혹의 말을 걸어온다. "그래. 네 누나만이라도 살려주라고. 정말 날 죽이고 싶다면, 날 그녀에게서 떼어낸 후에..." "닥쳐." 이번에는 셀의 말. 그 의지가 잠깐이나마, 모나드를 능가했다. 그녀의 의지는 나에 게 말하고 있었다. "나와 모나드가 만약 분리될 수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든 너에게 부탁했을거야. 하 지만, 나의 혼과 모나드의 몸을 분리한다고 해도, 다시 새로운 몸을 만들어 살아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야. 사람이 여신에게서 받은 몸은 하나. 그 몸을 버리고, 다른 몸에 영혼을 이식하는 것은, 인간에게 허용된 마법이 아니야. 오직 그 분만이, 그 일을 행할 권리가 있을 뿐." "하지만...." 만약 내가 그녀를 봉인한다면.... 그리고 혼을 다루는 마법을 익히는 그날까지만 그 녀의 안에 든 모나드를 억제한다면..... 작은 희망이 떠올랐지만, 그 희망을 셀 자 신 은 거부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죽음을 찾으려고 하는가...... 나의 의지를 들었는지, 그녀는 다시 생각을 이어주었다. 듣고 싶지 않은 형태로. "미안해..... 하지만 난, 이 녀석을 내버려둘수가 없어." "네?" 깜짝 놀라는 나를 향해, 그녀는 결정타를 날렸다. 나를 비틀거리게 할, 그런 결정타 를. "나, 모나드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거든......" 어이가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째서.... 어째서 그딴 자식에게 마음을 쓰는 거지? 셀. 그런 찢어죽여도 시원치 않을 녀석에게, 어째서 정 을 주는 거야? 셀. 그를 바라보는 나를 향해, 그녀는 다시금 생각을 계속했다. "그는 자신을 만든 인간에게 배신당한 후, 오래동안 봉인된 상태에서 인간에 대한 증오심을 품고 살았어. 그 증오심은 어둠 속에서 점점 커졌고, 결국 그가 다시 햇빛 을 보았을 때 엄청난 비극을 낳고 말았어. 네가 경험한, 바로 그 일을 말이야." 그 일. 내가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본, 그리고 나 자신도 관여한 바로 그 일을 가리 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은, 어쩌면 더욱 큰 비극을 숨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 제부터 일어날, 바로 그 일 말이다. "너는 인간의 마법 레벨 10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니?" "응." 인간의 마법 10레벨은, 마법의 근원체와 마법사의 정신이 서로 일치될 때, 비로소 실현되는 마법이다. 그 정의를 읊어내려가던 내 머리에, 갑작스럽게 스치는 하나의 사실. '그럼, 셀과 모나드는 이미, 마음이 일치했다는 것인가?' 비록 그녀가 모나드에게 제압당했다고 하더라도, 상대와 마음이 일치했다는 것이 사 실이라면, 그녀가 받았을 중압감과 죄책감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비록 자신 의 몸이 아니게 된 몸이지만, 그 몸이 사방에 뿌린 피보라는.... 그제서야 나는 셀의 마 음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 다음의 말이 나온 후에야, 나는 그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를 더욱 더 이해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나는 그와 마음이 일치한 후, 비로소 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어. 최고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수많은 사람의 혼을 수거하여, 그 힘을 억지로 뽑아내야 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걸 말이야."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 "나는 그 족쇄를 풀어내려고 안간힘을 다했어. 다크 엘프들에게서 엘프마법에 대해 들은 후, 엘프들의 마법을 몰래 배워보기도 하고, 라 브레이커에게 가서 그의 힘을 빌려보려고도 했어.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어." "그럼....." "전설의 검은 나의 어둠을 읽고, 내가 절대로 이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선고 했어. 나에겐 그게, 절망이었지. 결국, 나는 내 동생을 잃은 후에 너를 만났고, 빼앗 긴 내 동생을 대신해서, 너를 동생처럼 여겼어. 네 과거와 연관이 있는 일이니, 너 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 "난 네가 전설을 실현해주기를 바랬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 역시 이 족쇄를 풀 어볼 수 있을 거라고 믿고서 말이야. 하지만, 모나드는 그걸 원하지 않았던 모양이 야. 네가 검의 인증을 받기 전에, 결국 그는 세계를 집어삼키려는 야망에 사로잡혔 어. 만약 내가 그와 분리되어 버리고, 그의 의식이 도로 어둠 속으로 잠기게 된다면, 그는 세월의 흐름에 삭아서 썩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 "............" "그는 자신이 녹슬어버리기 전에, 자신을 원래대로 회복시키기를 바랬던 거야. 하지 만, 그는 원래 고대 인간에 의해, 기생식물같은 기계로 만들어졌어. 노예들의 혼을 담아, 그들의 힘을 뽑아내어 마법의 완성에 사용하던 기계. 그는 결국, 그 방법 이 외 에는 자신의 힘을 키울 수단을 몰랐고, 결국 봉인이나 다름없던 세이브를 죽여버리 고, 자신의 자유를 손에 넣었어. 너도 보아서 알겠지만." 세이브의 마지막 모습이 떠오르자, 슬픔이 밀려왔다. 이미 되살릴 수도 없게 된, 그 녀의 운명이 생각났기 때문에. "레벨 10의 마법사가 없으면, 그는 완벽하게 자기 의지를 마법사에게 투영할 수가 없어. 내가 마법을 끝까지 추구했던 것은, 결국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던 거야. 내가 없었다면, 그가 자신에게 걸린 봉인을 풀 수단도 없었을 테고, 결국 언젠가 그의 몸 이 고장나서 움직이지 않게 되는 날이 이르기까지,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 르는데....." 그러한 사실들을, 나는 그제서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어째서 그런 일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는가. 화를 내려고 해도, 그녀의 입을 틀어막은 자가 누구인지 아는 이 상, 셀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마법의 무서움을 모르고 그 힘을 얻었기 때문에, 그러한 운명에 자신을 빠뜨린 것이 아니던가.... '내가 조금만 더 일찍 힘을 얻었다면.....' 그녀가 아직 인간으로 있었을 때 각성할 수 있었다면.... 그 족쇄를 풀 기회가 있었 을 때 힘이 없었던 것을, 나는 저주했다. 왜 내게 힘이 생겼을 때에는, 이미 모든 것 이 끝장난 뒤라는 말인가. 하지만 그 다음은, 더욱 더 끔찍한 결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태연하게 바라본 셀이 한 말은... "자. 이제 날 죽여줘. 상황은 이해했을테니." "하지만...." 그녀를 죽이라는 건가? 물론 그래야 한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다 고 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일을 시킬 셈인가? 다섯 살 무렵에 어머니의 가슴에 칼을 박아야 했 던, 그런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할 셈인가? 나는 비명을 질렀다. 소리를 질렀다. 이 운명에서 달아나고 싶어서. "싫어 !" 싫어 ! 이제 사람 중에서는, 그녀만이 내 곁에 남아있을 뿐인데, 나의 유일한 친구 이자 누나인 그녀까지, 내 손으로 사라지게 하라는 건가? 내 손에 그녀의 피를 묻히 라는 건가? 나는 격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 나 자신을 향해서. "싫어 !" 하지만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두 손을 자신의 가슴에 모으고, 그녀는 나에게 말 했다. 천천히. 그러나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괴롭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나 스스로는 내 몸을 파괴할 수 없어. 어차피 조금 있 으면 내 의식은 모나드에게 다시 잠식될 거야. 이용가치가 없게 된 나를, 모나드가 가만 둘 리는 없으니까. 그리고, 만약 그가 여기서 네 손을 빠져나가게 된다면, 얼마 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까.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악마가 되어버리는 것을 막아 줘. 레이니." "하지만...." 만약 그녀의 혼을 빼낸다면, 그래서 다른 몸을 만들어 이식시킨다면.... 그렇게 한 다면 그녀도 살 수 있을텐데..... 어째서 그것은 금지된 것이라는 거지? 내 눈이 흐 려지고 있었지만, 나는 눈에 손을 가져가지 않았다. 어째서... 어째서..... 하지만 그녀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태도로, 나에게 말할 뿐. "이미 나는 수 백년 이상을 살았어. 그리고, 마지막에 너같은 착한 동생을 만나서, 언니로서 기뻤어. 다른 사람에게 죽는 것보다, 너에게 죽는다면 기쁠거야. 레이니." "하지만..." 내 눈에서 비가 내린다. 내 이름처럼. 눈물이 내 안에서, 둥근 구슬을 이루며 떠다 닌다. 