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니시스 전기 -1- 진(眞) 프롤로그 [Snow : The Falling] "…네?" "그러니까… 나랑 사귀어 보지 않겠냐고…" 나는 약간 머쓱해 하면서 말했다. 태어나서, 고백해본 것도 처음이지만, 그 처음 의 고백이 이렇게 멋대가리 없는 고백일 줄은…. 그 누가 알았던가? 그녀는 나를 잠시 빤히 바라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말했다. "이상하네요…" "음? 뭐가?" "지금까지… 우리는 뭘 한건가요?" "에?" "지금까지… 저흰 사귀고 있던게 아니었나요?" 아… 그랬구나….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거절 당항 것도 생각하고 여러가지로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 부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 다. 그녀는 나에게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역시 고백을 들으면 좋아요. 음… 저라도 괜찮으시겠어요?" "무, 물론이야! 아니, 대체 세상의 누구하고 널 비교한다는 것이지?" 그녀는 뒷짐을 지고는 미소를 띄운채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당황한 채로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고, 그녀는 그렇게 나에게로 다 가 오더니 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그녀가 나에게 안겨 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움직여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리 고 그녀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요…" "아니, 내가 고마운 걸…" "고마워요…"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하늘을 보았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1월 1일 오전 1시. 새해를 맞이하는 즐거운 사람들의 미소 속에서… 늦은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의 그녀… . 그녀는 착했다. 하지만 유약하지 않았다. 착한 만큼, 그녀는 마음 이 강했다. 그래서 난 그녀가 좋았다. 그리고 그녀는 요리를 잘했다. 음… 아마도 내가 그녀에게 반한 계기는, 엠튀 때 모두 술독에 빠져 허우적 대면서 빌빌 기고 있을 때, 그녀가 홀로 다른이들을 위해서 손수 해장국을 만들어 주는 모습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요리솜씨와, 그녀의 착한 성격에 나는 반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녀는 그저 착하기만 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녀 는 항상 언제나 늘 조용했고, 사람의 말에는 살풋이 웃으면서 대답하는 모습을 자 주 보여주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내가 그녀의 일을 몇번 도와주고, 그녀가 나의 일도 몇번 도와주면서 알게 된 그녀의 모습은 평소에 보던 것과는 달랐다. 그녀는 매우 당찬 여자였다. 자기 주관이 확실한 사람이지만, 그것을 그다지 드러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고하게 자기 자신의 룰을 지켜 나가면서 자신에게 철저했다. 물 론, 그만큼 남에게도 철저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난 괜찮았다. 콩깍지가 씌워지면, 그것 또한 예뻐 보인다는 것이겠지. 나는 일을 도와준 대가로 자주 그녀에게 밥을 사거나, 영화를 보여주었다. 물론, 흑심이라는 것이 없는것은 아니었다. 나의 자랑스러운 조국 대한민국의 교육 환경 상, 순진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꿈이라는 항목에 들어가는 일이었으니까.(그리고, 꿈을 이루게 되면, 그 사람은 천연기념물이 되어 주위에서의 각종 오염 혜택을 받 는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억제했다. 적어도, 최소한 그녀에게 만큼은 난 나의 욕망에 치우쳐 그녀를 대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를 안고 싶다는 욕망이 아닌, 그녀의 곁에 있고 싶다는 작지만 강한 소망이 나를 이끌었다. 그래서, 그녀 가 나의 일을 도와주면서 지냈던 6개월 동안 나는 친한 친구로서, 피조언자 로서 행동했고, 그것은 내가 보기에도 나 자신에게 철저한 것이었다. 아무리 그녀가 흐 트러진 모습을 보여도, 그것을 계기로 그녀에게 추잡하고 파렴치한 짓거리를 한다 는 것은 절대 나 자신에게 용납이 안 되는 일이었고, 만약 그런 짓거리를 한다면 나는 내 손을 잘라버릴 것 같은 정도의 결벽성(潔癖性)을 나 자신에게 발휘했다. 그만큼 나는 그녀의 '존재' 자체를 아끼고, 사랑했다. 물론, 그만큼 나에게 느껴지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가끔은 흐트러진 그녀의 모습 에서 나의 욕망을 채워보고자 했지만, 나는 손등을 물어 뜯거가면서 날 자제했다. 그리고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껴야만 했다. 손이 닿는 거리에 그녀가 있지만, 그녀 가 원하지 않기에, 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나는 피가 나도록 손등을 깨물고, 입술 을 깨물었다.(그리고서 며칠간 병원을 왔다리 갔다리 해야했다) 짝사랑이란 것은 역시 괴롭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나는 그녀의 옆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 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것이 좋았다. 그랬기에 나는 나로 인해서 그녀가 변하지 않 는것을 원했다. 한 사람의 짝사랑이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면, 그 둘은 변하기 마련이니까. 그랬다. 나는 그녀의 그 존재 자체로도 세상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욕망을 가져도, 그것을 충족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늘 포만감 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율배반적으로 괴로웠다. 나는 그녀와 같이 종각에 타종식을 보러왔다. 일단, 그녀는 이런 장소에 한 번도 온적이 없었다고 했기 때문에 내가 보호자가 되어 같이 온 것이다. 고등학교에 들 어간 이래로, 나는 상항 늘 종각으로 타종식을 보러왔다. 차가운 공기속에서 타종 식을 보면서 나 자심을 갈무리하고, 종로거리로 나가 사물놀이의 장단에 맞추어 환호성을 질러가며 땀이 나도록, 몸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도록 춤을 추고 있노라 면, 지난 한 해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나는 그녀를 이끌며 힘겹게 헤쳐나갔다. 결국, 필연적 으로 나와 그녀는 손을 잡게 되었지만, 그것은 다른 뜻이 아닌, 헤어지지 않기 위 한 방편이었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내가 늘 타종식을 구경하는 자리로 데려갔다. 사람들이 북적거리지만, 그곳만은 언제나 높고, 한산했다. 발디딜 틈도 없는 사람 들 사이를 지나온 그녀는 처음으로 왔지만, 이렇게 좋은 자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고, 나는 그 말에 날 듯이 기뻤다. 그리고 33번의 타종을 듣 고, 우리는 종로거리로 나가서 사물놀이의 장단에 맞춰 환호성과 함께 사람들과 같이 신나게 춤을 추었다. 그리고 1시. 숨이 차서 쉬고있는 그녀에게 나는 따뜻한 캔커피를 가져다 주었다. 커피를 마시 면서 오늘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나는 그간의 일을 떠올 리고는 그녀에게 나냉 처음으로, 하지만 멋대가리 없는 고백을 건넸다. 그리고 그 멋대가리 없는 고백을… 그녀는 받아주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도 날 끌어안았다. 그리고 나는 그날, 첫키스를 그 녀에게 바쳤다. 그리고 나의 사랑도 그녀에게 바쳤다. 새해와 함께 다가온 새로운 관계. 그녀는 나의 애인(愛人)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녀의 연인(戀人)이 되었다. 그녀의 체구는 조금 작은편이었다. 163Cm의 키에 약간은 호리호리한 체형, 그리 고 실제나이보다 약간 어려보이는 얼굴은, 나에게 범죄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해주 었다.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는 그런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나와 그녀는 캠퍼스 연애를 시작했고, 덕분에 나는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각종 태클에 두달간은 괴로운 생활을 해야했다. 실제로 괴로웠냐고 묻는다면, 행복해서 죽을 정도로 괴로웠다고 대답 해 줄 용의가 있다. "그렇지만 죽으면 안 되요. 고작 다섯달 밖에 되지 않았어요. 덧없이 죽으면 제 가 너무 슬퍼지잖아요?" 그녀는 내가 푸념을 할 때마다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 짓고는 말 해주었다. 그렇다. 이제 다섯달이다. 처음의 고백 이후로, 그녀와 입맞춤을 한적 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게다가 아직 내 나이가 22세다. 창창한 대학 2년생의 나 이에 요절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녀를 두고서 내가 '감히' 어떨게 죽겠는가? 그녀는 착했다. 하지만 자기의 일에는 철저했다. 그래서 난 항상 그런 그녀와 약 간씩의 충돌을 겪어야만했고, 결국 나는 항상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야했다. 그래 서 나는 그녀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사준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한번만 가자고. 아르바이트 월급도 있다니까!" "돈이 그렇게 많으시면 차리리 전공책을 사세요! 저는 보통 식당에서도 괜찮다니 까요!" "이번만큼은 좀 부탁이야. 싫어하는 음식도 없잖아? 사주는 사람이 괜찮다는데 왜 그래!" "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은 너무 비싸요! 전 보통 일식집이나 패스트 푸드가 괜 찮다니까요! 대학생도 학생이에요! 아껴야지요!" 결국 정식으로 사귄지 5개월 동안, 그녀가 극구 반대해서 사용하지 못한 식사 비 용은 거의 50만원에 이르렀고, 결국 나는 이 돈으로 부모님께 크게 식사를 사드렸 다. 부모님은 기뻐하셨고, 이런 사실을 푸념삼아서 말하자 그녀도 미소지으며 기 뻐했다. 매우 알찬 여자였다. 쏴아아아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는 새벽의 하늘은 마치 구멍이라도 뚫린 느낌 같았고,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 것 처럼, 번개와 천둥은 그녀와 나의 눈과 귀를 사정없이 유린했다. 그리고 정작 중요한 사실은, 우리에게는 우산이 없 었다는 사실이었다. "이런, 설마 둘 다 그 자리에서 졸아버릴 줄은 몰랐는걸?" "그러게요… 어쩌지요?" 한창 장마철인 7월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새벽 3시 반. 거리엔 가로등 불빛과 빗 줄기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이었다. 택시 한 대도 지나가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데이트를 끝내고 지하철을 탔다. 그녀를 바래다 주기 위해서 한참을 가던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서 자버렸고, 그런 이유로 인하여 우리가 도착한 곳은 간혹가다 갈매기가 시내에서 보인다는 유명한 항구도 시 인천이었다. 게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우리가 깨어났을 때는 지하철의 불이 모 두 꺼진 채 있었으며, 밖으로는 비가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나는 지하철 문 옆의 수동 레버를 이용해 문을 열고서는 밖으로 나와야했다. 어 두웠기 때문에 그녀와 손을 꼭 붙잡고 철로를 가로질러 시내로 접어든 시간은 3시 였고, 그녀와 나는 엄폐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길을 뛰어왔기 때문에 모두 흠뻑 젖어있었다. 열대야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비가 내리면 열대야는 어디론가로 날아 가 보리고, 남는 것은 몸의 체온을 빼앗아 가는 빗물 뿐이었다. 우리는 어떻게 간 싱히 택시 정류장에 찰싹 붙어 앉아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돈이 조금 들겠지 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서 30분을 기다렸지만, 빈 택시는 나타나지 않았 다. "하아아…" 그녀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체온은 상당히 많이 내려가 있었고, 나는 그 녀를 감싸안으며 어떻게든 그녀의 체온을 높이고자 노력했지만, 나 역시 젖어있긴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택시를 기다리다가는 그녀가 감기에 걸리거나, 혹은 더 한 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눈을 질끈 감고는 말했다. "안되겠다. 어디에서 쉬고 가는게 좋겠어" "네? ……네…" 우리의 건너편 길에는 화려한 간판을 빛내고 있는 모텔이 있었다. 모텔에 와서 숙박계를 작성하였지만, 나는 그녀에게 그 어떠한 추잡한 짓거리도 할 생각이 없었다. 단지 그저 그녀가 병에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뿐이었다. 나는 아주 태연하게 행동했고, 그녀도 나의 진심을 알았는지, 이내 긴장된 어깨를 풀고는 따뜻한 물에 몸을 씼었다. 모텔이었지만, 어느 정도는 고급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입을만한 가운은 있었다. 극구 사양하는 그녀를 말려놓고는, 나는 젖은 옷가지들을 잘 빨아서 방 한쪽에 널어두었다. 그리고서는 침묵이 찾아왔다. 속옷 하나 외에는 그녀와내가 입고 있는것은 큰 목욕가운 외에는 없었다. 거기에 모텔의 특성(?)상 각종 조명은 사람을 상당히 유혹하고 있었다. 그리고 빗소리만 이 들리는 밤이다. 묘하게 사람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나 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고, 그녀가 한 순간 움찔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피곤할텐데, 자고 있어. 아침되면 깨워줄게" "네? 그, 그러면…" "나? 밤 새는 일이야 어차피 자주 하던 일이야. 난 괜찮아. 그러니까 편하게 자 고 있어. 내일 강의에 늦지는 않게 깨워줄게" "하, 하지만…"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창가에 의 자를 기대어 놓고서 거기에 앉았고, 그녀는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 지만 나의 시선은 창가를 고정하고 있는 것으로 절대 이상한 짓을 할 마음도 없음 을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창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줄기의 전위예술을 감상하고 있을 무럽에, 그녀의 목소 리가 들렸다. "저를… 사랑하시나요?" "물론이야" "얼마나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군. 유치하게 하늘만큼 땅만큼 이라 는 말을 할 수도 없고…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내 목숨을 바칠만큼" 거짓이라고는 추호도 없는 절대 진실이다. 나는 그녀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 칠 수 있다. 나의 목숨보다 더 그녀를 사람한다. 목숨바쳐 하는 사랑이 나의 사랑 이다. "전… 그럴 자격이 없어요. 너무 과분해요…" "과분하다니. 넌 자격이 충분해. 오히려 나에게 네가 과분하지. 나는 언제나 너 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어. 비록, 재수했다는 이유만으로 높임말을 하는 것은 조 금 불만이지만" "저는… 정말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요. 때로는 이것이 무관심이 아닐까 싶 고, 너무 과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지금도… 지금도 저는 당신에게서 큰 사랑과 무관심을 같이 느끼고 있어요…"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랑과 무관심? 그리고 지금?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말했다. "지금… 그렇게 하시는 행동에서 저는 정말로 너무 고맙고, 큰 사랑을 느끼고 있 어요. 최대한 저를 존중 해 주시는 모습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모습에서는 그 것이 무관심처럼 느껴져요. 제가 그렇게 여자로서의 매력이 없나요?" "그, 그건 대체 무슨 소리…?" "저를 존중해서 최대한 배려 해 주시는 모습은 고마워요. 하지만… 가끔 저는 의 아해하고 있어요. 너무 자기 자신을 희생하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지금도… 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시고 계세요. 때로는 자신의 욕망에도 솔직해져야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정말로 잘 참고 계시고, 그것은 어찌보면 무관심 과 같아요…" 그녀의 고개를 내려가 있었다. 최대한 배려해 주는 것에서 느끼는 부담감. 그녀 는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조용하게 말했다. "나는… 내 욕망으로 인해서 네가 희생되는것을 보고싶지 않아" "저를 사랑하시나요?" "물론" "아니예요.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나는 눈썹을 살짝 들면서 의아해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니? 그것은 대체 무슨 뜻이지? "무슨… 뜻이지?" "사랑은 인내이고, 아픔이에요. 그리고 환희예요. 당신이 저를 정말로 사랑하신 다면, 욕망에 한 순간이라도 충실하셨어야 해요. 제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시던가 요? 그렇게 순진하게만 보이시던가요?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도 이해를 하지 못할 만큼, 제가 그렇게 우둔해 보였나요?" "아, 아니… 아니야…" "그렇다면, 왜. 왜! 어째서 희생이란 말을 쓰시는 거예요! 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 애인이 아닌 중요한 물건이 아니었을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비는 그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작게 말했다. "미안해…" "사랑해요…"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그녀의 몸이 조금씩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의 행동에 의해 그녀를 상처입히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에게 상 처를 주지 않겠다고 결심하고서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입 술에 나의 입술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에 작게 속삭여주었다. "지금까지… 미안…" "흐윽…" 그녀는 작게 흐느꼈고, 나는 그녀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서 느여의 눈과 나의 눈을 서로 맞추었다. 수 많은 뜻과 뜻이 그녀와 나 사이 를 지나쳐갔다. 나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그녀의 작고 흰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작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나의 손 을 잡았다. 나는 그녀를 안았다. 그녀와 난 그 이후, 스킨쉽의 양이 상당히 늘어났다. 서로를 보듬어주고, 만져주 고 싶던 그런 생각을 차마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그 금기는 '그 날'이후로 완전 히 풀려 버렸고, 우리는 더욱 더 서로에게 진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욕망으로 가득찬 육체적인 사랑과 정신적 순수한이 깃든 플라토닉중 어느것이 더 좋은 사랑 인 것 같은가? 대부분은 플라토닉이라고 하겠지만, 플라토닉도 역시 반쪽에 불과 하다. 정신과 육체가 함께 하는 사랑이 제일 순수한 사랑이다. 하지만 그 어느쪽 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 중간에서 하는 사랑이야말로, 최고의 찬사를 들을 수 있 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위에서는 이제 완전히 도둑놈 취급을 받고 있었지만, 행복 한데 누가 날 말리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초입이다. 11월의 중반. 수능이 끝나서 고교 3학년들은 좋 아라 뛰어 놀 그런 시기에 나는 우리의 부모님과 그녀를 만나게 했다. 그녀는 상 당히 부끄러워 했지만, 나는 괜찮다고 하면서 그녀를 이끌었고, 그녀와 우리 부모 님의 만남은 성공적으로 성사되었다. 우리 부노님은 사람의 신분에 구애되지 않으 신다. 그 점에서 나는 정말로 두 분을 존경한다. 그래서 부모님은 그녀에게 부모 님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상한 시선을 보내는 대신,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 면서 나를 잘 부탁한다고 하였고,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좋은 분들이세요…" 부모님과의 대면이 끝나고, 그녀가 나에게 한 말이다. 나는 깊은 동감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난 그 다음날, 반지를 하나 구입했다.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할테다. "대체 그 여자는 누구였죠?!" "말 했었잖아…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그녀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더욱 더 남감해졌 다. 젠장맞을! 하필이면 오늘에! 나는 오늘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려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불청객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밖에는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를 따라다니면서 지겹게 굴던 한 여자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빙빙 돌리지 않고 말 하겠는데, 그녀의 취미는 남자꼬셔 가지고 놀기다. 일단 기본적으로 색기가 흐르는 몸과 얼굴을 가지고 남자는 유혹한다. 그 가 만약 애인이나 여자친구가 있다면, 그 깨지는 관계를 보면서 깔깔거리고는 이 내 그 남자는 버리는 아주 큰 악취미를 가진 여자다. 처음에 나에게 접근 할 때는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찮은 기회에 그녀의 진면목을 확인하고는 아무 기피했던 여 자다. 정말로, 정말로 싫은 여자고, 그녀와 만나서 어울린 것은 한달 남짓이며 그 기간 동안엔 어떠한 신체적 접촉도 없었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남자는 다리 사이 에 끼우고 노는 것을 즐기는 여자가 바로 그 여자다. 그녀는 내가 자신에 대한것을 알아내자 그것에 심통이 났는지, 고등학교 내내 날 괴롭히다시피하고 다녔다. 어떤식이냐고? 싫은 사람이 계속 엉겨붙는데 좋아할 사 람이 어디있겠어? 한때는 내가 그년의 남자친구라고 소문이 퍼진적도 있었다니까? 하지만 나는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취미를 가진 사람을 싫어하고, 경멸한다. 그래서 나는 고등학교 끝날 때까지 그녀는 멀리 했고, 결국 졸업과 동시에 다행스 럽게도 그녀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제 프로포즈를 하려던 찰나,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호호홋! 어머~ 이게 얼마만이야? 어느새 새 여자까지? 고등학교동안 내내 같이 놀았던 나는 어느새 잊은 모양이네? 순진한 아가씨 같은데, 나처럼 울리지 말고 잘 해봐~ 그럼 안녕~" 인사도 아닌, 언어도 아닌 개소리를 한바탕 늘어놓고 가버렸고, 그녀와 나의 분 위기는 완전히 잡쳐버렸다. 그녀는 그년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고, 나는 성심 성 의껏 에누리 없는 진실을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납득하는 것 같았고, 나는 아깝게 놓쳐버린 프로포즈의 기회가 언제쯤 다시 올까 생각했다. 젠장, 젠장. 젠장! 그야말로 과거의 악몽이군…. 그 일이 있고 부터, 그녀의 태도가 조금 변한 것 같았다. 사람의 말은 무섭다는 그런 것일까? 자기 이전에 잠깐동안 만났었다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안 그녀는 약 간 삐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간곡히 사과하고 용서를 빌자 그녀의 표정은 점 점 풀려가는 모습이었다. 의외로 그녀는 질투가 많은 것이었나?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음을 난 모르고 있었다. 그 빌어먹을 쌍년! 대체 무슨 말을 그녀에게 한거야! 나는 울면서 화내는 그녀의 목소리가 가득한 전화를 받고는 바로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녀는 울먹거리면서 말 했다. 고작 고등학교 동창이 울면서 나를 돌려달라 애원까지 하더냐고. 내가 보여 주었던 모든 행동은 전부 자신을 가지고 논 거였냐면서 울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밖으로 튀어나갔다. 젠장! 대체 그년이 무슨말을 지껄…! "꽤 급한가 본데? 어이구, 발에 불나시겠…!" 쫘악! 어떻게인지는 모르지만, 나의 집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내가 나오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고 말하는 그녀의 뺨을, 나는 그대로 갈겨버렸다. 여자는 때리지 않 는 주의인 내가, 그것도 얼굴을 때렸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죽일년… 대체 무슨말을 한거야!" "…" 고개가 돌아간채로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더이상 상대를 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나는 발걸음을 돌려서 다시 그녀를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순간 나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의 심술이었어. 3년 동안 쫒아다녀도 눈길한번 주지않던 네가… 너무 따 스한 눈으로 그앨 보고있었으니까" "……그렇다고, 이것이 그 이유가 될수는 없어" "알아. 미안해. 지금쯤이면 아마 신촌에 있을거야. 그녀에게 나중에 내가 잘 설 명해줄게…" "아, 그래" "처음이었어… 맞은 것도, 화내는 모습을 본 것도…" 나는 그녀의 중얼거림을 뒤로하고 달렸다. 선입견이었나? 난 선입견을 가지고 그 녀를 대한 것이었나? 나는 여러가지 상념이 한순간 머리를 지배했지만, 곧 잊어버 렸다. 내가 정말로 간절하게 찾는것은 오로지 그녀뿐이다. 제발, 제발 그곳에 있 어줘! 제발! 짜악! 나는 그녀를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거리를 멍하니 걸어가던 그녀를 찾아내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고, 그녀는 나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의 뺨을 때렸다. 짜악! 반대쪽 뺨도 맞으면서 나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배신감과 슬픔이 얼룩진 눈이었 다. 제길… 제길! "나쁜놈… 사람을 이렇게 가지고 놀아? 그러니가 재미있어? 어?! 재미있냐구, 이 나쁜놈아!" 그녀에게서 처음 든듣 반말. 듣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역시 지금같은 상황은 싫 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구경하고 있었 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나는 입을 열었다. "잠깐만… 내 말을 들어줘…" "시끄러! 시끄러워! 닥쳐! 아무런 말도 듣고 싶지 않아! 추잡한 변명따위는 듣고 싶지 않아! 그 혓바닥으로 날 더욱 유린하지마! 더러운 소리로 날 현혹하지마!" "잠깐이면 돼…" 짜악! 그녀는 다시 나의 뺨을 때렸다. "나쁜놈! 어디론가 가서 죽어버려! 죽어버려!" 그녀는 그렇게 소리지르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뛰어갔다. 사람들을 당황해하면서 얼떨결에 길을 비켜주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그녀가 차도를 그냥 건너려는 것 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위험해! 어디로 가는거야! 나는 잠시 가만히 있 다가 그녀가 뛰어드는 장소가 차도인 것을 보고는 그녀를 따라잡기 위해 달려나갔 다. 빠아아아아앙! 이 부근은 공사중이다. 그래서 공사장용 트럭이 늘 지나다닌다. 그녀는 갑작스럽 게 차도로 뛰어들어서 건너려고 했지만, 갑자기 들린 거대한 소리에 몸이 멈추고 말았고, 나는 그녀를 향해 덥쳐가는 거대한 덤프트럭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아!!" 나는 크게 소리지르면서 그 자리에 굳어버린 그녀의 팔을 잡고는 내가 달려왔던 방향. 즉, 인도쪽으로 반바퀴를 돌려서 놓았다. 원심력에 의하여 그녀는 순식간에 나와 자리를 바꾸게 되었고, 그녀와 나의 눈이 아주 잠깐 마주쳤을 때, 그녀의 당 혹스러워하는 눈을 보면서 나는 생긋 웃어주었다. 그리고, 거대한 충격이 날 덥쳤다. 끼이이익! 텅! 눈앞이 번쩍했다. 순간적으로 몸이 공중에 붕 뜬다고 생각했을 때 또다시 거대한 충격이 날 덮쳤다. 아악! 이러나 저러나 추락하는것엔 날개가 없단말야! 으윽! 우 으윽! 그만! 그만굴러! 난 수십바퀴를 구른 것 같았다.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그 리고 거대한 통증이 날 유린했다. 온몸이 아파온다. 숨을 쉬기가 너무나 곤란했고 온몸에선 찢어지는 아픔과 꿰뚫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햇볕에 달구어진 아스팔트의 열기를 얼굴로 느끼고 있었다. 하하… 다행이도 이빨은 안부러졌군…. 나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보려고 했다. 팔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으으윽! 아파! 내가 통증의 근원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왼팔이… 추욱 늘어진채 꼴불견한 모습으 로 있었다. 관절이 빠졌나? 아님 부러졌나? 나는 비교적 멀쩡한 오른팔로 몸을 지 탱하며 일어섰다. 주위의 사람들이 "오오 섰어" "괜찮을까?" 등을 연발하며 날 바 라보고 있었다. 젠장… 그렇게 보고 있으려면 좀 도와주는게 예의가 아니야? 그녀는 얼이 빠진거 같았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후 다급하게 나에게로 달려왔 다. 그녀의 표정은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런… 나는 아무래도 그녀에게서 눈물 밖에 자아내세 할 수 없나? 난 천천히 발걸음을 옯겼다. 아, 힘들다. 온몸의 근육 이 욱신거린다. 어디가 다쳤는지는 모르지만 정신은 몽롱한 가운데서도 왠지 모르 게 맑았고 걷는 동안의 시선은 여기저기로 흐트러졌다. 머리에서 뭔가 주르륵 흘 러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머리가 깨졌나? 이거, 꽤나 많이 망가진 모 습이 되었겠네? 그녀는 나의 앞에 서서 뭔가 할 말을 찾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미소를 짓는다는 것이 정말로 힘들다는 것을 이때야 난 알 았다) 말했다. "괜…찮아?" 그녀는 나의 말에 거의 울듯한 표정을 지었다. 울지마 나는… 괜찮은거… 같지는 않군. 에헤헷.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괜찮아요? 네? 많이 다친거 아니에요?" 어느새 그녀의 말은 존댓말이 되어있었다. 아… 역시 그녀에게서 듣는 존댓말이 난 좋은거… 같… 아…. 그녀는 아마도 나에 의해서 던져질 때… 사람들이 받아주었나 보다. 아아… 다행 이야… 다치지 않아서…. 난 안심이 되는 것을 느끼고는 온몸에 힘이 쫘악 풀려나 갔다. 아, 힘이 빠진다.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렸어…. 난 그녀에게로 쓰러져갔고, 그녀는 나의 몸을 안으며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무 가까이 붙지마… 피가 묻어나잖아. 쿨럭! 그녀는 나를 자꾸 흔들면서 소리쳤다. "괜찮아요? 네? 준열씨! 정신차려요! 누구, 누가 구급차를 좀! 누가좀 구급차 좀 불러 줘요! 빨리요! 사람이 죽어가요!" "어이……, 멋대로… 죽이지…마" 나는 힘겹게 말했다. 난 볼위로 떨어지는 액체의 느낌을 느꼈다. ……눈물? 나를 위해 울어주는건가? 너에게 그런 상처를 준 나를 위해? 그녀의 우는 표정이 동공 에 확실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기로 했다. "혜… 혜, 혜진…" "말하지마요! 힘들잖아요! 죽지마요! 죽지말라구요!" 안 죽어, 안 죽는다니까. 널두고 내가 죽어? 말도 안 돼는 소리 하지마! 너한테 프로포즈하고, 결혼해서 깨볶으면서 즐겁게 살거야! 하지만… 왜 이렇게…… 의식 이… "미안해… 미안해… 미안… 쿨럭! 해…" "말하지 마요! 제발! 전 괜찮아요! 미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난… 괜찮…아…" 하지만 나의 말과는 다르게… 의식이 흐려진다. 이것이 단순한 의식상실인지, 죽 음으로의 전초인지 모르지만, 나는 느낌상 지금 그녀를 볼 수 있을 때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준열씨! 준열씨이!" 흔들거리는 그녀의 얼굴과 머리칼. 아…… 빙빙도는구나. 그녀의 모습은 확실하 게 각인되어 있었다. 아무리 봐도 넌 너무 아름다워. 그런 그녀의 얼굴을 스치면 서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얗고 조그마한 눈송이가 하나 떨어지고 있었다. 난 작 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눈, 눈이 내리고있어……" 지금 내 시야에는, 아니 내 정신일지도 모른다.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나 의 말에 흠칫하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더니 말했다. "네에! 눈이에요! 첫눈이에요! 약속 했잖아요! 또 다시 종각으로 갈거라고! 첫눈 이 내리면 그 때 약속하자고 했잖아요!" 저것들은 분명히 눈이었다. 작고 하얀 것들이 하늘에서 무수히 내려오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그것들을 잡으려고 했다. 하나라도… 하나만 이라도 잡혀 주었으 면… 하지만… 왜? 어째서… 그녀의 얼굴이 느껴지지? 나는 손에 느껴지는 그녀의 얼굴을 살짝 매만지며 말했다. "우, 웃어… 주겠어? 웃는게 더 어울려……"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두 눈망울 에는 걱정을 한가득 담고서 날 보고 있었지만, 곧바로라도 울 것 같았지만, 그래 도 웃어주었다. 나 또한 그녀에게 미소지어주었다. 귓가로 아스라히 엠뷰런스 소 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지는것 같았다. 나는 두눈에 그녀의 웃 는 모습을 잔뜩 담아두고 싶었다. 나는 힘겹게 입술을 열어서 말했다. "사랑해…" "네에…! 흐윽! 저도…! 사랑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순간, 나의 손 위로 눈꽃이 하나 떨어졌다. 그리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준열의 장례식은 조촐하게 치루어졌다. 각종 매체에는 '연인을 구하고 죽은' 한 남성의 기사가 보도되었고, 많은 연임들의 심금을 울렸다. "으흐흐흐흑…" 혜진은 울고만 있었다. 거리에서, 자신을 구하고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만을 남겨 둔 채, 그는 자신의 곁을 떠나갔다. 자신의 한 때의 모자른 생각. 그를 완전하게 믿지 못했다. 그녀는 오열했고, 싸움의 발단이 된 준열의 동창이라는 여자가 와서 진실을 말했을 때, 그녀는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었다. "흐윽! 아아… 아아아아아!" 그녀는 무릎에 머리를 묻고는 울부짖었다.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목각함. 그리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 결혼해 달라는 작은 쪽지… "으흐흑! 으흐흐흑! 준열씨… 준열씨…!" 한줌의 재가 되어서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동해의 바다에 뿌려질 때, 그녀는 머 리속이 새 하얗게 탈색 되는듯 싶었다. 그런 그녀를 위로해준 것은, 그가 죽기전 에 만난 그의 부모님이었다. "내가… 내가 믿었다면… 믿었다면! 으아아아!" 그녀는 무릎을 껴안은 채 오열하고 있을뿐 이었다. 후회가 밀려왔다. 조금 더 그 를 믿어 볼 것을, 조금 더 노력할것을, 조금만 더 신뢰를 가졌더라면! 하지만… 하지만 이미 후회는 의미가 없었다. 늦은 첫눈과 함께 멎적은 듯이 고백한 그는… 이른 첫눈과 함께 자신의 목숨을 구한 그는… 그는 죽었다. -2- 001.01 - 나는 라이니시스. 레드 드래곤 라이니시스. 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나의 몸이 액체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상당히 의아해 했다. 주위는 어두컴컴했다. 하긴, 눈을 뜨지 않았으니 당연한것일지도. 그런데 이 건뭐지? 새로운 의료기기인가? 이렇게 온몸으로 뭔가가 느껴지는 것이 있다는 것은 난 트럭에 치여서 의식을 잃고는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되어 살아났다…… 가 되는 건데? 나는 눈을 떠보려고 했지만 눈은 떠지지 않았다. 아마 떠봤자 소용없을거다. 액체로 가득한 이 공간에서 눈을 떠봤자 거기서 거기니까. 하지만 뭐지? 내가 어째 서 이런 끈적거리고 엉겨붙는 액체속에 있지? 우으, 기분나뻐. 게다가 이상한 압박 감도 느껴지네? 하, 뭐가뭔진 모르지만 그냥 있어보자. 현대 의학의 힘은 무긍무진 하니까, 언젠간 나가겠지. 느낌상으론 며칠이 지난거 같다. 먼저 본론부터 말하자면 내 예상대로인 것 같아. 여긴 현대의학의 최신형치료기기의 내부일것이다. 왜냐고 하면 점점더 몸상태가 좋 아지고 있는 것 같았고 그 끈적거리는 액체들이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지. 액체들 이 사라지는 비율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의 몸은 점점 호전되어가는 것 같았으니까. 내가 느낀바로는 이곳은 캡슐이었다. 둥글 둥글하고 딱딱한 뭔가가 날 빙 둘러싸고 있었고, 그안에 든 액체속에 내가 푸욱 담겨져 있는 거였거든. 내가 맨처음느낀 압 박감의 정체는 바로 이 캡슐이었던 것이다. 한가지 신기한것은 따로 튜브나 관같은 게 없는데 호흡이나 영양소섭취엔 전혀 문제가 없다는것, 그렇게 본다면 역시 현대 의학의 힘은 대단한건가? 이거 혹시 그거 아냐? 몸속으로 산소를 직접 주입 해주는 용액같은 거. 그…… 뭐라더라? 영화나 애니에 자주 나오던데 말야. 여하튼 앞으론 의사들 좀 존중해 줘야지. 맨날 돈만 쳐먹는다고 뉴스에서 나오는거 보고 욕하지말 고 살려줬으니 담당의사가 누군지 모르지만 감사하다고 말해야지. 느낌상으로 또다시 며칠이 지났다. 정말이지 다른게 아니라 가장 궁금한 것은…… 나 여기서 언제나가? 이렇게 오래있으면 강의 내용 따라잡기가 힘들어진다구. 에라 모르겠다, 이번학기는 그냥 휴학 해버릴까? 어쩔수 없어. 이렇게 많이 결석을 해버 리면 나중에 학점따기도 힘들어지니 차라리 한 학기 휴학하면서 몸조리하고 다음학 기부터 들으면 되지. 하지만 교통사고를, 그것도 덤프트럭에 치였다고 해서 이런 의료기기를 사용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데? 아, 처음에 내가 튜브나 관같은게 없었다고 했지? 그거 취소. 자세히 느껴보니 등 쪽에 두줄로 엄청나게 많은 관들이 이어져 있는 것을 느낄수 있었고 척추의 끝, 엉 치뼈(흔히 꼬리뼈라고 하더군)있는 쪽에도 두껍고 거대한 뭔가가 느껴졌으니까. 특 히 등쪽에 있는것은 관과 관사이가 빈틈이 느껴지지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붙어있는 게 느껴졌거든. 그나저나 정말, 나 언제 꺼내줄거야? 또다시 느낌상으로는 며칠(실제로는 2~3일 일것이지만 체감 시간으로는 서너는 길 게 느껴진단 말야!) 아……! 젠장! 더이상은 못참아! 그 끈적거리는 액체도 다 말 랐고, 그것이 나의 영양분으로 되어있었는지 난 배가 고파왔던 것이다. 젠장! 수리 비는 나중에 지불하겠어! 어쨌든 나가고 보자! 나중에 뭐라고 하진 않겠지? 몸도 다 나았는데 왜 안꺼내주는 거냐고! 그것보다도 왠지 나는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충 동을 매우 강하게 느꼈으니까. 여기 더 있는것이 왠지 않좋을 것만 같은 느낌이 팍 팍팍 들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본능처럼 여길 나가야 한다는 생각 만이 머릴 가득 지배하고 있었고, 정신을 지배한 그 생각은 이제 나의 육체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난 팔을 뻗어서 힘껏 캡슐의 표면을 밀었다. 손과 발을 써서 힘껏, 매우 힘껏 밀었 다. 짜자작! 오옷! 금갔다! 나는 표면에 약간의 잔금이 가는 소리가 나고 거기서 빛이 새어 들 어오는 것을 느꼈다. 아직 눈을 뜨지는 않았지만 눈꺼풀위로 들어오는 빛은 충분히 빛이 새어 들어온다는 것을 가늠하게 할 수 있었다. 오오! 이 얼마만의 빛인가! 좋 았어! 계속 밀어! 미는거야! 까자자작! 까자작! 잔금이 주위로 퍼져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을 듣고 있노라면 삷은 달 걀을 먹으려고 달걀 껍질을 머리로 두들겨서 생긴 잔금과 비슷한 자국이 났을 것이 라고 생각한다. 이건 왠지 병아리가 달걀안에서 깨고 나오려는 거 같은데? 음…… 이 캡슐은 원래 이렇게 깨서 나오는 거였나봐? 아무런 뚜껑도 뭐도 없는걸로 봐선? 헌데, 이 의료기기는 꽤나 이상하군. 사람을 어떻게 여기에 집어 넣었을까? 뚜껑이 나 아무런 그런 삽입구같은게 없는데말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밀었다. 그리 곤 엄청난 빛이 나에게 폭사 되어오는것을 느꼈다. 만세! 빛이다! 나는 감격에 겨워 크게 소리질렀다. "끼에에에엑!" ………뭐야 이목소리는? 이게 내목소리야?! 난 기쁨에 겨워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나는 내 목소리로 추정되는 이상한 소릴 듣고야 말았다. 왜 이래? 난 그저 '이야아아아~!' 하고 소릴 지르고 싶은거였다구! 하지만 내가 지른 소리는 나의 의지를 거부했다. 무슨 공룡 울음소리 같은데? 좋아 다시한번! 난 다시한번 목에 힘을주고(왠지 목이 길어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크게 소릴 질러 보기로했다. "키에에에엑!" ……뭐냐고요…. 너무 오래있었나? 목소리가 갈라져도 이거 너무 갈라지잖아? 나는 이 해괴망측한 내 상태를 좀더 자세히 보기로 하고는 눈을 뜨려고 노력했다. "우으…… 우으……" 목이 많이 갈라져 있는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소리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눈을 뜬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에는 그냥 사니까 몰랐 는데 눈을 뜬다는것은 정말로 어려운일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한 일주일 동안을 쓰 지 않다가 갑자기 뜨려니까 잘 안돼는것이었다. '쓰지 않으면 잊혀지게되고 잊혀지 게 되면 그것은 퇴화한다' 라는 진화론적 생각이 떠오르는군. 어쨌든 나는 힘겹게 눈을 뜰수 있었다. 곧이어 시야가 회복되는것을 느끼고는 몸을 살펴보기로했다. 나 는 천천히 시선을 나의 팔과 다리, 몸통에 보내어 나의 현재 상태를 천천히 검사해 보았다. 좋아. 완벽해. 빨간비늘이 덮인 멋진몸이군. ………………빨간비늘? ……뭐야?! 비느을?! 내가 빨간 비늘이 촘촘히 박혀있고, 두꺼운듯한 피부로 되어 있는 내몸을 보고 대 경실색을 할때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목소리가 느껴졌다라고 해야하나? 머리속에 서 울리는듯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어머, 이제야 나왔구나」 에? 여자목소리? 하지만 왠지 푸근하고 따스하게 들리는 이 느낌은 뭘까? 난 주위 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전혀 익숙치 않은, 깔끔하게 만들어진 공동(空洞)이었고 빨 간색의 거대한 산 같은게 있었다. 뭐야? 이것은? 그순간 내앞엔 거대한 눈동자가 등장했다. 에엑! 뭐야이거! 「알에서 나오는게 너무 늦은가 싶었는데, 그래도 그만큼 커져서 나왔구나. 어쩜 저렇게 예쁠까~」 그 눈동자(?)가 살짝 움직이는것 같더니 눈꺼풀(?) 이라고 생각되는 무엇이 내려 왔다가 올라갔다. 나는 날 빤히 보고있는 그 눈동자의 크기에 감탄하면서 멍하니있다 가 조금전에, 나에게 말을 걸었 다는 것을 떠올려내었다. 뭐야! 방금 저 눈동자 가 나한테 이야기 한거야?! 하지만… 그냥 눈동자라고 보기에는 뭔가 좀 모자른데? 그러니까 거대한 생물의 눈동자라고 하면 어울리겠다. 「태어난걸 축하한다 아가야. 내가 너의 엄마란다」 ……뭐시라아아아고!!!!!!!!!!! 내가 태어난지(?) 5일이 흘렀다. 난 비로소 어제에서야 나의 상황을 깨달을 수 있 었다. 그렇다. 난 죽은 것이다. 죽었던것이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예전의 기억 을 가진채로 '환생' 해버린 것이다. 우오오옷! 젠장! 내가 왜 죽어야 했던거야! 그 녀를 두고서! 게다가 내가 태어난 모습은 내가 판타지 소설에서 흔히, 매우 흔하게 나왔고, 주인공 순위에 상위권을 유지하고있는 '드래곤'인 것이었다. 그러니까 내 가 캡슐이라고 느꼈던 것은 사실 내가 태어날 알 이었고, 등에 위치한 튜브 다발은 날개였으며, 엉치뼈에 박힌 거대란 관은 꼬리였던 것이었다. 하아…… 내가 미쳐. 드래곤이라니! 그것도 환생?! 엿쳐먹어! 내가 왜! 내가 어째서! 난 죽지도 못했던 거야? 그녀를 두고서?! 더이상 만나지도 못해! 친구들은! 부모님은! 내가 구축하고 있던 나의 세상은?! 젠장, 젠장, 젠자앙! 나의 21년 인생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 다고! 항상 자상하셨던 아버지.날 너무나도 아껴주시던 어머니, 맨날 구박하지만 그래도 미워할수 없는 형, 매일 오빠오빠하면서 날 즐겁게 해주던 귀여운 여동생을 다시는 만날수 없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내가 슬플때는 같이 슬픔을 나눠주고, 기쁠때 는 자기일들 처럼 기뻐해주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목숨도 버릴수 있다고 자신하던 친구들을 다시는 볼 수 없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듣지 못하고서 날 떠나보낸 그녀…….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인생의 길, 우정, 사랑, 기억이 전부 한순간에 붕 괴되었다. 다시는 돌아갈수 없다! 예전의 나로! 예전의 자신만만한 척 허세를 부리 며 폼잡기를 좋아했던 준열이로 돌아갈수 없어! 차라리 그냥 죽어버리지! 왜 다시 태어난거야! 왜! 왜에! 태어난지 10일. 나는 그동안 현실과의 엄청난 괴리감에 빠져있었다. 내가 살던 곳 의 현실과 이곳, 그것도 인간이 아닌 내 몸에 대한 괴리감. 이질감에 날 괴롭게 했 다. 많이 다를 수밖에는 없었다. 원래는 내가 쓸 몸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 떤 이유에서인지 나라는 정신, 즉 영혼이 들어와 버린것이기 때문에 영혼과 육체간 의 괴리감과, 예전까지 살던 현실과의 동떨어짐이 날 아무것도 할수 없게 하였다. 아니,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나를 낳은 드래곤이 매우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왜, 어째서! 신경쓰지 않는거냐! 그래도 날 낳아주신 분이다! 이 구차한 영혼과 죄에 물든 정신, 한 많고 미련 많은 나를 원래의 세상과 는 전혀 다르지만 그래도 세상의 빛을 다시보게 해주신 분이야! 왜 자꾸 눈빛을 외 면하는 것이냐! 왜! 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다른 세계로 가게된다면 매우 좋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적은 있었다. 하지만 가서 뭘한단건가? 기연은 그야말로 하 늘에서 번개를 맞은뒤 복권에 당첨될 확율보다 낮디 낮은 것이었다. 번개에 맞아서 살아난다는 확율도 낮기는 낮은것이지만 사실 복권에 당첨될 확율은 번개맞을 확율 보다 낮다. 그러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얼마나 낮은 %(퍼센트)의 경우의 수가 필요 하겠는가? 게다가 나는 나 하나도 책임지지 못하는 나약한 녀석 이었기에 다른 세계로 가봤자 빨리 죽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그 생 각을 그만둬 버렸다. 아무리 현재의 나 자신에 불만이 많고, 살아가는 현실에 불만 이 많아도 내가 사는 현실에서 도망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서 그만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었다. 이런 나의 현실과의 괴리감은 너 무나 큰 충격이었다. 태어난지 15일. 난 받아들이기로 했다. 기왕 새롭게 시작한 인생, 판타지 소설들 을 보면서 생각했던 일들을 모두 해보기로 했다. 난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절대적 인 힘과 천성적인 마력과 무한에 가까운 수명을 가지고 태어난 지상 최강의 지고의 존재인 것이며 앞으로 뭐든지 가능한 신생아의 상태이기 때문에 이 백지 상태의 지 식속에 많은 것을 넣을수 있다! 그래, 살자! 살아남는거야! 살아남기 위해선 먹어 야해! 나는 그런 이유로 먹을것을 찾았다. 너무나 배가고팠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 해보는 것이지만 나의 이 육체는 확실히 드래곤이 맞나보다. 15일간 아무것도 안먹 었어도 살아남는 것을 보면. 나는 나의 어머니가된 드래곤에게 어느샌가 터득 해버 린 언어(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은 드래곤이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익히는 언어라고 한다. 으음, 의외로 편하군? 자기네 말은 따로 안 배워도 되잖아?)로 말했다. "엄마, 나 배고파요" 나는 간드러지고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나이에 걸맞게 놀아야지. 에구 에구, 어린시절부터 다시 시작이라니. 그래도 여긴 대한민국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만약 대한민국에서 다시 태어났다면 난 아마 움직일수 있을때 자살 해버릴꺼야. 또 다시는 그 입시지옥을 두번다시 겪고 싶지않아. 간신히, 겨우겨우 간신히 뚫고 비 집고 나온 그 입시지옥을 또다시 들어가서 겪으라는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인생이잖아? 게다가 예상대로라면, 별다른 이상한 존재가 없다면 나는 지상 최강의 존재인 드래곤인데 뭐가 두렵겠어? 할거 다하고 놀거 다 놀자! 그러자! 아싸! 살아 살아남자! (아마도 예상이지만 나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크나큰 동기는 엄 청난 공복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날 현실에 안주시키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 . 결국 나는 본능에 충실한 녀석이었던 것이다) 나의 어머니가된 드래곤이 날 보더니 부드러운 표정(그래봤자 드래곤, 큰 도마뱀 의 표정이다. 눈을 반쯤 감으면서 입가를 살짝 들어올리는 것을 부드러운 표정이라 말한다면 아마도 그럴것이다)으로 말했다. "그래? 그러고보니 오늘로 벌써 보름이구나……. 배가 고플만도하지. 그래, 기다 려라" 그녀(그라고 해야할까? 솔직히 어머니라는 느낌은 안든다. 어쩔수 없다. 이런상황 인걸? 그래도 힘겹게 날 낳아주셨으니 엄마라고 불러드려야지)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으음? 마법인가? 하지만 그 거대한 몸집이 한순간에 어디론가 사라지다니 정말 대 단하군. 나도 마법을 열심히 배워볼까? 어차피 얼마 안있으면 나도 마법을 쓸수 있을 것이다. 드래곤은 천성이 마법 종족이라고 하니까. 후훗, 마법이란 것 한번 써보고 싶었었는데.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는사이 엄마는 큰 멧돼지 비 슷한 놈을 잡아 왔다. 크기는 어림잡아 2미터 정도? 호오, 이곳의 동물 생태도 그렇게 다르지는 않 은거 같은데? 나중에 알아봐야지. 내가 입맛을 짭짭 다시자 엄마는 그 큰 손톱으로 배를 가르고, 손수 고기를 발라 주셨다. 나는 엄마가 발라주시는 고기들을 얌냠 씹 어삼켰다. 날고기라서 비릿했지만 그래도 먹어보니 별거아니었다. 비린내가 나지만 먹어야했다. 나는 드래곤이고, 해츨링이니 철저하게 드래곤이 되어야했다. 하지만 영혼은 인간으로 살아야겠지. 헌데 피가 이렇게 맛있었나? 고기에서 뚝뚝떨어지는 피가 이렇게 맛있을 줄은……. 나는 이후로 멧돼지(그냥 멧돼지라고 부르기로했다) 를 한마리 더 먹음으로서 그간의 공복을 모두 해결할수 있었다. 우화, 내가봐도 작 은 몸인데 이런몸으로 저렇게 큰 동물 두마리가 들어올수 있다니. 놀랍구만? 멧돼지를 먹은후에 난 밀려오는 식곤증에 목을 쭈욱 바닥에 늘어뜨리고 나를 유혹 하는 수마(睡魔)에게 대항하려했다. 하지만…… 우웅… 졸려……. 나는 결국 수마 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졌다. 잠에서 깨어보니 또다시 배가 고팠다. 나… 도대체 얼마나 잔거야? 그만큼을 먹었 는데 일어나자마자 배가 고프다니? 난 드래곤이라서 먹보인게 아니라 원래 먹보가 아니었을까? 내가 그렇게 멍해하며 있을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구나. 5일만에 일어났는데, 배안고프니?" "우웅…… 배고파" 내가 5일이나 잤단말인가? 허허, 황당스러워라. 아무리 드래곤이 잠이 많다고 해 도 이렇게 많이 잘수가 있나? 아니, 아기는 자면서 큰다고했나? 그러고 보니 내 몸 이 조금 커진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은 왜지? 어쨌든 나는 엄마가 주는 사슴과 토끼 비슷한 동물 몇마리를 뼈째로 아작내고서 잠이 들었다. -3- 001.02 - 나는 라이니시스. 레드 드래곤 라이니시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한 1년 동안 반복했나 보다. 이젠 먹어도 그 렇게 졸리지 않고 잠을 자도 10시간 정도면 충분했다. 하하하, 태어나서 지금까지 의 시간은 전부 먹고 자는 것으로만 점철되었구나……. 알고보니 해츨링은 원래 태 어나서 1년 동안은 먹고 자고를 반복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나중에 훌륭한 드래곤 이 될수 있다는 상투적이고 계몽적인 말을 들었다. 음…… 이제야 드래곤으로서 뭔 가 제대로 될려나? 나는 그동안 먹는것에만 집중했던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리기 위 해 잠시 눈을 비비고는 내가 있는 곳을 쭈욱 훓어보기 위해 목을 이리저리 돌려서 주위의 환경을 나의 눈을 통해 대뇌로 보내었고, 대뇌에서는 나의 영혼속의 지식을 꺼내서 나에게 상황판단을 해 주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여긴 드래곤의 레어(둥지)였고, 나는 드래곤들 중에서 가장 흉폭하고 힘센 전천후 전투 병기(!)인 레드 드래곤이었다. 비늘색만 봐도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었지만, 사실 내가 태어나서 1년간은 정신없이 먹고 자기만 했기 때문 에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알아볼 틈이 없었다. 어쨌든 가장 힘이 세고 포악하다고 하는 레드 드래곤이지만 지금은 해츨링의 상태, 즉 아직은 힘없는 어린아이에 불과 했다. 적어도 천살쯤 나이를 먹고서 성룡이 된다면 그제서야 어느정도의 힘을 쓸수 있는 것이다. 아참, 그리고 오늘에서야 나는 매우 유명한 드래곤의 폴리모프라는 것을 볼 수 있 었다. 엄마가 갑자기 고개를 조금 숙이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파악~! 하며 터져나오는 빛과 함께 엄마가 왠일인지 오늘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다. 인간 으로 변한 모습은…… 꽤나 가정적이었다. 수수한 흰색과 검정색의 상하의로 이루 어진 투피스에 하얀핵 프릴이 달린 하얀 앞치마에 긴 붉은 머리(레드 드래곤이라서 그런것이겠지? 일종의 종족적인 자존심이라고 해야하나?)는 목뒤에서 한번 묶은 단 정한 모습이었다. 키는 약 160 ~170 정도? 그리고 당연스럽게도(!) 미인이셨다. 와 아! 정말로 애하나 딸린 애엄마 맞아? 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엄마, 뭐야? 그모습?" "으응, 우리아기, 오늘이 네가 태어난지 1년 되는 날 이란다. 그래서 이름을 받으 러 가는 거야. 할아버지하고 할머니하고 네 아빠도 만나봐야지"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난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고 사하고 아버지 조차도 만난적이 없었다. 흠…… 어떤분들이실까? 굉장히 궁금하다. 혹시나 전부 괴팍한 성격이라든지 그런 거 아냐? 아버지는 모험광이라서 일 저질르 고(?) 바깥을 싸돌아 다닌다든지, 그러고 외할아버지는 그런 아버질 죽어라고 미워 하며 서로 만나기만 하면 마법과 검기가 난무하는 싸움을… 쿨럭, 너무 발랄한 상 상력은 어린애에겐 않좋아! 그리고 이름이라…… 태어나서 여태까지 엄마한테 계속 '아가야'라고 불리우고 있으니 이름이 필요한건 확실하군. 엄마의 설명으로는 나와 엄마가 같이 가는 장소는 할아버지의 레어라고 한다. 그 곳에 가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그리고 레드 드래곤 일족의 수장되시는 드 래곤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가족분들은 이해가 가지만, 어째서 성명식에 수장되시 는 분이 참석하시는 거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드래곤의 이름이란 것은 그것의 존재 의 의미를 나타내고, 그것이 존재 하기에 불려지는 유니크하고 성스러운 것이기 때 문에 성명식에는 항상 심사숙고하여 가족과 수장의 철저한 회의 하에 지어져야만 한다나? 그런데 이름을 온 가족이 모여서 짓나? 왜 자꾸 이렇게 내가 평소에 봐오 던 소설하고 같거나 비슷한 내용들이 전개 되는거지? 설마 거기까지 가서 내 이름 가지고 이게 좋다 저게 좋다 서로 싸우는거 아냐? 예상은 (무섭게도)정확하게 적중했다. 5마리(명으로 해야할까 마리로 해야할까? 일단 가나다 표기순으로 앞에 있는 것을 골랐다)의 드래곤은 각자 좋은 모습대로 폴리모프를 한 채(할아버지의 레어는 드래 곤 다섯마리가 모두 본 모습으로 있기엔 좁다) 나는 저쪽 한 구석지에 팽개쳐 두고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입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먼저 할아버지가 백발과 긴 수염을 휘날리며 고집젠 늙은이임을 주장하듯이 드워 프로 변해계신 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계셨다. "라르딘! 라르딘이 좋다니까!" 그리고 엄마는 아까와 똑같은 모습이었고, 화를 내는 얼굴도 예뻣다. 역시 얼굴이 예쁘면 뭐든지 용서되는거였나? 엄마는 할아버지를 하이톤의 째지는 소프라노로 확 실하게 견제하고 계셨다. "아빠는 무슨말을 하느거에요! 니에라! 니에라가 최고에요!" 그리고 내가 처음 본 나의 아버지란 분은…… 방랑을 좋아하고 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가는 모험가…… 라기 보다도, 오늘 내일 먹고 살아가기에 급급한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속하는 어느 계급을 떠올리게 하시는 파격적인 모습이셨다. 아버진 왠지 모르게 장인어른과 굉장히 친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점을 이용해서인지 우리 엄마와 같이 할아버지를 착실하게 견제하고 계셨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완 전히 무시당하고 계시는구만. 아버진 나의 이름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장인어른을 꼬시고(?) 있었다. "장인어른, 그냥 시크린으로 하죠?" 또한 할머니는 처음에 보았을때 는 인자하신 할머니의 모습이었지만 지금 보면 이 건 마치 노X에 치X걸리신 동네 할머니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인자하시고 지적이시 던분을 도대체 어딜 가셨을까? 할머니는 단순하게 자신이 생각한 내 이름만을 외치 고 계셨다. "이률킨! 이률킨이라니까!" 마지막으로 레드 드래곤 일족의 수장이라고 하시는 분께서는 아주 권력 남용의 대 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계셨지만, 그 권력의 목표가 되는 용들에게 철저하게 무시 를 당하시는 매우 불쌍한 모습이었다. "정말…… 왜들이렇게 싸웁니까? 일족의 수장권한으로 스휄텐이라고 하죠" 모두다 전부 각자 이상한 이름을, 그것도 공통점이 없는 서로 다른 이름들 가지고 저렇게 싸우고 계신다. 벌써 3시간 째 저러고들 계신다. 나는 땅바닥에 주저않아서 그들의 싸우는 작태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제 지금으로 부터 3시간 전의 상황을 살 펴보도록 하자. "텔레포트 게이트!" 엄마가 캐스팅도 없이 시동어만으로 마법을 발동시키셨고(이 세계에서는 과연 어 떤 마법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캐스팅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 그럼 시동어만 외쳐서 마법이 발동되는 드래곤들 혹은, 대마법사만의 전유물이 없어지는 셈이잖아?) 곧이어 푸른색으로 빛나는 타원형의 공간이 열렸다.(이것을 보고 있노 라면 한국에서 피씨방을 다니며 열심히 열중하던 한 게임이 생각난다. 으음…… 왠 지 그리운 기분이 드는군) 엄마는 나를 안고서 놀랍게도 아무런 뒤뚱거림 같은 것 도 없이(나의 전체 몸길이는 엄마와 비슷하다) 척척 걸어가셨다. 잠시 나의 시야에 확하고 어둠이 닥쳐오더니 한순간에 주위의 배경이 바뀌었다. 내가 엄마 품에 안겨 서 간곳은 엄마의 레어와 비슷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은 엄마의 레어보다 조금더 컸고 그곳엔 전체적으로 짧은(?) 할아버지(할아버지) 한분과 인자하시고 지적인 표 정의 할머니(말 그대로 할머니), 그리고 완전 거지꼴이라고 해도 별로 할말없게 생 긴 아저씨(아버지) 한분과 아주 격식있게 쫘악 차려입은 중년 아저씨(수장님) 한분 이 계셨다. 엄마는 그들에게 소리쳐 인사했다. "모두들 안녕하세요오~!" 네명은 서로 뭐라뭐라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가 소리쳐 인사하자 이쪽을 돌아보았 다. 잠시 대화가 멈췄다 싶더니 으에에엑?! 갑자기 그 짧은(?) 할아버지와 지저분 한 아저씨가 동시에 달려오는것이 아닌가?! "오오옷! 레이나야아아아~!" "레이나아아아아!" 둘다 엄마의 이름으로 추정되는듯한 호칭을 외치며 이쪽으로 달려왔고, 엄마는 그 둘은 잠시 바라보다 생긋 미소지어주셨다. 그리고 그 둘의 손이 엄마에게 닿으려고 하는 찰나(헌데 어째서 할아버지와 지저분한 아저씨의 속도가 같을까? 둘의 다리길 이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데!) 엄마는 작은 단어를 읇조렸고, 그들을 돌진하던 속도 그대로 벽에 머리를 들이 받았다. 엄마가 읇조린 단어는 이것이다. "텔레포트" 벽에 거세게 머리를 받은 두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시고는 둘이서 비슷한 포즈로 어느샌가 할머니 옆에 와 있는 엄마와 나를 가리키며(정확하 게는 엄마만을)말했다. "훗, 많이 늘었구나" "훗, 많이 늘었군" 그 둘의 매우 흡사한 단어와 느끼한 말투에 장내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난 한순 간 그들을 보고 이런 단어를 떠올릴수 있었다. '열혈바보' 잠시후 두 바보분들에 의해 깨진 분위기는 나로 인해서 되살아나는듯 했다. 먼저 할머니가 엄마품에 안겨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하셨다. "네가 내 손주구나……. 어쩜 이렇게도 귀여울까……" 엄마는 매우 의기양양해 하시면서 말했다. "헤헷, 누구아들인데 안 귀엽겠어요?" "그래그래. 원료가 좋으면 생산품도 좋은 법이지. 그럼 그럼. 얘야. 내가 니 할머 니다. 샤리인이라고 한단다" 이거 왠지 이상한뜻을 가진 말같군. 내가 무슨 공장제품인가? 하지만 나쁜말은 아 니었다. 사실 저 지저분해 보이시는 아빠도 머리속에서 때를 벗긴 모습을 상상하니 꽤 괜찮았거든. 그리고 나는 곧 나머지 3마리의 용들에게서 자기 소개를 들을수 있 었다. "으하하핫! 과연 레이나와 쟈크리스의 자식이로고! 어쩜 저렇게 잘 생긴놈이 나올 까? 내가 너의 할아버지다! 콰이엔이라고 하지. 어허허허허허허!" 할아버지는 역시 처음 본 이미지대로 상당히 열혈적인 분이셨다. 하하하…… 자꾸 저렇게 너무 이상하게 웃어대시면 제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내가 머쓱해하고 있을 때 나를 향해 쏘아지는 엄청난 시선의 에너지를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보자 아버지 가 감격에 감격을 제곱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계셨다. "레이느가 드디어…… 아아, 이애가 나의 애였다니……. 아들아, 아들아! 내가 너 의 아버지란다! 내 이름은 미첼, 미첼 라하츠" 아버지는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날 껴안으려고 하셨지만 난 눈살을 찌부리며 이렇 게 말했다. "아빠……? 아빠, 지저분해" 아버지는 나에게 다가오던 그 표정과 몸짓 그대로 굳어서 돌이 되어버렸다. 그리 고는 아무런 행동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아버진 순식간에 레어 한쪽 으로 뛰어가시더니 쭈그려 앉아서는 땅바닥에 무슨 그림같은 것을 그리시는거 같았 다. 으음…… 일종의 정신충격으로 인한 자폐현상인가? 조금 심각하시군. 헌데 뭐 라고 중얼중얼 대시는 거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그리고 수장되는 분이 나에게 아주 근엄하게 인사해주셨다. "안녕? 내가 레드드래곤 일족의 수장인 아추스란다. 만나서 반갑구나" 나는 폴리모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츨링인 채로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각 자 자기의 소개가 끝난 후 모두 그간 어땠냐는 둥의 잡담을 하다가 드디어 나의 이 름 이야기가 나왔다. 먼저 엄마가 양육권을 가진 권한으로 말했다. "제나 일년동안 키워보면서 생각한거에요. 빛나는 별, '니에라' 어때요? 이애눈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이 나는지…… 아유~ 귀여워!" 나는 엄마의 말에 갑자기 식은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저기요… 엄마…, 저는 일 년동안 먹고 잠만잤어요. 언제 그렇게 심도깊게 제 눈을 보셨나요? 난 약간의 황당 함을 느끼며 있었다. 엄마가 자기가 말한 이름에 혼자서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때, 그때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말하셨다. "아냐! 내가 이애 태어난다고 할 때부터 정해둔 이름이 있어! 흐르는 강물, '라르 딘'이다!" 할아버지는 완고하게 말씀하셨고, 그몹은 조근은 멋대로 강압적인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발언은 무시당했고, 결국은 엄마를 째려보며 무언의 협박을 보 내었는데, 이런 때 자기 멋대로 강압스런 태도로 나가시는 할아버지에게 제동을 건 분은 아버지셨다. "장인어른, 그것도 좋지만 달빛, '시크린'은 어때요?" 흐르는 강물과 달빛이 과연 무슨 연관이 있던가? 아무리 해석하고 비교 해봐도 전 혀 공통점이 없는 이름을 권유받으신 할아버지가 '이놈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겨?' 하는 표정으로 아버지는 바라보고 있을 때 그때까지 곰곰하게 생각하시던 할머니가 입을 여셨다. "아니야 아니야. 이 애는 환희라고 해야돼. '이률킨' 어떠냐? 아주 좋다!" 아아, 난싸움의 중재를 거시는 줄로 알았는데… 할머니, 의외로 단순하시네요. 그 리고 네분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빛나는 별도좋고 흐르는 강물이나 달빛이나 환 희도 좋다! 빛나는 별이 흐르는 강물에 달빛의 환희라고 해도 괜찮으니까 빨리 지 어줘! 이름을 바등려고 기다리는 자식손자 생각은 안하시나요? 그리고 그순간 잠잠 하게 계시던 아추스님께서 근엄하게 말하셨다. "이렇게 싸울게 아니라 일족수장의 권한으로 태양의 빛, '스웰텐' 이라고 하죠" 네분은 전부 입을 다무시고는 아추스님을 한번 쓰윽 보더니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다시 싸우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무시당했다는 것에 열받은 아추스님의 끼어들어서 4파 전은 5파 전으로 번지게 되었다. 한 한시간을 그렇게 싸웠을까? 나는 슬슬 배 가 고파져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배고파……" "무슨소리에요! 절대로 어울린다니까요! 니에라! 얼마나 좋아요!" 엄마는 내말을 들은체 만체 하셨다. 허참, 이게 그렇게 급해? 나는 다시한번 엄마 를 불러보기로했다. "엄마…… 배고파요……" "아악! 엄마! 엄마까지 그런 이상한 이름 내밀지 마요!" 엄마…… 두번째로 그러시기에요? 엄마는 또다시 들은체 만체 하셨고, 꼬르륵 거 리는 배는 나로 하여금 다시한번 더 엄마를 부르게 했다. 나는 목을 다시 가다듬고 서 말했다. "엄마……" "시끄러워! 엄마 바쁜거 안보여!" 쿠에엑! 어, 엄마… 아무리 이름 때문이라고 해도… 엄마 자식 이름이라고 해도…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해도…, 세상에 어느 엄마가 갓 태어난 아들을 저 멀리 집어 던진답니까! 나는 수 미터를 날아가서는 땅에 볼품 없이 곤두박질쳤지만 아무도 신경써주는 사 람은 없었다. 엄마는 마침 손이 시원해져서 잘 됐다는 듯이 소매도 걷어 부치시고 팔을 휘둘러가며 맹렬하게 투지에 불을 붙여서 싸우기 시작하셨고, 나는 황당한 눈 으로 그들을 주시할수 밖에 없었다. 이름이라…… 뭐가 좋을까? 지금 내 머리속에는 그들이 말하는 이름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하아…… 솔직히 아무거나라도 좋다고는 하지만 뜻을 들어보면 전부 맘에 안들어. 그러는 순간 내 머리에 좋은 이름이 떠올랐다. 이거라면 모두가 납득하겠 지. 나는 작게, 그러나 그들의 청력에는 들릴 만한 크기로 말했다. "……라이니시스" 나의 작은 한마디에 다섯용은 한 순간에 싸움을 멈췄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수장님이 만드신 이름의 앞글자만을 따서 만든 이름 라이니시스. 괜 찮잖아? 혀 굴리기도 괜찮고,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 다섯용들은 싸움을 완전하게 멈추고는 천천히 내가 말한 이름을 곱씹어 보았다. "라르딘의 라……" "이률킨의 이……" "니에라의 니……" "시크린의 시……" "스웰텐의 스……" 그들은 곰곰히 생각하는 중이었다. 안된다고 하면 우길거다. 이게 제일 어감이 좋 거든. 라이니시스. 괜찮잖아? 발음하기도 쉽고 말하기도 쉽고. 얼마나 좋아? 게다 가 가정 불화나, 일족 우애에 금가는 짓거린 절대 못해. 어느 한 사람의 이름만 취 하면 다른 사람들이 기분 나빠할것은 자명한 사실이지. 그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듯 싶었다. 그리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말했다. "괜찮군" "좋은 이름이구나" "역시 내아들…… 센스가있어" "똘똘한 녀석……" "어째서 내이름이 맨 뒤지……?" 후훗, 승락의 표시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나를 껴안으면서 부비부비 대면서 "아유~ 귀여운것!" 이라던지 "이녀석 똑똑한걸?" 등을 연발했다. 우에에엑! 이런거 싫어! 하지만 난 나의 미래를 위해 참았다. 최소한 이들에게 밉보여서 좋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이름이 정해졌다. 그것도 해츨링인 내가 스스로 지은 이름. 나의 이름은 라이니시스. 레드 드래곤일족의 라이니시스. -4- 002.01 공부. 공부? 공부! 내가 라이니시스라는 이름을 받고서(라기 보다도 조합해 만들고서) 얼마간의 시간 이 지났다. 나는 그동안 매일 매일 먹고, 자고를 반복한 덕에 내가 보기에도 정말 하루가 다르게 쭉쭉 커가고 있었으며 그만큼 나의 지성의 영역이 넓어지고, 깊어지 는 것 같았다.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지성이란것은 특별히 타고나는 것이 아닌 선천 적인 신체능력 같이 느껴졌는데, 커가면 커갈수록 점점 그 영역이 늘어나면서 흔히 말하는 '뇌의 불가해영역'을 자동적으로 개척하게 되어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기 때 문에 드래곤은 따로 자신들만의 언어를 배우지 않아도 몇번 듣는것으로 익혀버리는 무섭기까지한 오성(悟性 : 사물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가질수 있었는가 보다. 내가 이름을 받고, 다시 엄마의 레어로 돌아왔을 때는 예 전과는 다른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에는 느껴지지도 않았고, 신경을 쓰지 도 않았던 주위의 사물이나 나의 주위의 기척, 알 수 없는 에너지의 흐름이 저절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이 하도 신기하기도 해서 엄마한테 여쭈어 보기로 했 다. "엄마~ 엄마~" "응? 왜그러니 라이니시스?" "어, 그게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요" 나는 호기심이 동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말했고, 그것을 본 엄마 는 생긋 웃으시며(드래곤이 웃는다는 것은 언제봐도 적응이 안된다니까. 도마뱀이 씨익하고 웃는 기분이야. 옛날 만화에서 보면 뱀이 씨익 하고 웃는데 왠지 그것을 자꾸 떠올리게 한단 말이야) 부드럽게 되물어오셨다. "음…… 혹시 주위의 사물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든지, 이상한 흐름 같은걸 느끼는 거니? 아님 그냥 몸이 않좋은거니?" "첫번째요. 뭔가가 이상한게 느껴지기도 하구, 주위의 사물이 눈에 더 잘 들어오 는것 같아요. 뭔가 잘못된 거에요?" 엄마는 이젠 눈으로 까지 웃으시면서(다시 말해 얼굴 전체로 웃으시면서. 동의어: 활짝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호호홋, 그것은 말이지, 네가 이름을 받았기 때문이란다" "네? 이름이요?" 이름? 그게 뭐가 어쨌는데? 이름이야 그냥 나이가 차면 받는게 이름 아니었던가? 헌데, 이름을 받는다고 갑자기 지식의 영역이 개척된다거나 그러는게 아닐텐데? 설 마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이름이란 그런 의미를 가지는 건가? 엄마는 뜸을 들이면서 설명을 해줄까 말까 하는 눈치였고, 나는 애간장이 끓어올랐다. 우이씨! 빨리좀 가 르쳐주시란 말이에요! 나는 아주아주~ 궁금하다는 느낌을 실은 뜨겁고 귀여운 초롱 초롱한 눈빛으로(아아~ 싫다. 아기의 몸을 이렇게 이용하는것도) 엄마의 전신을 공 격함으로써 대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으음…… 네가 잘 이해 할려는지 모르겠구나. 하여튼 네가 그렇게 궁금해하고 있 으니 말을 해주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일주일 전, 너는 라이니시스 라는 '이름'을 받았지 않니? 우훗, 내가 이름이란 단어에 액센트를 넣었지? 인간 이나 드워프, 엘프들에게는 이름이란 것은 그저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호칭에 불 과 하잖니? -아, 인간 이라던지 엘프, 드워프에 대해선 나중에 설명 해줄께- 하지 만 우리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이름이란 것은 매우 중요하단다. 이름이란 것은 자 기 자신을 나타낼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한단다" 엄마는 여기까지 말하고서는 '이해하겠니?'라는 물음이 담긴 눈빛을 건네었고, 나 는 솔직히 말해서 엄마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이름이 자기 자신을 나타내 는 고유 명사, 호칭만으로만 쓰이는것이 아니며, 자신(드래곤)의 힘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매개체라니 무슨소리지? 엄마는 나의 표정을 보시고는 다시 설명을 해주셨다. "어머? 잘 모르겠니? 그러면 더욱 자세히 설명해줄께. 우리 귀여운 아가가 라이니 시스라는 멋지고 좋은 이름을 받았잖니? -스스로 지었다고 요즘 소문이 보통 퍼진 게 아니에요~- 그것은 곧 우리들 레드 드래곤 일족의 수장인 아추스-그 노망든 멍 청한 용-에게 전해져서 모든 드래곤들의 로드에게 전해지지. 그러면 로드는 네 이 름을 드래곤의 명부 해츨링 부문에 적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너는 정식으로 드래 곤의 해츨링이 되어 모든 드래곤의 신이신 신룡님께서 하사하시는 '힘'을 받을 수 있어. 그 '힘'은 우리들 의 생명이고, 우리들의 마력이고, 우리의 능력이기도 하 지. 드래곤들은 처음 태어나서 1년 간은 기본적인 몸을 만들고, 해츨링으로서 자 랄 준비를 하게되지. 그리고 네가 이름을 받게되고, 그 이름이 명부에 기재되는 순간 너는 성룡이 될때까지 네가 배울 지식의 그릇이 생기는거란다. 즉, 우리 드 래곤들에게 '이름 = 힘'이란 관계가 성립되는것이지. 이젠 이해하겠니?" 오호라아…… 알겠다. 드래곤이 아닌 다른 종족들 에게는 이름이란 것은 그저 하 나의 고유명사일 뿐이지만 드래곤들에게 있어서 이름이란 것은 자신을 지칭하는 고 유명사임과 동시의 자신이 얻고, 사용하게 될 힘의 이동 통로와 같다는 것이군. 그 리고 나는 해츨링으로서 성룡이 될 때까지 힘과 지식을 길러야 하는데, 좀 더 많은 지식과 좀 더 많은 힘을 기르게 하기 위해서 뇌의 영역을 개척 시켜주는 주 역할을 하는것이 이름이다~ 이것이군! 하핫, 대단한걸? 이름이란 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일 줄은 미처 몰랐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런뜻이 있었네요. 와아, 정말 대단해요!" "후훗, 그러니? 이해했다니 다행이구나……" 말꼬리를 흐리시는 엄마의 표정을 보니, 저 표정에 담긴 의미는…… 크으윽! 저것 은 마치 '역시 어린애야. 모른다고는 하기 싫어서 저렇게 둘러대다니. 아유우~ 귀 여워~'라는 말을 하시는거 같다. 크으윽! 왜그러세요! 저 이해했어요! 무슨 뜻인지 분명히, 확실하게, 명확하게 이해했다니까요! 그런 표정 짓지마세요오옷! 이름에 대한 의미를 알고나서 나는, 나에게 생긴 이 절대적인 오성을 그냥 썩히진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엄마의 추가적인 설명은 내가 성룡이 되기 위한 성룡식을 거 치게 되면 이 절대오성(絶對悟性)의 반이 날아가 버린다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그 래도 다른 종족들이 보기엔 천재적인 수준이라지만, 그래도 드래곤들이 느끼기에는 유년기의 반이다. 해츨링 시절에 하루면 배울 것을 성룡이되면 이틀이나 걸려야 한 다는 소리다. 하하,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오성을 준것은 고맙지만, 다 커버리면 그것을 반이나 뭉터기로 잘라가 버린다니! 하지만 소리지르고, 악쓰고 떼를 부려도 이것은 안되는 것. 안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안되는 것이다. 이것은 드래곤이라는 종족의 절대적인 율법이나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생각을 고쳐먹고 이 오성 을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최대한 을궈먹을수 있는 것은 을궈먹고, 나중에 가져가더라도 아쉽지 않을 수준까지 을궈먹는거야! 그렇게 하면 아깝지도 않겠지! 으하하하하! 배우자! 실컷 배우자! 배우는거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서 최초로 좌절한 때는 결심하고서 채 한시간도 되지 않아 서였다. 왜냐구? 나는 날기는 커녕 걷는것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에 불과했던 것 이었다! 크아악! 젠장이다! 일단 무엇이라도 배우기 위해선 거동(擧動 : 몸을 움직이는 짓이나 태도. 행동거 지)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했고, 그 거동이라는 것의 가장 기초적인 조건은 '걷는 다' 라는 요소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걷기 연습을 시작했다. 사실 걸음마는 환 생하기 20년 전에 떼었다고 생각했지만, 걷는다는 작업은 신체의 중심이 땅과의 수 평을 이루는 작업이고, 이것은 아무리 뛰어난 오성과 그전의 기억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걷는다는 것은 몸이 자동적으로 이뤄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몸은 기억하는데 머리로는 알 수 없는 신체의 작용중에 가장 오묘하고 심오한 작업은 역 시 걷는것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는 순간이었다. 하물며 영혼과 몸이 본질적으로 틀 린 이 상황에서야 오죽 하겠는가? 사실 신체를 움직이는 것을 직접 설명 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 람이 몇이나 될까? 신체는 움직이는 것, 팔을 구부린다든가 다리를 편다든가 하는 것은 어떤 원리로 그렇게 움직이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것이다. 적어도 생물의 신경 계쪽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알 수가 없어도 할수 있는 것은 '그냥 그렇게 되니까'할 수 있는 것이다. 신체의 모든 활동은 두뇌에서 제어하는 것이다. 두뇌에서 '팔을 구부려!'하는 명령을 보내 면 그 명령은 전자기(펄스)가 되어서 온몸에 퍼진 신경계를 따라 해당하는 신체부 위의 근육으로 이동하게 되고, 해당 신체부위는 그 명령을 받아서 근육을 수축 또 는 팽창하여 그 부위를 움직이는 것이다. 두뇌는 단지 명령을 내리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그 명령이 합당할 경우 신체는 움직이고, 그 명령이 무리하다거나 합당하지 않는 다면 신체는 최대한 노력해서 그 일을 수행해 보고자 할 것이지만 만약, 무리 한 명령을 내린다면 해당 신체부위는 틀림없이 망가질것이다. 또는, 그 명령이 전혀 익숙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충분한, 그런 작업이라면 신체는 무진장 버벅면서도 어떻게는 그일을 해내려고 할것이고, 그과정에서 여러가지 시행 착오를 격게되며 가장 이상적인 처리방법을 신체는 알아내고, 기억할 것이다. 그리 고 다음에 그와 같은 명령이 다시 또 내려질 때는 예전에 했던대로 그대로 행할 것 이다. 아마 '걷기'라는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수 있겠다. 신체가 처음으로 일어섰을경우, 예전의 앉아 있을때의 중심점이 보다 더 높은 곳 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표면과 수평을 이루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대개 인간의 경 우 몸의 중심은 귀에서 맞추어진다. 귀의 세반 고리관에서 어떤 자세를 취할 경우 그에 따른 중심을 맞추게 되는데, 만약 그것이 실패하면 사람은 쿠당!하고 넘어질 것이고, 성공하면 그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드래곤의 경우 그 세반고리관 또는 중심을 잡는 기관이 어디에 있을지는 모르지만(아마 인간과 같이 귀에 있을 것이다. 중심을 잡는 기관의 경우 뇌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신체의 본능적인 작용에 따라 뇌와 가까이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관이 가까우면 금방 영 향을 받으니까 말이다) 일어섰을 경우의 중심을 잡는데 어려울 것이라는 걸 안다. -5- 002.02 공부. 공부? 공부! 나는 앉아있는 자세로만 지내다가 처음으로 일어서 보기로 했다. 아마도 나의 몸 에 반을 차지하는 꼬리가 있으니까 중심을 잡는것은 크게 어렵지 않을것 같았다. 꼬리가 버팀목이 되어주면 어떻게든 될 거 같은데? 하지만 드래곤의 무게 분포도는 인간의 그것과는 매우 틀리다.(당연쌈치기겠지만 말이다) 먼저 드래곤은 목이 아주 길다. 아직은 몸통이 꽤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 나의 엄마를 봐서 알 수 있다. 성룡이 된 드래곤을 크게 3군데로 쪼갤경우(으윽, 갑자기 오싹해진다) 머 리 1/3, 몸통 1/3, 꼬리 1/3이 될 것이다. 그만큼 목이 긴 드래곤은 머리가 몸통에 서 엄청나게 떨어져있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은 작은 편이지만 얼마 안가서 내 몸 을 지탱하고 드넓은 창공을 날아다니게 할 날개 역시 그 무게가 장난 아니었다. 지 금 상태로 일어설 경우 상체의 대부분의 무게가 날개 때문에 뒤쪽으로 쏠릴 것이기 때문에 아마 꼬리가 그렇게 긴가보다. 꼬리가 길면 잡히겠지만(?) 중심잡는데는 용 이하지. 나는 생각을 그치고는 시험삼아서 몸을 일으켜 보기로 했다. 내 예상은 딱 들어 맞았다. 적어도 일어서는데 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비록 날개의 무게 때문에 하체는 굳건하게 땅을 디디고있지만 상체는 뒤로 약간 제 껴져있었고 어떻게든 상체를 앞으로 끌어 오려고 하는 의지인지, 목을 앞으로 길게 뺀 우스꽝스런 자세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서있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무리 하게 상체를 앞으로 빼면 그대로 앞으로 나뒹굴었으니까. 이것은 그야말로 다른이 의 격려와 칭찬을 받아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노력인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서 있는 모습을 본 엄마는 칭찬과 격려는 커녕 레어가 뒤집어져라 웃어대었고, 레어가 조금 좁아서 웃기가 불편해지시는지 저번에 이름 받으러 갈 때처럼 인간의 모습으 로 폴리모프해서 레어를 뒹구시며 웃으셨다. "오호호호호호홋! 저것좀봐아~! 너너너 너무 귀엽고 웃겨어~! 오호호호홋! 오호 호, 호호홋! 라라, 라이니시스야! 호호홋! 그냥 누워라아! 이 에미를 웃겨 죽일셈 인거 …… 오호호호홋!" 엄마…… 그간 쌓아오신 고상하신 이미지가 다 날아가시네요. 엄마는 체신머리 없 으시게 계속 레어안에서 디굴디굴 구르시며 레어가 부서져라 웃으셨고(신기하다. 드래곤이나 인간의 모습이나 웃음소리의 크기가 똑같다니?)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 하며 한발짝 앞으로 내딛어보려고 했지만…… 갑작스레 회전하는 공간을 봐야했다. 어어어어? 으아악! 콰당! "꺄하하하하핫! 아하하하하하핫!" 엄마의 비웃음인지, 아니면 귀여워서 지르시는 웃음인지(전자일거라 확신한다. 젠 자앙!) 어쨌든 나는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은 순간,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는 바람에 발라당하고 뒤로 뒤집어졌다. 나는 끙끙대면서 일어섰고, 엄마는 예의 그 큰 웃음 을 웃으시며 내가하는 것을 지켜보셨다. 좋아, 꼬리에 힘을 바짝주고! 하나, 둘! ……으아아악! 퍼억! "쿡…… 쿠쿠쿡……, 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오호호호홋!" 이번엔 앞쪽으로 무게중심을 넣다보니 그게 과해서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엄마 는 어떻게든 웃음을 참아보시려고 했지만 결국은 참지 못하시고 땅을 치며 웃고 계 셨다. 으아악! 엄마! 체통을 지켜주세요옷! 난 다시 끄응 하고 용을 쓰며 일서었고 , 또다시 재도전을 하려는 찰나 엄마가 아닌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구! 라이니시스! 이제 일어설줄도 아는구나! 이 귀여운것……" 내가 목소리가 난쪽을 돌아보자……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져 엎어지고 말았다. 크 으윽, 이런 낭패가! 아파하면서도 목소리가 난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인간의 모습으 로 폴리모프하신 할머니가 와 계셨다. 그리고 엄마는 다시 '꺄하하하하!'하는 웃음 소리를 내셨고, 그런 엄마를 못마땅하게 보시던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쯔쯔쯔…… 자기가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도 안하고 자기 자식하는 것을 보며 웃 다니……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딱 그짝이구나" "어, 엄마! 그런이야기 하지 마세요! 애앞에서 제 이미지가 어떻겠어요!" 엄마는 발끈하시면서 할머니에게 대드셨고, 나는 한심하다는 눈으로 엄마를 바라 보았다. 그 이미지, 깨진지 오래됐다우 엄마. 할머니는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엄마 에게 물으셨다. "그래, 언제부터 서는 연습을 한게냐?" "음…… 한시간하고 반?" "뭐어?! 그게 정말이냐?!" 엄마의 말에 크게 놀라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거의 경악하는 수준으로 놀라셧고 난 '그게 뭐가 어때서요?'하는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는 시선을 나에게로 옮기시더 니 정신을 추스리시고 말씀하셨다. "그래, 역시 우량아는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우량아……요?" 우량아? 뭐가 우량아라는 거야? 내가? 설마, 아니겠지? 나는 의아해하며 반문했고 할머니는 편하게 앉아 있는 나에게로 다가와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그 부드러운 손길을 난 눈을 감고 천천히 음미했다. 헤헷, 왠지 귀여움 받는 강아지가 된 기분 이야. 할머니는 그렇게 내 머릴 쓰다듬으면서 말씀하셨다. "그렇단다. 보기드문 우량아지. 너만큼 알속에서 오래동안 양분을 흡수하고 나와 서 오랫동안 그 양분은 가만히 축적하고 몸을 만든 해츨링을 몇 안될것이란다. 알 속에서 영양분을 모두 섭취하고 알의 내부가 말라 들어갈때까지 버티고 나온 해츨 링이 몇 안될뿐더러, 너만큼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안하면서 섭취한 영양분을 완 벽하게 자기것으로 만든 해츨링은 정말로 드물지. 그래서 우량아라고 한단다. 어 쨌든 그렇게 나온 우량아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한 시간만에 일어서기까지 하 고 말이다. 네 엄마는 그렇지 못해서 일어서는데만 하루 반나절이 걸렸었지. 그게 얼마나 웃기던지…… 아직도 웃음이 나오는 구나" "엄마아! 그런말은 하지 말아요!" 엄마는 할머니의 말씀에 발끈하셨다. 호오…… 그렇게 비웃으시면서 알고 보니 하 루 반나절씩이나 걸려서 일어서셨단 말이죠? 그래 놓고서 절 비웃으셨습니까? 정말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고(드래곤 해츨링적 모른다…… 라고 해야겠지?) 그동안 비 웃음을 받으며 상처를 입은 내 마음은……! 헌데 내가 정말로 그렇게 해서 된 우량아였나? 난 비교대상이 없어서 내가 스탠다 드한 해츨링인줄 알았는데? 어쨌든 정말로 인생(용생?)은 새옹지마 라더니 정말 이 상한 것이 나에게 도움을 주네? 난 그저 무슨 의료기기인가 싶어서 안이 말라 비틀 어질때까지 안에서 뻐기다가 못참고는 밖으로 나온것 뿐이고, 내가 환생했다는 것 이전혀 믿겨지지 않았고, 매우 큰 쇼크로 다가왔을 때, 그 충격으로 그저 멍~ 하니 며칠간을 있었을 뿐인데 그러는 동안 내 몸은 보기드문 우량아로 다듬어지고(야채 인가?) 있었다는 말인가? 하핫, 정말이지 웃기는 내용이군. 그런데 내가 그렇게 있 었다고 하면 다른 해츨링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건가? 나는 그것이 궁금해져서 할머니께 여쭈어보았다. "할머니, 그럼 다른 해츨링들은 우량아 아니에요?" 솔직이 어체를 좀더 다듬어서 진지하게 물어볼수도 있지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 자. 난 아기다. 최대한 아기의 어체를 써야지. 내가 저렇게 단순하고 귀엽게(크윽! 내가봐도 싫다!) 물어보자 할머니는 자상하신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씀하 셨다. "그래. 다른 해츨링들은 뭐가 그리 급한지 알속의 영양분도 절반이 채 넘지 않게 섭취하지 않고 알 밖으로 용을 쓰고 나와서는 끼에끼에대며 움직이려고 애를 쓰는 데, 그덕에 미숙아가 얼마나 나오는지……. 네 엄마만 해도 성질 급하기로 유명했 지. 암, 그런 핏줄에서 우리 손주같이 우량아가 태어난 것이 기적이라고나 할까? 신룡님의 보살핌이야" "어, 엄마아!" 푸훗, 그렇단 말야? 하긴 그럴만도 하다. 내가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알 속에 영양분이 가득 차있을 상태였고 슬슬 지겹고 나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알속의 영 양분이 반 정도 남았을 때 였으니까. 아마도 알을 깨고 나오는데 필요한 영양분만 을 섭취하고 힘이 되니까 그대로 알을 부수고 빠져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 한가보 다. 그리고 섭취한 영양분도 채 흡수하지 않고서 빨빨대며 돌아다녀 제대로된 몸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 역시 다반사인 모양이군. 그러면 내가 이렇게 힘들여서 서고 걷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것이 아니었어! 으하하하하하! 좀더 자신감을 가져라! 준 열아! 아니, 라이니시스! ……난 나의 노력과 인내에 감격하고야 말았다. 일어서고나서 하루만에 두발짝을 걸었으며, 일주일이 된 지금, 나는 레어안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닐 수 있게 된것이 다! 크하하하하! 기쁘다 기뻐! 기뻐 죽겠다아! 난 드디어 그동안 나의 세계의 전부 였던 레어안을 탐색하며 돌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엄마의 레어는 약 지름이 500미터는 됨직한 큰 공동이었다. 엄마 말씀으로는 자신 이 본체로 변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쭈욱~ 펴고, 날개도 옆으로 추욱~ 늘어뜨려서 펴고 자도 약간의 공간이 남는다고 하실 정도니 얼마나 클지 대략 상상이 갈 것이 다. 그리고 자신이 일어서도 머리가 천정에 닿지 않다고 하셨다. 참고로 엄마의 몸 길이는 짐작이지만, 몸과 머리 150미터, 몸통이 150미터, 꼬리가 150미터의 총길이 450미터정도 이며 일어섰을 경우 350며 미터의 키를 자랑하신다. 날개의 경우 몸길 이에 딱 맞춘듯한 한장당 225미터 짜리(일것)이다. 그런 거구(엄마… 죄송합니다. 사실 드래곤들 중에선 괜찮은 프로포션이라고 하지만 제눈엔 거구랍니다)의 엄마가 쭈욱 펴고 누워도 충분한 거대한 공간에, 엄마가 종류별로 모아둔 물건들이 있는 창고들의 공간 역시 그 총 공간이 레어의 크기와 맞먹는다고했다. 내가 빨빨거리면 서 돌아다닌다고 다녀봐야 얼마나 가겠는가? 레어 한바퀴 도는 데 거의 한 시간이 걸릴 지경이다. 아직까진 나의 걸음은 불안전(불완전이기도 하지)하고, 100걸음을 걸을 때마다 6~7번정도 넘어지는 확율이기 때문에 이렇게 빨빨대며 돌아다녀야 훈 련이 된다. 어쨌든 나는 걷기와 뛰기를 반복해서 연습했다.(반복연습. 그것은 성공 으로의 지름길입니다. 엥? 뭔 헛소리냐) -6- 002.03 공부. 공부? 공부! 내가 연습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엄마가 지긋하게 바라보는 중에 레어의 벽 을 따라 빙글빙글 도는것이 연습의 전부였으니까. 아, 엄마가 날 바라보시는 이유 는 혹시나 넘어지면 깔깔거리면서 웃기 위함이다. 엄마는 그날 이후로 고상하고 딜 리셔스한 이미지를 포기 하셨는지 매우 쾌활하고 활달한 모습으로 계셨다. 솔직히 나도 이게 더 좋아. 거리낌이 없잖아? 내가 그렇게 빨빨대녀 돌아다니다보면 꼬옥 지나쳐야 할 곳이있다. 일명 '창고촌' 이라고 내가 이름 붙여놓은 장소인데 30미터 간격으로 창고로 통하는 입구들이 100 여개 굴이 있다. 각자 다 동굴입구의 크기는 3미터 정도로 같지만, 안을 보면 창고 문까지의 길이나 구부러짐등이 틀린것으로 보아서 아마 꽤 신경써서 공간활용을 했 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난 정말로 호기심이 발동해서 한번 구경이라도 해보 려고 했었으나 엄마에게로 부터 이런말을 들은 후에 포기해버렸다. "라이닌(엄마는 날 이렇게 애칭으로 부르신다), 네가 지금 모습으로 한번이라 도 창고로 들어간다면 또다시 들어가고 싶어서 미쳐버릴걸? 그만큼 내 콜렉션은 화려 하고 아름답고 멋진…… 으흠! 으흠! 어쨌든 보물이나 그런 물건들은 중독성이 강 해요. 그렇기 때문에 폴리모프할 수 있을때 까지는 참아야한다" 확실히 옳으신 말씀이다. 대한민국에도 이런 말이 있잖은가? "한번보고 두번보고 자꾸만 보고싶네~ 짠짜잔짠 짠자라자라잔 짜자자 짠짠 짠짜라자라잔~" 뒤의 추임새 는 빼고, 아무튼 사람심리나 용의 심리나 좋은 것은 보고 싶고, 만져 보고 싶은 것 이 일반 심리인 데다가, 아무리 지금 나의 영혼과 정신은 인간이지만 몸체는 드래 곤이기 때문에 육체의 욕망을 과연 뿌리칠수 있을까 의문이다. 드래곤의 보물에 대 한 욕망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고들 하니 폴리모프할수 있을 때까지는 참고 걸음마 연습이나 하자. -2개월 후. 드이어 난 걸음마를 떼고야 말았다. 아아, 정말이지 길었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어. 암 그렇고 말고. 내가 걸음마를 완전히 떼는데는 2개월이 걸렸다. 이제 마음대로 아무데나 자신의 발로 대지를 딛으며 걸어다닐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나의 나이는 한살하고 조금 더 먹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한살이라고 해두는게 좋겠지? 내가 태어나서 1년 되는 날, 그러니까 돌잔치(라고 해야겠지?) 기념으로 이름을 받고 3개월 정도 흘렀다.(참고로 이곳의 시간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60진법을 쓴다. 1분은 60초, 1시간은 60분. 다만 하루는 30시간 이었고 한달이 30일, 총 16개월이 1년 이었다. 여기 역시 4계절이 있었고 한 계절당 4개월이었다. 으음, 너무 길잖아 ?) 난 이제서야 우리 드래곤들의 생체적인 성장에 대한 설명을 들을수가 있었다. 참고로 어떻게 해서 들을수 있었느냐 하면 발단은 엄마와 나의 대화에서였다. "엄마. 나 언제쯤 폴리모프하고, 언제쯤 성룡돼?" "어머! 넌 명색이 '해츨링'이면서 '그런 것'도 모르니?" 언제 가르쳐 주기나 하셨어요? 가르쳐 주시고 그런 말을 하세요! 엄마는 그런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지 깜짝 놀라시면서 "어머어머"만을 반복하셨고, 나는 한심하 단 표정으로 말했다. "명색이 '엄마'면서 '그런 것'도 안가르쳐 주셨잖아요" 엄마는 곰곰히 생각해 보시더니 자신의 교육이 전무했다는것을 상기했는지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리면서 멋적은듯 머리를 긁적이다 말씀하셨다. "…………가르쳐줄께" …………이렇게 해서였다. 엄마께서 브리핑(?)해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드래곤의 평균수명은 1만년. 그리고 성인이 되는 나이는 1000살 이란다. 그러니까 100년의 인생에서 성인이 되는 것이 10살이라 이거야? 아, 참고로 10000년 이란 것 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그것도 3000전의 평균이란다. 지금은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데, 그 시절엔 드래곤 슬레이어다 뭐다 해서 설쳐대던 인간이 많았기 때문에 그렇고, 실제로 지금의 평균수명은 12000년이고 최장수 드래곤은 15000년을 넘긴 전대의 로드라고 한다. 아, 참고로 드래곤 최장수 기록을 세우고 계신 이 로 드분에 대한 엄마의 평가를 들어보자. "나이살이나 처먹어서 안 죽고 뺀질뺀질하게 살아있는 꼴이란……" 뭔가 깊은 인연이 있을듯한 사이인것 같다. 어쨌든 성룡은 1000살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 나는 앞으로 남은 날이 999년이나 남았다는 소리이다. 크윽, 길군. 하지만 뭔가를 배우고, 또 배우고 하다보면 언젠가는 성룡이 되겠지. 그리고 폴리모프를 할 수 있는 나이는 100세. 100세에 폴리모프가 된다고 하였다. 어째서 100살이나 먹어야 하냐고 물어보니 그것은 드래곤하트와 관련이 있다고 하셨다. 드래곤하트. 판타지 소설을 보면 드래곤에게 있어서 매우 필수적인 물건(?)인 드 래곤하트는 용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중요한 기관으로서 주로 막대한 양의 마나 를 담아두는데 사용한다…… 라고 한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이곳에서 역시 진짜 일지는 알수 없었기에 난 엄마께 질문했고, 내가 드래곤 하트에 대해 묻자 드래곤 하트에 대한 엄마의 자세한 설명이 있으셨다. "드래곤 하트라는것은 우리들의 '힘'을 가져오는 일종의 게이트웨이라고 할 수 있 기 때문에 드래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거란다. 오죽하면 드래곤'하트' 겠니? 하지만 이것이 인간들에겐 와전되어서, 일종의 초 거대 마나의 창고 같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웃기는 소리지. 마나라는 것은 불고정의 것이야. 절대로 한 곳에 귀속되거나 할 수 없어. 그러면 마법 무기는 어떻게 만드냐는 질문이 들어오 지. 마법 무기의 경우 무기로 마나가 들락날락 거리게 해놓은거야. 마나는 흐르고 흐르고 또 흐르지만 어느 한곳을 '경유' 해서 흐르게 할수 있어. 뭐, 인간들은 이 것을 '마나를 고정시킨다'라고 헛소릴 하기도 하지. 알겠니? 아무리 마법 무기라 고 해도 마나가 없는 공간에서는 쓸수가 없단다. 우리가 가진 드래곤하트의 경우 는 초 고성능의 마나 집결기와 같은거야. 마나를 집중적으로 하루 30시간 언제든 지 경유시키게 해서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정신집중도 할 필요없이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고, 마나라는 것이 원래 자연력을 상징하기 때문에 자연력을 몸으로 돌 게 해줘서 병이 걸리는 것도, 독에 당하는일도 없게 해주지. 드래곤하트는 마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장수와 만병통치제 같은거야. 그러면 드래곤 하트를 빼내어도 살 지 않는가? 라고 질문이 들어오지. 물론, '드래곤하트만' 빼간다고 하면 한 1000 년 정도는 더 살수 있을거야. 기본적으로 드래곤은 장수하는 종족인데, 거기에 드 래곤하트까지 있으니까 무진장 오래 사는거지. 근데 드래곤하트는 몸통에서 목이 시작되는 이 부분에 있어서(인간으로 치자면 갑상선이 있는 부분, 목의 아래 부분 의 움푹 들어가는 부분이다) 이곳의 기도 뒤에 있는 드래곤하트를 꺼내려면 목을 잘라야 하겠지. 따라서 드래곤하트를 외과 수술로 제거하려는 미친 드래곤은 없을 뿐더러 눈 멀쩡히 뜨고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빼았길 드래곤도 없지. 만약 그런 드 래곤이 생기면 드래곤일족의 수치라 하여 그대로 척살대가 출동해 단번에 없애버 리거든. 하지만 드래곤에게서 드래곤하트를 빼낼만한 힘을 갖춘 단독 개체로는 아 크 엔젤급 이상은 되어야할걸? 요즘은 인간들 중에서도 드래곤 슬레이어가 나오지 않으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이런, 이야기가 샜구나. 그래, 폴리모프가 어째서 드래곤 하트와 관련이 있냐 하는거지? 네가 처음 태어날 시점에는 넌 드래 곤 하트를 받을수 있는 공간만 을 몸에 담아두게 된단다. 거기서 이름을 짓게되면 자고있는동안 드래곤하트가 몸에서 생성되기 시작하지. 해츨링들의 무서운 오성은 드래곤하트에 관련이있어. 이것이 뇌를 깨우고 감각을 예민하게 해주거든. 어쨌든 드래곤하트가 생성되면서 점점 너의 드래곤하트를 경유하고 다니는 마나는 늘어나 지만 너의 의지로 마나를 움직여서 신체를 인간처럼 변하게 하려면 100년이라는 숙성기간이 필요하단다. 그때서야 폴리 모프가 가능해 지는거야. 너는 우량아니까 어쩌면 7~80년 정도면 되겠구나. 드래곤 하트는 성룡식이 되는 1000살에 다 완성 이 돼. 그때부터는 나이가 듦에따라 아주 조금씩 경유하는 마나량이 늘어날뿐 이 지, 더이상 드래곤하트가 커지거나 하진 않는단다. 추측하건데, 해츨링 기간동안 보이는 그 엄청난, 성룡의 두배되는 그 오성은 드래곤하트가 점차 커감에 따라 나 오는 일종의 부작용 같은 거지만 좋은데 굳이 막을 이유는 없지. 이제 알겠니? 드 래곤 하트에 대해서?" 허억…… 무진장 길다. 이름을 받음으로서 드래곤하트를 생성하게 하고, 그 드래 곤 하트에는 막대한 양의 마나가 집중적으로 유통하기 때문에 마법을 쓰기 쉬워진 다…… 그리고 그 마나는 몸을 건강하게 해주고 드래곤의 엄청나게 긴 수명을 유지 시켜주는 기관이란 것인가? 저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결국 '드래곤하트는 매우 좋으 니 중요하게 관리해라'라는 것이군. 여태까지 엄마에게 들었던 그 어느 설명보다 무진장 길구만. 엄마의 말씀으로는 드래곤의 해츨링 시절에는 드래곤으로서 살아갈 기본소양을 쌓 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기엔 먼저 기본적인 것들부터 배워나가야 하는데… 나는 100살이 될때까지는 드래곤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 방법을 배워야했다. 상급드래곤 에 대한 예절이나 다른 종족들을 대할때의 방법, 그리고 보물을 불리는 방법이라던 지 전투기술 등등……. 그중 가장 중요한것이 걷기와 날기, 그리고 드래곤들 특유 의 피어(fear)이다. 이미 걷기는 마스터했으니 이제 날기하고 피어를 배워야 하나? 음…… 둘중에 뭘 먼저 배워야할까? 난 걸으면서 그 생각을 정리 해보기로 했다. ……우아아아악! 쿠당! 또 넘어졌어……. 이쒸……. -7- 002.04 공부. 공부? 공부! 레어를 대여섯 바퀴동안 돌면서 한번도 넘어지지 않은채(!) 심사숙고한 결과, 내 가 첫번째로 배우기로 결정한것은 '날기'였다. 드래곤은 매우 멋지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하고, 예술성으 로는 10점 만점에 11점을 줘도 모자르는, 청량하고 우아하고 화려하지만 소박함을 갖춘 매우 완벽한 날개를 가지고 있다. 대지를 박차고 차가울 정도로 푸르른 창공 을 향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비행을 할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내가 말한 것 이 아니다. 엄마가 말하신 내용이다) 그런데 날개를 가지고 날지 않는 다면 뭘 할 것인가? 스프라도 끓여먹을 것인가? 드래곤의 날개를 다 집어넣을 만큼 커다란 솥 을 만드는것은 미련함이 넘치다 못해 땅을 덮고 바다를 메우며 하늘 높은줄 모르고 쭉쭉 올라가 대기권을 뚫고 태양으로까지 뻗어갈 정도가 아니라면 만들 생각도 하 지 말아라. 결국 나는 것 이외에서는 쓸모가 없는 날개로 날지 않으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러니까 날아라! 날아야 한다! 날아야만 한다! ……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날려고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날개를 잘 점검해 봐야겠지? 등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과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이질감.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나의 몸의 일부였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나는 그것 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날개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 다. 도대체 이놈의 날개를 어떻해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인가? 아니, 원론적인 차 원에서 보자면 세상의 어느 인간이 날개라는 신체기관을 달고 나왔다는 것인가? 나 는 본래가 인간이었고 그때의 기억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사실 망각이란 것이 없 는 드래곤의 지능덕에 지구에서 살던 때의 기억을 완전히 유지한 채 있다) 꼬리라 든지 날개를 어떻게 하면 자유자재로 다루고 움직이느냐 하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 이었다. 나는 움직이려다 움직이려다 도저히 안되서 엄마를 불렀다. "우웅…… 엄마, 날개는 어떻게 움직여요?" 그러자 엄마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셨다. "글쎄? 날개를 어떻게 하면 움직여지는지 생각해본적 없거든? 그냥 움직여지니까 하는 것뿐이야" 그냥 움직여지니까……라고? 어떻게 하는지는 생각 해본적이 없다……? 그렇구나! 그런 것이었어! 이 바보같은 용대가리! 그제사 난 깨달았다. 신체 부분이란 의식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전에도 말했을 것이다.(젠장! 자기가 말해놓고 까먹냐!) 신체부위라고 하는 것은 무의식중 에 스르륵 움직이고, 그 방법을 몸에 기억시키는 것이지 어떻게 하라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머리로는 아무리 '날개움직여! 움직여!'라고 해도 몸이 모르는 정 보를 어떻게 꺼내오겠는가? 신체부위의 행동은 '아는'것이 아니라 '느끼는'것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는 것을 느끼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느낀다면 또 한번 그렇 게 하기는 그다지 크게 어렵지는 않고, 하면 할수록 쓰면 쓸수록 익숙해지기 때문 이다. 난 내가 인간이었을 때, 나의 팔을 움직이는 법 같은건 전혀 몰랐다. 그냥 그렇게 되니까, 별로 의식하지 않아도 움직여주니까 쓰는 것 뿐이었다. 그것을 알고서 멍하니 있으면서 날개를 '느껴'보려고했다. 하루 동안을 그렇게 멍 하니 있었을까? 날개가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스르륵 움직였다. 황당하게도 간단하 게 스르륵 움직였다. 등쪽의 근육들이 꿈틀대고, 날개에 달린 근육과 뼈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되풀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드디어 내가 날개를 움직일수 있게 된 것이다! 아! 이제야 내가 날수 있겠구나! 비 행기도 타보지 못했던 내가 나의 힘으로 대지를 박차고서 드넓은 창공으로 날아오 를수 있게된거야! ……라고 생각했다. 날아오르기 위해서 날개를 힘껏 퍼득거린다는 것은 매우, 아주,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다. 날개를 움직이는 것은 어리고 가녀린 해츨링에 불과한 나에겐 정말로 힘 겹고 버거운 운동이었다.(이 말을 하고서 난 내가 우량아라는 것을 깨닫고는 전혀 가련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침통해 해야했다)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들을 쓰기 위하 여 엄청난 각고의 인내와 노력을 기울여야 했기 때문에 처음엔 날개를 5번 퍼덕이 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했다. 날개를 움직이는데에 그만큼 큰 에너지가 소비 될줄은 몰랐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퍼덕거리기만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할수 있지만 몸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그리고 공기를 제치고서 몸을 띄워 올리는데 드는 날개힘은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5번의 힘찬 날개짓을 한 후에 뻗어버리고 하 루 동안을 잤다. 그 다음날에도 5번을 퍼덕이고는 뻗어버렸다. 내가 날개를 퍼득이는 것이 두자리수, 그러니까 10번을 하게 될때까지 걸리는 시 간은 대략 일주일이 걸렸다. 내가 날개짓을 하면서 알게된 것은, 드래곤의 날개가 왜 그렇게 큰지 알았다는 것이었다. 드래곤의 양날개를 활짝 펼치면 자신의 몸길 이와 거의 같거나 조금 크다. 자연적으로 비행이 가능한 모든 생물들의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류의 그것과 드래곤의 그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조류의 날개는 깃털로 이루어져있고, 날개의 뼈 대부분의 속이 비어있는 구조이며 깃털의 방향은 나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나있어 활공에 매우 유리하다. 조류의 경우 엔 그렇게 많이 날개를 퍼득거리지 않는다. 처음에는 강하게 자신이 딛고있는 곳을 박차고 공중으로 몸을 띄운 다음 몇번의 날개짓으로 좀더 높이 비상(飛上)한다. 그 다음엔 날개를 펴고 활공을 하는것이다. 조류의 날아가는 패턴을 보면 상승기류와 하강기류를 이용한 활공으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날아가는 것이다. 날개를 부 치를 경우는 단거리의 이동에서나 속도를 더 올릴때, 그리고 착륙할때 이외엔 그냥 쭈욱 펴고 바람을 타는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은 틀리다. 드래곤도 물론 활공을 한다. 하지만 새의 활공에서의 날개짓 비율과 드래곤의 활 공에서의 날개짓을 할시 에너지 소비율은 너무나 큰 차이가 나고, 활공이 아닐 경 우의 날개짓에 드는 에너지 소비율도 월등히 높다. 드래곤은 깃털이 아니라 비막( 飛膜)을 이용해서 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주축이 되어야하는 뼈가 단단하고 강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속이 비어있는 조류의 날개와는 그 무게의 비율 역 시 드래곤이 더 무겁고, 무겁기 때문에 드는 에너지의 소비율 역시 드래곤이 월등 히 높다. 하지만 드래곤이 더 많이 날지 않느냐? 라고 말 하겠지만 날아가는 거리 : 몸체의 길이 비율을 따져보자면 드래곤이 조류에게 밀린다. 크으으윽! 이건 치욕이야! 그 깟 조류에게 밀린다니! ……라고 침통해 할 이유는 없겠지? 걔네들은 나는것이 생 활이고 우린 먹고 노는게 일이잖아? 크하하핫!(헌데 전혀 뽐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 이 드는것은 어째서일까?) 크흠, 본론으로 돌아와서 다시 설명을 시작하자면 위와 같은 여러 조건과 이유로 드래곤이 날개를 퍼득거리면서 몸을 띄워 하늘을 날기엔 엄첨 힘들다는 소리다. 무엇보다, 날개를 계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그도 그럴것이 팔을 좌우로 벌린 다음에 위아래로 퍼덕거려 보라. 오래하면 어깨에 무리가 오면서 슬슬 팔근육이 지치기 시작하고, 점점 팔이 무거워지고 계속, 또 계속 하다보면 결 국 팔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아마 한 300번도 안가서 그렇게 될걸? 날개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날개라는 것에 대한 나의 느낌상의 정의는 '등에 달린 조금 무거운 팔'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지치겠는가? 게다가 등의 근육은 어깨와 팔을 이루는 근 육처럼 그렇게 끈질기지 못하기 때문에 날개 부치는게 힘들었지만 이 훈련은 꼭 필 요한 과정이었다. 날개를 오래 퍼덕이면 퍼덕일수록 날개힘이 강해져 오랜시간 동 안 활공을 할수도 있고 호버링(공중에서 제자리 비행을 하는것. 아마 벌새가 호버 링을 하기위해 1초에 몇십번의 날개짓을 하더라?)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날기 위 한 연습을 시작한지 한달 쯤 되어가는 요즘은 하루에 30번이 가능할 정도였다. 아 아! 이것이야 말로 눈부신 발전이고 엄청난 진보였다! 5번에서 30번으로! 오오! 신 이시여! 이것을 정녕 제가 한것입니까?! 이 인내심도 없었고, 귀차나즘(귀찮아+sm. ~sm은 ~주의 정도로 해석하면 좋다. 예:material은 물질의, materialism은 물질 주 의)의 열렬한 신봉자인 내가?!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엄마의 말씀으로는 하루종일 쉬지 않고 퍼덕거릴수 있어야 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까진 반년정도 걸릴거라고 하셨다. 크으윽! 앞으로 반년간을 이렇게 살아야해? 나 는 앞날이 왠지 참담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기운을 차렸다. 정신차려라! 이제 너는 나약한 인간이 아니다! 드래곤이다! 비록 정신은 인간이어도 육체는 강인한 드래곤 이다! 그리고 4개월째. 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고작 해야 4개월 동안의 연습만에 무려 하루 하고 반동안 날개를 쉬지 않고 퍼덕거릴 수 있게 된것이다! 아아…… 눈 물이 나올것 같다.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공중으로 몸을 띄우고 날아오를수 있었고 그때서야 엄마가 하신 말의 진정한 뜻을 알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날개 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날개를 움직이는 근육들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나는 레어안을 날아다녔다. 엄마는 그 런 날 매우 흐믓한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엄마! 항상 늘 절 놀리시고 그러시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전부 저를 위한것 이었군요! 나는 엄마의 붉디 붉은 눈을 보고 그 안에서 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듬뿍 담아 점수도 올릴겸 날아다니면서 애교도 부려주고 했다. "엄마아~ 이것봐요~ 이렇게도 할수 있어요~" 난 날면서 몸을 한바퀴 회전해보기도 하고, 날아가다 갑자기 반대방향으로 꺾기도 하면서 재롱을 부렸고, 그런 나의 모습에 엄마는 비웃음이 아닌 진정으로 기뻐하는 듯한 웃음을 나에게 보여주셨다. -8- 002.05 공부. 공부? 공부! 그 다음에 배운 것은 피어(fear)였다. 피어라는 것은 드래곤이 내뿜는 일종의 오 오라(Aura)와 비슷한 것인데, 이것은 드래곤의 강대한 힘을 무형의 공기와도 같은 기운으로 만들어서 밖으로 내뿜어 상대를 제압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러니까 일종 의 공포 제조기 정도로 생각하면 매우 이해가 쉬울것이다. 이 피어라는 것은 드래 곤의 막대한 기운이 쏘아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공포에 짓눌리게 해서 투쟁의지를 박탈하거나 본능에 의존하는 몬스터들을 복종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으며, 또는 '난 이렇게 강해! 그러니까 깝치지말고 꺼지시지?'라는 위협용으로도 매우 쓸모있는 다재다능한 기술인것이다. 피어에 대한 엄마의 코멘트. "그러니까 귀찮게 약한놈들 상대로 싸우지 않고 몰아낼수 있으니까 배워두면 아주 쓸모있지. 그 몬스터 놈들이 피어 한방에 엎드려서 벌벌떠는 꼴이란…… 오호호호 호호호홋!" 엄마가 저렇게 말씀하실 정도니 꽤 쓸만한것 같군. 엄마의 설명에 의하면 피어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셨다. 크게 두가지로 나눠서 멀리 가는 것과 짧게 가는 것. 멀리가는 것의 경우 자신의 기운이 은은하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피어의 영역에 만 들어오면 왠지 위축해지고 긴장하게 되어서 어떤 생물이던지 자신에게 두려움을 품게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셨고, 짧게 가는 것은 길게 퍼지는 파장을 짧게 일정 지역에 한정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위력이 강력하다고 하셨다. 전투중에 많 이 쓰는 것은 짧은 피어겠군. 특히 피어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만 통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힘을 알 고 싶을 때 사용하면 매우 유용하다고 하셨다 . 그리고 피어가 통하지 않을 경우엔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이기 때문에 재빨리 마법 한방을 날리고 도망가라는 설명을 덧붙여 주셨다. 나도 그럴 작정이었다. 난 그 피어를 얼른 써보고 싶어서 엄마께 물어봤다. "엄마, 그러면 피어는 어떻게해서 쓸수 있어요?" "좋은 질문을 하네? 이제막 가르쳐 주려던 참이야. 피어는 살기(殺氣)와도 같은거 야. 공포라는 것은 죽음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감정이거든? 죽을지도 모른다, 다칠 지도 모른다라는 기분이 모이고 모여서 두렵다! 가 되면 그것은 이제 공포가 되는 것이지. 피어는 상대방에게 죽음의 느낌을 건네줘서 공포를 끌어 올리는 거야. 아 무리 용맹스런 전사라고 해도 죽음 앞에선 약한 것이지. 죽음을 앞에 두고 싸워봤 자 죽기밖에 더하겠어? 그래서 투쟁의지를 포기하거나 '나에게 이렇게 큰 공포를 안겨 주는 것을 보면 이분은 내가 복종 해야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거지. 그러니까 네가 할 일은 간단해. 그냥 상대를, 또는 마음속에서 '죽여버린다!'라고 생각하면 돼" 음…… 그렇다는 것은 피어는 일종의 정신공격 같은 건가? 그러니까 내가 인간이 었을때 길가는 조폭의 어깨 형님들을 보고서 쫄거나 슬슬 피해다닌 것과 비슷한 건 가? 아니, 그것은 그들의 외모를 보고 움츠러든 것이지. 그렇다면 피어는 뭘까? 어 떤 생물이건 그 생물은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수 있고(여기서 식물류는 제외하도록 하고, 감정 표현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단세포 생물, 박테리아, 무뇌류, 갑각류, 다지류등은 빼도록 하자. 감정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될 만한 동물들. 포유류및 조 류계통으로 생각하자) 그 감정을 일종의 기운으로 퍼뜨릴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산 속에 호랑이가 사는데 그 호랑이는 자신의 힘을 알리기 위해 크게 표호를 한다. 만 약 근처를 지나가던 호랑이가 그것을 듣고 그 표호에 실린 상대방의 기운과 힘을 느끼고는 꼬리를 말던가 도전하던가 한다. 또는 이런 예가 더 좋을지 모르겠다. 아주 친한 친구사이는 그냥 척 한번 보고서 도 서로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하며, 아무리 멀리 있어도 목소리만 듣고서 그 친구가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한다. 만약 한 친구가 무진장 화가 났을 경우, 그의 제일 친한 친구는 다른사람이 느끼진 못했지만 그 친구가 많이 화났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고 그의 화를 풀어주려 할것이다. 여기서 화가 나는 친구를 드래곤으 로 잡고 그의 절친한 친구를 다른 종족으로 잡는다면 다른 종족은 드래곤의 기운을 느끼고 알아서 기는것이겠지? 음…… 왠지 예가 너무 빈약하군. 피어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약간 어렵구만? 그냥 단순하게 '죽여버린다!'라는 생각만으로도 피어를 내뿜을 수 있다? 여타의 판타지 소설들을 봐서 드래곤의 피어 가 어떤 역할을 하는 지는 매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쓰려면 어떻해야 하 는지전혀 감이 안잡히는걸? 나는 주저앉아서 멍하니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피어를 잘 방출해낼까? 단지 생각만으로도 할수 있을까? 뭔가 다른것이 있을것 같 은데? "이런이런, 이해를 제대로 못하는거 같은데?" "에? 으갸아아아악!!" 나는 갑자기 나의 앞에 나타난 거대한 눈동자를 보고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엄 마! 그렇게 아들 놀려 먹으시면 재밌답니까?! 헌데 어째서 뭔 바람이 불어서 본체 로 돌아가셨지? 어디 외출하실건가? 나는 엄마의 갑작스런 행동에 항의하며 물어보 았다. "엄마! 무슨짓이에요! 그리고 갑자기 왜 본체로?" 그러나 엄마는 예의 그 눈웃음을 치며(다시금 말하지만 정말 드래곤이 본체의 모 습으로 웃으면 안 어울린다니까) 말씀하셨다. "호홋, 우리 라이닌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것 같아서 말이야. 자아, 엄마의 눈을 똑바 로 보렴" 눈? 눈은 갑자기 왜? 나는 엄마의 크고 반짝거리는 눈을 들여다보았다. 저 눈은 정말로 크군. 홍채안의 조리개가 너무 잘 보이잖아? 그리고 동공에 비춰지는 내 모 습도 잘 보이는군. 그런데 이 감각은 뭐……지? 난 갑자기 나의 온몸을 엄습하고 있는 정체모를 감각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엄마의 눈의 조리개가 좁아졌다. 그리고 뜨거운 바람이 나를 덮쳤다. 푸화아아악! 으윽! 뭐야! 갑자기 뜨거운 열풍이 나를 향해 불어닥쳤다. 우아앗! 눈, 눈이! 같 이 날아온 먼지 때문에 눈을 비비면서 잠시있자니 바람이 뚝하고 그쳤다. 그리고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앞을 쳐다보았고 엄마의 그 큰눈 과 딱 마주치게 되었다. 두둥! 커……억! 갑자기 심장이 멈추는 것같았다. 온몸을 사방에서 난도질 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할수 없었다. 나는 그순간 깨달았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눈…… 나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 그 눈속에 가득 담겨 진 단 하나의 힘을! 두둥! 허억! 심장이 폭발할듯이 강렬하게 뛰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가 느낄 사이 도 없이 온몸에서 주루룩거리며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몸은 싸늘하게 식어있는 상 태였고 나의 온몸을 흐르는 땀들역시 차갑기 그지없었다. 난 온몸을 지배하고 드디 어 나의 뇌리까지 파고 들어온 이 감각이 무엇인지 깨달을수 있었다. '공포' 엄마의 눈을 마치 깊고 깊은 심연의 구덩이와도 같았다. 계속 빨려 들어가면 영혼 마저도 빠져나올 수 없는 무저갱의 저밑으로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속의 수많은 유령과 원혼들이 나의 몸과 영혼을 놓고 절대로 놔주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나는 영혼마저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속에서 영원히 고통받을 것만 같았다! 표현할 수 없는 공포! 순수한 악몽! 온몸을 찢어 발길듯한 고통! 이 모든것이 나를 엄습했 고, 나는 그대로 소릴 지를수밖에 없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그리고 난 정신을 잃었다. 내가 눈을 떴을때 엄마가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계셨다. 엄마는 내 가 눈을 뜨는것을 보더니 낮게 말씀하셨다. "라이닌…… 괘, 괜찮니? 응? 괜찮지?" "헤에…… 엄마 왜 그러세요……? 저 괜찮아요……" 엄마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달고는 나를 꼬옥 끌어안으셨다. 케엑, 케엑! 수, 숨 막혀엇! "미안하구나…… 미안하구나……. 불쌍한 내아들……" 엄마는 날 끌어안으신 채 계속 미안하다고만 하셨다. 난 그제서야 내가 왜 기절해 있었는지 깨달았다. 피어가 무엇인가 궁금해하던 차에 엄마의 눈을 보고 걷잡을 수 없는 공포를 느끼고는 소리를 지르고 기절해버렸다. 내 예상대로라면 엄마는 나를 가르쳐주기 위해(아마 조금 놀리려는 의미도 있을것이다) 나에게 드래곤 피어가 어 떤 것인지를 직접 느끼게 해주려고 했던 것이고, 나는 엄마의 그 피어를 받고는 견 디지 못해 기절해버린 것이었다. 하하, 엄마 그렇게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이제 피어가 어떤건지 확실하게 알았으니까. 나는 계속 날 끌어안고 계시는 엄마에게 말 했다. "엄마…… 저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만 우세요. 네?" "흐윽…… 미안하구나, 이 엄마가 몹쓸짓을 하고 말았어……" "괜찮다니까요. 그러니까 그만 우세요. 네? 우시는 모습은 보기 않좋아요" "으응…… 그래…… 흐윽, 그만해야지……. 미안하구나……" "에이! 괜찮다니까! 울지마요! 웃으세요! 엄마는 웃으시는게 더 예뻐요!" 엄마는 나의 말에 고개를 드시고는 활짝 웃으셨다. 비록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지 만 아름다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여 말했다. "네. 그렇게 웃으세요 그게더 보기 좋아요" "그래…… 그래…….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을께……"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웃으셨다. 나 역시 엄마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내 표정을 본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 "푸, 푸훗…… 푸후훗! 꺄하하하하하! 너 너무 웃기다아! 드래곤이 씨익 하고 웃 다니 ! 꺄하하하하! 너무 웃겨어! 아 하하하하!" "……크윽" 난 그 이후로 피어의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피어를 한번 당해봤으니 나도 쓸 수 있을거란 생각에서였고, 머리속에선 오로지 '죽여버리겠어!' 라는 생각만을 반복했 다. 죽인다! 죽인다! 죽여버리겠어! 하지만 목적없는 행위는 금방 그 흥미를 잃어가는 법. 벽에다 대고 죽여버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썰렁하고 재미없는지 안해본 사람은 모를것이다. 나는 아 무리 봐도 피어를 당할 목적개체가 없으니 전혀 진전이 없다는것을 이내 깨달았다. "엄마. 이거 무슨 몰모트같은거 가져다놓고 해야하는거 아니에요?" "응? 몰모트? 그런게 무슨 필요가 있니? 엄마도 피어를 배울때는 할머니에게서 적 당히 피어를 당하고 했어. 아마 피어가 완성되면 네가 피어를 낼때마다 주위로 뜨 거운 바람이 불거야. 너도 당해봤으니 알거아냐?" 아아…… 그때 그 뜨거운 바람이 피어를 쓸때 나오는 거였군. 그러면 그 바람은 무형의 기운인 피어가 발현되면서 주위를 잠식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원래있던 공 기가 급격스럽게 밀려나면서 생기는 바람이겠군. 나는 몰모트가 필요없다는 말에 약간은 썰렁하긴 하지만 그래도 눈을 꾸욱 감고서는 피어의 수련을 위해 끊임없이 생각했다. 죽여버리겠어! 파괴해버리겠어! 너의 존재를 지워버릴거야! 갈기갈기 찢어버리겟 어! 전부 없애버릴거야! 죽여버릴거라구! 쉬이익……. 응? 뭐지? 나는 내귀에 들린 묘한 소리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 주위의 먼 지가 일정한 원을 그리면서 얼마간 물러나 있는것이 보였다. 오옷! 됀거야? 나는 황급하게 고개를 돌려 엄마에게 재촉하는 눈빛을 반짝였고 엄마는 자상한 웃음을 띄우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해냈어……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해냈어! 으하하 하! 하하하하하! 처음 피어의 방출에 성공을 하자 나머지 과정은 쉬웠다. 피어의 방출하는 정도를 단번에 크게하거나 아니면 길고 약하게, 피어를 한개의 개체에 집중시키는 것과 분 산시키는 응용단계들은 크게 어렵지가 않았다. 피어를 쓰지 않고 몸속에 쌓아뒀다 가 짧은 시간에 그것을 방출하면 주위의 모든 생명체는 큰 공포에 휩쌓여 아무것도 못하게 될것이고, 작은 벌레나 미물은 순식간에 죽어버릴 것이다. 피어는 드래곤의 힘의 권능을 상징하는 것. 그 권속아래 모든 생물을 복종시키는 것이었다. 피어의 모든 응용법과 피어를 다듬는데 걸린 기간은 약 10개월이었다. 이로서 나는 1년만에 드래곤 생활의 기초라 할수 있는 걷기, 날기, 피어를 모두 익힐수 있었다. 아싸! 성룡까진 앞으로 998년! 힘내자! -9- 002.06 공부. 공부? 공부! 내가 드래곤의 기본소양 3가지를 익히고 나서 배우게 된것은 정령술이었다. 하하하…… 정령술이라……. 왠지 웃음이 나왔다. 소설에서 보던 드래곤의 스터디 매뉴얼이 여기서 현실이 되 어 버릴줄은 몰랐어. 나는 엄마에게서 정령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정령이란것은 너의 수족과도 같은거야. 그러니까 오로지 너만을위한 전속 하인들 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쉽구나. 너대신 일해줄 부하가 있다는 것은 좋은거야. 그리 고 정령들은 너에게 위험을 알려주고 그것으로부터 최대한 너를 보호해줄거야" …… 다 아는 내용이군요. 하지만 나는 처음 들었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그 럼 의아해 하실테니까. 엄마는 설명을 계속 해나가셨다. "정령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있어. 제일 먼저 기본 5대 원소 정령과 비원소 5대정 령에 대해 가르쳐줄께. 드래곤은 자연의 존재야. 자연의 힘을 가장 크게, 많이 물 려 받아서 나온 대자연의 아들들이고 딸들이지. 인간들이 생각하기로는 아마 자연 의 종족하면 엘프일거야. 거의 광적인 자연보호 주의자들의 집단이 엘프들이거든. 나무 한그루도 못베게하는 아주 깐깐하고 쫀쫀한데다가 딱 부러지는 것이 없이 흐 느 거리는 종족이지. 아, 잡담이 너무 길구나. 어쨌든 정령을 부르기 위해선 그들 의 언어로 그네들을 부르는 주문을 외워야 해. 엘프들은 이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할수 있고, 인간들은 일부 자연친화력이 있는 자들만이 할수 있지. 자연에 가까울 수록 정령을 부르기는 쉬워져. 좀전에 말했다시피 우리 드래곤은 자연의 자식들, 곧 자연의 존재야. 그러니 따로 주문 외울 필요가 없어. 그냥 정령들의 이름을 부 르기만 하면 정령들이 나와서 너의 명령을 들을거야. 어째서 이름을 부르냐고? 정 령들의 이름은 존재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지. 드래곤의 이름은 그 힘을 상징 한다고 했었을거야. 정령은 그 존재가 이름에 담겨져있거든? 그런데 드래곤씩이나 되어서 정령을 부르는데 나오지 않는다는것은 그것은 자기자신을 부정하는것과 다 를바가 없지" 엄마는 여기서 말을 멈추시고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가 싶더니 손가락을 튕기셨 다. 딱! 딱! 딱! 딱! 딱! 그러자 차례대로 매우 큰 물방울, 타오르는 불덩이, 땅에서 솟아나는 흙더미, 공 중에서 나타나는 바람덩이와 파앗~!하고 생성되는 빛덩이가 나왔다. 엄마는 차례대 로 물방울 부터 가리키면서 설명을 해주셨다. "자아, 왼쪽부터 차례대로 설명 해주지. 먼저 이 물방울…… 원래 모습대로 나와 운디네Undine" 엄마가 말하자 물방울이 뭉클 거리면서 변하더니 거기서 예쁜 소녀의 모습이 나왔 다. 파랗게 되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모습은 꽤 예쁜 것이었다. 그런데 운디네는 나를 보더니 얼굴을 가리고는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에? 왜그래? "하핫, 운디네가 부끄러운가 보구나. 역시 내아들이야. 정령을 반하게 하다니" 에에엑?! 나는 장시 황당한 표정이 되어서 멍하니 있었다. 그, 그러니까…… 운디 네가 본모습이 아니라 물방울로 있었던 이유는 부끄러워서 그랬던거야? 하, 하핫 왠지 아스트랄한 기분이야 하하하…. 그런데 아무런 말이 없네? 나는 엄마에게 질 문했다. "엄마. 얘네들 말 못해요?" "응? 물론 못하지. 하급 정령들 주제에 무슨 말을 하겠니? 적어도 중급 정령은 되 어야 말을 할 수 있어. 말은 못하지만 그래도 의사전달을 할 수 있으니까 명령 하 는데는 문제가 없을거야. 운디네? 라이닌에게 가서 인사해" 물로된 소녀, 물로 만들어져있는 옷은 마치 옜날 로마의 귀족들이 입을것 같은 옷 차림을 하고 이었고, 발은 소용돌이 치는 물속에 담그고 닜는 운디네는 공중을 날 아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꾸벅하곤 인사했다. 그리고는 황급하게 도로 있던 자리로 날아가서 도로 물방울로 변해버렸다. 허허, 정말 재미있네? 그런데 난 레드 드래곤 이고 쟤는 물의 정령인데? 내 속성은 불의 속성이니까 서로 상성이 안 맞아야 되는 거 아닌가? 나는 그것이 궁금해져서 또다시 질문했다. "엄마. 난 레드드래곤인데 물의 정령하고 친해질수 있어요?" "오오……! 매우 맹정을 찌르는 질문이었어. 물론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우 린 모든것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강력하고 뜨겁고 우아하고 아름답 기 까지한 불길을 뿜을 수 있는데 어째서 물의 정령과 친해질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 했었는데 사실 드래곤이 품고있는 속성하고 정령의 소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대" "네? 상관이 없다니요?" "정령을 소환하는 것은 얼마나 많은 자연력을 지니느냐 하고 관련 있는 것, 드래 곤이 품은 자연력은 드래곤의 속성과는 별개의 것이야. 그러니 드래곤은 얼마든지 정령들을 소환해서 부릴수 있어. 어떤 드래곤이던지 성룡이 되면 무리없이 5대 원 소 정령들의 정령왕과 계약을 할수 있는걸?" 호오…… 그렇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력과 속성은 별개의 문제였나? 어쨌 든 기쁘군. 물의 정령을 맘대로 부릴수 있다는게 말야. 난 사실 수영이라든지 기타 등등 물장난치는걸 매우 좋아하거든. 운디네 다음으로 나와 대면한것은 불의 정령이었다. 샐레멘더Salamander라는 이름 을 가진 작은 도마뱀인간 형태의 정령이었다. 하지만 너무 작아서 귀엽기까지 느껴 지는 정령이었고, 내가 가진 화기(火氣)가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나에게 잘 엉겨불 었다. 그리고 나서 땅의 정령인 놈Gnome을 보았는데, 놈의 생김새는 왠지 조그마한 진흙인간이란 느낌이 들었다. 땅에서 스물스물 올라와서 서있는 모습은 왠지 모르 게 엄숙해 보이고 점잖아 보였고, 실제로 정령의 성격또한 점잖고 무뚝뚝한 것같았 다. 그리고나서 만난것이 바람의 정령이었다. "어, 어어?" 나는 몸이 자꾸 공중으로 띄워졌다 떨어졌다 반복하는 것을 느끼고는 황당해했다. 이거 왜이러지? "오호호! 실프Sylph는 매우 장난꾸러기라서 새주인을 보니까 기분이 좋은다보다" "실프?" 내가 이름을 말하자 갑자기 내앞의 공기가 하얗게 모이더니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 는데, 그것은 마치 요정처럼 네장의 날개를 가지고 있는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머 금은 채 빙글빙글 웃고 있는 바람의 소녀였다. 그녀(?)는 내가 자기 이름을 부르자 기분이 좋은 듯이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고는 내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러자 시원 한 바람이 내 주위에 불면서 난 매우 평온한 기분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아아~ 산들 바람은 기분이 좋단말야~. 실프가 제자리로 돌아가자 내앞에 나온것은 주먹만한 빛덩어리 였는데 그 안을 자 세히 보니 소매와 치마단이 매우 긴옷을 입고서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웃음을 띄운 성별 불명의 정령이 보였다. 그 정령은 끝없이 빛을 뿌리면서 내 앞에 둥둥 떠있었 고 나는 그것을 만져보기위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것은 자기가 먼저 나의 손 톱(발톱?)위에 내려와서는 마치 '잘 봐주세요' 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하하, 정령이라는거 의외고 귀엽네? "예쁘다아……" 나의 솔직한 감상에 빛의 정령은 얼굴을 다른쪽으로 돌렸다. 헤에~ 운디네와 마찬 가지로 수줍음이 많은가봐? "위스프란다. 윌 오 위스프Will'o wisp. 여러가지로 쓸모가 많아" "헤에…… 이거 나 가져도 돼요?" "물론이란다. 이제부터 이 정령들의 주인은 너야. 자 계약을 해야지?" 계약? 드래곤은 계약 없이도 정령들을 그냥 부릴수 있는거 아닌가? 난 궁금해져서 질문했고, 엄마의 말씀으로는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정령을 마구마구 아무렇 게나 부르지는 못한다고 한다. 자신의 계약관계로 묶여진 정령만을 마음대로 불러 낼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보통 인간들은 계약을 맺더라도 주문을 왼다던지 하는 귀 찮은 과정을 해야 정령을 소환할수 있는데 반해 드래곤은 그 이름만 불러주면 마음 대로 소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계약 방법은 매우 단순하기 그지 없었는데 정령들에게 나의 피 한방울씩을 주면 되는 것이었다. 단지 그것 만으로도 정령들과 나 사이엔 피로 맺어진 주종의 계약이 생성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부 르는것 만으로도 그들을 정령계라는 정령들만의 세계에서 호출(소환이라고 해야하 겠지만)해낼수 있었고, 나의 의지대로 그들을 다룰 수 있었다. 난 그뒤로 정령술에 심취해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다뤄보고, 소환 해보기도 하면서 정령술을 익혀가고 있었다. 그것은 공부가 아닌 단순한 놀이였지만 그 놀이로 인해 난 여러가지 정령술을 배우고 있는 것이었다. 운디네는 아마 가장 많은 쓰임새가 있는 정령일것이다. 사람들에게 아무래도 살아 가면서 가장 많이 쓰일 물질이 뭐냐고 물으면 아마 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몸을 씻거나 물속에서 호흡을 하거나 할때 마법을 쓸 필요가 없이 물의 정령에게 명령만 하면 되는것이다. 게다가 개인적인 취향으로도 난 물을 좋아하니까. 게다가 운디네 는 생긴게 귀엽거든. 샐레멘더도 쓸모가 있었다. 하긴 정령들중에 쓸모가 없는 정령이 어디있겠냐 만은 이녀석은 나도 자기와 같은 불도마뱀(?)이라고 생각하는지 나에게 자주 부비적대면 서 친근감을 표현한다. 이것을 보자면 마치 강아지가 주인에게 비벼대는것 같은 기 분이 들기도 한다. 불이란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선물이라고도 하니, 앞으 로도 많은 도움이 될것이야. 안쓰일 것같으면서도 은근히 많이 쓰이는것이 바로 불 이니까 말야. 노움은 묵묵하고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쓸모가 없을듯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제일 먼저 내가 발디디고 사는 곳이 대지이며, 둥둥 떠다니는 비홀더나 물질 로 이루어지지 않은 유령같은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생물은 대지를 딛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굳건한 대지의 정령은 전혀, 결코 무시해서는 안될녀석 이었 다. 게다가 드래곤이 좋아하는 보석같은 귀금속도 땅속에 있는것이다. 그것들을 찾 거나 만들기 위해선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바로 노움이었다. 실프는…… 역시 바람의 아가씨답게 장난꾸러기에 천진난만했다. 아마 실프가 제 대로된 목소리를 낼수 있다면 난 그것을 소환 할때마다 "꺄하하하하하~!"하는 엄마 의 웃음소리와 닮은 웃음소리를 들어야 했을지도 몰라. 게다가 둘의 성격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바람은 자유의 상징이고 실프는 바람의 딸이라고 불리우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전 혀 종잡을 수가 없었고, 그런 이유로 나는 그것을 완전하게 제어하는것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도 실프는 명령을 내리면 그것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또는내가 생각 한것 이상으로 명령을 수행하는 능력을 보여주었기에 난 어느정도 그 장난기를 묵 인해주었다. 윌오위스프는 하는짓이 왜 그리 귀여운지 정령이 아니었다면 그냥 껴안고 부비부 비하고 싶을 정도로 애교가 철철 넘치는 정령이었다. 소환해놓고 있자면 자기 알아 서 깜빡깜빡 거리기도하고 실프처럼 내 주위를 빙빙 돌면서 날 즐겁게 해주었다. 난 여기서 그냥 소환해보는 것에서만 그치지 않고 둘내지는 셋정도의 정령을 한꺼 번에 소환해 일종의 합체기(?)같은것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첫번째. 운디네 + 실프. 이것을 이용하면 물의 폭풍을 일으킬수 있다. 물의 폭풍 의 살상능력은 거의 없고 그저 화재의 진압에만 쓸모가 있을까 싶은 기술이고, 또 는 넓은 온실에 한번에 물주기 같은 거 할때나 쓸모가 있을것 같은 기술이었다. 두번째. 실프 + 샐레멘더. 이것은 아마 이 조합을 보는 순간 이것이 어떤 기술인 지 생각이 그대로 날것이다. 이것은 물의 폭풍과는 반대로, 불의 폭풍을 일으켜서 기술이 적중된 지역을 불바다로 만드는 것이다. 마치 지옥의 한장면이 연출될것 같 지 않은가? 세번쨰. 셀레멘더 + 노움. 아마도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큰 재해를 들어보라고 하 면 지진과 화산이 될것이다. 이 기술을 지진과 동시에 용암을 치솟게 하여 상대방 을 공격(이라기 보다도 확실하게 죽여버리는 것이다)하거나 나의 퇴로를 확보하는 데 쓰이기도 하고 용암으로 상대를 포위하는데 써도 매우 좋다. 네번째. 실프 + 노움. 돌폭풍이다. 많은 양의 돌덩이가 휘몰아치며 수십개의 둔기 로 때리는 듯한 효과가 날 것이다. 실제로 내가 이것을 해보고서도 내가 놀라서 뒤 로 물러설 정도로 겉보기에 살벌한 기술이 아닐수 없었다. 다섯번째. 윌오위스프 + 실프. 이것은…… 단지 위협용이 될것이다. 왜냐면 빛의 폭풍이란 것은 겉보기에만 멋있는 기술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빛 자체에 무슨 특 별한 공격력이 있는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번쩍번쩍 거리는게 시선을 다른데 로 돌리기에는 매우 좋은 기술이겠군. 여섯번째. 윌오위스프 + 샐레멘더. 샐레멘더의 불꽃을 윌오위스프의 빛속에 감춘 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광학 병기(光學兵器)가 생기는 것이다! 레이저를 만들수 있 는 것이다! 이른바 섬광의 공격! 으로 보이겠지? 빛줄기속에 엄청난 열이 있나니… …. 오옷, 그러고 보니 인조태양도 만들수 있겠구나? 일곱번째. 운디네 + 노움. 꽤나 광범위한 지역을 질척거리는 진흙으로 만들어버려 지나가는 모든것의 발이 빠져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상태 그대로 굳혀버리면 상대는 땅에 박혀있는채로 옴짝달싹을 못하겠지? 여덟번째. 운디네 + 실프 + 샐레멘더. 두 속성의 정령뿐만 아니라 세개의 속성을 한번에 이용 할수도 있었는데, 이것의 조합은 일정 지역에 안개를 퍼뜨리게 한다. 안개가 약간은 따스할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희뿌연 안개가 생성 되는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아홉번째. 실프 + 노움 + 샐레멘더. 기존의 돌폭풍에 불을 덧씌우는 것으로 나는 이 기술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 '메테오 스톰'. 마치 이것은 대기권을 뚫고 들어오 는 수많은 운석들이 일정지역에 몰아치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는데…… 위력이 너무나도 흉악했다. 아아, 왠만하면 쓰고싶지 않아. 열번째. 실프 + 윌오위스프 + 샐레멘더. 빛의 폭풍에 열에너지를 가미하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되면 그것은 메테오 스톰보다도 더한 흉악병기가 된다는것을 알았다. 겉보기에 현란한 빛무리는 흔적도 없이 적을 태워버릴 위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이다. 나의 이 기술시범을 보시던 엄마의 말을 빌려서 한마디로 표현 하자면 이렇 다. "깔끔하군" 이상과 같은 열가지의 기술을 만들어 내었다. 정령을 소환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 지 않은 일 이었지만 인간들이나 엘프들이 정령을 소환하려면 서로 다른 속성의 정 령을 같이 부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라고한다. 한 종류의 정령이야 정신집중을 한다면 다수라도 같이 불러낼수는 있지만 서로간에 전혀 친화력이 없는 정령, 그러 니까 실프하고 셀레멘더라던지 실프하고 노움을 동시에 소환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 려운 일이라고 한다. 자연력이라는 것은 속성에 의존하는 힘이기 때문에 하나의 속 성에 치우치면 그것의 극상에 있는 정령은 부르기가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다. 하지 만 드래곤은 전에도 말했다시피 자연의 존재. 5가지 정령을 한번에 불러도 큰 상관 은 없다. 아아, 드래곤으로 태어나길 너무 잘한거 같아! -10- 002.07 공부. 공부? 공부! 내가 정령술을 배우고 그것을 숙달시켜 가는데에는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정령을 소환하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정령이란것의 활용범위는 너무 넓고도 넓은지라 복수 소환이라던지 연계기등을 만들고, 또한 소환한 모든 정령들에게 신경을 써주면서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했다. 때문에 정령술은 익히기가 조금은 까다로웠 지만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천천히 공략한 결과 10년만에 인간수준으로 보자면 상 급정령사까지 실력을 키웠다. 이름을 부르면 바로 바로 튀어나오는 부하들이란 말 을 정말로 체감하는 나날이었다고 할수 있겠다.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내가 다루는 5대 정령인 불, 물, 땅, 바람, 빛의 정 령들 외에도 다른 정령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들은 전부 기반은 5대 정령들에게 두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독립적인 속성을 지닌 정령들이라고 하였으며 그것들 역시 5가지의 종류가 있었는데, 그것들을 가리켜 5대 비속성 정령이라고 불 렀다. 각자 설멸을 하자면 숲과 번개(전기겠지?), 금속(이건 의외였다), 정신(이것 도 의외였다), 생명(생명에도 정령이?)의 정령들이 있었다. 솔직히 금속하고 정신의 정령은 정말로 예상외였다. 숲의 정령은 어쩌면 있을것이 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고, 번개의 정령 역시 어느정도 감은 잡고 있었다. 그리고 생명의 정령이 있다는 말에는 의외고 뭐고 자시고간에 어안이 벙벙 ~ 해져서 멍하니 넘겼으니 패스. 가장 의외였던것은 정신의 정령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신의 정령은 내가 대한민국 의 중고등학교 시절, 도덕과 윤리시간에 뱌웟던 동양의 유교및 불가사상에서의 7정 욕(기뻐하고[희(喜)], 화내며[노(怒)], 슬퍼하고[애(哀)], 두려워하고[구(懼)], 사 랑하며[애(愛)], 미워하고[오(惡)], 욕심내는[욕(欲)])과 쾌락, 공포등의 정신적인 작용을 다루는 정령인데 이것은 소환하는것 부터 시작해서 다루는 방법까지가 매우 까다롭고, 소환을 해서 제어하는 방법또한 힘들다고했다. 왜냐하면 이것들은 자연 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감정을 가진 생물들이 생겨나고, 그들이 표출하는 감정 의 기운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낸, 감정이 대지를 뒤덮을 때 생겨난 녀석들이라 서 자연력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고 한다. 정신의 정령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많은 매개체가 있어야 했다. 먼저 7정욕및 기타 다른 감정들을 생물을 통해 한곳에서 불러일으킨 후, 그것이 응집 할때까지 계속해 서 정신적인 에너지를 방출하게 해야한다고 한다. 즉, 아무 생물이나 한마리씩 잡 아다 놓고서 3일 밤낮으로 기뻐하게 하거나, 화나게 하거나, 욕심내게 하거나, 쾌 락에 미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것이 과연 쉬운일일까? 대답은 아니오, 다. 감정이란것은 일종의 군중심리와도 같은 것이라서 여러 생명들, 적어도 본능이 있고, 뇌가 있고 약간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들을 한곳에 운집시켜 놓고서 각각 다른 감정들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해도 한쪽에서 는 기뻐하고 한쪽에선 공포에 떨어야 한다는 것인데 공포라는것도 상당히 전염성이 강한 감정이다. 감정이 전염한다는 것은 전혀 신빙성에 근거도 없는 것이지만 한명 이 공포에 떨기 시작하면, 그것의 정신적인 파동이 다른 생명에게로 옮겨져가 점점 퍼져나가 결국엔 집단 전체가 공포에 시달리게 되는것이다. 감정이란것은 여러명이 있을 때에는 하나의 군중심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것을 제어하고 다룬다는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속한다. 하지만 드래곤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는 불가능에 속하는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비 일반적인 방법'을 알고 있고, 가지고 있으며, 사용할수도 있다. 그것은 내가 앞으로 필수로 배워야할것이고, 배우지 않 아도 쓸 수 있는것. '마법'이 바로 그것이다. 아직은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모르지만, 마법이란 것은 자연력의 결정이라고 할수 있는 '마나'라는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다듬고, 가공해서 원하는 현상을 발현해 내 는 기술이라고 알고 있다. 그리고 마나는 자연력에 기반을 두며, 드래곤은 자연의 자식이라할 수 있는 종족들이다. 마법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할 수 있는 법. 나는 아직어려서 마법을 사용할수는 없지만 엄마의 도움으로 고블린과 오크및 다른 여러 몬스터들(난 이때 몬스터라는 것을 처음에야 볼수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이 미지에서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더구만)의 정신을 마법으로 조종해 3일 동안을 그들에게 7정욕과 다른 감정들을 끊임없이 생성하게 하였고, 마침내 그들에게서 검 은 기운이 빠져 나오는 것을 볼수 있었다. 그 검은 기운은 마치 그들 전부의 생명 력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는듯이 몬스터들은 점점 쪼그라들었고, 검은 기운이 하나의 형태를 이루었을때 그들의 육체는 전부 바짝마른 북어짝같은 꼴이 되었다가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리고 검은 기운들은 한데 뭉쳐서 사람의 그림자같은 형태를 이루 었다. 보통의 그림자와 다른점을 꼽으라면 그 그림자는 마치 사람처럼 3차원의 형 태로 레어의 바닥을 딛고 서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목소리를 '전 달했다' 「감정은 정신의 대외적인 표출이며 정신 그 자체이기도 하다. 누구지? 수많은 정 신의 감정을 한데 모아 나에게 지성을 부여하고 나란 존재를 만든것은?」 아레레? 이건 마치…… 맨처음 엄마와 만났을 때 들렸던 목소리과 비슷하네? 그때 의 엄마는 내가 드래곤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는 치지만, 이녀석은 왜 이렇게 말하지? 정신의 정령이기 때문에 그런건가? 「정확하다. 난 정신의 결정. 나는 살아있는 것들의 정신력이 있기에 존재하며, 자연과 동떨어진 존재. 그대가 나를 부르기를 '원한' 자인가?」 어허허? 이녀석, 내 정신을 읽는건가? 어쩌면 당연한것 일지도 모른다. 정신의 정 령은 정신 바로 그 자체니까. 그래, 내가 널 부르기를 '원한'녀석이다. 널 부른 사 람……, 아니, 드래곤은 저쪽에 계시지. 「번거롭고 힘들지만 여유있고 당당하게 나를 소환한 자는 드래곤이고 너 또한 드 래곤이군?」 보면몰라? 눈 의외로 나쁜거 같다? 척보면 드래곤이잖아? 「정신의 정령인 나에겐 눈이 없다. 네가 드래곤이라면 너에게서 느껴지는 인간의 기운은 뭐지? 너의 정신은 인간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다. 아니, 거의 똑같다고 해야 맞을테지.」 정신뿐만 아니라 나의 영혼도 읽을수 있는건가? 그리고 이 대화, 엄마에게도 포착 되는 것이 아닌가? 「아니다. 이것은 나의 의지로 하는 대화. 다른이에겐 들릴 이유가 없다. 너의 영 혼을 읽을수는 없지만 너의 정신을 이루는 근본은 읽을수 있다. 너는 정신면에선 완전한 인간이라고 할수 있다. 영혼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열기전까진 아무리 정 신의 정령이라도 읽을수는 없다」 후훗, 그건 그냥 그렇다고 하지. 누구든지 하나 이상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 을 뿐이야. 자아, 그건그렇고 네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 알아? 「내가 태어난 이유? 그런건 없다. 난 그저 존재할뿐, 그 존재의 이유는 없다.」 뭐야? 그냥 존재할 뿐이라고? 우리 엄마께서 널 태어나게 하셨고, 그 이유는 나를 위해서야. 근데 그걸 모르겠다는건가? 「누구에 의해서 태어나고, 어떤 목적으로 태어났는지는 정신의 정령에게 있어선 불필요한 것이다. 우린 그저 정싱의 응집채로 태어나서 단지 존재할뿐.」 하하…… 이거 왠지 황당해지는군. 그래그래! 좋다 이거야! 거두절미하고 말하지. 너역시 정령이니 계약을 할수 있을 터. 나랑 계약하자! 「거부한다.」 거부? 어째서? 무슨 이유에서지? 「정신은 한곳에 귀속될수 없는것. 내가 이곳에 이렇게 나마 오래 있는것은 내가 태어난곳이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하물며 너같은 꼬마 드래곤에게 귀 속될 내가 아니다.」 꼴에 애향심은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나한테 꼬마 드래곤이라고 했어? 나의 존재 는 너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인가? 「그렇다.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너에겐 나는 더이상의 볼일은 없다.」 메리트? 그런것을 원하는건가? 그렇다면 나의 영혼을 읽어라. 그리고 나의 영혼을 보고 느껴라. 그러면 너에겐 충분한 메리트가 생길 것이니까. 어떻게 하면 영혼을 개방할 수 있지? 「……영혼을 개방하는것은 다른 방법이 없다. 정신을 비워라, 백지상태에서 너자 신을 무감각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라.」 나는 정신의 정령대로 온몸의 힘을 쫙 빼고 머리를 텅 비우고자 노력했다. 아무것 도 생각하지 않고 백지상태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심지어는 호흡도 멈춘채 가만 히 있었다. 그러자 내 머리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온다 싶었더니 곧바로 목소리가 들 렸다. 「넌…… 도대체 누구냐? 드래곤의 육체에 인간의 영혼? 그것도 이곳의 인간과는 전혀 다른 영혼이란말이냐? 너의 존재는 대체 뭐란말인가!」 그것 역시 비밀이지. 어때? 이정도면 충분한 메리트가 되지 않겠나? 나와 계약하 지 않겠어? 충분히 재미있을것을 약속하지. 「……좋다. 난 너에게 귀속되며 너의 목숨이 다하는 날, 너를 따라가거나 너에게 서 떠나겠다. 나에게 이름을 다오. 그리고 너의 이름을 가르쳐다오.」 이름? 이름이라……. 난 곰곰히 생각했다. 무뚝뚝하고 정이 뚝뚝 떨어지는 녀석이 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면이 있는데다가, 순종적이기만 한 정령들 보다도 이런 녀석 이 훨씬 더 괜찮아. 정신의 정령에 어울리는 이름이라……? 뭔가 괜찮은것 없나? 정신, 정신, 정신? 정신! "싸이(psy). 너의 이름은 싸이다. 나의 이름은 라이니시스. 레드 드래곤 일족의 라이니시스다" 싸이. 내가 살던곳의 어느 가수의 예명이기도 하고 정신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 다. 정신의 정령을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으음, 뭔가 멋이 없잖아? 에잇, 상관없어! 그냥 그렇게 부르도록해! 곧이어 정신의 정령의 소리가 들려왔다. 「알겠다 마스터 라이니시스. 나의 이름은 싸이. 이제부터 너에게 귀속되겠다. 나 의 능력은 마스터가 얼마나 뛰어난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좌우 될수 있다. 나를 다루는 법은 내가 지도해 주겠다. 부디 나의 능력을 전부 발휘 할수 있는 주인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좋아. 알겠어. 그러면 정령계로……, 잠깐. 넌 자연력에 속하지 않는 정령이지? 그러면 내가 소환하지 않을 때는 어디에 있게되는 것이지? 「나는 정신의 정령이다. 나는 주인의 정신에 자리한다. 그곳이야말로 나에겐 정 령계나 다름없는 곳이니까.」 그러면 아무때나 너와 소통할수 있는것인가? 너는 항상 깨어있는거야? 「아니다. 난 주인의 부름에만 답한다. 나를 부르지 않을때에는 난 주인의 정신에 자리를 잡아서 자고있다.」 좋아. 그러면 들어가. 나에게 귀속된것을 축하한다. 그리고 환영한다. 「네가 얼마나 많은 재미를 줄수 있는지 기대된다. 그럼 빠른 시일내에 날 또다시 불러줬으면 하는군.」 매우 건방진것 같고 폼잡는척만 하는 녀석 같았지만 그래도 난 이녀석이 매우 맘 에 들었다. 부르면 튕겨져나와서 명령 하는대로 넙죽넙죽 따르는 녀석들 보다는 키 워가는 재미가 있잖겠는가? 나는 그때부터 5대 원소 정령들의 공부를 중단하고서 5 대 비속성 정령들을 공부했다.(실프를 위시해서 다른 녀석들이 매우 불만스러운 것 같았지만, 그래도 3일에 한번은 불러서 놀아줬다. 이거 무슨 애들 보는것도 아니고 ……) -11- 002.08 공부. 공부? 공부! 5대 비속성 정령. 이 녀석들은 본디 기반이 자연력 이었지만(정신의 정령은 제외) 자연력이 한층 가공되어서 태어난 녀석들 이었기 때문에 난 그 녀석들을 부르기 위 하여 마치 인간의 정령사들 같이 주문을 외워서 그것들을 소환해야했다. 이 정령들 은 5대 정령의 하위개념 같은 녀석들 이지만(특히 전기의 정령은 5대 정령의 모든 매개체를 이용해서 불러야했다. 본래 정령의 소환에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 정령 의 근본을 이루는 물질이 있어야 그것을 통해 정령계의 문이 열려서 정령들이 튀어 나오는 것이다) 그 속성이 판이하게 다르다. 예를 들자면 물의 정령의 하위로는 얼 음의 정령이 있는데 이 정령은 물의 정령의 하위체라서 물의 정령을 소환하기만 하 면 딸려오는 일종의 옵션(?)같은 것이다. 하지만 숲과 번개, 금속, 생명의 정령들 은 속성자체가 완전히 다른 정령이기 때문에 하위체이지만 하위체가 아니고, 다른 개체로 친다. 이 녀석들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매개체를 이용해서 그 매개체 를 통해 소환할수밖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 정령들은 계급이 없다고 한다. 워낙 에 정령들 자체가 귀한 것이고, 소환하기도 만만치 않은것이라서 계급은 없고 정령 들 하나하나가 아주 강력한, 말하자면 고품질의(!) 정령들이라고 할수 있다. 난 이미 정신의 정령의 소환과 귀속계약을 끝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남은것은 생명 과 전기, 금속, 숲의 정령이었다. 난이도 별로 치자면 숲 < 금속 < 전기 < 정신 < 생명의 순으로 쉽고 어려움이 나뉘는데, 나는 정신의 정령을 귀속함으로써 그 이하 의 것들은 소환하기가 쉬울 것이라고 엄마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 생명의 정령인가? 생명이란 것은 살아가는[生] 목숨[命]을 일컫는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는 목 숨이 있기 마련이고, 목숨이란것이 존재하기에 그것을 다스리는 생명의 정령이 있 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생명의 정령을 부를 수 있다면 아주 굉장할 것이 다. 무한의 생명을 가지고, 불사의 육체를 만들고……, 하지만 생명의 정령은 어떻 게 해서도 부를수가 없다고 했다. 어째서? 어째서지? 엄마는 그런 날 보고 조용하 게 말씀하셨다. "생명의 정령은 생명의 신이나 마찬가지야. 살아있는 모든 것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수 있는것이 생명의 정령이지. 일부 고룡분들의 가설에 의하면 생명의 정령이란 것은 사실 생명신의 또다른 모습이라고 해. 우리가 신과 가까운 존재이고, 생물중 에선 가장 뛰어난 종족이지만, 우리들도 죽음이란 거대한 벽을 넘지 못하거든. 생 명의 정령을 소환할수 있다는 것은 죽음과 전혀 무관하고, 살아있지 않은 존재나 가능한 거야. 그렇다고 해서 언데드가 그것을 소환할수 있느냐? 그것또한 아니야. 언데드들은 마이너스(-)의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야.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은 생명이 있고 정신이 있어. 정신을 가진 것들은 생명의 정령을 소환할수는 없지. 정신이 없는 것은 정령을 소환할수 없어. 이것은 모든 생물에게 통용되는 딜레마 야. 생명의 정령은 신들이나 소환할수 있는, 우리 드래곤들 조차도 불가능한 것이 야. 그러니 포기하렴. 넌 정령의 정신이라도 가졌잖니? 우리 드래곤들 중에서도 정신의 정령을 가지지 못한 드래곤들이 대다수란다. 그런 의미에서 너는 충분히 뛰어나. 나 역시 정신의 정령에게 제공할 메리트가 없어서 계약에 실패했거든. 그 러니 울상펴요. 알겠니? 라이니시스?" 후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포기 해야겠네요. 정신의 정령을 가진것 만으로 도 나는 충분히 뛰어나다고 할수 있다. 더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말자. 생명의 정령 은 신과 버금가는 것이고, 다른쪽에선 신 그 자체라고도 하니 나의 손이 다을 물건 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무리하게 소환하려 들려다가 죽어버리면 어떻해? 전 우주 에서 한 두번 있을까 말까하게 '기억을 가진채로 드래곤으로의 환생'을 이루었는데 그냥 죽어버리면 말짱 도무룩이잖아? 그러니 안전! 안전제일! 내 목숨이 위험하지 않는한 최대한 배워보도록하자! 그렇게 생명의 정령의 소환을 포기한 나는 숲과 전기, 금속의 정령들을 소환 해보 기로했다. 숲의 정령은 살아있는 나무 한 그루와 생화 한송이, 그리고 약간의 흙과 흐르는 물이라는 매개체가 필요했다. 숲을 이루는 근간인 생물과 물질을 모아서 소 환하는것이군. 에…… 그러니까…… 숲의 정령을 부르는 주문이……. "생명의 터전. 살아있는 모든것의 안식처. 숲의 정이여. 그 모습을 드러내다오" 주문은 의외로 간단한 편이었다. 내가 주문을 외우자 곧이어 매개체들에게서 녹색 의 실같은 기운이 한 줄기 뻗어져 나오더니(왜 이렇게 뻔한거야! 숲이라고 하면 녹 색! 왜 녹색이냐구! 이~! 이렇게 뻔한거 싫단말야!) 한 30센티 정도되는 예쁜 여자 의 모습으로 변하였고, 그것을 나를 보고는 눈을 지긋이 내리깔고 고개를 살짝 숙 이고 나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위대하신 드래곤이시여. 저를 부르셨나요?" "네. 그래요. 제가 불렀어요" 난 나보다는 나이가 많아보여서 스스럼 없이 존대를 했다. 적어도 소환을 위해 쓰 인 나무는 지금의 나의 나이 보다는 많아보였다. 최소한 수령이 100년은 된듯한 나 무의 기운을 빌어서 소환된 정령이니까 나보단 나이가 많을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정령은 황급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같은 정령에게 존대라니…… 말씀을 낮춰주세요. 드래곤께서 존대를 쓸만큼 저 는 대단한 정령이 아닙니다. 이제 태어난지 얼마안돼는 정령이에요. 저는 저기 나 무옆의 꽃이 태어날때 생긴 정령이랍니다" "흐음…… 알았어. 편하게 말할께" "네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를 부르신……" "거두절미하고 간단명료하게 말하지. 나랑 계약을 맺지 않겠어?" "계약이요?! 저같은 하급 숲의 정령하고?" 나는 왠지 오버 하는듯한 그녀의 행동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하급이든 상 급이든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아. "상관없어. 난 그저 숲의 정령과 계약을 맺고 싶을뿐이고, 그리고 처음보는것이지 만 네가 마음에 들었다. 어때? 나와 계약하지 않겠나?" 그녀는 우물쭈물하는것 같았다. 그녀는 생각하다가 슬쩍 나의 눈치를 보았고, 나 는 '어서 대답해!'라는 강렬한 눈째림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그녀가 화들짝 놀라 면서 말했다. "할게요! 하겠습니다! 하지만 전 능력이 미천하여……" "상관없다고 했지? 아무리 네가 그렇게 말해도 알고 있어. 드래곤의 피로 계약을 맺 으면 그 정령은 계급에서 탈피 한다고 말야. 5대 원소 정령과는 관계없지만 숲의 정령은 그렇다고 알고 있는데?" 내가 아는 바에 의하면(엄마가 말씀하신 것에 의하면) 숲의 정령은 드래곤과 계약 을 할때 피의 계약을 맺게되면, 그 정령은 드래곤의 전체적인 능력에 따라 그 힘이 성장한다고 알고있다. 그 정령은 피로 계약을 맺는 순간 계급에서 탈피하게되며 그 힘은 주인의 성장에 때라 틀려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저 정령과 계약을 맺 으려는 것이다. 내 능력에 따라서 성장하는 정령. 거기에 귀여워 보이는 정령이니 말 다했지. 하하하핫! 난 아무래도 로리끼가 다분해? 아앗, 위험해! 난 적어도 정 상의 길을 걷고 싶어어! 내가 잠시 이런 망상을 하고 있을때 그 숲의 정령이 날 불렀다. "저기…… 계약을……" "에? 어, 어 그래. 계약을 맺어야지? ……아얏! 자. 이걸 마셔" "네에……" 그녀는 내 앞 발가락(드래곤의 형태일 때는 손이 없다)에 맺힌 피를 꿀꺽하고 삼 켰다. 그러다 그녀의 몸으로 화사한 붉은 기운이 화악 하고 돌더니 그녀가 생긋 웃 으면서 말했다. "계약은 성립 되었습니다. 저의 능력은 주인님과 함께 할것이며 저의 목숨또한 주 인님과 함께 할것입니다. 저의 이름을 지어주세요. 그리고 주인님의 이름을 말씀 해 주세요" 또 이름을 지어달라는거야? 이것들은 도대체가…….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판타 지 소설에서 본 숲의 정령의 이름을 쓰기로했다. "드라이어드. 네 이름이야. 그리고 내 이름은 라이니시스. 잘 부탁해" "드라이어드……. 감사합니다. 라이니시스님. 저 역시 잘 부탁드려요" 이로서 나는 5대 비원소 정령중 숲의 정령과의 계약을 마칠수 있었다. 드라이어드와의 계약을 끝마치고서 나는 정신이 혼미해져 오는것을 느꼈다. 갑자 기 현기증이 피잉~ 돌고 어지러워졌다. 아아아아~ 왜이래에에~. 내가 빙글빙글도는 레어 천정을 보며 의식이 가물가물할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이런…… 너무 무리했어. 5대 비원소 정령들중 둘을 불러서 계약을 맺었으니 정 신이 남아날까? 한숨 푹 자는 것이 좋을거……" 난 말을 다 듣기도 전에 정신을 잃었다. 음……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단지 두개 의 정령을 부르고 계약을 했다지만, 이렇게 정신력의 소비가 크나? 하긴 비속성 정 령들은 아무래도 원소 정령들과는 많이 틀릴것이니까, 이렇게 정신력이 소비가 되 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일 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고작 2개 부르고 계약하고 쓰러 진다는 것은 너무 에너지적인 소비타산이 않맞잖아? 뭐, 냅두자. 언젠가는 익숙해 지겠지. 지네들도 한 200년동안 부르고 쓰다보면 언젠간 제대로 쓸수 있는 날이 오 겠지? 크하하핫! 기다려라! 얼마든지 해주겠으! 하지만…… 먼저! "크캬캬캬캬캬캬캬캬! 캬하하하하하!" "…………시끄러 미친놈아" 나는 내앞에서 둥둥 떠있는 채 미친듯이 웃어대는 발광체, 정확히는 광전체를 보 면서 톡하고 쏘아줬다. 충분히 예상은 했었다. 번개의 정령인 이상 뭔가 짜릿짜릿 한 놈일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하지만…… 하지만…… '미'.'친'.'놈'. ……이었을줄은 몰랐다. 정말로! 전기의 정령은 5대정령 전부의 매개체, 그러니까 불과 물, 흙과 공기, 그리고 빛( 이것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그냥 공간을 밝게 해두면 되었다)를 한테 모아두고서 정 신을 집중하며 주문을 외우면 시술자의 정신력과 자연 친화력을 바탕으로 소환확율 이 결정되어 소환된다. 그래서 메뉴얼대로 진행해서 소환을 했고, 그 결과……. "으하하하하! 캬하하하하!" ……저런 미친놈이 나와버린것이다. 나는 한숨을 푸욱쉬었다. 어쩐지 소환할때 부 터 불안하다 싶었어! "캬하하하하! 어린 드래곤! 왜 불렀냐! 캬하하하! 어린용…… 어린용이래! 크하하 하하!" ……개그도 아닌거 가지고 드럽게 웃어대네. 전기의 정령은 계속해서 밝은 노란색 의 파지직 거리는 스파크를 일으키며 뭉쳐졌다가 퍼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고, 그 움직임은 녀석의 웃음소리에 반응하는 것같았다. 저녀석 혹시 동력원이 웃는거 아 냐? 그래서 저녀석의 파워를 높이려면 시덥잖은 개그를 해서 웃겨야 한다는…… 쿨 럭, 설마 그럴리가. "시끄러 미친놈아. 단도직입적으로, 나랑 계약할래?" "계약? 계약이래! 캬하하하하! 꺄하하하하하! 할게! 한다고! 캬하하하하!" 너무 간단해……. "주의사항 같은거 없어?" "없어! 없어! 그냥 언제든지 불러줘! 캬하하하하! 아하하하하!" 나는 왠지 못미더웠지만 그래도 앞발가락에서 피를 조금내어 뿌려주며 말했다. "알았어. 받아. 다음에 또 부르자구. 니 이름은 스파크다. 난 라이니시스" "스파크! 스파크! 캬하하하! 잘있어 라니스! 꺄하하하하! 라니스래애!" …………야! 누가 멋대로 애칭 만들래! 스파크는 스파크를 뿜으며 사라졌고(음… 왠지 이상하다. 이름을 잘못 지은거 같아!) 나는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허무할 까? 스파크 녀석하고 있으면 왠지 침묵할수 있을거같아. 자아, 이제 남은것은 금속의 정령인가? -12- 002.09 공부. 공부? 공부! 금속의 정령. 이름도 미리 생각해뒀다. 스틸스퀄! 강철 해골이란 뜻의 이름이지. 그런데 금속의 정령도 혹시 미친놈이면 어떻하지? 에이…… 설마 아니겠지. "엄마, 금속의 정령은 어떤녀석이야?"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단다. 금속의 정령은 왠만해선 계약을 안맺거든" "어? 왜에?" "우리 드래곤들에겐 드워프라는 편리한 종족이 있어서 만들고 싶은게 있으면 언제 든지 주문하면 그대로 갖다 바치는데 굳이 정령으로 뭔가를 만들 필요는 없어서말 야" 하하…… 하하하하하하……. 결국은 드워프들을 부린다는건가? 하긴 굳이 정신력 소모할 필요도 없이 그냥 "이거 해!" 라고 하면 "넵!"하고 척척 만들어주는 편리한 존재가 있는데 굳이 정령을 소환하려 들까만은…… 하지만 난 가지고 싶었다. 기왕 이면 내 능력이 닿는데 까지 뭔가를 해보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난 금속의 정령 을 소환하기로 했고, 소환하기 위한 매개체는 엄마께서 준비해 주셨다. "금속의 정령은…… 일단 펄펄 끊는 쇳물이 필요해. 거기에 수은을 한동이 부어놓 고, 사람 머리만한 미스릴에……, 비슷한 크기의 아다만티움을 넣고……, 보석들 을 각종 종류대로 넣어준 다음 하루 동안을 끊인 다음에 정령의 소환형태가 될 매 개체를 넣어야해" 엄마는 직경 5미터는 될거 같은 큰 용광로에 순은색으로 빛나는 사람 머리통만한 금속덩어리(미스릴 일거같다. 과연 진은眞銀이라 불릴만한 광채였다)를 집어넣으셨 고, 거기에 이어서 비슷한 크기의 검은색의 매우 단단해 보이는 금속(아다만티움이 겠지? 아마 금속들 중에서는 최강의 강도를 자랑한다고 소설에서 읽은적이 있다)을 넣으셨고, 각종 색상의 보석들을 주루륵 집어넣으셨다. 그런데 소환형태가 될 매개 체라니? 그건 또 뭐야? 엄마는 손을 탁탁 털으시며 나에게 물어보셨다. "으음…… 동물 형태가 좋겠니, 사람 형태가 좋겠니?"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금속의 정령은 불러서 쓰는게 아니라 늘 주인 곁에 있으면서 명령을 든는 수동적 인 정령이거든. 자신의 의지는 없고 오로지 명령만을 듣는 수동적인 정령이라서 주인과 같이 있을 때의 모습이 필요하거든? 보통 2개의 생명체를 넣으면 나중에 소환했을때 넣을 생명체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오고 변신이 가능해. 그리고 그 생 명체들의 중간 형태로도 변신이 가능해. 보통 예를 들자면 인간과 늑대를 집어 넣 어서 인간 형태로 옆에 두다가, 늑대로 변신시켜서 끌고 다니고 전투 때는 늑대인 간으로 변신시켜서 싸우게하지. 어때? 너도 늑대하고 인간으로 해보겠니?" 인간과 늑대…… 그리고 늑대인간이라? 그거 괜찮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 다고 말하……려다 황급이 멈췄다. 잠깐! 사람과 늑대? 매개체? "저기 엄마, 그러면 인간하고 늑대를 저 용광로에 같이 넣어?" "그러엄. 당연하지. 어때? 너도 그렇게 해보겠니?" 크어억! 사람을 넣는다고?! 나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돼! 안돼! 아무리 내가 지금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살인을 일어나게 할짓은 절대 못해! 아쉽지만(?) 늑대인간은 포기하도록 하고, 뭔가 다른것을 찾아볼까? 음…… 호랑 이와 사자? 그러면 중간형태는 라이거야? 사자와 독수리…… 그러면 그리폰이 나오 겠군. 음…… 하늘을 날아다니는 돌물이 하나쯤 있으면 괜찮겠지. 아마도 의사소통 이 될것 같으니까 정찰하는데도 쓸모가 있을것 같단말야? 그러면 뭔가 날쌔고 강한 것…… 치타? 표범? 표범…… 표범…… 흑표범……! 그래! 그거야! "흑수리하고 흑표범!" "흑수리하고 흑표범? 어머? 우리 라이닌, 취향도 특이해요? 그래 흑표범하고 흑수 리면…… 날개달린 흑표범이라……. 꽤 괜찮겠다. 그래, 기다려라. 텔레포트!" 엄마는 순식간에 텔레포트라는 마법으로 순간이동을 해버리셨고, 나는 가로 세로, 높이 5미터쯤 되는 용광로를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용광로의 불길은 매우 뜨거 울것 같지만 불에 대하여 거의 완벽하게 내성이 있는 레드 드래곤은 아무렇지도 않 다. 나는 아직 살가죽이 약해서 안되지만 엄마라면 아마 저 끊는 쇳물에 손을 넣고 온도를 측정하실수 있으실걸? 음…… 따뜻하니까 졸립다아……. 아웅……. 하아아암……. 따뜻하니까 꼬리말고 자버렸네? 난 눈을 어렵사리 비비면서(드래곤 은 앞발이 작은데, 그에 비해 목이 기니까 눈을 비비려면 머리를 파악 숙여야 하기 때문에 목이 조금 아프다)일어났다. 약간은 덜깬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까 용광로 에서 조금 떨어진곳에 검은색의 새 한마리와 표범 한마리가 죽어있는건지 자고있는 건지 모르지만 하여튼 추욱 늘어진채 있었고, 엄마는 레어의 한쪽에 설치해놓은 티 타임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고 계시다가 내가 일어나는것을 보고서는 웃으면서 말씀 하셨다. "잘잤니? 따뜻하니까 졸린 모양이네? 저기 봣겠지만 흑수리하고 흑표범이야. 음… … 앞으로 3시간뒤에 넣으면 될거야. 그건 그렇고 마치 아기때처럼 잘자네? 정신 력의 소모가 커서그런가?" 음…… 그렇게 오래잤단 말이야? 이런이런, 않좋아 않좋아. 나는 기지개를 쭈욱폈 다. 용광로에선 여전히 쇳물이 끊는 소리가 나고 있었지만 처음의 하얀연기와는 달 리 지금은 하늘색의 연기가 나고 있었고, 내눈이 아직까지 졸려서 잘못본건지 모르 지만 점점더 짙은 파란색이 되어가는것 같았다. 으음…… 앞으로 세시간인가? -세시간뒤 세시간은 확실히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는거 같군. 어쨌든 세시간은 가볍게 흘러갔 고, 세시간동안 용광로에서 나는 연긴느 점점 짙은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지금은 아 주 푸르디 푸른 연기만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엄마는 이쪽으로 흑표범과 흑수리의 시체(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그것들은 시체였다. 어떻게 잡았는지 모르지만 상처 하 나없이 멀쩡하게 죽어있는 시체였다)를 끌고 오시더니 용광로 속으로 집어 넣으셨 다. 치이이익…… 화아아악! 마치 불판에 삼겹살 구울때처럼 나는 소리가 나더니 불길이 화악! 하고 잠깐 일었 다가 잠잠해졌고, 불이 오르고 나자 용광로 입구가 좁다하며 뿜어져 나오던 연기가 점차 줄어들어갔다. 그리고 엄마는 용광로를 향해 주문을 외우셨다. "강철속의 강철! 모든 금속의 결정! 지금 주어진 모습으로 내앞에 나타날지어다!" 그러자 뭔가가 안에서 휘익하고 튀어 나오더니 아주 우아한 착지자세로 나와 엄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흑표범이었다. 금속도 아닌 검은색의 벨벳 같은 가죽을 입고 있는 멋지고 잘생기게 생긴 흑표범이었다. 엄마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 시더니 나의 등을 떠밀면서 말씀하셨다. "자아, 라이닌. 계약을 맺으렴. 그냥 피를 몇방울 떨어뜨려주면 돼" 나는 그말에 따라 앞 발가락에서 피를(아우욱! 도데체 몇번을 내는거야! 아퍼! 따 거워!) 두세방울 정도 머리위에 떨어뜨려 주었고, 그것을 피를 맞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조용하게 앉았고, 나는 지금쯤이면 이름을 줘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녀석의 머리위에 앞발을 얹고는 말했다. "너의 이름은 스틸스퀄이며 나의 이름은 라이니시스. 넌 나에게 종속된 정령이다" "크르르르……" 그녀석은 알았다는듯이 가볍게 크르렁거렸고 나는 진짜로 계약이 이루어졌는지 확 인해 보았다. "음…… 흑수리형태로 변신해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녀석의 몸크기가 줄어들더니 마치 터미네이터2에서 본 금 속인간 처럼 형태가 변하여 한마리의 약간은 큰거같은 흑수리가 되었다. 음…… 어 느 정도냐고 하면 새끼양 정도는 낚아채는게 가능할것 같은 크기였다. 호오…… 진 짜로 됬네? 나는 다시한번 명령해 보기로했다. "레어를 한바퀴 날아봐. 한번정도 소리지르면서" "삐에에에에에엑!" 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소리를 지르면서 스틸스퀄은 힘차게 날아올라서 레어를 크 게 한바퀴 선회하더니 다시 내앞으로 날아왔다. 호오~ 그럼 이젠 그 중간형태로 해 볼까? "좋아. 그러면 중간형태로" 또다니 모양이 변해가고 있었다. 뭉클뭉클 해지면서 결국에 나온 최종적인 모습은 흑표범이 그에 걸맞는 크기의 날개를 가진채 우아하게 서잇는 모습이었다. "크게 울면서 날아봐" "캬아아오!" 스틸스퀄은 호랑이나 사자같이 카리스마있고 우렁찬 고함이 아닌, 살기가 뚝뚝 떨 어지는 날카로운 표효와 함께 거세게 날아올랐다. 그 모습은 강하고도 절대 느리지 않은 날렵한 비행이었다. 조오아써! 아쭈우~ 조아! "내려와 스틸스퀄! 아주 잘했어!" "꺄아웅~" 스틸스퀄은 내려오더니 칭찬해줘서 고맙다는 듯 머리를 내 다리에 비비적 거렸다. 그래! 애교도 만점이구나! 이거 무슨 애완동물이 생긴것 같은데? 나는 미친듯이 정령술에 파고들어서 약 200년 간을 정신없이 보냈다. 엄마가 잡아 오신 실험용 동물들로 싸이와 훈련을 했고(물론, 그 동물들은 나의 식사거리였다. 엄마는 먹는거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스틸스퀄로 강철의 모양을 변화시키기도 했고, 형태전환을 빠르게 한다던지, 아니면 그냥 애완 동물하고 같이 노는 식으로 놀기도 했다. 또한 불의 정령과 땅의 정령과 스틸스퀄을 잘 이용하여 불과 압력, 돌의 재질 같 은 것을 잘 조합해서, 다이아몬드를 비롯한 귀금속들을 만들기도 했는데, 개인적으 로는 이게 제일 재미있었다. 실프의 바람을이용해서 날개를 퍼득이지 않아도 호버 링이 가능하게 되었으며(다만, 내밑으론 어마어마한 돌풍이 불더군) 운디네로도 세수나 목욕들을 간단히 처리하기도 하며(근데 운디네가 목욕할 때는 너무 부끄러워 하는거 같았다. 하하핫, 이것도 나름대로 귀여워) 지냈고, 숲의 정 령은 나에게 숲이 여태까지 쌓아온 역사나, 숲의 생물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 , 여러군데있는 숲에서 일어난 재미난 일들을 말해주거나, 세상에서 일어난 여러가 지 일들을 가르쳐주는 좋은 선생님 이었으며, 빛의 정령은 따스하고 포근한 친구였 다. 번개의 정령 스파크는 아무래도 전천후 공격용인거 같기에,그리고 성격에도 큰 결 함이 있는것 같이 보여서 그녀석의 정신을 개조하고 위력을 조절 하는것에 힘을 기 울였다. 하지만 동물들을 감전사 시켜서 전기구이(?)를 해먹는 것도 나름대로의 각 별한 별미라고나할까? 그런데 스파크녀석은 왠지 웃겨줘야만 그 위력이 잘나오는거 같은 이상한 성격을 가진 녀석이라서, 가끔가다 시덥잖은 농담으로 위력을 몇십배 증폭시킨적이 있었다. 정령술을 배우는 동안 나는 100살이 넘어서야 겨우 폴리모프를 할수 있게 되었고, 인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비록 그것은 나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 간의 모습이라는 것에 기뻐했으며 계속 정령술을 수련했다. 그리고 정령술을 배운지 200년 되는 202살 되던 해에 나는 정령술 배우는 것을 마 무리 하고 엄마의 서제에서 책을 꺼내와서 그것을 접할수 있었다. 이제서야 이세계 의 진정한 문명과의 접촉이 시작된것이었다. -13- 002.10 공부. 공부? 공부! 정령술을 배우는데에 든 시간은 200년 이라고 전에 말했을 터였다. 200년……, 내 가 생각해도 상상도 할수 없는 시간이다. 내가 인간으로 살았던 시간의 10배를 단 지 정령술이라는 것만 배우면서 지냈다는 것은 사실, 나에겐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 왔다. 일종의 컬쳐쇼크(Culture shock:문화적 충격)라고도 할수 있겠는데, 그래도 나의 정신이 붕괴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폴리모프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폴리모프. 이것은 드래곤이 나이를 먹으면서 가지게되는 여러가지 능력들 중의 하 나이며, 가장 많이 쓰게되는 능력이기도하다. 평균수명이 1만년정도 되는 드래곤들 은 뭐든지 배우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삶에 금방 무료함을 느끼고는 뭔가 더 자 극적이고, 더 강렬한 경험을 하길 원한다. 때로는 그냥 아무일도 없이 잠만 자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1만년의 세월을 잠만 자며 지낸다면 태어난 의미는 전혀 없 잖은가? 그래서 드래곤들은 유희(遊戱)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유희라는 것은 자신 의 몸을 다른 종족의 몸으로 변화시켜서 그들속에 스며들어서 그들의 삶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즐기는 놀이다. 인간들에게 있어서 유희중인 드래곤을 만난다면 그것은 엄청난 행운이 될수도 있고 악운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것은 드래곤들에게 있어선 찰나같은 '놀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희라는 놀이는 놀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그리고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데다가, 드래곤과는 전혀 다른 정신체계 를 가진 지적 생명체를 만난다는 자극이 매우 강해 이것은 드래곤이라면 꼭 해봐야 하는 아니, 성룡 이상이면 무조건적으로 해야하는 일종의 의무교육 같은것이다. 드 래곤이 폴리모프를 하고나서 유희를 생각했는지, 아니면 유희를 생각하고서 폴리모 프를 할수 있게 만들었는지는 모른다. 신룡님이나 아실까나? 하여튼 폴리모프라는 것은 드래곤들에겐 유희라는 놀이를 하기 위한 일종의 놀이 도구와 같은 능력이고, 무엇보다도 드래곤의 거체(巨體)는 좁은 곳을 지나다니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밖으 로 외출이라도 한번 나갈라고 치면 이동하기에 눈에 띄므로 몸을 다른 종족으로 변 신해서 공간을 활용 해보자는 의미가 담긴 능력이다.(일단 설명하고 보니 횡설수설 이 되어버렸군) 폴리모프를 할수 있는 나이는 드래곤하트가 자리를 잡아서 일정량의 마나를 유통 시킬 수 있을 시기, 정확하게 100살의 나이를 먹으면 자신의 의지대로 외형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내 나이가 100살이 되었을때 인간이었다면 쉽게는 도달 하지 못했을 그런 나이에 대해 일종의 부담감과 나의 몸에 점차적으로 회의를 느껴 가고 있었다. 몸이 익숙해지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걷는 것도 나는 것도 매우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인간의 몸이 조금 더 편하지 않겠는가? 세살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난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을 좀처럼 버리지 못했다. 아 니, 망각이라는 것이 없는 드래곤의 뇌는 인간이었을 시절의 기억들을 떨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랬기에 나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졌다. 정말이지 90살 부터 100 살 까지는 정령술이고 뭐고 거의다 때려치울 듯한 자세로 살았었다. 하루의 반 이 상을 자거나 누워있으면서 인간이었을 때의 기억만을 주르르륵 살펴보는 것으로 거 의 10년을 때웠다. 그러다 보니 100세가 되엇고, 폴리모프를 할수 있게되어서 다시 금 생활의 활력을 되찾은것이다. 아무래도 나의 정신은 드래곤의 육체보다도 인간 의 육체가 더 좋은가보다. 내가 폴리모프를 한 모습은 인간이었을 때의 나의 얼굴과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자신의 의지대로 모습을 변화시킬수는 있지만, 얼굴 모양이나 체형등은 선천적인것 이라서 폴리모프하며 바꿀수는 없다고 한다. 그래도 나는 나의 새로운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다. 왜냐고? 그거야 예전의 얼굴보다 훠~얼씬 잘생겼는데 그거야 당연 한거 아니겠어? 우하하하핫! 성형수술비 굳었다아! 으흠! 크흠, 이제 내가 폴리모프했을 때의 모습을 설명해 보도록하지. 먼저 레드 드래곤 이기에 머리색은 어쩔수 없는 붉은 색이었다. 뭐, 색깔이야 나중에 바꾸면 되는 것이지만ㅡ 난 이 타오르는 듯한 선홍빛의 컬러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리 고 체형과 얼굴! 난 이 부분에서 매우 큰 걱정을 했다. 왜냐? 내가 봐온 여러가지 소설에서는 남자가 호리호리하고 예쁘장하고 희여멀건 얼굴을 가지고 나와서 여자 로 오해받는 그런일이 비일비재했고, 어떤 시기는 그것이 주인공의 정석으로까지 받아들여지던 이상한 시기가 있었다. 물론 주인공이 잘 생긴것을 마치 여자같은 외 모로 집어넣은 바는 이해 못할것이 아니지만 난 그게 싫었다. 자고로 남자라면 우 락부락까진 아니더라고 남자임을 증명할수 있는 외모와 체형을 가지고 있어야 할것 이 아닌가? 만약에 내가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으아아악! 미쳐버릴거야! 하지만 그 걱정은 금방 사라졌다. 내가 폴리모프 했을때의 체형은 우락부락하진 않지만 어 느정도 근육이 붙은 튼튼하고 다부진 남자의 육체였고, 외모는 날카롭고 깔끔한 느 낌을 주는 수려한 외모의 미남형이었으니까 말이다. 보라! 이 탄탄하고 멋진 몸매 를! 속에서 다져진 근육은 마치 옛날 영화에 나온 이소룡같은 근육을 자랑하고 있 었다. 빵빵하게 부푼것이 아니라 속에서 다져진 최고급의 근육이다. 태국에서 무에 타이를 하는 사람들의 근육이 이렇다지? 거기에 여자라고는 생각되지않는, 하지만 잡티하나 없이 말끔하고 깨끗한, 날카로운 느낌을 풍기는 얼굴. 왜, 남자얼굴 중에 서도 같은 남자가 봤을때도 무지 잘생긴 얼굴이 있잖은가? 하지만 그 얼굴이 전혀 여자로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 남자얼굴. 그런 얼굴이었다. 어떤 표정이라도 무리없이 소화 해낼듯한 완벽에 가까운 얼굴이었고, 처음에 폴리모프를 해서 거울 을 보았을 때 아주 큰 한숨을 내쉬면서 안도했다. 하지만…… 거기엔 아주 큰 문제가 있었다. 근육도 잡혔고, 남자다운 얼굴임엔 분명했다. 하지만… 하지만… 그것은…… '청 소년'의 모습이었다! 100살이면 드래곤들 중에서는 매우 어린것. 그래봐야 "야아 조고이 폴리모프좀 하 믄 즉잖이 귀엽갔구나……" 할 나이의 드래곤이다. 폴리모프를 했을때 나의 모습이 청소년의 얼굴인것은 당연하고도 당연하여 하늘을 찌르고 땅을 가르며, 바다를 메 꾸고 산을 짓뭉개버릴 정도로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것은 성룡 이되면 20살 남자의 얼굴이 된다니 안심이다. 그래서 처음엔 15살의 청소년 얼굴이 지금은 16살정도로 보이는 청소년의 얼굴로(그래봤자 변한것은 거의 안보인다!) 변 해있었다. 내 나이 210살. 정령술에 목숨을 걸다시피하고 나서 다음으로 배울것을 몰색하고 있던 나는 엄마의 서재를 가득 메꾼 방대한 양의 책들을 보고는 이것으 로 정해버리고야 말았다. 그런데 정말로 많다아……. "와아~ 이게 전부 다 책이야?" "응 그래. 이게 책이란다. 여기서 많은것을 배울수 있을거야" 나는 본래 책을 읽는것을 좋아했다. 관심이 있는 분야의 책이나 다른책이나 구분 없이 읽으면서 생활했었기 때문에 어느 책이라도 소화해낼 자신이 있었다. 근데 이 것들이 전부 설마하니 한국어로 써있을리가 없지? 그럼 어떻게 읽어? "근데…… 어떻게 읽어요?" "호홋, 걱정하지마라 얘야. 우리 드래곤은 선천적으로 모든 언어를 읽을 수 있게 태어났단다. 인간 나부랭이같이 언어를 배우기위해 몇년동안 끙끙댈 필요는 전혀 없어요" "와아~ 정말 정말?" "그러엄. 물론이지" 정말이야?! 나는 기뻤다. 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것이었다! 아아…… 내가 중학 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배우기위해 얼마나 죽을 똥을 쌌는지……. 그런 데 드래곤이 되서는 아무런 것도 필요없이 그냥 읽으면 된다는건가?! 나는 이제 독서의 시간으로 빠져들었다. 엄마의 말씀대로 책에 써있는 글씨의 형 태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는 그것들을 읽을 수 있었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 었다. 하핫, 멋지군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거대한 크기의 서재. 어림잡아서 100만권을 너끈하게 넘을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서재. 차라리 도서관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있었다. 이것이 정녕 개인의 서재란 말이었던가 !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 엄마는 레드 일족에서도 보기 드문, 전 드래곤중에서도 보 기가 드문 도서 수집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레드 일족에서도, 모든 드래곤들 중에 서도 보기가 드물 정도로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내가 봐도 드래곤들 중 에서,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 중에서 가장 흉폭하고 힘세다는 레드일족이 맞는지 의 심스럽기 까지 할만큼 엄마는 책을 좋아하셨다. 내가 정령술에 심취해 있으면 언제 나 조금 떨어진곳에서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으시는 모습을 종종 볼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엄마께서는 그런 자신의 평가에 대해 별 상관 안하는 것같았고, 언제나 늘 '세상엔 얼마든지 예외가 있단다'라고 말하시며 미소를 보여주셨다. 가끔 친척이나 엄마의 친구되시는 드래곤들이 오실때마다 나는 엄마를 닮아서 얌전하다고 했던 기 억이 난다. 그건 사실 내 성격탓에 조용한 것인데, 하지만 칭찬은 뭐로 들어도 기 분이 좋은것이다. 하지만 얌전하다는 엄마도 천성을 레드 드래곤인지라 여러가지 망가진 모습들을 많이 보아온 나로서는 미소를 지을수밖에 없는 말이었다.(아마도 레드 일족 중에서는 가장 얌전한 드래곤이 아니실까 생각한다) 나는 씨익 웃으며 독서에 푹 빠져들었다. 100만여권이 넘을것같은 이 도서관(서재 라고 부르기는 그만두엇다. 누가 이 엄청난 양의 책이 있는 곳을 서재라고 할 것인 가?) 안에는 과연 없는것이 없었다. 일반 소설부터 시작해서 요리, 세공, 대장장이 기술, 약초학, 심리학, 의학, 마법학은 물론이요 지질학부터 시작해서 천문학에 화 학 물리학, 지구에선 18금도서에 속하는 레드북(빨간딱지가 붙은 도색서적), 시, 수필 등등의 각종 개인문학과 사회문학, 정치학에 법학, 정령학에 검술교본까지 총 100만 4천여권의 생각할수 있는 모든 종류의 도서들이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책들에게 보존마법만 걸어두고는 대다수의 책은 보지 않았는것 같 았다. 엄마가 읽으시는것들은 항상 어디세선가 가져온 새로운 책이나 빌려온 책들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난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는 왜 서재안에 있는 책은 안봐요?" "응? 아아, 그게 궁금했구나……. 엄마는 책을 전부 외웠기때문에 더이상 볼필요 가 없는거야. 너도 읽어보면 알겠지만 한번 보면 외워질거야" 외워다고? 허걱! 저것들을 다 외워?! 나는 존경의 눈으로 엄마를 쳐다보았고 엄마 는 따스한 눈으로 날 쓰다듬어 주셨다. 정말이지 심히 존경스럽다. 나는 나도 저렇 게 될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소설중에서 아무거나 하나 꺼내와서 읽었다. 책의 재질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양피지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종이로 만든 책 은 내가 태어난 시기부터 제작되어온 책들이 가장 오래된 것이었고 나머지는 대략 3000년 이전의 고서들이었다. 심지어는 죽간이나 목간(대나무나 나무들을 얇은 판 자로 만들어서 거기에 글을 적어 줄줄이 엮을 후 둘둘 감아놓은 것을 말한다)도 있 는 것으로 볼때 상당히 역사가 오래된 도서관 같았다. 한페이지의 두께가 거의 2~3 밀리미터쯤은 되는것 같은 400페이지의 거대하고 두꺼운 양피지 책을(이건 거의 흉 기나 다름없다. 둔기다 둔기!) 한권 읽는데는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난 나역 시 책을 외울수 있을까 싶어서 책의 내용들을 천천히 곱씹어보았다. ……역시 난 드래곤이었다. 책의 내용이 글씨 토시하나 안 틀리고 기억나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대단 할줄은 몰랐는데? 정말이지 드래곤의 머리는 엄청나게 좋구만! 난 머리의 저장공간 한구석에 책의 제목과 종류를 분류해놓고서, 읽은 책의 다음권을 꺼내들었다. -14- 002.11 공부. 공부? 공부! 그뒤로 나는 하루에 1/3은 잠을 잤고 그 뒤 남은 시간을 전부 책을 보는데 투자하 고 있었다. 엄마께서 잡아다 주시거나 만들어 주시는 식사를 먹으면서도 책을 읽 었고, 아무것도 안하고 책들을 하나 하나 읽어가고(외워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종류별로 구분해서 유사한 종류들 부터 읽어 나가기로 하고서는 책들을 종류 별로 분류……하려고 했지만 엄마가 책정리를 심혈을 기울여서 꼼꼼하고 깔끔하게 해 놓으신 덕분에 나는 약 100만권의 책을 아무런 분류도 필요 없이 그냥 읽었다. 배우고 싶은 부류를 찾아서 계속 주르르륵 읽어 나가면 되는것이었다. 나는 제일 먼저 이곳의 지리와 사회적인 풍습등을 먼저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유희를 나갈때는 최소 800년 후라서 아무런 소용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나는 이미 하나의 문명을 겪어본 사람(용)이다. 다른 문명과의 간접적인 접촉이라니…… 매우 흥분되지 않은가? 아, 참고로 가장 마지막으로 배울것은 마법이다. 왠지 마법 은 오랜시간을 들여서 배워야할것 같거든. 우후훗…… 자아 이제 본격적인 공부 시 이작! 내 예상대로 이곳은 지구의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귀족들이 있는 봉건적 인 사회제도에 원시적인 무기(칼과 활, 창과 갑주와 방패등등)들이 있고, 몬스터들 이 존재하는 있는 전형적인 서양 판타지 월드였다. 몬스터가 있다는것은 예전에 싸 이를 소환할때 알아봤지만 말이야 먼저 내가 사는 곳은 '아이리펜'이라고 해서 4개의 대륙중 가장 큰 대륙이었고, 7 개의 국가가 있었다. 1개의 제국, 그리고 2개의 연합국과 4개의 왕국. 평범하군. 4 개의 나라는 제국의 산하에 있으며 서로를 견제하는 간단한 분위기였다. 참고로 내 가 사는 곳은 '붉은 용암의 산맥'이었다. 호오, 알고보니 여기가 용암산맥인가? 레 드 드래곤에게 매우 어울리는 보금자리인데? 뭐, 나야 태어나서 바깥구경을 해본일 이 없으니 모르는 것은 당연한것 일지도. 아무튼 나는 그렇게 지리와 역사를 답습 해 나가며 이곳에 대한 공부를 착실하게 해나갔다. 그런데 역사라고 해봤자 별볼일 없어보였다. 어차피 인간들의 역사라는 것은 전쟁과 전쟁으로 얼룩진 것이 아닌가? 인간들의 집단이 생길경우 집단과 집단들간의 최후 이해방법은 전쟁이니까 말이야. 화폐단위는 간단했다. 1길 이라는 돈이 기본화폐였고 1길이 100개가 모여 1펜이 되 었다. 그리고 1길은 10개로 쪼개지는데 그것을 가리켜 1닐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1 00원, 1000원, 100000원싸리 밖엔 없잖아? 78길이나 88길 같은 돈 낼때는 불편하겠 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는데, 알고보니 5길, 10길, 50길의 동전들이 있었던 것이다. 호오, 의외로 잘 정비된 화폐 단위로군. 그리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엘 프와 드워프도 있었다. 하아…… 완전히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버렸구나. 작가 누 구야! 왜이렇게 뻔한 설정을 해놓은 것이냐아! 하지만 (당연스럽게도)아무런 대답 도 없었다. 그 이후로 난 독서와 독서에서 익힌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요리, 빨래, 청소는 이제 요리를 하면 일류 주방장의 맛을 낼수 있고, 빨래는 아무 리 지저분한 세탁물도 원래의 색을 되찾게 하는게 전혀 무리가 없고, 청소는 거칠 거칠한 돌바닥도 반짝거리게 만들수 있다. 솔직히 이런 것들은 책이 필요없는 일들 같지만 '가정 주부를 위한 간편한 청소방법 150가지'라든지 '빨래할때 필수적인 세 제와 각종 빨래의 때빼는 법'같은 책들이 있는 바에야 안 읽고 안 배울수 있겠는가 ? 빨래같은 일은 드래곤인 나에게는 거의 쓸모가 없는 일 같지만 인생(용생?)이란 것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는 것! 그래서 20여년의 시간을 들여서 청소와 빨래, 요리를 철저하게 배워두었다. 참고로 요리를 할때는 엄마가 시식관이 되어주셔서 여러가지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야영에 대한 지침서', '서바이벌, 그 냉혹한 생존의 세계', '당신도 이렇게 될수 있다. 야생에서의 생존법'등의 책들도 있었다. 이것을 위해서 나는 1년에 15개월 정도의 시간을 엄마의 공간마법으로 만든 가짜의 위험만 있는 정글에서 보내며 생 존법들을 익혀나갔다. 이젠 나에게 있어서 야영은 오후의 낮잠이요, 식량을 구하 는 것은 삼시 세끼 배불리 먹고도 음식창고를 만들수 있으며, 오두막이라던지 야영 용 간이 텐트는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게 할줄 안다. 거의 5년을 그렇게 책보며 실 습하며 생활을 하다보니 완전이 야생화 된거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리고 심심풀이로 배운 음악은 피아노, 바이올린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혼자서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를 무리 없이 매끄럽게 연주가 가능하게 되었고, 기타 다른 악기 모두 사용 가능이라는 대 업적을 이루었으며, 경제학이나 정치는 실전 경험만 없을뿐, 이론은 완벽하게 마스터했다.(사실 그런것은 실전이 중요하지만…… 주위 상황이 이런들 어쩌랴?) 응급처치는 95%이상 죽어가는 환자라면 모르지만, 그 이하로 죽어가는 응급 환자 도 3시간 정도로 목숨연장이 가능하게 할수있는 수준이고, 의술의 경우에는 해부학 등의 모든 지식등을 배워서 어딜가서 종합병원을 차릴수도 있을 정도로 익혔다. 정밀세공에 대해선 밀알에 500글자를 새길수 있는 초 정밀 세공이 가능한 수준이 고, 미술은 정물화서 부터 추상화까지 일류화가가 울고 갈 정도의 그림실력을 쌓았 으며 조각의 경우엔 척보면 살아있을 것같은 생동감과 예술성을 부여할 수 있엇다. 부수적으로 도적기술들도 배워서 마법적인것이 아닌한 나의 손에서 해체안될 자물 쇠나 금고, 문은 없었다. 또한 나는 대장장이질도 배워서 검이나 창, 갑옷등을 스 스로 만들어 보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이것이 모양조차 나오지 않다가 시간도 빵빵 해서 거의 오기로 달라붙은 결과, 내가 직접 만든 검 몇자루와 갑옷 몇벌이 엄마의 무기창고에 입주하는 영광을 맞을 정도였다. 참고로 드래곤의 심미안은 높아서 아 름다우면서도 매우 쓸모있는 것이 아니면 모아두지 않는다. 그런제 나는 마법적인 것도 아니고 쇠를 두들겨서 만든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드래곤의 레어로 들어가게 되는 행운을 맞이하게 된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는 내가 직접 만든 검으로 검술을 익히기 시작해서 당장이라도 검 한자루로 일개국가의 모든 병력들을 말아먹을 정도 …… 는 아니지만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검술로만 친다면 서열 3위안에 들수 있을 만한 실력으로 키웠다. 참고로 이곳의 검술은 무협지에서 나오는 식의 초식이 있고, 정신수련을 하고, 기 를 쌓는 검술이 아니었고, 검을 휘두른다고 해서 몸안에 마나가 축적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당연하게 소드마스터니, 뭐니 하는 그런 초월적인 경지 같은건 없었다. 어 쨌든 이곳의 검술도 검로(검을 쓸 때 검이 흘러가는 길)라는 것이 있고, 정형화된 검술이 있었는데, 이것들은 지구에서 건강삼아 배우는 해동검도나 태극검같은 검술 이 실전형식으로 체계화되어 발전되어온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비록 그것들 을 배워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총 50년동안 검술을 연마한 덕분에 나는 검술의 달인이라고 불리워도 아무런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익혔 다. 드래곤의 학습 능력은 무서울 정도로 좋으니까, 고작 50년의 세월동안 검을 휘 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지에 이르를수 있었다. 장장 200여년의 시간. 정령술에 미쳤을 때처럼 나는 이번엔 책에 미쳐서 마법서적 들을 제외한 모든 서적들을 읽었고, 그 속의 지식들을 익혔으며, 책의 모든 내용을 외웠다. 책들 중에서 내가 직접 몸으로 익혀야했던 책들은 대략 15만권 정도. 나머 지는 문학이나 이론만 배워도 충분한 학문들 뿐이라서 읽는데 시간이 걸렸을뿐, 그 렇게 크게 어렵다거나 하진 않았다. 무엇보다도 기초에 충실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 가니 이해가 더욱 쉽고 읽는 속도도 빠르게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덤으로 나의 현재 외모를 거의 18세가 될락 말락하는 17세 소년의 모습이었다. 확실히 크 긴 크는데? 그리고 드디어 마법입문서를 쥐게되는 날이오게되었다. 아아아아~ 감격! 감격! 드디어 나도 마법을 쓰는구나! 드래곤들은 그들 특유의 용언(龍言)이라는 형태의 고유한 마법이 있지만, 나는 인 간들의 문자화 된 마법을 배우고자 했다. 왜냐하면 그냥 짧은 단어 한마디로 발현 시킬수 있고, 따로 배우지 않다도 사용이 가능한 용언보다도 직접 마나를 움직이고 다뤄서 어떠한 현상을 이끌어내는 마법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단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없어서는 안돼는 마나에 대한것 부터 알아볼까? 내가 엄마에게 들은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나는 자연력이 밀집되어 만들어진 일종의 입자같은 것으로 어떠한 생물의 몸에도 그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자연 친화 성이 매우 강력한 에너지같은 것이다. 마나는 절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항상 끊 임없이 흘러다니기 때문에 마나를 모아서 한 곳에 저장한다던가 하는 행위는 절대 불가능하고, 그것은 자연력이 위배가 되도 한참 위배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만약에 그런 시도를 하려고 한다면 절대로 하지말라, 그것은 절대로 무용한 일이다. …… 라고 설명이 나와있다.('기초 마법 입문서'에서……) 하지만 이 세상에는 마법적인 물건들이 얼마든지 널려 있는데 그렇다면 이것들은 마나는 잡아둔것이 아닌가? 대 답은 '아니다'다. 드래곤하트에 대해 설명 할때도 설명 하였듯이 마나는 끊임 없이 흐르기 때문에 잡아둘 수는 없지만 어디론가는 '거쳐서' 흐르게 하는것은 가능하다 고 하였다. 어느 한곳에 끊임없이 마나가 경유해서 어떠한 작용을 하도록 만든것이 마법적인 물품이란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계에는 소드 마스터같은 경지가 없 는 것이다. 마나를 몸안에 축적해서 무협지의 무림 고수와 같은 능력을 발현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것이다. 사람의 인체를 마법물품 처럼 마나를 경유시키 는 통로로 써서 그런 능력을 낼수도 있겠지만, 이 세계에선 그것이 통용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예전에 어떤 뛰어난 마법사와 그의 제자들이 한번 그런 실험을 해본적 이 있었다. 사람의 몸을 마나의 경유처로 쓰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 실험 에서 얻은 경과는 실험체가 보통의 수명보다 2~3배정도 더 오래 살았다는것을 제외 하고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결국 나는 여기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15- 002.12 공부. 공부? 공부! '마나Mana는 기氣가 아니다' 마나는 자연의 힘이 응집된 에너지이고, 기는 생체 에너지가 집결된 것이다. 신체 에서 발생하는 생체적인 기운과 자연에너지는 절대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마나가 외부적인 에너지라면 기는 내부적인 에너지이다. 무협지를 볼때, 기는 체내에 쌓여 서 공력이되고, 여러가지 무공을 쓸때마다 공력을 사용하게 되어 결국에 공력을 전 부 사용할 경우에는 운기조식이란 행위를 통해서 기를 보충한다. 여기서 기를 보충 할 때는 자연의 힘을 받아들여서 그것을 각자 자신의 문파같은 곳에서 전해져 내려 오는 방법으로 정제후, 축적을 하는것을 종종 본다. 여기서 그들이 받아들이는 것 은 자연력 이라고 볼수 있고, 그것을 마나라고 본다면 그렇게 볼수도 있다. 하지만 기=마나 라고 한다면 그들이 몸안에서 그것을 돌려서 정제후 축적을 시키지 않아도 될것이 아닌가? 심법이란 것이 마나를 체내에 축적하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그렇다 면 소주천이니 대주천이니 하는 것은 도대체 왜 하는것인가? 그냥 마나를 받아들여 쌓으면 될 것가지고 뭐하러 그것을 힘겹게 체내에서 돌리는 것인가? 이것이 뜻하는 바는 결국 이렇다. 마나는 기가 아니며, 둘의 성질은 엄연히 다른것이다. 자연력, 마나, 기의 개념을 조금 축척시켜서 생각해 보자. 자연력 이라는 거대한 개념을 '물'이라고 해보자. 생명의 근원이요 인체 구성물질 의 70%를 차지 한다고 하는 물의 개념으로 보자면, 마나는 그 물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최대의 형태 즉, '바다'이다. 바다는 인간으로서는 천 연 자원의 보고이며, 가장튼 식량창고 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이용할수 있고, 능력 이 닿는한 자신의 뜻대로 바닷물의 일부를 정제시켜서 소금을 만들디고 함, 바닷물 속에서 물고기를 잡을수도 있다. 그러면 '기'는 무엇인가? 기는 생물의 체내에 존재하며, 생물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에너지라고 한다. 기는 평소에도 우리의 채내에 존재하지만,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을수 없으며, 어쩌면 없 는 것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무협지를 볼 경우, 그 기를 채내에서 잘 단련시키 면 큰 힘을 발휘 할수도 있다. 여기서 나는 기의 대입 개념을 잡을수 있겠다. 기는 '술'과도 같은 것이다. 물을 정제해서 특수한 가공을 하여 만들어 내는 술을 나는 기에 비유하겠다. 거대한 자연의 일부인 바다를 우린 어떻게 할수 없다. 바다는 마치 자신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느리지만 서서히 움직이며 그 형태를 달리한다. 바다의 일부분을 이용 할수는 있다. 하지만 술의 경우엔 특수한 기술을 가진 사람이 여러 재료를 이용해 서 만들어 내는 것으로, 만드는 이의 취미에 따라 그 맛과 깊이가 정해진다. 기와 마법의 결정적인 차이는, 그것들의 사용 방법에 있다. 무공의 경우에 몸안의 기를 움직여서 원하는 힘을 발현해 내는 것이지만 마법은 주문과 손짓, 엄청난 양 의 수식과 강력한 의지가 동반되어 마나의 흐름에 변수를 주어 연쇄적인 충돌 반응 을 만들어 내 원하는 현상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굳이 개념론까지 들어갈 필요 없 이 마법과 무공을 쓸때의 모습만 봐도 간단한 결론이지 않은가? 마법과 무공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도록 하자. 어쨌든 나는 먼저 마법의 기 초가 되는 이론들을 익혀 나갔다. 마나의 유동성을 고려해 적용시키는 복잡한 수식이나 마법언어등을 배우는데는 꽤 골치를 썩으면서 마법서 1만 742권 전부를 외우는데 걸린 시간이 10년이었다. 아무 리 드래곤이지만 헷갈리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려니 그렇게 시간이 걸린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실전용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직접 마나를 움직여보고, 그것을 가공해서 원하는 형태로 만드는 것을 직접 한다니 엄청 두근두근거렸다. 나는 가장 기초적인 공격 마법이라는 매직미사일을 써보기로 했다. 먼저 주위에 흘러다니는 마나를 주문과 수식으로 제어를 한후에 나의 의지로 발현시킨다! 드디 어 처음으로 마법을 쓰는 순간이다! "나가라앗! 매직미사일!" 파앗! 피시익……. 내가 시동어를 외치면서 마법을 쓰자 내앞에서 약간의 빛이 생성되더니 곧바로 꺼 져버렸다. 그것도 피식이란 소리를 내며서 허무하게. "어라?" "꺄하하하하핫! 피시익~! 이라니! 너무 웃긴다! 10년동안 책을 헛 봤구나! 아하하 하하하!" ……끄응, 가끔은 엄마가 스파크같은 느낌을 받는단 말야. 엄마도 웃기면 힘이 세 질까? 으음, 쓸데 없는 망상은 그만 두도록하자. 엄마의 비웃음 소리를 귓등으로 흘려버리며 나는 다시한번 수식들을 점검하면서 생각했다. 으음…… 아무리 내가 이론만을 파고 들어서 실전엔 약하다고 해도 10년 이라는 세월을 익혔는데, 이렇게 되면 너무 허무하잖아? 그것도 고작해야 1써클 마법에 이렇게 징징대? 아참, 설명 을 안했다. 이곳의 마법체계는 내가 익히 들어거 알고 있는, 매우 익숙한 1~9써클 까지의 마법이 있고 단수가 높을수록 강력한 마법이다. 어쩌면 10써클 이라는 궁극 의 경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가 본 어느책에 쓰여있는 것으로 볼때, 그런 사실 이 여러권의 책에 걸쳐 나오는것을 보면 분명히 10써클도 있겠지. 그런데 난 그 10 써클은 고사하고 아직 1서클도 제대로 못쓰는게 말이돼! 돼냐구우! 열받았어! 계속 해보는거야! "에라아 모르겠다! 연습에 또 연습이다!" 마나 유동! 제어! 의지! 발현! "매직미사일!" 한번더! "매직미사일!" 다시한번! "매직미사일!" 한번더…… "매직미……" ……………… 마법은 엄청난 중독성으로 나를 완전히 폐인(폐룡?)으로 변화하게 하였다. 마법이란것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학문이었고, 파고들면 들수록 나는 그것에 매달 리게했다. 400년. 무려 400년이었다. 400년 이라는 시간을 나는 마법의 발현과 응용, 마법적인 물품 제작에 사용했고 그 결과 나는 마법을 쓰기 시작한지 200년만에 9써클 이라는 경지 에 도달했으며, 300년이 되던 때 마법을 만드는 법과 마법 물품을 제작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익혔고, 그뒤로 100년을 정령도 소환하지 않고, 검술도 수련하지 않으며 오로지 마법! 마법! 마법에만 매달렸고, 결국엔 400년째 되던때 정신을 차려서 주 위를 돌아보니 나의 주위엔 내가 만든 마법 물품과 내가 마법을 사용한 흔적들만이 가득했다. 내가 만든 여러가지 마법, 그리고 내가 만들어 놓은 물품. 그중에서도 내가 심혈 을 기울여서 만든 것은 퍼스널리티 스톤Personality Stone 이라고하는 보석같은 것 인데, 이 보석에는 내가 마법과 엄마께 부탁해서 잡아온 유령, 영혼등을 마법으로 조합하고 가공해서 만든 인격(人格, personality)이 들어있는 돌들이었다. 나는 이것들을 이용해서 에고 소드Ego Sword를 만들기도 하였다. 대략 25 ~ 30여 개의 퍼스널리티 스톤을 만들어서 그 중 5개를 마법검의 제작에 쓴 것 같았다. 이 물품은 내가 마법적인 신호를 보내 깨우기 전까지는 그냥 잠들어 있는 보통의 보석 에 불과한것 이라서 만들고 있는 동안 퍼스널리티 스톤안에 있는 인격들과 쓰잘데 기 없는 수다라든지, 또는 말장난을 하지 않을수 있었다. 마법검에 박힌 녀석들도 내가 깨우기 전까진 일어나지 않을 듯하니 안심이다. 총 5자루의 검을 만들어서 그중 한자루를엄마께 드렸고, 또 한자루를 아버지께 드 렸다. 두분은 자기 자식이, 그것도 드래곤(해츨링)이 만든 마법검이란 메리트에 반 하셨는데 내게 연신 칭찬을 해주셨었다. 총 400년이라는 경이로운 시간(역대 드래곤들 중에서, 해츨링 기간에 이렇게 길게 마법을 수련한적은 없었다고 했다)을 마법에 투자한결과, 나는 인간의 한계 영역을 뚫고서 순수하게 인간의 마법으로도 용언마법에 필적하는 위력을 지닌 마법을 시전 할수 있었다. 이것은 어느 드래곤 보다도 이른 나이에 성공해 낸 위대한 업적이고, 여태까지의 최고 기록을 100년이나 앞당긴 초유의 결과였다. 결국 나는 내 나이 800살이 조금 넘은 해에, 익힐 수 있는 모든 것을 익혀버렸다. 엄마의 레어라는 나만의 세계에서 800여년의 시간을 보내며 익힐수 있는 모든 것을 익혔다. 결국 할일이 없어진 나는 잠을 자기로 하였다. 아마도 여태까지 내가 자온 것 보다도 꽤나 길고 긴 잠이 될거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오내지 이번에 자면 굉장 히 늦게 일어날 것만 갔았다. 엄마의 따스한 눈빛을 마지막으로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198년후. "……시스!" 음? 뭐지? 누구야? "……니시스!" 니시스? 내 이름의 맨뒤 세글자와 같군. "일어나 라이니시스!" 에? 난 눈을 떴다. 일어나보니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엄마, 아빠, 할머니,할아 버지, 그리고 친척들이 날 보고 있었다. 어레레? 다들 왠일들이랴? "다들…… 어쩐 일이세요?" 내가 황당한 눈으로 묻자 할아버지가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일단 폴리모프하거라" 나는 그 말대로 폴리모프했다. 옷은 이미지대로 바지에 티셔츠 하나. 그렇게 폴리 모프하자 할아버지가 말하셨다. "레드 드래곤 일족의 해츨링 라이니시스는 들으라. 그대는 이제 해츨링 이라는 보 호에서 벗어나 하나의 어엿한 성룡이 되었다." 흐에에엑?! 성룡?! "이제, 그대의 몸은 그대가 지켜야 할 것이며, 그대의 행동에 따르는 모든 책임 은 자기 자신이 지도록 한다. 인정 하겠는가?" 게헥?! 나 벌써 천살이야? 그러면 내가 거의 200년을 잤다는 거야?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푸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이자리에서 해츨링 라이니시스는 어엿한 레드드래곤의 일족인 라이니시스 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짝짝짝짝……! 주위의 친척들과 가족이 모두 박수를 쳐주었다. 하, 하하……. 이걸로 나 성룡된 거야? 이제야 바깥세상 구경을 나갈수 있다는건가? 나는 멋적게 웃으며 그들에게 고개를 꾸벅거렸다. 하지만 이거 좀 허무하군. 성룡식이 달랑 이거 하나로 끝? 이렇게 나의 레어안에서의 공부가 조금은 허무하게 끝나는 시점이었다. -16- 003.01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성룡이 되었다. 그것은 곧 내가 1000살이나 먹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 하, 하. 세월 참 빠르다. 정령에 미치고, 책에 미치고, 마법에 미친 후에, 잠을 늘어지게 푸욱 자고 일어나 니 이렇게 시간이 가네? 하지만 서글프다든지 허무하다든지 하는 감정이나 그런 비 슷한 것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는 성룡으로서 독립했고, 레드 드래곤 일족의 라 이니시스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살만한 곳이 필요하잖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도 간 단명료하게, 거의 1분도 안되는 성룡식을 끝마치고서(원래, 성룡식을 하는데 빠방~ 거리면서 크게 판 벌일 이유는 없다고 한다. 단지 1000살의 나이를 먹어서 이제까 지 살았던 곳에서 독립하여 다른곳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과, 드래곤의 명부에 해츨 링란에서 이름이 소거되고 성인란에 이름이 올라나는 것 외에는 육체적으로나 정신 적으로나 변하는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난 오래간만에 만난 아버지(사실, 아버지란 생각도 안드는 것이, 1000년 동안의 해츨링 기간동안 한 스무번 얼굴 봤 을거다)를 따라서 내가 살 레어로 이동했다. 그전에 먼저, 내가 자는 200여년 동안 엄마나 아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많은 것을 준비 하셨다는 것을 밝혀두어야 하겠 다. 나에게 줄 선물. 각종 금은보화를 수북하게 쌓아 준비하셨고 내가 좋아하는 책 들(신간이었다! 우오옷!)과 무기라든지 먹을것들도 엄청나게 많이 준비해 주셨다. 또한 내가 살 널직한 레어도 준비해 주셨는데, 그곳은 내가 잠들 무렵 자기의 천 수를 누리고 세상을 떠난 블랙 드래곤 일족의 장로분의 레어였었는데, 그곳의 보물 은 성룡이 되어 입주할 나에게 축하 선물이라고 남겨둔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그 분의 칙척들과 그 일족이 나눠 가져갔다고 하였다. 그래도 나의 성룡식 축하선물로 약간은 남아있다고 하니 기쁠 따름이었다. 원래 드래곤의 레어라는것은 외부에서 보물이나, 또는 드래곤 자신을 노리고 쳐들 어오는 외적(일부 드래곤들은 부나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매우 적절한 듯 한 표현이다)들을 막기위하여 엄청난 크기의 대결계를 치는데, 내가 들어가기 위하 여 그곳에 쳐져있던 7중의 결계를 전부 해제하고 새 단장을 했다고 했다. 남이 쓰던 집이지만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엄청나게 늙은 노룡이 살아서 그런지 고풍스럽기 까지한 멋이 있었고, 그 크기도 우리 어머니의 레어보다 조금 더 컸으 며, 플러스 알파로 여러개의 방(이라기 보다 공동(空洞) 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이 있어서 보물이나 무기, 책들을 보관하기 편리했다. 그리고 드래곤은 레어가 생김에 따라 그 근처의 땅은 자신의 영역으로 삼게되는데 나의 영역은 그 노룡분이 관리하시던 것을 그대로 물려받는 큰 행운을 잡게되어서, 대륙에서 손꼽히는 크기를 자랑하는 산맥인 '엘 타칸리스의 산맥'이 전부 내 소유 가 되었던 것이다. "하아…… 이거 난감하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지금 나의 레어안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이제는 부쩍자 라서 죽기전의 나이와 거의 비슷한 나이를 가진 청년의 모습으로 옷들 중에서 가장 편한 옷인 붉은색의 로브를 걸치고서 한쪽 벽에 주루룩 나있는 동굴들과 그 반대편 벽쪽으로 종류에 상관없이 한 덩어리로 수북~ 하게 쌓여진, 그야말로 산더미 같은 보물들-여기저기서 보내준 축하선물과 내가 마법공부 하면서 만든것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는 중이었다. 원래라면 전부 분류가 되어있어야 할 물건들 이었지만 이 것들을 전부 나의 레어로 한번에 물질 전송 마법을 사용 해버려서 종류별로 분류해 있어야할 것들이 전부 한데 섞이고 섞여서 이런데 하나의 커어다란, 문자 그대로인 산을 이루고 있었다. "할수 없지……. 막노동이라도 하는수밖엔" 결국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내 다리 옆에서 흑표범의 모습으로 앉아있는 스틸스퀄에게 명령했다. "스퀄, 넌 저기서 보석들만 걸러내" "캬아아오!" 스틸스퀄(애칭은 스퀄)은 한번 크게 울부짖으며 대답하고는 저 보물의 산으로 힘 차게 뛰어갔다. 그리고는 가득 쌓여있는 금화나 금은괴의 산등성이를 타고 각종 희 귀 금속들과 장신구들의 강을 건너 보석들을 하나 하나 건져내고 있었다. 스퀄녀석 이 보석을 건져내는 방법을 보고있자면 왠지 기괴하면서도 신기하고 재미있는데 녀 석은 보석을 발견하면 그것을 입으로 물어서 꿀꺽 삼킨다. 그러면 보석은 어느샌가 스퀄의 등쪽으로 작은 부분을 삐죽 튀어나오게해 보석을 걸러내고 있다는것을 알려 준다. 하지만 녀석에게 금괴나 은괴, 금속류의 물건을 가져오라고는 하지는 못한다. 왜 냐면 금속의 정령이라서 그것들을 전부 흡수 해버리니까. 스퀄은 똑똑하게도 100개 단위로 보석들을 걸러내어 보물산과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 그것들을 쏟아내는(정확 하게는 몸을 털어서 밖으로 뽑아낸 다음 그것을 한쪽으로 모으는) 재치를 발휘해서 날 기쁘게 하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뭘하고 있는가? 나는 스퀄이 차마 분리해내지 못하는 물건들을 실프 와 운디네를 불러서 운반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실프가 바람의 힘으로 물건들을 옮기고, 내가 힘으로 물건들을 옮기는 동안 운디네는 나의 땀을 닦아 주거나 하며 내 시중을 들고 있었다. 음…… 내가 나이를 먹어도 이녀석들은 강해지지않는 것인 가? 아니, 정확하게는 점점 강해지기 보다도 어느 한순간 파악! 하고 강해지는 것 이니 아직은 아닌가보지. 자아~ 어디볼까? 금괴와 은괴만 따로따로 골라내서 한곳 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음…… 암만봐도 은하고 미스릴은 구분 하기가 너무 어렵단 말야. 하나는 순은이고 하나는 진은, 둘다 종류는 은에 들어가니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분류개시 3일째. 크오오오옷! 나는 거의 반쯤 미쳐버릴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냐구? 3일동안 먹 는 시간도, 자는시 간도 아껴가며 보석과 금괴, 은괴만 분류하고, 쌓아두고 있는데 아직도 그 끝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아니 도데체 축하선물을 얼마나 준거야? 지금 까지 분류한 것들만 해도 내가 5000년은 먹고 살겠다!(여기서 먹고 살겠다는 것은 금과 은, 보석등을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환산했을 경우 생활비용을 의미한 다) 나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겨우 1/8정도 낮아진 보물산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내가 정리한 금괴는 약 1500덩어리. 그것도 10킬로 짜리를 1500개나 분류 해서 한곳에 정갈하게 쌓아두었고, 실프가 분류한 은괴는 약 900개. 그리고 스퀄이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분류해놓은 보석들은 거의 10000여개는 될것이다. 하지만 아 직도 그만큼 이상의 분량이 남아있다는 듯이, 마치 나를 놀리듯이 수북하게 쌓여있 는 저 보물산. 저것은 보물이 아니라 애물단지다 애물단지!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것 은 금괴와 은괴가 눈에 띄는 비율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고, 저속에 책장 이라든지 하는 것도 들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책이란 것이 원래 질량에 비해 부피가 크기않은가? 그리고 그것을 담는 책장도 크 기가 왠만큼 크니 안심이다. 하지만 책장이 보물의 무게에 눌려서 부서지지 않았을 까 하고 걱정 하겠지만, 책장은 내가 만든 절대 비파괴 마법인 '캔 낫 비 브로큰Ca nnot be broken'을 걸어서 어떠한 상황에도 절대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 책장들을 부수려면 절대 파괴 마법이라도 걸지 않는 한 안될걸? 후우, 하지만 책장 꺼내는것도 그위에 덮여져있는 보물들을 전부 처리하고부터 아니겠어? 그러면 이제부터 슬슬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동전들이나 긁어내볼까? 그러고 보니 내 레어의 동전 중에서 '닐'은 하나도 안 보이는데? 전부 '길'아니면 '펜'이군. 그것도 그나마 '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양을 대충 유추해 보자면 대략 10억펜? 그러니까 '펜'짜리의 동전들로만 거의 10억개가 있다는 소리. 하하하…… 동전 10억개라니, 이거 너무 심하잖아? 그리고 이렇게 많은 동전들이 이제 겨우 성룡이 된 나에게 선물로 줄 수 있는 양 이라면 도대체 다른 드래곤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거야? 아무리 오래사는 종족들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한거 같은데? 하긴, 드래곤이 그런거 신경쓰면 보물 모으겠어? 음…… 만약에 엄청난 실력을 가진 모험가들에 의해 레어가 하나 털린다면, 그 레 어에서 나오는 수많은 황금과 보물들로 인하여 그 지역경제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게 될것은 자명한 사실같군. 내 레어만 해도 한순간에 10억펜이라는 거금이 시장 에 유통되기 시작하면 그만큼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그것에 비례해 물건값은 오르기 시작하겠지. 그렇게 되면 그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해서 그나라 전체의 경제 가 완전히 무너지게 되버린단 말야. 알고보면 용을 잡으러 돌아다니는 드래곤 슬레 이어들 이라던지 몬스터들의 둥지를 급습해서 보물을 빼돌리는 녀석들은 알고 보면 경제 파괴범(?) 이란 말씀이야? 드래곤이라는 존재 자체가 경제 파괴의 주범이기는 해도, 레어안의 돈은 절대 유통되지 않으니까 논외. -17- 003.02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10억개의 동전. 그것도 금화로만 10억개. 은화? 어찌된 일인지 은화의 개수는 금 화보다 적은 기현상 때문에 은화는 7~8억개 정도 밖에(?)없어. 어쨌든 금화로만 이 미 10억개의 동전이 있고, 지금까지 총 걸러낸 금괴가 1800개에 은괴가 1000여 개 정도다.(추가 조사결과 금괴가 300개 더, 은괴가 100개 더 나왔다) 금괴 하나에 쓰 이는 동전이 약 500개라는것을 감안 한다면 금괴값만 치더라도 1800 X 500 = 900,0 00펜. 1펜이 대한민국의 돈으로 100,000원 정도의 가치가 있으니 이것을 곱해 본다 면 90,000,000,000원. 900억에 달하는 돈이다. 금화등에 비해선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금괴만으로도 900억이라는 엄청난 재산인데 거기에 10억개의 동전, 이것 이야말로 왠만한 나라의 1년치 예산과도 맞먹는 엄청난 액수가 아닌가? 이 돈들고 아무 나라나 가도 그 나라는 1년 이상은 놀고 먹겠구만. 이런 액수를 긁어 모았다 면…… 인간들의 고초와 드워프들의 희생은 얼마나 컸을까? 아아…… 그들에게 묵 념. 그리고 재산은 정리! 크히힛. 그리고 한달째. 드디어 그 보물산(정확하게는 동전들에게 묻혀서 안의 내용은 아 무것도 보이지 않던 산)의 크기가 1/2로 줄어들었다. 금은괴와 보석, 금화, 은화들 만 골라내니 1/2의 크기가 줄어버린 어이없는 보물산이었다. 걸러낸 보물들은 원래 의 산과는 멀찍히 떨어진곳에 쌓아 두었다. 이것들을 전부 한쪽 창고로 치워둘수도 있었지만 일단은 물건들 정리부터 하고 창고에 밀어넣을 계획이었기에 그것들은 나 의 레어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금괴와 은괴는 차곡차곡 쌓아두었고, 그 옆으로 금화 무더기와 은화 무더기가 자리를 잡았으며, 그 옆으로는 보석들의 산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만든 퍼스널리티 스톤은 어디있지? 설마 저 보석들속에 섞인 것 은 아니겠지?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천천히 찾기로 하고, 이제는 책장과 각종 가 구들, 상자들을 끄집어 내야겠다. 먼저, 나는 책장들을 조심스럽게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하고 있자니 옛날에 장기알이 들어있는 통을 장기 판위에 타악! 하고 뒤집어 놓은 다음 떨어뜨리지 않 게 장기알 분리해내던 옛날 생각나는군. 그거 친구들하고 어렸을 때 무진장 했었는 데 말야. 지금은 다만 장기알의 크기가 터무니없이 거대해 졌다는것, 그리고 장기 알속에 자잘한 물건들이 많이 들어있다는것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볼것없군.(이라고 해도…… 무려 10만권 이상의 도서들이었다. 1개의 책장에 6단의 칸이 있고, 칸마 다 일반두께의 소설이 50권들어간다고 친다면 책장 하나당 300권, 총 333개의 책장 들이었다. 333개…… 말이 좋아 333개지 직접 한번 보라구! 이건 무슨 도서관도 아 니구!) 정령을 이용하면 되겠지만 이렇게 큰 책장들은 정령들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무 게는 상관 없지만 크기가 문제라서 말야. 나는 염력이라는 마법을 이용해 한번에 3 개의 책장을 들어 올려서 예전에 분리해 놓았던 보물들과 아주 멀~찍이 떨어뜨려두 었다. 차라리 책장을이동하는게 쉽군. 동전들을 염력으로 분리 하려면 얼마나 짜증 이 나던지. 그 조그만 것들을 겉표면에서 긁어낼때 까지는 좋았지만 책장들이나 가 구들 사이로 들어가버린 동전들을 찾아서 그것을 또 염력으로 끌어 올리고 하는 짓 이 얼마나 짜증나는것인지 모를것이다. 힘들거나 그런것은 전혀 없다. 하지만 지겹 고 짜증이 마구마구 솟아오르는 작업이라서 나중엔 결국 염동력도 때려 치우고, 내 가 직접 손으로 일일이 동전들을 거둬내야 했다. 차라리 그것이 마음이 편했다. 아 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서서 그것들을 골라내면…… 아구구, 골 쪼개진다. 하지만 지금 책장 옮기는 것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번에 3개씩 111번만 옮기면 될것 아 닌가? 하나 옯겨 놓는데 1분이 걸리니까 앞으로 길게 잡아도 두시간이면 끝나는군. 차라리 이게 쉽지 쉬워. 10만권의 책들, 그것도 내가 읽어보지 않은 신간들로만 채워져서 나로 하여금 기 쁨의 비명을 지르게 해주었지만, 그것들을 분류 하는데 있어서 다시금 비명을 지르 게 해준 책들이 들어있는 책장들의 정리가 모두 끝나고서 이제 남은 것들은 아주아 주 정교한 세공을 한 각종 장신구들(보석과 황금은 기본옵션이더군)과 내가 특별히 부탁해서 모아놓아 비파괴 마법을 걸어놓은 300여개의 빈 상자(거의 궤짝 수준이구 만)와 몇벌의 옷가지(100단위의 옷들이 몇벌로 전락해 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넣을 약간의 가구(10단위의 가구들이 약간으로 전락해 버렸다)들, 그리고 5 00명의 주민이 사는 마을을 일주일은 먹여 살릴 수 있을 것같이 생긴 엄청난 양의 음식 재료들과 그것들을 요리할수 있는 주방기구, 약간의 청소도구, 그리고 가구가 아닌 과학이라 불리우는 더블배드(에*스 침대 제품은 아닐지라도 침대는 과학이다. 그리고 이것은 더블이 아니라 트리플로도 모자를 크기군)등등, 기타 살림에 필요한 모든 물건들, 이른바 잡다한 물건들이 있었다. 백단위를 넘어서는 무기와 갑옷들도 살림에 필요하다면 필요한 것이겠지. 음식재료들의 경우 절대보존 마법이 걸려있어 서 그야말로 절대로 썩거나 상하지 않는 궁극의 재료들이었다. 우오오오옷! 요리사 의 혼이 불타오른다아! 대충대충 정리를 끝낸 나는, 이 대충대충 정리를 한다는것에 두달이라는 긴시간이 걸려야 했음에 잠시 침통해하고 또한 두달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많은 양의 나의 재산들을 보며 씨익 미소지었다. 오래 걸리긴 했어도 이것들은 나의 재산, 나 의 것이다. 예전에 인간 이었을때 나는 1억이상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쥐어 볼것이 라고 생각 했었는데 죽었다가 깨어나니 그 몇십배도 쥘수 있게된 것이다. 나는 이제 나뉘어진 보물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기 위해서 나는 전에는 그 고룡 이 뚫어놓았을 것이라 짐작되는(아니, 확신하는) 동굴들을 하나하나 돌아보기 시작 했다. 내 레어의 지름은 대략 600미터쯤 되어 보였다. 이곳의 둘레를 반으로 나눴 을때, 반쪽에는 창고로 쓰였음직한 동굴들이 주루룩~ 배열되어 있었고 다른 반쪽에 는 높이 4미터, 너비 2.5미터 정도로 추정되는 통로가 있었다. 이 통로는 바깥으 로 연결되는 통로라고 하는데, 바깥쪽에서는 전혀 통로가 보이지 않는 구조라고 한 다. 내가 계속 '……라고 한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 레어 밖으로는 나가보지 못해서 이곳을 미리 답사해보신 가족과 친척분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하는것일 뿐 이다. 흠…… 정리를 한 다음에는 산책이라도 가봐야겠지? 엄연한 영토 주인이 자 기 영토도 여태까지 돌아보지 못했다는것은 말도 안돼는 일이야. 그러기 위해선 일 단 정리부터 해야겠지? 물건들은 전부 창고속으로 집어 넣어야겠지? 참고로 드래곤들이 레어안에 보물들을 전부 한곳에다 모아두고, 그것을 깔고 자는 것을 상당히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쉽게 모았든 어렵게 모았든 그렇게 모은 보물을 뭐하러 깔고 자겠는가? 그 감촉이 좋아서? 드래곤의 피부는 갑옷 이상의 방어력을 자랑할 정도로 단단한데 그것에 과 연 보석 알맹이나 금화 따위의 촉감이 느껴질까? 아니, 무엇보다도 성룡이나 되는 덩치가 그 보물들을 깔아 뭉개면 아마 당장에 형태가 변해버리고 말것이다. 동전은 찌그러지고, 보석은 깨지거나 금가고, 칼은 부서져 버리고…… 기타등등의 사태가 일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 그렇기 때문에 특이한 취향을 지닌 드래곤이 아닌 이상 보물들은 전부 창고에 집어넣어둔다. 그리고 창고로 가서 몇시간이고 황홀~한 표정 으로 보물들을 감상하는 것이지.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내 레어에 뚫린 동굴은 총 24개이다. 동굴의 입구들 사이는 약 30미터가 조금 넘 는 간격을 가지고 들어서 있었으며 입구의 평균 크기는 높이 3미터에 좌우로 2미터 쯤? 대개가 그렇다는 소리이다. 그중에서도 입구가 약간은 좁은것이 있고 엄청 넓 은것도 있고 제각각이다. 그 안의 크기 역시 제각각이라서 나는 심사숙고를 거친후 에 나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창고를 대, 중, 소로 구분하고 그안에 물건들을 분 배했다. 그 크기들을 나열해보자면……. 중, 중, 대, 대, 대, 소, 소, 소, 중, 소, 중, 중, 소, 대, 중, 대, 대, 대, 소,소, 소, 소, 중, 대 ……대략 이런순서였다. 큰 방의 크기는 대략 지름 4~50미터의 공동이며 중간형은 3~40미터, 소형은 2~30미터 이다. 저 순서의 기준은 입구에서 들어와서 볼 때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를 매겼 으며, 그안엔 알맞을 양의 물건들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목록은 대략 이러하다. 무기, 갑옷, 마법물품, 서재1, 서재2, 서재3, 보석1, 보석2, 보물2, 보물2, 옷1, 옷2, 마법적인 옷, 주방1, 주방2, 욕실1, 욕실2, 기타 잡다한 창고, 손님방1~5, 내 방. 먼저 무기나 갑옷들은 내가 만든 것과 선물받은 것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에 중 형의 방 두개에 차례대로 들어갔으며, 마법 물품은 앞으로 내가 많이 만들것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대형을 분배해 주었다. 서재의 경우 둘레의 벽을 네모나게 만들고서그안에 책들을 집어 넣었는데, 실제크 기는 원래의 크기보다 더 크게 만들어져 있었고, 벽쪽은 2층 베란다 형식으로 책들 을 두어서, 원래라면 창고하나를 더 사용해야할것을 최소한으로 줄여본 것이다. 첫 번째 서재에 4만권, 둘째 서재에도 4만권, 마지막 서재에는 2만권으로 채워서 총 1 0만권의 책을 약간은 무리해서 집어 넣은 창고다. 아마 다음에 또다른 책들이 들어 온다면 나는 그 책들을 위한 창고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보석창고는 내가 가진 보석은 그렇게 많지않고 또 그렇게 많은 보석은 필요없기에 종류별로 궤짝에 집어넣어서 채운 소형 창고가 2개였고, 보물창고의 경우 첫번째에 는 금화와 금궤, 은궤만을 집어넣었고, 두번째 창고에는 은화와 각종 장신구들을 넣었더니 크기가 아주 딱이었다. -18- 003.03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옷창고의 경우는 하나만 있으면 되었지만 내가 욕심을 부려서 하나더 만든것이다. 마법으로 옷을 만든다면 각종 여러가지 옵션이 붙어있는(예를 들자면 4중 프릴이라 든지, 바느질한 자국을 없앤다든지 하는것) 드레스 조차도 길어야 10분정도에 뚝딱 해서 만들어 버리니 앞으로 옷이 많아질 것이다. 내가 옷 욕심을 많이 내는것을 아 니지만, 내가 살던곳의 생활을 최대한 재현 해보고 싶은 욕심에 그렇게 된 것이다. 마법적인 옷은, 불에 절대로 타지 않는다던지, 입으면 날아갈수 있다든지, 입으면 안보인다든지 하는 각종 아티펙트라고도 할 수 있는 옷들을 넣어둔 창고이다. 원래 라면 마법물품 창고에 들어가야 할 물건들 이지만 옷은 왠지 특별취급을 해주고 싶 었다. 무엇보다 종류가 틀린걸? 다음으로 주방. 거대한 주방과 그보다는 약간 작은 주방이다. 사실 주방이 저렇게 클 이유는 없다. 내가 무슨 이곳에서 파티를 열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방이 저렇게 큰 이유는 엄청난 양의 재료들 때문이다. 대형과 중형크기의 창고의 3/4를 재료 창고로 사용했더니, 실제 주방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욕실은 큰게 좋아서 만들다 보니, 어느샌가 두개의 욕실을 만들어 놓은 나를 발견 할수 있었다. 어째서 저렇게 만들어둔 건지는 나도 모른다. 설마 남탕과 여탕이라 는 건가? 나 혼자만 사는 이 레어에? 아무튼 왠지 수수께끼가 느껴지는 장소였지만 나름대로 내가 한 인테리어 치고는 잘 되어 있는 것같았다. 하긴, 그정도 크기라면 물을 식혀서 수영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니 잘된거겠지. 그리고 기타 잡다한 창고는 그야말로 잡다한 잡기들을 넣어둔것이다. 손님방의 경우 이곳으로 와서 자고갈 손님이 있는것도 아니지만 대충 기타 잡다한 창고까지 만들어 뒀더니, 내방으로 책정해 놓은 맨 끝쪽의 방을 제외 하고는 5개의 창고가 남아버렸기에 그 방들을 전부 네모각지게 만들고 문까지 달아둬서 손님방틱 한 분위기가 나게하고, 안에는 정말 손님방 처럼 가구들을 배치했더니 꽤나 마음에 드는 방이 되었다. 손님방의 경우 안에는 기본적으로 더블베드와 빈 책장 하나씩, 옷장, 테이블 하나 에 의자 4개, 개인 샤워실과 화장실을 넣으니 딱 알맞는 스위트룸 같이 되었다. 나 는 내방을 제외한 모든방에 문을 열때까지는 먼지도 안 쌓이게 하는 순환계 보존마 법 싸이클링 프리저베이션Cycling preservation을 걸었다. 중형의 손님방은 장난삼아서 VIP룸처럼 꾸몄는데 침대가 좀더 화려해졌고, 개인샤 워실이 아닌 개인 욕실, 화장실도 조금 더 커졌고, 테이블은 6인용의 긴 테이블과, 8명이 앉아서 담소할수 있는 4인용 소파 두개와 소파 테이블을 두었다. 으음, 꾸미 고 보니 너무 좋은데? 그리고 내방의 경우는 마치 황제의 방같이 꾸몄다. 먼저 그 크기에서 부터 더블베 드의 두배는 됨직한 초 거대 침대. 침대의 위에는 레이스까지 쳐둬서 화려한 느낌 을 강조했다. 침대의 재질은 손가락으로 눌러도 푸욱 들어가게 되어있는, 마법적으 로 공기를 메어둔 매직 에어 쿠션Magic Air Cushion이며 색상은 흰색, 베게는 최고 급 깃털로 속을 채운것들 뿐이다. 거기에 마법적으로 바깥의 영상이 투영되게 만들 어놓은 창문들이 주루룩~ 달려있고(다른 방에는 없는것이다) 화이트 실크로 만들어 진 커텐들이 달려있다. 천정엔 수많은 컨티뉴얼 라이트Continual Light들로 이루어 진 반짝반짝 거리는 은제 샹들리에Chandelier가 환한 빛을 내뿜고 있고 , 어머니의 레어에서 가져온 책들로 2개의 책장을 채워 나란히 세워 두었다. 침대의 한쪽 옆으 론 둥근 테이블과 8개의 의자가 있고, 침대에서 볼때는 테이블의 건너편으로 벽난 로가 있다. 벽난로 위는 내가 만든 에고소즈 3자루가 교차하며 걸려있다. 벽난로의 좌측에는 초호화 화장실(특별히 만들어 놓은 수세식이다. 내 레어의 모든 화장실은 수세식으로 이루어져있고 냄새도 전혀 안난다. 이 얼마나 획기적인 기술인가! 모두 마법의 덕분이다!)의 문이 있으며, 우측에는 큰 욕실로 이어지게 해놓은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큰 욕실에서도 이곳으로 올수 있는 마법진이 있어서 왔다 갔다 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또다시 시선을 돌려서 책장의 옆으로 가보면 각 종 명주들이 있는 술선반이 있다. 이것들중 몇병은 내가 태어난 날에 담근것이라서 그 향과 맛이 인간세상의 것이 아닐 정도로 뛰어나다. 아마도 앞으로 얼마 동안은 술에 찌들어서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물건들을 창고로 집어넣고 방정리도 하고, 청소도 하면서 보낸시간은 거의 6 개월쯤 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레어에 입주한지 8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 였다. 내가 입주할 때는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봄 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낙엽이 지고 있는것을 보니 가을인가 보다. 아아…… 8개월 이나 지났는데 반년이라니. 정 녕 이곳의 시간은 정말이지 느리게 가는구나. 나는 레어에 입주해서 8개월이나 지난 다음에야 레어밖을 나와서 그 주위를 둘러 볼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내 영역의 경계가 어딘지 알수 있는 지도(이 지도에는 나의 영역 경계선과 나의 현재 위치가 표시되고 있었고, 내가 볼수 있는 시선의 경 계까지 나와있었다)를 꺼내들어서 과연 얼마나 넓은지 살펴보았다. 그러고는 한마 디를 뱉었다. "젠장…… 우라지게 넓군" 지도의 크기는 대략 A4용지 정도의 크기의 양피지 같은 재질이었고, 지도는 한장 이 전부 내 영토를 나타내기 위한것인듯 내 영역으로 표시되는 빨간줄로 된 경계선 이 지도의 끝까지 아슬아슬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종이의 중심에서 나의 위치와 내 시각이 미치는 경계를 매우 자세히 볼수 있었다. 젠장……. 나의 존재는 지도에서 점단위 이하였고(지금은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한 상태다) 나의 시 각이 미치는 범위는 그래도 지름 1밀리의 점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인간형태에서의 내 시각 한계영역은 1km정도다.(시각 한계 영역이란 물체를 보고 식별해낼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거리를 이야기한다) 드래곤이 된다면 물론 그것보다 더 커지기는한다. 하지만 1km의 시각 영역이 고작 1밀리로 표시될정도면 내 영역은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인가?! 아무리 예전에 고룡분이 쓰시던 영역까지 그대로 물려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장난이 아니었다. 지도를 보니 산맥 하나가 나의 영역이었다. 그리고 나의 레어가 있는 위치는 산맥의 중간, 산들이 니가 높네 내가 높네 하면서 각축전을 벌 이듯이 삐죽삐죽서있는 산덩어리(?)들의 바로 아래, 그 내부였다. 그러고 보니 내 레어가 나의 시각영역보다 작네? 어쨌든 내가 나와서 본것은 밑쪽으로 펼쳐져 있는 광활한 산줄기와 그위를 빽빽하게 뒤덮은 녹색의 숲, 숲, 숲 뿐이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계몽의식이 투철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는 내 알바 아니지만 질리도록 가득찬 녹색 침엽수들이 주루룩~ 있다가 그 밑쪽으론 고동 색, 갈색등등으로 물들어 가면서 내가 늙었네 네가 늙었네 하면서, 자신의 얼마 남 지도 않은 수명을 과시하는 낙엽 예비생들을 달고있는 활옆수들의 바다가 보였다. 이것은 더이상 삼림(森林)이 아니었다. 수해(樹海)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대수 해였다. 바다로 치자면 일반숲은 저수지에 불과할 정도의 태평양과도 같은 수해였 다. 헤에…… 이거 엄청나게 크잖아? 이런곳이면 살고 있는 생명체도 많을 것이고, 사람들도 있을까? 하지만 나의 시각 영역에서나 그 바깥에서나 인간이 사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음,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몰라. 어느 미친 인간들이 감히 드래 곤의 영역에 살겠다고 들어오겠나? 그것도 흉폭하기로는 레드 드래곤 다음 가는 블 랙 드래곤의 영역에. 아무리 늙어서 성품이 온순해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천성은 버릴수 없는거야. 덕분에 사람을 만나려면 아직도 한참멀었다……라는건가? 일단 최신판 지리 안내서나 역사서를 보고서 내가 사는 곳이 어떤곳인지 확인을 해 봐야겠다. 나는 강하게 휘몰아치는 가을의 바람을 뒤로 하고 나의 레어로 들어가려 고 몸을 돌렸다. "……어라? 입구 어디갔어?" 입구가……없어졌다. 나는 황당함이 가득한 얼굴로 내가 나왓을 것이라 짐작 되는 거대한 낭떠러지를 바라 보았다. 분명히 나는 레어에서 빛을 따라서 왔는데? 나는 그 순간 뭔가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어서 잠시 눈을 감고 마나의 흐 름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음음… 음…… 그렇군. 역시! 나는 눈을 뜨고, 그대로 앞 으로 걸어가서 낭떠러지 앞에 섰다. 그리고는 한쪽팔을 내밀었다. 스윽. ……하는 소리가 났으면 좋겠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않고 나의 손은 절벽의 표면 을 통과해서 들어갔다. 역시나 환상마법 이었어……. 처음에 마나를 감지 해봤을때 마나가 잘 흘러가다가 어느한곳을 집중적으로 돌면서 흘러가더라구. 알고보니 환상 으로 된 입구였군. 나는 그대로 몸을 들이 밀었다. 그러자 나는 레어에서 바깥쪽으 로 나가는 출구안쪽에 서있었고, 내 뒤로는 아무런 막힌것도 없이 바깥쪽의 풍경이 보였다. 일방적인 환상마법. 하하…… 마법 헛배웠나? 드래곤들 중에서는 뛰어나기 로 소문난 내가 이런 기본적인 마법도 못알아 채다니…… 역시 실전 경험이 없으니 이런 것도 모르는군.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어주고는 레어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아 내가사는 곳에대해 공부나 해보자구 공부! -19- 003.04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엘 타칸리스의 산맥' 이름에 왠지 유래가 있을 것 같아 보이는 이 산맥은 참으로 유서깊은 산맥이라고 한다. 대지가 바다위로 그 드넓은 몸을 드러내고서 가장 먼저 생긴 산맥이라고 까 지 할 정도로 유명하고, 그리고 험악하고, 매력적인 장소이다. 유명한 것이야 당연 한 것이겠지만, 험악하기로는 대륙 최고를 달린다는 말은 거짓이 아닐것이다. 내가 있는 곳은 그 산맥의 중간에 위치한곳. 이곳이 얼마나 험한지는 직접 내눈으로 봐 서 알고 있다. 산맥의 중간능선을 따라 분포된 침엽수나 그 밑의 능선에 분포된 활 엽수를 보자면 전혀 그런생각이 들진 않지만, 일단 나무들이 점차적으로 그 크기가 줄어들고, 살수 있는 식물들이 점점 줄어가는 고위능선에서 살고있는 나는 문자 그 대로 살을 에일 듯한 바람에 칼날같은 봉우리들을 보며산다. 마치 이 이상 더는 올 라갈수 없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것 같기도 한 천길 낭떠러지, 부서졌다기 보 다도 깨졌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여기저기 풍화되어가는 중이지만 아직도 사람 두 었은 충분히 찔려 죽일수 있을것 같은 송곳과도 같은 바위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이런 높이로는 어떠한 생물체도 들어오진 않는다. 만약 고독을 사랑하고 대인기피 증이라던지 심한 자폐증이나 우울증에 빠져있는 이종족&몬스터들 이라면 올지도 모 르겠지만 말이야. '엘 타칸리스', 과연 이 이름의 주인공이 누구길래 산맥 전체에 그의 이름을 붙였 는가? 마치 이 산맥이 그의 것인 것처럼 들리는 이름을? 게다가 이종족에게는 죽어 도 지기 싫어하는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이말을 내가 했으리라 생각하 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이것은 내가 본 책 '엘 타칸리스의 산맥 역사도감'에 실린 말을 인용한 인용구다. 참고로 저자는 현재의 로드, 베리한이라는 용이다) 하지만 인간들도 수많은 영웅들이, 수많은 인간들이 목숨과 명예와 정의의 이름을 앞에 세 우고 이 산맥에 도전했지만 결국 한 존재의 드래곤으로 인해, 이 산맥은 영원한 불 모지이며 금역이 되었다. 우리 드래곤들의 위상과 긍지를 높여주고 인간들로 하여 금 포기하게끔 만든 이 용맹하고 멋지고 자랑스러운 영웅적인 용이 누구인가? 짐작 하겠지만 바로 '엘 타칸리스'다.(인용구다, 인용구) 엘 타칸리스라는 용에 대해 더이상의 설명은 붙이지 않고, 인용구도 안써가며 사 실을 이야기하자면, 이 레어의 '전 주인'되시는 그 블랙 드래곤의 장로되시는 고룡 이시다. 엘 타칸리스는 이 산맥의 중심, 칼날같은 바람이 몰아치고 송곳과도 같은 봉우리로 가득한 이 산맥의 중심에 자신이 기거할 레어를 만들고, 산백에서 뻗어나 온 숲이 미치는 영향권 내의 모든 '인간'들을 쓸어 버리셨다고 한다. 어째서 그가 그렇게 다른 종족은 놔두면서 인간들만을 척살했는지는 그 자신외에는 알길이 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한 200년을 그렇게 죽이고, 또 죽이고, 계속 죽여나가자 결국은 인간들이 이 비옥하고 기름진 땅이 있는 산맥안으로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쫓겨나 게 되었다. 그후로 인간들은 영웅들로 조직된 군대라든지, 대규모의 침공군을 준비 해서 엘 타칸리스에게 덤벼들었으나 그의 뛰어난 지략과, 그 사이 그가 산맥내에서 살게 한 몬스터들과, 원래 살고 있었고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위해 엘 타칸리스의 명령으로 어쩔수 없이 전투에 참가하게 된 드워프들과 엘프들의 연합군이 인간들의 군대를 몰아붙였고, 그들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진 유사종족들이 몰려들어 마침내 는 인간 : 이종족들의 싸움이 되어버렸고, 이 전쟁은 50년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인간군은 엘 타칸리스에게 막대한양의 공물과 이 산맥으로 절대 들어오지 않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이 산맥을 '엘 타칸리스의 산맥'으로 이름붙이고는 절대로 발 을 들여놓지 말아야할 '금역'으로 공식지정했다. 그들로서는 아마 뼈아픈 결정이었 을것이다. 씨만 뿌려놔도 알아서 잘 자라는 곡식을 만들어내는 비옥하고 비옥한 토 지를 잃었으며, 그에 따른 막대한 인명손실또한 입었으며, 덤으로 노예로 부려먹던 유사인간들을 모두 풀어줘야했다. 그들은 생산지와 노동력 모두를 잃어버린 50년 동안의 거대한 국력과 국민의 낭비 만을 만들어 내었고 결국, 원성에 가득찬 농민들을 이끌고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 게되었다. 전쟁중에는 정신 없이 지내던 사람들은 전쟁이 끝난 후, 아무것도 돌아 오는게 없고, 오로지 자신들의 피해만 막심하게 입었다는 사실에 분노해 여기저기 서 일어나는 반란에 너도나도 할거없이 참여했고,결국 그 중에서 가장 세력이 컷던 뮤리르인이라는 무명의 농사꾼의 군대가 국경을넘고, 인종을 초월해서 대부분의 나 라를 잠식 해버린다. 대륙의 1/3을 혼자서 차지해버린 뮤리르인은 다른 나라의 우 너성에는 눈썹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는 귀족제의 세습제를 폐지 시켜버리는 파격적 인 일을 저지른다. 그리고는 아예 계급 자체를 없애버려 실력중시 사회건설에 엄청 난 각고의 노력을 쏟았고, 그는 국민들의 폭발과도 같은 지지아래, 황제의 관을 써 야했다. 기록을 보자면, 그때 당시의 제국의 국민들은 자기들의 왕이 황제가 되지 않으면 반란이라도 일으켜서 왕성으로 쳐들어간 뒤,국왕에게 황제의 직위를 내릴것 이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것으로 보아 아주 대단한 사랑을 받았던 모양이었다. 결국 국민들의 지지로 인해 어쩔수 없이(?) 황제가된 뮤리르인은 제국 이름을 '미 하반'제국이라고 선포했으며,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된 계기인 '엘 타칸리스 의 산맥'에는 어떠한 사람일지라도 절대 발을 들여놓아선 안된다는 엄명을 내렸다. 그리고 그 이후, 아마 4000년 정도가 지난 오늘날에있어서도 절대 엘타칸리스의 산 맥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한다고한다. 아마, 전 대륙의 모든 나라에서 역적죄 다음으로 무서운 짓이 '엘 타칸리스의 산맥으로 들어가는 것'일 걸? 그만큼 이곳을 두려워하여 경외하고 있는것이다. 아, 이것은 인간들에게는 절대 알려줄 수 없는 비사인데, 사실 제국의 초대 황제 뮤리르인은 사실 심심해서 유희나온 엘 카탄리스 였다고한다. 그는 압도적인 실력 과 카리스마로 대륙을 평정하고 자신의 영토를 절대 침범시키지 못하게 아예 못을 박아둔것 이라고 할수 있겠지. 대단한 분이야 정말. 지금은 그 악명과 위명을 동시에 떨치신 주인공은 이미 타계하시고 안계시지만 그 분의 영역을 내가 물려 받았으니 고룡(古龍)의 의지를 따라 이 산맥을 지켜야 하지 않겠어? "후우……" 나는 역사서를 덮고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나는 지금 레어의 안에서, 내방이 아 니라 그 드넓은 공동의 벽의 한쪽에 거실같은 모습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꾸며 놓고 서는 거기서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내방에서 읽어도 될것을 어째서 이렇게 나 와서 읽으냐 하면…… 나도 모르겠다. 그냥 왠지 그러고 싶어졌기 때문이랄까? 이 렇게 큰 공간이 있으니 이용해 먹자는 심리일지도. 아무튼 그건 제끼자. 내가 역사 서와 나의 지도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이 영역을 살펴봤을때 나의 영역의 전체 크기 는 옛날 내가 살던 대한민국의 크기의 1/2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저것만으로 도 현기증 돌일이다. 이렇게 드넓은 땅덩어리에 과연 어떤 종족이 어떤 형태로 살고 있을까? 나는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밖으로 나갔다. 레어의 한쪽엔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있었 기에 그쪽으로 발걸을음을 옮겼고, 잠시후, 나는 엄청난 크기의 산맥과 숲, 그리고 강풍을 만나게 되었다. 그 경치에 비하면 나는 너무 작은 존재인 것같아서(지금은 인간형태다) 경외감과 동시에 움츠러 들기도 했지만, 내 영토를 둘러보기로 한것을 생각해 내고는 플라이Fly 마법을 사용해 약 100미터 정도 위로 올라가서 쭈욱 살펴 보기 시작했다. "젠장…… 다시봐도 우라지게 넓군" 난 내 영역의 크기가 엄청나게 크다는것을 심감했다. 100미터 상공의 위에서 내려 다봐도 영역의 끝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젠장! 얼마나 크다는거야! 후우…… 크기가 크기다 보니 이곳에 흐르는 마나의 양또한 거대하고 강력하다. 마나는 자연 력, 그러니 모든 생물들이 가장 생기있는 곳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력이 뿜어져나오 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거의 4000년간 인간의 침입을 전혀 받지 않은 땅이니 어 쩌면 당연 할지도 모른다.(공식적이다. 비공식적인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어느때 는 10000명의 군사들이 자꾸 인근 영지를 약탈하는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위해 들어 와서 몬스터들을 토벌하고, 엘 타칸리스에게 많은 양의 공물을 바친적이 있었고, 그것은 관례화가 되어 몬스터 토벌의 목적으로 들어오는 자들이나, 사냥꾼, 약초꾼 들은 꼬옥 얼마간의 재산을(그래봤자 10길 정도이다. 이 돈들을 지정해둔 장소에 던지면 그 돈들은 텔레포트되어 이곳 레어로 들어오게 되어있었다. 알고 보니 돈독 오른 영감탱이 였구만)바치고 들어와야한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더욱 정확하게는 무단 침입이 4000년동안 없었던 이곳은, 아주 순수하고 강력한 자연력이 넘쳐나는 곳이라서 이곳의 마나의 흐름은 빠르고, 강하다. 마법의 발현은 마나의 연쇄충돌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마나의 흐름이 세차면 세찰수록 마법 발현율이 높아진다 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나는 내가 잠들기전 맨 마지막으로 만든 마법인 광범위 탐색마법인 익스텐시브 서 치Extensive Search와 생물탐색 마법인 디텍트 크리쳐Detect Creature, 지성이 있 는 존재를 탐색하는 지성 탐색 마법인 파인드 인텔리전스Find Intelligence와 수집 한 정보를 모두 한데 모아서 정리해 주는 완전 정보정돈마법인 앱솔루트 인포메이 션 소트Absolute Infomation Sort를 사용해서, 내 영역 전지역의 모든 정보를 받아 들이고, 거기에서 생물체들의 정보만을 추려낸후, 그것을 정리 정돈하여 내 영역내 에있는 모든 이종족들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하이고 역시 마법 4개를 동시에 쓰는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구나. 마법이 구동 됨에 따라 점차적으로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마나들의 충돌속에서, 원하는 값 을 찾아내 그곳에 충돌을 일으켜서 하나의 충돌이 두개 이상의 마법효과를 내개 하 는 다중 캐스팅Multiple Casting은 왠만한 정신력 가지고는 안돼지. 말하자면 별로 머리가 좋아던지 눈치가 좋다던지 하는것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마구마구 어지럽혀 져있는 6각 큐빅을 맞추려고 애쓰는 것과 같아. 뭐, 그래도 이미 마법에 관해선 입 신의 경지에 들었다고 오만하게 말할수 있는 정도의 실력이니 4가지의 마법을 하자 없이 전부 사용할 수 있었지. 그건 그렇고, 공중에 계속 떠있는데 이거 공격목표가 되는거 아닌가? 뭐, 상관없지. 저기에서 스퀄녀석이 흑수리의 형태로 빙글빙글 돌 면서 내 경호를 하고 있으니까. 200년 동안 자고있는 동안 저녀석이 녹슬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좀 했었는데 괜히 마법금속을 넣은게 아니었어. 녹은 커녕 오히려 움직 임이 더 매끄러워진것 같은데? 아아아아아…… 슬슬 탐색 결과가 나온다 나와! 정확도는 거의 95%를 자랑하는 나의 마법으로 알아낸 이곳에 사는 이종족들의 종 류와 숫자는 아래와 같다. 고블린 부락 144개. 오크부락 86개. 트롤부락 45개. 오거부락 34개. 미노타우르스부락 12개. 와이번둥지가 170여개, 수효는 대략 200여마리. 그외 약한 몬스터들은 제외. 지성이 없는것들도 제외. 보통의 동물들 역시 제외. 나가부락 3개. 리자드맨마을 3개. 인간마을 없음.(당연할지도, 여긴 일명 죽음의 산맥이라 불리워진다) 드워프 마을 5개. 엘프 마을 4개. 대략 이정도다. 대규모만 따져서 저만큼이고 다른 몬스터나 동물들은 세기도 힘들 정도였다. 뭐, 일단 몬스터들은 이 산맥의 주인이 드래곤이라고만 알고 있어도 충 분하고, 힘의 본능에 의해 복종하고 사는 녀석들이니까 그렇게 신경쓸 필요는 없는 데다가 감히 내가 사는 레어까지 깡좋게 찾아올 몬스터들은 없다고 봐야한다. 그전 에 내가 설치해놓은 다중결계를 뚫어야하겠지만. 한가지 의외로운것은 나가와 리자 드맨들이 살고 있다는것이었다. 뭐, 이곳이 인간들의 손이 않닿는 성역과도 다름없 는 장소이고, 강도 몇개씩 흐르는 데다가 늪지대도 있어서 살기 편한 장소이긴 하 지만 엘프와 드워프외에는 대화가 잘 통할것같은 상대는 없을것같았는데 저런 녀석 들도 있네? 하긴 내 영역에 없는 생물은 찾아보기 힘들지. 특이환경이나 오지및 극 지에서만 사는 녀석들이 아니라면 이곳엔 왠만큼 다 있다고해도 되겠군. 하지만 왠 지 몬스터들의 빈도가 너무 높은것같다? 내가 저 목록을 두개로 나눈이유는 정리결과에서부터 저렇게 나왔기 때문이다. 아 마도 숫자와 지능을 고려해서 저렇게 나눈 것같은데, 위의 종족들은 높은 지능을 가진 녀석들이 거의없고, 본능에 충실하지만 나름대로 의사소통을 할수있을 정도의 지능과 언어를 가졌다는것이고, 아래로 분류된 집단들은 높은지능에 자신들만의 언 어가 있고, 거기에 덧붙여서 자존심과 문화가 있다는점이 틀린것이겠지. -20- 003.05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나는 탐색후 심사숙고한 결과 엘프마을과 드워프 마을들을 방문하기로 했다. 어째 서냐면 그 두 종족들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만나보고 싶었던 종족들이며, 또한 다 른 종족들 보다는 쓸모가 많다고 알고 있거든. 드워프들만해도 내가 앞으로 제작할 물건들에 대해 많은 도움을 줄수 있을것이다. 엘프들 역시 손재주가 뛰어나다고 들 었고, 무었보다도 미남 미녀들아닌가? 눈요기는 확실하게 되겠지. 다른 종족들에게 는내가 있다는 존재감만 부각시켜 주면 알아서 길 녀석들이다.(나가나 리자드맨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도 문화가 있지만, 그래도 지성체제는 본능에 의존하는 면이 크기 때문에 적당히 존재감만 부각시켜주면 알아서 기겠지) 그래서 나는 나의 레어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드워프 마을로(가장 가깝다고 해도 10km나 떨어진 장 소였다) 텔레포트했다. "이야…… 진짜 드워프마을이네?" 나는 순식간의 드워프 마을의 한가운데에 텔레포트해 있었고, 내가 위의 한마디를 꺼낸순간 왁자지껄거리고 철이 철을 두드리던 소리가 나던 마을이 순식간에 정적으 로 휩싸였다. 마치 조잘대고 떠드는 어린애를 솜이불로 터억하고 덮어 버린것같은 정적이(왠지 비유가 이상하다?) 마을을 지배했고, 곧이어 정신을 차린 드워프들이 그 지배의 사슬을 끊어버리고는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 ……인간이다!" "칩입자다! 마을에 침입자다! 어떻게?!" 난 간단히 감상을 말한거 뿐인데 이거 너무하잖아? 그들은 자신들의 눈을 피해 마 을 한복판에 도착한 나를 보고는 매우 놀란 모양이었다. 흐음, 마법으로 단번에 텔 레포트 해버렸으니 눈을 피하고 할것도 없겠지. 하지만 이 사람들 반응이 왜 이렇 지? 너무 과민반응인걸? 왜 그렇게 무기들을 꼬나쥔채 나를 죽일듯이, 혹은 두렵다 는듯이 노려보고 그러실까? 무엇보다 난 내 복장도 평범하게 입고서 왔는데 말야? 평범한 검은 코트에 검은 부츠, 평범한 검은 옷을 입고왔을 뿐인데. 아, 이게 문제 인가? 아무튼 나는 마을에 있는 모든 드워프들이 전부 일제히 하던 일을 손에서 놓 고 나를 향해 석궁이나 배틀액스를 들이대는것을 살짝 미소지으며 바라볼뿐이었다. "넌 누구냐!" 그중에서 조금은 강단있어 보이는 드워프가 외쳤고, 다른 드워프들은 가뜩이나 조 용한 상태에서 더욱 조용해졌다. 나는 그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이야… 전부 두 리뭉실에 수염가득~ 어쩌면 전부 형제같을까?) "여기…… 촌장이 누구에요? 다들 거기서 거기네?" 아마 다른 드래곤들이 봤다면 까무러칠것이다. 자신들에게 있어선 그저 예쁜 보석 이나 무기들을 내놓으라고 하면 아무말도 못하면서 내놓는 꼬봉에 불과한 드워프들 에게 존대말이라니, 이것은 다른 드래곤들이 봤다면 드래곤 역사상 길이길이 남을 대 사건으로 자리잡을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이런것을 떠벌리고 다닐만한 드 래곤이 있다는 전제하에. 하지만 난 그들하고는 근본적인 사상이 틀리다구! 저들도 자존심과 인격이 있는 존재이고 문화와 언어, 생활박식이 다는 다른 인격체인데 당 연하게 존중해줘야 하지않겠어? 나의 말에 나의 정체를 물었던 드워프가 답했다. "내가 촌장이다! 넌 누구냐!" 음……. 역시 촌장이라서 그런지 몸도 더욱더 빵빵하고 수염도 더욱 덥수룩한것같 은데? 나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은채 말했다. "아아…… 당신이 촌장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라이니시스라고하고 근처에 이 사오게되서 인사드리러왔습니다" "……이사? 어디로?" "저기 저쪽으로 가면 블랙드래곤 장로님이 살던 레어가 있는데, 200년전에 타계하 셔서 이번에 성룡이 된 제가 쓰기로 했고, 그분의 영토를 제가 물려받게 되었습니 다. 그래서 여기 원래 사시던 분들께 인사드릴려고 왔는데…… 왜들 그래요?" '이번에 성룡이된 제가……'라는 부분이 나오자 마자 드워프들은 얼굴이 백지장처 럼 변하더니 손에 들고있던 모든 무기를 땅에 버리고 땅에 엎드렸다. 아라라? 예상 은 했지만 정도가 심한걸? 드워프들은 아마 내가 자신들을 놀려주거나 괴롭히기 위 해 왔을것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이것은 일종의 꼬투리를 잡기위한것이라고 삐 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우를 범하는……, 흠흠. 어쨌든 그 촌장은 벌벌 떨 면서 말했다. "무……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위대하신 드래곤이시여……. 저는 여기 드워프 부 락의 촌장인 팔텐이라고 합니다…… 제발 목숨만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문제인걸?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면 오히려 내가 곤 란한데? 나는 이곳에 몇가지 부탁을 하려고 왔지, 이런거 보려고 온건 아니란말야. 나는 가볍게 손짓하면서 말했다. "일어나세요. 이런거 보려고 온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희들이……" 뭐라고 말할거 같이 웅얼대기는 하는데 차마 말은 못하는것 같았다. 나는 미소지 은 표정을 약간 굳히면서 말했다. "꼭 명령이라고 해야돼요? 일어들나요" 그들은 나의 눈치를 보며, 쭈뼛거리면서 일어났다. 나는 미소지으며 팔텐에게 다 가갔는데 그는 발에 못이라도 박힌듯이 그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그 주위의 드 워프들이 전부 그에게서 한두발자국씩 물러기시작했고, 팔텐은 그런 자신들의 동료 이며 가족이자 친구인 드워프들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어보였다. 헤헷, 재 미있는데? 난 자신도 도망가고 싶지만 차마 촌장이라서 그렇게 못한다는 표정을 역 력히 드러내주고있는 표정을 띄우고있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반사적으로 방 어 자세를 취하며 움찔했다. 으음…… 중증이야 중증. 난 그의 행동에 괘의치 않고 말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이름은 라이니시스, 레드드래곤 일족입니다." "이, 이런……, 파, 팔텐 크로후입니다. 과, 광부일족입니다……" 그는 쭈뼜거리면서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잡고 흔들어주었고, 그는 내가 그 의 손을잡고 악수를 한다는것에 대해 거의 반 환각상태에까지 이르르게 되었다. 악 수라는것은 서로가 동등하다는 입장에서, 자신은 상대방에게 아무런 해를 끼칠생각 이 없다는 뜻으로 맨손으로 손을 마주잡고 위아래로 흔드는 동작이다. 이것을 통해 나는 그들에게 '나와 당신은 서도 동등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팔텐의 행동은 전혀 흠이될것이 아닐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예의바르고 상대방을 존중해주 는 레드 드래곤은 못봤을테지? 나는 아직도 반쯤은 정신이 나가있는 그에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여기 온 목적은 여태까지의 드래곤과 드워프간의 일방적이고 불공평한 관계 를 타파하고 서로간의 발전을 도모하기위하여 왔는데요. 에, 드워프 마을이 몇개 더있죠?" "아……네, 여기를 합쳐서 라이니시스님의 영토에는 총 5개의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이 몇개냐고 물은 이유는 그들이 서로간에 대해 서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 지 궁금해서였다. 나의 탐색결과로는 그 다섯개의 마을 전부가 매우 가까운곳에 붙 어 있어서, 서로간의 거리가 가장 멀다해도 직선거리로는 세시간, 이 산맥의 길이 꽤나 험준하다는것을 염두에 둘때 길어도 여섯시간이면 통행이 가능한곳이었다. 게 다가 나의 예상 이겠지만 이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서로간의 마을을 이어놓 는 땅굴을 만들어놓았을 가능성이 매우높다. 내가 읽은 '유사종족들의 문화와 생활 에 대한 신빙성있는 보고서'라는 책에 보면 드워프들은 서로가 싸우지 않고, 자신 들이 발견해낸 금속과 광맥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을 즐겨하며(그들에게 있어서 심 도있는 토론의 심도란, 얼나마 많은 맥주가 소비되었느냐에 따라 비례한다) 마을들 의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울경우 그들은 서로를 연결해두는 땅굴을 판다. 이것은 매 우 신빙성있는 기관에서 조사한 것인데, 인근해있는 드워프들의 마을, 그것도 땅굴 로 서로가 이어진 마을은 원래의 하나의 마을에서 분리한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 다. 뭐, 이 이야기를 종합해보건데 아마도 예상이지만(거의 확실하겠지만) 이 다섯 개의 마을은 원래응 하나였던 마을이 인구과잉과 기타문제로 쪼개지고 쪼개져서 오 늘날의 모습을 하게된것이 아닐까싶다. 또한 그들 사이에 나있는 땅굴은 마을을 만 들고서 만든것이 아니라, 땅굴을 파던중에 마을을 만든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의 대답에 흡족해하며 말했다. "다른 마을에 연락해서, 그곳의 수뇌부들 전부를 이리로 불러들여주세요" "네?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리로……" 나는 안내하는 그를 따라갔다. 아마도 시간이 조금은 걸릴 일이므로 나를 그냥 세 워두진 않겠다는 것이겠지? 설마 데려가서 기습이라도 하겠어? 그가 안내한곳은 손 님용의 응접실이라 '추정되는' 공간 이었다. 응접실이라고 하기에는 인간적인 미의 식이 결여된 이곳은 말그대로 '맞이하는'공간, 더욱 정확하게는 '맞이만 하는'공간 같았지만, 소파라던지, 방을 장식하는 장식구들은 드워프의 손길이 닿았다고 확신 할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방의 구조자체는 매우 훌륭했다. 환풍구의 위치나 문 의 위치, 그리고 장식품들을 놓는 선반의 위치는 '이것보다 더 좋을순 없다!'라고 외치듯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있었다. 이것이 건축공학의 정수인가……! 나는 주위 를 가볍게 둘어보고는 느긋하고 여유있게 기다리기로 했다. 앞으로 난 별일없는 한 오래오래 살 것이니 이정도 못 기다린다고 안절부절하면 안돼지. 그러는 동안 나를 안내하고 어디론가 잠시 나가있던 팔텐이 포도주병을 들고 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잔을 내밀면서 정중하게(드워프식 정중함이 손을 떨면서 말을 더듬는 것이라면) 포 도주를 권했다. "아, 아우레스력 1200년에 만들어진겁니다…… 아마…… 맛있을 겁니다" 아우레스력은 여기의 달력이다. 아우레스력 이전에는 항마력이라든지 참월력, 기 타등등의 달력기준이 있었지만, 가장 오래되고 최초로 세워졌다는 개신력으로는 올 해는 13855년이다. 아우레스는 이 세계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신인데 이 신이 인간들에게 모습을 드러내고, 그 힘을 퍼트린 것을 기준으로 삼아 아우레스력을 만 든것이다. 아우레스력 1200년산 이라면…… 올해가 아우레스력 1428년이니 무려 20 0년을 묵은 포도주라는 소리다. 오오, 이거 대단한걸? 그는 조심스레 내앞에 잔을 내려놓고 포도주를 채웠다. 빛깔은 맑고 투명한 보석과도같은 붉은빛. 진하고 달콤 하지만 함부로 마셨다간 큰 벌을받을것을 예감하는 독특하고 향기로운 알콜의 향이 응접실을 가득 메웠다. 나는 잔을 들었고 팔텐이 그런 나를 매우 불안한듯이 바라 보고있을때, 나는 먼저 향을 맡아보고 입에 머금어서 그 느낌을 즐긴 다음에 꿀꺽 삼켰다. 아아…… 이 달콤하지만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향! 쓰지고, 톡쏘지도 않지 만 자극이 강한듯 하면서도 전혀 아무런 느낌오 없는 촉감! 캬하~ 부드럽게 넘어가 는 이맛! 과연 200년 이나 묵은 포도주! 나는 한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거, 괜찮군요. 근데 왜 그렇게 서계시는거죠? 자리는 많습니다. 앉으시죠" 나의 말에 그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다시금 말하지만 아마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 는 드래곤은 보지 못했으리라. 아니, 그는 과연 드래곤을 보았을까? 단순히 그들에 게 내려져오는 이야기나 그런것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가지고있던 두여움이 순식간 에 증폭된 것일까? 그는 쭈뼛거리면서 나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내잔을 그에게 내밀고서 거기에 포도주를 따라서 건네주었다. "잔이 하나밖에 없어서 어쩔수 없군요. 아주 환상적인 명주입니다" "아니, 전 괜찮습니다. 어찌 제가 감히……" "무슨소리입니까? 제가 여기에 온 목적은 서로간의 친목도모와 발전을 위해서라고 했죠? 저한테 괜히 그렇게 저자세로 나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그래봤자 이제 1000살먹은 드래곤에 불과합니다" 그는 정말로 송구스러워하는거 같았다. 그는 잔을 받더니 나처럼 향을 맡고는 입 에 머금은 다음 목구멍으로 넘김으로써 괜히 이런 명주를 소유하고 있는 단순한 주 당이 아님을 당당하게 증명했다. 오오! 술을 마시는 방법을 아는군! 팔텐은 내가 했던것처럼 환상적인 명주의 감촉을 즐기는거 같았다. 그는 환상적인 표정을 지으 며 말했다. "역시 명주는 시간이 갈수록 맛있는거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팔텐은 그제서야 조금은 나에 대한 긴장이 풀린듯, 잔 하나를 더 가져와 나하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조용하게 술잔을 비워나가고 있었 다. 내가 2병을 비우고 그가 4병을 비워갈때 쯤, 드디어 다른마을들의 드워프 수뇌 부가 도착했다고 하였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대략 5시간 반 정도? 내 예상이 비교적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군. "흠…… 예상보다는 빨리 오는군요" "아…… 네. 저희는 원래는 한마을에 살던 가족들 이었지만 지금은 서로가 하나씩 의 광산을 가지고 동등한 입장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들과 우리사이엔 땅굴이 뚫려있어서 언제라도 이동이 쉽게 이루어질수 있는것입니다." 음…… 왜 이렇게 일이 자꾸 내 예상대로 진행되는거야? 어쩌면 나는 정말 천재라 는 것이 아닐까? 오오오……! 어머니 기뻐하세요! 천재용이 나와버렸습니다! ……벌써취했나? "자아. 그럼 정상회담을 시작해 볼까요?" "네?" 팔텐은 어디중절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는 씨익 웃었다. -21- 003.06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드워들과의 계약은 성공리에 끝났다. 그들은 내가 내걸은 계약조건에 대해, 힘에 눌려서가 아닌 진짜로 기뻐하며 계약을 체결할 것을 받아 들였으며, 그것이 정식적 으로 공표되자 마을내의 모든 드워프들은 남녀노소 가릴것 하나 없이 환호성을 지 르며 기뻐했고, 급기야는 성대한 축제를 열기에 이르렀다. 물론, 내가 힘으로 계약을 깨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깰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들에게 나눠준 계약서에 나의 목숨과 명예를 거는 맹세인 혈인(피도장)을 찍었고, 드워프들은 오히려 나에게 불리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계약서를 감격과 함께 받아 들었다. 드래곤의 피로 찍은 혈인과, 그와 함께 맹세한 내용은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것 이다. 드래곤의 피의 무게는 인간들처럼 남발할 수 있는 그런 가벼운 무게가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생물들 중에서 드래곤에게 상처를 낼 수 있는 생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같은 드래곤이 아니면, 생물의 생체능력으로는 절대 드래곤의 단단한 비늘과 가죽을 뚫고 피를 배어나오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드래곤의 피는 여간해선 구경하기 힘든 것이다. 스스로 내지 않으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 피. 그런 피로 찍은 혈인은 맹세와 함께 쓰이며, 그 맹세가 반드시 지켜질것을 보증하 는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만약, 혈인을 찍은 드래곤의 맹세의 유예기간동안 맹세 를 어길 경우에는 그 드래곤에게서 자동적으로 드래곤 하트를 박탈하고, 그가 속해 있는 일족에서 조직된 척살대가 그를 추적, 살해한다. 드래곤의 피를 걸고서 한 맹 세를 지키지 못했으니 드래곤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드래곤 하트의 박탈, 그 리고 일족의 수치라 하여 척살대가 보내진다. 따라서 나는 그들에게 내가 불리하다 고까지 할수 있는 계약서에 혈인을 찍음으로서 반드시 지켜 보이겠다는 의지를 나 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드워프마을에서의 성대한 파티(거의 한 3일 간을 먹고 마시면서 정신없이 그 렇게 놀았다)를 끝마치고 먼저 드워프 촌장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었다. 그들은 모 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약속했을지도……) 아무나(특히 그들은 노골적으로 인간을 언급했다)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 달라고 했고, 나는 그 조건을 받아들여 결계 를 3중으로 쳐주었다. 1차결계로 침입자는 미연에 아예 드워프마을에서 나오는 연기 한줄기도 발견을 못 하게 하는 침입자방지 환경환상마법, 인베이더 프리벤션 헐루써너터리 터레인Invad -er Prevention Hallucinatory Terrain을 광벙위에 걸쳐 영구하게 걸었고, 침입자 가 1차 결계를 깨고 들어올 경우, 그들을 헤메게 하도록 근처 지역을 미로화 하는 조건반응 미로화 마법 콘친젼시 리엑트 마제이션Contingency ReactMazetion을 걸어 두었다. 그리고 3차 결계로는 드워프들의 기척을 아예 하나도 느끼지못해서 궁극적 으로 그들으 드워프를 찾을수 있을 거리를 아주 없애버린 절대 기척 삭제마법인 앱 솔루트 딜리트 트레이스Absolute Delete Trace로 이루어진 강력하고 거대한 결계를 마을이 있는 그 지역 전체에 쳐주었고, 그들의 광산에 번번히 나타나서는 드워프들 을 공격하고, 그들의 보물을 훔쳐가는 몬스터들의 부락으로 찾아가서 피어를 쓰윽 일으켜 주면서 목소리를 촤악 깔고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게 공포로 눌러버 렸다. 어차피 본능의 의해 힘의 율법을 따르는 몬스터같은 놈들에게 있어서는 내가 저자세로 나갈 이유가 없는것이다. 그들은 머리를 땅에 쳐박을 듯이 조아리며 앞으 로 절대 엘프와 드워프를 건드리지 않겠노라고 했다. 나는 앞으로 말 잘들으라는 의미에서 그들에게 대가로 거의 10미터에 달하는 바위를 스톤 투플래시Stone to Fl -ash(석화마법의 반대마법. 이 마법은 돌덩어리를 동물성 단백질덩어리로 변화시킨 다)로 고기덩어리를 생성시켜줬다. 되게 좋아하는것 같더군. 머리 조아리면서도 침 질질 흘리는걸보면. 나는 드워프 마을에서의 계약조건을 완수한뒤, 연 3일간 계속되었던 음주로 발생 한 숙취로 인해 하루를 레어에서 푸욱 쉬고서(마법으로 고치면 말짱하겠지만 그래 도 난 쉬는게 익숙하다. 그런데 숙취에 시달리면서도 계약조건을 완수한 것을 보면 난 너무 대단한 용인 것같아?) 엘프 마을로 찾아갔다. 아아…… 드워프 마을에서만 지내다 보니 나의 눈이 매우 낮아진거 같아. 적어도 나의 심미안은 인간들의 초점 에 맞춰져있다구. 드래곤의 초점도 섞여서 말이지. 그들이 아무리 솜씨좋고, 성격좋고, 호탕해서 맘에 든다 싶어도 그 두리뭉실한 수 염과 빵빵한 몸통등을 며칠동안 보고 있노라면 눈이 아파오는거 같거든. 그동안 혹 사당한 내눈에 묵념. 그리고 나에 의해 이런평가를 받는줄도 모르고 앞으로의 장미 빛 미래를 설계하는 드워프들에게도 묵념. 하지만 엘프들은 미남 미녀들이겠지? 가 서 눈요기도 좀 하자고. 후후훗. 텔레포트로 드워프마을을 찾아갔더니 그들은 거의 혼비백산하며 마을의 경계태세 를 순식간에 강화시켰다는 것으로 미루어 추측 해보자면, 아마 엘프들의 마을도 침 입자에 대한 반응으로는 드워프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을 거 같아서, 나는 레어에서 가장 가까운 엘프마을까지 걸어가기로했다. 나의 레어에서 가장 가까운 엘프마을의 거리는, 팔텐이 있던 마을과 내 레어와의 거리보다 거의 5배정도는 멀리 떨어진 거 리에 자리잡고 있었다. 엘프의 마을이 드워프의 마을과는 달리 나의 레어에서 그렇 게 많이 떨어진 이유는 아마도 내가 사는 장소와 그들의 생활방식이 드워프와는 틀 린 이유에 근거하지 않을까싶다. 드워프들은 원래 광석과 돌과 함께 살아가는 종족들이기 때문에, 산과 가까운곳에 드래곤이라는 위험을 안고서도 금속과 보석을 버리지 못해서 좋은 광맥이 몰려있는 산줄기, 말하자면 '대박'의 근처에서 서로 옹기종기 뭉쳐서 살아가는것에 비해 엘 프들은 숲과 나무와 꽃과 물과 함께 살아가는 숲의 수호자이고 나무들의 친구들인 종족이며, 숲을 관리하는 관리자의 역할을 맡기때문에 뭉치지않고 오히려 듬성듬성 떨어져서 살아가며 숲을 관리하고, 보존하고 보호하는 것에 신경을 쏟는다. 그리고 내 레어가 있는곳을 사화산의 바로 위(어제 노움이 알려주더군 사화산이라고. 어쩐 지 온천수도 나온다 싶었다)라서, 화산활동의 영향으로 나무라고는 잎사귀 하나도 없는 황량하고 뾰족한 창과도 같은 화강암지대에 있으니 드워프마을과의 거리는 가 깝고, 엘프마을과의 거리는 먼것이 당연하다. 나는 등의 중간까지 내려오는 긴 붉은머리를 뒤로 한번 묶고 검은 바지와 흰색 셔 츠, 그리고 검은색 가죽으로 되어있는 자켓을 입고 천천히 엘프마을로 향하고 있었 다. 천천히라고 해도, 숲에서 마법으로 나무와 나무사이를 날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걷거나 뛰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빠른 속도였다. 음…… 그런데 이렇게 입구로 당당 하게 들어가면 들어가자마자 화살 날아오는거 아냐? 엘프들은 하나같이 명사수라고 했는데……,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언제 제대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놈이냐? 그리고 내가 그따위 화살에 맞아서 죽을 위인도 아닌데 그냥 가자 그냥가! 한참을 그렇게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지도에 마법으로 드워프 마을들의 위치와 엘프마을들의 위치를 기입해두어서 적어도 길을 잃은 염려는 없었 기 때문에 멈춰서 길을 확인한다거나, 상공으로 올라가서 위치를 확인 한다든지 하 는 번거로움 없이 지도를 보며 날아가고 있었다. 음…… 날아가는 마법을 한두번써 본 것이 아니지만 언제써도 이것은 짜릿짜릿한 기분이 든단말야? 지도에 표기된 엘프마을은 내 레어보다도 작았다. 아마도 나는 저 깨알을 분쇄한 조각같은 저 조그많디 조그만점을 가리켜주는 화살표와 글자가 없었다면 아마 멈춰 서서 돋보기를 들고서 한참동안 지도를 바라봐야 했을 것이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지도에는 나의 시각 한계영역이 표시되고 있었고, 나의 위치와 엘프마을의 위치는 지도에서 보자면 5센티도 안되는 거리였지만 그 거리는 좀처럼 좁혀들거나 하지 않 고 있었다. 아아아악! 열받아! 그냥 텔레포트 해버릴까? 내가 내 성질에 못이겨서 텔레포트를 아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때 나의 귀로는 어느 생물의 목소리가 잡 혔다. "흐에에에에엥~! 흐에에에에엥~! 끄흑! 엄마아~!" …………여기까지와서 왠 미아? 나는 잠시 날다가 균형이 무너질뻔 했지만 근처의 나무를 잡고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수 있었다. 내귀가 잘못되지 않았다면 이것은 엄 마를 찾아 울고 있는 길잃은 꼬마아이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렇다. 꼬마아이다. 보통때, 그러니까 환생하기 전이라면 별로 이상할것도 없겠지만, 여긴 나의 영역내 의 숲이다. 그 넓이는 제국과도 맞먹는다는 마의 숲. 그 숲 안에서 길 잃어서 울고 있는 꼬마가 있다는 것은 역시 이상한 일인지라 나는 소리가 난쪽으로 방향을 돌려 서 날아가기 시작했다. "엄마아……악!" 얼마 지나지않아 나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조우할 수 있었고, 그 주인공은 다시 목청껏 '엄마아~!'라고 울부짖으려던 순간, 내가 갑자기 나타나자 놀랐는지 후렴구 를 이상하게 장식했다. 으음…… 역시! 내 예상대로 목소리의 주인공은 꼬마였다. 길 잃은 꼬마. 길 잃은 '엘프' 꼬마. 엘프 꼬마라면 이해가 가지. 이 숲에 있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어째서 이 '꼬마'가 마을에서는 한참 멀리 떨어진 이런 곳으로 오게된거야? 나는 그 이유야 어쨌던 이 놀란 꼬마를 달래주기로 했다. "자자, 무슨일이니? 왜그렇게 울고 있어?" "흐윽…… 흐윽! 길, 길잃었어……. 집으로, 집으로 갈래에에! 흐에에에엥!" 크으윽! 나는 꼬마의 간단하고도 명료한 의사표현에 감탄하면서 울고 있는 꼬마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내가 추측하건데 아니, 확신하건데 이 꼬마는 여기서 가장 가까운, 내가 목표로 향하는 그 마을에서 나와서 길을 잃었다고 볼 수있겠다 그나마 엘프 꼬마가 마을 밖으로 함부로 튕겨져 나와서는 여기까지 잘도 살아있네? 내가 몬스터들 마을에 엘프마을하고 드워프마을 건드리지 말라고 했더니 알아서 철 수했나? 지금 때는 가을이니 대부분의 곤충류 몬스터들은 겨울잠을 자기전에 영양 분을 비축하기 위해서 동족잔상도 불사할 정도로 눈에 불을 켜고는 돌아다닐텐데 여기까지 잘도 살아왔구만 그래. 나는 그런 문제는 뒷전으로 미뤄두고서 우선은 이 울보덩어리를 어떻게든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그래, 집이 어디야? 응? 말해봐. 집이 어디야?" "저어기…… 저쪽" 꼬마가 가리키는 방향은 내가 가고자하는 엘프마을이 있는 방향과 일치했다. 적어 도 방향감각은 있다는 소린데 왜 안가고 있었지? 아…… 이앤 어린애지. 어린애가 그런 이성적인 판단을 할수 있을 리는 없지. 나는 계속 훌쩍대는 그 애를 추스려안 고는 날아가려던 당초의 계획은 변경했다. 이 애를 위해서라도 텔레포트를 해야겠 지? 좌표설정 완료, 마나의 흐름 포착! 자아! 움직여라! "텔레포트!" "와우, 진짜 멋진데 그래?" "…………침입자다!" "칩입자다! 경비대는 뭐한거야!"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남감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엘프나 드워프나 어째 반응이 이렇게 한결같냐? 나는 그 꼬마를 추스려 안고 텔레포트를 해서 엘프마을의 중앙광 장이라고 보기에 딱좋은 장소로 단숨에 이동했다. 중앙광장으로 의도해서 텔레포트 하려던건 아니고, 그냥 마을의 중앙부분으로 텔레포트 하다보니 중앙광장에 도착하 게된 것이다. -22- 003.07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엘프들은 순식간에 나를 둘러싸고 활과 칼을 겨누며 아주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었 다. 그들의 표정은 드워프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이 그들의 경계를 뚫고 단번에 들어와서 존재를 비친 이 간 큰 침입자에 대한 솔직한 경멸과 놀람, 그리고 약간의 공포가 섞여 있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고, 나는 시선이 형태화된다면 순식간 에 찔려 죽을 것 같은 분위기속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촌장님좀 불러주시겠어요?" "넌 누구냐! 누군데 촌장님을 찾는거냐! 그리고 그 아이는!" 나에게 답한것은 제법 자세가 잡혀있는 엘프 여전사였다. 검잡는 자세하며 여러가 지 각도로 볼 때 매우 훌륭한 전사의 준비자세로군. 그것도 너무나도 속이 뻔하게 내비치는 그런 자세. 그녀는 경계함과 동시에 화내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엘프인지 라 역시 예뻤다. 하아…… 하늘아래 저런 종족이 또있을까?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전 라이니시스라고 합니다. 이애는 길을 잃고 있어서 데려온것이구요. 그럼 촌장 님좀 불러주시겠어요?"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거 꽉막힌 모습. 척 보면 몰라? 마법이잖아. 나는 미소를 진하게 지으며 말했다. "마법으로 들어왔죠. 그럼 촌장님좀 불러주시겠어요?" "목적이 뭐냐!" 나는 이 질문질답에 나의 인내심이 거덜나는 것을 느꼈다. 순간 나는 이곳을 전부 몽땅 때려 부수고픈 강한 충동을 느끼고는 나 자신을 추스려야했다. 아아…… 아무 리 해도 난 천상 레드 드래곤인가봐. 겨우 저런 것 정도에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 온통 전부 부셔버리고 싶은 욕망이 슬슬 치밀어 오른다니말야……. 나는 가슴에 손 을 얹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진정하자 진정해. 건방지고 싹퉁머리가 없다고 해 도 미녀가 아닌가? 내가 한 번 화를 내면 여긴 흔적도 없이 날아갈거야. 진정하자 라이니시스! 나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서 이마에 혈관마크 하나를 띄우고는 말했다. "촌장님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촌장님좀 불러주시겠어요?" "꺼져라! 여긴 인간따위가 들어와서 행패부릴곳이 아니야! 그 아이를 내려놓고 꺼 져라!" 아주 아주 매너없고 교양없고 싸가지성이 결여된, 예의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저 말투. 아아……, 정말 엘프맞아? 엘프들은 예의가 바르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내가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났고, 지금 나의 기운을 갈무리 한채 있어서 나의 정체를 전 혀 모를 것이고 추측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나는 인내력의 한계가 왔음을 깨달았다. 난 세번 이상은 못참는다구! 아니, 안참는다구! 저쪽에서 예의를 차리지 않는데 내가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겠지? "내가 인간으로 보이나?" "뭐……어?" 얼씨구? 끝까지 반말이다 이거냐? 나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파악 하고 피어를 터뜨렸다. 좁은 지역에 한계적으로 피어를 뿌려버렸다. 그전에 이 죄없는 꼬마에게 는 공포방지마법을 걸어주었지. 나의 힘이 담긴 피어가 퍼지자 그렇잖아도 하얀 엘프들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 얗게 탈색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슴에 거대한 충격을 받은듯이 '어억!'하 는 표정으로 서서히 무기를 든 손이 밑으로 쳐져가는것을 볼수 있었다. 특히나 나 를 엄청 갈군 그 여자엘프는 어째서 자신이 기절하지 않고 꼿꼿하게 서있는지 원망 스럽다는 기색이 역력하게 질린 표정이었다. 나는 그들을 좀더 공포에 휩쌓이게 하 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나중에 가서도 날 물러터진 그런 존재로 보지 않 을 테니까 말야. 나는 피어에 나의 기운까지 담아서 한 번 더 더뜨리며 말했다. "이쪽에서 예의를 지켜나올 때 그쪽에서도 좋게 나왔어야지. 무턱대고 욕지거리에 내쫓아? 그게 엘프가 할짓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천천히 오려던거 이 아이가 길잃 어서 좀 빨리 와보자고 한번에 온건데, 그런거 가지고 지금 너 지금 내 인내심 시 험하냐? 이딴 마을 뭉개버릴수도 있는데 내가 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지 금 내가 엘프고기가 얼마나 야들야들한지 직접 시식하길 바라는거야!" 콰아아아아! 뜨끈한 열기를 담은 바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면서 엘프들의 머리카락과 옷을 휘 날리게했다. 서서히 사기가 떨어지던 엘프들은 그 순간 모두 무기를 떨어뜨리고 땅 에 부복하였고, 나는 그들을 한차례 싸늘한 눈으로 바라본 다음 나와 대화 아닌 대 화를 했던 여자엘프를 지목했다. "너! 일어서" "네, 네엣!" 그녀는 '이젠 죽었다'라고 말 하는 듯한 표정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어찌어찌 움 직이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당당하게 나를 쏘아보던 아까와는 달리 내 시선을 완전 히 피하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내리깐 모습이었다. 나는 앞으로 약간 흘러 나와버린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겨 정리한 다음 말했다. "아까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지. 촌장 불러와" "저, 저 죽이시려면 제 목숨만 거둬가주세요…… 아버지는 아무런 죄가……" 뭔 헛소리야? 그리고 저년은 촌장 딸이었나? 어쩐지 권위에 가득 찬 모습이라니. 엘프들에겐 자신들의 대표자의 의미에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촌장의 직위의 딸 이라고 해서 목에 힘줬다는거야? 나는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죽이시려면 저만……' 을 연발하는 효심으로 가득한 엘프를 보면서 이를 드러내곤 말했다. "무슨 잔말이 그렇게 많아! 불러 오라면 불러와! 내가 누군지 설마 모르는건 아닐 텐데!" "네, 네엣!" 그녀는 처음과 똑같은 대답을 하면서, 황급히 뛰어갔다. 어이구 저런, 넘어질라. 그러니까 처음에 말 할 때 갔으면 일부러 큰소리 안내도 되고, 그쪽도 좋은거아냐? 왜 괜히 엘프들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남겨주려고 애쓰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여 기에도 무슨일이 일어난거야? 문득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진 나는 나에게서 가장 가까이 있는 엘프를 지목했다. 내가 지목한 사람은 금발머리를 화려하게 기른 남자 엘프였다. 으음…… 엘프들은 남자나 여자나 전부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린단 말야? "어이, 거기 금발머리" "네? 저말입니까?" 그는 고개를 들고서는 겁 먹었다는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는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 어왔고, 나는 그런 비굴하고 당당하지 못한 표정은 정말로 보기싫은지라 슬쩍 시선 을 주위도 돌리면서 말했다.(사실, 피어가 주는 본능적인 공포 때문에 당당해지고 싶어도 그러진 못할것이다) "그래, 너. 여기도 그렇고 드워프들도 그렇고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냐? 혹시 여기 엔 주기적으로 노예 사냥꾼들 이라도 들어오는거야?" "네에……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도 인간들이 들어와서…… 어린애들을……!" 그 녀석은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하려다가 내가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금새 분노하는 것을 멈췄지만, 그래도 그는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 역력히 보이는 모습이 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결국 이들도 인간들에 의한 심각한 피해 때문에 생긴 피 해의식에 사로잡힌 피해자들이었군. 하지만 그 무례한 태도는 도대체 뭐지? 나는 한숨을 쉬었다. 뭐, 촌장하고 이야기 해보면 알겠지. 그러면 나머지는 죄가 없으니 그냥 돌려보내자. 나는 피어를 뿜던것을 그치고는 말했다. "모두 일어나. 각자 하던일해" 엘프들은 슬금슬금 일어나 나의 눈치를 보며 해산했다. 하지만 몰래 숨어서 날 지 켜보는 시선들이 느껴졌고, 그들은 목숨보다도 호기심이 더욱 중요하다는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하아…… 그래도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다 이건가? 나는 내 품에 안겨서 이 모든 상황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멀뚱멀뚱 보고있던 아이를 내려 놓고는 잠시 하늘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그리고 한참을 창념에 잠겨있을 때 내 옷자락을 누군가 잡아당기는것이 느껴졌다. 응? 뭐지? "오빠. 오빠, 드래곤이야?" 내가 물끄러미 아래를 보니 내 절반밖에 오지않는 그 꼬마엘프가 호기심어린 눈으 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두렵다거나 꺼려하는 기색이 전혀 없는 그 똘망똘망 하고 맑는 눈을 보며 피식웃고는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난 드래곤이야. 레드 드래곤. 라이니시스라고해. 꼬마는 이름이 뭐니?" 녀석은 내가 '꼬마'라고 한것이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그녀석은 볼을 부욱~ 하고 부풀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레시아는 꼬마 아냐! 나 레이사 아니덴라지야. 이제 37살이다! 그리고 어였한 숙 녀야!" 난 피식웃었다. 37살이면 엘프들 중에서도 5살 정도밖에 안돼는 '꼬마'잖아? 나는 레이사를 다시 안아올려서는 무등을 태워줬다. 하하, 이거 환생하기 전 어린조카들 하고 놀아본 이래로 어린애들하고 놀아주는것은 처음이군. 나는 내 머릴 잡으며 비 비꼰다던지 땋기놀이를 하면서 장난치는 레이사에게 말했다. "레이사야. 오빠가 재밌는거 보여줄까?" "응! 보여줘!" 음…… 뭐가좋을까? 엘프들은 정령을 잘 다룬다고 했지? 그러면 간만에 정령술을 써서 작은 공연이라도 해줄까? 좋아, 실프! 운디네! 스파크! 나와라! 나는 단번에 3개의 정령을 불러내고는, 그들로 하여금 번쩍거리는 쇼를 보여주게했다. 운디네는 스파크의 전격을 머금고는 번쩍거리는 섬광을 내었고, 실프는 그런 운디네를 여기 저기로 옮겨다니게 했다. 전기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파지직거리면서 스파크가 튀는 물방울들이 바람에 회오리치며 오색영롱한 빛들을 내뿜었다. 레이사는 '헤에~'하는 소리를 내고는 정신없이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마도 다른 엘프들도 이것을 보 고는 꽤나 놀라고 있을것이다. 그들중에서도 이렇게 정령을 잘 다루는 이는 없을테 니까. 그것도 3개의 정령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꽤나 어려운축에 속하기 때문에 아 마 그들로서는 그 긴 일생동안 몇번 볼수 없는 쇼를 보고있는 것이다. 세가지 정령 을 다루면서, 그 정령에게 공급할 자연력을 끈임없이 온몸으로 체크하고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을 잡고는 중얼거리면서 집중을 하는 일반의 정 령술사와는 달리 난 그일을 생글생글 웃으면서 하고 있는것이었기 때문에 엘프들의 경악도는 클것이다. 난 그러는 도중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거는것을 들을 수 있었다. "저어…… 실례지만, 위대한 존재시여……" 음? 나는 목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엔 나에게 대든 여자엘프와 늘그수레 한 노인엘프가 있었다. 촌장인가보지? 나는 정령들을 손짓 한번으로 정령계로 귀환 시켰고, 레이사는 '에에~ 아쉬워~'라고 말하며 내 머리위에 턱을 괴었다. 훗, 꼬마 가 하는 행동이 애교만점이군. 나는 촌장을 보며 말했다. "촌장님이신가요? 만나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만, 어쨌든 만났으니 됐군요. 전 라이니시스라고 합니다. 레드드래곤 일족이고, 200년전 타계하신 블랙드래곤 장로 님의 레어와 영토를 물려받았기에 인사차 들렸습니다" 난 레이사를 무등 태우고 있는 지라 허리를 굽히진 못하고 목례만 했다. 나를 갈 군 엘프여자는 경악과 놀람으로 눈이 휘둥그래한 채 날 보고있었고 촌장은 매우 송 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아이구……이거, 말씀 낮춰주십시오. 제가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성룡이신 라 이니시스님의 나이엔 못미칩니다" "아니아니, 적어도 저보단 세상에 대한 연륜이 있으시잖습니까? 그런 이유로 존중 해드리는 것 뿐이니 상관하지 마십시오" 나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난 적어도 촌장에겐 유감이 없거든? 그런 날 바 라보는 엘프여자의 눈은 당혹감으로 가득찼다. 나는 감히 어딜 함부로 보냐는 듯이 살짝 눈을 부릅떠주었고, 나의 뜨끈한 눈길을 받은 그녀는 순식간에 도로 눈을 내 리 깔았다. 나는 촌장에게 미소를 지어주며 말했다. "그리 긴 이야기를 하러 온것은 아니지만 장소도 장소인만큼 옮겼으면 합니다만?" "아, 네에. 그러면 이리로……" 나는 촌장에게 안내되어 그의 집으로 갈 수 있었다. 가는 동안 레이사를 어깨에서 내리고는 품에 안고 걸어갔고, 레이사도 헤헤 웃으면서 목에 팔을 감아왔다. 우후 훗, 하는 짓이 여간 귀여운게 아니군. 앗, 설마 나 로리콘인가? 아냐 아냐, 그런건 아닐텐데? 그래. 그냥 귀여워서 그러는거겠지. 후훗. 후훗, 후후후후훗……. 역시 위험하다. 안돼! 로리콘의 길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정성적인 사상과는 영원이 굳바 이~ 란 말야! 나는 잠시 나의 여성취향에 대한 심각한 고찰로 인해 자기혐오에 빠져들어서 표정 을 조금 어둡게 했고, 그런 나의 표정을 본 촌장은 내가 지루해서 그런가 싶어서 어서 재빨리 날 안내했고, 결과적으로는 보통 3분정도에 갈 거리를 1분만에 주파하 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내가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 이유에선지 서둘러서 그윽한 향기가 나는 차를 내왔고, 나는 오해라고는 하지만 그래고 그를 안심시켜 주자는 의도에서 부드 럽게 미소짓고는 차를 마심으로서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엘프는역시 엘프군. 드워 프와는 다르게 이렇게 차를 내오다니 말야? 팔텐은 와인을 내왔었지. -23- 003.08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흐음…… 좋은 차군요"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엔 어인일로……?" 그는 매우 공손한 태도로 물어왔고 나는 그의 말을 듣고는 잠시 눈을 감고는 생각 했다. 차가 매우 맛있는데, 이걸로 조금 용서해줄까 하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런 차는 내가 일찍이 전혀 맛보지 못한 향과 맛과 품격을 지닌 매우 고급스런 차였기 때문에 좋은 경험을 시켜준 대가이기도 하고, 나는 엘프들 자체에는 유감이 없기때 문에 그의 딸이 자긍심과 자만심에 눈이 멀어 벌인 행동을 그냥 용서해 버리기로했 다. 뭐, 그렇다고 해서 개인적인 원한이 사라진건 아니야. 어니까지나 공적인 관계 에서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겠다는것이지. 나는 에메랄드 같은 영롱한 녹색빛을 내뿜는 차를 보면서 매우 만족한 표정을 이 었다. 역시 이 세계는 이런 차종류 같은것이 잘 발달되어있어서 좋은데? 나는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엘프와 드래곤간의 지난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쌓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동안 드래곤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으셨으리라고 추측을 해보지만, 이제는 서로 상호간에 이익을 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촌장은 드워프들에게 내가 이런 말을 했을때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경악이 섞인 조 금 멍한 얼굴이었다. 그역시 나같은 드래곤은 못 봤을거야. 왜냐하면 내가 본 수많 은 책들 중에는 이런것도 있었거든. '손쉬운 이종족 삥뜯기 시리즈 - 드래곤의 영 원한 꼬봉 드워프'라든지 '엘프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 종류별 망라 - 다른 드 래곤들의 수기 포함'또는 '인간들의 왕성에 쳐들어갈 경우 그들의 반응과 얻어낼수 있는 물건들 - 최고로 좋은 방법이지만, 이후 인간들에게 찍혀서 귀가 많이 가려워 짐' 이런 권장도서(!)들도 있었으니까. 특히 엘프들의 경우 눈요기가 된며, 노예로 삼을 경우(그냥 노예가 아닌 잠자리의 노예를 의미한다) 하루하루가 즐겁다, 요리를 잘한다, 집안일을 끝내주게 잘한다 ,다른 드래곤들에게 과시할 수 있다, 기타등등 기타등등 기타등등……. 뭐, 드워프 와는 별개의 의미로(가정적인 의미에서) 쓸모가 많은 종족이라고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엘프를 바라보는 시선이 대충 그정도의 수준에 머물러있는 드래곤의 입에 서 저런말이 나오는것은 상당히 놀라운일이며 엽기적이기까지 할것이다. 나는 멍해 있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촌장에게 말했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저는 제 영토의 엘프들과 공정한 '거래'를 하기위해 왔습 니다. 당신들이 원하는것이 있다면, 힘닿는데 까지 들어드리도록 하죠. 그리고 당 신들은 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면 되는겁니다" "그, 그말씀은…… 저희가 요청하면…… 들어주신다는 겁니까?" 오호, 드워프들과는 달리 이해가 빨라. 아니, 조금 더 침착하기 때문인가? 나는 고개를 깊게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대신 당신들 역시 제가 요청하는것을 들어줘야겠지만요. 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엘프의 장인분들께 물건을 만들어달라는 정도 겠 지요. 또는, 좋은 술이라던지 맛있는 제철과일 한바구니쯤? 뭐, 그정돕니다" 촌장은 '대신 당신들 역시~'에서 뭔가 크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가 내가 후에 예 를 들어 말하자 주름진 눈가가 화악 펴졌다. 이것은 거의 파격적인 대우라 할수 있 다. 엘프의 장인들은 드워프들과는 다른 의미로 뛰어난 장인들이다. 그들은 아무리 해 도 드워프들이 만들지 못하는것을 만들어 내고는 하기 때문에 드워프 기술자들보다 더욱 뛰어난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이 가장 자주 만드는 것으로 여행 하는 엘프들에게 주어지는 엘븐 플레이트Elven Plate라는 갑옷이 있는데, 이것은 보통의 플레이트가 움직이는 도중 갑옷들을 이어놓은 접지부분이 서로 맞닿아서 캉 캉거리를 소리는 내는데 반해, 엘븐 플레이트는 샤라랑~ 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한 다. 드워프들이 몇십년간 그것을 연구 해보았다고 하지만 절대로 그 기술을 베낄수 없어서 엘프 장인은 드워프들 보다도 뛰어난 기술자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엘프장인은 그들의 성격상 그렇게 많이 나올수는 없는것이라서 대개 이런 마을에는 한명내지 두명이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고 한다. 드워프마을이 마을의 인원 모두가 갑옷 한벌쯤은 우습게 만들어내는 것에 비해 수효가 적겠다고 하겠으나, 이쪽은 질 이 그만큼 더 뛰어나다. 그런 장인들에게 물건을 만들게 하고서, 나는 그들의 청부 를 들어주는것. 꽤나 삼삼한 조건이지 않은가? 촌장은 거의 믿을수 없다는 눈으로 날 보고있었다. 으음, 그 눈가의 주름이 화악 펴질 정도로 바라보면 내가 무안해지잖습니까. 아마 다른 일족들이 이렇게 다른 종 족과 사이좋게 거래를 하고 고개를 숙이며 저자세로 나가는 것을 본다면 미쳐 날뛰 겠지만 말야. 엘프촌장은 커진 눈으로 날 깜빡깜빡 보더니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 다. 오히려 저희들이 요청하고 싶은정도의 조건이군요" "승락하신다는 것이지요? 그럼 계약을 하도록하죠" 나는 따라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승락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리고는 품에서 미 리 작성해둔 계약서가 있는 스크롤 통을 꺼냈다. 거기서 계약서를 다섯부를 꺼내어 건네주었다. 뭐, 이번에도 드워프 마을에서처럼 수뇌부들을 전부 모아두고서 계약을 맺을수 있 지만 그들은 나의 영역곳곳에 퍼져있기 때문에 이곳에 전부 몰아서 주고 알아서 나 눠 가지라고 해야지. 계약서의 내용은 드워프마을과 동일하며, 상호간의 이익을 따 져 서로간의 손해가 없도록 하는것이 최대한의 목적이었다. 나야 할일이 없어 마법 이나 쾅쾅 쏴대며 놀텐데, 그시간에 이들이 말하는거 들어주면서 노는게 훨씬좋지. 어차피 무리한 일은 시키지 않을거 아냐? 조건사항에도 '나는 다른 드래곤 또는 생 명에 위험이 갈 수 있는 상대와는 싸우지 않는다. 또한 생명에 위험이 가는 의뢰는 묵살한다' 라는 조건이 붙어 있으니까 말야. 혹시나 악마왕이라든지 하는 놈들하고 싸우라고하면?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어줄 용의가 있다. 나는 즐겁고 안전하게 사는 것을 내 인생의(용생?) 일차 목적으로 정했거든. 촌장은 빠르게 계약서를 읽더니 잉크와 펜을 꺼내서 싸인을 했다. 나역시 펜을 들 어서 싸인을 하고는 드워프 마을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약을 확실하게 지킨다는 의미 에서 손가락에 상처를 내서는 혈인(피도장)을 찍었다. "이것은 드래곤의 피로 완성된 맹약이니, 누구든 이 맹약을 어길경우, 일족전체의 응징을 당하게 될것이다.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의 이름으로" 그렇게 2장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촌장은 내 피가 찍힌 계약서를 매우 송구스러운 듯이 받아들었다. 설명했다시피 드래곤의 피의 무게는 그렇게 가볍지 않거든? 엘프 들에게는 어쩌면 조금 부담스러울수도 있겠지만 말야. 나는 남은 계약서에도 똑같 이 혈인을 찍고서는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이것을 나의 영토 전체의 엘프마을에 전해주세요. 그들에게도 당신들과 같은 권 리가 생긴것이죠. 계약기념으로 한가지 일을 해드리죠. 뭐 원하는것이 있나요? 예 를 들자면 강력한 결계라던지?" 나는 드워프들의 전례가 있기에 대충 찍어서 말했고, 그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감복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인간들이 들어오지못할 강력한 결계를 바랍니다. 숲에는 무해하고, 저희들에 게도 무해한 것으로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어딜가도 인간들이 문제였다. 나도 한때 인간이었으 니, 그것도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는 그런곳에서 살아왔으니 인간의 물욕이란 것이 얼마나 큰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환멸한다. 나는 주먹만한 크기의 다이아에 드워프 마을과 같은 3중 결계막을 생성하는 마법 을 걸고, 똑같은 크기의 다이아몬드에 결계를 버티게 해주는 마법을 만들어서 수십 수백조각으로 부순 후 마을전체에 무작위로 날렸다. 이제 중앙결계석을 없애도 이 파편들을 전부 찾아서 없애지 않는 한 이 결계는 깨지지 않을것이다. 나는 다른 마 을의 수요대로 결계석화된 다이아몬드를 내주었다. 다른마을의 촌장들도 부르고는 싶지만 그랬다간 너무 시간이 오래걸리고 또한 그들은 나름대로 회의한다는 명목하 에 엄청 복잡해질것 같았기에 그냥 이렇게 간단하게 처리하기로 했다.(하지만 나는 엘프들이 드워프들처럼 파티를 벌이자고 할까봐 두려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매우 감사해하는 촌장에게 말했다. "근데, 성함이 어떻게 되죠?" "네? 아! 이런, 여태까지 제이름도 말 안했다니……. 제이름은 카레만입니다. 그 냥 카레만이라고 불러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카레만? 카레만이라……. 확실히 어감은 좋지만 저거 음식이름 아닌가? 하도 카레 만 밝히다보니 생긴 이름아냐? 캬하핫, 썰렁하니 그만두자. 나는 마침 음식 생각이 나자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엘프는 집안일을 매우 잘 한다고했지? 나 혼자서 살기도 적적하니 밥순이라도 하나 들여놔야겠다. 그래서 난 적당한 희생양(?)을 찾 아서 주위를 둘러보았고, 때 마침 나에게 대든 그 여자엘프가 눈에 들었기에 난 그 녀를 지목했다. "당신, 이름" "미, 미리안 라이엔츠입니다. 라이니시스님" 미리안이라……. 예쁜이름이군? 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의 웃음을 본 미리안은 움찔~하는 표정과 몸짓을 취했고 나는 눈꼬리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 나 따라와" "네에?" 그녀는 '설마…?'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고, 나는 그녀의 얼굴 전체에 떠오 른 강한 의문에 답해줄 의무심을 느끼고는 나의 의도를 다시한번 설명해 주기로 했 다. "넌 앞으로 내 레어에서 살도록 해" 나의 이 선언에 순식간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이마에서는 땀이 삐질 삐질 흐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라는 카레만 역시 뜨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부녀모두 머리위로 한줄기 벼락이 떨어진 느낌일거야. 마침내 얼굴 색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 그녀가 그녀가 입을 가리고는 뭔가를 웅얼거리는 듯 싶 었다. 그리곤 그대로 기절했다. 털썩. "에?" 여자엘프가 기절하고, 나의 황당스런 한마디와 함께 엘프마을에서의 계약도 이걸 로 끝났다. -24- 003.09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난 내가 다녀온 엘프마을에서 나에게 건방지게 대든(사실, 그녀로선 마을을 지키 고자 하는 호승심과 촌장딸이라는 같잖은 지위에 대한 오만과 자만이 똘똘뭉친, 어 떤의미로는 당연한 행동이지만 난 엄청나게 불쾌했다) 미리안이라고 하는 여자엘프 를 레어로 데려왔다. 그녀를 데려온 이유는 당연히 나의 성적인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한 장난감이자 노리개…로는 절대! 아니었다. 그녀가 엘프라서 타고난 미모를 가 져 예쁘긴해도 난 애시당초 아무하고나 그짓(!)할 생각없거든. 내가 지금까지도 사 랑하는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목숨을 대신해서 살고 있을 그녀니까. 진짜 목적을 말하자면 그녀는 나의 밥순이다. 솔직히 말해서 레어에 처음 입주하 고,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도 하다 뭐하다 보니깐, 요 8개월간은 아무렇게나 먹고 살았기 때문이지. 배고프면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먹었고, 그것 때문에 그간 나의 식생활은 말도 안되게 궁핍하고 피폐했었지. 환생까지 했고, 종족을 뛰어넘은 거대 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됐는데 먹는 것도 변변찮게 먹으면 드래곤으로 환생한 의미가 없잖아? 그러니까 난 엘프 중 아무나 데려와서 밥순이를 시킬 생각이었는데 때마침 좋은 몰모트가 '잡아가주세요~♡'하고 터억 하니 걸리더라고. 비단 밥순이뿐만 아 니라 심심할때 같이 이야기도 하거나 내 일을 도와줄수 있는 비서내지는 하녀가 필 요했거든? 정확하게는 내 전용 메이드를 키우는 것이지. 쿠쿠쿠쿡! 이것이 바로 귀축도의 첫걸음인가? 메이드부터 시작해서 당신의 뜻대로 '주인니임~!' 까지. 라는거야? 쿠쿠쿠……. 내가 잠시 엄한 생각을 하면서 실실 쪼 개고 있을때, 그것을 보았는지 미리안은 엄청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라이니시스님, 어떻게… 할까요……?" 내가 실실 쪼개는 것을 멈추고서 돌아보니 그녀가 긴귀를 추욱 늘어뜨린채 겁먹은 표정으로 있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어깨를 움찔하면서 움츠러들었다. 그녀의 얼굴은 귀끝에서부터 목덜미까지 시뻘개져 있었는데, 아마도 그녀의 얼굴이 빨개져 있는 것은 '벗을까요?'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예상이지만, 그녀의 나이는 대략 200년이 조금 덜된 나이일 것이다. 엘프들의 사회성은 참으로 이상하 기 그지 없어서 성행위에 대한것은 부정적으로 여기면서도 어렸을때부터 이미 알건 다 알게 만든다고 한다. 권위주위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이 서로 충돌하다보니 그들 의 겉으로만 보이는 모습은 고아하고 청초하고 순결한 이미지겠지만, 알고 보면 그 들도 속에서 다 호박씨까고 지내는 것이다. 미리안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라 할수 있겠는데, 그녀의 머리속에선 무슨일이 일어 날지 뻔히 알고 있지만(……이라고 착각하고 있겠지) 그것에 대해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흐으, 저러고 있으니까 너무나도 귀여워 보이는데? 다 큰 엘프면 서도 귀여움이 물씬 묻어나는 모습이라니 말야. 나는 씨익 미소짓고는 마법적으로 만들어진 옷이 있는 창고를 가리리며 말했다. "저쪽으로 가서 옷장에 있는옷 꺼내입어. 아마…… 21번 옷장일거야" 내가 정리 해놓은 것으로 보자면 21~25번은 메이드복일 것이다. 그것도 내가 환생 하기전, 지구에서 본 애니메이션나 만화, 게임에서 봐오던 메이드복의 기억을 최대 한 되살려서 마법으로 만든 세상 어딜 내놔도 손색이 없는 재질의 옷감과 디자인으 로 만들어진 의상이다. 그리고 단순한 메이드 복들이 마법적인 옷을 저장해두는 창 고에 속해있는 이유라고 한다면, 입는 사람의 체형에 맞게 자동적으로 사이즈가 맞 춰지는 마법을 걸어두었기 때문에 어떠한 체형에도 문제없다는 이유때문이지, 별다 른 방어력이나 마법적인 효과는 없지만 호리호리한 엘프들의 체형에도 딱딱 맞춘듯 한 모습을 보여줄거야. 21번이면 가장 평범한 메이드 복으로서, 같은색깥의 블라우 스와 치마에 그위에서 가장 돋보이는 색을 띈 에이프론, 그리고 긴 머리에 맞춘 리 본으로 이루어진 한 세트의 메이드복이 수십벌 있을것이다. 색깔별로 조합을하다보 면 그렇게 나오는 법이라구. 그나마 나는 그녀에게 수치심과 창피함 같은것은 주지 않으려는 생각이기때문에 21번 옷장에 있는것을 꺼내입으라고 한거야. 내가 마음먹 었다면 24번 옷장에 있는 것을 입으라고 했을걸? 아마 24번이 치마도 짧고, 전체적 인 모습에서 색기를 풀풀 날리는 색기발랄한 옷들일거야. 하아~ 엘프 메이드라니…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은 일 이었어! 으하하하하! 조금 뒤, 그녀가 나왔다. 푸른색의 치마, 푸른색의 블라우스에 흰색의 에이프릴을 걸치고 에리프릴의 끈으로는 알아서 리본을 매고 있었고, 그녀의 긴 금발머리는 붉 은색의 리본으로 포인트를 주어서 묶어두었다. 아, 21번 옷장을 열게 한 이유는 또 있는데, 그것은 블라우스의 팔 길이를 반팔로 된 것을 입도록 하기위해서 21번 옷장에 있는것을 꺼내라고 한것이다. 여긴 워낙에 열기가 충만한 사화산의 위(정확하게는 한 가운데)라서 내가 마법으로 약간은 시원 하게 해놨지만 레드드래곤이 살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주변의 온도가 그에 반응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더워지니까. 치마 길이는 무릎바로 아래까지. 거기에 흰색의 면으로 된듯한 양말에 고동색의 숙녀용 구두를 신었다. 속옷이야 알아서 꺼내 입었 을 테지? 설마 속에 아무것도 안 입었었다는그런 민망스런 일은 없겠지? 그녀는 불편한 듯한 표정에 어색하다는 뜻을 실었는데, 적어도 신체적으로는 불편 하진 않을것이다. 아마 한달정도 입다보면 다른 옷은 입기가 싫어질 정도로 착용감 이 끝내주게 좋을걸? 그리고 표정에 어색함이 있는 이유는 이 시대에서 이런 옷은 왕성의 시녀라던지 권위있는 집안의 하녀들이나 입고 있는 것일거야. 난 살짝 웃으며 말해줬다. "여어, 잘 어울리는데? 예상대로 잘 어울리는군" "네? 네…… 감사합니다……" "자아, 그럼 이제부터 네가 할일을 말해줄게" 그녀는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잠깐 놀려보는것도 재밌잖아? "너도 짐작하겠지만, 나의 잠자리 시중을 든다. 최대한 날 즐겁게 해줘야 너희 일 족이 살아남을거야. 참고로 난 조금 과격한걸 좋아해서, 너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큰일날거다" 그녀는 '역시나!'하는 표정이 되었고 얼굴에선 붉은 물이 뚝뚝 떨어질것같이 붉어 져있었다. 그녀는 수치심과 분노와 슬픔등등이 아주 적당하게 섞인 표정을 하고는 두 주먹을 불끈쥐고 가볍게 부르르 떨더니 아랫입술을 한번 꽈악 깨물고는 말했다. "네에…… 열심히 해서…… 마, 만족 시켜 드릴께요……" 새빨개진 얼굴이 매우 귀여웠다. 나는 웃는 표정 그대로 말했다. "좋아. 첫번째로 할일은, 옷이 있던곳에서 바로 옆의 동굴로 들어가. 가면 뭘해야 할지 알수 있을거야" 내가 가리킨 장소는 주방이었다. 그녀는 엘프이기 때문에 애시당초 고기요리를 바 라는것은 무리라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빵이라든지 샐러드정도로 가볍게 차려진 식 물성으로 산뜻하게 차려올것 같기도 하다. 명색이 200살이나 먹은 엘프니까 요리정 도는 할줄 알겠지? 게다가 창고에는 각종 드레싱과 싱싱한 야채가 가득있으니 알아 서 잘 만들어 오겠지. 내가 특별히 그녀를 주방으로 보낸 이유는 그녀의 요리 실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것과 지금부터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대충짚 어보자면, 그녀의 존재는 나에게 있어서 노리개감밖에 더 되겠냐만은, 나에게 있어 서 그녀의 존재는 하녀 이상으로서 앞으로 혼자살아야 할 나의 생활에 약간의 이야 기 상대가 되겠지만 지금같이 저렇게 내가 놀려놓고서, 같이 이성적인 이야기를 나 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고, 또한 뭔가 제대로된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욕 구와 함께 배가 고파왔기 때문이었다. 룰루루~ 그러면 이제부터 즐겁게 기다려 볼 까~? …난 드래곤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드래곤이 되서 1001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후 회했다. 미리안을 데려와서 내 메이드로 택한것을 정말로 후회했다. 어떻하면, 어떻게하면, 정말로 어떻게하면! 그 향긋하고 맛좋은 드레싱들을 조합 해서 나온 쓰디쓴 드레싱을 얹은, 어떻게 손질했는지 이빨자국도 안나게 만든 야채 샐러드에, 최고급 밀로 만들어서 최고의 향과 부드러움을 가져야할 빵은 향은 남았 는데 그것으로 능히 못을 박을 수 있을 정도의 모스경도를 지닌 돌덩이 빵에, 티없 이 하얗고 순수한 하얀색의 짠맛이 나는 생크림(이게 압권이었다)이 나올 수 있지? 나는 이 일부러 만들기조차 어려운, 이 음식이라고 부른다면 세상의 모든 음식들은 전부 길바닥에 내팽겨쳐야 할 괴 독물(!)들을 바라보고는 '어때요?'라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날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는 미리안을 한번 봐주었다. 그리고 나는 나지막 하게 말했다. "……미리안" "네, 네에" "따라와" 난 두말하지않고 일어서서는 그녀를 서재로 데리고 와서는 '요리의 102정수'라는 책과 '기초 조리학', '당신은 혹시 맛치?' 등의 기본에 속하는 조리학 이론과 실습 에 관한 15권 분량의 자료등을 쥐어주었다. 나는 미리안에게 미리 당부했다. "여기있는 요리를 모두 익히기 전에는, 절대로. 절대로, 요리하지마. 두번다시" "네에에~?" "네방은 오른쪽에서 두번째다. 가서 읽고, 천천히 실습하면서 다 익혀. 알겠어?" "네에……" 자기딴에는 꽤 자신이 있었는지, 그녀는 거의 울상이 되어서는 자신의 키 반 만한 요리서적 더미를 받아들고는 내가 지정해준곳, 앞으로는 그녀의 방이 될 곳으로 비 틀거리며 걸어갔다. 정말이지 어떻하면 저렇게 최악에 최악을 달리는 요리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아니, 저나이 먹도록 집안일에 대한 교육은 하나도 안시켰단 말인 가?! 남녀가 한밤중에 침대위에선 무슨일을 벌이는지는 다 까발려 놓고서는 기본적 인 요리도 하나 제대로 안 가르쳐줬단 말야? 그 카레만이라는 촌장은 도대체 가정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거야? 하다못해 카레만드는 법이라도 가르쳤어야 할거하냐! 난 정말로 엘프들의 사회에서 촌장이라는 직위가 자기 딸내미를 200살 먹도록까지 요리하나도 안 가르쳐도 되는 직위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면서 내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리안이 꺼내놓은 그 요리들은 정말로 악몽중의 악몽이었기 때문에 난 그 것들은 꼴도 보기 싫은 나머지, 가볍게 공중분해 마법을 사용해서 문자 그대로 '갈 아'버리고는, 식품창고에서 간단히 과일과 빵을 꺼내 먹었다. -25- 003.10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아아~ 식량창고에 과일은 넘쳐나고 여차하면 엘프마을에 들어가서 받아올 수도 있 지만 빵은 남아있는 재고가 얼마 없단말야. 그렇다고 해서 또 내가 만들어야해? 그 게 귀찮아서 미리안을 데려온거란 말야! 도대체 언제쯤 되어야 제대로된 요리를 만 들수 있을지 모를일이다. 아마도 내가 쥐어준 요리책의 요리들을 전부 익히는 데는 최소 1년은 걸릴것 같은데? 그날, 난 식량창고에서 꺼내온 음식들로 끼니를 가볍게 때우면서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마 미리안은 지금쯤 내가 준 요리책을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을테지? 내가 한국에서 살 당시, 나의 그녀에게 반했던 이유중의 큰 비중 을 차지하는 이유중 하나는 역시 요리를 잘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껴서였다.( 하지만 그것말고도 그녀에겐 여러가지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 사랑하는 여자마저도 그렇게 정해버릴 위력이 있을 정도로, 나의 인생철학에서 요리가 차리하는 비중은 지구에서 태평양이 차지하고있는 바다의 전체 넓이보다 크면 컸지 결코 작지는 않 을것이라 자부한다. 오죽하면 난 늘상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했을까? "여자가 얼굴이 예쁘면 3년을 가고, 성격이 좋으면 30년을 가. 그리고 요리를 잘 하면 평생간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결혼철학중의 하나이었다. 하지만 여기 우리의 밥순이로 책 정 되어버려서 물를수도 없게 된(무른다면 드래곤 체면이 뭐가되는건가?) 미리안은 그것을 근본에서부터 철저히 부숴주는 존재로서, 외모는 출중(엘프니까)하지만 성 격은…… 아직은 안봤으니 모른다 치고, 요리는… 차마 할 말이 없다. 내가 그녀하 고 결혼할것도 아니고 그저 가정부 비슷한 존재가 필요 해서 그런것일 뿐이지만 요 리를 못한다니! 다시한번 말하지만 도대체 저나이 되도록 쟤네집 부모는 뭘 가르친 거야! 보아하니 싸움질하는 자세는 잡혀있더구만 설마 그나이 되드락까지 싸움질만 가르친거야? 생각하면 할수록 정말이지 열받네! 그냥 가서 한바탕 난리법석을 피우 고는 화악 쓸어버리고와? 하지만 나의 이 생각은 어느샌가 내방에 들어온 미리안에 의해 깨졌다. "저…… 라이니시스님. 주, 주무실…… 시간…아니신… 가요?" 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푸허억! 뭐야 저옷은! 내가 만들어 놓은 옷들중에 저렇 게 엄한 옷이 있던가? 나는 황급히 나의 이전행각등을 순식간에 검토해보고서 나는 절대 저런옷을 만든 기억이 없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안도했다. 그렇다면 저옷은 미 리안이 가져온 것이란 뜻이잖아? 재질은 하얀실크-여기까지는 좋아. 순백의 실크는 고풍적이고 깔끔한 멋이 느껴지니까-로 만들어진 '란제리'였다. 덕붙여서 말하자면 원피스 란제리. 어깨끈으로 고정시키고 길이는 허벅지와 무릎의 반 까지만 내려오 는, 왜 흔히 영화에서 잘나오는 그 통짜 원피스 란제리 있잖은가? 여기까진 보겠다 ……만. 왜, 어째서 비춰보이냐고! 속안이! 난, 무심한척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내 심장은 두근반 세근반이었다! 아무리 내가 철심장의 드래곤이라지만 나의 몸……이 아닌 영혼과 기억속에 각인된 생활습관에 따라서 이런거엔 전혀, 저어어언혀! 익숙 하지 못해! 나는 우물쭈물대고 있는 그녀를 돌아보지도 않고, 빠르게 말했다. "됐어, 오늘은 할(?)맘 없어. 요리나 다 배워. 그런다음에야 생각해 보겠어. 가서 잠이나 자던지 요리책이나 더보던지 해" "네? 네……에. 그럼 아, 안녕히 주무세요……"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나가다가 크게 한숨을 쉬고는 타다닥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 고, 나 역시 한숨음 크게 내쉬었다. 후우……. "도대체, 앞으로 어쩌라는건지. 대책이 안서는구만?" 나는 책을 얼굴에 덮으며 중얼거렸다. 괜히 저앨 데려왔어. 그냥 카레만한테 집안 일 잘하는 여자엘프 하나 소개시켜 달라고 그럴것을 괜히 눈에 띄고 건방지게 굴어 서 골려준다고 하다가 나만 골탕 먹잖아! 그녀와 나의 이 기묘한 동거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한것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이다. 그동안 그녀는 볼멘 목소리로 한번 나에게 반항을 시도한적 이 있었고, 그 반항의 내용이 '라이니시스님은 요리할줄이나 아시고서 저한테 요리 시키시는 거에요?'라는 아주 가소롭지도 않은 내용이었기에 나는 씨익 웃고는 시저 샐러드를 만들어 보였더니 조용해졌다. 그녀는 드래곤의 레어생활 이라는 것이 매우 심적으로 부담이 되는가 본지 하루의 활동시간 중 1/3은 레어안을 샅샅이 뒤지면서 돌아다니다시피 했고, 난 매일매일이 불안한듯 레어를 돌아다니면서 반 정신분열의 증세를 보이는 그녀를 보다보다 짜증 이나서, 계획표라도 만들어서 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곧이어서 나는 계획표를 만들 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나는 나의 저녁식사를 준비(어디까지나 준비만 하는것이다. 요리를 맡길생각은 추 호도 없다! 아무리 내가가진 빵의 재고가 간당간당 한다지만 난 돌덩이를 씹을정도 로 치아가 좋…지만 그래도 정상적인걸 먹고싶어!)하고서 조용한 식사시간 뒤에 미 리안이 그릇들을 치우려는 것을 잠시 멈추게 하고는 내가 직접 짠 시간표를 보여주 었고, 그녀는 그것을 보더니 매우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최근, 그녀는 점차적으 로 나와의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가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다 는 것을 알고서 원래의 간뎅이가 점점 부어오르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벌벌 떨면서 공포스러운 나날을 지내는것 보다는 좋을것이라 생각해서 그냥 냅두고 있었 다. 뭐, 덕분에 나는 그렇게 나쁜 드래곤이 아니라는 인식을 서서히 심어주고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지. "부우~ 이렇게 해야되요?" "표정봐라…. 간수못해? 아무튼 이 시간표대로 해. 내일부터 당장. 일주일에 하루 는 휴가준다. 그걸로 위안하던지" "네에…" 나는 살짝 윽박지르자 금새 들어가는 그녀를 보며 미소짓고는 일일이 시간표를 나 열하기 시작했다. "아침 10시 기상, 일어나서 가볍게 세면을 하고 날 깨운다. 깨울 때는 그냥 보통 깨우듯이 깨워. 장소문제도 있으니까 용의 모습으로 자는일은 없을거야" "인간의 모습이면 불편하시지 않으세요?" "별로. 11시 아침준비. 요리솜씨가 안되니 식량창고에 있는 것을 그대로 꺼내와서 적당히 먹는다. 적어도 기초 요리같은것은 빨리빨리 배워두는 것이 너의 위장에도 좋을 것이다" "네에" 그녀는 그점에 대해선 솔직하게 수긍했다. 훗, 남자인 내가 자기보다 요리를 잘하 는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매우 결의가 가득찬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12 ~ 1시 요리실습.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서 하루 한가지 이상은 꼭 뭐라도 익혀 보는것이 좋은거야. 그래야 빨리 배우지" "음음(끄덕끄덕)" "오후 1시 점심. 아침과 동일하다. 아니면 네가 만든것을 시식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 정정한다, 네가 만든 '음식'에 한해서만 시식을 해보겠다" "무슨뜻이세요?" "나는 못을 박을 수 있는 빵을 먹지 못한다" 그녀는 나의 은유적이지만 확실하게 비꼬는 한마디에 얼굴이 파악하는 소리가 날 것처럼 붉어졌다. 나는 그런 모습이 꽤나 귀엽다고 느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2시 ~ 8시 요리실습. 역시 동일하다. 열심히 해보도록" "요리실습만 하루에 12시간이라니……. 너무 엄해요오~" "……시끄럽다. 억울하면 요리배워" "너무해…" 나는 칭얼대는 그녀를 무시하면서 말했다. "시끄럽다. 7~10시 산책, 휴식등을 할수 있는 자유시간. 알아서 놀아라. 어떻게 놀던지는 알아서 정하도록" "자유시간이요? 맘대로 써도 되는거에요?" "그래. 맘대로 쓰라고 주는 시간이다" 그녀는 나의 말에 눈빛을 반짝이면서 손을 번쩍 들고는 말했다. "질문. 도서관 이용해도 되요?" 도서관? 아아…… 서재말이군. 그걸 또 언제 봤나보지? 하긴, 내 창고중에서 못들 어가본 창고는 없을테지. 그러고 보니 그녀가 내가 처음으로 창고를 공개해준 존재 가 되잖아? 허참. 나는 엘프에게서 도서관이라고 불려진 나의 서재에 대해 매우 뿌 듯한 감정을 가지고는 말했다. "도서관? 내 서재말인가?" 그녀는 서재라는 말에 갑자기 굳어버린듯 하다가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그, 그게… 서재에요?" "개인용 서재다. 얼마든지 이용해도 좋다" "아……네. 감사합니다아…" 그녀는 왠지 어딘가 나사가 하나쯤 풀린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 역시 우리 어 머니의 개인 서재를 보고 비슷한 반응을 보인적이 있었지. 그때의 어머니의 기분을 지금 느낄수 있구만. 아아~ 날 잘났어~! 라고 느껴지는 이 카타르시스! 어머니, 이 제야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11시 저녁식사. 역시 동일하다" "흐음…… 자유시간에 요리해서 저녁때 먹어도 되요?" "그것이 요리라는 범주에 들어간다는 전제하에 허용한다" "……염두할게요" 나는 그녀가 자신의 요리솜씨를 매우 한탄해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지 금까지는 요리라는것을 전혀 배워보지 못했을 것이니 아무런 반박도 못하는것이지. 하지만 저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언젠간 나에게 복수를 해올듯한 모습인데? "11시~14시 마법수련과 기타 등등. 나는 급료대신 너에게 마법을 가르쳐주지" 미리안은 잠시 하품을 하다가 턱이 빠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어버버거리는 시 늉을 했다. 크억… 엘프가 품위없게 뭐하는 짓이여? 하품하다 턱빠지는 모습의 엘 프라니, 지금까지의 이미지가 완전 날아가는구나…. 그녀는 나를 놀란듯이 바라보 았다. 뭐, 내가 원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재주를 타고났지. 공짜로 그녀를 부려 먹을 생각은 없으니까 마법이나 아님 배우고 싶은것을 가르쳐 줘야지. 그녀는 내가 카레만에게 상호존중과 이익…… 어쩌고 할때처럼 놀란듯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26- 003.11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마, 마법을요? 그게 정말이세요?" "물론. 공짜로 부릴건 아니니까. 싫으면 말…" "배울게요! 절대로 배울게요!" 그녀는 매우 기쁜듯이 외쳤다. 이것이 일명 '치고 어르는'작전이란 것으로, 한참 동안 불안간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주다가 살짝만 착하게 대해줘도 엄청난 호감을 얻어낼 수 있는 방법이지. 그녀는 내가 만들어놀은 불안과 공포라는 호수에서 살짝 던진 급료라는 낚시바늘에 걸린 마법이란 미끼를 그냥 물어버린 것이다. 이것으로 그녀와 나의 관계가 조금은 덜 서먹서먹 해질수 있을것이다. 후후훗, 미리안. 미끼 뿐만이 아니라 바늘까지 꼴까닥하고 먹어 삼키는군. 나는 속으로 웃어주고는 다음 계획표를 계속 이야기했다. "오후 15시 취침. 잔다. 14시에서 15시 사이엔 저녁 자유시간이다" "음…… 상당히 시간이 넉넉하게 짜여진 단순한 시간표군요?" …찔린다. 이거 처음엔 스파르타로 나가려다가 열 몇개씩의 계획표를 전부 없애버 리고서 30분만에 대충 만들어낸 것이라서 엄청 시간이 넉넉하다. 으음…… 하는 짓 답지 않게 의외로 예리한면이 있군, 미리안. 그래도 핏줄은 엘프다 이거냐? "……시끄럽다. 어쨌든 내일부터 이 시간표를 지켜주길 바란다" "네에~" 그녀는 군말하지않고 나의 시간표를 받아들였다. 아아…… 이것으로 조금은 생활 에 안정이 찾아올까? 다음날부터 그녀는 계획표대로 실행에 들어갔고, 상당히 일률적으로 짜여진 계획 표 였지만 그녀는 군말않고 자신의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제대로 실행하는것 같 았는데, 그래도 역시 그 스케쥴은 약간의 무리가 있었는지 여러모로 힘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래서 난 매일매일 점심시간마다 그녀가 늘상 마시는 과일주 스에 체력회복, 자양강장의 효과를 내도록 마법을 걸었고(박카스?) 그녀는 그것을 마시고는 다음 계획표들을 실행할 힘을 얻는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마법을 건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저 '역시 드래곤레어에 있는 과일은 뭐가 틀 려도 틀리구나'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하튼 나의 특제 주스덕분에 그녀는 기본요리부터 시작해서 이론과 실기들을 하 나하나 깨우쳐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원래 두뇌가 명석했는지 요리의 이론 같은 것은 한번 정독을 하고서 요리실습으로 들어가 꽤 괜찮은 맛을 내는 요리들을 만들어내곤 하였다. 때로는(아니, 대부분은) 내가 그 실험대상이 되어야 했지만 날 이 갈수록 혀에 띄게 좋아지는 요리솜씨는 나를 즐겁게 하였다. 또한 그녀는 마법을 배우는데 있어서 꽤나 착한 제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 는데, 원래 마법과 정령술에 호기심이 많고 그들 나름대로 조예가 깊은 엘프들이라 서 그런지 마법에 대한것은 조금더 쉬운 마나 제어법과 다른 기술들을 몇개 가르쳐 줫더니 저혼자 열심히 연마해서 지금은 내가 가르치는대로 쏙쏙 흡수하고 있었다. 이제 그녀와 생활한지 어언 3주째. 지금으로부터 이틀전에는 직접 만든 스튜에 흰색 빵을 만들어서, 매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가지고 왔다. 맛은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그래도 난 칭찬을 해줬다. 칭찬도 가끔씩 해줘야 그것이 일하는데 있어 서 큰 활력소가 되니까. 그녀는 내가 준 자유시간을 전부 독서에 할애하고 있었는 데, 자유시간마다 나의 서재에 들어가서 여러가지 책을 읽는데 심취하고 있었다.때 로는 책에 취해서 자신의 일과를 잊어먹는 독서광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여서 나 로 하여금 살짝 입꼬리를 말게 하는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그녀 역시 나와 비슷한 학구파인가 싶다. 그러던 어느날은 그녀가 나에게 매우 조심스럽게 집에서 읽던 책들을 가져오고 싶 다고 말했었고, 그래서 난 그녀를 잠시 집에 다녀오게 함으로써 그녀의 부탁을 들 어준바가 있었다. 생각해 보자면, 그녀는 사실 나만 아니었으면 나무위에서 햇살을 받으며 독서에 심취해어있을 엘프 처녀이것만, 지금은 이렇게 나의 밥순이(?)가 되 어있는 중이다. 하지만 난 급료삼아서 가르쳐 주는 마법에 최선을 다해, 쉽고 자세 하게 가르쳐 줌으로써 그점을 어느정도 무마시켜 주려고 하고 있었으며, 햇살을 그 리워 하는것같은 기색이 많이 눈에 띄였기에(내방에 들어오기만하면 정신없이 태양 빛을 보고는 젖은 눈을 해보이는 것을 보면 얼마든지 알수 있다) 그녀의 방에도 내 방과같은 마법을 걸어서 햇살이 언제고 비춰오도록 만들어 주는 등, 그녀의 편의에 상당히 신경을 써주었고, 그녀역시 그점을 눈치 고있는지 군말하지 않고 열심히 계 획표대로 자신의 일을 하는것 같았다. 일이라고 해봤자 사실 나의 레어는 청소같은건 전혀 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실프나 운디네 불러서 깨끗하게 날려버리거나 물청소를 하면 될것을? 어파치 4원소(불, 물 , 땅, 바람) 정령과는 정령왕까지의 계약을 마쳐놓은 상태기 때문에(일반정령과 정 령왕의 차이는 청소도구와 가정부의 차이랄까? 정령왕을 부르는데는 어느정도의 대 가가 필요해서 자주 부르고 싶지는 않다) 언제든지 청소를 할수 있고, 게다가 내가 설치한 마법에 의해 이곳은 먼지 한 톨도 없고, 쌓이지도않는 청정구역이라서 청소 에 관해선 미리안이 손댈곳은 없다. 빨래? 빨래는 가끔씩 하면되지만, 미리안도 엘 프고, 정령술을 쓸줄아니까 별로 문제될것은 없다. 게다가 빨래감이라고 해도 두사 람이 입는 분량의 빨래가 나와봤자 얼마나 나온단 말인가? 그러니 미리안에게 있어 선 마법을 배우고, 요리를 하고, 독서를 하는일밖엔 없는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봐도 너무 편한 밥순이생활인데? "하암~ 지루하군. 책도 한번 읽으면 다 외우니, 재미가 없잖아?" 난 레어의 한쪽에 마련되어있는 거실(일지도 모른다. 레어전체가 거실이라면 거실 이지만)에서 차를 앞에 놓고 독서에 심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말이 좋아 심취지,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서재안의 책들)중에서 내가 안 읽은것은 없다. 드래곤의 뛰 어난 오성은 책을 한번 보는것으로 외워버리게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로선 지루함에 지루함을 더하고 거기에 무료합을 곱한다음 심심함으로 제곱해야 하는 생활을 계속 해나가야 하는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다른 드래곤들처럼 보물 늘리기엔 관심 도 없다. 반짝반짝거리는것이 보기엔 예쁘긴 하지만 먹을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 디가서 소비할것도 아닌데 창고 서너개만 채울 분량만 모아둬도 충분하잖아? 어차 피 매달 드워프들이 일정양을 내가 개방해준 광산에서 캐다 주기로 했는데, 일부러 모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그렇다고 희귀보물 같은건 얻으러 가기는 귀찮아. 드 래곤들은 나와 같이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서 유희라고 불리우는 여행을 종종떠나는 모양인데… 나도 한번 떠나볼까? 한 3년정도 이세계를 돌아보며 사람을 사귀고, 여 행을 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하아…… 냅두자 냅둬. 한 100년 동안은 레어에서 있 으면서 드워프와 엘프들과 같이 여러가지 물건이나 만드는데 써야겠다. 그러고 보니 얘네들(엘프와 드워프들)은 뭐 나한테 일 맡기려는것도 없나? 나야 보물욕도 없으니 뭐든 외뢰 해준다면 전부 받아줄 수가 있지만… 얘네들은 나를 너 무 어려워하니 그것이 문제지. 사실,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워낙 악명이 높아야지. 거기에다 엘프마을에서 보여준 그 피어는 걔네들에겐 큰 충격이고 공포나 다름없는 것이니까 어려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하지만 드워프들과는 달리 엘프들은 공포를 느끼면서도 한쪽으론 합리적인 방법으 로 합리적인 이익을 취하려는 생각을 하고있기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나 에게 자신들이 못하지만 꼭 해야만되는, 나로서는 귀찮기 그지없는 그런 일들을 맏 겨올것이다. 후우… 그래도 귀찮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나에게도 필요해…… 심심하 단말이야아~! 띵~ 띵~ 띵~ 띵~ 어? 뭐지? 무슨소리? 나는 책을 얼굴에 덮고서 푸~ 푸~ 한숨을 내쉬다가 갑작스럽 게 들린 벨소리(저것은 마치 컴퓨터에서 오류 메세지가 뜰때 나던 소리와 비슷하군 )를 듣고는 벌떡 일어났다. 소리가 크게 들리는것으로 봐선, 벨소리의 근원지는 나 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나고있다는 말이 되는데…?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테이블 이 붙어있는 벽의 위쪽에 박아놓은 9개의 보석 중 하나가 반짝이며 소리를 내고 있 다는 것을 알았다. 아아… 이제야 기억나는군. 저기 있는 9개의 보석들은 내가 드워프마을의 촌장과 엘프마을의 촌장에게 건네준 것으로서, 보석 하나당 한개의 마을을 의미하고 있는것이다. 나의 도움이 필요할때 면 언제든지 호출해 달라는 의미에서 각각의 마을에 준 보석들과 연계되어있는 마 법을 걸어둔 것을 잊고 있었다. 헤유… 라이니시스, 네 기억력도 한물갔구나. 망각 이란 것이 없는 드래곤 이라지만 그래도 건망증은 있을 수 있는거야. 반짝거리면서 빛을 내는 보석은 6번째에 있는 파란색 보석이었다. -27- 003.12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앞의 5개는 드워프마을에게 지급해준 붉은 보석이고…, 그러면 저것은 엘프마을인 가? 그것도 미리안의 마을? 벨소리가 얕고 작은것을 보면 그렇게 큰일은 아닐듯 싶 은데… 무슨일이지? 나는 약간 의아해 하면서도 서둘러 준비를 갖추었다. 무슨 준 비냐 하면 간단한 전투 복장으로 갈아입는 것이다. 평소에는 산발을 하고있는 긴 붉은 장발은 뒤로 넘긴다음 한번 질끈 묶은다음, 해 츨링시절 만들어둔 경량화가 걸린 갑옷을 걸쳤다. 그리고는 그위에 붉은 로브(사용 자의 민첩성 증가와 스텔스 기능을 지원해주는 악천후에도 끄떡없고 자유자재로 칼 라링도 가능한 기능적이고 때깔나는 로브다)를 걸치고서는 무기로는 그냥 간단하게 잘 베어지는 기능이 딸린 마법검을 들었다. 잘 베어지는 칼 이라면야 일본도Katana (카타나)의 성능이 최고라지만, 나는 일반 직립형 소드에 뭐든지 베어 넘길수 있게 만드는 날카롭게 베기Sharply Slash기능을 추가한것이다. 이것을 넣는 칼집에는 절 대로 잘라지지않는 불절(不折:Can not slash)의 기능을 추가시켜서 칼과 칼집의 완 벽한 궁합을 이루었다. 때에 따라서는 칼집을 무기로 쓸수도 있지만 잘라지지만 않 을 뿐이지 부서지지 않는다는것은 아니야. 그뒤에는 역시 자체 제작한 군화형태로 만든 가죽부츠를 신었다. 물론, 이 부츠에 도 마법적인 옵션이 걸려있는데, 그것은 순간 가속도의 증가와 반응속도 향상, 그 리고 2단 점프의 옵션이 걸려있다. 사실 이 부츠에는 2단 점프가 아니라 점프력을 증가 시켜주는 옵션을 걸려고 했지만 드래곤이 인간으로 폴리모프했다고 하여도 그 힘이 어디로 날아가 버리는 것은 아니었고, 인간의 몸으로도 최고 30미터의 점프가 가능하니 더이상의 점프력 증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허공을 딛고서 한번 더 점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2단 점프의 옵션을 걸었다. 이렇게 되면 이 부츠를 신었 을 경우의 내 최종적인 점프력은 60미터에 이르르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덤으로 또 하나의 장비를 착용했는데, 그것은 검은 금속의 건틀릿이었다. 이 건틀릿은 내 가 이 몸 그대로 힘을 쓴다면 전투상황을 조우했을때 힘조절이 잘 안될 것 같아서( 신경쓴다면 컨트롤이 되겠지만 전투라는 것이 사람을 비롯한 지성생물들을 너무 많 이 흥분시키기 때문에 위험하다) 나의 힘의 한계를 하향조정해서 쓸수 있는것이다. 지금의 설정은 인간들보다 더 힘이 세지만, 그렇게 어렵진 않다는 상대인 오크의 대장정도의 수준으로 맞추어져 있었다. 이 정도면 전투에서 밀릴 이유는 없거니와 내가 한마디만 하면 당장 그 위로 상향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것이 없 는 물건이다. 아무튼 그렇게 옷을 갈아입고는 방에서 나오자, 평상복으로 차려입은 미리안의 모 습이 보였다. 음? 메이드복은 어디다 팽개쳐뒀어? 나는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어? 옷은 왜 갈아입었지?" "저도… 마을에 가고 싶어서요…" 아아… 애향심이다 이건가? 뭐, 나쁠건 없지. 나는 허락해 달라는 듯이 고개를 숙 이고 있는 그녀에게 허락의 뜻을 비추어주었고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 러고 보니 요 2주간은 그녀가 집에 못가봤군. 아직은 말광량이 처녀이니 집이 그리 워지겠지. 나는 그녀의 팔을 잡고서는 엘프마을의 좌표를 잡아갔다. 지난번에 가봤 으니 좌표야 그렇게 힘들지 않게 잡을 수 있었고, 많은 양의 마나가 연쇄충돌을 일 으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충돌속에서 원하는 가닥을 포착한 나는 가볍게 시동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게이트" 쉬우우우웅… 순식간에 내 앞으로는 검은색을 띄는 2미터 길이의 타원형 게이트가 생성되었고, 나는 미리안의 팔을 잡고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들어가면서 끊임없 이 마을의 좌표를 떠올려야했다. 텔레포트 게이트는 드래곤들만이 쓸수 있다고 전해지는 궁극의 마법으로서, 기존 의 순간이동 마법인 텔레포트를 계량한 다중 순간이동 마법인 멀티 텔레포트Multi- Teleport도 뛰어넘은 이동계 마법의 궁극이라 할수 있다. 이 마법은 물질계Materi- al Plane(머터리얼 플레인)에 딸려있는 보조 차원Assistance Plane(어시스턴스 플 레인)과 통하는 문을 여는 마법이다. 문을 열뿐이지 목적지에선 아무런 징조도 나타나지 않는 이 마법은 보조 차원으로 진입해서 이동할 곳의 좌표를 끊임없이 되뇌이면 어느샌가 그장소로 지동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보조 차원이라는 것이 원래는 신의 사자인 천사들이나 그밖의 이모탈 들이 이동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차원이라고 한다. 일종의 게이트 웨이Gate Way라고 도 할수 있는데, 여기에서 목적지를 생각하고 있으면 그 목적지로 안전하고 신속하 게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 마법의 장점은 기존의 텔레포트마법의 경우에는, 아무리 목적지에 대해서 빠삭 하다고 해도 만일이라는 실패율이 존재하며, 잘 알지 못하는 장소일 경우 그곳에 나타나게 될 때, 높은 고공이나 아니면 지하 땅속으로 이동해 버리는 위험성이 있 다. 그렇기 때문에 잘 모르는 곳에 한해서는 자살과도 같은 방법이지만 보조 차원 을 이용한 텔레포트 게이트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의 최소한의 지식만 있어도 이 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보조 차원 내에서 엘프마을의 좌표를 떠올렸는데 그 이유는 보조차원의 특징상 제대로 갈수 있는 지의 확율이 랜덤하다는것에 있다. 텔 레포트 마법의 경우 목적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해도 약간의 위험(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을 감수하면 이동이 가능한데 비해서 이 보조 차원을 이용한 이동은 목적 지와 비슷한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이동할 확율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려는 곳 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으면 그곳과 가장 가까운 비슷한 장소로 이동해버릴 확율 이 높아서 약간의 시간적인 부담을 감수해야한다. 텔레포트와는 다르게 안전을 추 구하는 마법이란 것이지. 나의 경우에는 텔레포트를 할때 쓰는 공간좌표를 떠올렸 기 때문에, 쉽게 마을에 들어설 수 있었다. 나타난곳은 예전에 길잃은 레이사를 데리고서 텔레포트했던 그 좌표 즉, 마을광장 에 나타난 것이다. 내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자 한순간 경계의 빛을 띄려고 했던 마을 경비대는 나하고 같이 온 미리안과 나를 보고서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순식간 에 경계를 풀었다. 엄청난 양의 살기가 느껴졌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꼴이라니…… 우습구만. 나는 예의 씨익 웃는 웃음을 보여주며 말했다. "촌장님은 어디계시죠? 무슨일로 절 불렀나요?" "라이니시스님, 이쪽으로 오시죠" 목소리가 들린쪽으로 돌아보니 평상복을 입은채 장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갈락 말락 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남자 엘프하나가 드래곤을 앞에둔 엘프 치고는 당당하게 웃 고 있었다. 그는 마치 아무것도 개의치 않겠다는듯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그 속내는 전혀 짐작가지 않는듯해서 조금 불편했다. 저렇게 속내를 감추고 있으면 속 에서 무슨 생각을 할지 번혀 모르겠단말야. 그런 종류의 사람(엘프든 사람이든)이 난 제일 상대하기 거북하더라. 하지만 나는 나의 속내를 전혀 드러내지않는, 어찌 보면 그와 거의 비슷하게 생글거리는 얼굴로 안내하는 그를 따라갔다. 그런 나와 그를 바라보는 미리안의 표정엔 의아함과 당혹감이 가득했다. 마을광장에 나있는 4개 방향의 길 중, 북쪽으로 가면서 나는 과연 이곳이 엘프마 을이구나 싶었다. 지난번엔 간단히 계약만 마치고서 가려는 의도였기 때문에 마을 구경도 제대로 못 했었는데, 이제와서 살펴보니 나무와 집의 비율이 3:1은 됨직한 구조였다. 그냥 보자면 나무들이 약간 띄엄띄엄있는 숲속에 집들이 옹기종기 들어 서 있다고 보는것이 정확할지도 몰랐다. 마을광장의 경우도 숲의 한가운데에 생긴 공터와 다를바 없지만 햇빛이 충만하게 비추고 있다는 특징이 있었기에 그것을 광 장이라고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지, 안 그랬으면 난 그서 거기를 숲속의 공터로 보 았었을 것이다. 길의 경우도 길 양옆에 듬성듬성 집들이 있다는 것을 뺀다면 완벽 한 숲길에 가까웠다. 아마도 이 엘프 마을에는 특별한 경계나 울타리가 없을 것 같 군. 그냥 숲 전체가 자기네들의 집이고 정원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준 결계석 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겠지? 대충 이런생각들을 하면서 걷고 있을때 나의눈 앞에 나타난것은 숲의 반쯤 그늘진 공터속에 자리잡은 2층 형태의 '나 마을 회관이오'하고 주장하는듯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건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큰 직사각형임을 자랑하는 건물은 내 기억 상 엘프마을에서 이보다 더 큰 건물을 전혀 보지 못했고, 도시가 아닌 촌장이 있는 마을에서는 가장 큰 건물이 마을회관이라는 보편타당한 진리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나를 안내하던 그는 건물의 문앞에서 멈춰서더니 마치 여행지의 가이드처럼 말했다 . "어서 오십시오. 짐작 하시겠지만 이곳은 마을회관입니다" "절 부른 용건은 뭐죠?" "그것은 안데 들어가시면 다른 분들께서 말씀해 주실겁니다. 그럼 저는 여기서…" 그는 문을 열고는 나를 지나쳐서 왔던길을 되돌아 갔다. 얼래? 그러고 보니 이름 도 안 가르쳐주잖아? 그럼 다음번에 만날때는 "여어~ □□씨~" 대신 "여어~"만 해 야 된다는건가? 나는 가볍게 흘리는 웃음소리를 내고는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주위 를 정신없이 둘러보고 있는 미리안을 불러서 마을회관으로 들어갔다. "미리안. 가자" "아, 네에!" 엘 타칸리스 산맥 엘프 평의회. 상당히 몰개성 하고도 작명의 목적성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만든 이름. 이 평의회는 엘 타칸리스의 산맥에 거주하는 모든 엘프들의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고자 만든, 죽기 일보직전들의 노땅들이 죽기전까지 뭐 할게 없나~ 싶어서 서로서로 모여서 토의한 결과 이런 원로단체 비슷한것을 만들어 내었 다고한다. 적어도 내가 보는 입장에서는 그랬다. 미리안이 말하기를 엘 타칸리스산 맥 엘프 평의회란……. '높은 연세임에도 불구하시고 후손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 는 노쇠한 몸을 이끌고서 손수 엘프의 편의를 끝까지 돌봐주시는 존경해 마지않아 야 할 의회' ……라는 유아시절의 세뇌교육이 성인이 되었을 때 끼치는 끔찍한 악영향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발언으로 설명 해주었다. 내 생각으로는 평의회라고 불리우는 그들은 그들의 생각하에, 필요하다면 아마 엘프들이 받는 일조량에 관해서도 떠들 위인들일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는데, 그 이유를 말하자면 그들과 처음 대 면했을때 인사 생략하고 서두 생략해서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무슨 의도로 엘프에게 접근했는가?" 거두절미하고 서론 빼고 딱 요점만 말해서 저 질문을 저것에 10배 이상되는(화려 함과 엄숙함을 지니신 레드드래곤 일족의…… 어찌하여 저희와 같은 미천한 종족… … 저희는 당신의 후광에……)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물어보았다. 나는 그들의 질문 을 듣고 있노라니 정말로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얼떨결에 나와 같이 참석하게 된 미리안은 이 자리가 평생에 두번다시 없을 영광스런 자리인 것처럼 바짝 긴장하 고 있었다. 난 그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참으로 한심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래 살면 의심밖에 느는게 없다더니 딱 그짝이군. 나는 분명히 각 마을의 수대로 나의 혈인 이 찍힌 계약서를 이곳 마을 촌장에게 건네주었고 일주일 이내로 모든 발송이 끝나 서 설명이 대충 다 된 것 같았는데 어이하여 또 이런 멍청한 질문들이 들어오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그들의 눈깔은 전부 까마귀가 퍼먹고 귀는 좀벌레가 쏠아 먹기라 도 했나? 나는 냉소하며 답변했다. -28- 003.13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혈인을 보았을텐데요?" '피로 찍힌 도장에서 드래곤의 기운을 못느꼈냐? 그것이 가짜라고 한다면 너희는 세상에 둘도 없을 바보들이다' 위의 것으로 말했지만, 아래의 의미로 들릴것이다. 나의 대답에 엘프 평의회의 의 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웅성 거리고 있었다. 대략 15명 되려나? 그런 노땅 할 아버지와 할머니들이 모여서 웅성대는 꼴이란…. 어이, 미리안 너무 긴장하지 말라 구. 그러다가 쓰러지겠다. 미리안은 내옆에서 바짝 얼어붙어 있었다. 이건 마치 갑 자기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불려서 교장실로 찾아갔는데 교장이 서류를 들여다 보 며 관심도 주지 않다가 갑자기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서는 계속해서 서류를 보며 뭔 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고있는 학생의 마음일 것이다. 특별히 찔릴것도 없는데 신경이 쓰이며 긴장되는 상황인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째서 교장실에 불려갔는지 잘 아는듯한 태도로 여유있게 할말을 기다리며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는 교사쪽이라 고 할까? 평의회의 위원들은 서로 회의를 거치더니 다니 나에게 질문했다. "계약서는 진짠데, 왜 미리안을 끌고 갔지?" ……에 해당하는 질문을 또다시 수십배로 불려서(드래곤의 고귀하신 피로 찍힌 혈 인은 진짜임이 확실하고 이는 천공의 여신…… 하오나 계약서의 내용 중 몇조에 기 술하신…… 카레만의 딸인 미리안에 대한처우는…) 말했고, 나는 그녀의 상황에 대 해 액면가 그대로 에누리도, 바가지도 없이 말했다. "밥순이로, 가정부가 필요해서" 미리안은 그때 날 상당히 의아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제가 만 족…시켜 드려야 한다고…'에 해당하는 부끄러운 질문이 떠다니고 있었고, 나는 그 녀에게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농담이지" "아, 네…" 그녀는 알겠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저 밥순이가 필요했을 뿐이지, 성노( 性奴, Sex Slave: 성욕性欲을 해결하기위한 노예奴隸)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야. 나 의 대답으로 또다시 술렁거리기 시작한 평의회는 다시 나에게 질문했다. "그렇다면 미리안에 대한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것입니까?" ……에 해당하는 질문을 그대로 말했다. 갑자기 질문이 짧아지니 이상하군. 그런 데 설마 지금까지 저들의 토의한것이 질문에 달아놓을 미사여구를 결정하는것은 아 니었겠지? 나는 그들의 질문을 듣고는 벙~ 한 표정을 지었다. 어딜봐서 미리안에게 서 가혹 행위에 대한 흔적이 있단말인가? 난 아주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정부가 아프면 일은 누가해야 돼는데 괴롭혀?" 아아…… 반말이 나와버렸다. 확실히 띠꺼운 상대에게는 반말이 나와버린단 말야. 아아~ 이거 성격나와 버리는구만.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서는 말했다. "카레만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을 텐데요? 제가 필요로 하는것은 한명의 가정부, 기왕이면 눈요기도 좀 되는 밥순이에요. 물론, 무보수로 부려먹는 짓거린 안합니 다. 전 급료로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쳐줍니다. 그녀가 금전적인 급료를 원한다면 줄 용의도 있습니다. 내가 원한것은 살림꾼이지 성노가 아니니까요" "제발 하나로만 해줘요. 하나만…!" 가정부였다가, 밥순이였다가 이번엔 살림꾼이란 호칭까지 덮어쓰게된 미리안은 점 점 늘어나는 자신의 호칭에 버거워하는듯 싶었다. 왜냐면 고개를 푸욱 숙이고는 제 딴에는 안들리게 말한다고 하는것 같았지만 그녀와 나의 거리를 생각해볼때 드래곤 의 청력에 포착 안될것은 없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고, 엘프 평의회는 전혀 의외라는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 이젠 그런 종류의 시선도 익숙하 다 못해 지겨울 따름이야. 나는 박수를 두번 짝짝소리나게 치고서 그들의 정신을 도로 원래대로 복귀 시키고는 지루하단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들으려고 나 부른거요? 뭔가 원하는것이 있을텐데? 내 수명이 당신네들의 1 0배라고 해도, 나 이렇게 질질끄는것은 못 들어주니까 빨리 용건이나 말씀하세요" 그들은 그제서야 자신들의 목적을 상기한듯이 안하던 헛기침을 해가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노인네들이 알고보면 더 밝히는거 같아? 만약에라도 내가 미리안을 범 했다면(……만약이다 만약) 아마도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들 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디서 어떤자세로 어떤각도도 얼마간을…… 쿨럭, 자기 성격 에 안맞는 이야긴 그만두자. 어쨌든 그들이 나를 부른 이유는 미리안의 문제 때문은 아니었는지 그들은 그제사 자신들의 목적을 밝히기 시작했다. 나는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외부세계. 즉, 지구가 아닌 다른 세계 문명과의 접촉 을 맞이할때 어떤 태도로 맞이하면 좋을까에 대해 쭈욱 생각해 보고 있었다. 최근 5년내에 출간된 역사서와 지리서를 보면 이들은 중세시대만도 벌써 3차례에 걸쳐서 맞이하고 잇는셈이 되는것이었다. 적당히 발전하다가 갑자기 전란으로 모든것이 황 폐화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경우도 있었는가 하면, 이상기후로 리셋을 한적도 있었다. 아, 물론 인간들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들은 벌써 4번째의 문명기에 들어서 고 있는것이고, 그 역사는 13000년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길이였다. 뭐, 그전에도 문명이야 있었지만 그것은 인간들의 문명이 아닌, 지금은 퇴락하거나 사라져 버린 종족들의 문명이었고, 그 역사는 셀수 없을만큼 길고 길었다고했다. 그때 당시 인간은 원시인의 형태, 또는 고작해야 청동기 시절의 문명밖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인간들 보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월등한 능력을 가진 상위종족( 인간 역사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다른 종족들 또는 동 족끼리 싸우고, 또 싸우며 서로간의 수를 착실하게 줄여 나갔다고 한다. 결국, 고 대 시대(이것 역시 인간 역사가들의 표현)의 10대 상위 종족 중, 현재 남은 종족은 고작 5~6개에 지나지않고, 그나마 쇠퇴해있는 상태. 멸망한 상위 종족들이나 죽어 없어진 상위 종족들의 자리를, 우리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짧은 수명안에 무한 증식 을 해대는 설치류같은 속도로 인간들이 불어나기 시작해서 대지를 뒤덮고 그들만의 문명을 탄생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작해야 200년을 넘을수 없는 그들의 수명(이곳의 인간의 평균 수명은 17 0년이다. 젠장, 드럽게 오래사네)안에선 짧은 수명의격렬함을 보여주기라고 하듯이 3년이 멀다하고 그들 집단끼리의 최종 이해단계인 전쟁을 일삼았으며, 채 100년도 안돼는 전쟁으로 서로과 완전히 공멸해 버리는 사태도 벌어졌었다.그들은 스스로의 수명을 갉아먹는 행위에 심취하며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 고 있었기에, 그런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방해하는 이를 용서할수 없었기에, 자 신이 조금 더 많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서로 싸우고, 또 싸웠다. 결국 하늘의 심판인지 갑작스런 이상기후로 닥쳐온 악천후는 그들의 수를 격감시 켰으며, 살아남은 사람들은 다시 문명을 세우고, 문화를 창조해냈다. 그러기를 4번 반복해 지금은 인간들의 날짜개념으로 제 4문명기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적어도 3 번의 멸망이라는 쓰라린 과거가 있을테니, 이번 문명기는 좀 제대로 돌아갈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지구에서 살 당시에 중세 문명이란것은 바로크, 로코코, 르네상스가 말을 해 주던 문명이었고 내가 중세 문명에서 받는 느낌은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를바가 없 는 평균적인 것으로 고풍스럽다든지 고딕적 이라든지 하는 표현을 빌려서 표현해내 곤 했다. 물론 현대에 대한 느낌도 말하자면, 메탈릭하고 센티멘탈 하다고 말할 테 다. 어쨌든 그런 고풍적이고 고딕적인 세계와 동시간대에 살고 있는 나는, 그 세계 로의 여행을 나갈때 약간의 문화적인 충격을 감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 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문화적인 충격이 아니라 시대적인 충격이라고 해 야 할 것이다. 과거로 시간여행 온 기분에서, 예전부터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했을 때의 기분은 어떠할까? 내가 아무리 지금의 시간에 적응해 있다고는 하지만 레어 이외에서의 생활은 꿈도 꾸어본적이 없으며, 계획조차 없던 일이다. 비록 드래곤의 정신과 몸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런 것을 매우 유연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서 약간은 다행이다 싶지만, 과연 생으로 지구에서 이런 이계로 넘어온 사람들 의 문화적, 시대적인 충격이 얼마나 클지는 예상도 안간다. 이런점에 대해 싸이에게 물어 보았지만 그 녀석은 심리학을 전공한 카운셀러가 아 님이 밝혀지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어째서 내가 이런 정신적이고 문화적, 시대적인 이야기까지 들먹여 가면서 이곳의 문명에 대해 설명하냐고 하면, 내가 지금 그 문명이 생존하고 있는 영역으로 들어 왔기 때문이라고 말 해주겠다. 엘 타칸리스의 산맥은 타원형에 가까운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그 위치는 산맥이 존재하는 대륙의 중간부분에 속한다. 그런 이유로 인간들은 기본적인 방위 단위를 '엘 타칸리스 산맥 북동쪽'이라든지 '엘 카탄리스 남서쪽'등의 표현을 사용해서 표 기한다. 그런 인간들의 표현을 빌려서 내가 지금 있는 곳을 설명 해보자면 대략 이 런 위치가 나온다. 엘 타칸리스 산맥 동쪽, 유랑자 마을 '프레빌'의 유명 주점겸 여관 '프리게' 2층 12호실. 위와 같은 주소가 현재 나의 소재지이다. 이곳 프레빌이라는 마을은 촌락이라는 분위기에서 슬슬 벗어나 도시티가 나기 시작하지만, 아직은 마을인 이곳은 '레리첸 트'라는 나라에서 엘 타칸리스 산맥과 가장 근접한 마을이기도 하다. 이곳의 주 수 입원은 엘 타칸리스 산맥에 진입을 하지 못해서 산맥 바깥으로나마 최단거리를 달 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엘 타칸리스 산맥 경회선'으로 진입할때, 잠깐 여독을 풀 었다가 그날 그날 떠나는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동전이다. 어째서 사람들이이곳에서 머물지 않고 그날 그날 떠나는 것인가 하면, 엘 타칸리 스 산맥 경회선 중 북 경회선와 남 경회선이 나눠지는 지점엔 이것보다 더 크고 발 달된 '트리켈트'라는 도시가 있으며, 그 도시와 이곳의 차이는 길게 잡아봐야 6시 간 남짓이란 이유 때문이다. 즉, 아침식사를 하고서 트리켈트를 나서면 점심 무렵 에나 도착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한 이곳에서 숙박을 할 까닭이 없는것이 다. 아, 물론 프레빌이 있는 '엘 타칸리스 산맥 경회선 진입로'라는 긴 이름을 가 진 길에서 엘 타칸리스 산맥 경회선과 반대 방향으로 가면 프레빌을 지나서 또 다 른 도시가 있는데, 그 도시에서 프레빌로 오면 아침에 출발해서 한숨자고 출발해서 또 한숨 자고 나서 출발해 점심먹을 시간이 될 때 프레빌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차 때문에 한가지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곤 하는데, 대부분의 일반 보도 여행자들은(어이가 없게도) 프레빌의 밤을 제대로 본적이 없다고 한다. 그 때문에 레리첸트에는 이런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이 생겼다. '얼마나 여유있게 여행을 했는지 자랑하고 싶으면 프레빌의 야경을 보아라' 그리고 그것에 따른 이러한 속담도 생겼다. '프레빌의 야경보는 격' 전자의 농담과 후자의 속담에서 이끌어낼수 있는 의미는 '정말로 쓸데없는 일때문 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멍청이 같은 짓'…이다. 이렇게 속담에까지 등장 할 정도 로 유명한 지역(주민들은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에서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면……. "야경이 멋지네요, 라이니시스님" ……프레빌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29- 003.14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그렇다. 야경이다. 프레빌의 야경이었다! 프레빌이라는 도시에 이렇듯 이상한 말들이 난무하는 줄 알았다면 난 절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서 다른 마을로 찾아갔을 것이었다. 난 그저 한적하고 조용할것 같은 마을에서부터 출발을 하려고 생각해서 지도를 살펴보던 중 지도상으로도 작게 나오 는 이곳을 택했을 뿐 이었는데 알고보니 이 도시는 그런 도시였던 것이다. 나는 생 각보다는 괜찮은 '프레빌의 야경'을 '감상'하며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미리안에 게 대꾸했다. "그래…… 괜찮구나…" "?" 미리안은 감상을 하면서도 뭔가 떨떠름한 내 표정에 뭔가 불편하시냐는 듯한 표정 을 지어보였고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음으로써 그녀의 물음에 답해줬다. 이곳 프 레빌의 여관들은 여관이라기 보다도 쉬었다 가는 카페같은 느낌이 너무나도 강했으 며, 그 때문에 대부분의 여관에 숙박시설이 없다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 르는 일이다. 대략 500여명의 고정인구와, 거의 비슷한 유동인구가 있는 이곳은 지리적인 위치 로도 어째서 마을이 생겨났는지 전혀 알수 없는 위치에 생겨난 마을이라고 한다.( 제국편찬 지리서 레리첸트편에서 발췌) 트레빌은 마을의 고정인구는 적지만 워낙에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쉴곳'은 많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을 하면서 다녀야 했지 만 '잘곳'을 고르는데 있어서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 없었다. 간단하게 동전치 기로만 해도 답이 나왔으니까.-실제로도 동전치기로 결정했다- 그런 이유에서 여관 이 두군데 밖에 없다는것은 당연한것이오, 또한 그런 여관에 2인실 이상과 이하의 방이 없는 단조로운 구조에 대해서도 매우 마땅히 당연해야 할 일이다. "라이니시스님. 산책좀 나갔다 올게요" "산책?" 밤거리를 보고있던 미리안이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산책? 갑자기 왠 산책? 확실 히 지금 시간은 저녁식사도 끝마친 시간이지만 잠을 자기에도 왠지 너무 이른듯 하 게 느껴지는 시간이긴 하지만… 갑자기 왠 산책? 내가 그녀에게 되묻자 그녀는 내 가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는것을 깨닫고는 말했다. "여행하는데 필요한것좀 구입할까 하구요. 내일 아침엔 일찍 출발해야할테고……" "그런것은 산책이 아니라 쇼핑이라고 하지" "아니… 저기, 그러니까……산책을 겸해서…" "'산책'을 겸해서가 아니라 '쇼핑'을 겸해서겠지" 그녀는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았는지 하앗 하고는 입을 막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계속 해서 '네? 네? 네?'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빛 공격 을 딱딱한 표정으로 받아내었다. 나는 그녀의 표정이 점점 실망으로 물들어 갈 때 말했다. "안돼" "네에……" 그녀는 '역시나'하는 표정으로 긴 귀를 추욱 늘어뜨리고는 힘없이 다시 야경을 구 경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지나가듯이 한마디를 했고, 그녀는 날듯이 기 뻐했다. "나도 같이 가야지" 트레빌의 밤(이라지 보다도 저녁)의 거리는 어떤가 하면… 상당히 한산한 편 이었 다. 지금 시각이 24시(오후 9시)고, 자정까진 6시간 남은 시각이며 저녁 식사가 끝 나서나 한참 이루어질 시간의 끝물때라서 그런지 한산했다. 트리켈트의 성문이 닫히는 시간이 30시(자정)이기 때문에 트리켈트에 들어가서 여 관을 잡고, 여장을 푸는 시간을 뺀다고 치더라도 지금 시각엔 출발해야 시간이 딱 되기 때문에 낮잠까지 자면서 여유있게 가려고 한 사람들은 이미 22시 경에 트레빌 을 빠져나간다. 트레빌에서 저녁을 먹고 간다는 것은 시간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 기 때문에 이 지역의 식당들은 정말로 '밥만 먹고'가는 장소로 변한지 오래다. 즐 겁게 웃으면서 술판을 벌이는 모습이라든지, 술먹고 시비가 붙어서 싸운다든지 하 는 모습을 찾아볼수 없는 유일한 도시라고도 할수 있겠다. 더불어 고정인구와 맞먹 는 유동인구가 지나가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치안은 따로 경비대를 조직할 필요가 없이 완벽했으며 흔히 볼수있는 홍등가(사창가)역시 안 보였다. 으음… 그렇다면 이곳은 '바른생활촌' 인가? 이곳에서 머물고 떠나는 사람들은 전 체 유동인구의 1/10도 안되는 소수이기 때문에 이곳의 상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밤의 장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소원한 편이었다. 그래서 장터에서는 일찍일찍 자 리 접고 물러나서 오후 7시(22시)까지는 활발한 장터가 휑~ 하니 비어있는 꼴을 보 자면 차라리 으스스하기 까지 하다. 나름대로 멋있는 밤거리를 꿈꾸고 있었는지 미 리안은 실망스러운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이게 아닌데… …'를 연신 연발하고 있었다. 미리안아, 미리안아, 너는 이 도시에서 정녕 '야시장 '이라는 것을 바랬느뇨? 적어도 여기에선 절대로 무리인 것들 바라는구나…. "거리가 너무 한산하네요…" "트레빌이 원래 그렇지 뭐. 뭘 사야하지?" 그녀는 곰곰히 생각하면서 원래의 목적이었던 '야시장 구경'에서 '쇼핑'으로 목적 을 전환시키고, 그것에 충실하기 위하여 구입할 물건들의 목록을 주르륵~ 뽑고 있 는듯 싶었다. "라이니시스님, 챙겨오신 물건은 뭐뭐에요?" "없어" "……네?" "무기와 방어구 말고는 없어" "베, 베낭은요?" "네가 메고온거 있잖아" 미리안은 정말로 주저앉고 싶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녀가 메고온 베낭은 단거 리 여행(하루 내지 이틀)에 쓰이는 소형 베낭으로 일반 책가방 정도의 크기밖엔 안 되는 크기로, 장거리 여행을 많이 하는 여행자가 모험가들에게 그렇게 각광받지 못 하는 물건이다. 고작 그런 물건 가지고 두명이서 떠나기엔 충분히 무리가 있지만, 그거야 평범한 베낭이있을 때의 문제지. "그거, 무한 베낭이거든" "무한… 베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주었다. 무한 베낭은 이름에서도 알수 있다시피 용량 이 무한대로 들어가는 베낭이다. 짐작하겠지만 이것 역시 내가 마법을 이용해서 만 든 물건으로, 튼튼하고 질긴 와이번 가죽을 부드럽게 무두질시켜서 베낭을 만들기 위한 재료로 다듬는다. 그런 다음에 베낭의 안감이 될 가죽에 소형 타차원 생성마 법인 크리에이트 어나더 플레인Create Another Plane을 작동시키는 마법진을 만들 고, 마법을 작동시키기 위한 매개체를 따로 준비한다. 그런 다음 가죽들을 베낭의 형태로 만들고서, 메개체를 집어넣으면 베낭의 크기는 유지된 채 물품이 무한으로 들어가고, 무게는 최고 5kg까지 밖에 안 느껴지는 베낭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만들기가 매우 어려운데, 그 이유는 트리에이트 어나더 플레인은 9서클의 마법이기 때문이다. 이 마법은 원래 한정된 공간에 좀 더 많은 물건들을 집어넣기 위하여 공간을 왜곡시켜 넓히는 마법으로, 연구실이 비좁다거나 하는 마법사들이 쓰면 매우 용의하지만 9서클은 장난이 아닌 단계이기 때문에 이것이 실제로 쓰이는 장소라고 하면 마법사길드의 시약창고라든가, 아니면 왕성에서 궁정 마법사의 연구 실 정도일 것이다. 그런 마법을 단순히 베낭 만드는데 써버린 나의 행각은 인간 마 법사들이 보면 아마 눈 까뒤집고 자살하고 싶어질거야. 나의 설명을 들은 미리안은 '그렇군요~' 하는 표정을 짓고는 존경의 눈초리를 담 아 날 바라보았다. 아직 그녀의 수준은 3서클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그정도의 시선 이야 무리도 아니지. 하지만, 정작 다른 문제가 생겼다. "베낭… 안가지고 나왔는데요?" 그렇다. 그녀는 바보같데고 베낭을 안가지고 나온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별로 큰 문제는 안된다. 가볍게 마법하나만 쓰면 되니까. "텔레포트 오브젝트Teleport Object" 물질 전송마법인 텔레포트 오브젝트. 원래는 물건에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으면 물건을 전송하지 못하는 마법이지만 내가 누구인가? 드래곤아닌가? 그 정도야 물건 의 좌표만 알아두면 간단하다. 원래, 좌표설정을 캐스팅 하면서 하기는 어렵기 때 문에 돈이 들더라도 특별처리를 해두지만 좌표는 알고, 시동어만 외치면 마법이 발 현 되는데 뭐하러 돈 들여가면서 처리를 하겠는가? 미리안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 었다가 반짝! 하는 사이 내 손으로 전송 되어온 베낭을 보고는 '역시나 드래곤'하 는 표정을 지으며 안심했다. 그뒤로 시작된 쇼핑은 쇼핑이 아니라 무슨 상점을 하나 차릴 생각으로 물건을 사 러 다니는 모습 같았다. 미리안은 계속해서 '만약의 사태'를 강조하면서 전혀 쓰잘 데기 없는 물건들(예를 들자면 티 세트나 과자구이 틀 같은거)을 사려고 하는 모습 을 보였으며 나는 그런 행위에 대해서 '십만의 하나라도 없다'라고 강경하게 나왔 다. 여행하면서 과자를 굽는다던지 티타임을 가질일이 없잖은가? 그녀는 아마도 난 생 처음 여행을 가기 때문에 걱정이 많아서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많이 준비하는 모 습이었지만, 나는 환생하기 전에 많이 여행을 다녀봐서 안다. 꼭 필요한 필수품 몇 가지만 챙기고, 나머지 모자르는것은 현지에서 조달하던지 대체품으로 대신하면 된 다. 이번 여행길도 마을이 안나올 시간을 예상해서 넉넉한 분량의 식량과 야영할때 쓰이는 모포, 땔감이 없을 때를 대비한 장작 한다발정도. 개인용 컵 하나씩에 식기 하나씩이면 돼잖아? 아, 예비용 옷도 포함시킬까? 사실 옷이야 내 레어로 텔레포트 해서 가져올 수도 있지만 기왕 여행을 나왔으니 여행을 즐기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 냥 새로 사기로 했다. 결국 미리안의 혼자서 호들갑 떤것을 제외하면, 쇼핑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도 채 안걸렸다. 호들갑 떤것을 넣는다면 4시간이라는 막대한 시간을 소모했다. 결국 지 금 시각은 28시(오후 13시). 나는 앞으로 절대로 여자하고는 쇼핑을 나가지 않으리 라하고 다짐하며 프리게를 향해서 미리안과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30- 003.15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구해 주십시오" "네?"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혀간 어린 아이들과 여자들을 구해주십시오" 엘프 평의회의 의장처럼 보이는 늙은 엘프가 나에게 말했다. 이름? 그런건 알고싶 은 이유도 없다. 어차피 앞으로 볼날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들이 나에게 요구해온 사항은 위의 말 그대로 노예 사냥꾼들에게 잡혀간 엘프마 을의 아이들과 여자들을 구해달라는 것이다. 인간들로 이루어진 그 집단은 왠만한 엘프들의 공격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대단한 무력 집단이었고, 그 때문에 그들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두눈 멀쩡하게 뜨고 아이들과 여자들을 빼았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날 내가 마을을 찾아왔을 때의 적대적인 반응은 역시 그래서 였군. 그들은 노예가 되어버린 엘프들을 데리고서 레리첸트국의 수도내에 있는 비밀 경 매장으로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알았느냐에 대해서는 멍청하게도 그 사냥꾼 집단들이 '수도에 데려가서 팔면 꽤나 삼삼하겠는걸~?' 이라든지 '경매 장에 데리고 가면 고가에 넘길수 있을거야'라는 레리첸트어들을 제딴에는 안들리게 한다고 했지만, 엘프들이 워낙에 청력이 좋은지라 모두다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들은 노예 사냥꾼일을 하고 나서 드래곤이라는 최대의 이종족을 적으로 맞이할 상황에 놓여있게 된것이다. 그들의 이동속도로 보자면 마을을 거치지 않고서(레리첸트에서는 노예매매가 '공 식적'으로는 불법행위에 속하지만, 경매에 참여하는 자들의 계급은 그리 낮지만은 않다고 한다. 공식적인 불법이기 때문에 사냥꾼들은 마을을 피해서 갈것이다) 한번 에 수도로 간다고 칠때, 앞으로 약 3주 정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3주동안의 기간 동안 엘프들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기지 않겠느냐(정확하게는 순결에 위험이 닥치 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그들의 성격으로 볼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 다. 그들의 대화로 볼때 그들이 바라고 있는 거래상대는 귀족들이고, 귀족들은 워낙에 결벽성이 조금 강한지라 남이 손댄 물건(?)에는 손을 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약간의 가혹행위(감금은 기본이요, 재갈은 필수요, 구타는 옵션 이라)는 당하겠지만 전반적인 신변에 있어선 안전하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그들이 싸구려로 팔아넘길 위험성이 있겠지만, 그들은 금단의 영역이라고 불리우 는 엘 타칸리스의 산맥에 들어와서 엘프마을을 습격해 엘프들을 데리고 나가는 과 정에 있어서 다수의 공격과 인명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비싸게 팔아 넘길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피해가 발생한 마을은 레리첸트에서 가장 가까 운 제 1 엘프 마을로서, 어린 여아 3명, 남자아이 2명, 성인 여자 3명을 잡아갔다 고 한다. 사냥꾼들의 총 인원은 8명. 대략 마법사로 보이는 사람이 두명 있다고 했 고, 그 수준은 조금 높은편(4서클에서 6서클?) 이라고 한다. 뭐, 그 정도야 아무것 도 아니겠군. 나는 평의회로부터 자세한 사항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만 하군요. 하겠어요. 언제 출발할까요?" "구해만 주신다면 언제고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신변에 위험이 닥치지 않 아야 합니다. 경매에 나가기 전에 구출해 주셨으면 합니다" 경매에 나가기 전이라면… 물건(?)들을 수도로 가지고(?)가서 경매에 내놓으려면 일단은 씻기고, 때빼고 광낼 시간이 필요하니 넉넉잡아 3일. 경매일은 앞으로 한달 뒤이고, 경매소측에 물건을 넘기면 그때부터는 경매소에서 관리를 할텐데…… 그렇 다면 문제는 구출 시기라는것인가? 나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을때 갑자기 엄청나 게 중요한것이 떠올랐다. "대가는요?" "대가로는…… 무엇을 바라시옵니까?" 일만 해주고 나면 나만 손해지. 하지만 얼마를 받아야 할지도 참 고민이군. 보석 과 돈은 나한테도 너무 많아서 주체를 못할 지경이니 필요 없고, 음식? 하지만 음 식으로는 너무 싼가격 아닌가? 고민되네…. 아하! 그러면 되겠군! "미스릴로 만든 실. 아주 가늘게" "미스릴… 실 말씀이십니까?" 미스릴은 아주 유명한 마법의 금속이다. 이것은 무기나 방어구를 만드는데 자주 쓰이는 것으로 색상은 진은眞銀 이라고 불릴정도로 눈부신 은색을 자랑하며 이것으 로 만든 무기는 부러지지도 않고, 왠만한 마법적인 공격에도 끄떡이 없다. 무게는 가벼운 편이라서 주로 검을 만드는데 쓰이며, 이것은 오로지 드워프들의 화로에서 만 녹는것으로 알려져있다. 드워프들 말고는 주조할 능력을 가진 종족은 없다고 일컬어지지만, 드워프들도 미 스릴에서 실을 뽑아낼 수는 없다고 한다. 아주 가늘고 일정한 굵기를 가진 미스릴 실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탄성을 자랑하기 때문에, 이것으로 만든 옷이나 신발은 착용감이 무지하게 좋고, 무게역시 가벼운 데다가 방어력또한 뛰어나다고 한다. 그 렇다면 드워프들도 못하는 미스릴 실은 과연 누가 만들수 있는가? 정답은 바로 엘 프들이다. 엘프의 장인들Elven Craftsmans(엘븐 크래프츠먼스)은 드워프처럼 잘 베어지고 잘 막는 무기와 방어구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드워프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 내 기도 한다. 그런것 중 대표적인 예는 역시 미스릴 실이라고 하겠는데, 200년간 달 빛만을 쪼인 강철로 만든 화덕에서 푸른 불꽃으로 미스릴을 가열하기 시작해 한달 쯤 지나면 하얀 실같은 것이 미스릴 덩어리에서 한가닥 뽑아져 나온다고 한다. 그 것을 조심스럽게 뽑아내서, 달빛을 30년간 쪼인 화강암으로 만든 물레에 꽃아넣고 감기 시작하면 점점 실이 뽑아져 나오고, 그것에 비례해서 미스릴 덩어리가 줄어든 다고 한다. 그렇게 뽑아낸 미스릴 실은 달빛만이 들어오게 만든 창고에서 한달간 달빛을 쬐며 달구어졌던 열을 천천히 식힌다고 한다. 준비 과정에 걸리는 시간만 짧게 잡아도 3 00년. 하지만 화덕은 한번 만들고 나면 계속 쓸 수 있으니 나는 그들에게 미스릴을 제공하고 두달만 기다리면 되는것이다. "미스릴은 내가 공급해 드리죠. 그것으로 실을 뽑아주시면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들은 아무말하지 않고 승락했다. 뭐, 조금 괴로운 것이야 그들의 장인이 한두달 정도 고생하면 되는것이고 그들로서는 미스릴 실을 뽑아내는데 드는 인건비보다 내 가 엘프들을 구출해오는 것의 인건비가 더 싸게 먹힌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 을 것이다. 나는 그들과 그렇게 해서 합의를 보았고, 나는 곧바로 드워프 마을로 이동해서 미 스릴 덩어리(정말로 덩어리였다. 크기는 약 가로 세로 80센티정도?)를 가져왔고(물 론, 공짜는 아니다. 그들의 술에 100년정도 시간을 흐르게 하는 마법을 걸어주었더 니 엄청나게 기뻐하더군) 엘프들에게 넘겨서 가공에 들어가게 했다. 그리고서 나는 미리안을 데리고 레어로 돌아가서 칭얼거리는 미리안을 조용히 시키고는 하루 정도 푸욱 쉬고, 지리서와 베낭(무한의 베낭)을 들고서는 가장 한적하다고 생각되는 트 레빌로 워프했다. "흐음…… 사냥꾼들은 그렇게 멀리가진 못했네요" "음? 그래? 어디에 있는데?" "그들을 쫓아갔던 독수리 펠펠이 전해주길, 여기서 이틀하고 조금 걸리는 도시 근 처를 지나가면서, 일행중 두셋이 떨어져 나와 보급을 하면서 멈춰 있대요" "그래? 근데 스퀄 이녀석은 어디서 뭘하고 있지?" 엘프들은 그들의 동물 정신 감응력을 이용해서 독수리 펠펠(이름하고는……)로 하 여금 그들을 추적하게 했다. 사냥꾼들이 엘프마을에서 엘프들을 납치해간지 어언 일주일이 지났음을 상기하자 면, 지금 이틀하고 조금의 차이는 그렇게 긴게 아니다. 마법 한방으로 일주일의 차 이를 이틀로 좁혔으니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앞으론 여유있게 쫓아가면 되지만… … 스퀄녀석이 문제다. 엘프들이 펠펠을 보낼때 나는 스퀄을 흑수리 형태로 변하게 하여 역시 그들을 추적하라고 시켰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는 것이다. 흐음…… 그 냥 귀환명령을 내려버릴까? 금속의 정령인 스퀄은 펠펠보다도 성능이 더 뛰어날 것 은 확실한데 어째서 이리도 헤매는것일까?(헤매고 있을지 어떨지는 나도 잘 모른다 ) 뭐, 알아서 잘 찾아 오겠지. 괜히 시간 걸려서 1,200년 키운것도 아니니까. 미리안은 스퀄이야기를 꺼내자 조금 기분이 상했나본지, 약간은 고개를 돌린 채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녀는 드라이어드하고는 아주 죽이 척척 잘 맞아 떨어지 지만 스퀄과는 본능적인 이질감이 있는지, 매우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긴… 엘프하고 금속은 영 맞질 않지. 드워프들은 스퀄을 보고는 아주 좋아라고 달려들어서 부비적 대던데 말야. 뭐, 메 탈릭한 향이 마음에 든다나? 그것들도 아주 문제있어. 메탈릭 매니아야 매니아. 내가 잠시 드워프들의 매니아적 취향에 대해 약간의 고찰을 하고 있을 무렵, 창문 으로 스퀄이 날아 들어왔다. 스퀄은 자신의 큰 덩치로는 반안을 날아다니기엔 약간 의 무리가 있음을 알았는지 창틀에 걸터 앉아서 한템포 쉬고는 곧장 테이블로 점프 했다. "조금 늦었군. 그래도 쓸만한 정보는 있겠지?" "삐에엑~!" 스퀄은 당연하다는듯이 울었고, 나는 그것에 매우 만족하며 녀석과의 정신감응을 시도했다. 스퀄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인간형으로 만들었다면 말을 할수 있었 겠지) 나는 정령과의 원론적인 의사소통 방법인 정신감응을 하는것이다. 스퀄이 가져다준 정보에 의하면(이것은 문자체계라든지 일반적인 방법의 정보가 아니라, 그야말로 스퀄이 보고 들은것을 그대로 내가 느끼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 이곳의 다음도시인 '모리엔'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두명이 떨어져나와 마을로 보급물자를 사러 들어갔고, 나머지는 그 사람들을 기다리며 야영을 하고 있다는 상 황이었다. 엘프들은 많이 꾀죄죄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성적인 가혹행위는 없는 모양인지 그들의 얼굴에 비춰진 절망은 그렇게 깊지 않았다. -31- 003.16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드래곤에게 물린다고 해도, 아마 합리적인 사고 방식으로 '앞으로 30분 뒤면 죽겠 군' 정도를 생각 할 수 있는 엘프들은(미리안을 보자면 그런 느낌이 전혀 안든다. 그들이 인간하고 다른점은 거의 눈의 띄지 않는 수준이고, 또한 극적인 상황 아니 면 발휘되지도 않으니까) 극닥적이기까지 할 정도로 자신의 현재 상황에 너무나도 적응을 잘한다.(적응이 아니라 체념이기까지 한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살펴볼 때, 지금 나무도 만들어진 창살이 있는 마차에 갇혀있는 엘 프들의 모습은 꾀죄죄하고 지저분하다는 것을 빼놓고서는 거의 모든면이 마을에 있 는 엘프들의 모습과 다를바가 없어 보였다. 이렇듯 약간은 순종적이기까지 한 모습에 사냥꾼들은 오히려 맥이 풀린듯 감시하 는 인원도 없이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잡담을 나누며 모닥불을 쬐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런 단조로운 상황이 계속 되던 중, 마을로 보급을 나간 것같던 그들의 동 료들이 돌아왔다. 스퀄의 청력덕분에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어, 조금 늦었군" "아, 뭐. 여러가지 살게 많다 보니까. 상품들은 어때?" "저렇게 조용하면 오히려 맥이 풀린다니까. 이래서 엘프노예는 쉽다니까" "쳇, 그것 덕분에 죽은 녀석이 몇인데?" 말에서 내린 사냥꾼은 보급물자가 가득 담긴 베낭을 내려놓고, 안장에 얹고온 자 루 몇개를 또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사냥꾼 한명이 말했다. "켄은? 같이 나갔잖아?" "그녀석? 아아, 조금만 기다려봐. 금방 올거니까" 그는 밀가루 포대로 짐작되는 포대 두어개와 야채, 물병들을 전부 내려놓고서는 모닥불 근처로 다가가서 불을 쬐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프냄비를 젓고 있던 사냥꾼 이 그에게 수프접시를 건네주었다. "어이, 혼가. 이거" "와우, 마침 배고프던 참인데. 고마워 밀덴" 혼가는 그릇에 한가득 담긴 수프를 정신없이 먹어 치우고 있었다. 그가 수프그릇 을 1/3쯤 비웠을때 급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사냥꾼들이 있는 쪽으로 급하게 달 려오는 듯한 말발굽 소리를 압도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위이이이하! 이거, 너무 기다리게 했나?" "저자식은 허구헌날 등장이 요란하단 말야?" "뭐뭐, 어이, 켄! 일은 잘됐어?" 혼가는 무언가를 잔뜩 기대하는 표정과 목소리로 켄이라는 남자에게 말했고, 켄은 곧장 달려오면서 말했다. "대어야 대어! 싱싱해!" 대어? 싱싱? 나는 그들의 행각을 보면서 저것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 고민했다. 일 종의 은어 같기도 한데, 무슨 말이지? 나의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켄이라는 남자 가 가지고온 대어라는것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휘이익! 미인인데?" "또 한건했군!" 그의 말 안장엔 흰색치마와 블라우스를 입은, 대략 18~20세 정도로 보이는 처녀가 입에는 제갈이 물리고, 손은 끈으로 결박 당하였으며, 기절한 채 실려(?) 있었다. 켄이라는 남자는 자기들이 다녀온 도시에서 또 한명의 노예감을 납치해서 데려오는 것이었다. 젠장! 뭐 저따위 녀석들이 있어?! 조금 전, 혼가에게 수프접시를 건네준 밀덴이란 녀석이 켄의 말안장에서 그녀를 내리더니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호오…… 꽤 괜찮은데? 몇살이야?" "그건 잘 모르겠는데? 어이, 모리! 몇 살 같아 보여?" "야야, 모리는 박아보기 전까진 모른다고" "크하하핫! 그건 그렇지!" 그들은 한명의 아가씨를 사이에두고서 자기네들 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저녀석드 을~! 엘프들도 모자라서 이젠 인간까지 손을 대?! 영상은 거기에서 끝났다. "젠장, 빌어먹을 자식들이군" 나는 정신연결이 해제되자마자 뱉듯이 한마디했고, 정신연결이 되어있는 동안 나 를 빤히 쳐다보고있던 미리안은 궁금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무슨일인데요?" "그녀석들, 엘프도 모자라서 한명을 또 납치했더군, 젠장" "네에? 또요?" "그래. 20세가 될락 말락한 인간여자" 미리안은 아주 화난듯한 표정을 지었고, 나 역시 같은 기분이었다. 엘프들 납치했 으면 얼른 얼른 데리고 갈 것이지 뭐하러 초과근무(?)를 하는거야! "용서 못해요! 당장에 그녀석들을…!" 미리안은 각오를 불태우면서 그녀석들을 당장에 찢어 죽일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 었다. 그들이 아마 당장 앞에 있었다면 그녀는 마법으로 그들을 전부 얼려 죽이든 지, 갈가리 찢어죽일 태세였다.(태우는 것은 안한다. 엘프니까) 나는 의외로 불타 오르는 그녀의 기세에 잠시 주춤하며 말했다. "어이, 왜 그렇게 투지를 불사르는거야?" "엘프들을 납치한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데 인간까지 납치했잖아요! 아니, 도대 체 같은 종족끼리도 팔아먹는다니! 말도 안돼잖아요!" 하긴, 그건 그렇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타종족인 엘프들을 납치해서 파는 것 은 어느정도 납득이 가지만(물론, 머리로만. 그것도 입으로 내뱉을 수 없겠지만) 같은 종족마저도 팔아먹는 인간들의 작태는 정말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 어쩌 면 이 세계는 내가 살던 대한민국의 세계보다 더 물질 만능주의적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돈을 위해 사람마저도 팔아 넘기는 사람들. 같은 사람으로서 사람을 사고 파는 행위를 과연 용납할 수 있겠는가? 용납할 수 있을리 없지. 엘프들은 타 종족이라서 양심의 가책이 덜하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즐거운듯이 웃으면서 같은 인 간은 상품 취급하는 저 모습. 저렇게 번 돈으로 그들은 아내를 얻고, 가정을 꾸미 며 살겠지? 그리고서 자기 자식들에겐 이렇게 말 할 거야. "얘들아, 사람이 사람을 사고 판다는 것을 절대로 용납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지랄! 자신이 한 일이나 생각해 보라지! "저기, 라이니시스님?" "에, 어? 왜?" "아, 아니에요. 너무 생각에 몰두하시는 것같아서" 아, 이런. 나도 모르게 감정적이 되어버렸나? 드래곤이라고 해도 속은 인간이니 이런 문제에 흥분하는것도 당연한 일이지. 자아, 그럼 슬슬 여행길이나 체크해 볼까? 가는 도중에 초적(草賊:들도적)들을 만 날수도 있겠고, 몬스터와도 조우 할 수 있겠군. 뭐, 어느쪽이라도 크게 신경쓰는것 은 아니니까 말이야. "우하하핫! 식량과 무기, 돈을 두고 가라!" "기왕이면 여자도!" 나는 한낮에 들이닥친 초적들을 보면서 짧게 한숨을 쉬어주었고, 미리안도 같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뭐랬어?" "정말이군요, 에휴…" 나는 트레빌에서 나와 걷기 시작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미리안과 나누었고, 그중에 는 이런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계속 걷다보면 우락부락한 초적떼들이 나와서 이럴걸? '가진거 다 내놔!'" "에이, 설마요. 마을에서 나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초적들이 나오겠어요?" "아냐아냐, 분명히 오늘내로 나온다구" "피이~ 설마요" …란 이야기가 있었지. 그리고 그 상황대로 저렇게 초적떼가 나와준 것이다. 가을 이라서 길게 자란 풀들을 옷에 잘 부착시키고서 지나가는 여행자(만만해 보이는)들 을 둘러싸서 협박, 돈을 빼앗는 초적들이다. 물론, 그 집단에 여자가 있으면 여자 도 덤으로 빼았겠지.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던가? 여자 엘프 한명과 남 자 한명. 숫자는 적지만 그 실력은 알 수 없음. 그래서 덮친건가? 어쨌든, 초적들은 우리의 한숨나오는 반응에 황당해졌나 보다. 그중 가장 앞에 서 서 매우 큰 배틀 엑스Battle Axe(전투 도끼)를 들고 있는 녀석이 말했다. "뭐하는건가! 어서 가진것 다 내놓고 여자는 두고가!" "무서워서 쫄았냐?" "워어이~ 워어이~ 아주 얼었구나 얼었어!" 대장(으로 보이는) 녀석의 말에 다른 부하(로 보이는)들은 동조하면서 야유를 쏟 아 내기 시작했다. 허허, 이거 무슨 서라운드 시스템이야? 사방에서 스무명이 쏟아 내는 야유를 듣고 있자니 분노보다도 오히려 웃음이 치솟는다. 그야말로 여유만만 하게 그들의 야유를 한점 분노없이 넘기고 있자니 내가 드래곤이라는것이 새삼스럽 게 느껴졌다. "미리안, 어떻게할까?" "글쎄요? 라이니시스님 맘대로 하세요.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러면, 이렇게 해야겠군. 스쿼어얼! 비스트 타입!" 삐에에엑! 트레빌을 떠나면서 부터 창공을 빙글빙글돌며 따라오던 스퀄은 멀리 떨어져 있음 에도 불구하고 내 목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길게 울면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내 명 령에 따라 흑표범의 형태로 몸을 변화시켰다. 초적들은 매우 여유자적한 우리의 행동과 하늘에서 내려온 스퀄을 보고는 매우 놀 란듯 싶었다. 하긴, 먹이다! 싶어서 덮쳤는데 오히려 먹힐줄은 몰랐겠지? 나는 사뭇 잔혹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이지는 마" "캬아아아오!" 스퀄은 포효하며 달려들었고, 초적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어찌어찌 도망 가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다리로는 흑표범의 출력(?)을 도저히 쫒아갈 수 없는 노릇이고, 그들은 내 명령을 받은 스퀄에 의해 심하게 할퀴어지든가 아니 면 어디 한군데 부러진 채로 그들의 영업장소인 초원을 뒹굴어야했다. 순식간에 상황 종료. "으, 으아악! 살려줘어!" "사람살려!" 그들은 내말을 들었는이 먹었는지 자꾸 목숨과 관련깊은 소리를 내고 다녔고, 나 는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죽이지는 않는다고 했어!" "그럼 다치게 하지 마아!" "싫어" 의외로 유머감각있는 녀석들도 있었군. 어쨌든 스무명에 달하는 초적들 중, 반수 는 도망갔으며, 나머지 반수는 스퀄에 의해 나뒹굴게 되었다. 스퀄은 명령도 없었 건만 나뒹구는 초적들을 전부 한군데로 모아두었고, 덕분에 나는 그들에게 말하기 개 매우 수월해졌다. 나는 스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에구, 착한것. "처음부터 다시 해볼까? 누가 누굴 어쩐다고?" "살려주세요! 살려만 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진짜로 잘못한 것을 아는지, 아니면 아파서 저러는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처음의 그 우스웠던 협박따위는 안하는 것같았다. 아, 굳이 말한다면 저들에게 잘못이 있 다면 초적이라는 직업명답게 성실하게 일을 했다는것 밖엔 없겠지.(초적이란 직업 을 가진것이 죄랄까?) 나는 이들을 보면서 심심하던 차에 좋은 유흥거리를 생각해 내었다. 나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잘못했다면, 이 근처 마을 경비대에게 넘겨주는건 어떨까?" "허억! 그, 그것만은!" "안됩니다! 차라리 그냥 죽여주세요!" 역시, 생각했던 반응이군. 이들은 길가는 여행자는 습격하는 무리들 중에서도 조금은 악랄한 녀석들일 것이 다. 협박문구중에, 돈과 여자는 두고가라는 말로 미루어 보자면, 적어도 강간질을 하고 산다는것 아닌가? 일반 도적떼들의 경우 돈이나 물건만을 빼았고 그것이 남자 든 여자은 초절정 미녀든 상관하지 않고 그냥 보내준다. 걸린쪽은 된통 걸려서 재 수 없는 것이지만 말야. 하지만 이들은 여자에게 매우 굶주려(?)있는듯, 처음 미리 안을 보는 눈빛은 마치 그녀를 복상사(腹上死 : 남녀가 잠자리하는 중에 남자가 여 자의 배 위에서 갑자기 죽는 일. 본 뜻은 남자가 죽는 것이지만, 뭐 그냥 그런것으 로 알아주시길)라도 시킬 기세였다. 그러니 조금은 악질적인 녀석들이라고 할수 있 겠지. 가장 악질적인 녀석들은 뭐겠어? 사람죽이고 돈도 빼았는 녀석들이지. 흠흠, 잠시 이야기가 샛군.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렇게 약간은 악질적인 부 녀자 폭행이라는 저질적이고 야만적이고 저열하고 최저급의 범죄를 저지른 저들을 경비대에 넘기면 어떻게 될까? 그들의 죄사에 따라서 아마도 사형, 내지는 고문후 거리를 끌고 다는다든가 하는 형벌, 제일 낮아봤자 몇년 감옥살이지. -32- 003.17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초적들은 적어도, 내가 그들을 경비대에만 보내지 않았으면 할 것이다. 그들의 무 장상태를 볼때, 그들은 전문적인 강도질을 하는 전문직(?)이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들은 뭐든지 할테니 제말 경비대에게만은 보내지 말아 달라고 거의 매달리다시피 했고, 나도 그들을 경비대에 보낼 생각따윈 없었다. 그렇다고 그들을 어떻게 갱생 시키려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것이냐고?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어? 그 냥 여기서 계속 영업 하도록 내비두는것이지. 그렇게 된다면, 여길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계속 뜯기거나 할 것이 아닌가 하겠지 만, 솔직히 말해서 '그걸 내가 알게 뭐람'이다. 나야 원래 드래곤이고 하니 초적이 나 수적, 산적을 비롯한 각종 도적떼들에게 뜯길 염려는 없고, 혹시나 내가 여행을 다닌다고 해도, 지상의 어떤 인간이 어떠한 방법으로 나같은 드래곤에게 상처를 입 히겠는가? 때문에 최소한, 나와 내 주위의 동료들은 무사하다는 것이지. 미리안도 아마 스무명의 산적들이 덤벼들었다면 매우 큰 부상을 입고 간신히 물리칠수가 있 지, 이렇게 아무런 일도 안하고 그냥 구경만 할 수 있었을것 같아? 나는 사회의 정의라든지, 신념같은 것은 없다. 그냥 나와 내주위의 친인들이 아무 일 없이 잘 살면 그만이고, 그렇게 되기 위하여 내 힘이 필요로 하면 그렇게 할 뿐 이지. 그렇기 때문에 나와는 전혀 일말의 관계도 없는 사람이 초적에게 뜯기든, 강 간을 당하든 별로 상관없고, 상관하고 싶지도 않다. 아, 그래도 강간은 기분 나쁘네. 다시는 남성구실도 못하게 저녀석들에게 발기부 전 마법이나 걸어 버릴까? 어쨌든, 나랑은 그다지 관계 없는 일들이고, 이들도 먹 고 살자고 이렇게 초적질 하는 건데, 뭐 냅두자. 이런 일에는 별로 참견하고 싶지 도 않아. 나는 초적들에게 말했다. "좋아, 경비대에는 보내지 않겠어. 그 대신, 내가 물어보는 것에 아는 거 있으면 어떻게든 쥐어짜서 다 불어. 알겠어?" "예엣! 무, 물론입죠!" "아, 알겠습니다! 뭐든지 물어봐주세요! " 그들은 매우 고분 고분 해졌다. 강철의 야수라는 공포가 그렇게도 컷던가? 솔직히 내가 볼땐 스퀄녀석의 모습을 그렇게 무섭게 생기지 않았는데? 객관적인 시각에서 도 '멋있다~' 라는 생각이 들지, 무섭다고 생각한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말야? 나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앞뒤 이야기 생략하고, 노예사냥꾼들에 대해 아는 대로 불라고 그랬다. 최근 이곳을 지나간 노예사냥꾼들을 알고 있다면 전부 말하라 고 하였고, 그들은 자신들이 마침 아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침을 튀겨가면서 거의 횡설수설 하다시피 말했다. "그러니까 그녀석들은……" "그래서 말입죠…" "그렇기 때문에 그녀석들은…" 여러가지 이야기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지만 그것을 난 다 듣고 있었다. 초적들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매우 전문적인, 그리고 오래된 노예사냥꾼단 이라고 하였다. 그들은 주로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예쁘장한 쳐녀나, 쓸만한 남자들을 납치 해서 노예로 팔아넘기며, 귀족가문이 몰락할 경우, 그 가문에서 나오는 노예들을 사들여서 되팔고, 또한 이번 일 처럼 직접 이종족들을 사냥하고 다닌다고 한다.그 들은 어디까지나 소수정예 인원으로 최고 10명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의 사냥 (!)손씨는 거의 절정에 달해서 수도의 노예를 소유한, 그것도 이종족의 노예를 소 유한 귀족들은 대부분 이들과 거래를 한적이 있다고 한다. 이 초적들은 그들을 털려고 덤볐으나, 그들이 제시해주는 조건(일정량의 통행료) 으로 그들은 통과시켜 주기로 한 것이다. 노예사냥꾼들의 실력은 매우 뛰어나서 사 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런 초적들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들은 항시 노 예들을 데리고 움직이기 때문에 관리(?)를 위하여 그러는 것이다. 초적들 역시 그 사실을 알고는 그들에게 개기지(!) 않기 위하여 많이 노력하고 있었고, 여러번 그 들이 지나치다 보니 이제는 안면까지 있는 상태라고 한다. 가끔은 술한잔도 하면서 그냥 보내준적도 있을 정도로 그들과 우정을(?) 쌓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나는 이 쯤에서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됬다고 생각하고는 그들에게 다른것을 물어보았다. "좋아, 그들에 대한건 됐고, 그러면 경매장이 어딘지 알아?" "경매장이요? 경매장은……" 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매우 흡족해 했다. 이것은 매우 쓸모 있는 정보인 것 이다. 경매장과 어떻게 접촉하면 좋을까 싶었는데, 마침 좋은 정보원(?)들이 생긴 것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모조리 듣고 외웠다. "자, 사례다" "네, 네엣?" 나는 그들에게 손가락 한마디 만하게 커팅되어있는 에메랄드를 건네주었고, 그들 은 눈이 휘둥그래 해진 채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싸이를 불러 깨 웠다. '어이, 싸이. 일어나봐' '뭐지? 주인?' '오랜만인데 인색하게 인사도 없기는…. 너, 사람의 무의식층같은 것도 건드릴 수 있지?' '날 뭘로 보는건가? 충분히 가능하지. 그런데 뭘 바라지?' '저 초적들의 무의식층에, 앞으로는 절대 강간을 할 수 없는 무의식을 좀 깔아주 면 좋겠군' '단지 그거? 도적질 금지가 더 좋지 않아?' '아니, 그것은 저들 일이니까 상관 안해. 강간만 안하면 그만이지' '쳇, 매우 안이한 정신이로군. 알았다. 그렇게 하지' 아주 잠깐, 0.1초도 안되는 시간에 나와 마주하던 초적들의 눈빛이 흐트러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것을 보고는 나는 내 명령이 잘 수행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수행했다. 그럼, 다음에 또 불러주길' 싸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내 정신의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이걸로 그들에게 가볍게 금제를 걸고서는 말했다. "자아, 그럼 여기서 헤어지도록하지. 아, 다음에 또 지나갈 일이 있으면 우리한텐 시비걸지 않는게 좋을거야." "무, 물론입죠!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미리안, 가자" "네!" 스퀄은 알아서 독수리 형태로 변해 다시 날아올랐고, 미리안은 내 옆에서 걷기 시 작했다. 후우, 유희 나와서 첫 이벤트라고할 수 있겠군. 아니, 유희가 아니라 일이 지만 말이야. 뭐, 괜찮나? 처음 초적들을 만나고 나서 이틀정도 걸으니 우리는 노예사냥꾼들이 새로운 물건( ?)을 납치한 도시인 '모리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레리첸트의 수도인 레 이친까지는 길게 잡아서 약 1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초적들에게서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경매가 시작되는날은 지금으로 부터 15일 후라고 하니 여유있는 편이다. 사 냥꾼들과 우리의 날짜상의 차이로는 처음과 다름이 없이 이틀정도. 그러므로 우리 는 경매가 시작되기전 충분히 수도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먼저, 잠깐 쉬다 가야겠지" "그것도 괜찮겠네요. 야영만 하다보니 침대가 그리워 지네요" "허, 엘프면 야영쯤엔 익숙해져 있어야 하는것 아냐?" "헤에? 그런걸 알면서 침대에 에어 쿠션Air Cushion을 넣어준단 말이에요? 덕분에 다른 침대에선 잠도 잘 안 온다구요. 그리고 이 옷도 조금 불편하고. 차라리 레어 에서 입었던 메이드 복이 더 편해요" ……이건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건가? 나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꽤나 놀랐다. 미리안 스스로 메이드복이 편하다는 말을 하다니. 이건 완 전히 길들여졌군. 길들여졌어. 이제 남은것은 '주인니임~'하고 부르게 하는…… 쿨 럭, 이게 무슨 변태 노예물이냐! "너무 편해도 문제가 있는것이군…" "일장일단(一長一短). 세상에 완벽은 없다… 겠죠?" "아, 뭐. 그런 것이지" 단지 이틀간 같이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미리안의 행동에는 참으로 뭐 랄까… 친근감이 듬뿍 배어있는 것같았다. 적어도 트레빌에 있었을 때에는 내 말에 고분고분하고 그나마 날 조금은 두려워 하는 면이 있었지만, 내가 초적들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돈까지 주고, 약간의 정신개조 까지 해준 것을 알고 나자 그녀는 내가 정말로 안전한(?) 드래곤 이라는것을 깨달은 모양이었고, 그래서 인지 그녀는 내가 주먹을 들고 눈을 치켜뜨며 윽박질러도 생글생글 미소지으면서 무마시킨다. 덕분에 정말 여행길이 즐겁긴 하지만 간혹가다 말을 안들어먹는 면에 있어서는 나 도 뭐랄까…… 조금은 질렸다고 할까? 예전에 자기네 마을에서 살던 때의 땡고집이 그대로 나오는 모양이었다. 뭐, 나야 별다른 이유없으면 그녀의 고집을 그냥 받아 줄수도 있기는 하지. "라이니시스님, 여기. 여기로 가요? 네?" 지금 같이 여관을 고를 때, 이 여관이 좋아 보인다고 고집부릴때는 그냥 받아줘도 무방하겠지? "뭐, 한번 미리안의 선택을 믿어 볼까?" "왠지 여기라면 좋은일이 있을 것 같은데요?" 미리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여관으로 들어갔다. 나는 어쩔수 없다는듯이 푸웃 하고 웃고는 그녀의 뒤를 따라서 '눈과 바람'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관으로 들어갔 다. 뭐,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리안의 선택은 괜찮았다. 고급여관은 아니지만 그 렇다고 싸구려도 아닌 여관. 대체적으로 괜찮은 편이지만 약간 지저분 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여관이 지저분한게 흠이 아니면 뭐란 말이지?) 나는 숙박계를 작성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가벼운 식사와 마실거리를 주문하고는 미리안에게 말했 다. "10점 만점에 7점주겠어" "피잇, 너무 짜요" "짜면 빵이라도 더 뜯던지" "우습지도 않은 농담은 그만두세요. 어디서 그런걸 배우셨는지……" 그녀는 마치 누나가 어린 동생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고 개를 도리도리 젓는 제스춰를 취해보였으며, 나는 그녀의 모습에 황당함과 당황함 을 같이 느껴야 했다. 허허, 많이 컷구나 미리안. "식사 나왔습니다" 나는 미리안에게 보내던 시선을 거두고는 식사를 가지고 온 종업원에게 시선을 돌 렸다. 으음, 고기를 아직 먹지 못하는(요리도 못하는) 미리안에겐 야채수프와 샐러 드, 빵이 나왔고, 나의 경우엔 미트소스 스파케티, 훈제 닭고기, 소고기 스튜가 나 왔다. 이거 무슨 베지터리언Vegetarian(채식주의자)과 언베지터리언Unvegetarian( 비채식주의자)의 식단이야? 어쨌든 상반된 식단이 나왔고, 우린 자기 식성에 맞는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이런경우는 미리안이 손해겠군. 고기요리를 야채 샐러드 없이 먹는다는것은 나에겐 힘든 일이라서 말야. "아앗! 내 샐러드! 치사해요!" "먹으면 임자지. 억울하면 너도 내꺼 먹으면 되잖아?" "우으윽… 하여튼 짖궂으시다니까. 몇살이나 먹어가지고 그러시는 거에요?" "글쎄, 몇살일까?" 미리안은 내 능글맞은 말에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아까와 같은 제스춰를 취하며 말했다. "어쩌겠어요. 제가 다 이해해야지" "……" 당했군. -33- 003.18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나는 미리안의 태도에 잠시 벙쪄있다가, 그녀긔 이마를 한대 살짝 쥐어 박아 주고 는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미리안이 한창 식사를 하던 도중, 우리의 옆좌석 에서 술자리를 겸한 저녁식사를 하던 할아버지 두명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이, 이야기 들었어?" "응? 무슨 이야기?" "저기, 약초사 웬드렌의 딸이 납치를 당했다는데?" 에? 납치? 딸? 호오, 무슨 이야기지? "응? 웬드렌의 딸이면 아이라? 그 애가?" "어, 이틀전쯤, 시장을 보러 나왔다가 집에 안 들어왔대. 아마 납치가 확실 할 거 야" "허, 이런이런. 그 애, 꽤 미인이잖아? 어렸을때도 꽤 귀여웠지……" "안됐어, 정말" 나는 한창 스파게티를 열심히 공략하던 포크를 놓고는 미리안을 바라보았고, 그녀 도 뭔가 알았다는 듯이 눈빛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안…… 샐러드 조각 묻었다. 나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금전, 아주 구미당기는 이야기를 했던 그들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말씀중에 죄송한데요, 그 이야기좀 조금더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응? 자넨 또 누군가?" "아, 네. 전 웬드렌씨를 찾아왔는데요, 왠지 동일인물의 이야기 같아서요" "아, 그런가? 하긴 그 양반이 치료 하나는 확실하게 하지" 이름까지 거론된 이상, 자연스럽게 밀고 가면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러 기 위해선 아이라라는 사람보다도 그의 아버지가 더 접근하기 편해지지. 그는 약초 사라고 하였고, 그런 직업을 가졌으니 그에게 접근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것이다. 나는 그 할아버지의 말에 맞장구치며 말했다. "그렇죠. 치료를 잘 한다는 소문을 듣고 한번 찾아가려는 참이었는데, 그 댁에 무 슨일이 생겼나요?" "일도 보통일도 아니야. 아주 큰일이지. 그것도 매우 큰 일이야" "자세히좀 알려주세요. 여기, 실버라벨 레드와인 하나!" "허허, 이 친구, 아주 작정을 하고 덤벼 드는구만. 그렇잖아도 가르쳐 줄 참이었 네. 흠흠, 자. 귀를 열고 잘 들어 보게" 제일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던, 그러니까 사건의 전말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 이라 추측되는 할아버지가 맥주로 목을 축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웬드렌은 이곳 모리엔에서 아주 손꼽히기로 유명한 약초사이다. 각종 약초를 사용 해 질명을 고치고, 상처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는 아마 레리첸트에서도 손꼽히는 실 력의 소유자일 것이라고 그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웬드렌은 자신의 실력으로도 얼마든지 수도에서 큰 병원을 차리고, 많은 부와 명 예를 거머쥘 수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도, 정의도 아닌 단 한 사람을 위해 그 것을 모두 버리고 이곳 모리엔으로 온 것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누군가 하면 지금 은 타계하고 세상에 없는 그의 아내 카를리라 여사라고 한다. 그는 자신의 아내의 바램대로, 사람도 적당히 있고, 먹고 살기에 불편 하지 않은, 그야말로 극소량의 부를 유지 할 수 있는 이곳 모리엔으로 와서 약초사 병원을 차 렸고, 많은 중하층 서민들의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곳의 서 민들에게는 매우 촉망받는 의사였고, 그외 동시에 마음착한 동네 아저씨 이기도 하 였다. 관절염있는 사람치고, 이사람 신세 안진 사람이 없으며, 이동네의 꼬마들 중 에서 이 사람의 손이 안 닿은 꼬마는 없다고 할 정도로 모리엔에서는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그런 그 사람이 자신의 아내가 죽자, 엄청난 충격을 먹고는 곧바로 폐인이 되어서 동네 이곳 저곳을 술만 퍼마시며 돌아 다녔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를 알기 때문에 그를 보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한 6개월쯤 폐인 생활을 하였을까? 그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병원을 보니, 그곳에는 자신과 아내의 유일한 혈육인 딸 아이라가 웬드렌이 상심으로 던주 던져 놓은 약초들을 정리하고, 아버지의 서적과 기록을 토대로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때라도 환자는 나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고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죠. 엄 마는 늘 그렇게 말하셨어요' 당시 10살 남짓이던 아이라가 매우 당당하게 위와 같은 말을 했고, 웬드렌은 그제 서야 정신을 차리고서 다시 약초사의 일을 계속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재기불능이던 자신을 일으켜주고 삶의 희망을 다시금 새기게 해 준 아이라는 웬드 렌의 살아있는 보물이 되었다. 6개월 동안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채 내버려 두었 건만, 그래도 자신을 원망하지 않고 위로해 주는 모습은 그 나이가 무색할 지경이 었다고 그가 후일 지인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한다. 어쨌든, 그렇게 다시 재기한 웬 드렌은 6개월 동안 큰 차질이 없이 병원을 운영해왔던 아이라의 재능을 깨닫고서는 집중적으로 조기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책속에 있는 지식과 자신이 습득한 지 식, 실습등을 가르치며 병원의 후대양성에 주력했고, 아이라가 13살 되던 때, 그녀 는 정식으로 약초학의 간호사 자격을 수여하게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녀는 어렸을 적 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하는 일을 보고, 그리고 약초들을 자주 가지고 놀았기 때문에 매우 즐겁게 공부했으리라 추측해 본다. 아이라가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자신의 병원에서 일하고자 하는 희망을 비추었 을때, 웬드렌은 그것을 강력하게 반대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보다 더 크게 될 수 있는 그녀의 가능성을 죽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고, 좀 더 많은 것을 배워오도록 수도에 있는 전문적인 교육 기관에 그려는 입학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순순히 아버지의 뜻을 따라서 전문적이고, 더 체계적인 약초학을 공부하고 정식 의사 면허 를 가지고서 돌아왔다. 그것이 바로 2년전, 그녀가 19살 때였다고 한다. 그녀는 간호사가 아닌 보조의사로서 아버지를 도와드리며, 병원의 환자 40%를 관 리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주위에서 들어오는 무수한 청혼에도 '어머니의 유 지와 아버지의 의지가 서린 병원을 두고는 아무데도 가지 못하겠다'라고 하며 지극 한 효심과 함께 이곳 모리엔에서 웬드렌의 뒤를 이을 훌륭한 의사로 받아들여지던 여자라고 한다. 그런 그녀가 이틀 전, 시장을 보러 나왔다가 사라진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는 매우 숙연해졌다. 이 이야기는 약간의 각색을 거친것 일 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사실에 기인 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납치된(것으로 추정되 는) 아이라라는 여자는 지극한 효녀이며, 이 마을엔 없어서 안될 매우 중요한 존재 라는 것이다. 이틀 전이라면 사냥꾼들이 이곳에서 보급을 하고 지나가며 한명의 여자를 더 잡아 올 때이다. 그렇다면 결국 납치되어진 여자 = 아이라라는 말이 되는데? "저기, 그러면 아이라라는 여자 혹시……" 나는 그때 스퀄의 영상에서 본 여자의 인상착의를 그대로 설명해 주었고, 나의 말 을 들은 할아버지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그래, 맞아. 헌데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 아니. 예전에 여기왔을 때 본것 같아서….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경쓰지 마 세요" 나는 약간 어설프게 발뺌을 했고, 그 할아버지는 난 아주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보 기 시작했다. 다는 고개를 설래 설래 저으며 말했다. "신경쓰지 마시라니까요" 이건 완전히 신경써주세요~ 하는 말과도 같은 행동이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서 앉 았고, 미리안은 어째서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느냐는듯이 눈으로 물어왔다. 나는 아 직도 날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할아버지의 시선을 느끼며 그녀에게 작게 말했다. "이 정도면, 웬드렌이라는 사람이 알아서 오겠지"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내가 보기에 저기 할아버지는 웬드렌과 아는 사이 아니면 적어도 안면정도는 있을 것 같았고, 나에게 저렇게 의심스런 눈을 하고 있으면 아마도 웬드렌에게 가서 이 렇게 말할 것이다. '내가말이지, 어느어느 여관에서 이런녀석을 보았는데 말야…?' 그렇게 되면 딸사랑의 혼이 가득한 웬드렌은 당장에 무기라도 꼬나쥐고 달려올 것 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이쪽에서 웬드렌을 찾아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이다. 숙박계까지 적었는데, 거기에 식사까지 하고 있는 참이고, 그러니 이동하기 귀찮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 아아, 느긋하게 기다리면 알아서 오시겠지~ 오시겠지~ 잠시 후, 나랑 이야기를 했던 할아버지는 급한 일이 생각났다며 먼저 자리를 뜨셨 고, 나는 밖으로 나가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후훗하고 웃고는 미리안과 술 잔을 부딪혓다. 챙~. 이제 기다리면 되는 것이라네~. 우당당탕! 콰당! "빌어먹을! 내 딸 어디있어!" "꺄아아아아악!" "우! 우윽! 우아악! 죄송합니다!" 내가 마악 펼친 '인성과 노예. 감정과 경제간의 마찰'이라는 사회비판성이 가득한 책을 펼쳐서 읽고 있을 때, 갑자기 무언가가 투다다다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옆방의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났고, 그와 더불어서 미리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 다. 에? 이제야 온거야? 나는 미리안이 비명을 지르길래 무슨 다른일이 있나 싶어서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고, 그러나 내 옆방의 문에서 연신 고개를 넙죽넙죽 숙이며 '죄송합니다'를 연 발하는 40대 중반의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저사람이 웬드렌인가? 그런데 미리안은? 나는 모여서 웅성대는 사람들을 제치고는 미리안이 있는 방의 문으로 가서 안을 보 았고, 안에서는 반쯤열린 블라우스를 추스리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 미리안의 모습 이 들어왔다. 그녀는 반쯤 울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내가 보이자 내쪽을 보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라, 라이니시스님!"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몰렸고, 연신 미리안에게 죄송하다고 고개를 꾸벅이던 남자-웬드렌일 것이라 짐작되는-가 이번엔 나를 보며 꾸벅거리기 시작했 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착각을 해서!" "아, 네. 대충 알만 합니다. 그럼 잠시만…" 나는 손을 들어서 괜찮다는 시늉을 하고는, 미리안의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 다. 그녀는 그제서야 불안에 가득하던 표정을 지우고는 안도하는 표정이 되었다. "무슨일이야?" "그게요… 옷 갈아입으려고 햇는데, 갑자기 어 아저씨가 들어오시면서 자기 딸 어 딨냐고……오? 혹시 웬드렌씨에요?" "아, 아마도. 그럼, 옷 계속 갈아입어" 나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추 하나를 더 끌르려다가, 깜짝 놀라서는 나 를 보며 말했다. "……아, 안나가세요?" "내가 왜?" 나는 매우 뻔뻔스럽게 말했고, 그녀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매우 뻔뻔스 런 표정과 뻔뻔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안나가도 별로 상관없잖아? 갈아입어. 갈아입고 웬드렌씨를 만나봐야지" "아, 네… 그래야죠…" 그녀는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더니 나의 '정면'에서 하나씩 하나씩 단추를 끌 르고 있었다. 그것도 떨리는 손길로 서서히! 나는 그 고혹적이기 까지한 모습에 약 간 흥분하고 있었고, 그녀의 손이 점점 밑으로 내려가며 하얀색 피부가 점점 더 드 러나고…… "미안. 농담좀 해봤다. 뒤돌아 서있으마"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뒤로 돌아섰다. 으음, 환생하기 전이었다면 그대로 뺨 맞아 도 할 말 없는 상황이지만, 솔직히 지금 상황에 장난치기도 뭐하군. 미리안이야 내 가 밥순이도 데려왔다고는 하지만 자기 스스로 생각하기엔 노예신세일 것이라고 생 각할텐데 말야? 그러니, 내가 아무리 엄한(?) 말을 해도 곧이 곧대로 들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뒤를 돌았고, 내 귀로는 사락사락 하면서 옷이 피부에 부딫히면서 내 는 그 특유의 사람 불끈거리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윽! 귀밝아서 손해다앗! 아니, 어쩌면 이익일지도? -34- 003.19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다 입었어요" 음, 그래. 나는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았고, 거기엔…… 뭐야, 변한게 없잖아? 나 는 아까 입던 옷 그대로 입고 있는 그녀를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옷 갈아입은 거 맞아?" "네, 속옷이요" …그랬군. 뭐, 속옷이라면 티가 안나는게 당연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 했다. 아, 그럼 이제 웬드렌이라는 사람을 만나봐야 하나? 나는 문을 열고 방밖으 로 나갔다. 거기엔 아직도 송구스러운 얼굴로 서있는 아까의 그 남자가 있었다. "아… 저기… 그, 그게 저…" "아아, 괜찮아요. 벗고 있는 도중이었고, 보여진것도 얼마 없으니까요. 그렇지 미 리안?" "네? 네에, 그래요. 신경쓰지 마세요" 미리안은 나의 말에 잠깐, 아주 잠깐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 로도 그렇게 많이 노출된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어깨정도? 가슴은 이미 속옷이 있 으니 볼려고 하면 억지로 벗겨내야겠지. 그러니, 너무 그렇게 죄송스러워 할게 없 다는 말씀. "그러십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고개를 또다시 꾸벅 숙이면서 감사의 뜻을 전해왔고, 나와 미리안도 같이 맞 인사를 하며 괜찮다는 뜻을 표명했다. 그리고 그는 그제야 자신이 온 목적을 상기 하는것 같더니 잠시 주위를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고, 그의 시선이 내 부츠 끝에서 멈추었다가 내 얼굴로, 그리고 다시 부츠 끝까지 쳐다 보더니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난처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에… 그러니까… 저기, ……맞습니까?" 이런, 주어를 빼버리면 말이 안되잖아? 다른이들 같았으면 '무슨 말씀이시죠?' 라 고 했을테지만 나같은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고 하면 나는 일부러 그 할아 버지가 웬드렌에게 말하기를 노리고서 그런것이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방에 들어오셔서 하시려던 것을 지금 하시면 될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실례……. 빌어먹을 자식아! 내 딸 어디있어!"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실례라고 했고, 그다음엔 마치 인격이 바뀐것처럼 무 서우리만치 내 멱살을 잡고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허허, 이렇게 사람이 금방금방 바뀌는것은 별로 않좋은데 말이야. "이거 손좀 놓으시고…" "시끄러! 입닥쳐! 내 딸 어디있어?!" "말 안합니다?" "……" 그는 그제야 뭐 씹은 표정이 되어서는 멱살을 놓아주었다. 후우, 아무리 그쪽이 힘이 세다고 해도 나는 들고 덜렁덜렁 거리면서 가지고 놀 수는 없을걸? 나는 씨익 하고 미소를 지으며 내 방으로 그를 안내했고, 그는 여전히 뭐 씹은 표정을 유지하 면서 순순히 내 방으로 들어왔다. "자아, 그럼 이야기를 해 볼까요?" "내 딸은?" "아, 전 라이니시스라고 합니다. 웬드렌씨죠? 이쪽은 아까 들으셨겠지만 미리안이 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미리안입니다" "아, 네. 이거, 초면에 실례를…. 전 웬드렌 커어지라고 합니다" 우리는 또다시 고개를 꾸벅 숙이며 상견례를 했다. 허, 이거 서로서로 예의에 밝 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일의 절반은 인사라더니, 바로 그 짝이군. "네, 웬드렌씨. 일단 저희가 알 고 있는 사항은 전부 말씀드릴테니, 아까처럼 돌 변하시는 일은 없으셨으면 합니다" "그, 그러…죠" 그는 약간은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수긍했고, 나는 엘프들을 노예로 사냥해간 사 냥꾼들에게서 엘프들을 되찾기 위해 고용된 고용인이라고 둘러대었고, 미리안은 그 피해마을에서 파견나온 엘프라고 소개시켰다. 그녀가 나를 부르는 호칭에 대해서는 내가 단순히 그녀의 검술사부이기 때문이라고 얼버무렸으며, 천생 약초사로만 살아 온 그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엘프들의 동물 친화력을 이용해 모리엔에서 그들이 한 명의 인간여자를 또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아내었고, 그 여자가 웬드렌의 딸이라는 것을 조금 전에 알았 으며, 그와 상의해 보기 위해 웬드렌을 끌어들이고자 약간 수상한 짓을 했다고 말 했다. 미리안은 전반부의 내가 꾸며낸 이야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안하고 있었 지만 후반부의 실제이야기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뭐, 그렇게보이지 않아도(?) 엘프니까 거짓말은 잘 못하겠다 이거군. 어쨌든 그는 후반부에 미리안이 맞장구쳐준 덕분에 우리의 말을 완전하게 믿는 모양이었고, 그 렇기 때문에 완전이 혼이 빠져나가 버렸다. "아이라가… 아이라가아… 이제 죽어서 카를리라를 어찌 볼꼬…" 물론, 이런 거야 자식가진 사람이라면 보편적인 반응이지만, 좀 다른데 가서 해줬 으면 하는 바램이 있군. 나는 완전히 넋이 나간채로 중얼거리는 그를 보고 한숨을 푸욱 쉬어주고는 말했다. "저기 말이죠, 저희들이 엘프들을 구하러 가는 중이라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응? 그, 그렇다면?" "추가로 한명 더 데리고 나오는 것은 큰 일도 아니니까. 그대신, 보수는 확실하게 받겠습니다" "그래 주시게!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가 병원까지도 넘겨줌세!" 어느샌가 애원채지만 지극히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고 있는 웬드렌은 눈물이 나오 지 못해 원통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정말로, 정말로 애절하게 나와 미리안 에게 사정사정하고 있었다. "하아, 이러시면 이쪽에서 곤란하다구요. 뭐, 어쨌든 약간의 협력을 부탁드리겠습 니다" "약간이라니! 내가 얼마든지, 뭐든지! 혼이라도 팔아서라도 도와주지! 아이라는 확실하게 찾을 수 있겠지?!" 그는 정말로, 몸과 영혼마저도 자기 딸을 구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놓겠다는 뜻 을 밝혔고, 미리안은 그 모습에 상당히 감동하는것 같았다. 물론, 나역시 조금 감 동받은것은 사실이다. 나는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이죠. 팔리기 전까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여러가지 준비로 매우 분주하게 보내고 있……는 중인 미리안 을 보며, 한가로이 한잔의 홍차라는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미리안은 지금 내가 열 어놓은 게이트Gate 마법을 통해서, 나의 레어 창고에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나의 명령에 따라 꺼내는 중이었다. "헤엑, 하우~ 힘들어. 라이니시스님! 좀 도와주세요!" "어어? 자꾸 그렇게 부르지마. 마나 제어가 흐트러진단 말야. 이게 얼마나 신경쓰 이는 작업인데?" "홍차를 마시면서 여유부릴 정도로 신경쓰여요?" "……너 게이트 중간에 서 있지마. 그러다가 게이트 닫히면 끔찍한 꼴 난다?" 그러자 그녀는 뚱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여관방안으로 큰 트렁크Trunk를 낑낑대며 가지고 들어왔다. 그녀가 가지고 온 물건들은, 두개의 큰 통나무 통과 4개의 궤짝 이라고 불러야할 트렁크 들이다. 나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가져온 물건을 살펴보고, 제대로 가져왔는지를 확인하고서 게이트를 닫아버렸다. "수고했어" "크흑… 너무해에…" 그녀는 쭈그리고 앉아서는 우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깨끗하게 그것을 무 시했다. 흠, 그러고 보니 꽤 힘도 있네? 앞으로도 자주 써먹어야 겠군. ……그전에. "리커버리 스태미너Recovery stamina" 부웅! 슈우욱! 나는 체력회복용 마법인 리커버리 스태미너를 걸어주었고, 앉아서 징징대던 그녀 의 움직임이 딱 멈춘것으로 봐서 그녀도 이 효능에 매우 놀라고 있나 보다. "…심술궂어" 그녀는 쭈그리고 앉아있는 채로 그렇게 중얼거렸고, 나는 씨익 미소지었다. 어쨌 건 효능은 확실하군. 그녀가 쭈그리고 앉아서 삐쳐있는 건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뒷정리를 하고 있을 무렵, 웬드렌이 찾아왔다. "준비는 다 되셨나?! 어래? 저 엘프 아가씨는 왜 저러지?" "잠깐 일하더니 지쳤나 보죠. 그쪽 준비는요?" "나? 2두 4륜마차 말이지? 뭐, 여기있는 짐들 몽땅 실어도 별 이상 없을걸세" "그래요? 그럼 이제 짐을 옮겨야겠군요. 미리안, 일어서" 미리안은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일어났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선 피곤한 기색 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걸? 그녀도 아마 그것이 매우 원망스러운 모양이었다. 크게 한숨을 쉬고를 트렁크 하나를 들고서 낑낑대며 밖으로 옮기는 표정은 힘들다기 보 다도 나에 대한 원망이 더 많아 보였으니까. 나는 통나무로 되어있는 통 두개를 한 꺼번에 들고서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고, 웬드렌은 나의 힘에 두눈을 휘둥그레하게 뜨면서 말했다. "힘이…… 굉장하군…" 나는 훗하고 웃어주며 여관밖에 세워둔 마차에 짐을 실었다. 마차는 따로 마부가 없이 여관의 말구종이 고삐를 붙잡고 있었는데, 미리안이 혼자서 저 트렁크를 가지 고 나오는 것을 보고는 눈이 순식간에 배로 커졌고, 그뒤를 따라서 내가 나오자 이 제는 아예 눈이 튀어나올만큼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 다고 하여도, 이 나무통의 무게는 장정 둘이서 들어야 할 정도의 무게이기 때문에 놀라는 것이고, 미리안의 것도 장정 하나가 간신히 들어올리는 무게의 물건이기 때 문이다. 어쨌든 두번정도 왕복을 하자 네개의 트렁크와 두개의 나무통을 마차에 모 두 실을 수 있었다. 우리(나와 미리안)는 여관에 숙박비를 지불하고, 곧바로 마차에 올라 탔으며, 웬 드렌은 우리가 올라타자마자 마차를 출발 시켰다. "팔리기 전까지라니,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아이라씨가 노예로 경매에 붙여져서 팔리기 전까지는 구해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경매에 붙여지기 전에는 안되겠나?" 웬드렌은 약간 꺼려하는 눈으로 말했다. 글쎄…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자기 딸이 경매에 붙여져서 물건취급 받는것이 싫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말야, 경매전에는 워 낙에 경계가 삼엄해서 말이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됩니다. 최대한 경계가 최소화될때 까지는 기다렸다가 데려와야 합니다. 물론, 경매에 참여해서 따님을 사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 결국, 궁극적으로는 구하는 것 이겠지요" "끄응, 그도 그렇군. 그러면 엘프분들은? 그 분들의 구출이 먼저 아니었던가?" 나는 예상외로 저렇게 물어오는 것에 대해 약간 당황했다. 음, 딸사랑에 눈이 먼 것 같았는데, 그래도 순서구분이 되나 보군. 나는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뭐, 엘프분들은 피를 보는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납치해간 엘프 분들을 전부 사오라고 하셨습니다. 경매장에 있는 모든 물건… 이라고 하기엔, 조 금 이상하지만 하여튼 그곳에 나오는 모든 물건을 사도 모자름이 없을 정도의 금 전적인 지원을 해 주셨습니다. 어차피 대여섯정도 데려오는 것인데, 한 두명쯤 더 늘어난다고 해서 별일 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제 사유재산을 털어서 라도 구해드릴테니까" "으음… 이거 왠지 내가 너무 미안해 지는군…. 나는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데, 멱살까지 잡힌 자네가 이렇듯 도와준다니 말야. 혹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가?" 그는 정말도 자신이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것에 매우 통탄해 하고 있는 것같았다. 나는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약간의 머리를 굴려야 했고, 곧이 어 그 결론에 도달했다. "마차를 구해주세요. 2두 4륜 마차로. 말은 잘 지치지 않는 종이면 괜찮겠네요. 아니, 약간 지친다고 해도 별 상관 없을겁니다" "마차? 그래, 알았네. 내게 맡기게. 내일 아침까지 이곳 모리엔어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물건을 구해놓을테니 말야" "네. 그럼 내일 아침, 식후에 들러주세요. 짐을 몇개 실은 후에 출발 하겠습니다" "음, 알았네" 웬드렌은 곧바로 쿵쾅쿵쾅 거리면서 복도를 달려 나갔고, 나는 가벼운 한숨을 쉬 었다. 아마도 저 사람은 그 자신이 말한대로 이 도시에서 구할수 있는 최고의 말과 마차를 준비할 것이다. 아마 돈도 아낌없이 쓸테고 말야. 나는 이동 수단에 대한 걱정을 덜었기에 히죽거리면서 침대에 벌렁 누웠고, 그리 고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미리안이 말했다. -35- 003.20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라이니스시님, 정말 괜찮겠어요?" "응? 뭐가?" "납치당한 분들… 정말로 구하실수 있으세요?" 풋, 기껏 한다는 질문이 저건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당연히 구할 수 있지. 혹시라고 못구하면, 레리첸트쯤 마룡에게 먹혀버리라지" "그래도 혹시…" "혹시든 홍시든 그럴일은 만에 하나, 백만에 하나라도 없으니까 안심해" 드래곤의 재력과 마법능력, 그리고 엄청난 힘. 부족한것은 없다. 내 레어에 있는 보물들을 나무 상자 하나 가득 담는다고 해도 표시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나무 상 자 하나가득 보석을 채운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경매장을 통째로 털 수 있는 재력 이다. 그리고 내 검술실력과 마법실력은 순식간에 일국의 군대를 궤멸시킬수도 있 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안의 걱정은 하등 필요 없는 쓸데없는 것이다. "네에, 그럼 전 이만…" "그래. 잘자라" 미리안이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나는 천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후, 생각보다 다른 세계에서 산다는것도 괜찮은 일이야. 비록 인간이 아니지만 그 걸로도 좋겠지. 뭐, 어쨌든 초월적인 권력을 가진 드래곤이 아닌가? 헌데 미리안이 보여준 저 불안해 보이는 표정은 뭐지? 따그닥 따그닥. 마차는 천천히 거르나 걷는것 보다는 빠르게 평원을 지나고 있었다. 엘 타칸리스 산맥은 따로 작은 줄기와 숲을 두지 않는다. 산맥 본체에 딸린 숲이 전부이지만 그 딸린 숲을 가리켜 수해라고도 부르는 사람들이 있지. 그런이유에서 엘 타칸리스 산 맥 경회로를 지나오면 이제 보이는것은 평원이요, 높아봤자 구릉일 뿐이다. 따라서 이곳엔 산적은 전혀 볼 수 없고, 약간의 초척들만이 판을 벌인다고할 수 있겠지만, 그 초적들 역시 덤벼드는 족족 스퀄이 상대를 해서 그런지 그것만을 제외하고는 너 무나도 평화좁고 조용한 여행길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 …!" "!……!!" 나는 아이라라는 여자의 약혼자라는 남자와 웬드렌의 지독한 설전을 보면서 한숨 을 내쉬었고, 그것은 평야는 신기한듯이 바라보다 금방 질려버린 미리안 역시 마찬 가지였다. 원래, 남자라는 존재는 장성하게 되면 다른집의 딸을 빼앗아 오는 존재이거늘, 또 한 아내를 구하기 위해서 재일 먼저 물리쳐야 할 상대가. 그녀의 아버지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저 둘의 사이가 좋게 보일리가 없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언젠가는 저 청년도 아이라나 혹은 다른 여자와 결혼해서 딸을 낳는 다면 그 딸을 데려가려 는 남자와 저렇게 대판 싸울 것이다. 이것이 수많은 인생의 딜레마중 하나지. 나는 그들에게서 눈을 돌려서 다시 책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저둘의 말싸움 하는 것은 이젠 들리지도 않는다. 아니, 안들리게 해놨다고 해야 옳은 말이겠군. 마법으 로 저 둘이 하는 소리는 아예 안 들리도록 차단시켜 두었으니까. "라이니시스님, 읽을 책 또 없어요?" 아, 하지만 미리안은 예외다. 미리안이 여기서 설마 저들과 같이 설전을 벌일 이 유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내 귀를 타고 고막을 진동시켜 들려왔 다. 흐음… 다른 책? 있을리가. 나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없어" "후우… 심심해요. 저도 읽을거라도 있었으면 좋을텐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슬슬 내가 들고 있는 책으로 눈길을 보내왔다. 그 눈길에 는 매우 큰 갈망과 갈구, 애원과도 같은 감정을이 듬뿍 담겨있어서 책을 읽으며 무 시하는 나로서도 정말이지 부담스러웠다. 으윽, 미리안. 너 지금 나보고 책을 양보 하라는 소리냐? 나는 그녀가 뭘 원하고 있는지를 금방 알아채고는 말했다. "나니까 흔들리는 마차에서 책을 읽을 수 있지 네가 본다면 아마 눈 버리기 딱 좋 을 걸? 시력이 나쁜 엘프라니, 뭔가 조금 우습지 않아?" "후우 그도 그렇네요. 하지만 심심한걸요?" "그러면 넌 뭘 기대했냐? 마차여행 따위가 재미있을리 없잖아?" 그녀는 그런가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말이니까 하는 말인데, 마차여행 따위, 전혀 재미있지 않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기를 마차여행은 뭔가 잇을것 같은, 뭔가 재미잇을것 같은 환상을 품기 마련 이지만, 실제로 마차여행은 심적인 측면에서 보기에 도보여행보다 더 힘들다. 마차여행은 속도도 빠르고 덜 힘들기는 하지만, 도보여행은 걷는다는 점에서 끊임 없이 육체적인 자극(음, 약간 웬지 엄한 느낌이 드는건 왜지?)을 받을 수 있으며, 육체가 점점 피로해짐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가지 생각들은 도보여행을 전혀 심심하 지 않게 해준다. 피곤하긴 하겠지만서도, 심심하진 않은것이 도보 여행이다. 그에 비해 마차여행은 육체적인 자극을 전혀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길이 아 스팔트가 아니고, 돌바닥도 아니라서 덜컹덜컹 거리기는 하지만, 걸으면서 받는 육 체적인 자극에 비하면 미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예전에도 내가 이야기 했다시피 걷는다는 행동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몸의 중심점이 갑자기 높아지기 때문에 그 것을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만, 걷고, 또 걷고를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 느새, 그 많은 노력이 자연스러워 지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걷는다는 작용이 몸 에 완전히 스며들어 익어버린다는 것이다. 몸에 익어버리면 이성은 그에 대해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걷는다는 행위는 그렇게 자연스러워 지는 것이다. 하지만 자 신의 뇌속 어딘가에서는 걷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으며, 그 덕분에 걷는 동안 은 지루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걷는동안 어디로 가야할지 역시 신경을 써 야하기 때문에 정신이 피곤해질리는 없다. 그렇다면, 마차여행의 경우를 다시 살펴 보자. 일단, 속도는 빠르다. 바람의 동물이라고 불리우는 말이 끌며 가고 있으니까. 가 볍게 달리는 수준으로 달리자면 얼마든지 갈 수 있고, 그 속도는 뒤에 마차를 달고 있다고 하여도 사람보다는 빠르다. 그래서 사람은 마차위에 올라타서 목적지에 도 착하기를 '기다리면'되는 것이다. 그렇다. '기다리면'된다. 기다린다는 것은 상당히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이며,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아 무런 자극을 받을 수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물론, 그 기다림이 전쟁시 아군을 기 다린다든지 싸울때 찬스를 기다린다든지 하는 그런 기다린과는 질적으로 다른 평온 한 기다림에 있다는 것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떠한 자극을 받지 못하면 인격 체는 쉽에 지루함을 타고, 그것을 인간이든 엘프든 마찬가지이다. 인간보다 거의 7 ~8배 정도 오래 사는 엘프들이지만 그들도 지루함을 안다. 다만, 그들은 그 지루함 을 인간의 수준으로 볼때 거의 영원동안 버틸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지루함같은 감 정을 가지지 않는 것으로 볼 뿐이다. 뭐, 저기 마차를 모는 웬드렌과 텟스(아이라 의 약혼자)는 그 지루함을 버티기 위하여 쉬지않는 설전이라는 것을 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결론을 내리자면, '지루함'이라는 존재 때문에 마차여행이 힘들어 지는 것 이다… 라는 결론이지. 아, 승마여행은 지루하지 않겠냐고? 음… 혹시 승마를 해보았다면 알 것이고, 아님 승마하는 것을 보았다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타는것은 말이 지면을 밟고서 다시 발을 떼고, 그것을 반복하면 서 오는 충격을 잘 분산시티든지, 아니면 몸에 그대로 흡수시켜야 하는 것이다. 때 문에 승마는 어찌보면 도보여행보다 더 어려운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 속도는 어 느 여행수단에 비해(마법은 제외한 비 마법적인) 당연 우월한 속도를 자랑한다. 결 국, 얻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지. "수도까지는 얼마나 남았죠?" "지금 속도라면, 어쩌면 노예사냥꾼들을 앞지를지도? 뭐, 그러면 우리야 시간 버 는거니까 다행이겠지. 걸어서 10일이면 마차로는 길어봤자 5일? 그정도겠군. 따라 잡겠는걸? 아니, 어쩌면 그들도 빠른 운송수단을 구할수도 있으니까" "음… 그러면 마차로 5일이나 더 가야해요?" "그런셈이지. 중간중간 도시같은데 들릴거니까 너무 상심해하지 말고, 그리고 도 시에서 책사서 읽으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려라" 그녀는 도시에 들를 것이란 말을 하기가 무섭게 눈빛을 빛내었고, 나는 그녀가 무 엇 때문에 그렇게 눈빛을 번쩍여 대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먼저 말하기 전에 원천봉쇄를 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겠지. 그녀는 고개를 푸욱 숙이더 니 엄청나게 실망했다는 행동을 해보였다. 음, 저 모습은 오늘 아침에 보고 또 보 는 것이군. 레어에선 볼 수 없었는데 말야. 나는 다시금 책으로 눈길을 돌렸고, 조 용한 마차여행은(물론 조용하다는것은 오로지 나에게 한해서다) 계속되었다. 삐애애애액! 에? 스퀄의 울음소리?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스퀄의 울음소리에 하늘을 바라보 았고, 거기엔 스퀄과 스퀄에게 다가가는 갈다란 무언가가 있었다. 난 눈을 흡뜨고 는 시력을 배가시켰고, 그러자 스퀄에게 다가가는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쿼렐Quarrel?" 크로스 보우Cross Bow, 통칭 석궁(石弓)이라고 부르는 활에 들어가는 화살로서 볼 트Bolt라고 부르기도 하는 물건으로, 웬만한 두께의 플레이트 메일Plate Mail을 뚫 을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물건이다. 그리고 그런 쿼렐이 스퀄을 향해 날아가는, 아 니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누군가 쏘아보낸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쿼렐 을 스퀄에게 날아들었고, 스퀄은 피하지도 않으며 그냥 쿼렐을 맞아버렸다. 틱! ……뭐, 금속의 정령이니 당하지 않는것은 당연하지. 쿼렐은 아주 한심한 소리와 함께 스퀄의 몸에 맞아 튕겨졌으며, 스퀄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실제로도 아무런 일이 없었다) 유유히 창공을 거닐고 있었다. 근데 어떤 녀석이 저따위 물건을 쏘아 댄거야? 나는 잠시 쿼렐이 날아온 방향을 주시하다가 이번에는 두세개의 쿼렐이 스 퀄을 향해 날아오는것을 보고는 스퀄을 불러들였다. "스퀄! 내려와!" 삐애애액! 스퀄을 활공을 하던 자세에서 그대로 내 쪽으로 수직 급강하를 시작했고, 나는 여 유있게 손을 들어 스퀄이 내려앉도록 했다. 스퀄은 화살 같이 쏘아져 내려오다 내 머리위 3미터 쯤에서 날개를 활짝펴고는 속도를 늦추었고, 몇초 지나지 않아서 스 퀄은 내 팔뚝위에 안착했다. 나는 녀석들 쓰다듬고는 어디 조그마한 기스(…)라도 나지 않았나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 아주 멀쩡하군. 괜히 금속의 정령이 아니지. 그리고 나서 나는 이쪽으로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두드드드드드드드드! -36- 003.21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말발굽 소리는 디사 들을것도 없이 확실하게 이쪽을 향해서 달려오고 있었고, 그 방향은 우리가 가는 방향의 좀더 앞이었다. 스퀄에게서 눈을 돌려서 전방을 주시하 니 흙먼지를 뽀얗게 피워 올리면서 두명의 남자가 각자 자신의 말을 타고 달려오는 중이었다. 대략 확신해 보자면(이럴 때 추측을 하는 것은 바보짓이지) 아마도 저들 이 스퀄을 쏜 사람의 일행인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손이나 그들의 말에는 석 궁은 커녕 활로 쓰일 나무도 없었으니까. 그들은, 우리가 가는 속도과 그들의 말이 달리는 속도가 더해져서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우리들에게 쭉쭉다가오고 있었고, 처음 그들을 보았을 때 약 1Km 정도 되었던 거리는, 3분이 되기전에 완전히 좁혀지 게 되었다. 이히히힝! 푸르르르! 그들은 거의 전력질주를 했는 지 약간 지쳐보이는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면서 칭 찬해 주고서는 이내 자신들의 목적을 상기한 것같았는 지 우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두명이서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모서리가 없이 매끈하게 다듬어져 은 은한 무광택을 띄는 하프 플레이트Half Plate(하트 플레이트Heart Plate라고도 불 리우는 흉부만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철판갑옷. 이럴 경우 복부에 치명상을 피할 확율이 낮아지지만, 갑옷이 반으로 줄기 때문에 그만큼의 기동성을 벌 수 있 다.)를 입고서, 배에는 두꺼워 보이는 가죽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그 갑옷 의 왼쪽 가슴에는 백금색 방패에 하얀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거기에 RPG라는 문자 가 새겨져 있었는데, 나는 그것이 어디선가 보던 것이란 기억을 했고, 기억내의 모 든 정보들을 쭈욱 검색해 본 결과,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이터스Rosemary Platinum Gladiators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이터스. 말하자면 로즈마리 백금 검투사단 정도? 로즈 마리는 이곳 레리첸트에서 몇 안되는 권세높은 공작가문중의 하나로, 지금으로부터 약 200여년 전, 전쟁에서 매우 큰 공을 세워 공작으로 오른 기사 '맥도스 빈 로즈 마리'는 다른 귀족가문들이 기사단을 가지고 있는것에 비해, 그는 기사이면서도 기 사단을 만들기 보다 오히려 용병쪽에 성질이 가까운 검투사단을 만들게 된다. 다른 귀족들이 속칭 '천한'용병단을 닮은 검투사단을 만든것에 대헤 매우 불쾌해하고 비 웃으며 자조적인 태도를 보여주었지만, 그는 매우 당당하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검술은 살아있는 것이고, 검로(劍路)는 개척해야 하는 것. 지금의 기사단의 검술 은 전부 죽은것에 불과하다. 죽은 시체를 들고 휘둘러봤자 시체는 살아나지 않는 법이다" 이 발언은 기존 기사단의 검술을 죽은 시체에 비유 함으로써 그때 당시 많은 반발 을 샀다고 한다. 하긴, 누구든지 자신이 일평생 배워온것은 한번에 말 한마디로 깎 아 내리려하면 매우 싫어하는것이 당연하겠지. 어쨌든 맥도스는 많은 반발과 주위 의 반대, 그리고 조롱 및 기타등등의 음해한 짓거리를 모두 무시하고 그의 말을 빌 리자면 '살아있는 검을 휘두르는' 검투사단을 만들게 된다. RPG의 창단당시, 초기인원은 30명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 구성인원은 모두 검이 라면 한가락 한다는 용병들이었고, 모두 맥도스와 두터운 친분관계에 있는 사람들 이엇다고 한다. 맥도스는 현재 왕실과 귀족가문에 전해져 오는 모든 검술들을 파헤 치고, 고대에서 내려져오던 고전적인 검술까지 모두 파헤쳐서 그 기본이 되는 검술 을 창안했고, 그것을 자신의 초창기 멤버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말을 덧붙였다. "이것은 뼈대일 뿐. 나머진 자네들이 각자 취향에 맞게 살을 붙여보게. 뼈를 깍는 행위도 용납되네" 그것은 여태까지의 검술의 사사관계(師事關係)에 있어서 거의 파격적인 발언이라 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기사내지는 검술가라면, 자신이 창안한 검술은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며 그것의 형태를 온전히 유지하고자 애쓸 것이지만, 그는 오히 려 그 검술을 마음껏 바꿔달라고 말 하는 것이다. 처음에 그 말을 들은 초기 멤버 들은 정말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다음에 맥도스가 말한것이 진 정으로 걸작이었다고 한다. "훈련시간은 따로 정해둔것이 없다. 좋을 때 시작해서 좋을 때 끝내도록. 술을 마 셔도 여자와 놀아나도 별 상관 안하겠다" 파격적이다 못해 엽기성까지 느껴지는 발언이지 않는가? 이제 RPG의 멤버가 된 사 람들은 황당함의 경지를 넘어서서 경악을 했다고 할 정도이니 오죽하랴? 후일 맥도 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유로움이야말로 검술의 최종형이다' 라고 . 그는 최대한 자유로운 상황을 만들어 주고서는, 검술을 연마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들만을 제공 하고서는 터억하니 뒷짐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억지로 하는 훈련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 스스로가 훈련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억지로 시키는 훈련에 비해 몇십배의 효과가 았을 것이다. 맥 도스는 결국 자율(自律)을 추구하며 도박을 한 셈이었고, 그것에 그는 공작가의 가 문의 명예를 배팅했으며, 6개월 후, 그는 대박을 잡게 된다. 레리첸트에는 매년 12월에 추수가 끝난 후, 지역적으로 검투대회를 열고서 수도에 서 큰 토너먼트를 개최한다. 이 토너먼트는 국왕이 직접 나서서 축사를 말하고, 상 품을 제공하는 행사로 레리첸트내의 모든 기사와 검술가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기 도 하는 대회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는 독특하게 귀족들의 사병만을 대상으로 벌어 지는 '귀족가 최강전'이 있으며, 여기서 이기면 앞으로의 정치생활에 큰 이점이 되 기 때문에 귀족들은 심혈을 기울여서 자신의 기사단을 내보내 우승시켜 보려고 하 지만, 매년 왕실의 기사단인 레리첸트 왕실 수호기사단이 우승을 차지하고 있기 때 문에 귀족들은 여기에 엄청난 내기를 걸었다. 6년 전, 3년 연속으로 왕실 수호기사 단이 우승을 연속으로 거머쥐게 되자 그때 당시 레리첸트의 국왕인 빌로도므 2세는 5000펜이라는 파격적인 우승 상금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그에따라 귀족들끼리도 내 기를 벌여서 매년 한 가문당 500펜씩 모아 우승하는 가문에 주기로 하고서는 우승 가문이 나오지 않아 계속 모아와서, 그때 당시 모였던 돈이 총 14500펜 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해의 귀족가 최강전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경악하기에 이르른 다. 제 1회전부터 왕실 수호기사단과 접전을 벌이게 된 30여명의 RPG단원들은 여러 사람들의 예상과 기대(?)를 무참히 밟아서 뭉개버리고는 30 : 30으로 벌인 전투에 서 3명이 큰 부상을 입고 왕실 수호기사단을 꺾어버리게 된다. RPG단원들은 맥도스 가 자유로이 맡긴 시간을 처음엔 매우 흥청망청 보냈다가, 한 사람이 너무 심심한 나머지 맥도스가 준 검술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고,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이 점 차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들은 맥도스의 말을 기억해 내고는 아주 이 상한 방향으로 검술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고 그들은 낄낄대면서 여러가지 방향으 로 검술을 개조, 개량을 하다 점점 어느샌가 진지해져 버린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공격을 할 수 있으며, 어떨게 해야 좀더 자신에게 맞는 검술이 될까를 고 민하던 사람들은 정말로 자율적으로 진지하게 훈련에 들어갔으며, 원래의 기본기가 탄탄한 용병들이라서 그런지 6개월 후에는 맥도스의 검술을 기반으로 하여 30명 각 자가 전부 독창적인 검술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보통 기사단의 검술은 전부 같은 동작으로 이루어져있으며, 개인의 차이에 따라서 그것의 스타일이 약간씩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검로를 알면 얼마든지 그것을 꺾을 수 있었기에 한 두명쯤을 보게되면 그 검술이 어떤 형인지 쉽게 알 수 있지만, RPG의 검술은 한명과 한명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분석 자체가 불가능한 검 술이며, 언제든지 그 검술이 바뀔수도 있고, 임의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지향적 인 검술이라서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검술인 것이다. 죽은것은 살아있는것을 이기지 못한다고, 기존 기사단의 '죽어있는' 검술은 검투 사단의 '살아있는' 검술을 이기지 못해 거의 궤멸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그 이후,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이터스는 레리첸트를 통틀어 최강이라는 명 성을 얻게 되었으며, 그 명성은 지금까지 제 3대 공작인 산다스 빈 로즈마리 공작 에 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한다. 후우, 간단하게 말하려고 해도 이거 조금 길군. 어쨌든 그 강하기로 유명한 로즈 마리 백금 검투사단이 우리에게 무슨 볼일이지? 혹시 내가 마차에 실은 '저것'들을 노리는 것은…… 설마 아니겠지. 마법으로도 정체를 탐지 불가능한데. 아아… 그러 면 혹시 스퀄을 노리고 온거야? 석궁이 발사된 것으로 보아선 스퀄을 잡으려고 했 다는 거야? 근데 왜? 설마 플래티넘을 버드로 바꾸려고 그런건가? RBG로? 내가 잠시 이런 망상에 시달릴 때, 두명의 사람중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이거, 초면에 실례합니다. 저는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이터스의 자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뷔켄이라고 힙니다" 흐음, 일단은 목적을 말하기 전에 자기소개 부터 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자신들의 뒤에 있는 엄청나게 큰 '빽'을 과시하면서 사람 기를 죽이려고 하고 있군. 과연 그 들의 소개에 웬드렌과 드로바(아이라의 약혼자)는 순식간에 바짝 얼었지만 나는 원 래 그런거에 신경안쓰는 녀석이고(드래곤이라구, 드래곤) 미리안은 그냥 그런가 보 다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기 소개를 한 두명은 마부석쪽에 앉아있는 그 두명의 표정을 보면서 약간 흡족한듯 씨익 미소지었지만, 그 두명뒤에 있는 우 리들의 표정을 보고서는 약간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레리첸트국 최강의 무력집 단의 일원을 앞에 두고서도 초연한 모습이니 의아해 하는것은 당연한 것이지. 나는 그런 그들에게 씨익 웃어주면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라이니시스라고 합니다. 이쪽을 보시다시피 엘프인 미리안이고 , 이 쪽은 모리엔의 약초사 웬드렌씨와 드로바씨입니다" "아, 네. 그러시군요. 혹시 태생이…?" 자한이란 사람이 슬쩍 지나가는 말투로 물어왔지만, 난 그 속에 숨겨진 뜻을 알고 있다. 떠돌이 주제에 어디 번듯한 태생이 있겠냐고 묻는것이지. 적어도 자신은 RPG 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는데 넌 어떤녀석 이길래 그렇게 당당하냐? 라는 물음을 꽤나 많이 꼬고 비틀어서 건넨것이지. 물론, 그의 질문을 그냥 궁금하 다는 차원에서 들어줄수도 있겠지만, 질문을 던지면서 얼굴에 떠오른 저 자만심은 무엇으로 표현하리오? 나는 약간 귀엽게 노는(?) 그를 보며 살짝 웃어주고는 말했 다. "엘 타칸리스 산맥 남동쪽줄기 5부능선" "예엣?" 자한과 더불어 뷔켄이란 사람의 표정은 마치 숨이 막힌다는 표정이었고, 그 속에 는 불신이 한가득했다. 엘 타칸리스의 산맥은 그 산맥과 닿아있는 모든 국가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금역이라고 할 수 있는 장소 이다. 게다가 그런 장소는 인간의 손 이 닿지 않아 몬스터 자생비율과 이종족의 생존비율이 다른곳에 비해 월들하게 높 은 편이니까 당연하겠지. 나는 미리안을 슬쩍 바라봐 주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 이며 말했다. "사실입니다. 저의 고향과 현 거주지는 엘 타칸리스 산맥 중부이며 라이니시스님 께서는 역시 그곳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님?!" 그 두명은 내가 엘 타칸리스 산맥에 진짜 산다는 것보다 미리안이 나에게 '님'이 라는 극존칭어를 붙였기 때문에 더 놀란듯 싶었다. 엘프가 다른 사람을, 그것도 인 간에게 '님'이라는 극존칭을 붙인다는 것은 여태까지 듣도 보도 못했을 테니까. 미 리안은 그들이 놀라는 것을 보고는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분은 저의 스승 되십니다" -37- 003.22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나는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검을 살짝 들어보였고, 그들은 그제서야 이 믿기 어려 운 상황을 조금이나마 납득하는것 같았다. 나는 입장이 반대로 되어 약간 질린듯이 굳어있는 두명에게 말했다. "그런데, 무슨 용건이시죠?" "아, 네. 저… 여기 혹시… 석궁에 맞은 독수리 못보셨습니까?" 약간은 말하는 태도가 조금 누그러진 그는 그렇게 물으면서 여전히 내 팔위에 앉 아있는 스퀄을 주시하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보다마다요. 이녀석입니다" 나는 스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고, 스퀄은 두어번 홰를 쳤다. 어이, 야! 깃 털 날리잖아. 자한은 석궁에 맞앗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하게 살아있음은 물론이거니 와 아무런 상처도 받지않은 스퀄의 모습을 보며 눈을 크게 뜨고 놀라는 모습이었으 며, 뷔켄역시 마찬가지였다. 허, 이 친구들 오늘 여러번 놀라는군. 나는 피식 웃으 면서 말했다. "그렇게 놀라하지들 마십시오. 이녀석은 이렇게 보여도 록버드Rockbird와 흑수리 의 혼혈이라서 쿼렐쯤이야 무시하고 다닙니다" "그, 그렇습니까?! 하긴, 록버드라니…" 록버드. 직역하자면 바위새라고도 하는 이 새는 바위가 많은 암석지대에서 산다고 하여서 이름붙여진 것이 아니다. 마치 매같이 생긴 록버드의 서식지는 참 어이없게 도 바다라고하며, 그들의 몸은 왠만한 무기가 안 들어갈 정도로 암석같이 단단하다 고 한다. 바위같은 강도를 가지고 있는 가죽 때문에 록버드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런 록버드와 하늘의 제왕의 혼혈이면 납득할것 같아서 둘러댄것인데, 의외로 잘 먹 히는군. 나는 그때 막 생각났다는 듯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남의 애완동물에 쿼렐를 날리신분이 귀하들은 아니시겠죠?" "에, 엣?! 아, 아닙니다! 저는 단지…" 자한은 화들짝 놀라면서 당황하기 시작했고, 그를 대신해서 뷔켄이 말했다. "그 쿼렐을 쏘신 분이 독수리를 가져오라고 하셔서요. 실례지만 같이 가주시겠습 니까?" 헤에, 솔직하군. 뭐, 상관없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지요" 마차는 그들의 인도를 받으며 서쪽으로 계속 향했다. 자한과 뷔켄의 인도를 받아서 한 15분정도 갔을까? 우리의 앞에는 꽤나 무질서 정 연하게 말을 타고 있는 약 50여명의 무리와 마주치게 되었다. 하고 있는 폼은 제각 각이지만, 입고 있는 옷들만은 전부 하나 같아서 무질서속의 질서라는 말이 어떤것 이지 그 표본을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의 중간쯤으로 들어왔을까? 매우 날카로운 하 이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하안! 독수리이~! 독수리는?!" "독수리는 살아있습니다. 아주 멀쩡하게요" "뭐? 그게 무슨소리야?! 분명히 내가 쏜 석궁에 맞았잖아? 그래서 떨어진거고! 거 짓말 하지말고 독수리 내놔!" 음, 목소리를 들어보면 약 15세 정도 되었을까 싶은 소녀의 목소리였는데, 흠, 뭐 랄까……? 약간 짜증끼가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자한이 존칭을 붙이는 것으로 보아 서는, 아마도 공작의 딸인 공녀이거나 그와 비슷한 계급의 소녀겠지. 혹시 공주일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일단 그녀가 스퀄을 쏘아 맞췄다 는 것이 나에게는 제일 중요했길래 나는 말했다. "독수리는 여기있습니다. 남의 애완동물을 석궁으로 쏘아 맞추신것이 그렇게 자랑 스러우신 모양이군요" 그러자 당장에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저런 소릴 지껄이는게! 자한! 비켜봐!" "앗, 저… 아가씨…" "이이잇! 비켜어엇!" 자한이 매우 어려워 하면서도 길을 비켜주었고, 나는 스퀄을 팔에 올려둔 자세 그 대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자한의 말의 뒷모습이 비켜나자, 그곳에는 가죽갑옷과 레 이피어를 찬채 하얀 백마위에 앉아있는 대략 15세 정도의 소녀가 꽤나 화가나 있다 는 것을 표현하려는 듯한 깜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얼굴은 나중에 다 컷을때가 기대되는 예쁘장한 얼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건 '애'다. 아무리 화를 내려고 해 봤자 어린애 표정은 거기서 거기지. 그녀는 내 팔위에 스퀄이 앉아있는걸 보고서는 아까의 말이 누구의 말인지 금새 알아냈고, 나에게 말했다. "너야? 방금전 그딴소릴 지껄인 놈이?" 허허, 뻔히 봐도 자기보다 나이 많아 보이게 생겼건만 다짜고짜 '놈'이라니. 예절 교육이 전혀 되어있지 않군.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평민으로 보이는 사람 들을 상대로 사용하는 예절은 없군. 뭐, 귀족이 다 그렇고 그런거지. 나는 말투를 바꾸었다. 뭐, 저런상대에게 내가 존대말써줄 이유는 없지. "그래" "뭐, 그래? 그으래에? 어따대고 반말이야! 난 로즈마리 공작의 셋째딸 마리를리나 빈 로즈마리다! 평민이 어디 감히! 당장 사죄하지 못할까?" 그녀는 금방이라도 칼을 뽑아들 기세로 말했지만… 내가 보기엔 저거 아무것도 아 닌 그냥 허세다.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아, 스퀄을 맞춘것은 실력이라 인정하지) 자신의 가문의 뒷힘을 믿고 까부는, 그런 케이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후, 내가 왜?" 샤아악! 휘익! 칼집에서 레이피어가 매끄럽게 빠져나오며 내 목에 닿았다. 하지만 나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원래의 분위기를 유지했으며, 곧이어 앙칼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죽고싶어?! 당장에 그 독수리를 나에게 바치고 용서를 빌지 않으면 이자리에서 이 검으로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실력없다는 발언을 일단 취소. 발검동작이 매우 매끄러웠다는 걸로 봐선 꽤나 괜 찮은 훈련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지. 그런데 그 스승이 누군지는 모 르지만 전혀 인성교육도 안시켰군. 나는 나의 목앞에 들이대어져 있는 레이피어를 보았다. 확실히 쫘악 빠진 검신이 예쁘기는 하지만 이거, 실용성은 약간 모자르군.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강철제련품. 제련횟수는 12회. 아깝군. 3번만 더 벼렸으면 훌륭한 칼이 되었을텐 데 말야. 중심 잡는 법도 틀렸고, 전혀 좋은 칼이 아냐. 날만 벼린다고 칼이 되는 건줄 아는 대장장이의 손을 거쳐서 그 주인 역시 발검도 제대로 못하는 바보로군. 검하고 잘 어울려" 나의 탄식과도 같은말에 그녀는 금세 발끈하며 말했다. "뭐, 뭐야! 다시한번 말해봐!" 그리고는 칼의 날이 내 턱에 닿았고,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스퀄, 부숴" 캉! 내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스퀄의 부리가 칼의 중간부분을 강하게 쪼았고, 그 쪼여 진 부분은 금도 갈 새가 없이 그냥 단번에 깨져버렸다. 마리를리나는 부리로 칼을 부숴버린 스퀄을 보고는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뭐, 뭐이런 새가…" "괜히 데리고 다니는게 아니거든. 싸구려 칼들고 싸구려 검법으로 설치는 사람들 을 혼내주기엔 충분하지" "뭐야?! 그런 넌 뭔데! 너는 이 칼 보다 좋은게 있단 소리야?! 이건 수도 제일의 대장장이가 벼린거란 말이야!" "그래봤자 인간이 만든거지. 미리안, 칼" 나는 냉소하며 미리안에게 손을 뻗었고, 그녀는 자신의 허리에 매어져있던 레이피 어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나는 그것을 받고는 찬찬히 살펴보며, 그리고 마리를리나 가 잘 볼 수 있게 보여주며 말했다. "인간의 대장장이는 드워프의 발뒤꿈치도 못쫒아가고, 엘프의 발목도 붙잡지 못하 지. 엘프장인들도 이정도는 만들거든. 스퀄, 부숴" 탱! 우우웅… 나의 명령에 스퀄은 미리안의 레이피어를 또다시 쪼았고,(미리안의 어깨가 한순간 움찔했다.) 이번에는 스퀄의 부리가 튕겨지면서, 은은하게 울리는 소릴 내었다. 이 렇게는 만들어야 잘 만든 칼이지. 마리를리나는 이 장면을 보고는 경악하는 표정으 로 바뀌었다. 나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정도는 되어야 사람을 가지고 협박같은걸 할 수 있지 않겠어? 이렇게 말이지" ! 무언가 소리가 난 것 같았지만 그런거 같지도 않았다. 아마 그녀의 눈에는 뭔가가 반짝거린것 밖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목줄기 가운데에 레이피어의 끝을 갖다 대고서 말했다. "쯔쯔쯔. 이거 알아? 사람은 각자 자기 주제를 알고 살아야 한다는거?" 그녀의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뭐라뭐라 욕설비스무리한 말들을 쏟으려고 할 때, 칼 을 뽑는 소리와 함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이니시스씨, 그 칼을 치워주시죠" 뷔켄은 칼을 들고는 나에게 겨누며 말했다. 뭐, 그래도 자기네 아가씨라 이건가? 나는 뷔켄을 보고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설마 제가 이대로 칼을 밀어버릴걸로 보이십니까?" "칼을 치워주시죠. 그렇지 않으면 저와, 그리고 저희 동료들은 당신들을 향해 칼 을 들 수밖에 없습니다. 설마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이터스를 상대로 싸우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나는 그의 말에 따라 요란하게 칼들을 빼드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그에 따라 점점 득의양양 해지는 마리를리나였다. 그녀는 떨리지만 자 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죽기 싫으면 어서 독수리와 그 칼을 내놓고 무릎꿇고 사과해. 그럼 최소한 죽이 지는 않을테니까" 나는 잠시 그녀의 말에 심사가 뒤틀리는걸 느꼈다. 나는 뷔켄을 보고서 말했다. "이봐요, 댁이라면 이런소릴 지껄이는 철부지를 어떻할겁니까?" "물론, 뒤집어놓고 엉덩이가 터져라 두들기겠소. 하지만 아가씨는 주군의 딸이니, 아무리 꼴불견이라도 그냥 넘어가야지" 뷔켄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렇게 생각해왔다는 듯이 물흐르듯 말했고, 나는 미소지 었으며, 마리를리나는 분개했다. "뭐, 뭐어?! 뷔켄! 네가 감히 그따위 말을?! 아버지에게 다 말씀드릴거야!" "…참고로 이것은 저희 전원의 의견임을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아가씨" 마리를리나는 그의 말에 주위를 빙 둘러보았고, 그녀의 시선이 닿을때마다 당연하 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단원들을 볼때마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구겨지기 시작했 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고생이 많으시군요"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칼을 좀 치워주시죠" "뭐, 그러죠" 나는 칼을 치우고 그것을 미리안에게 돌려주었다. 뭔가 크게 바락바락 악을 써가 며 욕설을 퍼부을 것 같았던 마리를리나는 순식간에 왕따가 되어버리자 침묵해버렸 다. -38- 003.23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나는 스퀄을 다시 하늘로 날려보내고서 부러진채로 마차바닥을 뒹구는 레이피어를 집었다. 으음… 절단면이 꽤 깨끗하군. 일격에 부러뜨린 거니까 말야. 나는 칼조각 을 마차밖으로 버렸고, 그것을 보던 마리를리나는 억울한듯이 말했다. "칼! 어떻할거야! 칼 물어내!" "후우… 인생의 교훈을 얻은 댓가라고 생각하시지" "뭐야?! 정말로 죽고싶은거야?!" 처억! 그녀는 아주 대담무쌍하게도 나의 이마 정 가운데에 석궁을 들이대는 만행을 저질 렀으며,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에는 검은색의 철시(鐵矢)가 처억하니 장전되어 있 었다. 나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말했다. "쏠거야?" 미라를리나는 나의 말에 무척 당황한듯이 보였다. 귀찮아 죽겠다는 느낌이 강력하 게 묻어나오게 말했으니, 아마도 당황하겠지. "무, 뭐?" "쏠거냐구. 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구만. 쏠수나 있어?" 내 말대로 석궁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은 힘든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모 르지만, 덜덜 떨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떤다면 아마도 화살이 석궁에서 튕겨져 나 올지도 모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서는 말했다. "시, 시끄러워! 너 따위는 이대로 죽여버릴거야!" "진짜? 그럴수 있으면 해봐. 하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말꼬릴 흐렸고, 그녀는 나의 다음말을 기다리며 침을 삼켰다. 나 는 매우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피어를 흘렸다. "…못하면 네가 죽어" 휘익~! 약간의 열기를 담은 아주 약한 바람이 주위를 향해 살짝 퍼져나갔고, 마리를리나 의 표정은 조금씩 질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타고 있는 말은 이미 겁을 잔뜩 집어 먹고서는 일말의 푸르르거림도 없이 가만히 있었으며, 주위의 RPG단원들도 내가 뿜 어대는 살기에 잔뜩 긴장했다. 나는 그대로 나의 눈에서 그녀의 눈으로 직접 피어 를 쏘아보내며 말했다. "한번 해보시지. 응? 해봐? 죽여보라구" "으…… 으으… 으……" 점점 파랗게 질려가는 표정을 보자니 조금 애처롭긴 하지만 재미있군. 나는 아주 짧고, 강하게, 거의 번뜩임같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짧고 강하게 피어를 내쏘고는 말했다. "까불지마. 공작의 딸이라는 것을 빼면 너한텐 뭐가남지?" 그녀는 헉 하면서 경악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마도 이후, 그녀의 머리속에는 내가 한 말이 계속 울려퍼질 것이다. 공포는 사람의 기억속에 가장 깊게 각인되기 때문에 얼마쯤 지나면 그녀의 머리속에서 공포의 느낌은 지워지고 내가 한 말이 남 을 것이다. 그것도 매우 강렬하게. 공작의 딸이라는 지위는 드래곤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이름 만 좋은 허명일 뿐이다. 종족을 초월한 권력앞에서는 무력해지는 것일 뿐. 인간들 이라면 저기있는 자한이나 뷔켄과 마리를리나중 누가 더 가치있냐고 물으면 당연히 공작의 딸인 마리를리나를 택하겠지. 드래곤들을 상대로 물어보면, 대부분 둘다 가 치가 없다고 하겠지만, 굳이 고르라면 자한이나 뷔켄을 고를것이다. 아, 물론 미소 녀취향의 드래곤이라면 마리를리나를 고르겠지. 그것은 상대적인 것이니 잠시 접고 서, 드래곤이 보는 입장인 절대적인 입장에서 보면 키우면 예쁠것 같은 마리를리나 보다는 검술로써 어느정도 일가견을 이룬 뷔켄이나 자한이 더 가치가 있게 생겼다. 물론, 나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도 이제 마리를리나는 자신에 대해서 고민할것이다. 공작의 딸이라는 지위를 빼버리면 자신에겐 무엇이 남을까 심각하게 고민할테고, 곧장 결론에 이르겠지. '아무것도 없다' 라는 결론에. 그리고선 엄청난 자괴감에 빠지고는 이윽고, 자신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못이겨 세상과 이별을…… 하진 않겠지. 자신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 하겠지, 아마도. 그녀의 자존심이라면 충분한 예상이며 당위성이 요구되기까지 한 말이지. 나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피어를 풀었다. 그녀는 파랗게 질려있다가 점차적으로 원래의 혈색이 돌아왔다. 하지만 원래의 성 격은 전혀 나오지 않는, 뭔가를 깊숙하게 생각하는 표정이었고 나는 그것을 보면서 매우 흡족해했다. 이정도면 괜찮겠지. 나는 가방에서 손을 집어넣고는 그 속에서 내 레어의 무기창고안에 있는 드워프제 레이피어를 텔레포트 시켰고, 정확하게 내 손안으로 이동해온것을 꺼내서 그녀에게 건다. 그녀는 그것을 보고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며, 나는 씨익 미소지으며 말했다. "칼 부러뜨린것에 대한 사과의 표시다. 드워프제야" "……으응" 결자해지라는 것이지. 인과응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녀는 레이피어를 받아들 었고, 나는 슬슬 퇴장해야할 분위기라는 것을 알았다. 남은것은 이제 본인의 문제. 뭐, 갑작스럽게 와서 뭐라뭐라 해놓고 다른사람 마음속이나 휘저어 두다니, 아아, 생각하면 할 수록 나도 참 못된녀석이란 말이야? "그럼, 웬드렌씨. 가시죠" "으, 으음. 허 참……" 웬드렌씨는 멍하니 있다가 내 말을 듣고는 마차를 몰기 시작했고, RPG의 사람들은 전부 길을 비켜주었다. 나는 나를 신기한듯이 바라보는 자한과 뷔켄에게 고개를 숙 여서 인사해 주고서는 잠시 접어두었던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그때, "잠까안! 잠깐만……요" 마리를리나가 마차를 불러 세웠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응? 조금 전에 분명히 말꼬릴 흐리면서 존대말을 쓴거 같았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죠?" 그녀는 말꼬릴 흐리면서 어색한 존대말을 붙였고, 그 모습은 아까와는 달리 조금 은 귀여워보였다. 나는 후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라이니시스.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 그럼" 웬드렌은 내 말이 끝나자 다시 마차를 몰았다. 다음에 한 3년 뒤에 마리를리나를 다시 본다면 어떻게 변해있을지 참 궁금해지는군. RPG단원들과의 짧은 만남. 그리고 마리를리나와의 만남은, 뭐랄까…? 그냥 약간의 유흥정도로 생각해 버렸다. 그녀의 행동은 오냐오냐 곱게 자란 고위층 귀족집안 아 가씨들의 대부분이라고 까지 할 정도로 할 수 있는 말광량이 정도? 게다가 아직 나 이도 어리니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것도 강할테고, 그런 마음에 공작의 딸이라는 점과 RPG라는 든든한 무력적인 기반이 있으니 저렇게 망가지는(?)건 어려운일이 아 니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인간이었다면, 바짝 쫄았을테지. 공작이라는 권위는 그렇 게 시시한것이 아니니까. 공작. 영어로는 듀크(Duke). 공작이란 직위는 왕과 왕세자 다음으로 센, 그러니까 귀족들 중에서는 가장 센 계급이다. 한 나라에서 공작이란 작위를 받고, 그에 걸맞 는 영지를 하사받은 후, 나라의 허가가 있으면 공작의 영토는 공국(公國)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것이니까. 그 이하들은 전부 백작령이라든지, 남작령 등등으로 이름 되지만 공작의 땅은 공국이라고 불러도 괜찮다는 것. 뭐, 말하자면 일종의 속국이 랄까? 자체적으로 국가에서 만든 자치령 같은거야. '공후백자남'이라는 말을 아는가? 귀족의 작위체계를 말해주는 것으로서, 제일 위 에 공작, 그 아래로 후작, 백작, 자작, 남작의 작위가 있지. 참고로 남작 아래로는 기사(Knight)가 있어. 대개 나라에서 공작이란 직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부통령쯤 이라고 생각하면 쉬운편이지. 국무총리라는 것도 있겠지만, 대개 국무총리를 보는 귀족이 후작아니면 공작이거든. 왕이 무력한 경우에는 공작이 실권을 쥐는 일이 허 다하기 때문에 왕의 대리인이라는 말이 있기도 하지. 그런 공작의 자식이라고 하면 나중에 정식으로 정계에 진출할 경우, 최소 백작내지는 후작의 직위를 수여받게 되 는것이 보통이지. 딸이라고 해도 후작내지는 공작가문, 또는 그외에 아주 강한 권력을 가진 귀족집 안에 정략적으로 시집가게 되어지는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도 몸값(?)이 꽤 나가는 편이야. 덕분에 거의 온실속의 화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과잉보호 를 하면서 키우기 때문에 버릇이 없어지는게 흠이랄까? 조금 전에 만난 마리를리나 의 경우역시 마찬가지일걸? 마차가 아닌 말을 타고 무기를 사용하는것이 조금 의외 였지만, 그래도 로즈마리 공작가의 실제적인 힘이라고 할 수 있는 RPG를, 그것도 5 0여명 이라는 대인원의 경호를 받는 것을 보자면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님. 절대로 아님. "라이니시스님. 따라오는데요?" "에?" 내가 뒤를 돌아보니 미리안이 뒤쪽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쪽에선 과연 RPG가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뭐, 뭐야? 나는 3분이 채 안되는 시간에 그들과 충돌할것 같아서 웬드렌에게 급하게 말했다. "웬드렌씨! 마차, 마차 얼른 빼요! 충돌할수도 있어요!" "젠장! 하여튼 귀족놈들이란!" 웬드렌은 고삐와 채찍으로 마차를 오른쪽으로 꺾었다. 나는 혹시나 저들의 목적이 우리들에게 있지 않은 가 싶어서 포켓을 뒤져 안경을 꺼내 썼다. 그러자 순식간에 망원경으로 보는 것처럼 시야가 앞으로 당겨졌고, 나는 잠시 이리저리 시야를 돌려 서 핀트를 맞춘 후,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우리가 아닌 다른곳 이었기 때문에 나는 한순간 경직되었던 마음을 풀었다. 흐음, 괜찮군. 우리가 아니 라 그냥 지나치려는 거야. "그거 뭐에요?" 내가 갑자기 안경을 꺼내 쓰자, 미리안이 매우 궁금하다는듯이 물어왔고, 나는 대 답해주는 대신, 안경을 벗어서 건네주었다. 그녀는 안경이라는 물건을 처음 본다는 듯이(당연하다. 엘프는 시력이 좋으니까) 잠깐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내가쓰는 동작 을 똑같이 따라했고,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꺄악! 이거 뭐야아!" "망원안경이다" "우와~ 저사람들 표정이 다 보여요!" 저 안경은 내가 망원경을 만들려다가 그냥 귀찮아서 그냥 안경에 장거리 시각마법 (Long Distance Vision)을 걸은 물건이다. 저 안경은 왠만한 망원경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휴대하기 간편하고, 유사시엔 마법물품 이라고 팔아먹을수도 있거든. 그리고 저 안경엔 현미경 기능까지 추가했으니, 더욱 더 편리하지. 기왕이면 저 안경에 물건식별능력(Item Identify)까지 넣으려고 했지 만, 그러기엔 너무 복잡해져서 전용 안경을 또 하나 만들었지. 물론, 그 안경은 지 금 내 포켓에 있고. "자, 그만 이리줘. 별로 시각에 않좋으니까" "후움~ 그래도 재미있는 물건이네요" 그녀는 조금 아쉬운지 삐죽거리면서 안경을 돌려주었다. -39- 003.24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그리고 약 2분쯤 뒤에 우리가 비킨 길 옆으로 RPG가 엄청난 소리와 흙먼지를 동반 하며 달려지나갔고, 선두에서 길을 인도하며 달리던 자한이 나한테 살짝 고개를 숙 이며 감사하는 뜻을 보내왔다. 그리고 일행의 중간에서 무언가를 고민하는듯이 약 간 얼굴이 어두운 마리를리나의 옆에서 달려가고 있던 뷔켄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 겠지만 나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다. RPG는 뭐가그리 급한지 쏜살같이 달려가서는, 어느새 점단위로 보일듯한 모습으로 지평선을 넘어 사라졌고, 우리는 그들과는 달리 느긋하게 해가 지고있는 지평선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아마도 저들은 오늘내로 요 앞에 있는 도시인 '뮤길'에 도 착하려는 심산인가 보다.하지만 말이지…… "지도를 보면 이 앞은 심한 늪지대라는데요?" "흠… 드로바씨. 한참전에 지나간 RPG사람들은 그걸 알고 있을까요?" 드로바는 콧잔등을 살짝 긁으며 뭔가를 생각하더니 말했다. "글쎄요. 그 사람들이 작년도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아마 모를겁니다" "네? 그건 어째서죠?" 드로바는 다시 콧잔등을 살짝 긁고는(습관인가 보다) 말했다. "레리첸트의 지역 행정부에서는 3년에 한 번 지도를 재 발행하는 데 말이죠, 제가 가지고 있는 지도는 올해에 나온 87번째 개정판 이거든요? 그런데 작년의 86번 3 쇄 개정판의 지형도를 보면, 늪지대는 안 나와있을 겁니다. 저 늪지대가 생긴때는 3쇄 개정판을 찍어내고 난 직후라서요. 물론 정부가 그럴 마음이 있다면 3쇄 지도 를 전량 리콜하고서 새로 찍을 수 있겠지만 그럴 마음이 있을리가 없죠. 제 속만 차리는 인간들이니까요" 그렇군. 하지만 갑작스럽게 늪지대가 생긴다면 조금 이상한것 같은데? 나는 드로 바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늪지대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생기는건 아니잖습니까?" "네. 그건 그렇습니다만… 자연이라는 것이 사람 예측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갑자 기 이 평원에 화산이 생긴들 이상할것도 없는 것이죠. 늪지대라고 해도 아마 진흙 으로 된 질척질척한 땅일 겁니다. 여기땅은 습기가 들면 끈적한 진흙으로 바뀌는 땅이라서 어디에선가 지하수 수맥이 조금 터진거겠죠. 한 몇년지나면 작은 호수가 지도에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자연이 사람의 예측대로 돌아 가는것은 아니거니와, 갑자기 평원에 화산이 생긴다고 해도 그렇게 이상해 할 일은 아니지. 하지만 질척거리는 진흙이라면 말의 이동에 꽤나 큰 부담이 될거같은데? "그 진흙의 점성(粘性:차지고 끈끈한 성질. 찰기)은 어떻습니까?" "점성은… 잘 나와있지 않지만 이렇게 써있군요. '왠만하면 말이든 도보든 비껴가 는 것이 좋다'… 라고요" 비껴가는것이 좋다라… 그렇다면 그 RPG들은? 드로바 역시 그들이 생각났는지 약 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사람들, 걱정이군요. 게다가 곧있으면 밤인데" 나는 그말에 동감하며 해가 반쯤 떨어지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한시간도 안 되어 해는 떨어질 것이고, 그뒤엔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 찾아올 것이다. 지금 시간 을 보자면 19시니까 20시가 되기전에 해가 떨어지겠군. 웬드렌이 드로바와 나의 대화를 듣고는 말했다. "원래라면 지금쯤 아영자리를 구해봐야 하겠지만… 어쩔텐가? 한번 가볼건가?" 나는 잠시 미리안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해는 이미 하늘에서 그 찬란한 광휘와 더불어 그 자취를 감춘상태. 그리고 하늘에 는 마치 눈송이 같이 떠있는 하얀 별들과 검은 도화지 위에 하얀 물감을 크게 찍어 놓은듯이 떠있는 달이 수줍은듯 창백한빛을 대지에 뿌려대고 있었고, 그 덕분에 대 지는 낮의 뜨겁고 바알간 빛과는 달리 차갑고도 파르스름한 빛을 약간 머금은 듯이 보였다. 이것을 보고있노라면 '낮의 대지는 쾌활한 처녀의 상기된 볼이요, 밤의 대 지는 정숙한 처녀의 수줍은 볼이니, 대지는 아름답고도 위대한 성녀로다' 라는 레 리첸트의 어떤 문학가의 말이 떠오르는군. 보통 대지는 인간에게 많은 것을 주고, 죽은 뒤, 그육신을 받아주기 때문에 위대한 어머니쯤으로 표현하지만, 그 문학가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아닌 자연과 자연의 관계를 표현했다는 점에서 참 특이한 관 점을 가진 작가라고 볼 수 있기도 하지. 사실, 그렇게 특이한 관점이라고 볼 수도 없지만 이 작가가 활동한 시기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평론학적인 문학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 때라서(지금도 그렇지만 말이다) 그때 당시의 시각에선 참 신선한 편 이다. 아, 몇년전 이야기냐고? 한 3~400년쯤 전이었든가? 어쨌든, 그렇게 문학적인 표현도 불사할 만큼 아름다운 저녁의 대지, 거기에 약간 의 물기까지 머금어서 반짝반짝 거리는 늪지라면 말할것도 없이 아름다움과 낭만이 넘치는 풍경이건만, 여기에 사람이라는 개채가 들어서면 왜리이도 그림이 망가지는 지 모르겠다. 그것도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50여명의 근육질 남자'라면 그림 을 망쳐도 한참 망치지. 으이구. "제엔장! 이거 왜이리 깊어! 야! 거기! 빨리 말 못빼?!" "지랄하네! 지금 내꼴 안보여? 뺄수 있으면 진작에 뺐다구!" "어쭈, 어떤새끼냐? 고자 라이하냐?" "닥쳐! 불능자 뭐린!" "하여튼 시끄럽기는…" "너야말로 닥쳐라! 이 게이놈아!" "이봐! 난 나르시스트야! 게이가 아니라구!" ……정정한다. '할 수 있다면 폭력도 불사할 선정적인 폭언을 난무'시키고'있는 5 0여명의 근육질 변태들'이다. 이봐, 고운말 좀 쓰라구. 지금보면 마치 공작집안의 사병단이 아니라 어디서 막 굴러먹은 용병단처럼 보이잖아. 물론, RPG의 후보생들 이 대부분 용병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말이야. 지금 우리는 지도를 새로 준비하지 못해서 늪지대에 빠져버린 50여명의 사람들을 보며 잠시 한심해하는 중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저런 상태가 시작된지 약 30분 정도 될것이다. 한참 앞서갔다고 생각했는데, 속도를 조금 올려 서 왔더니 때마침 잘 도착한 것이겠군. 나는 역시 잘 어둡긴지만 일행들을 슬쩍 보 았고, 그들역시 한마음 한뜻으로 한심하다는 표정과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자한 이새끼! 지도 똑바로 본거 맞아?!" "맞다구! 작년꺼긴 하지만 그사이에 늪지가 생길줄 누가 알았겠어!" "시끄러! 지도는 매년 나올때마다 새로 사야하는거 몰라?!" "메를린! 입닥쳐! 그 지도살돈 꿍쳐뒀다가 술쳐먹은게 어떤 주둥아린데!" "뭐어! 공금횡령이야! 당신들 전부 아빠한테 말해버릴거야!" 나는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도와줄까요!" 그리고는 윌오위스프를 소환시켜서 우리 마차를 끄는 두마리의 말머리 위에 띄웠 고, 그러자 50명 모두 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진귀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나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옛날 명장이던 베젠이 말했지요. '병참과 지도엔 돈을 아끼지 말라'고. 군대뿐만 아니라 기사단이나 검투사단에도 적용되는 이야기일것 같습니다만?" 나의 능글능글한 말에 조금 떨어져있던 자한이 꿍한 표정으로 말했다. "……구경만 하실거요?" "허락한다면 계속 구경만 하고 싶은것이 솔직한 심정이군요" "절대로 허락 못합니다!" "예에. 그럼 도와드리지요. 밧줄을 던져드릴 테니까 한명씩 붙잡고 밖으로 나오도 록 하십시오!" 나는 가방에서 밧줄을 꺼내고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집어던졌고, 그 사람 은 그것을 안장에 묶었다. 이쪽에서도 마차를 뒤로 돌려서 마차에 밧줄을 묶었고, 완전하게 그것들이 묶여지자 웬드렌이 마차를 전진시켰다. 그러자 끌어당기는 힘과 그쪽에서 앞으로 전진하려는 힘이 하나가 되어 말을 수렁에서 슬슬 꺼내기 시작 하 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릎이상으로 진흙이 잔뜩 묻어버린 말과 그위에 올라탄 사람이 늪지대에서 끌려나왔다. 무사히 구출된 그는 고개를 꾸벅하고는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어, 이거 감사합니다" "뭘요.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나는 미소지으면서 밧줄뭉치를 건네주었다. 그사람은 내가 설명을 하기전에 밧줄 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낸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는 우리가 했던대로 말위 안장뒤에 밧줄을 매고는 늪속의 다른 동료에게 밧줄을 던졌고, 우리보단 느리지만 천천히 동료들을 구조하고 있었다. 흐흠, 그러고 보니 진흙이 많이 튄 사람도 있고, 말들도 지쳐보이는군. 슬슬 야영할 준비를 하지 않으 면 안되겠는데? 나는 미리안에게 가방을 주며 말했다. "여기에 손을 넣고 원하는 물건을 떠올리면 잡힐거야. 한사람씩 나올 때마다 밧줄 뭉치 하나씩 주면서 사람들 구조하라고 그래. 나는 야영준비나 해야겠으니까" "아, 네" 나는 마차에서 내려서는 수렁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갔고, 일단 주위광경을 보 기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특대 라이트!" 화악! 직경 1미터의 크고 환한 빛을 내뿜는 빛의 구체가 형성되었고, 그것은 거의 주위 100여 미터 반경을 밝히었다. 달빛과도 비슷한 불빛때문에 윌오위스프의 빛은 거의 소용이 없게 되었다. 하지만 윌오위스프는 필요했다. "윌오위스프. 저기 구체 중간에 가서 해뜰때까지 저 빛을 유지시켜" 특대 사이즈라고 해도 저 라이트는 얼마 지속이 안되기에, 위스프가 저 안에서 빛 에너지를 계속 공급하도록 마법을 약간 변형시켰다고 할까나? 자신의 일이 없어져 서 약간 축 쳐진빛을 발하던 위스프는 금새 환해지며 빛의 구체안으로 쏘옥 들어갔 고, 나는 이 다음에 어떻게 해야할까 잠시 고민했다. 일단 가을밤이니 쌀쌀할거야. 불을 피워야겠지? "샐레멘더" 나의 한마디에 불의 정령 샐레멘더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빛의 구체 아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밑으로 가서 따뜻한 열을 뿜고 있어" …… 샐레멘더는 그걸로 끝이냐는듯이 날 스윽 올려다 보았고, 나는 뭘더 바라냐는 표 정으로 말했다. "뭐?" 셀레멘더는 마치 한숨을 쉬는듯 하더니, 터벅터벅 걸어가서는 불덩어리의 형태로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 또 뭐가 필요하려나? 식사를 할거면 화덕도 필요하겠군. 흙으로 만들면 되겠지? "노움" -40- 003.25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부스스… 거리는 소리와 함께 노움이 내 발에서 솟아났고, 나는 셀레멘더가 웅크 려서 만든 불덩어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샐레멘더 반경 5미터로 10개정도 되는 화덕을 만들어놔. 한쪽은 열어둬서 공기가 통하게 하는거 잊지말고" 노움은 끄덕거리고는 다시 스르륵거리며 땅속으로 사라졌고, 그와 동시에 샐레멘 더의 주위 땅에서 둥글게 생긴 화덕들이 솟아났다. 그리고 나는 이제 마무리를 가 하기 위해 실프를 불렀다. "실프. 샐레멘더의 위에서 미풍을 불게해서 은은한 열기가 화덕근처까지 갈 수 있 도록 해놔. 그리고 화덕에 불피우면 그치도록 해" 화덕에 불을 피우면 금방 복사열이 생겨나서 따뜻해 질테니 그때는 실프가 열기를 전해줄 필요가 없지. "스퀄! 주위경계! 100미터 안으로 어떠한것이든 들어오면 크게 울어라!" 삐애애액! 스퀄제 경계경보장치(?) 까지 셋팅(?)해 놓으면 준비는 끄~읕! 이제 사람들이 저 늪지에서 나오면 되는 것이지. "저, 정령사이십니까?" 어느샌가 구해졌는지 자한이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고, 그의 뒤로는 대여섯의 사람 들이 나의 작업을 구경하고 있었는지 자한의 말과 같은 질문이 담긴 시선을 보내주 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별로 실력은 없지만 그래도 야영지는 만들만한 실력이지요. 그런데 왜 여기 서 노닥거리시는지…?" "에? 아하하… 이거, 꾸중들었군요. 저희들도 같이 일하고는 싶지만 밧줄이 다 떨 어졌다는군요" "그렇군요. 하지만 여기서 그냥 놀고 있다가는 나중에 눈총을 받을텐데… 적어도 화로에 솥을 올려둔다는 일은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만?" "아! 그렇군요! 이거, 신세지는 주제에 너무 노는것 같습니다. 그럼 나중에 이야 기 하죠. 어이! 가자! 늦었지만 저녁먹을 준비는 해야지!" 그는 주위의 사람들을 추스려서는 땔감과 물등을 모으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 을 보며 흡족해했다. 누구는 놀고, 누구는 일하는 거, 그다지 보기 않좋거든. 나는 현재 한창 작업중인 구출현장을 바라보았다. 구출은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었으 며, 어느새 마리를리나도 구출되어서 내가 하던 작업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자기가 한 일 이 있어서 조금 미안한 것이겠지. 우리 일행의 말들은 너무 힘을 써서 그런지 조금 지친채로 쉬고 있었으며, 미리안은 더이상의 밧줄이 나오지 않자 가방을 메고는 내 쪽으로 다가왔다. "라이니시스님, 밧줄이…" "아, 알아. 다 떨어졌지? 몇개나 있었어?" "음… 대략 10개 정도? 그래도 많은 편이네요" "뭐, 개인이 가지고 다니기에는 조금 많은 편이지. 그래도 도움이 되니 다행이군. 몇명이나 꺼냈어?" "앞으로 한 10명 정도 남았을 거에요. 금방 끝나겠네요" 나는 미소지으며 미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수고했어" "후우… 그런건 어린애한테나 하세요. 전 성인이라구요" "내 나이가 몇이더라?" "올해로 1001살 되는, 초보성룡? 저는 성인식한지 10년이 넘었다구요" 그녀는 성인이 된지 나보다 오래되었다는 사실에 약간의 자부심을 가지는듯 하였 다. 그런거 가지고 자부심까지 가지면 뭘 어쩌자는건지…. 나는 의기양양한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성인이 될동안, 그리고 성인이 되서 10년동안 요리도 안배우고 뭘했지?" "흐읍…! 콜록! 콜록! 너무하세요…" 그녀는 숨을 들이키다 내 말에 갑자기 사레가 들린것 같이 몇번 콜록거리고는 볼 멘 목소리로 말했다. 후훗, 미리안아. 관록을 뽐내고 싶으면 나보다 뭔가 하나쯤은 더 잘하고서 그런말을 하려므나. 어느새 구출작업은 완료되었고, 사람들은 나와 우리 일행들에게 꾸벅거리며 감사 의 인사를 하고는 곧장 식사준비에 들어갔다. 그들은 내가 빛과 불과 화덕까지 마 련한것을 보고는 거의 반쯤 감격헸고, 곧이어 위장을 행복하게 해주는 냄새가 주위 를 장악했다. 한쪽에선 스튜를 만들고, 다른쪽에선 고기를 구우며, 참으로 다양한 식단을 탄생시켰고, 그들은 '식량을 그렇게 써버리면 어떻해!'라는 자한의 외침을 가볍게 무시하고서 소비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내일 어떻게 움직이려고!' 라는 뷔켄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각자 술통을 꺼내들었다. 이것은 거의 야영이 아 라 야간파티 분위기군. 우리 일행도 화덕하나를 잡고서 이것저것 들어간 종합스튜를 끓였다. 마른고기에 야채, 빵, 그리고 야외용 수프(수프를 굳혀서 야외에서 뜨거운 물을 부으면 곧바로 녹게 되어있는 일종의 인스턴트 식품)를 넣고는 끓여서 아주 맛깔나는 음식을 만들 었다. 참고로 미리안의 작품이었다. "미리안양의 요리솜씨가 대단한걸?" "호홋, 별거 아니에요" 미리안은 가볍게 웃으면서 웬드렌의 칭찬에 기뻐했다. 나는 꽤 맛좋은 스튜를 먹 으며 그 동안의 요리수업이 전혀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했다.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50여명의 사람들은 모두 웃으면서 이 축복받은 저 녁식사를 즐기고 있었고, 마리를리나도 그런 사람들속에 끼어서 즐겁게 식사를 하 고 있다가 잠시 이쪽을 바라보았고, 또 다시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돌렸 다. 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의 수프그릇을 들어보이며 미소짓는 얼굴로 고개를 살짝 꾸벅했고, 나역시 그녀에게 스튜가 담긴 그릇을 들어보이고는 고개를 꾸벅했다. 그 녀의 입장에선 지금까지의 잘못에 대한 사과와 이렇게 도와준것에 대한 감사의 인 사였고, 나는 이 전의 일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뜻에서 그런 것이다. "어어이! 술 더 없어?! 술!" "하하하핫! 이녀석 벌써 취한거 봐!" "이거 마치 캠프 나온거 같은데?!" "가을캠프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 깐깐한 대장양반도 없잖아!" "하하하하! 맞아! 맞아!" 기사단과는 달리 격식하고는 거리가 먼 자유분방한 모습. 나는 그들의 모습이 참 으로 인간다워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라이니시스님. 라이니시스님도 한 잔… 어때요?" 에? 무슨말? 나는 갑작스럽게 한 잔 하자는 미리안의 목소리에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그녀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포도주와 잔을 들고 있었다. 나는 솔직히 술이 있다는 것에는 기뻐했지만 그 출처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그거, 어디서 난거야?" "혹시나 싶어서 베낭속에서 찾아보니까 나오던데요? 저 안에 없는 것이 무엇일까 싶은 생각도 드네요" 그, 그랬던가? 나는 저 베낭에 정말로 뭐를 넣어뒀나 잠시 목록을 뽑아보기 시작 했고, 곧이어서 포기했다. 젠장, 마리화나Marihuana(삼, 대마의 건조한 잎이나 꽃 으로 만드는 마약. 확각제)에 고문용 프레스Press(압축기, 압착기)까지 있으면 말 다한거지. 나는 잠시 쓴 표정을 짓는 날 이상한듯이 바라보는 미리안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을 지어주고는 잔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미리안과 잔을 부딪히며 건배했다. 뭐, 이런 저녁도 괜찮아. 즐거운데? 시간은 흐른다. 어째서 흐른다는 말을 쓰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밋밋하게 '시간이 간다'라고 하면 무드도 없고, 왠지 삭막한 느낌이 드는것 같으니까. 흐른다라는 표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낮은 밤이 되고 밤은 다시 낮이 된다. 수줍은듯이 창백한 빛 을 뿌리던 달은 서서히 그 몸을 이끌고 서쪽너머로 별들과 함께 낮동안에는 볼수없 는 여행을 계속했으며, 그리고 동쪽에선 태양히 그 찬란한 위용을 뽐내며 솟아오르 기 시작했다. 어둠은 빛에 의해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어둠이 어물던 하늘은 하얀 구름들이 떠다니는 푸른색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돌아왔다는 표현을 써도 좋 겠지만, 어느것이 원래의 모습인지 알수 없으니 낮이 되었든 밤이 되었든 바뀐다는 표현을 쓰는것이 맞는 것이겠지. 어쨌든, 바뀌든 돌아오든 해가뜨고 아침이 되자 전날 광란(!)에 가까운 야영을 벌 인 RPG는 숙취하고는 영 거리가 먼 사람들인지 , 아니면 초인적인 자제력을 보여주 는지 모르지만 매우 신속하고 빠른(그러나 절도와는 거리가 먼) 뒷정리를 하고서는 떠나갈 준비를 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아, 뭘요.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RPG를 대표해서 자한이 정식으로 우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주었다. 그 인사 가 꽤 정중했기에 나는 약간 당황하면서 인사를 받아들여야 했었다. 그들은 인사를 하고는 재빨리 말을 타고 늪지를 비껴갔고, 꽤나 빠른속도로 사라져 그들의 모습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점 단위로 변한 다음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아직 졸린기운 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작게 하품을 하고서 약간 졸고 있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후아암~ 그러면 우리도 아침을 먹고 슬슬 출발해 볼까요?" "아아, 그래. 하지만… 이거 참 지독하게 놀았군" 웬드렌은 눈을 비비적 거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난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 한다는 제스춰를 취했고, 그것은 다른 두명도 마찬가지였다. 화덕이 있었기에 불타다 남은 땔감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지저분한 상황은 면 했지만, 바닥에 널브러진 술병들과 음식찌꺼기들, 그리고 각종 쓰레기들은 인류가 자연에 끼치는 거대한 해악 중, 대표적인 것을 보고 있는것 같았다. 미리안은 약간 황폐화된 주위 광경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즐거웠긴 하지만… 지금은 조금 후회가 드네요" "에이, 상관없어. 술병들은 모르지만 다른것들은 금방 썩어서 분해될거구, 그리고 화덕은 치우면 재는 공중으로 날아가겠지. 그렇게 오염되는건 아니잖아?" "에, 뭐….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것이겠죠" 그리고서 그녀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서는 한번 선심을 쓰 기로 했고, 술병들만 가볍게 공중분해 시켰다. 이 정도면 환경오염은 별로 걱정 안 해도 되겠지. "자자, 어서 먹고 우리도 출발 하자구요" 나는 일행들을 독려했다. 솔직히 RPG의 사람들이 너무 일찍 일어난거라구. 아하암 ~ 졸려. 우리는 인위적인 폐허를 뒤로 하고서는, 마차를 몰아서 약간 큰(가로 세로 20Km를 약간이라고 한다면) 늪지대를 돌아서 뮤길로 향했다. RPG가 이미 한참전에 지나가 서 그런지, 우리는 말발굽으로 잘 다져져있는 길을 매우 편하게 가고 있었고, 아마 도 오늘내로 뮤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앞길에 뭐가 또 있을까 싶어서 드로바를 불렀다. "드로바씨. 여기 앞쪽에 장애물 같은건 없나요?" "에… 뭐. 가다보면 협곡하나가 나오지만,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우 큰 돌다리가 놓여져 있기 때문에 별로 상관없을 거에요. 만약 돌다리가 부서지기라도 했으면 큰일이긴 하지만, 그런일은 없을겁니다" "꽤 튼튼한가보죠?" "튼튼하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견고하기까지 합니다. 드래곤이 아니고서야 무너뜨 리는 것은 불가능 할걸요?" 나는 '드래곤이 아니고서야'라는 말에 갑자기 호기심이 일렁이는것을 느꼈다. 심 심한데, 한번 무너뜨려 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실실 웃었고, 그런 나의 표 정을 보던 미리안은 한숨을 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참아주세요. 제발…" -41- 003.26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이 드넓은 평원. 모리엔에서 나와서 3일이 되어가지만 정말로 넓디 넓은 평원만이 나오는것을 보고 나는 솔직히 엄청나게 감탄했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국토는 어디 를 가도 산이 안보이는 장소가 없는 그런 지형이라서 이런 대평원, 그것도 산이 하 나도 안보이는 이런 대평원은 정말로 경탄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곳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기 마련이지. 이런 드넓은 땅을 두고서 그냥 놀 려먹을 것이면 인간이라 부르지 않겠지. 드넓은 밭에선 밀이 바람에 휘날려 황금빛 물결을 일으키고 있으며, 마을에선 빵굽는 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나고 있다… 라고 약간 운치있게 말하고 싶은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은 언네가 냉정, 잔혹할 뿐이니…. 이 세계의 주요 구성원 가운데에는 몬스터라는 녀석들이 있어서, 인간들의 인구감 소에 매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매년 인구가 늘 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의학과 과학문명의 미발달(그 미발달의 기준은 내가 살아왔 었던던 세계를 기준으로 한 기준), 그리고 워낙에 험한 세계이다 보니 많이 낳아도 성인이 될때 쯤 치면 꽤나 많이 죽어나가는 것도 사실이지. 그러다 보니 이러한 대 평원이 있어도 몬스터들 때문에 진출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 그렇다고 해서 인 간들의 군세로 몬스터를 막아낼 수 없다는것은 아니다. 일부 특수하고 강한 녀석들 을 빼고는 마을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약 100명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니까. 100명이란 숫자는 훌륭한 목책과 넉넉한 병참, 그리고 그에 따른 무기등이 갖춰주 었을때 필요한 인원이거든. 이 기준은 대략 500호를 기준해서야. 한 호당 4인 가족 으로 친다는 전제 하에서. 여기에 마법사나 성직자가 한명이라도 들어간다면 그 숫 자는 조금 낮아지긴 하지만 대략 이정도거든. 하지만 봉건주의 사회에서나, 민주주의 사회에서나,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것은 누 가 뭐래도 돈이지. 일단 이런 평원을 한번 개척하려고 든다면 일단 거기에 드는 비 용부터 산출하지 않으면 안돼. 기본적으로 필요한 식량과 거주민들의 이동비용, 그 리고 개척할시에 들어가는 목재와 기타 건축 자재들의 가격에, 그리고 병사 월급도 줘야지, 또 우물도 파고, 길고 닦고…… 등등등, 하여튼 어지간한 도시를 세울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기존의 영지를 조금 늘리는게 좋지, 이런 무인지대를 개척하려는 것은 왠만해선 시도할 엄두도 못내는것은 사실이지. 혹 모르지, 금광이라도 발견되 어서 골드 러시라도 일어나면 또 모르지. '골드 러시'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지구에서 역사시간에 배운것인데, 영국에서 쫓겨난 청교도들이 북아메리카 동부연 안에 상륙하고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 때였어. 19세기 중엽, 정확하게는 1848~1849년에 있었던 일이지. 1848년 새크라멘토에 가 까운 아메리칸강(江)의 지류 강바닥에서 금이 발견되고서, 그 주변에서 많은 금이 나오자, 수많은 미국인이 이 지역으로 일을 팽개치고 전부 금을 캐러 모여들었지. 그리고 금이 나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1849년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남미, 하와이,중국 등지에서 약 10만 명의 사람들이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오는 해프닝 이 발생하게 되었어. 그들의 이동경로는 범선을 타고 남아메리카의 남단을 돌거나, 뉴욕으로부터 파나마로 가서 지협을 횡단하여 태평양 연안에 나와 배를 타거나, 육 로로 대륙을 횡단하여 왔는데, 어느 길이나 어려움이 많고 도중에 죽는 사람도 많 았다고 하더군. 1849년 캘리포니아로 온 사람들을 '포티 나이너스(forty-niners)'라고 하였는데, 1848~1858년까지에 약 5억 5,000만 달러에 이르는 금을 채굴해냈지. 그리고 마침내 이들로 인해서 1850년 9월 캘리포니아가 정식으로 미국의 한 주가 되었는데, 이처 럼 단기간에 인구가 늘어서 주(州)로 승인된 예는 미국 역사상 드문 일이라고 하더 군. 위와 같은 이례적인 일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곳에 갑작스럽게 도시가 생길 이유는 없는 것이야. 이런곳에 도시를 세우느니, 영지 조금 넓히고 돈 더 뜯어내는것이 좋 다는 말이기도 하겠지. 귀족들 입장에서는. 사회적인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도록 하고, 어쨌든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 평원은 여기를 들어오기전에 확실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약간의 잡목들만이 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벌판'이니까. 정말 숲도 없 다. 오로지 땅과 풀, 그리고 풀과 땅으로 이루어진 이곳 대평원은 자급자족이란 말 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게다가 이런 평원의 경우에는 정 해진 길이라는것이 없어서 지나가다 사람들을 마주치는것도 어려운편에 속한다. 일 단 도시와 도시간의 최단거리라는 것이 있지만, 야영지를 거쳐가기 위해서는 길이 여러모로 엇갈리기 때문에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어려운 지역중에 속한다. 이런곳엔 토속민족이라든지 하는 족이 살고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여기에는 없다고 한 다. 그러고 보니 여긴 정말로 완벽하게 버려진 땅이로군. 그리고 이렇게 황량하고 약간은 위험한 이런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을 이틀에 걸 쳐 세번이상 만났다면, 그리고 그것이 전부 그들이 앞서갔다가 우리가 따라잡아 만 나는 만남이었다면, 그들과 우리사이엔 뭔가 알 수 없는 강한 운명의 끈이 있지 않 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자한씨. 오랜만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어쨌든 또 만났네요" "한나절이 가기전에 다시 보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하" 자한은 나의 말에 맞장구 쳐주면서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웬지 허탈함이 가득 담겨있는 그런 웃음이었기에 나는 고개를 약간 갸웃했다. 무슨 큰 일이라도 난것인 지 약간은 어둡고도, 허망해 하는 얼굴. 흐음…… 설마 마리를리나가 그 사이에 없 어졌다는 그런 황당하고도 어이없는 이야기는 아닐텐데? 나의 의문을 해결해준 것은 웬드렌의 말 아니, 외침과도 같은 목소리였다. "다! 다! 다다다다다리가!" 에? 나는 그의 말에 잠시 얼굴을 돌려서 웬드렌의 다리를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이 상이 없었다. 뭐야, 다리는 멀쩡하잖아? 나는 무슨일이냐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 보았지만 그의 시선은 다른곳에 가있었다. 조금 앞, 그러니까 협곡이 있는 쪽. 나 는 그의 시선을 따라 눌길을 그쪽으로 옮겼고, 나의 눈이 닿음과 동시에 드로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리가 없어졌다!" ……그렇군. 다리가 없어진것이군. 나는 잠시 무언가 건축물이 있었으리라고 추측 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약간의 구조물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뭐. 다리가 없어진거 가지고 뭘 그러실까……아? 자, 잠깐! 다리가 없어져?! "뭐, 뭐야!" 나는 상황을 이해하는데에 잠시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지금의 상황을 간신히 이 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노예사냥꾼들을 추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다리를 건 너서 계속 달려야 한다. 그렇다면 다리가 없어졌다는 것은……? "추, 추적이 불가능?" 미리안은 숨이 막힐듯한 목소리를 내었다. 지금으로서는 이제 '평범한' 방법으로 는 추적이 불가능한 것이다! 젠장! 누가! 어떻게! 왜! 드래곤이 아니고서야 부술수 가 없다는 저 다리를! 우리들이 망연자실 해 하고 있는 표정을 보고서 자한은 그것 에 십분 동감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보시다 시피 저희들 역시 저 다리를 건너고자 했지만, 저래가지고선 우리가 타고 있는 것이 페가서스가 아닌 다음에야 불가능 할겁니다. 아무래도 좌우 길이가 220 야드 가까이 되는 저 대 협곡을 그냥 건너는건 무리일듯 싶군요" "하아… 그렇군요. 그럼 이제 어떻하실건가요?" "이 근처에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없나 좌우로 정찰대를 보냈습니다. 조만간 연 락이 오겠죠" 자한은 거의 체념한듯이 두손을 벌리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서 그는 무너진 다리의 흔적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 거대한 건축물을 언제, 어떻게 부숴뜨렸을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부서진 자 국으로 보아서는 약 하루내지, 이틀정도 전에 부숴뜨린것 같군요. 대체 무슨 목적 인지…"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폭은 약 15~20야드 정도에 길이는 아까 말했 다 시피 220야드. 전체 평면 넓이는 4400 제곱 야드. 그리고 석조로 되어있는 아치 형의 다리는 버팀목과 와이어로 튼튼하게 고정되어있다고 한다. 약 150년전에 편찬 된 레리첸트 지역 안내서에 보면 공사기간만 거의 80년이 걸렸으며, 드워프의 설계 와 시공감독하에 만들어진 다리는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채 그냥 '협곡의 다리' 라 든지 '뮤길 브릿지'등의 상투적인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었다고 하였고, 그것은 지 금에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지금은 그저 '다리'라고만 불리우는 그 구조물은 이제 약간의 흔적만을 남긴채 협곡 밑바닥으로 사라져 버렸다. "후우, 이걸 부순놈이나, 놈들은 어떻게 되어먹은 녀석들인지 전혀 알 수 없군요. 어째서 이 다리를 부숴야 했을까요?" 자한은 탄식하듯 말했다. 그리고 나역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누 가 어떤목적으로 부쉈는지 범인을 밝히기 전에 그 이유부터 알아내고 싶다. 자한은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일 덕분에 수도로 가는 일이 일주일정도 더뎌질지도 모르겠군요. 쳇, 누가 그 랬는지 저 남아있는 구조물 들에게 물어 볼수도 없는 노릇이고……" "구조물에게 물어봐요?" 나는 그의 말에 뭔가 번쩍 하고 정신이 드는 것같았다. 구조물들에게 물어본다는 말은 자한에게 있어선 그저 농담을 섞은 탄식에 지나지 않지만, 나에겐 그것이 훌 륭한 실마리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무생물이고 영혼도 없는 저 부서진 다리의 일 부분은 단순한 구조물에 지나지 않지만, 저것엔 아마 남아있을 것이다. 다리가 부서질 당시의 '잔류사념(殘留邪念)'이. 잔류사념이라고 하면 어떠한 물체가 어떠한 일을 당했을경우, 또는 했을 경우, 사 용자나 또는 그 근처의 사람들이 퍼뜨리는 정신적인 파동이 그때 당시의 상황이 되 어 물체에 아주 단편적으로나마 남게 되는 것을 말 하는데, 이것이 강해지면 강해 질 수록 그 물건에는 귀신이 든다고 하기도 한다. 자신의 존재를 이루고 있던 다리 의 몸통이 끊어진것은 다리의 잔해에게 있어서 매우 강력한 잔류사념을 남겼을것은 자명한 사실! 나는 그 잔류사념을 읽으려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즉시 마차에서 뛰어내려서는 이제는 한정판 기념석으로나 가치가 있을법한 다리의 잔해로 곧장 뛰어갔다. 물론,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RPG의 사람들이 있었지 만, 나는 그들을 그냥 무시하였고, 그와 동시에 나에게 인사를 하며 뭐라고 말하려 는 마리를리나역시 그대로 무시하며 지나치고는 곧장 곧 넘어질듯 위태위태한 돌기 둥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리고는 주위의 수근거림에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다. "트레이싱 마인드Tracing Mind!" 기억을 추적해 내려가는 마법인 트레이싱 마인드를 사용한 나는 곧, 나의 시야와 공간적인 감각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 정보들 중, 가 장 최근에, 그리고 가장 크게 남아있는 기억(이라고 하니 조금 이상하군)을 읽어내 리기 시작했다. -42- 003.27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이 마법은 처음 배울 때 빼고는 써본일이 없는 마법중에 하나로, 써본지 200년 이 넘어가는 오래된(?) 마법이지. 뭐, 그렇다고 해서 못 쓰는건 아니지. 무생물에게만 통용되는 이 마법은, 그 물건에게 있어서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가장 강렬한 일을 단편적인 영상으로 몇컷씩 보여주는 마법인데, 이 다리의 경우에는 그 스스로가 붕 괴된 사건만큼 큰 사건이 없을테니 딱 적격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서, 나는 매우 짧은, 거의 사진이라고 보아도 무방한 단편적 인 영상 몇개를 볼 수 있었다. 첫번째는 어떤 사람들이 마차와 말, 그리고 도보라는 상호 불균형적이고도 불합리 성을 지닌 여행수단으로 다리에 다가왔고, 다리 앞에서 캠프를 차리고는 쉬는 모습 이었다. 나는 여기서 이들이 매우 낯익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는데, 아니다 다를까 ! 그들이 타고온(정확하게는 가져온) 마차에는 납치당했던 엘프들이 타고 있는 것 이었다! 노예사냥꾼들이군. 아마 저 마차속에는 웬드렌의 딸이자 드로바의 약혼녀 인 아이라가 타고있을 터였지만, 너무나도 짧은 영상에 엘프들 사이에 가려져 있는 건지, 아님 숨어있는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두번째는 이들이 캠프에서 식사를 하는 도중 누군가가 다가오는 장면이었고, 노예 사냥꾼들이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었다. 뭔가 중요하고 않좋은 이야기 같 았는지 노예사냥꾼들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나중에 온 사람의 손에는 편지 같 기도 한 종이가 쥐어져 있는것으로 보아서는 안 좋은 정보라도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는 작은 가방을 그들에게 건네주었는데,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다. 세번째는, 아주 걸작이었다. 캠프를 거둔것으로 보이는 그들이 엘프들이 실린 마 차를 끌고는 다리를 건넜고, 그들이 다리를 건너가서는 곧 칼로 다리에 고정되어있 는 쇠사슬을 내려치는 장명이었다. 웃기지도 않군. 아무리 오랜세월을 비바람에 시 달려와서 조금 약해질것같은 쇠사슬이다 하더라도 인간이 휘두르는 철제 칼에 끊어 질 물건이 아닐뿐더러, 달랑 쇠사슬 한줄기 끊었다고 해서 다리가 무너질리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 다리가 무른 나무와 밧줄로 되어있는 그런 불안한 구조라면 또 모 르지. 네번째 장면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안돼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아 까 편지를 가져온 사람이 건네준 베낭에서 무언가를 뒤져 꺼내었고, 난 그것을 보 고는 거의 기절한 뻔 했다. 갈색의 길쭉한 원통형 몸체에 검은색의 줄이 짧게 삐죽 나와있는 저 물건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설마설마 했는데, 그들이 그것을 다리 중앙에 설치하는 모습이 나타났고, 곧이어 콰강! 하고 다리가 부서져 버렸다. 하, 하하… 하하하. 서,설마 아니겠지? 그렇지? "다, 다이너마이트Dynamite?" 저 모습! 그리고 그 폭발력! 그리고 다리를 부술 정도의 파괴력! 저것은 분명, 내 가 지구에서 실물을 딱 한번 본적이 있는 다이너마이트였다!(영화에선 많이 봤지만 그것은 소품일 뿐이지. 간혹, 진짜를 쓰기도 하지만) 그리고 영상은 여기세어 끝났 고, 나는 정신집중을 풀며 한숨을 내쉬었다. "젠망,. 세상에 맙소사. 다이너마이트라니…" "다이너… 뭐요?" 나는 무심결에 목소리를 내버렸고, 그 목소리를 들은 뷔켄이 나에게 물어왔다. 여 기 사람들이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을 알지는 못할것이고, 폭약이란 개념도 약간의 희박한 편이라서 설명해도 알아들을시자 미지수군. 아니, 그래도 이쪽은 군사관련 의 사람들 쪽이니까 어쩌면 알지도 모르지. 하지만 다이너마이트라는 이름을 알고 있진 않은거 같았기에 그들이 제일 관심사로 두고 있는 '어떻게 다리를 무너뜨렸냐 '라는 의문만을 풀어주고자 했다. "폭파시켰군요. 다리를 폭파시켰습니다. 생전 처음보는 폭약이군요" 뷔켄은 내가 씹어먹을듯이 내뱉은 말에(일부러 관신을 유발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 한 것이다) 그는 관심의 주제를 다른쪽으로 금세 돌려버렸다. 그는 폭약이라는 말 에 정색하며 말했다. "폭약이요? 아니, 어떤 집단이길래 폭약까지 쓴단 말입니까?" 어떤 집단이냐구? 노예사냥꾼들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체를 파악할 수 없군요" 나는 가볍게 거짓말을 했다. 이들에게 그들이 노예사냥꾼이라는 것을 알린다면 도 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럴려면 같이 다녀야 하고 또 얼굴 맞대면서 이 야기도 해야 하는데, 그거 의외로 귀찮은 일이거든. 도움을 받는 일은 편하기는 하 지만, 아무리 손이 모자른다 하더라도 귀찮은 것은 딱 질색이지. 거기에 그들이 어 떻게 노예사냥꾼인지 알았냐고 묻는다면 변명거리가 꽤가 궁색하기 때문에 그냥 그 들의 정체는 '알 수 없는 괴집단'정도로 해두는것이 좋지. 그들은 내가 잘 모르겠다고 하자 그럴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들의 정체 마저 밝혀냈으면 아마 내가 의심을 받을지도 모르는 노릇이군. "그나저나 폭약이라니… 그들은 대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이런 걸까요? 혹시 극 우주의파(極右主義派)?" "…제가 극우파라면 이런짓은 안했을겁니다만?" "그, 그렇군요. 하지만 만약 그들의 목적이 저희를 막는 것이라면, 어쩌면 극우주 의파일지도 모릅니다" 에? 그것은 무슨소리? 나는 뷔켄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RPG의 행보를 막는 것이라면 그것은 극우주의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죠?" "아, 네. 그것은…" "뷔켄!" 뷔켄이 마악 뭔가를 말하려던때에, 그의 말을 자르고 들어온 사람은 마리를리나였 다. 그녀는 약간 화가난듯한 표정으로 뷔켄을 보며 말했다. "조심하세요! 해선 안될말이 있고, 해도 될 말이 있어요!" "죄, 죄송합니다!" 뷔켄은 황급하게 사과했다. 흐음… 마리를리나가 저렇게 말 할 정도라면, 아마 그 녀 자신과 관계가 있던지, 아니면 외부인에게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되는 내용일 텐 데….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에 감정이 실린것으로 보아서는 후자일 가능성이 조금 높아보인다. 대충 예상을 해보자면, 마리를리나의 아버지이자 현 레리첸트의 공작인 산다스 빈 로즈마리공(公)은 마리를리나를 이용한 모종의 일(정략결혼 내지는 정략약혼정도?) 을 계획중이고, 그것이 극우파의 눈에는 별로 좋지 않게 띄인 것이다. 그래서 극우 파는 그녀의 발걸음을 잡아끌기 위해 모종의 집단을 끌어들인 것이다… 라고 뷔켄 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산다스 공작은 자신의 딸을 이용하여 모종의 계획을 꾸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극우파들에게는 않 좋은 일이라는 것이지. 헤에, 정치 음모인가? "저, 죄송합니다 더이상은…" "아, 괜찮아요. 저한테는 너무 무거운 정보일것 같군요. 그럼" 나는 약간 미안해하는 뷔켄에게 인사하고는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나의 인사말에 얼굴을 굳히는 뷔켄을 보고, 조금 생각을 해보니 아마도 그는 자신들의 일에 나를 끌어들일 생각이었나 보다. 여러가지 정령을 자유자재로 부리는 정령사가 그렇게 흔한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걸까? 그는 알려져선 안될 정보(극우파에게 위협이 된 다면 그것은 중요정보에 속한다)까지 누설하려 하면서 나를 끌어들이려는 것이었으 며, 그것을 마리를리나가 막아준, 그런 형국이 된 것이지. 아마도 내가 후일 모른 체 하면 그는 이걸을 빌미로 삼아서 '그런 말까지 들어놓으셨으니, 일이 끝날때 까 지는 보내드릴수 없습니다' 하면서 다른 RPG단원들과 같이 나에게 칼을 들이 댈 것 이란 말이야.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을 입증해주는 대화가 뒤에서 들려왔다. "뷔켄! 무슨짓을 하려던 거야!" "아가씨, 그는 뛰어난 정령사입니다. 저 정도 실력을 가진이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구요" "그렇다고 해서 '그 일'에 저사람까지 끼워넣으려는 거야?!" "하지만…" "하(下)지만이고 저(低)지만이고 상(上)지만이고, 대체 언제부터 RPG가 다른사람 의 손을 그렇게 필요로 했지?" "……" "무슨말인지 알아 듣겠어?" "알겠습니다…" 뷔켄은 그녀의 말에 침묵했고, 마리를리나가 몸을 돌려서 다른쪽으로 걸어가는 발 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데 '그 일'이라는 것이 뭐지? 아무려면 어때. '그 일' 이 무언이든 간에 나는 귀한정보를 알려줘도 눈하나 까딱도 안하고 그냥 쌩까고 넘 어갈 수 있지. 저들은 내가 가고나자 저런 대화를 했고, 아마도 보통사람들 귀에는 들리지 않았겠지만… 친구들, 드래곤은 귀가 밝다네. 나는 일행이 있는 쪽으로 돌아와서는 미리안과 잡담을 나누는(뭐하는 짓이지?) 자 한을 돌려보내고는(그러데 어째서 미리안에게 윙크를 보내는거지?) 다리의 남은 구 조물에서 읽어낸 기억들을 그대로 일행들에게 말해주었다. "그, 그런!" 미리안은 그들이 그랬다는 말에 얼굴이 새하얘지고는 침음성을 흘렸다. 아마도 그 녀는 길이 끊긴이상, 그들을 제속도로 추격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하 긴 지금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그들과 우리의 거리는 벌어지고 있을 터였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저 유서깊은 다리를 부순단 말인가!" 웬드렌은 아이라의 동태보다는 귀중한 연결로인 저 다리를 부순 그들에 대해 매우 분개하는 모습이었다. 허, 별일이군. 나는 아이라를 잡아간 녀석들에 대한 분노를 터뜨릴줄 알았는데?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다리가 끊긴 이상 협곡건너로 가려면 적어도 일 주일은 돌아서 가야 합니다" 드로바는 지도를 펴들고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사람들 의외로 이성적이군? 하지만 아마도 그들은 아이라를 걱정하기에 앞서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걱정은 아무리 해봤자 소용이 없으니 일단은 현실적 인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런 태도 치고는 너무 이성적이라서 보 고있는 쪽이 약간 부담스럽군. "어쩔텐가? 우리에겐 시간이 없네. 이러는 사이에 지도를 따라서 돌아가를 방법을 택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웬드렌은 나를 돌아보면서 그렇게 물어왔다. 확실히 더이상의 좋은방법이 없다 싶 을 정도로 최선의 방법이기는 하다. 여기서 내가 드래곤의 마법력을 끌어올려서 다 리를 복구시킨다면 매우 간단하고도 좋은 일이지만, 이후 이 사람들의 시선을 어떻 게 받아들일 것인가? '좋은 실력을 가진 정령사'와 '천지를 뒤흔들 힘을 가진 마법사'의 대우는 완전히 틀리다구. 전자의 경우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실수를 할것이며, 고전하는 면도 조금 보여주기에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고 한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어떠한 경우에서든지 자신의 힘과 지혜로 뚫고 나가고, 실수란 없 으며 '완벽한 인간'이 무엇인지 그 모토를 보여주는것 같은, 말하자면 인간적인 면 모가 없는 초월자(超越者)의 모습이기도 하다.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전자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접근하기도 쉽고, 대하기도 쉽 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경외심을 뛰어넘은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 과의 인간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자명한 일. 그런데 내가 만약 여기서 전자가 아닌 후자의 면모를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나를 감탄과 경외의 시선을 보내기 전에 일단 먼저 두려워하고 위심하는 시선을 보내올 것이란 말이지. 인간들 사이에 나의 여론 이 어떻게 퍼지는 것은 별로 관심없지만, 그래도 뒤통수가 간지럽다거나 귀가 가려 운 그런 일들은 사양하고 싶어지는게 내 본심이다. -43- 003.28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하지만 7분이면 건너갈 수 있는 저 거리를 7일이나 걸려야 한다면, 그것을 막심하 고도 극심한 손해이자 시간낭비. 그렇다면 결론은 내가 '뛰어난 정령사'의 능력으 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저기, 라이니시스님" "어, 왜?" "그사람들, 대체 무슨 목적으로 다리를 부순 걸까요?" "에?" 나는 미리안이 갑자기 던진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 어이어이, 상황이랑 맞는 말을 좀 해달라구. 하지만 궁금한 것은 사실이지. 그 노예사냥꾼들이 과연 무슨 목적으 로 다리를 부순것인지는 우리들과 저기 RPG사람들의 공통적인 의문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공통적인 의문이라는 점을 떠나서, 내가 그것이 무진장 궁금해 한다는 것이 지. 하지만 약간 시간이 지체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에라 모르겠다. "그럼, 그걸 좀 알아보기로 할까?" "예? 어떻게요?" 나는 언어로 물어오는 미리안과 시선으로 물어오는 웬드렌과 드로바를 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잠깐 보고 있으라구. 나는 마차에서 내려서 마차주위와 이 근처의 땅을 살펴보았다. 노예사냥꾼들이 지 나간것은 이틀전이니까 지금이라도 자국은 남아있을 것이었다. 무슨자국이냐구? 그 녀석들이 야영을 했을때 지핀 모닥불의 자국이지. 그곳에서 그들이 야영을 했으며, 그일이 이틀밖에 안지났으면, 그들이 했던 말과 행동을 부리 눈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지. 아, 그렇게 되면 저기 RPG사람들 눈에도 보일텐데? "그건 일단 나중일이고. 아, 여기다" 나는 우리 일행의 차마와 RPG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의 중간지점에서 제일 최근에 모닥불을 피운 흔적을 발견했다. 후, 이래뵈도 폴리모프하고서 몇년동안을 비록 가 상이었다고 하지만 밀림속에서 서바이벌Survival 하면서 살아온 나한테 이런 기초 적인 추적술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구. 나는 아직도 검게 탄 자국이 남아있는 그곳 의 흙을 한줌 집어올려서 서서히 뿌리며 마법을 사용했다. "대지의 기억![그라운즈 메모리Ground's Memory]" 촤아아아악…. 시동어를 외치자 흙이 땅바닥에 뿌려지면서 그 땅 근처가 약간 일렁거리는 듯 하 더니, 흙의 회오리바람이 스르륵 일어나면서 어떠한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지의 기억. 이 마법은 땅 위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났을 경우, 시간이 지나더라 도 그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여 볼 수 있는 모래폭풍을 만들어 주는 마법이다. 시전 자의 능력에 따라서 사건이 일어난후, 그 일이 오래 지나더라도 재현해 보일 수 있 게 되는 마법이다. 시전자와 그 근방에 있는 사람들은 모래가 보여주는 영상을 3차 원적인 시각으로 다야안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소리마저도 재현 해내기 때문 에 어떠한 대화를 하였는지도 알 수 있는 마법이다.- 내가 원한 시간대인 이틀전에 이 불에 탄 흔적을 만든 모닥불을 피워올릴 때, 무 슨일이 있었는지, 땅이 말해주기 시작했다. 두드드드! 먼저 말발굽 소리가 정말로 리얼하게 들려왔다. 도플러 효과-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 파원(波源:소리의 근원)에 대하여 상대속도를 가진 관측자에게 파동의 주 파수가 파원에서 나온 수치와는 다르게 관측되는 현상. 소리의 전도현상. 1842년 C .J.도플러가 음향현상에 대하여 발견하였다. 예를 들면, 기차가 서로 다가올 때 상 대 기차의 기적소리는 크게 들리고, 서로 멀어질 때의 기차의 기적소리는 낮게 들 리는 것은 도플러효과에 의한 것이다-까지도 완벽하게 재현해 주는 것을 보면 이거 마법수준이 꽤나 높은데? 그리고 내 오른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뭔가 오는데?"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반투명하게 생긴 한 남자-확실히, 혼가 라고 했던가-가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바라보며 말했고, 그의 말에 다른남자-켄이라고 했었지?-가 말했다. "어, 그래? 저거 혹시 마일드아냐?" "마일드?" "응. 매쉬암MashArm의 전령이잖아" "아아, 확실히" 그 두명은 다리의 반대편에서 말을타고 뛰어오는 사람을 보며 여유있는 대화를 나 누었다. 나는 그사이 내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환영이지만 리얼하게 타오르고 있 는 모닥불속에 서있었고, 나의 뒤로는 혼가와 켄을 등진채 자기들끼리 식사하고 있 는 노예사냥꾼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그둘의 대화에는 일절 신경쓰지 않고서 식사를 계속하고 있었으며, 그 모습에선 사뭇, 여유로움마저도 느낄 수 있었다. 그 것은 아마도 강한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특유의 여유로움 같았다. 엘 타칸리스의 산맥에 겁도 없이 들어가서 엘프들을 납치해왔으니, 자신들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 져도 좋을것이며, 실제로도 자부심을 가질만한 실력이겠지. "어, 뭐, 뭐야!" "유, 유유유령?!" "헛소리 좀 하지마! 대낮이잖아! 저기 저사람이 마법을 사용한 거라구!" "마법이야? 신기하네?" 왼쪽 멀리서 갑작스럼 이 현상에 놀라하는 RPG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번 째는 누구야? 조금 심하잖아? 대낮에 모닥불피고 앉아있는 유령들이 어디있다고 그 래? 어쨌든 그러는 사이 말을 탄 사람이 혼가와 켄에게 다가왔고, 제일 먼저 말을 세우고 숨을 두어번 고른 뒤, 입을 열었다. "디스페어 나잇Deapair Night의 분들이시죠? 저는 매쉬암에서 나온 마일드라고 하 며, 여러분들께 급한 용건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디스페어 나잇? 절망의 밤? 허허, 이름은 꽤나 잘 지었군. 확실히 가족이나 친구 들을 납치당한 사람들은 정말의 밤을 보내야 하는것은 맞을거야. "무슨 일이시죠?" 혼가는 말을 타고 있기 때문에 마일드를 올려서 보다 잠시 목시 뻐근한 듯 뒷목을 주무르며 말했고, 마일드는 품속에서 둥글게 말려져 인장이 찍힌 두루마리 종이를 꺼내서 그들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걸 보시면 아실테지만, 여러분들을 추적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마도 여러 분들이 납치한 엘프들이 보내온 추적자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자세한 것은 서신에 쓰여있으니 참조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이것은 저희 매쉬암이 드리는 작은 선물 입니다. 요긴하게 사용하세요. 그럼 저는 여기서…" 마일드는 그들에게 작은 베낭-다이너마이트가 들었으리라 확신하는-을 건네었고, 혼가와 켄은 자신들의 동료가 있는 쪽으로 가서 말했다. "어이, 일이 꼬였어. 추적자가 생긴 모양이야" "추적자?" "정말이야?" "아아, 매쉬암의 사람들이 전령을 보내왔어. 편지까지 써 주더군" 혼가는 흐릿흐릿해서 잘은 모르지만 여하튼 어떠한 인장이 찍힌 밀랍으로 봉인되 어있는 편지를 보여주었고, 그리고 봉인을 뜯고는 편지를 소리내어 읽기 시작했다. "매쉬암의 절친한 친우이자 유쾌한 직업을 가진 디스페어 나잇의 동지들에게. 최 근 그대들이 신고한 일의 규모와 그 성향은 우리들로 하여금 매우 기분좋은 미소 를짓게 만드는, 그야말로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었소. 그리고 우리들은 당신들의 연락을 받은 직후, 줄곧 당신들의 일이 성공적이기를 간절이 염원하고 있었지만, 하늘은 당신들의 성공을 매우 시기하나보오. 아아, 이 소식이 그대들에게는 매우 암울한 소식일지도 모르는 일이겠으나, 우리는 그대들이 이 어려움을 훌륭히 헤쳐 나갈 수 있을뿐더러,그대들에게 닥친 나쁜일들에게 절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에 우리는 사실을 미화하지 않고서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바이오" "그거, 누가 쓴거야? 매쉬암에도 저런 문장가가 있었군" "듣고 있자니 우리가 무슨 좋은일 하는 사람들 같잖아? 크하하핫!" 켄은 그렇게 말하고는 크게 웃엇고, 다른이들도 그의 말에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 다. 확실히 저 문장은 꽤나 듣는 사람을 치켜세우는 말임에 틀림이 없는 문장이다. "으흠, 계속읽는다. 단도직입적이고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그대들에게 추적자가 붙은 모양이오. 그 추적자는 모리엔에서 그대들의 추가잔업의 산실인 아이라라는 여성의 아버지를 만나고 그를 꼬드겨서 현재 당신들을 추적중에 있다 하오. 이 전 령이 전속력으로 달리고 달려서 그대들의 유쾌한 사업을 방해하는 악독한 무리들 을 앞지를 수 있으리라 나는 충분히 믿소만, 그래도 그대들과 그 파렴치한들의 거 리가 좁혀져 선량한 사업자인 그대들에게 피해가 가기전에 미리 알려주고 싶은 것 이오. 처음 모리엔에 나타난 인원은 단 두명이나, 이들은 그대들이 정당하고 희생 을 치루며 데려온 엘프들의 사주를 받은 사람이오. 만만한 상대가 아닐것임을 충 분히 짐작할줄로 아는 바이오. 그는 붉은 머리에 붉은 로브를 걸친 젋은 남자로, 나이는 약 50~80정도의 전성기를 달리는 남자요. 아마도 우리의 막연한 추측으로 는 뛰어난 추적기술과 뛰어난 전투능력을 가진 레인저가 아닐까 사료되지만, 그것 은 모를일이오. 아무튼 그 정체불명의 남자에 대해 조심하라는 말을 일러주고 싶 소. 그리고 그와 같이 나온 엘프는 그의 검술 제자라고 하오. 엘프들의 검술은 부 드럽고도 강력하다고 정평이 나있는데, 그런 엘프에게 검을 가르친다면, 과연 그 가 얼마나 강한지는 나름대로 짐작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엘프를 조심해야 할 것이오. 그녀의 능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겟으나, 마법이나 정령술에 조예가 있을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이렇게 경고를 띄워주는 것이오. 부디 당신 들의 일이 유쾌함으로 끝맺을 수 잇도록 도움이 되었으면 하오. 그리고 동봉한 베 낭에는 그 추적자들을 얼마정도 따돌릴 수 있을 만한 물건이 들어있으니 아무쪼록 요긴하게 사용해주시면 감사하겠소. 그럼 이만 줄이오. 매쉬암에서" 멋지군. 노예사냥도 미화시키면 되긴 되는군. 혼가가 편지를 다 읽자 사냥꾼들은 잠시웃다가 이내 않좋은 표정을 띄웠다. 그들은 이동속도가 조금 느린편이다. 무엇 보다도 마차와 말에 도보가 섞이면, 그 기준속도는 아무래도 도보에 맞춰지게 되기 마련이니까. 그들은 약간은 어두운 표정으로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어이, 어떻하지? 레인저라면, 금새 우리를 따라잡을텐데?" "거기에 엘프래. 아아… 이거 않좋군 않좋아" "어떻하지? 인단 갈 수 있는데 까지는 가볼까?" "멍청하긴! 그랬다가 언제 걸릴지 누가알아? 엘프에게 검술을 가르칠 수준이면 우 리 여럿 하고도 대등하게 싸울수 있단 말이야" "일단은 가면서 생각하자. 이러는 동안에도 추적자는 우릴 쫓아오고 있어" 그들은 서로 서로 토의를 하고는 금새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추적자 를 걱정하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라 그들의 주력상품(?)인 엘프들 때문이리라. 추적 자가 붙어서, 그것을 해치우는것은 별로 어렵지 않지만, 그 추적자가 다른 이들을 동원해서 엘프들과 자신들을 동시에 노린다면 그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의 혼을 걸고 서라도 추적자로부터 엘프들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귀찮은 일이 생기는 추적자의 존재 자체가 꺼림직한 것이다. 물론, 추적자가 붙는다는것을 예상하고 있었을 테지만, 예상이 현실로 도래하면 그것만큼 싫은일도 없기 마련이 지. 그들은 곧 자리를 정리하고는 모닥불을 껐다. 그리고는 다리가 있는 쪽으로 이동 을 시작했고, 우리의 눈에는 그들은 허공을 밟고서 협곡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그 리고는 그곳에서 다리를 지탱하는 쇠사슬에 칼을 몇번 휘드르는 코메디를 연출하고 는 결국엔 베낭을 열고, 한사람이 협곡의 중간으로 와서는 갈색의 둥근 원통형을 한 폭탄-여기선 뭐라 부르는지 모르지만 그냥 다이너마이트라고 부르자-을 설치하 고 다리 건너편으로 갔다. 그리고는 폭파시켰다. -44- 003.29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약 30여분에 걸친 일이었다. 다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매우 아쉽기는 했지만 그들이 어째서 다리를 무너뜨렸는지는 확실하게 알아버렸다. 나와 미리안, 그리고 모리엔에서 같이 나온 두명 때문이다. 단지 4명의 추적자들 때문에 이들은 다리를 무너뜨린 것이었다. "이, 이거 뭐였습니까? 마법입니까?" 영상이 모두 끝나자 자한이 나에게 다가오며 물어보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는 말했다. "정령을 이용한 것이죠. 땅의 정령을 이용해 땅의 기억을 되살려 본겁니다" "네? 아아… 정령이었군요…" 나는 내가 쓴 대지의 기억을 마법이라 하지 않고, 정령을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는 데, 이런 거짓말을 한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정령술과 마법을 둘다 익힌 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마력과 정령력은 같은 자연력에 기반을 두고있긴 하지만, 그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는 그것을 전부 한몸에 담을 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다. 간혹, 매우 드문 환율로 그런 사람들 이 태어나긴 하지만(역사상 전례를 들어보면 1065년 꼴로 한명 있었다) 그것은 거 의 예외로 쳐도 아무런 상관이 없고, 정령술을 쓰면서 마법을 쓴다는 것은, 그 능 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것을 말한다. 마법을 캐스팅할때 생기는 시전적인 딜레 이에서의 무력함을 정령이 커버해주고, 여차하면 주문없이 그냥 정령으로 공격을 해버리는 수도 있으며, 마법에 정령이 조합되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 하기 때문이다. 굳이 조합을 시키지 않도 마법과 정령의 힘을 충돌시키기만 하더라 도 그 반발력이 엄청난 힘을 가져온다. 그래서 마법사와 정령술사가 같이 다니면 그 두사람을 가히 무적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마법의 마나에 대해선 일전에 설명을 했을 터였다. 둘다 똑같이 자연력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마나와 정령력은 그 성향이 다르다. 마나의 경우엔 자연력의 대표적 인 형태, 자연력을 물이라는 개념으로 축소해 생각했을경우, 마나는 바다요 기는 술이라고 표현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정령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이 나온다 . 정령은 일전 정령들과의 만남때도 설명을 했겠지만 정령은 자연력의 응집체로서, 각자의 의지가 있는 것들이다. 거기에 자연력을 상징하는 원소의 형태로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존재가 정령이라 할 수 있겠다. 자연력이 물이라면 정령은 물 을 이루는 원소인 산소와 수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물을 사용 하는 것이나 물의 원소를 사용하는 것이나 비슷하지 않느냐? 라는 말을 할 수도 있 겠지만, 그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다. 자연력이라는 거대한 개념을 축소해 생각했을 때는 그런 말이 나오겠지만, 다시 원래대로의 관점으로 돌아가 본다면 마나와 정령 의 차이를 설명 할 수 있다. 그 둘의 차이를 말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둘의 구동원 리 부터 설명해야 하겠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연을 떠도는 마나들의 존재를 감지하고, 그것들 을 제어할 수식과 언어, 그리고 촉매제를 통해 마나의 흐름에 마나들끼리의 충돌을 유발시켜서 일정한 현상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시전자의 강력한 정 신력과 그것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이론적인 지식들, 그리고 이 모든것을 하나로 조합시켜 마법이란 것을 발현해내는 약간의 재능이 필요하다. 결국, 마법이란 것은 철저한 이론과 실습을 반복으로 얻어지는 일종의 '주입식 반복학습'의 결정체인 것 이다. 정령술은 이론이 필요 없다고 일컬어지는 것으로, 마법은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 다 보면 작은 마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반해서, 정령술은 그야말로 선천적 으로 타고나야 하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자연과 친숙한 자연친화력을 가지고 있어 야만 사용 할 수 있는 것으로 마법이 이론으로 다져진 반복학습이라면 정령술은 일 종의 '조련술'과도 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일 많이 다루게 되는 하급정령은 자 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자신과 술사와의 감응이 잘 되면 될수록 더 큰 힘을 발 휘하든가, 아니면 더 높은 단계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이다. 동물을 조련할때 필요한것은 이론이 아닌 동물들과의 친화력과 그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재빨리 느낄 수 있는 '감'이 중요하다. 이렇듯, 구동원리에서 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 두 기술을 같이 쓰는 것은 매 우 어려운 일이지만, 엘프들은 그것이 가능하다. 그들은 자연의 자식들이기 때문에 자연력에 관련된 힘을 전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자연친화력을 타고 났으며, 정령들은 엘프들의 친구이기 때문에 엘프들이 정령을 다루는 것은 나무들 이 광합성을 하는것처럼 매우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마법이라는 것이 들어가더라 도 별일 없는 것이지. 하지만 인간은 그것이 안된다. 이것은 마치 '할거면 하나만 해!'라고 신이 정해준 모양인지, 정령술을 사용하는 사람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정령술 하나 에만 신경쓰기가 바쁜데, 어디 마법까지 배울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 다. 마법사가 학자라고 한다면 정령사는 예술가지. 이른바 흔히 말하는 IQ와 EQ의 차 이라고나 할까? 지능과 지혜의 영역은 공유하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여하튼, 나는 내가 큰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정령술을 썼다고 둘러 대었고, 자한은 그것을 믿은 모양이었다. 사실 정령술에는 이런 기술따윈 없지만, 그가 살아오면서 정령술은 본적은 아마도 거의 없을것이라 확신한다. RPG에 정령사 가 있을리는 만무하기 때문에 나는 아주 여유있게 저들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이 지. "이보게, 라이니시스군. 그러니까 결국 우리들 때문에 저들이 다리를 폭파시킨건 가?" "그렇게 되는군요. 매쉬암이라는 조직이 있는가 본데, 그들과 연계가 되어있어서 모리엔에서 저와 미리안이 그쪽과 접촉하고 동행한것을 파악하고 있었어요. 이런 건 예상못햇는데…" "허허, 그녀석들이 우리 얼굴에 아주 금칠을 해주는군. 이렇게 되면, 그녀석들 예 상대로 되어버린 것이잖는가? 우린 여기서 발이 묶이고 말았으니 말이야" "아, 네. 그렇군요. 하지만 아주아주 괘씸하군요. 단지 우리를 막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그것도 불공정한 이익을 위해서 이런짓을 하다니. 왠만하면 조 용히 지나가려고 했지만, 이번엔 안되겠군요. 무리를 해서라도 협곡을 건너야 겠 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협곡을 바라보았다. 매우 괘씸하다. 괘씸하기 그지없다. 단 순히 추적자를 따돌릴 목적으로 유서깊고, 매우 중요한 교통로인 다리를 폭파시킨 그들의 작태하며, 그리고 감히 이 레드 드래곤인 라이니시스를 떼어보려는 얄팍한 수작이 매우매우 괘씸하다. 다리를 부순 목적이 우리가 아니었고, 조금 더 거창한 목적이 있었다면, -웬드렌이 화내겠지만-그냥 돌아서 가는 방버을 택했을 것이지만 고작 4명으로 이루어진 추적자를 막겠다고 이 중요하고도 유서깊은 다리를 부수다 니, 이것은 거의 용서가 안돼는 것이지. 너희들, 상대를 잘못만났어! "드라이어드!" 나는 숲의 정령인 드라이어드를 불렀다. 그러자 나의 앞에서 녹색의 기운이 뭉치 더니 예쁘게 웃고 있는 드라이어드가 나타났고, 나는 드라이어드에게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오랜만에 불러주셨네요. 그동안 별일 없으셨죠?" 그동안 별일 없으셨죠…? 크핫, 꽤나 말하는게 귀엽군. 나는 손가락으로 드라이어 드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고, 드라이어드는 미소를 띄우면서 기뻐했다. 나 는 말했다. "오랜만에 불렀지만 조금 무리를 해줘야겠다. 일단 먼저 사과하지. 미안" "무리요? 무슨 일인데요? 사과하시지 말고 먼저 말씀해주세요" 나는 협곡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무와 덩굴로 저 협곡에 다리를 놓는거야. 여기잇는 사람들이 전부 다리위에 올 라가도 끄떡없을 정도로 강하게. 그리고 왠만하면 오래 버틸수 있는 걸로. 원한다 면 다른 정령들의 도움도 받게 할 수 있어. 어때? 괜찮겠어?" 드라이어드는 내가 가리키는 협곡을 보고서는 놀라며 말했다. "세상에… 확실히 길긴 기네요. 거기에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지나가야 한다니… 조금 무리이기는 하지만 주인님의 힘이 있으니까 될거에요" 드라이어드는 앙증맞은 두 주먹을 불끈쥐면서 투지를 불살랐고, 나는 그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투지를 불태우던 드라이어드는 뭔가를 생각해내고는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 치며 말했다. "아, 그리고 노움의 힘이 필요해요" "노움? 알았어. 그렇게 하지. 그럼 어떻게 할거야?" "그건말이죠……" 난 정말로 오랜만에 불렀지만, 드라이어드와 계약한것에 대해 매우매우 다행이라 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드라이어드가 매우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드라이어드는 노움의 서포트를 받아서 나의 명령을 확실하게, 완벽하게 이행했다. 제일먼저 협곡의 이쪽과 저쪽에서는 거대한 나무가 급속도로 자라났고, 그것은 마 치 몇천, 몇만배로 비디오를 재생시켰을때의 모습과도 같은 것이었다. 정령력이 아 니라면 상상 할수도 없이, 협곡을 가로질러 수평으로 자라난 거대하고 굵은-지름이 거의 2야드는 된직한-나무들이 협곡의 끝에 다다르자, 곧이어서 엄청난양의 덩굴들 이 땅에서 솟아나 나무들을 휘감으며 고정시키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비벼지며 샤 샤샥 거리는 소리를 내었고, 그 속도는 경이를 뛰어넘어 그로테스트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무들이 자라난 협곡의 벼랑줄기에서는 석순들이 비스듬하게 솟아나서 나 무로 만들어진 다리를 튼튼하게 버티고 있었으며, 다리의 가장자리에는, 잡목과 덩 굴로 이루어진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었다. 그리고 다리의 시작점에는 한쌍의 나무들 이 생겨나 엄청나게 많은 덩굴을 다리쪽으로 뻩어 다리를 고정시켰다. 그리고 노움 의 힘으로 나무들이 자라난 곳과, 기타 지지대가 되어주는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나중에 돌아올때도 충분히 쓰일 수 있게 고정시켰다. 그렇게 거의 2시간에 걸친 작업끝에 협곡에는 나무로된 폭 24야드의 순수 자연산 나무다리가 생겨나게 되었다. "대, 대단해! 이것이 정령의 힘입니까?" "아, 에. 그렇습니다. 정령의… 힘이군요" 나는 아주 솔직한 자한의 감탄사에 약간 힘겨워하며 말했다. 하지만 드라이어드녀 석! 내 힘이 필요하다고 근본적인 체력까지 몽땅 끌어서 쓰면 어쩌자는거야! 드라 이어드가 근본적인 체력까지 소모시키는 바람에 나는 드래곤이 되어서 처음으로 약 간의 피로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확실히 이런 작업은 정령술보다도 마법으로 처 리하는 것이 더 간편하겠지만, 지금 순간에 나는 정령사다. 하지만 두시간이나 정 령을 사용해서 저런 다리를 만드려면 보통인간은 아마 목숨을 걸어도 아홉개는 걸 어야 될걸?(고양이냐?) "괜찮으세요?" "아, 아. 괜찮아 미리안. 하지만 조금 피곤한걸. 정령으로 다리만드는건 너무 힘 들어…" 나는 마차에 올라타서는 거의 쓰러질 태세로 말했고, 미리안은 나의 어깨를 잡아 서 강제로 눕히고는 자신의 허벅지 위에 내 머리를 올리게 하며 말했다. 어어, 왜 그래? "수고하셨어요. 조금은 쉬시는게 어때요? 요즘 계속 무리만 하시는거 같아요" "응? 아아, 그런가… 그럴지도…. 어쨌든 고마워 미리안. 미안하지만 잠시 쉴게" 미리안은 나를 내려다보면서 미소지었고, 나는 기왕 이렇게 된거 그냥 쉬어보기로 했다. 푸욱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아후, 졸려…. -45- 003.30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약간의 피로감. 생각해보니 그것은 약간이 아니었나보다. 다른 사람들의 기준으로 볼 때 나는 거의 쓰러져 있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면 말 다했지. 미리안의 무릎에 뉘여지고서 거의 한 20시간은 잤었나 보다. 눈을 뜨니까 보였던것은 다리가 저린지 눈가를 움찔움찔 거리면서 내 머리를 내려 놓을까 하는 충동을 어떻게든 참고 있는 미리안의 얼굴이었고, 처음 들린 소리는 사람들의 왁자지껄 거리는 소리였다.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키고서는 말했다. "아아…… 시간이 많이 지났나보군" "아, 라이니시스님. 일어나셨군요" "그래. 다리 많이 저린가봐?" "예? 헤헤헤헤…" 나는 얼른 머리를 치워주었고, 그녀는 그제서야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다리를 쭈 욱 펴면서 허벅지께부터 무릅까지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나는 해가져서 반짝거리는 별들과 새 하얀 달이 떠있는 밤하늘을 보면서 내가 오래있어도 너무 오래있었나 하 는 생각을 했고,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 미리안의 모습에 너 무나도 미안함을 느껴야 했다. 확실히 덜컹거리는 마차위에서 자고도 머리가 별로 안아픈거 보면 허벅지 베게가 편하긴 편하구나…. 아니아니, 그런게 아니지! 나는 주욱 곧게 펴진 미리안의 다리위로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잠시 있어봐" "네? 아…" 그녀는 허벅지를 주무르던 자신의 손을 치운 다음, 나의 손길에 자신의 다리를 맡 겼다. 나는 그녀의 신발을 벗긴다음 발끝에서 부터 차근차근 주물러 나가기 시작했 고, 처음엔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던 그녀는 이내 나의 손길에 완전히 다리를 맡긴 채로 살짝 눈을 감고는 나의 마사지를 음미(?)하는듯 했다. 레어안에서의 교육기간 동안, 나는 안 배운게 없을 정도로 여러가지 기술들을 습득하였고, 이 지압술과 마 사지도 그것들 중의 하나였다. 발끝의 발가락에서부터 발바닥 중간, 그리고 관절을 두어번 흔들어 주고서는 천천히 발목에서 종아리까지 신경계과 근육들을 자극해 나 가면서 주물러 나갔고, 그녀의 얼굴은 완전히 편한 모습이었다. "하아…" 그녀는 이제 탄식에 가까운 소리까지 내면서 마사지에 본격적으로 몸을 맡기었고, 아무런 거부감이 없이 편안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허벅지를 주무 르며(으윽, 갑자기 유혹의 느낌이!) 말했다. "어때?" "으음… 아주 편해요오…. 이런거까지 하실 수 있네요?" "뭐, 어렸을때 이것저것 많이 배워놨지" 그녀는 그런가보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황이 되었다면야 전신마사지라도 해주고 싶지만, 다른 사람들 눈도 있고, 거기에 마차에서도 그럴만한 공간이 없지. 나는 한쪽다리에 이어서 다른쪽 다리도 해주었고, 그녀는 신발을 벗기는 나를 만류 했다. "아, 저기, 저린 다리는 이쪽 뿐인데요?" "응? 아아, 신경쓰지마. 오래동안 베고 있었잖아? 내가 미안해서 그런거니까 신경 쓰지마. 그리고 별로 싫어하는 기색도 없더구만" "그, 그건…" 그녀는 나의 말에 얼굴을 파악하고 붉히면서 상당히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드래 곤이 자신의 다리를 주물러 준다고 생각하는지 매우 당황해 하지만, 그래도 내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얼굴을 붉힌다. 결국 좋은건 좋은거라는 것이지. 나는 당황해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면서 슬쩍 슬며시 치밀어 오르는 장난기를 주체할 수 없었고, 그 래서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며 그녀만 들리게 살짝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맛있겠다…" 그리고 순간 2초간의 정적이 흐른후, 그녀의 몸이 아주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나 는 굳어버린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며 말했다. "많이 주무르면 부드러워진다고 하던데…고기는" 경직. 그녀의 몸은 말 그대로 경직되어버렸다. 톡톡 건드리면 순식간에 부서져 나 갈것 같이 딱딱하게 경직되어 버렸다. 그녀는 입술이 떨리는지 더듬거리며 말했다. "라, 라이니…시스니, 님? 그, 그말이…" "하아? 잘도 굳는군. 농담일께 뻔하잖아?" "그, 그렇겠죠…?" 그녀는 힙겹게 웃으며 말했고,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며 역시나 그 녀만 들리도록 살짝 말했다. "먹는것은 침대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흐읍!" 나의 이 기막힌 말에 그녀는 한순간 숨을 멈췄다가 내가 한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 고는 얼굴이 새빨개 지더니 고개를 숙였다. "라, 라이니시스님… 저, 저기…" 그녀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의미에서 더듬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샐생글거리는 표 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에구, 놀리는 보람이 있어요. 미리안양. 에구에구 착해라~" "………!!!"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이번엔 발끈하는 표정을 지어보였 다. 그녀는 완전히 내 장난감이 되었다는 사실에 발끈발끈 거리면서 나를 쏘아보았 고, 나는 살짝 미소지었다. 그러자 그녀는 예의 그 포즈(장난꾸러기 동생에게 어쩔 수 없지~ 라고 말하는 누나의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후우… 어쩌겠어요. 제가 이해해야지" 하, 하하…. 결국 승자는 미리안이었다. 우리는 협곡건너의 평원을 가로질러(여기서 우리라 함은, 우리 일행 4명과 RPG사 람들이다) 하루 정도를 달린 결과, 뮤길이 보이는 지점까지 다다를수 있었다. 그리 고 나는 도시에 도착했다는 기쁨보다는 다른것에 기뻐헸다. "산이다아~" 그렇다. 산! 산이었다! 지금에서야 나의 눈앞에 나타난 그대가 전녕 산이런가! 넓 고도 넓은 평원을 지나서, 내 눈앞에 그 아름답고도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 그대의 이름이 정녕 산이런가! 아아, 세상은 날 버리지 않았구나! 만세에 또 만세다! "…그렇게 좋아요?" 내가 너무나 기뻐하는 모습에 미리안은 약간은 황당하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았고,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내 고향이 산이잖아. 살고 있는 곳도 산이고. 평원만 봐왔더니 눈이 완전이 2차 원적인 시각에 고정되어 버려서 얼마나 불편했는지…" "아, 네. 그러시군요" 그녀는 나의 푸념을 그냥 심드렁하니 받아쳤다. 쳇쳇, 어제 내가 놀렸다고 저러는 건지, 아니면 그냥 그러는건지, 최근 미리안이 왠지 약간 쌀쌀맞아 졌다는 생각을 한다. 아, 혹시 그날(!)인가? 아니면 그녀가 마차를 모는것이 초보라서 그런지 마 차모는 일에 전 신경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는 일단 마차에서 내려 봐야 알 일이다. "아, 그러고 보니 엘 타칸리스 산맥에 거주하신다고 하셨죠?" "네. 그래요. 의외로 조용해서 살기엔 좋지만, 워낙에 위험해야죠" 자한은 내 말에 잘 생각하는듯 했다. 확실이 인간의 손이 잘 미치지 않으니까 몬 스터들이 많은것은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동물들도 많지. 먹이가 많으면 그것을 먹는 포식자도 늘어나니까. 자한이 잠시 생각에 잠기자 이번엔 뷔켄이 옆에서 물어 왔다. "거기서 사신지 얼마나 되셨죠?" "흐음… 제가 30세 때부터 거기 있었으니까… 한 25년 되가는군요" "그럼 올해로 55세 되시는군요?" "아, 그렇게 되네요" 전에도 말했다시피 여기 사람들은 1년이 16개월인데도 불구하고 오래산다. 170년 의 수명을 사는 동안 이들은 20년만에 성인이 되고, 그리고 100세까지는 젋은 모습 그대로 천천히 늙어가는 장년기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니까 지구에서의 20~40대 까 지가 여기서는 20~100세 인것이지. 그리고 100세가 넘어서면 개인차는 있지만 그때 를 분기로 해서 천천히 늙어간다고 한다. 150이 넘어가면 그때 부터는 노년기라 부 르고, 그제서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것이지. 그리고 오래 산다면 200까지 도 살지만 보통 남자는 175.4세, 여자는 180.2세에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이렇게 살다보면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통밥으로 계산을 때려봐도 고손자까지는 충분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년기가 이렇게 긴 이유는 왠지 잘 모르겠지만 어 쨌든 장년기가 길기 때문에 결혼평균연령인 44세때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고 치면 은 한가정에 보통 기본으로 5~6명은 낳는다고 한다. 많으면 두자리수까지 넘어가기 도 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지. "뷔켄씨는 올해로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올해도 36세쯤 되겠군요. RPG에 들어온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니까 말입니다" "36세라… 그럼 슬슬 결혼을 생각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36세면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래도 결혼하기엔 좋은 나이지. 슬슬 결혼을 생각해 서 가장으로서의 기쁨을 맛보는것도 좋지 않을까나? "그러는 라이니시스씨는 결혼 하셨나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해보던 자한이 나에게 물어왔고, 나는 약간 당황했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저 질문이 들어왔을때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생각해두지 않았군. 나 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결혼이라… 그런거 생각해본적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나이가 되었군요 사실, 제가 사는 곳까지 들어와서 같이 살아줄 만한 여자가 어디있겠습니까" "하긴,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워낙 위험하기도 하겠군요" "뭐, 그런것이죠. 그래서 자연을 벗삼고, 몬스터와 뒹굴어 가며, 제자를 가르치는 일이 제 생의 낙입니다" "뭔가 대단한 사람을 보고있는것 같군요" 자한은 그렇게 솔직히 감탄했다. 그러고 보니 자한은 나이가 몇이지? "자한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올해로 25세입니다. 아가씨하고 4살밖에 차이가 안나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아 가씨를 전담하게 되었죠" "아, 그렇군요. 고생이 크시겠……… 4살이요?" 나는 그의 말에 눈이 휘등그레 해지며 놀랐다. 아니, 저기 아가씨가 그런 21살이 라는거야?! 아무리 봐도 15~16세의 어린 꼬마아가씨로 밖에는 안보이잖아?! 자한은 내가 놀라는 것을 보더니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올해로 21세 되십니다. 아가씨는. 그렇게 안보인다는 것에는 저도 동감하지만 말 이에요"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아… 놀랍구나 놀라워…. 저렇게 보여도 사실은 21살이란 말이지? 거의 엽기적이기까지한 나이로군. 어려보인다는 경지를 뛰어넘어 서 성장이 멈춘건가 하는 생각마저도 드는군. "아, 그러고 보니 미리안씨의 나이는 어떻게 되시죠?" "그러니까… 올해로 140이 조금 넘었을 거에요" "그, 그러시군요…" 자한은 그녀의 나이를 듣고서 약간을 질려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미 리안은 의외로 어린 엘프였군. 그나저나 이보게 자한. 당신은 엘프의 나이를 물어 보면서 뭘 바란거야? 당신 또래의 어린 나이를 바랬다면 내가 레이사라도 소개시켜 줄까? 30대 후반인데 말야? "아, 도착한거 같군요" 에? 벌써? 나는 시선을 정면으로 보내었고 그곳에는 이제 확실하게 보이는 성벽과 성문, 그리고 성문을 지기는 가드Guard들이 보였다. 저곳이 뮤길이군. 모리엔과 비 교해봤을 때, 그다지 차이는 없다. 모리엔과 비슷한 규모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 도 시 같았다. 아무래도 평원의 입구와 출구역할을 동시에 하는 도시들이니까 둘이 닮 아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46- 003.31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우리 일행은 별도의 검문을 받지 않은채 RPG와 같이 뮤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솔 직히 말해서 지금 실어 나르는 짐은 가드들에게 그 정체가 발각되면 상당히 곤란한 물건이라서 말야. 그러고 보니 동행해서 귀찮기는 커녕 오히려 도움이 되는데? "이제, 어떻하실 겁니까? 쉬고 가실 겁니까?" 뷔켄은 아직 해자 중천에 떠있는 것을 보고서는 우리에게 그렇게 물어왔다. 아마 도 그들은 시간을 그다지 아끼지 않고서 그대로 수도로 달려갈 모양인가 보다. 나 는 잠시 일행들을 둘러보았고, 하늘을 쳐다본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뭐, 까짓꺼 그 냥 한번 수도까지 논스톱으로 달려볼까? "이대로 가죠. 저희가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무슨 말씀을. 여러분들은 저희가 일주일이나 시간을 낭비해야 했을 것을 단숨에 줄여주시고, 또 그 흉수가 누군지 알게 해 주셨습니다. 지금 저희들에게는 시간이 생명이고, 여러분이 그 시간을 구해주셨으니, 여러분들을 저희의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죠. 방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그는 마치 우리가 우리의 말을 번복할 것처럼 생각했는지, 아주 물이 흐르듯이 빠 르게 말했고, 그의 말에 웬드렌은 너털웃음을 터뜨려야 했다. "허허, 이 친구. 아주 우리얼굴에 금칠을 해 주시는구먼!" 웬드렌의 웃음에 뷔켄은 생각보다 자기가 많은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헛기침을 했다. "자아, 그럼 간단하게 보급을 하고서 떠나도록 하지요. 동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뷔켄은 살짝 고개숙여 인사하고는 자신들의 동료들 사이로 들어갔고, 곧 이어 RPG 의 사람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장작이나 식료품등 을 대충 보급했고, 최단시간내에 뮤길을 가로질러 갔다. 공작이라는 가문의 직위는 정말로 대단한 것인지, 이 대낮에, 그것도 한창 때가 점심을 먹으러 사람들이 돌아 다닐 시각에 뮤길의 시장은 대로를 텅텅 비워줌으로써, 아부와 동시에 공무수행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래서 뮤길에 들어선지 단 1시간만에 우리는 뮤길의 서문으 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사신의 말이자 악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나이트메어Nightmare는 그 위에 데 스 나이트Death Knight를 태우고 다니거나, 혹은 죽음의 신을 태우고 다니는 공포 의 마차[Wagon of Horror]를 끌고 다닌다고 한다. 그들의 눈은 죽은 자의 눈빛으로 만들어졌으며, 그들의 갈기는 죽은자의 한숨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몸은 어둠이라는 관념의 덩어리도 만들어져 있어서 어둠에 속한 사자(死者) 나 데스 나이트만이 탄다고 한다. 그들이 달리는 모습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광기 적인 아름다움이 있으며, 폭주하는 낭만을 담고 있다고 일컬어 진다. 그런 나이트메어들이 유일하게 끌고 다니는 마차가 조금전에 언급했다시피 공포의 마차라는 이름을 가진 사신의 전용 승용물이다. 이 마차는 죽은 자의 영혼으로 된 실을 꼬고 꼬아서 만든 노끈으로 엮은 차체에, 절망이라는 이름의 차축을 달고, 죽 음이라는 이름의 굴러가지 않는 바퀴를 달고 있다고 한다. 원래가 하늘을 날아다니 며 죽은 영혼들을 모으기 때문에 바퀴가 굴러갈 필요성은 없지만, 수많은 신비주의 학자들은 '죽음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정지상태'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굴러가 지 않는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내가 갑자기 어째서 이 말을 하고 있느냐 하면, 지금 우리가 타고 다니는 마차의 상태가 지금만큼은 그 죽음의 마차와 매우 닮아있었기 때문이다.(물론, 나이트메어 는 없다) 두드드드드드! 대지를 박차고 달려가는 40여 마리 말들의 발굽소리는, 엄청나게 많은 소리가 한 군데에 모이면 소리마저도 군체가 되어버린다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40 마리의 말이 달려가며 내는 소리가 이제는 마치 거대한 하나의 울림으로 들려오고 있었다. 우리가 거기에 가세해서 힘차게 달려나가고 있다면, 힘차게 삐그덕대는 마 차축과 마차바퀴가 내는 불길하면서도 소름이 돋고 스릴넘치는 소리가 들려와야 했 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거기에 마차를 끌고 있으니 속도가 느려야할 말들도 지 금은 마치 신들린것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서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암만봐도 이건 마치 날으는 양탄자를 탄 기분이야" "마차바퀴가 땅에 닿지않으니 당연한 것이겠죠. 그런데 이게 정말 정령술로 되는 거에요?" "당연하지. 열심히 수련하면 이정도는 돼" 미리안은 솔직하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지금 우리가 타고 가는 마차 는 실프의 힘에 의해 지면에서 살짝 띄워 올려진 상태이며, 그 때문에 말들은 마차 의 무게를 훨씬 덜 받으며 달려갈 수 있었으며, 그런 이유로 우리는 RPG의 말들과 보조를 맞추며 달려갈 수 있었다. 마차가 지면에서 띄워올려 졌으니 마차바퀴는 더 이상 굴러갈 필요는 없었고, 그래서 우리 마차가 가는 모습을 본다면 지면위를 달 리는 공포의 마차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고, 처음에 우리 마차의 모습을 보 던 RPG의 사람들도 자칫하면 말에서 떨어질 정도로 놀랐었다. 아마도 지금이 낮이 니까 덜 놀란 것이지, 밤이었으면 아마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칠 사람이 한두명쯤은 나왔을 것이다. 벌써 이렇게 달린지 세시간이 넘어간다. 뮤길에서 가벼운 보급만을 하고서 그대로 관통해서 나와버린 우리(RPG+4명)는 뮤길의 서쪽에 있는 구릉지를 달리고, 또 달렸 다. 뮤길쪽으로 가까이 와서 산이 보인다는 것은, 뮤길 뒤편으로 산에 이어진 숲이 있다는 소리와 같았고, 또 작년 지도와 올해 지도를 본 결과, 그 가설을 입증해 주 었기 때문에 우리는 약간의 토의를 거쳐서 얼마남지 않은 숲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 혀버리고, 숲을 가로지르자는 결론을 내었다. 숲속에도 물론 사람들과 마차가 다니 면서 내어놓은 길이 있지만, 아무래도 숲속은 평원보다는 속도가 떵어지기 마련이 며, 언제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놓고 뛰어갈만한 장소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숲이 시작되는 곳까지 단숨에 전속력으로 달려간다음, 천천 히 숲을 가로지른다는 간단하지만 효율적인 결론을 낸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세운 계획에는 정말로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마차'라는 존재로, 속력을 위해서가 아닌 아닌 짐을 싣 도록 고안되어있는 짐마차였기 때문에 아무리 속력을 낸다고 해도, RPG가 타고 있 는 말들의 속력은 따라잡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RPG가 우리의 속력에 맞춰주는 것은 어렵고, 따로 가는것은 저쪽에서 먼저 거절했기에, 나는 그래서 조금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해 보았고, 결국 생각해 낸것이 호버크래프트Hovercraft방식이었다. 실 프의 바람을 이용하여 마차의 차체를(바퀴를) 지면에서 약 10센티 정도 들어올림으 로써 마차의 바퀴와 땅이 내는 마찰력을 없애버렸더니 말들은 마차의 순수한 무게 를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끌고가게 되어, 훨씬 더 빠른 속력을 낼 수 있게 해서 우리는 지금 RPG의 말들에 뒤쳐지지않고 쫒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원래가 짐 말들이다 보니까 그들이 타고 있는 말들보다는 지구력이 훨씬 뛰어나서 그들이 타 고 있는 건장한 전투마들의 모습들이 왠지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전투마들의 지 구력도 뛰어나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지구력이랄까? 긴장감 속에서 오 랫동안 버티는 지구력과 단순히 체력으로 버티는 지구력은 육체적이냐, 아니면 심 적이냐의 차이니까. "그건 그렇고, 이제 숲까진 얼마나 남아있는 거지?" "흐음……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로 봐서는 그렇게 멀지 않아요. 앞으로 한시간쯤? 지도에서 볼때는 가깝지만, 사실은 멀군요?" "아아, 그건 그렇지. 지도엔 배율이라는것이 있으니까. 큰 땅덩어리를 한눈에 들 어오게 줄이다 보면 그렇게 되는거지" "그렇겠네요. 그건 그렇고, 숲이 가까워지니까 기분이 점점 좋아지는거 있죠" 미리안은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기분 좋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산을 보고 기뻐한 것 처럼, 그녀역시 자신의 고향이자 살고 있는 장소인(장소 였던 …으로 고쳐야 하나? 지금은 내 레어에 와서 살고 있으니까) 숲이 가까워지자 점점 기분이 좋아지나보다. 아아… 이럴때 한가지 짖궂은 생각이 드는것은 왜지? 갑자기 그녀를 한 20년정도 숲과는 전혀 동떨어진 장소에 갖다두면, 얼마나 어떻게 변할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나는 왜 이렇게도 짖궂은 걸까? 아마도 예상이지만 그렇게되면 그녀는 점점 생기를 잃어가서는 말라 죽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앗! 그렇다면 내 레어에서 사는것도 조금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잖아? 아아, 그러면 안되는데… 그러 면 레어의 일부분을 떼서 작은 공원이라도 만들어 줄까? 내가 이런 잡생각을 하는 사이 마차의 균형이 일부 무너져버렸고, 그것 때문에 마차위에서는 잠시 소란이 일 어났다. "꺄아악! 라이니시스님! 마차! 마차!" "우와아악! 마차 뒤집어진다!" "이보게! 우릴 죽일셈인가?!" 잠시 실프의 제어에 신경이 가지 않았었는지, 마차의 장력이 많이 약해졌나 보다. 그것 때문에 마차는 중심을 잃고는 말에 끌려가면서 이리저리 기우뚱거렸고, 그것 은 마차에 타고있는 다른사람들에게서 부터 약간의 공포와 비명을 이끌어내게 하였 다. 아, 잠시 생각해 보니 이것은 마치 그거 같은걸? 놀이공원에서 타던 어떤 놀이 기구하고 많이 닮았어. 그게 뭐였더라…? 내가 또다시 잡생각을 하는 사이 마차는 다시중심을 잃고서는 아까와 같이 또 기우뚱거리면서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꺄아악!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어이! 라이니시스!" "우와앗! 이런느낌 처음이야!" 미리안은 거의 착란상태가 되어서는 뭘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살려달라며 빌고 있었고, 웬드렌은 노인의 침착성을 발휘해서 나를 다시금 마차의 제어에 신경 쓰게 만들었고, 드로바는 놀이기구를 처음 타보는 어린애의 표정같이 변했다. 맛들 이면 위험한데 말야. 나는 또다시 잡생각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실프의 제어 에 신경쓰기 시작했고, 마차는 다시금 평정을 찾았다. 그리고 앞을 보니 RPG의 몇 명이 우리가 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 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에휴, 쪽팔려. 잠시동안의 추태(?)를 보이면서 한시간을 더 달려가자, 우리는 덤불들이 자리하고 있는 숲의 초입에 들어서게되었다. 관목이라고 하는것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겠다. 이 관목들을 지나가면 이제 본격적으로 거대한 나무들이 쭉쭉 뻩으며 자라고 있는 숲이 나온다. 우리는 관목숲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반 정도로 줄였고, 앞에서는 RPG 의 몇명이 단도를 꺼내들고는 걸리적 거리는 것들이 없게 가지들을 쳐내면서 나아 가고 있었다. "아앗! 저런, 앗! 아앗!" 미리안은 나무가지들이 베어질때마나 마치 자신의 육체가 조금씩 잘려나가는 듯한 표정과 비명을 질렀으며, 그것으로 인해 많은 시선을 장악하게 되었다. 그녀는 길 을 지나면서 잘려나간 많은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측은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의 옆 에 있었던 나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별로 그렇게 좋은 표정이 되지 못했다. 엘프들이 숲을 극진하게 아낀다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나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 은 어린 엘프들만을 보며 하는 말이다. 엘프들 중에서도 분명히 나뭇꾼이 있거든? 흔히들 말도 안된다는 소리를 할때 '엘프 나무찍는 소리하네'라는 표현을 쓴다. 하 지만 그것은 좋지않은 표현이다. 엘프등중에서도 분명이 나뭇꾼이 있으며, 그 직업 은 별로 천대받는 직업이 아니다. 오히려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해야할까? 자신들의 친구이자 가족인 나무를 눈물을 머금고 베어내서는 생존을 위해 그것을 제공해주는 나뭇꾼을 좋지않은 시선으로 볼 엘프들은 없다. 그들은 '전체의 생존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나뭇꾼을 존경과 동정의 눈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엘프들이 사는 곳은 숲이며, 그 숲 중에서도 평지로 되어있는 그다지 지형의 기복 이 심하지 않는 숲에 산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나무외에는 별다른 땔감을 발견 하지 못한다. 석탄을 캐내려고 본다면 일단은 산에 가야 하지만, 산도 자연의 일부 이고 함부로 파내는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기 때문에 그들은 석탄을 쓰지 않는다. 석 유는 지금의 문명시대에는 본격적으로 채굴해서 사용할 방법도 없거니와, 원유를 정제하지 않고 그대로 태우면 휘발유 태울때 보다도 더 엄청난 환경오염이 되니 패 스.(무엇보다 원유를 정제하기 위해서는 불을 써야한다) 동물의 배설물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숲의 주용한 영양분을 훔쳐가는 것이니 그것도 안된 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가장 원시적이고도 가장 널리, 보편적으로 쓰이는 땔감인 나무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엘프들은 생존을위해서 가장구하기 쉬운 나무를 사용하는 것이다. 어떠한 생물이든 생존이라는 거대한 과업의 앞에서는 본능마저도 저버린다는 훌륭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47- 003.32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엘프 나뭇꾼은 한 마을당 두명정도가 보통이다. 그들은 숲을 돌아다니면서 첫번째 로는 쓰러진 나무나 고목등을 탐색해보고, 두번째로는 회생가능성이 없어보이는 죽 어가는 나무, 세번째로는 나무가 나서는 안되는 자리에 나서 숲의 전체적인 조화를 해치는 나무, 네번째로는 죽어가는 나뭇가지나 동물이 지나면서 떨어뜨린 나뭇가지 , 마지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생나무를 벤다. 하지만 숲에 고목이 많아봤자 얼마나 많겠으며, 쓰러진 나무를 찾아봤자 얼마나 나오겠는가? 그렇다고 쓸데없는 자리에 나오는 나무가 그렇게 많은것도 아니며 나뭇가지라는것이 많이 모아봤자 화력에 그 다지 도움 안되는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프 나뭇꾼들은 생나무를 꽤, 자주, 베는 편이며 그 일에 매우 큰 슬픔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서, 엘프마을에서 가장 우 수에찬 고독한 엘프를 찾아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엘프 나뭇꾼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어쨌든 그들은 한달내지는 두달에 한번정도 나무를 베러 나가서 한번 에 큰 나무 두그루 정도를 베어온다. 물론, 나무를 벤 다음엔 꼭 거기에 열배 되는 묘목을 심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렇게 나무를 베어와서는 마을의 한 귀퉁이에 마 련된 그들만의 공방에서 나무를 위한 위령제를(생나무일 경우) 가볍게 치르고는 해 체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는 장작을 잘 말려둔다음 장작을 가지러오는 사람들에게 그 집의 형편에 맞게 얼마간을 배분해주는 것이다. 엘프들이 나무를 베어서 쓰기는 하지만, 그 사용빈도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일단 엘프들은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에 밀가루를 생산하지 못하고, 많이 사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그들에게 있어서 빵이란 음식은 상당히 생소하고도 귀한편에 속한 다. 나무를 태워서 구워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귀할수 밖엔. 그렇지만 농사를 짓 지 않아도 그들은 밀가루를 쓴다. 외부의 아주 믿음직한 인간들과 비밀리에 거래해 서 밀가루는 어느 정도 유입시키고 있으며, 그것으로 수프를 끓이는 것이지. 정작 나무를 태우는 때는 벽난로에 불피울 때가 거의 전부라고 보면 된다. 나무를 쓰는 때는 집지을 때와 망가진 가구들을 수리할때, 아니면 도저히 고칠수 없을때까지 손 상된 가구를 새로 제작할때 외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 요리할 때 나무를 쓰는 것은 거의 사치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엘프들의 미식 세계는 그 깊이가 그들의 역사에 비해서는 매우 얕디 얇으며, 그 내용도 상당히 빈 약하다. 하지만 각종 과일과 채소를 다양하게 먹는 방법은 몇십년을 요리에 매달렸 던 나로서도 열서너수는 접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그 깊이가 있다. 물론, 엘프들도 고기를 먹기는 하지만 그것은 조금 드문경우이고, 그래서 그 조리법은 그 냥 굽는 단순한 조리법이기 때문에 패스. 빵 역시 일반적인 밀빵 외에는 굽지 않으 니 패스. 그러면 얘네들은 도대체 단백질을 어떨게 섭취하는거야? 잠시 엘프들의 단백질 섭취방법에 대해 짧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물론, 마차가 안 뒤집어지게 제어에 신경쓰는것도 잊지 않았다) 어느새 우리들은 쭈욱쭈욱 뻗어나서 장신들을 자랑하는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에 들어서게 되었다. 나는 숲에 들어가기 전에 쭈욱 뻗어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말했다. "허어… 크군" 허탈할 정도로 큰 장신을 자랑하는 나무는 정말로 컸다. 한 그루의 높이가 거의 5 0야드에 이를 정도로 큰 나무들 이었으며, 그덕에 숲의 바닥은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해서 걱정했던 것 처럼 덤불들이나 큰 키의 풀들은 없었다. 오히려 잘 닦인 길이 주욱 나있어서 삼림욕하는 기분으로 갈수 있는 그런 길이었다. 나는 더이상 속도를 낼 필요가 없는 장소에 도달하자 실프를 귀환시켰고, 마차는 덜컹 하는 소리를 내 면서 부드러운 부엽토로 되어있는 땅과 가벼운 충돌을 했다. "으악! 내 엉덩이!" "꺄앗!" "으갸갹!" 정정한다. 심각한 충돌이었다. 숲에서는 그렇게 많은 속도를 내지 못한다. 물론, 마음먹고 속도를 낸다면야 얼마 든지 낼 수도 있지만 숲지란 지형의 속성상, 나무들과 찐한 키스를 하고 싶은 각오 가 되어있다면 전속력으로 달려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각오가 되어있지 않다면 권장사는 속도를 말이 가볍게 달려가는 속도정도. 하지만 마치 숲이 양분된 것처럼 길이 깨끗하고 반듯하게 나있다면 논외다. 우리가 가고 있는 숲에 나아있는 길은 오랜세월 발로 다져져서 어디로 가야할지는 충분히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비되지는 않은 그런 길이다. 인위적이긴 하 지만 그 속성은 자연적이기 때문에 전속력으로 달려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길 위에는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기에는 그 방해요소가 되어주는 뿌리깊이 박힌 돌뿌리 라든가, 아니면 어떤 미친 나무가 욕심을 부려서 뻗어놓은 뿌리, 그리고 오랜 세월 습기가 고여서 약간은 질척질척 해져버린 땅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당초의 계획대 로 천천히 숲을 지나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게 이런숲에는 당연하게도 산적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산적패든 간에 지금 우리에게 덤벼드는 것은 '정확한 죽음으로의 지름길'이다. 그 어느 산적 들이 아무리 지형과 숫자로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레리첸트의 최고 개인 무력집단인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이터스를 꺾겠는가? 내가 산적단에 들어있다면 분명히 꺽고 들어가도 남음이 있겠지만, 나는 산적질에는 별로 관심없다. 레리첸트를 말아 먹을 정도로 가진 재산이 많은데 뭐하러 산적질까지 하면서 돈을 벌어? 어쨌든 그 런 이유로 우리는 매우 편안하고도 안정되어있는 여행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다. "에? 이런것도 있네에?" "??" 나는 갑자기 들려온 미리안의 목소리에 그쪽을 돌아보니, 미리안이 베낭에서 류트 를 꺼내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 이어서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등의 각종 관현악기가 그녀의 손에 의해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저런것도 넣었었군. 그녀는 여러개의 악기를 꺼내들어 놓고서는 하나 하나 찬찬히 만져보면서 나에게 말했다. "라이니시스님. 이거 연주하실수 있어요?" "음? 아, 물론이지. 거기 넣어둔 물건은 전부 내가 사용할수 있는 물건들이야" "……마리화나는요?" "…어느새 꺼내봤냐?" 그녀는 베낭에 손을 넣더니 마리화나가 들어있는 뭉치들을 꺼내며 나에게 추긍하 듯이 물어보았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거, 옛날에 식물학 공부하다가 모은 것들중에 하나야. 뒤져보면 아마 아편하고 몰핀이나 코카인도 찾을 수 있을거다. 아, 그런 약들 잘 정제하면 훌륭한 약재가 된다고. 마취제로서의 활용성이 매우 뛰어나지. 안그래요 웬드렌씨?" "물론이지. 많이 쓰면 독이되지만 적게쓰면 그만한 마취약을 찾기도 어려워. 그건 그렇고 자네, 상당히 많이 가지고 다니는데?" "라이니시스님. 이건 압수입니다" 미리안은 나를 노려보면서 매우 당당하게 압수선언을 해버렸고, 나는 화들짝 놀랐 다. 으아악! 압수라니잇! 하지만 그녀는 압수한 후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압수해서 어디에 넣을건데?" "……아앗" 그녀는 곧장 베낭이 내가 가지고 나와서 그녀에게 들고 다니게 하는 저 무한의 베 낭이 전부라는것을 알고는 금세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는 더 욱 더 당황하게 만드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거 압수해봤자 얼마든지 만들 수 있으니까 별로 아무런 타격도 없어" "그, 그런!" "그리고 너는 내가 이 나이 먹어서 마약같은거 할 사람으로 보이냐? 순수한 연구 용이 아니면 그런거 가지고 있지도 않는다구"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얼굴에 매우 큰 의문을 담으며 말했다. "순수한?" "……" "순수한?" 어이, 미리안. 자꾸 그렇게 의혹어린 시선으로 볼거야? "순수한?" 나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아버렸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쥐고는 상당히 아픈 체를 하면서(맞는 소리도 안났다) 앓는 소리를 내었고, 나는 그것을 무시하면서 베 낭에 마약들을 집어넣었다. 어째 찾아도 꼭 이런 물건들만 찾아내냐? 잘 뒤져보면 좋은것도 많단 말이야! 예를 들자면… 예를 들자면… 들자면… 하, 하여튼 좋은 것 도 많단 말이야!(젠장, 갑자기 내 자신이 비참해진다) "히잉… 아파" "엄살떨래?" "체엣. 너무해요. 그렇다고 머리를 쥐어박을건 없잖아요" 그녀는 볼멘 목소리로 투정을 부렸고, 나는 그 모습이 워낙에 귀여워 보여서 그녀 의 머리를 토닥거려주면서 말했다. "그래, 그래. 내가 미안했다"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뻗어서 플루트를 집어들고는 말했다. "그건, 그렇고 전부 연주 하실줄 아신다구요?" "물론" "그러면 연주해주세요" "…뭐?" 그녀는 나에게 플루트를 내밀면서 말했다. "연주해보세요. 한번 듣고 싶어요" "갑자기 왜?" "아니… 뭐. 그냥 듣고 싶어서 그래요. 네? 한번만요~" 그녀는 갑자기 안떨던 애교까지 부려가면서 연주해 달라고 조르기 시작햇고, 하는 그 모습에 그냥 피식하고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뭐, 연주해준다고 뭐가 어떻게 되 는것은 아니니까. 오래간만에 한곡 연주해볼까? 피리리리리~ 얇고 가늘은 플루트의 선율이 숲의 공기속을 휘저었다. 플루트의 소리를 마치 맑 은 새의 소리와도 같다. 가늘고, 얇은. 그래서 고음인 플루트의 선율은 때로는 강 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숲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마치 마법과도 같이 숲을 지 배하는것 같았다. 그리고 미리안은 눈을 살며시 감고는 플루트의 선율에 귀를 기울 이더니 이내 입을 열고서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바람의 날개소리가 떠도는 푸른 수면위의 밤은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자연의 선율. 죽은 영혼의 한숨마저도 잠드는 푸르른 수면은 마음을 덮어버리는 유리색의 눈. 아끼고 싶지만 다가갈수 없기에 언제까지고 계속 그자리에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아끼고 싶지만 다가가고 싶기에 언제까지고 계속 바라만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한숨짓는 소리는 바람을 타고 날개가 되어 드넓은 창공을 떠돌고 떠돌고. 애틋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면 커져갈수록 두눈은 점점 슬픔에 젖네요. 언제까지고 계속 이 마음을 지키며 아끼고 싶지만 당신은 그것을 허락해 주시련가요. 언제까지고 계속 바라만 보아야 하는것인지 가르쳐 주시지 않는 당신. 언제고 언제고 꼭 말하리라 다짐을 하지만 차마 입이 열리지 않는군요. 죽은 영혼의 탄식같은 한숨이 수면위로 잠들고 유리색의 눈이 마음을 덮습니다. 푸른 수면위로 떠도는 밤바람의 날개소리는 고요한 자연의 역동적인 선율. 지금 그 선율에 나의 몸과 마음을 담고서 가고싶네요. 지금 그 선율에 나의 혼과 마음을 담고서 가고싶네요. 푸르른 달빛속에서 붉게 빛나는 당신을 향해. -48- 003.33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레리첸트의 수도 레이친까지 우리는 달리고, 또 달렸다. 사실, 우리(웬드렌 일행 을 포함한 4명)는 원래 조금은 느긋하게 가려고 했던 것이었지만, 어느샌가 RPG사 람들과의 동행을 결정해버렸다는 이유 때문에 우리는 역시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도 섬찟함을 느끼게 만드는 공포의 마차를 타고서 숲을 가로지르고, 평원을 먼지나 게 달려야했다. 중간 중간, 평원에서 흔히 볼수 있는 몬스터들과의 조우가 몇번 있 었지만, 최단속도로 그들을 뚫고 지나쳤고, 나의 정령술도 한몫을 했다. RPG는 자신들이 타고 있는 말을 거의 죽여버릴듯한 기세로 하루하루를 달렸으며, 덕분에 초죽음이 되어버린 말들이 등장하긴 하였으나, 그 사람들 사이에는 마리를 리라를 호위하기위한 성직자가 한명 있어서, 말들에게 체력회복등을 걸어주는 엽기 적인 만행(!)까지 저질러가면서 하루 10시간의 전속력 행군을 감행했다. 바람을 가 르고, 대지를 뒤흔들며 달리는 우리들은 마치 뭔가에 신들린듯한 악귀의 모습처럼, 자신을 부르는 죽음의 신에게 답하는 나이트메어처럼, 악마를 향해 적의를 불태우 며 창공을 꿰뚫는 천사처럼 우리는 평원에 수많은 말발굽자국과 우리의 땀, 우리의 혼의 흔적을 남기면서 수도를 향해 그야말로 광란의 질주를 계속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짐말들은 우리의 그런 행군을 제대로 쫓아오지 못해서 중간 중간 매우 지친 모습을 보여주었다가, 마침내 지금으로부터 나흘전에 지쳐 쓰 러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원래 수레를 끄는 짐말들이었고, 아무리 내가 마차 를 띄워놔서 그 무게가 적게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혈통의 우세함과 그 엄청난 양 의 훈련을 받은 RPG의 전투마들을 따라가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그때까지 버텨왔 던 것도 정말이지 짐말들에게는 수명을 깍으면서 달려왔던 일이었고, 그래서 우리 는 죽어버린 말들에게 정중한 예로 장례를 간소하게나마 치뤄주었다. 미리안은 눈 물을 글썽거리면서 여기까지 혹사시킨 말들에게 미안함을 표했고, 웬드렌은 침통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수고했다는 한마디만을 던졌을 뿐이었다. 드로바는 그동안 정 든 말들이 떠나가자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었는지, 그저 어깨 를 가늘게 떨면서 슬픔을 참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무심한 표정으로 꽃다발 을 그들의 무덤앞에 놓아주었다. 하지만 정말로, 측은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말이 죽음에 따라서, 행군은 일시적으로 중단해야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 는 짐은 마차가 아니면 가지고 다닐 수 없는 종류의 짐이었고, 그런 우리의 마차를 끄는 짐말이 죽었다는 것은, 더이상 우리의 마차는 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난감한 상황에서, RPG는 그들의 단원 두명의 말을 차출해서 우리에게 빌려 주었고,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두마리의 건실한 전투마를 마차에 매었 다. 하지만 워낙에 어깨들이 커서 끈을 매는데 약간 고생을 했었다. 그리고 차출된 말의 주인 두명을 우리의 마차에 편승시키고는 계속해서 길을 달렸다. 차출된 말은 우리하고 꽤나 친분이 있는 자한과 뷔켄의 말이었지만, 마차에 오른 사람은 어이없게도 자한과 마리를리나였다. 마리를리나는 자신의 말을 뷔켄에게 빌 려주고, 그것으로 일행을 인도하라고 했고, 명령을 들은 뷔켄은 한순간 멍청한 표 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마차에 는 정말로 좁은 자리에 4명이 옹기종기 앉아있었고, 두명은 앞의 마부석에 앉아있 었다. 그래서 나는 여유있게 다리를 뻗고 책을 본다든지, 편하게 누워서 간다는 마 차의 이점을 상당부분 포기해야했다. 아… 그냥 동물소환 마법으로 말을 불러내서 그걸로 마차 끌게할걸.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엘프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검사+정령사 +마법사 라는 엄청난 직위까지 달게 되니, 그야말로 RPG와 로즈마리 공작가문으로 서는 눈에 불을 켜고서 스카웃하려고 할 것이다. 아니, 지금의 분위기로도 충분히 나를 스카웃하지 못해서 안달하는 분위기였다. 최소한 마리를리나는 어느새 미리안 과 죽이 맞아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꺄꺄대며 나누고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하지 만 지금 내 옆에서 자한은 내가 책을 안보는 사이에 RPG의 여러가지에 대해서 여러 자기 이야기들을 꺼내놓는 중이었다. 예를 들자면 그가 산악훈련중에 절벽 밑으로 떨어져서 그밑에 흐르고있던 강으로 빠졌는데, 그를 찾기위해서 눈에 불을켜고, 훈 련까지 포기하면서 찾으러 왔던 전우들의 눈물겨운 전우애라든지, 검술훈련중에 서 로서로 불태우던 그 뜨거운 라이벌의식등, 여러가지 면들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속 깊이 깊이 뜨거워지게 하는 그런 열혈적인 모습들을 끌어내려고 했 지만, 나는 이미 그의 그런 의도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군요'내지는 '그래 요?'라는 매우 지극히 단순한 대답들만 내놓아서, 자한을 상당부분 맥빠지게 하고 있었다. 그것이 안통하자 자한은 이젠 현실적인 면으로 밀고 가기로 했는지, RPG가 가지는 여러가지 사회적 특혜라든지, 각종 이점들, 그리고 받는 월급들이나 주위사 람들의 시선등등 여러가지 좋은면들을 내놓아서 나를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했지 만, 내가 그런것에 혹할까 보냐…가 내 반응이었다. 드래곤의 재력과 무력은 시간 과 종족을 뛰어넘은 거대한 권력이기 때문에 고작 인간들이 가지는 그런 권력은 나 에게 있어서는 코웃음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하는것이 사실이며, 그런 의미에서 사실 자한의 말에도 코웃음을 치고 싶었지만, 최대한 예의바르고 착한 모습을 보여주어 야 하는 나로서는, 그냥 살짝 미소띈 얼굴로 그를 대할 뿐이었다. 그는 그런 나의 모습에 상당히 맥이 풀린다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노골적으로 날 끌어들이고 싶다 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이 용 납하지 않는 문제이거나, 아니면 마리를리나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일종의 최후의 카드 정도로 남겨두려는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자한과 마리를리나가 우리의 마차에 편승하게 되자, 우리가 달리는 위치는 RPG의 선두 바로 뒤가 되어버렸다. 마리를리나가 마차에 탔기 때문에 호위를 위한다는 목 적으로 우리를 그렇게 달리게 한것 같지만, 이건 아무래도 너무 의도적이라는 생각 이 든단 말야? 전투마 2마리가 끄는 공포의 마차(다들 이렇게 부르더군. 암만 봐도 바퀴가 움직이지 않으니 그렇게 보인다는 사실엔 부정하지 않지만 말야)의 속도는 다른 말들의 속도에 비해 조금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모두들 그 속도에 맞추어서 가고 있었기에 원래였다면 하루 10시간의 행군이 하루 12시간의 행군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날 그날의 목표지점까지 가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어야 한다는 점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래도 마차를 끌면서 12시간을 달려도 다른 말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지쳐있는 말들을 보면 감탄밖에는 안나온다. 이거 혈통 이 어디야? 왠만하면 나도 하나 가지고 싶군. 레이친까지는 앞으로 남은 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정도의 속도로 이틀에서 사흘정도만 더 달리면 레이친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노예경매가 이 루어지는 날짜까지는 넉넉해도 너무나도 여유가 나도록 넉넉해서 앞으로 약 2주 정 도 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이정도의 시간이라면 노예샤냥꾼들을 따라잡았지 않 았을까 싶어서 스퀄을 시켜서 정찰을 하게 해보았는데, 역시나 우리는 이미 그들을 너무나도 많이 앞질러 있는 상태였다. 수도에서 천천히 쉬면서 일주일정도 처져 놀 아도 충분할 덩도의 시간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하, 그동안에 서로 안 마주친 것이 그나마 다행이군. 아니, 오히려 불행이라고 할까? RPG와 합심해서 노예사냥꾼들을 처단해 버리면 정말로 싱겁게 일이 끝나버릴테니 말야. 아, 그러고보니 나는 엘프 들에게서 의뢰받은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아예 즐기려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같 군. 드래곤으로서 나오는 첫번째 유희라고 하면 되려나? 유희 치고는 좀 짧은 시간 이 될 것 같지만 말야.(드래곤이 한번나와서 가지는 유희의 시간은 대개 150년에서 길게는 300년까지 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 수도에서는 무엇을 하면 될까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하는 시간이 될 것 같은데 말야.레리첸트의 수도이니만큼, 볼거리나 먹거리 역시 풍성할테고, 그만 큼 관광의 기쁜은 두배, 세배가 되는것이 당연한 사실. 하지만 말야, 애인과 딸 걱 정으로 가득한 저 두사람을 데리고서 수도의 명물들을 즐기러 다닌다고 하면, 그것 도 참 못할 일인데. 쳇, 그러고 보니까 이번 여행은 완전 우울한 여행이군. 게다가 내가 세워놓은 계획에 의하면 우리는 일을 끝내자 마자 수도를 탈출해야 하는 상황 이 벌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정말이지 큰맘먹고서 온 수도에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 하는 셈이 되어버린다. 아마도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한 저 두사람의 경우는, 이제 본격적으로 상대적인 위치는 틀리지만 그래도 한사람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일 것이 며, 그것 때문에 그들은 내가 관광기분좀 내겠다고 하면 불같이 화를 낼 것이기 때 문에 나로선 정말이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으아아아! 그렇게 되면 정말로 불행! 불행이야! 2주동안 어두컴컴한 얼굴들 보면서 지내야 돼?! 그것도 모 처럼의 여행에서?! 안돼! 그것은 절대로 안돼!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라이니시스님. 뭐하세요?" "응? 에?" 내가 잠시 중요하고도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을 무렵, 우리들은 어느새 식사를 겸 한 휴식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와중에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마차에서 내리지 않자 미리안이 날 부른것이었다. 나는 잠시 주위의 일부 시선이 나를 이상하게 쳐 다보는것을 느끼고는 상당히 머쓱해졌으며, 얼른 마차에서 내리고는 미리안에게 말 했다. "아, 신경쓰지마. 그냥 생각할 것이 조금 있어서" "무엇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시는 겁니까?" 내가 가볍게 얼버무리자, 자한이 얼굴에는 기대감을 가득 채우면서 나에게 물어왔 고, 나는 또 다시 당황해야했다. 아마도 자한은 내가 RPG에 들어갈 것인가, 말것인 가는 두고서 상당히 도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고민거리가 있다면, 얼른 해결해 버리시는게 좋을겁니다.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고민이라면 두말할것 없이 좋은쪽을 택하는거이 좋겠죠" 얼핏 들으면 절말로 상대를 걱정해주는 고마운 말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내 머리 속에는 이렇게 들려왔다. '무얼 그렇게 고민하고 계십니까? 그냥 RPG에 들어오세요. 저희는 정말로 당신이 들어오는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고민하지 마시고 오세요!' 하아… 이걸로 또 고민거리가 늘어났군. 저 권유를 어떻게 하면 정중하고, 합리적 으로 거절 할 수 있을 것인가가 큰 문제란 말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은유적인 권유 한 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상대쪽에서 날 엄청 눈치가 없는 사람으로 보 고서 직선적인 권유를 해올 경우, 나는 어떻게 그것을 거절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 이큰 문제다. 아무래도 상대쪽에서는 나를 붙잡고서 그렇게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 며, 나는 그런 그들의 끈질김에서 도망가기 위해서라도 엄청나게 크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대야 할것이다. 내가 흉악 범죄자라 하더라도 공작가문의 뒷심으로 얼마든 지 사면조치 할 수 있다는 것은 불보듯 뻔한일이다. 크아앗! 그냥 차라리 국왕암살 을 기도해버려? -49- 003.34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잠시 히스테리컬하고 엽기발랄한 상상을 하는 동안, 미리안을 포함하여 대 여섯의 식사 담당이 열심히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헌데 왜 하라는 식사준비는 안하고는 미리안만 보는겨?) 마리를리나도 제딴에는 여자라고 한번 식사를 거들겠다고 나섰 다가, 미리안의 만류(예전, 자기가 했던 일을 그대로 기억하는가 보다)로 손가락빨 면서 구경하는 신세가 되어버렸고, 나는 그 사이 자한의 오해에서 비롯된 적극적인 공세를 받고 있었다. 이것봐! 나는 그런 걸로 고민하는게 아니란 말야! RPG에는 별 로 관심 없어! 게임은 좋아하지만. 내가 열심히 듣는척 하면서 자한의 말을 모두다 한쪽귀로 흘리고 있을때, 인워원점검을 마친 뷔켄이 나에게로 다가와서 말했다. "아, 라이니시스씨. 실례지만 저기 미리안씨의 검술사부라고 하셨죠?" "아, 네. 그렇습니다만" "실례가 아니라면 잠시 검을 나누어 봐도 되겠습니까?" 에? 그러니까 지금, 나랑 대련을 해보자는 말인가? 나는 약간은 멍한 표정으로 그 를 바라보았고, 그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한듯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눈으로 다시한 번 정중하게 요청해왔다. "부탁드립니다" "아… 저기, 그러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한의 공세를 계속 한 귀로 흘리면서 무시하는 것 으로 시간을 보낼것인가, 아니면 뷔켄의 요청에 따라 자한에게서 벗어나 그와 칼겨 루기를 할 것인가. 하지만 결론은 금방 나왔다. 당연히 자한에게서 벗어나는 것이지! 잠시 주위가 소란스러워 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즉석에서 연무장이 만들어져 버렸 다. 뷔켄과 나는 서로간에 약 4야드 정도의 간격을 두고서 마주보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우리들의 둘레로 약 20여야드 정도의 원을 그리면서 서있었다. 식사를 만 드는 사람을 빼고서, 네다섯명이 드문드문 원을 그리면서 서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것이 불구경이랑 다른사람이 싸움하는 거랬지? 그런 사실을 매우 철저하게 지키려는지, 사람들은 전부 얼굴에 묘한 기대감을 담은 미소를 띄우면서 과연 누가 더 강할까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을 개시했고, 그 토론의 주체가 되는것은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들이었다. 결국, 한마디로 말해서 그들은 현재 우리들을 대상으로 내기 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 귀에 잡히는 정보로는 현재 그들은 나와 뷔텐에 대 해 거의 1:1의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그만큼 배당율 역시 그것과 동일했다. 그들 은 내가 일류급의 정령술사에다가 엘프에게 검술을 가리킨다는 사실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뷔켄측의 경우에는 평소 그를 매우 많이 믿어오던 친 구들이나, 아니면 그에게 철저하게 깨져서 더이상의 강자를 보지 못해 절대적인 신 념을 가진 일종의 맹신 같기도 한 케이스들이었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감정을 자세히 분석해 보자면, 아마 내가 이길 경우(거의 확실하지만) 그들의 행동 은 거의 월드컵의 훌리건Hooligan(축구장의 난동패를 가리키는 말로 19세기말 영국 런던의 한 뮤직홀에서 난동을 일으킨 아일랜드의 훌리건 집안에서 유래. 경기를 통 해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훌리건들의 난동은 유혈참사는 물론 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46년 영국 볼턴스토크전에서 33명 사망, 400여명 부상, 64년 페루 아르헨티 나의 리마경기 때 300여명 사망, 500여명 부상, 69년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의 축 구전쟁, 82년 네덜란드 할렘모스크바 스파르타크 경기 때 22명 사망, 100여명 부상 과 85년 브뤼셀하이젤구장에서 영국 훌리건 난동으로 스탠드가 붕괴되어 40여명이 사상한 사건 등 대형참사가 속출하였다) 수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 히 위험한 관중들이군, 이거. 뷔켄이 쓰는 무기는 날이 상당히 날카롭게 갈려져있는 클레이모어Claymore(양손으 로 사용하는 검의 일종으로, 스코틀랜드에서 하이랜더들에게 애용되었던 장검이다. 길이는 100~190cm, 무게는 2.7~4.5kg, 검 폭은 3~4cm 정도. 얇은 두께와 단력성으 로 장검의 베기능력을 이어받은 검이다. 갑옷의 중요성이 줄어든 16세기 이후의 검 으로서 적절한 기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이었고, 그것을 별로 어렵지 않게 휭휭 돌리는 것으로 보아서는 일격필살보다도 예측할 수 없게 여기저기를 노리는 날카로 운 베기형식의 검술이 나올것 같다. 그리고 내가 들고 있는 것은 내가 직접 벼리고 마법적인 옵션까지 집어넣은 샤플리 슬래시Sharply Slash 롱소드다. 기왕이면 나도 클레이보어나 투핸디드소드, 또는 바스타드를 쓰려고 했지만 만들다가 보니까 롱소 드를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그냥 쓰고 있는것이지. 이 정도면 왠만해선 쓰기 편하거 든. 드래곤의 비늘보다 약한것은 전부 베어낼수 있을테니까 말야. 거기에 가드에는 쥬엘 소켓Jewel Socket까지 있어서, 내가 옛날에 만들어둔 퍼스널리티 스톤을 끼우 면 순식간에 에고 소드Ego Sword가 된다. 지금은 가드 전체를 가죽으로 감아두었기 때문에 그냥 평범한 롱소드로 보일것이다. 그는 내가 롱소드를 꺼내드는 것을 보고 서는 말했다. "롱소드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리치의 차이가 납니다만" "길이로 싸울거면 활쏘기를 하는게 더 좋을걸요?" 나는 여유있게 맞받아쳤고, 그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클레이모어 와 롱소드의 리치의 차이는 조금 많이 나는것은 사실이다. 기본적인 간격에서 부터 차이가 나면, 짧은 무기를 사용하는 쪽이 그만큼 불리해지기 마련이지. 무기가 상 대에게 피해를 입히려면 그 무기의 사정거리 내에 목표물이 있어야 할테니까. 리치 가 길면 무기로서 효용성이 조금 늘어나는 셈이지. 그만큼 휘둘렀을 때의 파괴력도 붙고말야. 하지만 리치가 길면 그만큼 무기를 움직여야 되는 동선이 늘어나기 때문 에 순발력면에서 뒤지는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아예 파괴력을 중심으로 만든 무기 가 있는데, 그것이 양손검이라 불려지는 투핸디드 소드이다. 투핸디드 소드에 있는 날은, 사실 날로서의 효용성을 바라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르기에 마련이다. 투핸 디드에 달려있는 날은 자른다든가 벤다거나 하는 행위에서 쓰이는 것이 아닌, 단지 조금 더 빠르게 검을 휘두를수 있게 공기의 저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투 핸디드 소드는 차라리 메이스Mace쪽으로 분류를 하야 할 정도로, 자른다기 보다는 부숴 으깬다고 하는 표현이 맞아 떨어지는 공격을 하기 때문에 투 핸디드에 있어서 날이라는 것은 공기 저항을 줄여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검을 휘두르게 하려는 방법의 일환이다. 물론, 투핸디드의 날 역시 자른다는 기능을 하긴 하지만, 투핸디드에 격 중된 물체나 사람을 봐도, 그 모습은 잘랐다가 보다도 쪼개었다고 하는 편이 어울 리기 때문에, 투핸디드의 날은 베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날카롭게 날을 세우면 되겠지만, 투핸디드 같은 중장의 무기는 그것으로 여러번 적의 공격을 막다 가 일격필살로 사용해야 하는 종류이기 때문에 날이 쉽게 상한다. 검의 날이 날카 로우면 날카로울수록 그만큼 이가 잘 빠지기 때문에 투핸디드의 날은 보통의 칼도 다 약간 뭉툭하게 세워놓는다. 파괴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투핸디드는 무식하게 두 껍고 크며, 무겁다. 날이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차라리 메이스 계열로 분리시켜도 무방한 모습이지. 그리고 클레이모어는 투핸디드의 변형판이라고 하겠는데, 파괴력에 중심을 둔 투 핸디드와는 달리, 그 길이(리치)는 유지하면서 부순다는 개념에서 벤다는 개념으로 발전된 것이다. 그 때문에 클레이모어는 투핸디드보다 가볍고, 베는 검이기 때문에 사용도 용이한, 편리한 칼이다. 하지만 파괴력 면에서는 클레이보어보다 짧은 바스 타드를 능가하지는 못한다. 투핸디드의 길이를 살리면서 베는 검을 만들다보니 그 만큼의 파괴력을 뭉터기로 잘라내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나도 써본바에 의 하면, 베는 맛은 그 어떤 검에도 견주지 못할 정도로 잘 베어지는 검이 바로 클레 이모어인 것이다. 나는 검을 들고 앞으로 다가가서 뷔켄의 클레이모어에 살짝 부딪혔다. 일종의 시 합 시작 신호와도 같지. 쇠와 쇠끼리 부딪히면서 챙~ 하는 맑은 울림소리가 났고, 나와 뷔켄은 서로의 빈틈을 찾으며 어깨를 긴장시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사이드 스 텝을 밟으면서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호오, 기본기가 잘 잡힌 자세야. 미리안 역시 기본기가 잘 잡혀있지만, 그녀의 자세는 다음 수를 예측하기가 너무 쉬울정도 로 직선적인 자세만을 취하는 것이지만, 뷔켄의 경우에는 미리안과는 전혀 다르다. 어느 방향에서 검이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정적인 자세다. RPG의 명성은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기존의 검술의 토대는 레리첸트에서 널리 일반적으로 쓰여 지는 윈드 스트림 소드Wind Stream Sword(風流劍)인것 같지만, 기수식에서 발의 위 치와 상체의 굽힘이 원래의 그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아마도 내 생각에 저런 자 세를 취하고 있으면, 원래의 검술의 기수식에서 뻗어나오는 다른 기술들이 제대로 나오지는 않을것 같다. 하지만 RPG의 특기가 검술의 흡수와 변형인이상, 저것을 얕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첫번째 중요사항이며, 또 원래의 검술과 비교를 하면서 생 기는 선입견들을 버려야 하는것이 두번째 중요사항이다. 확실히 원래의 기수식에서 튀어나오는 기술들과는 전혀 거리가 먼 모습이지만, 저 자세는 어느쪽으로도 공격 해도 막을 수 있으며, 또 어느방향으로도 공격해 올 수 있는 자세이다. 한바퀴 정도를 아무일도 없이 돌자 나는 슬슬 조바심이 났다. 빨리 끝내는것이 식 사를 하는데 훨씬 도움이 될거야. 나는 식사시간까지 할애 하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딱 질색이거든. 나는 일부러 옆구리 부분에 살짝 빈틈을 보여주었지만, 뷔켄 은 장난하지 말라는듯이 깨끗하게 무시했고, 나는 그것에 이어서 한번에 두세개의 빈틈을 한꺼번에 노출시키기도했다. 그때마다 그는 손이 움찔 움찔하면서 달려들고 싶은것을 참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는 속으로 씨이익 하고 미소지었다. 망설인다 는것 자체가 이미 내 술수에 반이상 걸려든것이겠지. 나는 아주 대담하게 여기저기 최대 여덟군데 정도의 빈틈을 아낌없이 드러내었으며, 그곳은 공격을 당해도 별로 크게 다치지 않는, 대련시에는 아주 좋은 빈틈이라 할 수 있는 장소였기 때문에 철 저하게 자기 억제를 하고 있는 뷔켄이었지만, 이 고혹적이고도 매력넘치는 달콤한 유혹에 차마 자신을 억제하고 있기가 매우 괴로울 것이다. 아마도 그의 머리속에서 는 '할까?' '아냐, 저건 분명히 술수야'같은 상념들의 대화가 둥둥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 때문의 그의 눈빛은 상당히 인내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으며, 그 때문에 생기는 정신적인 공백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싸움에서는 육체적인 공백보다 도 정신적인 공백이 훨씬더 큰 빈틈이라는것을 모르는 건가? 아무튼 걸렸다! 파앗! 창! 나는 내가 그에게 쇄도한다는것 조차도 느끼지 못하게 호흡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 나가면서 달려들었고, 그는 매우 당황해하면서 내 상단 내려치기를 막아내었고, 몸 에 익혀진 습관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당황해하는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윈드 스트 림 소드의 방어술처럼 내 공격을 한쪽으로 흘리고 있었다. 호오, 정신적인 공백을 노렸건만, 그래도 몸은 살아있다는 건가? 에잉, 이것으로 기습공격도 실패잖아? 나 는 흘려지는 검을 그 방향 그대로 더욱 속도를 붙여서 흘려내었고, 그러자 곧이어 서 뷔켄의 검이 번뜩이는 날과 함께 나에게 접근해왔지만, 검을 흘릴때 생긴 가속 도는 그의 검이 내 몸에 닿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차앙! -50- 003.35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또다시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우리는 그 반동력으로 검을 회수하고 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좋아! 이번엔 그냥 간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대각 선의 네방향을 점유하며 검을 휘둘렀고, 뷔켄은 순간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상 단, 하단 방어로 대각선의 네 꼭지점을 점유하며 휘둘러지는 검을 막아내었다. 채쟁! 차장! 그리고 그는 내가 공격을 거둬들이는 것과 맞춰서 왼쪽과 오른쪽의 두 지점을 점 유하며 연결해오는 공격을 해왔고, 파생되는 변칙성 기술이 상당히 많은 이 기술에 나는 검을 들어서 그 중간지점을 공격해 나가며 공격을 무효화시키고는, 그대로 아 홉 지점을 빛과 같은 속도로 찔러대는 기술인 나인 포인츠 스텝Nine Points Stab을 선보였다. 뷔켄은 4번째까지 그것을 막다가 힘이 부치는지 뒤로 뛰면서 내 사정거 리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나는 그가 뒤로 뛰어서 양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그 시 점을 놓치지 않았다. "스트랭스 스매쉬Strength Smash!" "허엇!" 뒤로 뛰는 시점에 맞춰서 강력한 힘으로 단숨에 내려치는 스매쉬에 뷔켄은 상단막 기로 막았지만 아마 손에 전해지는 진동은 장난 아닐것이다. 클레이모어는 폭이 얇 으니까 내구력이 조금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는걸? 그는 검에서 전해지는 엄청난 진 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RPG니까 버티지만, 다른사람 이었으면 벌써 검을 떨어뜨렸 을걸? 근성하나는 칭찬해 주지. 하지만 이 게임은 내가 잡았어! "브로큰 슬래시Broken Slash!" "로열 플래티넘 가딩Royal Platinum Guarding!" 허헛, 기술명도 RPG냐?! 나는 거의 무기 파괴기술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횡베기인 브로큰 슬래쉬를 걸었지만, 그는 아마도 RPG에서 가르치는 고유의 기술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로열 플래티넘 가딩(최고급 백금 방어술?)을 펼쳤다. 순간적으로 검과 검 이 부딪히면서 백금이 번쩍거리는 듯한 반사광이 났고(낮이니까 이렇게 번쩍거렸다 고 확신한다), 뷔켄의 검이 한순간 현란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어느샌가 나의 검을 공격권 밖으로 벗어나고 있었고, 워낙에 동작이 큰 기술인지라, 나는 엄 청난 빈틈을 보이게 되었으며 뷔켄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파워 차지Power Charge!" 강력한 힘을 실으면서 클레이모어가 오른쪽 대각선 베기로 나에게 날아들었고, 나 는 검을 회수하기에는 조금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윽! 회수하지 못하면 그대 로 흘려버린다! 에에라! "디펜스 턴Defense Turn!" 나는 돌리던 방향 그대로 더욱 힘을 주면서 돌았고, 덕분에 가속도가 붙어서 검끝 을 내렸다가 다시 올려붙이면서 한바퀴를 돌았고, 거의 아슬아슬한 시점에서 뷔켄 의 칼을 막아내었다. 카가각! 엄청나게 듣기 싫은 소리가 손을 얼얼하게 하는 진동과 같이 들려왔다. 물론 내가 이 정도 진동으로 고통을 느끼겠냐마는, 뷔켄의 경우엔 상당한 진동을 느끼는지 눈 살을 크게 찌푸렸고, 우리는 건믈 교차시킨 그대로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허헛, 우 습군. 드래곤에게 힘겨루기를 거는것은 또 뭐람? 카각! 카드득! 검과 검끼리 마찰하면서 쇠가 깎여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나와 뷔켄의 시 선은 서로의 시선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온 힘을 다하는 듯이 이마에서 는 땀을 주르륵 흘리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나는 무표정도 아닌 오히려 여유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뷔켄의눈에 순간 놀라움이 스쳐지나갔고, 한참을 그렇게 힘겨루기를 하고 있을 때, 소름이 돋는 소리와 함께 나의 검이 클레 이모어의 날을 파고들었다. 카가가각! 콰창! 내 칼은 뷔켄의 클레이모어의 날 속으로 파고들자마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의 검을 중간에서 양분해 버렸고, 검의 파편같은 것은 튀지도 않은채 그의 검은 깨 끗하게 두동강이 나버렸다. "이, 이런…" "어엇…" 한참 힘겨루기를 하다가 검이 잘려져 나가자, 뷔켄은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었고, 나 역시 전혀 몰랐다는 듯이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것이야. 아무리 봐도 인간의 손으로 잘 달련된거 밖에 되지않는 클레이모어와 드래 곤인 나의 손으로 벼려지고, 마법적인 옵션까지 붙어있는 롱소드의 차이는 심하고 도 심한것이지. 암. 나는 지금은 승부를 가릴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검을 거 두면서 말했다.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검이 그렇게 부서져 나갈줄은…" "이것도 수명이 다된 것이겠죠. 마침 수도에 가서 새 검을 장만하려고 했던 것인 데, 오히려 잘되었군요. 그나저나 이거 아쉽게 됐네요" 뷔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이 말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해 보이는 저 표정은 무 엇일까? 아마도 대련을 만족하게 끝내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 나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면서 탁 풀린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긴장이 풀리니 허무하기도 하군요" "그러네요. 오늘은 그럼 무승부로 하죠. 꽤 잘 하시던데요?" 그는 씨익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왔고 나는 그손을 잡으며 악수했다. 헌데 '오늘은 '이라니, 다음번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거야? 혹시 내가 RPG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대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나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생긋 미소지어 주고는 식사를 위해 내가 잡아둔 자리 로 돌아갔다. 나름대로 괜찮은 상대였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킬링타임용으로 데리 고 놀기에는 적당했어. 비록 긴장감이라는것이 없었지만 말야. 그래도 한 30년정도 만 열심히 수련시키면 훤씬 더 나은 검투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군. 내가 적당히 자리를 이동하자 어느새 식사준비를 끝냈는지, 미리안이 쪼르르 달려 왔다. "아, 라이니시스님. 잘 싸우시던데요?" "그래도 조금은 고전했어" "거짓말. 긴장된 표정은 하나도 없었고, 이마에 땀도 안맺혀 있는데요?" "…내 체질상 땀은 안흘려" 나는 한순간 뜨끔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미리안과 내가 RPG사람들이 있는 장소 에서 떨어져서 그들에게 들리지 않을 뿐이지, 아마 그들에게 들렸다가는 경칠 노릇 이다. RPG의 한명을 상대로 검을 부러뜨리면서 땀 한방울 맺히지 않았다는 것은 엄 청나게 실력이 있는 검사라는 소리이기 때문에 그들로서는 절대로 그들의 편으로서 영입시키고 싶은, 다른 세력들의 손에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인 것이다. 나는 대충 얼버무렸지만, 미리안의 시선은 '헤에~ 그래요오?'라고 비꼬는 듯이 묻는 표정이었 다. 크윽, 이봐 미리안. 너무 그렇게 파고들지 말라구. 그녀는 그런 시선으로 나를 보다가 금새 뭔가 생각났는지 내 손을 잡고는 한쪽으로 날 이끌었다. "아, 이리좀 와보세요" "어? 왜?" "아, 글쎄요" 그녀는 무작정 대답도 하지 않고서 날 끌고는 어디론가로 계속 걸엇고, 그녀의 발 길이 멈춘곳은 조금전까지 대규모 인원을 위한 요리를 했음이 분명한 자리였다. 그 러니까 여기서 요리를 했다… 라는거군. 근데 여기는 왜?" 그녀는 잠시 기다리라면 서 손을 놓고는 그 근처를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지? "아, 있다. 라이니시스님 여기요~"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어 무언가를 찾아내고는 나를 불렀고, 나는 땅바닥에 널 부러져있는 각종 쓰레기들을 피해가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물을 담았으리 라고 추측되는 나무통 위에서 접시 하나를 들고는 나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저기… 제가 고기요리를 좀 해봤거든요…? 맛좀 봐주세요" "고기요리?" 오오옷! 미리안이 고기요리를?!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접시로 시선을 돌렸고, 그 곳에는 돼지고기와 야채를 채썰어서 함께 볶은 복음요리가 있었다. 만든지 얼마 안 되는 것인지 조금 식었긴 하지만, 아직은 미약한 김을 뿜고 있어서 맛있어 보인다. 나는 접시위에 얹어져 잇는 포크를 들고는 잠시 요리를 뒤적이면서 심사를 하기 시 작했다. "음… 고기는 좋은걸 썼군. 그리고 당근에 양파, 피망. 꽤 단조롭지만 그만큼 복 잡하지 않는데? 그리고… 당근을 먼저 볶았고, 양파는 잘게 설어서 고기와 버무린 후에 당금이 반쯤 익었을 때 넣었고, 피망도 비슷한 때에 넣었어. 피망의 향이 나 는 것으로 봐서는 피망은 약간 덜 익혀서 매콤하게 했군. 간은 소금으로 간을 약 간 했고 향신료로는 후추를 조금 넣었군?" "우와아~ 정확하세요!" "그럼 먹어볼까?" 나는 포크로 고기와 당근, 피망을 한데 찍어서 입속에 넣었고, 그러자 곧 양파의 달콤함과 피망의 매콤함이 느껴졌고, 코로는 후추의 풍미가 살살 올라왔다. 고기는 부드럽게 씹혔으며, 당근은 너무 익히지 않아서 아직 잘 씹히는 맛이 살아있었다. 피망 역시 매우면서도 맵지 않은 그 오묘한 경계선에서 한껏 맛을 내고 있었고, 전 체적으로 뿌린 소금간이 정말로 잘 되어있었다. 오오오! 맛있어! "맛있는데? 이야…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늘었어?" "정말요? 아아… 다행이다. 고기요리는 처음 해봐서 긴장했어요" "처음 하는것 치고는 너무 잘했다는 느낌도 드는데? 어쨌든 잘했어"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려다가 그녀가 그것을 조금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고,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기뻐했다. 하지만 정말 대단한 데? 이런 큰 발전을 이룰줄은 미처 몰랐어. 나는 그자리에서 접시를 깨긋하게 비워 버렸다. 워낙에 별로 안되는 양이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미리안이 고기요리를 했다는데? 나는 깨끗하게 비운 접시를 나무통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맛있었다. 간만에 미리안이 해준 요리다운 요리를 먹어보는군" "뭐에요. 그 말은?" "글쎄? 뭘까나? 하핫" 나는 나의 놀림에 살짝 볼을 부풀린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탁탁 쳐주었고, 그녀는 그게 더 마음에 안들었는지 팔짱을 끼면서 흥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다른쪽으로 돌렸지만, 그래도 그녀가 약간 미소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훗 하고 미소지으면서 한쪽 팔로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쥐고서 말했다. "자자, 그냥 농담한거 가지고 왜그러실까? 귀여운 미리안양, 어서 화 푸세요~" "치잇. 맨날 뭐 할때마다 놀리시고 그러시면 저 정말로 싫어요" "그래, 그래 알았어. 어서 표정 풀어. 안그러면 키스해버린다?" "에, 에엣?!" 나의 능글맞은 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내 품안에서 벗어났고, 그녀는 당 황해하는 표정으로 나는 바라보았다. 상기되어서 약간 발갛게 물든 볼이 그녀의 당 황한 표정을 귀엽게 보이게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큭큭거리면서 웃었고, 그녀는 또다시 놀림받았다는 사실에 발끈했다. 그러다가 그 녀는 나에게 해줄 말이 떠올랐는지 표정을 풀었고, 나는 그녀에게서 무슨말이 나올 지 알았기에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말했다. "뭐, 어쩌겠어요. 제가 이해해야죠" "뭐, 어쩌겠어. 내가 이해해야지" "……" "훗, 이겼군. 미리안아, 가끔은 패턴을 좀 바꿔보지 그래?" 악에 받힌 미리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51- 003.36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저기 말이죠, 라이니시스씨" "네. 무슨 일이시죠?" 우리는 식사를 끝내고서 다시 속력을 내며 이동하고 있었다. 해는 어느새 지평선 너머로 그 위대한 모습을 감추어 버렸고, 이내 검푸른 베일이 드리워지는듯 어둠이 밤하늘을 채웠다. 밤하늘의 여왕인 달은, 오늘은 매우 기분이 좋은지 활짝 피어난 꽃 같이 둥글 둥글한 보름달이었고, 우리는 수도가 가까워짐에 따라 자는 시간마저 도 조금씩 아껴가며 느리지만 착실하게 이동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뭐 가 피곤한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마리를리나와 미리안은 가뜩이나 비좁은 마차에서 서로를 부둥켜 안고는 반쯤 누워서 쌕쌕대는 새우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읽어오던 책을 다 읽었기에 더이상 볼것이 없어져서(볼거리는 베낭에 있었지만, 그것은 지금 미리안과 마리를리나가 베게로 쓰고있다) 멍 하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도중 자 한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러니까… 미리안씨하고는 무슨 관계시죠?" 에? 내가 설명 안해주었던가? 나는 약간 황당해지는 기분을 담은 눈으로 그를 바 라보았고, 그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것인지 잘 알았는지 고개를 저으면서 말 했다. "사제관계라고 지난번에 밝히셨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 두분의 모습을 보니… 죄 송합니다만, 보통의 사제관계 이상으로 보여서 묻는 겁니다. 오늘의 취사당번들이 말하길, 라이니시스씨께 드릴거라면서 요리를 만드는 미리안씨의 모습이, 마치 신 혼 분위기의 아내 같다는 평가를-아, 취사당번중에 현재 신혼인 녀석이 있습니다- 들었습니다" "그랬나요?" "네. 그리고 미리안씨가 만든 음식을 먹고나서, 보여준 라이니시스씨의 행동 역시 선생이라기 보다도 뭔가 더 친밀한 그런 모습이었거든요" 그러니까 어깨 감싸안고 농담한거? 그는 설명을 촉구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고,( 촉구하는건지 어땠는지는 어두워서 모르지만 분위기가 그랬었다) 나는 잠시 그에게 어떤 대답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그가 왜 이렇게 신경을 쓰는것인지 궁금해졌다. 아 니, 궁금했다기 보다는 확인하고 싶었다고 해야겠지? "헌데, 그것은 왜 물으시는 거죠? 혹시 자한씨가 미리안을…?" "아, 저기… 그러니까… 사실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임자있으면 일찍 포기하려구 요" 그는 미리안이 잠귀에 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작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완 벽한 귓속말이 아닌 이상, 미리안이 깨어있다면 이정도 거리에서 안들릴리는 없지. 그리고 한순간 미리안이 움찔거린걸로 봐선 확실하게 깨어잇는 상태라구. 뭐, 예상 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밝혀질줄은 몰랐는걸? 자한의 태도로 보아서는 미리 안에게 어느정도 흑심(?)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말야. 나는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미리안이 요리하면서 그렇게 보였다는 것은, 아마도 처음 접하는 요리에 대한 호 기심과 궁금함 때문이겠죠. 그리고 제게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은, 미리안이 만든 요리를 대부분 제가 먹기 때문입니다. 같이 살거든요" 같이 산다는 뉘앙스는 어찌 들으면 상당히 묘하게도 들린다. 그런 이유에선지 미 리안의 어깨까 잠깐 움찔 거린것은… 후훗, 왜일까? 자한은 나의 말에 갑자기 목이 터억하고 막힌듯이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 같이 산다는 건?" "그러니까… 좋을대로 생각해 주세요" 나의 말에 자한의 어깨는 추욱 쳐졌고, 미리안의 경직된 어개도 한순간에 촤악하 고 풀리는 것이 보였다. 자한은 그렇다고 치지만, 미리안은 뭘 기대한거지? 혹시라 도 내가 '미리안은 제 밥순인데요'라고 말하길 바란것은 아니겠지? 한시간 쯤 더 길을 가고나서 우리는 적당한 야영지를 찾았고, 거기서 야영을 하기 로 했다. 가을이라서 밤날씨는 쌀쌀했기에, RPG는 모두 텐트를 치고는 서넛이서 옹 기종기 텐트 하나씩 차지하고는 들어가서 잠을 자려는듯 했고, 그 텐트들 중간에는 가장 호화롭고, 따뜻하고 비싸보이는, 마리를리나의 것이라고 충분히 확신이 가능 한 텐트가 있었다. 마리를리나는 마차에서 새근거리면서 자다가 자한이 몸을 흔들 자 졸린눈을 힙겸게 비비고는 웅얼거리면서 마치 좀비같은 걸음걸이로 자기 텐트로 향했고, 자한은 마리를리나가 넘어지지 않게 잘 보호하면서 걸어갔다. 원래라면 미 리안도 마리를리나와 같이 가야했지만… 그녀는 나에게서 등을 돌리고는 자는체 하 고 있었다. 미리안아, 이럴 때 자는 척 하면 더 부자연스러워 보인다는것을 모르는 거야? 나는 텐트가 들어있는 배낭을 베게로 사용하는 미리안 때문에 텐트르 못친다 는 것을 알고는 미리안을 불렀다. "미리안. 가서 자라. 그리고 배낭 이리 줘. 텐트치고 자야지" 그녀는 어깨를 살짝 움직이고는 말했다. "…라이니시스님" "왜?" "우리는… 같이 살고 있는 건가요?" 응? 그게 무슨소리야? 나는 잠시 그녀의 질문에 어리둥절해 했다. 나는 분명히 그 녀과 '같이' 나의 레어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같이 산다고 하는 게 맞는 데… 갑자기 그런것에 의문을 가지다니? 나는 잠시 의아해하면서 뭔가를 말하려던 찰나에 그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라이니시스님이 저를 데리고 사시는게 아니라요?" 아…. 그런건가? 분명이 나는 미리안을 엘프마을에서 데리고 와서 살고 있었고 그 것은 같이 사는 형태가 아닌 내가 미리안을 데려와서 살게 하는 형식이었다. 데려 와서 살게 한다는 것과 같이 산다는 말의 의미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녀가 나에 게 묻는 것이지. 데려와서 살게 한다. 혹은 데리고서 산다는 말의 의미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있어서 우위에 있다는 소리이다. 데리고 산다는 것은 다른 쪽의 의사를 묻지 않고 서 강제적으로, 힘으로 거주의 자유를 무시하고서 데리고 살게 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기 때문에, 그녀는 나와 자신의 생활을 그런 관계로 생각한 것이고, 사실이 그렇 다. 나는 드래곤이라는 절대적인 권력으로 그녀의 거주의 자유와 그녀 자신의 의사 를 무시하고는 나의 레어에 데려와서 살게 하고 있고, 비록 휴가를 준다고는 하지 만 그 행동에 제약이 있다. 그리고 같이 산다는 말은, 한쪽이 다른 한쪽의 동의를 받아서, 같은 위치에서 정 당하게 서로를 대하며 산다는 말이다. 이것은 내가 엘프마을에서 그녀에게 나의 레 어에서 생활하겠냐고 묻고 그녀가 승락했을 때 성립하는 말이었지, 내가 무작정 데 리고 와서 생활하게 하는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 틀린 것이다. 서로가 동등한 위치냐, 그렇지 않느냐. 그 차이는 정말로 엄청난 차이다. 그녀는 그래서 내가 자한에게 한 '같이 산다'는 말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었고, 이 부분에서는 나도 대답하기가 상당히 곤란해졌다. 분명 나는 미리안을 데리고 와 서 살게 하고 있었지만, 그녀를 함부로 대한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녀가 싫어하는 일은 왠만하면 시키지 않으려고 했고(요리는 제외), 실생황에 있어서 그 녀의 의견을 잘 수용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요청을 상당부분 들어주는 쪽으로 많이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본바탕은 '같이 사는'것이 아니라 내가 그녀를 '데리 고 사는'것이었다. 내가 여기서 그녀와 '같이 산다'라고 하면 그것은 내가 그녀와 나는 동등한 위치 에서 생활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나의 행동에서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과 같은 소리이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미 리안 같은 경우 같이 살면 좋기는 하지만, 연애감정 같은 것은 없으니까. 어디까지 나 내가 마음속에 두고 있는것은 그녀 한사람 뿐이니까 미리안을 마음에 둘수는 없 는 노릇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데리고 산다'라고 하기에도 조금 그런것이 우리의 생활이었다. 동등한것 같지만 서도 전혀 그렇지 않은 묘한 관계가 바로 나와 미리 안의 관계였고, 그녀는 여기서 내가 어느쪽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밝히라 고 촉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대답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무슨말을 할까 잠시 고 민하고 있었고, 그런 사이에 이번에도 미리안은 내말을 기다리지 않고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저, 가서 잘게요. 주무세요" "어, …응" 가는 동안 미리안은 나에게 표정을 보여주지 않았고, 나 역시 그녀를 돌아보지 않 았다. 아, 껄끄러워. 그리고 3일 뒤, 우리는 지치고 지쳐버린 몸과 마음과, 말을 이끌고는 드디어 레리 첸트의 수도 레이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 동안에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아무일도 없었다고 해야 하겠지. 미리안은 그 날 나에게 물어본 것을 잊 은것인지 어땠는지는 몰라도 평소와 같이 '라이니시스님 안녕히 주무셨어… 후아암 …요'라고 인사했고, 나는 약간 떨떠름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 다. 아마도 그녀는 그것을 그냥 잊기로 했나보다. 뭔가 대답을 바라기 보다는 그냥 현상유지를 하는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보류한것인지는 잘 모르겠지 만, 아무튼 나로서는 대답하기 꺼려하는 일이었기에 잘된거라고 생각하면서 안도했 다, 레이친은 한 나라의 수도답게 역시 웅장하다는 말이 딱 어울릴 크기였다. 멀리서 도 확연하게 보이는 크고 긴 성벽은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거대하고 웅장함을 자랑 했다. 뭐, 그래봤자 내가 발길질 한번하면 쓰러질 성벽이었지만 말야. 그리고 성문 도 정말로 큰 성벽이었었기 때문에 한번 열고 닫는데 몇명의 힘으로 얼마나 걸릴까 하는 궁금함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마리를리나를 앞세우고 성문을 지키는 가드들 의 일렬로 서서 경례하는 그 사이를 지나 다른 이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레이친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우리 네명은 사람들의 시선을, 그것도 RPG사람들과 어깨를 나란 히 하며 들어온다는 이유로 많은 시선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고, 미리안 과 드로바는 어깨를 움추렸으며, 웬드렌은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이었고, 나는 흥미 없는 무표정으로 그들의 시선을 받았다. 그러고보니 수도에 와서는 이 사람들하고 헤어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중간에 따로 떨어지는것은 못하겠는걸? 그것 때 문에 우리를 RPG들의 한 가운데에 둔 것이군. 빠져나갈거면 한번 나가봐라. 엄청나 게 쪽팔릴거다. 라는 생각으로 말야. 나는 슬쩍 뷔켄을 보았고, 뷔켄은 우리의 반 응을 살피고 있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눈을 돌렸다. 검이 없이 덩그러니 보이는 그의 등판이 왠지 위축되어 보이는것은 왜일까? 나는 완전히 당했다는 기분 에 팔짱을 끼고는 쳇 하고 혀를 찼다. 그리고 나의 시야에서는 빙글빙글 웃는 자한 의 얼굴이 포착되었다. 아~! 그래그래. 그냥 검 부러뜨린 대가라고 생각하지! 젠장 맞을, 드럽게도 비싼 칼값이네. 우리가 향하는 곳은 수도에 마련되어있는 공작가의 저택이다. 로즈마리 공작가문 은 별도의 사유지가 따로 있지만, 정계의 일이라는것이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공작령 에서 참여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은 아니기에 산다스 빈 로즈마리 공작은 수도에 저 택을 하나 마련하고는 거기서 출퇴근하며 지낸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부인과 자식 들도 그곳에 살면서 수도에서 열심히 정계진출을 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 더군. 현재 레이친의 서쪽에 있는, 그러니까 나의 레어와는 반대편에 있는 로즈마 리 공작령은 산다스 공작의 둘째 아들인 케메틴 빈 로즈마리 남작이 섭정중에 있다 고 한다. 덤으로 장남인 바를로슈 빈 로즈마리 자작은 현재 국방부에서 제 3사단의 사단장을 맡고 있다고 하더군. 수도는 상당히 컸다.일단 프레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으며, 모리엔과 뮤길과 비 교하자면 거의 대여섯배 정도의 크기이다. 그만큼 사람도 많으며, 귀족들도 많지. 무엇보다도 정치계의 제 1구역으로서 각종 암투와 음모가 판을 치는 장소니까. 전 쟁터보다도 더 많은 계략과 음모가 판을 치는 것이 정치판 일지니. 오오~ 귀족들의 쓰레기 같은 머리를 향해서 받들어 창! 일세. 내가 잠시 이런 생각을 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을 때, 자한이 물어왔다. -52- 003.37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죠?" "오뉴하란의 '오뉴하란 정치이론'의 2부 3권을 생각중이었죠" "그, 그러시군요…" 자한은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크하핫. 한방 먹었지?! 오뉴하란이라는 사람은 지 금으로부터 300년 전의 사람으로, 레리첸트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관계시설 의 확보와 군사시설의 확충에 비대한 공헌을 하고, 각종 민간외교를 활성화 시켰으 며 외국과의 여러차례 있었던 영토 분쟁에 대한 정상회담을 단방에 끝내버린, 아주 유능한 정치귀족으로서 그 이름이 높지만, 그와 동시에 귀족들에게는 악명도 상당 히 높다. 그의 나이 150세때 그는 약 5년간에 걸쳐서 총 4부 전권 48권, 외전 2권짜리의 전 집 '오뉴하란 정치이론'이라는 책을 출판했고, 그 책은 출판된지 한달이 채 넘어가 기전에 출판금지가 되어버렸지만, 그 한달이 못되는 기간사이에 1000세트라는 양이 팔려나간 엄청난 대명작이었다. 그 책에는 오뉴하란이 정치계의 핵심까지 들어가서 느끼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던일을 예명으로 서술하고 있었고, 기본적인 정치학에서 시작해서 행정, 군사, 지리, 문화면에 이르는 장대한 양을 기록한 저서이다. 그 저 서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것이 제 2부 '정치음모'편으로서 정치판에서 사용되는 각 종 더럽고 야비하고, 엽기적인 술수등을 실례로 들어 서술한 것이다. 총 8권의 정 치음모편은 3권이 거의 압권이라고 부를만한 책인데, 3권에서는 정치음모가 판을치 는 이유와 귀족들의 수도거주원인, 그리고 그들의 시커먼 속을 비춘 발랄하고도 엽 기스런 문체로 시원시원하게 내리쓴 압권중의 압권인 책이었다. 오뉴하란 정치이론은 출간되고서 오뉴하란이 죽고 50년 후에 출판금지가 해제되는 데, 2부를 제외하고는 과연 정치인의 교과서가 될만하다라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오뉴하란 정치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2부 부분은 귀족들에게 판매할때는 절 대 넣지 않았지만, 몰래 몰래 사가는 귀족들이 많았다고 한다. 너무나도 적나라하 게 설명되어있는 정치음모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도 한번 써보고 싶게 하는 충동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으며, 또 잘만 먹히면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 들이었기 때문이다. 자한 역시 귀족가문의 자제이고, 그러다 보니까 오뉴하란 정치이론에 대하여 알것 이며, 그 역시 겉으로는 거부하겠지만 2부를 보았을 것이었다. 내가 여기서 정치음 모에 대한것을 생각 한다는 것은, 로즈마리 공작이 우리를 어떠한 목적으로 음모에 참여시킬지 상당히 궁금하고, 또 아무리 해봐도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도 같 았기 때문에 자한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것이지. 후훗, 암만 기고 날아봐라. 최 종적으로 이용당하는것은 로즈마리 공작가문이지, 나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이 아 니란 말씀이야. 수도에 들어와서 거의 한시간쯤을 갔을까, 우리의 정면에는 드디어 거대한 저택이 하나 보이기 시작하였다. 거대하다고 해도 정문에서 집까지의 거리가 거의 100야드 는 될것같은 거리였기 때문에 집의 웅장함 보다도 양쪽으로 쭈우욱~ 늘어선 저택의 담장에 감탄했다. 1초간. 드로바와 웬드렌은 집의 규모에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으며, 워낙에 소박한 집 을 짓고 사는 엘프들의 시선에서는 저런 집은 오히려 쓰잘데 없이 큰것인지 미리안 은 나와 비슷한 무표정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저 집은 암만봐도 내 레어의 공동 보다는 작군. 허, 생각보다 작잖아? 나는 한순간 가소로운 크기라는 표정을 지어버 렸고, 그것을 자한이 보자마자 황급히 싸악 표정을 바꾸었다. 젠장. 실수다. 우리가 정문에 들어서자 정원의 오른쪽과, 저택의 문에서 많은 수의 하인이 말 그 대로 우르르 '쏟아져 나와'서 마리를리나를 맞이했고, 우리는 잠시 멈춰서야 했다. 하인과 하녀들은 약간은 굳은 표정으로 '어서오십시오, 아가씨!'라고 외쳤고,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마리를리나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 후훗, 안에서도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안새랴? 나는 마리를리나가 이 하인과 하녀들에게 어떤 일을 했을지 눈앞에 뻔히 보이는것 같았고, 마리를리나는 살포시 미소지으면서 그들에게 찬찬히 답례했다. 그러자 하인들과 하녀들의 눈에는 상당히 놀랍다는 빛이 스쳐지 나갔지만, 하인 하녀들이 아가씨의 행동에 무슨 토를 달랴. 그들은 서둘러서 마리 를리나의 짐을 받고, RPG들의 말을 받아서는 한쪽으로 모두 데리고 갔다. 우리들도 마차를 내주고 집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안내하는것을 따라서 걸어갔다. 저택까지 걸어가는 동안 뷔켄과 자한, 그리고 다른 두명만이 남고는 다른사람들은 모두 왁자지껄 떠들어 대면서 다른쪽으로 갔다. 여기가 공작저택이니까 저들을 위 한 숙소는 따로 있겠지. 마리를리나와 4명의 RPG사람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저택안 으로 들어갔고, 드로바와 웬드렌은 상당히 위축된 모습으로, 그리고 나와 미리안은 무심한 표정으로 보통 거리를 걷듯이 들어갔다. "모덴. 아버지는?" "공작님께서는 회의가 있으셔서 나갔는데, 아가씨가 오셨다는 기별을 보내 드렸으 니 금방 오실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알았어요. 뭐 마실거라도 좀 가져다 줘요" "아… 네. 알겠습니다" 마리를리나는 매우 자엽스럽게 집사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명령했고, 집사는 무슨 이유에서 인지는 모르만 잠시 머뭇거렸다가 거실의 한쪽 문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것을 보고는 거실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소파가 있었기에 터덜터덜 걸어가서 그위 에 주저 앉았고, 그 다음에 마리를리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모두들 앉아요… 라고 하기전에 앉는것은 그다지 예의있다고는 볼 수 없는데, 보 는 사람도 없으니 뭐 어쩌겠어요" "푸훗…" 마리를리나는 황당하는듯이 말했고, 그녀의 말에 미리안이 작게 웃었다. 나는 매 우 이채롭다는듯이 날 쳐다보는 뷔켄과 자한의 시선을 무시하며 소파에 몸을 푸욱 묻었고, 푹신푹신한 쿠션의 느낌이 등을 껴안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상태로 거실 을 주욱 둘러보았다. 역시 대단하는 말 외에는 나올 수 없는 공작가문의 거실이었다. 보통은 이런 거실 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기 마련이었지만, 이곳은 응접실도 겸한 모양인지 계단은 없었고, 3면이 문, 한면을 벽난로로 되어있는 막힌 공간이었다. 하지만 여 기저기 거울(여기서 거울은 상당히 비싸다. 수은을 만지는 일이 보통 위험한게 아 니거든)들을 많이 달아서 넓고 밝은 느낌을 주었으며, 천정에 화려하게 그려진 벽 화는 신계대전을 보여주는 것인지 구름위로 신의 전차를 타고 있는 신들이 두패로 나뉘어서 서로를 겨누고 있었고, 그 밑으로는 각자 신들의 전사들이 칼들 쳐들고서 사기를 돋구고 있었다. 그들의 중간 중간에는 백열하는 번개가 내리치고 있어서 금 방이라도 전쟁이 터질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야… 이거 명작인데? 저 그림체를 보아하면… 누구였더라…? "로젤란 캐므. 아우레스력 1052년" 내가 무심결에 중얼거리자, 마리를리나가 귀를 쫑긋 하더니 천정을 가리키며 말했 다. "아세요?" "아아. 내 집에도 몇개 있으니까" "…몇개?" 나는 놀라하고 있는 마리를리나와 그녀와 비슷한 표정을 짓는 RPG, 드로바와 웬드 렌을 보고서 크게 실수했다는걸 알았다. 로젤란 캐므의 그림은 이제까지 남아있는 것이 몇개 안되기 때문에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엄청난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런 물건을 몇개씩이나 가지고 있다면… 오오, 젠장 말실수 했다. 하지만 실수는 여 기서 끝나지 않았다. "라이니시스님. 저 그림, 제방에 있는거 아니에요?" "어?" 내가 미리안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자신의뒤에 있는 그림을 기리키고 있었 고,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에는 아주 유명한 추상화가였던 피루카 뮤소의 '아빌 논의 총각들'이라는 그림이었는데, 저것은 나의 레어의 미리안이 쓰는 방에 걸려있 는 것이었다.헌데 저것이 여기에 걸려있다면…? 나는 황급하게 포켓에서 물건을 식 별하는 마법이 걸려있는 식별용 안경을 꺼내 쓰고는 그 그림을 보았고, 곧 놀라울 만한 결과를 얻었다. "저거… 가짜다" "엣?!" "뭐엇?!" "허엇!" "아… 가짜예요?" 나는 다른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그림으로 다가갔고, 그림을 감정하는 척 하고 는 안경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주르륵 읇으면서 그림을 쓰다듬었다. "첫번째로 피루카 뮤소가 살았던 시대의 물감이 아냐. 그것보다 한 50년은 나중에 제작된 물감 같은데? 에… 그러니까 자이오른 자이엘라사의 1342년 유화용 물감이 야. 진짜 '아빌논의 총각들'은 자이오른 자이엘라사가 창사되기 20년 전에 망해버 렸던 미콜 술도프사의 유화용 물감을 썼어. 그리고 이 액자 역시 만들어진지 얼마 안됐어. 100년전에 만들어 진거야. 진짜 그림의 액자는 네모난 민무늬 액자야" "네. 맞아요. 민무늬였어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는 그림의 한지점에서 선을 그으며 말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여기까지 선의 느낌은 피루카의 것이 아냐. 이건 아마도 피루카 가 죽었을 때 그의 제자들이 그를 그리워하며 그린 모조품중에 하나지. 하지만 퀼 리티는 확실히 뛰어나군. 잘 베꼈어.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라고 해도 알아낼 수 있을 사람은 몇 안돼. 물감전문가라면 알지도 몰라. 자이오른 자이엘라와 미콜 술 도프는 물감제작 방식이 틀리기 때문에 같은 유화를 그려도 물감의 질감의 차이가 나지. 하지만 캔버스는 피루카 소뮤시대의 물건이군. 캔버스는 잘 보존되어져 있 었나 보지? 1261년도에 제작된 휴팩 렛커드사의 물건이야. 대단하군 이거" "그걸 알아 맞추는 그쪽이 더 대단해 보이오만" "아빠!" 엣? 뭐지? 나는 갑작스럽게 들인 전혀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에 안경을 벗고는 고 개를 돌렸고, 거기에는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점잖게 서있었다. 그리고 그 에게 마리를리나가 뽀르르 달려가서는 답삭 안겼다. "하하, 이게 누구신가! 우리 귀여운 작은 공주님 아니신가!" "아무에게나 공주, 공주 그러면 대역죄로 잡혀갈거에요" "녀석, 말하는것 하고는 여전하구나" 산다스 빈 로브마리 공작이리라 확신되는 그 남자는 마리를리라는 끌어안고는 머 리를 부벼주거나 아니면 얼굴을 만져주는 등의 행동을 했고, 마리를리나는 헤헤 웃 으면서 그의 품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으음… 부녀관계라는 것을 모른다면, 아마 도 사이좋은 연인이거나 오빠동생으로 보일거야. 젊은 시절이 긴것도 상당히 문제 란 말야? 나이를 전혀 측정 할 수 없으니까. 그는 마리를리나를 안은 채 나를 보면 서 말했다. "인사가 늦었소. 내가 마리를리나의 아버지 산다스 로즈마리이외다" "나는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이오. 이쪽은 미리안 라이엔츠, 그리고 이쪽은 웬드 렌과 드로바씨요" 일행은 나의 말에 인사하는것을 잊어먹고는 크게 놀랐다. 공작과 야자트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말야, 최소한 내가 저쪽 상대에게 고개숙 일거리는 없거든. 물론, 예의바르게 보여야할 필요성은 있겠지만, 저쪽은 별로 그 런것을 개의치 않아하는 모습이지. 그는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안녕하시오. 라이니시스씨. 다른사람들은 인사 없습니까?" 그러자 얼른 미리안이 그에게 인사했다. "아, 미리안 라이엔츠입니다" "안녕하세요. 미인을 만나게 되어 영광이군요" "드, 드로바 파헤이닌입니다" "조금은 가슴을 펴시오. 어려운 자리는 아니니까" "웬드렌 메이린. 많이 컸구나 산다스. 허리는 아직도 쓸만하냐?" 푸헉! 웨, 웬드렌?! 나는 씨익 미소짓는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산다스 공작에게 반 말을 트는 웬드렌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래 하게 놀랐고, 그것은 여기있는 다른사람 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산다스 공작은 그를 보면서 눈을 크게 뜨고는 웬드렌의 손 을 잡고 흔들면서 말했다. "하하! 웬드렌 군의관님! 이거 얼마만이십니까?!" -53- 003.38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그딴거 알게 뭔가. 어쨌든 건강하니 다행이야. 허리는 어때?" 산다스 공작은 크게 웃으면서 마리를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하핫! 이녀석까지 낳을 정도라면 대답이 되겠습니까?" "허헛…. 고쳐주지 말걸 그랬군" "아니, 무슨 말씀을!" 웬드렌이 군의관이었나? 아무튼 산다스는(공작이란 칭호는 귀찮으니 빼버리자) 크 게 웃으면서 웬드렌의 손을 잡고 연신 흔들어 대었고, 또한 상당히 감격하는것 같 았다. 대화내용을 들어보자면, 웬드렌이 군의관 시절에 산다스의 허리를 고쳐준 적 이 있나 보다. 그리고 그것은 산다스가 아이들을 낳기 전이고, 그러니까 웬드렌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마리를리나는 세상구경 다했다는 소리군. 산다스는 웬드렌의 손을 흔드는것을 멈추고는 갑자기 생각난듯 물어보았다. "그런데 수도엔 어쩐일로? 그것보다도 어째서 여기에 계신겁니까?" "어? 그게… 그러니까 말야…" 웬드렌은 나를 쳐다보면서 말꼬리를 흐렸고, 그러자 자동적으로 산다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뭐야, 나보고 해결하라는 거야? 어느샌가 내가 일행의 리더가 되 어버린건 그렇다고 쳐도, 이런 설명쯤은 자기가 하면 안돼나? 나는 잠시 주위를 둘 러보며 말했다. "공개되면 않좋은 거라서. 듣고 싶으시면 나중에 물어봐주시죠" "그럼 일단 공적인 일부터 처리하죠. 자한, 뷔켄. 보고" 공적인 일부터 처리하자는 태도로 산다스는 자한과 뷔켄에게 짤막한 단어로 명령 을 내렸고, 그러자 자한과 뷔켄이 처억 하면서 자세를 잡고는 보고를 올리기 시작 했다. "보고!" "보고!" 뷔켄은 엘 타칸리스 산맥 서쪽의 별장에 가있던 마리를리나를 호위하여 데리고 오 는 도중 몇차례 몬스터들과 조우한것을 설명하고는 곧이어서 우리들을 만난 과정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하고(산다스의 눈이 나에게 향했었다가 마리를리나가 차고 있는 레이피어로 향했다) 협곡의 다리에 대해서도 설명했으며(날 보는 산다스의 눈에서 는 빛이 번쩍! 했다) 여기까지 아무일없이 온 내용을 짤막 짤막하게 설명했다. 자한은 마리를리나의 호위과정에서 생긴 여러가지 점에 대해 말했고, 별일은 없었 지만 그녀가 내게 석궁을 들이민것과, 내가 그녀에게 칼을 겨눈것이 언급되었었다. 으윽, 않좋아. 산다스는 우리와 마리를리나가 조우한 사건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지 자한에게 말 했다. "그러니까 이 애가 독수리를 잡고 싶다고 해서 석궁으로 쐈고, 석궁에 맞은 독수 리가 떨어지자 너희들은 그것을 주으러 갔다. 그런데 그 독수리는 록버드의 혼혈 이었고 주인이 있었기에 그 주인과 일행을 데리고 갔다?" "예! 그렇습니다!" "좋아. 그들이 도착하자 마리를리나는 독수리 내놓으라며 땡깡을 부렸고, 여기 라 이니시스씨가 콧방귀뀌며 무시했다?" "그, 그렇습니다!" 때, 땡깡? 푸하핫! 맞는말이야! 헌데 공작이나 되어서 저런 말을 써도 되는거야? "마리를리라는 무력으로 위협했지만 도리어 당했다. 뭐, 그런이야기군" "네!" 산다스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곧바로 마리를리나를 윽박질었다. "이 녀석아.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는게 아니라고 했잖아!" "아야! 잘못했어요!" 산다스는 손님들이 보는 눈앞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딸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면 서 훈계했고, 그것이 진짜로 아픈지 마리를리나는 머리를 감싸쥐며 용서를 구했다. 재미있는 가족이군. 산다스는 우리들에게 직접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이거 죄송합니다. 딸아이가 워낙에 철이 없어서…" "예절 차릴거 없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왔으니까. 허허헛!! 그나저나 정말로 네 딸이 맞긴 맞구나. 하는 말투며 하는 짓이 예전에 너랑 어찌 그리 똑같더냐…" "구, 군의관님! 그런 말씀은 애가 없을 때 해야죠!" "다 들었는데 뭘" 나는 같이 고개를 숙이면서 괜찮다는 인사를 하려다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거렸 다. 산다스라는 사람, 공작임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털털한 사람이군. 하지만 그때 의 마리를리나의 행동이 산다스 공작을 닮은거였다면… 산다스도 어지간한 망나니 였었군. 웬드렌이 고생 심했겠다…. 곧이어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야했다. 그전에 일단 RPG의 네명을 그들의 숙소로 돌려 보냈다. 그리고서 나는 웬드렌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 그대로 들려주었고, 얼 마 뒤면 노예사냥꾼들이 수도로 들어온다는 이야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지인의 일 이라서 관심있게 듣던 산다스는 점점 눈에서 호기심을 지워버렸고,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상당히 심각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노예거래라니… 그런게 아직도 성행하고 있을 줄은…" "엘 타칸리스의 산맥까지 들어와서 엘프들을 잡아가는 녀석들이죠. 드래곤이 안나 타난게 다행이라고 할수도 있겠군요" 나의 말에 미리안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리안만이 '드 래곤이 드래곤이 안나와서 다행이라는 말 해도 되요?'라는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것봐, 조크야 조크. 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이 자리에서 너 말고는 또 있겠냐? 산다스는 엘프까지 나와서 직접 일을 해결하려는것을 보고서는 나의 말 이 사실이라는것을 믿었으며, 웬드렌의 딸인 아이라가 납치 되었다는 사실을 알자 즉각 어떤 조치를 취해야 겠다고 말했다. "신경쓰지 말거라. 이건 우리 일이다" "아닙니다. 거기에 분명 귀족들도 드나든다고 하셨죠? 이건 기회입니다. 이 기회 에 거기 다니는 녀석들의 뿌리를 뽑고, 때에 따라서는 이용할수도 있습니다" 허, 허헛. 그러니까 이번 일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해먹겠다는 거야? 이봐! 우 리가 그럴려고 말 꺼낸건줄 알아?! 도와줄거면 그냥 도와주라고! 누군 어떻게 실각 시키고 뭘 어쩌겠다는거야?! 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이것보시죠. 도와주겠다는 것은 감사하지만, 그런식으로 이용할거면 차라리 사양 하고 싶습니다만" "……" 나의 확실한 이 도전적인 말에 산다스의 미간이 살짝 찌푸러졌다. 그도 역시 이런 기회를 잃고 싶지 않다는것은 이해하지만, 사람들을 구하고자 하는 순수한 목적이 정치적인 야심으로 더러워지는 꼴은 절대로 못보니까 하는 말이오. 알겠수? 젠장, 지구나 여기나 정치인들이란 하나같이 이 모양 이 꼴이라니까. 거기에 공작가문이 대대적으로 나서면 오히려 일이 커지지.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일을 벌이고 싶다면 일에서 빠져주는것이 더 도움이 되겠죠. 사람을 구하는 것은 우리가 시작했으니 우리가 할 일이오. 그리고 그쪽에서 할 일은 우리가 빼온 장부 를 공개해서 이용하는것이지, 처음부터 일에 끼어들면 어떤 말이 나올지 모르는일 아니오?" 산다스는 잠시 생각하는듯 했다. 그가 만약 우리의 정보노선을 타고서 노예시장을 박살내는것에 처음부터 개입을 한다면, 정치음모나 음모사관을 상당히 좋아하는 사 디즘적인 귀족들에게 단체로 밟힐 우려가 있다. 노예시장에 개입되지 않았냐는 의 혹에서부터 시작해서 별의 별 이상한 말들도 나올테니까. 그는 나의 말에 납득하면 서 말했다. "으, 으음… 그렇소. 당신의 말이 맞소. 하지만 공작을 대하는 말투 치고는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후. 내 태생은 엘 타칸리스의 산맥이고, 거주하고 있는 지역도 엘 타칸리스의 산 맥이지. 그러니까 나는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궁극적인 자유민이오. 그러니 나는 설사 국왕 앞에서라도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오. 태어나면서 부터 어디의 사람도 아니니, 신분에 구애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오" 나는 여유있게 말했다. 말하자면 나란 사람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으니 나란 존재는 신분에 얽매일 필요는 없고, 따라서 공작에게 말투를 낮출 이유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왜 공작에게 계 속 까대는거지? 마리를리나의 아버지라서 그런가? 같은 핏줄이나 봐줄건 없다! 라 는 생각일까? 어쨌든 산다스는 내가 그 어느 권력층에도 속하지 않는 특별 케이스 라는것을 이해했으며 납득했고, 그에 따라서 그는 약간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었다. 거기에 나는 다른 지역도 아닌 절대 금지구역인 엘 타칸리스의 산맥에 거주하고 있 으니, 그로서도 나에게 한수 접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표정을 다꾸면서 말했다. "아, 엘 타칸리스에 산다고 하면, 드래곤을 본적은 있소? 그 주인인 엘 타칸리스 를 본적은 있소?" 엘 타칸리스? 본적은 없지. 죽고나서야 내가 들어갔으니까. 그 영감 죽을때, 나는 잠자고 있었거든. 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 "엘 타칸리스는 200년전에 죽었소이다" "무, 뭣이오?! 그러면 지금은 들어가도 안전하단 말이오?" 200년전에 엘 타칸리스가 죽었다는 말을 듣자 미리안을 제외한 그자리에 있는 사 람들 보두는 놀라서 벌떡 일어날것 같았다. 그곳이 절대적인 금역이 된 이유는 그 산맥의 주인이 사시사철 눈을 번쩍 뜨고 멀쩡하게 살아있었기 때문이며, 지금은 그 주인이 죽어버린 이상 그곳에 들어가도 안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실, 엘 타칸 리스 산맥의 숲을 일부 개간하기만 해도 상당한 넓이의 곡창지대가 생기는, 이른바 황금구역이기 때문에, 그 주인이 죽었다는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임을 뜻하지. 그 런 이유로 바짝 흥분해 있는 산다스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저어주었다. 미안하지만 그 산맥은 이젠 내꺼라서말야. 사는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200년전에 엘 타칸리스는 죽었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새 드래곤이 앉아있소. 드 워프들에게 들은 바로는 새로이 성년이 된 드래곤이라고 하던데, 새로 이사왔다면 서 드워프들하고 엘프들에게 엘 타칸리스의 영역을 그대로 무려받았다고 선포하더 이다. 아, 그리고 나랑도 대면한적이 있었지. 같은 붉은머리라면서 마음에 들어해 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내 목숨 거기서 날아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오. 웬만해 선 안건드리는게 좋을거라는 생각도 들었지. 붉은머리라면 레드 드래곤 외에는 더 있겠소? 이름은 '페이라 이그니시스'라고 라는걸로 보아서는 엘타칸리스의 산맥의 이름을 페이라 이그니시스의 산맥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오" 난 교묘하게 내 이름을 넣은 적당한 가명을 사용했다. 페이라 이그니시스라는 이 름에서 내 이름을 빼면 남는것은 페이그라는 고대어다. 고대어로 페이그는 불을 뜻 하는 말이고, 이것을 내 이름 사이에 섞었다는 것은 나는 스스로 나를 불꽃속의 라 이니시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만, 레리첸트에서 고대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마도 산다스는 지금 당장은 절대로 모를것이며, 알아도 아마 한 두 세달 뒤쯤이겠지. 나의 말에 모두다 화들짝 놀랐던 사람들은 엘 타칸리스의 산맥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더 놀란듯 싶었다. 그리고 미리안은 내가 나 스스로 지 은 가명이 더 재미있었나 본지, 나를 보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그들은 거의 믿기지 못하겠다는 표정이 역력했으며, 나는 여기서 한번쯤 확인사살을 해주어야 할 필요 성을 느꼈다. "미리안" -54- 003.39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사실입니다" 나는 미리안을 불렀고, 미리안은 한번 끄덕이면서 사실이라고 짤지만 강하게 말했 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나의 말이 진짜라는것을 확인하였고,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로서는 상당히 아쉬운게 엘 타칸리스의 산맥이라는 좋은 땅을 또 다 시 손댈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 얼마나 아쉬울까~ 하는 생각이 차지하고 있겠지. 산 다스의 경우에는 정치적인 목적과 국력에 관련되어 생각한 것이겠고, 웬드렌의 경 우에는 엘 타칸리스 산맥에 자생하는 각종 희귀약초들 때문에 저러는 것이겠지. 그 리고 나머지는? 그냥 덩달아서 아쉬워하는것이다. 분위기가 대충 그렇거든. 산다스 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드래곤을 말났단 말이오? 어떻게 생겼소?" "드래곤의 모습은 본적이 없지만, 수려한 미남이더외다. 겉보기에는 나보다 약간 어려보이는 나이인데, 뭐 아무리 적게 먹어도 1000살 이상은 먹었을 것으로 예상 되오. 내가 태어나면서 부터 그곳에 살았다고 하니까 여러가지 정보를 알려달라면 서 몇가지 선물도 주셨소. 대표적인 것이 이 베낭과 그안의 물건들이지. 페이라의 말로는 자신의 레어안의 물건들중 1/20을 담은 거라고 하던데, 워낙에 그 양이 만 만치않아서. 세어본것만 해도 드워프제 무기가 100개는 넘더군. 얼마나 들어갈지 상상도 안가오. 마리를리나에게 준것도 그 중 하나지" "세, 세상에…" 산다스는 아예 입을 쩌억 벌리면서 마음껏 놀라는 모습이었다. 드래곤이 인간에게 선물을 주는 경우는 그 인간이 매우 맘에 들었거나 하지 않으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러니까 저렇네 놀라는 것이지. 크하핫! 그래 놀라라! 놀라는거야! 후하하하하핫! 이 카타르시스! 내 거짓말에도 이렇게 잘 넘어가주다니! 워낙에 증거나 증언이 빵 빵해서 그런 것이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어~! 나는 씨익 하고 짙은 미소를 지었 고, 산다스는 미소짓고 있는 나를 보다가 갑자기 내손을 덥석 잡으면서 말했다. 에 엣? 뭐, 뭐야! "나와 손을 잡지 않겠소?!" "이미 잡고 있잖소" "…그, 그런 말이 아니라! 나와 협력관계를 이루자는 말이오. 당신의 실력이나 그 연줄은 레리첸트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큰 도움이 될것이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대우로 당신을 모시겠소! 나를, 우리를! 아니, 이 레리첸트를 좀 도와주시 오!" 그는 아주 열정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내가 말한것을 곧이 곧대로(미리안의 증언 도 있었으니 믿는것은 당연. 엘프를 못믿으면 세상에 믿을 종족 하나도 없지) 믿는 산다스는 두 눈에는 '애국!'이라는 강렬한 감정을 담고 나에게 아주 열렬한 스카웃 제의를 해왔다. 그는 자신이 아닌 이 레리첸트를 위해서 힘을 빌려달라는 말을, 거 기에 최선을 다해서 '모시'겠다는 말까지 하면서 열정적으로 말했다. 나의 실력은 아마도 뷔켄을 쳐부수고는 땀 한 방울도 안 흘린 것이나, 정령술로 다리를 만들어 버린 일을 들어서 매우 굉장하다는 것을 알것이고, 연줄이라고 한다면 엘 타칸리스 에 사는 엘프와 드워프들과의 관계, 그리고 더불어서 내가 가상으로 만들어낸 나와 의 연줄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능력들은 안보고 이러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지금 당장 정치계에 뛰어들어도 얼마든지 다른 파의 귀족들을 순수한 정치력으로만 무너 뜨릴 자신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상업을 시작해도 레리첸트의 경제를 대륙 최강으 로 끌어올릴 실력이 있지. 하지만 산다스가 아는 면은 나의 미술품 감정 능력이나, 검술과 정령술이라는 점. 그것을 주축으로 생각을 해보자면 내 능력이 사용 될만한 장소는 전쟁터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검술과 정령술이 서로 어우러지면, 아니 최 소한 검투사단에게 정령술로 서포트만 해줘도, 그 힘이 두세배는 더 강력해지는 것 은말 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니까. 허허, 기껏 자한을 피해가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공작이 직접 날 캐스팅하려고 하네?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말씀은 고맙지만, 나는 고향인 엘 타칸리스 산맥에서 사는것이 좋소. 세상일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오" "하, 하지만!당신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이 가능할 것 아 니겠소? 그런데 어째서?" "미안 하게도 그것은 개인적인 사정이라서 가르쳐 드릴수는 없소" "그, 그런…" 나는 '개인적인 사정'이라는 패를 꺼내놓음 으로서 그의 제의를 거절했다. 개인적 인 사정이라는 것은 어떤 일이든간에 완벽한 거부패로 작용하는 것이니까. 물론 나 에게 그런 개인적인 일 따위가 있을리는 없다. 기껏해야 50년정도 레리첸트에서 놀 아주면 되는 일이지만, 그러는 사이에 그냥 내 레어에서 드워프들과 쿵따리 샤바라 하면서 여러가지 물건을 만들거나 하면서 노는게 더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 니까. 그리고 내가 여기에 남아버리면 당연히 미리안도 남아버리게 되거든. 내가 그녀에게 자유를 주면 되겠지만, 그래가지고는 나중에 또 돌아가서 '미리안 나와!'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드래곤 체면에 쪽팔리게 돌려준 물건, 도로 빼았아오 기를 할수는 없으니까 말야. 아무리 뻔뻔해도 정도는 있는 법이다 이거지. 산다스는 딱 잘라서 거절하는 나를 보면서 잠시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체념한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그 개인적인 사정이 무엇인지만 알려주시오. 그것이 크든 작든, 나는 그것 으로 단념을 할테니" "에엣? 그…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당황해야 할 차례였다. 그는 내가 지어내버린 그 개인적인 사정을 알 려주기만 하면 그냥 간단하게 포기해버린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악! 그런거 있을리 가 없잖아! 그 사정이 크든 작든, 그것으로 만족 한다고 했지만 사람이라는게 어디 그뜻대로 되랴? 적어도 그를 만족시킨 수 있을 만큼 큰 사정을 대지 않으면 안된다 는 말이야! 나는 정말로 밝히기 어려운것처럼 고민하는 척하면서 어떠한 사정을 밝 혀야 될까를 고민했다. 적어도 산다스와 여기있는 사람들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그 런 핑계가 없을까? 나는 간절하게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미리안을 바라보았지만, 그녀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아~ 이를 어쩌면 좋단… 단… 미리안? 그, 그래! 그 방법이 있었어! 나는 고민하는 포즈 그대로 살짝 마법을 사용했다. 그것 은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메세지Messege라는 마법이었다. 「미리안. 나다. 소리내지 말고 잘들어라. 잠시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하여 '거짓 말'을 좀 할 것이니까, 네가 말을 맞춰줘야 한다. 거부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만 큼 내가 급하다는거야! 미안!」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미리안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머리속 에서 내가 할 말들을 잘 정립한 다음, 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말하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미리안을 보았고, 미리안은 괜찮다는듯이 고개를 끄덕 였다. 오오, 미리안아. 나를 용서해다오. 나는 미리안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사실… 미리안은 내 제자이자 내 아내이기 때문이오. 결혼할적에, 처가를 떠나서 오래 살지 말라는 장인어른의 말을 들어서 말이오. 그리고 내가 가는 곳이면 항상 이 사람도 따라오니 나는 여기에 머물수 없소. 이번일도 사실 내가 검술과 정령술 이 뛰어나서가 아닌, 처가일을 돕기 위해서요" 나의 말이 끝나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미리안도 예 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 것이다. 이만한 일을 말하지 않으면 산다스는 납득하지 못할 것이니까, 마음속으로 부터 어쩔 수 없다는 의식을 끌어내지 않으면 난 여기 로즈마리 공작가의 전속 정령사가 되어버릴수도 있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잠시 놀라는것을 멈추고는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리안을 바라보앗고, 사람들 의 시선이 자기쪽으로 향하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숙이고는 작게 말했 다. "사… 사실… 입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정말로 미안하구나 미리안! 내가 엘프에게 거짓말을 시키다 니! 하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다면 어쩔수 없지 라는 표정을 지었고 산다스도 이러한 개인적인 사정이라면 더이상 억지부릴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서는 어두운 얼굴로 납득하면서 침묵했다. 미리안은 거짓말을 했다는 자책감인지, 아니 면 내가 말한 내용에서 화가 나는지 어깨를 살짝 떨고 있었다. 미안하다! 무슨 벌 이든지 다 받아주마! 돌덩이 빵을 먹으라고 해도 먹겠어!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걸까?" "부부…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렇겠지?" "그렇겠죠" "그럴지도…" "그럴거에요" "그럴까?" "그럴걸요" "그래…" "……" 나는 산다스가 편히 쉬라고 내준 방에서 미리안과 힘없는 말장난을 벌여야 했다. 인간과 엘프가 부부라는 약간 언밸런스하고 종족을 초월한것은 물론이며, 낭만적이 기도 한 그 '거짓말'을 철저하게 믿어버린(다시 말하지만 엘프를 못 믿으면 세상에 믿을 종족 하나도 없다) 산다스 공작의 친절하고도 너무나도 신사적인 배려에 의해 서 미리안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다. 그래. 인정해. 부부라고 했으니까 한 방을 주 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어째서 내가 그 사실을 숨기지 말아달라고 했는데도 이렇게 한방을 주냐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하인들의 입단속은 염려마오. 그리고 이곳이라면 나의 RPG들도 못오는 장소이오. 충분히 비밀보장은 될것이오" …라고?! 웃기지마! 공작가에서 퍼져나오는 모든 소문의 근원지가 바로 하인과 하 녀들의 입이라는 것을 모른다는거야?!(모를지도) 아마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틀만 지나면 이 공작가 저택에 잇는 모든 사람들이 알 게 될걸?! 연무장에서 열심히 칼 휘두르고 있을 RPG들의 귀에도 당연히 들어가지! 크아악! 산다스! 내가 도와주지 못한다고, 이런식으로 화낼수도 없는, 이런 치사한 복수극을 벌이냐! 네가 그러도고 공작이야! 에라 밴댕이 소갈딱지야! "저기… 라이니시스님?" "으…에? 왜?" 미리안은 방안으로 들어서고서 내가 속으로 산다스에게 화를 내고 있을 때, 아직 도 방에 들어가지 않자 이상한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 그래그래. 미안하다고.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방문을 닫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크기는 대략 미리안이 쓰는 방만한 크기였고, 색채의 조화라든지 가구의 배치 역시 훌륭했다. 공작가의 저택이 다보니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인가? 하지만 한가지 불만은… "침대는 왜 하나야?" 미리안은 고개를 숙이면서 작게 말했다. "부부라고… 하셨으니까요" "그렇겠지?" "그렇겠죠" "그럴지도…" "그럴거에요" "그럴까?" "그럴걸요" "그래…" "……" 후우, 젠장. -55- 003.40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내가 자신에게 까댄것을 정말로 마음에 두고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그럴 가능 성이 상당히 높아보인다) 방은 하나, 침대 하나, 욕실마저도 하나인 이 방은, 정말 이지 완벽에 가까운 '부부동반용'이었다. 거짓말은 만가지 화의 근원이라고 하였는 데, 딱 지금 내 모습이 그런 꼴이었다. 한방에 넣으면 나보고 어쩌라고! 속은 좁아 터진 공작같으니…. 미리안도 지금 굉장히 불안한가 본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약간 안절부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 책이다" …미안하다. 잘못봤다. 미리안은 배낭을 탁자위에 올려두고는 책장이 있는 쪽으로 쪼르르 달려가서는 괜찮은 책이 있나 이리저리 뒤져보고 있었다. 그녀는 약 100여 권 정도의 책이 꼿혀있을것 같은 책장을 뒤지다가 무언가는 발견하고는 탄성을 질 렀다. "아! 여기에도 있었네?" "어? 뭔데?" "이거요! '그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간편한 가정 요리 150선'! 와아~ 이거 저한테도 있잖아요" ……아. 그거. 분명히 내가 미리안에게 요리공부 하라고 하면서 준 책들중에 하나 였지. 그러고 보니 저 책은 만들어진지 30년도 안되는 신간(?)이잖아? 그녀가 꺄꺄 거리면서 책을 고르고 있는것에 나도 슬슬 호기심이 일어서 책장근처로 다가갔고, 미리안은 여기저지 살펴보면서 책들을 뒤지고 있었는데, 그녀가 주로 손을 대는 것 은 요리에 관련된 책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리안이 지난번에 고기요리를 했었지? 가벼운 볶음요리였지만 나에겐 충격이었기도 한 사실이지. 엘프가 고기요리를 다하 다니. 엘프도 나이가 들면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전에 말 했을거야. 하지만 미리안 같은 나이는 아냐. 적어도 한 300살 정도는 먹어야 고기를 조금씩 먹지. 아, 물론 그들의 마을에서 먹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정도 나이가 되어서 여행을 나왔을 때 들른 마을의 식당에서 나오는 고기를 조금씩 먹는다는 것이다. 많이 지쳤거나, 아 니면 많은 열량과 에너지가 갑자기 필요할때는 고기로 된 식사를 후딱 끝내고서 떠 나는 경우지. 엘프들이 여행나오기 전에 듣는 말 중에는 '생명이 위험하다면, 혹은 병에 걸렸다면, 고기를 먹어라. 그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거든. 그러 고 보면 미리안은 여행을 떠나도 아주 긴 여행을 떠나온 셈이니까 카레만한테서 들 었을 수도 있겠군.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지.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는 그녀에게 말 했다. "근데, 미리안. 어쩌다가 고기요리를 할 결심을 한거야?" "예? 으음… 그, 그게…" "??" 그녀는 나의 질문에 갑자기 손을 딱 멈추고는 우물쭈물하면서 대답을 미뤘다. 뭔 가 말하기 곤란한 것이라도 있나? 아니면 혹시 그때의 그 고기요리는 미리안이 만 든것이 아니라는 것일지도. 뭐,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엘프 특유의 습성(?)으로 볼때, 그녀가 만들었다는 사실은 맞는것 같다. 그러고 보면,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미리안이 고기맛을 알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분명 그녀는 엘프들만의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고기를 본적은 한번도 없 을 뿐더러, 그녀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엘 타칸리스의 산맥에는 산불이라고는 한건 도 발생하지 않았기에 그녀가 고기굽는 냄새를 알까 싶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단순히 '고기'라는 점에서는 거부감은 가지고 있을지라도, 막상 고기를 굽 는 냄새를 맡게 해도 그녀가 과연 그것이 고기를 굽는 냄새인가를 알아맞출 수 있 을까? 가능성은 희박하다였다. 사람이건 생물이건,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그 일을 직접 겪어 보고 나서 그 일에 대해 자세히 들었을 때 거부 감이 표출되는 것이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거 거부감을 나타내는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다. 아, 물론 이것 저것 들어서 아는 간접경험의 경우가 많을 경 우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선입견이 그렇게 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 까. 그녀의 경우엔 선입견이 있었긴 있지만, 그것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경험해 보지 못해서 신체적인 거부감을 나타내지는 않을것 같다. 생각해 볼것은 그녀가 고 기를 요리하면서 '아, 이것이 고기를 굽는 냄새구나'라고 생각하고, 기억해 둔다는 점이지. 그리고서 나중에 같은 냄새를 맡게되면, 의식적으로 '앗, 고기굽는 냄새?' 라면서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지만, 스스로 요리까지 했는데 그다지 관계없을지 도. 그녀는 한참을 우물쭈물거리다 말했다. "그러니까… 언젠가는 하게 될 일이니까… 기왕이면 빨리 하는것도 좋겠다고 생각 했고…" "…고?" "먹지는 않을것이니까, 요리만 하는것도 괜찮겠다 싶어서요…" 으음… 그렇군. 정작 먹는 당사자는 나잖아? 그러니까 그녀에게 있어서 거부감은 조금밖에 없는 것이고, 또 자기 손으로 잡은것도 아니며, 자기는 단지 요리만 했을 뿐이다? 어차피 할거면 일찍 해버리자 하는것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요리만 한다는 것도 상당히 어려운 결심인데 말야? 무엇보다도 그런 생각을 했다는것 자체가 상당 히 어려운거야. '내가 먹는것도 아닌데 뭐 어때? 요리만 하는 거라구!'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으니까 말야. 고기에 손을 댄다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최후의 보루 정도는 지킨다 이건가? 하지만 고기요리를 하는 엘프면… 상당히 생각하기가 약간 그런것도 사실이다.(내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서는 한다는 소리가…) 정확한 이유라면, 그녀의 마음속에 있겠지. 현재의 나로선 그냥 이런 추측만을 해 볼 뿐이다. 뭐, 상관없지. 더욱 더 식단이 풍성해진다는데, 내가 거부할 이유는 없 잖아? 내가 따로 고기요리 해먹지 않아도, 해줄 사람이 생겼으니 다행~ 이라고 생 각하는걸로 끝. 뭘 더 바래? 나는 그녀의 거깨를 두어번 두드리면서 말했다. "그래. 앞으로도 열심히 해봐. 처음하는것 치고는 잘 만들었더라" "아… 감사합니다!"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꾸벅 하며 감사했다. 아니, 감사해야 할것은 오히려 이쪽인데? 식단이 풍성해 졌으니 이쪽에서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후훗. 그래! 얼 마 안 있으면 미리안이 만든 레어 스테이크도 맛볼 수 있겠다! 아자! 만쉐이! 귀족들의 문화를 보자면 상당히 고상한'척'을 많이 한다는걸 알 수 있다. 귀족이 라는 말의 뜻부터 스스로를 고귀한 존재들이라 칭하고 있는, 드래곤의 입장이나(나 의 입장이나) 신의 입장에서 보자면 상당히 한심무쌍에 오만장천한 일이기까지 하 다. 거기서 거기인 인간들임에는 똑같다. 나라를 세우고, 사람위에 사람이 군림하 면서, 위의 놈들은 밑의 사람들은 수탈하는게 일반화 되어있는 이 이상한 세계. 중 세라는것이 항상 그랬겠지만, 그렇게 나가다가는 끝이 별로 좋지 않다구. 그 대표 적인 예로 프랑스 시민혁명(Rvolution Franaise. 1789년 7월 14일부터 1794년 7월 28일에 걸쳐 일어난 프랑스의 시민혁명. 이 혁명은 사상혁명으로서 시민혁명의 전 형(典型)이라고 불린다. 이 경우에 시민혁명은 부르주아혁명(계급으로서의 시민혁 명)을 그대로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국민이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자기를 확립하고 평등한 권리를 보유하기 위하여 일어선 혁명인 것이다)이 있지. 자고로 나라의 힘 은 바로 일만 백성, 시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란 말이야. 그들이 군대가 되고, 그 들이 식량을 만들고, 그들이 경제를 만들며, 그들이 문화를 만드는, 나라의 주체이 자 국가의 힘이 되는 원동력이 바로 일반 시민이다. 하지만 지구의 중세에도, 그리 고 여기에도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하는 수탈은 전혀 다를것이 없었다. 최소한, 직접 보지 않아도 일반 시민들의 태도나 나라의 경제 상황, 그리고 귀족들의 모습을 본 다면 누구라도 짐작 가능한 것이지. 그리고 그 수탈한 부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귀족들의 문화는, 상당부분 그 뿌 리부터 썩어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피를 대가로 얻은 문화가 얼마 나 추잡한지는, 안봐도 뻔한 일이지. 내가 그 중에서 가장 최악으로 치는것이 바로 무도회와 사냥대회다. 무도회의 경우 어느 귀족가문이라 할지라도, 거의 의무적으 로 한달에 한번쯤은 무도회를 열어서 그들간의 친분을 다지고, 사교라는 이름하에 각종 암투가 벌어지는 장소이며, 한번 무도회를 여는데 드는 비용은 왠만한 서민의 일년치의 생활비와 맞먹는다. 특히 그것이 왕실 주최하의 귀족 대무도회일 경우에 드는 비용은 국민 전체 생활비의 1/10이나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근 본부터 썩은 귀족 문화가 아니겠는가? 또한 사냥대회도, 사냥을 하기위한 사냥터는 일반 서민의 산이나 구릉지를 강제로 빼앗아 왕실소유로 바꾸고, 그 안의 생태계를 사냥에 좋게 멋대로 바꿔놓는가 하면, 실수라 할지라도 침입한 사람은 거의 무조건 적으로 즉결 사형된다. 그리고 사냥터라는것이 워낙에 권위를 상징하기 때문에 후 작이나 백작가 이상은 한두개쯤은 사냥터를 소유하고 있는것이 일반적이다. 일년에 몇차례 쓸 일이 없는 사냥터를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서민 200명의 1년치 생 활비와 같다. 그리고 그들이 가진 사냥터는 농장지로 개간할 경우에는 굶주리고 있 는 서민 500가구를 1년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이 생산되지만, 그것이 계속 사냥터 로 남아있기 때문에 먹지도 않는 여우의 수요만 늘어나는것이 현실이다. 또한 귀족문화의 기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의식주 문화는, 귀족의 계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리고 더 많이 짜내면 짜낼수록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워진다. 예를 들자 면 응접실을 귀중 미술품으로 도배를 한다든지, 쓸데없이 고급옷감으로 옷을 만든 다든가, 일반 서민들이 꿈도 못꾸는 가격들의 음식을 한끼 식사로 몇가지씩 날려버 리는 그런류의 행동이다. 보이는 것이 권위고 권세라고, 귀족들은 몸단장이나 먹는 거, 그리고 집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체면이 있지'라는 체면주의와 '나는 서민들 위에 군림하는자. 그러니 허름한 집에선 못산다!'라는 권위주의적인 면과 호화찬란 한 저택으로 다른 귀족들보다 더 높은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 이른바 '빛좋은 개살구'와도 같은 실속없는 욕구이다. 서민들이 힘들여셔, 피땀흘려서 번 세금으로 이들은 그거 자기 욕구충족에한 여념이 없는, 상당히 추잡스런 모습이다. "…그런 이유로 이 옷이 싫다, 이거야" "…잘만 어울리는데요?" 나는 나에게 주어진 옷을 보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하늘, 나풀나풀의 결정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한국에 있을 때 유명 패션 디자이너 '앙XX 김'이 입고 다니는 그런 옷 같지도 않은 옷(최소한 내 기준에서는)을 입어야 했다. 어깨는 부 풀고, 소매 끝에는 긴 레이스가 달려있고, 화려하게 수 놓은 이 옷은 한벌에 대체 얼마나 할까? 서민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래서 난 귀족이 싫어! 다른 이유도 아니고, 옷입는 센스가 이게 뭐야! 로코코시대나 바로크 시대가 이렇다는건 알지만, 차라리 난 고딕시대에서 살고 싶다! 오오! 신이시여! 그나마 미리안은 상당히 어울렸다. 드레스거든. 원래 기본적인 몸매가 받쳐주고, 엘프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뭐를 입혀놔도 예쁘고 잘 어울리는 것이지. 하지 만 미리안은 약간 불편해하는 듯 했다. "불편해?" "옷 느낌이 좀 그러네요…. 차라리 메이드복을 입는게 더 좋겠어요. 옷감 재질이 별로 않좋나?" …미리안아. 내가봐도 이것은 최고급 순면화로 만들어진 옷이다. 거의 깃털수준의 부드러움을 자랑하는 이 옷이 불편하다니, 내가 너무 심하게 조교(?)했나? 메이드 복이 더 편하다는 말이 저렇게 수시로 나와서야 쓰나? 일종의 푸념 같은 것이겠지. 그냐말로 천상의 옷과 같은 것을 입고 있다가, 인간이 만든 최상의 옷을 입고 있으 니 질감이 차이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옷감 재질이 별로 않좋나…라니. 내가 만든 옷이 편하기는 편한다 보다. 나는 내가 만든거 입고 있다가 지금처럼 다른옷 을 입고 있어도 별로 아무던 이질감도 없던데? -56- 003.41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미리안이 입고잇는 옷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면, 일단은 드레스다. 최고급 면화 로 되어서 하늘색의 염색이 되어있고, 레이스의 곳곳에는 큐빅을 넣어서 반짝반짝 거리는 푸른색, 이른바 푸른 바다의 파도같은 연출을 해낸 것이다. 엘프니까 아무 래도 녹색이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지금보니까 파란색도 괜찮았다. 오히려 더 욱 빛이 나는 느낌이랄까? 먼저 궁중의식때나 입는 그런 화려한 드레스가 아닌 일반적인, 장식도 조금 적은 편이로, 화려한것도 조금 적은 오히려 수수하다는 느낌이 드는 드레스였다. 가슴선 을 노출시키지 않을 정도로 얕게 패였으며, 가슴쪽에는 하얀색 망사 레이스에 큐빅 을 박아 놓았다. 아래쪽은 거침없이 시원하게 쭈욱 뻗은 치마에 주름이 잡혀져있는 모습이었고, 치마의 끝에는 역시 레이스와 큐빅이 박혀있었다. 어깨는 반만 노출시 켰으며 소배는 가을이라는 계절을 생각해서인지 손목까지 되어있었다. 그리고 당연 하겠지만 장갑은 없었다. 치마는 상하 6등분하여 그 등분한 줄에 흰색 선과 큐빅을 넣어서 규칙적으로 치는 파란색 파도와 태양에 부서지는 하얀 물거품을 연상시키게 했고, 위쪽에는 아무런 무늬도 없었다.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 있었지만, 특별히 거들 같은 것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낙에 미리안이 가늘은 편이라서 말이지. 그러고 보면, 옷갈아 입을때 거들어주던 시녀들이 까무러쳤을것 같군. 후 훗. 헤어스타일은 시원스런 금발머리를 위로 틀어올린 모습이었다. 이 모습은 귀족들 의 전통적인 관례에 따른 것인데, 결혼을 한 여자의 경우에는 머리를 틀어서 묶고,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는 묶지 않은 머리를 하던지, 아니면 땋거나 리본으로 묶는 다. 관념적인 의미에서 보자면 이것을 일종의 구속과 비구속의 차이점 같은데, 머 리를 틀러올려 묶었으니 한 남자에게 속해있다는 것과, 틀어올려 묶지 않았으니 자 유롭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귀는 당초의 생각과는 달이 그냥 삐죽 이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었는데, 귀를 틀어올릴 때 귀를 머리카락과 같이 감추자니 조금 불편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서 그냥 내놓고 있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와 서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자니, 이것은 성숙한 여인이 아닌 마리를리나보다 조금더 나이먹은 느낌이다. 워낙에 마리를리나가 어려보이고, 하는 행동도 어리지만, 사실 나이 비교를 인간의 관점에서 해보자면 그렇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지. 미리안은 성 인식을 치르고서 채 10년이 안되는 어린 엘프니까. 마리를리나 역시 마찬가지라서 나이차로 보자면 미리안이 반년에서 1년더 앞섰다고 할까? 그렇다 보니 이렇게 입 혀놓으면 미리안은 정말로 어려보인다. 지금 나의 모습은 20대 중초반쯤의 모습이 라서 어찌보면 내가 상당히 도둑놈(?)같은 모습이 되어버리는걸? 정말로, 평상복을 입었을 때의 성숙미는 어디론가 화악~ 하고 날아가 버리고, 남은 것은 귀엽다라는 느낌 뿐이다. 아아앗! 머리 쓰다듬고 싶어엇! "라이니시스님. 가죠?" "으응, 그래" 우리는 지금 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의 방은 2층에 있었고, 식당은 당연하겠 지만 1층에 있다. 시녀의 안내를 받아야겠지만, 식당 근처에 있는 옷방으로 다녀온 미리안이 길을 잘 알고 있어서 우리는 그냥 가기로 한 것이다. 설마 저택이라고 해 서 그 안에서 길을 잃는다는, 상당히 우스운 상황은 벌어지지 않겠지? 벌어진다면, 상당히 재미있을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식사시간에 늦어버리니 예의가 아니라구. 아, 그러고 보니 드로바하고 웬드렌의 방은 어디지? 식사시간때나 물어보면 되는것 이니까 신경쓰지 말자. "근데요, 라이니시스님. 이런 저택은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에? 이런 저택? 글쎄… 서민들의 혈세로 지어진 이런 호화롭기만한 저택은 그다 지 관심 없다…라고 해야할까? 인테리어라면은 몇군데 쓸만 하면서도, 저택 자체 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아" "헤에, 그렇네요. 제 생각에는 이렇게 큰 저택은 뭔가 상당히 쓸모없다… 라고 봐 요. 차라리 라이니시스님의 레… 아니, 집이 더 쓸모 있겠죠. 크지만 구조는 간단 하잖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혹시 휴면기에 들어갈때 쓸 거대한 공동을 중심으 로 뚫려있는 창고들과 내 방. 미로도 없고, 복자한 구조는 없다. 단순화 되어있는 내 레어가 엘프인 미리안의 눈에는 더 쓸모 있게 보이겠지. 나역시 그렇게 생각해. 이렇게 쓸데없이 예술성이다 뭐다 해서 지어진 이런 집은, 그다지 맘에 안들어. 맘 에 들어하는 드래곤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역시 나하고는 안 맞는다. 내가 원하는 집은 숲속에 지어진 아담한 목조 2층집 이랄까? 숲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평화롭게 사는거지. 조금 심심하겠지만 말야. 나는 말했다. "이런집은 실용성에 의해서가 아닌 과시용일 경우가 많으니까" "가끔 인간들을 이해 못하겠어요. 특히 과시욕같은거" 미리안은 어렵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엘프인 그녀로서는 인간들의 과시욕이 어 떤지 잘 모르는것이 당연했으니까. 다른이에게 없는것을 보여주고, 그들이 놀라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부러운듯한 시선을 받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엘프들은 이해하 지 못할것이다. 하지만 난 잘 이해하고 있다. 일단 한번 인간이었고, 그리고 드래 곤이니까. 드래곤의 과시욕도 상당한 수준이거든. "나는 이해할 수 있어. 지금 상황 역시 일종의 과시욕이니까" "네?" 그녀는 놀라하면서 눈을 깜빡거렸다. 생각하자면 지금의 상황도 일종의 과시욕이 라고 할 수 있지. 음음. 나는 씨익 웃고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두르며 말했다. "엘프를, 그것도 이런 미인을 부인으로 두었다… 라고 과시하는 거지. 여기의 사 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놀라하고 부러워하는거지. 그리고 난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 서 즐거워하는 것이지. 비록 가짜지만" "라, 라이니시스님…!" 그녀는 상당히 곤혹스러워했다. 그도 그럴것이 어쩔 수 없이 내 거짓말 장단에 맞 춰주고, 이제는 내 과시욕을 위하여 또다시 몸을 바쳐야 했으니까. 하하핫, 그때의 위기를 넘어가기 위한것도 있지만, 미리안을 내세움으로써 충족되는 과시욕도 일부 있다는것을 부정하지 않겠어. 미리안아. 미안하지만 벌은 나중에 받겠다. 음하하! "아, 그러고 보니 너 호칭 좀 바꿔야겠다" "호칭…이요?" "일단 표면적인 관계는 부부니까, 계속 나에게 '-님'자를 붙이는건 다른사람들 시 선 생각해서라도 별로 않좋아. 그러니까 님자 빼고 그냥 불러라" "에, 예엣?" "왜 그래?"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말이 나오지 않아 허우적대는듯 싶었다. 단지 지금까지의 호칭에서 님자만 빼라는건데 뭐가 그렇게 어려운거야? 내 허락도 있으니까 그냥 님 자 빼도 괜찮은데? 그녀의 입이 더듬거리면서 열렸다. "하, 하지만 어떻게 가, 감히…" 아, 그런거야? 어떻게 감히 드래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느냐 하는 것이겠지? 이 름에 호칭을 달지 않고 그냥 부른다는 것은, 서로간에 아무런 터울이 없이 지낸다 는, 그야말로 동등한 위치라는 것을 나타낸다. 현재 미리안과 나의 관계는 드래곤 와 엘프,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녀는 나에게 절대적이다 싶을 정 도로 존칭을 붙인다. 함부로 이름을 부른다는것은, 그것은 한마디로 나와 맞먹겠다 는 소리와 같지. 아무리 지금처럼과 같은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약간 무리라고 생각되지만, 난 괜찮단 말야.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뭐 어때? 나는 생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여기 있을 때는 그냥 라이니시스라고 불러" "하, 하지만 라이니시스님…!" 말을 해도 안듣니? 나는 나를 부르는 그녀를 무시했다. 어이, 기왕 사람들 속이려 면 더욱 더 잘 속이고 싶단 말이야. 이름을 그냥 부르기 전까지 내가 상대 해주나 봐라. "라이니시스님…" "……" 그녀는 작고 애처로운 소리로 날 불렀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러니까 님은 그만두 라니까. 그녀는 거의 들리자 않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라, 라이니시스…" "응. 왜?" "…짖궂어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녀의 표정을 잘 볼 수 없는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나 는 싱긋하고 웃었다. "이거, 참 잘 어울리는군요. 옷도, 두분도"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아니, 신경쓰실 필요는 없어요. 사적인 손님은 모처럼이니까" 산다스는 어느새 알게 모르게 나에게 존칭을 썼고, 그래서 나 역시 그에게 존칭을 썼다. 그러고 보면, 나는 상대가 나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그대로 돌려주 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미리안과의 관계에서는 전혀 안그렇잖아? 그건 특수 한 관계라서 그런걸까? 뭐,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나와 미리안은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생각했던 대로 직사각형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직사각혐의 테이블이 일렬로 늘어서서 대략 20명 정도가 한번에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입구는 직사각형의 긴 변쪽으로 해서 끄트머리에 좌우 2 개씩 모두 4개가 있었고, 짧은쪽의 한쪽 벽에는 벽난로와 제 1대 로즈마리 공작인 맥도스 빈 로즈마리의 노년기 초상화가 크게 그려져 있었다. 그 반대편 벽에는 로 즈마리 공작가의 상징물인 덩굴장미가 그려진 큰 깃발이 있었고, 벽에는 좌우로 풀 플레이트를 입고 핼버드를 든 인형들이 주르륵 일렬로 서있었으며, 그 머리 위에는 3개들이 촛대가 있었다. 천정에는 거대한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해서 일렬로 6개의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다. 샹들리에는 권력을 과시하기 위함인지 보석으로 치장을 하고 마법적인 빛덩이들을 매달아서 황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보면서 한가지 생각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돈지랄' 먼저 풀 플레이트 메일은 그 생산단가가 비싸다. 한벌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철 의 양은 창병 500명에게 지급할 창을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할 정도로 철의 소모 가 엄청나게 크다. 창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이 1펜이다. 재료비와 인건비를 전부합쳐서 나온 최소가격이지. 그리고 풀 플레이트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은 1펜 의 500배인 500펜이다. 단순계산으로 때려서 나오는 돈이 500펜이지만, 일반적으로 풀 플레이트 한벌 만드는데 들어가는 돈은 그보다는 조금 더 많은 600펜선이다. 갑 주이니만큼 창보다 더 손이 많이 들고, 생산기간도 많이 걸린다. 거기에 착용자의 취향에 따라 이것저것 손볼것이 많으니 가격이 비싼것은 당연하고, 여기 식당에 장 식되어있는 풀 플레이트들은, 전부 지금 당장 전쟁터에 나가도 아무런 하자가 없을 진품이다. 그것이 모두 합쳐서 16개 정도 있으니, 전체적으로 드는 돈이 약 9600펜 이라는 소리다. 이것을 한국의 화폐로 환산하자면 9억 6천만원 이라는 말이다. 인 형들이 차고 있는 무기까지 합치면 많이 잡아서 10000펜. 10억이라는 소리다. 식당 을 장식하는데 저 인형들로만 10억원을 썼다는 소리. 그야말로 돈지랄이 아니고 뭐 겠는가? 쓰지도 않을 갑주들을 주욱 늘어놓고서 권위를 자랑하려 드는 모습은, 차 라리 애처롭게 보인다. 내눈에는. 샹들리에는 척 봐도 홤긍과 유리 세공품,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어서 줒앙의 큰 샹 들리에는 어림잡아서 여기 있는 풀 플레이트 메일의 가격들의 총합을 훨씬 웃도는 모습이었고, 작은 샹들리에들은 전부 합치면 중앙의 샹들리에의 약 2~3배 정도 가 격이 나올것 같았다. 단지 식당을 만드는데 이러한 돈이 든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완벽한 돈지랄이다. -57- 003.42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앉으시죠. 조금있으면 식사가 올겁니다. 그전에 가볍게 와인이나 마시면서 대화 라도 나눠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아, 예. 갑사합니다. 그런데 웬드렌씨와 드로바씨는요?" "군의관님과 그 사위분은 지금 부르러 갔습니다. 조금뒤면 올것이구요" "그렇군요" 그는 하인이 빼주는 의자에 앉았고, 나는 미리안이 앉을 의자를 살짝 빼서 그녀가 앉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이것도 예법중에 하나라서 말이야. 해츨링시절에 이것저 것 배울때 각종 궁중예법에 귀족예절까지 배워서 새로 생긴것은 모르지만, 거의 다 할줄 알지. 산다스는 제일 상석이었고, 우리는 그의 오른쪽 줄에 앉았다. 최상석은 그 자리에 서 제일 관위가 높은 사람이거나 그날의 주인공에게 주는 자리였고, 그 양옆자리에 는 그와 함께 온 애인이나 아내와 자식이 앉는다. 없을 경우엔 최상석의 주인공이 중간에 앉게 된다. 그리고 나서 오른쪽 줄의 첫번째 자리가 그 다음가는 위치에 있 는 사람이고, 왼쪽자리 첫번째 다시 오른쪽 자리 두번째의 순으로 서열이 매겨지게 된다. 왼쪽줄 맨 끝은 가장 지위가 낮고, 머리수 채우는것 외에는 가치가 없는 그 런 사람들이 앉게 되지. 사람들은 방향이나 색에 여러가지 의미를 두고, 그에 따라서 숭상하거나 배척하는 사상이 있다. 어느 방향을 두고서 그것은 길(吉)하다, 저것은 흉(凶)하다 라고 하 는 사상. 사람들은 그런것을 상당히 신경쓰면서도 그것을 모르고 있고, 그것은 일 상 생활에서도 드러난다. 어떤 장군이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큰 혁할을 해주는 참 모나 군단장을 가리켜 '이사람은 나의 오른팔이오'라고 하는것 역시 그런것에 속한 다. 사람들은 왜인지는 모르지만 대개 오른손을 주로 사용한다. 사람들이 주로 사 용하는 뇌의 영역이 좌뇌 즉, 외우고 판단하는 그런 능력이기 때문에 좌뇌가 관장 하는 우반신이 우선시된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사람들이 자주, 주로 사용하는 손이 오른손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른쪽을 왼쪽보다 우위에 둔다. 흔히 자신의 부 하중 2인자를 가리켜 '왼팔'이라고 하는것과 같다. 좌천(左遷)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을 지금보다 낮은 지위나 직위(職位)로 옮 김, 또는 중앙에서 지방으로 옮긴다는 의미의 말로, 절대 좋은 뜻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좌천의 좌라는 것은 왼쪽을 뜻한다. 우방(友邦)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가까이 사귀는 나라라는 의미로, 거의 절대적 으로 좋은 뜻으로 쓰인다. 여기서 우방의 우라는것은 오른쪽을 뜻한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왼쪽과 오른쪽에 길흉의 의미를 부여하는것은 생활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들어와 있다. 여기 식당의 좌석 배치 역시 그런 사상을 따라서, 같은 줄이라도 오른쪽의 사람이 왼쪽의 사람보다 한등급 위에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우릴 오 른쪽에 앉혔다는 그만큰 우릴, 정확하게는 나를 웬드렌보다 더 귀한 손님으로 대접 하겠다는 의미지. 아주 금칠을 해주는군. 그는 하인에게 뭐라고 지시를 내렸고, 하인은 고개를 꾸벅하고는 오른쪽의 문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잠시후 작은 카트Cart를 끌고 왔다. 카트에는 가벼운 에피타이저 Appetizer(본 식사가 나오기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먹는 음식. 보통 한입 크기 정도로 만들어져 나온다)와 얼음통에 담겨진 포도주, 그리고 잔이 열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에 올 사람들이 더 있으니까 잔을 많이 준비한 것이겠군. 카트를 끌고 온 하인은 다른 하녀들의 도움을 받아 잔과 에피타이저를 사람들 앞에 내려놓았다. 잔이 내려지고서, 산다스, 나, 미리안의 순서로 잔이 채워졌고, 산다스는 으례있기 마련인 술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아우레스력 1274년산 '라울로 라파이레'입니다. 와인중에서는 가장 순하다고 알 려져 있고, 또 50년이상 지나야 제맛을 보인다는 와인이죠.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 하는 와인중에 하나입니다. 대략 200년정도 묵은 와인이니 맛은 좋을겁니다" "이런, 이렇게 구하기 어려운것을…" "하하,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사적인 손님은 오랜만이라서요" 그는 내가 칭찬을 하자 매우 기분이 좋은듯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사실 200년 정 도 된 와인은 인간들은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지. 술 저장창고를 만들어도 기본적인 숙성기간이 지나면 명주의 이름이 붙은것은 금방 팔려나가고, 소비되기 때문에 명 주를 오랜기간동안 보관한다는게 상당히 어려운 일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귀족들의경우에는 사람들 초대하고서 어떤 술을 내놓는냐에 따라서 자 신이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는것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귀한 손 님, 혹은 그렇게 속여야 할 손님의 경우 비장의 명주를 내놓아야하기 때문에 귀족 들에게 있어서 명주는 상당히 쉽게 소비되는 물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200년이 조 금 못되는 와인이라…. 내 레어에는 내가 태어나던날에 담근 와인과 위스키, 브랜 드등의 각종 명주가 오크Oak(떡갈,가시,참나무 무리)통째로 있다고. 1000년이 넘어 간 술통들이 레어의 창고 한가득 있지. 나무통에 보존마법을 안걸었으면 진작에 술 통이 썩어 없어졌을걸? 나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술맛을 아시는 분을 만났으니, 저도 나중에 하나 대접하도록 하죠. 이그니시스에 게서 받은 아우레스력 427년산 와인을 대접해 드리지요" "사… 427년산이요?!" "네. 괜찮으시다면 제가 비장의 명주를 꺼내도록 하죠. 개신력 6382년에 만들어진 환상의 명주입니다. 비록 상표가 낡아서 없어졌기 때문에 어떤 종류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대의 와인이라는 매력이 있죠" 나는 매우 사람좋아 보이는, 그야말로 정말 아무런 야심도 없이 호의에서 베푸는 그러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200년이 조금 못된 와인의 대가로 7000년 묵은 와인을 꺼내는, 어찌보면 어리석기까지 한 모습이었지만, 그는 마치 숨이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7000년된 와인은, 아마 소리도 못들어 봤을거다. 그는 근처에 하인들 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개, 개신력 6382년?! 정말이십니까?!" "이그니시스가 없었다면, 소리도 못들어봤을 것들이죠. 저혼자 소비하기도 아까우 니 나중에 한번 따보도록 하죠" "허, 허허… 이거 왠지 제가 내놓은것이 초라해지는군요" 나는 쑥쓰러운듯이 웃었고, 그는 의외의 성과를 거둔것이 흐뭇하면서도 기쁜지 벙 글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1000년된 와인과 7000년된 와인을 맛볼거라는 생각에 그 는 연신 표정에 즐거움을 한껏 담았다. 내가 정말로 마음을 먹으면 '최초의 와인' 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신력 521년산을 꺼낼수도 있지만, 그건 조금 별로다. 차라리 아우레스력 427년산 와인이 더 맛이 좋다. 상표 그대로 인간이 맨 처음 만든 와인 이기 때문에 기술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맛이 별로다. 13000년이 지났어도 고작 10 00년된 와인보다 맛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은, 그때 당시에는 얼마나 맛이 없었을 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때는 그래도 그런 것을 맛있다고 하면서 마셨겠지. 아니, 그것 보다도 그때의 술은 제사용의 이미가 강했으니까 맛을 별로 상관하지 않고 만 들었을거야. 드래곤들 중에서도 현재 남아있는것이 50병이라는, 그리고 워낙에 100 0년전의 것보다맛이 별로라서 마시지는 않는다는 술을 내가 가지고 있는것이야. 엘 타칸리스, 그 양반이 남겨준 것이지. 두병을 남겨줬는데, 한병은 마시고 한병은 남 겨뒀지. 그런것을 만약 경매에 부친다면 이 레리첸트의 1년 예산으로도 모자른 가 격이 책정될걸? 200년이 조금 못된 와인의 맛은, 그래도 역시 뛰어났다. 한국에 있을 때는 그래봤 자 맥주 아니면 소주, 오래 묵어봤자 10년 정도의 위스키를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 서 먹었던게 정말로 엊그제 같은데, 지금 아는 7000년된 와인을 자랑하며 1000년되 와인을 마셔보고, 지금은 200년이 조금 못되는 와인을 마시고 있다. 감격하다 못해 쓰러져 기절해야 될 상황이, 오히려 당연하게까지 느껴지는 것은 사람의 적응력이 랄까? 와인과 같이 나온 에피타이저는 크래커위에 올려진 치즈들이었다. 여러가지 종류 의 치즈들을 크래커위에 올린 것으로, 칵테일에 쓰이기도 하는 보편적이고, 술맛을 잘 살려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제대로 술맛을 느끼려면 그냥 치즈만 먹어도 되겠지 만 말이야. 크래커가 입안에서 부서지고서 남은 조각들이 와인의 감촉을 일부 가져 가 버린다는 말이야. 하지만 내가 귀족들의 식사에 뭐라고 딴지를 걸 이유도 없다. 그냥 먹으면 되는거지. 맛만 있으면 다 되는거야. 산다스가 놀라하고 있을 때, 웬드렌이 하인의 안내를 받아서 들어왔다. 웬드렌은 사람들 앞에 세워진 술잔과, 술잔에 채워진 와인을 보면서 말했따. "허허, 우릴 빼놓으면 섭섭하지" "아, 군의관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허! 이게 누구신가? 이 아리따운 아가씨… 아니, 부인은? 라이니시스, 자네 알고 보니 엄청난 도둑놈이군? 허허!" "하하, 일생일대의 도둑질이었지요" 나는 머쓱한듯이 웃으며 말했다. 웬드렌은 크게 웃고는 나의 반대편인 왼쪽 첫번 째 자리에 앉았고, 드로바도 인사를 하고서는 약간 쭈뼛거리면서 웬드렌의 옆에 앉 았다. 그들이 앉자 하인들과 하녀들이 그들의 앞에 잔을 내려놓고, 와인을 채웠으 며 에피타이저를 올려놨다. 산다스는 웬드렌을 보면서 말했다. "군의관님. 그렇게 입으니시까 훨씬 나아보입니다?" "어허, 이것보게? 