태양빛과 별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며.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셀이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속삭인다. 마지막으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힘을 얻었고, 수많은 사람들의 혼을 괴롭혔어. 내가 아무 리 의식을 제압당했다고 해도, 결국은 나와 하나인 자의 범죄. 여태까지 그에게 받은 것이 적지 않으니, 비록 강제적으로 맺어진 관계이지만, 나도 책임을 면할 수는 없 을 거야. 자. 날 죽은 자의 땅으로 보내줘. 레이니. 아니, 나의 사랑하는 밀크." 환상이었을까. 울부짖는 모나드를, 셀이 끌어안는 모습이 보였다. 공포에 질린 눈 과, 평화로운 눈이 서로 합쳐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나에 의해 찢겨진다. 무(無). 그리고, 한 생명이 끊어졌다. 방울지며 우주로 떠오르는 핏방울. 내 손에 맺히는 붉은 빛. 그리고 그 손에서 퍼지는 마력. 마력에 밀려나간 셀의, 모나드의 몸이 서서히 대기권으로 떨어져갔다. 그 몸이 공기 층에 부딪치면서,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불이 그녀의 몸을 감싸면서, 서서히 그 몸이 타들어갔다. 심장에서 터져나온 핏줄기가, 불꽃에 가려진다. 수 백년을 살 아 온 자의 영혼이, 그 몸에서 빠져나와 우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 몸은 조용히, 오시언의 하늘로 돌아갔다. 붉은 빛을 발하면서. "안녕히. 누나." 타오르는 그녀의 육신을 바라보면서, 나는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 에피소드 23의 끝. 다음 이야기로 - 후기)한 사람의 죽음. 이것으로 레이니 이야기의 큰 줄기는 끝났습니다. 오래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 이제 내일부터는 마지막 에피소드가 시작되는군요. 정말 길고 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모든 것은 끝을 맺겠군요. 이제 레이니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부디 마지막까지, 레이니를 지켜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 마지막 이야기. 그 예고편 - 한 시대는 끝을 맺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시작점에서, 하나의 의문이 남았다.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한 사람의 피가 뿌려질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무수한 사람들의 피가 뿌려질 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날의 일을 알아야 한다. 레이니 이야기 에피소드 24. 하늘을 향하여. 공룡 판타지 24-488 레이니 이야기 - 하늘을 향하여(1) 인간은 하늘의 영광스런 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들이 넘봐서는 안 될 것을 넘보았기에. 하지만 여신은 그들을 불쌍히 여겨, 한 자루의 검을 내려주었다. 그 검의 이름은 라 브레이커. 법칙을 파괴하는 자. 그 검의 온전한 주인이 검에 의해 선택되는 날, 지상의 인간은 하늘로 돌아오는 길을 찾을 것이다.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자연계의 법칙. 그것을 파괴하고, 다시 인간에게 날개를 붙여 저 먼 하늘로 돌아가는 길을 열기 위해 잃어버린 고향으로 돌아올 길을 열어주기 위해 검은 이제까지 주인을 찾았다. 하지만 그 검의 주인은 오지 않았다. 한 아가씨가 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에는. 그녀는 사악한 악의 화신을 물리치고 우리 모두에게 빛의 길을 열어주었다. 저 멀리 뜬 별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자신의 어깨를 바라본다. 머지않아 돋아날 날개를 기다리며. "과분한 찬사야." 셀의 최후를 지켜본 후, 내가 지상에 돌아와서 받은 것은, 도시를 날려버릴듯한 환 성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오시언 전체를 구한 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세 계를 멸망시키려던 괴물과 싸워서, 모든 생명을 그의 손길로부터 보호한 자. 하지만 그것은 단지 우연한 결과일 뿐,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노래를 지어부를 것까지는 없는데." 아직도 그날을 생각하면 얼굴이 뜨거워진다. 정의의 실현? 세계의 구원? 아니다. 내 가 했던 것은, 단지 나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모나드와 싸운 것 뿐이다. 그에게 흡수된 마법사들 중에서 내가 구한 자는 단 하나도 없는데도, 모두는 나에게 그런 식 의 찬사를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전 살아났어요. 언니." 내 옆에서 끼어드는 아르메리아. 하긴, 그녀만은 어떻게 살려낼 수 있었다. 내가 지 상에 내려온 후, 느껴진 희미한 생명의 맥박. 그것을 알고, 나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 고 들어가서, 가물거리는 그녀의 생명을 찾아낼 수 있었다. "언니...." 그때, 그녀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 몸의 상태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온 몸의 유전자가 거의 모두 파괴되어, 생명 활동의 종지부를 찍으려는 상황이란 것을. 셀의 최후를 보았기 때문에,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마법을 썼던 건지도 모른 다. '또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어.' 그 단순한 감정덕분에, 나는 그녀의 몸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부서진 유전자의 사이 에서, 단 하나라도 온전한 세포를 찾아내려는 노력. 그리고 그 노력은 보상을 받았 다. 몸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몇 군데에는 온전한 세포가 남아있었고, 그 세포들의 유전자를 본 나는, 아르메리아의 온몸을 원상태로 복원시킬 수 있었다. 비 록 4천억개의 세포들을 일일이 손봐야 했지만. '그나마, 뇌세포를 망치지 않아서 다행이지.' 지금 생각하면 극히 위험한 짓이었다. 아무리 엘프들이 영혼의 힘에 조금이나마 눈 을 뜨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약 내가 100억개가 넘는 뇌세포중 단 하나만 재생에 실 패하더라도, 그녀는 그녀로서의 인격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언니는 잘 해낼 수 있었어요." 내 회상에 끼어드는 아르메리아의 행동은, 나 때문에 빚어진 뇌손상의 결과일까. 그 렇지 않으면 원래부터 있던 성격일까. 그녀의 옆에 있던 오파비니아와 마르렐라의 뇌 를 살펴보고, 그대로 복원을 시켰건만, 아직도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상황에선 다른 방법이 없었지 않아요?" 그건 사실이다. 내가 그녀를 치료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한 시간도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 그러나, 그 행동은 나에게 지나칠 정도의 악영향을 끼쳤다. 그것은.... "아르메리아가 살아난 것은 다행이지만, 그 일 때문에 난 여신의 딸이라고 불리고, 신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라는 걸 증명한 꼴이 되어버렸다고." 내가 모나드를 죽였다는 사실을 의심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아르메리아가 치료되는 것을 본 엘프와 드워프들은, 그 사실을 일제히 증언하고 나섰다. 그들만 그 장면을 보았다면 몰라도, 드워프들과 함께 도시에 있던 상인들까지 그 광경을 목격하 는 바람에, 그들은 눈 앞에서 일어난 기적에 대해 외치고 다녔다. 결국, 다시금 여행 을 시작한 지금은, 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게 되어 버렸다. 쓸데없는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니까.... "유전자의 붕괴로 일어난 원자병은, 치료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겼었으니까요. 모두 들." 여태까지는, 그 누구도 방사선에 과다하게 노출되어 몸을 상한 자를 완벽하게 치료 할 수가 없었다. 4천억개의 세포가 고루고루 손상되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의학으로 고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것을, 10분도 못되어 완벽하게 고쳐버린 사람이 있다면,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주변의 사람들은. "하아." 한숨만 나온다. 내가 모나드를 처치한 후에, 제국에 돌아오자마자 나는 익숙하지도 않은 황제의 자리에 앉아야 했다.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의 주인이자, 고대의 마물 모나드를 처치한 여제'라는 명성 앞에서, 내가 잠시간 제국을 비웠던 과오에 대한 비 난은 쑥 들어가 버렸다. 