내가 원래 옷이 조금 받쳐주는 사람이야" "하하하, 설마요" "으음… 고쳐주지 말걸그랬나…" 산다스는 웬드렌의 농담에 크게 웃었고, 웬드렌도 같이 웃었다. 웬드렌은 마치 근 엄한 귀족처럼 잘 차려입었는데, 그 옷은 정말로 웬드렌을 위한 옷같은 맞춤복 같 았다. 비록 내가 입은옷과 같이 앙XX 김 패션류라는 것은 같았지만, 나름대로 노년 기의 중후한 멋이 나오는 옷이었다. 색상은 나와 같은 흰색에 금색. 이곳은 특별한 일이 없는한 건배라는 것은 하지 않기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와인과 에피타이저를 즐겼다. 역시 공작가문이라는 걸까? 치즈 하나를 보더라고 최상급이 라는 느낌이 절로 나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것도 전부 사치다 사치. 사람은 검소하 게 살아야 하는거야!(내 레어속의 보물들은 다 뭘까…?) 주로 웬드렌과 산다스의 대화가 이루어지며(주 내용은 역시 과거의 일이었다) 와 인잔 한잔을 천천히 비웠을 때, 웬드렌이 들어온 문으로 또 사람들이 들어왔다. 로 즈마리 공작부인과 그의 딸 마리를리나였다. 공작부인은 들어와서는 우리를 보면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손님들이 오셨는데, 뒤늦게 인사를 드려서 죄송합니다. 로자린 드 로즈마리라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하였고, 공작부인은 일일이 그 인사에 답해주었다. 나이는 짐작이 안가지만, 아마도 산다스와 비슷한 나이일 것이라는 추 측이 들었다. 뭐랄까, 차분함과 조용함이 절로 느껴지는 현숙한 부인? 얼굴형도 약 간은 날카롭게 보이는것이 상당히 지적인 그런 모습이었다. 아마도 정략결혼일테니 까 공작가문에 도움이 되는, 살림을 훌륭하게 이끌어 나갈만한 지적인 여자라는 생 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보이는 것이 마리를리나와 상반되는 성격 같은데, 모전 여전이라고, 마리를리나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내숭을 떠는것과, 원래 저런 성격이라는 둘중에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눈으로 봐도 내숭을 떤다는 느 낌은 들지 않으니까 원래 성격이 조용한 것이겠지. 웬드렌의 말에 따르자면 마리를 리나의 망나니(?)같은 성격은 산다스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마 리를리나는 어차피 다 아는사이니 인사는 생략했다. 그 두명이 안사드의 좌우에 앉 고서 그들에게도 와인과 에피타이저가 놓여지게 되었다. 이제 모일 사람들은 다 모 인건가? -58- 003.43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귀족들의 식사시간. 특별하게 강조하지 않아도, 그들의 식사문화는 복잡하다. 한 번 식사에 걸리는 시간만해도 몇시간이며, 한번 식사하는데 1인당 쓰이는 도구들의 숫자도 몇십가지에 이르른다. 그것이 신경쓴 풀코스라면야 두 말 할 것도 없는 상 황이겠지.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은 상당히 곤혹을 치르기 마련이다. 나같은 경우에 는 일단 배워는 놨기 때문에 불편한것은 없지만, 상당히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아서 짜증난다. 모름지기 식사라는 것은, 즐거운 분위기에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행해 야 하는 것이거늘, 이렇게 예절과 격식에 신경쓰면서 먹다가는 소화는 커녕 신경성 위궤양에 걸려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거는 이렇게 썰어서… 이렇게 하는거야" "그러군요. 이렇게…해서 이렇게?" "음. 잘하네" 미리안은 귀족들의 예절에 대해서 몰라도 아무런 질책을 받지 않는 엘프였고, 그 러한 그녀가 저녁 풀코스에서 도구들의 사용법을 모른다고 하였을 때, 그것은 당연 한 사실로 받아들여야 했고, 나는 일일이 그녀의 옆에서 도구들의 사용방법과 음식 들의 해체방법에 대한 예절과 격식들을 설명해야했다. 사람들은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서는 식탁예절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나의 정체에 대해 상당히 궁금하게 여 기는가 보다. 후, 귀족들의 예절이야, 수백년이 지나도 그대로인걸? 이래서 귀족들 에게 발전이 없고, 발전이 없는 집단은 파멸이라는 말이 생기지.오오, 그개들의 죽 은 문화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노라~ "이켈라인 부인.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예? 아… 훌륭한 솜씨에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에요. 주방장이 들으면 기뻐하겠네요. 호호호" 이켈라인 부인…이라. 내 이름은 익히 알고 있겠지만(모른다구? …… 혹시 처음이 야?)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이다. '루'라는 것은 드래곤들의 나이에 따라서 붙는 칭호이고, 나는 성룡이 된지 얼마 안되기 때문에 루라는 호칭이 붙는다. 우리 어머 니는 레이나 킨 이나드리엔이라는 이름이다. 칭호뒤에 붙는 성은 아버지의 이름을 따르는 것이라서 어머니의 성이 나와 다른것은 당연하다. '킨'은 여자들에게만 붙 는 특별한 칭호로 해츨링을 낳아서 성룡으로 독립시킨 드래곤일 경우에 붙는 호칭 이다. 올해 연세가 8748세 되시는 할아버지의 이름은 콰이엔 핀 이켈라인이다. 800 0세가 넘으면 붙는 호칭이 '핀'이다. 어쨌든 나의 이름이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이기 때문에, 부부관계로 속이고 있는 미리안에게는 자동적으로 이켈라인이라는 성이 들어가게 되는것이고, 따라서 그녀 가 '이켈라인 부인'이라고 불리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미리안에겐 미리안 라이 엔츠라는 이름이 있는데 말이지. 다 내 죄다. 누차에 걸쳐 말하지만 벌은 달게 받 으마. 이곳의 주방장은 오늘 저녁식사가 풀코스라는 점에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 고, 메뉴 선정에도 별로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손님중에 엘프가 있다는 것을 들은 후에는 아마도 심각한 고민과 고찰을 거쳤을 것이 틀림없었다. 고기요리 를 할지라도 고기는 죽어도 먹지 않을 것 같은 미리아의 성격상, 풀코스 메뉴의 주 종목으로 이루어지는 '육류'를 그녀에 한해서 어떻게든 대치시켜야 하는것인데, 육 류가 들어가지 않은 저녁식사 '풀코스' 메뉴는 거의 상상하기 힘들 것이리라. 그렇 다고 샐러드 일색으로 가기에는 몇시간동안 이어질 저녁식사에서 손님이 자리를 박 차고 나가버리게 되는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주방장은 공작부인으 로부터 그 자질을 의심받게 되며 나중에가면 직장을 잃어버리게 되고, 여우같은 마 누라의 바가지와 토끼같은 자식들의 보챔에 못이겨 어느 시골 한구석의 초라한 펍 에서 프라이팬을 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아, 내가 왜 그랬던가~'라고 후회하게 될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주방장은 자신의 직업생명과 공작가의 주방장이 라는 자존심을 걸고, 일반 손님들을 위한 보통의 풀코스와는 전혀 다른 식물성 엘 프전용 식물성 풀코스를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청년백서! '엘프를 위한 식물성 메뉴 개발하기!' ……갑자기 뭔가 핀트가 어긋나 버렸다. 어쨌든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야 하는 주방장은 어려운 주문을 소화해내는데 성공 하고 만 것이다. 그 결과로 현재 미리안이 먹고 있는 음식은 옥수수와 밀, 양배추 를 이용해서 만든 양배추 스테이크라는 것으로, 우리가 스테이크를 먹는것과 똑같 이 그녀는 양배추 스테이크를 잘라먹고 있는 것이다. 주방장. 굉장하군. 그녀는 감 탄하면서 스테이크를 먹었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무리한 부탁이었을텐데, 너무 훌륭하네요. 정말로 맛있어요. 만드는 방법좀 배워 갔으면 좋겠네요" "하하, 나중에 주방장에게 만드는 방법을 적어달라고 하겠습니다" "아, 그래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합니다" 미리안은 식물성의 메뉴로도 이렇게 훌륭한 메뉴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감탄하는 모양이었고, 어느샌가 그녀의 마음속에서 자라기 시작한 요리사의 혼이 그것을 더 욱 더 부채질 하고 있는가 보다. 아아! 식탁이 더욱더 풍성해지게 생겼구나! 식사를 하면서 나오는 이야기의 화제는 별로 대단한것들이 없었다. 그간에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 같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그 상황의 즐거움을 서로 공유하는, 보통의 그런 시간들이었다. 단란하고 화목하고 꺄삐꺄삐한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 금의 상황, 아이리와 엘프들이 노예사냥꾼들에게 잡혀있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이 야기는 오히려 시간낭비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약 2주 정도니까 여유있게 준비해도 별 상관 없을 것이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준비할 것 은 별로 없지만 말이다. 준비작업은 한 3일 정도면 끝날걸? 식사 도중에 나와 니리안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인간과 엘프부부라는 관계는 그 다지 나오는것이 쉬운일은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나와 미리안을 매우 호기 심에 가득찬 눈으로 보고 있었다. 그들은 나와 미리안이 험악하기로 유명한 엘 타 칸리스의 산맥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매우 궁금해했고, 나는 그것에 대해 적당 히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밖에는 없었다. 내가 드래곤이라고 밝힌다면, 놀라기전에 먼저 웃음부터 나올걸?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산기슭에 오두막을 지어서 가끔 칩 입해 들어오는 몬스터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였고, 자주 들리는 드워프 마을에서 미리안과 드워프들과의 재미있는 설전같은 이야기를 지어내었다. 나의 이야기에 맞 장구쳐야할 미리안도 그 이야기에 푸욱 빠져버려서 맞장구 치는것을 잊어버릴 정도 로 나는 열심히 이야기를 지어내었고, 때로는 약간 과장하면서, 때로는 너무 사실 적으로 말하는 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나의 이야기가 진짜라고 믿어버리게 되었 다. 사실 말하는 나조차도 내 이야기가 진짜라고 믿어버릴것 같았으니까.(후일, 싸 이가 나에게 말했다. 그것은 나르시즘의 초기단계라고) 웬드렌은 주로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듣는쪽에 속했는데, 아마도 그가 할 만한 이 야기는 아이라의 이야기 외에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딸걱정으로 속이 타들 어 가면서도 허허거리며 저렇게 웃는 모습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상 당히 보기 어려웠다. 웬드렌을 보고잇자면, 당장에 노예사냥꾼들을 때려 부수고 잡 힌 사람들을 구해낼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한순간의 동정으로 이번의 짧은 유희 를 망칠수는 없다고 생각했다.(아, 그러고 보니 사고방식이 드래곤의 방식으로 물 들어 버렸군) 드로바 역시 웬드렌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지 만 자기 친구들의 이야기나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몇개 꺼내놓았다. 산다스와 로자 린 공작부인은 그들의 계급이 무색하다고 할 정도로 서민인 그의 이야기에 쉽게 빨 려들었다. 얼마 안되는 돈때문에 벌벌 떨면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무시하는 표정 은 하나도 없이 그의 이야기에 빨려들면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들은, 마치 보통의 도시의 부부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것 보다도 서민의 삶을 잘 이해하고 있기 에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공작이라면 서민 들과의 접촉이 없어도 되고, 몰라도 될만한 인물일텐데 어째서 저렇게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것에 궁금함이 들었다. 드로바의 이야기를 이해할 정도면 서 민들의 삶에 그만큼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는 소리인데…. 나는 드로바의 이야기가 끝나고서 웃고 있는 산다스에게 말했다. 궁금한것은 그자리에서 풀자. "공작님은, 의외로 서민들의 삶을 잘 이해하고 계신것 같군요?" "아 예. 그렇습니다. 한때 잠시 야인으로 살아본 적이 있어서요. 한 3년 정도 이 나라를 돌아보면서 나 자신을 한번 서민들의 삶에 녹여봤습니다. 공작가문의 후계 자로서 그런일을 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논란거리가 되기 쉬웠지만, 저는 그런 것 보다도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한번 생각해 볼까 싶어서 그랬습니다. 결과는 그 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여러모로 깨달은것도 많았고, 또 여기 이 사람도 만났으니 까 말이에요" dldmdyd"공작부인을요?" "네. 안사람하고는 여행이 끝날무렵에 만났죠. 평민이었지만, 매우 똑똑하고 영리 한 여자에요. 거기에 사람을 배려할줄도 알고, 알고보면 꽤 강한면도 있어서 어느 샌가 빠져버렸고, 청혼했습니다. 물론 집안에선 난리가 났었죠. 대개 귀족들의 결 혼이란것은 정략결혼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저희 가문이 뭐가 아쉬워서 정략결혼 을 하겠습니까? 약혼도 두어건 있었지만, 귀족들의 세계에서는 약혼파기는 귀부인 들 구설수에도 오르지 못합니다. 저는 결혼을 인정하지 않으면 제가 나가버린다는 식으로 제 몸하나를 걸고 협박을 했습니다. 그때당시의 RPG의 단장은 아직 저였기 에 제가 가문을 나오면 RPG도 탈퇴하겠다고 난리를 피웠으니, 어쩌겠습니까? 저희 부모님은 정말로 울며 겨자먹기로 결혼을 승락하셨고, 저희는 결혼을 했죠. 결혼 을 하고 나서 이사람의 고생이 조금 심했죠. 귀족들의 머리속에 들어선 것은 권위 주의와 자존심외에는 없어서 평민출신의 공작부인이 상당히 달갑지 않았던 것이에 요. 하지만 이 사람이 제 안사람이 되면서 부터 잡혀 나가는 집안의 분위기는 저 희 부모님도 매우 놀라하덥니다. 그리고 그녀가 제시하는 여러가지 방법중에 하나 는 지금 레리첸트의 국가사업으로 책정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어느샌가 귀부인들 사이에서는 이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사라지고 존경까지 하는 분위기에 요. 정말 제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하하하핫!" …와아. 대단하군. 나는 잠시 지금까지 산다스를 편견의 눈으로 보고있었다는 것 에 잠시 반성했다. 의외로 이 사람은 '깨어있는'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곳 식당의 장식물들은 그가 한것이 아니라는 소리군. 서민의 삶을 이해하고 있다 면 이 식당의 값어치가 얼만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테니 말이야. 로자린 공작부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웃고 있을 뿐이었다. 상당히 능력있고, 외모까지 갖춘 보기 드문 여자야. 나는 솔직한 감탄의 눈으로 그 녀를 바라보았고, 그러다가 미리안이 옆에서 살짝 치는 바람에 시선을 옮기게 되었 다. 에? 왜그래? 그녀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실례잖아요" -59- 003.44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식사시간은 상당히 길었다. 원래 풀코스 저녁식사라는 것이 실용성은 제로지만 시 간 잡아먹는것은 더럽게 오래 걸린다는 사실은 차원을 넘어선 고금의 진리지. 기본 은 프랑스의 풀코스와 닮은데가 있지만, 여기하고 지구의 생태계는 엄연히 틀리므 로, 지구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재료로 만든 요리가 여기서는 고급요리로 통하기 도 한다. 더불어서 지구에서 매우 값비싸게 취급하던 물건들이 여기와서는 되려 엄 청난 헐값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었다. 최고급 캐비어의 가격이, 킬로당 1펜이 안된 다면 이해하겠는가? 여기에서 캐비어는 서민들의 다용도 요리재료로 사용된다고 한 다. 주로 술안주로 매우 자주, 흔히, 지겹도록 사용되는것이 캐비어라고 한다. 여 기는 무슨 용상어 집단 거대 서식지라도 있나보지. 캐비어가 헐값이라니. 아, 그리 고 버섯류는 비싼편이었다. 그나마 흔하다고 여겨지는 느타리 버섯같은 것도 여기 서는 매우 보기가 힘들어서 최고급요리가 아니면 쓰이지도 않고,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버섯을 캐기 위해서는 산으로 들어가야 되고, 산으로 들어가면 몬스터라 는 것들과 조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만큼의 위험수당과 인건비를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여기서는 산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의 가격이 무진장 비싸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생물들의 서식지가 조금 바뀐 경우도 있다. 일단 숲속에서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숲펭귄이나, 날지 못해서 먼지를 일으키며 땅을 뛰어다니는 독수리인 러너호크RunnerHawk(거의 닭수준이더군), 물고기인 주제에 평생 물속에는 들어가지 않으면서 사는 날치도 있었고, 생긴건 나무늘보인데 움직이는것은 원숭이 보다 날렵한 동물도 있다. 하지만 동물들 중에서 가장 엽기적이고 판타스틱한 동물 을 꼽으라면 역시 드래곤이 아닐까 싶다.(나도 드래곤이잖아?) 아, 잠시 이야기가 샜다. 어디까지 했더라? 아, 시간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를 했었지. 풀코스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순서를 따져도 대여섯 순서를 거쳐야 하고, 그만큼 나오는 메뉴가 많다. 풀코스에서의 매너는 적당히 먹을 것. 앞의 요리가 어떻게 나 올것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두세가지 메뉴로 배를 채우고서 다음 음식을 못먹는다는 것은 크나큰 실례다. 원래 풀코스라는것이 생긴 이유가 맛있는 음식으로 사람을 붙 들어 두고는 모종의 계략을 꾸미거나, 아님 지겹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는 학설이 있을 정도로 시간이 길다. 우리가 풀코스의 식사를 끝낸것이 식사를 시 작해서 약 4시간 반이었다. 그때서야 음식이 나오는것을 멈추고서 가벼운 디저트와 술을 마시면서 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내가 4시간 반을 식사하면서 알게된 사실은, 사람들은 4시간 반이라는 식사시간동 안 끊임없이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여자들의 수다는 그것을 능가하고도 충분히 남는다는 상당히 보편적이지만, 현실이 되면 괴로울뿐인 확인사살이었다. 미리안은 그다지 수다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짧게 짧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타입인데, 그 짧게 짧게가 모이면 그것이 수다가 된다 는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미리안이 꺄꺄대면서 주절주절 떠든것은 아니지만 워낙 에 그녀에게 쏟아지는 두 여자(마리를리나와 로자린 공작부인)의 질문공세가 만만 치 않았기에 그녀는 한가지 질문에 답하고서는 또다른 질문에 답해야 했다. 옆에서 보고있는 내가 다 안쓰러울 정도로 엄청난 질문 공세가 들어오더군. 그녀에게 향해 지는 주 질문은 엘프들의 사회라든지, 아니면 엘 타칸리스 산맥에서의 생활, 그리 고 나와의 생활이었다. 여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이런경우엔 단순화되기 때 문에 한가지 질문을 여러방향으로 꼬아서 다양한 각도에서 대답을 듣는 경우도 많 았기서 나는 그러다 미리안의 입에서 '레어'라는 말이 튀어나올까 불안하기도 했지 만, 그녀는 훌륭하게 '레어'가 아닌 '집'이라고 말해주었기에 질문을 하는 두 여자 나 그것을 듣고 잇는 다름 사람들은 그녀와 내가 사는 집이 창고가 좀 많은것 인줄 안다. 미리안은 거짓말이 아니지만, 상대가 그 뜻을 충분히 왜곡해서 이해할만 할 수준으로 약간 어정쩡하게 말을 했고, 그것은 사람들에게 각자 좋을대로의 생각으 로 자리잡게 되어서 나는 안도했다. 고위급 마법사가 와서 알아보지 않는 한, 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들키지는 않을것이다. 별다른 이야기 없이, 저녁식사는 잡담일관으로 행해졌고, 그것때문에 나는 상당히 짜증나는 기분을 느꼈다. 고작 잡담하려고 몇시간동안 저녁식사를 대접하나? 산다 스가 어느정도 깨어있는 귀족에 속하지만, 역시 몸에 벤 습관은 습관인가 보다. 쩌 업. 모르겠다. 그냥 내가 이해해줘야지. 어쨌든 우리는 길고긴 저녁식사와 긴 잡담 의 시간을 끝내고서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아, 그리고 웬드렌과 드로 바의 방은 우리방에서 별로 떨어지지않은 손님방에 있다고 한다. "길었어… 저녁식사라는게 정말…" "휴우~ 이제야 좀 한숨을 돌릴것 같아요. 수명도 짧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저녁식 사에 시간을 많이 쓰는거죠?" "수명이 짧으니까, 더 많은 음식을 더 오래 즐기고 싶은거겠지. 그렇게 말하는 너 는, 꽤나 그 저녁식사를 즐기는것 같던데?" "그, 그것은…" 미리안아, 적어도 넌 자신의 행동이 어떤지를 생각하고서 비평을 해보지 않겠니? 그 식사시간을 즐겼던 사람들 중에는 너의 이름도 있다는것을 잊지 말려므나. 하지 만 수명도 짧은 사람들이라… 꽤나 직설적이군. 사는 날도 얼마 되지 않는데 쓸데 없이 시간낭비를 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잡식성이고, 기본적으로 미식가의 기질을 타고나는 경우가 보통이지. 자신의 경제상황이 되면 되는대로 최 고급의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것은 인간으로선 당연한 것이고, 그런 음식들을 좀 더 많이, 좀 더 오래 즐기고 싶은 욕구의 표출이 오늘과 같은 풀코스의 저녁식사다 이 거야. 만찬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것도 괜찮은 표현일지도 모르겠군. 나의 말에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당황해하고 있던 미리안은 뭔가 생각난듯이 말했 다. "아, 라이니시스님. 먼저 씻을게요" "……" 한가지 의문. 엘프의 학습능력은 대체 얼마나 뛰어난걸까요? 나는 아무말도 안 하 고, 그냥 빤히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금세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라이니시스…. 먼저 씻어도 되죠?" "아. 맘대로" 음… 왠지 호칭을 빼고나서 맨이름을 들어보니까, 그것도 미리안이 그렇게 부르니 까 상당히 묘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거기에 '먼저 씻을게요'라니! 이것은 그야말 로 뭐랄까, 연상남 연하녀의 신혼분위기?! 아앗! 정신차려라 라이니시스! 너는 벌 써 그녀를 잊은것인가? 네가 몸바쳐 사랑한 그녀를! "…후우, 젠장이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에 와서는 만날수도, 볼수도 없는 그녀다. 내가 죽기 전에 한번 보고서 떠나왔으니, 천년이나 지났다고 볼 수 있지만, 드래곤의 기억력 과 영혼의 각인은 아직도 그녀의 기억을 뚜렷하게 남아있게 한다. 그러고 보니 내 가 환생했듯이, 그녀도 환생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엔 어떻게 된건지는 몰라도 기 억이 남아있는 채로 환생했지만, 그녀는 기억을 가지지 않은 채로, 전혀 다른 모습 으로 태어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니면 그쪽 세계에서는 내가 죽은지 몇년 안 지났을지도 모르지. 차원학에 따르자면 차원간의 시간차는 몇십배에서 몇백배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니까. 어쩌면 지금의 지구는 멸망했을지도 모른다.여러가 지 가능성이 있겠지만, 어쨌든 차원의 이동은 드래곤이라고 해도 불가능한 것이야. 고위급 악마나 천사가 아닌 다음에야 차원간의 이동은 거의 불가능하지.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다. 만날 수 없기에 잊혀지는것. 하지만 잊을 수 없다. 잊을 수 없기에 사랑하는것. 서로서로 꼬리를 물고 있는 상념의 딜레마.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중의 하 나이며, 나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지. 설령 내가 그녀의 일을 잊고 싶다고 해도 드래곤의 뇌는 그것을 거부한다. 항상 모든일을 어제의 기억같이 생생하게 기억하 하면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기억해내버리는 드래곤의 뇌는 추억이라는 것 이 없다. 오로지 사실. 사실만이 그 기억속에 있기 때문에 어떠한 일을 당해도 그 것이 미화된다든지 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드래곤에 원한을 가지면 빨리 풀어버리 려는 것일지도 모르지. 원한이 생기면 계속 생생하게 기억이 날것이고, 그것은 상 당히 짜증하고 화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그러니 어서 그 원한을 풀어야 기분 좋게 생활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쩌라고? 차원을 뛰어넘어 버려서 여기까지 와버렸는데? 그렇지만 그녀의 기억은 1분전의 기억과 한치의 틀림 도 없이 생생하게 남아있고, 그렇기 때문에 나의 감정에는 아직도 그녀는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만약 나를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고 하여도 그 기억때문에 그녀를 제대로 사랑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드래곤의 기억력은, 차라 리 저주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행복도 악몽도 죽을 때까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 어야 하는 것이니까. 쳇, 이것이 드래곤이 가지는 그 능력에의 책임인가? 나는 처 연하게 중얼거렸다. "담배가 없는게 아쉽군" 환생하기 전에는 자주 피웠는데 말야. 이런 때 한가치 물고서 깊게 빨아들이고 내 쉬면 조금은 위안이 되고는 하지만,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담배종류라고는 대마초 와 마리화나 외에는 없다. 젠장, 마약피고 헤롱거리는 드래곤이 얼마나 웃길까?(마 약에 중독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모든 독에 면역이라는 드래곤은, 마약에 취하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약간은 궁상을 떨고 있을때, 어느 새 목욕을 마친 미리안이 잠옷을 입은채 머리를 수건으로 닦으면서 나오고 있었다. 얼래? 벌써 나오는거야? 아니면 시간이 벌써? "와아~ 시원하다. 레어의 목욕탕보다는 작지만 여기도 꽤 괜찮은거 같아요" "원래 그렇게 빨리 씻어?" "무손소리에요? 한시간은 있었는데요?" 그녀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 그래? 그러면 내가 상념에 빠져 궁상 떨던 시간이 한시간이라는 거야? 휘유, 오래도 걸렸군. 나도 슬슬 옷을 갈아입고 씻어야 겠지? 그런데 미리안이 입은 잠옷은… 못 보던건 데? 어디서 나온거지? "그 잠옷은 어디서?" "네? 욕실에 있었어요. 라이니시스… 것도 있던걸요?" "아, 그래? 여러모로 신경써주는군. 그럼 나 들어간다" "네~" 나는 목을 한가득 조여오는 옷깃을 느슨하게 풀면서 욕실로 들어갔다. 후우, 이제 야 이 답답한 옷에서 탈출할 수 있겠군. -60- 003.45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상하수시설의 설계와 시공은 잘 되어 있었나 본지 수도꼭지에서는 뜨거운물이 아주 잘 나왔다. 권세있는 공작가문이니까 역시 2층의 손님방에 욕실을 만들어도 이런 시설을 해주는군. 하지만 무게때문인지 석조 목용탕은 아쉽게도 없었고, 그 대신 2인용쯤으로 보이는 철제 욕조가 있었고, 그위로 샤워기가 있어서 물을 받는 구조였다. 흐음, 샤워도 목욕도 욕조 안에서 하 라 이건가? 다른데서 하면 물이 샐테니까 그러는군. 들어오면서 봤는데 잠옷은 옷 을 넣는 옷바구니의 옆에 놓여있었고, 옷바구니에는 정갈하게 개어져 있는 미리안 의 드레스가 보였다. 미리안아… 드레스는 옷장안에 좀 넣어놓지 그랬니…. 어차피 옷바구니는 여러개 있었으니까 나는 다른 옷바구니에 내 옷을 집어넣고는 시원하게 알몸으로 욕실에 들어가서 몸을 씼었다. 그러고 보니 머리칼이 상당한 장발이었군. 감는것이 조금 불편하잖아? 아, 그다지 상관없나? 운디네를 시켜버리면 되니까. 따스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자니, 저절로 눈이 스르륵 감기면서 평온~ 해지는 기 분. 근육들의 풀려가면서 느껴지는 간질거리는 느낌은 일종의 쾌감과도 비슷하다. 타다닥하면서 전기가 튀듯이 온몸이 그렇게 풀려나가는 기분이랄까? 의식하지 않더 라고 근육은 평소에도 약간은 긴장된 상태로 있기 마련이다. 따뜻한 물에 그렇 근 육들을 담그면 한순간에 이완되면서 타다다다다닥! 하고 풀려나가는 그 간질거리는 쾌감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기분 좋은 느낌이지. 늘어져도 이렇게 기분 좋게 늘 어지는 방법이 있는 것이야. "흐으음… 좋다아~" 조금전 까지만 해도 차원문제 어쩌네 사랑이 어쩌네 하면서 상념에 잠겨있던 나라 는 녀석은 따스한물에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한순간에 푸욱~ 하고 풀어져 버린단 말 이냐.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이런 기분이 들다니…. 며칠 동 안 이렇게 여유있는 목욕을 해본적이 없어서 그런것일지도 몰라. 일주일에 한번은 이렇게 담궈줘야 피로가 사라지지. 마법으로도 피로를 풀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 풀리는 피로랑 이렇게 해서 푸는 피로는 육체적으로는 별 차이 없을지 몰라도 정신 적인 차이가 난단 말이야. 마법으로 푸는 피로는 육체척, 생물학적으로 쌓인 피로 를 단방에 풀어줘서 개운하게 해주는 것이지만, 정작 정신적으로의 회복은 거의 없 는 수준이지. 정신은 계속해서 긴장되어 있으니까, 마법으로 피로를 풀어봤자 자신 이 힘들게 일했다는 생각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상당히 괴롭게 된다구. 하지만 이렇 게 피로를 풀면 정신의 긴장도 이완되어서 머리속까지 말끔하게 씻어주는 그런 효 과를 볼 수 있지. 아, 마법으로도 정신을 개운하게 해줄 수는 있지만, 역시 이렇게 자연스럽게 쉬는 방법이 제일 좋은거야. 자연의 흐름을 함부로 거스르는것은 별로 몸에 않좋은 경우가 많거든.(그래서 난 엘프를 잡아다가 데리고 사는가?) 목욕을 끝내고 나오니까 미리안이 소파에 앉아서 편안한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나나 미리안이나 책을 참 좋아하는 부류로군. 심심하 면 책, 할 일 없으면 책, 시간나면 책, 취미생활이라고는 온통 책으로 장식되어 있 는 두 사람의 생활은 참으로 무미건조하고도 종이냄새가 풍기는… 이게 아니잖아! "뭐 읽고 있는 중이야?" "아, 나오셨어요. 으음… 일종의 수필같은 거에요. 일기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인 생담같은 거라네요" "그래? 볼만해?" "글쎄요… 뭐랄까, 약간은 진부한듯한 느낌도 들어요. 제목 부터가 [나의 인생]이 라고 하는 상당히 진부할것 같은 글이죠" 나의 인생? 그거 내 레어에도 있는건데? 나는 책 제목을 듣자마자 갑자기 머리속 에서 떠오르는 관련정보들에 대해 약간은 기겁했다. 책이 있는 책장의 위치에서 페 이지 수, 제책방식, 그 글에 대한 관련 평가, 동일작가의 책에 이르기까지 무슨 인 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검색한것마냥 주르륵 떠오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드래곤 의 뇌는 일종의 거대한 데이터 베이스인거야? 검색어 나오면 자동으로 검색해주는? 나는 잠시 머리속에서 떠오른 정보를 정리하고는 말했다. "그거, 내 서재에도 있어" "그래요? 아직 다 뒤져보지 못해서 몰랐어요" "상관없어. 책이 뭐 한두권있어? 나도 그 책들 다 보는데 몇십년 걸렸어" "……저는 얼마나 걸릴까요?" 나는 잠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미리안의 책읽는 속도와 그녀의 기억력등을 종 합해서, 그리고 시간계산도 들어가고… 한참동안을 머리에 쥐나도록 생각하고서 나 는 진지한 표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몰라" 계산해보면 나오겠지만, 귀찮다. 대략 200년 쯤은 걸리겠지. 그녀는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모른다는 말을 하자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한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중얼거렸다. "…휴우, 내가 뭘 바래…" …새로운 패턴이군. 당했다. 수면이라는 행위는, 하루를 정리하고 새로운 하루는 맞이하기 위한 기력을 보충하 며, 지친육체과 정신에 활력을 충전시키기 위하여 취하는 지극히 매우 당연한 생물 학적 활동이다. 이 행위를 취하기 위해서는 몇가지의 조건이 존재하는데, 첫번째로 자신의 체내에 내장되어있는 생물시계가 잠을 자야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간이며, 두번째로 몸의 한계를 넘어선 과도한 육체적 활동을 했을 경우에는 몸에서 휴식을 필요하기 때문에 잠으로서 없어진 기력을 보충하게 된다.(혼절한다고도 한다) 세번 째로는 신경이 마비되어 버릴때. 이때는 기절이라는 말이 어울리겠지만, 근육과 뼈 에 자극을 주어서 움직이게 하고, 오감을 통한 정보를 뇌로 보내는 수단인 신경이 마비되어 버리면 생물은 강제적인 수면상태에 들어가게된다. 병원에서 수술시의 마 취라든가, 아님 기절시킬때 쓰는 수면제와 같은 것이다. 결국 잠을 자는 조건은 자 연적, 반 강제적, 강제적이라는 이 세가지의 조건이 있는 것이다. 그런다면 잠을 자지 못하는 조건엔 무엇이 있을까? 크게 둘로 나누자면 육체적인 조건과 정신적인 조건이 있다. 온몸에 기력은 넘쳐나고, 피가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데도 잠을 자라고 주위에서 압박을 넣는다면, 절대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워낙에 원기가 넘쳐나기 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 룰 수 없는 경우가 육체적인 조건에 해당하고, 정신적인 조건은 주위환경이 너무나 잠을 자기에는 부적합하고, 또는 위험하다고 생각될 경우, 그리고 육체는 잠을 원 하지만 정신을 말똥말똥하니 살아 있어서 잠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한가지 질문. 지금 나의 모습은 잠을 자지 못하는 조건중에 어떤 조건에 해당하는가? "라이니시스, 왜 그래요?" "너, 지금 나보고 침대에서 편히 자라는 소리야? 너는 어디서 자고?" "저는 그냥 소파에 가서 잔다니까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남자가 침대에서, 여자가 소파에서. 뭔가 이상하지 않아?" "남자와 여자이기 이전에 엘프와 드래곤이잖아요" "엘프와 드래곤이기 이전에 남자와 여자다" 지금 나의 상황은 잠자리를 두고서 미리안과 다투는 것이다. 나는 지금은 자고 싶 기는 한데 미리안이 한사코 자기는 소파에서 자겠다고 그러는 것이다. 그녀가 말하 는 대로 엘프와 드래곤의 관계이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아는 사람이 불편하게 있 는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 하물며 그것이 여자라면 더더욱 그러지. 그래서 나 는 내가 소파에서 자고 미리안이 침대에서 자라고 했지만, 미리안이 그것을 거부하 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도대 체 무슨 경우야? 주위환경에 따른 불면이니까, 주위환경에 의한 요인이군. 지금 나 는 육체나 정신이나 모두 잠을 원한단 말이다! 미리안! 말 안들을래?! "저는 괜찮아요. 그냥 주무세요" "내가 안괜찮아" "저도 괜찮지 않아요" 미리안은 당당하게 말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왠지 미리안과 나는 다른사람이 보자면 상당히 쓸데없는, 쓸모없는 곳에서 서로의 고집을 세우는 타입이란 말이야. 이를테면 '사소한것에 목숨거는'그런 타입이라는 소리지. 지금 같이 잠자리를 정하 는 문제도, 나는 지금까지의 나의 윤리의식에 의거해서 그녀를 침대에서 자라고 하 는 것이었고, 미리안은 그녀가 배워온 종족관과 현재 그녀와 나의 지위차이 때문에 나를 침대로 보내려는 것이었다. 아아, 정말 쓰잘데 없이 고집부리기는. 나는 팔짱 을 끼면서 여태까지 한번도 하지 않았던 말을 꺼냈다. "명령이다. 침대로 가서 자라" "……네에" 그녀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짓고는 더이상 반박할 거리가 없다는것을 알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터덜터덜 걸어서 침대쪽으로 걸어갔고, 나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띄 웠다. 그러니까 진작에 말 들으라구. 나도 사람에게 이래라 저래라 명령같은거 하 고 싶지 않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지금의 이 상황은 상당히 재미있는 상황이다. 두명 서로가 불편한 자리로 가겠다고 싸우는 모습이었으니까. 나는 덮는 이불 하나와 베게하나를 가지고서 소파로 이동했고, 미리안은 나의 그 런 모습을 보면서 꿍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히죽 웃고는 말했다. "그러니가 애초에 말을 듣던지" "…치잇. 그거 권위주의에요. 아세요?" "그래? 그럼 침대에서 같이 잘래?" "그것도 괜찮겠네요" …………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하는 미리안을 보면서 뜨악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무, 뭐, 이, 저, 그, 넌 누구냐! 너 미리안이 아니지?! 그녀는 나를 보면서 생긋하고 웃더니 말했다. "농담이에요. 설마 진담으로 받아들인 거에요?" "…자꾸 그러다가는 네 농담을 진담으로 만들어줄 용의가 있는데?" 나는 반쯤 으르렁대듯이 말했고, 그녀는 두 주먹을 턱쪽에 갖다 대고는 무서운것 을 피하는 포즈를 취하면서 말했다. "어머, 무서워라" "후우…" 어째 날이 가면 갈수록 미리안의 입담이 늘어나는군. 드래곤과 같이 살아서 닮아 가는거야? 그런데 어째 저런것만 닮아가야고! 조금더 좋은것좀 닮아가면 안돼?! 예 를 들자면…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아, 아무튼 좀 좋은걸루!(아, 젠장 비참해!)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자라" 미리안은 어깨가 추욱 늘어지고 힘이 빠진 나의 모습을 보고서는 뭐가 그리 좋은 지 생긋하고 웃고서는 인사말과 함께 혼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이불속으로 쏘옥 들 어가 버렸는데, 그 일련의 동작이 왠지 그녀가 이런 상황을 노렸다고 생각되는 것 이어서 나는 심히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야, 미리안이 그렇게 능글맞아 지려면 아 직도 멀었다구. 내 이름을 그냥 부르게 하는것도 주저주저 했는데 설마 가르쳐주지 도 않은것을 혼자 배웠으리라구. 암. 그럴거야. …그러겠지. …그럴지도. 다음날, 우리는 밖에서 문을 두드리면서 아침을 알려주는 하녀의 목소리를 듣고는 일어났다. 정정한다. 나는 일어났고, 미리안은 내가 악전고투를 하면서 깨워야 일 어났다. 레어에서는 그러지 않은데 어째서 여기오니까 이렇게 늘어지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이… "여기선 계획표 안지켜도 되잖아요" …였다. 결국, 일찍 일어날 의무가 없으니 끝까지 늘어져 보자는 그런 태도였다. 나는 이제 그녀가 정말로 엘프가 맞는지 궁금해졌다. 카레만, 혹시 어디서 이상한 여자애 줏어와서 엘프라고 키운거 아냐? -61- 003.46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미리안의 종족성 여부에 대한 진위의 판단은 아침식사 후로 미루고 생각해 보기 로 하였지만, 아침식사를 하고 나자 그런 생각은 어느샌가 머리속에서 휘잉~ 하고 날아가 버렸다. 배가 부르면, 생물은 나태해 지는거야. 아침식사는 끔찍하게 걸린 저녁식사처럼 오래 걸리는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난 그 시간 이후 로 이 집 나가고 만다. 이곳의 아침식사는 지구의 서양의 아침식사와 같이 간단했 다. 물론 영국식 아침식사는 제외하도록 하자. 그 동네는 아침 든든히 먹는 동네 니까. 아침은 가볍게 시작해서 배에 묵직한 기분을 두지 않게해 산뜻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점심을 빨리 먹는 서양동네처럼, 여기 역시 그와 같았다. 아침은 수프 한그릇과 빵 한조각, 그리고 취향대로 커비 아니면 홍차류의 차 종류나 음료 수를 곁들여서 간단하게 끝낸다. 하지만 역시 나는 조금 불만이었다. 태생은 한국 이라서 말이야. 아침은 든든히!가 아니면 하루가 왠지 석연찮은 사람들 중에 하나 이기 때문에 나는 아침식사량에 약간 불만을 가질 수 밖엔 없었지만, 그래도 겉으 로는 표현하지 않았다. 여기는 여기의 관습이 있는거니까, 그런거 가지고 뭐라 그 러면 드래곤 체면은 체면도 아니게 된다구.(더욱 솔직하게 말하자면 드래곤이라서 체면따위 차릴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가벼운 아침식사 이후, 나는 수도를 돌아보기로 했다. 전부 돌아보지는 못하겠지 만 그래도 구경하는것은 별로 나쁘지 않지. 내가 가는 길에는 물론 미리안이 따라 오게 되어서 미리안과 나는 저녁때까지는 돌아오기로 하고, 공작가를 나서게 되었 다. 산다스가 마차를 빌려준다고 했지만, 그 화려함이 깃들은 마차는 마치 '나 공 작가문에서 나왔수다'라고 강력하게 외치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퍼레이드 전 용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마차를 보고서는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나와 미리안은 현재 평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그런데, 그런 모습으로 저런 마차를 탄다 는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럽고, 그리고 저런 마차를 타서 무슨 구경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상당히 의심이 가는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매우 정중하 게(어찌보면 간곡하게) 거절하고서 도보관광을 선택했다. 그런 마차, 억만금을 줘 도 안탄다. 저런것을 평상용으로 쓰고 다니는것을 보면 귀족들 면상에 쌓인 철판 은 도대체 몇겹이나 될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으음… 라이니시스님. 어디로 가면 될까요?" "후우… 공작가를 나왔어도 수도에 있는 이상은 그냥 이름으로 불러. 사람들하고 다닐때는 모르지만 둘이서 다닐때는, 동료라고 생각하게 하는게 좋으니까" "네. 그건 그렇고, 어디로 가실거에요?"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침을 먹고서 곧바로 나오는 때 라서 사람은 별로 없었다.(귀족가문의 아침은 '의외로' 일찍 시작된다) 지금은 돌 아다녀봐야 별다른 소득을 건지지 못할것 같은 시간같다. 한시간 내지 두시간정도 는 지나야 시장도 활발해지고 가게들의 문도 열겠지. 그리고 그런것 보다도, 여기 는 귀족가문의 저택이 상당수 들어서 있는 황금지역이라서, 일반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는 거의 없거든. 그래봤자 귀족가문에 공급하는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취 급하는 가게가 몇군데 있고, 대부분의 주택은 귀족 아니면 부르조아들의 것이지. 이런 황금동네, 보고 있자면 돈독이 스물스물 떠다니는것 같다고. 나는 태양을 보 았다. 귀족가문들의 저택이 밀집해있는 이곳은 수도 중간에 자리잡은 궁전을 중심 으로 남동쪽에 위치해 있으니까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어느길이냐… "저기로 가보자" "네" 나는 서쪽이라고 짐작되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수도가 워낙에 크 다보니까 이 지역을 벗어나려면 거의 한시간은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군. 아아~ 나 는 이래서 사치가 참 싫단말야. 쓸데없이 집만 커가지고는….(나도 찔리는걸…?) 일단 먼저 밝혀두는 것이지만, 미리안과 나의 발걸음은 빠르다. 미리안은 숲속의 나무들 사이를 누비면서 살던 엘프였고, 나는 드래곤의 폴리모프체니까 속도가 빠 른것은 당연하다. 미리안의 경우에는 이곳이 숲이 아니라서 별로 그렇게 큰 속도 를 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인간들의 걸음과 비교했을 때 빠른것은 사실이다. 어 째서 내가 발걸음의 빠르기를 이야기 했느냐 하면, 우리가 20분만에 귀족들이 사 는 황금지대, 골든 타운Golden Town을 걸어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며, 후에 다른 사 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산다스 공작의 저택에서 이 장소 까지는 한시간이 걸린다 는 말을 들어서이다. 가볍게 계산을 때려보면 보통사람들의 속도보다 3배 정도 빨 리 왔다는 것이겠지.하지만 그것을 우리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걸어왔으니, 우리의 걸음이 빠르기는 빠른가 보다.(왠지 빠르다는 차원을 넘어선것 처럼 보이 는데?) 그 이름도 호화스러워라 골든 타운. 나와 미리안은 귀족들과 부르조아들의 동네 인 골든 타운(이라고 사람들에게 불리고, 서류상의 이름은 캐슬 사우스 이스트 스 트리트Castle South East Street다. 성의 남동쪽 거리? 어휴, 평범해라)을 나와서 처음본 서민들의 터전의 썰렁함에 잠시 묵념해야 했다. 활동시간이 아니었기 때문 에 썰렁한것은 당연하지. 하지만 그래도 조금 너무 썰렁하다고 생각된다. 음음. "라이니시스… 이제부터 뭘 하죠?" "…어디 가서 차라도 마시고 있을까?" "…찬성이에요" 그리고 나와 미리안은 바로 앞에 보이는 여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을 적게 먹었으니, 나는 모자른 배나 채워야 겠다. 여관으로 들어서니 한창 아침시간인 것 을 보면, 곧있음 거리가 활발해질것 같다. 미리안과 내가 들어서자, 한 순간 눈이 우리쪽으로 몰렸다가 이내 관심없다는 듯이 흩어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본능적 으로 누구인과 학인을 하려 했던 무관심이 가득한 눈망울을 급속도로 확대 하면서 여관으 로들어온 나와 미리안을 그 동공속에 가득 채웠다. 아, 시선집중이다. 약 간의 시간이 지나자 종업원이 달려오더니 약간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아, 어, 어서오세요. 뭐 필요하신거라도?" …필요한게 없는데 왜 여관에 들어오겠어? 여기서 내가 '필요한거? 없는데? 그럼 안녕~'이라고 하면 상당히 재미있을거야. 나는 정말로 그렇게 해버리고 싶은 것을 참고는 말했다. "식사좀 하려고 하는데?" "식, 식사 말씀이십니까? 이, 이쪽으로, 으로 오시죠" 이쪽으로 으로? 당황했나보군. 말을 저렇게 더듬는 것을 보면. 종업원은 약간 떨 리는 발걸음으로 우리를 안내했고, 나는 그 모습이 왠지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에구구, 저러다 쓰러질라. 우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종업원이 안내해준 식당 벽쪽의 자리에 앉았고 자리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리에게 시선이 보내어지고 있었다. 이거, 아 무리 엘프가 들어왔다지만 시선을 너무 오래 보내는것이 아닌가? 아침먹고 일해야 될사람들이 이렇게 한눈팔아도 되는거야? 우리가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물컵을 두 개 올려놓고는 말했다. "주, 주문은 뭘로?" "홍차한잔 주시겠어요?" "나는 아침을 안먹어서. 보통메뉴 하나 가져다줘" "홍차랑 아침식사 하나… 네. 잠시 기다려주세요" 종업원은 재빨리 주방으로 달려갔다. 저 태도로 보건데, 기다리는것은 잠시가 아 니라 잠깐이면 될것같군. 기다렸다고 생각되지도 않는 시각에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왔다. 아, 이거 상당 히 빠른데? 아무리 미리안이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는 상당히 부담 될지도 … 잘먹겠습니다. …라고 하기 전에 "미리안, 다른건 몰라도 밥먹을때 빤히 바라보는것은 좀 실례라고 생각하지?" "그거야 당연한거 아닌가요?" 화다다닥! 순식간에 돌아가는 고개들. 밥먹는거까지 쳐다봐서 뭘 어쩐다고? 잘먹 겠습니다~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서(내가 추가로 시킨 닭고기 스튜 두그릇에, 미트볼 세접 시, 팬케읶 4장, 돼지고기 파이 3판이 가벼운것 이었을지 미리안은 심각하게 고민 했다) 나와 미리안은 드디어 사람들의 활기가 넘치는 수도를 구경하게 되었다. 시 장에선 장사꾼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상품을 내놓고 있었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보 면서 돌아다니거나, 또는 나름대로의 감별을 해보면서 구입을 하고 있었다. 일반 가정의 주부들은 오늘 하루의 식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나서는 경우가 많았 다. 여기에는 가내수공업을 위주로 상업이 돌아가기 때문에(중세라는 시대상이 다 그런것이다) 일반 근로자들은 모두 점심때는 집으로 와서 식사를 하고 간다. 가내 수공업의 형태를 가지고는있지만,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공방을 만들 어 공동작업을 하고 수입을 배분하든가, 공방끼리 뭉쳐서 길드를 만들기도 한다. 가장 보편화 되어있는 직업은 모직과 면직사업으로, 모직물을 취급하거나 또는 그 것을 운반하고, 보관하는 부류의 직업이 상당히 널리 퍼져있다. 나라의 산업이 한 쪽으로 기울면 그다지 좋은현상이 나오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자신의 일이 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매달리며 살고 있다. 그리고 한가지 산업에 집중해서 독 보적인 위치에 오르면 수출같은 것도 하기가 좋겠지. 좋은 방향으로 만들자면 만 들 수도 있는거야. 하지만 대개 이런 사업종류의 기득권은 귀족들이 쥐고있는것이 대부분이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돈이라는 물건은 사람에 상관없이 그의 권세를 나타내는 물건들 중에 하나이며,귀족들 역시 그 돈의 매력에 흠뻑 취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 정정한다. 돈에 쩔어있는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국가산업활동에 원 동력이 되기도 하는 귀족들의 상업행위는 ,나중에 가면 자신의 사업을 놓지 않고, 더욱 더 큰 이익을 뽑아내려는 귀족들 때문에 국가의 발전이 심하게는 50년 가량 늦춰지게 된다. 한 귀족이 사업을 가지고 질기게 버틴다고 했을 때, 그가 마음만 먹으면 죽을 때까지 그 사업을 놓지 않고 국가의 산업을 멈춰버리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의 평균수명은 내가 살던곳의 최장수명보다 50년은 더 길고, 젊은 기 간이 특히 길기 때문에, 권세있는 귀족이 마음만 먹는다면 나라의 발전을 50년 정 도 늦추는것은 어려운일이 아니다. 어쨌든, 귀족들이 관여하고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현재의 산업, 상업활동은 일 반 시민들의 목줄이 되고있는것은 사실이다. 특수직업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야 내 가 살던곳의 샐러리맨들 처럼 평범한 직장을 가져서 안정적인 수익으로 살아가는 것이 평화로울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런 이유하고 여기하고 무슨관계죠?" "길을 잘못왔다는 거지" 나는 수많은 면직과 모직공방으로 이루어진 거리, 그것도 수레꾼들과 일부 행인 들 외에는 다니지 않는 거리를 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시장이 가까운곳에 주거 지역이 있고, 주거지역이 가까우면 이동수단이 그렇게 발달되지 않은 이런 시대에 는 작업장소 역시 그와 가깝다는것은 당연한 사실이고, 그래서 내가 시장을 빠져 나와 이런 장소로 왔다는 사실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평범한 사실이다. "…라는거 핑계죠?" "알면서 말하지마…" 어쨌든, 나와 미리안은 그 직물촌(?)을 지나서 다른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천을 구입 할것도 아니니까 별로 관심 없다구. 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서 지도를 팔 고 있는 곳이 어디 없나 하고 두리번 거렸다. 수도라는게 워낙에 넓고, 처음 와보 는 데다가 안내자도 없으니까 지도라도 있어야지. 마법이라는 특수한 기술 덕분에 여기는 중세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지도가 잘 만들어져 있으니까. 그러면 일단 지도를 파는 곳부터 찾아볼까? 잡화상이면 되려나? -62- 003.47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지도를 사기 위해서 잡화점으로 갈 필요는 없었다. 지도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 는 그런 장소가 있었으니까. 지도상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우리는 수도의 안내 용을 겸하고 있는 지도를 하나 구입하였고, 근처에 있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 지 도를 보며 본격적으로 수도 관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일단, 우리의 현재 위치를 찾아보자면 여기야. 사우스 파크South Park라고 되어 있지? 여기 입구쯤에 있군. 상당히 좋은 도시라고 생각 안해? 4개의 공원이 있는 멋진 도시" "숲이다…. 네? 무, 물론 그렇게 생각해요!" 미리안은 오랜만에 본 숲이라서 그런지, 감격과 감동의 눈으로 근처에 펼쳐진 공 원의 숲을 보고 있었다. 수도라서 그런지 상당히 여러 시설 같은것이 잘 마련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이 공원처럼 말이지. 노스North, 웨스트West, 이스트East, 사우 르 파크라고 각각 이름붙여진 4개의 공원이 사방(四方)으로 만들어져있고, 그 크 기는 꽤 큰 편이었다. 이 도시를 설계한 설계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자연친화 적으로 이렇게 공원을 마련했다는 것은, 충분히 찬사를 보낼만한 일이다. 도시 안 에 공원이 많을 경우에는 사람들의 심성이 많이 착해지거든. 현대 사회의 문제점 중에 하나가 편하게 쉴만한 공원이 별로 없다는 것이지. 자연과 함께 사는 사람들 치고 나쁜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보지는 못했으니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오지의 원주민들의 심성이 착한것도 그런 이유지. 그러고 보면, 엘프들이 착한 이유도 자 연과 어울려서(어찌 보자면 자연에 흡수되어) 살아가기 때문일거야. "여기가 남쪽의 노스 파크니까, 근처에 구경할만한 번화가는 조금 올라가야겠네. 역시 성쪽에 가까우니까 번화가가 되는건가? 식사는 했으니까 굳이 식당을 찾아 다닐 필요는 없고, 아, 괜찮은 장소가 있는데? 레이친 대도서관" "대도서관이요?" "응. 거리도 얼마 안되는데, 가볼까?" "으음……30분만 더 있다가요" 미리안은 어지간히 숲을 떠나기 싫은가 본지, 대도서관이라는 말을 듣고도 30분 의 시간을 요구했다. 그녀는 아마도 책과 숲의 사이에서 어느쪽을 택하지 못해 갈 팡질팡 거리는 기분일거다. 30분이라면, 그녀도 나름대로 애써서 찾은 타협점이라 고 할 수 있겠지. 나는 혼쾌히 승락했고, 그녀는 벤치에 등을 기대면서 눈을 감았 다.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훓고서 숲의 나뭇잎과 낙엽들을 쓸며 지나갔다. 쏴아아… 하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여기가 대도서관이군" "…작아보여요" "동감" 우리는 조용하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약간의 기대감을 품으면서 들어온 레 이친 대도서관의 크기는 내 레어의 서재 두개 중에서 큰것보다 약간 작았다. '대 도서관'이라는 명칭이 붙었다면, 적어도 내 '개인서재'보다는 커야 하잖아. 레리 첸트의 도서관도 별게 아니군. 아니, 왕실의 도서관에 가면 혹시 다를지도 모르지 만, 내가 왕실도서관에 뭐하러 들어가? 일단 들어갈 구실도 없는데. 몰래 들어가 자면 못하는것도 아니고, 드래곤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책 다 내놔!'라고 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귀찮다. 솔직히. 우리는 일단 그 크기에 약간 실망하면서 책장들사이를 누비고 다녔고, 얼마 지나 지 않아 우리는 각자 한아름 책을 들고는 열람실로 가게 되었다. 으하하핫! 신간 들이다! 초본들이다! 아싸! 오늘은 여기서 하루 종일 보내버리자! "아직 그곳(레어의 서재)의 책들도 다 읽지 못했는데, 이러면 조금 곤란해져요" "눈은 책에 있으면서 그런말을 하는게 아니지" "라이시시스도 마찬가지 잖아요" "…시끄럽다. 읽자" 정말이기 우리는 너무나도 큰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것이 아닐까 싶었다. 둘다 독 서에 관해서라면 엄청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독서가들이라는 것이지. 나도 드래곤 으로 태어나기 전에는 상당히 책을 좋아했다고. 소설쪽으로 많이 치우치기는 했지 만, 그래도 종류를 가리지 않고서 여러가지 책을 읽었고, 그래서 여러 잡지식들이 많았지. 여기와서 레어안의 수많은 책들과 세상에 나와서 보는 그 수많은 책들을 보자면 정말이지 난 그것만으로도 황생을 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드 래곤이라는 것에 감사함다. 왜냐하면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몇백년 동안 책을 읽는 다는 그런 짓거리는 도저히 못할 것이거든. 아아! 기쁘다! 여섯시간뒤. 나와 미리안은 공복감을 느끼기 시작해서, 문자가 가끔 눈으로 들어 오지 않는것을 느끼고는 책을 덮고서, 식사를 하러 나와야했다. 마침 지금 시간이 딱 정오(오전 15시)이고, 점심식사 시간이어서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각자 식당이 나 집으로 항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거리를 지나다녀야 했다. 아, 사람이 사는 향기가 느껴지는군. 나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다니면서 말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어버렸네? 점심은 뭘 먹을까?' "글세요…? 일단은 식당부터 골라보는건 어떨까요?" "그게 좋겠다" 길 한가운데서 지리서를 펴는것은, 정말이지 지나다니는 다른사람들에게 엄청 방 해가 되고, 민폐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어서 나는 그대로 지리서를 펼쳐들었다.( 무슨말이 하고 싶은 걸까 나는…) 하지만 아쉽게도 이곳 근처에는 서민들의 활력 을 느낄만한 곳이 실려있지 않았고(당연한 일이겠지만), 귀족풍의 끔찍한 풀코스 식당들이 즐비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또 풀코스냐! 누구를 또 죽이려고! 나는 슬 쩍 미리안을 바라보았고, 미리안은 나와 같이 지리서를 보다가 내가 쳐다보는것을 알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풀코스는 제발!'이라는 표정이 역력하게 떠올라 있었기에, 나는 지리서를 집어넣고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가장 보람찬 식사를 하는 방법은 직접 찾아보는거야. 때로는 이런 정 보에 구애되지않는것이 의외의 행운을 불러주는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주위에 식 당이 너무 많은걸? 이 근처는 거의 식당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군. 종류는 그렇 게 다양하지 않지만, 식당마다 추구하는 맛은 틀리고, 분위기도 다르니까. 군데군 데 특수 음식점들도 눈에 띄는것이 참 좋군. "헤에… 제국식 음식점? 저건 뭘까?" "제국의 음식을 내놓는다는거 아닐까요?" "제국이라고 해도, 여기하고 그렇게 기후가 다르지 않아. 중간에 엘 타칸리스 산 맥을 두고서 국경이 나눠져 있어서 먼것같이 느껴지는거고, 기후대는 같아. 제국 식 음식이라고 해도 여기하고 같은데, 한번 가볼까?" "네. 호기심이 생기네요" 단번에 의견일치를 본 나와 미리안은 제국식 음식점이라는 곳을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들어가보니 이곳은 손님이 없어서 텅 비어있었지만, 조금전에는 있었는지 음식냄새가 나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을 닥던 점원이 우리를 보고, 정확하게는 미리안을 보고서는 약간 놀라는 눈치였다가 금세 자신의 할일이 뭔지 알았는지 밝 게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아, 이 고결한 프로의식. 손님이 아무리 특수한 이종족이래도, 한명의 손님으로 대한다! 나는 그 모습에 속으로 매우 감탄하면서 말했다. "아무데나 자리하나만 주십시오" "아, 예! 이리로!" 점원의 안내를 받아서 우리는 약간 안쪽의 작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두명이니까 그렇게 큰 자리는 필요 없지. 미리안은 베낭을 벗어서 테이블옆에 내려놓았고, 곧 바로 우리들의 앞에는 물이 담긴 컵 두개와 메뉴판이 놓여지게 되었다. 그러고 보 니까 일반 여관에서는 적당히 주문하면 되는것에 반해, 전문적인 식당에는 메뉴판 을 준다는것이 틀린점이군. 주 종목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것이겠지. 나는 메뉴판 을 펼쳐보고서 일반 여관의 음식들과 상당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서는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이거, 일반 음식점과 다른 차이는 뭐죠?" "아, 네. 제국식 음식들은 레리첸트에 비해서 맛이 진하고 약간은 산미가 도는것 이 특징이죠. 산뜻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아마도 제국의 음식들에는 주로 레몬소스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국에서는 레리첸트에 비해 레몬이 두 세배이상 수확이 많거든요. 저희 나라에서는 캐비어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 것처 럼, 제국에서는 레몬이 많이 나옵니다. 메뉴를 자세히 보시면 레몬향 소스나, 레 몬 드레싱같은 것들이 많이 보이실 거구요, 그리고 레모네이드도 괜찮습니다" 그런가? 나는 잠시 생각해 보았고, 요리서적들 중에서 제국의 요리에 대한 자료 를 떠올리고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제국의 요리에는 확실히 레몬이 많이 들어갔어. 레리첸트에서 캐비어를 보통의 술안주로 먹을 만큼, 제국에서는 레몬의 수확량이 많다고 한다. 지도를 보자면 제국이 레리첸트보다 약간 남쪽에 있으면서 땅덩어리도 그 이름에 어울리게 크니까 레몬밭이 상당히 많은가보다. 그러다보니 레몬을 이용한 요리나 레몬을 첨가한 음식들이 많이 발달해 있을 것이고, 여기서 는 그런 음식들을 내놓는다 이거군. 나는 메뉴판에서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그리 고 양상추 샐러드 레몬 드레싱을 고르고는 메뉴 미리안에게 넘겼다. 그녀는 제국 식 식빵과 레몬잼, 그리고 과일 샐러드 레몬 시럽을 골랐다. 언젠가 한번 제국에 도 가볼까나? 점원이 주문한것을 종이에 적고 메뉴판을 가지고 갔다. 미리안은 물을 한잔 마시 더니 가게내부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여기는 들어와서 안건데, 음식냄새가 상당히 진해요" "어. 그런것 같아. 제국음식이 맛이 진하자고 하니까, 그 냄새도 진하겠지" "질리지 않을까요?" "글쎄… 진한 음식은 질리는게 사실이지만, 날 때 부터 그런 음식을 먹고 자라면 그렇게 느끼지는 않을거야. 뭐, 그래도 일단은 먹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그래. 이곳은 정말로 향기가 진해. 도대체 무슨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환기시 설도 보통 가게와 다를바가 없는 그런 곳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전체에서 음식냄새 가 진하게 풍겨저 나온다. 음식의 맛이 진하다는것은, 그만큼 맛이 무겁다는 소리 가 되지만, 레몬의 맛이 있다면 무거우면서도 가벼운, 그런 맛이 날까? 에라, 일 단 먹어보자! 자자 어서 음식이 나와라! 마침내 음식들이 나왔고, 그것을 한입 먹은 나는 짧개 감상을 피력했다. "맛… 좋은데요?" "그, 그러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감탄했다. 맛은 정말로 좋았다! 어제밤에 먹은 공작가 의 풀코스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맛이었던 것이다! 고기의 처리를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보통 두께의 스테이크를 먹는데도 불구하고 고기맛은 소 한 마 리를 통째로 씹는 듯한 그런 맛이 났다!(어떻게 아느냐고? 해츨링 시절에 대형 초 식동물치고, 목기 길어서 뺀 기린류는 빼고 전부 통째로 씹어먹었었지. 양은 조금 힘들더군 워낙에 복슬거려서) 육질도 부드러웠고, 한마디로 말해 엄청나게 진한맛 이었다!그리고 미리안의 빵을 조금 뜯어서 먹어보았는데, 그 입안에 가득 차는 빵 의 풍미(밀의 풍미)는 너무 향기로웠다. 일반 빵에 비해 밀을 두배정도 더 쓴거같 이 진한맛을 내는 빵에 듬뿍 올려진 레몬잼은 환상의 극치였다! 제국음식이 이렇 게 맛 좋을줄은! "똑같이 생긴 음식이라도 이렇게 차이가 날줄은…. 이거 정말 대단한데?" "정말로 굉장해요. 나중에 이렇게 한번 만들어봐야겠네요. 이런 진한 맛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어요!" 우리는 솔직담백하게 감탄했다. 하하! 굉장해! 나중에 꼭 제국을 가봐야겠어! 정 말이지 질풍노도와도 같이 음식을 먹은 나는(미리안은 감탄하면서도 평소의 식사 시간을 지켰다) 약간의 활홍경에 빠져서 멍~ 하니 있었다. 요리는 많이 해봤지만, 솔직이 요리에 대한 감별은 그다지 해보지 않아서 말이야. 물론 만들면서 쌓인 지 식이라는것이 있지만, 분석하는것을 목적으로 음식을 맛본적은 없었지. 물론, 음 식을 만들어 줄 사람이 없었고말야. 지금에 와서 그런것을 해보지 않은 나 자신에 게 상당히 후회가 된다. 만드는 방법을 알고 싶단 말이야! 고기 전체에서 두배로 고기맛이 감도는 그 느낌은… 정말이지 굉장했어. "라… 라이니시스으… 조올려어요오…" 나는 음식의 여운에 젖어있다가 갑자기 졸리다고 하면서 헤롱대는 미리안을 보면 서 황당해했다. 에? 왜 그래? 갑자기 졸리다니? 식곤증이라고해도 너무 빠르잖아. 그리고는 갑자기 나의 뒤통수를 내려치는 거대한 충격에 눈앞이 번쩍 하는 기분을 맛보았다. 으악! 오랜만이다! -63- 003.48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둔기 같은것이 내 뒤통수를 내리쳤나보다. 나는 해츨링시절에 걷는연습을 하다가 뒤로 넘어졌을때 본 별과 다시금 재회과는 기쁨을 누려야 했다. 오오, 너 참 오랜 만이다. 그간 별고 없었겠지? 세월이 많이 흐르니까 너도 참 많이 변했구나. 예전 에는 약간 뚱뚱한거 같았는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아! 쓰읍… 뭐야?" "어? 에이 썅!" 퍼억! 나는 본지 얼마 안되어서 또다시 내 눈앞을 떠다니는 별을 보면서, 상당히 자주 본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아니, 그것 보다도 어떤쉐이가 내 뒤통수 를 두들겨대는 거야! "어떤 새끼야!" "괴물아냐!" 턱! 만약 맞았다면 퍼억! 하는 소리가 났겠지만, 아쉽게도 세번은 안맞아. 그리고 이 딴거에 맞아서 기절할거면, 드래곤노릇도 못해먹는 거라구. 칼맞아도 끄떡이 없는 내 몸에 고작 둔기로 내려 친다고 해봤자 기절이나 할거같아? 데미지도 없다! 나는 내손에 잡힌 마치 야구방망이같은 몽둥이와 그것을 들고있는 아까의 그 점 원을 보고서는 눈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넌 뭐야?" "에… 아, 썅! 야! 쳐!" 세번은 안당한다고! 나는 단숨에 전신의 감각을 극대화시켰고, 그러자 내 뒤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하고 나에게 날아오는, 무언가를 느끼고는 재빨리 내가 잡고있는 몽둥이를 끌어당겨서, 그 끝에 딸려있는 점원을 붙잡고는, 나에게 날아오는 무엇을 향해 방패로 삼아서 들이댔다. 힘이나 속도는 문제되지 않는다. 인간으로 폴리모프해도 드래곤은 드래곤이야! 빠각! 왠지 내가 맞을 때 하고는 소리가 다르군. 사람에 따라서는 맞는 소리가 다른가? 아무튼 이마를 검집에 정통으로 맞은 점원은, 끽소리도 없이 몸을 한번 바들!하고 경련하더니 추욱 늘어졌고, 나는 그녀석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러다 나는 아주 황당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한 녀석과 마주했다. 가죽갑옷에 갈색머리, 나이 는 짐작 못하겠지만 어쨌든 남자. 허우대는 멀쩡한데, 왜 갑자기 사람을(드래곤을 ) 덥치는거야? 난 남자에는 취미없다구! 나는 그녀석을 보면서 말했다. "넌 뭐야?" "에… 아, 젠장! 다 나와!" 그러자 갑자기 우르르르 하면서 가게의 통로란 통로에서 단검이나 검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튀어나왔고, 그 중, 두어명이 가게문을 닫고 테이블로 차단시켰다. 그리 고 나머지는 살기등등하게 나를 노리고 있었다. 그와중에도 미리안은 일어나질 못 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약에 당했나보다. 그렇다면 그 아주 진한 고기맛의 정체는 수면제였던거야? 아, 실망스러워. 나는 재빨리 미리안쪽으로 가서 그녀석들이 접 근하지 못하게 경계를 했고, 그중 한사람이 입을 열었다. "아, 씨8! 저새끼는 어떻게 된거야! 야! 너 똑바로 약넣은거 맞아?!" 그러자 주방쪽에서 나온 한사람이 말한사람에게 말했다. "너도 봤잖아! 똑바로 넣었다고! 특별히 많이 넣었는데!" "지랄하네! 근데 왜 저렇게 팔팔해!" "아 낸들 아냐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서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논다 놀아" "……" "……" 팔짱은 낀채 툭하고 던지는 여유있는 한마디에 그들은 말문이 막혀버렸는지 아무 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무장인원들의 숫자를 세보니까, 대 략열 다섯에서 스무명 정도. 와아~ 많이도 모였다. 하지만 우르르 튀어나오는것은 확실히 마음에 안들어. 나는 그들을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많이도 있네. 여기는 원래 손님이 없는곳은 아니었군. 그런데 말야, 이렇게 한 꺼번에 우르르 튀어나오기 보다는 다들 손님으로 위장하고 있는편이 더 습격하기 괜찮지 않을까?" 그러자 점원을 내리친(정확하게는 나를 내리치려했던) 그 남자가 말했다. "음식값이 들잖아" "그거야 한두테이블만 해두면 되지. 어차피 여기있는 다른사람들도 밥은 먹어야 하잖아? 썰렁한 식당보다도 손님이 드문드문 있는게 더 보기가 좋고, 위장도 잘 된다구" "생각해보니 그렇네? 알려줘서 고마워" "천만에" "…썅, 뭐하자는 지랄인지" 어이어이, 상대방이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그렇게까지 말 할 필요는 없잖아? 나는 약간은 황당한 표정을 보여주었고, 그러자 그쪽의 표정도 황당해졌다. 이봐, 나는 진심이었다고. 설마 내가 그런거가지고 농담따먹기나 할 그런 사람으로 보이 는거야?(진담으로 말하는것이 더 이상하겠지만) "그건 그렇고, 어떻게된거야? 음식에 수면제를 타지않나, 손님을 상대로 위협행 위를 하지않나. 멀쩡한 식당가에 이런 엄한집이 있을줄은 몰랐는데?" "네녀석이 어제 산다스공작의 저택으로 들어간 그놈이지? 그 엘프년도" "어. 그런데?" "맞다면 됐어. 쳐!" 아마도 이 녀석이 리더였나보다. 그의 말에 무기를 든 녀석들이 모두 나를 향해 서 달려들었고, 나는 칼을 뽑아들려다가 내 앞의 테이블위에 엎드려있는 미리안이 다칠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 쳇, 이럴 줄 알았으면 스퀄을 데려올걸. 지금 스퀄은 공작가의 내방에서 흑수리 형태로 천정 샹들리에에 조용히 앉아있을 것이다. 호출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유리창이 깨지니까 일이 복잡하게 되서 싫다 고. 그렇다면 이 녀석들은 전부 내손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라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야. 가볍게 가볍게 처리할 수도 있지만, 나를 귀찮 게한 대가는 치루게 해야겠지. "하앗!" 챠앙! 챵! 채쟁! 캉! 나는 미리안을 안고, 베낭을 들고서는 엄청난 속도로 2층을 향하는 계단으로 움 직였고, 나를 향해 날아들던 검과 단검, 쇠몽둥이들이 서로서로 부딪이면서 테이 블위를 장식했다. 나는 층계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작게 실소하고는 미리안 을 내려놓았다. 2층에 있는 녀석들까지 전부 내려온것 같으니까 여기는 안전할거 야. 나는 보이지도 않을 빠르기로 이동한 나를, 경탄과 약간의 두려운으로 보고있 는 사람들을 향해 싸늘한 미소를 지어주고는 검을 뽑아들었다. 한번 해볼까? 뷔켄 이나 되니까 나랑 검을 부딪히면서 단번에 부러뜨리지 않을 수 있었지, 그에게도 못미치는 너희들의 그 빈약하고 조잡한 무기는, 나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 할걸? 도리어 깨끗하게 절단되겠지. 나는 오른손으로 검을 들고서 왼손으로 그들 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도발했고, 그러자 생각했던대로 곧장 반응이 튀어나 왔다. "저게 우릴 놀려?!" "죽여버려!" "우와아악!" 어이어이, 좀더 세련된 반응좀 보여주면 어디가 덧나? 왜 그렇게 촌스럽고, 소설 에서나 보던 그런 상투적인 반응이야? 작가 누구야? 녀석들은 우르르르 나를 향해 덤벼들었고, 나는 층계앞에 서서 검을 잡고는 어깨 를 긴장시켰다. 후훗, 일단 좁은입구를 차지했으니, 지형면에서는 내가 유리하다! 한번 덤벼봐! 나는 나를 노리고서 날아드는 무기들에게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한 발씩만 선사해주었다. 탱! 틱! 칵! 콱! 챵! 챙! 팅! 마치 주방에 잇는 조리기구들을 아무렇게나 두들기는 소리같이 독특하고도 다양 한 소리가 났고, 그리고 나를 향해 달려든 일곱명의 무기는 전부 사용이 불가능한 형태로 잘려져버렸다. 괜히 내가 이 칼을 가지고 다니는게 아니라고. 난 사람죽이 는 취미 따위는 없어. 죽일 자신도 별로 없지만, 살인을 함으로써 한 생명의 남은 인생을 빼았아 가고, 그 주위사람들에게 슬픔을 주는짓 따위는 못해. 이래뵈도 천 성은 착한편이라서.(어이, 사실이라고) 그래서 전투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방법쪽 으로 많이 연구했단 말이야. 어차피 싸움을 피할수 없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원초 적인 절대적 우위를 살인하는데 사용하고 싶지않다. 그리고 상대방을 죽이는 것보 다 무력화 시키는것이 더 힘든 방법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힘을 사용할거, 어려운 쪽으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것이다.(죽일 자신이 없어서 나오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칼을 휘둘러서 순식간에 무기를 잃은 일곱명의 갑 옷과 상의를 베어버렸다. 물론, 사람에게는 단 1인치의 상처도 없다. 그들은 눈 깜박할 사이에 상반신이 알몸이 되어버렸고, 그순간 나에게 달려들던 사람들의 움 직임도 딱!멈추어 버렸다. 어떠냐? 이 절대적 실력의 차이가! 나는 씨익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어때? 계속 할거야?" "이… 이…" 리더인듯한 녀석은 나의 실력을 보고는 전진도, 그렇다고 후퇴도 하지 못하는 진 퇴양난에 빠져버렸다. 도망치더라도 내가 쫓아간다면 얼마든지 쫓아갈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처하나 없이 깔끔하게 옷을 벗기는 이 능 력은 최고급의 검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묘기이기도 하지. 나는 여유있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죽이는것은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식사시간에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어. 그러니 까 어서 무기를 땅에 버리고서 내가 나갈때까지 벽에 밀착하고 있으면 아무런 해 도 끼치지 않겠다. 죽고싶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겠지?" "그건 네녀석의 이야기지" "마스터!" 나는 뒤에서 들려온 굵직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차! 실수다! 정말로 아 무도 없으리라고 생각해 버려서 경계하는것을 잊었어! 그곳에는 깔끔하게 생긴 건 장한, 내앞의 껄렁껄렁한 녀석들과는 질적으로 틀린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그런 남 자가 미리안을 들고서 그녀의 목에 대거를 갖다대고 있었다. 으와악! 인질극이다! "젠장, 아무도 없을거 같았더니 꼬리는 남겨두는군. 아니, 마스터라고 하니까 대 가리를 남겨둔건가?" "오오, 기왕이면 머리라고 해주게. 어쨌든 무기는 내려놓게. 내려놓기 싫으면 최 소한 집어넣기만이라도 해. 버리라고는 하지 않겠다. 당신같이 강한 검사는 빼놓 으나 찔러놓으나 그 차이가 별로 없으니까" 나는 약간은 평화적으로 분위기가 나갈것 같아서, 칼을 검집에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서는 팔짱을 끼어서 검을 뽑을 의향이 없다는 자세를 취했고, 미리안을 인 질로 잡은 그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걸음에 맞춰서 천천 히 뒷걸음질쳤고, 나의 뒷걸음에 맞춰서 일곱명의 상반신 알몸의 사람들과 나머지 사람들도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표정은 아주 곤히 잠들어 있어서 청순하고 귀여 운 이미지를 풍기는 미리안의 흰 목에는 서슬퍼런 대거가 들이대져 있는것을 보니 까 상당히 불안해진다. 젠장! 왜 요즘 이렇게 미리안에게 죄짓는 일이 많아지는거 야! 거짓말시키게 하고, 나랑 한방쓰게 하고, 이번에는 (기억은 못하겠지만)인질 까지 만드냐고! 아아, 나란녀석은 정말로 않좋은 녀석이다! 나는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 "어이, 상처가 난다구. 조심해줘" "어이쿠, 이거 미안. 여자몸에 상처나면 않좋지. 그리고 거기 앉아" 그는 아주 능글맞게 말하면서 내 뒤의 테이블을 가리켰고, 나는 조심스럽게 의자 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그는 부하를 시켜 내목에 롱소드를 갖다 대었고(쳇, 그래 봤자 다치지도 않는다) 미리안은 의자에 앉히고는 밧줄로 묶었다. 일단 묵이면 데 리고 나가는데 힘드니까. 그는 그걸로 만족했는지 자고있는 그녀에게 대거나 롱소 드를 겨냥하는 짓거리는 하지 않고 있다. 그걸로도 다행이야. 잘못해서 미리안에 게 상처라도 나면 그건 정말로 못할 짓거리니까. 나는 목젖이 롱소드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다치지는 않지만 닿으면 기분이 더럽다) 말했다. "대낮에 이러는 의도는 무엇이며, 거기에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찾아온 손님에게 뭐하는 짓인지 설명할 수 있겠어?" "아, 뭐. 못할것도 없지. 하지만 우리도 조금 당황했어. 목표물이 제발로 이곳으 로 걸어 들어올줄은 몰랐으니까. 여긴 말하자면 중간 집결지 같은 장소이기 때문 에 많이 당황했어" 목표물? 우리를 노렸다는 이야기인가? -64- 003.49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나는 처음부터 우리를 노렸다는 그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 나는 물론이고 미리안 역시 세상에 나와서 누구한테 원한진일도 없을텐데? 그리고 거기에 계획적 으로 이런 조직에까지 부탁을 해서 우릴 상대할 정도로 깊은 원한은 커녕, 아무런 원한도 만든적이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 조직의 내부적인 문제이거나, 혹은 오 해로 밎어진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였지만, 왠지 오해는 아닐것 같다. 미리 안같은 엘프라든지, 나같이 수려한 미남을(…미안하다) 다른사람이랑 오인한 이유 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그들은 작정하고, 무슨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우리를 노렸다 는 말이 되는데…. 허, 우리가 무슨 일을 했지? 나는 그를 똑바로 직시하면서 말 했다. "그말인즉슨, 우릴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다는거군" "그렇지. 수도에 들어오면서 부터 일을 벌리려고 했지만, RPG가 철통같이 지키는 통에 어떻게 무슨 일을 해보기나 하겠어?" "쳇, 목적은 뭐야?" "별로 어렵지 않아. 지금 손대고 있는 일에서 손을 떼라는거지" 나는 순간 번쩍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지금 하고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노예사 냥꾼들을 추적하는 일이었고, 그 일에서 손을 떼라고 말한다면 노예사냥꾼과 같은 조직내지는 그와 연계되어있을 조직일 확율이 높다. 아직 그들이 수도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알고서 방비를 하려하다니, 좋은 정보체계군. 그리고 거기에 걸려든 우리도 참 바보같기는 하지. 제국식 음식이라는 것에 취해서 들어와보니까 그곳은 함정이었더라… 라는 거다. 나는 잠시 생각을 했고, 그들은 여유있게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물론 나의 대답은 노! 다. "싫다면?" "좋게 말해서 안되면 우리도 다 방법이 있지" 그는 근처의 부하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했고, 그 부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가 잠 시후, 손에 작은 약병 같은 것을 들고왔다. 진갈색의 액체가 들어있는 손가락만한 크기의 약병을 받은 그는 품에서 주사기를 꺼내어 약품을 빨아들이고는 한치도 주 저하지 않고, 미리안의 하얀 팔에 그것을 박았다. 으악! 뭐하는 짓이야! 그는 끝 까지 약품을 밀어넣었고, 주사기를 뽑아내au 말했다. "상처는 남지 않을거야" "제, 젠장! 뭘 주사한거야!" "아, 별거아냐. 약간의 생화학약품일 뿐이지. 아마 세시간뒤면, 온몸에서 불덩이 간은 열이 나기 시작해서 보름정도뒤면 죽을거야. 해약은 우리들에게 있다.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만 있으면, 일이 끝나는 즉시 해약을 주지. 사랑스러운 아내를 죽이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지?" 제, 젠장! 여러가지 하는군! 그는 여유있는 동작으로 미리안을 묶은 밧줄을 풀어 내었다. 미리안은 그 와중에서도 깨어나지 않고 있었으며, 나는 점점 쌓여만 가는 미리안에 대한 나의 죄의 무게에 눌려서, 금방이라도 압사할것 같은 기분을 느꼈 다. 차라리 나한테 주사를 놓으라구! 나한테는 독도 안 통하니까! 하지만 그들은 남자와 여자로 이루어진 일행, 특히 부부관계에서는 남자를 인질로 삼는것 보다는 여자를 인질로 삼는것이 보편적(?)으로 편하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남자를 인질로 삼을 경우에는 여자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미리안을 들춰 업고 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 "네녀석들! 두고보자고!" "후훗, 병간호나 잘 해주게. 아무쪼록 죽지않게 말야" 나는 터벅터벅 걸어나왔고, 그 안의 사람들은 나에게 조소를 뿌리면서 길을 비켜 주었다. 젠장! 점심한끼 먹으려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클리어 디지즈Clear disease!" 나는 그대로 공작가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조금 놀라는듯 하였지만, 손님의 행적 에 대해 하인이나 하녀들이 뭐라 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그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산다스는 귀족회의 때문에 나갔고, 로자린 공작부인은 사교계의 귀부인들을 만나러 마리를리나를 대동하고 갔다고 했다. 웬드렌과 드로바는 어디론가 외출을 했다고 했으며, RPG는 현재 훈련중이다. 그래서 나와 미리안이 공작가로 되돌아왔 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미리안을 업은 나를 안내한 하인이나, 또는 나와 지나쳐 간 하인, 하녀들 외에는 모를것이다. 아, 집사에게는 어떻게 연락이 가겠지. 나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미리안의 병을 깨끗하게 날려버렸고, 그걸로는 약간 부족해 서 정밀검사까지 했다. "인스펙션 디 디지즈Inspection the Disease!" 병에 대한 정밀검사를 하고서야 나는 그녀의 몸속에 치명적인 병원균이 없다는것 을 알고서는 잠시 안도를 했고, 연이어서 디텍트 매직 디지즈Detect Magic Disea- se(마법적인 병 탐지)의 마법을 사용해서 검사를 했다. 마법적인 병과 비마법적인 병에 대한 검사를 끝냈으니, 일단은 안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또 병원균이 날 뛴다면, 그때는 그녀를 잠시 가사상태로 만들고서 여러 신전을 돌아다니면서 협박 을 해야지.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것같다. 드래곤의 마법력은 인간의 마법력 보 다도 훨씬 월등하고, 그것이 설령 치료하는 계열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최고위급신 관의 치료보다도 더 월등한 위력을 발휘하니까. 안그러면 드래곤이라는 간판 내려 야지. 미리안은 약효때문에 아직도 열심히 잠들어 있는 상태였고, 그녀가 이 일을 기억하지는 못하리라는 생각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인간의 사회로 처음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나쁜일을 겪으면 선입견이 생기기 쉽다. 일종의 백지 상태 같기도한 모습이지만, 하루하루 인간사회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면서 점점 익 숙해지는 중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지. 아무튼, 그녀가 깨어나지 않아서 일단 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또다시 생각을 해볼까?" 미리안의 병도 깨끗하게 치료했으니, 더이상 그 녀석들의 말은 들을 일고의 가치 도 없다. 다만 이용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서, 나는 공작가에 그녀 석들과 연계가 되는 스파이가 있다고 확신한다. 왜냐 하면 그 마스터라고 불리운 녀석이 한 말중에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었거든. 보통, 인간과 엘프가 같이 다닌 다면 그 둘의 관계는 대부분 친구이거나 여행동료이다. 부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은 드물다. 그것이 설령 인간남자와 여자엘프가 단둘이서, 혹은 그 반대의 경우라 도 쉽게 부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종족간의 사이에 대해서 엘프는 다른 종족 에게 쉽게 애정을 여는 타입이 아닌, 약간은 배타적인 성향이라서. 드워프는 그것 을 자존심이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척봐도 여행동료로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매우 당연한듯이 부부라고 말하는것을 보자면, 이곳 공작가 안에서 그 녀석의 스파이가 있을 가능성이 100%에 이른다. 산다스가 배알이 꼴려서 미리안과 한방을 쓰게 한 일은 이미 공작가 내부에 파다하게 퍼졌을 테고(하녀들의 입담은 귀부인들의 입담 과 거의 같다. 그리고 동네 아줌마들의 입담역시 그들과 같다), 스파이는 그것을 마스터에게 알린다. 그래서 마스터는 우리둘의 거짓관계를 알게되고, 그는 그것을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말했다. 잠깐본 그의 성격으로 보자면 그것은 거의 고의적으로 말한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는 대체 내가 무슨 행동을 하기를 바라는 걸까? 일종의 경고라고 해야하나? '나는 너의 행동을 보고있으니 섣부르게 행동하지 마라. 안그러면 해약은 없다'라는 경고. 흐음, 그럴싸하군. 하지만 나는 여러가지 가능성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해서 헤메고 있었다. 아아악! 나는 이런거에 많이 약하단 말이야! "으으…음? 에에…? 아? 아라?"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고 있을 때, 미리안이 작게 신음소리를 내면서 일 어났다. 그녀는 눈을 뜨고는 자신이 어째서 여기에 와있는 건지 상당히 의아해 하 는건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억에 상당히 혼재가 올 것이 다. 밥먹다가 갑자기 쓰러져 버렸으니, 뭔가 꼬인 실타래처럼 기억이 조금은 엉망 이겠지. 나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깨어났군. 혹시 열 난다든가 하는거 없어?" "예? 아뇨. 갑자기 무슨말씀이세요?" "에… 그게 말이지…" "?" 나는 약간 곤란해졌다. 스파이가 있으면 그의 눈을 속이기 위해라도 미리안은 아 픈체를 해야만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미리안에게 사건의 전모를 말하 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미리안에게 진 빚이 또다시 늘어나는 것이되 고, 결과적으로는 내가 엄청하게 몰리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 자신이 나의 마음에 의해 몰린다는 것이지. 지금도 양심이 나를 콕콕 찔러대는 것 같다구. 내가 대답을 하지 않고 주저주저하고 있자, 그녀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살짝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말하기 곤란하시면 안하셔도 되요" "……" 크아앗! 뭐냐! 그 '전부 이해해요. 용서할게요'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과 말투는! 나는 양심의 찔려옴이 바늘수준에서 순식간에 드래곤 송곳니로 바뀐것을 느끼고는 더욱 찹잡해졌다. 그녀는 정말이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관하지 않고 서 내가 곤란해 하고있자 그냥 넘겨버린 것이다! 이런데서 갑자기 착한 엘프의 성 품을 내비치면 어쩌라고! 너 지금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는 거지?! 내 성격을 이용 해서 듣고야 말겠다는, 뭐 그런거지! 아아악! 그렇게 살풋이 미소짓지마! 나는 천 성은 착한 인간이라구! 죄짓고 사는 타입은 아니었단 말이야! "그, 그러니까…" "괜찮아요.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너무 곤란해하고 계시는거 같은데, 말하지 않 으셔도 괜찮다니까요" "저, 저기말야…"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그녀는 정말로 괜찮다는 듯이 말했고, 그것이 비례하여 나는 드래곤의 송곳니가 이제는 엘 타칸리스 산맥의 뾰족한 바위봉우리로 바뀌는것을 처참하게 느껴야만했 다. 내가 미리안에게 최근 들어서 너무 잘못한게 많아졌고, 이번에는 내가 드래곤 이 아니었다면 생명도 위태로울뻔한 일이 자꾸만 떠오르면서 나를 더욱 괴롭게 했 다. 아, 싫어! 더이상 죄를 짓고싶지 않아! 하지만 양심에 찔린다고! 나는 그녀에게 말해서 내 죄를 늘이기 싫다는 이기심과, 그것에 반발하는 양심에 번민했다. 그리고 나의 양심을 부채질하는 그녀의 저 선량한 태도는, 나로 하여금 양심에게 손을 들게 했고, 나는 그녀가 잠들고서 있었던 일들을 모두 이야기했다. "흐음…. 그러니까 제가 약때문에 잠들고, 일련의 무리가 나타났고, 이러쿵 저러 쿵해서 저한테 해독 불능의 병균이 주사되었는데 마법으로 치료했다는 것이죠?" "정확해…" "근데 왜그렇게 시무룩하고 계세요?" "어?" 나는 워낙에 지은 죄가 많아서 그녀앞에서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그냥 무시하면서 얼굴 철판으로 밀었지만, 생명에 관계되는 일이 생겨버렸으 니, 그 철판은 일초도 안되어서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래서 결국 남은것은 죄책감 에 고개를 숙인 한 남자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내가 이상하게 보였나 보 다. "생긴일이야 어쩔수 없지만, 저를 치료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그러고 계세요?" "그게말야… 최근 너무 너한테 지은 죄가 많아서…" "네에? 지은 죄라뇨?" "그게…" 나는 완전히 체념하고는 내가 그녀에게 지은 죄 일체를 전부 털어놓았다. 처음에 는 일단 억지로 마을에서 끌고나온것부터 시작해서 그 뒤에 있었던 여러가지 내가 잘못한 일들도 꺼내놓았고, 최근에 부부라고 거짓말 하게 한것이나, 불편함을 무 릅쓰고 나와 한방을 쓰게 된 일, 그리고 마침내 오늘에 이르러서는 생명까지도 위 태하게 되어버린 일을 말했고, 그녀는 조용히 그것을 전부 들었다. 나는 볼을 긁 적이면서 작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래서 말야… 그, 저기… 너무 미안해서…" "그거…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고 계신 거에요?" 그녀는 내가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이 상당히 의외였지만, 평소처럼 자신을 놀리려 고 내가 그러는 것인지 의심하는 듯,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으 로 사람을 놀리면 엄청 상처받을걸? 진담이 당연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 했다. "물론이야" -65- 003.50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미리안은 잠시 뜸을 들였다. 밥을 짓고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약간의 뜸을 들이는것 같았다.(썰렁한 농담해서 미안하지만… 나 긴장하고 있다구) 내가 진심 이었다는 말에 그녀는 잠깐이지만 놀랐고, 무언가 할 말이 있는듯, 언어를 고르는 중인것 같았다. 이윽고 그녀는 뭔가를 결심한듯 말했다. "한가지 여쭈어 볼것이 있어요" "어, 으응" "어째서 한낱 엘프에 불과한 저에게 그렇게 신경써주시는 거죠?" "어? 저, 저기… 그게말야…" 나는 갑작스런 그녀의 질문에 당황했다. 그녀의 말은 짧았지만, 그 속에 담긴 의 미쯤은 알아 차릴 수 있다. 그녀는 '한낱 엘프'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을 격하시켜 자신은 절대 나와 동급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고, 그것은 현재 그녀가 어떻게 생각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생각에는 나는 드래곤이고 그녀는 엘프 이며 대부분의 시간은 스스럼없이 농담도 하고, 그러고 지내지만 원초적인 종족간 의 서열은 내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의아해지는 부분일 것이었다. 내 가 보통 인간이었다면, 내가 하는 행동은 특별히 신경써주는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한 부분이었겠지만, 내가 드래곤인 이상, 타종족에게 걱정을 하고, 미안함을 느끼 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행동이었고, 엽기적인 일이다. 그녀는 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가끔 라이니시스를 보고있자면 드래곤이 아닌것 같아요. 처음으로 나와서 본 인 간들의 모습처럼, 그런 모습이에요. 묻겠으니, 저를 상대로 '유희'를 하시나요?" "유, 유희?" "네. 드래곤들의 유희. 그걸 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진지하게, 정색하고 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유희 기분으로 자 신을 대하느냐고 묻는것은, 장난하는 기분으로 자신을 대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았 다. 아, 갑자기 대답하기가 곤란해졌다. 내가 그녀를 대하는 기분은 뭐랄까… 친 구같은 느낌이랄까? 정의하자면 '부려먹을수 있는 부하같은 친구'정도로서 그녀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진담반, 장난반의 그런 느낌이지. 그것이 진담이다, 혹은 장 난이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그 관계가 애매모호해서 그녀가 확실한 대답을 바라 고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말하기가 그렇다. 흑백논리로 따질 수 있는 범위 바 깥에 있는 문제라서 말야. 굳이 말하자면 회색논리 정도 되겠지만, 자신의 칼라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약간 곤란한 문제군. 그녀가 나에게 질문할 때, '묻겠으 니'라는 말이 있었다. 이 말은 거의 절대적으로 대답을 요구하는 그런 질문의 형 태로서 내가 대답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될지, 내가 드래곤이라고 해도 뒷 감당을 전혀 못하는 것이다.(강제적으로 수습한다면 안될것은 없지만) 하지만 말 이야, 나는 유희기분으로 그녀를 대하는것은 전혀 아니라구.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유희는 아니야. 맹세코 말하지만 절대 유희는 아니다" "그럼 어째서 저에게 그렇게 신경을 써주시는 것이죠?" 에… 다시 대답이 궁색해지는 나였다. 내가 어째서 그녀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인 가. 사실 나는 신경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영혼에 각인되어있는 생활습관대 로 움직이는것 뿐이었다. 여자에겐 친절해야 할것을 제 1 철칙으로 두고 살던, 환 생하기전의 생활습관이 그대로 이어져 온것 뿐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나에게 있어 서 가장 자연스럽게 행동하였을 뿐이지만, 그녀의 입장에서는 오만하고 자존심 세 고, 이기적에다가 흉폭하기까지만 레드 드래곤이, 아무리 폴리모프를 했다고는 하 지만 유희기분도 아닌데 자신에게 착하게 대해주는(상대적인 의미에서)것이 무엇 보다도 의아할 것이었다. 그래. 그것이 그녀에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나는 나의 생활방식과 신념을 가지고서 움직이는 것이지만, 드래곤에 대한 오래 된 편견들과 보편적인 상식을 가지고 있는 미리안의 눈으로는 나의 행동은 지극히 이상한 것이었다. 결국, 상대방의 생활방식에서 찾아오는 선입견이 만들어내는 부 조화였다는 것이다. 그렇군. 그래서였구나.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에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야. 나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생각대로 살아갈 뿐이다. 보편적인 진리의 잣대로 날 재지 말아라. 나에게 통하 는 기준은 바로 나 자신이며, 그것은 나의 생활방식에도 같이 적용되니까. 이거 하나만은 확실하게 말해두지. 너도 느끼고는 있겠지만, 나는 다른 드래곤들과는 다르다. 그것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네에" 그녀는 어떻게 납득하는듯 싶었다. 드래곤이라고 해서 다 같으라는 법은 없으며, 나는 그 말에 해당하는 케이스중에 하나이다. 내가 자라날 무렵에는 어머니의 성 품을 물려받아서 조용하다는 말이 나왔었으니까. 같은 드래곤이라고 해서 그 생활 방식이 전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 가치관이 모두 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인간들은 각자 자신의 자아와 가치관 을 내세우면서 자신은 남과 다르다고 외치고 있는 것처럼,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 다. 우리도 각자만의 생활방식이 있고, 각자만의 가치관이 있다. 다만, 동족별로 그 중복되는 가치관에서 여러가지 공통점이 나오기 때문에 레드 드래곤은 포악하 다, 골드 드래곤은 성량하다, 블랙 드래곤은 사악하다라는 등의 말이 나온다. 자 신들의 자아는 존중하기를 원하면서 다른 종족의 자아를 존중할 줄 모르는 인간들 에게 일단 애도와 야유를. 그리고 그렇게 굳어버런 보편적인 진리와 그들의 역사 속에서 비추어진 모습으로 선입견을 가진채 우리들을 대하는 엘프와 드워프들에게 는 한숨과 애도를. 하지만 정말로 이건 알아두어야 한다. 피에 미친 골드 드래곤이 있고, 티없이 깨 끗한 마음씨를 지닌 블랙 드래곤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인간의 영혼을 가진 레드 드래곤도 있다는 것을. 그녀와 나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내가 확실한 결론을 내려주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그녀를 납득 시켜주는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버렸다. 대충대충 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이것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해 볼 여건을 갖추게 된 것이며, 엘프가 한번 상념에 빠지기 시작하면 그것에 몇십년을 매달리는 성격이라서, 그녀가 다음 의문을 제기할 때 까지는 넉넉하게 시간이 남아있을것 같다. 그 문제는 일단락 지은 나는, 본격적으로 일(?) 에 대한 대화에 들어갔다. 이 공 작가의 내부에 스파이가 있으며, 그 스파이는 미리안의 병세에 대해서 마스터라고 하는 작자에게 보고를 할 것이다. 만약 그 스파이가 미리안의 병이 고쳐졌다는 것 을 알 경우에는 또다른 어떤 짓거리를 할지가 곤란했기 때문에, 나는 스파이를 색 출해내는 기간 동안 미리안에게 가짜로 몸져 누워있으라고 하였고, 신체에는 아무 런 이상도 없이 단순하게 평균체온만을 약간 높여서, 그녀를 뜨겁게(?) 만들어 놓 아 기본적인 준비를 마쳤다. 평균체온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마법으로 시행을했기 때문에 들킬만한 염려는 거의 없었으며, 운디네를 이용해서 그녀의 몸에 약간씩의 물방울을 맺히게 하여 식은땀을 흘리는 것처럼 연출시켰다. 스파이를 색출해낼 기 간동안, 미리안은 뜨거운 여자(?)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 방법을 쓰면, 나는 감염예방이라는 핑계아래 당당히 소파에서 잘 수 있겠군. 스파이는 거의 100% 확실하겠지만, 하인들과 하녀들 중에 있을 것이다. 색출하는 방법 역시 100% 확실하게 잡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었기에, 나는 조금 느긋하게 산다스와 웬드렌, 드로바를 기다렸다. 물론, 미리안은 끙끙 앓고 있는체 하고 있 었다. 아직 그들이 오지 않았는데 이러고 있는 것은 혹시 방앞을 지나가면서 스파 이가 엿볼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스파이를 색출하는 작업은 나 혼자서 할 예 정이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라'라는 말 처럼, 웬드렌과 산다스들에게는 미리안이 정말 큰 병에 걸린것처럼 행동하게 할 것이며, 그 사이에 마스터와 연락 을 취하는 스파이를 잡아 들인다. 그리고서 스파이를 이용하여 거짓정보를 흘리게 한 다음에, 날짜에 맞추어서 노예사냥꾼들의 괴멸과 경매장의 괴멸을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번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귀찮은(!) 인신매매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경매장 자 체를 무너뜨리고, 그 장부를 손에 얻어서 장부에 기록된 거부들이나 귀족들을 뿌 리뽑아 다시는 인신매매가 성립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의 레리첸트의 왕권은 선대에 비하자면 매우 약했다. 권력이 너무 왕에게 집 중되면 그것도 문제였지만, 권력이 귀족들에게 분산되면, 왕실은 그때부터 귀족들 의 이익를 위한 단순한 싸움터로 전락해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그리고 현재의 왕 은 산다스 공작과 네다섯의 국왕파 귀족들 외에는 별 다른 지지기반이 없으며, 실 권쪽은 거의가 왕의 숙부인 국무총리에게 쥐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레 리첸트는 민권중심보다도 귀족중심의 사회로 점점 퇴보하는 분위기이며, 이 분위 기를 부수기 위해서는, 보수파 귀족들의 뿌리를 흔들어야 하는데, 앞으로 내가 벌 일 노예사냥꾼 퇴치와 경매장 뒤집기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산다스 가 눈에 불을 켜고서 상당히 혐오스러운 발언을 했던 것이지. 뭐, 적어도 지금 신 세지는 것도 있고, 귀족들은 괜히 맘에 안드는 데다가, 더이상의 인신매매가 이루 어지지 못하게 하려면 왕권을 강화시켜 주는것이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에 나는 이 번만큼은 특별하게 왕을 도와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도와주는것이 되니까, 조금 만 도와주고서 생색내도 되겠지. 나는 일단 내 계획을 위해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스파이의 신병확보에 들어 갔다. 이것을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었는데, 정신의 정령인 싸이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었다. 자아, 싸이! 나와라! 너의 힘이 필요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싸이를 불었고, 그러자 곧 뭔가가 스물, 하고 움직이는것 같더 니, 싸이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느껴졌다. 「주인인가. 이번엔 무슨 일인가?」 아, 건강했냐. 정신체에게 건강했느냐… 라고 묻는것은 조금 이상하지만 말이야. 「마치 인간같은 주인의 감정변화는 나날이 질리지 않더군. 주인과 계약한 일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다행이라니, 고마워.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여러사람의 정신을 읽어내서 나에게 그 정보를 전달해 주는 일이야. 할 수 있겠어? 「물론이다. 너의 힘은 나날이 강대해져 가고 있다. 그것에 비례해 나의 능력 역 시 한없이 커지고 있지. 그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누구의 정신에 어떤 내용 을 읽기를 원하는가?」 아. 이집의 하인들과 하녀들을 전부 포함해서, 외부로의 비밀 연락을 취하는 녀 석들과 그녀석들이 기억하고 있는 비밀연락의 형태와 단편적인 내용. 그것이 필요 해. 약간은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가능하겠지? 「물론이다. 잠시 나를 너의 정신에서 분리시켜다오. 곧바로 돌아오겠다」 아. 그러지. 나는 마음속으로 강하게 싸이와의 분리를 희망했고, 그러자 맨 처음에 봤던 싸이 의 모습이 내 앞의 그림자에서 스르륵하고 일어났다. 검고 반투명한 인간의 실루 엣을 가지고 있는 싸이는 잠시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어 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명령의 내용이 조금은 광범위하기는 했지만, 무엇 보다도 나의 감정속에 가장 깊이 자리잡고 있던 녀석이니까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제대로 끌어모아 줄 것이다. 만약 싸이가 불가능 하다면, 투명화 마법을 건채로 저택안을 돌아다니면서 마법으로 하인과 하녀들의 머리속을 훑어 볼수도 있다. 이편이 정확 하기도 하고, 신뢰성도 있지만, 귀찮다. 명령을 내리면 확실하게 들어주는 개채인 싸이를 이용하는 것이 상당히 편하니까. 나는 아픈척 연기를 하다가 졸린지 잠들어버린 미리안의 옆에 의자를 가지고와서 앉았다. 그리고, 병든 아내를 걱정하는 애처가 남편의 모습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66- 003.51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고전적이고 누구든지 알고 있지만, 막상 당해보면 상당히 놀라움을 가지게 되는 병법중에 하나는 '적을 속이려면 우리편부터 속여라'라는 것이다. 고육지계(苦肉 之計 : 적을 속이기 위해서, 또는 어려운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제 몸 을 괴롭히면서까지 짜내는 계책)라고도 하는 수법인데, 그 역사는 매우 오래 되었 다고 하지. 이 계책은 우리편을 확실하게 속이면 속일수록 그 효과가 커지는 수법 이기에, 나는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편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속였다고 말 할수 있 다. 마법과 정령을 이용해서 만들어놓은 특수효과에 미리안의 연기력을 조금만 끌 어올렸더니, 공작가에서는 미리안을 고치기 위해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추측하지 만, 아마도 나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그녀를 고쳐줌과 동시에, 나에게 빚을 지워놓는다는 그런 생각일것이다. 그런 문제 이전에 공작가를 찾은 손님이 의문의 열병으로 병사했다는 소식이 귀족계에 알려지면 크나큰 타격이기도 하고, 손님에 대한 예의도 아니기에 열심히 애쓰고 잇는 것이지만, 그래도 조금 너무 오버한다 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미리안이 겉보기에 위급해 보인다고는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명씩 다녀가는 각계각층의 의사들과 신관들은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가? 미리안에게 연기를 시킨지 사흘째, 미리안을 진찰하고서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면 서 떠나간 의사는 32명이요, 그녀를 치료하려고 와서 신성력을 좌르륵 쏟아놓고서 의사와 같이 고개를 흔든 신관이 10명이다. 하루 평균 열명이 넘는 의사가 다녀가 고, 한번 부르기 위해서는 서민의 6개월치 생활비를 내어야만 하는 신관들이 하루 에 세명씩 오는 것이면, 그거 상당히 정성이 지나치다 못해 오버로까지 보이는 모 양들이다. "라이니시스씨… 정말이지 면목이 없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과분할 정도로 신경을 써주시는것에 도리어 제가 감사를 드려 야겠죠. 공작님" 산다스는 40여명이 넘게 다녀갔음에도 불구하고 병을 고치기는 커녕 미리안의 병 명조차도 알아내지 못한것에 대해 나에게 상당히 미안해 하고 있었고, 그래서 그 는 나에게 수십번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으며, 나는 그런 그에게 괜찮다는 말을 몇 십번 했는지 모르겠다. 나야 물론 그녀의 병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그 치료방법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불안한듯 연기를 하면서도 덤덤한 표정을 지어내었다. 아, 미리안의 병명이 뭐냐고? 그거야 간단하잖아. '꾀병' 산다스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운디네가 방출하는 물이지) 간간히 신음소리를 내 었고, 나는 그녀의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서 물수건을 간다든지, 식사시중을 들어 준다든지 하면서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었기에, 사람들은 미리안의 상태와 더불 어서 내가 행동으로 실행한 '연막작전'에 완전하게 속아넘어가 버렸다. 처음에는 그저 감기몸살로 알던 사람들이, 점점 심해져가는 그녀의 상태를 보고서야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는것을 안것이다. 그로부터 공작가는 거의 뒤집어지다시피했다. 맨 처음에는 웬드렌이 약초가 가득 들어있는 베낭을 가져와서는 미리안을 진찰해보고, 아무 소용도 없는 약을 그녀에 게 주고서 돌아갔고, 그 뒤로 신관 한명과 네명의 의사가 찾아와서 미리안을 진찰 했지만, 그들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면서 '정체불명의 병이오'라고 하면서 물러 날 뿐이었다. 그 다음날에는 8명의 의사와 3명의 신관이 왔었고, 그들도 앞서 다 녀간 사람들과 똑같은 반응을 지어내었다. 그리고서 오늘. 스무명의 의사와 여섯 명의 신관들이 찾아와서는 그들도 끝내 결론을 얻지 못하고는 결국 앞사람들의 전 철을 착실하게 밟아나갔다. 정체 불명에 치료 불가능이 당연하지. 드래곤의 마법 으로 걸어놓은 것이 고작 신관이 나와서 '오오~! 신이시여!'라고 해봤자 해제될리 가 없잖아. 인간들의 마법사 중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몇몇을 빼고서는, 대부분의 신관이나 마법사들은 미리안에게 걸린 마법이 뭔지도 모를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도 과연 마법이나 걸려있는지 알아낼까? 아마 안될걸. "후우… 이런, 물수건이…" 나는 가볍게 한숨을 위고를 그녀의 이바에서 배출되는 땀(처럼 보이는 운디네의 물방울)이 가득 적셔진 물수건을 거둬내서 찬물에 담궜다가, 하넌 꽈악 짜고서는 다시 미리안의 이마위에 올려놓았고, 입술이 바짜바짝 마른 미리안의 입에서 다시 고통의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흐음…! 흐윽" 미리안… 의외로 연기를 꽤 잘하는 구나. 나는 가끔 그녀가 정말로 병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면서 수시로 마법적인 체크를 해보지만, 그녀의 몸은 건강 그 자체였 다. 결국, 이것은 그녀의 연기력이라는 소리. 그녀의 입술이 말라있는것 역시 마 법으로 그럴싸하게 꾸며놓은 것이다. 온몸에서 후끈거리는 열을 뿜어내며 담을 흘 리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봐도 엄청난 병에 걸린 중환자인 것이었다. "상심이 크겠네…" "…괜찮습니다" 웬드렌은 미리안의 옆에 앉아서 열심히 걱정하는척 하고 있는 나의 어깨를 짚으 면서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나의 연기상황에 맞에 찹잡한 목소 리로 대답했다. 공작가문은 갑작스럽게 중병을 앓게되어버린 미리안의 일 때문에 그 공기가 무겁 게, 상당히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미리안과 연기를 하기로 결정한 당일, 나는 싸이를 내보내서 스파이를 찾게 했었 다. 싸이는 열심히 내 취향에 맞게 조사를 시행했고, 한시간쯤 지나서야 그 결과 가 나의 머리속으로 자연스럽게 끼어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때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내었고, 나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에 엄청 기뻐했다. 이곳 공작가는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그 두 집단간의 관계는 당연하지만 친하다. 일하는 장소는 다르지만 그들이 생활하면 서 식사를 하는 장소는 공동으로 쓰고 있기에, 그들은 자주 만나서 여러가지 이야 기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화제 중에는 최근 공작가에 들어온 손님들 의 이야기도 물론 있을 것이다. 아니, 빠져서는 안되는 필수 종목이다. 그 손님은 어떻고, 생긴건 어떻고, 공작과 무슨 관계인지 각종 정보가 좌르르륵 쏟아져 나오 고, 거기에 자신들의 추측까지 더해져서 엄청난 가십거리가 순식간에 생겨나 저택 의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게 되고, 일부 소문은 공작가의 담을 넘어서 외부로 넘 어가기도 한다. 자아, 그렇다면 문제.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들중에 정보 를 빼돌리기 쉬운 사람은 어느 쪽에 있을까요? 정답은 물론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다. 안에서 일을 하는 사람과, 밖에서 일 하는 사람들간의 자리이동은 왠만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고, 일단 안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 외출을 나가는것 외에는 일 하고 있는 저택을 빠져나가는것이 상당히 어 렵다. 그래서 정보는 식사시간이나 기타의 시간을 이용하여 안의 사람들에게 얻어 내고, 정보를 유출시키는 것은 밖에서 근무할 동안에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었다. 특히 마굿간을 맡고있는 마굿간지기 벤 미콜이란 청년은, 미리안이 마스터 에게 병원균을 주사당하고 돌아와서 그래도 방안에 틀어박혔다는것을 내가 공작가 로 돌아온지 한시간도 되기 전에 자신의 애조(愛鳥)를 통해 바깥으로 날려보냈고( 한마디로 전서구), 그로 인해서 자신에게 굴러들어올 정보료를 생각하면서, 희희 낙락하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친절하게도 자신이 접촉해있는 집단이 어떤 집단인 지 착실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싸이는 그것을 모조리 퍼서 나에게로 갖다주었다. 벤이란 녀석의 정신속에는 미소를 지으면서 정보이용료를 건네다주는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가 겁집에 맞아 거품물고 쓰러진 제국식 음식점 종업원의 모습이 '물주' 라는 꼬리표와 함께 있었다. 호오, 이거 고마웁기도 하셔라…… 넌 죽었어! 그로부터 3일. 그의 생각을 짚어보자면 아마도 오늘이 정기 연락일일 것이었다. 아마도 또 전서구를 날리면서 헤죽헤죽 웃고 있겠지. 하지만 말야, 그 짓거리도 오늘로서 끝장이다. 후후훗. "후우, 이걸로 됐나? 이런 정보에 10펜씩이나 주다니… 히힛, 나는 아마도 행운 아인가봐" "…지랄하네" "헙! 누, 누구야!" 공작가의 얽히고 설킨 나무들 밑에는, 가끔 나무들로 가려진 공간이 있기 마련이 었다. 외부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 비밀장소인 그런 장소에서는 음험한 일을 꾸미 기에 딱 알맞지. 벤이라는 마굿간지기 청년은 지랄맞은 소리를 중얼거리면서 전서 구를 꺼내려다가, 이 시간과 장소에서 그가 이런짓을 할거라고 미리 알고 온 나에 게 딱 걸려버린 것이다. 그는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화들짝 놀라서 누 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는 내가 누구인지 모를것이다. 머리 끝에서 부터 발 끝까지 검은색으로 위장하고 있는 날 알아보는것은 쉬운일이 아닌 수준이 아닌 엄청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엄청나게 경계하고 떨리는 눈으 로 말했다. "다, 다다… 당신은 누구요?!" "알게뭐야" "무, 무슨 목적이요!" "목적? 뭐, 대단한건 아니야. 잠시 널 이용할까 해서 온거지" 그는 눈이 커지면서 놀라는듯 싶었다. 그리고 그는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하려는듯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대로 덜썩 자리에 쓰러져서 잠들어 버 렸기 때문이지. 물론 내가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저항할 새도 없이 잠들어서 쓰러져 버린 벤을 내려다 보면서 나는 왠지 조금 일이 싱겁게 끝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 생각을 지웠다. 일이 싱겁게 끝난다는것 은 그만큼 간단하게 끝난다는 소리이기 때문이지. 간단하게 해결할 일이면 간단하 게 해결하는 것이 좋으니까 말이야. "히프너티즘Hypnotism(최면술)" 나는 마법을 이용해서 깨질 일이 없는 최면술을 걸기로 했다. 이용해먹을 것이면 정신조작을 하는것도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조금은 불쌍하니까, 최면술을 이용해 서 행동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지. 나는 잠에서 깨어났지만 최면상태 때문에 동공에 빛이 없어진 벤을 보면서 말했다. "너는 지금부터 엘프가 계속 아프다는 내용만을 적어서 날려라. 너의 눈 앞에서 그녀가 팔팔하게 검무를 추더라도 너는 전서구에 그녀가 아프다는 내용을 적어서 보내야 한다. 알겠지?" "그… 그녀는… 아프다… 계소옥…" "좋아. 3초후에 너는 제정신이 된다. 그리고 넌 나를 만난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나, 둘, 셋!" 나는 그러고서 재빨리 텔레포트를 했다. 그가 왜 자기가 멍하니 있었는지 황당해 하는 모습도 보기 전에, 텔레포트로 방에 돌아와서는 옷을 갈아입었다. 이것으로 함정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감히 드래곤의 발을 묶으려 했던 건방진 녀석들. 그리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던 노예사냥꾼들. 둘 다 한데 묶어서 처리해주지.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67- 003.52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굳이 스파이를 처리하지 않아도, 행동하는데 크게 불편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일 거수일투족에 대한 정보가 전부 저쪽으로 넘어가 버리면 상당히 찝찝한 기분이 들 어서 말이야. 이번 일에서의 미리안의 중요도를 보자면, 내가 레어에 있을때 그녀 를 필요로 하는정도 외에는 거의 없다. 큰 중요도를 꼽자면 나의일이 정말로 노예 들을 구출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줄 증인으로서의 중요도지. 엘프는 거짓 말을 잘 못하거든.(억지로 시키면 되겠지만… 비추천이다. 경험자로서) 사실 생각해 보자면, 미리안은 여행에서의 심심함을 달래주기 위하여 데려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혼자서 여행하는것은 조금 지겹기도 하고, 심심하고, 의논 상대도 없으니까 그녀를 데리고 나온것이지. 내가 데려가지 않겠다고 하여도 그녀 는 어떻게든 나를 따라서 노예들을 구출하러 갈 것이다. 아마 평의회도 그것을 요 구하였을테니까. 어쨌든 스파이건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공작가 내에서의 스파이는 벤이라는 녀석 한명 뿐일 것이다. 공작가 같은데서 일어나는 일은 여러명의 스파이를 둘 필 요는 없으니까, 그들을 이제 벤이 전하는 가짜정보를 보면서 히죽히죽 웃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동안 그녀석들을 우회하여 녀석들이 안신하고 뒤를 돌았을때, 단 번에 걸려버릴 함정을 짜 놓는 것이지. 뭐, 함정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복잡한 것 은 없고, 간단하지만 확실한 함정이다. 그것도 심리적인 함정이 아닌 지독하다고 볼 수있는 부비트랩이지. 후훗, 내가 레어에서 뭘 가져왔을지, 이녀석들은 아무것 도 알지 못할걸? 나는 슬슬 여러가지 일들을 처리할 요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갑옷과 로브를 걸 쳤다. 그러자 어느새 미리안이 깨어났는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어딜가시게요?" "뭐, 여러군데. 슬슬 일을 해야지. 날짜도 가까워지는데 말이야. 그건그렇고, 불 편하진 않아?" "진짜로 아픈것도 아닌데요. 하지만 누워만 있다 보니까, 조금 힘드네요. 이러다 가 정말로 병날거 같아요" "하지만 당분간은 그러고 있어줘. 조만간에 다시 데리고 나가줄테니까" 그녀는 대답대신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아픈체를 하기 위 해서 자리에 누워버렸고, 나는 텔레포트로 어디를 갈까 하고 고민했다. 3일 전에 돌아다닌 길의 지리를 알고 있으니, 그 범위 내에서 아무데나 가면 되겠지만서도, 뭐, 괜찮은가. 그러면 지금은 사람의 발길이 뜸할 모직거리 쪽으로 가보자구. "텔레포트" 음, 확실히 이곳은 사람이 뜸하군. 한창 일을 할 때니까. 나는 모직거리의 한쪽 귀퉁이로 텔레포트를 해서 사람들의 눈에 띄이지 않고서 무사하게 이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3일만인가? 그다지 별로 감흥 같은것은 느껴지지 않지만, 무사히 도착 한것에 대해 일단은 감사. "자아, 그럼 도적길드를 찾아…보기 전에 변장부터 해볼까?" 내가 밖으로 나온 목적은 도적길드와 접선하기 위해서이다. 어떤 도적길드와 접 선하느냐에 따라서 계획이 조금씩은 틀려지겠지만, 기본적인 플롯은 변하지 않을 거 같군. 하지만 어떠한 도적길드가 수도에 있든, 나는 그중에 아무거나 한군데라 도 접선해서 노예경매장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도적길드에서 행하는 영업 종목 중에는 납치와 인신매매가 들어 있을테니까, 그 정도의 정보를 구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안가르쳐 준다면 나의 빵빵한 재력으로 밀고 들어가면 되지. 지금 당장 현금동원 가능한 액수가 아마 레리첸트의 1년 예산과 맞먹을걸? 하지만 그러 기에 앞서서 나는 변장을 하기로 했다. 나의 모습을 감추기 위함도 있고, 그녀석 들이 나를 알아볼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지.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그랬으니 까, 원하시는 대로 해줘야지. 라이니시스가 아닌 다른 인물로서 얼마든지 돌아다 녀 주겠어. 일단 나는 내 머리색을 변화시켰다. 타오르는 불꽃같은 짙은 붉은색을 환생하기 전의 머리색인 검은색으로 바꾸었고, 길이도 조금 변화시켰다. 길게 찰랑대던 장 발은 목 근처에서 넘실대는 단발로 바꾸었다. 그리고 날카롭고 지적인 모습이 풍 기던 미남형 얼굴의 모습을 약간은 투박하고 억세게 보이는 모습으로 바뀌었으며, 근육을 조금 더 부풀렸다. 뭐, 폴리모프의 일환이니까 신체를 변화시키는것은 얼 마든지 할 수 있지. 이제 나는 검은색 단발이 넘실거리는, 근육있고, 강단있어 보 이는 전사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로브의 색을 갈색으로 변화시켜서 흔 히 볼 수 있는 그런 전사의 모습으로 완전하게 이미지를 바꾸었다. "흐음… 괜찮은데?" 나는 변해진 내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폴리모프라는게 일단은 다른 종족의 형태로 바꾸어 주는것이고, 그 모습과 성별에는 특별히 제한이 없다. 하지만 드래 곤들에게는 폴리모프를 했을 때의 기본형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개는 그냥 기본형 으로 다닌다. 여태까지의 나의 모습도 인간형 폴리모프의 기본형이었지만, 지금은 특별히 모습을 바꾼것이지. 이런 드래곤의 폴리모프능력을 빗대어서, 우리는 자주 이렇게 농담을 하곤 한다. '드래곤에게 가장 쓸모없는 마법은 변신마법이다'…라 고. 아, 그러고보니 목소리도 조금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겠군. 이런 모습에 지금 의 목소리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목소리를 듣고서 내가 누군지 알아 맞추 거나 의심을 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신경을 써서 목소리를 조금 가늘게 했다. 지 금의 모습이라면 굵은 목소리가 더욱 어울릴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정말로 스쳐 지나가는 전사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목소리와 육체의 엄청난 언밸런스는 나를 만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모습을 아주 강렬하게 기억속에 각인시켜 놓기 때문에, 위장하는데는 아무 그만이라고 할 수 있지. 지금의이 모습과 이 목소리로 그때의 그 마스터란 녀석을 찾아가도 그녀석은 아마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눈치채 지 못할것이다. 훗, 드래곤의 능력이란 상당히 위대하거든.(아, 이 나르시즘) 자, 이제 슬슬 도적길드와 접선을 해볼까? "그러니까, 노예경매에 참가하시고 싶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라구. 참가하는건 내가 아니라 내가 모시는 분이야" "그렇게 보인다. 설마 그쪽이 경매에 참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나는 도적길드중, 제일 큰 세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칭하는 '문라이트 패밀리' 도 적길드와의 접선에 어렵지 않게 성공했다. 이들의 근거지는 리이친의 북서쪽 지역 인 캐슬 노스 웨스트 타운으로, 로즈마리 공작가가 있는 사우스 이스트 타운과는 정 반대쪽에 있었다. 그래서 덕분에 찾아오는것에 약간은 애먹었다. 정확하게 이 야기 하자면 공작가의 반대쪽에서 일부러 도적길드를 찾느라고 조금 헤맸다는 말 이다. 최대한 그들과 관계가 없어보여야 할테니까.(지금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관 계가 없다는것을 알 수 있을 것이지만) 찾기 시작하니까 접선을 하는것은 쉬웠다. 접선을 담당하는 '작은 조카'라는 암호명의 도적을 만나기 위해서 가장 퇴폐적인 여관을 찾아 그곳 마스터에게 금화 한장을 소비했고, 접선한 작은 조카에게는 빨 리 일을 처리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금화 다섯장을 소비했다. 그랬더니 나는 작 은 조카를 만난지 한시간도 되지 않아서 '큰아버지'라는 암호명을 가진 중년의 도 적을 만날 수 있었고, 나는 그에게 경매에 참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위의 대화가 진행된 것이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무슨 돈이 있다고. 어쨌든, 그분은 이런곳에 올만한 신분이 못되어서 말이 야. 혹시 말야, 이번 경매에 엘프들은 나오나?" "엘프? 흐음… 글쎄… 잘 모르겠는걸?"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내 눈에 비친 모습은 '나는 모르지만 돈은 알고 있을걸?'이라고 말하는 눈빛이라서 나는 피식하 며 웃고는 엄지손톱만한 루비를 꺼내들어서 그와 나 사이에 있는 테이블위에 올려 두었고, 그는 갑자기 튀어나온 보석을 보더니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편하게 의자 에 등을 기대면서 팔짱을 끼고는 말했다. "정보 이용료. 팔면 적어도 100펜은 나올거다. 정보 이용료에 개인적인 보너스라 고 해둬. 어차피 그분에게 이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니까, 정보료로 쓰라고 준거 다. 빼돌려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 대신, 확실한 정보를 주었으면 하는데?" 그는 나의 말을 들으면서 루비를 들어서 눈앞에 갖다 대다시피 하며 감정을 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진품임을 확인한 그는 그윽한 미소를 얼굴 에 띄우면서 말했다. "하하, 이 정도라면 뭐든 제공해 드리지. 경매장에 설계도 청사진이라도 보여드 리지. 자자, 어서 묻게. 뭐가 궁금하신가? 아아! 엘프 말이군! 요즘은 엘프의 시 세가 뜸했지만 말일세, 요번에 아주 비싸지만 그 값을 하는 엘프들이 나오지. 엘 타칸리스 산맥에서 살고 있던 엘프들이지! 어때? 대단하지 않은가?" "에, 엘 타칸리스의 산맥? 거기에 들어가서 엘프들을 납치했다는 건가?" "그래! 그래서 가격이 비싼 모양이야. 하지만 그 희귀성 때문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사람들이 많아. 거기에 인간여자 몇명도 같이 온다고 하더군. 그리고 한 두팀 정도가 엘프를 조달해 왔거든. 덕분에 이번엔 풍년이 될거같아" 하긴, 엘 타칸리스의 산맥은 상당함을 넘어선 위험지대다. 잘못하면 드래곤의 먹 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위험수당이 붙는것은 사실지만, 금단의 영역 에서 데려온 엘프라는 사실이 메리트가 되어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다. 희귀한것 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의 심리가 작용한 것이지. 나는 아주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하는척 했고, 큰아버지는 '그렇지? 놀랍지?'하는 표정을 지어보 였다. 나는 잠시 그렇게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흔들면서 정신을 차리려는 듯이 행 동했다. 약간은 어리숙하게 보여야지. 그래야 더욱 더 크게 기억속에 남을 것이니 까. 비록 '봉'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기는 하지만 말이야. 나는 턱을 매만지면서 말 했다. "그분이 좋아하실 정보군. 그래서, 그 경매는 언제, 어디서 여는거야? 어떻게 들 어가면 되지?" "약도를 줄테니까 너무 흥분하지마. 경매일은 지금부터 정확하게 10일 뒤로 예정 되어져 있지. 예정이 바뀔 일은 없을거야. 장소의 변경도 없을테고. 워낙에 귀족 나으리들의 출입이 잦아서 말이야. 들어가는 방법은… 혹시 그분이 귀족이야?" "귀족이지.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말이야" "귀족이라면 특별 입장권이 있지. 50펜정도 하는건데, 미리낸 정보이용료에서 특 별히 제해주지. 그 대신 자주 이용해줘"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미안하지만 말일세, 다음번은 없을거야. 이번 경매를 마지막으로 경매장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거든. 그리고 그곳에 참가한 고객들도 같이. 그는 뒤에 있던 서랍장을 뒤져서 밀랍으로 봉인된 편지 한 통을 꺼내었고, 그것을 내밀었다. 수취인도 뭐도 없이 백지상태의 편지봉투였고, 안에는 뭔가가 들어있는듯 싶었다. "그것을 그분에게 가져다 드려. 그리고서 이틀 뒤에 다시 와서 정식으로 입장권 을 받아가" "이건 뭐지?" "안내장하고 주의사항이야. 물론, 거기에는 경매장의 약도같은 정보는 없으니까 중간에 흘리더라도 별로 상관이 없지. 그저 주의사항만 있을 뿐이야. 그래, 그분 의 성함이 어떻게 되시지?" 나는 봉투를 받아서 베낭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짓고는 말했다. "팬텀. 듀크Duke 팬텀Phantom" 페이라 이그니시스에 이은 두번째 가명. 유령 공작. 듀크 팬텀이 세상에 데뷔하 는 순간이었다. -68- 003.53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예전부터 나는 한번쯤 수수께끼의 인물이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체는 베 일속에 가려져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수수께끼의 인물이 되어보고 싶다 고 생각해 왔었고, 이번 기회에 그 꿈을 이루어냈다. 도적길드 쪽에서는 기왕이면 실명으로 하는 것이 좋으며, 그 편이 서비스를 받는데 더 좋을 거라면서 이 가명 다운 가명에 대해 말했지만, 나는 이번에 한번 경매를 해보고서 마음에 들면 두번 째 참여할때는 꼭 실명을 밝혀주겠노라고 했고, 도적길드 쪽에서는 처음이니까 귀 찮다는 태도로 그냥 묵인해 주었다. 고정고객을 한명 늘리는 일인데, 한번쯤은 가 명으로 나오면 어디가 덧날까 싶은 것이지. 그들은 그렇게 납득했지만, 나는 속에 서부터 슬슬 기어나오는 웃음에 어쩔줄 몰랐다. 경매장은 이번을 끝으로 문을 내 려야 하는것을 저들을 아마 모르고 있을테지. 도적길드에서 나온 나는 아무길이나 택해서 천천히 걸어갔다. 그들이 납득했다고 는 하지만, 과연 속까지는 납득아지 않을것으로 보여서, 혹시나 따라붙을지 모르 는 미행을 사전에 따돌리기 위함이었다. 나는 산책이나 하는 셈 치면서, 아무데로 나 막 걸어다녔고, 덕분에 가던길을 또 다시 걷게 되는 일도 생기게 되었다. 약간 의 삽질(?)을 거친후에, 나는 나를 따라붙는 두명의 미행자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 다. 도적길드쪽에선 역시 듀크 팬텀이란 이름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나 보다.(그 거야 당연하겠지) 다른 귀족들도 아마 처음에는 가명을 사용했을 것이지만, 심부 름꾼이 고스란히 미행당해서 그들의 정체는 이미 다 까발려져 있을터였고, 귀족들 스스로가 본명을 밝히면서 경매장에 드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으로 이루어 진 치안 유지대 같은 사람들이 경매장을 급습해서 장부를 빼내더라도 귀족들은 그 들의 권한으로 충분히 해결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들은 당당히 본명을 밝히는 것일 지도 모르지. 하지만 대개는 거래할 때무터 본명을 밝히는 것 같았다. 나를 상대 하먼 큰아버지가 그런 기색을 비추었으니까. 아마도 '너도 다른 귀족의 소개를 받 아서 여기 왔을테지? 그러면 어서 본명을 밝혀라!'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 나는 천천히 걷다가 30야드 앞쪽에 골목길을 발견하고는, 걷는 속도를 서서히 올 렸다가 갑자기 뛰어갔고, 그러자 나에게 따라 붙는 두개의 기척도 속도를 올리고 서는 나를 따라잡으려고 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그 두개의 기척을 감별해 내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내가 누군가? 드래곤이 아닌가? 그 정도 기척을 잡는 것은 간단 한 일이다. 나는 골목으로 급하게 꺾어 들어갔고, 골목에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 고서 골목 중간쯤에 드러서서 발을 멈추고는 뒤로 돌면서 기본형의 모습으로 돌아 갔다. 다시 머리카락이 길어지고, 색도 붉게 변했으며, 얼굴의 골격과 신체의 근 육들이 변화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로브의 색이 붉은색으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 은 채 2초가 되지 않았다. 나는 씨익하고 미소지으면서 왔던 길로 천천히 되돌아 걸어갔고, 세발자국을 뗏을 시간에 두명의 남자가 헐떡대면서 골목앞에 도착하고 는 내가 없어지니까(?) 상당히 의아한듯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그들을 피해서 다시 거리로 나왔고, 그둘은 나를 한번 흘끔 쳐다보고는 머리 색과 그 길이, 얼굴의 형태, 골격의 차이를 보고서는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나 본 지 골목길로 들어갔다. 아마도 내가(?) 골목길을 관통해서 반대쪽으로 나갔으리라 고 생각하는가 보지만, 그거 상당히 늦은 판단이다. 후훗. 나는 여기있다고. 도적길드에서 따라붙은 떨거지들을 떨쳐 버리고는 나는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들 어가서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공작가로 되돌아왔다. 잠시 눈앞이 번쩍! 하는가 싶 더니 나의 몸은 어느새 미리안의 침대 옆으로 오게 되었다. 미리안은 상체를 일으 켜서 반쯤 누워있는 자세로 앉아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깜짝 놀라는듯 하더니 이내 나를 알아보고는 말했다. "아, 다녀오셨어요" "어. 그래. 누구 나 찾는 사람 없었지?" "없었어요. 일은 어떻게 되셨어요?" "물론 제대로 처리되었지" 나는 말하면서 도적길드에서 받은 봉투를 들어보였고, 그녀는 환하게 미소를 지 었다. 이걸로 노예들을 구출해 내는데 일보 전진! …일까나?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경매할 때의 주의점과 상품들(?)의 일반적인 가격에 대 해서 설명했고, 가벼운 인사말이 있을 뿐이었다. 대개 기본적으로 가격은 200펜의 수준에서 경매가 시작되어서 평균적으로 팔리는 수준은 1000~ 1500펜이라고 한다. 휘유, 비싼데? 기본가가 2천만원에서 평균가격이 1억 5천만원까지인가? 너무 빡센 가격 아닌가? 하지만 엘프들의 희귀성과 그 미모등을 종합해 보자면, 오히려 싸다 고 할 수 있는 편이군. 인간여자의 경우에는 500펜 수준에서 팔리고, 인간 남자의경우에는 3~400펜인가? 호오, 남자의 가격이 이렇게나 쌌다니, 역시 사람들은 남자보다는 여자를 더 좋아 하는 건가? 하지만 여기에도 버젓이 존재하는 남아선호사상은 도대체 어떻게 생각 해야 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음이군. 호오~ 통재라! "정식 초대장은 이틀 뒤에 나온다고요?" "응. 이틀뒤에 와서 받아가라고 하더군. 아마 그 서신에 경매장의 위치와 접선방 법등이 적혀져 있을거야. 그러고 보니까 이 경매장은 회원제로 움직이는것 같군" "잘 될까요?' "후훗. 잘 안될리가 없지. 날 믿어" 나는 자신만만하게 엄지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말했고, 미리안은 나를 잠시 위아래로 찬찬히 훑어 보고는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믿을 구석이 있어야죠" "……" 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어이, 미리안. 그렇게 해서까지 꼭 사람 기를 죽여야겠어? 물론 내가 미덥지 않 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의외로 나도 믿은직한 면이 있다고" 나의 말에 미리안의 귀가 잠시 쫑긋 하고 움직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 다. "의외로?" 상당히 추긍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 '의외로'라는 말이 가지는 뉘앙스가 이 상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 표정으로 말하지 말아줘. "……" "의외로?" …아마도 믿음직 할거야. "…아마도" "푸훗! 푸후훗! 믿을게요. 믿어요. 그런 표정 짓지 말아요" 그녀는 입을 가리면서 킥킥대고는 손을 휘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 에서 오늘도 패했다는 것을 상기하고는 다음번에는 꼭 이겨보리라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해오는 미리안을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가?! 난 기습에 약하다고! 나는 한숨을 쉬고는 미리안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아 주었다. "아야! 아파요오…" "시끄러. 아프지도 않으면서 무슨…" 그녀는 머리를 감싸쥐고는 나를 째려보았다. 어쭈, 째려보면 어쩔건데? 엉? 나는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서서 째려보아 주었고, 우리의 대치상황은 약 1분간 계속되었 다. 그렇게 눈싸움을 하던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것도 없이 그냥 크게 웃어버렸 다. 그래. 웃자, 웃자꾸나. 나는 일단 내가 건져올린 소식을 웬드렌과 드로바에게 알렸고, 그들은 매우 기뻐 하는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 주어서 나를 약간 곤혹스럽게 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경매에 참여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돌아다녔지만, 성과는 적었다고 한다. 거기에, 뭔가 일이 제대로 되어갈라고 하는 시점에는 미리안이 병에 걸려 버려서 발이 묶여버린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던 도중에 내가 아주 좋은 성과를 거둬내자 그들은 매우 좋아했고, 나는 그들에게 더 이상 정보를 모으러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다. 그들을 의아해 했지만, 나는 도적길드에서 여기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하고, 잘못하다가는 그들에게 이용당하던지, 아니면 꼬투리가 잡혀서 곤란해진다는 둥의 식상한 소리들을 늘어놓았다. 이런 뒷세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그들은 나의 말 을 완전히 믿는 눈치였고, 나는 그것에 상당히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계 획이 점점더 제대로 되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틀뒤, 나는 변신을 하고 길드에 찾아가서 '듀크 팬텀께 드리는 초대장'이라고 적힌 서신 한 통을 받아왔다. 물론, 이번에도 날파리들이 붙기는 했지만, 그들은 날 끝까지 추적하지는 못했다. 지난번에 내가 감쪽같이 사라져서 그랬는지 길드에 서는 추적인원을 5배 증강시킨 열명으로 나를 포위하다시피해서 내가 어느 귀족가 에서 나왔는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그것은 헛수고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엔 골목 길로 후다닥 들어가서 텔레포트를 해버렸거든. 아아, 중간에 나를 놓쳐서 얼이 빠 진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참 안타깝군. 원래대로 되돌리지 않은채 텔레포트를 했기 때문에 미리안이 갑자기 들어온 침입 자에 기겁하면서 비명을 지를 뻔 한 일은 작은 해프닝으로 넘어가자. "놀랐어요… 갑자기 다른 모습이었다니…" "미안 미안. 전혀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려면 어쩔수 없지. 자아, 그러면 슬슬 서 신을 읽어볼까?" "네. 그래요" 나는 밀랍으로 봉인되어있는 부분을 간단히 제거하고, 봉투안을 보았다. 그곳에 는 3개의 편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약도였고, 하나는 장소에 대한 정확한 안내서 였으며, 나머지 한장은 접선방법에 대한것과 간단한 인사말이었다. 허, 불법으로 노예경매장 운영하면서 정말이지 별걸 다하는군. 나는 인사말을 읽어보았다. "본 경매장을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본 경매장은 고객 여러분들의 취향과 편의에 맞춘 상품들을 준비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중이며, 그를 위한 수단 과 방법을 언제나 모색하면서, 고객 여러분들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 니다. 공사다망하신 와중에도 저희 경매장을 찾아주시는것에 대해 뭐라고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최대한 노력하여 고객분들의 만족을 위 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라는군" "그런 글을 보고 있자면 저희가 나쁜짓을 하는것 같아요" "아아. 동감이야" 안내장만 읽어서는 너무나 합법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군. 무슨 고 미술품 같은 것을 경매하는 경매장처럼 삐까뻔쩍하게 써둔 안내문이란… 후우, 정 말이지 일고 있는 나도 어이가 없어지는군. 나는 안내장 밑에 있는 경매장 접선방 법에 대해서 읽기 시작했다. "본 경매장의 약도는 고객분께 보내는 서찰에 동봉했으나, 좀 더 편히 오시게 하 기 위하여 구두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캐슬 노스 타운으로 오시면, 높은 탑이 하 나 있습니다. 성이 있는 쪽을 등지고 서서 탑을 보았을 때, 탑의 오른쪽 대로로 들어가시면 '라펠카 극장'옆에 '랜의 구두집'이라는 큰 구두매장이 있습니다. 구 두매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들어가시면 '귀족 전용매장'의 특별 입구가 있 을 것입니다. 그곳으로 들어가셔서 직원들 중 아무나에게 편지봉투를 보여주시면 곧바로 안내를 해 줄것입니다. 주차장도 있으니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주차장 은 한시간에 50길의 이용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거, 노골적이군. 귀족들이 드나든다고 빤히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잖아? 편지를 보건데 극장 옆에 입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마도 그 극장 전체를 경매장으 로 사용하는것이 틈림 없을 것이다. 주차장까지 세워놓고 이용요금을 받는 걸 보 면 아주 돗자리를 폈구만? 거기에 약도를 보자면 궁전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뭐라고 해야 할까? 깡이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등잔밑이 어둡다'라는 말을 실천하기 위함이라고 해야 하나? -69- 003.54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경매를 하는 날짜는 지금부터 일주일 뒤, 오후 13시부터 오전 8시까지 10시간으 로 예정되어져 있었다. 밤을 새는 일이었지만, 밤이 아니면 어떻게 제대로 경매를 할 수나 있을까? 거기에 낮에는 귀족들은 정치계에서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서 촉 각을 곤두세우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로를 찔려 죽일라고 벼르는 시간대라서, 낮 에 경매를 한다면, 그것은 별로 장사거리가 안된다. 부익부빈익빈이라서 돈이 있 는 사람은 돈이 항상 있고, 없는 사람은 항상 없어서, 일반 서민들이 경매에 참여 는 커녕, 구경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서 경매장같은 곳의 수입원은 대부분 귀족이 지.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매장의 시간대는 대부분 귀족들이 잘 참여 할 수가 있 는 그런 시간대, 즉, 밤에서부터 아침 시간대라는 소리지. 급한일이 없으면 하루 쯤 쉬는것은 아무것도 아니고, 하루밤을 새고서 쌓인 피로를 푸는 성직자를 구하 는 것도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어차피 그들은 돈이 넘쳐나는 그런 녀석 들이니까. 덧붙이자면, 경매일의 다음날이 바로 왕실에서 개최하는 무도회의 날이다. 무도 회의 준비를 위해서 그날은 모든 업무를 쉬는 날이기 때문에 귀족들은 성직자들을 부를 일도 없이 그냥 푸욱 쉬고서 무도회에 참가하면 되는것이다. 아마도 도적 길 드에서는 왕실 무도회의 날짜에 맞춰서 이번 경매일을 잡은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만 조금 더 많은 고객을 불러들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게다가 이종족 노예 경 매라는것이 그렇게 자주 있는 것은 아니고, 일년에 한두번 내지 두세번 있을 뿐이 니까 한번 하면 많은 손님을 불러모아서 과다경쟁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래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과연 어디다 사용할지 상당히 궁금하기는 했지만, 그 의문은 다음에 풀어보도록 하지. 일주일간의 시간이 우리에겐 남아있었고, 그 동안에 우리는 작전을 세워야 했다. 엘프들을 구해내서 공작가로 옮기는 방법과, 경매장을 인명손실없이 완전히 박살 내는 방법. 그리고 그 뒤에 뒷처리들. 일단 나는 경매장에서 엘프들을 싹쓸이 할 요량이다. 애든 어른이든 가릴것 없이 전부 싹쓸이를 할 생각이다. 엘 타칸리스에서 살던 엘프들이든, 다른곳에서 잡혀 온 엘프들이든지 그것도 가리지 않고, 엘프들이란 엘프들은 모조리 싹쓸이를 해버 릴 생각이다. 물론, 아이라 역시 사들일 생각이다. 미리안이나 나들 사람들은 어 째서 그냥 구해오지 않고 돈들여서 그들을 사들이냐고 따졌지만, 나는 아무런 대 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경매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것이 대답이었다면 맞아 죽을 듯한 분위기였으니까. 몰래 침투해서 엘프들을 데려오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다. 텔레포트 게이트 마법 으로 데려오면 되니까. 하지만 그것은 별로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첩보영화 에서 처럼 밧줄타고 들어가서 경비원들을 무력화 시키고 직접 데리고 나오는 것은 약간의 위험부담도 있거니와 상당히 귀찮은 육체노동이다. 그러니까 가장 좋은 방 법은 편하게 엘프들을 모조리 사들이고서 눈에 띄지 않도록 공작가로 데려오는 방 법을 생각하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이지. 아주 적당히 귀찮은(?) 방법이라서 나는 그 방법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생각이 그러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면, 어떻게 엘프분들을 이리로 데려오실 생각이시지요?" "글쎄요… 생각해보니 굳이 이곳으로 데리고 오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고급여 관 같은 곳을 한군데 빌려놓고, 거기를 사용하면 되겠군요. 아마도 제가 정체를 밝히지 않은 이상, 길드에서는 어떻게든 저를 추적하려고 할 것이고, 아무리 은 밀하게 이곳으로 엘프분들을 데리고 온다 하더라도 역시 꼬리가 밟히기 마련이겠 지요.그러니, 차라리 여관같은 곳을 빌리는게 더 좋을듯 싶습니다" 산다스는 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도 방금에야 생각난 사실이었는 데, 굳이 엘프들을 여기 공작가 저택으로 데려올 필요는 없었다. 내가 정령사라는 것을 끝까지 주장하려면 어떻게든 마법을 안쓰는 방향으로 일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엘프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다가 120% 붙을것이 확실한 도적길드의 추 적꾼들에 의해 '듀크 팬텀 = 산다스 빈 로즈마리 공작'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것이 고, 노예경매장을 드나든 귀족의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오를 것이며, 결국 산다스도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애시당초 산다스의 집에 드나들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닌가? 적당히 변장하고서, 다른 사람들을 세우고서 여관을 하나 통째로 빌 려 버리면, 그러고서 바람과 같이 사라져 버리면 다른 사람들이야 알게 뭔가? 그러자 곧 나의 머리에서는 여러가지 계획들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있었고, 나는 그 계획들 중에서 좋은점만을 추려 내었다. 계획들 속에는 주의사항이라든지, 기 타등등 세부사항들까지도 있는 것들 이어서 나는 따로 생각할것 없이 여러가지 계 획들을 적당히 짜집기를 하면 되었다. 하나에 대해 생각하면 그것에 대한 다른 사 항들이 자동적으로 줄줄이 떠오르는 드래곤의 뛰어난 뇌 덕분이지.(언제는 지겹다 고 해놓고선…) 나는 산다스에게 말했다. "적당한 변장도구를 준비해 주십시오. 이 집을 감시하는 자들의 눈을 피해서 저 희 일행이 나가 여관을 하나 잡겠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사람을 좀 빌려주셨으 면 합니다. 자한경과 뷔켄경이면 적당할 겁니다. 일단 안면이 있는 사람하고 일 을 하는것이 저희들도 편하니까요. 그리고 라펠카 극장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면 밀하게 조사해 주십시오. 3일뒤에 일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자한과 뷔켄을요? 네, 알겠습니다. 그녀석들 분량까지의 변장도구를 은밀히 준 비하도록 하지요. 라펠카 극장이라…. 노스 타운의 극장 말이군요? 진짜 소유주 가 누구인지 파악하는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오늘 내로 모두 해결해 드리도 록 하겠습니다. 더 필요한 것은 없으신가요?" "아직은 없습니다" 내 생각대로만 일이 되어 준다면야 아직까지는 더이상 필요한 물건들은 없다. 로 즈마리 공작가의 후광(?)이 있으니까, 얼마든지 필요한 물건들을 구할 수 있으니, 그런것들은 생각이 나는대로 요구하기로 하지. 나의 계획은 대충 이렇다. 일단 나와 우리 일행, 그리고 빌려온(?) 자한과 뷔켄 은 모두 변장도구를 착용하고, 내가 가져온 짐들과 같이 시내의 크고 비싼 여관으 로 가서 그곳을 통째로 빌린다. 그런 다음에 보통의 고급 마차(?) 세대를 구입하 고서, 마부를 각각 웬드렌, 드로바, 자한으로 세운다. 이 마차 세대는 내가 경매 장에서 사들인 엘프들을 태우는데 쓰일 것이다. 마부를 세우는데 있어서, 자한과 뷔켄 둘 중에 누구를 세울까 고민을 했는데,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서는 흥분을 잘 하지 않고, 냉정한 상황판단이 가능한 뷔켄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내 조수로 쓰이겠지만…. 그리고서 나는 절대적인 재력(드래곤의 힘이다. 이래서 권력은 가지고 봐야 한다 니까. 지금에야 환생하기전에 정치가들이 왜 그렇게 뇌물을 받아 쳐먹는지 이해가 간다)으로 경매장에 나온 모든 엘프들과 웬드렌의 딸인 아이라를 사들인다. 많은 눈총을 사겠지만, 뭐 어떤가? 변장도구에 가면까지 착용하고 나갈텐데, 내가 알게 뭔가? 그리고서 나는 마차 세대에 그들을 태우고는 빌려둔 여관으로 간다. 그동안 에 아마 도적길드에서 나온 추적꾼들이 붙겠지만, 여관으로 들어가는데 정체를 알 게 뭔가? 그리고 여관을 빌리는데 있어서 숙박계를 작성하는데 쓰는 이름은 듀크 팬텀이지, 라이니시스나 페이라 이그니시스가 아니라구. 그야말로 정체를 숨기는 데는 딱 좋은 일이다 이거지. 생각하고 보니까 정말로 간단 하더라구. 마지막으로 이일의 피날레를 장식 해야지. 내가 레어에서 가져온 나무통 안에 들 어있는 것들은, 지금 이 시대에는 엄청나게 귀하지만, 오버 테크놀러지의 살아있 는 사전인 나에 의해서 탄생된 화약들이다. 경매장으로 쓰인 극장의 소유주가 대 귀족이고, 또한 그 평판이 매우 않좋은 행실이 나쁜 귀족이라면 주저하지 않고서 화약통들을 극장에 설치한다. 그리고서 경매장으로 쓰인 장소로 침입해서, 경매장 의 장부를 빼내온다. 아마도 장부를 베껴놓기는 하겠지만, 이동 시키지는 않을 것 이다. 워낙에 귀한 자료는 그냥 그 자리에서 금고속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인간들의 머리래봤자, 거기서 거기거든.(아, 나도 인간이었지) 장부를 빼돌리고서 그날 밤에 있을 왕실 무도회장으로 몰래 침입을 한다. 아마도 몰래들어온 나를 보고서는 대 혼란이 벌어지겠지. 그 동안에 산다스는 나의 각본 에 의해서 왕을 지키는'척' 하며 왕의 점수를 딴다. 그리고서 나는 귀족들을 실컷 조롱해준 다음, 왕에게 경매장부를 넘겨주고, 멋지게 탈출한다.(탈출방법에 대해 서 여러모로 궁리를 해봤다. 장미꽃잎을 휘날리면서 사라지는 방법에 제일 끌렸지 만, 그것은 왠지 나르시즘의 절정에 달한 놈이나 할 짓 같아서 평범하게 연막탄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 뒤는? 왕이 제정신이 박힌 녀석이라면, 그 근처에 왕당파 귀 족들이 모여있다면, 장부가 공개될 때, 경매에 참여한 귀족원파 귀족들에게는 대 타격이 되고만다. 국법이라는것이, 원래 귀족과 서민들 사이에는 절대 쓰이지 않 는 엿처먹을 물건이지만, 귀족과 귀족들 싸움에는 빌어처먹을 정도로 잘 이용되는 물건이라서, 아마 화기애애한 무도장은 살기충만한 장소로 변할 것이다. 아아~ 인 간들의 표변성이여! 오호~ 통재라~. 그렇게 되면 경매에 참여한 귀족파의 귀족들, 그리고 왕당파의 귀족들 모두 타격 을 입지만, 아마도 왕당파 귀족들은 국법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노예경매에는 그다지 참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귀족들에게는 대 타격이지. 그로 인해 서 최종적으로는 왕권의 승격이 이루어지게 되고, 귀족들의 기득권은 약화 된다. 왕권이 강해지면, 왕은 자신의 힘을 이만치나 높여준 사건인 노예경매를 확실하게 단속하여 국민들의 민심을 사려 할 것이고, 그로 인해서 레리첸트 전역의 노예 경 매장은 싸글이 대 청소~가 된다는 것이지. 아, 물론 왕이란 녀석의 대갈통에 뇌라는 장기가 제대로 박혀 있을 때 그러겠지. 하지만, 왕이 썩어 문드러진 흐물흐물한 슬라임 같은 뇌를 가지고 있더라도, 산다 스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것이다. 자신의 허리를(남자의 목숨과도 같은) 치료해 준 웬드렌 군의관의 따님이 걸려있었던 문제이고, 그도 귀족이다보면 이 사건으로 자신의 입지를 높이고 싶어할테니까 말이야. 나는 사건이라는 바늘에 계기라는 미 끼를 던져 줄것이고, 나머지는 욕망이라는 머리를 가진 물고기가 인간이라는 몸체 를 끌고 와, 미끼를 두고서 지네들끼리 피터지게 싸운 다음, 최종적으로 남은 물 고기는 바늘까지 꼴딱 삼켜 버리는 것이다. 내가 제공하는 것은 바늘과 미끼뿐이 다. 나머지는 인간들이 알아서 발버둥 치게 되어있고, 나는 그 사이 엘프들을 데 리고서 엘 타칸리스의 산맥으로 떠나면 그만이지. 내가 떠난 뒤에 인간들이 어떻 게 되든지, 그거야 내가 알게 뭐람? 결국, 그들은 내가 만들어둔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햄스터 같이 뺑이치 는 일 외에는 한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그 중 한명이 영광을 차지 하겠지만, 서로가 흘리는 피가 워낙에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인간들은 싸우고, 싸운다. 엘프들은 그 사이에 발을 뺀다. 드래곤은 그것을 보면서 웃는다. 결국, 힘쓰는 것은 인간이요, 이익은 엘프들과 드래곤이 보는것. 자아, 인간들이 여! 한번 열심히들 해 보게나! 크하하하하핫! -70- 003.55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하여 대기하는 3일동안 무슨일이 일어났느냐 하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크악! 돌은 던지지마!) 내가 생각해도, 어째서 3일 뒤로 날짜를 잡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기껏 한 일이라고는 미리안의 병 을 '엘프 특유의 생리통'정도로 꾸며대서 어물쩡어물쩡 넘어가서 미리안이 지금은 침대 생활을 벗어나 있다는것 뿐이었다. 정말로 내가 왜 3일 뒤에 일을 벌인다고 말해서 이렇게 심심하게 만들어 둔것인지, 결국 나란 녀석은 계획없이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움직이는 그런 녀석이었던가?! "네" "…너무 딱잘라서 말하는데?" "상념을 무의식중에 표출한다는 것은 결국 그것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기 때문이 라고 책에 쓰여있던데요?" "그렇다고 그렇게 딱 잘라서 말할 필요가 있나?" 나의 말에 미리안은 생글생글 웃는 표정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에 담 긴 뜻은 아마도 '있어요'일 것이다. 허허허… 미리안아. 너의 그 한마디 한마디는 나로 하여금 생활의 활력이 온몸에서 몽땅 빠져나가게 만들어주는구나…. "라이니시스씨.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만?" "수고하셨어요. 그럼 나가볼까요?" 한 120살쯤 보이는 중년으로 변장한 뷔켄이 들어와서 말했다. 나는 가발의 느낌 이 조금은 불편하다고 생각하면서 배낭을 들고 미리안과 같이 문을 나섰다. 지금 나의 모습은 평범한 보통의 청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붉은 머리는 갈색의 가발로 가려져 있었고, 가발의 길이는 단발이었다. 이건 나의 머리길이 때 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머리를 잘라서 적당히 다듬어도 괜찮겠지만, 귀찮 고, 또 자라게 하는 일도 귀찮다. 아아~ 드래곤처럼 세상에서 태만한 종족도 없을 거란 말이야. 그리고 가발을 벗으면 당장에 장발이 되니까, 나중에 급하게 변장을 풀고서 이목을 속여야 할때는 훨씬 더 빠르게 변신(?)이 가능하지 않겠어? 그러니 까 이것은 일종의 합리적인 계획하에서 가발을 쓰는 것이라고. 절대, 절대로 귀찮 아서 그러는것이 아님을 밝혀두는 바이다.(그러면 먼저말한 저 내용은 뭐야?) 미리안의 모습은 완벽한 인간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금발은 변장하 기전의 나와 같은 적발을 하고 있으며, 그 길이는 본래의 길이와 같았다. 긴 귀는 인간처럼 완전하게 줄어있었으며, 새하얗고 보드랍던 얼굴에는 약간의 주근깨들이 피어있었다. 성숙한 이미지의 처녀에서 약간은 애티가 남아있는 애교있고 말광량 이 같은 젊은 처녀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할까? 그녀의 경우에는 귀때문에 내가 마 법을 사용해서 변장을 시켰다. 물론 나는 아주 훌륭한 변장기술로 변장을 시켰다 고 사람들에게 납득 시켰으니까. 쉽게 납득 했냐고? 의외로 쉽게 납득 하더군. 아 마도 내가 드래곤에게서 인정받은 사람이고, 강력한 검사에 정령사에, 엘프의 남 편이라고 생각하다 보니까, 무엇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사람들의 반응 이었으니까. 나와 미리안은 자한과 뷔켄을 대동하고서 걸어서 여관으로 가기로 했고, 우리가 공작가를 나가서 한시간쯤 뒤에 드로바와 웬드렌이 마차를 가지고 뒷문으로 나와 서 여관으로 오기로 했다. 웬드렌의 경우 변장하는데 약간 괭하기는 했지만, 어떻 게는 지금의 나이보다는 좀 더 젋어 보이는 나이로의 변장이 가능했고, 드로바의 경우 아주 간단하게 웬드렌의 나이로 보이게끔 변장을 하게 했다.(드로바가 그만 큼 늙어보인다는 소리인가?) 우리는(나와 미리안, 자한과 뷔켄) 보자면 마치 보통의 귀족들처럼 보이기도 한 다.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그 아래 자식 두명으로 이루어진 편안한 가족같은 느 낌이 들지만, 자한과 뷔켄의 표정은 상당히 어두웠으므로 걷보기에는 그다지 화기 애애하진 않다는 것을 미리 알려둔다. 나라고 해도 노인으로 변장하고서는 즐거운 표정을 지을 수는 없을테니까 말이야. 물론, 연기력을 발휘하면 얼마든지 웃는 표 정뿐만 아니라 나이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겠지만, 자한과 뷔켄은 연기와는 왠지 거리가 먼 그런 사람들이었고, 따라서 그들이 자신들의 변장한 모습에 대해 통감 해 하면서 표정을 어둡게 만든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아마 지금은 어떤 위로도 그들의 표정을 바꾸지는 못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분, 잘 어울리는데요?" "그, 그러십니까?" "정말이요?" 정정한다. 미리안이 생긋 웃으면서 말한 위로는 순식간에 그들에게 환한 미소와 당당한 걸음걸이를 주었다. 으으으, 이봐! 자네들 지금 유부녀의 칭찬듣고 그렇게 기뻐하는거야?!(내가 왜 흥분하는거지?) "뭐, 뭐라고요?" "일주일간 이 여관, 통째로 빌린다고 하였습니다. 안에 숙박손님이 있으면, 3일 내로 퇴거시켰으면 하는데요? 물론 그분들에게도 보상금을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왜요? 안되나요?" "저기… 아시겠지만, 저희 여관은 좀 비쌉니다만?" 여관의 지배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우리들의 모습, 그러니까 말도 없이 터덜터덜 걸어서 오는 모습을 보고는 돈이 별로 없을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는다 본데, 나는 그의 말을 듣고는 '세상에 이보다 더 가소로울 수가 있나'라고 말하는 것처럼(말 하자면 싸가지는 개밥에 물말아버린듯) 피식 웃고서는 허리에 매달려 있던 가죽주 머니를 열어서 그 안에서 손가락 한마디만한 다이아몬드를 꺼내었다. 그것도 드워 프제다. 드워프제. 같은 크기의 같은 순도라면 인간과 드워프가 세공한것의 차이 는 엄청나다. 말하자면 네모난 금괴와, 같은 무게의 순금 불사조상의 차이라고나 할까? 보는 각도마다 다른 빛을 반사하는, 투명하기 그지 없는 다이아몬드를 꺼내 자 마자, 그 지배인을 비롯해서 그 근처의 직원들 모두의 시선이 내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아마도 환한빛이 한순간, 호화찬란한 홀의 샹들리에의 빛을 누르고 번쩍 거린 느낌이었다. 나는 그것을 지배인의 손에 쥐어주면서 말했다. "이걸로 무리일까요?" "다, 다다, 다다다다다당치도! 당치도 않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최고 의 방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아, 손님들이요? 3일 이내로 여관을 비워드리겠습 니다!" "아, 네. 부탁드리죠" "옛!" 지배인은 허둥지둥 다른 직원들을 챙겨서 위로 올라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씨익하고 미소지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그런 내 모습을 경외와 질시의 감정을 듬 뿍담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 친구들. 드래곤의 재력은 인간들이 따라오지 못 할 수준이라네. 그렇게 쳐다봤자 어쩔 수 없는거야. 아, 그건 그렇고 조금 아깝다 는 생각이 드는군. 드워프제 세공 다이아면, 이 여관을 통째로 사버리고도 남을텐 데 말이야. 고작 일주일 빌리는데 보석을 내놓다니, 이 여관은 개장 이래에 최고 의 흑자운영을 하게 되었구만? 잠시후, 우리 일핸은 두명씩 니뉘어서 최상층의 최고급 스위트룸으로 들어가게되 었으며, 아주 극진한 취급을(?) 받게 되었다. 이런 방은 전용의 하인들이 있어서 얼마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만큼의 팁이 약간은 들어가게 되어 있지만,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자한과 뷔켄에게 적당한때 팁을 주라면 서 5펜짜리 금화 100개를 주었고, 그들은 상당히 놀라하는 눈치였다. 나는 어차피 드래곤의 레어에서 나온 돈이니까 부담말고 쓰라고 하였으나, '드래곤의 레어에서 나온 돈'이라는 점에 더욱 더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는 미리안과 같이 들어와서는 방을 둘러보면서 말했따. "허어, 이거 내방보다 더 좋아보이는데?" "그, 그러네요?" 크기는 내방과 크기가 같지만, 좀 더 많은 사치품과 좀 더 호화로운 인테리어는 확실히 최고급 여관이구나 라고 생각하기에 만들었다. 이곳은 여관이라기 보다도 호텔에 가까웠지만, 이들은 숙박시서을 모두 싸잡아서 여관이라고 부르고 있었기 에 어찌 들으면 촌스럽게도 들릴수 있다. 하지만 척 보면 딱하고 알게끔 만들어진 건축물은 이곳이 여관이라는 느낌을 거의 지워 버린다고나 할까? 그거야 호텔이란 것을 알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지만. 아, 여관이름을 여태까지 소개하지 않았군. 이 호화스러운 최고급여관의 이름은 플래티넘 인Inn이다. 다른 수식어 필요 없이 백금여관이라는 말로 모든것을 표현 하는 심플하고도 깊은 뜻이 담긴 작명센스라고 할 수 있겠다. 조금 뒤, 숙박계에 적은 나의 이름, 팬텀을 찾아서 온 손님 두명이 와 있다고 기 별이 왔고, 나는 다른 사람들을 모두 불러서는 내려갔다. 그곳에는 마차를 끌고온 웬드렌과 드로바가 변장을 한채로 있었다. 웬드렌은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들어서 인사했다. "여기오. 라이… 아니 팬텀" "이거이거, 렌드웬씨가 아니십니까? 오랜만입니다 그려?" "하하! 팬텀씨. 여전히 건강 하시군요! 하지만 이거 여관을 전세내다니…… 조금 심했습니다?" "나흘뒤에 있을 일때문에 거점이 필요했으니까요. 괜찮지 않아요?" 나는 아주 순진한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웬드렌은 나의 표정을 보더니 크게 웃 으면서 말했다. "괞찬냐고? 괜찮냐고요? 하하하핫! 괜찮다 못해 굉장해서 쓰러질 지경입니다! 처 음엔 저도 정말 이런장소를 빌렸을까 싶어서 반신반의 했어요! 하하하! 매번 보 는 모습이지만, 정말로 당신은 굉장한 사람이에요! 하하하하!" 아… 마치 딴사람같다. 나는 내색하지 않고, 예전부터 많이, 자주 봐오던 모습이 라는 듯이 표정을 유지했고, 웬드렌은 살짝 눈웃음을 쳐주었다. '제법인데?'라고 말하는 듯 하는 느낌. 으음… 세월의 연륜만이 연기실력을 쌓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으신 것이라면, 천년동안 살아온 저는 뭐가 될까요? 나는 손을 들어서 종업원을 불렀다. "여기, 이 두분. 저희와 같은 수준의 방으로 안내해 주세요. 두분, 짐이라도 좀 풀어놓으시고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여관을 통째로 전세냈으니까, 어떤방을 달라고 내가 요구를 하던, 상관이 없지. 웬드렌은 드로바와 같이 종업원의 안내를 따라서 올라갔고, 나는 잠시 그들을 기 다렸다. 아마도 내가 올라간 잠시동안, 여관에 있는 식사하는 손님들을 모두 퇴거 했는지, 드넓은 홀에는 나와 우리 일행, 그리고 그런 우리를 이채로운 눈으로 바 라보는 종업원들 외에는 없었다. 뷔켄은 우리에게 보내어지는 시선이 참 불편한지 약간 목을 두어번 꺾고는 말했다. "팬텀경. 이제부터 어쩌실 생각이시죠?" "글쎄요. 보석상을 몇군데 돌아봐야죠. 감정을 해야 보석도 써먹을 테니까. 감정 을 하지 않더라도 20000펜 이상 나가는 물건들이지만, 감정서라도 있어야 현금화 하기 쉬워지지 않겠어요?" "그렇군요…. 그러면 보석상으로 가실건가요?" "아뇨. 그 전에 마차와 말부터 구해야겠죠. 걸어다니는것은, 건강엔 좋지만 행동 력에는 도움이 되질 않잖아요?" 고급마차. 튀지는 않지만 척보면 고급이라고 생각되는, 그러나 평범한 그런 고급 마차 세대를 구해야 한다. 어째서 고급이냐고? 경매장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서지. 타고 다니는 물건의 품질로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어느 시대, 어느 차원을 가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고급마차를 타는것은 곧 귀족이라는 것을 뜻했으니까. 그리고 옷을 좀 사야지. 미리안은 동족들이 사고 팔리는 것을 볼 수 없어서 들어가지 않 을테니 드레스 비용은 굳었고, 나와 뷔켄만 들어가면 되니까 고급양복 두벌만 맞 추면 되는 것이군. 아니, 그 정도야 레어에서 가져오면 될것이 아닌가? 하지만 인 간들이 입는 양복이 어떤것인지, 궁금해 지는군. 나흘동안 양복을 한벌 만들라고 하면 상당히 어렵겠지만, 황금만능주의는 여기에도 버젓이 살아있다. 보너스만 두 둑하게 쥐어주면 목숨걸로 양복 재단할 사람들이 여기에도 있지. 쳇, 이래서 물질 주의는 싫다니까. -71- 003.56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경매일까지의 4일동안, 준비는 아주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들어간지 이틀만에 여관측은 숙박객을 모두 퇴거시켰고, 덕분에 우리는 종업원들의 발소리 와 자신들의 말소리 이외에는 다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조용한 환경에서 생 활할 수 있었다. 여관측은 총 인원 6명 외에 다른 손님들이 없는 것을 보고서 약 간은 이상하다는 반응을 취했으나, 불만은 없었다. 여관을 통째로 매입할 양의 다 이아몬드를 일주일 숙박치로 지급하였으니, 무슨 불만이랴? 종업원들은 오히려 일 이 없어서 편히 쉰다는 것에 더 즐거워 하는 듯이 보였고, 특이 우리 일행이 묵고 있는 방의 전속 하인과 시녀들은 두둑히 들어오는 팁에 매우 만족감을 느끼고 있 었다. 종업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방의 시중을 드는 일을 하지 못해서 매우 억울하 다는 여론이 쏟아져 나올듯 싶었다. 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횡재한 것이 라고.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제국의 인간심리연구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제리트 K 리드 만이라는 사람은 '사람과 사람 : 사람을 다루는 것은 사람이다'라고 하는 책을 저 술했다. 연구서에 가깝다고 말 할수 있는 이 책은 보편적인 인간들의 행동 심리와 그에 따라서 사람을 다루거나 이용하는 방법과, 그런 방법등을 미연에 알아채고서 차단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는데,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리스마다. 사람은 성별을 떠나서 그 사람의 인격과 행동, 언행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따를가 말까 하는 것 을 결정하고, 커다란 반전이 없이 한번 사람을 따르게 된 사람은 계속 그 사람을 따르게 된다. 마치 거대한 후광이 자신을 비춰주는 듯한 카리스마를 가지게 된다 면, 자연스럽게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하지만 돈이라는 물질은 더욱 더 막대한 카리스마를 풍기게 되어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상황이라면 돈을 풀어라. 그것은 카리스마 보다 더 밝게 빛나고, 더 눈에 띄면서, 더 현실적이고 물질적이 기 때문이다' 나는 그 책에 쓰여있는 대로 단기간에 돈을 푸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다루는 것이 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돈으로 사람을 부리기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너무 물질적이고, 황금 만능주의 적이라서 싫은 기분이 들지만, 이 방 법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번일이 끝나면, 한 세대가 교 체되기 전에는 난 별로 인간사회에 나오고픈 생각이 없거든. 여러가지 생각을 하 고 있던 물건들도 만들어 보고, 책을 읽으면서 50년 정도는 편안하게 보내볼까 하 기 때문에 괜히 카리스마 풍겨서 사람들 기억속에 남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 그 래도 남겠구나. 여기 여관 사람들에게는 돈이 곧 카리스마니까. 오늘은 경매의 당일이다. 오늘 밤부터 새벽까지 노예경매를 비롯한 각종 장물들 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역사적이고도 구린내가 엄청 풍기는 날이지. 나는 잠시 창 밖을 보았다. 해가 비스듬히 떨어지는 지금 시각은 오후 8시. 경매까지는 다섯시 간이 남은 시각이고, 지금쯤은 최종점검을 할 필요가 있겠지…라는 생각에서 나는 최종점검을 시작했다. "자한씨, 마차와 말들은?" "마차 세대, 말 열 두필. 모두 괜찮습니다. 누가 말구유에 독약이라도 타지 않는 한 쌩쌩합니다" 자한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절대로 안전하다는 제스춰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 틀전에 고급 마차시장에 가서 수수한 디자인의 4구 4륜 차마 3대를 구했다. 최대 탑승인원이 6인용이라고 되어있는 이 마차는, 내가 경매장에서 데리고오게 되어있 는 엘프들과 아이라를 태우기 위한 것이다. 다른 이종족이나 인간들은, 조금 불쌍 하지만 하루정도는 참아 줘야겠지. 그시간에 강간이라도 당한다면, 조금 불쌍하기 는 하겠지만, 나랑은 관계없는 사람들이니 논외다. 쓸데없는데 돈쓰고 싶은 마음 도 없지. 어차피 구해질 사람들이잖아? 내 계획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다고. 있다 면 없게 만들어 주겠어. 나는 화장대에서 변장도구를 가지고 끙끙거리는 뷔켄을 보며 말했다. "뷔켄씨. 변장은요?" "아직… 기다려 주십시오" 뷔켄은 지금 자신의 체격과 자신이 입은 턱시도에 어울리는 변장을 하느라고 저 렇게 고생중이다. 처음의 노임 복장도 괜찮았지만, 그것은 털레털레한 옷을 입을 때나 적용되는 것이도, 아주 쫘악 빠진 턱시도를 입으면, 그의 젋음이 폭발하듯이 근육들이 탄탄하게 만들어진 그의 체구가 드러나기 때문에 그것과 어울리는 변장 에 상당히 신경써야 했다. 미리안이 화장기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도 와주었겠지만, 엘프는 원래 화장같은것을 안하는 종족이나. 화장을 안해도 자연미 가 철철 흐르는게 아주 예쁘지만 말이야. 나는 잠시 한숨을 쉬어주고는 말했다. "미리안은 여기서 대기니까 상관없고, 웬드렌씨와 드로바씨는 어때요?" "솔직히 말해서… 심장이 터질것 같다네. 아이라가 거기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로 온몸이 오그라들어 버릴거 같아. 허허, 여태까지 정말 어떻게 견뎌왔을지 나 도 이해가 잘 안된다네…" "저도 그렇습니다…. 아이라가 걱정이 되어서…" 한 여자의 사랑을 받는 두 남자는 다른 두가지 종류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한 여 자를 걱정하면서 수심에 잠겨 있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정상으로 보이려고 노 력했지만, 날짜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들은 자신 의 초조함을 참는데 많은 양의 인내심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마치 일 분이 한시간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가서 아이라를 데려오지 못하는 것이 상당히 아쉬운 모양이었지만, 현명하게도 그들은 자신의 인 내심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거기를 가서 아이라를 만난다면, 금세 눈 길을 끌것은 확실하며, 잘못하면 엘프들 조차도 구하지 못하게 되는것을 알기 때 문에 그들은 참고, 또 참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 참고 있는 것이었다. 경매. 사려는 사람이 다수인 경우, 그들을 서로 경쟁시켜서 가장 비싼 가격을 부 르는 이에게 물건을 파는 상품판매의 한 방법이다. 과도경쟁으로 달아오르는 뜨거 운 열기는 사람들에게 서로 전염되고, 사람들은 자신의 뿜어대는 열기와 다른이들 의 뿜어대는 열기에 힘입어 과도한 경쟁에 나선다. 자기절제를 하고, 현실과 타협 을 해서 물러서는 사람들도 있지만, 충동구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자신에게 아 무런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사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그 자신을 이렇게 자위하 겠지. 나는 경쟁에서 이겼다… 라고. 인생은 거대한 전쟁터이며, 살아가는 것이 전쟁이라고 볼때, 경쟁을 해서 하나의 목적을 이루는 것은 전투에서 승리한 후의 승리감과 성취감에 도취되게 만들어 준 다는 말은, 아마도 경매라는 행위보다도 잘 어울리는 일은 몇개 없을 것이다. "네! 350펜 나왔습니다. 360펜 없으십니까? 아, 저기 신사분이 손을 드셨군요!" 나는 남보다 더 잘났다. 잘났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돈이 많다. 따라서 이런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얼굴은 웃 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인 이렇게 외치고 있을 것이었다. 인간의 본능에 기인하는 3대 욕구를 제외하고, 인간에게 가장 큰 욕구를 들어보라면 그것은 아마 소유욕일 것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다! 더 좋은것! 더 비싼것! 남들보다 더 특별한 것을! 가 지고 싶어! 갖고 싶다! 음적인 소유욕은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한순간에 정신을 장악해 버린다. 그 모습 은 얼핏 광기마저도 느끼게 하는 모습으로, 추악하다. 본능에 기인하지 않는 후천 적인 욕구이기에 더더욱 더럽고 추악하다. 세상에는 많은 소유욕이 있지만,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소유욕만큼 더럽고 지저분한 소유욕은 없을 것 이다. 욕망이라는 것은, 밝은쪽 보다도 어두운 쪽으로 지향되게 만들어진 감정이 니까 말이야. 「좋은 지적이다 주인. 이 공간은 음적인 욕구들로 가득 차있어. 황홀하군」 싸이는 이 공간의 중심부 지하에서 사람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감정들을 먹고 있는 중이었고, 그 때문에 그와 정신적으로 이어져있는 나에게도, 그가 먹고 있는 감정 들이 일부나마 느껴졌다. 순수한 소유욕과 수집욕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 기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두운 소유욕을 지니고 있었고, 아직 그 대상이 나오 지 않았다는 것에 더욱더 큰 욕망을 뿜어내고 있다. "팬텀경. 아직입니까?" "노예경매는 새벽이죠. 지금은 여러 물건들을 경매하는 중입니다. 합법적인 운영 과 불법적인 운영을 동시에 하면서 이중장부를 만들죠" "그렇군요. 그러다보니… 이곳의 공기는 상당히 기분나쁩니다" 감각이 단련되어있는 날카로운 검사인 뷔켄은, 약간이나마 이곳에 쌓여있는 거대 한 욕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정신이 에너지로 실체화가 되어 폭발한다 면 이 근방 2마일(약 3.2KM)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만한 욕구다. 거기에 감 정이란 것은 지성체가 집단으로 모여있을 경우에는 하나의 군체가 되어버리기 때 문에 다른 감정표현에 사용할 감정들도 전부 한쪽으로 몰려서 표출된다. 군중실리 라는 것이 그래서 무섭다고 말하는거지. 하나의 집단심리가 집단을 지배하기 시작 하면, 그 집단의 소속원들은 전부 그 감정만을 바치도록 자연스럽게 강요당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따르지. 지금의 이 경매장의 경우도 그렇다. 저열하고 지저분 한 은적인 소유욕을 방출하도록 강요당하면서도 즐겁게 소유욕을 배출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으윽, 구역질이 나오려고 하는군. "마차를 돌보는 다른사람들이 부럽습니다" "그렇네요. 팬텀경" 자한은 나의 말에 전적으로 수긍했다. 자한과 웬드렌, 그리고 드로바는 지금쯤은 우리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든가, 아니면 마차에서 자고 있 을 것이다. 아, 시간이 15시가 넘었으니 만큼, 자고 있을 확율이 높다. 나는 한숨 을 쉬면서 테이블위에 올려진 주스를 한잔 마셨다. 대량의 카페인이 함유되어있는 이 주스는, 경매도중 잠을 자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경매장의 세심한(?) 배려라 고 할 수 있겠지. 음식이나 음료에도 잠을 쫓아내고, 강제적으로 활기를 주는 약 품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나는 먹으면서 정말로 찹잡한 기분을 느꼈다. 으윽, 화 확물 덩어리는 환생하고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때, 나의 귀로 새로운 물건을 설명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아! 여러분 보시죠! 여기있는 이 검으로 말할것 같으면, 1000년전에 최초이자 최후의 드래곤 슬레이어가 쓴 그 전설의 마법검입니다! 고대의 물건 이라고도 불 리워지는 이 검은, 어느 용감한 모험가들이 세계각지에 있는 영웅의 무덤을 돌아 다니면서 30년만에 발견해낸 보물입니다! 아직도 사용이 가능한 이 물건은, 고대 의 마법이 봉인되어있다고 하고, 드래곤도 일격에 물리칠 거대한 힘이 숨겨져 있 다고 전해지는데요, 숨겨진 힘을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은 보통의 마법 검입니다만, 혹시 압니까? 여러분에 손에 들어가자마자 환한 빛을 발하며 봉인을 풀지도 모릅니다! 자아! 가격은 300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헤에, 드래곤 슬레이어의 마법검? 그것도 내가 태어나던 시절이네? 나는 잠시 앞 주머니에 꽂혀있는 식별능력의 안경을 꺼내서 그것을 살펴보았다. 에… 그러니까 이런 옵션에 저런 기능이… 호오… 저 물건은… "진짜인데?" "예에? 지, 진품이요?" "네. 진품입니다. 사회자의 말은 사실이군요. 큰 힘이 숨겨져 있습니다만, 드래 곤을 일격에 물리칠 물건은 아니에요. 조금 과장을했군요. 하지만 저것을 들고서 드래곤과 싸운다면, 어느정도 싸움은 되겠죠" "그, 그렇습니까?" 뷔켄은 눈을 흡뜨고는 검을 보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자신에게돈이 있 다면 저것을 사버리고 싶다는 표현이겠지. -72- 003.57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아마도 검사로서의 피가 끓어오르는가 보다. 좋은 호적수와 좋은 검은 검사에게 있어서 최고로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어주는 존재니까 말이야. 뷔겐은 그런 의미에 서 몸을 떨고 있는 것이겠지. 흐흠, 흥분되는 것이겠군. 음적인 소유욕은 보이지 않고, 순수한 열망만이 저 검을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나 한테도 저 물건이 상당히 탐나는 종류이다. 나는 생긋 미소지으면서 손을 들어올 렸다. "네, 저쪽 신사분이 1500펜 부르셨습니다! 1510펜 없습니까?" 내가 손을 들자 뷔켄은 나를 상당히 놀라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런 검은, 상 당히 구하기도 어렵지. 아, 물론 내가 이것을 사서 뷔켄에게 선물을 한다든지 하 는 쓰잘데 없는 짓거리는 절대 안한다. 일단 판명된것으로만 보아도 저 검에 담겨 진 힘이 풀려날 경우에는 저 검 한자루로 인해서 엄청난 피의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일단 봉인되어있기는 하지만 검 자체에도 의지가 있는 검 같 았지만, 그 중추가 되는 에고 쥬얼Ego Jewel이 빠져있거든. 지성체의 중심이 되는 에고 쥬얼이 빠져있다면, 힘은 아마도 분별력이 없이 아무의 손에 들어가도 상관 없이 사용되게 되어질 것이다. 아마도 그 1000년전의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양반은 이 힘이 풀릴것을 두려워해서 검을 봉인한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본다. 그것이 어쩐 기회인지는 몰라도 이렇게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나보고 검을 봉인해 달라는 1000년 전의 의지가 아니고 뭐겠는가? 그러니 내가 친히 검을 구매해 주는 수밖에는. 크하하하학!(자기합리화, 자기합리화) "1720펜! 1720펜입니다! 1730! 1730없습니까?" 어느새 가격은 1730펜으로 올라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었다. 아마도 1000년전의 마법검이다 보니까 그런가 본데, 이러다가는 한 2000펜 까지 가격이 올라갈것 같았다. 나는 그래도 여유있게 손을 들어서 가격 을 높이는데 일조 했으며, 경쟁은 계속되었다. 음… 경매라는거 의외로 재미있는 데? 그러는 도중, 갑자기 나의 즐거움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3000펜 내겠다! 어디한번 해보시지!" 외친것은 나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앞자리의 한 강단있어 보이는 남자였고, 그 는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이 벌떡 일어서서는 강력하게 외치고 있었 다. 허어, 저런 싸가지 없는 자식이 있나? 순식간에 가격을 두배가까이 올려서 경 매의 즐거움을 한순간에 파탄내는고로…. 사람들은 모두 감탄의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고, 그는 어깨를 당당하게 편채로 고개를 쳐들고 거만한듯이 서있었다. 젠장 맞을 녀석일세? 나는 저런자식이 제일로 싫더라. 나는 표정을 굳히고는 손을 들면 서 낮지만 확실하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6000펜" 술렁거리던 경매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나는 팔짱을 끼고는 '어디 한번 해보시지'라는 뜻을 담은 조소를 머금었다. 그 남자는 순식간에 얼굴을 일그 러뜨렸다. 어때? 너의 정확하게 두배다. 한번 해보자구? "유… 6000펜 나왔습니다! 더 없습니까? 6000펜 이상 부르실분 없으십니까? 셋을 세도 더이상 없다면 저쪽 신사분께 낙찰해 드리겠습니다! 하나! 둘! 셋!" 경매진행자는 나무망치를 세번 두들기고는 말했다. 탕! 탕! 탕! "낙찰입니다! 저쪽 중앙의 신사분께 6000펜으로 낙찰입니다!" 짝짝짝짝짝…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무대위에 작은 관에 안치(?) 되어있던 검이 나에게로 오게 되었다. 나는 테이블에 올려진 검을 살펴보고는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 덕이면서 6500펜의 감정서가 적힌 감정서와 그것에 따른 붉은 루비 하나를 내밀었 다. 이곳에 오기 하루 전인 어제에 보석들을 들고서 보석상이 밀집해았는 장소로 가 서 감정을 했는데, 난리도 아니었었지. 보석상가가 생기고난 이래로 최대의 거래 량이었으니까. 내가 말했었지? 현금 동원가능한 금액이 레리첸트의 1년 예간과 맞 먹는다고. 그 말 그대로 거의 레리첸트의 1년 예산에 육박하는 금액의 보석감정이 이루어 졌다. 무엇보다도 드워프가 세공을 가한 것이기 때문에 일반 보석들보다도 가격차이가 거의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때문에 소규모양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돈이 생기게 되었다.(아니, 확인되었다) 지금 내가 내놓은 루비도 마찬가지지. 손가락 한마디 만한 크기인데, 인간이 세 공했다면 많이 잡아도 1200펜 이상 안나오는 것을, 드워프의 손이 닿으면 6000펜 이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크하하핫! 드워프 만세다! 감정서와 보석을 가져간 직원은 잠시후, 500펜의 거스름돈을 정확하게 가져왔다. 나는 다시한번 사람들에게서 박수세례를 받게 되었다. 나는 그 박수세례를 아무렇 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덤덤하게 받았고, 뷔켄도 절제력을 발휘해서 무표정으로 가 만히 있는데에 성공했다. 참가자들의 박수가 끝난 뒤에, 사회자가 말했다. "자아! 이것으로 물품경매가 모두 끝났습니다! 30분간의 휴식을 거친 후에, 2차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노예경매라고 하지 않고서 2차 경매라고만 말했지만, 여기있는 사람들음 그 말을 모두 이해한듯이 보였다. 하긴, 여기잇는 사람들 대부분은 일면 '2차 경매'를 목 적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이니까 말이야. 나는 편하게 소파에 몸을 기대었고, 뷔켄 은 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이 검 좀… 봐도 되겠습니까?" "아, 예. 얼마든지" 뷔켄은 조심스럼게 작은 관에 있는 검을 슬쩍 만져보았다. 먼저 손가락으로 천 천히 검신을 쓰다듬으면서 그 촉감을 느끼고, 점점 밑으로 내려가서 가드나 폼멜 등을 만져보았다. 검집은 따로 없이 그냥 덩그러니 칼만 있는 모습이, '이거 장식 용이에요' 라고 말하는 모습 같아서 조금 우스웠다. 하핫, 지금 당장 실전배치를 해도 상관 없을 정도인데 말이야. 그래도 관에 뚜껑이 있으니 가져가기는 편하겠 지. 뷔켄은 검 전체를 쓰다듬다가 이내 결심한듯이 검을 관속에서 천천히 끄집어 내 었다. 에고 쥬얼이 박여있지 않은 의지없는 마법검은 그의 손길을 아무런 저항없 이 받아들였고, 뷔켄은 손잡이를 잡고서 검의 무게와 중심등을 잘 가늠해보고 있 었다. 차마 휘두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겠지. 그는 검의 옆면을 손바닥에 두들겨 보면서 말했다. "마법검이… 가볍다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가벼울줄은…" "소개하는 말 대로 몇개의 마법이 걸려있는듯 싶지만, 안되겠어요. 이런 물건은 세상에 나오지 않는 편이 이롭습니다" "그, 그런것을 어떻게?" "이그니시스님의 능력이죠. 선물의 대가로 그분께 드릴까 싶습니다" 뷔켄은 이런 훌륭한 검이 세상에 나와서는 안되는 것에 많이 아쉬워하는듯 했다. 역시 검사라는 것이지. 그는 조금만 더 만져보겠다는 듯이 활홀한 눈으로 검을 바 라보고 있었고, 아마도 그때 등장한 한사람이 없었더라면, 그는 아마 2차 경매가 시작될때까지 계속 그러고 있을 것이 뻔했다. "안녕하십니까. 조금전의 일, 상당히 감탄했습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까 3000펜을 외치고서 당당하게 포즈를 잡았던 그 남자 였 다. 뭐야? 절대적인 차이로 빼앗긴 경매물에 대한 미련이라도 해소하려고 그런가? 일단 나는 정중하게 인사했다. "감탄까지 할실게 뭐 있습니까. 좋은 물건을 얻기 위해서 너무 무리를 한거 같다 는 생각이 드는 참입니다. 하하하" "그건 그렇고… 앞으로의 경매에서는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의 눈에서는… 뭐랄까, 약간 사람을 내려다 보는 위치에 서있는 그런 거만함이 느껴졌다. 그는 '돈을 그렇게 썼으니 엘프는 커녕, 노예도 한 명 못사겠군'이라는 말을 적당히 돌리고 예의를 붙이도 은유적으로 꼬아서 말한것 같았다. 귀족인가? 나는 그냥 적당히 둘러댔다. "아, 뭐… 그럭저럭이죠" "후훗… 그러시군요. 너무 무리했다고 느꼈습니다만" "귀공은 어떠신가요?" "조금전에 쓰려던 돈이 남아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그는 빙긋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약간 자신감없는 표정을 취해 서 그가 점점 거만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맨 마지막의 말에서 '나야 돈이 남아 있지만 넌 어떤가? 빈털털이 주제에…'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아마도 대충 추려 보자면 저녀석도 이번에 나올 엘프들을 대량 매입하려는 속셈으로 여길 왔고, 그 와중에 잠시 외도(?)를 하려다가 나에게 막힌 것이다. 그는 빙긋웃는 표정을 유지 하면서 말했다. "여기까지 와서 2차 경매를 못하고 가는 것은 상당히 불행한 일이죠. 그것도 충 동구매로 사용한 돈이라면 더더욱 그럴것 같습니다" "옳으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아하니, 검사는 아니신 것 같은데요?" "검에는 별로 조예가 없습니다" 아아… 거짓말, 거짓말. 온통 거짓말 일색이구나. 뷔켄은 아까부터 검을 관속에 넣어두고, 나와 그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그는 내가 거짓말을 능숙하고 자연스럽 게 구사하는 것을 보고는, 처음엔 신기해 하다가 지금에는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 었다. 어어? 내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건가? 그 남자는 관속에 뉘여진 검을 허락도 없이 만지면서 말했다. "그러면 뭐하러 이 물건을 구입하셨죠?" 뭐하러…냐고? 그거야 물론 내가 가지기 위해서지. 나는 잠시 좋은 대답을 고르 고 있었다. 흐음… 적당한 대답이 없을까? "경매에서 물건을 구입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그는 약간 눈을 크게 뜨고서 반문했고, 나는 대답했다. "당연히 가지고 싶은 물건이니까 사는 것이죠" "하, 하하하…. 그렇군요. 일단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무엔타니 후작가의 장남, 하오루 덴 무엔타니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그 검, 넘겨주시죠" "어째서요?" "저는 그 검을 실질적인 의미에서 필요로 합니다. 무기는, 피를 볼때 의미를 가 지게 되죠" 그는 그러면서 나와 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일단, 후작가의 장남이라는 불필요 한 단어를 붙였다는 것은, 자신을 내새우는 말이겠지. 그리고 실질적인 의미에서 의 필요성이라…고? 이봐, 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그거 실용성에 의거해서 구입하는 것이라고.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거절합니다" "그냥 넘겨달라고 하진 않겟습니다. 2차 경매를 수월하게 참여하실 수 있게 돈을 드리죠. 지금 상황으로는 참여도 못하실것 아닙니까?" 엥? 무슨 헛소리야? 수월하게 참여하지도 못할 것이라니? 지금 나보고 그런 소릴 하는거냐? 내가 아무리 조금 없는체를 했다지만, 어떻게 그렇게 되는거야? "수월하게 참여… 라고요? 어째서 그렇게 비약적인 생각을 하시는지 들어봐도 되 겠습니까?" "이미 무리하신것 같아서요. 분명 남으신 돈이 있으시겠지만, 2차 경매를 참여 하신다고 해도 제가 방해를 할것입니다. 그러니 검을 저에게 파시죠" 그러니까, 내가 경매에 참여하면 어떻게든 해서 날 방해하겠다 이건가? 후작가의 자식이니, 돈은 얼마든지 있다 이거군. 내가 조금 없는체를 해서 6000펜을 써버렸 으니, 그의 생각으로는 나에게 남은 돈이 2000여펜 정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많이 잡아서 4000펜 이상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이런곳 에 10000펜 이상 가져오는 경우는 드무니까. 협박이라고 한다면, 이거 상당히 예의바른 협박에 속 한다. 나는 입끝을 살짝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방해요? 방해… 방해라… 하하핫! 그거 좋죠. 한번 해 보세요" "제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 나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그의 말을 잘라 들어가면서 말했다. "얼마나 가지고 계신지는 모르지만, 제가 한가지 예언하죠. 오늘 이 자리에서 저 말고는 다른 어떠한 사람도 엘프를 사가지는 못할 것입니다. 귀하께서 가지신 부 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한명의 엘프도 건지지 못할 것입니다" -73- 003.58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하오루의 표정이 보기좋게 일그러졌다. 이른바 엘프독점선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나의 말은 그의 심기를 바락바락 긁어놓는데 가볍게 성공했고, 그래서 그는 지금 시뻘겋게 잘 달구어진 얼굴로 험악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말했다. "어디한번… 해 보시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휙 돌아서 걸어가버렸다. 흠, 꽤나 인내심이 부족하군. 나같았으면 그냥 무표정으로 훗 하고 웃었을거야. 나는 그의 등을 바라보다 무대 쪽으로 눈을 돌려서 경쾌한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단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곳 경매장은 극장이다. 낮에는 극장운영을 하고, 오늘같은 날에는 온갖 장물과 인신을 매매하는 경매장으로 탈바꿈하는 이곳은, 특별한 음향시설이 없어서 목소 리가 잘 퍼지게 하기 위한 부채꼴의 구조를 지니고 있었으며, 또한 주 고객이 귀 족들이어서 일반 서민들이 드나드는 극장처럼 관람석이 평평하게 되어있지 않고, 계단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계단식으로 만들면 돈이 많이 들지만, 앞사람 머리에 무대가 가려지는 일은 없겠지. 그리고 2층과 3, 4층등에 특별석이 마련되어 있어 서 품위를 따지는 고급 귀족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내가 안내받은 자리는 1층 중 간의 자리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것이 딱 적당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엘프들이 몰리기 시작하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만한 장소이기도 하지. 쉬는 시간동안, 나와 뷔켄은 아무런 대화없이 그냥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있었 다. 음악은 경쾌한 기분이 드는것이, 마치 러시아의 민속음악같은 느낌을 밭는다. 그것이 클래식으로 재탄생 된 듯한 느낌이랄까? 이곳의 악기 체계는 일반 클래식 악기들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특별한 악기도 없는것 같았다. 차원이 다르다고 해 도, 문화는 같은건가? 나는 갑자기 저기로 나가서 현대음악을 연주하고 싶은 충동 을 느꼈지만, 가만히 참기로 했다. 조용히 음악을 들으면서 앞으로의 일도 좀 생 각해 보고, 그것에 대비하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저런 경쾌한 음악이라니, 앞에 나가서 코사크 댄스(러시아 민속춤)라도 추고 싶은데?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모여서 자신들이 구입한 물건들을 보여주며 사교의 꽃을 피우고 있었고, 또는 은밀한 만남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다. 아, 여자가 없으니까 은밀한 만남이라는 것에 엄한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여 기서의 은밀한 만남이라는 것은, 정치적으로 결탁하려는 거상들과, 귀족들의 만남 이라는 것이지, 별 다른 의미는 없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경매장에 귀부 인들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 노예경매가 이루어지는 이런 장소는, 성욕의 해결과 정복욕, 과시욕을 위해서 모여든 남성들만의 공간이니까. 귀부인이 와서 귀금속이 나 그림등을 경매해가는 경우는 있지만, 노예경매까지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다. 그래서 지금 장내에는 온통 남자들 뿐이지. 비록 경매장에 와서 노예를을 사간다고 해서 귀부인이나 아가씨로서의 행동이 문란하다는 소문은 퍼지지 않겠지 만, 일단 귀족들이 모이니 음성적으로 퍼지는 소문들은 훨씬더 음험한 것이다. 개 인 하녀를 위해서 여성 노예를 사가는 경우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자 노예를 사 가는 귀부인이나 아가씨의 경우에는… 글쎄, 음모론을 굉장히 좋아하는 귀족들의 상상력을 어떻게 자극할지 참 흥미로운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슬슬 시간이 되어왔다. 남은시간은 약 2분 정도이고,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분주했다. 때로는 합석을 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 고, 악수를 나누는 장면도 여기저기서 보였다. 마치 저 장면을 보고있자면 '우리, 선의의 경쟁을 합시다!'하고 굳게 결의 하는 페어 플레이 정신이 깃들어있는 장면 이 연상되지만, 그것은 페어 플레이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는 피식 웃었다. 슬슬 나도 준비를 해볼까? 나는 경매장에 들어오면서 가지고 온 트렁크를 옆의 의자에 올려두고서는 언제라도 열 준비를 했다. 이 안에는 막대 한 양의 금화와 금괴, 그리고 어마어마한 가격이 붙은 감정서를 달고 있는 보석들 이 들어있다.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의 양은 약 1억펜. 레리첸트의 경제부연감을 보 면, 최근 30년간의 평균 1년 예산치는 9천만펜에서 1억펜이었다. 지금 내가 가지 고 있는 돈의 양은 레리첸트를 1년 동안 먹여 살릴 만한 양의 돈이라는 것이지. 1 년 예산이 트렁크 하나에 다 들어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 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나는 보석감정을 할 때, 나랑 같이 있었던 자한과 뷔켄의 표정을 떠올리고는 대충 그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핫, 그때의 그들은 정말로 재미있는 표정을 보여주었어. 자국의 1년 예산을 들고다니는 사람은 들은 적도, 본적도 없겠지. 물론 관념적이나 은유적인 의미로서 '1년 예산을 들고 다니 는 사람'을 들은적은 있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나왔을 줄은… 하하핫! 그때 그 표 정은 정말로 사진기가 없어서 아까운 모습이었어! 두고두고 남길만한 명작이 나올 것 같았는데 말이야! '1년 예산을 들고다니는 사람'이라는 말은 회계분야에서 사용되는 일종의 농담이 다. 레리첸트는 매년 초에 1년 16개월간의 예산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서 열심히 계획을 짜는데, 그것은 모두 그 자리의 서기들이 적어놓고, 정리해서 연감 을 내놓는다. 귀족들은 입만 죽도록 아프게 떠들면 되는 것이지만, 그 밑의 서기 들은 그것을 받아적고, 또 나온 결과를 정산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매년 초가 되면, 1년 예산이 담긴 회계장부를 들고서 이 부서, 저 부서를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을 가리켜서 '1년 예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들 스 스로도 자신들을 가리켜서 '우리가 없으면 1년 예산은 공중분해 된다'라는 농담을 즐겨하면서 상당히 자금심을 느끼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 여서 그들을 습격해 회계장부가 한부 탈취되었던 웃기는 에피소드도 있다. 아마도 5년전에 그런일이 벌어졌었지. 나는 잠시 빙그레 웃었다. 훔쳐놓고 보니 어음도 아니고 1년 예산계획이 들어있 는 회계장부를 훔친 도둑은 얼마나 황당해 했을까? 아, 경매 시작이다. 2차 경매. 즉, 노예경매가 지금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노예경매에는 엘프들 과 인간들뿐만이 아닌 길들인 몬스터나 희귀한 동물같은 것도 나온다고 한다. 엄 밀히 말하자면 노예경매가 아닌 생물의 경매이다. 무생물과 생물같의 파트를 나눠 서 경매를 하는 것이지.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로 엘프나 인간노예를 사기 위해서 참가하는 것이고, 몬스터나 동물들은 특별한 목적이 없는한 일종의 유흥으 로 거래된다. 물론 나는 사지 않을 물건(?)은 건드리지도 않는 생각이라서 구경만 할 뿐이다. "지금부터 제 2차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아직 자리로 돌아가지 못하신 분들은 속히 자신의 좌석으로 지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웅성웅성대던 장내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음물을 끼얹은듯이 고요해졌다. 사람 들은 이제 눈에서 불꽃을 튀길듯이 긴장하고 있었고, 덕분에 싸이는 아주 기뻐했 다. 30분간의 휴식시간동안 음적인 감정들을 먹지 못해서 매우 욕구불만에 쌓였는 데, 한순간에 갑자기 많은 양의 감정이 발산되니, 매우 기쁜가 보다. 저러다 배터 지는거 아닌가 모르겠군. 「쓸데없고 무가치한 참견이다 주인」 무가치해서 미안하구만. 나는 싸이와의 정신연결로 흘러들어오는 감정들을 애써 느끼지 않으려고 하면서 무대쪽으로 눈을 돌렸다. 처음으로 나온것은 갈색털이 매 우 멋진 늑대인간Werewolf이었는데, 소개하는 말을 들어보면 어느 마법사에 의해 서 충성의 금제가 걸려있다고 한다. 늑대도 일단 개과니까 한번 충성을 맹세하면 죽을때까지 주인을 지키는 아주 충직한 녀석이지. 어떠한 명령을 내리더라도 그것 을 충직하게 수행하겠지. 그래도 늑대인간에게 금제를 걸려면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잡 는것도 만만치 않은데 말이야. 내가 만약에 저런류의 늑대인간을 만든다 면 아주 간단하게 처리할수 있을것이다. 싸이로 정신조작을 해버리면 되니까. 어 이, 싸이. 어때? 너라면 저런 녀석을 만들 수 있어? 「간단하다. 충성심은 조작하기 쉬운 종류다. 얼마든지 가능하지」 정신의 정령인 싸이에게 있어서 충성심의 조작은 상당히 쉬운편이겠지. 나도 언 제한번 충직한 부하나 한명 만들어 볼까? 기왕이면 안드로이드 같은 종류로. 내가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늑대인간은 870펜에 어느 남자에게로 팔려가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트롤도 나오고, 오크나 코볼트등의 몬스터들이 나왔었다. 그리고 마법적인 능력을 가진 개라든지, 환수(幻獸)등이 나왔다. 거의 한 두시간쯤은 그 렇게 10여마리의 동물과 몬스터, 그 중간것(?)들이 나왔다. 슬슬 지루해지는걸? "여러분들께 계속해서 이상한 모습들만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하기 이를데 없습니 다만, 지금부터는 여러분들의 눈도 즐겁게 해 드리겠습니다! 밤색의 아름다운 머 리결을 가지고 있는 20세 초반의 처녀입니다. 이름은… 아이라라고 하는군요!" 지루함에 퍼져있던 나와 뷔켄은 한순간에 벌떡 정신을 차리고 상체를 곧추세웠다 는 것에서 완벽한 싱크로를 맞추었고, 서로를 쳐다보고 무대를 내려다봤다는 것으 로 다시한번 싱크로를 맞추었다. 무대에는 목에 철로되어서 쇠사슬이 달린 고리가 채워져있고, 쇠사슬은 손에 채 워진 수갑을 연결하고 있는 쇠사슬과 연결되어있었다. 결박당한것과는 달리, 매우 깨끗한 흰색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슬픔이 가득찬 눈동자와 매우 잘 어우러진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거기에 긴 밤색의 머리는 그 매력을 한층 더 더 해주고 있었다. 제, 젠장! 저렇게 미인이 노예가 되었더니! 거기에 저 쇠사슬! 너 무 SM틱해서 아름답다!(무슨 소리를!) "긴… 밤색의 머리… 갸름한 얼굴… 팬텀경, 맞습니까?" "두분(원드렌과 드로바)에게서 받은 몽타쥬와 일치합니다. 게다가 이름도 일치하 는 것같군요. 아이라라는 이름이 가명은 아닐테니까요" 나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노예경매에서 첫 테이프를 끊게된 아이라를 바라보며 정 신을 가다듬었다. 주위를 둘러보니까 사람들은 아이라의 미모를 보면서 거의 넋이 나가있는 수준이었다. 드래곤으로서 나름대로 높은 눈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 조차도 살짝 넋을 뺄 정도의 매력을 가진 아이라를 보통의 인간들이야 오죽할 까? 갑자기 드로바가 너무 부러워지는군. 저런 미인을 약혼녀로 두고 있다니. 한순간에 정적이 찾아왔다. 사회자는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 정적을 깨트리 고는 순식간에 경쟁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경매 시작가는 300펜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오는 상품들은 50펜씩 올라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후는 무슨 오락실에서 슈팅게임의 카운터 올라가듯이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곳 1층만해도 거의 한 40여명 정도 있을것 같았는데 그중 반이 경매에 참여하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2, 3층의 사람들도 참여하는것 같았다. 덕분에 가격은 순식 간에 500펜을 넘고, 600을 지나, 700을 뚫고, 800을 제끼고, 900을 돌파해 1000펜 대에 이르르게 되었지만, 그래도 경쟁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아, 나는 그 경쟁을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뷔켄은 그런 나의 모습에 매우 당황해 하며 말했다. "패, 팬텀경! 아이라양을 데려오지 않으실 겁니까?" "물론 데려올 생각입니다" "헌데 어째서 가만히 계시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의 미소를 보고는 더욱 애가 탄다는 듯한 표정 을 지어보였고.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는 와 중에도 가격은 착실하게 그 숫자를 올리고 있었다. 나는 과도경쟁을 하는 사람들 을 보면서 말했다. "경매를 하려는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경매가 목적이 아니라니요?!" 그는 매우 놀라했다. 경매를 하러 왔는데, 경매가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그는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진정한 목적은 그게 아니잖 아? 나는 자신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더욱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 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의 목적은 '경매'가 아니라 '구해오는것'입니다.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것 을 보고 있다가 최대가격을 불러서 낙찰시키면 되는겁니다" 뷔켄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흡떠졌다. -74- 003.59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경매에서는 물건에 대한 낙찰자에 대해서 자격조건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다. 그 저 최고가만 제시하고, 그것을 낼 능력이 있으면, 그 이외의 것은 그다지 신경쓰 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가 죽인 사람이 100명을 넘는 희대의 살인마든, 그가 훔친 물건이 산 두개를 쌓든, 왕녀를 강간했든, 그런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돈만내면 되 는것이다. 경매라는 것이 그런거니까. 결국, 나는 가만히 앉아서 사람들이 진빼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가, 경쟁이 끝나갈때쯤 최고가를 불러서 나에게 낙찰시키면 되 는 것이다. 경매라고 해서 경매 처음부터 가격경쟁에 나설 필요는 없지 않는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거둔다는 겁니까?" "최소한의 노력이라… 최고가를 제시하고 내는 것이니까, 최소한의 노력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뭐, 비슷하군요" 뷔켄은 감탄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설마 경매장에서 '낙찰자는 처음부터 가격경 쟁을 시작한 사람들에 한해서 결정한다'라는 그런 규칙을 세워두지는 않았을 것이 다. 이렇게 기다리다가 사람이 없을때, 슬쩍 최고가를 불러서 낙찰시키면, 여태까 지 참여했던 사람들은 상당히 힘빠지겠지. "1250펜까지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헤에… 1250펜? 꽤 높은 가격이군. 물론, 내가 냈던 6000펜에 비하면 작은 돈(?) 이지만 말이야. 장내는 조용했고, 사회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벌써 끝이야? 그 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더이상 가격을 부를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았고, 사람들은 조용했다. 자아, 슬슬 나가 보실까? 나는 손을 들었고, 사회자는 나를 가리키면서 외쳤다. "1300펜이군요! 1300펜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약간 집중되었고, 나는 훗하고 웃었다. 지금부터 또다시 과열경 쟁이 되더라도 얼마든지 받아 줄 용의가 있지. 하지만 가볍게 6000펜을 부른 나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끼어들지 못해서 주저주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약간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1500펜 내겠소!" "아… 또 저놈이야?"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렇다. 조금전에 나한테 협박 비스무리한 수작을 걸었던 그녀석이다. 나를 방해한다고 그랬는데, 정말로 할 작정인가? 그는 의기양양한 표 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디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의 태도였다. 정말 짜 증나는군. 그래봤자 가진돈도 얼마 없어보이는 주제가.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 다. "2000" "2500!" "3000" "3500!" 그는 내가 올리는 대로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었고, 이제 다른이들은 끼어들 생각도 하지 못한채, 우리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상관하지 않고서 계 속 가격을 올렸고, 이윽고 5000이 넘어가자 나는 도대체 저놈이 가진 돈이 얼마인 지 궁금해졌다. 얼마나 가지고 있길래 저렇게 구는거야? 끝까지 방해를 놓겠다 이 건가?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낼 능력이나 돼?" "오천…! 뭐? 하하하! 이제 한계이신가?! 이 몸은 아직 5000펜 이상 더 부를 수 있다구! 포기하시지!" "아아… 전재산이 1만펜?" "그렇다! 네녀석이 가진 돈보다는 많은것이다!" 그는 여태까지 한푼도 돈을 쓰지 않은 모양이었다. 거기에 나는 6000펜이라는 거 금을 사용했으니 돈이 없을것이라는 추측을 하겠지만, 나는 씨익 하고 웃었다. 저 녀석을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밝힌 것이다. 나는 맨 처음 그가 나에게 싸움을 걸 던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럼 11000펜" "뭐…어?" "아, 물론 나는 능력이 되지. 되니까 부르는거야" 장내는 내가 6000펜을 불렀을때 처럼 고요해졌다. 하오루는 이를 악물고는 어깨 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크하하! 자기 스스로 그 한계를 밝혀버렸으니, 이 얼마 나 불쌍한 모습인고! 자신의 한계를 가볍게 눌러버린 존재에 대한 무력함으로 가 득한 저런 모습!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구나! "마…11000펜이… 나왔습니다. 다른분… 없으시죠?" 사회자의 말은 확인하는 수준의 말이었다. 11000펜 이상의 돈을 낼 만한 사람이 더 있겠느냐 라는 생각에서이겠지. 아아, 어떤 바보 덕분에 상당히 무리를 해버렸 어. 쳇, 이렇게 쓸데없이 돈낭비 하는것은 싫단 말이야. 고요함 속에서 직원이 쇠사슬에 묶인 아이라는 데리고 왔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말했다. "선불…입니다" "아. 그러지" 나는 크렁크를 열고서 10000펜의 감정서가 달린 블루 사파이어 세공품과 1000펜 짜리의 금괴를 꺼냈다. 그러자 주위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오… 저것좀 봐…" "세상에… 어디의 사람이지?" "맘소바… 저 금괴라니…" 직원은 감정서에 찍힌 인장이 확실히 수도내의 보석상가를 대표해서 써진 것이라 는 것을 확인 하고서는 쇠사슬을 푸는 열쇠를 나에게 주고, 금괴를 들고 갔다. 사 람들은 나의 재산적 우위에 눌려서 박수를 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간 의 침묵이 찾아왔고, 나는 아이라는 옆에 앉게 했디. 찰그랑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라가 자리에 앉았고, 그러자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다, 다음 경매물입니다! 이번에 나올 경매물은…" 그리고서 곧 지루한 설명이 이어졌고, 이번에는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인간 여자 였다. 나는 고개를 숙인 아이라에게 말했다. "본명은?" "본명도… 아이라입니다" "모리엔 출신이지?" "그, 그것을 어떻게…" 나와 뷔켄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 여자는 웬드렌의 딸이자 드로바의 약혼녀인 아이라가 틀림이 없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감금기간동안 별 일은 없었겠죠?" "네에… 몸매 유지를 위해서 음식을 적게 준것 이외에는… 헌데 제가 모리엔 출 신이라는 것은 어떻게…" "조용히 하고 들어주세요. 저는 웬드렌씨돠 드로바씨의 의뢰를 받고서 당신을 구 해내러 왔습니다. 원래의 목적은 당신들과 같이 잡혀온 엘프분들 이었는데, 그들 이 잡혀가는 도중, 당신이 잡혀왔더군요. 표정을 유지하세요. 감히 엘 타칸리스 의 산맥에서 엘프들을 데려온 사냥꾼들을, 산맥의 주인께서는 탐탁지 않게 생각 하셔서 제가 심부름꾼으로 나온겁니다" 아이라의 눈이 놀람으로 커졌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몆혀가기 시작했고, 그녀 의 손은 점점 위로 올라와서는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가녀린 어깨를 떨면서 작게 흐느꼈다. "감사… 감사해요… 흐흑…감사합니다… 흐흐흑…" "곧있으면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쇠사슬은 나중에 풀어드리지요. 조금 만 더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네에… 흐흑. 네…" 그녀는 흐느끼고 있었다. 흐느끼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저것은 여태까지의 자신 의 고생에 대한 슬픔과 구해졌다는 기쁨이 교차하는 흐느낌이었다. 나는 울고 있 는 그녀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직 그녀는 스무살이다. 어느날 갑자기 납치당해 서 노예로 팔려가게 되었는데,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구해진것은, 정말 기적 과도 같은 행운으로 느껴지겠지. 앞으로 누군가가 나에게 인간과 엘프의 결정적인 차이를 묻는다면, 나는 앞으로 노예로 팔려갔을때와 구해졌을 때의 모습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괜히 귀가 길다는 등의 영양가 전무한 시덥잖은 농담은 제하고서 말이다. 아이라의 경우는 기쁨과 여태까지의 일이 생각나서 흐느꼈지만, 엘프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떠냐고 묻는다면… 정말로 침착하기 그지 없다고 말하겠다. 고맙다고하 는 인사말도 없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없다. 내가 그저 구하러 왔다고 하니까 약속이라도 한듯이 한다는 말이 '돈을 너무 많이 쓰셨군요'였기 때문이었다. 구해 진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하지만 거기에 들어간 돈이 많이 쓰였기 때문에 걱 정한다는 식의 태도는, 나로 하여금 인간과 엘프의 결정적인 차이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 나는 그냥 그려려니 했다. 다른 종족의 정신세계를 이해하려는 행동은 좋 지만, 판단하려는 행동은 무례가 되니까. 나는 조금전에 하오루의 10000펜이라는 방해를 10500펜이라는 약오르는 가격으로 깨버린 후 사들인 여자 엘프에게 물어보 았다. "자리가 모자라는걸. 엘프가 앞으로 몇명 더 남았지요?" "저희 마을에서 데려오지 않은 사람들까지 합치면, 앞으로 8명이 더 남았습니다. 저희 마을사람은 어린애가 3명, 여성이 한명 남았습니다"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간여자를 경매하는 모습들을 구경했다. 지금 내 자리 에 있는 엘프들은 총 5명이다. 내 영토의 마을에서 납치를 당해 구해져온 엘프는 남아 1명에 여아 1명, 그리고 여성 두명이었다. 아직도 4명, 반이 남아있는 것이 다. 거기에 다른곳에서 조달(?)해온 엘프들 까지 8명 더 남았다는것. 마차 3대를 가져오길 상당히 잘했다고 생각했다. 대략 20만펜이면 전부 구해낼 수 있을 것이 다. 생각보다 적게 들어가서 다행이랄까? 나는 잠시 내가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눈에는 슬픔을 담고 인간이 인간을 사고파 는, 그 자신 스스로의 존엄성을 진흙탕에 내던지는 장연을 보고 있었다. 사들이는 사람이나, 팔려가는 사람이나 피차 서로간의 존엄성은 진흙탕에 떨어진것이나 다 름이 없지. 그것의 차이는 자의냐, 타의냐에 따라서 나뉘어 지지만, 그 차이는 아 주 엄청나게 크다. 그러고 보면 나 자신도 스스로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싶지만, 그것은 음적인 욕망들을 뿜어대면서 엘프나 인간을 사려드는 저기 녀석들에 한해서지. 하지만 나는 재미를 위해서 경매를 참여했고, 그 목적이 '구출'에 있겠지만, 엘 프들의 눈으로 볼때 내가 하는 짓은 순전히 돈낭비에 불과하다. 경매라는 것을 하 나의 구매행위임과 동시의 여타의 구매행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력한 쾌감이 있 다. 인간이란 모름지기 경쟁하는 생물체라서 주위의 다른 인간들을 제치고 목적을 달성했을때, 무한한 정신적 쾌감을 느낀다. 여기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다른 이들이 원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물건이 들어오고, 거기서 얻어지게 되는 커 다란 쾌감을 바라고 있을 것이며, 나 또한 약간 그렇다. 약간? 아니, 약간이 아니 다. 크게 긍정하는 바이다. 다른이들이 좌절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심적으로 상당 한 즐거움을 맛보았으니까. 단적인 예로, 나를 끝까지 방해하려 드는 하오루를 약 올리면서 저열한 즐거움을 취하는 것이지. 내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어느새 인간여자의 경매가 끝났는지 그녀는 어 디론가 팔려가고 있었고, 무대에는 아이라와 같은 모습으로 묶인 엘프가 올라오게 되었지만, 나는 신경이 딴데 가있었다. 그래서 뷔켄이 나를 불렀을때야 정신을 차 리게 되었다. "팬텀경. 엘프입니다" "음? 그렇군요. 저건 어디에 살던 엘프지?" "마을사람은 아닙니다. 외부인이군요" 마을사람이든 아니든 어쨌든 구해내야지. 하지만 나의 심정은 약간 복잡했다. 조 금전까이 하던 생각이 머리속에서 왱왱 울리는것 같았기에, 나는 잠시 내 일을 다 른이에게 넘겨볼까 했다. "뷔켄씨. 대신 해 주세요. 잠시 생각할것이 있습니다" "네? 아, 네. 그러죠" "요령은 아시죠? 최후의 최대가" "그리고 하오루를 누른다" 그는 어색하나마 농담을 던졌고, 나는 힘없이 히죽하고 웃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여태까지 나온 모든 엘프들을 휩쓸어버린 이곳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나의 절대적 인 금전적 우위를 본 사람들은, 아예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쪽 의 눈치는 보면서 섣불리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거나, 아니면 '이번에는'하는 희 망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었지만, 상당히 느린 페이스 였다. 하오루가 가격을 올리 지 않으면 아마 크게 가격올라갈 일은 없을 것이다. -75- 003.60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내가 경매의 일선에서 물러나고서 뷔켄은 나를 대행새 경매를 했다. 그가 처리한 처리건수는 두 건. 그는 여성 한명과 어린아이를 총 15000펜이라는 저렴한(?) 가 격으로 낙찰시켜왔고, 사람들은 내가 참여를 하지 않았지만, 같은 테이블의 뷔켄 이 경매를 참여하자 '역시나'하면서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하오루 역시 방 해공작을 걸어왔지만, 그런 방해공작은 깃털로 간지르는것 만큼이나 못한 효과를 준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아니면 뭔가 다른 수를 쓸 모양인지 뷔켄의 두번째 경매 에서는 아무런 방해공작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 12000펜, 그리고 두번 째에는 3000펜이라는 꽤 차이가 나는 가격으로 두명을 구해낼 수 있었다. 이번 경매는 경쟁이 꽤 심한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엘프들이 대량으로 나와서인지, 평균낙찰가는 4배 이상을 상회했으며(나 때문이다), 내가 끼지 않았 더라도 약 두배 정도는 평균 낙찰가가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오루의 방해 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3000펜에 엘프아이를 낙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엘프 를 사기위하여 돈을 가져온 사람들이 그 돈을 한푼도 쓰지 못하기 때문에 경매가 가 올라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래도 도적길드에서 준 정보에서 두배 이상 차이 가 나는것은, 역시 품귀현상(?) 때문일지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최우선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팬텀경… 의자가 더 필요하겠는데요?" "그렇네요. 대여섯개 정도 더 필요 하겠는데…" 지금까지 데려온 엘프들이 일곱명이고, 인간은 세명이다. 총 인원은 10명인데 여 기에 있는 의자는 6개밖에 없어서 아이들은 어른 엘프의 무릎위에 앉혀두고 있었 지만, 그래도 자리가 모자라서 두명의 엘프들이 서있었다. 앞으로 구해올 인원도 6명이나 남았는데, 이래가지고는 어떻게 하냐고! 그렇다고 나와 뷔켄이 일어설 수 는 없는 노릇이다. 우린 어디까지나 엄청난 부로 엘프들을 휩쓸기 위해서 홀연히 나타난 바람같은 사람들이고, 거만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앞 으로 두세시간 정도 더 남은 경매시간동안, 엘프들을 이렇게 세워둘 수는 없는 노 릇아냐? 크아~~! 이거 곤란하군. "저희는 괜찮습니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리안과 노예로 잡혀온 엘프의 차이는, 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냉정과 침착을 발 휘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포커페이스의 분위기라고 할까? 워낙에 강경 해서 그들이 한번 말을 꺼내면 뭐라고 번복하게 할 그런 꺼리가 없다. 같은 엘프 라지만, 왜이렇게 차이가 큰거지? 나중에 미리안을 붙잡고 물어봐야겠다. 그들이 괜찮다고 하니까, 나는 그냥 두기로 했다. 내가 보통 인간이었다면, 그럴수는 없 다면서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드래곤의 인격과 사상을 지닌 인간의 영혼을 소유한 드래곤의 육체를 가진 복잡미묘하기 그지 없는 나다. 그들의 의사라면 존중해 줘 야지. 엘프들은 쓸데없는 고집을 세우지도 않고(점점 미리안과 격차가…) 허세를 부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로 괜찮다는 말로서, 나는 결국 아무런 부담을 가지지 않고, 그들을 세워둘수 있는 것이지. 쳇, 그렇지 만 기분이 나쁜것은 어쩔 수 없잖아? 좌불안석이라는 말이 지금 내 상태라구. 나는 서있는 엘프들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참아요. 곧 있으면 쇠사슬을 풀어드릴테니" "네" 후우… 이것이 평소 모습의 엘프들이라지만, 조금 싫군. 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몰라서 하는 행동일지도 모르겠지. 내가 접했던 여러 엘프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 어. 결정적으로 미리안이 그렇지. 인간과 드래곤을 대하는 태도가 틀리다는 것인 가, 아니면 상황의 문제인가? 나는 잠시 고민했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나중 에 역시 미리안을 붙잡고서 추긍해 볼 문제다. 아, 지금쯤 미리안은 뭐하고 있을 까? 아마 자고 있으리라는 확율이 높지만, 글쎄… 우리를 기다리면서 깨어있다는 생각도 해볼 수 있겠다. 기다리면서 잠을 이기지 못해 존다든지 하는 행동은, 아 마 없을것이다. 한다면 그거, 상당히 귀여운 모습이겠지만, 숲을 평지처럼 달리는 엘프의 기본 체력은 인간의 것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그런것을 보려면 조금은 힘들겠지. 아… 빨리 끝내고서 돌아가 쉬고싶구나…. "젠장! 더이상은 못참겠어! 이 자식아! 여기 엘프가 전부 니꺼라도 돼냐?!" "그래! 나도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 엘프들을 몽땅 다 독점하는 꼴이라니!" 아… 언젠가 폭발할 줄 알았지만, 약간 빠른 편이군. 뷔켄이 두명의 엘프를 나 대신 낙찰시켜오고 나서, 나는 남은 6명의 엘프들을 마 저 구하기 위해 다시 경매의 제 일선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정말로 싫다… 라 는 감정을 담아서 날 바라보았지만, 드래곤 얼굴가죽이 좀 두껍나?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경매장측에서는 친절하게도 맞춤정보 서 비스를 시행하고 있어서, 고객이 원하는 물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 었고, 사람들은 엘프에 대한 정보를 물론 가지고 있었다. 남자 몇명, 여자 몇명에 어린애가 몇이고, 총 인원은 몇명이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정보를 고객들에게 제 공하는 경매장의 서비스 덕분에 사람들은 총 13명의 엘프들 중에서 내가 낙찰시켜 온 인원이 전체에서 얼마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남자엘프 3명을 또다시 고액으로 낙찰시켜왔을때, 남은 엘프가 3명 밖에는 되지 않고, 여태까지 나온 엘프들을 전부 내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서는 당연스럽게도 불만과 분노가 폭발했다. 그들로서는 이제 3명밖 에 남지 않은 엘프들에게 희망(?)을 걸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지만, 끊이지않는 절 대적인 부를 소유한 나에게 엘프들이 모두 가버릴 거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추 측해 낼 수 있는 사실이지. "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게 펑펑 써대는 거야!" "젠장! 뭐 저딴 녀석이 다있어!" 한두명이 나서서 외치기 시작하자 장내의 여론은 급격하게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 했다. 아, 군중심리 조작인가? 뷔켄과 아이라는 사람들의 폭언에 어쩔줄을 몰라했 지만, 나와 10명의 엘프들은 무표정으로 그들의 시선과 언어를 받아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서 그들을 조용하게 하고서는, 시선을 나에게로 집중시키며 거만하 고도 재수없지만 위엄있는 미소를 띄우면서(말하자면 재수없는 카리스마의 미소) 말했다. "불만있으면 나보다 높은가격을 제시해서 엘프를 데려갈 것이지, 무슨 잔말이 많 은 것이지?" "…뭐, 뭐야!" "저자식이!" 사람들은 발끈하고 나섰지만, 나는 아직 이야기를 다 하지 못했다. 나는 다시 손 을 들어서 그들의 말을 제지하고는 말했다. "경매라는 것은, 맘에 드는 물건을 가지기 위해 서로 겨루는것이 아닌가? 분명히 말 해두지만, 나는 정정당당하게 최고가를 제시하고 엘프들을 데려왔지. 당신들 도 엘프들을 살 수 있었겠지만, 포기한것이 아닌가? 경쟁이라는 것에 있어서 절 대적인 우위가 있다고 하면 상당히 불만스럽겠지만, 그것은 능력의 차이지. 나는 이번 경매에서는 엘프들을 모두 사들이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만한 대가를 치루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돈이 없어서 나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지 못해 경쟁에서 탈락 해버린 작자들이, 대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 것인지 알고 싶군" 시끄럽게 떠들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해졌다. 무언가 반박을 하려고 하지만, 그들 의 대부분을 학식을 쌓은 귀족이었고, 귀족이 아니더라도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많은 공부를 한 식자(識者)들이었다. 그들이 여기고 있는 최고의 말싸움의 미덕은 논리 정연하고 낮은 톤으로 상대를 확실하게 뭉개는 말이었고, 나의 말이 그런 부 류에 속했다. 그리고 그들은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대처를 하기 위해서 논리적 으로 나의 말을 부정해야 하는데, 나의 말이 궤변이 아닌이상 옳은 말이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런 반박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장내를 한번 둘러보고서는 말했다. "당신들의 기분은 이해하지만, 현재의 나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알바 아니지. 한 가지 말 해두지만, 나는 남은 엘프들마저 모두 사들일 계획을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도전 또한 얼마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감정적으로만 나올것이 아 니라 머리를 식히고 충분히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바일세. 진행자, 경매를 계속 했으면 하는데?" "네? 아, 예! 경매를 계속하겠습니다!" 일어서서 뭐라뭐라 떠들던 사람들은 전부 표정을 굳히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들 은 모두 엿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싸이를 통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추측해낼 만한 일이야. 사람들은 나의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정말로 끈덕지게 엘프를 사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발버둥이라고 하면, 그 사람들은 화를 내겠지만, 나의 입장에서 보 자면 그들의 행동은 발버둥 외에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억울하면 1년예산 들고 와서 한번 휩쓸어 보라지. 그들은 두셋이 결탁하여 2만펜 이상의 가격을 불러대기 도 했지만, 나는 가볍게 그것을 상회하는 가격을 불러서 그들의 결탁을 무효화 시 켰으며, 그들은 그나마 내가 인간 노예경매에는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 금은 안도하는듯 했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노예들을 사들이는 것은 간단 할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하는가 보다. 여덟번 정도 노예들이 낙찰되는 동안 나는 두명의 엘프 노예들을 또 구해 낼 수 있었다. 한명은 여자, 한명은 남자로서, 제국에서 여기까지 끌려왔다고 했다. 노 예사냥을 전문으로 하는 팀들은, 꽤나 그 발이 넓은 모양이었다. 딱 한번 들어본 것이지만 아마도 매쉬암이라는 조직과 무슨 연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계의 모든 암흑계를 주름잡는 거대한 범 국가적 조직이라든지 하는 생각도 드는군. 이 경매장도 그런 녀석들과 이어져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들에게 엄 청나게 많은 재산을 부어주고 있는 셈이군. 뭐, 그거야 나중에 찾아오면 되는 것 이지만. 그것도 배로 말이지. 나는 이제 다음 차례의 노예가 무대로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런 나에게 조금전에 구해진 남자 엘프가 말을 걸어왔다. "팬텀경이라고 하셨죠?" "네. 그렇습니다"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죠?" 그는 조금 목소리를 낮추더니 나에 귀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작게 말했다. "남은 엘프는 한명입니다. 그리고 그 분은 절대로 구해져야 합니다" "…?" "말하지 않아도 구해내실거라 생각하지만, 그분만큼은 구해야 합니다" "남은 엘프분이 누구이길래…?" "그분은… 엘브스 퀸의 석세서The Successor of Elves Queen이십니다" 무, 무, 뭐, 뭐시라아! 엘브스 퀸의 석세서라고?! 엘브스 퀸의 석세서. 더 석세서 오브 엘브스 퀸. 엘브스는 엘프Elf의 복수형. 퀸 은 여왕을 뜻하는 단어. 조합하자면 엘브스 퀸은 엘프들의 여왕이다. 이름만으로 도 이미 권위가 철철 흘러 넘치는 이름이지 않는가? 엘프들의 여왕이라니. 엘브르 퀸. 혹은 엘프 퀸이라고 불리우는 엘프는 이곳 아이리펜 대륙의 모든 엘프들 위에 유일하게 군림하는 한명의 여성 엘프다. 대지모(大地母)의 사상을 가지고있는 엘 프들은 모계중심의 사회를 이루고 산다. 특별히 성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들은 인간 남성이 여성에게 가지는 의미보다 더 큰 의미를 여성에게 부여하고 그 녀들을 보호한다. 그런 그들이 자신들만의 여왕을 두는 것은 일종의 샤머니즘Sha- -manism적인 면이 있지만, 그들은 다른 종족이 이해할 수 없는, 설명 할 수도 없 는 의미를 엘브스 퀸에게 부여하고 그녀의 말에 충성한다. -76- 003.61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엘프들에게 있어서 충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이 약간은 부적절 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가 엘브스 퀸에게는 '충성'을 맹세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인간이 생각하는 충성과 그들이 말하는 충성의 의미는 서로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 된다. 하지만 엘브스 퀸과 그녀를 보호하는 엘브스 나이츠Elves Knights의 관계를 보고있자면, 인간의 충성과 그들의 충성관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주군 을 보호하는 기사라는 말이 딱 들어 맞지만, 그것은 인간이 말하는 절대충성이 아 니며, 그들 스스로는 엘브스 퀸에세 절대충성을 맹세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때, 일 종의 이율배반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엘프들의 충성사상은 상당히 오묘하다. 다른 종족으로서는 이해를 할 수 없고, 설명도 불가능한 충성관계는 오랜세월동안 인간 의 학자들 사이에서의 논쟁거리가 되어왔지만, 진실을 쥐고있는 것은 엘프들이었 고, 엘프들 스스로도 그것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런 엘 브스 퀸의 석세서가 이곳에 인간의 노예로 잡혀왔다는 것이다. 석세서Successor. 상속자, 계승자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이다. 더 석세서 오브 엘브스 퀸. 엘브스 퀸의 계승자. 전 대륙의 엘프들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의 후계자. 난 잠시 까무러칠뻔 했다. 도, 도대체! 이 인간이란 녀석들은 어디까지 손을 대 버린거야 정말! 손을 대도 댈것이 있고, 안대도 될것이 있다는 것을 아는거야? 모 르는거야?! 인간으로 치자면 그녀의 위치는 황태자의 위치나 다름이 없다. 엘브스 퀸의 권위는 퀸이 되었을 때만 빛을 발하는 것이라지만, 그런 그녀의 후계자라고 하면 왠만한 엘프들은 그녀의 의견을 우선시 해준다. 아무리 나이가 높은 엘프의 장로라고 할지라도, 후계자인 그녀의 의견에서는 일단 한수를 접고 대화를 나눠야 할 정도로 어지간한 엘프들 보다는 약간의 권위가 있다! 그리고 향후 1000년 이내 에 그녀는 아이리펜 전 대륙의 엘프들 위에 군림하게 되는 엘브스 퀸의 자리에 오 르게 될 것이다! 그런 그녀를 감히 노예로 잡아오다니! 오, 젠장! 하늘이시여! 창 세의 신들이시여! "그, 그럼… 당신은 석세서 나이트Successor Knight로군요?!" "그렇습니다. 엘브스 퀸 석세서 에실루나 지오덴틱님를 보호하는 석세서 나이트 입니다. 원래는 엘브스 나이츠의 소속이었습니다" 맙소사… 맙소사! 인간들은, 엘프들하고 전쟁이라도 벌이기로 작정한거야?! 그렇 지 않으면 왜! 하필이면 퀸의 석세서를 노예로 잡느냐고! 젠장맞을! 엘프들이 그 수효가 아무리 적다고는 해도, 인간보다 여러가지 면에서 훨씬 우수하다. 엘프들 과 인간이 전면전을 벌인다면, 인간을 그 무지막지한 번식력과 숫자로 밀어붙이겠 지만, 아이리펜대륙의 모든 엘프들이 일어선다면, 나라 한두개쯤 멸망하는 것쯤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구! 거기에 엘프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동물들도 인 간을 공격하고! 자연의 정인 정령들마저도 인간에게 등을 돌릴것이다! 자연에게서 버림받은 인간들은, 결국엔 멸망하겠지! 오오! 젠장맞을! 이들은 스스로가 멸망을 하기로 작정이라도 한거야 뭐야! "어… 어떻게 당신들을 잡을 생각을…" "그것이…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노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희가 지 나가던 길은 엘프들이 사용하는 숲의 길이었으니까요. 엘프들중에 내통자가 있다 고는 생각하기 어렸겠고, 우연히라고 하기엔, 너무나 필연적인 요소가 많이 눈에 띄였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에실루나님을 노렸다고 생각이 됩니다" "대체 어떤 녀석들이…" "제대로 들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쉬암이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어떤 조직명 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나는 한순간 온몸이 싸늘 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매쉬암. 분명히 엘프들을 납치 해간 노예사냥꾼들에게 추적꾼이 붙었다는 것을 알려준 조직이다. 엘 타칸리스의 산맥의 엘프들에 이어서 이번엔 겁도 없이 엘브스 퀸 석세서를 노린 것이다. 본격 적으로 조사해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지금, 마지막 엘프이자 마지막 경매품인, 더 석세스 오브 엘브스 퀸 에실 루나 지오덴틱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 "……" "……" 순식간에 이루어진 침묵. 내가 그들을 윽박질렀을 때보다, 6000펜을 부르고 마법 검을 구입했을 때보다, 그리고 아이라가 처음 나와서 그 모습을 드러낼때 보다 더 한 침묵이 장내를 장악했다. 지금 순간에 비하면 앞서 말했던 상황들은 소음이라 고 불러야 할 정도로,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름다웠다. 다른 수식어는 차라리 모욕이 될것 같았다. 숨막히는 아름다움. 단지 그것 뿐이 었다. 키는 대략 6피트? 훤칠하지만 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올 한올이 반 짝거리는 긴 백금발의 머리는 그녀가 걸어감에 따라서 살랑거렸고, 무표정이었지 만 그것이 더욱더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요소가 되었다. 아니, 아무런 표정을 짓고 있어도, 그녀는 아름다울 것이다. 지금, 쇠사슬을 메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유는 무었일까? 아, 젠장! 누가 나에게 가르쳐줘! 저 아름다움을 표현해낼만한 마법같은 말을! 말로서는 도저히 형용 할 수 없는 숨 막힐 정도의 매력을, 그것도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너무나도 성스럽고,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신벌을 받을 거 같은 아름다움을! 구속당해 있어도 그 모습 조차도! 순수함? 청초함? 청순함? 뭐라고 표현해야돼! 어떠한 수식어를 붙여도 어 울리지 않아! 모욕이야! 아름답다는 말 조차도 차리리 모욕이야! "에… 마지막… 노예…입니다. 800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 조차도 슬쩍슬쩍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더듬거렸고, 경매가 시작되었음에 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아무도 가격을 올리려 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랬다. 노예? 허! 엿이나 먹으라지! 젠장! 절대 노예가 되어서는 안되는 존재라구! 노예 라는 명칭은 그야말로 신성모독에 가까워! 아아! 내가 어찌 저 모습에 가격을 붙 이리오?! 감히 가격을 붙여서 논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세상관느 동떨어진 아 름다움! 노예라니! 당치도 않아! 저런곳에 그녀를 세웠다는 것 자체에서 죄책감마 저 느껴지는군. "1000펜!" 누군가가 발악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아니?! 가격을 불러?! 그것도 1000펜? 그 런 조그만 가격으로 그녀를 사겠다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가격 이 나왔다. 경매가 시작되어버린 것이다. 전대미문의 초 희귀 상품을 두고서, 사 상 최대의 경매가 지금 시작된 것이다! "1500펜!" "오오… 젠장! 2000펜!" 돈은 발악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최초의 한번이 나온 뒤로 사람들은 순수한 감 탄을 벗어 제끼고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투쟁을 시작하고 있었다. 아 아아! 결국 시작한 것인가?! 하지만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끼어들지 않 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진행자는 필요 없었다. 이것은 거 의 폭발이라고 부를만한 행동이었다. 사람들은 오늘 있는 돈을 모두 다 털어내겠 다는 기세로 가격을 불러내었으며, 가격은 비탈길을 내려가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 기 시작했다. "5000!" "5200!" "5500!" 소유욕과 탐욕, 그밖의 모든 욕망이 경매장을 감싸면서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었다. 전대미문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에실루나 지오덴틱의 모습은 충분히 그 럴 자격이 있었다. "6000!" "7000!" "팔처어어언!" 아, 돼지 목을 따라 따. 나는 이제 이성을 되찾고는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는 경 매장을 예의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석세서 나이트에게 말했다. "역시나… 라고 해야할까. 예상은 했었지만 장난이 아니군요" "그렇습니다. 에실루나님은 저 용모때문에 여러가지 불편함을 격었던 일이 잦았 었습니다" "그럴것 같습니다. 이런말씀하기는 죄송하지만… 저 모습조차도 아름다워 보이는 군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대화는 하는 사이에 가격은 10000펜을 넘어갔지만, 사람들은 마지막 경매 이고, 여태까지의 엘프들을 내가 다 사버렸기 때문에 돈이 많이 남아있었나 보다. 여러명이서 담합을 해서 가격을 올리기로 작정했는지, 기세도 전혀 줄지 않은채로 가격은 올라가고 있었다. 아, 젠장. 경매장에선 이익이겠군. 「주인. 한가지 말해줄것이 있다」 음? 갑자기 뭐야? 「나 이외에 이곳의 감정을 흡수하고 있는 것이 있다」 뭐? 그것 또 무슨 소리야?! 감정을 흡수하는 것이 또 있다니? 「조금전부터 신경이 쓰였는데, 이곳의 중심부 천장에 사람들에게서 발산되는 음 적인 감정을 흡수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같은 정신의 정령일까 생각했지만, 그것과는 다르다. 인위적이다. 인위적인 무엇이 감정을 빨아들이고 있다」 감정을 빨아들이는 무엇? 나는 잠시 생각했다. 마법으로서 감정을 빨아들이는것 은 일단 가능하다. 급격하게 포커페이스를 반드는데 사용되는 마법은, 대상자에게 서 발생되는 감정을 빨아들여서 그 사람을 무감정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것을 적 당히 응용시키면, 지금 싸이가 말한대로 감정을 빨아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가능성은 있지만, 필요성이 없다. 싸이! 어떻게 생각해?! 「가능성이 있지만 필요성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필요성을 만드 는 것이 인간의 주특기지 않는가?. 열망은 강하게 바라는것. 욕망도 마찬가지. 강하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바라는것. 그런 면에서는 신앙과도 비슷하지. 신들을 섬기며 자신을 오롯이 하는 것이 신앙의 목적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사 람들은 기도를 올린다. 욕망도 마찬가지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계속 바라는 것이지. 누군가 신앙의 대용품으로 사용하고 싶은것이 있다면, 그것은 욕망이겠 지」 신앙과도 같다고? 그래. 어떤 면에서 보자면 욕망은 신앙과도 관련이 있다. 그렇 게 말한다면야 생활의 어떤 감정도 신앙과 안 닿아 있겠냐만은, 끝없이 바라면서 추구하는 점에서는 둘은 닮아있다. 그렇다면 감정을 빨아들이는 무언가는, 신앙심 의 대용품으로 필요해서 가져간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째서 그것이 필요하지? 「양성적인 감정과 음성적인 감정은, 각자 그 신이 틀리거든」 신(神)? 음성적인 감정… 그리고 신…. 신…. ……!!! 젠자앙! 무슨 뜻인지 알았 어! 매쉬암인지 팔 휘두르기인지 몰라도 대체 무슨 생각들을 하는거야!! 생각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서는 소리쳤다. "10만페엔!" 이제 마악 3만펜을 돌파하던 가격은 나로 인해서 순식간에 10만펜으로 치솟았다. 젠장! 그따위 눈으로 보지마! 매쉬암의 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신이 있기에 인간은 신앙을 가지며, 신앙을 가지기에 신이 존재한다. 마치 닭이 번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는 오랜 세월동안 신학도들에게는 증 명해야되는 문제였지만 그딴거 알게 뭐야! 중요한것은, 신앙이 있기에 신이 존재 한다는 것이다. 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신앙심이 있어야 한다. 신앙심이라는 것은 바라는 마음의 숭고한 형태이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선량한 감정들중에 하나이지만, 신들이라고 해서 꼭 꺄삐꺄삐하게 밝은 신만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사람의 음성적인 면, 투쟁심이나 더러운 욕망, 시 기심, 질투등을 기반으로 먹고 사는 신들도 분명이 존재 한다! 다신론적인 이야기 지만, 유일신론인지 다신론인지는 일단 집어 치우자고! 그 음성적인 감정을 기반 으로 살아가는 신들이 가장 좋아 하는것은? 당연히 그들의 식량(?)인 그 음적인감 정들이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음적인 감정을 먹이 삼아서 살을 키우고, 자신들 의 신도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복잡한거 다 빼고 간단히 이야기 해 볼까? 그 신들에게서 무언가는 얻어내고 싶다면! 이 음성적인 감정들 보다 더 좋은 선 물은 없다는 것이고! 그 신들이 주는 선물이라는 것은 절대로 인간들의 사회복지 와 안녕사회구축에는 도움이 전혀 안되는 물건이라는 것이지! -76- 003.62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이야기가 조금은 비약적인것 같지?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구. 비약적인 면이 없는건 아니야. 감정을 모아들이는 행위만으로 그런 생각을 해버린다는 사실 은 조금 황당하기도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자구. 감정 을 뭐하는데 모을까 라는 걸 말이야. 감정은 말야, 인간으로 하여금 여러가지 행 위를 하게 하는 에너지원이기도 해. 인간뿐만이 아냐. 본능을 가지고 있는 생물이 라면, 자신의 감정이 있고, 그것을 표출할 수 있지. 또 자신의 감정상태에 따라서 행동의 변화가 오는 것이고. 인간은 그런 동물들 중에서 가장 감정의 기복이 심하 고 감정이 풍부한 존재야 . 감정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말해서 자신의 기분 상태를 나타내주는, 심리를 겉으로 표현해 내는 수단이지만, 단순히 웃고, 화내고, 슬퍼 하고, 기뻐하는 것만 할 수 있다면, 인간이 인간으로서 있을 이유가 없겠지. 인간 이 동물과 결정적으로 다른것은, 감정이 있기에 가질 수 있는 신앙심을 가지고 있 기 때문이야. 신의 존재를 가슴속에서 느끼고, 그것을 존중하며 그 목소리를 삶의 지표로 삼아 자신의 생활을 견겅하게 가꾸는 신앙심이라는 것을 인간은 가지고 있 지. 신앙심은 가슴속에서 우러러 나오는 것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것이 바로 감정이라는 것이지. 즉, 감정이야 말로 신앙심의 근본이다 라고 할 수 있어. 그전 에 물론,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지각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성과 언어가 필요 하 겠지. 음성적인 감정. 음성적인 감정을 잘 정제시키면, 음성적인 신의 신앙심으로 바꿀 수도 있거니와, 그 자체로도 그런 종류의 신들에게는 힘이 되는거야. 괜히 질투와 시기, 욕망의 신이 있는 줄 아나? 그것은 다 신앙의 기반이 되는 감정들이 있기에 신이 존재하는 것이지. 지금, 이 경매장안에 가득 차있는 탐욕과 시기의 감정들은 싸이가 '황홀'하다고 까지 느낄 정도로 가득 차있어. 그런 감정들을 담을 수 있다면? 그 사용처는 몇군 데 없을 것이다. 군중심리를 일으키는게 사용을 하려고 해도, 탐욕과 시기라는 감 정은 선동작용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아. 사람들을 선동할때 쓰이는 감정은 분 노라든지 혹은 공포같은 감정으로, 사람이 태고적부터 본능속에 뿌리깊이 박힌 감 정들이지. 여기있는 욕망들은 쓸데가 거의 없다는 거야. 하지만 이것들을 그런 신 들에게 제물로 바친다면, 그 신들은 바친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해 줄 것이다. 실 제로 욕망의 신 라기나, 질투와 시기의 여신 기심의 사제들에게는 자신의 신이 좋 아하는 감정을 채집해서 바칠 수 있는 능력이 있지. 감정을 짜내서 바치면 바칠수 록 그 자신의 힘은 강해지는 거야. 만약, 일반인들 중에서 그런 신의 은혜를 입고 십다면, 막대한 양의 '감정'을 바치면, 라기나 기심이 바친이에게 모종의 선물을 준다고 해. 그 선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안녕사회구축 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안봐도 뻔하겠지. "10만펜… 나왔습니다" 진행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말했다. 10만펜. 거의 성 하나를 짓고도 남는 돈이다. 영지 하나를 산다고 해도 될 정도의 돈을 단숨에 불러버렸다. 아! 조금은 아까워! 하지만 내가 말함으로써 감정들의 발산이 멈춘것을 생각하자면 그다지 아 깝지는 않군. 젠장! 어느쪽이야! 「감정의 발산이 멈추었군」 아아, 그래. 젠장. 하지만 기분나빠. 나의 감정도 섞여 들어갔을거 아냐? 나역시 조금은 욕심이라는 것을 부려봤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대체 어떤 놈이 감정을 무더기로 모으는거야? 「정령에게 신의 일을 묻는다면, 역대 최고의 돌머리 드래곤이라고 해주지」 어이, 어차피 같은 감정계잖아? 「도마뱀하고 드래곤도 어차피 같은 생명체지」 …쳇. 젠장. 할말없게 만들어 주는군. 어쨌든 10만펜이었다. 10만펜에 엘브스 퀸의 석세서가 나에게로 낙찰되었다. 사 람들은 모두 '마지막까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나는 그런거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으그극! 빨리 이 기분나쁜 곳에서 나가고 싶어! 나는 대충 가 격을 맞춰서 보석과 감정서를 넘겼고, 그대로 일어나서는 경매장을 빠져나가 버렸 다. 감정을 빨아 들이는 장소. 거기게 저기서 경매가 수십번을 열렸을거 아냐? 그 감정들이 전부 모이면… 허, 끔찍해라. 그것을 신전에 가져가서 바친다면, 어떤일 이 벌어질지 정말로 알 수 없게 된다. 한가지 확실한것은, 내가 유희를 나가서 즐 길 새도 없이 암흑세상으로 바뀐다고 장담은 한다. 확실히 매쉬암이라고 했지? 나는 명부에 듀크 팬텀이라고 쓰고는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직은 새벽이었고, 그 래서 통행인은 없었다. 아니, 통행인이 있더라고 경매장 측에서 길을 막던지 하면 서 통제를 하겠지. 경매가 벌어진다는 소문은 나봤자 별로 않좋으니까. 마차는 조용한 새벽녂의 길거리를 천천히 가고 있었다. 내가 가져온 마차는 모두 세대고, 총 13명의 엘프와 한명의 여자가 추가된 우리 일행은 적당히 나눠져서 마 차에 탑승하게 되었다. 아이라는 웬드렌이 모는 마차에 타게 되었고, 웬드렌과 드 로바는 눈물을 훔치면서 기뻐했지만, 크게 소란을 떨지는 않았다. 감정의 자제력 이 상당히 뛰어난 사람들이야. 나는 자한이 모는 선두마차에 탔고, 같이 탄 사람 들은 엘브스 퀸의 석세서와 그녀를 호위하는 석세서 나이트, 그리고 두명의 여자 엘프와 한명의 남자 엘프였다. 두명의 여자 엘프는 엘 타칸리스 산맥에서 납치 당 해온 엘프들이었고, 남자 엘프는 여행도중에 엉겁결에 잡혀버렸다고 했다. 그들의 쇠사슬을 모두 풀어주고서 나는 먼저 엘 타칸리스의 산맥 출신인 엘프들에게 말했 다. "이름은 들어봤겠지만, 나는 엘 타칸리스의 라이니시스다. 평의회에서 너희들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구하러 온 것이다" "라, 라이니시스…!"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 라이니시스님?" "신군주? 재미있는 호칭이군. 어쨌든 그렇다" 엘 타칸리스의 모든 엘프마을에는 나의 이름과 결계석이 퍼져있을 것이었고, 그 들은 내가 드래곤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처음에 구해졌을 때와는 달리 엄청나게 놀라하면서, 특히 감정표현을 하면서 나를 대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자 다른 세명은 나에 대해서 상당히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에실 루나가 나에게 물어보았다. "엘 타칸리스라면, 흑룡 엘 타칸리스가 살고있는는 영토가 아니었던가요? 신군주 라니요?" "그랬었죠. 석세서 에실루나. 하지만 그분은 200년전에 타계하셨고 지금은… 사 일런트Silent. 제가 주인입니다. 레드 드래곤일족의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 나 이는 성룡된지 얼마 안돼서 세상물정도 모르는 나이죠" 나는 말 하는 도중에 자한이 듣지 못하도록 침묵의 마법을 걸었다. 이제 여기서 하는 이야기는 밖으로 새나가지 않겠지. 에실루나는 눈을 약간 크게 뜨면서 놀라 하더니 고개를 숙이면서 품위있게 말했다. "미천한 엘브스 퀸의 후계자가 고귀한 레드 드래곤 일족,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 라이니시스님을 뵙습니다. 구해주신것에 대해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별말씀을….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고생이 심하셨겠군요" "고생은… 저희 기사가 많이 했습니다. 잦은 구타를 당했었죠" "반항을 시도하다가?" "…예"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석세서 나이트에게 말했다. "고생이 심하셨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에실루나님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벌이었죠. 하지만 지금부터 는 목숨을 바쳐서 에실루나님을 지킬것입니다" 그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다짐을 하며 말했다. 저거, 인간이 말했다면 일종의 프 로포즈가 되겠지만(나이트의 맹세라는것이, 알고보면 프로포즈다), 엘프가 저렇게 말하는 것은 단순히 그녀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일 것이다. 저렇게 단순하지만 믿 음직하고 우직스런 면을 보면, 꽤나 놀리고 싶어진단 말이야. 나는 깍지를 끼고는 무릎위에 얹으며 마차의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고는 말했다. "정말이신가요? 목숨을 바쳐서?" "물론입니다" "결의가 대단하시군요. 아, 일단 말씀드릴것이 있습니다. 석세서 에실루나" "네. 말씀하세요" 나는 잠시 엘 타칸리스의 엘프 두명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아, 강직한 기사 일 수록 놀리고 싶어진단 말이야. 후후훗. "저는 엘 타칸리스 엘프평의회에서 소정의 대가를 받고는 이들을 구해내기로 했 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분들이 구해진것은 우연이었죠. 엘프라고 하기에 전부 사 들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세상에 공짜라는 것은 없는 법이라죠"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해하겠습니다. 제가 돌아가는 대로 대가를…" "아니. 금전적인 대가는 저에게 의미가 없군요. 그래서 실질적인 대가를 원하는 바입니다" "실질적인 대가…라면?" 나는 눈꼬리를 내리면서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순간 무언가 이상한것을 눈 치챘는지 그녀의 옆에있던 나이트가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내가 조금 더 빨랐 다. 나는 오른손으로 에실루나의 턱을 잡고는 나에게로 끌어당기고 말했다. "옛말에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말이 있지. 엘브스 퀸의 석세서라면, 데리고 사는 재미가 날듯도 하겠지. 무슨말인지 알겠나?" "그것은… 저를 원하신다는 뜻입니까?" 그녀는 놀랍도록 침착하게 말을 했지만, 그녀의 눈빛이나 입술이 조금씩은 떨리 고 있었고, 나의 심장도 무지하게 떨고 있었다. 아아… 이런 장난은 재미있어! 나 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눈을 감고는 천천히 입술을 열고는 말했다. "알겠습니다. 원하시는…" "안됩니다! 그것은 안됩니다!" 조금은 늦은 감이 있긴 했지만, 그녀의 옆에 있던 나이트(아직 이름도 모르는군) 가 크게 외치면서 나와 그녀사이에 끼어들었고, 나는 그를 보면서 약간의 피어를 내뿜고는 말했다. "어디를 끼어드는건가!" "크헉…! 안됩니다! 그것만은 안됩니다! 장차 엘브스 퀸이 되셔야할 분… 절대로 안됩니다!" 나의 피어에 상당히 움츠러 들면서도, 그는 당당하게 내 눈을 똑바로 직시하면서 외쳤고, 나는 피어를 거두면서 말했다. "호오… 그래? 그게 어쨌다고?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야" "당신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안됩니다! 전 대륙의 엘프들과 적이 되고 싶으신 겁니까?" 고상한 협박이다. 그녀를 데려가면 전 엘프들이 나를 공격할 것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이지만, 글쎄? 나는 종족이 틀려서 말야. "글쎄. 엘프들은 전 대륙의 레드 드래곤과 적이 되고 싶은 것인가?" "그, 그것은…" 그는 입을 열지 못했다. 어이, 이봐. 조금 전까지도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겠다 는 말을 한 사람이 어디에 누군에 벌써부터 이렇게 움츠러 드는거야? 나는 여전히 나의 눈을 똑바로 보는 그에게 꽤 높은 강도의 피어를 발산했다. 한 점에 집중시 키는 피어는 그 성능이 꽤 높지. 그는 점점 숨이 막혀가는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공포가 엄습하고 있을거야. 나는 낮게 외쳤다. "건방지군! 감히 나에게 된다 안된다를 논하는 것인가!" "크으… 허억!" "하찮은 엘프 주제에 감히 드래곤이 하는 일을 방해하겠다는 것인가?!" "으으으…!" 그의 얼굴은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아아, 이거 정말 근성도 없는놈 아냐? 나 는 에실루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대답은?" "당신의 뜻대로…" "안됩니다! 그것은!" "네녀석이! 또!" 내가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파화아악! 하는 소리와 함께 칼카로운 공기의 칼날 이 나에게 쏘아졌다. 어쭈? 정령? 하지만 그 칼날은 쏘아지기가 무섭게 파삭! 하 고는 깨져버렸다. -76- 003.63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그는 분노의 표정을 숨기지 않았으며, 조금전 까지는 새파랗던 얼굴이 지금은 시 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외쳤다. "당신이 아무리 드래곤이더라도! 절대 이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난… 나는… 당 신을 절대로 막아낼 것이요옷!" "하아…, 그으래? 한번 해보시지. 스파크. 나와" "아하하하하하하! 캬하하하하하!" 파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번개의 정령인 스파크가 작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 났다. 그래도 여전히 그 특유의 웃음소리를 잃지는 않았다. 엘프들은 난생 처음으 로 보는 번개의 정령에 대해 놀라움과 호기심을 보였으며, 나이트는 입술을 깨물 었다. 번개의 정령은, 흔한게 아니라서 말이야. "이봐, 스파크. 저 엘프가 날 막아보이겠다는데?" "으하! 뭐? 으하하! 막는다구?! 캬하하하하! 하하하하! 엘프! 엘프 주제에? 아하 하하하! 캬캬캬캬캬캬!" 스파크는 실컷 웃으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스파크를 더욱 증폭시켰다. 갑자 기 위력이 강해진 스파크를 보면서 나는 말했다. "아, 참고로 이녀석은 웃겨주면 웃겨줄수록 힘이 강해지는 놈이라서" "……" "……" 엘프들을 일순간, 조금 전까지 벌어지던 상황을 잊고서 어안이 벙벙해진채, 놀라 하고 있었다. 에실루나 조차도 지금은 저 특이하고 엽기적인 정령에 대해 많이 놀 라는듯했다. 나는 후훗하고 미소짓고는 나이트에게 말했다. "고작해야 내 수하인 번개의 정령 조차도 버텨내지 못한다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안될걸? 고양이 목숨은 아홉개라고 하는데, 엘프 목숨은 몇개일까?" "그… 그것…, 하지만 막을 것이오! 막아내 보일 것이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 고 하더라도 내 목숨을 취하지 않는한 에실루나님에게 절대 그 손을 뻗치게 하지 않겠소! 내 목숨을 꺾어도! 내의지는 꺾지 못할 것이오!!" 오오… 이제야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는군. 나는 미소를 띈 표정 그대로 말했다. "그래? 그럼 죽어" "…윽!" 나는 손을 들어올렸고,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앗! 눈을 감다니. 마지막엔 감점 이야! 나는 손을 들어올린채로 가만히 있었고, 아무런 소식도 없자 의아해진 그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서 나를 보았다. 그의 표정에 의문이 떠오를 때 쯤, 나는 손 을 거두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핫!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하하하! 엘브스 나이츠의 패기가 어떤 모습인 지 확실하게 보았습니다!" "에…엣?" "그대가 너무 자신만만하게 말 하길래, 그저 잠시 시험을 해본것 뿐이요. 놀라셨 다면 사과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단 잘못을 지적해줄 것도 있었고" "잘못…이요?" 그는 아까까지의 패기를 다시 꺼트리고는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손가락을 들고 서는 좌우로 까딱거린 다음에 말했다. "그렇소. 중대한 실수지. 당신은 목숨을 바쳐서 지키겠다고 하는데, 당신 목숨은 고양이 목숨입니까? 지키는것도 살아야 지키는 것이지, 지키다가 죽어버리면 그 것은 정말로 무책임한 자기만족거리 외에는 되지 않습니다. 살아야죠. 내가 당신 에게 살기를 내보냈을때, 당신이 했어야할 행위는 나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에 실루나양을 데리고서 도망가는 일이오. 싸움은 최후의 수단이지. 지킨다는 것은 가장 어려운 행위요. 한번만 지키고 말것도 아니고, 앞으로 몇십년을 그래야 하 는데 덧없이 죽어버리면 혼자 남겨진 에실루나양은 어쩌란 말입니까? 너무 패기 가 많아도 문제에요. 그점을 상기하세요. 도망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면, 호 위는 거기서 그만 두어야 할것이요. 살아야 명예도 잡는것이오. 떨어진 명예는 회복시키면 되는 것이지만, 없어진 목숨을 되찾는것은 물가능하니까" "그…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아, 에실루나양에게도 사과드리겠습니다. 많이 놀라셨지요?" "네? 아, 아닙니다…" "아까 보니까 조금 떠시던것 같았는데, 정말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네에… 괜찮습니다…" 에실루나는 고개를 숙였지만, 나는 보았다. 그녀의 볼이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는 것을. 허세를 부린것이 들통났다는 듯이 그녀는 얼굴을 붉힌 것이었다. 아, 재미있어라~ 잠시간의 유흥(?)시간이 끝나고서 우리들은 플래티넘 인으로 올 수 있었다. 나는 괜찮지만, 마부역을 맡았던 사람들이나 뷔켄, 아이라의 눈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여관의 종업원들은 새벽에 갑자게 엘프들을 데리고 온 우리들을 보고는, 놀라하는 눈치였지만, 동네 여관도 아니고 이런 고급여관에서는 불법적인 일만 아니라면 손 님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관심 하도록 종업원에게 가르치기 때문에 약간의 호기 심어린 시선만 받고서 우린 방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엘프들은 각자 따로 방을 얻도록 했고, 엘 타칸리스에서 온 엘프들은 큰 방에 함께 있도록 배려하는것도 잊 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애들이 있어서. 나는 정신적인 피로가 몰려와서 약간은 터덜거리는 걸음걸이로 걸어가서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불을 켜둔채 책을 읽고 있는 미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어래? 아직 안잔거야? 그녀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내 쪽을 바라보고는, 금새 환한 표정을 지 으면서 나에게로 쪼르르 달려왔다. "아, 라이니시스! 지금 온거에요? 가셨던 일은 어떻게 되었어요?" "물론 완벽하게 끝냈지. 전원 구출해왔어" "아아… 다행이에요. 기다리면서 조마조마했어요" "안잔거야?" "잠이 와야죠…. 거기에 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자고 있지도 못하겠고… 그래 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거기에…" "거기에?" "밖에서 고생하시고 온 라이니시스한테… 편하게 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왠 지 마음이 편치 않았거든요…" 그녀는 점점 낮아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그랬던거야? 착한아이로군. 나 는 인간으로 변신을 해서 한층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미리안의 머리를 슥슥 쓰 다듬으면서 말했다. "아아, 고마워. 누군가 기다려 준다는것도 꽤 괜찮은 기분이군" "에에? 어린애가 아니라구요" 그녀는 내가 머리를 쓰다듬는다는게 약간 불만인듯이 말했다. 그래? 어린애가 아 니라면 어른취급해 줘야지. 나는 머리에서 손을 떼고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녀 의 가냘픈 몸이 품속에 들어오듯이 답삭 안겨져왔고, 그녀는 당혹스러운지 꿈틀대 면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내 힘앞에선 어림도 없었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은 채 로 귀에 대고 속삭이듯이 말했다. "고마워. 기다려줘서" "……!" 흠칫! 그녀의 몸이 한순간 크게 떨리더니 완전히 경직되었다. 이봐, 그러니까 그 냥 머리 쓰다듬어 줄때 그거 받을 것이지 왜 반항을 해서 그러냐구. 하지만 이런 것도… 괘 기분 좋은걸? 그녀와 나는 키 차이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 는 고개를 숙이지도, 쳐들지 않아도 충분이 그녀에게 귓속말을 할 수 있었다. 그 런 정도의 키였기 때문에 그여의 쌕쌕거리면서 내는 뜨거운 숨결은 내 목을 간지 럽히고 있었고, 그녀의 심장이 콩닥내는 느낌은 나에게로 그래도 전해져 왔다. 심 장소리도 두근대는것이 아니라 작고 조그마하게 콩닥콩닥 뛰는것이, 마치 아기들 심장 뛰는것 같았다. 하하핫! 생긴것 뿐만 아니라 속까지 어린애 같이 귀엽구만. 나는 경직되어잇는 그녀의 몸을 나에게서 떼어놓고서는 어깨를 두어번 두들기면서 말했다. "자자. 그럼 난 잘테니까, 미리안도 자도록 해" 그녀는 홍당무같이 시뻘개진 얼굴로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고, 나는 하품을 하면 서 소파로 걸어갔다. 흐아아암…. 침대가 더 좋기는 하지만, 소파도 푹신푹신해서 좋다구. 나는 겉옷만 대충 벗고는 그대로 소파위로 쓰러졌다. 정신적으로 지치니 까, 몸까지 피곤하잖아아아아…. "아, 라이니시스! 피곤할테니까 침대에서…" "괜찮아아~ 괜찮아아~ 그냥 잘래에에에…" 나는 손을 두어전 흔들고서는 곧바로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밤샌거라구… 피 곤해…. 얼마나 잤을까? 내가 들어온 시간이 해가 뜰 무렵이었으니, 이미 해가 중천에 뜨 고도 남았을 시간일 것이다. 아니, 해가 지지않았으면 좋겠지. 하지만 방의 밝기 로 보아서는 아직은 해가 떠있을 시간같았다. 적당히 그림자로 판단을 해보면, 오 후 5시쯤 되었으려나? 나는 약간 멍한 정신으로 상체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이불 이 가슴에서 스르륵 내려갔다. 음? 미리안이 덮어준건가 보군. 나는 약간 멍~ 하 게 있다가 하품을 했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음… 소파가 있군. 난 아마 저 기서 일어나 있는 것이겠지. 나는 그대로 눕고는 오른쪽으로 돌아누웠다. 흐아아 암. 조금만 더자자… ……소파? 나는 눈을 떴고, 그러자 나의 눈앞에는 새근거리면서 자고 있는 미리안과 그녀의 붉은 머리가 시야 한가득이 들어왔다! 오 마이 갓! 나는 벌떡 일어났고,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내가 어째서 침대에! 그것도 미리안의 옆에! 그리고 나는 또다시 두 번째로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왜 이렇게 몸이 시원하지? "…야레?" 나의 옷가지. 턱시도의 윗도리는 내가 벗어둬서 안다. 하지만 그 아래쪽으로 흩 어져 있는 바지와 양말, 셔츠는 대체 무엇을 뜻하는 것이지? 나는 나의 몸을 내려 다 보았다. 셔츠안에 입고 있던 메리야스가 여과없이 보였다. 그리고서 나는 다리 로 느껴지는 당혹스러운 감각에 이불을 들춰보았다. 맙소사! 나는… 나는… 속옷 차림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이불을 들춤으로서 보게된 미리안은… 세, 세세세세세 세세세세상에! 란제리?! 그녀는 춥다는 듯이 몸을 약간 비틀었고, 나는 황급히 이 불을 덮어주어야 했다. 뭐, 뭐야 대체! 이 상황은! 나는 어제밤의 기억을 되집어 보았고, 분명 나의 기억은 '옷을 제대로 입고'서 '소파 위'에 쓰러져 잔 기억으로 끝이었다. 설마하니 내가 몽유병이라도 있는거야? 내가 왜 여기서 자고 있냐고?! 거기에 미리안이 옆에서 란제리 차림으로 자고 있다는 것은 설마… 설마 나는… 미리안에게 강간당한 것인가?! 아, 아냐! 일단은 아닌것 같아. 미리안이 나에게 강간을 당하면 당했지, 나를 강 간할 베짱도, 능력도 없다는 것은 세상이 알고, 내가 알고, 미리안은… 알 필요가 없겠지. 미리안이 눈을 뜬다. 나는 그녀에게 도채에 이게 어떻게 된거냐고 묻고, 그녀는 그런 나를 보고서는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린다. 그녀는 나를 보고서는 벌써 자 기전일을 잊었느냐고 추긍을 한다. 이불을 덮어주러 갔는게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잡고는 침대로 데려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전부 책임지겠다면서 옷을 차례 대로 벗었다고 한다. 그녀는 그 말을 순진하게도 믿고는 나에게 끌려가고 방안에 는 한차례의 열풍이 분다.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충족감으로 만족하고 둘은 사 이좋게 누워서 잠들었다. 그녀는 흐느끼면서 더이상 살아갈 희망이 없다고 말하고 죽을 결심을 하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는 만류하면서 절대로 책임지겠다고 말 한다. 미리안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면서 나에게 안겨오고, 나는 기억에 남을 한판 을(?) 벌인다. 두 남녀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서로에게 빨려들게된다. 그리 고 일년 후, 그 두명 사이에는 까르르 웃고있는 귀여운 아기가 태어나 있게 되고, 나와 미리안은 아기의 이름을 짓기 위해서 행복한 말싸움을……… 아니야아! 어째서 저런 시츄에이션이 떠오르는 거야! 애까지 낳고 이름짓는 모습 까지! 앞서가도 너무 앞서 나갔잖아! "으으음…" 아, 미리안이 깨어날 기세였다. 나는 황급시 내 머리속을 휩쓸었던 시츄에이션을 삭제해 버리고는 미리안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그녀는 몇번 뒤척이다가 가늘에 눈 을 떴고, 두어번 두 눈을 깜빡거리더니 말했다. "아…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어어. 그런거 같은데. 자기전에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응?" 그녀는 상체를 스윽 일으키고는 잠에 취한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예에… 자기전에 저… 라이니시스 때문에 너무 피곤했었던거 알아요?" 뭐, 뭐야?! 피, 피곤했었다고! 나는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네? 그걸 말하라는 거에요? …아잉, 부끄럽게…" 미리안은 고개를 살짝 돌리면서 얼굴을 붉혔다! 흐크아아아악! 대체 무슨일이 벌 어졌던 거야! 시츄에이션이 현실세계에 강림하는 순간이었다! -76- 003.64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나…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른거야? 게다가 미리나의 저 반응은…? 피곤했었다니! 무슨 뜻이야?! 대답해줘 미리안!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붙잡으면서 괴로워했다. 드래곤 인생 1000년만에 이렇게 혼란스러운 적은 처음이야! 나는 고개를 숙이면서 조용하게 그녀에게 물었다. "나… 해… 버린거야?" "네? 뭘요?" "그러니까… 너랑… 그거… 했냐고" "그러니까 그게 뭐냐구요?" 나는 순간적으로 열이 팍 올라왔다. 내 인생에 처음으로 이렇게 혼란스러운 적도 없었어! 젠장맞을! 그러니까 장난하지 말라고! 나는 그녀를 쏘아보면서 발악하듯 이 말했다. "젠장! 성행위(性行爲) 말야! 생식행위(生殖行爲)! 성교(性交)! 성합(性合)! 섹 스Sex! 아니면 강간(强姦)! 성폭행(性暴行)! 기타등등의 행위로 정의 할 수 있는 관계! 지극히 본능에 기인하여 육체적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 정신적 쾌락도 누 릴 수 있는 본능의 제 일순위적인 행위! 그걸 했느냐고 묻고 있잖아!"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외쳤다. 평소의 나라면 빙빙 둘러서 말을 하 겠지만, 지금은 그런거를 따질때가 아니다! 젠장! 나의 외침에 생글거리면서 웃고 있던 미리안의 표정을 순식간에 굳으면서 얼굴에선 핏기가 싸악 하고 가셨다. 평 소 헤헤거리면서 장난만 치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내 모습에 상당히 놀라하는 것 이겠지만, 네가 놀라든 놀라지않든 중요한것은 그것이 아니란 말이야! 나는 그녀 의 양 팔을 붙잡고는 거세게 말했다. "말해! 어서 말하란 말이야! 젠장! 말하지 못하겠다면 말하게 해주겠어! 어서 말 해! 지금 당장!" "아… 아파요! 제발… 말 할테니까 이것좀…" 나는 그녀의 팔을 놓았다. 그녀의 팔은 어느새 시퍼런 손자국이 나있었고, 그녀 는 약간의 눈물을 훔쳤다. 제기랄! 쓸데없는 행동하지말고 어서 뱉으란 말이야! "그러니까… 라이니시스님이 잠드시고…" 그녀의 말은 대충 이러했다. 나는 어제 소파에서 그대로 쓰러져 잔것이 맞다. 분명 나도 그렇게 기억하고 있 었으니 틀림이 없었겠지. 하지만 미리안은 내가 괜찮다고 함애도 불구하고 밖에서 일을 하고 온 사람을 소파에서 재우는 것은 역시 않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나 를 침대로 옮기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나는 거의 기절하고 있는 상태였는지 그 녀가 나를 들춰업고서 침대로 가도 전혀 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서 그녀는 나의 옷을 벗겼다. 옷입은 채로 자면 피로가 풀리는게 늦어질까봐 그랬 다고 한다. 그리고서 그녀는 내 옆에서 평소 자는 차림으로 잠을 잤다고 한다. 자 는 사람이 무슨일을 벌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었고, 또한 나의 성격상 그녀는 쉽 게 건드리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일어났을 때, 그녀도 그것을 느끼고는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그리 고는 잠들고서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 못하는 나를 보면서 살짝 놀려볼까 하는 생 각이 들었고, 마침 자신이 보던 책에 그런 내용도 있어서 한번 놀려본것 뿐이었다 고 한다. 그러니까 결론을 내리자면, 나는 완벽하게 미리안에게 놀림받은 것이다. 하, 하 하, 하하하하하하… 기도 안차는군. 아니, 적어도 할것이 따로 있고, 안할게 따로 있는거지, 이런식으로 사람을, 아니, 드래곤을 놀려? 그녀는 멍든부위를 감싸쥐면 서 아픈 소리를 내었고, 나는 그것에 대해서 약간은 미안해졌지만, 그래도 화가난 다. 평소와는 그 강도가 틀리지 않는가? 나는 이마를 감싸쥐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가 오냐오냐 하면서 봐주니까 이제는 머리 끝까지 기어 오르겠다 이거냐?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지! 젠장맞을! 심장 떨어져 나가는줄 알았잖아! "죄송해요… 라이니시스님…" 그녀는 작게 말했다. 그녀로서도 조금은 지나쳤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하지만 나 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다. 저딴 한마디에 화가 풀릴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 지?! 앙?! 나는 그녀를 보지도 않고서 낮게 말했다. "됐어…. 됐으니까… 돌아가면 짐싸라" "네에?!" "짐 싸서 마을로 돌아가라구! 이젠 필요 없으니까!" "하, 하지만, 제가…, 저는…" "됐어! 됐다구! 마을에는 아무런 해도 없어. 그러니까 돌아가! 젠장맞을. 도대체 사람을 뭘로보고…" "죄,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그녀는 당장에 고개를 숙이면서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이미 뒤틀려버린 내 심사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제길! 가르쳐 놓은것도 아깝지만, 이제 됐어! 이건 완전히 얕잡아 보인다는거 아냐?! 오오, 젠장! 하마터면 '그녀'에게 큰 죄를 지을뻔 했어! 나는 말야, 나를 경멸하는 사람과는 같이 살아도, 나를 얕잡아보는 사람과는 절대로 같이 못살아! 집안일 해줄 엘프가 어디 너 하나냐? 아! 싫다. 정 말로! "제발…!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흐윽!" 그녀는 이제 흐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알고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 만큼은 아무리 그녀가 징징 짠다고 해도 절대 무를 수 없다. 완전히 사람 얕잡아 보였어. 계획적아냐? 걱정해주는 것까지는 고 맙지만, 칠 장난이 있고, 치지 말아야 할 장난이 있는 법이라고! 나는 그녀를 내 버려 두고서는 흩어진 옷가지를 정리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는 그러는 동안 용서해달라는 한마디만을 반복하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나는 그럼 그녀를 무 시하고서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내가 문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 을때 그녀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라이니시스님!"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고, 그녀는 두 눈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날 보고 있었 다. 아… 젠장. 또 마음 약해질라 그러네. 그녀는 애원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용서해… 주세요… 흐윽!" 나는 찹잡한 심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일은 그냥 어물쩡 넘어 갈 수가 없는 내 용이다. 나는 이빨을 악물면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문을 열고는 복도로 나가버렸 다. 그런 나의 뒤로 그녀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닫자 사라졌다. "라이니시스니이…!" 제, 젠장! 내가 미안해 할것도 없어! 이번일은 정말로 도저히 용서를 할 수 없는 것이란 말이야! 용서할 수 없어! 용서 안해! 아니, 못해! 나는 복도를 걸어가기 시작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는, 빌어먹을 정도로 내 귀는 자극했다. 제기라알! 아침 식사도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다. 음식맛이 느껴지는지, 느껴지지 않는지 도 상관하지 않고서 그냥 마구 먹었던것 같았다. 그만큼 나의 기분은 엉망진창으 로 헤집혀져 있었다. 난 다시 술잔을 들었다. 그리고는 단번에 비워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조금 심한면도 있지 않을까 한다. 장난의 수준이 좀 심한 수준에 속하지만, 그래도 그냥 그녀를 두어번 놀려주고서 끝낼 수도 있는 부류이 다. 내가 그렇게 속이 좁은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 형태가 문제다! 미리안이 나 에게 한 장난은, 내가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지켰던 그녀에 대한 배신행위가 된다 고! 죽어서도, 그리고 다시 태어났어도 1000년이라는 세월동안 절대로 잊지 못하 고 있다! 그녀의 얼굴! 목소리! 모든것이 내가 기억하는 대로 생생하게 살아있다! 드래곤이라서 추억따위는 없어! 모든것이 1분전의 일 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구! 추억이 없으면 잊어버릴수도 없어! 왜냐고? 추어은 미화되니까! 그리고 미화 된것은 잊혀지니까! 미화도 되지 않는다! 언제가 내가 느낀 객관적인 사실만이 머 리속에 남아서 지워지지 않는다! 제길! 이 세상에서 가장 선입견이 심한 종족이라 고 한다면 인간 다음으로는 드래곤일거야! 그 두 종족의 영향을 모두 받아버린 나 같은 녀석은 한번 머리에 맺히면 잊는것이 불가능 하다고! 아직도 아까전의 상황 이 머리속에 맴돌고 있잖아! 사랑할 수 없기에 더욱더 애절하게만 남아있어! 그렇 기 때문에 나는 모든 행동에서 그녀는 배반하는 행위 따위는 절대 할 수 없는 것 이라고! 어쩌면 평생 이러겠지! 평생 그녀에 대한 사랑을 끌어안고서 살아가겠지! 그래도 괜찮아! 상관없어! 이룰수도 없어서, 더욱 가슴이 끊어지겠지만 아무려면 어때! 한평생 한사람만 그리면서 살아가도 충분해! 하지만… 빌어먹을 정도로 씁쓸하다. 나는 또다시 술잔을 채웠다. 갈색의 브랜디가 잔에 넘칠락말락하게 채워졌고, 난 그것을 단숨에 또 비워냈다. 어차피 취하지도 못하지. 드래곤을 취하게 만들어줄 만한 그런 술은 없는거야? 차라리 이럴때는 취하고 싶다고! 벌써 두시간째 몇병의 술병을 비워대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뷔켄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에게는 산다스에게로 짧은 서신을 보내둔 터였다. 아마도 그 답변이겠 지. "팬텀…경?" "네. 말씀하세요" "공작님으로부터의 전언입니다. 말씀하신대로 곧 준비를 끝내겠다고 합니다" "…몇시죠?" "에 또… 무도회가 열리는 시각은 오후 8시입니다. 그리고 최고조로 다다를 때는 10시 경입니다" "몇시간 남았죠?" "4시간입니다" "알겠어요. 이만 가보세요" "저기…. 네. 알겠습니다"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돌아갔다. 쳇. 이봐, 그거 당신의 나쁜점이라는거 알아? 뭔가를 말하려면 확실하게 말해. 확실하게. 주저주저 거리는거, 꽤나 보기 않좋다 구. 물론 당신의 포커페이스는 마음에 들지만, 그만큼 결여되어있는 당신의 그 결 정력도 문제야. 다시 잔을 비우고, 채운다. 또다시 비우고, 채운다. 취기는 올라오지 않는다. 짧 은 욕설을 내뱉고는 또다시 술잔을 비우고 채우는것을 반복한다. 내 주위로 빈 술 병은 쌓여간다. 어차피 내가 낸 돈에 비하면 이딴 술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날 좀 취하게 만드러 주는것을 가져와 보라구! "마치 인간 같으시네요" "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인간과는 큰 차이죠. 석세서 에실루나" "그냥 에실루나라고 불러주세요. 지금은 팬텀경이라고 불러드려야겠죠?" "좋으실대로" 나는 대답하면서 다시 반을 비웠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액체의 느낌은 분명 히 술이었고, 알콜도 느껴졌지만, 전혀 취하지 않았다. 이래가지고는 술하고 물의 차이가 없잖아! 공업용 알콜을 통째로 마시는 것이 좋겠어! 에실루나는 나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무슨일이 있었는지 다 들었어요. 특수실이었지만, 방음시설은 제대로 안 되어있 더군요" "고상한 취미구려" "…좋으실대로 생각해 주세요. 그녀의 행동이 올바르지 않다는 것은 저또한 생각 하는 바입니다만, 그렇게 매몰차게 대하실 이유가 있으셨는가요?" "없으면 그렇게 행동하지도 않겠죠" "그렇군요. 하지만 그녀는 그 속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어요. 그런 점을 감안하자 면 용서를 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미리안의 잘못만은 아 니었다. 그녀는 이유를 모르고 있으니까. 내가 가진 속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까. 모르는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용서 하실 수 없으시다는 것인가요?" "…모르겠소. 솔직히 말하자면 난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 "당신은 지금 고민하고 있어요. 틀린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유야 어쨌든, 나는 지금 고민하고 있다. 에실루나는 내가 고개를 젓는것을 보고는 계속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그 대답을 가지고 있으신 것이 아닌가요?" "……" 나는 또 대답하지 않았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역시 안된다.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엘프에요. 당신과 오랜세월 같이 있었던것 때문에 많이 변한것 같아요. 분명, 그녀로서는 그 행위에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을거에요. 단순히 놀리는것 말고" 의미? …알고 싶지 않다. 그딴거, 지금 나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에실루나 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녀를 보지 않았고, 그래서 그 녀는 결과적으로 나의 정수리를 보며 말하게 되었다. "4시간 뒤면, 당신이 이야기해 주었던 그 일을 해야되요. 그때까지는 여러가지의 준비를 해야 할것 같아요. 저는 이만 방으로 돌아가겠어요. 술을 멈추고서 당신 도 준비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걸어갔다. 그녀의 미약한 발자국소리가 나에게로 멀어졌 고, 다시 이 식당에는 나 홀로 남아있게 되었다. 나는 다시 술잔을 들었다. -80- 003.65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나는 한시간정도 더 술을 마시다가, 더이상의 의미가 없음을 알고는 그냥 일어서 버렸다. 그것보다도 테이블을 가득메운 술병들 때문에 불편했을지도. 이제부터 이 번 일의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나는 슬슬 준비를 했다. 지금쯤이면 자한과 뷔켄이 적당한 곳에 화약이 실린 마차를 대기시켜놓고 있을 것이다. 약간 떨리는 마음으 로 방에 가 보았는데, 미리안은 없었다. 나는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적당 히 무장을 챙기고, 경매장에 들어가면서 봐둔 막다른 골목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기분은 씁쓸했다. 하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겠지. 경매장으로 사용된 라펠카 극장의 소유주는 민간기업인 라끌라몬시 상회의 이름 으로 되어있었지만, 상회의 전격적인 후원자는 어제 지겹데고 발버둥을 쳐대던 하 오루의 집안인 무엔타니 후작이었다. 나는 무슨 전생에 저것들과 원수진 일도 없 는데 말이야, 왜 자꾸 이렇게 자주 걸치적 대는 것인지 모르겠군. 무엔타니 후작 의 평판은 상당히 나은 수준, 그러니까 자신의 영지에서도 상당히 원망높은 귀족 중에 하나고 전형적인 귀족원파의 일인이라고 한다. 왕권은 길가는 개만도 못하다 는 정도로 무시한다는 평판이 있는 아주 대단한 녀석이더군. 그러니까 부전자전이 라더니, 옛말 틀린거 하나 없다니까? 참고로 저 라펠카 극장은, 보통 극장이 아닌 특수한 영업을 한다. 간혹가다 경매장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평일에도 극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도박장을 연다고 한다. 카지노나 포커같은 도박장이 아닌 빙고를 한다고 하더군. 의외로 서민적인 오락이지. 거기에 주말만 되면 저기서는 말 그대 로의 '퇴폐영업'이 이루어 진다고 한다. 즉, 윤락행위라는 것이지. 극장이라는 장 소가 연극을 관람하면서 삶을 재조명 한다든지, 아니면 예술인의 혼을 느끼는 것 과는 전혀 관계없는 단순한 '돈벌이'의 목적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이다. 라끌라몬시 상회에서는 후원자에 후작이 버티고 있으니 아주 아슬아슬한 선에서 불법영업을 하는 것이고, 거기서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중의 일부를 후작에게 바친 다. 일종의 담합이라고 부를수도 있는 이러한 행위는 현제 레리첸트의 사회 전반 부에 걸쳐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라펠카 극장의 경우에는 장소가 약간 특이할 뿐 이지, 평범한 경우에 속한다고 한다. 결국, 폭파시켜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안 받는다는 것이다. 전용 극단도 없는 극장따위, 없어져 버리라지. 아아~ 하늘을 우 러러 티끌만치의 가책도 하나 없이 폭파시킬 대상이 생겼도다. 아메엔~. 나는 자 한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오늘 극장영업은 안하는 거 맞죠?" "물론입니다. 어제 노예경매를 치뤘으니, 그 뒷정리 때문에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자한와 뷔켄이 마부석에 앉아잇는, 웬드렌이 가져온 마차에 앉아서 극장을 잘 살펴보고 있다. 어제는 구두집을 통해서 들어가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는데, 의 외로 크네? 지하를 파서 만든 극장이다 보니까 한번 무너지면 완전히 폐쇄가 되겠 군. 나는 앞의 두명이 눈치채지 못하게 디텍트 크리쳐로 생물체가 있는지를 살펴 보았다. 에… 생물체들의 크기를 보아하니, 이미 뒷정리가 다 끝나서 사람들은 철 수한 상태로군. 사람이 없다면, 그거야 말로 좋은 작업 조건이지. 나는 앞의 두명 에게 말했다. "정령으로 뒤져봤는데, 안에 사람은 없습니다. 슬슬 작업을 시작해 보죠?" "아 네. 그러죠. 그런데 누가 뭐라고 하면 어쩌죠?" "극장 직원이라고 둘러대면 될걸요?" "아, 그러면 되겠군요" 우리는 극장옆으로 돌아가서 쪽문이 있는 곳에 마차를 세웠다. 화약이 담긴 나무 통은 두개다. 양이 얼마 되지는 않지만, 한통을 중요한 기둥에 설치를 하고, 다른 한통을 적당히 나눠서 건물 여기저기에 배치 시키면 될것이다. 그리고 마법으로도 폭탄을 만들 수 있으니까 화약이 모자른다고해서 걱정할 것은 아무것도 없지. 나 는 잠겨있는 문을 핀으로 가볍게 따고서 들어갔고, 내 뒤로 자한이 화약통 하나를 가지고 들어왔다. 뷔켄은 마차를 보는 역할이다. 누가 훔쳐가면 곤란하거든. 극장은 어제와 전혀 다를것 없었다(당연하지). 어제 극장에 들어와서 여기저기를 살펴 본 결과로는 이 곳은 거대한 부채꼴의 형식이고, 홀의 중간에는 기둥도 하나 없다. 그러니 이 건물을 무너뜨리려면 나름대로의 건축학적 기술이 필요하다. 무 대쪽과 관람석쪽으로 방향을 나눴을때, 우리는 관람석쪽을 무너뜨려야 한다. 관람 석이 무러지면서 무게가 아래쪽으로 갈테고, 그 잔해들은 1층쪽의 관람석을 완전 히 덮을 것이다. 그것이 과연 화약통 하나도 되겠느냐… 싶지만, 자항이 이것저것 을 설치하는 동안 나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마법적인 신호형 시한폭탄을 '뿌 리고' 다녔다. 중간의 큰 화약통이 터지면, 그것에 연속적으로 반응해서 커지게끔 해 놓았지. 마치 검은색의 보석과도 같은 색상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같이 빛을 죽 여놓은 상태에서는 아마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라이니시스씨. 설치가 끝났습니다" "아, 네. 그럼 나머지 통도 가져와 주세요! 저는 다른 포인트를 찾아보겠습니다" "예에!" 자한은 문쪽으로 뛰어갔고, 나는 그 사이에 싸이를 불러서 어제의 그 감정을 채 집하는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했다. 곧이서 싸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느껴지지 않는다 주인. 혹시 몰라서 음적인 용망을 뿜어내보기도 했지만, 아무 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거두어갔겠지」 아아… 그래? 나는 약간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그런 중요한 물건을 이 곳에 계속해서 두고 있을리는 없겠지. 싸이를 돌려보내고서 나는 극장의 중심지역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니까 어제 내가 앉았던 자리지. "여기쯤이면… 괜찮겠지. 크리에이트 엔트로피Create Entropy! 내용은 이 극장 주면 10야드 이내로는 들어오고 싶지 않아. 시간은 지금부터 한시간 뒤부터 극장 이 폭파될때까지!" 나는 수인을 맺고는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내 손과 손 사이에서는 하얀 빛덩 어리가 나오더니 곧장 땅으로 빨려들어갔고, 그러자 곧이어 엄청난 크기의 마법진 이 잠시 번쩍 거렸다. 크리에이트 엔트로피 마법은 어떤 일이 일어날 확율을 조종하는 엔트로피를 만드 는 마법이다. 내가 사용한 마법은 이 극장 주변으로 지나 가는 사람들은 '우연스 럽게도' 전부 10야드 이내로는 들어오고 싶지 않아지는 것이고, 그것을 자연스럽 게 받아 들인다는 것이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그냥 이 근처를 지나갈때는 극장에 서 10야드 정도 떨어지게 지나간다는 것이지. 이것은 이 장소를 폭파시킬때 주위 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말려들지 않게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피해는 최소화 시켜야지. 이 안에 살던 동물은은… 뭐 조금 죽어나가겠지만. 자한이 가져온 남은 화약통 하나는 애초의 생각과는 달리 그냥 내가 않았던 장소 에 설치했다. 자한은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나라는 존재에 대한 경외감 때문인지 특별히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자한씨. 먼저 가서 기다리고 계세요. 5분뒤에 가겠습니다. 여기엔 정령으로 특 별하게 처리를 해야되기 때문에 누군가 있으면 안되거든요" "네? 아, 예. 그러도록 하죠. 나가서 출발준비를 시켜놓겠습니다" "네. 그래주세요" 자한은 정령이라는 말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후훗. 사람 참 순진하시군. 그런다고해도 그대로 믿다니. 뭐, 순진해서 나는 이익이지만 말이야. 나는 주머니 를 뒤져서 손가락 두마디만한 마법 시한폭탄들을 꺼내었다. 첫번째 화약통이 장치 된 곳에 10개를 뿌렸으니, 남는것은 15개 정도? 나는 다섯개씩 나눠서 왼쪽, 오른 쪽, 그리고 무대쪽으로 힘차게 던졌다. 적당히 스핀을 주었기 때문에 여기저기 흩 어져서 뒹굴 것이다. 이것으로 완료! 이제 한번 터뜨리디만 하면, 이 극장은 순식 간에 폭파후 붕괴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창 무도회중인 왕성에서도 잘 보이 겠지.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 슬슬 장부를 가지러 가 볼까… 싶었지만, 한순간 내 머리속을 스쳐지나가는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단조롭지만 통통 튀는 느낌이 있는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경쾌하지만 경매장에 서 들었던 음악보다는 조금 차분하고 템포도 약간 느렸다. 왈츠Waltz였다. 3박자의 음을 기본으로 두 사람이 원을 그리면서 춤을 추는 왈츠는, 대표적인 귀 족문화의 한가지다. 두 사람이 한손을 맞잡고 다른손은 상대의 어깨나 허리에 두 고서 첫박은 크고 강하게, 나머지 두박을 얕고 약하게 나가는 3박자 리듬을 타고 강약을 주어서 도는 원무. 배워두면 나름대로 쓸모도 있다. 어라? 저놈은 스텝이 엉망이군. 박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잖아? 수십쌍의 남녀가 서로 손을 잡 고서 원무를 추고 있다. 아마도 그들은 서로 "능숙하시네요" "하하, 별말씀을" 등 등의 입발린 말을 해가면서 오늘밤을 어떻게 보낼지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연필 같은 사람들이다. 속에는 흑심을 품고서 겉으로는 형형색색으로 치장된 모습들이 니까. 아니, 적어도 연필은 글이라도 적을 수 있지만, 저것들은 거의 쓸모가 없는 녀석들이잖아? 춤을 추는 것을 주로 어린 귀족들인것 같았다. 젋은 기간이 긴 인간들이라서 알 아보는게 상당히 어렵다. 20세의 청년이나 90세의 늙은이가 모두 겉보기에는 같은 나이라서 알아보는게 힘들어. 그래도 늙은 귀족들은 서로서로 모여서 자기네들끼 리의 담합을 하고 있겠지. 젊은 귀족들은 그런 부모나 조부모의 뜻에 따라서 전략 성이 다분한 댄스를 추는 것이겠고. 안봐도 비디오지. "아직… 시간이 안되었습니까?" 나의 오른쪽에서 섹세서 나이트 민체토 반스란(조금전에야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이 나직하게 물어왔다. 우리는 지금 무도회가 벌어지고 있는 궁전의 무도회장 2층 베란다의 어둠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아, 참고로 내 왼편에는 에실루나가 조용 히 숨을 죽이고 있다. 나는 산다스로 하여금 우리가 있는 장소에다 내가 자한편에 딸려서 보낸 손수건을 두라고 했고, 그는 정확하게 약속을 지켜주었다. 내가 원한 장소는 라펠카 극장을 들이조 있는 2층의 베란다 였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들의 뒤로는 밤하늘 아래 달빛과 별빛으로 은은하게 캐슬 노스타운의 풍경이 보이고 있 었다. 베란다면 상당히 눈에 띌 가능성이 높았지만, 드래곤이 사용하는 마법을 감 히 누가 어떻게 무슨수로 막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30분 전부터 이곳에 와있게 되 었다. 그런데 말야… 우리가 올때부터 틀던 왈츠는 대체 언제쯤 끝나는거야? 나는 민체토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음악이 끝나고… 국왕이 이야기를 하면 그때 시작하죠" "으음… 그러지요" 나는 왼쪽의 에실루나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괜찮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는 살짝 미소를 띄우면서 내 앞에 앉아있는 흑표범의 형태를 한 스퀄을 쓰다듬었다. 아직은 안돼. 조금만 참아라. 그리고 드디어 음악이 끊겼다. "국왕폐하께서 오십니다!" 큰 목소리가 들려오고 문무대신들은 모두 홀 중앙에 있는 왕좌로 모여들었다. 산 다스는 나의 충고를 존중하여 매우 가깝게 나갔고, 나는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국왕폐하 납시오!" 빰~ 빠라밤빰 빠밤~! 빠라밤빰 밤빠밤! 요란한 나팔소리와 함께 레리첸트의 국왕(이름을 모르겠군)이 척 봐도 실용성이 라고는 없어 보이는 화려함만 가득 갖춘 불편한 옷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천천이 걸어와서는 고개를 숙이고서 에의를 취하는 문무백관들의 사이를 지나 왕좌를 향 해서 천천히 올라갔다. 그는 왕좌 앞에 도착하자 손을 들고는 말했다. "모두 고개를 드시오" 인사를 하던 대신들을 모두 고개를 들었다. 왕은 그들을 둘러보고는 나를 웃겨주 기 시작했다. "짐이 오늘 무도회를 연것은, 국정에 지친 대신각료들의 몸과 마음을 편히 쉬게 할 뿐만 아니라, 짐과 함께 이 나라를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올바른 길로 나갈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활력을 얻고자 함이오" 한마디 안해 줄 수가 없구만, 이거. "지랄하네" -81- 003.66 노예와 레어, 주변 주민들 짧지만 상당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나의 한마디에 왕은 하던 말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장소에 있던 사람들 전부는 내가 있는 장소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는 갖가지 말들이 튀어나왔다. "누구냐!" "무엄한지고!" "경비병! 경비병!" "누구냐! 네녀서은!" 갑자기 저 소리들이 왈왈 짖는 개소리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나는 그들의 말을 전부 귓등으로 흘려버리면서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아무런 반응을 하 지 않자 곧 잠잠해졌고, 나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모두 잠깐 주목을… 아니, 이미 하고들 계시군" "그대는 누구인가?" 왕이 근엄한 모고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상당히 나이가 있군. 중년의 모습 을 하고 있다면 100세는 넘었다는 소리 아닌가? 나는 씨익 미소지으면서(저들에게 보일지는 의문이지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소개를 해려 했지. 나의 이름은 듀크 팬텀. 어둠의 공작이라고만 알아 두시면 감사하겠소이다. 그리고 왼쪽의 분은 디 석세서 오브 엘브스 퀸 에 실루나 지오덴틱양 되십니다" "서, 석세서?!" 웅성웅성. 엘브스 퀸의 석세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웅성거렸 고, 모르는 사람들도 웅성거렸다. '석세서 오브 엘브스 퀸이 뭐지?' '아, 그것은 말이오…' '세상에! 이런 영광이!' 나는 웅성거리는 군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아… 어디 보실까. 오오, 이거 하오루씨 아닌신가? 그리고… 호오! 꽤나 낮익 은 모습들이 보이는 것은 어째서일까?" 또다시 웅성웅성거리는 사람들. 나는 박수를 두번 쳐서 다시 시선을 모으고는 말 했다. "자자, 무도회의 중간에 끼어들어서 미안하지만, 잠시 내가 벌이는 여흥을 즐겨 주어야 겠소이다" 그러고서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퍼엉! 콰아앙! 콰가가강! 직접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폭발장면을 직접 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 을걸. 내 뒤의 커다란 창문들로 오렌지빛의 섬광이 번쩍였고, 1, 2초쯤 뒤에 꽤나 큰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유리창을 떨게했다. 카르르르르르! 깨지거나 금간 유리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하지만 저기 근처는 완전히 쑥대밭이 되었을것 같다. "무, 무슨 짓인가!" "뭐, 뭐야!" "꺄아아악!" "저, 저것…!"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소리들이 들려왔다. 귀부인들은 '나 연약해요'라고 외치듯 이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았고, 그 외에 사람들은 아마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 을 창밖을 바라보면서 아연실색해 했다. 혹시나 해서 바라보니 하오루와 어제 나 와 눈을 마주친 상당한 사람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나는 아주 만족스러 운 표정을 지그며 말했다. "방금 폭발한 곳은 라펠카 극장이라는 장소로, 어제밤에는 아주 좋은 일에 사용 되었더군요. 그렇죠? 무엔타니 후작각하?" "무, 무슨말인가!" "이런이런, 발뺌하시네요. 에실루나양? 저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시죠. 여러분. 지 금부터 제가 저곳을 폭파시킨 이유를 설명해주실 에실루나 지오덴틱양 이십니다. 엘프는 거짓말 못하는거, 모두 알고들 계시겠죠? 에실루나양" 나는 뒤로 한발자국 떼며 살짝 자리를 비켜주었고, 그녀는 옆으로 한걸음 걸어서 내가 있던 자리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로 시선이 집중되게 되었고, 나는 그 사이 윌오위스프를 소환해서 그녀의 얼굴을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녀의 얼굴이 드러나자 순식간에 사람들에게서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오오오…!" "세, 세상에 저런 아름다움이…" "아아…" 남자들은 애 어른 할것 없이 전부 그녀의 미모에 넋이 나가 있었고, 여자들도 마 찬가지였다. 그녀들은 차마 질투도 할 수 없는 에실루나의 용모에 완벽하게 기가 죽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자들 중에서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얼굴이 점점 창백해져 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게 숨을 들이 쉬고는 말 했다. "여러분. 일단 이렇게 무례하게 찾아뵌것에 대해 깊은 사죄를 드립니다. 듀크 팬 텀경이 소개한대로 저는 엘브스 퀸의 석세서 에실루나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석 세서 나이트 민체토 바스란경입니다" "에… 엘프 여왕의 후계자여. 나는 이곳 레리첸트의 국왕인 루이스라고 하오. 어 찌하여 이런 일을 벌이게 되셨소?" "인간의 왕이시여. 묻겠으니, 이곳에서 노예매매는 불법인가요?" "물론이요. 지엄하신 건국왕 폐하의 의지대로, 이곳 레리첸트는 절대 노예매매를 하지 않소이다. 헌데 그것을 어째서…?" 에실루나는 오른손을 가슴위에 올리면서 말했다. "그것은 제가 어제밤. 저 폭발이 일어난 장소에서 노예로 팔려갈뻔 했기 때문입 니다. 비단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엘프들이, 인간이, 몬스터들이 노예가 되 어서 팔려가거나, 그런 위기를 겪을뻔 했습니다. 최소한 엘프들은 그 화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계시는 팬텀경 덕분에요" "맙소사… 사리디마스여…" 사리디마스? 정의의 관조자라 불리우는 신의 림이군. 레리첸트의 수호신인가 본 지, 왕은 신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읇었다. 만약 인간처럼 보이는 내가 저렇게 말 했다면, 그는 아마 헛소리 하지 말라면서 발끈했겠지만, 에실루나는 엘프다. 그것 도 전 대륙의 엘프들에게서 충성을 받고 있는 엘브스 퀸의 후계자다. 그녀의 말이 거짓이라면, 이세상은 거짓으로 가득찬 세상이 되겠지. 그녀는 말을 끝낸 후에 나 를 보면서 고개를 작게 끄덕엿다. 이제 내가 다시 나갈 차례라는 것이군. 그녀는 원래 있던 자리로 물러났고, 나는 다시 앞으로 한걸음 나와서는 말했다. "나는 어제 경매장을 갔소이다. 물론 다른이들처럼 노예를 사겠다는 속셈이 아니 라 어떤 분의 명을 받들고서 엘프들을 구하러 갔던 것이오. 나는 내가 구해낼 엘 프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여서, 하는 수 없이 전부 구해낼 수 밖에는 없었지. 그러던 도중 에실루나양을 구하게 된것이오. 그리고 나에게 엘프 들을 구해오라 하셨던 분은, 지금 매우 그 심기가 불편하신것 같소이다" "그 사람은 대체 누구요?" "사람이라 부를 수도 없는 존재이십니다. 저 엘 타칸리스 산맥의 군주되시는 분 입니다" "……!" 왕의 눈을 비롯해서 사람들의 눈이 번부 경악으로 흡떠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엘 타칸리스의 검은 고룡 엘 타칸리스는 별세했고, 그 자리에 지금 은 그… 신군주가 자리잡고 계시다는 것이오?" "그렇소" "오오…" 나는 짧게 설명을 해 주었다. 엘 타칸리스는 이런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것 이었지만, 지금의 엘 타칸리스 산맥의 신군주께서는 자신의 영토로 들어와서 엘프 들을 납치해간 노예사냥꾼들을 아주 탐탁치 않게 여기신다고. 내 말을 듣던 사람 들은 엘 타칸리스 산맥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루이스는 연속적 으로 심장떨어질만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오자 가슴이 막히는지 두어번 헛기침을 하 고는 말했다. "그… 신군주의 이름을 가르쳐 주실수 있으시겠소?" "이그니시스. 페이라 이그니시스. 홍염의 일족이시오" "레, 레드 드래곤!" 사람들은 다시 경악에 휩쌓였다. 흉폭하기로 말하자면 저 블랙 드래곤도 두수 이 상은 접어야 한다는 레드 드래곤이 엘 타칸리스 산맥에 들어 앉게 된 것이다. 엘 타칸리스는 그나마 고령으로 약간의 자제력이 있어서 쉽게 나가지는 않았었지만, 새로이 레어를 차지했다면, 분명 성룡이 된지 얼마 안되는 드래곤일 것이고, 드래 곤은 어릴수록 제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편이라서 그들은 두려워할 수 밖에 없 을 것이다. 나는 약간 기분이 나빠졌다. 아니, 우리 일족이 이렇게 평판이 나빴던 거야? 대체 무슨 일들을 저지르고 다녀서 그런거야? 쳇! 우리보다도 힘센 골드드 래곤들은 오히려 평판이 좋더구만. 쳇쳇쳇. "아아, 걱정들 하지 마시오. 그 분께서는 그렇게 난폭하시지 않으시오. 만약 그 분이 홍염의 일족 본연의 모습을 가지고 태어나셨다면, 벌써 이 레리첸트는 무사 하지 못했을 것이오. 하위 종족을 상당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드래곤이지 만, 그분은 자신내 영토의 재산이 도둑맞으신것에 대해서 크게 화를 내는 대신에 그들을 그냥 구해오라고 하셨소. 그리고… 국왕에게 이런말을 전하라 하셨소" "…어떤 말을?" 나는 손위에 불덩이를 하나 띄웠다.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움찔했으며, 산다스는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차하면 뛰어들어야 겠으니까.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 며 말했다. "감히 인간 주제에 내 영토를 침범한것은 용서 할 수 없으나, 나는 파괴와 살육, 흩어지는 피를 즐기는 취미는 없도다. 그래서 나는 단 한명의 목숨으로 모든것은 처리하기로 결심했으며… 그 대상은 그들의 대표자에게 있다. 그러니 죽어라!" 나는 말을 끝내고는 그대로 불덩이를 쏘아 보냈다. 화르르르륵! 불덩이는 날아가 는 동안 점점 그 크기를 더해가서 처음엔 주먹만 하던것이 나중에는 사람의 상반 신 만하게 커졌고, 루이스는 그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자신의 가까이로 날아온 불 덩이를 바라보던 그는 눈을 질끈 감았고, 그 순간에 그와 불덩이 사이로 뛰어드는 하나의 인영이 있었다. 퍼어어엉! "크아악!" 나는 일전에 산다스에게 조언했다. 등으로 버티라고. 그는 그 조언을 제대로 들 었다. 불덩이에 직격당한 산다스는 고통에 크게 소리쳤으며, 그의 등은 옷이 완전 히 타버리고 살이 익어서 모락모락 김이 나고 있었고, 고기가 타는 냄새가 났다. 으윽, 사람타는 냄새는 싫단 말이야. 화상부위가 크지만 그래도 죽지는 않을 것이 다. 힘조절은 드래곤의 기본이지. "고, 공작!" "폐, 폐하… 괜찮으십… 크윽!" "이 무슨… 과인의 목숨으로 모든것이 해결 된다면 간단하지 않소!" "그, 그럴수…는 없습니다! 폐하는 절대 돌아가셔서는 안되는… 허억!" 아아… 아름다워라. 아름다운 충성심의 발로로고. 비록 연기이기는 하지만 등이 완전히 익어버리는 연기는, 아주 뛰어난 연기자가 아니라면 진정으로 저러는 것이 겠지. 내가 공격할 것을 알고, 분명 죽지 않을것도 알 고 있었지만, 공포라는 것 이 그런식으로 제어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다스는 용감하게도 불덩어를 몸으 로 막아내었던 것이다. 짜고치는 고스톱이지만, 약간 찝찝하군. 나는 의외라는듯 이 말했다. "용케도 살아있군요. 하지만 쓸데없는 행동이었습니다. 설마하니 제가 한발만 쏘 고 말것이라는 착한 생각을 하신것은 아니시겠죠?" 나는 두번째 불덩어리를 손에 띄웠다. 산다스… 이번에는 기절해 줘야겠어. 나는 그것을 지체없이 발사했고, 반쯤 쓰러져 있던 산다스는 이번엔 두 팔을 활짝 벌리 고는 '정면으로' 그것을 막아내었다. 콰과가강! 산다스! 뭐하는 짓이야! "으아아아악!" 처참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맙소사! 어쩌자고! 폭발음과 함께 화광이 피어올랐 다. 나는 엄청나게 놀라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색하지는 않았다. 화광이 가시고 난 자리에는 가슴에서 배까지가 등처럼 익어버린 산다스가 굳게 서 있었고, 그의 뒤 로는 주저앉은채 그의 등을 보고있는 루이스가 있었다. 다행이야, 얼굴은 무사하 구나…. 산다스는 아주 힘겹게, 힘겹게 말했다. "폐하에게는… 절대로… 손대지…" 털썩. 산다스는 그대로 뒤로 고꾸라지면서 기절했다. 부활하는 마법도 있으니까, 죽었 다 치더라도 살릴수는 있어. 나는 살이 타는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고, 그것은 나 의 양옆에 서있는 두명의 엘프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나보다 더 심하군. 얼굴까 지 새파래지는것을 보면. 나는 발밑에 있는 스퀄을 톡톡 건드리면서 낮게 말했다. "스퀄. 가자" 나는 그대로 1층으로 뛰어내렸고, 스퀄도 나와 같이 뚜어내렸다. 타닥! "흐으악!" "꺄아아!" 사람들은 스퀄을 보면서 자지러질듯이 놀라서는 뒤로 물러났고, 덕분에 나는 시 선을 장악하면서도 여유있게 왕좌로 걸어 갈 수 있었다. 내가 왕좌 로 가는동안… 적개심어린 눈빛은 몇건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막는 움직임은 없었다. 결국 나는 아주 여유있게 왕좌로 걸어 올라 갈 수 있었고, 기절한 산다스를 피해서 루이스의 앞에 서게 되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훗. 평소에 인망이 않좋은가 보군요.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도 아무도 막으려드 는 신하가 없는것을 보니까요. 뭐, 쓸만한 사람은 여기서 죽을락 말락 하는 사람 외에는 없을것 같네요. 평소에 인기관리좀 잘 하지 그랬습니까" "……" 왕은 나의 말에 정곡이 찔리는지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쓰러져 있는 산다스의 냄새를 맡고 있는 스퀄을 불러들이고는 품안에서 경매장의 장부를 꺼내 면서 말했다. "스퀄! 이리와라. 그건 먹는게 아니란다. 잘 구워졌지만, 그래도 먹어선 안돼요. 그리고 이것 받으시죠" "이… 이것은?" "장부요. 경매장의 장부지. 열어보면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은 것이외다. 여기에 참여한 귀족들의 이름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까. 아, 듀크 팬텀은 내이름이라 는거 잊지 마세요" "이, 이걸 왜?" …참 머리도 안돌아 가네.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국법을 어기는 사람은, 지위를 막론하고 처벌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만약 에 당신이 이 장부에 있는 사람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을경우에는, 레리첸트국 은 전례가 없던 공격을 받을 것이오. 전 대륙의 엘프들은 자신의 여왕의 후계자 를 노예로 전락시킨 국가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울 것이고, 또한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 페이라 이그니시스님은 왕의 목숨도 취하지 못했는데, 처벌까지 안한다며 엘프들과 합심하에 공격해 들어올 것이오. 그렇게 되면 레리첸트 멸망하는데 한 달도 안걸릴 것이라고 장담하지. 뭣하면 내기도 걸 수 있소. 무슨말인지 알아 들 으셨습니까?" "알겠소. 내 엄중히 처벌하리다. 그것이 설령 대귀족이라도 나라의 존속을 위해 서라면 처벌을 해야겠지…" 여기저기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잠깜동안 돌아보니까 열에 서넛은 전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잇는것으로 보아서는 아마 한번이상 노예경매를 해본일 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의 설명중에서 틀린것이 있다면, 노예로 전락한 것으 로는 엘프들이 공격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지. 노예로 전락하고서 능욕당했 을때, 그때야 공격을 해온다는 사실이지. 그들에게 있어서 노예가 되었던 일은 별 로 신경쓸만한 일은 아니지만 욕을 당했다면… 끝장이지. 엘프는 순결이라는 것을 엄청나게 따지는 존재다. 한번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올곳이 그 사람만을 사랑 하는 존재가 엘프이고, 따라서 순결이란 상대에게 바쳐질 순수한 사랑의 증거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욕을 당하면 그대로 자살해 보린다. 순수함이 망가졌으니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지.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품에서 유웃빛의 액체가 담겨있는 작은 유리병을 꺼내서 뚜껑을 열고는 그 안에 든 액체를 산다스에게 붓 고는 말했다. "왕에게 목숨을 걸 정도의 신하는 얼마 없소. 치료를 했으니까 조금 뒤면 깨어날 테지. 일어난다면, 좀 잘 대해주시오. 이만한 충성심은 그렇게 흔한게 아니니까. 스퀄. 가자" 나는 몸을 돌려서는 단숨에 날아 올라서 2층으로 올라갔다. 스퀄은 칠흑의 날개 를 펴더니 2층으로 날아왔다. 나는 스퀄을 쓰다듬었고, 그러자 스퀄의 검은 벨벳 같은 털들 안쪽에서 각종 귀금속들이 느껴졌다. 단지 지나가기만 하는것으로 쥐도 새도 모르게 근처의 금속들을 몽땅 채집해오는 금속 강제 수집력이지. 이것은 일 종의 대가라고나 할까? 하하하하핫! 나는 황망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군웅들을 보면서 말했다. "연회를 방해해서 미안하오! 그리고 루이스 전하! 그 장부 잘 간수하시오! 잊어 버리면 큰 재앙이 닥칠것이외다! 하하하하하!" 나는 양옆의 엘프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텔레포트를 했다. 이제야 모든일이 마무리 된것 같다. 노예도 구출했고, 경매장도 처리했다. 하지 만 한가지 처리하지 못한것이 있다면 나를 협박했던 녀석들 하고 매쉬암이라는 조 직이지. 처리못한것이 아니라 처리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할까? 나는 그냥 그들 은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 한번에 전부 처리를 해버리면 다음에 놀러 나왔을때 는 할 일이 없을것 아닌가? 그리고 산다스에게 그녀석들에 대해 말해두면 알아서 처리를 해줄 것이다. 남은것은 돌아가는 일 뿐이다. 레어에서 나온지 한 한달쯤 되어가나? 슬슬 그리 워지기도 하는군. 이제 돌아가자! 일은 끝났다! -82- 003.Epilogue 돌아가는 길 레리첸트는 건국이래로 국명을 걸고서 대대적인 청소작업기간(?)에 돌입하게 되 었다. 엘브스 퀸의 석세서와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의 영향은 그정도로 컷던 것이 다. 평소같았으면 탄핵이다, 음모다 뭐다라고 따져댈법한 귀족들은 찍소리도 못한 채 자신들에게는 예외라 여겨지던 것인 국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처벌대상 이 된 귀족은 전체의 25%에 달했고, 그 중 일부는 해외로 망명을 꾀하기도 하였으 나, 그런 귀족들에게는 바로 현상금이 붙게 되었다. 차라리 국법에 따라서 처벌을 받는것이 더 나을 정도의 가혹한 처사였지만, 일반 백성들이나 그간 대 귀족의 권 세에 눌려 살아왔던 귀족들은 냉소를 흘리면서 이 모든 사태를 관망하는데 신경을 쏟았다. 그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이제야 나라가 좀 제대로 돌아가려나'였다. 산다스 빈 로즈마리 공작은 목숨을 걸고서 국왕의 생명을 지켜냈다는 이유로, 그 리고 그 상황에서 아무도 국왕을 지키려 들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왕에게 매우 큰 신임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명실공히 국왕의 제 1심복으로서 권력의 중추에 서게 되었고, 노예경매로 인해 시작한 개혁의 불은 산다스가 그대로 이러나가기 시작했 다. 제일먼저 왕권의 강화부터 시작한 그는 대귀족들에게 묶여있던 각종 국가재산 을 전부 서민들에게 풀어주면서, 왕과 백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되었다. 그간 많은 탈세과 수탈을 일삼던 귀족들은 더이상의 제살불리기는 못할 것이었다. 경매장으로 쓰인 라펠카 극장의 진정한 소유주인 무엔타니 후작과, 그의 일가는 해외로 도망을 치려다 현상금 사냥꾼에게 잡혀서 국경 바로 코앞에서 수도로 압송 되어버리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산다스는 라이니시스가 말해준 대로 매쉬암에 대 한 정보를 얻어내려고 며칠을 두고두고 심문했고, 거의 그것이 달성 되었다고 생 각할 찰나에 그의 일가는 쥐도새도 모르게 암살당해 버렸다. 미리안에게 약을 주입하고서 협박을 건넨 제국식 음식점의 사람들은 어느날 밤, 갑자기 들이닥친 RPG의 공격에 전원이 척살당했다. 그리고 그 식당은 불타올라져 서류상에는 '화재로 인한 사망자 다수'라고 적혀지게 되었다. 레리첸트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오게 만든 라이니시스와 그의 일행은 무도회가 있 고나서 그 다음날 재빨리 수도를 떠나게 되었다. 웬드렌과 드로바, 아이리의 경우 에는 모리엔에 있는 병원의 운영을 너무 오래 비워두었기 때문에 한시바삐 돌아가 려는 것이었고, 라이니시스 일행의 경우에는 절대다수가 엘프인지라 빨리 숲으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라이니시스의 입장에서는 '일 끝났으니까 어물쩡거릴 필 요 없다. 귀찮으니까 빨리 가버리자'라는 생각이었고, 돌아가고 싶다는 점에서는 엘프일행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게 되었다. 네대의 마차는 평원을 달리고 있었다. 세대는 엘프들이 타고 있는 마차였고, 한 대는 웬드렌의 일가가 타고있는 마차였다. 꽤 많은 인원수의 마차여행이라서 시끌 벅적할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여행의 구성인원 대부분이 엘프였고, 않좋은 일들 을 겪은 뒤라서 그런지 조용하던 엘프들은 더더욱 침묵했다. 그나마 아이들은 세 상물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천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약간의 활기를 불어넣 어주고 있었다. 미리안은 처음부터 라이니시스와 같이 타지 않았다. 엘프들을 안심시켜준다는 말 도되지 않는 핑계를 대면서 미리안은 라이니시스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서는 다른 마차로 들어가버렸다. 라이니시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마차를 탄 에실루나는 그에게 말했다. "어떻하실 생각이신지, 잠시 여쭈어 봐도 될까요?" "안됩니다" "네…" 일견 무성의한 대답이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지금 라이니시 스의 상태였다. 분명히 너무 흥분한 상태에서 미리안을 몰아붙인 일은 그가 생각 하기로도 조금 심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에 비해 미리안이 건드려버린 트라 우마는 용서라는 일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있다. 실없는 그냥 장난이 아니라 무슨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에실루나의 말이 귓가에서 요동치고 있었으며, 용서해 달 라는 미리안의 눈물젖은 외침은 머리속을 둥둥 울려대었다. 그것과 더불어서 가슴 은 무언가 콰악 막힌듯이 불편하고 거북했다. '젠장! 이건 대체 무슨 기분이야?!' 창밖을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평소와 그다지 다를바가 없었지만, 그의 속은 시커 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레이친을 떠나온지 어언 일주일. 곧있으면 모리엔에 도 착한다. 거기서 웬드렌들과 헤어지고 난 후에, 곧바로 마법을 사용해서 레어로 돌 아가겠다는 것이 당초의 그의 목적이었다. 일단은 빨리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기에 그의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지만, 문제는 돌아가고 난 다음이다. '대체 미리안을 어떻게 대하면 좋은거지?' 그녀를 용서해줄 생각도 있지만, 한편에선 그것을 완전히 거부하는 분위기다. 자 신이 설마 이중 인격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산념의 세계에서는 옹서하자 는 마음과 어림없다는 마음이 서로 충돌해 거대한 전쟁을 벌였고, 그 전쟁이 계속 될수록 그의 상념의 세계는 점점 폐허가 되어갔다. 하지만 그러는 도중에서 절대 결말이 나지 않았다. 어느 한쪽도 절대 물러 설 수 없다는 듯한 치열한 공방전은 어디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 '이런것을 두고 망설인다고 하는거야' 그렇다. 그는 지금 망설이고 있었다. 미리안과의 관계를 예전처럼 수복시켜서 껄 끄럽지 않을 생활을 다시 시작하느냐, 아니면 지금처런 완강한 태도를 계속 유지 해서 그녀에게 적당한 보수를 주고서 돌려보내고는 새로운 가정부를 들여놓느냐. 그 어느쪽도 탐탁치가 않았다. 결국 그는 제삼자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됩니다" 목적어가 빠진 모호한 말이었지만, 에실루나는 그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질 문해도 된다는 말이다. 그녀는 라이니시스와 같은 방향의 창문을 바라보면서 말했 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지요?"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질문을 허용한 이유가 없죠. 다른것을 물어봐 주십시오" "그런가요. 그러면… 용서해주실 생각이신가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마을로 돌려보내실 것인가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에실루나는 그의 모호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표정의 변화를 주지 않은채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라면, 질문을 허용하신 의도는 무엇인가요?" "…제 말을 정정하겠습니다. 뭔가 조언을 해주시죠" "조언이요?" 에실루나는 잠시 그는 보면서 머리를 갸웃했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그녀는 드래곤이 엘프 한명때문에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과 그 문제로 엘프에 게 조언을 요청한다는 것이 의아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질문에 서 용도가 조언으로 변환되어지자, 그녀는 잠시동안 생각했다. 엘프는 드래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엄청 오래사는 종족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잠시'라는 시간 단위는 상대적으로 인간의 그것보다 길 수밖에 없었고, 따 라서 라이니시스는 조언을 요청하고 세시간 동안의 '잠시'를 경험해야 했다. 물론 그는 엘프보다 오래사는 드래곤이었기 때문에 잘 참을 수 있었다. 기반이 인간의 영혼으로 잡혀있기는 하지만, 그는 조바심을 내지 않았다. '잠시'동안의 생각을 끝마친 에실루나는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이야기를요?" "미리안양이 어째서 그런 일을 했는지. 그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들어봐야 하 지 않을까요? 그녀는 진짜 의도를 말하기가 싫어서, 그것을 가리기 위한 의도인 장난을 꺼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렇게 장난을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저희 가 만약 그 일을 한다면, 무언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그 행동에 담겨진 진짜 의미를 들어보라는 것입니까?" "네. 그래요. 그녀를 쫒아내시기 전에 이유를 들어보시는 것이 괜찮으리라고 생 각합니다" 어떤 이유가 있을지는 전혀 짐작도 가지 않지만, 분명 미리안으로서는 어떤 의미 가 있는 장난이었으리라. 그는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이 그 이유를 들어주세요. 저는… 직접 듣지는 못할것 같군요" "중개인의 역할… 입니까?" "네. 한번 끼어드셨으니, 나름대로 끝맺음을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그녀는 작게 웃었다. 미리안으로서도 그에게 직접 말하는 것은 상당히 주저되는 일일 것이고, 라이니시스의 성격상 그것을 직접 물어보기에는 아직 상황 이 그렇게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양측에 부담이 별로 없는 중개인을 해달라는 말이었며, 여태까지 그 둘의 일에서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제 삼자가 에실루나였 기 때문에 한번 끼어들었으니 끝까지 끼어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그 이유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다만…" "다만?" "그녀가 당신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주지 말라고 할 경우에는, 전 그렇게 할 것입 니다. 저는 그저 그녀의 이유가 합당한가, 합당하지 않은가만을 전해 드리겠습니 다" "…그렇게라도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것만이라도 어디인가. 라이니시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최소한 에실루나가 느끼 기에 미리안의 행동의 이유가 합당하다면, '합당하다면? 용서라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 뒤의 말은, 꽤나 오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살다보면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는법이다. 실수없는 인생없고, 실수없는 성공 없 다고들 하지 않는가? 하지만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실수를 저질러 놓고서 후회한다는 점이다. 알면서 행한 실수이든 모르면서 행한 실수이든 지 사람들은 저지르고서 후회하는 경향이 많으며, 그것은 미리안에게도 마찬가지 였다. "후우… 하지말걸…" 괜히 이상한 장난을 쳤다가, 라이니시스에게서 완전히 미움을 받아버린 미리안은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녀는 이제 레어로 돌아가면, 집으로 쫓 겨나는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아무리 변명을 해 보아도 이빨도 안들어갈 것은 뻔했고, 거기에 그 이유라는 것을 말 할수도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끓고 있던 수프 냄비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접시들을 꺼 내서 사람수에 맞게 알맞게 담고는 빵과 과일들을 꺼내어 바구니에 담았다. 엘프 들이 고기를 먹을리는 전혀 없고, 고기요리를 만들면 먹을 사람은 한정되어 있었 기에 그녀는 고기요리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라이니시스가 고기를 먹는 사람 중에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적당히 저녁식사의 준비 를 끝내놓고서는 근처의 엘프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몇명의 엘프들이 접시와 바구니를 들고서는 야영용 모닥불을 피워놓은 곳으로 음식들을 운반했다. 그녀는 자신의 몫으로 따로 떼놓은 음식접시를 들고서는, 아직도 타오르는 모닥불 곁에 앉았다. 야영용 모닥불을 피워놓은곳은 라이니시스가 있다. 그렇기에 그녀는 그곳으로 다가가지 못하고서 요리를 한 바로 그 근처에서 처량해 보이는 모습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는 발자국 소리가 있었다. "미리안 라이엔츠씨" "아…, 에실루나님!" "에실루나라고 불러주지 않겠어요?" "예? 아니… 저… 그게… 나이차이도 있고…" "143세… 라고 하셨죠? 저는 올해로 201세에요. 100살 가량 차이가 안나니까, 별 로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렇군요. 그러면 저도… 미리안이라고 불러주세요" 말은 이렇게 하고 있었지만, 사실 미리안은 많이 당황해하고 있었다. 엘브스 퀸 은 엘프들에게는 절대적인 존재미여, 신성시 되는 존재이다. 어렸을때 부터 그렇 게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그녀로서는 그 후계자가 먼저 자신에 게 말을 걸었다는 것으로도 지금 거의 정신이 없었다. 인간들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국의 황태자가 서민의 아들에게 먼저 말을 걸고, 통성명을 제의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일이다. 당황해하는 미리안을 보면서 에실루나는 살포시 웃고는 조용히 말했다. "잠깐 앉아도 될까요?" "네? 아… 네! 그러세요!" 미리안은 대답하면서도 약간 바보같은 자신의 모습에 안달복달했고, 그것을 겉으 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예의바른 에실루나는 그것을 알고서도 뭐라고 하지 않았으 며, 그래서 미리안은 그녀가 자신의 옆에 자리를 잡고서 앉을때에 약간의 평정심 을 되찾을 수 있었다.(상대가 당황한다고해서 뭐라 그럴 엘프들이 아니지만) 미리 안이 작게 심호흠을 하는 동안을 기다린 에실루나는 그녀의 호흡이 안정되자 말했 다. "실례가 되었겠지만, 저는 그날 점심무렵의 일을 듣고 말았습니다" "……! 그…러시군요…" "미리안이 어째서 그에게 그런 일을 하였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래도 이 유를 듣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뵌 것입니다" "…라이니시스님이 시키시던가요?" 미리안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에실루나가 라이니시스의 마차에 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에실루나쯤 되는 엘프가 쓸데없이 다름 엘프의 일을 물어오지 않는 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의 일에 대해 인간만큼 큰 관심이 없는 엘프들 은 상대가 이야기해올 때까지 몇년이고 기다릴줄도 알며, 또한 상대가 이야기 하 지 않더라도 그것에 대해 추긍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서로에 대해 상당히 무관심 한 사회처럼 보이지만, 일부러 상대의 상처를, 또는 중요한 일에 파고들지 않는다 는 그들의 사상이기도 했다. 에실루나는 미리안의 질문에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요. 부탁을 받았습니다만" "…라이니시스님다워요. 부탁이라니…" "네. 그래서 저는 그 이유를 듣고자 찾아온 것이며, 원하신다면 그 이유에 대해 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겠습니다. 라이니시스님과 그렇게 약속을 하고서 왔으니 까요. 저는 무언가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여서 이 역할을 받아들였습니다" "……" 미리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꺼져가는 시점의 모닥불을 보면서 양 팔을 감싸안으며 웅크려 앉았고, 에실루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려 꺼져가는 모 닥불을 바라보다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둘은 아무런 말이 없이 가만히 같 은 시간이지만 부여하는 의미가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라이니시스는 그 둘의 뒷모습에 하염없이 시선을 보내다가 민체토의 헛기침 소리에 시선을 황급 히 돌려야 했다. "저는…" 라이니시스가 초조함을 느끼고 있지만, 엄하게 바라보는 민체토의 시선때문에 다 시 시선을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해서 장작을 꺼내 조금 더 불을 밝히고, 주전자를 올려서 차를 끓이고, 그것을 모두에게 돌려서 약간의 칭찬을 듣고, 그리고 그 차 로 인해서 엘프들이 서로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 시간에서 네시간이 지난 시간, 미 리안은 입을 열었고, 별자리를 보면서 방향을 가늠하다가 여러가지 일을 생각하면 서 기다리고 있었던 에실루나는 고개를 돌렸다. 미리안은 입술을 깨물고는 다리를 피고서 편한자세로 에실루나와 시선을 맞추었다. "라이니시스님께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네. 그러겠습니다" "제가 그런 일을 했던 이유는…" 미리안의 입이 언뜻 움직이는것 같았지만, 저쪽의 모닥불은 이미 꺼진지 오래였 고, 그래서 라이니시스는 애써익힌 독순술을 써먹어 보지도 못했다는 생각에 잠시 아쉬워했지만, 곧 그 생각을 머리에서 치워버렸다. 약속은 약속이다. 지킬것은 지 키는 그의 주의는 에실루나가 대답을 가져오길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그가 생각한 두번째의 시도(싸이를 이용해서 마인드 리딩Mind Re- -ading을 사용하는 방법)는 그대로 사장되어 버렸다. 그래서 그는 세번째의 방법 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으나, 이내 들려온 목소리에 생각조차 제대로 완성 되지 않았던 세번째의 시도는 비명을 지르면서 유산되었다. "차 한 잔만 더 주시겠어요?" "아, 예" 엘프들은 인간이라면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아주 능숙하게 환경친화 력을 발휘해 이 상황에 적응했고, 그래서 그들은 그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불을 그다지 사용하지 않는 엘프들은, 불의 정령도 그다지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 만, 한가지 일 때문에 그들은 불의 정령을 소환하고는 한다. 그것은 바로 차를 끓 이는 일이다. 기호품의 선택사항이 터무니없이 적은 엘프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 는 한도내에서의 기호품 충족을 시도했고, 그 결과 다른 종족에서는 찾아 볼 수가 없는 차문화가 발생했다. 그들은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는것을 좋아하며, 또 는 차와 함께 보내는 독서의 시간 또한 즐긴다. 그들의 긴 수명만큼이나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호품이 차이기 때문에 그들은 맛있게 차를 끊이는 방법 에 대해서는 어릴적부터 배워왔으며 그들 한명 한명이 일류급의 솜씨를 지닌 다인 (茶人)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게 차를 좋아하는 엘프들은, 드래곤이 끓여주는 차가 지니는 희귀성과 그 차 가 소유하고 있는 맛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호기심 충족을위 해서 그들은 상황에 이 적응하여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라 이니시스는 자신에게 말한 여자엘프에게 차를 한잔 따라주고서는 네번째의 차잎을 주전자에서 꺼내고는 다섯번째의 마른 차잎을집어 넣고서는 물을 넣고 불 위에 올 렸다. 맛있는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물이 끓는것과 불의 세기등을 조절하면서 항시 주 전자와 불을 주시해야 했으며, 그 일을 그로 하여금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서 눈 을 돌릴 수 있게 하였다. 엘프들은 끊임없는 차와 함께 담소할 시간이 또 늘었다 는 것에 매우 기뻐함과 동시에, 그들 여왕의 후계자가 미리안과 이야기 하는것을 라이니시스가 훔쳐듣지 못하게 하는데에 성공했다는 것에 속으로 작게 쾌제를 올 렸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이유에서 라이니시스가 무심결에 한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동 시에 어깨를 흠칫 하여야 했다. "아, 차잎 다 떨어졌다" 그 순간 엘프들은 머리속에서 어떻게 하면 또다시 그가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개 인적인 대화를 엿듣지 못하게 할까 하고 고민하시 시작했고, 차를 끓이는 것이 라 이니시스의 자발적인 행위로 이루어졌었기 때문에 그들은 그가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별다른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라이니시스의 한마디는 엘프들을 전부 안도하게 만들었다. "설마 홍차를 싫어하지는 않겠지" 홍차 또한 그들의 기호였다. "…그렇군요. 잘 알았어요. 라이니시스님께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조금은… 후련해진듯한 기분이 들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에실루나는 다시 하늘을 보았다. 짙푸른 색일까, 아니면 완전한 묵색일까. 밤하 늘의 별은 총총히 떠있었다. 그녀는 조금 전 자기가 보았던 별자리의 이동거리를 보고서는 생각했다. 10분 정도 지났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글쎄요. 그분은 보통의 드래곤과는 전혀 다릅니다만, 어떨까요. 홍염의 일족 본 연의 성격은… 그렇게 쉽게 감추거나 할 수 있는게 아니겠죠" "저는… 쫓겨나게 될까요?" "미안하지만, 그것 역시 알 수가 없어요. 저는 전달자입니다. 알 수 없어요" 미리안은 원래부터 확실한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살짝 미 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괜찮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니, 그것에 대한 대 답마저 요구하는것은 도리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그녀가 내놓은 대답은 라이니시 스가 내놓을 대답과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전달자다. 지극히 객 관적으로, 엘프식의 객관성으로서 라이니시스에게 자신의 이야기의 합당성을 전할 것이다. 미리안은 조금이나마 짐을 덜은 표정이 되었고, 그래서 그녀는 미소지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미소짓는 얼굴로 말했다. "만약, 제 일자리가 사라지면… 그때는 같이 여행을 다녀봐도 괜찮을까요?" "물론, 환영이에요" 미리안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고, 에실루나는 그 손을 잡고는 일어섰다. 그녀는 라이니시스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는 전달자의 사명을 완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비록 짧은 말이겠지만, 그녀는 이걸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것 이다. "제 생각입니다만, 그녀의 이유는 합당합니다. 이유에 대해서는 미리안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밝혀드릴수가 없지만, 그녀가 저에게 말한 그 행동의 이유면에서 는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럼 쉬세요. 수고하셨습니다" 라이니시스는 남감해졌다. 갈피를 못잡겠다는 말은 딱 이런때를 두고서 사용되어 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고,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위해서 여러모 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도저히 추측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에실루나가 저렇게 말하면서 납득했다. 엘프가 합당하다고 그러는데, 반박할 사람은 몇이나 될까? "곤란하게 되었어…" 그는 턱을 매만지면서 그렇게 말했다. 모리엔에서 웬드렌 일가와 헤어지고서 마법을 이용해 단숨에 레어로 돌아온 라이 니시스와 엘프들은 일단 그의 레어에서 하루를 쉰 다음에 엘프들의 마을로 가기로 하였다. 미리안은 그 전에 미리 라이니시스에게 짐을 챙겨두겠다고 말하려 했다. 자신의 말로 그가 움직여 주기를 바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말을 해 두어야 할것 같았기 때문이다. "라이니시스님… " "미리안, 배고프다. 먹을거라도 간단하게 준비해" "네? 네…" "그리고…" 힘없이 뒤를 돌아서 주방으로 가려던 미리안은 그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고, 그녀 가 본것은 뒤로 돌아서서 뒤통수를 긁적이는 라이니시스의 모습이었다. 그는 살짝 미리안을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 그의 말은 부드러웠고, 미리안은 눈을 크게 떴다. "그, 그것은…" "이유는 묻지 않겠다. 다른 엘프들 데려와서 일 가르치는것도 힘드니까 계속 네 가 일을 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한번만이다. 알겠지?" "가, 감사합니다!" 미리안은 울먹이는 목소리였지만 얼굴 전체에 미소를 띄우고는 그에게 꾸벅하고 인사했고, 라이니시스는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알았으면 뭐라도 좀 가져와. 배고파 죽겠다. 비쩍마른 드래곤이 얼마나 웃기게 생겼는지 별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네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미리안은 힘차게 대답하고는 주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 실루나는 예의 살포시 미소지었고, 라이니시스는 그녀에게 말했다. "여러가지로 생각해서 내놓은 대답입니다. 뭐… 상당히 어중간 하지만 말이죠" "아니요. 최고의 대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녀는 속으로 자신의 말 뒤에 꼬리를 붙였다. '저에게 있어서도 말이죠' 라이니시스가 미리안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면, 지금의 상황은 에실루나가 라이 니시스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녀를 접견하기 위해서 모 인 엘프 평의회와 그 자리의 모든 엘프들도 뒤집어 놓았다고 말할 수 있다. 먼저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엘프들을 데리고서 평의회의 장로들이 있는 마을회관으로 찾아갔던 라이니시스는 그들에게서 상당한 치하의 말을 들었고, 곧있으면 그 대가가 완성될 것이라고 했 다. 에실루나는 그 대가에 대해서 궁금증을 피력했으며, 장로들은 석세서 에실루 나에게 라이니시스가 원한 대가에 대해 설명했고, 에실루나는 그 말을 듣고서 이 렇게 말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석세서인 저로서도 뭔가 감사의 대가를 드리지 않으면 안되겠 군요" 그리고 라이니시스의 대답. "아니요. 괜찮습니다. 저를 도와주신걸로 대가는 충분합니다" 레리첸트를 한바탕 뒤집어 놓은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라이니시스는 그것으로 충 분히 만족하고 있었고, 더이상의 대가는 자신에게 별로 소용없는 것이었다. 민체 토를 놀릴때에 말했듯이, 그에게 금전적인 대가는 의미가 없으니까. 하지만 에실 루나가 생각하는 대가는 금전적인 대가가 아니었고, 그런 점에서 그녀의 말은 그 장소에 있던 사람들 모두를 그대로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엘브스 퀸의 석세서라면, 같이 사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요?" "…예?" "엘브스 퀸의 대리자로서 그녀의 후계를 구해내신 홍염의 일족인 라이니시스님께 무한의 감사를 드리며, 그와 더불어 그녀를 대신하여 그대에게 석세서 에실루나 지오덴틱의 몸과 마음을 대가로 지불하는 바입니다" 그리고서 정적. 노예가 될뻔한 것을 구해줬더니 이젠 도로 노예가 되길 원한다는 그녀의 말은 곧 엄청난 파급을 불러왔다. 먼저 민체토를 선두로 해서 늙은 장로들이 절대로 반대 하고 나섰고, 라이니시스 그 자신도 그것에 동조했다. 기껏 구해줬더니 도로 돌아 가려고 하느냐며 자신의 수고를 헛되게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라 이니시스에게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선택한것과 선택하지 않은것은 그 의미가 다릅니다. 인간들이 말하는 것으 로는… 반했다고 하나요? 저는 라이니시스님의 인격과 행실을 보고서 생각했고, 최근의 한 사건을 계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라이니시스님께 반했고, 당 신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어, 어이…. 하지만 그것은… 게다가 고작해야 일주일 남짓 봐온 상대에게 반했 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제 입으로는 말하기도 뭐하지만… 저는 일부일처제에는 별로 흥미 없어요" 이것은 거짓말이다. 라이니시스는 본래가 인간이었고, 그에게 있어서 일부일처제 는 매우 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일부다처제는 생각만 하고 있지, 실제로 해볼 엄 두도 내지 못하는 성격의 그였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엘프가 일부일 처제이기 때문이며, 자신의 유일한 배우자 외에는, 다른 배우자를 절대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저렇게 말하면 그녀가 그만둘까 싶어서 말한 것이다. 하 지만 에실루나는 자신의 행동에 확신을 가지 엘프답게 확고했고, 또한 상당히 엽 기적인 방법으로 확고했다는 점에서 다시한번 사람들을 뒤집어지게했다. "엘프의 가치관에 당신을 넣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측실이라도 좋습니다.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저의 위치 정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지요. 그것이 설령 마 음을 주지 않는 일개 성노라 할지라도 말이에요" "…진심입니까?" "물론입니다" 확고한 만큼 단호했다. 그녀는 라이니시스에게 프로포즈한것이 아니라 선언한 것 이다. 뭐든지 좋다. 함께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엘프로서의 자존심이나 긍지를 전부 버려도 상관없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일 개성노로 전락하더라도 데리고 있어 달라니, 순간 라이니시스는 대체 자신의 과거 에 무슨 업을 쌓았나 고민했고, 그와 동시에 거절할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석세서의 위치도 박탈당할 텐데요?" "허락해 주신다면, 퀸을 찾아 뵙고서 경위를 설명해 드리고, 석세서의 위치도 반 환할 것입니다. 그분은 다른 석세서를 키우시겠죠" 라이니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거절합니다" "그렇군요… 그러시다면 저로서는 한가지 방법 이외에는 남아있지 않습니다" 순간 라이니시스는 섬찟함을 느껴야 했다. 그는 엘프들의 사회성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고, 남여관계에 있어서 마음을 정한 엘프가 거절당했을시의 취할 행동에 대해서는 그리 많은 경우의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황급하게 그녀를 돌아보 면서 말했다. "자살하실 생각입니까?" 에실루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는것을 완전하게 거 부받은 엘프가 취할 행동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바로 에실루나 의 생각처럼 자살을 택하는 방법이다. 한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앞 으로 무엇을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마음고생을 하느니 차라리 죽 어버린다는 생각이며, 이것은 지극히 엘프스러운 생각이었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 가 자살을 한다고 생각한 라이니시스는 미리안의 사태 이상으로 난감해졌다. 결국 그는 어떻게든 승락하는 쪽으로 말을 돌려야 한다는 것인데, 그러기에는 그럴만한 핑계가 얼마 없었다. 그는 고민했다. 에실루나는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만, 그 렇다고 새어 승락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면 보류시키는 방법이 남았는데… 결 국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지요.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무슨 조건이지요?" "엘브스 퀸에게서 허가를 받아 오십시오. 물론, 석세서의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 는 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그러도록 할게요. 수년 이내로 허가를 받아 돌아오겠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이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원래 석세서는 한명밖에 는 두지 않고, 엘브스 퀸이 서거하면 곧바로 석세서는 엘브스 퀸이 된다. 만약에 엘브스 퀸이 그가 내건 조건에 허가를 해준다면 그것은 엘프 전체의 자존심을 진 흙탕속으로 내던지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그럲잖는가? 엘프들의 여왕이 될 자가 드래곤의 성노라면, 자존심이고 뭐고도 없는 것이다. 혹시 모른다. 엘프들이 자신의 자존심을 땅에 내 던진다면 몰라도, 아마 라이니시스의 조건이 받아들여지 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이다. 그는 그것을 노린 것이다. 조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에실루나의 요청은 영구적으로 보류되는 것이다. 하지만 에 실루나는 그런점을 알고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만의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녀는 라이니시스에게 말했다. "반드시 돌아올거에요. 그때는… 이런 조건, 다시는 내걸지 않는다고, 그리고 절 받아들여 주시겠다고 맹세해 주실 수 있죠?" "아아, 맹세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저는 퀸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는 돌아올거에요" 그녀는 손을 뻗어서 라이니시스의 한쪽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아주 확고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어딘지 모를 한 장소. 사무실처럼 꾸며놓은 장소에 한 여성이 서류를 읽고 있었 다. 날카롭고 이지적인 미모를 가진 그녀는 밤하늘 같이 검은 머리카락과, 암흑을 연상케 하는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서류에 고정되어 있었고, 그래서 그녀의 눈동자는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볼때, 그녀는 뛰어 난 속독술을 가졌을것 같다. 서류를 한장 넘기는데 드는 시간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으며, 서류가 한장씩 넘 어갈 때마다 그녀의 앞에 있는 한 남자의 어깨는 점점 움찔거렸다. 이윽고 서류를 전부 읽은 그녀가 그것을 책상위에 올려놓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면서 말했다. "그래서, 레리첸트에선 더이상 불가능한거야?" "예. 주요고객들이던 귀족들이 전부 잡혀갔고,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었습니다. 더이상 레리첸트에서는 노예매매가 불가능 합니다" "그래? 에휴, 물좋은 장소 였는데…. 그래, '그것'은 챙겨 왔겠지?" "네? 아아… '그것' 말씀이군요. 네. 경매가 끝난 직후에 챙겨왔습니다" 그의 말에 그녀는 눈꼬리를 내리면서 살짝 눈웃음을 지었고, 그것에 그는 안도했 다. 경매장은 망했지만, 그녀가 기분이 좋다는 증거였으니까. "좋아. 그대신 노예건을 대신할 사업안을 구상해 오도록해. 그전에 피곤할테니까 조금 쉬어. 한달뒤에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와" "예!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그녀는 잠시 말꼬리를 흐리면서 입끝을 들어올렸고, 그는 등골을 따라 흐르는 소 름을 느꼈다. 그녀가 입꼬리를 올릴때는 별로 않옿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란 뜻이 다. 그녀는 뱀과도 같은, 요부와도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레리첸트에서, 우리와 접선했던 놈들, 전부 죽여. 그리고 새 접선망을 세워" "네에?! 하지만 레리첸트 전역에 깔린 접선원이 1000명은 넘습니다!" "상관없어. 죽여"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는 단호하게 명령하는 그녀를 거부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그녀의 존재는 절대 적이었기 때문에. 