하긴, 내가 그 자리를 비웠던 원인은, 마법사들이 잇달아 사 라져버린 탓도 포함될테니. 과거의 허울뿐인 전설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아니면 자국 의 황제가 세계를 구한 용사라는 것이 그렇게도 자랑거리였던가. 이웃나라에서 아무 리 부정하려고 해도, 마법사들이 사라진 일은 세계적인 문제거리여서, 아무도 나에 대한 일을 거짓말로 치부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 허리에 매달린 전설의 검, 라 브레이커가 나에게 한 말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나의 주인이다." 이 말이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는지, 나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신검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 그 사실이 모두에게 인정되자, 나는 졸지에 인류의 희망이 되어 버렸다. 모두의 기대에 찬 눈빛속에, 나는 마법사들이 사라져버 린 세계를 다스려야 했다. 물론 내가 세계 전체의 황제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늘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기만 한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나의 등장이 상당히 반가웠 던 모양이다. 그 지나친 기대에 대한 부담이, 나에게 한숨을 쉬게 하는 것도 당연하 리라. 그러나. "폐하. 자신의 품격을 손상시키지 마소서." 이런... 황제에게는 호위기사가 붙어있었지. 물론 지금의 나에게 호위기사가 필요할 리가 없지만, 이른바 예법이라는 게 있단다. 그나마 기사가 둘만 따라온 것도, 내 실 력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원로들을 배려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외출 자체를 허락받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은 얼마전까지는 기사도 아니었지 만. "폐하. 이것도 황제의 자리에 앉은 자의 의무. 자신을 좀 더 돌아보소서." 엄숙하게 그런 목소리를 내는 부스트씨의 말투가 더 밉다. 어째서 나는 저 사람을 기사로 임명해주었을까. 그의 장난기어린 말투에 하이가 눈을 부라리지만, 원래 자유 롭게 살았던 사람이니 말릴 방법이 없다. '그런데다 마법을 쓰는 것도 곤란해.' 어차피, 라 브레이커에게 따질 것이 있는 입장이다. 공연히 엉뚱한 곳에 힘을 낭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검을 다그치기 전에, 가야 할 곳이 있었다. 하늘에서 날아 내린 우리들의 발 앞에, 작은 마을이 보였다. 한때 그 사람이 살았던, 바로 그 장소 가. "여기가 까만 언니가 살았던 집이야?" 아이샤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녀는 단지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 다.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조차 읽을 수 있게 된 나에게, 그 말은 과거의 일을 떠올 리게 했다. '처음 만났을 때....' 난데없이 밀크라는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바람에, 나는 너무나 놀랐었다. 하지만 결 국은, 그녀를 만남으로 인해 과거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녀 덕분에 제논에게 몸을 빼앗기지 않았고, 그녀 덕분에 어둠 속에서 일어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막상 그녀가 고민하고 괴로워하던 족쇄를 풀어주는데 있어서,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다. 고작 내가 준 것이라고는, 죽음이라는 술잔뿐. "응...." 아이샤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분명히, 한때 그녀가 살았던 집이 맞 기에, 하지만 이제 그녀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남은 것은, 차디찬 빈 집 뿐. 그러나 그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 생물이 있었다. 그에게 부고를 전하지 않을 수 없는 내 입장을 저주하고 싶었지만, 도대체 내가 그럴 자격이 어디에 있다는 건가. 내 손으로 그녀를 죽였는데. 내 손으로 그녀를 불덩어리로 만들어 버렸 는데. 눈 앞의 문을 열기가 두려워졌지만, 두려움에 안주해버리면 영원히 앞으로 나 갈 수 없다. 나는 그것을, 10년이 넘는 세월을 통해 배웠지 않는가. 끼이이익. 문이 서서히 열렸다. 나는 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방 안에 남아있던 대부분의 마 법은 거두어져버렸지만, 에너지의 구조체를 통해 영구히 걸린 마법들은, 아직도 그대 로 남아있었다. 마법을 끌어쓰는 것이 아니라, 마법을 만드는 물체를 놓아두는 식의 방법을 썼다면, 아직도 마법이 걸려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만약 내 짐작이 맞 다면, 그 녀석도 아직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 계속 - 후기)마지막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다시 멤버들을 모아보니, 생각보다는 사람이 덜 죽었군요. (뭐야. 사람 못 죽여서 안달한거냐.... 이런 사악한 작가가....) 셀과 세 이브를 제외하고는 다들 멀쩡하니.... (퍼억) 하지만 레이니에겐 그렇지 않겠지요. 부디 500회를 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마 하이텔 시리얼란에서 가장 긴 횟수가 아닌가.... 의심중입니다만. (더 긴 것이 있기를 바라지만, 설마..... 있겠습 니까) 공룡 판타지 24-489 레이니 이야기 - 하늘을 향하여(2) '다만, 에너지 구조체가 여태까지 버틴다면.....이라는 얘기지만.' 반영구적으로 한 장소에 마법을 걸어놓는다는 것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사용했 음을 의미한다. 하나는 에너지 구조체라는, 일종의 기계를 설치하여 놓는 것이다. 만 약 그 녀석에게 이런 식의 마법이 걸려 있다면, 그 구조체가 무너지지 않는 한 마법 생물의 작동은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에....' 만약, 두 가지 방법중 두 번째 수단. 그러니까 마법사에게서 힘을 계속적으로 공급 받아 움직이는 방법을 택했다면, 그 녀석은 이미 힘을 공급해줄 마법사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아마도 차디찬 주검이 되어 버렸을 것이다. 물론 첫 번째 방법을 택했다고 해도, 움직일 동력을 스스로 만들 방법이 없다면 똑같은 결과를 불렀겠지만. '그 경우에는....' 하이와 부스트가 타고 온, 드워프들의 배를 바라본다. 아이샤가 동행할 때 가져온 저 비행선으로 인해, 우리의 여행은 그나마 수월해졌다. 이제 겨우 병이 나은 아르메 리아와, 마법을 못 쓰는 아이샤, 하이, 부스트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저 비 행선이었다. '물론 내가 마법을 썼다면 문제가 쉽게 풀리겠지만.' 그 경우, 하이는 황공하다며 얼굴을 들지도 못했겠지. 하지만, 그럴 거면 안 따라와 도 되잖아..... 황제의 체면이 뭔지.... 두 개의 혹을 붙이고 다니는 신세가 되는 바 람에, 가끔씩은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지금은 두통을 환기시키려고 배를 쳐다본 것 이 아니다. 만약 그 녀석이 저 배와 비슷한 종류라면.... '단지 힘을 공급해주는 것만으로도, 다시 살아나 움직이는 게 가능할까.' 비행선이라면 연료만 채워줘서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지만, 아이는 마법생물이다. 마력을 공급해서 다시 깨어나게 할 수 있을까? 어떠한 원리로 움직이는지도 잘 모르 는데, 과연 내가 아르메리아를 치료할 때처럼, 잘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것은 부딪쳐봐야 아는 법. 집안을 들여다본다. 바닥을 내려다본다. 햇빛이 들어오는 방안 에, 하얀 물체가 놓여있었다. '...........'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아도 알 수 있건만, 나는 방 안으로 걸어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 다. 만에 하나의 가능성을, 차버릴 수는 없었기에. 그러나 가까이 간다고 해서 현실 이 변하지는 않는다. 내 앞에 놓인 싸늘한 주검은 분명히 아이의 것이었고, 그 몸에 서는 어떠한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제기랄....." 결국, 나는 그조차 구하지 못한건가. 말없이 그 주검을 바라본다. 총기를 잃어버린 눈은 반쯤 감겨있었고, 그 눈에서 나온 가느다란 팔다리가, 말라비틀어진채 몸을 감 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 몸을 향해간다. 손 위에 그를 올려놓으려는 순간. 파삭. 내 손에 그의 몸이 닿는 순간, 아이는 한 줌의 재가 되어 부서지듯 사라졌다. 덜컥. 셀의 집의 문을 닫는다. 집안을 샅샅이 뒤졌건만, 아무것도 살아있는 것이 없었다. 그 많던 마법생물들은, 하나같이 잿가루로 변해 있었다. 셀의 죽음과 더불어, 그것들 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버린건가. "어쩔 수 없어요. 인간 마법사가 만들어낸 마법생물은, 하나같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으니까." 