그가 약간은 어색한 걸음걸이로 나간 다음에, 그녀는 방금전 읽었던 서류를 손으 로 세심하게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어느 페이지에 이르렀을때, 그녀의 눈에는 특정한 단어가 비춰졌다. 그녀는 얼굴 전체에서 화사하지만 요사스런 미소 를 띄우고는 말했다. "페이라 이그니시스… 듀크 팬텀…. 좋은 가명들이야. 라이니시스. 매쉬암에 정 식으로 도전한것을 환영해요. 맘껏 상대해 드리지요. 홍염의 일족이여" 그리고 그녀는 입술을 살짝 핥고는 마치 상대가 앞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 "나의 이름은 체리랑스. 매쉬암의 마스터랍니다" - Epilogue Over p.s "산다스 공작님. 라이니시스씨가 말씀하신 레드 드래곤의 이름이 페이라 이그니 시스라고 하셨죠?" "아아, 그랬네만?" "두 이름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음…? 그러고 보니… 페, 이, 그라는 단어가 더 들어가는군. …그렇다면?" "네. 페이그는 고대어로 불꽃이라는 소리이고, 이 말을 이름속에 넣었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불꽃속의 라이니시스'라고 하는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는… 라이니시스라는 것인가?" "그렇게 되는군요. 이그니시스… 아니, 라이니시스님은… 재미있는 드래곤이시군 요" "맙소사… 그런 난 드래곤과 저녁식사를 했다는 건가?!" "폐하께 알리러 가겠습니다" "자, 잠깐 같이가세!!" -83- 004.0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세월은 유수(流水)와도 같고 화살과도 같다는 말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쓰이고 있 는 말이다. 내가 살던 곳이나, 여기나 시간에 대한 표현방법도 그렇고, 상당부분 이 닮아있다는 것은 나로 하여금 여러가지로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게 해주었 다. 그래도 여기에는 지구에서는 없는 표현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역 시 몬스터에 비유한 여러가지 속담이 아닐까 싶다. 이런, 이야기가 샜군.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 하기로 하고, 일단 화제를 원래대로 돌리자. 내가 갑작스럽게 세월타령을 하는 것은, 특별히 내가 드래곤이라서 세월 흐르는 것에 대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며, 정확한 판단이다.(무슨말을 하고싶은거야?!) 사실, 양쪽다 느끼고 있다. 시간에 드래곤의 수명은 현재의 나에게 있어서는 영원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상당히 시간 에 대한 감흥이 없으면서도, 그런 시간에 신경쓰는 상호 이율배반적인 사상을 가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거, 의외로 편리하지만 귀찮기도 하다고. 5년이란 세월은 말하자면 여러가지를 할 수 있는 세월이다. 개월로 치자면 80개 월의 시간이니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질지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지. 전쟁이 일 어났다가 끝나서 나라 한두개가 사라질 수도 있고, 사람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 읗 수도 있지. 나라 단위로 치자면 개혁이 일어 났을수도 있고, 쿠테타가 일어나 서 안정기에 접어들 수도 있다. 혹은 누군가 획기적인 생활용품을 개발해서 그것 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돌아간다든지, 아니면 벼락부자가 나올 수도 있다. 시간 이라는 흐름의 속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는 것이 없다. 늘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 이 늘어놔야 할 일이 비단 5년뿐만 아니라 1년만에도 일어 날 수 있는 것이다. 인 간들의 사회나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가는것이 특징이니까. 나에게 있어서도 5년의 시간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예를 들자면 낚 시하는 취미를 기른다든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하는 드워프들의 성미를 살짝 자극시켜서 레어의 한쪽 벽을 장식할 새로운 무기들을 만든다든지, 10년에 한번있 는 엘프들의 축제에 나가서 미리안과 같이 왈츠를 추기위해 그녀를 붙잡고서 한달 간의 댄스 레슨을 시킨다든지 하는 일이지. 상당히 칭얼대는 그녀를 보면서 회초 리를 들고 싶어졌지만, 그래도 꾸욱 참았다는 이야기는 잠시 넘어가도록 하자. 아무튼, 5년의 세월은 나에게도 그렇게 짧은 세월이 아니었음을 밝혀둔다. 비록 해츨링 시절에는 여러가지를 배우기 위해서, 몇십년 단위로 시간을 보내기는 했었 지만, 성룡이 되고서 흐르는 나날은 그 하루하루가 특별하고 의미가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바는 레리첸트를 한판 뒤집어 놓고, 미리안의 마음도 한 번 뒤집어 놓고, 에실루나에 의해서 내가 또 한번 뒤집어지고서(그녀가 현재 어디 에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 한번쯤 더 만날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로 인하여 미리안을 비롯하여 이 근방의 모든 엘프들을 뒤집어 놓고, 나아가서 엘브 스 퀸을 뒤집어 놓았을것이 뻔한, 그 엄청난 발언으로부터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 다는 말이다. 그간 나와 미리안의 관계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하면 완전한 거짓말이다. 발전(發電)인지, 발전(發展)인지, 발정(發情)인지, 반전(反轉)따위는 일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예전처럼 친한 관계는 유지하고 있지만, 고용인과 피고 용인의 관계, 그리고 엘프와 드래곤의 관계, 그리고 조금 친한 사이라는것 외에는 별 다른것이 없다. 결국, 5년전의 상태 그대로의 유지라고 해야할까? 다른 종족들 과도 여전히 같은 상태다. 의뢰주와 고용인의 차이 외에는 별로 다르지 않는다는 것이지. 하지만 그 관계를 보자면 엘프들을 나에게 뭔가를 요청하는 것이 주류이 고, 나는 드워프들에게 요청하는 것이 주류라는 관계다. 주류라고는 해도, 엘프가 나에게 요청한 일은 1년에 한차례 정도의 아주 먼 곳에서 희귀한 약초를 가져온다 든지, 또는 어떤 물건을 가져온다든지 하는 일이다. 내가 완전 용역회사의 일꾼이 된거 같은 생각이 들지만, 예전의 노예건처럼 오래 걸리게 일을 처리하지는 않았 다. 의뢰를 받는 즉시 최단의 날짜로 끝내버리고서 또다시 노는 생활을 계속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산다스나 그 측근들에게 너무 많은 힌트를 주었기 때문에 나의 가 명인 '페이라 이그니시스'와 본명인 라이니시스를 가진 인물이 서로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아 내었고, 그것을 대대적인 국외선전용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비록, 사 용한지 한달만에 내가 직접 왕성으로 찾아가서 그만두라는 말을 해서 그쳤기는 하 지만, 라이니시스나, 페이라 이그니시스나, 듀크 팬텀의 이름을 모조리 쓰지 못하 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정말로 젠장맞을 짓거리다! 이래서 인간들이란! 5년정도 지난 지금은 약간 그쳤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엘프들이나 드워프들의 의뢰로 밖 에 나갈때마다 간간히 들려오는 내 이름은, 아직도 내가 제대로 돌아다니기가 상 당히 엄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런 나의 말에 대한 미리안의 코멘트는… "단지 귀찮으신것 뿐이잖아요" 핵심을 찔러준다. 그래. 사실 이름짓는것도, 여행하는것도 귀찮아서 안 돌아다닌다! 체엣. 나 원래 이런놈이라구! "라이니시스님.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저것'들좀 창고로 넣으시면 안될까요?" "미리안아.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싫다" "132번째. 거부당함" "132번째. 거부함" 미리안은 한숨을 쉬었고, '저것'들을 쳐다보면서 잠시 적개심을 불태운 다음, 앞 치마끈을 질끈 매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슬슬 점심시간이군. 5년동안의 변화중 하나라면 미리안의 요리솜씨는 일취월장했다는 것이고,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레 어의 한쪽 벽에 결려있는 '저것'들을 창고로 치워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아, 미리 안이 저런 요청을 했다는 것은 오늘이 주중 제 1일 이라는 소리군. 간단하게 말하 자면 오늘이 일요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와 미리안은 저런 말을 132번 되풀 이하고 있는 것이지. 으음… 2년이 조금 넘게 저렇게 했다는 건가?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가고서, 나는 나의 레어 한쪽벽, 정확하게는 벽난로의 오른 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대략 스무정을 넘어가는 '총'들을 보았다. 그렇다. 총이었다. 근대 개인용 살상무기 중에서는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화약을 이용한 병기. 보 통 구경은 10mm내외로서, 종류는 크게 피스톨Pistol계열과 SMG(SubMachine Gun)계 열, 그리고 라이플Rifle계열로 나뉜다. 쉽게 설명하자면 권총과 기관총, 장총이란 소리지. 아이리펜 대륙의 문명수준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무기이기도 하며, 아 는 사람도 아마 나밖에는 없을 것이다. 혹시 모르지, 거대한 고대 문명에서는 이 와 비슷한 병기가 있었을지도. 총이라고는 해도, 기술력이 집약된 살상병기가 아닌, 마법력이 집약된 병기라는 점에서 의외성을 가진다. 왜냐하면, 나는 총의 구조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이 아는 정도외에는 모르기 때문이지. 생김새나 쏘는 자세 같은것은 영화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봐왔었고, 그 기억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여러 모양의 총을 겉모습만 제작 해낼수는 있었지만, 그 내부는 기술이 아닌 마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난 5년 간 내가 드워프들이랑 몇달을 같이 지내면서 디자인하고, 마법을 부어넣으면서 만 들다 보니까 정작 내가 만들어 놓고서도 그 위력에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것은 총이라는 범위를 넘어가 있는 그런 물건들이었다. 일단 나는 화약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거기에 총에 쓰이는 화약이 흑색화약이라 는 것 외에는 아는것도 별로 없었지만, 드워프들이 쓰는 광산용 화약이 있었기에 그것을 이용했다. 총을 이루는 금속도 마법금속인 미스릴과 아다만타이트, 거기에 나의 지도하에 채굴된 티타늄을 사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총으로도 충분히 백병 전이 가능한 정도다. 특히 아다만타이트로 만든 샷건ShortGun은 둔기수준이다. 이 것 들고 사냥나갔다가 멧돼지를 일격에 쳐죽였으니까 말야. 힘도 힘이지만, 쏘지 고 않고 휘두른걸로 멧돼지를 일격에 때려죽인 샷건은 우그러지거나, 부서지는것 도 뭐도 없이 작은 기스하나도 없이 멀쩡했다. 위력? 위력이야 엽기적인것들이 워낙에 많아서. 내가 특별히 선정한 5정의 총은 퍼스널리티 스톤을 박아넣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으며, 총 탄에 여러가지 효과를 넣을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사거리 내에서 정확하게 관 통을 하는 관통사격이라든지, 목표물을 찾아가는 유도사격(조준이 필요없다), 각 종 공격마법의 효과를 넣는것은 장난이고(공중분해총탄 이라든가, 방전총탄등…), 심지어는 총을 맞으면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이것은 '아티팩트'라고 해야 옳은 물건들이고, 형태만 총의 형태를 갖춘 것들이다. 물론, 논 옵션 디펄트 Non Option Default설정을 적용해서 쏘면, 일반 총처럼 쏠 수도 있지. 하지만 말야, 미리안은 이걸 끔찍스럽게도 싫어하더라구. 화약이라는것이 사용되 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내가 때때로 나무를 이용해서 사격연습을 하였기 때문에 그 나무가 파괴되는 장면들이 머리속에 각인되어서 그런지, 내가 영화에서 보았던 무기고처럼 멋지게 장식해 놓은 총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는것은 그녀의 하루 일과가 되었다. 더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꼭 창고로 저 흉물들을 치워버릴 수 없느냐고 묻는것도 일과중에 하나가 되었지. 어떤날에는 내가 잠시 드워프 마을로 총탄제작의뢰와 가격에 대한 협상을 위해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내가 가르 쳐준 마법을 시험한답시고, 잔뜩 진열해둔 총과 총탄에 화염마법을 퍼붓는, 전혀 엘프답지 않은 엽기적인 일이 한 번 벌어진적이 있었지만, 총들은 터지기는 커녕 전혀 과열되지도 않았다. 물론, 만약에 터졌다면 그 날로 미리안은 벌집이 되었을 것이다. 사방으로 튀기는 총탄을 막아내거나 피할만한 재주는 그녀에게 없을 테니 까. 말하자면, 현대전시 근거리에서 터진 크레모어를 유효범위 내에서 '회피'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반사신경과 동체시력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어쨌든 나의 총들이 터지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이럴것을 대비해서 미리 특수처리 를 해두었기 때문이다. 마정석(魔精石)이라는 특수한 광석이 있다. 가공한다면 많은 마나를 사용자에게 로 유통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온도는 거의 절대영도(섭씨 -273.16도)에 가 깝다. 그 때문에 그것을 캐내는데는 드워프들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애로사항이 꽃 피며, 그래서 실제로 쓰이는 곳이 많지 않다. 막대한 마나의 유통을 시켜주기 때 문에 초급마법사라도 큰 위력의 마법을 사용하거나, 마법물품 제조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쓰임새는 이것으로 거대한 냉장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 온도조절 마법을 사용해서 마정석과 어우러져 만드는 냉동보관고나, 냉장 고는 현재 내 레어의 주방에 있지. 그 크기는 거의 사람 머리통만한 크기가 하나 씩 쓰인것 같더군. 마정석의 생성과정은 많은 의문에 휩쌓여 있다. 지금의 마학자들에게서 많은 토 론거리와 연구거리, 그리고 막대한 양의 월급을 부여해주는 연구주제로서 아직도 그 의문이 해결되지 못한 것이고, 그것은 우리 드래곤들 조차도 모르는 비밀에 휩 쌓인 물건이다. 하지만 별로 상관안한다. 까짓꺼 그냥 쓰면 되는것이지 기원까지 추적해 올라가서 박물학 탐구자가 되고싶지는 않으니까 말야. 어쨌든, 그 마정석이 나의 총에 제작과정에 쓰였다는 것을 일단 밝혀둔다. 금속 의 싸늘함에 마정석의 냉기까지 합쳐졌으니, 왠만해서는 손댔다간 얼어죽는 경지 에 이르르게 되는, 그야말로 '얼어죽을 놈의' 무기다. 그래서 만들고 나서도 만지 지 못해서 상당히 고민했던 것을 다시 마법처리를 해버렸다. 각종 열기에 대해서 내성을 가지도록 마법으로 조정을 했고, 그 결과는 용암속에서도 끄떡없이 제 형 태를 유지하는 총과 총탄들이었다. 내가 브레스를 쏴도 망가질까 말까하는 무기들 을 고작해야 화염마법 배운지도 얼마 안되는 신출내기인 미리안이 제대로 부술 수 나 있을지 의문이지. 그래서 그녀도 그것을 알고는, 그냥 창고로 넣어버릴수 없냐 고 매주 한번씩 요청하는 것이니까. -84- 004.0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내가 생각해도 저렇게 많은 총들을 과연 어디다 사용할까 싶을 정도로 조금은 많 기도 하다. 거기에 만들어진 탄환만 하더라도 거의 40000개 가량? 종류를 따지지 않고서도 이만큼 있고, 드워프들을 종용하면 하루에 1만개씩 만들어 낼 수 있다. 드워프의 기술력에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음, 한 10년정도 잘만 투자하면 비공정도 만들 수 있겠는걸? 하지만 내가 비공정 만들어서 어디다쓰랴? 그냥 그정 도의 기술력이라는 것만 알아두기 바란다. 띵~ 띵~ 띵~ 띵~ 샐러드를 입으로 옮기다가 포크를 내던질뻔 했다. 젠장. 하필이면 식사시간때 호 출하고 그래? 어디보자… 이번엔 9번째 보석이군. 그렇다면, 북쪽 최 외곽에 있는 엘프 마을인가? 아, 또 불안해지네? 엘프마을에서 부르면 꼭 항상 밖으로 나다니 게 되더라구. 걔네들은 나를 무슨 전문 택배용 드래곤이라고 생각하는거야? 아니, 대가도 맘에 들게 꼬박꼬박 지급해 주는것은 좋지만, 이거 너무 자주잖아? 그렇다 고 해도 안 갈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약도 있으니까. 거기에 불러준다면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서 좋고. 하지만! 그렇게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식사시 간이라니! 밥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담도 몰라! 개는 물기라도 하지만, 드래곤은 브레스를 뿜을 수도 있다구! "여기, 칼" "아, 그래" 속에서는 부글부글 끓고있지만, 그래도 나는 가야했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나중 에 엄청 따져댈거야! "텔레포트!" 평소 엘프들을 봐와서 아는 것이지만, 그들은 육상종족이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땅위에서 걷고, 먹고 마시면서 종족을 불려나가는 육상종족임은 확실하던 사실이 었고, 변명의 여지없는 보편타당한 이야기였지만, 내가 텔레포트를 해서 온 엘프 마을에서는 이 보편타당함이 비명지를 새도 없이 산산조각나야했다. "으와아아아악!" "와갸갸갹?!" 엘프가 날았다. 하늘을. 음… 날았다기 보다도 거의 띄워올려졌다가 추락하는 것이었지만, 내가 텔레포트 를 하자마자 본 장면은 엘프가 하늘위로 올라가는 모습이었기에 매우 해괴한 축에 드는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서 나는 중얼거렸다. "…새였나?" 그러자 내 옆에 있던 엘프가 나를 보면서 잠깐 흠칫 놀라더니, 나를 확인하고서 는 말했다. "새가 아닙니다! 늑대인간입니다!" "…에? 저 엘프가 늑대인간이야?" "그게 아니라…!" 그가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때마침 들려오는 개소리(?)가 있었다. "아우우우우우~!" "…이거 왠 발정난 개새끼 소리야?" 그 때, 순간적으로 직감이 왔다. 감히 나를 식사시간에 불러내야 했던 원인은 바 로 저 개소리의 주인이 틀림없다고. 그래서 당연스럽게 나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곱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하늘로 올라간 엘프가 서서히 추락하고 있을 무렵, 그 엘프에게도 쇄도하는 검은색의 어떤 물체가 있었다. "아앗! 안돼!" 나는 저것이 그 개소리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마 엘프에게 검은 색으로 윤기가 흐르는 턱이 북실북실나고, 입은 주둥이라고 불러야 될치만큼 길쭉 하게 나왔으며, 개과 동물 특유의 꼬리가 나있다고는 말하지 않겠지. 그래서 나는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서 그대로 쐈다. 콰앙! "캐앵?!" "으왁!" 거대한 폭음과 함께 검은 털뭉치가 올라다가 도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나의 옆의 엘프가 비명을 질렀다. 아, 엘프는 청력이 좋아서 총소리가 터무니 없 이 크게 느겨지겠지. 그 검은 털뭉치의 공격대상이 되었었던 엘프는 여러 엘프들의 도움으로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훌륭한 정령술이군. 그럼, 총 맞은 시체나 치우러 가볼 까? "캬아아아악!" "으와아악?!" 에? 나는 갑자기 들려온 포효소리와 그것에 맞춰 들려온 엘프들의 기겁하는 소리 에 잠시 나의 귀를 의심하여야 했다. 어래? 살았어? 아니, 아무리 베레타 형식의 권총이지만, 충분히 죽일수가 있었을 텐데? 나는 천천히 걸어가던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나의 앞에는 집이 한채 있었고, 그 옆을 돌아가기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 는 터라서 나는 그냥 간단한 결정을 했다. "으랴아!" 나의 발이 땅을 한번 박차고서 순식간에 땅이 나와 멀어졌고, 나의 발 밑으로 나 무로 만들어진 지붕이 지나가면서 나는 집의 뒤편, 그러니까 그 털뭉치 녀석이 떨 어진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과연 아직도 살아서 포효하다가, 주위의 기물을 닥치 는대로 파손하고 있는 검은털을 기른 2족보행 늑대가 있었다. 아앗! 건방지게 늑 대주제에 2족 보행을 한단 말이야?! 나는 총맞고도 살아있는 저녀석의 꼬락서니가 상당히 맘에 안들었다. "식사하는데 사람 불러내게 했으면 얼른 누우란 말야! 끈덕지게 살아있지 말고! 피어싱Piercing!"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노리쇠가 후퇴하고, 탄피가 튀어오른다. 노리쇠가 원위치로 전진을 하면서 새로 운 탄환이 장전되고, 또다시 쏜다! 본디는 하나였던 탄환은 사선운동을 하는 총탄 과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해 낙하하는 탄피의 두 개체로 나뉘었고, 총탄은 회전하 며 사선을 그렸고, 탄피역시 회전하면서 낙하했다. 그리고 나는 5발의 발사하면서 점점 의아해하는 표정을 띄울 수 밖에는 없었다. "크르르르…" 뭐, 뭐야?! 분명이 관통사격을 넣었는데?! 그런데 상처도 하나 없이 멀쩡하단 말 이야? 저, 저놈은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 녀석이야? 쳇! 그렇다면 육탄전이다! 나 는 총을 맞고도 버티는 저 녀석 에게는 힘조절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폴리 모프시에 낼 수 있는 최대급의 힘을 사용하기로 했다. "우랴압!" 나는 총을 도로 집어넣고는 부츠의 2단 점프 능력을 이용해서 공중을 박차고 빠 르게 낙하하면서 킥을 넣었고, 그녀석은 팔을 들어서 내 킥을 십자블로킹으로 '막 아내었다'. 크아앗! 대체 뭐야! 늑대인간이 원래 세다는건 알고 있지만, 감히 드 래곤의 힘을 막아?!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야! 하지만 난 오래 투덜거릴 여유 가 없었다. 상대는 십자블로킹에서 뒤쪽에 있던 팔로 나에게 공격을 시도한 것이 다. 이크! 쉬익! 나는 그녀석의 한쪽 팔을 디딤대로 해서 뒤로 뛰었고, 녀석의 뻗어온 펀치는 날 카로운 파공성을 내었다. 아후! 등골이 오싹하구만! 녀석은 이빨을 드러내면서 적 대감을 표시했다. "캬하악!" "카아악!" 나역시 질세라 이를 드러내고 한껏 적대감을 표시했으나, 나의 주위의 엘프들은 그런 나를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왜 그러는데! 나는 조금 투덜거 렸고, 그 사이에 검은 늑대인간이 척 봐도 길이가 4인치는 될법한 손톱을 꺼내들 고는 나에게 달려들었다. 우헤엑?! 저런게 어디서 튀어나온거야! 솨악! 파박! 샤약! 샤샥! 파바바바박! "헛! 핫! 햐! 으샤! 으라차차!" 야수성이 가득한 단순공격 이었지만, 그 단순함도 힘과 스피드가 뒷받침 되어주 면 그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단순한만큼 큰 파괴력을 가진 손톱과 발톱들이 적 의를 마음껏 담고서 나를 향해서 각양각색의 방향으로 쇄도해 왔고, 나는 그것들 을 피하면서 공격찬스를 잡아내는데 여념이 없었지만, 공격과 공격의 간격에는 주 먹을 내지를 시간도 없었다. 그야말로 숨도 안쉬고 덤벼들고 있다고 봐도 좋은 공 격이었다. 나는 열심히 숨도 쉬어가면서 그것들을 보기 좋게 피해내고 있었고 나 와 그녀석의 일방적인 고나계는 그렇게 거의 5분 가량을 계속 하고 있었다. 히야, 역시나 늑대… 라고 해야 하나? 5분 동안이나 숨도 제대로 쉬지 않고 열심히 공격 을 하는것을 보면 말이야. 늑대라든지 개과의 동물들은 원래 지구력이 상당히 좋 으니까 그런 것일지도. 하지만 그 지구력도 점점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처음과는 달리 공격하는 템포가 상당히 느려져 있었으니까. 나는 씨익 웃으면서 녀석이 지 친 타이밍을 타고서 덤벼들었다. "다 때렸냐? 그러면 이거나 맞아봐라!" 파박! 퍼벅! 팟! 쉬식! 콰악! 퍼벅! 콰득?! 그녀석과 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싸움을 연마해온 세월과, 기본적인 종족의 차이라는 것이다. 나는 거의 1/3은 녀석에게 타격을 주고 있었고, 이리저리 피하 다가도 녀석은 곧 나의 주먹이나 발차기에 맞고는 비틀거렸다. 하지만 버티는 모 습을 보자면 쉽게 뼈같은게 나가지 않을것 같았다. 아싸! 샌드백이다! 앞지르기! 팔꿈치 먹이기! 보디블로! 로우킥! 하이킥! 내려찍기! 올려차기! 무릎 올려차기! 돌려차기! 마지막으로 발경! "깨개앵!" 연속되던 나의 공격의 마무리는 발경이었다. 진각을 밟고 힘차게 내 지르는 장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녀석은 그야말로 개가 앓는 소리를 내면서 뒤로 나동그라졌고, 나는 손을 탁탁 털었다. 흠, 그래도 죽지는 않았겠군. "와아! 이겼다!" "대단해…" "역시 라이니시스님이셔…" 주위에서는 엘프들의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후훗.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는 칭찬을 맘껏 받아들였다. 크하하핫! 그래! 난 잘난놈이었어! 식사훼방놓은 대 가는 충분히 되는구만! 이렇게 즐거운 샌드백은 처음이야! 나는 잠시 자아도취되 어있다가, 문득 이 늑대인간은 어디서 굴러먹다 온건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녀석은 어디에 살고 있는 녀석이야?" 엘프들은 숲의 관리인 노릇을 한다. 숲을 관리하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생 물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도록 숲을 가꾸는 정원사의 역할들을 한다. 그래서 그들은 숲의 어느장소에 누가 살고 있는지 훤히 알고 있으며, 나는 그런 점을 떠올리고는 갑자기 엘프 마을을, 그것도 내가 준 결계를 뚫고 온 늑대인간의 신원처가 어디인 지를 물은 것이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신통치 않았다. "글쎄요… 이 근방에 늑대인간들이 사는곳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이렇게 검은 털을 가진 늑대인간은 없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검은털이 희한한거야?" "네, 뭐… 검은털의 늑대가 별로 없는거랑 비슷하죠" "그렇군…" 별로 신통치 않았다. 신원조차도 불분명한 것이 쳐들어 왔다 이건가? 나는 잠시 녀석을 보았다. 맷집도 쓸만하고, 생긴것도 그럭저럭 괜찮다. "키우면 재미있겠다…" "…네?" "아, 아냐" 순간 나는 심층의식의 표출로 약간 곤혹스러워했다. 미리안이 조금 투정거리겠지 만, 그것 뿐이겠지. 음음. 결정이다! 나 저녀석 키울래! 그리고 내가 결정을 내린 순간, 녀석이 으르렁 거리면서 일어났는데, 나는 거기 에서 상당히 않좋은 느낌을 받았다. 뭐, 뭐야! 이것은! "크르르르…" 녀석의 눈은 새 빨갛게 타오스로 있었고, 그에 따라서 털색이 점점 변하고 있었 다. 오오오옷! 변신인가?! 검은색의 윤기있던 털은 금새 하얗게 변해가더니, 은색 의 빛을 띄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녀석의 키가 7피트에서 순식간에 10피트 가량으 로 커졌고, 어깨도 넓어졌으며, 온몸의 근육에 힘이 팍팍 들어가는게 눈으로도 보 였다. 순식간에 근밀도와 골밀도가 올라가는 녀석을 보면서 나는 군침을 삼켰다. 점점 더 맘에 들었어! 하지만 다음 순간, 녀석이 포효했을때, 나는 엄청난 불쾌감 과 적개심을 느껴야 했다. "우오오오오오!!" 콰아아아아! 바람이었다. 삭풍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실린 힘은, 상대에게서 공포를 자아내게 하는것. 드래곤들만의 특수한 권능중에 하나인 피어였다! 어, 어째서 늑대인간 주 제에 피어를?! 나는 온몸의 감각을 찌릿찌릿하게 울려오는 피어의 느낌에 엄청난 불쾌감을 느꼈다. 드래곤도 아닌것이, 드래곤만의 능력을 흉내낸단 말이야?! 드래 곤들은 폴리모프한 상대를 알아볼 수가 있다. 그것이 어떠한 일족이든 간에 알아 볼수가 있다. 하지만 저녀석은 절대로 드래곤은 아니다. 그러나 녀석은 피워를 피 워올리고 있었다! 그것도, 그것도… 블랙 드래곤의 피어를! -85- 004.0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블랙 드래곤. 일반적으로 레드 드래곤보다 사악하다고 알려져 있는 그들은, 실제 로도 정말 사악하다. 레드 드래곤은 흔히 흉폭성으로 알려진다. 때리고, 부수고, 죽이는 것이 일상 생활인 레드 드래곤에 반해, 블랙 드래곤은 사악함으로 대변된 다. 괴롭히고, 능욕하고, 상대의 마음을 철저하게 유린하고 부수어서 폐인이 되어 있는 모습을 즐기는 전형적인 새디스트 변태들이다. 드래곤들 중에서 유일하게 고 문이라는 과목을 심도있게 배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말이 따로 안 나올 지경으로 그들의 취향은 변태적이다.(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폭력성향의 테러리스트들이라고) 그런 블랙 드래곤의 피어를 내 앞에서 건방지게 피워올리고 있는 저녀석을 보고 있자면, 순식간에 열이 뻗칠 지경이다. 저, 저, 저런 변태의 자식같으니! "어어… 으…" "아… 아아……" 주위의 엘프들은 모두 공포에 질려서 떨고 있었지만, 나는 멀쩡했다. 왜냐면 나 는 드래곤이고, 우리들은 서로의 피어를 감지 할수는 있지만 그것에 큰피해를 입 지는 않으니까. 드래곤의 피어를 피워올리는 것을 보면, 저녀석은 키메라Chimaera 인가? 어떤 미친 마법사가 만들어낸 키메라? 아님, 블랙 드래곤이 심심해서 만든 키메라인가? 나는 잠깐동안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무래도 좋다. 건방지게 드래곤의 피어를 함부로 피워올리고 있는, 그것도 감히 나의 영토에서 나의 재산인 엘프들에게 피어를 피워올리고 있는 녀석을, 난 도저히 가만 둘 수가 없다. 죽여야겠어. 하지만 난 다음순간, 그 생각을 철회했다. 우드드득! 그녀석의 온몸에서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검은색의 비늘이 솟아나기 시작 한 것이다. 비늘은 흉부를 덮고서, 팔꿈치에서 손까지를 덮었다. 그리고 다리에도 검은 비늘이 솟아난 모습이라서, 녀석의 모습은 마치 하얀 옷위에 검은색의 갑주 를 차려입은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새로운 변신에서 한가지를 깨달 을 수 있었다. 키메라가 아니다. 블러드 스폰Blood Spawn이다! 블랙 드래곤의 피어는 단순히 그 뼈에서 추출해낸 것으로도 연출이 가능하지만, 드래곤의 비늘까지 만들어 내는 변신 키메라를 만들려면 그 피가 없이는 불가능하 다. 블랙 드래곤의 비늘을 이용하면 될것이 아닌가 싶겠지만, 저 변신은 어디까지 나 '비늘 생성'의 변신이었지, '비늘 출현'의 변신이 아니다! 마법을 공부한지 몇 백년인데 저것도 구별해내지 못한다면 드래곤의 칭호는 내다 버려야지! 나는 순식 간에 마음을 바꾸었다. 드래곤의 피를 어디서 얻어냈는지 모르지만, 분명 그 피를 얻어내는데는 한 드래곤의 희생이 있었을것 같다. 저기 늑대인간이 발휘하는 힘을 보건데, 드래곤과 싸우다가 튄 피를 가지고 만든것이 아니라, 상처에서 곧바로 나 온 싱싱한 피로 만들어 졌을 가능성이 120%다! 절대로 부정못해! 생포해서 만든놈이 누군지 불게 해주겠어! "크와아아아악!" "시끄러! 웨이트 그래비티Weight Gravity!" 쿠궁! "쿠에엑!" 중력증가마법, 웨이트 그래비티를 걸자, 녀석은 금새 땅바닥에 눕게 되었다. 훗! 100배의 중력이다! 하지만 녀석은 최초의 충격때문에 넘어진 것이었는지 꿈틀꿈틀 대면서 점점 일어나려 하였다. 상체가 땅에서 떨어지고, 무릎도 점점 들어올려지 고 있었다. 제길! 힘도 드래곤의 수준인가 보군! 변신을 하더니 힘도 늘어난건가? "쿠오오오오!" 녀석은 포효하면서 두다리를 땅에 딛으며 섰고, 나는 중력에 눌려서 밑으로 향하 는 털들을 보면서 그녀석이 받고있을 무게가 장난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드래곤의 힘은 역시 세구나 하고 느꼈지만, 그래도 본연의 힘보다는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 다. 하지만 저것도 매우 잘 만들어진 녀석이지. 드래곤의 피를 썼지만, 무엇보다 도 그 근본부터가 제대로 만들어진 녀석이었기에 저렇게 힘을 발휘하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정도 까지겠지. 나는 또다시 주문을 외웠다. "웨이트 그래비티!" 주문의 중첩. 200배의 중력을 받게된 녀석은 다시 파악하고 허리를 숙였고, 그녀 석 주위의 땅은 퍼억! 하고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완전히 대비하고 있었는지, 처 음에 땅에 엎드렸던거와는 달리 허리만 숙였는데, 그게 맘에 안들었다. 버틸만 하 다는거냐! 나는 다시 주문을 외웠다. "웨이트 그래비티!" 콰가강! 다시 대지는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았고, 버티던 녀석은 또다시 중압을 견디지 못해서 땅바닥과 격렬한 조우를 하게 되었다. 퍼억! 캐갱! "크르르르! 크르릉!" 이제는 엄청 힘이 드는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서 으르렁대고만 있지만, 상당 히 힘든 모양이었다. 그럼 슬슬 편하게 해 줘야겠지? 나는 웨이트 그래비티를 해제함과 동시에 주문을 사용했다. "다들 귀막아!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Lightning Bolt Heavy Crash!" 꽈르르릉! 콰가가가강! 직경이 2야드는 되어보이는 번개의 기둥이 하늘에서 늑대인간에게로 떨어져 내렸 다. 순식간에 엄청난 빛이 눈앞을 희롱했다. 거대한 소리는 고막을 찢어놓을듯이 폭발했고, 순간 주위가 밝게, 혹은 어둡게 변하였다. 다연발의 라이트닝 볼트와는 다른데, 저것은 단 한번으로 블루 드래곤의 브레스와도 비슷한 번개를 상대에게로 쏘아져 보내는 마법이다. 위력은? 확실한것은 모르지만 저녀석을 기절시킬만한 것 이라는것은 확실하지. 쉬이익…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있었다. 그와 함께 고기를 굽는 냄새와 털가죽이 타는 냄 새가 났다. 눈을 허옇게 뒤집어 까고, 벼락에 맞아서 큰 화상을 입은채 기절한 녀 석을 보면서 나는 씨익 하고 웃었다. 죽지는 않았거든. 살아서 꿈틀대고 있는것을 보면. 전기에 의한 쇼크사면 가끔 근육이 경련한다는 소릴 들은적이 있지만, 저녀 석은 죽은것이 아니다. 혼절했다고 해야하나? 의식불명이라고 해야 하겠지. 일단 숨소리와 심장뛰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려오고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녀석을 보면 서 작게 중얼거렸다. "흐음… 잘 구워졌군" 나는 문득 여기서 뭔가 한마디를 더 하고 싶어졌고, 그래서 말했다. "맛있겠다…" 엘프들이 순식간에 나와 거리를 벌렸다. 번개에 맞고서 뻗어버린 늑대인간은 어느새 그 변신이 풀려져 있었다. 처음 봤을 때 그대로인 검은색의 윤기흐르는… 이라기 보다도 다 타서 눌어붙은 검은색의 털 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일단 그녀석을 레어로 데려왔다. 조사를 해보려면 그만한 장소가 필요하고, 그런의미에서 나의 레어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겠지. "뭐에요? 그 시커먼 고기덩어리는?" "이번일의 원인… 인데, 너무 떨어져있는것 아냐?" 멀찍이 떨어져있는 미리안은 멋적은듯이 웃었다. 그녀는 내가 돌아오자 금세 나 에게로 다가오려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늑대인간이 번개로 인해서 반쯤 눌어붙은 것을 보고서는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뒤로 타다닥하고 멀어졌고, 그녀는 이녀석에 게서 나고있는 고기타는 냄새와 털타는 냄새를 견디지 못하겠는지 살짝 코를 움켜 잡았다. 확실히 그녀에게는 조금 참기 어려운 냄새일지도 모르겠지. 나는 늑대인 간을 아무렇게나 던져두고는, 포켓에서 예전에 산다스에게 썼던것과 같은 약병을 꺼내들어서 녀석에게 부었다. 급속으로 치료를 시켜주는 물약이라서, 상처는 금세 회복이 될 것이다. 뭐, 그러는 동안 깨어나면 조금 귀찮으니까… 싸이! 「불렀는가?」 그래. 불렀다. 여기있는 이 늑대인간의 정신을 완전히 제압해서 깨어나지 못하게 하고서 이녀석의 정신상태좀 잘 훑어봐. 뭔가 상당히 이상한 면이 많을거야. 「그러지. 끝나면 부르겠다」 어, 그래. 잘 부탁한다. 상처가 슬슬 나아가고 있던 녀석은, 몸을 두어번 움찔거리면서 일어날 기미를 보 였다가 한번 몸을 크게 떨고는 잠잠해졌다. 으음… 상처가 나으면서 기력이 돌아 와서 일어나려 했지만, 싸이가 정신제압에 들어갔기 때문에 일어나려는 시도는 거 기서 끝이겠지. 나는 싸이가 작업을 들어가고 있는 동안, 잠시 차나 마시면서 기 다리기로 했다. "미리안! 차 한잔!" "네!" 나는 어느새 치워진 식탁위에 앉았다. 쳇, 밥도 제대로 못먹고서 일이라니. 너무 엄한것 아닌가? 그러고 보면, 미리안도 같이 먹을것을 치웠다는 소리군. 한번 불 려가면 대개 오래 걸리는 일들 뿐이었으니까 그녀가 이렇게 식탁을 금세 치운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엘프들의 마을에 결계를 씌워준 이후로는, 그들에게서 몬스터로 인하여 도와달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대개 한번 가면 오래 걸리는 일들 이기 때문에, 밥먹다가 불려나가면 미리안은 식탁을 그대로 치우는것이 일상화 되 어있다. 이렇게 굶어버린 끼니가 대체 몇끼였더라? 「끝났다. 상당히 재미있더군」 재미있어? 어떻게? 「어디서 굴러온 녀석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넘기도록하지. 이녀석의 정신 세계는 참으로 간단 명료하더군. '엘프를 잡아와라'가 다였어」 …에에?! 고작 그것 뿐이야? 뭐 다른건 없었어? 「다른것은 없다. 지능도, 기억도 거의 백지화가 되어서는 단순히 명령만을 따르 도록 되어있다. 단순해서 차라리 재미있군」 그래? 그렇다면 녀석은 지금 정신억압을 당해있다는 소리? 「일종의 마법주문같다. 간단한 명령만을 수행하도록 되어있는 주문에 걸린것 같 다. 해제한다면 할 수 있겠는데, 할텐가?」 당연하지. 해제시켜. 그리고 기억도 원래대로 복구 시킬수 있으면 해. 설마 기억 이 되돌아 온다고 해서 변신능력이 사라지지는 않겠지? 「육체적인 능력과 정신과의 연계성은 그다지 없어보이니 그럴것이다」 그러면… 어느정도 걸릴것 같아? 「하루에서 이틀정도? 안전하게 하려면 그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좋아. 시작해. 끝나면 불러. 싸이의 능력으로도 이틀정도 걸리는 정신수복은, 마법적으로도 상당히 어려운 작 업이다. 생물의 몸을 가리켜서 소우주라고 하며, 아직 그 신비가 다 해명되지 않 은 시점에서 정신계열의 신비는 손도 채 대보지 못하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도 모른다. 말하자면 우주를 움직이는 매커니즘Mechanism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 는것과 같은거야. 소우주를 움직이는 매커니즘또한 그것과 마찬가지다. 생물의 정 신이라는 것은 의외로 상당히 연약한 부분이 있어서 잘못 건드리면 쉽게 미쳐버리 니까 말야. 「끝났다. 생각보다는 쉬웠군」 오오, 그래? 그러면 이녀석은 원래대로의 정신상태로 돌아온거야? 「그렇다. 세뇌를 당하기 전의 정신상태로 돌려놓았다. 마법도 헤재되어있는 상 태다. 나중에 정밀검사를 해봐야 하겠지만, 아마 육체적으로도 뭔가 제약이 있 는 주문에 걸려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아. 하긴 그렇겠군. 정신을 억압한다고 해도, 만의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말 이야. 언젠가는 깨어나서 시전자를 공격하려 들것이고, 그때를 대비해서 육체에다 어떠한 금제를 거는 행위는, 키메라를 만드는 대부분의 마법사들이 행하는 방법이 니까 말야. 블랙 드래곤의 피를 이용해서 키메라를 만든 녀석이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구하기 어려운것으로 만든 실험체를 그냥 둘리는 없으니까. 「긍정한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깨어날 것이다. 그때는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 고맙다. 그러면 들어가서 쉬어. 수고했어. 「그럼 다음에…」 싸이가 다시 나의 무의식 속으로 잠수를 하고서 조금뒤, 누워있던 늑대인간이 깨 어났다. 그녀석은 신음성을 울리면서 몸을 뒤척인 후에 상체를 일으켰다. 주위를 둘려보던 녀석은 나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는… 어디요? 당신은 또 누구요?" 어래? 말도 할 줄 알잖아? -86- 004.0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자기 이름을 라스킨이라고 밝힌 그 늑대인간은, 원래는 제국의 북부 툰드라 지대 의 여러 늑대무리와 늑대인간 무리들을 총 통합한, 대 부족의 족장이라고 하였다. 윈터 울브스Winter Wolves라고 불리우는 이 거대 늑대부족은 근처의 토착민들에게 서 그들의 수호신으로 여겨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일대를 장악하는 무리로 그 이름이 매우 높다. 제국 편찬 지리 안내서를 보자면 이 윈터 울브스는 절대로 건 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들이며, 건드렸을 경우 당한 해악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어 떠한 배상도 하지 않으며, 또한 복수행위는 국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쓰여져 있 다. 그런 늑대와 늑대인간들(이들은 자기들을 모두 '늑대들'이라 부르고 있다)의 수장이, 지금 나의 레어에서 게걸스럽게 소 한마리분의 고기를 처치하고 어울리지 않게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건 그렇고 라스킨? 그거 고 대어잖아? "늑대들의 왕… 라우스 킨Raw's ckin? 그걸 줄여서 라스킨이라고 부르는건가?" "그렇습니다. 원래의 이름은 '겨울밤의 울부짖음'이었는데 제가 그곳의 족장으로 발탁되고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렇군. 그런데 어째서 이런곳까지 오게 되었지? 그것보다도, 마법사에게 잡힌 것 같은데, 다른 늑대들은 뭐하고 있던거야?" "그것이…" 라스킨은 약간은 주저주저 했지만, 말해야하는 상대가 드래곤이다보니 쉽게 말하 는것 같았다. 그는 올해로 412세가 되는 고령의 늑대인간이다. 보통 이렇게 비상 식적으로 오래사는 늑대인간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지만, 그는 앞으로 한 1000년 정도는 더 살것이라고 말했고,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어쨌든 앞으로 살 날 이 많기도 하지만, 그는 한 부족을 이끄는 족장이었고, 부족원들에게는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인물 외에도 전체적인 살림을 해결해야하는 주모(主母)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가 족장으로 발탁되고 나서 지금까지 거의 300년의 세월동안 족장 전체의 살림 은 '얼어붙은 대지'의 이름을 잇는 늑대인간들이 해왔는데, 최근에 그 혈통이 단 절되면서 늑대들 사이에서는 주모를 모셔야 한다는 말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라스킨은 늑대인간들 고유의 전통에 따라 5년동안 세계의 늑대인간 부족들을 찾아 다니면서, 툰드라의 주모이자 자신의 아내가 되어줄 늑대인간을 찾아 여행을 떠나 2년정도 여행을 했을까, 마침내 좋은 아내감을 찾아서 그녀의 부족과 부모님께 인 사를 올리고 귀환하던 도중 어느 이상한 마법사에게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간신 히 어떻게 자신의 약혼녀는 주모의 증표를 주어서 툰드라로 피신을 시켰지만, 미 끼로서 마법사를 막던 자신은 그에게 잡혀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히고서는 전에 보신것처럼 그렇게 바뀐것입니다. 털색깔도 검은색으 로 바뀌어 버렸고…" "원래는 뭐였는데?" "백은색이었습니다. 시리도록 싸늘한 은백색이요. 여기서 한번 더 변신을 하게되 면 원래의 털색으로 돌아가기는 하는 모양입니다만, 그렇게 되면 이상한 비늘들 이 한가득 생기게 되어서 보기가 않좋아지네요…" 나는 잠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 힘을 얻 게되었는지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자기가 나하고 얼마나 대 등하게 싸웠는지도 모르는건가? 내가 마법으로 간단하게 눌러서 그렇지, 투닥거리 면서 싸웠으면 꽤나 오래 걸렸을 것이야. 게다가 내가 예상하건데, 드래곤의 피로 서 합성키메라가 되었으니까 아마 수명도 한 5000년 정도로 늘어났을것이다. 늑대 왕이 아니라 늑대신으로 군림해도 아무런 하자가 없을것 같군. 그건 그렇고, 감히 드래곤의 피로 키메라를 만든 그 건방진 마법사는 누구야? "혹시, 너를 이렇게 만든 그 마법사에 대한것은 알고 있어?" "그러니까… 무의식중에 몇개는 기억이 납니다. 마법사의 얼굴이 상당히 메말라 서 마치 해골처럼 보였다는것과, 어떤 여자목소리가 그놈은 '본데스'라고 부른것 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뭐였나… 매쉬남이었나, 매쉬암이었나… 하는 그런 이름도 들었던것 같습니다" "…매쉬암?" "네… 아마도 매쉬암이었을것 같군요" 나는 상당부분 불쾌해져서 얼굴을 찌푸렸다. 또 매쉬암이군. 대체 말이야! 매쉬 암이라는 녀석들은 정체가 뭐야? 저번에는 음적인 감정을 끌어들이더니, 이번에는 드래곤의 피로 키메라를 만들어낸단 말이야? 거기에 해골같이 생겨먹은 마법사라 면 뻔하군. 리치Lich잖아? 잠시 나는 매쉬암의 인재기용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았다. 드래곤이 피 를 이용하고, 거기에 리치까지 끼어있는 조직이다. 거기에 국가단위를 넘어선 거 대한 조직이라는 사실은 그들이 기용하고 있는 인재의 범위가 상당히 넓고도 깊다 는것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미리안을 보면서 말했다. "매쉬암이래" "네" "상당히 깊은 인연이 될것 같다고 생각하지않아?" "이미 그렇게 된것 같은데요?" 하긴, 이미 연관성이 매우 깊어져버렸지. 가짜신분이었지만, 내가 경매장을 완전 히 부숴버리고, 거기에다 레리첸트에서 노예경매를 완전히 막아버렸으니까. 매쉬 암측에서 보자면 그일은 상당히 큰 피해를 주는것 같으니까. 경매장 한곳만 막아 버리면 큰 피해는 아니겠지만, 국가 전체에서 거래를 중지시켜 버렸으니 꽤나 큰 피해를 입는 일이겠지. 나는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라스킨에게 말했다. "그러면, 그 마법사녀석이 어디있는지는 알것같아?" "아마도 제국일겁니다. 제가 제 약혼녀와 헤어진곳이 제국이었고, 헤어진 장소에 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거기서 세뇌를 당해 이곳으로 올 때의 길을 봐서도 역시 제국이 분명할것입니다" "제국이라…" 나는 잠시 생각했다. 장소가 정확하지 않으니만큼, 이번에는 꽤 긴 여행이 될것 같다. 아마도 한달이상은 걸릴것 같은데? 그다지 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말야. 그건 그렇고, 제국이라면 5년전에 음식점을 들르고서 한번 가보겠다고 다짐했었던 곳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가볼 가치가 있겠지. 물건을 구하러 나갔을때도 음식점 에 조차 들르지 않았었으니까, 이번에는 느긋하게 가보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 서 말했다. "미리안, 제국이랜다" "네" "음식먹으러 가자" "네에!" 미리안도 꽤 기대를 하나본지 대답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여행준비를 하는동안 나에게는 잠시 짧은 해프닝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라스킨 이 나를 자신의 마스터Master로 모시겠다고 한 것이다. "생명의 은인이시자, 자칫하면 엘프분들에게 큰 죄를 지을뻔한 저를 구해주시고, 저의 정신까지 구해주셨습니다. 또한 절대강자이신 분께 충성을 맹세하는것은 허 물이 아니라 큰 자랑입니다. 부족한 몸이나마 성심을 다해 충성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 나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면서 나에게 이렇게 부하운이 있었 나는 잠시 생각했고, 처음부터 이녀석 키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혼쾌히 승락했다. 그리고 그가 미리안에게 인사를 했을때, 나는 잠시 뒤집어져야 했다. "주모님께 인사드립니다. 미천한 몸이나마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미리안은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 주모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하던 그 녀는 그 말의 뜻을 생각해 내고서는 얼굴을 붉히면서 당황해했다. "…예? 주, 주모라니요… 저, 저는 그런게 되지 못하는데…" "예? 아… 저기, 그러니까… 주모님이 아니십니까?" 400년을 살아온 녀석치고는 왠지 모르게 맹한 모습이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드 래곤인 나와 엘프인 미리안이 서로 그런 관계일리는 없지 않은가? 나는 말했다. "아니야. 너보다 더 일찍 내 시종이 된 엘프지. 미리안이라고 한다. 선배격쯤 되 겠지?" "네? 아아… 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누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예? 아, 아니 그러실 필요는…" "잘 부탁 드립니다. 누님" "아, 네… 잘 부탁드려요" 얼떨결에 나이 400상 먹은 동생이 생겨버린 148세의 미리안은 잠시 당황했다. 하 지만 이내 그의 의도가 매우 순수하다는것을 알고서 그녀는 그 누님이라는 호칭을 받아들였고, 나는 살짝 미소를 걸쳤다. 여행준비를 시작하고서 나는 창고에서 여러가지 무장을 챙겨들었다. 기본적으로 칼을 들었는데, 이번에 들고갈 칼은 저번의 롱소드가 아닌 앏은 검신을 가진 클레 이모어였고, 전번과 같은 옵션이 걸린 검이었다. 기왕이면 베는맛이 있는 것이 더 좋지 않겠어? 그리고서는 라스킨을 상대할 때 썼었던 베레타를 챙겼다. 미리안이 그 옆에서 상당히 않좋은 시선을 보냈다는것은 잠시 넘어가도록 하자. 그리고서 챙긴 물건은 5년전에 노예건으로 인하여, 엘프들에게서 받은 미스릴 실 을 드워프들의 기술을 이용해 장갑에다 장착하고서 거기에 퍼스널리티 스톤을 박 은 와이어 건틀릿이었다. 엘프들에게서 받은 미스릴 실의 길이는 대략 5마일의 길 이였다. 두께는 일반의 명주실만한 두께이고, 그 가늘은 실이 버틸수 있는 무게는 무려 15톤. 미스릴 실이 강하다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다. 거기에 퍼스널리티 스톤을 박은 장갑에 이것을 연결하였으니, 그야말로 살아있는 실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굵기도 맘대로 변화가 가능했다. 비록 더욱 가늘게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마음대로 움직이 는 데다가 형태의 변화가 가능한 5마일의 실은, 활용범위가 장난이 아니다. 게다 가 실이 건틀릿의 한 부분이 되면서, 여러개의 실을 한번에 뻗게 할 수도 있는데, 그 하나 하나마다의 절삭력(切削力)은 가히 장난이 아니었다. 마법중에서 매우 얇 은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서 쏘는 윈드 커터Wind Cutter라는 마법이 있는데, 그것 과도 비견될 정도로 매우 뛰어났다. 총 5마일의 길이니까 손가락마다 1마일의 실 이 뻗어진다는것은, 1마일의 칼을 가진다는 것과도 같은 말이다. 음, 그러고 보니 까 이것을 사용하면 스파이더맨이 따로 없겠는걸? 건틀릿은 원래는 손등부분만을 덮는 건틀릿이었으나, 퍼스널리티 스톤을 박고서 모양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된 다음에는, 이것의 모양이 팔꿈치까지 방어 해주는 건틀릿이 되어버렸다. 실을 쏘아보낼 때마다 건틀릿의 길이가 점점 줄어드 는 특이한 갑주가 생긴것이다. 그것에 더불어서 실을 쏘아 보내고서, 공중에서도 그 모양을 바꿀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만 가지고 있으면 따로 검이나 방패를 가 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로망이 없잖아! 무기도 없이 털레털레 돌아다니는것은 별로 성미에 안맞는단 말이다! 그리고 실은 어디까 지나 실과 연관성이있는 작업에 사용되어야지, 서로간의 영역을 침범해 버리는 그 런일은 없어야 한다고. 이것은 와이어 건틀릿에 박은 퍼스널리티 스톤인 '시료스' 가 말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실로서 그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나? 아무튼 자체 적으로 마법사용능력도 있으니, 굳이 무기로 변형을 시키지 않아도 되겠지. 아무 렴. "미리안, 준비 끝났어?" "아, 네! 막 끝냈어요!" "그래. 그럼 출발하…기 전에, 라스킨. 이리와봐" "예?" 라스킨은 레어에 걸려있던 총들을(크기도 작은것이 엄청난 소리를 내고, 거기에 위력 또한 엄청난것을 알게되자 호기짐이 동한듯 유심히 뚫어져라) 바라보던 라스 킨은 갑작스럽게 내가 부르자 의아한 표정을 띄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 는 그에게 조금 전, 창고에서 가지고 나온 은색의 십자가가 매달린 목걸이를 건네 주었다. "이걸 써봐" -87- 004.0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이게… 뭐죠?" "일단한번 써봐" 라스킨은 고개를 의아해 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어서 목에 걸쳤고, 나는 그 모습 을 올려다 보면서(라스킨의 키는 보통시에는 7피트다. 나보다도 1피트가 더 크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가지고서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 가 목걸이를 걸치고서 손을 뗀 순간, 흰색의 빛이 파아악! 하고 나면서 그의 몸을 감싸들었고, 그의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어?" 순식간에 라스킨의 몸을 감싼 빛덩이는 처음에 그 키를 줄였다. 나하고 거의 비 슷한 키인 6피트 정도로 키를 줄였고, 옆으로 상당히 많이 퍼져있던 빛의 두께가 반에 가깝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빛이 점점 옅어지면서 그안에 있는 생물의 실루 엣이 등장했을때, 나는 저 목걸이가 가진 큰 약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래서 황 급하게 미리안을 불러야 했다. "미리안! 눈감고 뒤돌아!" "네? 네에…!" 그녀도 조금이나마 보았을 것이다. 빛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건장한 남성의 '나 체'를. 그렇군. 원래가 알몸이었으니까 변해도 알몸으로 나오는것이 당연하겠군. 으음… 옷을 만들어서 입히는 옵션을 추가시켜볼까? 아냐, 그랬다가는 너무 손이 많이가는 일이 되어버릴텐데? 그냥 몸만 변신시켜 준다는것을 안 사실로 만족하기 로 하지. 라스킨의 몸은 이제 보통의 인간남자와 다를것이 없게 되었다. 조금은 큰 체격에 약간은 잘생긴 미남형의 얼굴이다. 늑대였을 때의 모습도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었 으니까, 인간으로 변했을때 역시 잘생긴 얼굴이군. 머리는 털색와 같은 검은색이 고, 눈 역시 그와 어울리는 검은색이었다. 피부는 약간은 햇빛에 그을린듯한 색깔 이며, 그 길이는 길지 않아서 적당한 길이를 한 단발보다 짧은 머리였다. 근육도 탄탄하게 잘 짜여진것 같은 모습이니, 와아… 이거 완전히 딱 전사네? 그는 자신 의 변한 모습들을 살펴보고는 이내 자신을 변하게 만든 목걸이를 보면서 말했다. "어어? 저어… 이것은…?" "변신의 목걸이야. 기본설정을 인간남자로 해 놓았지. 이야~ 잘 어울리는데? 뭔 가 아주 노련한 전사의 모습같다? 아, 몸 움직이는것에 대해선 걱정마. 자동적으 로 적응을 하게 해 놓았으니까" "네? 아… 그렇군요" 그는 팔과 다리는 휘휘 움직여 보고서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변신주 문같은 마법은,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몸과 다른 몸으로 변했을 경우에 상당한 적응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가 드래곤으로 환생해서 해층링시절에 걷기 위하여 버 려야 했던 인간이었을때의 기억이 그렇지. 변하게되면 그만큼 적응해야하니까. 하 지만 저 목걸이는 애초에 그런것을 없앴다. 마법은 위대하도다~ 라는 것이지. 하 지만 몸 움직이는데 여러 갭을 없앴을 뿐이지 원래 가지고 있던 감각을 갱신해 주 는 것이 아니라서, 잠깐은 갑자기 줄어버린 몸길이에 익숙해져야 할것이야. 육체 는 적응을 완료했지만, 정신이 그에 따라가지는 못해서 말야. 나는 두꺼운 근육들 을 가지고 있는 라스킨을 보면서 역시나 싶었다. 아무리 키메라라고는 해도 역시 그 본질이 강하니까, 그런 힘을 내는것이군. 인간으로 보더라도 저것은 꽤나 두터 운 근육이니까. 오거까지는 가지 못해도 그보다 약간 부족한 정도랄까? 내가 그의 몸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미리안의 목소리가 가늘게 들려왔다. "저, 저어기… 옷은 아직이에요?!" 아, 일단은 옷부터 입혀놔야겠다. 입혀놓고보니 훨씬 더 어울렸다. 입고있지 않을 때는 뭔가 야성미가 넘치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옷을 입혀놓고 보니까 그 야성미가 잘 갈무리되어서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랄까? 상당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괜히 폼으로 늑대왕을 해먹고 있는것이 아니었구나 싶군. 일단 입힌옷은 위아래로 흰색의 셔츠와 갈색의 튼튼한 면직바지, 그리고서 갑옷은 가벼운 하드레더아머Hard Leather Armor를 입 혔다. 몸의 기반이 튼튼하고, 거기에 마법적인 관통사격까지 막아내던 그 단단한 피부는, 인간으로 변했어도 그대로였기 때문에 특별히 철판갑옷을 입힐 필요는 없 었다. 그리고서 약간은 어색해 하고 있지만 썩 잘 어울리는 투 핸디드 소드Two H- -anded Sword를 등에 걸쳐매게 하니까, 이것은 그야말로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냉 정한 전하의 모습이 나온 것이다. 300년간 엄청난 규모의 늑대무리와 늑대인간 부 족들을 통솔해 왔으니, 자연스럽게 그 지도자에 알맞는 품위가 비춰지는 모습은, 당장에 왕으로 추대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너무 잘 어울리는데?" "그, 그렇습니까?" "그래요. 너무나 잘 어울리는데요? 이렇게 어울릴줄은…" "감사합니다, 누님" 라스킨은 풀풀넘치는 카리스마에 걸맞지 않게 순박안 표정으로 겸연쩍어했다. 으 음… 아마도 그의 카리스마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꼭 필수적으로 제국 북부의 툰드라지대에 들러야 겠는걸? 여기있는 사람들 중에서 라스킨의 배분이 제일로 낮 잖아? 그러다 보니까 완전히 막내티가 팍팍 나는걸? 허허,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구만. 여기의 세사람 중에서 제일로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막내역할을 하 면서 겸연쩍게 말하고 꾸벅꾸벅거린다니.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상당히 어리둥절 해 했을거야. 아, 그러고 보니 지금부터 여행을 떠나니까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들 을 봐야하는건가? 하핫, 그거 재미있겠군. "자아, 이제 슬슬 가볼까? 이번 목적지는 제국이군" 5년전의 여행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뭔가 특별한 만남을 가질것 같다는 느낌 이 드는걸? 어쨌든, 가자! 제국으로! 예상. 앞으로의 일을 미리 추측해보는 일종의 기대심리와도 같은 인간의 여러가 지 상념의 단편들 중에 하나이다. 기대심리라는것은 '이렇게 될지도…'라든가, 혹 은 '이렇게 된다면'이라는 상념이라면 예상은 '이렇게 될거야'라고 확신하는 것에 더 잘 닿아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가 레어를 떠나기 전에 했던 생각인 '뭔가 특별한 만남을 가질것 같다'는 느낌을 예상으로 수정하고서 이것은 예언으로 바꿔 야 하나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 대체, 왜! 신룡이시여! 이건 대체 무엇이란 말씀입니까! "에실루나! 그동안 잘 지냈어요?" "네에. 그러는 미리안은 별 일 없었어요?" 찾아오기전에 내가 직접 찾아가는 꼴이라니! 나는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만남 이라는 현상에 대해, 이것이 가지는 그 우연성에 대하여 심도있는 조사를 벌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황당해졌다. 일단, 반가운것은 둘째치고서 황당함이 앞서는것을 어쩌하리오?! 나와 미리안, 그리고 라스킨은 레어에서 마법을 이용해 일단 드워프 마을과 엘프 마을을 들러서 장기간의 외출을 한다고 통보를 했다. 돌아오면 알아서 또 말 할테 니까 그동안에는 의뢰해봤자 듣지 않을 것이라고 전해주기 위함이었다. 이것은 계 약사항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것이지만, 그래도 이들이 헛일하게 하는 일은 없어 야 겠지. 그리고서는 엘 타칸리스 산맥 북서 경회로의 린테라는 이름을 가진 도시 로 오게 되었고, 도시에 들어서서 여관을 고르기 위해 여관거리를 돌아다니던 도 중에 우리 일행 다음으로 상당히 시선을 끄는 집단을 보게되었으며, 그들과 우리 가 서로의 시선을 마주하였을때, 위의 대화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렇다. 그 집단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엄청난 미모를 지닌 영광으로 빛나는 디 석세서 오브 엘브스 퀸, 에실루나 지오덴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아마 지 금은 언어피설 드래곤스 와이프Unofficial Dragon's Wife(비공인 드래곤의 아내) 에실루나 지오덴틱… 아니, 에실루나 이켈라인일지도 모르지. 아,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칭에 어울리는 호칭이고, 엘프들은 자칭및 타칭을 별로 붙이지 않으 니까 아마 아닐거야. 아직도 석세서일 가능성이 99.99%에 가깝다. 나머지 0.01%가 상당히 불안하지만 말이야. 나는 나의 이름만 알려졌지, 나의 모습까지는 알려지 지 않아서 그냥 폴리모프했을 때의 기본적인 모습으로 나왔고, 그래서 에실루나는 쉽게 나를 알아 볼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앞으로 다가와서 정중하게 인사 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주위의 모든 시선은 나와 에실루나쪽으로 단번에 쏠리게 되었다. "시간의 흐름속에서 서로가 교차하는 지점이 있을지니, 그 시간이 바로 오늘이라 고 느껴집니다. 저 에실루나 지오덴틱이 몸과 마음의 내정된 반려에게 인사를 드 립니다" 앞의 말은 말하자면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이것은 운명이다'라고 말하 는 것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 뒤의 말은… 하하, 상당히 듣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 는군. 내정된 반려라… 그렇다면 아직은 엘브스 퀸에게서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는것?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런곳에 나와있는 것이지? 나는 일단 의문을 해결하기 에 앞서서 그녀의 인사에 답변을 해주기로 했고, 그래서 그녀처럼 정중하게 말을 하였다. "서로에게 주어진 공동의 시간은 그 언제라도 놀라운 것이니, 차후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과거의 교차가 결정해 주겠지요. 저 페이그니스가 에실루나양께 답례를 드립니다" 듣는 이들은 상당히 정중한 인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행자들의 안부 인사 치고는 상당히 정중하니까. 나의 말의 앞부분은 '과거에는 그랬지만, 앞으로 는 어떻게 된지 모르지 함부로 말하는것이 아니다'라는 뜻을 담았고, 영특한 에실 루나는 그것을 알아들었나본지 잠깐 빠르게 눈을 깜빡였다. 그녀는 아주 잠깐 묘 한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이내 화사한 미소를 지음과 동시에 손을 내밀며 말했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페이그니스" 나 역시 미소를 띄우면서 그녀의 손을 맞잡고를 적당히 흔들면서 말했다. 아아… 같은 미소를 띄우고는 있지만, 한명은 진심이 어려있고, 한명은 가식적인 미소로 구나…. 오호~ 통제로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에실루나양" "에실루나라고만 해주세요. 지난번에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럴만한 기회가 없었 군요" "그러지요. 에실루나" 에실루나는 생긋 웃었고, 잠시 그녀의 눈빛이 잠깐동안 바뀌었다. 약간의 질문이 담긴 눈이었고, 나는 그 눈빛에 담긴 질문을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또 이름을 바꾼 것이군요?' 냐하하… 그렇지. 이번 여행에서 사용할 이름은 페이그니스. 고대어 두개 단어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이름이다. 페이그는 지난번에 말했듯이 '불꽃'이란 뜻이고 니 스는 '일족'또는, '혈족'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결국 이번에는 나 자신을 '불꼿의 일족'이라고 말하는것과 같지. 레드 드래곤이라는 것을 아주 완전히 까발리고 다 닌다고 생각되는 이름이지만, 고대어는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일단, 그 자료 가 희박하거니와 공부를 해도 써먹을 데가 그다지 없는 '비주류'학문 이기 때문에 내이름을 듣고서 거기서 뜻을 유추해낼 만한 사람은 드물다. 그것도 매우. 고명한 고고학자가 아닌 다음에야 알아내는것은 어려운 일이지. 나는 잠시 아직 꺼내지도 않은 말을 돌려보기 위해서 그녀의 일행을 살펴보았고, 거기에서 나는 5년전의 에실루나의 상태와 다른점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민체토씨가 보이지 않습니다만?" "아, 네. 그는 휴가를 얻었어요. 그의 아내되시는 분이 출산을 겪게 되셔서 그분 의 곁으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헤에… 그런건가? 출산휴가라니, 사랑받는 남편이겠군. 아니, 엘프사회가 다 그 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까지 우리의 대화를 듣고있던 에실루나의 일행 중에 한 남자가 다가와서는 말했다. "에실루나? 괜찮으시다면 저희들의 소개를 할 수 있을까요?" -88- 004.0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녀에게 말을 건 사람은 라스킨과 같이 하드레더를 걸치고, 허리에는 롱소드를, 왼손에는 버클러Buckler(원형의 방패)를 든 전사였다. 몸집을 보아서는 라스킨과 아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등에는 랜스Lance를 걸쳐메고 있었는데, 말도 없이 무슨 랜스를 쓰나 싶었다. 혹시나 하는데 저거 마법무기?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살짝 옆으로 물러났고, 그는 그녀에게 감사하다고 말한 뒤에 우리들에게 나머지 일행의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우연찮게 에실루나를 만나서, 같이 떠돌아다니게 된 여행 자 무리입니다. 별로 대단할것은 없으니 그다지 기대는 하지 말아주세요" 덩치에 걸맞지 않게, 그는 상당히 말하는것과 표정은 산골에서 세상물정 모르고 살아오다가 이제 막도시로 나와서 쭈뼛거리는 그런 청년같았다. 하지만 그의 모습 을 보는 순간 턱 하고 느낌이 왔는데, 그것은 아주 노련하다는 인상이었다. 나는 손을 살짝 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충분히 노련한 여행자분들 같습니다. 그럴게 너무 겸손해 하지 마세요" "하하, 그러면 이거 감사드립니다. 저는 킬 랜스Kill Lance라고 합니다. 이름에 서 짐작할수 있으시다시피 별명입니다. 그냥 킬이라고만 불러주세요. 그리고 여 기 날렵하게 생기고, 척 봐도 앙칼진 표정을 가진 여성은 츠렌 세린이라고 합니 다. 그냥 고양이라고만 불러주셔도 무방, 악!" "무슨 소개가 그 모양이야아! 고양이라니!" 츠렌이라 불린 여성은 레더아머에 허리엔 숏소드, 그리고 여러자루의 대거Dagger 를 달고 있었다. 아마도 스피드를 위주로 하는 초 근접전과 대거를 던지는 장거리 전에 능한 여전사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색머리를 한번 질끈 묶고는 허리 에까지 시원하게 늘어뜨린 모습과, 역시 시원하게 뻔은 몸매와 다리는 뭐랄까, 상 당히 도발적인 모습이었다. 싸움의 스타일은 반쯤 미인계를 사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표독스럽지만 의외로 상냥할것도 같다는 느낌이다. 어쨌든 그녀는 자기가 이상하게 소개가 되자 고양이처럼 갸르릉 거리면서 킬의 뒤통수를 한대 갈기며 성 을 내었고, 순식간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킬은 두손으로 뒤통수를 감싸면서 엄살을 피웠다. "으갸갸…" "시끄러! 아프지도 않으면서! 오거 주먹에 맞고도 멀쩡하던놈이! 으흥, 흠. 안녕 하세요. 츠렌 세린이라고 합니다" "아, 예" "고양이…" "시끄러!" 저런모습을 보고는 뭐라고 해야 할까? 매를 번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의외로 사 이는 좋아보이는군. 어느샌가 회복한(?) 킬은 남은 두사람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 다. "여기있는 두명은 모두 마법사인데, 이쪽은 평소에 말하는 것 보다, 주문을 외우 는 단어가 더 많은 머기 구스라고 하는 음침한 남정네고, 여기 역시 평소에 말하 는 것 보다도, 주문외우는 단어가 더 많은 라니안느라고 하는 수줍음많은 처녀입 니다" "머기입니다" "라, 라니안느…에요" 나는 잠시 킬의 소개에 웃음을 참아야했다. 둘다 평소에 말하는것 보다도 주문외 우는 단어를 더 많이 말한다는 것인데, 한명은 원래 음침(이라기 보다도 포커페이 스 정도?)하고 한명은 수줍음이 엄청 많다는 차이가 있다. 나는 상당히 재미있다 고 여겼다. 원래 파티Party에 마법사가 끼어있으면 그 마법사는 파티의 두뇌가 되 어서 여기선 이래야 한다, 저기전 어떵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자주해야 하는데, 말수가 적은 마법사라면 그게 잘 될까 심히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4명의 소개를 받은 우리는 그들의인사를 받았고, 이제는 내 일행의 소개를 할 차 례였다. "저는 페이그니스라고 합니다. 에실루나양과는 많은 안면이 있죠. 그리고 이쪽은 미리안이라고 해서 제 검술 제자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라스킨이라고 해서 역시 저의 제자입니다" "미리안 라이엔츠입니다" "라스킨입니다" 그들에 비해서 짤막한 인사였지만, 그것보다도 저쪽에서 너무 말이 많았던 것이 겠지. 어쨌든 미리안은 5년전에도 사용했던 관계인 나의 검술제자가 되었고, 라스 킨 역시 그렇게 하도록 했다. 아무리 보아도 사부는 클레이모어를 쓰고, 여제자는 롱소드, 남제자가 투 핸디드 소드를 쓰는것은 보자면, 그거 산당히 언밸런스지만, 여기에서는 검술을 가르치는 사람은, 대개 여러가지 검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은 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었다. 일단 소개를 끝낸뒤, 나는 길 거리에서 이렇이 이야기를 하는것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들에게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어디 다른곳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길거리에서 이러는 것 도 별로 좋지는 않습니다만" "아, 뭐. 괜찮겠죠. 괜찮지?" "상관없어" "……" "…네" 그래서 우리들은 근처의 여관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에구, 아직 오후 5시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여관행이라니. 하긴, 그러는 우리는 이시간에 여관을 찾고 있었잖아? 그들도 그런것 같은데 별로 상관없겠지. 우리가 들어간 여관은 '라즈베리 바스켓Raspberry Basket'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 관이었다. 나무딸기 바구니라. 뭔가 신선한 느낌이 드는걸? 일단은 묵고 갈 예정 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방을 잡고서 식당으로 모이게 되었다. 나는 에실루나가 왜 여행을 나와있는 것인지 궁금했고, 그것을 풀어보기로 하였다. "헌데, 에실루나는 어떤 연유로 여행을 하고 있는거죠?" "그러니까 5년전에… 저는 허락을 받으러 갔었죠. 허락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했었습니다. 결국 회의에서 나온 결론은 조금 더 세상을 돌아보고 다시한번 평가를 해보라는 것이었지요. 그 회의에서 나 온 결정으로 인해 민체토는 휴가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50년간의 관조 행을 명받았습니다" "50년이라… 앞으로 얼마나 남은 것이죠?" "47년입니다" 47년이라…. 그렇다면 엘프들이 회의를 벌여서 결론을 낸 시간이 2년이란 소리잖 아? 아무리 시간관념이 없을 정도로 길다고는 해도 너무하는군. 사실 엘프인 그녀 가 이미 마음을 먹었으면 47년간의 관조행도 별로 소용없는 시간죽이기일 뿐이다. 한번 마음을 정했는데, 목숨까지 걸 정도라면 50년의 기간이 무슨 소용이랴? 아마 도 엘브스 퀸이나 그녀의 측근들의 생각은 바로 나의 생각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 일지도 모르지. 내가 잠시 그런 결정을 내린 이들의 생각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 을 때, 조용히 있던 머기가 조용하게 말했다. "몸과 마음의 반려란?" 에… 그러니까 뭐냐, '아까 인사하면서 말했던 몸과 마음의 반려라는 말이 그 관 조행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라는 말이겠지?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향했다가 내가 에실루나를 바라보자 다시 에실루나로 시선을 옮겼다. 갑작스레 많은 사람의 시선 이 갔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전혀 위축되는것도 없이 조용하게 말했다. "페이그니스의 반려가 되고자 관조행을 명받았어요" 그리고 미리안을 제외한 다른사람들의 시선이 모조리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특히 킬의 표정은 '부럽다!'라는 오오라를 강력하게 방출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멋적은 표정을 지으며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에… 뭐, 과거에 이런 저런 일이 있었죠" "가르쳐주실수는 없나요?" 츠렌이 아주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에게 물어왔다. 여기사람들은 눈으로 말하는것 이 특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눈에는 강력한 의지, '가르쳐줘요!'를 담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대개의 사람들이 그와 비슷했다. 머기는 관심없다는 투로 맥주 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라니안느는 조용하지만 원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 으며, 킬 역시 츠렌과 마찬가지의 눈을 하고는 날 보고 있었다. 으음… 이거 너무 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데, 그것을 배신해야 한다니 심히 가슴이 아프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안되겠군요" "헤에~? 너무해요오~!" "…뭐가 너무하다는거야, 고양아. 말해주기 곤란한가보지" "또 고양이?!" 고양이라는 호칭이 그녀는 매우 마음에 들지 않은가 보다. 그녀는 다시 킬을 어 떻게든 해보기 위해서 캭캭대면서 손톱을 세웠고, 나는 그모습에서 한가지를 생각 할 수 있었다. 고양이 맞잖아. 식당에서 짤막짤막한 대화들을 나눈 이후에, 우리들은 모험가들이나 여행자 일행 들이 만나면 의례 벌이는 술잔치를 벌였다. 대작이라고 하여도 별로 상관은 없겟 지만, 그래도 품격유지를 위해서 술파티라고 하자.(역시 별로 품격유지에는 도움 이 안된다) 많이 마시는 부류에 대해서는 나도 참가 할 수 있었지만, 라스킨과 킬 의 폭발과도 같은 주도(酒道)는, 이들중에서 제일 술이 센 나조차도 왠지 한 걸음 뒤로 물러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잔을 비워대는 머기와 같이 와인을 마시면서 침묵의 시간을 보냈다. 여자들은 이런 자리가 되면 정말로 으례 의기투합을 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설령 엘프라 하더라도 말이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츠렌과 라니안 느와 같이 맥주잔을 비우면서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저것은 즐겁다고 하기 보다 도 술에 취해서 나오는 모습이겠지. 츠렌이 주로 말하는 측이었고, 다른 세여자는 듣거나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쪽이었다. 다들 술이 들어가서 얼굴이 발그레 해 진 모습을 보고있자면, 다들 상당히 귀여운 얼굴이더군. 어쨌든 저녁식사 후에 벌어진 술파티는 서로가 술을 잡아먹들듯이 덤비다가 이윽 고 술에 의해 잡아먹혀서 탈진해버린 라스킨과 킬을 선두로 해서, 어느샌가 조용 하게 나도 모르게 쓰러져버린 머기, 그리고 여자쪽에서는 제일 약할것 같았던 라 니안느가 다른 세명이 모두 테이블위에 쓰러져서 곯아 떨어져있는 가운데 혼자서 살아남아, 안주와 술잔을 비우고 있을때야 끝이 나게 되었다. 그러니까 결국에는 살아남은(!) 사람은 나와 라니안느 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술이 세시네요?" "네? 아, 아니에요… 그저 적게… 마신것 뿐인데…" 하지만 나는 보았다. 여자들이 건배를 할 때마다 마시고서, 틈틈히 비운 그녀의 술잔은, 아마도 두 여성엘프가 마신양과 거의 비슷하다는것을. 그것을 '적게'라고 표현하는 저 주량은… 대체 뭘까? 어쨌든, 나와 그녀는 사람들을 각자의 방으로 옮기기 위해 여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서 상당한 고생을 치루어야 했다. 특히 술에 먹혀버린 두 남자를 옮기기 위해 서는 직원들에게 팁까지 얹어주어야 했다. 에구, 이래서 술은 인류의 적이라는 것 이야. 그러니까 이 세상의 모든 술은 전부 마셔 없애 버려야 하는것이지. 그런의 미에서 오늘도 우리는 세계평화에 일조한건가? 하하하하핫! ……설마 나 취했나? 우리가 들어온 여관은 시내의 중심쪽에 있는 곳이라서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또 묵어간다. 대개는 단체손님들이 많은 편이라서 1인실이나 2인실은 그다지 많이 나 가지않는다. 그래서 우리가 왔을때는 3~4인실이나 그 이상의 방이 전부 나갔다는 사실에 약간 당황해야했고, 그래서 우리는 1인실과 2인실의 방으로 나눠서 들어가 야했다. 총 4명의 여자는 2인실에 두명씩 인간과 엘프가 차례대로 들어가고, 1인 실들에는 남자들이 들어가게 되었다. 남는 방이 그렇다니까 어쩔 수 없는것이지. 나는 일단 방에 들어와서는 가볍게 세안을 했다. 나의 붉은 머리는 일단 허리까지 자라고서 더이상 자리지 않는듯 싶었고, 그래서 머리를 자를 필요가 없어진 나는 그냥 머리를 빗질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5년동안 미리안의 머리를 한 세번정도 손질해 주었었지? 내가 침대위에 걸터앉아서 머리를 빗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어라? 누구지? 똑똑똑. "누구시죠?" "에실루나에요. 들어가도 될까요?" 에? 무슨일이지? -89- 004.0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들어와요" 나는 일단 들어오라고 했다. 뭔가 용건이 있는것 같은데, 뭘까? 나는 일단 빗을 침대앞의 테이블위에 던져두고서 편하게 앉았다. 그리고서 문이 열리고 에실루나 가 들어왔는데… 아직 술이 덜깬 모양인지, 약간은 발그레한 표정과 조금은 비틀 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왔다. 에구, 넘어질라.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피식하고 웃고는 말했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마신겁니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시는것 같은데" "즐겁게 이야기할 사람들이 있으며언… 자연스럽게 돼요오…" 왠지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녀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내 옆에 걸터앉 고서는 말했다. "앉아도 돼죠?" "이미 앉았잖아요" "헤헤… 확인이에요. 확, 인" 이건… 뭐랄까, 예전에 보던 에실루나가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것 보다도 평소의 에실루나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수 밖에는 없겟지. 아 무리 좋게 봐줘도 이건 거의 만취의 상태니까. 일단 오래있게 하면 여기서 잠들어 버릴것 같아서 나는 간단히 용건만을 듣기로 했다. 나도 자야할것 아닌가? "그런데 용건은 뭐에요?" "후응… 아, 빗이다" 그녀는 테이블위에 내가 던져둔 빗을 집어들었다. 어이, 이봐. 전혀 안듣고 있잖 아? 나는 약간은 황당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빗을 들고서는 천천히 내 머리를 빗질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뭐하시는거죠?" "빗질하고 있었죠오? 도와줄게요오…" "설마 그게 용건은 아닐텐데요?" "헤헤… 딱따악하기는…" 오오, 신이시여! 이건 엘프 에실루나가 아닙니다! 술에 취해서 헤헤거리는 모습 이라니! 인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군요! 나는 속으로 신을 외치면서 겉으로는 그 냥 조용히 그녀가 빗질하는것을 받아주고 있었다. 뭐, 어쩌랴. 이대로 그녀가 곯 아 떨어져 버리면 이대로 방에 데려다 줘야지. 대체 무슨용건으로 온거야? 사아악… 사아악… 그녀의 빗질에 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움직여 다니는것이 느껴지고, 조용한 방 안에는, 빗이 머리를 쓸고 지나가며 내는 소리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아 아… 빗이 머리를 간지럽히면서 느껴지는 이 느낌은 쾌락적이기까지 하다니까. 나 는 잠시만 눈을 감고 이 감각을 마음껏 음미했다. 그녀의 용건은, 아마도 술에 취 해있기 때문에 대단한 용건이 아닐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그냥 나를 보러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원인이야 어쨌든, 지금은 한번 상황을 즐겨볼까? 사아악… 사아악… 생각해보자면 말야,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가 용케도 엉키지 않고 저렇게 빗겨 지는것은 참 신기한 노릇이야. 내가 빗을때도 그렇고, 가끔 생각날때마다 빗어도 그렇지만, 나의 머리는 엉키거나 하는 일은 없는것 같았다. 내가 억지로 머리카락 들을 묶지 않는한 머리카락들은 언제나 풀려있는 상태 그대로였다. 그래서인지 자 고 일어나도 머리모양이 거의 망가지지 않는것 같다. 엘프들의 머리도 이것과 같 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몇번 미리안의 머리를 손보면서 확실하게 느낀 점 이거든. 아마 예상이지만, 마찰전기도 통하지 않을것 같군. 사아악… 턱. 나는 머리카락을 빗던 그녀의 손길이 멈춰지고서 갑자기 등에서부터 느껴져 오는 무게감과 느낌에 당혹스러워했다. 에? 설마 머리빗다가 그대로 곯아 떨어진건 아 니겠지? 나의 생각은 곧이어 들려온 에실루나의 목소리로 인해서 부정되었다. "페이그니스. 듀크 팬텀. 페이라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왜 그러죠?" "당신은 대체 모두 몇개일까요… 이름조차도 네개인데…" "글쎄요,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의 수만큼이 아닐까요?" 무슨 선문답같기도 하다. 그녀는 조용히 있다가 곧 팔을 뻗어서 뒤에서부터 나를 껴안았고, 그리고서는 나의 등에 기댄채 말했다. 무, 무슨?! "그중에 하나만 저를 주시면 안될까요?" "…예?" "그중에 하나가 저를 가지면 안될까요?" "예?" 대, 대체 무슨말을 하고싶은거야? 나는 그녀를 똑바로 보려고 했지만, 그녀는 나 를 거세게 끌어안고는 놓으려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고개를 최대한 돌려서 그 녀를 바라보려 했지만, 나의 등에 이마를 대고 있는 그녀의 정수리만 간신히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잠시동안 그 자세 그대로 있으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런 그녀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 아마도, 그녀의 말에 대한 설명은 그녀 스스로 가 해줄 것이다. 하지만 대체 무슨 말을 하고싶은거지?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숨을 약간 깊에 들이쉬는듯 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저를 가지세요" ……뭐라고?! 자신을 가지라니! 대체 무슨말을 하고 있는거야! 설마, 엘브스퀸에 게서 그 허락이 떨어진것은 아니겠지? 50년간의 관조행이라며? 그건 어떻게 되는 것인데?! 나는 차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버벅이고 있었고, 그녀는 나의 대 답은 기다리지 않았는지 계속 말했다. "라이니시스가 아니어도 좋아요. 페이라 이그니시스든, 듀크 팬텀이든, 페이그니 스든, 어떤 이름이라도 좋아요. 또 만들어내는 이름이라도 좋아요. 그 이름중에 하나만이라도… 어떠한 이름이라도 좋으니까…" 나의 이름들. 내가 만들어낸 이름들이고, 또한 사람들에게도 가르쳐준 이름들이 지만 나는 그것에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어차피 전부 나였기 때문에. 하지 만 그 이름들은 약간씩의 의미가 다르다. 라이니시스는 나의 본명이자 나의 힘을 상징하는 이름이고, 페이라 이그니시스는 드래곤으로서의 가명이다. 듀크 팬텀은 에실루나를 구출할때 사용한 이름이고, 페이그니스는 이번에 들어서 사용한 이름 이다. 네가지 전부다 나의 이름이며, 또한 내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의 이름이 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그 이름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그것의 본질은 '나'이기 때문에. 하지만 에실루나는 그 이름들에게 서로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그 이름중에 하나 라도 좋으니까, 자신에게 달라고 하고 있었다. 그 대가로는 자기 자신을 지불한다 고 하면서.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어떠한 이름으로든… 저를 가져주세요" 그녀는 확신을 가진 엘프답게 단호했고, 단호한만큼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았 다. 그녀의 말로는 내가 그녀에게 나의 이름중에 하나를 주고서, 그녀를 가져버리 면(쉽게말해 그녀와 관계를 가지면), 그것으로 일이 해결된다고 하였다. 관조행도 사실상 무효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엘브스 퀸은 얼마남지 않은(300년 정도?) 자 신의 수명을 고려해 석세서가 죽지 않는한 그 위치를 바꾸지 않는다는 부동(不動) 선언을 했다. 이로서 그녀는 완전하게 명실공히 차기 엘브스 퀸이 된 것이고, 따 라서 이제부터 어떠한 일을 겪어도, 혹은 당해도 변하지 않을것이라는 말이다. 그 러니 내가 여기서 그녀를 가져버리면, 엘브스 퀸의 허락도 필요 없이 그녀와 나의 관계는 공식화 되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엘프들은 그 나라라는것이 없어서, 엘브스 퀸이 머무는 장소가 그들에게는 여왕의 왕궁이 되는것이나 다름 없었다. 즉, 내가 그녀를 가지고서 그녀가 엘브스 퀸이 되면, 엘 타칸리스의 산맥은 퀸의 영토나 다 름이 없게 되는 것이지. "…하지만 제가 그때까지 반려를 얻지 못하면… 저는 이전의 퀸이 사시던 곳으로 가게되요. 그리고서는 큰 일이 없는한, 거기서 여생을 보내게 되죠" "그래서?" "어떠한 이름이라도 좋아요. 페이라 이그니시스의 반려이든, 듀크 팬텀의 반려이 든, 페이그니스의 반려이든 저에게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평생 두번다시 당신을 만나지 못하게 될거에요" "어째서…?"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나 나름대로 놀라고 있었다. 두번다시 볼 수가 없다 니? 그 말은 대체 무슨 뜻이지? 그것도 평생?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간절한 애원. 그리고 한없이 담긴 슬픔을 그녀는 가지 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면서 입을 열었다. "퀸은 인자하시지만, 주도면밀하세요. 그분은 장차 엘프들의 여왕이 될 제가 아 무리 드래곤이지만 일개 성노로 전락되는것을 원치 않으시죠. 그분의 수명은 앞 으로 길어야 300년이 남았어요. 이것은 어느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확실해요. 그 리고 제가 명받은 관조행은 50년이지요. 제가 관조행을 끝내고서 제가 낸 결론들 가지고 돌아가면 퀸과 장로님들은 다시 회의를 거치시죠. 그렇게 짧게는 3년, 길 게는 10년을 저는 또 기다려야해요. 남은 기간은 250년. 제가 허락을 구하고 당 신을 찾아간다 하여도 저는 떠나올 수 없어요" "왜지요?" "석세서는… 퀸의 남은 수명이 300년 이하로 측정되었을 때, 퀸의 요청에 따라서 최대 250년간의 교육기간에 들어가게 되요. 여왕이 해야할 일, 생각해야 하는 일 들을 배우고, 또 배우죠. 거기서 허락된 자유시간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해요. 결 국 저는 퀸의 계획대로 당신을 만날 기회를 영영 박탈당하는 것이죠" 그녀의 말은 조용했지만, 나는 한편으로는 오싹함을 느꼈다. 엘브스 퀸은 그녀의 말대로 주도면밀했다. 자신의 목숨을 가지고 거는 일을, 아무 거리낌없이 시행하 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47년간의 남은 자유시간이 있다는 것을 상 기했다. 그 시간동안 이라면 나를 만나러 와도 되지 않는가? 나는 그녀에게도 그 점을 상기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대로 말했다. "47년간의 기간동안, 언제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은가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허락받은것은 관조행이었지, 여행이 아니었어요. 관조행은 한번 가본 장소에는 두번 다시는 가면 안되는 제약이 있어요. 이번에 거절당하고 나면… 저는… 저는…" 그녀는 어깨를 떨고 있었다. 그녀는 미처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에는 냉정하고 절제된 모습을 보이는 그녀가, 지금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 나는 일순간 그녀가 너무나 불쌍해 보였다. 엘프가 권력과는 무관한 존재라고 알고 있었건만, 그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통용되는 권력은 그들 사회 에서는 상당히 미약했다. 그 영향력은 적었지만, 한 존재에게 그 영향력이 행사되 어 질때는, 그리고 그것이 권력의 존속을 위하여 행사되어질때는 가차없이 잔인해 진다. 지금, 그녀는 자신의 모든 자유가 박탈당한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도… 그것도… 나로 인해서. 나는 가슴 한쪽이 쓰려오는것을 느꼈다. 이대로라면 그녀가 너무나 가엾다. 권력 의 희생물로서 표표히 사라져야만 하는것인가?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부서져라 끌 어안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날개가 꺾인 새를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가고싶지만, 갈 수가 없어요. 가고싶은 곳으로 갈 수가 없어요.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엘프들이지만, 개개인의 자유를 위 해서는 한 사람의 거대한 희생이 필요해요… 그것이 퀸이고, 석세서에요. 제발… 어느 이름이든 좋으니… 저를 가지세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그르르 흘러내렸다. 나는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이대로 그녀를 거절해서 그녀가 권력의 희생물로 사라지게 둘 것인가? 아니, 그럴수는 없 다. 나는 기억한다. 그녀가 노예 경매장에 나왔을때의 모습을. 구속당한채로 서있는 그녀의 모습을. 그때 싸이를 통해서 느껴지던 여러 감정들속에 존재하고 있던 그녀의 큰 슬픔을. 가슴이 찢어질것 같은 슬픔을. 나는 그녀를 그런 곳으로 또 보내야 하는 것인가? -90- 004.0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잠시 생각을 좀 해보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 그녀를 받아들여야 하는것인가? 내가 그녀를 구해낼 수 있다면 나는 그렇게 해주고 싶다. 적어도 나 로 인하여 명받은 관조행이고, 나로 인해서 퀸이 결정을 내린 것이니까. 나는 어 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결국 '그녀'에게 죄를 지어야 한다는 것인가? 복도를 걸어가면서 나는 착잡한 기분에 휩쌓였다. 복도끝에 발코니가 있었지? 거 기로 가서 생각을 해보자. 문을 열자 시원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지금은 4월이고, 겨울이 막 끝나고 나 서 맞이하는 봄의 초입이 조금 지난 때이기 때문에 아직은 서늘한 밤의 공기가 나 의 폐부를 차갑게 식혀주었다. 더불어서 머리도 조금 식은것 같다. 이제 훨씬 더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겠어. "후우… 어찌해야하지?" 나는 고민에 빠졌다. 나는 죽음으로서 '그녀'를 지켜내었고, 그녀에 대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드래곤으로 환생했다. 누차에 걸쳐서 말했다시피 나의 과거의 기억은 너무나도 완벽해서 그녀를 잊거나 하는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 는 올곳은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평생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는 한사람 만을 그리며 살아가야하는 것이지. 그래. 볼 수가 없다. 볼 수가 없기 때문에, 만날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리움 과 상념은 그 크기를 더해가지. 하지만 나의 이성 다른 한쪽에서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여기서 다른이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죄가 아니야. 그녀는 알 수가 없고, 볼 수가 없으니까. 너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것은 결국 너잖아?' 그래. 그것은 나도 인정한다. 나는 '그녀'에 대한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 나 자 신을 옭아메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정녕 한 사람만을 그리 워 하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만날 수가 없지만, 난 그래도 그녀를 사랑하니까. 그리고 잊혀지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의 이성의 한편은 또 이렇게 외친다. '그렇다면 결국, 너는 그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로 자신의 합리화를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자기합리화 일지도 모른다. 잊혀지지 않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더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다. 인간이었을때 는 이런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인간이었을 때는 망각이라는것이 있었으니까. 아무리 나쁜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나중에 가서는 그땐 그랬었지 하 면서 쓴웃음을 떠올릴 수 있었거든. 드래곤이 되고나서, 한번 본것은 잊혀지지않 는 이 엄청난 오성에 나는 경악했었지. 그와 동시에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을 때의 기억이 아주 생생하게 떠올랐지. 과거의 추억이야. 추억이 너무나도 생생하 게 남아있어서 나를 옭아매고, 자기 합리화를 시켜주는것일지도 모르지. 사랑이라는것이 어떤 것일까? 가변적이고 다중화가 될 수 있는 감정일까? 난 잘 모르겠다. 사랑을 해본 기억이 있지만,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단지 그것은 큰 호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좋아한다는 감정에 집착과 그리움, 소유욕이 같이 느 껴지는 것 아니었을까? 혹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는것인가? 여기서 에실루나를 가지는것은 그녀에 대한 죄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이 없는 관계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원해서, 다른쪽이 수동적으로 맺어주는 관계? 그것은 차라리 강간과도 같다. 지금 내가 해야하는 일은, 에실루나의 일을 해결하기에 앞서서 내가 가지고 있는 '그녀'에 대한 감정을 어떻데 정의해야 하냐 는 것이다. 나는 인간이었을때의 가장 강렬한 기억인 '그녀'에 대한 기억을 계속 유지시켜 나감으로서, 내가 인간이라는것을 계속 자극받고 싶은것 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집착이고,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모독이겠지. 이미 볼 수도, 만남 수도 없게되어버린 감정을 두고서 다른 연심(戀心)을 가지는 것이 과연 죄가 될 수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자기합리화가 아닐까? 크아아악! 대체 나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인가! 자신에 대한 감정조차도 제대 로 관리를 하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줄 수 있다는 말인가! 결국 나는 과거의 끈을 통해서 현실에서 도망가고자 하는 것인가! 나는 대체 어느 쪽을 향해있는것인가! 그리고 그때, 내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이니시스님…" "…미리안?" 뒤를 돌아보니 미리안이 서있었다. 어느샌가 술이 다 깬건가? 그녀의 얼굴은 술 기운이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깨끗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조용하게 말했다. "이곳에 계실것… 같았어요" "그래…. 쳇, 엘프에게 행적을 읽히다니, 드래곤 명칭도 반납해야겠군" 나의 실없는 농담에 그녀는 작게 킥 하고 웃었다. 나 역시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지어 주었다. 그녀는 내 옆으로 다가왔고, 불이 거의다 꺼져서 마법적으로 만 든 가로등 불빛만이 가득한 거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야경이 멋지네요… 프레빌의 야경보다는 못하지만 말이에요" "그래… 그렇지. 그런데 말야… 들었지?" "…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가 처음에 이곳에 있을것 같 았다는 말을 할 때부터 나는 알아채고 있었다. 5년전에는 에실루나가 나와 미리안 의 일을 듣더니, 이번엔 미리안이 나와 에실루나의 일을 듣고 온 것이다. 아, 불 공평해라. 나는 언제쯤 두여자의 이야기를 들어볼려나? 아니, 기회가 있었지만 박 탁당했었나? "어떻게 하면 좋을것 같냐?" "…어떻게 하실건데요? 저는 이미 대답이 나와있다고 봅니다만?" 미리안은 말투를 바꿔서 에실루나를 흉내내었고, 나는 작게 킥 하고 웃었다. 대 답이라… 어떻게 본다면 나와있다고 봐도 상관없겠지.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장 밝게 빛나는 저 별은, 이름이 뭘까? 나는 별을 보면서 말했다. "미리안. 더이상 이어나갈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서 현재에서의 감정을 받아들 일 수 없는 사람은, 뭐라고 부르고 싶어? 바보?" "바보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해도 현자도 아니고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자신 의 문제이고, 그 자신이 결정해야할 문제이겠지요"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이지 않는 차이는 뭘까?" "유지와 개척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안전하게 유지시켜 나가느냐, 아니면 조금더 발전시켜 나가느냐겠죠.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그것은 곧 죽어버리겠 죠. 고인물은 썩고, 급류에서는 진흙이 만들어지지 않아요"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안된다…라. 그 말이 가장 나에게 크게 받아들여졌다. 나는 지금 유지하는 쪽으로만 너무 치우쳐있기 때문이지. 고인물은 썩는다고 하였 다. 유지만 하다보면 언젠가는 나의 이 감정 자체가 죽어버릴 것이라는 말이겠지. "미리안. 난 어떻게 해야할까? 에실루나를 받아들여야 할까?" "글쎄요… 저로선 조언을 할 수가 없군요. 그것은 당신의 문제에요" 나는 다시 작게 킥 하고 웃었다. 그렇다. 이것은 나의 문제다. 누군가가 결정을 대신 내려줄만한 일도 아니고, 설령 내려준다 해도, 그대로 따르기에는 무리가 많 지. 그래. 그런것이다. 나는 잠시 생각을 위해서 대화주제를 돌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말야, 엘프의 연심이란것은 쉽게 생기는거야?" "설마 그럴리가요…" "에실루나는 나하고 만난지 단지 며칠만에 그런 결정을 내렸었지. 그리고 지금은 자신을 가져달라고 말 하고 있어. 상당히 쉽게 생긴다고 생각 할 수 밖에는…" "그렇지 않아요!" 나는 잠시 움찔했다. 우, 우홧, 깜짝이야. 나는 잠시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 았고, 갑자기 소리를 지른 그녀는 자기 스스로도 깜짝하고 놀라더니 입을 막았다. 그녀는 잠시 어깨를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숨을 고르더니 입에서 손을 떼고는 말했 다. "죄, 죄송합니다" "아냐, 함부로 말한게 잘못이지. 그럼, 어떻게 생각해?" "그러니까… 연심이라는것이 대개 오래있는 상대에게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도 하지만요, 강렬한 인상과, 그것에 대한 자기확인이 이루어지면 그것또한 연심으 로 발전 할 수 있는 거에요" "강렬한 인상? 흐음… 일리가 있네. 그러고 보면, 에실루나에게 나의 모습은 강 렬한 인상이었을 테니까" "그래요. 연심이라는 감정은 추측 불가능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비약적은 아니잖 아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실루나에게 있어서 내가 보여준 여 러가지 모습들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이고, 그녀가 나의 모습을 보며 모종의 무언 가를 결심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최종적으로 확인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 짧았다 뿐인가? 미리안의 말도 일리가 있어. "그래, 그렇구나. 그런것인가. 슬슬 나는 들어가 봐야겠다" "어쩌실… 건데요?" 나는 미소지었다. 나는 결심했다. 상대가 나에게 연심을 준다면, 나 역시 그에게 충분히 되돌려줄 용의가 있다. 미리안의 말을 듣고서야 결심이 겨우 슨것 같다. 과거의 감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재를 개척해야한다.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나란놈도 참 상당히 표변적인 놈이다. 금세 고민하 고서 금세 바꾸다니. 하지만, 지금 이대로 계속 '그녀'에 대한 연심을 품고 있다 가는 현상유지조차 힘들어질 날이 있을 것이다.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멸할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그 감정을 새로운 감정과 함께 공유해 나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아아, 이것 또한 명백한 자기합리화겠지만, 나는 결심했다. 에실루 나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데는 시간이 조금 걸릴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천천히 해 나가면 되는 일이지. 일단, 지금은 그녀를 속박 하고있는 사슬을 풀어줘야하겠지. 나는 시익 웃으면서 말했다. "개척하기로" 미리안이 환하게 웃는것이 보였다. 고마워 미리안, 덕분에 결심이 섰다. 그녀는 환하게 웃는 미소로 말했다. "다행이에요. 에실루나가 슬퍼하지 않게 되어서…" 그녀는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어깨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웃고있는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 "어…? 어어? 왜… 이러지? 기뻐해야 하는데… 에실루나가 슬퍼하지 않게 되니까 기뻐해야… 하는데…?" "미, 미리안?" "나… 난, 그러니까… 나는……" 미리안은 매우 당황해하는 표정으로, 눈에서는 눈물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것은 마치 주르륵 새어나오는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손으로 이리저리 눈물을 훔쳐내기 도 했지만,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리안? 왜그래?" "죄, 죄송해요… 나, 나는… 나역시 라이니시스님께 연심을… 그렇지만 에실루나 가… 기뻐해야 하는데… 난… 저는……" 그녀는 계속해서 눈물을 훔쳤고, 나는 그녀가 나에게 연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 에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오늘은 여난의 날이냐? 나는 잠시 기가막혔다. 아니, 일단 나는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5년전, 그녀가 나에게 친 장 난을 보아도 그런면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곧 지워버렸다. 그녀 는 단지 고용인과 피 고용인의 관계에서 나와 껄끄럽지 않은 것을 위해서 나에게 친근하게 대하는것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연심? 나는 잠시 새로운 결심을 하고 나서 닥쳐온 이 상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했다. 두명의 엘프가 나에게 연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것인가? 내가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서 멍해있을 때, 미리안은 대충 눈물을 훔치고는 말했 다. "죄송해요! 제가 한 말, 잊어주세요!" 그리고서 그녀는 고개를 꾸벅 하고는 여관안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나는 손을 뻗어서 그녀를 잡아버렸다. 에, 에… 그러니까, 나는… 시작부 터 양다리냐! 여태까지 진지한게 고민해온게 너무나도 바보같아! 일단 나는 미리 안을 거부할 생각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에실루나를 거부할 생각 역시도 없 다. 그렇다면 나는 별로 다른 수가 남아있지 않다. 미리안은 놀라하는 얼굴로 나 를 바라보았다. '왜?'라고 묻는듯한 얼굴. 하지만 나는 몰랐다면 할 수 없겠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어쩌할 수가 없다. 나는 그녀를 끌어당겨서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그녀가 어쩌할 틈도 없이 그녀에게 키스해버렸다. -91- 004.0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으으읍?!" 순식간에 내게 끌어당겨져 입술을 빼았기게 되어버린 그녀는 몸을 움직이면서 당 황과 반항의 뜻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이 의례 그러듯이 그녀 역시 몸부림을 조금 치다가 잠잠해졌고, 그래서 나는 훨씬 더 여유있는 상황에서 그녀의 입술을 음미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지켜보고있을 '그녀'여… 나를 용서해주오… 나는 속으로는 참회를 울리면서, 겉으로는 미리안을 더욱 더 거세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존재는 나의 안에서도 많이 커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곯려줄까 했던 것이, 나중에 가면 갈수록 점점 보살펴주고 싶어지고, 조금더 같이 있고 싶어지고 하는 감정이 들었다. 그랬기에 나는 그녀가 5년전에 그런 장난을 쳤을때, '그녀' 에 대한 죄책감과 더불어서 약간의 배신감도 같이 느꼈었고, 그래서 그렇게 화를 냈던 것이다. 하지만… 뭐랄까, 지금은 그것이 왠지 이해가 갈듯도 하다. 아마도 내가 조금전, 그녀는 잡지 않았으면, 그녀는 자신이 한 말에 큰 압박을 받아서 아 무도 모르게 도망쳤을 것이다. 뛰어봐야 벼룩이고, 달아나봐야 드래곤의 추적범위 안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그런 감정을 가 지고 있으니 만큼, 나역시 그녀를 생각해 주어야겠지. 미리안은 이내 팔을 둘러서 나를 끌어안았고, 그녀와 나의 맞닿은 입술에서는 그 녀가 흘리는 눈물이 새어들어와 짭짤함이 느껴졌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감정이 격해져서 일까? 맞닿은 입술이 가늘게 떨리는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입술을 떼었다. 무언가 더 진도를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자칫 그녀의 기억에 않좋게 남아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말했다. "라이니시스님… 당신은… 정녕 잔인하시네요…" "…그래?" "네… 그래요… 정말로 잔인하세요" "…그래" 그녀는 나의 가슴에 안겨들었다. 그랬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가 보기에, 나는 그 녀에게 정녕 잔인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에실루나를 놓지 않으면서, 미리안도 놓지 않는다. 인간이나 엘프의 사고관념에서 그것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 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또 다른이를 사랑하는것을, 그대로 지켜봐줄 사람은, 세상에 정녕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가 없어서 그 모습을 그냥 지켜봐야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아아… 그랬다. 나는 그녀에게 정녕 잔 인했다. 지금, 그녀와 떨어지고서 나는 에실루나를 안으러 갈 생각이었기 때문이 다. 이것이 얼마나 미리안의 가슴을 찢어 발기는 짓인지는, 전까지 '그녀'의 생각 에서 몸부림치던 나의 괴로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스웠다. 갑자기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세명의 여자에게 전부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랑해야하는 세 여자에게 나는 전부 죄를 짓 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우스웠다. 그리고 나는 지를 지은만큼 더욱 더 그녀들을 생각해야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녀들에게 집착하고, 더욱 갈망하면서 그녀들에게 서 지은 죄를 소거해야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죄는 쌓여간다. 이것이야말 로 딜레마이지. 우습지 아니한가? 나에게 안겨있던 미리안은 조용히 나를 밀어내었다. 눈물은 멈추었지만, 그래도 아직 눈물자욱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가세요. 에실루나가 기다려요. 오래 기다리게하면, 예의에 어긋나요" "어, 으응… 알았어. 그럼 아침에 보자" "예에… 아침에 봐요" 나는 아침에 보자는 말로 그녀를 잡아놓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이대로 떠나버릴 까봐 나는 불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역시 나에게 아침에 보자고 했고,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몇발자국 걸어가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웃고 있었다. 환한 표정으로. 하지만 나는 내 발걸음이 얼마나 그녀에게 큰 고통 이 되는지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마주 웃어줄 수 밖에는 없었다. 미안하구나. 지금은 이렇게 돌아서지만, 다음엔… 나는 복도를 다시 걸어갔다. 나의 방문까지의 길이가 이다지로 길게 느껴진적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 넓디 넓은 레어를 돌아다닐때도, 그 넓디 넓은 숲과 광활 한 대지를 가면서도, 이보다도 더 멀게 느껴진 일은 없을것 같다. 이윽고 내가 내 방문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해야했다. 아아… 떨린다. 나는 내가 이정도로 떨어본 일이 대체 언제였을까는 생각하면서 문을 열었고, 그러자 약간의 열기와 함께 은은한 향이 나고 있었다. "오셨어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긴 은발에 부딪혀 흐트러진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서 그렇게 달빛을 맞으면서 있었다. 은빛과도 같은 창백한 빛은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부서지면서 그녀를 더욷 더 돋보이게 만든다. 뭐랄까… 그녀는 어느 상황에서든지 그것을 자신과 어울리게해 아름답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것 같았다. 쇠사슬 에 묶인채로 결박당해있던 그녀가 아름다워보였다는 것을 생각하자면, 분명히 그 런것 같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마치 신화속에 나오는 전설의 성녀같은 신성함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서 방 전체의 소리가 밖으로 세어나가지 않게 사일런스 의 마법을 걸었다. 아마도, 미리안의 귀에게는 들릴것이 제일 걱정이었으니까. 나 는 천천히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 "……" 그리고서 우리는 아무말도 없이 그저 가만히 있었다. 나는 무언가 말을 해야했지 만, 그것을 어디서부터 해나가야 할지, 갈피를 도저히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것 보다도 나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이 신성하다고까지 느껴지는 모습에서 도저히 나의 손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녀에게 손을 댄다는것이 마치 하나의 커다란 대죄를 범하는것 같았다. 그래… 이것은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때 느꼈던 감정과 같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대체 무슨말을 해야할까? 이 럴때 사용할만한 그런 단어가 있으면, 그랬으면 하고 생각한다. 스윽. 그녀의 손이 나의 얼굴로 올라왔다. 그리고서 그녀는 나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의 손의 느낌은 부드럽다. 작고, 약간은 차갑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 손에서는 상냥함과 깊은 연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 "……" 이번에도 말은 없었다. 하지만 아까와 다른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말이 필요 없 다는 것일 것이다. 이미 서로의 뜻은 상대방의 눈빛을 읽음으로서 충분히 전해지 고 있었다. 눈만으로 대화를 하는것은, 인간들에게 있어서 오래된 연인이나 부부 가 할 수 있는 특권중에 하나겠지만, 드래곤이나 엘프나 상대방의 뜻을 읽는데는 능수능란하기 때문에 이 행동에 큰 비중을 두진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언어가 필요 없게 되어버린 상황에서 불필요한 수식어를 모주 제하고, 순수한 뜻 과 뜻이 담긴 언어를, 우리는 교환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아악… 그랬다. 사용할 단어를 고르지 않아도 되었다. 언어란, 지금 상황에서는 쓸데없 는 불순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를 안았다. 서로에게서 말 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녀도 나를 안았다. 나는 가만히 그녀를 침대위에 눕혔다. 그녀의 은발머리는 시트위에서 곱게 퍼져 서, 마치 은색의 시트를 만들어 주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보았 다. 지금, 그녀의 눈에는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한 불 안과 은근한 기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의구심, 자그마한 후회등… 하지만 그녀는 그러한 감정들을 배재하면서 나에 대한 신뢰와 연정을 더 많이 담고 있었고, 그랬 기에 그녀는 나에게 환한 미소를 띄워주었다. 그녀의 가슴에 살짝 손을 얹어보았다. 거세게 약동하는 생명의 고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히었지만 나의 손을 떼어네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 에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서 마찬가지로 나의 심장위에 얹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생명의 고동을 공유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나는 살아있다는것을 강하게 느꼈다. 지난 밤에는 참으로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하나의 큰 가치관을 변경했으며, 곧바로 변경한 가치관의 기지아래 행동의 변경에 들어갔다. 어찌보면 그것은 참 않좋은 행위라고도 하겠지만, 문명 이 만들어진 이래, 사람의 가치관은 변하고 변해왔으니, 나의 가치관이 하루 저녁 에 변한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뭐라 할 사람은… 많겠다. 기본적으로 나도 약간은 후회하는 마음이 적잖아 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왼쪽 아래를 돌아볼 때마다 후회 하는 마음을 저 멀리로 달아나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나의 행동에 후회하지않기 로 하였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자면… 글쎄, 아마도 오전 10시쯤 되었으려나?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숙취 때문에, 오후 1시쯤 되어야 어떻게든 일어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간밤은 정말로 뭐라 할 수 없이 길고도 짧은 밤이었다. 그렇다. 결국 나는 해버린 것이다. 세번정도였나? 그녀가 아프지 않게 많이 배려하면서, 최대한 나도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전경험은 1007년 전에 '그녀'와 가졌던 몇번이 다였으니, 에실루나가 그것을 어 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으음… 라이니시스…" 아, 그녀가 깨어났다보다. 나는 어제 그녀와 관계를 가지면서 라이니시스의 이름을 주었다. 즉, 나는 레드 드래곤 라이니시스로서 그녀를 가진것이다. 그녀에게는 앞으로 '라이니시스의 에 실루나'라는 수식어가 따를 것이다. 하지만, 이 이름을 그녀에게만 줄것은 아니었 다. 미리안도 있으니까. 하지만 미리안과의 관계설정은 조금 더 고려해 보아야 한 다. 그녀가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짓이냐. 여자랑 같이 침대위에 있으면서 다른여자의 생각을 하다니. 나는 손을 뻗어서 그녀의 은 발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매끄럽게 손에 느껴지는 촉감은 역시 좋았다. 어제밤 에도 수없이 쓰다듬고, 만졌었지. "일어났어?" "흐음… 네" 어제, 나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서 그녀에게 반말을 사용하였다. 그녀는 약간 졸 린 눈으로 미소를 지어보였고, 나도 같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녀는 이불로 상체 를 가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일어서서 잠시 나와 눈을 마주치던 그녀는 나 에게 살며시 기대어왔다. 그러고는 조용히 말했다. "구속하지는 않아요" 엘프의 사랑은 구속식이다. 서로를 서로에게 완전히 옭아 매는것. 서로는 서로의 소유라는것이다. 하지만 에실루나는 그것을 포기했다. "라이니시스로서, 절 계속 사랑해 주실 수 있으시죠? 다른이와 공유해도 좋아요. 그것이 라이니시스라면" "예를 들자면… 미리안같은?" 그녀는 작게 웃었고, 그녀의 몸이 웃음에 떨리는게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미리안이 어떻게 생각하여 줄지는… 그녀에게 미안해지네요" 나는 팔을 앞으로 둘러서 그녀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다. 그녀의 은발머리에 볼 을 기대고는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았다. 나의 붉은 머리가 그녀의 머리위에 얹혀 져서 멋진 은적색의 폭포를 이루었다. 나는 말했다. "괜찮을거야. 분명히" 그래. 미리안이라면 괜찮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기다릴것이 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나는 아마도 그녀에게 지금과 같은 말을 해주겠지. 에 실루나는 말했다. "그녀에게는 미안해지지만… 지금은 지금을 느끼고 싶어져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나를 바라보았다.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난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매우 작게 말했다. "그러니… 지금은 키스해주지 않으실래요?" 나는 웃으며 그렇게 해줬다. -92- 004.1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아침식사를 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숙취를 겪어본것이 대체 언제일 까? 그러니까… 환생하기 전이니, 아마도 1000년 전이군. 으음… 짐작도 가지 않 는다. 천년전에 느낀 숙취라니. 드래곤이 되고서 부터는, 느껴보지 못한것들이 상 당히 많아졌다는 생각을 자주해본다. 숙취야말로 자신이 술을 마셨었다는 유일한 증거가 될 수 있을텐데 말이야. 아니지, 아침에 일어나보니 옆에 왠 여자가 한명 누워있더라… 라는것도 술을 마셨다는 증거… 가 될까? 술을 마셨었다는 증거라기 보다도, 사고 쳤다는 증거가 되기에 더 좋겠군. 아무튼, 이제는 나에게 거의 생소한 신체현상이 되어버린 숙취를 총인원 8명으로 불어나버린 우리 일행에서 4명이 겪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광경 이었다. 술을 마시고서 쓰러진 인원이 6이지만, 그중에 둘은 아주 멀쩡하다. 두명 중에 하나는 훨씬 더 일찍 깨어나서 나와 같이 만리장성을 쌓았었지. 나는 며칠전에 나의 레어로 처음와서 소를 한마리 절단내는 라스킨의 식성을, 그 저 오래동안 먹지 않았기 때문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 나는 평소 만화에서나 봐오던 그런 진귀한 광경을, 그러니까 무서운 속도로 음식을 먹어대고 있는 그의 좌우로는 무수한 접시들과, 그의 의자 옆에는 그가 만들어놓은 주 구성 이 육류의 골질(骨質)로 이루어진 허연 무더기를 실제로 볼 수 있었다. …혹시 늑 대들이 왕을 뽑는 방법은, 많이 먹기 시합을 해서 뽑는것은 아니겠지? 나는 황당한 눈으로 라스킨을 보면서 말했다. "라스킨, 속은 괜찮아?" "으음, 꿀꺽! 괜찮습니다. 술먹고 뻗는것은 오랜만이지만, 그정도로 속이 망가져 서는 제 이름이 울죠" "…아, 그래?" 술먹고 뻗은 후에 숙취에 안 시달리는 것과 라스킨, 그러니까 고대어로 늑대들의 왕이라는 단어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전혀 알수 없었던 나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 렸다. 역시, 늑대들은 많이 먹는 사람을 족장으로 선출하는군. 음음. 어제의 술파티 인원에서 쓰러진 사람중 에실루나와 라스킨은 멀쩡하게 살아있고, 한명은 음식을 무더기로 절단냄으로써, 식당내 사람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시선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에실루나는 그 용모로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절도있는 동작으로 스프와 빵, 샐러드를 먹음으로써, 석세서의 자존 심과 드래곤의 연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면(둘다 무슨 상관일까…?), 미 리안은 에실루나의 옆에서 그녀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인 숙취에 절어있는 모습으 로 힙겹게 빵을 먹음으로서 엘프의 자존심과 드래곤의 하인이자 연인 내정자의 자 존심을(이것은 또 무슨 상관?)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하늘아래 같은 여관에 두 엘프 있으니. 한명은 숙취요, 한명은 멀쩡하네. 전야( 前夜)에 쓰러진건은 둘 다 마찬가지건만, 어이해 지금은 그 모습이 저리도 이질적 인가? 그리고 미리안의 옆으로 주르륵 앉아있는 네명중 세명, 라니안느를 제외한 나머 지 세명은 조용히 닭고기 수프와 빵을 깨작거리고 있었다. 킬은, 어제 거의 같이 쓰러진 라스킨이 쌩쌩하게 살아서 무수한 빈접시를 만들어내며 이곳 여관의 요리 장을 바쁘게하고, 여관 주인에게 하여금 숙박비보다도 식사비가 더 많이 나오게된 작금의 현실에 매우 기뻐하게 하고있는 모습을 보면서 머리를 가로저었다. 분명히 무승부였지만, 지금와서 보니 자신과는 상대가 안된다는 것이겠지. 그의 옆에서는 추욱 늘어진 츠렌이 힙겹게 닭고기 수프를 홀짝이고 있었다. 어제 그렇게 떠들어 대면서 잘도 마시더니 결국에 저런꼴이 되어버렸구나. 그리고 그녀 의 옆에서는 아주 조용하고 절도있는 동작이지만, 눈밑이 시꺼멓게 죽어버려서 더 욱 더 음침한 기운을 풍기는 마법사 머기가 묵묵히 닭고기 수프를 스푼으로 퍼올 려서 입에 넣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옆에서는 쌩쌩해 보이 는 라니안느가, 그와 그녀의 동료들에게 빵을 조금씩 찢어서 수프그릇에 넣는다든 지 하면서 동료들을 신경쓰고 있었다. 라니안느의 옆에선 라스킨이 처음 말했던것 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으니 패스. 그나저나, 이집 주인장은 솜씨가 좋군. 뭐, 적어도 제국식 음식점에서 먹어본 그 런 특선 레몬요리들은 아니지만, 숙취에 꽤 도움되는 닭고기 수프를 이렇게 맛있 게 해주다니. 해장의 개념이 조금은 부족한 서양 중세에서는 닭고기 수프 외의 해 장용 음식이 그자니 눈에 띄지 않는다. 귀족가문에 가면 다양한 종류가 있겠지만, 서민이 대표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경우는 역시 닭고기 수프 뿐인가? 아, 그러고보 니 갑자기 삼계탕이 먹고 싶어지는걸? 여행 끝나고 레어로 돌아가면 간만에 실력 발휘나 좀 해봐야겠다. "미리안, 외람된 말이지만, 왠만하면 닭고기 수프라도 좀 마셔라. 엘프의 회복속 도를 의심하는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위험해 보인다" "네? 저, 하지만…. 역시 관둘래요…" "그러냐. 그럼 식사하고 내방으로와. 약이라도 주지" "네…" 엘프에게 고기를 먹으라고 하는것은 별로 예의에 안맞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 무 거운 속에다 빵만 집어넣고 있으니 반쯤은 한심한 노릇이라고 할 수밖에. 있다가 방에 오면 마법이라도 하나 걸어줘야겠다. 솔직히 말해서 병이나 이런 숙취같은것 에 마법을 쉽게 사용해 버리면, 사용한 만큼 몸이 둔해진다. 그러니까 몸이 힘내 서 자체회복력을 끌어올려서 치료를 하게끔 해야하는데, 마법으로 병이나 그 현상 을 싸악 가시게 해버리면, 나중에는 자체회복력을 이끌어내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서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자체회복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지지. 그래 서 나는 예전에 미리안이 독감에 걸렸을 때, 옆에서 조용히 간호를 해주었지, 마 법으로 병을 낫게 하거나 하진 않았다. 사람의 몸이라는것은, 쓰지않으면 약해지 니까. 마법이라는것은 몸을 사용할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것으로서, 최종적으로는 마법을 사용하는 근간이 되는 그 육체가 쉽사리 망가지게된다. 하지만 지금은 어 쩌랴? 술먹고 숙취해소를 못해서 병나면 마법으로 치유해서 약해지는것 이상으로 몸이 축난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식사후에 나온 차를 마시면서 나는 잠시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상각해 보기로 했 다. 일단 제국령에 들어왔기는 들어왔으니, 어디로 갈까하는것이 문제다. 라스킨 은 대략적인 방향만 어느정도 알고 있을 뿐이지, 정확한 장소를 모르기 때문에 잘 못하면 제국내를 샅샅이 뒤져야 하는 일도 생길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번여행 은 년(年)단위로 걸릴지 모른다는 것이지. 게다가 돌아다니다가 잘못해서 다른 드 래곤의 영토에 어쩔 수 없게 침입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대표적으로 북부 툰드라 지대의 극북지역은 1300살의 화이트 드래곤의 영토이다) 여러모로 충돌생 기면 그것도 않좋거든. 일단 라스킨의 그 감을 믿고서 추적을 해야하는데, 그 전 에 앞서서 라스킨이 살아있다는것을 알려주기 위해, 툰드라로 가서 늑대들과도 만 나봐야하고, 그 와중에 또 이런 저런 일들이 생기면 여정은 그만큼 늦어진다는 것 이지. 게다가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에실루나다. 내가 그녀를 가져버렸으니, 헤 어져버리면 최소 47년은 더이상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다 커서 결혼 할 나이를 기다려야 하는것이지. 그녀를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은이상, 곁에 두고 서 더 많이 보듬어주고 싶고, 안아주고도 싶다. 그렇다고 내가 지금 그녀를 따라 서 이들과 같은 여행을 하기에는 나의 목적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나는 잠시 에실 루나를 바라보았고, 나의 시선을 느낀 에실루나는 나를 마주보면서 미소를 지어주 었다. 에휴… 어쩌나? 나는 일단 그녀와 일행이 어디까지 가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최대한 동행이라도 해 볼 요량이지. "에실루나. 여기를 거쳐서 어디로 가려는 거였지?" "으음… 글쎄요. 자세한것은 잘 모르죠. 여행의 여정은 츠렌이 쥐고 있으니까요" 일행의 눈이 잠시 이채를 띄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존대말이 오늘은 반말로 바뀌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오랜만에 만난 연인사이에서 무슨일이 있었겠 지하는 표정으로 그냥 넘어갔다. 나는 그들의 행동에 속으로 감사하며 츠렌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그렇군. 그럼 츠렌양.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예에? 아아… 그거, 이제부터 알아보러 가야하아…는데… 죽겠어요오…" 나는 이마에 땀방울이 달린다는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확실하게 알았다고 자신할 수 있다. 일어서서 말하던 그녀가 갑자기 일순간에 무너지면서 저렇게 흐느적 대 는데, 차마 알아보러 가라고 말 할 용기가 서지 않는다. 뭐, 아무래도 오늘 하루 는 완전히 공쳤다고 생각해야겠군. 에라, 미리안에게 마법이나 걸어줘야겠다. "미리안, 올라가자. 약이라도 주지" "네에…" 미리안이 흐느적 거리면서 일어나자, 숙취에 절어있던 다른 3인방도 스르륵 일어 났다. …뭐냐? "페이그니스씨… 저희도 약좀 주시죠…" 킬은 그야말로 죽을상으로 말했고, 츠렌과 머기는 말도 하기 힘들다는 듯이 표정 과 시선으로 애원하고 있었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미리안에게 마법을 걸어 줄 셈이었는데, 결국엔 정말로 약을 주게 되어버렸잖아? 약은 효과가 마법보다는 느려서 여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해 보류한건데 말야. 뭐, 어쩔수 없는 건가? 오늘 하루는 완전히 공쳤으니. 벌써 시간은 오후 2시라구. 떠나기엔 상당히 어중간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약은 충분합니다. 다들 올라오시죠" 나는 척척 걸어서 계단을 향했고, 나를 따라오는 네명은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 러고 보니까, 이것은 마치 네크로맨서Necromancer를 따라서 걷는 좀비Zombie들 같 잖아? 여관내의 사람들도 그렇게 보이는지 여기저기서 작게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제딴에는 안들린다고 하는 것이지만, 드래곤은 귀가 밝다구. 잠시 배낭을 뒤졌다. 숙취… 숙취… 숙취용 물약이 어디있더라… 아, 찾았다. 주 먹 반만한 크기에 담겨진 다갈색의 끈기가 있어보이는 액체는, 척 보면 상당히 혐 오감이 대폭 상승하게 되는 물건이지만, 그래도 효과는 만점이다. 여러가지 약초 들을 넣고 조려서 만든 숙취 해소제이기 때문에, 맛 또한 없어서 혐오감이 폭발적 으로 상승하겠지만, 어쩌랴?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하였고, 자신의 한계를 제대 로 알지 못해 알콜햠유량이 다량인 액체와 찐하게 몸을 섞었으니,(표현이 조금 야 하군) 그 대가라고 생각해야지. 나는 먼저 미리안에게 약병을 건네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더니 냄새고 뭐 고 확인하지 않고서는 단숨에 들이켰다. 아, 상당히 쓸텐데? 하지만 그녀는 무표 정했고,(하지만 이마엔 왠 땀이 송글송글?) 그래서 다른이들은 별로 친근감을 느 끼기 어려운 색의 약이 별로 쓰지는 않은가보다 생각해 버렸는지, 미리안을 본받 아서 단숨에 원샷을 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에에엣? 저거 엄청 쓴데? "크으윽… 쓰다…" "우읍…! 꿀꺽! 케헤헥! 케헥! 너무 써요오~!" "…써" 머기의 짤막한 한마디가 압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웃으면서 그들에게 사탕 을 하나씩 나눠주었고, 그들은 황급히 받아들었다.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것 으로 보아서는 어느정도 숙취는 가라앉은 모양이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방으로가서 각자 한숨 잘 주무시면 숙취는 없을겁니다. 아, 미리안. 잠시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가지말고 있어" "네" 미리안은 조용히 테이블 앞의 의자에 앉았고, 다른이들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는 방을 나갔다. -93- 004.1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다른 사람들은 방으로가서 한숨 자는것인지, 아니면 다시 내려가서 이야기를 하 고 있을련지는 잘 모른다. 그러고 보니까 밑에는 에실루나하고 라스킨, 라니안느 만 있겠군. ……셋이서 무슨 대화를 하기에는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사람들은 나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그냥 자버리는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동료들에 게는 이야기 하겠지. "그런데, 하실 말씀은 뭐에요?" 어느샌가 활기가 돌아온 모습으로 미리안이 말했다. 약발이 확실하게 받기는 받 는군. 마법을 또 써줄까 싵었지만, 관둬도 되겠어. 나는 일단 뭐라도 이야기를 해 야했다. 에… 그러니까…. 아, 뭐라고 해야하지? "그러니까… 일단은… 미안하다는 말하고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 "예? 아… 네. 천만에요" 그녀는 의외로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뭔가 저 확고한 태도는, 나로 하여금 약 간의 불안감을 가지게 했다. 죄라면 죄지만, 이거 왜이럴까? 뭔가 이 형용할 수가 없는 이상한 기분은? 미리안은 약간 당황해하는 나를 모더니 한숨을 포옥하고 내 쉬었다. 에? 그녀는 나를 보더니 꿍한 표정으로 말했다. "5년이나 같이 살아온 여자를 두고서, 겨우 두번만난 여자하고 같이 잠자리를 했 으니, 그다지 지금 기분은 좋지 않아요. 그것에 대해서 미안하다면, 뭐 어쩌겠어 요? 받아 들여야지. 게다가 상대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에실루나니까 충분히, 아 주~~~ 충, 분, 히! 이해해 드려요" "……어, 그래" 나는 차마 그녀의 꿍한 모습을 보면서 '말로만?'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뭐 냐, 저 꿍한 태도로 충, 분, 히! 이해한다는 것은? 차라리 절대 이해 못하겠다고 해라! 사람 기분 들쑤셔놓지 말고!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녀에게 별로 반론할 거리가 없다는것은 불행이다. 그녀말이 맞는것도 같지. 지난 5년동안 같이 살아온 그녀는 두고서 먼저 에실루나를 안은것은, 잘못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선택이라 고 해야하나? 하지만 말야, 이미 결심한 대로 나는 두 여성을 놓고서 선택하는 짓 따윈 안한다. 물론, 미리안도 그것을 아는것이고, 그래서 조금 덜 화는 내는것이 지만, 그래서 난 더 난처하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그러면 어제밤의 그 태도는 뭐냐? "후우… 그런 표정 지으시지 마세요. 그럴때 라이니시스님은 한없이 작아보인다 고요. 이거 알아요? 라이니시스님은 정말로 필요할때는 유유부단해진다는거" "무, 물론… 느끼고 있어" "뭐, 이 이야기는 그만 할게요. 라이니시스님하고 살다보니까, 제 사상도 조금은 많이 바뀐것 같거든요. 에실루나는 워낙에 단호해서 라이니시스님이 저를 생각해 주시는것을 용납하겠지만… 저는 어떻게 해야돼요?" "…뭐?" "단호함의 에실루나라면, 저는 무슨 수식어로 에실루나와 라이니시스님을 공유하 는것을 묵인해야 하는거죠?" 으음…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에실루나는 단호하다. 그렇기 때문 에 엽기적인 방법도 통용하는 여자다. 그랬기에, 그녀는 그 단호함을 다방면으로 십분 발휘하고, 용도도 약간 변경하고서 미리안을 비롯하여 다른 여자들(있을리가 있냐! 그래봤자 볼 수도 없는 '그녀'가 다인데)을 용납한다고 나는 것이지. 그렇 다면 미리안은? 에실루나에게는 단호함이 있다면, 그녀에게는? "장난기?" "…농담하시죠? 장난으로 묵인하라는것은, 용납 못해요. 물론, 제가 장난이 심한 편이라는것을 알고 있지만요. 그래도 이건 장난이 아니에요" "애정?" "농담하지 마시라니까요. 엘프의 애정이 어떤것인지 모르시고 하시는 말씀은 아 닐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 엘프의 애정은 서로에 대한 '완벽한 구속'이지. 그렇다면 뭐가 좋을까? 포용 력? 아냐, 비웃을거야. 관용력? 성인식도 얼마 안지나서 호승심에 나에게 칼을 겨 눈 그녀인데, 관용력은 조금 우습지. 자애? 현숙? 미모? 자존심? 에라, 차라리 욕 을 해라! 끄응… 대체 뭐가 좋단 말인가! 나는 머리를 거의 쥐어짜듯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었지만, 시의 적절한 수식 어가 없었고, 그녀는 계속 고민하는 나를 보더니, 고운 아미(蛾眉)를 찌푸리면서 말했다. "그렇게 없어요?" 그녀의 표정이 점점 변해간다고 느꼈고, 나는 순간적으로 등골을 타고 흐르는 오 한을 느꼈다. 아앗, 위험해! 나는 그래서 재빨리 아무 단어나 한 단어를 꺼내놓았 다. "…이해심은 어때?" "이해심이라… 괜찮네요. 라이니시스님의 행동들은 대개 여러번 이해해주면서 살 았으니까… 그걸로 하죠. 네. 이해심으로 묵인할게요" "휴우… 다행이군…" 얼떨결에 내놓은 단어였지만 그녀는 이해해주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나에대한 이 해심으로 나의 모든것을 이해해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으니까 앞으로 도 그러는 것이다. 나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크게 한숨을 쉬었고, 그녀는 생긋하고 웃었다. "엘프 두명을 거머쥐셨군요. 하지만 말이에요, 엘프들의 치정(痴情)싸움은 인간 의 그것보다 훨씬더 치열하고 살벌해요. 아아… 앞으로가 걱정이네요" …으윽. 그녀는 생긋 웃는 얼굴로 저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건 평소의 미리 안이 아냐! 저런 내용을 저런 표정으로 말하다니! 술 덜깼냐?! 나는 억 하는 표정 을 지어보였고, 그녀는 웃는 표정 그대로 내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걱정 마세요. 단호함과 이해심있는 여자를 두셔서, 그들은 싸우지 않을것이랍니 다. 이미 서로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요. 비록 제가 선수를 빼았겨서 조금 분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47년이 남아있잖아요? 그러니까… 그 동안에는 저 를 좀 생각해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아아… 그렇군. 그녀가 어제 그랬던 이유는 에실루나 의 관조행 때문이었군. 비록 선수를 빼았겼지만, 47년동안 나와 그녀가 만날일은 적고, 반대로 나와 미리안이 떨어지게 될 날은 적다. 의외로 상당히 계산적인 면 이 있군. 나는 내 얼굴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어느 한사람에게만 치우치지도 말아야겠지. 의외로 어려운것 같은데?" "피~, 의외로가 아니에요. 이제부터 고생좀 하시게 될걸요?" 그녀는 꿍한 표정으로 혀를 낼름 내밀었고, 나는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리고서 나와 그녀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동안 조용히 있었다. 역시, 에실루나의 때와 마찬가지다. 말이 필요 없는 것이지. 그리고 살짝이 그녀의 입이 열린 순간, 나는 놀라고 말았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것은 말이 아닌 노래였고, 그 노래는 내 가 예전에 한번 들었던 적이 있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바람의 날개소리가 떠도는 푸른 수면위의 밤은 고요하지만 역동적인 자연의 선율. 죽은 영혼의 한숨마저도 잠드는 푸르른 수면은 마음을 덮어버리는 유리색의 눈. 아끼고 싶지만 다가갈수 없기에 언제까지고 계속 그자리에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아끼고 싶지만 다가가고 싶기에 언제까지고 계속 바라만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요. 한숨짓는 소리는 바람을 타고 날개가 되어 드넓은 창공을 떠돌고 떠돌고. 애틋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면 커져갈수록 두눈은 점점 슬픔에 젖네요. 언제까지고 계속 이 마음을 지키며 아끼고 싶지만 당신은 그것을 허락해 주시련가요. 언제까지고 계속 바라만 보아야 하는것인지 가르쳐 주시지 않는 당신. 언제고 언제고 꼭 말하리라 다짐을 하지만 차마 입이 열리지 않는군요. 죽은 영혼의 탄식같은 한숨이 수면위로 잠들고 유리색의 눈이 마음을 덮습니다. 푸른 수면위로 떠도는 밤바람의 날개소리는 고요한 자연의 역동적인 선율. 지금 그 선율에 나의 몸과 마음을 담고서 가고싶네요. 지금 그 선율에 나의 혼과 마음을 담고서 가고싶네요. 푸르른 달빛속에서 붉게 빛나는 당신을 향해. 그때는 연주에 몰입하느라고 내용을 잘 듣지 못했지만, 지금은 잘 들을 수 있었 다. 그녀는 조용하게 노래를 끝마치고서 나를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어? 그녀는 미소를 띈 얼굴로 말했다. "이 노래, 무슨 노래인지 아세요?" "에? 무슨 노래인데?" "그때 제가 저 나름대로 불러본… 뭐랄까, 애정가에요" "…애정가?"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들었던 노래의 가사들을 주욱 떠올려보았고, 곧 느낄 수 있었다. 이거, 정말로 애정가잖아? 처음에는 그저 한편의 시 같지만, 나중에 가면 이것은 구체적인 대상인 '당신'에 게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는 노래다. 의미라고 할것 까 지도 없다. 척 보면 알 수 있는것이 아닌가? 그때 그녀는 나와 지낸지 얼마 안되 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그때부터 이미 나에게 연정을 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왠지 저 노래는 즉흥곡같지 않은데? 나는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 노래. 즉흥이야?" "아니에요. 이건 제가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때, 그때 그에게 바치려고 준비해둔 거에요. 음율은 거기에 맞추었긴 했지만요. 그래도 라이니시스님이 그 때 음율을 잘 맞춰주셔서 좋은 노래가 되었던게 다행이에요" "그래?" 그녀는 수줍은듯이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가 왜이렇게 이뻐보이 는지….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다가 순간적으로 그녀가 싫어한 다는것을 생각해 내고는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어주었다. 이번에는 아까와 상황이 바뀌어서, 그녀가 이번엔 내 손을 잡고 그대로 눈을 감으면서 내 손의 감촉을 느 끼는 것 같았다. 나는 의자에서 조용하게 천천히 일어나면서 그녀의 얼굴을 살짝 끌어당겼고, 그녀는 그대로 살짝 끌려왔다. 비록 테이블이 중간에 있었지만, 그래도 키스하는데 별 문제는 없었다. 내가 내려가니, 식당에서 홀로 옮긴 일행은… 매우 조용했다. 일단 숙취 트리오 는 약을 먹고서 이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대로 가서 곯아 떨어졌다고 했다. 그 리고 남은 이들은 식당에서 홀로 옮긴 뒤에 매우 조용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중 이었다. 에실루나. 차분하다.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말 하기전에 생각을 충분히 하 는 성격이라서 잡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타입이다. 석세서라는 이유로 어렸을 때부터 침묵하는 생활을 했으리라 생각되지만, 본래의 성격이 조용했기 때문에 오 늘날에 이르른듯 싶다. 라스킨. 대범하다. 수천 늑대들의 족장이라서 쓸데없이 경거망동하지 않는다. 늑 대무리는 그 리더를 따라서 다니기 때문에, 순간의 오판이 일족전체에게 위험해지 는것을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역시 충분히 생각하고 말한다. 부하들과의 친교 때 문에 잡담에는 어느정도 능할것이라 생각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서 아무런 말도 못하는듯 싶다. 라니안느. 수줍음을 많이 탄다. 평소에 말하는것 보다 주문외우는 단어를 더 많 이 말한다는 킬의 말대로 그녀는 수줍을을 잘탄다. 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에 실루나와는 많이 여행을 했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인 라스킨이 있기 때문에 조 용하다. 마나라는 까다로운것을 다루기 때문에 성격은 신중할것 같은 느낌. 어쨌 든 지금 그녀는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고 있다. 이렇게 세사람이 모였으니, 대화가 진행된다는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수밖에 는 없는것이 아닐까? 에실루나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르는 안경을 쓰고서, 역시 어 디서 꺼내왔는지는 몰라도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있다가 우리를 보고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오셨네요. 무슨 이야기를 하셨죠?" "비~밀" 미리안이 익살스럽게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서 대답했고, 나는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94- 004.1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는 에실루나의 오른쪽에 앉았고, 미리안은 나의 오른쪽에 앉았다. 그래서 지금 형국은, 내가 두 엘프들 사이에 있는 모습이 되었지. 이른바 이것이 양손의 꽃 모 드라는 것이다. 음화하하하! …잡답은 각설하고, 에실루나는 책갈피를 책 사이에 끼워넣고 책을 덮음으로서 나와 대화를 하고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으며, 나는 조용히 팔짱을 낌으로서 그녀의 말을 기다렸고, 그녀는 말했다. "앞으로의 여정은 어떻게 되시죠?" "음? 글쎄… 일단은 북부의 툰드라로 가보려고. 라스킨의 문제가 있어서 말이야" "그런가요? 으음… 그러면 경로는 정해 두셨나요?" "아니, 아직. 그런데 왜?" "툰드라는 아직 가보지 못했어요. 이 기회에 한번 가보려구요" 그녀는 조용히 말했지만, 나의 옆에 앉는 미리안의 몸이 한순간 흠칫! 하는것이 아주 생생하게 느껴졌다. 에실루나는 '그리고 조금이나마 같이 다니고 싶어요' 라 는 뒷말을 생략했지만, 나와 미리안은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이번에 헤어 지게되면 아무리 빨리 잡아도 47년 뒤이기 때문에, 그녀는 조금이라도 나와 더 오 래있고 싶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 여태까지 다닌 일행은 어 쩌려는거야? "뭐, 괜찮겠지만. 라니안느씨 일행하고 같이 다니던 일은?" "으음… 글쎄요. 아직은 여기저기 돌아나디고 있을 뿐이니까, 같이 가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라니안느는 어때요?" "네? 투, 툰드라…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만…" 라니안느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이야기의 방향이 자신에게로 꺽어지 자 얼굴을 화악 붉히면서 작아드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고 나는 에실루나와 라 니안느의 말을 통해서 그녀가 함께하고 있던 일행이 어떤 일행인지 알았다. 목적의식이 없는 일행이군. 어느 목적이 생길 때까지 떠돌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떠도는 모험가들. 지금 내가 만남 집단은, 아마도 그 목적을 만들고자 하기 위해서 떠도는 중이라고 생각 한다. 아직 특별한 목적의식이 생기지 않은 지금은, 아마 이들에게 있어서 제일로 한가한 시기일 것이다. 목적없는 인생이 지루한것처럼 말이지. 그래서인가? 에실 루나와 안면이 있다는 이유로 술파티를 제의했었던 이유가? 나는 진지하게 고민을 좀 해보기로 했다. 특별한 일 없으니까 데리고 다녀도 괜찮을것 같기도 한데? 그 래도 일행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세번은 생각해 봐야지. 일단은 보류. "흐음… 뭐, 일단 그건 생각해 보지. 다른 일행들에게도 물어봐야 하지않아?" "네… 그러죠" 에실루나는 약간 떨떠름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섭섭하다는 것이겠지. 아 니, 조금이 아닐걸? 어쩌면 엄청 섭섭해 할지도…. 숙취로 인해서 떨어져나간(?) 일행이 돌아온것은 몇시간 뒤였다. 시간차는 있지 만 3명이서 한시간 이내에 모두 일어나 홀로 내려오게 된 시각은 오후 6시를 약간 넘긴 때였다. 그때까지 홀에 모인 인원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하면…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사람들의 시선만 잡아두고 있었지" "…정말이야?" "그래. 내가 올 때 까지만 해도 그랬어" 맨 처음 우리와 합류(?)한 사람은 킬이었고, 두번째는 머기, 마지막이 츠렌이었 다. 킬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그의 말대로 아무런 행동도, 대화도 하지 않은채로 가만히 있음으로서 여러사람들의 시선을 상당히 오래 잡아두고 있었다. 먼저 처음 에 자리에 있던 세명은 그 이유를 설명 했을 터였다. 그리고 그 뒤에 도착한 나와 미리안은 이야기 할만한 상대가 라스킨과 에실루나 외에는 없었지만, 에실루나는 다시 독서에 심취함으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고, 라스킨은 근엄하게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자고있는 귀염성(?!)을 보여주었다. 라니안느는 마법서의 탐독에 열중이었기 때문에, 차마 대화를 나누자고 할 수 없었으며, 제대로된 대화가 이루 어 질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제대로된 대화상대가 미리안외에는 없었던 나는 미리안에게로 시선을 돌렸 으나, 그녀는 아까 에실루나와의 대화때문에 삐쳐버려서 대화를 할 수 없었다. 그 래서 결국 나는 의자에 기댄채로 긴 명상을 하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었 고, 할 수도 없었다. 동조해줄 사람이 있어야지. 그래서 그런 재미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킬이 내려와서 그나마 이야기 상 대가 생겼고, 머기가 쥐도새도 모르게 앉아서는 존재감을 불쑥 드러내었고, 아침 과는 다르게 쌩쌩해진 츠렌이 합석하게되어, 전 인원이 모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 나는 킬과 앞으로의 여행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침 내려 온 츠렌에게 킬은 물어보았다. "야옹아. 우리 행선지는 어디로 정해야 하는거야?" "죽엇!" 퍽! 고양이도 아닌 야옹이로 불렀기 때문에, 츠렌에게 조금 더 강도높게 맞았다고 생 각되는 킬은 뒤통수를 매맨지면서 말했다. "으갸갸… 뒤통수 다 들어가겠다. 그래서, 목적지는 어디야?" "지금부터 알아보려 갈거야" 그녀는 방금 앉았는데 다시 일어나야 하는것이 못마땅한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 했고, 그런 그녀에게 킬은 조용히 손을 흔들어주며 말했다. "어,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 "푸훗.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녀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여관문을 나섰다. 무장도 다 챙겨가는것을 보면, 킬의 말대로 조심해야할것 까진 없을것 같은데? 그는 조용히 물잔을 들어올리면서 중얼 거렸다. "물가에 내놓은 고양이 같아…" 쉬익! 빠각! 갑작스레 들려온 파공성과 경쾌한 충격음은, 나를 한순간 벙찌게 만들었다. 이미 여관문을 나선 츠렌이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들이닥쳐서는 그의 뒤통수로 대거를 칼집째 던진 것이다. 시원스러운 직선을 그리면서 날아든 대거는 조금전의 그 경 쾌한 충격음과 함께 킬의 정신을 강제적으로 몽마의 세계에 날려보내버렸다. "매를 벌어요 벌어…" 츠렌이 나가기 전에 중얼거린 말은, 테이블에 이마를 박고 기절해버린 킬을 보고 있는 내가 하고픈 말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정말 매를 버는구만…? "그런데, 지금 츠렌씨는 어디로 가는거죠?" 미리안은 츠렌과 킬의 트윈 코미디쇼(?)를 벙찐 표정으로 보다가, 그녀가 어디로 가는것인지 궁금해졌나 보다. 그러고 보니까, 일행간의 회의가 아니라 어디론가를 가서 행선지를 알아온다는 것은, 약간 이상하기도 하군.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 야할 킬은 기절해버렸고, 그래서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레 라니안느와 머기에게 향 하게 되었다. 시선이 다시 몰리게되자 라니안느를 얼굴을 화악 붉혔고, 머기는 가 만히 있다가 짧게 말했다. "도둑길드" …도둑길드? 그렇다면… 츠렌은 도적인가? 미리안은 도둑길드라는 말에 눈을 동 그랗게 뜨고는 물어보았다. "그러면… 츠렌씨는 도적이에요?" "아니. 나이트 워커Night Walker" "…그, 그렇군요" 미리안은 약간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적들은 항상 자신들의 직업명에 다른 가명들을 사용하고는 한다. 문댄서Moon Dancer라는 것은 이미 흔해 빠진 가 명이고, 문 워커Moon Walker, 나이트 호크Night Hwak라는 가명들 역시 흔한 것이 다. 츠렌이 사용하는 나이트 워커도 역시 흔한 것중에 하나지. 나르시스트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밤의 황제'라든가, '밤의 제왕'등의 이름을 쓰겠지. 어쨌든 이 모든 이름들이 뜻하는 바는 전부 '도적'이라는 하나의 직업을 일컫는 말이다. 엘 프인 미리안은 그런거를 잘 이해하지는 못하는것 같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건 그렇고, 츠렌이 도적이었다니? 난 그냥 날렵한 여전사인줄로만 알았 는데? 활도 하나 안가지고 다니니까 영락없는 전사처럼 보였다구. 츠렌이 도적길 드로 가서 행선지를 알아온다는 것은, 결국 이들은 길드의 의뢰로 움직이는 집단 인가? 그다지 목적의식이 없는것은 아니군. 중간의 공백기간이다…, 이건가? …잠깐, 그렇다면 에실루나는 대체 뭔 배짱으로 의뢰로 움직이는 동료들을 끌고 툰드라로 가겠다고 한거야? 나는 평온하게 차를 마시는 그녀를 보면서 살짝 질린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에실루나. 의뢰로 움직이는거 아니었어? 아까의 말은 뭐였어?" "네? 아아… 그거요? 의뢰가 아니라 정보로 움직이는 거에요. 지금 저희들은 한 사람을 추적중에 있거든요. 그리고… 그다지 추적에 방해는 되지 않을것 같았거 든요. 그래서 말해본 거에요" "추적? 누구를?" "에… 그러니까…. 관계가 없는것도 아니니까, 말씀해 드릴게요. 매쉬암이에요" "매쉬암?" 또 나왔군, 매쉬암. 나와 미리안, 그리고 라스킨은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다. 내 표정을 내가 볼 수 없어서 아쉽지만, 나는 분명히 지금 나의 표정이 많이 놀라있 는 표정이라고 확신한다. 어쨌든 우리는 매쉬암이라는 단어에 공통으로 날라고 있 었다. 그러니까 지금 에실루나의 일행이 추적하고 있는 사람은 매쉬암의 사람? 에 실루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네에. 대체 어떤 조직이기에 대륙에 걸쳐서 광벙위하게 퍼져있는지 알고 싶어졌 어요. 그래서 뜻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서 같이 추적하기로 했고, 이번에 매쉬암 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것 같은 낌새가 느껴져서, 지금은 서신을 운반하는 한 사람을 추적중에 있어요" "그렇군… 그래서 도적길드에 정보를 구하고, 추적중이다?" "그래요. 도적길드가 매쉬암과 닿아있지 않다는것도 생각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많은 양의 물질적인 대가가 있으면 그들의 신용은 철저하게 지켜지죠. 역추적을 당할만한 빌미는 어느정도 차단하고서 행하는 거에요" 합리적이군.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매쉬암의 꼬리를 추적해나가는 것인가? 꼬리를 차근 차근 밟아 나가면서 나중에는 몽통을 노리는 고전적인 방법이군. 게다가 이 번에는 또 무슨일을 구미는 기색이 보인다… 인가? 그렇다면 나도 빠질수야는 없 지. 매쉬암은 조만간에 어떻게든 손을 봐줄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일 차적인 목표는 라스킨과 같이 툰드라로 가는것. 아쉽지만 동행은 어려운건가? "그래서 지금은 그 서신을 운반하는 사람의 행선지를 따라서 다니는건가?" "네. 정보수집에는 약간의 여러움이 있지만, 추적은 어떻게 해나가는 편이에요" 아마도 나의 예상이지만, 매쉬암에서는 이 사람들이 그 요원을 추적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서 조만간, 옛날에 다리를 무너뜨린 것처럼 이들을 떨구어 놓기 위하여 어떠한 짓이든 저지를 것이겠지. 설마하니 에실루나를 또 다 시 노예로 잡는 그런 짓거리는 하지 않겠지. 툰드라로 다녀와서, 그리고 그 본데 스라는 리치녀석을 처리하고, 그 다음에 매쉬암의 몸통을 쳐버려야 하겠군. 그 여 정동안, 아마도 이 일행과 겹치게 될만한 날은 적어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 쩌면 오늘이 에실루나와 같이 보내는 마지막 날이 될지도. 다음에 만나는것은 47 년 후인가? 내가 그녀를 가져버렸으니, 엘브스 퀸도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 그녀 를 보내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퀸을 찾아갈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잠시후, 도적길드로 갔던 츠렌이 돌아왔고, 헛소리를 조금 한 킬의 뒤통수를 딱 소리 나게 두들겨준 뒤에 말했다. "서신을 가진 녀석은 환드리안으로 향했다는데? 북쪽에 있는 수해(樹海)지역으로 의 관문도시야" 환드리안? 어라? 우리의 목적지와 같잖아? 나는 에실루나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나에게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조금 더 같이 가게 되었네요" 나는 허 하고 웃었다. 그리고 미리안의 몸이 한순간 경직되었다고 느낀것은 나의 착각이었을까? -95- 004.1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수면상태에서 갑자기 깨어나는것에 대해서 나는 상당히 여러 않좋은 감정들을 가 지고 있다. 특히 뭔가 좋은 꿈을 꾸고 있을 때는 더더욱 않좋아진다. 거기에 이불 밖의 온도가 이불내의 온도보다 월등히 떨어져서 싸늘한 느낌이 드는 경우에는 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것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할때에는 엄청나게 기분이 않 좋아 진다. 이럴때는 정말 예상이라는것이 맞아 떨어질때가 참 싫단 말이야. 밤은 고요했다. 여기가 환락의 도시라고 불리우는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다음에야 밤이 시끄러울 리는 없겠지. 그것도 오전 3시의 새벽에는 말이야. 나는 나를 이불 속에서 일어나게 한 원인을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 청각을 극대화시켰고, 그 러자 보통의 귀에는 들여야 하지 않을 것들이 들리고 있었다. 벽을 넘어서 들리우 는 숨소리와 사람들이 자면서 뒤척이는 소리. 그리고 그전에 내 심장뛰는 소리하 고 호흡하는 소리가 들리지. 하지만 내가 잡아내고자 하는 소리는 그런것이 아니 다. 뛰어난 도적이라도 듣기가 매우 어렵다는 그 소리를 잡아내야 하는 것이지. 자박… 자박… 신발이 아니라 맨발이었다면 아예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엘프의 발자국'소리는. 나는 한숨을 쉬고는 작게 도리질을 했다. 내 예상은 뛰어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기쁘기도 하지만, 슬프기도 하군. 여러가지 확율들 가운데에서 꼭 집어낼 만한 것이 저런것 외에는 없었나? 나는 잠시 발자국 소리가 내 방앞을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문을 열고 나가는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그냥 도망가 버릴지도 모 르는 일이지. "…사일런스" 최근 들어서 많이 쓰게 된 사일런스 마법을 일단 걸고서, 나는 방문으로 다가가 귀를 대었다. 발자국 소리는 천천히 내 방에서 멀어지고 있었고, 나는 머리를 한 번 긁적이고는 마법을 사용했다. "디맨션 도어Dimension Door" 시전자가 알고있는 범위내의 장소로 단번에 이동하게 해주는 차원문이 내 앞에있 는 문 위에 덧씌워져 열렸다. 이동하는 장소는 바로 문 뒤쪽이지. 나는 호흡을 죽 이고, 도적기술중에 가장 유용한 소리없이 이동(Move Silent)을 이용해 디맨션 도 어를 통과했다. "후우…!" 나는 디맨션 도어를 통과해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움찔해야했다. 하지만 상 대가 나를 보고서 그런것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고는 작게 가슴을 쓸어 내렸다. 불꺼진 복도. 복도에 나있는 창으로는 가로등의 빛이 어슴프레하게 들어오고 있 었다. 그래서 복도에는 아무런 조명장치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복도에 있는 모든 물체의 식별은 가능했다. 아니, 그것보다도 일단 나 자체가 밤눈이 좋지. 나는 내 방을 지나 그 옆에 방을 지나가다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자기 한숨에 놀라서 입을 틀어낙는 어떤 그림자를 보고서는 똑같이 한숨을 내쉬고 싶었다. 제발말야, 응용 력좀 가지면 안되는건가? 이래서 엘프들은 응용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지. 나 는 창문이 있는 쪽에 소리없이 기대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그 그림자 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미리안" "꺄…! 라, 라이니시스님?" 미리안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잠시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분 명히 자기가 지나갈 때에는 없었는데, 갑자기 나타나버린 나에 대해서 상당히 놀 라고 있는 눈치였다. 나는 아무말 하지 않고 윌오위스프를 불러내었고, 그러자 완 전 무장을 한채로 배낭을 매고, 신발까지 신은채 어디론가 가려하는 미리안의 모 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내가 미친다, 미쳐. 나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이런 야심한 밤에 어디론가 사라지려하는 모습은?" "……" 그녀는 나를 외면한채 아무런 말을 하고있지 않았다. 나는 대체 그녀가 무슨 생 각인지 궁금해졌다. 어제는 이해심을 가지고서 에실루나와의 관계를 용납하겠다고 말했는데, 지금의 이 행동은 뭔가? 우리의 행선지가 에실루나와 겹쳐지게 되었다 는 것을 알고나자 바로 사라지려 하는 이 행동은? 나는 농담 같은것을 걸 기분도 나지 않았다. 보통같으면 농담 한 두가지로 분위기를 풀어보려 하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도저히 그럴 기분도 안난다. 나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말이라도 해보시지? 행동에 대한 이유.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엘프들의 생 각대로 뭔가 변명을 준비한것이 있을것 아냐?" "……" "따라와" 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곧바로 방으로 이끌었다. 아직 디맨션도어가 남아있 었으니까 그대로 벽을 뚫고서 들어가는 것이지.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서 내 손에 이끌려 그냥 따라 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오자 나는 디맨션 도어를 해 제시키고, 따라들어온 윌오위스프도 돌려보냈다. 그러자 방은 순식간에 어둠으로 잠겨들었고, 미약한 달빛만이 창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두어번 눈을 깜빡거 리자 금새 나의 눈은 어둠에 적응했고, 미리안은 아직인지 눈을 감고 있었다. 나 는 잠시 기다려 주었고, 한 5초정도 지나자 그녀가 눈을 뜬 후에 두어번 깜빡거리 는 것으로 적응을 마치었다. 그녀는 내가 자신을 보고잇다는것을 알았는지, 나의 눈을 바라보면서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그리고서 아무런 감정도 깃들어있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다는거지?" "…죄송합니다" 그녀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해야할 이유를. 물론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바라는것은 그녀가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이 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그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다. 이미 알면서 묻지 말아달라는 고상한 표현이지.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매일 밤마다 다음날 아침에 보자는 그런 말을 꼭 해야한 다는거야?!" "…죄송해요" "죄송하다는것을 알면, 대체 왜 이러는거야?" "하지만… 저는…" 처음에는 무감정인 목소리로 나서던 그녀는 점차 고개를 숙이면서 물기어린 목소 리를 내었다. 돌겠군. "침착하게 말해. 무슨 이유야? 설마 이런 오밤중에 완전무장을 하고서 '산책나가 요'등의 말도 안돼는 깜찍한 소리를 해서 복장 뒤집어지게 하지 말고" "…산책이요" "맞을래?" "차라리 맞고서 이야기 안하고 싶어요…" "……" 이번엔 내가 할 말이 없어졌다. 언제부터 미리안이 이런 고단수스러운 말장난을 하게 된것인가? 나는 어이가 없어져서 그냥 손을 화악하고 들어올렸고, 그녀는 어 깨를 움찔했지만, 설마하니 내가 그녀를 진짜로 때릴까? 나는 손을 천천히 내려서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어깨를 움추리던 그녀는 서서히 긴장을 풀면서 나를 살며 시 올려다 보았고, 나는 다른 손으로 역시 그녀의 어깨를 짚고는 나에게로 끌어당 겼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고는 작게 말했다.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저버리지 않는다. 설령 네가 여기서 나몰래 떠나갔다고 한들, 내가 너를 못찾을것 같아? 다른 어떠한 일이 있어도 만 사를 제치고서 너를 찾을것이다. 네가 많이 섭섭해 한다는것도 알고, 또 이번 여 행에서 에실루나가 동행하게된것은 목적이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네 모 습은 뭐지?" "미안해요… 저는…" "그래, 안다. 불안하겠지. 단도직입적으로, 난 이미 에실루나를 가졌다. 그런 그 녀가 이번에 헤어지면 4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그녀도 알지. 그래서 너는 일부러 사라져주는 것이겠지? 자신 으로 인해서 어렵사리 만든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더불어 서, 너의 기분도 좀 정리를 할겸해서겠지. 안그런가?" "…그래요" 나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녀는 나와 에실루나의 관계에서 자신이 있으면 둘의 사 이가 거북해 질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왜 모를까? 나와 에실루나 의 관계에서 역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의 존재가 바로 미리안이라는 것을. 에실루 나는 미리안이 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감정을 이미 5년 전에 알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애시당초 엘프의 관념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의 행동은 감히 엘 프가 어찌 드래곤을 강제하겠느냐는 모습으로도 보일 수 있겠지만, 그녀의 생각속 에서의 그 기반은, 바로 미리안이었다. 그녀는 미리안을 염두에 두고서 그런 말을 한것이며, 그랬기에 지금 미리안이 이렇게 '도망치려'하는 것은 결국, 그거 자체 로도 나와 에실루나의 관계형성에 지대한 거북함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5년동안 같이 살아온 미리안을 등지고서 그날밤 돌아서는것이 상 당히 착잡한 기분이었다구.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하지만 왜 모르는거야? 에실루나가 그때 왜 그런말을 했는지. 과연 누구를 염두 하고서 그런말을 했는지 모르는거야? 네가 지금 이러는것이 나와 에실루나를, 나 아가서는 나와 너의 관계에 얼마나 큰 거북함을 선사하는지 아는거야? 말하겠는 데, 나는 너를 저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물론 에실루나도. 잔인하다고 말하겠 지. 실제로도 잔인하니까. 하지만, 나는 그 잔인함을 묻어버릴 정도로 너를, 너 희를 사랑하겠다. 나의 이름에 걸고서도 말이야. 너희들이 나에게 주는 감정들을 그대로 선사해주겠어. 그것이 내가 결심한 일이다. 그러니까 도망가거나 하지마" "네에… 흐윽…"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용히 안겨들어왔다. 나는 조금 더 힘을 주어서 그녀 를 끌어안아주었다. 그녀가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만이 방안을 채웠고, 그렇게 우 리는 한참동안 서로를 끌어안은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최근 며칠간은 러브러브모드(?)였던것 같다. 두명의 엘프. 말하 자면 양손의 꽃이랄까? 다른이들이 본다면 부럽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당사자는 약간 괴롭다고. 그래도 다행인것은 그 둘이서 서로 치정싸움을 하지 않는다는 것 이지. 엘프들의 치정싸움이라는것은, 평소에 조용하던 사람이 화나면 제일 무섭다 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라는 기록을 본적이 있으니까. 개인 적으로 삽화가 없던것이 아쉬울 따름이다.(책에도 적혀있더군. '그림솜씨가 모자 라 삽화를 넣지 못해 아쉽다…'라고) 어쨌든, 여칠간 젖어있던 러브러브모드에서 벗어나서, 다시 원래대로인 여행자의 모습으로 돌아간 나는, 매쉬암의 전령을 쫒 아서 환드리안으로 가는 킬의 일행과 동행하게 되었다. 어제밤, 몰래 가출(?)하려 던 미리안을 잡아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방으로 돌려보낸 사건은 아마도 다른이 들은 모를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와 같은 방을 쓰는 에실루나는 알고 있었을지 도 모르지만, 그랬다면 미리안이 복도를 살금살금 걸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미리안이 옷을 입고 하는 동안 에실루나가 깨어났다면, 분명히 그녀를 추긍할 것 이고, 그랬다면 그녀는 방 밖으로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60년이라는 나이차이 와 교육환경의 영향 때문에, 논리적인 사고와 언행(말발)에서 에실루나에 비해 현 저하게 쳐지는 미리안이 여러 각도에서 논리라는 이름의 대공 빔포를 들고 나오는 전함 에실루나 지오덴틱을 격추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 평소의 그녀답 지 않게 아침 늦게 일어난 에실루나의 모습을 볼때, 미리안은 그녀를 마법으로 잠 들게 한것같다. 아무리 조용하게 옷을 입고, 무장을 챙긴다고 해도, 감각이 워낙 에 예민한 엘프가 깨어나지 않을 수가 없겠지. 미리안도 엘프니까 그점을 잘 알고 있고말야. 알고보면 미리안도 조금은 과격한 면이 있어? -96- 004.1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환드리안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여 태반이 죽어나간다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여행길이었다. 사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길이 잘 안 닦여있을리는 없 고, 길만 따라서 다니면 위험요소라고 불리울만한 것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간 혹가다 도보여행자의 가장 큰 적인 대륙성 폭우라든지, 지나가는 몬스터 무리들과 조우하는것을 제외하고는 대개의 도보여행-길을 따라서가는-은 안전하다. 뭐, 자 신의 실력과 운, 그리고 대담성을 시험하고 싶다면, 길의 중간에서 길과 직각으로 쭈욱 걸어가보는것을 적극 추천한다. 하루정도 걸어서 야영을 할라 치면, 여러가 지 몬스터들이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습격해올 것이니까. 열심히 막다보면 자신의 실력과 운, 그리고 자신이 과연 얼마나 대담했느냐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 고 그 대가로는 하나뿐인 목숨을 내놓아야 하겠지. 여행을 위해 마련해놓은 길은 정말이지 평화롭다. 이 길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 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과, 피를 쏟아내어야 했을지는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 런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닦여진 길을 걷는 동안은 어떠한 몬스터들의 습격도 거 의 받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몬스터들을 사람을 피하려들고, 사람의 냄새가 잔뜩 배인 이곳은 몬스터들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피해가고 싶은 장소 중 에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여기서 하루거리만 더 가면 그곳은 몬스터들의 부 락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서로 세력다툼을 위해서 아귀아귀 싸우고 있고, 지나가 는 여행자들을(있다면) 습격하기도 하지만, 이곳 길로는 들어오려하지 않는다. 이 곳에 잘만 진을 치고 있으면, 지나가는 여행자들은 전부 그들의 식량이 되겠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목도하고 있지는 않겠지. 어쨌든 우리는 환드리안으로 가는 평야의 길을 아주 편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일행의 선두에서 가고있던 킬이 옆에있던 츠렌을 보며 말했다. "환드리안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아. 넉넉잡아서 6일?" "역시 걸어서 하는 여행이라 그런가?" "그런것 보다도 일단 거리유지는 해야겠지. 안그래?" "그것도 그렇군" 우리는 우리가 쫒고 있는 추적자와의 거리유지를 위해서 걷고있었다. 도보여행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마차여행보다는 덜 지루하지만 그 느린 속도는 정말로 어 쩔수가 없다고 말해주겠다. 걷는다는것은 적어도 정신을 유지하고 다녀야 하니까, 지루하지는 않지만, 시속 6KM라는 느린 속도는 추척에는 전혀 어울린다고 하기 어 렵다. 하지만 우리가 쫓는 추적자도 우리와 같은 속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추 척에는 그나마 조금 적합한 속도라고는 해둔다.(대체 어느쪽이야!) 하지만… 그래 도 이렇게 느린것은 딱 질색이다. 그냥 중간에 그 전령을 잡아서 서신을 가로채서 그들의 목적을 알아버리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조금 더 생각을 해 본 뒤에, 그것은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 전령이 가진것은 서신이며, 그 서신이 가는 장소는 아마 매쉬암에서 무언 가를 꾸미고 있는 장소이거나, 또는 매쉬암의 지부 내지는 본부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신에 무슨 내용이 쓰여있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일단 그들의 거점 을 한군데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매쉬암도 그것을 모르고 있을리는 없단 말이야? 아마도 환드리안으로 가기전에 어떻게든 우리를 저 지시키기 위하여 무언가 태클을 걸어올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게 느껴진다. 매쉬암 이라는 조직의 성격을 생각해 볼때, 절대로 그럴것 같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 런 조직을 이끌고 다니는 총수는 누구야? 아마도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닌 보통의 중늙은이지만, 갑자기 돌변해서 카리스마를 뿜어대는 그런 사람일것 같은데? 카리 스마가 없어서야 어떨게 그 조직들을 관리하겠어? 거기에 어느정도 실력도 갖추고 있어야 할것 같단 말이야. 여러나라에 깊숙이 침투해있는것 같으니까 말이야. 정 계하고도 어느정도 연줄이 있어야하고, 사교계에도 그렇거니와, 상권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런 대단위의 조직을 굴리기란 쉬운것이 아니지. 설마하니 모국의 왕이라든지 하는 신분은 아니겠지? "페이그니스님. 여기, 동물들이 조금 이상한데요?" "에?" 나는 생각하는것을 멈추고 미리안을 보았다. 그녀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 었는데, 아마도 그녀가 나를 부른 이유인 동물들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동물들이 어쨌다고? "동물들이 왜?" "인간이 있어서 접근하지 않는것은 알겠는데, 엘프가 둘씩이나 있잖아요? 그렇다 면 동물들은 어느정도 경계심을 풀어야 하는데… 여기 동물들은 인간들만이 지나 갈때보다 더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그래?"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나는 엘프가 가지고 있는 동물들의 심리를 짚어 내는 감같은것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말하는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기척들은 우리를 상당히 경계하고 두려 워하는 무언가가 보였다. 내가 드래곤이라서 그런거 아닌가? 나는 말했다. "나 때문인가?" "아니에요. 지난여행때는 안그랬어요. 5년동안에 갑자기 동물들의 성격이 변하지 는 않아요" "어, 그러면 왜그러지?" "저도 모르겠어요" 하긴, 폴리모프는 완벽하니까 동물을의 감이 아무리 발달해 있다 하더라도, 나를 알아보는것을 무리거니와, 설령 알아본다 하더라도 우리들의 주위에서 있지는 않 을것이다. 드래곤이 있는데 그 근처로 멀쩡히 다가갈 그런 간큰 동물이나, 절반쯤 미친 그런 동물은 없겠지. 그러고 보니까 정말로 이상하네? 어째서지? "아마도… 저때문인거 같은데요?" 나와 미리안은 목소리가 난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라스킨이 멋적은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라스킨? 아아! 늑대왕이었지! 그것때문에 그런것이군. 나 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아무리 겉모습이 바뀌어도 본질은 그대로… 인가?" "예. 그런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녀석들, 의외로 감이 참 예민하군요" "예? 그런 또 무슨 소리들?" 나는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은 킬의 목소리에 우리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던 사람 들이 있었다는것은 알게되었다. 아무래도 조용한 평야이고, 사람들이 아무런 대화 없이 걷는것에 열중하고 있었으니까 우리의 대화를 듣게 된것이다. 에 또…, 그러 니까 이걸 워라고 설명해야하나? 모호하게 처리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귀 를 쫑긋 세우고 우리의 설명을 요구하고 있었고, 그랬기에 나와 라스킨은 상당히 당황해야했다. 아… 이거 어쩌나? "에… 그러니까…" 나는 말을 끌면서 일단 생각해 보기로 했다. 여기서 라스킨의 정체를 밝히면? 안 될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당황하고, 그를 대하는데 있어서 약간씩의 에 로사항이 생길것이라는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만약 이들이 우리와 같이 툰드 라로 간다면야, 지금 밝혀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환드리안에서 이들의 여정과 우 리의 여정이 어떻게 나뉠지 모를 이 상황에서 섣불리 라스킨의 정체를 밝히는것은 상당히 곤란하단 말이야. 나는 라스킨을 흘끔 보았지만, 그는 '마스터의 뜻대로' 라는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결정권은 나한테 있있다는 소 리다. 아앗! 곤란해, 곤란해! 적당히 둘러댈건 없을까? 나는 그냥 적당히 둘러대 기로 하고서 입을 열었다. "에… 에?" "?" 나는 말을 꺼내려다 조금 이상하게 끝을 내어야 했는데, 그건 그럴 수밖에 없었 다. 왜냐면 저기 평원 저쪽에서 갑자기 날아드는 불덩어리를 보면, 누구든지 그렇 게 할테니까. 나는 황급하게 방어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 저 마법을 사용하는 이가 있었다. "프로텍트 프롬 매직Protect from magic" 휘잉~! 파아악! 우리의 앞에 투명한 무언가가 햇살을 반짝 반사하면서 생기는가 싶더니, 우리에 게로 날아오던 불덩이가 그 투명한것에 막혀서 사라졌다. 호오, 대단하군? 아무리 보아도 파이어볼 같아 보이는것을 이렇게 간단하게 막아내다니? 나는 내가 마법을 사용하기도 전에 마법을 사용한 머기를 이채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아마도 내가 당황해하고 있을때, 이미 날아오고 있던 파이어볼을 보고서 마법을 사용한것 같았다. 그는 손으로 수인(手印)을 맺은채 조용하게 말했다. "또" 또? 나는 평원 저쪽을 바라보았고, 순간 여러개의 빛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여섯 개정도 되는 파이어볼이 여기를 향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뭐, 뭐야?! 나는 방금전 쓰지 못했던 마법을 사용하려 했지만, 나에게 느껴져오는 마나의 움직임은 상당히 나를 당황하게 했다. 뭐야! 또? "프로텍트 프롬 매직!" "배리어Barrier" "필드 더 매직 디펜스Field the Magic defense!" 대 마법방어용 마법 세개가 한꺼번에 발현되었다. 각자 라니안느, 에실루나, 미 리안에 의해서 발현된 세개의 마법은 머기가 사용한 마법의 앞쪽에 나란히 진열되 었으며, 그래서 우리는 총 4겹의 마법방어막을 가지게 되었다. 저 앞쪽에서 날아 오던 파이어볼들은 먼저 미리안의 필드에 충돌하면서 두개가 사라졌고, 에실루나 의 배리어에 세개가, 라니안느의 프로텍트 프롬 매직에 하나가 소멸되면서 결국, 우리에겐 닿지도 않게 되었다. 나는 마법을 사용할 기회를 완전히 박탈당했다는것 을 깨닫고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일행에 마법사가 많다는것은 축복이야" "그건 저쪽에도 마찬가지일것 같습니다만?" 킬은 힘차게 롱소드를 들어올렸다. 그의 옆에서는 츠렌이 숏소드를 꺼내들고서는 당장이라도 돌격이 가능하게 몸을 굽히고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 하면서 클레이모어를 꺼내들었고, 나의 옆에서는 라스킨이 투 핸디드 소드를 꺼내 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일행은 무슨 칼전시회 하는것 같네? 각자 들고있는 칼 이 전부 틀리니까 말이야. 에실루나는 에스터크Estoc를 차고 있었고, 미리안을 레 이피어를 장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아주 다양한 무기를 소유한 일행이 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마법에서는 저쪽은 우리의 방어를 뚫기가 상당히 불리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들을 평원 어쪽에서 하나 둘씩 일어나면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대략 10여명 정도 로 보이는 일행인데, 마법사처럼 보이는 인원은 셋. 어… 그러면 조금전의 마법은 스크롤까지 사용했나? 킬은 일단 먼저 자신들을 공격한 상대들이 눈에 띄자 칼로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들은 대체 누구인가! 왜 우리들을 공격하는 것인가!" 킬의 외침은 아마 저쪽에도 분명히 들렸을 것이지만, 그들은 묵묵무답이었다. 나 야 어차피 저녀석들이 대답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칼자루를 거머쥐 면서 다음에 올 마법공격을 대비했다. 뭐, 일단은 내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밝히지 않도록 하지. 이번에도 또 정령사 행세를 해봐야 하나? 우리들이 조 금씩 어깨를 좁히면서 긴장하기 시작했을때, 그들의 조용한 돌격이 시작되었다. 파바바바밧! 낮은 수풀을 날렵하게 제치면서 돌격하는 그들은 그 어떠한 함성도 지르지 않았 으며, 그들의 그 조용한 입만큼이나 조용하게 우리들을 향하여 빠른 속도로 다가 오고 있었다. 그 인원수는 6명.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는 우리를 향하여 무슨 마법 을 사용한 모습인지, 스펠을 읇조리는 마법사들의 모습과, 그들을 호위하기 위해 남은 한명의 전사가 보였다. 킬은 다가오는 무리들을 보면서 말했다. "츠렌, 에실루나양! 여기서 대기! 머기! 마니안느! 방어 마법을! 다른 분들은 저 의 지시에 따라… 행동…" "미안합니다. 저녀석은 워낙에 성질이 급해서 말이죠" 킬은 츠렌의 키득거림 속에서 작게 한숨을 내쉬어야했고, 나는 투 핸디드 소드를 한손으로 들면서 달려가는 라스킨의 뒷모습을 보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97- 004.1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라스킨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완전히 저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전사라고 느꼈 다. 투 핸디드 소드를 양손이 아닌 한손으로 들면서 달려가는 라스킨의 모습은 마 치 인간 전사의 모습이 아닌, 그의 본연의 모슨 그대로 인것 같았다. 북부 툰드라 에서 수천의 늑대들을 이끌고 다니며, 용맹무비한 모습과 카리스마를 지닌 늑대들 의 왕, 라스킨의 모습이 바로 저걱일까 생각 된다. 나도 모르게 약간은 위축되는 걸? 라스킨은 투 핸디드 소드를 들고서는 위로 돌리면서 엄청난 기성을 질렀다. "우워어어어!!" "…저런것도 가르쳐 주셨습니까?" "네? 아하하… 글쎄요…" 내가 라스킨을 소개할때 나의 검술 제자라고 소개했기 때문에, 킬은 나를 보면서 대체 어떻게 가르쳤냐는듯이 추긍을 했고, 나는 그의 말에 난처한 표정으로 하하 거리면서 웃을 수밖에는 없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그의 뒤를 따라 돌 진해서 그가 위험하지 않게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도 내가 그 의 뒷모습을 보면서 느끼는것. 그러니까 '지원이 필요없어 보이는' 모습을 여기있 는 사람들 모두 느끼고 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지원합니다!" 내지는 "위험해!"라는 소리는 전혀 입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투 핸디드 소드를 한손으로 붕붕 돌려대면서 기성을 지르는 전사의 모습을 보면 누구든지 그렇게 된다고. 그 리고 그의 뒷모습을 보던 잠시 후, 그와 여섯명의 전사들이 격돌했다. 콰아앙! 마치… 뭐랄까? 거대한 트럭과 여러대의 자동차가 같이 충동한것 같다고 해야하 나? 라스킨은 워울프의 힘과, 블랙 드래곤의 블러드 스폰이 되어서 얻은 힘 그대 로 투 핸디드 소드를 휘둘렀다. 우리에게로 날렵하게 뛰어오던 전사들 몇은 그것 을 막았고, 몇은 공중으로 뛰어서 피했다. 그리고 라스킨의 검을 날렵하게 막은 몇명은 아주 아주 날렵하게 야구방망이에 맞은 공처럼 뒤로 날아갔다. 검이 부서 지는 소리와 함께. 그리고 달려오면서 아무런 함성도 지르지 않았지만, 이제는 갑 작스럽게 찾아온 비행의 순간을 느낀 그들은 마음껏 함성을 토해놓았다. 그것이 비록 육체에의 통증과, 라스킨의 무지막지함으로 점철된 순도높은 비명으로 이루 어졌다라고 해도, 그들이 돌진할때 함성을 지르지 않았기에 이것을 함성으로 치부 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것이다.(그렇게 생각하는것은 나 혼잔데 뭐 어떠랴?) "으아아아아!" "크어어억!" 그들의 검은 깨어졌다시피 하여 그 조각들이 햇빛에 반짝거리며 비산했다. 그리 고 나는 그 검을 잡고 있던 그들의 손이 절대 보통 사람이라면 구부러질 수 없는 각도로 구부러져 있다는것을 보고는 끔찍한 기분을 느껴야했다. 라스킨의 그 힘을 그대로 받았으니, 팔뼈는 완전히 으스러져 있을것 같군. 앞으로 평생 제대로 된일 하기는 글렀어. 횡으로 휘둘러져서 네명의 팔과 검을 완전히 부숴놓고, 라스킨은 공중으로 뛰어오른 전사들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 공중에 뜬 공을 야구방망이로 후려치는 것처럼 그대로 쳐버렸고, 공중에서 라스킨을 노리려고 했던 전사들은 그 대로 몸이 양분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공중에서 순식간에 시체가 되어 버린 그들이 마저 떨어지기 전에 라스킨은 돌진과 동시에 검을 휘둘러서 연체동물 의 신체부위를 같게된 다른 네명의 몸뚱이도 절단냈다. 순식간에 여섯명의 목숨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나는 한순간 욕지기 치밀어 오르는것을 참아야 했다. 마, 맙소사! 죽일것까진 없 잖아! 나는 입안에서 말이 점점 맴도는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살인은 커녕, 사람이 죽은것도 보지 못했던 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 나의 눈앞에서 저질러진 이 살인의 행위는… 제, 젠장! 뭐냐구! 나는 한순간 어질하는것을 느꼈 다. 주, 죽다니! 그것도 저렇게 처참하게? 아, 그, 뭐야! 뭐냐구! "페이그니스님! 괜찮으세요?" 나의 안색을 살피고는 미리안이 다급히 나를 부축하려했다. 나는 잠시 관자놀이 를 지긋이 누르면서 진정했다. 진정해라. 진정해! 라스킨은 당연한 일을 한거야! 살의를 담고 오는 사람들에게 호의를 내비칠 필요는 없지! 그래! 그런거야! 하지 만 나의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면 모두 목숨을 내놓고 싸워 야 하는 이세계. 그러니까 라스킨의 행동은 당연하다. 그래! 납득하고 있어! 충분 히, 아주 충분히 납득하고 있다구! 그러니까 이 빌어먹을 심장아! 그만좀 제대로 뛰라니까! 나는 눈을 떠서 하늘을 보았다. 하지만 하늘은 오후의 색깔답지 않에 붉었다. 흩 어지는 피, 칼을 휘두를때마다 공중으로 치솟는 피. 선혼빛의 피. 조금 전까지도 육체속을 돌아다니면서 생명을 전달하던 피. 피. 피. 피. 피. 피. "크윽…!" 나의 심장이 다시 고동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충격으로 인하 여 거세게 뛰던 그런 심장과는 달랐다. 뭐랄까… 이 느낌은? 가슴 깊은곳의 어딘 가에서 이 달아오르는 느낌은? "페이그니스님!" 미리안의 목소리. 들린다. 들린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가? 작 게. 매우 작게. 크게. 매우 크게. 그녀의 얼굴. 보인다. 보인다? 보이지 않아. 여 긴 어디? 밝다. 어둡다. 밝다. 어둡다. 무엇이 보이지? 아무것도. 무엇이 보이지 않지? 아무것도. 감각이 어질러진 세계. 한순간 피어오른 핏줄기만이 눈앞을 어른거린다. 선홍빛. 붉은. 빨간. 새빨간. 피가 뭐 어쨌다는 거지? 피가 어쨌다고?! 단순이 피일 뿐이 야! 그것은 피일 뿐이다! 가슴을 거세게 쥐어본다. 갑옷. 심장의 고동을 느낄수는 없지만 온몸이 떨리는것 같다. 누군가가 나의 심장에 망치질을 하는듯한 느낌. "페이그니스님? 왜그러세요? 네?" "아… 아무것도… 잠시… 현기증이…" 정신을 추스려본다. 아까의 상황은 마치 깨어져나간 퍼즐조각같다. 하나씩 수습 하고, 재조립한다. 소리가 들린다. 시야가 밝아진다. 푸르른 하늘이 보인다. 잠시 동안 붉었던 하늘이. 크게 한숨을 쉬어본다. "후우…"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쉰다. 심장의 거센 두근거림이 점차 줄어든다. 아, 젠장맞 을. 내가 왜이러지? 기껏해야 사람 죽은거 하고 피밖에 본거 더 있어?(기껏해야… 라는 말이 이렇게 안어울리다니) 나는 고개를 두어번 젓고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 고 우리를 습격한 녀석들은 전부 절단내고 왔는지, 라스킨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투 핸디드 소드를 어깨에 걸쳐메고서 옷이 약간 그을린 부분을 툭툭 털고 있었다. 그는 안색이 약간 않좋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마스터? 왜그러시죠?" "어? 아냐. 다 끝냈어?" "네. 마법쓰는 녀석들이 조금 짜증나기는 했지만, 전부 없앴습니다" "…전부?" "네" 그는 자랑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웃었고, 나는 이마를 감싸쥐면서 아 까와는 다른 의미의 현기증을 느껴야 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라스킨의 머리 를 한대 쥐어박으며 말했다. "에라이 멍청아! 다 죽이면 어떻게해! 한명이라도 살려둬야 무슨 정보라도 듣던 지 할 거 아냐! 그렇게 생각이 없냐! 머리가 있으면 생각좀 해! 어깨위에 달린것 이 무슨 허전해서 올려놓은 장식이냐!" "아! 그,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라스킨은 고개를 꾸벅거리면서 사과했고, 나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마도 이 녀석들은 매쉬암에서 보낸 녀석들이 확실할 것이다. 다짜고짜 공격을 해대는것을 보면 확실하지. 하지만 말야, 그래도 뭔가를 들어야 할것 아냐! 접선지라든지, 정 확한 지령이라든지 하는 정보들은 모아놓으면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데…. 왜 이럴 까. 수천 늑대들의 수장이? 아니, 설마 늑대들에게는 '포로'라든지, '생포'의 개 념이 상당히 희박한것인가? "페이그니스님? 괘, 괜찮으신거에요?" 나는 미리안을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미리안과 그 녀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일행이 보였다.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면서 않좋아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쌩쌩해져서는 라스킨을 윽발지르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상 당히 황당해진 것이겠지.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아. 괜찮아. 아까는 잠깐 현기증이 나서말야. 지금은 괜찮아" "흐음… 요즘 들어서 무리하신것 아니에요?" 미리안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살짝 에실루나를 보고, 다시 나에 게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고, 나는 그녀의 말과 행동에서 알 수 있는 뜻을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었다. 물론, 에실루나도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살짝 볼을 붉히면서 당황해했고, 나는 미리안의 볼을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얼씨구, 말도 잘한다. 그렇게 말한게 어느 입이냐? 이 입이냐?" "우으아아…" "미리안. 최근 들어서 말하는게 상당히 엄해졌다? 누가 가르쳐주든?" "아우아아…"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의 볼을 놓아주었고, 그녀는 볼을 쓰다듬으면서 꿍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피이. 아까는 그럼 왜 그런거에요? 갑자기 빈혈환자 행세를 하고" "아까도 말했다 시피 현기증이다. 현.기.증" 내가 현기증이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말하자 그녀의 눈꼬리가 약간 올라갔다. 그 녀는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현기증이요? 헤에~ 말은 잘하시네요. 차라리 드래곤이 현기증에 걸린다는 말을 믿으라고 하시죠?" "믿어라" "…싫은데요?" 그녀는 말로는 날 쏘아붙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걱정해주는 모습이 역력했 다. 그녀의 말마따나 드래곤이 현기증에 걸린다는게 상당히 우습지. 하지만 아까 는 정말로 현기증 같았거든? 갑자기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그런 기분이었어. 정말 이지, 나에게는 생소했던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나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미리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그녀는 꿍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미소지 어주고는 킬을 종용해서 길을 계속 가도록 했고, 우리는 라스킨이 벌여놓은 살육 의 현장을 우회해서는 목적지인 환드리안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를 습 격해온 녀석들 덕분에 라스킨의 정체를 밝히거나 얼버무리지 않다도 되었다는 점 은 상당히 좋은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일어났었던 그 이상한 신체의 반응은 뭐였을까? 밤이 되었다. 해가 지고서도 두어시간을 더 걷던 우리는 적당히 야영을 하기로 하고는 자리를 잡았다. 해가 지는것은 대략 8시 쯤이고, 두 시간을 더 걸었으니 지금은 대략 10시쯤? 휴대용 시계를 따로 만들어서 가져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시간을 알아보려면 어쩔 수 없이 하늘을 봐야하겠지. 하늘의 별을 보아도 지금은 대략 10시쯤 된것 같다. 근처에서 땔감들을 모아와서 불의 정령으로 작은 모닥불 을 피우고, 엘프 두명이 저녁을 먹기 위해 요리를 하고 있는 시간, 나는 주위를 둘러보기 위해서 잠시 일행과는 떨어져 나왔다. "담배가 있었으면 좋았을걸…" 나는 이런때야 말로 고즈넉하게 한대 피울 수 있는 담배가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 가. 낮에 있었던 나의 이상사태에 대해서 나는 심각하게 생각 해볼 수밖에는 없었 는데, 여태가지 드래곤으로 태어나 자라오면서 병이라는것은 전혀 걸려보지 못했 고, 현기증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현기증이 날 정도로 오랜 세월 전에 환생하기전 에도 정말 기억에 희미하게 남아있을 정도다. 그런 내가 오늘에 와서 갑자기 현기 증을 느낀다는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약한 입김이 나왔 다가 바람에 흩날려서 사라진다. 4월. 늦겨울일까 아니면 초봄일까는 잘 모르겠지 만, 그래도 지금의 밤 날씨는 입김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기온이다. "피를 보았기 때문인가…" 나는 내가 라스킨이 베어제낀 사람들에게서 나온 피를 보고서 발작(?)했다는것에 잠시 생각했다. 피와 곁들여진 죽음. 그것 때문인가? 나는 착잡한 기분을 느꼈다. 이럴때는 정말로 담배 한대가 그립군. -98- 004.1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내가 발작을 했다는것. 그리고 그 원인이 죽음과 동반된 다량의 피였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상념에 잠기게 했다. 사실, 내가 지금와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 들중에 하나는, 내가 들어앉아있는 이 육체가 가지고 있을 원래의 성격과 심성은 어디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저 깊은 심층심리의 안쪽에서 자그마하게 웅크리 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나 예상인 따름이다.(싸이를 시켜서 내 심리를 조사 해보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환생'의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나의 정체가 밝혀지게 되서 위험하다. 유능한 정령하나 잃기는 싫으니까) 파악 튀어오르는 피와 비명을 지르며 죽어나가는 사람들. 환생하기 전에는 영화 에서 많이 보았긴 했지만, 영화는 영화지 실제와 다를것은 뻔 하지 않는가? 살아 생전에 시체한번 제대로 본적도 없는 내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과 그들 의 피를 보았을때, 많은 충격이 되리라는것은 익히 예상하고 있던 사실중에 하나 이다. 하지만, 오늘의 반응은 조금 더 심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그 피에 몸이 멋대로 반응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육체로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 지 지 않을때의 그 고통이란… 다시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나의 심층심리속에 자리한 '원래의' 성격은 어느 매개체를 통해서 그것이 표출되게 되어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오늘 알아낸 바로는 그 매개체는 '피'일 가 능성이 매우 높다. 본성이라고 해야겠지? 레드 드래곤이 가지는 그 원래대로의 본 성인 '파괴'와 '살육'성이 짙은 그런 본성 말이야. 오늘은 그러니까 일종의 예고 편 같은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육체를 장악하고야 말겠다는 그런 본성의 각오같 은 일이지. 정말로, 생각만해도 몸서리 쳐진다. 만약 내가 인간의 기억과 습관, 사상을 가지고 있는 지금의 인격에서 레드 드래 곤의 인격으로 변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 지금처럼 이렇게 미리안과 에실루 나와 같이 하하호호거리면서 여행하는것도 불가능하고, 엘프들의 의로를 들어주거 나 하는 일도 역시 불가능 할것이다. 그것을 떠나서, 유희를 나왔어도 맘에 안들 면 죽이거나 파괴를 행하는 일이 더 잦아질 것이다. 하루에 한번 손에 피를 묻히 지 않으면 뭔가 상당히 거북해지는 그런 자신을 느끼면서, 적이 외치는 단발마를 듣기 위하여 악귀같이 싸우는 그런 모습이 보여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더이상 동급으로 보면서 사랑해줄 수가 없을 것이고, 그 둘은 나의 원 하지 않았던 의지로 인해서 성노로 전락하거나 내 손에 의해서 살해당할 것이다. '드래곤으로서의' 본성이 자각하게 된다면 말이다. 지금의 나는 드래곤이라기 보 다도, 그 껍질을 쓰고있는 인간에 더 가까우니까. 나는 밤하늘을 향해서 쓰게 중 얼거렸다. "이도저도 아닌 존재가 결국에는 나란 소리군" 인간도 아니고, 드래곤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고, 드래곤이다. 영혼과 육 체의 미칠것만같은 이 괴리감은, 마치 내 자신이 키메라라도 되것 같다. 서로 괜 찮은 부분들만 조합해서 만든 마법생물인 키메라. 지금의 라스킨이 키메라에 많이 닿아있지만, 우리 일행에서 가장 순수한 키메라를 고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될것이다. 아주 완벽한 키메라지. 드래곤의 육체와 그 능력을 겸비한 인간의 정신체! 이거야 말로 환상적이지 않은가? 오오! 합성생물의 최고 지표로다! 그러 고 보니 완벽은 아니군. 결합점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아야 완벽한 키메라라 고 할 수 있지. 음음. 그러고 보면, 지금까지 내가 해츨링기를 거치면서도 레드 드래곤의 성격을 하나 도 닮지 않았다는것은, 상당히 신기한 일이다. 일단, 일반적인 상식으로, 성격을 구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선천적인 성격도 있지만, 후천적인 교육적 원인이 더 크 다고 알려져 있다. 태어나서 어떤 교육을 어떻게 받았느냐에 따라서 그 기본 성격 이 정해지고, 사춘기를 지나면서 2차 성징의 발달 때 그 자신에 대한 자아의 확립 이 이루어 지며 성격이 완성된다는 것이지. 물론, 그 뒤에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 이나 여러가지 일들 때문에 성격이 바뀌는 일이 있지만, 그 사람이 가진 기본적인 성격. 그러니까 '본성'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그 '본성'을 가지고 드래곤이 되었고, 드래곤의 성격 구축과정은 앞서 말한 저런 과 정들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순수하게 날 때 부터의 성격으로 살기 때문에 '레드 드래곤'으로서의 성격은 아예 죽어있든지, 아니면 육체와 동화된 정신 깊숙히 처 박혀있든지 둘중에 하나다. 천년이라는 세월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책을 읽고,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는 일 외에는 없었으니, 레드 드래곤으로서의 성격을 구축할 만한 일은 없었던 것이다. 아니아니, 각성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레드 드래곤 으로서의 성격이 나올만한 일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의 나의 정신상 태는 '인간 라이니시스'라고 해야되겠지. "푸후후후훗… 후후후…"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인간' 라이니시스라. 너무 우습지 않은가? 이도저도 아 닌 어중간한 생명체가 결국 자신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만족하고 있는 모습 은, 어찌보면 자아를 찾기위한 자위행위다. "뭐가 그렇게 우스우세요?" 아…? 나는 뒤에서부터 들려온 목소리에 잠시 굴리고 있던 상념의 굴레를 멈추었 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미리안이 서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 했다. "뭐, 개인적인 일이라서" "그 개인적인 일을 다중의 범위로 확대시켜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나는 말하지 앟았지만, 미리안은 그 '개인적인 일'을 '고민'이라고 판단했고, 고 민을 같이 나눠보지 않겠냐는 뜻으로 물어왔다. 고민이라… 어찌보면 맞는 말 같 다. 나는 드래곤일까 인간일까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살짝 고개 를 저으면서 말했다. "단일의 범위 내에서 극소로 축소할 생각은 있지만, 확대시켜볼 생각은 없어. 미 안. 기껏 말해주었지만, 이것은 정말로 개인적인 문제라서. 상대가 미리안이라고 해도 말이야" "…에실루나라도?" "물론. 근데 에실루나는 왜?" 그녀는 그냥 미소지으면서 내 옆으로 다가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몸을 약간 나에게 기댄 그녀가 말했다. "앉아도 되냐고, 기대도 되냐고 안물어도 되겠죠?" "후훗, 그래" 나는 그냥 도리없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는 없었다. 이미 다 해놓고 나서 상대에게 승락 여부를 묻다니, 조금은 유머러스한 면이군. 그녀는 나의 어깨 에 머리를 대고는 약간 부비적 거린 다음에 말했다. "우웅… 어째서 에실루나가 나오느냐 하면… 미안해요. 역시 약간 질투하고 있었 나봐요" "질투?" "네. 질투. 명사이자 하다형 타동사. 질투하다라는 말로도 쓰이죠. 시기하고 미 워하는 마음. 엘프들에게 질투심이라는것은 흔치 않은 감정이에요. 자신이 마음 에 두고있는 상대에게 애인이나 연인이 있다면, 그것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엘프들의 방식인데… 저는 그러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래서 질투를 느낀것 같아 요" "어떤 점에서?" "제가 라이니시스님과 못해본걸 했다는 점에서" 질투라는게, 원래 자신보다 나은 사람에게 보내는 여러 감정중에서 가장 이끌어 내기 쉬운 것이고, 그녀는 내가 에실루나와 잤다는 점에서 그녀는 질투하고 있었 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안해요. 역시 약간 질투하고 있었나봐요'라니, 너무 귀 엽다고 생각되는군. 아, 그러고 보니 잠시 이야기가 했군. 나는 다시 이야기를 원 점으로 돌리기로 했다. "그렇다면, 그 질투와 에실루나가 거론되는 것과의 상관관계는?" "그녀는 라이니시스님과의 관계에서 저보다 나은점이 많아서… 혹시라도 저에게 는 이야기 하지 않고서 그녀에게 상담할까봐요…. 죄송해요. 이런 생각하면 안되 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우울하게 잦아들었다. 나는 후하고 웃으면서 그녀의 어깨 에 손을 올려서 그녀는 감싸안았다. "괜찮아. 내가 말했잖아. 에실루나하고 차별하는 일은 없다고. 안 그랬다가… 또 네가 도망가는 모습을 보기는 싫으니까" "이젠 안그럴거에요. 라이니시스님이야말로 도망가지 마세요" "내가 왜?" "엘프 두명사이에 끼어서 이리~ 저리~ 유약하게 흘러다니시다가 결국에는 마누라 들 등쌀에 못이겨서 가출하시지 마시라는 말이에요" …뭐어? "하하하하! 그런거는 또 어디서 본거야?" "여관에 있던 책들중에 있었어요. 어때요? 지금은 기분 좀 나아지셨어요?" "…내가 언제 기분이 않좋았었어?" "피이, 일행들 등지고 않아서 밤하늘에 대고 중얼거리거나 푸후후후 거리면서 웃 는 기분나쁜 모습이, 어디가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거에요? 걱정되서 왔더니, 나 눠 주지도 않을 고민하면서 있던거잖아요?" 나는 그녀의 말에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미소지었다. 걱정이 되어서 왔다니, 조금은 기쁜걸? 그건 그렇고, 내가 그렇게 기분이 않좋았었나? 아 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녀가 오기전의 내 기분은 하강해 있었으니까. 나는 그녀의 어깨를 힘을 주어 끌어당겼다. 그녀는 조용하게 나에게 안겨왔고, 나는 그런 그녀 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지금같은 분위기에서… 아까까지 생각하던 고민을 떠 올리는것은 죄악에 가깝지. 아무렴. 나는 평온한 분위기에서 옆에서 느껴지는 미 리안의 따스한 온기에 잠시나마 몸을 맡겼다. 몸과 마음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은… 지금까지 느꼈던 그 어느것 보다도 따스했다. 지금은… 기분이 굉장히 좋다. 꿀꿀한 기분이었고, 제대로된 결론도 내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어제밤에는 기분 이 좋았다. 그것만으로 만족. 껄끄럽고, 불편한 생각은 좀 더 나중으로 미뤄볼까? 어차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야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도 별 문제는 없을것 같으 니까. 그래. 그런것이다. 함께 고민해줄 사람은 없어도, 그래도 옆에 있어주는 사 람이 있으니까. 우리는 다시 평원을 걷고 있었다. 어제의 그 습격은 마치 거짓말 같았던 것처럼, 오늘은 참으로 따사로운 햇빛 아래로 걸어가는 평온한 여행이었고, 그래서 츠렌은 기지개를 쫘악 펴면서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후아아아암~ 어제의 습격은 무슨 다른세계일 같군나야~ 냥냥" "…고양이냐? 냥냥대게?" "말버릇이다!" 휘익! 따악! 예의 킬의 고양이 소리에 츠렌의 작은 주먹이 허공을 날았고, 그 주먹은 모두의 예상을 저버리지 않게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킬의 뒤통수에 직격했다. 아아… 이 젠 일상사다. 일상사. 일단, 지금은 평화롭다고 하여도, 어제마냥 무슨 습격이 없으리라고는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어제 우리를 습격한 녀석들을 전부 죽여버렸으니까, 매쉬암에서는 두번째 습격을 하기 위한 딜레이가 있을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고, 따라서 지금 은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참고로 그런 예상, 맞은 적이 없었던 걸로 아는데요?" "…미리안아. 편안한 여행을 기원하는 내 마음에 초를 치는거니, 아니면 단순히 날 놀리는게 재미있는거니?" "우웅… 아무래도 후자쪽이겠죠?" "그래? 그럼 맞아라" 나는 미리안의 머리를 쥐어박기 위해서 주먹을 들어올렸고, 그녀는 작게 꺄악하 면서 에실루나의 뒤로 들어가 숨음으로서 나를 적잖이 당황하게했다. 어, 젠장! 그거 반칙이야! -99- 004.1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린테를 출발한지 5일하고 반. 우리는 저 멀리 보이는 산과 그 밑에 자리잡은 숲 속에 들어선 도시인 환드리안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날, 우리를 습격했었던 무 리 이외의 다른 습격은 전혀 없었고, 그래서 우리는 평화로운 기분으로 조용한 여 행을 할 수 있었다. 으음… 이 시대의 도보여행도 꽤 괜찮은 것이잖아? 몬스터들 이나 여러 비우호적인 인간단체들이 많아서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그것도 아니군. 아, 비우호적인 인간단체들이란 여기에서는 초적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 러고 보니 5년전에 강간을 금지하는것으로 금제를 해놓은 초적들은 아직도 그 자 리에서 잘 붙어 살려나? 뭐, 그깟 초적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바 아니니 그냥 넘 기자구. 환드리안은 후안산맥이라 불리우는 산맥에서 생성된 거대한 숲의 남동쪽 입구에 있는 도시이다. 이런 시대상에서 대부분의 도시가 생기는 이유는, 관문도시로서의 이유와 그 지방에서 특출하게 생산되는 특산품의 생산을 위하여 건립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이곳 환드리안은 그 두가지의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곳은 숲 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고, 툰드라 지대로 가는 입구에 있는 툰즈 프로티로의 관문 도시이면서, 그와 동시에 질 좋은 화강암이 나는 채석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근방에서 생산되는 목재의 질도 꽤 좋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다. 덕분에 이곳은 일 거리를 구하고자 오는 막노동꾼 희망자와, 무거운 물건들을 옮기기 위한 대규모 상회들, 그것을 거래하고자 하는 거래꾼들이 모이면서 금화내지는 은화를 풀어놓 고 있으며, 툰드라로 가기휘한 여행자와 모헌가들이 떨구어놓는 금화가 상당히 많 다. 그래서 이곳을 다스리는 직할 영주인 '텡케스터'가문은 상당한 양의 부를 축 적하고 있어서 제국내에서는 상당히 그 입지가 높다. 돈을 싫어할 사람은 드무니 까 말이야. "츠렌씨는 그런것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뭐, 예전에는 귀족들을 상대로 몇건 저질렀었으니까요. 돈이 많기로 유명한 텡 케스터 후작가문도 제 리스트에 있었지만, 제 활동지역하고는 너무 멀어서 포기 했었죠" 츠렌은 그렇게 말하고는 당장이라고 한건 하고싶다는 표정으로 마을의 중간에 위 치한 도리안 후작가의 성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그냥 뒀다가는 오늘밤 중으로 저 저택에 침입해서 경비병들이 날뛰게 할것 같군. 그녀는 입맛을 두어번 다시다가 어쩔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 포기한건가? "어쨌든… 이곳은 반은 생산지이고, 반은 상업도시니까 우리가 묵을 여관은 남아 있을것이라는게 추측이에요. 별로 걱정할것도 없겠죠" "그래? 그러면 정보를 알아보고 떠나는데 얼마나 필요해?" "지금 의뢰하면 내일쯤 정보가 나와. 하지만, 나는 추적자를 위한 연계정보제공 패키지를 사용하고 있으니까 아마 정보가 준비되어있겠지. 빠르면 오늘, 늦어도 내일에 출발이 가능해" …연계정보제공 패키지? 이게 무슨 여행이냐아! 나는 잠시 도적길드의 영업방침 과 그들의 서비스명에 대해 약간 고찰을 해보기로 했다. 으음… 이거 무슨 여행사 도 아니고 무슨 패키지라니. 이제는 도적길드도 서비스업이라는 것인가? 아, 원래 길드라는것 자체가 일종의 서비스업이니까 그런 성향은 있겠지. 하지만, '추적자 를 위한 연계정보제공 패키지'라니. 이것은 그야말로 '배낭여행을 위한 레리첸트 여행 패키지'와 다를바 없는 인상을 풍겨주고 있군. 하아… 우리는 추적이 아니라 여행을 하고있는 걸까? 킬은 츠렌의 말을 듣고서는 말했다. "그럼 일단 여관을 잡자. 그리고서 츠렌은, 미안하지만 곧바로 길드로 가줘. 정 보를 얻어와서는 내일 떠나는걸로 하자. 다들 괜찮겠지?" 다른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실루나는 조금 내키지 않는 모양이었는지 약 간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까 여기에서 그 전령이 어디로 갔는지에 따라서 나와 에실루나는 헤어지게 되는군? 환드리안은 대개 툰즈 프로티 로 가기위한 여행자들이 들르는 관문도시이지만, 환드리안에서 갈 수 있는 도시가 툰즈 프로티밖에 없는것은 아니니까. 여기서 북동쪽으로 가면 엘 타칸리스 경회로 의 북쪽 진입로 도시인 '콰야바'가 나오고, 동쪽으로 가면 엘 타칸리스 경회로에 위치한 도시인 '칸키쟈'가 나오니까. 꼭 그 전령이 툰즈 프로티에 간다고만은 할 수 없는 노릇이거든. 킬은 나를 보더니 말했다. "그러고 보니 페이그니스씨 일행은 툰즈 프로티로 가시겠군요? 여기서 헤어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겠죠. 그래도 세상일이라는것은 혹시 모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일단 여관 이라도 잡고나서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해봐야 할것 같군요" "아, 그렇군요. 먼저 여관부터 잡아야 겠습니다" 킬은 다시 일행을 이끌기 시작했다. 지금 시각은 정오였다. 정보가 일찍 온다면 언제든지 출발이 가능한 사기였지만 우리는 거의 6일간의 도보여행을 했다. 피로 가 누적되면 상당히 곤란하겠지. 그래서 쉬기로 한것이겠고. 우리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괜찮은 여관이 있을까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는 작게 호흡을 하면서 엘 타칸리스에서 나왔을 때보다 평균 낮기온이 약간 줄어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연하겠지. 우리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전진했 고, 엘 타칸리스 산맥 자체도 약간 북쪽에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우 리가 있는 이 장소는북반구의 2/3쯤 되는 지역이다. 엘 타칸리스의 산맥은 북반구 의 중간에 있었으니까 꽤나 올라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길을 가고 있는 나 의 귀를 상당히 자극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저기 은발 엘프를 봐! 세상에 저런…" "저 일행좀 봐! 엘프가 둘이나 있어!" "은발엘프도 좋지만, 금발엘프도 상당한데?" "저기 저 붉은 장발 남자좀 봐! 꺄아… 나 기절하고싶다, 얘" "혹시 임자 있을까?" "세상에… 저기 검은머리 하고있는 남자좀 봐! 저렇게 듬직한 남자, 나 여태까지 본적도 없어!" …그러고 보니까 우리일행은 상당히 시선을 끄는 일행이 아닐 수 없군. 일단 엘 프가 둘이나 있다는 것으로도 우리 일행은 상당히 눈길을 끈다. 거기에 에실루나 는 엘프들 중에서도 탁월한 미모를 가지고 있으니까 뭇 남성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아주 좋다. 거기에 미리안은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귀여움이 있어서 에실루나 와 마찬가지로 시선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라스킨은 나의 앞에서만 아니 라면, 수천 늑대들을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위엄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타입이 라서 뭇 여성들의 선망이 되고 있었고, 그리고 나는 외모를 조정하지 않아서인지 역시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중 9할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수 근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는 꽤나 버거운 짐이었고, 우리는 서둘러서 여관을 잡아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되었다. 아, 젠장! 이래서 시선끄는것이 싫단 말이야! 다는 주위로 어떠한 시선도 보내지 않으면서 킬에게 말했다. "킬씨. 여관을 빨리 찾아야겟다는 목적의식이 자꾸 제 목을 죄어옵니다만?" "이미 목졸려 사망했습니다. 지금 거의 좀비가 된 기분이군요. 어쨌든 빨리 여관 을 찾도록 하지요" "저곳" 나는 갑작스에 대화에 끼어든 머기가 작게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여관을 보 았다. 어 시크릿 라이크 어 락크드 도어A secret like a locked door? 비밀은 잠 긴 문과도 같다? 특이한 이름이네? 나는 어째서 머기가 저 여관을 가리킨 것인지 궁금해졌다. 설마 이름이 특이해서 그런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킬은 그가 저 여관 을 지적한 이유를 알고 있는것인지 표정이 밝아졌다. 킬은 당장에 발걸음을 그 여 관으로 옮겼고,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대로 따라갔다. 그리고 여관에 들 어갔을때, 나는 두번째로 당혹감을 느꼈다. 그것은 우리앞에 나타난 한 남성 때문 이었다. "일반손님은 안받아! 쓸데없이 간판보고 온거면 돌아가!" 손님거부? 뭐 이런 여관이 다 있어? 오는 손님 막지않고, 가는 손님 안막는것이 여관업자들의 철칙이 아닌가? 나는 대뜸 들어온 우리에게 축객령을 내리는 점원인 지 주인인지를 보면서 황당해했지만, 머기가 조용히 나서서 말했다. "Jlu dashaba ihtan dbalorctin. mak natrareshigeu auoopoocse" …무슨말이야? 언어에 대하여 아무런 배움도 없이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것이 가능한 나였지만, 지금 머기가 한 말은 대체 어느 말인지 모르겠다. 고대어까지에 도 능통한 나인데, 어째서 저런 말을 못알아 듣는것이지? 저것은 그렇다면 일종의 암호문이고, 언어가 아닌가? 우리에게 나가라고 했던 사람은 머기가 나서서 이상 한 말을 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아. 그렇군. 저것은 말도 아닌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 이제 곧 저 사람은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겠지. "fjha dauyert virol. auoopoocse? shauykils potianme xiser dlu pheaoyn" …아, 젠장. 저 인간은 뭐야! 나는 또다시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한 사람을 보면서 멍해졌다. 저 언어도 아닌것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대체 뭐냐고! 머기 는 그의 말(?)을 듣고는 살짝 입꼬리를 올려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머기 구스" "머기? 무멘트라의 머기가 당신이오? 허, 참. 놀랍군. 이봐요, 거기 검은머리 멀 대 양반. 입닫고 문도 좀 닫아줘. 아, 고맙군. 이거 오래간만의 손님인걸?" 무멘트라? 거기는 남반구의 사막 한가운데있는 도시잖아? 나는 이 썰렁한 북반구 에서 그곳의 명칭이 나오는것에 의아해 했고, 그 사람이 손가락을 튕겼을때는 당 황했다. 어, 어라? 그 남자는 약 2 야드의 키였는데, 갑자기 그것이 5피트 4인치 로 줄어들었고, 짧게 깎은 머리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엄청난 장발이 되었다. 그리 고 갈색이던 색은 군청색을 뽐내도 있었고, 그의 체형은 점점 여성틱하게 변해갔 다. 얼굴은 투박한 남성에서 갸름하고 깜찍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입고있는 옷 도 깜끔한 투피스로 바뀌었다. …마법이군. 그리고 여자였어? '그'에서 '그녀'로 변한 그 사람은 허리에 손을 얹고서는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무멘트라의 머기앞에서 가짜모습을 하고 있을수는 없겠지요? 저는 지나얀 나미후 얀나엔이에요. 애칭은 지나얀이고, 이름을 줄이면 그것도 지나얀이죠. 사 람들은 농담삼하서 더블 지나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적당한걸로 골라서 불러주시 면 감사하겠습니다" 머기는 묵묵하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킬과 츠렌, 라니안느는 단연하다는듯이 자 기소개를 했다. 물론, 에실루나도. "킬 랜스" "츠렌이에요" "라니안느입니다" "에실루나 지오덴틱이라고 합니다" 지나얀은 그들의 인사에 매끄럽게 답사했고, 영문을 모르는 나와 미리안, 라스킨 은 그냥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는 없었다. 뭐, 뭐야!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거야?! 나와 두명이 멍하니 있자 지나얀은 눈을 깜빡깜빡 거리 더니 호호호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아아아~ 이분들 처음이시구나? 상황설명은 나중에 할테니까요, 일단 자기소개부 터 해주시지 않으시겠어요?" "아…, 페이그니스입니다" "라스킨…이라고 합니다" "미, 미리안 라이엔츠에요" 미리안은 더듬거리면서 말했고, 지나얀은 미리안은 보더니 생글거리면서 말했다. "미미리안이요? 그럼 미미언니라고 불러도 돼죠?" "네, 네에?! 미미리안이 아니라 미리안이에요" "예에… 그렇네요. 아쉬워라. 예쁜 애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한숨을 포옥 내쉬면서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미미가 될뻔한 미리안은 한 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안도하는 느낌이 크겠지. 나는 잠시 혼란한 정신을 추스르 고는 지나얀에게 말을 걸었다. "에… 그러니까 뭔가 상황설명을 해도 될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100- 004.1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시간이요? 시간(屍姦), 시간(屍諫), 시간(時間)중에 어느 시간을 말씀하시는 거 에요?" …저거, 내가 자주써먹는 말투잖아? 나는 상당히 장난기 어린 이 질문이, 말하는 이에 따라서는 정말로 궁금함이 담긴 질문이 될 수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장난기 라고는 없이 정말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느 '시간'이에요?라고 묻는듯한 시선을 보내오는 지나얀에게 나는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시체를 강간하는것은 흥미도 없을 뿐더러 하기도 싫고[屍姦], 죽어서까지 뭔가 를 간언(諫言)하는것에는 관심도 없소[屍諫]. 내가 말하는 시간은 이제 슬슬 이 야기를 해야될 때라는 뜻이요[時間]" "와우~ 그거 세개의 뜻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문데, 오늘 좋은 만남을 가지네 요? 기념으로 설명해 드리죠" 별로 기념할것은 못된다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설명을 해준다는데 그다지 거부 할만한 이유는 없지. 나와 미리안, 라스킨은 그녀의 설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머기는 마법사이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마법사라는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냥 설명을 들었다. 보통의 마법사가 더 많은 마법을 익히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하 여 마법사길드에 가입을 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고, 다른이의 지식 을 배우고, 또는 약간의 보조를 받아서 하고싶은 실험도 한다. 대개 마법사가 길 드에 들어가는 목적이 그렇다. 하지만 머기는 다르다. 그는 보통의 마법사길드의 성격이 아닌, 좀 다른 성격의 길드(이렇게만 설명해 주더군)에 가입이 되어있고, 이쪽 계열에서는 '무멘트라의 머기'라고 해서 상당히 유명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 리고 이 여관은 머기가 가입되어있는 길드에서 마련해놓은 곳으로, 길드원과 그의 동료들만을 위하여 마련해놓은 여관이라고 한다. 일단 찾기가 쉽게 특이한 여관명 을 달아놓았지만, 그때문에 오는 일반 손님은 모두다 내친다고 하며, 아까 머기가 나서서했던 일종의 암호어를 말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 일종의 비밀단체이고, 이곳은 그 일원들의 보호소라 이건가? 설 명에서 상당히 미심쩍은 부분은 많았지만, 더 파고들어가면 별로 않좋다는 지나얀 의 설명이 덧붙여졌기 때문에 관뒀다. 설마 여기가 매쉬암이겠어? 매쉬암의 인물 을 추격하는 자가 매쉬암일리는 없잖아? 그리고 에실루나가 이들의 일행이니까 적 어도 이 조직은 매쉬암이 아닐것이라는 말이다. 뭐, 수수께끼는 나중에 천천히 풀 도록 하고, 쉬는데에 힘을 쏟도록 하지. 여관에 짐을 풀고, 츠렌은 정보를 얻기 위하여 길드로 갔다. 여관비는 공짜라고 하니, 편한면도 있는걸? 어차피 그깟 여관비야, 나한테는 별 의미 없으니까. 이번 에는 지난번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가지고 나왔다. 한… 100만펜쯤? 현금으로는 대략 1000펜쯤 가지고 있고, 보석으로 가지고 나온게 나머 지다. 당장에 현금화 시켜도 그정도는 나오지. 기껏해야 여관비가 5~6펜이 넘어가 지 않기때문에 공짜라고 해도, 별로 타격이 오는것도 아니라구. 어쨌든 나는 홀에 편하게 앉아 주스를 홀짝거리면서 나에게로 흘러들어오는 시간이란 녀석들을 분단 위로 사살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아… 시간죽이기도 참 힘든것이야. 아무렴. 나와 같이 시간죽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미리안은 뭔가 생각났는지 잠깐동안 귀를 쫑긋 하더니 나한테 물어왔다. "페이그니스님.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면 되죠?" "응? 아아… 툰즈 프로티라고 하는 곳이야. 이곳에서 북북서쪽으로 나있는 길로 대략 일주일정도 걸으면 나와.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까… 방한복이라도 마련해야 겠는걸? 근데, 엘프들은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야?" "그렇게 많이 받지는 않지만, 적어도 툰드라를 반팔입고 돌아다닐만큼 영향을 안 받는 편은 아니에요. 거기에 몸이 약해지면 기후에 대한 면역력은 인간하고 거의 같아져요. 방한복을 마련하는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래? 라스킨 너는… 미안하다. 못들은걸로 해줘" 라스킨은 뭐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웃으면서 관뒀다. 툰드라를 지배하는 늑대들의 수장에게 '추위타냐?'라고 물으면, 그것은 차라리 개그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 면 일단 툰드라로 가기 위해서는 방한복의 존재는 있으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원래 기후의 영향을 안받는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했다고 해서 갑자기 더위를 타거 나, 추위를 타는일이 없으니까. 그리고 일단 지리안내서를 보더라도 '추위에 강하 면 툰즈 프로티 까지는 방한복이 필요 없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서서 방한복없 이 가겠다는것은, 그곳 툰드라에서 얼어죽은 사람의 수를 늘이기 위하여 몸바쳐서 노력하는것이다'라고 쓰여 있었으니까. 일단 툰즈 프로티는 관문도시가 아닌 살기 위하여 만들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방한복의 값이 여기보다는 더 쌀것이다. 그러니 까 아직은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으음… 그렇다면 일주일치 식량이 필요하겠는걸? 넉넉잡아 10일치 정도" "또 식량만 잔뜩 싸가지고 가는거에요? 그냥 말을 사는건 어때요?" "북부 늑대들에게 헌납할 셈이라면 얼마든지" "저기… 말은 잘 안먹습니다만?" 라스킨은 쭈뼛거리면서 말했고, 나는 약간 머쓱해졌다. "말은 잘 안먹나? 그럼 뭘 먹는데?" "그러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야생마의 수요는 그렇게 많지 않아 서 잘 안먹습니다. 일단 잡기가 어렵거든요" 나는 잠시 라스킨이 정말로 늑대무리의 수장이 맞는지 궁금해졌다. 적어도 늑대 들은 그 사냥감을 선택할때 그들의 대장의 선택을 우선시 한다고 하는데, 라스킨 은 그런데에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는건가? 그냥 주는거 받아먹는 그런 지 위인가? 그때, 우리의 대화를 듣고있던 킬이 말했다. "그런데, 라스킨씨는 의외로 그런걸 잘 알고 계시네요? 툰드라 출신이신가보죠?" "예? 아… 그렇습니다. 툰드라의 부족출신이죠" "그렇다면 이번엔 고향으로 돌아가시는 것이군요. 그곳에는 윈터 울브스가 있다 지요? 위험하지는 않아 보입니다만" "에…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킬은 '당신이 워낙에 세니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의미로 말을 한 것이지 만, 라스킨의 말은 '당연하지. 내가 늑대왕인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서로 다른 의미가 있지만, 표면적으로 같은 말을 주고받은 그들은 이내 다른 지역에 대한 이 야기에 심취해 들어가고 있었다. 툰드라에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자신들이 가 본 특이한 기후들-그러니까 극한지방, 초열대지방, 발을 잡아끄는 지오그이 사막 지방 등등등-에 대하여 심도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라스킨은 저래뵈도 400년 이다 묵은 늑대이고, 킬은 척 봐도 오랜 세월동안 많은곳을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했음직한 전사다. 비록 라스킨은 그의 직위에 매여서 많은 여행을 하지는 못 했겠 지만, 그래도 나이살이라는게 있으니까.(1007살 먹은 내가 남 나이살 먹었다고 하 는건 조금 이상한가?)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이야기에 빠져버렸고, 나는 다시 시 간죽이기에 들어갔다. 식량을 산다 하더라도 일단은 이들과의 동행여부가 확실하 게 나와야 뭔갸 쇼핑을 하든지 하지. 기왕이면 같이 하는게 더 즐겁잖아? 그러던 때, 에실루나가 나에게 말했다. "페이그니스. 잠시 독대(獨對)를 하고 싶은데요?" "음? 그래. 그러지. 방으로 올라갈까?" "예" 에실루나가 갑자기 면담을 요청하다니. 무슨일이지? 그녀는 먼저 계단을 올라갔 고, 나도 뒤따라 일어섰다. 잠시 무슨일인가 궁금해하는 얼굴의 미리안에게 살짝 웃어주고는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라이니시스의 방은 어디죠?" "207호" 둘만 남게되자 금세 페이그니스에서 라이니시스로 호칭이 바뀌는군. 그녀는 내가 알려준 대로 나와 라스킨이 쓰게된 207호로 들어갔고, 나역시 뒤따라갔다. 일단은 무슨일인지 알아보기전에, 문닫고 사일런스. 흐음… 사일런스는 꽤 많이 쓰게 되 었단 말이야? 어차피 메모라이즈는 별로 필요 없지만말야. 에실루나는 테이블 건 너편의 의자에 앉았고, 나는 그녀의 반대편에 앉으면서 말했다. "무슨일이야? 갑자기" "예. 그러니까… 부탁드릴것이 있어요" "부탁? 무슨 부탁인데? 말해봐. 너무 무리한것이 아니라면 뭐든지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고, 또한 에실루나라면 무리한 부탁을 하지는 않을테니까" "뭔가 읽혀지는 기분이네요. 으음… 그러니까 제 부탁은 간단해요. 이곳에서 일 행이 갈라지게되면 앞으로 많은 시간동안 못만나게 되잖아요? 그래서 라이니시스 의 일행과 같이 툰드라에 가려고 부탁하려고요" …에? 뭐? 어, 어이. 이봐아! 지금 엘프가 목적을 다 이루기도 전에 함께하던 동 료들을 내비두고 다른 일행과 같다는 소리를 한다는거야? 나는 잠시 황당한 표정 이 되어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나의 표정을 보면서 살포시 웃더니 말했다. "호홋. 물론 말이 안되죠? 저도 생각만 해본거에요. 실제로 할 엄두도 나지 않는 걸요? 한번 시작했으니까, 마음이 아프더라도 당신과는 약간의 세월동안 이별해 야 되는것은 이미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같이 간다면, 미리안이 당혹 스러워하겠죠. 농담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럼 진짜 부탁을 말씀드릴게요" 후우… 간떨어질뻔 했잖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설마 동료들을 버리고서 다른 일행으로 간다는것은 믿기지가 않았으니까. 아무리 그 일행에 정인 이 있다고 하여도 그녀는 여행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기 떄문에 여행의 목적을 바 꿀수는 없다. 그녀는 한숨을 쉬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서는 말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부탁은…" …또 였다. 뭐가 또냐고? 나갔던 츠렌이 돌아와서 말하길, 매쉬암의 전령이 향한 곳은 이곳에서 북북서쪽이라고. 즉, 그 전령은 툰즈 프로티로 향한 것이다. "또 다시 같이가게 되었네요?" 기쁜듯이 미소짓는 에실루나의 말이었고, 나는 한숨을 위며 고개를 끄덕인 다음, 약간 어두운 표정을 한 미리안에게 말했다. "미리안. 내일 아침에 깨우러 와줘" 그리고서 나는 "마스터, 그거라면 제가…"라고 말하는 라스킨을 째려봄으로서 그 의 충성심의 발로를 막았고, 그와 동시에 미리안이 야밤도주하는 것을 막을 수 있 었다. 어쨌든, 두번째로 결정된 동행길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기 위해서 나와 킬, 라스 킨, 머기로 이루어진 남성진 전원은 여관밖으로 나와야 했다. 아마도 여관에서는 지나얀과 츠렌의 잡담파티가 시작되고 있을것으로 사료된다. 어쩌면 지나얀이 말 발로 츠렌을 눌러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것 같군. 킬은 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 을 계속 놀리면서 말했다. "자아… 날씨가 추워지니까 옷을 조금 여러벌 껴입어야겠습니다. 옷가게에도 들 를 필요가 있고, 몸을 따스하게 하는 먹거리를 비롯해서 한사람당 일주일분의 식 량이 필요하네요. 예비식량은 여태까지의 남은것이 있으니까 그것을 사용하면 별 문제 없을것입니다. 생각보다 짐이 많아지겠군요" 그의 판단은 대충 맞는거라 할 수 있게지만, 적어도 나의 일행은 안그렇다. 추위 에 타는 사람들이 워낙에 없어서 말이야. 순수 인간들만 걱정해야 될점이구나. 그 러고 보니까. 나는 몸을 따스하게 한다든지 옷에 대한 일은 일단 뇌리에서 지우기 로했다. 현 상황에서 나에게 우선시 되야될것은, 내 일행의 식량과 에실루나의 부 탁이었으니까.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지. '제가 드리고 싶은 부탁은…' -101- 004.1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부탁은?' '그러니까… 정인(情人)의 증표(證票)에요' '…증표?' '네. 상투적인 수단으로는 반지가 많이 쓰이지만, 그 외의 여러가지. 옆에 없지 만, 그것을 보면서 항상 자신의 곁에 그 사람이 있다고 믿게끔해주는 증표. 부탁 드리고 싶은것은 그거에요' '이번에도 동행하게 될 경우에는?' '이번에 사두었다가 헤어질때 주면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미리 받는것도 괜찮아 요' 후, 왠지 모르게 에실루나의 행동이 날이 갈수록 점점 대담해진다고 느껴지는 것 은 어째서일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정인으로서의 증표라…. 그녀가 말한대로 상 투적인 수단이라면 반지가 있겠지. 하지만… 역시 너무 흔하잖아? 반지가 아니라 면야 목걸이고 있겠고, 팔찌라든지 팬던트의 종류도 괜찮을 듯 싶다. 아, 너무 장 신구에 비중을 두는것 같군. 음… 에실루나가 말한대로 생각한다면 그런 종류외에 는 별로 생각나지 않아서 말이야. 조금 더 광범위하게 생각해볼까? 나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어린 물건…은 아직 없군. 그녀와 내가 만난것은 5년전이었고, 그 때 당 시 한 열흘 정도 같이 있었을까? 그리고 나서 만난것이 최근. 길게 잡아서 그녀와 내가 같이한 날짜는 고작해야 20여일이다. 그 사이에 무슨 추억이 쌓이랴? 지금부 터만들어 간다고 하면 또 모르지만. 앞으로 47년간 헤어져야 할 애인에게 주는 선 물은 뭐가 적당할까? 47년. 음… 길다면 긴 세월이겠지. 인간들의 수명으로도 47 년은 평균수명에서 1/4이 넘는 수명이니까. 엘프들의 나이에서는… 별로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그네들의 시점에서는 길지도 짧지도 않다. 누군가를 기다리기에는 긴 시간이라고 볼 수 있지.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별로 할말은 없다. 그거, 47 년이면 유희나갔다 오기 딱 좋은 시간이라서 말이야. 드래곤의 평균적인 1회 유희 권장 시간이 50년이거든. 아, 이야기가 샜군. 어쨌든, 그 5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그녀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물건을 주어 야 한다. 쓸데없이 장신구만 절그럭 거리면서 다니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거기 에 레리첸트에서 있었던 일 처럼, 그 일이 그녀에게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물론, 이 아이리펜의 패권을 쥐고있는 제국의 비위에 거슬려 가면서 노예경매를 할만한 나라는 없겠지만, 레리첸트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쯤으로 귀족가 에서 처리되고 있었던 실정이지. 그러니, 그녀가 위험에 처하거나, 혹은 그 위험 에 처하지 않도록 뭔가 도움이 될만한 물건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 엘프가, 그것도 엄청나게 미녀인 여자엘프가 홀로 여행을 갈때, 필요한 것. 한번 생각해 볼까? 호신무술 정도는 어느정도 지니고 있는것 같다. 하지만, 그녀 가 가진 실력은 그다지 센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게, 5년전에 잡혀올 때는 석세 서 나이트인 민체토까지 있었는데도 잡혔다는 것. 그녀의 마법실력은 왠만큼 뛰어 난 편이라서, 5년 동안 드래곤에게서 마법을 배워온 미리안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서클구분? 몰라. 나는 그런거 상관안하고 마법을 쓰기 때문에, 설령 가르쳐 주는 입장이라고 해도 미리안이 얼마나 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별로 신경쓰 고 있지 않다. 뭐, 마법실력은 5년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을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엘프들은 워낙에 가르쳐주는 속도는 느려서 말이지. 적어도 그녀가 3년째의 관조 행을 하고 있다면, 최대 2년간의 마법수련기간이 있다. 그 시간동안에 얼마나 배 웠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항마력(抗魔力)이 얼마 되지 않으리 라는 것이다. 거기에, 나중에 이 일행과 헤어지고서 홀로 여행을 하게 되면 마법 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많은 에로사항이 생길것이다. 캐스팅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그래도 빈틈이라는것은 무시를 못하지. 결론. 항마력을 증가시켜 주는 물건과, 캐스팅 딜레이Casting Delay시의 그녀를 보호해줄 무언가가 필요함. 뭐, 여기에 많은 옵션을 더 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그녀가 부담스러워 하겠지. 일단 그녀가 바라는것이 연인의 증표이니만큼, 장신구 하나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반지에다가 안티-매직Anti-Magic의 옵션을 붙여서 줄까나? 목걸이는 어떨까? 팔찌? 하아… 어느쪽을 해도 다 잘 어울리는 에실루나라서 무엇을 해주면 좋은지 영 감이 안잡힌다. 쇠사슬에 결박당해 있었어도 그녀가 아름다워보였던 것 처럼, 그녀는 뭐든 하고 있어도 아름답다. 결국, 뭐든지 주어도 상관 없다는 이야 기지. 우으… 그렇기에 더더욱 애가 탄단 말이다아! 차라리 어느 특정한 것이 어 울리면, 그것을 선물하면 되지만, 뭐든지 어울리는 경우라면 그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지기 때문에 선물을 하는 당사자로서는 매우 난처해진다구! "마스터? 뭐하세요?" "음? 아, 아니야. 아무것도. 왜?" "방한복 필요 없으시냐고 하는데요?" 나는 어느샌가 옷가게 앞에 와있는 나와 일행을 발견하고는 잠시 황당해졌다. 어 라라? 어느새 이렇게 온거야? 옷가게의 앞에서는 킬과 머기가 약간 이상한 눈초리 로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 내가 상념에 취해서 너무 오래 멍 하니 있었나보다. "하하하… 아, 이거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서. 아, 제 일행은 방한 복이 필요 없습니다. 라스킨이야 원래 그쪽 출신이고, 미리안은 나중에 툰즈 프 로티에 가서 사도 괜찮으니까요. 저는 기후에 상관없는 아티펙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러신가요? 그러면 저희 일행몫의 네벌만 사도 되겠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 요. 금방 나오겠습니다" 킬은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가게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그래서 다시 상념에 빠져들 수 있었다. 으음… 뭐가 좋을까? 우리들(남자일행)은 마을내의 시장을 한바퀴 돌면서 4명의 인간들이 입을 방한복 과, 일행 전체가 일주일 동안 먹을만한 식량을 구입했다. 기후는 쌀쌀한 편이라서 썩을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되니, 야외에서 요리도 할 수 있게끔 신선한 재료들을 구입했다. 그것들은 전부 나의 배낭속에 들어가게 되었고, 킬과 머기는 그것을 보 더니 엄청 놀라하는것 같았다. 뭐, 그렇겠지. 일단 거의 무한배낭이니까. 그리고 서 기타 잡다한 물건들을 구입한 우리들은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나는 배낭 을 한번 들춰메고는 말했다. "흐음… 거의 대략 2시간쯤 걸렸네요?" "크큭, 고양이하고 같이 나왔으면 두배는 더 걸렸을걸요?" "…한가지 궁금했는데, 어째서 츠렌씨를 고양이라고 부르시죠?" …그렇게 맞아가면서. 나는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킬이 충분이 알 수 있도록 표 정을 지었다. 그는 나의 표정을 보더니 뒤통수를 긁으면서 말했다. "그거, 일종의 악연스런 말이라서요" "네에?" "옛날에, 처음 만날때 그녀가 저희 일행. 그러니까 츠렌이 없었던 때의 일행 4명 의 돈주머니를 노렸다가 에실루나에게 걸려서 호되게 혼났거든요" "…하, 하하하. 그렇습니까?" 킬은 히죽하고 웃었고, 나는 약간 황당해했다. 그러면 츠렌과 이들이 처음 만났 던 계기는, 츠렌이 이들의 돈주머니를 노렸기 때문에? 킬은 후훗하고 웃고는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지금 이렇게 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는 여러가지 일도 있었지만, 별로 알려드릴만한 사건이 못되서요. 어쨌든, 제가 그 녀에게 '고양이'라고 부르는것은, '도둑 고양이'라고 부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츠렌은 그걸 싫어하지만… 재미있거든요. 하하핫!" …결국, 내가 미리안을 놀리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 나는 잠시 킬에게서 알 수있 는 사람만 알 수있는 그런 동질감을 느꼈다. 으음… 결국 맞아도 재미있으니까 놀 린다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군. 그렇다면… 킬은 어느정도 츠렌에게 호감을 가지 고 있다는 건가? 어린아이들이 흔히 그렇듯이 말이야. 나는 싸이를 불러서는 한번 알아볼까도 싶었지만, 관두리고 했다. 남의 생각을 함부로 읽는것은 예의가 아니 라구. 비록, 남의 연애하는걸 보고있자면 즐겁기는 하지만… 나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니까.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배낭에서 꺼낸 작은 목각상자의 촉감이 손에 느껴졌 고, 나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손을 조금 더 깊숙하게 넣 었고, 그러자 처음의 목각상자 밑에 또다른 목각상자가 있었다. 나는 더욱 더 깊 은 미소를 지었고, 주위의 사람들이 조금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에실루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미리안은 어떤 말을 해올까? 그녀들의 생각만으로도, 나는 즐거워졌다. 이것은 나의 연애다. 남이 끼여든다면 상당히 불쾌하겠지. 킬과 츠렌도 그럴것이다. 둘이 비록 사귀는것은 아니지만, 다 른 사람이 일부러 나서서 뭔가를 해준다면 그것도 싫겠지. 결국, 나는 킬을 응원 해주는 수밖에는 없는 것인가…? 남의 연애에는 도움을 바라지 않는 한, 끼어드는 성격이 아니라서 말이야. …아, 연애를 하지도 않고있지. 너무 앞서나가서 생각하고 있었군. 음음. 뭐, 언 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잠시 나의 머릿속을 떠돌던 근거없는 생각은, 다른 생각으로 발전할 여유를 상실 당했다. 여관의 근처로 들어간 우리는 그 주위에 몰려든 사람들을 보고서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져야 했다. 뭐지? 그리고 우리는 곧이어 들려온 목소리에 의해서 무 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있었다. "순순히 은발 엘프와 만나게 해줘라! 그렇지 않으면 곤란할걸?!" "누가, 왜, 어떻게 곤란해?! 곤란이라는 단어의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가 없는 게 참 아쉽다! 흥! 시간이라는 단어의 동음이의어는 몇개나 될거 같아?!" "시간…? 그러니까… 두개!" "웃기네! 영주아들 맞아?! 어디서 되먹지도 않은 소릴하고 지랄이야! 세개다 세 개! 공부나 더하고 찾아와! 최소한의 학식도 없이 감히 어딜 들어와서 누굴 만나 겠다는 거야?!" 나는 잠시 황당한 표정이 되어서 옆에있는 일행들을 돌아보았고, 머기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건 또 뭐야? 동음이의어 퀴 즈쇼야? 나는 맹랑하고 또릿또릿하게 들려오는 지나얀의 목소리에 잠시 얼떨떨 해 야했지만, 맨 처음 들려온 말을 곧 떠올리고는 머리를 식혔다. 은발 엘프? 에실루 나? 누군지는 모르지만 에실루나를 노리고 왔군? "동음이의어 가지고 장난치지마! 금발 엘프는 어디있지?" "뭐냐? 너희들은 무슨 엘프 사냥꾼들이야?! 남의 가게의 손님으로 있는 사람들은 왜 찾고 그래?!" "어쭈우? 장사 다하고 싶어서 그러는거야? 이깟 가게 우리힘이면…" "장사아?! 호오라…! 말 잘했다! 이 가게, 너희네 그 빌어먹을 텡케스터 영주에 게서 허가권 받아먹었는줄 아나본데? 웃기는 소리! 이 가게는 황제가 인정해 준 치외법권지대(治外法權地帶)야! 치외법지대권에서의 법적 행사권은 그곳 주인에 게 있고, 난 이곳 주인이야! 서류 보여주랴?! 어서 꼬맹이들이 와서 지랄이야!" "어… 아, 젠장!" 이번엔 미리안인가? 나는 법을 이용하여 능수능란하게 누군가를 몰아세우는 목소 리를 듣고서는 황당함과 안도를 느껴야했다. 멋진 말발이야. 그건 그렇고, 도대체 어떤 녀석들이야?! 남의 애인들(!)을 노리는 파렴치하고 앵심도 없는 무뢰배 같은 놈들은? 나는 사람들을 제치고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어어…?" "아, 뭐야!" "조심해요!" 음… 여러모로 폐가 되는걸? 날아서 가던지, 아니면 사람들 머리를 넘어서 가는 일도 있지만, 시선끌기는 싫어. 내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자 일행들도 뒤 따라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왔고, 사람들의 불평소리가 조금 더 늘어나게 되었다. 이것들 보세요. 이거 남의 일이 아니라 제 일이란 말입니다. 좀 비켜주시죠? 아, 짜증나 는데 그냥 피어를 터뜨려버릴까? 나는 머리속에서 사람들에게 불평하면서, 한편으 로는 피어를 이용해 한철 메뚜기같이 사람들은 눌러서게 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양 심적인 요인이나, 공중도덕과는 별개의 문제 때문에 관두기로 했다. …어느새 맨 앞열에 나와버렸군. 내가 맨 앞열에 나와서 본 풍경은 아주 진풍경이었다. -102- 004.2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사람. 엎어져있다. 약간… 그을려 있기도 한것같군. 사람. 서있다. 약간… 그을려 있기도 한것같군. 땅. 그냥 있다. 약간… 그을려 있기도 한것같군. 땅. 패여져있다. 약간…그을려 있기도 한것 같군. "와우…"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 여관앞의 땅은 곳곳이 그을리거나, 그을린채 패여있었 고, 그 주위로는 일골 여덟정도의 사람들이 그을린 채 엎어져있었고, 두어명은 서 있는채로 그을려 있었다. 아마도 저 두녀석이 에실루나와 미리안을 내놓으라고 한 녀석들인가? 그런데 하는 말에 비해서 모습들이 별로 당당하지 못하군. 음음. 나 는 여유있는 태도로 기절해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걸어가면 서 지나얀에게 말했다. "전쟁이라도 난겁니까? 휘유~ 대단하네. 여기 앞마당도 치외법권지에요?" "뭐, 뭐야! 네녀석은!" "아, 페이그니스씨! 금방오셨네요? 식사는 좀 늦어질것 같아요!" "에, 네. 그럴거 같습니다. 뭣하면 알아서 해먹어도 상관 없겠죠?" "어머? 요리도 하실줄 아세요? 세상에~ 나중에 사랑받는 남편 되시겠네에?" 지나얀과 나의 매끄러운 대화는 여태까지의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을 술렁이게 했다. 그리고는 나의 뒤를 이어서 라스킨과 킬, 머기가 여유있게 지나얀에게 다가 가서 아는 체를 하자 더더욱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인파속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 저 남자들은 그 엘프들과 같이있었던 사람들 아냐?!" "뭐? 어! 진짜네?" "꺄아! 저 검은머리 남자좀 봐~!" "그러고보니 오늘 거리에서 본 사람들이잖아?" 사람들은 금세 우리들이 그녀들과 같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술렁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던 '서있는채 그을린' 사람중 한명 이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엘프들의 동료이군! 나는 이 환드리안을 다스리는 마와레킨 J 텡케스 터 백작의 장남인 로하픈 K 텡케스커요! 당신들의 동료인 엘프분을 만나고자 이 렇게 찾아 뵈었소!" "그, 그렇소! 나는 차남인 크킨라이 H 텡케스커요! 우리가 찾아오자 다짜고짜 저 마법사가 갑자기 공격을 해대었소! 이거 어찌된것이요?! 우리는 그저 친교의 마 음으로서 마을의 화제가 된 엘프분들을 만나기 위해서 왔거늘…!" 분명히 말하지만, 난 저들의 말을 '언어'가 아닌 동물들의 '짖음'으로 판정하기 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의 이 생각에는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듯, 근처 에서 구경하고 있던 마을사람들의 눈빛이 전부 '지랄하네'라든지, '뭔 개소리야?' 등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매우 역동적으로 반응한것은 역시나 지나얀 이었다. "뭐어라아고오?! 이것이 뭐냐? 개가 짖다가 성대나가서 피토하고 득음하는 소리 냐? 아니면 소 되새김질하다 딸꾹질 걸려서 트림도 안나와 귀잡고 물멕이는 소리 냐? 분명이 뭔가 소리를 내기는 내었는데 그게 말한건지 분간도 안간다! 말을 하 려면 뜻이 되는 소릴해! 웃기지도 않는 말로 나를 비롯해 여기있는 청중들 웃겨 주지말고!" 말을 아주 걸쭉하게 잘 하는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잠시 지나얀의 말솜씨를 존경하고 싶어진다고 생각했고, 그 존경스러운 말솜씨에 텡케스터 백작의 장남과 차남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더니 머리에서 김을 뿜어낼듯이 변했다. 하하… 재미있군.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왁자하게 웃었고, 졸지에 개그맨들이 되어버린 두 명은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나얀을 허리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흥! 친교를 위하는 마음? 얼어죽은 친교?! 무장인원들 우~ 끌고 와서는 '엘프를 내놔!'라고 외치는게 요즘 새로 사교계에 등장한 신종 친교디? 그거 잘못하면 결 투 벌어져서 두세명 죽어나가는건 일도 아니겠더라아? 이봐요! 페이그니스! 이녀 석들, 언감생심 에실루나와 미리안을 노리고 왔어요! 허, 참. 기가막혀도 유분수 지!" "음… 그건 알겠는데요, 처음부터 설명좀 해주실래요?" "설명? 못해줄것도 없죠. 그러니까 30분쯤 전에 우리가 차 마시면서 환담을 나눌 때, 갑자기 왠 무장인원들이 우~ 몰려오데요? 그래서 손님 안받는다고 했더니 저 기 저 장남인지 장님인지 하는놈이 나서서 에실루나와 미리안을 보고는 '과연 이 곳에 있었군! 거기의 엘프 두분! 잠시 우리와 동행해 줘야겠소!'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난 손님안받고, 손님 아니면 꺼지라고 했는데, 저사람이 다짜고짜 뭐라고 또 말도 안돼는 개소리를 늘어놓잖아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한방 날려줬죠" "그 이후에는 보다시피 이렇게?" "정답~!" 그녀의 설명을 듣고는 나는 충분히 납득이 갔다. 에실루나와 미리안의 미모는 인 간들의 기준에서 볼 때 매우 아름답다. 기회가 있으면 어떻게 말이라도 붙여 보고 싶은것이 사실일 정도지. 그리고 어떻게 잘 엮어져서 뭔가 한건 해내면 더 좋고. 그런 욕망을 마음껏 발산하기 위해서 무력을 앞세운 저 두명이 왔다는, 간단한 일 이군. "그, 그것은 모함이요! 난 단지 순수한…" "에라! 순수함이 목말라 죽었냐! 어디서 되도않을 헛소릴하고 지랄이야! 대가리 에 피도 안마른 꼬맹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지나얀의 속사포에 입을 다물어버린 차남을 보고서 킬이 가볍게 말했다. "아예 말 안하는데 좋겠군. 아니, 그거 말이 아닌가?" "크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 말 잘했네 청년! 하하!" 사람들은 킬의 말에 다시 크게 웃어대었다. 또다시 개그맨이 되어버린 차남은 씩 씩대면서 숨을 고르는 수밖에는 없었다. 아무리 보아도, 지금 여기에는 그들의 편 이라고는 없어보였기 때문이겠지. 나는 큭큭거리면서 웃고는 말했다. "어이. 엘프들 꼬셔서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일텐데, 관둬. 적어도 종족성을 뛰어 넘은 간통죄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무,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직접 보라지. 어이, 미리안! 에실루나! 잠깐 나와서 이 친구들 좀 납득시켜 주 겠어?!" 나는 여관 안쪽에 대고 말했고, 그러자 잠시 큭큭대면서 웃는 소리(츠렌의 것으 로 확신된다)가 들리고는 의자끄는 소리가 들렸다. 두명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다 가와서는 문을 열었고, 그러자 웅성대던 사람들의 말이 뚝 그쳤다. "……" "………" 아무말도 못하는 사람들. 경매장에서의 모습과도 같군. 사람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정신없이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고, 거기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 들을 꼽으라면, 그 장남과 차남형제일 것이다. 나는 후훗하고 웃고는 그녀들에게 말했다. "미리안, 에실루나. 이 친구들이 당신들에 대해서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데 말 이야, 자연스럽게 체념하는데 좀 도와주겠어?" "후후훗. 네에~" "그러지요" 내 주위의 사람들은 그녀들이 내 양옆에 설 수 있도록 살짝 물러나 주었고, 그녀 들은 천천히 걸어와서 나의 양옆에 섰다. 그리고 나는 순식간에 이곳에 몰려든 남 성들 전원의 적으로 규탄받아도 할말이 없는 행동을 했다. 그녀들의 허리를 양손 으로 끌어안아서 살짝 내쪽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으음… 순식간에 호기심이 살기 로 변해버리는군. 나는 따끔거리는 살기를 느끼면서 말했다. "둘다 말해봐. 너희들의 반려자가 누구인지" "당연히 페이그니스님이죠" "페이그니스. 당신이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게 차악 달라 붙었고, 나에게로 집중 되던 살기는 순식간에 배로 증가했다. 그리고 나는 나의 뒤에서 느껴지는 다른 일 행들의 황당해하는 시선또한 느낄 수 있었다. 안봐도 비디오다. 하하핫! "어, 어떻게… 엘프가…" "거, 거짓말이야…" 내 앞의 장남과 차남이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그들도 귀족자식이니, 약간의 학식 정도는 있을터고, 엘프들은 절대적인 일부일처제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아, 물론 실제로도 그렇지. 그래서 그들은 지금 그들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엽기스 러운 사태에 대해서 거의 무슨 말도 못한채 입을 벙긋거려야 했다. 음무하하하하 하!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우월감!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엘프의 말을 못믿겠다는거야? 세상에 믿을사람 하나 없다는 소리와도 같다던데" "그, 그것은…" "이이이익! 저건 세뇌다! 세뇌당한거야! 저기 저 마법사에게 엘프가 세뇌당한게 틀림없어!" 장남녀석은 어물거리면서 납득하는것 같았지만, 차남녀석은 그렇지 않았나보다. 그녀석은 지나얀에게 에실루나와 미리안이 세뇌당했다고 발작하듯이 외쳤고, 황당 하지도 않은 이 가설은 뭇 남성들의 동조를 산것 같았다. "세뇌? 확실히 엘프가 일부 다처제란 소리는 들은적이 없는데…?" "그렇군… 이 마법실력으로 볼때 충분히 가능…아! 왜그래?!" "멍청이같은 남편네야!" "설득력이 있는걸?" 나를 향하여 들어오는 살기가 줄어든것은 상당히 다행이지만, 미리안와 에실루나 는 세뇌를 당했다는, 얼토당토 않은 의혹을 사고 있었다. 얼씨구? 잘들 논다 잘들 놀아. 그리고 어느순간, 갑자기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저 파렴치한 같으니! 엘프를 세뇌시켰어!" "그, 그래! 두명의 여자엘프가 한 남자를 반려로 삼는다는 소리는 들어본적도 없 다!" "저, 저런 나쁜놈 같으니라구!" …아, 미치겠다. 사람들은 갑자기 군중심리속에 휩쌓여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 도, 그것에 비례해서 장남과 차남의 표정은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아, 젠장맞 을. 나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어떤 새끼야?" …… 한순간에 외치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나는 그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다시 한 번 말했다. "어떤 새끼가 세뇌소리 꺼냈냐구? 저기 멍청이 차남녀석말고. 어떤 새끼가 먼저 부터 바람잡기 시작한거야?" 웅성웅성…. 사람들은 웅성대었다. 나는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터져나온 지점을 훑어보면서 먼 저 소리를 지른 녀석을 찾아보았다. 아마도, 예상이 확실하겠는데, 그녀석은 바람 잡이일 것이다. 이곳의 상황은 모여든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누가 잘못한건지,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런데 갑자기 차남녀석이 발작스럽게 외친 목소리에 동조 를하고, 소리를 외치다니. 그건 거의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차남녀석의 말에 질투심으로 타오르던 남자들의 여론이 잠시 옮겨간것은 이해가 되지만 말이 야. 나는 사람들을 하나하나 쏘아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주위를 둘러보면서 서 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점차 시선은 어느 한쪽으로 향하기 시작 했으며, 이윽고는 어느 한 남자에게로 그 시선이 완전히 쏠렸다. 네녀석이냐?! 나 는 그녀석을 쏘아보면서 말했다. "너냐?" "에… 그…" 두말 할 필요는 없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그를 보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녀 석에게 오른손을 뻗고는 미스릴 와이어를 쏘아보냈다. 굵기는 눈에 보일만큼만한 굵기로 해서. 손목부분에서 뻗어나간 4줄기의 와이어는, 곧바로 그녀석의 사지를 붙잡아서 공중으로 들어 올렸고, 녀석은 비명을 질렀다. "으어어! 살려줘워! 으아아!" "시끄러! 죽이려는거 아니니까. 자아… 누구 이사람 얼굴 아는분 계세요?" 나는 공중으로 들어올려서 그의 얼굴이 사람들에게 잘 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얼 마 지나지 않아서 여기저기서 그를 알아보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앗! 저녀석, 텡케스터성의 잡일꾼 믹스잖아?!" "어, 그러네? 저녀석이 왜?" "믹스! 거기서 뭐하는거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텡케스터 성의 일꾼이라면 그럴만도 하지. 나는 씨익 미소짓고는 와이어를 하나 더 쏘아보냈다. 그리고는 마법을 사용했다. "디텍트 매직" 공중에 띄워 올려진 믹스라는 녀석을 디텍트 매직을 이용해 천천히 훓어보았고, 녀석의 오른쪽 주머니에서 마법적인 물체의 반응이 나왔다. 딱 걸렸으! -103- 004.2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는 와이어를 조정해서 그 마법적인 물체를 꺼내었다. 매달려있던 믹스의 표정 과 장남과 차남의 얼굴이 마치 셋이서 짠건처럼 파랗게 질려가는것이 상당히 재미 있군. 와이어에 끌려나온것은 예쁘게 생긴 진초록색 자갈돌이었다. 지나얀은 이것 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보고는 말했다. "호오라? 메시지 스톤Message이잖아? 어쩐지…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여기 군중들을 위해서 설명해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이것은 원래 두개 한쌍의 물건인데, 이것을 가지고 있으면 마치 메시 지 주문을 사용하는것 같이 서로의 의사교환을 할 수 있어요. 텔레파시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의사소통을 할수 있어서 아주 좋은 물건이에요. 특히나 조금 전처 럼 저 두 귀족가 망나니들의 명을 받아서 사람들 선동할때는 매우 유용하죠" "잘 아시네요" 나는 믹스를 장남과 차남이 있는 자리 옆에다 내려놓았고, 완전히 쫄아있는 두명 을 디덱트 매직으로 살펴보았다. 흐음… 특별한 마법적인 장신구는 없군. 보호의 반지도 없단 말이야? 나는 그 차남에게서 보이는 마법적인 물체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 둘의 모양새를 보면서 잠시 신기해했다. 귀족가문, 그것도 백작가문이나 되어가지고서는 아무런 마법보호구도 없는건가? 보통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보호의 반지도 없다니, 웃기는군. 나는 피식하고 웃으면서 와이어로 녀석의 주머 니에서 진홍색의 자갈돌을 꺼냈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증거 캐치! 딱. 걸. 렸. 어! 뭐라고들 해보시지? 사기꾼 꼬맹이들?" 지나얀은 양손에 메시지 스톤을 들고서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장남과 차남, 그 리고 믹스의 고개는 추수철에 익어가는 벼처럼 고개를 푸욱 숙였고, 그들의 얼굴 은 익어서 떨어지는 홍시보다도 더 붉었다. 사람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그들을 비 웃기 시작하였고,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귀족가문의 자제들이 어 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꼬? 사태의 끝은 영주의 성에서 나온 한무리의 사병들이 사람들을 해산시키고, 쓰러 진 사람들과 장남과 차남, 믹스를 끌고가면서 일단락 되었다. 그리고 여관안으로 들어온 나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주제는 당연스럽게도 엘프 두명을 무리없이 꼬셔낸(?) 일이다. 나는 그것을 둘러대느라 진땀을 빼야했고,(미 리안이나 에실루나에게는 함구하도록 했다. 내가 드래곤이라는것은 밝히지 않는다 면, 그녀들은 거짓말을 해야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내가 둘중에 한명 을 선택하기 위해서 일단 이러는 것이라고 둘러댄것을 그럴듯 하게 믿었다. 하지 만 여전이 미심쩍은 부분이 남는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겠지. 그날 하루동안에, 나는 상당한 시선과 처치곤란의 질문공세에 꽤나 시달려야했고, 미리안과 에실루 나는 나를 보면서 측은한 시선을 보내주었다. 아아… 싫다. 다음날. 지나얀의 열렬한 환송 -"다음에 또 와요오~ 꼭이요오~!"-을 받으면서 우 리는 아침해가 뜨고, 툰즈 프로티로 햐하는 길목의 성문이 열리자 마자 환드리안 을 빠져나왔다. 일단, 얼굴이 팔렸기 때문에 더이상 마을에서 오래 잇는것은 상당 히 거북하기 때문이며, 그 귀족 자제들이 또 뭔짓을 꾸밀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전에 우리를 많이 도와주고, 또 귀족자제에게 아낌없는 폭언을 퍼부어주었던 지나 얀의 가게에 무슨 해코지라도 할까 걱정이 되었지만, 황제로부터 인정받은 치외법 권지대인 그곳의 주인이 설마 무슨일을 당할것 같지는 않았다. 함부로 건드렸다가 는 오히려 건드린쪽에 재앙이 내릴것 같군. 어쨌든, 우리는 환드리안을 빠져나와 서는 지도에서 보기에도 엄청난 크기의 숲(뭐, 내땅의 숲만큼 크겠냐만은)에 나있 는 길을 따라서 걸어가고 있었다. 누구든지 숲에도 참 제대로 되어있는 길이 나있 다는것을 볼 때, 도로정비에 상당한 기간과 돈이 들어갔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며, 실제로 제국의 역사서를 볼 때, 도로정비를 시작해서 끝을 볼때까지 무려 400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에… 왕의 세대교체가 평균적으로 70년이니까, 무 려 6대에 걸친 긴 공사가 아닐 수 없군. 시작한것은 제국의 건국왕이자 내 영토의 전주인인 엘 타칸리스였고, 끝낸것은 7대 황제인 '다코메리인 K 메텔렌스 뮤리르 인'의 초기였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그 때 당시의 엘 타칸리스는 정말로 황제노릇을 열심히 연기한것 같 단 말이야. 지금에 와서도 드래곤들에게 '유희는 이렇게!'라고 가르쳐줄 교훈적인 유희가 바로 '엘 타칸리스의 제국 건국기'지. 철저하게 미하반 제국의 황제 뮤리 르인을 연기했으니까 말이야. 그 결과가 지금 내가 땅을 딛고 걸어가는 이 포석이 정갈하게 깔린 4000년된 길이라는 것이며, 오늘날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들의 모범 이 되어있고, 제국 상계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 "음… 앞으로 한 3일정도 가면, 이 근방에서는 꽤 유명한 '헤랄킨 송 계곡'이 나 오는군요. 음… 우리의 일정이 급한 추적만 아니었어도 하루 묵어가는 것인데 말 입니다…" "뭐어?! 헤랄킨 송?! 거기가 여기였단 말이야?! 아아아안돼! 하루정도 묵어가면 서 꼭 들러보고 싶었단 말이야! 히이이이잉!" "시끄러 고양아" "후에엥~ 가보고 싶어어!" 고양이라고 말했는데도 츠렌은 아무런 반격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킬은 눈을 크 게 뜨면서 놀라했고,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으음… 그렇게 아쉬움이 큰가? 그건 그렇고, 헤랄킨 송? 아아! 그리워하는 바람의 노래! 거기가 여기였나? 헤랄킨 송. 고대어의 축약형 대명사와 현대어의 접목어이다. 헤신드 랄느 루킨Jheshind Dalnu Tlukin. 원래라면 맨 앞의 한 글자씩은 빼야하는데, 고대어의 방식으로 축약 대명사가 될 경우에는 앞쪽에 묵음(默音)을 넣도록 되어있다. 제신드 달루 트루킨으로 읽지 말 길 마란다. 음, 어쨌든 그리워하는 바람의 노래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그 계곡은 참으로 많은 자연학자들의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이 계곡은 3000년 전에 지각변동으로 인하여 생긴 계곡인데, 이곳의 땅 밑으로는 많은 종유동굴과 석회암 굴등이 있다고 한다. 그런 땅의 중간을 마치 칼로 자르듯 이 베어낸 것처럼 지각변동이 일어났는데, 지하의 공기가 외로 올라오고, 위에서 는 바람이 밑으로 내려감에 따라 생기는 마찰과 계곡의 밑에 있는 수 많은 동굴들 로 바람이 지나다니면서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는 3000년 전에 유행한 유명한 유 행가인 '그대를 그리워하며'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때까지 만 해도 유행이었던 '고대어 축약 대명사와 현대어로 이름 붙이기'에 따라서 '그 리워하는 바람의 노래'라는 뜻을 가진 헤랄킨 송 계곡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 고 일명 '헤랄킨 송'이라 불린 바람은 하루에 한번, 일출시간에 한번 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5분 남짓한 노래를 듣기 위해서 밤을 지새는 수고를 사양하지 않는다 고 한다. 어쨌든, 이렇게 유명한 장소는 한번쯤 들주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우리가 한가 한 여행자도 아니고, 추적을 위하여 움직이는 추적자들이니 어쩔 수 없이 그냥 지 나가는 수 밖에는 없다. 음… 아쉽다. 한 번쯤은 들어보고 싶은데 말이야. 츠렌은 노래를 듣지 못한다는 말에 잠시 꿍시렁 대다가 눈을 번쩍 뜨면서 말했다. "아! 너 아까 고양이라고 했지!" 빠악! "그, 그런건 안 잊는구나…" 응용력이라는 단어. 굳이 뜻을 말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창의력과 동반하여 EQ측 정에 큰 영향을 끼지는 응용력은, 사람이 갖추어야할 여러가지 능력중에서도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중요능력이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 다.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어느 조직에 있어서도 응용력은 그 조직의 사활을 결정 하기도 한다. 응용력과 융통성은 '발전'이라는 행위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엄청 나게 중요한 힘이지만… "이래가지고는 매쉬암에게 발전적인 미래는 없는거 같지 않아?" "그러게요" 미리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의 의견에 동조해 주었다. 나의 의견이 떨떠름한 것이 아니라 매쉬암의 이 응용력 부족하고, 창의성 없는 행위 때문이다. 킬은 씹 어먹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젠장! 하나밖에 없는 다리를 끊다니! 어쩌라는거야!" …그렇다. 이 응용력없는 매쉬암이라는 조직은, 또 다시 다리를 끊고서 추적기간 을 벌겠다는 아주 싸가지 전무한 발상을 또다시 떠올리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또야" "…그러네요" 이미 이 다리를 매쉬암의 녀석이 끊었다는것을, 마법으로 확인한 터였다. 우리는 일단 매쉬암의 이 몰상식한 행위에 대해서 잠시 분노하고, 욕을 해준 다음에, 응 용력없는 매쉬암을 비웃어주고서,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나는 일단 주위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누구 비행마법 메모라이즈 하신분?" ……없어? 나는 잠시 황당해져서 마법 사용자들은 한명한명 채근하듯이 바라보았다. 미리안 과 에실루나는 '미처 이럴줄 몰랐어요'라는 듯이 시선을 피했고, 라니안느는 '죄 송합니다'라는듯이 고개를 숙였으며, 머기는 '안했는데 어쩌라고'라는 듯이 눈빛 을 맞받아 쳐왔다. 하긴 마법을 메모라이즈 안한것이 죄는 아니겠지. 나는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자아, 최단시간내로 폭 100야드에 달하는 다리를 건설하는 방법을 아시는 분?" 물론 나는 알지. 사람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에는 이번에도 내가 나서야 한다는거야? 나는 눈을 감고는 지난번처럼 정령을 불 러내었다. "드라이어드! 노움!" 휘익! 쿠드드득! 주위에서 녹색입자가 모여들면서 드라이어드가 나타났고, 땅에서는 노움이 솟아 났다. "안녕하셨어요. 주인님?" "…" "그래. 다들 오랜만이군. 이번에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지난번과 같은 이유야. 이 계곡을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줘" "으음… 왠지 다음에 불려나올때도 같은 명령을 수행해야 할거 같다는 생각이 드 네요. 전 숲의 정령이지 다리 기술자가 아니라구요" "…미안하다. 다음에는 숲만들기 같은거 시켜줄게. 이번엔 좀 해줘라"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노움? 지난번처럼 도와주세요" 몇년 안본사이에 많이 까탈스러워졌군. 드라이어드는 꿍한 표정으로 약간의 투정 을 부렸지만, 그래도 일은 훌륭하게 수행하느것 같았다. 몸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 가는것이 느껴지는것을 보면. 으윽, 이거 하고서 지난번처럼 또 쓰러지는거 아냐? 콰드드득! 투드드드드득! 휘휘휙! 파바바바박! 쿠드드드드드… 나무가 자라고, 쓰러진다. 덩굴이 그것을 묶고, 감싼다. 그리고 땅에서는 석순과 다른 돌들이 튀어나와서 그것들을 받치고, 누른다. 약 1시간 반에 걸친 작업이었다. 지난번보다 30분이 단축된 공사였다. 아마도 두 번째로 하다보니까 많이 익숙해졌을 것이라는 추측이군. 덕분에 빠져나가는 힘도 많이 줄은것 같다. "대단해… 이게 정령의 힘인가…" "괴, 굉장해요! 이런일이 가능하리라고는…" "멋지군" "대단하세요…" 일행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감탄했다. 지난번과 모양도 거의 비슷하군. 나는 약간 숨이 차오르는것을 느끼고는 역시나 힘의 소모가 조금 들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은 드라이어드의 성장이 덜되었나 본지, 드라이어드가 가져가는 힘은 꽤 되는 편 이었다. 뭐, 그래도 쓰러질만한 힘은 아니니까. 나는 감탄하고 있는 일행들을 보 면서 말했다. "자. 슬슬 가도록 하죠" 일행은 감탄의 눈을 하고는 다리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다리는 단단하게 만들어 져 있어서 쿵쾅거리며 뛰더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을 정도다. 우리는 계곡 밑과 주 위의 광경을 잘 살피면서 걸어갔다. 한 중간쯤 왔을까? 에실루나가 뭔가를 발견한 듯 말했다. "다리의 끝에, 누군가가 있어요" 음? 나는 다리의 끝은 보았다. 그곳에는 어떤 남자가 서있었고, 우릴 보면서 씨 익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가 뭔가를 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사 람의 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손에는… 맙소사! 다이너마이트?! -104- 004.2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진짜 이름은 내가 알게 뭐냐. 일단 다이너마이트라고 이름붙인 그것. 그리고 그 것을 든 채로 기분나쁜 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의 다른쪽 손에 들려 있 는 작은 관솔불은 더 이상의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기억상, 저 크기의 다이너마이트는 옛날, 5년전의 협곡에 세워진 다리를 무너뜨릴때 사용되었 던 양과 동일하다. 다른사람들은 저사람이 들고 있는게 뭔가 싶었지만, 나와 미리 안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와 미리안은 급속도로 안 좋은 표정을 지었고, 사 람들은 그런 우이라 왜 그러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나와 미리안은 그들을 이해시켜주기로 했다. "젠장! 폭탄이야! 저자식!" "다, 다리를 무너뜨릴려고 하는거에요!" 그러자 곧바로 사람들에게서 반응이 터져나왔다. "뭐, 뭐어!" "꺄아! 이걸 어째!" "…빌어먹을" "아, 그… 위, 위험…" "매쉬암이겠군요" 에실루나는 그래도 금방 상황파악을 하는군. 그래! 그렇지! 매쉬암이다 이거야! 그 녀석들 말고 저런 짓거리 할 녀석들이 또 있겠어? 우리는 약간의 소란을 피우 느라고 잠시동안 분주했고, 그래서 다리끝의 그 녀석은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붙이 고서 우리를 향하여 던질 수 있었다. 으악! 휘익! 턱! 턱! 터… 휘유… "……" "………" "……" "……"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ㅢ 일행이나 다리끝의 저녀석이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공중에 깨끗한 호선을 그리면서 날아온 폭탄은 생나무로 만들어진 다리위 로 낙하했고, 다이어마이트 뭉치의 그 특별한 표면의 곡면과 나무의 곡면이 함께 작용하여… 다이너마이트는 계곡으로 떨어졌다. 콰가강! 콰강… 콰강… 콰강… 우리가 황당해 하는 사이에 계곡으로 떨어진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했고, 꽤나 거 대한 폭발음과 약간의 메아리가 들렸다. 나는 거리가 조금 먼 거리여서 들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 한마디를 하고 싶었다. "…바보냐?" 정말, 멍청함도 유분수지. 그걸 던지냐! 물론, 던져서 폭발범위에서 벗어나겠다 는 자세는 좋지만, 그걸 떨어뜨릴 정도로 던지다니… 어이가 없구나. 잠시 그녀석 과 우리들 사이에는 서로를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는 짧은 적막이 지나다녔다. 그 적막을 깬것은 킬의 웃음소리였다. "푸하하하하! 크하하하하! 으헤헤헤헤! 저… 저… 바보같으니! 크하하하!" 그리고 킬의 웃음에 이어서 다른 일행도 어김없이 웃음소리를 토해놓았다. 거기 서의 예외라면, 나는 고개를 저으면서 씨익 웃고 있었다는 것이고, 라스킨은 쓴웃 음을 짓고 있었다는 것이지. 미리안? 미리안은 내 옆에서 배를 잡고는 소리는 없 지만 배가 당겨서 죽겠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꺄하하하! 뭐, 뭐였어 방금? 톡 토독 하고 떨어지는… 아하하하! 하하하! 하하 하하하!" "…풋. 우습군" "우… 후후… 흡! 우, 웃겨요오…" "……!" 에실루나조차도 귀를 추욱 늘어뜨리고는 웃음을 참기위해서 내 어깨에 이마를 대 고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웃음을 가득 참고있는 표정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웃겨준 장본인인 그녀석은 자신이 한 일이 정말로 황당스러운지 던 진폼 그대로 멍하니 굳어있다가 우리가 웃는것에 정신을 차리고는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석은 몸을 돌려서 건너편으로 달려가 버렸고, 우리는 그 모습에 웃음을 그치고는 그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야! 서! 이런말 한다고 정말로 서서 우리가 놀랄거라는 생각은 하지마!" 킬은 익살스럽게 농담을 던지고는 다리를 달려나갔고, 다른이들은 피식거리면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나는 라스킨과 같이 후방에서 달려가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일행중 최고의 전력 두명이 맨 뒤에있군. 그리고 이 둘은 그 자리가 전방 이든 후방이든 별로 사관하지 않는 사람들이지. 음음. 우리는 순식간에 다리의 남은 절반을 건넜고, 그녀석은 이미 숲속으로 사라진 뒤 였다. 내가 추적을 시작한다면야 잡을 수도 있겠지. 마법 한방 때려버리면 간단하 지만 지금은 일행의 추척기술을 한번 믿어볼까? "저쪽" 조용한 말투의 머기가 가리킨 방향은 오른쪽 대각선이었다. 풀들이 약간 밟혀있 고, 나뭇가지가 약간 부러져있다. 게다가 풀이 누운 방향은 길쪽이 아니라 숲쪽이 니까 아마 맞을것이다. 나는 잠시 풀을 만져보았고, 풀위에 묻은 흙을 보았다. 그 리고는 나와 같이 그것을 보던 킬과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고는 곧바로 추적을 하 기 시작…하려 했으나, 그렇게 되진 못했다. 나는 달려나가려는 킬을 막으면서 말 했다. "조심하세요. 함정입니다" "함정이요?" 그렇다. 함정이었다. 햇빛이 차단되어서 약간 어두운 숲속으로는 수 많은 가닥의 강철제인지 텅스텐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와이어가 이리저리 설치되어 있었다. 검은색의 와이어에 비반사 처리를 해서 하마터면 나도 발견하지 못할 뻔 했지만, 저 숲 안쪽은 와이어로 이루어진 미로와도 같았다.분명, 그냥 보자면 얼기설기 엮 어진 와이어지만, 그 와이어와 와이어 사이에는 지나갈만한 길이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이 함정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제반지식이 있지만, 저 와이어속으로 사람들을 이끌고서 지나가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나는 숲 안쪽에 설치된 부비트랩에 대해 사람들에게 설명했고, 그러자 곧 사람들 은 실망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얼마든이 방법이 있지. "실프! 레비테이트Levitate" 휘이이이이! 실프가 만들어낸 맹렬한 바란으로 나는 하늘로 띄워올려졌고, 나는 하나의 정령 을 또 소환했다. "드라이어드!" "네에!" "숲속. 인간. 찾아라!" "네엣!" 드라이어드는 금세 파악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실프에 의해서 둥둥 띄워진 채로 숲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혹시 도망간놈이 안보이나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갈대밭도 아니고, 나무들이 우거진 숲은 도저히 육안으로는 찾기가 어려웠다. 조 금 후에 드라이어드가 다시 팟하고 나타나서는 부비트랩이 설치된 방향의 숲을 가 리켰다. "저쪽! 150야드!" "좋았어! 실프, Go!" 나는 실프를 조종해서 드라이어드가 가리킨 방향을 향하여 바른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지금 순간에도 그녀석을 아마 계속 도망가고 있을 것이다. 나는 드라이 어드를 계속 띄워두고서 달라지는 추적방향을 잡도록 했다. 중간에 약간씩의 방향 을 바꾸면서 날아고 있으니, 드라이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직선거리로 10야드!" "그래? 실프 Out!" 나는 실프를 정령계로 귀환시켰고, 날 지탱하고 있던 바람이 없어지자 나는 땅으 로 급속히 낙하했으나, 앞으로 날아가던 관성에 의해서 10야드의 거리는 금세 좁 혀지게 되었다. 나의 귀에 푸스슥 거리면서 풀을 밟는 소리와 사람의 거친 호흡소 리가 들려왔다. 그리고서 내가 나무들의 사이로 낙하를 했을 때, 나는 부츠의 힘 으로 공중을 박차며 안정적인 착륙을 함과 동시에 노움을 불렀다. "노움! 땅을!" "뭐?! 으아아아!" 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던 녀석은 노움이 만들어낸 1야드 깊이 의 구덩이에 퍼억하고 떨어져 자빠졌다. "크으윽…" 앞으로 엎어진채로 신음하는 모습은 그다지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쉽게 잡은 편 이군. 나는 일단 이녀석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네… 네녀석은 대체…" "나? 알게뭐야" 구덩이에서 몸을 일으신 녀석은 황당함과 당혹, 낭패가 겹친 눈으로 날 바라보았 고, 나는 씨익 웃어주었다. 데려가기전에 일단… 가볍게 기절시킬까? 나는 씨익하 며 이를 드러면서 미소지었고, 녀석의 눈에는 약간의 공포가 스며들었다. 나는 매 우 상냥해보이는, 그렇기에 표정과 어울려서는 사악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스파크~" 파지지지직! "캬하하하하! 꺄하하하! 왜 불렀어어?~!" "이녀석, 기절시켜" "아하하하! 알았어! 캬하하하!" 스파크를 뿜으면서 스파크는 그에게 다가갔고, 녀석의 눈은 빠르게 공포로 물들 어갔다. 그의 떨리는 입이 매우 힙겹게 열렸다. "아, 아, 아 안돼에에!" 파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 숲속에는 아스라히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무아미타불. "페이그니스씨. 조금 심한거 아닙니까?" "죽지는 않았고, 살도 익지 않았어요. 약간의 전기충격이죠" 나는 스파크에 의해서 전신 전기충격을 받아서 머리가 삐죽삐죽 솟아있고, 피부 의 곳곳이 그을려있는 녀석을 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짓는 킬에게 무심하게 대꾸했 고, 킬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이런 상태면 조금 곤란하지 않습니까?" 얼굴은 약간 그을렸고, 온도 군데군데 타버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직도 남아 있는 전기의 기운때문에 몸을 부들부들떨면서 침을 흘리고 있는 상태가, 역시 약 간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확실히, 곤란하군. 나는 팔짱을 끼고는 오른손 으로 턱을 살짝 긁으면서 말했다. "그런 그 전에 먼저 주문을 하셨어야죠. 웰던Welldone말고 레어Rare로 해달라는" "이게 스테이크입니까!" 뭐… 음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짝 익혀버렸군. 스파크에게는 기절 시키라고만 했는데, 녀석이 멋대로 이런거잖아. 나는 그의 말에 울상을 짓고는 미리안에게 안 겨들었다. "크윽… 흐으윽…. 미리안… 기껏 열심히 했더니 도리어 화를 내… 나 이제 어쩌 면 좋아… 더이상 사람들 못믿겠어…" "괜찮아요. 자자… 진정하세요. 페이그니스님은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그러니까 진정하시고…" "…이것들 보세요" 나와 미리안의 신파극에 킬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말을 들 은체도 하지 않고서 이번엔 에실루나에게 안겨들어서 징징댔다. "아아~ 에실루나…. 나 어쩌면 좋아… 도와주려고 그런건데… 크흑…" "자아…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진정하세요. 네?" "…이것들 보시라니까요" 나는 징징대면서 에실루나에게 부비부비 거렸고, 에실루나는 나의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면서 정말로 나를 진정시키려는듯이 행동해 주었다. 아, 재밌어. 이정도 면 되었겠지. 나는 부비대던것을 멈추고는 킬에게 말했다. "그래도 일단 살려왔잖습니까. 정신에도 별 이상 없다구요" "…그래도 심문할 수 있는 상태는 되어야 하잖습니까. 아직도 스파크가 파직파직 튀는 것을 어떻게 한단 말입니까!" "크흐윽… 미리안! 에실루나아~!" "…젠장" 우리에게는 성직자가 없어서 녀석을 깨우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만든 힐링포션을 사용해야했다. 이런… 일행이 있으니까 마법으로는 치료를 할 수가 없잖아. 어쨌 든 내가 조제한 힐링포션의 힘은 너무나도 탁월했고,(자화자찬이군) 그래서 기절 해있던 그녀석은 금방 깨어날 수 있었다. 그녀석은 서서히 눈을 뜨더니 주위를 둘 러보고, 그리고는 나를 발견하자 금방 눈빛이 공포로 젖어들었다. 나는 그를 기절 시킬때의 표정과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때? 짜맀했지? 한번 더 당해보는건 어떨까? 이번에는 레어로 해줄께. 후후훗" "으… 으아… 사, 살려줘…" "에이, 사양할 필요 없어. 가볍게 한번 해줄께" "제… 제발 그것만은…" 가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점점 그를 괴롭히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이 꽤 재미있잖아? 하지만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있던 킬이 나의 어깨를 잡아당겨서 말렸다. "그만두세요. 심문하기전에 또 날릴 작정입니까?" 쳇. -105- 004.2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고, 비명이 온 숲을 덮었으며 처참함의 한가운데에는 덩그 러니 예전엔 한 인간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시체 한구가 생겨나지는 않았다. 고문 에는 소원한 사람들이고, 거기에 일단 장소가 야외이다 보니까 고문을 하고 싶어 도 못하는 것이며, 엘프들이 보는 앞에서 고문을 한다는것 자체도 또한 꺼림직한 일이지. 아마도 그녀들은 결사의 태도로 고문반대를 외칠것이 당연하거든. 일단, 우리가 그녀석에게서 알아낸 정보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녀석의 행동이나 태도로 볼 때, 그녀석은 매쉬암의 진짜 요원은 아니었다. 진짜 요원이라면 다이너 마이트를 던져서 계곡 아래로 떨어뜨리게 하는 그런 대실수를 저지르지는 않겠지. 이름은 다호딘 매신. 툰즈 프로티에 사는 56세의 노총각이다. 일도 없이 빈둥빈둥 거리는 전형적인 백수의 상이라서 집에서도 구박받는 그런 놈이었는데, 어느날 갑 자기 찾아온 사람들이 계곡의 다리를 부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를 '만들어' 서 건너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붙여 다리를 붕괴시키라는 의 뢰를 했다고한다. 액수도 많았던 차이고, 또 의뢰한 사람들이 그 사람들은 죽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그냥 그대로 믿었다고 하며, 우리 일행에 엘프가 두명이나 있는 것을 보고는 죽지는 않을 것이다(대체 무슨 상관일까?)라고 생각해 버려서 다이너마이트를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 숲에 설치된 부비트랩은 의뢰를 해 온 사람들이 작은 쪽지를 주면서 성공여부와는 상관없이 트랩을 피해 도망가라고 했고, 예전부터 몸놀림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던 그는 그들의 말대로 다이너 마이트를 던지고, 성공여부와는 상관없이 몸을 돌렸다고 하였다. 결국, 뜨내기라는 소리잖아? 우리는 조금 실망해버렸다. 쳇, 어쩐지 나한테 따라잡힐때 보여준 그 태도가 너 무 겁을 먹은 것 같더라니. 매쉬암은 아마도 우리가 다리를 만들고서 무사히 건널 것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폭파요원 또한 잡힐것으로 예상을 하고서 이런 뜨내기를 세웠을 것 같다. 에휴, 완전히 매쉬암에게 놀아났군 이거. 저쪽에선 하나에서 열 까지 우리를 꿰뚫고 있었다는거 아냐? 아우우~! 젠장! 라이니시스 일생 최대의 굴 욕감이다! 아마 다른일행들도 우리의 행동이 매쉬암에게 읽혔다는 것을 깨달았는 지, 표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이거야말로 젠장이군. 잠시 길을 지체했었지만, 우리는 툰즈 프로티로 다시 향했다. 일단, 우리를 농락 했던 대가는 나중에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어 매쉬암! 다호딘은 우리의 뒤 30야드선에서 천천히 따라오고 있었다. 동행은 아니었고, 또 한 동행을 허락할 우리가 아니다. 아무리 우리가 사람이 좋다지만, 동행을 해줄것 같아? 그렇다고 포로로 잡기는 귀찮아서 우리는 그를 그냥 내버려두고 길을 걸었 다. 싸이를 불러서 저녀석의 정신을 정밀스캔해 봤지만, 저녀석이 말한것이 다였 다. 음…… 스파크의 힘이 그렇게 위력적이었나? 어쨌든 그는 우리의 한참 뒤에서 우리를 쫒아오는 그런 이상한 형식이 되었다. 알게뭐야. 우리 목숨을 위협했을지 도 모르는 녀석과 무슨 동행을? 킬은 어깨를 부르르 떨고서는 말했다. "날씨가 점점 싸늘해 지는게 피부로 와닿는데요?" "아, 그렇네요. 북쪽으로 온지도… 꽤 되었군요. 그러고 보면 곧 5월인데, 날씨 는 점점 추위지니 이상할 따름입니다" "그렇군요. 오늘이… 4월 25일이던가요?" 에? 나는 잠시 날짜계산을 해보았다. 음… 역시 휴대용 시계같은 것을 만들었어 야했어. 시간을 알 수가 없잖아? 나는 잠시 오늘이 몇일인지 부터 계산을 해 보기 로 했지만, 나의 생각은 곧 가로막히고 말았다. "27일이에요. 나흘뒤면 5월이군요" "아, 고마워 에실루나. 27일이랍니다" 날짜감각이 정확해서 시계는 따로 필요가 없을려나? 에실루나나 미리안을 데리고 다니면 따로 날짜계산 할 필요는 없어보인다. 킬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잠깐의 계산을 해보았다. 그러니까… 5월 1일쯤에는 툰즈 프로티에 도착할 수 있겠구만. 나는 킬을 보면서 말했다. "툰즈 프로티에서 여정이 달라지겠지요?" "네… 아마도 그러겠죠. 설마 그 전령이 툰드라로 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 군요" "그렇겠죠. 툰드라로 가 보았자 있는것이라고는 추위와 유목민들, 그리고 늑대들 외에는 없겟지만 말입니다" "아, 혹시 매쉬암에서 툰드라를 개발하려는건 아닐까요?" 킬은 아주 재미있는 가설을 꺼내놓았고, 나는 마침 심심하던 차에 그에 동조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대략 어느땅을 어떻게 개발하고, 자랄 수 있는 작물과 그것들 의 판매전략이라든지, 사냥을 하거나 해서 마을을 만들고, 마침내는 극지방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그런 도시의 모습을 킬과 마음껏 그려대기 시작했고, 츠렌이 거기 에 끼어들면서 우리는 어느샌가 툰드라에 멋진 마을을 하나 만들어 두고 있었다. "…누님. 마스터의 상태가 좀 않좋으신것 같습니다만?" "원래 저러니까 상관 안해도 될거에요. 자주 보게 될 모습이니까 익숙해 지는게 좋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같이 동조해야 할지도…" "그, 그렇습니까?" 어이. 라스킨, 미리안. 딴에는 안들린다고 조용히 하는 말들, 다 들린다니까. 드 래곤은 폴리모프를 해도 귀가 상당히 밝다고!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어린 애인 이나, 충직한 부하나 다 키워봤자라고 생각했다. 역시 성숙한 에실루나는… 나를 충분히 이해해 주겠지. "저는 저런 상상력을 표현하는걸 잘 못하는데…. 앞으로가 걱정이네요, 미리안" 부르터스에게 칼맞은 시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다. 에실루나… 너마저? 사건(事件). 명사. 문제가 되거나 관심을 끌만한 일. 사전적 의미로는 어딘가 모르게 얌전해 보이는 단어지만, 그 사건 앞에 무슨 낱 말이 붙느냐에 따라서 그 뜻이 엄청 살벌하게 바뀌기고 하고, 웃을음 자아내게 만 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와 우리 일행은 우리 앞에 닥친 이 '사건'의 앞에 무슨 낱말을 붙여야될지 고민하였으며, 고민하는 표정으로는 황당한 표정을 취했다. 4월이 끝나고서 5월이 되었다. 1년은 16개월이고 480일이다. 계산해 보자면 한달 은 30일이라는 계산이 나오지. 그러므로 어제였던 4월 30일이 오늘이 되자 5월 1 일이 된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날이 지나가는 것에 이름을 붙이고, 연도는 세는것 은 시간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깊은 인간들의 습성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 지 모르지만, 어쨌든 날짜구분을 해 두면 차후 약속하기가 편하겠지. 어쨌든, 5월 1일이라서 슬슬 봄기운이 났으면 하고 바랬지만, 우리의 여정은 북쪽이었고, 그때 문에 봄기운은 커녕, 아직 겨울도 제대로 가시지 않은 그러한 느낌이 드는 이곳은 한대지방인 툰드라의 입구에 세워진 도시 툰즈 프로티였다. 보통, 숲이 끝나는 쯤에 성벽이 들어서면, 성벽의 주위로 일정거리(대개는 화살 의 사정거리보다 길게)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벌목을 행한다. 그리고 그 자리 에는 대개 평야로 두던지, 아니면 가벼운 농사를 지으면서 활용하고, 전투시에는 시야확보를 해주고, 함정도 설치 할 수 있게끔 해둔 그 땅에서, 우리 일행을 맞이 하는 하나의 무력집단이 있었다. 텡케스터 백작가문 사병 기사단, 토크 투 데스Talk to death. 죽음과의 대화라는 어줍잖은 이름을 가진 사병단이 툰즈 프로티로 들어가는 성벽 의 문앞에서 떠억 하니 진을 치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가 숲을 빠져나와 서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 때는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그쪽에서 갑자기 칼 을 꺼내들고는 경계하기 시작해서 우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멈춰서야 했고, 그쪽에 서 우리에게 말을 했을때는 더더욱 황당해졌다. "흉악한 사술로 자유의 종족인 엘프를 능멸하는 페이그니스에게! 우리는 정의로 운 텡케스터 가문의 직속 사병 기사단 토크 투 데스! 지금 당장 당신이 세뇌하고 있는 엘프분들을 풀어주길 바란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안 황당하고 배기겠어? 나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황당함 의 극치를 느껴야 했다. 대체… 그 장남과 차남녀석은 무슨생각으로 저딴 짓거리 를 하는거야? 우리 일행은 황당함에 굳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사 단에서는 다시 말했다. "다시 한 번 말 하겠다! 흉악한 사슬로 자유를 억압하고 있음을 영특하신 마와레 킨공자님이 알아내셨다! 당장 엘프들에게 걸린 사술을 풀고, 정의의 심판을 받아 라!" 나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지랄하네!" 저같은 헛소리는 5년전에 레리첸트의 왕궁에서 들었던 국왕의 무도회 축하인사보 다도 더한 헛소리군! 나는 그 때 이후로 저런 헛소리는 들어본 일이 없었기에, 그 때와 마찬가지의 말을 해주었다. 그래서 우리 앞의 기사단은 매우 분노하는 기색 을 보여주었다. "정녕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하겠더냐! 우리의 말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당신 에게는 '죽음과의 대화[Talk to death]'를 겪게 할 용의가 충분히 있음을 알려주 는 바이다!" "지랄까지마! 마법사나 성직자, 정령사, 초능력자든 다 불러서 확인해! 얘네들의 어디가 세뇌 당했다는 거야! 너희들이 그 잘난 마와레킨이든 말라먹힌이든 그녀 석 정신이나 똑바로 차리라 그래! 괜히 남의 애인'들!'에게 찝쩍대다 깨지지 말 고 정신차리라 그러셔!" 잠시간의 정적. 나는 어깨를 약간 들썩이면서 씩씩거렸다. 젠장. 사람을 뭘로 보 는거야? 저쪽에선 입이 굳었는지 조용히 있었고, 우리 일행은 나를 쳐다보면서 역 시 조용히 있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것은 미리안이었다. 짝짝짝짝. "옳으신 말씀이에요. 다 불러서 확인 해보고 그래요! 그리고 엄연히 임자있는 사 람에게 그런 심한말을 하다니! 남의 연애를 방해하면 드래곤의 발톱에 채여도 할 말 없는거에요!" 그리고서 미리안은 내 오른팔에 찰싹 달라 붙었고, 그러자 에실루나도 조용하지 만 또렸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나의 왼팔에 가까이 다가섰다. "동의합니다.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에실루나는 살벌하기까지만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비록, 표정들이 잘 보이 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아마 에실루나에게서 나오는 분위기에 깜짝 놀랐을 것이라 고 추측된다. 그래서인지 저쪽에서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그런 헛소리가 얼마나…!" "닥쳐라! 감히 나의 마스터를 능멸하려 들다니! 그리고 두 주모님께 감히 그렇게 무례한 말을 하고!" 라스킨은 투 핸디드 소드를 한 손으로 들고는 붕붕 휘두르면서 외쳤다. 순식간에 저쪽의 기세가 죽은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숫자가 많은데 기 세가 죽어버린 쪽이 택하는 방법은 몇 안되지. 그들은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는 못 했다. "이 악독한 무리들! 정의의 검이 너희들을 심판할진저!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과의 대화이다! 개전(開戰)준비!" 처저저적! 갑주가 움직이고, 칼이 세워지면서 살벌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들의 선두에는 꽤나 싸움에 도튼것 같은 기사 한명이 칼을 얼굴앞에 세웠다가 우리를 가리치면서 외쳤다. "개전 개시!" 두드드드드! 함성은 없었다. 함성은 마음을 들뜨게하고 고조시켜 흥분하게 하기 때문에 기사 단에서는 함성을 지르지 않았다. 차가울 정도의 냉기어린 살기가 우리들을 향해서 뻗어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때… "잠까안!" "에?" "개전의 동음이의어는 모두 몇개? 그리고 개시의 동음이의어는 모두 몇개일까요? 맞추기 전에는 앞으로 못가!" -106- 004.2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경쾌하게 들려온 목소리에 뒤이어서 달려오는 그들의 앞길에는 무수한 불덩이와 가시덩굴이 생겨나게 되었고, 그들은 말을 멈출 수 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퀴즈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잘 알 수 있었고,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지나얀! 아니, 여긴 어떻게?!" "쨔잔~ 그 말씀대로오~! 지나얀 나미후 얀나엔 등장! 길어서 부르기 힘들면 앞글 자만 따서 지나얀이라고 불러도 좋고, 또는 더블 지나라고 불러주셔도 무방~! 하 지만! 지나~ 라든지 얀아~ 라는것은 사절! 난 그런거 듣기 싫거든" 그녀의 목소리는 공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이야기속의 마녀의 복 장처럼 검은색의 편한 드레스에 망토와 마녀모자를 쓴 복장을 하고서 날아다니는 빗자루에 앉아서는 저렇게 떠들썩한 자기소개를 하는 중이었다. 음… 아무리 봐도 그녀는 조금 이상하다고 볼 수 있는 성격이군. 어쨌든, 그녀의 등장으로 돌격시기 를 놓친 토크 투 데스의 기사들은 상당히 불만감을 토로했고, 그들을 대표해서 돌 격명령을 내렸던 사람이 그녀에게 말했다. "저들과 한패인가! 방해한다면 정의의 칼은 당신에게로도 향항진저!" "오우~ 무서워라. 거기서 날 어떻게? 그리고 한 패라니요? 다수의 인원이 말도안 돼는 헛소리를 하면서 소수를 핍박하려 하기에 그것을 저지한것 뿐이에요. 왜에~ 그런거 있잖아요? 다수와 소수의 대전에서 소수를 나쁘게 보는 일은 거의 없다는 거에요. 그리고 언제부터 텡케스터의 기사단이 정의를 남발하고 다니는지 알 수 가 없네요? 아, 그리고 제가 낸 문제 안 풀어줄 거에요? 개전과 개시의 동음이의 어는 모두 몇개? 이거 안풀면 나 저것들 안 치워 줄래. 누구 아시는 분? 정답을 아신다면 상품으로 그 쪽 편 들어주지~요!"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아, 개전과 개시의 동음이의어? 개 전…은 그래봤자 두개이고, 개시? 개시는… "개전은 두개, 개시는 네게예요" 에실루나가 살짝 나서면서 말했고, 지나얀은 그녀를 보면서 활짝 웃었다. 그리고 는 가볍게 손뼉을 치면서 즐거운 말투로 말했다. "와우~! 딩동대앵~! 맞췄어요! 그러면 여기서 연습문제를 끝내고 본 문제로 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개전의 뜻 두개와 개시의 뜻 네개를 모두 말해주시는 분들께 정말로 편들어 드려요~" …놀리냐? 나는 간신히 이 한마디가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것을 참을 수 있었다. 동음이의어 퀴즈라는 거야? 가시덩굴과 불기둥을 사이에 두고서 우리들은 서로 그 뜻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고, 저쪽의 기사단들도 서로 웅성대면서 그 뜻을 생각 하고 있었다. 에실루나는 막상 그 뜻을 생각해야 하니 조금 막막한가본지 멍한 표 정을 하고 있었다. 음냐… 어쩔 수 없는건가? 또 내가 나서야지. 나는 피식웃는 얼굴로 말했다.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르게 고쳐먹고[改悛 개전], 전쟁을 시작한다고들 하 지요[開戰 개전]. 하지만 그 행동을 처음 시작[開始 개시]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처음 열어서 거래가 시작[開市 개시] 하는 것을 모두, 다[皆是 개시] 기다려야 하겠지만, 역시 그런 것은 열어 보이거나, 분명히 하거나, 가르쳐 타이르는[開示 개시] 것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나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웅성대는것을 멈추고 멍하니 날 바라고조 있었고, 지나 얀은 엄청나게 놀라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두 손을 꼬옥 마주잡고는 반짝거리 는 눈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대, 대단해요오! 모두가 정답! 이에요! 세상에… 시간에 대한 것에서 부터 알아 봤는데, 정말로 대단하시군요?! 좋아요! 나 페이그니스씨 편들래" "이, 이보시오!" 저 건너편에선 당황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앞에 있는 가시덩굴과 불 기둥은 위력적인 것이고, 저런것을 만들고서도 피곤한 기색이 없이 있는 지나얀은 확실히 대단한 마법사다. 그런 마법사가 우리의 편을 든다면, 그들에게는 더욱 불 리해 지는 것이겠지. 지나얀은 그들을 내려다보며 새초롬한 표정을 지었다. "뭐에요? 또 뭐 남았어요? 치잇. 오랜만이니까 기회는 줄게요. 자신들이 외치는 그 정의라는 단어의 동음이의어를 모두 말해보세요! 그려면 최소한 저기있는 덩 굴이하고 기둥이는 치워드릴게요~" "저, 정의?" 그들은 순식간에 다시 말문이 막혀버려야 했다. 어이구… 정의? 그거 동음이의어 만 아홉개가 있잖아? 아마도 단언하건데, 사병 기사단인 만큼 저들에게는 학식을 쌓은 두뇌파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있는 머리 없는 머리들을 짜내서 열심히 동음이의어를 찾고 있었지만… 헤헤, 그건 조금 어려울 것이다. 국문학에 조예가 있지 않는 한 동음이의어 찾기는 꽤 어렵다구. 지나얀은 꿍한 표정을 여과없이 지어내며 말했다. "피잇. 그거봐요!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면서! 재미 없어졌어! 나 그냥 페이그니 스씨 일행 데리고 저어기 있는 마을로 갈래요~. 당신들은 무장집단에 개인 사병 단이라서 못들거 간거죠? 내가 다 알지요오~" 그녀는 혀를 한번 낼름 하고는 손을 가슴께에 모았다가 수인을 여러차례 맺으면 서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리고 몇초가 지났을까? 그녀가 손으로 우릴 가리키면 서 외쳤다. "매지컬 플랭크Magical Plank!" "에?" 매지컬 플랭크? 그거 널빤지 만드는 마법아냐?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우리들 의 어디에도 널빤지가 보이지 않는다는것에 의아해했다. 어라? 마법 실패인가? 하 지만 지나얀이 다시 말했을 때는 마법이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플라이Fly!" 한순간 몸이 휘청거리면서 일행이 딛고 있는 땅이 요동치는것 같았고, 나는 그제 서야 그녀가 어디에 널빤지를 만들어 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발 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만든 널빤지는 우리를 싣고는 하늘로 띄워 올려졌고, 우리 는 점점 땅과 멀어져서 10야드 상공의 지나얀과 같은 높이가 되었다. 지나얀은 아 래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며 말했다. "여러부운~ 잘있어요오~. 지나얀과 일행은 툰즈 프로티로 들어갑니다아~" 지나얀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가락을 따악 하고 튕겼고, 그러자 우리가 올라탄 널 빤지가 서서히 툰즈 프로티를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가 않았지만, 그래도 공중에 있기에 아래쪽의 사람들은 망연자실 아연실색으로 우리 가 툰즈 프로티로 입성하는것을 바라볼 수밖에는 없었다. 우리는 피식피식 웃으면 서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우리를 향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기사단을 구경하 고있었다. 그리고 그때 머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임승차" "죄송합니다… 툰즈 프로티까지만 부탁드립니다…" 묵묵이 정좌하고 있는 머기의 오른쪽 뒤의 널빤지 가장자리에는 다호딘이 무릎을 꿇은채로 앉아있었다. 어느새 올라탄거야? 나는 잠시 황당해하고 있었고, 그것은 대부분의 일행이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풀석 웃어버렸고, 에실루나는 살짝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다호딘씨. 거기있으면 떨어져요.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와 앉으세요" "아, 아니, 괜찮습니다" 그는 그냥 고개를 푸욱 숙이고만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한짓이 있으니까 그 런것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가 한일은 명명백백 잘못되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치지 않았고, 즐겁게 웃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저 이상한 기사단과의 충돌 때문에 그에게 화낼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소 한 내가 가진 생각은 그랬다. 우리는 그렇게 툰즈 프로티의 성벽 경비병들의 경이로운 시선을 받으면서 평범하 지 않게 툰즈 프로티에 들어서게 되었다. "……! …! ……!!! ……!!" "예예, 죄송합니다. 정말로 그럴 의도는…" "! …………!! …! ~!!" "죄송합니다…" 툰즈 프로티에 평범하지 않게 들어온 우리는 과연 경비대장의 평범하지 않은 환 영사(얼굴이 시뻘개져서 있는 대로 손을 휘둘러 가면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을 환영사라고 할 수 있다면)를 고개를 넙죽넙죽 숙여가면서 받고 있었다. 일단, 나 는 예전에 웬드렌과 드로바가 싸울 때 처럼 소리차단 마법을 사용해서 경비대장이 하는 말을 전부 귓가에서부터 차단하고 있었기에 나는 심드렁하게 다른이들 하는 대로 그냥 고개를 꾸벅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입술모양을 보면서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은 우리때문에 성벽앞에서 진을 친 토크 투 데스 기사단에 관한 것과, 평범하 지 못하게 들어와서 도시를 소란스럽게 만든 행위 때문일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엄청난 질책, 질책, 질책을 듣고 있어야 했고, 그것이 거의 30여 분을 넘어가 버 렸을 때, 지나얀은 울먹거리기다가 울음을 쏟아내었다. "으아아아앙! 난 그저 일행이 위험해서… 그래서… 흐아아앙! 잘못했어요오! 다 시는 안 그럴게요오오! 으아아앙! 아아아아앙!" "아, 저기 아가씨… 그러니까…" "흐아아앙! 죄송해요! 다 지나얀이 나빠……! ……!! …!" 나는 아예 귀첞아서 지나얀의 말도 차단해 버렸다. 그녀는 아주 목을 놓아서 울 어 제끼고 있었고, 그것에 비례해서 기세등등하게 호통을 치던 경비대장은 곧바로 엄청나게 당황해 버려서 이제는 상황이 반대로 되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어린애 와같이 엉엉 울어대고 있었고, 경비대장을 그런 그녀의 울음을 그치기 위해서 엄 청나게 진땀을 빼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둘의 대화는 이렇게 들렸다. "………. ……! ……! ! …, …!" <지나얀> "…! ……. …! …, !! ……!" <경비대장> 결국, 무슨 무성영화(無聲映畵)를 보는것 같군. 아, 아까의 말에서 정정한다. 대 화가 들리는게 아니라 대화가 '보였다' 결국, 사태는 거기서 끝냈다. 우리는 가벼운 벌금과 함께,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훌쩍대는 지나얀을 데리고 경비대 초소를 나오게 되었다. 아… 다행이군. 나는 대 화차단 마법을 해제했다. 하아… 이제야 정식으로 툰즈 프로티에 들어 설 수 있게 되었군. 다호딘은 우리에게 고개를 꾸벅하고 깊이 숙이며 감사의 말을 하고는 어 딘가로 가버렸다. 일단 도시의 분위기는 활기찼다. 제국령에서 보자면 약간은 외진곳에 있다고 할 수가 있는 이곳은 외진만큼 사람들 인상이 상당히 좋아보였다. 하지만 날씨가 날 씨이다 보니까 워낙에 껴입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여기저기 보이는 식당 들에서는 음식인지 아니면 내부의 열기인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고, 우 리는 일단 여관부터 잡고서 앞으로 어떻게 될건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전에 먼 저 지나얀이 어째서 여기로 왔는지 그것부터 알아내야겠지. "그거라며언~ 저기!" 어느샌가 눈물을 닦고서 헤헤거리는 웃음을 짓고 있는 지나얀은 무릎까지 내려오 는 긴 머리를 나풀나풀 휘날리게 통통 튀는 걸음을 하다가 어느 한 여관을 가리켰 다. 'Do you know? What Women Want' 당신은 아는가? 여자들이 뭘 원하는지… 라고? 나는 환드리안에서도 그랬었지만, 앞으로는 조금 특이하게 이름을 지었다 싶으면 지나얀과 머기가 몸담고 있는 조금 특별한 마법사 길드의 길드원을 위한 여관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피식하는 웃음을 지으면서 통통 튀는 지나얀의 걸음을 뒤따라서 여관을 향해 발걸 음을 놀렸다. 그리고 여관에 들어갔을 때, 여지없이 내가 예상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반 손님은 안받아요! 여관이름보고 온거면 그냥 나가요!" 이번엔 여자로군.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가 나와서 우 리에게 말했고, 지나얀은 헤헤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Jlu dashaba ihtan dbalorctin. Rhe~ la kihin qewtcghy~" 지나얀의 암호어에 그녀는 눈썹을 살짝 찌푸였다가 말했다. "fjha dauyert virol. Rhe? vpewrs zikuriwo!" 역시 여기는 그런 장소였군. -107- 004.2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지나얀이 여관 주인을 보며 생글거리는 얼굴로 말했다. "야호~! 메퓌렌스 드렌리아~ 나 많이 보고 싶었지~?" "헷, 웃기지 마셔. 더블 지나양. 가게는 팽개쳐두고서 온거야?" "에에이~ 서얼마아~. 허가 다 받았지. 지금 내 가게에는 보다수 카트레아가 묵묵 히 가게를 지키고 있어. 그건 그렇고, 여기 봐봐! 유명인이 있다구! 무멘트라의 머기 구스씨!" 지나얀은 -힘들지도 않은지- 계속 통통 튀는 걸음으로 머기를 잡아 끌었고, 묵묵 히 머기가 끌려나오자 메퓌렌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그를 보고 씨익 웃 더니 멋대로 손을 잡고는 흔들며 말했다. "이야아~ 이거 반갑습니다! 무멘트라의 그 전설적인 머기를 제눈으로 보게 될 줄 은 몰랐는데… 전 메퓌렌스 드렌리아라고 합니다" "머기 구스" "와아~ 이거 반가워요!" 그녀는 마치 남자들처럼 말하면서 머기의 손을 흔들었다. …혹시 저 여자는 남자 가 변신한 것이 아닐까? 그녀는 머기의 손을 잡고 두어번 흔들고는 우리를 쳐다보 았고, 우리는 그제야 자기소개들을 할 수 있었다. 음… 조금 있다가 남자냐고 물 어볼까? 그랬다가 뺨맞을것 같이 생겼는데. 일단, 말하자면 뺨은 안맞았다. 지나얀의 선례가 있다는 것을 메퓌렌스가 알았는 지, 그녀는 단지 싸늘한 표정이 되어서 순수한 여자라고 밝혔고, 지나얀은 그녀의 옆에서 '남자가 더 어울려요~ 남자라면 애인삼을텐데' 라는 소릴 하다가 그녀에게 한대 쥐어박혔다. 그녀는 지나얀 때문에 싸늘한 표정을 유지시키지 못하였고, 그 래서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우리들에게 방을 배정해 주었다. 이번에도 역시 여관 비는 공짜. 그리고나서 우린 홀에 모여서 어째서 지나얀이 여기에 오게 된 것인지 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지나얀의 대답 "음… 일단, 그 토크 투 데스의 인간들은 끈덕지니까 아마도 계속 당신들을 쫓아 갈 거에요" …정정한다. 대답이 아니라 동문서답. 하지만 그래도 그 내용은 상당히 쓸만 했 다. 음… 아까의 그녀석들이 계속 정의 운운하면서 쫓아올거다 이건가? 킬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것과 지나얀씨가 여기에 온 이유와 관련 있습니까?" "물론 없죠" "…그, 그런데 왜?" "음… 생각해 보니까 마침 휴가 기간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휴가를 신청하고 당 신들 따라다닐려는 생각이에요. 어머나, 기간하고 신청에 동음이의어가…" 따악! "아야! 왜 그래 메피!" 메퓌렌스는 평소 츠렌이 킬에게 하던 것, 그러니까 뒤통수 날리기를 지나얀에게 먹였다. 음… 많이 보던거지만, 이번엔 그 대상과 시전자가 바뀌니까 신선한 느낌 이… 무슨 소리야! 메퓌렌스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녀석의 동음이의어 타령에 말려들면 상당히 귀찮아집니다. 조심하세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킬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지나얀은 뒤통수를 감싸쥐고는 꿍얼거렸다. "기간(其間), 기간(起墾), 기간(基幹), 기간(旣刊), 기간(期間), 기간(旗竿)들의 뜻도 모르고 신청(申請), 신청(信聽), 신청(神廳)도 모르는 주제에…" "기간이든 기강이든! 신청이든 신천이든! 동음이의어 가지고 장난칠래?!" "장난 아니야! 지나얀이 언제 장난 치는거 봤어?! 난 항상 진지하다고!" "그게 진지한거냐!" 지나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장한 눈으로 말했다. "참된 지식[眞知 진지]으로 진지(陳地)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진… 아야!" "너 이대로 냅두면 사수의 동음이의어까지 할거지?! 열 세개나 되는걸!" "히잉~ 하게 해줘! 하게 해줘! 해줘어어어~" 지나얀은 자기보다 거의 8인치는 더 큰 메퓌렌스에게 매달려서 징징대었고, 메퓌 렌스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 가만히 한 손동작을 보여주 었다. 그러자 지나얀은 그것을 보고는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울먹거리기 시작했고, 그리고는 곧바로 울면서 2층으로 올라가버렸다. "우아아아앙! 나보고 엿먹으래에에!" 지나얀이 올라가면서 남긴 말이다. 우린 그저 어안이 벙벙해서 모든것을 지켜보는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다. 허, 허 허… 허허허허…. 메퓌렌스는 주인이 없어진 지나얀의 자리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원래 냅두면 한도끝도 없이 동음이의어만 나불거릴 녀석이에요. 가끔 이렇게 입 닥치게 해 줄 필요도 있겠죠. 많이 귀찮으셨습니까?" "예? 아하하… 아니요. 그러니까… 페이그니스씨가 동음이의어는 거의 다 알아서 처리를 하셔서…" "어? 그래요? 그러면 생각보다 귀찮진 않으시겠네. 야외에서 울면서 뛰쳐나가버 리면, 찾는데 두세시간은 그냥 날리거든요" "아, 그렇군요… 아하하하" 킬은 아직도 남아잇는 황당함에 힘없이 웃었고, 그것은 우리 일행 전체도 마찬가 지였다. 그리고 나의 귀에는 2층에서 목놓아 울고 있는 지나얀의 "엿 같은거 어떻 게 먹어어어~! 동음이의어만 세개야아… 으아아앙!" …과 유사한 동음이의어 타령 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두번째로 그녀의 말을 차단해야했다. 아, 머리야…. 일단, 츠렌은 이곳의 도적길드로 전령의 행적을 파악하러 나갔고, 킬은 라스킨을 들고(?) 여관의 지하에 있다는 연무장(어째서 그런것이!)으로 가버렸다. 방음처리 가 잘 되어있는지, 두명이 싸우는건지 뭐하는건지 어떠한 소리도 안들렸다. 그리 고 나는 아직 주머니에 있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줄 목각상자를 만지작거렸다. 음… 여기서 헤어지게 된다면야 두명에게 공평하게 선물해 줄 수 있지만, 그것도 아니면 또 보류잖아? 이번에도 보류되면 그냥 배낭속에 넣어둬야지. 나중에 헤어 질때나 꺼내줘야겠다. 난 툰즈 프로티만의 특산 음료인 레몬 다프네스티를 마시면 서 창밖을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흠 다프네스라는 이끼를 말려서 만든 차인 데, 이거 꽤나 맛있네? 그 때, 미리안이 내 옆에 앉으면서 살짝 붙더니 말했다. "흐음… 페이그니스님. 날씨가 춥죠?" "…방한복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어도 될까?" "뭐에요…. 치잇. 무드없이. 내가 어쩌다 이런 목석같은 남자를…" "목석이라면 머기가 있잖아" 미리안은 쿡쿡거렸고, 나는 피식하고 웃었다. 어쨌든, 지금은 춥지는 않아도 미 리안이 옆에 붙어있으니까 그럭저럭 따스한 느낌이 나는군. 미리안은 내 옆에 따 악 붙어서 심장의 고동소리라도 전해줄 모양인양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음… 정 말로 방한복이 필요하려나? "페이그니스는… 날씨에 구애받지 않겠네요. 미리안은 툰드라로 가기 위해서 방 한복을 마련해야 할지도 몰라요" 미리안의 반대편, 그러니까 나의 왼편에는 에실루나가 살짝 붙어 앉았다. 으음… 평소에도 생각해 보는 것인데, 어째서 한 명이 내 옆에 오면 다른 한명도 내 옆에 오게 되는 것일까? 약간의 질투심들이 있다는건가? 하지만 나는 일단 그런것은 내 양편에서 전해져오는 두 엘프의 부드러움과 따스함으로 날려버렸다. 아무렴 어떠 랴? 나는 둘중 어느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서 말했다. "조금 더 따뜻한것을 바란다면 둘 다 뜨거운 차 한잔씩은 앞에 두어야 하는것 아 닌가? 그래야 조금 더 오래 있을 수 있잖아. 아무것도 없이 멍~ 하니 있으면 사 람들이 이상하게 볼지도…" "괜찮아요. 어차피 사람들은 다 알고 있어요" "이미 아는것에 대해서 굳이 변명하려고 하는것은 부자연스러워요" "어, 그래" 나는 시선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지만, 손으로 두명의 가늘은 허리를 감싸안아 서 살짝 끌어당겼고,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기대었다. 음… 손을 더 밑으로 내려볼까? 나의 이 음흉한 생각은 시도되기전에 가로막혔다. "와우! 뜨거운 분위기이이! 저기 있으면 툰드라의 추위도 다 날아갈것 같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조금 뒤에 들려온 쾌활한 목소리는, 조금 전 전령의 행방을 알아보러 나갔던 츠렌이었고, 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허리에서 손을 떼며(옆에 서 동시에 들려오는 이 한숨 소리는 뭐지?) 그녀에게 말했다. "아, 츠렌씨. 벌써 오셨습니까?" "아, 네. 벌써 왔어요. 바깥의 날씨는 쌀쌀맞고, 길드놈들도 쌀쌀맞은데… 여기 들어와서는 무슨 열사의 사막에 있는 것처럼 후끈거리네요?" "흐음… 남의 연애를 방해한것 치고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 안하십니까?" "저언혀. 결코, Never!"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것봐요, 억울하면 댁도 연애해서 꺄삐꺄삐한 분위기 연출하시라구. 남의 연애를 방해하면 미리안의 말나따나 드래곤의 발톱에 채여도 할 말이 없는거야. 츠렌은 벽난로 근처로 다가가서 불을 쬐며 주방에 있는 메퓌렌스에게 차를 주문하고, 손을 비벼대는걸로 일단 자신의 몸의 안전을 우선시 하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나는 갑자기 나의 얼굴을 잡아끄는 손길 을 느낄 수 있었고, 잠시 에실루나의 미소가 보인다 싶더니 입술에 맞닿는 부드러 운 감촉을 느꼈다. ……웁스. 나는 한쪽팔로 에실루나를 안으며 거세게 키스를 했 고, 눈으로는 벽난로 앞에서 코를 훌쩍대는 츠렌을 체크했다. 음, 조금 더 이래도 될 것같군. "…! 아, 그… 으…!" 미리안의 당황해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야, 에실루나와 나는 서로의 입술에서 멀 어질 수 있었고, 발그레한 얼굴의 에실루나가 말했다. "혹시 몰라요. 이번엔 정말로 헤어질지…" "하지만 예고도 없이?" "예고하고 하는 사랑은 없는거에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최후의 키스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군. 나는 잠시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뜨끔해 하면서 뒤를 돌아보니 미리안이 반쯤 울 먹거리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웁스. 그녀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으… 저, 알긴 하지만… 그렇다고… 흐윽… 눈앞에서…" "미안해요 미리안. 제가 키스해 드릴까요?" "……!!" 에실루나의 진담조로 말하는 농담에 미리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리고 나 또 한 갑자기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키스하는 상상을 하는 바람에 몸의 활동이 굳어버 렸다. 으윽…, 엘프의 레즈…? 싫어! 아름답기야 하겠지만(?) 역시 싫어! 나는 약 간 굳었으이라 추측되는 표정으로 에실루나를 바라보았고, 그러냐 거기에는 자기 가 한 말에 오히려 더욱 새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인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아, 그러니까 대체 성격에 안맞는 이야기는 왜 하냐고… 에? "…!" 나 오늘 완전히 입술 도둑맞는 날이구나. 나는 에실루나를 보면서 실실거리고 있 을 때, 내 양쪽 볼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손길에 의해서 고개가 미리안 쪽으로 돌아게게 되었다. 그리고 에실루나와는 전혀 다른 감촉, 왠지 싱그 럽고 촉촉한 느낌이 드는 무언가가 내 입술과 마주대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구나. 이것이 바로 엘프를 양 옆구리에 둔 사람의 고통(?)이었어! 너무 행 복해서 죽을 것 같구만 이거. 에실루나와는 느낌이 틀렸다. 약간의 과감성이 느껴 지는 에실루나와는 달리, 미리안은 수줍은 듯한 느낌? 맞닿은 입술에서는 상대의 심리를 느낄 수가 있었다. 아… 행복해…(이런 팔불출!) "저거… 엄청 행복해 보이지 않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저러지, 보통 여관에서 저짓거리 하다가는 맞아 죽지 죽어" "금발 주모님과 은발 주모님… 이라고 불러야 하나?"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지만, 미리안은 입술을 떼지 않았다. 어라라? 이 거 너무 갑자기 대담해진거 아냐? 나는 눈을 떠서 미리안을 살펴보았고 거기서 왠 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리고 그 낌새가 정확하게 뭔지 알았을 때는… 미리안 의 손이 스르륵 내려가고, 그녀의 고개가 떨구어진 다음이었다. ……부끄러움에 기절해버렸군. -108- 004.2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러니까 왜 성격에 안 맞는 일들을 벌이냐고…. 상당히 귀여운(?) 상황에서 기 절한 미리안을 깨우는 데는 3분이 소모되었다. 갑자기 스르륵 하고 기절해 버리니 까 놀라버린 에실루나는 미리안을 안고서 이리저리 흔들었고, 멍하니 있던 츠렌에 게 줄 차를 가져오던 메퓌렌스는 한숨을 쉬고는 얼음물을 가져와서 미리안의 얼굴 에 뿌렸다. 그제서야 미리안은 정신을 차렸고, 이내 자신의 행동을 돌이키면서 얼 굴을 시뻘겋게 달구었다. 음… 이래서 사람은 각자 자신에게 맞는 생활을 해야 한 다니까? 알고보면 미리안이나 에실루나나 둘 다 순둥이야. 어쨌든 미리안이 기절한 사건은 그렇게 넘어갔다. 음… 순식간에 두명의 입술을 맛본 나로서는… 상당히 좋은 경험이었어. 나이스한 경험이야. 우히히힛. 슬슬 본 론으로 들어가서…. 츠렌은 일행을 모두 모아두고서는(지나얀은 여전이 방에 틀어 박혀 있었다. 두세시간은 걸릴 것이라는 메퓌렌스의 말이 맞는것 같군) 도적길드 에서 가져온 정보를 말하기 시작했다. "매쉬암의 전령은 우리가 들어온 문으로 이틀 전에 들어왔다고 해. 그리고서 바 로 어제 서문으로 나갔다고 하더군" "서문?" 킬이 물었고, 츠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서쪽. 일단 북문이 아닌것으로 보아서는 툰드라가 목적은 아닌 것 같아. 하 지만 툰즈 프로티에서 서쪽으로 가면… 후안산맥 중간부분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고 하는데?" "산맥을 넘으면?" "넘으면? 글쎄, 일단 서남쪽의 길이 나와. 계속 따라서 한달에서 두달정도 가면 케리팔이 나와. 제국 수도" 츠렌의 말을 듣고서 우리는 일단 생각에 잠겼다. 후안산맥. 엘 타칸리스의 산맥 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크기가 있는 땅이 후안산맥이다. 산들의 무덤이 라고 불리는 이 산맥은, 산맥이라고 보기에는 거의 산들의 모임터 같다고 불러야 할 정도로, 산맥의 중심부는 분지도 아니고, 뾰족한 봉우리들 만이 가득하게 펼쳐 저 있다고 한다. 땅에서 맹렬한 기운이 터져나오며 그것이 그대로 굳어버린 그런 모습이라고 볼 수 있겠지. 그걸 실제로 봤냐고? 말하겠는데, 아직 난 이 세계에서 안 가본 지역이 더 많다구. 나는 심각하게 턱을 괴면서 말했다. "음… 한달에서 두달 걸리는 길. 그것도 '산들의 무덤'이라는 후안산맥을 지나가 면서 까지 제국 수도로 갈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서문으로 나간 전령 의 목적지가 어디일까요?" "그건 잘 몰라요. 길드에서는 그런것 까지는 모르고 있거든요" 우리는 다시 생각에 잠겨들었다. 대체 그는 어디로 간 것이란 말인가? 서신을 들 고, 그것도 혼자서 몇달이고 산을 걷는 것으로 우리를 교란시키는 그런 작전을 펼 것 같지는 않다. 매쉬암에서도 그런 명령은 내기지 않을 것 같고 말이야. 전령이 라는 사람이 가지는 그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을리는 없을 테니까. 그 렇다면 그 매쉬암의 전령을 어디로 갔을까? 음… 역시 여기선 마법으로…? 그러던 때 미리안이 말했다. "그렇다면, 후안산맥이 전령의 목적지가 아닐까요?" 사람들의 시선이 갑자기 그녀에게 모여졌다. 목적지가 후안산맥? 그녀는 잠시 할 말을 고르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매쉬암정도의 조직이라면… 산맥에 무슨 시설을 해 놓을 수도 있잖 아요? 그 전령은 그 시설로 가는 전령이라면… 어때요? 후안산맥을 다들 경유지 로만 보고 있어서 해본 말이에요" "…대단하군 미리안. 관점을 바꾸는거야? 설득력 있어. 아니, 가능성이 있어"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나의말에 긍정해주었다. 가능성이 있다! 매쉬암이 가 지는 범 국가적인 크기와 그것을 운영할 만큼의 거대한 자금이면 충분히 후안산맥 에 그들만의 시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킬은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그렇군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단 탐문수사라도 해 보도록 하지요. 아, 페이 그니스씨. 지난번에 다호딘을 추적할 때 쓴 그 정령술이 통할까요?" "하루 정도 되었지만… 어쩌면 가능할 겁니다. 그걸로 한번 찾아 보도록 하지요" 요새 들어서 드라이어드의 힘이 조금 강력해진것 같으니 해볼만한 시도다. 일단, 숲의 나무들과 풀들이 기억하는 기억을 끌어올려 줄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다행이 겠지. 그리고 숲에 사는 다른 요정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 결정인가? "결정 되었군요. 가도록 하죠" 에실루나가 일어서면서 말했고, 우리는 씨익 웃으면서 일어났다. 만약, 미리안의 예측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쉬암 분쇄에 한 발 앞설 수 있는 것이다! 잠깐, 그 런데 어째서 내가 도와주는 것이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도와주고 나서 생각해 보자. 그러고 보면, 우리는 뭔가 하나를 빼먹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것은 바 로 우리가 툰즈 프로티의 앞에서부터 따돌리고 온 토크 투 데스의 사람들이다. 그 들은 텡케스터 가문의 힘으로(재력으로) 툰즈 프로티에 즉석 밀정을 포섭했고, 그 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들에게 일러바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서문 쪽 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성문을 나가기도 전에 토크 두 데스가 아닌 툰즈 프로티의 경비병들에게 막히게 되었다. "일단, 들어오시면서 벌인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저희 시의 설립 취지는 '보호' 입니다. 추위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고, 툰드라의 몬스터들과 야수들에게서 저희의 생명과 재산, 행복을 '보호'하는것을 취지로 삼고 잇으며, 그것은 저희시를 방문 해준 여행자들에게도 적용 됩니다. 따라서 저희는 저 '무장집단'에게 여러분들이 희생되도록 할 수 없습니다" …라는 것이 서문 경비대장의 말이었고, 나는 상당부분 감격했다. 음… 이런 시 의 경비라면 시민이 아닌 이상, 그냥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두던지, 아니면 마을의 공기가 더욱 나빠지게 하지 않도록 우리를 내쫓을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닌가 보 다. 하지만 그의 말은 우리에게서 약간의 감동과 더불어서 짜증을 유발하게 하였 다. 왜냐구? 일단, 마법 사용자가 4명이다. 거기에 두명은 엘프라서 정령을 사용 할 수도 있고, 검술실력도 뛰어나다. 그리고 전사가 세명인데, 한명은 투 핸디드 소드를 한손만으로도 사용 할 수 있는 엄청난 힘과 전투감각을 가진, 거기에 웬만 한 무기로는 상처도 주지 매우 단단한 못하는 전사다. 나? 나는 숨겨진 마법능력 이 동급의 드래곤들 중에서도 손꼽히며, 생명의 정령을 제외한 모든 정령을 사용 가능하다. 그리고 각종 특수장비와 그에 걸맞는 사용능력, 그리고 인간의 수준에 서는 톱클래스의 검술을 지니고있다. 킬은 그의 실력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이 일행 전체의 수준을 본때 매우 대단할것 같으며, 그가 등에 짊어지고 다니는 랜스 는 그 위력을 발하지도 않았다. 대체 무슨 능력이 있을지 궁금하다. 거기에다 플 러스 알파로 잘빠진 날렵한 여도적 한명. 성직자가 없어서 신의 가호를 바라는 것 은 조금 무리지만, 우리를 가로막는 저 얼빠진 정의 운운하는 기사단을 그들의 이 름대로 죽음과 대화를 시켜줄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럴 실력과 힘도 물 론 있다. 단호하게 말하는 경비대장에세 킬이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든 저희를 나가지 못하게 하시겠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여러분들께는 죄송스럽지만, 그것이 저희 시의 방침입니다" "저희가 괜찮다고 해도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는 '무력집단의 시위'에 이기지 못하고서 일반인 을 '내어준'꼴이 됩니다. 그렇게 할 수 는 없습니다" 감동적이고, 의협정신이 있는 말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결국, 이 들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위해서 우리의 발을 묶겠다는 말이었다. 킬은 간곡한 표 정이나 소리를 지르면서 몇번이고 재요청을 했지만, 그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 다. 결국, 이것은 자존심이란 소리로군.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지금 상황 에서는 아무런 발전도 없어. 그냥 돌아가는것이 더 나을지도. "킬씨. 그냥 돌아 가도록 하지요" "네? 하지만 저희는…!" "지금 상황에선 아무런 발전도 되지 않아요. 일단 돌아갑시다" "……그러지요" 킬은 의외로 순순히 체념했다. 아마도, 나에게 무슨 생각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도 역시 생각하는 것이 있거든?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에실루나는 내게 물어왔다. "페이그니스. 무슨 생각이신지 들어봐도 될까요?" "뭐, 별거 아냐. 일단 밤이 되어야 할테니까. 그냥 저들의 시야를 가볍게 흐려준 다고나 할까?" "시야를? 어떻게… 하신다는 것이죠?" 나는 가볍게 씨익 웃었다. 그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녀가 더욱 의 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진짜 별거 아냐. 알고보면 상당히 간단한 거라니까. "안개를? 안개를 만든다는 것입니까?" 킬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면서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해츨링 시절, 정령술을 익히면서 완성한 여러가지의 기술중에 하나지. 안개 생성. 보통이 라면 서로 어울릴 수 없는 운디네와 샐레멘더를 실프라는 촉매제를 이용해서 서로 반응하게 만들어서 희뿌연 안개를 생성시키는 것이다. 안개의 농도는 내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하니, 문자 그대로 '한 치(약 3cm)' 앞도 안 보이게 안개를 깔아줄 생 각이다. 오늘 밤에 몰래 가서 그들의 야영을 하고 있을 장소에다 구름이라고 착각 할 정도의 안개를 깔아줘야지. 후훗, 어디 한번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우리를 찾 아 보라지? 하지만 그로 인해서 탐색은 하루 늦어지게 되었다. 뭐, 상관없겠지. 나의 아이템 컬렉션 중에는 상당히 쓸만한 것이 많다. 예를 들자면 지금 내가 사 용하고 있는 이 어둠의 망토[Clock of Darkness]가 그 중에 하나지. 내가 레어를 받을 때 선물받은 물건으로, 낮에는 보통의 건은색 망토이지만, 밤이 되어서 이것 을 뒤집어 쓰면, 그 어떠한 생물이라도 망토를 쓰고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한다. 어 둠속에 완전히 동화되어서 설령 횃불이 바로 앞에 있다고 하더라도 망토안의 사람 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둘러쓰고는 밤의 툰즈 프로티를 서문을 향해 가로지르고 있었다. 환 드리안만 하더라도 일단은 마법적인 불빛이 나오는 가로등이 있었지만, 여기는 그 렇것이 없어서 밤거리는 달빛외에는 매우 어두웠다. 가정집들에서 새어 나오는 촛 불이나 등빛 외에는 다른 빛이 없었다. 아, 미안하다. 경비병들이 순찰돌면서 가 지고 다니는 횃불빛도 있다. 다른 일행이 없으니 나는 마음껏 마법을 사용 하였고, 그래서 나는 마치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괴도들처럼 건물과 건물위를 뛰어다닐 수 있었다. 높이 30야드에 길 이 30야드의 긴 점프능력을 제공하는 점프Jump 마법을 개량화 시켜, 30야드의 높 이에서 떨어져도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게 만든 사일런트 점프Silent Jump가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마법이다. 우히힛. 이러니까 무슨 괴도 루팽같은 기분이 드는 데? 아, 성벽이다. 거리는… 40야드? 상관없어! 나는 밟고있는 지붕을 박차고 45도 정도의 각도로 점프했다. 그리고 마법이 허용 해주는 최대의 높이까지 도달한 순간, 부츠를 이용해서 한번 더 공중을 박차고 도 약해 성벽위에 안착했다. 이크, 떨어질라. ! 소리가 날것 같지만 아무런 소리도 안 난다. 음… 발소리도 없으니까 이상한 기 분이군. 성벽에 올라오니 일정한 간격으로 피워둔 화톳불들이 갤러리Gally에 쭈욱 늘어서 있었고, 성벽 밖의 평야에는 둥글게 피워둔 모닥불과 화톳불, 그리고 그런 불들에 비취지는 텐트들이 있었다. -109- 004.2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녀석들 정말로 충직한 사병들일세? 그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믿고서 저렇게 우릴 추적한다니 말이야? 아니, 그것보다는 그 마와레킨인지 말라 먹힌인지 하는 녀석의 음욕이 생각보다 크다는건가? 우으, 몸서리 쳐지네. 정말이 지 집념은 대단하고 봐야지. 다른 도시에까지 사병단을 투입시킬 정도면 말이야. 헌데 이 정도의 인원을 아무리 장남이라지만, 그녀석이 맘대로 움직일 수가 있는 건가? 어쩌면 그 백작이라는 녀석이 개입되어 있을 수 있겠군. …그렇다면 미리안 과 에실루나를 노리는 것은 변태 부자? 오우! 쉣! 말도 안되! 남의 애인들한테 함 부로 침흘리다니! 용서 못해! 나는 약간의 성질을 내면서 땅을 걷어찼고, 그 때문 에 약간 떨어져있던 경비대원의 귀를 자극햇다. 으윽! 사일런트 점프이기는 해도 발소리를 죽여주는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재빨리 성벽 아래로 점프했고, 조금 지 나지 않아서 경비병의 말이 들려왔다. "어라? 무슨 소리가 났는데?" "이봐! 마티! 뭐하고 있어? 교대야!" "아무것도 아냐! 금방 갈게! 웃샤! 드디어 나도 돌아가는구나~" …경비병의 교대제를 만든 사람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단, 소리 안 나게. 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네 다섯 번의 점프로 금세 토크 투 데스의 야영장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들은 아직은 잘 시간이 아닌가 본지 여 기저기 모여앉아서 이야기를 하거나 카드, 아니면 가벼운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 었다. 음… 긴장이 풀려있군. 나는 그들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화톳불로 가 서 운디네와 실프, 그리고 화톳불 안에서 샐레멘더를 불러냈다. 그런데 여기는… 젠장맞을, 화장실이잖아! 아흐, 젠장! 나는 재빨리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 예전에 가르쳤던 기술 알지? 지금부터 세시간후에 이곳에 매우 뿌연 안 개를 생성시켜라. 내일 정오까지 말이야. 알겠어?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세시 간 뒤에 일을 벌려. 필요한 힘은 계속해서 전해줄 테니까" 운디네가 끄덕거리고는 하늘로 올라갔고(땅은 싫은다 보다. 왜냐하면 화장실이니 까), 실프는 깔깔 웃고는 공기중으로, 샐레맨더는 화톳불속에 가만히 있었다. 그 리고 나는 재빨리 그 냄새나는 지역을 빠져나왔다. 으윽, 왠지 멀리있다 싶었어! 여관에 돌아와 보니 어느샌가 회복한(?) 지나얀이 딸기 케이크를 매우 행복한 표 정으로 먹으면서 다른 여자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으음… 딸기 케이크라… 왠지 지나얀하고 너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녀는 케이크 위에 딸기를 남겨 두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보아서는 아마 아껴먹는가 보다. 내가 다가가서 저기 있 는 딸기만 쏘옥 집어먹으면 또 앙앙 울면서 방으로 올라가 동음이의어들을 외치겠 지. 그녀는 내가 들어오는것을 보고서는 포크를 든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아, 입가에 크림 묻었다. "아, 페이그니스씨! 가셨던 일을 잘 됐어요?" "네. 아침에 확인해봐야 하겠죠. 잘 된 것 같습니다" 나는 잠시 다른이들은 뭐하나 싶어서 둘러보았는데, 머기는 혼자서 차를 마시며 마법서를 읽고 있었고, 킬과 라스킨은 아마도 지하 연무장(대체 여기에 그런게 왜 있냐고!)에서 또 칼부림을 하는가 보다. 건강한 사람들이야. 어차피 여기는 이름 모를 길드의 길드원들만이 사용하는 장소라서 자리가 남아돈다. 나는 적당한 자리 에 앉…기 전에 메퓌렌스의 허락도 없이 적당히 맥주와 마른고기를 꺼내와서 자리 에 앉았고,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밖의 날씨는 쌀쌀하지만, 여기 안은 후 끈거린다. 음… 벽난로를 비롯해서 마법사 길드 특유의 난방인가 보지? 나는 시원 한 맥주를 들이키면서 육포를 씹었다. 음… 가끔은 취해본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 데 말이야. 이래가지고는 맥주와 맹물의 차이가 거의 없잖아? "그래서 말이죠…" "어머나? 그거 정말? 나 못믿겠어요! 진짜라면 너무 웃긴다아!" 가게안은 조용했다. 저기에서 여성들의 수다모임도 이야기하는 화자가 얼마 되지 않아서 조용한 분위기였고, 나는 맥주를 가지러 또 가기도 귀찮아 그냥 조금씩 홀 짝대면서 마시고 있었다. 음… 심심하고, 아직 잘만한 시간도 아니고, 나도 지하 에있다는 연무장이나 가볼까? 나는 잠시 오른팔에 착용되어진 와이어 건틀렛을 보 았다. 좋아! 가도록 하자! 나는 맥주를 전부 비우고는 육포를 마저 삼켰다. 그리 고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일단 가는 도중에는 문이 여러개 있었지만, 잠겨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들은 거의다가 철문 내지는 방음문으로 되어있었고, 그리고 연무잘은 거의 지하 3층 깊 이까지 내려가야 했다. 그래서 나는 어째서 연무장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를 알 수 있었다. 음, 아주 엄청난 방음시설이군. 그리고 내가 마침내 칼 부딪히 는 소리가 직접 들려오는 연무장에 내려갔을 쯤에야 나는 어째서 이 곳이 이렇게 깊숙히, 그리고 철저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감추어져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허허… 연무장(硏武場)이 아니라 연마장(硏魔場)이었나?" 일단, 가로 100야드, 세로 100야드의 원형으로 되어있는 넓은 공간에 높이도 거 의 100야드 가량 되는 엄청난 크기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곳을 연마장이라 고 칭한 이유는 천장이나 여기저기 벽에서 보이는 탄 흔적들, 패이거나 깍여나간 흔적들이 전부 마법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분명, 바닥도 엉망진창이었을 거 야. 그것을 메퓌렌스가 말끔하게 다듬어놓은 것이겠지. 연무장의 중간에는 킬과 라스킨히 열심히 검을 부딪히면서 대련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라스킨이 킬을 가지고 노는것으로 보이는군. 나의 입장에서는. 일단, 그와 같이 일대일의 대련을 하는 킬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 삼자이자 라스킨의 실력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현재 라스킨은 킬을 상대로 반쯤은 지도를 해주면서 대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뭐, 그렇게 말해도 킬의 실력은 훌륭 하다. 라스킨은 투 핸디드로 검술을 펼쳐보이고 있었는데, 언제 어떻게 배운 것인지는 모르지만 매우 훌륭했다. 뭐, 나이가 400살 이라니까 배웠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인간의 체형으로도 참 잘 펼치고 있네? 그가 펼치는 검술은 상당히 변화무쌍했다. 투 핸디드로도 펼치는데 검술이 저렇게 변화 무쌍 할 수도 있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라스킨이라면 투 핸디드의 날을 아주 날카롭게 갈아도 괜찮겠어. 하지만… 그가 쓰는 지금은 검술은, 오히려 킬이 쓰는 롱소드에 더 걸맞는 것 같 다. 일단 최고의 위력이 나오는 길이나, 기술들의 위력등을 볼 때는 투 핸디드 보 다 롱소드에 더 어울리는것으로 볼 때, 라스킨은 자신이 쓰는 기술로 킬을 가르치 는 것이다. 대개 상대방의 검술이 상당히 마음에 들면, 그 기술들을 잘 연구해서 자신만의 검을 만드는것이 이곳 전사들의 특징이지. 아마도 지금쯤 킬은 라스킨의 기술들을 하나하나 눈으로 잘 살펴보면서 기억할 것이다. 어떻게든 자기것으로 만 들어 보기 위해서 말이지. 챵! 채앵! 채재재쟁! 챠앙! 짧게 끊어치고, 강하게 내리친다. 좌우 팔방을 빠르게 공격하면서 들어가고, 그 것을 차단하면서 거리를 벌린 후 다시 좁혀 들어간다. 둘의 대련을 보고있자면, 웬만큼 검에 일가견을 세운 나도 손을 불끈 쥐게 만든 다. 꽤나 멋지잖아? 나도 뭔가 대련같은 것을 해보면 좋겠군. 아, 킬을 올려보내 고 라스킨과 한번 멋들어지게 해 볼까? 카앙! 와우, 이번 충돌은 상당히 강했다. 둘은 곧게 뻗어진 검신너머로 상대를 마주보 면서 씨익하고 웃었고, 이내 힘을 풀었다. 음… 대련을 끝내는 아주 신사적인 방 법이군. 킬은 롱소드를 캅질에 꽂아놓고서 이마에 땀을 훔치며 말했다. "후아, 이거 또 무승부네요" 라스킨은 투 핸디드 소드를 땅에 찔러두고서 말했다. "그렇게 되었군요. 킬씨의 실력은 대단하신데요?" "에이, 별거 아닙니다. 그런데 라스킨씨. 왠지 사용하는 기술들이 투 핸디드 보 다는 롱소드가 바스타드에 더 어울릴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글쎄요? 어떨까요. 다음번에는 한번 킬씨가 제 기술들을 사용해 보시죠?" "그럴까요? 그럼 사양않고 사용해 보겠습니다" 킬은 하하거리면서 웃은 다음에 라스킨이 썼던 기술들을 잘 점검해 보았다. 당장 은 남의 기술을 따라하기가 어렵겠지만, 킬은 어느 정도 재능도 있고, 임기웅변에 도 강한것 같다. 그러니 얼마 안 있으면 라스킨의 기술을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 다. 나는 이윽고 계단을 다 내려갔고(100야드 높이에서 시작된 계단이다. 길 것이 뻔하겠지), 라스킨은 그제야 나를 발견한 듯이 나를 보며 말했다. "아, 마스터. 언제 오셨습니까?" "오기는 한참 전이지. 계단이 워낙에 길어서…. 아 킬씨, 아주 훌륭한 대련이었 습니다" "하하, 아니요. 별거 아닙니다. 라스킨씨의 공격과 수비가 너무 매서워서…" "킬씨의 공수양면도 만만치 않더군요. 결국 서로에게 아무런 흔적도 안남겼지 않 습니까?" 둘은 서로를 치켜세우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보면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 고 하는 학생과 '열심해 배우느라 수고했다'라고 말하는 학생 같다는 느낌이 들었 다. 음음, 재미있는 관계야. 킬을 손도 털고, 땀도 대충 훔친 다음에 말했다. "저는 슬슬 맥주나 마시러 갈건데, 두분은 어쩌시겠습니까?" "아, 그러세요? 저는 좀 밀린 수련을 라스킨에게 시켜야겠습니다. 한 시간 이내 로 올라가도록 하지요" "그래요? 그럼 그때 보죠. 히유~! 계단을 어찌 다 올라간다?" 킬을 약간 투덜거리면서 걸어갔고, 나는 살짝 웃었다. 그리고서는 염동력 마법을 사용해서 그를 계단의 입구까지 올려주었다. "어어? 으아!" "정령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예고라는 것은 어디간 겁니까!" 실프로 할 수 있지만, 그녀석은 지금 안개를 피워올리기 위해서 그 주둔지에 대 기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마법을 사용해도 알아 볼 사람은 없으니까. 킬은 갑자 기 땅이 자기에게서 멀어지니까 깜짝 놀라서는 버둥대다가 이내 그 높이에 질려서 온 몸을 긴장시키면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마침내 계단위로 안착하자 크게 한숨 을 쉬는것이 눈에 보였다. 음… 너무 자극적이었나? 하긴 100야드면 정말 엄청 높 은 크기니까. 안전하게 올라간 킬은 고맙다는 듯이 손을 두어번 흔들고는 재빨리 문 안쪽으로 사라졌다. 음… 내가 다시 내려줄것 같았나? 나는 풋하고 웃었다. 그리고 라스킨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마스터. 수련을 시키신다는게…?" "수련은 무슨. 너와 난 영역이 틀리니까. 내가 온것은, 한번 크게 붙어볼까 싶어 서 왔지. 진짜 실력이 어떤지 한번 보려고 말이야" "그, 그렇습니까? 그러시다면 영광이지요. 그럼 전 변신을 잠시 풀겠습니다" 인간의 몸, 그것도 검으로는 나와 상대가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안 라스킨은 처음 부터 제대로 나갈 기세인가 보다. 그는 목걸이를 풀었고, 그러자 파악! 하는 빛이 나면서 그의 몸이 예전의 늑대인간으로 되돌아갔다. 음… 갑옷에 바지까지 제대로 착용한 늑대인간이라… 이것도 좋은데? 나는 클레이모어를 뽑고 휭휭 돌리면서 말 했다. "옷이 불편하진 않을거야. 그리고 이번엔 난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어" "정령도요?" "물론. 자, 시작해 볼까?" 나는 클레이모어를 왼손에 역수로 잡고 왼팔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오른손에서 는 가늘게 뽑은 미스릴 와이어를 한 손가락에 하나씩 뽑아내었다. 미스릴 와이어 는 내 의지에 따라 손가락에 감겼고, 그것은 곧 훌륭한 장갑이 되었다. 준비 완료! 나는 오른손의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말했다. "와라" "쿠오오오오!" 거대한 울부짖음과 함께 라스킨이 쇄도해 들어왔다. -110- 004.2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전에도 라스킨과 겨루어 본 적이 있지만, 라스킨은 강하다. 블러드 스폰이 되기 전에도 툰드라에서 가장 강대한 적과 싸워왔기 때문에 그 기반 역시 강할 것이다. 대자연이라는 굴복하되 굴복시킬 수 없는 강대한 적, 또는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것과 함께 몇백년을 지내온 라스킨은, 천년이라는 세월 동안 레어안에서 책을 읽 거나 정령을 부리고, 마법연구에 심취한 나의 인생과는 달랐다. 400년이라는 인생 의 하루하루는 그에게 있어서 삶과의 투쟁이었으리라. 그런 투쟁의 '경험'이 매우 잘 녹아있는 그의 공격은, 예전에 그가 반쯤 미쳤을때는 그저 강하기만 한 헛손질 이었지만, 지금 정신을 차린 그의 공격은 내가 인간이었다면 단 1초도 못 버틸 위 력이었다. 그는 내가 드래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치의 사정이 없었다. 물론, 내가 그의 공격에 쓰러지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 이겠지. 그 때문에 나는 그야말로 물이 흐르듯이 끊이지 않고, 폭포 같이 맹령하게 쏟아지는 그의 공 격을 받아내느라고 검을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했다. 선수필승(先手必勝). 싸움의 법칙중 하나인 이것을 그는 매우 잘 알고 있으며, 그리고 아주 잘 지켜나 가고 있었다. 음… 이래가지고는 내가 뭘 가르쳐 줄게 없잖아? 그리고 나는 그에 게 선수를 양보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그의 맹공을 받아내고, 피해내고 있었다. 극 도의 반사신경과 동체시력, 그리고 몇 십 년간 연마한 검술과 체술이 그것을 가능 케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그의 공격을 피하면서 생각했다. 특수 아이템을 쓰지 않겠다는 말은… 엇차! 없었는데, 그렇다고 쓰기에는, 으라 차차! 조금 걸리는걸? 하지만 그렇게라도, 으샤! 하지 않으면 공격기회가 안 오겠 지만 말이야. 후웃! 어떻게 할까? 그리고 결국 나는, 그를 상대로 검 하나만을 가지고 정정당당히 싸우기로 했다. 명색이 표면 상 정령을 사용하는 검사인데, 검으로 싸워야지! 나는 연속적인 그의 공격 사이로 역수로 잡은 검을 힘차게 휘둘렀다. "패스트 스매쉬Fast Smash!" 카가가강! …저놈의 손톱은 강철이냐! 라스킨의 공격 사이에 리듬을 끊고 들어간 검은 그의 손톱들과 조우해서 힘차게 불꽃을 만들어내었다. 그의 손톱은… 반짝거리는 것이 매우 멀쩡해 보이는군. "파울 트릭 스탭Foul trick stab!" 나는 역수로 잡은 상태 그대로 찌르기에 들어갔고, 나의 무기가 마법무기임을 알 고 있는 라스킨은 이것에 찔리면 많이 다친다는것을 충분이 알고 있다. 그는 손톱 들을 서로 교차시켜 격자(格子)를 만들어내어 나의 검을 그 손톱들 사이에 끼워서 검의 속도를 줄임과 동시에 검의 찌르기 진행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바꾸었고, 그 러면서 검 끝에 달린(?)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는 손을 풀지 않고서 나에게 근육으로 가득한 발을 내질렀다. 그리고 나는 그의 발을 보면서 신음성을 흘리고 싶어졌다. 라스킨은 늑대인간이고, 이는 늑대의 피가 섞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가 나에게도 내지른 발에 손과 거의 다름이 없는 흉기스러운 발톱들이 달려있다고 하 더라도, 나는 그에게 뭐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재빨리 오른손의 건틀릿에 있는 퍼스널리티 스톤 '시료스'에게 의지를 보내었고, 시료스는 나의 의지에 따라 서 얇고 가늘은 와이어들을 조종해 가른 무언가의 형태를 만들어 내었고, 성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나는 그것을 라스킨의 다리와 조우시켰고, 한창 발을 내지 르던 라스킨은 화들짝 놀라서 자신을 지탱하는 한 쪽 다리만을 사용해 뒤로 물러 났다. 그리고 나는 아주 약간의 핏방울이 맺혀져 있는 건틀렛의 손톱들을 스윽 훑 어 보면서 씨익 웃었다. 나는 시료스에게 라스킨의 손톱과 같은 손톱을 만들라 명 했고, 시료스는 그것을 매우 훌륭하게 이행했다. 지금 나의 건틀렛은 미스릴 클로 건틀렛Mythril clow gauntlet이 되어있는 것이다. "손톱은 너만의 전유물이 아니란다. 라스킨" "크르르르…" 그는 정형화된 대답을 하지 않고 크르르거렸지만, 나는 그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 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씨익 웃으면서 내가 이것은 얼마나 제 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달아오르고 있는 것 이다. 나는 자세를 잡았다. 왼팔을 뒤로 돌려서 언제라도 베기가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오른팔은 약간 굽히고서 앞으로 뻗었다. 다리의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켜서 언제 라도 총탄과 같이 튀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리고 라스킨은 이번에는 자신 이 나의 공격을 받아보겠다는 듯이 자세를 굳건히 다진 방어형 자세를 취했다. 후훗, 그래. 한번 해 보자꾸나! "소드 앤 클로 어택Sword and Clow attack!" 조용하게 달려들고 싶지만, 이것은 대련이다. 그래서 나는 라스킨처럼 소리지르 며 달려가는 대신, 무슨 공격을 할 것인지를 짧게 알렸다. 검과 손톱의 공격. 그 러니까 가는 지금 라스킨에게 내가 어떻게 공격할지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검 다음에 손톱이라고. 나의 몸은 앞으로 쏘아지다시피 하면서 라스킨과의 거리를 좁혔고, 나는 그의 한참 앞에서 검을 휘둘러 앞쪽에 수평으로 들었다. 그리고 오 른손으로 그것을 받쳐들면서 쇄도했다. 미스릴이라서 난 안다쳐! 그리고 라스킨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나의 공격을 막았다. 카강! 카가가가… 파박! 손톱들을 수직으로 세운 라스킨이 나의 검을 막았고, 그래서 잠깐동안 손톱과 검 이 서로 불꽃을 튀기면서 힘겨루기를 했다. 그리고 나는 검을 받치던 오른손으로 라스킨의 앞가슴을 쓸고 지나갔고, 그는 나의 오른팔이 움직이자 한순간에 신형을 뒤로 옮겼지만, 내가 더 빨랐다. 라스킨은 앞가슴에 네줄기의 긴 혈흔을 남기고서 10야드 정도 뒤로 뛰어야 했다. 음! 이번에는 깊게 들어갔어! 라스킨은 자신의 가 슴에 난 상처를 보고는 그것을 한번 스윽 문지르더니 말했다. "이거, 마스터의 힘에는 못 당하겠습니다. 무기들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마스터 께서 그것을 잘 다루실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너무 몰리는 군요" 무기의 차가 있지만, 그건은 별거 아니다 라고 말하는건가? 뭐, 내가 원한다면야 50야드의 거리를 두고서 라스킨을 격퇴시킬 수 있다. 와이어 다섯가락이면 충분히 해결 되니까. 하지만 나는 이것은 그냥 클로로 사용 함으로써 최대한 그에게 맞추 어준 것이다. 라스킨은 그르르거리면서 심호흡을 하고는 말했다. "그러면 저도 이제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그는 온 몸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서 나는 녀석이 자신에게 주어진 핸디캡을 떨쳐버리려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드드득! 예전에 딱 한번 본 적이 있지. 라스킨의 키가 갑자기 쑤윽 커지고, 그만큼 몹집 도 거세어졌다. 그리고 그녀석의 털은 시리도록 눈부신 은백색으로 털갈이(?) 되 었다. 아까 내가 베어낸 녀석의 앞가슴 셔츠의 틈새로 보이는 검은 비늘은, 내가 예전에 본 모습 그대로 녀석이 비늘갑옷(?)으로 무장하고 있을 것이라는 걸 알려 주었다. 음… 가뜩이나 힘든데 더 힘들어 지게 되었어. 나는 오른손의 솝톱을 해 제하고, 클레이모어를 바로 쥐었다. 왼손 역수는 오른손에 의한 여러 변칙기술이 나, 아까처럼 손톱은 이용한 공격, 마법, 또는 주먹채로 때리는 식으로 클레이모 어의 모자른 간격을 보충하는 용도로 사용하지만, 정식으로 싸우기에는 역시 양손 에 검을 쥐는 것이 더 강하다. 왼손 역수는 나름대로 내가 힘을 낮춰서 상대를 하 고자 하는 생각이지. 하지만 지금 처럼 라스킨이 본 모습(?)을 드러낸 이상, 나는 정식으로 그를 상대해 주어야 한다. 라스킨은 내가 정식으로 검을 고쳐쥐자 약간은 웃는 모습으로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가겠습니다" 퓨욱! 한순간 라스킨의 몸이 있던 장소에서 사라진다 싶었더니, 어느새 나는 머리속을 울리는 경보에 순간적으로 대응 해야했다. 젠장! 순간 가속도가 초당 10야드가 넘 는 거냐! 나는 뒤에서 행해지는 단순하지만 파괴력 가득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재빨리 뒤로 돌아 검을 내밀었지만, 그 때는 이미 라스킨이 또다시 나의 등을 점 거한 다음이었다. 으읏! 등만 노리냐! 나는 오른쪽 겨드랑이 사이로 검을 찔러넣 었고, 라스킨은 나의 등을 치려다 검을 피해 오른쪽으로 흐르듯이 이동했다. 그리 고 나는 찔러넣은 검을 다시 오른쪽으로 베면서 몸을 돌렸고, 나는 그제야 라스킨 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상대 할 수 있었다. 쳇, 순간 가속이 초당 10야드의 수준을 훨씬 웃도는 속도라니, 너무한거 아냐? 눈 깜빡거릴 사이에 10야드라. 그러면, 아 무리 낮에 보아줘도 초당 30야드의 가속을 할 수 있다는 소리잖아? 나는 한 순간 얻은 정면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검술에서 가장 강한 기술은 바로 기본기! 간다! "상단 후리기 3연격!" 상대의 오른쪽 어깨를 치고, 반동으로 정수리를, 그리고 그 반동으로 다시 왼쪽 어깨를 내리치는, 사람들은 농담삼아서 '기사 서훈식'이라고도 부른다. 왕이 기사 서훈식을 할 때 하는 것과 매우 똑같거든. 다만, 이것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지. 기본이지만 나의 힘이 거기에 실리면, 막을자는 같은 드래곤들 외에는 거의 막을것이 없을 것이다. 라스킨은 황급히 손을 들어서 막아 내었지만, 그의 표정을 보니, 팔에 느껴지는 진동와 압력이 상당한가 보다. 드래 곤의 비늘 덕분에 잘리지는 않겠지만, 충격은 엄청날걸? 나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 고 계속 휘둘렀다. 기본기는 아직 더 남았다고! "중단 3연격!" 상단 후리기 3연격에서 왼쪽 어깨를 내리치고 온것으로 다시 오른쪽 옆구리를 비 스듬하게 내리치고, 그 반동으로 윈쪽 옆구리를 비스듬하게 내리친다. 그리고 내 리친 검을 빼서 그대로 명치에다 검을 박는다! 이것이 제국검법 기본기 상중단 6 연격이다! 퍽! 퍽! 쿠득! 처음의 옆구리 2연타는 충분히 라스킨의 몸에 난 갑옷 비늘(?)로도 충분했다. 하 지만 찌르기는 한점에 힘이 집중되는 것이니 만큼, 드래곤의 비늘도 뚫을 수 있는 데, 라스킨은 그런 위험을 감지하고 팔을 교차시켜서 나의 찌르기를 막아내었다. 원래 제국검법 기본기 상중단 6연격은 오른쪽 어깨를 쳐서 검을 제대로 들지 못하 게 하고, 정수리를 쳐서 정신을 살짝 뺀 다음에(대개 머리를 갈라놓지만, 살짝 치 면 정신을 나가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 머리를 쪼개는게 그렇게 쉬운일인가?) 왼쪽 어깨를 쳐서 검을 잡은 손을 놓치게 하면서, 좌우 옆구리를 강타해 치명상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는 명치를 깊게 찔러서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필살 6연격이라 고도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파생되는 변칙기와 추가타가 많다. 이 6연격은 기본 중에 기본이지. 제국의 검법에서는. 여기가 제국이기 때문에 한번 써본 것이지만, 라스킨의 말도 안 되는 저 방어력은 그것조차 무색하게 하는군. 음 이래서 아무거 나 함부로 섞은 칵테일이 위험하다는 거야. 아, 내가 무슨 망발을? 라스킨은 6연격을 훌륭하게 막아내었지만, 라스킨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나의 힘 에서부터 전해진 충격은 그를 자부심에 빠뜨리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검을 거두어서 방어자세를 취했고, 나의 이 행동은 옳은 것임이 입증 되었는데, 라스킨 이 남아있는 충격에도 불구하고 훤씬 거 길어지고 더 날카로워진 손톱을 무차별로 휘두르면서 나에게 쇄도해 왔기 때문이다. 으아악! 발까지 쓰냐?! 하지만 단순하 게 빠르게만 휘두르는 라스킨의 손톱이면, 별로 두려운것이 아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 손톱공격에 그가 풋 워크Foot work를 익혔을때지. 내가 여유있게 검을 막아내고 있을때, 라스킨이 스륵 움직였다. 젠장! 풋 워크?! -111- 004.2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라스킨은 사이드 스텝을 밟으면서 자꾸 나의 사각지대로 들어가며 연속적인 공격 을 해왔다. 나도 검술과 체술을 익혔기 때문에 발을 움직이는 보법은 어느정도 알 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라스킨의 풋 워크는 나의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건 그야 말로 완벽한 실전형이잖아! 이봐! 난 실전에 약하다고! 아까와의 단순한 라스킨이 절대 아니었다. 음… 그러고 보니까, 나는 지금의 블 러드 스폰 모드의 라스킨과는 싸워본 일이 없었군. 맨 처음에는 그냥 웨이트 그래 비티 3연타로 눌러주고서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로 날려버렸었지. 그 때 한번 그냥 싸워볼걸 그랬나? 으갸갹! 싸움중에는 딴생각 하는게 아니구나! 터텅! 한순간의 잡념은 나에게 빈틈을 만드어 주었고, 라스킨은 여지없이 나의 빈틈에 그 날카로운 손톱을 넣어왔다. 그래서 나는 옆구리에 심심찮은 충격을 입고는 잠 시간 비틀거려야 했고, 잠시 비틀거린 그 순간, 라스킨은 무차별적인 공격을 나의 전방위에서 가해왔다. 으윽! 이건 마치 몰매맞는 기분이다! 텅! 터더덩! 캉! 카각?! 카다다다! 퍼벅! 퍽! 드워프가 만든 미스릴제 갑옷을 여러번 두드리던 라스킨은 그것이 별로 시원찮은 지 얼굴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공격을 가해왔고, 나는 갑옷만을 믿고서 다른 부위 로의 공격만을 죽어라고 막아내고 있었다. 팔은 두개인데 검은 하나. 으악! 얌마! 이건 대련이야! 좀 살살하면 덧나냐! 나는 일단 앞에서의 라스킨에세 찌르기를 넣 었다. 왼쪽으로 피하는 녀석(그러니까, 라스킨에게선 오른쪽이겠지). 무의식 중에 익숙한 방향으로 틀은 녀석에게 허리베기를 들어간다. 뒤로 피한다. 그리고 거기 에 아까의 6연격에서 정수리 치기와 명치찌르기를 없애고, 옆구리 치기를 아래에 서 위로 비스듬하게 올려치는 것으로 바꾼 대각선 4연격을 먹였더니, 녀석의 동선 은 다시 뒤로 향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하단치기! 펄쩍 뛰어서 피하는 라스 킨. 검을 그대로 수직으로 올려친다! "우랴압!" "허업!" 나의 수직 올려치기를 공중에서 허리가 부러져라 꺽어 공중제비를 돌아 피한 라 스킨. 이래서 동물들이란! 나는 검으로는 저 상태의 라스킨과는 어떻게 할 수 없 다는 것을 알았다. 아까 말 하려던 것이었지만, 팔은 두개인에 검은 하나다! 하지 만 저쪽은 흉기만 해도 양손에 스무개가 넘는다구! 나는 라스킨이 착지자세를 잡 을 때, 검을 높이 위로 던졌다. 그리고 라스킨이 착지를 하며 발을 땅에 딛을 때, 녀석에게 쇄도해 들어갔다. 쳇, 라스킨을 상태로 체술까지 쓰고싶진 않았다고. 한 번 받아 보아라! 순간가속 100야드의 속도와 드래곤의 힘을! 퍼엉! 공기의 장벽이 깨지는 소리일까? 그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어쨌든 발끝으로 땅을 딛으며 착지를 하려던 라스킨의 복부, 그나마 어떻게 내가 올건지 알고서 라스킨 이 미리 방어를 하고 있던 복부에 오른 주먹을 질렀고, 그러자 맞닿은 부위에서는 저런 소리가 나왔다. 라스킨은 뒤로 주르륵 밀려났지만, 발톱 때문에 그렇게 멀리 가지는 않았다. 내가 오히려 바라는 바다! 나는 다시 녀석에게 주먹을 내질렀고, 다시 방어를 하면서 뒤로 밀려나려던 라스킨의 시도는, 내가 그가 뒤로 물러나기 전에 그의 등을 가격함으로써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주먹을 내지른 반대 방향으로 밀려나려던 라스킨은 또다시 나의 주먹에 맞고는 다른곳으로 오도가도하 지 못하게 되었다. 퍽! 퍼퍽! 퍼버버벅! 퍽! 주먹을 내질러 신체에 맞추면, 그 충격은 몸을 통과하면서 대미지를 주고는 남은 것이 반대쪽으로 빠져 나간다. 하지만 빠져나가는 시간보다 더 빠르게 그 장소에 주먹을 질러넣으면, 안에서 두개의 충격이 서로 부딪혀 분쇄되어 더 큰 대미지를 준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할 수 있으면, 맞는 상대는 한 자리에서 오도가도 못 한 채로 고스란히 충격을 먹어야 하지. "흐랴압!" 퍼어엉! 내가 마지막으로 넣은 복부의 일격은 라스킨의 몸을 띄워서 공중으로 날려보내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약간의 피로감을 늒야만 했다. 흐읍! 대인기술로는 최고급이 라고 볼 수 있지만, 이놈의 순간가속을 유지하다보면, 당연히 체력소모가 클 수밖 에는 없잖아. 나는 잠시 호흡을 갈무리 했다. 단 10초 동안에 이루어진 쉰번의 연 격은, 라스킨에게는 완전히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털썩! 라스킨의 몸이 그대로 떨어지면서 큰 소리를 내었다. 어라? 기절했나? 죽지는 않 았을 것 같은데? 설마 내가 내 유능한 부하를 죽이겠어? "우큿! 쿨럭! 쿨럭!" 라스킨은 잠시동안 미동도 없다가 쿨럭거리면서 일어났다. 아마도 내가 준 충격 이 몸 안에서 부서졌기 때문에 약간에 신체활동에 이상이 생겼나 보다. 그는 몸을 일으키고서도 쿨럭거리더니 나를 보고서는 씨익 웃었다. 호오? 아직도 버틸 기운 이 남아있었나? 나는 여유있게 포즈를 취하고 있던 것을 다시 전투자세로 바꾸었 고, 라스킨 역시 몸을 숙이고서 전투에 대비했다. 그리고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르 고서, 내가 던졌던 클레이모어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우리가 서로에게로 동시에 쇄도 했을 때… "뭐하시는 거에욧!" "으갸갸갸갹?!"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하이톤의 목소리에 스텝이 꼬여서 털썩 쓰러졌고, 라스 킨도 스텝이 꼬였는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아, 뭐야! 그리고 우리는 우리들의 가운데로 내려온 미끈한 다리는 볼 수 있었다. 어래? 왠지 꽤 익숙한 다 리인데? 그리고 나는 갑자기 나의 귀청을 때리는 엄청난 하이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 다. 으아악! "라이니시스님! 대체 뭐하시는 거에요!" "미, 미리안?" "킬씨한테 들어서 무슨 수련이다 뭐다 해서 왔더니 뭐하시는거에요! 수련도 아니 고 라이니시스님이 애를 무차별적으로 두들기고 있는거잖아요!" "어, 어이… 그게말야…" "시끄러워욧!" "네, 넵!" 나는 딱딱하게 굳었고, 그리고 잠시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공격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할 때 부터 여기에 와 있었나 보다. 그러니까 내가 라스킨에게 10초간의 전방위 공격을 했던 때 말이다. 억울해! 나도 많이 맞았다구! "억울하다는 듯한 눈빛 치워요! 라스킨이 어딜 봐서 라이니시스님의 상대가 된다 고 생각하세요!" "저, 저기 주모님… 전 괜찮은…" "너도 시끄러! 하여튼 남자들이란…" "예, 옛!" 라스킨은 아마도 날 변호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리안의 목소리는 라스킨을 찔끔거리게 만들었다. 이, 이봐! 왜 거기서 '남자들이란…'이라는 성차별적인 대 사가 튀어나오는거야! 그리고 어딜 봐서 내 상대가 되냐니! 블랙 드래곤의 블러드 스폰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거야! 충분히 호각으로 잘 싸우고 있었다고! 하지만 나의 이런 말들은 절대 입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미리안이 이렇 게 히스테리컬하게 행동한 적이… 없었군. 미리안은 나와 라스킨은 차례로 째려보 더니 말했다. "다들 위에서 즐겁게 이야기 하는데, 둘이서 이렇게 칙칙한 곳에서 비 신사적인 행위나 하고 있는 거에요?! 한명은 패고, 한명은 맞는게 그렇게 즐어워요들! 얼 른 올라오지 못하겠어요!" "예, 예엣!" "넵!" 라스킨과 나는 발딱 일어서면서 대답했고, 미리안은 실프를 사용해 날아서 계단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서 살짝 풍겨져 나오는 향기를 맡을 수 있 었고, 라스킨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나와 라스킨은 서로를 마주보면서 말했다. "취했군" "취하셨군요" 어쩐지 평소답지 않게 히스테릭하다 생각했어. 라스킨은 허무하게 웃으면서 목걸 이를 걸고는 인간형으로 돌아갔고, 나는 싸우느라고 여기저기 손상된 라스킨의 옷 과 내 옷을 마법으로 복구시켰다. 그리고 라스킨에게는 내상을 회복시켜주는 힐링 포션 한병을 건네주었다. 라스킨은 단숨에 포션병을 비우고는 말했다. "후우… 그런데, 이건 누가 이긴거죠?" 나는 힘없이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뻔하잖아. "미리안이지 누구긴 누구야?" 라스킨 역시 힘없이 웃었다. 허허, 허허허허… 나와 라스킨이 예정시간보다 빠르게 위로 올라와 보니, 사람들은 술과 술과 술과 술을 마시면서 잘 놀고 있었다. 이것들 보셔! 내일 우리는 매쉬암의 전령을 추적 해야 하잖아! 나는 매우 불편한 눈을 하고 자리세 합석했다. 음, 적어도 내가 이 들에게 자신들의 본분을 일깨워 줘야 하겠군. -30분 뒤. 역시 술은 최고의 음료야! 나는 맥주를 다시 한잔 비웠다. 힘차게 운동한 다음의 맥주는 정말이지 최고! 최고! 음하하하하핫! "자아… 한잔 더 드세요오…" "여기 과일… 아~ 하세요~" 그리고 양 옆에는 어여쁘고 착한 애인들의 애교가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으리요! 으하하핫! 내가 술판에 참석하자 곧바로 나의 자리 양 옆으로는 어찌 된 일인지 다른사람들 보다 더 취한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나한테 찰싹 붙어서는, 서로가 번갈아 가면서 술과 안주를 나에게 내밀고 있었다. 나는 그녀들이 어째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가 좋으면 과정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거야. 게다가 이 렇게 흐트러진 그녀들의 모습을 보는것은 흔치 않다고. 그녀들은 볼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고, 알콜 때문에 그녀들의 몸도 후끈거렸다. 게다가 술기운인지 아 니면 심층심리의 표출인지 자꾸 나에게 붙어서 부비대고 있으니… 아아앗! 남자로 서 이만한 행복이 또 있으랴? 나는 다른 일행을 둘러보았다. "꺄하하하! 메피! 한잔 더!" "이것 봐, 더블 지나! 대체 나랑 대작하겠다는 이유가 뭐야!" "대자악? 여섯개의 동음이의어중에 어느 대작이야아? 혹시 내용이 방대하고…" "마시자! 지나얀!" "꺄하하하! 메피 만세!" 메퓌렌스와 지나얀은 대작모드였는데, 메퓌렌스는 거의 지나얀의 동음이의어 타 령을 듣기 싫어서 그녀과 대작을 하고 있는 것같았다. 그리고 킬을 라스킨이 올라 오자 마자 자신은 술을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라스킨과의 폭주모 드에 들어갔다. 츠렌과 라니안느는 까르르거리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 고, 머기는 역시 홀로 홀짝 대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각자 자신들만의 세계에 서 음주를 즐기고 있군. 그나마 가장 정상스러운 음주를 꼽으라면 역시 츠렌과 라 니안느의 음주태도다. 즐겁게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비워나가는 저 모습은 얼마 나 정상스러운가! "하아아? 어딜 보시는 거에요오~" "너무하세요…" 나는 깜짝 놀아서 양 옆을 번갈아보니, 에실루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셔저 날 빤 히 바라보고 있었고, 미리안은 꿍한 표정을 날 보고 있었다. 으악! 정상스러운 음 주 태도고 뭐고 일단은 그녀들을 달래는게 우선이다! "에? 아, 아냐! 그런게 아냐! 왜 그런 표정들 짓는거야? 자자, 마시자! 미리안도 한잔 받고, 에실루나도 한잔받고…" 내가 황급하게 그녀들의 잔을 채워주자 그녀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활짝 펴지면서 자신들의 잔을 잡고를 홀짝대기 시작했는데… 잠깐, 이 술은 뭐야? "브레인 스토퍼Brain stoper?" 그리고 내 머리에서 떠오르는 관련 지식. 알콜 도수가 91도에 이르른다는… 인류 역사상 5위안에 들어간다는 최고급 명주이자 독주! 맙소사! 나는 황급히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앉아있던 자리의 근처에서 각각 1병과 1 병 반의 브레인 스토퍼가 비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에실루나가 술이 세서 반 병 더 먹고 저 상태가 된건가? -112- 004.3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런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술의 이름대로 뇌를 정지시킬 수 있는 그런 술 이 지금 미리안에게 한병, 에실루나에게 한병 반이 들어가 있고, 거기에 한 잔씩 을 더 추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내일 어떻게 일어나려고 그래! 대체 사람들 정신 상태가 왜 이런거야! 내가 생각을 끝내고 그녀들에게서 잔을 빼앗으려 할때는 이 미 그녀들이 잔을 비우고서 입술을 핧고 있는 때였다. 늦었다. "미리안. 에실루나. 괜찮아?" "네에에? 괜찮아… 히끅! 요…" "그런거 같아요오…" 전혀 괜찮지가 않군. 나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 철부지들 같으니. 난 일 단 그녀들의 팔로 내 목을 감싸에 하고서는 그녀들의 허리를 감싸안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어차피 지금은 서로가 따로노는 술판인데, 거기서 한팀 쯤 빠진다고 해서 뭐 어떻게 되겠어? 아마도 그녀들은 잠깐의 시간동안 꽤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종말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나는 익히 알고 있었다. 대학을 다닐 때, 엠티에 나가면 항상 그런일들이 의례적으로 벌어졌 으니까. 그리고 난 거기에 대해서 여러가지의 대처방안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일 단 데려가서 재우고 보자. 그녀들의 몸은 가벼웠다. 일단 키는 훤칠한 편이지만, 그래도 역시 가볍군. 나의 힘이 센 이유도 있지만, 아아… 여자들의 몸은 왜이리 가냘픈 것일까요? 나는 그 녀들의 가늘은 허리를 안고는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갔다. 내 키가 더 컸기 때문에 그녀들의 다리가 끌린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고, 그녀들의 쌕쌕거리는 뜨거운 숨결 은 자꾸 내 목덜미와 귀를 자극했다. 우우웃! 제발! 숨을 쉴 때는 고개를 돌리고 쉬어달란 말이야! 나는 그녀들의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그녀들을 눕혔다. 내가 데리고 오는 그 짧 은 시간동안에 이미 엄청 취해있는 그녀들은 반쯤 잠에 빠져 있었고, 내가 침대에 눕혀주자 곧바로 눈을 스르륵 감고는 새근거리면서 아까의 모습들과는 다르게, 아 주 귀엽게 잠을 자기 시작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은 애인을 가지나 보다…. 나 는 한 침대에서 새근거리면서 자고 있는 그녀들을 보면서 헤죽 웃었다. 사랑스러 운 여자들. 가끔은 날 매우 곤란하게도 만들어 주고, 아까처럼 당혹스럼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역시 그래도 그녀들의 모습은 사랑스러웠다. 가끔씩 이렇게 흐트 러진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귀엽기까지하지. 나는 그녀들이 깨지않게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겉옷들을 벗겨주었다. 편하게들 자는게 좋아. 한순 간 그녀들의 속옷 차림이 눈에 화악 들어와서 멍하니 그녀들을 보고 있었지만, 추 운지 서로를 살짝 끌어안는 모습에서 나는 불끈대던 마음을 누르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해 알콜을 분해시키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해 주 었다. "잘자요. 나의 귀여운 애인님들" 나는 작게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고 나왔다. 그리고 나는 아직 소란스러운 아래 층의 소리를 듣고는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이래가지고 어디 내일 제대로 일 하겠 어? 뭐, 일단 안개를 피우러 가기 전에 일행들에게 말해 두었으니까, 각자 알아서 들 하겠지. 쳇, 난 책임 안진다구. 에라, 잠이나 자러 가자.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른 새벽이다. 정령들은 밤새도록 나의 명령에 따 라서 열심히 안개를 만들어 내었다. 아… 이거 다리를 만드는 것 보다는 덜하지만 약간은 힘이 드는군. 거기에 간밤에는 서풍이 불었다. 그래서 정령들이 만들어 놓 은 안개가 툰즈 프로티를 서서히 잠식했고, 내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약간의 안개 가 도시 전체를 장학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령들은 흘러가 버린 안개의 빈 공간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 추가근무를 해야했다. 덕분에 나 역시 추가로 힘을 지불해야 했지만, 뭐, 아무것도 아니지. 지금 우리일행은 성벽에 와있다. 숙취로 빌빌댈 것 같았지만, 메퓌렌스와 지나얀 은 그들 길드의 특수 마법인 숙취해소의 마법을 알고 있었다. 여관 경영자로서 필 수급이라나? 그래서 그렇게 마셔댄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술기운에 의한 피로 는 우리에게 없었다. 단지 약간의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겠 지. "그러니까 안개를 틈타서 가시겠다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쪽의 그 토크 투 데스의 진영에는 화톳불조차도 꺼질 정도의 안개가 끼어있다면서요? 그러면 저쪽의 시계(視界)는 엄청 나쁠 것입니다. 그리 고 저희 일행에는 엘프가 두명이나 있습니다. 저 안개속을 지나서 충분히 숲으로 갈 수 있습니다" 서문 경비대장은 약간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하지만이라니요? 설마 엘프의 감각을 믿지 못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시겠지요?" "……" 경비대장으로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엘프의 감각. 안개속에서도 자신이 원하 는 길을 찾을 수 있는 감각. 인간으로서는 이해 할 수 없는 그런 감각이다. 그러 한 엘프의 감각이 미심쩍다면, 나는 잠시 경비대장의 유년기가 얼마나 암울하고, 시니컬한지 추측해볼 용의가 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새벽이니 안개가 사라지려면 한참 걸리겠군요. 그리고 저쪽은 추격준 비에 시간이 걸릴테지요. 그럼 무운을 빕니다. 앞길에 행운이 있으시길" "감사합니다" 경비대장은 조용한 목소리로 조용하게 성문을 열라고 했고, 조용하게 대답한 경 비대원들은 조용하게 사람 두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만큼만 성문을 개방했다. 우 리는 조용히 성문을 나섰고, 성문은 조용하게 닫혔다. 킬이 조용하게 말했다. "그럼 에실루나, 미리안씨. 앞장 서 주세요" "네" "예"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앞장서서 인행을 인도했다. 안개는 짙었다. 내가 내린 명령 때문인지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안개는 점 점 짙어졌고, 그 만큼 습기도 강해졌다. 으윽, 옷 다 젖겠다. 아마도 수중 수분함 유량을 보자면 지금의 상태는 가랑비 보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정령으로 만들 어진 지금의 이 안개는 서로 뭄쳐서 가라앉거나 하지 않고 있었다. 거기에 샐레멘 더의 영향으로 약간 따스하기까지 했다. …말하자면 따스하고 눅눅하기 때문에 엄 청 불쾌지수가 상승하고 있었다. 으으, 내가 만들었지만 조금 싫다. "조심하세요. 안개가 짙습니다. 서로간의 간격을 조금 좁혀주세요" 그렇게 말하는 에실루나의 모습도 안개에 가려서 약간 투박하게 보였다. 내 눈이 확실히 좋기는 해도, 이런 안개가 잔뜩 낀 상황에서는 보통의 눈하고 별반 다를것 이 없어. 다른이들보다 조금 빠르게 문건식별이 가능한 정도? 어쨌든 우리는 그녀 의 말에 따라서 간격을 좁혔다. 서로를 잃어버리거나 하면 큰일이지. 아직은 해가 뜨지 않았고, 툰드라에 가까운 이곳은 해가 늦게떠서 빨리진다. 그러니 이 안개가 자연적으로 사라질 때 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소리이고, 그래서 우리는 여유잇게 가도 상관 없다. 그렇지만, 이 안개 때문에 우리를 추적하기 어려울 것 이라는 점은 토크 투 데스도 물론 잘 알고 있을터. 어쩌면 야영지를 옮겼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닐것 같다. 야영지를 후퇴하거나 장소를 옮겼다가는 우리가 어 디로 빠져나갈지 모르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까? 지금 우리는 바로 자기들의 옆을 돌아서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안개속을 천천히 걸어서 한시간쯤 되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안개가 옅어 지고, 숲이 보이는 곳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걸어가는 동안, 우리들은 안개속 의 물방울들 때문에 전부 흠뻑 젖어 버렸다는 점을 제외하자면, 우리들은 상당히 성공적으로 따돌리고 온 것이다. 우리는 서로서로 입가에는 미소를 달고서 침옆수 들이 가득한 숲으로 걸음을 옮겼고, 마침내 우리가 숲의 첫 나무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크게 안도했다. 휴우…. 이제 숲으로만 들어가면 우리들의 승리다! 하지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씨잉~ 팍! "꺄아앗!" 나는 갑작스럽게 들린 날카로운 소리와 뭔가가 어딘가에 꽂히는 소리, 그리고 그 에 따른 비명이 들렸을 때, 나는 일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다리에 퀘렐을 맞은 라니안느의 모습을 보면서 인상을 구겼다. 저녀석들! 일행은 화살에 맞은 라니안느를 살폈다. "아아아…!" "라니안느! 괜찮아?!" "라니안느!" "…!" 머기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는 라니안느를 바라보지 않고, 안개 저편의 화 사이 날아온 방향을 주시하면서 말했다. "페이그니스. 안개를 치워주시오" "아, 예!" 평소와는 다르게 길게(?) 말한 머기에게 잠시 놀란 나는 샐레멘더를 부르고 실프 를 불러서 안개를 증발시키고, 날려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리는 석궁을 겨누 고 있는 토크 투 데스의 단원들과 그들 뒤로 보이는 천막들으 보면서 아연해했다. 제길! 행로가 읽혔다는 거야? 어제보다 자리가 뒤잖아! 석궁을 장전하고 도열해 있는 단원들 뒤에는 어제 우리를 향해서 아주 웃기는 소 릴 늘어놓았던 그 남자가 있었다. 그는 우리를 보더니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하하! 정의의 신이 우리를 인도하셨다! 거친 안개를 피해 머무른 장소에 서 너희들은 만난 것은 정의의 심판을 내리라는 신의 계시! 자아! 순순히 엘프분 들을 풀어주고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 대사가 정말로 하나에서 열까지 나를 웃겨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라니안느의 상태가 더 걱정이라서 나는 그를 무시하고 미리안에게 말했다. "미리안, 포션을 라니안느에게. 킬, 그거 빨리 뽑으시오" "아, 네. 라니안느? 이걸 물어" 킬은 츠렌에게서 대거를 칼집째로 받아서 라니안느에게 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악물었다. 그리고 킬은 그녀의 허벅지게 꽂힌 쿼렐을 단숨에 뽑아내었다. "흐으으읍!" 다개를 물고 있기에 이빨이 부서지지는 않겠지만, 악문 그녀에게서 억제된 비명 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그대로 혼절해 버렸다. 엄청 아플거야. 킬은 쿼렐 를 뽑고는 바로 뒤는 돌았고, 나도 뒤를 돌았다. 곧이어라니안느의 치마를 들추고 거기에 포션을 바르는지 사악사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옆에서 뭔 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서 옆을 보았는데, 그곳에는 머기가 어깨를 떨고 있었다. 머, 머기? "…킬" "응? 머기, 왜그래?" "랜스… 내놔" "무, 뭐?! 자, 잠깐 머기! 이봐!" "내놔… 어서…" 킬은 엄청 당황해하고 있었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랜스? 킬이 등에 메고 있는 저 랜스 말인가? 저건 왜? 킬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머기는 그가 말하도 록 냅두지 않았다. "내놔!" "아, 알았어…" 킬은 거대한 한숨을 쉬면서 등에서 랜스를 뽑아 머기에게 주었다. 그리고 머기는 길게 호흡하면서 랜스를 잡았고, 그러자 한순간 랜스가 번쩍이면서 순식간에 검은 색으로 물들었다. 뭐, 뭐야?! 내가 제대로 놀란 것을 표현하기도 전에 킬이 나의 어깨는 짚으면서 말했다. "페이그니스씨. 뒤로 물러나세요. 라스킨씨도" "네? 왜, 왜 그러죠? 게다가 머기씨는…?" "머기가 아닙니다" "네?" 나는 뒤로 두어걸음 물러나서 머기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는 크게 숨을 쉬고 있 는지 어깨가 크게 위로 올라갔다 내여갔다 하고 있었고, 랜스는 마치 칠흑과도 같 은 묵빛을 내고 있었다. 그런데… 머기 맞잖아? 킬은 말했다. "머기가 아닙니다. 저것은 구스입니다" "구스? 머기씨의 성이잖습니까?" 나는 킬을 보면서 물었고, 킬은 고개를 저었다 . 그리고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머기의 목소리에 다시 그를 보았다. "나는 구스…" 구스…? 뭐야! 뭐냐고! 머기는 랜스를 들어올려서, 석궁을 우리에게로 겨냥하고 있는 토크 투 데스의 단원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평소보다 훨씬 더 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레펠마 마르티구스! 마창기병(魔槍技兵) 마르티구스다! 지금부터 너희들에 게 마창의 공포를 알려주마!" -113- 004.3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레, 레펠마 마르티구스? 마창기병 마르티구스? 그 사람 600년 전에 죽은 사람이 잖아! 나는 또다시 갑작스레 떠오르는 정보를 잘 살펴보았다. 레펠마 마르티구스. 일명 마창기병 마르티구스. 600년 전에 168세의 나이로 죽은 그는 엘 타칸리스 산 맥 남서쪽에 자리잡은, 전 국토 면적의 74%가 사막이라는 사이에그롭의 도시 무멘 트라에서 출생하였다고 한다. 그는 선천적으로 마법에 능했고, 그가 직접 만든 마 창 슐트로이야를 들고 세계를 떠돌아 다녔다. 그러는 동안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나 고, 그 때 당시 마치 유행처럼 번져가는 전쟁터를 떠돌면서 수많은 사람을 살리고 죽였던 사람으로서, 아직까지도 그가 영웅인지 아니면 희대의 위선자였는 지는 알 수가 없다고 일컬어진다. 그의 무기였던 마창 슐트로이야는 스피어Spear의 형태가 아니라 특이하게 랜스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등에 걸쳐맨 검은색의 랜스는 그 의 트레이드 마크였다고 한다. …라는 기록이 남아 있는 레펠마 마르티구스… 인데, 죽었잖아?! 그런데 갑자기 머기가 '랜스를 줘!'라고 하더니 랜스를 잡고서 '나는 레펠마 마르티구스다!'라고 외치고 있다.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나는 약간 더듬거리면서 킬에게 물어보 았다. "이, 이것 봐요 킬씨. 갑자기 머기씨가 왜 저럽니까? 600년 전에 죽은 사람의 이 름은 왜 거론하고 있습니까?" "그러니까… 일단 좀 뒤로 나와주세요. 위험합니다" 나와 라스킨은 그의 말대로 머기에게서 뒤로 물러났다.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다 구. 워낙에 위험해 보여야 말이지? 우리가 적당히 물러나자 킬…이 아니라 머기가 토크 투 데스 단원들에게 말했다. "자아! 내가 갈까 너희들이 올거냐!" 그의 말에 한 단원이 외쳤다. "미친놈 같으니! 600년전에 죽은 사람이 여기에 어떻게 있어!" "저거 미친놈아냐?" "정신이상자라거나 자신이 마르티구스인 줄 아는 이중인격자…" 하나같이 일리있는 말들이야. 저 말에 지금은 부정하지 못하는게 참 안타까울 따 름이군. 킬은 이마를 감싸쥐면서 신음성을 흘렸다. "저녀석들 죽었다…" …에? 킬의 말은 당장에 증명되었다. "멀쩡한 사람을 감히 미친놈 취급해! 슐트로이야 차지Shultroiya Charge!" 콰슈! 일단 적당한 이름이 없으니 슐트로이야로 인정해주자. 슐트로이야의 검은 창신이 한 순간 흰빛을 띄었다가 머기가 그것을 앞으로 내지르자 빛이 기사단원들을 향했 다. 그리고 그 빛에 가격당한 단원들은 날아드는 통나무에 맞은 듯이 뒤로 퉁겨져 나갔다. …멋지군. 선제공격에 당황한 기사단은 그대로 반격에 들어갔다. "뭐, 뭐야 저녀석! 전 대원 발사!" 핑! 피잉! 피비비빙! 석궁의 현이 튕겨지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고, 쿼렐들이 빠른 속도로 머기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머기는 당황하지 않고 마법을 사용했다. 빠르다! "에어 월Air wall!" 마나에 의해서 생성된 공기의 벽. 밀도를 수십배 높였으리라 생각되는 공기의 벽 은 날아오는 쿼렐들에게 상당히 많은 공기저항을 선사해 주었고, 쿼렐들은 그 공 기의 벽이 만들어내는 저항에 가로막혀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떨어졌다. "윈드 스톰Wind storm!" 머기가 사용한 또 다른 마법은 거대한 바람을 불게해 재장전중인 토크 투 데스의 단원들을 방해했다. …잘 싸우네? 나는 잠시 그모습을 보다가 머기가 왜 저러는지 궁금해졌다. 이유는 들어봐야지! "킬씨…" "아, 네. 말씀드리죠. 아시는 대로 600년 전에 레펠마 마르티구스는 사망했습니 다. 그점에 대해서는 번복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최후의 무빙 캐스트Moving cast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병기인 마창 슐트로이야를 들고서 아이 리펜을 휘젔고 다녔었습니다. 분명히, 자신들을 몰락시킨 세상에 대한 복수 였겠 죠. 그는 최후의 무빙 캐스터Moving Caster였으니까요" "무, 무빙 캐스터라고 하셨습니까?" "네. 무빙 캐스터입니다" 나는 잠시 황당함에 할 말을 잃어야 했다. 무빙 캐스터라니! 무빙 캐스터. 원래 마법 사용의 요소에서 마법을 외우기 위한 작업인 캐스트의 작업은 절대적인 정적(靜的)상황에서 해야하는데, 그것은 언제나 집중해야하고 언 어가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그런다고 한다. 그러나 3500년 전에 어느 마법 학파에서는 움직이면서도 캐스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의거하여 움직이 면서도[Moving]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Caster]를 양성해 내고자 시도하였 다. 그리고 1000년이라는 긴 세월의 실험 결과, 그들은 빠르게 달려가면서도 마법 을 사용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일 단 기반적인 제약이 많아서 배우고자 하는 사람중에서 제대로 익히는 사람은 백에 하나가 나오기 힘들었고, 중도하차한 사람은 이 근본부터가 다른 마법 체계 때문 에 기존의 마법체계를 익히기가 힘들어졌다. 그렇지만 한번 익히게 되면 그 위력 은 상당히 강력하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좌절했으며 성공한 소수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소수라도 강력한 힘을 보유하면 사람들은 싫어하기 마련이다. 무 빙 캐스터를 길러내던 학파 '리도스 크루'는 기존의 마법체계를 따르던 학파들에 게서 매장되기 시작하였고, 700년 전에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런데 그 유지를 이어받은 최후의 무빙 캐스터가 마르티구스? 그런데 그것하고 지금 머기가 저기서 신나게 기사단원들을 두들겨대는것이 무슨 상관이지? "에… 일단 말하자면 머기의 본명은 머기 마르티구스입니다. 마르티구스는 죽기 전까지 딱 한명의 아들만을 낳았고, 그 아들은 100년정도 세계를 주유하며 아버 지의 흔적을 더듬다가 어느샌가 무멘트라로 귀향했습니다. 그리고 성을 구스로 바꾸고 거기서 터전을 잡고 마법사의 생활을 하죠. 물론, 그는 무빙 캐스터가 아 니었습니다만, 마법으로서 아버지의 의지를 이어가고자 하였죠" "그리고요?"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진 마창 슐트로이야를 찾기 위해서 세계 각지의 마법사 길드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물론, 그가 '이단자' 마르티구스의 아들이라고는 밝 히지 않았죠. 어쨋든 그는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고, 마침내 그의 아들이 슐트로 이야를 발견해 냅니다. 아마도 검은색에서 보통의 랜스가 되었으니까 찾기 힘들 었으리라 추측해 봅니다. 그리고서 그것을 잡았을 때, 그들에겐 엄청난 일이 벌 어지게 되었죠" 엄청난 일? 나는 그것이 뭘지 서서히 알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마르키구스는 죽었으되, 그의 영혼이 창에 남아있었습니다. 아마도 애시당초 창 을 만든 사람이 마르티구스니 그런 주문도 생각해 두었겠죠. 아무튼, 선조의 영 혼을 직접 접한 후손이 들은 것은, 자기가 자신의 피에 마법을 걸었다는 것입니 다. 일정한 조건을 이루어야 하는 무빙 캐스터의 능력을 타고나게 하는 마법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슐트로이야를 만지면, 탈색되었던 색이 검은색이 되 면서 그사람의 육체 속으로 자신의 영혼이 들어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되 면, 그가 스톱 캐스팅의 마법을 배웠어도 기본적인 조건이 맞기 때문에 무빙 캐 스트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지요. 그리고서 그 때부터 세월이 흘러서 그 들의 후손 중에 마침내 적임자가 태어납니다" "머기씨군요" 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머기는 본래 마법을 배워서 기존의 마법 체계대 로 정적 캐스팅을 기반으로 하지만, 사실은 무빙 캐스트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런데 어째서 저기 나가서 설치는게 머기가 아니라 레펠마야? 킬은 나의 의문이 무엇인지 아는 모양이었고, 그래서 설명했다. "머기는 무빙 캐스터입니다. 비록 그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34세의 나이에 중상 위급의 무빙 캐스트가 가능하니, 아마 50세가 되어서는 상급의 무빙 캐스트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저녀석는 마르티구스의 도움을 받아서 무빙 캐스터가 되었죠. 하지만, 그의 영혼이 몸 속에 난입하면서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그게 무었이죠?" "보통때는 영혼상태의 마르티구스와 마음속으로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 러니까 마르티구스가 직접 밖으로 표출되어서 말한다든지 행동할 수는 없는 것이 지요. 하지만, 마르티구스의 영혼은 이식자에게 일부분 동화되어 이식자의 감정 이 격해지면 그의 감정도 격해집니다. 그리고 거기서 감정적인 싱크로가 완성되 면, 영혼의 변환이 이루어집니다" "…저 모습 처럼요?" 킬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잠시 킬이 설명을 할 동안 머기가 아니, 마르티구스 가 저질러 놓은 모습들을 보면서 멍하니 있는 수 밖에는 없었다. 평화롭고 학습적 인 분위기가 형성된 이곳과는 달리 마르티구스가 한판 휘저어 놓은 저 장소는 마 치 흡사 전쟁터 같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죽은 사람은 없나보다. 머기의 의지인지 아니면 마르티구스의 의지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죽은이는 없었고, 기절하거나 부상당해 쓰러진 사람들과 그렇게 내정된 사람들이 잔뜩했다. 마르티구스는 슐트 로이야를 휘두르면서 수많은 검에 대항해 능수 능란하게 싸웠으며, 슐트로이야를 휘두르면서도 끊임없이 마법을 캐스트했다. 그가 600년 전에 죽기 전까지 전쟁터 를 휩쓸고 다녔다는 소리가 과연 어떤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 장면들을 보느라고 미처 질문하지 못한것을 미리안이 킬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어째서 머기씨의 감정이 격해진것이죠? 화살은 라니안느씨가 맞은 것이 잖아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답은… 머기녀석, 상당히 숫기없는 녀 석이거든요. 원래 속에서는 마르티구스와 대화하느라 여념이 없고, 함부로 감정 을 내보여서 영혼이 바뀌지 않게 하기 위해서 겉으로는 냉정한척 하고 있지만 사 실, 라니안느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는 마르티구스와 감정의 공유를 하 고 있지요. 그래서 저러는 겁니다" …그렇군. 미리안은 끄덕거리면서 통증 때문에 혼절한 라니안느를 바라보다가 다 시 마르티구스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결국, 좋아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 나서 는 사나이라는 것이군. 머기, 당신 정말로 남자군. 마르티구스는 신나게 싸워대고 있었다. 맨 처음에 보여주었던 슐트로이야 차지와 마법, 그리고 독자적으로 만든어 낸 것 같은 창술의 조화는 단, 중, 장의 모든 공 격을 가능케 하고, 또 무효화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슐트로이야의 또다른 능력 같은 불을 이리저리 쏴대는 힘은, 안개때문에 축축히 젖은 척막들 조차도 불타게 했다. 그래서 지금의 싸움터는 불긴과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장소가 되었다. 음… 왠만하면 살살 좀 해 주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토크 투 데스의 단원들은 무장을 버리고 툰즈 프로티를 향해 서 기절한 단원들을 들춰업고는 꽁지가 빠려라 도망갔다. 그래도 그 와중에 말은 잘 챙기는군. 그리고 마르티구스는 슐트로이야를 어깨에 걸쳐메고서 여유있는 걸 음걸이로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음… 600년 전의 망령이 육체를 차지하고 걸어오 는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그는 우리에게로 다가와서는 평소의 머기의 표정과 엄 청나게 다른 모습, 그러니까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이봐, 죽이는 놈아. 내 현손자(玄孫子) 며느리는 괜찮냐? 아 시끄러! 아니긴 뭐 가 아니야! 화살맞고 쓰러지니까 바로 열받아서는…! 아, 쿼렐이든 화살이든! 이 동물 먹이로 줘도 쓸모라고는 하나도 없고, 버릇도 하나도 없는 현손자녀석 같으 니…. 이놈아! 니가 누구덕에 아직까지 할딱거리면서 살아있는 줄이나 알아?! 어 이, 죽이는 놈. 그 애는 괜찮냐고 묻잖아!" -114- 004.3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푸훗, 주, 죽이는 놈? 나는 아마도 그 명사가 지칭하는 인물이 킬일 것이라고 확 신했고, 킬은 매우 않좋은 킬은 뭐씹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으로써 내 예상을 확인케 했다. 물론 킬은 마르티구스의 말에 대답한 것이겠지. 마르티구스는 그 모 습을 보며 말했다. "뭘 소태씹은 영감탱이마냥 얼굴 찡그려! 그리고 싸가지없는 현손자놈아. 좀 조 용해라. 시간되면 알아서 몸 돌려줄까! 왜, 내가 여기서 니 몸뚱아리 가지고 스 트립쇼라도 화끈하게 벌이길 바라느냐?! 현손자 며느리 앞에서 안 좋은 꼴 보여 주고 싶냐?" …화끈한 노인네군. 나는 아마도 맨 처음 슐트로이야를 잡은 마르티구스의 후손 이 얼마나 황당하였을까를 잠시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현손자 며느리라니. 너무 앞서나간다고 생각하는데. 영혼이 체인지 된 상태의 마르티구스는 그의 협박이 잘 먹혔나 보다. 그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기 때문이다. 에실 루나는 그에게 꾸벅하고 인사했다. "마르티구스씨. 오랜만이네요" "그래, 잘 지냈냐? 신수가 훤~ 한걸 보니 그 바람둥이 애인놈이 잘 해주는가 보 구나?" "…네" 에실루나는 수줍게 대답했고, 나는 풋하고 웃어버렸다. 이런, 바람둥이 애인이라 니. 그리고 마르티구스는 그런 에실루나의 모습을 보더니 껄껄 웃고는 나에게 고 개를 돌려서 날 찬찬히 훑어 보았다. 그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놈이냐? 용감무쌍하게도 엘프 두명을 꼬셔서 잘먹고 잘사는 놈이?" "다 아시는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시는 것은 대답할 필요가 없겠죠?" 나는 그의 말에 싱글거리며 대답했고, 마르티구스는 웃었다. "캬하하하! 그래! 네녀석 말이 맞다! 이미 알고 있는거니까 대답할 필요는 없겠 지! 그러면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질문을 하마. 기분은 어떠냐?" "기분이요? 후우… 죽을 맛이죠" 나는 한숨을 쉬면서 탄식하듯이 말했고, 그 말에 마르티구스와 미리안, 에실루나 가 깜짝놀라면서 날 쳐다보았다. 내가 약간 애처로운 표정을 짓자, 미리안과 에실 루나의 눈에는 금방 불안감이 새겨지기 시작했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행복해서 죽을맛입니다. 하하하핫!" "무, 뭐이? 크하하하! 배짱 좋은 놈일세! 600년 먹은 망령한테 농담도 하고 말이 야! 하지만 웬만해선 그런 농담은 하지마. 엘프들은 고지식해서 그대로 들어버린 단 말이야! 크하하핫!" "그래도 가끔은 이런 농담도 하지 않으면 식상하잖습니까?" "크허헛! 그도 그렇지. 자네, 인생 살 줄 아는구만. 으하하하하!" 음… 상당히 발랄한 노인네라고 생각된다. 살아생전에는 어땠을지 심히 궁금해지 는 바이다. 하지만 의외로 호탕해서 맘에 드는군. 음… 차라리 머기보다도 이사람 하고 여행하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는걸? 마르티구스는 자꾸 자신의 안에서 몸의 지휘권을 달라고 하는 머기의 요청을 무 참하게 누르고는 기절한 라니안느가 깨어날 때 까지만 나와있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가 깨어날 동안 마르티구스가 만들어 놓은 폐허를 뒤로 하고서 자그마 한 티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강제적으로 정신을 차리게 할 수도 있지만, 마 르티구스의 요청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알아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아마도 머기는 마르티구스의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까 상당히 초조해 할 것이 다. 그리고 나와 미리안, 라스킨은 600년 전에 사망한 망령(?)과의 대화라는 아주 극히 드문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상황에 퍽 즐거워하면서 이 상황과 시간과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티타임을 즐기게 되었다. 나의 관심사는 마창 슐트 로이야와 그가 살았던 600년 전의 시대 이야기였다. 무빙 캐스트에 대하여도 알고 싶기는 하지만, 어차피 난 드래곤이다. 드래곤 하트를 이용한 마나운용이면, 자동 적으로 무빙 캐스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별 관심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 해서는 소원한 편이라서. 그래서 나는 가장 관심이 있는 슐트로이야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거, 직접 만드신 겁니까?" "어떻게 말하면 그렇지. 이녀석을 만드는 과정을 직접 봐 와오면서 마법을 불어 넣어주고, 마법을 새긴게 나니까. 하지만 주조는 다른사람이 했거든. 그러고보니 그놈은 벌써 죽었겠군. 덧없는 인생같으니" 흐음… 창 자체도 잘 만들어진 물건이다. 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저 랜스 형태의 창을 마창이라고 불리게 만들어준, 창 안의 능력이지. 슐트로이야 차지를 포함하 여 약 12가지의 마법을 응용한 전투기술이 있다는 마창 슐트로이야는, 무기류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 나에게는 신기한 존재였다. 그런데 그걸 왜 킬이 가지고 다니는 거야? 나는 그 점을 질문했다. "음? 뭐… 특별히 별 다른 이유는 없네만, 일단 이 빌어먹을 현손자놈은 창술에 조예가 없지. 일단 골격이 탄탄하고 힘도 어느정도 있어서 슐티(슐트로이야의 애 칭)를 휘두르는데 별로 큰 하자가 없지만, 슐티를 다루기 위해서는 창술이 필요 하거든. 그런데 슐티는 랜스란 말이야. 기병창이기 때문에 실전에서 이것을 휘두 르면서 써먹기엔 많은 세월이 필요해. 근데 이녀석은 이렇게 보여도 성질 대가리 가 드럽게도 급해먹었단 말이야? 배우라고 배우라고 해도 안배우니 어쩌나? 쓰지 도 않을 거, 저 죽이는 놈 보고서 가지고 다니라고 한거지. 이녀석은 무빙 캐스 터지만, 전열에서 슐티를 휘두르면서 싸울 녀석이 아니야. 그러니까 무거운 짐은 일단 전사에게! 라는 것이지. 필요할때만 잠깐잠깐 나와주면 돼. 그리고 600년이 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세상은 날 기억하는 것 같아. 자주쓰면 안될 물건이 지" …이것봐요. 그게 특별하지 않은 이유라는 것입니까? 하지만 그의 말에는 약간의 회한이 담겨있었다. 그것은 아직도 원망이 남아서 앙금이 있는 이 세상과, 자신을 잘 알아주지 않으려 하는 현손자의 태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아직도 자신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은 모양이었다. 비록, 자신의 의지로 육체를 움직이고, 대화를 하는 시간은 극히 경미하지만, 자신의 후 대가 하는 일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는 흐믓해 하는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세월이 흘러서 머기가 죽으면 마르티구스는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머기의 영혼까지 슐 트로이야에 딸려 들어가서 다음 후대의 몸속에서 싸워대는 건가? "으음… 으…" 아, 라니안느가 깨어난다. 마르티 구스는 그녀를 보면서 쯧하고 혀를 차더니 랜 스를 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다음이 언제 될지 모르지만, 오늘은 이만 들어간다. 그리고 바람둥이! 대화 즐 거웠네! 으하하하! 자, 이제 나와라! 현손자놈아!" 킬은 랜스를 받아들었고, 그러나 검은 빛을 띄던 랜스는 원래의 금속색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잠깐 있다가 항상 싱글거리던 마르티구스의 표정이 싸악 굳은 표정 을 바뀌었다. 아, 이제는 머기인가? 그는 좌중을 둘러보면서 짧게 말했다. "미안"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얼굴이 약간 달아올라 있는것이, 자신의 조상이 벌여놓 은 말들 때문일 것이다. 그는 시선을 깨어나고 잇는 라니안느에게로 돌렸다가 헛 기침을 하면서 살짝 자리를 벗어났다. 음… 쑥맥이다 쑥맥. 라니안느는 눈을 뜨더니 잠시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추스르는듯 했다. 그리고는 우리들의 뒤에 벌여진 엄청난 흔적들을 보고서는 깜짝 놀라는 얼굴로 맣했다. "으…음? 아, 이건… 어떻게 된거죠?" "마르티구스! 그 사람이 나왔었어! 와아! 대단했다구!" "그, 그렇군요… 인사를 제대로… 드리지 못 했는데… 머기씨? 고맙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숲쪽에 서서 마치 경계를 스는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머기는 그냥 묵묵히 고 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라니안느는 쿼렐을 맞은 허벅지를 잠시 매만지다가 이제는 통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듯, 이내 자리에서 일어 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각쯤에야 티타임을 끝마치고서 다시 이동할 준비를 했다. 일행이 자리를 정리할 때, 킬이 나에게 말했다. "이거, 상당히 지체되었는걸요? 그럼, 페이그니스씨. 부탁드립니다" "아, 네. 드라이어드!" 나는 지체없이 드라이어드를 불렀다. 숲이라서 그런이 평소보다 소환속도가 훨씬 빨랐으며, 그 모습도 생기가 있어 보였다. 그러고보니, 툰즈 프로티에 오기 전 협 곡에서 불렀을때도 이랬었지. "네엣! 부르셨어요?" "음. 하루내지 이틀전에 이 숲으로 지나간 사람의 행적을 추적 할 수 있을까?" "이 숲이요? 음… 가능해요. 워낙에 행적이 뜸해서요" "그럼 해봐" 드라이어드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팍하고 사라졌다. 숲의 정령이니 만큼, 숲의 식물들이 가진 잔류사념들을 끌어 모아서 매쉬암의 전령이 어디로 향하였는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조금씩 빠져나가는 힘을 느끼면서 일행을 도와 주위 정리를 했고, 드라이어드가 다시 나타난 시각은 주변 정리를 끝냈을 시간이었다. "찾았어요. 최근 2일동안 이곳에는 3명의 사람이 들어갔는데, 그 중 여기서 나온 사람은 두명이에요. 그리고 2일전에 들어간 사람은 한명 뿐이고요" "그 사람, 생김새를 말해봐" "그러니까 키는 6.5피트? 그리고 체격은 큰편이고, 수염도 덥수룩하고… 아! 애 꾸눈이에요!" 애꾸눈? 나는 일행의 정보를 쥐고 있는 츠렌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그녀는 큰 웃 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했다. "맞아! 그사람이야! 꺄하하하하! 찾았어! 여기가 맞았어!" 드라이어드는 자신이 만져질 수 있었다면, 아마 그녀의 품속에 들어가서 허우적 댔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약간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래요? 맞는 사람이라니 다행이에요. 그럼 지금부터 추적해 드릴까요?" "응. 시작해봐. 얼마나 걸릴것 같아?" "음… 제 탐사범위는 25마일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의 흔적은 제 탐사범위 밖에 있어요. 계속 추적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25마일 밖이라구? 나는 잠시 숲의 저 건너편에 보이는 후안산맥의 찬란한 위용을 보면서 거리를 잡아보았다. 음… 가장 가까이있는 산 봉우리는 15마일 밖인가? 그 렇다면 그 전령은 산속으로 5마일이나 더 들어갔다는 소리? 뭐하러? 아,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뭔지 알기 위해서 가는거지. 나는 드라이어드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안내해. 그 사람이 지나간 길 말고, 추적범위의 한도까지의 최단 코 스로 말이야"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드라이어드는 활짝 웃으면서 숲 안으로 날아 들어갔고, 우리는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서 들어갔다. 이제부터는 한량없이 드라이어드의 꽁무늬만 쫒아서 가야하나? 뭐, 길잡이를 믿는것이 일행의 도리지. 한번 가 보자꾸나. 산봉우리는 점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숲이라서 평지보다는 걷는 속도가 느려 지기 때문에 우리는 6시간을 걸어서 약 10마일을 주파했고, 드라이어드는 그 전령 이 앞으로 23마일 거리에서 멈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거기가 목적지인가? 후안산맥 안쪽으로, 그것도 직선거리로 18마일이나 들어간 곳이? 산길로 따지자면 거리는 거의 배로 불어날텐데? 나는 잠시 머리속에 새겨둔 후안산맥의 지도를 떠 올렸고, 우리가 있는 방향에서 산들의 무덤 초입부부터 시작해 18마일이면… 산맥 의 중간이네? 나는 걸어가면서 일행들에게 말했다. "녀석들의 목적지는 후안산맥의 중간부분입니다. 아마도 미리안의 추측이 정확한 것 같군요. 그곳에 무언가를 만들어둔 것이 틀림 없습니다" -115- 004.3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네, 그런거 같군요. 아무래도 확실합니다. 매쉬암의 본거지… 내지는 그들이 만 들어 놓은 요새같은 시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라면, 산맥의 중간으로 들어 가서 멈춘 이유는 없겠지요" 킬은 나의 말에 긍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 걸어갔고, 갑자기 머기의 목소 리가 들렸다. "죽었을 가능성" 죽었을 가능성? …아, 그러고 보니 시체가 되어서 쓰러져 있을 가능성도 있겠구 나. 나는 앞에서 안내하는 드라이어드에게 물어보았다. "멈춰있다는 그 사람, 살아는 있냐?" "네? 음… 네. 살아있어요. 살아있지 않으면 제 탐색범위에서 사라지거든요. 그 러니까 아마 살아있을 것이에요" 휴우… 다행이군. 설마하니 기껏 쫓아갔는데 '어? 죽어있네?'라는 상황이 벌어지 면 다들 얼마나 황당해 할까? 그런데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그는 이미 죽어있는 것이고, 그의 몸속을 돌아다니는 각종 시체분해를 담당하는 곤충이나 동물들의 반 응이 아닐까 하는 것이지만… 이런 때에, 게다가 이런 북부지방에는 벌레가 거의 없다. 그러니 그 가능성도 사라지는군. 그렇다면 역시 결론은 살아있다는 소리군. 뭐, 그쪽이 더 편하니까 좋은거지. 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개의 탐지마법진을 피해가야했다. 숲에 여러개의 마법적 인 겅보장치가 되어있다는것을 알려준 것은 드라이어드로, 숲에 이상한 점이 있으 면 즉각 알아내는 그녀의 능력덕에 우리는 1마일에 걸쳐 하나있는 마법 장치들을 잘 피해가거나, 또는 무력화 시켰다. 상당히 수준이 높은 마법 경보장치 같은데? 그렇다면 여기가 매쉬암에게 있어서는 그 정도로 중요한 장소라는 소리인가? 설마 하니 '매쉬암 사원들을 위한 암벽 등반코스 건설지'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겠는데 말이야. "있다면 상당히 재미있을거 같은데요?" "재미를 느끼기 전에 상당한 허망함과 허무함, 그리고 인생의 공허함을 느끼고, 그것에서 헤어나온 다음이 될거야. 매쉬암이 무슨 거대 상회냐? 우리가 본것으로 는 범국가적인 범죄조직같은데?" 미리안은 살짝 웃었다. 그녀도 생각하기에 자신의 말이 조금 웃긴가 보다. 우리 는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농담도 건네면서 점점 후안산맥의 줄기와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랬기에 우리들의 농담하는 횟수는 점차적으로 줄어들어갔다. 아니, 무 엇보다도 이제는 1/3마일당 하나씩 설치된 트랩과 경보장치를 피해가기 위해서 집 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엑, 왜 이렇게 많아? 에실루나는 이제 막 15번째의 트랩 을 지나갔을 때 말했다. "아마도 원래는 조직원들끼리 아는 길이 있을것 같네요. 하지만 지금 저희의 행 동은 노출되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옳은 말이야. 항상 그렇지만 에실루나는 옳은말을 하는군. 비록 그것이 주관성이 조금 떨어지는 객관적인 사실이지만 말이야. 그러고보면, 아마 세상에서 자기 자 신을 객관적인 3인칭으로 평하는 것이 가능한 종족은 엘프외에는 없을 것 같은 생 각이 드는군. 그녀의 말대로 지금의 상황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애초에 노출당해 지형도 않좋은 장소에서 공격받는다면, 불리한건 우리니까. 엄폐물이 많기는 하지만, 그 엄폐물에 숨어 효과를 보기에는 먼저, 그 엄폐물과의 끈끈하거나 날카로운, 혹은 폭발성이 있거나 시끄러운 연관성을 가진 함정과 경보장치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의 위치는 현재 거의 절대로 불리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우리는 함정이 많더라 하더라도, 날카로운 감각과 뛰어난 마법실력, 그리고 정령력을 지팡이 삼아서 이 함정으로 가득찬 숲을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아아… 이래서 대규모 조직들 하고 대항하는 것은 꺼려지는 일이야. 여태까지 내가 기억하는 인생에서 '조직'이라고 불리워지는 사람들과 대항했던 일은 한번 내지 두번 뿐이야. 고등학교 때, 입 밖 으로 꺼내기도 싫은 일 때문에, 같은 급우들을 이끌고서 시위를 주도했던 사건 외 에는 조직에 대항한 적은 없다 이거야. 아, 그때 결말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론, 우리들의 손으로 사건을 해결 보았지만, 덕분에 난 1년 남짓한 학교생활동안 찍히 면서 살았었지. 하지만 나 스스로가 조심하고 자중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었거든. 그러니 뭐라 태클걸 인간이 어디있겠어? 대신 대학가는데 좀 않좋은 소리를 몇번 들었긴 하지만. 크흠! 아무튼,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조직'이라는 단위의 인간들과 대항을 하게 될 때, 일단 상대편이 여러가지 면에서 우리보다 위에 있는 경우에는 상대하기가 정말 골치아파진다. 힘, 재력, 숫자면에서 유리한 위치면 대 항을 하는 의미조차 퇴색될 정도지. 단지 이쪽이 가진것은 굳센 의지와 피끓는 청 춘 뿐!(악과 깡이라지?) 어쨌든, 과거에는 우리가 옳은 일을 하고 있었기에 신념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길 수 있었고, 상대였던 교사라는 사람들의 직위는 학생들이 있어야 존립할 수 있는 자리기 때문에, 약간 수그러진 태도에서 서로간의 대항을 시작하였지만, 지금 상 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 기억일 뿐이다. 매쉬암이 우리를 통해서 보는 이 익은 없으며(오히려 손해가 막심하겠지), 우리가 옳은 일을 한다 하여도 동조 해 줄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봤자 지금의 우리 일행들 정도일까? 그렇기에, 지금 상황은 꽤나 우리가 불리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거야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관 점에서 본 것이다. 내가 만약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물론 그랬을테지. 비록 정체를 드러내지는 않았어도, 나는 큰 힘을 가진 존재이다. 남용하고픈 생각은 별로 없지 만, 지금은 깊은 관계가 되어버린 내 애인을 노예취급 했으며, 그녀의 동족을 노 예 취급했기 때문에 매쉬암에 대해서는 힘에 제한을 두고싶지가 않다. 훗, 덕분에 에실루나를 만나게 된 점에서는 일단 감사하게 여기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라구. 어쨌든, 나는 드래곤으로 태어나서 라스킨 이후로 제대로 상대하고픈 상대 를 만난 것 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그 자체로도 거대한 투쟁이요, 그러니 그 안에 서 벌어지는 투쟁들은 그 큰 투쟁에 비하면 아무런 것도 아니다… 라는 말이 생각 나는군. 그다지 싸움을 위한 인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너무 얽메이지 말 라는, 뭐 대충 그런 말이지. "…저럴때는 머리속에서 각종 횡설수설이 돌아갈 때에요. 가끔 밖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상당히 재미있거든요" "그런가요? 상상력이 좋으신 분이네요…" …미리안아. 에실루나를 상대로 대체 뭘 가르치고 있는 것이냐! 분명, 머리속에 서는 횡설수설 모드가 진행중이지만, 그렇다고 그걸 강의까지 해 줄 필요는 없잖 아. 과도하게 밝은 드래곤의 귀는 엘프의 발자국 소리도 잡아낸다구. 너희들이 소 근거려봤자, 내가 듣지 못할 말은 없는 것이다. 아마도 에실루나는 자기보다 5년 을 더 함께 살아온 미리안이 말하는 것들을, 고개를 끄덕거리며 잘 새겨듣느라 눈 이 반짝반짝거릴 것이다. 에휴, 철부지 애인들이군. 숲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약간의 긴장도 늦출 수가 없엇다. 숲을 나온 그 초입에서, 하마트면 매쉬암의 조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우리들이 발각당할 뻔 했기 때문이다. 숲이 끝나고 깎아지른 바위로 만들어진 뾰족한 봉우리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그 시점에, 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떠억하니 버티고 있는 극육질의 한 사람을 보고, 우리는 재빨리 몸을 숨겨야 했다. 킬은 짧게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윽, 하마터면 들킬 뻔 했습니다. 감시병일까요?" "아마도 그렇겠지요. 아마 산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여러개인것 같습니다" 나는 킬의 말에 대답하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일단, 지금은 저 한명만이 보이 는 것으로 봐서는, 감시인원은 저기 저 한명뿐일 것이다. 나는 우리가 멈춰섬에 따라서 내 앞에서 멈춰선 드라이어드에게 말했다. "드라이어드. 여기 주위에 우리와 저 앞의 사람말고, 또 다른 사람은 없어?" "음… 서서북쪽 5마일에 하나, 북동쪽 3마일에 하나의 인간형 생물의 반응이 있 어요" "그 외에는?" "에, 또… 저 길로 들어가서 1마일쯤 되는 거리에 네다섯의 인간형 생물의 반응 들이 있어요. 그것 외에는 탐사범위에 들어가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좋아" 일행은 드라이어드의 설명을 듣고는 서로 눈을 맞추면서 짧게 의사를 교환했다. 주위에는 저사람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 사람을 기절시키거나 혹은 죽이고서(죽이는 것은 싫은데…) 저 길로 들어가는 것이군. 킬은 모두의 눈 빛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끄덕이거니 일행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머기, 탐지마법. 라니안느하고 에실루나, 그리고 미리안씨도 무탁드립니다. 페 이그니스씨는 그… 와이어를 준비해 주세요" 와이어를? 나는 이미 스펠 캐스팅에 들어간 네명을 보면서 킬이 무엇을 주문할지 를 이해했다. 와이어로 탐지마법에 걸린 함정과 경보장치를 해제시키는 것이로군? 호오… 킬, 당신말야. 정말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것 같아? 평범한 전사가 아니군. "파인드 매직Find Magic" "서치 더 매직 오브젝트Search the magic object" "디텍트 매직Detect magic" "마나 트레이스Mana trace" 네명의 마법 사용자들에 의해서 각기 다른 네개의 탐지마법이 발현 되었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탐지계열에 다른 마법들을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감인가? 마나 의 충돌만 봐서는 상대가 무슨 마법을 쓰는지 알 수는 없다. 단지 마법이 사용되 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이지. 그런데 이들은 각자 각기 다른 마법을 사 용함으로서 뭔가 마법사 끼리는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니라면 머기가 수신호를 보냈을 수도 있겠지. 뭐, 각기 다른 마법이 사용되면, 그만큼 사실에 객 관성이 더해지는 것이니, 좋은 것이다. 나쁘게 생각할 이유는 없는 것이야. 제일 먼저 성과는 거둔것은 제일먼저 마법을 사용한 머기였다. "저 사람의 5피트 옆, 땅속 10인치. 경보장치 하나" "그리고… 저 사람의 뒤편으로 10피트. 함정이에요" "북서쪽 30야드의 바위에 움직임 탐지로 사용되는 마법물체가 보이네요" "저 사람의 허리춤 주머니로 마나가 유통되고 있어요. 마법물체가 있을 것 같은 데, 아마도 보호구가 아닐까 싶어요" 네명이 찾아낸 결론이다. 아마도 네명은 그들이 말해낸 함정이나 물건들을 전부 찾아냈을 것이지만, 한 사람이 하나만 말하는 것으로 일인당 탐사시간을 조금 더 늘리고, 객관성을 부여하고자 한 것 같았다. 나는 결과들을 듣고는 오른손의 와이 어 건틀렛을 만지작 거리면서 말했다. "자아, 그럼 제가 나설 차례인가요? 먼저 제일 가까운 함정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요. 제가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건틀렛이 가진 마법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시작해 주세요" 나는 먼저 저 앞의 경비병(…으로 부르기로 했다)의 5피트 옆, 땅속 10인치에 있 는 경보장치를 해제하기로 마음먹고는 땅에 손을 짚었다. 시료스? 준비는 되었겠 지? 땅속이다. 가장 가늘은 와이어를 뻗어라. 시작! 《Yes. My Master》 시료스의 힘있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손목에서 뭔가 사르륵 움직이는 느낌이 들 었다. 하지만 워낙에 가늘은 와이어라서 그 어떠한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서 잠깐동안의 시간이 흐르자 시료스의 목소리가 머리속에 울려왔다. 《찾았습니다. 팬던트. 마법물체. 계열은 경보장치계열. 파괴하겠습니다》 -116- 004.3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시료스가 파괴한다고 하는것을 보면, 아마도 연계마법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괜 히 내가 퍼스널리티 스톤을 넣은게 아니지. 그 정도의 판단력 쯤은 기본중의 기본 이 아니겠어? 맨 처음의 경보장치를 파괴한 시료스는 땅 속에서 계속 이동해 가면서 그 근처의 마법물체들을 전부 파괴하거나 못쓰게 만들었다. 저 경비병의 허리춤 주머니의 있 는 물체 역시 시료스가 간단히 처리했지. 일반 무명사 정도의 굵기를 가진 와이어 다. 웬만큼 주의 해서 볼 정도가 아니라면, 찾아내기도 어렵거니와, 땅속에서 스 윽 올라와서 허리춤에 있는 물건만 못쓰게 해버리는데, 저 앞의 경비병이 뭘 알겠 나? 10분 동안의 시간동안, 시료스는 모든 일을 다 끝내었고, 나는 만족해하는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끝났습니다. 이제 앞에는 더 이상의 경보장치나 함정은 없을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저 경비병이 숙면을 취하는데 동의하시는 마법 사용자 여러분은 속히 시작해 주세요" 킬을 익살스럽게 말했고, 그 말에 '마법 사용자 여러분'은 거의 동시에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네명이 거의 동시에 한가지 마법을 사용하게 되었다. "슬립Sleep" 4연발의 슬립이다. 한 명의 목표로 쏘아지는 마법은 그에게 하여금 많은 저항의 기회를 거두어갔고, 그래서 그는 뭐라 웅얼거림 틈도 없이 털썩 쓰러져 버렸다. …4연발? "잠깐, 지나얀은 어디있어요?" 마법을 써서 경비병을 잠들게 한 뒤, 약간 흐믓한 표정을 지고 있던 사람들의 표 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고 보니까 아까서부터 마법을 사용하는 인원은 네명 뿐이었잖아? 지나얀은 어디로 간거야? "그, 그러고보니… 그 안개지대에서부터…?" 츠렌의 조용한 중얼거림은 한순간 우리를 또다시 딱딱하게 굳게 했다. 이, 이런! 마르티구스에게 정신이 팔려있다 보니까 지나얀을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어! "피잇. 너무해요들. 이제야 알았어요?" "우왓!" 킬이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방 향에는 지나얀이 꿍한 표정을 짓고는 팔짱을 끼며 서있었다. 어라라? 그녀는 불만 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사람들이 없어져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간신히 사람들 찾아서 가니까 나를 싸악 잊어버리고는 숲으로 스륵 들어가 버리고. 치잇, 너무해요!" 그래서 계속 우리가 그녀를 찾을 때까지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는 건가? 우 리는 잠시 토라져있는 그녀에게 사과하느라고 약간의 시간을 소비해야했다. 결국, 우리는 지나얀을 달래놓는데 성공했으며, 그렇게 되는 데에는 나의 배낭에서 나온 쿠키 세봉지가 사용되었다. 으윽, 어린애군. 나는 잠든채 쓰러져있는 녀석의 기억을 싸이를 이용해 약간 조작시켰다. 잠깐 졸 았지만 이상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끔 해 놓고, 경비병이 지키던 산길로 올라가 기 시작했다. 아, 덤으로 혹시 이안에 뭐가 있는 지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했지만, 그의 머리속에서 나온 정보는 그저 1마일 들어가면 나오는 교대용 초소에 관한 것 뿐이었다. 매쉬암이니까, 철저하게 일을 꾸몄겠지. 숲이 끝나면서 갑자기 나온 바 위산들의 모습은 참으로 신기하기까지했다. 풀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많은 수요는 아니었다. 아마도 이곳의 주 구성물질이 딱딱한 바위라서 그 런 것이겠지. 산들의 무덤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은 아닐거 아냐? 산을 올라가는 길은 그렇게 험하지는 않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듯, 길은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인하여 잘 다져져 있었고, 그랬기에 우리는 산에거 길을 헤 메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어느정도 길을 따라서 가다가 길에서 90도 꺽어져 바위와 풀이 존재하는 산길쪽으로 들어가야했다. 왜냐하면 저 길은 감시당 하고 있을것이 뻔했다. 무엇보다 1마일 밖에 안 떨어진 거리에 교대용 초소가 있 다고 했으니까. "드라이어드. 프로텍티브 컬러링 이펙트Protective coloring effect(보호색효과) 가능하지?" "네. 할까요?" "해" "예. 프로텍티브 컬러링 이펙트 타입 포레스트Protective coloring effect type forest. 시작합니다" 약간 숲의 색이 모자르기는 했지만, 숲을 이용한 보호색 효과를 내는데는 문제가 없을듯 싶었다. 조금 모자르면 드라이어드가 알아서 내 힘을 끌어다 사용할 테니 까. 이것으로 이제 초소에서 우릴 발견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일단, 초 소라는 데가 어디 붙어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마 그 옆을 바로 지나가지 않 는다면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숲속에 가만히 있는 사슴도 웬만하면 찾기 어려운 법인데, 숲의 정령이 만들어낸 보호색을 과연 인간이 잘 찾을 수나 있으려나? 대 답은 부정적이다. 하하핫! "자아도취에 빠지면 표정이 저렇게 되니까 잘 봐두세요. 저럴 때 한 두마디 정도 로 띄워주면 주체없이 날아다니거든요" "…자주 저러세요?" "아니요. 가끔 저래요. 서너달에 한번쯤?" ……철부지 애인들…. 드라이어드의 안내를 따라서 하루 반의 시간동안 숲속을 가로질렀다. 숲길이고, 조용하게 움직였으니까 대략 20마일 조금 되는 거리를 가는데는 상당히 오래 걸렸 다고 보겠다. 아니, 오래라고 보기에는 조금 그런 감이 있지. 하루 반의 시간동안 걸어간 시간이 거의 30시간쯤 되니까. 노련한 도보 모험가들인가 본지, 킬의 일행 은 걷기에 능숙함을 넘어선 자연스러움과 빠르기는 보여주었다. 한 10년동안 하루 에 스무시간쯤 걷는 생활을 하면 이런 속력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평야에서의 직 선 20마일과 산에 펼쳐진 숲의 직선 20마일은, 일단 그 느낌부터도 틀리고, 실질 적인 거리도 틀리니까. 여러 기복도 심했고, 길도 나쁘고, 기타 여러 요소가 종합 되어 계산을 때리면 대략 25마일에서 30마일을 걸은 셈이지. " …하지만 덕분에 수확을 건진 셈이군요" "예. 그렇게 보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보호막에 둘러쌓인 채로, 산 한가운데에 형성된 40호 정도의 촌락 을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뭘 하나 싶었더니 마을이야? 산 속에 이런 마을을 만 들어 뒀단 말이야? 일단 말 해두지만 지도에는 저런 마을은 전혀 나와있지 않다.( 참고로, 내가 사용하는 지도는 미리안이 휴가차 마을로 내려갔었던 어느 날, 어머 니가 여행용 선물이라면서 가져온 왕실의 지리서였다. 각종 마을과, 특징에 대해 빼곡히 쓰여져 있고, 삽화까지 있는 지도'책'이었다) 나는 잠시 포켓에서 망원 안 경을 꺼내 마을을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곧이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뭔가 보입니까?" 내 안경의 성능을 미리안에게서 전해들은 킬이 옆에서 나지막하게 물어왔고, 나 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계속 마을을 살펴보면서 말했다. "노예…입니다" "예?" "빌어먹을 자식들… 아예 이젠 노예양성촌을 만들었군요…" 내눈에 보이는 것. 족쇄가 달린채로 힘없이 걸어다니는 남자와 여자, 아이들. 유 사종족은 보이지 않는다. 인간들이 족쇄가 달려진채 힘없이 걸어다니고 있다. 그 리고 그 사이로 모든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감시자들이 내눈에 보였다. 일단 전사 들이 대부분 이었지만, 군데군데 그들의 호위를 받는 마법사좌 성직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건물들의 옥상에는 궁수들도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최대 5발의 연사가 가능한 석궁이 들려져 있었고, 허리에는 숏소드, 등에는 언제라도 석궁 다 음에 쏠 수 있도록 해 놓았을 것이 뻔한 숏 보우Short bow와 화살통이 보였다. 아 마도 철저하게 길러진 궁수들일듯 싶었다. 집들 안에는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대략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수와 집으로 들어가거나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수를 유추해 보자면, 한 집에 8명 내지 10명이 있고 감시원은 그에 1/3에 해당하는 숫 자가 집집마다 딸려있으며, 그 외에 200여명 정도의 인원들이 보였다. 일단, 천막 과 간이식 건물이 보이는 곳은 병사들의 숙소 같았거든. 나는 대충 이런 사항들을 조용히 일행들에게 설명했고, 킬은 나의말을 듣고는 곧바로 질문해왔다. "그러면,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것 같습니까? 대개 이런 곳에서는 노동 을 시키지 않습니까?" 나는 그의 말에 따라서 사람들이 대체 무슨 노동을 하는지 잘 살펴보았다. 하지 만 그들의 옷은 일단 깨끗했다. 노동으로 인해 더러워진 흔적은 하나도 없었지만, 왠지 그들의 표정은 반쯤 넋이 나가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식사를 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와 한쪽에 마련된 식사장으로 가고,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모습 외에는 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으으윽… 묘하게 기분나쁘다.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식사를 하러 가는 사람과 식사를 하는 사람, 그리고 식사를 끝내고 돌아오는 세 부류밖에는 없습니다" 일행들은 나의 말을 듣고서는 묵묵히 생각했다. 그리고 지나얀이 마침내 입을 열 었다. "멍한 표정이라면… 환각마법이나 환각제가 아닐까요? 경비병이 서있다면, 저것 은 페이그니스씨가 말씀하신대로 노예촌이예요. 그리고 그들을 제어하기 위해서 약이나 모종의 마법을 사용한 것이라 추측 해 볼수 있겠죠" 사람들은 모두 놀라하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런! 그녀가 이런 정상적 인 이야기를 하다니! 그녀는 잠시 시선을 느끼더니 깜짝 놀라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나, 식물을 옮겨심는 일(모종)이 아니에요. 불확실하고 밝히기 어려운 어떠 한 무엇(모종)을 말하는 거…" 사람들은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 쓸만한 동음이의어가 모종외에 없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군. 아무튼, 지나얀의 말대로 저것은 노예촌이며, 그들은 모종의 약품이나 마법으로 세뇌를 당해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일단은 음식물에 환각제를 투여하는 방 법이 제일 보편적이겠군. 식사시간마다 일정한 환각제를 먹여서 이지(理智)를 상 실하게 하여 간단한 두어마디 말로서 조종을 하는 것이겠지. 그렇게 되면 경비병 이 그다지 만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거기에 마법사와 성직자를 이용한 세뇌마법을 사용하면 효과는 극상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웬 노예촌이냐? 설마하니 지난 번에 내가 경매장을 싸글이 뒤집어 엎은 것 때문에 사업영역을 새로이 개척한 건 가? 여기서 노예를 길러서 다른곳으로 넘긴다…를 생각 해 볼 수 있겠군. 여기는 물건(?)들을 일차적으로 모아 선별(?)하는 장소인가? 그러고 보면 한 집으로 들어 가는 사람들의 키와 체형, 머리색이나 길이가 비슷비슷 하다. "…구해내려고… 해도… 쉽지… 않을거예요…. 세뇌 당해있으면… 도리어… 적이 될거예요…" 라니안느가 가뜩이나 조용한 상황에서 더욱 조용히 말해왔다. 그렇다. 킬의 일행 이 가지고 있는 목적은 매쉬암의 음모분쇄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저기 있는 사람 들을 구해낼 것이다. 하지만, 라니안느의 말 대로 세뇌되어 있으면 한두마디의 암 시로도 우리를 공격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 그녀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거미줄처럼 짜여진 감시망을 자랑하는 저 경비병들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숫자적으로도 불리하 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명 이상의 숫자가 있다. 거기에 적어도 320명의 노예 들이 있다. 총합이 600을 넘는 인원을 꼴랑 10명도 안되는 인원이 막기란 거의 불 가능에 속한다. "헤에… 토크 투 데스녀석들에게 한두명 표본으로 보여줬으면 싶은데? '세뇌당했 다는 말은 이런 사람들에게 써!' 라고 말야. 헤헤" 츠렌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고, 우리는 풋하고 웃었다. 음… 한번 그렇게 해 보 고도 싶군. "우리가 세뇌시켰다고 할 걸. 그녀석들은" 머기의 조용한 한마디에 우리는 큰 소리를 내서 웃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크 하하핫! 분명이 또 우리가 세뇌시켰다고 할 거야! 으하하하핫! -117- 004.3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잠시동안 농담으로 시간을 보낸 우리는, 매쉬암의 저 음모를 쳐부수기 위하여 계 획을 짜내려했다.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아주 많이 산적해 있다. 내가 제한없 이 마법을 마구마구 사용한다 하더라도, 저 감시인원들은 어떻게 할 수 있을 수가 없으니까. 왜냐구? 기본적으로 나는 일단 사람을 죽이기는 싫거든. 내 목숨이 귀 한 줄 알면, 다른사람 목숨도 귀한 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 물론, 엄청나게 큰 종 족적인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저쪽에서 날 먼저 죽이려 들지 않는한, 나는 저 쪽을 죽이고 싶지는 않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충분히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것 이니까. 게다가 한번 유혈사태가 벌어지면, 저쪽에서도 처절하게 우리를 몰고 들 이닥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거든. 흐음…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마비계열의 마법들을 퍼레이드 하듯이 팍팍 써대서 사람들을 전부 기절시킬까? "…그리고… 탈출로의 확보… 그것도 문제예요…" 라니안느는 또 다른 문제점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짚어내었다. 그렇다. 우리는 여기까지 오면서 들키지 않게 오기 위해 숲을 가로질러서 여기까지 어떻게든 도달 할 수가 있었다. 우리가 길을 닦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만, 우리가 만든 길은 어디까지나 소수정예를 위한 길이다. 탈출로의 확보도 아주 큰 문제이다. 입구는 여러개가 있지만 그 곳에 설치된 함정이나 마법, 그리고 경비대원들을 피해서 사 람들을 무사하게 여기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툰즈 프로티까지 어떻게 보내느냐도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이다. "그렇다고 군대를 끌고 올 수는 없겠지요" 킬도 고심하는 표정이었다. 증거 불충분이라는 항목에 더불어서 설령 군대를 데 려온다 하더라도 여기까지 오는데 군대의 이동속도로 약 3일의 시간이 걸린다. 매 쉬암이라면 3일이란 시간 동안 이곳 마을에서 사람들을 전부 철수시키고, 이곳은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수도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에는 소수 정예로만 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지. 그리고 그 소수정예란 바로 우리가 되는 것이고. "페이그니스, 여기까지 와서 손을 떼는 것은 아니시겠죠?" "내가 그럴 인간으로 보이면 칼로 날 찔러" "그러지요" 스르릉… "…칼 집어 넣어. 대체 내가 그렇게 못마땅하는거야? 쳇, 농담걸면 얼굴이 새파 래 져서는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수시로 농담을 해대는걸 보면 정말로 신물이 난 다니까…" 에실루나는 차분한 표정으로 다시 칼을 집어넣고는 내 궁시렁 거림에 살짝 웃었 다. 대체 이 애인들은 어떻게 된건지, 농담을 하면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데도 수 시로 날 가지고 논단 말이야? 에휴, 둘다 어리군 어려. 어쨌든, 나는 여기서 '어? 우리일이 아니네?'하고 빠질 정도로 인간성이 나쁘지 않다. 어느쪽이냐고 하면, 좋은 편이겠지.(…미안. 나 조차도 별로 못 믿겠다) 한 번 시작한 이상, 끝을 봐야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여러운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이 것을 해결해야한다. "안경" 머기가 갑자기 불쑥 나에게 손을 내밀면서 말했고, 나는 깜짝놀라면서 안경을 벗 어서 그에게 주었고, 그는 안경을 쓰더니 마을은 잘 살펴보기 시작했다. 음… 자 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싶다는 것인가? 그는 눈동자를 굴려가면서 마을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입술 끝이 약간 일그러졌다. 에? 그는 작지만 화를 참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버켄마 스콜피온Virkenmaa Scorpion의 독, 네이브라 민트Neybra Mint의 잎사귀, 사막 대마로 만든 하시시Hashish, 사이에그롭 독거미의 거미줄, 레젠트라 사막의 라임 오렌지Lime Orange …" 버켄마 스콜피온… 물리면 극도의 환각작용과 더불어 죽게된다는 남부 사막지대 의 유명한 생물. 네이브라 민트… 강렬하다 못해 살인적인 향을 자랑하는 향신료로서, 많이 먹으 면 향기에 의한 환각작용을 겪게 되지만, 중독성도 없어서 마약 대용으로 널리 쓰 임. 사막 대마로 만든 하시시… 하시시중에서는 최고급으로 치는 물건이며, 최고급인 만큼 환각작용도 끝내준다. 사이에그롭 독거미… 사람이 물리면 3분만에 간다는 극독을 자랑하고, 그 녀석이 치는 줄에도 약간의 독기가 있어 마비효과를 가져옴. 레젠트라 사막의 라임 오렌지… 특이하게 사막에서만 자생하는 보기드문 라임나 무로서 3년에 한번 열매를 맺는데, 그 라임의 즙은 엄청난 해독작용을 한다. 사막 에서 나오는 웬만한 독은 전무 이 라임으로 해독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들의 이름이 왜 나오는거지? 머기는 잠깐동안을 침묵하더니 이윽고 다시 말했다. "하이뤂스가 비전Hailoups家 秘傳, 상실의 축복[Blessing of Loss]이 어째서?" "서… 설마…?" 머기의 말에 라니안느의 표정이 하얗게 변했다. 머기는 그녀에게 안경을 건네주 었고,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다급하게 안경을 쓰고는 마을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 다. 그리고 조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손으로 입을 가리기 시작했고, 그녀의 입 에서는 작은 목소리가 실낱같이 새어나왔다. "맙소사… 맙소사… 이런 일이…" 나는 잠시 어리둥절 해야했다. 하이뤂스? 들어 본 적도 없는 이름인데? 아니, 그 렇다고 해서 내가 세상에 퍼진 인간 가문을 다 외우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계보라 고해도, 제일 최근 것이 500년 전의 계보였으니까 지금은 쓸모도 없겠지. 그건 그 렇고, 대체 저 두명은 왜 저렇게 놀라하는거야? "하이뤂스… 하이뤂스… 아! 하이뤂스읍…!" 지나얀이 뭔가를 생각해 내고는 큰 소리를 지르려다가 단번에 츠렌에 의해 입이 막히고는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뭔가를 알아낸거야? 츠렌은 자신의 입술 위에 손 가락을 세우면서 조용하라고 했고, 지나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설마하니, 막은 손을 뗐다고 소리지르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그녀는 다행히도(!) 소리를 지르 지 않았고, 우리는 그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하이뤂스는 제국의 극서쪽에 사는 아는 사람이 몇 안되는 약술사의 가문이예요. 그들이 사용하는 것이 워낙에 마법 이상의 효과를 내기 때문에 일부 마법사들이 거기서 약초학과 약학, 약간의 화학을 배워오기도 해요. 그리고 머기가 말한 상 실의 축복은 하이뤂스가에서 내려오는 비전인데, 아마도 이지를 상실하게 만들어 서 간단한 며영에 따르게끔 한 약이에요. 중독성도 없고, 신체를 상하게 하는 것 도 아니죠. 나중에 제작자만이 알고 있는 해약을 사용하면 이지가 말끔하게 돌아 와요. 주로 납치와 심문에 많이 사용되죠. 하지만 비전인 만큼, 만들기도 어렵거 니와, 만드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어요" 호오… 그런 물건이야? 그런데 라니안느하고 머기는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던 데? 머기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는 고개를 돌리면서 잠시 헛기침을 했다. "현할아버님과 하이뤂스가와는 인연이 조금 있었다" 그는 그렇게 짤막하게 말함으로써 사람들의 의문을 해소시키려고 했지만, 그것이 그렇게 마음대로 되나? 도대체 어떤 인연이기에 가문에서 비전까지 가르쳐 주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단 말이지. 다시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모아졌고, 그는 다시 짧 게 말했다. "에나 V 사이뤂스. 현할머니" …이것 봐! 그게 '인연이 조금'있었던 거냐! 자신의 현할머니와 현할아버지의 인 연을 '조금'이라고 표현하는 저 현손자를 마르티구스는 속에서 얼마나 욕을 퍼부 을지 상상이 간다. 그래서 그의 표정이 조금 찡그려진 것 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라니안느는 어째서 그걸 알고 있는 것이지? 그녀는 안견을 벗어서 잘 접고는 나에 게 돌려주면서 말했다. "저는… 사이뤂스가의… 유일대외비전 전승자(惟一對外秘傳 傳承者)…예요" …이건 또 무슨 인연이람? 나는 그것을 묻고 싶어졌으나, 그만 두기로 했다. 유 일하게 대외적으로 비전을 전승받았다면, 매우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묻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지나얀의 설명으로 저것은 사용자의 명을 확실하게, 그리고 절대적으로 듣게 만 들지만, 해약만 있으면 '이보다 더 안전 할 수는 없다'라는 타이틀을 달게되는 비 전승 묘약인 '상실의 축복'을 복용한 채 이지가 없이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사람들 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마을이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침입자에 대해서 얼마 든지 시퍼렇게 갈아 놓았을 것이 분명한 칼과 언제라도 발동 가능한 마법들을 준 비하고 있는 비 우호적인 단체들이다. 오호라~ 얼씨구야구나~ "우리의 과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네요" 미리안이 북쑥 말했고, 우리는 그 말에 동감했다. 사람들을 구해서 밖으로 나가 는 일과 저 안의 매쉬암 일원들을 무력화 시키는 일의 두가지였던 우리의 과제는 상실의 축복의 해약을 찾아내야 하는 과제의 추가로 세개가 되어버렸다. 킬은 머 리를 긁적거리면서 머기에게 말했다. "머기, 해약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건은 어느것들이야?" "재료들" "…그러니까 무슨 재료…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 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멋지군. 특별한 다른 물건이 필요 없이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들만 있으면 해약을 만들 수 있다는거야? 하지만 그런만큼 킬의 얼 굴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물건들은 전부 사막에서 나오는 특산물들이거든. 결국 우리는 다시 방법을 생각해야했다. "다 때려부순다~" "나올 줄 알았지만 기각" "죽여" "…기각" "경비병들만 전부 암살하는 방법은 어때?" "어느세월에? 기각" "저어… 그러니까… 우리가 들어가서…" "기각" "아… 너무해요…" 수 많은 의견들이 반짝이면서 나타났다가 기각이란 꼬리를 달고는 혜성처럼 사라 지는 가운데, 그간 묵묵히 있던 라스킨이 말했다. "마스터.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그래? 말해봐 라스킨" "약을 사용한쪽이 저쪽이면, 저들에게 그 해약이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저들에 게도 그 약이 남아있을 테고요. 그러니, 저희가 몰래 들어가서 저들의 해약을 훔 쳐내고 그 '상실의 축복'인가 하는 약을 식사에 섞어 저들에게 먹이는 겁니다" 호오… 비교적 쓸만하군. 우리는 감탄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리고 머기의 초치는 한마디에 라스킨은 갑작스럽게 들어온 세부사항의 질문에 대해서 잠시 머뭇거리는듯 하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그것을 지금부터 토의해 보도록 하죠?" "……" 사람들의 시선이 약간은 한심해졌지만, 지금까지 나온 어떤 계획보다도 훨씬 쓸 모가 있었다.(앞서 아온 이야기들에 계획이라는 칭호를 부여할 수 있다면 말이다) 우리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는 뼈대가 잡힌 계획에 살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그 러는 김에 아예 드라이어드와 노움으로 여기에 공터를 만들고, 드라이어드에 의한 보호색과 빽빽한 나무결계(하지만 밖은 보인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한 2중 눈속 임수와 2중 결계, 공기순환을 시켜 놓았다. 이 정도면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캠프 파이어를 하더라도 불빛이나 그 연기,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나의 망원안경으로 마을을 번갈아 봐가면서 지도를 작성하고, 한쪽에서 는 저녁밥을 만드는 시간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금방 어두워지네요. 역시 산이라서 그런 건가?" 킬은 자신의 모포를 덮으면서 검게 변한 하늘의 별에게 이야기하듯 말했고 그와 같은 장소에 시선을 던지고 있던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산이 라서 그런지, 해가 빨리 지는군. 주위에 봉우리들이 많다 보니까 이곳은 해가 늦 게 뜨고 빨리 지는 지대지. "후아아아암… 냥… 슬슬 교대 시간인데…" "고양아… 냥냥소리 좀 그만 둬라…" "시끄러! 네 차례야!" 킬은 투덜거리며 츠렌에게서 안경을 받아서 츠렌이 하고잇던 일, 그러니까 마을 을 감시하기 시작했고, 츠렌은 모닥불 건너편에 여자들이 옹기종기 뭉쳐있는 모포 더미(?)쪽으로 달려가 그들과 합류했다. 음… 여자들은 저렇게 모여있으니 따뜻하 겠군. 그녀들의 까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끄아아아아아아악!" -118- 004.3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으와아악!" "꺄아!" "아앗…" "으허억?!" 갑자기 들려온 비명소리에 나와 미리안, 에실루나, 라스킨은 일제히 귀를 손으로 틀어막아야 했다. 뭐, 뭐야! 이 고막을 찌르며 들어오는 비명소리는?! 그리고 다 른이들은 갑자기 행동의 일체화를 보여주는 우리들을 보면서 조금 놀란 듯 했다. "이, 이것 무슨? 그리고 왜들 그러십니까?" 킬을 당황해하며 말했지만, 나는 갑작스러게 고막이 찌잉~ 하고 울려왔기 때문에 제대로 대답 할 수 없었고, 그것은 다른 세명오 마찬가지인가 보다. 드래곤의 폴 리모프체라서 저 정도의 소리로 터질 고막이면 진작에 갈아 치웠을 테지만, 고막 이 약해서 이런것이 아니다. 단순히 귀가 좋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그러고 보니, 귀를 막은 사람들은 전부 비인간이군. 그것도 귀가 무진장 밝은. 그리고 조금 시 간이 지났을까? 각양각색의 비명소리가 산을 울리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으어억!" "으아아아아아아…!" "역(逆) 사일런트!" 나는 슬슬 익숙해져서 귀를 막지 않아도 되었지만, 미리안이나 에실루나, 라스킨 은 너무 괴로워들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역 사일런트를 걸어서 소리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마… 마법도… 쓰세요?" 라니안느는 나의 모습에 흠칫 놀라하면서 물어왔고, 나는 아차 싶었다. 이런! 애 인들이 얽히니까 실수를 했군! 하지만 나는 태연한 표정으로 오른손에 착용한 건 틀릿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설마 제가 캐스팅 타임도 없이 마법을 사용하겠습니까?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마법이 꽤 많아서요" "아… 그러시군요…" 내가 워낙에 많은 마법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휴우, 넘어가서 다행이군. 나는 갑자기 소리가 차단 되어 주위가 조용해지자 그제사 귀를 막은 손을 서서히 떼는 세명을 보았다. 다들 괜찮은가? "다들 괜찮아? 그건 그렇고 갑자기 웬 비명소리지? 귀가 떨어져 나갈것 같군" "그러게요… 저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킬이 마을을 계속 주시하면서 말했다. "경비병들은 모두 귀마개를 하고 다니고 있군요. 이 상황은 아마도 그들이 의도 했을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군요" 당연히 알 수가 없겠지. 나도 모르니까. 알면 신룡이게? 소리가 차단되어서 비명 소리들이 들리지 않는 것은 괜찮았지만, 이래가지고는 누가 뭘 하는지 알 수도 없 게 된다. 상황판단을 함에 있어서 소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를 못하지. "실프! 우리가 쳐놓은 결계로 들어오는 모든 소리의 양을 1/3로! 사일런트 해제" "끄아아아…!" "으아아…!" "꺄아아!" 실프덕에 소리가 훨씬 줄어 들었지만 그래서 인지 사람들이 질러대는 비명소리는 더더욱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대체 뭐야? 에라, 너라면 혹시 모르겠군. 싸이! 나와봐! 「음. 사정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는 마치 그때 그 경매장 같은데?」 갑작스럽게 나타나더니 인사도 없이 본론이냐? 그건 그렇고, 경매장 같다니? 「쓸데없는데 시간죽이기는 질색이다. 저 목소리에는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고통과 절망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전부 마을의 한 곳으로 모여져 가고 있다. 신음성이 날 지경이군. 이 정도의 마이너스 에너지는 정말 강력하기 그지 없다」 뭐라? 그러면 누군가 또 이 감정들을 필요로 한다는 소리야?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잠시 황당해해야 했다. 경매장에서는 탐욕으로 물든 감정들을 가져갔지. 이 번에는 고통에 찬 사람들의 비명인가? 약까지 먹여놓았으니 아무런 말도, 행동도 못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마법으로 환각이라도 보여주는 것일까? 나는 잠시 침묵했 다. 이런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줘야하나 말아햐 하는 문제로 잠시 고민했고, 나 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못 알려 줄 이유는 없지 않겠어? 나는 사람 들의 주의를 모아서 내가 알아낸 바를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그러자 일행은 역시 못 믿겠다는 뜻이 역력한 표정으로 비명이 흘러나오는 마을을 내려다 보다가 다시 서로에게 시선을 맞추고는 이내 불쾌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저 마을은 노예가 될 사람들을 집합하는 장소가 아닌, 하나의 자체적 인 공장인 셈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킬과 나의 짤막한 대화로 거의 모든 것은 설명이 되었다. 저 곳은 지난번 경매장 에서 매쉬암이 질투와 욕망등을 모았던 것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 금 더 노골적으로, 그렇지만 아주 확실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감정을 긁어 모으는 것이다. 이번에는 본능에 제일 깊숙히 닿아있는 공포와 절망이다. 나는 나의 기억 속을 천천히 되집어 보았다. 무수한 지식들의 속에서 원하는 지식을 찾기 위해 더 듬거리던 나는 이윽고 원하던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공포와 절망… 죽음의 여신 바로 밑의 하위신. 나락의 지배자. 데소러…" 데소러. 죽음을 관장하는 여신 다키힐데의 바로 밑에 있는 공포와 절망을 관장하 며 모든 타락한 영혼들의 집합소인 나락을 지배한다. 그곳에서 그는 타락한 영혼 들에게 끝없는 공포와 절망을 안겨주어 그것을 자신의 힘으로 삼는다고 한다. 공 포와 죽음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죽음을 감지하는 감정이 곧 공포이며, 그 런 이유로 데소러는 다키힐데의 하위신이다. 또는 다키힐데의 또다른 분신이라고 도 일컬어 지는데, 여하튼 데소러는 시기의 신인 기심이나 욕망의 신 라기보다도 훨씬 높은 위치에 있다. 무었보다도 본능과 생존에 가깝기 때문이겠지. 그런 이유 로 다키힐데는 모든 음적인 신들의 정점에 올라있는 것이겠고. "데소러…요? 그렇다면 설마 저 마을 자체가 데소러에게 바치는 제물이라는 것입 니까?" 킬은 창백한 표정으로 물어왔고,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는 없었다. 아마도 감정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장소라면, 그곳에는 감정을 채집하기 위한 무 언가가 따로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데소러의 신전에 바치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데소러가 그 댓가를 내려줄 것이다. 하지만 대체 어떠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음적인 감정을 채집하는 것이지? 아무리 힘이 필요하다고 까지 하지만, 데소 러는 기심이나 라기보다 훨씬 고위이고, 그만큼 교활하다. 열심히 제물을 갖다 바 친다고 하더라도 데소러는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다. 다키힐데?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지. 저기 마을은 저것 자체로도 이미 하나의 공장이며, 저곳의 사제들은 대부분이 데 소러의 사제들일 것이다. 제길, 엄청 까다롭겠는데? 기심이나 라기의 사제 정도면 그에 미치는 권능은 내가 충분히 받아 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데소러급의 신 을 섬기는 사제들의 발현시키는 신의 권능은 아직 어린 드래곤인 나로서는 힘겨운 상대다. 거기에 저들은 그들의 힘을 더 강력하게 해 줄 재료들도 풍부하다. 저 구 역에서 발현하는 그들의 권능은 아마도 두세배 정도는 강력할 것이 눈에 선하다. 플러스 알파로 우리에겐 저들에게 대항할 신앙을 가진 동료가 없다는 것이다. 미 약하지만 다른 신, 그들과 성향이 다른 신을 모시는 성직자라도 한명 있었으면 내 가 조금이나마 서포트를 해서 어떻게 해 보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본체로 돌아가 서 저기를 자근자근 밟아버린다면 모를까, 지금의 인간형태인 방법으로는 그다지 좋은 수가 없다. 제길,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언령도 발동할 수가 없잖아? 발동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 없는 곳에서나 해야지, 사람들 뻔히 있는데서 언령 사 용하면 '나 드래곤이요'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결론. 흩어져서 행동할것. 나는 나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과만 움직일 것. 적들을 (특히 성직자들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것. 아아… 저것만으로도 문제다. 신의 권능은 언령으로 어떻게 대충 막을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350이나 되는 적이다. 거기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집단을 효과 적으로 봉쇄를 해야 한다. …어떻게! 아아… 이래서 숫자로 미는 집단이 가장 곤 란하다는 거야. 거기에 우리가 침투를 하려고 해도 저놈들의 경비망은 거미가 거 미줄을 쳐놓은 것 만큼이나 얼기설기 얽혀있고, 면직물 처럼 촘촘하다. 그들의 경 비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기대하느니, 차라리 나는 정한수라도 떠놓고 저기에 정 의의 신이나 그럼 종류의 신이 강림하길 손닳아 빌겠다. 으윽. "페이그니스님. 일단은… 라스킨이 내놓은 작전을 밀고 나가는건 어떨까요?" "그거도 괜찮은 의견이야 미리안. 하지만 저들의 경비망은 대책이 거의 안 서는 정도야. 마을 전체에 저들이 눈치 챌 수도 없이 환각마법을 건다면 또 모르겠지 만…… 아라?" 순간 나는 나의 말에 내가 놀라고 말았다. 경비병들을 포함해서 마을 전체에 환 각마법을 건다고?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네? 그렇다면… 마법진을 만들어야 하나? 마나의 융통성을 고려해 마법진을 만드는 수식은 포티아의 케리렌스 수식… 마나 가 대지에 유통, 문자와의 결합. 언어의 문자화, 의지의 문자화. 문자는 곧 의지 가 되고, 의지는 땅을 통하여 발현된다. 필요 매개체는 마나를 끌어 당기는 어떠 한 마법적인 물건들. 그 물건들로 흐르는 마나를 땅으로 흐르게 하여 문자화된 의 지를 통해 땅 속에서 조용한 충돌을 일으키며… 나는 빠르게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사람들에게 말 하기 시작했다. "미리안. 마법진 수식 알고 있지? 대단위 마법진, 환각계열이나 환상계열로 수식 을 계산해봐. 에실루나는 옆에서 수식 계산과 마나유통에 대해서 도와주고. 킬씨 는 마을 정 중앙에서 시작해 숲의 일부를 포함하는 거대한 원을 그려주세요. 머 기씨와 라니안느씨는 사용 가능한 모든 환각계열 마법을준비해 주세요. 아니, 준 비라기 보다도 뭐가 있는지 한번 체크들을 해 보세요. 잘만 하면 저 곳으로 들어 가는 것이 용이할 겁니다" 나는 슬슬 머리에서 이후의 상황들에 대한 시추에이션을 떠올렸다. 사람들은 갑 작스럽게 떨어진 나의 말에 얼떨떨하면서도 금세 내가 지시한것에 따르는 미리안 과 에실루나를 보고서는 이유는 나중에 묻기로 했는지 내가 지시한 일들을 시작하 고 있었다. 지난 5년동안 나는 미리안에게 마법진을 만드는 수식도 여러가지 가르 쳐 주었고, 지금 그녀는 내가 가르친 것을 잘 활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녀는 유수 한 제자에 속했고, 내가 가르쳐주는것을 아주 열성적으로 배웠다. 그녀는 에실루 나와 함께 뭐라뭐라 짤막한 대화를 나눠가면서 내 배낭에서 꺼낸 목판위에 종이를 올려놓고는 목탄으로 뭔가를 적어가면서 수식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비록 철부지들이기는 하지만, 이미 나의 의중을 정확하게 짚어내는것 같았다. "끝났습니다. 충분한 크기의 원을 그려 보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원의 지름이 얼마나 되죠?" "1과 1/4마일전도 입니다" 1과 1/4마일이면… 대략 지름은 5.몇 마일 정도 되려나? 어쨌든간에 충분히 가능 한 거리다. 나는 건틀렛을 벗어서 그에게 던져주면서 말했다. "시료스를 조종해 킬씨의 의지대로 원을 그리세요. 굵기는 가장 얇게 해서 그 원 을 그리시면 됩니다. 조종법은 간단합니다. 시료스가 알아서 조언도 해 줄 것입 니다" "아, 네" 그는 건틀렛을 손에 끼우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시료스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고, 이내 어깨에 긴장을 풀면서 시료스를 조종하기 시작 했다. "저기… 마스터. 전 뭘 하면 될까요?" 에? 라스킨은 자기와 츠렌만 할 일이 없어서 약간 뻘쭘하게 앉아있었고, 나는 약 간 생각하다가 말했다. "잠이나 자" -119- 004.3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농담이시죠?" 라스킨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에게 반문해왔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농담 이 아니라구. 라스킨은 멍한 표정에서 한순간에 주인에게 버림받은 강아지와 같은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다들 일하고 나면 잘거거든? 움직이는 것은 이른 아침인데 불침번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그러니 일찍 자두었다가 나중에 불침번 스라는 소리야" "아아… 그렇군요. 아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깨워주세요" "그래" 라스킨은 그제야 얼굴을 활짝 피면서 슬금슬금 모포속으로 들어가더니 곧장 코를 골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지시하는 일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나? "저는 뭐해요?" "…글쎄요" 츠렌은 인상을 구겼다. 하지만 말이야, 정말로 츠렌에게는 할 일이 없다고. 나는 그냥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자기가 할 일은 스스로 찾는것이 도적아닙니까?" "대개는 의뢰로 움직이고 그 안에서 자의로 행동하는데요?" 츠렌은 곧바로 대답해 왔고, 나는 할 말이 막혀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끙… 그 리고 그 때 날 구원한 사람은 머기였다. "끝" "여기…도" "저한테는 시키지도 않으셨지만 저도 했어요~" 음, 그러고보니 지나얀을 까먹었군. 어쨌든 그녀고 알아서 해줬다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지. 하지만 그녀는 말하는 것과는 달리 볼이 부어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자 꾸 지나얀을 까먹게 되는것 같은데? 어쨌든 세명의 마법사가 간추려낸 환상계열의 마법은 대략 12개 정도. 다들 수준 이 어느정도 뛰어난 마법사 들이고, 머기는 마르티구스 덕분에 다른이들 보다 많 은 마법들을 알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세명이서 사용 가능한 중복 안되는 환상계 열 마법이 12개라니, 대단한데? 그리고 킬은 어느새 시료스를 이용하여 완벽한 원 을 그리는게 성공했다고 한다. 그는 건틀렛을 자기가 있던 자리에 벗어두고서 크 게 기지개를 폈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약간은 버거운 과제인지 아직도 나무판을 들고서 수장의 종이를 버려가며 손에는 까맣게 목탄칠을 한채로 끙끙거리고 있었 다. 그러고 보니까 필기도구를 만든적이 한 번도 없었군. 그녀들에게 맡겨진 과제 가 역시 조금은 어려웠나본지 자신의 할 일을 끝낸 라니안느와 지나얀은 그녀들에 게로 다가가서 각종 수식들을 꺼내면서 계산에 들어갔고, 나는 거기서 맨 처음 그 녀들에게 중요한 사항을 말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미리안. 마법진은 피라밋 형으로 만들거야. 3차원 환각 결계 피라밋 마법진 이거든? 깜빡하고 말 안했다" 툭. 따닥. 데구르르… 한순간 목판위의 종이 위를 오가던 그녀의 손에 들린 목탄이 그녀의 손동작이 단 번에 딱하고 굳자마자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마치 인형같이 천천 히 고개를 들어서 나를 보더니 입술을 실룩거리며 간신히 짓는 미소로 말했다. "노… 노… 농담이시죠?" "아니. 외곽형 마법진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을 그리면서 다니기에는 너무나 눈에 띄잖아? 나야 뭐 마법에 대해서는 이론밖에 모르지만, 3차원 형의 마법진 중에서 결계속성을 띄는 피라밋형이 있다는건 알거든. 그걸로 다시 짜봐" "아아아아… 거의 다 만들어 가는 중이었는데에…" 미리안은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에실루나는 나를 그리 곱지 않은 시선으로 흘겨 보면서 말했다. "왜 조금만 더 일찍 말씀 해 주시지 않으셨죠?" "깜빡했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미리안은 그녀의 어깨에 기대서 힘없이 한숨을 내쉬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고, 지나얀과 라니안느는 그녀를 보면서 동정의 빛을 띄었다가 나를 향해서 약간의 질책어린 시선을 보내주었다. 어이, 왜 들 그래? 정말로 깜빡 하고 있던 거라니까? "잔인" 머기가 옆에서 그녀들이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 주었다. 음… 수식짜는게 그렇게 어려운건가? 내 입장에서 봐서는 3차원 결계형 피라밋 마법진의 수식은 그 다지 별로 어렵지 않은데 말이야? 그렇다고 내가 직접 만들 수는 없는 일 이잖아? 미리안은 크게 한숨을 쉬고는 종이를 구겨서 던져버리고, 새 종이를 꺼낸 다음 목 탄을 주워들고는 다시 수식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3명의 마법사들이 사 용 가능한 마법의 목록을 꼽아보고는 마나의 유동성 계산이라든지 하는 복잡한 작 업을 다시 시작했다. 끄응… 보고있자니 내가 좀 너무한게 아닌가 싶군. 뭐, 그렇 다면 조금 도와줘 볼까? 싸이! 잠깐 나와봐. 「무슨 일인가?」 지금부터 내가 생각하는 말을 미리안에게 전해줬으면 해. 「…공처가로군」 아직 결혼도 안했다. 창창한 미혼 괜히 매장시키지 말고, 시키는 일이나 해.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아주 필사적이군. 알았다. 전할 말은?」 저너셕은 꼭 항상 내 말에 토를 안 달고는 못 배기나? 나는 잠시 하늘을 보면서 별을 구경하는체 했다. 그리고는 미리안을 도와주기 위해서 적절한 수식을 떠올리 고는 싸이를 통해서 그녀에게 보내주었다. 후우… 이래저래 돌봐줘야 하느 일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군. "휴우… 새벽의 숲은 추운 느낌이 드는데?" "여기가 원래 일조량이 적어서 그런거야. 그건 그렇고, 어제밤에 할 일도 없어서 참 잘도 자고 있더구만?" "쳇, 그래봤자 너가 한 일도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잖아?" "후훗. 그래도 이몸은 누구처럼 불침번도 안 서면서 퍼자진 않았다고. 나는 일을 했고, 너는 안 했어. 이것이 너와 나의 차이야" "끄으으… 언젠간 이름대로 죽일거야, 킬" "한번 해 보시지? 고양이양" "그거 하지 마!" 따악! 우리의 소리는 일정 거리 밖에서는 전혀 안들리게 차단을 해 둔것에 일단 안도하 면서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잡담을 할 수 있게 되어버린 상황에 대해서는 나 자신에 대해 참 저주를 하고 싶어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더불어서 나는 츠 렌이 킬의 뒤통수를 두드리는 청량하고(?) 맑은 소리(?)가 숲 속에 울려퍼지지 않 았다는 것에 대해 참 아쉬워 했다. 어젯밤, 미리안은 반쯤 죽은 엘프의 표정으로 무겁게 손을 놀려서 마법진의 수식 을 계산하다가 싸이를 통해 전달한 나의 수식들을 듣고는 쓱쓱 싹싹 목탄을 놀렸 고, 그래서 어제 그녀는 단 한시간만에 한 변의 길이가 1마일 가까이 되는 피라밋 의 마법진 수식을 끝마쳤다. 그리고는 주위의 마법 사용자들에게서 상당한 치하의 말을 듣고는 나에게 아주 감격스럽고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햇빛이 비추지 않아서 옅은 안개가 껴있는 이른 아침, 거의 새벽이라고 불러도 좋을 시간이다. 미리안이 수식계산을 끝내고, 마법진의 매개체 가 될 물건들을 꺼내놓고, 모든 준비가 완료되자 우리는 전부 자버렸다. 나는 첫 번째 불침번만 서다가 라스킨을 깨워서 남은 시간의 불침번 전부를 맡겼고, 그래 서 아침 시간에 나는 지루한듯이 턱을 괴고는 마을을 내려다 보는 라스킨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피곤한 기색을 찾기는 어려웠다. 괜히 늑대왕이겠는가? 우리는 적당히 아침식사를 하고서 결계를 헤제하고, 우리가 묵은 공터를 원래대로 의 모습으로 복원시키고는 아직 눅눅한 숲속을 시료스의 와이어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시료스가 그린 것은 원이고, 우리가 설치할 마법진의 밑면은 정사각형 이지만 원과 정사각형은 상당히 호환이 잘 되는 도형들이다. 드라이어드의 프로텍 티브 컬러링과 실프의 무소음 결계가 있으니, 우리는 굳이 영화에 나오는 특수부 대들 처럼 조용하고 신속하게 자세를 낮춰서 지나갈 일은 없었다. 킬과 츠렌처럼 신나게 떠들면서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아, 1 지점입니다" 킬은 건틀렛을 매만지면서 말했고, 우리는 한순간 떠득썩한 분위기를 파악 죽였 다. 아까까지는 여유자적하게 다녔지만, 지금부터는 아니다. 마법짐의 형성이라는 것은 원래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거대 마법진은 만드 는데 시간이 걸리며, 또한 그만큼 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주 사용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설치하는 겻도 어느정도 크기가 큰 마법진에 속하며, 여러군데 서 동시에 설치를 시작하는 방식이 아닌 이곳에서 설치를 하고는 또다른 지점으로 두팀이 나뉘어져 설치를 해 마지막 지점에서 만나는 반-순차적 설치방식이다. 그 때문에 지금 여기서 설치를 하고서는 전해진 시간 내에 최종지점에서 만나야 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순차적 설치방식보다도 훨씬 엄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겠지. 나는 배낭에서 작은 조각상을 꺼내었다. 미스릴과 텅스텐, 티타늄이 섞여져서 만 든 드워프들의 세공품으로, 에메랄드로 만든 별을 꼬옥 붙잡고 있는 반피트 정도 의 여신상이다. 아마도 평화의 여신 피사모니의 모습 같았다. 나는 그것을 미스릴 와이어의 위에 올려두고서는 뒤로 물러났고 지나얀과 에실루나가 여신상에 다가가 더니 조용하게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페이크 리얼리티Fake Reality"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 두개의 마법이 동시에 여신상에 걸렸다. 기본적으로 저 여신상은 마법을 받아들 이는 힘이 있기 때문에 마법진을 만들 재료로 적당하지. "시작합니다. 저와 미리안은 공중으로 향하겠습니다. 머기씨와 라니안느씨, 그리 고 킬씨는 동쪽으로. 에실루나와 라스킨, 지나얀씨, 츠렌씨는 서쪽으로 향해주세 요. 다들 제가 건네준 스톱 워치Stop watch와 마법진에 쓰일 물건들을 가지고 계 시지요? 25분 내에 제 3지점에서 만나는 겁니다. 2-1 지점이나 2-2지점에서 노닥 거리고 계시면 번개를 떨어뜨릴테니까 열심히 노력해 주세요"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킬이 있는 조는 와이어를 따라서 가면 되는 것이고, 라 스킨이 있는 조는 라스킨의 야성적인 능력과 경이로운 시력으로 와이어를 따라갈 것이다. 정사각형의 마법진이지만, 이목을 피하기 위해서는 원을 그리면서 도는게 좋다. 하지만… 25분이면 조금 엄한가? 하지만 나는 다른이들을 믿기로 했다. "갑니다. 하나, 둘, 셋! Start!" 사사사삭! 사람들은 각자 왼쪽과 오른쪽으로 흩어졌다. 나는 그들에게 드라이어드의 프로텍 티브 컬러링을 씌워주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거리까지는 그들은 여기 근처를 다닐 것이 뻔한 매쉬암의 경비병들을 잘 피해갈 것이지만… 제 2지점들 까지는 무리없 이 잘 가겠지? 그리고서 내가 위에서 적당히 조치를 취하고 그들에게 다시 정령력 을 씌워주면 되겠군. 큰 문제는 없다. "실프, 샐레맨더, 운디네! 안개생성이다. 지금 당장 3분안에 저 마을을 뒤덮어!" 휘익~ 휘익~ 휘익! 세가지의 기운이 대답도 없이 파악하고 쏘아져 나갔다. 뭐, 신속하게 하라고 했 으니까 대답이 없는것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 나는 옆에서 피라밋의 첨단 부가 될 작은 완드Wand를 들고 있었다. "미리안. 준비는 됐지?" "네" 그녀는 생긋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는 마 법을 사용했다. "플라이!" 그녀는 나에게 바싹 붙었고, 나는 그대로 또다른 마법을 사용했다. "인비지빌리티Invisibility" 우리 둘이 붙어잇기 때문에 투명화의 마법을 우리 둘에게 씌워졌다. 이대로 우리 가 조금만 떨어져도 아마 마법은 풀릴테지. 빠른 속도로 위를 향해 날아가면서 나 는 매쉬암이 만든 디스파이어 타운Despire Town(내가 임의로 지었다)을 내려다 보 았다. 나의 명에 의해서 세 정령이 만들어내는 안개가 자욱하게 마을을 덮어가고 있었다. 안개는 마을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점점 마을의 형체는 하얀 안개에 묻혀서 어렴풋하게 변해가다가 이내 보이지 않게 되었다. -120- 004.3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후와아…" 미리안은 눈에 띄는 속도로 뿌옇게 변해가는 마을을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과연 안의 매쉬암 녀석들이 얼마나 의심을 할지는 잘 모르지만, 투명화까지 걸고, 안개 까지 엄청 끼어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를 보는 것이 힘들다. 휘유우우우… 산의 바람이 귀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있다. 나는 어느정도 날아오르다가 멈추었다. 여기쯤 되려나? 마을을 중심으로 친 원을 기인하여 만든 정사각형의 가운데는 보나마나 마을의 가운데다. 안개 때문에 비록 나조차도 마을 이 보이지는 않지만, 안개가 짙어지기 전에 봐둔게 조금 있어서 대충 여기일 것이 라고 생각한다. 뭐, 붤로 큰 상관은 없겠지만 말이다. "미리안, 시작하는게 좋겠다" "예" 나는 그녀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고는 가만히 있었고, 그녀는 완드를 한 손으로 들고는 주문을 외구기 시작했다. 마법진을 만드는데 필요한 수식들을 마법화 언어 로 만든 주문이다. 그 때문에 그녀는 상당히 많은 양의 주문을 암기했다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외워야 하는 것이다. 그녀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마법의 언어가 나오 고 있었고, 곧 그녀의 몸이 좌측 아래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서 그녀를 붙잡고 있는 나도 서서히 좌측 아래로 끌려갔다. 이것은 3차원 마법진의 생성시에 발동되는 일종의 자기완성 기능으로, 피라밋의 첨단부가 될 완드가 미리 안의 주문에 따라 완선되는 마법진의힘에 이끌여서 자기 자신의 자리를 찾아 이동 하는 것이다. 한 30초 동안을 서서히 이동 했을까, 그녀의 손에 들린 완드가 서서 히 빛을 내었고, 완드에 끌려가던 미리안의 몸도 멈추었다. "라텐카토 바러노 마니으 쿄에 머셀리임…" 완드의 빛은 점점 강해졌고, 곧 이어 우리가 출발했던, 그러니까 맨 처음의 그 여신상이 있는 장소로부터 반짝거리는 빛줄기가 우리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후 아, 1단계는 성공이구나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미리안은 계소해서 마법진의 완성을 위하여 구슬땀을 흘려가며 주문 영창에 열중하고 있었다. 힘들어 보이지만 … 어쩔 수가 없다. 어제 마법진을 구상하고 그린것이 바로 미리안이기 때문에다. 나는 그저 그녀가 떨어지지 않고 정자세에서 마법을 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 할 외에는 지금으로선 할 일이 없는 것이다. "에 피리어스 라 파루칸 머시… 에카! 디 모센트 라하!" 주문의 완성이다. 후아… 거의 5분은 끊임없이 외운것 같군. 나는 작업이 끝나자 그녀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고,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완드를 놓으면서 말했다. "잘 되었을지 어떨지 모르겠어요. 라이니시스님이 알려주신 수식으로 마법진을 만들기는 했는데… 잘 되었을까요?" "물론이지. 저것을 봐. 마법진이 완성되어가고 있어" 그녀는 내가 가리친 방향을 보고는 미소지었다. 여신상이 있는 방향에서 뻗어져 나온 반짝거리는 가루들로 만들어진 것 같은 빛줄기가 완드에 닿아있었다. "휴우… 겨우 성공이네요. 슬슬 다른 사람들이 지점에 도착할 때가 되었죠?" "그렇겠지? 아, 저기 봐. 라스킨이 안내한 방향이야" 라스킨이 에실루나와 지나얀, 츠렌을 데리고서 떠난 방향, 그러니까 서쪽에서 반 짝거리는 입자들로 이루어진 빛줄기가 완드를 향해서 곧장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 고 그것과 거의 동시에 킬이 안내한 동쪽방향에서 역시 빛줄기가 날아오는것이 보 였다. "와아… 예쁘다… 성공이에요 라이니시스님" "그래. 이제 마무리만 남은건가?" "네에!"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짝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표정이 보이 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마법을 배워오면서 그녀 가 마법진을 그린 일은 많았지만, 이런 크기의 3차원 결계형 마법진을 만들어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말이야. 동쪽과 서쪽에서 날아온 빛줄기는 곧장 완드에 닿아서 연결되었고, 아래쪽을 보 니 나무들 사이로 반짝거리는 빛줄기가 직각을 그리며 이어지고 있었다. "곧 있으면 3지점에서 하나가 더 날아오겠죠?" "그렇지. 그러면 마법진이 완성되는거야. 3차원 마법진 중에서는 가장 만들기가 쉬운 피라밋형에다 그 중에서도 쉬운 결계헝이니까… 그다지 오차는 별로 없을거 라고 봐. 무엇보다도 드래곤에게서 직접 마법을 사사(師事)받은 엘프가 계획한 것이니까 말이야" "피잇. 그리고 가르쳐준 드래곤은 편하게 놀고 있구요?" "어어? 심심하다 이거야? 상대해 주지. 이것도 그렇게 편한게 아니야. 품에 안은 짐이 워낙에 무, 거, 워, 야지" 뚝. 그녀의 몸 움직임이 대번에 굳었다. 음… 아무래도 강조법까지 사용해서 말했으 니 상당히 열받을 텐데?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돌렸고, 나는 약간 흠칫했다. 웃으 면서 화낸다는 말 뜻이 어떤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무겁다고… 하셨어요?" "에… 그러니까…" "무거워요? 네?" "그게… 말야…" 나는 살짝 두려워졌다. 그러고보면… 미리안이 본격적으로 화내는 장면을 본적이 없단 말이야? 그녀는 다시 고개를 원래대로 돌린 다음 힘없이 말했다. "돌아가면… 다이어트할거예요…" "…에?" "다이어트요! 사랑하는 남자한테서 무겁다는 소릴 듣고서도 가만히 있는 것은 종 족성을 떠나서 여자이기 때문에 용납 못해요! 흥! 보나마나 라이니시스님 한테 에실루나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가 되겠지만요" "…에실루나가 또 왜 나와? 아직도 질투하고 있는거야?" "아… 그러니까… 조금요… " 그녀의 태도가 조금은 수그러 들었다. 은연중에 또다시 나온 질투심의 발로. 에 휴, 이런 곳에서까지 이렇게 연애소설을 써야하나? 미리안은 잠시 꿀지럭 거리더 니 나의 품 안에서 반바퀴를 돌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마주보게 되었고, 그녀 는 안겨들면서 작게 말했다. "죄송해요…" "아냐. 뭐, 어쩔 수 없는거지. 내가 워낙에 잘나, 아야! 꼬집을것 까진 없잖아?" "그러니까 헛소리는 그만 두시라는 거예요" "알았어. 어쨌든 농담으로 한 말 가지고 다이어트 하진 말아줘" "네에~" 그녀는 쿡쿡 웃으면서 안겨왔고,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곧 있으면 저 아래 마 을로 침투해서 여러 공작을 벌여야 하겟지만, 이런 러브러브모드는 정말 시도때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지금 이 상황을 최대한 즐겨보고자 하는 나는 또 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어느쪽인지 모르겠군. 삐빅. 삐빅. "음? 벌써?" 나는 미리안의 허리는 한손으로 안고는 주머니에서 스톱 워치를 꺼냈다. 벌써 시 간이 이렇게 되었나? 미리안은 손에 들린 스톱 워치를 빤히 보더니 말했다. "곧 있으면 3지점에서 소식이 오겠네요?" "그렇겠지. 3분 이내일걸?" "저 이제 다시 준비할게요. 좀 도와주세요" "어" 나는 다시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다시 완드를 손 에 잡고는 마법진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짤막짤막하게 제어단어를 읇조렸다. 완드 는 이제 거의 마법진이 완성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이 점점 흰색의 오 오라를 방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미리안의 입이 열리면서 작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오고있어요…" 음? 나는 북쪽방향을 바라보았고, 반짝거리는 빛줄기가 이곧을 향해 날아오는 것 이 보였다. 그리고 믿을 바라보자 두개의 반짝이는 빛줄기가 완드를 향해 날아오 는 빛줄기가 시작되는 장소로 스르륵 나아가고 있었고, 그 곳에는 나무들 사이로 일행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 물론 내 눈이 좋아서 보이는 것이지, 저 곳에어 날 볼만한 사람은 에실루나와 라스킨 외에는 없을 것이다. 마침내 빛줄기들이 다섯개 의 꼭지점을 이으면서 피라밋을 완성했고, 미리안은 천천히 마법진의 시동어를 외 웠다. "…페미트 하마신… 레이카!" 파아앗-! 완드가 한순간에 흰 빛을 뿜었다. 그리고 피라밋을 이루던 반짝거리는 입자들의 빛줄기는 그 입자들이 서서히 모이면서 가늘고 가늘은 실을 이루었고, 그 실들이 완성되자 피라밋은 전체적으로 빛을 뿜어내고는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저것이 밖으로 나다니는 매쉬암의 경비병들에게 보일지도 모르겠지 만… 어쩌랴? 최소한 마법사가 같이 다니지는 않을것 같으니까 상관없다. 그리고 지금부터 사용할 마법은… 막을 수가 없을걸? 마법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뭐하지 만 말이야. "플라이" 나는 미리안에게 플라이를 걸어주었다. 마법진을 만드는 동안에는 어떠한 마법도 사용하거나 걸려있으면 안되기 때문에 그랫지만, 지금은 괜찮다. 이미 저 아래쪽 에서는 각종 환각의 마법이 판을 치고 있을테니까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 걸린다는 보장이 없으니… 내가 손을 쓰는 것이지. 나는 미리안의 허리를 놓 으면서 말했다. "미리안. 물러나봐. 지금부터 진귀한 것을 보여주지" "진귀한 거요?" "언령(言靈).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야" "어, 어… 언령이요?" 그녀는 아주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언령. 사실 나도 써본일이 없는 드래곤의 고 유능력이다. 사용방법이야 본능처럼 배워지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사용 할 수 가 있지만, 너무도 강력하고, 절대성이 짙으면서도 왜곡률이 크기 때문에 그다지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면 더 잘 제어하게 된다고 하는데… 아직 나는 조금 어려서 말이지. 미리안은 약간 질린 표정과 호기심을 띈 표정을 동시에 지으 면서 뒤로 물러났고, 나는 완드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나의 몸 안에 깃들은 거대한 힘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몸에 흐르던 거대함 힘은 점점 나의 목 으로 모이고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한데 모아 나의 목소리에 싣고자 하는 의지를 세웠다. 나는 말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진실이 되리니, 그대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지 않으려 하지 말지어다! 언령 제(第) 3장(章) 1절(節), 신(信)!>> 나의 손에서 무형의 기운이 흘러나와 완드를 타고, 마법진의 안쪽으로 들어가 퍼 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거대한 힘이 나의 손을 타고서 믿으로 내려가는 것이 느껴졌다. 음… 끝이군. 나는 손을 거두고는 약간 저릿한 기운이 남아있어서 두어번 털고, 크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사람의 마음속에 작용하는 언령이라서 아 무런 형태가 없군. "끝이예요? 뭔가 위압적인 느낌이 들기는 했었는데…" "아마도 마음속에 작용하는 종류라서 보이지 않은거야. 언령이라고 해서 다 화려 한것은 아닌 것임이 드러났군. 이런 언령을 부러워 하는 사람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그런' 언령은 별로 부러워 하지 않을거예요. 내려가요.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어, 그러지" 미리안은 북쪽을 향해서 빠르게 날아갔고, 나는 그녀의 뒤를 쫓아서 날아가기 시 작했다. 아마도 지금쯤 마을에서는 내 언령에 의하여 눈에 보이는 모든 상황을 의 심없이 믿는 사람들의 광란이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무기를 휘두를 만 한 환각은 사용하지 말라고 했었으니까, 아마도 자기 자신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고 있던지, 인생에서 가장 싫었던 기억들로 인해 괴로워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일 높겠다. 나와 미리안이 은빛의 실을 따라서 북쪽으로 날아 내려가니 사람들이 마지막 결 계물인 수정구슬을 놓고서 그 주위에 둘러앉아 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우 리가 날아오는것을 보고는 손을 흔들어 주엇는데, 라스킨와 에실루나를 제외하고 는 상당히 지친 모습이었다. "휴우, 지쳐 죽을 맛입니다" 나와 미리안이 땅에 내려오자마자 킬이 주저 앉은 채로 말했고, 다른이들은 말을 할 수나 있는 킬에 비하자면 거의 시체수준이었다. 머기와 라니안느는 완전히 늘 어져 버렸고, 지나얀은 드러누운 채로 숨을 씩씩거리면서 쉬고 있었다. 츠렌은 나 무에 기대서 땅만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121- 004.3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자자, 다들 일어나세요. 우리가 그렇게 시간이 남아도는 것은 아니다 이겁니다" "그건 알아두우~ 힘들어요오오~!" 지나얀을 땅바닥에 누운 자세 그대로 칭얼거렸고, 그녀를 필두로 해서 머기를 제 외한 인간 일동은 열심히 힘들다면서 불평을 늘어놓았다. 머기는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표정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후우… 그러면 30분간 쉬고 출발하지요. 의의 있습니까?" 30분이라면 정말 많이 양보 한 것이다. 일행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냥 30분이 라면 악마하고도 계약하겠다는 듯한 저 태도들을 보고있자면, 오늘 정말 일이 제 대로 될까가 걱정이다. 뭐, 저렇게 늘어져 있어도 할 때는 하는 사람들 같으니까 그다지 걱정은 하지 않지만 말이야. 나도 자리에 턱썩 주저 앉았다. 쉴 때는 쉬어 야지. 나는 시선을 안개에 둘러 쌓인 마을로 돌렸다. 저 뿌연 안개 속에서는 과연 어떠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을까? 자기 눈 앞에 보이는 환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가득한 장소.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안개를 조금 옅게 조정했다. 대략 10야드 안의 물건은 어찌 식별될 정도로 안개 의 시계(視界)를 확장시켰지만, 그래도 역시 투영도(投影度)는 낮았다. 하지만 무 엇보다도 가장 안 좋은 것은 계속해서 귓가를 울려대는 끔찍한 비명과 울부짖음, 끊임없는 신음소리와 고함이었다. "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이지?" 츠렌이 시야에 닿는 곳에서 벽에 손을 짚은채 부들부들 떨면서 중얼중얼 거리고 있는 병사와, 그와 같은 조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옆에서 엎드린채로 오열하고 있 는 병사를 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린채로 빛을 뿜고 있는 목걸이를 매만지면서 말했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저희도 저렇게 됐을지 모르는 일이네요? 페이그니스씨?" 모르는 일? 모르는 일이 아니라 반드시 저렇게 될 것이다. 게다가 츠렌은 도적이 니까 숨기고 싶은 과거나 남들 보다 더욱 처절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라면, 감 히 드래곤의 언령에 저항 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 나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글쎄요… 마법을 사용한 것은 미리안이었습니다만, 아마도 그럴 확율이 높을 것 같군요. 일단은 항마력이 있는 물건들이 저에게 좀 있어서 다행이었지만요" "글세요? 그것을 염두하고서 계획 세운거 아닌가요?" "뭐… 그렇겠죠?" "부우~ 자신의 말에 저렇게 자신없어 하는 사람은 첨본다니까" 나는 그냥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웃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리에 웃 음은 금방 가시게 되었다. 우리 일행은 전부 빛나는 목걸이나 팔찌, 또는 단검 같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 데, 이것은 내가 해층링 시절에 만든 각종 항마력이 담긴 물건들이다. 장신구에서 시작해 무기는 기본이요, 일반 셔츠에까지 항마력을 담아서 만들어둔 물건들중 일 부를 베낭에 넣어서 가져왔기 때문에 사람들은 각약 각색이었지만 그래도 각자 빛 나는 물건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다. 나? 나는 일단 표면상으로 둥근 팬던트를 하 나 가지고 있다. 마을을 어느정도 돌아다녀본 우리는 마을에서 마법에 저항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을 알아내었고, 나는 안개를 완전히 거두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차라리 안개였을 때가 더 좋다고 생각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으아아아아!" "캬아아!" "어어… 어… 어어어어어…" "허억! 허억! 헉! 헉!" "……………아악!" "우으으으으… 에에어어어…" 병사와 마법사, 성직자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 땅을 딛고 제대로 서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어떤 사람을 벽과 심하게 박치기를 했는지 피가 묻어있는 벽 아래 쪽에 이마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기절해 있었고, 바닥을 긁고 잇던 사람은 손톱 이 다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바닥을 긁고 있었다. 물에라도 빠진 것처럼 목을 붙잡고 괴로워 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마치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괴성 을 지르면서 땅바닥을 구르는 사람도 있었다. 울고, 고함을 지르고, 오열하는 것 은 차라리 정상인의 상태와도 같았다. 어떤 사람은 미친듯이 웃으면서도 정신없이 춤을 추고 있었고, 울다가 웃다를 반복하는 사람도 보였다. "세상에…" 에실루나의 한마디는 우리의 모든 심정을 대변해 주었다. 혼돈도 이런 혼돈은 또 없을 것이다. 마치 이것은 절망과 공포의 바다와도 같은 풍경이었다. 대체 어떠한 환상들을 보는 것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주인. 엄청난 감정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다. 서둘러주었으면 한다」 알았어… 지금 움직일게…. 나는 발걸음을 떼었고, 그리고 싸이가 일러주는 방향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최 대한 내 근처에서 벌어지는 저 광적인 상황에 눈을 돌리지 않고, 나는 오로지 길 과 길만을 보면서 걸을을 걸었고, 사람들은 그런 나의 뒤를 일렬로 따라오면서 각 자 자기 앞사람의 뒤통수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간혹 모퉁이를 볼때 히끗 보이 는 미리안의 표정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이 광경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자기 자 신임이 떠오른 까닭이겠지. 「다 왔다. 지하 2야드 밑에 감정을 흡수하는 무언가가 있다」 "노움. 꺼내" 나는 지체없이 노움을 불러서 땅 속에 있다는 물건을 꺼냈다. 회색의 보석이 금 과 미스릴로 만들어진 쇠사슬에 감겨져 있었다. 크기는 내 주먹만한 크기였는데, 가만히 보기에도 뭔가 사람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그런 무언가가 있었다. 「지독한 음감정을 내뿜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만지자 마자 쇼크사를 했을 것 이다. 다른 사람의 손이 닿지 않게 주의해야한다」 어. 알았어. 헌데, 아직고 감정을 계속 모으고 있나? 「그렇다. 땅 속에 묻은 까닭은 그저 발견되기 어려우라고 한 조치 같아 보인다. 개별적으로 봉인을 시켜야 한다」 봉인? 파괴하면 안되는 것인가? 「파괴하려면 주인의 언령이 필요하다. 봉인 한 뒤에 차후 파괴하는 것이 좋다」 그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봉인 먼저 하는 도리 밖에는. 나는 그것을 잡았고, 그러나 곧 엄청난 기운이 나의 팔을 타고 나를 침범하려 했 다. 하지만 이내 그 힘을 내 체내애 있는 드래곤 하트의 사기(邪氣) 정화력과 자 체 보호력에 눌려서 보석 안으로 되돌아가 버렸다. 우하… 한 순간이지만 섬찟했 어. "미리안, 에실루나, 지나얀씨, 머기시, 라니안느씨. 손을 대지 않고 이것을 봉인 해 주십시오. 어떤 형태의 봉인이든지 좋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제가 파괴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제 집에 가면 방법이 있겠지만요" "음" 머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알겠다고 대답하거나 고개를 끄 덕였다. 아마도 마나를 다루는 사람들이라서 뭔가 특별한 것을 느끼는가 보지. 나 는 그것을 땅에 내려놓았고, 사람들은 나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만지지는 않은 채 로 다름 마법 사용자들과 토의를 하고 있었다. "라스킨, 킬씨, 츠렌씨. 저와 함께 '상실의 축복'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재료들을 찾으러 갑시다. 아마도 아직 상당량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예. 마스터" "네. 그러지요" "알겠어요" 우리는 그렇게 보석을 가지고 토의하는 다섯명을 두고 그 비전의 묘약이라는 상 실의 축복의 재료를 찾기 위해 나섰다. 저쪽이 조금 걱정 되지만, 미리안과 에실 루나가 검을 상당히 잘 쓰니까 그다지 걱정은 없다. 그녀 두명이서 시간을 끌 동 안에 다른 셋이 마법을 사용하면 웬만한 상황은 해결된다. 그리고 머기는 무빙 캐 스터이기 때문에 여차하면 움직이면서도 캐스트를 할 수 있다. 거기에 나의 철부 지 애인들은 엘프이기 때문에 정령술도 사용 할 수 있지. 음… 든든한걸? 나는 그 들에 대한 걱정을 그만두고는 다섯가지의 재료들을 찾아서 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걸었을까? 우리는 막사들이 밉집해 있는 공터에 도착했다. 그 곳에는 병 사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더욱 각양각색의 비명과 고함과 웃음과 울음과… 하여 튼 기타 등등의 인종들을 볼 수 있었다. 일단 일반 텐트는 수색 대상에서 제외 시 키고는 교모가 어느정도 큰 막사들만 골라 뒤지고 다녔다. 그리고 우리는 상실의 눈물 재료들은 아니지만 수확이라고 부를 만한 텐트를 발견했다. "아마… 이곳의 책임자인 모양인데요?" "…죽었습니까?" "살아있습니다. 페이그니스씨, 뭔가 안 좋은 점이라도?" "아닙니다" 텐트에 들어가자 마자 화악 풍겨온 피냄세에 나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또 다시 심장이 불끈 거리면서 온몸이 뜨겁게 달궈지는듯 싶어서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고, 그 사이에 킬은 저 사람이 죽었는지를 확인하러 들어갔고, 다행히도 아직 은 살아있다는 사실에 나의 몸 상태는 정상으로 되돌아 가는듯 싶었다. 제길… 빌 어먹을 드래곤의 피 같으니. 킬이 잠시 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때, 이곳 저곳을 뒤지던 츠렌이 함성을 질렀 다. "아! 여기봐요! 와아~ 대단한거 발견했다아~!" "츠렌씨? 뭡니까?" 그녀는 한손에 서류를, 한손에는 보석함을 들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음… 보석함 은 그렇다 쳐도, 서류는 뭐지? 그녀는 보석함을 배낭에 넣고, 헤헤 웃더니 서류를 읽었다. "헤헤, 읽어드릴게요. 매쉬암 제국지부 후안 산맥의 데소러 추종 감정 채집장의 책임자에게 전한다. 오는 6월 초에 모든 감정의 채집을 마치고 증거를 인멸한 뒤 에 본부로 귀환할 것. 증거를 인멸할 시에는 최대한의 극한 상황에서 감정을 뽑 아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람. 동봉한 서류는 계획서의 사본이며, 그간의 일이 매뉴얼 대로 진행 되었나를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하기 바라며, 앞으로의 일 에 매뉴얼로 삼을 것. 헤에… 이것이 아마도 저희가 쫒던 전령이 가진 서류일 걸 요? 그리고 맨 밑에 아주 귀중한 것이 쓰여있네요" "그것이 뭐죠?" "'매쉬암의 총수 체리랑스 번 타리스'라는 사인이 있어요. 총수의 이름을 알아내 었네요. 가명일 가능성이 높가는 것을 부인하진 않겠지만…" 체리랑스? 나는 잠시 그 이름에 심장이 한 순간 두근 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라? 시체와 피를 본 것도 아닌데 이거 왜 이렇지?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 뿐이었고, 나 는 그냥 아까의 여운이 남았나 하고 생각했다. 아마도 아직 진정이 덜 되었나 보 지. 텐트를 더 뒤져서 우리는 이곳을 만들면서 쓴 일지와 장부, 예산 계획서 등을 입 수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낸 상처에 의해서 피를 흘리는 지휘관 같은 사 람이 죽지 않도록 잘 지혈해 놓고서는 다시 다섯가지의 재료들을 찾기 위해서 여 기저기를 쏘다니고 다녔다. 잠시 후, 텐트가 아닌 사람의 신음 소리가 하나도 새어나오지 않아서 이상해 하 던 건물 속에서 우리는 대량의 재료들이 건물 자체에 걸린 보존화 마법에 의해 보 존되고 있는 것을 발견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용도는 취사장으로, 우 리가 마법을 건 시각이 아침식사를 할 시간은 아니었는지 아직 아궁이에 불도 들 어가 있지 않았다. 우리는 대충 양을 세보고서 도저히 우리가 들고 갈 만한 양도 아니고, 이것을 약으로 만들기 위한 시설도 건물에 거의 다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 하에 탐색을 마치고 그 보석을 봉인하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는 일행에게로 돌아 가기로 합의했다. "후우… 지독하군요. 마스터. …언령입니까?" 라스킨은 조용히 나에게로 다가와서는 다른 두사람이 듣지 못하게 조용하게 물었 고, 나는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말했다. "환상은 아니야. 그저 환상을 믿게 했을 뿐이지" "사실, 그것이 더 어려운것 아닙니까?" 나는 그의 말에 그저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어찌보자면 환상을 믿게 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지. 나는 어느새 우리가 지나갔던 길 위로 쓰러져서 거품 을 물고 있는 마법사인지 성직자인지 모를 사람을 피해가면서 생각했다. 환상이 무서운 것은 그것을 믿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122- 004.4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대충 탐색을 끝마친 우리는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여기저시를 뒤 지고 다닌 시간은 대략 한시반 반 정도였고, 그 동안에 마법사용자 일행은 감정을 채집하는 보석을 봉인하기 위해서 무딘 애를 쓴 끝에, 그것을 봉인 할 수가 있었 다고 한다. 봉인을 끝마친 보석은 아무나 들고 다녀도 별 문제가 없는 보통의 장 신구로 바뀌었지만, 1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전에 다른 큰 봉 인을 덧씌우거나 파괴해야 한다고 하였다. 1년이라… 그 정도면 라스킨의 일을 끝 내고, 레어로 돌아가도 남는 시간이겠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충분해. "페이그니스님. 그 쪽 일은 어떻게 되었죠?" "성공적이야. 츠렌씨가 발견한 것을 보면 아마 모두 놀라실 겁니다" 츠렌은 의기양양해 하면서 우리가 발견한 서류와 일지, 예산서등을 내밀었고, 이 곳에 남이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것을 보면서 잠시 집중하고는 곧 경악과 놀람, 황 당이 가득 담긴 표정들을 지어보였다. 에실루나는 참으로 기가막힌다는 표정을 지 으면서 말했다. "감정을 채집한다니… 대체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 질 수 있죠?" "매쉬암이기 때문이겠지" 다른 말은 필요가 없다. 매쉬암. 그것 자체로도 이미 수수께끼다. "총수가… 체리…랑스…? 여자이름… 같아요…" "글씨체" 라니안느와 머기가 차례대로 말했다. 음… 아무리 봐도 체리랑스라는 이름이 남 자에게 붙으면 상당히 이상항 것이란 느낌이 들어. 그리고 글씨체라… 혹시 그것 을 작성한 사람이 여자였을 가능성도 있잖아? 사본 정도로 생각하면… 아니군. 저 런 문서를 다른이에게 보여주면서 대필 할 까닭이 없지만… 심복이 썼을 수도 있 겠지. 킬은 두명의 말을 듣고는 곰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진짜 총수는 따로 있고, 총수의 심복이 쓴 대필 일수도 있겠지. 음… 뭐, 체리 랑스라는 이름하고 글씨체 만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거야. 가명과 대필일 확 율이 높겠지 아마도" 모두는 그의 말에 수궁하는것 같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는 두어번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뭐, 그래도 오늘은 이만큼의 수확을 거둔 것만 해도 어딥니까? 슬슬 일을 시작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모두 출발하죠? 사람들을 깨워서 탈출 시켜야 하지 않습니 까?" 사람들은 나의 말에 다시 현실로 되돌아 오는듯 했다. 지금은 일단 해결할 수 있 는 일부터 시작하는게 우선 아니겠어? 사람들은 그제사 약간의 미소라도 띄우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것 같았다. 그럼 시작들 해 보자고! "마스터… 대체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해야 합니까?" "미친놈들을 전부 한 장소에 모을 때까지" "에에에…" 나와 라스킨은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널부러진채로 극도의 확각을 경험하고 있는 병사들과 마법사, 성직자들을 전부 막사가 있는 장소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각종 소리를 내면서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을 한번 에 두세명 씩 데리고 던져놓으면, 그것을 킬과 츠렌이 정리시킨다.(여기서 정리라 는 말이 뜻하는 바는 밧줄로 결박해 눕혀 놓는다는 소리다) 그렇게 마을 안을 싸 돌아 다녀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 할 수 있었는데, 잡혀온 사람들은 그냥 멍하니 앉아있기만 할 뿐 아무런 이상증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환각 마 법진이 작동하기 전부터 이지를 상실해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겠지. 나는 어느 집안에서 멍하니 있는 사람들 사이로 괴성과 울음과 웃음을 토해네는 세명을 들고 나오면서 한숨을 쉬었다. 대체 몇명이나 있는거야? 내 체력 이 뛰어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벌써 뻗었겠다. 머기와 라니안느는 절대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약조를 받아내고서, 그녀들을 데리고서는 '상실의 축복'의 재료들이 잇는 건물을 아예 점 령해 버렸다. 문에다 하얀 분필로 '출입엄금' 이라고 써 놓고서는 안에서 뭘 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알아서들 장 하고 있겠지. 그리고 지나얀은 빗자루를 타 고서(평소에는 무슨 장난감처런 작게 되어져서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다니다가 필 요할때 꺼내서 쓴다고 하더군) 마법진에 이상이 없는지, 누군가 해하려 하지 않는 지 감시하러 갔다. "음… 역시 언령마법은 대단한 것 같단 말이야? 믿으라는 말 한마디에 매쉬암의 인재들이 이렇게 추한꼴로 넘어가는것을 보면?" 나는 작게 말했고, 그런 나의 귀에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탁!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내가 들고 있는 사람들 에 게서 떨어진 물건이 내는 소리가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뭐랄까? 과일같은 것이 떨어지는 그런 소리랄까? 이상하게 생각 되서 주위를 돌아 보고 있을때 또 다시 이상한 소리가 잡혔다. 타다닥… 이번엔… 뭔가가 뛰어가는 그런 소리다. 나는 곧바로 세명의 사람을 땅바닥에 내 려 놓고서는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작은 발소리. 작은 발이 내 는 발소리다. 턱! 데굴… 에? 나는 달리던 것을 멈추고, 나의 발에 걸린 것을 보았다. 사과다. 붉은 사과. 그것도 깨물어 먹은 자국이 있는 붉은 사과. 어린아이의 이빨자국이라고 생각하기 에 딱 좋은 크기로 한입 베어먹힌 사과.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냐! 그 리고 누구냐! 적어도 우리 말고는 이 도시에서 제대로 먹고, 마시고, 돌아다닐 사 람이 없는데! 골목길을 이리저리 돌면서, 나는 점점 도망가는 것으로 생각되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추적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내 속도가 조 금 늦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잘 찾아낸 것 같다. 타다닥… 탁! 골목 저 안쪽에서 발걸음이 멈추었다. 하핫, 막다른 골목인가 보지? 나는 골목의 모퉁이를 돌면서 말했다. "하핫! 이제 더 이상 갈 길이 없나보지? ……정말로 애잖아?" 모퉁이를 돌아선 나의 눈 앞에서는 막다른 골목벽을 등지고서 겁먹은 표정이 역 력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음… 왠지 레이사를 생각나게 하는군. 발소리를 들었을 때 부터 알고 있었듯이 그 애는 맨발이었고, 나와 같은 진홍빛의 붉은 버리를 아낌없이 한발한채 반쯤 넝마가 된 원피스를 입고 있는 10 살 내외로 보이는 어린아이였다. 나는 피식 웃고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고는 손 을 내밀면서 말했다. "자, 이리오렴. 난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니? 이름은?" "나… 나쁜사람 아니야…" 꼬마의 입에서 작은 목소리가 나왔다. 떨리는 것으로 봐서는 아직도 겁에 질려있 는 것인가? 나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이 오빠는 나쁜 사람이 아이예요. 그러니까 이리로 오렴" "사… 사람… 아니야…" "에?" "…드래곤이야. 사람 아니야…" …드 드래곤이라고?! 자, 잠깐! 지금 저 아이가 나의 정체를 알아본다는 이야기 야? 나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아니, 어… 어떻게 알아본거야? 폴리모프 는 완벽해! 같은 드래곤이 아니면 알아 볼 수 없는… 같은 드래곤? 나는 순간적으 로 이 아이가 드래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표정을 굳히고는 말했다. "너도 드래곤이니?" "아니예요… 나미아는 인간이에요…" 그러면서 자신을 나미아라 밝힌 꼬마는 날 빤히 바라보았다. 아, 그러고보면 드 래곤끼리는 알아 볼 수가 있었지? 이 꼬마아이가 설령 해츨링이라고 해도 난 알아 볼 수가 있었을거야. 그리고 특이한 취향의 드래곤이 아니라면 어린아이로 변신하 고 돌아다닐 일은 없잖아? 해츨링이 100살에 들어서 폴리모프를 하면 14~16세 정 도로 보이는 청소년의 모습이 되지 저렇게 아이가 되는 경우는 없다. 나는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그래. 이 오빠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 나쁜 드래곤도 아니야. 그러니까 겁먹지 말렴?" "좋은 사람… 착한 마음… 보여요" "보인다고?" "으응. 보여요. 나미아는 보여요. 나쁜 사람 아니야. 나쁜 드래곤도 아니야. 좋 은 드래곤이예요. 마음 착해" 겁먹은 표정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상짝 미소띈 무표정으로 말하는 나미아를 보면 서 나는 한 순간 생각이 날 듯 했다. 이 아이의 눈에는 모든 사물의 본질이 보이 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물이 가지는 마음이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다. 내가 환생하기 전의 지구였다면 믿기지도 않는 이야기겠지만, 여 기는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고, 그런 면에서 내 정신상태는 좀 유연한 면이 있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착하다고 해주는데 뭐가 나쁠거 있겠어? 나는 생긋 웃으면 서 말했다. "나미아야. 오빠랑 같이 가자. 오빠한테는 좋은 동료들과 애인들이 있어" 나미아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도 나를 '읽는'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 고, 나미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으응… 아빠라고 불러도 돼요?" …무, 뭐, 뭐라고?! 아빠? 나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결혼식도 한 번 올린적이 없는 나한테 무슨 아빠? 나는 점잖에 고개를 저으며 오빠라고 부르라 고 하려 했지만, 선수는 나미아가 쳤다. "안 그럼 나미아는 안 갈래요" "…얼마든지 그렇게 하렴" "으응. 아빠아!" 라이니시스, 환생해서 처음으로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다른이에게 양보를 하 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그의 나이 1006세. 아빠라고 불리다. 나는 나미아를 데리고서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동안에 나미아는 여기저기 서 여러가지 끔찍한 것이 보인다면서 눈을 감고 귀를 막았고, 나는 그런 나미아를 품에 안고서 걸어가야 했다. 며칠 동안 씻지도 못해서 꾀죄죄한 몰골이었지만 꽤 나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와 같은 붉은 머리를 가졌기 때문에 뭔가 친근 감이 들기도 하였다. 나는 나미아가 보는 것들이 마법진에 의한 영향이라고 느껴 졌기에 내가 걸고 있는 팬던트를 쥐어줬더니 동그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곧 나를 보면서 헤죽 미소지었다. 음… 이 아이한테서라면 아빠라고 불리워도 괜 찮을듯 싶군. 아앗!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난 아직 총각이야! 결혼도 안 했 다고! "아빠, 왜 그래?" "응? 아니야 아무것도" 마법을 막아내는 팬던트 덕분인지 나미아는 나를 읽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곧 부정되었다. "마스터! 그 아이는 누굽니까?" "…늑대인간" "허억!" 나미아는 라스킨이 네명의 거품 문 병사들을 데리고 오자, 곧바로 그를 가리키면 서 말했고, 라스킨은 눈을 크게 뜨면서 놀라했다. 나는 혹시나 싶어서 나미아에게 물어보았다. "그래. 늑대인간의 마음은 어떠니? 착해, 아니면 나뻐?" "우웅… 안 보여요. 이거 땜에 그런가봐요. 안 보여요" 나미아는 팬턴트를 들어올리면서 말했고, 나는 나의 가설을 수정했다. 적어도 이 애의 눈에는 본질만이 보이는 것 같군. 하지만 팬던트를 주기 전 까지는 쓰러져있 는 사람들의 마음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닌것 같다. 다행이군. 어느정도 억 제되었어. 나는 놀라하는 라스킨에게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말했다. "인사해. 내 딸이야. 나미아라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지" "예에?! 아, 아니지… 흠, 크흠! 안녕하세요 나미아 아가씨. 라스킨이라고 합니 다" 라스킨은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곧장 자기관리를 하면서 깍듯하게 인사했고, 나 미아는 내 품에서 헤죽 웃으며 말했다. "나, 나미아라고 해요. 아저씨도 착해. 느껴져" …보이지는 않지만 느껴지는 건가? -123- 004.4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는 나미아를 품에 안고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작업도 작업이지만 설마하니 생 존자(?)가 있었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니까. 게다가 이 아이한테는 나의 언령도 통하지 않은 듯 싶다. 아니, 통하지 않았다. 일단 지금은 나를 잘 따 르는 것 같으니까, 약간의 시간 동안 천천히 한번 이 아이를 조사해 봐야 하겠지. 사람의 마음과 그 본질을 본다는 능력도 놀랍지만, 용언과 미리안을 비롯해 5명분 의 실력 있는 마법사들이 마법을 쏟아내서 만든 이 마법진 안에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로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나미아야. 다른 사람들 한테는 아빠가 드래곤이라는거 비밀로 하렴. 물론 라스 킨도 말이야" "응? 왜요?" "우리는 정체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아주 중요한 일이 있거든. 그러니가 아무 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겠니?" "알았어요. 말 안 할게요 아빠" 나미아는 착하게도 말을 잘 듣는 아이였다. 다행이군. 하지만 역시 아빠라는 호 칭은 조금 듣기가 거북하군. 음… 일단 돌아가면 나미아를 잘 씼기고, 옷도 새로 입혀줘야겠다. 여기 병사들이 기절한 이래나 혹은 그 전부터 이 마을 내에서 싸돌 아 다니면서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이 애한테도 '상실의 축복'이 멱 여졌을 터인데 어째서 지금 나미아는 멀쩡한 상태지? 물어볼 것과 알아볼 것이 상 당히 많았지만, 나는 일단 지금은 나미아를 안심시켜 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 다. 그래서 나는 라스킨이 매우 궁금해하는 눈에서 간절하게 해명을 애원하는 눈 으로 바뀌었어도, 나미아를 안은 채로 장난을 치면서 다른 일행이 있는 곳으로 유 유자적하게 걸어갔다.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수다쟁이. 썰렁한 만담가. 부끄럼쟁이" 나미아가 츠렌과 지나얀, 라니안느를 가리키면서 말했고, 그녀들은 엄청나게 황 당한 얼굴을 해 보였다. "똑똑하지만 은근히 바보. 만년설 속에 떠벌이 화산하고 할아버지" 나미아가 킬과 머기를 가리키면서 말했고, 그들은 엄청나게 황당한 얼굴을 해 보 였다. "명랑한 순둥이. 냉정한 순둥이" 나미아가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가리키면서 말했고, 그녀들 역시 엄청나게 황당한 표정을 해 보였다. "나미아.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실례잖니? 정확하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지만…" 라스킨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와 나미아, 라스킨이 다른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을때, 그들은 한쪽 공 터에다 자리를 잡고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가 오는 것을 보고 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려다가 나를 보고는, 정확하게는 나와 내 품에 안겨서 방긋 웃고 있는 나미아를 보고서 잠시 멓한 표정을 지었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웃으 면서 인사를 하려던 표정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나미아가 나에게 말한 한마 디는 이들의 정수리에 한줄기 벼락이 되어 내리 꽃혔다. "아빠. 저사람들이 동료들이예요?" ……… 잠시간의 정적. "아, 아빠라고오!" "다, 다다, 다다다닮았어어!" "세… 상… 에…" "딸" "아아악! 말도 안돼요오오!" "라…, 페이그니스…" "아, 아아아… 그, 거, 거짓마알…" 동시다발적으로 그들이 한번에 놀라기 시작하면서 나미아는 재미있는지 헤죽 웃 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모두 받아넘기면서 나미아의 머리를 만지 고는 말했다. "응, 그래. 왼쪽부터 킬, 츠렌, 머기, 라니안느. 다시 오른쪽에서 미리안, 에실 루나, 지나얀이라고 해. 인사하렴" 내가 나미아를 내려놓자 나미아는 뽀르르 그들의 앞으로 달려가서는 한명씩 시선 을 맙추더니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면 서 매우 실례되지만 정확한 평을 한 것이다. "아… 그… 저… 어머니는 누구죠?" 미리안이 매우 당혹스러워 하면서 물었고, 다른사람들은 잠시 미리안을 한번 봤 다가 그에 동의하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나미아를 바라보았고, 나미아는 미리안을 보면서 말했다. "엄마? 아빠하고 같이 죽었어" "에? 그… 그러면… 꼬마야. 저 사람은 누구니?" 츠렌이 머뭇거리면서 날 가리키고는 말했고, 나미아는 힘차게 말했다. "우리 아빠!" 어린아이의 문법이 다 그렇지만, 이거 상당히 혼란스러운 문법을 사용하는군? 나 는 나미아의 말에 잠시 한숨을 쉬었다. 나미아야, 그러면 내가 죽은 사람이 되잖 니. 킬이 대뜸 물어왔다. "페이그니스씨… 당신 죽은 사람이었습니까?" "설마요" "그, 그럼 대체 뭡니까!" "뭐긴요. 양녀와 양아빠지" …… 또다시 정적. 사람들은 나미아가 자신들을 가리키면서 짧은 평가를 했을 때와 같이 황당한 표 정이 되어서는 나와 나미아를 번갈아 보았지만, 나는 그냥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 었고, 나미아도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미리안, 에실루나. 미안하지만 나미아를 데리고 가서 좀 씻겨주지 않겠어? 설명 은 나중에 들어도 되니까. 옷하고 수건은 배낭에 있을거야. 부탁할게. 나미아, 앞의 두 언니들 따라서 목욕하고 오렴" "네" "아, 예" "네~ 아빠!" 나미아는 쪼르르 달려가서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손을 덥석 잡았고, 그녀들은 놀 라는 듯 하였지만 이내 미소를 띄우면서 나미아를 데리고는 그녀들이 일했던 건물 로 들어갔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나미아와 미리안, 에실루나가 사라지자 킬이 나에게 와서는 간곡한 태도로 요청 했고, 나는 라스킨에게 들고 온 사람들을 적당한 장소에 던져두라고 하고 그들이 앉아있던 장소로 걸어갔다. 나는 미리안이나 에실루나가 었을 컵을 들어서 모닥불 위에 올려진 주전자에 담겨진 차를 한잔 따르고는 그것을 후루룩 거리면서 마셨고 점점 사람들의 표정이 변해가고 있었다. "쪼옴! 설명좋 해 줘요오! 그렇게 차만 마시지 말고오옷!" "그래요! 설명 좀 해주면 어디가 덧나요?!" 지나얀과 츠렌이 당장에 소리치면사 말했고, 나는 그냥 후루룩 거리면서 차를 마 셨다. 그래서 그녀들의 표정은 점점 못참겠다는 그런 표정으로 변해갔고, 그녀들 이 폭발(?)하기 직전에 나는 입을 열었다. 차 한잔도 못마시나? "에, 뭐. 특별한건 없습니다. 그저 사람의 본질과 그 마음을 볼 수가 있고, 미리 안이 걸은 마법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서 돌아다니는 어린아이가 저를 아빠 라고 부르는 것 뿐이죠" "그게 특별하지 않은겁니까?" 킬이 황당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나미아에게 제 팬던트를 주었는데, 아마도 저는 지금 착용한 건틀렛 덕분에 영 향을 안 받고 있지요. 하지만 나미아는 팬던트를 받기 전부터 행동에 아무런 제 약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 애한테 팬던트를 준 것은, 아마도 마법진으로 인해서 환각을 보고있을 병사들의 마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환각을 겪는지 그런 것이 보이는듯 싶군요" "그러니까 그게 특별하지 않은 것이냐고요. 엄~청 대단한 것이잖아요?" 츠렌은 입을 삐죽거리면서 말했다. 뭐, 맞는 말이기는 하지. 한가지 말 하지 않 은 사실이 있다면, 드래곤의 언령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다른 것을 모두 배제하더라도, 언령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연구 대상이다 이거야. "아빠~ 아빠~ 나미아 좀 봐요!" 적당히 이야기하고, 적당히 차를 마시고 있을 무렵, 나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꾀죄죄한 모습은 모두 벗어버리고, 사자갈기 같던 머리를 깨끗하게 정돈한 나미아 의 모습은 역시 꽤나 귀여웠다. 거기에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과는 전혀 어울 리지 않는 흰색 원피스에 샌들은 나미아의 명랑함을 돋보여 주고 있었다. 으음… 저아이 한테서는 아빠라고 불려도 괜찮을 듯 싶군, 정말로. 그리고 나미아의 뒤에 서는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약간 질린 표정을 하고 걸어오고 있었다. 에? 뭐야? 하 지만 나의 생각은 나에게 달려와서 안겨드는 나미아에 의해 가로막혔다. 으윽. 속 도 좀 줄이지 그랬니. 나는 아직 물기가 어려있는 나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나 미아는 헤헤거리면서 내 무릎위에 앉았다. "웬지 어색하지 않아" "그렇게 보이죠? 저도 그래요" "설마하니 양녀가 아니라 진짜 딸은 아니겠죠?" "설마요. 죽었다고 그랬잖아요?" "몰래 낳아서 맡겨 두었다가 오늘에야 극적인 상봉을 할 것일 수도 있어요. 보세 요. 저거 너무 자연스럽잖아요?" 츠렌과 자니얀은 서로 속닥거리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 멋대로들 이 야기 하세요. 어색하지 않다는 점에서는 나도 별로 할 말이 없으니까. 그 때 나의 옆에 미리안이 앉으면서 찻잔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나미아를 가리키며 귓속 말을 했다. "페이그니스님. 이 아이 대체 어떤아이죠?" "응? 왜?" "팬던트가 없어도 잘 돌아다니고… 우리 마음을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데려온거야. 이 마을에 유일한 생존자 라고 할 수 있거든"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에실루나에게 귓속말로 내가 있던 이야기 를 전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까 지금 나미아는 팬던트를 들고서 빙글빙글 돌려대 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작금의 상황과는 정말로 핀트가 맞지 않는 모습이다. 그 러나가 뭐가 생각났는지 나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아빠. 그런데 애인들이 누구야? 아까 같이 목욕한 언니들이야?" "어? 응. 그래. 여기 두 언니들이지" "그러면 누가 엄마야?" "…에?" 나는 잠시 나미아의 말에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번갈 아서 쳐다보았다. 그녀들은 나미아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내가 그녀 들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그녀들 역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뜻대로 하세요'라 는 뜻이 담긴 시선을. 하아… 이를 어쩐다? 나는 잠시 생각을 했고, 대답을 촉구 하는 나미아의 표정에서 대답 안해주면 안될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말했 다. "미리안, 에실루나. 일어나봐"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일어났고, 나는 그녀들을 올려다 보았다. 음, 둘다 몸매는 잘 빠졌… 이게 아냐! 어쨌든, 키에 걸 맞는 좋은 몸들을 하고 있으며 군살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매끈한 몸이다. 에 실루나를 안을 때 알아 본 것이지만 말이야. 아니, 일당 지금 중요한 것은 그런것 이 아니라구. 나는 다시 그녀들의 키를 보았다. 에실루나가 조금 더 크군. 나이때 문에 그런…것은 아닐 것이다. 둘 다 성장기는 끝났을 테니까. 미리안의 키는 내 턱보다 조금 크고, 에실루나의 키는 내 눈이 있는 정도? 음. 정했다. 나는 나미아를 돌려 앉히고, 긴장된 표정으로 서있는 두 여자엘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자, 저것을 보렴. 은발 언니가 크지? 저쪽이 큰 엄마. 그리고 이쪽은 작으니까 작은 엄마. 그렇게 부르면 돼" "그러면 둘 다 엄마야?" "그래. 둘 다 엄마라고 불러도 상관 없어" 잔뜩 긴장해있던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어깨가 힘없이 쳐졌다. 그리고 나는 빙그 레 미소지었다. 탁! 타닥! 모닥불의 나무가 타면서 튀는 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은 야심한 밤. 나미아는 내 품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가 꾸벅꾸벅 졸더니 이내 자버렸고, 나는 그 애에게 모포 를 덮어주고는 내 옆에 뉘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상실의 축복과 그 해약을 동시에 만들고 있는 것이군요?" "네… 해약이… 따로 없는 것… 같았어요…" 라니안느는 자기 손에 쥐어친 컵을 보면서 이야기 했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사 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제대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군. -124- 004.4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런데 어쩌다 아버지가 되셨어요?" '작은 엄마' 미리안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는 잠시 자고 있는 나 미아를 보다가 미리안에게 말했다. "마을에서 기절한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데, 저 아이를 발견했지. 신기하기도 해 서 일단 데려가려고 했는데 아빠라고 부르게 하지 않으면 같이 가지 않겠다는 깜 찍한 협박을 하더라고. 그래서 넘어가 주었지" "그래서 순식간에 저희들까지 엄마가 되어야 하는 거예요?" "한쪽 부모가 없는 자식이 나중에 가면 가정교육을 의심받게 될 확율이 높아진다 는 한 아동협회의 연구결과 보고서가 있었거든" "……말을 못하면 밉지나 않지…" 미리안은 그렇게 마라며 쓴 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봐이봐, 그렇게 해 서 나는 격파하는게 재미있는거야?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게다가 워낙에 특이한 능력이 있으니까. 사람의 마음을 예측하는 것은 눈치가 빠르면 어느 정도 되는 일이지만, 나미아같은 경우에는 사람이 가진 마음을 '볼' 수가 있어. 내가 준 팬턴트를 쓰면 약화되는듯 싶지만, 그래도 능력을 막지 못하 는 것 같아" "마법소녀" 머기가 대뜸 불쑥 말했다. 그러고 보니 머기에 대한 평가가 '만년설 속의 떠벌이 화산과 할아버지'였지? 겉은 저렇게 냉정한체 하면서 말 했지만, 속에서는 마르티 구스와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마법소녀라니? 머기는 차 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선천적인" 선천적인 마법소녀?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신경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주위의 마 나가 움직여 주어서 특정 부분에선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그 쪽 계열의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인가? 따로 부르는 용어로서는 인네이트 매 지션Innate Magician이라고 한다. 하지만 마법소녀라니… 무슨 옛날 TV에 나오던 미소녀 변신물 같은 느낌이잖아? 아니, 그것은 둘째치더라도, 최소한 마법사는 아 닌 것 같은데? "인네이트 매지션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저는 부정적이군요. 마나의 움직임을 체 크해 봐도 저 아이에게는 일반인과 같은 양의 마나가 유통되고 있을 뿐입니다" 에실루나는 나를 대신해 답했다. 마법이 아니라면 신성력(神聖力)이라고 생각 해 볼 수가 있지만, 그것도 아닌것 같다. 어떤 신이든 간에 신의 가호를 타고난 사람 은 첫 인상이라든지 행동에서 느껴지는 그런 느낌 자체가 틀리니까. 그렇다면 뭐 야? 초능력자(超能力者)라는 거야? 내가 죽기 전에도 세상에 많은 초능력자가 있 었지. 대표적인 사람이라면 염력(念力)으로 유명한 유리 겔라Uri Geller가 있다. 비록 이 사람의 초능력이 가짜다 라는 의혹이 많아서 문제이긴 하지만, 나는 적어 도 이 사람을 초능력자라고 보고있다. 어쨌든, 내가 아는 대외적인 초능력자들 중 에서는 지금의 나미아처럼 사람의 생각을 보거나 하는 일은 없는 것 같았다. 세상 에 드러나지 않는 초능력자중에는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적어도 난 보지 못했다. 뭐, 세상에는 여러가지 사람이 잇으니 만큼 여러 초능력자도 있겠고, 무엇보다 여 기는 내가 살던곳과는 완전히 틀린 세계다. 그러니 나미아 같은 초능력자가 있다 고 하여도 이상한 일은 없겠지. "그런데, 페이그니스. 나미아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에실루나는 나에게 질문해왔다. 어떻게 할거냐니? 대답은 이미 나와있잖아. "아빠가 있고 엄마가 있는 아이를 뭘 어떻게 한다는거야? 앞으로의 육아(育兒)에 관련된 상담이라면 같의 토의해줄 수 있는데" "…키우실 건가요?" "당연하지. 내가 아빠잖아?" 어차피 내 정체를 들켰겠다, 레어도 넓겠다, 시간도 많지. 키울 시간과, 공간과, 이유는 충분하잖아? 거기에 신비한 능력도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지 않 으려면 내가 이 아이를 잘 보살펴 주어야지. 나는 뒤척이면서 모포를 걷어 찬 나 미아에게 다시 모포를 제대로 덮어 주고서 말했다. "이 아이는 나를 알아" 그리고 순간,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동시에 흠칫 했다. 이 아이가 나의 정체를 알 고 있다는 말이지. 에실루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미소지으면서 말했 다. "어쩔 수가 없네요… 순식간에 엄마가 되어버릴 줄은…" "그러게요… 하지만 키 크기로 큰엄마, 작은 엄마를 정한건 조금 너무했어요" 에실루나의 승복에 미리안도 같이 승복했다. "그게 불만이면 나중에 나미아와 같이 상의해봐. 그냥 앞에 크기는 빼고 '엄마' 라고만 불러도 되겠는데?" "괜찮으신 생각이예요. 하지만 애가 헷갈리겠어요. 그냥 언니라고 부르게 하면 안 될까요? 아줌마다 되는건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예요" 미리안이 약간 불만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한 순간 머리에서 이상한 상상이 스쳐 지나갔다. "한 아이의 언니 두명의 애인은 그 아이에게서 아빠라고 불리운다…라. 무슨 근 친상간 가족을 만들고 싶은거야?" "아, 그렇네요… 그러면 페이그니스님이 오빠라고 불리우는 것이면요?" "미리안, 역시 마찬가지예요. 한 나이에게서 오빠와 언니라고 불리우는 세 남녀 가 애인 관계가 되는 거잖아요" "에휴… 결국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되어야 하겠네요. 아직 성년 10주년도 안 지 났는데…" 미리안은 불만스럽게 말했지만, 그래도 역시 웃고 있었다. 단순한 푸념에 불과한 말일테고, 말은 저렇게 해도 미리안은 꽤나 나미아가 맘에 들은 것 같았다. 물론 에실루나도. 저 둘은 아주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선생님도 되어주고, 친구가 되 어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겠지. 레어로 돌아가도 썰렁한 분위기는 나오지 않 겠어. 아니, 이 참에 그냥 숲속에서 살아버릴까?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키우라고 했으니까 말이야. 뭐, 그거야 천천히 생각을 해 볼 문제지. 음음.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저런 분위기라니" "정말" "행복해… 보여요…" "하아~ 따스한 가정이구나~" "아가씨로 모실 분이 늘어났군" 사람들이 각자 한마디씩 했지만 나는 별로 상관 없었다. 뭐 어쩌랴? 나미아가 초 능력자이든지, 아니면 다른 종족이던지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다. 그애는 날 아빠 라고 부르고 있고, 그런 이상 나는 저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줄 생각이니까. 그렇 게 되어서 우리의 일행은 10명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상실의 축복과 그 해약이 만들어진 것은 마법진을 치고서 하루뒤 오후였다. 우리 들은 쓰러져있는 마법사들과 성직자, 병사들에게 일일이 상실의 축복을 먹였고 적 당히 약효가 돈다고 생각 되었을 때 마법진을 풀었다. 상실의 눈물을 복욕한 마법 사, 성직자와 병사들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채 그냥 멍 하니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명령만 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훌륭한 꼭두각시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한 일에 매우 흡족해 하면서 잡혀온 사람들을 모아 상실의 축복을 복용시켰고, 그 들은 잠에서 깨어나듯이 약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감사와 축복의 인사들을 쏟아 주 었다. 우리는 당황해 하면서 그 인사를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가 그렇게 곤란함에 빠져있을 때, 라스킨은 상실의 묘약으로 인해 아는 것을 다 털어낸 이곳의 총 책임자인 메트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듣고는 돈 주머니 를 들고서 이곳 입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는 일이 끝났다고 말해 그들을 훌륭하게 해산시켰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나미아가 초능력자 라는것을 확실하게 알았다. 나미아에게 사 람의 마음을 읽는것 말고 다른 능력은 없냐고 물어보니 있다고 말 하면서 손에 든 찻잔을 공중으로 손도 대지 않고서 띄워 올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 세계에서 역시 나미아같은 초능력자는 그렇게 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는 잡혀온 사람들의 신원을 알아보앗고, 이 사람들은 전부 다른 지역에서 왔 지만, 전부 제국 국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일어낫던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 었으며, 잡혀온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략 2~4개월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과 매쉬암의 병사들을 데리고서 산을 넘어 툰즈 프로티로 되돌아갔고, 한 순간에 많은 병력이 대뜸 몰려오자 툰즈 프로티에서는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우리는 이들의 신병을 툰즈 프로티에 맡기고자 했지만, 그곳의 시장까지 나서가지 고 반대하는 바람에 꽤나 난처해졌고, 지나얀이 잠시 메퓌렌스의 여관에 다녀오고 난 뒤, 시장에게로 찾아온 전령의 귓속말로 그들의 신병을 전부 양도하겠다는 말 을 들은 뒤에는 상당히 황당해졌다. 원래 툰즈 프로티의 출신이었던 네다섯의 사람은 가족들은 만나서 재회의 눈물을 흘렸으며, 우리는 또다시 감사세례에 휘말려야 했다. 그리고 여기는 그렇게 툰즈 프로티를 떠들썩하게 해 놓은지 다음날, 'Do you kn- -ow? What Women Want'의 홀이다. "후아… 며칠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휘리릭 지나가서 반쯤 죽을 지경이야" "이봐, 지나얀. 넌 정말로 휴가기간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어" "우히힛.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제길, 난 이미 한달 전에 툰드라에서 휴가기간을 다 보냈단 말이야. 이런 일행 이 올 것이라는 걸 알았으면 미뤄둘 것을 잘못했군" 메퓌렌스는 쓰게 웃으면서 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나미아를 보았다. 나미아는 앞으로 있을 툰드라의 여행에 대비한 어린이용 방한복을 입고서 홀을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아마도 방한복의 느낌이 기분 좋은가 보다. "그래, 아깝게 되셨어. '트랜스젠더Transgender' 양반" "시, 시끄러!" 지나얀은 낄낄거리면서 나미아가 메퓌렌스를 가리키며 말했던 단어를 가지고 그 녀를 효과적으로 놀려먹었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라니, 나미아야. 대체 어떤 단어 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아버지로서 심히 걱정 되는구나. 아버지는 네가 나중에 여 행나가서 '부모가 어떤 사람이길래 저런 말을 가르친거야?'라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구나. "하아… 난 더이상 나미아하고 안 놀래에…" 츠렌은 테이블 위에 상체를 전부 올려놓고서는 추욱 늘어져 있었다. 그녀는 일찍 이 나미아가 까르르 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나미아와 같이 놀아주기로 했 는데, 한시간하고 반 뒤에 저렇게 파김치가 되어서는 2층에서 내려왔다. 대체 무 슨 놀이를 하면서 논거야? "저런 아이라면… 엄마가 되어주어도 괜찮겠어요" "그래요. 괜찮겠어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예전과 같이 나의 양 옆에 앉아서 푸근한 표정으로 나미아 가 홀의 여러 물건들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걸 구경하고 있다가 말했다. 너희들 도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 했단다. 저 아이한테 는 뭔가 모를 매력이 있어. "그건 그렇고, 슬슬 떠나야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킬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에, 뭐. 슬슬 그래야 하겠지. 킬과 그의 일행은 처음 에 자신들이 쫓았던 매쉬암의 전령을 따라잡고, 그들의 음모 하나를 분쇄 한 것으 로 지금까지의 추적에 대해 만족하며, 매쉬암의 다른 꼬리를 잡기 위해 나설 것이 라고 했다. 그리는 동안, 우리가 자신들을 도와준 대가로 우리의 여행에 손을 빌 려 주겠다는 말을 했다. 나쁠 것도 없었고, 미리안도 괜찮다고 말했기에(미리안은 이제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였다) 난 그들의 제안을 승락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 고 있는 것은, 라스킨을 블러드 스폰으로 만든 본데스란 리치가 매쉬암의 주구(走 狗)라는 것이지. 나는 그에게 말했다. "슬슬 떠나야 하겠지요. 피로도 다 풀린 것 같으니까 말입니다. 매쉬암에 잡혀있 던 사람들은 나라에서 해결할 사람이 온다고 했으니까요. 내일 아침에나 툰드라 로 향해 볼까요?" "저희야 주도권을 페이그니스씨께 넘겼으니 괜찮습니다. 그러면 내일 아침에 떠 나는 것으로 하죠" "네. 그렇게 하지요" 휴우… 이제야 툰드라로 향하게 되는 것인가? 라스킨을 보니 얼굴에 웃음이 가득 했다. 내일부터는 기다리던 툰드라행이다! -125- 004.4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아우레스력 1433년 5월 12일. 그러니까 우리가 툰즈 프로티를 떠난지 2일되는 날이다. 거창하게 연도까지 붙여 서 설명할 것이 뭐가 있겠냐만은 툰드라의 부족민들은 그들만의 달력을 쓰고 있기 때문에 그냥 한번 써 본 말이다. 지금은 툰드라에도 여름이 찾아오는 기간이다. 그러니까 연 평균 최고 기온인 섭 씨 10도가 되는 아주아주 '따뜻한' 기간이 찾아오는 그 초입이라는 말이다. 그래 서인지 지금 상태의 기온은 낮 최고기온이 상온(섭씨 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때 이고, 밤에는 도로 영하로 떨어진다. 어차피 툰드라라는 지역이 다 그런 것이 아 닌가? 우리의 걸음 속도는 다른이들보다 1.5배 정도 되는 수준이다.(나미아는 내 가 안거나 업고 걸었다) 그러니 이틀만에 다늘 사람들이 걸었다면 3일은 걸었어야 할 거리를 걸었고, 그래서 남들보다 툰드라에 더 가깝게 다가왔기 때문에 여기저 기 늘어선 바위들의 그늘에 얼음과 눈이 남아있다고 하여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 이다. 게다가 바람을 살을 에일듯이 불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0도쯤 되는 것 같았 다. 뭐, 그래도 이런 '따스한'시기에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해야 할 지 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쯤이면 순록의 이동시기이지 않나?" "그렇습니다 마스터. 거의 이동을 끝내고서 번식기에 접어들 때이지요" "그러면 토박이 부족들이나 늑대들도 이동하나?" "먹이따라 이동하는 것이 순리이니까요. 지금 제가 인도하는 곳도 지금시기의 순 록의 서식지와 가깝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어디를 가든지 지리에 정통한 안내인이 한명 쯤 있 으면 상당히 도움이 된단 말이야. 안 그랬으면 이 넓고 넓은 툰드라에서 길도 모 른채 돌아다닐 수도 있었지. 아니, 애시당초 라스킨 때문에 툰드라로 온 것이니까 그럴 일이 없나? "그건 그렇고 페이그니스님. 방한복 필요 없으세요?" "후우… 내가 대체 누구라고 생각하니? 이깟 온도쯤이야, 간단하다고" "아빠는 정말 안 추워. 응. 안 추워" 나미아는 업혀있는 채로 말했다. 아마도 나미아에게 툰드라의 온도는 조금 낮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방한복을 입었으니까 그다지 춥지는 않겠지만… 역시 어 린아이이다 보니까 심리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면이 많겠지. 이를테면 체감적 추위 라고 해야 할까? 가끔 나미아는 나의 갑옷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날 놀라게 하 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하는 말이 '아빠 따뜻해' 라는 말이니 내가 뭐라고 할까? 레드 드래곤이다 보니 몸 자체에 화기(火氣)가 좀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렇다 고 사막에 가서 몸이 화기와 외부의 화기 때문에 고생할 일도 없지만 말이야. 으 윽! 나미아야! 예고도 없이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제발 좀! "아빠 따뜻해" "그래그래…" 나는 그냥 허허거리면서 웃었다. 나미아에 대해서는 일단 그 아이가 자고 있을 무렵에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갑 자기 나에게 아빠라고 부르게 해달라는 것이며, 정신을 보는 능력과 매쉬암이 만 들어놓은 마을에서 멀쩡하게 돌아다닌다는 신비감은 그 아이에 대해서 충분한 의 혹거리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점은 인정. 그래서 난 그 아이가 자고 있 을때를 이용해 싸이를 시켜 나미아의 정신을 훓어보았지만… 뭐랄까? 순수한 백색 의 이지랄까? 어린아이처럼 순수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처럼 복잡한 구조를 가지 고 있었다. 갑자기 나온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아이의 상처였다. 나 하고 비슷한 나이에 머리길이와 일찍 죽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나와 약간 닮은얼 굴의 아버지를 그아이는 늘 그리워 하고 있었고, 매쉬암의 거처에서 이상한 환경 속에 오래 생활을 하다가 보니까 그것이 일종의 상처로 된 것이고, 어린아이의 치 유를 지향하는 성격에 나미아만의 독특한 인간관이 겹쳐지면서 나를 자신의 아버 지로 치환(置換)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그것을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이유는 나미아가 선천적으로 가진 정신계열의 초능력의 은근한 영향도 있었고, 우리가 그 시간 동안에 워낙 바빴다는 이유도 있 다. 지금에야 약간 여유가 생겨서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싸이가 나미 아의 정신을 돌아다니면서 말해준 것이니 사실일 것이다. 적어도 나미아의 나이로 서는 신이 아닌 이상에야 싸이에 대항해 정신방어를 할 수는 없을것이니까. 늙은 고룡조차도 아마 방어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나미아가 나를 아빠라고 부르는 행동이나,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유(나미아의 기억에는 엄마가 없었다. 아마도 나미아를 낳다 죽은것이 아닐까 싶다)는 그저 자 기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위한 무의식적인 정신력의 발동이고, 다른 의도는 없다 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그 아이의 상처를 메꾸는 용도가 아닌, 그 아이의 진짜 부모가 되어서 그 아이의 상처를 치료해 주어야 한다는 것 이지. "흠… 약간의 억지성이 개입된 것 같아요. 갑자기 생겨버린 딸이라니… 뭔가 우 리의 손이 닿지 않는 그런 존재가 개입되어있는 일이 아닐까요?" 나는 미리안이 했던 말을 두고두고 생각했다. 단지 나미아가 특이하다는 이유 하 나만으로 이 모든것을 설명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 하지만, 미리안의 말 대로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존재가 개입되었다면, 세상을 움직이는 인과율에 인거하여 조만간 우리에게 충분한 설명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뿐이다. 일단은 이것으로 나미아에 대한 의혹은 약간이나마 풀린것 같았다. 용언도 막아 낸 나미아의 정신력 방어를 뚫고 정보를 얻어낸 싸이에게 일단 찬사를. 그녀석은 그것 정도야 간단한 일이라고 했었지. 어린아이의 정신은 뚫기가 쉽다나? 게다가 정신에 관해서는 거의 신과도 맞먹는다고 자부하는 녀석의 능력상, 나미아가 사실 은 다른 음모를 품고 우리에게 접근해서 속내를 꽉꽉 감추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가 없다는 것이다. 안심에 또 한번 안심. 그래서 우리는 나미아에게 헌신적인 애 정을 주기로 결론을 내렸다.(여기서 우리란 나와 미리안, 에실루나이다) 우리가 길을 가는 동안, 그리고 늑대들이 머무는 곳과 가까운 순록 서식지와 가 까운 장소로 걸어가는 동안, 우리는 여기 저기 널부러진 시체들을 많이 봐야했다. 몇 명은 이곳 부족민인 '라크라스'족 이고, 몇 명(?)은 회색 털가죽이 벗겨지지도 않은 채 죽어있는 늑대들이다. 라스킨은 잠시 멈춰서 죽어있는 늑대들을 여기저기 들춰보면서 말했다. "아마도… 부족민들과 싸우다 죽었겠군요. 라크라스족은 자신들과 싸우다가 죽은 모든 생물은 아무런 손을 대지 않지요. 그리고 늑대에게 박힌 저 화살이나 손도 끼, 그리고 여러가지 자국을 볼 때 치열하게 싸웟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째 서 그런 걸까요? 늑대들과 라크라스족은 같은 기원이라고 서로 생각해서 서로간 의 영역을 존중 해 주는 몇 안되는 사람들인데…" 허어? 나는 라스킨을 보면서 걱정스런 얼굴을 해 보였다. 이녀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뭔가 권력적인 이동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라스킨은 눈가를 찌 푸리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 부근에 라크라스족의 마을이 있을 것입니다. 거기서 사정을 잠시 들어보도록 하지요. 아무래도 늑대들에게 무슨 큰 일이 벌어진것 같습니다" 어느새 라스킨은 막내의 모습이 아닌 그가 가진 이름 그대로 '늑대왕'의 모습으 로 바뀌어져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자신의 집단이 어찌 되었나는 걱정하는 지도 자의 모습을 보았고, 그 모습이 더욱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갑시다. 방향으로는 저쪽이군요" 라스킨은 굳은 얼굴로 일행은 인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1년 반 전에 어떤 늑대인간이 찾아와서 자신들의 종이 되지 않으면 싸 워야 한다고 했다고요?" "그래요. 여행자분들도 어서 벗어나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저희들의 싸움에 다른 이들을 끼워 넣을 수는 없습니다" "대체 그 늑대가 누구의 명을 받고 그렇게 했답니까?" "아마도… 라우네스라는 늑대인간이라고 하더이다. 새로이 늑대들의 수장이 되었 다는 구려… 에구, 라스킨님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우리들은 라크라스족의 마을에 들러서 일단 손님을 환대하는 그들의 관습에 따가 약간의 환대를 받고 이 부족 마을을 책임지는 부부족장이 우리를 만나주었다. 그 리고 라스킨의 질문공세가 시작되었고 대충 위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라 스킨은 분명 자신을 지칭하는 이름이 탄식조로 새어나오자 금세 얼굴을 떨구면서 침통해 했고, 사람들은 그의 실명이 튀어나오자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라스킨은 얼굴을 떨군 채로 침통하게 말했다. "마스터… 본 모습을 보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라" 라스킨은 일어서서는 목걸이를 벗었고, 그러나 번쩍 하는 빛과 함께 라스킨은 원 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는 곰방대를 입에 물고 놀라서 굳어버린 부부족장 할 머니에게 무릎을 꿇고서는 머리를 조아렸다. 음… 꼬리도 내렸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저 라스킨, 아내를 구하기 위해 잠시 부족을 비운 사이 그 빌어먹을 종자인 라우네스가 일족을 장악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다시 일족을 다스리고, 라크라스 부족께 드린 피해를 보상해 드리겠습 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 그런… 라, 라스킨님! 미리 알아보지 못한 불찰을 용서해 주십시오! 이 미 흡한 노인네 마릴이 늑대왕께 미리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스킨이 머리를 조아린채 말하자 마릴 부부족장이 같이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라스킨은 먼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와 미리안, 나미아를 제외 한 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라스킨의 변신(?)에 놀라했다. "느… 늑대왕? 세, 세상에…" "어머나…" "늑… 대… 왕…?" "옷, 어색" "꺄아~ 대단해!" "페, 페이그니스. 대체 이…" 모두의 경악 속에 갑자기 텐트에서 빛이 새어나오자 놀란 부족민들이 안을 보고 는 자지러지는 소동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동 뒤에 자신들을 방문한 손님 중에는 늑대왕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그들은 뛸듯이 기뻐했다. 하지만 일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왜 이리 늦게 왔냐고 하면서 푸념했고, 라스킨은 더더욱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환영 분위기였고, 그래서 우리는 그들의 열렬한 환영식을 받 을 수 있었다. 라크라스 부족은 마치 인디언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가 사는 텐 트의 모양이나 입고 있는 방식은 인디언의 그것과 흡사했지만, 툰드라에서 살다보 니 에스키모와도 비슷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늑대들에게 공격 받는것을 애초에 자 신들이 모시는 늑대신께 소흘이 해서 그렇게 된거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늑대들 을 죽이지 않고, 자신들도 살아남는 방법을 사용하며, 매달 늑대신께 공양도 드리 며 다시 열렬하게 섬기기 시작했는데, 이제서야 신께서 응답을 주었다고 기뻐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서 엘프는 평화와 안녕을 뜻하는 요정과도 같았 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평화와 안녕이 자신들과 늑대들에게 깃들 것이라는 흥분속 에 휩쌓여 있었다. 어쨋든, 우리들의 등장은 그들에게 있어서 다시 없는 길조였던 것이다. "늑대들이다! 늑대들이 온다!" 축제분위기로 넘어가려는 마을에 초를 치는 음성이 들려왔고, 사람들의 눈빛들은 당장에 어두워져 버렸다. 하지만 그들은 라스킨을 보면서 눈빛을 되살렸고, 라스 킨은 그들의 시선 속에 검은 털들은 상당량 감추고 있던 옷들을 벗어버렸다. 그리 고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마스터… 아무도 끼어들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하마" "…다녀오겠습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라스킨은 하늘을 향하여 엄청난 포효를 지르고 늑대들의 침입을 알린 사람이 가 리치는 방향으로 번개같이 뛰어갔다. 나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아빠, 어디가?" "구경하러" "하긴, 남의 싸움구경이 제일 신난다댔어. 나미아도 갈래!" -126- 004.4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미아는 뽀르르 달려와서는 나의 손을 잡았고, 나는 피식 웃고는 그 작은 손을 꼬옥 쥐었다. 보통의 아이였다면 말릴 것이지만, 적어도 이 아이는 살아오면서 많 은 사람들의 마음을 봤을 것이었다. 아마도 늑대들이 죽거나 다치는 모습을 보아 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겠지. 그리고 우리의 걸음을 필두로 우리 일행과 마을 사 람들 모두 라스킨의 싸움을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으워어어어어! 라스킨은 포효했다. 아마도 그 육성에는 "난 라스킨이다!"라는 뜻이 담겨 있으리 라 생각 되었다. 하지만 달려오던 늑대들(늑대인간은 안 보인다)은 잠깐 움찔 했 다가 도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아직 라스킨이 누군지 잘 모르는 그런 어 린 늑대들인가 보다. 라스킨은 몸을 떨었다. 아마도 분노가 아닐까 생각 되었고, 라스킨은 강하게 포효하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크아아악! 늑대들은 대략 30여 마리였다. 그들은 달려고는 라스킨을 노려보며 더욱 힘차게 발을 놀렸고, 그들의 거리가 처음으로 0이 되었을때, 늑대들이 하늘을 날았다. 캐애앵! 깽! 캐갱! 비명을 지르는 것은 보니 라스킨을 저들을 죽일 마음이 별로 없었나보다. 늑대들 을 개가 지를법한 소리를 지르면서 하늘로 솟았다. 단 일격에 세마리가 튀어오른 것이다. 퍼억! 이번엔 라스킨의 발이 날았다. 걷어 차인 늑대들은 같은 비명을 지르면서 튀어올 랐고, 이번엔 네마리였다. 오옷, 대단한데? 그리고 조금 전 제 1격으로 인해 하늘 로 솟은 늑대들을 땅에 떨어지자 다리만 휘저으면서 일어나지를 못하다가 이내 기 절을 하는건지 추욱 늘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제 3격, 4격이 들어 갈때 떨어진 늑 대들 역시 기절한 것인지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너무 압도적인데…?" 킬의 숨막히는 듯한 한마디. 그렇다. 이것은 너무 압도적이었다. 늑대 30마리와 싸우는 라스킨의 모습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라스킨의 눈에서 분 노와 서글픔을 볼 수 있었다. "늑대인간이다! 마을 뒤에!" 에?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뒤를 바라보았다. 제길! 텐트 에 막혀서 안 보이잖아? 설마하니 양동작전인가? 나는 나미아의 손을 미리안에게 맡기고는 뒤로 돌아서 지면을 거세게 박차며 앞으로 뛰었다. 퍼억! 땅이 패이는 소리가 나면서 나의 몸은 중력과는 45도의 각도를 그리며 뛰어 올랐 고, 나는 마을사람들이 라스킨을 구경하는 반대편에서 텐트를 부수면서 마을로 들 어온 늑대인간들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제길! 고작 지도자가 바뀌었다고 어제의 형제에게 이빨을 들이대냐! 나는 품속에서 권총을 꺼내서 그대로 발사했다. 콰아앙! 늑대인간 한마리가 배에 총을 맞고는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피가 파악! 튀어올 랐다. 저건 인간이 아니니까 괜찮아! 어차피 몬스터들에게 보일 인간성은 없다구! 나는 낙하를 시작하는 나를 올려다 보고 있는 늑대인간들을 보며 말했다. "라스킨의 부하들이었으니 죽이지는 않겠다!" "크와아악!" 총맞고 뒤로 날아간 늑대인간의 동료들이 나에게 이를 한껏 드러내면서 적개심을 표했지만, 나는 그저 피식 웃을 따름이었다. 몸 속의 드래곤의 피가 몸 속에서 꿈 틀대는 때는 아마도 인간이 다치거나 죽을 때 외에는 없나보다. 오히려 다행이지. 죽이지는 않겠다고 했다! 쾅! 쾅! 쾅! 쾅! 땅에 닿기 전 까지 나는 총 네발을 발사했고, 총탄은 네명의 늑대인간 좌측 대퇴 부를 맞추었다. 위력은 별로 세게 설정 해 놓지고 않았고, 구경도 작은 총이니까 다리가 끊어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단지 근육 조직이 엉망진창으로 파열되어서 마법아니면 복구 불가능의 상처가 남지만 말이야. 총 다섯명의 늑대인간들이 나의 총에 맞고 쓰러졌고, 남은 것은 여섯명. 하지만 그들은 그들 일행중 반절이나 쓰 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려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야? 되게 깡 좋은 늑대들이군. 아마도 라스킨의 교육이 그만큼 철저했나? 나는 땅에서 1미터 떨어진 공중에서 부츠를 이용해 공중을 한번 박차고는 클레이 모어를 꺼내들며 여섯명에게 쇄도했다. 총은 왼손에, 칼은 오른손에! 라스킨에게 는 보여주지 않은 총검(銃劍) 이도류다! "사지근절단(四肢筋切斷)!" 오른속 역수로 쥔 클레이모어를 든 채로 온 몸을 회전시켜, 양 손목과 발목의 근 육을 절단해 버려서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인간들의 실전에서는 쓰이 지도 못할 말도 안 되는 기술이지만, 여러 마법 아이템들의 혜택을 받아서 사용이 가능해진 기술을 선보였고, 나의 손에는 기분나쁜 감촉이 전해져 왔다. 그래도 뼈 까지 잘리는 느낌은 안 오는 구나. 당황하면서 사지 근육이 절단된 늑대인간이 그 대로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몸의 회전을 멈추면서 착지하자 마자 나의 감 각이 시키는 대로 뒤를 돌면서 총을 쐈다. 콰앙! "커억!" 나에게 덤벼들려던 늑대인간 한 마리가 어깨에 총상을 입으면서, 총탄의 압력에 의해 뒤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칼을 다시 굳세게 쥐고 방금 쏜 총을 맞은 늑대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늑대들의 왕조차도 피하지 못한 순간 가속이다! 피빗! 작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어깨에 총상을 입고 날아가던 놈은 두 다리 의 근육이 베여진 채로 땅에 나뒹굴게 되었다. 남은 것은 넷인가? "크르르르… 크왓!" 약간 덩치가 큰 늑대인간이 으르렁 대다가 짧게 짖자 남아있던 늑대인간들이 후 퇴하기 시막했다. 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보고있을 나는 아니었다. 실프! 노움! 너 희들이 힘을 보여라! "스톤 허리케인Stone Hurricane!" 콰드드득! 콰득! 콰가가강! 도망가는 늑대인간들의 앞으로 노움의 바위덩어리들이 실프의 바람에 자신의 몸 을 맡긴채 떠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달려가려다 급정지를 했고, 다른 방향으로 달 아나려던 그들은 자신들이 돌회오리의 한 가운데에 갖힌 것이라 것을 깨달았다. "죽이지는 마라" 나는 작게 명령했고, 스톤 허리케인은 점점 가운데의 늑대인간들의 사이를 좁혀 가면서 그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뒷걸음질을 치던 그들은 서로서로 등을 맞대게 되었으며, 나는 눈을 감고 뒤를 돌았다. 끔찍한 비명과 둔탁한 타격 음이 나의 귀를 어지럽혔다. "마스터…" "응? 왜? 안죽였어. 그리고 약까지 주잖아. 뭐가 불만이야?" "그래도 말이죠…" "이봐, 집에서 가져온 약들도 거의 떨어져 가는 마당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거 야? 힐링포션 하나 사는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아? 그리고 저것은 성력으 로 만든 트롤의 피를 정화시킨 정화품이 아니라, 연금술하고 마법이 합쳐서 만들 어낸 비약이야. 가격과 성능면에서 훨씬 뛰어난 저것을 여섯병이나 제공하고, 네 가 때려눕힌 늑대들 치료하는데 일반 힐링포션 열병이나 소비했어. 이 정도면 일 반 소작지를 가진 남작이나 자작집안의 1년 생계와 멎먹는다구" "그건 압니다만… 제발 그 총이라는 물건을 좀 치워주세요. 얘들이 너무 무서워 하지 않습니까?" 라스킨은 간곡하게 말하고 있었고, 서부의 총잡이처럼 총을 빙빙 돌리고 있던 나 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총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라스킨의 등 뒤에 앉아서 미리 안과 에실루나의 치료를 받던 늑대인간들의 표성이 밝아졌다. 나는 퉁명스럽게 말 했다. "라스킨, 함부로 등돌리고 있지 마라. 상처 나으면 뒤의 녀석들이 또 언제 뒤통 수 칠지 모르는 일이니까" "마스터… 제발…!" 뒤의 늑대인간들은 얼굴에 난 털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얼굴이 새빨갛 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고작 2년동안 떨어져있던 그들의 왕을 배반하고 그에게 이 빨과 발톱을 들이댔으니 말이다. 그것도 몇백년이나 자신들의 무리를 다스려 오던 왕을 말이야. "페이그니스님. 그만 두세요. 지금 이렇게 부끄러워 하는거 안 보이세요?" 미리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허벅지가 다친 늑대인간에게 힐링포션을 바르면 서 말했고, 나는 잠시 늑대인간의 표정을 보았다가 말했다. "아녀자가 남정네의 허벅지를 만지는데 안 부끄러울리가 있냐?" "뭐 어때요. 어차피 늑대나 늑대인간이다 둘 다 털이 복슬거리는건 같은데. 어차 피 동물이에요. 그리고 전 엘프고요. 숲에서 다친 동물들 치료하는 일은 많이 해 봤어요. 에잇! 상처부위 정말 안 보여 줄거야?!" 미리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상처난 부위를 보여주려 하지 않는 늑대인간의 머리를 쥐어박가가면서 치료를 했고, 에실루나에게 치료받는 늑대인간들은 그 모습을 보 면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 다음에 튀어나온 에실루나 의 말에 급격히 안색을 바꾸어야 했다. "페이그니스. 보지만 말고 좀 도와주세요" "…늑대들의 표정을 보고 그런 소릴해. 어이! 내가 자네들에게 치료를 위해서 손 을 대도 좋을까?" 나는 슬쩍 잔악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외쳤고, 그러자 아직 치료를 받지 않은 늑대인간들에게서 동시 다발적으로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대충 이와 같은 고함들이 터져 나오고,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나와 늑대인간들을 번갈아서 보고있는 에실루나에게 어깨를 으쓱 했다. 어쩌라고? 그러자 에실루나는 다시 치료를 시작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휴우… 제가 뭘 바라겠어요…" "…나이스 에실루나" 에실루나의 말에 미리안은 작게 호응했다. 이것봐! 에실루나! 너마저 미리안에게 물들어 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나는 웃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변하려는 늑대인간들 에게 강력한 눈째림을 보내주어 표정을 원래대로 바꾸게 한 다음 라스킨에게 말했 다. "니가 눕힌 늑대들은?" "지금 츠렌씨와 지나얀씨, 라니안느씨가 돌보고 있습니다. 킬씨와 머기씨는 주변 정리를 위해 마을사람들을 도와주고 있고요" "그래? 그러면… 슬슬 저녀석들을 취조해야겠지. 알아서 정보들 빼내고, 알아서 처리해. 윈터 울브스를 뒤집을 요량으로 애들을 보존시켜 두고 싶으면 식량은 알 아서 조달하라고 하고. 이따가 밤에 보고해. 나는 슬슬 사냥도 못가는 사람들 대 신해서 순록이나 서너마리 잡아올테니까" "네. 마스터" 라스킨은 치료를 하는 동안 늑대인간 애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로서 그 자리에 남았고, 나는 쓰러진 텐트를 세우고, 무너진 목책을 다시 세 우는 마을 사람들을 대신해 식량이나 조달할 요량으로 순록이나 몇마리 잡으러 가 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마을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냥꾼을 붙잡고는 주의사항에 대해 물어보았다. "순록을 잡아주신다고요? 하하하. 이거 감사드립니다. 손님께 정말 폐를 끼쳐 드 리네요. 늑대들과 싸울때 부터 알아 봤습니다만, 순록 잡는거야 손님껜 일도 아 니시겠지요. 아, 주의사항 말씁입니까? 그렇게 크게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일단 몸의 크기가 너무 커도, 너무 말라도 안되고, 짝짓기를 한 수컷이나 암컷도 안됩 니다.그리고 새끼를 달고 있는 녀석은 무조건적으로 배제하고, 무리의 대장도 물 론 안됩니다. 기왕이면 숫사슴 보다는 암사슴이 식량으로서 더 좋은데, 대충 보 셔서 한쪽으로 성비(性比)가 치우쳐 있다 싶으면 많은 쪽을 잡아 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컬에 윤기가 적당하고, 털갈이를 완전히 끝마친 놈이 좋습니다. 아, 잡으 실때 기왕이면 가죽에 최소한의 상처만 내주세요. 순록은 버릴데가 하나도 없는 정말 멋진 동물입니다. 다 숙지 하셨습니까? 이야~ 정말 빠르군요. 순록들의 서 식지는, 여기서 동북쪽으로 대략 다섯시간정도 가면 있습니다. 사람이라도 몇명 붙여드릴 까요? 아, 괜찮으시다구요? 그럼 잘 다녀 오세요. 홀로 가신다면 한 두 마리 정도는 가지고 오실 수 있으시겠지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에 해당하는 주의사항을 들었고, 나는 그것들을 모두 머리속에 우겨넣었다. 젠 장맞을 정도로 많네. 나는 마을을 빠져나와서 적당히 걷다가 대충 마을이 안 보인 다 싶은 지점에서 마법을 사용해 날아가기로 했다. -127- 004.4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플라이!" 땅이 마치 계곡에서 세차게 흘러가는 물처럼 흐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땅위 2미터 정도의 저공 비행을 하고 있었고, 덕분에 땅 위에서 뛰어다니던 토끼나 들 쥐, 여우같은 작은 동물들이 놀라서 도망가고 있었다. 밑으로 작은 덤불들이 가끔 스쳐 지가가기는 했지만, 툰드라 지대에서는 키가 큰 식물들은 좀처럼 자라지 않 는다. 따라서 내가 2미터 정도의 저공 비행을 한다고 쳐도 바위가 아닌 이상 나를 막을만한 장애물은 없는 것이었다. 다섯시간정도 걷는다고 했지? 대략 10~12마일 정도 되는 거리겠다. 나는 날아가는 속도를 조금 더 올리기로 했다. 30분 정도면 사냥꾼이 말한 포인트에 도착이 가능하다. 가자! 조금만 더! 사냥은 상당히 쉬웠다. 날아서 순록들이 대량 서식하는 곳에 도착을 한 다음에, 마법 한두개를 섞어 사냥꾼이 말 해준 조건에 부합하는 순록들을 골라내고, 그 녀 석들을 마법으로 꾀어내 마을로 옮기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총 일곱마리 의 순록을 죽이지 않고 무리 밖으로 빼내왔으며, 다섯의 암컷과 둘의 수컷이 잡아 온 순록들의 성비였다. 의외로 암컷들이 많더군. 짝짓기도 제대로 못하고, 새끼도 제대로 못 낳아본 순록들이여. 그대들의 운명은 여기서 종결된다하나 그들의 생명 으로 다른 생명들이 살아가니 이 어찌 슬퍼하련가? 원망하려거든 운명을 원망하고 슬퍼하려거든 먹이사슬의 밑단계에 있는 자네들을 슬퍼하게나. 인생은 어차피 무 상한 것일세 순록들이여. "그러니, 잠자코 가는게 좋지. 룰루루~" 나는 매지컬 플랭크를 사용해 순록들을 모두 들어 옮기는 중이었다. 물론, 그들 에게는 잠을 자게하는 마법을 걸어서 순록들은 날아가는 널빤지 위에서 편하게 잠 들어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넘빤지는 대략 내가 날았던 속도의 1/2배되는 속도로 날고 있었다. 후아…암. 이대로 한시간인가? 나는 널빤지 위에 누워서 슬슬 저물 어가는 태양이 만들어내는 하늘을 보고 있었다. 아아… 붉은 석양. 마치 내 비늘 과도 같이 붉은 석양이구나. 오오~ 찬란한 그대여! 낮과 밤이 바뀌는 찰나와도 같은 순간에만 그대를 볼 수가 있다는 것은 신이 석양을 우러러 감동할 수 있는 생물들에게 내리신 시기심이 아 닐까 하오! 찰나와도 같은 순간의 항상 변하는 만남은 나로 하여금 온 마음을 노 을에 물들게 합니다! 말해 보시오 석양이여! 당신은 어찌하여 그렇게 짧은 시간만 을 가지고 있는 것이오! 말해 보시오! "크르르… 크워어어! 크워!" "컹! 커겅! 컹!" "아우우우우~!" 아, 젠장맞을. 욕나오네. 간만에 조금 시적인 분위기에서 놀아보려고 했는데, 주위상황이 받쳐주지를 않는 구만. 나는 파악 상해버린 기분을 어떻게든 억누르려 애쓰면서 나의 이 한가로운 상념을 방해한 '적'이 어떤 것인비 보려고 널빤지 아래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 곳에는 수 많은 늑대와 늑대인간들이 허망하게 날아가는 널빤지를 올려다 보고 있 는것이 아닌가?! "으윽?! 레비테이트!" 나는 일단 널빤지를 위로 띄웠고, 그제사 늑대인간들은 정신을 차렸는지 널빤지 는 잡으려 점프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딜! "오지마!" 나는 와이어의 굵기를 밧줄만하게 조정해서 4야드정도 뽑아내었고, 널빤지를 향 해 흉흉한 살기를 뿜으면서 뛰어오른 늑대인간을 쳐버렸다. 촤악! "크아앗!" 늑대인간은 단숨에 나가 떨어졌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음… 순간 뭔가 알 수가 없는 묘한 느낌이… 아냐아냐! 어쨌든, 한 늑대인간의 도약으로 정신을 차린 다른 늑대인간들도 널빤지를 향해 뛰어올랐지만, 이미 널빤지는 그들의 손톱이 닿지 못 하는 높이까지 올라간 뒤였다. 휴우… 큰일날 뻔했네. 아마도 녀석들은 나와 같은 방향으로 향하던 도중, 널빤지의 속도가 자기네들을 따라잡으니까 놀랐나 보다. "휴우… 큰일이… 나겟군. 제길! 같은 방향이잖아!" 내가 가는 방향에는 당연하게 라크라스족의 마을이 있다. 쳇, 여기서 널빤지위에 누워서 노닥거리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같은 굵기의 와이어들을 뻗어서 자고 있 는 순록들을 한데 묶었다. 마법으로 재워뒀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안 일어날걸? 나 는 시료스를 이용해서 순록들을 들어올렸고, 실프를 이용해 나를 널빤지 위로 띄 운 다음 매지컬 플랭크 마법을 해제시켰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마을을 향해 순 록을 가지고 날아갔다. 제길! 이번엔 대규모 습격이냐! 나는 날아가면서도 대략적인 수효를 세보았다. 그냥 늑대가 60여 마리, 늑대인간 들이 30여마리. 제길! 이런 무리들을 데리고 오다니!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우리 는 아무도 돌려보내지 않았다구! ……아, 돌려보내지 않아서 전멸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런 대무리를 보내는 것인가? 어쨌든, 날아라! "예? 늑대 60에 늑대인간 30?" "그래. 제길. 대규모 무리더라. 아, 거기 순록들 일단 죽이고 운반시켜요! 미리 안하고 에실루나는 잡는 장면 보지 않도록 주의해라! 아마도 내가 여기로 올 시 간도 있으니까 대략 10분에서 15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어. 아마도 양동작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음… 라우네스는 아주 교활하고 영악하지요. 아마도 분명 이 부족의 헛점을 노 릴 것입니다. 일단 제가 애들을 데리고 전면에서 오는 적들을 막겠습니다. 마스 터께서는 혹시라고 있을 후(後)습격에 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좋아. 알았어" 라스킨은 치료가 끝난 늑대들과 늑대인간들을 데리고 내가 날아온 방향으로 걸어 갔다. 가는 동안 마릴 부부족장에게 마을 사람들은 싸움에 관여하지 말라는 당부 를 하고는 처음부터 변신을 했다. 윤기나고 매끄러운 검은 털을 자랑하던 라스킨 은 눈이 시릴 정도의 은백색의 털과 검은색의 비늘이 나있는 모습으로 변신했 다. 그러자 사람들이 오오오~ 하면서 탄성을 질렀다. 물론, 저것을 처음보는 우리 일 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빠아~!" 퍼억! 으윽! 나는 갑자기 등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움찔 해야 했다. 이런, 나미아. 가끔은 보 통사람들의 방법을 써지 그러니. 나의 등에 매달린 나이아는 헤헤거리면서 옷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우으윽! 차가워! "아빠! 또 싸우는거야?" "아마도 그럴거야. 이번에도 구경하려구?" "아니. 별로 재미 없었어. 그냥 엄마들이랑 같이 있을래요" "그래. 엄마들 말 잘 듣고 있어라" 나미아는 네에~ 하면서 나의 볼에다가 쪽하고 키스했고, 나는 하핫하고 웃으면서 나미아의 이마에 키스해주었다. 나미아는 손을 최대한 붕붕 흔들면서 잘 다녀오라 고 말 했고, 나는 손을 마주 흔들어 주고는 라스킨이 간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 페이그니스씨. 이번에는 저희들도 손을 좀 거들지요" "아, 그러시겠습니까? 그래주신다면 고맙지요. 아, 잠시만 물러나 주세요" 킬과 그의 동료 + 지나얀은 나의 뒤로 세걸음 정도 물러났다. 그리고 나는 하늘 을 향해서 손을 뻗으며 시료스에게 명령했다. "전방 180도 감지용 와이어! 형식은 웹(Web)! 간격은 1야드! 실행!" 《Yes. My Master》 시료스가 해가 완전히 저물었지만,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 속으로 간간히 빛을 비추면서 소아 올려졌다. 그러면서 나의 팔꿈치까지 이어져있던 건틀렛이 서 서히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가늘게 가늘게 쏘아진 시료스의 와이어는 간격 1야드 의 거미줄을 허공에서 그리며 땅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아, 텐트나 목책들의 장애물은 알아서 피해!" 《Yes, sir》 그리고 마침내 건틀렛의 남은 부분이 손목 부분까지 이르렀을때, 더이상의 사출 을 그만 두었다. 음… 대략 반경 0.1마일 안으로 들어오면 방향과 숫자를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라스킨의 예상대로 라우네스라는 늑대가 정말로 잔머리를 잘 굴리는 늑대라면, 분명히 아까와 같은 양동작전을 펼쳐서 올 것이다. 나는 그렇게 와이어 를 깔아두고서 낚시하는 강태공(姜太公)의 마음처럼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 는 동안 킬이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와서 말했다. "지금 무슨일을 하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죠?" "아, 네. 시료스를 이용해서 전방 180도 이내에 0.1마일 정도 되는 경비용 와이 어를 깔았습니다. 반경 안에 들어와서 와이어를 밟게 되면, 방향과 거리를 시료 스가 알려줍니다. 저는 여기 가만히 서서 언제쯤 때가 되려나 기다리면 되는 것 이지요" "호오… 그런것도 가능하군요. 대체 페이그니스씨가 가진 물건들은 뭐가 어떻게 되는지 가끔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오늘 보여주신 그 이상하게 생겨서 폭음과 함께 늑대인간들을 날려버린 물건처럼요" 그러면서 그는 은근 슬쩍 나의 망토 속에 총이 있는 부분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무기에 대한 일종의 호기심인가?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네? 아… 총을 말씀하시는 군요. 뭐, 대포의 축소형이라고 생각하시면 간단합니 다" "혹시… 본업이 발명가 아닙니까?" "설마요" 킬은 그러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마도 나로 인해서 놀 란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냥 담담한가 보다. 라스 킨이 자기 정체를 드러냇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을 보라. 이제는 아예 적응을 했다는 소리일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까 라스킨씨는 대체 어쩌다 만난겁니까? 그 툰드라의 위대한 늑 대왕의 이름이 라스킨이라는 것은 오늘 처음알았고, 또 그 당사자가 저희랑 같이 여행했다는 사실도 참 놀랍습니다" …아직 별로 적응을 잘 하지 못한게로구나.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라스킨이 저희집 안마당에서 상처를 입은채 난동을 피웠고 제가 라스킨을 두들겨 패서 기절 시킨 후에 제 집에서 치료를 했죠. 그런 다음에 라스킨이 느닷없이 제 종복이 되겠다지 뭡니까? 그래서 그냥 능낙했지요. 뭐, 나 중에 그냥 붙어봤는데, 제가 그렇게 꿀리지는 않더군요. 어샤! 걸렸다!" "너무 간단히… 네? 걸려요?" 시료스가 머리속에서 경보를 울리고 있었다. 두개의 방향에서 늑대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각각 좌측 30도와 추윽 30도. 그러고 보니 라스킨이 갔던 방향을 포함해 서 3군데의 방향으로 쳐들어 오는군. 음… 오른쪽의 숫자가 약간 적군. 그리고 수 준들도 낮고 말이야. 여긴 킬들에게 맡기자. "킬씨. 제 우측 30도 되는 방향으로 가셔서 늑대들을 막아주세요. 다른 본들께서 도 같이 가셔서 막아주십시오. 저는 왼쪽에서 오는 무리를 맡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혼자서?" "물론이지요. 제가 가는쪽이 수효가 더 적습니다" "아, 네. 그럼 부탁드립니다!" 음… 킬은 의외로 신뢰감이 생기면 거짓말을 잘 믿나보다. 나는 땅에 깔린 와이 어를 조용하고 신속하게 거둬들였고, 그러면서 좌측의 적이 향하는 장소로 단 한 번의 점프로 목책이 있는 장소까지 갈 수 있었다. 목책의 너머로는 늑대와 늑대인 간들이 흉흉한 살기를 뿜어내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라스킨이 맞서는 조와 킬들이 맞서는 조는 일종의 유인 미끼일 것이다. 지금 나에게로 향해오는 저 녀석 들의 수준이 훨씬 높아 보였으니까 말이야. 나는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속구쳐 올랐다. 그리고는 실프로 나의 몸을 공중에 띄 워두고서는 두개의 정령을 불렀다. "윌오위스프! 샐레맨더!" 밝은 빛덩이와 불도마뱀이 나의 양 손 위에 각각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공중 으로 솟구친 나를 바라보면서 적개심을 드러내는 늑대인간들을 향해 양손을 내밀 었다. 정령력에 의한 근미래병기 등장이요! "엘레먼츠 레이저Element's Laser" 퓨웅! 공기를 가르는 단발마와 함께 어두워진 밤을 환하게 비춰주는 빛속에 담긴 백열 (白熱)하는 불꽃이 땅을 향해 날았다. 그리고 광선이 땅과 맞부딪히자 폭음을 동 반한 열폭풍이 발생했다. 콰아앙! 퍼엉! 와우! 실전투입은 처음인데 화끈하군! 나는 갑자기 들려온 폭음에 멈춰선 늑대들 을 보면서 씨익 하고 웃어주었다.(손에 들고 있는 두 정령 덕분에 내 얼굴은 참으 로 괴기스럽게 보일 것이다) 나는 얕게 패인 크레이터Crater를 보면서 작게 휘파 람을 불고는 다시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다시 엘레먼츠 레이저를 쏘았 다. '수평'을 그리면서. "수평그리기! 대초원은 거대한 도화지요, 나는 한자루의 붓이 되리!" -128- 004.4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파앙! 콰아아아아아…! 콰가가강! 늑대들이 멈춰선 바로 앞쪽에 내 힘을 마구마구 소비하면서 20마일에 달하는 수 평을 그렸다. 빛은 땅과 충돌하자 펑펑 거리며 터지는 폭음과 함께 돌과 흙을 사 방으로 달리고 있었고, 나의 이 멋진 미술행위(?)는 제일 앞에 서있던 늑대와 늑 대인간들을 겁에 질리에 하기 충분했다. "휴우, 역시 시원하군. 자… 그럼 자세한 몰골을 볼까? 특대 라이트!" 검은 하늘에 엄청나게 큰 둥근 구체가 흰 빛을 내뿜으며 떠올랐고, 나는 폭발과 함께 그어진 참호(塹壕)같은 구덩이의 선을 보면서 아연실색한 늑대인간들과 그것 을 만든 나를 보면서 살기를 뿜어대는 늑대인간들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뭐, 다 행이도 죽은 져석과 다친 녀석이 '아직은' 없군. 벌써부터 사상자가 나오면 내가 너무 섭하지이~ "자아! 행진을 멈추셨으면 슬슬 말을 해 보시지! 어떤 목적으로 누가 시켜서 어 떤 계획을 가지고 왔지? 반항하거나 헛소리를 하면 내가 '불벼락'을 내려줄 용의 가 충분히 있어!" 나는 윌오위스프를 돌려 보내고 스파크를 소환했다. 그리고 여태까지 한번도 시 도 해본적이 없는 조합으로 정령력을 합쳤고, 그것을 지면에다 날렸다. 꽈가강! 콰강! 본디 번개를 땅을 파이게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만든 불벼락[Flame Light- -ning bolts]은 붉은색의 광전(光電)이 땅으로 내려 꽃히면서 스파크가 파악 튀고 불꽃에 의한 폭발이 함께했다. 오옷, 저것을 이용하면 물벼락도 가능 하겠다!(아 니,물벼락을 물을 끼얹는 거잖아?) 어, 어쨌든 늑대들은 불벼락이 내려 꽃히는 것을 보고서는 뒤로 두어발자국 물러 났고,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아! 어서 말해! 누구의 명으로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왔지?!" 늑대들은 이제 서로를 보면서 수군거렸다.(늑대인간들은 언어를, 늑대들은 깽깽 거림을 주고 받으며 의사소통을 했다) 조금 뒤에, 그들의 사이로 다른 늑대인간들 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늑대인간이 앞으로 나오더니 나를 상당히 안 좋은 표정으 로 올려다 보면서 말했다. "인간같지 않은 능력을 소지한 인간이여. 나는 우리의 왕인 라스킨님을 배알하러 온 '동토의 핏줄' 부족이오. 당신은 어찌하여 우릴 막아서는 것이오?" …에? 나는 잠시 공중에서 멍하니 있어야 했다. 나와 그들 사이에는 침묵이 흐르 고 있었고, 그 사이에는 스파크의 스파크 터지는 소리(아, 이름 정말 잘못 지었다 는 생각이 드네)만이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 보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고는 스파크와 샐레맨더를 돌려보내고는 말했다. "아, 뭐야. 괜히 나 혼자 쇼했잖아? 이봐요들! 라스킨을 만나러 왔다고 했지? 안 내 할테니까 대표자 둘만 이리로 오슈!" "…당신을 어떻게 믿고 말이오?" "아까 가볍게 위협한 것은 미안하게 됐수다! 당신들이 오기 전에 이 마을로 쳐들 어온 늑대들이 있어서 말이지. 때문에 조금 날카로워져 있었소. 라스킨에게 안내 할 테니까 대표자 둘만 따라오슈. 그 인원 전부가 마을로 들어가서 라스킨을 만 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거 아니오?" "알았소. 그럼 가겠으니 그만 내려 오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실프의 힘을 서서히 풀었다. 땅에 내려와서는 실프를 완전히 귀환시켰고, 그 동안에 내가 그려놓은(?) 참호를 넘어서 두명의 늑대인간 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어색한 인사따위는 집어 치우기로 하고서는 그들 이 오자마자 몸을 돌려서는 마을로 걸어가며 말했다. "마을에서 조금 기다려야 할 것이외다. 라스킨이 좀 바빠서 말이요" 음… 그러고 보면 이 마을로 오고 있는 다른 두 무리의 늑대들도 이들처럼 라스 킨을 배알하려 오는 것이 아닐까? 아니, 그것보다도 어떻게 라스킨이 툰드라로 귀 환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라스킨이 내지른 포효소리가 툰드라의 구석까지 퍼지지 는 않았을 텐데? 모르겠다.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지금은 안내역에나 충 실하자. 뭐, 그래봤자 워낙에 가까운 거리라서 충실하고자시고 할 것도 없지만 말 이야. 내가 마을로 돌아왔을때, 마을에는 늑대들의 수효가 조금 더 늘어나 있었다. 역 시나 나의 예상대로 이들은 라스킨이 귀환하자 그를 배알하려 모인 늑대들이었다 고 한다. 킬이 마주친 무리도 처음에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서 별다른 충돌이 없 었다는 말에 나는 잠시 숙연해져야 했고, 대체 뭘 했길래 빛과 폭음과 붉은 번개 줄기가 난무했냐는 질문을 라스킨에게 듣고서는 슬쩍 어두컴컴한 지평선으로 보이 는 먼산을 바라보며 대답을 회피했다.(덕분에 미리안의 핀잔을 들었다. 에구, 체 면 구겨지네) 내가 데려온 늑대인간들은 라스킨을 보자마자 오른손은 왼쪽 가슴에 올리고 오른 무릎을 꿇은채 왼손으로는 땅을 짚는 묘한 자세로 부복하며 말했다. "위대하신 늑대왕이시여. '동토의 핏줄'일족의 수장인 저 미르고가 왕을 배알합 니다. 귀환을 진심으로 경하(敬賀)드리옵니다" 라스킨은 그를 잠시 내려다 보면서 매우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 미르고여. 무지한 왕을 기다리느라 많이 욕봤소" "아, 아닙니다 왕이시여. 당신은 저희의 전설이옵니다" 부복한 동토의 일족은 매우 송구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말대로 라스킨은 북부 툰드라의 원터 울브스에게 있어서는 거의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 없는 존재 이고, 그들위에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왕이다. 그런 존재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을 들으면 상당히 송구스럽겠지. 게다가, 늑대인간들의 충성심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그것의 수준을 이미 뛰어 넘고 있으니까. 말하자면… 엘브스 퀸과 그녀의 나이트 들의 관계일까? 나는 잠시 시대극이 벌어지고 있는 장면에서 눈을 돌려 주위를 돌 아보았다. 음… 아까보다 늘어난 늑대들의 수효는 약 5명이군. 전부 부복한 채 앉 아있는 그들의 모습을 일사분란에 질서정연이었다. 몸집이 큰 늑대들도 전부 꼬리 를 내리고는 당당항 자세로 앉아있었으니 오죽하랴? 물론, 그들의 사이를 누비면 서 까르르 거리고 있는 나미아 덕분에 그들의 엄숙함이 상당부분 훼손당하고 있었 지만 저정도면 충분이 엄숙한 분위기에 속하고 있다. 모닥불을 피워둔 마을 중심의 공터에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부복한 늑대 들과 라스킨이, 그리고 왼쪽에는 라크라스족 사람들과 우리 일행이 늑대들과 놀고 싶다고 떼쓰는 나미아와 같이 있었다. 나는 마릴 부부족장과 함께 다른 사람들 보 다 조금 앞에 나와 앉아있었고, 그것은 대칭점에 있는 라스킨의 위치와도 같았다. 먼저 라스킨은 나를 보면서 늑대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일단, 라우네스는 제가 떠나기 전에 다스렸던 부족인 '킨스네일'을 장악하고 있 습니다. 하지만 제가 없는 사이 벌어진 일이었고, 또한 제가 아내를 찾으러 떠나 는 여행의 시간동안 그의 비열한 장악이 받아들여질리가 만무했지요. 그래서 라 우네스는 툰드라에서 최고의 힘을 자랑하는 킨스네일 부족의 전사들을 앞세워 힘 에의한 장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서 1년 반, 라우네스는 툰드라의 7할을 장악 했다고 합니다. 남아있는 부족들은 어떻게든 서로 협력해서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고 있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너무 큰 손실을 입어서 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 리고 있었고, 오늘 제가 제 귀환을 알리는 포효를 지르자 제일 가까이 있던 세개 의 부족이 절 찾아 오게 된 것입니다" 나는 그의 말에서 뭔가 상당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몇백년간 늑대들에게 선망 과 전설의 대상이 되어오면서 존경받던 라스킨인데 고작 반 년만에 라스킨의 본부 족을 장악하고, 남은 기간의 툰드라의 7할을 삼킬 수가 있을 정도로 늑대들의 충 성심과 자존심, 긍지가 그렇게 약한 것이 아닐텐데? 나는 눈썹가를 약간 찡그리면 서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늑대들의 자존심과 긍지, 그리고 절대충성은 어디 빙산하고 같이 떠내려간거야? 고작 반 년만에 본부족을 장악하고, 1년 반 동안 툰드라의 7할이 그 손에 넘어갈 정도로 윈터 울브스가 그렇게 유약한 존재들인가?" 라스킨은 고개를 숙이고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고, 나의 말에 비위가 상한듯 그의 뒤에 부복하고 있던 늑대인간중 한명이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닥쳐라! 인간주제에 뭘 안다고 나서는 것인가! 함부로 입을 놀리다가는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빙산바다에 던져질 것이다!" 나는 잠시 그렇게 짖은(!) 녀석을 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라스킨은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당장 일어서며 아까 나에게 말했던 녀석을 가리키 며 말했다. "조용히해라! 저분은 유일무이한 나의 군주이시다! 너희들이 아무리 마음을 먹고 저분을 해하려 한다 하더라도 절대 옷깃 하나도 스치지 못할 만한 분이시다! 나 조차도 이기지 못하는 저 분을 네가 감히 어찌 할 수 있으리라 생각 하는가!" 아, 사극(使劇)이다 사극. 나는 갑자기 예전에 TV에서 방영되던 사극의 한 장면 과 지금의 대사가 너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렇게 말하는 당사자들이 툰 드라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며 산 거친 늑대들이다 하더라도 말이야. 라스킨의 말 은 늑대들에게 거대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들은 라스킨의 말이 끝나자 곧장 놀 라는 눈을 해보이며 방만하데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놀랍다는 강정과 이채롭다는 흥분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대결이라면 얼마든지 나중에 상대 해 줄테니까, 지금은 일단 말을 막지 말아줬 음 하는군. 라스킨, 계속해" 내가 라스킨은 또 아무렇게나 부르자 그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라스킨도 고생 이다. 저런 형님부대들을 이끌고 살아왔으니 말이야. 라스킨은 나에게 일단 고개 숙여 사죄하고는 나의 말에 답변했다. "그것이…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라우네스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킨스네일 을 장악했다고 합니다. 그에게 아주 이상한 힘이 생겼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래? 이상한 힘이라…. 혹시 모르니 회전(會戰)이 일어나면 나도 참가하지. 뭔 가 꺼림직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그건 그렇고, 네 아내는 어디있대?" "예. 제 아내는 한때 라우네스의 추적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빙산의 눈물'부 족과 같이 있다고 합니다. 그들이 있는 곳은 조금 멀어서 내일쯤에나 도착할 것 이라고 합니다. 빙산의 눈물 부족은 비록 소수이지만, 그들이 가진 이름 그대로 냉철하고, 겉보기에 보이는 그들의 힘은 빙산의 일각이나 다름 없습니다. 분명히 그들은 제 아내를 이곳으로 데려와줄 것입니다" 나는 혹시나 인질로 잡혀있을 줄 알았는데 잘 도착 했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보고가 끝났음을 알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라스킨에게 말했다. "좋아. 그러면 다른 이야기는 마릴 부부족장님과 토의해. 일단, 이곳에 늑대들이 주둔하게 되면 생기는 여러 문제들부터 시작하는게 좋아. 특히 식량문제가 그렇 지. 적어도 식량은 각자 해결하라고들 하든지, 아님 어떻게 해결을 보는게 좋아. 마릴 부부족장님. 그럼 저는 이만…" "아, 예에. 그럼 라스킨님…" 나는 그들의 회담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뒤로 물러났고, 우리의 일행이 있는 장 소로 되돌아 갔다. 나미아는 미리안의 품안에서 그녀의 긴 금발머리를 가지고 장 난치느라 여념이 없었고, 그런 나미아를 바라보던 에실루나가 내가 다가가자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착하고 귀여운 아이예요" "하지만 좀 머리가 아프… 아야! 좀 조심해 주려무나 나미아야" "네~ 작은 엄마!" 나는 미소지으며 그녀들의 옆에 앉아 한참 회담이 진행중인 모닥불 주위를 보고 있었다. 일단 나의 할 일은 여기서 끝인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혹시라도 전투 가 있다면야 모르지만, 지금 저 회담에서 내가 끼여들만한 점은 별로 보이지 않는 다. "후아아암… 엄마… 나미아 졸려…" 나미아는 눈을 부비적거리면서 하품을 했다. 풋, 놀다가 지친건가? 그러고 보니 까 우리가 머물 마땅한 숙소가 없네? 아마도 마을측에서도 늑대인간들이 제일 처 음에 부숴놓은 텐트가 몇채 있기 때문에 텐트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말이 야. 나나 미리안, 에실루나, 나미아는 한 텐트에서 잘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모자라는 것은 어쩔 수 없구나… -129- 004.4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페이그니스씨. 혹시 나무들을 좀 만들 수 있으십니까?" 나는 잠시 숙소문제에 대해 생각하다가 킬이 질문해 오자 약간 깜짝 놀랐다. 우 하, 이것봐! 곰곰히 생각하는 사람한테 그렇게 갑자기 오지 말라구! 나는 일단 표 정관리를 하면서 말했다. "나무요? 됩니다만?" "지나얀씨가 천 생성[Create cloth]의 마법이 있다고 하니까 텐트를 그냥 만들어 버릴까 합니다. 그래서 나무가 필요한데…, 툰드라에서 쓸만한 목재를 구하기는 어렵군요 역시" "뭐, 그러시다면야 한 두 그루 못 만들어 드릴 것도 없죠" 나는 금방 앉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킬과 다른 사람들은 다른 장소에서 적당 히 자리를 치우고 기다리고 있었고, 지나얀이 만들었는지 그들의 앞에 땅바닥에는 양모로 짜여져 있는 매우 넓은 천이 있었다. 양모라… 잘만 짜여져 있으면 추위를 막기에 적당하겠지. 나는 킬을 보면서 말했다. "음… 나무를 만든다고 해도, 일단 벌목부터 시작해서 가지치기들 많은 손이 갈 것이예요. 조금 시간이 걸리겠군요" "뭐, 그대로 맨바닥에서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났지 않습니까?" 나는 빙긋이 웃었다. 확실히 그건 그렇지. 툰드라의 밤에 맨바닥에서 잠을 청했 다가는 다음날에 툰드라에서 동사한 시체 숫자를 한구 더 늘리는 것이지. 아이도 있고 하니까 슬슬 침낭생활도 잠깐 벗어나야 하겠지. 지금까지는 노움으로만 대충 바람벽을 만들고 잤으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지요. 드라이어드!" 나의 명에 따라서 주위에서는 녹색의 입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나는 드라이어드가 툴툴대며 만든 나무(기껏 만들은 것을 베어내서 쓴다고 말이 많더군)를 버팀목삼아 만든 텐트는, 다른 마을사람들 몫까지 합쳐서 대략 일곱개 정도 만들어 졌다. 그래서 나는 눈치보지 않고서 미리안과 에실루나, 나미아를 데 리고 텐트 하나를 차지함으로써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볼 수가 있게 되었다. "아빠아아~! 나미아도 정령술 배울래에! 가르쳐줘! 가르쳐줘어어!"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화목한 가족같은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나는 당황 해하면서도 차분히 나미아를 달래고 있었다. 나미아는 내가 드라이어드를 소환해 내는것을 보자 드라이어드의 모습에 반햇는지 텐트안에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매달 려서는 정령술을 가르쳐달라 조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미아야, 아직 넌 어리니까 지금은 안돼요" "싫어! 싫어! 싫어싫어싫어싫어! 배울래에! 배울거야! 가르쳐줘! 가르쳐줘요! 가 르쳐주세요오!" 겉으로는 차분하게 나미아를 달래고 있었지만, 이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까짓꺼 정령술 가르치는 것이 대수겠는가? 문제는 내가 가르치는 방법을 알아야 뭘 가르 치든가 말든가 하겠지. 마법이라면 모르지만, 나는 정령과 계약을 처음 맺을때 그 냥 드래곤의 핏줄이기 때문에 피 한방울로 종속계약이 맺어진 것이고, 비원소 5대 정령과 계약할때도 내가 드래곤이었기 때문에 쉽게 계약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 니까 나는 인간이 어떻게 정령술을 배우고, 계약을 맺는지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 어리니까 안된다는 말은 물론 거짓말이지. 정령술과 인연이 있고, 재 능이 있다면 다섯살 짜리도 정령을 다룰 수 있지. 나이조건도 되고, 불타오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학구열을 불태우는 학생이 있지만… 나미아야, 교육환경이 이 토록 열악한것을 어찌하리오? 정령술에는 살당히 조예가 깊지만, 가르쳐줄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후천적인 것이면 어떻게 전수가 가능 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 는 능력인데 어떻게 하리오? 누구 정령술에 조예가 깊은… 아! "미리안, 에실루나. 나미아에게 정령술을 좀 가르쳐 보겠어?" "예? 나미아에게요?" "이 아이에게…?" 아아, 이래서 남자는 역시 마누라(들)를 잘 두어야 한다니까! 엘프들은 정령술에 상당한 조예가 있다. 드래곤 다음가는 정령사를 대라면 항상 엘프가 손꼽히지. 그 녀들이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둘이서 작당하고 나 를 격파하는 것은 그만두고, 나미아에게 엄마로서 뭔가를 가르쳐줘! 뭔가를 보여 줘! "음… 상당히 힘들것 같아요. 가르친다면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나미아가 엘프 만큼의 자연친화력을 가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거든요. 하지만… 지금 봐서는 나 미아에게 그만큼의 자연친화력이 없어요" "미리안의 말이 맞습니다. 저희가 가르치는 기준과 과정은 어디까지나 저희의 기 준에 맞추어져 있거든요. 나미아에게는 조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크윽. 결국, 엘프도 드래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군. 나미아는 떼를 쓰 는 것을 잠시 멈추고서는 우리들의 대화를 경청했다. 아무래도 아이가 상당히 똘 똘한 아이니까 어느정도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미아는 나와 미리안, 에실루나를 번갈아 보더니 팔짱을 끼고는 한숨을 푸욱 쉬면서 말했 다. "휴우… 제가 뭘 바래요…" ………으허억! "애한테 대체 뭘 가르쳐 놓은거야!" "아, 아무것도 안 가르쳤어요!" "그, 그럼 저 반응은 뭐야! 에실루나! 눈 돌리지마! 자릴 비운것도 아주 잠깐인 데 엄마라는 여자들이 아이한테 대체 뭘 가르쳤어! 뭘 가르쳤는데 저런 말이 나 오냐구!"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시선을 외면하고 있는 그녀들을 보면서 잠시 씩씩 거렸다. 으아아! 그러니까 애들 보는 앞에서 날 그렇게 부숴놓았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다구! 아이들의 학습능력과 응용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는 것을 아닐텐데! 나는 옛날에 내 어린 조카들이 놀이터에서 대판 싸우고 들어와서는 '지 애비 에미 도 몰라볼 호로새끼가…'라는 말을 했을 때, 조카의 나이가 만 9세 라는 것에 경 악했으며, 어린아이들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오도록 주변교육을 아주~ 잘 시 킨 사람이 사촌누나와 매부였다는 사실에 경악했을 때보다 더 경악했다. 내 주변 사람들도 아니고,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아주 잠시동안 벌인 일 때문에 애가 이상 한 걸 배웠잖아! "아빠. 화내지 마세요. 그러니까 누가 칠칠치 못하게 격파당하고 다니랬어요?" 푸우욱! 하고 뭔가가 나의 가슴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와 후벼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기운이 빠진 나는 바닥에 털썩 쓰러져 버렸고, 그런 나의 귀 로는 나미아를 혼내는 미리안의 목소리와 나의 상태를 살피는 에실루나의 걱정스 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아… 저건 대체 누가 가르쳤어…. 아니, 그것 보다도 대 체 나미아의 어휘는 어디까지 뻗어있는 거냐아! 애가 애 같지가 않잖아! 내가 다시 일어난 것은 5분쯤 지난 뒤였다. 아아… 갑작스럽게 생긴 딸이라서 그 런지 행동 하나하나가 다 갑작스럽구나. "그냥 마법으로 합의해요!" 나미아는 정령을 배울만한 자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서는 저렇게 말했 고, 나는 거기에서 안 묻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나미아야. 그런 말투, 어디에서 배웠니?" "우웅… 시장에서 몇달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거기 사람들 마음도 보구, 말도 듣고 하면서 배운거예요" "다른 말들은…?" "헤헷, 잘 몰라요. 아빠! 마법! 마법 가르쳐 줘요오! 네?! 마법은 되죠? 네?" 나미아는 다시 10살짜리 꼬마숙녀의 모습으로 돌아가서는 이젠 나에게 마법을 가 르쳐달라 하고 떼쓰고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마법이라…? 마법은 내가 인 간들이 배우는 방식대로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배워서 가르쳐 줄 수가 있지. 그것 도 어느 인간 마법사 보다 더 잘 가르칠 수 있다. 역대 해츨링들 중에서는 유일하 게 마법의 완성을 보고 성룡이 되었던 나이니까. 하지만… 굳이 그런게 필요가 있 을까? "나미아한테는 초능력이 있잖니? 굳이 마법을 배우지 않아도 될텐데?" "초능력? 물체 둥실 띄우기나 다른 사람들 속보는거요? 물체 띄우기나 날리기는 많이 하면 피곤해져요. 마법 배우면 능력 조절도 될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빠아~ 마법 가르쳐 주세요오~ 네?" 대체 나미아의 진짜 모습은 뭘까? 나는 잠시간 그렇게 생각하다가 생각의 주제를 바꿨다. 나미아의 말도 일리가 있다. 조절능력이 없어서 사람의 생각이 그대로 보 여져 버리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상당한 애로사항이 생길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 다. 나의 레어에서만 살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나 인간사회에서 살아 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혹시 여행을 떠나더라도 나미아가 능력조절을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저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된다. 마법과 초능력은 속성 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둘 다 힘을 다스린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고 있으니 까 마법을 가르쳐두면 괜찮겠지. 그리고 호신용으로도 쓸만 하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좋아. 마법이라면 가르쳐 줄게. 당분간은 미리안하고 에실루나에게서 기초를 배 워라. 여행중이라서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은 곤란하거든. 집으로 돌아가면 본격적 으로 마법을 배우게 해 줄테니까, 여행하면서 엄마들 말 잘 듣고 마법공부를 시 작하려므나. 알겠니?" "네! 아빠!" 나미아는 꺄아하고 기뻐하면서 나에게 답삭 안겨들었다. 그리고 나는 반쯤은 웃 으면서, 반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이나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 리 보아도 나미아는 정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아이로군. 나중에 크면 어떻게 될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으음… 연기자를 한번 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대륙 최고의 미 소녀 여배우가 한명 탄생할지도 모르겠군. 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살짝 질렸 다는 표정을 해보였고, 그녀들은 꺄꺄 거리는 나미아를 잠시 바라보고는 그저 푸 근한 미소를 띄워올릴 뿐이었다. 시끄러웠다. 상당히 시끄러웠다. 늑대들이 으르렁 대거나 컹컹 짖고, 울부짖는 소리들 사이로 아련히 들려오는 늑 대인간들의 고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이 웅성대면서 내는 소리, 거기에 식 사준비를 위해 그릇들을 달그락 거리면서 의사전달을 위해 뭐라뭐라 소리를 질러 대는 목소리들이 가득 모여서 여긴 시끄러웠다. 그래서 때로는 그 소리들 때문에 웃지못할 사건도 종종 벌어졌다. "그래서 주모님이!" "여기 그릇 세개!" "그릇 세개에게 잡혀갔…" "…그릇 세개라는 부족도 있었나?"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라우네스에게 잡혀가셨습니다!" 무릎을 꿇고서 잔뜩 긴장한채 라스킨에게 보고를 하던 갈색털의 늑대인간은 옆에 서 들려온 잡음이 자기도 모르게 보고에 들어가 버렸고, 그래서 덤덤하게 되묻는 라스킨에게 급히 말을 수정하면서 버벅거렸다. "제길… 라크라스! 그 녀석이 페헤네라스를!" "…이름이 페헤네라였어? 처음 들었다, 오늘" "아, 예. 페헤네라스라고, 중부 베리온 숲에 살고있는 '베리온'족의 늑대인간입 니다. 지금까지 툰드라에서 라우네스에게 넘어가지 않은채 저를 기다리며 잘 버 텨오고 있었다고 했는데… 빌어먹을!" "정말… 죄송합니다! 이 죄는 죽음으로!" 라스킨에게 보고를 했던 늑대인간과 그 뒤에 그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서 도 열해있던 늑대인간들은 갈색 늑대인간의 말에 까라 일제히 손톱을 들어올렸고, 나 는 참으로 대단한 충성심이라 생각하면서 감탄해했다. 저들은 라스킨의 아내, 그 러니까 곧 자신들의 주모를 라크라스에게 빼았긴 것이 정말로 라스킨에게 죄스럽 고 부끄러워서 수치로 그 죄의 대가로 목숨을 내놓으려 하는 것이다. 음… 정말로 바보같이 충성스럽군. "그만들 둬라. 지금은 하나라도 많은 손이 필요하다. 자신의 목숨을 헛되이 하지 마라. 너희들의 죄는 툰드라를 되찾고서 묻겠다" "황공하옵니다! 왕이시여!" "물러가 쉬어라. 상처도 치료하고. 너희들의 피해도 컸다" 라스킨은 감읍해하는 늑대들을 뒤로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그 의 등을 바라보고 있던 늑대인간들은 눈물을 뿌리면서 주모를 빼았긴 자신들의 과 오를 참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로 미리안과 에실루나, 그리고 킬의 일행 과 다른 늑대인간들이 다가가서 그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130- 004.4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빙산의 눈물' 부족이 마을에 나타난 것은 세개의 부족이 귀환한 라스킨에게 충 성의 경배를 하고 난 이틀 뒤였다. 그 동안에 크고 작은 늑대인간 부족들이 각자 의 전사들을 이끌고서 라스킨에게 충성의 경배를 바치기 위해 라크라스족의 마을 로 찾아왔고, 늑대왕이 찾아와다시 툰드라의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소문이 점차로 퍼져감에 따라 그 소식을 듣고, 그간 라우네스에게 시달리던 부족들도 라크라스의 마을로 모든 재산과 부족원들을 이끌고 찾아왔다. 그렇게 해서 모인 늑대인간 부 족은 7개이며 인간들의 부족은 3개였다. 늑대들 보다는 인간들의 속도가 더 느리 기 때문에 아직 도착하지 못한 부족도 여럿 될 것이다. 개중에는 소식만을 알려온 부족들도 있었는데, 늑대인간들 또는 인간들과 합류해 가느라 조금 지체된다는 소 식이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여러모로 의아함과 기쁨, 환희등의 표정을 자아내게 하 였다. 어쨌든, 빙산의 눈물 부족이 마을에 들어왔을때는 네배로 커진 마을을 전부 침묵 의 도가니로 빠뜨리게 할 정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피가 영겨붙은 털 에 부러진 팔을 아무렇게나 덜렁거리면서 오는 늑대인간이나, 부러진 다리 때문에 동족의 어깨에 의지하여 걸어가는 늑대인간의 모습, 그리고 다리 한쪽이 잘려 딱 지가 지저분하게 엉겨붙은 채로 절룩절룩 걷는 늑대의 모습은 들떠있던 마을의 분 위기를 대번에 차악 가라앉힐 정도로 처절했다. "왕은… 왕께선 어디에 계시오?" 자신의 피인지 아니면 그들을 이다지도 처절하게 만들어 놓은 적의 피인지는 모 르지만 대충 갈색털이라고 짐작이 가능한 선두에 서서 다른 무리를 이끄는 늑대인 간이 주위를 보며 힘겹게 말했고, 그들의 소식이 라스킨에게 전해지자, 라스킨은 직접 그들을 만나보았다. 라스킨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늑대인간들은 모두 무릎 을 꿇었고, 늑대들은 땅을 바라보며 앉았다. 그리고서 선두에 있던 갈색의 늑대인 간이 매우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들은 라크라스족과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때문에 라스킨이 귀환했다는 소식을 비교적 늦게 접했고, 소식을 접하자 마자 그들 자신이 모시고 있던 라스킨의 아내 인 페헤레라스를 모시고 라크라스부족의 마을로 길을 떠났다고 한다. 마을의 모든 전사들이 참가하여(아이들과 여자들은 다른 부족들은 절대 모르는 부족만의 동굴 에 숨어있도록 하였다. 모든 늑대부족들은 전부 그들의 아이들과 여자가 피할 수 있고, 다른 부족들에게 발각되지 않는 동굴을 한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귀환하신 왕께 다시금 충성을 맹세하러 가던 도중, 라우네스가 이끄는 늑대인간들과 맞닥뜨 리게 된 것이었다. 목적은 물론 라스킨의 아내인 페헤레라스. 그리고 그들은 정말 로 처절하고 치열하게 싸웠지만, 숫적인 우열과 이상하게 강한 라우네스의 부하들 에게 페헤레라스를 빼았겼다고 한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녀를 탈환하려 했지만, 페헤레라스는 자신을 죽이지는 않을테니 어서 라스킨에게 이 소식을 알리 라고 '명령'을 했다. 라스킨이 없는 이상, 왕비의 증표를 가진 페헤레라스의 명령 은 절대적에 가까웠기 때문에 그들은 눈물을 뿌리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쳤고, 오늘 에야 라크라스 부족의 마을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피해가 너무 크군요. 늑대들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싸우는 것을 긍지로 여기 지요. 상처가 곧 훈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만큼을 싸웠고, 싸운만큼 살아남았으 니까요. 반대로, 상처가 아예 없어도 훈장이 되지요. 그 나이만큼 싸워왔다고 상 처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강자일 수 있다는 소리니까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 고 싸우는 방식. 즉,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싸움방식은 저희들의 긍지이자 자부 심이고 자존심입니다. 덕분에… 이렇게 처절하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요" "차륜전(車輪戰)이란 것을 아예 모르는 종족이군" "예. 그래서 저희들은 툰드라에서 나오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전략과 전 술이라는 측면을 모두 배제하고 오로지 돌격과 돌격, 난투와 난투만의 싸움 방식 이기 때문에 인간들의 군대와 맞부딪히면 처음에는 우위를 잡겠지만 전술적인 측 면에서 저희가 밀립니다. 늑대의 긍지는 동장군(冬將軍)의 추위보다 매섭고 빙산 보다도 날카롭다고들 하지요.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합니다" "추운 동토(冬土)에서 사니까 그만큼 피가 끓어오르는 것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라스킨은 말린 이끼로 만든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부하들 의 앞에서는 근엄하고, 한없이 고강(高强)한 모습을 보이는 라스킨이지만 적어도 나의 앞에서만은 그는 한없이 작아지기도 한다. 나는 차는 한모금 들이켰다. 말린 이끼로 만들었어도, 맛있는 차다. 툰즈 프로티에서도 마셔보았지만, 이런 종류의 차는 이런 툰드라나 거기에 근접한 한대지방에서나 맛볼 수 있는 물건이겠지. 나 는 라스킨을 올려다 보며(같이 앉아있지만, 라스킨은 늑대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 다. 1야드 이상이나 키차이가 나니까 올려다 보는것은 당연하지) 말했다. "페헤레라스라는 이름이었지? 네 아내가. 본명은 뭐야? 페헤레는 아내를 뜻하는 고대어인 '페헤'에다 사람을 지칭하는 '레'가 붙었고, 뒤에 '라스'는 라스킨 너 의 이름을 줄인 것이잖아? 말하자면 '라스킨의 아내'라는 이름인데, 그녀의 본명 은 뭐야?" "하하, 마스터는 여전히 날카로우시군요. 본명은 제이나입니다. 제이나 레일디언 트헨티 베리온 입니다. 앞의 두 단어는 이름이고, 맨 뒤의 단어는 사는 곳이 어 디인지 나타내 줍니다. 그리고 세번째 단어는 종(種)을 뜻합니다" "종?" "예. 베리온에 사는 트헨티 일족은 툰드라에 사는 대부분의 늑대인간들 처럼 태 어나서 죽을때 까지 늑대인간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인간 의 모습이 될 수도 있고, 늑대인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희 툰드라의 늑대들이 볼 때는 늑대인간의 이단아다, 수치다 라고 말 할 정도로 타협성이 강합니다. 무 조건 충돌을 하기 보다는 서로 합의해서 타협점을 이끌어 내지요. 다른 종족과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몇 안되는 일족입니다" 아, 맞다. 나는 늑대인간들이 자신들을 부르는 용어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고, 그 래서 나는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들어야 했다. 늑대인간의 종류에는 여 러가지가 있다. 그들은 그것을 일족이라고 구분하는데, 인간들의 관점에서 몬스터 로 분류되는 라이칸스로프Lycanthrope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보름달만 뜨면 하늘을 향해 발정난 개새끼마냥 울부짖으면서 자아도 없이 이리 저리 나다니는 녀 석을 동족으로 인정할 만큼 늑대인간들이 자존심 없는게 아니거든. 어쨌든, 늑대 들은 트헨티라 부르며, 인간들은 휴먼 폼Human Form이라 부르는 일족들은 라스킨 의 말대로 인간과 늑대인간의 모습을 맘대로 변화하며 살 수 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인간들의 용어로는 울프 폼Wolf Form이라 부르는 일족들은 늑대인간과 늑 대의 모습으로 맘대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 외에 이빨과 털의 색이 붉게 바뀌면서 호전적인 성격을 강하게 띄게 되는 레드 팡Red Fang이라는 일족도 있고, 보통의 울프 폼이지만, 늑대인간의 강력한 힘과 늑대의 야성적 본능 및 속도를 가 지게 되는 전천후 전투 일족인 하프 폼Half Form도 있다. 하프 폼의 경우에는 블 러드 투스Blood Tooth라는 살벌한 별명이 붙어있기도 하다. 트헨티 일족의 경우에는 인간으로 변한다. 그래서 인간들의 사회를 체험할 기회 가 넓고, 조금더 세상을 돌아다니기가 쉬울 것이다. 때문에 세상에 대하여 여타의 다른 일족들과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늑대인간들로서는 보기가 드문 타협이란 행위를 할 줄 안다. 라스킨은 일족의 앞날을 내다봐서 발전가능성이 있 는 방향을 모색해 신부감을 고른것 같군. "걱정입니다… 라우네스가 과연 제이나를 어떻게 할지…" "뭐, 죽이지는 않을거 아닌가? 잡아간것을 보면 인질로 삼으려는 것이겠지. 그건 그렇고, 늑대들의 정조관념(貞操觀念)은 어떤 편이지? 인질이 아니라면 단순히 너를 모욕하기 위한 용도로 제이나를 잡아갔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예?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그렇게 신경쓸 정도는 아닙니다. 일단 지금 은 제이나의 수태기(受胎期)가 아닙니다. 베리온족은 인간의 사회와 가장 가까우 니까 그런것을 많이 따질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그렇게 큰 허물이 되지는 않 습니다. 당한다고 하여도, 당사자들도 별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수태기는 지난 지 얼마 안되었으니, 다음 기간까지는 한달 반 정도 남아 있으니까 그 이전에 되 찾아 오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제이나가 저 아닌 다른 늑대의 씨를 잉태(孕 胎)하게 되면 그것은 문제이지요" 결국, 혼외정사(婚外情事)에는 그다치 크게 상관을 하지 않지만, 자신의 짝이 아 닌 다른 외간남자의 아이를 배는것은 안된다 이것인가? 그러고 보면, 늑대들의 경 우에는 쾌락이 아닌 자손번식을 위해서만 성행위를 할지도 모른다. 베리온족을 비 롯해서 다른 트헨티 일족들은 어쩌면 쾌락을 위해서 관계를 가질지도 모르지. 뭐, 그건 상관없어. 그건 그렇고 한달 반이라고 했나? "아, 그런가? 인간의 관점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좋군. 한 달 하고 반이 라… 훗, 시간이 넘치고 넘치는군" "그렇습니다. 그 이전에 라우네스를 처단하고 킨스네일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리 고 제이나도 되찾아쟈지요" 라스킨의 눈에선 형형한 적대감이 뿜어져 나왔고, 나는 문득 그 라우네스라는 녀 석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말이야, 라우네스라는 녀석은 대체 어떤 녀석이야?" "라우네스는… 몸은 약간 약했지만, 그 대신에 지략이 뛰어났습니다. 하지만 약 했던 몸 때문에 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그래서 그는 좀더 강해지기 위해서 수행 을 떠났지요. 운 좋게도 녀석의 몸에는 트헨티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 녀석은 20 여년간을 밖에서 돌아다니며 마법과 전술을 배워왔습니다. 저는 라우네스의 상을 보고는 2인자의 상이란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녀석을 제 참모로 두었지 요.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을 도통 모르는 저희 늑대인간들은 발전이 더디었습니 다. 라우네스는 그점을 지적하면서 '무조건적인 돌격은 좋지만, 우회돌격하는 법 도 알아야 한다'라는 말로 부족민들은 설득하고 나섰는데… 전략의 중요함이란 시간 죽이기에 쓰이는 정도로 생각하고, 전술보다도 낮술을 밝히는 동족들의 모 습에 라우네스는 정말로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것이 과연 늑대의 긍지였던 가, 쓸데없는 보수성에 자존심으로만 가득찬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를 가지게 되 었지요. 하지만 저는 라우네스의 자질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늑대인간들의 입장 에서는 마법까지 배워온 반골(反骨)이지요. 하지만 그만큼 저는 저희들이 조금 더 발전할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라우네스를 옹호해 주었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부족장의 자리는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켜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가장 중요할때 편을 들어주지 못했군" 나는 낮게 말했다. 라스킨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침통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습니다. 제가 떠나기 바로 전에 라우네스와 킨스킨이라는 돌격 대장이 서로 의 의견을 내세우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킨스킨을 면박주면 제가 없을 때의 사기가 불안정해질것을 염려해 라우네스에게 약간의 면박을 주었습니다. 영 큭한 그 아이가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요. 하지만… 저는 그때 몰랐습니다" 라스킨은 참회하는 자의 표정이 되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후회과 자책 감만이 가득했다. "일족에게 인정받지 못해서… 마지막으로 믿을 자가 저 말고는 없던 때에 저마저 라우네스를 저버렸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그렇게 상처입을줄은 몰랐고, 그 반발 심으로 이런 일까지 저지를 줄은 몰랐습니다" 라스킨은 고개를 들어 텐트 위로 뚫려있는 천정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보며 라스 킨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는 부덕한 왕이었습니다…" -131- 004.4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제 일인자의 자리도 알고보면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다. 자신의 밑에 있는 구성 원들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제 일인자는 그만큼 의견조정을 해야하고, 그만큼 생각하고, 고뇌해야 한다. 나는 오늘, 라스킨의 모습에서 그런 점을 보았다. 일인 자로서 일족의 발전을 위해 보수파를 잠시 밀어 내고서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여 야 하는데, 약간의 판단 실수로 인하여 전 툰드라가 울부짖고 있는 소리를 듣고있 는 라스킨의 모습은 뭐랄까? 어깨를 늘어뜨진 가장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많이 지 쳐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나는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라스킨을 보면서 잠시 화 제를 바꾸어 보리고 했다. "그런데 말이야, 늑대들의 사냥방법은 무조건 돌격!이 아니잖아? 여러 문헌이나 신뢰성 깊은 책들을 읽어보면 말야, 먹이를 몰아서 효과적으로 사냥하는 모습은 여러 전술의 기초가 되어왔다… 라고 되어있는데 말이야?" "예? 뭐… 그래도 저희에겐 전략과 전술이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이름 지어진 것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는 군요. 기본적인 공격 형태는 돌격이고, 우회나 후퇴 를 절대로 용납하지는 않지만… 돌격의 대형과 속도정도는 정할 수 있는것 아니 겠습니까? 그리고 저희는 늑대인간입니다. 물론, 전부 싸잡아서 늑대들이라고도 부릅니다만 늑대들이 하는 것을 저희가 못할 이유는 없지요. 뭐, 화살촉 모양의 대형이나 U자 형의 대형같은 것을 만들어서 돌격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돌격에 육박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군요. 적의 후방에서 돌격 해 오는 방식도 있고 옆에서 치고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역시 전술은 아니네요. 육박전 중에 도 대형을 바꾸거나 해서 공격을 하기는 합니다만…" …자, 잠깐. 이봐, 라스킨. 너 지금 뭐라 그랬냐? "…전투 대형에 속도? 거기에 전투중에 대형을 바꿔? 그게 전술이고 전략이잖아? 안그래?" "예? 그래요? 저희는 그냥 '여러가지 돌격형' 이라고만 하고 있습니다만?" "…아, 그러냐?" 나는 잠시 황당해 해야했다. 비록 후퇴와 우회전술이 없고, 오로지 돌격(이라고 보기에도 정말 어렵다) 뿐이기는 하지만 분명, 늑대들이 사용하는 것은 전략과 전 술이 어우러진 전법이었다. 이것을 그냥 단지 돌격형의 일종으로만 보고 있었다니 … 생각하면 할 수록 어이가 없군. 어쩌면 그들은 생각하고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인 움직임에 따라, 본능이 시키는 대로 돌격전을 하는 것일지 모른다. 인간 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정말로 뛰어나고 아름다운 전술과 전략이 아닐 수 없지 만, 늑대들에게는 너무 당연스럽게 여겨져서 거론할 가치가 없는 그런 것이 아닐 까? 나는 처음으로 발견한 라스킨의 얼빠진 면을 보면서 황당해 하고 있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블랙 드래곤의 블러드 스폰이든, 늑대들의 왕이든지, 라스킨아. 너는 진짜로 늑대구나. 하하하하. 그리고서 잠시 전략과 전술에 대해 종족적인 시각적 관점에서의 관념유희적인 대 화가 오갔다. 라스킨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쓰는, 그러니까 시정잡배들이 주먹 휘두르듯이 쓰는 것을 '권법'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싸움질'이라고 표현하듯 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싸움방식과 사냥방식을 '전술'이라 부르지 않고, 그냥 '싸 움질'이나 '사냥방법'으로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싸움질도 오래하면 노 련해 진다고, 툰드라에서 몇천년을 살면서 부족간의 전투와, 순록무리를 비롯하여 많은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지내온 늑대인간들에게는 지금의 전술은 '약간 개량된 싸움방식'일 뿐이었다. 이러니 이것은 관념유희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인 간들은 늑대들의 이 '싸움방식'을 보고는 '전술'이라 이름 붙였으니, 늑대들의 입 장에서는 얼마나 이것이 황당할까? 나와 라스킨은 그것을 생각하면서 웃었고, 덕 분에 조금 분위이가 완화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와 관련된 농담으로 분위기를 더 띄워볼까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라스킨님! 라스킨님! 라우네스의 사자가 왔습니다!" "그래. 알았다. 근데 하실 말씀이…?" "아, 누가 오는것 같다고" 나는 그냥 머쓱해하면서 말했고, 라스킨은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갔다. 나는 아쉽게도 농담을 건넬 기회가 사라져서 입을 쩝쩝 다시며 뒤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늑대부족과 인간 부족을 합쳐서 10개 이상이 모이게 된 원(原) 라크라스족의 마 을의 중간에는 넓은 공터가 있다. 이 공터를 중심으로 10개가 넘는 부족들이 원 을 그리며 구성되어잇고, 이 중간의 장소는 늑대인간들끼리, 인간들끼리, 늑대인 간과 인간들끼리의 화합의 장소로 사용 되고는 한다. 아, 물론 그 화합이라는 것 의 형태가 대련을 빙자한 무력시위였다는 점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어찌되었 든, 이 장소에는 지금 여느때 보다도(그러니까 싸움 구경할때 보다도) 많은 사람 들과 늑대들이 모여있었고, 나와 라스킨이 걸어가자 그들은 조용히 옆으로 비껴나 면서 "아, 밀지마!" "누가 내 꼬리 밟았어!" "조심해! 새끼늑대가 다친다구!" 길 을 만들어 주었다. 공터의 중간에는 갈색에 읜색 무늬를 가진 늑대인간이 서신같아 보이는 두루마리 를 품에 안고 있다가 라스킨의 모습이 보이자 그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취했다. 나는 제일 앞열 적당한곳에 섰고, 라스킨은 그에게 다가가서 중후한 목소 리로 말했다. "이름과 소속을 밝혀라"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일족의 족장 '부서지는 얼음'입니다. 전(全) 늑대왕이신 라스킨님께 현(現) 늑대왕이신 라우네스님의 전갈을 전하고자 왔습니다" 전 늑대왕이라는 말에 늑대들은 늑대인간이든 늑대든 가리지 않고 이를 드러내며 그르릉 거림과 함께 살기를 쏟아내었고, 라스킨은 잠시 멀뚱히 있다가 피식 하는 헛웃음 소리를 내며 말했다. "전 늑대왕이라… 조금 어감이 안 좋군. 그냥 폐왕(廢王) 이라고 부르지 그러나? 호칭문제는 다음에 좀 신경을 써서 정해주실 바라네. 어쨌든, 자네들의 호칭으로 는 전 늑대왕이겠지. 라스킨일세. 용건은?" 라스킨의 말에 살기를 피워올리던 늑대들이 단숨에 조용해졌다. 그들의 왕이 담 담하게 나서는데 어딜 자신들이 감히 나서겠느냐 하는 것이지. 부서지는 얼음이라 는 이름의 늑대인간은 가지고 있던 두루마리를 공손히 내밀면서 말했다. "라우네스님께서는 부인에 대해서 어떠한 가혹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서신의 내용은 저도 잘 모릅니다" 라스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신을 받아들려 펼쳤다. 그리고는 천천히 읽기 시 작했는데… 그러고 보니까 늑대인간들에게 문자가 있던가? 나는 서신을 훔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라스킨의 넓고 넓은 등 때문에 불가능했다. 우에, 등판 정말 우라지게 넓구만. 라스킨은 빠르게 두루마리를 읽어나갔고, 그 시간동안 주 위의 모든 생물들은 그것이 늑대든, 인간이든, 드래곤이든 상관없이 조용하게 입 을 다물고 있었다. 나미아마저도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손을 꼬옥 잡은채로 조용히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재미있는 내용이군. 라우네스 녀석, 문체가 많이 늘었는데?" 라스킨은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말했고, 우리들은 전부 움찔 해야했다. 뭐야! 갑 자기 그러면 놀라는게 당연하잖아! 라스킨은 주위에서 발사되는 모든 의문이 담긴 눈빛을 무시하고는 부서지는 얼음에게 말했다. "가서 전해라. 내 아내를 잘 모시고 있는 것에 대해선 고맙지만, 그것과는 별개 의 문제에 돌입한다고. 3일 뒤 '바람의 영이 머무는 평원'에서. 전해라" "예.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부서지는 얼음은 천천히 뒤를 돌아서 길을 내주는 늑대들과 사람들 사이를 지나 마을밖으로 나갔다. 나는 잠시 팔짱을 끼면서 생각했다. 3일 뒤. 그리고 평원이라 고? 나는 라스킨의 등을 보면서 말했다. "전쟁과 회담. 둘중에 어느거야?" 주위 늑대들의 시선이 부서지는 얼음에서 나에게로 몰렸다. 그들의 시선에는 '궁 금했는데 물어봐줘서 고맙다'라는 뜻이 섞여있었고, 나는 아주 잠깐동안은 당황했 다. 음… 이런것을 함부로 물어도 되는 사람은 나 외에는 없는건가? 라스킨은 나 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전쟁입니다. 회담으로 결정날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스터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물론이지. 확인절차였어. 단순한" 전쟁이라는 말에 주위에서 갑자기 투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것 같았다. 늑대들 은 지금 그들 인생에서 최초로 벌어지는 전쟁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것 같 았다. 같은 늑대인간끼리지는 하지만, 그들은 부족간의 영역분쟁이나 싸움에 상당 히 익숙해져있다. 그래서 그들은 같은 동족끼리 벌이는 최초라고 부를 수 있는 전 쟁임에도 불구하고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왕의 직접적인 전쟁선언 이 떨어지지 않아서 절제된 흥분만을 약간씩 내비치고 있었고, 라스킨은 계속 이 렇게 흥분을 억제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나보다. "지금부터 나를 따르는 전 늑대들에게 알린다. 부재중인 틈을 타서 왕의 부족을 빼았고, 툰드라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이제는 멋대로 늑대왕이 되어버린 라우네 스를 처단한다. 시간은 3일 뒤이며, 장소는 우리 늑대들의 영이 떠도는 바람이 되는 장소인 '바람의 영이 머무는 평원'이다" 라스킨의 말은 조용했고, 그래서 늑대들도 조용했다. 라스킨은 주위를 둘러보면 서 짧고 강하게 외쳤다. "결전이다!" 그리고 그 순간, 각종 함성과 외침이 하늘을 찌를듯이 솟아 올랐다. 늑대들은 하 늘 높이 울어 제꼈고, 늑대인간들은 큰 고함을 질러대었다. 인간들은 드디어 시작 되는 늑대왕의 태동에 흥겨워 함성을 질러대었지만, 정작 그들을 독려하는 라스킨 의 표정만은 좋지 않았다. 전투의 순간은 점점 임박해오고 있다. 늑대인간이나 다른 사람들이나 이제부터는 시계를 거꾸로 세야 할 것이었다. '라스킨과 합류한지 몇일째'에서 '라스킨과 같 이 싸울 수 있는 날이 앞으로 몇일'로. 딱히 부르고픈 호칭이 없기에 나는 '형님 부대'라고 부르는 라스킨의 수하들과 다른 부족들을 보자면, 친자식간이라도 저렇 게 철저히 상명하복(上命下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준비 하면서 라스킨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활동력으로 늑대인간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미리안이나 에실루나에게 핀 잔을 듣고서는 병참(兵站)을 마련하는데 힘써야 했다. 그래봤자 순록고기로 만든 육포와 가죽 물주머니가 다였지만, 워낙에 많은 늑대들이 있었고, 계속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모든 사람은 병참마련에 하루해가 오는지 가 는지도 모르게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아, 정정한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모 든 늑대들과 인간, 그리고 전투에 참여하지만 라스킨의 지휘권에서 벗어나있는 사 람들은 늑대들이 먹을 식량준비에 분주해야했다. "라우네스는 분명히 지금까지 본적도 없는 방법으로 결전에 임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에 대해서 최대한 대응할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라스킨은 늑대들을 모아놓고서는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그러니까 라우네스가 들 고 나올 '전술'에 대비해서 그들 나름대로의 '싸움방법'을 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난 아무래도 사고가 인간의 것이라서 늑대들이 말하는 '오로지 돌격'의 여러 패턴 들이 어째서 전술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는것인지 다시금 고민해야했고, 그 덕분 에 미리안에게 또 핀잔을 들어야 했다. "제길! 이건 불공평해!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대체 하는일이 뭐야!" "감시요" "엘프라서 고기를 만지지 못한다는 말 따위는 집어 치우라고! 특히 미리안! 나는 네가 5년전에 한 요리를 알고 있다구!" -132- 004.5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미리안은 그냥 방긋방긋 미소짓는걸로 대답을 얼버무렸다. 아아악! 그런 표정 짓 지말고 대답을 하란 말이다! 그런 귀여운표정 짓지 말고 말이야! "내가 말을 말지… 어쩌다가 저런 악독한 여자들을 만나서…" 나는 고개를 젓고는 중얼대면서 일을 계속했고,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피식 웃는 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제기랄! 귀가 좋으니까 이렇게 손해를 보는구나! 누가 저 여자들에게 일 좀 시켜줘어! "대충 이정도면 되나?" 속으로는 열불이 팍팍 오르고 있지만, 난 그래도 손을 놀려서 소금에 순록고기를 절이는 일을 계속했다. 바다하고 가깝지도 않지만, 이 부근 부족들은 상당량의 소 금을 비축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여기 근처에 큰 암염(岩鹽)으로 이루어진 산 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소금으로 뭔가를 절여 보관하는 일은 매우 극 히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는 것이지. 그래서 이렇게 소금에 절인 순록제 육포를 만 들 수도있고 말이야. 암염을 절구에 넣고 빻아서 가루로 만든 소금은 바닷물에서 추출해낸 소금과는 웬지 모르게 맛이 틀리다. 아니, 당연한가? 그러고 보면, 이렇 게 짠맛나는 육포만 준비했다가는 물이 많이 필요해질것도 같은데 말이야. 이곳의 원주민들이 먹는 밀가루 부침같은 빵은, 그 사람들의 몫 외에 남는것은 조금밖에 없을 것이다. 흐음… 그러고 보면 상당히 문제네? "아, 페이그니스씨.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예? 무슨 일입니까?" "나무가 조금 필요해서요. 모아보기는 했지만, 역시 어렵더군요" "아, 네. 그런데 나무는 어째서?" 킬을 엄지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켜 보았고, 거기에는 나무와 진흙을 엮어서 만든 상자같은 물건이 보였다. 어래? 저것은…? 내가 무언가를 떠올리려고 할 때쯤, 킬 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훈증기(燻蒸機)입니다. 훈제육(燻製肉)을 만들어 볼려고 합니다. 육포만으로는 너무 짜지 않습니까? 그래서 육포는 여기에서 멈추고, 훈제육을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이거, 훈증기도 모자라고 땔감도 모자라는군요" "아, 그렇군요.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글쎄요… 지금부터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니까…저 훈증기 9개 분량정도면 됩니 다" "예. 그러지요. 드라이어드!" 나는 드라이어드를 불렀고, 그러자 역시나 녹색의 입자들이 나의 앞으로 모이더 니 드라이어드의 형태를 만들었다. "요즘 자주 불러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시키실 일은 뭐예요?" "저기 저거 보이지? 저거 9대 더 만들만한 분량의 나무하고, 땔감용 나무 몇그루 정도" "…또 저보고 나무살해(?)에 동조하시라는 거예요? 이래서는 창조자의 입장이 서 질 않아요! 매일 불러다놓고 시키시는일이 뭐에 쓸 나무를 만들어라, 또는 다리 를 세워라 등의 일이니… 가끔은 좀 살아있는 것을 만들게 해주시면 안되나요?" 드라이어드는 잠시 훈증기를 바라보더니 나에게 따따따 거리면서 말을 쏘아대었 고, 나는 한숨을 쉬면서 그 말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면 전 정말 목숨걸고서 일 안할거예요. 아셨죠?" "어. 그래. 미안하다. 그러니, 이번엔 좀 부탁한다" "예. 그럼 시작합니다! 사람들을 좀 비켜나게 하세요" 주위에 몰려들어와서 드라이어드를 구경하던 사람들과 비전투원 늑대들은 드라이 어드의 말을 듣고는 얼른 물러났고, 내 주위로는 꽤 널찍한 공터가 생겼다. 작업 하고 있던 육포들도 전부 치웠네? 장소는 충분하겠지? 드라이어드는 주변을 둘러 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말했다. "나무여! 나무여! 짙은 녹음(綠陰)의 나무여! 지금 여기에 그 찬란한 위용을 나 타내어라! 나의 의지에 따라!" 두드드드… 콰드드드득! 나의 주위로 해서 꽤나 많은 양의 나무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굵기는 거의 훈증 기에 쓰인 나무와 같은 굵기로 이곳 툰드라의 날씨와는 전혀 맞지 않는 품종의 나 무들이 쑤욱쑤욱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럼, 됐죠? 저는 들어가겠습니다!" 드라이어드는 허락도 떨어지기 전에 멋대로 돌아가버렸고, 나는 잠시 황당해해야 했다. 주인의 성품이 착하다 보니까 저렇게 바락바락 기어 오르는건가? 으윽, 갑 자기 찔리는군. 난 그렇게 착한편도 아니라구. 나는 갑자기 만들어진 이 소규모의 숲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을 움직이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발을 멈추 어야 했다. "젠장. 나갈 길을 없애 놓으면 어쩌라는거야?" 나는 나의 주위를 빽빽하게 둘러싼 나무들을 보고는 드라이어드의 이 귀여운 복 수(?)에 대해서 피식 웃을 수 밖에는 없었다. 에휴, 정령이 아니라 무슨 애완동물 같구만. 결전의 날. 그 전에도 분주했지만, 오늘은 더 분주했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른 비장감이 떠 도는 이곳은 출전준비를 마친 늑대들의 감출 수 없는 흥분과 투지로 가득했다. 그 리고 그들은 자신이 내뿜는 투기와 다른 늑대들이 뿜어내는 투기에 의해서 끓어오 르는 혈기를 어떻게든지 참고자 애쓰는 모습이었다. 참아라. 참아라. 여기는 전장이 아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독려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 이곳은 전장이 아니다. 그 들이 출발해야 하는 장소이며, 출발하고서도 '바람의 영이 머무는 평원'은 서너시 간 정도 행군을 해야 닿을 수 있는 장소이다. 전장에 가서 터뜨릴 투지도 모자르다! 여기서 뿜어낼 필요는 없다! 입을 열면 투지가 새어나올까 조심하며, 그들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을 갈무리 하 고 있었다. 그래서 정작 입을 열고 말을 하는것은 전투에 참가하지 못하는 여자들 이나 아이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지금, 라스킨이 손을 들자 그들조차도 모두 조 용해졌다. 둥, 둥, 둥, 둥, 둥 중저음의 북소리가 조용해진 마을 전체를 울리게 하고 있었다. 라스킨은 어제 자 신이 직접 다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자신의 손으로 만 들 제단위에 올라가서 타오르는 불꽃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출전준비를 마친 득대들이 도열해 있었고,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모든 이들은 그의 앞에 있었 다. 저 제단은 늑대와 전투를 광장하는 신인 '우르텍'에게 제단에 선 지도자의 뒤 에 있는 사람은 모두 그의 등을 따라서 전장으로 향할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그의 앞에 있는 사람들은 그가 그의 품에서 보호해야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린다. 그 러면 우르텍은 지도자의 청을 들어서 지도자를 따르는 무리들에게는 용기와 힘을, 그의 품에서 보호받아야 할 무리들에게는 자신의 축복을 내리지 않는다. '전투의 숙명'을 짊어지게 되는 축복을 말이다. 둥, 둥, 둥. 탁! 둥, 둥, 둥, 탁! 불을 피운 제단에 무릎을 뚫고 앉아있던 라스킨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는 늑대와 더불어 한대지방 제일의 포식자라 불리우는 시라소니가 늑대인간 들의 손에 의해 끌려왔다. 캬아아아! 캬아! 시라소니는 발버둥을 치고 있었지만, 늑대인간들의 힘에는 당해 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시라소니를 정중하게 내려놓았고, 라스킨을 천천히 팔을 들면서 말했다. "늑대를 돌보시는 우르텍이여. 여기 이 자리에서 우리는 피의 제물을 바치오니 부디 우리에게 무한한 용기와 승리의 영광을 주소서!" 파악! 라스킨은 그대로 손톱을 꺼내 시라소니를 내리쳤고, 시라소니는 절명했다. 라스 킨은 손톱으로 시라소니의 배를 갈라 더운김을 내뿜고 있는 심장과 간을 꺼내들어 서는 불꽃이 혀를 날름대고 있는 제단에 던져 넣으면서 외쳤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저 가증스런 무리를 쳐부수고, 툰드라의 질서를 바로세 울 것이다! 나 라스킨의 이름아래! 늑대왕 라스킨의 이름 아래!" 라스킨의 이름 아래… 이름 아래… 아름 아래… 라스킨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여운을 남기면서 울린 목소리는, 마치 산에서 메아리가 치듯이 진동했고, 늑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성을 질렀 다. 우아아아! 우워어! 크오오오오! 함성소리를 들으면서 라스킨은 제단에서 내려왔다. 함성은 점차적으로 가라앉았 고, 라스킨을 늑대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모두 가족들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는 끝냈나?" "옛!" 늑대들을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 "자신의 손에 적의 피를 묻힐 준비는 되었나?" "옛!" "우르텍의 가호 아래, 자신의 목숨도 버릴 준비가 되었는가?" "옛!" 라스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짧게 외쳤다. "가자!" 라스킨이 늑대들을 데리고서 떠난지 한시간쯤 뒤에 나는 텐트로 들어가서 천천히 무장을 챙겼다. 슬슬 나도 따라가 볼까나? 늑대들의 대단위 전투는 그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씀이야. 게다가 '싸움질'이라고 표현하는 그들만의 전 술을 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이곳에 적이 처들어올 가능성도 있잖아요? 페이그니스" "그렇다고 밀리지는 않을것 아냐?" 에실루나는 약간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라스킨에게 들었던 이야기로 생각해 보자면, 라우네스는 분명 별동대로 이곳을 쳐들어올 것이고, 그리고 여기 사람들 은 적어도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과 여자들만이 남았다고 하여도, 그것 은 늑대들의 이야기이고 인간들의 수는 온전하게 잘 남아 있는데다가 킬의 일행과 미리안, 에실루나까지 남아 있으니까 크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하지마"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배낭에서 작은 쇠토막을 꺼냈다. 손바닥 반만한 크기의 쇠 토막이었지만, 겉표면에는 각종 기괴한 모양의 문자, 흔히 마법문자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적혀있었다. "급해지만 이걸 쥐고너 마음속으로 날 강하게 불러. 그러면 곧바로 날아올 테니 까" "예. 그럼 다녀오세요" 에실루나는 그것을 받아 들고서는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내가 없을때 쳐들어올 녀석들에 대해서 수비력의 공백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겠지. 나는 그녀 의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말했다. "갔다 올테니까, 나미아나 잊어버리지 않게 잘 돌보고 있어" "후훗, 그럴게요" 바람의 영이 머무는 평원은 그 이름 그대로 정말 바람의 영이 머무는 것 같은 스 산한 바람이 끊임없이 부는 장소였다. 한번쯤은 멈출만도 하지만, 은은하고 스산 한 바람은 계속 그 속도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평원위를 지나다니고 있었 다. 툰드라에 사는 원주민들은 이곳은 '영혼의 평원'이라고 부르는데, 마치 죽은 자의 영혼이 끊임없이 떠도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 것이다. 늑대들은 그들이 죽으면 바람이 되어서 이곳 평원을 지나다니다가 자연이 이끄는 대로 약간의 여행을 하고는 곧바로 울테크에게 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이 평원 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신성한 지역이었다. 라스킨이 이곳을 결전의 장소로 정한것 도 이 전투를 단순한 알력다툼이 아니라 신성함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비춰 진 것이다. 더불어서 라우네스를 높이 쳐주는 것이기도 하지. "그러고 보면, 그 이상한 힘이라는것이 대체 뭘까?" 나는 조금 멀찍이 떨어진 장소에서 망원안경으로 양측의 대열을 보면서 중얼거렸 다. 지금 봐서는 라우네스의 군대에도 아무런 이상점은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아, 라스킨이 뭔가를 말하고 있군. 음… 들리지 않아서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 만 어쨌든, 사기를 돋우는 내용이겠지? 그리고 라스킨의 말이 끝나자 반대편에서 라우네스로 추정되는 늑대인간이 뭐라뭐라 말하는것 같았다. 흐음… 흰색에 검은 무늬가 들어가 있으니… 아마도 라우네스겠군. -133- 004.5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은빛에 검은 비늘이 있는 라스킨과 흰색에 검은 무늬가 있는 라우네스는 대칭에 있기에 왠지 모르게 서로가 어울렸다. 둘은 꽤 긴 거리를 사이에 두고서 뭐라뭐라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입모양이 보인다면 조금 어렵기는 하겠지만 독순술이 가 능하겠는데… 여긴 너무 멀군. 멀찍이서 구경하기엔 적당한 장소이긴 해도 정확한 내용을 알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투명화 마법을 걸고서 가서 듣고, 보아도 되겠지 만, 제국에는 이런말이 있다. '전쟁은 멀리서 보아라. 그것이 객관성을 더해준다.전쟁에 대한 평가는 당대(當 代)와 당사자가 아닌 제삼자와 후대에 의해 이뤄진다' 이 말은 전쟁에 숨은 내용은 접어 두고서, 두 무력집단의 충돌할때 어느쪽이 더 우위인지 보려면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저렇게 원한 관계가 얽힌 전쟁일 경우에는 평가자의 감정이입이 들어간다는 것이지. 전쟁에 대 한 서사(敍事)에는 두 무력집단이 어떤 이유로 충돌했고, 누가 어떻게 이겼다라고 만 쓰여있지, 두 무력집단의 사이에 있었던 한 비극적 연인의 이야라든지, 전쟁때 문에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전쟁을 배경으로한 소설 에는 많이 등장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나도 저 둘의 사이에 무슨 대화가 있는지 는 신경쓰지 않고서, 단순히 라스킨이 툰드라를 지배하고서 최초로 벌어지는 늑대 와 늑대간의 전투를 보기 위해서다. 물론, 이렇게 있으면 감정이입이 덜되는 편이 기 때문에 라스킨의 부하들이 말하는 그 '라우네스의 이상한 힘'에 대해서 더 명 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해서 들리지 않는 라스킨과 라우네스의 대 화를 '보고'있있다. 흠… 워낙에 쌓인게(?) 많은 저 둘이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것들 보게나. 자네 '둘'은 부하들 조차도 지루하다는 표정을 띄우고 있는지 알 고 있는가 모르겠군. 어라? 둘아 갑자기 입을 다물었네? 나는 잠시 두 집단의 부 누이기를 살폈다. 둘은 조용하게 그 긴거리를 넘어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제 삼자의 위치에 있는 내가 보아도 저 두 집단 사이에는 긴장감이 떠돌고 있었다. 시작되었다. 으왓! 갑자기 뭐야! 나는 예고도 없이 뛰쳐나가는 라스킨의 늑대들과 라우네스의 늑대들을 보면서 잠시 화들짝 놀라야 했다. 라스킨의 늑대들은 모두 팔과 다리에 검은색으로 기묘한 무늬들을 그려놓고 있었고, 라우네스의 늑대들은 흰색이었다. 아마도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한 방법이겠지. 라스킨과 라우네스는 늑대들의 사 이에 묻혀서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둘은 지금 아주 강하게 서로를 부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나의 귀로도 아스라히 늑대들이 울부짖는 소 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최초의 격돌. 수십개의 팔다리가 하늘로 치솟았고, 붉은 피가 하늘을 수놓았다. 라스킨과 라우 네스의 선발대는 상대방의 몸에 손톱과 발톱을 박아놓았고, 또는 박혔다. 비슷한 숫자의 늑대들은 서로 부딪히고는 이제 흑과 백으로 나뉘어져 거대한 난투를 벌이 고 있었다. 한 늑대는 최초의 격돌때 잃어버린 눈에 분노하며 한 늑대의 두 눈에 서 빛을 았아갔고, 생명을 갈라놓았다. 어느 늑대는 자신의 잘라진 팔의 손톱으로 상대방을 찌르고 남은 손으로 다른 늑대를 찔러갔다. 하지만 다른 늑대들의 공격 에 의해서 그의 팔은 잘려져 나갔고, 그는 울부짖으며 남은 팔을 앗아간 늑대에게 이빨을 꽂차넣으며 발톱으로 거세게 할퀴었다. 결국 그 늑대는 쓰러질때까지 한명 의 늑대를 동지 삼아 다섯 늑대의 손톱을 박고는 죽었다. 점차적으로 라우네스의 부대가 조금씩 밀리는듯 하였다. 그리고 그때 선발대보다 조금 늦게 출발한 좌익(左翼) 부대가 라스킨의 선발대 옆을 찔러나갔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하던 선발대는 곧 자신들의 우익(右翼) 부대가 라우네스의 좌익부대를 찔러 들어가자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공격에 매진했고, 평원의 한쪽으로는 상대 방의 후미(後尾)를 치려던 라우네스의 우익 부대와 라스킨의 좌익 부대가 충돌을 일으켜서 소규모의 결전을 벌이고 있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두 집단의 전투방법 을 보고 있자면, 많이 닮아있는것 같았다. 서로가 상대의 옆구리와 후미를 노렸지 만, 그것은 마치 거울처럼 서로가 상대방에 의해 막혀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 고 세개의 부대가 결전을 벌이자 나는 중앙군을 데리고 남아있는 라스킨과 라우네 스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라우네스의 주위에 로브 를 두른 무언가가 대략 열다섯정도 있는 것이었다. 저것이 늑대들이 말하던 라우 네스의 '힘'인가? 나는 다시 시선을 전장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긍지는 힘이고 자존심은 투지다! 긍지를 굽히지 않는자에겐 힘이 생길 것이고,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자에게는 끝 없는 투지가 부여될 것이다. 라우네스에게 맞서서 긍지와 자존심을 지켰던 라스킨의 늑대들이 우위를 점하는 장면이 나의 눈에 잡힌 것이다. 그리고 라우네스에게 동조해 새로운 방법과 새로 운 문명을 받아들이려 했던 자들은 그들의 손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보 수적 가치과 진보적 가치의 대립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보수적인 가치이다. 진 취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던 라우네스는 예의 그 보수적인 가치에 의해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취적인 가치는 놀라운 저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의 이 눈 앞에서, 라우네스의 진취적 가치가 가지고 있는 '저력' 이 펼쳐지고 있었다. 로브를 벗은 14의 검은 늑대인간들이 라우네스의 주위에 있던 중앙군과 같이 움 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라우네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라우네스에게 서 번쩍하는 빛이 나오더니 라우네스의 몸이 흰색의 광채에 휩쌓였다. 그리고 그 의 육체에는 흰색의 비늘이 가득 덮였고, 몸 전체에서는 툰드라를 얼려버릴것 같 은 한기가 서리기 시작했다. 쿠어어어어… 라우네스의 외침 소리가 이곳까지 아련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라우네스의 앞에서 달려가던 중앙군이 둘로 갈라졌고, 라우네스는 그 중간으로 푸른빛의 물보라를 토 해내었다. 브, 브레스Breath?! 푸른빛의 물보라. 저것은 모른것을 얼려버리는 화이트 드래곤만의 브레스인 절대 영도의 액화질소 브레스이다. 늑대 하나의 몸에서 나오기에는 절대로 말이 안되는 그런 양이 갈라진 늑대들의 사이로 뻗어져 나갔고, 그 브레스는 혼전중이던 두개 의 선발부대를 덮어버렸다. "저, 저… 저!" 뭔가 말을 꺼내야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나의 움직임이 매우 요란함에 따라 예상을 해보자면, 저것은 화이트 드래곤의 블러드 스폰이기에 사용할 수 있 는 권능에 마법적인, 그것도 매우 강력한 마법적 처리가 들어간 브레스이다. 제기 라알! 저녀석도 블러드 스폰이었어? 그것도 드래곤의 생피로 만들어진? 액체 질소의 줄기는 곧게 날아가 혼전중이던 두 부대를 덮어버렸고, 두 부대들을 그대로 얼어버렸다. 모든것을 얼린다는 마의 절대영도이다. 버틸 수 있을리가 없 잖아?! 액화질소가 급격히 열을 빼았아감에 따라서 거대한 수증기가 발생되었고, 그때까지 치열하게 싸우던 양 군의 좌우익 부대는 전부 싸움을 멈추었다. 저, 저 것은… 너무 처참해! 너무 비정해! 싸우던 자기 부하들까지 덮어버리다니! 아무리 패색이 짙었다고 해도! 그리고 그런 두 부대에게로 나위어져 돌격하던 라우네스의 중앙군이 점차적으로 거리를 좁혀들었고, 늑대들은 또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전투 의 초기에 있었던 흥분과 투지는 이미 사라졌다. 그들에게 남은것은 이제 슬픔뿐 이었다. 허망하게 사라졌던 동족들의 영혼을 위로하면서, 그리고 그들 자신이 저 렇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싸움을 끝내려는 절박감이 남았다. 라스킨이 움직인다. 라스킨의 중앙부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액화질소가 증발해버려 남은것은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져 내릴것 같은 늑대들의 얼음동상이 있는 장소까지 그들은 돌진했고, 그들 역시 두개로 나뉘어져 각자 좌우익군을 도우러 갔다. 그리고 라스 킨은 그 자리에 서서 브레스의 여운 때문에 숨을 몰아쉬며 쉬고 있는 라우네스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 둘은 다시 뭐라 만을 주고 받기 시작했고, 그래서 나 는 잠시 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라우네스가 데리고 있던 열 넷의 검은 늑대인간들은 보통의 스폰이었다. 블랙 드 래곤의 스폰. 나는 잠시 저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 었다. 뻔하다. 매쉬암에서 개입한 것이겠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매쉬암 이 라스킨이 없는 틈을 타서 라우네스에게 힘을 주고, 툰드라를 어리럽힌 것이다. 제길! 매쉬암! 너희들은 대체 어떤 녀석들이냐! 라우네스의 검은 스폰들은 일곱과 일곱으로 나뉘어져 늑대들의 싸움에 가담했고, 그들의 힘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수적으로, 질적으로도 훨씬 우수한 라스킨의 중앙군이 단지 7인을 주축으로한 소규모 부대에게 쩔쩔매면서 밀리고 있 는 장면은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대단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제삼자가 되지 않기로 했다. 저것은 전술이 아냐! 전술도 펼치기 전 에 힘으로 그냥 눌러버렸어! 무슨 전술이야! 저것이 늑대의 싸움이던가?! 나는 망원안경을 벗어서 포켓에 집어넣고는 말했다. "매쉬암이 개입되었어… 이미 신성함은 물건너갔다! 신성함이 배제되고, 순수성 조차 빛이 바랜 싸움이 더이상 긍지라는게 있을까보냐! 긍지를 건 싸움에서 신성 함과 순수성이 배제되었어!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저것은 이미 저 긍지높 은 늑대들의 싸움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매쉬암에게 대항하기 위해 전쟁에 몸을 던진다! 나는 플라이로 내 몸을 솟구치게 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나와 그나마 가까이 있 던 라우네스의 좌익부대와 중앙군의 반쪽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뭐가 긍지고, 뭐가 순수성이냐! 그런 빛바랜 가치관 따위는 이 결전에는 없다!" 늑대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나에게로 쏠렸고, 나의 양손에서는 각각 일곱개의 파 이어볼이 생성되었다. "긍지를 잃고, 순수성을 잃은 자여! 이것은 긍지와 순수성에 대한 너희들이 죄이 다! 저주받은 불길이여!" 긍지에 하나. 순수성에 하나. 일곱의 스폰들에게 두개씩의 파이어볼이 날아갔다. 그들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두개의 파이어볼을 보고는 급히 몸을 가렸지만, 저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맞은이의 생명을 다 태우기 전에는 꺼지지 않는 저주받은 불길 [Damned Flames]이다. 그들의 몸은 약간을 버티다가 곧 타들어가기 시작했고, 곧 끔찍한 비명소리를 지르면서 불과 일체화되었다. 그리고 나는 반대편에 있는 라우 네스의 우익부대와 중앙군의 남은 반쪽으로 날아갔다. 그곳에도 역시 일곱의 스폰들이 라스킨의 중앙군과 우익군을 몰아붙이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위에서 그것을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신성함이 사라졌다. 버려지고, 없어진 가치관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이 결전에는 혼이 살아있지 않아!" 늑대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또 나에게로 쏠렸고, 나의 양손에서는 각각 일곱개의 빛나는 화살이 생성되었다. "대체 뭐가 자존심이 있고, 어디에 신성함이 있느냔 말이다! 너희들이 비웃으면 서 시궁창에 처박은 자존심과 빛바랜 신성함에 대한 너희들의 죄과이다! 돌이 되 어 너희들의 죄과를 참회하라!" 빛의 화살은 그대로 일곱 스폰의 심장과 머리에 직격했다. 그들은 비명소리를 낼 틈도 없이 그대로 돌이 되어 부스러졌다. 나는 사라지는 일곱의 스폰들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매쉬암…! 드래곤의 목숨이 그렇게도 값싸던가! 너희들은 대체 어떤 녀석들이냐! 드래곤의 스폰을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찍어내는가! 『라이니시스! 라이니시스!』 이건… 에실루나? 『어디있어요? 라이니시스! 돌아와줘요! 라이니시스!』 나는 분노를 억눌렀다. 에실루나가 애타게 나를 찾고 있었다. 나는 멍한 표정으 로 나를 바라보고있는 라우네스를 노려보고는 이를 갈았다. 네녀석도 없애버리고 싶지만… 넌 라스킨의 몫이야. 나는 에실루나에게 쥐어준 쇠토막의 좌표를 찾아서 마법을 사용했다. "텔레포트!" -134- 004.5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내가 텔레포트를 해서 본 것은… 불타고 있는 통합부족의 마을이었다. 붉은 화염 이 천막들을 태우고 있었다. 어떤 불은 시체를 연료로 그 불꽃을 태워올리고 있었 다. 그리고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지만 늑대들의 울부짖음와 사람들의 거센 목소리 들이 들려왔다. 싸우고 있는 것인가? "라, 페이그니스!" 나는 아래에서 들려오는 에실루나의 목소리에 지금 내가 하늘에 떠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밑으로 하강했다. 내가 미으로 내려가자 에실루나가 매우 당황하고, 울 것 같기도 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에, 에실루나? "무슨일이야!" "몰라요. 갑자기 이상한 늑대들이 공격을… 그리고 저기! 저길 보세요!" 에실루나는 급하게 손가락으로 나의 뒤쪽 하늘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둥둥 떠있 는 무언가가 불과, 빛과, 번개를 쏘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로 쏘 아지는 각종 불길과 번개, 얼음, 빛을 막아내고 있었다. 뭐지? "리치! 리치예요! 미리안과 라니안느가 저 리치를 막으려다 부상을…" "…잠깐, 누가, 누가 부상을 입었다고?" "미리안과… 라니안느요…" "그 두명 지금 어디있어! 살아있어?!" "예, 예에! 아직 살아있어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리치? 갑자기 어디서 뛰쳐나온 놈인지는 모르지만, 감히 미 리안을? 그러는 순간 나는 퍼뜩 무언가가 생각났다. "에실루나는? 넌 괜찮아? 그리고 나미아는? 다른 일행은?" "저는 괜찮아요. 나미아는 킬씨와 츠렌씨가 마을사람들을 이끌고 대피할때 같이 데리고 갔어요. 지근 머기… 아니, 마르티구스씨와 지나얀이 이상한 늑대들을 막 아내고 있어요" "슐트로이야 차지!" "아아아악! 난 너희들 같은 녀석들이 제일로 짜증나! 히스테리이익! 이거먹고 떨 어져! 가서 동음이의어나 더 공부하란 말이야! 파이어 볼!" "…아, 확실하군" 에실루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자신을 갈무리 했다. 그리고는 차분하게 말했다. "저기 저 리치를 상대해 주세요. 미리안과 라니안느가 지금 부상을 당해서 막아 내기도 버거워요. 그러니… 그러니…" "알았어. 에실루나, 마르티구스와 지나얀을 도와서 어떻게든 버텨봐. 금방 끝내 줄테니까"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 하고는 슐트로이야의 번쩍거리는 섬광과 지나얀의 마법이 난 무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미리안을 부상시켰다는 그 리치를 노려보았다. 인간이었겠지… 인간이었겠지만… "썩은 뼈다귀에게서 인간성을 느낄만큼 나는 감상적이 아니란 말이야!" 나는 몸를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는 한손에는 윌오위스프를, 한손에는 샐레맨 더를 소환시켰다. "엘레먼츠 레이저!" 퓨웅! 공기를 관통하는 소리가 나면서 백열하는 빛줄기가 공중에 떠있는 그 리치를 향 해 날아갔다. 열심히 마법을 쓰면서 마법을 막아내고 있던 리치는 갑자기 자신에 게로 날아오는 빛줄기에 놀라서 캐스팅하던 마법을 중단하고는 재빨리 피해야 했 다. 그래 봤자다! "어디한번 해 보시지!" 또다시 날아가는 빛줄기. 이번에는 피하지 못할걸? 나는 점점 거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리치의 표정도 볼 수 있었다. 뼈위에 가죽을 간신히 얹어놓은듯한 얼굴을 하 고 있는 리치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떴고, 그 순간 팟! 하고 작은 빛 무리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블링크Blink? "페이그니스님!" 미리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려서 미리안을 보았고, 오른팔 이 완전히 새까맣에 그을린 미리안을 보고는 경악했다. "미리안! 괘, 괜찮은거야?!" "지금부터는 괜찮아질 거예요. 페이그니스님이 오셨잖아요" 미리안은 고통에 힘겨워 하면서도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나는 가슴 한쪽이 욱신거렸다. 제길… 제길! "지옥의 화염!" 난 나의 뒤에서 들려온 칙칙한 목소리와 마나의 유동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 다. 굵기가 거의 5야드는 됨직한 화염줄기가 나에게로 날아오고 있었다. 물론 목 적은 나의 말살이겠지만… 레드 드래곤에게 불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나는 오른손 을 뻗어서 살짝 '힘'을 주었다. 시료스만으로도 충분해! "그딴게 먹힐까보냐!" 시료스의 와이어가 아주 잠깐동안 공중을 수놓는 듯 싶었다. 수십가닥이 한번에 뻗어나오더니 순간적으로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해서 은빛의 방패를 만들었고, 나 에게로 날아오던 불줄기는 그대로 막혀서 흩어졌다. 고작 시료스도 못 뚫는 그런 불줄기 가지고 날… 어라? 파라라락! 흩어진 불줄기가 다시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마법이… 깨지지 않았다는 것인 가? 내가 잠시 멍하니 있던 사이에 불줄기는 나를 덮쳤고, 나는 눈앞을 오가는 화 염에 아주 잠깐동안 당황해야했다. "페이그니스님!" "아아악!" 미리안의 외침과 라니안느의 비명이 동시에 들려왔다. 나는 이를 갈고는 드래곤 에게 주어지는 특수능력중의 하나인 마법저항을 발동했고, 나의 주위를 맴돌면서 나를 태워버릴듯이 발광하던 불들은 한순간에 조각조각나면서 흩어졌다. "제길… 꽤 되는데?" 나는 약간 그을린 망토와 옷가지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기본적으로 약간의 항 마력과 항원소력(방수, 방풍, 방화, 방전)을 가진 옷들의 한계를 넘어서 이것들을 조금이나마 그을리게 했다는 것이 상당히 맘에 안들었다. 이 옷들, 내가 디자인하 고 직접 만든 물건들이란 말이야! "꽤…하는군…" 저 앞에서 리치녀석이 나를 보면서 낮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는 옷들을 두어번 털면서 말했다. "네녀석… 인가? 라우네스를 그지경으로 만든 놈이?" "그지경? 쿠캬캬캬캬! 그거 맘에 드는 단어군! 블러드 스폰으로 만들었냐고 말하 는 것이라면, 그렇다. 내가 그랬다! 크캬캬캬캬!" 웃음소리가 상당히 거슬린다. 그리고 나는 머리속에서 떠오르는 한 인물의 이름 을 생각했다. 분명, 라스킨을 개조한 녀석의 이름이… "본데스. 네놈이 본데스냐?" "호오? 내 이름을 알아 주다니 그거 고맙군. 그래봤자 가명이지만 말이야. 캬캬 캬! 누구한테서 들었나? 오오오, 말하지마. 음…아마도 그 늑대왕이겠지? 지 마 누라를 살리자고 잡혀버린 바보자식 말이야. 어떻게 정신을 되살렸는지는 모르지 만 그래서 더 재미있게 되었지. 캬캬캬캬캬캬! 정식으로 소개할까? 내 이름은 본 데스, 본데스 더 리치. 물론 가명이야. 하지만 영수증에 싸인은 이것으로 한다네 …. 캬캬캬캬! 이미 알겠지만 매쉬암의 간부지" 본데스 더 리치Bonedeath The Rich? 나는 잠시 저놈이 물건사고 영수증에 싸인할 일이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 필기체로 휘갈겨 쓰겠지? 싸인받는 사람의 입장 에서는 참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할테고 말이야. …에이이잇! 왜 맨날 이렇게 희 한한 상상만 하고 앉아있는거야! 어쨌든, 매쉬암의 간부라고? 나는 저녀석이 간부 라는 말에 갑자기 물어볼 것이 생겼다. "물어볼 것이 있다!" "뭔가?" "총수의 이름이 체리랑스가 맞나?!" "아, 그렇지" "…여자냐?" "……그럼 남자이름이라고 생각했나?" 그녀석은 정말로 바보같다는 듯이 되물어왔고, 나는 순식간에 바보가 된 느낌이 었다. 아니, 남자이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설마 본명이라고 생각하지 않 는단 말이다! 본데스는 앙상한 손가락으로 턱뼈의 선을 긁으면서 말했다. "참고로 본명에 여자다. 아, 어째서 여자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해주겠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고 말이야" "일단, 동감한다" "호오…? 공처가군" 나는 그 말에서 뭔가 친근한 뉘앙스를 느꼈다. 나는 잠시 적대했던 일을 접어두 고서 진심을 담아 질문했다. "…자네도?" "이런곳에서 동지를 찾을 줄이야. 반갑네 공처가 동지. 크캬캬캬캬!" 나는 잠시 저녀석에게 아내가 있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적어도 정상적인 두뇌 를 가지고 있는 여자라면 저런 뼈다귀 리치하고 살고 싶지는 않을거 아닌가? 밤일 (?)도 시원찮을것 같고 말이야. 아니, 어쩌면 마법으로 그것을 대신할… 삼천포로 빠지는 짓거리는 그만하고. 나는 약간 의심스런 눈으로 녀석을 보았고, 한참을 웃 어대던 녀석은 나에게 말했다. "내 아내는 지금 박제가 되어 수정기둥안에 있다네! 정말로 아내를 수정속에 두 고서 사는 남편이 나 말고 또 있을까?! 크캬캬캬캬!" …미쳤군. 적어도 나는 저녀석의 말에서 진실이라는 것을 찾을수 있었다. 정말로 자기 아내를 수정기둥속에 박제해서 넣고서 모신다는 느낌이 파악 하고 다가왔다. 본데스는 또다시 한참을 웃다가 말했다. "공처가 끼리의 동지의식은 그만 두지. 싸우러 온것이 아닌가? 캬캬캬캬! 이것을 받아보실까?!" 본데스는 벼락같이 캐스팅을 끝마치고는 나에게 번개다발을 날리기 시작했다. 머 기라고 하더라도 최소 5초가 걸리는 캐스팅을 매끄럽고도 빠르게 0.5초에 끝내버 렸다? 저거 완전 미친 괴물 아냐! 나는 시료스에 마법해제의 마법을 걸고는 수십 가닥의 와이어를 뽑아서 공중을 미친듯이 점령해 버렸고, 번개줄기는 와이어에 갈 갈이 찢겨저 나갔다. 나는 약간 놀랐다는 표정을 띄고 있는 본데스에게 씨익 웃어 주면서 말했다. "선물 고맙다! 답례다! 받아라!" 파즈즈즈즈즈… 나의 손에 검은색의 번개덩어리가 생성되었다. 늑대들에게는 저주받은 불꽃을 선 사해 주었지만, 네녀석에게는 저주받은 번개[Damned Lightning]다! 파앙! 오브젝트를 설정하고 바로 나의 손을 떠난 번개는 주위의 빛을 빨아들일듯이 칠 흑의 빛을 품고는 본데스에게로 날아갔고, 본데스는 눈을 부릅뜨더니 연속적으로 캐스팅을 했다. 쾅! 콰앙! 펑! 콰작! 퍼벅! 본데스가 만든 마법장벽들에 나의 번개 덩어리가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네개의 장 벽이 무너졌고, 마지막 장벽에서 나의 번개 덩어리는 퍼벅하는 소리와 함께 깨지 면서 공중으로 방전되었다. 그리고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마법을 사용했다. "공격순서 체인지! 가라! 극한빙아(極寒氷牙)!" 나의 주위로 순식간에 8개의 얼음송곳이 만들어졌다. 공격마법중에 극한의 위치 에서 모든것을 얼려버리고, 파괴하는 아이스 투스 오브 인텐스 콜드Ice Tooth of Intense Cold, 극한빙아는 본바로 본데스에게로 향했고, 본데스의 흉흉하게 빛나 는 눈이 당혹감으로 커졌다. "으와아아악!" 처음으로 본데스가 당황해하는 비명을 질렸고, 본데스는 엄청나게 많은 방어마법 을 사용하였지만, 극한빙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 두개의 극한빙아를 막고 서 순식간에 열 두개의 방어마법이 깨져버렸고, 다른 여섯개가 본데스에게로 향하 고 있었다. 그리고 본데스의 입이 달싹거리는 순간,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파(破)!" 콰가강! 콰창! 날아가던 극한빙아는 나의 말에 반응하여 순식간에 수십개의 자잘한 얼음조각으 로 나뉘어졌고, 아마도 블링크계열의 마법을 쓰려던 본데스는 캐스팅을 하는 와중 에도 놀라고 있었다. 걸레가 되기전에 얼어버릴 것이다! !! 극한빙아의 조각들이 본데스의 몸에 닿을까 말까하는 순간, 본데스는 파박! 하고 꺼지듯이 사라졌고, 나는 급하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텔레포트는 아니다! 그렇다 면 주위 어딘가에 나타날터! "저… 절대영도의 마법…!" 난 나의 바로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라서 위를 급하게 올려다 보았다. 그러 자 오른쪽 어깨, 왼쪽 허리, 등 중간, 오른 발목과 왼다리의 허벅지가 꽁꽁 얼어 서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모습의 본데스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절망의 기 분을 한껏 담아서 말했다. "제길, 절망스럽군! 머리에 맞은게 하나도 없잖아!" "그게 절망이냐! 지금… 널 얕본걸 후회하고 있다. 웨이트 그래비티!" 퍼억! 나는 한순간 나에게로 가해지는 중력을 느끼면서 당혹했다. 웨이트 그래비티만은 드래곤급인걸? 100배의 중력이잖아? 하지만 나는 엄청나게 눌러대는 중력을 무시 하고 계속 떠있었고, 본데스는 놀라기 시작했다. "어, 어… 어떻게?!" "미안, 난 특이체질이라서" 나는 다시 마법저항을 발동했다. 그러나 나의 주위를 짓누르던 중력은 단숨에 사 라졌고, 본데스는 그 사이에 극한빙아의 조각에 스친 부위에서 점점 얼은 부분이 퍼져가자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제길… 네녀석…! 아주 이상한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것 같군! 어쩔수 없지… 이건 내 선물이다!" 본데스는 짧은 단어를 읇조렸고, 그러자 마을 저편에서 거대한 외침소리가 들려 왔다. "캬아아아아아아아!" 늑대인간…인가? 하지만 뭔가 틀린데? 나는 소리가 들려온 쪽을 보았다가 본데스 를 보았고, 그는 킬킬거리더니 말했다. "크키키키… 페헤레라스라는 이름의 멋진 여자 늑대지. 아니, 제이나라고 불러줘 야 하나? 캬캬캬캬! 어쨌든 좋아! 아주 멋진 주박(綢縛)이 걸려있지! 자기 남편 하고 같은것이 말이야! 이런? 스폰들을 꽤 데리고 왔지만 품질이 너무 낮았나보 군. 전부 죽었잖아?" "뭐?! 제기랄!" "크캬캬캬! 이번엔 당했지만! 너! 기억해 두겠어! 내 실력은 이게 다가 아니다! 캬캬캬캬캬!" 파밧! 본데스는 기분나쁜 웃음소리와 빛무리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텔레포트인가? 나는 본데스는 추적하려다 그만 두었다. 라스킨의 아내가 라스킨과 같은 주박, 그러니 까 '죽여라'라는 등의 막연한 주박이 걸려 있으면 아마 온 몸이 붕괴할 때까지 움 직이고, 또 움직일 것이다. 라스킨을 추적해서 없애는것은 간단하지만, 그 동안에 여기 있는 사람들과 늑대들이 제이나의 손에 죽고, 제이나도 죽을 것은 뻔한 상황 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본데스! 반드시 찾아가서 없애줄테다! "본데스! 끝까지 찾아가서 없버릴테다! 제길! 어떻데 드래곤의 피를 얻었는지도 알아내지 못했어!" 나는 하늘을 우러러 그렇게 소리쳤다. 싸움에 취해있다보니까 드래곤의 피를 어 떻게 손에 넣었는지 알아내는것을 잊어버렸어! 나는 내 머리를 쥐어박아가면서 제 이나가 한창 날뛰고 있을 장소로 날아갔다. 바보! 바보! 나는 바보야! 바보! "캬아아악!" "주모님! 주모님! 제발 진정 하십시… 어억!" "왕비시여! 노를 푸시고! 으왁!" 내가 날아서 제이나가 폭주하는 장소고 가 보았더니, 황금빛의 털가죽을 가진 호 리호리한 늑대인간이 주위의 기물과 생명체를 분간 하지 않고 부셔대고 있었다. 사람들과 늑대들은 혼연일체가 되어서 제이나의 폭주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었지 만, 제이나의 발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벌써 그녀의 손톱에 쓰러진 사람이 있는 듯 휘둘러지는 손톱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분명, 라스킨과 같은 주박이 걸려 있더라고했지? 싸이! 「그때와 같다. 라스킨과 같은 주박이 걸려있군」 마법적인 주박은? 그리고 개조당하진 않았어? 「마법적인 주박따위를 알아보는 일은 내 소관이 아니다. 개조? 라스킨처럼 개조 당했냐를 물어본다면 아니라고 해주지. 기억을 훑어보면 어떠한 개조도 당하지 않았다. 참고로, 마법적인 주박은 걸려있지 않다」 소관이 아니라면서 잘만 해주는군. 아무튼, 정신을 제압해! 그리고 복구시켜! 얼 마나 걸리지? 「흥, 뭘 하든 내맘이지. 그때와 같다. 하루에서 이틀」 그래? 해라! "캭!" 제이나가 갑자기 발광을 멈추었다. 팔을 휘두르다가 사이에게 정신이 완전히 제 압당한 제이나는 그대로 눈을 뒤집으면서 추욱 늘어졌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리치 본데스… 내가 한방 먹었어…" 제이나에 의한 사망자는 다행이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라니안느와 지나얀의 질 문공세와 머기의 눈빛공세를 당해내느라고 한참을 진땀빼야했다. 매우 뛰어난 정 령사에다가 극한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변명거리를 찾던 나는 급하 게 배낭에서 꺼낸 스크롤 북(마법주문을 캐스팅 없이 그대로 사용 가능하게 만든 스크롤Scroll 수십장을 모아 놓아서 책으로 만들어둔 물건. 마법공부를 끝내고서 심심풀이 삼아 만든 물건이다)으로 어떻게 위기를 잘 모면했지만, 만들기도 어려 워 구하기도 힘든 스크롤을 책으로 가지고 다니는 나의 정체가 대체 뭐냐는 듯이 물어오는 사람들의 눈초리에 나는 얼마간을 텐트속에서 두문불출 해야했다. 그리고 내가 본데스를 눌러버리고, 제이나를 조용하게 만든 시점에서 세시간 뒤 에 라스킨이 품에 라우네스를 안고는 늑대들과 함께 마을로 돌아왔다. 그의 표정 은 이겻음에도 불구하고 약간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자기를 향해서 환호하는 늑대 들과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라우네스의 시체를 화장하게 했다. 훌륭한 적장에게 표하는 최대의 예의인 화장을 베풀어 준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늑대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라스킨의 그릇이 크기 때문이라고 떠들면서 축제분위기를 스스 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처 싸움에 참가하지 못한 부족들이 병참으로 가 지고온 넉넉한 식량으로 툰드라의 늑대들 - 툰드라의 원주민들이 모인 통합 마을 은 승전과 라스킨의 재통치를 축하하는 향연장으로 바뀌었다. 툰드라의 일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리치 본데스를 추적해야하 는 과제가 남아있다. 드래곤의 피를 어떻게 구했는지 그것을 물어봐야한다. 안된 다면 힘으로도 알아내야겠지. 극소의 부분에선 드래곤급의 마법을 사용하지만, 아 직 나에 비하자면 한참 멀었어. 그런녀석 잡아서 족치는것은 일도 아니지. 슬슬 본데스를 잡으러 가볼까? -135- 004.Epilogue1 늑대왕 라스킨 Chapter Setion1 Epilogue : 늑대왕 라스킨. 나의 이름은 라스킨이다. 고대어로 늑대들을 지칭하는 라우스Raw's라는 단어에다 역시 왕을 지칭하는 단어인 킨Ckin을 붙여서 늑대들의 왕이라는 뜻을 지니는 라우 스 킨Raw's Ckin을 줄인 라스킨이 나의 이름이다. 본명은 '겨울밤의 울부짖음'이 라는 이름이다. 내가 태어난 날은 툰드라에서도 추운 겨울이었고, 나는 태어나자 마자 보통의 아기들과는 다르게 크게 울부짖으면서 태어났다고 하여 겨울밤의 울 부짖음이라는 이름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는 존경스러운 전사이신 아버지와 자애스러우신 어머니의 품에서 열 둘의 형제 와 함께 자라왔다. 아버지는 어느 부족에도 들어가지 않고서, 충분히 어머니와 우 리 형제들을 지킬 수 있는 아주 강한 전사였다. 툰드라의 역사에 한 시대를 장식 할 분이 바로 나의 아버지셨지만, 시간이라는 거대하고 느껴지지 않는 존재를 이 길수는 없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때까지만 해도 자유늑대로 살던 우리 가 족은 아버지의 위명에 눌려있던 주변 부족의 전사들에게 쫒기게 된다. 어째서일까. 받아줄 의사가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저들에게 우리의 몸을 의지할 것이다. 나 와 형제들은 충분히 강한 전사였다. 어머니는 늑대중에서도 몇 없는 샤먼Shaman이 었다. 우리는 충분히 어느 부족에라도 들어가서 자신들만의 입지를 만들고, 부족 을 살찌우게 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힘이 있으니 쫒기는 것은 툰드라의 법도에 맞지 않지만, 우린 너무나도 큰 힘이 었기에 오히려 그것을 두려워한 이들이 먼저 선수를 친다는 생각 아래에 우리들을 먼저 제거하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우리가 마침내는 '바람의 영이 머무는 평원'의 끝에 자리잡은 '끝없는 나락'이라 이름붙은 계곡까지 몰리게 되었다. 결 국 어머니는 그때까지 자신이 숨겨오고 계시던 능력을 우리들에게 밝히셨다. 모든이의 생명과 힘이 한명에게 집약된다. 이대로라면 모든이가 죽는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이대로 한명이라도 살아남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툰드라를 장악하는 일을 하겠는가, 아니면 모두가 싸우다 장렬히 죽겠는가. 우리 형제들은 모두 머리를 모았다. 그리 고는 결정했다. 우리는 한명의 몸에 모여 거대한 뜻을 이루기로. 그리고 내가 뽑혔다. 운명의 제비뽑기일까? 나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라는 탄식을 작게 읇조렸 다. 열 세개의 제비중에 단 하나. 그리고 그것을 내가 뽑았다. 형제들은 모두 웃 으면서 나에게 자신의 모든 생과 힘을 준다고 말하고는 아버지처럼 훌륭한 전사가 되어서 툰드라를 휩쓸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날 밤, 신속하게 이루어진 어머니의 의식에 열둘의 형제와 어머니는 나에게 자신의 힘과 생을 주고는 평원의 바람으로 화하였다. 100년. 보통 늑대들보다도 열배이상 강하고, 빠른 나는 툰드라 전역을 지배했다. 단지 100년이면 충분했다. 모든 분쟁을 종식시키고, '겨울밤의 울부짖음'의 이름 아래 모든 툰드라의 늑대들이 내 지배를 받아들이기로 선언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고대어로 된 이름이 주어졌다. 모든 늑대들의 왕. 위대한 영혼. 나는 그날부터 라스킨 화울Hwaoul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늑대왕 라스킨 이라는 칭호가 나의 이름이 되었다. 모든 늑대들의 위에 서면서, 나는 여러가지 일과 부딪히게 되었다. 부족간의 분 쟁을 어떻게든 막아보려하였고, 설령 부족간의 전투가 일어나도 뒤끝없이 해결하 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늑대들은 신이 내려주신 자신들 의 왕이라는 부담스러운 이름까지 붙여가면서 나를 추켜세웠다. 당혹스러웠다. 힘으로서 툰드라 늑대들의 위에 섰고, 단지 몇번의 중재자가 되어줄 뿐이었것만, 그들은 나에게 성군이라는 칭호를 쓰면서 나를 그들의 전설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의 나이가 200살이 되어서 왕이 된지 100주년이 거의 가깝게 되어갈때, 나는 완 벽하게 전설이 되고야 말았다. 보통 늑대인간의 수명은 120년을 넘지 못하기 때문 에 200살을 넘어서도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나의 모습은 그들에게 있어서 충 격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열두 형제의 목숨을 받았기 때문에 1200년정도 더 목숨 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것을 심드렁하게 받아 넘겼다. 나는 이 길고 긴 목 숨으로도 이미 전설이 되고 있었다. 3백년이라는 시간동안 늑대들위에 군림해 오면서 나는 한가지의회의가 들기 시작 했다. 어째서 우리 늑대들은 돌격밖에 못할까? 직선적인 성격. 뭐든지 숨기지 하 려들지 않는 솔직하고도 우직한 성격. 싸움에서도 너무 그런것이 드러난다고 생각 한다.(마스터 라이니시스께서는 그것이 전술이라고 하시는데, 단순하기 그지없는 싸움방법의 개량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뭔가 새로운 관점에서 이것들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변화가 없는 일족은 멸망한다. 분명, 툰드라의 늑대들에게는 변 화가 있었지만, 인간들과 같은 변화같이 빠르지 않았다. 인간들보다 수명도 짧은 우리는 그들보다 더 빠르게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가 하는 일은 영역 싸움과 사냥터를 둘러싼 분쟁만이 전부였다. 적어도 보통 늑대들의 입장에서 보자 면 그들의 인생은 단순히 싸움으로만 점철되도 모자를 그런 시간이지만, 400년을 넘게 살아왔고, 앞으로 1000년정도 더 살아가야 하는 나로서는 그런것은 지루하기 만 할 뿐이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솔직한 충격으로 다가온 늑대인간이 있었다. 라우네스. 원래이름은 '눈보라의 목소리'라는 이름을 가진 꼬마 늑대. 하지만 다른 늑대들 보다도 훨씬 머리가 좋았다. 거기에 보통 늑대들이 가지지 못한 참신하고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늑대들은 그 아이에게 '특이한 늑대'라는 뜻 의 고대어인 라우네스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내 이름인 라스 킨과는 차원이 틀린, 일종의 별명같은 이름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많이 아껴주었 다. 몸이 약해서 보통 늑대와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아이 의 참신한 시각과 독특한 사상이 늑대들의 발전을 위한 윤활유가 되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우연찮게도 인간으로 변할 수 있는 트헨티의 피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 아이는 정말로 늑대들의 발전을 위한 실마리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는 그 아이에게 일반 늑대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겪게 하고, 그 독특한 시각을 좀더 키워오고, 늑대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도록 더 많은 수업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인간세상으로의 여행을 명했 고, 다른 늑대들에게서 반골로 취급받던 라우네스는 매우 기뻐하면서 여행의 길을 떠났다. 그리고 라우네스는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던 힘인 마법을 배우고 돌아왔 다. 샤먼이 있어서 주술적인 의식을 행하기는 하지만, 마법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 고 사용하기도 어려운데다가 혈통에 따라 재능으로 분류되는 샤먼과는 다르게 배 우고자 하면 최하의 마법이라도 배울 수가 있는 마법은 획기적인 힘이고, 라우네 스는 그것을 배워왔다. 그리고 그 아이는 타고난 지략과 마법으로 부족의 이인자 가 되었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그 아이를 인정했고, 그 아이도 인정받으 려 애를썼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부족내에서도 그아이를 옹호하는 여론이 생 성되고 있었고, 점점 라우네스는 자신의 입지관을 굳혀나가기 시작했고, 많은 늑 대들이 라우네스의 사상에 감화되어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라우네스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배웠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늑대들의 피와 살이 되었다. 하지만 지도자의 자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자리다. 늑대들을 지배한지 300년 동안 나에게는 아내가 없었다. 어차피 아내를 가진다고 하여도 몇십년을 못가서 그냥 죽어버리고 말것을 뭣하러 가지려 애를 쓴다는 것인 가? 나는 주위에서 들어오는 모든 청을 거절했다. 자신의 딸을 바쳐서 나와 유력 한 관계를 맺으려한 부족들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의도만을 받아 들였고, 그들의 딸을 받은적은 없었다. 그래서 한때는 내가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그런 늑대로 알려졌었다. 웃음나오는 일이지만 어쩔수가 없는 일이다. 사실, 내가 봐도 난 무의식적으로 그런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움직이는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 였기 때문이다. 라우네스는 내게 말했다. 좀 더 큰 변화를 만들것이라면 자신이 주축이 되는것이 아니라 좀더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그런 의미에서 주모 님을 외부에서 데려오는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 충고를 듣고는 몇번 나가본일이 없는 툰드라 밖으로 신부를 찾기위항 여행을 시작했고 운 좋게 트헨티일족의 베리온부족에서 제이나라고 하는 참한 여자를 만날 수 있었다. 진취적인 이상과 추진력, 그리고 나에 만만찮은 패기가 있는 제이나에게 나는 툰 드라의 주모가 되어줄것을 부탁햇고, 그녀는 순순히 응했다. 그리고 그녀를 데리 고서 돌아가던 도중, 본데스라는 리치에게 습격을 당해 간신히 제이나만을 도망치 게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의 정신은 막연한 안개속에 휩쌓이게 되었다. 나의 주군이신 마스터 라이니시스를 만나기 전까지. "너따위 반골의 말을 들을 가치는 전혀 없어!" "왜 그렇게만 비딱하게 생각하십니까?!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냥을 하면 되지 않 느냐구요!" "그래서 지금 고작 순록들에게 등을 보이라는 말이냐!" "후퇴전술이 얼마나 전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모르십니까?!" "그것은 긍지와 자존심의 문제야! 우리 늑대는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긍지와 자존심이 아니라 쓸데없는 보수적 가치와 오기지요! 도망이 아니라고 했 잖습니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의 후퇴란 말입니다!" "그렇게 전진한 이보따위는 가치가 없다!" "왜 그렇게 단정지으시는 것입니까!" 툰드라의 아침. 여느때 같았으면 늑대들이 끙끙대면서 뒤척거리고 있거나, 아니 면 늑대인간의 아이들이 늑대와 같이 뒹굴면서 까르륵거릴 시간에 갑작스럽게 찾 아온 소란은 늑대들에게 한숨을 자아내게 했다. 그들의 한숨에 섞인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또냐?' 킨스킨과 라우네스. 이 둘은 부족에서도 알아주는 물과 불이었다. 전략과 전술로 적을 혼란시켜서 목적을 이루는 라우네스의 전법은 그간 늑대들 사이에서 통용되 어오던 싸움법, 그러니까 즉흥적인 다각도 돌격과 추격으로 적을 지치게하고, 그 틈을 노리는 방법과는 전혀 달랐다. 미리 적의 진로를 예상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 워서 몰아 붙이는 라우네스의 방법과 그간 수천년 전부터 툰드라의 늑대들이 사용 해오던 방법의 대립은 저 두명으로 고스란히 좁혀진다. 킨스킨은 라우네스를 상대하면서 가소롭다는 생각을 했다. 고작해야 육박전도 못 하고 입으로 나불대면서 싸우는 주제에 왕이 감싸주고 옹호해주는 사람이 늘어났 다고 돌격대장인 자신에게 바락바락 대들면서 기어 오르는 모습은 일견 가소롭기 까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보게들… 오늘은 좀 참아들 주게나… 오늘은 영광스러운 날이 아닌가? 그 많 은 청혼들을 거절하고 라스킨님이 직접 주모님이 되실분을 찾아 나서는 그런 날 이 아닌가?" 마을의 장로인 '불꽃으로 휩쌓인 손'은 점잖게 둘을 타일렀고, 둘을 서로를 노려 보면서 씩씩거렸다. 일견 타협의 용의가 전혀 없어 보이는 저 둘은 라스킨이 없으 면 더더욱 서로의 가치관만을 주장하면서 티격태격 할것이다. "무슨 소란인가?" 그때, 한쪽에서 위엄찬 목소리가 들려왔고, 라우네스와 킨스킨의 주위에서 그들 을 구경하고 있던 늑대들은 황급히 소리가 난쪽을 향해 엎드렸다. 그리고 서로를 잡아먹을듯이 노려보면서 싸우던 라우네스와 킨스킨은 다른 늑대들과 같이 무릎을 꿇으면서 왕을 배알할 준비를 했다. "아뢰옵기 송구스럽사오나… 킨스킨과 라우네스가…" 불꽃으로 휩쌓인 손은 정중하게 라스킨에게 말했고, 눈이 시릴정도의 은백색 털 을 가진 라스킨은 피식하고 웃었다. 자신이 잠시 부족을 비우려고 하는 날에도 저 러다니… 그리고 라스킨은 생각했다. 지금, 여기서 누구의 편을 들어주어야 하는 지가 문제라고. 라우네스는 이른바 신진세력이다.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은 같으나 그 사상 이 전혀 틀린 새로운 물결인 것이다. 그리고 킨스킨은 그동안 늑대들이 고수하고 있어오던 보수적인 보수파이다. 둘의 충돌을 불가피한 것이고, 자신이 잠시 떠나 있는 동안에는 더욱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라스킨은 선택을 내렸다. 지금까지 는 라우네스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지금은 보수파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 라우 네스를 잠시 자중하게 하는것이 좋다. "라우네스. 너무 부족을 소란스럽게 하지 말아라" "예?! 와, 왕이시여… 저는…!" "그만두어라. 내가 떠나는 날까지 이렇게 소란을 만들어야 하겠는가!" "그렇지만…" "시끄럽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부족을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자중해라! 알겠 나?!" 라우네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 누구도 거부할 수가 없는 툰드라의 지배자가 내리 는 명령이다. 그는 침통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변에서 그를 질시하고 시기하는 늑대들이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옆에서 킨스킨이 킬킬거리는 소리는 그를 더욱 더 절망에 빠뜨 리게 했다. 대체 왕이 왜 그런단 말인가? 늑대들의 새시대를 열기 위해서 타지역 의 주모님을 맞이하러 가시는 저분이 대체 왜 자신에게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 었다.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려면 유력한 배경이 있어야 하는 것을 모르시는 분이 아닌데 어째서 그런단 말인가! 라우네스는 왕이 떠난 이후에도 자신의 천막에 틀어박혀서 조용히 지냈다. 그간 자신의 뜻을 따라주던 친우들도 왕의 그 한마디 때문에 모두 자신을 찾는것을 꺼 려하게 되었다. 왜! 왜! 왜! 어째서! 왕이시여! 왕이시여! 대답해 주소서! 왕이시여! 대체 왜 그랬습니까! 라우네스가 조금더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엇으면, 라스킨의 의도를 해석할 수 가 있었겠지만, 라스킨에게서 그런 말을 들었을때는 이미 정신적으로 흥분해 있는 상태였고 그 뒤에 느껴진 절망감이 너무나 큰 나머지 그를 감성적으로 이끌고 가 버렸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타박당하고 살아온 라우네스는 가장 믿어주던 존재가 자신을 부정함에 따라서 더이상의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라우네스는 걷고 있었다. 여긴 어디? 라우네스는 걷고 있지 않았다. 어디 여긴? 흰 눈보라. 에일듯한 추위. 라우네스는 생각했다. 잠시 자신을 추스리려고 마을을 나와서 걷고, 걸었다. 아 니, 날았었나? 아무튼 그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라우네스는 걷다가 쓰러졌고, 다 시 걸었다. 체력적으로 약한 그에게 툰드라의 눈보라는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추 위를 막아주는 마법을 사용하면 간단한 일이지만, 그의 혼란스런 정신은 캐스팅을 할 스펠을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라우네스는 마법을 사용하려는 시 도 조차 하지 않았다. "왕이시여! 왕이시여! 왜 그러셨습니까!" 라우네스는 눈보라를 향해 고함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라우네스는 무릎을 뚫 은 채로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고함질렀다. "이럴려고 절 바깥세상으로 내보내신 것입니까! 이렇게 하시려고 저를 그토록 옹 호해주셨던 것입니까! 왕이시여! 왕이시여어!" 믿고있는 존재가 컸기에 배신당했다는 기분도 컸다. 라우네스는 눈밭에 엎드려서 오열했고,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어떤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다. "새로운 질서를 세우지 않겠는가?" "누, 누구냐!" 라우네스의 눈에 보인것은 앙상한 몸을 로브로 가렸지만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 인간이었다. 라우네스는 순간적으로 풍겨져 나오는 마법의 기운으로 매우 강 한 마법사라는것을 알아차렸다. "새로운 질서를 자신의 힘으로 세워보지 않겠는가?" 라우네스는 자신의 앞에있는 인간의 정체를 밝히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들어 온 물음에 먼저 답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정체가 어쨌든지는 상관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 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힘도 없는 내가?" "힘? 호오… 힘이 모자른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작게나마 보태주지" "어, 어떻게?" "별거 아니야. 너는 그냥 하겠다고만 하면 돼. 하겠나?" 눈보라는 그쳐있었다. 라우네스는 간간히 눈꽃이 휘날리는 백설의 평원에서 검은 색으로 치장한 인간을 보았다. 흰색의 검은색. 어울리지 않는 색이다. 마치 자신 처럼 어울리지 않는다. 라우네스는 말했다. "하겠어" 【왕이시여. 그때 저는 어리석었습니다. 왕의 의도를 미처 눈치채지 못한채로 단 순히 절망감에 취해 일을 저질러 버렸지요. 하지만 저는 그 생각을 하는 지금의 저 자신을 어리석다고 생각합니다. 왕의 도움은 필요가 없습니다. 새 질서를 세 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힘과 그를 따르는 무리입니다. 저는 그것을 얻었습니 다. 더이상 왕에게 힘을 요청하지 않아도 저는 왕이 될 수가 있습니다. 제 힘은 그렇게 강합니다. 저는 당당하게 말하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뛰어 넘었노라고. 그리고 여태까지 없었던 당신의 권위에 도전하겠습니다. 나는… 당신을 넘어 툰 드라에 얼어붙어있던 보수적 가치관을 전부 갈아 엎을 것입니다. 늑대들의 미래 를 위해서! 그리고 툰드라를 위해!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그리고 이제는 저의 적이 되어버리신 당신께 저는 도전합니다. 대화와 화합이라는 요소는 인간들의 외교에서 꿈과도 같은 요소지요. 하지만 그것은 꿈입니다. 서로가 자신이 가진 최후의 이해관계법을 적용하지 않겠습니까? 항복해 주신다면 그것보다 좋은것이 없지요. 당신의 피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전혀 듣지 않으실것 같군요. 장소와 날짜를 정해주십시오. 그리고 페헤레라스님은 잘 모시고 있습니 다. 어떠한 가혹행위도 없으니 안심하시지요】 라스킨은 자신이 얼마나 라우네스를 이해하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자신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전혀 아니었다. 자신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라우네스가 얼마나 절박하게 자신에게 매달려 있었는지. 그 끈이 얼마나 가늘었는 지 전혀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 그는 모든것이 자신의 죄라고 생각했다. 실질적으 로도 그것을 자신의 죄였다. 하지만 그는 일족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때로는 자기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 이미 라우네스의 일은 돌 이킬수가 없다. 그래서 라스킨은 침통하지만 크게 외쳐야 했다. "결전이다!" '바람의 영이 머무는 평원'에서 라스킨은 많은 늑대들을 이끌고서 라우네스와의 결전을 선포했고, 그래서 그는 지금 이곳에 와있었다. 라스킨과 라우네스는 지금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가마위에 앉아서 서로를 보고잇던 라스킨과 라우네스. 그리고 라스킨의 입이 먼저 열렸다. "라우네스! 네가 이렇게 되어버릴줄은 몰랐다. 정말로 배신을 하려는가!" "웃겨주시는군요!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그것을 먼저 따져보시지요!" "그래서 그 결론이 이것이란 말인가! 이렇게 할 수 밖에는 없단 말인가!" "이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한 법입니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은 한낱 몽상가의 궤변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요!" "힘을 얻었다는 것인가! 그래서 이런다는 말인가!" "물론이지요! 저는 툰드라에 새로운 질서를 세울 것입니다! 라우네스의 이름 아 래! 늑대들의 신시대를 열 것입니다! 라스킨이시여! 나의 왕이셨던 늑대여! 보수 적 가치관을 끌어안고 몰락해주셔야 겠습니다! "라우네스! 결국 너와 나의 타협점은 없는 것인가!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수 많은 목숨과 피가 필요하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렇게 전사들을 데리고 나와서까지 전투를 회피하려 하시는것입니까! 타협점은 절대로 없습니다! 오로지 피와 피의 혈투만이 있을뿐! 당신과 나의 가치관을 두 고서 벌이는 처절한 싸움만이 있을 뿐입니다!" 라스킨은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차라리 그러고 싶었다. 라우네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처절한 피고름이 맺혀있었다. 피를 토하듯이 쥐어짜는듯한 말. 라스킨 은 고개를 숙였다. 라우네스를 구제할 방법이라고는 이제 저 심장에 자신의 손톱 을 꽃아넣는 수 외에는 없었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먼저 선발대가 나가서 서로간의 힘을 측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양익(兩翼)의 부 대가 각자 맡은바의 소신을 다해 적을 물리친다. 단순한 전법이지만, 복잡한 수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라스킨과 라우네스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서로를 잘 알 고 있기에 대대적인 부대운용에서는 단순하게 나갈수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라스 킨은 진격과 충돌, 전투 상황을 보면서 부족별로 나뉘어진 분대들을 지휘했다. 크 게 보자면, 그러니까 멀리있던 라이니시스의 눈에는 두개의 집단이 치열하게 싸우 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에서는 라스킨의 명령과 라우네스의 계략대로 서로가 자리 를 바꿔가면서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차를 두고서 떠난 양익부대가 혼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라스킨은 다시 라우네스가 어떤 계략을 가지 고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쯤 나서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라우네스가 나섰다. 라우네스의 중앙군이 앞으로 나서면서 둘로 갈라졌다. 가장 밀리고 있던 선발대 에는 전혀 증원을 하지 않을 모양인지 두 부대는 나뉘어져서 각각 좌익과 우익군 을 도우려 하고 있있고, 두개로 나위어진 중앙군의 앞에는 각각 일곱의 칠흑같은 까만 털을 가진 늑대인간들이 달려가고 있었다. 거기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 치챈 라스킨이 서둘러서 자신의 부대를 움직이려고 했다. 라우네스가 변신했다. 라스킨은 경악했다. 흰색의 비늘이 덮인 모습은 지금의 자신과 같았다. 액화질소 의 브레스를 뿜을때도 라스킨은 진격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라우네스도 개조를 당 한 것이다. 아니, 라우네스는 어쩌면 자신의 의지로 개조를 희망했을런지 모르겠 다. 순식간에 우위를 점하고 있던 선발대가 사라져버렸다. 라스킨은 쥐어짜는 목 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이것이 너의 싸움인가! 힘으로 누를 뿐인 이것이!" 라우네스라면… 예전의 라우네스라면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라스킨은 단지 힘 으로 눌러버릴 뿐인 이 모습을 보면서 몸을 떨었다. 브레스의 여운으로 제자리에 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라우네스를 보면서 분노와 슬픔에 몸을 떨었다. 자신의 부 하들마저도 매정하게 없애버린 라우네스의 처사와 타락해버린 그의 영혼에 슬퍼했 다. "가자…" 라스킨의 나즈막한 한마디는 순식간에 얼이 빠져있던 중앙군 늑대들을 제정신으 로 돌아오게 했다. 그리고 라스킨의 중앙군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라스킨은 그때 한편에서 날아오는 붉은 점을 보았다. "마, 마스터?" 라이니시스는 뭔가에 잔뜩 화가 난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는 두 군데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이던 라우네스의 양익부대에서 각각 일곱의 검은 늑대인간들을 죽여버렸 다. 그리고는 라우네스를 노려보더니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라우네스는… 제 몫이군요…" 라스킨은 중얼거렸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개입하겠다던 라이니시스는 그 말을 지켰다. 그리고 라우네스는 일순간에 사라진 열넷의 스폰들에 대해서 허 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양익부대에서는 싸움을 멈추었다. 라우네스 의 부대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승기가 사라졌다는 것을. 남은것은 라스킨과 라우 네스의 처절한 해후뿐이라는것을. 라스킨은 땅을 박찼다. 라우네스도 땅을 박찼다. 둘을 서로를 향해서 울부짖었다. 왕이시여! 왕이시여! 라우네스! 라우네스! 라우네스의 손톱이 라스킨의 가슴을 훑으면서 비늘과 충동해 불꽃을 튀겼다. 그 리고 라스킨의 손톱이 라우네스의 어깨에 박혔다. 공중에서 충돌한 그들은 라우네 스가 얼려놓은 선발대들의 중간으로 떨어졌다. 그 둘이 땅과 충돌하가 푸르른 얼 음조각들이 산산히 부서져 비산했다. 왕이시여! 아십니까? 저는 당신과 같은 눈높이에서 당신을 보고 싶었습니다. 왕이시여! 저는 당신의 옆에서 당신을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짧은 생, 당신을 위해서 바치고 싶었습니다! 왕이시여! 어째서 저를 저버리셨습니까! 저는… 슬픕니다. 왕이시여! 라우네스는 눈물을 흘리면서 라스킨과 싸웠다. 자신에의 슬픔. 라스킨에의 슬픔. 자신은 왕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왕과 늑대들을 위해 자신의 생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왕이시여! 존경하고 사랑하는 왕이시여!" "라우네스!" "아십니까! 당신이 인정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기뻤습니다! 단지 그것 뿐이었 습니다!" "나의 죄다. 그것은 모두 나의 죄다! 라우네스!" 라우네스는 눈물을 훔쳤다. 왕은 후회하고 있었다. 그것으로 라우네스는 이미 만 족했다. 라우세는 라스킨을 향해 주먹을 지르며 소리쳤다. "왕이시여! 아십니까! 저는 당신에게서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만나보지 못한 아버지의 환영을!" 라우네스는 고아였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라스킨에게 매달린 것일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환영을 라스킨에게서 찾고 있었다. 그래서 단 한번 뿐이었지만, 자신을 부정했을때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아들처럼, 그는 절망했 다. 그래서 그는 이런 극단적인 결과를 낳게 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왕이시여! 나의 왕이시여!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저는 처음으로 당신과 대등한 위치에 섰습니다!" 라우네스는 지금 기뻐하고 있었다. 마치 아버지에게 크게 인정받은 아들의 모습 처럼 그는 라스킨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는 하나만으로도 기뻐하고 있었다. 라스 킨은 그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엔 라우네스를 이 해할 수가 있었다. '우리는… 이런 운명이었구나. 라우네스' 라스킨은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최후의 최후까지 와 서야 상대를 이해하게 되다니. 라스킨은 이순간 만큼은 자신의 신을 저주하고 싶 었다. "라우네스… 미안하다…" 라스킨은 라우네스의 심장에 손톱을 박아넣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푸르르 떨고 있는 라우네스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면서 말했다. "너 같은 아들이 있었으면하고… 늘 생각했다…" "무리… 하시는군요…… 아버지…" 라우네스는 미소를 지었다.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원을 이루었 다. "제가… 한… 일들, 욱! 은… 아들의…… 투정…" 라스킨은 이해하고 있었다. 라우네스가 자신에게 그랬던것은 그저 아버지에게 인 정받고 싶어하는 아들의 투정이자 몸부림이었다. 그것을 이제야 이해하다니… 라 스킨은 처음으로 자기 자신에게 환멸을 느꼈다. 침통해하는 라스킨의 얼굴을 보던 라우네스는 마지막으로 모든 힘을 쥐어짜서 외쳤다. "가슴을 펴십시오! 위대한 영혼이여! 나의 왕이시여!" 그리고 라우네스는 쓰러졌다. 라스킨은 눈물을 흘렸다. 결국… 이 모든것은 자신 의 잘못이었다. "라우네스… 라우네스…" 라스킨은 눈을 뜨고 미소를 지은채 죽은 라우네스의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는 하늘을 향애 포효했다. "크워어어어어…" 한없는 슬픔이 맺힌 슬픔의 울부짖음이 바람의 영이 떠도는 평원에 가득 울렸다. "우어어어…" 그것은 아주 잠깐동안 일어났던 반란의 종막이자 라스킨의 승전을 알리는 울부짖 음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으로의 후회가 가득한 부덕한 왕이자 아버지의 슬픔 이 맺힌 울부짖음이었다. 라우네스의 시체는 화장되었다. 극도의 경의를 담은 장례인 화장은 그 가루가 바 람과 하나되어 세상을 떠돌게 된다. 라스킨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성의로서 라우네스를 장사지냈다. 라스킨은 자신이 직접 가루를 바람에 실려 날리겠다고 했 다. 그리고는 라우네스의 뼛가루가 담긴 상자를 들고 걷고, 또 걸었다. "라우네스… 네가 좋아하던 장소였지…" 라스킨이 도착한 장소는 평소에 라우네스가 좋아하던 바위산이었다. 험하지만 그 만큼 높고, 전망이 좋아서 라우네스가 좋아했다. '라스킨님. 언젠가는 전 이 봉우리에서 툰드라에게 외칠거예요. 보아라! 나는 해 냈도다! 나의 꿈을 이루었노라! 라고요' '그래? 흠… 그것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난 그때의 참관인이 되고 싶구나' '하하하. 그래주신다면 정말로 고맙지요. 아, 슬슬 가봐야 하지 않아요?' 라스킨은 뼛가루를 한줌 쥐어서 봉우리를 감싸는 바람에 실어 보냈다. 그리고 그 것을 반복했다. 유백색의 가루는 바람을 타고 봉우리를 한차례 감싼다음 툰드라를 향해서 바람을 타고 날았다. "잘가라… 라우네스" 라스킨은 그토록 라우네스가 좋아했던 평원을 바라보면서 또다시 눈물을 떨구었 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지도 않고 작게 말했다. "내 아들아…" - Epilogue Over. p.s "라스킨. 본데스의 거처가 어딘지 알고 있지?" "예. 그렇습니다만?" "상세하게 알려줘. 나는 녀석을 추적할 테니까" "예? 저, 저는요?" "너? 툰드라를 정리해야지. 왕이 이럴때도 자릴 비우면 어쩌자는거야?" "괜찮습니다. 여기서 그렇게 멀지도 않습니다. 설마 반란이 한전 더 일어나겠습 니까? "…너 정말 왕 맞아?" "하하하. 그렇게 말하시지 마세요. 안그래도 찔립니다" "뭐, 네가 상관없다는데 말릴건 없지. 네 아내 깨어나면 얼굴이나 보고 떠나도록 하지. 괜찮지?" "아, 네" "그래. 그럼… 나미아야! 어디있니! 아빠랑 놀자꾸나!" "으응! 아빠!" -136- 004.A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제때 날아와서 본데스를 격퇴시켰기에 상당한 치하를 들었던 나는, 툰드라를 떠 나고서 며칠 뒤에 다른 인간 일행들이 안보이는 곳에서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조 용한 비난을 받았다. 그렇게 의욕없고 성의없이 기분만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냐고 조용하게 묻는 그녀들의 앞에서 나는 정말로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다. "오래되어 보이기는 했지만, 인간의 리치잖아요? 충분히 해치울 수도 있는데 뭐 하러 인사니, 답례니 하는 절차를 따졌죠?" "그때는 말이야… 정체의 문제도 있고, 내가 조금 흥분한 상태여서…" "미리안이 다쳤잖아요? 아무리 치료할 약이 많다고는 해도, 그것은 남편으로서의 도리가 아니예요. 앗, 설마 '아직 결혼식은 안했어'라는 둥의 시시한 농담을 꺼 내시려는 것은 아니죠? 두 엘프 여자가 한 남자하고 결혼하는 것은 아무리 그 상 대가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엘프들의 사회에서는 농담거리 이상도, 이하도 안된 다는거 아시잖아요?" '아직 결혼식도 안올렸는데 무슨 남편이야?'라는 말을 꺼내려던 나는 에실루나의 완벽한 컷팅Cuting에 찍소리도 못한채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리고 미리안은 이제 는 다 나아서 예전의 모습 그대로의 피부를 유지하고 있는 오른팔과 나를 번갈아 보면서 가끔 한숨을 쉬는것으로 날 조여왔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하군. 그녀들과 나의 관계를 기정화 시켜버렸기 때 문에 나는 꼼짝없이 그녀들에게 잡혀살아야 하는 인생이었다. 다른 드래곤들이 보 았다가는 '레드 드래곤 주제에 엘프한테 잡혀사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거 야 뭐 개인의 차이다. 나는 인간에 더 가깝고, 여성에게는 친절한 타입이라서 말 이야. 아, 어쩌면 잡혀사는 타입일지도 모르겠다. 