아르메리아의 말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엘프들의 마법이 완전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르메리아 자신도, 그 점을 시인했다. "마법생물이라고 해서, 만능을 요구하면 곤란해요. 사람이 생명을 만드는 것은, 원 칙은 금지된 일이나 다름없는 일. 아무리 완벽하게 마법생물을 만든다고 해도, 마법 사가 적절한 시기에 억제의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생물은 언젠가는 문제를 일 으킬 수밖에 없어요. 아마 셀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 그들의 목숨이 끊어지도록 파괴의 주문을 넣어두었을 거에요." 셀이 죽은 후에야, 그녀는 셀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에게서 셀의 죽음을 들은 후 에야. 이미 사라진 마법사라는 종족에 대한 예의를 표한 것일까. 아니면 그 처참한 최후 때문에, 비난을 퍼부을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그녀의 마음을 나는 짐작하고 있었다. 아마, 나를 생각해주었기 때문이겠지. "글쎄요. 꼭 그렇다고만 볼 수는 없어요." 그녀에게도 생각해볼 일이 많은 모양이었다. 엘프라는 종족과, 드워프라는 종족에게 있어서, 그들이 같은 인간의 후손이라는 사실은 충격이었고, 아직도 그들은 그 문제 로 인해 앞날의 길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그 길을 찾아달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는 것이 나라는 사실이, 내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었지만. 그 중압감을 잠시 잊으 려면.... "이곳에 여관은 없을까?" 부스트씨가 내 말을 듣자마자 마을 사람들에게 걸어가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폐하." 좁지만 깨끗한 방에 들어오고 나서, 하이가 나에게 물었다. 좀 웃기는 것은, 신분상 으로는 나의 기사인 부스트가 독방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황제가 되어버린 나는 모두와 같은 방을 쓰게 되었는데. 하지만 그것은 성별에 따른 문제일 뿐, 그의 잘못 은 아니다. 게다가, 내 정체에 대해 이 마을에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내일 아침, 유로 제국의 변경으로 떠날거야. 내가 10여년간 살았던 마을로 가서, 아는 분들에게 인사나 하려고." 다로프 아저씨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과연 뭐라고 할까. 아비알 누나는 과연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보다 더 내 마음을 끄는 것은, 내 정체를 알았으면서도 의연하게 견뎌준 람포의 안부였다. '그 애는 잘 지내고 있을까.' 아마 잘 지내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녀는 귀족의 아가씨니까. 요즘와서 공룡들의 공격을 막을 마법사가 사라지는 바람에, 기사들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마법 이 사라진 지금, 검이 번성하고 있다고 할까. 엘프들과 드워프들은 자기들의 기술을 인간에게 가르칠지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고, 다크 엘프들은 거의 전멸해버린 상태라고 한다. 하긴, 그들도 인간 마법사들과 같은 방법으로 마법을 썼으니 무리도 아니지만. '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 집이요? 주인이 얼마전에 여행을 떠난 후, 그곳에는 둥그런 괴물만이 남아 있었 어요. 아마 아이라고 했던가? 그 안에 얼마나 더 많은 괴물들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 여마법사는 착한 사람이었고, 약간 괴팍한 면이 있긴 해도 좋은 이웃이었 으니까요. 그 집의 마법생물들 덕분에 공룡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그 날. 그러니까 손님도 아시는 그 날, 마법사들이 어딘가로 끌려가버린 그 날 이후로, 그 꼬마 괴물 이 나타나지 않더군요. 집안에 들어가려고 해도, 마법 때문에 문을 열 수가 없었 고..." 여관주인의 말이, 내 귀를 맴돌며 떠나지 않는다. 만약 내가 셀을 죽이지 않고 살려 줄 능력이 있었다면, 그들까지 몰살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혼 이 없는 마법생물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지성을 지닌 생명체임에는 틀림없었다. 사 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어째서 나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았을까.' 라 브레이커는 어느새 사라졌다. 나를 괴롭힐때에만 나타나는 검인가. 아니면 공식 석상에서만 나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검인가. 그 질문을 가슴에 담은채, 나는 검을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조금 더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된다. 내 옆에 잠든 하이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였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조금 있으면 내일이 시작되는 시간인가. '자. 나가보자.' 이곳에서 검을 부른다면, 잠자는 하이와 아르메리아, 그리고 아이샤에게 폐가 될 것 이다. 병에서 겨우 나은 아르메리아나, 아직 어린 몸으로 나 때문에 이 여행에 따라 온 아이샤, 그리고 나의 호위기사라고 고생을 하는 하이의 새벽잠을 빼앗을 권리가, 나에게 있겠는가. 소리없이 몸을 일으켜, 바깥으로 날아간다. 몸의 분자들을 벽의 분 자들 사이로 통과시킨다. 그 배열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면서 움직이다보니, 생각보다 더 신경쓰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나드 녀석, 대단해.' 이런 마법을 수 백개나 동시에 쓸 수 있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마법을 만들 수는 없 었던 존재. 어쩌면, 창의성은 하나도 없이 주어진 문제만 풀어낼 수 있는, 기계의 슬 픔을 그대로 보여준 녀석인지도 모른다. 나는 몸을 여관벽 바깥으로 빼낸 후에, 하늘 을 향해 날아갔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검을 소환해낼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날아가던 내 귀에 들린 소리는. 크오오오. '뭐야?' 마을 주변에는, 청년 몇몇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어느 마을이든 주위에 나무로 성 벽을 만드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마법사가 없기 때문에 그 경계가 더욱 엄중 해진 상태였다. 만약 공룡들이 쳐들어온다면, 지금으로서는 막기 어려우리라. '물론 그 공룡들은, 대부분 낮에 행동하지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것을 확인시킨 것은, 하필이면 내가 잊을래야 잊을수도 없는, 낯익은 공룡의 그림자였다. 저 생명반응은 분명히..... '크루얼 네일이잖아.' 하필 저 난폭한 육식공룡이 이곳에 나타나다니. - 계속 - 후기)윽. 오늘 끝낼 줄 알았는데, 그게 전혀 아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할 이야 기가 아직 남아있었다는.... 에필로그로 끝낼 생각이 빗나가버렸습니다..... (이봐. 다 끝나가는데 늘리지 마) 하지만 자연스런 전개가 되어야 하니, 어쩔 수 없군요. 푸 우. 이제 마지막 이야기가 되니, 괴로워지는군요. 연재를 끝내면, 이 이야기를 과연 어 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과연 저는 이야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다 끝내고 나면, 과연 이 이야기를 묻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 번 생명을 부여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되면 저는 또 뭘 생각해봐야 할까.... 끝까지 오니까 새 로운 문제가 마구 생기는군요. 푸우. 그리고 크루얼 네일. 오래간만에 나온 공룡이군요. 공룡 판타지라면서 공룡이 안 나 온다고 말이 나오던데..... 엄청난 스피드로 레이니를 괴롭혔던 그 공룡이, 정말 모 처럼 나왔습니다. (모델이 벨로시렙터와 데이노니쿠스이지만, 그 공룡들이 쥬라기 시 절엔 없다는 이유로 새로 만들어버렸는데..... 다시 써먹게 되는군요) 공룡 판타지 24-490 레이니 이야기 - 하늘을 향하여(3) '저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저 모른 척하고 내 할 일만 하면 간단하겠지만, 그런 짓은 예당초 할 수 없는 운 명이다. 잠들어있는 아르메리아 일행에게 무슨 피해를 입히려고.... 잠시 행동을 고 민하면서, 나는 성벽 부근으로 날아갔다. 저 녀석이 성벽을 부수려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잠시동안 서성이다 돌아갈까. 녀석에게 주의력을 집중시킨다. 녀석의 다음 행 동에 따라서는,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각오하고 마음을 다져두는데, 녀석이 갑 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뛰어 오를 참이야.' 