에실루나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녀가 엘프식의 '아내의 도리'를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을 언제나 사랑하여, 그에게 충실하고, 항상 믿으며, 잘 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도록 지적하고…… 등등의 도리 말이다. 그래서 지금 그녀 는 그 도리 중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고치도록 지적한다'의 사항을 확실히 수 행하고 있었다. 지금 그녀가 나에게 엘프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강요하는 것은 물론 아니었다. 하 지만 자신의 아내의 오른팔이 시꺼멓게 탄화되어있다고까지 말 할 수 있는 모습이 고, 그 원흉이 멀쩡하게 눈 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도 놓쳤다는 점에서 에실루나 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얼핏보자면 화내는 느낌도 들지만, 화를 낸다고 하여도 나는 그녀들에게 뭔가 꺼낼 변명거리가 없다. 또한 본데스는 매쉬암의 주구다. 그 리고 에실루나는 5년전 이래로 매쉬암에 대해서 추적중이다.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는 그런 존재를 나 때문에 놓쳤으니, 여러모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렇 다고 그녀가 본데스를 잡을 확율은 별로이기 때문에 그런 말은 언급 안하고 있지 만 말이야. 솔직하게 말해서, 처음에는 '그깟 리치 따위야' 정도로 생각하고 가볍게 해치우 려고 했지만 의외로 마법수준이 높았고, 내가 나의 힘을 보인답시고 괜히 극강한 마법을 사용해서 빈틈을 내준 것이 애초의 잘못이었다. 진짜로 내가 그녀석을 상 대하려 했다면 극한빙아는 꺼내지도 않고, 초보급의 마법들의 연계기를 사용해 아 작을 내놨을 것이다. 마법이란 것이 고등한 것만 뻥뻥 터뜨린다고 능사가 아니다. 진짜 노련하고 진짜 실력있는 마법사들은 초보 마법사도 쓸 수 있는 그런 주문들 을 이용해서 적을 쓰러뜨린다. 극강한 마법은 그만큼 빈틈이 크기 때문에 결정적 인 순간이나 여유가 있을때 사용하는 것이지, 나처럼 혼전을 겪고 있을때 극한빙 아같이 블링크 한방으로 피할 수 있는 그런 고등마법을 사용하는것은 바보짓이란 말이다. 차라리 플라이의 상태에서 정령술과 마법을 조합해서 조금씩 데미지를 주 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큰것을 한방 터뜨려 주면 본데스를 잡았을 수도 있는 노릇 이었다. 그럴만한 실력이 된다! 같은 나이의 드래곤들 중에서도 마법력이 최강을 자랑하는 나다. 몇백년동안 마법을 배워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추태를 보인 것이다. 하아, 갑자기 내 자신에의 환멸이 드누나… "당사자인 미리안이 가만히 있고, 반성하시는것 같으니까 조용하게 끝낼게요. 하 지만 라이니시스. 조금만 더 침착해져 보세요. 최근들어서 너무 흥분해 있으신것 같아요" "응. 그래. 알았어 에실루나" 에실루나는 잠깐 걱정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고 보니, 툰드라에 들어와서 는 조금씩이나마 흥분하고 있었던것 같다. 추운 날씨 대문도 아니고, 별다른 이유 도 없지만, 왠지 내가 약간 흥분해 있었다는 점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결정적 으로 내가 본데스를 놓친것이 그것이지. 시료스를 사용해서 묶어버렸으면 그만인 데 괜히 흥분해서 마법사용하다가 일행들에게서 이상한 눈초리나 사고, 두 애인들 (인지 아내들인지)에게서 핀잔도 듣고… 우으으윽! 조금만 더 정신차리고 살자꾸 나 라이니시스! 지금의 상황을 말하자면, 총 10명의 다종족 파티(인간, 엘프, 늑대인간, 드래곤) 인 우리 일행은 툰드라의 서남쪽으로 빠져나와서 계속 남하(南下)중이었다. 목표 는 본데스가 '있음직한'장소. 툰드라에서 라스킨에게 물어보았고, 지금도 물어보 고 있는 것이지만, 라스킨은 정확하게는 본데스의 거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 근처에 가기까지는 모를까, 미약한 기억이 시키는 대로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고, 그 방향은 툰드라의 서남쪽 제국땅이었다. 느낌상 제국령 바깥은 아니라 고 말하고 있으니, 제국내를 잘 뒤지다 보면 본데스를 잡아서 족칠수가 있을 것이 다. 그런 이유로 우린 제국의 수도인 케리팔Kalipal로 향하고 있다. "오늘이 몇일이지?" "음? 5월 30일정도 되었을거야" "5월 29일이예요" 에실루나는 조용히 말했고, 킬과 츠렌은 잠시 머쓱해 해야 했다. 언제나 시간관 념이 정확한 에실루나에게 혼돈을 주려면 적당히 기절시켜서 며칠 못일어나게 해 야 될 것 같다는 망상을 해본다. 아니, 그래도 그녀는 시간을 잘 셀 수가 있을거 야. 음음. 그런데 벌써 5월 중순이 끝나는건가? 툰드라에서 그 통합마을을 빠져나 와 남하하기 시작한게… 거의 일주일쯤? 아, 갑자기 날짜가 좀 엉키는 구나. 그래 도 하루종일 자면서 버린 시간은 없으니까 패스하자. 나는 킬을 보면서 말했다. "케리팔까지는 얼마나 남았지요?" "에… 그러니까 별 일 없이 잘 가면 열흘정도입니다. 중간에 마을이 여섯개하고, 도시는 세개니까… 노숙하는 날은 별로 없습니다. 혹시 또 매쉬암이 이번엔 마을 을 뭉개놓았다면 이야기가 틀려지겠지요. 하하하핫! 부수는 것보다 만드는게 더 어렵다고, 마을을 만들었으니 부수는것도 별로 그들에겐 어려울것이 아니라고 생 각합니다만" 킬의 말에 나미아를 제외한 다른이들은 전부 미소를 띄웠다. 설마하니 매쉬암이 정말로 마을을 없앴을까. 지금까지 매쉬암이 한 일로 봐서는 여러 나라의 정계와 약간씩의 연줄이 닿아있는것은 확실하나, 그 국가 내에서 마을하나를 없애고 그것 을 함구화 시킬 정도의 힘은 없을 것이다. 그럴 힘이 있었다면, 애시당초 우리는 지명수배자로 몰려서 쫓기는 몸이 되어야 하겠지. 그쪽이 매쉬암에게 있어서는 훨 씬 더 편하니까 말이야. 라스킨의 등에 업혀있는 나미아는 역시 이해를 하지 못하 는지 '웅~'하면서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어린아이에게는 조금 어려운 농담 일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저러다 갑자기 이해할 수도 있다. 아직까지도 나미아라 는 아이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음… 이거 아빠로서 실격감 이 아닌가? "합격이야" "…에?" "아빠는 아빠 합격이야. 그러니까 괜찮아요. 하지만 나미아는 똑똑하지만 은근히 바보인 아저씨(킬)가 말한거 잘 모르겠어요" 나미라는 아미를 찌푸리면서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음… 또 봤구나. "나미아야. 아직도 보이니?" "가끔. 아주 가아끔. 우웅… 그런데 이거 너무 무거워요" 나미아는 목에 걸고있는 팬던트를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마법 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는 저것이 의외로 나미아의 능력을 억제하고 있는것 같아서 나미아에게 쓰게 했는데, 조금 무거운가?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는 미리안에 게 말했다. "그래? 미리안, 나중에 쉴 때 팬던트 끈에 경량화 마법이라도 걸어줘봐" "네"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미아는 방긋 웃었다. 음… 저것도 꽤나 강력한 마 법 억제기라서 말이야. 물건에 따라서 강도를 다르게 했는데 저 팬턴트는 그 중에 서도 좀 센편이다. 그래서 사용자의 마법도 약간씩 억제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나미아의 능력발현을 막기에는 적당하겠지만… 나미아의 능력은 마법이 아니잖아? 나는 나중에 레어로 돌아가면 저 팬턴트를 다시한번 재조사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일단 제국 수도에 가면 뭔가 더 확실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라스킨 이 말했기에 우리는 케리팔로 향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지금의 안내는 여느때와 같이 킬이 하고 있었다. 케리팔은 제국의 중심에 있으니까 거기면 라스킨이 본데 스에게서 개조당한 장소를 추적하기가 조금이나마 용의해질 것이다. 그곳이 본데 스의 아지트라든가, 또는 그곳에 본데스가 있으리라고 기대는 별로 안하지만, 정 보라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아, 라스킨 아저씨 또 제이나 언니 생각한다! 꺄르르르!" 나미아는 까르륵거렸고, 라스킨은 곤혹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자의에 의 해서 우리를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제대로된 신혼생활도 즐기기 전에 아내와 떨어져 버린 라스킨은 자주 제이나를 생각하는가 보다. 그건 그렇고, 나미이야. 가끔이라고 하지 않았니? 이건 꽤 자주네? "우연성이 겹치면 자주가 되요. 웅~ 또 보고 말았어요. 에헤헤" 하긴. 우연성도 겹치면 자주지.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러려니 했다. 자 기도 제어할 수가 없는 능력이라는데, 내가 뭘 어쩌리? 얼른 일 끝내고 레어로 돌 아가서 나미아에게 능력을 봉인할 물건이나 만들어 줘야겠다. "방은?" "남자 넷, 여자 다섯에 애 하나" "나미아 숙녀란 말이예요오!" "…정정. 남자넷에 여자 여섯" "4인용 하나에 3인용 두개면 되겠죠?" 우리는 케리팔로 가는 길에서 오후 8시쯤 도시 하나 발결 할 수가 있었다. 봄이 마악 한창인 5월이라서 해는 슬슬 저물때였고, 도시를 지나서 그냥 갈 정도로 우 리의 여정은 그렇게 급한 일이 아니었기에(애시당초 움직이는 본데스가 아닌 그의 연구시설-정도로 불러도 되겠지?-이 목표였으니까 천천히 가자는 분위기다) 우리 는 마을에 머물게 되었다. 툰드라에서 여기까지 오는동안 마을을 비롯해 도시라고 는 전혀 발견 할 수가 없었기에,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정도 느긋하게 머물고 수도 로 이동하고자 하였다. "그러면, 여기는 툰즈 프로티와 같은 도시인가?" "아마" "그런거야. 근데 킬… 좀 다 삼키고 이야기 해주겠어?" "아아" 우리는 그렇게 머문 여관에서 지금까지 순록고기와 빈약한 아채로만 때웠던 그간 의 식단의 기억을 전부 소거시켜 버리기로 하고는 요리다운 요리를 먹는데에 심취 해 있었다. 원주민과 늑대들의 요리도 상당히 먹을만 했지만, 일주일간을 걷다보 면 요리에는 약간 소흘해진다. 그런 동안에 순록 훈제육과 순록 육포, 가벼운 야 채와 딱딱한 흑빵(그냥, 밀가루 반죽하고 뭉쳐내서 구워낸 것)으로 식사를 때우다 가 보니까 평소에 먹던 '보통 음식'의 고마움을 알 것만 같았다. 특히나 나미아는 어린아이가 버티기 힘든 그런 식단이라서 요 며칠사이에는 라스킨의 등에 업혀왔 었다.(…라는 이유를 달지만, 사실은 나미아가 자기때문에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는 이유로 업히는것을 사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이유를 달아주고, 나미아 를 납득시킨 후에 라스킨이 업고온 것이지) -137- 004.A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디리딩~ "거대한 의지가 낳은 한명의 사람…" 디링~ "세상에 태어나 지금 길을 걷는다…" 식사하다가 갑자기 들려온 음악소리에 우리 일행은 물론이거니와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 모두가 한곳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곳에는 여행자용 로 브(일반 로브에 비해 가볍다. 로브가 이불을 둘러쓰고 다니는 거라면, 이것은 가 벼운 천을 둘러쓰는 것이다)를 걸치고서 녹색의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쓴채 류트를 타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어째서 단정짓느냐면… 목소리가 남자잖아? "소설가이자 시인 '케틸'의 '의지의 서시'네요?" 지나얀은 단 두 소절과 류트의 음만으로도 저 사람이 부르려는 노래가 무엇인지 알아냈나보다. 우리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리고는 다시 그에게로 집중했다. 그리고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으며(여관 주인조차도 넋을 놓고 그 의 노래-서시였나?-를 듣고 있었다) 계속 연주했고, 우리는 그의 말과 연주에 점 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호오… 실력이 굉장한걸? 무엇보다도 목소리가 좋아. 남자 치고는 엄청나게 많이 올라가는 목소리인걸? 바이브레이션로 좋고 말이야. 대략… 4 옥타브? 아냐, 예전에 악기와 성악을 배울때를 잘 생각해 보면… "그 나무위에 열매가 열리네에-" "4 옥타브 반?" 나는 최고조에 이른 음에서 엄청난 고음을 느꼈다. 어떤 사람들이 귀를 막을 정 도로의 고음이었고, 그 순간만은 마치 남자가 아닌듯 싶었다. 아악! 거짓말이야! 남자가 4옥타브 반이라고?! 여자도 힘든데! 단지 고음만이 아니라 그 음에 어울리 는 목소리.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어느 일류극장의 무대에서도 손색없이 사람들을 사로잡을 그런 목소리이다. 그것도 확성기가 필요 없을걸? 나는 잠시 고음의 목소 리 보다도 그런 목소리를 내고, 유지하는 저사람의 성대가 대체 어떤 구조일까 궁 금해졌다. 성악을 배워봤는데 나는 4옥타브가 한계라구! 그렇게 사람들이 감탄하면서,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들어와서 가게의 매상에 일조를 하는 1시간 반동안의 연주와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너나 할것 없이 박수 를 쳐대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꾸벅 꾸벅 숙이면서 사람들에게 일일이 감사를 표 시했고, 사람들의 박수는 더욱 커졌다. 물론, 우리 일행도 박수소리를 높였다는것 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 뭐 저런 사람이 다있어? 그는 한참동안 답인사를 하고 는 손을 들러올려서 사람들을 잠시 조용하게 했다. 그리고 그는 모자를 벗었는데, 예상대로 남자였다.(여자얼굴이었다면 순식간에 난리가 터졌을거야) 뭔가 사람을 상당히 편안하게 해주는 얼굴에 검은 머리가 어깨를 살짝 덮드락까지 기른 모습은 이야기에 나오는 멋쟁이 음유시인과도 비슷했다. 그는 모자를 벗고는 그것을 가슴 에 대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세상은 언제나 빛나고 아름다운것! 그리고 서로 돕고 사는 것입니다! 이 밤에, 툰드라의 늑대소리가 아련히 들려올… 아, 10일거리니까 조금 멀군요" 그는 능청맞게 말을 바꿨고, 사람들은 와하면서 웃었다. 음? 그런데 여기서 툰드 라가 10일인가? 음… 하긴, 우리가 좀 빨리 걸었으니까 보통사람들의 속도로는 10 일쯤 되겠지.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고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런 밤에 여러분의 귀에 실례를 끼쳐드린 이 미거한 소생의 이름은 브 라이언트입니다. 아, 귀에 실례가 되지 않으셨다고요? 그러면 그거 다행입니다. 입만 뺀질거리면서 살아남은놈이 노래도 못부르면, 그거 굶어 죽어야 할 노릇 아 닙니까?" "푸하하하!" "아하하하하하!" "허허허!" 각양각색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흠… 아무래도 저 생활 오래 한 모습이군. 브 라이언트는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긁적거리고는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기 오늘 하루 여기서 묵어갈수 있게 노래값좀 주시지 않으 시겠습니까? 땡전한푼 없는 음유시인의 생활은… 아아! 고달퍼라, 고달퍼라" 그는 팔을 늘어뜨리고는 그렇게 말했고, 사람들은 웃었지만 선뜻 나서는 이는 없 었다. 흠… 세상인심 참 야박하군. 몇몇사람들은 약간 생각해 보는 눈치였고, 여 관주인도 매상을 약간이나마 올려주었으니까 하루정도 무전취식을 허락해 볼까 하 는 눈치였지만, 그래도 상인된 입장에서 공짜장사는 안된다는 강경한 표정이 번갈 아서 떠오르고 있었다. 나 이거참. 보통 수도에서 멀 수록 사람들의 인심은 좋아 야 하는거 아닌가? 나는 오른손을 가볍게 들고는 손가락을 따악 튀겨서 시선을 모 으고는 말했다. "브라이언트라고 했지요? 내가 내겠소" "아아앗! 정말 감사합니다! 신사분의 이름은?" "페이그니스라고 합니다" "아아! 페이그니스씨께 무한한 영광있으라! 합석해도 되죠?" "물론" 브라이언트는 천정을 우러러 감사기도를 하고는 우리자리로 왔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들을 보면서 '저사람이 아니면 내가 했을텐데…'라는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에라이 지저분한 사람들아. 자신의 양심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소이까? 우리 일 행은 약간의 자리를 남겨주었고, 그는 내 자리의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 왜 내 옆 자리가 아닌가 하면,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필사적으로 나와의 거리를 벌리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라이언트는 자리에 앉더니 푸하~ 하고 숨을 크게 돌리고는 물 컵에 담긴 물을 꿀꺽꿀꺽 마시고는 시원하게 말했다. "캬하! 목구멍이 갈라지는줄 알았네. 한시간 반동안 쉬지않고서 목을 혹사시키면 그거 건강에 상당히 안좋습니다. 나중에 후두염이라도 걸리면 그게 또 얼마나 성 가신지, 그런 사람들 많이 봐왔어요" "착한데… 겉으로만 떠벌이야. 거기에 한 여자 생각으로만 가득해" 미리안의 옆에 앉아있던 나미아는 떠들어대는 브라이언트를 보면서 따악 정의를 내려버렸고, 그러자 곧 브라이언트는 미소짔는 표정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런, 나 미아야. 아무래도 봉인기를 좀 더 강한 것으로 걸어야 겠구나. 굳어버린 브라이언 트에게 미리안은 당황해하면서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이아이가 조금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요…" "그, 그렇습니까? 이거, 너, 너무 정확하게 읽힌것 같군요… 아하하하하하…" 브라이언트는 미소짓는 표정 그대로 허망한 웃음소리를 내었고, 나미아는 검지손 가락을 빨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으윽, 아무래도 가정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 이같구나. 그리고 나미아가 잠시 조용해진 테이블을 둘러보다가 손뼉을 따악 치면 서 말했다. "아! 츠렌언니하고 비슷하게 생겼다!" "에에? 나?" "응! 저 아저씨가 생각하는 여자, 츠렌언니하고 비슷해!" 허망한 웃음소리를 내던 브라이언트는 잠시 츠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리고 는 생글거리면서 웃고 있는 나미아를 보고, 다시 츠렌을 바라본 뒤에 얼굴에서 핏 기가 싸악 빠져나갔다. 이, 이런! "나미아야. 그럼 안되잖니. 사람의 마음이 보여도, 그것을 말하는것은 옳지 않아 요" 미리안은 다급하게 나미아를 타일렀고, 나미아는 미리안을 보다가 말했다. "왜에?" 너무나 당돌하게 반문하는 나미아의 표정은 '그게 뭐가 나쁜데?'라고 말하는 표 정이었고, 그래서 미처 그 대답을 준비하지 못한 미리안은 정신적으로 숨이 막힌 사람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게 왜?'라는 시선을 보내는 행동으로 미리안을 당황하게 하고 있을때, 에실루나가 그녀에게 구원의 손 길을 보내주었다. "그건 사람마다 각자 숨기고 싶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저기 브라이언트씨도 숨기고 싶은일을 들키니까 당황해하고 있잖니? 감추고 싶은것을 함부로 들춰내면 그 사람은 상처입게 된단다. 나미아도 누군가 널 다치게 하는것은 싫지? 그러니 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라" "우웅… 어려워요. 하지만 알겠어요. 내가 저 아저씨 마음 다치게 했죠? 아저씨 미안해요" 나미아는 에실루나의 말을듣고는 잠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브라이언트 에게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고, 브라이언트는 약간은 억지로 웃으면서 괜 찮다고 답해주었다. 그는 정신적으로 갈증에 시달리는 표정을 하고는 물컵의 물을 단숨에 마셨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을 적당히 갈무리 하고는 말했다. "후우… 제가 오늘 아주 기연을 만나는가 보네요. 아침에 본 카드점에서 오늘 하 루는 평온할 것이다 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거꾸로 읽은것 같군요" "나미아의 아버지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나는 그에게 일단 고개를 숙여서 사과했다. 자식이 벌여놓은 일이지만, 아직 어 린아이이니 그 부모가 사과하는것은 당연하지. 하지만 가정교육을 잘못 시킨것은 절대 아니다. 아직 시작도 안한것에 대해서 타박을 들으면, 역시 좀 억울하겠지만 말이다. 브라이언트는 손을 저으면서 괜찮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뭐, 아직도 저 자신이 제가 벌인일에 대해서 미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 다. 츠렌이라고 하셨습니까? 나미아양의 말대로 제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는 여자 랑 비슷하시군요. 그녀 때문에 이렇게 떠나왔는데… 역시 전 제 자신에게 미련이 많나 봅니다" 청년기에 있는 그의 얼굴에서는 세상의 모진 풍파를 다 겪고 살아온 사람의 옆얼 굴이 보였다. 뭔가 깊은 사연이 있는 일이 있었는것 같았지만… 좀처럼 그에게 물 어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약간 우회성이 짙은 말을 건넸다. "음… 어떤일이 있었는지 묻고는 싶지만, 초면에 실례겠지요" "…빠졌습니다" "예?" "그런 말의 뒤에는 '그렇지만 괜찮으시다면 들려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라는 말 이 들어가야 하는거 아닙니까? 부주의 하시군요. 말을 빼먹으시다니" 그는 한쪽눈을 찡긋하면서 말했고, 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봐요, 그쪽 이 먼저 심각하게 나가니까 내가 일부러 빼먹은 것이라구. 브라이언트는 씨익 하 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잠깐 나미아를 보더니 다시 우리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것은 여러분이 처음이군요.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고 그냥 가 리라고 마음먹었는데, 아무래도 신께서는 나미아양에게 저로 하여금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셨나 봅니다. 지루하실지도 모르지만, 이런 특별한 만남을 축복하는 의미에서 잠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사 합니다" 그는 경건한 태도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그렇게 말했고, 우리는 아무런 거부의 의사도 띄우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미소짓는 얼굴로 말을 할 수가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하지요. 먼저 말해놓을 것은… 제가 케리팔에서 모 극단 에 소속된 연극배우였다는 것입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브라이언트의 이야기는 그의 직업대로 한편의 연극 같았다. 그가 3년 전부터 오 늘에 이르기까지 생각하고, 겪은 이야기는 순식간에 우리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을 휘어잡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단언하건데, 그가 배 우로 있었던 극장과 극단은 제국 내에서도 최고급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의 화 술과 손동작, 억양등은 최고급의 배우였기 때문이다. 비록, 체계적으로 연극은 배 우지는 않았지만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감탄의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는 그 사 실과, 나도 꽤 감동하고 있다는 사실로 증명되기 때문이다. 거짓을 잘 파악해내는 엘프가 저렇게 감탄하고 있다면, 그의 말은 정말로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곳에 와있는 것이구요" -138- 004.A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은 무작정 여행중이시군요" "예. 지금에 와서 수도로 돌아가도 어떻게 될 노릇도 아닙니다. 그곳의 사람들은 저를 매우 싫어하니까요" 그는 쓰게 웃었다. 겉보기에는 쾌활하게 살고 있지만, 속에서는 그가 겪은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많은 번민을 거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에게 서 진한 동질감을 느꼈다. 후우… 정말이지,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은 기분이군. "아, 이거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군요. 흐음… 그렇다면, 분위기를 좀 띄워볼까 요?" 그는 활짝 웃으면서 다른이들을 독려했고, 그의 말에 우리는 피식러기면서 미소 를 띄워야 했다. 당사자가 저렇게 밝게 지내려고 하는데, 이야기를 들은 우리들이 어둡게 있으면 안될 노릇이지. 아무렴. 그는 다시 류트를 꺼내서 연주하려는 자세 를 취했고, 나는 그를 잠깐 멈추게 했다. "아, 잠시 멈춰주세요" "예? 왜 그러시죠?" "잠깐만, 아주 잠시면 되니까 기다려 주십시오" 그는 영문을 모른채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재차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급하게 방으로 올라가서 배낭을 뒤졌다. 음… 류트에 어울리는… 음음… 좋아! 나는 한송 에는 플룻과 다른손에는 바이올린을 가지고는 다시 내려왔고, 브라이언트의 표정 을 의아함에서 환하게 바뀌었다. 혼자서 연주하면 심심하지 않겠수? "미리안, 받아" 나는 미리안에게 플룻을 건네었고, 그녀는 '예?'하는 표정을 짓더니 플룻을 받아 들고는 이내 이해했다는듯이 미소를 띄웠다. 5년동안 레어에서 그녀와 지낸 시간 에는 그녀가 나를 졸라서 플룻을 가르쳐준 시간도 있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트는 내가 바이올린, 미리안이 플룻을 드는것을 보고는 헛하고 웃더니 말했다. "음… 혹시 '인주하의 강'을 하실 수 있으십니까?" 인주하의 강?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 다른것이면 몰라도 인주하의 강을 할 줄 아냐고 물으면 그거 큰 실례인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악기든 목소리든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가 인주하의 강이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이지요" "신이 나자고 하는 음악이니까… 템포는 알레그로Allegro입니다. 그리고… 약간 변형시킨 곡이니까 제가 먼저 하고 난 다음에 따라오세요" 변곡이라는 소리지? 나는 미리안을 보았고, 그녀는 알았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 다. 기본적인 베이스는 알고 있으미까, 변형곡이라고 해도 별 탈없이 갈 수 있을 거야. 여차하면 애드립으로 넘어가도 되지. 인주하의 강은 기본곡이니만큼 변곡도 다양해서 그 패턴이 상당히 많으니까. 브라이언트는 발로 바닥을 구르면서 템포를 알려왔고, 나와 미리안은 그것을 듣고서는 템포를 기억했다. 나의 발과 미리안의 발의 템포가 브라이언트와 맞아 떨어졌을때, 그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새벽에 지는 별이 강물빛에 머물고 아침에 뜨는 해가 별빛들을 지우네 강가의 모래사장은 언제나 아름답고 나만의 세뇨리타도 언제나 아름답네 아아아 아름다운 그곳 아아아 인주하의 강아 사람들이 모여드는 그곳 흰 돛배의 선착장 여행자의 발길에는 거칠 것 하나도 없다네 근심과 걱정은 모두 강물에 띄우고 우리의 희망을 모두 저배에 실었네 아아아 아름다운 그곳 아아아 인주하의 강아 브라이언트의 목소리가 다시 여관안을 휘감고 돌았다. 나도 입이 상당히 근질거 리는것이 같이 노래를 하고 싶었지만, 바이올린 때문에 불가능했고, 그래서 나는 꾸욱 참고서 그의 류트음에 맞추어 연주를 계속했다. 아아악! 노래하고 싶단 말이 야! 인주하의 강이란 노래는 시종일관 인주하강(Injsuha江)과 세뇨리타Senorita를 칭 송하고 있는 노래이다. 꽤나 통속적인 리듬이지만, 곡의 내면에는 자연을 사랑하 고, 자기가 사는 지역을 사랑하는 향토적 내용이라서 사람들이 즐겨 부른다. 귀족 들에게도 인기가 높은데, 어느 정도냐 하면 '인주하의 강'을 모티브로 한 왈츠 음 악과 미뉴에트Minuet(고도로 양식화된 우아한 표현이 특징이며, 스텝의 폭이 작은 데서 붙여진 이름. 3/4박자의 무용과 그 무곡舞曲을 말한다)가 있을 정도이다. 물 론, 제국 내에서 그렇다는 말이지. 레리첸트나 사이에그롭, 남반구 동부쪽에 있는 메실런과 페트록 같은 나라에서는 음악을 배울때의 기본곡쯤으로 취급되고 있다. 아마도 강력한 제국에 대해서 나름대로 반발해보겠다는 취지가 아닐까 싶지만, 뭐 그런 문제는 넘어 가자고. 대략 10여분의 경쾌한 연주가 끝나자 주위의 사람들이 박수를 쳐왔다. 브라이언 트가 우리 자리에 앉은뒤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의 욕구가 이제야 풀린듯 한 모습들이다. 끄응… 이것들 보쇼, 내가 이사람 불러와서 앉히지 않았다면 당신 들의 욕구는 처음부터 원천봉쇄였어! 쳇, 이래서 인간이 싫어진다고. 으이구. "후우… 조금 힘들었어요. 변곡은 여러개 연주해 봤지만, 이런 변곡은 처음이예 요" 미리안은 플룻을 내려놓고서는(내려놓은 플룻을 곧바로 나미아의 손으로 들어가 게 되었다)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 확실히 브라이언트가 직접 만든 느낌이 드는 그 변곡은 참으로 여기저기 변화가 너무 많았어. 거의 노래를 새로 썼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수준이군. 리믹스Remix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경쾌한 음악이야. 뭐랄 까… 시골의 작은 마을에서 축제를 벌일때에 쓰는 그런 춤곡의 느낌이군. 브라이 언트는 싱긋 웃더니 말했다. "저희 고향에서는 이렇게 연주를 하곤 합니다. 사람들의 박수소리로 박자를 넣어 주면 훨씬더 신명이 나지요. 하하하, 조금 우울했던 마음이 싸악 가셨군요. 아아 앗! 꼬마숙녀분, 제발 말하지 말아줘요. 어쨌든 전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까" 플룻을 들고 장난에 집중하다가 뭔가 그의 말에 토를 달려했던 나미아는 헤죽 웃 고는 다시 플룻에 집중했다. 으윽… 이젠 악기를 가르쳐 달라고 할지도 모르겠구 나. 브라이언트는 나의 도움으로 여관에 방을 잡아서 머물수가 있게 되었다. 그는 여 러차례에 걸쳐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고, 나는 내가 나미아의 일로 그에게 죄송 하다고 했을때 그가 보여준 행동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방으로 오게 되었다. "페이그니스씨. 브라이언트라는 사람, 참 뭐랄까…로맨티스트군요?" 내가 멍하니 침대에 앉아있을때 킬이 말을 걸어왔고, 나는 팔베게를 한채 천정을 보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라면… 그와 같은 행동은 정말로 못할듯 싶군요" 그렇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도 해 보았다. 물론, 나 는 나의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렸다. 하지만 그는 어찌보면 나보다도 더 어려운 선택을 감행한 것이고, 그런 면에서 그는 참으로 존경스럽고, 경외스럽고, 그만큼 바보같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 "로맨티스트는… 무섭고도 바보라지요. 그의 생각 나름대로는 그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지만… 조금 바보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요? 아아… 다행입니다. 사실은 저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나도" 우리의 대화에 머기가 아주 조용하지만 갑작스럽게 끼어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고, 뒤이어 머기의 머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그런짓 못해" 그리고 나와 킬은 동시에 풋하고 웃었다. 머기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아서 모르지 만, 아마도 약간 붉게 상기되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서 우리들은 잠시동안 조용하게 있었다. 라스킨은, 아마도 이런 문제에서는 조금 둔한것 같은 지 그냥 우리의 이야기를 멀뚱멀뚱 듣고만 있을 뿐이다. 라스킨아, 라스킨아. 이 런 이야기는 적어도 인간으로서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란다. 툰드라의 늑대 인 너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보아라. 미리안과 에실루나도 이해하고 있 다. 그러고 보면 드워프들에게도 조금 어려울지도… "그는 어쩔 생각일까요?" 킬은 갑자기 말했고, 나는 잠시 딴생각을 하느라고 아주 잠깐 당황했다. 글쎄… 그거야 잘 모르겠지만… "예? 아, 예. 글쎄요. 정처없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알 아서 하지 않고 정처없는 시간의 흐름에 맡긴다는 표시이며, 무의식중에 북쪽으 로 왔다는 것은… 글쎄요. 죽으려는 생각일까요?" "아마도 그의 마음이 따르는 대로 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국 에서 북쪽이 가리키는 의미는 겨울이니까요. 그의 마음이 겨울처럼 춥고, 시리다 는 의미가 아닐까요?" 킬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는 어쨌든 로맨티스트이며, 이성보다도 감성이 훨씬더 풍부한 사람같다. 그러니, 그는 이성이 시키는대로 목적지를 정하고 떠나는 것이 아닌 되는대로 발길 옮겨서 이곳으로 온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토대로 삼아서 생 각해 보자면, 지금 그의 마음은 황량하고 차가울 겨울일 것이다. 그래서 그가 가 진 천부적 감성이 시키는대로 북쪽으로 북쪽으로 향해왔을 것이다. 킬은 깊게 한 숨을 쉬면서 말했다. "저대로 죽을 생각이라면… 정말 안타까워요. 앞으로 많은 나날이 남았는데… 그 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있을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죽으면 정말로 덧없는 인생입니 다. 멋이고 뭐고 없습니다" "맞습니다. 그가 겪은 일들을 잊으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는 왠지 삶의 의욕을 잃은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킬을 보았고,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 니까 후회는 하지 않지만, 나미아가 말해준 그의 마음상태를 그가 긍정했듯이 그 는 자기 자신에의 미련이 많은것 같았다. 그랬기에 지금 그는 완전히 삶의 의욕을 상실한듯이 보인다. 되는대로 바람따라 시간따라 흘러가는 것은 음유시인 답지만, 아무래도 생기가 없어 보이잖아? "툰드라로 보내면 어떨까요?" "뭐?" "네?" 갑자기 들려온 라스킨의 말에 나는 상체를 일으켜서 그를 바라보았다. 라스킨은 머쓱하게 웃더니 말했다. "저희 늑대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내려옵니다. '정말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면 툰드라의 한복판으로 가라. 더도말도 덜도 말고 딱 3일간을 버텨봐라. 그러면 어느샌가 너는 삶의 의지가 가득할 것이다'라는 말이지요. 툰드라의 대자연과 그 추위에 맞서서 홀로 있게 되다보면, 자신이 얼마나 초라해 지는지 느끼고, 죽으 려고 생각하는게 얼마나 덧없는 생각인지 깨닫게 된다는 말입니다. 가끔 어울리 지도 않게 우울증걸린 늑대들 치료하는 고전적이고 확실한 방법이죠. 브라이언트 라는 사람도 거의 비슷한거 같은데, 어차피 할 일도 없으니 툰드라로 보내보는것 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킬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툰드라로 보낸다고?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잖 아? 우리는 서로를 보면서 미소지었다. 노래와 이야기 값으로, 우리는 그에게 삶 의 의지를 선물하는 것이다! 브라이언트는 조금 의아해했지만, 라스킨의 간절한 부탁으로 여기보다도 훨씬 더 먼 북쪽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늑대왕이라고는 밝힐수가 없어서, 그냥 그곳 부족 민이라고 소개를 하였고, 부족에게 급히 전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연락방법과 어 제밤에 갈겨쓴 편지를 그에게 주었다. 물론, 보지 말아달라는 말도 덧붙이고 약간 의 보석과 금화도 곁들여서. 그는 순순히 요청에 응했고, 그 날 툰드라로 떠나게 되었다. 어차피 정처없이 흘러가는 인생이 될것인데, 잠깐동안 목적을 가져보아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싸이를 통해서 약간 부추겨 주었기 때문에 그는 순순히 툰 드라로 향했다. "페이그니스님. 그에게 뭘 선물하실 생각이예요?" 미리안은 이미 무슨일인지 알았는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질문해왔고, 나는 미소지 으면서 답했다. "삶의 의지. 물론, 그가 찾을 수 있다면 말이야" 미리안은 고개를 약간 갸웃했다. 찾는다는 의미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겠지. 그리 고 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아. 갑시다! 이대로 길만 따라서 곧장가면 케리팔입니다!' 가자. 케리팔로! ……였는데… 나는 닫혀진 감옥문과 어두컴컴한 실내를 보면서 벽에 기대앉아 망연히 중얼거렸 다. "…근데 왜 우리가 수도에 와서 이렇게 갇혀 있어야 하지?" "모르겠군요…" 킬은 힘없이 대답했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나가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지금 나가게 되면 지명수배자가 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보다도 대체 왜 우리가 지금 이런꼴을 당해야 하는거야! -139- 004.A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브라이언트와 헤어지고서, 우리는 길을따라 한눈팔지 않고 곧상 수도인 케리팔로 도착했다. 수도까지 뻗어있는 길에는 마을도 많고, 도시도 몇개 있어서 노숙을 하 지 않아 좋았고, 검문때도 엘프가 두명이나 있는 것이 신분보장이 되어서 매우 스 무스하게 들어와서 좋았다. 그리고 츠렌의 소개로 좋은 여관에서 푸욱 쉬면서 잡 담을 나누고 있는 상황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우리에게로 케리팔의 가드Guard들 이 들이닥치는 것이 아닌가? 영문도 없이 문답 무용으로 동행 + 연행을 요구하고 강요하는 그들에게 우리는 뭐라고 한마디 제대로 말도 못한채 끌려와서 감옥에 갇 히게 되었다. 물론, 그들에게 대항해서 그들 전부를 땅에 눕혀 버릴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툰즈 프로티나 환드리안같은 지방자치제의 소도시가 아니라 제국의 수도이다. 함부로 날뛰었다가는 일이 커져서 나에게는 큰 상관 없겠지만, 앞으로 킬 일행의 행동에 많은 지장이 생길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명수배 된다든지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겠지. "여자들은 지금 어디있지?" "글쎄요… 아마 다른 감옥에 갇혀있겠지요. 그건 그렇고, 정말 감옥 잘 만들었는 데요? 쇠창살이 아니라 단단한 철문으로 가둬놓은것을 보면, 우리가 무슨 국사범 (國事犯)이라도 된것 같습니다?" 국사범? 쉽게 말해서, 간첩행위라도 한것 같다는 건가? 나는 잠시 성룡이 되고서 부터 내 인생을 점검해 보았고, 지난 5년간 물건사러 제국땅 조금 밟아본것 빼고 는 나와 제국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 간첩질이야 사람들 을 속여먹고 하는게 재미있고 스릴있겠지만, 그거야 사기꾼들인 그린 드래곤들이 자주 하는 짓거리지. 그린 드래곤 녀석들은 유희를 나와서 제일먼저 해보는 일들 중에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는게 '간첩'이니까 말이야. 나머지는 '외교관'과 '사기 꾼'이다. 정보를 빼내고, 그로 인해서 허둥대는 인간들을 볼 때마다 가학적 욕구 배출의 카타르시스Katharsis를 느낀다나? 블랙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변태 성향이 라니까.(그리고 그들을 우리에게 말한다. 폭력성향의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가 킬을 향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음… 킬씨. 솔직히 말하시죠? 무슨 간첩행위 하십니까?" "그쪽이야 말로 솔직히 말하시죠. 늑대왕을 수하로 부리는 남자가 더 수상한 것 아닙니까?" "그거야 제 인덕과 실력이 빚어낸 결과지요. 그렇게 말하시는 그쪽도 수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만?" "허어, 사람 의심 찰 잘하시네요. 여태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나와 킬은 그렇게 만담을 시작했고, 그러는 나의 귀에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목소 리가 있었다. "영양가 없는 사람들" …이봐요 머기씨. 당신이 그런 말 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킬과 나는 적당한 수준에서 만담을 끝냈다. 웃어주는 청중이 없으니, 만담을 계 속 해봤자 역시 재미가 없거든. 나는 그래서 잠시 벽을 두어군데 두들겨 보았고, 우리와 저 밖을 격리시키는 유일한 통로인 철문도 만져보았다. 흐음… 역시 왕궁 의 감옥이라 그런지 잘 만들어졌네? "페이그니스씨 정령술이나, 라스킨씨의 힘이면 얼마든지 나갈 수도 있지만… 그 러면 안되겠죠?" "그렇겠지요. 적어도 가둔사람 성의를 봐서도 그러면 안되지요. 하하하핫" 머기의 마법으로도 나갈 수는 있지만, 구금되면서 마법사들에게는 마법을 사용하 지 못하게 방해하는 억압구(抑壓具)를 씌웠기 때문에 머기의 마법으로는 힘들다. 뭐, 머기의 마법은 강한 편이라서 억압구로도 다 억압을 못하지만, 평소의 마법력 에서 3/4이 떨어져 나갔으니 머기는 의기소침 상태다. 머기에게 채워진 마법구는 졍교한 자물쇠와 마법의 조화로 만들어져 그의 팔에 감겨있기 때문에 보통의 방법 으로는 도저히 풀 방법이 없다. 내가 조금 힘을 쓰던지, 아님 라스킨이 힘으로 끊 어버리면 간단하지만, 그건 내가 말한대로 가둔 사람의 성의를 봐서도 그러면 안 되겠지. 파하하핫! 그러고 보면, 배낭속에 여러가지 물건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물건들을 우리가 끌려나올때 그들의 손에 들려 있었지. 흠… 시료스도 빼았겨 버 렸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내 물건들은 내가 자의로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하 기 전까지는 다른사람의 손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않도록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배 낭은 아마 열리지도 않을 것이며, 시료스는 무게 때문에 사용하지고 못하겠고, 검 은 마법기능을 전혀 발하지 않는 평범한 검으로 된단 말이야. 그리고 모양에 탐나 서 내 물건들을 가지고 간다고 하더라도, 내가 손가락 한번만 튕기면 나에게도 돌 아올 물건들이다. 결국, 나는 언제든지 어떻게든 여기서 나의 물건들을 찾고 나갈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가혹행위는 없는걸로 보아서는 평화롭게 해 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것 같으니까 그냥 어떻게 나오는지 구경이나 하자구. 하 아, 여관에서만큼은 편한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유 있구나아~ "마스터. 잡아냈습니다. 여기서 서서남쪽으로 곧장가면 본데스의 연구시설을 찾 을 수 있습니다" "아, 그래? 수고했어. 좀 쉬어라" 여태까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명상하는 자세로 본데스의 연구시설이 어디있는 지 본능으로, 강화된 뒤의 더욱 발달된 동물적 본능으로 본데스의 연구시설을 찾 던 라스킨이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는 정해졌고, 이제 가는 일만 남았것만… 대체 왜 가둔거야? "그건 그렇고… 츠렌쪽은 괜찮을까요? 어떻게 방법 없겠습니까? 페이그니스씨" "음… 글쎄요. 여기까지 절 잡아온 가드들은 제가 정령사라는것을 눈치채지는 못 했으니… 정령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면, 우리와는 다른 장소에 갖힌 여자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나 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이! 싸이! 좀 나와보겠어? 「음. 무슨일인가?」 여기 근처에 말이야, 미리안이나 에실루나 찾을 수 있어? 「이제는 내가 탐색꾼으로 보이는가 보지? 미리안이라는 여자와 에실루나라는 여 가의 정신을 찾으라고 말할거라면, 벽너머 좌측에서 세번째 방에 그녀들이 있다 고 말해주지. 상당히 빡빡한 환경이다. 마력과 정령력을 동시에 막기 위해서 상 당히 도배를 많이 했군」 헤에… 대 정령 억제 결계같은거? 나도 마법 배울때 배워 봤지. 만들기가 어렵겠 지만, 용케도 그런 장소가 여기 있군. 그녀들은 지금 괜찮아? 「주인의 두 애인들은 지금 약간은 무거운 억압구들 때문에 조금 불편해 하고 있 고, 딸은 잘 놀고 있군. 조용한 여마법사는 속으로 엄청난 말들을 뱉어내고 있 으며, 시끄러운 여마법사는 겉이나 속이나 시끄러워서 죽을 지경이다」 허어, 가보지 않고도 아는거야? 최근 능력이 좀 확장된 느낌이다? 그런데 츠렌은 없는거야? 「도둑고양이 말인가? …없다. 적어도 반경 1마일 이내에는 없다」 뭐? 그게 무슨소리야? 없다고? 「알면서 되묻지 마라. 그래, 없다. 주인을 중심으로 해서 1마일의 구(球)를 그 릴때 츠렌이란 여자의 정신은 탐색되지 않는다. 의식을 잃었다거나 자고 있어서 안 걸리겠지 하는 생각은 버려라. 적어도 죽은것이 아닌한, 정신은 사라지지 않 는다. 그녀는 지금 나의 기본 탐색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나는 살짝 놀랐다. 어라라? 대체 그녀가 어디있지? 분명 그녀도 같이 잡혀와서는 미리안들과 같은 감방에 들어갔을텐데? 이봐, 그러면 여자방에 있는 사람들의 정 신을 살짝 읽어서 츠렌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을 끄집어 내봐. 「알았다. ………………알아 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시간 전에 츠렌이란 여자 만 간수들이 와서 데리고 나갔다. 끝」 1시간 전? 근데 어째서 내 귀에는 안들렸… 아, 이 벽 자체가 마법으로 방음설비 를 갖춰 놓았군. 밖에서의 소리는 안들리도록. 쳇, 이러니까 생물학적으로 최고급 을 자랑하는 내 귀도 소용이 없겠지. 어디로 갔는지는 몰라? 「끝이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가 보군. 드래곤으로서 1000년동안 배워온것이 물 거품이 되었다고 말해주지. 동문서답이라고 할 생각이면 집어쳐. 이정도 은유법 도 못 알아먹는 드래곤은 드래곤이 아니니까」 끄응… 아주 반론할 길을 막는구나. 그래, 알았다. 그럼 다시 부르지. 일단은 들 어가서 쉬어. 「음」 싸이는 다시 잠수했고, 나는 눈을 떴다. 흐음… 츠렌을 잡아갔다고? 뭣 때문에? 어디로? 나는 묘한 기분을 느껴서 앞을 보았고, 그곳에는 바짝 흥분한채로 날 바 라보고 있는 킬의 모습이 보였다. 으윽… 이걸 어쩌나…? "페이그니스씨. 어떻습니까? 예? 어떻냐구요?" 나는 왠지 저 모습에서 가르쳐줘야 한다는 기분과 그러면 안된다는 기분이 동시 에 들어서 날 괴롭혔다. 아아… 제기랄! 결국 나는 입술을 깨물고는 말했다. "다들 무사 합니다…만" 킬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나는 한숨 을 내뿜으면서 말했다. "후우… 츠렌씨가 간수들에게 이끌려서 한시간전에 나간 모양입니다. 어디로 갔 는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렇습니다" 킬은 실제로 당하지 않았지만, 마치 심장에 단검이 꽂힌 사람의 모든 모습을 보 여주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흐음… 남의 연애에 참견하는건 내 성격이 아니지 만, 아무래도 킬의 모습은 역시 츠렌을 좋아하는게 아닐까? 싸이에게 물어보면 간 단히 해결 되겠지만… 그건 재미 없지 역시. 뭐든지 알아버리면 세상사는 재미는 그만큼 떨어지는거야. 어쩌면 불멸의 인생은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인생일지도 몰 라. 하하하하! 아직 수명의 1할도 못산 내가 이런말 하면 조금 이상하겠지. 아무 튼 킬은 이 소식을 접하자 금새 의기소침해져 버렸다. 끌끌… 왠지 내가 잘못 선 택한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식사다!" 철문 아래쪽에 작은 조각문이 열리면서 네개의 식판이 들어왔다. 음냐… 벌써 아 침이 다 되었나? 나는 기지개를 피다 급하게 생각난 것이 있어서 닫히려는 조각문 을 손으로 막았다. 그러자 곧바로 간수의 험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아, 저기저기! 잠깐만요! 저희는 대체 무슨 죄로 여기에 잡혀 들어온 겁니까?" "하아? 여태까지 자기 죄도 모르고 왔단 말이야? 뭐 이런 파렴치한 녀석들이 다 있나! 죄목을 알고 싶나? 엉?! 좋아. 알려주지. 프란츠 D 자비스 후작님의 장녀 인 츠레이나 J 자비스 아가씨를 납치 및 구금한 죄로 잡혀왔다! 알겠냐? 그러니 까 손치워!" 뭐엇? 나는 얼떨떨해 하면서 손을 치웠고, 그러자 조각문은 쾅! 하고 닫혔다. 그 리고는 잠잠해졌다. 음… 아마도 분명 잠그고 있을테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군. 그건 그렇고, 프란츠 D 자비스 후작의 '장녀'인 츠레이나 J 자비스 '아가씨'를 납 치하고 구금했다? "대체… 뭐 그렇게 무시무시한 죄목이…?" 나는 얼떨떨함에 중얼거렸고, 방안의 모든 사람들은 오매불망하던 식사가 들어왔 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멍한채로 있었다. 아, 정정한다. 라스킨은 그냥 눈을 멀뚱 멀뚱 뜨고는 식판 하나를 끌어 당겨서 달그락 거리고 있었다. "츠렌이… 후작의 딸?" 킬은 망연하게 중얼거렸다. 츠레이나, 그리고 츠렌. 이건 무슨 일종의 애칭일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가족들끼리 부르는 애칭일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들에게 납치과 구금이라는 황당무쌍하고도 언어도단이 흘러넘쳐 하늘을 찌르 고, 바다를 메워서 모든 바다 생물들이 '이런 말도 안되~'를 외치며 괴사할 그런 죄목이 성립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나는 처음 에실루나를 만나 킬의 일행과 했 던 여행을 잘 한번 되집어 보고, 츠렌에 대해 강제성이 조금이라도 적용 되었는지 잘 살펴보았지만, 대답은 아니다! 였다. 아니,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죄목이 우 리에게 달리는지 누가 좀 가르쳐 줘어어! 아, 그전에 밥먹자. -140- 004.A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오늘이… 대충 몇일이지?" "6월 14일입니다" "…갇힌지는?" "3일이죠" 나는 라스킨의 말을 듣고는 하품을 했다. 흐아아아… 벌써 3일째 우린 이러고 있 는거야? 뭐, 먹을것이나 마실거 꼬박꼬박 모자라지 않게 나와 주고, 바닥의 한기 에 병이라도 걸릴까봐 이불도 두둑히 주는거 깔고 덮고 자서 몸도 건강하고, 화장 실도 따로 있는데다가 방취(防臭)까지 확실하게 되니 남은것을 심심함 뿐이지. 어 두컴컴한 공간이라서 램프 하나만 넣어달라 그랬더니, 불을 쓸수 없다고 말하고는 마법으로 만들어진 빛나는 돌을 하나 던져 줘서 어둠에 의한 폐소공포증도 없다. 이런때는 뭔가 카드라도 잡고 싶어지지만, 여기가 무슨 요양원도 아닌이상 그것도 불가능했고, 결국 우리는 무가치하게 시간을 죽이고 있는 상태다. 그것도 3일동안 을 말이다. "후우, 대체 우릴 어쩔건지 이야기도 안해주나?" 나는 차가운 돌벽에 등을 대고는 한숨을 쉬었다. 어제 저녁식사때 간수들에게 물 어보니까 우리의 처리에 관한 문제는 지금 심사중이라고 했다. 뭐, 원래 범인들을 잡으면 그 처리과정이 복잡해지지.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저들이 우리가 받을 형 벌의 리스트를 뽑아내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면서 새디즘적인 쾌감을 느끼 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진담이냐고? 물론 아니지. 아무래도 우린 완전히 납치범으로 여겨지고 있을 터이고, 거기에 미리안과 에실 루나가 껴있으니 조금 혼란스러울 것이다. 엘프가 타종족이라지만 한 사람을 붙잡 고,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 두는것을 그냥 보고있지는 않을 것이지만 말이야. 그렇 지만 그들은 자신이 잡혀서 구속당하는것에 대해서 별다른 큰 저항을 하지 않기로 도 유명하다. 내가 그렇게 해서 에실루나를 만났지. 아마도 그녀는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고, 금방 풀어질 것이다'라든지, '모르는 사이에 정말 잘못을 저지른 것 이 아닐까?'등의 사람좋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엘프들이란, 알고보면 정 말로 오묘하다고.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고 여기에 얽매여 있을 수 는 없다 이거다. 저들이 우리에게 내릴 조치를 기다리고, 또 우리가 항소하고 어 쩌고 하면서 오해를 풀 시간까지 기다리자니, 차라리 내가 본래 모습으로 변해서 왕궁을 상대로 한바탕 날리치는게 더 편하지. 쩌업. 그렇다면 역시 힘 말고는 나 갈 방법이 별로 없잖아? 츠렌은 3일전에 나가서 소식이 없고(예상하건데, 우리에 게 이런 이상한 죄목을 씌운것은 그 후작일 것이며, 후작은 그녀를 감금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국가적 권력에 대항할 사람이…… 깨달았다! 난 바보야! "라스킨, 윈터 울브스와 제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지?" "예? 아, 제국과의 관계라면 우호적인 편입니다. 일단 저희들은 인간들에 비해서 도 훨씬 우수한 전투종족이이까요. 한 집단의 군주로서 그 집단의 존망도 위협할 수 있는 집단과 껄끄럽게 지내는것은 좋아하지 않을테니까요. 우리가 영역에 대 해서는 툰드라에서 자급자족을 하기 때문에 제국에서는 매년 약간씩의 식량을 보 태주는것이 다입니다. 그것은 툰드라 서부와 닿아있는 레리첸트도 마찬가지지요. 그래도 협상면에서는 저희가 약간 유리한 위치입니다" "너의 권위는 제국에서 어느정도야?" "글쎄요? 전 역대 황제들에게서 반말을 들어본 일은 없군요. 그러고 보니, 이번 황제는 만난적이 없군요. 조만간 만나려는 생각이었습니다만" 라스킨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나는 그 웃음의 의미를 파악했다. 짜아식, 심문같 은거 당하게 되면 그때 황제와 대면하겠다는거냐? 그것도 좋지만 슬슬 여기서 나 가봐야 하지 않을까나? 우리에게는 본데스를 추적한다는 사명이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라스킨에게 씨익 웃어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그날이 오늘이다. 라스킨, 더이상 감옥생활은 지루해서 못견디겠다. 구금을 하더라도 좀 편한데로 부탁하고 싶구나" "알겠습니다. 그럼 밖으로 안내 하지요" "그래. 머기씨하고 킬씨도 일어나서 준비하세요. 지금부터 황제폐하를 알현하러 갈 생각입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는 우릴 보고있는 킬과 머기에게 말했고, 그들은 눈을 두어번 깜빡거리다가 씨익하고 미소 지었다. 비단 늑대왕 뿐만이 아니다. 우리에 게는 또다른 초 국가적 권력을 지닌 존재가 있어! "라스킨, 봉인을 풀것을 허가한다" "예. 마스터" 파아앗! 라스킨은 목걸이를 벗었고, 그러자 가죽갑옷과 기타등등의 옷이 매우 어울린 검 은털의 늑대인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으윽, 크다. 라스킨은 문 앞으로 걸어가서 는 숨을 천천히 고르더니 주먹을 들어서 문에다 거세게 날렸다. 쿠와앙! 엄청난 소리가 울리고, 두꺼운 철문이 찌그러지면서 움푹 들어갔다. 그리고 라스 킨은 이번엔 발을 들어서 문을 걷어찼다. 콰앙! 문은 또다시 찌그러졌고, 문이 찌그러짐에 따라 테두리가 벌어져 바깥의 빛이 들 어오고 있었다. 옳지! 잘한다! "하아아아압!" 라스킨은 주먹을 끌어당기고는 크고 길에 기합성을 내면서 그대로 질렀고, 그 한 방에 문은 경첩이 뜰어지고, 자물쇠가 망가지면서 뒤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콰앙! 텅! 라스킨은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 중얼 거렸다. "역시 세군. 내가 부하 하나는 잘 뒀단 말이야" 나는 빙긋거리면서 웃고는 복도로 나와서 좌, 우를 살펴보았다. 음… 좌측은 막 힌 골목이고, 우측에는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가는 계단이 있군. 윗층과 아랫층에 서 각각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대략… 열명? 나는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미 리안과 에실루나, 나미아를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내 가족이 아니면 자고로 나머 지로고…)을 꺼내기로 했다. "라스킨, 앞의 좌측에서 세번째. 나머지 사람들이 있다" "예!" 계단이 좀 긴지 내려오는 사람들은 조금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킬과 머기는 라스킨이 단 3방으로 부숴놓은 두께 4인치의 찌그러진 철문을 보면서 황당 함을 김치 못하고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라스킨이 설마 그녀들의 감옥문도 그냥 걷어차서 열어버리는거 아냐? 그러다 안에 사라믈 다칠지도 모르는데! "라…! 라라라~" 나는 라스킨!이라고 외치면서 뒤를 돌아보려다 그가 손톱으로 자물쇠를 내리치고 있는걸 보면서 머리를 긁고는 어색하게 노래를 불러야 했다. "…뭡니까? 페이그니스씨" "……자유에의 노스텔지어Nostalgia가 담긴 노래라고 생각해 주세요. 아하하하" "헛소리" "으윽!" 나는 머기의 말에 가슴을 움켜 잡았다. 으윽! 너무 통렬하잖아! "아빠!" 퍼억! 으갸갸갸갸! 넘어진다! "으윽?! 나미아야. 사람이 뒤돌아 있을때는 좀 조심해 주렴" 나미나는 내 등에 매달려서는 헤헤거리면서 웃었고, 나는 그애를 앞으로 돌려서 안고는 머리를 부비적 거렸다. 으아! 3일만에 보는 귀여운 딸이구나! 나는 라스킨 의 뒤에서 그런 우리를 보면서 미소짓고있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보면서 말했다. "미리안, 에실루나. 고생 많았다. 힘들었지?" "아니예요. 식사도 잘 나오고, 이불도 충분히 주고… 심심했지만 쾌적했어요" "나미아를 돌보느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던거 아니였어요 미리안?" "그건 에실루나도 마찬가지였잖아요?" 나는 빙긋이 미소지었다. 비록 씻는것을 못해서 조금 지저분한 모습이었지만, 그 녀들은 단정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아아! 끕끕해! 텁텁해! 끈끈해에! 삼일동안 머리도 한번 못감아 보다니잇! 지 나얀 일생 최대의 굴욕이야아! 좀 빨리 꺼내주시면 덧나요?" 지나얀은 유독 긴 머리(허벅지를 덮는다) 때문에 고생했는지 투덜거렸다. 어이, 이보셔요. 제가 마음만 먹었으면 한달동안이라도 계속 있을 수 있었단 말이요. 나 는 잠시 지나얀을 황당한 눈으로 쳐다 보았고, 그녀는 꿍한 표정을 지었다가 금새 활짝 펴면서 말했다. "투정은 끄읕! 꺼내줘서 고마워요!" …알 수가 없는 여자라니까. 아니, 여자라서 알 수가 없는 것일지도. 나는 계단 에서의 발소리가 완전히 가까워진것을 알고는 상봉의 기쁨을 나누는 일은 그만 두 기로 하였다. 뭐, 여기서 나간 다음에 천천히 하자고. "에실루나, 라스킨. 미안하지만 말야, 지금부터 내려오는, 올라오는 사람들한테 각자 자기소개를 좀 해줘야겠어. 이대로 있다가는 한달이라도 계속 갇혀 있을것 같아" "네" "예. 마스터" 에실루나와 라스킨은 사람들 사이를 걸어나와 앞에 섰고, 그와 동시에 층계참에 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리고는 그중 제일 선두에 선 사람이 씩씩하게 외 치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무슨일…!" 그는 제일 앞에 선 에실루나의 미모와 라스킨의 위용에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것 은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에실루나는 화사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고, 라스킨은 위엄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엘브스 퀸의 석세서인 에실루나 지오덴틱이라고 합니다" "툰드라의 윈터 울브스를 이끄는 늑대왕 라스킨이오" 그들의 얼굴 표정이 다채롭게 변해갔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씨익 웃었다. 사실, 나는 권력계에 대해서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중에 하나다. 왜 냐고 묻는다면 내가 환생하기 전에 살았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권력을 가 진 정치인들은 도통 믿을래야 믿지 못할 사람들이었거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 는 취지를 가진 민주주의(民主主義) 국가에서 그들의 생각은 아마도 국민의 주인 이 되는 것일 것이다. 그것 또한 민주주의(民主主義)지.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말장난이 되어버리는군. 어쨌든, 지네들끼리 기득권 싸움하고, 세금도 제 대로 안내고, 사람들 보고는 군대가라, 뭐해라 하면서 자신들은 치외법권에 있는 사람들 같이 행동하는 권력층을 보고 있자면, 헛웃음소리 말고는 낼게 없는 그런 곳에서 살다가 왔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 패턴을 잘 분석해 보자면 바로 이것이 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겐 약하다' 그리고 이 행동패턴은 차원을 뛰어넘어서도 물론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귀 족이라는 기득권 세력이 워낙에 막강하여 저런 모토는 당연시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이지. 음… 차라리 이쪽이 솔직해서 더 좋으려나? 라스킨과 에실루나가 자기소개를 하자, 큰 소리에 놀라 내려오거나 올라온 간수 들 사이에서는 대 파란이 일어났다. 엘프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아마도 그들이 검사해본 것으로 봐서는(마법적인 검사) 엘프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들은 인간들의 기준에서는 황녀(皇女)에 해당하는 에실루나가 그들의 감옥에 갇혔다는 것에 매우 경악했으며, 그녀 옆에서 위엄을 뽐내는 그 유명한 툰드라의 '늑대왕' 라스킨에게 는 아예 시선조차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숨을 쉬고는 그 들은 적당히 도와주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최고 상관을 부르러 갔다. 그리고는 조 금 긴 기다림이 있어야 했다. 간수장은 연락을 받고는 대경실색하여 이 일을 왕궁 경비대장에게 알렸고, 경비 대장역시 크게 놀라서 궁내부장(宮內部長)에게 알렸다고 한다. 궁내부장도 자리에 서 펄쩍 뛰어 오를 듯이 놀라 그것을 곧바로 황제에게 고했고, 황제는 놀라하면서 우리의 신병을 빨리 왕궁내로 이전하라 명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그 명령이 연 속적으로 하달(下達)되었다면 그 시간동안 우리들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간수들 을 보며 낄낄대는 시간은 가지면서 조금은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겠지만, 아쉽게도 (?) 궁내부장인 샤예르 록헴이라는 이름의 사람이 직접 와서 그런 일은 없었다. -141- 004.A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궁내부장인 샤예르는 라스킨과 에실루나에게 거급 고개를 숙여가면서 사과에 사 과를 건네주었다. 전 대륙의 엘프들위에 군림하는 여왕의 유일한 후계자와 툰드라 의 막강한 무력집단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윈터 울브스를 손가락 하나도로 조종이 가능한 툰드라의 늑대왕 라스킨이 의미하는 권력의 크기는 '인간'이라는 종족성을 초월한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덮어 씌워졌던 '프란츠 D 자비스 후작의 장녀인 츠레이나 J 자비스 아가씨를 납치 및 구금'한 죄목은 이미 그 시점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슬슬 나이를 먹어 가는것인지 중년티가 나는 샤예르는 우리를 왕 실 손님 접대 전용 응접실로 데려갔고, 우리는 당연하게 우리의 물품들을 요구했 다. 그러자 나오는 말이 가관이었다. "그, 그… 그것이…" "예? 뭔데요?" "가드들과 간수들이 전리품으로…" 그리고서는 침묵. 내 물품들이야 보통 물품보다 약간 고급으로 보일 물건들뿐 외 에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물건중에는 중요한것들이 많은가 보다. 아니, 그런데 아무리 대죄를 범했었다고(오해를 받았다고)해도 법적으로 그런 일은 인정이 되지 않는것 아닌가? 재판도 없이 가둬놓기만 하고서, 그 구금자들의 물건을 마음대로 처분하는것은 아무리 범죄자일지라도 사유재산권에 위배되는 사항이 아닌가? 거기 에 그 물건들 중에는 엘브스 퀸의 석세서인 에실루나가 아끼는 물건도 있을지 모 르는데 그것들을 멋대로 처분하면,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죄, 죄송합니다! 수도 전체를 뒤져서라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회수하겠습 니다!" 샤예르는 땀을 주륵주륵 흘리면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고, 우리는 어쩔 수 가 없다는 듯이 서둘러 달라는 말만 했다. 법적으로 규제를 한다 하더라도, 그 법 이라는 물건은 국민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제약하는것이 아니다. 범죄자의 재산이 라서 사유재산권에 위배되지만, 그것을 알면서도 간수와 가드들의 부수입 벌기는 막기가 곤란한 것이다. 어떤 직업이든 스트레스는 쌓이기 마련이고, 그것을 풀 대 상을 찾아야 하니까. 그래도 갇혀있던 시간이 길어야 3일이니까,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찾지 못한다면? 물론 우리를 연행해오고,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한 가드들 과 간수들의 목은 제일 먼저 날아갈 것이고, 부하들의 통제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 로 가드들의 대장인 가디언Guardian과 간수장 역시 적당한 심사를 통해 목이 달아 달 것이고, 궁내의 모든 생활을 담당하는 저 샤예르의 자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 다. "권력이란게 이렇게나 유용한 것이었나요?" 에실루나는 샤예르가 땀을 삐질삐질흘리면서 나가자 고개를 왼쪽으로 갸웃거리면 서 말했고, 그녀의 말에 맨바닥에 앉아있던(늑대인간의 모습으로는 그의 몸무게를 버틸 의자가 없다) 라스킨과 나미아를 안고 있던 미리안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 나는 피식 웃으며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고는 말했다. "그런거야. 가지고 있으면 꼭 쓰게되기 마련이지. 그렇지만 유용하다는 말은 조 금 어울리지가 않군" 나의 말에 이번에는 킬, 머기, 라니안느, 지나얀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 용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권력이 그렇게 깨끗하지가 않다고. "이야~ 그래도 이거 하나는 좋네요.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거 말입니다" 킬은 나처럼 소파에 몸을 깊이 파묻으면서 그렇게 말했고, 우리는 그의 말에 빙 긋 웃으면서 각자 편한 자세를 취해 앉았다. 라스킨은 다리를 쭈욱 펴고, 팔을 뒤 로 해서 상체를 버틴 자세로 편하게 바닥을 점령했다. 아직은 변신을 하지않은 상 태니까 키가 대략 7피트에 몸무게는 약 500파운드에 육박한다. 소파나 의자등 일 반 가구들이 버틸 수 없는 몸무게라서 저렇게 바닥에 앉아있는데… 저게 더 편해 보이는군. 카페트도 상강히 깨끗하니까 말이야. "……크다…" 어느샌가 미리안의 품에서 빠져나온 나미아가 앉은키만으로도 자신의 키와 가까 운 라스킨을 보면서 작게 말했고, 라스킨은 나미아를 보면서 말했다. "하하, 전에는 그렇게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지요? 제 원래의 모 습이기도 합니다" "에? 은색털은 다 어쨌어요?" "예? 은색털은 여기서 한번더 변신하면 나옵니다만?" "아아, 그렇구나. 정말 크다…" 나미아는 그저 라스킨을 헤~ 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었고, 라스킨은 곤혹스 러운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자신을 저렇게 노골적으로 관찰하는 사람은 접한적이 없을테니까 말이야. 나미아는 계속 그렇게 라스킨을 바라보았고, 라스킨 은 조금 부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라스킨은 유심하게 관찰하 던 나미아는 라스킨에게 말했다. "저기, 라스킨 아저씨" "예. 무슨일이십니까?" "입 벌려봐요" "…예?" "입 말이예요. 나미아는 그거 얼마나 벌어질지 궁금했어" 라스킨은 이 황당스런 요구에 당황하고 있었고, 나는 피식 웃었다. 정말이지 호 기심이 무척이나 왕성한 아이로군.(그것도 이상한 쪽으로 말이야) 나미아는 라스 킨을 보면서 몇번 조르다가 아예 라스킨에게 매달려서 조르기 시작했고 자신의 등 판에 매다려서 조르기 시작하는 나미아를 보면서 라스킨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한숨을 푸욱 내쉬면서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한번 뿐입니다?" "으응! 알았어요!" 나미아는 와아~ 하면서 환호했고, 라스킨은 후우~ 하면서 한숨을 쉬는 대조적인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나미아는 라스킨의 등쪽에서 다시 앞쪽으로 뽀르르 달려와서는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라스킨을 보고 있었고, 라스킨은 세상 다 살아 버린 늑대의 얼굴로 한숨을 쉬고는 포효할때 이외에는 크게 벌리는 일 없던 그 입 을 크게 벌렸다. …300년간 툰드라를 지배해온 늑대왕 라스킨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나미아는 작게 탄성을 지르면서 보고 있었고, 라스킨 나미아가 제발 어서 그만하 라는 말을 꺼내길 학수고대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미아가 말했다. "근데 저기 어금니에 뭐 꼈어. 에이~ 지저분해요! 머리 내려요. 나미아가 빼줄게 요" "에에?" "안 그러면 변신해서 입 벌려 달라고 아빠한테 조를거예요" 나미아는 어린아이의 당돌함으로 단호하게 말했고, 라스킨은 당혹한 기색을 얼굴 에 띄우고는 눈동자만 굴려서 나에게 아주 애절한 메세지를 보내었다. 그리고 나 는 그 애처로운 눈을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딸가진 아버지가 그렇듯이, 나 또한 딸이 조른다면 못이기는 척 하고 들어주는 보통 아버지야" 라스킨의 눈에 절망감이 감돌았다가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향했지만, 그녀들은 포 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미아를 볼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와 미리안, 에실루나 는 완전히 애를 감싸고 도는 그런 부모인가?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배신당한 라스 킨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머리를 숙였고, 나미아는 활짝 웃으면서 라스킨 의 입속, 이빨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손을 뒤적거리던 나미아는 안되겠는 지 아예 머리까지 디밀어가면서 라스킨의 치아에 껴있는 무엇을 꺼내느라 버둥대 고 있었고, 라스킨의 팔은 어쩌지도 못한채 그냥 나미아의 좌우 바닥을 짚고 있을 뿐이었다. 누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거 늑대가 애를 잡아먹는다고 할지도 모르 겠군. 벌컥! "안녕하세요! 여기 엘브스 퀸의 석세서가… 꺄아아아아아아악!" 에? 뭐, 뭐야! 우리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고, 거기에는 연녹색의 드레스를 입은 어떤 아가씨가 문의 손잡이를 잡아 서 열은 자세 그대로 굳어서 나미아와 라스킨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더듬 거리면서 말했다. "모… 몬스터가… 어린아이를… 흐으음……" 털썩.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기절해 버렸고, 우리는 방금 일어난 일련의 상황에 대해서 조금 황당해 해야했다. "으샤! 휴우. 뭐야? 생선가시네? 아저씨. 안아팠어요? 어? 저 언니는 누구예요? 에? 왜들 그래요?" 나미아는 라스킨의 잇몸에 박혀있던 생선가시를 뽑고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의아 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우리는 그냥 피식 웃으면서 갑자기 기절해버린 아가씨 를 챙겼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나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무슨일이 일어났는 지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지만, 방금전 여자가 들어오는줄도 모르고 자신의 작업(? )에 매진하던터라 이해가 될지는 의문이다. 그건 그렇고, 생각이 씨가 되는 경우 도 다 있군. 물 몇방울 뿌리면 일어나려나? "에? 에? 다들 왜 저럴까…? 아저씨 입 닫아도 좋아요. 양치질은 잘 하시고 계시 네요?" "아, 예…" 그리고 나미아는 생선가시를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응접실의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녔다. 음… 확실히 특이한 아이야. 우리 방에 들어온 아가씨는 현 황제인 네이야 L 컨트디린 뮤리르인, 통칭 컨트디 린 2세라 부르는 제국의 제 38대 황제의 차녀인 훼이드리시아나 Q 데리세이 뮤리 르인으로 통칭 훼이드리시아나 황녀라고 부르는 여자였다. 나이는 31세로 아직은 창창하게 젊은 나이라고한다. 비록 실수이라고는 하나, 왕궁에 엘브스 퀸의 석세 서가 '방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급히 만나러 온 순간, 나미아가 자신만의 세 계에서 '작업'을 벌이는 것에 놀라 자빠져 기절한 것이다. "노, 놀랐어요… 저는 라스킨님이 저 여자아이를 잡아먹으려는 줄로만 알고…" 라스킨은 아예 대놓고 황당한 표정을 지어버렸다. 황녀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적 당한 학식정도는 쌓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전혀 아닌가? 툰드라의 늑대 들은 인간하고 싸워도 인간을 먹지는 않는다는걸 모르는건지 아님 잊어먹은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젓더니 뭔가를 생각해 내고는 일어서서 에 실루나를 향해 넙죽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저희 아버지를 대신해서 사과드려요. 특히나 엘브스 퀸의 석세서인 에실루 나님께 아버지가 직접 사과드리러 오지 못한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립니다" "아니니다. 오해라는 일은 항상 생길 수 있는 것이예요. 덕분에 감옥생활이라는 귀중한 체험을 했습니다" 에실루나는 저것이 질책인지 아니면 농담인지 모를 애매한 태도로 말했고, 그것 때문에 훼이드리시아나는 당황해버렸다. 아마도 에실루나는 진담으로서 저런 말을 하고 있을걸? 에실루나나 미리안이라면 감옥에서의 생활이라는 매우 기분나쁜 체 험도 아주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엘프기 때문이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 라서 당혹감에 휩쌓여있는 황녀를 구원한 사람은 킬이었다. "훼이드리시아나 황녀님. 츠렌은… 아니, 츠레이나는 어디있습니까?" "헤리나라고 불러주세요. 긴 이름은 저도 잘 헷갈려요. 그리고 자비스 후작의 장 녀는… 후작가로 들어가서는 소식이 없어요. 3년만에 간신히 되찾은 딸이니까 아 예 감금했다는 소문도 있어요. 그런데… 정말로 당신들이 츠레이나를 납치한 거 예요?" "설마" 머기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짧게 말했다. 훼이드리시… 에라, 헤리나 황녀는 극도 로 짧은 단어로 대답해버린 머기를 잠시 이상한 눈으로 물끄러미 보다가 그냥 이 상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는지 별말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군요. 지금 귀족가에서는 그 소문이 파다해요. 자비스 후작은 자존심 이 강해서 딸이 가출했다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딸이 납치 당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구요. 아마도 그는 딸과 같이 다닌 사람들은 처치해서 딸이 다시 가출하지 못하게 하려고 했던것 같지만… 매우 꼴사납게 되었네요. 아무리 그의 가문이 군 사적으로 비교하자면 레리첸트의 로즈마리 공작가가 보유한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이터스와 비견된다 하더라도, 전 대륙의 엘프들과 툰드라의 용맹무비하 고 신출귀몰한 늑대들을 상대로 삼기는 싫겠지요? 유능하기로는 제국에서도 열손 가락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지만, 의외로 집안단속을 못하는 면이 있거든요. 그래 서 그는 그의 둘째딸인 세레이나 J 자비스가 연극계로 투신해서 연극 하나를 끝 내고, 극단을 이적하고서 케리팔 최고의 스타가 되어 이름을 날리고 있을때야 간 신히 알게 되었다는 소문이 있어요. 오호호호홋. 그래도 기반은 착하신 분이지만 가끔 그런 면들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수 없답니다" …귀부인들의 기본 소양중에 하나가 소문채집과 수다라더니, 틀린말이 아니었군. -142- 004.A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우리 일행은 헤리나 황녀와 같이 두세시간의 환담을 가졌다. 비록, 그 환담 도중 심부름으로 들어온 시녀들이 라스킨을 보고는 깜짝놀라거나 예의없게 비명을 질러 서 이야기가 중지된것이 여러번 있었다는 것은 제외한다면, 황녀와의 이야기는 나 름대로 재미있었다. 그녀는 엘브스 퀸의 석세서와 늑대왕이 있는 일행에 있는 보 통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그녀가 보기에는 나 역시 보통사람 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적어도 미리안은 에실루나의 시녀로 오인을 받았으니까. 킬의 일행은 원래 에실루나의 목적에 함께하는 사람들이었고, 나머지는 나로 인해 서 이 일행에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나는 되도록이면 내가 두 엘프여인의 반려자 라는 사실과 라스킨의 마스터라는 것을 밝히고 싶지가 않았다. 왜냐고? 지금의 나 는 나에게 관심이 집중되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우월감을 느끼면서 자기만족을 할 수도 있겠지만,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하 면 웬지 일들이 꼬이더라고. 지난번의 매쉬암 경매장의 사건때 내가 너무 우쭐대 면서 다니는 바람에 나의 정체가 탄로나서 이제는 어딜가서 함부로 본명인 '라이 니시스'와 제 1 가명인 '페이라 이그니시스'라는 이름은 쓰지도 못한다. 단 3개월 의 시간이었지만, 레리첸트에서 워낙에 대외 선전용으로 사용해서 말이지. 아마도 지금 내가 황제를 만나서 '내 이름은 라이니시스이외다'라고 하면 대번에 날 알아 볼 것이 분명하다. 그것을 밝히지 않았을때 내가 그저 나의 우월감을 위해서 드래 곤과 안면이 있다는 말을 살짝 내비쳤더니 곧바로 내 손을 잡으면서 자기와 손잡 지 않겠냐고 했었잖아? 내가 석세서의 반려이자 대 정령술사에 툰드라 늑대왕 라 스킨의 마스터라는 사실이 알려지만 이제는 황제가 내 손을 잡고 자기와 손잡자고 할 것 같다. 권력층과 손잡고서 몇년 띵가띵가 거리는것도 상당히 괜찮다고 볼 수 가 있지만 지금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레어에 돌아가면 나미아에 대해서 미리안 과 에실루나와 함께 양육계획을 짤거라고. "마스터. 정체를 밝히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물론. 귀찮은건 정말로 질색이야" "그러면 일행말고 다른 사람들이 있을때는 뭐라고 부르면 되죠?" "이름불러. 페이그니스씨라고" "저는요?" "미리안. 너는 호칭빼고 그냥 이름 불러라. 에실루나처럼 말이야" 미리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도 한명의 인간남자에게 두명의 여자엘 프가 매달려(?) 있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알고 있었기에 아 쉽지만 나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크기는 작지만 매우 중요 한 문제가 있었다. "나미아는 어쩌지요?" "응?" 창가에서 경치를 바라보고 있던 나미아는 갑자기 자기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개를 돌렸고, 나는 손을 저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시늉을 했다. 잠깐 고개를 갸웃거린 나이아는 다시 창밖의 풍경으로 눈을 돌렸고, 나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어낸 에 실루나를 보면서 작게 말했다. "그게… 제일 큰 문제지. 저 아이에게 나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아저씨라고 부 르고, 너희 둘은 그냥 언니라고 부르라고 하면 저 10살이 될까한 아이가 알아 들 을까?" "…나미아의 성격상으로는 네!하고 대답한 다음에 중요할때 갑자기 아빠! 엄마! 를 외칠거 같은데요?" "미리안. 아이를 너무 믿지 않는건 안좋아요. 하지만… 그점에 대해선 저도 약간 은 긍정해요. 종잡을 수가 없는 아이잖아요?" 아직은 새내기 엄마, 아빠인 우리 셋은 종잡을 수가 없는 베테랑(?) 따님에 대해 서 고민을 해 보았지만, 별다른 수가 나오지 않았다. 나미아는 요즘 들어서 어린 아이의 모습을 자주 보이지만, 가끔 그걸 뛰어넘어서 갑자기 다른 모습들을 보여 주는 신기하고도 종잡을 수가 없는 아이다. 지금 저렇게 창밖을 보면서 즐거워하 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어린아인데 말이야. 특수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 이 원인이 되어서 성격이 많이 바뀐다는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 나미아가 그런 특수한 케이스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과연 저 아이가 제대로 말을 들어 줄 것인지가 문제군. "…나미아 못믿어요?" "엑?" "아!" "어머…" 어느새 나미아는 우리들의 뒤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 나미아는 우리를 약간은 습기찬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엄마 아빠는 나미아 못믿는거야? 그런거야? 응? 응?" "그, 그러니까 나미아야… 우리 말은…" "못믿어요? 네? 나미아 못믿어요? 네? 네?" "아하하, 그러니까 말이야…" 나미아는 약간은 특듯한 눈망울에 그렁그렁하게 물기를 담고서는 우리를 보고 있 었고, 그 모습에 나는 살짝 뒤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고 보니까… 나미아가 우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나? "아니야. 나미아야. 아니란다. 우리는 널 못믿는게 이나예요" 미리안이 급히 나미아를 끌어안으면서 말했고, 나미아는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했 다. "진짜? 진짜아?" "그래. 정말이야. 그러니까 울지마요. 착한아이는 울지 않아요" "크흥, 응. 알았어요. 나미아 안울거예요"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아이라서 그런지 감 정의 기복이 상당히 심한 편이군. 나는 잠시 어린아이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생각하는것은 좋지 않다고 반성하고서, 다시 생각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아이 가 일행에 있는것도 이상하니, 보호가 노릇 할 사람은 있어야겠지 않아? "그러면… 방법은 별로 없지. 나미아야. 당분간 엄마들을 엄마라고 부르지 말려 무나" "네? 왜요?" "아빠의 정체가 알려지거든. 그러니까 나미아가 조금 협조를 해줬으면 해" "엄마를 엄마라고 안부르면 그럼 뭐라고 불러요?" "언니라고 부르렴. 뭣하면 아줌마도 괜찮은데…" 나는 말꼬리를 슬쩍 흘리면서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바라보았고, 미리안은 격정적 으로, 에실루나는 침착하게 거부했다. "싫어요!" "…거절하겠습니다" "…그러니 언니라고 부르렴 당분간은. 알겠니?" "으응. 알았어요. 그러면 아빠는 아빠라고 불러도 돼요?" "물론 괜찮지. 아빠가 괜찮다고 할 때까지는 엄마들을 언니라고 불러 주겠니?" "네에! 아빠!" 나미아는 밝고 힘차게 대답했고, 나는 일단 안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장을 놓지 않는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나미아는 정말로 종잡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흐에에에! 아빠가 나미아 못믿고 있어! 흐아아아아앙!" "페, 페이그니스님! 애를 왜 울려요!" "내가 일부러 그랬어?!" "아이들 앞에서는 생각도 조심해야 된다는것을 모르시는건 아니잖아요? 페이그니 스. 특히나 이 아이 앞에서는요" 에실루나는 침착하게 나미아를 달래면서 말했고,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나미아 의 앞에서는 생각도 주의해야 한다. "으아아아앙! 아빠가… 아빠가아!" "자자, 울지 마렴. 아빠가 일부러 그런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래. 그러니 진정하렴. 나미아" 두 엘프여인은 나미아를 달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귀로 들 려오는 목소리들이 있었으니… "저거, 따스한 가족분위기지? 머기?" "음" "사이가… 좋네요…" "나미아가 너무 귀여워어…" …이것들 보셔! 일이 터졌으면 같이 좀 막아줘야 할것 아닌가! 그리고 뒤늦게 들 려오는 목소리는 나를 절망케 했다. "이번에는 가족문제니 전 빠져도 상관없겠지요" 라스킨! 너마저! 아까의 복수를 이렇게 갚아버리냐!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나미아를 진정시키고서 30분쯤 뒤에 샤예르가 응접실로 들 어와서는 우리가 묵을 방이 준비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들의 소지품들은 5할 이상의 수거가 끝난 상대이며, 다른것들을 다 찾는대로 방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빠르네. 벌써 5할이야? 설마 '시작이 반'이라는 시시한 농담을 하려는건 아닐테니 한번 기대해 보겠어. 우린 응접실을 나와서 우리들에게로(정확하게는 늑대인간인 라스킨과 빼어난 미 모를 자랑하는 에실루나와 미리안에게로) 집중되는 시선을 느끼면서 샤예르를 따 라서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어느 문 앞에서 샤예르가 문을 열자 훌륭하 게 만들어진 거실이 눈앞에 드러났다. 흠… 꽤 신경써 주는군. 샤예르는 문을 열 고서는 안으로 들어와 여러가지의 설명을 해주었다. "방은 모두 3개가 있습니다. 그리고 욕실은 두개가 있고 문은…" 호화롭게 꾸며진 내부가 마치 내 레어안의 손님방들을 연상케 했다. 뭐, 내 레어 만큼 마법으로 떡칠을 해 놓은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기본적 설비는 잘 되어 있 었고, 특히나 여자들은 욕실이 있다는 말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필요하신것이 있으시면 밖에다 대고 크게 말하시면 궁내부원들이 올겁니다. 그 들에게 시키시면 됩니다" "잠깐만요 샤예르씨" "예, 말씀하세요. 에실루나님" "일단 이 일련의 과정에 대한 책임자를 만나서 앞으로에 대한 저희들의 일과 저 희 동료들에 대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싶은데요?" "그거라면 지금 담당자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중으로 여러분들의 물건을 전부 찾아서 가지고 오신다 하셨습니다" "그렇군요.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모든것이 폐하의 명이십니다. 그럼 편히 쉬고 계십시오" 사예르는 공손하게 문을 닫고 나갔고, 잠시 약간의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는 지 나얀의 환호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다. "야호오! 목욕이다! 목욕! 목요옥!" 지나얀은 팔짝팔짝 뒤면서 좋아했고, 그녀에게 라니안느가 조용하게 말하… "저기… 지나얀… 씨…" "목욕을 할 수 잇어요! 와우! 이제 끕끕 텁텁과도 안녕이다아!" …려다 처참하게 씹혔다. 지나얀은 곧바로 욕실로 들어가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 기고 있었고, 라니안느는 그 모습을 뒤에서 바라도면서 계속 "아… 저기, 그러니 까"라는 등의 말을 반복했다. 응? 왜 그러지? 워낙에 조용한 사람이라서 시끄러운 지나얀에게 뭔가 말 하려면 그정도의 목소리로는 안되다는것을 알고 있나? 한참을 룰루랄라 거리면서 욕실로 들어가려던 지나얀은 계속 자기를 안타깝게 보고 있는 라니안느를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띄우면서 말했다. "응? 라니안느, 안들어가요?" "저기… 갈아입을 옷… 있어요?" "…앗" 지나얀은 욕실문을 반쯤 열고 몸이 반쯤 들어간 상태에서 굳어버렸다. 그런것이 었다. 우리들의 소지품은 아직 우리의 손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래서 우리는 목 욕을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입고 있는 이 지저분한 옷을 그대로 다시 입어야 한다 는 말이지. 하지만… "페이그니스님. 제 옷은 때 안타는 옷이죠?" "물론. 내 옷하고 나미아의 옷하고, 라스킨의 옷은 아예 때가 안타. 땀을 흘렸더 라도 옷에는 아무런 냄새나 흔적도 안남지" "목욕해도 괜찮겠네요" "그래. 하지만…" "저도 알아요" 미리안은 그냥 물어봤다는 표정을 했다. 그렇다. 내가 만든 옷은 어떠한 때도 타 지 않는다. 땀을 흘려서 그것을 흡수하면 그만큼 옷이 지저분 해지지만, 내 옷은 흡수한 땀을 분해시켜버리기 때문에 옷에 아무런 체취도 남지 않는다. 그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모두 네명이다. 하지만 보통의 여행자용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네명이니 어쩌랴? 소지품들이 돌아와야 할 때까지 참아야 하는건가? "궁내부원들에게 물어보죠. 적당한 옷이 없겠느냐고" 에실루나는 닫혀있는 문을 가리키면서 말했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좋은 방법이다. -143- 004.A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미리안을 바라보면서 애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리안… 나 안씼고 옷 안갈아입으면 안돼? 때도 안타잖아…?" "안돼요" "제발 좀 부탁해… 내가 이런 옷 싫어하는거 알잖아!" "잘만 어울리면서 왜 그러세요! 애들같이 옷투정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그렇지만은 뭐가 그렇지만이예요! 나미아가 보고 뭘 배우겠어요!" 미리안은 확고부동이었고, 나는 절망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들고 있는 나의 옷, 그러니까 궁내부원들을 불러서 찾아낸 옷들 중에 나의 체격에 적당한 옷을 바라보 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내가 말 했잖아! 이런 귀족풍의 하늘하늘하고 팔랑팔랑한 앙XX 김 형식의 옷 따위는 따악 질색이라고! 하지만 미리안은 자기에게 할당된 드 레스를 들고서는 나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이상한 곳에서 쓸데없이 확고부 동한 그녀의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고 자신있게 말 할수도 있지만, 이런 입 기만해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 한마리의 닭이 되어 끓는 기름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누님, 여기 프라이드 치킨 드세요'라는 말을 하게끔 만들어 줄 것만 같 은 이런 옷을 그렇게까지 나에게 입혀야 한단말이야! "정말이지, 이상한곳에서 철저하시다니깐…" 미리안은 뾰루퉁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고, 그녀의 말에 우리의 언쟁을 지켜보 던 다른사람들의 어처구니없다는 뜻이 담긴 시선이 미리안에게로 향했다. 미리안 아, 그러는 너는 이상한 곳에서 확고부동하다는거 알고나 있니? 나는 한숨을 쉬면 서 잠시 공략대상을 바꿔보기로 했다. "킬씨, 이런옷 불편하지 않아요?" "음… 글쎄요. 전 괜찮습니다만?" "머기씨는요?" "별로" "라스킨 너는?" "예? 일단 옷간도 괜찮고 하니, 별로 불편할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들 자신에게 주어진 옷에 상당히 만좀감을 표 시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면서 좌절의 기분을 느꼈다. 크아아악! 다들 성격이 전부 이상한것 아냐?! 어떻게 이런 옷들을 받고서 입어야 된다는 사실에 아무렇지도 않 게 행동할 수가 있느냐구우웃! 나의 옷 취향은 캐주얼Casual 쪽으로 맞추어져 있다. 격식을 차린 그런 고딕풍의 양복이나 이런 로코코풍의 귀족옷은 답답하고 쪽팔려서 못입는 사람이 나다. 나의 레어에 마련된 옷창고의 옷 종류 비율을 보자면 캐주얼한 옷들이 거의 2/3를 차지 하고 있다. 로코코양식의 옷들은 얼마 없는 편이지.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입고 활 동할 수 있는 그런 옷들이면 만족하는 내게 이런 로코코양식을 사용한 화려한 장 식 중심의 좌우 균형을 깨뜨린 자유로운 형식에 의한 곡선으로 구성되면서, 밝고 섬세하며 감각적인 화려한 귀족문화의 대표격 성격을 지니는 옷들을 입으라고 하 는 것 자체가 나에대한 모독이며 나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짖밟는 것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어……" "잘 어울리는데 왜 그렇게 과민반응이신지 모르겠네요" "그래요. 아주 잘 어울려요" 하지만 나는 결국 그 옷을 입고야 말았다. 기본 바탕은 흰색에 옅은 푸른색이 들 어간 파스텔 톤이고, 붉은색의 곡선무늬가 정교하게 놓여져 있다. 그리고 화려한 붉은빗으로 반짝이는 작은 산호, 루비들이 곳곳을 장식하고 있어서 매우 화려하고 도 나의 이 붉은 머리와 잘 어울리는 그런 복장이다. 물론, 객관적인 평가에서 그 렇게 보인다고는 해도, 주관적인 평가에서는 영 맘이 내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후우, 드레스도 정말 오랫만에 입어보네요. 페이그니스님. 이거 어울려요?" 미리안은 주 테마가 은빛으로 구성되어있는 드레스를 입은채로 한바퀴 빙그르르 돌아보았고, 그녀의 주위로는 은색의 별들이 반짝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순백색의 실크 드레스는 실버 파스텔로 은은한 광채를 내고 있었고, 부분부분 박혀진 은제 장신구들은 그 하나하나가 강렬한 임팩트를 내뿔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순금과도 같은 그녀의 금발머리는 그 옷이 시리도록 깨끗해 보이는 은백색이었기에 훨씬 강 조되어서 전체적으로 싸늘한 이미지와 함께 어디엔가 따스해 보이는 그런 이미지 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일단 불편한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을 제껴두고서 순수하게 감탄의 의미로 고래를 끄덕거려 주었다. "저와 미리안의 테마는 서로 반대인것 같네요. 저는 어떤가요?" 나는 에실루나를 보았고, 그녀의 말대로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서로의 테마가 반 대인듯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옷은 황금색으로 빛나는듯 했고, 천박한 누런 빛깔이 아닌 중후하고도 산뜻한 상호 이율배반적인 그런 느낌을 하고 있는 은은한 황금빛의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따로 장신구가 없었지만, 금빛의 옷 에서 정교한 곡선을 이루는 독보적인 금빛 무늬는 매우 따스하고, 무언가 가득 차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그녀의 시리도록 차가운 색을 내뿜는 은빛 머리와 일견 무 표정에 가까운 그녀의 포커페이스는 미리안과는 완벽한 정 반대였다. "차가운속의 따스함과 따스함속의 차가움이라… 코디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정 말로 잘 어울리게 입혀놓았는걸?" "그뿐이겠어요? 그녀들의 치수를 재던 여자 궁내부원들은 전부 울음을 참는듯한 표정이었는데 말이예요. 페이그니스씨는 정말로 행운아세요" 나의 감평에 지나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미리안의 진짜 허리 사이즈는 본적 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에실루나의 사이즈라면 매우 잘 알고 있지. 망각의 축복 이 없는 드래곤은 한번 보았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다 기억하고 있단 말이야. 보 통의 무장을 하고 있는 에실루나의 몸매는 일반 인간여자와 별반 다를게 없지만, 일단 겉의 거추장스러운 것들이 전부 사라지고 나면, 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 오는 멋진 몸매가 드러난다. 한 팔로 감싸안으면 품에 쏘옥 들어올듯한 그런 몸매 를 지니고 있는 에실루나니, 인간여자라면 울 듯도 싶다. 게다가 그것 뿐인가? 훤 칠한 키에 쫘악 뻗은 미끈한 다리. 전체적으로 예술임을 자랑하는듯한 탄탄한 몸 매는 보는이로 하여금 순수한 경탄을 불러 일으키지. 그런 의미에서 지나얀의 말 대로 나는 정말 행운아다. "…아빠 음란해" 흠칫! 나는 잠시 상상하던것을 멈추고는 나미아를 바라보았다. 나, 나미아야! 이 런 순간에 봐버리면 어쩌니! 나미아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시선에는 '음란해요!'라 는 오오라를 가득 담고서 날 보고 있었고, 나는 당황해하면서 변명을 하기위해 애 써야 했다. "나, 나미아야 그건 말이지…" "옛날에 알던 아줌마들이 그랬어요. 남자는 하나같이 매끈한 여자들을 보면 하는 상상이 같다고요. 순수하게 경탄이 나온다면서 생각하는게 큰언니 맨몸이예요?" "……!" 순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반응했다. 에실루나는 얼굴이 파악 붉어지면서 고개를 팍 숙였고, 미리안도 약간 붉어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나얀은 라니 안느를 데리고는 '어머어머'를 연발하고 있었고, 킬과 머기, 라스킨은 서로 뭔가 를 작당했는지 쑥덕대고 있었다. 이봐! 뭐라고들 하는거야! "페, 페이그니스님…" 미리안이 부르르 떨면서 말했고, 나는 딱딱해진 목관절에 저주를 퍼부으면서 목 각인형이 고개를 돌리듯 끊는 동작으로 고개를 돌렸다. "실망이예요…" 미리안은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읇조렸고, 나는 심장이 투욱 떨어지는 기분을 맛 보아야 했다. 그러니까! 일부러 그런것이 아니야!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는것 을 어쩌라는거야! 아아악! 나미아! 함부로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걸 보고서 말하지 말라고 했잖니! 나는 뭔가 필사적으로 변명을 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술에 아 교를 발라서 굳혀버렸는지 나는 아무런 변명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제야 말하지 만, 나는 이런상황에 아주 약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엄청 당황하게 된다구! 누가 내게 변명의 모범답안을 좀 보여줘어! "이런곳에서… 그런 생각을… 해야… 했나요?" 에실루나는 홍당무가 와서 울고갈듯이 붉어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고, 나는 또 다 시 변명을 하려 했다.(그래서 결과적으로 어버버 거릴 수 밖에는 없었다) "정말 싫어요. 그런거…" "최악이예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동시에 그렇게 말하고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콰앙! 소리를 내면서 문들 닫아버렸고, 나는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잠시 사람들이 놀라서 아 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을때, 나미아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우웅? 나미아가 뭐 잘못했어요?" 거실의 공기는 놀람에서 황당함이 가득한 경악으로 순식간에 바뀌어져 버렸다.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화를 푸는데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일전에 말했던 적 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 엘프와 원한을 지면 당대에 푸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 고 말이야. 그래서인지 나로서는 상당히 사과하는데 버거웠다. 애원도 좀 해 보았 고, 적반하장으로 "남편인데 그게 어때서 그래!"라는 등의 말을 해보기도 하면서,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사과했다. 에실루나의 경우에는 그나마 쉽게 풀리는것 같았지 만, 미리안은 조금 어려웠다고 볼 수 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과는 해보지 못한 일을 나와 한' 에실루나에 대한 약간의 질투가 얽힌 일종의 치정싸움같은 상황이 라서 그 점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든 풀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에는 "또 질투하는 거야?"라고 퉁명스러게 말해서 그녀의 태도를 조금 수그러뜨린 다음에야 이야기가 좀 풀려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팔짱을 끼고서 아주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돌아가면 말이야, 나미아에게 철저한 봉인구를 씌워주겠어" "…정말로 그러실 거예요? 마치 새의 날개를 꺾는것 같아보여요" 미리안은 약간 걱정되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나는 이미 내 결심을 굳혔다. 오늘 과 같은 일이 다음에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나 뿐만 아니라 나미아가 다른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아니면 인간들 사이에서 살게 될 경우도 있 고, 엘프들과 어울려서 살 경우에도 나미아의 주체할 수 없는 능력이 뻗어나와 본 의아니게 오늘처럼 피해를 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어에서 앞 으로 시작될 행복한 신혼 라이프에 나미아의 능력은 솔직히 말해서 방해가 된다. …조금 이기적인 생각이기는 해도 말이야. "자신의 능력을 계발해서 조절하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에실루나는 차근히 나미아가 자신의 능력을 잘 소화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사 용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일단 능력을 사용 하더라도 그것을 억제해야 될 필요성 은 있다. 당장 넘쳐흐르는 물을 막기 위해서는 둑을 일단 쌓아놓는것이 좋다. 그 리고 나서 물길을 낸다든지 땅을 깊게 판다든지 하는 방안을 세울 수가 있는 법이 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너희들은 나중에 우리의 신혼생활이 나미아에게 전부 까발려 지는것이 좋은거야?" "그건… 조금 곤란하죠…" "그래요…" 가족간에는 비밀이 없는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이 아는것도 안된다. 그리 고 우리가 신혼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이니, 남는 방법은 다른 부모들이 항 상 그러하듯 자신을 납득시키거나 강제하는 방법밖에는 별로 없다. 결국 그런 이 유로 에실루나와 미리안은 나미아에게 좀더 강항 봉인구의 착용을 승인해 버리고 야 말았다. 후훗, 그래도 자신의 비밀스런 생활이 침해받는 것은 상대가 딸이라고 해도 싫다는 것이겠지? 알고보면 생물들 모두는 각자 어느정도의 이기성을 조금이 나마 가지고 있는것 같단 말이야? 뭐, 그런편이 훨씬더 세상살기가 재미있기 때문 에 좋지만 말이야. -144- 004.A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날 저녁, 우리는 너무나도 갑작스럽게(라고 밖에 말 할 사이도 없이) 황실주최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무도회는 원래부터 계획되어진 사항이었고, 거기에 우 리라는 추가 게스트Guest로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무도회의 목적? 황제가 황비를 맞아들인 날, 그러니까 결혼기념일이다. 올해로 48주년이라는 황제의 결혼기념일 은 과연 규모가 엄청났다. 어느정도냐고하면, 준비하는데 한달이라는 세월과 쓰여 진 예산이 5만펜이라는 거금이었으니까. 게다가 3일 연속으로 치뤄지는 연회에는 제국내의 모든 귀족이 단 1분이라도 참여하게 하는 강제성이 있었고, 예외라면 중 병에 걸린 귀족들 뿐이다. 정말로 사정상 참여를 하지 못하는 귀족들은 다음해에 는 꼭 참석하겠다는 서한과 함께 상당량의 예물을 바쳐야 하는데, 이렇게 각 지방 에서 올라오는 선물들과 인파로 왕궁은 무도회 2주일 전부터 매우 북적북적거렸다 고 한다. 지방의 귀족들은 오늘같은 날을 이용해 수도에 연줄을 대어서 대귀족들 과 어떻게든 친해져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고, 신흥 귀족들은 상대를 적 당히 가려가면서 발을 넓히려 애를 썼으며, 귀족가의 영양(令孃)들은 어떻게든 유 력가문의 자제들을 낚아 보기 위해서 최대한 자신을 꾸미고, 자신을 알리는데 여 념이 없었다. 뭐, 어쨌든 연중 최고의 무도회라고도 일컬어지니까 왕실내의 대 무 도회장은 그 크기가 조금 작아보일 지경이었다. 지름이 약 1/4 마일인데도 그 안 에 모여든 사람들이… 대체 몇명이야? "그런데, 집중되는 이 시선들은 대체 뭐야?" "워낙에 특이한 일행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어쩔 수 없어요. 저도 엘 브스 퀸의 석세서가 아니었다면 이런 자리는 사양했을 것이예요. 하지만 인간의 황제가 친히 초대장을 보내왔으니 적어도 인사정도는 하는게 종족성을 떠난 예의 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거 알고 있어? 네 옆에서 같이 팔짱을 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기 에 모인 피끊는 귀족 자제들의 살기를 온몸으로 받고 있다는걸" "후훗, 덕분에 피가 끓어올라서 저에게 어떻게든 말이라도 걸어보려던 청년귀족 들이 순순히 포기하고 있어요. 그렇게 어둡게 생각하시지 마시고, 저를 보호하고 계시다고 생각하세요" 그녀는 화사하게 웃었고, 순간 이쪽으로 시선을 집중하던 모든 이들에게서 작게 탄성이 새어나오는것을 느겼으며, 그와 동시에 나에게로 집중되는 살기의 도수가 점점 엄청나게 증가하는것을 느꼈다. 이것들 보셔! 남의 애인이자 아내한테 군침 흘리지 말고 너희들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는 귀족집 영애들이나 좀 살펴보시지 그래? 나는 피식하고 웃고는 말했다. "그래, 그러지. 하지만 말이야… 미리안이 조금 불쌍하단 말이야" "괜찮아요. 그녀와는 이미 이야기가 되어있어요. 덕분에 제가 가지는 손실도 만 만치 않아요" "손실? 어떤건데?" "비밀이예요. 여자들만의 비밀" 나는 그녀의 말에 그냥 미소지을수 밖에는 없었고, 그와 동시에 여성들의 것이라 고 생각되는 탄성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설마 나도 에실루나처럼 노려지 고 있는거야? "…마스터. 이건 거의 불륜이예요" "왜? 파트너가 서로 이종족간이라서 잘 어울리는데 말이야?" "페이그니스님… 최소한 인간형이었으면 안되나요?" "그러면 라스킨이 늑대왕인지 아니면 늑대같은 건달인지 알 수가 없지 않겠어?" "그래도… 이건 너무 커요" 은빛의 늑대인간으로 변신한 라스킨은 처음 등장했을 때 "디 석세서 오브 엘브스 퀸 에실루나 지오덴틱님과 툰드라의 윈터 울부스의 군주 늑대왕 라스킨님이 드십 니다!"라는 소개호명(紹介呼名)이 없었더라면 순식간에 화기애애한 무도회장을 비 명이 넘치는 공포발랄한 분위기로 바꿔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귀족들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세번의 호명(보통 귀족은 한번에서 끝내지만 조금 권위있으면 두 번의 호명을 하고 매우 세력있고, 권세가 있으면 세번을 외친다. 황제는 우리들에 게 세번의 호명을 하게 함으로써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을 하고서 그 뒤에 입장했기 때문에 약간의 놀람과 탄성을 자아내게 했었지, 비명소리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물론, 무도회장으로 가는 도중에 왕궁 경비병들과 마주쳐서 긴장감 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궁내부장이 미리 알아서 다 손을 쓴 모양인지 무력에 의한 충돌은 한건도 없었다. 원래라면, 에실루나와 라스킨이 서로 나란히 서서 입장을 해야 하지만, 에실루나 가 극구 나를 옆에 세우고 들어왔고, 그래서 라스킨에게는 미리안이 매달려(?) 들 어오게 되었다. 아무래도 키가 10피트에 다다르다 보니까, 라스킨의 키에 반하고 조금 더 큰 미리안이 붙어있으니 이건 거의 매달려 있다고 보는것이 좋겠지. 고목 나무에 매미라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는건 왜일까? "그런데 이름이 제대로 소개된 것은 에실루나와 라스킨씨 뿐이군요" "어쩔수 없죠. 중요한것은 두분 뿐이고, 우리는 '그 일행분들' 이외의 가치가 저 들에겐 없어요. 보통 엘프가 참여한다면 '엘프 누구누구님의 입장이요!'라고 말 했을법도 하지만 보세요. 미리안언니도 '그 일행분들'이라고 취급되고 있잖아요? 심지어는 미리안언니와 에실루나언니의 반려자인 페이그니스씨도 그렇게 소개 되 고 있어요. 뭐, 이 경우는 위장한거라서 투정부려봤자 소용이 없나?" 킬의 투정인지 한탄인지 모를 한마디에 그의 파트너인 지나얀은 손가락을 흔들면 서 답했다. 그리고 머기와 라니안느는 조용하게 펀치Punch를 잔에 따라 나미아에 게 주면서 자기들은 없는 사람이다 라고 주장하듯 조용함으로 시종일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실루나는 그 지위가 지위이다보니 어쩌다 무도회에 참여한 엘프들의 모 든 인사를 받게 되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식이다. "석세서 에실루나? 저는 달의 사막 북부 키리이안숲의 '생명의 물' 마을에서 파 견나온 모레인 체스라고 합니다. 엘브스 나이츠의 4사단 '물'의 부 사단장으로서 퀸을 모셨던 적이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모레인 체스경, 만나서 반가워요. 녹음의 축복과 생기가 당신 에게 함께 하기를" "고맙습니다. 에실루나. 숲의 모든 생명의 근원이 당신을 찬양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예. 석세서께서도 즐거운 시간 되시길…" 제국이다 보니까 의외로 엘프들도 무도회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었다. 에실루나의 말로는 퀸의 영토가 제국하고 가까운 편이라서 제국은 토지 조사나 자연 조사 같 은 작업을 할때 퀸에게 요청해 엘프들의 조언을 듣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엘 프들에게 약식의 작위를 두어서 계속적으로 효율적인 자연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 다는 것이지. 숲을 개간하는것에 대해서 엘프들이 고운 시선으로 봐줄리는 없겠지 만, 그들을 인간들이 어느정도 숲을 개간하는것을 묵인하고 있으며(인간들도 먹고 는 살아야지) 그것에 대해서 조언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는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의 생태계가 망가지는것을 막는다고 한다. 초대 황제였던 뮤리르인 1 세 부터 내려온 제국의 전통이라고 했으니, 엘 타칸리스 이 양반은 의외로 자연친 화적인 구석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말머리나 말꼬리에 매일 석세서, 석세서라고 호칭 붙이는것을 듣고 있자 면 가끔은 이골이 나요. 마치 내가 에실루나 지오덴틱의 이름을 빛내고자 사는것 이 아닌 엘브스 퀸의 석세서로만 존재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당신하 고 같이 있으면 그런 의무감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당신의 앞에서 저의 존재는 한명의 반려이니까요" 그녀는 작게 말하면서 생긋 웃었고, 나는 그녀가 평소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 었다는것에 대해 적지않게 놀랐다. 상대가 나이니 만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다른 엘프들이 들으면 놀랄일이지. 적어도 사람들의 눈이 있기 때문 에 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든가 하는 가벼운 애정표현의 행위도 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함으로써 충분히 신뢰의 뜻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확 인할 수가 있었다. "라스킨. 저쪽 분위기가 너무 좋아보이는데, 우리도 한번 연출해 볼까요?" "에, 예에?! 주, 주모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저에게는 엄연히 제이나라 고 하는 아내가…" "…진담으로 믿어요? 의외로 어리숙한 구석도 있네요. 툰드라는 300년간이나 지 배했다는 말이 믿기지가 않아요. 솔직히 말해봐요. 섭정정치였죠?" "그, 그럴리가 없잖습니까?" "에이, 솔직하기 못하기는. 전투 이외에는 별로 진지한 모습을 보지 못했었어요. 솔직히 말 한다고 해도 뭐라 안그러니까 어서 말해봐요 어서…" "그러니까 말이죠…" 미리안은 나와 에실루나의 모습에서 뭔가 에실루나와의 밀약이 있었다고는 해도 심통이 나는지 괜히 옆에 있는 라스킨을 붙잡고서 그를 곡혹스럽게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으음… 미리안아. 적당히 해주려므나. 알고보면 라스킨도 연애에는 소원하다고. 나이 400살에 이제야 부인을 맞이한걸 보면 모르 겠니? 앗, 그러고 보니까 라스킨 이녀석 대체 몇년 연하를 꼬신거야?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0년은 넘는데? 저, 저런 도둑놈 같으니!(그러는 나는 1000살이 넘은채로 148세와 206세의 아내겸 애인을 두고있다는 사실을 자주 까먹는다. 800년 연하잖 아? 나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로 머물러 있던 시간은 약 20분 내외였다. 우리에게로 는 아무도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없었고, 우리가 말을 걸만한 사람들도 없었기 때 문에 우리는 그들 이야기의 화제가 되어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야 기를 할때에는 서로가 얼굴을 보아야 하니 우리에게서 시선을 돌린것이지. 으윽, 시선 때문에 얼굴 따가운건 가셨지만, 이제는 귀가 극도로 간질거리는군. 그러는 와중에도 한번내지는 두번, 아주 가끔가다 세번의 소개호명이 간간히 들려오고 있 었고, 그들은 이내 우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 우리는 조금 편한 자세로 무도 회장을 둘러본다든지 이야기를 한다든지 할 수가 있었다. 아니, 어차피 우리가 무 슨 이야기를 하든 애시당초 저들에게는 들리지 않았을 터이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면, 츠렌도 여기 올까요?" 킬은 무도회장에 가득한 귀족들을 둘러보고, 소개호명을 유심히 들으면서 츠렌을 찾는 눈치였지만, 아직 장내에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최소한 우리가 들 어왔을 시점 이후부터는 츠렌의 가문인 자비스 후작가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다. 역시 헤리나 황녀가 말한 그대로 자비스 후작은 방탕한 딸을 정화시킨다는 명목하 에 그녀를 감금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그거 상당히 웃 긴 일 아니겠어? 듣자하니 자기 둘째딸이 3년동안 뭐하는지도 모르고 있던 사람이 집나간 딸을 억지로 잡아들이고, 그의 동료들에게 무고한 죄를 뒤집어 씌우며 이 상한 제목으로 생색을 내고 앉아있으니, 소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분수가 있는 법 이야. "만약 자비스 후작이 출세지향형이라면, 수려한 외모의 츠렌을 데리고 나올 수가 있어요. 아마도 이렇게 말하겠지요. '이 아이는 엘브스 퀸의 석세서와 같이 동고 동락하면서 여행을 하여 견문을 넓힌 아이입니다'라고 말이예요" 지나얀은 팔짱을 끼면서 삐딱하고 비판적인 어조로 말했고, 킬과 나, 머기와 라 니안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있는 말이야.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자비스 후작가의 프란츠 D 자비스 후작님과 리도리스 마리 후작부인, 그리고 그 의 영애 츠레이나 J 자비스 아가씨와 세레이나 J 자비스 아가씨가 드십니다!" 이어 같은말이 두번 더 반복되었고, 우리는 일제히 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츠렌 이 들어오는지 잘 살펴보려고 했는데 이어서 또다른 외침이 들려왔다. "황제폐하와 황비님, 그리고 황태자님 납시오!" 아앗! 하필이면 중요한 순간에 제일 높은 것들이 훼방을?! -145- 004.B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는 쳇하고 혀를 차면서 별로 맘에 들지는 않지만 황제가 나오는곳을 향해서 고 개를 숙였다. 예의는 지켜 주어야지 않겠어? 그래도 이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니까 말이야. 아, 생각해보면 역대 황제들은 엘 타칸리스가 유희하면서 낳은 자식의 후 손들이잖아? 지금에 와서는 그 피가 상당히 흐려져서 제 형태도 남아있지 않겠지 만, 그래도 저들은 엘 타칸리스가 낳아놓은 자식의 후대겠지? 비록 유희중에 낳아 서 드래곤들의 입장에서는 애완동물의 이상가치도 없는 자손들이었겠지만, 기왕이 면 난 황제가 아닌 저 피가 지닌 핏줄의 기원에 있을 엘 타칸리스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고 생각하였다. 인간이나 드래곤이나 서로 제멋대로인건 같으니까, 속마음 까지 훓어볼 재주는 황제에게 없겠지. 크큭. "모두들 고개를 들라" 황제의 목소리가 떨어지고 나서야 나와 무도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굽혀진 허 리가 바로 펴졌다. 그리고 나는 무도회장의 북쪽에 모든이들이 볼 수 있도록 높게 설치된 왕좌에 앉아있는 중년의 남자와 장년의 여성, 그리고 그들의 오른쪽에 서 있는 젋은 남성을 볼 수 있었다. 입고있는 옷들은 여기있는 모든이들을 압도하는 화려함을 지니고 있었고, 왕좌에 앉은 중년에게서는 당당한 위엄이 느껴졌다. 황 제는 역시 황제군. 충분히 카리스마가 있어보여. 하지만… 라스킨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군. 에실루나는 황제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30년 전보다 많이 늙었어요. 아마도 100세는 충분히 넘겼을것 같네요. 그때 보 다는 훨씬 더 심중(心重)해진것 같지만요" "만나본적 있는거야?" "황태자의 성년식때 참석했었어요. 그때는 좀 더 젊었었는데, 오히려 지금에서야 제왕다운 풍모를 풍기네요" "시간은 많은걸 바꾸기 마련이야. 100년 이상 살았다면, 많은걸 깨달았을 나이잖 아?" 나는 잠시 에실루나가 황제를 만나봤었다는 사실에 잠정적으로 놀라하면서 대답 했다. 물어보지도 않았으니, 말하지 않는것은 당연하겠지. 적어도 엘프에게서 뭔 가를 듣고자 한다면, 직접 물어보기 전까지는 거의 알 수가 없다. 자기 입으로 말 하는 것은 드무니까. 하지만 에실루나의 경우에는 남편에게 수다떠는 아내의 모습 을 조금 축소시킨 것이지. 보통사이가 아니다 보니까 가끔은 엘프답지 않아보이는 면이 발견되곤 해서 요즘은 재미있단 말이야. 에실루나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 거렸고, 곧 이어서 그 내용이 레리첸트의 왕에게서 들었던 그 웃기고도 쓰잘데 없 는 축사가 황제의 입에서 나왔기에 나는 그의 말을 차단시켜버렸다. 충직스런 귀 족들 어쩌고 하는 개그는 한번으로 족해야 웃긴 법이야. 약 3분여간에 걸친 축사에 귀족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면서 "성은이 망극하옵 니다!"를 외쳤고, 황제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왼쪽 아래 에 있는 악단에게 손짓을 했고, 그에 따른 잔잔한 음악과 함께 황제의 48회 결혼 기념일 무도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런 축사는 좀 듣기가 그렇군. 안그래?" 나는 가까운 테이블로 다가가서 펀치를 한잔 따르며 에실루나에게 말했다. "저도 한 잔 주세요. 그래도 할 수 없잖아요? 초대받은 입장이니까요" "여기. 바라지도 않은 초대에 대해서 크게 의무감 느낄 필요는 별로 없는데 말이 야" "고마워요. 어쨌든, 저로서는 인사를 드려야 해요. 이 자리에 있는 저는 엘프들 의 대표자 자격이니까요" 나는 그녀의 말에 웃으면서 펀치를 들이켰다. 음 색과 향, 맛을 보자면 이건 나 무딸기인가? 제국에서는 레몬이 흔하다던데, 레몬 펀치나 레몬술은 없으러나? 나 는 레몬향을 상당히 좋아한단 말이야. 황제는 왕좌에서 황비와 같이 내려와 여러명의 귀족들에게 둘러 싸여 뭔가를 이 야기 하고 있었고, 어쨌건 나는 이 자리에서좀 벗어났으면 했다. 옷도 불편하고, 이런 자리는 싫단 말이야. 하지만 츠렌을 만나서 뭔가 이야기라도 해볼 것을 생각 하면 그냥 갈 수도 없으니 이거 참 짜증나게도 진퇴양난인 상황이네? "쯧, 진퇴양난에서는 퇴보다도 진이 훨씬 났겠지" "예?" "아냐, 아무것도. 그럼 슬슬 인사하러 가볼까?" "아, 네" 나는 펀치를 단숨에 비우고는 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에실루나는 조금 마신 잔을 내 잠 옆에 내려 놓았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오른팔을 내밀어 에스코트를 신청했고, 그녀는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하고는 나의 팔을 잡고 팔짱을 꼈다. "라스킨. 인사하러가죠" "예" 라스킨은 킬과 뭔가 이야기를 하면서 포도주를 마시다가 에실루나가 부르자 얼른 이쪽으로 왔고, 그의 곁에서 미리안이 졸졸 따라왔다. 미리안은 얼른 라스킨의 팔 짱을 끼면서(그 전에 나의 팔짱을 낀 에실루나의 팔을 부러운듯이 바라보았다) 말 했다. "괜히 혼자 있어서 외간남자들한테 목표가 되는건 딱 질색이란 말이예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해주지 않아도 아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눈을 번득이는 사람들의 시선은 정말로 참기 곤혹스러워요" "저, 제가 곤혹스럽습니다만…?" "유부남한테 관심 없으니까 신경 꺼요" "네, 넵" 미리안은 라스킨을 살짝 노려보면서 말했고, 라스킨은 급히 대답해서 위기(?)를 모면했다. 그리고 우리 넷은 귀족들이 과도하게 뭉쳐있는 곳, 다시말해 황제가 있 는 장소로 발걸음을 차분하게 놀렸고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를 보고 는 놀라서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아, 실례" 나는 우리가 오는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부딫혀버린 귀족남자에게 말 했고, 그는 뭐라고 한마디를 하려는 험악한 인상이었다가 나의 옆에 있는 에실루 나와 내 뒤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인 라스킨을 보면서 얼른 길을 비켜주었다. 그 러고 보니까 라스킨은 너무 크군. 비록 툰드라에서 여기까지 올때의 그 옷 그대로 를 입고, 거기에 군청색의 망토만 따로 두른 모습이었지만 황제에게 다가갈 수록 황제보다 더 위엄있어 보인다. 음… 여차하면 인간의 모습으로 다니게 해야겠어. 황제는 등을 보이고 이야기를 하다가 뭔가 이상한 낌새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고, 마치 모세의 기적 같이 길을 내주며 좌악 벌어져있는 사람들과 라스킨의 거대하고 위엄있는 덩치(단언코, 이것을 먼저 보았을 것이다)를 보고서는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다. 나는 황제의 말을 차단했던것을 풀고 그가 라스킨에게 뭐라고 할지 귀를 기울였지만, 그 대상은 에실루나였다. "오오… 석세서 에실루나가 아니오? 30년만인가요? 정말로 오랜만이오" "엘브스 퀸의 미거한 계승자인, 저 에실루나 지오덴틱이 뮤리르인 제국의 황제이 시고 제일권력자이신 네이야 L 컨트디린 뮤리르인 폐하를 뵙습니다" 에실루나는 나의 팔짱을 풀고는 정중하게 인사했고, 나는 그녀에게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있었다. 내가 상관할 대화는 아니고, 또 이렇게 하면 나는 고개를 숙 이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야. 황제는 껄껄 웃고는 말했다. "허허허! 겸양하지 마시길 바라오. 30년 만이지만 과인은 이렇게 늙었는데 석세 서 에실루나는 아직도 그때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계시는것을 보니, 그대가 엘프라는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는구료. 엘프들의 도움에 항상 감사하고 있소" "제국의 엘프들에 대한 의리를 지켜주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정말이지 달라진것이 없소이다! 아, 그때도 보았겠지만, 황비하고도 인 사 하시오" 황제는 위엄있고도 호탕한 모습이었다. 저것이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대외적인 모습인지는 알 겨를이 없었지만, 어쨌든 에실루나는 그런거에는 전혀 신경지 않고 서(당연하지!)고개숙여 인사했고, 황비도 우아하게 답했다. 에실루나와 황비가 약 간의 잡담을 나누는 사이 황제의 시선이 라스킨에게 향했고, 나는 다시 미리안과 같이 라스킨의 뒤로 물나야했다. 아쉽게도 오늘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서 말이야. "오오…, 과연 듣던 대로입니다. 툰드라의 늑대왕 라스킨이여. 과인은 뮤리르인 제국의 황제인 네이야라고 하오" "제국의 우정에 늘 감사드리며, 미천한 늑대왕이 위대하신 황제에게 인사드립니 다" "짐이야 말로…" 5피트 6인치 정도의 황제와 10피트의 라스킨이 서로 손을 잡고 인사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와 어른의 모습 같았기에 나는 잠시 웃음을 참았다. "헌데 뒤의 두분은?" 라스킨과 적당히 인사를 건넨 황제는 형식적으로나마(속을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는 형식적으로 보였다) 나와 미리안에게 관심을 보였고, 라스킨은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지 황제에게 나와 미리안을 소개했다. "이쪽은 당대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계시는 정령사이신 페이그니스입니다. 그리 고 여기는 여행동료인 미리안양입니다" 라스킨은 적어도 자신의 마스터라는 것을 밝힐 수가 없으니 아예 나를 아주 치켜 세우기로 작정했나보다. 황제의 눈빛이 금세 바뀐 것을 보자면, 늑대왕이 칭찬할 정도로 뛰어난 정령사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뭐, 정령사로서 뛰어난건 사실이지. 하지만 그런게 금방 표변적으로 되는건 싫은데 말이야. 황제는 송구스럽게도 악수 를 청해왔고, 나는 정말로 몸둘바를 몰라하는체 하면서 그의 손을 잡고 적당히 두 어번 흔들어 주었다. 황제는 미리안하고도 적당히 인사를 나눈 뒤에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하면서 황비와 같이 다른곳으로 이동했고, 그들의 뒤를 따라서 한무리의 귀족들이 따라갔다. 그러고 보니 헤리아 황녀는 왜 안나온거지? "확실히 많이 변했어요. 좋은면으로 많이 변한것 같아요" 에실루나는 다시 내 팔짱을 껴오면서 말했고, 나는 주위의 눈을 의식해서 그녀에 게 존대말로 말했다. "그렇습니까? 저는 이번이 처음이라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때는 어떠셨습 니까?" "음… 약간은 의기소침해 있었다고 할까요? 당시에는 왕위에 오른지 3년되는 때 였으니까요. 선황의 제위기간이 길어서 갑자기 앉게된 황제의 자리에 대해서 많 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익숙해진것 같아요" "30년이나 지났는데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하겠지요" 에실루나는 생긋 웃고는 나의 팔을 잡아 끌면서 말했다. "훗, 그래요. 그건 그렇고, 춤추시지 않으시겠어요?" "제가 발이라도 걸지 않을지 걱정이군요" 물론, 내가 그녀의 발을 걸 염려는 전혀 없다. 미뉴엣이든, 왈츠든, 탱고Tango, 람바다Lambada등등 뭐든지 소화해 낼 수가 있다구. 아, 람바다는 안되겠구나. 적 어도 이런 자리에 추기에는 조금 엄한 춤이지. 그녀는 나의 말에 입을 가리며 작 게 웃고는 말했다. "호홋, 설마요. 한곡 추실까요? 엘리멘탈 서머너Elemental Summoner?" "영광입니다. 석세서" 나는 팔짱을 풀고는 그녀의 손을 가볍게 쥐고 한창 왈츠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쪽으로 걸어갔다. 남자의 오른손은 여자의 손을 맞잡고, 왼손으로는 여자의 허리를 감싼다. 여자의 왼손은 남자의 오른손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남자의 어깨를 잡는다. 그리고는 음 악에 맞추어서 3박자의 리듬을 타고 스텝으로는 원을 그린다. 이것이 왈츠다. 배우기는 그럭저럭 쉬운편이다. 하지만 왈츠는 쉬운만큼 변형이 많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통용되는 왈츠는 다르다. 뭐, 그렇더라도 나와 에실루나는 신경쓰지 않 는다. 어차피 우리가 추는 춤은 엘프들의 왈츠이기 때문이지. 10년에 한번있는 엘 프들의 축제에서 미리안에게 가르친것과 같은 춤이지. 스텝은 조금 더 복잡하고, 몸놀림은 조금 더 경쾌하다. 난이도가 약간은 올라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화려하 달까? 그래서 나와 에실루나의 춤은 주위의 귀족들에게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도 모른다. 변형된 엘프들의 왈츠가 아니더라도 엘브스 퀸의 석세서인 에실루나 가 추는 춤이기 때문에(나는 안중에도 없을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관심을 끄는것 은 당연한 현상이다. -146- 004.B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잘 추시네요?" 고작 몇분간의 춤으로는 그녀의 호흡을 흐트러지게 할 수는 없었는지, 그녀는 작 고 고르게 말했고,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 역시 고작 몇분의 춤으로 호흠이 흐 트러지지는 않는단 말이야. "미리안에게 춤을 가르친게 나라면 믿겠어?" "후훗, 다행이네요. 이런곳에서 발이 걸려 넘어지면 무슨 추태겠어요?" "춤을 모른다고 해도, 보고있는 사이에 다 익힐 수 있어" "헤에… 제가 조금 불리하네요. 그런면에서" 에실루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스텝의 템포를 어긋나게 하면서 스텝을 바꾸었 지만, 그런것에 내가 말려들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다. 나는 발을 교묘하게 사 용해서 오히려 그녀가 따라오기 약간 힘들게 만들었고, 그녀가 순간적으로 당황해 하고 있는 표정을 보면서 피식하는 웃음을 흘렸다. 장난도 걸릴사람에게 쳐야하지 않겠어? "…짖궂어요" 내가 스텝을 원래대로 되돌리자 그녀가 샐쭉한 표정으로 말했다. 룰루루~ 무엇을 말하는지 난 전혀 모르겠네요? 음악이 끝나고, 나와 에실루나는 서로 떨어져서 서로에게 고개숙여 인사했다. 춤 을 출때의 예절이지. 상당히 쓸데없는 예절이지만 말이야. 그녀와 나는 다시 팔짱 을 끼고는 춤추는 공간을 빠져나왔고 주위 귀족들이 시선을 받으면서 이 무도회장 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 있는곳, 그러니까 라스킨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 겼다. 저기에 아마 사람들이 다 몰려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른이들은 키가 고만고 만해서 보이지는 않지만 라스킨은 확실하게 보이지. 음. "저어… 석세서 에실루나? 실례하겠습니다" 에? 나는 이동중에 갑자기 뒤에서 에실루나를 부른 목소리가 내가 아는 목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에 잠시 의아해하면서 그녀와 같이 뒤를 돌아보았고, 거기에는 약간 곱슬거리는 금발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남자가 한명 서있었다. 에또… 의복이 상당 히 화려하군. 황태자잖아? 에실루나는 상대를 금방 알아보고는 치마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고개를 숙였고, 나도 같이 고개를 숙였다. 이크, 인사해야지. "황태자 저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덕분에요. 석세서께서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황태자는 생긋 웃으면서 답례차 안녕하냐는 말을 했고, 에실루나는 그것을 진담 으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육체의 평화로움과 정신적인 자유를 말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겠 습니다. 좋지 않을 일이 생겼고, 그 일 때문에 여행을 하는 중이니까요" 에실루나의 표정과 말투는 처음 만났을때와 같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표정에 약간 은 냉정한듯이 차가운 말투였다. 으음… 아무래도 나와 미리안, 나미아를 비롯해 서 동료들 이외에는 따스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것 같군. 황태자는 그녀의 예기치 못한 대답에 조금은 머쓱하고 당황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예…. 그러시군요.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좋은 동료들이 있어서 그렇게 크진 않답니다. 무슨 일이시죠?" 으윽, 옆에있는 사람이 오싹하다고 느낄 정도의 한기가 날리는것 같군. 무표정에 무감정, 일견 쌀쌀맞게도 보이는 에실루나의 태도에 황태자는 조금 움찔하였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목적을 말하고야 말았다. "방금 춤추신 뒤라 힘드실것 같은데, 괜찮으시다면 한곡 추시겠습니까?" …기껏 한다는 짓거리가 추파냐? 하지만 황태자로서는 매우 어렵게 말을 건넨듯 싶었다. 에… 30년전에 성년식을 올렸으면, 지금은 48세잖아? 제국의 성년 기준은 18세부터 잡고 있으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난 에실루나가 단호하게 거절할것 같다 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의 태도가 그렇잖아? "아…. 그때의 약속이 있었군요.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페이그니스? 잠깐 황태자 님과 춤을 추고 올게요. 다른분들에게 그렇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 네. 물론" "그럼 조금 있다 봐요" 에실루나는 생긋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고, 황태자의 표정이 약간 굳어버렸다. 나 에게는 해프다시피하게 미소를 드리우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그럴거야. 하지만 황태자는 당황스런 상황이었어도 예법을 잃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 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양해를 구했다. "페이그니스씨…라고 하셨습니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아, 예" "그럼…" 그리고는 에실루나는 황태자의 손을 잡고는 다시 사람들이 춤추는 장소로 가버렸 다. 그리고는 갑자기 음악이 끊기더니 다른 곡조의 음악으로 변했다. 호오… 왕족 홀로의 쇼타임이다 이거야? 에실루나까지 겹치니까 여기저기서 탄성들이 절로 튀 어나와주는군. 나는 다시 라스킨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라스킨이 있으니까 알아 서 찾아 오겠지. "같이 춤 한곡 추실래요?"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레이디" 아쉬운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이름모를 귀족집 여자를 보면서(분명 기리하 샤이텐 쇼 백작의 딸인 히요린 샤이텐쇼라고 했었지만 기억하고 싶지않다) 나는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이걸로… "6명째인가요?" "나도 알아… 그러니까 자극하지 말아줘 미리안" 나는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에실루나가 황태자와같이 춤을 추러 가고, 내가 홀로 라스킨이 있는 곳으로 갈 때까지는 약 2분이라는 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시간 이 소요되었는데, 어째서냐고 하면 아까와 같이 나에게로 댄스요청을 해오는 귀족 가의 아가씨들 때문이다. 에실루나는 내가 그녀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었지 만, 지금와서 생각해 보자면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받고 있지 않았나 싶은 기 분이 든다. 에실루나가 사라지자마자 나에게 어택(?)을 감행하는 용감한 귀촉가의 아가씨들 때문에 나는 일행들에게로 다가올 때까지 아가씨랑 인사하고, 풀네임으 로 자기소개를 한 뒤에 정중하게 댄스요청을 거절하는 일을 여섯번 반복해야했다. 그나마 공작가의 여성이 없어서 다행이야. 공작가면 공녀라고 불리우니 그 명예를 봐서라도 응하지 않으면 안되거든. "푸우, 에실루나에게서 보호받고 있던 사람은 오히려 나였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펀치를 마시려다 술도 괜찮겠다 싶어서 포도주잔을 들고는 푸념을 늘어놓았 다. 미리안은 평소같았으면 뭐라고 한마디 더 할 기세였지만, 웬일인지 그냥 풋하 고 웃는걸로 대신했다. 어라? 어쩐일이지? 나는 잠시 후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 다. "…마셨냐?" "드셨습니다, 마스터" "안 말렸어?" "말리면 혼난다고 해서…" 그랬다. 미리안은 지금 약간 취해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나는 그녀가 포도주잔에 다시 붉은 포도주를 붓는걸 보고는 한숨을 쉴 수 밖에는 없었다. 약간은 취해있어 서 그렇게 관대한(?) 태도를 보여준건가? 잠시 나는 내 기억을 되짚어보았고, 미 리안이 술에 취해서 고꾸라진 적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흐음… 숙취로 힘들어하 던 일이 한건 있구나. "얼마나 마셨어?" "대여섯잔쯤 됩니다" "열잔 넘어가면 말려라" "예" 그리고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킬과 지나얀, 머기와 라니안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미아? 나미아는 펀치와 빵, 약간의 고기요리를 먹고는 포만감에 밀려 오는 식곤증 때문에 라스킨의 옆에서 의자 두개를 붙여 만든 간이 침대에서 콜콜 거리며 잘 자고 있었다. 예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었 보다도 어린아이인데다가, 귀족파티에서 이런일은 흔했고, 나미아가 워낙에 귀여 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야지. 모든일이 "어머~ 귀여워~"로 통해버리니 나미아를 보 면서 예의범절이 어떻네라고 수군대는 귀족들은 없었다. 단지 있다면 자는 모습이 귀엽다든지 하는 사항들 뿐이었다. 우으으… 정말로 귀여워! 딸이라서 하는 소리 가 아니라 정말로 귀여워! 아, 아니. 지금 내가 궁금한것은 나미아가 귀여운가가 아니지. 나는 잠시 머리를 두어번 두들겨서 잡념을 몰아내고는 라스킨에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간거야?" "츠렌씨를 찾으러 가셨습니다. 아직 무도회장에 남아있을거라고 말하시면서 말이 예요" "아, 그래? 흠… 하지만 그 자비스 후작이 순순히 츠렌과의 면담을 허락할까?" "예? 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나는 잠시 라스킨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라스킨은 이런쪽 이야기에는 상당히 약하지. 자비스 후작은 정치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라도, 순순히 츠렌과 킬 일행을 만나게 해주지는 않을것 같다. 개인적인 자존심을 둘째치고서,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 그러니까 정계에서 딸의 일이 허물이 되어 공격을 받을 여지가 있 기 때문에 더이상의 파란을 만들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계라는곳이 환생하기 전의 한국이나, 차원을 넘어선 여기나 당과 당으로 갈라선 당파싸움이 있고, 헐뜯 기 위해서라면 사생활 침해는 기본소양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앉아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미리안과 이야기를 하려다 지금 시점에서의 그녀와의 대화는 조금 안될거라 는 생각을 하고는 라스킨과 이야기하기 쉬운 주제로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흠… 그런데 말이야, 이미 동행을 시작한 여행이니까 한명이라도 없으면, 조금 기분이 이상하겠지? 그것이 본인의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면 말이야" "억지로 동료가 일행에서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죠. 그런 기분은 많이 느껴보았습 니다. 가끔 친하게 지내던 늑대들중 하나가 사고를 당해 죽었을때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겠지요" 약간 어긋나기는 했지만… 그것도 비슷하겠지. "역시, 수도에 조금 더 머물러야 하나?" "츠렌씨의 본심을 듣고서 행동해도 늦지는 않습니다. 본데스의 연구시설의 위치 는 한번 잡아 낸것으로 이미 놓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주욱 따라서 가기만 하 면 됩니다" "호오, 그래? 그렇다면 츠렌의 본심을 들어봐야지. 억지로 데려가 달라고 말 한 다면 그대로 해주고, 아니면 황제에게 따로 부탁을 할 수도 있겠지" 권력층이 가깝기 때문에 그만큼 이용해 먹을 수가 있단 말이야. 에잇, 웬만해서 는 권력을 이용하는건 하기가 싫었는데 말이야. 권력만큼 초 강제성을 띄는 것도 별로 없단 말이야. 사람을 규제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수단이고, 그만큼 사용자 의 욕망에 따라서 변질되기 시작하면 급속도로 한도 끝도 없이 썩어 구린내를 풍 기는 힘이 권력이라서 쓰거나 기대기는 싫이지만, 최후의 수단으로서 이만큼 좋은 방법도 별로 없지.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말이야. "후우, 다녀왔어요" "아, 에실루나. 춤은 즐거웠어?" 어느샌가 나의 뒤로 에실루나가 다가와 있었다. 그녀는 나의 말에 머리를 살짝 정돈하면서 말했다. "즐겁고 뭐고 할게 있나요? 그냥 30년전에 했던 약속을 지켜준것 뿐이예요" "약속?" "30년 전에 황태자가 같이 춤을 추지 않겠냐고 했었죠. 그때 저는 거절했었어요. 성년이 되면 황태자비를 골라야 하는데, 제가 그런 오해받는것도 싫었고, 석세서 의 의무라는게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황태자비가 간택되고, 다음에 이런 행 사에서 만난다면 그땐 같이 추어주겠다고 했죠" "흐음… 소년의 순정을 무참하게 짓밟은 셈인가?" 에실루나는 입을 가리면서 작게 웃었다. 예상이지만, 그때 황태자는 더듬거리고, 우물쭈물하면서 에실루나에게 댄스요청을 했겠지. 하지만 바로 거절당해버렸으니 그 마음이 어떠할까? 하하핫. "춤솜씨는 어땠어?" "춤솜씨는 뛰어난 편이었어요. 아무래도 많이 배웠고, 했었던 일이니까 능숙함이 배어나오는 솜씨였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틀에 박힌 느낌이 들었어요" "틀에? 하긴… 이것이 생활일 테니까 말이야"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기만 한 황태자의 생활이지만, 본인이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은 종이 한장차이라는 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춤의 경우도 그 렇지. 무도회가 한달에 한번꼴로 벌어지니까 1년에 벌어지는 무도회의 반만 춤을 추었어도 240번은 추었을 테니까 말이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고는 포 도주잔을 들어 한모금 삼키려다 들려온 외침소리에 포도주를 뿜어낼뻔 했다. "레리첸트의 로즈마리 공작 내외와 그 자제분들이 입장하십니다!" -147- 004.B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는 에실루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미리안을 바라보았다. 설마하니 이 로즈 마리가 그때의 그 로즈마리야? 그녀들은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이 마에서 식은땀이 삐져나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은 외국에서도 아무로 찾아오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어째서 산다스가 여기에? 레리첸트의 최고급 개 인 사병단을 거느린 그가? 그만큼 레리첸트에서는 제국과 친교를 맺고 싶다는 거 야? 나는 잠시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이 몰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많은 사람들 때문에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잘 보이지는 않았다. "로즈마리 공작가라면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이터스로 유명한?" "오오…! 나도 한번 가서 뵈어야겠어! 평소에도 만나고 싶었거든!" 사람들은 너도나도 산다스 공작 일행에게 다가갔고, 그들을 둘러싸고 웅성거리다 가 갑자기 모든 말을 멈추었다. 어라? 아… 황제구나. 그 주위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는것을 보면서 나는 쓴웃음을 흘렸다. 나는 최소한 저 주위에 없으니까 저렇 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지 않아도 되겠지. 쓸데없이 멀리서 인사해봤자 보지도 못 할 인사니 안하는게 더 나아. 게다가 이건 귀족들의 예법중에 하나라고. 나는 일 단 라스킨의 뒤로 슬쩍 숨어서 포도주잔을 기울였고, 그러다 살짝 저쪽으로 시선 을 돌렸다. 그러자 황제가 이쪽(정확하게는 라스킨)을 가리키면서 뭐라뭐라 말을 했고, 산다스의 눈이 커졌다. …웁스. 설마하니 산다스가 라스킨에게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툰드라의 늑 대왕이니까 일단은 한번이라도 만나보는것 자체가 그 자신에게는 영광이겠지. 그 런 의미에서 자리를 좀 피할까…? "아무래도 피하기엔 좀 늦었어요. 목적은 라스킨인것 같았는데, 페이그니스님도 발견해 버렸어요" "허허…" 나는 슬쩍 자리를 옮기려다가 들려온 미리안의 말에 그냥 높은 천장을 바라보면 서 허망하게 웃어버렸다. 그리고는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면서 고개를 돌렸고, 내 쪽으로 걸어오면서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산다스 이하 나머지 사람들이 보였다. 어라? 자한과 뷔켄도 있네? 오랜만이군. 그들은 나를 발견하고서는 그들의 발의 각도를 살짝 바꾸어서 나에게로 걸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라스킨의 옆에 붙음으로써 그들이 나에게 인사를 할 상황에 대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이런. "안녕하십니까. 라…" "라스킨님은 이쪽입니다" 그리고 나는 얼른 라스킨을 잡아당기면서 말했고, 그는 잠깐 눈을 움찔하더니 라 스킨에게 말했다. "…라스킨님. 레리첸트의 산다스 빈 로즈마리 공작입니다. 평소에 툰드라를 지배 하는 늑대왕의 위명을 듣고 만나뵙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 예. 만나서 반갑습니다. 툰드라의 라스킨입니다" 위험했어…. 나는 그가 나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라이니시스'라고 하기 전에 얼 른 라스킨을 내밀어서 위기를 모면했다. 그리고는 라스킨의 뒤에서 여유있게 포도 주를 마시면서 그를 향해 '쯔쯔쯔'거리는 표정을 보여주었고, 순간적으로 그와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서 곤혹스러운 표정이 떠올랐었다. 이봐이봐, 나는 여기에 그저 라스킨과 에시루나의 '동료'들로서 와있는거야. 드래곤이 자기 정체를 밝혀 버리면 유희는 거기에서 끝이라는거 몰라? 어떤 의미에서 난 지금 유희를 나와있 는 거라구. 그러니, 조심해줘. 산다스와 그의 일행이 라스킨과 인사를 끝내고는 나에게로 다가와서 말…하려했다. "아… 그러니까… 저…" "페이그니스" "아, 예. 오랜만… 인가요? 페이그니스…씨" 산다스는 우물쭈물거리면서 뭐라고 나에게 말을 하려다 내가 내 새 가명을 알려 주자 이번에는 호칭때문에 버벅거리다가 결국에는 '-씨'라는 평범한 호칭을 붙였 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호탕함이 많이 줄으셨군요 공작님. 자한씨와 뷔켄씨도 오랜만입니다. 공작부인 께서는 더 아름다워지셨습니다? 마리를리나 아가씨도 오랜만이군요. 그리고… 다 른 분들은 처음 뵙겠습니다. 페이그니스입니다"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 나는 인간이다. 정중하게 인사를 해야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들은 약간 당황해하면서 나의 인사를 받았고, 나는 그 모습에 왠지 재 미있는 기분을 느꼈다.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편하게 지냈을 테지만, 지금에 와서 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는 것인가? 산다스는 뭐라고 할 말을 찾는듯 했다. 평소때 에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만약에 만난다면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해봐야지 하 고 생각했겠지만, 막상 앞에 두면 이야기를 못하는군. 우물쭈물하던 산다스는 크 게 심호흡을 하고는 드디어 말했다. "아… 저기, 그때는 죄송했었습니다. 일이 그렇게 커질줄은 몰랐거든요" "괜찮습니다. 쓸 가명이야 얼마든지 있고, 그쪽에서도 조치를 잘 취해주셨으니까 한 500년 뒤에는 원래이름을 사용할 수 있겠죠" 내 이름과 존재는 대대적인 외교선전용으로 써먹은 레리첸트는 내가 직접 찾아가 서 그만둬달라고 말한 이후로 거의 모든 문헌에서 내 기록을 삭제시켜버렸다고 한 다. 그래도 사람들의 기억이라는게 있으니까 한 500년 정도는 내 본명을 사용하지 못할것 같다. 500년이야 레어에서 뒹굴거리다 보면 금방 지나가겠지. "그, 그렇군요" 산다스는 어정쩡한 표정을 지었다. 500년이라는 세월을 쉽게쉽게 이야기하는 모 습을 보니 드래곤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든 까닭인가? "여어, 자한씨와 뷔켄씨도 오랜만입니다" "에, 예엣!" "안녕하셨습니까" 자한은 당황해하면서 차렷자세로 대답햇고, 뷔켄은 절도있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아아… 별로 않좋아 이런거. 주위에서 귀족들의 눈이 점점 수상해지고 있단 말이 다. "아! 뭐어. 항상 이렇다니까. 자한, 조금은 긴장 풀어도 상관 없잖아요? 페이그 니스씨가 잡아먹는것도 아닌데 말이예요.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마리를리나는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과감히 손을 내밀었고, 그녀의 대담성에 오 히려 내가 놀라버렸다. 5년전에 비해서 훨씬더 성숙한 모습을 가진 그녀는 예전에 가지고 있던 애티를 완전히 벗어버리고는 완연한 여인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나는 그녀의 속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말하자면, 성장을 했다는 건가? 나는 마주 미소지어주며 말했다. "5년이란 세월이 긴 시간은 아니지만, 변하신 모습을 보니 마치 그 세배는 더 지 난것 같습니다. 많이 변하셨군요? 레이디 마리를리나" "감사해요. 아, 하지만 추파는 던지지 마세요. 전 이미 맡아둔 임자가 있으니까 요" 그녀는 얼른 자한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고, 자한의 얼굴은 당황해하던 표정이 벌 겋게 변해버렸다. 헤에…? 자한, 의외로 능력있었는데? 하지만… 용케도 마리를리 나의 성격을 잘 버텨내었군. 지금은 조금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는 나의 시선에 담긴 의미를 알고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다. "에… 페이그니스씨한테는 마리를리나의 좋지 않은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계시겠 지만, 지난 5년동안 많이 변했습니다. 그 점은 제 검에 걸고 맹세하죠" "맞아요. 전에 페이그니스씨께서 말씀하셨었죠? '공작가의 딸이란걸 빼면 뭐가 남느냐'라고요. 생각해보니까 아버지의 딸이라는점 외에는 남는것이 별로 없었어 요. 그래서 저는 공작가의 딸이라는 점을 빼도 많은것이 남을 수가 있도록 열심 히 생활해왔어요" 마리를리나는 자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고, 나는 납득했다. 그때 내 가 피어를 약간 섞어서 말했기 때문에 그녀의 의식 깊숙하게 남은 그 말이 궁극적 으로는 그녀의 인생을 바꾼 계기가 되었던것 같다. 말하자면 철이 들었다고나 할 까? 정신이 성숙하니 따라서 몸도 같이 성숙한것 같다. 지금에서야 비로소 20대의 처녀같이 보이는군. 산다스 공작가의 일행과는 길지도, 짧지도 않게 인사말만을 가볍게 나누었다. 공 작의 두 아들은 비록 폴리모프체라고는 하지만 드래곤을 눈앞에서 직접 보니까 꽤 나 놀라하면서도 매끈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폴리모프를 하고 있다 보니까 못미덥기도 하고, 조금은 긴장이 풀어졌을 수도 있지. 내가 드래곤이 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하는 두 아들들에게는 마리를리나가 당했던 것처럼 피어 를 살짝 뿜어서 약간의 공포를 각인시켜 두었더니 그들도 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 을 믿기 시작한것 같았다. 후훗, 자기들이 안믿으면 어쩐다고? 산다스 공작의 일 행은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면 평판이 좋지 않기 때문에 다시 인사하고는 다른 제 국 귀족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5년이라는 세월은 길다면 길 수도 있는 세월이다. 나에게는 레어안에서 가끔 1주 일정도의 여행으로 시간을 때우던 때이지만, 다른이들에게는 여러 일이 일어났던 시간이라고 새삼 확인할 수가 있었다. 나도 인간이었을때 하루하루에 감사하면서 그 하루를 알차고, 보람있게 살아가자는 생각을 했었지. 드래곤이 되고나니까 그 런 기분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있는데, 오늘같은 때의 산다스 공작가와의 재회는 나에게 그런 중요한 점을 상기시켜주었다. 나는 겉은 드래곤이라도, 속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이다. 하하하핫! 내가 잠시 인간성의 확인을 하고 있을 시간, 다른 일행들은 어디서 뭘하나 궁금 해졌다. 산다스 공작의 일행 때문에 잠시 귀족들의 눈에 띄여서 다른 일행도 무슨 일인가 확인하러 올 수도 있었지만, 그런 움직임이 없는걸로 보아서는 뭔가 중요 한 이야기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츠렌을 찾아 나선 것 같은데 말이야? "페이그니스. 들어가시지 않으실래요? 나미아도 침대에서 재우지 않으면 안되잖 아요?" "아, 그래야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다른 일행들이 어쩌나 궁금해서 말이야. 미 안하지만 먼저 들어가 있을래?" "그럼 그럴게요. 그럼 나이마는 제가 데려갈게요" 에실루나는 나미아가 자고있는 의자로 가서 나미아의 등을 살짝 두드리고는 잠에 취해서 웅얼거리는 나미아를 안고서 일어섰다. 아… 그러고보니 사람들이 이상한 오해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군.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상한 느낌을 찾을 수 가 없었다. 그저 '졸린 동료의 아이를 착하고 자애로우신 석세서께서 일부러 데려 다 주기 위해 저러시는구나'라고 생각하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어떻게 아냐고? 의심스러운 표정이 아닌 뭔가 흐뭇해 보이는 표정들을 지으니까 그렇지. 아, 더불 어서 '부모가 누군데 석세서께서 저런 일까지 하게 만들어?'라는 뜻이 담긴 험악 한 표정도 보였다. 그리고는 아이를 안고가는 그녀를 에스코트하기 위해서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발을 구르는 귀족가의 남성들이 보였다. …불안하군. "라스킨. 호위" "아… 필요 없…" "알겠습니다. 마스터" 나는 작게 멸령했고, 라스킨은 에실루나의 옆에 붙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에실루 나가 한걸음이라도 뗄라치면 달려와 에스코트를 할려고 준비중이던 청년들은 모두 좌절하는 표정을 지었다. 훗, 감히 누구를 넘보는거야? "방에서 보자구" "네" 에실루나는 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문을 향해 라스킨과 걸어나갔고, 나는 미리안을 보면서 말했다. "슬슬 다른 일행을 찾아볼까? 난 무엇보다도 츠렌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제일 궁금해졌어" "저도예요. 하지만 이 사람들의 미로에서 어떻게 찾아내죠?" 사람들의 미로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퉁이와 벽, 그리고 길. 그야말로 살 아있는 미로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보통의 미로라면 얼마든지 파헤칠수도 있고, 마법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마법을 사용했다가는 단숨에 눈에 띄어버리겠 지. 그렇다면 선택은 별로 남은게 없잖아? "실프. 안보이게 나와" 나의 주위로 살짝 바람이 불었고, 미리안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 어떠한 미로라 도 다닐 수 있게 해 놓았으면 공기는 있겠지. 나는 실프에게 명령했다. "킬을 찾아봐" 외전-01 미리안 라이엔츠 덴 카레만 메이끌리르 -1 안녕하세요. 제 소개를 하자며 올해로 143세가 되는 엘프, 미리안 라이엔츠 덴 카 레만 메이끌리르 입니다. 이름이 조금 길죠? 원래의 제이름은 미리안 라이엔츠까지 이고, 그 뒤에 붙는것은 일종의 가문적인 이름이에요. 누구의 자식이냐, 그리고 어 떤 성별이냐를 나타내 주는 이름이죠. 해석하자면 '카레만의 첫째딸 미리안 라이엔 츠'가 되지만, 그냥 미리안 라이엔츠라고만 알아두세요. 제가 사는 곳은 인간들의 손이 닿지 않은지 까마득한 세월이 흘러서, 이제는 몬스 터와 동물, 그리고 인간을 제외하고서 몇몇 지성을 가진 종족들의 생활터전 이기도 하며, 그 생활터전을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신 엘 타칸리스라는 블랙 드래곤의 영토가 되어버린 엘 타칸리스의 산맥입니다. 참 인간들도 작명의 센스는 하나도 없 나봐요. 기왕에 이름을 지을거면 조금더 낭만적이고 길게 지으면 안되려나요? 저희 엘프들은 이곳 산맥을 따로 부르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 길어서 그냥 대부 분의 사람들이 엘 타칸리스의 산맥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저도 물론 그렇게 부른답 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그 산맥을 어떻게 불렀더라…? 이런, 너무 길어서 부르 지 않다 보니 잊어버렸어요. 다시 책을 잘 살펴봐야겠네요. 저는 성인식을 마친지 올해로 3년이 되는, 말하자면 아직은 초보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엘프랍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사는 마을의 촌장이자 아버지인 카레만의 긍지 를 이어받아서, 의지 하나는 누구 보다도 강할 자신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그 의지를 뒷받침할 무력적 기반 역시 가지고 있지요. 다시 말해 '실력이 뒷받침 되는 자신감'이라고 할까요? 후훗. 아, 이런, 자기 자랑할 때는 아닌데…. 어쨌든 저는 제가 사는 마을과 저희 동족을 모두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어요. 요즘 들어서 몬스 터들의 습격이 약간 잦은 편인데, 그들을 상대로 맞서 싸울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 추고 있죠. 덕분에 저는 매우 자신만만한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아버지가 촌장이 라서 그런것이 아니에요. 저희 엘프들의 사회에서, 촌장이란 직위는 다른 사람들의 위에 선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마을의 대표자이긴 하지만, 직위는 다른 사 람과 같아요.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뭇꾼 아저씨들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시 면 편하실 거에요. 하고 싶지 않지만 꼭 필요해서 하는 일이란 성격이 워낙에 강해 서요. 하지만 제가 만약 촌장이 된다면, 저는 그 일을 매우 기쁘게 수행 할 수 있 어요. 저는 제가 사는 이곳이 비록 몬스터들이 바글거리고, 또 드래곤이 살아서 위 험 천만하기 그지 없다고 해도, 저는 당당하고, 또 자신감있게 마을을 지키면서 살 아갈 거랍니다. …라고 얼마전 까지만해도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되어버 렸답니다. 바로 며칠전에 엘 타칸리스의 영역 외곽에 있는 엘프의 마을중 한군데가 노예사냥꾼들에게 습격당해서 여자와 어린 엘프들이 납치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너무나도 방어의식이 강했는지, 자신감있게 행동하고, 또 마을을 지키겠다는 호승 심이 너무 과하다 못해 오만하게까지 보일지도 모를 시기에, 어떻게 된건지는 몰라 도 정말 시의 적절하게 저희 마을에 그야말로 짠! 하고 나타나신 분이 있었거든요. 아아… 지금 생각해도 제가 왜 그때 그분에게 그렇게 폭언을 퍼부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화끈화끈 거린답니다. 저는 그때 어떻게 생각했느냐 하면, 그때의 노예사냥꾼들의 한패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 서 레이사를 길잡이 삼아 데리고 온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주위의 다른 분 들이 화살을 꺼내들며 경계하는 것을 보고는 반쯤 그분을 노예사냥꾼이라고 단정지 어버렸어요. '잘못된 판단은 화를 자초한다'라는 옛 어르신의 말씀은 어느새 머리 속에서 안녕~ 하고 이별을 고한 것 같았어요. 그분은 아주 편안한듯히 미소짓는 얼 굴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저희들을 보며 말씀하셨죠. "촌장님좀 불러주시겠어요?" 저는 그말에 갑자기 머리가 핑글 도는것을 느꼈어요. 아니, 갑자기 아버지를 불러 달라니, 대체 저 간악해 보이는(그때는 이렇게 보였어요) 인간은 무엇을 바라는 거 지? 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 순간 저는 그분을 향해 외치고 있었지요. "넌 누구냐! 누군데 촌장님을 찾는거냐! 그리고 그 아이는!" 아아아…. 제 입에서 나온 말 중에서 아마도 험한축에 들어가는 저 말은, 제가 저 지를 과오의 시작이며, 제 인생이 180도 달라지는 계기를 부여해준 말이었죠. 저는 허리춤에 있는 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가면서 언제라도 뽑을수 있게 경계했어요. 그 리고 그분은 제 얼굴을 잠시 빤히 보시고는 다시 생긋하는 미소를 지으시며 말했어 요. "전 라이니시스라고 합니다. 이애는 길을 잃고 있어서 데려온것이구요. 그럼 촌장 님좀 불러주시겠어요?" 저는 이때 아직 이 엘 타칸리스의 산맥의 주인이 세상을 떠나고, 그 자리를 대신 에 레드 드래곤이 들어왔다는 것도 몰랐고, 또 그 레드 드래곤의 이름이 라이니시 스라는것 역시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분은 정말로 짖궂게도 자신의 힘을 한치도 드러내시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의구심은 점점만 더 커져갔고, 그분의 두번 째 요청을 무시하며 말했죠. "여긴 어떻게 들어왔지?!" 그러자 라이니시스님의 표정이 약간은 이상하게 변했어요. 그건 마치 저에게 '질 문에 질문으로 답하는 어리석기 짝이없는 녀석'라는 말과 '척 보면 몰라? 마법이잖 아'라는 말을 하고 게신것 같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제 어리석음에 정말 얼 굴에서 불이 날 정도로 화끈거리지만, 그때는 그럴 만한 이성이 없었나 봐요. 어쨌 든 라이니시스님은 미소를 더욱 더 진하게 지으시며 말씀하셨어요. 아마 저의 어리 석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너그럽게 용서해 주신다는 생각으로 저의 질문같지도 않 은 질문에 답해주셨을 거에요. "마법으로 들어왔죠. 그럼 촌장님좀 불러주시겠어요?" 너무나도 당연한 답을 요구하는 질문에 당연한 대답을 하면서 미소지어야 했을 라 이니시스님은 얼마나 답답하셨을까요? 이쯤 되면은 제가 아버지를 부르던가 뭔가를 해야 할텐데,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또 그분의 말을 무시하고 소리지르며 물 었죠. 아… 나라는 녀석도 참…. "목적이 뭐냐!" 저의 말에 그분은 이제 더이상의 인내심이 남아있지 않았는지 잠시 미간을 찌푸리 면서 숨을 고르시는듯 했어요. 제가 차마 여쭈어보지는 못했지만서도, 아마도 이때 쯤 저희 마을을 완전히 박살내고 싶으실 거라는 생각이 드셨을거에요. 레드 드래곤 의 성격이 급한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을 테니까요. 후훗.(아앗… 내가 무슨 소리를…) 그분은 정말로 최후로 참는 것 같이 생글생글 웃으시는 얼굴에, 이마에 는 혈관을 두어개 띄우시고 일정한 어조로 말씀하셨어요. "촌장님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촌장님좀 불러주시겠어요?" 이쯤 되면 저도 슬슬 누그러져서 대화의 장을 열어봐야 했을텐데, 상대가 너무 고 분고분 나오니까 정말로 기고만장 했나봐요. 저의 입에선 이런 말이 튀어나왔죠. "꺼져라! 여긴 인간따위가 들어와서 행패부릴곳이 아니야! 그 아이를 내려놓고 꺼 져라!" 꺼지라는 말을 쓰다니… 난생 처음으로 써보는 폭언이었어요. 아주 아주 매너없고 교양없고 싸가지성이 결여된, 예의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는 저 말투. 아아……, 정 말 저는 엘프가 맞을까요?(앗, 이건 라이니시스님의 말투?) 이제 그분은 더이상 저 희들에게 저자세로 나오실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거두시며 말하셨어 요. "내가 인간으로 보이나?" 사실 이말 한 마디에 저는 그분이 인간이 아닌 다른, 엘프들보다도 훨씬 강한 그 어떤 종족이란것을 눈치 챘어야 했겠지만… 아아, 그때는 그럴 이성이 남아있지 않 았나봐요. 제 입에서 나온말이라곤 고작 이거였죠. "뭐……어?" 마지막의 마지막가지 반말을 해대는 저를 그분이 고운눈으로 보실리가 없겠죠. 그 분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시면서, 드래곤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힘인 피어를 방출 하셨고, 그러자 저와, 저를 비롯한 주위의 마을사람들은 전부 피어속에 담긴 본능 적인 강함을 느끼고는, 우러러나오는 공포에 무기를 들고 있는 손이 천천히 밑으로 쳐지기 시작했어요. 특히나 저는, 정말로 덤벼서는 안되는 상대에게 덤볐다는 것을 깨닫고는 얼굴에서 핏시가 싸악~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정말로 이때 어째서 내가 기절하지 않았는지 지금에와서도 궁금해지네요. 그때는 제가 기절하지 않는것 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저도 참 신경이 굵은 여자인가 봐요. 라이니시스님은 저희들은 한번 더 쓰윽 둘러보시더니 이제는 아예 드래곤의 기운을 담은 피어를 터 뜨리시며 말씀하셨요. "이쪽에서 예의를 지켜나올 때 그쪽에서도 좋게 나왔어야지. 무턱대고 욕지거리에 내쫓아? 그게 엘프가 할짓이라고 생각해? 거기에 천천히 오려던거 이 아이가 길잃 어서 좀 빨리 와보자고 한번에 온건데, 그런거 가지고 지금 너 지금 내 인내심 시 험하냐? 이딴 마을 뭉개버릴수도 있는데 내가 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지 금 내가 엘프고기가 얼마나 야들야들한지 직접 시식하길 바라는거야!" 그분의 말이 끝나자 마자 뜨끈한 열기를 담은 바람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저희 들의 머리카락과 옷을 휘날리게 했고, 안그래도 사기가 떨어져가던 저희들은 그 순 간에 모두 무기를 떨어뜨리고는 땅에 부복할 수 밖에 없었어요. '감히' 엘프주제에 드래곤의 화를 자극했으니, 당연한 것이겠죠. 그건 그렇고 엘프고기라니… 지금 생 각해봐도 정말 소름이 끼치는 말이 아닐 수 없어요. 게다가 그런말을 한 상대가 저 희들 같은 종족은 한 손가락으로도 간단히 눌러 죽일 힘이 있는 드래곤이라는 것이 더더욱 공포심을 자극했지요. 하지만 정말 엘프고기가 야들야들한 걸까요? 그걸 아 시고서 그런말을 하신것 같다는 생각이 지금 갑자기 고개를 내미네요. 아앗, 내가 또 무슨소리를 하는거람? 어쨌든 모두 땅에 엎드려서 그분의 처분만을 기다리던 우 리를 보시던 라이니시스님은 저를 가리키면서 말했죠. "너. 일어서" "네, 네엣!" 저는 검술을 배울 때처럼, 스승님이 혼을 내실 때 이상으로 재빨리 일어나려고 했 지만, 자꾸 다리는 후들후들거리고 몸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질 않았어요. 저는 그 분의 눈을 볼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서 눈을 내리깔은 채로 그분의 말을 기다렸어 요. 그때는 정말로 꼼짝없이 죽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그리고 그분이 말 하셨어요. "아까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주지. 촌장 불러와" 저는 이미 이때 이성의 기능은 거의 마비되어있는 상태라서, 아버지를 불러오라는 말이 마치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말로 들린 것 같았어요. 저는 그래도 그 와중에서 아버지를 죽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거의 착란상태에서 중얼거렸어요. "저, 저 죽이시려면 제 목숨만 거둬가주세요…. 아버지는 아무런 죄가……" 그러자 라이니시스님은 또다시 해괴한 것을 본다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셨고, 저는 그때는 '죽이시려면 저만……'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었죠. 그러 자 라이니시스님은 이를 드러내시면서 말씀하셨어요. "무슨 잔말이 그렇게 많아! 불러 오라면 불러와! 내가 누군지 설마 모르는건 아닐 텐데!" 미리안 라이엔츠 덴 카레만 메이끌리르 -2 "네, 네엣!" 저는 황급하게 아버지를 부르러 갔습니다. 그래도 아마 이때, 불러오라는 것을 보 면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일까요? 저는 어느샌가 그분께 대답을 하고 서는 아버지를 부르기 위해 넘어질락말락 하면서 집으로 달려갔죠. 그리고는 아버 지께 마을에 갑자기 드래곤 한분이 나타나서 아버지를 급하게 찾는다고 전해드렸더 니 아버지는 그대로 얼굴이 새 하얗게 질리면서 신발도 대충 신으시고는 그대로 마 을광장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셨죠. 물론, 저도 그 뒤를 따라서 달렸어요. 그리고 저와 아버지가 마을광장에 도달해서 본것은, 정말로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어요. 물방울이 공중을 둥둥 떠다니면서 유영을 하고 있는데, 그 물방울들은 오색 영롱 한 빛이 나고 잇었죠.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물방울들이 움직이면서. 공간 은 수놓는 그 장면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환상적이었죠. 그것은 정령이었어요. 물 의 정령과 바람의 정령, 그리고 물방울 안에서 번쩍거리는 그것은 처음엔 빛의 정 령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그것은 번개의 정령이었다고 라이니시스님이 말씀하셨어 요. 번개의 정령이라니, 저희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죠. 그리고 3종 류의 정령을 한번에 불러서 자유자재로 쓰는 그 실력은, 왠만한 조예가 있는 저희 마을의 정령사들도 어려운 일중에 하나로 속하는 것이에요. 그런게 그분은 그것을 생긋 웃는 얼굴로, 그것도 레이사와 같이 장난을 해가면서 조종하시는 걸 보고 있 자니 제가 얼마나 대단한 드래곤에게 감히 덤볐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휴유 …지금 생각해도 라이니시스님의 성정이 착하신 편이라서 다행이었지, 안 그랬으면 저희는 그날, 마을단위의 참관인도 없는 장례식을 치루었어야 했을 거에요. 한참을 그렇게 구경하고계시던 아버지는 언제까지고 기다리실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매우 머뭇거리시면서 라이니시스님께 말을 거셨어요. "저어…… 실례지만, 위대한 존재시여…" 저 말은 저희같이 드래곤들보다도 아래의 위치에 있는 종족들이 드래곤에게 흔히 쓰는 말로, 자신의 존재를 낮추고서 드래곤들의 위치를 높여줌과 동시에, 허영심이 강한 드래곤들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한 말이라서, 그렇게 말하면 드래곤들은 우쭐해 지기 때문에 시간을 끌 수 있다…고 라이니시스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아마도 저희 아버지도 그런 것을 알고서는 말을 한 것이겠지만, 아마 그 의도가 전부 파악되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실 걸요?. 아버지의 말에 라이니시스님은 이쪽을 잠깐 보 시더니 손짓 한번으로 셋의 정령을 모두 귀환시키시고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씀하 셨어요. "촌장님이신가요? 만나기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만, 어쨌든 만났으니 됐군요. 전 라이니시스라고 합니다. 레드드래곤 일족이고, 200년전 타계하신 블랙드래곤 장로 님의 레어와 영토를 물려받았기에 인사차 들렸습니다" 그것은 정말이지 정중하기 그지없는 존대말이었고, 저는 이 때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답니다. 제 생각에는 분명이 딸을 이모양으로 키웠냐는 둥하는 불평과 함께 반 말은 기본으로 사용하실줄 알았는데 저한테 보여주신 그 태도는 전부 어디로 가셨 는지 저렇듯 정중하게 나오시는것이 정말로 신기했어요. 아, 그러고 보니 저한테도 존대말를 쓰셨다가 제가 화나게 하니까 반말로 바꾸었다는 것이 기억나네요. 확실 히 달갑게 대하지 않은 상대에게 존대말을 쓸 필요는 없겠죠. 아버지는 굉장히 송 구스러워 하면서 말씀하셨어요. "아이구……이거, 말씀 낮춰주십시오. 제가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성룡이신 라 이니시스님의 나이엔 못미칩니다" 아버지의 나이는 올해로 800세가 조금 넘으시는 나이라서 드래곤이 태어나 성룡이 되는 1000년의 나이보다도 훤씬 못미치는것은 사실이죠. 그러고 보면 라이니시스님 은 제 나이에 무려 6배 이상이라는 것과 같은 소리네요? 와아… 저렇게 보여도 많 이 먹으신 분이었군요. 새삼스럽게 깨닫네요. 저희 아버지가 고개를 꾸벅 숙이시면 서 송구스러운듯이 말하자 라이니시스님은 손까지 저어가면서 말씀하셨어요. "아니아니, 적어도 저보단 세상에 대한 연륜이 있으시잖습니까? 그런 이유로 존중 해드리는 것 뿐이니 상관하지 마십시오" 확실히 이제 갓 성룡이 되신 라이니시스님 보다는, 600여년 전에 성인이 되시고, 세상의 경험을 쌓으신 아버지의 연륜이 더 많겠지요. 말하자면 일종의 실력으로 인 한 대우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그래도 저 모습은 너무 저자세가 아닐까 싶어서 저는 감히 라이니시스님에게 당혹과 약간의 의혹이 섞인 눈으로 쳐다보다가, 어딜 함부로 보냐는 듯이 눈을 부릅뜨시는 라이니시스임의 시선에 금새 도로 눈을 내리 깔았어요. 정말로 공포스러운 일을 겪은 뒤인지라서, 그것이 그렇게 무섭지 않을수 가 없었죠. 라이니시스님은 또다시 저를 대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태도로 아버지에 게 말씀하셨어요. "그리 긴 이야기를 하러 온것은 아니지만 장소도 장소인만큼 옮겼으면 합니다만?" "아, 네에. 그러면 이리로……" 아버지는 라이니시스님을 인도하여 저희집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셨습니다. 촌장에 게 용무가 있어서 찾아온 손님을 촌장의 집에서 접대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집으로 가는 동안 라이니시스님은 무등을 태우고 있던 레이사를 내려서 품에 안으 시고는 걸었고, 레이사는 라이니시스님이 무섭지도 않은가본지, 대담하게도 그분의 목에 팔을 감으면서 품으로 파고들었어요. 아이들을 정말로 무서운 것이 없는 것일 까요? 신기하기만 하네요. 그런데, 가는 도중 라이니시스님의 얼굴 표정이 약간은 어두워지셨고, 저나 아버지는 그것이 라니이시스님이 조바심을 내고계신 것이라 생 각해서, 발검음을 빠르게 옮겼습니다. 후일, 제가 정말로 조바심이 나서 그랫던 것 이냐고 물어보았지만, 라이니시스님은 약간 당황하는 표정으로 아니라고 하셨어요. 아마도 자신이 관대한 드래곤이라는것을 내세우고 싶어서 변명을 하신거에요. 틀림 없이. 저희집에 라이니시스님을 들이자마자 저는 아버지의 명에 따라서 재빨리 우리집에 서 가장 최고급 품질의 차를 정성스럽게 끓여서 그분께 대접했어요. 너무 조바심을 내시다가는 그분이 어째서 저희와 대화를 하시려는 것인지 모르고 그냥 죽여버리실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성의를 보이려는 것이지요. 그런 저 희의 성의가 마음에 들으셨나 본지, 차를 드시는 그분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어 려있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라이니시스님은 맛잇는 음식이 있으면 500년의 원수 라도 옆으로 제쳐두실만한 미식가세요. 덕분에, 제가 좀 많은 고생과 노력을 해야 했어요. 어쨌든 그분은 정말로 차가 마음에 드셨는지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 습니다. "흐음…… 좋은 차군요"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여기엔 어인일로……?" 아버지는 안심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진정으로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셨어 요. 일단은 하나의 일이 일단락 되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충분히 마련된 셈이지요. 이제 할 일은 라이니시스님이 말하고, 우리가 그것을 들어야 할 차례겠 죠. 라이니시스님은 녹색의 영롱한 에메랄드 같은 빛깔을 내는 차를 잠시 보고서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시며 말했어요. "엘프와 드래곤간의 지난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쌓기 위해서 왔습니다. 그동안 드래곤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으셨으리라고 추측을 해보지만, 이제는 서로 상호간에 이익을 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전 이 말을 듣고서는 정말로 라이니시스님이 드래곤인가 싶은 의심까지 치 밀어 오르더라구요 그정도로 라이니시스님이 하신 말은 정말로, 어떻게 들으면 라 이니시스님과 저희가 정말로 동등한 관계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것 같았어든 요. 그리고 저나 아버지나 할것 없이 그분의 말이 너무나도 놀라워서 아무말도 못 하고 있는 것을 본 라이니시스님은 자신이 하신 말을 더욱 자세히 설명해 주셨죠.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 저는 제 영토의 엘프들과 공정한 '거래'를 하기위해 왔습 니다. 당신들이 원하는것이 있다면, 힘닿는데 까지 들어드리도록 하죠. 그리고 당 신들은 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시면 되는겁니다" '거래'라는 말에 강세를 주어서 말하시는 것을 보면, 그것이 정말인 것 같았습니 다. 게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힘 닿는데까지 도와주겠다니, 그것은 결국 저희가 하고자 하는일에 라이니시스님이 도움을 주신다면 거의 무조건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이건 파격적이라는 말도 뛰어넘은 행동이라고 저는 그렇게 봐요. 아버지는 저처럼 그것이 정말 도저히 믿겨지지 않으시는지, 더듬더듬 거리시 면서 입을 여셨어요. "그, 그말씀은…, 저희가 요청하면…… 들어주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대신 당신들 역시 제가 요청하는것을 들어줘야겠지만요. 아,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엘프의 장인분들께 물건을 만들어달라는 정도 겠 지요. 또는, 좋은 술이라던지 맛있는 제철과일 한바구니쯤? 뭐, 그정돕니다" 라이니시스님이 요청하는것을 들어줘야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의 얼굴이 급속도 로 어두워지는것을 전 보았어요. 뭐 황금 몇톤을 내놔라 라든지, 보석 몇상자를 내 놔라 하는 요구가 나올줄 알았던 저는, 저희 마을에도 있는 장인분들의 물건이라든 지, 아님 마을의 주 식량원이기도한 과일이라든지, 또는 술을 바라시는, 지극히 평 범하기 그지없고 가격도 싼 노동조건을 제시해 오고 계신 라이니시스님을 보고서는 아버지의 얼굴은 순식간에 화들짝 놀라는, 그런 표정들 만으로 가득찬 얼굴로 변하 셨어요. 아버지는 눈을 깜빡거리시면서 그분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자신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서는 곧 눈을 아래로 내리고, 고개를 숙이시면서 말씀하셨어요. "정말 그렇게 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로 감사하겠습니 다. 오히려 저희들이 요청하고 싶은정도의 조건이군요" 사실이죠. 하지만 그런 조건으로 하고 싶은 드래곤이 세상에 라이니시스님 말고 또 있을까요? 저~언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라이니시스님의 성격이 특이해서 다행이었지, 안그랬으면 그날부로 저희 마을은 쑥대밭이 될 뻔 했다구요. 라이니시스님은 당연하게도 제안을 승락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말슴하셨어요. "승락하신다는 것이지요? 그럼 계약을 하도록하죠" 라이니시스님은 곧바로 품에서 스크롤통을 꺼내시더니 미리 작성되어 있는 계약서 다섯부를 꺼내서 아버지에게 건네주셨는데, 그곳에는 상호 불가침의 내용과 상호 존중, 그리고 서로간의 계약관계에 관하여 철저하게 엄숙할것을 서로에게 요구하는 글이 분명하게 적혀 있었죠. 저는 그때 정말로 제 눈을 믿을 수 없었답니다. 아니, 세상 어느천지에 엘프와 동등한 위치에 서서 자신을 격하 시키면서 계약을 하려는 드래곤이 있다고 상상이나 했겠어요? 나중에 라이니시스님의 개인서재(저는 도서관 이라고 부르지만 라이니시스님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서재라고 하세요)에 있는 책들 중에는 '손쉬운 이종족 삥뜯기 시리즈 - 드래곤의 영원한 꼬봉 드워프'라든지, '엘 프에게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 종류별 망라 - 다른 드래곤들의 수기 포함'또는 '인 간들의 왕성에 쳐들어갈 경우 그들의 반응과 얻어낼 수 있는 물건들 - 최고로 좋은 방법이지만, 이후 인간들에게 찍혀서 귀가 많이 가려워짐'등의 책들이 '권장도서' 코너에(개인서재에도 코너라는 것이 있을줄이야……) 버젓이 꼿혀있었던것을 보면, 라이니시스님은 정말로 특이하신 분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못하겠네요. 미리안 라이엔츠 덴 카레만 메이끌리르 -3 아버지는 계약서를 보고는 잉크와 펜을 꺼내서는 계약서에 싸인을 하셨고, 라이니 시스님역시 싸인을 하셨어요. 그리고 거기에 손가락에 상처를 내서는 혈인까지 찍 으시면서 말씀하셨죠. "이것은 드래곤의 피로 완성된 맹약이니, 누구든 이 맹약을 어길경우, 일족전체의 응징을 당하게 될것이다.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의 이름으로" 저는 또다시 놀랐습니다. 단지 엘프들과의 계약을 지키기 위하여 자신의 목숨까지 도 거는 모습이 정말로 드래곤답지 않아 보였죠. 저런 모습을 보여줄 존재는… 아 마 인간들 외에는 없을것 같았거든요. 그리고는 다른 계약서에도 전부 혈인을 찍으 시고는 말하셨습니다. "이것을 나의 영토 전체의 엘프마을에 전해주세요. 그들에게도 당신들과 같은 권 리가 생긴것이죠. 계약기념으로 한가지 일을 해드리죠. 뭐 원하는것이 있나요? 예 를 들자면 강력한 결계라던지?" 우리들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을의 엘프들 까지도 라이니시스님과 계약을 하게 된 것이에요. 게다가 계약 기념으로 무보수 노동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아요? 아버지 는 정말로 어떻게 알았냐는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어요. "네. 인간들이 들어오지못할 강력한 결계를 바랍니다. 숲에는 무해하고, 저희들에 게도 무해한 것으로요" 나중에 들었던 것이지만, 라이니시스님은 여기에 오시기전에 먼저 드워프들의 마 을에 들렀다가 와서 저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계셨기에 다른것을 요구하 기 전에 그렇게 말씀하셨던 거라고 하시더군요. 헌데 드워프 마을에서 무슨일이 있 었는지, 계약후의 일에 대해선 통 이야기를 해주시지 않으세요. 저는 궁금하고 궁 금해서 많이 추궁을 해 보았지만 실패했죠. 혹시 모르죠. 드워프들이라면 라이니시 스님을 붙잡고 3일 밤낮에 걸쳐서 술판을 벌였을지도. 라이니시스님은 미리 준비하신듯한 결계를 만드는 보석으로 저희마을에 다중의 결 계를 쳐주셨고, 다른 마을의 숫자에 맞추어서 결계석을 내주셨어요. 효과가 어떨지 는 나중에 봐야 알겠지만, 드래곤의 마법실력으로 만든 물건이니 정말로 기대가 되 는것은 사실이죠. 아마 이것으로 더이상 노예사냥꾼들이 저희 엘프들을 납치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거에요. 또, 몬스터들이 쳐들어오는것도 막아줄 것이구요. 아버지는 정말로 감사해하면서 연신 고개를 꾸벅거렸고, 전 그분께 감히 대들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큰 후회가 들었었죠. 아아… 제가 건방지게 굴은것은 어떻게 갚아야만 할 까요? 저는 그것이 매우 걱정이 되었고, 또 갑자기 라이니시스님이 그 일을 트집잡 아서 계약에 해가 되지 않을까 너무나도 걱정이 되었죠. 하지만 라이니시스님은 아 버지와 통성명을 나누시고는 순순히 돌아가시려는 행동을 보였고, 저는 안도하면서 그분을 배웅해 드리기 위해 아버지와 같이 일어섰어요. 그런데, 갑자기 라이니시스 님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는 말하셨죠. 마침내 일이 터지고야 만 것이에요. 라이니시스님이 갑자기 저를 기리키시면서 말씀하셨어요. "당신, 이름" "미, 미리안 라이엔츠입니다. 라이니시스님" 그때까지 라이니시스님은 저의 이름도 제대로 몰랐던 것이에요. 아, 어쩌면 이런 일이? 제가 저의 약식 이름을 밝히자, 그것을 들으신 라이니시스님은 씨익 웃으셨 고, 저는 거기에서 왠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는, 몸을 움찔 할수 밖에 없었어요. 그분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조마조마 할 수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라이니시스 님이 입을 여신거에요! "너, 나 따라와" "네에?" 폭탄과도 같으신 선언에 저는 그만 그분께 다시한번 되묻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 어요. 하지만 그건 그때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구요. 저는 '설마…?'하는 표정을 지었고, 라이니시스님은 다행히도 화내시지 않으면서 다시 말씀하셨어요. "넌 앞으로 내 레어에서 살도록 해" 쿠궁! 그것은 정말로 큰 충격이었어요. 충격의 범주를 넘어선 그 어떤 거대한 것 이 저의 머리를 때린것같이 머리가 뎅뎅 울려왔죠. 라이니시스님은 저를 레어로 데 려간다고 하신것이었고, 여태까지의 기록으로 보자면 드래곤의 눈에 든 엘프는…… 아아아! 저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경악한채 서서 뭔가를 말 하려고 했어요. 다시한 번 생각 해 주실 수 없느냐고, 아까는 제가 너무 무례했으니 제발 용서해 주시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제입은 제 통제를 듣지 않았고,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것 이 그대로 느껴지더니… 정신을 잃어버렸어요.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를 떠올렸을 때는, 제발 그것이 꿈이길 바 랬어요. 마을의 결계가 사라진 것 하고, 조금은 착한 드래곤을 만난일이 없어지는 것은 조금 그랬지만, 그냥 평범한 하루이길 그렇게 바랬는데… 저를 걱정스런 눈길 로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뒤에는 무심한 눈으로 절 바라보고 계시는 라이니시스님이 계시는 것을 보고는 절망이란 감정을 143년만에 처음 느꼈어요. 제가 기절해 있는 동안 아버지와 라이니시스님은 서로 무슨 말을 하셨는지, 아버지는 그저 라이니시 스님께 고개를 숙이고는 저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잠시 짐을 챙길 시간과 둘 이서 이야기할 시간을 달라고 하셨고, 라이니시스님은 혼쾌히 승락하셨어요. 그분 이 밖으로 나가시자 아버지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씀하셨어요. "미리안…, 어쩌자고…. 아니다. 다 이 아비가 힘이 없어서…" "아, 아니에요. 아버지. 저 힘내서 살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미안하구나…! 아직 채 피지도 못한것이… 이렇게… 이렇게…" "아니에요. 저 때문에 마을이 안전하다면, 아버지가 안전하시다면 어떻게 되어도 좋아요…" 아버지는 저의 양 어깨를 부여잡으시고는 정말로 침통하신 표정을 보여주셨어요. 저는 이걸로 다시는 아버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다 정말로 슬퍼지는 것을 느꼈어 요. 마을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값싼 희생을 치르는 것이지만, 저희 아버지는… 오 랬동안 길러오고, 사랑한 딸을 잃는 것이니까요. 저는 더이상 길어지면 서로가 슬 퍼질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그전에 짐을 챙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비록 앞 으로가 불행이겠지만 헤어질때는 웃으면서 헤어지고 싶었거든요. 제가 챙긴짐은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제가 챙겨갈 것은 저의 추억이 담겨있는 물 건들이나, 제가 꼭 가져가고 싶은 책 몇권, 그리고 옷가지 였으니까요. 배낭하나가 조금 넘치는 양의 짐이 30분 정도이 시간에 완성되었고, 저는 집 나설 준비를 했어 요. 이걸로 이별이구나 싶었죠. "미리안아… 희망을 가져라. 비록 저분이 드래곤이시라지만 지극정성으로 모시면 쉽게 내치시진 못하실게야. 너 자신을 위해서도… 힘내거라" "네…. 저 잘할게요!" "그, 그래…. 정말로 미안하구나…" "괜찮아요. 헤헤헷, 저 갈게요 아버지.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반드시 볼 수 있을거야. 꼭…!" 아버지는 저의 두손을 꽈악 쥐어주셨고, 저는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참았어요. 문밖에 계신 라이니시스님께 우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만 약 우는 얼굴을 보여드렸다가는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지…. 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어요. 아버지의 말씀대로 지극정성으로 모신다면 쉽게 내치시지 않으실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그때는 정말로 확고부동한 결의로 뭉쳐져 있었어요. 제가 나오는것을 보고서는 라이니시스님이 말씀하셨어요. "인사는 끝냈겠지?" "네, 네엣!" 저는 바짝 굳어있는 나머지 엉겁결에 크게 대답을 해버렸고 순간 내가 또 무슨 일 을 저지른 건가 하는 자책감이 들었어요. 하지만 라이니시스님은 약간 재밌다는 표 정을 띄우시더니 제 어깨를 잡고는 주문도 외우지 않고 마법을 사용하셨어요. "텔레포트!" 한순간 어두워졌다가 갑자기 환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눈은 아프지 않았어요. 마치 한순간에 주위배경이 바뀌어버린 그런 진귀한 경험이었죠. 제가 있는 곳은 거 대한 공동의 한 귀퉁이였는데, 소박하지만 꽤나 정성들여져서 만든 테이블과 의자 가 놓여져 있는 거실같이 생긴 모습이었어요. 가로 세로가 대략 30야드정도 될것같 은 카페트 위에, 벽쪽에는 벽난로, 한쪽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 한쪽에는 4인용 원 탁과 티 세트, 그리고 벽난로의 앞쪽에는 긴 소파가 서로 마주보며 있었고, 그 사 이에는 유리로 되어있는 낮은 테이블이 있었어요. 마치 현관과 거실, 식당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구조 였죠. 아, 벽난로의 양 옆에는 책이 가득 꽂혀있는 책꽂이가 한쪽데 두개씩 총 4개가 있었구요. 드래곤의 레어에 차려진 공간 치고는 왠지 너무 소박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어요. 저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가 제 옆에 계시는 라이니시스님의 표정을 보았고, 그분의 표정이 실실 웃 으시는 것으로 보아서는 무엇을 상상하고 계시는지 왠지 알 것 같았어요. 어릴때부 터 교육(?)은 확실하게 받아왔던 터라서, 이제부터 무슨 일이 있을지는 이미 알고 있었죠. 저는 차마 제 입에서 '벗을까요?'라는 그런 뻔뻔스럽고도 부끄러운 이야기 는 하지 못했기에 이렇게 밖에 말 할 수 없었어요. "저… 라이니시스님, 어떻게… 할까요……?" 그러자 라이니시스님이 실실 쪼개는것을 멈추시고는 저를 돌아보셨고, 저는 그분 과 눈이 마주치자 한순간 화끈화끈거려서 주체할 수 없었어요. 아아… 알면서도 그 런 음란한 뜻이 있는 말을 하다니… 저는 귀끝에서부터 목덜미까지 화끈화끈거려서 어쩔줄 몰랐어요. 그런 저를 그분은 정말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시더니 레어의 한 쪽으로 주르륵 나있는 동굴주의 하나를 가리키면서 말씀하셨어요. "저쪽으로 가서 옷장에 있는 옷 꺼내입어. 아마…… 21번 옷장일거야" 21번 옷장이라는 말에 저는 무슨 옷장이 그렇게 많을까 생각하면서, 일단 베낭을 내려놓고 라이니시스님이 가리키신 동굴로 달려갔어요. 무슨옷이 있을지 정말로 궁 금해 졌어요. 혹시 제가 집에서 가져온 하늘하늘하니 비춰 보이는 신부용 초야복같 은 것은 아닐테죠? 그런것을 입고, 이렇게 넓은 곳에서 생활하는 것은 정말로 무리 에요. 그리고 저는 한참을 달려서(에휴, 지금생각해도 라이니시스님의 레어는 너무 커요. 드래곤의 레어라는것이 전부 그럴것 같지만 말이에요) 드디어 동굴로 도착했 고, 저는 동굴안의 광경을 본 순간 딱 굳어서 뭐라고 할 수 없었어요. 여긴 그야말 로 온간 옷을이 모여있는 옷들의 대 창고인 것이었어요! 벽을 비롯해서 동굴의 대 부분은 옷이 보이도록 오픈되어있는 옷걸이에 걸려진 옷들이 가득했고, 옷장들은 한쪽에 거의 100여개가 몰려있어서,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옷들이 들어 있을지 도저 히 상상도 가지 않았답니다. 여기있는 옷들을 전부 합쳐보면 어림잡아서 10만벌이 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라이니시스님의 말로는 여기에만 10만 174벌이 있다고 하니, 제 눈이 그렇게 크게 틀린건 아니네요) 저는 잠시 그 많은 옷들을 보 며 감탄하는 것을 그치고, 옷장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서 21번을 찾기 시작했죠. 잠시후, 3열의 제일 오른쪽에 있는 21번 옷장을 발견하고는 과연 무슨 옷이 있을 까 싶어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더니! 그곳에 들어잇는 옷들은… 아버지, 맙소사! 왕성이나 큰 귀족가문에서 시녀들만이 입을 수 있다는 '메이드 복'인 것이 에요! 그것도 원래의 메이드복이 장신구를 용남하지 않는것에 있어서, 여기의 메이 드복은 옷의 새에 맞추어진 리본에, 구두, 그리고 속옷까지 완벽한 한 세트를 이루 고 있어서 도대체 라이니시스님은 무얼 하시던 분인지 잠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 었어요.(어느날, 라이니시스님이 '남자의 로망은 메이드… 어쩌고 하는 걸 들었는 데, 그게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남자들은 메이드 복에 뭔가 특별한 의미를 두 는가 보죠?) 미리안 라이엔츠 덴 카레만 메이끌리르 -4 제가 메이드옷을 입고서 밖으로 나가니(이것, 보기 보다는 착용감이 너무 좋아요. 피부에 옷이 착착 감겨와서 포근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나? 한달쯤 이런 옷을 입고 있다가는 다른 옷은 전혀 입지를 못할 것같을 정도로 착용감이 너무 좋은거 있죠?) 라이니시스님이 제 모습을 보시고는 살짝 웃으시며 말씀하셨어요. "여어, 잘 어울리는데? 예상대로 잘 어울리는군" "네? 네…… 감사합니다……" 그저 잘 어울린다는 말뿐이었지만, 왠지 첫 단추를 잘 잠근 느낌이어서 뭔가 굉장 히 기분이 좋았어요. 잘 어울리지 않았다면, 라이니시스님의 기분이 더욱 나빠질것 이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는 말에 저는 조금은 기뻤기 때문에 약간은 편안한 마음 을 먹을 수 있었지만, 라이니시스님은 한시라도 제가 긴장을 풀 수 없게 하시는 분 이었어요. 라이니시스님은 웃는 얼굴 그대로 말씀하셨어요. "자아, 그럼 이제부터 네가 할일을 말해줄게" 저는 갑자기 긴장되어 오는 것을 느꼈죠. 분명히 라이니시스님은 무언가를 요구하 실 것이고, 저는 그것에 그대로 따를 수밖엔 없겠죠. 저는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리고 순간 음흉하게까지 보이는 미소를 지으신 라이니시스님이 말하셨 어요. "너도 짐작하겠지만, 나의 잠자리 시중을 든다. 최대한 날 즐겁게 해줘야 너희 일 족이 살아남을거야. 참고로 난 조금 과격한걸 좋아해서, 너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큰일날거다" 아아! 역시나! 설마 설마 했지만, 역시 라이니시스님은 저 를 성노로서 데려온 것 이었어요. 혼자 사실려니 적적하고 따분하실 거라는것은 이해가 가지만, 그 해소방 법이 너무 잔인하시네요…. 그리고 과격한 것이라니… 제가 도대체 어떻게 해드려 야 만족 하실건지…. 게다가 저희 일족의 목숨이 걸려있으니, 저는 저 나름대로 최 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에요. 과 격하고 즐거운 것? 하지만 제가… 아아~ 부 끄러워!! 하지만 정말로 너무하세요! 단지 제가 한번 실수했다는 이유로 그럴것 까 지는 없잖아요! 하지만… 라이니시스님은 드래곤이시니… 제가 뭐라고 해봤자, 어 쩔수 없는 것이죠…. 그때는 정말 뭐라 말 할 수 없는 서글픔과 분노에 수치심까지 덩달아서 저를 괴롭히고 있는것 같았어요. 하지면 뭐라 거부할 권리가 없는것은 사 실이기 때문에 저는 떨리는 입술을 한번 꽈악 깨물고는 말했어요. "네에…… 열심히 해서…… 마, 만족 시켜 드릴께요……" 정말로 저는 그때, 어떠한 일도 당할 각오가 되어있었죠. 아니, 그것은 차라리 각 오라기 보다도 거의 인생포기쪽에 가까웠을걸요? 저는 라이니시스님과 그때부터 즉 각 '작업(?)'에 들어갈것 같았는데, 라이니시스님이 요구하신것은 저로서는 의외의 것이었죠. 라이니시스님은 저의 감정따윈 아무래도 좋다는, 웃는 표정으로 말씀하셨어요. "좋아. 첫번째로 할일은, 옷이 있던곳에서 바로 옆의 동굴로 들어가. 가면 뭘해야 할지 알 수 있을거야" 저는 또다시 두려움을 품고서 옷이 있던 동굴 옆으로 걸어들어 갔어요. 그것은 마 치 죽으러가는 사람의 걸음과도 같았을 것이에요. 인생포기한 엘프가 어떤 모습인 지, 아마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런 모습이었을 것 같거든요. 그곳에 들어가면서, 저 의 심정은 복잡해지기 그지없었죠. 안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설마 먼저 씻으 라고 목욕탕으로 보내신건 아닐까요? 아니면 설마 침대가 기다리고 있다든지? 그런 각종 이상하고도 낮 뜨겁기도한, 여러가지 상념들이 수십개가 휘리릭 지나쳐갔고, 그것은 제가 동굴로 들어가서 그곳의 불이 켜질때까지 계속 되었답니다. 그리고 마 침대 동굴안쪽으로 들어서서 불이 켜지는 순간! 과연 내가 해야 될 일은?! "요… 요, 요요요요요리?!" 저는 눈앞에 들어온, 그리고 시야에 가득찬 '주방'이라는 그 거대한 공간을 보면 서 그렇게 놀랄 수밖엔 없었답니다. 그때까지만해도, 지금과는 달리 아무런 요리도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이에요. 집에서도 집안일을 배우기 보다는, 검술수련과 마법 을 공부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사실, 150세가 넘으면 요리를 비롯한 집안일을 배 우려고 했어요. …진짜라니까요!) 요리라는 기술에 관해서 저는 아무런 지식도 없 는 그런 상태였으니까 말이에요. 저는 그때 제 모습을 한번 다시 훑어보고는, 지금 에 와서는 거의 확실시되는 의문을 떠올렸죠. "나… 혹시 시녀 & 가정부?" 라이니시스님이 진짜로 필요 했던것은 욕구충족을 위한 성노가 아니라, 레어를 돌 보고, 요리를 해주며 잔심부름을 도맡을 시녀 & 가정부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마 을의 엘프중 아무나 한명 소개받아서 데려가려 했던것이, 제가 워낙에 건방지게 구 니까 곯려줄 작정이라면…? 거기에 덤으로 성노까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 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아마도 그분은 이야기 상대와 같이 밥먹어 줄 상대, 그리고 여러 잔심부름을 해 줄 상대가 필요했던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 요. 아니면… 이런 예상은 정말 싫지만, 그분은 제가 스스로 몸을 바칠때를 기다리 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어쨌든 그때, 저는 음식에 관해서는 매우 단편적이고,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 말고 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었어요. 예를 들자면 빵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다… 라 든지, 샐러드엔 야채와 과일이 들어간다… 라든지(저희 집이나 다른 엘프들의 식탁 에는 고기가 들어간 샐러드가 올라오지 않는답니다. 샐러드에 고기를 넣는다는것은 여기와서 처음으로 안 사실이죠), 그리고 스튜는 밀가루를 사용해서 만든다는, 지 극히 초보적이고도 간단한 상식선에도 못미치는 그런 지식들 외에는(지식이라고 부 르기에도 너무 부끄럽네요) 전무했기 때문에, 저는 거의 절망에 가까운 감정을 느 껴야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가 본 책들중에는 단편적이나마 가벼운 식단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 것이 있어서, 그때의 기억들을 잘 되살려서 음식들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 열심히 주방을 누비고 다녔어요. 그리고 음식들이 어찌어찌 만들어지고(주방은 소위 전쟁터가 되었더군요. 그것들 은 전부 제가 치워야할 몫이었지요. 훌쩍) 보기에는 그럴듯 했지만, 차마 제가 시 식을 못한(감히 드래곤의 음식에 손을 대갰냐는 생각과, 제가 만든 요리에 대한 두 려움이 저에게서 본능적으로 솟아나고 있었지요) 음식들을 들고서 라이니시스님에 게 갔어요. 그분은 거실(앞으론 이렇게 부르기로 했답니다)의 식탁의 제일 상석에 앉아서 제가 가지고 오는 음식들을 보더니 상당히 만족해하는 표정을 지으셨고, 그 것에 비례해 제 속은 점점 타들어 갔어요.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서, 거기에 조금은 기대까지 품고서 라이니시스님의 앞에 음식들을 내려놓고, 라이니시스님의 시식을 기다렸죠. 그리고 라이니시스님이 제가 만든 빵을 입에 무시는 순간…! '요리의 102정수'라는 책이 라이니시스님의 도서관(개인서재라고 항상 말씀하시지 만, 저는 도서관이라고 부를래요. 저게 어딜봐서 개인서재예요?)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것은 제가 라이니시스님께 요리를 내드리고서 조금 후였어요. 그리고 그 책 외에도 '당신은 혹시 맛치?'라는 제목으로된 기본적인 조리감각 교정용 책과 '기초 조리학'이라는 요리를 학문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차분하고 세세하게 설명을 해 주는 책도 있었는가 하면, '그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간편한 가정 요리 150 선'이라는 매우 가정적인 책까지 있었는데, 제가 어째서 이런 책 이름들은 거론하 는가 하면, 라이니시스님이 내놓으신 과제 때문이었죠. 까득! 이라는 소리. 무슨 소리일 것 같으세요? 뭔가 딱딱한 것을 깨물다가 이빨이 어긋나는 그런 소리하고 매우 닮았죠? 그런 소리가 라이니시스님의 이빨과 제가 만 든 빵이 내는 환상의 이중주였다면, 그 말을 믿으실 분이 어디 있을까요? 제가 만 든 빵은 돌덩어리 보다도 단단한 굳기를 가진, 그야말로 신기하기 그지없는 빵이었 어요. 시험삼아서 라이니시스님이 못을 박아 봤는데, 훌륭한 망치가 되어주더군요. 빵은 그렇다 치고, 빵에 바를 생크림의 맛을 보신 라이니시스님의 얼굴은 급속도로 찡그려지셨고(소금과 설탕을 착각했다면, 이해하시겠죠?) 그리고 빵과 쌍벽을 이루 는 샐러드(보통 야채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만들어지는지, 저는 지금에 와서도 그 것을 다시 재현 못하겠어요. 못하는것이 다행이겠지만요)에 얹혀진 쓴맛나는 드레 싱. 이것이 제가 라이니시스님의 레어에서 만든 첫번째 요리… 아니, '괴 물체'였 어요. 음식맛을 보신 라이니시스님은 두말하지 않으시며 저를 도서관으로 데려가서는 아 까 위에 언급한 책을 비롯하여 열권 정도의 책을 더 쥐어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 어요. "여기있는 요리를 모두 익히기 전에는, 절대로. 절대로, 요리하지마. 두번다시" "네에에~?" 저는 그때는 나름대로 자신있었는지 황당한 목소리로 그렇게 되물었고, 라이니시 스님은 저의 말을 싹 무시하고는 말씀하셨어요. "네방은 오른쪽에서 두번째다. 가서 읽고, 천천히 실습하면서 다 익혀. 알겠어?" "네에……" 저는 정말로 실망하는 표정을 지으며(웃지 말아주세요. 그때는 그랬다니까요?) 저 의 키에 반정도 높이가 되는 책더미들을 받아들고는 라이니시스님이 지정해주신 장 소, 그러니까 오른쪽에서 두번째라는(라이니시스님의 방 옆이에요) 방으로 들어갔 어요. "후우와아…" 저는 처음 저의 방에 들어왔을때 엄청나게 놀랐어요. 정말로 방 하나인가 싶을 정 도로 큰 크기도 그렇지만, 벽에 발라져 있는 벽지들의 색감하며, 그리고 가구들의 색상, 카페트, 자동으로 작동하는 마법등까지,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색채 를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눈이 아프지 않게, 그렇다고 썰렁하지 않는 은은한 빛 이 감도는 파스텔톤을 기본으로 해서 약간씩 띄엄띄엄있는 무늬, 그리고 침대를 비 롯해 소파, 테이블, 그리고 문에 이르는 가구들의 색상은 전체적으로도 매우 잘 어 울렸으며, 노련미까지 느껴지는 그 배치에 저는 정말로 감탄하고야 말았어요. 게다 가 방 하나의 크기는 제가 아버지와 살던 집의 크기하고도 맞먹을 정도로 컸어요. 침대 하나만 하더라도, 제가 쓰던 방의 크기와 거의 비슷해 보일정도로, 거기에 침 대는 또 왜 그렇게 푹신한지….(라이니시스님의 독자적인 마법중의 하나인 에어 쿠 션이라는 것이 걸려있어서, 푹신한 공기가 받쳐준다고 하네요. 정말로 기분이 최고 에요. 마치 하늘에 둥둥 떠있는 느낌이랄까?) 저는 방에 들어와서 잠시 감탄을 하고 난 후에, 조금은 어렵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책장에 꽂아놓은 뒤, 쉬워 보이는 5권의 책을 들고서 테이블로 갔어요. 그리고서는 읽기 시작했죠. 요리에 가장 기초적인 자세부터 시작해서 기본재료, 그리고 기본적 인 요리방법등을 먼저 익혀야 할테니까요. 그것도 서둘러서 말이예요. 책을 읽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많이 지나서 잠잘때가 되었어요. 아, 시간을 어떻 게 아느냐 하면, 벽난로 위에 시간을 숫자료 알려주는 장치가 되어 있었거든요. 라 이니시스님은 이것을 '시계'라고 불렀어요. 만약에 숲 이었다면, 최소한 자연의 환 경에 있었으면, 시간측정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정신적으로 압박 되고 있는 상태이고, 그리고 외부 자연과는 완전하게 단절된 이런 상태에서는 시간 을 알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저런 시계라는 물건이 참 많이 도움이 되더군요. 예 를 들자면 제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밤 처럼요. 저는 그때 책을 읽다가 어느새 오후 14시가 되어가는것을 보고는 목구멍으로 침을 꼴깍 삼켜야 했어요. 잠 잘때가 되었거든요. 그 말은, 제가 라이니시스님의 침소로 가서 그 '잠자리 시중' 을 들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에 저는 긴장 할 수밖에 없었어요. 책에 취한척 하고 안가자니, 나중에 닥쳐올 보복이 너무나도 두려웠고, 또 제가 반항을 하면 계 약을 했다고 하지만 저희 일족이 어떻게 될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저는 두눈 딱 감 고서 제가 가져온 베낭에서 엘프여성이 결혼 첫날밤과, 또는 그 이후에도 종종 사 용하는 초야복을 꺼냈어요. 그러니까 말 하자면 '첫날밤 옷'정도 겠죠? 이 옷은 엘 프들이 결혼한 후에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여자아이가 태어나서 1살이 되면 그때 선물로 받는것 중에 필수품이라고 해요. 반투명한 실크로 만들어진 이 옷은, 신혼 초야에 여자가 입고 신혼방으로 들어서면 남자가 벗겨주는… 아아, 이런 이야기를 제 입으로 하자니 너무 창피해요~. 으흠, 어쨌든, 그런 옷이에요. 반투명하기 때문 에 몸의 실루엣은 물론이고, 속안의 속살까지 노출될 수 있는 옷이기 때문에 상당 히 야해보이는, 그리고 실제로도 야한 옷이에요. 이 옷에는 나름대로 얽인 의미 같 은게 있다고 하던데, 그것은 결혼하기 전에만 가리켜주는 사항이라서, 저는 모르고 있어요. 기회되면 한번 알아보고는 싶어요. 책도 많으니까. 미리안 라이엔츠 덴 카레만 메이끌리르 -5 저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애쓰면서 옷을 모두 벗고는 초야 복만 입었어요. 아… 지금 생각해도 그때 제 모습은 너무…꺄아~! 아, 또 이야기가 새버렸어요. 그렇게 초야복으로 갈아입은 저는 맨발로 라아니시스님의 침소까지 걸 어갔어요. 바로 옆의 방인데도, 그 거리가 어찌나 그렇게 멀어 보이던지…. 피부위 로 느껴지는 초야복의 느낌은… 서늘하고도 까실거리는, 그렇기에 더욱 저의 신경 을 곤두서게 했어요.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좌르륵 돋아나는 그런 느낌. 하지만 한 발짝 한발짝 앞으로 갈 때마다 발에 느껴지는 차가운 돌바닥의 느낌은 더더욱 저의 정신을 또렸하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저는 라이니시스님의 방문 앞까지 어 찌어찌 갈 수 있었고, 어느샌가 저는 우물쭈물 하면서도 라이니시스님의 방문을 열 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요. "저…… 라이니시스님. 주, 주무실…… 시간…아니신… 가요?" 제 말에 소파위에서 책을 읽고 계시던(아, 그옆엔 과일껍질?) 라이니시스님은 저 를 물끄러미 보셨고, 한 3초동안을 그렇게 무표정으로 바라보시더니 아무말도 않으 시고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셨어요. 저는 그것이 무얼뜻하는 행동인지 몰라서 라 이니시스님께 다가갈까 아니면 인사하고 그냥 방으로 돌아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라이니시스님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됐어, 오늘은 할 맘 없어. 요리나 다 배워. 그런 다음에야 생각해 보겠어. 가서 잠이나 자던지 요리책이나 더보던지 해" 라이니시스님은 정말로 관심 없으신듯이 책에만 눈을 두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셨어 요. 요리나 다 배우고 나면 생각해 보겠다는 말은, 그만큼 저의 요리에 실망하셨다 는 이야기겠죠. 하지만 저는 이때 너무 당황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어물쩡 인 사하고 돌아나왔어요. "네? 네……에. 그럼 아, 안녕히 주무세요……" 저는 돌아나오면서 라이니시스님께 들릴 것이라는 것은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한숨 을 내쉬고, 종종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갔어요. 아마도 최악의 요리솜씨 덕분에 육체 적인 순결(!)을 지켜냈다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이 때, 라이니시스님이 그냥 저를 돌려보내신 것은 정말로 성노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아닐까 하고 생각 해 본답니다. 어쨌든 그날은 그렇게 잠들면서 지나갔어요. 그 다음날부터가 본격적 인 동거(?)의 시작이었죠. 동거생활(?)을 개시하고 처음 일주일간 라이니시스님은 저에게 식사시간을 제외하 고는 전부 제 임의대로 쓰는 자유시간을 주셨어요. 아, 식사라고는 하지만, 라이니 시스님은 제가 조리한 음식은 전혀 드시지 않았답니다. 한번은 제가 너무나도 자신 있게 만들어 온 음식을 한마디로 매도했을 때에는 저도 모르게 심통이 나서(하지만 역시 맛… 없었어요) 이렇게 말한적이 있었어요. "라이니시스님은 요리할줄이나 아시고서 저한테 요리시키시는 거에요?" 그러자 라이니시스님은 훗 하는 웃음과 함께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시고는, 아주 능숙하게 시저샐러드라 불리우는 샐러드요리를 직접 해보이셨고, 저는 잠잠해 질 수밖에 없었죠. 저는 사실, 라이니시스님이 요리를 못하고, 그렇다고 자기가 하 기엔 귀찮기 때문에 요리를 시킨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데, 알고 보니 라이니시 스님은 정말 요리를 너무 잘 하시는 분이셨어요. 그때 일은 정말 개미가 드래곤에 게 덤빈 꼴이었죠. 훌쩍. 드래곤의 레어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은, 저에게 심적으로 부담이 오게 만들지는 않 았어요. 오히려 저는 이 새로운 생활에 감탄하고 솔직하게 호기심을 내비치면서 레 어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그 규모나 내용물에 감탄했죠. 하루에 1/3은 레어안을 돌아다니면서 창고안에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을 보고, 또 그것들에 매우 감탄에 경 탄을 더하면서 생활했어요. 드래곤과의 생활은, 절망스러운 생활이라기 보다도 오 히려 새로운 것으로 가득찬 신비로운 생활이었기에 사실 그 시간은 거의 넋놓고 지 냈어요. 라이니시스님에게는 그것이 어떻게 비춰질지 잘 모르겠지만요. 레어의 창고를 이리저리 지나다니다 보면 꼭 필수적으로 레어의 공동을 지나다녀 야 하는데, 그곳의 거실에서는 라이니시스님이 차를 마시며(제가 준비한거에요. 그 래도 차는 맛있게 끓일 수 있답니다. 후후훗) 책을 읽는것으로 시간을 죽이시는데, 그것이 방해가 되시나본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으시지만 제가 돌아다닐때마다 눈 썹이 파르르 떨리시는것을 보면, 아마도 상당히 신경이 쓰이기거나, 짜증이 나셨는 가봐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녁식사 이후에 직접 만드신 계획표, 그것도 급조된 티가 확실하게 나는 계획표를 만들어 주시는것을 보면 말이에요.(알고보면 참 재미 있으신 분이란 말이에요. 킥킥) 시간표의 짜임은, 라이니시스님이 무엇을 가장 갈망하고 있었는지를 한 눈에 보여 주는 시간표였어요. 하루에 요리를 위한 강제적인 공부시간을 12시간이나 줄정도면 말다했죠. 그래도 한가지 위안은, 일주일에 하루는 자유시간을 주셨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라이니시스님이 시간표를 읽으시면서 저에게 했던 말들은 왜그렇게 제 가 슴에 그렇게나 많은 비수를 찔러댔었는지…! 잠시 그때 상황을 볼까요? "12 ~ 1시 요리실습.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서 하루 한가지 이상은 꼭 뭐라도 익혀 보는것이 좋은거야. 그래야 빨리 배우지" 오전 12시에서 오후 1시까지, 4시간 정도 되는 요리실습 시간. 이론과 실습의 병 행은 요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저 역 시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또 그렇게 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라 이니시스님의 다음말은…. "오후 1시 점심. 아침과 동일하다. 아니면 네가 만든것을 시식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 정정한다, 네가 만든 '음식'에 한해서만 시식을 해보겠다" 저는 갑자기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여쭈어보았죠. "무슨뜻이세요?" 라이니시스님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나는 못을 박을 수 있는 빵을 먹지 못한다" 아아~! 이 얼마나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란 말씀이십니까! 저도 제 요리솜씨에 가 뜩이나 주눅이 들어있거늘, 그렇게 엄하게 비꼬면서 상기시켜주시지 않아도…! 아아… 그때를 생각하면 또다시 한숨이 나오네요. 그래도 지금은 라이니시스님이 아무런 소리도 안하시고 드실만한 흰 빵과 스튜를 만들어 내었답니다. 지금부터 일 주일 전이에요. 3주동안 이만한 환경에서 요리식력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 큰 문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는 끈이에 끈기를 가지고 도전해서 마침내 이룩해 낸 쾌거였던 거에요. 그리고 겉보기에는 정말로 무뚝뚝하고 아무런 관심이 없으신 것처럼 거의 매일을 책과 함께 사시는 라이니시스님 이셨지만, 저는 얼마나 그분이 저를 잘 대해주려고 하시는지 알고 있답니다. 매일 점심식사하고 같이 나오는 과일 주스, 거기에 라이니시스님이 마법을 걸어서 저의 지친 몸을 회복시켜 주고 계시다 는거, 아마 제가 모른척 했기 때문에 그분은 모르실 거에요. 그냥 '드래곤의 레어 에 있는 과일을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신경쓰는것 같지 않지만 은근히 신경써주시면 면이 뭐랄까… 상당히 귀여워 보인다고 할까요? 후훗. 마치 어린아이같은 면도 가끔 보여주시기 때문에 처음 라이니시스님이 저를 데려가 신다고 했을때 느꼈던 감정과는 매우 큰 차이가 나요. 게다가 침대는 푹신푹신, 메 이드복도 이젠 몸에 아주 잘 익어서 편안해요. 입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 도로 편안하죠.(아앗, 이렇게 길들여지면 안돼는데…) 라이니시스님은 저에게 꽤나 많은 자유시간을 주셨어요. 일주일에 하루라는 시간 외에도 워낙에 급조된 티가 나는 계획표에서는 제가 쉴 시간이 워낙에 많았답니다. 요리실습하는 시간하고 자유시간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거의 비등하다면, 이해 하 실 수 있을 것이에요. 그리고 저는 저에게 주어진 그 많은 시간을 전혀 헛되이 보 내지 않고 있어요. 라이니시스님의 말대로 요리실습을 더 하는 경우도 있었고, 보 통은 제가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라이니시스님의 개인 서재(정말로, 누차에 걸쳐 말 하지만, 어딜봐서 개인서재라는 말이 나오는지…)에서 꺼내온 책을 읽으면서 시간 을 보내고는 하죠. 제가 태어나기 이전의 고서들은 물론이거니와, 출간된지 1년도 채 안되는 책들 역시 잔뜩 있었기에, 그곳은 가히 지식의 보고라고 부를 수가 있는 장소였어요. 하지만 라이니시스님이 읽으시는 것들은 전부 새책들 이라서, 하루는 제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이미 저안에 있는 책들은 모두 다 외웠다는 정말로 믿기 어려운 말을 하셨어요. 저는 그때 정말로 드래곤은 머리가 좋구나 하는 사실을 다 시금 깨달을 수 있었죠. 엘프들로서는 접근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드래곤의 지성 은, 존경스럽기까지 했답니다. 아, 그리고 또 한가지 정말로 믿기 어려운 사실은, 라이니시스님이 '급료'라는 명 목으로 저에게 마법을 가르쳐주신다는 일이에요. 저는 그 말을 듣고는 잠시 벙쪄있 어서, 라이니시스님이 되물으실때야 간신히 대답을 할 수 있었어요. 드래곤에게서 급료를 받는다니! 정말로 믿겨지지 않는 일이죠? 저희 가족들에게 말해도 아마 잘 믿지 않을 것예요. 세상 천지의 어느 드래곤이(라이니시스님을 제외하고서) 엘프들 잡아다가 일을 시키면서 급료로 마법을 가르쳐줄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물론, 그 것이 싫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죠. 저 역시 정령술과 마법을 배우면서 학문적이 고 가르침적인 면에 여러가지로 많이 굶주려 있는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저는 라이 니시스님의 제의를 얼른 받아들였답니다. 취소하면 저만 손해 잖아요? 그리고 스펠 캐스팅도 없이 시동어만으로도 마법을 사용하시는 라이니시스님의 단편적인 실력을 볼 때, 이것 완전히 제가 이익을 봐도 한참 그 이상을 보는 일이었죠. 그리고 그때 부터 저와 라이니시스님 사이에는 사사관계가 형성된 것이에요. 라이니시스님와 생활하고 한달이 약간 넘었을 때, 저는 정말로 이분이 얼마나 레 드 드래곤 답지 않은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그저께 제가 매 우 우물쭈물하면서 요청했던 것을 혼쾌히 들어주신 일이었죠. 저는 그때까지 벌어 졌던 여러가지 일들을 바탕으로, 마지막 확인작업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고, 그날 저녁식사시간에 제가 말했죠. "저… 라이니시스님.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요…" "부탁? 뭔데?" 부탁이라는 말에 저는 라이니시스님이 '건방지게 어디서 부탁이란 소리를!'이라든 지, 또는 '네가 부탁씩이나 할 상황이냐?'라는 등의 말을 들을 줄 알있는데, 예상 을 한참 벗어난 저 싱거운 반응을 보고서 저는 조금더 용기를 내어서 말했죠. "집에서… 보던 책들이 있거든요…? 그거 가지고 오면 안될까요…? 내일 일찍 갔 다가 일찍 돌아올게요. 네?" "책? 아, 뭐. 내일이 휴가일이군. 맘대로 해. 천천히 쉬다 와도 상관없어" 라이니시스님은 정말로 상관 없으시다는 듯이 그렇게 말씀하셨고, 잘 다녀오라면 서 저에게 여러번 텔레포를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여행의 수정'까지 빌려주셨 어요. 저는 그때 정말로 감격스럽고 놀라서 연신 라이니시스님게 감사를 드렸답니 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뭐. 천천히 쉬다와" 저는 그래서 그 다음날, 편생 뵙지 못할것 같았던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되었고, 또 마을사람들 하고도 다시금 재회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여태까지 그분의 레어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부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사람들은 거의 반신 반의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답니다. 특히 제가 라이니시스님에게서 부터 마법을 배 운다는 말을 하자, 마을사람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그리고 라이니시스님의 도서관에 대해서 말하자, 전부 저를 부러움의 눈으로 쳐다보는거 아니겠어요? 한순 간이었지만, 그때 느꼈던 우월감이란… 아, 불행과 행복은 역시 종이한장 차이였던 것 같아요. 그날,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했고, 제가 읽던 여러권의 책들을 가지고는 아버지 가 누누히 말씀하시던 것을 상기하면서 마을로 돌아왔어요. 아버지는 저에게 이렇 게 말씀하셨죠. "그분이 정말로 착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분과 최대한 친밀감을 쌓 아라. 그분이 그렇게 착하다면 분명히 앞으로의 생활도 편해질 것이고, 너를 함부 도 대하시지도 않으실거야" 뭐, 지금도 충분히 함부도 대하진 않으시지만, 저는 아버지의 말씀을 아무쪼록 지 켜나갈거예요. 라이니시스님은 정말로 좋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제 생활 이 오히려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니가요. 아, 저녁시간이네? 라이니시스님이 재촉하시기전에, 어서 저녁식사를 만들어야 겠 네요. 배고픈것을 제일로 싫어하시는 분이라서. 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갈게요. 다음에 또 뵈요~! P.S "어이, 미리안. 누구랑 이야기한거야?" "이야기라뇨? 아무런것도 안했는데요?" "그런데 왜 공중에 대고 중얼거리면서 갑자기 손을 흔들어?" "그, 그, 그런것보다 배고프지 않으세요?! 빨리 저녁준비할게요!" "어, 그래" [라이니시스 전기] [154 회] 2002-10-14 조회 : 65 추천 : 0 004.B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실프는 나의 머리를 살짝 날리게 하면서 답하는 것 같았다. 일단은 보이지 않으 니까 실프가 뭘 어떻게 하고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정령사는 정령과의 교감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실프가 킬을 찾으면 나는 실프과 이어져있는 교감을 따라서 가 기만 하면 된다. 말을 하지 못한다고해서 추적술에는 별로 용이하지 못 할것 같지 만, 알고보면 그게 아니라는 말이야. 보통 인간의 정령사라면 교감이 끊어져서 정 령이 강제귀환 되어버리기 전에 계속 교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집중하고 있어야 하 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정령소환술이야 거저먹기로 사용하 는 기술이기 때문에 인간들처럼 헉헉대며 집중할 필요가 없는거야. 그래서 실프가 킬을 찾아서 무도회장을 떠돌아다닐 시간에, 나는 미리안과 잡담을 나눌 수가 있 었다. 음? 찾았나보군. "가자" "네" 미리안은 나의 왼쪽에서 팔짱을 껴왔고, 나는 그녀를 데리고 실프의 교감이 이끄 는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참 정도를 걸어갔을까, 나는 실프가 점점 가까이에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과 사람들, 화려함과 화 려함으로 치장되어있는 사람들의 숲에서 원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 래도 가장무도회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실프의 느낌은 왼쪽 가까이에서 나 고 있었기에, 나는 그곳을 집중적으로 탐색해보았다. 실프가 보이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거야. 아, 저기들 있네. 나는 킬의 뒷모습이 보이자 그를 부르며 걸어갔다. "킬씨. 뭐하시고 계십니까?" "아, 페이그니스씨.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이쪽은 츠렌의 동생되시는 세레이나 아 가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언니가 항상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어요. 세레이나라고 합니다. 간단히 세렌이라고 불러주시면 고맙겠어요" 킬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내가 가자 자신과 이야기하고 있던 여성을 소개시켜주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츠렌의 동생인 세레이나-세렌이었고, 나는 그 녀에게 마주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페이그니스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엘프인 미리안입니다" "안녕하세요. 미리안 라이엔츠예요" "안녕하세요. 듣던대로 미인이시네요" 뭐랄까? 츠렌과는 다른, 그러니까 정 반대의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 같았다. 조용 하고 정숙한 모습이랄까? 하지만… 뭔가 조금 어두뭐 보이는것 같다는 느낌도 드 는군. 일단 그 문제는 제끼고, 나는 츠렌이 어디있을까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아무 래도 눈에 뜨지 않는것이, 이 근처에는 없나보다. 그래서 나는 다른문제는 각설하 고, 세렌에게 물었다. "그런데 츠렌씨는 어디계시죠?" "예… 지금 그 이야기를 하려던 참이었어요. 언니는 지금 아버지를 따라서 다른 귀족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있어요. 아마도, 자기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서는 까 맣게 잊어버리시고는 무작정 '이 아이가 늑대왕과 엘브스 퀸의 석세서와 같이 동 고동락하며 여행한 아이입니다. 바깥세상에 대해서 다른 종족적인 시각으로 바라 보며…'등의 말은 운운하시며 자랑을 하고 계시겠지요" 그녀의 말에 주위에있던 모든이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그렇군. 늑대왕과 엘 브스 퀸의 석세서와 여행했다는 사실은 3년간 가출했었다라는 소문을 억제하고 오 히려 광고효과까지 낼 수 있는 사실이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자기 자신이 우 리에게 했던 일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렸다 이건가? 그야말로 앞뒤 없이 행동 하는 사람이잖아? 여기서 우리가 입을 잘 놀리기만 해도 순식간에 종족전쟁을 일 으킬 뻔한 위험인물로 찍히는건 순식간인데도 말이야.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드릴게요. 출세욕과 과시욕이 남달리 많으 신 분이셔도, 속은 착하신 분이세요. 아마도 지금의 과시욕의 열기가 식으면 여 러분들께 깍듯이 사과해주실 거예요" 세렌은 고개숙여 인사를 했고, 우리는 받아들일 수 밖에는 없었다. 그녀의 태도 가 평민들에게 보이는 귀족의 태도로서는 상당히 공손했고, 무엇보다도 영혼에서 부터 힘이 빠져나간듯한 힘없는 목소리는 차마 뭔가 화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하 게 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힘이 빠져있는걸? 내가 킬을 찾고나서 츠렌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세렌은 고개를 꾸벅하고 숙여 인 사하고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웬지 어두운 느낌이 드는군요. 흠… 배우라고 했죠?" "네. 케리팔에서는 귀족들이나 시민들중에서나 어느쪽에서도 유명한 연극배우입 니다" "…그런데 저런 성격으로 용케 배우가 되었군요" "하하하, 설마 그렇겠습니까? 지금 그녀의 심경은 상당히 복잡한 상태입니다" "복잡해요?" "예. 아마도 전에 만난 브라이언트씨와 관련되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브라이언트? 지금쯤이면 툰드라에서 늑대들을 만나고 있겠지? 그런데, 그 사람하 고 관련이 있다고?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킬이 말했다. "그를 끔찍스럽게도 증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마도 브라이언트씨가 말했던 사람이 세레이나일 가능성이 높지요. 츠렌하고 비슷한 얼굴에다가 브라이언트가 활동했던 극단도 같더군요" 그런가? 그런데 저렇게 우울해하고 있는건 어째서지? 나는 킬에게 질문했고, 그 는 대답했다. "브라이언트씨 덕분에 가벼운 인간불신증이랄까요? 세상의 인간이 다 미덥지 못 하고, 세상에 자기 홀로 남은것만 같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는것 같습니다. 그 녀가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는 제가 웅찔거릴 정도로 격렬한 증오를 발산하 더군요. 아마도 그녀는 끔찍한 배반과 배신을 겪고서 세상에의 불신으로 인해 우 울증을 겪는것 같습니다. 덕분에 극단에서 공연할 차기 연극에는 불참한다고 하 더군요. 브라이언트씨의 말을 들어 보았으니, 그녀가 저렇게 행동하는게 전혀 이 상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랬군. 브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듣자면, 세레이나가 저렇게 행동하는것은 정말로 당연할 것이다. 브라이언트… 당신 정말로 대단한 남자야. "그런데요, 츠렌씨는 요즘 어떻게 생활하고 계시는지 물어보셨어요?" 미리안은 대화분위기를 바꿔보려는것인지, 아니면 궁금했던것인지는 모르지만 질 문을 해왔고, 킬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츠렌은 잘 지내는것 같습니다. 일거수일투족에 감시가 붙고, 행동의 자유가 상 당량을 박탈당한 상태이며, 짓는 표정의 종류는 그녀의 동생과 매우 많이 닮아있 죠. 힘없는 미소와 우울한 표정 외에는 표현의 변화가 없다고 합니다. 세레이나 씨가 우울해있기 때문에 그런 표정밖에는 보이지 않는건지 모르겠지만요" 킬의 말에 미리안은 잠시 골몰히 생각하더니 말했다. "잘 지낸다는 말 자체가 이상한것 아닐까요?" "하핫, 그렇군요. 하지만 육체의 편안함이라는 사항에서 말할때는 잘 지내고 있 겠지요. 요즘엔 서너명의 미용사가 달라붙어서 여행기간동안 생긴 굳은살을 제거 하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세레이나가 비록 우울해있었지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말해주었나 보다. 그런 데 굳은살을 제거한다고? 그거 다시 생기려면 꽤나 오래 걸릴텐데 말이야. 아마도 자비스 후작이라는 인간이 다시는 자기딸을 내보내지 않고, 좀더 화려하게 꾸밀려 는 일환이겠지. "츠렌씨를 직접 만날 수는 없나요?" "그게 좀 어렵슫니다. 3년간 사교계에 나오지 못한것을 전부 보상하려는 뜻인지, 자비스 후작이 끌고다니다시피하면서 계속 인사하러 돌아다니고 있지요. 귀족들 의 숫자가 상당히 많아놔서요. 그리고…" "그리고…?" "호위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석자를 가장한 호위원들이 그녀 주위를 감싸고 있어 요. 때문에 세레이나를 만나는건 조금 수월했습니다. 상대적으로 호위가 적었거 든요" 3년동안 사교계에 나가지 않았다는 것은 귀족사회에서 완전히 잊혀지기로 작정했 다는 소리다. 그러니 자비스 후작은 자신의 권력의 관계도를 위해서 츠렌을 다시 금 사교계로 재데뷔 시키려고 하는 것이지. 츠렌의 외모는 뛰어난 편이라서 금방 정략결혼제의가 들어올 수가 있거든. 유력가의 자제와 결혼하면, 사돈인 자기 자 신의 위치도 금방 뛰어오르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킬. 당신은 그걸 로도 좋은거야? "그러면, 이제는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예?" "츠렌씨를 어찌하실 생각이시죠? 두고 가실겁니까?" "글쎄요……. 그녀가 귀족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예전의 관계수복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집안에서도 그녀가 다시 나가는것 을 반대하니… 어쩔 수 없겠지요" 그는 체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단순 히 정든 여행 동료라도 저렇게는 말하지 않는 법인데 말이야… 당신, 고작 그정도 의 사람이었나? "그걸로 좋습니까?" "예?" "단지 그걸로 만족하신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오. 실언했습니다. 이만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천천히 놀다오시길" 나는 그의 말을 끊어버리고는 미리안과 같이 뒤를 돌아 그에게서 멀어졌다. 이것 봐, 킬. 당신의 감정이 고작해야 그정도 밖에는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데 말이야? 스스로 고집세우는건가? 아니면 정말로 귀족가의 딸이라서 보기하는건 가? 당신이 그정도의 사람이라면… 나는 정말로… "…실망할거야" "맞아요. 실망해버릴거예요" 미리안은 어느정도 내가 그에게 무슨말을 하려했던것인지 이해하고 있었나보다. 그녀는 조용하게 걸어가며 말했다. "용기가 없는걸까요? 저렇게 금방 포기할 정도로 패기가 없는 사람은 아니었잖아 요?" "현실의 벽이 너무 크기 때문…일까" "뛰어넘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벽앞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은 정말 흉해요" 미리안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나역시 동의한다. 킬은 지금 벽을 넘어보려 하지 않고 지레짐작해 포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하자면 브라이언트 도 역시 마찬가지겠지. 현실의 벽의 높이를 보고, 그 높이와 자신의 능력을 감안 해서 자신의 살을 떼어 벽을 치장했다고 해야하나? 벽을 신성화 시켰다고 해야하 나? 어쨌든, 엄밀히 말하자면 그도 킬과 같은 부류다. 둘다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멋진 남자들이지만, 약하고 물러빠진 인간들이다. 하지만 이거 알아? 그렇기 에 나는 인간이 좋다는 거야. 최소한, 내가 도와줄 영역은 남아 있는 셈이지. 후 훗. 이것봐 킬씨, 당신은 다른 사람말도 날 만난걸 다행으로 생각해. 내가 물심양 면으로 당신을 자극해주고, 도와줄테니까. 그리고 브라이언트, 당신은 너무 일을 크게 벌려놨어. 폭로될 경우에 일어날 파 급에 대해서 생각은 해본거야? 하지만 말이야, 당신이 투드라에서 삶의 의욕을 찾 아낸다면 난 당신을 도와주겠어. 그러니, 조금만 더 몸부림치라고. 그만큼 당신의 인생은 보상받는거야. 하하하핫! 나는 새로이 생겨난 나의 또 다른 목표들에 대해 생각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 리고 미리안은 그런 나를 약간 이상하다는듯이 바라보았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뭔가를 또 계획하고 계시는거죠? 그리고 분명 킬과 브라이언트라는 사람에 대해 서겠죠?" "정답이야. 머리속에서 점점 뭔가 하나로 짜집기 되어가고 있어. 지금의 상황이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두 자매가 겪는 이 시련에 대해서. 그리고 두 남자가 겪는 고뇌에 대해서" "음… 분명 제3자의 입장에서는 재미있을것 같아요. 하지만 이 일은 이번일과는 별개의 일이잖아요? 지난번에 웬드렌씨의 경우와는 틀려요" "후훗, 괜찮아. 별개의 일이기 때문에 별개로 수행하는게 더 재미있지. 설마하니 내가 다른 일 때문에 원래 하던 일에 차질을 줄거라고 생각하는거야?" "설마요. 그렇다면… 자비스 후작만 불쌍하네요" 그녀는 생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아, 그렇군. 자기 딸로 인해서 불쌍해지는 사 람은 자비스 후작 뿐인가? -------------------------------------------------------------------------- ------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55 회] 2002-10-14 조회 : 44 추천 : 0 004.B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다음날에 우리는 또다시 무도회장으로 갔다. 에실루나나 라스킨은 한사코 사양했 지만, 내가 조금 우겨서 그들은 우리들의 대표자격으로 같이 나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없으면 사람들이 우릴 많이 깔보기 때문이다. 에실루 나와 라스킨이 없아 위만 달랑 나가게 되면 소개호명도 한번으로 그칠것이고, 평 민들 주제에 감히 자신들과 동격으로 로를거라 생각할 것이다. 적어도, 에실루나 와 라스킨이 있으면 그들의 광휘로 우리는 그들의 '수행원'쯤으로 위치가 격하되 겠지만, 적어도 욕은 안먹잖아? "그런데… 이렇게 나와야 하는 이유는 뭡니까?" "응? 아아… 뭐,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그래. 그런데, 네 부하들에게서 연락은 없는거야?" "네? 아, 밤에 주술사 하나가 현몽(現夢)했습니다. 그가 툰드라게 들어와서 자신 들과 접촉했다구요. 지금 적당한 날짜를 잡는다고 그럽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일주일이면 끝난다고 합니다. 덧붙여서 그가 매우 놀랐다고 하더군요. 설마 윈터 울브스인줄은 몰랐다면서요" "일주일이라…. 수고했어" "예" 일주일이면 끝난다 이거지? 나는 슬슬 머리속에서 계획을 잡아보았다. …일주일 이면 충분하겠구나. 충분한 시간이 있어.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뒤를 돌아보면 서 말했다. "자자, 다들 얼굴 좀 피시고…. 오늘만 나가면 일이 끝나니까 내일부터는 푸욱 쉬실 수가 있어요. 그러니 오늘하루만 협조해주신다는 기분으로 참아주세요" 나는 얼떨결에 가이 따라오게된 일행들에게 말했다. 굳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 하였는데 자신들이 알아서 따라 오겠다고들 말하고서 따라오는 사람들의 표정들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 왜 그러냐구? 내가 '굳이'라는 말에 약간의 악 센트Accent(강세)를 주어서 말했기 때문이지. 그러니, 뭔가 손해보는것 같은 표정 들이 되어서 따라오는 것이겠지. 뭔가 있어보이는 내 한마디에 말이야. 사실, 그 들이 나온건 에실루나와 라스킨이 나가는데 그들만 안나오면 뭔가 또 구설수에 오 를까봐이고, 세레이나와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어제도 접촉했으니까, 오 늘도 접촉하는건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디 석세서 오브 엘브스 퀸 에실루나 지오덴틱님과 툰드라의 윈터 울부스의 군주 늑대왕 라스킨님이 드십니다!" 같은 소개호명이 두번 더 반복되었고, 천천히 무도회장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는 사람들의 호기심에 가득 찬 시선을 받으면서 오늘 하루 또 뻐길만한 근거지(?)를 찾아서 눈을 굴렸다. 음… 여전히 호명은 세번이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장소는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고, 내가 찾는 곳 이 그런 장소였다. 무엇보다 오늘의 일을 위해서 이동하기가 쉬워야한다는 조건이 추가된다. 기왕이면 발코니로의 이동이 쉬운 그런 장소. 그런 이유에서 나는 왕좌에서 반대편으로 대략 1/5정도가 발코니로 나와있는 벽 의 우측 끝부분쯤에 자리잡았다. 조용하게 움직인다면 발코니까지 아무에게도 들 키지 않고 갈 수 있는 그런 장소다. 음… 오늘도 좋은 자리를 찾았군. 나는 사람 들이 적당히 먹고, 마시면서 시간을 때우는것에 동참하면서 잠시 보고있었다. 먼 저 주위의 시선들이 적당히 사라져야 이야기하기가 편해지거든. 어제보다 귀족들 이 조금 많이 늘어난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역시 3일행사에서는 중간날에 사람들 이 가장 많이 모이는건가? 아직 무도회의 시작이었지만, 어제보다는 사람들이 조 금 많은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도 지금 시간과 비슷하게 들어왔으니까 말이 야. 나는 주위의 시선이 적당히 사라졌다고 생각되자 일행의 주의를 끌면서 말했 다. "자아, 잠시만 다들 주목해주세요" 이야기를 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야기를 중단하고 날 쳐다보았고, 나는 씨익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목적없이 이런곳에서 뻐기고 있을 이유는 없겠지요. 킬씨와 지나얀씨는 어제처 럼 세레이나양을 만나서 적당한 정보를 알아내어주세요. 그리고 에실루나는 당당 하게 자비스후작을 찾아가서 '좋은 경험'을 시켜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인사 를 해줬으면 좋겠어. 내 말 무슨뜻인지 알지?" 조금 타박을 주고, 자신들의 소중한 동료들을 가둔것에 대해 엘프식으로 면박을 주라는 뜻이지. 에실루나는 날카롭게 미소지으며 알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탓 하는것은 엘프의 방식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의 반려자나 가족에 대해서라면 그 이야기가 틀려진다. 에실루나의 관점에서는 '감히' 자신의 반려자와 딸, 동료들을 가둔 상대에 대해서 조금은 싸늘해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원래부 터 타인들에게는 쌀쌀한 면을 보이는 그녀라서 자비스 후작은 더더욱 당황하게 될 것이다. "미리안과 라스킨은 산다스공작이 나타나면 데리고서 적당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비스 후작에게로 데리고 가서 에실루나를 도와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데, 괜찮지? 라스킨" "물론이지요.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 "저도예요. 산다스 공작이 함께라면 든든하겠죠" 라스킨은 적당히 주먹을 쥐어보이면서 씨익 웃었고, 미리안은 산다스 공작이 가 지는 권위에 대해서 어느정도 잘 알고 있기에 작은 주먹을 쥐어보이면서 말했다. "나는" 머기가 짧게 물어왔고(물어온건지는 톤을 들어서는 알 수 없다. 지금의 상황에서 는 아마도 의문문일것이라 추측해보는 것이지) 나는 그와 라니안느를 보면서 말했 다. 어차피, 나가는걸 싫어하니까 말이야. "아, 머기씨와 라니안느씨는 역시 저 사람들 속으로 나가실 생각이 없으시겠죠?" 머기와 라니안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인관계가 특별하게 약한 사람들이라니까. 그래서 나는 아까전부터 생각했던 말을 했다. "그럼 여기 자리를 지켜주세요. 기왕이면 나미아도 함께요" 머기와 라니안느의 시선이 한창 쥬스와 쿠키를 상대로 무차별적인 살육전을 벌이 는 나미아에게로 향했다. 아마도, 저렇게 먹고 마시다가 어느 순간엔가 또 어제처 럼 곯아 떨어질 것이겠지. 그런데 저렇게 간식으로 배채우다가 살찌는거 아닐까? 나미아가 어떤 체형을 하고 있든지 나는 귀여워하고 사랑해줄 수가 있지만, 본인 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지. 10년도 안가서 사춘기가 찾아올거 같은데 말이 야. 뭐, 그거야 그때 문제고 지금은 지금의 문제에 집중해야겠지? 머기와 라니안 느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자비스 후작가 산다스 공작이 나타나면 그때부터 시작하는걸로 하지요. 저는… 여러분들께 말씀 드릴수는 없지만 비밀스러운 일을 수행할겁니다" 나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은 '그러면 그렇지'하는 표정이 되었다. 내가 무슨 일을 하겠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대를 하지만, 일이 끝나기 전에는 밝히지 않을 것이라 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지만 이번 일은 정말로 밝히기가 조금 곤 란해서 말이야. 나쁜일을 하려는것은 아니고, 단지 킬이 알아서는 안될 것이니까 하는 소리다. 바로 츠렌을 만나는 일이지. 나중에 킬에게 이 사실을 말해서 그의 심정을 약간 더 복잡하게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천천히 전진하는 연정(戀情)도 좋 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지않나? 그러니 누군가가 나서줘서 메신저 역할 을 해주면 약간이나마 나아지겠지.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에서 힘없이 추욱 늘어 진 킬을 보기는 싫거든. 아무래도 연애를 해봤던 입장이고, 지금도 하는 나의 입 장에서 킬의 경우를 역지사지(易地思之)해보면 이대로 츠렌을 두고 떠나온다면 킬 은 시종일관 우울한 모습과 '그녀는 행복할거야'등의 자기위안적 생각에 젖어 예 전과는 상당히 다른 센티멘탈에 멜랑콜리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니, 될 것이 다. 나하고 헤어져있는 상황에서 그런다면 모르겠지만, 앞으로 같이 다녀야 하는 입장에서 그런꼴 보여주는건, 나는 못참거든. 짜증이나서 말이야.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그 둘의 문제를 해결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본데스의 연구시설을 한바탕 폐 허로 만들러 가야지 않겠어? 기왕이면 그 산뜻한 기분으로 본데스도 잡을 수 있으 면 더할나위가 없겠지만. "그래서 말이예요…" "그게 정말이예요?" "그렇다니까요. 웃기죠? 호호홋!" "그게 정말이라면 이거…" 귀족들의 잡담의 사이를 나는 소리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최대한 기척도 죽여서 지나가면 바로 앞이나 옆을 지나가도 그들은 잘 눈치채지 못한다. 느끼지 못하면, 그 존재는 없는것이 되기 마련이니까. 이곳에 숙련된 도적이나 잘 단련된 뛰어난 검사가 있다면 나의 기척을 조금이나마 잡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테이블 마 다 타오르는 촛불에서 생겨나는 일렁거리는 불규칙적인 그림자를 타고 나의 능력 을 에누리없이 발휘해 기척을 죽이며 가고있기 때문에 아무리 감이 좋은 사람이라 도 제대로 알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내가 이렇게 일부러 기척을 죽여서 가고있는 이유? 그거야 당연하게도 '내가 눈에 띄니까'다. 말하자면, 나는 최대한 비밀스럽게 츠 렌과 만나야 한다. 그렇지만 나의 이 선홍빛 머리카락은 공교롭게도 눈에 너무나 도 잘 띈다. 멋지다는 선을 넘어서서 아름답다는 평가를 들어도 모자르는 나의 이 머리카락은(아아… 자아도취라네…) 이런 활동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머리 색을 바꾸면 되는 일이지만, 그것도 역시 눈의 띄는 일이잖아? 애시당초 레어에서 나와 에실루나 일행들은 만나기 전부터 머리색을 바꾸었다면 모르지만, 지금 갑자 기 머리색을 바꾸면 사람들이 의아해할 노릇이다. 스크롤 북으로도 둘러댈 수 있 지만, 일부러 그렇게까지 해서 머리색을 바꿀 이유는 없지않나? 음… 생각하고 보 니까 미리안이 말한대로 이상한 곳에서 철저하니까 말이야. 아, 이건 그거하고 조 금 다른가? "후우, 어떻게 오긴 왔구나" 나는 발코니에서 나와 무도회장을 등지고는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직 공해가 없어서 그런지 별이 화려하게 떠있구나. 하지만 암만해도 저 여러개 떠있는 달에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지만 말이야. 내가 올려다본 하늘에는 세개의 달이 사이좋게 떠있었다. 아이리펜 대륙에는 세개의 달이 뜬다. 4달 주기로 보름달에서 보름달로 변하는 가장 큰 달인 피스Pise. 반년에 한번씩 보름달에서 보름달이 되는 작은 달 엘가Elga. 한달의 주기로 보름달에서 보름달로 변하는 중간크기의 달 지톤Giton. 뜨는 순서는 피스 - 엘가 - 지톤의 순이다. 세개의 달은 각각 동쪽과 서쪽, 남쪽 에서 떠오르는데 이 세개의 달이 묘하게 겹쳐지는 날은 200년 2개월 26일마다 한 번이라고 한다. 그날은 마치 짠듯이 정해져 있어서 그 날은 국가와 종족을 막론하 고 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삼중월(三重月)의 축제라고 불리우는 그 축제가 마지막 으로 있었던 때가… 158년 전이었다. 앞으로 42년 남았군. 그리고 세개의 보름달이 동시에 떠오르는 날이 135년마다 한번 있다. 세개의 달 이 모두 보름달로 뜨는 '달'은 12달에 한번이지만, 날짜까지 정확하게 맞춰서 뜨 는 경우는 정말로 경우의 수가 적다. 물론 이 날에도 만월야천(滿月夜天)의 축제 라고 불리우는 축제가 있다. 이 축제가 마지막으로 있던 때는 93년 전으로, 이것 역이 42년 남았다. 그리고 42년 후에는 대륙의 역사에서도 매우 손꼽힐듯이 기록되는 영광스런 무성 야(無星夜)의 날로, 세개의 달이 뿜어내는 빛때문인지, 아니면 다른이유에선지 별 이 전부 빛을 잃고 세개의 보름달이 동시에 떠올라 하늘 중간에서 겹쳐지게 된다. 이때 태어난 아이는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질거라는 이야기도 있고, 이 날에는 뭔 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든지 하는 추측이 난무하며, 곧 죽을 노인들은 하늘을 우 러러 탄식한다고 하지. -------------------------------------------------------------------------- ----- 왠지 모르게 소설을 쓰다보면 다른 여러 소설들의 구상이 머리속을 왓다리 갔다리 합니다.. 그리고는 그것들이 점점 하나의 소설로 통합되어가지요.. 생각의 분과들이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빅딜하고, 협상하고 그러나 봅니다. 머리속에 대채 뭐가 돌아가는지 가끔은 나 자신도 열어보고 싶다는... 이래서 아스트랄은 않좋습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56 회] 2002-10-14 조회 : 35 추천 : 1 004.B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는 달에서 시선을 돌려서 길게 펼쳐져있는(발코니에 대한 감상치고는 이상하지 만, 이건 정말로 '펼쳐져'있는 발코니다) 발코니와 세개의 달이 내뿜는 빛으로 뭔 가 환상적으로 보이는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세개의 달은 각자 보름달, 반달, 초 승달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 달에서 비춰지는 달빛이 정원에 가득한 나무들에 부딫혀 부서지면서 땅에는 나무들의 그림자로 이루어진 멋진 음영과 무도회장에서 나오는 빛들이 엉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멋진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멋진 광경에서 크나큰 경이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짜증스러 운 기분과 환멸감, 약간의 부끄러움을 먼저 패스해야했다. 제길…. "하아… 아! 으응! 흐응!" "허억! 후! 허억!" "아아… 멋져요…" "좀 더! 좀 더 세게!" "아아아! 아!" 솔직히 말해서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귀족들의 성관계는 어느정도 문란하다는 사 실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남들 귀에 다 들리게 관계를 가지랴는 생각 을 하고서 발코니로 나왔지만, 첫번째로 나의 귀는 상당히 밝았으며, 두번째로 눈 앞에는 섹스 파트너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밖에서는 암만해도 안쪽을 좀처럼 볼 수가 없는 나무들의 그림자 미로 속에서 얼마나 체면을 차릴것인가 하는 것과, 세번째로는 지금 시간에 발코니로 나오는 귀족은 별로 없고, 외부와 무도회장 간 의 방음설비는 참 잘 되어있었다. 그래서 나는 보통 인간들이라면 들리지 않을 낯 뜨거운 교성들을 들어가면서 발코니에서 뻘쭘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숨 넘어 가는구만 숨 넘어가. 어이, 거기 여자! 남자좀 그만 잡지 그래? 뭐, 귀족들의 성생활이야 별로 내가 뭐라 할 영역이 아니다. 저들이 과연 오늘하 루 만나서 즐기려는 잠깐 상대인지, 아니면 밤까지 못참아서 향연을 벌이는 부부 사이인지, 아니면 서로의 사랑이 넘쳐 흘러 타오르는 연인사이인지 알 수는 없다. 알고자 한다면 알 수도 있지만, 그런거 알고 싶지도 않다. 아, 설마하니 근친상간 이나 원조교제는 없겠지? "……제길, 내가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뭔가 한 일이 닥치면 그것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는 나의 버릇이 그만 나와버렸던 것이다. 진정하자. 진정해. 그건 그렇고 싸이녀석이 상당히 늦네? 츠렌을 찾는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조금 시간이 걸릴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워낙에 많다 보니까 오래 걸리는가 보다. 녀석은 사물을 구분할 눈이 없거든. 일 단 나의 명령에 의해서 나와 싸이가 분리(?)되면 나와 싸이가 공유하는 부분은 거 의 없다. 나와 그녀석을 이어주는 끈이 있을뿐, 다른 교감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 라서 평소에는 내가 보는 것과 느끼는것을 그녀석도 느낄 수가 있지만(느끼더라도 내가 부르기 전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지금같이 내가 바깥으로 싸이를 내보낸 이 상, 그 녀석은 사람의 정신과 정신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이동해야 한다. 정신이 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사물과 사람의 구분을 못하는 녀석이니, 저 많은 사람들 속 에서 츠렌을 찾아내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 찌잉- "우윽?!" 나는 갑작스럽게 귓속을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당황해했다. 뭐, 뭐야! 갑 자기 이 초음파 같은 소리는? 「정신과 정신사이에 연결을 시켰다. 주인이 말하는 내용을 츠렌이란 여자는 들 을 수가 있지」 에? 왜 이런일을 했어? 몇마디 전하라고 했잖아? 「저렇게 많은 사람과 사람들의 정신속을 지나다닐때 주인이 나에게 했던 말을 그들이 다 알게 되는걸 바라고 있는게 아닐것 같은데?」 뭐? 너 어린애냐? 「…무슨 악담이지?」 어린애같이 칠칠맞게 지나다니면서 뭔가를 흘리고 다니는거냐고. 「훗, 나의 힘의 한계는 어디까지나 주인의 성장에 맞추어져있다. 발육미달인 무 진 및에서 발육미달의 정령이 나오는건 당연하지 않은가? '주인'?」 바, 발육미달? 이봐! 난 성룡이라구! 발육미달이라는 말은 좀 맞지 않다고 생각 하는데? 「그런가? 그럼 바꾸지. '풋내기' 성룡 주인」 됐네, 이 친구야.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와 츠렌사이에 정신적 교감이 생긴거야? 「교감은 아니다. 일방적인 것이니까. 주인은 츠렌이란 여자가 보고 생각한 것을 알 수 있지만, 저쪽에서는 그렇지 않다.」 반 이중 통신이라는거야? 흠…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걸? 「안본 사이에 바보가 되었군. 가끔은 생각이라는것을 해보길 권장한다. 생각하 는 것이 그대로 머리속에 흘러 들어오면 혼란이 생길것은 당연하다. 원하지 않 을 때에 그런 일이 벌어지길 바라는건 아닐텐데?」 ……너 오늘따라 굉장히 말투가 띠껍다? 어쨌든, 내가 원하면 그때 츠렌의 생각 을 알 수 있고, 원하면 그것을 중단 시킬 수도 있다는거야? 「그렇다」 그러면 말이야, 진작에 그렇게 말하면 뭐가 덧나냐? 꼭 무시하거나 표독스런 말 로 복장을 뒤집어놔야 직성이 풀리냐고? 너 내가 불러내고서 다시 되돌려 보낼때 무슨 생각하고 들어가냐? 혹시 다음엔 어떤 식으로 날 깔아 뭉갤까 그거 생각하는 거 아냐? 「축하한다」 …갑자기 무슨 축하야? 「정답이었으니까」 으하, 으하! 야이 자식아! 주인에게 귀속된 정령주제에 주인을 놀려?! 이걸 확그 냥 때릴 수도 없으니 속이 터지는구만. 우으으…! 나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싸이녀석이 점점 기고만장 해지는것 같지만, 정신체이다 보니까 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 복장이 더욱 뒤 집어지는것은 당연하겠지. 싸이는 정신연결을 끊고 싶을때 부르라고 하면서 들어 가버렸다. 헤유… 뭐 저런 녀석이…. 그래도 편리하니까 용서하지. 징계방법이 없 으니까 날이 갈 수록 날뛰는거 같단 말이야. 그림자의 형태로 시각화가 되기는 하 지만, 만질수는 없다. 그것이 녀석의 한계지. 나는 주위에 사람들이 있었다면 거 의 반 미친놈 취급을 받을 정도로 궁시렁대고, 이를 갈았다. 하지만 어쩌랴? 들어 가 버린놈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촌철살인이 뭔지를 정말로 잘 아는 녀석이란 말이야. 정신의 정령이란 놈들이 다 저런가? "그만 두고, 츠렌의 정신이나 살펴보자…" 나는 중얼거림으로서 나 자신을 다스렸다. 그래. 지금은 일단 츠렌이 무슨 생각 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아, 그러고보면 다른 일행들은 자기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으려나? 정신 링크 개방! 사이킥 다이브Psychic Dive 개시! "집에 갇혀있는 시간이 얼마나 좀이 쑤시는지 정말로 모를거계요. 게다가 기껏 생겨놓은 굳은살은 전부 사라져 버렸어요. 나중에 다시 칼밥먹고 살려면 정말로 고생좀 다시 해야될것 같네요. 다들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아버지는 지금 에실 루나가 잘 잡고 있는것 같아요. 그러는 도중에 라스킨씨까지 와서 아버지를 공격 하시던데요? 보면서 아버지지만 얼마나 시원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킬은 어 느샌가 취향을 어린아이도 바꿨는지 아니면 임자있는 여자가 좋은지 세렌한테 관 심을 보이고 있어요. 어머! 그러면 우리 어머니를 노릴 가능성도 있겠네? 음… 킬의 성격상 가정파괴를 일으키는것은 생각하지 못할 일이니까 어쨌든 넘어가요. 아버지는 저를 딸로 생각하지 않고 계셔서 온종일 저를 끌고 돌아다니면서 3년간 못했던 인사를 다 하시겠다는 생각인지 요즘엔 죽겠다니까요. 무도회장에 오기 전까지도 몇집에나 들러서 인사를 했는지 정말로 짜증나 죽을 지경이었어요. 그 런데 페이그니스씨는 정말로 재주가 많으시네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어요. 아, 그리고 이번 일은 페이그니스씨 작품이죠? 에실루나와 라스킨씨를 통제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 페이그니스씨라는거 다 알아요. 덕분에 이렇게 도망나와서 수다도 떨 수가 있는거죠. 어머나, 제가 너무 떠들고 있는것 같죠? 사실 그래요 요 며칠간을 지나얀씨와 그렇게 떠들던 수다도 한번 제대로 못떨어봤다구요. 동생녀석은 남자문제 때문에 우울해져서 내 말을 들으려고도 하 지 않잖아요? 이이이익! 그러고보면 원인은 다 그 브라이언트씨 때문이야. 괜히 애를 센티하게 만들어 놓을건 대체 뭐래요? 아, 브라이언트씨한테서 연락은 없었 어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라서 기왕이면 잘되길 바라고 있거든요. 아버지의 정략결혼의 제물이 되기엔 애가 너무 끼가 많고, 자유분방하고, 가엽잖아요? 그 러고 보면 그 애를 위해서 제가 희생해야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나중에 가서 생각해볼 문제지요. 제가 제 오빠 이야기를 했었나요? 하나있는 오빠라는 사람은 아버지하고 어쩜 그렇게 똑같대요? 조금 동생들을 이해해주면 어디가 덧나기라도 하는건가? 어렸을떄는 그렇게도 아버지의 뜻에 반발하더니 결국에 와서는 아버지 를 제일 많이 닮아버렸어요. 덕분에 요 며칠간 얼마나 잔소리를 들었는지 귀에 딱지가 가라앉을 지경이라구요. 덕분에 에실루나한테서 아버지를 옹호하겠다고 나섰다가 둘이서 쌍으로 면박당하고 있잖아요. 호호호호홋, 얼마나 고소하던지. 에? 왜 그런 표정이예요? 가족들에 대해 험담하면서 좋아한다고 그러시는거예요? 하긴 제가 생각해도 이건 누워서 침뱉기지만, 사실이 그런걸 어떻해요? 한번 집 나온 탕아가 집에 대해 좋은 소리 하는법은 거의 없어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 고, 가장 따스한곳이 집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니까지나 객관적인 문제예요. 세 월가면 저도 지금때를 회상하면서 그땐 그랬지 하면서 싱긋 웃을지 모르지만, 지 금은 이러고 있을래요. 아, 그런데 요즘은 어떠세요?" "아, 저, 그러니까… 잘 지냅니다" "헤에? 저 빼놓고 잘 지내요? 우웅…. 하긴 페이스니스씨는 두 애인하고 딸만 건 강하면 다 좋은 사람 같아요. 그래도 이번엔 타박 안할래요. 덕분에 이렇게 바깥 공기로 자유롭게 맡을 수가 있으니까요" 츠렌은 그렇게 말하면서 발코니의 끝으로 걸어가 밤공기를 가득 들이켰다. 요 며 칠 안본 사이에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나보다. 갑자기 만나자마자 짧게 인사하고는 숨도 제대로 안쉬고 말을 쏟아놓는것을 보니까 말이야. 하긴, 내가 정신속으로 들 어가서 잘 살펴보니까 온통 불만으로 가득 차있었으니까 그녀의 성격대로 그것을 푸는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대상이 내가 되었다는 점은 조금 싫 은걸? 나는 그녀가 대충 다 풀렸는지 어쨌는지 다시 그녀의 정신세계로 들어가 보 려고 했지만, 그 전에 그녀가 먼저 나에게 말했다. "언제 떠나실거예요?" "네?" "떠나실거잖아요. 언제쯤 되나 물어본거예요" 츠렌은 눈꼬리를 약간 아래로 내리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마치 자기와는 상 관이 없다는 투다. 완전히 체념한건가? 나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다. 이것 봐, 츠렌. 적어도 한번 여행을 같이 한 이상 나는 두고갈 생각이 별로 없거든? 킬 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흠… 동료가 떨어져있는데 같이 갈만한 그런 성격은 되지 못해서요" "피치못할 사정이잖아요? 아버지는 아마 두번째의 가출은 용납하지 않으실 거예 요" "첫번째는 용납 했댔습니까? 용납 했으면 다시 잡혀들어갈 이유는 없겠죠" "풋! 하긴 그래요. 용납했다면 가출이 아니겠죠. 하지만…"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후작가문이니까 보유한 사병들도 꽤 많은 것이다. 그리고 황녀의 말로는 강한 무력집단이라고 하니, 그녀의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겠지. "킬은… 그는 뭐라고 할까요?" "츠렌씨는 그에게 뭐라고 할거죠?" "……" 츠렌은 마무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들이 뭐라고 할 것 보다도 킬이 뭐라 고 할지 그것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츠렌은 두 손을 발코니의 난간에 얹 어서 몸을 기대며 말했다. "귀족이라고… 후작가의 딸이라고… 서먹해질것 같아요"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나는 미소지었다. 다른건 몰라도 그건 문제 될것이 없지.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 로 나에게 물었다. "예?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늑대왕과 엘브스 퀸의 석세서와도 잘 지냈던 사람들이 '고작' 후작가의 딸이라 고 서먹해 할것 같지는 않은데요?" "…아" 츠렌은 작게 탄성을 내었다. 그렇다. 이것은 '고작'이다. 작게 놀라는 그녀에게 나는 손가락 두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두개의 기회를 드리지요. 킬과 함께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이대로 남겠습니까?" "…킬'과'?" "킬과"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라이니시스 전기] [157 회] 2002-10-17 조회/추천 : 3694 / 11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B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자기 자신에의 감정에 대한 확인은 그것이 언제일지라도 중요하다. 사람은 그런 면이 간혹 있다. 자기가 과연 무슨 감정을 품고 있는지 그것을 모를때가 많다. 아 니, 모른다기 보다도 그것을 억누르고, 억제하고, 혹은 무시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 맞춰 자기 자신을 합리화 시키면서 현재 상황 에 만족하며 '이걸로 된거야'등의 자위행위를 하면서 자기 감정에서의 도피행위를 취하는 경우는 동서고금(東西古今), 남북현과(南北現過)를 막론하고 차원(次元)과 시대(時代)를 뛰어넘어 많이 존재해왔다. 두개의 차원을 살아본 경험으로 말 하는 것이니 믿어도 괜찮다. 그리고 이것을 깨는 방법도 장소와 시간과 시대와 차원을 뛰어넘어서 같다. "그와 함께 하고 싶어요" 자기 자신에의 감정에 대한 확인과 긍정.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어 려운 일일 수록 극복하면 돌아오는 대가가 크다. 그것이 좋은 대가인지, 나쁜 대 가인지는 대가를 받아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세상의 인과율에 따라 반드시 대가는 돌아가게 되어있다. "그러면, 도와드리지요" 그리고 츠렌. 당신은 당신의 선택으로 인해서 좋은 대가를 받게 될것이야. 나의 이름을 걸고서 보장하겠어. 이제 킬이 자기 자신에의 감정에 대한 긍정을 하게 하 는 일이 남았나? 킬의 정신을 먼저 깨우고서, 그 다음에 츠렌을 빼돌려서 두번째 가출을 성공시키는 일이 남았군. 수도에는 일주일 정도 더 머물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브라이언트의 일도 거의 일주일이 남았지? 이번 기회에 그냥 자매의 일을 한번에 처리시켜 버리면 되겠구나. 츠렌은 주먹을 쥐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자기 자신을 독려하는 것이겠지. 그녀 는 그러고는 나에게 물었다. "이제부터 뭘하면 좋죠?" "가만히 있으십시오. 말썽 피우지 마시고, 조용하게 계세요" "연락은요?" "세렌씨를 연락책으로 쓰는 방법도 있겠지요. 뭣하면 동물들을 사용해 편지를 나 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엘프가 둘이나 되니까요" "아아… 그렇군요. 세렌을 써도 될거예요. 황궁에 자주 드나든다는걸 알면 아버 지가 매우 기뻐하실 거예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약간 쓰게 미소지었다. 반어법이 아니라 저건 진심이다. 황성에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만나러 드나드는걸 싫어할 사람은 없다. 궁 내부원들이나 경비병들을 만날 생각이 아니라면, 황실의 고위 인사이거나 그와 비 슷한 황실의 손님이니까. 어쨌든, 입지를 넓히는데도 도움을 될거라고 생각할것이 뻔하다. 자비스 후작은 출세 지향형이니까. 그리고 가족사에 대해서는 상당히 둔 감인 별종이라서 츠렌이 세렌을 통해 우리와 연락을 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조 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여차하면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새들을 사용해 쪽지를 나 르게 하는 수로 쓸 수 있으니까 창문도 없는 골방에 갇혀있지만 않는다면 연락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나는 츠렌에게 말했다. "최초 연락은 세렌씨를 언제 보내느냐에 따라서 결정되겠군요. 저희는 그간 황성 에서 계속 머물것입니다. 그러니, 언제라도 연락을 주세요" "네. 알겠어요" "그럼 들어가지요. 이상한 오해를 사면 안되니까요" 발코니에 단 둘이 있다면 그것도 정말 구설수감이다. 여기가 아무리 눈에 잘 안 띄는 장소라고 해도 말이야. 그녀는 미소지으며 웃고는 치마를 살짝 들어올려 무 릎을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나도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서 그녀에게 답례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무도회장으로 들어갔고, 나는 벽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연애가 실패하는건… 눈앞에서 못보는 성격이 되어버렸군" 가슴 한쪽이 잠시 욱신했다. 내 죽음이 그래놔서 말이야, 나는 다른사람들의 연 애가 눈 앞에서 실패하는것은 못보는 성격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환생하지 않았다면 아마 원귀(寃鬼)가 되어서 세상을 떠돌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 그녀의 수호령이 되어 그녀를 보호하며 지켜본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군. 하지만 축복인 지 저주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강한 힘을 가진채로 환생을 했으니, 이 힘을 적극 활용하여 나같은 사람이 되도록이면 나오지 않게 하고 싶다. 그녀를 구하고 내가 죽은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남겨질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면 이것도 못할 짓 이지. …그러면 결국 어느쪽이라는거야? 나는 떠오른 의문을 곱씹어보면서 생각했 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어느쪽이라도, 정답이란것은 없는 것이지. 이런 문제는"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세개의 달이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는것 같았다. 글쎄…. 저기 있는 달들은 알지도 모르겠지. 크흐흐…, 하하하하핫! 내가 다시 무도회장으로 돌아왔을때는 역시나 어제처럼 나미아가 콜콜 자고 있었 고, 다른 일행들도 각자 자기 일들을 마치고 돌아와있는 중이었다. 이거, 내가 제 일 늦어버렸군. 나는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말했다. "어떠셨는지?" "후훗! 재미있었어요. 자비스 후작의 그 당황해하던 모습을 꼭 보셨어야 했는데 말이예요" "그 인간, 꽤 당황해하더군요. 설마하니 저와 주모님 두분이서 공격을 할거란 생 각을 전혀 하지 못한것 같습니다" 미리안과 라스킨은 씨익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흠… 받은만큼 돌려주기는 어렵겠 지만,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표정들이군. 나는 고개를 돌려서 킬과 지나 얀을 바라보았고, 지나얀은 엄지손가작을 치켜세우는 걸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 런데 난 저사람들한테 특별한 말 한 기억은 없는데? 적당히 연락책이나 츠렌의 최 근 동향과 그집의 동향들에 대해 물어보라고 한것 뿐인데 말이야. 아, 그런것들에 대해서 의외로 좋은 성과가 나왔나보지? "그러면 일도 끝났으니 슬슬 들어가 보지요. 이 무도회장에 미련이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세요" 당연스럽게도 아무도 없었다. "그럼 돌아갑시다. 수고하셨습니다" 무도회가 중후반에 이르를 무렵, 우리는 무도회장을 나왔다. 후아, 이젠 더이상 저기 갈 일은 없겠지. 츠렌은 자기의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킬은 어떨까? 오늘은 일부러 그 둘을 만나 지 못하게 한것인데,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려나? 호기심이 고개를 빼꼼하 고 내미는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흠… 살짝 떠볼까? 아냐, 그냥 이대로 두 고서 일주일간 잘 생각하게 하는거야. "아, 그러고보니 자비스 후작을 만날때 츠렌씨는 보지 못했어요. 세렌씨하고 같 이 있었나요?" "아니요. 세렌씨하고 이야기 할때는 없었어요. 어라? 그러고 보니 츠렌언니는 어 디 있었지?" 미리안은 지자얀에게 물었고, 지나얀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만약 자비스 후작 의 옆에 츠렌이 있었더라면 그는 츠렌을 방패막이 삼아서 그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불러냈기 때문에 자비스 후작은 사람들에게서 쏟아 지는 십자포화를 그대로 받을 수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그 십 자포화에 참여했던 미리안은 츠렌의 부재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 나는 소파에다 몸을 푸욱 묻으면서 나즈막하게 말했다. "저하고 같이 있었지요" "예에?" "네?" 모두의 눈길이 나에게로 향하면서 미리안과 지나얀의 놀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살짝 곁눈질로 잠깐 본 킬의 표정은… 어라?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잖아? 나는 나 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비스 후작이 그녀를 방패막이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었으니까 제가 미리 빼내 온 것입니다. 발코니에서 달구경하고 있었지요" "무슨 이야기들 하셨어요?" "뭐, 그냥… 이것저것" 나는 별거 아니라는듯이 밍숭맹숭하게 말했다. 일종의 대답 거부로 사용될 수도 있는 행동이지. 조금 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 볼까도 생각해 봤는데, 역시 그만 두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이면 몰라도 나의 두 애인겸 아내들은 자극시키고 싶지 않거든. 엘프의 치정싸움은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애(愛)와 증(憎) 은 종이 한장 차이라서 말이야. 사랑이 순식간에 증오로 변하는것은 잠깐이라고. 괜히 그녀들을 자극해서 득볼것은 없다 이거야. 맹목적이고, 올곧은 그 사랑이 한 번 변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것은 뻔한 이치이지. 극과 극은 서 로에게서 멀어지려고 하면 멀어질 수록 더욱 가까워지거든. 세렌과 브라이언트의 경우가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겠지. 대화는 거기에서 잠깐잠깐 이어졌다. 주제는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나중에는 단순 한 수다로 변해버렸지만, 즐거웠으니 괜찮았겠지. 사람들은 슬슬 잠자리로 돌아가 고 있었고, 이제 거실에 남은것은 나와 킬 뿐이었다. 이런 상황을 원한것은 아니 었지만,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는군. 나는 내 앞의 술잔을 들어올려 그것을 단숨에 비우고는 말했다. "자아, 그럼 저도 가서 자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내가 몸을 일으켜서 뒤로 돌았을 때 그가 망설이는듯한 목소리로 말했고, 난 씨 익 미소를 지었다. 후훗,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당신만큼은 나의 이야기에 담담하 게 있을 수는 없을거야. 떠보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만, 알아서 떠진걸(?) 보니 상당히 급한 모양이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예?" "저기… 츠렌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셨죠?"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잡담이나 나누었죠. 제 목적은 츠렌씨를 불러내는데 있었으 니까 말입니다" "그러시군요…" 나는 정말로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말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에에? 설마 하니 여기서 납득! 이라는거야? 쳇, 괜히 기대해서 손해봤네. 나는 다시 가던길을 자기 시작했다. 괜찮아. 시간은 많으니까 지금은 일단 잠이나 자고 보자. 황궁에서의 하루 일과는 일어나서 가볍게 세수하고, 매일 아침마다 날라져 오는 식사를 함으로써 시작되고 있었다. 식사는 가볍게 때우는 수준이다. 그러니까 나 미아가 많이 배부를 정도? 하지만 황실의 요리장은 라스킨을 생각해서인지 아침식 사의 양을 '조금' 늘려주었고, 덕분에 우리들은 배부르게 아침을 먹을 수가 있었 다. "겉모습만 보고서 많이 먹을거란 생각을 하는건 별로 탐탁지가 않군요" 매일 아침식사마다 양고기 한마리분을 혼자서 해치우는 라스킨의 탐탁찮은 말에 우린 모두 탐탁찮은 표정을 지은 탐탁찮은 일화가 있다. 설마하니 라스킨은 자기 가 딴에는 소식사라고 생각하고 있는것이 아닐까 싶은 무서운(?) 상상이 들었다. 정말로 그런다면, 세상에 대식가란 대식가는 전부 없어져 버려야겠군. 무도회가 끝난지도 2일째였다. 3일째 되던 날에는 나가지 않고 방에서 뒹굴거리 느라 시간을 보냈다가 어제는 황성을 산책해보기로 하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넓기는 정말로 더럽게 넓더군. 그리고는 세렌이 찾아와서 몇가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는 돌아간것을 제외하고는 요 이틀동안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 나는 약간은 우중충한 하늘을 보고는 머기와 체스를 두느라 열중인 라스킨을 보면서 말했다. "에… 앞으로 며칠이지? 4일인가?" "예? 네. 4일입니다" "별다른 연락 없었어?" "일이 다 끝나봐야 아는것이겠죠. 그래도 아마 십중팔구는 살아서 돌아올겁니다. 늑대들의 우울증 치료법이라고 해도, 죽이지는 않습니다" "체크" "으익?!" 라스킨은 어느샌가 머기의 말에 의해 궁지에 몰려버린 자신의 왕을 보면서 난감 한 표정을 짓고는 장기판에 집중했다. 브라이언트가 살아서 돌아올지 어떨지 결과 가 나오는 날이 4일이라…. 그동안에 대체 뭘 하고 지내면 좋지? "그게 아니란다. 그러니까 조금더 정신을 모아서 느껴봐" "어려워요…" 나미아는 4명의 여자 마법사들에게 둘러쌓여서 배우겠다고 그렇게 난리를 쳤었던 마법의 기초를 공부하고 있었다. 첫단계를 완성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 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마법사 지망생들으 여기에서 포기하거든. 글쎄… 나미아가 여태까지 보여주는 성격상 금방 싫증낼 가능성도 높지만, 저 학습열의를 보면 언 젠가는 마법을 사용할지도 모르겠다. 흠… 머기에게 부탁해서 무빙 캐스트를 가르 쳐줘볼까? 들어줄지도 의문이지만 말이야. -------------------------------------------------------------------------- ------ 안녕하셨습니까. 밤에 설문조사한다고 하고.. 깜빡 잊어버려서 그날 아침에 설문조사를 만든.. 그래놓고서 한마디 말도 안한... 건방지고 멍청한 이그니시스입니다. (엎드려 절을 한다) 설문조사는 활발하게 진행중이군요. 오늘도 세편 무리없이 갑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58 회] 2002-10-17 조회/추천 : 3511 / 8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B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러는 동안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똑똑똑. "사예르 록헴입니다" "들어오세요" 어라? 사예르가 갑자기 무슨 일이지? 그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 절도있는 동작으 로 깨끗하게 인사를 하고는 말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여러분들의 소지품들을 전부 회수했기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드디어 찾아낸건가? 그는 손뼉을 두번 쳤고, 세명의 궁내주원이 물건들이 놓여진 카트를 끌고는 들어왔다. 그는 카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빠지신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들은 각자 하던 일을 그만 두고는 세대의 카트로 다가가서 각자의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내 물건은 배낭과 와이어 건틀렛, 그리고 갑옷과 검이지. 돈이 나 기타 등등의 물건들은 전부 배낭에 넣어놨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흐음… 일 단 내 물건들은 전부있군. "음… 에메랄드 하나하고 32펜이 없는데요?" "23펜" "제… 카드들…" "아! 지나얀의 이름 새겨진 팬던트! 배낭의 주머니에 넣어뒀는데!" 사예르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그것들도 금방 찾아놓겠다고 말 하고는 카트를 끌 고온 궁내부원들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없어진 물건들은 대충 저것들 정도인가? 그런데 돈은 그렇다고 쳐도, 라니안느의 취미용 점치는 카드하고 지나얀의 이름이 새겨진 팬던트는 대체 왜 사라진거야? 팬던트는 얼핏 본적이 있는데, 비싼것도 아 니고 약간 특이한 문양이 있는 보통의 팬던트에다, 뒷면에는 '지나얀 나미후 얀나 엔'이라는 이름이 크게 새겨져 있어서 그거 가져간 간수녀석이 여자에게 선물했다 가는 크게 피볼 물건인데 말이야? "아, 그러고보니 이 서류들을 아직 처리하지 못했군요. 툰즈 프로티에서 사람들 은 무사히 돌아들 갔을까 싶군요" 킬은 자신의 배낭에서 그때 매쉬암의 마을에서 가져온 서류들을 보며 말했다. 저 서류, 아직까지 우리손에 있었나? 계속 가지고 있는것도 뭐하니까 그냥 황제에게 직통으로 넘겨버려야겠군. 나는 서류를 가리치면서 말했다. "황제폐하께 넘기도록 하지요. 제국의 차원에서 매쉬암에게 손을 대기 시작하면 아마 그들도 뜨끔할겁니다" "워낙에 비밀조직같은데 그게 잘 될까요?" "매쉬암 자체에는 손을 대는게 어렵겠지만, 증거가 있으니까 활동을 억제할 수는 있겠지요. 안그러면 황실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그러면 일단 이것을 황제폐하께 넘기고나서 그 뒤의 일을 잘 지켜보도록 하지요" 킬은 서류를 꺼내서 대충 훑어보다가 그것을 다시 봉투안에 넣으며 말했고, 나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우중충한 날씨다. 비라도 내릴것 같다는 생 각이 드는걸? 쏴아아아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벌써 4일째로군. 아직 장마철은 아닌것 같은데 말이야? 많이 내렸다 조금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지만, 요 4일간 빗줄기가 끊어진 날은 없었다. 덕분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서 지내니 온몸이 굳어버릴 지경이다. 되찾아온 물건들 덕분에 그 팔랑거리는 옷을 입지 않아서 좋기는 하지만, 벌써 며 칠째 이러고 있는지 정말 알 수가 없다. 황실에서도 슬슬 궁금해할것도 갗은데 말 이야. 아무리 손님이라지만 오래 있는건 역시 눈치보인다. 하지만 그 손님이 라스 킨과 에실루나인 이상, 그들이 뭐라고 할 수 없는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 리가 여리에 아주 오래 머물것도 아니니까 빨리 엉덩이를 떼야 하겠는데 말이야… "라스킨씨는 아직인가요?" "오늘 내로 연락이 온다고 해서 계속 누워있는 중이예요. 어쩔수 없겠죠" 지나얀과 미리안의 대화대로, 라스킨은 브라인트의 소식을 가져올 주술사의 연락 을 받기 위해서 계속 누워있는 중이다.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가급적이면 수면상 태에 있는것이 주술사와 교신하기에 좋다니까 저러고 있지. 덕분에 오늘 하루 체 스상대를 잃어버린 머기는 킬을 잡고 오셀로Othello(혹은 오델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머리쓰기인걸. 킬은 연전 연패를 하면서도 계속 승부의욕을 불태우 고 있었다. 저것도 오기다, 오기. 그리고 마법여인 네명과 어린아이 한명은 여전 히 계속 마법공부중이었는데, 이전과 다른게 있다면 지금 나미아가 배우는것이 마 법의 언어라는 것이겠지. 허, 그러고보면 참 신기한 아이라니까? 마법의 기초중에 하나인 '마나감지'를 3일만에 끝내버렸으니 말이야. 마나는 자연중에 공기처럼 흩어져 있다. 자연이 있는 장소라면 항상 마나가 있으 며, 마법사들은 절대유동적인 마나의 흐름에 정신력과 마법언어로 흐르는 마나속 에 약간의 충돌을 일으켜서 마법을 발현해내는데, 이것을 해내기 위해 가장 첫번 재로 해야 할 일은 마나를 느껴야 하는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고, 나 자신을 깨끗 하게 비우고는 자연과 동화시키고, 자연중에 흐르는 마나를 느끼도록 끊임없이 정 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하지만 이 마나라는 녀석은 자연중에 어디에도 있다고 하 지만 느끼기가 그렇게 수월하지가 않다. 감각을 극도로 발전시켜서 아주아주 날카 롭게 세운 칼날같은 집중력으로 감지하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까다로운 녀석이 다. 하지만 처음으로 마나를 감지하게되면 점차적으로 마나를 감지하기는 쉬워진 다. 그래서 대개의 중상위급 마법사들은 눈을 감고 잠깐 집중하는 것으로 마나를 감지하고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뭐, 그 과정이 워낙에 여러워서 포기하는 사 람이 워낙 많지만 말이야. 대개 평범한 마법사, 그러니까 죽어라고 노력해도 중상 위급 이상으로는 갈 수 없는 한계를 가진 마법사들은 대개 3~8년정도를 계속 집중 하고 집중해서 마나를 감지한다. 물론 그동안에 마법언어와 시약, 약간의 이론등 을 숙지하면서 공부를 하지. 하지만 그런것들도 마나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얄짤없 이 도로아미타불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미아는 단 3일만에 마나를 감지해버렸다. 이건 천재라고 말할것도 아니다. 내가 해츨링시절에 마나를 감지할때는 종족적인 특성때문에 단 하루만에 해결했다 하더라도, 인간이 3일만에 마나를 감지하는것은 정말이지 어불성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분명, 나미아에게는 특수한 힘이 내재 되어있다. 사람의 마음을 보는 능력이나, 염력등은 분명 이 세계에서는 엄청 희귀 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법하고는 거의 관련이 없는 사항이고, 선천적인 마법 인간도 아니다. 혹시나 싶어서 나미아가 인간이 맞을까 마법으로 쭈욱 검사를 해 보았는데, 100% 인간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그 아이를 가르치는 그녀들이 전부 놀라 자빠진것은 말 할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나미아에게 마법의 언어는 아직 어려운 문제이다. 학문적인 면에서는 습득속도가 느린편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마나를 감지하는 시간이 짧으니까 자연스러운 고속 캐스팅이 가능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음… 나미아에게서 새로운 마법의 경지가 보이는구나. 끼이익. 턱. "연락이 왔습니다" 문이열리고 라스킨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 드디어인가? 사람들은 각자 하던일 을 멈추고(나미아는 제외) 그에게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자… 과연 어떻게 되었을 까? 과연… 과연! "살아있습니다. 살아남기로 했답니다" "좋았어! 대단해! 수고했어!"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죽었다는 소식이면 정말 우울했을거예요" "툰드라에서 과연 어떤 일을 겪었기에…" "니 차례" "살았…군요…" "와우! 그럴줄 알았어! 그만한 사람, 스스로 죽을 이유가 없다구요!" 사람들은 각자 말하면서 브라이언트가 다시 삶의 의욕을 찾은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었다. 정말로 다행이다. 하마터면 세렌에게 부고장을 전해줬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전개되었을거야. "그래, 브라이언트씨는 이제 어디로 간데?" "에… 그러니까, 순서별로 말씀드리자면 툰드라의 벌판으로 떠난것이 일주일 전 이었고, 돌아온것은 이틀 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야 기력을 되찾고 깨어난 것 이죠. 깨어나서 하루동안 천막에서 생각을 하던 그는 밝은 표정으로 나와서 앞으 로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살아가보겠다… 라고 했다 합니다" "거짓말은 아니었겠지?" "물론이죠. 브라이언트씨가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고해도 늑대들의 주술사를 속 이진 못할겁니다. 그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을 극복했다고 하 더군요" "음. 그래그래. 다행이다. 다행이야" 우중충한 나날중에서 간만에 좋은 소식이군. 브라이언트! 당신이 살아가기로 결 정했다는거, 진심으로 축하해! 그리고 난 지금부터 당신에게 최선의 도움을 줄거 야! 당신이 희생한 만큼 보상받게 해주겠어! 하하하핫! 최고다! 나는 흥에 겨워서 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 "이거 정말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건배라도 하고 싶어지는군요. 자신을 극복해낸 브라이언트를 위해서!" 벌컥! "브라이언트가 뭘 어쨌다구요?!" "…웁스" 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을 박차다시피하며 들어온 세렌은 다른사람은 전부 안중에 두지 않고 나에게 쿵쾅거리면서 다가와서는 순식간에 나의 멱살을 잡으면 서 말했다. "말해요! 브라이언트! 그 망할 쓰레기 개자식! 그 위선자! 무성야의 날이 수백번 찾아올때까지 죽이고 또 죽여도 시원찮을 그런 엿처먹을 자식이 뭘 어쨌다구요? 자신을 극복했다는 이야기는 또 뭐예요! 말해요! 말하라구요! 말하지 않으면 말 하게 만들어 주겠어요! 빨리 말해요! 말하란 말이야앗!" 말이 아니라 거의 악쓰는 수준이었고, 그녀의 말에서는 대상자에 담긴 감정을 아 주 자세하게 옅볼 수가 있었다. 브라이언트… 당신 꽤나 미움받고 있구만? 미움받 는 사람은 대개 운이 안좋다던데, 그런것 치고 당신 운이 좋아? 일단 나는 갑작스 런 그녀의 행동에 당황해하면서 이거좀 놓고 이야기하자고 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말을 폭포수 내리 꽂히듯이 퍼부어대니 내가 뭘 말 할 기회나 있어야지? 그런 이 유로 내가 말을 한 시점은 그녀가 한번에 말을 모두 쏟아내고 산소부족으로 인하 여 헉헉댈 시점이었다. "…놓고 이야기하죠?" "후우, 그, 그러지요…" 세렌은 숨을 고르면서 나를 놓아주었고, 나는 옷을 잠시 정리했다. 옷은 멀쩡하 군. 약간 구겨졌지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세렌이란 이 아가씨, 성격이 아주 언 니랑 판박이일세? 자매가 나란히 그런 성격이었다는 말인가? 허허… 정말이지 아 주 '화목한' 집안이었겠군. "말해주세요. 브라이언트… 선배가 뭘 어쨌다는 거죠? 만난적이 있나요?" "에… 그게…" 나는 말하기에 앞서서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지만, 다들 처음 세렌의 과격한 성격 을 보고서는 슬슬 피하는 눈치이다. 단지 나의 두 애인겸 아내들은 '당신을 믿어 요'라는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것이 틀리지만 말이다. 아아… 너무 흥에겨 워서 오버했더니 바로 댓가가 떨어지는군. 이런것이 인과응보이려나? 나는 잠시간 생각의 정리시간을 가졌다. 최소한 이야기할 거리는 정리 해 둬야지. 나는 세렌에 게 말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니까, 일단 앉으시죠. 서서 듣기엔 조금 깁니다" "그러죠" 그녀는 뒤에있는 소파에 털썩 앉았고, 나는 그 맞은편에 앉았다. 어디서부터 이 야기를 해야할까? 그냥 브라이언트가 이야기한대로 이야기 하는것이 좋지 않을까? 나는 잠시 생각하면서 세렌을 흘끔 쳐다보았고, 그녀는 팔짱을 끼고는 노골적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아아, 거참 알았다구. 생긴것은 예쁘장한데 성격하고 내뿜는 살기는 거의 드래곤급이란 말이야. 체엣. 뭐, 어차피 말 하려던 내용이었는데, 단 지 그 시간이 앞당겨졌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지금은 툰드라에 있을 브라이언트! 지금부터 난 당신에게 선물을 주도록 하겠어. 과연 언제, 어떻게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제가 브라이언트씨를 만난것은…" -------------------------------------------------------------------------- ------ 브라이언트와 세렌의 본격적인 이야기...... .....나올까요?(므흣)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59 회] 2002-10-17 조회/추천 : 3945 / 25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B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이상입니다. 더이상 해드릴 이야기는 없군요" "말도 안돼…" 세렘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에는 호기심을, 나중에는 당혹감을, 그리고 끝내 는 슬픔을 얻고는 고개를 점점 숙여갔다. 머리카락이 흘러내려와서 그녀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녀가 듣고있으리라 생각하고, 브라이언트가 했던 이야 기를 그대로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그 결과로, 지금 그녀는 고개를 숙인채로 자그 마하게 '말도 안돼'라고 중얼거렸다. 그것이 이루어질듯이,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 각하려는듯이 그 말만을 읇조렸지만 명백한 사실 앞에서의 그녀의 말은 단지 현실 에서의 도피가 될 뿐이었다. 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금방이 라도 떨어질듯이 눈물이 고여있었고, 그녀의 표정은 톡 건드리기라도 하면 금방이 라도 울음이 커져나올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이죠? 네? 그거… 선배님이 지어낸 이야기죠? 그 사람은 원래 지어낸 이 야기를 잘했어요. 그런걸거야. 분명히 그래요. 예? 그런거죠?" "세레이나양" 에실루나는 침착하게 그녀를 불렀다. 세렌의 고개가 그녀에게로 돌려졌을때, 에 실루나는 말했다. "모두 사실이예요. 정말이예요" "흐윽…, 으… 믿을 수 없어요… 믿을 수 없어… 안믿어…… 못믿어…" "세레이나양…" "흐아아아! 그럼… 그럼…! 내가! 내가아! 으흐흐흐흑! 브라이언트…!" 세렌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울었다. 배신은 사실 배신이 아니었고, 철저 하게 짜여진 오해속에 자신은 버려졌고, 버렸다. 버림받았던 걸까? 그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녀는 보호받고 있었다. 너무나도 큰 희생속에, 철저하게 기만하고 농 락했다고 까지 할 수 있는 행동에 그녀는 보호받은 것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울었 고, 그것은 그녀의 후회와 슬픔, 한, 사랑, 증오가 모두 들어있는 오열이었다. 나 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마치 지 금 내리고 있는 비처럼. 하지만 비는 언젠간 그치게 되어있다. 그리고 나는 그녀 의 눈물을 그치게 하려했다. "그를 만나고 싶지 않으십니까?" "…!" 그녀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고, 나는 그녀를 보며 씨익 웃는 얼굴로 말했다. "만나서 실컷 화풀이하고, 따귀라도 몇대 때려주고, 얼굴에 대고서 실컷 욕을 한 다음에 뼈가 으스러저라 끌어안고 싶지 않으십니까? 혹은 그렇게 안기고 싶지 않 으십니까?" 맹렬하게 울던 그녀는 나의 말에 울음을 그치고는 나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런 말이라서 당황한 것이겠지. 그녀는 눈을 몇번 깜빡거리면 서 날 보고 있었다. 나는 츠렌의 때와 마찬가지로 그녀에게 손가락 두개를 들어올 려보이며 말했다. "당신에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브라이언트씨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현 실의 생활에 만족하시겠습니까?" 지금 그녀의 입장에서 나의 질문은 하나마나한 질문이다. 두눈을 깜빡깜빡 거리 면서 나의 손가락을 보던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언니와 같은 선택을 했다. 츠렌은 당장이라도 브라이언트가 있다는 툰드라로 떠나려고 하는 열정을 내비쳤 다. 암만봐도 정말 닮은꼴 자매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하긴, 자매라서 그렇 게 닮은 것일지도 모르지. 나는 그녀를 잠시 진정시켜야했다. 내가 그녀에게 주는 기회는 어디까지나 최선이고 최고의 기회이며,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약간의 협력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녀에게 납득시키기 위해서 무던히 애를 써 야했다. 물론, 그녀가 말귀가 어둡거나 어휘단어의 부족으로 인한 언어해독력저하 증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상태는 거의 '떼를쓰는 어린아이'의 수 준이었기에 납득시키는게 힘들었던 것이다. 애들이 한번 떼쓰기 시작하면, 어떠한 말을 해도 말릴수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지. 어쨌든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고서 그 녀와 우리의 협력관계를 체결하는데 성공했고 그녀에게는 조만간 툰드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 선결 조건이 뭐죠?" "당신과 같은 선택을 한 언니를 먼저 '구해내는' 일이죠" "아… 그렇군요. 언니를 먼저 '구해내야' 하겠군요" 내가 강조한 말에 그녀도 같이 강조를 함으로써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빠른 곁 눈질로 살펴보았는데, '세렌과 같은 선택'을 츠렌이 했다는 데서 사람들의 표정이 금세 의아함으로 바뀐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킬의 표정은 '같은 선택? 그 사람 이 누군데?'라는 표정이었다. ……어이, 이보슈! 그렇게 눈치가 없이 어떻게 전사 노릇을 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구만! 일단 킬의 문제는 제끼고, 나는 세렌에게 말 했다. "일단, 돌아가시게 되면 츠렌씨께 준비를 해놓으라고 전해 주세요. 연락은 이쪽 에서 하겠습니다" "준비요?" "그러니까 옷이라든지, 필요한 물건들을 몰래 챙겨두고, '동료들과 함께 다시금 견문을 넓히러 세상속으로 뛰어드는 딸을 용서…'운운하는 편지라도 마련해 두라 는 것이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옷은 버렸을지 모르겠지만, 편지를 남겨놓으면 적어 도 '가출'이라는 명목은 아니게 된다. 에실루나가 있으니 그녀의 가출행위는 어디 까지나 '인사없이 떠난 여행'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자비스 후작이 '사랑하는 딸이 좀더 세상을 알기 위해 위험을 무릎쓰고 가는것을 묵묵히 지켜봐준'일이 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언니가 나가버리면 저는 나가기가 용이하지 않게 되는걸요?" "그거야 걱정하지 마시길. 아마도 당신의 아버지께서는 곧있으면 바빠지실 예정 이니까요" "예?" 그녀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훗하는 미소를 지었다. 자아~ 지금부 터 황제와 자비스 후작을 슬슬 바쁘게 만들어 볼까나? "지금쯤이면 슬슬 시끄럽겠지?" "페이그니스님 때문이예요" 여유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내게 미리안이 샐쭉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피 식 미소지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토닥거렸고, 그녀는 꿍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래, 어린애 취급은 싫다 이거지? 그래도 귀여워보이는걸 어쩌니? 나미아하고 같 이 세워두면 마치 자매사이같아 보이는구만. 지금 내가 있는 장소응 제국의 수도 케리팔의 시장거리이다. 황성에서 나온지는 이틀 되었고, 지금은 번화가에 여관을 잡아서 쉬고 있는 중이지. 나는 보통의 사 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로 황제를 좀 들쑤셔놓았고, 덕분에 황제는 자비스 후작으 로 하여금 무언가는 조사하게 만들어서, 자비스 후작은 한참 바쁠 것이다. "산다스 공작이 이곳에 온게 다행이야. 덕분에 보증인이 섰었잖아?" "흠… 황제께서 눈치채시지는 않던가요?" "눈치 채더라도 그걸 말 할 수나 있을까? 바로 앞에서 말이야. 내가 그렇다고 말 했고, 산다스 공작이 그렇다고 했으니 황제도 믿어야지 별 수 있겠어?" "흐음…. 그래도 급조한 계획 치고는 잘된거 같아서 다행이예요" 푸, 흡! 커허헉! 난 갑자기 흐트러지려는 걸음걸이를 바로 잡고서 그녀를 황당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 이, 이것봐! 급조라니! 나름대로 생각하고 생각해서 짜낸 계획이란 말이야! 나는 미리안을 보면서 말했다. "급조라니… 무슨 그런 소리를?" "피잇. 누가 모를거 같아요? 이미 성격파악은 다 끝냈으니까, 애써 변명하지 않 으셔도 되요" 미리안은 여유있게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점점 힘이 빠져나 가는것을 느꼈다. 아아… 신룡이시여…. 솔직히 말해 급조한 티가 나는것 어쩔 수 없디만 그래도 난 생각하고 생각해오던게 있었다고! 그러니까… 에… 그러니까 말 이야… 하, 하여튼 있었다구!(아, 제길. 비참해지네…) "괜찮아요. 결과가 좋으면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요?" "…병주고 약주고 혼자서 다해라" 나는 툭 내뱉듯이 말했고, 미리안은 헤헷 하고 웃으며 내 팔에 매달렸다. 하아… 이러니까 나미아랑 동급으로 보인다는거야. 나는 한숨을 푸욱 쉬면서 말했다. "점점 넌 딸네미를 닮아가는구나…" "나미아가 절 닮는게 아니구요?" "……" 나는 잠시 나미아가 미리안을 닮게 될 경우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는 점점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껴야했다. "절대 그래선 안돼" "…무슨뜻이세요?" "말 그대로" "이이이잇!" 그녀는 아주 귀엽게 화를 냈고, 이걸로 서로 하나씩 주고 받았다는 점에서 나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후… 오늘도 카운트 하나 올렸구나. 미리안은 잠시 나의 팔을 꼬집거나 뭐라고 궁시렁거리는 것으로 조금 화를 풀더니 우리가 여기에 온 목적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근데 나미아가 왜 갑자기 애완동물이 가지고 싶다고 했을까요?" "낸들 알겠어? 그 아이의 속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보통의 범주에서 넘어선거야" "하긴 그래요. 그렇지만, 이런 바쁜 시점에서 꼭 동물을 가지고 싶다는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대답하는 사람이 뻔히 모를거라 생각하고서 하는 질문은 그만둬줘. 헌데 왜 하 필이면 고양이일까? 난 싫은데 말이야" "어머? 고양이가 뭐 어때서요?" 미리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되물어왔다.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는곳은 시장 가의 동물거래 시장이었고, 나미아가 갑작스럽게 고양이를 가지고 싶다는 말을 해 서 우리는 고양이를 사러 온것이다. 갑자기 낮잠자다가 벌떡 일어나서는 "아빠아! 나 고양이 한마리만 사줘요! 고양이!"라고 말하는 나미아에게 적잖이 당황했었지. 그래서 나는 동물감별능력이 에실루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미리안을 데리고 동물거래시장으로 가고 있었다. 나미아가 원하니까 사주는 것이지만, 난 고양이들이 정말로 싫다. 우는것은 웬지 아기 우는 소리같고, 절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그 성품과 도도한것같은 표정. 혼자 서 고고한체를 하면서 깔끔떠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사면 심사가 뒤틀리는 느낌이 다. 거기에 그 성미는 얼마나 잔혹스러운가? 고양이가 사냥감을 가지고 휙휙 던지 면서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볼때면 등골이 오싹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다. 나는 환생 하기전 인간이었을 때의 어린시절에 고양이에 관련된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가지 고 있어서 아무리 해도 고양이에게 정을 붙일 수가 없다. "어쨌든, 사더라도 나는 신경쓰지 않을거니까 나미아보고 알아서 관리하라 그래" "…?" 미리안은 나를 이상하다는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마. 아무리 나라도 싫은것이 있기 마련이라고. 우리는 시장길을 따라 길을 물어가면서 계속 걸었고, 조금 더 걷자 온갖 동물들 의 체취와 분비물냄새가 코를 찌르는 거리로 들어서게 되었다. 우으윽! 감각이 발 달되어있는 나에겐 이런건 싫다고! 아, 그렇다면 미리안은? "아아… 저 갇혀있는 모습들… 너무해요…" …그녀는 엘프다. 동물의 냄새는 그녀에겐 익숙할 것이고, 다만 그녀의 눈에 보 이는 것은 갇혀있는 동물을의 박탈당한 자유겠지. 아차, 실수했다. 엘프인 그녀를 이곳에 데리고 오는게 아니었어! "…빨리 나미아의 고양이를 사고 돌아가자" "네…" 미리안은 나에게 딱 붙어서는 눈을 내리깔고 걸어갔다. 대개 동물거래시장은 여 러가지 애완동물을 팔기도 하지만, 거의 2/3는 식용으로서 살아있는 동물들을 거 래한다. 적어도 혐오스럽다는 이유와 애완도울을 구하러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어 서 이곳에서 도축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동물들에게는 죽음의 냄새들이 풍겨오고 있었다. 주로 닭, 오리, 거위, 비둘기 같은 전격 식용 동물들에게서 그 렇다. 쳇, 천천히 구경하려고해도 못하겠군. 미리안이 바들바들 떨고 있잖아? 나 는 그냥 가까운 상점에서 건강한 고양이 한마리만 사서 갈 생각으로 사람들이 조 금 덜 모인 애완동물 상점으로 걸어갔다. "어서와요…" 다 늙어버린 할머니 한명이 흔들의자에 앉아서 말했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 인 다음에 보기는 싫지만 나무창살속에 있는 고양이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얼마 간을 살폈을까, 나는 깜짝 놀랐다. "어라?" -------------------------------------------------------------------------- ------ 브라이언트와 세렌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것은 나중에 나옵니다. 에필로그요? 그건 따로 준비한게 있습니다.. 원래.. 단편으로 준비하던것을 본편 시나리오에 편입시킨 것이지요.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60 회] 2002-10-21 조회/추천 : 3720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B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흰색의 밸벳같은 털을 지닌 보통크기의 고양이 한마리가 도도하게 앉아서는 나를 보고있었는데 그녀석과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꼈 다. 이상한 기운이 풍겨나오는것도 아니었고, 뭔가 고양이 특유의 얌전한체 하는 표정(약간 웃는것 같기도한)으로 날 보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하게도 밸런스가 어 긋나 보이는 모습이었다. 어라라? 뭔가… 상당히 이상한데? "짝눈 고양이?" 나는 작게 말했다. 그래! 저녀석, 눈이 짝짝이잖아?! 그러니까… 저런 고양이를 뭐라고 따로 부르는 이름이… "오드 아이Odd Eye?"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오드 아이라니… 그거 상당히 드문 확율로 태어난다고 알 고 있는데 말이야? 나는 그 고양이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저녀석에게서 느꼈던 그 언밸런스함은 저 오드 아이 때문이다. 한쪽 눈은 차가운 바다같이 푸른 마린블루Marinblue의 색이고, 다른 눈은 작열하는 불꽃 같은 파이어레드Firered의 의 색이다. 파란색과 붉은색의 눈을 가진 고양이라니… 정말 너무 불균형 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오드 아이… 네요. 상당히 건강해 보여요" 미리안은 내가 멈춰서자 같이 그 흰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그렇게 말했다. 건강상 태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는 건가? 이런 특별한 고양이를 만나다니, 나는 어쩌면 운이 상당히 좋은 셈인가? 딸에게 선물용으로 아주 그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녀석으로 하지" 나는 금방 결정해 버렸다. 기왕이면 뭔가 특별한것을 선물해주고 싶은것이 부모 의 마음 아니겠어? 비록 진짜 내 핏줄은 아니더라도 말이야. 음, 쇼핑을 개시한지 30분도 안되어서 물건(?) 구입 완료다.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할머니를 보면 서 말했다. "할머니! 이녀석 얼마죠?" "그녀석은 안팔아" "예?" 나는 할머니의 의외의 대답에 어리둥절해 하면서 답했다. 안팔아? 어째서? 이런 녀석이면 얼마든지 고가에 팔릴수 있지 않나? 그리고 안팔거면 왜 여기에 놔둔거 야? 나는 미리안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고, 할머니는 흔 들의자 옆에 놔둔 작은 테이블에서 파이프와 담배쌈지를 들어올리더니 파이프에다 담배를 채우며 조용하게 말했다. "그녀석은… 감시하려고 거기에 둔거야…. 팔려간적도 여러번 있었지만… 그때마 다 새주인에게 상처를 입히고,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그런 녀석이야. 들고 양이도 저것보다는… 얌전해… 그러니… 안팔아…" 할머니는 파이프에 불을 붙이더니 한모금 깊게 빨아들이고는 하늘을 향해 연기를 뱉어내었다. 흐음… 선천적인 천덕꾸러기라는건가? 하지만 아무리 그런 녀석이라 도 감히 나한테는 어쩌지 못할걸? 그래봤자 고양이 주제에! 나는 씨익 미소지으면 서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녀석 주세요" "안판대두…" "혹시나 난폭하게 굴면 제가 10만펜을 드리지요. 어때요?" 할머니의 눈이 스르륵 나에게로 향했다. 돈에 혹한것이 아니라 나의 이 담담함에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같은 놈 많이 겪어 봤고, 그 결과도 이 미 뻔하다는 그런 표정이다. "못믿으시는것 같네요. 직접 보여드리죠" 나는 미소지으면서 고양이를 향해 눈을 마주쳤다. 그녀석은 마치 이런 내가 가소 로워보인다는듯이 눈빛을 번득이고 있었다. '절대 너에게 복종하지 않으리라…'라 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말이야, 인간이든 고양이든 죽음을 바로 면정에 두고서 끝 까지 자신의 긍지를 지킬 수 있을까? "…!" 나는 눈을 마주치면서 녀석을 향해 피어를 발동시켰다. 한정적인 사물에 보내는 피어는 밖으로 퍼뜨리는것 보다도 농도가 훨씬 짙다. 고양이는 처음에 나를 깔보 듯이 쳐다보던 도도한 눈에서 순식간에 표정이 변했다. 파란색과 붉은 눈에는 점 점 초점이 사라지고 있었고, 녀석의 자세는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계속 녀석에게 피어를 방출하다가 일순간에 강렬하게, 하지만 녀석이 기절하지 않 을 정도로 피어를 쏘아보내면서 말했다. "고양이 주제에… 건방지게 누굴 깔보는 눈을 하고 있나…. 잘 들어라. 난 너를 내 딸에게 줄거다. 그러니… '나와 내 딸에게 복종하라!'" "키야양!" 녀석이 처음으로 소리를 질렀다. 우리 전체가 펄쩍 튀어오를듯이 순간적으로 펄 쩍 뛴 고양이는 금새 나의 앞에서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넙죽 엎드렸고, 나는 득 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봤자 동물. 드래곤의 살기에 견디고, 저항할 피조물 이 있을리가 있을까? 나는 미리안에게 말했다. "미리안. 이녀석 꺼내봐" "네" 그녀는 나무우리의 문을 열고는 고양이를 꺼내었고, 녀석을 바들바들 떨면서 미 리안에게 얌전히 안겼다. 나는 할머니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어때요?" "대, 대단하이…. 내 평생 동물을 그렇게 다루는건 처음 보우…" 할머니는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고, 나는 훗 하고 웃었다. 기껏해야 고양이 이고, 오드 아이라고 해봤자 일종의 돌연변이 같은 녀석이다. 특별한 능력이 없으 니 나에게 복종하는건 당연한 일이지. 나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이녀석 주세요. 얼마예요?" "와아~ 고양이다! 고양이이~!" 나미아는 미리안이 안고온 흰색털 고양이를 보고는 꺄아~! 하며 기뻐하더니 금새 고양이를 끌어안고를 털에 뺨을 부비부비거렸다. 음… 고양이는 맘에 안들어도, 저러고 있는 나미아는 너무 귀여워 보이는군. "아빠! 고마워요! 아빠가 제일 좋아!" 나미아는 밝에 웃으면서 말했고, 나는 순간적으로 가슴이 지잉~ 해지는것을 느꼈 다. 아아… 너무 귀여워! 나는 나미아를 끌어안고서 부비부비대고 싶었지만, 주위 의 눈이 있어서 참았다. 너무 귀엽잖아! 그리고 나는 잠시후 나미아가 고양이를 안고서 했던 말에 잠시 표정을 굳혀야 했다. "와아! 꿈에서 본 그대로야! 파란눈하고 빨간눈! 와아이~!" 꿈에서 본 그대로라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꿈이라니? 그러면 저 고양이가 나 오는 꿈을 꾸었단 말이야? "으응! 나미아가 꿈에서 고양이랑 노는거 봤어요! 그리고 고양이는 파란눈에 빨 간 눈이었어요! 와아이~ 아빠! 고마워요!" 예지몽인가? 나는 잠시 내 상각이 또 보여졌다는것은 신경쓰지 않고, 방금전 나 미아가 꿈에서 저 고양이를 보았다는것에 놀라했다. 고양이랑 놀고 있는것을 보았 기 때문에 고양이를 사달라고 했고, 그래서 지금 나미아는 꿈에서 본 파란눈과 빨 간눈의 오드 아이 고양이와 같이 놀고 있었다. …선후 관계가 갑자기 일그러지는 느낌인걸? 꿈에서 보았다. 그래서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고양이를 사주었다. 그리고 나미 아는 고양이와 놀고있다. 그것은 나미아가 꿈에서 보았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미아가 갑자기 고양이를 사달라는것은 꿈에서 고양이와 노는것 을 보았기 때문이다. 보통 예지몽을 꾸면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 고 그 상황을 기다리는것에 반해, 나미아는 스스로 꿈에서 본 상황을 그대로 자신 의 현실로 끌어와버렸다. 내가 선후관계가 일그러진다고 말한것은 지금 나미아가 청홍 오드 아이 고양이와 놀고 있는 상황이 나미아의 꿈에 비춰져서 나미아가 고 양이를 사달라고 한 것인지, 그것이 꿈에 비춰졌기 때문에 나미아가 고양이를 사 달라고 했고, 내가 사온 고양이가 우연찮게 오드 아이가 되어 나미아의 꿈과 맞아 떨어졌는지 하는 점이다. 꿈이 먼저였을까, 나미아가 사달라고 한것이 먼저였을까? 꿈에 상황이 맞춰진 것인가, 상황을 꿈이 맞춘 것인가? 잠시간의 혼란이 왔다. 어떻게 생각하면 단순하게 시간관계상으로 꿰뚫어서 생각 할 수 있는 문제지만, 시간관계라는 점을 제외하고 그곳에 나미아가 가진 능력들 을 넣어보고 생각해보면, 혼란이 올 것이다. 행동과 예지, 그리고 상황이 서로 순 서를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개념의 유희적 미궁에 빠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미아! 네 이름은 미아야! 오디 미아Oddi Mia!" 나미아는 고양이를 높이 치켜들면서 순식간에 작명을 해버렸다. 오드 아이의 오 드를 변형시키고, 자기 이름의 뒷글자를 붙인건가? 어린아이의 작명센스를 기준으 로 약간 억측을 적용시켜 생각해보자면, '짝짝이 미아'라는것 정도일까? 나는 꺄 아거리면서 기뻐하는 나미아를 보면서 풀썩 웃어버렸다. 뭐, 개념유희의 미궁이든 지, 상황의 선후관계의 혼란이라든지 하는 문제는 접어버리자. 나미아가 저렇게나 좋아하고 있으니까 그걸로 된거겠지. 내가 황실을 상대로 걸은 공작(?)은 그냥 간단한 것이었다. 산다스 후작의 신원 보증으로 내가 엘 타칸리스 산맥의 신군주의 수하라는것을 확인시키게하고, 매쉬 암의 마을에서 가지고 나온 여러 서류들을 건네주면서, 환드리안에서 조금 떨어진 산맥 중간에서 지금쯤이면 거의 다 집으로 돌아갔을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는 조속 하게 해결해 주기를 요청했다. 물론, 여담으로 '산다스 공작님이 가지신 그런 사 병부대를 가진 귀족이라면 안심하고 맡겨도 되겠지요'라는 말을 노골적으로 던졌 기 때문에 황제는 제국내에서 RPG와 동급의 전투력을 보유한 자비스 후작에게 이 일을 맡겼다. 내가 굳이 자비스 후작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은, 나 는 단지 그의 첫째딸이 에실루나와 동료라고 은근슬쩍 말했기 때문이다. 예상하건 데, 황제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인연이 있는 에실루나를 몰랐다고는 하나 감옥에서 체류하게한 자비스 후작에 대해 약간의 벌을 내릴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 서 그는 후작에게 이런 벌(?)을 내려준 것이고 말이야. 덕분에 산다스 후작에 동 태가 세렌을 통해 흘러들어왔을때, 그가 매우 바쁘다는 것으로 우리는 작게 환호 했다. 자꾸자꾸 바쁘다보면, 언젠간 집을 비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때를 노려서 츠렌을 빼돌려야 한다는 말이지. "이것을 츠렌씨께 전해주세요" "…언니한테 관심있으세요?" "미쳤으면 미쳤지, 그러진 않습니다" "하긴 그래요…" 세렌은 내가 건네준 목걸이를 보고서 시덥잖은 농담을 꺼내었고, 나는 노골적으 로 그에 응수했으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뭐야? 보통의 자매사이 같으면 무슨소리 하냐면서 발끈해야 하는데 말이야? 정말이지 참으로 아름다운 자매애로 구나….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이건 뭐예요?" "모습을 바꿔주는 목걸이 입니다. 그것을 사용하면 원하는 모습으로 모습을 바꿀 수가 있어요. 하인이나 하녀로 변신해서 빠져나오라고 전하세요" "흐응…. 근데, 이런거를 이렇게 선뜻 내주셔도 괜찮아요?" 그녀는 은으로 만든 물방울에 박혀있는 매우 작고 투명한 다이아몬드를 손가락으 로 살살 만지면서 물었고, 나는 머리를 약간 긁적였다. 솔직히 저런 마법물품 같 은 물건을 그냥 선뜻 선뜻 내주는것은… 뭐랄까? 마법물품이 넘쳐 흐르는 녀석의 행동이랄까? 나는 그냥 짧게 답하기로 했다. "동료를 위해서" "동료를 위해서?" "위해서" "알았어요. 언니한테 그렇게 전하지요" 세렌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동료를 위해서 라는데 그녀가 달리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은 없나보다. 아마도 그녀역시 3년동안 연극계에서 활동을 했기 때 문에 동료의식이 뭔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동료들을 위해서 어떠한 일도 마다 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해 서로를 위해주고 돕는다. 그것이 어떠한 목적을 위 해서 모인 사람이든지, 동료라는 이름이 붙은이상 그건 당연한 것이다. -------------------------------------------------------------------------- ------ 주말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전번 연재량을 올리고 안들어온 사이에 조아라의 시스템이 약간 바뀌었군요. 회원이 아니면 이제 댓글을 달 수 없다..라. 확실히 누구라도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설령 그것이 필명이나 닉이더라도) 사칭하고 다닌다면 기분 좋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문인지 읽어주시는 분들의 리플양이 현저하게 줄었군요. (아님.. 제가 그만큼 실력이 없다는.. 크으.. 때가 온건가..) 오늘도 세편 무리없이 가겠습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61 회] 2002-10-21 조회/추천 : 3480 / 7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C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연극계도 그렇다. 연극계의 사람들은 같은 기수, 말하자면 동기들과 같은 극단내 의 사람들에 대해서 큰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언제라도 그들을 도우려고 한다. 연 극이라는 협력작업의 테두리 안에서, 원활한 생활을 위해 그들은 스스로 서로에게 악감정을 비치지 않으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정말로 손 쓸수 없는 악인이 라고 평가되어버리는 사람이 나온다면, 그 극단에서 뿐만 아니라 연극계 전체에서 그를 매장시켜 버린다. 그래, 마치… 브라이언트처럼. 어느 한 직업계라는 공간이 다 그런것이지만, 그 안에서의 화합과 서로간의 협력 은 더없이 중요한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도, 경영자들도 원하는 부분이기도 하지. 다만 경영자는 원활한 작업으로 인해 산출되는 이익을, 일하는 사람들은 서로간에 관계와 기분좋은 하루들을 위한다는 것에서 약간의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 하루하루를 목숨을 내걸고 다니는 모험가들은 그런 신뢰감이 더욱 강하다. 어느 정도냐고 하면, 서로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맡기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세렌은 그 런점을 잘 알고 있었는지 동료를 위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어요. 연락은 여느때처럼 하면 되죠?" "예. 그러시면 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잘가요" "안녕히가세요" "잘가아~!" 세렌은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방을 나갔다. 아마도 예상이지만, 자비스 후작 이 외유(外遊)를 나가는 날은 그렇게 멀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엄청 바빠서 집에 도 간신히 들어오는 수준이라니, 곧있으면 아예 짐싸들고 나가서 며칠단위로 한번 씩 집에 들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우리는 그 때를 노리는 것이지. "꺄하하하! 미야아! 간지러워! 까르르르!" …나미아야. 조금은 진지한 생각들을 하려고 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산통을 다 깨버리면 어쩌자는 거니? 나는 약간 찡그린 얼굴로 나미아를 바라보다가 그냥 미 소지으며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아…, 아무리 보아도 나미아는 너무 귀여워. 시간 이 지나서 쟤도 다 크면 어떻게 변할까? 내 생각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미 리안같이 되어버릴 공산이 크…… 으아아아아! 그건 안돼! 절대로! "아? 아빠가 또 이상…으읍!" 나미아는 미아하고 놀다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는 뭔가를 이야기하려 했으나, 나 는 재빨이 나미아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을으로써 그 아이가 뭐라고 할것인지를 원 천봉쇄해버렸다. "아하하하하하! 착한 딸아~ 노는것도 정말 귀엽구나!" 나는 당황스런 웃음을 지으면서 황당해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뻔뻔스럽게 튕겨버 리고는 나미아를 데리고 부비적거렸다. 당황해하고 있지만, 평소에 한번이라도 해 보고 싶었어. 아아… 아이들의 피부는 왜 이렇게 보드라운거야~! "에헤헤헤~. ……나중에 나미아 말하는거 들어줘야되요" 나미아는 그런 나에게 안기면서 웃다가 나의 귀에 대고 낮게 말했다. …웬지 너 무나 능숙해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지? 꽈르르릉! 콰가강! 번개가 번쩍하고 치고 있었다. 그리고 천둥소리도 요란하게 들려왔다. 빛이 한번 번쩍 할 때마다 세상은 아주 일순간 백색의 섬광에 의해 그 본래의 색체가 사라지 는 농락을 당하고 있었다. '번개는 자연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자학행위'라고 제 국의 어떤 소설가가 썼다지. 이름은 아마 루센이라고 했던것 같은데, 어차피 외워 보았자 별로 쓸모 없으므로 패스. 번쩍! ………우르르르르릉! 빛이 또 다시 색채와 시야, 그림자들을 유린하고서 몇 초 뒤에 들려온 중후한 천 둥소리는 지금의 날씨가 지독하게 악천후라는 사실을 여지없이 밝혀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여관을 나와서 마차를 타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듯이 빗줄기가 쏟아 져 내리는 대로를 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날씨운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것 같다. "자비스 후작도 정말 악취미죠. 하필 이런날에 외유를 나갈건 또 뭐래요?" "맞는 말이예요. 음… 하프 페더Half Feather" "아아앗! 너무해요!" 마부석에 앉아서 우비를 입고 반쯤 젖으면서 마차를 모는 나의 귀에 마차안의 그 녀들이 크로스 윈터Cross Winter라는 이름의 서민용 카드게임을 하는 소리는 마치 나를 놀리는것 같았다. 마차를 모는동안 지나얀이 꺼내서 모든 이들이 하고 있는 게임의 규칙은 여러가지 아이템을 써서 자신의 점수를 올리고, 상대의 점수를 깎 으면서 일정 포인트 이상 올리는 것이다. 점점 점수를 올리다 보면 자신의 등급이 점수에 따라서 스프링Spring, 섬머Summer, 어텀Autumn(또는 펄Fall이라고 쓰여있 는 세트도 있다), 윈터Winter로 점점 올라가게 된다. 게임의 목적은 자신의 등급 을 윈터까지 올려서 눈을 내리게 하는것. 뭔가 상당히 자연 친화적인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더블 리프Double Leaf" "에엣?! 에실루나아!" …덕분에 미리안과 에실루나도 열심히 참여를 하는 중이다. 둘의 실력은 그것을 가르쳐준 지나얀을 뛰어넘어서 거의 둘만의 대결을 펴고 있다고 보아도 상관없을 정도인데… 정말이지 둘다 쓸데없이 저렇게 열올려도 되는거야? 미리안이 공격하 고, 에실루나가 막는 저 패턴은 벌써 몇번째인지 모른다. 저러다가 카드가 다 소 모되어 버릴지도 모르는데도, 이상스럽게 미리안이 공격하면 에실루나가 방어하는 이상 경쟁패턴이 계속되고 있었다. 으음… 에실루나. 너또한 질투심이라는 이름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구나. "아, 클라우드Cloud다. 나미아 윈터됐어요! 에? 골든 페더Golden Feather에다가 윈터 윈드Winter Wind네? 거기에 이거하고 이거… 와아! 눈내린다!" "……" "……" "……" "……" 일순간의 정적이 흘렀다. 엘프 두명이 치열하게 싸우고, 그 틈바구니에서 두명의 여자가 기를 못펴고 있을 때 아무도 신경쓰지 않건 나미아가 이겨버린 것이다. 금 새 누군가의 손에서 카드들이 투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한숨소리가 들려 왔다. "하아아…" "후우…" 아마도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것으로 짐작된다. 순간 자기네들이 지금까지 뭘하고 있었나 싶을걸? 나는 피식하고 웃었다. 재미있는 여자들이야. 나는 훗 하고 웃었 고, 또다시 번개가 쳤다. 번쩍! 꽈가가강! 이번엔 조금 가깝군. 소리가 금방 들려오는걸 봐서는 말이야. 나는 마차를 몰고 가다가 사거리의 한 모퉁이에서 세웠다. 계속 여기 서있으면 이상하게 볼테지만, 어차피 이건 빌린 마차라고. 여관 자체를 옮겼기 때문에 마차를 대여해서 사람들 을 태우고 가는 중에, 세렌이 츠렌을 빼내와서 합류하기로 되어있었다. 슬슬 올시 간이… 아, 저기다. 나의 시야에는 두명의 사람이 이쪽으로 다가오는것이 보였다. 약속했던 대로 검은 옷에 흰색 깃이 되어있는 옷을 입은 남자와 가죽바지를 입고 서 걸어오는 여자였다. 남자는 아마 츠렌일 것이고, 여자는 세렌이 분명하겠지. 나는 곁눈질로 살짝 그들을 보고는 관심없다는 듯이 그냥 앉아있었다. 그리고 나 의 옆으로 다가온 세렌은 검은 우산 아래에서 작게 밀했다. "시샘의 목소리는 항상 가는 방향이 같다네" "하지만 칭찬의 목소리는 공중으로 흩어진다지요" 우산 아래에서 세렌은 이를 들어내보이며 미소지었다. 이런것 꼭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어쩌랴? 꼭 이런것을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는 철부지 아가씨를 말 릴 이유는 별로 없었다. 내가 워낙에 애들과 잘 놀아주는 타입이라서 그런 것이겠 지. 세렌의 말로는 자신이 주연으로 뛰었던 연극의 대사 일부라고 한다. 예상이겠 지만, 아마도 브라이언트와 같이 한 연극이었을걸. 나는 마차를 가리키면서 말했 다. "타시죠"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의 문을 두번 두드리고는 마차에 올랐다. 금방 마차의 안쪽을 시끌벅적해졌고, 나는 다시 마차를 몰아가기 시작했다. "츠렌! 보고싶었어요!" "지나얀!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와락! 하는 소리가 들릴듯 싶었다. 츠렌은 어느새 목걸이를 벗어 던졌는지 원래 의 목소리로 지나얀과의 감격적인 해후를 하고 있었다. 음… 그냥 새 숙소에 있으 라니까 저러고 싶어서 억지로 나오겠다고 한건가? 괜히 마차 렌트하는 값만 들게 했잖아. 안에서 여자들은 츠렌과 세렌 자매를 데리고 이야기 꽃을 피워내고 있었 다. 덕분에 츠렌은 예전에 나와 만났을때랑 같은 식의 말을 쏟아내었고, 몇분간의 시간동안에는 츠렌의 말소리만이 들려왔다. 정말… 많이 쌓인것 같다니까. 우리는 기존의 여관을 나와서 새 여관에 자리를 잡았다. 괜히 근거지를 옮겨댄다 고 나는 투덜거렸지만, 세렌이 무작정 그러라는데 하는 수 없이 여관을 바꾸었다. 그리고 오늘 만나서 츠렌을 양도(?)받고자 했는데, 갑자기 지나얀이 같이 가서 츠 렌을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고, 그에 이어서 라니안느가 같은 의사를 타진했으며,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동시에 동일한 의사표현을 했다. 그리고 미아하고 놀던 나미 아는 덩달아서 같이 가겠다고 해서 전서구(傳書鳩)를 통해 마차를 타고 기다리겠 다고 전하고서 여관측에 문의해 렌트 마차로 사람들을 태우고 시내를 적당히 돌다 가 시간에 맞춰서 그녀들을 데리고 온것이다. 세렌과 츠렌은 둘 다 보기 좋게 변 장을 해서 츠렌은 마법으로 인한 남자의 모습을, 세렌은 짧고 검은 머리를 한 여 행자의 모습이었다. "다들 안녕! 오랜만이야! 꺄하하하하!" 츠렌은 남은 일행-킬, 머기, 라스킨이 있는 방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면서 남자의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순간적으로 거북한 표정을 지었다. 으윽, 저거 마치 게이 같은 느낌이 드는군. "…츠렌?" 킬의 목졸린듯한 목소리에 츠렌을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킬! 꺄하하! 오랜만이야! 남자 모습이라서 이런 목소리 별로 어울리지 않 는다는건 잘 알고 있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안그러면 난 밖으로 나오지도 못 했을거야. 다행히도 아버지가 바쁘셔서 이렇게 나올 수 있었지, 안그랬으면 이렇 게 다시 만나는건 생각도 못했을거야! 아아! 신이시여 츠렌에게 광명을 내려 주 소서! 아니, 이미 내려주셨으니 감사합니다! 아하하! 드디어 난 해방될 수 있 어!" 츠렌은 킬의 어깨를 붙잡고는 '남자의 목소리로' 말했고, 킬의 표정은 자신의 기 분과 거의 반비례하는것 같았다. 즉, 마음은 기쁜데 이렇게 남자의 모습으로 만나 게 되니까 역시 거북하다는 느낌이겠지. "응? 뭐어야~! 내가 남자모습이라서 실망했어? 헤에~ 그려면 진작에 이야기 해줒 지. 그러면 내가 드레스라도 맞춰서 입고오는건데 말이야. 게헤엑~! 그것도 꼴불 견이다. 어딜 봐서도 이런 완벽한 남자의 모습에 드레스라니 말이야. 으으윽! 말 하고 나니까 나까지 속이 니글대는것 같아!" "츠렌…" "응? 응? 왜에?" "많이… 쌓였나 보구나…" 킬은 차마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는지 그렇게만 말했고, 츠렌은 진짜 남자처럼 호 탕하게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들겨대었다. "언니… 즐거워 보이죠?" 킬과 츠렌의 멋진 재회장면을 보고있던 세렌은 나에게 작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훨씬 더 수다스러운것 같고 괜찮아 보이지만, 지금 츠렌의 심장은 두 근두근거리다 못해 터져버릴 지경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에의 감정에 대한 긍정 을 했으니,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그녀는 지금 그것을 약간의 오버로 킬에게 풀 어내면서 그런 모습을 감춤과 동시에, 자신이 지금 엄청 즐겁다는 사실을 보여주 고 있었다. "저도… 저럴 수 있을까요?" 세렌은 그녀의 언니의 두시모습을 보면서 말했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근본적으로 틀린 문제다. 브라이언트와 세렌이 재회한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만나 지는 못할 것이다. 워낙에 브라이언트가 파놓은 함정이 컷기 때문에 세렌이 받은 상처도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아마 저런식의 재회는 안될걸? 브라이언트는 최소 한 뺨에서 불이 날 각오는 하고 있는것이 좋을거야. -------------------------------------------------------------------------- ------ 이번 연재량은 질질 끄는 느낌이군요. 쓸데없이 양만 불렸다는 생각이 머리를 압박합니다. 최근 가벼운 슬럼프에 3X3아이즈 전권 돌파라는 현실도피가 겹쳐서.. 이유를 모를 슬럼프가 저를 쇄도합니다. 몸에서 열이 많은 체질이라 때때로 몸에서 열이 확확 오르면 정말로 글쓰기가 싫어진다는.. 우으윽.. 몸이 왜이래... 그래도.. 역시 명작은 명작입니다. 보면서 참 여러모로 감탄했다는..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62 회] 2002-10-21 조회/추천 : 3885 / 17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C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츠렌이 오고나서 우리는 다시 떠날 준비를 해야했다. 정말이지 삽질하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여관을 바꾸고 하루를 묵은 다음에 또다시 떠나는 상황이 즐거울리가 없잖아? 렌트한 마차는 이미 돌려주었고, 우리들은 각자 우비를 한벌 씩 갖추고는 숙박비를 내고, 비가 쏟아지는 거리로 나갔다. 빗소리와 천둥소리만 이 가득한 적막감에 휩싸인 거리를 걸어가던 도중, 나는 츠렌에게 말했다. "편지가 발견되기까지는 얼마나 걸리죠?" "지금부터 약 두시간후에서부터 그 이후로 계속이요" "여기서 남서문 까지의 거리는?" "한시간 반" "좋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들킬 염려는 없다 이거군. 우리를 서둘러서 길을 재촉했다. 당초의 계획이라면 츠렌과 세렌이 후작가를 빠져나와 변장을 하고서 우 리와 만난 다음에 투명화 마법으로 우리의 검문과 동시에 그냥 지나가는 방식이었 는데, 비가 오면서부터 계획은 틀어졌다. 아무리 투명화 마법을 건다고 해도 존재 가 사라지는건 아니니까 빗방울이 투명화에 걸린 대상을 통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빗물에 의해서 윤곽이 다 드러나 보이기 때문에 투명화를 걸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래서 결국 그냥 나가는 수 밖에는 없다고 판단, 그대로 수행하는 중이었 다. 에실루나와 라스킨이 나서서 말하면 그냥 지나가게 해줄것이다. 안된다면 내 가 그들의 정신을 약간 조작하는 방법도 있지만 말이야. 어려운 일은 별로 없을것 같군. 검문은 싱거우리만치 간단하게 끝났다. 경비병들은 에실루나가 황제에게서 받은 통행증 비스므리 한것을 보여주자 금세 경례를 붙이면서 길을 내주었고, 우리들은 정말로 여유있게 케리팔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서 한참 후에 성문에 안보 이게 될때 쯤에야 츠렌은 품안을 주섬주섬거리면서 목걸이를 벗어 버리고는 크게 숨을 들이키고는 내쉬면서 말했다. "후으으읍! 파아~하! 이제야 살겠다! 만세! 자유다아! 꺄하하하!" "축하해, 언니" "고마워! 요 사랑스러운 동생! 으음! 으으음!" "그, 그만해! 그만하라니까! 언니는 정말!" 츠렌은 세렌을 끌어안고 마구마구 입을 맞추고 있었고, 세렌은 그런 언니를 떼어 놓으려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적극적이진 않았다. 그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 들의 일상생활(!)이 밝혀지는것이 꺼려질 뿐이라는건가? "어쨌든, 무사히 나와서 다행이군요" 킬은 츠렌 자매의 모습을 보면서 한껏 미소를 머금고는 말했다. 정말이지, 우비 의 후드에 가려져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에실루나가 내밀은 금패에(金牌) 일사분 란한 동작으로 길을 비켜주던 경비병들의 모습에 모두 황당한 표정을 지었을 것이 다. 이렇듯 쉽게 나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야. "페이그니스님"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어요" 갑자기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나에게 말했고 사람들은 가만히 제자리에서 우뚝 멈 추어야 했다. 누가 다가온다는 소리지? "잘 들리지 않으시겠지만, 말이예요. 매우 빠른 속도로 이곳을 향하고 있어요" "츠렌을 쫓아온 것이 아닌가 싶군요" 빗소리와 중첩되어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 지만 나의 귀에는 똑똑히 들려오고 있었다. 빠르게 다가오는 말의 발굽소리. 설마 하니 츠렌을 쫓아온 건가? 나는 시료스를 움직였다. "집음(集音) 와이어!" 와이어가 빠른속도고 길게 전개되었다. 그리고 나는 손바닥을 귀에 대었고, 조금 지나지 않아서 시료스가 모아서 들려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투두두두두두… "어서 빨리! 얼마 가지 못했을 것이다!" "큰 아가씨와 작은 아가씨를 반드시…" 더이상 들을것도 없군. 시료스! 돌아와! 나는 시료스를 회수시키면서 다른 일행 들에게 말했다. "츠렌과 세렌을 추적하는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음…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추적을 시작하는것 같은데? 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보았다. 숲으로 향하자. 숲이라면 저들을 따돌릴 수 있 겠지? 그녀들은 나의 표정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가죠" "따라오세요" 그녀들은 재빨리 길의 옆에 나있는 숲 속으로 들어갔고, 사람들은 잠시 당황해하 고 있다가 내가 나미아의 손을 잡고 그들을 지나쳐가자 그들은 금새 정신을 차리 고는 우리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사사사삭! 사삭! 젖은 풀들이 발에 밟히고 스치면서 요란한 소리들을 내었지만, 지금은 그런거 상 관할 때가 아니다! 하지만 이거 꽤 풀들이 많이 자랐는걸? 잘못하면 이곳으로 향 한것이 들켜버릴 수도 있겠는데…. 팍! 파밧! 타닥!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마치 통통 튀듯이 숲 속을 이동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어떠 한 식물에서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풀과 풀 위를, 나무와 나무 사이를 날듯이 지 나다니고 있었다. 역시 엘프군. 숲에서의 엘프들이 보여주는 저 독특한 이동 방식 은 나조차도 흉내내기가 어렵다. 풀 끝을 살짝 밟고 솟아 올라서는 다시 풀 끝을 밟고 앞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전부 잊어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숲에 현혹이 되었다고 싶을 정도 로 깔끔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게 있다고! "좀 천천히! 뒤에서 못따라와!" "예에!" "네!" 그녀들은 앞서서 한참을 나서가다가 속도를 늦추었다. 나와 라스킨은 어떻게 그 럭저럭 그녀들의 속도를 쫒아가고 있었지만, 뒤에서 따라오는 다른 일행들은 간신 히 간신히 쫒아오는 수준이었다. 나무위를 달리고 있던 에실루나는 뒤를 살펴보고 는 미리안에게 수신호를 했고, 미리안은 완전히 정지했다. 다른 사람들이 바저 따 라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미리안이 나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가면 '숲의 길'을 사용할 수 있어요" "숲의 길이라면… 그?" "예. 이곳에는 숲의 길이 나있어요. 어떤 엘프들이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사용할 수는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숲의 길이라면 엘프들이 숲의 나무와 풀들에게 부탁해서 빠르고 은밀하게 지나다닐 수 있게 만든 그들만의 길이다. 엘프들이 살고있는 숲 이라면 꼭 이 숲의 길이 나있기 마련이며, 엘프들이 살지 않더라도 숲의 길이 나 있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오로지 엘프들만 이용할 수 있으나 후자의 경 우에는 길을 열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이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그녀들이 사 용하려는 길을 후자의 길이다. "어디까지 통해있는 길이지?" "아마도, 다음 마을의 바로 앞까지일 거예요" "마을?" "예. 인간의 마을이예요. 저희도 휴식을 취하면서 다닌다구요" "아, 그렇군" 마을까지 통해있는 길이라면… 그다지 걱정은 없군. 중간에 도적떼들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 말이야. "다 따라온것 같네요. 그럼 가죠. 꺾여진 풀들을 보고 쫒아오던 그들이 진행 방 향을 바꾸었어요" 에실루나는 나무위에서 뒤쪽을 살펴보다가 말했고, 미리안은 다시 앞으로 달려가 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와 라스킨이 그녀 뒤를 따랐고(나미아는 나한테 안겨있다) 다른 사람들은 간신히 따라잡으니까 다시 앞서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죽을 듯한 표 정을 했다. "우리를 위해서 그러는건 알지만 너무너무 숨차단 말이예요!" 츠렌은 그렇게 쫑알쫑알거리다가 킬에 의해서 입을 틀어막혀야 했다. 추적자들에 게 나 여기있수 하면서 아예 불꽃놀이라도 하지그래? 츠렌은 몇번 으으읍거리다가 킬이 손을 치우자 파아!하고 크게 숨을 쉬었다. 힘들다고 뭐라뭐라 쫑알대기는 해 도 잘 따라오고는 있잖아? 나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고, 라니안느와 지나얀이 제일 지친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세렌은 의외로 덤덤하게 잘 따 라오고 있었는데, 아마도 뭔가 운동을 했을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머기의 경우에 는 슐트로이야를 사용하기 위해 혹독한 육체훈련을 했다고 마르티구스가 말했었으 니까 지금의 저 무표정은 이해가 간다. "다왔어요. 숲의 길이예요" 어느순간엔가 미리안이 멈춰서면서 말했고, 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주 위를 둘러보았다. 에… 그러니까 여기가… "숲의 길의 입구?" "아니요. 여기가 그 '길'이예요" "…어느새?" "방금이요" 미리안은 생긋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는 더욱 더 당황해야했다. 그러니 까 지금 우리가 밟고있는 이곳이 숲의 길이라고? 우리는 모두 자리에 멈춰서서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별로 다른것이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원래 이런거야? "다른점은 없지만, 길의 밖에서는 여기가 보이지 않아요. 나무들과 풀들에 의해 교묘하게 가려진 이곳은 엘프들만의 길이죠" 에실루나가 나무에서 내려와서는 말했다. "그러니까… 엘프의 인도가 있기에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왔다는 건가?"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뭔가 좀 다른것을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렇게 간 단하게 나있는 보통의 들길같은 장소가 엘프들이 만들고, 사용한다는 숲의 길이라 는 말인가? 미리안은 길가에 나있는 나무를 만지면서 말했다. "여기서 부터는 걸어도 상관 없어요. 역시 훨씬 더 나무들이 건강하네요"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드라이어드를 불러볼까 했지만, 나무들의 건강진단을 위 해서 부른다는게 조금 이상해 보였기에 그만 두었다. 그냥 봐도 이곳의 나무들이 건강해 보인다는것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더군. "쉬잇! 잠깐만 조용해 보세요" 에실루나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면서 말했고, 우리는 모든 동작을 멈춘채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매우 가가운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내 가 시료스를 통해 들었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였다. "흔적이 여기에서 끊겼어" "이거 어떻게 된거지?" "그러게 말이야. 갑자기 하늘로 솟은듯이 흔적이 끊겨버렸으니…" "하늘로?" 잠시동안 아무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마법?!" "마법?!" "제길! 그렇군! 마법사가 다섯이나 있다고 그랬어! 거기에 뛰어난 정령사도 한명 이 있었지!" "제길! 완전 허탕이잖아?!" "후작부인께 뭐라고 하지? 아아… 이런 젠장! 달랑 편지 한장만 두고서 이번에는 자매가 쌍으로 가출이냐? 에이 썅!" "야, 말조심해. 혹시라도 이 근처에서 듣고 계실 수도 있어" "됐어, 됐어! 돌아가자. 마법으로 사라졌다고 보고하면 되겠지" "오늘도 하루 아작나게 생겼구나…" "그런데 말이야…"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한숨을 쉬었다. 목소리가 들려온 거리로 봐서는 거의 10야드도 떨어지지 않은 장소일것 같은데 우리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 인가?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하하핫! 정말로 대단한데? "가죠. 이대로 곧바로 가면 마을이 나오니까요" 에실루나는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고, 우리는 그녀의 뒤를 따라서 걸음을 옮겼 다. 한고비는 넘겼구나. "여기 마을은 원래 이런가?" "그러게 말입니다. 전에 왔을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말이죠" 우리는 수도 케리팔에서 공식적인 수치로는 도보로 하루 반 걸리는 거리에 위치 한 '메이렌튼'이란 마을에 엘프들의 숲의 길을 따라 단 여덟시간 만에 도착했다. 정말이지, 숲의 길은 놀랍군.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놀란것은 숲의 길 때문이 아 니라 이 마을의 분위기였다. 사람들의 표정은 전부 어두웠고, 뭔가를 상당히 두려 워 하고 있었으며, 이방인인 우리들에게 뭔가 이상한 시선들을 보내오고 있었는데 … 그것은 마치 약간의 두려움같은 것이었다. "당신들인가……?" 에?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고, 거기에는 한 늙은 할머니가 지팡 이를 짚고 서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말을 한거지? "여행자라면 따라들 오시게. 여관은 한군데 밖에 없고, 그곳 주인이 나야…" 할머니는 갑자기 뜬금없이 그렇게 말하고는 지팡이를 짚고서 천천히 걸어나갔다. 이걸 어쩌지? -------------------------------------------------------------------------- ------ 겨울이 가까워지는데.. 덥습니다... 덥습니다... 덥게 느껴집니다.. 몸이 뜨겁게 타오르는 기분입니다. 후어... 이래서 열이 많으면 안된다니까요. 겨울에 붙어있는 사람은 따스하겠지만.. 쿠어어~ 그럴 사람도 없군요. 음냐하핫! 사람이 변한다면 어디까지 변할까요.. 여러 생각을 하면서 살다보면 별 잡생각 다 납니다. 에구구구... 오늘 연재량은 여기까지입니다. 목요일에 세편들고서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덧. 설문조사는 거의 압도적이군요. 300표 넘으면 끊고, 다음 설문으로 넘어가지요... [라이니시스 전기] [163 회] 2002-10-24 조회/추천 : 3355 / 7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C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여관이 한군데 밖에는 없다니까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어? 우리는 그냥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할머니를 따라갔다. 그런데 대체 무슨 수수께끼같은 말을 한 거지? 알 수가 없구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더니, 딱 그 상 황인가? 아, 덧붙이자면 반길 여자속도 모르고, 세월길 노인속은 더더욱 알 수 없 다고 하지? 무슨소리냐고? 그냥 헛소리야. "여기네…" 할머니는 어느 건물 앞에서 잠시 멈춰서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약간 낡기도 한 건물에는 '산의 메아리'라는 페인트 글씨가 보일락 말락하게 적혀 져 있었다. 간판을 댈 돈도 없는건가? 우리들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면서 황당함을 잠시 공유하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라, 그냥 먼저 들어가고 보자. "어서오세요!" 안에 들어가자 맑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운터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던 블루블랙의 머리를 가진 소녀가 우리를 보면서 인사한 것이었다. 여기 주인 은 할머니이고, 종업원도 따로 있는건가? 아니, 그렇다기 보다도 할머니의 손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는 우리 앞으로 나와서는 인원을 세고 말했다. "남자 넷에 여자 일곱…. 쉬고가실 거예요? 아님 묵으실 거예요?" "숙박" 머기가 짧게 대답했다. "네에. 그럼 식사먼저 하시겠어요? 아니면 방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식사" "예! 그럼 이쪽으로!" 머기의 말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소녀는 식사를 하겠다는 머기의 말에 따라서 쾌활한 동작으로 우리를 테이블로 안내했다. 보통의 둥근 테이블이 아닌 사각 테 이블이 있는 홀과 식당을 겸한 곳에서, 우리는 테이블 두개를 합치고서야 겨우 착 석이 가능했다. 흐음… 일행이 많아도 이거 참 곤란하군. "식사는 뭘로 하시겠어요? 요즘은 사정이 별로 않좋아서 약간의 제한이 있어요" 마을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곳 사정이 안좋은 것 같더군. 나는 그 소녀를 보면서 말했다. "되는게 뭡니까?" "흐음…. 일단 닭요리는 어느정도 되고, 돼지고기도 되는 편이예요. 아채류는 많 으니까 엘프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빵과 수프도 그럭저럭이예요. 고양 이도 있네요? 우유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음… 고기류는 그렇게 많이 준비는 안되죠?" "네. 사실 지금 재고가 얼마 없거든요…" 나는 잠시 시선을 돌려서 라스킨을 바라보았다. 고기류가 얼마 없다는 말에 표정 이 어두운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평소의 양을 해결하지 못하면 근처의 야산 이나 숲으로 뛰어들어가서 사냥이라도 하겠다는 자세가 보이는군. 나는 짧게 한숨 을 쉬고는 배낭을 들어서 안을 뒤적뒤적거렸다. 고기란 고기는 몽땅 나와봐라! 나 는 배낭에서 돼지 뒷다리, 소의 갈비, 돼지의 안심살, 목살등등의 고기류를 꺼내 서 테이블위에 두었고, 종업원 소녀의 얼굴에는 황당함이 가득했으며 미리안과 에 실루나는 황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나는 보통 크기의 배낭에서 저런 재료들이 나 왔다는게 믿어지지 않는 표정을 하고 있는 소녀를 보면서 말했다. "요리는 되겠죠? 재료는 있으니까" "예? 아, 예! 무, 물론이예요!" "그럼,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더니 고기류를 안고는 낑낑대면서 주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한숨을 길게 쉬었다. 후우우~, 대체 이 마을은 어떻게 된거야? "지금이… 재료들이 모자를 그런 시기인가?" 킬은 소녀가 들어간 주방의 문을 보면서 중얼거렸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재료들이 가장 모자르는 시기는 추수하기 바로 전인데,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아직은 여유분이 남아 있어야 정상인데 말이야? 마을에 들어올 때부터 알 아본 것이지만, 여기 분위기가 상당히 침체되어 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그때 분에 이곳의 시장경제도 침체되어있는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왜? 이런 마을은 적어도 굶어 죽는 일은 없는 그런 마을인데 말이야? "산의 저주를 받았어… 산의…" "예?" 나는 갑자기 들려온 할머니의 말에 반문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산의 저주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할머니는 한숨을 쉬고는 쓸쓸한 표정으로 창밖의 하늘을 바 라보면서 말했다. "자네들… 목적지가 저 산 너머지?" "예?! 그, 그걸 어떻게…?" 나는 깜짝 놀랐다. 할머니의 말대로 우리의 목적지는 산 너머이다. 라스킨이 안 내하는 대로 남서쪽에 있는 본데스의 연구시설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계속 남서쪽 으로 향하는 것인데… 그걸 어떻게? "뻔해…. 이곳에 오는 여행자들은 다 산을 넘어 남서쪽으로 갔거든…. 미지의 장 소를 찾기위해 떠도는 사람들은 길이 있는 쪽으로는 가지 않지…. 오래간만에 마 을에 여행자가 들어온 것은 좋은 일이지만, 웬만하면 산은 피해서 가게나… 그곳 은 저주받았어… 저주…" 대체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이지? 할머니의 표정이나 말투를 봐서는 거짓 말이 아닐 것이다. 그 증거로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할머니의 말을 믿는 표정이었 으니까. 할머니는 우리를 보다 잠시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 "그, 그게 뭐죠?" 할머니는 표정을 조금 어둡게 했다.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니, 그게 뭐지? 우리는 바짝 긴장하면서 할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이윽고 할머니는 말했다. "숙박비는… 선불이야…" ……웁스. 식사를 하고 우리는 방에 여장을 풀었다. 여행자가 얼마 없다는 이 마을에 하나 뿐인 여관에는 역시 손님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대로 방을 골라 잡을 수 있었……지만 어차피 방도 5개 밖에는 없더군. 남자 네명은 같은방을 쓰고, 여 자 여섯에 꼬마 하나, 고양이 하나는 두개의 방을 나눠쓰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까 우리 일행은 성비율이 상당히 안맞는 일행이잖아? 일단 이 생각은 그만두기로 하고, 저주받았다는 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우리가 남서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길은 이곳 마을의 뒤편에 위치한 산 을 넘는 것이다. 남서쪽으로 계속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인데, 돌아서 가려고 해도 산 주위로는 강이 흐른다. 그리고 강의 근처에는 약간의 늪지대가 군 데군데로 형성되어있고, 땅도 나쁘다. 제국편찬 수도 주변 지리 안내서에 따르자 면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가려 하는 경우 첫째로는 가지 않기를 권하고, 꼭 가기를 원한다면 산은 넘으라고 되어있었다. 혹독한 겨울이 와서 늪과 강이 다 얼어붙은 때가 아니라면, 강을 건너는 짓은 사양하라고 쓰여있다. 어째서냐면, 이곳에서 나 흘 거리에 있는 강과 그 주변 늪지대에는 양서류와 곤충류의 몬스터들이 많이 서 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백조 개구리(Swan Frog)의 경우에는 그 왕성한 식욕 의 메뉴에 인간도 들어가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런 이유들로 우리는 꼭 산을 넘어서 가야 하는데, 여관 주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산이 저 주를 받았다는 말이다. 그 저주가 대체 어떤 것인지도 말하지 않고서 단지 저주가 걸려있다고만 말할 뿐이다. "정말로 어쩌라는건지. 산으로 가야하나? 암만 해도 꺼림직한데…?"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무슨 저주가 있을까요?" 나의 혼자말에 킬은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저 멀리 보이는 산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나흘 거리에 우뚝 서있는 산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략 600야드가 덜 되어보이는 높이다. 모양은 보통 산들과 전 혀 다를것이 없기 때문에 나는 저 산에 뭔가 저주가 걸려져 있다는 말이 그저 믿 어지지가 않을 수 밖에는 없다. 최소한, 산 자체에 정말로 저주같은 뭔가가 걸려 져 있다면 내가 알아보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못 알아볼 이 유도 없다. 대체 그 저주라는 것이 있기나 한걸까? "가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인가?"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결국, 할머니가 뭐라고 말을 했어도, 우리는 저 산을 넘 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저주가 걸려있든, 걸려있지 않든, 그것이 어떤 저주 든지 우리는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똑똑똑. "미리안이예요.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와" 미리안이? 무슨일이지? 나는 상체를 일으켜서 앉았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문이 열리고서 미리안이 들어왔다. 그녀는 문을 닫고는 우리들을 보면서 말했다. "마을이 왜 이렇게 침체되어 있는지를 알아냈어요" 오오! 그게 정말이야?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군 미리안! 나는 그녀에 게 말했다. "그래? 왜그렇대?" "그러니까… 메어리, 이곳 여관 주인 할머니의 손녀이고, 아까 주문을 받았었던 그 아이에게서 들은 것인데요…" 미리안이 메어리에게서 들은 말은 이렇다. 원래 이곳 마을은 숲과 산에서 나오는 여거가지 작물들을 기반으로 생활을 하는 마을이다. 숲에 여기저기 심어둔 잣나무 나 여러 유실수에게서 질 좋은 과일과 열매를 얻어내어 팔고, 산에서 나는 여러가 지 약초들과 버섯류들을 내다 팔면서 사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런 일련의 생산 작 업에서 남자들은 산을 타고, 나무를 오르내리락 거리기 때문에 다른 마을들 보다 힘이 세다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점차적으로 그 남자들의 실종이 점점 늘어 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생계를 위해서 작업을 나갔던 남 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고, 그들의 공백을 메우려고, 혹은 먹고 살아가기 위해서 숲과 산으로 나갔었던 여자들이나 아이들의 일부, 노인들도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철은 산쪽의 숲에서 많은 열매와 약초들이 나오기 때문에 산쪽으로 작업을 하러 떠난 사람들은 대부분이 실종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전부 합쳐서 1000명을 조금 넘기는 이 마을에서 벌써 200명이 실종되었대요. 그 래서 대대적이 수색작업을 벌이기도 했는데, 수색작업도중 실종된 사람들이 생겨 나기도 했지요. 그래서 하다못해 케리팔에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지만, 전혀 들어 주지 않았다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모두들 모든 일을 놓고서 전부 포기하고 있는 중이래요" "허, 허허, 200명? 전체 인구의 2할이?" 나는 놀랄 수 밖에는 없었다. 마을 인구의 2할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케리팔 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황당하고 기가 막혀서였다. 도대 체 어떤 녀석이 그렇게 국민들을 무시하고 있는거야? "예. 그래도 이방인에 대해서 적대적이지는 않는다는게 다행이죠. 아마, 적대할 기운도 없을 거라고 생각 되지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대개 이방인들에 대해서는 배척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마련인데, 여기는 다행이도 그런 일은 없어 보인다. 워낙에 지 나다니는 이방인들의 수효가 적으니, 그들에 대해 불태울 분노는 없다…인가? 미 리안의 말대로 불태울 분노도 없을 거라 생각된다. 가족들이, 친구들이, 이웃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시점에서 기운차게 생활하는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겠지. "그래서, 어떠하실 거예요?" "응? 뭘?" "이래도 그냥 가실거예요?" 나는 눈을 깜빡거리면서 미리안을 보았다. 설마하니, 나보고 이걸 해결해 달라는 소리는 아니겠지? 이봐이봐, 내가 나하고 관계도 없는 이런 일에 나서서 해결해줄 것 같아?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야" "하지만…" "우리 일도 바뻐. 그것 먼저 해결하고 나서도 할까 말까한 일에 손을 대달라는거 야? 거부" 나는 다시 침대위로 벌렁 드러누으면서 말했다. 미리안이 당황해하는것 같더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에실루나에게로 보고하러 가는 것이겠지. 후 훗, 그런다고 내가 갈것 같아? 이런 일은 사양하고 싶어. 나하고 직접적인 관계도 없는 일에 시간하고 에너지 쏟기 싫어. "매쉬암이 관련되어있는데도요?" 갑자기 들려온 에실루나의 목소리에 나는 몸을 튕기듯이 일으켰다. -------------------------------------------------------------------------- ------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어제밤에는.. 올려야지 라는 생각을 품고서 꿈나라고 직행했습니다. 피곤하군요. 우으으.. 이야기는 점점 박차를 가합니다.. 매쉬암도 나오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전개에 관련해서 이야기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요. 어쨌든, 목요일이라 햇고, 지금도 목요일입니다. 올렸으니 다행이지요. (이 뻔뻔함의 결정체인 뻔뻐니스트같으니..) 그리고 '외전이 길어진다' 라는 말을 보았습니다. 저기... 이거 외전이 아니라 004챕터의 후반부분입니다.. 챕터 분할한다고.. 했었는데....했었나....했을지도..했을까....했나....? 아무튼, 오늘도 세편이 무사히 올라갑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64 회] 2002-10-24 조회/추천 : 3217 / 7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C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매쉬암?" 방금전의 문소리는 미리안이 나가는것이 아닌 에실루나가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 였다는 사실은 일단 집어치우고, 나는 그녀를 보면서 되물었다. 매쉬암? 그자식들 하고 연계되어있단 말이야?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상황을 잘 생각해 보세요. 알 수 있을 텐데요? 지난번 매쉬암의 감정 채집사건 때의 납치되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현재의 상황에서 이런 대대적 인 납치사건을 벌일만한 조직이 또 있을까요? 거기에, 주민의 2할이 사라졌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공작을 벌일 조직이 또 있으리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확신해요. 매쉬암이 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요" "…결국 그것은 추측이잖아?" "네에. 추측이죠. 하지만, 가능성이 50%이하는 아니라고 보는데요?" 에실루나는 '어때요?'라는 듯이 눈꼬리를 살짝 들어올리면서 미소지어보였다. 으 으윽… 저 미소가 나에게는 한순간 요녀의 미소로 보였던건 왜지? 뭔가 요염하고 도 갈구하는 듯한 눈웃음. 에실루나가 저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가? 그건 일단 옆으로 제쳐두자! 그래서 지금 나보고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매쉬암의 개입여부라 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을 찾아달라는거야? 나는 팔짱을 끼며 표정을 딱딱하게 굳 히고는 말했다. "증거 불충분. 거부" "정말로요?" "정말"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저희들끼리 조사하러 가지요" ……뭐엇?! 나는 에실루나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단호한 표정으로서 방금 자신이 늘상 나에게 해오던 농담을 하는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는 굳힌 표정 그대로 말했다. "저쪽방에서는 이미 이야기를 끝냈어요. 이 일도 급하지만, 지금은 이곳의 일을 해결해 주는것이 더 급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미?" "이미" 나는 그 말에 절망적인 심정을 느껴야 했다. 미리안은 말 할것도 없고, 지나얀과 라니안느, 츠렌과 세렌까지 다 넘어갔다면 이곳에 있는 킬과 머기는 두말하지 않 고서 그녀들과 동참할 것이다. 크에엑! 그러면 남는것은 나와 라스킨 뿐인데 그렇 게 된다면 이거 완전히 따돌림 당하는 거잖아?! 나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푹 숙 이고 말았다. 그래… 이번에도 내가 졌다…. "항복" 나는 두 손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어쩔 수가 없는거야. 일행 대다수의 의견이 그렇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어? 에실루나는 굳힌 표정을 풀고 말했다. "같이 가실거죠?" "아아. 그래. 같이 가겠어. 쳇,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에실루나는 후훗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그녀는 나에게로 다가와서는 허리를 굽히 며 나와 얼굴을 마주쳤다. 으, 으익?! "고마워요. 페이그니스" "에, 에실루나?" 평소와는 뭔가 다르다 에실루나는 아까와 같은 그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나에 게 차악 안겨들어왔고, 나는 질겁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그래?! "고마움의 표시로, 키스해줄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입술을 내밀어왔고, 나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이거 에실루나 맞잖아! 그런데 왜 미리안도 안 하는 행동을 하는거야! 그리고 미리안! 너는 왜 또 그렇게 담담한 표정이냐구! 둘 이서 이번엔 또 무슨 암거래(?)를 해댄거야! 그러던 순간, 나는 두 눈을 깜빡거렸다. …그랬군! 나는 그녀의 가슴쪽으로 손을 뻗었고, 그리고는 그녀가 목에 걸고있던 목걸이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제길! 하필 이면!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침착하게 말했다. "브라이언트씨께 다 말하는 수가 있습니다. 세레이나씨" "아…" "이거, 제가 츠렌씨께 드린 목걸이라는것을 모를것 같았습니까? 과연 연기자 답 군요. 에실루나의 연기를 아주 잘 해내셨습니다만, 에실루나는 그런 요염한 미소 를 지을 수 없습니다" 에실루나… 아니, 세렌은 나에게서 떨어져 나오면서 목걸이를 벗었다. 그러자 에 실루나의 옷을 입은 세렌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으으윽! 이 여자들이 작당을 하고 서 나를 물먹였어! "마지막은 그냥 즉흥연기였어요. 에실루나씨가 이런 일을 할 리는 없겠죠. 그리 고… 요염한 미소요? 으음… 역시 그런거였나요? 아직도 연기자로서 경험이 부족 하군요" 세렌은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봐! 누가 지금 그런거 따지랬어?! 미리안은 내가 슬슬 화가 오른다는 표정을 하자 급히 말했다. "하, 하지만 저쪽 방에 모든 사람들이 찬성했다는건 사실이예요! 단지 진짜 에실 루나가 와서 이야기할 작정이었는데, 무리하게 세렌씨가…" 나는 손을 들어서 그녀의 말을 막았다. 알았다, 알았어. 그렇게 여기의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거냐? 그런 자선사업적인 성격으로는 엘프의 수명으로도 오래 못산 다구. 으이구! "한다고 했으니까 번복한 생각 없어. 구워먹든 삶아먹든 맘대로 하라 그래! 기왕 이면 침대위가 더 좋겠지만 말이야" "…예?" "마지막말은 빼! 그냥 푸닥거리짓 한번 해봤어!" "네에…" 미리안은 쭈뼛거리면서 대답했고, 나는 이를 갈며 침대에 다시 누웠다. 크으윽! 누가 이 불쌍한 용생좀 구제해 줘요! "페이그니스…" 다시 에실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세렌. 또다시 장난치진 말라고. 한번 속지 두번 속냐? "세렌씨. 장난은 한번이면 족합니다만" "페이그니스…" "그러니까, 적당히좀 해줘요" "페이그니스" 아, 정말이지 그만좀 놀리라니까! "아, 진짜! 알았다니까요! 가요! 간다구요! 가니까 사람좀 그렇게 놀리지좀 맙시 다! 예! 간다구요! 그리고 지금 심사 좀 뒤틀렸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좀 지금은 꼬인 속좀 풀게 내버려두라는…… 에?" 나는 고개를 홰액 돌리고는 상체를 일으켜 세워서 눈 앞의 사람, 즉 에실루나의 모습을 한 세렌에게 말을 쏟아내었고, 그러던 도중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세렌의 옆에 세렌이 있었던 것이다! 에? 아, 아니, 에실루나 옆에 세렌이 있다는… 아니 지, 에실루나가 곧 세렌인데… 에, 그러니까… "저기… 진짜 에실루나인데요?" 뒤에있던 세렌이 변신목걸이를 들어보이면서 말했고, 나는 앞의 에실루나와 목걸 이를 번갈아서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진짜 에실루나가…?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정신. 음. 그러니까 에실루나가 직접 찾아왔다는 것이군. 그리고 나는 뒤틀린 심 사로 세렌 대신에 에실루나에게 화를 풀었던 것이다. 어차피 이 일의 원흉은 에실 루나야. 그러니까 내가 특별히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점점 표정이 어두워 지는 에실루나를 보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에실루나! 미안해! 난 정말 너인줄 모르고!" "페이그니스…" "미안해! 에실루나! 제발 용서해줘! 뭐든지 할게! 그러니까 용서해줘!" …비굴해 보이는가? 어쩔 수 없다! 나라고 좋아서 이러는줄 알아? 에실루나가 한 번 등을 돌리면 어떻게 될지 두려워서 이러는 거야! 내가 미쳤지! 평소의 침착함 은 전부 어디로 원정경기 나가서 개박살 나버렸냐! 나는 일단 에실루나에게 고개 를 꾸벅꾸벅하면서 용서를 구했다. 제발 화를 풀어주길 바래! "…방금, 뭐든지 하겠다고 하셨죠?" 에실루나는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예전에 무도회장에서 황태자 를 대할때의 목소리와 표정 그대로 였다. 으윽… 내가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나? "그말… 꼭 기억하세요…" 에실루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녀의 화가 풀렸 다는 것과는 반대로 등골이 싸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제, 제길… 내가 어쩌자고 에실루나에게 뭐든지 하겠다고 말을 했을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조건이 뭐든지 하겠다고 하는 말임을 잘 아는 내가 어째서?! 나는 딱딱하게 굳었고, 에실루나는 후훗 웃고는 세렌과 미리안과 같이 방을 나섰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나… 대체 무슨 말을 했던 거지?" "…뭐든지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마스터" "그, 그래… 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나는 힘빠지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내가 대체 왜그랬지? 왜 그렇게 흥분하고 그 랬지? 응? 누군가 알면 좀 대답해줘! "바보군" 머기의 짧은 평은 곧 수십톤급의 해머가 되어 나를 내리쳤고, 나는 그만 침대위 로 넉다운 해버렸다. 허허허허… 허허허… "걸어서 나흘 거리인데… 이곳에도 숲의 길이 나있어요. 그곳을 경유해서 간다면 이틀 이내로 산까지 도착 할 수가 있어요. …괜찮으세요?" "응? 으응. 계속해…" "나흘거리를 넷으로 나뉘었을때 약 2.5를 하루만에 갈 수가 있어요. 저희의 이동 속도는 빠른편이니까 나머지 1.5는 하루안으로 주파가 가능해요. …그런데 정말 로 괜찮으세요?" "괜찮다니까…" 나는 힘없이 미리안에게 대답했고, 그녀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 다. 어제의 후유증으로 인해서 나는 오늘의 기력을 완전히 쇠진해 버렸던 것이다. 아무리 힘을 주려고 해도… 어제부터 이렇게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나더러 뭘 어 쩌라고오호호호…. "페이그니스" "아아아?" 에실루나가 날 불렀나아? 나는 그냥 그녀를 돌아보았고, 그녀는 팔짱을 낀채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이 왜그래? 굳어있으면 안어울린다니까? "그만 좀 하세요. 어제 그런 일이 있엇다고 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계시는것 은 단순한 어린아이 투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구요. 정말로 충격을 받아서 그 러고 계시는게 아닐텐데요? 잘잘못을 따지자면 먼저 시작한 저희가 잘못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수월하게 받아들이지 못할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 기 때문이예요. 그런데 지금 모습은 뭐예요? 그렇게 계속 힘빠지는 표정하고 행 동 하고 계시면 정말로 실망할 거예요" "그래. 알았어. 미안하게 됐어" 간만에 에실루나에게서 핀잔을 들은 나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래! 내 원래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구! 호흡을 크게 들이키고는 가슴을 펴고, 허리 를 꼿꼿하게 세운다! 눈에는 다시 빛이 돌아오도록 힘을 주고, 흩어진 정신을 좀 수습하자! "가자. 숲의 길로 안내해" 나는 미리안에게 말했고, 내가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안 미리안은 미소지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 지금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매쉬암의 개입여 부를 알아내기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나는 어떻게든 나의 머리속에서 어제 있었 던 일련의 사건들을 지워버리려고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난 드래곤인걸. 망 각이라는게 없어서 이거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겠어. 쳇, 이딴 능력은 없어도 된다 구. 그래, 어쨌든 가자! 나는 발걸음을 놀렸고, 그렇게 한참을 걸어갔을까, 저만치 앞서서 일행을 인도하 고 있던 미리안이 멈춰서서는 말했다. "숲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는 지난번과 같은 상황, 그러니까 우리 일행은 또다시 주위를 둘러본다는 행동을 하였다. 엘프들의 인도가 있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쉽게 숲의 길로 들어오 게 되는것은 참 좋단 말이야.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잖아? "이대로 계속 길을 따라서 하루정도 가고, 그러고 나서 길을 이탈해 하루정도를 가면 '산'에 도착하게 되요" "그런데, 그 산 이름은 뭔데?" "이름이요? 별다른 이름은 없어요. 그냥 사람들은 자기네 마음대로 부르던데요? 메치, 후빌, 니치, 화드린, 벤도레스, 자라이파…" 제길, 이름없는 산이 아니라 이름많은 산이구만. "…저기 마을에서만 그렇게 부르는거야?" "지리서에서도 나와있지 않아요. 그냥 이름없는 산이죠" 나는 그만 실소하고 싶었다. 허허…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우지만 실제로는 이름 없는 산이란 말이야? 어찌보면 재미있는 노릇이군. 나는 피식 웃고는 발걸음을 옮 겼다. 어쨌든, 그 산이라는 데로 가보면 되겠지. -------------------------------------------------------------------------- ------ 날씨가 쌀쌀합니다. 추위를 그렇게 많이는 안타는 저로서는.. 아직 복장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밖에서라면 모르지만, 집안에 들어와서는 약간씩 땀을 흘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나가면.. 바로 열기가 차악 하고 식어버린다는.. 하하하.. 밖이 우중충하고.. 비가 오는군요. 아직 눈이 내릴려면 멀었나 봅니다.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요. 하하하하.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65 회] 2002-10-24 조회/추천 : 3429 / 12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C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런데, 나이마는 잘 지내고 있을까요?" "잘 지내고 있을거야. 설마하니 별 일 있겠어?" 나는 피식 웃었고, 미리안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전투능 력이 없는 세렌과 나미아는 여관에 남겨두고서, 그녀들을 보호할 목적으로(덤으로 는 심심해하지 않도록) 징징대는 지나얀을 두고서 여덟명이 출발했었다. 지금쯤은 나미아도 일어나서 자기 고양이하고 잘 놀고 있겠지 뭐. 지나얀이 있으니까 세렌 도 이야기 상대가 없어서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모르지. 지나얀하고 놀다 가 둘 다 뻗어서 쓰러졌을지도. 이곳은 산의 메아리라는 이름의 여관. 그곳 2층. "꺄하하하하~ 미아야~ 거기서어!" 불꽃같은 붉은머리를 정돈하지도 않고서 산발한채로 여관의 복도를 도도도 달려 가는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흰색의 벨벳같은 털을 지닌 파란눈과 빨간눈을 가진 오드 아이 고양이가 달려가고 있는것으로 보아서 둘은 지 금 술래잡기 비슷한 것을 하고 있는가 보다. 미아라고 불린 고양이는 조금 전까지 자신과 주인인 나미아가 놀던 방을 살짝 돌아보았다가 다시 주인의 욕구에 부흥하 기 위해서 나미아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다니고 있었다. 나미아가 조금 전까지 놀던 방에는 군청색의 머리를 무릎까지 길게 기른 여자와 갈색머리를 단정하게 기른 여자 한명이 있었다. 지나얀과 세레이나 - 세렌 이라고 불리우는 여자였다. 세렌은 지나얀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아이가 저렇게… 잘놀죠?" "그러게요…" 그리고 둘은 힘없이 각자의 침대위로 쓰러졌다. "꺄하하하! 간지러워! 꺄하하!" 지친 두 여자의 귀로는 나미아가 웃어대는 소리만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페이그니스씨… 빨리 돌아와줘요~" "빨리요오~" 허무하게 푸념하는 그녀들의 얼굴위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 나는 잠시 누군가가 날 부른거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일행의 후방을 지키면서 걸어가던 내가 갑자기 멈추자, 앞에서 가던 사람 들은 모두 의아해하면서 날 돌아보았다. 뭐지? 누군가 날 아주 애타게 찾은거 같 은 느낌이 드는데? "왜 그러시죠?" 에실루나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어왔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분탓이겠지.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가자" "??" 에실루나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녀를 재촉해서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기분탓이겠지. 설마하니 누군가 지금 내가 필요해서 날 애타게 찾고 나 있겠어?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지금 나하고 모두 같이 있는데 말 이야. 그냥 두고온 나미아가 신경 쓰여서 그런것이겠지. 분명히 그래. 자아, 계속 가자! 생각해보면 여기 사람들은 모두 익숙한 도보 여행자들이다. 킬의 일행은 10년을 넘게 함께 걸어다니면서 여행한 능숙한 도보 여행자고, 엘프들에게 있어서 숲길을 걷는다는 행위는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걷는것과 마찬가지다. 라스킨은 400년의 세 월동안 툰드라의 거센 추위와 맞서 싸우며 늑대들을 통솔하며 벌판을 달리던 늑대 왕이고, 나는 드래곤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잠을 조금 적게 자고, 걷는 시간을 늘 려서 하루의 2/3를 걸어 '숲의 길'을 단숨에 주파해버렸다. "숲의 길을 나가기 전에 쉬고 가는게 좋겠어요" "어째서?" "혹시라도 매쉬암에게 발각되면 안되잖아요?" 확실히 지금은 쉴 쉬간이다. 논스톱으로 숲의 길을 강행군하다시피 하면서 가로 질렀으니까. 거기에 날도 어둑어둑 해졌다. 그러니, 지금은 여기서 쉬고, 내일에 는 산뜻하게 숲을 걷자는 이야기겠지. 그건 그렇고, 여기서 길을 계속 따라간다면 뭐가 나올까? 나는 우리가 쉬는 곳에서 직각으로 크게 꺾여져서 뻗어있는 숲의 길 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금방 관두었다. 뭐, 엘프들이 자기 다니기 편하 라고 만들었으니까, 다음에 지나가게 된다면 몰라도 지금에는 별로 신경쓸 이유는 없겠지. 그건 그렇고, 매쉬암이 진짜로 있을까? 만약에 있다면, 그녀석들은 대체 무슨 이유로 사람들을 납치한 것이지? 또 감정을 모으기 위해서인가? 대답은, 단 하루만에 나왔다. "미친자식들. 이번엔 광산이야?!" 나는 이를 갈면서 낮게 소리쳤다. 지난번과 같은 감시는 물론 있었다. 하지만 이 번에도 경비병들은 드라이어드와 시료스로 전개시킨 경계범위에 발각되어서 우리 는 유유히 그들을 따돌리거나 무력화 시키고, 우리는 거대한 분지의 위쪽에서 분 지에 펼쳐진 거대한 구멍과 뭉게뭉게 솟아오르는 하얀 연기, 그리고 사슬에 묶인 채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개해야 했다. 「보통의 관산이 아니다. 이번엔 좀더 효율적이군. 육체에의 고통으로 인하여 발 생되는 음적인 감정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날이 갈 수록 발전되는 저 방법에는 찬사를 보내줘도 아깝지가 않군」 …야!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냐! 하지만 나는 싸이의 말에 속으로는 더더욱 이를 갈아야 했다. 전과는 확실하게 다른 발전된 모습이다. 전에는 여러군데에서 모아 온 사람들의 불안감을 그대로 남겨두고서 이지를 상실하게 한 후에 환각으로써 억 지로 감정을 '쥐어짜는'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절망 감을 동시에 안겨주어서 자연적으로 감정을 이끌어 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나 는 잘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얻어진 감정의 순도는 지난번의 마을에서 얻어낸 감 정보다 훨씬 더 순수하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지난번에 그 마을에서 가져온 감정 의 보석은 아직도 나의 배낭속에 있지? 잘 봉인되어있는 채로 말이야. "좀 더 자세히 보세요. 뭐가 있지요?" 에실루나는 침착하게 말해왔고, 나는 입술을 깨물며 망원안경으로 저 분지의 광 산쪽을 내려다 보았다. 옷이라고는 반쯤 헐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나막신을 신은 채로 힘없이 레일 위로 수레를 밀거나, 아니면 근처의 돌을 상대로 곡괭이를 휘두 르는 모습에서 자신의 작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당 연했다. 그들의 눈은 반쯤 죽어있는 상태였고, 그들의 동작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주위로는 검을 차고서 채찍을 든 감시자들이 아주 효율적으 로 배치되어 있었으며, 그들은 한명이라도 예외없이 감시의 눈을 형형하게 빛내고 있었다. 우리의 반대편에는 거대한 절벽이 있었고, 그곳에는 수십개의 암굴이 뚫 려있었는데, 아마도 그곳은 이곳으로 잡혀온 사람들의 숙소 같았다. 그리고 암굴 의 좌우측에는 나무와 돌로 만들어진 건물이 들어서 있었는데, 그곳은 십중팔구 감시원들과 잡혀온 사람들의 식사(같지도 않을 것이 뻔한) 식사를 만드는 장소일 것이다. 그리고 분지의 중심에는 여러개의 굴이 뚫려있었고, 그곳에는 레일이 놓 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서 이 분지의 안쪽에는 수십갈래의 광산굴이 뚫려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건 그렇고, 대체 이곳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 사람들을 잡아다가 일을 시키고 있는거지? "저렇게 사람들을 잡아두면서…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요?" "저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이미 저녀석들을 절단내고도 남았어" 정말, 저녀석들이 무슨 생각응 하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매 쉬암의 일원들을 실직자로 만드는것은 간단하니까 말이야. "일단 여기서 물러나서 적당한 장소를 잡아서 계획을 세워보도록 하지 않겠습 니 까?" 킬은 밑의 광산을 바라보면서 작게 말했고, 우리는 그에 동의했다. 여기는 저 아 래쪽을 바라보기는 좋은 장소이지만, 계획을 세우면서 머물기는 별로 좋은 장소는 아니다. 강제노동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서 발생하기 마련민 탈주자들을 잡기위한 경계는 상당히 심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온 것은 여기가 숲의 끝이면서, 드라이어드의 힘이 미치는 지역이기 떄문이다. "물러나도록 하죠" 나는 안경을 벗어서 포켓에 집어넣으며 말했고, 우리는 드라이어드의 보호를 받 으면서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도록 뒤로 물러났다. 여기 근처에 동굴이라든지 기 타 비슷한 엄폐물이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야. 드라이어드에게 찾게 할 수도 있지 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발각당하게 되니까 우리의 눈으로 직접 찾는 수 밖에는 없다. 우리는 은신처를 찾는 동안 서로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매쉬암의 저 모습은 정말로 의외였고, 의표를 찔렀으며, 충격적이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엇때문에 광산을 개발하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사람들이 가혹행위를 당하 면서 노동을 하는 모습은 정말로 인간의 존엄성이 송두리채 쓰레기통으로 처박히 는 모습이었다. 나는 보았다. 그곳에 잡혀간 어린아이가 앙상한 몸으로 힘겹게 곡괭이를 끌고가다 넘어져 채찍 을 맞는 모습을. 그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로 다시 일어서서 노동을 하던 모습을. 피딱지가 군데군데 얹혀있고, 온몸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서 동작 하나하나에 온 몸이 떨리던 모습을. "제길…" 욕지기가 나왔다. 우리는 분지의 꼭대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지하수가 흐르는 동굴을 발견했다. 드아리어드의 말로는 요 멸개월 안으로는 이곳에 사람이 들렀던 흔적은 없다고 한것으로 보아서, 매쉬암의 녀석들은 아직 이곳을 찾진 못한것 같았다. 그 도 그럴 것이 이곳은 정말로 딱 감추어진 장소였기 때문이었다. 주위의 나무들과 흙더미들의 사이로 우뚝 솟은 바위의 뒤에 있는 이 동굴은, 많은 양의 물이 지하 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지만 물소리가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약간 눅눅하기는 하지만 운디네와 실프, 샐레멘더를 이용해서 동굴의 대기를 잘 조정하면 되었기에 우리는 이곳을 은신처로 삼고 머물기로 하였다. "이런 장소를 매쉬암이 못찾아낸 것이 신기하네요" 미리안은 넓은 돌위의 샐레멘더의 열기로 인해 말라버린 흙먼지를 털어내고 앉으 면서 말했다. "아마도 그들은 주위의 지형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는 않는가 보네요. 그 들의 경계가 철저하기도 하고, 경비병들도 앖았잖아요? 그런점이 되려 지금에서 는 그들의 약점이 되기엔 충분하겠지요" 에실루나는 지금까지 우리가 여기로 오면서 하루동안 지나쳤던 여러가지의 함정 들과 많은 경비병들을 생각하였는지 우리가 들어온 동굴의 입구를 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워낙에 바깥쪽에 대한 경계가 강해서 그들은 주위의 지형지물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음… 체리랑스라는 여자에게 가르쳐주고 싶군. 무슨 일을 하려면 그 일을 하기 전에 일을 해야된 장 소에 대한 완벽한 파악을 해두고 시작하라고 말이야. "장소가 좀 어둡긴 하지만, 불은 피우지 않도록 하지요. 그러면 다들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 분지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킬은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는 말했다. 불은 피우지 않는것이 좋겠지. 불빛이 새 어나가면 상당히 곤란하니까 말이야. 그의 말에 우리는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확 실히 저 분지는 어떻게 할 수준의 그런 지형이 아니다.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지 난번의 마을에 비교하자면 거의 마을의 10배 이상은 되어보이는 넓이다. 대부분이 광산과 채석장등으로 이루어진 장소이다. 게다가 저런 지형은 안개가 끼지는 않는 다. 안개를 끼게 할 만큼의 거대한 수원(水原)이 없기 때문이다. 물이래봤자 이곳 에는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지하수들이 전부이고, 이곳은 구림이 얹힐만큼 높 은 지역도 아니다. 강이라고 해봤자 나흘거리에 있으니 안개가 낄 '꺼리'가 없다. 결국, 지난번처럼 안개를 끼게 만들어서 마법진과 언령으로 혼란을 유도시키려고 하는 방법도 사용하기 못한다. 게다가 저기의 노동자들은 이지를 상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환각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들을 구하고, 매쉬암을 무력화시키고, 광산을 없애버릴 방법은? "저에게… 생각이…" 라니안느가 조용하게 손을 들며 말했다. -------------------------------------------------------------------------- ------ 어떻게든 글을 무사히 써냈습니다. 최근들어서 글이 간당간당합니다. 으음.. 시간과 능력의 고갈인가요.. 최대한으로 성실연재를 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금 시간은 겨울이 되기 직전의 바쁜 시간이군요. 이리저리 치이는 일이 많아서 연재글도 간당간당하게 씁니다. 하지만.. 이번 고비를 넘기면 적어도 봄이 될 때 까지는 여유있는 생활을 할 수가 있겠지요. 후에에에에.. 그러기 위해서 힘내며 기합을 넣어볼까요.. 후에...(뭐냐!) 그런 의미에서(뭐가 그런 의미야!) 캐릭터 인기 투표나 해볼까.. 합니다. 자세한것은 차후 올라올 공지사항을 참고해 주세요. 그럼 미욱한 글쟁이는 이제 다시 사라집니다. 월요일에 세편들고 무사히 돌아오도록 하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66 회] 2002-10-24 조회/추천 : 3145 / 14 글자 크기 8 9 10 11 12 [공지] 인기투표를 해볼까요? 여러건의 건의,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등으로 인기투표를 한번 벌여볼까 합니다. 호응이 않좋다면 아무말도 없이 사장될 확율이 높습니다. 냐하하하핫. 부문은, 간단하게 남자파트, 여자 파트로 나뉘... 어어어! 뭐냐 너희들은?! 라이니시스(이하 라이): 훗, 작가양반. 이제야 당신을 만나는군! 미리안: 그러게 말이예요. 대체 우릴 어떻게 하려는 거예요? 이그니시스(이하 이그): 피조물들 주제에 창조주에게 덤비냐?! 라스킨: 덕분에 전 이꼴 났습니다! 라우네스를 왜 제가 죽여야 했냐구요! 에실루나(이하 에실): 솔직히, 저도 당신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지나얀: 맞아! 괜히 나는 무슨 동음이의어로 장난치는 여자로 만들어 놨잖아! 킬: 그거, 원래 설정이 그런거 아닙니까? 츠렌: 그래도 그렇지, 당신말야. 그렇게 글에 나오고 싶었어? 자기 닉을 그렇게 내 보낼 수가 있는거야? 세렌: 맞아요, 언니. 저렇게 글에 작가가 무작정 개입하려고 드는걸 보면 짜증난다니 까요? 저희 극단에도 그런 극작가가 있는데… 라니안느: 그건… 설정이지요… 머기 : (고개를 끄덕이며) 음. 마르티구스: 에라이 망할 작가놈아! 만들어 놓고서 한번 출연 시키냐?! 이그: 뭐? 이봐! 망령씨! 정확하게 두번 출연했어! 마르티구스: 고작해야 "슐트로이야 차지!"라고 외친게 출연이야?! 이그: 그런 말이야, 작가의 생각이라고. 후훗. 다 나중을 위해서야. 나미아: 아앗! 저 사람 아무런 생각도 아나고 있어요! 그러면서 글을 쓰는데요? 라이: 뭐야? 이봐! 당신 정말 이러기야? 우리는 당신의 손에서 놀아나고 잇는 마당에 말이야! 그렇게 성의 없이 우릴 만든 거야? 미리안: 정말이예요! 대체 저는 언제 라이니시스님하고 도… 도… 에실: 당신의 손에 의해서 급조된 캐릭터가 모두 몇일까요? 이그: 나미아. 내가 준 능력을 함부로 쓰지 말아라... 솔직히 말해서 가끔은 즉흥적 으로 글을 쓸 때도 있지만, 대개는 난 철저하게 계산하고서 글을 쓴다구! 머기: 거짓말. 이그: 우윽. 그래! 사실 아무생각없이 살다가 되면 되는 대로 글쓰는 놈이 나라고는 절대로 말 못한다는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몰아붙이는 너희들을 만든 나의 잘못이라 생 각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희들중 아무나라도 출연금지를 먹여버리면 단체로 파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라이: 거, 참 말도 많네. 시끄럽게 그러지 말고, 빨리 전개좀 하란 말이야! 지나얀: 맞아요! 저는 완전히 존재감도 없다구요! 세렌: 브라이언트 선배를 만나게 해주란 말이예요! 츠렌: 그게 왜 여기서 나와? 브라이언트: 그러고 보니 나도 나와도 되는건가요? 이그: 별의별 녀석들이 다 나오네.. 킬: 바보입니까? 당신이 부르셨잖아요? 산다스: 그러게 말입니다. 마리를리나: 아빠! 저사람이 저희를 만든 사람이예요? 흐음.. 아.. 싫다.. 자한: 아가씨, 그러다가 저사람이 멋대로 손을 대는 수도 있어요.. 뷔켄: 설마 그럴까.. 라이: 저 양반은 그러고 남겠지. 근데 여기엔 다들 왜 부른거야? 미리안: 인기투표라네요? 츠렌: 인기투표? 이젠 별걸 다하려고 드네? 에실: 괜찮다고 생각은 해요. 불성실연재의 입막음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말이죠. 이그: ……너희들.. 나는 너희들의 공적이다 이거냐! 일동: 응! 이그: …할 말이 없다. 어쨌든, 이야기 할건 하고 끝내도록 하지. 으흠, 으흠흠! 갑작스런 캐릭들의 자기 어필을 위한 난입.. 어이, 라이니시스. 극한빙아는 좀 치워줘.. 난입으로 잠시 중단되었습니다. 부문은 남자 파트, 여자 파트로 간단하게.. 라이: 귀찮아서 저런다니까.. 미리안: 맞아요.. 에실: 어쩔 수 없어요. 천성인걸요. ...간단하게 하겠습니다. 남자 한명, 여자 한명을 추천해 주시고, 추천 이유와 같이 제게 메세지를 보내주시거나, 아니면 egnisys@empal.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본데스: 크하하하하하! 내 아내는 수정속에 있다! 라이: 시끄러. 미친놈아. 이그: ..이봐, 잡담은 그만 둬 달라고.. 츠렌: 글쓰면서 잡담이 제일 많은 사람이... 킬: 설득력이 부족해요. ...자아! 인기투표를 실시하겠습니다! 과연 누가 가장 많은 표를 얻을까요? 기한은.. 남녀 총합이 100표가 되는 그날까지! 그럼 즐거운 2일과 주말 보내세요. -이그니시스 덧. 캐릭터 일동: 아앗! 도망갔어! 본데스: 크하하하! 내 아내는.... [라이니시스 전기] [167 회] 2002-10-28 조회/추천 : 3449 / 9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C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라니안느가 여태까지 자기 의견을 제대로 말 한적은 없었는데, 웬일이지? 우리들 은 의아해하면서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뭔가 좋은 방법이? 그녀는 일단 시선이 자 기에게로 몰리자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곤란해 하더니 심호흡을 하고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니까… 먼저… 매쉬암의 목적을… 알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목적? 목적이라고 하면 광산에서 뭔가를 캐내는거 아닌가?" 츠렌이 갸웃하면서 말했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광산에서 무언가를 캐낸 다는 것 이외에는 별로 생각할 거리가 없는데? 하지만 라니안느는 고개를 저었다. 에? 아닌가? "광산이라면… 외부로의 광물반출로가… 있어야겠지요" 외부로의… 광물반출로? 아아! 그렇구나! 우린 그녀의 말에 모두 벙찐 표정을 지 었다. 그래! 분명, 저 광산에는 외부로 통하는 길따위는 없었다! 광산에서 무언가 를 캐낸다고 하더라도, 그 캐낸것을 외부로 운반할 연결통로가 없다는 말이며, 그 렇다면 저기는 광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법으로 되지 않습니까?" 킬은 비마법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질문을 했고, 그의 말에 츠렌은 맞장구 치면서 말했다. "맞아. 마법으로 운반할 수도 있잖아?" 물론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마법사용자가 아니면 모르는 문제겠지 이건. 지나얀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여행용으로 한두사람이 마법진을 사용해 이동하는건 가능하지만, 첫번째로 이지 가 없는 광물은 마법진을 설치한다고 해도 이동이 불가능해요. 두번째로, 보통의 마법진들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부류인데다가, 영구 마법진을 설치한다 고 쳐도, 역시 첫번째의 조건 때문에 광물은 이동이 안되지요. 물론, 사람하고 같이 이동한다면 가능하지만, 광산은 캐낸 광물을 수시로 실어 날라야 하기 때문 에 웬만한 마법진으로는 처리가 안될거예요. 만약에 마법진이 설치가 되어있다면 저나 가능 마법 사용자분들이 느낄 수 있거든요? 기척을 지우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하기엔 비효율적이예요.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사람을 전송시킬때 허가되는 무게는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무게거든요? 한 사람이 실어 나 를 수 있는 광석의 무게는 얼마 되지 않아요" 그녀의 말대로다. 광물을 마법으로 실어나르기 위해서 마법진을 설치하는것은 상 당히 비효율적이다. 마법진 설치하는것도 장난이 아닐걸? 거기에다가 영구 마법진 은 설치기간이 꽤 걸린다. 설치기간이나 설치에 필요한 물건들에 대해서, 그리고 설치할 인재들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기척이 없으니 마법진이 있을 지도 모를 가능성은 없다. 마법의 기척을 지우는 마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어차 피 그것 또한 마법이니까 인간이라면 모르겠지만 나에게 발견되지 않을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외부로의 광물 반출로가 없는 저 광산은… "진짜 광산이… 아닌… 뭔가… 목적이… 있는 것…" 라니안느는 조용하게 말했고,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겉모습으로는 영락없는 강제노동 광산이다. 하지만 광물이 목적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신 빙성 높은 가설이 제기됨에 따라 심각하게 고찰해볼 상황이다. 나는 일단 바깥쪽 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감정이 격해져서 그때는 그저 화가나는 심 정이었지만, 이번에는 침착하게 마음을 차갑게 먹고 단순한 관찰자의 시점에서 그 들의 행동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이럴때는 망각이 없어서 편하단 말이야. 레일위 의 나무수레, 사람들이 오고 가는 돌길. 밖으로 빼내오던 돌들. 그리고 곡괭이질 을 하던 사람들…… "광산이… 아니야" 나는 작게 중얼거렸고, 조용한 분위기였기에 나의 말은 금방 다른사람들 귀로 들 어가게 되었다. "곡괭이질은… 광석을 발견하거나 채석을 위한 동작은 아니었어… 그래! 뭔가를 찾고 있었어!"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 지만, 밖으로 빼내온 돌을 곡괭이로 두드리고, 깨진 단면을 살펴보면서 뭔가를 찾 는 모습은 확실히 채굴이나 채석의 행위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 찾는다 는게 무엇이었을까? "뭔가를… 찾고 있다구요?" 미리안이 혼자서 중얼거리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왔고, 나는 답했다. "그래. 그들의 목적은 광물을 캐내거나 하는게 아니야. 무언가를 찾고 있는 중이 었어! 그것도 마을사람들을 대량으로 납치해서 급하게 찾을만큼 중요한 물건을! 감정채집은 그들에게 잇어서 어디까지나 부수입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야! 애시당 초 그들의 목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어!" 감정채집은 부업이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찾게하는 노동을 시키는 것이 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만 있다면, 이번 일은 훨씬 더 수월할 지도 모른다. 최 소한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테니까. 에실루나는 차분하게 나에게 물어왔다. "그게… 무엇이죠?" "몰라. 알면 벌써 말했겠지" 나는 동굴의 입구에서 새어 들어오는 햇빛을 보면서 시간을 가늠했다. 대략 지금 은 오후 6시쯤 되는구나. 지금의 날씨라면 해가 질때 까지는 8시에서 9시까지 기 다려야 하겠는걸? 나는 천천히 건틀렛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해가 지면, 내가 저곳으로 잠입해서 그들이 뭘 찾는지 알아내고 오겠어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킬이 걱정스럽게 물어왔고, 나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괜찮고 말고. 내가 누군데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나는 동굴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자아…! 어서 해가 져라! 그러면 달빛 아래로 매쉬암이 노리는 바가 무엇있지 드러날 테니까! 사삭! 이크, 이거, 밤이 너무 조용하다 보니까 작은 소리도 크게 들리는군. 나는 누군 가 내가 있는 방향에서 소리가 았다는것을 눈치 챌까봐 얼른 자리를 피했다. 수많 은 암석들 사이로 풀들이 조금씩 나있는 이런 지형에서 소리없이 움직이려면 암석 의 위와 위를 가볍게 가볍게 뛰어다녀야 하겠지만, 그 사이의 거리가 조금 길 경 우, 그러니까 한 100야드쯤 되는 거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풀이 있는 땅을 밟아야 되는 경우가 생긴다. 아까도 그런경우였고, 의외로 밟는 소리가 크게 나서 걱정이 되었지만, 괜찮겠지? 타악, 탓. 한번의 점프에 보통 30야드 정도를 이동한다. 부츠를 이용해 이단 점프를 하면서 이동하면 60야드까지는 이동 할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오지만, 이단점프는 웬 만하면 삼가고 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이 있지만 이단점프시에는 급 작스럼게 방향을 바꿀일이 생겨도 어찌할 도리가 없거든. 뭐, 시료스를 사용한다 든지, 정령술이나 마법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들킬 가능성이 높 아진다. 마법의 경우에는 마법사가 있다면 금방 들킬것이고, 정령술은 그렇게 큰 힘이 나지 않는다. 시료스의 경우에는 비반사 처리를 하지 않아서 달빛에 반짝거 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로는, 이렇게 잠입하는 행동은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면 이렇게 어둠을 틈타서 잠입하는 캐릭터들을 보곤 했었지. 이런것도 나중에는 귀중한 경험이 되니까 한번 쯤은 겪어봐도 상관 없겠지 않아? 거기에 덤으로 일행들을 데리고 들어올때 필요 한 침입루트도 알아봐야지. 음… 이거 주객이 전도되는 목적이군. 휘이이이이…… 분지지대라서 그런지 이곳은 바람이 많이 부는 편이다. 실프를 여기서 사용한다 면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나는 정면에서 들이닥치는 거센 바람 에 망토를 꾸욱 거머쥐었다. 전에 툰즈 프로티에서도 사용했던 밤에 사용하면 사 용자를 완전히 어둠속에 동화시켜주는 어둠의 망토가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다. 여기에 그때처럼 사일런트 점프까지 곁들이면 좋겠지만, 마법사가 있을 확율 은 절대 무시 못한다. 의외로 매쉬암의 인재확보량은 많은것 같았으니까. 탓! 나는 잠시 멈추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분지의 바닥으로 도착하게 된다. 여기 서 부터 경계가 상당히 심해지는 모습을 보자면 잡혀온 사람들이 작업을 할 수 있 는 한계선이 여기 근처일것 같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경비병들은 눈에 띄지도 않 았더니, 여기에 다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여기와 같은 높이의 부분에는 경비병들이 주욱 원을 그리면서 있었고, 화톳불도 제법 피워놓았다. 만일을 대비 해서인지 화톳불의 5개중에 하나에는 마법으로 만든 빛을 띄워놓았다. 아마도 '마 법사가 많다. 그러니 도망갈 생각은 하지마라'라는 심리적인 효과를 노린것 같은 데, 이렇게 된다면 오히려 여기에 마법사가 얼마 없다는 뜻이 되는거 아닌가? 여 기에 피워둔 마법등이 모두 몇개야? 이것 전부 키려면 몇시간은 있어야겠다. 아마 도 미리만든 아이템을 가져와서 밤마다 작동하게 하겠지. 하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거의 빈 깡통과도 같은 일반인들은 이 심리적인 효과에 당해버리고 만다. 레리첸 트의 군사 전문가인 밀란트 L 테리어스 장군은 이렇게 말했었다. <마법이 무서운 이유는 마법의 위력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불러오는 심리적 파 급 효과 때문이다> 하위계열의 마법이든, 상위계열의 마법이든 그것이 두려운 이유는 강대한 위력이 아닌 마법이라는 힘에 대한 두려움이다. 성직자가 사용하는 성법과는 달리 마법은 대개 일반인들에게 파괴의 공포로 인식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주요 분야가 다르니 까 그런 반응을 보이겠지만, 마법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막상 싸움 터에서 마법을 대하면 그 위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들이 많다. 말하자면 '미지의 영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야기한 공포'정도 되려나? 아무튼 매쉬암이 이런 조치를 한것은 마법물품들이 넘쳐난다고 돈지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 탓! 타닥! 아, 이번엔 내가 뛰는 소리가 아니다. 화톳불에서 장작이 타면서 튀어오르는 소 리다. 지금은 살살 걸어서, 발소리가 나지 않게 주의하면서 경비병과 경비병의 사 이를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럴때는 예전에 배워둔 도적기술들이 유용하게 사용 된다. 경비병들이 한두명씩 뭉쳐있다면 그들의 대화로 뭔가를 알아낸다는 일도 할 수 있겠지만, 전부다 단독배치를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하랴? 나는 그냥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화톳불과 화톳불 사이를 걸어 지나갔다. 망토는 내화성이 뛰어나니 까 불에 탈 염려는 없다. 그리고 나 자체로도 불에 대해서는 내성이 강하니까 불 이 바로 옆에 있다고 해도 별 문제 될건 없지. 지나왔다. 다시 뛰어 내려가 볼까 나? 저기 바로 아래에 감시병과 경비병들의 숙소가 보인다. 목표는 저기다! "흐아아암…. 이거 교대는 언제야?" "아직 한시간 정도 남았어. 조금만 참아봐" "그건 그래도… 으그그극!" "…기지개 한번 요란하게 편다" "몸이 따분하잖아? 탈주자라도 있으면 신나게 두들기는건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잡아온 녀석들 중에 죽이는 여자가 한명 있는데 건드리지도 못 하니까 참 애가 탄다 타" "그 제 4갱도에 있다는 여자말이야?" "그래. 얼마전에 13조의 울스라는 녀석이 그 여자를 강간하려다 걸려서 목이 달 아났잖아. 일을 시키기 위해 데려왔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데려온것은 아니다! 라고 말하면서 말이야" "제길. 계집년의 야들야들한 엉덩이 본것도 언제냐. 근무환경이 좋지만, 밤마다 한마리 늑대가 되어서 울부짖어야 하다니, 그건 정말 싫다" "그러게. 정말로 툰드라도 가서 늑대나 되어볼까?" "크하핫! 그것도 괜찮겠지!" 나는 내가 목표로 삼은 건물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매쉬암의 경비병들이 이야기하 는 것을 들었다. 여기가 감정 채집장소라는것을 감안하자면, 아마도 피가 끓어올 라서 욕망이 샘솟는 자기네들 부하까지 이용하는것 같단 말이야. -------------------------------------------------------------------------- ------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안녕하셨는지요. 이그니시스입니다. 최근 가벼운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지난번의 연재들이지요. 여러분들께 몹쓸짓을 하고 말아버렸습니다. 제가 쓴 글을 제가 읽어보니.. 가슴이 탁탁 막히는군요. 쓴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데.. 여러분들께 정말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슬럼프라지요..(멍..) 그래도 지금은 탈출모드에 들어가서 열심히 쓰고자 노력중입니다. 열심히를 앞세우기전에 즐겁게 쓰려고 하고 있지요. 내가 즐겁게 쓰지 않는데, 읽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즐겁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영화 미저리의 그 여자는.... 바람직하지 못하군요.. 최근 글을 제쳐두고 놀자~ 모드로 빠져들어서 뇌를 깨끗하게 씻어내는 중입니다. 씻어내면 백지화가 되어있다는.. (무, 무슨소리야!) 오늘도 세편 무리없이 가겠습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68 회] 2002-10-28 조회/추천 : 3116 / 7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C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나는 발소리와 목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가만히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이 어둠의 망토가 밤중에 건물 안에서는 통할까? 아마도 대답은 부정적이다. 내가 만 들어놓고서는 이런말 하기도 참 뭐하지만, 직접적으로 어둠을 받지 않으면 망토가 발동하지 않을것 같다. 이 안에서는 움직이는것에 주의를 해야겠군. 이윽고 발소 리와 목소리가 멀어지고서, 나는 건물의 외벽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여기 밑은 자갈밭이라서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가 난다. 그러니 주의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여 야지. 조심… 조심…. "교대시간까지 얼마야?" "한 두어시간? 상과없어. 그치들이 알아서 오겠지" "준비라도 해두어야겠군" 창문에서는 여러명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밤 교대인원인것 같았 다. 음… 적어도 여긴 조심스레 지나갈 필요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누군가 밖으로 나와서 담배라도 피워대지는 않겠… 어우, Shit! "흐음… 파이프도 좋지만, 사이에그롭에서는 담배를 종이에 말아서 핀다고 하던 데?" "그렇지만 역시 남자의 로망은 파이프! 아니겠냐? 음하하핫!" "그건 그렇지. 하하!" 나는 얼른 조심스럽게 자리를 옮겨야 했다. 빌어먹을것들. 하필이면 꼭 이럴때에 나와서 담배필건 또 뭐람? 나는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외벽을 따라 다시 이동하 기 시작했다. 건물은 상당히 큰 편이었다. 아무래도 잡혀온 사람이 많다보니까 그에 따른 감시 인원에 교대인원까지 두어야 하니 건물 자체로도 상당히 큰건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하지만… 대체 이런걸 언제 여기에 지어놨을까? 아마도 여기에 잡혀온 사람들 은 이곳의 집을 짓는 일 부터 시작했을것이라고 생각해 보지만, 그건 아닌것 같았 다. 혹시라도 강제노역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봉기가 일어나게 되면 건물의 내부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 유리한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아마, 매쉬암 자체의 일꾼 들이 집을 지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건물의 안은 밝았고, 나는 입구를 찾아내어 서 문 옆에 잠시 쭈그리고 앉았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까? 총 5층 높이의 건 물은 가로 30야드에 세로 40야드인 건물의 내부를 알 수 있는 재간은 없다. 한가 지 추측을 해본다면 제일로 직위가 높은 녀석은 제일 윗층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 이지. 그렇다면 두 말 할것도 없이, 제일 윗층으로 가볼까? 나는 일어서서 위쪽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시료스로 와이어를 뽑아내고는 그것을 맨 위쪽에 고정시키고, 빠르게 회수시켰다. 그리고 나의 몸은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시료스가 들킬 염려가 없다. 강한 빛이 옆에서 방출되고 있기 때문에 반사된다 하더라도 빛이 묻혀버리거든. 으샤, 5층이다. "…?" 나는 다른층과는 달리 일제히 불이 꺼진 5층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나는 대롱대롱 매달린채로 바로 앞에 있는 창문을 통해 안쪽을 들여다 보면 서 빛이라든가, 사람이라든가 하는 면을 찾고 있었지만, 그런면은 전혀 보이지 않 았다. 뭔가 상당히 불안하군. 그리고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어째서?) 왼손으로 품 을 뒤적거려 도적용 도구세트를 꺼냈다. 끄응, 한 손이 묶이니 이것도 상당히 불 편하군. 나는 기름병을 꺼내서 그것을 창문의 경첩에 조심스럽게 붓고는 조금 기 다려 보았다. 그리고서 창문을 미니까… 열리지 않았다. 에? 잠겨있어? 나는 얼굴 표정을 찡그리면서 열쇠따기 도구를 꺼냈다.(한숨을 쉬고 싶지만, 지금 도구세트 는 내 입에 물려있다. 에구, 한심스러워라) 보자… 창문에서 열쇠를 따는 도구가 어디있었더라…? 나는 잠시간동안 소리가 나지 않게 열심히 작업을 했지만, 대체 무슨 잠김쇠가 걸려있는지 전혀 풀 수가 없었다. 아니, 왜?! "후아아암. 잘 잤다" 벌컥! 나는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썩 내려안는듯 싶었다. 밑에서 어떤녀석이 갑자기 창 문을 열어제낀 것이었다. 저, 저! 야! 심장 떨어지면 니가 줏어다 줄거야?! 나는 표정을 찡그리고는 잠시 손을 멈추었다. 이래서는 작업도……에? 나는 황급히 밑 의 열린 창문을 내려다 보았고, 내 눈앞의 창문을 보았다. 그리고 나는 상당히 울 고만 싶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천천히 왼손을 뻗어서… 창문을 '당겼다' 그러자 문을 소리없이 스르륵 열렸다. …난 바보였어! 경첩이 바깥쪽에 있었으니 까 창문은 당연히 건물안을 기준으로 바깥쪽으로 열리는 것이었잖아! 그런 창문을 밀어서 열어보겠다고 하면서 열쇠따기 도구를 들고서 깔짝대고 있었으니 이 얼마 나 한심하고도 멍청한 몰골인가! 나는 도구들을 챙겨서 품속에 넣고는 5층으로 진 입했다. 발소리 안나게 조심하고… 창문도 닫고…. 그리고 나는 창문 바깥쪽을 살 펴보았다. 누군가 보지는 않았겠지? 다행히도 건물을 바라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뭐, 그렇가도 해도 내 모습이 보일리는 없겠지만, 창문이 저 혼자 열렸다가 닫히는 모습은 꽤 놀라운 장면이기는 하지. 그러면… 슬슬 가볼까? 5층은 정말로 조용했다. 아무도 없는것은 당연했고. 올라오는 계단부터가 문으로 막혀있는 계단이었다. 아마도 여기는 안쓰는 층일 거라는 기분이 너무 팍팍 드는 걸? 나는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문도 열어보고, 샅샅이 뒤져보았다. 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없었다. "뭐야… 괜히 여기로 왔잖아?" 나는 실망감에 작게 투덜거렸다. 대개 이런 제일 높은곳에는 두목들이 있기 마련 인데 말이야. 여기 이 건물 말고 반대편에 있는 건물은 전부 소등되어 있었으니까 사람이 있을만한 장소는 여기 말고는 없다는 소리인데 5층을 비워두는건 또 뭐람?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고는 다시한번 이곳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층의 중간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계단의 양 옆으로는 복도가 나있었다. 그 리고 복도의 양 옆 끝에는 다시 복도가 양 옆으로 나뉘어지고 있었다. 결국, 건물 안쪽의 외곽을 빙 둘러 복도가 있고, 그 중간점을 관통하는 복도의 중간에 내려가 는 계단이 있다는 말이지. 내가 들어온 장소는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때 오른쪽 아 래 부분의 복도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장소는 바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 단의 앞, 그러니까 5층의 중심부였다. 아마도 모든 건물들의 중심부가 여기로 통 해있겠지. "크크크크…" 어? 나는 갑자기 귀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에 놀랐다. 뭐지? 분명히 여기는 아 무도 없을텐데? 혹시나 유령이라도 있는건가? "크하하하하하하!" 나는 다시금 들려오는 괴성에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하고는 주위를 주욱 둘러보았 다. 분명히 아무도 없고,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데, 갑자기 이렇게 소리가 들린다면 어쩌라는거야? 정말로 유령이 있는거 아닌가? 그래서 여기 이 층을 폐쇄 시킨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로 큰일이지. 언데드Undead 부류의 몬스터들은 상 대해본적이 없어서 말이야. 나는 칼 대신 총을 꺼내들었다. 유령에게 어떻게 상대 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을 실어서 쏘면 어느정도 상대가 되겠지? 여기에 올때 일부러 검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난 총을 써야한다. 옵션을 조정하 면 사일런트 샷Silent Shot을 쓸 수 있으니까 소리에 대해선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대체 이 소리는 어디서 나는거야? 나는 눈을 감아서 시각적으로 전해 져 오는 모든 정보를 배재하고 숨을 멈춘채 청각에만 온 힘을 다해 집중했다. 자 아! 한번만 더! 한번만 더! "크흐흐흐흐…" 뒤? 나는 소리가 내 뒤에서 나고 있는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서는 뒤돌아 조 준자세를 취했지만, 내눈에 보인것은 떠억하니 막혀져있는 벽이었다. 벽? 그렇다 면 소리가 벽에서 나는거야? 나는 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생각할 수 있는 가정 은 몇개 되지 않는다. 저 벽뒤에 무언가가 있던가, 아니면 정말로 유령이 나를 놀 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는 내 귀로 들려오는 발소리에 놀라서 뒤로 물러나야했 다. 뭐, 뭐냐?! 끼이이익… 나의 눈앞에서 '벽이 열렸다'. 아, 아니, 그것보다도 비밀통로가 있었던 것인가? 그렇다면 나의 첫번째 가설이 맞아 떨어진 셈이군. 나는 겨누던 총을 내렸다. 어 차피 저기서 나오는 녀석이 나를 알아보는것은 불가능하다. 설마하니 이곳에 일제 점등을 시키는 스위치가 있다면 완전 엿되는 일이지만, 천정을 보아도, 벽을 보아 도 특별한 조명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마음속으로 크게 안도하면서 여유있는 태도로 비밀통로를 열고 나오는 사람을 지켜보았다. "크흐흐… 드디어 몸이 다 나았군…" …본데스? 나는 순간적으로 총을 꺼내들려다 간신히 나의 움직임을 진정시켰다. 전에 툰드라에서 나의 극한빙아에 '스치고'는 텔레포트로 도망쳤던 본데스가 여기 에 와있었던 것이다. …아니 왜?! 이녀석이 어째서 여기있는거야?! 여기가 매쉬암 의 시설이라는것은 뻔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본데스가 여기 있으리라고는 전 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사용할 수가 없지만… 극한빙아의 위력은 정말로 무섭군. 하지만 살아있으 니까 다행이다! 크하하하하! 그런곳에서 이 본데스가 얼어죽을 이유는 없지! 크 하하!" 지난번에 나한테 당한 부상이 드디어 치유되었는지, 녀석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날것같은 턱을 움직여서 웃어대었다. 지금 당장 여기서 녀석을 죽여버리면 어떨까 하는 매력적이고 효율적인 생각이 나에게 찾아왔지만, 저녀석은 라스킨이 손보는 게 더 나을것 같았다. 아무래도 라스킨이 어 벼르고 있을테니까. 무리하게 툰드라 에서 안내역을 자청하며 나를 따라온 이유도 아마 본데스를 자기손으로 찢어 죽이 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말 그대로 '찢어죽여도 시원찮은' 녀석이 본데스이 니까 말이야. 본데스는 그렇게 한참을 광소하더니 호흡을 고르면서 말했다. "이제야 다시 연구에 전념할 수가 있겠어…. 이런 좋은 장소는 또 없으니까 말이 야. 하지만 총수년도 미친년이군. 기껏 일꾼들 써서 이런곳에 집지어 놓고는 전 부 죽여버린 것을 보면 말이야. 하긴, 덕분에 나에게 연구재료가 생겨서 좋지만 말이야! 크하하! 리이나! 조금만 기다려다오! 내 곧 차가운 수정속에서 널 꺼내 줄터이니까!" 본데스는 그렇게 광소를 터뜨리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녀석이 모르게 와이어를 한가닥 뽑아서 비밀통로 안쪽으로 들어가게 했다. 본데스 녀석이 들어가 서 조금 달칵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비밀통로는 다시 닫혔다. 아마도 저것은 안쪽 에서만 열게되어있는 그런 통로인가보지? 아마도 저 안쪽에는 본데스의 연구실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본데스는 이곳 시설에 연구실만 빌어쓰고 있는것 이고, 이곳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 없다는 말이 된다. 하긴, 나라도 본데스에게 이런 장소를 맡기고는 싶지 않다. 저런 미친놈에게 이런 시설을 맡겨 서 뭘 어쩌자는거야? 그건 그렇고, 본데스가 말한 '리이나'는 대체 누구지? '내 곧 차가운 수정속에서 널 꺼내 줄터이니!' '내 아내는 지금 박제가 되어 수정기둥안에 있다네! 정말로 아내를 수정속에 두 고서 사는 남편이 나 말고 또 있을까?! 크캬캬캬캬!' …박제가 되어있다던 그 아내의 이름이 리이나였나보다. 그런데 수정속에서 꺼내 준다는 말은 대체 뭐지? 박제로 만들었다면서? 나는 잠시 의문이 솟구치는것을 참 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럴 시간이 아니다. 나는 와이어의 끝으로 와이어 가 있는 부분에 작은 마법진을 그렸다. 1인치도 안되는 크기의 이 마법진은 일종 의 표식으로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는데 목표지의 역할을 해준다. 이거라면 언제 든지 여기에 찾아올 수 있겠지. 와이어 회수! 슬슬 아래층으로 내려가 볼까? -------------------------------------------------------------------------- ------ 본데스.. 만들고보니 정말로 멋진(어떤 의미로..)놈이 되었다지요. 가끔 머리가 모르게 손이 멋대로 행한 일이 좋은 결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쇼핑몰에서 멋대로 결재를 눌러버리는 짓거리는 자제해달라고 가르치고 싶네요..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지만...(그럴 '뻔'한 적은 많았습니다..) 앞으로도 없길 바래야지요...(그래서 쇼핑몰 출입을 삼가고 있다는..) 캐릭터성이 없이 두리뭉실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슬슬 실력의 밑천이 들어나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더욱 정진해서.. 개성있는 녀석들을 내보내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69 회] 2002-10-28 조회/추천 : 3472 / 20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C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4층에서 5층으로 통하는 문은 잠겨있지는 않았다. 그냥 굳게 닫혀져 있는 수준이 라서 나는 문에 귀를 대 보고서 밖에 아무도 없다는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문을 살 짝 열고서는 재빨리 4층의 복도로 나와서 불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이동했다. 이 곳의 조명은 촛불로 밝히는 방식이라서 내가 어둠에 동화되기는 쉬운편이었다. 방 마다 환하게 불이 밝혀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한 것이라서 나는 방들을 탐색하 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내 가 있는 곳이 중심부이니까 중심부 근처의 방들을 천천히 뒤져보기로 했다. 5층은 안쓰는 층이었고, 4층이 실질적으로 거주공간의 끝층 같았으니까 이곳을 잘 뒤진 다면 책임자가 머무는 방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먼저 내가 들어온 문하고 마주보는 문을 제 1 타겟으로 삼았다. 일단 주위에 아무도 없을을 확인하고, 문의 양옆에 있는 촛불을 전부 꺼서 어둠을 만들어 그속에 녹아들었다. 슬슬… 작업을 시작해 볼까? "운이 좋으셨네요?" "그런편이야. 하늘도 매쉬암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 같다는 느낌일까?" "후훗, 필사(筆寫) 하시느라고 수고 하셨어요. 꽤 달필(達筆)이시네요?" 미리안은 생긋 웃으면서 말했고, 나는 그녀의 칭찬에 으쓱했다. 이 얼마만에 들 어보는 감미로운 칭찬인가?! "수고하셨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굉장하시군요?" "대단해요!" "멋지군" "고생…하셨어요…" "과연 페이그니스씨!" 사람들은 나에게 전부 칭찬 한마디씩을 하면서 내가 들고온 서류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나는 무한한 자부심에 빠져 자아도취하고 있었다. 정말로 칭찬을 들어봤던 적이 언제였던가! 오늘에야 드디어 이렇게 칭찬을 듣는 일이 생겼구나! 나는 적잖 이 기뻐하면서 사람들이 서류를 읽을때까지 기다렸다. 내가 제 1 타겟으로 삼은 그 방은 나의 예상대로 저 광산을… 아니, 저 '유적지' 를 관리하던 매쉬암 간부의 방이었고, 나는 그곳을 뒤져서 중요서류들을 찾아내고 는 그것을 필사했다. 대략 일곱 여덟장의 종이에 쓰여진 서류들은 저 유적지에 관 해서 개발 현황과 발굴 현황들에 대해 보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용된 물자와 희 생인원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쓰여져 있었다. "그런데, 저곳이 유적지라니, 정말로 의외였군요" 에실루나는 서류를 보면서 진중하게 말했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 지 의외였지. 척 보면 광산이었는데 알고보니 저것은 유적지였다!라는 걸 알아버 렸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매쉬암은 용케도 저걸 찾아냈네요?" 츠렌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도적으로서 자신이 먼저 손대지 못한 유적들의 보물 목록에 관련된 사항을 보면서 저러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처음에 매쉬암은 감정채 집을 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지금의 분지를 발견 하였는데, 그 장소에서 갑자기 고대문명의 물건들이 발견되기 시작하자 대대적인 조사를 벌렸던 모양이었다. 그리고서 알아낸 사실은 이곳은 예전 고대문명이 번성 했던 도시였다는 것이고,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갑작스럽게 땅속으로 묻 혀버린 도시라는 것이다. 그래서 매쉬암은 급히 계획은 변경해서 원래라면 조용히 앉아 이지를 상실당한채로 감정을 채취당해야 될 사람들은 그 유적으로의 길을 열 기 위해서 저렇게 열심히 노역을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밖으로 꺼내어진 흙과 돌 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고대문명의 흔적을 위해서 재검사를 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곳에서 고대문명의 흔적을 발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킬은 츠렌과 서류를 교환해 읽으면서 말했다. 나도 의외였다. 고대문명의 흔적은 아직도 생활속에 남아있는 고대어와 가끔 발견되는 유적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고대의 유물중에는 뭔가 신기한게 있을거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고대문명의 유적 에서는 지금까지도 그 어떠한 유물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정말 로 고대문명이 존재했는지에 대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들 한다. 어째서 고대문 명의 유물이 하나도 남지 않았는지는 잘 모른다고 한다. 그런거야 고룡분들 몇명 께 여쭈어보면 되는 일이지만, 예전 내가 해츨링시절에 어머니께 여쭈어본 바로는 대답을 꺼려하는 그런 사항 같았다. 그래도 간간히 발견되는 유적에서 벽화가 발 견되기도 하고, 석판등에 쓰여진 고대어를 통해 고대문명의 수수께끼를 슬슬 밝혀 내는 중이니, 내가 죽기 전까지는 고대문명에 대해 알아볼 수가 있겠지. "매쉬암은 고대문명의 유적을 발굴해서 뭘 어쩌려는 거죠? 매쉬암에 전문 고고학 자가 없으리라는 생각은 아니지만, 고고학하고 매쉬암은 그다지 관련되어있지 않 는것 같아요" 에실루나는 자신이 들고있는 서류, 그러니까 유적지의 발견과정과 조사현황에 관 한 서류의 필사본을 흔들어보이면서 말했고, 그 점에 대해서는 머기가 자신이 들 고있던 서류를 흔들며 답했다. "무기" "…머기?" "……무기" "그러니까 머기" "…병기(兵器)" 비슷한 단어가지고 장난치는것이 특기인 지나얀은 머기가 말한 무기와 그의 이름 인 머기를 가지고 장난을 쳤고, 머기는 말을 조금 바꾸었다. 그러니까, 매쉬암이 갑자기 고고학자들을 흉내내는것은 무기를 얻기 위함이라는 소리다. 고대문명의 석판이나 벽서(壁書)를 해독한 글을 읽어보면 고대의 무기에 대해서 나와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현재의 마법과 성법과는 완전히 틀린 다른 체계의 힘이라서 여러 학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그것을 밝혀내는데 애를 쓰고 있다고 한 다. 문헌에 나와있는 말로는 그 위력이 엄청나게 강하게 쓰여져있기 때문에 매쉬 암에서는 그 힘을 노리는것 같았다. "세계정복이라도 할 셈인가 보군요" 라스킨은 자신이 들고 있는 서류를 읽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매쉬암같은 조직은 보통 암흑세계에서 그들의 힘으로 현실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적격일텐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힘을 바라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마치 라스킨의 말대로 세계정복이라 도 할 셈인가 싶다. "힘이라는것은 매력적이지. 없는것보다는 있는게 더 좋으니까 그런것 아닐까. 그 깟 힘이 있다는 거 별로 좋지는 않지만 말이야"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고, 한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나를 향했다. 응? 왜들 그래? 나는 왜 그러냐는 식으로 하나하나 눈빛을 맞받아쳤고, 사람들은 그냥 피식 피식 웃거나 한숨을 쉬었다. "이중에서 제일 많은 '힘'을 보유하신 분이 그렇게 말하니 설득력이 없군요" 킬은 살짝 미소지으면서 말했고, 나는 그런가 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하긴 내 가 보여준 힘들이 어디 고만고만한 힘들인가? 그런 내가 '힘이 있다는 거 별로 좋 지는 않지만 말이야'등의 소리를 하고 있으니 현실감과 설득력이 떨어지는건 사실 이다. 하지만 어쩌랴? 이 힘도 내가 원해서 가지는게 아니라고. 태어나면서 주어 진 내 '재산'이기에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좀더 '불리기'를 시행한 것이라 구. 그렇게 말해도, 난 드래곤이니 어쩔 수 없는건가. "흠… 현재의 발굴진척상황을 보면 아직 들어가는 통로는 발견되지 않은것 같아 요. 이참에 우리는 분지의 외곽에서 찾아볼까요?" 지나얀은 자신이 들고있는 서류를 보더니 말했고, 우리는 피식 웃었다. 우리들의 목적이 그거였다면 그럴 수는 있겠지. "그럴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농담이예요. 에실루나언니는 그걸 진담으로 들었어요? 그래도 고대의 유적이라 는게 뭔가 대단하잖아요? 매쉬암은 위에서 뚫고 들어가고 있지만, 어쩌면 저희가 들어와있는 이곳에 뭔가 비밀통로라도 있을지 누가 알아요? 가령 제가 제 뒤에있 는 벽을 힘껏! 친 순간 벽이 무너지면서 통로가 나올……아라?" 지나얀은 힘껏!이라는 부분에서 정말로 스태프를 들어 자신의 뒤에 있는 벽을 가 격했고, 그녀의 말이 채 끝타기 전에 벽이 금가는 소리가 들렸다. 쩌적… 쩍! 카드드득… "저, 전 장난이었단 말이예요!" 지나얀은 황급히 자리를 피하면서 소리쳤고, 그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으며 금이 가고 있던 벽이 무너져 내리고, 그 안쪽으로는 어투컴컴한 통로가 입을 벌리고 있 었다. "그러니까 장난이었다니까요!" 지나얀은 모두를 보면서 변명(?)했지만, 우리의 관심은 그녀에게서 떠나있었다. 뭐야이거! 정말로 통로가 나올줄은! "우연성의 늪에 빠져버린것 같아…" 나는 머리를 감싸면서 중얼거렸다. 최근들어서 너무 우연적인 일이 많이 발생하 는거 같은데 말이야, 정말로 우연으로 가득한 늪에 빠져버린것 같다고. "…어쩔까요?" 킬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다. 우연이라고는 해도, 저렇게 앞에 통로가 생긴 이상 들어갈까 들어가지 말까의 선택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몰랐으면 할 수 없 었겠지만, 알아버린 이상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들어가볼까? 아니면 말 까? 우리에겐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들어가는것은 꺼리고 싶지만, 우연적으로 우리는 통로를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저 통로에 들어가야 하 지 않는가? 일단 이 일을 해결하고 와서 조사해도 늦지 않아. 또 쓸데없는 일에는 신경쓰고 싶지도 않으니까, 들어가지 말자. 여기는 노움으로 복구시켜 두기로 하 고서 말이야. 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후우… 그냥 냅 두죠. 저희에겐 일이 있으니까 들어가지 말도록 하지 않겠습니 까?" "…그런게 왜 배낭을 챙겨들고 서계세요?" "아? ……에엣?! 내가 왜?" "발은 통로를 향해 계시네요" 나는 생각과는 정 반대로 어느샌가 칼을 옆에 차고, 배낭을 챙겨들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발걸음은 금방이라도 통로로 향할것 같은 모습을 한 나를 보면서 황당해 했다. 가끔은 육체가 생각을 거부하고 멋대로 일을 벌인다지만… 이건 너무 심하 잖아!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군요" 킬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고,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아니, 내가 왜 이 런 모습을 했담? 대체 왜! "자자, 다들 준비합니다. 돌아오는 길만 확실하게 해 놓으면 안전하겠죠" 츠렌은 주변을 정리하면서 말했고, 나는 계속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만했다. 뭐,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그냥 한번 가 보자. 저 통로 안에는 뭐가 있을까? 우리는 지나얀이 발견(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한 통로를 따라서 주욱 내려왔다. 통로는 내리막길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정말로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기 궁금한 생 각이 들었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 통로는 오른쪽으로 도는 거대한 나선형의 통로라는 사실이다. 지름은 대략 100야드 정도? 경사는 대략 45도 정도 되는 급한 경사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름이 큰 나선형의 통로라고는 해도 우리는 꽤나 내려가 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미로가 아니어서 돌아갈 길을 걱정 안해도 된다는 점이겠지 요. 지나얀은 길치거든요" 지나얀은 걸어가는 도중 그렇게 말했고, 그 점에 나는 동의했다. 적어도 돌아가 는 길에 대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다시 아무말도 하지 않고서 계속 길을 내려갔다. 이렇게 급한 경사면, 나중에 내려올 걱정을 안 할 수 가 없잖아? "아, 곧은 길이네요" 킬과 같이 앞장서던 츠렌은 우리에게 말했고,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드디어 곧은 길을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더이상의 경사는 없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이곳으로 계속 걸어가면 이 길의 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가 한참동안 을 걸어서 통로의 끝에 있는 문을 보았을때 나는 이 길이 끝났을 것이라고 직감했 다. "여기가 끝이군요" "안에는 뭐가 있을까요?" 킬은 나의 말에 어깨를 으쓱 했다.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 "그럼 열겠습니다" 킬은 문에 손을 대고 힘주어 밀었고, 문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며 서서히 열 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눈앞을 가득 메우는 새하얀 빛에 눈을 가려야 했다. -------------------------------------------------------------------------- ------ 툰드라에서 이제는 고대 문명..인가요. 뭔가 있어 보이는 장소입니다. 설정하면서 즐거웠다는.. 스케일이 크고, 멋진장소를 만드는것은 상당히 즐겁습니다. 대략 생각을 해보면.. D나 E쯤에서 이번 챕터가 끝날것 같군요. 어쩌면 F의 초반에서 끝날지도 모습니다.. G까지는 갈 일이 없겠지요. 그리고 인기투표에 관한 것.. 설문조사를 사용하면 편하다 라는 말씀은 잘 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인기투표를 연 목적은 제 캐릭이 여러분들께 어쩧게 보여지는지 알고 싶어서 였습니다. 어떤놈이 얼마나 인지도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랄까요? 코멘트에 쓰셔도 충분히 반영하겠습니다. 메세지와 egnisys@empal.com로 계속해서 인기투표 시행하고 있으니 많이들 참여해 주세요. 기한은 처음에 했던것과는 달리..(100표 모집) 이번 챕터 끝날 때 까지 하겠습니다. 챕터 에필로그 올리고 나서 결과를 올려보도록 하지요.. 챕터가 거의 반쯤 왔습니다. 올해 안으로는 끝나지요. 하하하.. 그러면 저는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목요일에 세편을 들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70 회] 2002-10-31 조회/추천 : 3216 / 7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C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아욱! 눈부셔어! 너무 어두웠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 심한거 아닌가? 웬만한 명 암의 차이는 피식 웃으면서 씹을 정도로 시신경의 적응이 빠른 나조차도 눈이 부 실 정도면 이건 완전히 빛이 폭발한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나는 눈앞을 무시무 시할 정도의 흰 빛이 유린하는것을 느끼고는 따끔거리는 눈을 눈꺼풀위로 살짝 매 만졌다. 심하다, 심해. 그나마 여기에서 회복력이 가장 빠른것이 나였는지, 나는 제일 먼저 시신경을 회복하고 다른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눈부셔…!" "으윽!" "내눈!" "!!" 사람들은 각자 눈을 가리면서 약간씩 신음성을 흘려대고 있었다. 순식간에 빛이 폭사되어오니 시신경을 바늘로 찌르는 느낌을 받을것 같다. 혹시나 눈이 멀어버린 사람은 없겠지? 나는 다른 사람들이 회복될 동안, 이 안에 뭐가 있는지를 보기 위 해 사람들 사이를 지나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입을 쩌억 벌렸다. "뭐, 뭐야…" 거대한 돔이었다. 그 돔의 끄트머리에서 내가 서 있는 것이었다. 무시무시한 흰 빛의 정체는 돔을 둘러싸고 있는 흰 벽이었으며, 벽 자체에서 빛이 비춰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빛을 더욱 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마치 깨끗한 거울같이 빛을 반사하고 있는 잔물결 하나 없는 거대한 호수이다. 여기에서 나의 존재는 점 단위의 이하인것 같았다. 너무, 너무나도 거대했다. 다른 말이 필요가 없을 정도 로 거대했다. 호수의 중심부에는 돔의 천정까지 닿아있는 원기둥과 푸른 숲, 그리 고 건물들이 군데 군데 보이는 큰 섬이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뒤로 하고는 멍하니 한걸음씩 앞으로 걸어나왔다. 돔의 한쪽 끄트머리, 수면과 닿아있는 쪽의 약간 윗부분에는 돌출부가 있어서 돌출부의 앞에 우리는 서있었다. 마치 베란다라 고도 말 할 수 있는 곳. 나는 순백색의 돌출부에 발을 디디었다. 나의 발자국으로 더럽혀질것만 같아서 한없이 죄스러운 기분까지 드는 깨끗함. 천천히 앞으로 걸어 가서 돌출부의 끝에 섰다. "…도시?" 호수의 물은 투명한 색이었다. 그리고 그 호수의 밑에는 '도시'가 있었다. 그렇 다. 도시였다. 물에 잠겨져 있는 거대한 도시. 이 돔의 내부에는 원래부터 도시가 있었던 것이다! 호수 밑은 전부 건물과 거리로 이루어진 하나의 도시였다! 직경이 거의 수십마일에 달하는 거대한 도시가 잔물결 하나 없는 수면 밑에 고요하게 잠 들어 있었다. 그것은 장엄하기도 했고, 싸늘한 기분을 주기도 하였다. 멸망의 분 위기가 날법한 관경에서, 그런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순백색의 빛을 내 는 돔에 잔물결 하나 없는 수면 밑으로 잠든 도시는 마치 언제라도 깨어날것만 같 은 느낌을 받았다. "이, 이건… 뭐죠?" "세상에…"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나의 양 옆으로 다가와서는 나와 똑같은 것을 보며 똑같이 놀라고 있었다. 아, 이제 눈이 좀 괜찮아 진건가? "고대의 도시…?" "이런것이…" "어…" "…" "이런게 정말로 존재하고 있었다니…" 다른사람들도 깨어나서는 모두 나와 같이 놀라고 있었다. 정말로 이것은 의외였 다. 뭔가 있을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런 광경이라고는 상상하지 도 못했다. 물 밑에 잠긴 도시는 어디 하나 손상이 간 곳도 없이 멀쩡했으며, 사 람들이라도 걸어다닌다면, 그것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현실 과는 완전히 떨어진것만 같은 세계…. 끼이이익… 쿵! 우리는 뒤를 돌아보았고, 문이 닫혀져 있었다. 어, 어라? 킬은 황급히 다가가서 문을 밀고, 당기고 해 보았으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곳 에 갇혀버린건가? "…갇혔는데도 이곳의 위용에 눌려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군요" 킬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고, 우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우리는 갇혔지만, 그 것에 대해 놀라기에는 이곳의 모습에 많이 눌려버린것 같았다. 나도 문이 닫혔음 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놀람이나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거대한 이 위용에 다른 감정들이 모두 묻혀버린 기분이었다. "아름답워…" 지나얀은 황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여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있나 보다. 내가 느꼈던 장엄함과 싸늘함과는 다른 감상이군. 이성을 차리고 보니까 아 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나는 잠시 뒤로 물러나서 감상하는것을 그만 두고는, 주위 를 살펴보기로 했다. 우리가 서 있는 돌출부는 반원의 형을 하고 있다. 지름은 약 20야드 정도? 나는 일단 문으로 다가가서 문을 살펴보기로 했다. 건너편에 있을때는 신경써서 보지를 않았는데 지금와서 보니 상당히 복잡한 문양을 그리고 있는것을 알 수가 있었다. 문 전체를 몇개의 면으로 나누고 그 면에는 곡선이 기묘한 모양을 그리면서 그려 져 있었다. 단 한번도 겹치는 모습이 없이 곡선만으로 이루어진 문양은 너무나도 경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나는 탁본을 뜨고 싶다는 기분을 잠 시 억눌러야 했다. 고고학자들의 기분을 잠시나마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 만 역시나 문은 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른쪽을 살펴볼 요량으로 문을 지나 옆 으로 걷다가 흰벽에 박혀있는 작은 회색의 석판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곳에는 고대어로 이런 글씨가 써있었다. <<이곳은 입구입니다. 들어오는것만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입구라면 출구가 따로 있다는 소리인가? "페이그니스씨! 와보세요! 이곳에 계단이 있습니다!" 킬이 돌출부 오른쪽 끝에서 날 불렀다. 계단이 있다고? 나는 걸음을 재촉해서 킬 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고, 그는 흰색의 계단이 밑으로 향해 있는 것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계단을 따라서 가면, 수면의 바로 위에 층계참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거기서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는것이 보이지요?" 그늬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과연 수면과 맞닿아있는 부분에서 다른 돌 출부가 층계참처럼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며, 그 끝에는 내려가는 계단이 또 있 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보십시오. 물 속의 계단에는 난간이 있습니다" 에? 나는 그의 말에 따라 다시 물속의 계단을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그의 말대로 난간이 있었다.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바로 내 앞에 있는 계단을 보았고, 그 곳에는 난간이 없었다. 나는 혹시나 싶어서 물 속의 계단을 따라 계속 시선을 보 내었고, 그곳에는 역시나 층계참이 있었다. 그것도 난간이 있는 층계참이 말이다. 나는 킬을 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제가 알겠습니까?" "일단 내려가 볼까요?" "…그럴까요?" 나는 천천히 계단을 밟고 밑으로 내려갔다. 계단의 폭은 약 3야드 정도로 넓은편 이었고, 경사는 헌한편은 아니었다. 돌출부에서 층계참까이의 수직높이는 대략 20 야드. 옆을 보니 더시 밑바닥까지의 높이는 대략 100에서 200야드 사이인것 같았 다. 고대인들은 투신자살하기가 수월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속에서 떠 오르는것은 왜일까? 아, 다 내려왔다. "…잔물결도 없는 호수라니, 정말로 으스스 하군요" 킬은 층계참의 끝에서 쭈그리고 앉아 수면을 보면서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 면서 그의 말에 동의 했다. 마치 컵에 따라놓고서 가만히 내버려둔 물의 표면같이 이곳의 물은 마치 젤리같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설마하니 진까 젤리는 아니겠 지? 나는 갑작스럽게 고개를 내민 '호숫물 젤리설'을 확인해보기 위해 킬의 옆에 서 수면으로 손을 담갔다. 찰박. 작은 파문이 일면서 확실하게 물 맞다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온도는 시원하다고 느낄만한 온도였다. 여기서 그만둘 내가 아니지. 나는 두 손으로 물을 뜨고는 그 것을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 마셔보았다. 꿀꺽. "페, 페이그니스씨?!" 옆에서 킬이 내가 하는 행동을 모고는 족이 졸린듯한 소리를 냈다. 으음… 확실 히 물은 시원하군. 아주 좋은 물이야. 나는 그는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그리고는 두손으로 목을 감싸쥐었다. "우으윽?!" "으아아앗! 페이그니스씨!" "우윽! 우으윽!" 나는 목을 붙잡고는 괴로운 '체'를 했고, 킬은 옆에서 매우 당황해하고 있었다. 이것도 재미있는걸? "페이그니스!" "페이그니스님!" 그리고 위에서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들은 내가 괴롭다는 행위를 하는것을 보더니 금세 타다닥 거리면서 계단을 내려왔고, 나는 목을 감싸 쥐고 그녀들을 보면서 힘겹게 미소짓는 '척'을 하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안돼에에!" "아아악!" 그녀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들이 마침내 층계참으로 내려왔을때, 나는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물 맛 조오타~!" 콰당! 털썩!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달려오다가 무릎이 풀렸는지 달려오던 자세 그대로 주저앉 아버렸고, 나는 그녀들을 보면서 씨익 웃고는 말했다. "여어. 내려오느라 수고했어" "아… 아아…" "으… 흐으…" 그녀들은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황당해 말이 안나온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 는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말했다. "최근 당해본게 많아서 잠시 장난좀 쳐봤어. 물 맛 정말로 좋더라구" "음…. 확실히 물은 시원하고 맛 좋네요. 하지만 좀 심한거 아닙니까?" 킬은 어느새 물을 마셔봤는지 입가를 쓰윽 닦으면서 말했고, 나는 이를 보이면서 씨익 미소지었다. 이런것이 바로 사람사는 재미가 아니겠수? 덕분에 미리안과 에 실루나가 엄청 당황해하는 모습까지 보았으니까 말이야. "제발… 그런 장난 그만 두세요…" "어떻게 되시는줄 알고 가슴이…" 장난의 정도가 얕으면 화를 내야겠지만, 그녀들은 되려 안도하는 표정이 되어서 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녀들의 그런 반응에 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들 이 화를 낸다면 안그랬겠지만, 저런 반응을 보여주면 오히려 장난을 건 사람이 미 안해 지는것이란 말이야. 난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녀들에게로 다가가 손을 내밀 었다. "자, 그만 일어나. 놀린것은 사과할게" "네" "예" 그녀들은 순순히 나의 손을 잡고는 일어났다. 차라리 화를 내서나 조금 삐친모습 을 보여주었다면 마음이 편했겠지만, 그녀들이 내가 안전하니까 오히려 안심했다 는 그런 표정을 지어주니 내 양심이 상당히 콕콕 찔린다. 이래서 엘프에게는 장난 을 걸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먼저 걸어오는 일은 있어도, 이쪽의 의도를 전 부 진심으로 알아버리기 때문에 말이야. 실제로도 어떤 사람이 엘프에게 '결혼하 자'라고 장난삼아서 말했는데 엘프는 그것을 듣고는 '네'라고 해서 맺어졌다는 어 처구니 없는 커플도 있었지. 그 커플은 그렇게 맺어져서 120년간 잘 살고 인간쪽 이 먼저 죽어버렸다지? "정말로 아무런 이상 없으시죠?" "응. 물론이야. 설마하니 독이 들어 있다고 해도, 내가 그런거에 당할 사람도 아 니니까" "다행이예요. 어떻게 되시는줄만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미리안은 가슴을 쓸어 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에실루나도 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미안해지는건 나 뿐인가? 너무 순진 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뭔지 확실하게 알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게 엘프들에게는 장난을 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요? 반대쪽을 먼저 보고 왔는데, 길은 여기밖에 없어요. 설마하니 물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일까요?" 츠렌이 계단을 따라 내려오면서 말했고, 그녀의 뒤를 따라서 다른 사람들도 내려 오고 있었다. 길이 여기밖에 없다면 역시 이 호수를 건너가야하나? 이곳을 제외한 유일한 육지인 저 호수 중앙의 섬으로. -------------------------------------------------------------------------- ------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연재한 글을 다시 되집어 보면서.. 암담한 기분에 쌓여있습니다. 얕은 슬럼프레 억지로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 짜냈으니.. 좋은 글이 나올턱이 없었겠지요 츄르르.. 엎드려 울고픈 기분입니다.. 그래도 요 3일간은 비축분 안만들고 그냥 파악! 놀아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약간씩 탈출이 되어가는군요. 하지만 웬지 가슴속에 부글거리는것이 남아서 괴롭기 그지없다는.. 음.. 목동 실탄사격장에 가볼까 하는 생각이 생겼지만.. 돈은?! 이라는 면에서 숨이 막힙니다. 우윽... 파괴충동이랄까요. 겨울마다 지병처럼 도지는 이놈의 정신머리는.. 대에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잡힙니다. 마음을 다스리게 단학선원에라도 다니면서 뇌를 청소할까요.. 우으윽.. 이래저래 치이는 일에다 겹치는 일, 이런소리저런소리들... 겨울만 되면 왜이렇게 일이 늘어만가는지 모릅니다. 특히 수능전은 거의 임팩트라지요... 수험생이 아닐지라도.. 이맘때면 바빠 죽는다는.. 친구한명 붙잡고 이래저래 있는말들 없는말들 다 쏟아놓고 나니 후련합니다.. ..라고 느낍니다.(뭐냐..) 다시 충실연재모드로 전환시켜서 브레인 OS를 기동시켜야지요.. 오늘도 세편 가겠습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71 회] 2002-10-31 조회/추천 : 3010 / 7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C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뭘로 건너가죠?" 츠렌이 옆에서 고개를 갸웃하고는 물어왔다. 뭐로 건너가냐고? 뭐… 여러가지 방 법이 있을 수 있다. 마법으로도 건너가도 되고, 정령술도 사용 가능이다. 정 안된 다면 헤엄을 쳐셔라도 건너 갈 수 있지 않겠어? "방법이야 여러가지인데… 마법이 제일 나을것 같군요" 마법사용자가 절반을 넘어가는 일행이다 보니까 마법을 사용하는게 제일 일반적 인 방법이 될 수가 있겠군.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것이, 제일 일반적이지 않은 방 법이 일반적으로 쓰인다는 것이지. 일반적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상대적 기준에 의 거한 것이란 말이야? 어쨌든 우리는 비행마법을 이용해서 저 멀리 보이는 호수 중 앙의 섬으로 가보기로 했다. "…크다" 섬에 발을 딛고, 내가 처음으로 꺼낸 말이었다. 여기로 날아올때도 보았지만, 섬 은 상당히 컸다. 넓고 넓은 호수의 끝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섬이 었으니, 굳이 따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듯 싶다. 섬에 점점 다가갈 수록 더더욱 커지는 섬을 보면서 놀란 우리는, 섬의 중앙에서부터 돔의 천정까지 길게 뻗어있 는 원형의 탑을 보면서 입을 쩌억 벌려야 했다. 굵기도 굵거니와, 이렇게 높은 탑 이 쓰러지지 않고서 버틴것이 정말 용하다 싶을 정도였다. 내가 본체로 돌아가서 키를 재어 보아도 나보다 두배는 높은 정도의 크기? 하여튼 높기는 엄청나게 높았 다.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만들었는지는 일단 제쳐두고서, 단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위압하는 모습이었다. 으윽, 가슴이 답답해져온다. 저런 구조물을 보니까 말이야. "덩굴이라도 감겨있으면 어울릴텐데…" 탑의 앞. 츠렌은 하염없이 높은 탑을 보면서 중얼거렸고, 그녀의 옆에서 킬이 고 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나도 동의한다. 기둥 전체에는 무리지만, 기둥의 하단부에 조금이라도 덩굴이 감겨 있었더라면 조금은 어울렸을텐데 말이야. 하지만 섬 위의 모든 건축물과 구조물들은 바로 옆에 숲이 있고, 나무가 있고, 덩굴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람이 살면서 계속 청소라도 한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설 마하니 여기서 누군가가 계속 살아왔다는 생각은 하기가 어렵고, 이른바 '고대의 신비'라는것인가? "여기는 조금 이상하군요. 바로 옆에 식물의 우거짐이 있음에도 건물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어요. 하다못에 돌틈에서 잡초 한포기도 자라지 않는군요" 에실루나는 자신이 딛고 있는 돌바닥을 손으로 쓸어 만져보면서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런 환경속에서는 1년도 필요 없다. 몇개월만 손질을 안해도 돌틈새로 잡 초의 씨앗같은게 들어가서 틈과 틈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내미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고대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곳에 존재해왔을 이런 낡디 낡은 고대의 건물에 그러한 모습이 하나도 비춰지지 않는것은 참으로 이상하지 않 는가? "그리고 건물에는 먼지가 전혀 없어요. 4천년이나 되었을 건물이 상하지 않은것 은 그렇다고 쳐도, 건물에 먼지가 앉이 않은건 도대체 왜요? 그리고 무엇 보다도 가장 이상한것은…" 미리안은 말꼬리를 흐리면서 에실루나를 바라보았다가 숲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리고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말했다. "숲에는 생명이 없어요" "성장도 하지 않아요" 생명이 없고, 성장도 하지 않는다고? 나는 놀란 표정이 되어서는 뒤의 숲을 바라 보았다. 들어오면서도 느낀것인데, 숲이라면 의례 있어야할 동물들의 울음소리 하 나 들리지 않았다. 동물들은 그렇다고 쳐도, 숲 자체에 생명이 없다? 혹시 저것은 마법으로 시간을 잡아둔건가? 아니, 그렇다면 적어도 나는 느꼈어야 했잖아? "…마법은… 아녜요" 라니안느는 나무에 손을 대고 잠시 눈을 감더니 말했다. 마법은 확실히 아니다. 그렇다면 성법인가? 아니, 성법도 아닐것이다. 적어도 드래곤 센스Dragon Sense의 범위 내에서라면 어떠한 힘이라도 감지가 된다. 나는 미리안을 보면서 말했다. "생명이 없다면… 살아있지 않은거야?" "네. 하지만 죽은것은 아니예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런 상태는 처음 접해보 는 종류라서…" "태워볼까?" "그건 좀 싫네요…" 나는 샐레멘더를 소환하려다 그만 두었다. 저 숲에 대해서 궁금하기도 하지만 지 금은 뒤보다도 앞을 봐야 할 때인것 같거든. "입구" "마스터! 입구를 찾았습니다!" 머기의 짧은 목소리 뒤로 라스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둘은 이곳에 내리자마 자 탑이나 다른 건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찾기 위해 움직였었다. 섬은 컷으 며, 건물들의 생긴 모양은 그리스의 신전건축양식에다 로마의 아치양식을 넣고서, 고딕풍을 조금 가미한다음 바로크 양식으로 테두리를 잡은 것 같이 보이는 건물들 이었다. 내가 건축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는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보였다는 말이지 꼭 이거다! 라고 할 수 있는 그런 건축양식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한다. 아, 물론 이곳세계의 방식으로는 '고대 양식'이라고 부르지. 어쨌든, 사람 이 만들었을테니까 입구가 있지 않겠어?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 섬에 있는 건물은 물속에 잠긴 다른 건물들과는 다르게 상당 히 큰 편이었다. 그러니까… 마치 도시의 중앙에 자리잡은 성이랄까? 우리가 날아 간 방향은 아마도 성의 측면 같아서 입구는 야간을 돌아가야 보였다. 그것도 꽤나 큰 입구가 말이다. "…성벽에서 성문을 없애놓으면 좋겠는걸?" "이런 입구에 문도 없는게 신기하네요" "고대인들이니까 뭔가 다른 장치를 했을 수도 있겠지" 웬만한 성벽의 성문과도 비교될 수 있는 입구의 앞에서 나는 에실루나와 멍한 표 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성벽도 아니고,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가 뭐 이리 커? 나 는 다른 일행들과 마찬가지로 높이 20야드, 폭 30야드정도의 거대한 입구 앞에서 차마 안으로 들어가질 못하고 그래도 서있었다. 들어가기 참으로 송구스러운 입구 잖아? 그렇다고 해서 안들어가는것도 아니니 어쨌든 들어가고 보자. "윌오위스프!" 일단 조명부터 밝혀서 어두운 안을 밝히고, "저 안을 한바퀴 돌아갔다와봐" 위험한 것은 없나 정찰. 윌오위스프는 건물안으로 들어가서는 한바퀴 빙 돌면서 안을 밝혀주었고, 나는 윌오위스프가 밝혀주는 건물의 안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벽에는 몇개의 벽화가 그려져 있고, 위로 올라가는 큰 계단과 밑으로 내려가는 계 단이 있었다. 크고 둥근 건물에는 베란다와 그것을 받치는 기둥들이 있었다. 안쪽 으로 들어가면 뭔가가 더 있을듯 싶었다. 일단은 안전한건가? "그럼… 영광스런 첫발을…"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건물안으로 천천히 한걸음씩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후 후훗. 고대의 건축물이라… 이미 여기 돔에 왔을 때부터 들어와 있지만, 현실감이 드는 고대의 건물로 들어가는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한걸음식 걸어갈 때마다 내 옆에서 둥둥 떠있는 윌오위스프도 같이 움직였고, 나의 발걸음이 닿는곳은 환 하게 비춰지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곳에는 함정같은것은 전혀 없었다. 아무도 자기가 사는 문 앞에서 함정을 설치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과도한 피 해망상증환자라면 그럴수도 있겠지. 뚜벅. 뚜벅. 발걸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고요함이 가득한 곳. 나는 거 대한 홀로 보이는 곳의 중앙에 와서 주위를 한바퀴 주욱 둘러보았다. 창문, 벽화, 계단, 들어온 입구들이 차례로 지나갔다. "음악연주하고 무도회열면 딱일것 같네요" 킬은 윌오위스프의 빛으로 비춰지는 주변을 보면서 말했다. 제국의 황궁내에 소 재한 황궁 무도회장에 비하면 작은편이지만, 나름대로 훌륭하게 꾸민 무도회장이 라고 볼 수도 있겠다. "계단은 위하고 아래가 있네요? 어느쪽을 선택하면 좋을까…" 지나얀은 계단을 보면서 고심하고 있었다. 그리고 머기와 라니안느, 미리안과 에 실루나는 벽화의 구경에 심취하고 있는 중이었고, 라스킨은 내 오른쪽 뒤에서 멀 뚱히 서있는 중이다. "여기봐요… 이 그림, 대단하지 않아요?" "고대인들은 정말 대단하네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서로의 미술적인 감각에 따른 견해를 조심스럽게 나누고 있 었다. "괜찮…네요…" "음" 라니안느와 머기는 서로 나눌 견해는 많은 모양이었지만 그런것들은 전부 가슴속 에 쌓아 버리는지 어땠는지 말없이 벽화만을 구경하고 있었다. 벽화에는 사람들이 뭔가를 건축하는 모습이 보였고, 전쟁에 대해서 나타낸 벽화도 있었다. 전투와 투 쟁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일들이니까 벽화의 주요재료로 삼아지는것은 당연하겠지. 하지만 나는 별로 벽화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각자의 괄찰을 끝내고 올때 까지 지나얀처럼 위로갈까 아래로 갈까를 놓고 고민했다. 위로가면 아마로 저 탑 을 따라 올라 갈 수가 있을 것이었고, 아래로 가면 수몰되지 않은 뭍 밑의 지역들 을 볼 수도 있을 것이었다. 고고학에 취미를 두고 있었다면 다른것을 볼 것도 없 이 아래쪽으로 가자고 그랬겠지만… 글쎄, 어쩔까? 그러던 도중 나의 귀로 미리안 과 에실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이거 혹시 여기 아닌가요?" "그렇네…요. 아무래도 여기가 이 건물이고, 이것이 탑같은데… 그럼 이건뭐죠?" "뭔가를 쏘아 올리는건가요?" "잘 모르겠군요" 에?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거야? 나는 그녀들의 말을 듣고는 궁금해져서 슬슬 자 리를 옮겼고,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벽화 하나를 두고서 잠시 골몰하고 있는 모습 을 볼 수 있었다. 이 벽화인가? "아, 페이그니스님. 여기좀 봐주세요. 이거, 여기 건물 아닌가요?" "그리고 이것은 탑이구요" 그녀들의 손가락이 가리키는것은 건물위의 탑에서 하늘로 뭔가를 쏴올리는 모습 이었다. 자세히 보니까 그 탑은 여기의 탑이요, 건물은 우리가 있는 건물과 아주 비슷해 보였다. 뭐를 쏘아 보내는거야? 나는 탑의 끝에서 쏘아올려진 무엇이 하늘 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새긴 부분을 손으로 만지면서 뭘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고대인들의 마법기구인가? "음… 글쎄. 나는 잘 모르겠어" 좀 더 단서가 있다면 모르지만 지금의 상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나는 벽화를 유심히 쳐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역시, 무슨 내용을 뜻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혹시나 싶어서 주위의 다른 벽화들을 쳐다보았지만, 이어지 는 내용같은것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뭔가 다른 그림이나 단서가 있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렇군요…" "하지만 탑과 건물은 여기그림같아. 이게 만들어질 당시에는 저 돔은 없었나 보 군" 나는 손가락으로 벽화에다 돔의 형태를 그리면서 말했다. "네에. 그건 그런거 같아요"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뭔가 수수께끼가 있는것 같은데, 아무런 글씨도 없 이는 나도 알아낼 자신이 없다. 기억을 불러들이는 류의 마법을 사용하려고 해도, 시간이 4000년이나 지난 지금에는 알아낼 마법도 없지. "페이그니스씨! 뭔가 찾았습니까?" "아니요! 그나저나, 위로 가실겁니까 아래로 가실겁니까?" "대충 의견을 종합해보면 아래로 가자는 의견이 많은데요!" "그럼 내려가 보도록 하지요! 자, 들었지? 가자" 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고,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위로가길 바랬는데, 뭐 어쩔 수 없지. 아래 에는 뭐가 있을지 뒤져보는것도 괜찮을거라고 생각하니까. 우리는 아래층으로 향 하는 계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그 순간 우리의 귀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 가 있었다. 쿵! 쿵! 우르르르릉! -------------------------------------------------------------------------- ------ 질질 끄는것은 역시 할짓이 못됩니다. 급속전개..라기 보다도 약간 속도를 올려볼까합니다. 이번이 영어파트 29회니까.. 50~60회 안에서 끝내도록 노력해야지요. 더 일찍 끝날 수도 있겠군요. 전개는 잡혀있지만, 살을 어떻게 붙이느냐가 문제입니다.. 그래도, 요즘엔 창작의욕이 다시 생겨나서 다행입니다. 좋은글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지요.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72 회] 2002-10-31 조회/추천 : 3388 / 14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D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낮지만 확실하게 둔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위에서. 뭔가가 거대하게 폭발 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나는 약간의 의심을 가져야 했다. 설마하니 매쉬암의 녀 석들이 이곳을 발견에 저 위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린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다.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간 굴이 대체 얼마만큼이나 깊은지 모 르고 있는 상황이라서 방금전에 이 돔 윗부분에 도착했다 하더라도 이상하지가 않 을듯 싶다. "무슨 소리지?" 나는 내려가던 발걸음을 멈추고는 건물밖으로 나가보았다. 분명, 난 잘못들은것 이 아니다. 다른사람들도 나의 뒤를 따라서 달려오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내가 건물 밖으로 마악 나갔을때, 한 번 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조금 컸다. 쿠앙! 쿠과가강! 소리는 위쪽에서 들려오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들어서 위쪽을 살펴보기 시작했 다. 돔의 천정까지는 매우 높디 높았고, 그 천정을 훓어보면서 뭔가 이상을 찾는 다는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천정의 좌측 상단부 중앙에 약간의 금이 가있는것을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저곳에 구멍을 낸다고는 해도 들어오기는 막막할텐데? 게다가 저런곳에 구멍이 나버리면 분지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을 가 능성이 있다. 천정에 비해서 금의 규모나, 그에 따라 산출되는 구멍의 크기를 예 상해보아도 터무니없이 작지만, 그런 작은 구멍이 붕괴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얼 마든지 있다. "제길! 매쉬암!" "저, 저런곳에 구멍을…?" 사람들의 숨막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이곳도 제대로 둘러보지를 못했는벌 써부터 마주치면 어쩌자는걸까? 아니, 그런 문제는 떠나서 저렇게 붕괴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다 구멍을 뚫으면 어쩌겠다는거야? 콰캉! 그리고 한번의 폭음이 더 들렸고, 마침내 돔의 천정에 구멍이 뚫리고야 말았다. 너무 멀어서 크기를 제대로 가늠하기가 어렵지만, 대충 사람 서너명이 드나들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렸다. 천정에서 폭발에 의해 떨어져 나온 돔 천정을 이루던 바위 재질의 구조재는 한참이 지나서야 호수에 떨어졌다. 콰슈! 펑! 첨벙! 하는 소리 대신, 터지는 소리 비슷한게 들려왔고, 흰 물보라가 높이 일어 났다. 그리고 큰 파문이 생겨나 잔물결 하나 없던 호수를 흔들리게 했다. 잠시 호 수를 바라보던 나는 다시 뚫려진 구멍을 좌시했다. 흰먼지와 갈색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천천히 하강하며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고, 구멍 안쪽으로 개미만하게 일렁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이겠지? 개미만하게 보이지만, 천정이 워낙 높 다보니까 그러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저기 뚫린 구멍은 개미굴같다는 느낌이 드 는군. 웬만한 높이도 아니고, 수백야드의 높이니까 알이야. 내 시력이 워낙에 좋 기 때문에 간신히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지, 그냥 봐서는 화장지에다가 바늘로 구 멍을 뚫어둔후에 어디있는지 맞춰보라고 몇야드 떨어진 판에 화장지를 붙여놓은것 과 거의 같은 거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저래가지고는 내려오지도 못할거 같은데?" "그렇겠군요. 수백야드 높이의 천정에 점으로 보이는 굴을 뚫어 놓고, 거기서 내 려 오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짐작도 안갑니다"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여기까지 오려면 한참 걸리겠군. 밧줄 수백야드 타고 내 려오기같은 일은 웬만해선 하고 싶지 않을테니까" 나는 라스킨과 말하면서 씨익 웃었다. 저런곳에 구멍을 뚤는다 해도, 붕괴의 걱 정은 없고, 거기에 여기까지 오려면 밧줄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수백야드의 높이니 까 어떻게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가서 탐색 하려던거나 마저 해보자. 돌아들 갑시다! 걱정할거 없어요! 하던일이 나 계속 하죠?"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구멍이 뚫린것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위치도 그렇거니 와 여러 문제점 때문에 매쉬암 녀석들과 이 안에서 마주칠 걱정은 별로 없어보였 다. 사람들은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허리띠에서 퍼스널리티 스톤이 박 힌 나이프 하나를 꺼내 땅에다 깊숙히 박으면서 말했다. "네프Neif. 혹시라도 우리 아닌 다른 생명체가 여길 밟으면 나에게 알려줘" 전부 박히기 전, 네프(퍼스널리티 스톤의 이름)는 녹색의 빛을 반짝였다. 단독적 인 개채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기 떄문에 연락하거나, 감지하는것은 어렵지 않다. 회수야 텔레포트 오브젝트를 사용하면 되니까 걱정 할 필요는 없다. 잠시 방해받 았지만, 괜찮다. 다시 이곳의 밑을 탐색해보도록 할까? 그나저나, 첫번째의 폭음 이 유난히 크게 들렸던것 같은데? 건물안이라서 소리가 울린것을 내 귀가 잡아내 서 그런건가? 뭐, 상관없겠지. "…보기와는 딴판이군요" "눅눅해에…" "습기찬거 제일 싫은데에… 그래도 벌레나 쥐가 없어서 다행이예요. 썩은 물 같 은 것도 고여있지 않아서 다행이고요" 지하로 내려온 우리는 창고같은 장소를 지나는 중이었다. 무슨 물건이라도 있었 다면 어울릴법한 창고였지만, 아무런 물품들도 없었다. 마치 조금 전까지 산적해 있던 것을 누가 털어간듯한 느낌만 들뿐.(그냥 적막하다는 느낌이 그렇게 표출된 는것 뿐이다) 하지만 확실하게 습기는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가 수면의 아래라는 것을 당당하게 외치듯이 공기중을 떠도는 습기들은 돌로 된 바닥에 고여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찰박거리는 소리를 내게했다. "이런곳에 뭔가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느낌이 자꾸 엄습하는거 같은 데요?" 라스킨은 조용하게 말했고, 나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누군가 가 나에게 '고대문명에 대해 아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거 참 썰렁한 문명이야'라 고 대답해줄 수 있는 용의가 충분히 있음을 일단 밝혀둔다. 고대시대의 건물은 아 까부터 질리도록 봐왔다. 호수를 가로질러 날아올때 물밑에 있던 건물들과, 지금 들어와있는 이 건물. 이미 질리도록 봐왔으니, 그런건 그만두고서라도 아무런 물 품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너무 이상한 일이 아닌가 싶다. 가구따위를 바라지도 않 는다. 어차피 4000년동안 버틸만한 방부제라고는 마법 이외에는 없는 거 같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다른 불변성을 지닌 물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일은 이상하지 않는가? 금속으로 만든 물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런 문제를 떠나 서 '금속'이 전혀 보이지를 않는다! 쇠붙이들이 보이지를 않는단 말이다! 설마하 니 고대 문명은 철을 사용하지 않았던 온니Only 석조 문명이었던 것인가? 그야말 로 설마다. 여러 기록과 문헌에 따르자면 주조술은 지금보다도 더 발달되어있던것 같은데, 그 어떠한 금속도 보이지 않는것은 신비성을 뛰어넘어서 엽기적인 문제라 고 볼 수도 있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누군가가 고대문명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석조문명이라고 말하고 싶어질거야…" "같은 기분이예요~ 후우… 지나얀 완전히 지쳐버렸네요오…" 지나얀은 한숨을 푸욱 쉬었다. 그녀의 한숨에 다른사람들 몇몇의 한숨도 들리는 듯 싶었다. 다들 그만큼 공감한다는 소리지. 고대문명에 대해 여러가지 신비로운 말들을 들어왔을 터이지만, 막상 이렇게 들어오고 보니 썰렁함의 극치를 달릴줄은 몰랐겠지. 그냥 위로 올라갈까? "내려가는 계단이군요. 하지만… 물에 막혀있습니다" 선두에서 가던 킬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여기 아래쪽은 완전히 잠겨버렸군. 나는 옆을 지나가면서 시커먼 어둠이 가득한 계단속 의 물을 보았다. 계단… 물… 난간…? "…잠깐만요" 사람들은 멈춰섰고, 나는 이 섬으로 오기전에 보았던 이상한 광경에 대해 생각했 다. 물위의 계단에는 난간이 없었지만, 물 밑의 계단에는 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난간은 철제였다. 그렇다면? "…여긴 수몰당한게 아니라 '수몰시킨'지역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전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이 물은 그냥 있는것이 아닐것이다. 아무리 고대의 물이라고 해도 4000년 동안이나 썩지 않았다는것은 무엇인가 특별 한것이 있다는 말이다. 나는 계단 가까이 다가가서 시료스를 조종해 앞에 작은 덩 어리가 있도록 와이어를 뽑아내었다. 그리고 와이어를 한가닥 뽑아내서 망원안경 에 연결하고, 시각전달효과를 내게 했다. "제가 세운 가설이 맞다면… 물 밑엔 고대의 생활상이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안경을 쓰고, 와이어를 물속으로 보내었다. 반경 5마일정 도 탐색이 가능하니까 대충 내 가설을 입증하기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 물속의 모습은… 어둡군. 시료스! 라이트! "!" 나는 갑자기 눈앞에서 빛이 번쩍하기에 잠시 눈을 깜빡거렸다. 우윽, 내 시각이 시료스와 연결되어 있는것도 모르고 라이트를 쓰니 눈이 따갑군. 자아, 어디 한번 슬슬 가볼까? 시야는 상당히 제한되어있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망원경으로 본다는 느낌이 강하 게 드는것은 어쩔 수가 없지. 내시경을 쓰는 기분이 이런것일까? 시료스는 물속을 내 명령에 따라서 착실하게 이동해 가면서 물 속의 고대문명을 보여주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나있는 복도. 지금까지의 복도들과 많이 다르다면, 푸른색의 카페트 가 깔려있다는 점이다. 푸른색이라… 조금 안어울리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 도 나는 이걸 발견했다는데에 크게 놀랐다. 어쨌든, 이곳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보 는 '물건'이 아닌가? 복도는 일자형으로 곧게 뻗어있었고, 복도의 양 옆에는 '문' 들이 대칭으로 굳게 닫혀진채 있었다. 호오, 여기에 들어와서 문을 보는것은 이번 이 처음인것 같아. 복도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있는 복도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 었으며, 다른점은 카펫과 문이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것 이다. 내가 원한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제 최후의 가설만 확인하면 된다. 나는 가 장 가까이에 있는 문으로 와이어를 움직여서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문은 수월하 게 열렸으며, 문의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따악! "그래! 이거야! 하하, 하하하하하!" 나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기뻐했다. 그래! 내가 원했던 것은 바로 이런 것이란 말 이다! 방 안에는 침대, 옷장, 책장등이 서 있었고, 옷가방과 옷가지들이 널려 있 었다. 옷은 하늘하늘거리는 해파리처럼 물위에 떠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피해 침 대옆의 사물함으로 와이어를 가게해 사물함을 뒤졌다. 그러자 사물함 안에서는 반 짝반짝 빛나는 공예품들과 여러가지 장신구들이 있었다. "아무나 와서 제 안경좀 써 보십시오. 대단합니다. 이곳은 그냥 잠겨진것이 아니 었어!" "예? 어디봐요, 어디" 츠렌은 냉큼 내 안경을 벗기더니 자기가 썼고, 나는 시료스를 조종해 천천히 주 위의 광경들을 눈에 들어오게 했다. 츠렌은 점차적으로 놀라더니 어느 순감 입이 딱 벌어지며 말했다. "우우와아! 저거! 반짝거리는 것들! 역시 고대의 물건들이구나!" "…그런곳에서만요?" "페이그니스씨! 저거 가져오면 안될까요?" …정말로 귀족집 딸이 맞는지 궁금하다. 저렇게 돈과 비싼물건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아, 귀족집 딸이라서 그런건가? "어디, 나도…" "아… 키일! 조금만 더 보자!" "시끄러워. 고양이같이 앙탈부리지 마" "앗! 그 고양이 소리! 오랜만이지만 싫어!" 킬은 츠렌에게 쥐어 뜯기면서 안경을 썼고, 나는 다시 시료스를 조종해서 주위를 둘러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서는 한숨을 쉬어야 했는데, 킬의 뒤로 헛기침을 하는 머기와 갈구하는 눈빛의 지나얀, 그것보다 덜 어채로운 눈을 한 라니안느,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에 볼게요'라고 말하는듯한 태도의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있었기 때 문이다. 뭐, 천천히 구경들 좀 하라지? "고대의 가구양식은… 별로 다를게 없네요…" 에실루나는 다른것보다 가구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면서 말했고, 나는 이걸로 끝 났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미아가 있었다면 하루 종일 붙잡고 놔주지 않 았으리라 하는 생각도 드는군. 에실루나가 구경을 끝내고 안경을 벗어서 나에게로 넘겼고, 나는 더 탐색을 해볼까 어쩔까 하고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 간, 나의 드래곤 센스에 뭔가가 걸렸고, 나는 마법을 사용했다. "필드 더 매직 디펜스!" 오른쪽을 향해 팔을 뻗으면서 마법을 사용했고, 다른사람들의 눈이 갑자기 왜 그 러냐는 표정으로 바뀔려고 하는 찰나에, 내가만든 마법장벽에 부딪히는 뭔가가 있 었다. 퍼벙! 불이 화악 일어나면서 마법장벽 바깥을 덮었고, 다른이들은 전부 움찔하면서 몸 을 추르셨다. 하지만 나는 불꽃너머를 응시하면서 우리에게 이런 공격을 한 존재 를 보았다. 그리고는 이를 갈며 낮게 말했다. "본데스…!" "크크키키키키! 이런곳에 있을줄은 몰랐군! 그날 밤에 내 연구실 문앞에서 뭔가 서성대길래 알아보니 거적떼기 뒤집어쓴 놈이 자네였지? 그래서 괜히 우쭐거릴겸 두어마디 해 주고 들어왔었지! 그때 공격하지 않은게 다행이야! 안그런가? 크캬 캬캬캬캬캬! 캬하하하하!" -------------------------------------------------------------------------- ------ 글 쓰면서 오류가 생겻습니다. 지나얀은 분명 마을에 있엇는데.. 어느순간엔가 일행에 끼어있더군요.. 정신없이 쓴 대가입니다.. (울고싶어라..) 그래서.. 오류 수정합니다.. 마을에는.. 세렌만 두고 온걸로 하겟습니다.. 아아아.. 나 자신에의 환멸이 밀려온다... 그리고 본데스 재등장입니다. 만들고보니 미친놈 되어있는 본데스.. 미친놈을 생각하고 만는것이 본데스.. 어느쪽일지 지금에 와선 분간도 안갑니다. 음허허헛.. 고대의 유적.. 그리고 물과의 그 상관관계.. 대충 밝혀지긴 했지만... 인과관계의 고리가 끊어져있지요. 슬슬 깔아둔 복선들의 정리를 시작해야겠습니다. 브라이언트와 세렌의 이야기는 아예 챕터 하나를 할당하기로 했고.. 남은것은 고대유적에 대한 비밀과.. 본데스의 광기의 이면에 대한 여러가지 것들.. 체리랑스 누님(..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체리랑스에게 누님의 호칭이 붙어있더군요..) ..에 관한거 몇개... 이야기를 하나하나 실타래 풀듯이 풀어야 겠지요. 아마도 저는 여기까지 오기위해서 몇편의 슬럼프를 내었나 봅니다. 지금에 와서야 창작의 의욕이 불타오르는군요. 다음에 올때는 슬럼프를 떨쳐버리고 올 수 있을듯 싶습니다. 퀼리티가 낮아져서 글에 이상한 기운이 섞여버린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월요일 부터는 조금 나아질겁니다. (그래도.. 역시 저도 사람이니 크게 기대는 하지 말아주시길..쿨럭..)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월요일에 세편들고 기운차게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덧. 인기투표는 계속 진행중입니다. 메세지와 egnisys@empal.com으로 받고 있습니다. 남자 한명, 여자 한명 해서 사유를 달아 보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남자 5인에 여자 5인해서 10표가 왔군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173 회] 2002-11-04 조회/추천 : 3033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D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본데스는 기분나쁘게 웃어대었고, 나는 그 시간동안 와이어를 회수시켰다. 저놈 이 오는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렇다면 맨 처음 들릴 폭음은 바로 본데스가 내려 오면서 낸 폭음인가? 탑을 통해서? "탑을 통해서 내려왔나?" "그렇지. 발견하는데 어렵다고들 했지만, 발견하고서는 쉬웠어. 오오! 이 고대의 도시! 물밑에 잠긴 도시들은 보니 시라도 한수 읇고 싶어지는군. 혹시 종이나 펜 있는가?" 탑을 통해 내려왓으니, 네프를 박아둔것도 전혀 쓸모가 없었다. 탑을 통해 내려 오다니! 그곳 위로 통로를 만들줄은 몰랐어! 단지 그 구멍때문에 났던 소리일 거 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본데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한테 줄 엿은 있다" "크캬캬캬캬! 엿먹으라는 소리인가?! 유감스럽게도 난 그런거엔 관심 없으니 줘 봤자야. 이렇게 만난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하늘이 우리의 만남을 주선하고 계 시는가 보군! 으캬캬!" 본데스 녀석이 저렇게 말이 많은 녀석이었나 잠시 생각해 본다. 음… 아마도 저 렇게 말이 많으니까 고속캐스팅을 할 수 있는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저것은 평소 의 훈련? 시덥잖은 농담은 그만두자. 나는 안경과 와이어를 분리해서 포켓에 집어 넣고 말했다. "그런데 넌 유적에 상처를 내고 들어온거야? 고대의 물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고서 그러는거야?" "무, 뭐? 크, 크하하하! 크크크큭! 뭐 세상이 이런 녀석이 다있나! 으캬캬캬! 캬 하하하! 본데스는 나의 물음에 이곳이 무너져라 웃어제꼈고, 나는 인상을 썼다. 내가 대 체 뭘 어쨌다고 저렇에 지랄하는거야? 한참을 다양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웃어대던 본데스는 갑자기 표정을 굳히면서 말했다. "극한빙아를 쓰기에 뭔가 머리가 있는놈이라 생각했더니, 아무래도 틀린 모양이 군. 아니면 고대문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건가?" 진지하게 태도를 바꾼 본데스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고, 나는 의아해했다. 고대문 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확실히 말해서 고대문명에 대해서는 역사학자들이 밝혀낸 정도외에는 모른다. 드래곤들이라면 많이 알고 있겠지만. 어쩐일인지 고대 문명에 대해서는 지식의 전달이 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그러는 너는 뭘 알고 있지?" "훗, 반문인가? 알고 있는게 없으니 상대에게서 뭔가를 먼저 끌어내 보겠다는 태 도는 좋지만, 아무래도 부족해. 크크크큭…. 일단 원하니까 알려주지. 이 돔을 둘러싼 재질은…" "본데스경!" 본데스의 말을 갑자기 잘라먹으면서 등장한 사람은 금발머리를 단정하게 기른 건 장한 남자였다.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전사인가? 하드 레더에를 걸치고 롱소드 를 걸치고 있는 그 남자는 본데스의 말을 자르고는 말했다. "그들은 '적'입니다. 어떠한 정보라도 넘겨주시면 곤란하다는것을 알고 계실텐데 요?" "크흣. 매쉬암의 녀석들은 모두 짜증꾼들인가? 뭐, 좋아. 내 목적은 이게 아니었 으니까 말이야. 크크크큿…. 하지만 죽기전에 뭐라도 알려주는게 좋다고 생각하 지 않는건가?" "예.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정보의 유출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총수님의 엄명이셨 습니다" "큿, 그 미친 총수년? 체리랑스라는 이름을 가진 살인취향의 미친년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하지? 뭐, 그래도 받아먹은게 있으니까 일은 하겠어. 켄. 크크크큭…" 켄이라 불린 금발의 남자는 본데스가 체리랑스에 대한 평을 하자 눈을 허옇게 까 뒤집고 발작적으로 나서려고 했으나, 본데스가 알아서 말을 돌렸기에 그냥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면서 씩씩거릴 수 밖에는 없었다. 본데스… 정말 말을 신랄하게 잘 하는군. 본데스는 다시 이쪽을 보더니 흉측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사정이 그렇게 되었으니, 자네들을 죽여줘야겠어! 지옥의…" 본데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의 주특기인 고속 캐스팅에 들어갔다. 시간이 약간 긴 것으로 봐서는 뭔가 강한 마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어마법을… "필드 더 매직 디펜스!" "프로텍트 프론 매직!" "배리어!" "매직 인터셉트Magic Intercept!" "룬 실드Rune Shield!" …사용하려고 했으나, 우리측에는 유수한 마법사용자가 다섯이나 있었기에 나의 그런 생각은 생각으로 그치고 말았다. 내가 만든 필드의 앞으로 몇겹의 마법이 둘 러쳐졌고, 본데스의 마법은 아마 이 장벽들에 막혀서 다가오지도 못하리라고 생각 을 했지만… "블링크" 제길! 이중 캐스팅[Double Casting]? 본데스는 씨익 웃더니 블링크를 사용했고, 나의 감각에 녀석은 우리의 뒤쪽으로 나타났다. 괜히 캐스팅 타임이 길었던게 아 니었어! 저녀석, 이중 캐스팅도 할 수 있었던거야? 고속 이중 캐스팅이라니! 패스 트 무브 캐스팅보다 더 악랄한 놈이잖아?! "…화염" 화아아악! 순식간에 불이 우리에게로 닥쳐오고 있었고, 전부 전방을 막는데 신경 을 쓰던 일행은 뒤에서 닥쳐오는 공격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제길! 나는 마법을 차단하고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프로텍트 프롬 매직!" 파방! 쿠구구구… 제일 후방에 있는 츠렌에게 화염덩어리가 거의 다가갈 순간, 나는 마법을 사용해 저 불길을 간신히 막는에 성공했다. 하지만 불길은 계속해서 나에게로 쇄도해오려 하고 있었고, 나는 이를 갈았다. 뭔 저런 바보같은 마력이! 하지만 나는 드래곤이 다. 어딴 시꺼먼 뼈다귀에게 두번다시 창피를 입을턱이 있냐! "그리스Grease!" "으억?!" 그 어떠한 바닥이든지 그 마찰계수를 0으로 만들어버리는 궁극의 초급마법 그리 스. 본데스가 아무리 리치라고 하더라도 결국엔 땅을 딛고 있는 놈이며, 인간에서 리치로 변한 놈이기 때문에 암만해도 인간들에게 통용되는 기본마법의 조건을 무 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녀석의 자세를 흐뜨러트리면, 마법은 금방 깨지게 되기 마 련이다! 본데스는 마치 앞차기를 하다가 넘어지는 중년의 모습같은 포즈로 멋들어 지게 나가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마법필드를 깨버릴듯이 작렬해오던 지옥의 화염 도 흐트러졌다. 휴우. 이걸로 한숨 돌렸… 어라? "으이야아압!" 나와 본데스의 싸움을 보고있던 켄이란 녀석은 내가 등을 돌리자 기회라고 생각 했는지 그대로 나에게 돌격해 들어왔고, 나는 와이어를 움직여서 녀석의 움직임을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라이트 애로우Light Arrow!" 펑! 펑! 퍼버버버벙!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사용한 초급 마법 두개의 의해 전신을 두들겨 맞고는 달려 오던 속도 그래도 뒤로 날아가 버렸다. 나는 일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나의 귀로 미리안와 에실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누구한테!" "주제를 알고 덤비시지요" …요즘들어 나를 많이 놀려먹었지만, 그래도 그녀들은 엘프였다. 자신의 반려에 게 덤비는 사람에 대해선 절대적 적의를 표출하는 엘프들이다. "분위기 좋군… 크크…" 본데스는 넘어진 자리에서 상체를 일으켜 세워 앉으며 말했고, 나는 피식 하고 웃었다. 엘프가 애인이 되면 어떠한 상황에서든 화기애애해진다구. 어쨌든, 본데 스! 너에게 물어볼 말이 있다! "본데스! 지금에야말로 물어보는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라스킨과 라우네스를 그지경과 이지경으로 만든 드래곤의 생피는 어디서 구했지?!" "쿠크크크… 그지경과 이 지경이라… 크크크크. 언변이 뛰어나시군. 그런것을 함 부로!" 번쩍! 본데스가 있던 자리에서 약간의 빛무리가 번쩍거리며 그의 모습이 사라졌 다. 블링크인가?! 다시 나타나는 장소는… 저기인가?! "알려줄성 싶으냐!" "불게 해 주겠다!" 나의 앞쪽 3야드에서 나타난 본데스는 말을 이으면서 쇄도해 들어왔고, 그의 손 에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순간적으로 그것을 파악해 낼 수가 있었다. 라이프 인헐레이션Life Inhalation(생명 흡입)의 주문인가?! 보통사 람이 당하면 순식간에 생명력이 빨려나가고 만다는 뱀파이어릭Vampieric계열의 주 문이다. 하지만, 난 드래곤이고 그런것에 당할리가 없지. 그러고보면, 저녀석 계 속 나를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거잖아? "그리스!" "파워 애로우Power Arrow!" "에어 월!" "워터 휩Water Whip!" "메르틴스 사이드 그래비티Mertin's Side Gravity!" 나는 따로 반응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의 뒤에는 뛰어난 마법사용자 다섯이 버티 고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힘만 있어도 본데스를 충분히 격퇴시킬 수 있기 때문 이다. 에실루나의 그리스로 인해서 또다시 미끄러진 본데스는 미리안의 파워 에로 우에 맞았고, 라니안느의 에어 월에 의해 엄청난 공기저항을 받으며 앞으로 달려 오려다 지나얀이 만들어낸 물채찍에 맞아 나동그라지고는 머기의 편중력(便重力) 에 딸려 들어가서 복도의 끌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이것이… 마법의 콤보활용이라 는 것이군. 더물어서 '몰매엔 장사 없다'라는 말의 확인도 되는구나. 나는 가만히 서서 본데스가 차례차례 맞아 떨어지는 모습을 구경하는거 외엔 할 일이 없었다. 단 2초안에 모든 일이 이루어져서 뭔가를 하려고 해도 늦었었다는 점을 빼었더라 도 나는 그냥 멍하니 있을 수 밖에는 없었다. "크으윽… 역시, 고급수준들이군… 크크크… 그렇다면 나도…" 본데스는 편중력에 의해 복도 끝쪽의 벽에 붙어있으면서도 몸을 움직였고, 우리 는 그가 품에서 피리를 꺼내 그것을 부는 모습을 보았다. 뭐지? 피이이이이-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가 길게 울리고, 본데스는 미소를 지었다. 무슨…? 그리고 나는 내 귀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타다다다다… 절걱절걱절걱… 발자국 소리와… 갑옷소리? 제길! 원군을 부른 것이었나? 나는 표정을 일그러뜨 렸고, 벽에 붙은 본데스는 크큭거리면서 웃어대었다. 저녀석을…! 나의 생각은 거 기까지였다. 본데스가 있는 쪽의 계단을 통해서 내려온 병사들은 보통의 병사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크르르르… 크우으으!" "크륵! 크르르…!" 머기의 편중력마법에도 용케 버티면서 앞으로 걸어나오는 일곱의 병사들은 인간 이 아니었다. 툰드라에서 지겹도록 봐온 것, 늑대인간이었다. "크하하핫! 특별하게 제조한 키메라다! 너희들을 여기서 장사 지내기엔 충분해! 이곳이 있다는것은 아무도 알아서는 안된단 말씀이야! 크캬캬캬캬! 가라!" 늑대인간들은 본데스의 명령에 따라 걸어들어오는 속도를 높였다. 강인한 어깨위 로 씌워진 철갑이 단단해 보인다. 거의 온몸에 철갑옷을 두른 늑대인간들은 거대 한 핼버드나 투 핸디드 소드, 큼직한 워 액스War Axe를 들고 있었고, 보기만 해도 정말이지 '파괴'라는 두 글자가 각인되는 모습이었다. "머기씨. 마법을 푸십시오!" "?!" "이유는 알게 됩니다! 어서!" "…" 나는 머기를 재촉했다. 머기는 무슨 말을 하냐는듯이 눈을 크게 뜨더니 알았다고 말하는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인을 풀었고, 머기에 힘에 밀리면서도 다가오던 늑 대인간들은 앞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힘이 너무 편중되어 있었어! 나는 앞으로 달 려가면서 소리쳤다. "지금! 저들을 넘고 달려요!" "이런 제길!" 킬은 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서는 옆에 있는 머기를 옆구리에 매달고는 마악 일어서려는 늑대인간들의 머리를 밟아가면서 계단을 향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달려가면서 와이어에 일회용 결계를 거는 마법을 걸고는 본데스를 잡아놓았다. 본 데스의 마력이면 금방 풀테지만, 최소한 시간은 벌 수 있지! "조심하세요!" 미리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에실루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올라가면서 불안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츠렌은 엘프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힘들 었는지, 늑대인간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확실하게 밟으면서 그들을 정신 차리지 못 하게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라스킨은 시끄럽게 떠드는 지 나얀과 라니안느를 옆구리에 끼고서 달려나갔다. "꺄아아아! 처녀몸에 함부로 손대는게 아니라구요, 유부남씨!" "……아아…" 순식간에 일행이 빠져나가고, 나는 본데스를 보며 씨익 미소짓고는 말했다. "Bye~" 그리고는 바람같이 녀석들이 있는곳을 빠져나왔다. 저렇게 좁은곳에 있다가 매장 당하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전투하기에는 조금 불리하겠지만, 그래도 넓은곳이 낫 겠지! -------------------------------------------------------------------------- ------ 주말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이그니시스입니다. 슬럼프에서의 탈출! 입니다. 기쁘군요. 하지만 왜 글의 퀼리티가 나아지지않느냐고 물으신다면.. 찔린 가슴을 부여잡고 한강에서 투신을..(쿨럭..) 가끔 슬럼프에서 벗어난것이 지나쳐.. 아스트랄 모드에서 글을 쓰다 지운적이 여러번.. 마치.. 수험공부하면서 망상소설을 10페이지나 써버린 모토코같다는.. (러브히나 보신분이라면 이해가 되실듯..) 오늘도 3편 무리없이 갑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74 회] 2002-11-04 조회/추천 : 2950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D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계단을 올라가니 사람들은 이미 나의 의도를 어느정도 안아 채준듯, 홀의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여기에는 문이 없엇던게 아니라 어떤 이유로 문이 없 어진 것이 아닐까? 나는 입구를 지나치면서 그렇게 생각했고, 더불어서 딴 생각할 겨를도 없음을 알아야했다. 뒤에서 몇번이고 땅에 주둥이를 박아버린것에 대한 자 기 자신에의 분노와 상대에 대한 분노가 적절히 섞인 포효소리가 7중으로 들려오 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화내면 혈압오른다고, 늑대친구들. 나는 나가면서 라 스킨을 찾으며 소리쳤다. "라스킨! 너희 동족들은 네가 진두지휘해서 맞아라!" "그럴 시간이 어디있겠습니까!" "이런 젠장!"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밖에서는 매쉬암의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며, 우리 일 행들은 그들과 박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누가 매쉬암 아니라고 할까봐 휘둘러지는 팔의 형상을 한 깃발도 격렬한 움직임에 휘날리고 있었다. 다친 사람은 다행히도 없었지만, 지금은 숫자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흩어지지 않아서 다행라고 생각하는것이, 흩어졌다가는 각개격파당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매쉬암의 인 원은 대략 스무명정도? 부상자들과 시체가 누워있는것을 감안하자면 대략 서른명 정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몸에서 뭔기 이상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두근! 가슴이… 또…. 나는 이를 악물면서 오른손으로 가슴을 쥐었다. 또 왜그러는 거 야! 제길! 하필이면 이럴때 꼭 발광을 해야겠어?! "히야아아압!" 내가 갑자기 우뚝 서있자, 어떤놈이 나에게 칼을 휘두르면서 공격해왔다. 미친자 식! 죽고싶어 환장한거야! 나는 이를 악물고는 소리쳤다. "죽여버리기전에 꺼져!" 퍼엉! "허어억?!" 원하지도 않았지만, 시료스가 멋대로 움직여주었다. 사람의 몽통만한 철구의 형 태를 이룬 와이어가 달려들던 놈을 강타했고, 그녀석은 숨막히는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나가 떨어지고는 기절해버렸다. 제길! 이 레드 드래곤의 피! 네 주인은 나란 말이다! 주인이 된지 천년이나 지났으면 좀 동화되어주는게 예의 아니냐! "크크크크… 맘대로 도망가게 둘 수는 없지…" 어느새 나온 본데스는 뒤로 일곱의 늑대인간들을 두고는 말했다. 결국, 우리들이 우격다짐으로 밖으로 나올것이라는걸 예견하고 있었다는 말이냐? 쳇! 그냥 위쪽으 로 올라가서 달아날걸 그랬나? "위로 올라갔어도 상황은 마찬가지야. 오히려 넓은쪽이 더 싸우기엔 좋겠지. 크 캬캬캬캬캬!" "위에도…?" "당연하지! 맨 위쪽에서는 입구에서 칼빼들고 기다리는 녀석들이 이곳에 배는 되 니까! 크하하하! 웃긴일 아니겠어? 기껏 힘들게 올라가니 칼빼들고 기다리는 녀 석들이 잔뜩이라면 말이야! 으하하하핫!" 본데스의 웃음소리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데, 저녀석의 입을 확그냥 찢어버 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머리를 부수고 뇌를 끄집어내 확인하는 거야. 온몸을 산산조각으로 부수면서 녀석의 뼛가루가 공중에 흩어지는 모습을 보 면서 숨이 막히도록 웃어버리는 것이지. 크크크큭… 재미있겠는걸?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거야? 내가! "그럼, 여기서 자네들의 뼈를 묻어주지. 캬하하, 크하하하하하! 가라!" 본데스는 다시금 늑대들을 우리에게로 보내었다. 그리고 나는 오른손으로 와이어 들을 전개시키고, 왼손으로는 샐레멘더를 소환했다. 내 비록 내 손으로 사람을 죽 여본 일이 없다만, 늑대인간이라면 이미 전과가 있다! 까짓꺼 한번 더 죽여버리는 일 쯤이야 못할것도 없지! 키메라가 되어 긍지를 잃어버린 너희 자신이 일족에게 할 수 있는… "참회라고 생각해라아앗!" 피를 토하듯이 말하면서 나의 옆을 질풍노도와도 같이 달려나간 라스킨은 달려가 면서 늑대인간의 모습이 되어서는 완전무장한 늑대인간 키메라들을 하나하나 눕히 기 시작했다. 어이, 라스킨. 내가 등장할 자리를 그렇게 빼았으면 어쩌라는거야? 나는 뜨겁게 달구어졌던 가슴을 식혔다. 인간의 시체에서 뒤돌아 있기 때문에 시 각적인 면에서는 어느정도 괜찮다. 하지만 코끝에서 은근히 느껴지는 아련한 혈향 은 아직도 나를 위험수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자기절제… 자기절제… 인내와 극기 로 나를 이긴다! "끼야악!" "이 엘프년 죽여버리기전에 멈춰!" 응?!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명에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미리안 이 다리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목에는 단검이 겨냥되어진채 로 인질이 되어있었다. 매쉬암의 병사들은 거의다 정리가 되어잇는 상태였고, 그 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아찔해졌다. 시선을 돌려라! 지금은 미리안이 잡혀있는 상황이다! 나는 눈을 부릅뜨면서 미리안을 잡고있는 빌어먹을 자식에게로 순식간 에 다가갔다. 미처 어떻게 할 겨를이 없을 시간에 다가간 나는 오른손으로 대거를 잡아 치우며 부수고는 왼손으로 미리안의 머리채를 잡은 손을 거머쥐었다. "으아아아!" 갑작스레 닥쳐온 고통에 녀석은 손을 놓으며 소리 질렀고, 나는 손을 놓으며 발 로 걷어 찼다. 누구에게 손을 대는거야! 녀석은 찍소리도 못하고 뒤로 날아가 나 무와 부딪히고는 기절해버렸다. "후우… 후우…" 나는 크게 숨을 쉬었다. 시야가 웬지 약간 붉다. 숨이 가빠오는것을 꾸욱 억누르 고, 뛰어오르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한다. 힘조절 하는것에 만전을 기하는것 을 항상 상기하며, 나 자신이 나 자신에게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나에게 주 어진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다스려야하며… 빌어먹을! "페이그니스님…? 눈이…" 미리안은 나에게 구해지자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가 나를 올려다 보고는 놀란 표 정이 되었다. 눈? 눈이 왜? "약간 충혈되신거 같은데…"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눈을 가리면서 말했다. 점점 더 피의 자각이 심해지고 있다는 소리인가? 갈 데없이 몸안을 휩쓸면서 날 파괴의 본능으로 이끄는 피가 점점 요동을 치면서 나 의 눈에도 이상이 생기는것 같았다. 아니면, 눈에 이상이 생기는것이 시작의 징조 일지도 모르지. 큭! 빌어먹을. 쿠오오오오…! 라스킨은 어느새 키메라로 변한 일곱의 늑대인간들을 잘 처리했는지 그들의 시체 를 밟고서 애도와 승리를 담은 포효를 질렀다. 금방끝나는군. 역시 늑대왕에게 덤 빌 늑대는 없다…라는 건가? 나는 잠시 나 자신에게 국면한 문제의 해소점으로 본 데스를 노리기로 했다. 마법이라도 진창 쏟아부으면서 이 상황을 잊어야 겠어. 나 는 멍하니 서있는 본데스에게 기습적으로 마법을 날렸다. "라이트닝 볼트!" "…?! 흐읍!" 짧게 기합성을 지른 본데스는 금새 블링크했고, 그가 있던 자리에 번개가 날아가 꽂히면서 파박! 하는 소리를 내었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실프를 소환해 몸을 띄 우고는 본데스가 나올 지점 가까이 이동하면서 말했다. "하하핫!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계시나! 하던것을 마저 해야겠지?" "크크크큿… 그런가? 윈드 커터Wind Cutter!" "룬 실드!" 가장 초급의 방어마법인 룬 실드지만, 나의 마법력이 본데스보다도 훨씬 상회하 고 있기 때문에 중급의 공격마법인 윈드커터를 충분히 막아 낼 수가 있었다. 나는 본데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본데스! 지금부터 내기 하나 할까?" "내기? 네녀석도 결국 미친놈이었군. 리치에게 내기를 걸다니…. 조건은?" "서로가 알고있는것 이야기하기!" "크크크큭… 재미있군. 네녀석의 힘의 근원이 궁금하던 차였다! 종목은…!" 그야 두말할것도 없겠지….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마법대전!" "크캬캬캬캬! 600년간 마법을 수련한 나에게 마법대결을 걸어? 객기가 마음에 들 었다! 크카카카카! 캬하하하하!" 이 대결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확실히, 리치란 존재에 대해서 뭐라고 정의 할 수는 없지만, 본데스는 지금 마법을 마음껏 쏟아 부을 상대를 원하는것 같았고 그 상대가 나였다는것은 확실하다. 나는 지금 나의 몸에서 요동치는 이 레드 드래 곤의 피를 어떻게든 잠재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딴짓거리를 찾던 중이었다. 본데스 와 나의 목적은 어쨌든 거의 맞아 떨어진 셈이지. 나는 아래쪽에 있는 일행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어서 건물안으로 피해!" 사람들은 심상치 않은 공기가 흐른다는것을 감지했는지 재빨리 건물안으로 돌 들 어갔고, 나는 씨익 웃었다. 이걸로 되었어! 나는 본데스를 보면서 말했다. "마법물품도, 다른 힘을 배재한 순수한 마법력으로만 겨루는데 이의없나?" "크크큭… 격식차릴필요는 없지만… 이의없다! 파이어볼!" "크윽?!" 나에게로 곧바로 날아오는 불의 공을 피한 후에, 나는 여러개로 불어나있는 본데 스를 보면서 날카로운 미소를 지었다. 시작이다 이거냐… "다중 캐스팅은 너만의 것이 아니야!" 그리고서 나는 한번에 네개의 마법을 캐스팅했다. 쿼드러플 캐스팅Quadruple Ca- -sting이다! "매직 미사일! 파워 애로우! 아이스 투스Ice Tooth! 라이트 애로우Light Arrow!" 매직 미사일이 아홉개, 파워 애로우가 여덟개이고 아이스 투스와 라이트 애로우 가 열개씩해서 총 서른일곱개의 초급용 마법개채들이 생성되어 나의 몸 주위를 빙 글빙글 돌고 있었다. 오브젝트를 설정하지 않았기에 지금은 이러게 대기상태로 나 의 주위에 떠있는 것이다. 본데스는 비웃던 표정을 대번에 바꾸면서 앙상한 손가 락으로 날 가리키면서 말했다. "네, 네녀석은… 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냐!" "글쎄…? 일단 지금은 나의 승리인것 같군. 본데스?" "쿼드러플 캐스팅이라니… 처음부터 내가 손해보는 내기인가… 크크큿…!" 녀석의 눈이 일순 번뜩였고, 나는 그것을 놓치기 않았다. "하앗!" 서른일곱개의 공격마법개채중 종류별로 두개씩만 뽑아 여덟개를 본데스에게 날렸 고, 본데스는 이젠 그의 주특기라고 해오 믿어줄 마법인 블링크를 사용했다. 하지 만 위치파악 정도야 나에겐 일도 아니야! 나는 녀석이 나올 장소로 미리 쏘아보냈 던 여덟개를 향하게 했다. 그리고는 본데스가 나타났을떄, 녀석은 아이스 투스와 라이트 애로우를 무마시켰지만, 매직미사일 두개와 파워 애로우 두개에 격중당하 고 말핬다. "크으윽?!" "자주 사용하다 보면 패턴정도야 읽기가 쉬운것 아니겠어?!" 나의 발 아래쪽으로 블링크했던 본데스는 나에게 공격마법을 사용할 요량이었는 지 이를 악물었고, 나는 남은 서른개의 마법개채로 녀석을 에워쌌다. 여차하면 날 릴 수 있도록 말이야. 후우, 마법력을 잔뜩 투자하니까 어느정도 진정이 되는것이 다행이군. 후후…. "정말로… 네녀석 인간이냐…?" 본데스는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고, 나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글쎄. 가끔은 나도 그게 의심스러워. 자, 내기엔 내가 이겼지?" "…빌어먹을 내기로군" 본데스는 자신의 주위를 다각도로 충돌하지 않으며 빙빙 돌고있는 서른개의 마법 개체들을 보면서 뱉듯이 말했고, 나는 생글생글 웃었다. 나는 말이야, 손해를 보 는 내기따위는 안하기로 결심한지 꽤 오래 되었다구. 드래곤씩이나 되어서 내기를 할 때마다 항상 손해를 봐야겠나?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본전은 뽑는게 나의 생활 신조중에 하나이며, 오늘은 약간 치졸하긴 하지만 이기기로 해버렸지. 본데스에게 듣고 싶은게 쌓여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조금 싱겁게 끝났나? 나는 본데스의 앞 으로 가서 그의 눈을 마주보며 유들유들하게 말했다. "질문 하나. 드래곤의 생피는 어디서났지?" -------------------------------------------------------------------------- ------ 싸움 시이작! 그리고 끝. 하핫. 간단간단히 가는것도 때론 좋겠지요. 썰렁한것을 좋아한다는.. (내 글은 거품이야! 빠지고나면 아무것도 안남지!) 인기투표 설문조사는 활발히 진행중이군요. 캐릭터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증거가 여실히 드러나는 중입니다. 가슴이 찔리는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크억.. 남자파트는..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글쓰는 입장에서 죄송스럽군요. 몰표라니.. 여자파트는.. 양대산맥과 꼽사리 하나..인가요.. 에실루나가 약간 더 많은것 같다는.. 인기투표 설문조사는 계속 됩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75 회] 2002-11-04 조회/추천 : 3255 / 15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D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물어볼것 같았다. 총수년이 구해주더군" "…둘다?" "둘다" 직접 얻은것이 아니라 체리랑스라는 매쉬암의 총수가 구해다 준 것었군. 확실히 본데스의 실력으로는 드래곤을 잡기가 꽤 어려울거야. 성룡된지 10년도 안된 나한 테도 이렇게 쩔쩔매고 있잖아? 언감생심 드래곤을 잡는다는것은 말도 안된다. 인 간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여럿이 뭉치면 가능성이 많이 늘어나겠지. 뭉치고 뭉치면 한없이 강하고, 흩어지면 약한것이 인간이니까. 본데스도 지금은 리치라고 해도 전에는 인간이었으니 드래곤을 혼자서 잡기엔 무리가 있다. 키메라나 블러드 스폰을 사용해도 말이야. 그러면 체리랑스는 대체 그걸 어떻게 구했지?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는?" "말 해줄리가 없겠지" 확실히 그렇다. 그런것을 말 해줄리가 없겠지. 나도 별 기대하지 않고 던진 질문 이었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쳇. 결국에는 체리랑스라는 년을 잡아서 족칠 수 밖에는 없는건가? 하지만 어디있는지 알아야지? "체리랑스가 있는곳은?" "접촉을 해온것도, 하는 것도 그쪽이라서 나는 모르지" 역시 틀려먹었군. 내가 매쉬암에 들어가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는건가? 그렇지만 아무리 체리랑스를 잡거나, 매쉬암을 박살내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그런 조직에 몸 담고 싶지는 않다. 일단 들어가서 입지를 높이려면 범죄짓거리를 해야 한다는 소 리인데, 나는 독한마음먹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괴롭혀서 나의 목적을 이 룰 정도로 매쉬암에 피해입은것이 없거든? 좋아. 그러면 다음 질문. "이 유적에 대해 아는대로 말해봐" "맨입으로는 해주기가 싫군. 크크큭…" 본데스는 작게 큭큭거리면서 말했다. 어이, 지금 당신이 그럴 상황이야? 나는 황 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돈이라도 원하는거야?" "오우. 자네 물질주의에 물들어버렸군. 세상엔 돈보다 더 가치있는게 많다는 옛 사람들 말도 못들었나? 크하하하!" "…지금 네가 처한 상황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그건 그것이고 이건 이거지" 본데스는 완전히 거래하는 투로 말했고, 나는 기가 막혔다. 이 리치, 정말로 어 디가 어떻게 된거 아닌가? 주위로 30여개의 적개심을 가득 품은 공격용 마법탄들 이 윙윙거리면서 날아다니고 있는데도 유유자적하게 말하는 태도라니. 아, 리치가 되었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이미 정상의 범주에선 벗어났지? 어쨌든, 뭘 원하는지 나 알아볼까? "뭘 원하는데?" "간단해. 네놈의 정체에 대해서" "…그건 좀 곤란한데?" 확실히 조금 곤란하다. 내가 드래곤이라는것을 밝힌다면 이 말은 곧 매쉬암으로 도 넘어가게 된다는 소리이니까 말이야. 매쉬암에서 내 정체를 알에되는것은 별로 원하지 않아. 본데스는 하얀 이를 드러내보이며 미소짓는 표정으로(괴기 스럽다. 반해골이 씨익하고 웃는다니…) 말했다. "그러면 힌트라도 하나 떨구어 놓던지. 나에게 노인의 즐거움을 선사해줄 생각은 없는가? 젊은양반" 나는 피식 웃었다. 노인의 즐거움이라고? 600년 늙은 티를 내겠다는 거야? 힌트 라면 그것도 괜찮겠지. 열심히 유추하고, 또 생각해서 시간을 때우는 소일거리 하 나를 마련해 주는셈 치겠어. "인간은 아니야. 끝. 이제 질문에 답해" "훗. 이미 네녀석이 정령술과 마법을 동시에 쓸 때무터 알아봤다. 이 유적의 비 밀? 좋아. 말해 주겠어. 귓구멍 열고 잘 들어라" 그리고 본데스는 말하기 시작했다. 이 유적이 가지는 비밀과, 어째서 이 유적이 이런 상태로 있는지를. "…이게 알아낸 전부다. 신빈성은 꽤 높아" 그렇군… 그런 비밀들이 있었구나. 나는 잠이 아래쪽을 내려다 보았다. 어느샌가 잔잔해진 수면의 아래에는 고대의 도시가 잠겨 있었다. 아니, 보존되어있었다. 그 런것이었어. 덕분에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열었군. 나는 씨익 웃으면서 본데스에 게 말했다. "이야기 잘 들었어. 마법 풀고 5초 준다. 네녀석의 본거지든 어디로든 사라져버 려. 다음에 만나면 그땐 정말로 아작을 낼거니까" "어차피 여기서 죽여도 상관없는데 왜?" "넌 내 몫이 아니거든" 나는 씨익 미소지었다. 두개의 의미가 담겨져 있는 말이지. 첫번째는 넌 내 상대 가 아닌 라스킨의 상대라는것과, 또 하나는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네녀석은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번에 괜히 우쭐대서 싸우다가 한번 호되게 당했 었지. 그 이후 재격돌의 결과는 이것. 초급수준의 마법들로만 결판을 내었지. 내 가 생각해도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말이야. 본데스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크하하하! 저 손해봤다는 표정이 정말로 웃기 는군! 나는 손을 가볍게 휘저어서 마법을 해제시켰다. 적하고 이렇게 대화하는것 은 처음이군. 특별히 적이라고 할 그런 존재가 없었으니 여러모로 처음이라는 생 각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정들었다는 말은 아니야. "다음에 만나면, 그때는 마지막이야" "크큭, 나역시다!" 본데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파앗 하고 사라졌다. 텔레포트일것이라고 추측되는군. 설마하니 밖으로 나가자마자 녀석과 딱! 마주치는 그런 일은 없겠지? "휴우, 슬슬 일행있는곳으로 가볼까?" 일행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는다고 했다. 그리고서는 다른 곳으로는 가지 않았 겠지? 설마하니 이런곳에서까지 내가 레인저식의 추적술을 발휘해야 하는것은 싫 은데 말이야. 나는 가뿐하게 날아서 일행이 들어간 건물의 앞에 착지했다. 본데스 와의 대화는 어떤면에서는 즐거웠어. 마법으로 투닥거린것도 말이야. 본데스의 입 장에서는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외줄타기하고 있는 기분이었겠지만, 나는 즐거웠 다고. 음하하핫! 다들 어디 있으려나…… 제엔장. "아, 페이그니스님! 본데스하고는 무슨 이야기를?" "여러가지. 근데, 이건…?" 나는 시선을 미리안에게만 고정하고 말했다. 아련힌 피냄새가 다시 나에게 엄습 해왔다. 넓은 홀 안에는 피와 시체, 신음소리가 가득한것으로 봐서 또다시 격렬한 난투극이 벌어졌었나보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이들을 제압해버린 것이다. 미리안 은 자신의 레이피어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칼집에 넣으면서 내쪽으로 다가왔다. 적에 대해서는 절대로 관대하지않은 엘프의 모습이다. 어찌보면 인간보다 훨씬 더 무서운 존재들이야. "우리가 들어와서 공중에서 싸우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데 윗계단에서 저들이 내려왔어요. 타협의 여지는 없어보였기에…" "…이렇게 되었다는거군?" "예" 미리안은 너무 간단하게도 말했다. 나는 심호흐을 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그랬다 가는 혈향이 입안에서도 맴돌것 같았기 때문이다. 점점더 심장이 두근거리고, 기 분이 묘해져 오는것을 느꼈다. 그만둬! 그만두라구! 매일 이럴거냐! 시체만 보면 이렇게 되는거 정말 싫다고! "저 위쪽으로 올라가려해도 어려울것 같군요. 다른 출구가 있어야겠어요" 에실루나는 에스터크를 닦으면서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핑계거리 가 생겼군. 나는 뒤돌아 나가면서 말했다. "출구를 알아보고 오겠어. 위험한건 없으니까 밖에서 나와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나는 재빨리 피냄새가 철철 넘치는 이장소를 피해서 날았다. 통속적으로 입구가 있다면 출구는 입구의 반대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우리가 들어온 반 대방향으로 날아가면서 머리와 몸의 열을 식혔다. 벌써 오늘만 해도 두번째냐. 두 번이나 피와 시체가 널려있는 그런 장면을 보았으니, 약간의 자극을도 지금은 내 심장이 터질것같이 두근거린다. 시야가 약간 흐릿해지더니 붉게 변하려다 원래대 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난 사람을 죽일 그런 성격은 못되는것 같군. 죽일 힘은 얼 마든지 있지만, 마음가짐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이상, 나에게 살인은 어려운 과제 다. 킬이나 다른 사람들은 목숨을 내놓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어도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사람들이기에, 먼저 자신의 목 숨을 내놓았기에 다른이들을 죽이거나 하는것이 가능하다. 라스킨은 애시당초 싸 움이 가득한 장소에서 태어났으니 적의 죽음이야 일상화된 일이며, 미리안과 에실 루나는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대하는 모든 생물들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목숨을 취 하는 엘프다. 타협의 여지가 있다면 최대한 타협을 해보지만, 오늘같이 타협의 여 지가 없는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녀들은 가장 냉정하게 적의 목숨을 끊어놓을 것 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되지 못한다. "난… 그렇게 험한 세상에서 살지 않았으니까" 내가 살아온곳. 살인은 죄중의 대죄로서 절대 해서는 안될것이라 어렸을때 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내가 살던 나라는 유교적으로도 엄격한 나라였고, 동방예의지국이라고도 불리우는 나라였다.(비록, 국민의식이 좀 낮았지만) 그러한 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살아왔다. 살인이라는것은 나에게 있어서 생소하기 그지없 는 행위이며,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행위이다. 왜냐면 그렇잖은가? 나와 하나도 다를것이 없는 생명을 이 손으로 끊어버린다는것이, 나와 같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하면서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아온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 전체를 부정하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을 빼았겠다는 것과 같다. 비록 지금은 내가 드래곤으로서 살아가고, 모험중 만난 적에 대해 살인은 도시 내에서가 아니라면야 '내가 알게뭐야'로 통용되는 사회에서 살고있다고 하더라도, 예전에 몸에 배어있 던 규범들을 버리기는 어렵다. 언젠가 나의 이런 성격때문에 후회할 날이 오리라 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나는 내가 지닌 '인간'성의 최후의 보루로서 보수적인 가 치관이라고 할 수도 있는 '비살인'을 지키고 싶다. 살인같은것도 처음 한번이 매우 어렵지, 다음부터는 쉽게 할 수 있다는 사실 쯤 이야 안다.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꺼리는 것이다. 어떤 사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레드 드래곤의 해츨링에 인간의 영혼이 씌워졌기 때문에 기본적인 거부반응은 일 어나지 않더라도, 생물에게는 잠재적 본능이라는것이 있다. 지금 나는 레드 드래 곤의 천성이라고 할 수 있는 흉폭성이 지금까지 나갈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피 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표출되려하고 있다. 아니, 깨어나려하고있다. 머리는 차갑 지만 몸이 멋대로 반응하는것을 보면 알지 않는가?! 만약 그 흉폭성이 깨어나버린 다면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것부터 엉망으로 부셔버 리려 할지 모른다. 미리안과 에실루나, 그리고 나미아. 이들을 다치게 할 수도 혹 은, 그녀들을 죽여버릴수도 있다. 피하고 싶다. 그런것은 절대로 피하고 싶어! 새 로운 생을 다시 시작해서 또다시 큰 슬픔을 안고 가는것은 절대로 싫다! 그러니까 나는 내 자신을 좀더 제어할 수 있을때까지 흉폭성을 억누르려고 노력할 것이다. 난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후우…, 이제야 진정이 되는군. 음? 출구란 저기인가?" 나는 한참을 날아서 앞에 보이는 문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 정해 진 출구가 있어서 말이야. 이것으로 탑을 통하여 올라가거나 하지 않아도 되겠어. 그리고 다시 싸울 일도 없겠지. 두번까진 어떻게 참았지만, 세번째는 모르지. 쓰 리아웃에 성격 체인지! 일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우리가 들 어온곳과 마찬가지로 반원의 모양으로 나와있는 돌출부에 착지했다. 문은 입구의 문과 같은 모습을 하고있었다. 그러나 문 옆의 회색 석판에 쓰여있는것은 틀렸다. <<이곳은 출구입니다. 나가는것만이 가능합니다>> 글자 하나만 틀리군. 뭐, 문만 열린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나는 문으로 다 가가서 힘껏 밀었다. 그러자 문은 돌바닥을 긁는 소리를 내면서 바깥쪽으로 열렸 고, 우리가 이곳에 들어오기전에 지나왔던 일과 같은 길이 있었다. 음. 좋아. 이 제 일행을 불러 나가기만 하면 되겠다. -------------------------------------------------------------------------- ------ 제가 그리는 라이니시스는.. 인간성에 목메는 놈이지요. 자기자신에의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른 글에서는 드래곤되면 아싸좋구나~ 하는거 같지만.. 사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버린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인간성에 몸부림치는 모습은 계속 됩니다. 보기 싫으시다고.. 그만 두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것 같지만. 이런모습이 라이니시스녀석의 본모습이지요.(씨익) 주인공이라고 다 보기 좋아야 한다는법은 없지 않습니까. 하하핫.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여도 나는 나요.. 라는 성격일지도. 결국, 본질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아아.. 그리고 인기투표 메세지 모집때의 표들입니다. -------------------------------------------------------------------------- ------ 캐릭터 인기투표 남:라이니시스 여:미리안 -------------------------------------------------------------------------- ------ 남자: 작가 (앞으로 글잘쓰시기 바랍니다) 여자: 나미아 (-_-;; 로.. 뭐시기라는거땜시 ) -------------------------------------------------------------------------- ------ 남자는 머기 구스 여자는 나미야 근데 이거 설문조사로 하면 안돼나여? -------------------------------------------------------------------------- ------ 여자케릭터는....미리안! 이유는 에실루나보다 먼저 나왔었고, 못을 박을수 있는 빵을 만들수 있기 때문에(....솔찍히 메이드복을 입은건 미리안밖에 안나와서...) 남자케릭터는 라이니시스 이유는 주인공이니까 -------------------------------------------------------------------------- ------ 전 남자에는 주인공을 추천 하고 싶은데여 이유는 마땅히 할사람이 없어서 ;; 남자는 많이 나오지 않자나여.... 글구 여자는 에실루나를 추천하는데여 음... 가장 이쁘고 차카고 귀엽고 또 무엇보다 주인공과 그..... 무엇 크큼 하여간 이렇게 됨니다 작가님 아프로도 더 좋은글 마니 써주세여 -------------------------------------------------------------------------- ------ 남자 : 라이니시스 주인공, 여자한테 잡혀살면서도 공처가 보다는 애처가 타입이 마음에 드는군요. 먼치킨은 별루 좋아하지 않지만 라이니시스는 먼치킨의 능력을 지니면서도 전혀 그런 느낌이 나지 않아 더욱 좋습니다. 여자 : 나미아 귀엽군요.. 제가 약간 로리끼가 있어서인지 더욱 좋답니다. 하이텔에서도 잘 읽고 있으니 건필 부탁드릴께요.. 감기 조심하시고 내일도 3편 부탁드립니다. -------------------------------------------------------------------------- ------ ..이렇게 됩니다. 제가 굳이 메세지와 메일로 받겠다고 한것은.. 위와같이 여러분들께서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음.. 뭔가 주제넘은 소망이었을까요? 보내주신 저 5분(이름 공개는 안합니다)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수요일이 수능날이군요. 수험생 여러분들 힘내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그럼 전 이만 사라집니다. 목요일에 다시 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76 회] 2002-11-07 조회/추천 : 3063 / 8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D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런데 페이그니스. 본데스를 왜 그냥 보내주셨죠?" 메시지 마법으로 일행은 부르고서 우리는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윌 오위스프의 빛에 인도를 받으며 어두운 길을 말없이 걷던 도중, 에실루나가 나에 게 물어왔다. 본데스하고 싸우는걸 보고있었나? "이런저런 이유" "말씀해주시겠어요?" "이유를 말 할 수는 없지" 라스킨의 몫이니까, 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본데스와는 거래적인 분위기가 있 어서 말이야. "죽일 수도 있었잖아요?" 에실루나는 추긍하는듯한 모습으로 나에게 말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추긍 당하는것에는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당하는것을 싫어하니까. 그리고 한번 이야기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난 말하지 않을것이다. 그정도는 알아줘. "그는 매쉬암의 간부였어요. 어째서 그를 그냥 보내준 것이지요?" "에실루나…" 에실루나를 보니 약간 화가 난듯 싶었다. 대체 왜 그러는거야? 미리안이 옆에서 그녀를 말리는듯한 행동을 했지만, 에실루나는 그녀를 무시해버렸다. 평소에 에실 루나라면 이러진 않을텐데 말이야? "분명히 당신은 그를 죽일 수 있었어요. 저는 전부 보았어요. 헌데, 어째서 그를 그냥 내보내준 것이죠? 대답해주세요" "아까도 말했지만, 말 할 수가 없어" "어째서죠?!" 에실루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우리 일행의 발걸음은 멈추었다. 나는 기분 이 약간 하강하는 것을 느꼈다. 대체 왜 그러는거야 에실루나? 하지만 그 이유를 말 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표정을 굳히면서 말했다. "그것 역시 말 할 수 없어" "페이그니스!" 그녀는 기어코 큰 목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나는 순간 놀라고 말았고, 그것은 다 른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결국 현실이 되어버리 네? 나는 놀라서 멍하니 있었고, 그녀는 자신을 추스리지도 않으며 말했다. "대답해주세요! 지금!" 한순간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바뀌었다는 생각을 했다. 아냐, 미리안이라 할지라 도 내 앞에서 면전에 대고 저렇게 소리치지는 못하지. 생각해보자면 내 앞에서 당 당하게 소리치고 나를 죽여버리겠다고 했던 사람이 있었지? 마리를리나말이야. 지 금은 요조숙녀가 되어있는것 같지만말이야. 아무튼, 나는 지금 상황에서는 약하게 나갈 때가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강압적인 눈빛이 나왔기 때문이 다. …지금 나를 강제하겠다는 소리인가? 순간, 난 열이 뻗쳐치면서 그녀를 노려 보았다. 그리고는 오른속으로 벽을 때렸다. 콰강! "…시끄러워 에실루나" 벽이 부서지며 파편이 날렸고, 나는 그 사이로 나는 낮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니 까, 지금 누구를 강제하려고 들었단 말이야? 에실루나, 엘프의 머리가 그렇게 나 쁘다고는 생각 안했는데 말이야. 나는 이를 드러내보이며 말했다. "지금 나를 강제하겠다는거야 뭐야? 잠시 잊었나? 내가 누구인지를? 그리고 네가 네 입으로 했던 말을! 그래놓고서 지금 뭐하는 짓이야! 평소에도 그랬지! 그렇게 도 내가 만만하게 보였던가? 봐주면 봐주는 대로 있었어야 했을것 아니야아!" 콰가강! 나는 한번 더 벽을 쳤고, 아까보다 더 많이 부서지며 파편이 튀었다. 에실루나는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팔로 얼굴을 가렸다. 몇개의 파편이 그녀의 팔에 맞아 튀었 다. 후우, 제길! 나는 뒤돌아 올라가면서 말했다. "충고하겠는데, 지금이라도 상기하는게 좋아! 나에 대해서!" 나는 비탈길을 타박타박거리면서 올라갔다. 아, 제길. 도대체 뭐야! 그 눈은! 말 하지 않으면 뭘 어쩌겠다는거야! 자기입으로 구속하지는 않겠다면서 나에게 하려 했던 행동은 대체 뭐야! 말 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잖아! 그러면 그냥 납득할것이 지 평소답지않게 흥분하면서 뭘 어쩌자는거야! 그것도 하필이면…! "내 본성이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시점에…!" 크윽! 나는 이를 악물었다. 짧은 시간사이의 두번의 일렁거림. 내 감정도 약간은 그에 따라 격해져 있었다. 에실루나에게도 화를 낸 근본적 이유는 그것이지만, 적 어도 한번쯤은 화를 낼 필요가 있다. 나는 애처주의자이지만, 잡혀사는건 싫거든. 요즘엔 왠지 그런것 같고 말이야. 그냥 내가 하고싶어서 그녀들에게 잘 대해주고 는 있지만, 요즘에 들어 나를 강제하려하는 느낌이 크다. 한번쯤을 이렇게 해줘야 할 필요도 있다. 그래. 괜찮은거야. 음. 나는 가는 길에 라이트를 몇개 띄워서 뒤에 오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배려했지 만 곧 그건 쓸데없는 짓이란걸 깨달았다. 마법사용자가 다섯이나 있는데 라이트를 띄워두면서 가는것은 낭비로군. 게다가 여기는 미로도 아니다. 특별히 표시같은거 는 안해도 되지 않을까? 걸어오면서도 머리를 차갑게 식히는데 주력했다. 아예 그 냥 운디네를 불러서 머리를 감아버릴까? 에실루나에게 화를 낸것은 조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먼, 음… 역시 심층심리에서 그녀에게 약간 화를 내고자 하는 마음 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이, 싸이. 잠깐 나와보겠어? 「부부싸움에 정령까지 불러서 카운셀링하는 소심쟁이 남편이군」 …그말 하고 싶었던거냐? 아니, 사실 말이야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거든. 내 심리가 어떤지 좀 짚어보지그래? 「듣기 좋게 해줄까, 아니면 신랄하게 해줄까?」 당연히 듣기 좋게 해줬으면 한다. 신랄하게 설명듣다가 기분상하면 강제송환시켜 버릴수도 있거든. 「원한다면. 그렇다면 먼저 주인의 전체적인 성격을 훓어보면, 우유부단에 여자 라면 사족 못쓰는 팔자지. 거기에 이상한 기억까지 가지고 있어서 여자를 사랑 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물론, 주인의 두 애인겸 아내들에 대해서는 사랑의 감정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지만, 이건 친밀감인지 우정인지 제대로 분간 도 안가는군. 에실루나라는 은발엘프에게 화를 낸 원인을 말하자면, 그녀의 생 각에 들어가봐야 정확한걸 알 수 있엤지만 아마도 그 매쉬암이라는 집단에 대해 강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것임이 틀림없지. 어느 정도냐 하면 주인에게 대들 정도로,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을 잊어버릴정도로 말이야. 아마도 지금은 속으로 자기 자신에게 채찍을 때리면서 자학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듣기 좋게 해준다며? 이게 어디가 듣기 좋다는거냐! 「기준점은 상대적이라서」 후우… 그래, 내가 무슨 말을 하랴. 그런데 에실루나가 대체 매쉬암에서 어떤일 을 겪었기에 저러는거지? 내가 알기로는 잡혀서 무장해제이 끌려왔다는것 외에는 없는데 말이야? 나는 그녀에게 정확한 사정을 듣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지금 상황은 이상하게 약간의 알력싸움이 되어버려서 내가 먼저 굽히고 들어가기는 싫 다. 거의 엉겁결에 기분에 휩쓸리다시피해서 화를 내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에라, 나가서 사람들 올 때나 기다리자. 밖으로 나오니, 이곳은 우리가 들어왔던 분지의 반대편이었다.(당연하지) 역시나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감추어져있는 동굴이었고, 나는 동굴의 입구에 미리 밖에서 는 들키지 않도록 불가시(不可視)의 결계를 만들었다. 노움하고 마법을 적절하게 응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지.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 장소까지 웬만해서는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크리에이트 엔트로피를 사용할까도 생각했지만 관뒀다. 일 행들이 돌아와서는 자꾸 이 장소를 벗어나자고 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아, 벌써 새벽이군" 확실히 어두운 밤에 안으로 들어갔으니까 밖은 새벽이 되어있을 것이다…라고 생 각하지 못한것은 아니지만 저 안이 워낙에 밝다보니 갑자기 현실성이 어디론가 사 라져버린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나는 적당한 곳에다가 샐레멘더를 소환 해 놓고서는 벽에 기대어 앉았다. 샐레멘더의 열기로 안은 금방 보송보송해질 것 이다. 밖에 순찰대가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불가시의 결계 때문에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가지고, 나는 칼을 끌러 옆에 기대어 두고 살짝 고개를 떨 어뜨린 다음 자기 시작했다. 옆에는 가볍게 땅을 긁어서 '마지막 불침번으로 서겠 습니다'라는 말을 남겨두고서. "페이그니스씨… 주무시는군요" "그래도 불은 피워두고 자고있어" "마법적인… 결계?" "헤에~ 제법이신걸? 할건 다 해두고 자고 있으니까 말이야" "저기" "음? 마지막으로 불침번 서겠다고? 후, 제일 좋은걸 가져가다니. 뭐, 이렇게 쉴 준비 다 했으니 그정도야 괜찮겠지. 그런데 불침번이 필요 있으려나? 고양아, 니 생각은 어때?" 빠악! "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손이 먼저 나오는구나…" "당연하잖아!" "쉬잇…! 페이그니스님 깨시겠어요" "맞아요. 그런데 에실루나는 괜찮아요?" "…네에" "괜찮지 않으시군요…. 하긴 페이그니스씨 그런모습 처음봤으니까" "저도 좀 놀랐지요. 마스터께서 그런행동을 하실줄은…" "나는 딱 한번 본적이 있어요. 그때는 전적으로 제잘못이어서 페이그니스님이 용 서를 해주셨지만… 이번 상황하고는 좀 다르네요" "미리안언니도 페이그니스씨랑 싸운적 있어요?" "싸웠다기보다도 제가 화나게 했었죠" "그건그렇고, 페이그니스씨같은 호인도 화내면 무섭구나…. 그 벽 두들길때 엄청 놀랐다니까?" "동감. 확실히 힘은 세시더군. 정체가 뭘까?" "괴물" "아앗… 저기… 그건… 좀…" "농담" "아…… 네에…" "정체가 궁금하기는 해도, 아무래도 좋습니다. 해될건 없으니 밝혀주시면 좋겠지 만 안밝혀주시는 그런대로 살지요. 그럼 저희들도 슬슬 자도록 할까요?" "찬성~! 난 저 불가 바로 옆에서 잘래~ 히힛" "고양이는 따뜻한걸 좋아해… 라고 한다지?" 빠각! "그냥 누워라" "하하하하하… 아파…" "슬슬 잘준비해요~! 지나얀은 졸려 죽겠다구요" "찬성" "저도……" "그러면 슬슬 준비하죠" 스륵. 시악. 턱! 툭! 풀썩! 사사삭…. 절그럭 절그럭. 턱! 탱그랑…! 달칵. 사사 삭… 스윽…. 탱! 덜컹! 따닥! 빠악! "그러면 주무세요들" "잘들자요오~" …………. 자는 동안 드래곤의 본능인지 어쩐지 시신경이나 여러 감각들은 깨어나 있었다. 내가 그것들이 모두 자기를 거부햇는지 몰라도 어쨌든 나는 자면서도 주위에서 떠 드는 모든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모포를 덮어주는 느낌을 잘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생각하자면 정말로 내가 잠을 잤는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어 느정도 정신적인 피로감과 육체에 아주 약간 쌓인 피로감이 사라진걸로 봐서는 잠 을 잤다는게 맞을것이다. 레어에 돌아가면 한 반년정도만 본체의 모습으로 잠이나 자볼까? 아서라. 아직도 놀 날이 창창한데 벌써부터 죽을때 기다리는 늙은 노룡들 처럼 살고는 싶지 않다. 나미아에게 마법을 가르치면서 알콩당콩하게 잘 살아야 지. 그 전에 에실루나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의미에서 일어났다" 전혀 의미없는 말이지만 나는 눈을 떴다. 잠을 잘때도 정신이 말짱하면 역시 불 편하다는 말이야. 편하게 전부 잊고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번 해본게 아니지만, 그렇게 자려면 본체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자야하거든. 그런데 한번 자면 몇년동안 이나 자게될지 모르니까 그건 참고 있다. 특별이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해서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것도 아니니까. "후우…"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모포가 발치로 떨어졌고,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기 전에 드라이어드를 불렀다. "드라이어드. 주변 20야드를 불가시영역으로" "예!" 노움과 드라이어드의 합작으로 불가시영역은 훨씬 넓어졌다. 밖으로 나가니 때는 이미 중천이었다. 뭐, 새벽에 잤으니까 8시간정도 잤다고 해도 해가 중천에 뜰 무 렵이기는 하다. 나는 불가시영역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적당한 수준에서 동굴밖의 숲을 천천히 거닐었다. 아침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에 가까울때 숲을 밟는다는것 은 기분이 좋단 말이야. "페이그니스……" -------------------------------------------------------------------------- ------ 수험생 여러분들은 수능 어떻게 잘 보셨습니까? 안녕하세요. 이그니시스입니다. 수능이었던 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수능이 끝났군요. 주위에서는 망했네.. 어려웠네.. 재수하네등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뭐, 연례행사니까 넘어가지요.(이른바 자신의 과소평가주의라지요.) 언론에서 수능이 어쩌고 거리는것은 전혀 신경쓸것이 못됩니다. 어차피 언론의 3S 플레이니까요. 국민을 현혹시텨 우롱하는 우민화정책.. 자신의 노력과 그것에 따른 결과 밑 대가를 경건하게 기다릴 때입니다.. ..라고 하기 보다도 고3분들은 이제 기말고사지요? 유종의 미를 거두시길 바랍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수능결과 발표와 대입원서러쉬의 붐이 이는 12월의 전까지는 수험생 여러분들에겐 좋은 휴식기간이 될듯 싶습니다. 저요? 평소와 변함 없습니다. 오히려 더욱 바빠지지요. 하핫. 오늘도 세편 가겠습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77 회] 2002-11-07 조회/추천 : 2987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D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내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는 에실루나였다. 목소리는 매우 작았 고, 망설이는듯한 감정도 약간 묻어나왔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으며 숨을 크게 들 이키고는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어투로 말했다. "무슨일이지?" "저기, 저… 제가 너무 주제넘는짓을…" 에실루나는 나의 반응에 머뭇머뭇거리고 있었다. 일단 그녀가 뭐라고 이야기할지 는 대충 알았다. 당연한이야기겠지만, 어제의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 다는 것이겠지만 나의 반응에 어쩔줄 몰라하는 것이다. "뭐야? 말할거 있으면 확실하게 말해" 나는 쌀쌀맞게 말했다. 평소같은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군. 항상 당당하고 냉 철했던 에실루나 지오덴틱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누가 좀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 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이 자 리를 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앞쪽을 향해 걸어갔고, 그런 나의 등으로 에실루 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주제넘는짓을 했었어요! 용서해주세요!" 뒤를 흘끔 바라보니 그녀가 나에게 허리를 팍 숙인채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눈 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고개를 숙인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것 은 다름아닌 '필사적'이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렇게까지 용서를 구하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져 오는 모습이었다. 나는 발검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돌아 걸 어나갔다. 그녀는 내가 승락을 해줄때까지 저렇게 있을 생각인가본지 내가 자신에 게로 다가가는 소리에 몸을 약간 움찔했을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대로 그녀의 옆을 지나쳤고, 그녀에게서 세걸음 정도 떨어졌을때 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그만둬. 어울리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냥 동굴을 향해 걸어나갔고, 나의 뒤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 리고는 나의 옷자락을 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걸음을 멈추었고, 에실루나의 젖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싫어지신건가요?" "…" "미안해요…흑, 하지만 저는… 아니, 어찌되었든 흐흑, 싫어하지만 말아주세요… 어떻게 되든 좋으니까… 미워하지만 말아주세요…" 에실루나는 이제 나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그녀에게서 가장 두려운것은 내가 그 녀를 싫어하게 되는것이겠지. 그녀는 울면서 내 옷자락을 쥐고 있었고, 나는 속으 로 한숨을 내쉬었다. 에실루나가 에실루나같지 않게 되는군. "전… 당신을 구속하려고 한것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것은 주제넘는 행동이 었어요. 그렇지만… 흐윽! 미안해요! 제발… 저를 어떻게 하셔든 좋으니까… 싫 어하지는 말아주세요!"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결국, 버림받는 것을 제일 무서워하는 에실루나는 알고보 면 미리안보다도 더 어린애 같다는 것이었던가? 여태까지 나에게 장난을 걸은 것 이나 나에게 했던 행동들은 사실 나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그녀의 잠재의식 이 표출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가장 응석을 부리고 싶은 사 람이 에실루나였다는 말이 되는건가? 후우… 정말이지, 이런 여자를 미워한다는것 은 어려운 일이야. 나는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하지는 않고 있으니까 울지마라" "흐윽…! 네에…" "하지만, 기억해두는것이 좋아. 내가 누구인지를. 다음엔 이런 일이 없도록 했으 면 해. 그리고 나는 평소의 네 모습이 더 좋으니까 그런 모습은 하지마. 무슨 말 인지 알겠어?" "예. 알겠어요" 에실루나는 기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뒤를 돌아서 그녀의 머리를 토닥토 닥 두들겨주었고, 그녀는 천천히 나에게 기대어 왔다. "미안해요 라이니시스. 하지만… 전 당신하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미리안의 모습 이 부러웠었어요…. 그 방법이 조금 틀렸던것 같네요…" 에실루나는 천천히 나의 어깨에 이마를 비비면서 말했고, 나는 훗 하고 웃었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서로 자신이 가지지 못한점을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 에 미리안이 나에게 말한적이 있었다. 에실루나가 가진 냉철함과 판단력, 그리고 그녀의 카리스마와 능력이 너무나 부럽다고. 자신에게는 있지 않은 그런 능력들이 너무나도 부럽다는 말을 했었다. 더불어서 그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면 될 수록 점 점 자신이 없이지는것 같아서 부럽다고. 하지만 지금 여기서 에실루나는 미리안이 가지고 있는 발랄함과 청순함, 그리고 나의 기분을 맞춰줄수 있는 그녀의 능력이 부럽다고 말하고 있다. 서로에게 없는것을 갈구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내가 보기에 는 재미있어 보인다. 에실루나는 그녀 나름대로 나와 스스럼없이 지내보려 했겠지 만 지금에 와서, 그리고 매쉬암의 일 때문에 흥분했던 일로 자신의 방법이 잘못되 었다는것을 안 것이다. "너무 성급하게 하지마. 미리안에게 부러운점이 있다면 그녀에게서 배워. 미리안 도 너에게서 배우고 싶은것이 있던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가요?" "그러더군" "그렇군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에게 없는 점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그거야 앞으로 그녀들이 알아서 해쳐나가야할 문제이다. 나는 그냥 뜨뜻~한 눈으 로 바라보고 있기만 하면 되지. "들어가자. 잠 못잤을거 같은데 조금이라도 쉬어둬" "네" 에실루나는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좀 평소의 그녀다워지는것 같 아서 마음이 놓이는군. 하지만 정말로 이 드래곤의 피는 문제가 있어. 피를 보면 발작하는것이 무슨 블러드 버서커Blood Berserker도 아니고 말이야. 나중에 어머 니나 아버지와 같이 상담을 해봐야 할려나? 후우, 그건 나중에 돌아가서 생각해보 고, 지금은 지금의 일을 해야겠다. 나는 에실루나와 같이 돌아와서 적당히 식사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부 준비하 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것 같으니까 그 시간 안에 에실루나는 짧은 잠은 자기로 하 고는 모포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에게 짧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아무도 보지를 않으니 대담해진다는 말인가? 아무튼 그녀는 모포속으로 들어갔고, 나는 먼저 실 프를 불러내어 주변으로 냄새와 소리가 퍼지지 않게끔 하고 요리에 착수했다. 재 료야 넘치고 넘쳐나니까 풀코스를 만들어도 상관 없겠지. 여행자용 식량은 확실히 미식취미를 가진 나로서는 먹기 괴롭단 말이야. 그 이전에 미리안의 초기 요리는 죽을듯한 맛의 고통이었지. 아직고 그 짠맛나는 생크림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 다. 우으으… 츄르르르르…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드려 넣고는 스크럼블 에그를 만든다.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뭐하고 점심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뭣한 시간에 만드는 음식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만들어야할지 예전에 요리를 배우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 렸던 결론은 '어차피 잠에서 깨어나 먹는 음식이니 아침과 비슷하게 하면 된다'라 는 결론이었다. 잠에서 마악 깨어나가지고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내장에다가 무거 운 음식들을 쑤셔넣는것은 탈나기 쉽겠지. 그래서 지금 만드는 식사는 보통의 아 침식사와 같이 가볍게 할 생각이다. 스크럼블 에그를 만들고, 빵에다가 버터, 그 리고 취향에 맞게 홍차나 커피정도가 좋겠지. 간단간단하게 먹고, 유적안에서 본 데스가 준 정보에 대해 토론을 벌여보는거야. 신빙성? 신빙성의 면에서라면 급조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 정보들이니까 믿어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특 별히 싸이를 시켜서 검사하지 않아도 그정도는 느낄 수가 있는 거야. 빵을 꺼내고, 일정한 크기로 자른다. 그런 뒤에 가볍게 프라이팬에 구워서 토스 트 분위기를 내고 버터를 알맞은 크기로 나누어 빵에 하나하나 올려놓는다. 하는 김에 치즈도 조금 준비해볼까? 음… 차라리 샌드위치는 어떨까? 에라, 이러다가 아예 스테이크 굽는다는 소리 나오겠다. 그냥 치즈하고 햄을 추가로 꺼내놓는 선 에서 마무리를 짓도록 하지. "자, 이제야 다 되었군. 3,40분 정도 걸렸나?" 샐레멘더가 피워놓은 모닥불 주위로 아침식사들이 쭈욱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프라이팬과 스푼을 양손에 쥐고는 씨익 웃었다 . 옛날부터 항상 이런걸 한번 해보고 싶었단 말이야. 후후후후훗… 탕탕탕탕탕탕! "일어들 나세요! 아침식사 준비 끝났습니다!" 탕탕! 탕탕탕! 탕탕탕! "으갸아아아아!" "꺄아아아…!" "그…만…해…줘…요오…" "시끄러" "으아아앙! 싫어어!" "우으윽?! 마, 마스터어어~!" "페, 페이그니스니임!" 사람들은 전부 귀를 붙잡고는 괴로워했고, 나는 씨익 웃었다. 요리할때도 잘 자 던 신경굵은 사람들이 이런거에 금방금방 일어나다니 말이야. 후훗, 역시 이 방법 은 동서고금 차원분간을 막론하고 통하는 방법이구나. 크하핫! 나는 프라이팬과 그것을 두드리던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자, 다들 어서 모포 걷어대고 일어나세요. 밥먹고 슬슬 일할 계획이라도 짜야하 지 않겠습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프라이팬과 스푼을 배낭에 집어놓고는 내몫으로 덜어둔 접 시를 집어들어서 모닥불 근처를 차지하고는 먹기 시작했다. 사람들도 알아서 접시 들을 집어들고는 졸린눈을 비벼가면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면서 약간 씩 투덜대는것을 잊지는 않았다. 거참, 다 큰 어른들이 투덜대기는. 나는 포크를 들어서 스크럼블 에그를 찍어 들어올리며 말했다. "먹으면서들 들어요. 우리가 들어갔었던 그 유적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길어요?" 지나얀은 포크를 입에 물고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질문했고, 나는 말했다. "그럭저럭. 길다면 긴편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 편입니다만?" "우웅… 그럼 먹고 이야기해요. 먹는데 심각한 이야기 들어가면 체할것 같다니까 요" "동감" "확실히 그렇지요. 먹고 이야기하죠?" 사람들은 지나얀의 말에 동조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하지만 먹고 난 다음에 듣는다면 체하는게 아니라 소화불량에 걸릴지도 모 르는데 괜찮을려나? 식사를 끝내고, 대충 자리를 정리한 뒤에 샐레멘더를 돌려보내고서 사람들은 둥 글게 모여앉았다. 이야기하는 사람으로서 정말로 뿌듯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데, 왜냐하면 화자(話者)의 이야기를 열렬하게 기대하고, 들어주는 청자(聽者)들 이 있기 때문이지. 나는 나를 향해 신경을 집중한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일단 제가 들은 이야기의 출처는 본데스가 말해준 것이고, 신빙성은 높은편이라 고 말씀해 두겠습니다. 보신분은 보셨겠지만, 본데스도 거짓말할 상황이 아니었 거든요. 혹시 질문 있으신분?" "질문~ 그 마법들 대체 어떻게 사용하신거예요?" "…기각합니다" "부우~!" 지나얀은 볼을 부풀리며 불만을 표했고,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것봐, 그런 곳에서 그런 질문을 꺼내면 내가 너무 난처해지잖아. 나는 옆에서 뭐라 궁시렁대 는 지나얀을 무시하고는 말했다. "본데스를 잡은 과정에 대해서는 일단 저리 넘기고, 제가 해드릴 이야기의 출처 는 일단 그렇다고만 알아 두세요. 워낙에 황당한 이야기가 되어놔서 그걸 믿으실 지 어떠실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이야기를 들어보시고서 판단해 주셨으면 합 니다. 앞으로의 일정을 짜는데도 도움이 될것 같으니까요" "…그러니까 뜸들이지말고 어서 말씀하시라니까요" 츠렌은 지나얀과 비슷한 표정으로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뜸은 대충 이 정도로 들이고, 슬슬 시작해 볼까? -------------------------------------------------------------------------- ------ 이야기를 끄는것 같지만.. 뭐.. 이정도는 용서를..(엎드려 절을 한다) 에실루나의 과격적인 행동.. 맘에 안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캐릭터성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라고 얼버무린다는.. 으아악!(도, 돌이..) 이제 유적의 비밀이 슬슬 풀립니다. 알고보면 고대문명은 수수께끼..(당연한가..?)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78 회] 2002-11-07 조회/추천 : 3326 / 20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D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이곳 이름없는 산의 안쪽에 들어서있는 거대한 돔. 사실은 원래부터 이곳에는 돔 위에 분지가 있었던것이 아니었다. 도시의 위로는 뻥 뚫린 하늘이었고, 도시는 사 람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이런곳에 도시를 지은 고대인들의 생각을 알 수는 없지 만, 산의 중심을 원형으로 파내고 그 안에 도시를 지었고 입구과 출구를 따로따로 만든 이 불편한 구조는 도시가 도시의 기능이 아닌 뭔가 다른 기능을 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고대의 유적들에서 나온 석판이나 벽서등을 잘 해석해보면 고대인들의 전쟁사-특 히 그들의 무기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의 마법의 체계도 아니고, 그렇 다고 해서 내가 살았던 지구의 과학문명도 아닌, 그 양쪽을 완벽성에 가까울 정도 로 혼합시킨 독특한 병기, 현재로서는 그 메커니즘을 어떻게 설명하려해도 할 수 없는 병기들에 대해서 사실적으로 쓴 글이 많다. 책같은 자료들이 남아있다면 좋 겠지만, 고대시대가 있었다는 증거로 남겨지는것은 그들이 살았던 건물과 터전밖 에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는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가장 그럴싸한 추측'을 내놓는 게 다다. 아무튼, 이 산의 분지에서 발견된 석판들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매쉬암은 이 유적의 비빌을 몇가지 알아내었다는 것이다. "첫째는 이 유적은 고대문명이 멸망하기 거의 직전무렵에 세워졌다는것과, 둘째 로는 저 유적 자체는 하나의 거대 병기라는 것입니다" "…벼, 병기요? 저 유적이?" "네. 그렇습니다. 뭐라고 해야할까… 말하자면 문명의 멸망을 가져오는 매우 거 대한 하나의 대포입니다" "무, 문명의 멸망?!" 유적의 중앙에 서있던 거대한 탑은 대포의 포탄을 발사하기위한 거대한 포신(砲 身)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포탄에서 발사하는 탄은 나로서도 그 원리를 짐작할 수가 없는 '사람과 물건만을 없애는'탄을 발사하는 것이다. 대체 어떠한 원리로, 어떤 힘으로 그런것이 가능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탄이 직격당해버리면 모든 건 물을 제외한 사람, 동물, 물건들이 마치 그 자리에 없던것처럼 사라져버린다고 한 다. 존재 자체가 원래부터 없었던것같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물 속에 들어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보셨지 요? 물속에서는 모든 물건들이 멀쩡했습니다" "그, 그렇군…요" 매쉬암측에서도 따로 예상을 했었다고 했다. 무슨 원리인지는 일단 제쳐두고, 고 대인들이 사용했던 이 병기는 공기가 있는 자리에서 반응을 하여 사람과 동물, 물 건들을 몽땅 사라지게 한다는것 같다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고 하였다. 확 실이 나조차도 저 유적-병기에 대해 뭐라고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저런것으로 전 쟁을 벌였다면 그야말로 문명의 멸망을 가져올것은 분명하다. "매쉬암에서도 열심히 조사를 했답니다. 그리고 저 병기의 기동일을 알아내었고, 그것이 역사학자들이 추측하는 고대문명이 멸망한 시기와 거의 동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고대문명이 멸망한 원인은 우리가 있었던 그 유적이었을 가능 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면… 그 돔은 뭐였지요?" 유적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던 흰빛을 내던 돔은 고대인들의 기술이 만들어낸 유 적을 자체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자체보호기능이라는 것이다. 돔이 둘러 싸여지면 유적은 재기동을 하기 전까지는 절대 해제되지 않으며 병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 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구와 출구가 따로 있는것은 무슨 뜻이죠?" 입구와 출구는 따로 있었고, 정 반대에 위치해 있었으며 문이 있었다는것으로 역 시나 발굴해낸 석판을 토대로 가설을 세워본것에 불과하지만, 입구와 출구에는 각 각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용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입구에서 빨아들인 힘을 매개체 로 삼아서 그것을 축적해 포탄으로 쓰고, 남은것을 출구로 배출하는 것이다. 공기 중에서 무엇을 흡수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가공할 위력을 내는것임에 틀림없다. 고대가 멸망한 원인을 이 유적이 제공하고 있다면 분명 그럴것이다. 참고로 매쉬 암의 연구원들은 입구와 출구가 있다는것을 석판을 통해 알아냈지만, 그것이 어디 있는지는 젼허 알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가 우연찮게 입구로 들어온 것이고 말이 야. "유적의 물과 그 밑에 가라앉아있던 도시는요?" "아, 그 부분이 애매한데 말이야…" 매쉬암의 연구는 석판을 통해, 마법으로 대충 모양을 훑어낸 연구에 지나지 않았 기 때문에 유적 내부에 물과 그 속에 온전한 형태로 보존되어있는 도시에 대해서 는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고 본데스가 말했었다. 자신들이 제대로 조사해본 것이 아니니 모른다는 것이지. 하지만 난 본데스의 이야기를 듣는동안 뭔가 한가지의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물 속의 도시는 형태가 온전했어. 그리고 많은 물건들이 있었겠지. 그렇다면 저 물속에 보존되어있는 도시는 '무엇을 없앨지'그 타겟을 정해주는 역할을 위한 표 본같은게 아닐까? 저 도시 안이라면 사용되는 모든 물건들이 들어가 있을 테니까 말이야. 아마도 물 속의 물건들의 형태를 읽어서 그것과 같은 것들을 전부 없애 버리는 방식이 아닐까? 건물은 그 물건들의 그릇으로 존재하고 말이야" "그렇다면… 그 도시의 어딘가에는 고대의 시민과 사용되었던 동물들이 있을 수 도 있다는 소리군요?" "그래. 어디까지나 나의 가설이지만 말이야" 가설이지만, 그렇게밖에 생각할수 없는 이유는 저 물에 보존된 도시를 거대한 대 포의 부품중에 하나로 보고있기 때문이다. 도시 자체에도 대포에 동력같은것을 만 들어 전달한다든지 하는 능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거대한 양의 물을, 그 것도 몇천년이 지나도록 썩지 않게 잡아두면서 도시를 수몰시킬 이유가 달리 또있 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저 병기의 기동시에 뭔가 잘못이 있어서 건물안에있던 사람들과 물건들 이 모조리 사라지게 했을 수도 있겠군요. 거기에 그로 인해서 고대문명의 멸망을 초래했을지도 모르는… 무서운 병기군요" 미리안은 작게 말했고, 우리는 치묵했다. 사실이 그렇다. 무서울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파괴가 아닌 멸망이다. 단순한 파괴는 재건의 여지라도 남겨 두지만, 이 런 경우에는 재건을 할 사람도 남겨두지 않는다. 그 존재 자체가 세상에서 지워져 버리는 것이다! "헌데… 매쉬암에선 어째서 저 병기를 노리고 있지요? 그들의 목적이 설마 세계 의 멸망은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라스킨. 모든것은 매쉬암의 머리 끝에 있는 체리랑스라는 년을 잡아서 족치면 어떻게 답이 나올것도 같지만, 지금으로선 그냥 예측 해보는 수 외에는 없어. 본데스 조차도 그녀의 하수인이니까. 무엇을 목적으로 저 병기 를 노리는지는 모른다고 했지" "저 병기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은 그런 시점에서 섣불리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또 움직인다고 쳐도 지금 문명이 고대문명처럼 되어 버릴 가능성도 있겠지요. 저라면 그러지는 않겠습니다" 나 또한 라스킨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멸망을 위해서 그러는것이 아닐것이 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매쉬암이라는 조직의 목적이 세계의 멸망이 아닌 이상 그 것은 당연한것이 아닌가? 살아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조직자체에서도 수입을 거두 고 조직을 운용해가면서 나라를 하나 전복하려면 그러던지, 아니면 더 많은 수입 을 노리던지 할것이다. 순간 섬뜩해지는군. '공멸'이 매쉬암의 숨겨진 진짜 목적 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니까 말이야. "매쉬암이라는 조직은 가면 갈 수록 정말로 섬뜩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들의 진짜 목적이 뭔지 알수 없지만… 지금은 저희들의 목적을 갇혀있는 사람들의 구 출로 국한시키고 싶습니다" 킬은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그렇게 말했고, 우리는 잠시 이 문제에서 눈을 돌리기 로 했다. 우리가 애시당초 이곳까지 온 목적은 갇혀있는 사람들의 구출이기 때문 이다. 그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구출하고서 저 유적과 병기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저 사람들을 어떻게 탈출시킨다는 것이지? 좋은 방법이 어디 없을까? "저곳은 광산이라는 특수성과 지형의 입체성 때문에 지난번과 같이 마법진을 설 치하려고 해도 설치가 되지 않으려니와, 한다고 하여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설마하니 여기에서 누구 입체마법진 그릴 수 있으신분?" 지나얀은 손을 번쩍 들어올리면서 말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갑작스럽게 나에게로 향했다가 도로 돌려졌다. 뭐, 뭐야? 설마하니 내가 할 줄 안다고들 생각하는거야? 내가 그런것을 할 수 있을리가 당연하잖아! 하지만 입체 마법진, 그러니까 2차원 의 평면을 벗어난 3차원의 마법진은 인간의 마법사라면 거의 죽을 각오를 하고 설 계에 들어가야하는 것이며,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3차원 마법진은 설치하 는데 시간이 무진장 걸린다. 어렵기도 어렵거니와, 제어자체도 까다로워서 웬만해 선 만들고 싶지 않은 것들중에 하나이다. 그런만큼 성능 하나는 끝내주게 강력하 지만 글쎄…? 말하자면 노력대 성능비가 그렇게 수지맞는 수준은 아니라는 말씀. 어쨌든, 사람들은 설마 가능하겠어'라는 시선으로 날 보았던것 뿐이었는지 지나얀 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 없네요. 그렇다면 저희가 가능한것은 양동작전이예요. 제일먼저 신속한 탈 출루트가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소란을 부려줄 '꺼리'가 필요하지요. 일이 전부 끝난 이후에 소란을 피운 사람들이 도망갈 그런 루트역시 확보를 하고서 마지막 으로 저 유적에 대한 최종적인 결론이 있어야해요" "최종적인 결론이란?" 나는 지나얀에게 물었고, 그녀는 생긋 웃응 표정으로 매우 엄청난 말을 꺼내놓았 다. "간단해요. 매쉬암이 손 대지 못하게, 차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게 유적을 완전 히 못쓰게 만들어 놓는, 말하자면 없애버리는 거예요" "찬성" 지나얀의 말에 머기가 갑자기 찬성하고 나섰고, 우리는 조용해졌다. 그러니까 앞 으로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저곳을 없애버린다 이것인가? 그건 너무 극단적인 판단이 아닐까? "저는 찬성입니다. 매쉬암에게 어떠한 힘을 부여해 주는것은 보지 못할테니까요" "나 역시. 차라리 없애버리는게 더 나아. 그런 두렵기만한 힘따위는" "마찬…가지예요…" 킬과 츠렌, 라니안느가 각각 찬성하고 나었다. 어, 어이! 유적을 없애버린다니?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가도 괜찮은거야? "저 또한 그 의견에 찬성이예요. 매쉬암에게 그 존재가 발각되었으니 어떻게든지 이용당할것이 분명하지요. 그러니, 차라리 없애 버리는것이 더 나아요. 만에 하 나라도 저들이 병기의 사용법을 알아내면 그것만큼 무서운 일이 없을거예요" 에실루나까지 그 의견에 찬성하고 나섰다. 그녀의 말이 맞기는 하다. 매쉬암에게 그 존재가 발각되었으니 어떻게든 이용을 당하겠지. 그렇지만 저런 유적을 없앤다 는 것은… 정말로 아쉽다. 연구가치가 엄청나게 많은 유적인데 말이야. 나는 한숨 을 내쉬면서 말했다. "과반수 동의군요. 그럼 저 유적은 없애는것으로 한다고는 쳐도, 어떻게 하실겁 니까?" "그것을 생각해 봐야죠" 지나얀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말했고, 그녀의 말에 우리는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 다. 어이, 이봐. 당신이 제안을 먼저 하고서도 그럴 수 있는거야? 정말이지 한심 스럽기 그지 없어 보인다구, 그거. "그런 의미에서 페이그니스씨. 당신의 스크롤 북을 저희 조직에 팔지 않으시겠습 니까?" "…에?" 지나얀은 갑자기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더니 어투를 바꾸어서 그렇게 말했고, 나 는 순간 황당스럽다는 표정을 지어야했다. 내 스크롤 북은 왜…? 그것도 당신네 조직에? "제가 조직이라고 말한것은, 저에겐 구매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페이그니 스씨의 스크롤 북을 저희 조직에 팔아주신다면, 저 유적을 없앨 수가 있어요" 나는 잠시 내 배낭안에 있는 스크롤 북을 떠올렸다. 스크롤북으로 뭐 어쩐다고… 아아아! "서, 설마 마나 빅 뱅Mana Big Bang?! "예. 마나 빅 뱅을 이용할 겁니다" 지나얀은 침착하게 말했고, 나는 얼이 빠져버렸다. 마나 빅 뱅이라니! -------------------------------------------------------------------------- ------ 우오오옷! 이제 다음 연재분 부터는 늑라리본의 후반부입니다. 중반부가 겨우 끝낫군요. 후반부는 다음이라는. 하지만 마지막 무대가 이 유적은 아닙니다. 뭐.. 약간 엉키는 감이 조금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성실연재!(불끈) 유적은 그 자체로 거대 병기였다는 괴상한 설정.. 공중요새따위는 아니고.. 컨셉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섬 라퓨타를 약간.. 중앙의 탑은 바벨의 탑 인가요. 하핫. 쓰면서 생각한것이 라퓨타였다는. 걸리버 여행기 완역본도 구입해야 하겠군요. 그러고보니... (처음 중 2때 학교 도서관에 빌려보고서 컬쳐쇼크를 먹었다는..) 문명이란것은 어찌보면 아주 가벼운 일로도 멸망하는 수가 있습니다. 지구가 잠시 몸을 떠는것으로도 망하는 수가 있고, 재채기라든지.. 수분 과다섭취로도 멸망하지요. 그중 제일 비참한 멸망은 그 문명의 구성원들에 의해서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멸망해가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명3를 하다보면서 상대국가들을 차례차례 점령하며 생각한 일이지요. (때론.. 전멸시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먼 과거에.. 서로의 손에 의해 우습게 멸망해버린 문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우리의 역사는 짧고 짧지요. 하지만, 사람이 1초안에 죽을 수도 있듯이.. 문명도, 지구의 관점에서보면 여드름 나왔다 사라지듯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아, 그냥 상념을 하나 적어본 것입니다. 하하하핫. 자아,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지요. 월요일에 3편을 들고서 다시 등장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덧.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라이니시스 전기] [179 회] 2002-11-11 조회/추천 : 2928 / 4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D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그게 뭔데요?" 츠렌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물어왔고, 나는 놀란 기분을 추스렸다. 하긴 마나 빅뱅이라고 한다면 마법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아예 모르는 그 런 종류의 것이니까 말이야. 에실루나는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 였다. 마법을 하는 엘프로서, 설명을 대신 해줬으면 해. 그리고 에실루나는 설명 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설명해 드리죠. 마나 빅 뱅이란것은…" 마나 빅 뱅. 마나에 의한 대 폭발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아, 물론 마법을 사용해서 일으키는 대 폭발을 생각 할 수도 있지만, 그런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종 류의 폭발이 마나 빅 뱅이다. 워낙에 일으키기도 쉽지않고, 일으키려고 한다 하더 라도 워낙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서 말이야. 게다가 일으킬 이유도 없기 때문이 다. 마나 빅 뱅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법의 기본 원리부터 짚고 넘어가야할 필 요가 있다. 마법은 술사의 정신력과 마법 언어로 자연속에 흘러다니는 마나를 연 쇄출동시켜 거기서 발생되는 각종 에너지는 이용하는 방법인데, 대개 한명의 마법 사가 사용 가능한 마법은 한회에 한번 뿐이다. 물론, 피나는 수련과 천부적인 재 능이 있다면 본데스처럼 이중 캐스팅까지 할 수 있다. 인간이라면 말이야. 드래곤 들은 선천적으로 자연력을 타고나는 종족이라 자연력의 하위 개념인 마나에 대해 서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쿼드러플 캐스팅까지 해낼 수 있는 존재들이지. 아무튼 간에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마나를 충돌시켜야 한다. 이 충돌이라는것은 마나의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현 상이라서 마법사들은 항상 마나의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마 나에 주목해야한다. 그리고 마나의 흐름에서 원하는 힘을 이끌어 내기위한 충돌을 일으킨다는것 자체 하나가 어렵기 때문에 더블 캐스터Double Caster가 귀한 이유 도 그것이다. 충돌속에서 또다시 충돌을 잡아내는것. 그것을 사수가 화살을 과녁 의 정 중앙에 맞추고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가운게서 화살을 또 쏴서 자기가 맞춘 화살을 가르며 과녁의 정 중앙에 박아야 하는 일과도 거의 같은 수준이다. 아니, 오히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마나의 충돌은 아무리 애를써도 7개 이상은 한번 에 사용하지 못한다. 드래곤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주위에서 마나를 끌어올 수 있는 한계치가 있기 때문에 세븐폴드 캐스팅Sevenfold Casting이 전부이다. 그렇지만 만약에 인위적으로 이것의 몇배치나 되는 마나의 충돌을 한번에 일으키 면 어떻게 될까? 인간들의 호기심은 무한하다. 그 점에 착안하여 인간들은 무한의 마나충돌현상을 실험하기 위해서 다량의 스크롤을 준비했고, 한 자리에서 그것을 동시에 파괴해버 렸다. 그 결과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서는 그 주위의 모든것을 쓸어버리고 깊은 산이었던 장소를 평원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한다. 그 흔적은 사이애그롬 남부 메 를든 평원에 그대로 남아있다고 한다. 주변의 산지와는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편 평한 땅은 그 옛날 무한 마나충돌의 실험을 하다가 그리 되어있는 장소라고 한다. 후일, 마법사들이 그 현상에 대해서 면밀히 연구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마나는 어떠한 곳에서든 그 밀도를 항상 같게하려는 움직임을 지닌다. 마치 온도 나 공기, 물 같이 비어있는 장소가 없이 모두 비슷비슷한 양의 마나가 그 밀도를 같게 하여 유동되고 있다고 한다. 약간 다른곳이 있다면 마나의 원천이 되는 거대 한 수해나 산맥정도가 마나의 농도가 조금 짙을 뿐이다. 그런 마나를 갑작스럽게 엄청난 양을 끌어다 쓰면, 일순간 주위의 마나가 한점으 로 집중되면서 그 공간을 채우면 마나의 밀도가 어긋나 버린다는 것이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마나를 충돌시켜야 하며, 충동시킬려면 마나가 모여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입자의 형태로 세상에 퍼져있는 마나들은 공간이 비면 몇백만분 의 일초로 그 자리는 메꾸어 농도를 같게 하는데, 갑작스레 비워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마나들이 몰려들고, 한계 이상치까지 충돌을 요구하는 술식과 제어법은 충 돌시킬 마나가 없어 이미 충돌하면서 힘을 구현하는 마나들을 움직이려고 무리를 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그 장소 일대는 거대한 마나의 집합군이 되어 버린다. 그렇 게 되어버리면 마나의 충돌에 그 많은 술식과 제어법들이 서로 방해를 받아버리기 때문에 업스트럭트Obstruct 상태가 되어 결국에는 어떠한 술식도 그 효과를 발휘 하지 못한채로 마나들을 제어하려다, 제어하려다 결국에는 술식의 효과가 사라져 버리게 되어서 술식의 구현을 위해 응축되었던 마나들이 한 순간에 원래있던 자리 로 풀려나며 그 빈 자리를 메꾸고있던 마나들과 섞이게 되어 마나의 과밀도 현상 이 이루어진다. 응축된 마나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밀도는 점점 높아져서 어느 순간에인가 과포화 상태가 되어 서로 충돌하기 시작하고, 술식과 제어법이 사라진 마나의 충돌은 폭주상태가 되어버려 마나의 영향을 받는 모든것을 없애버린다. 이 것이 마나 빅 뱅이다. "…그런데 저기 유적에도 그게 통할까?" "통해요. 이 세상에는 마나가 없는 곳이 없어요. 유적이라고 해도, 많은 물과 공 기가 있기 때문에 강력하고 순수한 파괴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되요. 돌로 되어있 다고 해도 모든 것은 자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어떤 물체는 약간씩의 마나를 유통시키고 있지요. 그 마나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면서 모든것을 파괴하는 거예 요" 세상 어느 물체라고 약간씩의 마나가 유통된다. 근원이 자연에 있기 때문에 특수 한 효과를 내지 않더라도 마나는 조금씩 유통되고있다. 인간도, 동물도 마찬가지 이다. "…음 조금 틀릴지도 모르겠지만, 과식하면 위장에 구멍 뚫리는것과 비슷한 건가 요? 한계치 이상의 마나의 충동을 견딜려면 과도하게 마나를 유통시켜야하고, 그 러는 과정에서 견디지 못해 부서지는… 그런건가요? 으윽, 머리아프다…" 킬은 머리를 감싸쥐었고,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거의 비슷해요. 대충 그런것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네요. 아무튼, 마법을 하 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해선 안될 짓이지요. 그 일대의 마나가 엉망이 되어버리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목숨조차 위험하기 때문에 자살하려 는 생각이 아니고선 할 수 없지요" "…지나얀, 자살하실겁니까?" 킬은 에실루나의 말을 듣고서는 턱을 괴면서 지나얀에게 말했고, 그녀는 펄쩍 뛰 면서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예요! 지나얀은 아직 안해본것도 많다구요! 멋진 남자랑 끝내주는 연 애도 해봐야하고, 아직 휴가도 다 안 끝났는데다가 놀 날들이 창창하다고요! 거 기에다 못 먹어본 음식들이…" "아, 네네. 알겠습니다. 헌데, 제가 이걸 팔지 않겠다면요?" "그러면 다른 수를 알아보겠습니다. 확실한 수를 놓치는건 아깝지만요" 지나얀은 내가 질문하자 표정을 굳히면거 '거래적인' 자세로 나왔다. 굳이 강요 는 하지 않겠지만, 기왕이면 최선의 수로 한번에 끝내버리고 싶다, 이건가? 나는 잠시 생각에 들어갔다. 누가 다칠 염려는 없다. 내가 가진 스크롤 북에서 이끌어 낼 수 있는 마나 빅 뱅의 규모는 유적의 면적에서 약간 모자른 정도니까. 텔레포 트를 미리 외워두고 칼로 스크롤 북을 자른 다음 마나의 응집이 시작되기 직전에 도망가면 그만이다. 아니면 시료스를 사용해서 수 마일 거리 밖에서 그냥 잘라버 리는 수도 있겠지. 그러고보니 나 지금 이미 마나 빅 뱅을 사용할 생각을 하고 있 잖아? 아냐! 안돼! 이 스크롤 북을 만드는데만 거의 1년 가까이 들어갔는데 말이 야! 아무리 레어에 같은 것이 11권 남아있고, 배낭속에서 몇권 들어 있다 하더라 도 아깝잖아! 그래서 나는 단호하게 거절하기로 했다. "얼마에 사실겁니까?" …가끔은 몸이 이성의 말을 무시하는 법도 있는 법이다. 지나얀은 날카로운 미소 를 지었다. 마법을 구현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세가지 방법으로 나뉘 는데 하나는 일반 마법사들이 쓰는 주문제창과 술식제어 방식이고, 하나는 마나를 지속적으로 유통시켜 한가지의 효과를 지속 발생시키는 마법진이다. 그리고 남은 하나는… "트랩에서 많이 쓰이는 순간 발현 방식이지" "특수한 장치나, 마법 언어를 적어놔서 그걸 만지거나 위로 지나가면 그때 마법 이 발현되는 방식이죠? 마법진하고 구술제어(口述制御)보다 어렵다고 하던데…" "어렵지. 조건이 붙기 때문이니까. 외교협상할때도 조건이 붙으면 원활하게 돌아 가지 않는것이랑 비슷한 거야" "…전혀 상관없는 예잖아요" "어쨌든, 내 말은…" "알아요. 어찌되었든 궁시렁 대지 말고 일하라는 거잖아요. 너무해요오… 우웅… 에실루나아~" 미리안은 나무판위에 종이를 얹고서 목탄으로 슥슥 술식을 계산하다가 옆에서 도 와주기 위해 앉아있는 에실루나에게 기대며 부비적거렸고, 에실루나는 그런 미리 안의 머리를 토닥토닥 두들겨 주고 있었다. …이것봐, 뭐하는거야? "어쨌든, 어렵긴 해도 작은거잖아. 지난번처럼 무식하게 큰것은 아니니까, 어떻 게 되잖아?" "되긴 되도오…! 정말 못해먹는 일이예요. 마법술식이 얼마나 복잡한지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세요?" "응. 몰라" "너무해에… 우에에엥~ 에실루나아~" 귀엽게도 논다 놀아. 미리안은 문자 그대로 일하기 싫다고 징징대고 있었고, 나 는 그녀의 앞에서 마치 조교처럼 터억하니 버티고는 일하라고 잔소리를 넣는 중이 었다. 솔직히 마법술식은 난 한번보고 거의다 외우고 이해해서 말이야. 그렇게 어 렵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 안그랬으면 쿼드러플 캐스팅까지 할 수 있을리가 없잖 아? 나는 미리안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미리안아. 그만 징징대라. 시간없다. 밤까지 언제 완성할래?"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흥, 칫, 핏. 일도 안하면서 맨날 나만보고 뭐라그래… 궁시렁궁시렁…" 미리안은 궁시렁대면서 목탄을 든 손을 놀렸고, 나는 순간 이마에 핏줄 하나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방금 뭐라 그랬니? "누군가가 자고 있을 동안 식사 준비한게 어디에 누구지?" "……" "아아… 생각난다. 누군가 요리를 배울때 그 괴 물체들을 삼켜야했던 고통이 말 이야. 거기에 주방은 전쟁터가 되었지.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길래 자는동안 청소 한건 누구였을까? 아아… 5년동안 힘들었지. 암. 춤도 안배워놔서 내가 가르쳐야 했을때는 얼마나 몸놀리는게 둔했는…" 순간 미리안의 표정이 울컥 하는 표정이 되었고, 그녀는 나의 말을 잘라먹고 들 어왔다. 어쭈?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자신이 귀찮아서 요리할 가정부를 들이신게 누군데요? 자 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손가락 하나까딱도 안대고 다른 사람 부려먹는건 어디에 누군데요? 결국 자기가 귀찮아서! 게을러서 그러시는 거잖아요옷!" 그동안 미리안도 쌓인게 조금 있었나본지 뾰족한 음성으로 쏘아붙이고는 표루퉁 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머리를 조금 긁적거리고는 짧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너 안도와주든?" "……아뇨" "그럼 계속해라" "…네" 미리안은 다시 조용하니 마법식 계산에 들어갔고, 나는 팔짱을 끼고는 한숨을 쉬 었다. 그렇게 말해도, 결국엔 도와 주잖아. 그러니까 할 수 있는데 까지만 해봐. 나는 미리안이 계속 일하도록 냅 두고는 밖으로 걸어나갔다. 결계가 있기 때문에 이 앞의 약간은 산책 다녀도 괜찮으니까. -------------------------------------------------------------------------- ------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주말 양 이틀간동안 외유를 했던 시간은 28시간이군요. ...나머지 20시간은 집에서 잠잔 시간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피곤한 육체가.. 손을 느릿하게 만든.. 양 이틀동안 신촌과 홍대를 전전했습니다. 놀고,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피곤합니다 (털썩..) 그래도 오늘 세편은 갑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0 회] 2002-11-11 조회/추천 : 2885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D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잘 놀다 오셨습니까?" "…놀기는요" 동굴의 입구에 앉아있던 킬은 나에게 농담조의 말을 건네었고 나는 그의 옆에 앉 으면서 말했다. 뭐, 놀았다면 놀았을 수도 있어. 아니, 그렇다기 보다도 놀렸다라 고 해야겠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동굴입구 옆에 걸터서있던 라스킨은 내쪽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물었고, 나는 적 당히 설명해 주었다. "에실루나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어. …그런데 저기 세 여자는 뭐하는 중이래?" "꽃" 나의 의문에 라스킨과 킬은 쓴웃음을 지었고, 머기가 짧게 대답해주었다. 꽃? 꽃 이 뭐 어쨌다고? "구경" 꽃 구경? 아아아! 뭐야, 그런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이 근처는 엄 폐물들이 많으니까. "그나저나 오늘 밤에 계획한 것들을 다 끝내야한다니… 그것도 아주 재미있는 방 법으로 말이죠" 킬은 빙긋 웃음지었고, 나역시 빙긋이 미소지었다. 뭐, 확실히 계획에서 재미있 는 면이 있기는 하지. 내가 있기 때문에 완성 가능한 계획이기도 하고 말이야. "후아~! 큰일날 뻔 했네…" "아, 어서와" "하마터면 매쉬암의 경비병들에게 들킬뻔 했어요. 우리들 때문인지 경계가 강화 된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아, 그랬습니까?" "놀랐…어요" "음" 츠렌과 지나얀, 라니안느는 각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보니까 저사람들 결계 밖으로 나갔다 온거야? 하긴, 주위 20야드 반경이라 면 어떻게 할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야. 그래도 용케 안걸렸군. 경계가 삼엄할것 은 이루 말 할수가 없을 정도일텐데 말이야. 저거봐. 여기 앞으로 또 한명이 지나 가잖아. 우리는 결계의 영역 밖으로 한명이 지나가는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 다. 우리가 유적 안에 들어가서 거의 압도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실력차이로 매쉬 암의 병사들을 마구마구 학살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경비병이 자주 눈에 띄 이는 반면, 그 숫자는 적었다. 같은 사람만 몇번째 순찰라인을 돌아다닌다는, 뭐 그런것일까? 그러고보니 다대일로 싸워도 아주 능숙하게 매쉬암의 병사들을 처리 한 우리 일행은 실력이 뛰어났다는건가? 합류하고 다니기는 했어도 워낙에 대단위 전투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싸움만 벌여놔서 이사람들 실력을 제대로 본적이 거의 없었다. 뭐, 굳이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적을 상대로는 확실하게 가 차없이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지. "미리안언니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궁시렁대다가 다시 일하고 있습니다" "원인은 페이그니스씨죠? 뭐, 사이가 좋다는 증거겠지만요. 나도 도와드리러 갈 까나? 꽤 지미있는것을 만드는것 같던데…" "저도… 갈게요…" "그러면 가요. 와이~ 간만에 진지하게 수식 계산 할 일이 생겼다~" 지나얀은 라니안느의 소매를 끌고는 동굴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런데 간만에 진 지하게… 라고? 마법사들이면 항상 마법을 사용할때 그 수식을 엄청나게 계산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야? "지나얀. 천재" 내가 잠시 눈을 깜빡거리고 있자 머기가 짧게 두마디를 던져주었다. 천재? 그러 니까 지나얀이 천재라는? "우수인재" 머기는 다시 짧게 말했다. 같은 조직에 소속되어있는 머기가 말하는것이라면 확 실하다고 할 수가 있을것도 같은데 말이야. 우수인재라고? 확실히 성격상에 약간 의 문제점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하는짓이 귀여우니까 넘어가지. 아, 그렇다면 머기는 어떤 부류지? "지나얀씨가 우수인재라고? 그럼 너는?" 내가 질문하려고 했던것을 옆에서 듣고있던 킬이 가로채어 버렸다. 내가 하고싶 은 말이 그거야. 암만봐도 지나얀이 머기한테는 고분고분한것 같단 말이야. 그렇 게보면 머기는 조직에서 어떤 인재야? 킬의 질문을 들은 머기는 훗하고 미소를 지 으면서 짧게 말했다. "최고급인력" 우수인재인 지나얀이 '간만에 진지하게' 수식계산을 하면서 미리안에게 주어졌던 임무는 엄청난 속도로 박차를 가해 순식간에 완성되어버렸다. 에실루나의 말을 빌 리자면 지나얀의 수식 암산 속도는 경이로운 정도라고 했고 미리안은 다음부터 다 시는 마법진이나 기타 비슷한것들을 그리거나 계산하지 않겠다면서 나에게 기대어 머리를 부비적거리고 울먹였다. 그리고 나는 잠시전에 에실루나가 했던 행동을 똑 같이 되풀이 해주어야만 했다. 뭐, 그렇지만 지나얀의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준비 를 마무리 할 수 있어서 그것 나름대로 좋은 것이랄까? "해지면 할까요, 아님 해 질무렵에 할까요, 아님 해 지기 직전에 할까요?" 시간이 남아돌게된 우리는 다시 동굴안에 모여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나얀은 세가지의 시간대를 제시하면서 시간부터 정하자고 하는 분위기를 이끌어 내었고, 어느쪽이 좋을지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해가 지면 일단 경비병들의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에 침투를 하여도 조용하게 들 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문제는 이쪽에서도 불을 밝힐 수가 없기 때 문에 우리들의 시야도 가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해 질 무렵은 어둠이 슬슬 깔리는 무렵이라서 경비병들의 감시가 훨씬 세지는 편 이기도 하다. 새벽녂에는 오히려 해이해지지만, 해질무렵은 감시의 눈이 번들번들 거리면서 흉흉한 눈빛으로 감시를 펴기도 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의 침투할 경우 의 장점이라면 색채의 틈세를 꾀해서 침투를 할 수도 있다는 것. 뭐… 그렇게 큰 매리트도 아니지만, 빛과 어둠의 경계점이라는 시간을 잘 이용하면 감쪽같이 들어 올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해가 지기 직전은… 들키키가 쉬운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가 행하려는 계획의 특 성상 요란뻑적지근하게 소란피워야 하니까 침투때부터 주의를 한쪽으로 돌리는 방 법도 괜찮을듯 싶다. 말하자면 양동작전을 펴기에는 딱이라는 소리지. 킬이 먼저 조심스럽게 의사표명을 했다. "해질 무렵에 소란 피우면서 들어가는건 어떨까요?" "그러면 해 지고 나서 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어차피 우리들은 양동작전으로 나 가는 거잖아? 소란을 피울거면 차라리 해 지고나서 들어가는게 나아" "해가 지고나서 어둠이 깔릴때 스며들어가 안에서부터 시작하는게 어떨까요? 주 위를 한쪽으로 돌리는 것도 좋겠지만, 혼란의 효과를 얻을수도 있다고 생각합니 다만" "하지만 에실루나. 그렇게 되면 저희가 구해내려는 사람들에게도 혼란이 발생되 어버린단 말이예요. 조용히 광산으로 침투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을 구해오고, 잡 혀있는 사람들도 꺼내와야 해요. 소란은 그것에 필요한 요소이지만, 혼란은 불필 요하다고 생각해요" 미리안의 말대로다. 소란은 엄연히 필요할지라도 소란에서 혼란이 야기되어서는 안된다. 그 경계를 지켜가면서 그야말로 '적당히' 일을 진행하는것이 이번일의 관 건이다. 생각해보니 어렵군. 그러던 때에 라스킨이 말했다. "그렇다면 역시 주의를 다른쪽으로 끄는것이 났겠습니다. 주의를 끄는것은 어차 피 '끌기만'하면 되는거니까 단 두명이 양쪽에서 해도 됩니다. 저와 마스터께서 노동자들의 숙소를 15시 방향으로 볼때 각각 5시와 10시의 방향에서 주의를 끄는 것이 좋겠지요. 그럴려면 시간차로 행동을 시작해서, 약간의 혼란을 틈타 다른 여러분들이 잠입하셔서 역할을 분담해 노동자 숙소를 장악하고, 광산에서 사람들 을 탈출 시켜야 하겠지요. 그러는 시간동안 앞서 주의를 끄는 마스터와 저는 시 침 7시 반이 되는 곳에서 간격차를 두고 동일선상에서 앞 뒤로 몰려나온 사람들 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앞뒤로 압박해야 합니다. 시간을 벌 동안에 사람들을 탈 출 시키고, 저희도 빠져나와야 하는 일이 중요하지요" "…라스킨, 의외야" "마, 마스터! 무슨 소리를" "아니, 정말로. 알고보면 300년의 통치는 섭정이 아니었구나. 음음. 그랬어" 난 황당해하는 라스킨을 무시하고는 멋대로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사람들도 나 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늑대왕이라는 거창한 칭호가 붙어 있기는 하였어도 그런 면모를 본것은 툰드라에서 우아악! 거리며 소리지르거나 배 신자들하고 박터지게 싸우는 모습밖엔 없어서 말이야. 정말로 그 늑대들을 지휘하 면서 작전세우는걸 본적은 없었지. 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 "라스킨의 작전으로 갑시다! 이의있으신분?" 아무도 없었다. "자, 그럼 라스킨. 시간대를 정해봐. 언제쯤이 좋겠어?" "시간대는 해가 질무렵이 좋습니다. 경계가 날카롭게 서있으니만큼 민감하게 반 응하겠지요. 과민방을을 보여줄 수록 저희는 좋습니다만… 그쪽에 지휘체계가 어 떻게 되어있는지를 모르니 약간 불안하기도 하지요" "뭐… 본데스는 일단 패퇴시켰고, 혹시 아직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처리하면 되니 큰 상관은 없군. 다른 지휘체계라면… 저번에 미리안하고 에실루나한테 마 법맞고 기절한 그놈일까?" 분명히, 본데스는 그녀석을 켄이라고 불렀다. 쓸데없이 충성심만 세우는 녀석 같 지만… 아마도 본데스의 바로 밑에서 이곳을 통솔하는 사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는 없겠지. 그다지 실력은 있어보이지 않았으니까 지휘를 어떻게 할것인지 궁금해 지는 바이다. 그거야 그때 알아서 어떻게든 하면 되지 않겠어? 드래곤의 힘이 있 으면 어떻게든 우격다짐으로 '안되면 되게하라'라는 말을 실천해야지. "지금까지의 모습들을 볼 때, 매쉬암은 인재포용도는 넓지만 그것을 잘 활용하지 는 못하는것 같았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두건의 일이 같은 집단에 의해 박살났으 니, 말 다했지요" 킬은 가벼운 조소를 흘리면서 말했고, 나는 피식 웃었다. 나도 공감하고 있는것 으로, 조직의 단위는 큰것 같지만 인재의 활용도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매쉬암 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부를 수가 있는것이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볼때 는 본데스라는 녀석은 정말로 잘 이용해먹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매쉬암에서 이런면만 해결한다면 훨씬 더 교묘하게 일을 할 수가 있겠지. 해결하 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야. "그러면 해가 질 무렵에 시작하도록 하고… 미리안, 그쪽 일은?" "언제라도 가능해요.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말이예요. 음… 이번 일 할 동안만 시료스를 좀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 "응? 시료스를?" "예. 마법도 통하고, 자체기능도 있고, 무엇보다도 일일이 그리는것도 쉬운일이 아니거든요.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잖아요?" "뭐, 그렇다면 빌려주지. 지난번에도 사용해본적이 있으니까 잘 할 수 있겠지?" "네" 나는 건틀릿을 벗어서 그녀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그것을 착용했다. 잠시 건틀 릿이 꿈틀거리면서 그녀의 팔굵기에 맞게 조정되었고, 그녀는 손가락을 쥐었다 폈 다 해보이며 안정감을 테스트 하고는 말했다. "음… 역시 금속이면서도 착용감이 괜찮네요. 잘 쓸게요" 이것으로 문제 하나는 해결이고…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그러면… 일단 시간 문제는 약간 수월해졌고, 일행은 나누어야 하는데 그것또한 약간 부담되는 편이군요" "전문적인 전사는 한명 뿐이니까요. 에실루나를 건물에, 킬을 광산에 투입한다고 하면… 적어도 미리안씨를 보조할 한사람이 필요하지요. 그리고 마법 사용자분들 이 한병씩 딸려 들어가면 될거 같기도 하고요" 츠렌이 말하는 대로 미리안과 보조인원 한명, 그리고 건물을 장악할 사람으로 에 실루나와 한명을 들여 보내야 하며 광산으로도 마찬가지다. 츠렌은 일단 광산쪽이 겠지? 킬은 츠렌을 보면서 말했다. "그러는 너는?" "나? 너 따라가야지. 히힛" -------------------------------------------------------------------------- ------ 눈비비기를 한차례.. 그러나 시력에 나쁘다는것을 느끼고는 그만두지만.. 찌뿌둥합니다.. 끄응. 주말엔 역시 쉬어야 하겠지요. 노는것과 쉬는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하하핫.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1 회] 2002-11-11 조회/추천 : 3088 / 20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D9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에? 나는 왜?" "그걸 말해야겠니? 부끄럽게…" 츠렌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면서 수줍은듯한 목소리를 내었고, 나는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도 이 상황이 상당히 거북해지는것을 느꼈다. 특히 킬의 표정은 분 명히 장난임을 알면서도 뭔가를 묘하게 기대하는 그런 표정이었기에 나는 조금더 이 상황이 거북해지는걸 느꼈다. 킬이 더듬거리면서 뭐라고 말을 하려 할 때, 츠 렌이 헤헤 웃으면서 말했다. "헤헤헷, 진담으로 들었어? 걱정마. 너에게 매력 느끼기엔 나는 아직 눈이 너무 너무 높다구. 광산안으로 들어가는 거잖아? 그런거라면 내가 적격이지. 동굴이나 미로, 던젼Dungeon같은 곳은 많이 다녀봤거든" 츠렌은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서 얼버무렸지만, 킬은 그리 실망하는 표정을 짓거나 하지 않았다. 뭐, 서로의 마음이 조금씩 통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는 츠렌의 말에 반문했다. "던전?" "응. 우리 집의 지하통로를 탈출하려고 많이 몰래 답사를 가봤거든. 그게 던전이 아니고 뭐냐? 몬스터도 없었지만, 확실히 던전이었다구. 우리집에 얹혀사는 사람 들이 오죽 많아? 그러니 집도 크고, 그만큼 그 지하도 상당히 꼬여있더라구. 한 번은 밤이 새도록 못나와서 들킬뻔한 적도 있다니까" "…그런거야?" "그런거야" 그러고보니 츠렌은 백작가의 딸이었다. 첫번째 가출은 집의 지하에 있는 던전탈 출로 시작했다는 말이 되는군. 도적기술을 정식으로 배우기는 전이었을것 같지만 아무튼 그런 경험도 있고, 도적 기술도 있으니까 광산에서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은 확실하다. 어느정도냐고 하면 엘프인 미리안이나 에실루나 보다도 도움이 될 것이 다. 드워프가 있다면 그것만큼 도움 되는 일이 없겠지만, 우리 일행중에 드워프는 하나도 없잖아? 드워프들의 마을에서 한두명 데려올 수도 있지만, 관두자. "그거야 말로 밤에 도망치는 검은 고양이…" "그말 좀 안하면 어디가 덧나니!" 빠각! 지금에 와서는 완전히 익숙해져버린 일에 킬은 뒤통수를 거머쥐고는 고통의 신음 을 흘려야 했고, 츠렌은 볼을 부풀리며 흥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뭐, 저러면서 서로 정들고 그러는 것이니 그냥 냅두도록 하지. 그리고 정말로 킬은 그렇게 사사 건건 츠렌을 놀려야 재미있나? 냅두자 냅둬. 그렇게 대충 인원의 정리가 된듯 싶으니 지나얀이 정리에 들어갔다. "그러면 페이그니스씨와 라스킨씨는 양동 작전을 이끌어 주시고 미리안언니는 맡 겨진 일이 있으니 그것을 시행하시고, 제가 서포트를 할게요. 에실루나언니는 머 기씨와 같이 건물의 장악을 맡아 주시고 라니안느와 츠렌언니, 킬씨는 광산을 장 악해 주시면 되겠네요. 건물쪽에 인원이 적기는 해도… 나름대로 방법이 있지요. 머기씨는 슐트로이야를 사용해 주셨으면 해요" "왜" "전력이 배가 되니까 하는 말이예요. 마창 슐트로이야같은 무기는 놀려두면 안되 겠지요. 마르티구스님하고 인격이 바뀐다 하여도 지금 이야기 다 듣고 계실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광산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법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을것 같아요. 오히려 방해지요. 그러니 머기씨는 슐트로이야를 들고서 건물을 장악하셨으면 해요. 에실루나언니와 머기씨라면 서로 찢어져도 전력이 약화되거 나 위험해질 걱정이 없거든요" 다들 지나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머기가 슐트로이야를 쓴다면 그것을 전사 급에 해당하는 전력이 증가하는 셈이다. 마법 사용자들은 많지만, 투사계열의 사 람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막상 전사의 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거 기서 머기가 슐트로이야를 들고 그것을 사용해 싸우면 전사급의 전력이 배가됨가 동시에 전력을 분해시켜도 그렇게 큰 걱정은 없다. 게다가 라니안느와 머기를 같 이 보내서 라니안느가 다치기라도 하면 머기는 킬에게 '창 줘!'라고 말하고는 금 방 마르티구스하고 인격이 바뀌어서 '슐트로이야 차지!'등이나 외쳐대며 싸울것이 아닌가? 광산같은 밀폐공간에서 그런 기술들은 위험하다. 암반사고라는것은 정말 로 무서운 법이라구. 거기에 무빙 캐스터인 그의 능력은 강력하기 그지 없어서 협 소한 장소에서는 약간 불리하다. 단조로운 수용소 정도라면 슐트로이야 휘두르면 서 싸워도 그렇게 큰 위험이 없으니까 전력을 분산 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머기의 몸 속에 있는 마르티구스는 백병전의 달인이다. 그런 사람의 충고도 들으면서 싸 우면 상당히 유리하겠지. 머기는 표정이 원래의 무표정에서 변명할 말을 찾지 못 해 자기 자신에게 약간 화를 내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가 뭔가를 말하려 고 할때 조용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는게… 나을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그런때가 아니니 까요…" 머기의 표정은 라니안느의 한마디로 인해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 어떠 한 사람의 말 보다도 라니안느의 한마디는 효과가 있었는지 그는 킬에게 손을 내 밀면서 말했다. "창" "아, 그래. 잘 생각했어" 킬은 자신의 뒤에있던 슐트로이야를 집어서 건네주었고, 머기는 그것을 손에 쥐 었다. 곧 창신이 하얗게 변했다가 곧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왔고, 머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내가" 창신이 잠깐 하얗게 변했다가 원래의 검은색을 띄었다. 아마도 마르티구스가 슐 트로이야와 서로 반응하면서 내는 빛일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리고 머기가 킬과 지나얀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좋아. 백병전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다들 원하니까 한번쯤 휘저어 놓도록 하겠 어. 어차피 슐트로이야는 다대일의 전투에 쓰이던 물건이니까" …에? 머기는 입을 열자마자 평소와는 다르게 술술 이야기했고, 모두에게는 잠시 정적이 찾아왔다. 세, 세마디 이상 말했어! 머기는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씩 둘러보고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현할아버지는 슐트로이야에 들어가셨지. 잠시 슐트로이야로 복귀하셔서 이렇게 나마 말 할 수가 있는것이야. 그러니 그렇게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들 말았으면 하는데? 평소에 말 하고 싶지 않아서 안하는게 아니니까" 평소에는 속으로 마르티구스와 치열한 설전을 벌여야 했으니 겉으로는 말 하려고 해도 잘못하다가는 마르티구스와 언쟁을 벌이는것이 헛갈려서 나올 수도 있으니까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말을 하더라도 짧게 짧게 끊어서 하는 수 외에는 없었 던 것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마르티구스 그 양반은 참 말 많은 망령이란 말이야? 사람들은 그의 말에 헛기침들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고, 이것으로 병력 분산의 문 제가 해결이 된 우리는 다시 이번 일에 대해서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회의의 진행자는 제일 먼저 전체적인 계획을 짜낸 라스킨이었다. "첫번째로, 해가 질 무렵에 제가 먼저 노동자 숙소의 5시 방향에서 소란을 피우 며 기습을 시작하고 약 20여분 뒤에 마스터께서 10시 방향을 시끄럽게 하시는 양 동작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다른 일행분들이 조용하게 노동사 숙소의 뒷편으로 잠입하셔서 3그룹으로 갈라집니다" 그러면서 라스킨은 땅에 원을 그리고 '분지'라고 써 넣었다. 그리고는 맨 위쪽에 네모를 그리고는 '노동자숙소'라고 적었고, 5시와 10시 방향에 '1차'와 '2차'라는 글씨화 동그라미를 그려놓았다. 노동자 숙소의 뒷편으로 선을 그린 라스킨은 그것 을 3갈래로 나누었다. "먼저 미리안님과 지나얀씨는 숙소 뒤편에서 미리 준비한 '공작'을 해주시고, 에 실루나님과 머기씨는 노동자 숙소를 장악해 주셨스면 합니다. 그 시각은 마스터 께서 행동을 시작하시고 30여분 뒤입니다. 충분히 매쉬암의 경비병들이 한쪽으로 쏠렸을때 신속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큰 원의 옆에 '30분'이란 글씨를 쓰고는 세갈래의 선중 하나는 노 동자숙소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선 하나를 분지의 중간쪽으로 지익 끌면서 말했다. "킬씨와 츠렌씨, 라니안느씨는 광산으로 향하시는데 기왕이면 마법으로 모습들을 가린채 소리를 죽여가면서 잡입해 주셨으면 합니다. 광산에서는 최대한 빨리 노 동자분들을 빼내오시고, 탈출로의 확보를 우선시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분지'라고 쓴 글자 밑에 구멍을 파고는 그 밑에 '광산'이라고 적으면 서 끌어오던 선을 연결했다. 그리고는 어깨를 으쓱 하면서 말했다. "그리고는 탈출하는 일만 남았군요. 거의 200여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빼내오 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만…, 약간의 희생을 감안해야 할까나요? 일단 사람들이 미리안님이 계신 곳까지 오면 거의 해결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변수라고 한다 면 매쉬암의 경비 상태와 마스터께서 패퇴시킨 본데스, 그리고 켄이라고 했었던 지휘자 같습니다. 인원이 적다보니 행동에 제약이 되는군요. 나머지는 신께 맡긴 다는 식으로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거의 반쯤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해야하는것은 사실이다. 여차하 면 내가 언령이라도 쓸테니까, 그런건 별로 걱정하지마. 신은 아니더라도 초월자 의 위치에 선 존재의 도움은 받을 수가 있을 테니까. 라스킨은 나름대로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에게 킬이 말했다. "워낙에 소수로 거대한 조직에 대항하려다 보니 이러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지금 와서 저희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킬의 말이 맞기도 하다. 매쉬암에 대항하는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지금까지 와서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는가? 적어도 매쉬암이 인류의 평화와 안녕을 위 해서 이런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니, 어떻게든 막아보는 것이지. 나로서는 내가 앞으로 자주 나가서 활동해야할 사회가 어지럽히는것은 싫고, 드래곤의 목숨 이 걸려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합류하는 것이다. 같은 종족이라도 그 혈 통에 따라 반목이 심하지만, 같은 드래곤이라는 종족이기에 우리의 유대감은 이상 한 면으로 강하다. 뭐, 몰랐다면 모르되 알아버린 이상 블랙 드래곤의 피이든, 화 이트 드래곤의 피이든 그것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지. 우리는 킬의 말에 고 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것이 우리가 살 아가는 방식이며, 지향하는 삶이다. "지금은, 싸워야 하는 시간이지요" 나는 짧게 말했다. 싸워야 함에도 이상하리만치 마음은 평온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태양은 남쪽하늘에서 서쪽으로 기울어 떨어진다. 여기 에서도 해는 동쪽에서 뜨고는 서쪽으로 모습을 감춘다. 하루에 한번씩 떠서 지는 태양이 여러개가 아니라는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그 태양이 빛어내는 천공 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래서 사람들은 예전부터 하늘을 경배하고, 숭상 하였던것 같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한낯의 뜨거운 하얀 빛을 대지에 뿌리던 태양 은 서서히 저물어 가면서 주황빛의 황혼을 하늘에 비춘다. 푸르고 푸르던 하늘은 이제 아스라히 퍼지는 핏빛 처럼 붉게, 붉게 물들면서 서서히 어두워져가고 있었 다. 해가 지는 분지의 모습. 노을이 져가면서 분지의 지형상 어쩔 수 없이 어둠이 깔 리게 되는 서쪽 사면의 그림자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의지를 가진 괴물처럼 점점 분지를 장악해 들어오고 있다. 하닐이 붉은색에서 짙은 남색으로 서서히 변해가면 서 분지에는 서서히 그림자가 깔려 어둠으로 가득하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어둠을 두려워한 인간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남을 알아보아 거기에서 생성되는 안 도감을 얻기위해 피운 불빛들이 하나 둘씩 피어나고 있었다. 언제부터 저기에 불 이 켜지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저곳에 사람들이 들어앉았을까? 나는 분지의 위 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러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겠지" 나는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곧 있으면 시작할 것이다. 저쪽에서 그림자 하나가 불쑥 올라오는것이 보였다. 쿠어어어어어어어어… 석양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은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늑대인간-라스킨은 하늘을 향해 분지가 떠나가라 포효하고 있었다. -------------------------------------------------------------------------- ------ 오늘도 무사히 연재를 했습니다. 날이 갈 수록 어떻게 연재가 힘들어지는지 알 수 없다는.. (원래 그런거야. 바보) 오늘의 사건이라면 머기가 주저리주저리 떠들었다는 점이지요. 역시 마르티구스 할아버지가 더 나았으려나.. 늑라리본 영어 파트도 곧 40회째 진입이군요. 기왕 하는김에 100회를 채우.. 쿨럭.. (챕터 하나로만 100회를? 에라이 죽어라!) 뭐, 아무리 그래도 이번달 안으로는 끝납니다. 연재일이 5번 남았으니까.. 15회 안으로는.. 그러니까 54회 이전에는 끝나느군요. ..정확하게 끝나는 회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글쟁이 맞아?) 인기투표를 잠시 들여다보니 며칠 사이에 몰표전쟁이라도 벌어진듯한 모습은.. ..뭐라고 해야할까요..(허허..) 음음.. 뭐. 그만큼 캐릭터가 좋은 인상을 준다는 것으로 생각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는 침대에 쓰러져 쉬겠습니다. 목요일에 세편 들고 오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2 회] 2002-11-14 조회/추천 : 2808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E0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 ……!!" "!!…!" 라스킨의 포효소리에 아래쪽에서는 사람들이 뭐라고 뭐라고 떠드는것 같았다. 하 지만 거리가 거리이다보니 내 귀로도 좀처럼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이었다. 어차피 들어보지 않다도 뻔한 내용들이지. 그러니까 저게 뭐냐!라든지, 늑대인간이다! 들 의 소리를 지르는 중일 것이다. 나는 분지를 한바탕 뒤집으려고 자세를 잡는 라스 킨을 한번 흘끔 보고는 다시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약간 당황해하던 사람 들은 곧 질서를 잡고는 라스킨이 향한쪽으로 경계를 하기 시작했으며, 그 자세들 은 라스킨이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분지를 향해 날듯이 쇄도하기 시작했을 때까지 도 유지되고 있었다. 파바바바박! 라스킨이 땅을 박차면서 달려 내려가는 소리는 점차적으로 멀어졌고, 나는 라스 킨의 놀라운 속도에 헤~ 하니 놀라고 있었다. 나하고 맞붙을 때 나를 따라잡던 그 순간 가속을 볼 때부터 알아본 사실이지만, 라스킨의 저 속도는 정말이지 자연적 으로 타고난 것이다. 단순히 근육으로만 저렇게 엄청난 힘과 속도를 낼 수가 있다 면 대단한것이 아니겠어? 거기에 지금은 자심의 힘을 쵀대의 수준까지 개방한 상 태이니 더더욱 강할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뭐, 그래도 역시 스폰이다보니 본체하 고 맞먹기는 힘들지만 말이야. 아마, 드래곤을 제외한 지상의 생물들 중에서 라스 킨을 능가할 생물체가… 과연 몇이나 될까? 라스킨의 몸은 점점 점같이 변하여 시 야에서 멀어졌다. 저렇게 달려가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싸움을 위해서 자신의 몸을 깨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포효를 내질러 싸움을 겪을 자신의 몸을 달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쿠어어어어! 마치 하나의 은색 빛줄기같이 비탈길을 가로지르던 라스킨의 우렁찬 포효에 이끌 린(?) 경비병들은 하나 둘씩 모여들어 라스킨이 있는 방향을 향하여 나름대로 방 어진을 만들기 시작하고 있었고, 점차적으로 라스킨의 일방적인 행동에 의해 둘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리고는 마침내 라스킨과 매쉬암의 경비병들은 격돌했다. !!! 이미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어버린 장소까지 단번에 라스킨이 달려 내려갔기 때 문에 격돌시에 격렬한 효과음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다. 내 눈에는 거의 점의 크 기보다 약간 큰 그런 것들이 서로 부딪혀러 날아다니는 그럼 모습으로 보였다. 라 스킨과 부딪히자마자 경비병들 몇몇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뭔가가 파악 튀어오르 는것이 보였지만 이미 하늘의 반은 어둠이 장악하고 있었고 분지에는 그림자까지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실루엣만 잠깐잠깐 보일 뿐이다. 아, 물론 내 눈은 어떠한 명암에도 물체를 잘 볼 수가 있지만, 지금은 그만두고 싶다. 아무리 좋게 봐봤자 피가 튀고, 사람 몸뚱이가 날아다니는 광경인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나 있을까? 그나저나 라스킨 저녀석 정말로 신나게 놀고 있구만? 조금 자중해서 혼란이 될 정도가 아닌 정도만 하랬더니 말이야. 번쩍! 번쩍! 오오, 마법인가? 라스킨이 있는 곳에서 붉고 푸른 빛이 번쩍번쩍거렸다. 아마도 모두 목표가 하나인것으로 볼 때 라스킨을 향해 발사한 마법사의 마법일 가능성이 제일로 높았다. 뭐, 그렇지만 그런것에 당할 라스킨이 아니지. 저 모습일때 내가 웨이트 그래비티 3방으로 움직임을 억제하고, 라이트닝 볼트 해비 크래쉬를 먹여 서 기절시켰으니까 말이야. 기본적인 마법 저항력이 장난 아니라는 소리지. 물론 라스킨이 강했기 때문에 가중력 마법에도 견딜 수가 있었지만, 자체적인 저항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야. 나는 및에서 번쩍거리는 불빛이 계속 나오면서 쓸데없는 짓을 하는 모습을 비켜보았다. 오오, 참 잘도 논다. 나는 대략 20여분간을 라스킨이 신나게 한바탕 뒤집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내가 나가도 괜찮을까 싶군. 대충 라스킨이 소란을 피워주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라스킨을 저지하기 위해 모여있는것을 보니까 말이야. 그 건 그렇고 본데스가 나오지를 않았네? 나한테 지고 그냥 돌아가 버렸나? 뭐, 아무 래도 괜찮지. 나는 슬슬 자리에서 일어섰다. 라스킨은 점차 자신이 밀리는척 하면 서 서서히 병사들을 위쪽으로 유인하고 있었고, 이제 내가 그 뒤를 치면 되는 것 이다. 스르르릉… 오랜만에 뽑은 클레이모어가 칼집에서 뽑혀져 나오면서 소름돋는 소리를 내었다. 아무래도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기능을 추가시켜야 겠어. 일단 분위기는 나지만 암습할때는 별로 어울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슬슬 가볼까?" 나는 라스킨과는 다르게 조용하게 움직이기로 하고는 실프를 소환해서 라스킨을 몰아 붙이고 있는 경비병들의 후미쪽으로 날아갔다. 실프도 이곳 분지에서는 그 힘이 강력해지는 모양인지 다른때와는 다르게 속도가 굉장히 빨랐고, 나는 검을 두 손으로 꽈악 쥐었다. 일단, 피보는 것도 싫고 죽이는것도 싫어. 그러니 난 내 뜻대로 싸우겠어. 내가 점점 다가갈 수록 경비병들이 소리지르고, 병장기가 부딪 히고, 고통에 못이겨 소리지르는 소리들이 가까이 들려왔따. 저런곳에서는 내가 뭐라고 해도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하아아아압!" 나는 기합성을 지르면서 맨 뒤쪽의 경비병를 공격했고, 나의 기합성이 그 장소에 있던 모든 경비병들의 함성을 묻어버렸기에, 나는 그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나 는 그들을 보면서 씨익 웃고는 말했다. "침입자 등장! 자아, 한번 놀아보자고!" 그러면서 나는 검을 휘둘러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경비병의 칼을 쳐내고 칼의 옆면 으로 목을 거세게 녀처 기절시키고는 발로 걷어차서 다른 경비병들과 같이 넘어지 게 했다. 그리고는 다음 목표를 향해 칼끝은 겨누자 경비병들은 뒤에서 나타난 사 람이 적이라는것을 깨달았고, 자신들이 정말로 엄청나게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처 했다는것을 알게되어 광분하기 시작했다. 단 두명에게 다수가 앞 뒤로 포위를 당 한 것이다. 실력차이가 나면 포위를 당하는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것이 설령 단 둘 뿐이라고 해도 말이야. 하하하핫! "제길! 쳐라! 어차피 우리의 숫자가 더 많아!" 광분하는 이들을 독려하면서 더더욱 광기를 돋우는 목소리는 내가 두어번 들어서 알고있는 켄이라는 작자의 목소리였다. 음, 역시 쪽수가 많으면 기세면에서도 유 리하다는 그런 점에 착안하여 기세를 잡으려고 하는건가? 고전적으로도 사용되오 던 방법이라서 효과는 많이 증명되어왔었지. 하지만… "그게 맘대로 될까" "무슨 헛소… 어어억!" 나의 중얼거림에 화를 내며 답하려했던 놈은 옆날에 뺨을 얻어맞으며 말을 채 끝 내지 못한채로 나뒹굴었고, 나는 앞쪽의 다각도로 나를 압박하려드는 경비병들을 여유있게 제압하면서 하나하나 착실하게 기절시켜 나갔다. 말했잖아. 죽이기는 싫 다고. 하지만 켄의 말대로 숫자가 많기는 많았다. 거의 150여명 가까이 몰려들었 으니까 말이야. 설마하니 라스킨이 나타나자 "전군 돌겨억!"을 외쳤다는 말인가? 유적에서 죽인 인원이 대충 30명 조금 안되니까 매쉬암의 경비병력의 숫자를 예측 해보자면 광산을 제외하고 노동자숙소를 제외한 모든곳에 잇는 군사를 긁어왔다는 소리가 된다. 그러니까, 노동사숙소 얖 옆에 있던 경비병들의 숙소에 있는 대기병 력까지 몽땅 끌고 왔다는 말이지. 켄이란 녀석, 충성심만 가득한 바보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지금 마악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천천히 상대 해줘도 괜찮겠군. 발군의 지휘력을 가진이가 아닌것 같으니까 말이야. 변수 한가 지는 이것으로 처리다. "!" "허억…!" "으윽!" 나는 싸우는 종종 피어를 터뜨렸고, 그럴때마다 나의 주위로 다가와서 검을 교환 하던 경비병들은 흠칫거리면서 몸이 굳거나 빈틈을 보이기 일쑤였다. 강도를 약하 게 했으니까 기절한다든지 하는 사태는 없을것 같다. 자자, 계속 간다! 쿠오오! 라스킨의 포효와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라스 킨도 알아서 일을 잘 하고 있는것 같았다. 나는 기절시키고, 라스킨은 과다출혈로 혼절하게하거나 영원히 일어설 수 없게 하는 방법이 더 많았는지, 나한테 오는 경 비병들이 조금 많다고 생각되었다. 이건 불공평해. 어째서 사람들은 뉴 페이스New Face에 이렇게 열광하는거야?! "네, 네녀석은?!" 내가 점점 경비병들을 기절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갈때, 켄이 나를 발견하고는 검 으로 나를 가리키면서 이를 갈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귀찮다는 투로 말해주었다. "뭐야?" "나는 켄이다! 위대한 매쉬암의 일원이다!" …누가 몰라서 물어? 나는 다시 삐딱한 표정으로 말했따. "근데?" "감히 우리의 계획을 이렇게 망쳐놓으려하다니! 절대로 그냥 보내줄 수는 없다!" "…바보냐?" "뭐?" 나는 검을 어깨에 얹어서 그것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네가 보내고 안보내고 할 실력이나 있으면 내가 말을 안한다. 상대방의 역량이 나 파악하고 그딴 소리를 하시지? 고작해야 마법 몇방에 나가 떨어져서 잊혀져버 린 존재가 되어버린 주제가 말이야" "뭐, 뭣이…? 발칙한놈! 죽어라!" "…지랄하네" 켄은 나의 말에 발끈하면서 달려들었고 나는 피식 웃고는 적당한 힘으로 검을 들 어서 녀석의 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전해져오는 힘에 놀랐다. 뭐, 뭐 야! 이런 무식한 힘은?! 나의 표정이 변하자 켄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총수님께서도 인정해주신 힘이다! 이것으로 너를 없애버리겠어!" …체리랑스도 인정해준 힘이라고? 과연, 힘은 세군. 하지만 역시 힘세고 머리좋 은 놈 없다는 말은 맞는 말이야! 넌 너무 바보란 말이야! "시끄럽다!" 마주댄 검에 내가 힘을 주가 켄의 검은 당연하게 뒤쪽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내 가 힘조절하고 잇는게 그렇게 우스워 보였더냐? 고작해야 1차적인 힘의 개방도 막 지를 못하는 주제에 힘이 어떻고를 논해? 나랑 맞장뜨려면 라스킨부터 이기고서 오든지 하라구! 차앙! 켄은 힘에 밀리다 밀리다 안되었는지 뒤로 풀쩍 뛰었다. 그리고는 다시 검을 휘 두르면서 나에게로 천천히 한발씩을 내딛었고, 나름대로 신중해 보이는 저 모습은 나로 하여금 약간의 지루함을 유발시키는것에 성공했다. 확실히 정석적인 자세이 다. 저렇게 하면 상대를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가 있으며, 검 끌으로 상대의 시야 를 어지럽힐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거야 그만큼의 검술실력이 갖춰줘야 가능한 일이다. 힘만 믿고서 살아온 어디의 누구하고는 전혀 인연이 없는 일이지. 검술을 체계적으로 몇백년간 해온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한숨을 쉬고는 자세를 풀고는 그냥 서있는 자세로 말했다. "기초부터 좀 익혀라! 힘만 좋으면 어디다 쓰냐! 그냥 눈대중으로 적당적당히 익 힌 고급기술이 써먹힐것 같아?! 보아하니 힘만 믿고 검술은 전혀 배우지 않았군? 차라리 격투가를 해라!" "시, 시끄러워! 싸우는 도중에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너야말로 그렇게 자세를 풀고서 나의 검으로부터 살아 남을 수가 잇을것 같냐!" "웃기지마! 너따위에게 당하느니 차라리 자살한다!" "뭐, 뭐야아!" 또다시 금방 발끈해서는 달려드는 켄을 나는 적당히 가지고 놀았다. 어차피 힘으 로만 사용하는 저런 검술따위는 검술의 축에도 못든다. 그냥 '칼 휘두르기'정도로 말하면 딱 좋은 것이지. 저딴놈에게는 칼쓰는것도 아깝다! "스파크! 눕혀!" "크캬캬캬캬캬! Yes Sir!" "무, 뭐! 크아아아악!" 스파크의 전격공격에 켄은 그대로 뻗고 말았다. 저딴녀석이 매쉬암에 들어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구만. 언젠가 체리랑스를 만나면 조직개편부터 다시 해보라 는 말을 전해주고만 싶은 기분이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 ------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주위에서 자꾸 겨울에 중독되어서 외로워~ 를 외치며 툰드라의 늑대들이 되어가는 꼴을 보고있자면 "솔로의 긍지는 어디 있냐아!"라고 외치면서 저주받은 불꽃을 펑펑 날려주고 싶은 기분입니다. 계절감은 옷을 얇게 입느냐 두껍게 입느냐, 그리고 먹을것을 차게먹느냐 뜨겁게 먹느냐의 차이 외엔 별로 못느끼는 저로선.. 가볍게 극한빙아와 라이트닝볼트 헤비 크래쉬를 날려주고픈 기분입니다. ..뭐, 개인차라는 것이지요. 날씨에 사람 심리가 움직이는것은 당연합니다만.. 제발 주위사람들 피해는 안가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네들 외로운에 왜 옆에있는 사람들 가지고 안달복달인지..(끄응..) 설마하니 절 상대로 보고있는것은 아니..(우어어억! 난 싫어어어!) 결국 하고싶은 이야기는.. 날씨 조심 하시라는...(..연결성이 없잖아!) 그러면 오늘도 세편 올라갑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3 회] 2002-11-14 조회/추천 : 2588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E1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스파크로 켄을 눕혔을때는 거의 경비병들의 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죽거나 치 사량에 가까운 상처를 입은 사람이 반이고 그냥 기절한 사람이 반이었다. 그러고 보면 여기의 매쉬암의 경비병들은 살려둬봤자 또 매쉬암으로 들어갈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냥 죽이는편이 더 좋지 않을까? 안죽인다고 해도 어차피 마나 빅 뱅으 로 전부 휩쓸려 버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이대로 냅두기로 했다. 이기적 이고 편협적인 생각일이도 모르지만, 난 내손에 피묻히고 싶지는 않아. 정확하게 는 사람의 피를 말이지. 라스킨으로 하여금 차도살인(借刀殺人)을 하려는 생각도 하고는 있지만, 역시… 별다른 방법은 없겠군. "운디네! 레인Rain!" 나는 운디네를 소환해 이 일대에 물을 뿌리게 하였다. 공중에서 수분이 생성되면 서 한데뭉쳐 그것들이 땅으로 내려오며 대지와 그 위에 기절해있는 사람들을, 시 체들을 적셨다. 물이 흘러내리면서 라스킨에 의해 피를 흘린 사람들의 피도 고스 란히 내려져 오고 있었지만, 혈향은 훨씬 덜했다. 나는 손을 들어서 물을 그만 뿌 리게하고는 스파크를 불렀다. "스파크!" "캬하하하하하!" 나는 하늘로 오르며 스파크에게 가볍게 손짓했고, 녀석은 뭔지 알았다는듯이 웃 어대면서 운디네가 적신 땅으로 내려갔다. 라스킨도 한참 물을 맞으며 몸을 씻어 내니려다가 내가 뭘 할지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금세 자리를 피했고, 스파크의 광신(光身)이 흐르는 물 위에 잠시 멈추더니 이내 엄청난 빛을 뿜어내며 방전하는 것이 보였다. "캬캬캬캬캬캬캬캬!" 웃으면 웃을수록 더더욱 전력(電力)이 강해지는 이상한 정령인 스파크는 마음껏 웃어제끼면서 축축하니 물이 흐르는 땅과 흐르는 물에 스파크를 뿜어대었고, 그에 따라 물에 닿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요동을 치고는 곧 잠잠해졌다. 완벽하 게 의식을 앗아가는것이 좋지 않겠어? 차라리 죽을때의 고통도 사라질 수 있게 말 이야. 나는 스파크를 돌려보내고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재가 직접 죽이는것이 아닌 마나 빅 뱅에 휩쓸려서 죽을 사람들이라고는 해도, 조금은 측은지심(惻隱之 心)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나라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적에게 기절당해서 쥐도 해도 모르게 죽는것은 싫으니까 말이야. 아아… 나도 조금 변했어. 이렇게 쉽게쉽 게 죽음을 이야기 하다니 말이야. 쯔읍… 그래도 씁쓸하군. "마스터! 이젠 어떻게 할까요?" "광산으로 들어가서 킬 일행을 도와!" "예!" 라스킨은 내가 여기 인원들을 전부 처리하는 것을 보고는 더이상 여기에서 할 일 이 없다는것을 깨달았는지 다른 일을 요구했고, 나는 킬 일행을 도울것을 명령했 다. 그쪽은 전사급 한명이 더 필요한것 같으니까. 나는 공중에서 내려와 약간 파 지직 거리는 땅위에 서서 노동자 숙소와 그 양옆의 경비병 숙소들을 살펴보고 있 었다. 음… 아직은 조용… 쿠콰가가가가가…!! …하지 않군. 나는 내가 돌아보자마자 무너져 내려버린 노동자 숙소의 오른편 건 물을 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에실루나가 저렇게 과격하게 놀 리가 없으니, 결국에는 머기인가? 금제(禁制)가 풀린 머기의 모습이라… 과연 어 떨지 심히 궁금해진다. 그러고보면 본데스의 연구실이 왼쪽에 있었나? 아직은 안 전하군. 그나저나 저렇게 심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뭐, 대부분의 경비병들은 여 기에 누워있으니까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지만 말이야. 아, 그러고보면 나도 지금상황에서는 시간이 남는구나? 그렇다면… 본데스의 연구실이나 가볼까? "텔레포트 온 더 포인트Teleport on the point!" 나는 지난번 내가 와이어를 사용해서 작게 문양을 그려둔 본데스의 연구실 입구 로 텔레포트를 사용했고, 주위의 사물들이 밀려나가듯이 한번제 체인지 되면서 나 는 내려가는 계단의 앞에 서있게 되었다. 나는 씨익 웃고는 손을 둥글게 모아 입 앞에 대고는 소리쳤다. "오오이~! 본데스경~! 안에 계신가?!" 역시나 대답은 없었고, 나는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본데스의 태도를 볼때는 그 냥 도망갔다고 생각 할 수는 없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본데스같은 녀석 이 매쉬암에 묶여있다면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테니까 말이야. 그놈 성격으로 볼 때 어느 조직에서 몸담고 있으면서 '이거 해! 저거 해!'라는 명령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거든. "계단도 되게 기네?" 나는 나선형의 구조로 되어있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작게 투덜거렸다. 아마도 이 대로 쭈욱 내려가면 지하층이 나오려나? …그렇다면 본데스녀석은 내가 건물 안으 로 들어오자 그것을 알고는 이 계단을 걸어 올라와서는 '크하하하하!'웃어주고 안 으로 들어갔다는 소리잖아? 역시나 그놈은 미친놈이었어. 미치지 않고서야 리치가 되겠다는 생각을 따로 할 수 있을리는 없지만, 그래도 역시 그녀석은 조금 특별하 게 미친거 아닐까? 아, 문이다. 드디어 다 내려온건가? 끼이이이… 경첩이 낡아서인지, 아니면 분위기상 이렇게 냅둔건지 모르지만 일단 문은 약간 위험한 소리를 내면서 열린다. 그리고는 난 화악 풍겨져오는 이 향취인지 악취인 지 모를 이상한 냄새에 표정을 약간 찡그려야 했다. "뭐, 마법사의 연구실이라는곳이 다 그렇고 그런곳이지" 어차피 마법사의 연구실이라면 퀴퀴하고 어두운 분위기다. 나는 꽤 괜찮은 마법 연구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명을 일단 밝게 해두고 있지만, 여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마법사의 연구실이라고 하기 딱 좋았다. 조명을 밝히고도 싶지만, 아무 래도 이렇게 어둡게 해놓은 연구실이면 빛에 반응하는 시약이나 재료들을 가져다 놓았을 가능성이 컸다. 나도 그런 재료들을 위해 연구실 내에 특별히 암실까지 마 련해 두고 있으니까 말이야. 대략 50야드의 변을 가진 정 사각형으로 되어있는 이 큰 연구실은 여러가지의 재 료들이 있는 재료찬장과 문서보관용 책장, 실험도구들이 있는 도구장등등을 비롯 하여 흔히들 생각하는 '마법사의 연구실'에서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물건들이 갖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만… 우리집(!)에 있는 연구실보다 작잖아? 나는 적당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촛불이나 화로에서 피어나는 불꽃의 빛 때문에 보는것에는 지장이 없었다. 희미한 별빛밖에 없는 칠흑의 밤속이라도 그속 에서 물체를 식별하는데 어려움없는 눈이라서. "음? 저긴?" 나는 연구실을 둘러보던 도중 한쪽의 벽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는것을 발견하 고는 그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어두컴컴한 연구실의 한쪽 벽에는 틈이 있었 고, 그 틈새로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것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던 나는 틈새로 다 가서 그 사이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위치는 내가 들어온 문과는 반대편에 있는 벽 이었고, 그래서 나는 연구실을 가로지으면서 걸어가야했다. 문에서 보이는 틈새까 지는 일직선으로 길이 나있었고, 어떠한 방해물도-책상 주위에 널부러져있는 각종 시약과, 마법실험도구등-보이지 않았다. 마치 들어오면 곧장 향할 수 있도록 해놓 은것만 같은 길이었다. 50야드의 길이는 금세 좁혀졌고, 나는 빛이 새어나오는 틈 사이를 살짝 엿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놀랐다. "…이, 이건!" 유리관. 유리관 속에는 알 수 없는 액체가 들어가 있었고, 그 속에는 어떠한 형 태의 세포들이 배양되고 있는것 같았다. 세포에서 배양하고, 그것으로 합성을 하 는. 말하자면 키메라를 만드는 장소였다. 나는 설마하는 느낌에 틈새에 손을 집어 넣고는 양쪽으로 당겼다. 그러나 벽이 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옆으로 움직였고 나는 안으로 들어 갈 수가 있었다. "나 원 참…" 욕지기라도 올라오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흔히들 생각하는 그런 그로테 스크한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느쪽이냐면, 마치 '생명의 신비'라는 주제로 세포 분열이나 배아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자연다큐멘터리를 실제로 보는 느 낌이었으니까 말이야. 둥근 유리관이 주르륵 나열되어있고, 그 속에는 갖가지 색 깔의 용액들이 담겨진 가운데 배아세포간은 것들이 넣어져서 배양되고 있었다. 어 느것은 이제 막 성장하는것이 있었고, 어느것을 손바닥만해진것이 있는가 하면 어 떤 배약액은 세포가 산산조각나서 조각들만이 떠다니고 있었다. 어차피 이런 키메 라 실험정도야 평범한 일이지. 우리 어머니의 레어에도 이런 생체 실험장이 있었 으니까. "이런곳에서 연구자료를 삼아서 키메라나 블러드 스폰등을 만들었나?" 나는 실험장 안을 쭈욱 돌아다니면서 구경했고, 마법적인 장치들로 되어있는 배 양기구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이거, 하루 이틀에 세워지는 연구시설이 아닌데 말 이야? 설마하니 연구시설만 여기에 따로 있었다는건가? 분지에서 뭔가가 발견되자 그때사 부랴부랴 건물짓고, 사람들 납치하고 그런거고 말이야. 그건 그렇고, 배양 기구들에게서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것이… 어라? "마정석?" 나는 배양기구들의 맨 아래쪽에서 느껴오는 한기가 왠지 익숙하다고 생각했고 그 것을 자세히 살펴본결과 그것은 마정석이었다. 크기는 내 주먹의 반정도? 막대한 양의 마나를 유통시키면서도 극한에 가까운 온도를 지니는 마법광석중에서도 최고 로 치는 물건이다. 나의 레어에도 있고, 내 영토에는 마정석 관맥도 있지. 드워프 들에게 장비를 줘서 열심히 캐내게 하고 있는 중이라서 지금은 엄청난 양의 마정 석이 쌓여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음… 확실히 키메라를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원 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배양기기들에 전부 하나씩 배치하려면 그 양이 장 난 아닐텐데? 그리고 마정석 가격은 미스릴보다 비싸다구. "…손님 들인적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서 검을 뽑으며 뒤를 돌았다. 본데스의 목 소리가 확실하지만, 몸에 배인 습관은 어쩔 수가 없다. 나의 뒤에는 본데스가 그 냥 편한 자세로 벽에 기대어 서있었고, 나는 칼끝은 약간 내리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는 경계도 안하는건가?" "너에 한해서는 적아의 관계가 불분명해지지. 분명 너는 원한심으로 매쉬암에 대 항하는것이 아닐것 같았으니까. 크하하하하!" "어쨌든 난 매쉬암에게는 적이 되는데도?" "풋, 그딴 조직따위 어찌되든 내 알바 아니야. 그저 연구시설만 갖춰주니까 대가 를 치루는것 뿐이지" 생각대로다. 마법사로서는 최고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생체실험을 위 해서 필요한 재료들도 마음껏 대주지, 출처불분명의 무한자원으로 뒤를 떠받쳐 주 는데 어떤 마법사가 거부할까? 저기 마정석만 하더라도 쉽게 구할 수는 없는 물건 들중에 하나니까.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없어도, 돈주니 일한다는 일종의 용병같 은 녀석이군. 나는 칼끝으로 유리관을 탁탁 두들기면서 말했다. "여기인가? 라스킨과 라우네스를 그 지경과 이 지경으로 만든 데이터를 뽑아내었 던 장소가?" "오우, 설마. 라스킨놈이 말 안해주던가? 내 연구시설은 다른곳에 있어. 그곳이 내 진짜 연구실이지. 여기는 그냥 놀이터야. 크캬캬캬캬!" 놀이터 치고는 골 부서지겠군. 나는 칼을 어께에 걸치고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본데스를 보았다. 한참동안 웃던 녀석은 웃는것을 멈추고는 말했다. "위에서 아주 좋은일들 하고 계시더군. 뭐, 나야 별로 상관없지만 보수받은 만큼 일은 해야하니까 나가서 막아야 하지. 크하하하하! 그러고보니 웃기는구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이네 살리네 하고 싸웠고, 앞으로 그래야될 사람들이 서로 보면 서 담소하고 있는게 말이야! 크캬캬캬!" "그런데, 내가 말하지 않았나? 다음에 눈에 띄면 그때가 마지막이라고" "오호… 그랬던가? 하지만 어쩌나? 난 연구할 재료와 재료비가 필요하거든? 그것 을 대줄만큼 돈 많은 매쉬암같은 조직도 세상엔 또 없어! 세상살이는 타협이란것 을 영 모르시는구만?" -------------------------------------------------------------------------- ------ 상당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조성입니다. 뭐, 본데스야 원래 매쉬암에 의리가 없고, 미친놈이라서 그렇다고 쳐도.. 주인공까지 왜 저러냐! 라고 말하신다면... 할말이 조금 궁해지는 관계로 목을 매겠다는..(대롱...) 어차피 라이니시스로서는 약자에게 불필요한 경계를 하는것이 귀찮을 것이라는 생각과.. 글쟁이가 절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뭐, 뭐냐! 주인공에게 그런 능력을..?!) 어쨌든, 본데스는 현실주의자엿다는 결론이 나오는 화라지요... 늑라리본 영어파트가 E영역에 들어왔습니다. 그말은,...? 곧 끝날수 있다는 사실이지요. 20회 안으로는 끝납니다. 설마하니 H까지 넘어가는 일이 있겠습니까. 음하하핫. 슬슬 끝이 보인다는...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4 회] 2002-11-14 조회/추천 : 2925 / 20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E2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마정석같은것 말인가?" "그렇지. 마정석은 그 순도도 중요하거니와 크기도 중요해. 이런 배양기기들에게 쓰이는것은 고순도 마정석이 필요하지. 크캬캬캬! 마법사로서는 최상의 연구시설 이 아닌가! 든든한 후원자도 있고 말이야!" 본데스는 광소했고, 나는 실소했다. 한가지 생각을 해보자면 내가 녀석에게 여러 가지의 마법 재료들과 연구장을 대준다면… 혹시 알아? 녀석이 매쉬암에 등을 돌 릴지 말이야. 하지만… 많이 적대적인 이미지가 희석되었다고는 해도 라스킨은 이 녀석에 대해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을것이 분명했다. 음 아무리 해도 말이야… 조 금은 곤란하겠지? 미리안도 크게 다쳤었기 때문에 약간의 악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에실루나는 매쉬암이라는 조직 자체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말이 야. "그런데, 리이나인가 하는 네 박제 아내는 여기 없나?" "…박제?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툰드라에서 그러지 않았어? 박제가 되어 수정속에 있다고" "그말을 그대로 믿었나?" 본데스는 정말로 한심하다는 표정과 말투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그의 행동에서 웬지 내가 무척이나 한심한 녀석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봐! 자기입으 로 말해 놓고서 나에게 이러면 당황스럽잖아! "…너의 행동에서 미루어보면 믿겨지는것이 사실이잖아" "쿠크크크… 그것 맞는 말이지. 크하하하! 물론 내 아내는 박제가 되어있지는 않 다! 수정속에 있는것은 맞지만 말이야! 크하하핫! 그리고 이런곳에 내가 내 아내 를 놔둘리가 없잖은가! 캬캬캬캬캿!" 본데스는 광소를 터뜨렸고,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 만 자기 아내를 수정속에 넣어두고는 저렇게 기뻐하는 것이 과연 정상이라고 볼사 람들은 아무도 없겠지. 아, 슬슬 시간이군. 나는 본데스를 보면서 말했다. "중요한 연구자료 같은것이 있으면 가지고 도망가는게 좋아. 곧있으면 여기는 유 적과 함께 송두리째 날아가 버릴테니까" "호오, 그런것을 가르쳐주는 이유는 뭔가?" "죽기 싫으면 방해하지말고 꺼지라는 소리지" "정직해서 좋군. 충고정도야 수렴하겠는데… 지금 여기서 결판낼 생각은 없는건 가?" 본데스는 이상하다는듯이 물어왔고, 나는 피식 웃었다. 결판을 내고자 하면 얼마 든지 낼 수가 있지만, 말했었지? 너는 내 상대가 아니라고. 나는 팔짱을 끼고 날 카로운 눈으로 본데스를 보며 말했다. "부하를 위해 별미를 남겨주는 착한 주인정도로 생각해둬" "훗, 먹다 체하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그는 가소롭다는듯이 웃었고, 나는 뒤돌아서 내가 들어왔던 곳으로 걸어가며 말 했다. "다음에 볼때는 라스킨이 상대하게 될거야. 그때까지 아무에게도 죽지 말라고" "다음에 또 보자구…. 쿠크크크크… 크캬캬캬! 크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본데스의 광소를 뒤로하고, 나는 걸어가면서 밖으로 텔레포트를 했고, 내가 나타 난 지점은 건물의 입구 바로 앞이었다. 에실루나와 머기의 건물점령이 이미 끝났 는지 잡혀왔던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천천히 한곳으로 이동중이었고, 광산 방향 에서도 사람들이 걸어오는것으로 보아 이미 상황은 거의 종료된듯 싶었다. 대다수 의 인원을 나와 라스킨이 처리했지만, 그래도 10명이 안되는 일행이서 200명에 가 까운 병사들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해내는것은 그다지 쉬운일은 아니다. 알고보 면 우리 일행의 실력은 엄청 뛰어난 것이었다는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마악 건물 앞으로 나타나자 마침 근처에 있던 라스킨이 날 알아보았다. "마스터, 어딜 다녀오셨죠?" "아, 잠시. 끝난거야?" "아, 네. 제가 광상에 들어갔을때는 거의 4할정도 점령상태에서 위험한 상황에들 놓여있었습니다. 때맞춰 갔기 때문에 일이 수월하게 풀렸지요" "미리안은 어때?" "준비를 다 끝낸 모양입니다. 지나얀씨가 외곽의 병사들을 정리하고, 모든 준비 를 마쳤다 합니다" "헤에… 빠르네. 매쉬암의 병사들은?" "항복자는 일단 살려두고, 저항자는 죽였습니다. 그리고 마스터께서 기절시킨 병 사가 있습니다" "음… 잡혀온 사람들 중에서 건장한 사람들을 추려서 매쉬암 녀석들의 장비로 경 무장(輕武裝)을 시켜서 매쉬암의 녀석들과 기절한 사람들까지 전부 데리고 나가 도록 해" "그냥… 남겨두면 되지 않습니까?" 라스킨은 약간 떨떠름 하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들도 살 고는 싶을것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대량학살을 좋지 않다. 차라리 법의 손에서 심판을 내리는것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지. 사람들마다 각자 사정이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가 있다고 해도, 그딴거야 내가 알게뭐냐. 하지만 그래도 사람 의 목숨을 그렇게 가볍게 날려버린다는것은 웬만해서는 못할 짓이다. 나의 목숨이 소중하듯이, 다른사람 목숨도 소중한 것이여. 음음.(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 일행 들이 죽여온 목숨은 뭘까? 하하하…) 나는 라스킨에게 말했다. "그들의 심판은 이나라의 법에 의해서 치루게 하는게 좋아. 황제하고 만나서 이 야기 해 놓은 일도 있으니까 분명 황명의 차원에서 일이 처리 되겠지. 우리가 할 일은 여기서 마무리 지어야지. 아무리 적이라고는 해도, 역시 죽이는 것은 좀 탐 탁치않아. 알겠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라스킨은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하였고, 아직 튼튼한 청년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그 일을 자처했다. 지금 이 시대의 상황으로 볼 때 내가 너무 인정이 많다는 것을 나도 물론 잘 알고 있다. 여자한테도 내가 원한 것이라지만 휘둘렸던 적이 한두번 이 아니었으며, 아직도 육체와 타협을 하지 못한 점으로 미루어 보자면 이런것이 바로 차원간의 괴리감이 아닐까하고 생각도 해본다. 환생하기 전에도 나는 싸움따 위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여러모로 착하게 살고자 노력했던 사람중에 하나다. 여기에와서 내가 살았던 때의 사상을 가지고 살려니 난 너무 순둥이처럼 보여지는 때가 가끔 있다. 시대상으로 볼때 여긴 그만큼 어지럽다는 말이 되겠지. 내 행동 들이 드래곱답지 않은것도 잘 알고 있다. 아마 어머니나 아버지와 같은 다른 레드 드래곤 일족분들은 매쉬암의 병사들을 전부 학살했을 가능성이 높다. 쯔읍. 갑자 기 이런 생각들 하니 입맛이 쓰군. 뭐 어떠랴. 그들은 그들대로, 나는 나대로 사 는것이 최고인것을. 에라 모르겠다. 미리안이나 보러가자. "라스킨, 미리안은 어디있어?" "저쪽 뒤에 계십니다" "아, 그래" 나는 라스킨이 가르쳐준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고, 잡혀왔던 사람들은 그런 나 를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우리 일행은 완전 그들에게 있어서는 영웅과도 같에 느껴질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발 시선좀 거둬줬으면 하는 바램이야. 그런 시선은 별로 익숙하지 않다고.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아두 고 있는 미리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시킨 일은 어떻게 잘 끝냈는지 어쨌는 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녀는 지금 쉬고있는 상태였고, 그런 그녀에게 감히 뭐라 고 말을 걸며 접근하는 사람(정확하게는 남자들)은 없었다. "일은 다 끝냈어?" "아, 페이그니스님. 덕분에 시간내에 맞춰서 끝냈어요. 머기씨보다는 덜 요란했 던데요?" "라스킨도 요란하기는 했지만, 머기한테 비견할 바는 아니었겠지. 피곤하지는 않 아?" "시료스가 대부분의 힘을 사용했어요. 저는 와이어를 제어하는데 힘을 쓰면 되었 으니까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아요" 나는 그녀가 앉아있는 자리의 옆에 그려져있는 작은 마법문자와 배열되어 박혀있 는 돌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수식계산만 제대로 해주면 나머지는 시료스가 알아서 해주지. 미리안이 썼던 힘은 약간의 정신집중이 다였을 것이다. 확실히 시 료스가 편하기는 편하군. 나는 미리안이 만들어놓은 순간발현방식의 마법 표시(마 법사들은 마킹Marking이라고 한다)을 가르치면서 물어보았다. "이거, 잘 작동돼?" "예. 발동마법은 점프를 사용했으니까 착지에도 문제가 없어요. 한번 시험해 보 실래요?" "음… 임상실험은 꺼려지고, 그냥 돌멩이로 대신하지" 나는 발치의 돌을 집어들어서 마법문자가 있는 쪽으로 던졌고, 마법문자의 위로 올라갔던 돌은 금새 왼쪽 위로 점프하듯이 솟구쳐 올랐다. 한참을 위로 올라갔던 돌은 땅으로 향했고, 땅과 충돌하기 직전에 다시한번 점프해 이번엔 오른쪽 위를 향했다. 그렇게 올라가기를 반복하던 돌은 분지의 바깥쪽으로 사라져버렸고, 나는 가볍게 휘파람을 불어거 감탄을 표했다. 아주 멋진데? 연계기능을 아주 잘 사용했 어. 각도도 괜찮고 말이야. "어때요?" 미리안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어 깨를 두들겨 주며 말했다. "아주 잘했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멋진데? 나가는데 얼마나 걸려?" "고마워요. 총 6번의 점프로 분지 밖으로 나갈 수가 있어요. 시간은 대략 20여초 정도 걸리구요" 그정도면 빠른 편이다. 나는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미리안은 기뻐했다. 내가 짰었던 계획은 바로 이것이다. 순간발현방식의 마법 표시를 사용해서 점프마 법의 연계로 분지를 단숨에 빠져나오는 방법은 고수준의 수식계산과 많은 마법물 품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각도 계산도 있고, 연계를 위한 마법의 효력 의 계산도 있으니까 조금 힘이 들지만, 그만큼 빠른 방법이다. 분지를 그냥 걸어 올라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말이야. 이것을 사용해 분지 바깥쪽으로 나가면 지나얀이 메이렌튼까지 단번에 갈 수 있는 게이트Gate를 열어두고 있을 것 이다. 이미 그녀보고는 메이렌튼에서 세렌으로 하여금 수도로 연락을 취해 매쉬암 에 대한 급전을 보내라 하였으니, 지금쯤이면 수도로 급보 파발이 향하고 있을 것 이다. "마스터. 분부하신대로 일을 전부 끝마쳤습니다" "음? 아, 그래. 수고했어" 라스킨이 어느새 내가 시킨 일을 다 끝냈다고 와서 말했고, 나는 이것으로 거의 모든 준비가 다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것인가? "아, 미리안. 에실루나하고 다른 사람들은?" "킬씨들은 뒤쪽에서 사람들 관리 및 감시하고 있고요, 에실루나와 머기씨는 이미 넘어가 있어요. 자리를 지키고 있겠대요" "아, 그래? 그럼 슬슬 시작해줘. 나는 내 할일 준비할테니까" "네" 나는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미리안이 사람들로 하여금 분지를 넘어가게 종 용하는 말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아무래도 꺼려하고 있다가 미리안이 한마디를 꺼 내자 금새 차례대로 넘어가기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꾸 거부하시면 저기 늑대인간보고 들고가라 그럴거예요!" "주, 주모님…!" 라스킨의 당황해하는 소리를 뒤로하고는 난 분지의 가운데에 위치한 광산으로 발 걸음을 놀렸다. 광산을 통해서 돔의 안쪽으로 들어갈 수가 있댔지? 광산의 깊이는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일단 들어가면 그때쯤 이동이 거의 마무리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 마나 빅 뱅이 얼마나 큰 범위에까지 영향을 끼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 이 게이트를 통해 완전히 이동을 끝냈을때가 좋다고 생각한다. 일단, 주위의 마나 가 일시고갈에서 과포화상태가 되어버리니 미리 시전된 마법에도 영향을 끼칠것도 같으니까 말이야. 나는 사람들을 지나 킬과 츠렌, 라니안느와 짧게 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는 시커 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광산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입구 앞에서 스크롤 북을 손바 닥으로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슬슬, 들어가 보실까나?" -------------------------------------------------------------------------- ------ 교양, 문화, 인문, 사회, 철학... 요즘 제가 보는(보려는) 책들의 종류입니다.. 판타지계열로도 좋은 책들이 많지만.. 책의 경우 편식하면 편협적사고증에 걸립니다. 골고루 먹어야 건강하게 살지요. 요즘은 그런 계열로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것 같습니다. 오래된 것이기는 하지만, '소피의 세계'라는 책도 구입했지요. ..마티 옛날책같은 분위기의 책이고.. 내용도 맘에 들었습니다. 심히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성격상 책을 가리지 않는 성격입니다. 음식도 안가리고, 책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잡초처럼 살아남는것이 장점이라는... (..무덤을 파라, 파) 당분간은 조용하게 책읽으면서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행복합니다. 도서관의 관장을 하는것도 좋겠다는.. 그래서 메이드 사서들로 코코로 도서관.....오염되엇군요.. 쿨럭. (네녀석이 생각하는게 다 그렇지, 뭐) 오늘 연재도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는 이만 슬슬 들어가 보지요. 월요일에 세편을 들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185 회] 2002-11-18 조회/추천 : 2776 / 7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E3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광산의 안쪽은 어두웠다. 그 목적이 광물이 아닌 유적의 발굴이라는 점에 있어서 보통의 광산과는 다르지만, 안을 들어가보면 그렇게 다른점도 없었다. 둘 다 일단 은 '삽질'이 그 목적 아닌가? 서로가 공통된 목적행위를 가진 곳이라는 점에서 광 산은 내가 다녀보았던 드워프들의 광산과도 매우 닮아있었다. 일단 파내려갔기 때 문에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음습한 공기와 수레를 운반하기 위해 놓여진 가드레일, 무너지지않게 받쳐둔 나무기둥들은 드워프들의 광산과 거의 똑같았다. 다른점들을 꼽아보자면 일단 돌을 깨트리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으며, 돌을 쪼고, 깨는데에 쓰이는 연장들이 이리저리 버려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광산 전체에 은은한 피 냄새가 배어있다는것 정도? "확실하게 일을 처리하기는 했군" 나는 내려가는 길을 택해서 발걸음을 놀렸다. 킬과 츠렌등의 말을 들어보자면 광 산 자체의 길을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일단 내려가는 길로만 가면 유적으로 통하 는 길이 나온다고 했다. 중간중간 군데군데에 여러가지 갈림길이나 문들이 보였지 만 나는 그것들을 전부 싸글이 무시하고는 그냥 내려갔다. 특별히 용건이 없잖아? 광산을 털러온것은 아니니까. 광산이라고 해도 광물을 캐는 목적이 아닌 장소이니 분명 금광이 발견되도 그냥 생까고 유적으로의 길을 찾을…것 같지는 않군. 한두 명 정도 사람을 붙여서 금을 캐게했을거야. …결국 내가 말하고픈것이 뭔데? 나는 내 머리를 두들겨가면서 잡생각을 지우고는 광산을 한참동안 계속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는 킬과 츠렌이 말했었던 '유적으로 단번에 내려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하고 는 망연자실에 아연실색했다. 뭐야 이거? "길도 아니고 통로도 아닌… 들어가서 그냥 죽으라는 소리잖아?" 나는 내 앞쪽으로 시터멓게 뚤려진 '수직'통로는 보고는 기막혀했다. 대략 5야드 의 직경을 가진 구멍이 직선으로 뚫려있었다. 아래쪽을 보니 사다리도 있구나. 그 냥 내려갔다 올라다니라는 소리는 아닌것으로 알고, 나는 사다리를 통해서 내려가 …려고 했지만, 저 깊이는 장난이 아닌것 같다. 사다리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지. "그럴 경우에는, 그냥 갑니다!" 나는 풀쩍 뛰어서 수직통로 속으로 몸을 던졌고, 곧 귓가로는 엄청난 바람소리들 이 들려왔다. 머리타락을 미친듯이 곧추서서 춤추고 있었고,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망토도 위를 향해 펄럭였다. 이대로 내려가다가 어디에 부딛히기라도 하면 그대로 몸 한군데 아작나는건 일도 아니겠구나. "실프! 윌오위스프!" 나는 두개의 정령을 불러내었다. 실프로는 나의 몸을 떠받히게 해서 땅에 바닥에 가까워지면 속도를 늦추기 위함이고, 윌오위스프로는 주위를 밝게 보고 싶어서 이 다. 떨어지면서 나는 자세유지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알았다. 여러 소설이나 만 화를 보면 높은곳에서 떨어질때도 자세를 유지하면서 멋지게 떨어지지만, 그렇게 하려면 과연 얼머나 큰 노력이 들지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던 나로서는 그냥 스카 이 다이버들이 하는 낙하자세를 취하는게 더 편한것도 같았다. 귓가로는 쉬이익하 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고, 얼굴에는 눈도 뜨기 힘들 정도의 맞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아아, 힘들군. 윌오위스프에 의해 주위의 광경이 잘 보이고 있었다. 울퉁 불퉁한 벽면과 약간의 지층들이 보이고, 여기저기 정을 박았던 자국들이 보인다. 아직은 바닥에 닿지는 않았나? 대략 40여야드를 떨어진것 같은데, 아직도 저 아래 는 컴컴한 어둠이다. 대체 이걸 어떻게 얼마나 파내려갔는지 상상도 가지 않는구 만. 그러고보니, 여기의 바닥에는 폭탄을 터뜨렸겠지? 그 구멍으로 한번에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나는 팔로 얼굴쪽을 가리고 나에게로 닥쳐오는 바람을 최대한 막 아보고자 노력했다. 나무 거센 바람이면 눈을 뜨는데에서 조금 애로사항이 생기기 는 하지만, 이런거야 금방 적응될 사항이다. 기본적인 육체 내구력이 강하기 때문 에 조금만 있으면 태풍속에서도 눈을 번뜩거릴 수 있을 정도겠지. 그러고보니 지 금쯤이면 다들 어떻게 하고 있을까? 반쯤은 탈출 했겠지? "아, 바닥이다" 윌오위스프의 빛으로 보이는 저 앞쪽에 내가 떨어지고 있는 구멍보다는 조금 작 은 구멍이 뚫린 흰색 바닥이 보였다. 바닥으로 점점 가까워질수록 실프가 나의 낙 하 속도를 늦추어 주었고, 나는 잠시간의 짧은 자유낙하를 끝마치고는 바닥에 발 을 디딜 수 있었다. "여기가 돔의 꼭대기라고 할 수 있는 장소인가?" 나는 내가 딛고 있는 흰색의 바닥을 두들기며 잠시 조사해보았다. 바닥이라고 하 기에도 조금 뭐한 장소인데, 하루전의 천정이 지금에 와서는 바닥이 되어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중간쯤에 뚫려있는 구멍의 바깥부분을 만지면서 조사해보았다. 다이 너마이트로 터뜨렸는지, 아니면 본데스가 마법으로 부수었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저 기에 흰색의 파편이 나뒹굴고 있었다. 구멍의 안쪽은 아마도 대포의 끝일거라고 생각하는데, 매쉬암의 멍청한 녀석들이 이상한곳에 뚫어놓은 구멍이라면 이 아래 로는 물속에 잠겨있는 유적의 모습이 보였을 것이니까. 그러면, 이제 슬슬 진입해 볼까? "빨리 가요! 시간이 없단 말이예요" 츠렌은 줄의 맨 앞에서 우물쭈물한채로 한발자국을 내딛길 거부하는 사람을 보면 서 소리쳤고, 그 사람은 댕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앞으로 한발자국을 걸어 간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매우매우 처절한 표정 이 되어서는 츠렌에게 하소연하듯이 말했다. "하, 하지만…" "하지만이든 저지만이든 상지만이든! 어쨌든 빨리 가요!" "저, 그…" "아, 짜증나! 라스킨씨!" 츠렌은 벌써 여덟명째 이런다는것에 짜증을 바락바락 내면서 라스킨을 불렀고, 그러자 그녀의 뒤에 버티고 있던 라스킨이 한발자국 나섰고, 그러자 맨 앞에 있던 사람은 표정이 창백해져서는 한마디를 남기고는 한발자국을 딛었다. "가, 가겠습니다!" 그리고는 전에 라이니시스가 던졌던 돌처럼 왼쪽 위로 튕겨지게되었고, 착지할때 쯤 왼쪽 위로 튕겨져간 그 사람은 아련한 비명소리만을 남기고는 분지의 바깥쪽으 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분지의 위쪽에 있던 킬은 자신의 머리위로 방금전의 그사람이 넘어가서 안전하게 착지한 뒤에 지나얀이 만들어둔 게이트로 들어가는것 을 보고는 손에 들고있던 횃불을 한바퀴 돌렸다. 츠렌은 무사하게 넘어갔다는것을 확인하는 킬의 횃불신호를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 "다음분!" 그 다음 사람은 이미 각오했다는듯이 미리안이 만든 마크Mark에 올라갔고, 입을 꾹 다물은 채로 수십야드의 점프를 하며 분지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미리안씨! 몇명 남았죠?" "여든 아홉이요!" "후우, 예정시각보다 훨씬 일찍 끝낼 수 있을것 같네? 경비병들까지 거의 300명 가까이 되었으니…, 다음분!" 밤하늘을 가르면서 텅텅 뛰어 분지를 탈출하는 검은 인영이 은은한 달빛에 모습 을 드러내면서 그렇게 그날 밤, 역사에 유래없는 기이한 탈출은 계속되고 있었다. 라이플 총이라고 불리우는 것들이 있다. 선조총(旋條銃)이라고도 하며, 발사되는 탄환을 강선에 물리게 하여 회전시킴으로써 자이로(gyro) 효과에 의한 규칙적인 탄도를 갖게 고안된 이 총은 총의 종류뿐만이 아닌 총신의 방식의 이름으로도 사 용된다. 즉, 대부분의 총에 사용되는 총신의 내부를 나선형으로 파놓아 탄환을 진 행방향과 수직이 되도록 회전 시켜 발사하도록 만드는 방식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라이플 총으로 따로 분류되는 총들이 있기는 해도, 현대전에서의 모든 총 과 대포류는 총신, 포신을 나선형으로 깎은 라이플방식을 사용하는데, 여기 유적 에 사용된 이 거대한 대포역시 라이플 방식을 사용하였다는 것을 나는 지금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자면 이상한것이 물질이 아닌 탄을 발사하는 대포에서 라이플 방 식을 사용해 뭐에 쓰려는가 하는 점이다. "…내부가 워낙에 크다보니까 완전 내려가는 비탈길로 보일 정도군" 경사도 적당하게 휘어진것이 마치 미끄러져 내려가는 비탈길로 파놓은것 같은 생 각이 들었다. 미끄러져 가는것도 재미있겠지만, 지금은 그냥 이렇게 날아서 내려 가는일이 훨씬 편하다. 비행기도 타보지를 못했던 내가 하늘을 나는것은 상당히 묘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비행기를 못타본 것은 죽어서도 한이 되는구 나. 이 시대에 인간들이 비행기를 만들려면 대채 몇맥년을 더 있어야 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내가 다 죽어갈때쯤 되면 그때 비행기가 나와서 날아다닐려나? 설마 그때 전까지는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도 여기의 문명 발전속도는 내가 살아왔던곳 에 비해서 묘하게 느리단 말이야? 4000년전의 제국의 모습은 지금과 약간만 달라 졌을뿐 그렇게 큰 차이가 없는것을 보자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말하자면 4000년 의 세월동안 변한 것은 지구의 중세시대의 40년 정도일까? 사람들 목숨이 길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게으른것이 아닐까? 음? 화아악! 나는 밑에서부터 빈틈없이 올라오는 화염들을 보면서 아연실색했다. 설마하니 발 사되는거야?! 그야말로 설마다! "제길! 패스 월Pass Wall!" 나는 벽에 붙으면서 마법을 사용했고, 나는 포신의 벽을 넘어서 바깥쪽으로 나갈 수 있었다. 후아, 놀랐네. 그건 그렇고 어떤 녀석이 불덩이를 쏴댄거야? 유적이 발동되는줄 알고 얼떨결에 패스월을 사용했잖아? 나는 표정을 일그리면서 맡의 숲 으로 급강하했다. 방해자가 있다는건가? 설마하니 본데스? 나는 일단 가슴속에 있 는 스크롤 북을 매만지면서 쓴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조용히 해결하는것은 무리 일듯 싶군. 하기사 나라도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본데스라면 … 진짜 죽고 싶은거야! 아무리 라스킨의 상대라고해서 살려준다 하여도 정도가 있는 법이야! 일단 실험실 안에서 만난것은 그렇다고 쳐도 이번에 살려주면 세번 이다! 처음엔 내가 놓쳤지만 어쨌든 이번까지 살려주면 세번이다! 우으으… 옛 성 현이 말씀하시길 참는것은 세번으로 족하다고 하였으니, 한번 더 살려줘 볼까? 삼 국지에서는 제갈량이 남만왕 맹획을 일곱번 살려주어 그를 회개하게 하였다 했으 니, 나도 그 절차를 밟아야 하는것은 아니겠지? "크캬캬캬캬! 사이좋게 지내던것은 전까지의 일이지! 공은 공! 사는 사! 돈 받은 만큼은 일해줘야 하는것이 밝은사회를 이룩하는 아름다운 첫걸음 아니겠나! 크캬 캬캬!" "시끄러워! 되는대로 지껄이는 놈이 말은 많다!" "되는대로 지껄이니까 말이 많은 것이지! 훗, 자네도 알고보면 바보였군?" "……그런거였나?" "크크크큭, 그런것이지. 크하하하!" 나는 본데스와 같은 높이의 공중에 떠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 화는 거의 농담따먹기의 수준이었으니, 누군가 본다면 참 한심하다고 볼 수 있는 그런 일이었다. 제길, 시료스를 두고 와서 지금은 원격으로 마나 빅 뱅을 일으킨 다 하는것은 할 수가 없잖아? 이걸 어쩌나? 라스킨녀석이 조금 툴툴대기는 하겠지 만 내가 본데스를 잡아버려야 하나? 그건 좀 하기가 싫은데 말이야. "생각할것이 많은가 보지만, 그럴 필요는 없지. 자네는 여길 부수러 왔고, 나는 여기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니 말이야! 유적까지 부숴지면 난 매쉬암의 원조를 더 이상 받지 못하거든! 나는 목숨을 걸고 여길 지켜내야하는 의무가 있다! 내가 너 의 상대로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때론 그렇기에 더더욱 목 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지!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 본데스가 발악적으로 외치고서 마법을 사용했고, 곧 나에게로 엄청난 굵기의 번 개줄기가 치달았다. -------------------------------------------------------------------------- ------ 주말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주말만 지나면 놀았다~ 라는 기분과 쉬었다~ 라는 기분이 공존합니다. 토요일에는 나가 놀았고, 일요일에는 집에서 푸욱 늘어졌지요. 드디어 늑라리본도 끝이 보입니다. 다음 연재분량에서 에필로그가 나올것입니다. 이 글쟁이란놈은, 암만해도 바보같고 머저리같아서.. 계획없이 하다가 이렇게 챕터 완결을 낸다지요.(나가죽어!) 004챕터는 에필로그를 제외하고 100회의 양에서 끝낼 생각입니다. 에필로그 합치면 102회군요. 일단 계획은.. 다음 연재량때 챕터 완결을 내고, 이번달의 남은 날을 통째로 쉬는 것입니다. 개인적 사정에다가 여러가지 사항들이 겹쳐서 이지요. 오늘도 세편 무리없이 가겠습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6 회] 2002-11-18 조회/추천 : 2568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E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고작 번개!" 나는 허리춤에 꽃혀있던 대거를 꺼내서 앞으로 던짐과 동시에 뒤로 피했고, 엄청 난 줄기의 번개줄기는 대거와 충돌해 보든 전력을 빼았…기는 줄 알았지만, 번개 줄기는 아주 잠깐동안 울찔거려 대거를 '증발'시켜 버리고는 계속 나에게로 닥쳐 오고 있었다. 쳇. 하는 수 없지. 나는 클레이모어를 뽑아 앞으로 던졌고, 라이트 닝 볼트 해비 크래쉬의 번개는 내 칼과 맞 부딪혀서 점차적으로 전력을 빼앗기고 있었다. 번개의 경우 목표지점까지 장애물이 없으면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지 만, 장애물 같은것이 있으면 그것에 반응해 전력이 다 떨어질 때까지나 아니면 아 까의 대거처럼 증발시키기 전까지는 충돌한 물체에게 달려들기 마련이다. 직경 20 야드의 거대한 벼락 줄기라도 예외는 아니다. 나의 검과 충돌한 벼락줄기는 클레 이모어가 떨어지는 대로 그것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 버렸다. 검은 나중에 회수하 도록 하지. 설마하니 망가지진 않았겠지? 나는 본데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그가 있 던 쪽으로 시선을 옮겼지만, 이미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에 뒤를 향해 발차기를 날리면서 외쳤다. "그딴 패턴은 그만둬!" "쿠윽! 플레임 샤워Flame Shower!" 본데스는 나의 발에 맞아 물러나면서도 마법을 사용했고, 나는 나의 머리 위에서 부터 나를 감싸오듯이 덮치는 불꽃에 대항해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스 투스!" 불에 대항한 열개의 얼음 송곳니가 불줄기와 부딪히면서 상쇄되었고, 나는 그 짧 은 찰나에 본데스를 가리키며 마법을 사용했다. "윈드 커터!" "페리알스 컬러리스 실드Preial's Colorless Shield!" 콰창! 무색의 보호막이 본데스의 주위에 둘러 쳐지면서 내가 날린 바람의 칼날이 막히 면서 유리가 깨지는듯한 소리가 났다. 내 마법도 깨졌지만, 본데스의 마법도 깨졌 지. 후, 본데스! 이번엔 네 주특기를 내가 빌려쓰마! "블링크!" 쉬식! 한순간 주위의 풍경이 바뀌면서 나는 본데스의 뒤에 와있게 되었다. 마법사들에 게는 몇없는 근접전용 마법이다! "쇼크 웨이브Shock Wave!" "으어어어억?!" 몸 속에 진동을 주어 정신 못차리고 기절하네 만드는 마법으로, 초급 마법에 속 한다. 백파이어릭 터치계열처럼 사용하면 약간의 시간제한이 있어서 그 사이에만 맞춰 대미지를 주는것과는 달리, 이것은 사용하자마자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잘은 쓰이지 않아도 초급이기 때문에 캐스팅 타임이 짧고, 위기의 순간에 유용하게 쓰 이는 장점이 있지. 하지만 드래곤이라면 위기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다. 본데스는 몸속을 치닫는 엄청난 진동에 비명을 질렀고, 그의 몸이 내손 에 잡혀진채로 추욱 늘어지게 되었다. 훗, 기절한건가? "폭(爆)!" 콰아아아앙! 순간, 눈앞이 번쩍 하면서 내 손에 들려있던 본데스가 폭발해버렸다. 나는 공중 에 뜬채로 몇십야드를 밀려났고, 잠시간의 현기증을 느껴야했다. 제, 제길! 폭발 하는 환영(Explode Phantom)이었나? 본데스의 환영을 잡았던 내 왼손에는 시큰한 통증이 전해져왔다. 다행히도 폭발로 인해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내 몸에서 의 방어속도가 조금 느렸나보다. 환영을 잡았던 팔은 멀쩡했지만, 머리에서는 한 줄기의 핏줄기가 스르륵 흘러내려왔다. 크으…! 정령과 계약할때 이후로는 본적도 없는 피를! "서몬 더 소드Summon The Sword!" 나는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와 함께 떨어졌던 검을 소환시켰다. 내가 떨어뜨 렸던 클레이모어는 마치 처음부터 그자리에 있었다는듯이 나의 오른속에 쥐어지게 되었고, 나는 왼손으로 머리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핏줄기를 닦아내고는 혀로 핧았 다. 짭짤하고 쇠맛섞인 파의 맛이 입안 가득히 퍼졌고, 나는 표정을 찡그렸다. 정 말로 피본것도 너무 오랜만이군. 조금 찢어진 정도인가? 자체 회복력이 좋으니까 지금쯤이면 벌써 다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방심했어! 희희낙락 거리다가 괜히 또 방심을 해버렸군. 나의 나쁜 버릇이야! 지금부터는 정식으로 해주겠어! "웨이트 그래비티!" "리버스 그래비티!" 역중력(逆重力)과 가중력(加重力)이 서로 만나면서 상쇄되었고, 마법을 사용하자 마자 본데스가 스펠을 읇는 그 짧은 시간에 그에게 쳐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본데 스가 나의 마법을 상쇄시킨 순간, 나는 본데스의 바로 앞에서 검을 휘두르게 되었 다. 검과 마법의 조화라는것을 보여주지! 퍼걱! 본데스는 급한대로 로브를 들어올렸고, 나의 검은 그의 로브를 잘라가기 시작해 서 그의 몸까지 이등분할 줄 알았다. 칼날이 반쯤 들어가서는 로브에 걸린듯이 더 이상의 진행을 못하고 막혀버린 것이었다! 그의 몸 근처에는 닿지도 못하고서 칼 이 멈추어 버린 것이다. 큿, 마법로브인가? "크크큭, 검은 너만의 전유물이 아니지. 오토매틱 소드Automatic Sword!" 본데스는 기분나쁘게 웃고는 사용자에게 고급의 검술과 검을 부여해주는 마법인 오토매틱 소드를 사용했다. 이것을 사용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검이 나타나 는데, 이것은 잡으면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아도 공격과 수비를 자유로이 할 수 있 는 고급 검술을 사용하게 해준다. 다만 한다지 단점이라면 이 마법은 사용자의 신 체사항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마법으로, 무리한 동작을 시켜서 어깨가 빠져나가도 상관없다면 사용하길 권장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검을 쥔 상태에서도 마법을 사용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신체단련을 열심히 한 마법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마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법 자체의 수준도 높아서 신체단련을 해도 사용할 마법사가 몇 이나 될지 의문이지. 본데스가 어쩌면 그 범주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쳇, 귀찮게 되었군. 챙! 채챙! 캉! 칭! 본데스가 잡은것은 시미터로, 베는 공격에는 매우 일품인 검이다. 베는거라면야 카타나라고 불리우는 일본도가 제일 낫다고 하지만, 시미터도 좋은 검인 편이다. 그런 검을 들고서 날카롭게 공격해 들어오는 본데스의 검을 막고있자니, 마치 지 금은 상대가 검투사인것 처럼 느껴진다. 비록, 스텝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공중에 서 팔과 팔로만 공격을 가할 뿐이라서 긴장감이 반감되지만 말이야. 그래도 마법 에 의한 실력이다! 임기웅변을 될 수 있어도, 전문공격에는 어울리지 않는단 말이 다! 나를 얕보지마! 챙챙챙챙챙챙챙! 나는 작고, 잘게, 빠르게 본데스를 공격해 나갔고, 녀석이 손에들고 있는 시미터 는 그것들을 어느정도 적당히 막아주는듯 싶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법은 마법 이다. 나의 검들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어느순간 나의 페인트에 의해 본데스 에겐 큰 빈틈이 생기게 되었다. 지금이다! "큭, 프레임 샤워!" "치잇!" 위에서부터 쏟아져 내리는 불줄기를 피하느라 나는 본데스와의 거리를 벌려야 했 고, 덕분에 구사일생한 본데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안도한다 이거지? 언제까지 네놈이 안도하나 보겠어! "스트랭스 스매쉬!" 콰가각! 나는 위에서부터 온 힘을 다해 검을 내리쳤고, 당연스럽게도 본데스의 시미터는 위로 막기를 하여 그것을 막아내었다. 하지면 여긴 공중이었고, 지지기반이 없는 본데스의 몸은 아래쪽으로 급추락하게 되었다. 땅이 없으면 그렇게 되는거야! 마 법이 버텨주고 있다지만, 내 힘을 버틸까? "윌오위스프! 샐레맨더!" 나는 두개의 정령을 소환했고, 나의 아래쪽 공중에서 중심을 잡는 본데스를 향해 정령조합 기술을 사용했다. 이미 소환 되어있는 실프까지 이용한 3개의 정령력을 이용한 술법이다! "레이저 스톰Laser Storm!" 콰아아아아… 샐레맨더와 윌오위스프나 만들어낸 엘리먼츠 레이저가 실프의 바람을 타고서 폭 풍쳤다. 빈틈없이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바람에 실린 고열의 광선은 곧바로 본데스 의 사방에서 몰아쳤고, 본데스는 마법을 사용해 자신의 주위에 둥근 방어막을 침 으로써 그것을 막아내었다. 그리고 나는 본데스를 향해 밑으로 떨어지면서 한번더 내려치기를 먹였다. "스트랭스 스매쉬!" 카가가가가각… 콰창! 채앵! "크어억!" 내가 휘두른 검과 본데스의 방어막이 충돌하며 기이한 소리를 내었다가 나의 검 의 힘에 못이긴 방어막이 부서지면서 본데스는 황급히 시미터로 내 검을 막아내었 지만, 이번에는 방비하는것이 조금 늦었다. 충분히 힘을 모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 에 본데스는 또다시 밑으로 추락했고, 본데스가 가까스로 멈춘곳은 수면과 맞닿아 있는 곳이었다. 나도 똑같은 높이로 내려갔고, 나의 발 밑에는 잔물결도 하나없는 물 속에 잠겨진 고대의 유적이 위치하게 되었다. "우큭! 쿨럭! 대, 대단한 수를 쓰는군…" 몸의 여기저기에서 레이저 스톰 때문에 타버렸는지 옷감이 조금 타면서 모락모락 연기가 오르고 있었고, 옷의 여기저기도 눌어붙은듯한 모습을 보이는 본데스는 내 가 억지로 마법을 깨버린 여파인지 약간 충격을 입은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가 끔 저러는 경우가 있지. 본데스는 입술을 꽈악 깨물고는 외쳤다. "크으으윽! 난 절대로 질 수는 없어! 여기서 물러 날 수는 없단 말이다아!" 콰가가가! 내 주변의 물들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주변의 마나도 겁잡을 수 없는 충돌을 일 으키기 시작했다. 뭐야! 이런 마나의 충돌이라면 적어도 보통의 마법은 절대 아니 다! "극열멸화(極熱滅火)!" 본데스가 쥐어짜듯이 외친 한마디에 마나의 충돌이 반응을 일으켰고, 나의 주위 로는 날 감싸듯이 물기둥이 솟았고, 그리고는 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 것은! 어떠한것이든 매개체로 삼아서 태워버린다는 화염계 최강의 위력을 자랑하 는 극열멸화! 화염술로는 최고급에 다다랐군, 본데스! "죽어라아아앗!" "누구맘대로! 극한빙아!" 백열(白熱)하는 불의 장막이 나를 덮쳐왔고, 나는 재빨리 극한빙아를 만들어 내 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사방으로 쏘았고, 극한빙아와 극열멸화간의 알력다툼이 서 서히 전개되고 있었다. 하지만 극한빙아가 전적으로 불리한 것이, 영하의 온도로 내려가면 섭씨 -273.15도의 절대영도까지가 영하의 한계점인데 반하여 영상의 온 도는 한없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달구는것보다 식히는것이 어려운 이유와도 거의 같지. 한없이 덥히는것은 온도를 내리는것보다 훨씬 어렵단 말이야! 나는 한번 더 극한빙아를 사용해서 막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연료가 '물'인 상태로 타오르는 극 열멸화는 수그러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블링크를 해도 내가 불리하 다. 연료가 물이니만큼, 여기에있는 모든 물을 태우기 전이나 본데스가 마법을 그 만두기 전까지는 불이 꺼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좋아. 한번 해볼까? 나는 본데스를 가리키며 마법을 사용했다. "리버스 그래비티!" 콰아아아아! "우으으윽?!" 나는 역중력의 마법을 본데스가 아닌 본데스의 발밑에 있는 '물'에다 걸었다. 그 러자 물줄기가 치솟아 오르며 본데스를 덮쳤고, 본데스의 정신집중을 거기서 끝나 버렸다. "으아아아아!" 나는 기합성을 지르며 검에는 반마법의 효과를 걸고 물줄기 속에서 당황해하고있 는 본데스를 찔러들어갔다. 본데스의 오른쪽 가슴을 꿰뚫은채로 물줄기속을 통과 해 계속 해서 찔러들어간 나는 호수 중간에 위치한 섬으로 들어가게되었고, 엄청 나게 많은 나무들을 지나서 한 건물과 충돌할때까지 본데스를 밀어붙였다. 콰가가강! 내 팔이 저릴정도의 충격이 전해져왔고, 본데스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검에 꿰 여서는 벽을 부수며 건물의 안쪽으로 나뒹굴게 되었다. "크으윽… 크큭…!" "어딜!" 본데스가 검에 꿰인채로 팔을 들어 나의 검을 잡으려 하였고, 나는 그대로 녀석 을 바깥은 향해 던져버렸다. 녀석은 꼴사납게 내동댕이 쳐져서 땅바닥을 굴렀고,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 ------ 본데스. 정말 잘 싸우지 않습니까? 뭐 결국에는 꼬치신세로 나뒹굴게 되지만.. 그래도 챕터 제목에 이름까지 오른 값은 하는 녀석이지요. 글쟁이의 실력의 문제입니다만.. 역시 전 실력 부족이라는..(그래! 자책하고 절벽에서 뛰어 내려버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7 회] 2002-11-18 조회/추천 : 2951 / 14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E5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하아! 하아! 후우…" 나는 숨을 골랐고, 무너진 벽의 잔해를 넘어 본데스에게로 다가갔다. 녀석은 미 동도 하지 않은것이, 완전히 가버린 모양이었다. 기절했든 죽었든간에 어쨌든 이 번에는 또 내가 승리한 것이었다. 후우, 녀석이 방심하지않고 진심으로 덤비면 꽤 나 어렵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거의 필사의 태도로 달라 붙으니 상대 하기가 까다로웠어. <<라이니시스님! 모든 이동이 끝났습니다! 저를 제외한 다른이들은 전부 게이트 를 넘어서 메이렌튼에 있어요! 저도 이 연락을 끝내고는 곧바로 메이렌튼으로 갈 거예요!>> 나의 머리속으로 미리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제야 끝났나?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천정을 바라보았다. 이제 남은 일은 여기만 파괴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슬슬 스크롤 북으로 마나 빅 뱅을 일으켜……어? 없다! 스크롤북이 없다! 대 체 어디에? 언제 흘린거지? 나는 당황해하면서 몸을 여기저기 뒤졌지만 내 스크롤 북은 어디있는지 나오지 않았다. 싸움을 하는 와중에 정신이 팔린건가? 흘렸다면 대체 어디서? "크크크크크크…" 본데스녀석이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고, 순간 나는 핏기가 싸악 빠져나가는것 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설마하니 저녀석이? "쿠하하하하! 크캬캬캬캬! 마나 빅 뱅이라니! 대단한 수를 가지고 있었어! 이런 물건이 진짜로 있을 줄은 말이야…! 크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본데스는 상처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일어서더니 흐느적거리면서 광소를 토 했고, 그녀석의 앙상한 손에는 나의 스크롤북이 들려있었다. 제, 제길! 본데스는 손가락을 까딱까딱 흔들면서 말했다. "이런이런, 이런 술수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오우, 이런 조심해. 이 유적을 지 켜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매쉬암에 적이 되는 강대한 힘을 가진 녀석은 제거대상 에서 1호거든? 계약사항에 있던 것이지. 수틀리면 자폭하는 수도 있어. 그러니까 날 꼬치로 만들었던 자네 검부터 집어 넣으시게나" 그는 손에서 하얀색의 기류가 얽힌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서 스크롤 북에 근접시 키고는 말했고, 나는 낭패스런 기분을 느끼며 칼을 도로 꽂아 넣었다. 녀석의 위 치와 나의 위치로 볼 때, 내가 순간가속으로 녀석에게 다가가든지 아니면 무슨 수 를 써서라도 저 스크롤 북을 되찾으려 했을 경우에는 녀석이 스스로 마나 빅 뱅을 일으켜 버리는 수가 있다. 조금 떨어진 장소라면 모르되, 이런 거리에서 마나 빅 뱅을 맞게되면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거기서 끝이다. 정령의 힘도 마나의 과집현상 과 충돌현상으로 자연력에 개입을 받아서 통용되지 않는 거리이다. 쳇. 이번에는 정말로 몰렸군. 사생결단으로 나오면 정말로 곤란해진다니까? 본데스는 내가 검을 도로 꽂아넣는것을 보고는 씨익 미소짓더니 말했다. "자. 그대로 천천히 위로 날아가시게. 목적지는 저기 일꾼들이 헛질해놓은 구멍 으로 말이야. 자네가 물을 역류시킨것은 좋았네만, 상대가 전에 무슨일을 해서 어떠한 기술이 있는지는 파악해두게나. 무심결에 품을 뒤지니 스크롤 북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이런, 쓸데없는 짓 하지말게! 여차하면 자폭이거든? 그러면 나를 보면서 천천히 날아가길 바라네. 크크크크…" 나는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천천히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본데스가 말한 대로 그를 보면서 날아올랐고, 녀석은 씨익 웃더니 스크롤 북을 든 왼손을 가볍게 흔들면서 마치 환송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잘 가게나! 크캬캬캬! 크하하하하하!" 그리고 내가 100야드쯥 올라갔을까? 본데스가 고개를 숙이더니 뭔가 캐스팅을 하 는 모양이었다. 손에는 이미 윈드 커터를 들고있기 때문에 캐스팅은 조금 시간이 걸릴것 같았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라스킨의 상대고 뭐고, 지금은 상관없어! 이 런 기회를 놓칠성 싶으냐! "네프!" 나는 내가 일전에 본데스가 서있는 땅에 박아둔 퍼스널리티 스톤 나이프인 네프 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다. 본데스의 발 밑에서 뭔가가 꿈틀 하더니 은색의 나이 프 한자루가 튕겨져 올라왔고, 캐스팅을 하면서도 놀라하는 본데스의 앞에 둥둥 떴다. 그리고 나는 외쳤다. "베어라!" 파악! 네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본데스의 왼손에 든 스트롤북을 가로로 두조각 내 버렸고, 나는 뒤도 안돌아보면서 매쉬암의 일꾼들이 뚫어놓은 구멍을 향해서 전속 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네프를 소환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쿠구구구… 급격스런 마나의 응집현상이 일어나면서 내 뒤로는 엄청난 회오리와 먼지가 나풀 거렸고, 섬 주변의 물이 마나의 영향으로 움직이는지 파도치는 소리도 나기 시작 했다. 나의 주변의 마나가 급격하게 이동하는것을 느꼈다. 술식의 폭주로 막대한 양의 마나가 끌려들어가면서 그 공백을 메우려는 찰나의 움집임이 느껴졌다. 이곳 에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아직범위 안이야! 조금만 더! 나의 눈 앞에서 점 점 그 구멍은 커지고 있었다. 후우욱! 나는 구멍속으로 날아 들어갔고, 마나 빅 뱅에서의 마나 응집현상 때문에 발생하 는 마나의 이동영역을 벗어났다. 여기서라면 마법이 발현된다! "텔레포트!" 나는 메이렌튼의 방향으로 텔레포트를 하길 원했고,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워낙에 정확한 계산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텔레포트한 곳은 메이렌튼으로 가는 방향의 분지와는 십수마일 떨어진 장소의 공중이었다. 여기라면 마나 빅 뱅의 영 향권 밖이다. 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산'을 바라보았고, 곧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르르르르르릉… 엄청난 땅울림과 함께 '산'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먼저 분지의 광산쪽에 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되는 하얀빛이 하늘 높이 솟았고, 유적으로의 입구와 출구 라고 생각되는 장소에서 하얀빛이 하늘로 솟았다. 그 빛은 너무나도 강렬해 '산' 의 모습을 비춰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전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콰드드드득! 콰가가가… 멀리 떨어져있었지만, 소리는 잘 들렸다. 그야말로 엄청난 소리였다. 이 멀리까 지도 들리는 소리는 자연의 거대한 피조물은 산이 찢어지면서 울부짖는 소리였다. 자연의 거대한 피조물이 마나의 거대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살해당하는것 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산에는 점점 금이 가고 있었고, 그 곳에서는 어김없이 흰 빛줄기가 새어나왔다. 드드드…!! 그리고는 소리와 빛이 한순간에 멈추었다. 나는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는 것을 느끼면서 산을 주시했다. 끝일까? 아니다. 이것은 마지막을 위한, 그래. 폭풍전의 고요이다. 다음순간, 갑자기 빛이 폭사하면서 그뒤에 엄청난 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소리, 하지만 세상의 모든 폭발음을 섞었을것만 같은 소 리가 그 뒤를 겁쳐왔다. 거대한 빛줄기는 삼을 완전히 산산조각내면서 하늘 높이 솟았고, 그 빛은 밤하늘을 찔러 없애버릴것만 같은 빛이었다. 동시에 새하얀 빛은 마치 여신이 지상에 강림했다가 도로 올라가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파아앙! 내가 빛에 넋을 잃고 있을때, 나에게로 날아온 충격파는 날 그대로 뒤로 날려보 내버렸다. 갑작스럽게 닥쳐온 충격파에 넋을 잃고있덨다는 정신을 잃어버릴뻔 하 고는 다시 중심을 잡았다. 무, 뭐가 이렇게 강렬해? 충격파를 온몸으로 받아낸 나 는 천천히 줄어들고있는 빛줄기와 빛줄기가 줄어듬에 따라 나타나는 그 주위의 광 경을 보면서 아연실색 해야했다.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 과 숲, 바위가 있던 장소는 마치 흰색의 대리석이 얹힌것처럼 새하얀 빛을 띄면서 도 평편했다. 도화지 위로 그린 그림을 지우개로 그린것같이 하얀 평원만이 남고, 그 주위로는 엄청난 충격파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서있는 나무들과 의식을 산산조각 내버릴것 같았던 폭음과 충격파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듯이 흰색의 벌판을 그저 바라 보는 잠깬 동물들이 있을 뿐이었다. 마나 빅 뱅. 그 범위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없애버리지만, 그 범위의 바깥에 있으면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 는 지금 깨닫게 되었다. 충격파를 맞기는 했지만, 별로 영향도 없었잖아? 허, 허 허허… 허허허허허… …돌아가자. "페이그니스님!" "페이그니스!" "마스터!" "아빠!" 내가 메이렌튼으로 긴장감에 지친 몸을 이끌고 텔레포트를 해서 돌아가니, 나를 기다리고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세요? 그 빛줄기는 대체…. 아니, 그것보다 괜찮으신거예요?" "흠뻑 젖으셨군요. 다친데는 없으세요?" 아? 아아. 그러고보니 본데스를 검으로 찌를때 나도 물줄기를 통과했었지? 조금 은 젖었을지 모르겠군. "아빠! 아빠도 봤어요? 하늘로 쫘악~ 하고 올라가는거 말예요! 하얀빛이 하늘로 쭈욱 뻗어 올라가는데 너무너무 신기하고 예뻤어요!" 나미아는 내 앞에서 팔짝팔짝 뛰면서 마나 빅 뱅 때문에 생긴 빛줄기에 대해 신 나게 말하고 있었다. 물론 알지. 그것을 내가 만들었는걸? 나는 오랜만에 만난 나 미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안아올리면서 말했다. "그럼. 봤지. 아빠가 아마 제일 가까운 자리에서 봤을걸?" "에에? 웅~ 치사해! 다음엔 나미아도 같이 볼래요!" "그래. 다음엔 같이 보자꾸나" "네에~! 에헤헤헷" 나미아는 웃으면서 내가 젖었다는것엔 전혀 신경 안쓴다는듯이 나에게 안겨들었 고, 나는 살짝 미소지었다. 아아, 나미아도 오랜만이구나. 나는 나미아를 품에 안 고는 토닥거리면서 에실루나에게 말했다. "다들 다친데는 없지?" "네. 저희가 이곳으로 오고 조금 뒤에 빛줄기가 하늘로 솟았어요. 게이트는 닫아 버려서 피해가 이리로 전해져 오거나 하진 않았어요. 열려있었더라도 마나 빅 뱅 의 영향 때문에 피해가 오지는 않았겠지요" "그래. 그럼 다행이군. 사람들은 어때?" "구해온 사람들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어요. 감사를 표하는걸 머기씨가 나서 서 답례를 하고 있어요. 금방 끝날거예요" "슐트로이야는?" "킬에게 있어요" "…빨리 끝나겠군" 머기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다면, 사람들의 인사는 금방 끝나겠지. 나는 한숨 을 내쉬었다. 이것으로 매쉬암의 음모를 하나 더 박살낸 셈인가? 더불어서 고대의 병기와 유적, 그리고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렸군. "마스터. 본데스는?" "글쎄, 캐스팅 도중에 마나 빅 뱅에 휩쓸렸는데… 어떨까? 그만한 마법사가 쉽게 죽으리라고는 생각이 안들어. 죽었다 하더라도 증거가 없군" "그렇습니까…" 라스킨은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지었고,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기왕이면 라 스킨이 본데스를 처리하게 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만약 마나 빅 뱅에 말려들어가 죽었다면, 내가 라스킨에게 빚을 지게 되는 꼴이군. 하지만, 그때 상황은 정말로 어쩔 수가 없었어. 뭐, 본데스같은 끈질긴 녀석이 설마 죽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가 어려우니까 말이야. "이제 본데스의 연구시설이 있다는 곳으로 가봐야지. 혹시라도 살아있다면 그곳 으로 향했을거야" "아, 그렇군요. 아직 끝난것이 아니었군요" "방향은 아직 기억하지?" "예.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쉬는대로 여길 벗어나자. 수도에서도 저 빛줄기나 여기에 있는 매쉬 암의 병사들 때문에 자비스 후작이라도 오는 날이면 곤란해지니까" "예.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라스킨은 고개를 꾸벅 하고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고, 나는 여관으로 가 는 발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본데스가 죽었더라도, 아직 이 일은 끝나지 않았다. 목적한 데까지는 끝내야 하지 않겠어? 그 전에 일단 쉬고 보자.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해져 있어… "아빠~ 나미아 아빠 없는동안 심심했어요! 놀아줘요~ 네?" …쉬기는 글렀군. -------------------------------------------------------------------------- ------ 유적의 일을 어찌어찌 끝냈습니다...라고는 해도,. 아직 몇편 더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웬지 여기에 챕터 끝이라는 말을 달아야 어울릴듯한 이 분위기는..? 악당을 해치우고 행복하게가족과 노니는 모습은.. 마치 할리우드의 영화 스타일 같은 느낌마저 드는.. 히어로물이라는게 사실 그런지요. ..나 여태까지 영웅물 쓰고 있었던것인가..?(..너 바보냐..?) 영웅물을 쓴다면 차라리 다크 히어로가 좋다는. 배트맨도 참 다크 히어로라지만.. ..요즘에선 그런 느낌이 별로 안드는군요. 우우우.. 1,2 시절의 배트맨이 좋았어.. 미국의 마벨에서 만든 영웅들은 참 여러 관계로 얽혀있다지요. 예를 들자면 스파이더맨 애니에서 나온 블레이드, 엑스맨, 워머신, 캡틴 아메리카 기타등등해서 얽혀있지요. 어차피 같은 회사 애들이라서 서로 돕고 사는(?) 것이지만 ..무슨 소릴 하는 걸까요. 횡설수설의 글쟁이입니다. 챕터의 끝이 보이니 결국 임계점이 다가오는군요. 오늘은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목요일에 챕터의 끝을 들고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8 회] 2002-11-21 조회/추천 : 2620 / 7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E6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메이렌튼은 짧은 시간동안 붐볐다. 사라졌던 사람들이 돌아왔고, 그로 인해서 마 을에는 다시 활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분위기를 뒤로 하고는 메이렌튼에서 벗어나야했다. 수도에서 이곳으로 조사반이 온다는 소식 때문이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부른것이고, 어차피 그 밤하늘을 가르며 하늘로 솟아오른 마나 빅 뱅의 빛줄기는 그 누구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을 것이다. 조사단이 안온다는것 이 이상하지 않겠어? 그리고 우리는 출발 전에 일행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을 맞 이하게 되었다. "언니… 언니가 하고 있는 일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도 한가지만은 약속해줘. 꼭 다시 만나겠다고" "그래. 그럴게. 언젠가 다시 꼭 만나자" "나는 이길로 쭈욱 브라이언트 선배를 쫒아갈거야. 그리고 만나서는… 뺨을 때려 주겠어" "후훗…. 그래. 온힘을 다해서 때려주렴" 츠렌과 세렌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세렌은 지금부터 브라이언트를 추적해 갈 것 이고, 츠렌은 이길로 매쉬암을 쫒아간다. 공간적 개념으로 둘의 사이가 얼마나 멀 어질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만나기에는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둘 다 가출해 서 돌아다니는 신세이니, 다시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괜찮으실까?" "글쎄… 이런 우리를 용서 해 주실지는 잘 모르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이해 해 주시리라고 생각해" 자비스 후작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두 딸이 한날 한시에 같이 가출해 버렸으니 까 말이야. 츠렌과 세렌은 서로를 다독이고는 떨어졌다. 이제 그들에게는 헤어짐 의 순간만이 남았다. "몸조심해 언니. 언제나 조심하고" "너도. 항상 건강해야하는거 잊지마" 츠렌은 나의 양해를 얻어서 변신의 목걸이를 세렌에게 양도했다. 이걸로 변신을 하면 그 누구도 세렌이라는것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었다. 우리가 매쉬암의 또다른 계획을 완전이 공붕분해 시키는동안, 세렌은 무슨 기분이었을까? 하염없이 기다리 고 있는 기분은 참 괴로웠을 것이다. 츠렌은 세렌의 손을 맞잡고는 손등을 어루만 져주었고, 세렌은 그런 언니의 손을 잡았다. 떨어지기 싫겠지. 츠렌은 고개를 돌려 지나얀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나얀. 세렌을 잘 부탁해요" "걱정 마세요. 꼭 브라이언트씨와 만나게 하는것까지 보고, 제 가게로 돌아갈 거 니까요" 지나얀은 앞으로 남은 휴가의 기간이 간당간당하기 때문에 세렌을 따라서 브라이 언트를 추적하는 일을 자원했다. 덤으로 아무런 전투능력이 없는 세렌을 호위해주 는 역할도 맡았다. 수도의 정세를 조금 파악하고 난 다음에, 자비스 후작부인에게 두 딸의 편지를 전해주고서 툰드라로 향해 브라이언트의 행로를 추적하겠다고 했 다. 간밤사이에 라스킨에게 온 연락에 의하면 브라이언트는 레리첸트의 방향으로 향했다고 한다. 레리첸트에서 얼마나 더 갈지는 모르지만, 일단 추적을 해서 세렌 과 브라이언트를 만나게 하고는 지나얀은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나얀이 없어지 면 떠들썩한 기분이 조금 줄어들겠는걸? "그럼 잘가요. 언니. 그리고 킬씨. 언니를 잘 부탁드려요" "예? 아, 예" 킬은 세렌이 고개를 꾸벅 하면서 부탁하자 조금 당황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 지금 세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는거야? 킬은 두시머리를 긁적거리고는 세렌 에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일행의 인도자는 페이그니스씨니까 그분께 부탁드리…!" 빠악! 츠렌의 주먹이 킬의 뒤통수에 작렬했고, 킬은 말을 미처 끝내지 못했다. …맞아 도 싸다. 세렌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푸훗 하고 웃 었다. 아직도 킬과 츠렌의 관계는 아리송한 관계니까 말이야. 지나얀과 세렌을 반대쪽의 방향으로 보내고서, 우리는 라스킨의 인도를 따라 본 데스의 연구시설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아직 그 생사가 불투명한 본데스의 신 원은 둘째로 치고, 일단은 연구시설부터 아작내는것이 먼저라고 할 수 있겠지. 아 니면 그곳에서 본데스를 만날 수도 있다. 왜냐면 유적이 증발해버린 지금, 본데스 는 매쉬암에도 의지하지 못하고, 갈곳은 달리 없으니까. 연구시설이 그놈의 소굴 일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한다. 그렇게 우리는 약 열흘가량을 라스킨의 인도에 따라 걸어갔고, 우리가 도착한곳 은 라스킨이 제이나를 데려오면서 본데스에게 습격당해 납치당한 바로 그 장소였 다. "흐음… 벌써 2년정도 지났나? 흔적이 남아있을리는 만무하지만 말이야" "예. 바로 여기서 제가 제이나를 보내고, 본데스에게 제압당했지요. 지금과 비교 해볼때, 그때는 상당히 약했습니다만 본데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요" "그래? 그럼 본데스의 연구시설은 어디지?" 라스킨은 잠시 눈을 감고 자신에게 전해져오는 느낌에 집중하였다. 우리는 조용 하게 그의 말을 기다렸고. 라스킨은 눈을 뜨더니 서쪽에 있는 산을 기리키면서 말 했다. "저 산입니다. 저산에 그 연구시설이 있습니다" "뼈무덤의 산인가?" "분명히 엊그제 지나온 마을에서는 그렇게 불렀었지요. 단지 흰색의 바위들이 많 아서 붙은 이름이지만… 본데스가 저곳에 있다면 정말 어울리는 이름이군요" 서쪽에는 흰색의 봉우리들이 서있는 산이 보였다. 단지 그 일대에 깔려있는 돌들 이 뼈의 색깔처럼 보인다고 하여 뼈무덤의 산이라고 부르는 산에 본데스BoneDeath 가 있다면 정말이지 재미있는 사실이군. "그럼 출발하지요. 어떻게 생긴 연구시설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킬은 그렇게 말하면서 앞장섰고, 우리는 그의 뒤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곧 있 으면 우리는 본데스가 라스킨을 비롯해 많은 늑대들을 개조했던 그곳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어떤걸 알아 낼 수 있을지 정말로 궁금해지 는 일인걸? "그런데 페이그니스님. 나미아를 데려가도 될까요?" 미리안은 자신의 등에 업혀서 자고있는 나미아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 다. 나이아의 고양이 오디 미아는 현재 라니안느의 품에서 빨간눈과 파란눈을 번 득거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나미아는 우리가 없는 동안에 세렌과 오디 미 아와 같이 잘 논 모양이다. 비록 세렌이 나중에 "다시는 저 아이하고 놀아주지 않 을래요!"라고 말해서 그렇지, 나미아 자신은 잘 놀았던것 같다. 일단 쓸데없는 잡 설은 집어 치우고, 나미아를 데려가는것에 있어서 나도 참 고민했던 문제다. 지난 번과도 같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아직 어린 나미아의 신변에 위험 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하지만 여기까지와서 달리 수가 있는것도 아니잖아?" "그것도 그래요. 하지만 정말로 걱정되네요" "걱정없어. 강한 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여있는데 다치는게 더 이상한거야" 나미아가 워낙에 종잡을 수 없는 아이라서 뭔 일을 저지를지 모를다는 점을 제외 하고는 늑대왕에 모성애 가득한 엘프가 둘이요, 강력한 마법사가 둘에 날렵한 여 도적과 인상좋은 전사가 한명. 결정적으로 드래곤까지 있는 상황에서 일행이 서로 찢어지지 않는 한은 나미아의 신변에는 웬만해선 해가 가지 않을것이다. "그럴까요?" "그래. 분명히" 미리안은 그럭저럭 안도의 표정을 지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뭐, 설마하니 별일 있겠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것은 불완전한 추측 뿐일지니, 그래 서 시간이라는 개념이 가져오는 미래라는 상황이 알 수 없는 이유지. 이 세상이 재미있고 신기한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이고 말이야" "동감" 내 말에 옆에있던 머기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짧게 답했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 다. 나미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은것은 다행이라고 쳐주겠지만, 킬과 츠렌 이 사이좋게 나란히 떨어져버린 함정에 대해서는 별로 다행이라고 할 수가 없겠지 않겠어? 함정을 찾던 츠렌과 구경하던 킬이 같이 떨어진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 만 함정을 찾는 도중에 내가 손을 쓸 틈도 없이 함정을 작동시켜버린 상황에 대해 서는 당연하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츠렌, 당신 정말로 도적인거야? "마법으로 여기 밑을 살펴보니까… 그 둘은 무사하게 살아 있어요" 에실루나는 마법으로 여기 둘의 생사를 확인했다.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좋은 동 료들 둘을 잃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행이군. 음… 함정을 작동시켜서 나도 내려가 볼까? "밑에… 길이… 있어요…" 라니안느는 여기 밑의 지형을 탐색하고 있었는지 눈을 갑고는 작게 말했다. 함정 이라고 보는것과는 조금 다른, 그러니까 일종의 트랩 도어Trap Door인가? …함정 문이나 함정이나 둘 다 같잖아? "텔레포트가 될까?" "음… 단순히 기운만 느끼는 것으로는 불가능해요. 다친곳도 없고, 위험한것 같 지도 않아요. 어쩔까요?" "글쎄. 함정을 작동시켜서 내려가보는… 안되겠군" 나는 츠렌과 킬이 떨어진 자리에서 함정의 조작 스위치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시 료스는 사용해서 틈 사이로 와이어를 집어넣서 구조를 분석해 보니까 첫번째 작동 으로 사람을 떨어뜨리고, 두번째 작동으로는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압사시키는 장 치가 붙어있었다. 아마도 동료가 있다면 그들이 구하러 함정을 한번 더 작동 했을 때 좌절감을 심어주기 위해 장치된 것이 아닐까 싶다. "본데스는… 정말 이런 던전을 잘도 만들었군요" "600년이나 살았대잖아. 뭘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야" 나는 쯧하고 혀를 찼다. 결국은 일행이 찢어지는 사태에 이르르게 되었군. 겉모 습만 산이었지, 여긴 완전 본데스만의 요새잖아? 뼈무덤의 산으로 왔을때, 우리는 약간의 인위적 손길이 가해진 구조물들을 볼 수 가 있었고, 그런 구조물을 실마리로 삼아서 지금 우리가 들어와있는 이 동굴을 발 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 동굴로 들어와서 한시간쯤을 걸어갔을때, 벽돌 과 포석이 정갈하게 깔린 복도가 나타났고, 거기서부터 천천히 함정을 찾으며 오 던 도중에 츠렌과 킬이 함정에 휘말려 일행과 떨어진 것이다. 나는 고개를 젓고는 남은 일행들을 보며 물었다. "누구, 킬이나 츠렌에게 메세지 됩니까? 그 길 있는 곳으로 계속 가라고 일러주 셨으면 하는데요?" "내가" 머기가 선뜻 나섰고, 잠시간의 시간이 흘렀다. 메세지 마법이야 원래 소리가 안 나는 것이고, 머기가 캐스팅 하는 소리만이 작게 들릴 뿐이었다. 머기가 눈을 뜨 더니 말했다. "성공" "아, 이야기가 다 된겁니까?" 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다 되었다면 그걸로 OK다. 길이 있다면 언젠 가 다시 만날 수도 있을것이다. 그렇게 장담은 못하지만서도, 안되면 내가 움직이 는 수도 있으니 그렇게 걱정은 하지 않겠어. 거기에 킬과 츠렌 단 둘만 떨어져 버 렸으니까 뭔가 성과(?)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남녀 단 둘이서만 놔두면 뭔가 일이 생기는것은 자연의 섭리(?)이지. 암. 그렇고 말고. "저희도 갈까요? 언젠가는 어디선가 만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함정을 재작동 시켜서 저 아래쪽에 끔찍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 면서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과연 저 밑에선 어떤 대화가 오고가고 있을지 정 말로 궁금해 지는군. 나중에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잘 만날 수나 있으려 나? 알고보니 이 밑에 있는 길은 수많은 함정으로 점철되어있어 수많은 고비를 겪 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겠지? 아니면 빠져나왔더니 그곳은 산의 반대편이더 라~ 하는 썰렁한 이야기도 아니길 바래야지. -------------------------------------------------------------------------- ------ 안녕하셨습니까. 늦었습니다. 이그니시스입니다. 글이 늦은 이유는.. 어떻게든 에필로그와 같이 올리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그저께의 외출과(새벽 5시에 집으로 돌아옴...) 오늘의 바쁜 일들이 여러모로 겹쳐서.. 에필로그를 차마 다 쓰지 못했습니다. 정말이지.. 오체투지하면서 용서를 구합니다.. 에필로그는 토요일에 올라옵니다. 그리고 비언 세편은 정말 용량이 많습니다. 다 합치면.. 5회분의 연재량이군요. ..생색내는게 아니라. 저기.. 변명도 아니..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흐윽..(울면서 엎드려 절을 한다) 세편.. 무리없이 올라갑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89 회] 2002-11-21 조회/추천 : 2567 / 6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4.E7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킬과 츠렌을 잘 가고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약간의 미로(2시간에 걸쳐 지 나야 했던)와 다수의 함정(3야드 간격으로 하나씩)을 지나쳐서 거대한 원형 경기 장 비스무리 한 곳으로 오게 되었다. 이 산 자체가 완전히 본데스의 요새화가 되 었다는 내 생각에 점점더 확신이 서는 순간이었다. 직경 50야드의 넓은 원형의 공 간은 여기저기 어리럽혀져 있어서 조금 지저분하기는 했지만, 한쪽에는 스탠드(?) 까지 마련되어있었던 것으로 봐서는 뭔가를 실험했었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천정 의 가운데네는 큰 마법등이 빛나고 있었는데, 리치가 만든 던전이니 어련하랴? 나 는 라스킨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라스킨. 여긴 어디야?" "일종의 토너먼트장입니다. 개조시킨 스폰이나 키메라를 서로 싸움을 붙이게 해 강한 개채만을 남기거나, 그 전투 능력을 측정하는데 사용했었죠" "너는 어땠어?" "여기에 있는 동안에는 항상 최후에 최후까지 살아 남았었습니다" 라스킨은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내용을 자랑스럽게 말함으로써 약간의 단순함을 드러내 보였다. 잡혀와서 실험당했는데 그게 그렇게 자랑스럽냐? 늑대인간들의 사 상을 이해하려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마도 거대하고 강력한 투쟁의 현 장에서 살아남은 자신에 대한 뿌듯함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기반상황이라는 것이 참으로 안좋기는 해도 말이야. 나는 천천히 앞으로 가서 땅을 툭툭 차본다든가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피라 든지 하는 생물의 체내에서 흘러나온 체액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져있고, 그들의 강 대한 힘이 박살낸 대지는 그 형태가 반쯤 일그러져 있었다. 실험이라. 좀 더 강한 전투생물을 만들기 위한 실험인가? "본데스의 실험실은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있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것은 제가 잡혀있었던 공동우리와 이 토 너먼트장 뿐입니다" "그 우리는 어디지?" "그러니까… 저쪽으로 들어가면 나옵니다" 라스킨은 우리가 들어왔던 쪽과는 반대되는 곳에 위치한 철창을 가리키면서 말했 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온 통로는 뭐야? 설마하니 본데스가 우리에서 나온 키메라 들과 스폰들을 전부 풀어주기 위해서 열어둔건 아니겠지? 그야말로 설마다. 에실 루나는 약간 고개를 갸웃 하면서 라스킨에게 물었다. "라스킨. 우리가 들어온 통로는 뭐지요?" "아, 이건… 그러니까 일동의 시험장입니다. 미로와 함정들을 뚫고 밖으로 나오 면 그제야 비로소 다른곳으로 가게 되는 것이죠. 저 반대편의 문과 이쪽의 문끼 리는 연관성이 있어서 잘 모르고 호기심삼아 여기로 들어온 모험가들을 붙잡아두 고서 키메라의 상대로 시험해보고는 하는…" 텅! 텅! 텅! 라스킨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건만 우리가 들어온 통로의 천정에서 철창이 3중으 로 내려와서는 퇴로를 막았고, 우리는 갑작스럽게 전개된 상황에서 황당함을 끌어 안고는 당황해야했다. 하, 하하. "…용도로 사용된다고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너무 늦었잖아요옷!" 미리안이 라스킨을 보고서는 빼액 악을 질렀고, 라스킨은 찔끔 했다. 그러는 사 이에 놀란 나이마가 부스럭 거리며 깨어났고, 나미아는 잠에 취한 표정으로 눈을 슥슥 비비고는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앞을 가리키면서 말했 다. "문 열려요…" 끼기기긱… 나미아의 말대로 건너편에 있는 철창이 열리고 있었다. 완전 자동으로 되어있는 데? 우리는 긴장하면서 철창이 열린 통로를 바라보았고 한참동안 그런 상황이 계 속되고 있었다. 그리고 3분여정도 지나서 아무런 징조가 보이지 않자 우리는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벌써 다 죽은건가? 안도해 하고있는 우리들의 귀 로 라스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제가 마지막으로 본게 벌써 반년 전이니 지금쯤은 죽었을지 모른다는 말 씀을 해드리고 싶었지요" "그러니까 일찍 좀 말하란 말이다앗!" 나는 홧김에 라스킨의 뒤통수를 가격했고, 따악! 하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지게 되었다. 으윽, 한순간이나마 내가 츠렌이 된것 같잖아. 괜히 긴장해서 손해봤네. 하여튼간 나는 좀 여유있게 되어서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저쪽 통로가 아니면 갈 곳이 위쪽의 스탠드 외에는 없는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스탠드를 보아 도 별다른 통로는 없어 보이는걸? "음… 라스킨. 여기 다른 통로들은 없어?" "예? 뭐… 일단은 보이는 통로 이외에는 없응걸로 아는데요?" "그래? 그럼 난 잠깐 저기 스탠드 좀 살펴보고 올테니까" "아, 예" 나는 실프를 소환해서 스탠드를 향해 날아올랐고, 다른 일행들은 혹시라도 다른 통로가 있을까 싶어서 주위를 살펴보는지 뭐라 이야기하는 소리들이 들렸지만 그 소리들은 빠르게 멀어졌다. 스탠드는 원옇의 벽에서 돌출되어있는 모습으로 밑을 거만하게 내려다보기위해 설계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높이는 꽤 높은 편이라 서 날 수 있는 생물이 아니라면 근접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본데스도 악취미군" 자기 아내를 수정에 넣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알아챈 것이었지만 말이야. 밑 에서는 각종 생물들이 우어어 거리면서 피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며 한손에는 펜 을, 다른 손에는 종이를 들고서 자신의 연구성과를 킥킥킥 웃어대며 적어갔을것이 라 여겨지는 스탠드의 좌석 구조를 보면 가볍게 생각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런 이 유에서인지 책상은 아예 잉크통과 펜꽂이가 일체화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본데 스… 자네 정말이지 악취미를 가졌군. 별로 좋지 않은데 말이야. 위험하게스리 난간도 없이 드리워져있는 스탠드는 아무런 통로도 보이지 않았고, 그런 면에서 나는 상당히 실망했다. 본데스는 대체 어디로 들어와서 구경했다는거 야? 아, 텔레포트가 있군. 그놈에겐 쉬운 일이겠지. 뭐, 그래도 일단 내려서 살펴 보고 그러자. 스탠드의 구조는 단순했다. 난간이 없이 가로 14야드, 세로 9야드로 이루어진 길 쭉한 직사각형의 모습 이었는데 가운데에는 잉크통, 펜꽂이가 일체화된 책상이 있 었고, 책상의 아래쪽에는 하얀 종이묶음이 여러개 쌓여있었다. 의자는 보통 시중 에서 구할 수 있는 목조의자였고, 그 외에 다른것은 없었다. 흠… 그냥 텔레포트 를 해서 여기에 와서는 연구결과를 보고서 그냥 돌아갔다는 말인가? 나는 한숨을 포옥 내쉬고는 책상을 두어번 두들겨 보았다. 책상위에 조금 내려앉은 먼지는 사 용자의 부재가 조금 오래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본데스. 정녕 넌 죽어버린건가?"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중얼거렸고, 그러면서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벽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마법적인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것이 특별하 게 만든 문같은것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벽의 여기저기를 찔 러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것은 당연했다. 나는 한숨을 쉬었고, 그런 나의 귀 로 바람소리가 들렸다. 쉬이익… <<페이그니스님? 라스킨이 열려진 통로로 내려가자고 하는데요? 키메라들을 가두 었던 곳에서 다른 길이 있다나봐요. 그러니 어서 내려오셨으면 해요>> 바람에 실려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미리안의 것이다. 실프에 목소리를 실어서 보 낸건가?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뭐, 여기엔 아무런것도 없는가 보군. "갈게!" 나는 밑을 보면서 크게 말했고, 그대로 돌아서서 내려가려고 했다. 그극. 그리고는 뭔가 밀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의 시야가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했다. "뭐, 뭐야아!" "뭐, 뭐야아…" "페이그니스님?! 페이그니스니임!" 미리안은 갑자기 황당한 목소리를 남기고서 아무런 대답이 없는 라이니시스를 불 러보았으나 이미 라이니시스는 사라진 뒤였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의 시선이 미치 지 않는 곳에서는 라이니시스가 떨어진 통로가 스르륵 소릴 내면서 닫히고 있었으 며, 그 위에는 방금전 라이니시스가 밟은 자그마한 구슬같은 것이 보였다. "갑자기 사라지신건가요?" "그런거 같아요… 뭔가 통로라도 발견해서… 들어가신 걸까요?" "아니예요. 통로를 발견했으면 우리에게 말했을거예요. 제 생각에는 아마 통로로 말려 들어가신것 같군요" 에실루나는 침착하게 말했고, 그녀의 말에 미리안도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침착성 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른이들은 이 두 엘프여인의 모습을 보 면서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운 통로를 발견했다면, 언젠가 저희에게 말씀하시겠죠. 그리고 그분의 능력 이면 얼마든지 돌아오실 수 있어요" "그래요. 특별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네요" "저, 저기… 주모님들. 너무 묘하게 침착하신거 아니십니까…?" 라스킨의 조심스러운 말에 라니안느와 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그런 라스킨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순간적으로 라스킨은 자신 이 뭔가 이상한 질문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잠겼지만, 자신의 질문은 정말로 정당한 입장에서 하는 질문이었기 때문에 곧 그 생각을 머리속에서 지웠다. 그러 면 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걸까? 에실루나는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라스킨에게 말 했다. "라스킨.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잘 모르는것 같군요" "그래요. 지금 저희는 저희의 걱정을 먼저 해야되는것 아닌가요?" 그녀들의 말에 라스킨은 퍼뜩 정신이 드는것 같았다. 그는 지체하지않고 바로 늑 대인간의 모습으로 변했고, 곧 엘프들의 감각과 비슷해진 그의 감각은 에실루나와 미리안이 잡아낸것과 같은것을 잡아내었다. "제길… 당했군요" "그래요. 키메라들은 아직 잘 살아 있었어요" "다만, 나오는게 늦었을 뿐이지요. 뒤로 물러나요!" 미리안의 말에 따라 사람들은 전부 일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그제사 라니 안느과 머기는 이해했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침착성을 발휘한것이 아닌, 자신들 의 전투본능을 깨운 것이라는걸. 퀘르르르… 쿠뤄러러… 쉐레레레레레… 어둠속의 동굴에서 기분나쁜 소리와 함떼 수십개의 눈이 번쩍거리면서 빛을 내뿜 고 있었고, 그 빛의 주를 이루는것은 '살기'였다. "아무래도 내려가는건 보류해야 하겠군요" 라스킨은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듯이 말했다. 그리고 각종 모습의 키메라들 이 환한 마법등의 불빛 아래로 그 모습들을 드러내며 일제히 괴성을 질렀다. 그어어어어어어어! 그리고 그 괴성은 곧 그치게 되었다. 퍼버버벅! 키메라의 뒤를 쫒아서 동굴을 빠져나온 작은(키메라들에 비해서는) 인영이 키메 라들을 차례대로 작살내버린 것이다. 한손에는 롱 소드를, 다른 손에는 검은색의 랜스를 들고서 시원스럽게 키메라들을 몰아 붙이는 사람의 모습은 그 누가 보아도 그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킬! 괜찮아요?" 에실루나는 그를 보면서 반가워했고, 그것은 다른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킬은 그들에게 잠시나마 고개를 끄덕거렸을 뿐, 무시무시한 힘과 속도로 키메라들 을 쳐부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의아해했고, 머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입술을 깨 물었다. 