내 마음에 파고드는, 가느다란 뇌파. 공룡의 생각인가. 그것이 비록 아주 미세하기 는 하지만, 나에게는 또렷하게 보였다. 그 파동의 뜻이. '성벽에 발톱을 걸쳐서, 생각 이상으로 도약한다. 그리고 경비병을 잡아챈다.' 녀석의 몸이 움츠러든다. 뛰어오를 셈인가. 그런데 경비병은 왜 그걸 눈치채지 못하 지? 저렇게 뚜렷하게 모습이 보이는데. 다급해진 내가 무슨 조치를 취하려고 하지만, 마법을 발출하면 일이 귀찮아질 것이다. 물론 사람이 죽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 긴 하지만, 가급적이면 조용한 마을에 소란을 일으키지 않고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 정체가 드러났을 때의 상황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떠받드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그렇다면, 어떻게 녀석을 쫓아낼까. 녀석을 그냥 소리없이 죽여버릴까.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저 녀석도 마을 사람들 모두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목숨을 이어나가기 위한 한 끼 식사가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데서 해결해.' 아마 내가 지금 한 행동으로, 어딘가의 다른 초식공룡이 화를 당하겠지. 하지만 크 루얼 네일의 생각을 읽어버리는 바람에, 그를 쳐죽이는 것은 망설여졌고, 결국 이런 식의 행동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도약하려는 공룡의 발의 힘을, 약간만 엇갈리게 하 면.... 콰앙. 뛰어오르려던 크루얼 네일의 발이 미끄러지면서,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밤 이라서 그런지 공룡의 몸이 땅바닥에 부딪치는 소리는 더 컸고, 그 소리는 마을 전역 에 들리고도 남았다. 그걸 경비병들이 못 들을 리가 없다. "뭐야 !" "무슨 소리야 !" 횟불을 들고 소리가 난 쪽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크루얼 네일은 그들을 보더니, 몸 을 돌려 숲 속으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사람들이 목격한 것은, 공룡이 떨어지면서 남긴, 땅이 패인 자국 정도였다. '젠장. 난 바보인가.' 전같으면 그냥 죽여버렸을 것이다. 어차피 그 공룡은 다시 마을에 올지도 모르고, 아직 경비에 익숙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은, 결국 희생자를 내고 말 것이다. 내가 한 것은, 단지 그들의 죽음을 늦추어준 것뿐. '하지만, 그 공룡의 생각이, 똑똑히 내 머리에 들려왔어.' 살의가 아닌, 생존을 위한 욕구. 그것을 본 나로서는 공룡에게 죽음을 줄 수가 없었 다. 그 공룡이 맹목적으로 살인을 반복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단 지 자신의 삶을 위해 남을 죽이는 것이라면, 여태까지 나도 수없이 저지른 일이 아니 던가. 그것이 내가 죽음의 마법을 쓰지 못한, 진정한 이유였다. "와아." 비행선에 탄 아르메리아와 아이샤, 하이와 부스트씨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면서 기뻐 하고 있지만, 나는 그들에게 끼어들 수가 없었다. 황제라는 신분 때문이 아니다. 숲 전체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에 파묻혀서,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감지능력이 지나치게 발달해버렸어.' 과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할지도 모른다. 물론 나 자신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지 만, 감각을 둔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신경쓰지 않으면 그뿐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자의 외침을 외면한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박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지러운 내 마음을 달래듯, 옆에서 들리는 아이샤의 목소리. "자. 곧 알로본에 도착하니까, 언니들도 자리에 앉아요. 아저씨도." "난 아직 결혼도 안 했어...." 부스트씨의 비명은 아이샤에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자. 점심만 해결하고 나면, 언니가 살았던 그 마을에 도착할 거에요. 이름이 뭐라 고 했더라?" "팔레르." 나도 잘 모르는, 옛 마법사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 솔직히 말해서, 다시 올 거라 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적어도 여자몸으로는. 처음에 마을을 떠날 때, 어떻게든 저주 를 푼 후에 돌아오겠다고 큰소리를 쳤는데, 이제와서 뭐라고 하나. '람포를 만나는 것도 좀 곤란하고.' 황제폐하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들을 생각은 전혀 없다. 게다가, 이번 여행은 여행 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그저 잠시동안의 순회라고 할까. 공식적으로 여행하는 것도 아니니, 잠시 쉬는 기분으로 누워있을까..... 하지만 비행선 안에 있는 것은, 아무래 도 무리였다. "식사는 해야지요 !" 아이샤의 강력한 주장에 반박할 길이 없어서, 이렇게 거리를 걷는 중이다. 그렇지 만, 어째서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내 예상이 적중했는지, 눈 앞에 소매치기 하 나가 다가왔다. 저 녀석...... 품 속에 뭘 가지고 있는거냐? '또 누군가의 지갑을 훔쳤군.' 지갑에서 나오는 미약한 정신파는, 꼬마 도적의 정신파와는 분명히 차이가 났다. 물 어볼 것도 없겠군. 녀석의 행동을 잠시 지켜본다. 그를 바라보지 않더라도, 그 행동 은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다. 녀석의 손이 내 허리를 향해 다가온다. 너, 어지간히도 멍청한 녀석이다. 힐끔. 녀석의 손이 내 지갑에 닿는 순간, 내 얼굴이 그를 바라본다. 순간적으로 나와 그의 눈이 마주치고, 잠시동안 멈추는 동작. 그 다음은..... "어지간하면 그만 좀 훔쳐라." "키이이익 !" 녀석은 놀란 나머지 땅바닥을 한 번 구르고, 그 뒤로 줄행랑을 쳐버렸다. 녀석을 잡 아서 경비대에 넘길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러기가 싫었다. 람포를 다시 보기가 부끄 러워서였을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피로해서일까. "휴우." 약간 맥이 빠진 모습으로, 나는 다로프 아저씨의 집의 침대에 누웠다. 저녁 무렵에 비행선이 과거의 '우리 마을' 부근에 내리고, 나와 아르메리아는 다로프 아저씨의 열 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내 귀향을 알리지는 않았다. 내일 아 침쯤에나 알리고 말지.... 어차피 바다를 건너는 것이 좀 힘들었는지, 비행선을 나무 위에 고정시킨 아이샤는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불러서 모두를 소개하겠는가. 결국, 한밤중에 우리를 받아준 다로프 아저씨의 배려에 감사하 면서, 모두는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이면 모두에게 내 정체를 말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인 장소, 스승님의 묘비없는 무덤에만 조용히 다녀와야 할까. '하지만.' 그 전에 내가 할 일이 하나 있었다. 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오두막의 벽을 빠져 나갔다. "변한 게 없구나." 그 날, 스승님이 마법의 폭발에 휘말려 죽었을 때, 이곳은 거대한 구덩이로 변해버 렸다. 산 하나가 사라지고, 그곳엔 황무지만이 남고 말았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나 무가 자라기 시작했고, 빽빽하게 고사리로 덮인 습지를 두른 호수가 되어 버렸지만, 구덩이 자체는 모습만 바꾼채 그 자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변한 것이 없다고 한 것은, 구덩이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눈을 감아보았다. 그날의 모습이, 선명하게 내게 떠올랐다. 불덩어리에 휩싸이는 스승님의 모습. 나의 몸이 뒤바뀌는, 그 순간의 일이. ".............감상은 이쯤 해둬야겠지." 달밤에 신세타령하려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내 오른손이 하늘로 뻗고, 나는 주 문같은 말을 읊었다. 그리 듣기 좋은 문장은 아니지만. "라 브레이커, 이리 내려와." 검이 자신의 긴 몸체를 드러내며, 하늘에서 날아왔다. 검을 쥐자마자, 나는 검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직 그 질문을 위해, 그를 부른 것이므로. "라 브레이커. 너는 어째서 나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았지?" 검이 힘이 없어서, 나를 돕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 전해준 마법의 수준 으로 생각한다면, 그에게는 그 이상의 힘이 숨어있는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도, 검 이 가진 주변 물질과 에너지에 대한 영향력은, 지금의 나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 도인 것이 분명하니까. 그런데, 어째서 검은 나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을까. 검 이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명확한 대답이 아니라 의문의 뜻을 담은 것 같았 다. "너는 내가 너에게 힘을 빌려주기를 바랬던 거냐? 그 날의 싸움에서?" 당연한 것을 묻는 라 브레이커. 하지만, 무의미한 질문은 아니었다. 내가 원했던 것 을, 더 확실하게 해주는 효과 정도는 있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 계속 - 후기)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의외로 에필로그가 길어지는군요. 하지만 곧 끝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끝내고 나면 왠지 쓸쓸할 것 같군요. 물론 끝낸다고 해도, 저에겐 그게 끝이 아니고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그냥 잊혀지게 놔두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에..... 공룡 판타지 24-491 레이니 이야기 - 하늘을 향하여(4) 물론 그때 나 혼자서 싸운 덕분에, 나는 강력한 능력을 손에 넣었다. 정확히 말하 면, 능력을 이해하고, 그 사용법을 익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나 는 수많은 사람들을 잃고 말았다. 고작 마법을 익히게 하려고 치른 희생치고는, 너무 나 가혹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어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무 리가 아니리라. "네가 그때 도와줬다면, 아마 그들은 죽지 않았을 거야." 적어도 미숙한 나보다는, 라 브레이커가 더 상황판단을 잘했을 것이고, 그라면 모나 드 안에 갇혀있던 사람들을 살려냈을지도 모른다. 물론 뜬구름잡는 소리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뭐니뭐니 해도, 그는 전설의 검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검은 그에 대해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아 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으니까. "하지만 그랬다면, 너는 나의 잠재력을 눈치채지 못하고 일을 끝냈을거다." 아니. 난데없이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 상황에서 나 자신의 마법수행이 뭐가 소중하다고. 내가 화를 낸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시끄러워 !" 그런 게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누굴 원망하는 것은 좋게 느껴지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라 브레이커를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라 브레 이커는, 차가운 몸체를 가진 검답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리석구나. 너도. 넌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다. 그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였는지 를." "뭐야 !" 도와주지 않은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그게 변명이라면, 너무나 뻔뻔하다고 하지 않 을 수 없다. 어째서. 어째서 그들을 죽게 내버려두었단 말인가. 그의 말에서, 나는 그가 사람들을 살릴 힘이 있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검을 당장이라도 부숴버리고 싶지 만, 냉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기지 못할까봐 우려하는 것이 아니다. 어째서 그것이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것인지를, 알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그래. 넌 그들의 목숨을 아쉬워하겠지. 죽은 자들 중에는, 네가 알고 지냈던 마법 사들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하지만, 그들을 내가 살리기 위해서는, 모나드와의 전투에서 내가 너를 도와주었어 야 한다. 넌 그게 뭐가 어려운 것이냐고 묻겠지만, 그것은 너에게, 그리고 이 세계에 있어서 치명적인 화를 부르게 된다." "어째서 !" 사람들을 살려내는 것이, 어째서 화를 부른단 말인가.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향해, 검은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잊어버렸던. "내가 너를 도와준다는 것은, 동료로서 널 돕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 사람들을 살 린다는 것은, 그들의 혼을 담을 새로운 육신을 만들어낸다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마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게 뭐가 어때서 !" 도대체, 어째서 그게 문제가 된다는 것이지? 문제는 그 뒤에 나온 말이었다. "그것은, 너의 주문에 의해 마법을 만들어 공급한다는 뜻." 그 말. '주문'이라는 말이, 나에게 차가운 비수를 던진 것이다. 내 입이 공포로 얼 어붙는다. 셀의 참상이 나와 겹쳐져서 생각되고, 그 결과물을 검이 토해놓는다. "즉, 나에게 네가 종속된다는 뜻이다. 저 모나드와 셀의 관계처럼." 셀의 마지막 순간이, 나의 머리를 휘저어놓는다. 그 참혹한 마지막이, 나를 두려움 에 떨게 만들었다. 내가 그렇게 된다고? 만약 검이 나를 도와주었다면? 어떻게든 부 정해보려는 나에게, 검은 차갑게 나를 찌르고 들어온다. "마법사는 주문에 의해 마법 근원체들에게 마법을 얻어오고, 그 마법은 마법사의 육 체에서 발현된다. 네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바로 그러한 것이다. 너의 의지에 의해 내가 마법을 만들어 보내는 것. 그것은 네가 경멸하던 모나드의 행위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다를바가 없다는 말이, 내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꼼짝못하는 나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는 라 브레이커. "그렇게 된다면, 너는 앞으로 다시는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게 된다. 마법을 스스로 만드는 것과, 단지 말 한 마디로 힘을 얻어오는 것과, 어느 것이 더 쉽다고 여기겠느 냐. 네가 한 번 그 편리함에 맛을 들이면, 너는 다시는 고대의 마법을 사용하지 않게 될 것이다. 오로지 나에게만 의지하게 되고, 너 자신의 힘은 영원히 버려지게 될 것 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단지 편리한 도구로 전락하게 되고, 너는 남의 힘에 기대어 위세를 떨치는 자가 되고 만다. 나를 가졌다고 주장했던, 과거의 황제들처럼." "그래서...." 뭔가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서, 나는 너를 도와주지 않았다. 내가 만약 너의 바램을 들어준다면, 그것은 내가 너를 지배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셀과 모나드의 관계를 재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신이 나를 만든 것은, 인간의 도구가 되라고 만든 것이 아 니다. 그 분이 너희 인간들의 조상을 이 별로 내던졌다는 신화를 기억하고 있나." ".....응." 인간이 이 별에 살게 된 까닭을, 과거의 신화는 그렇게 전한다. 여신이 허용한 선을 넘어, 생명이 가져서는 안 될 힘을 탐한 인간들을, 그는 이 별로 추방시켜버렸다고. 그리고, 그들이 다시금 별들 사이로 돌아갈 날에 대비하여, 라 브레이커를 인간에게 보냈다고. 그 신화를 생각하고서야, 검의 의도와 목적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록 희미했지만. "그 신화에서 나온 바와 같이, 나는 너희 인간들이 다시금 그 분의 품으로 돌아갈 날을 위해 만들어졌다. 따라서, 그 모나드와 같은 추한 도구로서의 삶은, 절대로 나 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어째서 너에게 그토록 여러 번 시험을 했는지, 내가 어째서 그렇게 무정한 행동을 취했는지 알겠는가. 난 가능성을 지닌 자를 여럿 만났고, 그들은 여태까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대륙이 갈라지고 바다가 태어나며, 수많은 생물이 멸종해가는 시대를 지나면서, 나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주인을 만났다 는 생각을 수 천 번이나 반복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계속 실망으로 변해갔다." 겨우 검의 마음이, 나에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끝난, 지금에서야. "그런 긴 방황의 나날이 계속되고, 결국 나는 지쳤다. 그래서 인간들이 자신들의 권 위를 위해 나를 이용하는데도, 나는 그저 움직이지 않았다. 이젠 인간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그 와중에 나를 찾아온 자가, 너의 누나, 셀이었다." "셀이?" 전에 셀이 라 브레이커를 만났을때의 일이 생각났다. 그때 검은, 그녀를 자격이 없 다고 거절했었지. 그런데.... "그녀의 원망은, 나를 반성하게 했다. 내가 그녀를 보았을 때, 나는 내 잘못을 깨달 았다. 세상은 넓고, 인간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내가 그 여자를 찾지 않고 내버려두는 바람에, 그녀는 자기 목숨을 구하고 동생을 살리기 위해, 마법 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그녀 자신도, 나도 무척 안타까웠지만, 그 족쇄를 스스로 끊을 능력이 그녀에겐 없었다. 내가 그녀를 돕는다면, 전술한바와 같이 그녀가 자격 을 얻을 방법이 사라지고,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두기에는 너무나 불쌍한 사람이었지. 그녀가 그 자리를 떠나고 난후, 나는 무척이나 후회했다. 간신히 찾아낸 사람을, 허 무하게 잃어버렸다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났을때도, 솔직히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 만, 너는 그때 요구했다. 고작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너는 살아가겠다는 의지 를 가지고 나를 움직였다. 나는 그래서 결심했다. 너와 계약을 한 후, 너에게 모든 마법을 가르쳐주겠다고. 그 과정에서 네 어머니를 죽게 한 것은 본의는 아니었다. 내 가 너무나 오래동안,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마법을 적절하게 구사하지 못한 탓이 크다. 물론 그때 너의 몸으로는 큰 힘을 견디지 못했지만, 만약 내가 적은 힘이라도 적절하게 이용했다면, 네 어머니는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르는데. 미안하다." ".........." 그 사과를, 나는 받을 수 없었다. 그 날의 일이 다시금 떠올라, 눈물을 간신히 참고 있었으므로. 검도 그 당시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 일이 있은 후, 너는 과거를 잊고 싶다고 했었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 다양한 삶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널 남자아이로 바꾼 것은, 그때의 일에 대한 작은 호의였 다. 너에게는 상처를 치료할 기회가 필요했고, 그래서 나는 너 안의 또 하나의 인격 을 깨웠다. 너의 무의식이라고 할까. 아니면 다른 인격이라고 할까. 나는 그 무의식 에, 고대의 마법을 가르쳐주었다. 네가 다시금 마음을 돌리고, 과거를 기억해낸 후에 수행을 시작하면 늦기 때문에, 나는 너의 인격을 둘로 나누어서 하나는 편히 살게 하 고, 또 하나는 장래의 준비를 시킨 것이다." "............." "그렇게 해서, 나는 10년동안의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너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게 되었다. 너는 아마 그 기억이 뼈에 사무쳐서, 절대로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했지 만, 어리석은 제논은 너의 존재를 알고, 역시 어리석은 황제와 같이 암살자들을 보냈 다. 그들은 널 죽이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너는 네 남자아이의 몸을 잃고, 원래의 몸을 돌려받았다. 그 뒤의 일은 너도 잘 알겠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그것은 최상의 선택이 되었다. 라 브레이커의 주인으로서는." "하지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다. 하지만 생각나는 것이 없다. 끄집어내려는 의식이, 다시 금 무의식의 바다에 빠진다고 해야 할까. "마법 수련이라는 것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네가 경험한 바 와 같이, 마법이란 단순한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 많은 존재에 대한 영향력의 행사로서 이루어지고, 그 영향력에 대해 배우는 것은, 하 루 아침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긴 세월동안 익히고 다듬어야 하며, 그 후에 도 길고 지루한 과정을 거쳐야 마법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 계속 - 후기)원래는 오늘 끝내려고 했습니다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다 쓰고 나 니, 오늘 다 올리기에는 너무 많더군요. 그래서 내일로 마무리는 연기. 이제 정리해서, 출판사로 보내는 일이 남았군요. 물론 계약이 된 것이 아니고,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단계에 불과하지만. 이제부터는 바빠지겠군요. 물론 처음에 제 의가 왔을때 해버리는 게 나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랬으면 지금처 럼 최선을 다했을지 의심스럽더군요. 글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지금에서야 출판을 생 각해보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합니다. 다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군요. 자. 내일 레이니 이야기의 마지막 편이 올라갈 겁니다. 내일 이후에 올라갈 것이 있 을지는 모르지만, 아마 줄거리 자체는 내일로 마무리가 될 것 같군요. 그럼, 내일을 기대해주세요. 공룡 판타지 24-492 레이니 이야기 - 하늘을 향하여(5) - 마지막회 "............." 마법에 대한 이론. 그것은 여태까지 많이 들은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내가 듣는 이 야기는, 전과는 너무나 다르게 들렸다. 어제까지 내가 지식으로서 익혔던, 그리고 현 장에서 사용해봤던, 그러한 마법과는 전혀 달랐다. 어디서 그 차이가 오는 것일까. "인간들은 그 길고 복잡한 과정을 지겨워했다. 하긴 1천억의 분자들을 다루는 것이, 단지 시작에 불과한 고대 마법은, 사용자들에게는 극단적으로 지루하고 피곤한 마법 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과정이, 수련자에게 자신의 힘을 남용하지 않게 하는 필수적 인 것이라는 것을 망각해버렸다. 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에만 신경을 쓴 끝에, 간편한 주문마법을 개발해버렸다. 그것이 실상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었는데도 불구 하고." 그 지름길의 종착점은, 나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 대기권에서 불타 사라지는 모나 드, 아니 셀의 그 모습은, 평생 지워질 수 없는 것이니까. "네가 여자아이에서 남자아이로 된 것은, 너 자신의 불행을 네가 이길 수 없었기 때 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에게 있어 수많은 생명의 마음을 들여다보게하는 출발점 이 되었다. 네가 만약 여자로서의 삶만 살았다면, 너는 남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다. 네가 만약 고아로 살지 않았었다면, 소외된 자의 마음을 이해하기 가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훌륭한 사람은 단지 올바른 교육을 받는 것만으로도, 타인 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네가 배울 마법은 사물의 심층까지 파고드는 것 인만큼, 직접적인 체험은 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 "그래서 너는 모든 시험을 통과하고, 결국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전설의 검의 주 인이자, 모든 종족의 희망으로. 이것이 나를 만든 그 분의 의도인지는 솔직히 모른 다. 그러나 너에게 일어난 일은, 결과적으로 강한 힘을 가진 자가 가져야 할 마음을 키우는데 필수적인 것이었다. 만약 네가 나에게만 의존하였었다면, 너는 아마 셀을 넘어서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의 너 자신의 힘을, 너는 돌아본 적이 있느냐?" "아니." 요 며칠 사이에 워낙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이나마 그렇게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물론, 내 힘이 강하다는 것은 알 고 있지만. 내 생각을 읽은 듯, 라 브레이커가 나에게 말했다. "너도 짐작하듯이, 지금의 너는 손가락 하나만 휘둘러도, 수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 변화는 너에게는 작은 것이겠지만, 타인에게는 죽음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 하지만 그 변화를 부르기 위해서는, 주위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 마법을 만 들어낼 때의 과정을 너도 알겠지만, 그 시작은 우선 주위를 돌아보는 것. 물질과 에 너지의 분포와 그 상태를 깨닫고 나서야, 그것의 위치와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인간의 마법은 완전히 이기적으로 진화했고, 드워프들의 기술은 주위의 것을 '그 아 픔을 이해하지 않고' 이용하는 선에서 그쳤다. 비록 엘프들의 마법은 어느 정도 고대 마법을 계승했다지만, 그들 역시 자신들의 타고난 축복을 이용하는 선에서 그쳤다. 그들의 전승이 완벽하지 못했던 탓도 크지만, 그들이 가진 터무니없는 우월의식은, 나를 받을 자격을 근본적으로 상실하게 했다. 아까운 일이지." "그럼....." 그럼, 나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것인가. 나도 모르게 솟아나는 자만심. 하지만 그것을, 라 브레이커는 우습게 꺾어버렸다. 아주 쉽게. "자만하지 마라. 넌 아직 어리고, 아직 배울 것이 많다. 네가 만약 인간의 한계점에 도달했다면, 아마 모나드도 셀도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윽." 셀은 그렇다치고, 하필이면 모나드를? 달갑지 않다는 내 표정을 읽으면서, 라 브레 이커는 나에게 말했다. 천천히. "고대 마법의 특징은, 주위를 보고 느끼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극히 일부는 중심을 들여다볼 수 있다. 네가 바라보는 영역을 넓혀나갈수록, 더 큰 세계가 너에게 얼굴을 내밀 것이다. 그 영역이 아직 좁기 때문에, 너는 모나드 와 셀을 분리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니까, 셀의 죽음은 결과적으로 내 잘못이라는건가? 자기혐오의 감정이 자라나려 고 했지만, 그 역시 라 브레이커의 말에 의해 잘렸다. 간단하게. "물론 너는 그 당시에, 그럴 실력이 없었다. 그도 무리가 아닌 것이, 천 년을 배워 야 깨달음을 얻는다는 고대 마법을, 넌 단지 10여년만에 익혔으니까. 어딘가에 미숙 한 면이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너는 어쩌면 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 다. 실제로 아르메리아라고 했던가? 그 엘프에게는 잘만 해냈으니까." ".............그, 그건....." 왠지 모르게 부끄럽다. 그녀가 과거 남자아이였던 시절에, 사랑했던 사람이기 때문 일까. 붉어지는 내 얼굴로 미루어 생각해보니, 아직 나는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 하는 모양이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이 감정을 누를 수 있을까. "그것 가지고 부끄러워할 건 없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니까. 다만,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길 바란다. 그 여자를 사랑했던 마음. 그 여자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 음. 그것은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게 했고, 그래서 너는 그녀의 몸을 치료해줄 수 있 었던 거다. 그리고, 그런 시야를 좀 더 넓혀나갈수록, 너는 점점 더 성장해갈 것이 다." "............." 타인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배려. 그런 감정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그럼, 어쩌면 내가 그때 모나드의 마음을 좀 더 이해했다면, 그를 좀 더 제대로 바라보았다 면, 모두를 구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 다시금 밀려드는 안타까움. 하지만 검은 나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었다. "어차피 그건 지금의 너로서는 능력밖의 일이었다. 게다가, 그 마법사들의 죽음은 어차피 예정된 것. 그들은 자신의 힘이 아닌, 모나드의 힘에 의해 부와 명예를 얻었 다. 그들은 대가를 치뤘을 뿐이고, 수행기간이 짧았던 너로서는 아무래도 벅찼을 것 이다. 그걸 이해하려면, 몇 백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지." ".........." 침묵하는 나. "하지만, 다음에 이런 일이 만약 일어난다면, 너는 적의 마음을 잘 살펴봐야 할 것 이다. 적을 이해하고, 적을 올바른 길로 돌리는 것. 고대 마법의 진수는 바로 그런 것이다. 물질과 에너지의 조종이라는 것. 고대 마법의 가장 큰 특징인 그것도, 결국 은 타인을 자신처럼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 만약 네가 그것을 완벽 히 이해하고, 타인에게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 뒤에 나올 말은.... "모두가 기대하는 하늘로의 문도, 열어젖힐 수 있을 것이다." "........." 잠시동안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내가, 내가 전설을 실현한다고? 모든 이를 저 별들 사이로 되돌려, 다시금 하늘을 날아갈 수 있게 한다고? 내가....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까? 내 앞에 놓인 과제가 너무 크다고 생각되었지만, 검은 나에게 말했다. 아주 자신있다는 어조로. "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너만큼 성공한 녀석도 거의 없 으니까. 힘을 처음부터 가진 엘프들, 다른 이의 힘을 이용하는데 익숙한 드워프들, 그런 우수한 자들을 젖혀두고 너를 택한 것은, 네가 수많은 고통을 겪었으며,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만한 자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어깨를 툭 치는 라 브레이커. "그 마음을 모두에게 전할 수 있다면, 언젠가 우주에서 오시언을 바라볼 수 있을 것 이다. 단,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모두?" 오시언의 모습이, 내 눈에 떠올랐다. 모나드의 마법으로 우주공간에 내버려졌을 때, 나는 오시언을 향해 기약없는 여행을 했었다. 그때 오시언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오 는 순간, 나는 너무나 기뻤다. 우주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고향별이, 너무나 반가 웠기 때문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라본 오시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마치 푸른 빛 의 보석처럼. "그 날이 오는 것을 나는 기다려왔다. 여태까지 포기했던 꿈이지만, 너라면 해낼 수 있을 거다. 기대하겠다." 그 말과 함께, 아침해가 동쪽에서 떠올랐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렀던가. 햇빛 을 본 공룡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몸을 일으켰 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들의 모습같았다. 새로운 시작을 향한, 힘찬 도약. 그들이 발을 굴리자, 발소리가 땅을 울렸다. 모두의 잠을 깨우듯이. "자. 돌아가자." 나는 마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라 브레이커와 함께. 아침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새로운 날의 시작을 알리듯이. 공룡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삶을 찾아서. 내 눈에 고향 마을이 보였다. 팔레르 마을. 그곳은 내가 한때 살았었고, 이제 돌아가는 바로 그 마을. 하지만 저곳은 이제 내가 있을 곳 이 아니다. 내가 갈 곳은 과거의 추억이 어린 땅이 아닌,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곳. 그곳은 굳이 쥬린 제국의 황제궁이 아니어도 좋았다. 내가 태어나 자랐던, 이 오 시언이라는 별에 국한시킬 필요도 없었다. 내가 바라봐야 할 곳은, 저 먼 별 너머의 세계. 그곳이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었다. 카악. 익룡의 날개가, 내 주위를 스쳐 지나갔다. - 끝 - 후기)가슴셀렘. 마지막회를 쓰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비록 앞으로 제가 이 글을 출판할 수 있을지, 또다시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뵐 수 있을지 모르지만, 1년 이상 이 글을 쓰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느 라, 글을 쓸 수가 없었을 정도니까요. 492회. 아마 하이텔 시리얼에서 가장 긴 글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가 장 긴 글인지도 모르지요. 그동안 이 글을 써오면서, 저 자신도 많은 것을 느꼈습니 다. 저를 전혀 모르던 분들이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면서. 조회수를 보고 울고 웃으면 서. 그리고 제 글을 보신 분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타인과는 다른, 독창적인 판타지 소설을 만들고 싶다는 제 바램은 이루어졌는지, 그것은 이제 여러분들이 판단해주실 시점이 되었습니다. 이제 레이니를 떠나보낼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그와 함께 울고 웃던, 제 찬란 한 시간을, 이제는 과거라는 장막으로 흘려보냅니다. 다시금 좋은 이야기로 여러분 곁에 돌아올 날이 있기를 바라며, 그동안 레이니를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 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