머기는 그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라니안느 역시 얼 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간 창백한 표정이었다. 그들은 어째서 킬이 저렇게 날뛰면서 키메라들을 학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전에 도 몇번씩 봐왔던 모습이었고, 그때마다 이유는 같았기 때문이다. 퍽! 퍼벅! 콰지직! 드득! 팍! 킬은 보는 사람도 정신없게 슐트로이야를 휘두르고, 롱소드를 거침없이 휘둘러대 면서 키메라들은 절단, 혹은 부수거나 꿰뚫고 있었다. 키메라들은 마치 전혀 전투 능력이 없다는 듯이 대항다운 대항도 못하고 킬에 의해 목숨을 일어갔다. 이윽고 밖으로 나온 크고 작은 키메라들을 킬이 모두 부쉈을 때, 머기는 작게 말했다. "슐트로이야… 멈춰" 그러자 킬의 움직임도 멎었다. 마창 슐트로이야는 사용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잡아서 공격을 하려고 하였을때, 그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쉴새없이 창을 휘두르게 하고는 지쳐 쓰러지게 만든다. 간혹 그 정도가 강해서 함부로 만진 사람들이 죽이도 하는데, 킬은 슐트로이야의 성질을 반대로 이용해서 키메라들을 물리쳤던 것이다. 창을 휘두르게 하는 방식은 슐트로이야를 정확하게 사용하는 창술이었고, 슐트로이야는 사용자를 빨리 지치게 하기 위해 킬로 하여금 온 힘을 다하여 창술을 시전하게 만들었다. 결국, 킬은 온 힘을 다한 슐트로이야식의 창술을 이용해 키메라들을 물리쳤던 것이다. 머기는 킬 의 그런 상태는 여러번 보아서 알고 있었기에 그가 키메라들을 다 죽여버린 순간, 슐트로이야를 멈추게 했다. 그는 킬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슐트로이야를 넘겨받았다. 마르티구스는 슐트로이 야와 반응해서 머기의 몸을 장악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감 정을 공유하는 머기의 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기는 킬에게 조용히 말했다. "츠렌은" "…" "다시 묻겠다. 츠렌은?" "……크흑!" 킬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과 같이 떨어졌던 츠렌은 킬이 처음에 밖으 로 나올 때부터 보이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츠렌에게 무슨 일이 크게 벌어진 것 이었으리라. 킬이 슐트로이야를 잡는 이유는 대개 그런 이유에서이다. 머기는 자 신이 가지고 있으면 마르티구스에게 쉽게 몸을 장악당해 버리기 때문에 그것을 킬 에게 맡겨두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킬이 슐트로이야를 사용하게 되면, 정확하 게는 슐트로이야에게 휘둘러지게 되면 응급상황에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했기에 킬 의 양해를 얻어 그에게 들고 다니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킬은 일행들의 목숨이 간당간당하지 않는 한은 함부로 슐트로이야에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순서가 조금 바뀐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킬이 저렇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이 유가 없을 테니까. 머기는 그런 킬을 경멸하는듯한 눈으로 보면서 말했다. "병신같은 새끼. 여자도 하나 제대로 못지켜내다니…" 퍼억! 머기는 킬의 옆구리를 발로 차버렸다. 킬은 힘없이 옆으로 쓰러졌고, 머기는 쓰 러진 그를 다시 발로 차면서 말했다. "꼴사납게 살았군. 어디의 누구가 나한테 이야기한것처럼 죽어서라도 자기가 한 번 마음 정한 여자는 지켜줘야 하는것 아니었던가?" 퍼억! 킬의 허리가 들려졌고, 킬은 신음성도 흘리지 못했다. 그리고 머기의 말을 들은 에실루나와 미리안, 라스킨, 라니안느는 황급히 킬이 왔던 통로속으로 들어갔다. 머기의 말에 따르자면 킬이 혼자 나와서도 츠렌에게 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에 게 무슨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탁탁탁탁! 에실루나와 미리안은 불길한 감정들이 담긴 시선를 나누면서 킬이 해치운 키메라 의 시체로 가득한 통로를 달려갔다. 시체들을 밟고, 때론 넘고, 피하면서 그녀들 이 도착한 장소는 키메라들이 대기했음직한 우리들이 있는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자기네들끼리 싸우다가 킬과 츠렌이 나타나자 그들에게 덤볐는지 처음 에는 자기네들끼리 얽혀있던 시체가 한곳으로 집중되서 흐트러져 있었고, 그 공간 의 맨 끝에는 벽에 기댄채로 입가에선 작은 핏줄기를 주르륵 흘리는 채로 배에는 크게 벌어져서 검게 변한 상처를 입은 츠렌이 창백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녀 는 반쯤 눈을뜨고 있었지만 그 눈에는 초점이 없이 흐릿했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미리안을 그 자리에 주저앉게 했다. 이미 온기가 사라 져 버린듯이 창백하게 변한 츠렌을 보며 에실루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 다. 라니안느는 입을 막으며 작게 말했다 "츠, 츠렌…" 하지만 그녀의 말에도 츠렌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츠렌은… 죽은 것이다. -------------------------------------------------------------------------- ------ 아, 일단 말해둡니다. 전 캐릭터를 죽이는것에 그렇게 큰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변명이 아니라 진짜라는..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0 회] 2002-11-21 조회/추천 : 3258 / 13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E8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으갸갸갸갸갸!" 나는 돌로 된 통로를 미끄러지면서 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미리안의 말을 듣고서 는 포기하면서 물러났던 그 순간, 정말이지 어이없게도 나는 밑으로 내려가는 통 로를 발견당한(?) 것이다. 내 인생의 스토리 보드Story Board를 누가 작성했는지 는 모르겠지만, 지금 순간에는 이 우연성으로 점철된 내 인생에 대해서 약간의 회 의를 가져볼 용의가 있다. 나는 대략 10초 정도를 내려가면서 평정심을 되찾았고, 미끄러져 내려가는것에 제동을 걸어볼까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것은 함정이 아닌 본데스가 만들어둔 이동통로 같았다. 내려올때는 그냥 미끄러져 내려오고, 올라갈 때는 날아서 올라 갈 수 있게 해둔 그런 통로처럼 보였으니, 이런곳에 함정따위는 없겠지? 나는 팔짱을 끼고는 미끄러지는것을 계속했고, 한 6~7초 정도의 짧은 시 간이 지났을까? 나는 빛을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점점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다시말해, 나는 이 슬라이드 패시지Slide Passge의 출구에 가까 워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빛 속으로 뛰어들었다. "우와악!" …라기 보다도 내동댕이 쳐진 셈이지만, 다행히도 밑에는 나를 받아줄만한 쿠션 이 있었다. 본데스도 자주 이용하는 모양이었나보군. 흰색의 푹신푹신한 쿠션에서 일어난 나는 바닥으로 내려와서는 일단 옷을 털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통 일반 저택의 분위기처럼 꾸며놓은 장소인데, 본데스의 생활 공간이 아닐까 싶다. 천정에는 흰색빛을 내는 마법등이 매달려 있었고, 바닥에는 카페트가 깔려 있었다. 나는 천천히 두셋의 문이 달린 벽에서부터 시선을 돌려 정면을 바라보았 고, 그리고는 굳어버렸다. 마, 맙소사! 푸른색의 얼음기둥…? 아니, 이것은 수정이었다. 그래. 청색의 빛이 감도는 3야 드나 되는 크기를 가진 청수정이다. 하지만 나는 크기가 대략 3야드정도 되는 수 정이 하나의 덩어리로 되어있다는 사실보다는, 그 안에 가만히 잠들어 있듯이 서 있는 한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 놀란것이다. 긴 금발 머리에 하늘거리는 하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신화속 여신의 분모습은 연상시킬 정도로 미인 이었지만, 나는 금세 신비감을 떨쳐버렸다. 나는 저 여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이나…로군" 본데스가 말했었지. 박제는 안했지만, 수정속에 있는 자신의 아내. 나는 청수정 속에 있기 때문에 약간 창백하게 보이는 리이나의 모습을 보고는 잠시 멍 하니 있 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한발자국씩 앞으로 다가갔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 만 수정속에 갇혀 있다니, 죽은 상태인가? 나는 점점 앞으로 다가갈수록 주위 온 도가 조금씩 내려가는것을 깨달았다. 싸늘한 기운이 수정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 는 것을 보니 일종의 냉동보관(?)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하지만 다가가지 못할 정 도는 아니었기에, 나는 수정의 바로 앞까지 다가갈 수 있었고, 수정의 표면에 손 을 대볼 수가 있었다. "조금… 차갑군" 확실히 수정 자체에서 냉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근원이 될만한게 있을텐데? 나는 수정의 뒤편과 옆쪽을 살펴보았고, 수정의 뒤에서 수정을 받치고 있는 커다란 마정석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역시 이것이 한기의 근원이군. 웬만해 서는 얻기도 힘든것을 잘도 이용했단 말이야. 매쉬암에서 보조는 받았으니까 이정 도가 되는것은 당연한가? 하지만 그런것 치고는… 왠지 한기가 덜한걸? "마정석의 한기를 뽑아 쓰는 형태인데… 너무 덜 차갑잖아?" 정말로 마정석의 한기를 뽑아 쓰는 것이라면 내가 맨몸으로 다가갈 수 있는 거리 는 반경 1야드 까지가 고작일 것이다. 그 앞까지는 마법이라도 걸지 않는한은 맨 몸으로 다가가는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겠지. 적어도 동상정도로 끝나지는 않을테 니까 말이야. 거기에 그 1야드 반경은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야 정상인데 여긴 주 위가 약간 싸늘하다는것을 제외하면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손을 대도 괜찮을 정 도니까 그렇게 차갑지는 않다. 대략 영하 4~50도 정도? "크크큭… 기어코 여기까지 와버렸군… 크크, 크크크! 크하하하!" 으윽! 역시 살아있었군! "본데스?"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복도의 중간쯤에 위치한 문을 열고 거기에 반쯤 기대어 서있는 본데스가 있었다. 그의 표정은 반쯤 공허한 모습이었고, 그의 행동 에서는 적대적인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다. 뭐랄까? 아예 체념했다는 느낌? 본데스 는 한숨을 길게 쉬고는 말했다. "후우우… 애시당초 부질 없었어. 크큭…. 아무래도 시대는 이 늙은 노괴를 인정 하지 않으려나 보군. 크큭! 결국 나도 여기서 끝을 내야 할것 같아… 크큭, 크하 핫! 크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설명을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그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보인다는것을 느꼈다. 세상이 더이상 자신의 존 재를 허락하지 않는다는것을 느낀 모양이다. 아니, 무엇보다도 그를 좌절시킨것은 바로 나이다. 후우, 착잡하군. 본데스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나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먼저… 리이나에게서 손 떼시게. 내가 수정속에 넣었지만, 나 이외에 다른 존재 가… 쿨럭! …손대는 꼴은 보고싶지 않으니까" 본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기침을 했고, 그럴때마다 그의 로브속 앙상한 몸이 크 게 들썩였다. 나는 그의 말을 존중해서 수정에서 손을 떼었고, 본데스는 작게 스 펠을 읇조렸다. "레지스트 콜드Resist Cold" 냉기저항의 마법을 걸고서 본데스는 나의 옆까지 왔다. 하지만 나는 안중에 두지 않고서 그대로 수정에 기대었고, 나는 그가 알아서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리기 로 했다. 그리고 본데스는 갑자기 수정을 치면서 울부짖었다. "오오! 리이나! 리이나! 내가 얼마나 당신을 그리워했는지 모를거요! 당신의 눈 이 뜨기를 얼마나 원했는지 모를거요! 난 단순히 한마디만을 하고 싶었는데! 이 렇게까지 당신을 만들어버린 나의 죄에 대해 그대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고 싶었소! 크흑! 말라버린 육체에선 더이상의 눈물도 나오지 않는구려! 크흑! 크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악!" 탁! 탁! 타탁! 탁! 본데스는 그렇게 수정을 치면서 크게 울부짖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아무런 말 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그가 망가지는 이유는 나였으니까. 비록, 적대관 계에 있었다 하나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다. 본데스는 그렇게 한참을 소리 지르며 울부짖다가 갑자기 그것을 멈추고는 수정에 등을 기댄채 스르륵 주저 앉아 서 초점을 천정에 두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한때는 나도 신을 믿는 경건한 신자였지. 하지만 난 신을 버렸어. 신의 입장 에서는 나같은 마법쟁이 하나 일어봐야 해될것도 없었겠지. 무슨 이름의 신이었 는지는 몰라. 버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잊어버렸지. 하지만 악신은 아니었다고 생 각해. 왜냐면 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거든" "언제적 이야기지?" "내가 인간이었을 무렵이니까 600년 전이겠지. 크큭, 나는 그냥 말하고 싶은것을 말하고 있는 것 뿐이야. 말하고 싶으면 내가 기회를 따로 주겠어. …쿠흑! 제길 망할 마나 빅 뱅 때문에 몸도 말이 아니군. 어떻게 탈출했냐고 묻고 싶은 기분일 테니 말 해주지. 마나 빅뱅의 초기 단계에는 모든 술식의 제어가 가능하지. 나는 모여든 마나중에서 텔레포트의 마나만을 간신히 포착했고, 수없이 충돌하는 마나 의 흐름 속에서 월하는 흐름만을 골라 탈출하기 위해 난 내 몸으로 막대한 양의 마나를 유통시켜야 했지. 보통사람 같으면 수명이 늘어났겠지만, 나의 몸은 리치 야. 생명의 파장은 네거티브Negative지. 그러니 나에게 있어선 그 행위는 스스로 의 수명을 깍아버리는 일이나 다름 없었어. 그 결과는 이모양이지. 리치라도 자 기의 수명은 있는 법이야. 내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라이프 베슬Life Vessel에 저장된 생명이 마나와 같이 휩쓸려 나가버렸으니까 말이야. 아, 어떻게 마나를 유통시켰는지는 묻지 말게. 내 600년 비전의 비밀이니까. 크크크큭…" 그랬군. 일말의 가능성에 모든것을 걸었다는건가? 본데스는 지금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라이프 베슬에 저장됭 생명중 일부라도 사라진다면, 남은 생명들도 서서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의 생명은 천천 히 닳아 없어지고 있을 것이다. 생명을 새로 채워넣는 방법도 있을지 모르는 일이 다. 하지만 본데스는 하고있지 않았다. 어째서지? 나의 의문은 곧 풀렸다. "생명을 채워넣을 방법이야 있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단순히 다른 생명 을 갈취해서 살 수밖에는 없어. 생명이 빠져나가는 속도는 너무 빨라. 600년이라 는 시간동안 빠져나가지 않았던 생명이 지금 빠져나갔으니, 그 속도도 빠르겠지. 신이 아닌이상 막을 수가 없는 것일세" "…미안하군" "크크큭… 기회는 따로 준다 그러지 않았나. 됐네, 어차피 세상은 대립과 대립의 연속이고, 살기 위해선 죽여야 하는 곳이야. 난 강한 상대와 부끄럽지 않게 싸웠 고, 거기에 졌어. 제아무리 나라 할지라도 인정할건 해야겠지. 크캬캬캬! 거기에 다가 더 살아 있어봤자 매쉬암에서 가만두지 않을걸?! 크하하! 하하하하!" 본데스는 크게 웃어제꼈다. 매쉬암에서 가만 두지 않는다고? 어떻게 말인가? 거 래하고 있다는것은 알았지만, 난 그것을 물어보지 않고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를 계속 하지. 나는 마법사였어. 이런 모습이 되기 전에는 87세의 마법사 였고, 리이나도 수정속에 있지 않았지. 내 입으로 말하기도 그렇지만, 아름답지 않은가? 나같은 녀석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말이야. 하지만… 나는 미친놈이었어. 지금도 그랬지만, 그 전에는 더더욱 그랬지…. 난 리이나를 사랑했어. 사랑? 큭, 웃기는 소리군. 그건 집착이었어! 단순한 집착! 내눈에 띄이지 않으면 불안했지! 나의 품에 있지 않으면 두렵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너무다도 순수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가련하고 나에겐 과분했기 때문에! 그렇기에… 난 그녀를 믿지 못했어. 우습지 않는가?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아내를 못믿는 멍청한 남자 따위는 말이야. 하늘거리는 금발을 내 곁에 할상 두고 싶었지. 그래서 난 그녀의 머리타락을 잘라서 몸에 지니고 다녔어! 그녀의 목소리를 나 외엔 아무에게도 들 려주고 싶지 않았지. 그래서 난 그녀에게 저주를 걸었어! 나와 단 둘이 있을 때 만 목소리가 나오도록! 그리고 그녀의 몸에는 마법의 문신을 새겼지! 언제라도 내가 그녀를 불러올 수 있도록! 나를 배신 할 수 없도록!" 본데스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오싹해졌다. 정말로 그랬단 말인가? 저것은 정말로 집착이다. 애정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형태. 본데스는 너무 격하게 말을 해서 인지 어깨를 들썩이면서 기침을 했고, 나는 리이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일들을 당 했다는 건가? "…하지만" 본데스의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었다. "하지만 리이나는 그런 날 이해해줬어.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나의 모든것을 받 아 주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나는 마가 씌였는지 그녀에게 더욱 더 집 착했지. 이미 나의 아내가 된 그녀를 말이야. 우습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나에 게는 신벌이랄까? 그런 비슷한것이 내려졌지. 후훗, 후후훗…" 본데스는 허망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신벌? 신벌이라니 어떤? "그녀의 몸은 약했어. 내가 걸어두었던 여러 마법들을 견디기에는… 그녀의 몸은 너무 약했어. 마법의 의한 병이 나버렸지. 특정한 효과를 내는 마법을 영구히 걸 어두었기 때문에 그녀의 몸은 서서히 응결되기 시작한거야. 나는 미친듯이 그녀 를 낫게 하려고 노력했으나, 전부 허사였어. 그제사 부랴부랴 그녀에게 걸린 마 법들을 해제시켰지만… 마나 프로징Mana Frozing은 멈추지 않았지. 결국 내가 택 한것은… 자네도 보다시피 이모습일세. 리이나의 몸이 동결되는것 보다도 내가 청수정으로 그녀를 감싸고는 마정석의 힘을 빌려 그녀를 동결해 놓았어. 그제서 야 나는 내 사랑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걸 깨달은거야. 사랑? 크큭… 난 그저 단 순히 그녀에게 집착했을 뿐일지도 몰라. 크큭… 크크큭… 크하하! 하하하핫!" 사람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이는 봉사를, 어떤이는 희생을, 어떤이는 자애로서 상대방을 사랑한다. 사랑한다라는 전제 하에 깔린 방식이 사람 마다 다른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본데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집착의 방식 으로 리이나를 사랑했었던 것이다. 집착이라… 갈망도 아닌 집착이라면 대체 어떤 기분일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가 '그녀'와 사귀기 전에 가졌던 감정 은 갈망이었다. 집착으로까지 가지 않도록 난 나 자신을 절제했다. 하지만… 본데 스는 그것이 그렇게 잘 되지 않았나보다. "그녀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고 싶었어… 그리고는 살아가라는 이야기 를 하고 싶었어. 하지만… 처음부터 어긋나있던 톱니바퀴는 더이상 돌아가지 않 겠지. 크큭…. 이대로 있다보면 나와 리이나는 같이 죽어버릴거야. 그래. 600년 간을 끌어왔던 이야기의 결말은 결국 이런것이지. 후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이봐…" 나는 더듬거리면서 뭔가 말하려고 했다. 이건 아니다. 이래선 안된다! 어떠한 수 를 써서라도 저들을 살아야한다. 이대로 그냥 끝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마구 마구 든다. 이래선 안돼! 안된다고! 하지만 본데스는 손을 들어올려서 휘휘 저어 버리고는 말했다.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그만두게. 지금까지의 모습에서 자네와 나에게 전부 어 울리지 않아. 그냥 이대로 두게. 죽을때는… 리이나의 곁에서 죽고 싶었어. 임종 때까지는 너무 오래 걸릴테니 임종을 봐달란 소린 못하겠군. 내가 나왔던 방으로 들어가면 나의 600년에 걸친 마법연구가 담긴 책이 있네. 가져가게" "어, 어째서?" "선물. 늙어빠진 리치의 마지막 유언이라고 생각해둬. 난 내가 했던 일이 어둠속 에 묻히는 꼴은 보고싶지 않으니까 말일세. 크… 크크…" 그는 더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하려하지 않았다. 본 데스는 지금 정말로 죽음을 바라고 있고, 저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런 사 항이 아니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저으면서 그와 리이나에게서 물러나야했다. 그 리고 약간 걸어가서 뒤를 돌아보았을때, 본데스는 수정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으면 서 고개를 숙인 채로 입가에는 한없이 평화로워보이는 미소를 달고 있었다. 모든 것을 체념했가에 지을 수 있는, 집착을 버린자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비참하게만 보이고 있었다. …제길. "살아있어요" "뭐?" "에?" 나미아는 츠렌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언니 살아있어요" 나미아의 말에 츠렌을 잃었다는 슬픔에 잠겨있던 미리안과 에실루나, 라니안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무리 보아도 저건 시체다. 그런데 갑자기 살아있다고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미아야, 무슨소리지?" 미리안은 침착함을 자신에게 덮어 씌우고는 나미아에게 물어보았고, 나미아는 작 은 주먹으로 가슴을 톡톡치면서 답답하다는 제스춰를 취하고는 말했다. "아이 참, 저기 저 언니 살아있다구요. 안죽었어요" "나미아. 틀렸어요. 츠렌은 죽었…" "그게 정말이니? 응? 정말이야? 말해봐! 정말이야?!" 에실루나는 나미아가 현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런다 생각하고 나미아를 조심스 레 타이르려 했지만 평소 말이 없던 라니안느가 갑자기 나미아에게 폭포수같은 말 을 쏟아놓자 깜짝 놀랐다. 라니안느는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나미아 를 추궁했고, 나미아는 약간 당황하는 표정이었다가 다시 헤죽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말아요. 살아있어요. 해독마법을 걸어주시면 심장이 뛸 수 있어요" "해독…? 알았어. 고마워!" 라니안느는 진실의 여부는 확인하지 않은채로 일단 나미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츠렌에게 다가가서 회복마법의 스펠을 영창차기 시작했다. 당황하기도 하였고, 급한일이라서 약간씩 떠듬거리면서 두어번의 실패를 한 라니 안느는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주문을 외웠다. "그런데… 나미아야. 그 말… 정말이니?" 미리안은 매우 조심스럽게 나미아에게 물어보았다. 이 아이의 신기한 능력은 자 신도 여러번 봐온터였다. 이것도 혹시 나미아의 능력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 각이 들었다. "응. 제 눈에는 보여요. 저 상처에 독이 심장을 멈추게 하고 있어요" "독을 해독시키면… 심장이 다시 뛴다는 말이니?" 나미아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고, 미리안은 이해를 했다. 나미아 의 눈에는 사물의 진실이 보인다. 라이니시스가 약화시켜두기는 하였지만, 가끔씩 이렇게 봉인을 뚫고 나타나서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 었다.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했다. "그, 그랬구나. 그래서 피가 덜 나왔…" "아…"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동시에 굳었다. 큰 상처가 난것 치고는 피가 약간 덜 난듯 한 츠렌은 감염된 독에의해 심장이 멈추면서 추가의 출혈이 없었다. 그렇다면 라 니안느가 심장을 뛰게한다면? "히, 힐링포션을! 어서요!" "찾고 있어요!" 미리안은 황급히 베낭을 뒤지면서 힐링포션을 있는대로 꺼냈고, 에실루나도 자신 이 가지고 있는 힐링포션들을 몽땅 꺼내었다. 심장이 멈춰서 큰 출혈이 일어나지 않아 쇼크사하지는 않았지만, 독이 사라지면 심장을 다시 뛸것이고, 그렇게 되다 면 츠렌은 엄청난 출혈을 겪어야 한다. 양손에 두세병의 힐링포션을 꺼내든 미리 안과 에실루나는 이제 마악 해독이 시작되려하는 라니안느의 손길과 때아닌 경쟁 을 벌여야 했다. "카운터랙팅 포이즌Counteracting Poison!" "빨리이잇!" 슈우우우… 촤자자자! 해독과 상처치료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진귀한 장면이 벌어지면서, 검게 변 해있던 상처는 분홍색의 건강한 조직으로 변하면서 억눌려있던 피를 채 토해놓기 도 전에 힐링포션에 의하여 원래대로 상처가 없던 상태로 회귀하고 있었다. 마법 에 집중해 있는 라니안느는 해독만을 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의 옆에서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츠렌의 상처를 계속해서 치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들은 상당히 안심 했는데, 일단 상처의 치료가 된다는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마 법을 사용해 츠렌의 몸 속에 있던 독소를 모두 제거한 라니안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츠렌의 심장이 있는 곳에 손을 대보았지만… "뛰지… 않아?" 라니안느는 당황해하면서 뒤에 있을 나미아를 바라보았지만, 나미아는 아까의 그 곳에는 없었다. 그녀가 당황하면서 주위로 시선을 돌리자 어느새 자신의 반대편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나미아를 볼 수가 있었다. "나, 나미아…" "쉬잇!" 나미아는 손가락을 입술에 대면서 조용해 달라는 제스춰를 취했고, 조용히 츠렌 의 심장이 있는 곳에 작은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짧게 기합성을 질렀다. "야압!" 퍼억! 츠렌의 몸이 뭔가에 가격당한것처럼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라니안는느 놀란 나 머지 뒤로 털썩 넘어졌고, 나미아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콜록! 콜록! 커헉!" 츠렌은 몸을 들썩이면서 기침을 해댔다. 나미아는 생긋 웃으면서 일어서서 미리 안에게로 갔고, 라니안느는 츠렌에게로 다가가서는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츠 렌의 손을 꼬옥 쥐었다. "예전에 동네에서 저런식으로 강아지를 살린적이 있어요. 될지는 몰랐는데… 그 냥 힘을 주니까 되었어요. 우웅… 나미아 잘했죠?" 나미아는 미리안의 손을 쥐고는 올려다 보면서 그렇게 말했고,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나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의 머리속에는 여전히 이 알 수 없는 아이에 대한 생각이 떠돌고 있었지만, 츠렌이 되살아난 지금은 일단 이야 기를 나중으로 미뤄야 겠다고 결정했다. 나중에 라이니시스와 같이 잘 생각해 볼 문제 이다. 이 아이가 라이니시스를 아빠라 부르는 문제는 그의 설명을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아무리 해도 이 아이의 신비한 능력들은 이해 할 수가 없다. '지금은, 괜찮겠지' 미리안은 나미아의 따스하고 작은 손을 꼬옥 잡으며 생각했다. 신비하기는 하여 도 티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다. 미리안은 의삼따위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특 별한 의구심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기뻐하자. 츠렌이라는 좋은 동료를 다 시는 볼수 없게되지 않게 된 일에 대해서. 킬은 생각했다. 같이 함정으로 떨어져버린 츠렌과 했던 이런저런 일상사에 관한 이야기를. 킬은 생각했다. 길을 찾기위해 돌아다니면서 나타나는 이세상의 것 같지 않게 생긴 키메라 같은 생물들을 해치운 것을. 킬은 생각했다. 최근 들어 츠렌에 대해 복잡해지고 있는 자신의 기분을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그 녀를 약올리고 화나게 해서는 결국 싸움까지 일으켜버린 일을. 킬은 생각했다. 키메라들의 본거지로 우연찮게 들어와서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고 있을때, 자신의 사각지대에서 자신을 공격해온 전갈의 꼬리같은 부위를 막기위해 츠렌이 몸을 내 던진것을. 그리고 킬은 생각했다. 다치치 않았냐고 말하면서 눈을 감던 츠렌의 얼굴과 점차 멈춰가던 심장의 고동 을. 슐트로이야를 들면서 미친듯이 키메라들을 죽여대던 자신의 모습을. "난… 나는… 크으…" 미칠듯한 후회감이 자신에게 몰아치고 있었다. 왜 그녀와 다툼을 하였는가. 그렇 게 조장하였는가. 사과하지도 못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하지 못한채로 이렇게 죽어버린 그녀에게 더이상 무슨 말을 해도 듣지 못할것이고, 답해주지 못할것이라 는것을 생각 하면 가슴이 톨째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머기에게 맞은 부위의 아픔은 별거 아니다. 조금이라도 솔직해 진다면…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제기라아알!" 킬은 울부짖었다. "제기라아알!" "…하아, 내 저 인간 저럴 줄 알았지. 살려줘 봤자라니까" 킬이 후회감과 자책감에 휩쌓여서 울부짖고 있을때, 되살아난(?) 츠렌은 깨어날 때에 같이 있던 일행중 안쪽을 돌아보며 라이니시스를 찾겠다는 라스킨만을 제외 하고 밖으로 나왔고, 그들이 나오자마자 첫번째로 본것은 킬이 울부짖는 모습이었 다. 그래서 츠렌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한 것이지만, 사실은 자신때 문에 킬이 저렇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중이었다. 어떠한 이유에서 이든지, 소중하게 여겨지는 존재라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역시 꼴사나워. 저런 모습" 그녀는 2/3쯤의 진심을 담아서 중얼거렸다. 꿋꿋하게 눈물을 참으면서 있는 모습 도 멋있기는 해도 저런 모습이 더 호가실하게 와닿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그것 에 비례하여 다 큰 남자가 저러고 앉아있으니 조금은 한심스러워서 꼴사납게 보이 기도 한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킬에게로 걸어갔고, 그 동안에도 킬은 자책감 에 몸을 떨며 울부짖고 있었고, 그와 그녀의 거리가 가까워 질 수록 츠렌의 마음 에서 애틋함과 기쁨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고, 그 빈 자리를 짜증이 채워가고 있었 다. 좋아하는 남자가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것은 그녀의 성격으로는 약간 참기 어 려운 것이었다. 물론, 그 원인이 자기 때문이고 저런 모습까지 좋아해 줄 수가 있 어야 하겠지만… "그게 꼭 지금이여야 될 필요는 없으니 지금 상황에서는 잠시 제껴두고… 야! 너 빨리 안일어날래?! 누가 죽었다고 그렇게 소리높여 곡성을 해대냐!" "으…? …!! 유, 유유, 유령?!" 킬은 울부짓는것을 멈추고는 츠렌을 올려다 보았고,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놀람 에서 당혹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현실도피성의 발언을 해버렸던 것이다. 츠렌은 소리를 빼액 질렀다. "틀려!" "…살아 있는… 거야?" 츠렌의 뾰루퉁한 표정을 보면서 킬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혹시 이것은 자신의 미련과 한이 만들어낸 환각과 환청이 아닐까? 하지만 저 존재감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츠렌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한숨을 푸욱하고 내쉬고는 그에게 손을 내밀면 서 말했다. "그러니까 말했지? 살아있는 사람 죽이지 말고 일어나" "아, 으응…" 킬을 얼떨결에 츠렌의 손을 잡고는 일어났고, 그녀의 손에서 전해져오는 느낌과 열기는 분명 그녀가 살아있다는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킬은 그제서야 확실한 현실 감을 맛보았다. 분명히 츠렌은 살아있다. 자신의 손이 잡고 있는 이 츠렌은 어떻 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아있고, 숨을 쉬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리고는 킬은 츠렌을 끌어안았다. 츠렌은 갑자기 표정을 풀던 킬이 자신을 끌어 안자 얼굴을 새빨갛게 달구고는 당황해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이래!" "다행이야… 죽지 않아서. 정말로 미안해. 미안했어…. 살아나서 다행이야. 다행 이야…" 킬을 츠렌을 끌어안고는 그 말만을 되풀이 했다. 다시는 볼 수 없을것 같았던 사 람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당황해하던 츠렌의 몸짓도 이내 잠잠해졌다. 킬은 그녀 를 끌어안은 채로 나즈막하게 말했다. "고마워. 살아나줘서…" "다시 볼 수 있어서 기뻐…" 츠렌은 이내 킬을 끌어안았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렇게 두 남녀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감사해하고 있었다. 결국, 이 일로 인해 나중에 엄청난 놀림거리가 되어야된다는 사실은 모른채로 그 둘은 지금 이 순간만에 열중했다. "페이그니스님!" "어떻게든 라스킨이 찾아줘서 돌아 올 수가 있었지. 후우, 조금 오래 걸렸지? 오 랜만이라는 인사를 해주고픈데 말이야. 조금 어울리지 않지만" "어디로… 가셨었죠?" "여기와는 다른곳. 그게 다야. 연구소는 이미 철수해버린것 같더라구" "그런가요?"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듯이 말했고, 사람들은 나의 말이라건 거의다 믿는 분 위기였기에 이번에도 나의 말을 믿어주었다. 일단은 라스킨부터가 날 믿어주니까 말이야. "그런데, 뭔일 있어어? 키메라가 여리저기 널부러져 있던데 말이야" "아아. 그거 말이예요? 츠렌과 킬의… 헙!" 미리안이 뭔가를 말하려다 츠렌에게 입을 틀어막히게 되었다. 어래? 무슨 일이라 도 있었던거야? 츠렌은 그냥 헤헤 웃으면서 상황을 무마시키려고 했고, 다른 사람 들은 그에 동조해 주었다. 뭐, 언제라도 알아낼 방법이야 넘치고 넘쳤으니까 지금 은 그냥 넘어가고, 크게 다친 사람은 없으니 다행이군. 나미아도 안전하니 다행이 군. "마스터. 여기 안을 다 뒤져보셨습니까?" "음? 아아. 대충은. 하지만 암만 보아도 본데스나 그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어"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천역덕스런 거짓말을 했다. 엘프조차도 속이는 나의 거짓말은 장난이 아니라구. 그리고 반쯤은 진실이기도 하 니까 별로 죄책감 없음. "본데스는… 죽은 걸까요?" "글쎄. 연구소가 철수 해 있는 흔적을 볼때 살아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 지. 어쩌면 매쉬암에서 긁어 돌아 갓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키메라들이 남 아 있을리가 없어. 살아있다는쪽에 강한 추측을 걸어보지" "그렇군요. 후우… 이제부터는 어떻게 추격을 해야 될까요?" 라스킨은 걱정스러운듯이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알 수 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추격이라… 그렇게 추격따위를 할 필요는 없어 보 이지만 말이야. 나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웃지 않고는 못 베길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나는 만인이 행복한 방향으로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것이니, 모두 들이여. 내가 한 일에 그다지 이의를 제기하지 말아 줬으면 하오. 그리고 나는 뻔 뻔스럽게 나갈 수도 있지. '이의있으면 어쩔건데?'라고 막무가내식의 돌진도 하는 수가 있다고. 하하핫. "크캬캬캬캬! 추적따위 할 필요는 전혀 없어! 왜냐면 너희들의 무덤은 바로 이곳 이 될테니까 말이야! 크하하하하!" 갑작스럽게 들려온 메마른 웃음소리의 주인공은 스탠드 위에서 우릴 내려다보고 있는 본데스였다. 활기찬 모습의 본데스를 보니 나도 기쁘구나. 음음. "본데스!" 라스킨은 본데스가 나타나자 으르렁 거리고는 그의 이름을 크게 외쳤다. 우리 일 행은 그에 맞춰서 각자 자신의 무기와 스펠을 준비하면서 공격자세에 나섰고, 본 데스는 그런 우리를 내려다보면서 피식 웃고는 말했다. "훗. 깽깽대는 강아지 소리가 커 봤자지. 왜? 불만인가? 내 덕에 넌 그런 모습을 할 수가 있는 것이잖아?" "크르… 웃기지마라! 너에게 긍지를 더럽혀가면서까지 이런 꼴이 되어버린 나에 대해서 저주를 금치 못할 뿐이다! 더군다나 라우네스를 조종해서 툰드라에 있는 늑대들간의 결속력을 흐트러트리고 제이나를 납치해서 그녀의 긍지또한 땅에 떨 어뜨려버린 너의 죄는 내가 결단코 용서하지 않으리라!" "캬캬캬! 말이 길군! 할 수 있으면 어디 한번 해 보지 그러나! 키키키킥… 그래 봤자 땅에서 기어다니는 땅강아지 주제가! 크하, 크하하하! 크하하하하하!" 본데스는 라스킨을 한껏 비웃었고, 사실이 그렇기에 라스킨은 이를 갈뿐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라스킨이 날 수 없다는것은 자명한 사실이지. 본데스의 도발 도 상당히 실력이 좋은 축에 든단 말이야? "내려와라! 긍지를 건 결투를 너에게 신청한다앗!" 라스킨은 크게 외치면서 매우 당당하게 본데스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이런 상황 에서도 착실하게 결투니 뭐니를 따지는 라스킨의 성실함에 일단 1점을 주는 바이 다. 본데스는 더욱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크하하하핫! 웃기는 소리! 네녀석을 죽인 뒤에는 저기 뒤에 있는 부담스러운 작 자와 그 동료들까지도 상대해야 하는데 내가 왜? 오우, 미안스럽게도 나는 다대 일로 싸워서 당하는 취미는 없다네. 크캬캬캬캬캬!" 확실히 라스킨이 당하면(그럴 일은 절대 없지만) 우리가 본데스를 공격 할 수도 있겠지. 라스킨은 으르렁거리면서 이를 악물고는 우리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여러분. 제가 만약 지더라도 본데스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이건… 저희 종족의 긍지를 건 싸움입니다" "…정말로 할거냐?" "예" 나는 일순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라스킨에게 물었고, 라스킨은 고개를 숙이면서 정중하게 대답했다. 뭐, 마음대로 해봐.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상황은 빠 르고 확실하게 만들어 주는것이 좋겠지. "좋아. 다른이들은 내가 막겠다. 나또한 그를 공격하지 않겠다. 단, 그가 먼저 공격해 온다면 나는 본데스를 가차없이 베겠다" "감사합니다. 마스터" 나의 말에 모두는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나의 말에 반대를 못하는 이유는 라스킨이 라우네스 때문에 얼마나 큰 마음고생을 했는지를 알고있으며, 또한 나를 막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일행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본데스으! 너와 나! 일 대 일로 겨루자! 다른사람들은 전혀 참견하지 않는다!" "호오, 그렇단 말인가? 쿠크큭… 취미도 요상하시군. 동료가 죽어가는 꼴을 보면 서 피크닉 바구니라도 열어놓고는 런치파티라도 하겠다는 소리인가? 뭐, 그것도 괜찮겠지. 도와 줄 수도 없이 죽어가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말이야. 키 키킥…" "모두들 뒤로!" 본데스는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고, 나는 사람들을 뒤쪽으로 몰아내었다. 마법들 이 무차별로 날아올텐데 이렇게 가만히 있다면 안돼지 안돼. "그리고… 이건 예방이다!" 나는 뒤로 움직이면서 시료스를 사용해 결계를 만들었다. 마법의 힘이 바깥으로 는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과 텔레포트를 방지하는 결계이다. 뭐, 본데스가 도 망가거가 할 일은 없겠지만, 없으면 역시 뭔가 이상하잖아? 어느새 라스킨의 앞쪽 까지 날아내려온 본데스는 킬킬 웃으면서 말했다. "크크크큭… 시작해 볼까?" "쿠어어어어!" 라스킨의 고함이 결투장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 . . . 라스킨과 싸운 본데스는 나 때문에 도망가지도 못하고 처절하게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졌다. 제아무리 리치라도 그런 라스킨의 손길에는 죽어 흩어질 수 밖에는 없 다. 우리는 본데스의 견구시설을 나왔다. 결국 매쉬암의 본부가 어디있는지, 체리 랑스가 어떻게 드래곤의 피를 손에 넣었는지는 말 모르게 되었지만 우리 일행들은 그것에 만족했다. 일단 큰 일 하나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가장 큰 기쁨일 것이다. 표면적이기는 해도 일단 본데스는 죽은 것이니까 말이야. "돌아가지요. 뒤를 돌아볼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나는 자꾸 뒤를 흘끔거리며 보는 사람들에게 말했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뒤를 돌아볼 이유따위는 없다. 이번 일은 끝났으니까 말이야. 나는 품속에 있는 약간 두께가 있는 노트를 겉에서 만지막 거렸다. 훗. 결국 이래서 진실은 어 둠속에라는 말이 있는 것이야. 뭐, 이걸로 좋지 않는가? 라스킨은 복수를 완성했다. 킬과 츠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머기와 라니안느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었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어떠한 일에서도 만족을 찾을 사람들이니까 냅두고, 나미아 의 경우에는 어린아이라서 뭘 알겠나? 나는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로서는 그 숨겨 진 뜻을 알 수조차 없는 진한 미소를. 그리고 사람들은 나와는 같지만 다른 미소 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늑대인간 라스킨과 리치 본데스의 일은 사람들의 미소와 함께 그들의 세 계에서는 끌을 보게 된 것이다. Chapter 4. 늑대인간 라스킨, 리치 본데스 End. ……본데스는 이제 어떻게 될까? Next : Chapter Epilogue. 또다른 시작. -------------------------------------------------------------------------- ------ 챕터.. 에필로그 남겨두고 끝입니다. 더불어서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이번이 4챕터의 100회지요. ..길었습니다. 지루함만을 안겨들었던 말썽많은 챕터도.. 끝이군요. 다음 챕터에 관한 예고는.. 토요일에 올라오는 에필로그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에필로그가 늦어진데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으며.. 어두운 밤 골목길에서 글쟁이의 배때기에 '천벌'이라고 새긴 사시미를 살며시 쑤셔 넣으셔도 할 말은 없습니다...... 자아.. 미흡한 이 글쟁이는.. 토요일에 에필로그를 들고 오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불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1 회] 2002-11-24 조회/추천 : 4894 / 43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4.Epilogue 또다른 시작. Chpter Epilogue : 또다른 시작. 라스킨이 본데스를 죽인 이후, 라이니시스를 비롯한 일행들은 그 동굴 전체를 없 애…려고 하였지만 크기가 워낙에 크다보니 산 전체를 붕괴시킬 각오가 아니라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모든 입구들을 찾아내서 그것을 막아버 림으로써 외부와 완벽한 단절상태를 만들었고, 일행은 길었던 일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제국 서남부의 메이렌큰의 밑에 위치한 휜든이라는 도시. 라이니시스의 일행은 이곳에 머물고 있었다. 메이렌튼으로 돌아 갈 수도 있지만, 에실루나에게 얽혀진 관조행의 제약은 아직 유효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소유권 을 라이니시스에게로 이전시켰지만, 그것을 아는것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세 렌, 지나얀뿐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 사실을 엘브스 퀸에게 알리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받기 위해서는 아직 관조행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었고, 라이니시스와 미 리안, 나미아는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였기 때문에 지금은 이렇게 모여 있는 것이다. 떠나기 전에 회포나 풀자는 기분인 것이다. 라이니시스로서는 한달 이상을 매진했던 일이고, 킬이나 츠렌등의 사람들에게는 몇년동안 해오던 일 중에 하나였으니 뒷풀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두말 할 필요 없겠지요. 먹고! 마시고! 그대로 죽어버립시다아!" "오오옷!" "와아!" 킬은 거품이 넘쳐나는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기쁜 표정으로 말했고, 사람들은 그 에 대답하듯이 환호하면서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여관주인은 그냥 뭔가 좋은 일이 있는가보다라고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어차피 이런 모험자들의 단합대회(!)는 드문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너무 자주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피식 웃 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목숨을 내놓고 사는 사람들이니 한순간, 한순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라이니시스 일행이 먹고 마시는 음식과 술의 양 을 면밀히 체크해서 제대로 돈을 받아내리라고 결심했다. "나도…" "안돼! 어린애가 벌써부터 어딜!" "피이~" 나미아는 슬그머니 맥주잔으로 손을 뻗다가 라이니시스의 호통에 손을 도로 집어 넣으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나무딸기 주스에 손을 가져갔다. 아쉽다는 표정이 역 력하게 들어나 있는 얼굴로 말이다. "괜찮아요. 한잔정도야 어쩌겠어요? 자, 나미아. 쭈욱~" "츠, 츠렌씨!" "괜찮아요. 설마하니 와인 한잔에 치사량 맞이할거 같아요?" 츠렌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나미아에 대해서 상당히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누 가 뭐라고해도 죽을뻔한 자신을 살려준 장본인이 아닌가? 원하는것을 해주게 하고 싶다는것은 당연할 생각일지도 모른다. 라이니시스는 결국 츠렌을 말릴 수 없을음 인지하고는 그녀를 말릴 수 있을만한 사람들에게 부탁했다. "미리안, 에실루나. 좀 말려봐라" "괜찮아요. 술은 어른들의 앞에서 배우는 것이예요" "지금부터 교육을 시켜놓아도 괜찮겠죠" 기호품의 선택범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엘프들이 소유한 뛰어난 문화중에 하나가 술문화다. 과일의 수요가 많으면 그것으로 향긋한 과일주를 담드거나, 와인을 만 드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그들에게도 술문화와 술예절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들은 '어차피 배울것 미리 가르쳐 주는것이 더 좋겠다'라는 생각하에 나미아 의 소량 음주를 허락하고 나섰다. 그래서 라이니시스는 한숨을 쉬면서 츠렌을 말 려볼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자 했지만… "하핫! 그래! 쭈욱 들이키는거야! 첫잔은 원샷이다!" "…킬. 너무 신나하는거 아냐?" 그는 오히려 당사자가 말리고 싶을 정도로 신나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미아는 매 우 상당히 멋지게 조성되어버린 음주환경에 대해 기뻐하면서 츠렌이 따라준 와인 을 꼴깍꼴깍 삼키기 시작했고, 주위에서 보는사람들의 눈이 커지고 있었다. 탁. "후아~ 다마셨어……요…오…" 그러고서 나미아는 비틀거렸고, 어린아이라지만 고작 와인 한잔에 저런 모습을 보이는것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나미아가 술에 약하다는 결론을 내려던 라이니 시스는 킬이 경악해서 말하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야했다. "이건… 츠레엔! 와인에다 뭘 넣은거야!" "응? 음… 저어기 위스키하고 요오기 브랜디" 그녀가 가리킨 것은 라스킨의 앞에 있는 30년된 위스키와 머기의 앞에 있는 브랜 디였다. 그리고 그것들을 주문한 두명은 왠지 자신들의 마신 양보다 훨씬 더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츠렌의 손가락이 향해있던 곳에서 발견한 술병들의 라벨을 보고서는 츠렌에게 소리쳤다. "칵테일Cocktail을 만들려면 어디 다른데 가서 해! 어린아이에게 엄한것 먹이지 말라고!" "뭐어? 자기가 더 동조했던 주제가!" "배때지에 구멍 뚫린것 메꿔줬더니 한다는 짓거리가 고작 이거냐?!" "사람 배때지에 구멍 뚫릴때까지 흐느적거렸던 문어는 어느놈인데!" 독한술 때문에 반쯤 술이 올라 헤롱거리는 나미아를 사이에 두고 둘은 어느샌가 신경전을 벌렸고, 그런 둘을 조용히 지켜보고있던 머기가 짧게 한마디를 던졌다. "부부싸움" 그러자 킬과 츠렌이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면서 발끈해왔다. "누가!" "어째서!" "너희들이. ……훗" 머기는 첫번째 질문에 간단히 답하고는 두번째 질문의 대답에서는 잠시 침묵하더 니 훗하고 웃으면서 브랜디가 담긴 잔을 들어올렸다. 보통 한가지의 행동과 말에 수십가지의 의미를 담아서 전달하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 있는데, 머기는 언어로 전할 수 있는 단어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방법에는 익숙했고, 그의 수십 가지 의미가 담긴 웃음과 행동에 킬과 츠렌은 뭐라 말하지도 못한채로 당황해하고 있었다. "후응… 맛있쪄…" 침묵 사이로 자그맣게 들려온 목소리는 나미아가 사람들의 이목이 한곳에 집중되 어있는 틈을 타서 꼴깍거리면서 츠린제(製) 칵테일을 마시고는 내는 소리였고, 어 느새 양이 반 이상으로 줄어있는 칵테일병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경악했다. "자아… 오디도 마셔어…" 술을 찍어 고양이에게 내미는 나미아의 볼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고, 헤죽헤죽 웃는 모습은 확실히 예쁘고 귀여웠으나… "나, 나미아야! 어서 내려놔!" "어, 어느틈에…!" …극성스런 어머니들이 그것을 그대로 봐주고 있을리는 없었다.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어서 라이니시스는 가만히 있는것에 반해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나미아의 손에 서 술잔을 놓게하고, 칭얼거리는 나미아를 말리는 등의 호들갑을 벌였다. 그리고 킬과 츠렌은 자신들에게서 관심이 다시 멀어졌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생각없이 한 일이기는 하여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자신들에게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은 서로는 바라보았다가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테이블 밑으로 슬그머니 뻗어진 손은 상대의 손을 찾아서 서로를 잡고 있었다. 물 론, 다른이들이 알면 더욱 놀림거리가 될 것이지만 말이다. "그럼 나중에 봐" "…예. 꼭, 꼭 다시 볼 수 있을거예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야. 그러니까 표정피고, 울지마. 에실루나. 아, 그 리고 이거 받아" 라이니시스는 그녀에게 작은 목각함을 건네었다. 예전에 그가 그녀에게 주기위해 마련한 것이었던 것을 이제 건네주는 것이다. "이건…?" "목걸이. 약간의 마항력을 포함시켰지. 도움이 될거야. 그리고… 일종의 예물이 지" "아아… 감사해요…" 에실루나는 목각함에서 목걸이를 꺼내들고는 감격의 표정을 지었다. 약간의 마항 력이라고 하였지만, 사실은 절대 마법방어의 목걸이로서, 그녀를 마법으로 해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뭘…. 그런 나중에 보자" "예에…" 에실루나와 라이니시스는 작별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 라이니시스 일행이 모든 일을 끝내고서 레어로 돌아감에 따라 에실루나와는 필연적으로 헤어져야되기 때문 이었다. 에실루나는 어느 한곳에 잠시 머무르면서 엘브스 퀸에게 지금까지의 일에 대한 보고를 하고는 그 처분을 기다릴 것이다. 대략 두달 내지 세달정도는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 헤어져 있는 것이 에실루나에게는 상당히 아쉬웠던 것 이다. 라이니시스는 그녀의 눈가를 손가락으로 훔치면서 눈물을 닦아주었고, 에실 루나는 스스로를 자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미리안을 보면서 말했다. "제가 없을 동안… 알죠?" "네. 하지만 돌아와도 순순히 내어주지는 않아요" "후훗, 저도 원하는 바에요" 목적어가 좀 생략되기는 했어도 그녀들은 대화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녀들 의 관계에서는 치정싸움도 반쯤 선의의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종적 인 승자는 나오지 않겠지만. "나미아. 엄마는 잠시 일이 있어서 헤어져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우웅… 언제 돌아와요?" "음… 백일?" "알았어요. 꼭 돌아오세요. 엄마" "그래요. 그때까지 엄마말씀 잘 듣고 있어야 해요?" "네에~!" 에실루나의 말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상당히 앞 뒤가 안 맞는 문장이었 지만, 나미아는 자신의 아버지와 얽힌 여성의 관계를 단순명쾌하게 이해하고 있었 기 때문에 에실루나의 말도 이해할 수가 있었다. 나미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 렸고, 에실루나는 그런 나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에… 페이그니스씨.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또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좋겠군요" 에실루나와의 인사가 끝나자 킬이 불쑥 손을 내밀면서 라이니시스에게 말했고, 라이니시스는 미소지으면서 손을 맞잡고는 악수하며 말했다. "그때는 좀 싸우는 날이 아닌 평화스러운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싸우는 일따위 는 웬만해선 하고 싶지 않아요" "하하핫. 그러지요. 인연이 닿으면 좋겠습니다" 킬은 원래 미련을 남기는 주의가 아니어서 작별인사는 거기서 끝냈다. 그 다음으 로 츠렌이 다가와서 인사했다. "여러모로 고마웠어요. 절대로 잊지 않고 기억해 둘게요" "예. …행복하세요" 라이니시스는 뒤의 말을 킬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했고, 츠렌은 활짝 웃으면 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미리안과 포옹을 하면서 작별인사를 했고, 그는 어 느사이엔가 나의 앞에 나와있는 머기를 보면서 조금 놀라야 했다. "악수" 머기의 손은 라이니시스에게 내밀어져 있었고, 라이니시스는 얼른 그의 손을 잡 아서 흔들고는 말했다. "아, 네. 그동안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나 역시" 그리고 머기는 미리안과 똑같은 인사를 나누었다. "저기… 잘… 가세요…. 또… 만나면… 좋겠…네요" "라니안느씨야말로 안녕히가세요. 다음에 만날때는 제대로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 고 싶군요" "아, 저기… 그러니까… 죄, 죄송…" "아, 아니. 죄송할것 까진 없고요…" 라이니시스는 당황해하면서 라니안느와의 인사를 끝냈다. 그리고 라니안느는 미 리안에게 다가가서 더듬거리며 말을 하다가 미리안이 그냥 그녀를 끌어안았고, 조 금 당황해하던 그녀도 같이 미리안을 끌어안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저, 저기… 마스터. 나중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음. 그래. 서둘지는 말고, 툰드라는 완전히 회복한 다음에 찾아와. 안그러면 만 나주지도 않읅니까" 라스킨은 라우네스의 일 때문에 어지럽혀진 툰드라의 질서와 파괴된 환경을 북구 하기위해 툰드라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어차피 라스킨은 툰드라의 왕이고, 그곳 에 머물러야 할 의무가 있으나 본데스를 직접 처리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그는 복수를 달성했고,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라이니시스의 곁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어쨌든 라스킨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그들은 몇번이고 멀어져가는 서로를 확인하면 서 각자 자신들의 갈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목적이 같았기 때문에 잠시나마 함 께했던 이들은 필여적으로 찾아온 갈림길에서 서로의 길을 간 것이다. 언젠가 그 길이 다시 만나게 되면 그들은 다시 재회할 수 있을 것이다. "자아, 슬슬 우리도 가자" 라이니시스는 처음 레어를 나왔을 때와 같은 인원이지만 한명의 구성원이 바뀌어 진 채로 레어로 돌아가게 되었다. 정정한다. 한명이 바뀌고 고양이 한마리가 추가 되어있는 상태이다. 미리안은 흘끗 뒤를 보았다가 라이니시스를 보면서 장난기 가 득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라이니시스님. 라이니시스님. 라이니시스니임~" "응, 응, 응. 왜?" "이렇게 본명으로 불러 보는 일이 얼마만일까요. 정말로 기뻐서요" "그래. 웬만한일 없이는 앞으로 계속 그렇게 불러도 되는데… 한가지 궁금한것이 있어" "예? 뭔데요?" "그 '님'자 소리는 어떻게 뗄 수 없어? 더이상 주종관계가 아니잖아? 평소에 말 해두고 싶은 사항이었단 말이야" 미리안은 갑작스런 질문성 요청에 당황했다. 예전에는 아주 잠깐 동안 그에게서 '님'이라는 호칭을 빼고 부른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라이니시스의 반 장난섞인 계 획의 일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매우 당연스럽게 말하는 라이니시스 에게 미리안은 매우 할 말이 궁해졌다. 왜냐하면 라이니시스가 그녀와 에실루나를 가진 뒤로, 단 둘이 있어 보는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당황해 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에…? 그러니까… 으음… 제가 편하게 될 때 까지요" "…앞으로 10년 이내야?" "에… 그러니까… 아마도요" 미리안은 불확실한 추측을 했다. 이미 굳어져버린 호칭이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냐면 엘프가 한번 습관을 들이면 그것을 고치는데 꽤 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라이니시스는 몇년간 그런 생활을 해왔기에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빠. 안가?" 나미아의 말에 라이니시스는 자신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이렇게 멈춰서 있는 것이라는걸 깨닫고는 나미아에게 말했다. "아, 미안해. 엄마랑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야. 그래. 나미아는 집이 처음 이지? 금방 도착할거야. 눈 깜박할 사이면 도착해 있을걸?" "으응! 빨리 가고싶어요! 빨리이!" 나미아는 금세 기대하기 시작하면서 꺄아꺄아 거렸고, 라이니시스는 남은 문제는 레어로 돌아가서 토의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여기에 있는 모든 인원을 레 어로 데려가는 멀티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아주 잠깐 빛이 번쩍 하면서 세사람과 한마리의 존재는 처음부터 그 길 위에 없 었다는듯이 사라지게 되었다. "콰이헤른… 콰이헤른!" "으, 으응? 어… 어어…" "아무튼… 새로 이사해 와서는 매일 잠만 잔다니깐요. 그만 일어나세요. 가사노 동에 지친 아내를 더 피곤하게 만드실 셈이예요?" 콰이헤른은 자신은 보채는 아내의 말투에 담겨진 감정은 따스함 애정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들어서 좀 잠이 많아졌다는걸 가끔 느낀다. 아니, 그런것 보 다도 워낙에 밤잠이 없는 스타일이라서 조금 늦게 자는것이 그 원인이기도 했지만 그의 아내는 언제나 웃으면서 그를 깨워주었다. 그는 코끝을 간지럽히는 음식들의 향기가 언제나와 같다는것을 깨닫고는 안도했다. 예전부터 그는 아침식사만은 한 결같이 해왔기 때문에 이것은 일종의 중독과도 같았다. 슬슬 그의 아내도 이것이 질릴것 같지 않았나 싶지만 그의 아내는 그에게 뭐라고 불평같은것을 한마디도 털 어놓지 않았다. 남편으로서는 기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면이지만 그것은 그의 아내가 무언가를 막 숨기는 주의가 아닌, 정말로 그것이 기쁘기 때문에 매일 똑같 은 아침을 차려놔도 그것이 기쁜 것이다. 그리고 콰이헤른은 그런 자신의 아내에 게 가질 불만이 없기 때문에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기쁜 나날이었다. "뭐어~ 실험도 괜찮지만 좀 쉬시면서 하세요. 제 병도 다 나았잖아요?" "으응… 그렇군요. 하지만 안하면 불안합니다. 조금 바보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밖에는 없어서…" "후훗. 괜찮아요. 아무도 당신을 바보로 보지 않아요. 세상 사람들 전부가 당신 을 바보로 본다고 해도, 저는 절대 그러지 않아요. 그러고보니 여기에는 당신을 바보라고 매도할 사람들이 없네요. 가끔 엘프분을 빨래하러가서 만나기는 하고, 당신의 그 친구분과 그분의 엘프 아내, 그리고 따님을 본게 다니까요" 콰이헤른은 그도 그럴것이라면서 미소지었다. 그들이 사는곳은 금단의 영역이라 알려지는 흑룡 엘 타칸리스의 산맥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콰이헤른은 차마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그가 친구로 지내는 사람이 사실을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라고 불리우는 적룡 라이니시스라는 사실을 말이다. 처음에는 진실을 알고서 약간 거북 하기는 하였으나, 어차피 처음부터 서로 반말하면서 지내온 사이였다. 적대관계에 서 친구가 된 이야기속의 전개같지만, 지금에 와서는 편해졌다. 드래곤의 관점이 아닌 인간의 관점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드래곤인 것이다. 한가지 걸리는 점이라 면 아내 리이나를 이런 첩첩산중으로 데리고 온것 뿐이다. "미안해요. 리이나. 이렇게 사람도 별로 없는 이상한 곳으로 데리고 와서" "무슨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지금의 생활이 마음에 드는 걸요? 별로 위험하지도 않고 주위의 이종족분들은 친절하시고, 친구분도 재미있 으신 분이세요. 평화롭고 행복해요. 무엇보다도 저와 당신을 방해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전 너무나도 좋은걸요" "리이나. 당신은 너무 욕심이 없는것 같군요.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점이 당신의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대로가 좋은데… 당신은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생긋 미소지으면서 말했고, 콰이헤른도 그녀를 마주보며 미소지었다. 대 답은 하나였다. 그 역시 지금 이대로 있어도 충분히 만족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이나역시 그가 무슨 대답을 할지 알기에 다른말을 하지 않으면서 그를 침대 밖 으로 끌어내고는 말했다. "식사하세요. 음식이 식겠어요. 그 전에 세수하는거 잊지 마세요" "응. 알았어요" 콰이헤른은 수건을 챙겨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약간 떨어진곳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흐르게 물길을 조금 조정해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 수는 여기서 얻을 수 있지만, 빨래할 만큼의 양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빨래 를 하러 아내를 조금 멀리 떨어진 개울까지 보내는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엘 타칸 리스 산맥의 몬스터들은 여기까지 오지는 않는다. 아니, 그것보다도 오지 못한다 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곳은 아무리 멀어보았자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 라 이니시스가 사는 레어와 고작 1마일가량 떨어진 장소이기 때문이다. 드워프 마을 과 엘프들의 마을이 한두개쯤 있어도, 몬스터들의 부락은 들어올 수도 없고, 이종 족들을 해쳐서도 안된다. 바깥쪽의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금단의 영역이자 두려 움의 대상이 된 이 장소가, 알고보면 얼마나 평화로운지를 말이다. 호랑이가 가끔 나오기도 하지만 원래 그 동물은 인간을 싫어한다. 거기에 콰이헤른의 집과 일가 는 라이니시스의 의뢰를 받은 엘프들의 비호아래 맹수들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 기 때문에 실로 평화 그 자체였다. "이렇게 되기를 얼마나 고대했는가… 600년 만에 찾아온 평화는 물질적인 평화가 아닌 마음의 평화로군…" 그는 그렇게 읇조렸다. 폐부 깊숙하게 신선한 공기를 마신 그는 세수를 하기 위 해 집의 뒤쪽에 흐르는 내굴로 걸어갔다. 지금의 생활은 너무나도 좋다. 리치 본 데스였던 시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라이니시스는 본데스의 연구 자료가 적힌 노트와 그가 몰래 써두었으리라 짐작되 는 일기장을 발견했다. 분명, 그는 일기장을 넘긴다는 소리는 하지않았지만, 연구 자료들을 찾기 위해 그의 서재를 조금 뒤지다 발견한 것이다. 연구 자료에는 그가 드래곤의 피를 어떻게 조합해서 블러드 스폰을 만드는 엘릭서를 만들었는지 그 과 정과 재료의 배합, 주의사항등이 자세하게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각종 스폰과 키 메라, 클론의 연구등등이 적혀져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라니이시느 는 그것들을 대충 훓어보고는 품속에 넣었다. 그 다음에 그는 일기장을 펴서 천천 히 읽어들어갔다. 일기장에는 본데스의 처절했던 생애가 담겨있었다. 본명 콰이헤른 투플레인. 선천적으로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으되 몸이 엄청나 게 약한 그는 그가 살던 동네에서 따돌림 당하던 아이였다. 아버지는 자신이 세상 에 나오기 전에 돌아가셨으며, 어머니는 그를 낳다 돌아가셨다. 대개 어머니가 아 기를 낳다 죽으면 그 아이는 흉(凶)하다 하여 배척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콰 이헤른역시 그런 이유로 따돌림을 당했다. 그의 후견인인 영주는 그런점에 대해서 는 아무런 제제를 걸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경우 장례식만 간소하게 하면 되는 것 이었다. 오히려 콰이헤른이 어른이 될 때까지 키우는데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이 그 영주에게는 더 아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주의 바램(?) 대로 일찍 죽어 넘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는 생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소년이었고, 그 어 떠한 괴롭힙이라도 참고 견디어왔다. 자신에게 언젠가 빛이 찾아오리라는 작은 희 망에 의지한 채로. 그리고 그 희망이 찾아온것은 그가 20살이 되어 영주의 추천(말이 좋아 추천이지 팔려가는거다)으로 어느 마법사의 조수겸 제자로 입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 서 콰이헤른의 능력이 들어나게 된다. 비상한 머리를 가지고 있던 콰이헤른은 마 법사의 지식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익혀나갔고, 단 한달만에 마나를 느꼈 으며, 석달만에 가벼운 마나의 충돌을 일으키게 되었다. 가히 천재라고 불러도 될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자신을 가르친 스승의 경지를 상회하는 실력 으로 독립을 하게 되었다. 대개 자신의 제자가 자신을 뛰어넘으면 경계하는 여느 마법사들과는 달리 그의 스승을 그의 성취를 정말로 축하해주면서 그를 독립시켜 주었다. 그는 제국 동부의 작은 마을의 외곽에 거주지를 잡았다. 그가 살았던 곳과는 정 반대의 마을로, 괴로운 추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며 평화롭게 살 수 있을 장소를 골랐던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자신만의 마법세계를 구축하면서 여러 실험을 하며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내었다. 그가 거주하는 마을에 큰 일이 생길 때마다 그는 마법으로 그것을 여러차례도와주었고, 처음에는 외부인이다 뭐 다하면서 배척하던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점차 호감과 경외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는 마을에서 필요한 사람중에 한명이 되었다. 그는 기뻤다. 어렸을적의 괴롭힘을 받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모두가 자신을 필요로 해준다는것에 기뻐했고, 그무렵 그의 소문을 들은 근방의 대 영주가 그를 자신의 마법사로 삼은것은 그에게 있어 서 큰 행운이었다. 리이나 펜테스티앙은 영주의 딸로서 착하고 순수한 아가씨로 널리 알려져 있었으 며 구혼자가 줄을 서고 있을 정도라는 말이 나돌 정도의 아가씨였다. 콰이헤른이 처음 그녀와 대면했을때, 콰이헤른은 여태껏 '아가씨'라는 존재와는 대화라는것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당황해야 했고, 리이나 역시 마법사라는 존 재를 처음 접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당황해했다. 이 어색한 첫만남은 후일 그들에게는 없어는 안될 소중한 사건이 된다. 콰이헤른이 영주의 성에서 하느일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뛰어난 머리로 약 간의 재무 업무와 마법으로 성 안을 보수, 공사하거나 영지내에 일이 있을때 해결 가능한 범위에서 파견나가는 일을 맡았다. 전의 작은 마을에 있을 때 보다는 실헙 을 할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5년의 세월이 흘러가게 된다. 이미 많이 늙어있던 영주는 당연하다고 하여도 이상하지 않을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영지는 슬픔에 잠긴다. 영주에게는 다섯의 아들과 둘의 딸이 있었 다. 그중 셋의 아들과 한명의 딸이 재산권을 놓고 분쟁을 시작했고, 그 치열한 다 툼 속에 종종 그들의 휘하에 있던 사병들이 유혈사태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콰이헤른의 지지를 얻고 싶어했으나, 콰이헤른은 모든 조건을 거 부했다. 영주가 된 사람에게만 충성을 다하겠다는 그 나름대로의 작은 서약이었기 때문이며, 그들은 그런 콰이헤른을 말릴 수 없었다. 괜히 그의 심기를 건드려봤자 좋은 꼴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고위마법사의 존재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콰이헤른은 영주의 죽음에 슬퍼하면서 형제들의 알력다툼에 두려움을 가진 다른 형제들을 잘 보살펴 주었다. 그것이 유언중에 하나였기 때문이다. 콰이헤른은 그 들과 자주 만나서 그들의 두려움을 해소시켜주었고, 특히나 마음이 여렸던 리이나 에게는 자주 그가 찾아가 몇가지늬 마법으로 잔재주를 보여주거나, 환상마법을 사 용한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그녀의 슬픔을 조금씩 날려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때만 해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말이다. 세 아들과 한명의 딸은 콰이헤른이 재산권 분쟁에 끼어들지 않았다고는하나 한명 의 딸을 자주 만난다는것이 굉장히 마음에 걸렸고, 누가 했던 일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귀로는 콰이헤른이 리이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 들어갔다. 콰이 헤른의 뛰어난 실력과 영지민들 사이에서의 평판, 그리고 리이나에 대한 영지민들 의 지지로를 잘 알고 있는 그들은 급속도로 불안해졌고, 결국에는 자신들의 형제 인 리이나와 선대 영주의 심복이었던 콰이헤른에게 칼을 들이대고 만다. 여느때와 같이 티타임을 즐기면서 담소중이던 콰이헤른과 리이나는 갑자기 들이닥친 사병들 에게 쫒겨서 영지를 떠나게 되며, 형제들은 그런 그들을 추적하기에 이르른다. 아 무리 자신들이 영지의 지배권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았으 며 그들은 그렇게 계속 쫒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콰이헤른이 사람들 에게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을 무렵이. 콰이헤른과 리이나는 도망쳤다. 콰이헤른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영주의 자식들 을 거꾸러뜨리고 리이나를 복권시킬 수 있었지만, 리이나는 그것을 극구 사양하면 서 계속 도망다닐것을 원했다. 아무리 자신들에게 이런짓을 한 형제라고 해도 형 제는 형제이기 때문이 죽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이유였다. 콰이헤른은 그런 그녀 를 보면서 지켜줄 사람이 없으면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바보 같이 착한 아가씨 에 대해 점점 호감을 키워가고 있었고, 매우 오랜 도주 생활동안 여러 고난과 시 련을 함께해온 그들이 마침내 추적자들을 따돌리고 제국 남부 끝자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정착했을때 그들이 부부가 된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약 3년여간의 도주생활동안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자신의 아버지의 사후로 믿을 사람이라고는 콰이헤른외에는 없던 리이나가 콰이헤른에게 의지하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작은 마을에 머물면서 욕심없이 정 체를 숨기고는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빼어난 미모와 참한 성격으로 마을에 이름높던 그녀에게 아무리 유부녀라고 하여 도 추근덕대는 녀석들이 있는것은 사실이며, 특히 권위를 가진 부자나 귀족들에게 는 결혼했다는 사실 쯤이야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평민따위야 아 무래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날이 가면 갈 수록 리이나에게 추근덕대는 정도가 높 아졌고, 그런 리이나를 지키기 위해 콰이헤른은 알게 모르게 살짝 살짝 마법을 사 용해가면서 리이나를 지켜주었다. 그러면서 콰이헤른은 점점 리이나에 대해서 언 제라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녀에 대한 집착이 시작된 것은 바로 이때였다. 그들이 결혼해서 2년이 되던 해에, 마침대 사건은 터지고야 말았다. 그 근방에서 큰 세력을 지니던 대부호의 아들이 리이나를 점찍은 것이고, 곧 남편이 있다는 말 에도 상관없이 리이나에게 구혼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장난스럽게 보 이던 구혼은 점점 구체성을 띄기 시작해 얼마 후에는 하나의 음모가 되어있었다. 콰이헤른이 자고있는 사이 리이나를 납치하고 집에 불을 지른 것이다. 매캐한 연 기속에서 깨어난 콰이헤른은 리이나가 사라졌다는 사실과 그 범인이 누구임을 알 고는 분노했다. 대체 왜 세상은 자신을 그냥 두지 않는걸까? 그냥 조용히 살고 싶 을 뿐인데!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을 뿐인데! 왜 우릴 그냥 두지 않는것인 가! 그는 실망했다. 세상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리이나를 납치한 그 대부호의 아들은 콰이헤른은 이미 죽었다면서 자신의 여자가 될것을 강요했지만, 리이나가 그것을 들을 턱이 없었다. 회유, 분노, 채근, 체념 등 어떠한 수를 써도 리이나가 넘어오지 않자 그는 화가 났다. 참을성이나 자제력 이 있었다면 애시당초 납치극따위는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대로 리이나를 범하려 하였고, 그때 거대한 폭음이 그 저택을 덮쳤다. 콰이헤른은 분노했다. 사람들은 사악하고, 치사했으며 비열한 존재들이었다. 어 렸을적의 상처가 다시금 심연의 위로 부상하면서 그의 분노를 더욱 더 크게 타오 르게 했다. 그날, 하나의 저택과 하나의 가문이 마을안에서 완전히 사라져 말살되 었다. 사람에게 실망한 콰이헤른은 자신에게 유일한 남은 사람인 리이나에 대해 과도하 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에게 마법적인 제약을 걸고, 마법적인 문신을 새 기고, 오로지 자신만을위한 리이나를 만들어 갔다. 하지만 그런 도중에도 리이나 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콰이헤른이 이리 된것은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면 서, 그 모든것이 업보라 생각하고 콰이헤른의 모든 집착과 사랑을 받아들였다. 그 녀는 콰이헤른이 과거의 상처 때문에 이러는 것이라고 정확하게 판단했고, 그때문 에 자신의 몸을 버려가면서까지 그를 포용해 주었다. 그리고 그 모든것은 리이나 의 몸이 과도하게 받은 마법적 영향으로 서서히 응결하기 시작하면서 파국으로 치 닫기 시작했다. 콰이헤른은 그제사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는 리이나를 고치기 위해 서 모든 힘을 다 썼지만, 그녀의 동결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법을 해제하고, 문 신도 지웠지만 그녀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가고 있었다. 그래서 콰이헤른이 선택 한 방법은 치료법을 개발 할 때까지 그녀를 동결시키는 것이었고, 리이나는 그의 선택에 동의해주었다. 그리고 콰이헤른은 그녀를 동결시켰다. "꼭… 다시 만나요" 리이나가 동결되면서 남긴 마지막 한마디였다. 그리고 콰이헤른은 감든의 마법으 로 리치가 되었다. 자신의 시대에서는 치료법을 발견하지 못하리라 생각하고는 리 니아를 위해 자신의 인간성을 포기했다. 그는 아지트를 마련하고, 리이나의 동결 상태를 유지시키면서 치료법의 개발을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가 거울을 보았을때, 시커멓게 말라 비틀어 진 해골이 하나 있었다. 먹지도, 자지도 않아도 되니 정신없이 얼마나 연구를 했 을지 모른다. 그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는 거울속에 잇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이름을 붙였다. 어차피 남은것은 뼈(Bone)와 죽음(Death)밖에 없는 리치. '본데스 더 리치'라고. 일기는 거기서 끝이었다. 라이니시스는 조금 전 본데스의 모습을 보면서 침통해 하고 있었다. 이런 인생이 다 있는가! 어째서 이들은 행복해지지 못했는가! 세상 이, 사람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본인의 문제도 있엇으나, 건드리지 않았더라 면! 이들을 그냥 살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었더라면! 왜! 왜 이들은 행복해지지 못했는가! "난… 할 수 없어. 이들을 죽이는 짓 따위…!" 라이니시스는 결심했다.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본데스를 살려놓기로. 그리고 리 이나도 같이 살려냄으로써 이글이 과거에 쥐지 못했던 행복을 주리라고. 그는 그 순간 뭔가가 생각났다. 품에 넣었던 연구 자료들을 뒤지던 그는 곧 얼굴이 환해졌 다. 이것이라면 방법이 있다. 충분하다! 그는 다시 문 밖으로 나갔다. 아직은 죽 지 않았으리라. 그는 밖으로 나가면서 소리쳐 본데스를 불렀다. "이봐! 본데스!" "크크큭… 미련도 많은… 무슨… 볼일인가?" "너, 클론을 만들고 있었지?" "…그 실패작 말인가? 아무리 애를써도 리치인 나에게서 영혼이 움직일 턱이 있 나. 애시당초 네거티브 라이프인 나에게 말이야. 보관해두기는 했어도, 그냥 포 기했지" 보관하고 있다는 말에 라이니시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생긋 미소지으 면서 말했다. "본데스. 살고싶지 않아?" "또 무슨 개소리지?" "…이봐, 사람이 말하면 좀 따스한 마음으로 들어줘. 난 너에게 한가지의 제안을 하고 싶어. 넌 인간으로 되돌아 갈 수 있어. 리이나도 치료될 수 있고. 네가 잡 지 못했던 생을 다시 잡는거야. 어때?" "망할자식. 남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짓거리는 하지 말라고 부모님이 안가르쳐주 던가?" "…미안. 어쨌든, 난 너와 리이나가 그대로 죽는 꼴은 보고싶지 않거든? 그러니 나랑 계약을 하자" "계약?" "응. 니가 라스킨에게 죽어준다면, 난 너희 둘을 살려주겠어" 본데스는 이상한 말에 고개를 들어서 라이니시스를 보았다. 잠시 고개를 갸웃하 던 그는 말했다. "리치로서 네놈의 애완늑대에게 죽으면… 인간으로서 나와 리이나를 되살려주겠 다는 말인가?" "정확해. 난 그럴 능력이 있어. 어때? 600년간의 기다림을 보상받고 싶지는 않는 가? 결정해. 리이나와 함께하겠는가?" "함께…?" "그래" 라이니시스는 세렌과 츠렌에 이어 본데스에게도 같은 선택을 하도록 하였다. 자 신이 사랑하는 상대와 함께 하겠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 나올 수 있는 대답은 두 개가 아닌 단 하나뿐이다. 본데스는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하겠어. 어떻게 하면 되지?" "클론을 만들고 나서, 이렇게 보관을 하면 나중에 본신이 죽었을때 기억을 대부 분 가진채로 영혼이 전이하게 되지. 하지만 리치는 생명력을 억지로 묶어둬서 영 혼의 전이가 쉽지 않단 말이야. 영혼도 거의 억지로 묶여있는 정도이니 정지되기 전에 사라져버리겠지" "그점… 나도 알고 있다" "흠… 젊었을때는 꽤나 잘 생겼네? 괜히 미인을 얻은게 아니었어" "…잡소린 집어 치워. 어떻게 하면 되지?" "훗. 사교성 없기는" 라이니시스는 피식 웃으면서 배양액의 안에 조용히 잠들어있는 본데스의 클론체 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완벽하게 만들어져 있다. 다만, 본데스와 그렇게 잘 엮어진것 같지는 않다. 죽은 그 순간, 기억을 가진채로 정신체가 넘어 와야 하는데, 리치의 경우 그것이 좀 어렵다. 거기에 일단 클론도 제대로 완성되 어있지 않았으니 더더욱 확율이 낮아지는것은 당연했다. "일단 마법부터 완성시켜야 하지 않나? 의식 중간에 멈춰버렸으니 마법 자체도 불완전하군" "어떻할 셈이지?" "훗. 보고 있어" 라이니시스는 손을 두어번 털었다. 그리고는 의식을 집중시켰다. 마나로는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마법의식을 하는것은 본데스 그 자신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아 무리 마나를 끌어들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것을 뛰어넘은 절대적인 힘이 작용하면 어떻게 될까? <<완성이 되지 못한 것은 없을지니, 더이상 멈춰짔지 말고 네가 완성될 모습으로 너의 완전성을 이루어라! 언령 제 2장 6절 성(成)!>> 라이니시스는 언령을 사용했고, 본데스의 몸과 유리관의 배양액속에 담긴 클론의 몸이 동시에 움찔 했다. 본데스는 그저 뭔가 웅웅거는 소리가 난것 뿐인데도, 지 금 느껴지는 이 클론과의 일체감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단 한가지는 알 수가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완성하지 못한 클론과의 연계성이 만 들어졌다는것이며, 그것을 만든것은 라이니시스라는 점이다. "너, 넌…?" 본데스는 가슴을 움켜쥐면서 라이니시스를 가리켰다. 엄청난 두근거림이 사지를 떨리게 하고 있었다. 이정도의 환상적인 일체감이라면 곧 죽어도 저 클론으로 살 아나는것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거라면… 다시 할 수 있다! 또다른 시작을! 리이나와 같이! 라이니시스는 몸을 떠는 본데스를 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는 그에 게 나이프를 던져주면서 말했다. "본데스. 아니, 콰이헤른. 나중에 이걸 매개체로 삼아서 나에게로 찾아와. 리이 나는 내가 데려가지. 데려가서 병을 고쳐놓겠어. 괜찮겠나?" "…왜지?" "응?" "왜 이렇게까지 하는거지? 난 네녀석의 적이었는데?" 본데스는 조용하게 말했다. 분명 자신과 라이니시스는 피터지게 목숨걸고 싸웠던 적이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친구~'따위의 반짝거리는 소설 내용따위 믿는 성 격도 아니었다. 라이니시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난 너하고 적이 되었던 일은 없어. 나의 적은 매쉬암이었으니까. …라고 말하면 이해 해줄래?" "그렇겐 못하지" "나도 그럴것 같았어. 음…. 그냥 이상한놈의 이상한성격이라고 생각해둬. 나는 어떠한 것이든 비극적으로 끝나는것은 싫거든" 본데스는 라이니시스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단지 그것 뿐인가? 비극적인 결말이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적을 성심껏 도와줄 수 있다는것이 그에게 는 믿어져지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니시스에게서 뭔가 흑막같은것은 없어보였다. 단지 그가 말한게 다였던 것이다. 본데스는 피식 웃었다. 600년 이상을 넘게 살아 오면서 이런 사람은 또 처음 본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라이니시스에게 말했다. "리이나를… 잘 부탁한다. 꼬시지는 말아" "훗, 난 할렘에는 별로 취미 없어. 그리고 남의 여자 가로채는 취미는 더더욱 없 다고. 그럼, 나의 부탁은 들어주겠지?" "아아… 물론. 멋지게 죽어주지. 리치 본데스로서. 그러면 되지?" "훗. 그래. 그런 난 리이나를 데려다 놓고, 동료들을 만나러 가겠어. 아마 아직 까지 네가 키메라들을 싸움붙여놓던 그곳에 있을거야" 라이니시느는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나왔다. 본데스는 자신이 다시 인간이 되어 리이나와의 생활을 다시 할 수 있다는것에 기뻐했다. 이 얼마나 원했던가? "텔레포트 오브젝트!" 밖에서 라이니시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리이나가 잠들어있는 수정을 옮기는 것 이겠다. 본데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단순한 이유이기는 하지만 상대는 자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주었다. "크큭… 평생 은혜갚음이라고는… 한번도 못해봤는데…"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연구실의 한쪽 벽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가서 멋지게 리치 로서 죽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큭큭거리며 웃었다. 오랜만 에 시원한 웃음이 가슴속에서부터 터져나왔다. 탕탕탕탕! "콰이 아저씨이~" "어머? 나이아네요?" 콰이헤른은 리이나와 같이 식후에 차를 한잔 마시다가 밖에서 나미아가 문을 두 드리는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라이니시스가 그에게 한가지 부탁한것은 나미 아에게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요즘 그는 뭔가를 실험하느라고 바쁘고, 미리안은 자기가 가르쳐도 된다 하였지만, 마법력에 있어서 콰이헤른을 따라갈 수 가 없었기 때문에 나미아의 교육을 콰이헤른에게 맡기었다. 그래서 나미아는 매일 식후가 되면 자신을 찾아와서 마법을 배웠고, 그런 생활이 2주정도 계속되고 있었 다. "제가 열게요" 리이나는 문으로 걸어가서 손잡이를 잡고 열었고, 그 앞에서는 나미아가 생글생 글 웃는 얼굴로 서있었다. "아줌마~" 나미아는 애교를 부리면서 리이나에게 답삭 안겨들었고, 리이나는 푸근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미아를 안아올렸다. 외모로 보나 나이로 보나 아줌마로 불리울 처지는 아니었으나, 나미아의 눈에는 결혼한 사람이면 전부 아저씨에 아줌마였으니 그냥 웃으면서 받아 주었다. 어차피 호칭에는 별로 신경 안쓰는 그녀였으니까 말이다. "아! 콰이 아저씨! 저 이제 이런것도 할 줄 알게 됬어요! 보세요!" 나미아는 두 손을 모으고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공중에서 얼음을 만들어 보였다. 마나는 이용한 응결마법의 기본 단계를 완성한 것이다. 콰이헤른은 예전에 자신이 이루었던 성취도보다 몇배나 빠른 나미아를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이상한 초능력 까지 가진 이 신비한 아이는 그 아빠를 닮아서인지 언제봐도 놀라운 아이였다. 그 는 나미아의 머리를 쓰다음으면서 말했다. "그래. 잘했구나. 그럼 이번엔 뭐를 할까? 오늘은 기초마법을 배워볼까?" "네에! 좋아요!" 나미아는 쾌활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콰이헤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재로 가서 기본적인 마법교육도구들을 들고 나왔다. 나미아는 항상 마법을 배우 는 앞마당의 그늘로 가서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선생니임~ 빨리요오~" 마법을 배울때는 콰이헤른은 선생님이 된다. 그는 따스한 햇살을 얼굴로 맞으며 나미아에게 걸어갔다. "가벼운 음료수하고 과자를 좀 준비했어요" 리이나는 쟁반 위에 찬 음료수와 과자를 들어 나왔다. 마법에 대해서 전혀 모르 는 그녀였지만, 그래도 그녀는 콰이헤른과 있는것이 좋았다. "여어. 놀러왔어" "아빠!" "아, 라이니시스씨. 미리안씨. 어서오세요" 콰이헤른은 저쪽에서 자신에게 또다른 시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예전에 적이 었지만 지금에는 친구가 된 라이니시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서려 있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그는 미리안과 같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리고 콰이헤른은 미소짓는 얼굴로 말했다. "어서와" 오늘도 날씨는 맑을것 같았다. "완전히 글렀군. 제국에서 벌인 일만 해도 벌써 두건이 날아갔어. 게다가 본데스 는 죽어버렸지, 툰드라의 일까지 합치면 세건이군" "죄, 죄송합니다. 총수님!" 체리랑스는 자신에게 고개숙여 사과하는 남자를 보면서 입끝을 들어올려 웃었다. 아마 고개를 숙인 남자가 보았다면 질겁했을 것이다. 그녀는 말했다. "괜찮아. 유능한 부하는 많이 단련해야 하니까 말이야. 그만 돌아가봐. 또 부를 때가 있을거야" "예! 감사합니다!" 그는 깊이 고개숙여 감사했다. 두번이나 실패한 자신을 다시금 용서해준 다는게 워낙에 기뻤기 때문이다. 그는 인사를 하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방의 안 쪽에서 체리랑스는 입끝을 들어올리며 미소짓는 표정으로 말했다. "세번까지는 봐주지만, 네번째는 봐줄 필요가 없겠지. 섀도우. 있어?" 아무도 없는 천정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마스터" "죽여" "예" 그녀는 짧고 간결하게 말했고, 대답역시 짧고 간결했다. 그녀는 자신의 책상위에 올려진 '극비'라고 도장이 찍혀진 서류봉투안의 서류들을 꺼내어 읽었다. 그리고 는 살짝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점점 당신께 끌리네요. 이번엔 페이그니스인가요?" 말을 들을 상대는 없건만 그녀는 마치 자신의 앞에 상대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녀는 살짝 입술을 핥으면서 말했다. "언제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네요. 지극히 사적으로 말이예요. 저같은 취향은 별 로 좋아하지 않으실것 같지만…" 그녀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빠른 속도로 그것들을 읽어나갔다. 서류에는 여러가지 내용이 쓰여져 있었는데, 주로 매쉬암이 벌였다가 깨진 3개의 큰 일들에 대해 쓰여있었다. "후우… 정말 '그것'까지 도난 당한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네" 그녀는 머리를 한손으로 쓸어 제끼면서 한숨을 쉬었다. 최근 일이 잘 풀려가지가 않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똑똑똑. "총수님. 인적자원 담당관께서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체리랑스는 서류들을 다시 봉투에 집어 넣고는 서랍에 집어 넣었다. 곧 문이 열 리고 회색의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바쁜데 불러내서 미안해. 특수임무반하고 같이 해야 할 일이 있어" "예. 하명하십시오" 체리랑스는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웃었고, 그녀의 앞에 있던 남자는 순간 뻣뻣하 게 굳어버리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저런 표정은, 예의 안좋은 명령이 나온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유적 발군의 감독관하고, '산들의 무덤'에서 잡혔던 조직원들. 전부 죽여" "전부… 입니까?" "그래. 조직에 대한 정보는 목숨으로 지켜야 한다고 늘 말해 왔었지? 자신의 입 으로 말한것들은 지켜야겠지" 그녀의 말은 냉혹했지만 진실이었다. 아직은 조직이 드러나서는 안된다. 남자는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럼 가봐" "네!" 남자는 반듯한 동작으로 문을 열고는 밖으로 나갔고, 그녀는 다시 책상위의 또다 른 서류를 꺼내들었다. 그것을 다 읽은 그녀는 다시 서류봉투는 서랍속에 집어넣 고는 책상위에 올려진 포도주 잔에 담긴 포도주를 한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당신의 행동은 점점 더 맘에 드네요. 라이니시스. 귀여운 딸도 생겼군요. 음… 저도 한번 보았으면 좋겠어요. 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요? 그 날을 기대하지요" 그녀는 마치 건배하듯이 잔을 들어올리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붉은 피같은 포도주가 그녀의 붉은 입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 Epilogue Over p.s "지나얀. 브라이언트 선배가 어디쯤인지 알겠어?" "아마도 여기 그처일거야. 분명 탐색 결과가 그래" "후우… 정말이지 선배님도 문제라니까. 이렇게 멀리까지 도망치다니" "그게 다 사랑 때문이지. 낭만적이잖아?" "낭만은 나중이고, 만나면 뺨부터 때려줄거야" "그래. 연습 많이해. 아! 찾았다! 브라이…읍!" "쉬잇! 들키지 말고 미행하는거야. 무슨 일을 하는지 보고싶어졌어" "알았어. 그런데 어디가는거지?" "응? '라피니스 극장'?" "호오… 배우일을 하는건가?" "연극이 천성이라니까. 이젠 안 놓칠거예요 선배…" -------------------------------------------------------------------------- ------ 안녕하세요 이그니시스입니다. 일단. 죄송합니다. 현제시각 0시 10분.. 11시 반에 집에 들어와서 줄 띄우기하고, 오타수정 보이는대로는 일단 하고.. 문단정리를 하는데.. 시간이 들었습니다. 네.. 구차한 변명입니다. 연재를 약속드려놓고 이렇게 늦어버린 제가 정말로 죽일놈이지요. 죄송합니다. 에필로그가 항상 그렇듯이, 이번에도 양이 많습니다. 거의 4일치의 양을 한 회에 몰아 넣었지요. 분할..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에필로그는 한회에! 라는 주의라서..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챕터가 끝났군요. 양도 많았지요. 102편이라는 압도적인 양으로, 전체의 글의 반을 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보 작가주의..라지요. 기다려주신 여러분들께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코멘트에 마음껏 비난을 하셔도 차마 할 말이 없군요. 그리고 p.s에서 보셨듯이.. 005챕터는 예고했던 대로 세렌과 브라이언트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그때 밝혀집니다. 대략 4~50편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절대 60편 이상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번주 내내 쉬도록 하겠습니다. 12월 1일까지 쉬고, 12월 2일에 The Actor를 들고 나타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2 회] 2003-01-02 조회/추천 : 1705 / 4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5.01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 무엇인지… 즐거운 일, 괴로운 일, 기쁜 일, 슬픈 일. 모두다 세상을, 인생을 살면서 겪게되 는 일들이다. 기왕이면 즐거운 일과 기쁜일만 있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세상 은 균형이 잘 맞추어져 있지. 슬픈일이 어떤것인지를 겪어야 기쁜일이 어떤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으며, 괴로운것이 뭔이 알아야 기쁜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 처런 두 관계는 서로를 위한 자극제로서 세상에 존재한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속에 맡겨진 '삶'이라는 이름의 보트는 기쁜의 순풍과 슬 픔의 늪, 희망의 빛과 절망의 어둠을 지나 '경험'이라는 귀중한 재료들을 얻어 자 신를 더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물론 때로는 '사랑'이라는 달콤한 바람에 취하기도 하고, '배신'이라는 흉풍(凶風)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보트는 가끔 자 신이 흘러왔던 '과거'의 강물을 보며 앞으로 지나가야할 '미래'를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 주어지는 길을 달라서 어떤 사람의 보트는 순탄한 항해를 하다가 갑자기 만난 태풍에 침몰하는가 하면, 험난하게 살아온 사람의 보트는 끝끝내 살 아남아서 따스한 빛과 달콤한 바람을 느끼며 순풍을 받는 항해를 할 수도 있다. 끝까지 살아남은 보트는 그 자신의 '경험'으로 아주 멋들어지고 개성적인 장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는 많은 다른 보트들이 있을 것이다. 그 보 트는 멈출때까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조금이나마 나눠주면서 순탄한 항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언젠가는 '현재'라는 물에 닻을 내리고 죽음의 미 명 앞에 서서히, 장렬하게 침몰해갈 것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이 그 자신이나 다른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 해서라도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것은 나쁜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지. 그 어떠한 경험이든간에-아, 나쁜일(범죄)은 제외하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도움이 안 될 경험은 없다 이거야. "…그래서 애를 저꼴로 만들어놔요?" "어쩌다보니" "변명도 좀 제대로 된걸 하세요. 에실루나! 나미아는 좀 어때요?" "다친데는 없어요. 그냥 정신을 잃은것 뿐인데요?" "휴우, 불행중 다행이네요" "어이…" "문답무용!" "네에…" 올해로서 방년 150세가 되는 미리안은 팔짱을 터억 끼면서 짧게 내 말을 끊었고, 나는 그냥 아무말도 못하고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리고는 나미아-약간 그을린-를 안아올리는 에실루나를 보다가 그녀 또한 나에게 힐난어린 눈총을 주는것을 보고 는 뒷머리를 긁적거리면서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그러니까 사건(?)의 전모는 이러하다. 올해 10살이 되는 나미아는 간만에 봉인구를 모두 풀고 레드 드래곤과 블랙 드래 곤의 혼합 블러드 스폰이 되어서 얻은 새로운 힘인 불과 산(酸)의 힘을 한창 연마 하고 있었다. 어린나이에 참 엄청난 힘들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는 내 딸자식이 저리 강력하니 뭔가 뿌듯하기도 한 기분이다. 아, 물론 엄한 물건 을 아이 손에 두번이나(!) 닿게 만들었다고 힐난하는 미리안을 볼때마다 점점 작 아지는 기분을 느끼는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내가 창고에서 꺼내준 물건들을 가지고 한창 태우고, 녹이고를 하던 나미아의 눈이 순간 장난기로 번득 였다것을 보았을때, 이미 일은 터진 것이었다. 나는 일단 거실의 물건들이 상하지 않도록 자리를 넓은 장소를 옮겨서 가볍게 놀 아주듯이 나미아의 불과 산, 마법과 초능력의 공격들을 유유히 막아내고 있었다. 특별히 저 아이에게는 체술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근접전은 무리라고 생각했 던 나는 그냥 가볍게 놀려줄 요량으로 정령 두개를 불러내 작은 파이어 스톰을 날 렸다. 깜짝 놀란 나미아는 불을 쏴대면서 그것을 막아보려고 했고, 낑낑대면서 용 을 쓰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에 나는 그만 장난기가 발동해서 약간 파워를 올려 서 나미아에게 파이어 스톰을 날렸다. 아뿔싸. 그 순간에 나미아는 힘이 떨어졌는지 손을 내려 무릎을 짚고는 헥헥거리 면서 숨을 내쉬고 있었는데 나는 미처 정령의 제어를 못한 것이다. 그리고는? 꽈 강~! 해버렸지. 청소를 하고 있던 미리안과 요리공부-미리안만큼은 아니었지만 그 래도 요리는 해본일이 없었다는군-를 하던 에실루나는 깜짝 놀라서 각자 하던일을 내팽개치면서 밖으로 나왔고, 그녀들의 눈에서는 바닥에 쭈욱 뻗어서 약간 그을린 채로 하얀연기를 모락모락 나게하고 있던 나미아가 보였던 것이다. 에실루나는 황급히 나미아에게 달려갔고, 미리안은 눈꼬리를 살짝 올리고서는 나 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와 설명을 요구했으며, 나는 있는 그대로 설명을 해줌과 동 시에 '약간의' 자기변호를 해야했다. "어째 요즘은 조용하다 싶었어요. 헤유…" 먼지털이를 어깨에 걸치면서 미리안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작금의 현실에 빗 대어 유추해 보자면 나에겐 변명할 거리가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상황 에서 나는 점점 '작아지는 가장'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었다. 미리안은 나의 그런 모습을 보더니 내 양뺨을 손으로 잡아 자기 얼굴 가까이 내리면서 말했다. "반성하고 계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고, 미리안은 헤죽 웃었다. "헤헤. 그렇다면 이걸로 용서해 드릴게요" 그러면서 미리안은 점점 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했고, 나는 잠시 식 은땀을 흘려야 했다. 미, 미, 미리아아안! 하지만 결국 무참하게도 미리안은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고, 나는 반항해봤자 소용없다는것을 알았기에 그냥 가 만히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기분 좋다. 아우레스력 1435년 11월 13일 에실루나가 나의 레어로 입주(!)한지 거의 1년쯤 되어간다. 11월의 중턱에 와있 는 지금 날씨는 서서히 가을이 되어가는 날씨이다. 슬슬 농부들은 수확을 준비하 고 있을 것이고, 여러 동물들과 다른 종족들은 월동준비를 시작하면 겨울을 따뜻 하게 보낼 수 있는 그런 시기지. 에실루나가 입주를 한 뒤로 미리안과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지만, 그것은 금방 해 결되었던 문제다. 그 뒤로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완전히 친해져서 가끔 내가 엘프 들의 의뢰나 드워프들의 요청으로 나갈때마다 끼니를 거르고 와도, 밥을 차려주는 사람이 없는게 문제다. 그녀들이 나름대로 친해지는 모습은 보기가 좋았으나 홀로 이 부얶에서 차가운 스테이크와 빵조각에 굳은 버터를 발라먹고 있자면 갑작스럽 게 서글퍼지는것은 사실이다. 뭐랄까, 기왕이면 이쪽도 좀 봐줘~하는 심리라고나 할까? 남자는 크나 작으나 어린애라는 말은 맞는 말 같다. 미리안의 요리실력은 이제 나무랄데가 없는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그 덕에 미리 안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요리를 거의 할줄 모르는 에실루나는 가 르치고 있다. 하지만 미리안은 엘브스 퀸의 석세서를 가르친다는 생각에 붕떠있다 가 자신과는 달리 맛치가 아닌 에실루나는 요리를 배워도 빠르고 정확하게 배워버 린다는 사실에 한숨을 뽑아내야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자면 아마 늦어도 1년정도 면 자신의 수준까지 오를 수 잇을 것이라고 하는걸로 봐서는, 에실루나는 정말 뛰 어난 인재가 아닐까 싶다. 뭐니해도 석세서 아닌가?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뒤지 는 미리안은 추욱 늘어지기 일쑤였으나, '나'에 대해서만은 에실루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내가 화가 나거나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거나 하는것을 미리안은 미리 알아채고 나를 달래거나 하는 것이다. 의외로 에실루나는 그런것에 둔감한 편이라 서 그런점에 대해 미리안에게서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것은 선천적인 면이 더욱 강한것이기 때문에 그녀가 배우기는 조금 어려울 것이다. 미리안은 모 자른 자신의 능력에 푸념하고 있지만, '배우자'라는 지위에서 만큼은 에실루나의 모든 능력을 압도하는 '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에실루나가 그런걸 얼마나 부 러워하는지를 모르는 모양이다. 엘프 두명과의 생활은… 뭐랄까? 상당히 즐겁다고 할 수 있는 생활이다. 나의 기 억속에서 생생하게 자리잡혀있는 '그녀'의 모습과는 별개로, 그녀들의 모습은 사 랑스럽고, 예쁘고, 귀엽고, 아름답고, 청순하고… 기타등등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요즘은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생각해보라. 나는 사랑해주는 두 여성이 서로 싸우지도 않으면서 하하호호 웃는 생활을 영위하는게 얼마나 즐거운 것인지를. 거 기에다 나미아까지 있으니 정말로 이건 행복에 겨운 생활이 아닐 수 없다. 가끔씩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떠올라서 울적해질때도 있지만, 그녀들의 행복한 미소들 을 보고 있자면 금새 그런 기분이 가시고는 한다. 사람들이 어째서 가족을 만드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생활이었다. "라이니시스. 의뢰가 왔어요" 오늘은 마법실험도 없어서 그냥 한가로이 내 방에서 편하게 책을 읽고 있을 시간 을 가지는 중이었다. 예전에는 거실에서 미리안이 타주는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 었지만 나미아가 우다다다 거리면서 뛰어놀면 집중이 약간 망가지거든. 거기에다 가 오디까지 가세하면 조금 시끄러워지는것도 문제고, 무엇보다 나미아는 내가 가 만히 앉아서 책을 보게하지는 않거든. 같이 놀아달라고 떼를 쓰기 때문에 요즘엔 이렇게 도피(?)를 하면서 지낸다. 그러던 도중 에실루나가 들어와서 나에게 말했고, 나는 책에서 눈을 떼고는 에실 루나를 보며 말했다. "의뢰? 어디서?" "미리안의 마을에서요" "그래? 내용은?" "평소와 같이 물건을 구해달라는 요청인데… 렌디너스 왕국의 북서쪽에 자리잡은 '그레니틴 산맥'에서 50년에 한번 피어나는 월광 수선화(月光 水仙花)를 열 네뿌 리 가져다 달라는 내용이예요. 올해가 그 개화시기라서 꽃봉오리가 생기는 한달 전에 가져다가 이곳에 심어서 적응을 시킨 후에 꽃을 따야 하는데, 그 적임자가 떠났다가 변을 당해서 절반정도 갔던 거리에 멈춰있다고 해요. 그래서 죄송스럽 지만 라이니시스의 힘을 빌리고 싶다는 내용이예요" 호오, 월광 수선화가 거기 있었던거야? 나는 잠시 머리속에서 요즘의 지도를 그 려보면서 생각해보았다. 월광 수선화라면 50년에 한번 피면서 그 생즙과 꽃으로는 훌륭한 약을 만들 수 있다는 묘화(妙花)말인가? 엘프들은 용케 그 장소를 알고 있 네? 렌디너스 왕국이면 제국을 완전 돌파해야 나오는 나라잖아? 난 흥미가 생겨서 책을 덮고는 에실루나보고 가까이 오라고 했다. 그녀는 생긋 미소지으면서 거의 소리가 나지 않는 걸음으로 나의 결에 오더니 내 무릎 위에 앉았다. 나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허리를 받쳐주고는 약간 위쪽에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의뢰 기한은 언제까지야?" "개화시기는 13월 중순이니까 12월 중순까지 가져다주면 고맙겠다고 하던걸요?" 나는 그녀의 대답을 들으면서 그녀를 살짝 내쪽으로 끌어당겼고, 그녀는 나의 힘 에 의해 균형이 무너지면서 비틀대다가 내쪽으로 살짝 기대었다. 그녀는 가느다란 팔로 나의 목을 휘감더니 내 얼굴 가까이 그녀의 얼굴을 가져오고는 뺨에 키스를 해줬고, 나는 훗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대금은?" "으음… 438년산 포도주와 1227년산 사과주 두병씩을 드리겠대요. 그리고…" 에실루나는 점점 몸을 밀착시키더니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고, 순간 그녀의 얼굴에선 화악하고 홍조가 돌았다. 에? 뭐지? 나는 약간 의아해 하면서도 똑바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나에게 살짝 입맞춤을 하더니 말했 다. "에실루나 지오덴틱을 드리죠… 호호" 그녀는 살짝 웃으면서 나에게 기대어왔고, 나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에실루나 아! 아직 낮이야! 그녀는 포근하게 안겨져 왔고, 나는 난처한 표정과는 달리 손으 로 그녀의 등을 가볍게 애무하고 있었다. 미리안과는 달리 에실루나는 지난 1년간 이렇게 몸으로 여러면 덤벼들어서 날 난처하게 했다. 아마 미리안하고도 일(?)을 치루게 된다면 그녀도 그럴것 같지만 아직은 그런 일(?)은 없었다. 기회는 여러번 있었지만, 미리안은 아직 준비가 덜된듯 싶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나는 에실 루나를 꼬옥 끌어안으면서 서서히 일어났고, 바로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콰이 아저씨가 찾아요오!" 나는 화들짝 놀라서 에실루나와 떨어졌고,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옷을 탁탁 털고 있을때 문이 열리면서 나미아가 도도도도 달려왔다. -------------------------------------------------------------------------- ------ 안녕하세요. 이그니시스입니다. 한 해가 넘어가 붉은 색의 불길이 뜨거웠던 2002년에서 2003년으로바뀌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는일 성취하시길 바라며 교우관계 원만하시고.. 어찌되었든 행운과 축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자. 앞잡담 안보신 분들은 먼저 앞잡담.. 공지성이 짙은 저놈을 먼저 봐주시고 와주세요. 일단.. 디 액터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놓을 생각이었지만 정신적인 태클과 여러 태클이 들어와서 열받아 때려 쳤습니다. 하하하핫. 뭐, 외부에서 일이 많다보면 사소한 자극에도 화가 나기에.. 아아, 이런 정초부터 초치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어찌되었든 연재 재개합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3 회] 2003-01-02 조회/추천 : 1544 / 3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5.02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 무엇인지… "아, 그, 그래? 그건 그렇고, 나미아야. 괜찮니?" "응? 아아. 네에! 조금 뜨거웠고, 머리카락이 약간 그을렸고… 에 또오… 조금 힘들고, 지치고, 피곤하고, 딸에게 힘 조절도 못하는 아빠에게 약간 실망한 일을 제외하면 괜찮아요" 나미아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가슴에 수십개의 대못이 박 히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가볍게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아버리는 저 능력은 대체 어디서 어떻게 배운것인지 정말로 궁금하다. 화가나서 삐친건지 아니면 그냥 몸상태가 그렇기에 저렇게 말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어찌되 었든 나는 미리안은 안아 올리고는 말했다. "어이구 우리 딸. 많이 놀랐지? 그래. 아빠가 잘못했어. 미안해. 그런데 콰이헤 른이 와있다고?" "네에! 콰이아저씨가 왔어요!" 무슨일이지? 평소에는 웬만해선 내가 찾아가는데 말이야. 나는 나미아를 안고서 는 콰이헤른을 만나러 밖으로 나갔다. 뭔가 특별한 일이 아니면 그가 우리집에 좀 처럼 오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약간 의아해 하면서도 그를 보고는 금세 인사 를 건네었다. "어서와. 일단 좀 앉지?" "아.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네. 그럼 실례하지" 콰이헤른은 나와 같이 거실쪽으로 걸어가서는 레어의 엄청난 공동을 등지고-일전 에 그가 말하길, 엄청난 공동의 한자리에 이런 아담한 거실이 있는것은 적응이 안 된다고 하였다. 마법이라는 것을 다루는 사람이 어디 그래서야 쓰나?-앉았다. 미 리안과 에실루나가 그에게 가볍게 인사하고-그녀들은 그가 이전에 본데스였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알아서 좋은건 없잖아?- 다과를 준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울 무렵 나미아가 그에게 말했다. "아저씨! 오디는요?" "오디? 우리집에서 낮잠자고 있단다. 좀 있으면 돌아올게야" "에에… 너무해. 혼자서만…" 나미아는 짐짓 뾰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나미아는 오디가 정신의 정령이 되고서 인화(人化)의 능력을 가진 뒤로는 주인인지 친구인지 모를 태도로 오디와 붙어 지 냈고, 맘먹은 대로 겉모습을 바꿀 수 있었던 오디는 나미아의 성장에 맞춰서 조금 씩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자신 주인의 성격에 맞춰서 지내고 있었다. 고양이로 돌 아가는 모습은 별로 없어서 나도 오디를 귀여워 해주고는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아버님'이란 호칭은 좀 거북하다. '일단은' 보통의 오드-아이 고양이였던 오디에 게 퍼스털리티 스톤을 복용(?)시켜서 인화시켰던 장본인이 나였기 때문에 그런 호 칭이 붙는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뭐랄까. 나이들어 보이잖아! "잠깨면 보내줄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아, 그건 그렇고 라이니시스. 자네는 혹시 '영(靈)의 낙원에서 실종된 영석(靈石)'을 아는가?" "영의 낙원에서 실종된 영석?" '영의 낙원에서 실종된 영석'이라면…? 나는 언젠가 그것을 책에서 읽었고, 그것 에 관한 내용이 즉시 떠오르는것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영의 낙원'이란 것은 하 나의 영혼이 만들어지기 전, 그러니까 아직 윤회생사(輪廻生死)의 고리에 들어가 지 않은 깨끗하고 순수한 영이 머무는 관념적 장소이다. 그곳에서 실종된 영석이라는 말은… 영혼의 근본을 만들기 위한 돌의 일부를 천 사와 성족(聖族)들이 연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신계로 이동시키다가 연석을 노린 악마와 사족(邪族)들에게 습격 당해서 빼앗기기 직전, 영석을 그냥 '영의 낙원'으 로 송환시키다가 약간의 충격으로 인하여 부서진 조각을 말하는 것이다. 영석이란 개체는 '영의 낙원'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천사와 성족 이 만든 자체적인 마법으로 가져오다가 습격당했으니 원래 그것이 존재할 장소가 아닌데도 그 장소에 노출되어버린 영석은 그대로 분해되어 버렸다고 한다. 말하자 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서 부정당해서 사라져 버렸다는 말이지. 흠… 이런 이야 기는 영학(靈學)을 공부하다보면 나오는 내용이고, 적어도 일반사람들은 쉽게 접 할 수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콰이헤른이 나에게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봐, 날 누구라고 생각하는건가?" 난 드래곤이다. 내가 읽은 책중에 령학이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 워낙에 특이 하고 쓸데없는 학문에까지 드래곤들은 파고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콰이헤른 은 내가 농담섞인 시비조로 건넨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그로서는 물어본 것이 아닌 확인하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설마하니 내가 모를라구? "물론 확인이었지. 안다니 서론은 빼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말하는데 그 조각들 이 머터리얼 플레인(Matterial Plane : 물질계)으로 형체화가 된다네" "…뭐?"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사는 땅으로 그것이 형체화되어 내려온다네" 나는 순간 얼이 빠져버렸다. 여, 영석이?! 그것도 물질계로?! 아, 아니 그게 대 체 어떻게? 무슨이유로! 아,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건! "자네는 그것을 어떻게 알았나?" "응? 아아, 지난주에 성족 하나를 '성지(聖地)'에 가서 만났다네. 600년동안 살 면서 알아온 인간세상의 역사와 정보를 알려주고는 대가로 약간의 정보를 얻어왔 지. 그것중에 하나일세. 참으로 희귀하고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자네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걸?" "서, 성지? 그곳을 찾았나? 왜 나한테는 말 안했나!" 나는 콰이헤른의 멱살을 잡을듯이 화를 내었고, 그는 손을 내밀면서 진정하라는 몸짓을 해보였다. 이 친구, 오늘 사람 여러번 놀라게 해주는군 그래. 나는 흥분하 려던것을 잠재우고는 콰이헤른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성지라면 성족을 만날 수 있 는 유일한 장소다. 그곳에 가면 특별한 의식이 없어도 천사들이나 성족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장소는 드래곤조차도 알아내기 힘들다. 왜냐고? 일단 성지라는 장소는 일정한 지역이 아닌 이동하는 장소이고, 물질계와 아스트랄계(Astral界)의 중간에 걸쳐져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선택된 사람만이 아니면 못들어간다. 콰이 헤른이 선택되었다면, 그의 인도에 따라 나역시 갈 수 있었겠지만, 날 부르지 않 았다니! 이건 배신이야! "자, 자. 진정하고 내말 듣게나. 물론 내가 자네를 왜 부르려고 하지 않았겠나. 하지만 내가 성지에 관한 계시를 받았을때 들은 내용은, 성지에 오기 전까지 다 른이에게 발설하지 말라는 소리였네. 발설하면 성지를 볼 수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말일세" "그, 그! …푸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일단 화낸것은 사과하네. 다시 본론으 로 돌아가서, 영석이 어째서 형체화 되는건가?" 나는 진정하고서 말했다. 사정이 그렇다면야 내가 화를 낼 수도 없는 부분이다. 성지에 갈 수 있는 자격을 콰이헤른이 얻었고, 거기서 영석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는것에 일단 감사해야겠지. 나는 콰이헤른에게 가장 궁금했던것인 영석의 실체화 에 관한 원인규명을 요구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이해해주니 고맙네. 그리고 영성이 어째서 실체화 되느냐 하면…,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네. 나하고 접촉한 성족의 일원도 그것은 가르쳐주지 않았거든. 하지만 추측을 해볼 수 있겠지. 영석에 잠겨진 에너지가 분해되었다가 점차적으로 서로 를 원하는 결속력에 의해 점점 이끌리다가 어느순간엔가 그것이 맞춰지는 그런것 이 아닐까하고 말일세" "가르쳐준쪽도 모른다라…. 그렇다면 이번에 그것을 얻기 위하여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겠군?" "아니. 이번 영석의 형체화에는 천사와 악마, 성족과 사족중 어느쪽도 관여하지 않기로 한것 같더군. 그래서 나에게 알려준 것일지도 몰라. 어차피 인간인 나라 면 그것을 잡을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야" "호오, 그런가?" 그들로서도 그때 당시의 전투때 많은 희생을 치루었을 것이다. 아무리 자그마한 조각이라도 영석이라는것 자체는 워낙에 귀한 물건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번의 형체화에는 그 누구도 손을 못대게 합의를 보았다면, 그것을 손댈 수 있을자는 없 다는 소리다. 최소한 성족이나 사족 이외의 등급을 가진 존재들을 꼽자면 신급외 에는 별로 생각이 안난다. 드래곤? 글쎄… 어느정도 노력한다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당 드래곤도 영석에 서 만들어진 영혼의 근원에서 만들어진 영혼이 들어가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함부 로 손을 대지는 못할거야. 나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단 다른 차원의 인 간의 영혼으로서 드래곤의 육체를 차지하고 들어앉아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역시 내 실력으로는 성족과 천사들이 뭉쳐서 만들어냈던 결계에 필적하는 결계를 만들어낼만한 실력이 없다. 쳇, 한 1500년쯤 뒤에나 나왔다면 그때는 가능 성이 있겠지. 콰이헤른은 관심을 보이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생긋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구경가보지 않겠나?" "구경?" "나는 이번엔 좀처럼 뺄 수 없는 일이 있어서 말일세. 자네가 구경을 가서 그 모 습을 보고 나에게 말해주면 좋겠어. 그다지 별 일은 없지 않는가?" "허허! 이거 사람 성미를 자극하는군?"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600년을 살았겠나. 하하하핫!" 콰이헤른은 크게 웃었고, 난 마주보면서 웃었다. 재미있는 친구란 말이야. 그리 고서 내가 그에게 그 장소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하기 바로 전에 미리안과 에실루 나가 차와 과자등을 가져왔고, 그녀들은 나의 양 옆에 앉았다. 미리안이 먼저 쿠 키를 하나 집어들고는 말했다. "저희가 들어도 괜찮을 이야기죠?" "응? 아, 뭐… 문제될건 없겠지?" 나는 콰이헤른에게 물었고, 그는 찻잔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응? 아아. 물론일세. 이거 매번 감사합니다" "아니예요. 천천히 드세요" 에실루나도 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고, 콰이헤른은 혼자 당황해하면서 찻잔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뭐… 2년쯤 전이었다고 해도 리치 본데스였던 시절에 미 리안과 에실루나는 그에겐 적이었었지 아마? 콰이헤른은 그래서 조금 어려워 하는 것이고 말이야. 하지만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그저 그가 엘프들의 앞이라서 긴장하 는 줄로만 알고 있다. 피차 알아서 좋을건 없지. 음음. "그러면 그 장소는 어디인가?" "응? 아, 응. 렌디너스 왕국. 아마… '그레니틴 산맥'의 아래쪽일거야. 그 산맥 의 줄기가 마치 초승달처런 굽어있지 않는가? 그것을 하나의 원으로 봤을때 그 중심부분에서 시작한다고 알고있네" "…또야?" "응?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아, 아냐. 아무것도" 난 손을 휘휘저었고, 가끔 헛소리가 나오는 나의 모습을 그는 많이 봐왔기에 그 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차와 쿠키를 집어먹었고, 나는 생각했다. 그레니틴 산맥이 라면 엘프들의 의뢰 때문에라도 곧 가야 하는 처지인데… 이번에 거기에서 영석의 형체화가 이루어 진다고? 설마하니 영석과 월광 수선화하고는 뭔가 관계가 있는건 가? "날짜는?" "응? 아… 그게 그러니까 말이야, 대략… 12월 중순쯤이라고 하더군. 그전에 근 처를 탐색해 보는것이 좋을것 같다고 생각하네" "…또야?" "응?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아, 아냐. 아무것도" 난 다시 손을 휘휘저었다. 연속으로 두번이나 이상한 말을 한 나를 정말로 이상 한 시선으로 보던 콰이헤른은 다시 내가 생각할동안 차를 마셨고, 나는 생각에 잠 겨보았다. 분명 월광 수선화의 꽃봉오리가 맺히는 시기는 개화시기에서 한달 전인 12월 중순이라고 했다. 그리고 영석의 형체화도 12월 중순… 뭔가 개연성이 있다 고 생각하긴 하는데… 너무 비약적일까? 확인을 해보려면… 역시 한가지 방법밖에 는 없군. 나는 콰이헤른을 보면서 말했다. "좋아. 하겠어" "자네라면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네. 정말 고마워" "아니, 뭘. 앞으로 한달정도 남았지? 시간은 충분하군" 나는 팔짱을 끼면서 소파에 몸을 묻었다. 한달이라… 뭐, 일단 시간은 충분한 편 이군. 엘프의 의뢰도 성공시키고, 영석이란 것이 어떤 물건인지 구경이나 해야겠 다. 2년만에 다시 본격적인 외출이구나! -------------------------------------------------------------------------- ------ 뭐.. 라이니시스를 움직일만한게 엘프의 의뢰 말곤 없냐! 라고 말하신다면.. 그냥 숨어버릴랍니다. 크하하하핫! 어찌되었든.. 갑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4 회] 2003-01-02 조회/추천 : 1801 / 22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5.03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 무엇인지… 저주받은 자식. 어둠의 아이. 재앙을 불러오는 핏줄. 악마의 혈통. 소녀는 그 모든 말들을 들으면서 16년간을 살아왔다. 태어날때부터 지울 수 없을 살인을 하고서 태어난 자신에게 그런 호칭이 붙여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다. 왜 자신이 이렇게 매도되어야 하는가. 태어날 때, 어머니는 산고를 이기지 못해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5살때 부지깽이 로 자신을 내려치다가 방어본능으로 인한 밀치기에 밀려서 난로의 모서리에 뒷머 리를 부딪혀 죽어버렸다. 그래. 확실히 그것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죽은 사람의 잘못도 어느정도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서 발생된 일이 므로 자신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다. 하지만 어째서 마을의 모든 나쁜일이 자기 탓인가. 흉년이 들었다. 곡식들이 말라죽고 가축들이 굶어 죽으면서 사람또한 굶어 죽어 갔다. 땅은 열을 토해내고, 호수는 바닥을 드러내어 갈라지기 시작하고 있었으며 살아있는 모든것이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헌데 왜 자신이 죽어야만 했는가. 살기를 내뿜으면서 자신에게로 다가와서 모든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말을 하는 사 람들의 눈빛속에서 소녀가 볼 수 있던 것은 순수한 집단광기 뿐이었다. 아버지마 저 돌아가신 이후로 특별한 다른 일도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밭을 일구고, 조용하 게 무덤을 가꾸고, 책을 읽는 것이 다였던 소녀는 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 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을에서 또래의 소년이 죽었다. 사인은 알 수 없다. 범인은 소녀으로 지목되었다. 어째서인지는 모른다. 그냥 마을 사람들 모두 그렇 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소녀를 잡으려 했던 것이다. 잡아서, 자기들 멋대로 의 잣대로 소녀를 재고는 혀 위에서 난도질하고, 매도하고, 그들의 마음대로 온갖 가지의 죄목을 붙인다음 화형을 시킬 것이었다. 소녀는 도망쳤다. 자신에게 죄는 없지만, 말한다고 들어줄 상대들이 전혀 아니었다. 멈춰서서 "나 는 범인이 아니야!"따위를 외쳐 보았자 들어줄 상대들이 전혀 아님을 소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마을의 외딴곳에 살면서 아주 가끔씩 들어갈 때마다 자신에게 내려지던 학대와 구타는 소녀의 몸에 수많은 상처로 남겨져 있었다. 살고 싶다. 소녀는 생각했다. 도망치면서, 숲을 달리면서, 계곡을 건너 자신을 쫒아오는 사 람들의 살기어린 목소리와 사냥개들의 컹컹대는 소리를 피해서 도망다녔다.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며 끝까지 희망을 놓치 않았다. 이대로 도망친다면 어 떻게든 살거 같았다. 다신 마을따위로 돌아가지 않으며 그 어떠한 다른곳에서 어 떤 생활을 하든지 견뎌낼 자신이 있었다. 살고 싶다. 살아남고 싶었다. 아무리 자신에게 주어진 죄가 많더라도 소녀는 살아남고 싶었 다. 살아서 자신의 지은 죄를 갚으면서 살고 싶었다. 죽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때 문에 죽어버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은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달리 고 달렸다. 사냥개가 자신의 팔을 물어 뜯을 때도. 화살이 등에 박혀서 끝나지 않는 고통을 주고 있을 때도. 살의를 가득 담은 검이 자신의 복부를 베고 지나갈 때도. 높은 바위절벽을 오르면서 다리와 팔이 긁혀서 찢어지고 피가 날 때도. 그리고 그 꼭대기에 누워 밤하늘을 보며 자신의 심장에 겨눠지는 창을 볼 때도. 소녀는 살고 싶었다. 살아남고 싶었다. "하지만… 틀렸네" 소녀는 허망하게 웃으며 눈을 감았다. 번개가 치면서 차가운 빗방울이 하나 둘씩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고, 이 비가 내려서 자신의 몸을 완전히 적시기 전까지 자신 은 살아있지 못할것을 직감하면서 소녀는 허망하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으 로 차가운 창날이 파고는것을 느끼면서 소녀는 죽음을 느꼈다. 살고 싶은데… 살고 싶었는데… … … …여기서 끝이구나. 탁! 타닥! 꽈르르르릉! "후우, 제길. 하필이면 초겨울에 비라니" 나는 동굴 밖에서 천둥번개가 치는것을 보고는 혀를 찼다. 하필이면 떠나온 날짜 가 요모양 요꼴이라서 이상한 일만 만나게 된단 말이야. 이래서 여행을 시작할때 는 그 출발일을 잘 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거야. "그래도, 어떻게 사람 하나 구해서 다행이군" 나는 모닥불의 옆에서 자고 있는 걸레나 다름없는 옷을 걸친 소녀를 보면서 한숨 을 내쉬었다. 마치 무슨 제물에 바쳐지는 것처럼 각종 언데드들의 가운데에서 가 슴에 창 찔린채로 허망한 미소를 짓고 있던 소녀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약간 섬 뜻하다. 아니, 어떻게 아까처럼 대량의 언데드들이 나오게 된거야? 물론 전부 죽 여버려서 다시는 나타나진 않겠지만, 오자마자 이런일을 겪어버리면 정말 황당하 다고. "쳇, 괜히 혼자 나왔나?" 나는 모닥불에 장작을 하나 더 집어넣으며 중얼거렸다. 물을 듬뿍 머금어서 장작 으로서의 효용도는 눈꼽만치도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였지만, 샐레멘더로 피워놓은 모닥불에서는 훌륭한 연료가 되어주고 있었다. 콰이헤른의 부탁도 있고 해서 별로 오래 걸리지 않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번 에는 별다른 일행도 없이 그냥 혼자 나왔다. 그래봤자 지난번엔 데리고 나가지 않 았던 스퀄이 같이 있다는것 뿐일까? "스퀄. 별일 없지?" "크르르르…" 흑표범의 모습으로 동굴의 앞에 앉아있던 스퀄은 귀를 쫑긋 하고는 나를 스윽 돌 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입구 감시에 들어갔다. 내가 콰이헤른의 말을 듣고서 출발한것은 오늘밤이었다. 기왕이면 빨리 엘프들의 일을 해결하고 조금 놀아볼 요량으로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따돌리고 스퀄만 데리 고서 나왔다. 목표는 렌디너스 왕국에 있는 '그레니틴 산맥'의 중심부 밑이었다. 일단 월광 수선화를 먼저 채취하고서 영석의 형체화 장소를 탐색해볼 생각으로 이 곳에 오게 되었는데 오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흑수리의 형태로 하늘을 날 아다니던 스퀄이 갑자기 삐에에엑~! 하고 울기에 급하게 가보니 한 소녀가 가슴에 창이 찔린채로 시꺼멓게 썩어가는 언데드들의 한가운데에서 뭐가 그리 좋은지 싱 글싱글 웃어가면서 죽으려는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지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 던 어쨌던 그런것은 별로 상관 없었기에 나는 스퀄과의 협공으로 언데드들을 전부 쓸어버렸다. 그리고는 소녀를 구해와서 바위 절벽의 한쪽에 노움으로 동굴을 만들 고 들어와서 모닥불을 켠채로 이렇게 하염없이 내리는 빗방울을 보고 있는 중이었 다. "일단… 월광 수선화부터 채집하러 가야하나? 아니면 이 아이부터 어떻게 해결을 봐야할까?" 동시에 약간의 고민도 겸해가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아직은 잘 시간도 아니 니까 말이야. 그러고보니 저 소녀에게 줄 옷도 좀 마련해야 겠는걸? 저건 좋게 말 해도 걸레밖엔 안되는 옷이잖아? 나는 배낭을 뒤지기 시작했다. 대략 5피트 정도 로 보이는 키에… 나이는 대략 열 세살? "그러고보니 적당한 사이즈의 옷이… 있던가?" 일단 우리집(?)에는 저런 크기의 아이가 없으니까 말이야. 나미아의 키는 대략 4 피트 정도로 이 소녀보다 훨씬 작다. 아니, 어차피 내 옷들은 착용자에 따라서 사 이즈의 조정이 가능하게 된것도 몇개 있으니까 적당한걸로 마련하고서 음식준비나 하면 되겠구나. "콜록! 콜록!" "응? 벌써 깨는 거야?" 나는 배낭에서 옷들을 꺼내놓고 냄비와 여러 음식 재료들을 꺼내놓으려는데 누워 있던 소녀가 기침을 하면서 깨어나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에… 일단 몸에 난 상 처들을 내가 회복을 시켜주었으니까 빨리 일어날거라 짐작은 했었지만 이거 너무 빠른걸? 가슴에 찔린 상처도 보통 상처가 아니어서 고치는데 좀 어려워서 일어나 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 아아… 콜록! 여기…?" 소녀는 몸을 옆으로 눞더니 기침을 하면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고, 나는 배낭에 서 음식재료들을 꺼내면서 말했다. "그냥 있어라. 상처를 일단 고쳐두긴 했지만 체력까지 회복된건 아니니까" "콜록! 콜록! 에에…? 에? 나…, 여긴…?" 소녀는 상체를 일으키고는 주위를 돌아보았고, 동굴의 속에서 나와 스퀄, 그리고 자신 외에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신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넝마가 되 어버린 옷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마침내 자신의 가슴까지 더듬어보던 소녀는 창에 찔린것 때문에 가슴부분이 상당히 노출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팔로 가슴을 가렸 다. 음… 그래봤자 열 세살짜리의 몸에는 별로 관심 없거든? "일단 이걸로 갈아 입어라. 그 걸레를 더이상 걸치고 있고 싶지는 않겠지?" "예? 에… 그, 그러니까…" "어린애의 몸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 멀쩡히 아내가 있는 몸이야. 너보다 약간 작은 딸도 있고. 그러니까 걱정말고 갈아입어라. 어차피 보지도 않을거야" "…" 아내가 '둘이나' 있는 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좀 참아가면서 나는 친절하게 말해주면서 고개를 돌렸고, 소녀가 옷을 받아들고는 갈아입는 소리가 들렸다. 나 는 아무말 없이 고기와 야채등을 준비해서 간단히 스튜를 끓일 준비를 했고, 소녀 의 옷갈아입는 소리가 멈추었을때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응?" "구, 구해주셔서… 고마워요" 깜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소녀가 고개를 꾸벅 숙였고, 옷에 비해서 상당히 꾀죄죄 한 빛바랜 금색의 곱슬머리가 살짝 움직였다. 그래도 예의는 어느정도 아는군. 나 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연한 일이지. 사람이 죽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일은 할 수 없거든" "예에… 고마워요…" "일단 갈아입었으면 모닥불 가까이 앉아. 씻는 것은 나중에 해결하도록 하고 일 단 간단하게 배부터 채우는게 좋을테니까. 잠깐만 기다려" "네…" 소녀는 엉거주춤하게 모닥불 가까이 와서 열기를 쬐고 있었고, 나는 동굴벽에서 돌을 몇개 뜯어내어 모닥불 근처에 둘러세운 다음 냄비를 올리고 물을 부었다. 일 단 물을 끓인 다음에 조금 떠서 따스한 차라도 주는게 좋겠군. 그리고서 스튜하고 빵을 주고 조금이라도 먹게 하는것이 좋겠지. "이름이 뭐니?" "…예?" 소녀는 모닥불을 조용히 응시하다가 화들짝 놀라면서 되물어왔고, 나는 피식 웃 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름. 이름이 있을거 아냐?" "전… 안스란… 안스란 메이…예요" "안스란 메이? 예쁜 이름이구나. 난… 라이니시스. 라이니시스 이켈라인" "라이니…시스?" "그래. 라이니시스" 설마하니 내 이름이 여기까지 퍼졌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레리첸트하 고는 거의 상관없는 나라인 렌디더스 왕국에까지 내 이름이 알려졌을리는 없으니 까 말이야. 제국에서는 내 본명을 못썼지만 여기서라면 괜찮을 것이다. 소녀는 내 이름을 듣더니 고개를 꾸벅하고 숙이면서 말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니시스씨" "인사를 여러번 할 필요 없어. 그럼 난… 안스란이라고 부르면 되지?" "네…" 안스란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일단 날 경계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나는 적당히 야채를 다듬었고, 고기를 꼬치에 꿰어서 구으면 서 적당히 요리준비를 했다. 스튜에 넣을 고기는 일단 볶아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 그냥 구워야지. 꼬르르륵… 고기 굽는 향기가 동굴안을 가득 메우자 안스란의 배에서는 금새 밥을 달라는 신 호가 울렸고, 조용한 동굴속에 비해서 그 소리는 조금 크게 들렸다. 나는 잠시 황 당해하는 눈으로 안스란을 보았고, 안스란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눈으로는 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난 웃지 않을 수 없 었다. "푸, 푸후훗, 푸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킷!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 비가 내리는 어둠속의 한 동굴에서는 그렇게 잠시동안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 ------ 에. 일단 연재가 늦었습니다. 집에 늦게 들어왔거든요. 아무튼.. 연재 재개하니.. 세상이 옥죄는.. 이건 아닌데.. 어찌되었든 다시 돌아왔으니 봄되기 전까지는.. 성실연재로 일관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들어가서 월요일에 다시 오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도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5 회] 2003-01-06 조회/추천 : 1222 / 1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5.04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 무엇인지… 안스란은 언데드들에게 쫓기느라 허기가 졌는지 내가 주는 음식들을 모조리 받아 먹기 시작했다. 대체 저 작은 몹집의 어디에 그렇데 많은 음식들이 들어갔을까 의 문이 들었지만, 안스란은 그런 나의 의문-알 수가 있나-에도 불구하고 계속 끊임 없이 먹기만을 계속했다. "천천히 먹어. 아직 많으니까" "아, 음, 꿀꺽! 예에" 그래도 여자아이라고 볼을 살짝 붉히면서도 내가 건네주는 주스와 빵을 마다하지 않는것을 보면 이거 마치 굶어죽은 아귀(餓鬼)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는것 같다. 설 마하니 음식이 모자르면 날 잡아먹겠다고 덤벼드는거 아냐? 음… 본체로 돌아가면 아무리 아귀라고 해도 꼬리 하나 다 먹기도 전에 배불러서 승천할걸? 아, 그러고 보면 내 꼬리도 잘리면 복구가 될까? …에라, 내가 무슨 도마뱀이냐. "푸하… 잘먹었습니다" "그, 그래" 나는 잠시 안스란이 먹어치운 빵 8덩이와 스튜 6그릇, 주스 4잔에 사과 3알의 잔 해들이 안스란의 주위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서는 약간 황당해 하면서 말했다. 어떻게 된 아이가 먹는게 거의 나하고 비슷하냐? 안스란은 매끈한 동굴벽에 기대어서 한숨을 포옥 내쉬고는 즐거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나는 대충 그릇들을 치웠다. 둘이서 먹은 것을 합치면 웬만한 4인 일행이 한끼 먹을 양이 나오는군. 조금 모자르긴 하겠지만 말이야. 나는 대충 그릇들을 정리하고는 모닥불에 장작을 하나 더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어째서 쫓기고 있었던거지?" 특별히 언데드라는 말은 안넣더도 될것 같았기에 나는 목적어를 생략했고, 안스 란은 행복감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다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 "모르겠어요. 아마 자기들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해왔던 거겠죠" "네가? 어째서? 어떻게? 암만 봐도 그렇게는 안보이던데?" 안스란의 어두운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솔직히 말해서 어린 여자아이 한명 이 그 많은 언데드들에게 무슨 해가 된다고 말이야? 내가 처음 보았을 때만 하더 라도 안스란이 가슴에 창이 한자루 푸욱 박혀진 채로 쓰러져 있었는데 말이야. 암 만 상황을 보아도 안스란이 언데드들에게 위협이 된다? 허, 이런 말도 안되는 말 이 있을 수가 있으려나? "저도 모르죠. 마을에 남자아이 한명이 죽은거 가지고 왜 마을 사람들 모두 저를 죽이려 드는지…" "자, 잠깐. 마을 사람들? 마을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었던거야?" "예? 네. 마을사람들이… 왜 그러세요?" "……"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설마하니 언데드와 인간이 어울려 사는 마을이라고는 듣도보도 못했는데? 그런데 지금 안스란은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쫓아왔다고 했고, 내가 본 바로는 분명 안스란의 주위에서 그 앨 죽이려고 했었던 녀석들은 안광(眼 光)이 시뻘겋에 빛나는 채로 피부색이 시퍼렇게-또는 보라색으로- 변한 언데드들 이었다. 일단 좀비Zombie와 구울Ghoul같은 녀석들이 적절하게 섞여 있던것으로 봐 서는 명백한 언데드 무리인데… 설마하니 언데드와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무 시무시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아저씨?" "…마을 사람들이 언데드냐?" "네?" "걸어다니는 시체였었냐고" "아닌데요" "사람이지? 살아있는" "예" 안스란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듯이 날 쳐다보았고, 순간 나는 내가 이 상한 질문을 한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분명 안스란은 태연스럽게 진실 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분명히 내가 본것은 언데드들이었단 말이다! 이걸 어떻 게 설명해야해?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고민에 잠겼고, 잠시후에야 결론을 내 렸다. "에라. 고민해봤자 소용없지. 잠이나 자자" "예?" "아직 밤이야. 잠이나 자고서 움직여보자. 나중에 네가 쓰러져있던 장소로 가보 자는 이야기야" "아, 네에…" 안스란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대답하고는 자기가 누워있었던 모포속으로 스르륵 들어갔고, 나도 나의 모포를 배낭에서 꺼내 바닥에 깔고는 그 위에 누웠다. 어찌 되었든 내일 가 봐야 알것 같군. 그래, 일단 잠이나 자자! "암만 봐도 언데드란 말이야…" 나는 지난 밤에 스퀄이랑 같이 한껏 베어 제꼈던 언데드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분명히 내가 이것들을 베어제끼면서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었지. 그렇다면 이것들은 분명히 언데드라는 소리다. 일단 허리를 두동강내고, 팔을 잘라버리고, 목과 몸을 분리시켜도 선홍색 피가 솟구치기는 커녕 검게 변한 찐득한 피가 몇방 울 나올뿐 아무런 징후도 없이 쓸지던 것들을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겠어? "그러고보면 나도 참 대단해. 인간이 죽으면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도 인간형태 의 언데드들에게는 가차없으니까 말이야" 나는 지난밤에 내가 시료스로 절단한 어떤 팔뚝의 절단면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분명히 출혈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원래부터 피가 돌지를 않았기에 출혈이 일어날리가 없는 이 절단면은 분명 언데드의 그것이다. 그렇다면 안스란이 말한것은 무엇일까? 여기저기 더러워지긴 했지만 언데드들이 입고 있는 의상은 대부분 깨끗했다. 마 치 마을에서 살다가 막 외출을 나온것처럼 깨끗한 옷을 입고 있었다. 안스란의 말 대로 이들이 마을에서부터 자신을 쫓아왔다고 치면, 이들의 의상은 충분히 설명이 된다. 하지만 이들이 언데드라면? 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어느 세상에 언데드 들이 마을에서 살면서 옷도 갈아입고 목욕까지 하는 생활을 하겠는가! 나는 들고 있던 팔뚝을 내던지고는 아래쪽을 향해 말했다. "안스란! 좀 괜찮아?" "네에…! 괜찮아요…!" 여기에 올라오면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던 안스란은 이곳의 참상을 보고서 는 어제밤에 먹은 대량의 음식들이 반란을 일으키는지 입을 틀어막고 순식간에 내 려가서는 급격이 토해내기 시작했고, 나는 스퀄을 내려보내 안스란을 호위하게 했 다. 그래서 지금 들려오는 안스란의 목소리는 매우 힘없는 목소리였다. 나는 주위 를 둘러보고는 더이상 얻어낼 것이 없었기에 그만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일단, 뒷정리는 해야겠지" 나는 샐레멘더를 불러내서 언데드들의 시체들을 전부 태워버리라고 하고는 밑으 로 내려갔다. 일단 높을곳이라서 시체타는 냄새가 밑으로 내려오지는 않겠지. 바 람에 전부 쓸려갈테니까 말이야. 약간 굴곡이 심한 바위들을 타고 내려가니 안스 란이 앉아있는 스퀄의 위에 주저앉아서는 새하얀 얼굴로 숨을 몰아쉬는게 보였다. "하아… 하아…" "괜찮아?" "하아… 네에" 안스란은 힘없는 얼굴로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 눈엔 전혀 그렇게 보이지가 않았 다. 어제 먹은 양도 양이니 만큼 도로 꺼내기 매우 괴로웠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죽기 전에는 많이 경험했다고. 술먹고 기절해서는 일어나서 먹은것을 확인하 고 잠드는 작업을 여러번 했었지. 난 일단 억지로 일으키기 보다는 조금 숨을 돌 린 후에 가는것이 좋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안스란의 옆에 있던 바위에 걸터 앉았 다. "일단 확인을 해봤는데 전부 언데드였어. 살아있었던 사람은 아니야" "…마, 말도 안돼요! 분명히 절 쫓아오면서 그렇게도 절 잡아 죽이려고 하던 마 을 사람들이 분명했는데…!" 안스란은 엄청 놀라하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믿기지가 않는다구. 서로 가 주장하는 바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거잖아. 하지만 서로의 눈에 비췄던 모습 이 어떤것인지는 잘 모르지. 후우… 일단 확인이나 해볼까? 싸이! 「어떤것을 확인하면 되지?」 인사도 없이 그냥 나오냐. 뭐, 너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것 이 조금 이상하지만 말이야. 안스란의 기억을 들여다 봐서 과연 '마을 사람들'이란 존재가 인간인지 아니면 언데드였는지 확인해줘. 「불신하는것인가? 세상에 믿음이 없는것이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군. 저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마을사람들은 분명한 인간이다. 숨쉬고, 보통의 생각을 하던 보 통의 인간들이었다」 그래? 알았어. 일단 들어가봐. 「알았다」 싸이가 다시 내 마음 어딘가로 잠수를 해버리고 나서 나는 생각해보았다. 분명히 살아있는 인간이다. 하지만 내가 본것은 언데드였다. 그렇다면 이 관계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좋은 결론은 뭘까?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것이지. "안스란. 움직일 수 있어?" "예? 아… 그러니까, 죄송해요…" "그래.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앉아있어. 스퀄, 일어서라. 이동한다" "에? 꺄아악!" 안스란은 나의 말에 스퀄이 일어서자 중심이 잠깐 흐트러지면서 스퀄에게 매달렸 고, 스퀄은 위에 태운 사람 한명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매끄러운 걸음걸 이로 움직였다. 안스란은 스퀄이 걸을 때마다 약간씩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스퀄의 위에서 편안하게 자세를 잡고는 갈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안스란, 너의 마을로 가보는게 좋을것 같다. 어느방향이지?" "예? 에… 그러니까… 잘 모르겠어요. 그냥 무작정 도망쳐와서…" "그래? 뭐, 하긴 그것도 그렇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고, 이내 나의 눈에는 우리가 있는 방향을 향해서 누워있는 풀들과 꺾여진 가지들이 보였다. 호오라, 저기인가? 한두명이 다 닌것이 아닌 우르르르 몰려왔던것 같은 자국들이 나의 눈에는 매우 선명하게 보였 다. 아주 숲안에 길을 만들어 놨구만? "저쪽이다" "어떻게 알아요?" "아는 방법이 있어" "…?" 나는 그냥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고, 안스란은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내가 설명 하기가 귀찮다던지 하는것은 절대, 기필코 아니다. 무슨 이유에서냐 하면… 그러 니까… 그게… 하여튼 다른 이유가 있어서지, 절대 귀찮다거나 하는게 아니야! 절 대로! "이상한 아저씨야" 뒤에서 스퀄의 등에 타고있던 안스란이 중얼거렸고, 나는 보이지 않는 한숨을 쉬 었다. 어찌되었든 나는 안스란과 언데드들-마을 사람들?-이 왔을 것이라고 생각되 는 길을 되짚어가기 시작했다. 음… 생각해보면 월광 수선화만 채취해서 그냥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조금 시간이 늦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미리안하고 에실루나에게는 '대략 3~4일쯤 걸릴거야' 라고 말했지만, 이거 생각보다 조금 더 길어질지도 모르겠는걸? 오늘이 11월 14일 이니까 영석의 형체화와 월광 수선화의 채취일까지는 약 한달정도? 안스란의 마을 사람들에 관한 의문을 해소하고, 안스란을 어디 좋은 곳으로 정착시켜준 다음에, 나머지 일을 해결하러 가도 충분한 시간이다. 일단 나중에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좀 늦얼것 같다는 연락을 넣어주고서 그레니틴 산맥의 아래쪽에 있는 평원을 살펴 봐야겠다. "그런데 안스란. 너네 마을은 대충 어떤 마을이야?" "예? 음… 그러니까, 어떤거요?" "사람이 얼마나 살고, 사는 수준은 어떻고 하는 그런거 있잖아" "에… 사람이라면 대략 200여명이 살아요. 다들 굶주리는 일은 없지만 흉년이라 도 들면 그냥 굶어야지요. 그래도 다들 서로를 도와주면서 살려고는 해요. 제가 그 속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말이예요…" "아, 괜한 것을 물었구나" "괜찮아요. 이젠 익숙하니까요" 안스란은 내가 뒤를 돌아보자 방긋 웃었고, 나는 마주 웃어주었다. 어떤 일이 있 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린 나이에 조금 험한 일을 겪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 단 마을에 도착해 봐야 뭘 알 수 있기나 하겠지? -------------------------------------------------------------------------- ------ 안녕하세요 이그니시스입니다. 새해 첫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남도늬 끝자락에 다녀왔었습니다. 눈이 내리는게 장난 아니더군요. 눈구경은 실커하고 왔습니다. 서울에 오니 눈은 별로 없어서 약간 실망했지만.. 뭐, 나름대로 괜찮지요. 오늘로 3개 갑니다.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6 회] 2003-01-06 조회/추천 : 1169 / 1 글자 크기 8 9 10 1 1 12 005.05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 무엇인지… "근데 안스란. 지금 나이가 몇이야?" 나는 숲을 걸어가면서 뭔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안스란의 신상부터 캐고 들어갔 다. 나이를 먼저 물어본것은, 일단 안스란이 우리 나미아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이지. 설마하니 나미아보다 어릴까? 어쩌면 나미아하고 같거나 그 보다 약간 위겠지. 돌아다니는 동안은 함께 지내야 할것 같으니까 여러가지 알아 두는것이 나름대로 편하다. "16세요" "…16살?" "네. 올해로 16세예요. …왜 그러세요?" 나는 안스란의 말에 발은 걸어가고 있으면서도, 머리는 황당함에 의해 굳어버렸 다. 16세? 저 얼굴에? 나는 잠깐 안스란을 보았고, 안스란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 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보-는 척 하-며 걸어가며 생각했다. 저 얼굴에 저 나이 라면 저건 동안(童顔)의 수준을 넘어선 일종의 성장장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도 든다. 아무리 많이 봐줘도 12~13세의 얼굴을 하고서 16세라니! 내가 그래도 나 이를 파악하는 감각은 남들보다 뛰어나지는 않을지언정 못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오 고 있었는데, 16세라…. 허허, 이거 생각보다 나이가 많군. 나는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는 말했다. "상당히… 어려보이는데?" "예? 그런편이예요. 아무래도 혼자서 십몇년간을 살다보면 먹는 것을 그렇게 잘 먹질 못하니까요" "혼자살어? 십몇년간? 그건 무슨 소리인데?" "예? 그러니까…" 안스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천하에 어리석고 바보스러운 멍청이인가를 뼈저리게 알았다. 바보같으니! 상처를 치료해 주지 못할망정 스스로 기억해내게 해서 그걸 후벼파냐! 안스란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를 죽게 하고 태어난 자식이다. 일단 말이 나쁘 게 들리지만 이 세계에서 대체적으로 통하는 미신중에 하나는 '어미를 죽이고 태 어난 자식은 저주받은 자식으로 주위에 폐를 끼친다'라는 것이다. 일단 이것은 어 느정도의 근거가 있는 소리라는것을 미리 밝혀둔다. 왜냐면 어머니가 없이 태어난 자식들은 대개 가정교육을 똑바로 받지 못해 제멋대로 자라나서 심성이 삐뚤어지 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하지만 안스란은 그런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왔 다. 비록, 주위의 사람들이 그앨 칩박하고 못살게 굴고, 괴롭혔어도 착하게 살아 왔던 것이다. 하지만 자식이 태어나면서 자신의 부인을 죽이게 된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 자 신의 자식이지만 정말로 찢어지는 마음일 것이다. 그에 대한 분풀이가 약간씩 이 루어지다가 어느 순간엔가 그것이 점점 커지고, 결국에는 안스란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밀쳤을때, 그는 난로의 모서리에 뒤통수를 찧고는 죽게 되어버린다. 실수를 기반으로 터진 사고였지만 사람들은 '역시 저주반은 자식'이라면서 안스 란을 멀리했고, 혐오했다. 다행이도 안스란의 집은 마을과는 떨어져있는 상태라서 큭 괴롭힘은 면할 수 있었지만,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마을로 내려갈 때마다 자신 에게 쏘아지는 시선과 말들에는 상처를 입지 않을수가 없었겠지. 하지만 근거없는 미신으로 발생된 궁중심리는 거의 관념의 수준으로 이르러서 사 람들의 머리속에 뿌리박히게 된다. 이제는 마을에서 무슨 변고만 일어나면 사람들 은 안스란을 먼저 닥달하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죽기 전에 살던 지구에서 중세시 대에 벌어진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처럼 사람들은 안스란을 거의 마녀사냥의 수준으 로 몰아붙였고, 안스란은 정말로 생명의 위협까지 몇번씩 느껴야했다. 그러던 도중 며칠 전에 마을에 살던 또래의 남자아이 한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 고, 그녀석이 안스란을 제일 많이 괴롭혔던 녀석들중에 하나였다는 이유 하나만으 로 안스란은 화형을 당할뻔 한 채로 도망나온 것이다. "마을에 돌아가도… 괜찮을까요?" 안스란은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일단 그 건 마을로 가봐야 아는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하나가지 궁금한 것은 안스란이 말 했던 마을사람들은 생생한 사람이었고 내가 죽인것들은 모두 언데드였다. 이 두가 지 사이의 갭은 엄청나게 크고 큰 것이라서 일단 이것부터 해결하고 봐야될 문제 이다. 과연 안스란이 살던 마을에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언데드가 있을것인가? 항상 늘 그렇듯이, 이런 종류의 의문은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적어도 공생관계라고는 보기 어렵겠지?" "……" "안스란? 괜찮… 기절했군. 오히려 잘된건가?" 나는 앞에 벌어진 처참한 광경들, 흔히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나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의 반은 언데드, 반은 산 사람인데 아 무리 봐도 저 모습은 저들이 예전부터 친분관계를 쌓아왔다고 생각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일단 언데드들은 살아있는것들을 증오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죽이려고 애를 쓰고, 사람들은 그에 맞서서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도망가던지 아니 면 싸우는 그런 상황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쑥대밭'의 상황이다. 마을 하나가 완전히 뒤집어졌군. "크아아아악!" 근처를 걸어가던 좀비 비슷한 녀석이 좀비의 움직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움직 임으로 나에게 뛰어들었고, 나는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들어서 양손으로 잡고는 그 대로 일도양단 해버렸다. 역시 바스타드는 양손으로 잡는게 더 힘이 실려서 좋군. 나의 양 옆으로 두도막난 시체가 털썩 쓰러졌고, 약간의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런 녀석들에게 까지 내 피가 두근거린다면 난 앞으로 외출을 아예 나오덜 말아 야 하겠지. 죽어서까지 미련남아서 '으워어~'거리며 돌아다니는 약해빠진 녀석들 에게까지 투자할 인간성 따윈 내게 없다! 늬들이 살아생전 어떤 녀석들이었는지는 절대로 내 알바 아니고, 늬들이 날 죽이겠다면 나도 너희들에게 똑같은 권리를 행 사 할 수 있다는 말이지! 자아 어디한번 덤벼…! "…그런다고 떼거지로 덤빌건 뭐야?" 내가 한명을 일검에 잘라버린것을 안 모양인지 언데드들이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 었다. 그것도 다른 산사람들을 쫓아가던 녀석들까지 전부 나에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약간의 시간동안 나는 반원의 포위망에 휩싸이게 되었다. "흠… 대략 사오십?" 나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주루룩 훑어보면서 그 수를 가늠해 보았고, 검으로 일 일이 잘라버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아니, 무리가 있다기 보다도 상당히 귀찮은 작업이고, 일일이 잘라버리는 동안 마을에선 희생자가 더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나는 그냥 나에게로 몰려든 녀석들을 한번에 물리쳐버리기 로 했다. "영화같은데서 보면, 이런녀석들에겐 불이 가장 효과적이라지?" 나는 와이어를 가늘게 뽑아내면서 팔을 서서히 무한궤도로 휘둘렀고 그러면서 시 료스에는 익스트림 파이어Extrem Fire의 마법을 걸었다. 점차적으로 뽑혀 나오는 와이어를 따라서 불이 번지기 시작하였고, 나의 주위에는 붉은 불이 이글이글 타 오는 와이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대략 30야드정도를 뽑았을까? 가늘은 불의 줄 기들이 만들어내는 화염무(火炎舞)에 좀비-호칭을 통일해서-들이 쫄았는지 가까이 다가오지를 못하고 있었다. 좀비가 아니더라도 분명 겁에 질릴거야. 나는 그대로 저벅저벅 걸어가면서 말했다. "난 싸움을 즐기는 편이 아냐. 죽이면서 웃는 취미도 없어. 물론 너희들이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냥 간단히 정신제압으로 끝을 보았겠지만 인성이란것이 남 아있을리 없는 너희들에게는 그냥 죽음이 있을 뿐이지. 어쩔 수 없어. 대부분의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너희들이 죽어줘야 하는것은 정당한 사실이야" 이른바 정당론이지. 하지만 조금 착잡한 심정이다. 한때는 살아있으면서 생의 행 복을 느꼈을 녀석들인데 이렇게 가차없이 없앤다는 것은… 하지만 그것 보다도 지 금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어차피 세상은 이런거야. 다수를 위해서 소수 가 희생할 수 밖에는 없는 세상이지. 나는 천천히 다가가면서 팔을 휘둘렀고, 그러자 불꽃을 휘감은 와이어가 춤을 추 기 시작했다. "크아아!" "케에에엑!" "캬아아아!" 갖가지 괴성들을 지르며 좀비들은 와이어에 절단됨과 동시에 절단면에서부터 불 꽃에 휩쌓였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도망가는 녀석들도 더러 있기는 하였지만 놓쳐줄 내가 아니었기에 그녀석들은 간단히 잡혀서 불태워져 버렸고, 사 오십의 좀비들이 불길에 휩싸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퀄! 이리와" 나는 와이어를 거두면서 말했고, 마치 나의 겉틀렛에 불꽃이 빨려들듯이 와이어 가 회수되며 붗꼴이 거둬졌다. 등에는 기절한 안스란을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면 서 스퀄이 이쪽으로 걸어왔고, 나는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타는 시체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럽게 웬 언데드들이 이렇게 날뛰는거야? 언데드들의 궐기…라고 해야할까? 어찌되었든 제국 건너편에서는 언데드들이 자 주 나타난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는 걸로 봐서는 이 일은 최근에 발생된 이상한 일 이라는 것인데, 나는 고개를 약간 갸웃거렸다. 일단 천천히 조사하면서 알아볼 문 제이고, 먼저 좀비들이 더 남았나 볼까? 나는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다. 좀비가 어디엔가 있다면 그것에 당하고 있을 사람이 있겠지. 하지만 내가 좀비들을 해치 운 뒤로 나의 주위로 몰려들어서 나는 거의 포위에 가깝게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와 숨소리 외에는 다른것을 듣지 못했다. 일단 내가 전부 물리친 거라고 생 각하고,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나 나눠볼까? 나는 청력에 집중하기위해 감은 눈을 떴고, 그러자 기다렸다는듯이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저어…" "무슨 볼일 이라도?" "실례지만… 누구신지 물어도 될까요?" 나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장년기의 청년이었다. 일단 내가 좀비들을 해치운것 을 보았는지 조심스러운 태도가 역력했고, 그것때문에 나를 경계하고 있는것 같았 다. 갑자기 나타나서는 단번에 사오십의 좀비들을 해치웠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여행자입니다. 이 소녀가 마을을 찾길래 도와주던 중이지요" 나는 스퉐의 등에 엎드려서 기절해있는 안스란을 가리키면서 말했고, 순간 말을 걸었던 남자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는 뒤로 두어발자국 물러서면서 사람들 을 향해 소리쳤다. "아, 안스란이다! 마녀의 자식이 돌아왔다!" "뭐, 뭐야?" "저 악마의 자식이!" "신이시여!"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웅성대기 시작했으며,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하나 같이 곱지 못했기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안스란이 어쨌기에 저렇게 언어 윤리심의삭제대상에 포함될 말들만 하는거야?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지만 사람 들은 그것보다도 안스란에게 관심이 더 가있었다. 그러던 도중 마을사람중에 한명 이 나에게 물어왔다. "혹시… 저 아이를 쫒던 사람들을 보진 못했습니까?" "사람들이요? 글쎄요. 저 아이를 죽이려고 했었던 '좀비'들은 보았지만 사람들을 보진 못했소이다" 나는 '좀비'라는 단어에 살짝 강세를 주었고, 사람들의 표정은 멍해졌다. 그러던 도중 어떤 한명이 외쳤다. "마녀의 자식이 사람들을 언데드로 만들었어! 그리고는 마을에 저주를 내린게 틀 림 없어!" "그, 그래! 다 저 빌어먹을년 때문이야!" "죽여라!" "마녀의 자식을 쳐죽여라!" 한명의 목소리는 점점 사람들에게로 번져서 사람들은 엄청나게 분노하기 시작했 고, 나는 기분이 팍 상해버렸다. 여기 마을 사람들은 무슨 집단 따돌림에 로망이 라도 가지고 있는거야? 나는 살짝 피어를 터뜨리면서 낮게 말했다. "시끄러" ! 나의 살기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고, 나는 머리를 한번 뒤로 쓸어 제꼈다. 일단 시야부터 정리를 하고서, 난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 ------ 마녀사냥은 정말로 처절하였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사냥'이었지요. 말하자면, '편견에 의한 집단 따돌림의 결정판' 이랄까요. 개인적 견해입니다. 뭐, 알고보면 여러 사회적 문제가 겹쳐서 일어난 것이지만.. 중세에서 르네상스와 함께 제일 좋아하는 사건이기도 하지요. 냐하하핫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7 회] 2003-01-06 조회/추천 : 1397 / 11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5.06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 무엇인지… "일단 난 외부인이라서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대충 들어서 알고는 있지. 당신 들 대체 무슨 피해의식을 떠넘기려는 생각으로 가득찬 몽상가들이요? 이 아이가 대체 뭘 어쨌다는 거길래 이 아이를 핍박하는거요? 증거라도 있는거요?" "저, 저 애가 우리 마을에 나면서부터 우리 마을은 망해가기 시작했단 말이야!" 나는 누군가가 발작적으로 소리친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거야, 끼워맞춘다 면 뭐든지 안되겠나? 나는 한숨을 쉬고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망해갔는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시지 그러시죠? 혹시 그 망 해간다는 일이 안스란이 잉태되기도 전에 있었던 평범한 일에 불과하지 않는 것 은 아니겠지? 천재지변이야 얼마든지 좋게도, 나쁘게도 날 수 있는것이고, 당신 들도 머리가 있다면 생각을 해보시요. 과연 안스란이 태어난 후의 일들이 다 저 애의 탓인지를. 어차피 나야 외부인이라서 정확한 사정따윈 모르지만, 댁들이 이 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건 거의 광신도들이 날뛰는거 같단 말입니다" 나는 팔짱을 끼고는 조용하게 그들을 비판했다. 어차피 악마의 자식이라던지 마 녀의 딸 등등의 그따위 호칭은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진짜 악마의 자식이라면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고, 저주를 내리면서 살다가 생후 2년이면 악마들이 살고 있 는 어비스Abyss, 게헨나Gehenna, 나인 헬Nine Hell로 알아서 갈 것이다. 또는 아 스트랄 플레인으로 이동해 버릴 수도 있지. 일단 악마의 피를 이어받게 되면 그때 부터는 거의 물질계와는 관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안스란이 만약 그런 아이라면 내가 악마 특유의 기운을 느꼈을 것이고, 좀비들 따위에게 둘러 쌓여서 죽을 위기 에 처했을리도 없다. "하지만 그 마녀의 자식이 마을을 망치고 저주를 내린것에는 틀림이 없소!" 마녀의 자식이라…. 사실 이것도 뭐 마법에 무지한 일반인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환상에 가깝다. 그냥 농사짓고 사는 일반인들이 마법사를 볼 기회가 얼마나 있으 며 마법을 접할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강력한 힘에 대해서는 일단 배척부터 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마법이란것은 상당히 부정적 인 인식이 강할 것이고, 마녀라는 것도 사실 그런 편견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사람들 정말 심각하네? "잠깐, 그렇다면 안스란의 어머니가 마녀였다는거요?" "무…! 그, 그것은 아니지만…" 당장에 말문이 막히는 사람들. "…뭐야. 그러면 결국 욕구불만걸린 사람들이 저지른 집단 괴롭힘에 불과하군?" 나는 대놓고 적개심을 드러내면서 말했고, 사람들은 당장에 발끈했다. 그들은 마 을을 지키려는 숭고한 의지가 어쩌고, 마녀는 아니었지만 안스란은 요녀이며 반드 시 물리쳐야 한다는둥의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나는 머리로 피가 쏠리 면서 열이 팍 받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 열 여섯살 짜리 아이 가지고 무슨 못하는 말들이 없는거야! 나는 땅을 한번 크게 박찼고, 조금전에 나의 피어를 당한 사람 들은 자동적으로 입을 다물고 하는 행동을 멈추었다. "일단 당신들의 이야기는 다 수렴 하겠어. 그렇다면 그 '틀림이 없다'라는 말의 의미부터 누가 좀 설명해 주겠어?" 나는 어투를 바꾸어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대들에게 예의를 차려봤자 거기서 거기다. 먼저 예의가 없는데 이쪽에서 암만 예의를 차려봐서 뭔 어쩌란 말 인가? 내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바로 '틀림이 없다'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대체 마을을 상대로 저주를 거는 의식을 보기라도 했다는건가? "그럴것이 뻔하니까 그런것 아닌가! 오늘만 해도 안스란이 저주를 걸어서…!" 나는 무턱대고 뭔가를 밀어붙여보려는 사람에게 검을 들이댔다. 거리가 거리니만 큼 닿지는 않았지만, 그는 마치 나의 검 끝이 자신의 목줄기에라도 닿아있다고 느 끼는 모양인지 뒤로 두어걸음 물러서려다 넘어져버렸다. 나는 그와, 마을 사람들 전체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안스란이 저주를 걸어? 웃기는 소리 하지마. 죽은 사람을 좀비로 되살리는것은 웬만한 고위 마법사나 고위 신관이 아니면 못하는 일이야. 그리고 안스란은 마법 사도, 신관도 아니야. 그냥 평범한 소녀일 뿐이지" "주, 죽은 사람?! 웃기지마!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고!" "…뭐?" "갑자기 살아있던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해서 사람들을 습격한거란 말이야! 이게 저주가 아니고 뭐야?!" 나는 잠시 마을사람들의 말에 멍해있어야 했다. 아니, 죽은 사람이 무덤에서 일 어나는거야 일단 죽었기 때문에 마나나 신력으로 그것이 가능하겠지만, 살아있는 사람이 갑자기 좀비로 변한다고? "그, 그게 정말이야?" "그래! 나와 갑자기 이야기하던 메피니가 갑자기 몸을 부를 떨더니… 나도 상처 를 입어서 하마터면 당할뻔 했어! 그리고서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변했고! 이 게 저주가 아니면 뭐란 말이야! 안스란이 내린거야! 안스란이!" 남자는 스퀄 위에서 기절해 있는 안스란을 가리키면서 발작적으로 외쳤고, 그의 어깨와 팔, 다리에는 피가 약간 배어나오는 붕대를 감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좀비에게 당한듯 싶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군. 나는 일단 이것이 저주라는것에는 동의하기로 했다. 산 사람이 갑자기 좀비화 되어버린다는것은 특정한 저주의식이 나 마법이 아니면 안되거든. 하지만… "어째서 그러니까 안스란이냐고?" "저것이 평소 우리에게 앙심을 가지고…!" "지랄하네. 안스란이 범인이었다면, 평소에 잘 대했어야 했을거 아냐? 너희들이 얼마나 싫었으면 저주의식까지 걸겠어? 그리고 내가 장담하는데 안스란은 범인이 아니야. 네 말에 따르자면 안스란도 좀비로 변한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는 중이었 거든? 가슴에 창을 찔려서 죽을 뻔도 했고 말이야" 나는 안스란을 안아올려서 가슴에 난 상처자국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치료할 요 량으로 냅두었던 것인데, 이럴때는 쓸모가 있군. 일단 상처는 가슴의 윗부분에 나 있었기 때문에 엄한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나의 말에 대꾸하던 남자는 상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죽을뻔 했기 때문에 더더욱…!" "바보냐? 나라면 내가 다치치 않을 방법으로 저주를 내리겠어. 그리고 너희들은 저주를 받아도 아무런 할 말이 없는거야. 애 하나를 두고서 몇년 동안이나 계속 괴롭혀왔던 거잖아? 나라도 여건 되었으면 저주했을거야" 마을사람들은 이내 조용해졌다. 자기들로서도 반론의 여지가 없음은 분명한 사실 이었기 때문이다. 원인제공을 자기네들이 해놓고서 결과를 당하니까 맘에 안들어 서 집단으로 분풀이 하는게 아니고 뭐란말인가? 결국 욕구불만인 사람들의 집단따 돌림 밖에 더되겠어? 나는 마을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비겁해 보이는 자 들이었다. 나의 갈 길이 바쁘기도 하지만, 이런곳에 안스란을 내려놓고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 살려놨는데 또 다시 이 아이를 사지(死地)로 몰아넣 는 일은 하고싶지 않거든? "쳇. 이딴 마을따위, 사람 사는데 도움은 절대로 안되는 마을이군. 당신들이 원 하는대로 안스란은 내가 데리고 나가겠어. 방해하겠다면 저기 불타버린 좀비들과 하등 다를게 없게 만들어 줄테니 알아서들 해보라고"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낮고 강하게 말했고, 그들중에서 날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 도 없었다. 실제로 막는다면야 죽이지 않고 그냥 지나가 줄 용의가 있지. 암만해 도 난 살인따윈 못하겠으니까. "스퀄, 가자" "크르르…" 스퀄은 목을 울리면서 대답하고는 안스란을 업고 천천히 이동했고, 나는 마을 외 곽에 보이는 집으로 걸어갔다. 아마도 저곳이 안스란의 집일것이다. 왜냐하면 무 진장 후줄근한데다가 아무도 신경을 쓰는것 같지 않지만 사람사는 흔적이 있었거 든. 안스란이 대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을에서 엄청 미움받고 있 었다는것은 거의 확실한것 같았다. 일단 나는 1마일이 조금 안되는 거리에서 눈으 로 물체의 식별이 가능하니까 여기서도 보이는 건데, 군데군데 무너질 징조가 보 이는 집이었다. 흠… 저런곳에서는 물건을 챙긴다고 해도, 뭐가 있을까? "크아아아악!" "으와악?!" "꺄아아아!" "딘! 딘! 왜그래!" 나는 갑작스럽게 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들린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 았고, 모여있는 마을사람들중에 한명이 자신의 몸을 끌어안고 엄청 괴로워 하는것 이 보였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주위에서 물러나 있었고, 그의 친우인듯한 사람들 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의 이름을 계속 외치고 있었다. "으아아아!" "딘! 디이인!" 딘이라 불리운 남자는 점점 괴로움에 몸부림치면서 얼굴이 새파래지고… 아니다! 고통 때문에 새파랗게 변하는게 아냐!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서 그에게 다가갔고,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동안 그는 온몸의 피가 돌다가 멈춰서 그대로 부패한 것처 럼 보라색에 가깝게 몸의 색이 변해갔다. 눈동자는 이미 검은자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허옇게 뒤집혀져 있었고,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저거… 뭐야?" 나는 굳어서 중얼거렸고, 그사이 덜덜 떨던 그의 몸이 굳었다. 병이라도 있어서 발작을 했다고 보기에는 지금의 상태가 매우 안좋아 보인다. 피부는 파란색에 가 까운 보라색으로 죽어가는 모습이었고, 눈은 번쩍거리는 살의를 가득 담고 있었으 니까 말이야. 그래, 저 모습은 마치… 내가 없애버린 좀비와도 같다! "그워어어어어!" 변신(?)을 마친 녀석은 하늘을 향해 두팔을 벌려 고함질렀고, 나는 온몸에서 소 름이 돋는것을 느꼈다. 저, 저런뜻이었나? 살아있는 사람이 변했다는것이? 하지만 왜?! 어떻게?! 어째서?! 나는 일단 칼을 뽑아 들었다. 제길! 그러면 내가 몰살시 킨 녀석들이 전부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다는 소리야? 그런 말도 안돼는…! 두근! 인식. 살인에 대한 인식. 마을사람들의 말에서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눈 앞에서 보고나니 그것은 나에게 현실로서 다가왔다. 온몸을 달리면서 용솟음치는 뜨거운 느낌이 나의 심장을 두들겼고, 그럴때마다 나는 점점 이성이 한조각씩 뜯겨져 나 가는것 같았다. 두근! 생각해보면 난 약하다. 육체가 강하지만 정신은 약하다. 보라. 곧 붕괴되어 버릴 것만같은 이 모습을. 나의 앞에 저것은 현실성이고, 나의 환상을 철저하게 부정하 고 그것을 깨트려 버렸다. 하지만 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저것 은 '현실'이었기 때문에. 두근!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인식해라! 인지해라! 모습 이 바뀌었지만 넌 사람들 죽였다! 죽였다! 죽였다고! "우아아아!" 나는 칼을 들고는 딘이란 녀석이 변한 좀비에게 달려들어서는 일격에 몸통을 세 로로 나누고는 다시 허리를 베어버렸다. 순식간에 네조각이 되어서는 그 짧은 시 간사이에 끈적하게 굳어버린 피를 흩뿌리며 무너져 내리는 시체를 보면서, 그리고 나의 손에 강렬하게 전해져오던 이 간각을 통해서 나는 현실을 느끼고 있었고, 그 것은 악몽보다 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현실성을 부수었고, 더이상의 악몽 이 날 괴롭히지는 못할… "으아아!" "크어어어억!" "커헉! 헉!" "으, 으아아!"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변하고 있었다. 나와 안스란을 제외한 모든이들이 변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 나에게는 피할 수가 없는 현실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는 나의 검을 거세게 부여잡으면서 몸을 떨어야했다. 이것은 악몽이다. 그래. 난 나쁜 꿈을 꾸는거야. 현실과는 거리가 먼 악몽. 하지만… 이건 왜이렇 게 현실과 맞닿아 있는거지? 왜! 왜! 나는 변하는 사람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돌 이킬 수가 없는 것이다.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변해가면서도, 나는 저것을 막을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그래서 난 한가지 일 밖엔 할 수 없었다. 검을 쥐고, 땅을 박찼다. "하아아압!"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또 이놈의 괴병이 도졌습니다. 주인공 괴롭히기.. 도질병이지요. 끌끌.. 수요일에는 제가 잠시 여행을 떠납니다. 일단 토요일에 돌아오기는 하는데.. 가기 전에 두어편을 더 올리던지, 아니면 외전을 써서 올려놓고 가겠습니다. 아마도 에실루나의 입주사건(!)이나 나미아와 오디의 변신(!)중에 하나겠군요. 전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때 한펼 더 들고 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라이니시스 전기] [198 회] 2003-01-08 조회/추천 : 709 / 6 글자 크기 8 9 10 11 12 005.07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 무엇인지… 베었지만 피는 뿜어지지 않았다. 끈적거리는 굳은 피가 몇방을 튈뿐. 점점 나의 이성은 마비되어가고 벤다라는 개념만이 머리는 지배한채로 나는 기계적인 움직임 만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것은 살인이 아니다. 그래. 나는 지금 살인을 하는게 아냐. 더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존재들 의 '장례식'을 치뤄 주는 것이다. 보라! 아무리 베어도 뜨거운 피를 흘리지 못하는 이들을! 자기들의 목소리로 자기들의 말을 하지 못한채 괴성만 질러대는 이들을! 이것은 살인이 아니다. 그래. 나는 지금 살인을 하는게 아냐. 계속 이대로 두면 언젠가 다른 여러 죄없 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잖아? 나는 그것을 조기에 방지하려고 하는거야. 어차 피 제대로 죽지도 않는 녀석들이니 얼마나 큰 피해가 날지는 당연하겠지. 나는 방 지하는거야!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그래! 난 옳은 일을 하고 있어! 그래! 난 옳은 일을 하고 있어! 그래! 난 살인을 하고 있어! "으아아아아!" 목에서는 괴성이 터져나왔다. 휘둘러지는 팔. 그리고 그 팔의 연장선에 있는 칼. 벨때마다 손으로 전해져오는 저 느낌. 칼날이 살갗을 가르고 가죽을 베며 근육을 자르고 내장을 파고들어 뼈를 절단하고 내장을 파고들어 근육을 자르고 가죽을 베 며 살갗을 가르는 느낌. 손끝으로 생생하게 전해져오는 그 느낌은 점점 예민해지 고 예민해진다. 그리고 점점 반복되어서 느껴진다. 그 위로 새로운 느낌이 전해져온다. 그 위로 새로운 느낌이 전해져온다. 그 위로 새로운 느낌이 전해져온다. 그 위로 새로운 느낌이 전해져온다. 그 위로 새로운 느낌이… 그 위로 새로운… 그 위로 … 그 … 이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우윽! 우웩! 우웨에엑!" 칼을 땅에 꽃고 거기에 기대어 나는 구토했다.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위장이 따끔거리는것 때문인지 아니면 가슴을 찌르는 고통 때문인지 눈물이 한두방울 아 롱지고, 숨이 가빠왔다. 하지만 아직 녀석들은 남아있었다. "으랴아아!" 나는 속을 진정시키고는 다시 칼을 휘둘렀고, 검붉은 몇방울의 액체가 다시 공중 으로 흩뿌려지며 한 존재가 생을 마감했다는걸 알려주고 있었다. 가슴이 콰악 막혔다. 하늘은 밝고 어두우면서 빨갛고 파라면서 노랗고, 밝고 어두우면서 빨갛고 파라 면서 노랗고, 밝고 어두우면서 빨갛고 파라면서 노랗고…… 쿠궁! 목이 잘린 좀비가 쓰러지는 소리는 너무나도 크게 들렸다. 귓가에서는 심장 고동 과 나의 숨소리가 수십배 확성된듯이 들려왔고 온몸의 피가 밖으로 뿜어질듯이 요 동치는 느낌이었다. 정신적인 인식. 내가 인식하고 느꼈기 때문에 난 괴로워하고 있었다. 분명 나와 얼굴을 맞대면서 싫은 소리들 뿐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이렇게 변해 버린것에 대해서 심심한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변해버린 그들을 내손으로 직접 해치운것에 대한 묵념을 시작하며 음악이 울려퍼지는것과 동시에 웃자! 크하하하핫! "아아…! 아! 으아아아아!" 머리를 감쌌다. 정신이 무너질것만 같았다. 손에 느껴오던 그 감촉들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잔인했고, 눈앞에서 베어지며 넘어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 린다. 그들이 정말로 죽어있었을까? 혹시 그들의 내면에서는 영혼과 올바른 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지 않았을까? 살려달라 울부짖고 있지 않았을까? 죽이지 말아달라 외치고 있지 않았을까? 그들에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닌 친척이 있을까? 그들이 얼마나 슬퍼할까? 그가 알던 모든 이들이 얼마나 눈물흘리면서 슬퍼할것인가? 그의 부모는? 그의 자식은? 수만가지의 생각들이 머리속을 해메이면서 점점 나의 온몸을 찌르고 들어가는것 같았다. 수십만개의 바늘이 몸을 찌르는듯한 느낌이 날 엄습했고, 손에서 찌르르 울리는 듯한 느낌은 손을 잘라버리고 싶은 기분이었다. 계속 베어나가던 도중 그 어느 시점에서 난 점점 무감각해졌고, 그런 모습에서 소스라칠 정도의 공포를 느 꼈다. 살인에 대한 공포. 나 자신에 대한 공포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즐거워하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공포! 궁극적인 파괴행위를 자행하면서 깊은 곳 어디에선가는 즐거워하고 있었다. 희열 을 느끼면서 계속 베! 좀 더! 더 세게!등의 목소리들이 귓가에서 아련하게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끔찍했다! 살인이란 행위는 이 세계에 살면서 언젠가는 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던 행위였다. 이런 세계에 살면서 꼭 죽이지 않으면 안될 일이 몇번은 발생하리라, 앞으로 만년 에 가깝게 남은 수명동안 한번쯤은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가능성을 염 두해 두고서 그것에 대한 대처방안을 생각해 놓긴 했지만, 이것에 대해서만은 난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이럴 기분인줄은 상상조차 했겠는가? "하아… 하아…" 난 거친숨을 몰아쉬었다. 실제로 운동한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심적으로 괴로웠 기에 나의 허파는 산소를 원했고, 심장은 거세게 박동하고 있었다. 고개를 흔들어 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해치운 좀비들의 잘린 조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목이 잘렸거나 허리를 잘린놈들, 또는 대각선으로 베어졌던 지 흉부 이상이 사라졌거나 조각난 녀석 등등 내가 벌여놓은 일들을 보면서 난 아 연실색해했다. 나는 더이상 볼 수가 없어서 땅을 칼에 박아넣은채로 고개를 푹 숙 여 눈을 감고 소리쳤다. "스퀄! 100야드 밖으로 물러나!" "캬오!" 스퀄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을때, 나는 심호흡을 했다. 코로 아련하 게 전해져오는 피비린내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마법을 사 용했다. "디퓨시브 익스플로전DiffusiveExplosion!" 콰강! 콰강! 콰가가강! 나는 나의 주위로 퍼져나가는 폭발음을 들으면서 이를 악물었고, 나에게 흙과 돌 들이, 그리고 시체의 파편들이 날아와서 부딪혔다. 그리고 폭발은 계속해서 퍼져 나갔고, 주위의 30야드 반경을 완전히 날아가버린 뒤에야 멈추었다. 나는 한쪽눈 으로 실눈을 떠서 주위를 살펴보았고, 나를 중신으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폭발자국 이 생겨난것과 더이상 시체들이 보이지 않는것에 한숨을 쉬며 눈을 마저 떴다. "실프, 샐레맨더" 팟, 파앗! 나는 이제 마무리를 지을 생각으로 두 정령을 불렀다. 더이상 이곳에서 있다가는 내가 완전히 부서져 버릴것 같았다. "이 마을을… 완전히 날려버려라" 나는 힘없이 명령하고는 칼을 집어넣고 천천히 발길을 돌렸다. 이내 불의 회오리 가 마을을 덮으면서 나는 소리들이 나의 귀에 들려왔고, 그때까지 날 괴롭히던 심 장소리와 숨소리는 그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을에서 기절한 이후로 안스란은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워낙에 충격이 컷 었던 탓이었을까? 안스란은 마치 편하게 잠든것처럼 스퀄의 등 위에서 색색거리는 낮은 숨소리와 함께 잘 자고 있었다. 일단 나는 근처 적당한곳에 야영지를 잡았다. 하늘을 보니 비가올 날씨는 아닌것 같았기에 그냥 야외에서 머물기로 했다. 저 뒤쏙에 산이 있었고, 그곳에 동굴같은 게 있을지 모르지만 첫째로 별로 멀리 가고픈 마음이 없었으며, 둘째로 내가 그렇 게 온전하게 기운을 남기고 있지 않았다. 아마도 후자쪽의 이유가 더 컸으리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자고 일어나니, 마을이 몽땅 사라져 있는걸 알면 얼마나 허망해할까?" 안스란, 너의 인생도 참 기구하구나. 나는 마을은 완전히 없애고 온 샐레맨더로 이번엔 모닥불을 피웠다. 장작은 아직 배낭에 남아있길래 그냥 그것 썼다. 하아, 기운없어라. "크으?" '안스란을 보호하라'라는 명령을 내려두었기 때문에 계속 안스란의 옆에서 누워 있던 스퀄이 뭔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고, 나는 뭐가 왔나 하면서 스퀄을 보았 다. 스퀄은 고개를 들면서 주위의 냄새를 맡더니 이내 천천히 일어서서는 어느 한 지점을 향해 금방이라도 달려들 자세를 취하고는 으르렁 거렸다. "크르르르…" "스퀄, 뭐야?" "크르르…" 스퀄은 계속 으르렁거렸고, 나는 나무에 기대어 앉아있던 몸을 다시금 일으켰다. 뭔가가 있다는 소리인데? 나는 일단 스퀄이 으르렁거리는 쪽에 대고 외쳤다. "거기 누구 있소?!" "크르…!" "스퀄. 앉아! 조용해! 안전하니까 나오시오!" 부스럭! 스퀄이 보던 방향의 덤불이 들썩거렸다. 그리고는 뭔가 검은 물체가 파 악! 하고 튀어나왔는데… 남자아이였다. "우… 우어… 우아아아!" 갑자기 뛰쳐나온 남자아이는 나에게 달려오더니 나와 부딪혀 넘어졌고, 그 다음 에는 주저앉아서 마구마구 울기 시작했다. 에? 에? 뭐야? 나는 잠시 당황스런 눈 으로 그 아이를 바라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온통 피범벅이었던 것이다. 입고 있는 옷이나 손이나 얼굴이며 온톨 붉은 핏방울이 자욱한 소년이 나와 부딪 혀 넘어지고는 마구 울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진득한 혈향이 파악 퍼져나왔지만, 일단 나는 이 황당한 상황때문에 이성이 다시 흩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일단 그 이상으로 황당하다는것만 말해두겠다. "뭐, 뭐야? 누구야?" "우아아앙! 으허엉!" 정말이지 뭔가 서럽게 우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참 난감하기 그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쪽에서는 어차피 날 보고있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일단 이런 상황 에서는 어떻게든 진정시켜보고서 이야기를 해나가야 할것 같다. 하지만… 정말이 지 이 아이는 엄청 서럽게 우는군. "자자, 진정해. 진정" 나는 일단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진정하라고 했고, 점점 그 아이의 울음이 그쳐가 는것 같았다. 음… 순간적으로 본것이지만 대략 15세, 16세 정도 되어보이는 청소 년이었는데 이렇게 서러울치만큼 엉엉 울어대는 것이면… 그만큼 큰 일이 있다는 소리다.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일단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야기가 될것 이다. "우… 어? 아… 꺄아!" "아, 안스란. 깨어났어?" "저, 저, 피! 피!" 땅바닥에 쓰러져서 누워있던 안스란이 일어나더니 나에게 거의 안기다 시피 해서 -안기진 않았다. 왜냐면 내가 안지 않았으니까- 울고 있는 소년을 보더니 곳곳에 묻어있는 피를 보고는 기겁해했다. 확실히 마을사람들이 살육당하는 시점에서 기 절하고는 서너시간이 지난 지금에야 깨어났으니 그럴법도 하다. 울던 소년은 안스 란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우으… 우으… 아, 안스란…!" "너… 너…!" 어? 둘이 아는 사이인가? 안스란은 점점 놀라는 표정이 되었고, 그것은 그 소년 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아, 안스란! 살아있었어! 살아있었구나!" "하인츠! 하인츠구나! 어, 어떻게?!" 하인츠라 불리운 소년은 안스란의 손을 잡으면서 엄청 반가워했고, 안스란도 그 의 손을 맞잡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기뻐해? 마을에서 배척받던 안스란이? 아니 지, 일단 마을사람들을 미워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름까지 알고 있 다는 말은 뭔가 잘 알고 지내던 사이? "하인츠! 어떻게 된일이야? 응? 이 꼴은 대체…?!" "아, 아버지가… 아버지가!" 하인츠는 거의 울면서 안스란에게-쩌업, 무시당한 기분이군-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하였다. -------------------------------------------------------------------------- ------ 안녕하세요. 이그니시스입니다. 일단먼저 저는 여러분들께 탄핵받아도 싸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떻게든 연재글로 메꾸려고 했지만.. 한계에 봉착하더군요. 연말만 바쁜게 아니었습니다. 훌쩍. 이번주는 이이것과 월요일에 올린 세편으로 어떻게 참아주시었으면 합니다.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박 4일간 회복여행에 들어갑니다. 지난 12월달은 회복기가 아닌 혹사기였지요.(복사기?) 쉰다고 들어갔지만.. 글을 쉬었지 일을 쉬진 못했습니다. 쿨럭. 이번엔.. 정말 일도 쉬면서 푸욱 논답니다. 한편으로는 정말 가슴 쓰립니다. 여러분께 실망만 안겨드리다니.. 우어~ (변명쟁이는 도태당하는거야. 이런인간 정말 싫어) 세번죽고 다섯번 죽어 열댓번 죽어도 모자른 녀석입니다! 일단.. 이번주는 이거 한편으로 어떻게.. 만족해 주십시오. 주인공 괴롭혀서 싫어! 라는 말 하시면.. 백번죽고 골백번 고쳐죽어 만번 죽겠습니다. 그러면.. 전 이만 사라집니다. 다음주에 확실하게 돌아오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p.s 사, 살려만 주세요..(비굴해에~) [라이니시스 전기] 005.08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소년의 이름은 하인츠 실베언. 조금 전에 내가 날려버렸던 마을인 '펜힐'의 나무 꾼인 로번 실베언의 아들이다. 자신 스스로도 보기엔 쾌활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 으며, 아버지는 꽤나 힘좋고 괄괄한 성격이라고 한다. 아버지의 손은 투박하고 우 악스럽지만 크고 따스했고, 그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가 항상 기분 이 좋았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손에서 자란 하인츠는 아버지를 매우 사랑했 다. 가끔 술을 마시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모습에선 눈물이 났지만, 하인츠의 아버지는 그에게 있어서 우상이었고, 자신의 자랑이었다. 아버지가 하는 일이 일단 나무꾼이라서, 하는 일은 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마을에 내다 파는것이 다인 평범한 나무꾼의 아들에 불과한 소년은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아버지를 따라 인근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었다. 그러던 도중 자신의 아버지가 갑 자기 온몸을 뒤틀면서 괴로워하더니 피부가 점점 이상한 색으로 변해갔고,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일단 차마 아버지를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계속 도망가고, 도망갔던 하인츠는 어 느 순간엔가 끝이 막힌 골짜기에 들어섰고, 허옇게 눈을 뒤집은 로번이 달려들자 엄청난 공포를 느꼈고, 자신의 목을 로번의 우악스러운 손이 조여들어올때, 절망 감에 휘두른 팔에 들려있던 작은 도끼가 로번의 머리를 완전히 갈라버렸다는 것이 다. 머리에서 철철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의 목을 잡고 흔들던 아버지는 점점 힘을 잃 어가더니 하인츠의 몸에 머리를 기대며 피를 묻히고는 그대로 털썩 쓰러졌고, 하 인츠는 자신의 손과, 몸에 묻은 피를 보며 거의 광란상태로 울부짖으며 달려오다 가 마을이 불타는 모습에 정신을 차렸으며, 우연히 지나가던 날 보고는 슬쩍 따라 왔다가 스퀄에게 발각되었다는 것이다. "난… 난…! 끄흑! 으허어엉!" "로번 아저씨도 좋은 분이셨는데…" 적어도 로번과 이 하인츠란 소년은 안스란에게 잘 대해 주었나본지 안스란의 눈 에서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난 그저 하늘을 바라보는 일 외에는 다른말 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좀비화 되었다지만, 하인츠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고, 상 대가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소년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안스란의 품에 안겨서 어린 아이같이 울어대는 모습을 보며 난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이유로 사람들이 변해 갔으며, 상처입는 사람들이 생겨나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저런 모습을 보고있 자면 정말로 처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의 손으로 유일하게 남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만했던 심정을 어떻 게 헤아려줄 수가 없었다. 나로서도 겪어보지 못했던 그런 감정이었기 때문에 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안스란은 울고있는 하인츠의 머리를 계속 쓰다 듬어주었고, 난 고개를 돌려서 마을을 바라보았다. 불의 폭풍이 한차례 쓸고 지나갔던 마을에서는 연기가 오르는것만이 보였다. 아 마도 살아남은것은 없으리라. 설사 있다해도 그것은 살아있는것이 아니니라. 살아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죽은자가 되어버린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난 어떻게 할 수 가 없었다. 고작해야 저렇게 해버리는것이 전부일뿐. 거기에다가 나 또한 반쯤은 직접적으로 '살인'을 겪어보았던 이유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사고가 거의 정지되고 마비되었었지 않았는가? 이성이란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으니 지금에와서 는 죄책감도 가슴속에 한가득 쌓여만 간다. 신이시여, 죽어간 이들의 업을 모두 저에게 지워주소서. "잠들었어?" "예. 지쳤나봐요" "그래. 그랬겠지. 그렇게나 좋아했던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것은 자신 의 세계를 자신이 스스로 부숴버린거나 같으니까 말이야" "무슨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인츠가 불쌍해요" "그래. 그점엔 동감해" 안스란의 품에서 울다 울다 잠든 하인츠의 표정을 자면서도 슬픈 표정이었다. 이 제는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서 잔잔한 미소에 잠기기 보다는 끔찍한 절망감에 휩쌓 여야만 할것이다. 과거가 부정당하고, 당분간은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세계관 을 구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부정당한 과거, 강제로 빼앗겨버린 과거에서 미래라 는 시간이 잘 짜여질지는 상당한 의문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저씨. 로번 아저씨를 하인츠가 묻어주었으면 해요" "응?" 나는 안스란을 바라보았다. 하인츠가 묻어주었으면 한다…라. 오히려 그것은 하 인츠를 괴롭게 하는 일이 아닐까? "오히려 그것은 하인츠를 괴롭게 하는 일이 아닐까?" "당분간은… 그렇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후회는 하지 않겠죠" "후회?" 후회라는 말에 나는 잠시 머리를 갸웃했다. 무슨 후회라는거지? "자신의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장례지내지 못했다는 후회요" 난 안스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당분간은 하인츠에게 괴롭겠지만, 이 대로 방치하거나 다른이의 손으로 장사를 지내면 그것은 나중에 가서 그에게 크나 큰 후회로 남게 될것이다. 하다못해 자신의 손으로라도 장례를 지내야 했을것을… 라면서 말이다. "안스란. 넌 정말 생각이 깊구나" 나조차 미처 생각해내지 못한점을 짚어낸것에 난 칭찬했고, 안스란은 생긋 웃으 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냥 전 생각나는 대로 말한것 뿐인데…" "그래도 그게 대단한거야.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나는 장작으로 대충 모닥불을 뒤지면서 불씨를 올린 다음에 손에 들고있던 것을 집어넣었다. 그래. 일단 내일쯤에 하인츠를 데리고서 로번이란 사람이 죽은 곳으 로 가보자. 괴롭겠지만, 훗날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야. "그런데, 안 자?" "그게… 기절만 해있어서인지 전혀 졸리지 않아요. 헤헷" 안스란은 어깨를 움직이면서 웃었고,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었다. 기절만 해있 었으니 졸리지 않은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가? 그러고보니 오늘로 레어를 나온지 이틀째군. 슬슬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걱정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금방 돌아간다 고 했었지만, 아마도 그녀들은 내가 월광 수선화의 탐색을 위해서 늦을거라고 생 각하고는 찾아오지는 않고서 가슴만 졸일것이다. …설마하니 나오진 않겠지? "안스란. 여기 근처에 가장 가까운 마을은 어디야?" "마을이요? 에… 북동쪽으로 10마일가량 가면 마을이 하나 있고요, 남동쪽 20마 일쯤에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가 나와요" "으윽, 둘 다 멀군" 어디보자… 오늘이 11월 15일이니까 월광 수선화를 채취해야 하는 시기하고 영석 의 실체화가 이루어지는 시기에서 약 한달정도 남았군. 월광 수선화를 먼저 채취 한 다음에 움직여야 할까? 일단 장소가 이곳과 그렇게 크게 멀지도 않으니까 말이 야. 일단 이 곳은 그레니틴 산맥 중심부의 아래쪽이고, 월광 수선화는 산맥 중심 부에서 개화한다고 하니까 한 이틀정도만 시간을 들이면 될걸? 하지만 일단 더 먼 저 해결해야될 문제가 있다. "가장 가까운 마을에 가서 이곳 마을에서 일어난 참상을 밝혀봐야겠다. 일단 그 쪽에서 들어줄지가 의문이지만 말이야" "그렇네요…. 그러고보면 저희 마을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네요…" 안스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이유야 어찌되었든간 에 마을을 멸망(!)시킨 장본인은 바로 나니까. "미안해.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하면… 너무 무책임하겠지" "아니예요. 정말로 어쩔 수가… 없었던 거예요" 안스란은 그래도 미소를 지어주었다. 보통이라면 화를 내거나 분노하거나 슬퍼하 면서 나에게 책임을 물엇어야 정상이다. 지금 각오하고 있는 사항이지만 하인츠가 일어나서 이 사실을 알게되면 일단 나에게 먼저 덤벼들 것이다. 분노과 살의를 가 득담은 표정으로 말이지. 자신이 살아오던 터전을 한순간에 뭉개버렸으니까 말이 야. 하지만 안스란은 어떻게 저렇듯 초연한 태도를 취할 수가 있는지가 의문이다. 아마도 안스란의 집까지 전부 불타 없어졌을텐데? 그 마을에 대한 애착감이 별로 없다는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조금 너무하잖아? "헌데… 그 다음엔 어쩌실 거예요?" "응? 그 다음이라니?" 나는 갑작스럽게 화제를 돌리는 안스란을 보면서 되물었다. 그 다음? "그러니까… 이 참상을 알리고 나서 어떻하실 거예요? 저랑, 하인츠를요" "후우…. 글쎄? 거기까진 일단 생각해본적이 없어. 괜찮다면 그냥 그 마을에 정 착하게끔 해주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야. 네 과거를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곳 에서 새 출발을 하도록 도와줄 작정이었지. 물론, 네가 그걸 바란다는 전제 하에 서. 일단 억지로 너의 처우를 결정하진 않을테니까 걱정하진 말아" 안스란이 원한다면 어디에든지 정착시켜줄 수 있다. 특히 제국이나 레리첸트라면 훨씬 일이 쉽지. 무엇보다도 이 아이는 자신의 행복이 뭔지 모르고 살아왔다. 자 신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들이 전부 등을 돌렸던 시간이었으니까 앞으로는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스란은 천성이 착한 아이 같으니까 어느 마을에 정 착을 해도 분명 만인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될것이다. …그러고보면 이런 착한 아 이를 16년동안이나 박정하게 대했던 마을 사람들이 한없이 멍청하게 생각된다. 단 순히 출생의 이유 때문에 멀리하고, 과실 치사로 인해 미워했으며, 흉사(凶事)가 있을 때마다 괴롭혀온 마을 사람들의 눈에는 과연 이 아이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어린아이같이 순진하게 생긴 아이를 말이야. 안스란이 나의 말을 듣고 물어왔다. "어디든지요?" "그래. 원한다면 말이야. 특별히 생각한 장소라도 있니?" "예? 아, 그… 저기, 여기서 너무 멀어서…" 안스란은 먼저 생각해두었던 장소가 있는 모양이지만, 현 위치에 볼때 거리상에 문제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내가 보통 사람인줄 알아? 나는 매우 자신만 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멀어? 괜찮아. 얼마든지 말해봐" "거기에… 들어가기 어려운 장소예요" "들어가기 어려워?" 들어가기 어렵다고? 설마하니 왕궁이나 왕성같은 장소야? 그렇다고 하면 조금은 무리가 생기겠지만 그것도 크게 어려울것은 없다. 나는 일단 안스란쪽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재촉하는 눈빛을 보내었고, 나의 눈치를 몇번 살피던 안스란은 모기만한 목소리로 기어들어가듯이 말했다. "에…, 에…" "에?" '에'로 시작하는 지역 이름을 말하는 거라면, 이곳에서 남쪽으로 쭈욱 내려가서 나오는 '에디킨츠'라는 국가가 있기는 하다. 조금 멀게라면 토타카 연합국 밑에있 는 '에필스'라는 소국도 있지. 그것이 만약 산맥이나 도시들의 지명 이름이라면야 일단 지도책에서도 수십개의 지명이 나온다. 나의 재촉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나의 눈치를 보던 안스란은 내가 편안한 미소로 기다려주자 용기를 얻었는지 작게, 매우 작게 말했다. "에, 엘 타칸리스의 산맥이요" "…뭐?" "엘 타칸리스의 산맥인데… 역시 안되겠죠?" 거기 우리집인데? …라고 한순간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난 일단 안스란을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거참 꿈이 너무 방대하군. 어째서 일반 모험가들도 일 단 고개를 젓고보는 엘 타칸리스의 산맥으로 오고 싶다는거야? 설마하니 인간에게 는 이젠 지쳐서 몬스터들과 함께 살아가 보겠다는 생각을 한것은 아닐테고, 나라 도 잡아서(?)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겠다는 당돌한 생각도 아니겠지.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유가 뭐야?" ---------------------------------------------------------------------- 안녕하세요. 글쟁이가 돌아왔습니다. 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다. 잘먹고, 잘 놀고, 잘 쉬고 온 나날이었지요. 컴퓨터에서도 손을 떼고, 도시에서 벗어나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좋더군요. 하하하핫 어쨌든, 앞으로는 크게 별일이 없으니 3월달이 되기 전까지는 성실연재가 될듯 싶습니다. 사람은 일단 성실하고봐야겠지요. 지금은 이미 점수가 많이 깎였으리라 생각하지만.. 우어.. 어찌되었든 연재 다시 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09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러니까… 그곳이 굉장히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얼마나 위험한지는 안가르쳐주든?" 안스란은 고개를 저었다.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고 있다는 소리다. 헌데 어째서? 위험하다는것도 알고 있으면서 왜 굳이 가려 하는지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 다. 일단 내가 거기 살아봐서 알지만 그 좁은 지역에서 살고있는 몬스터들의 인구 밀도와 동물들, 이종족의 밀도는 생각보다 높은 편이다. 살만한 땅? 찾아본다면야 물론 있지. 널리고 널린게 땅인데 말이야. 하지만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여 러가지 몬스터들이 '날 좀 보소~'하면서 튀어나와서는 순식간에 즉석 도살장으로 만들어 버릴것이라는 예상에 내 레어 절반의 보물들을 걸겠다. 내가 일일이 신경 쓰고있지는 않지만 일년에 두어번정도 그런 정신나간 녀석들이 들어와서는 몬스터 들에게 가끔씩 별미를 안겨주고 있다는것을 알고 있다. 안스란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단지… 세상에서 제일 아릅답다는 그곳을 눈에 담아보고 싶을 뿐이예요. 너무나 웅장하고, 거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장소. 한번쯤은 눈에 담아주고 싶어요. 위험하 다는건 잘 알고 있지만… 그곳에 가고 싶어요. 그리고 산맥 근처의 마을에 정착 하고 싶은 생각을 늘 해왔어요" "말하자면… 관광차로 한번 가고 싶다는 거구나?" "예…"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군. 단지 엘 타칸리스 산맥의 절경을 보기 위해서 가겠다는 거라면 얼마든지 협조해줄 용의가 있다. '공식적으로' 인간 의 발이 닿지 않은지 4000년이 넘는 그곳의 경치는 말 그대로 자연의 위대함을 보 여주고 있다. 일단 대륙내에서 제일 크고, 제일 아름답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아무 도 들어가질 못해 자연학자들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고 화병으로 미쳐 날뛰게 한 다는 장소가 바로 내가 사는 곳이니까. 단지 관광차로 가고 싶다면야 얼마든지 구 경시켜줄 용의는 있다. 나는 후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뭐, 그정도라면 괜찮지. 내가 알고있는 루트도 몇개 있으니까 관광정도라면 괜 찮아. 이번 일이 끝나면 도와줄게" "정말이예요? 고마워요 아저씨!" 안스란은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기뻐했다. 정착한다면야 이것저것 도와줄 수 있 다. 그곳에서 행복해질지는 과연 알 수 없지만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해야 겠지? 지금 나의 눈 앞에 닥친 일이라면… 바로 하인츠의 일이겠지. 일단 내일 하 인츠의 아버지를 묻으면서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겠다. 하인츠는 조용했다. 자신이 도망쳐온 장소로 걸을 때에도, 머리에 도끼가 꽂혀진 채로 숨져있는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 할 때도, 그리고 시신을 땅에 묻을때로 아무 런 말도 하지않은채 나와 안스란의 도우도 거절해가면서 묵묵히 내가 빌려준 삽으 로 땅을 파고, 시신을 구덩이 속에 넣고, 흙을 덮었을 뿐이었다. 지금 하인츠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심정일지는 알 수가 없으나, 적어도 한가 지 만큼은 알 수가 있었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좋았을걸…" 하인츠는 시신을 완전히 묻고, 크고 넓적한 바위를 가져와 무덤앞에 세워서 비석 으로 삼고는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아침에 하인츠가 눈을 뜨고서 주위를 둘러본 다음 탄식과도 같은 한숨을 토해놓 았을 때, 나는 알 수 있었다. 차라리 꿈이었다면! 이 모든것이 그냥 악몽이었다면 좋았을걸! 그런 생각을 하인츠가 지금 가지고 있다. 하인츠는 날 돌아보더니 말했 다. "아저씨. 단검 있어요?" "단검? 있는데, 왜?" "비석에 글자라도 새길려구요. 밋밋하면… 조금 그렇잖아요" "그렇겠지. 자. 이걸 써" 나는 허리춤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서 건네주었고, 하인츠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무게를 잠시 가늠한 다음 바위에 대고 글씨를 새기기 시작했다. 그드드득. 드드득! 카가각! 바위와 단검이 마찰하면서 조금 듣기 싫은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검은 바위의 표면을 할퀴면서 글씨를 새기고 있었다. 보통의 단검이었다면 조금 어려웠 겠지만, 내가 가지고 다니는 단검은 날이 상하거나 하지 않는 마법의 단검들이다. 뭐, 단검으로 마법을 사용한다던지 하는것은 아니지만, 마법으로 조금 강화시켜두 었다고 할까? 무게도 가볍게 느껴지는 편이고, 일단 바위에 글씨 새기기에는 무리 가 없다. [좋은 아버지였고, 인생의 스승이자 한 소년의 우상이었던 로번 실베언. 아들의 손에 의해 이곳에 잠들다] "…크흑! 우으… 으어… 크흐흑! 크흐흐흐흑!" 비문을 다 새긴 하인츠는 그 앞에 꿇어 안고는 눈물을 흘렸다. 깨어났을 때부터 참아왔던 눈물이 한번에 터져나온듯 하인츠는 비석을 부여잡고는 슬피 울었고, 그 것을 본 안스란이 뭔가 위로해주려 한발자국 앞으로 나섰을때, 난 안스란을 말렸 다. 지금은 그냥 혼자서 슬픔을 토해내게 하는것이 좋을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쏟아내던 하인츠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는 자리에서 일 어섰다. "제대로된 비석이라도 세우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걸로 참아주세요. 어차피 우 악스럽게 살아오셨으니까 이것도 꽤 어울리네요" 하인츠는 무덤에 대고 말하면서 키득거렸다. 자기 나름대로의 작별인사라고 생각 되는군. 어떻게 보면 정신착란에 의한 미친짓거리로 볼 수도 있지만, 난 하인츠가 계속 말하는것을 들어보기로 했다. "아들의 손에 의해서 돌아가신것도 상당히 억울하시겠지만… 갑자기 절 공격하신 이유를 듣고 싶어요. 마치 아버지가 아닌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된건지는 잘 모 르겠어요. 감도 영 잡히지 않는 그런 상황이예요" 하인츠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고개를 숙이면서 뭔가를 생각하는듯 했다. 뒤 에 이을 말을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것을 생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 지만 난 일단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언젠가 모든 사실을 알아내고서 이곳으로 다시 올게요. 그때가지는 자 주 꿈속에 출연하셔서 좀 괴롭히셔도 상관 안할게요.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하인츠는 비석에 대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도 정중하게 고인에 대해 묵념했 고, 안스란도 같이 무덤을 향해 묵념했다. 한참을 묵년하던 하인츠는 고개를 들고 는 뒤를 돌아서 나에게 아까 빌려간 삽과 단검을 건네주었다.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무덤을 만들고 비문도 새길 수 있었어요" "그래. 일단… 유감이다" "괜찮다고는 말씀 드리지 못하지만… 괜찮아질거예요" 하인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약간이나마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금 억지로 짓는 것 같았고, 거기에다가 슬픔도 깃들어 있는 미소였지만 그래도 미소라는걸 지을 생각 을 했다는것이 중요했다. 바로 어제일인데 오늘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것은 정말 이지 대단한 정신력이 아니고선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길 바랄게" "고마워 안스란" 안스란은 다행이라는듯이 미소지으면서 하인츠에게 말했다. 안스란의 말 대로 나 역시 그렇게 되길 바란다. 괜찮아지길 바란다. 드래곤과는 달리 인간들에게는 망 각이라는 이름의 축복이 있으니까. 저주일 수도, 축복 일 수도 있지만, 나의 입장 에서는 망각이라는 것은 일종의 축복이라고 받아들여도 좋은 것이다. 어찌되었든 하인츠가 이 일을 괴로운 기억으로 회상하지 않게 될 날을 기대하면서 나는 일단 어디로든지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마을로 가는것이 좋을것 같아. "자, 이제 이동하자. 가까운 마을이나 도시에 이 참상을 전해주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네" "알겠어요" 나는 두 소년소녀를 데리고는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월광 수선화는 채취할 수 있는 거리가 약 하루정도 거리였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이 두명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목표다. 일단 월광 수선화를 채취해서 갖다줄 시간은 거의 한달 남짓이니까 그 사이에는 마을에 도착해서 사실을 알릴 수도 있겠지. 아니, 어쩌면 다른 마을 이나 도시에도 이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길 바 래야겠지. 부스럭. 음? 뭐지? 나는 자는 동안에 뭔가 들려온 소리에 정신만 차렸다. 일단 몸은 그대 로 자고있는 모습 이었다.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였고, 나의 감각을 극대화시켜본 결과 나의 방대편에서 자고있던 하인츠였다. 스퀄이 고개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 고, 하인츠나 "쉬잇!"하면서 조용히 하라고 하는것도 들렸다. 일단 눈을 뜨지 않 고서도 나의 감각영역 안에서라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 다 '들리기'때문에 영 소용 없는 일이었지만, 하인츠는 그렇게 스퀄은 조용하게 하고는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화장실이 급한것은 아닐테고, 그렇다고 한밤중에 일어나서 안스 란을 덮치는 그런 일도 아니거니와, 나에게 용건이 있디만 대체 뭘까? 일단 나는 언제라도 행동이 가능하게 몸을 깨웠고, 하인츠의 발이 나의 머리 바로 옆을 지나 가고, 내 머리 뒤에 있는 나무에 갔을때, 나는 하인츠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았 다. 짜식, 검이 보고 싶다면 진작 말했어야지. "…?" 하인츠가 고개를 갸웃거리는것 같았다. 왜냐하면 나무에 기대여진 검이 전혀 움 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하인츠가 아무리 용을 써도 검은 나무에 기대어진채 옴짝잘싹도 하지 않았고, 하인츠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띄우고는-보이진 않겠지만-말했다. "남의 검을 함부로 만지는게 아니다" "으앗!" 하인츠는 깜짝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고, 나는 피식 웃으며 상체를 일으켰 다. 모닥불에 의해서 주위에는 이상한 형태의 그림자들이 지고 있었고, 그 사이로 당황한 표정을 한채 넘어져있는 하인츠와 내가 나무에 기대어 놓았을때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는 나의 검이 보였다. 나는 손을 뻗어서 검에 가져갔고, 그리고 무리 없이 검을 가져와서는 검집에서 빼내었다. 커지는 하인츠의 눈. "어, 어떻게…?" 하인츠는 매우 당황해하면서 말했고, 나는 다시 겁집에 검을 집어 넣고 그것을 내 앞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내 물건들에는 특별한 마법이 걸려있지. 예를 들자면 이 검은 내가 아니면 아무 로 들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어. 내가 이것을 누군가에게 넘긴다면, 받은 사람은 사용할 수 있지. 하지만 그 외에 사람들은 아까처럼 들수도 없어" 나는 그러면서 칼을 하인츠에게 넘겨주었고, 하인츠는 쭈뼛거리면서 칼을 받아들 더니 손잡이를 잡고 칼을 꺼내었다. 비반사 처리가 되어있어서 번쩍거리지는 않았 지만 검은 조용하고 매끄럽게 반쯤 검집을 빠져나왔다. 대개 나의 물건들, 그러니 까 배낭이나 갑옷, 총들에는 다 저런 마법이 걸려져있어서 아무나 손을 대지는 못 한다. 예전에 미리안이 그렇게 총을 치워달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못 치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 들 수가 있어야 치우던지 할것 아닌가? 하인츠는 생각보다 가벼워 보이는 검을 들고서는-그것도 다 빼진 못했다. 아직은 하인츠의 체격으로 바스타드를 단번에 뽑기엔 무리다- 이리 저리 살펴보다가 다시 겁집에 검을 끼워넣고서는 나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이니 특별히 뭐라 할 마음은 없어. 그런데 갑자기 왜 내 칼에 흥미가 생겼는지 물어봐도 되겠지? 이 오밤중에 홀로 살금살금 걸어 와서 구경할 정도면 검의 주인된 입장으로서도 대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 하는데?" "저… 그게…" 하인츠는 조금 쭈뼛거리고 있었고, 나는 여유롭게 하인츠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 다. 단순히 뭔가를 구경하고 싶었더라면 밤중에 몰래 이러진 않는다. 우물쭈물하 던 하인츠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말했다. "저, 검을 배우고 싶어요" ---------------------------------------------------------------------- 이번 챕터는 과연 양이 얼마나 할까요. 늘 챕터 시작하면서 생각해보는 일이지만, 글쎄요. 이번 챕터는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을듯 싶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의 전체 챕터는 과연 얼마나 할까.. 에 관한 것은.. 비밀입니다. 후후훗. (죽어라. 죽어)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0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검을?" "예. 검술을 배우고 싶어요" 하인츠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검술을 배우고 싶어서 나의 검을 들여다 봤 다는 것인가? 하지만 왜? 일단 난 나의 검술을 여기 있는 아이들에게 보여준적도 없고, 지금 내가 가지고 나온 저 검도 아주 약간 좋아보인다 뿐이지 그렇게 월등 하게 뛰어난다거나 하는것은 아니다. 일단 오늘 하루 산을 내려오고, 20마일 떨어 져있다는 도시쪽으로 움직이면서도 몬스터들을 만나지 못했다. 일단 검을 휘두를 기회조차 없었는데… 헌데 갑자기 검을 배우고 싶다니, 무슨 말이지? "그러면 내 검을 몰래 들여다본 이유는 뭐지?" "저… 실례되는건 알았지만 그렇게하면 깨어나실거라 생각했습니다. 노련한 검사 라면 그렇다고 들었거든요. 검에 정신이 팔려있는사이 갑자기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지만…" 즉, 그 말은 하인츠는 처음부터 날 시험했다는 것이다. 내가 얼마나 감각이 뛰어 난 검사인지 알고자 그랬단 말이지. …이런 요 당돌한 꼬마를 보았나? 하지만 그 당돌함이 난 웬지 마음에 들었다. 그건 그렇고, 드래곤을 시험하려했다니, 혹시라 도 그 사실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그래. 이유는 알겠는데, 갑자기 검술을 배우고 싶다는건 어떤 이유에서야?" "지키고 싶어서요" "지켜? 무엇을? 혹은 누구를?" 하인츠는 조용히 안스란을 바라보았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일로도 충분 히 괴로울텐데 안스란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단 말인가? 하인츠는 다시 나 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아시잖아요. 저와 안스란에게는 이제 돌아갈 집도 없다는걸. 저희가 정착할때가 지는 아저씨께서 도와주신다고 안스란이 말했어요. 최소한 그때까진… 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위험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 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하긴 그렇다. 일단 난 얘네들을 적당한 장소-그러니까 안스란이 원한 장소겠지- 에 정착시켜주고서는 나의 레어도 돌아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 여러가 지 닥쳐올 위험들이 있다. 내가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안스란이나 하인츠가 다칠 위험이 있다. 일단 하인츠가 자기몸이라도 지킬 수거 있으면 안스란을 지키는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으니까 일단 가르쳐 보는것도 나쁘진 않다. 거기에다가 여자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남자의 마음을 외면하면 그것도 안되겠지. "그래… 그것도 괜찮겠군. 그럼 어디보자, 팔 좀 내밀어봐" "예?" 하인츠는 의아해 하면서도 팔을 내밀었고, 나는 하인츠가 얼마나 근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일단 나무꾼의 자식으로 도끼를 휘두르면서 근육이 많이 발달된 편이다. 물어보니 거의 매일 지게에 나무를 지고 다닌다 했으니 하체와 어 깨의 단련도 잘 되어있는 편이고, 그에 따른 체력도 받쳐준다. 검술보다도 도끼다 루는 법을 배우는것이 더 적당하겠지만, 자기 아버지를 도끼로 죽인 아이에게 그 런 너무 가혹할것 같아서 아예 입밖으로 내지도 않았다. 일단 하인츠의 근육은 속도보다는 힘에 주력한 검술이 더 어울릴것 같았다. 하인 츠의 하반신이나 여러 근육들을 살펴보면 종베기와 횡베기에 매우 큰 위력을 발휘 할것 같았다. 나무의 밑둥을 칠때와 그것을 쪼갤때 쓰는 동작에서 손에 든것을 검 으로 바꾸고, 대상을 사람으로 바꾼다면 매우 강력한 위력이 나올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일단 보통의 또래 소년들에 비해서는 발달이 잘 되어있는 몸이니까 잘 성장 한다면 미래가 기대되겠군. "좋아. 가르쳐 주겠어" "아, 그러니까… 정말로 감사합니다!" 하인츠는 고개를 숙이면서 감사해했고, 나는 미소를 띄웠다. 일단 그렇게 기뻐하 는것은 좋지만, 내 훈련은 조금 엄할지도 몰라. 일단 누군가에게 뭘 가르쳐 본다 는 일은 미리안에게 마법을 가르친것 외에는 없으니까.-요리는 독학했었지- "그러면 이제 자라. 내일부터 당장 시작할거니까" "아, 예" 하인츠는 나에게 다시 고개숙여 인사하고는 자신의 잠자리로 들어갔다. 일단 이 야기는 해놨지만… 뭘 가르칠지에 대해서도 조금 막막하군. 일단 간단하게 기본기 부터 시작해야겠지? 에구, 웬 팔자에도 없는 검술 교육을 하게 되었냐. 어쨌든 일 단 잠부터 자자. 괜히 일어났구만. 끄응. "검술이라는건 단순히 검을 다룬다는것만 말하는게 아닌 검을 잡은 주체인 네 몸 도 같이 움직이는것을 말해. 좀더 효과적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 직여서 좋은 공격위치를 잡고, 또는 피하면서 반격의 기회를 잡는거야. 검술에서 중요한것이 검의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주체인 네 몸을 먼저 제대 로 가누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가 없지. 검이라는게 무기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렇 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단지 자신의 팔에서 살상력있는 부위가 생겨났 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단 말이야. 주먹으로 싸움할때 몸은 가만히 있고 팔만 열심히 움직이지는 않잖아? 그것과 같은거야" "그러니까… 아무리 검을 잡고 있다해도 몸을 움직일줄 알아야 하는 거로군요?" "그렇지. 이해가 빠르군. 일단 제일먼저 몸단련을 시작해야하지만 건너뛰자. 너 는 웬만큼 단련되어있으니까 그건 필요 없거든" 하인츠는 내가 배낭에서 꺼내준 바스타드 소드를 들고는 열심히 나의 말을 경청 하고 있었다. 일단 하인츠는 파괴력이 있으니까 그것을 최대로 살릴 수 있게 하려 면 양손으로 검을 잡는것이 좋다. 클레이모어나 투 핸디드 소드는 하인츠에게 너 무 크기 때문에 바스타드를 양손으로 잡게 했다. 아, 참고로 저것은 일반적인 바 스타드 소드다. 조금 규모있는 도시의 대장간이나 무기점에 가면 살 수 있는 평범 한 바스타드라서 무게감이 조금 느껴질 것이다. 나는 손에 들고있는 목검을 휘두르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기본 자세부터 시작하자. 한걸음만 왼발을 앞으로 딛고, 칼을 비스듬하게 세워들어. 무릎은 약간만 낮춰서 금방이라도 앞으로 뛰쳐나가나, 혹은 뒤로 빠지 거나 하는 행동을 위해, 즉 사방 어느곳으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하니 까 그점을 생각하고. 칼을 쥔 손에서는 항상 힘을 빼지마. 힘을 빼면 죽는다. 실 전에서 칼을 놓치면 그것은 이미 9할정도는 죽었다고 봐야해" 하인츠는 내가 보여주는 대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뭔가 좀 모자른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지금이야 초보자니까 그렇지. 조금만 더 쉽게 설명해볼까? "쉽게 말하자면 장작쪼갤때의 자세를 취해. 그 자세에서 시선은 장작이 아닌 정 면을 바라보는거야. 적이있다면 일단 적에게 고정해야겠지. 그리고 항상 검의 길 이를 생각해. 너의 검 끝에 장작이 있다고 생각해" "아, 예" 하인츠는 어깨를 조금 좁히고 발을 약간 움직였다. 검이나 도끼같은 휘두르는 무 기는 지렛대의 원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기의 끝 부분에서 타격부위의 중심점을 노려야 한다. 검의 경우에는 검신을 3등분해서 가드에서 가장 먼 부위부터 상단, 중단, 하단을 매긴다. 대개 검에 따라서 조금 틀리기는 해도 타격부위의 중심을 상단부의 중심 이 때렸을때, 효과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사람의 팔길이와 베는 각도나 여러 변 수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해도 대게 상단의 중심이나 상단과 중단이 만나는 지점쪽 의 공격력이 강하다. "일단 거기서 무한대(∞)그리기. 기본적인 방어이고, 기본적인 공격이며 기본적 인 견제의 방법으로서 많이 쓰이지. 일단 자신의 몸 가운데에서 X를 그린다고 생 각하고 위에서 아래로 비스듬하게 움직여. 동작이 끊겨서는 안돼. 괜히 무한대를 그린다고 하는게 하냐. 정말로 무한하게, 멈추지 않고 계속 그려야해" 나는 목검을 양손으로 잡고 무한대를 그리면서 휘둘렀고, 하인츠는 그것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중요한점은 팔만 움직여야 한다는거야. 몸의 중심은 항상 유지한채로 팔 말 움직여서 그려야 해. 무한대의 양 끝점이 자신의 어깨 길이를 넘어가도 안돼. 궤적이 너무 크거나 작아도 충분한 빈틈이 생기니까. 실력이 대등한 사람과 검으 로 겨룰때는 단번에 승부지으려고 하면 안돼. 천천히 방어와 공격을 되풀이 하다 가 순식간에 빈틈에다 일격필살을 넣어야 하지. 또는 계속 상처를 입혀서 싸우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어. 어떻게 되었든 그것들을 위해서라도 연속적인 방어동 작과 공격동작을 필요해" "예. 그런데 전 힘을 사용하는 검술이라고 하셨죠?" "응. 그랬지" "그런데 이런게 필요 하나요? 그냥 일격을 넣으면…" 하인츠는 조심스럽게 질문해왔다. 그래. 사실 검술이라는것이 전부 일격을 넣어 서 상대응 무력화 시키는 것이기는 하다만… "일격을 어디다가 넣어야 하는데?" "아, 저기… 급소…요?" "틀렸어. 빈틈이다. 상대에게 빈틈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일격을, 연격을 집어 넣어야해. 급소에다 넣으면 더할나위 없지만, 너같으면 급소를 내놓고 다니겠냐? 주의해둬. 싸우다가 급소를 노출시킨다는것은 함정일 가능성이 많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하인츠는 그렇게 말하고는 무한대로 휘두르기를 계속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상단의 좌 우 대각선 베기를 연결한것이 상단 무한대 그리기이다. 일단 원을 그려 가면서 공격을 하면 여러 각도에서 공격이 가능하거든. "좋아. 그렇게 계속 300회를 한다" "예!" 하인츠는 300회라는 말에 혀를 내둘렀지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서 계속 검을 휘둘렀다. 처음부터 300회는 조금 심했지만 워낙에 단련이 잘 되어있어서 그렇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도 다른것을 걱정해야겠지. "너무 빨라! 너무 약해! 손아귀에 힘 더 주고! 간격이 제멋대로다! 간격을 일체 화시켜! 몸은 또 왜 움직이는거야! 팔만 움직여!" 이건 거의 조교의 수준이었지만 하인츠는 조금씩 적응해 나가는것 같았다. 거의 한 120여회 정도 회두를때 쯤 되어서는 자세가 거의 제대로 잡히게 되었고, 200회 가 넘어갈 무렵에는 똑바르게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첫날이라서 이런것이 지, 나중에 가면 1회부터 똑바른 자세가 나와야하고, 어떠한 자세에서라도 똑바르 게 자세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서 이어진 것은 둥글게 사이드 스텝을 밟아가는 것에서부터 치고 빠지기, 연타등의 초급 검술동작을 대여섯개 정도 가르쳐 주었다. 첫날부터 조금 너무 심 하게 시작하는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내가 얘네들과 언제 헤어질지 모르니 일단 몸에 익혀두어야 한다. "이제 오늘 배운것들을 전부 연결동작으로 처리한다. 사이드 스탭을 밟으면서 무 한대로 검을 휘두르고, 그 상태에서 치고 빠진다음에 상단, 하단 막기후 좌우 연 타에서 내려치기로 끝을 본다. 이정도야 간단하겠지?" "예!" "좋아. 자신있게 말했으니까 그걸로 150회. 실시!" "실시!" 힘들어 죽겠다는 표정이 역력한 하인츠는 열심히 내가 가르쳐준 순서대로 검을 휘둘렀고, 나는 그것을 보면서 말했다. "오늘도 고된 여행길이 될거야! 일짝 자고 싶으면 확실하고 신속하게 휘둘러! 팔 이 너무 쳐졌어! 발걸음이 그게 뭐야! 좀더 확실하게 밟아!" "아저씨! 아칩드세요!" 저쪽에서 안스란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하인츠의 동작이 잠깐 멈추었다. 나는 안스란에게 대답했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 하인츠! 동작이 왜 멈췄어! 식사시간의 관계로 100회로 줄이겠으니까 빨리 해! 나도 배고파" "예! 알겠습니다!" 하인츠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미소를 짓고는 계속 검을 휘둘렀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단점을 지적해 주었다. 검술 수업의 첫날 아침은 이렇게 잘 지나가고 있었다. ---------------------------------------------------------------------- 에.. 3권에 대한 문의가 있엇습니다. 일단 출판사에 원고는 보낸 상태고, 이번달 말쯤에 나올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일단 책이 나오고, 출고가 되고, 배포가 되면.. 이번달 하순이군요. 그러고보니 어서 원고 정리를 해야겠는데. 끄응. 연재량을 무사히 마친 지금,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세편 들고 돌아옵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1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아저씨" "응? 왜?" 안스란은 나의 배낭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게 대체 어떤 물건인지 궁금해졌어요. 뭐예요?" "흠… 그냥 마법의 배낭이야. 물건 많이 들어가는" 무한의 배낭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마법의 배낭이라고 하는편이 이해가 더 쉬울 것 같았기에 나는 그냥 대충 대답했다. 안스란은 다시 내 배낭을 물끄러미 보더니 물어보았다. "무게는요?" "무게? 글쎄, 아무리 많아봐야 12파운드?(1파운드 = 0.453kg)" "아뇨, 그거말고. 얼마나 들어가요?" "응? 아아. 용적말이야? 안 세봐서 몰라. 거의 무한일걸" 안스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궁금증이 나름대로 풀린걸까? 하지만 아직 안 스란은 궁금증이 남았는지 자신의 뒤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런데 왜 하인츠가 짐을 들어요?" "응? 어라? 언제 저렇게 뒤쳐졌지? 하인츠! 빨리와라! 점점 늦어진다!" 안스란이 가리킨 곳에는 자기 몸의 절반쯤 되는 배낭을 메고 낑낑대며 걸어오는 하인츠가 있었다. 내 말에 하인츠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배낭을 한번 추스려 메 고 걷는 속도를 빨리했고, 나와 안스란은 그냥 서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사이 안 스란의 질문. "아저씨. 하인츠한테는 기초훈련이 필요 없다면서요?" "기왕이면 길러두는게 좋은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그냥 걸어가는 시간을 놀려 먹기가 좀 아쉽거든" "…너무 힘들어 보여요" "괜찮아. 죽을 정도로 하진 않았으니까" 안스란은 나의 말에 다시 걸어오는 하인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나를 보 았다가, 하인츠를 보았다가를 몇번 반복하더니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한숨을 쉬었 다. "에휴…, 남자들이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더니…" "…어이, 이봐" "됐어요. 하인츠도 어차피 딴생각 하기 싫어서 일부러 고생길 자처한건데, 그걸 무시하면 안되겠죠. 보고있기가 좀 그래서 그렇죠" …에? 딴생각 하기 싫어서 고생길을 자처했다는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나는 잠시 안스란이 말한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딴생각이라… 어떠한 생각을 말하는…! 그래! 그렇구나! 이제서야 난 깨달았다. 하인츠가 저렇게 내가 좀 무리하게 시켜 도 묵묵하게 잘 참아내는것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을 생각하기 싫어서 딴생각 을 하지 않도록 애시당초 몸을 혹사시키고자 하는 일이었다! 정말이지, 오늘 아침 부터 첫 훈련에 들어가는데 너무 필사적이다 싶었어. 나는 조금 짐을 덜어내 줄까 하다가 말았다. 저것도 자기가 잊고자 하는 일인데 그걸 망칠 수는 없지. 그렇다 고 마법으로 몸을 회복시켜주면 여유있는 몸에서 또 무슨 생각들을 할지는 모르겠 다. 쯔읍. 그냥 지켜보는 수 밖에는 없나?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어느샌가 온 하인츠는 허리를 굽히고는 숨을 헉헉 쉬면서 힘겹게 말했다. "후우! 후우! 아저씨, 이거, 무게가, 어, 어떻게 되죠?" "음… 무게? 글쎄다. 대략 150파운드 조금 넘을라나? 안재봐서 모르겠는걸" "배, 백 오십파운드요?! 후, 후에…" 하인츠는 거의 거품을 물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아마 자기 몸무게만큼 지고 다 니는 거니까 말이야. 하인츠는 무언의 목소리로 쉬고 가자는것을 강력하게 주장하 듯이 바닥에 주저 앉았고, 나와 안스란은 그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자 했기에 그냥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어떠냐? 짐 좀 덜까?" "아, 아뇨. 그냥 계속 갈래요. 후아…" 예의상 물어본 말이었지만, 하인츠는 진심으로 대답했다. 그만큼 필사적인가? 나 쁜일은 빨리 잊는것이 나으니까 필사적인것은 이해가 간다. 그리고 조금 더 빨리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강해지기 전에 몸버릴것 같 군. "일단, 목이라도 축이고, 이거 먹어라" 나는 내 배낭에서 피로는 조금 가시게 하는 약을 꺼내어 주었다. 물은 하인츠가 메고 다니는 배낭에 있으니까 괜찮고, 약을 먹으면 조금 괜찮아질 것이다. 나중에 잘때쯤에 몸에 걸린 무리를 좀 해소시켜줘야지,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너무 심하게 일을 시키면 키가 안클테니까 말이야. "이거 뭔데요?" "간단한 피로회복제. 아직 점심먹기 전인데 그렇게 처져있으면 곤란하니까 어서 먹어" "예…" 하인츠는 살짝 미소지으면서 약을 받아 먹었고, 꿀꺽꿀꺽 소리가 나게 물도 한참 을 마셨다. 이런, 저렇게 마시다가 탈나면 약도 따로 없다던데. 하인츠는 마치 사 흘간은 단수한 사람처럼 물을 마시고는 말했다. "후아! 배, 배고파요" "…안스란. 너는 어때?" "약간 배고파요" "그래? 그러면 여기서 휴식하지. 스퀄! 내려와!" 하인츠야 심한 노동까지 했으니 체력소모가 빠른것은 당연하고, 안스란은 소식하 는 편에 속했으니 슬슬 배가 고플 때다. 나는 일단 독수리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 는 스퀄을 불러들였고, 땅에 내려온 스퀄은 흑표범으로 변했다. 난 두어번 스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서는 말했다. "점심먹을거니까 주위경계좀 부탁한다" "크르르…" 낮게 울면서 고개를 끄덕거린 스퀄은 우리의 전방에 있는 낮은 바위위로 올라가 서 앉았다. 일단 그냥 늘어지게 앉아 있는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사실은 동물의 감각으로 주변을 경계하는 것이다. 그 옆에서 우리는 경계하는것과는 전혀 어울리 지 않게 왁자지껄하면서 요리하고, 밥먹고, 떠들고 있는것이지. "하인츠는 일단 쉬고있고, 어디보자…" 나는 하인츠의 배낭에서 장작들을 꺼내었고, 자신의 배낭에 뭐가 들어가 있었는 지 몰랐던 하인츠는 눈을 크게 뜰 따름이었다. 주변에서 얻는것이 아니라 장작을 배낭에 담고 다닌다는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지. 하지만 여행의 지혜야. 땔감 을 자급자족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서 장작을 가지고 다니는 일은 기본에 속하는 일이야. 뭐, 나야 물론 내 배낭속에 장작이 대체 얼마나 들어가 있을지 짐작도 안 가지만 말이야. 장작을 모으고, 기름을 약간 뿌린 다음에 부싯돌을 부딪혀서 불을 지피는 이 세 계의 평범하디 평범한 불붙이는 방법은 나에겐 재미있는 경험이다. 물론, 해츨링 시절에 정글안에서 살면서 서바이벌해온 나에게 부싯돌로 불붙이기는 새로운 경험 은 아니었으나, 평소에는 정령만 부리면서 불피울 일이 있으면 샐레맨더를 부르는 나에게 있어서 이것은 재미있는 경험이다. 아, 어째서 정령들을 부르지 않느냐고? 음… 뭐랄까? 이번 여행의 컨셉은 '뛰어난 전사'로 잡았기 때문일려나? 물론, 마 을은 없앴을때 정령을 부르긴 했어도 안스란이 기절해 있었으니까 아직 얘네들은 내가 정령을 사용할 수 있다는것을 모르고 있지. 스퀄? 스퀄은 내가 선물받은 마 법의 동물정도로 말해서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알아듣는 눈치였다. 화악! "이크, 머리타겠다" 나는 불은 붙이고는 얼른 뒤로 빠졌다. 고작 이런 분에 타서 오그라들 내 머리카 락은 아니지만, 역시 보통 인간의 흉내는 재미있구나. 안스란은 내 모습을 보고는 작게 킥 하고 웃더니 어느샌가 꺼낸 냄비와 국자를 들고는 내가 피운 모닥불로 다 가왔다. "음… 할 줄 아는게 몇가지 없으니까 너무 뭐라하지는 마세요" "괜찮아. 여차하면 나도 요리할테니까" "푸훗, 기대할게요" 안스란은 생긋 웃고서는 재료들을 꺼내고, 물도 꺼내서는 요리준비를 했다. 보통 여행을 나오면 목적지까지 신속하게 가기 위해서 식사를 대충하는 경우가 보통이 지만 일단 우리같은 일행은 거의 무사태평의 분위기다. 매 끼니마다 요리를 하고, 쉬는시간도 많다. 이동속도가 현저히 느린것은 사실이니, 펜힐에서 있었던 대참사 를 알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 싶군. 일단, 하인츠에게 점심훈련을 시 키기로 해볼까? "하인츠! 점심훈련… 어이, 그새에 자면 어떻해?" "푸훗!" 안스란이 입을 가리고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막았다. 하인츠는 배낭을 벗어놓자마 자 그대로 땅바닥에 누워서는 자버린것이다. 뭐, 워낙에 피곤했다고는 하지만 벌 써부터 이렇게 졸졸대면 어쩌자는거야? 나는 하인츠를 깨우려다가 그냥 자게 냅두 도록 했다. 너무 혹사시키면 좋지 않아. 게다가 딴생각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잠자 는 거니까 냅둬도 괜찮겠지. 아침운동이 좀 심했어? "쩌업. 그럼 난 지도나 볼까?" 나는 배낭에서 지도를 꺼내들고는 땅위에 펼쳤다. 일단 그레니틴 산맥의 아래쪽 에 있고, 우리가 가려는 도시는… '보미닌'이란 도시로군. 펜힐마을이 아직 지도 에 남아 있으니-당연하지- 이곳의 위치를 찾는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주위의 경치와 특이점들을 눈여겨 보고, 지도와 대조하면 나오는 거니까. 보미닌과의 거 리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지금의 속도로 간다면 대충 내일 점심쯤에나 도착을 할 것이다. 생각보다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것도 아니구나. 하루내지 이틀 정도의 거리니까 말야. 길을 보자면 일단 본격적으로 포석이 놓여져서 닦여진 제국의 도로와는 다른 그 냥 지나다니다 보니까 풀이 나지 않게된 그런 길이었다. 한 3년만 아무도 못지나 가게하면 그대로 풀숲에 묻혀서 길이 어딘지도 모르게 되어버릴 그러한 길이었다. 지금와서 보니까 어째서 제국이 그렇게 막강한지 알겠군. 길부터가 매끈하게 놓여 져 있었지. 아, 물론 렌디너스 왕국이 안좋다는 소리는 아니다. 일단 저 서쪽 끝이 바다와 닿아 있어서 해상통로가 잘 확보되어있는 나라이기 때 문이다. 제국의 영토 주변을 살펴보자면 동쪽엔 레리첸트와 토타카, 내 땅(엘 타 칸리스의 산맥)이 있고, 남쪽으로는 사이에그롭이 있다. 사이에그롭이 아니더라도 사막이 많아서 남쪽으로 가기에도 조금 엄하지. 거기에 서쪽에는 렌디너스 왕국과 에디킨츠가 있다. 북쪽? 그곳에는 라스킨이 있지. 적어도 툰드라의 원주민들과 늑 대들은 제국민의 항구가 세워지길 바라진 않을거야. 그 막강한 제국에서도 해상력 은 필요가 없고, 해상무역도 할 이유가 없다. 다른 대륙과 무역을 하는 렌디너스, 에디킨츠같은 나라에서는 타대륙의 진귀한 물건들 덕분에 제국의 앞에서도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다. 아, 물론 정도껏 하지 않으면 제국이 밟겠지. "아저씨! 하인츠 좀 깨워주세요. 식사 준비 다했어요!" "그래. 알았어" 난 대충 지도를 살펴보고는 다시 배낭속에 넣었다. 우리가 배를 탈 일은 없으니 까 바다쪽을 봐서 무엇하리? 그냥 하인츠나 깨워서 밥먹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것 이 지금의 할일이다. 으샤. 점심을 먹고서 하인츠에게 가볍게 30회 정도의 연결동작을 시키고, 다시 길을 재 촉했다. 하루 30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시간이야 많았기에 조금 천천히 가도 예 정된 시간 안에 도착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내가 산던 곳은 하루가 24시간이었는 데, 여기와서 30시간을 살려니 조금 그것도 재미있군. 한가지 신기한것은 여기의 사람들도 밥을 세번 먹는것이 정석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식사량도 지구에서 의 한끼와 그렇게 많은 차이도 안나지만, 그렇게 세끼로 사람들은 잘 움직이고 다 닌다. 내가 육체와 같이 넘어왔으면 아마 적응하느라고 무진장 힘들었을거야. 시 차가 이만 저만 나는게 아니니까 말이야. 게다가 몸까지 같이 넘어왔으면 이곳에 서 40년 조금 넘게 살고 죽을지도 모르겠군. 이곳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조로증' 으로 죽는거나 다름이 없을테니까. "아저씨. 엘프를 보신적이 있으세요?" "응? 아, 물론이지" 나는 길을 가는동안 안스란과 하인츠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고, 여러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도 해주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다보니까 내가 세상에 나가 돌아다니면서 겪었던 일을 적당히 각색헤서 들려주니 재미있는 모양 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엘프에 대한 질문이다. 흠… 글쎄, 일단 같이 살고 있기까 지 하지. 하하하핫. ---------------------------------------------------------------------- 안녕하세요. 그랮잉 돌아왔습니다. 삶이란 알 수 없고,어떤 사거닝 일어나도 이상하지않을듯 합니다. 여러사람이 살고, 여러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을 들여다보면 이상할것도 없지만, 전체적으로본다면 뭔가 이상하죠. 뭐,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은 다 그런것일까요. 가끔 생각해보는 상념이 고개를 내밀면.. 웬지 모르게 글이 잘 써지는 기이함을 경험합니다. 뭐, 언제 끊길지는 모르지만, 어찌되었든 연재엔 지장없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2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엘프라면 여러번 봤지. 친한 엘프도 있는 편이고" 친하다 뿐이랴? 한명은 이미 나와 깊디 깊은 관계이고, 한명은 곧 그렇게 될 관 계이다. 엘프들하고의 친분성을 말하자면야, 일단 엘프들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호 감을 가지기 시작한게 벌써 3년 전의 일이니까 그렇게 새삼스러울 일들도 아니다. 안스란은 내가 엘프들을 만난적 있고, 친한 엘프도 있다고 하니까 금세 눈을 반짝 거리면서 물어왔다. "정말요? 엘프들은 어때요?" "어떻냐니?" "에…, 그러니까… 생긴거나, 사는 태도나, 뭐 그런것이요"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가장 일반적으로 물어오는 것들이다. 나는 일단 곰 곰히 생각한 뒤에-일단 말을 적당히 만들어 내야겠지- 말했다. "엘프들이 생긴게 아름답다는것은 다 알거야.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가졌기 때 문에 그들의 외모는 아름답지. 그리고 그들은 도도하고 자존심이 뭔지 알아. 그 렇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그렇게 많이 내새우지도 않지. 그래도 자신들의 자존심 과 의지를 세우고자 할 때는 엘프만큼 확실하게 세우는 종족도 아마 세상에 없을 걸? 친해진다면 처음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들을 볼 수가 있지. 한번 마음을 먹은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고, 중간에 번복하지 않는것이 그들의 성격이라서, 한번 엘프와 친구가 되면 평생친구가 생긴거나 다름 없지" 내 말에 하인츠와 안스란은 둘 다 헤에~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흠… 이정도로 감탄해하나? 고작해야 다들 아는 내용일텐데? 일단 내가 그럴싸하게 말해서 그렇 지, 저정도야 세상에 알려져있는 엘프의 평균적인 인상이다. 몇가지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면, 항상 그들이 조용한 것만은 아니며-미리안을 보면 안다- 언제나 침 착한것도 아니다-에실루나의 당황해하는 모습은 하루에 한번꼴로 보지-. 엘프들도 화를 낼 줄 알며-미리안이나 에실루나가 눈 시퍼렇게 뜨고 덤비면 얼마나 무서운 데- 상당히 쾌활하고 '알고보면' 시끄러운 종족이다.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들과 친해질 기회가 있다면, 여러가지 모습을 볼 수 있어. 사실 엘프들은 여 행할때는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거나 하질 않지. 지금의 이 인간세상은 엘프들에 대해서 호의적이지만은 않아. 특히 여성엘프들은 많이 노려지고 있지. 어찌하여 그들이 항상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절제된 모습을 보이는가는 이 인간세상 때문 이야. 항상 침착하게 마음을 먹고, 자기자신을 절제하면서 몸을 지키고, 냉철한 판단력으로 돌아다니지 않으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니까" "그러면… 원래는 저희같은 보통 사람들과 성격이 거의 같다는 말씀이군요?" 하인츠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어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대답했다. "그런셈이지. 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과는 다르게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기 때 문에 자기자신의 통제에 매우 뛰어나지. 하지만 알고보면 그들도 그렇게 다르지 는 않아. 단지 오래살고, 아름다운 외모와 심성을 가진 멋진 종족들이지" 개인적으로는, 인간들만큼 재미있는 종족도 없지만 말이야. 엘프들은 아름답긴하 지만 너무 굴곡이 없는 존재들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인간에 비해서 수명 이 길기 때문에 인간들과 같은 굴곡이 있어도, 인간들의 관점에서는 너무 느린 종 족이지. 뭐, 드래곤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은 성냥개비같이 한순간에 화악 타 올랐다가 꺼지는 목숨이긴 하지만 보고있자면 웬지 눈을 뗄 수 없는 재미가 있지. 엘프들은 느긋하게 타오르는 장작불 같은 느낌이다. 어떨때는 조용하게, 어떨때는 격렬하게 타오르면서 나중에는 한줄기 연기만 피어나는 재가 되는 순탄한 생애를 거치는것 같지. "아, 그런데 아저씨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응? 나이는 왜?" "말하시는걸 들어보면 세상경험을 보통 많이 하신게 아닌것 같아서요" 하긴 그렇다. 이곳에서는 일단 성년이 되면 나이측정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버 리니 나이를 묻는것은 당연하지. 그러다보니 이곳에서는 나이를 묻는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실례가 아니다. 어떤곳에서는 나이를 묻지 않으면 실례가 되기도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말했다. "아마 올해로 46세쯤 되었을걸?" "46세요? 오와… 생각보다 젊으시다. 그러면 아저씨 딸은 몇살이예요? 대충 저만 하다고 들었는데?" 안스란은 맨 처음 만났을때 내가 햇던 이야기, 그러니까 내가 아내와 딸이 있는 몸이라는것을 기억해 내었나본지 두 눈에 호기심을 담고 물어왔고, 옆에서 하인츠 도 궁금하다는듯이 날 바라보았다. 크흠, 애들이 벌써부터 왜 이렇게 남의 신변잡 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거야? "에… 그거야 그땐 네 나이를 몰랐으니까 그랬지. 내 딸은 지금 10살이야. 한창 귀여울 나이지. 후훗" "…제가 그렇게 어려보여요?" 안스란은 불만을 가득 담은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왔고,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 답했다. "응" "응" 그리고 나와 동시에 하인츠도 같은 대답을 했다. 솔직히 지금의 안스란의 나이는 열 두살 내지 열 세살로 밖에 안보인다. 애가 얼마나 고생을 했으면…. 안스란은 징징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에~ 너무해요! 하인츠도!" "하지만 사실이 그런걸. 실제로 그렇게 보여. 하지만 너무 슬퍼하지는 마라. 어 려보인다는건 좋은 일이니까. 늙어보이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렇긴 해도… 10살과 비슷한 나이 취급 당한건 정말 너무했어요" "어, 그래. 일단 사과할게" 하지만, 정말로 어려보이는걸 어쩌라는 건지.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지나가면서 주위의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내 앞에는 여러 장애물이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숲의 맑은 공기와 푸르른 하늘, 그 리고 대지의 속삭임을 들으면서 나는 숲을 달려나가고 있었다.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있는 숲은 여름의 생명력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아서 낙엽이 지는 일 없이 아직 푸르른 잎사귀와 생생하게 물오른 가지들을 아직 뽐내고 있었 다. 길가에 나있는 풀들도 파릇파릇하게 자라었어서 지금이 초가을이다기 보다는 늦여름에 가까운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내 얼굴에 맞닿는 바람과 몸으로 느껴지 는 기온은 여름이 지났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계절이 넘어가는것은 천천히 넘어가지만, 그것을 느끼는것은 갑작스럽게 느껴진 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키우면서 갑작스럽게 '아, 내자식이 벌써 어른이 되었 구나'라고 느끼듯이 계절감이라는것도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중에 하나다. '어 느새 계절이 바뀌었구나'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계절에 따른 특이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특별하게 둔감해서인지, 아니면 밖에 나오는 일이 자주 없어서인지는 잘 모 르겠지만, 어찌되었든 한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샌가 계절을 지나가 있음을 알 게된다. 지금의 온도는 돌아다니기에 매우 적당한 수준이다.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시 원한 지금의 날씨에다 하늘은 맑고 푸르기만 하구나! 그런 계절의 품안에서 아직 도 풀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숲의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일은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뭐, 그것이 평화로울 때라면 감지덕지 하겠지만 말이야" "그어어어어!" "시끄러워 이것들아! 갑자기 나타나서 그워~ 거리지 말고!" 화려하진 않지만, 맑고 푸르른 하늘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청량감이 느껴지는 이 시간. 지금 우리는 수십의 좀비떼에게 쫒기고 있었다. 그것도, 정말로 살이 썩 어 문드러지고, 옷이 헐고, 안구가 대롱거리고, 반쯤 썩어서 위에는 파리 몇마리 가 마치 위성처럼 주위를 뱅뱅돌며 움직이는 좀비였던 것이다. "하인츠! 얼렁 안스란 업고 빨리 안뛰어?! 나한테 죽을래! 좀비한테 죽을래!" "둘 다 싫어요!" 하인츠는 나의 한참 앞에서 뛰어가다가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고는 안스란을 한 번 들춰 업고는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배낭은 다시 나의 배낭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하인츠는 지친몸에 안스란을 업고 달려다가보니 체력의 소모량이 많았던 몸에 부담이 되는가보다. 에라! 긴급상황이니 이번만은 예외다! "리커버리 스태미너! 달려라아!" "우와아앗?!" 하인츠는 달려가다가 다시 체력이 회복된것에 놀라면서 훨씬 빠른 속도로 달려나 갔고, 나는 하인츠의 뒤를 따랐다. 일단 뒤에서 습겹받으면 그게 제일 곤란하니까 내가 뒤를 봐주는 것이지. 하인츠가 앞에서 습격을 받으면? 그거야 하인츠의 손에 들려준 내 바스타드로 해결을 볼것이다. 연습용 바스타드보다 훨씬 가벼워서 아마 도 손에 착착 달라 붙는 느낌일거다. "크와악!" "에잇! 붙지마! 시체에겐 취미 없어!" 퍼억! 내가 좀비들에게 거의 잡힐듯 말듯하게 아슬아슬하게 달려나가면서 미끼의 역할 을 자처하고 있자니, 미끼를 물겠다고 덤벼드는 좀비들을 보면서 나는 평소에 생 각해왔던 좀비들에 관한 이미지를 바꾸었다. 근육이 썩고, 관절이 삐그덕 대면서 몸 가누기도 힘들어 비척비척 걸어다니는것들이 좀비 아니었나? 그런데 이것들은 대체 일반일들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거야?! "캬아아!" "여자도 사양이야! 아내가 있다구!" 빠악! 나를 잡아먹들듯이 덤벼들던 여자좀비를 한주먹에 날려보내면서 나는 아무리 생 각을 해도 이것들과 같은 종류의 좀비를 본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펜힐마을 에서부터 몽땅 한데 모아 전부 좀비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암만봐도 활동량이 일반인의 배이상 되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녀석들을 좀비라고 부르기엔 좀 뭐 하다. 명칭따위야 일단 나중에 생각하고, 빨리 숲을 벗어나야 하겠지? 숲의 안에서 좀비들을 해결 할 수도 있지만, 이 숲을 벗어나면 보미닌의 외곽 성 벽이 나온다. 일단 펜힐에서의 참사를 말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지, 이것들을 끌 고가면 훨씬 더 잘 믿어 줄 것이다. 일단 수효나 확인해볼까? 나는 달려가면서 허 리춤에 있는 주머니를 뒤적거렸고, 손가락 두마디만한 직경의 조그만 철구(鐵球) 두개를 꺼냈다. 보석의 눈동자를 가진 눈알처럼 생긴 이것은 마법으로 지역탐색을 하기가 귀찮아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만든 내 공예품들 중에 하나지. 아, 뭔가 이 율배반적이군. "쥬엘 새터라이트Jewel Satellite 기동(起動)!" 파악! 파랗고, 빨간 보석이 홍채인양 박혀있는 안구처럼 생긴 두개의 철구는 나의 말에 보석에 불이 들어오면서 손바닥 위 1피트 정도로 떠올랐다. 바로 보석으로 렌즈를 만든 제한적 지역탐색을 위한 위성이다. "탐색! 가능한 지역 내의 모든 인간의 육체!" 파밧! 두개의 위성은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 높이높이 올라갔고, 나는 다시 주머니에서 어 조그마한 위성들이 수집해줄 정보가 나타나는 판을 꺼내었다. 유리로 만들어져 서 투명한 판 위에는 마치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항법장치(衛星航 法裝置)라고 불림)처럼 격자로 줄이 쳐진 지도가 나타났고, 나의 현재 위치가 중 심부에, 그리고 붉은 점으로 내가 탐색하고자 한 인간의 육체들이 표시되기 시작 했다. 일단 내 앞쪽에 겹쳐져있는 두개는 안스란과 하인츠고, 그 둘을 뺀 숫자를 구해보면… "사, 44?!" 나를 제외한 숫자가 46이라 찍혔으니 앞의 안스란을 업고가는 하인츠를 빼면 44 라는 숫자가 나온다. 제기랄! 그것도 점점 모여들고 있잖아?! 이것들 무슨 서로간 의 정신감응이라도 있는거야?! 내가 그렇게 속에서 열을 올리면서도 탐색범위를 반쯤 더 늘렸을때-기본적인 탐 색범위반경은 1마일이다-, 나타난 숫자는 내가 달려가다 쓰러질뻔했다. 이놈의 도 시에서는 묘지도 없냐! 왜 사람들을 숲에다 묻냐고! "제기라알! 세자리수까지 넘어갈줄 몰랐단 말이야!" 상황판 위에 찍힌 숫자는 117. 안스란과 하인츠를 제외한 숫자다. ---------------------------------------------------------------------- 책으로나온 글들을 읽다보면.. 갑지가 뭔가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내가 저렇게 썼던가.. 하면서 머리를 긁적이기도 하지만,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가 충분히 됩니다. 내가 이런놈이었군.. 하는 것이죠.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3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아, 물론 이 안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것은 아니다. 일단 인간의 육체를 검색기준으로 삼았으니 몽땅 빨간점으로 나오기 때문에 두개를 제 외한 나머지가 전부 땅에서 일어난 좀비들이라고 보긴 어렵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시간쯤 전, 보미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는 식 사를 하고 들어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하인츠나 안 스란이 야외에서 먹는 식사를 한끼라도 더 겪어보고싶다고 주장했기에, 나는 순순 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여태까지 그랬듯이 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불을 피 우고, 재료들을 다듬기 시작했다. 아, 물론 하인츠는 내가 가르쳐둔 검술동작들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경계를 서고있던 스퀄이 갑자기 주위를 돌아보면서 으르렁대기 시 작했고, 이상하게여긴 내가 주위에 귀를 기울이자 무언가가 땅을 해치고 나오는듯 한 소리가 들린것이다. 잠시 스퀄을 진정시키고, 안스란에게 계속 준비하라고 일 러둔 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중 가장 가까운 쪽으로 걸어갔고, 그곳에서 약 식으로 만들어진듯한 무덤'들'에서 시체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는것을 볼 수가 있 었다. 그야말로 오리지널 '좀비'들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나는 신속하게 안스란과 하인츠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요리를 중단시키고, 검술도 중단시킨채 하인츠가 짊어지고 오던 짐을 다시 내 배낭속에 집어넣었다. 안스란과 하인츠는 의아해했지만, 일단 따르는 대로 했고, 우리가 주변정리를 마악 끝낼쯤 에야 부스석 거리는 소리와 함께 근처의 수풀을 헤치면서 수마리의 좀비들이 모습 을 드러내었다. 당연하게도, 난 죽은 녀석들이 일어나는걸 보았으므로 저런 녀석들에게까지 지불 할 인간성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나타난 녀석들을 모두 물리치고 보미닌으로 떠 나려는 생각에 검을 꺼내들었지만… 부스석거리는 소리와 풀 밟히는 소리들이 점 점 늘어났고, 우리들은 어느사이엔가 수십의 좀비떼들에게 포위당한 형상이 되어 있었다. 그 다음에? 뻔하지. 안스란과 하인츠가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둘을 먼저 도망가라고 말하고는 내가 미끼가 되어서 좀비들 두 엇을 무찌르고, 그 둘의 뒤를 따라서 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퀄보고는 저 둘의 호위를 맡으라고 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달리다 쉬고, 달리다 쉬고를 반복하면서 정신없이 뛰었고, 점점 우리들을 추적하는 좀비들의 숫자는 늘어났다. 아까도 이야기했다시피, 저놈의 좀비들은 무슨 신품(?)인지 달리는 속도가 보통 사람의 속도와 거릐 다를게 없는 속도였다. 거기에다가 지치지도 않는 건전지같은 근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도주가 상당히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젠 끝이다! 저기 성벽이 보인다! "달려라 하인츠!" "예에!" 하인츠는 새로 얻은 체력을 마음껏 사용하면서 속도를 높였고, 나의 눈에는 성벽 위의 갤러리에서 우리를 보면서 피식 웃다가 우리들 뒤에 오는 좀비들을 보고 고 개를 갸웃해하는 경비원들이 보였다. 음… 약 1마일정도의 거리인가? 확실히 보통 인간들의 시야한계거리로는 보기가 어렵겠지. 성벽이 높기 때문에 일단 우리의 모 습이 보이기는 할거야. 확실히 저들의 눈에는 뭔가에 쫒겨서 달아나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일것이다. 하 지만 그 '무엇'이 뭔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경계를 하고 있는것 같았다. 어느쪽에 냐고? 그거야 물론 우리와 뒤의 좀비들 모두에게서지. 일단 뭔가에 쫓기는 사람들 은 뒤가 구린 범죄자일 가능성도 있고, 아니면 쫒는 사람들에게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아, 물론 둘 다 악질적인 범죄자와 범죄집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에는 쫓기는 사람들은 선량한 사람들이며, 쫓는자들은 이지를 상실한 좀비들이다. 그것 정확하게 알아내려면 아마 좀 더 다가가야 할걸? 그러니 까 어느정도의 시간이냐하면… 성문을 닫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비일어먹으을! 문 닫지마! 닫지 말라고!" 내가 뒤에서 고래고래 소릴 질렀지만, 내 눈에는 급하게 성문을 닫으라고 외치는 성벽경비대원들의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난 다시 상황판을 보았고, 저쪽 성 벽에 도열해있는 경비대원들과 그 앞에 안스란과 하인츠, 그 뒤에 나, 그리고 그 뒤쪽에는 거의 학익진의 형태로 우르르르 달려나오는 좀비들이 있었다. 그 수효는 약 100정도? 아마 숲에서 거의 모든 좀비들이 튀어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것 은 중요하지 않아! 문은 왜 닫냐고! 왜! "쳇! 그렇다면 넘어가주지! 하인츠! 점프해라!" "예?!" "점프하라고! 내말 못들었어?!" "가, 갑자기 왜?" 하인츠는 상당히 당황해하는 음성으로 물어왔고, 나는 혀를 찼다. 쓸데없는 의문 은 목숨이 안전한 다음에 제시하란 말이다! "닥치고 하라면 해!" "아, 예엣!" 하인츠는 달려가면서 점프를 할 준비를 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하인츠에 게 마법을 걸었다. "……점프" "우와아아악?!" 흙 땅이 파악! 하고 패이면서 안스란을 업은 하인츠가 무지막지한 점프력으로 성 벽을 향해 뛰어 올랐다. 거의 60야드쯤 남은 거리였는데, 하인츠는 그것을 무색하 게 할 정도의 엄청난 높이로 뛰어올라서는 성벽의 갤러리를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 고, 갤러리 위에서는 일부 멍청한 창병들이 창을 들이대고 있었다! 미친놈들! 누 굴 죽이려고! "흐아아압!" 하인츠는 자신에게 겨눠지는 창을 보면서 오른손에든 바스타드로 무한대 베기를 했다. 힘이 잔뜩 들어간 무한대 베기는 경량화가 걸린 바스타드의 무게와 마법적 으로 걸린 옵션 때문에 창대를 마치 수수깡처럼 베어버렸고, 하인츠는 무사히 착 지하는데 성공했다. 음! 좋아! 가르친 보람이 있다! "으라차차! 나도 간다!" 나는 점프로 뛰어가려다 시료스를 뽑아내서 성벽에 갈고리처럼 걸게하고는 점점 회수하면서 뛰어올랐고, 시료스가 점점 회수된에따라 나는 공중을 날아서 셩벽과 조우하게 되었다. 으라차차! 라이니시스류 쇼맨쉽! 갑니다아! "우오오오!" 나는 성벽에 직각으로 서게 된 상태 그대로 성벽위를 향해 달려나갔고, 거의 다 올라가자 시료스를 성벽에서 빼내었다. 그리고는 깨끗하게 반쯤 앉는 동작으로 성 벽에 착지했고, 일어서면서 가볍게 머리를 쓸어주었다. "아, 아저씨!" "괜찮으세요?!" 벙쪄있는 경비병들 사이를 가르며 안스란과 하인츠가 달려왔고, 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너희들은 어때?" "전 괜찮아요!" "저도요. 아저씨는요?" "다시 말하다시피 난 멀쩡하다고" 뭐, 조금 쇼맨쉽을 부리긴 했지만 말이야. 나는 일단 두 아이들을 잘 도닥거려주 고서 성벽 아래를 살펴보았고, 어느샌가 성벽밑으로 도착한 좀비들이 성벽을 덕덕 긁으면서 들어올라 발악을 하고 있었다. 어떤놈들은 다른 좀비들의 머리와 어깨를 밟고 위로 올라가려다 떨어지기도 했고, 어떤놈들은 성벽을 두들기기도 했다. 그 래봤자 너희들의 힘으로 열릴 성벽이 아니지. 쯧쯧쯧…. "어… 저기…" 우리가 서로에 대한 안부를 묻고, 밑의 녀석들을 보고있을동안 누군가 나에게 와 서 말을 걸려고 하는것 같았고, 안스란과 하인츠가 그에게 고개를 돌린것 같았지 만, 난 무시했다. 죽게 내벼러둔 쪽에 대해서 난 할 말 없수다. 난 하인츠와 안스란의 등을 가볍게 밀면서 말했다. "자. 내려가자. 이런곳은 오래 있을 곳이 아니니까. 일단 내려가서 씻거나 뭣좀 먹는게 좋겠지?" "저, 실례지만…" 쭈뼛거리면서 뭔가는 물어오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완벽하게 무시 했다. 실례라는걸 알긴 알아? 이 도시는 우리들에게 맨 처음부터 실례였다고. 나 는 뒤에서 누군가 날 부른다는 매우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려는 안스란과 하인츠를 데리고는 성벽을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고, 순간 뒤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무시하지 말아주십시오!" "…뭡니까?" 나는 최대한 기분나쁘다는 표정과 어투로 받아치며 뒤돌아봤고, 그곳에는 얼굴에 칼질한 상처 두어개 나있는 웬 시커먼 장정 한명이 구리로 만든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있었다. 어이, 수염좀 깍지 그러쇼? 내가 기분나쁘다는듯이 쳐다보자 상대는 약간 얼굴에 노기를 띄었다가 헛기침을 두어번 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는듯 하고는 말했다. "보미닌의 동남쪽 성벽 관리대 대장인 키멘츠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신원을 밝혀 주셨으면 하는데요?" "이 아이는 안스란, 이 아이는 하인츠. 나는 라이니시스. 이틀간을 꼬박 쫓겨서 겨우 마을에 들어가나 싶었는데 매정한 경비대원분들이 성문을 닫는 덕분에 밖에 서 살육만찬의 메인 요리로 올라갈뻔한 사람들이오만… 무슨 볼일이라도?" 굳이 설명 안해도 알겠지만, 이건 비꼬는 말이다. 어투는 일단 정중하게 했지만, 설명하는 태도나 표정을 볼때는 정말이지 얼굴에 주먹 날려주고 싶은 모습으로 말 했지. 저사람의 자제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볼까? 그것도 재미있겠네. 키멘츠는 그제사 내가 왜 무시했는지를 알고서 얼굴을 '조금' 붉히더니-이제야 그걸 아냐?- 말했다. "에… 그 일은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모두 다 살았으니 된거 아닙니까?" "호오, 말을 좋게 하시는군요. 저희가 오는 모습을 보고 '아, 저사람들은 성문을 닫아도 그냥 넘어올 수 있을 사람들이군'하고 생각하고서 성문을 닫고, 우리들이 성문을 넘어오자 그런 소리를 하는거라면 그냥 집어 치우시죠. 뭐, 밑에서 죽었 다고 해도 '유감을 표합니다'라고 하면서 묵념 3초 한 뒤에 화장해서 뿌리면 더 좋았겠지" 키멘츠는 자신의 어휘력에 대해서 한탄하기 보다도 나의 어휘력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것 같았다. 왜? 사실이잖아? 어찌되었든 도시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걸 모르 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 위해서 소수를 희생하다니, 그건 좀 너무한거 아냐? 소수 가 '절대적으로' 희생되어져야될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소수희생의 방법을 썼 다면 그건 비인도주의라고. 그는 나를 보면서 주먹을 꾸욱 쥐었고, 나는 유들유들하게 웃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자아, 이제 주먹이 날아오는건가? 모두 덤벼봐! 전부 눕혀줄테니! 하지만 키멘츠는 성격보다도 예의를 아는 자제력있는 사람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경황이 없어서… 그랬던것이니 용서해 주십시오" 정중하게 허리숙여 고개를 숙이는 키멘츠를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 게까지 나오는게 비꼬면 안되겠지. 적당히 놀렸으니 일단 용건있는 이쪽에서도 예 의차려볼까?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은것이 다행이었지요. 어찌되었든 그쪽에서 먼저 과실 을 인정하시니까 용서해 드리죠. 일단, 간단하게 용건부터 말하자면… 아, 일단 저 아이들을 내려가서 쉬게 해주시겠습니까? 짧디짧은 여행이었지만 지친거 같더 군요" "아, 예. 수지! 존! 밑에 휴게실로 이 아이들을 데려가!" "넵!" 키멘츠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지와 존이라고 불린 두 남자가 안스란과 하인츠에게 다가갔다. 약간은 불안해하는 둘을 보면서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며 미소짓는 얼굴로 말했다. "내려가서 쉬고있어. 이따가 보자" "예. 아저씨" "네" 하인츠는 내려가기전에 자신의 손에 들고있는 칼을 돌려주었고, 난 그것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아이들이 내려가자 키멘츠는 다시 설명을 요구했고, 나는 말 했다. "이틀전에 펜힐마을에서 연기가 올라오는걸 보셨습니까? 아, 보셨다구요? 그러면 이야기가 쉽겠군요. 저희는 지금은 지도상에서 지워버려야될 정도로 '전멸한' 펜 힐 마을에서 온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 핸드폰 요금 고지서를 보고나서.. 역시 제 핸드폰은 거의 울리지 않는단걸 깨달았습니다. 냐하하핫. 기본요근 이외에 요근 나오는 일은 거의 없는 그런 핸드폰이지요. 뭐, 그것도 나름대로 좋으려나요. 하지만 문자메세지의 절반이 광고문자면 참 비참해진답니다. 끄응. 어찌되었든, 오늘의 연재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월요일에 세편을 들고 다시 나타나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4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는 '전멸한'이라는 말에 약간의 강세를 주어 말했고, 키멘츠를 비롯한 경비대 원들의 눈은 동시에 흡떠졌다. 마을 하나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것이니 저런 반응 은 당연하겠지. 뭐, 굳이 내가 전멸시켰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니 말했다 가 무슨 봉변을 당할라고? 지금 내려보낸 저 두 아이들도 내가 전멸시켰다는것은 모르고, 그저 불타서 사람들 죽고, 마을이 사라진줄로만 알고 있다. 뭐, 내가 말 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마을을 전멸시킬 정도의 명분과 그 것을 변명해낼만한 언변이 있다하여도, 도시를 지켜내야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마 을 하나를 뭉개버린 사람과 이야기하는것은 꽤나 떨떠름 할것이다. "페, 펜힐마을이 전멸…이라구요? 그, 그럼 생존자는?" "방금전에 내려가서 쉬게한 안스란과 하인츠. 그 둘 뿐이요. 나는 불타던 마을 근처에서 저 아이들을 발견하고, 이리로 데려온 것이지요" 어디엔가 찾아보면 더 있지않을까 싶지만, 부정적이다. 나의 눈 앞에서 모든 사 람들이 언데드화 해버렸으니까. 케민츠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사이 사위를 잠잠해졌고, 단지 성벽의 밑에서 좀비들이 내는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나는 잠 시 성벽의 가장자리로 가서 아래쪽을 내려다 보고는 아까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좀비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런데, 일단 저기 밑에 있는 것들에게 화살이라도 두어대 박아주어야 하지 않 겠습니까? 저대로 있다가는 주민들이 꽤나 불안해 할것 같군요" "그…, 크읏!" 케민츠는 아래를 내려다보고는 침통성을 토했다. 이유는 대충 알만하다. 왜냐하 면 저기 아래의 좀비들은 전부 이 도시에서 매장한 사람들일 테니까. 옛날에는 자 기들의 친구였고, 동료였고,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지를 상실한 채 반쯤 썩어가는 몸으로 무덤에서 기어나와 자기들을 향한 살의를 불태우기 위해서 이 굳 건한 성벽을 뚫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저들을 과연 공격할 수 있을까? 죽 었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일 수 있다. 찾아보면 자신의 친지가 저 안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들을 공격하지 않으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위태로워진다. "궁수들 사격 준비!" 케민츠는 피가 날 듯이 주먹을 쥐면서 피를 토하는듯한 목소리로 소리쳤고, 활에 화살을 반쯤 매긴채 대기하던 궁수들은 비장한 표정이 되어서 사위에 화살을 걸고 힘껏 당겼다. "편안한 장례식을 위해… 경의를 담아서 사격!" 핑! 피비빙! 피잉! 수십 발의 화살이 시위를 떠나면서 공기를 찢었고, 궁수들의 최대한의 경의를 담 은 화살을 밑에서 발버둥치던 좀비들에게 박혔다. 썩은 살 속으로 날카로운 화살 이 박혀들면서 뼈와 부딪히고, 혹은 살을 찢어발기면서 나는 소리가 잠시동안 공 중을 떠돌았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것을 잊었는데 좀비라서 저런것엔 죽지 않을 듯 싶군. "크아아악!" "캬아아!" "퀘에에에에!" 좀비들은 화살이 박히자 더욱 열받은듯이 성벽을 긁고, 또는 성문들 쳐대는 일을 거세게 반복하기 시작했다. 힘이 거세졌다는것 외에는 별로 달라진것이 없군. 나 는 밑을 보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말했다. "좀비들에게 화살은 무의미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불로 태우는 것이지요. 아 니면… 여기 혹시 성수라도 많습니까?" "성수…요?" "예. 어떤 신이든 괜찮으니까 저 밑에 있는 좀비들에게 퍼부을 성수가 있으면 좋 겠군요. 하지만… 성수는 양이 너무 많이 들고, 거기에다 비싸니까 차라리 기름 을 부어서 불태우는것이 나을듯 싶습니다" 키멘츠는 화살을 달고서도 더욱 거세게 움직여대는 좀비들을 내려다보면서 입술 을 깨물었다. 하는 수 없지. 어쩔 수 없는거야. 기름을 부어서 불태우는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 설마하니 뼈까지 타버리고도 어디 움직이겠어? "기름을… 기름을 있는대로 가져와!" 키멘츠는 악을 쓰듯이 소리를 질렀다. 주위에 있던 경비대원들중 몇몇은 움찔거 릴 정도로 키멘츠는 한이 서린 눈동자를 불태우고 있었다. 확실히, 어려운 선택이 다. 나에게는 저들은 생판 모르는 타인의 시체들이지만, 이들에게는 자신과 관계 되어있던 이웃이었다. 경비대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두웠으며, 저 좀비들중에 서 아는 사람을 찾은 경비대원의 표정은… 마치 키멘츠 같았다. 키멘츠도 아마 저 기에서 아는 사람을 찾아내었을 것이겠지. 잠시후, 기름통들이 속속 도착하고, 키멘츠는 갈색의 액체 위에 둥둥 떠있는 바 가지를 집으면서 말했다. "기름을 부어서 불로 태우지 않으면 저들은 죽지 않는다. 그러니… 기름을 끼얹 고 불태워라! 이건 명령이다! 실시!" "실시!" "실시!" "실시!" 구호가 복창되면서 경비대원들은 기름을 좀비들에게 붓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몸 으로 기름이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좀비들은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할 뿐이었다. "성문은 뿌리지마! 성문에 몰려있는 가운데로는 기름병을 던져라!" 성벽을 돌이어서 기름이 묻어 불이 오른다고 해도 탈 것이 없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성문은 나무로 되어있다. 성문의 가까이에 있는 좀비들은 어쩔 수가 없지 만, 어떻게 알앗는지 성문근처로 모여있는 좀비들의 중간에는 기름병을 던져서 불 을 붙여도 괜찮을 것이다. 경비대원들은 모두 이를 악물고 명령을 수행하고 있었 고, 나는 그 모습들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은 없다. 이들 스스 로 이 문제를 해결하게 해야겠지. 한참동안 성벽의 밑으로는 기름이 부어지고, 기름병들이 던져졌다. 성문에 가까 이 있는 좀비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좀비들은 기름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채 자신들의 일에 열중할 뿐이었고, 키멘츠는 횃불을 하나 가져오게 해서 그것을 손에 들고는 성벽의 가장자리에서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 키멘츠의 입술이 살짝 움직이면서 그의 입에서는 아주 작은 목소리가 나왔고, 그 의 손에서 횃불이 좀비들의 한가운데로 던져졌다. 어머니? 화아아악! 횃불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기름을 타고 번져서 성문 앞의 좀비들을 제외하 고는 기름의 묻은 좀비들을 타고, 건너서 번졌으며, 기름이 묻어있지 않던 좀비들 도 옆에서 맹렬히 타오르는 불꽃에 옷이 타들어가거나, 노출되어있는 피부 밑 지 방츨에 옮겨붙거나, 혹은 말라붙은 살점에 번지면서 성벽 밑은 순식간에 아비규환 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마치, 지옥의 광경처럼. 상황의 정리를 빨리 끝났다. 성문을 긁거나 두들기던 좀비들은 뒤에서 갑자기 불 이 오르자 당황한 나머지 도망치려했고, 도망치면서 옮겨붙은 불이 그들의 육체를 태워들어가서, 결국에는 이곳으로 향한 좀비들 중에서 살아남은 좀비는 아무도 없 게 되었다. "어찌된 일인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키멘츠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낮고 어두운 말로 물어왔다. 그가 마지막에 했던 말 로 미루어 생각해보면, 아마 좀비들의 속에 그의 어머니가 있었을것 같다. 키멘츠 의 표정은 절망감과 슬픔을 가득 담은 사람의 표본적인 표정이라고 해도 절대 과 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그의 표정은 슬퍼보였다. 하지만, 정말로 그에게는 어 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을 위로할테지. "그러니까… 대충 이렇습니다" 나는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안스란을 좀비들에게서 구해내었던 사실 과 안스란을 데리고 마을에 갔던 일을 말하고, 마을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짓말을 했다. 내가 갔을때는 이미 마을은 불타고 있었고, 좀비들이 몸에 불이 붙은채 날 뛰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마을을 벗어났다고 말했다. 키멘츠는 일단 그것을 듣고 는 고개를 끄덕였다. 불타는 시체들 속을 걸어갈 그런 미친인간은 없을 테니까 말 이야. 그리고는 마을은 벗어나서 쉬던 도중 하인츠를 만나고, 이들을 데리고서 보 미닌으로 오던 도중 무덤을 헤치고 나온 좀비들과 조우해 이곳으로 잽싸게 뛰어왔 다는 이야기를 짧게 했다. "그렇…군요" "아, 그리고 안스란의 말에 의하면 주민들이 갑자기 언데드로 변해갔다고 하더군 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꼬며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피부색이 파랗고 보 라색이 되어가면서 눈이 뒤집어진채 언데드가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잘은 믿을 수 없지만… 불타는 마을에서 저도 그런 사람을 한명 보았습니다. 도 움을 청하러 도언 사람이 갑자기 언데드가 되어서는 저를 공격했고, 전 그를 벨 수 밖에 없었습니다. 끈적끈적한 죽은 피가 나오더군요"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내면서 말했고, 키멘츠는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일반 인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영역의 사건이니까 말이야. 갑자기 멀쩡하던 사 람이 언데드가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말해서 믿기가 힘들지. 나라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아마 들었다고 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안스란이야 쫒기고 있었 기 때문에 그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겠지. "그, 그렇다면 혹시 저희 도시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나올 수가 있다는 말씀입니 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펜힐만의 특수한 경우인지, 아니면 뭔가 원 인이 있을 것 같은데…. 불안감을 안겨드릴려는것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도 현 재로서는 부인하기 힘듭니다. 이미 죽은자가 일어났으니까요. 아, 혹시 도시 내 에는 묘지가 있습니까?" "묘지요? 묘지라면…!" 키멘츠는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역시! 도시내에도 묘지가 있었어! 그는 입을 다물이 못하면서 두어번 어버버 대고는 근처의 아무나에게 소리쳤다. "아무라도 좋으니까 지금 당장 사리디마스의 신전과 아눗, 그리고 페난의 신전으 로 가봐! 그곳 묘지에서 혹시 시체가 일어나지 않는가를 보고와! 어서!" "옛! 마이트는 사리디마스! 쿤토는 아눗으로! 난 페난으로 간다!" 그의 부관인듯한 사람이 키멘츠의 명령을 받아서 즉각 시행했으며, 나는 걱정스 러운 눈으로 시내를 바라보았다. 일단 도시는 큰 편이다. 세개의 신의 신전이 있 는것이면 꽤 규모가 큰 도시라고 할 수 있겠지. 그런 도시에 묘지하나 없다는 일 은 정말로 이상하다. 대개 신전에는 신자들의 안식을 위하여 묘지를 두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외부에다 묘지를 쓰는 경우는 도시내에서 묘지자리가 없거 나 하는 경우 사용하는 일반적인 매장관습이다. 뭐, 일단 쫓길때는 그렇게 말했지 만, 일반적인 매장 관습을 가지고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겠지. 지금의 문제는 바로 도시내의 묘지. 숲의 무덤에서 시체들이 일어섰는데, 여기라고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신전에 묻힌 시체들이지. 그나저나, 정말로 신 전에서 시체들이 일어나게 되면 그것은 신전측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신전에 비싼돈 내면서 시체는 안치하는 이유는 그 신의 교리에 따라 편안한 저승 으로의 안식을 위해서다. 하지만 그 신전의 시체들이 일어서게 되면 그것은 일부 러 안식을 위하여 돈내면서, 성수 뿌려가며 '거룩한 신의 이름으로…'운운하며 장 례식까지 치룬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것 아닌가? 시체가 일어섰다면 그것은 제대로 안식을 취하지 못했다는 뜻이며, 그것은 그 신전의 성직자들이 가지고 있는 신앙 심에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일이다. 죽은자들이 안식을 취하지 못해 다시 일어났 음은, 신을 바라보는 신전의 신앙이 신을 바라보고자하는 신앙심이 아닌 돈을 위 한 불순하고 타락한 신앙심으로 비춰진다는 사실이다. ---------------------------------------------------------------------- 안녕하세요. 글쟁이가 돌아왔습니다. 에.. 일단 이번주 안으로 3권이 나온다고 합니다. 날짜는 아마 23일이나 24일이 될듯 싶군요. 일단 정확한 날짜를 알아내서 삭제에 들어가야겠습니다. 오늘도 연재 3편 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5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지구의 중세시대에서라면, 성직자들의 타락이야 뭐 일상 다반사다. 종교 개혁이 어째서 일어났는지는 안봐도 비디오지. 여기도 그렇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다를 것은 또 뭔가? 두개 차원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말하는데, 둘 다 그게 그거다. 사 람사는 동네는 다 똑같더군. 문명 수준은 달라도 말이야. 난 매우 바쁘게 움직이는 경비대원들을 보면서 슬슬 안스란과 하인츠가 있는 곳 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신전에서 일어난 시체쯤이야 내가 신경쓸 일도 아니고 나는 일단 사건의 전모를 다 말했으니, 이것을 상부에 보고해달라고 요청하면 내 할일은 끝이다. "키멘츠씨. 그럼 저는 내려가보겠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사항은 상부에 보고하시 고, 추가증언이 필요하시다면 불러주시죠. 대략 삼사일은 이곳에 있을 것입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존! 이분을 휴게실로 안내해드려! 편히 쉬시죠"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뵙죠" 키멘츠와 난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고, 나는 존이라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서 휴게 실로 내려갔다. 성벽에 나있는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서 나는 마을을 내려다 보았 고, 무슨일인가 싶어 밖으로 나온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려하는 경비대원들의 불쌍 한 모습과 창과 갑주를 차려입고 분분하게 움직이는 시 경비대원들의 모습도 보였 다. 어느 신전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시체라도 일어난건가? 대개 신전에서의 매장 의식때는 무덤의 흙에 성수를 한가득 뿌려주기 때문에 무덤 안에서 언데드가 된다 하여도 그 성력에 막혀서 흙을 뚫고 나오지는 못한다. 그러다가 성수에 내재되어 있는 성력에 의해 다시금 죽어버리는 것이지. 성직자들이 타락했다 하더라도 설마 하니 맹물뿌리고 '성수를 뿌렸습니다'라고 할까? 뭐, 신전에서 시체가 일어났다는 말이 들이지 않는걸로 봐서는 일단 그 위험성은 접어두자. "이곳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나는 존의 안내를 받아서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성벽의 안쪽에 나무로 만들어져서 교대근무를 하는 경비대원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반적인 모습의 휴게 실이었다. 지금은 교대인원마저도 전부 어디론가 빠져 나갔는지 휴게실 안에는 긴 소파위에 누워서 누군가 덮어준 모포를 꼬옥 쥐고는 새근거리며 잠이든 안스란과 의자에 앉아있는 자세 그래도 자고있는 하인츠의 모습만이 보였다. 긴장감이 한번 에 풀리면서 피곤함이 몰려와 잠든것이겠지.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잠시 생각했 다. 이대로 깨워서 여관으로 갈까, 아니면 자고 일어나기를 기다릴까? 에라, 그냥 깨우자. 이대로 깰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안스란, 하인츠. 일어나라. 여관을 잡아서 자자. 일어나" "우음… 우으…" "으음…? 아, 예에" 누워있던 안스란은 뭉기적대면서도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했고, 의자 에서 자던 하인츠는 금방 눈을 뜨고는 답했다. 안스란은 모포안에서 뭉기적 대다 가 무진장 졸린 눈으로 반쯤 꾸벅꾸벅 졸면서 일어났고, 하인츠는 일어서서 기지 개를 두어번 피고는 대충 잠을 깬것 같았다. "하인츠, 안스란좀 부축해라. 걷다가 쓰러지겠다." "예" 하인츠는 소파에 앉아서 깜빡깜빡 조는 안스란을 일으쳤지만, 저혈압인지 아니면 피곤함이 몰려있는지 안스란이 눈을 뜨지는 못했다. 결국 두어번 부축을 시도해보 던 하인츠는 안스란을 들춰업었고, 나는 피식하고 웃으면서 휴게실 문을 열고 밖 으로 나갔다. 자아, 어느 여관이 괜찮을까? 규모있는 도시이니만큼 좋은 여관들도 많겠지? 돈도 넉넉하게 가져왔으니,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고 싶군. "그럼 전 보고하러 가겠습니다" "예. 수고하세요" 난 우리를 따라온 경비대원 존을 보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키멘츠의 입장에서는 내가 어디 묵었는지를 신속하게 알아내야하기 때문에 경비대원으로 하 여금 그 위치를 알아내개 해야 했을 것이다. 뭐, 나쁠건 없어. 그렇지 않아? 경비 대원이 여관위치를 안다 하더라도 별 영향 없으니까. 단지 그들이 우리를 찾는 시 간이 상당히 단축되기 때문이지. 아니, 찾는 시간도 아예 필요가 없나? 내가 고른 여관은 '황금사과'라는 이름의 여관으로서 보통에서 조금 더 깨끗하고 서비스가 좋은 여관이다. 돈? 돈이야 약간 더 내는것이 당연하지. 최고급 여관에 투숙한다면 할 수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사치는 무의미하다. 그냥 두 아 이들이 편히 쉴 수 있기만 하면 되는거야. "방 두개에 하루 2펜 50길입니다. 식사도 제공 되고, 지하의 목욕탕은 무료 개방 입니다" "일단 3일치 선불로 내죠. 아, 그런데 환불 되나요?" "물론입니다. 손님. 예전된 기간보다 일찍 나가실 경우, 남은 기간의 돈은 5%의 위약금을 떼고, 전액 확불됩니다" "아, 그렇군요. 여기 7펜 50길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프론트에서부터 친절한 직원이 있는 이곳은 중급의 호텔 분위기다. 하루에 내는 숙박비가 2펜 50길이라면 조금 비싼감도 없잖아 있지만, 그만큼 서비스가 괜찮을 것 같다. 전체 층수는 5층에다 승강기도 없어서-있을리가 있나- 끝층까지 올라가 려면 걸어서 올라가야 하지만, 우리의 방은 3층에 있었다. 2일실 하나와 1인실 하 나로 서로 붙어있는 방을 주문해서 그런지, 우리의 방은 그 층의 중간쯤에 위치하 고 있었다. "열쇠는 여기있습니다. 외출하실때는 프론트에 맡겨주신 후에 외출하시고, 열쇠 를 분실하시면 40길의 벌칙금을 지불하셔야합니다. 만약 열쇠를 프론트에 맡겨두 지 않고 외출하실경우에 발생되는 도난사건에 대해서 본 여관은 책임지지 않습니 다" "예. 감사합니다" "그럼, 편히 쉬세요" 나는 10길짜리 동전을 팁으로 주었고, 안내한 직원은 고개를 꾸벅하고는 돌아갔 다. 가족단위로 운영하는 곳이 아닌 회사의 수준에서 운영하는 여관이라서 그런지 이곳에서는 주인하고 떠들면서 이야기하는 낙을 누릴 수는 없을것 같군. 아니, 어 차피 지금은 그런거 있어봤자 귀찮다. "하인츠, 안스란을 방에 눕혀놓고 와라" "예" 나는 일단 안스란의 방 문을 열어주었고, 하인츠는 안스란을 업은채 안으로 들어 갔다. 그리고 나는 나와 하인츠가 쓸 방의 문을 열었다. "호오, 그럭저럭 깨끗한 편이군" 여관의 내부는 그럭저럭 깨끗했다. 침대의 시트나 커텐, 청소한것을 보자면 청결 상태에서는 A를 주겠다. 하긴, 깨끗하게 영업하지 않으면 여관의 간판을 접어야겠 지. 침대는 창문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에 두개가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의자 와 테이블이 있고, 서랍장 하나와 화장실로 추측되는 문이 있었다. "휴우, 저 왔어요" "그래. 잘 재워두고 왔어?" "네. 문도 잠그고 왔어요" "그래. 잘했다" "그럼 저도… 좀 잘게요" 하인츠는 졸린 눈으로 비척비척 걸어와서는 침대에 풀썩 쓰러져버렸고, 조금 뒤 에 고른 숨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흠, 많이 힘들었나보군. 나는 배낭을 테이블위 에 올려두고는 창가로 다가갔다. 3층의 높이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그렇게 높지도 않았다. 대개의 건물이 3, 4층의 높이였고,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과 경비대원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음… 확실히 신전의 건물들은 여기서도 잘 보인다. 보통 6층 의 높이로 신전을 건축하니까 그 위치는 독보적이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아마도 세개의 건물이 눈에 화악 들어올 것이다. 신전의 건물들 말이다. 아, 그러고보니 쥬엘 새터라이트를 계속 띄워두고 있었네? 나는 상황판을 꺼내서 명령했다. "기동 종료. 귀환" 상황판의 왼쪽 윈부분에 파란점과 빨간점이 반짝거리고는 상황판에 나타나던 지 도가 꺼지고, 나의 앞쪽으로 두개의 쥬얼 새터라이트가 나타났다. 마법을 사용한 자동 귀환기능인 것이지. 나는 두개를 잡아서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그것을 탁자위 에 올려두었다. 해가 뜬 위치로 봐서는 거의 오후 4시쯤 되었을 것이다. 안스란이 나 하인츠는 점심도 못먹고 움직였는데 그래도 잠이 오긴 하나보다. 에라, 난 밥 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나는 입고있던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거? 미스릴로 만든 플레이트 메일이다. 얼핏봐서는 그냥 보통 판금갑옷과 다를것이 없지만, 미스릴 특유의 은은한 광택과 뛰어난 효과, 그리고 가벼움은 입어봐야 알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이것 한벌만 해 도 이 여관을 사들이는것은 어렵지 않다. 드워프들만이 만질 수 있는 미스릴이기 때문에 값은 비싸지. 나? 나야 뭐 드워프들이 내 레어 근처에서 보석과 광석 캐가 고 하면서 내가 그냥 뭐 달라고 하면 척척 만들어 준다. 어차피 그들로서는 내가 원하는 물건들보다 그들이 가져가는것이 더 많으니까 오히려 이익이라는 것이지. 나는 갑옷을 벗어서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음, 그러고보니 테이블에 배낭하고 갑옷 올려두니까 다 차지해 버리네? 의외로 좁군. 나는 건틀릿도 벗어서 올려놓고 는 하인츠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열쇠를 가지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는 문을 잠그 고-어차피 안쪽에서 열 수 있는 구조다-아래로 내려갔다. 황금사과 여관의 식당은 보통의 음식점을 하는 곳과 다를것이 없었다. 하지만 조 금 더 맛이 좋고, 서비스도 뛰어나다는 것이 강점이지. 나는 빵과 수프, 스테이크 를 주문하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은 1층에 있기 때문에 창문으로 보면 지나가 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몇몇은 슬쩍 창문을 보면서 지나가기도 하지만, 대개 아 무런 관심도 표하지 않고 지나갔다. 그리고 문득 주위를 둘러보자니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일련의 시선을 받고 있는걸 알게 되었다. …에? 혹시 나는 내옷이나 내 몸 어디에 뭐라도 묻었을 까 싶어서 살펴보았지만, 나에게 이상은 없었다. 그렇다고 냄새가 나는것도 아니 고…. 남자가 긴머리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여기에서는 그렇게 흔한게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 나는 잠시 머리를 쓸어제껴서 정돈했다. 음, 아마도 머리카락 때문에 시선을 끌게 되었을거야.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없잖아? 그러는 동안에 한 여직원이 빵과 수프를 가지고 나왔다. "호밀빵과 크림 치즈 수프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10길짜리 동전을 주었고, 그녀는 고개를 꾸벅하더니 돌아갔다. 팁정도는 내 주는게 좋아. 10길 정도면 괜찮은 편이지. 처음에는 돌아다닐때 팁을 준다는게 상 당히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숙박비를 냈다고는 하지만, 좀 더 나은 서비스 를 바란다면 팁을 주는것은 당연한 행위이다. 거기에 일단 팁을 쥐어주게 되면 나 의 서비스 담당은 처음 팁을 받은 사람이 되기 때문에 더 나은 서비스를 바랄 수 있다. 자아, 먹자. "꺄아아악!" "…니미럴" 마악 나와서 따끈따끈한 호밀빵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프에 담드려는 순간, 바 깥쪽에서 들려온 비명성에 난 육두문자를 내뱉었다. 식사할때는 정말 뭔 일 생기 지 않았으면 싶은데 말이야. 나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창문쪽으로 다가갔고, 창 문의 바깥족 대로에서는 사람들이 우르르르 한쪽으로 도망가거나 주춤대는 모습이 보였다. 대체 뭐야? 창문을 열어서 밖을 내다보니-창문을 열 때 누군가의 머리가 부딪혔단 사실은 일 단 제외하고- 사람들이 도망가는 반대편에서는 몸에 굳어버린 회반죽을 덕지덕지 달고 있는 좀비와 각종 오물을 묻힌채 악취를 풍기는 좀비, 그리고 머리가 깨진채 로 썩어버린 뇌수를 질질 흘리는 좀비가 있었다. …보아하니 살해당한후에 시체가 유기당한 모습이군. ---------------------------------------------------------------------- 중세에 환상과 로망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지 않은, 살지 못하는 시대나 상황에 대한 동경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요. 그럴때마다 옆에서 현실감을 느끼개 해 환상을 깨트리는건.. 참 않좋은 일입니다. 후훗.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6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차피 이곳도 사람사는 동네니 만큼, 살인사건 한두개쯤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 은 것이고, 살인을 해서 시체를 벽에다가 회반죽 발라서 집어넣었든, 하수처리장 에 던졌든, 둔기로 머릴 부숴서 땅에 묻든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뭐,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것의 증명이지. 여기라고 뭐 다를거 있는줄 아나? 천만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거야 뭐 어느 세상을 가도 벌어지는 일이다. 그건 그렇고, 누가 했 는지는 모르지만 정말로 벽에다 시체넣고 회반죽으로 발라버리는 놈이 있네? 어찌되었든, 이곳 보미닌도 시체들이 일어선다는걸 확인했다. 원인은 전혀 알 수 가 없지만, 시체가 일어서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조만간 신전에라도 좀 들러 야 겠는걸?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난 창문을 딛고는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일단 저것들 먼저 해결해야 하지 않겠 어? 고작해야 세마리 밖에 안되는 놈들이니까 경비대가 오기 전에 해치울 수가 있 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대로 칼을 꺼내들었… 었… 었… 젠장! 칼 안가지고 나 왔다! 그냥 밥먹으러 내려온 거라서 무장 전부 풀고 나왔는데! 난 나의 무기나 장 비에 있는 귀환능력을 사용하려다가 워낙에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그것은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무기가 없어서 못 해치우는 놈들도 아니고, 괜히 나에 대 해서 이상한 소문-무기를 소환하는 모습에서 나올 수 있는 갖가지 말들-을 퍼뜨리 게 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일단 뭔가 쓸만한게 없을까 싶어서 주위를 휘휘 둘러 보았고, 누가 흘린건지는 모르겠지만 대걸레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쩌업, 이거라 도 써야지. 일단 걸레가 있는 쪽을 부러뜨리고 나머지를 들자 조금 내구성이 떨어지기는 하 겠지만, 곤봉 한자루가 급조되었다. 내가 해결할라 했지만, 일단 경비대원들이 출 동하는 시간동안 주의를 나에게로 모아야겠다. 이대로 두면 희생자가 나올것이 뻔 하거든. "하아압!" 나는 일단 본을 휘둘어서 세명의 좀비를 차례차례 한대씩 맞추었다. 주위를 둘러 보면서 희생자를 찾던 녀석들은 금새 나에게로 초점이 고정되었고, 나는 씨익 웃 었다. 일단 첫번째 목적 달성이다! "캬아악!" "그웍… 구우웩!" "크아아!" 하수 처리장에 빠졌다가 나온놈의 목에서는 괴성이 아닌 갖가지 오물을이 토해져 나왔다. 으웩. 기분나빠. 온갖 오물이 아마 저놈 몸 속에 가득 할 것이라는 생각 과 함께 녀석들은 나에게로 돌진해왔고, 나는 봉을 휘두르면서 응수했다. 탁! 파박! 퍼벅! 타악! 봉의 길이는 대략 4피트다. 이 범위 안으로 좀비들을 들여놓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나는 일단 달려오는 것들의 손을 쳐내고, 다리를 쳤으나 쉽게 넘어지지는 않았다. 크으, 쓸데없이 단단하단 말이야! "오지 마!" 퍼버벅! 나는 짧게 외치면서 셋의 명치에다 한번씩 찌르기를 넣어주었다. 워낙에 강한 힘 이 들어갔기에 좀비들을 달려오다가 뒤로 넘어갔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녀 석들, 살해당해서 그런가? 왜이렇게 기운이 좋아? 내가 잠시 이런 생각을 할 사이 에 좀비들은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일어나지 말고 누워! 누으란 말이다!" 퍽! 딱! 나는 봉으로 오물을 토해내는 녀석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고, 이 일격으로 녀석의 머리가 터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내가 들고있던 공봉도 중간쯤이 부러졌다. 으에 엑?! 뭔놈의 내구성이 이리 약하냐! 한놈이 무너졌지만, 두놈이 남았다. 녀석들은 옆에서 누가 하나 죽어나가던 말던 신경쓰지 않는 마이 페이스로 날 공격해 들어 왔고, 나는 날 잡으려는 녀석들의 손길을 부러진 곤봉으로 쳐내면서 방어를 해나 갔다. 이젠 숏 소드 정도로 남은 곤봉이군. 날이라도 있다면 제압하는데 간단하지 만 애시당초 통각이 마비되어버린 녀석들에게 곤봉은 통하지 않는단 말야! 퍽! 딱! 탁! 틱?! 팍! 턱! 좀비들은 그냥 우워우워 하면서 주먹을 휘두르는 수준이고, 나는 그것을 침착하 게 막아내고 있었다. 이성이 남아 있을리 없는 이 녀석들은 아마 내가 계속 두들 겨대면 계속 나만을 공격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난 계속 시간을 끄는 것이지. 자 아! 어디 누가 이기나 해 보자! 그러던 도중 나는 좀비들의 뒤에서 보이는 사람들 에 나의 눈을 의심해야했다. 에에엑?! "파이어 볼" 저, 저사람들이! 나는 멀리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중 마법을 스려는 자의 목소리 를 들었고, 나는 쏘아진 파이어 볼이 아네게 닥치기 전에 얼른 그 반경에서 벗어 나고자 뒤로 뛰어서 순식간에 10야드 바깥으로 물러났다. 내가 물러나서 착지했을 때, 파이어 볼은 정확하게 두 좀비와 쓰러진 한 좀비의 사이로 들어가 터졌다. 콰아앙! 나와 좀비들이 싸우는 장소에서 10야드 반경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파이어볼 에 의한 희생자는 없었다. 단지 좀비 세마리가 깨끗하게 타버렸을 뿐이다. 이봐!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도시 한 가운에서 파이어 볼이라니! 그런 몰상식한 행 위를 해도 된다 생각하는거야아! 나는 속으로는 화가 났지만 황당한 눈으로 그들 을 바라보았고, 그 들중 두명이 나에게 아는체를 해왔다. "페이그니스씨! 건강한 모양입니다!" "와아! 오랜만이예요!" 킬과 츠렌, 그리고 머기와 라니안느였다. 나는 손에 들고있던 곤봉을 아직 타고 있는 좀비들의 시체쪽으로 던진 다음 타고있는 시체와 물건들을 피해 그들에게 다 가갔다. "오랜만입니다. 이런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군요" "하하핫! 정말이지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좀비들하고 맞상대하고 있었던 사람이 웬지 눈에 익었다 싶었는데, 페이그니스씨였을 줄은 몰랐거든요. 머기가 말해줘 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서 쏜건가요?" 굳이 '파이어 볼을'이라고 말하지 않다고 그들은 생략된 목적어를 눈치 챌 수 있 었다. 츠렌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못피하면 재수 없는거고, 피하면 페이그니스씨가 맞다고 생각햇을 뿐이예요" "제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페이그니스씨였잖아요. 그러면 된거 아닌가요?" 츠렌은 매우 당연하다는듯이 말해왔고, 나는 이것이 말장난인줄 알면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니까 파이어볼이 날아오는 시간에 범위 바 깥으로 도망가지,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어? 라스킨이었다면 그냥 몸으로 버티고 서 '아이씨, 뭐야?' 했겠지만 말이야. 나는 관자놀이를 누르면서 한숨을 쉬었다. 어찌되었든 건강한것도 같군. 나는 일단 인사를 하지 못한 나머지 둘에게 인사했 다. "오랜만입니다. 머기씨. 라니안느씨" "오랜만" "안녕…하셨어요…?" 여전히 머기는 말을 짧게 했고, 라니안느의 성격도 여전했다. 이 일행은 그다지 바뀐것이 없군. 킬의 일행은 여전히 매쉬암을 추적하고 있었다. 에실루나가 일행에서 빠져나오기 전에-그러니까 나에게로 오기 전에-는 토타카 연합국에서 세렌과 브라이언트의 결 혼식을 보았었고, 그곳에서 반년정도 정보를 모았다고 했다. 하지만 별 성과가 없 자 그들은 사이에그롭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머기의 안내를 받아서 무멘트라에서 다시 정보수집 활동을 하다가 마침내 하나의 꼬투리를 잡아서 렌디너스 왕국으로 오게 되었고, 매쉬암의 조직원들을 추적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것이라 했다. "흠… 그래서 여기에서 그들을 놓쳤고요?" "아쉽지만, 그렇게 되었습니다.하지만 그들의 목적지는 대략 알아 내었습니다" "어디죠?" "그레니틴 산맥이 감싸고 있는 그레니틴 평원의 가운데입니다. 그곳에서 무슨 일 을 벌일것 같더군요" 자, 잠깐. 그레니틴 평원의 가운데? 나는 콰이헤른에게서 들었던 설명을 잠시 떠 올려 보았고,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기는… 영석이 형체화되는 장소! "제길 매쉬암! 이번엔 또 무슨 일을!" 나는 의자의 팔걸이를 치면서 씹어먹을듯이 말했고, 조용하게 대화를 하던 도중 갑자기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자 킬을 조금 놀랐나보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것이 말입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콰이헤른에게서 들었던 성지에 관한 이야기와 영석이란 물 건에 대한것과 그것의 형체화, 그리고 안스란의 이야기와 전멸한 펜힐 마을의 이 야기를 했다. 그들은 나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놀라하고 있었고, 특히 마법사용자 인 머기와 라니안느의 눈에선 이채가 흘렀다. "그러니까… 매쉬암의 조직원들이 가는 장소와, 영석이 형체화 되는 장소가 같다 는 겁니까?" "맞습니다. 매쉬암이 대체 무슨 일을 꾸미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 시체들 이 일어선 일들에 관련이 있을것 같군요"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 매쉬암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나도 알 수 없다. 영 석의 형체화는 어떻게 알아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일에 관련되어있을 것이 란 생각을 버릴래야 버릴 수가 없다. 직접적으로 마주친것은 몇번 되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매쉬암은 뭔가 알 수 없고도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일단 나 는 내가 아는대로 그것을 망쳐놓긴 했지만, 그런 대규모급의 음모를 몇건이나 더 꾸몄을지 난 알 수 없다. 설마하니 내가 바깥에서 본격적으로 돌아다닌 일이 없는 요 2년동안 매쉬암이 '하는것마다 일이 망하잖아! 2년간 휴식하겠어! 그리고 다시 할거야!'라고 하진 않았을거 아닌가? 아, 그러고보니 킬의 일행은 오는길 평안했나 몰라? "그런데, 오는동안 별 일 없었습니까?" "예? 별 일이라니요?" "혹시 숲에서 시체들이 공격해 오거나 하는 일 말입니다" "아아. 아뇨. 없었습니다. 저희들이 들어올때는 동남쪽에 무슨 일이 있다라고만 하더군요" "그렇습니까? 저희는 오는 동안 숲에서 대량의 좀비들이 무덤에서 일어났기 때문 에 상당한 곤혹을 치뤘습니다" 그렇다면… 좀비들이 일어났던것은 우리가 왔던 쪽 뿐인가? 분명히 성벽의 위에 서도 다른쪽 성벽에 좀비들이 몰렸다라고 하지는 않았다. 동남쪽이 사실 무덤 쓰 기에는 괜찮은 자리이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동서남북 가리면서 까지 무덤을 쓰 지는 않는다. 어떤 방향에서라도 무덤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잠깐 의아해해야 했다. 아마도 우리가 지나왔던 방향이 최초 사건 발생 지역이었 던 펜힐 마을과 가까워서 그런가? "그런데, 미리안하고 에실루나는요?" "아, 나미아하고 같이 집에 있습니다. 이번엔 저 혼자서 나왔지요" "헤에… 매정한 남편이다" 츠렌의 가벼운 한마디는 순식간에 비수가 되어서 가슴에 박혔다. 이, 이봐! 아무 리 그래도 그렇지, 말을 그렇게 신랄하게 하면 어떻해! 사실 지금쯤이면 돌아오지 않는 날 기다리면서 그녀들이 걱정을 많이 할 것이다. 으윽. 생각하면 생각 할 수 록 계속 찔려오네. "그런데, 페이그니스씨는 앞으로 어쩌실겁니까?" "아, 예. 일단 저는 부탁받은 일부터 해결해야겠습니다. 이곳에 온것도 일을 하 나 부탁받았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요" "무슨 일을 부탁 받으셨길래…?" "그것은 비밀입니다. 일종의 의뢰라서요" 월광 수선화는 인간사회에서도 손꼽히는 명화다. 혹시라고 월광 수선화의 존재를 누설하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있엇으니, 약속은 지킬 것이다. 그나저나, 어떤것 먼 저 해결해야 할지도 문제네? 매쉬암의 일도 급하기는 급하다. 하지만 먼저 의뢰를 받은 입장에서 의뢰내용을 해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킬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먼저 의뢰부터 해결하시고, 저희들과 동행하지 않겠습니까? 매쉬암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으니까요" ---------------------------------------------------------------------- 캐릭터 재 등장입니다. 워낙 이녀석들에 대해선 할 말이 남아있어서 말이지요. 캐릭터에 상당한 애착을 지니는 놈입니다. 하핫. 매쉬암이라는 공동의 목표.. 라는 글귀만 봐서는.. 매쉬암을 쳐부수자! 라고 볼 수도 있고.. 매쉬암에 들어가자! 혹은 매쉬암-이것이 뭔가의 지위라면-을 달성하자! 라고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재미있군요. 후훗. 오늘의 연재는 여기까지입니다. 전 이만 들어가지요. 목요일에 세편 들도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7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흠… 그런데 그러시다보면 매쉬암의 추적이 늦어지게 되시지 않을까요? 괜히 저 때문에 일행 전체가 늦어지는것은 별로 바라지 않습니다" 같이가는 것에는 일단 찬성이다. 하인츠와 안스란의 신변안전도가 훨씬 올라가니 까. 하지만 내 일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리다보면 킬의 일행이 매쉬암을 추적하는데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나 하나 때문에 발목 잡히는 꼴은 별로 보고싶어지지가 않 아. 뭐, 내가 한다면야 한시간 이내로 의뢰 해결이 가능 하지만, 음… 글쎄. 뭐랄 까, 초월자적인 모습을 이 사람들에게 보여져 버리는것이 싫다라는 거야. 지난번 의 동행으로 보여줄 수 있는 데만큼 다 보여준것 같지만, 그래도 싫은 것은 싫은 것이야.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아니냐고? 사실 그렇지. 지극하게 개인적인 이유이 기는 하지만, 어쨌든 싫어. 아, 혹시 모르지. 지금 이자리에 미리안이나 에실루나 가 나와서 '빨리 안 돌아오시고 뭐하시죠?'라고 말한다면 금방 해결할지도 몰라.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니까. 킬은 나의 말에 고개를 약간 갸웃 하면서 물었다. "의뢰라는게… 언제쯤 끝납니까?"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군요" "페이그니스씨의 실력이나, 가지고 있는 물품들을 생각하면 하루 정도에 끝을 낼 수가 있지 않나요?" 킬은 정곡을 찌르고 들어왔고, 난 순간 뜨끔 해졌다. 으윽, 사실은 그래. 하루도 걸리지 않겠지만, 지금은 의뢰를 해결하기 보다도, 안스란의 일을 해결하는 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단 말이야. 의뢰야 앞으로 한달이 조금 못되는 시간이 남아있으 니 괜찮겠지만, 안스란의 일은 한시도 눈을 떼 놓을 수가 없지. 매쉬암을 추적하 자는 것에도 구미가 당기기는 하지만… 아! 생각해보면 볼 수록 점점 짜증나는군! 매쉬암은 어떻게든지 그 배후를 파해내기로 마음먹은 집단이다. 여기서 놓치면 언 젠가는 실마리가 잡히긴 하겠지만, 그 시간을 기다리기도 싫고, 기왕 나온김에 같 이 가고도 싶지만, 이걸 어쩐다? "의뢰가 급하시다면 여기서 잠깐 만난걸로 헤어지던가, 아니면 이후에 저희들을 따라잡으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것도 괜찮군요. 하지만 시일이 좀 걸리는 일이라서…" 킬의 제안은 맘에 들긴 하다. 내가 어떻게든지 따라 잡으면 되겠지만, 시일이 걸 리는 일이다. 최소한 월광 수선화를 들고서 엘프들의 마을에는 다녀와야 하거든. 그리고 집에도 들렀다 와야 할지도 모른다. 일이 늦어질것 같다고 미리안과 에실 루나에게 설명해야겠지. …안돼. 그랬다간 분명이 그녀들도 무장을 챙기면서 따라오겠다고 할거야. 적어 도 매쉬암에 대해서는 그녀들의 행동을 막을 명분이 서지 않는다. 최소한, 미리안 은 어떻게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미리안이 매쉬암에 직접적인 원한이 없기 때문 이지. 하지만 에실루나는 다르다. 직접적인 원한이 있다. 날 만나서 다행이었지, 안그랬다간 어떤 변태에게 팔려가서 욕당하고 자결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엘프들 은 대개 원한같은것을 잘 가지지 않지만, 매쉬암이 있는 한 엘프들의 신변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것을 에실루나는 직접 격어봐서 알고 있고, 때문에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매쉬암은 그녀에게 있어서 막아야 될 집단이다. "괜찮습니다. 까짓꺼 시일이 문제겠습니까? 페이그니스씨같은 든든한 아군이 생 긴다는 것이 어딥니까?" 킬을 씨익 웃으면서 말했고, 그의 말에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그렇게 비춰졌던 것인가? 확실히 이사람들하고 같이 다니면서 보여주었던 여러가지 능력-특히, 본데스와 마법 결투를 벌였던 때-은 그들에게 있 어서 생소하고도 강력한 인상으로 자리했을 것이다. 하아… 그냥 적당히 강한것으 로 비춰졌다면 좋았을걸. 아니, 어찌되었든 이 사람들은 지금 조금이라도 강한 사 람을 원하고 있다. 그것도 매쉬암에게 적대감을 가진. 그 조건에 나는 꼭 들어맞 는 사람이 아닌가?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포기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여행경로가 어떻게 되십니까?" "예? 아아. 일단 알 수는 없지만, 말씀하신 대로라면 아마도 그레니틴 평원의 중 심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까? 그레니핀 평원의 중앙이라면… '힐텐펜스'가 있군요. 그곳에서 만 난다면 괜찮을것 같습니다" 그레니틴 평원의 중심부에는 호수가 있고, 그 호수를 옆에 끼고 있는 도시인 힐 텐펜스가 있다. 고대어로 '호수를 옆에 낀 도시'라는 뜻이 담겨있는 지극히 단순 하디 단순한 작명센스지. 작명센스에 대해서 논할 시간은 아니고, 킬은 내 제안을 듣더니 혼쾌히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예. 괞찮군요. 날짜는 언제로 할까요?" 날짜? 글쎄, 잠깐 생각해봐야겠지. 오늘은 11월 17일이다. 보통 사람들의 걸음걸 이로 보미닌에서 힐텐펜스까지는 약 나흘 한나절 정도 걸리니까, 이 사람들의 이 동속도를 생각해서 계산을 해보면 대략 사흘 정도면 이 사람들이 힐텐펜스에 도착 하겠다. 거기에 내가 월광수선화 채집하고, 가져다 주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설 득해서 혼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엿새에서 이레정도. 그동안 안스란과 하인츠를 어떻게 데리고 다녀야 할지가 막막하군. 아니, 특별히 데리고 다니지 않 아도 되잖아? 나 혼자서만 텔레포트 써가면서 일 해결하고 돌아오는편이 좋겠군. 나는 킬에게 말했다. "6일 후에 힐텐펜스에서 뵙죠" "6일이요? 아, 네. 그러지요" 킬은 나의 의뢰가 조금 오래 걸리는가 보다 싶었는지 조금 미심쩍긴 하지만 그래 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의뢰는 이틀 정도면 끝나는 일이다. 하지만 큰 문제는 바로 미리안과 에실루나. 이 두 사람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보통 많이 들것 같지가 않다. 아무리 이곳의 하루가 30시간이라고 해도, 모자를 수도 있다. 뭐, 어찌되었 든 합의를 봐서 다행이다. "그럼 저희는 이만 출발하겠습니다" "예? 아니, 벌써요?" "예. 이곳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잡은 다음에 힐텐펜스로 향해야 합니다. 혹시 저 희가 다른쪽으로 가는 정보를 잡았다 하더라도도, 6일 후에는 힐텐펜스에서 만나 도록 하지요" "아니, 저때문에 일정을 바꾸실 필요는…" 어허, 이거 사람 부담스럽게 만드네? 제다가 추적하다가 중간에 되돌아와 버리면 나도 같이 추적을 해야할 이유가 없잖아? "아니요. 저희의 정보로도 매쉬암의 세력의 일부가 힐텐펜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머기의 정보죠" 머기의? 머기가 가담해있다는 그 마법사 길드? 내가 머기를 바라보자 머기는 짧 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군요. 아무튼, 이번에는 큰 일이 벌어질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럴것 같습니다" 머기의 길드의 정보망에서도 매쉬암의 세력 일부가 향한다고 한다면, 이번엔 정 말 매쉬암이 뭔가를 벌일려는 것이다. 이전과는 훨씬 다른 큰 일을 말이야. 어찌 되었든, 이번에 매쉬암의 음모를 한건 더 분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 가보면 언젠간 매쉬암의 뿌리가 들어나겠지? 쳇, 어쩐지 이거 킬에게 말려든것 같 은 느낌이다. 에라, 뭐 어떠냐? 자아, 그럼 슬슬 꽃이나 따러 갈까? 월광 수선화는 어디선가 따로 자라는 자리가 있는것은 아니다. 그냥 산의 여기저 기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지만, 50년간 발견되지 않으면서 자랄려면 그만큼의 주위 와 단절된 장소가 필요하다. 거기에다 월광 수선화는 땅을 엄청나게 가린다. 한번 피어난 자리에서 옮겨심기를 하려면 개화되기 1년 전부터 옯길 수 있으며, 새로운 땅에 심는 일은 적어도 개화되기 한달 전에 마쳐야 한다. 어째서 그렇게 땅을 가 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월광 수선화가 많은 산은 산의 기운이 강하다. 예민하기로는 미모사를 능가하는 월광 수선화는 조금만 스트레스를 주어도 성장 에 지대한 악역향을 끼친다. 그래서 월광 수선화가 30년간 자라는 성장기에는 자 연적인 접촉 말고는 인위적인 접촉이 하나도 없게 해야 한다. 나머지 20년동안 월 광 수선화는 곧 터질듯한 꽃봉오리로 달빛을 한껏 받으며 개화할 준비를 하고, 50 년의 세월이 흐르면, 마치 달빛이 폭발하듯이 개화를 한다. 엘프들이 하려는것은 개화한지 3시간 안의 것들을 모두 모아서 잎을 떼내고, 줄 기와 뿌리를 끓여서 우려맨 물에 꽃입과 암술, 수술을 한데 갈아 물쳐 만든 것을 이파리에 싸서 그 우려낸 물과 함께 졸이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놓고 기다리다 보면 이파리가 흐물흐물 해지면서 물에 녹아들어가고,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하는 데, 이때부터 그 끓이는 액체에서는 은은한 달빛이 감돌게 된다. 그것을 계속 끓 이다보면 어느새 은빛의 연고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그것은 외부에 난 상처를 치 료하거나 혹은 그 상처로 들어온 독을 해독하는데에 매우 탁월햔 효과가 있는 엘 프들만의 영약이다. 거기에 근육통이나 관절염, 인대가 늘어나거나 힘줄이 늘어나 거나 했을때에도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엘프들이라면 대개 손바닥만한 통에 연 고를 담아 여행다닐때 쓴다. 게다가 웬만한 상처라면 흉터도 남지 않으니까 그들 의 깨끗한 피부 유지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다. 50년 만에 한번 있는 개화라서 엘프들이 상당히 신경쓰는 부분이기도 하지. 이번 의 개화시기를 놓치면 다음 개화 시기까지 50년을 또 기다려야 하고, 만약 그 사 이에 다치게 되는 사람이 나오면 약이 부족하다는 사태가 벌어지니까. 마법? 물론 마법으로도 치료가 되겠지만, 동네 꼬마가 길가다 넘어져서 무릎 까졌다는데 그런 곳에다 고수준의 마법을 쓰지는 않는다. 성직자라면 모르겠지만, 마법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일은 상당히 고수준의 실력을 필요로 한다. 나? 나야 뭐 그런거 별로 신 경 안쓰고 펑펑 써대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지도에 의하면 대충 여긴데, 혹시 월광 수선화 어디있는지 알아요?" 나는 태연스럽게 나의 바로 앞 나무의 뒤에서 화살로 날 겨누는 엘프에게 물어보 았고, 나를 경계하면서 화살로 겨냥하던 남자 엘프의 눈에 당황스럽다는 빛이 한 순간 스쳐 지나갔다. 상당한 적개심을 가지고 날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것에 비해 나는 태연스럽기 그지 없다. 아마 상대쪽에서도 놀랄 일이다. 갑자기 등장해서는 지도보면서 중얼대다가 뜬금없이 질문을 하니까 말이야. 내 감각으로는 내가 텔레 포트를 사용해서 이곳 그레니틴 산맥에 도착 할 때부터 나를 따라왔다가 내가 이 근방에서 멈추자 나무의 뒷편에서 날 활로 겨누고 있던것으로 생각된다. 아니, 아 예 애초에 내가 텔레포트 해 오자 마자 전통에서 화살 꺼내 겨누는거 같던데. 저 엘프는 내가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자 이를 악물고는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면서 말 했다. "넌 누구냐!" "에… 상투적이긴 한데, 그런거 말고 좀 다른 말 해주시면 안돼요? 그런 말 처음 만나는 사람마다 하는거 같아서요" 나에게 적개심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넌 누구냐!'라고 하더군. 미리안도 처음에 날 만났을 때 그랬잖아? 나의 유연한 태도에 엘프는 뭔가 맥이 타악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나본지 잠시 활에 매겨진 화살이 흔들렸다. 음… 저거 저렇게 당기고 있는것도 꽤나 힘들텐데. 그는 잠지 침을 한번 삼키고는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Nauio hadiq degyfi!" "…시도는 좋았는데 농당도 되지 못해요. 엘프어로 '넌 누구냐!'라고 해봤자 거 기서 거기잖아요?" 엘프어로 말 해봤자 머기가 몸담은 조직에서 쓰는 암호어가 아닌 이상 난 알아들 을 수가 있다. 암호어는 못알아 들어도 언어는 알아 들을 수 있지. 엘프어로 '넌 누구냐!'라고 한 것은 참 좋은 시도였는데 상대가 알아들어버리니 그는 잠시 당황 해하는듯 했다. 그건 그렇고, 상대의 농담을 곧이 곧대로 들어버리다니, 역시 엘 프는 엘프군.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아, 조금 늦었습니다. 외유가 잦아지다보니 늦게 들어오는군요. (잦아지는것과 늦는게 무슨 상관인데?) 오늘 3권이 나왔다고 합니다. 배포는 내일부터 이루어질 생각이고, 도매상에 대부분의 배포가 마무리 되는 시점은 대략 다음주 월요일 쯤 되겠군요. 그때쯤이면 서점과 대여점에 풀릴것 같습니다. 그런의미에서, 내일 글을 삭제하겠습니다. 사실 이런것은 월요일의 연재글에 써야하는건데, 잊었군요. 차후 공지를 올립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18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크흠! 큼! 어서 정체를 밝혀라!" 엘프는 나의 말에 멎적은듯이 얼굴을 약간 붉히고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나에게 활을 겨누면서 말했고, 나는 풋하고 작게 웃고는 배낭을 뒤졌다. 어디보자… 엘 프들이 나에게 준것이… 아, 찾았다. 나는 배낭에서 작은 스크롤을 꺼냈다. 아마도 이거였었지? 나는 그것을 앞에 있 는 그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것 좀 읽어 보시고 진정하세요. 엘 타칸리스 산맥의 엘프마을에서 왔거든요?" "엘 타칸리스?" 엘 타칸리스라는 말에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화살과 활을 내리고는 내가 건네 주는 스크롤을 받았다. 풀잎으로 만든 끈으로 묶여진 스트롤을 펴보더니 그 안에 적혀진 내용들을 읽던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슨 내용이 적혀져 있는지는 정 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의 신원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에 게 월광 수선화를 넘겨줘도 괜찮다는 그런 이야기들일 것이다. 그는 그것을 다 읽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흠… 그랬군. 원래의 채취자였던 분이 갑자기 다쳐서 움직이게 되지 못했다라… 당신이 그 대리인이군요?" "아, 예. 일단 말씀을 듣고서 서둘러 왔습니다. 놀라게 해드렸다면 사과하지요" "아니, 뭐. 이쪽에서도 사과드립니다. 무기라를 처음 보는 상대에게 겨누었으니 까요" "하하. 그거야 월광 수선화를 지키시는 분의 일이니까 제가 사과 받아야 될 이유 는 없습니다. 그런데, 월광 수선화는 어디있지요?" 사과를 사과로 받는 엘프에게 다시 사양이나 사과를 했다가는, 끊임없는 사과가 되풀이 될것이 뻔했기에 나는 월광 수선화로 이야기의 초점을 돌리고자 했다. 내 가 원하는것은 그것 뿐이니까. 의뢰 내용은 열 네뿌리를 산채로 사져와 달라는 것 이다. 최대한 싱싱한것을 바라는 마음이지. 그러고보면 평소에 이 일을 하던 엘프 는마법 수준이 높은가? 화분 열 네개를 들고 다니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니까. 수 선화가 조금은 작은 식물이라고 해도 열 네뿌리면 무시 못할 양이다. 흠… 나중에 엘프들에게 물어봐야지. "아, 이쪽으로 오시죠" 편지 한 통에 엘프는나에게 호의를 비추었다. 일단 엘 타칸리스에서 나온 보증서 (?)가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지. 나는 그를 따라서 산속으로 열심히 파고들었다. 월광 수선화는 인간사회에서 꽤 나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하는 물건이다. 특히 개화시기에 거의 가까운 월광 수선 화의 경우 '제국의 황제가 구입을 원해도 팔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 하고 아름다운 식물이다. 때문에 엘프들이 사용하는 월광 수선화는 깊숙하게 감춰 져있고, 그 장소가 철저하게 비밀로 붙여진다. "그건 그렇고, 50년에 한번 오는 엘프들을 맞이하려고 여기서 살고 계십니까?" "예?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매년 월광수선화를 캐러 오는 엘프분들이 오셔서 심심하지 않지요" "…예? 매년이요?" 내가 알기론 월광 수선화의 개화시기는 50년인데? 어째서 매년 와서 캐간다는거 지? 개화시기 1년 전이 아닌 때에 여기와서 월광 수선화를 캐봤자 약도 안 될 것 이고, 옮겨심기는 불가능일텐데? 내가 의아해하자 나의 앞에서 가던 엘프는 하하 웃더니 말했다. "분명 월광 수선화의 개화시기는 50년입니다만, 이 산맥에는 1생부터 49년생 까 지의 모든 월광 수선화가 있습니다. 년도를 따져서 개화하는것이 아니라, 꽃 자 체가 50년에 한번 개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부 다른 마을에서기는 하지만, 월광 수선화를 채취하러 오시지요" 아, 그렇군. 난 고개를 끄덕였다. 꽃의 개화시기는 50년이지만 내년에 50년 되는 꽃이 있고, 내후년에 50년 되는 꽃이 있는… 어쨌든 다양한 연도별로 꽃이 있으니 까 매년 채취하는 거구나. 비록 오는 마을의 입장에선 50년에 한번이지만 말이야. 그러면 혹시 어디에 가면 어느 마을 전용이라고 써둔 팻말과 곱게 자라난 월광 수 선화를 볼 수 있는거야? 쿠크큭! 무슨 이 산맥이 주말농장도 아니고 말이야. "저곳이 바로 제가 사는 곳입니다" 두세시간을 꼬불꼬불한 숲길을 걷고, 개울을 건너고, 산길을 걷다가 도착한 장소 는 이 엘프의 집이 있는 장소였다. 주위를 둘러보면 협소한 산세의 작은 분지처럼 만들어진 그 속에서 살고 있었다. 숲에 반쯤 그 몸을 묻고 있는 통나무집인데, 집 의 30야드 앞쪽에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지하수가 밖으로 흘러나온 것 이 아닐까 생각된다. 집의 위치를 보자면 아주 좋은 위치다. 숲에 반쯤 묻혀있고,거기에 덩굴이 집을 감고 있다. 그리고 앞쪽에는 냇물이 흐르고, 그 사이에는 작을 풀들이 나있는 작 은 풀밭이 있어서 자연을 사랑하며, 오늘의 햇빛에 감사하고 내일의 빗물에 기뻐 할줄 아는 사람이 살기엔 최적의 장소다. 나의 경우에는… 아마 사는것은 불가능 해도, 별장 정도로 마련 해둘 그런 집이다. "상당히… 멋진 장소군요"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했고, 그는 내 칭찬에 기분 좋은지 기쁘게 미소지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멋지군. 이토록 멋진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라니, 이 장소에 반해버릴것 같아.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시죠. 수선화를 채취하는 장소만큼은 비밀이 되 놔서 말입니다" "아, 그러지요" 나는 그의 안내를 받아서 그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유리도 사용하지 않은, 나무 로 겉창을 대고, 오로지 나무로만 만든 100%의 나무집이다. 벽난로 만큼은 어쩔수 없이 그냥 진흙을 사용했지만, 집안은 나무로 가득했다. 두개의 벽장을 가득 매워 서 여기저기 억지로 쑤셔 넣은것 같은 책장의 책들은 대부분이 원예에 관한 것이 었고,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놓아둔 모종들의 나무 화분은 이 엘프의 취미가 무 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원예가가 아니라면 이런 일은 하지 않을 거야. 집안의 분위기는 겉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따사로이 비추는 아주 좋은 분위기로 서 밝은 에너지가 가득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다. 여기에 은은한 음악이 있었더라면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었을 터이지만, 숲쪽에 나있는 창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 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초원을 스치고 가는 바람소 리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음악이었다. 아아아… 정말 멋지군. "아, 거기 앉으세요" 그는 반 이상이 싹이 나는 화분으로 점령당한 테이블에 딸려있는 의자를 가리키 면서 말했다. 음… 뭐랄까? 보통의 원예가와는 좀 틀린, 광적으로 원예를 좋아하 는 엘프일려나? 테이블에까지 이렇게 해놓다니 말이야. 나는 비교적 화분들이 덜 몰려있는 방향에 있는 의자에 앉았고, 그러자 그는 티 포트와 찻잔을 내 앞에 내 려놓으며 말했다. "여기 잠깐 차나 들면서 기다리고 계세요. 조금 시간이 걸릴것 같으니까요. 혹시 심심하시면 책장에 있는 책중 아무거나 꺼내보셔도 상관 없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는 책장의 옆에서 이것 저것 도구를 챙기더니 들어왔던 문과는 반대쪽으로 나 있는 문을 통해 나갔다. 음… 숲쪽으로도 문이 있군. 편리하겠네? 나는 찬잔에 차 를 담고는 향을 맡아보았다. 흐음… 쟈스민 티인가? 향기가 좋군. 개인적으로 홍 차보다는 녹차를 좋아하지만, 이것도 괜찮아. 음. 차를 마시면서 책이라도 볼까 싶어서 다시금 챙작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책장은 무슨 카오스 이론이 그대로 적용 되어있는 듯한 모습이어서, 왼쪽 하단의 책을 뽑으면 오른쪽 상단에 있는 책들이 쏟아질 것 같은 구조였다. 거의 빈틈없이 책장을 채운 책들을 보면서 난 고개를 저었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난 몸소 카오스 이론을 체험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바깥 구경이나 하는게 더 났겠네. 나는 찻잔을 들고서 창가쪽으로 다가갔다. 향기로운 차와 함께 평화로운 자연의 풍경을 보는것은 정말이지 최고의 기분이다. 이것이 녹차였다면 아직 녹색이 깔린 들판과 더더욱 잘 어울렸겠지만, 꽃향기가 나는 홍차도 괜찮다. 마치 들판에 한가 득 들꽃이 피어난것 같은 느낌이 들잖아. 사실 여기에 커피나 우유, 혹은 맹물을 들고 있었다고 해도 좋아했을 나지만, 아무렴 어떠냐? 하지만 말이야… "불청객은 아무리 해도 싫어" 나는 창밖 저 멀 곳에서 산을 타고 내려오는 그림자들을 보면서 눈썹을 찌푸리고 는 말했다. 엘프라면 아마도 내가 들어왔던 그 길로 들어올 것이다. 엘프라면 일 부러 저렇게 길도 없는 곳에서 밧줄타고 내려 올 이유가 없잖아? 나는 주머니에서 망원안경을 꺼내 좀 더 가까이 관찰하기로 했고, 아무리 잘 봐줘도 엘프는 아니라 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귀 짧은 엘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다섯명…인 가? 헌데, 불청객이 무슨 일일려나? 나는 절벽을 다 내려와서 뭐라뭐라 말하는 그 들을 보면서 저들이 과연 어떤 놈들일지 궁금해졌다. 혹시 이곳으로 찾아온 이 집 주인의 손님일지도 모르겠지. "실프. 소리를 전달해줘" 나는 실프를 사용해서 저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고자 했고, 실프에게 명령하자 귓가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나더니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여기가 확실해?" "그럴거야. 지도에서도 맞다 그러잖아?" "그런데, 우리가 어째서 이런 장소까지 꽃을 따러 와야하는거야?" "낸들 아냐? 위에서 시키니까 하라는거지. 사실 보수도 좋잖아?" "하긴 그래. 그런데, 저쪽에 저거 오두막인가?" 나는 오두막 이야기가 나오자 황급하게 몸을 숨겼다. 아무래도 저들은 이 엘프가 가진 꽃을 원하는 것 같았다. 월광 수선화? 가능성도 있긴 하지. 하지만 이 위치 가 그렇게 잘 노출될 위치도 아닐텐데? 난 몸을 숨겼고, 긔고 다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응? 뭔가 움직인것 같은데?" "그래? 혹시 저 집 주인아냐? 그 엘프 말이야" "아아! 우리에게 화살 날리던 그 엘프? 그러면 그놈이 여기 관리인이야?" "그럴지도 모르겠네. 일단 가볼까? 월광 수선화인지 수선복인지 모르지만, 일단 명령을 지켜야 하지 않겠어?" 나는 다행히도 저들이 나보다는 눈이 않좋다는 사실-당연하잖아-에 안도했고, 그 들의 목적이 월광 수선화라는것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월광 수선화를 빼았으러 왔다는거야? 대화 내용상 산으로 올라오다가 여기 엘프에게 된통 혼나고서는 다른 루트를 찾아서 온 것 같은데? 일단 대화를 차단하고 생각해보자. "저걸… 어쩐다?" 지금은 이곳의 관리인 엘프가 월광 수선화를 채취하러 가있을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난 손님된 입장으로서 불청객을 처리해야하는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저 걸 '어떻게' 처리 하느냐지. 처리 할지 안할지는 애시당초 저녀석들이 올 때부터 결정되어있던 문제고, 저것들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지. 음… 그냥 기절시킨다음 에 밖의 아무데나 툭 던져두면 이곳으로 또 올테지? 그렇다고 죽이기는 싫다. 아 직 난 나의 몸에 대해서 자신이 안서니까. "뭐, 그냥 기절시킨 다음에 주인이 처리해 달라고 해야겠다" 손님된 입장으로 어디 감히 주인의 권한에 침범하겠냐는 생각이지만, 사실 내가 처리방법 생각히기도 귀찮다. 나는 포켓에서 작은 거울을 꺼냈다. 이것으로 밖을 비춰보면 뭔가 보이겠지. 밖을 보니 다섯명의 사람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거리는 대략 반마일정도? 나는 일단 몸을 낮춰서 내가 들어왔던 문으로 다가갔다. 저들이 오는 방향과는 다른쪽에 나있는 문이지만, 내가 이대로 문에서 나간다면 저들에게 발각될것은 뻔했기에 문에 가까이 다가간 나는 거울로 다시 바깥을 살폈다. 각도 가 잘 나오지는 않지만, 어째든 난 그들이 오는 모습을 체크할 수 있었다. 후우, 슬슬 해볼까? "인비지빌리티" 나는 내 몸에 투명화의 마법을 걸었다. ---------------------------------------------------------------------- 갑작스럽지만, 다음편은 외전입니다. 끝나지 않은 외전이지요. 외전도 연재글에 넣느냐! 라고 하신다면 정말 할 말 없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연재중에 외전을 넣을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일단.. 연재 짬짬이 외전 넣으면.. 실제 챕터 연재시간은 길어지겠군요. 어찌되었든 외전 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The Story of Eshilluna (1) "저는 엘 타칸리스 엘프평의회에서 소정의 대가를 받고는 이들을 구해내기로 했 습니다. 그 와중에 여러분들이 구해진것은 우연이었죠. 엘프라고 하기에 전부 사 들일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세상에 공짜라는 것은 없는 법이라죠" 그의 말에서 전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드래곤은 다른 종족의 말을 듣고서 함부로 움직이는 종족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저 한 목적의식. 그것에 의해 움직이는 드래곤에게 있어선 저 역시 예외가 될 수 없 겠지요. 저는 말했습니다. "이해하겠습니다. 제가 돌아가는 대로 대가를…" "아니. 금전적인 대가는 저에게 의미가 없군요. 그래서 실질적인 대가를 원하는 바입니다" 저는 잠시 의아해했습니다. 보물과 재화라면 퀸께서도 엘프들의 오래된 물건들을 내놓을 것이며, 그것은 드래곤도 충분히 만족시키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인 대가라니, 대채 무엇일까요? "실질적인 대가…라면?" 저는 그의 눈에서 뭔가 수상쩍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질적 대가라는것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던 저로서는 그저 대답을 기다릴 뿐이었지요. 순간 그의 팔 이 움직였고, 옆에 있던 민체토경이 움직이기 전에 그의 손은 제 턱에 와닿았고, 제 얼굴을 끌어당겼습니다. 그리고 그는 저의 눈동자를 마주보며 말했습니다. "옛말에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는 말이 있지. 엘브스 퀸의 석세서라면, 데리고 사는 재미가 날듯도 하겠지. 무슨말인지 알겠나?" "그것은… 저를 원하신다는 뜻입니까?" 순간 저는 떨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몸에 들인 습관은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침착한 어투가 되도록 만들고 있었기에, 전 그저 말꼬리를 약간만 흐렸을뿐, 침착한 어투로 말했습니다. 실질적인 대가. 그것은 바로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이 신 라이니시스께서 저 에실루나 지오덴틱을 원하진다는 말이었습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저를 향해왔고, 그것은 저의 마음에 아주 큰 파문이 되었습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면서 전 가슴이 뛰었습니다. 엘프들은 감각이 아닌 판단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긴 시간동안 살 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순간 저는 감각적으로 느꼈습니다. 제 마 음은 이미 저분에게 향해 계시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저를 원한다는 말을 하신 그 강렬한 인상은 이후로도 계속 가슴에 남아있었습니다. 저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 리고는 말하고자 했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하시라고… "에실루나?" "예? 아, 무슨 일이세요?" 과거의 회상들은 그다지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여유로운 나날을 보내다보면 간혹 생각이 나게됩니다. 전 옆에서 걱정되는 눈으로 절 바라보는 미리안에게 생긋 웃 어주었고, 그녀는 마주 미소지어주면서 말했습니다. "조금… 졸리죠?" "예? 아, 예에…" 저는 그냥 얼버무렸습니다. 옛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하기 보다, 이쪽이 더 수월하니까요. 미리안은 은은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 오븐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오븐에 가까이 있으면 열기가 밖으로 나와서 가끔 졸릴때가 있어요. 언제 한번 은 그러다가 정말로 졸아버린적이 있어서… 큰일이었죠" "어, 어떻게…?" "음식은 타버리고, 새까만 연기가 가득하게 깔려버려서 라이니시스님이 기겁을 했다니까요. 호호홋, 그땐… 정말 요리 못했죠" "그랬군요" 미리안은 즐거운듯이 말햇습니다. 그녀는 제가 봐도 정말 즐겁게 세상을 살아갈 줄 아는 엘프입니다. 그녀가 살아가는 모습을 쭈욱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 녀의 쾌활한 면은 정말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인지 나미아도 그녀 를 더 따르는것 같아요. 아마도 조용한 어머니보다는 같이 놀아줄 수 있는 어머니 를 원하는 것이겠지요. 미리안과는 60의 나이차이가 나지만, 라이니시스의 레어에서 살아가는 시간동안 그녀는 저의 선배이자 언니같은 모습으로 제게 비춰졌습니다. 저보다 라이니시스 와 더 오래 살았고, 그를 많이 이해하고 있으며, 요리도 잘하지요. 날이 가면 갈 수록 그녀가 부러워집니다. 한때는 질투심이 생기기도 했었고, 약간의 사건이 발 생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녀역시 저의 소중한 가족이니까요. "이대로 두시간쯤 구워야 할거예요. 약한 불로 굽는 중이니까 탈 염려는 없으니 까… 남은 시간동안 뭐할까요?" "에… 먼저 갈아입고 씻는건 어떨까요?" 네 시간동안 여러가지 요리를 하느라 저나 미리안의 옷에는 많은 자국들이 남아 있었고, 손에는 밀가루나 소스들이 묻어서 조금 지저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원래 요리라는게 깨끗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인데 아직은 잘 안되는것 같아요. "아, 그래야겠다. 그럼 가요" "네" 미리안은 저에게 팔짱을 끼고를 저를 이끌었고, 저는 그녀에게 끌려지듯이 하며 걸어갔습니다. 키는 제가 약간 더 크지만 보폭은 미리안이 더 넓은것 같군요. 아 마도 엄격한 예절을 배워오면서 자연스럽게 좁은 보폭만을 배워왔던 저보다 축복 받은 숲에서 자유롭게 자란 미리안의 보폭이 더 넓은 것은 당연한 사실일겁니다. 라이니시스의 레어는 넓습니다. 그의 진짜 모습을 본적이 없지만 아마도 그가 원 래의 모습으로 쉰다 하여도 훨씬 많은 공간이 남을것 같은 모습입니다. 200년 전 까지만 해도 블랙 드래곤의 엘더(Elder : 장로)였던 엘 타칸리스가 살던 장소였으 니 그도 그럴것이겠지요. 목욕을 하기위해서는 많은 방들중에 두개를 차지한 목욕탕을 가야 합니다. 각자 의 방에도 목욕하는 시설이 있지만, 저나 미리안은 큰 목욕탕을 이용합니다. 방에 있는것은 같이 목욕하기엔 좁으니까요. 그 이유 외에도 넓은 목욕탕에 있으면 웬 지 기분이 좋습니다. 협소한 장소보다는 넓은 장소가 좋다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지 요. "부럽다…" "예?" "항상 늘 그렇지만… 에실루나의 몸은 정말 멋져요" 평소에 옷을 벗을 때마다 미리안이 절 바라보는 이유가 이것이었군요. 하지만 제 가 보기에도 미리안의 몸은 콤플렉스를 가질 정도로 못만들어진건 아니라고 생각 해요. 어쩌면 저보다 훨씬 좋은 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미리안의 몸이 훨씬 더 멋지다고 생각해요" "후우… 그렇지 않아요" 미리안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고, 전 의아해했습니다. 어째서 저런 표정 을 짓는것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미리안은 정말로 부럽다는 눈으로 저를 보며 말 했습니다. "에실루나의 몸은… 라이니시스님의 손길이 닿아있잖아요. 부러워요…" "그, 그런…!" 전 순간 얼굴이 붉어지는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말이 틀린것은 아닙니다. 라이니 시스의 손길이 닿은 부분보다도 닿지 않은 부분이 더 많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 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전 너무 부끄러워진답니다. 미리안이 그런것을 부러워하 고 있다는것은 잘 알고 있지만요. "거기에다 피부는 매끄럽고 하얗고… 상처하나 없이 깨끗한… 아, 키스마크다" "에엣?!" 미리안은 제 쇄골있는 부분을 가리키면서 말했고, 전 황급히 가렸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난밤에도… 일이 있었지요. 미리안의 피부는 저보다는 약간 하얗지 않습니 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하얀 피부이기는 하지만 저하고 비교를 하면 약간 모자라는 감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그것을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미리안은 예전부터 숲에서 살면서 여기저기 긁히거나 다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흉터 들이 있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석세서로서 자라왔던 시간동안 위험하거나 다칠만한 일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지요. 부자유스러움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후아… 좋다~" "정말 그래요" 수증기가 하늘하늘 올라가는 뜨거운 물 속에서 조용히 있다보면 온몸이 개운해집 니다. 석세서로서 퀸의 궁전에 살았던 때는 어떻게 해도 가슴속까지 개운해진적이 없었는데, 여기에 와서는 단지 뜨거운 물에 몸은 담그는것 만으로도 즐겁고 편안 하면서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생활. 진심으로 원하던 것들. 쏴아아아… 에실루나는 창밖을 보면서 떨어지는 빗줄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오늘 오 전부터 조금씩 쏟아지던 빗줄기는 오후들어 굵은 장대비가 되어 내리고 있었다. "잘 갔을까…" 바로 전날, 그녀는 엘 타칸리스의 산맥에 사는 엘프의 도움으로 라이니시스에게 서신과 책 두권을 보냈었다. 두권의 책은 이곳에 있는동안 자신이 쓴 브라이언트 와 세렌의 이야기인 'The Actor'의 글과 대본이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였다면 지금쯤은 그녀 자신이 그 책 두권을 들고 엘 타칸리스의 레어로 향하고 있었을 것 이다. 하지만 웬일인지 엘브스 퀸은 6월 1일까지 자신에 대한 처우를 미룬다고 하 였고, 그녀는 두달정도 남은 시간동안 이곳에 더 머물러 있어야 한다. 분명 에실 루나가 200년의 세월동안 살아오면서 보아왔던 퀸은 한번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 이 확립하기 전까지는 연락을 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결정을 내리기까지 기한을 '미룬다'라고 하고서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서한을 인편으로 보내왔고, 에 실루나는 그에 대해 기대하면서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빨리… 가고싶은데…" 그녀의 눈이 향하는 곳에는 그 좋다는 엘프의 눈으로도 보이지 않지만 '엘 타칸 리스의 산맥'이 있었다. 그녀는 가슴 속 깊이 담긴 그리움과 연정으로 시선을 고 정시키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것은 인간들의 도시와 그 위로 떨어지는 무채색의 빗방울들 뿐이었다. 똑똑똑. "에실루나?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와요. 세렌" 에실루나는 창문을 닫았고, 방문이 열리면서 수수한 셔츠와 치마를 입은 세렌이 들어왔다. 지금은 이미 브라이언트의 아내가 되어버린터라 항상 길게 늘여뜨리고 다니던 머리칼을 위로 틀어 올려 묶은 모습이었다. 에실루나는 날이 가면 갈 수록 세렌이 점점 아름다워지는것 같았다. 뭐랄까, 여자로서 점점 성숙해나간다는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사랑받으면 받을 수록 예뻐진다는데, 그것은 사실 인가보다하고 에실루나는 늘 생각하고 있었다. "뭐하고 계셨어요?" "그냥… 바깥 구경이요" 세렌은 에실루나의 표정을 보고, 그리고는 다시 비가 내리는 창문 너머의 풍경을 보고는 안타까운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그녀는 자신의 연인을 그리워하고 있는것 이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걱정 말아요. 곧 좋은 소식이 있겠죠" "고마워요. 하지만 역시 약간씩 불안해지고 있어요" 퀸의 결정이란것은 대채적으로 예측 할 수가 없었다. 엘프 사회는 천천히 움직이 고 있고, 그 가운데에는 퀸이 있기 때문이다. 퀸은 보수적이지만 진보적인 사고방 식을 가지고 있으며, 진보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까지의 사고 방식으로는 측정 할 수가 없다. 에실루나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퀸의 사고방식 을 거의 예측할 수 없었다. 과연 이번에 퀸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그녀조차 불 안해할 정도로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설령 그녀가……라고 해도 말이다. "에실루나?" "예? 아, 미안해요. 잠시 다른 생각을…" 에실루나는 멎적게 미소지었다. 세렌은 에실루나가 대화하는 도중에 다른 생각을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껴안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따로 추궁하지는 않았다. ---------------------------------------------------------------------- 음. 이것으로 오늘 연재 무사 종결입니다. 월요일에는 아마 외전으로만 때우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때운다..라고하니 조금 어감이 이상하지만.. 어쨌든,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월요일에 세편들고 돌아오기죠.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쓸 감상글을 모으고 있습니다. 띄어쓰기 포함해서 200자(그러니까 원고지 한장이지요)정도의 짧은 감상평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The Story of Eshilluna (2) 에실루나의 불안감을 알 길이 없는 세렌은 그저 몇마디 위로의 말을 건넬 뿐이었 지만, 에실루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지금 혼자있는것 이 아니라 약간의 위로를 해 줄 상대가 필요했던 이유에서다. 세렌은 에실루나와 대화를 나누다가 밖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밖으로 나갔 고, 에실루나는 다시 조용한 방안에 홀로이 남게 되었다. '이젠…, 혼자 남는 것이 싫어졌는데…' 그녀는 우울함을 느꼈다. 힘없이 침대로 걸어가 몸을 던진 그녀는 침대보를 어루 만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는 괜찮았다. 혼자 있어도 상관없었다. 석세서 로서 여행을 다닐 무렵에도 옆에 자신을 지켜주는 민체토가 있었지만, 그래도 그 녀는 외로움을 느꼈다. 육체적이 아닌 심적인 외로움. 그녀가 여태껏 살아왔었고, 살아가야될 인생에서는 필수불가결이라 생각했던 감 정은 이젠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다. 한번 깨져버린 외로움은 더이상 그녀의 마음 에 파고들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자신을 대해주는 사람들. 그곳에는 민체토처럼 스스로는 자신보다 낮춰서 자신을 '지키려'하기 보다도, 오 히려 자신의 조금 위에서 자신을 '보살펴'주는 라이니시스가 있었다. 그리고 항상 자신을 언니처럼 따라주고, 혹은 언니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는 위치설정파악불 능의 미리안이 있었다. 자신을 그저 평범한 여행동료로 대해주는 킬, 츠렌, 머기, 라니안느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다닌 한달이란 짧은 시간은 자신이 200년간 홀로 이 완성시켜오던 외로움의 장벽을 무너뜨렸고, 그녀는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었 다. '좀 더 많이 웃고 싶은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퀸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거부할 여지가 남지 않는다. 그 녀는 불안해졌다. 서신도 아닌 인편으로 '미룬다'라는 통보를 해온 퀸의 알 수 없 는 의도는 궁금증을 뛰어넘은 공포로 다가오고 있었다. 돌아가야 한다는 불안. 퀸을 계승해야 한다는 불안. 그를 만날 수 없다는 불안. 다시는 함께 웃을 수 없다는 불안. 모든 불안감이 곧 현실이 되어 자신의 온 몸을 짓누를것만 같았다. 힘없는 자신 의 몸과 마음은 현실이 되어버린 불안감의 무게에 짓눌려서 산산조각 날것만 같았 다.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리 도망을 가려 하여도, 그것은 자신의 그림자처 럼 자신을 따라오고 있었다. 무엇을 해도, 어떻게 되어도 그것을 자신을 따라오며 불안감을 안겨줄것 같았다. '싫어!'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싫었다. 그것은 정말로 싫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려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부정 보다도 긍정에 가깝게 자신의 생각속에 뿌리박혀 버렸다. 빛을 향해 달려가도, 자 신의 뒤에서는 그림자가 따라붙는 것처럼, 그녀가 아무리 그때의 즐거움을 떠올려 도, 그녀의 등 뒤에는 항상 '불안'이란 이름의 그림자가 달라붙어 있었다. "흐윽… 흑!" 그녀는 엎드린채 숨죽여 눈물 흘렸다. 그리고 불안감에 몸부림치는 자신을 한껏 동정했다. 울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나보다. 에실루나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에 말라 붙은 눈물자국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의 지산은 한밤중. 자신이 낮에 잠 을 자서 그런것인지, 창밖에는 약간의 불빛들과 저 멀리 환하게 비춰지는 토타카 연합 국회의사장외에는 다른 불빛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상현달과 보름달, 반달 이 나란히 떠있는 밤하늘은, 그 은은한 달빛에 비춰진 도시의 위에 융단같이 깔려 있었다. '그도… 같은 밤을 보고 있을까' 그녀는 그와 같은 하늘아래 있다는 감성적인 생각과 지역적인 시차를 봐도 엘 타 칸리스도 밤이 되어있으리라는 이성적인 생각을 한데 묶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눈물이 말라붙어있는 볼이 조금 당긴다는 생각을 한 그녀는 세수라도 해야겠다 생 각했다. 차가운 물이 얼굴을 어루만지는 기분과 함께, 머리속에 무겁게 내려앉아있던 생 각들이 잠시나마 사라지는것 같았다. 차갑고 날카로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옆에 가져다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서 그녀는 거울의 건너편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어렸을 적에 아이같은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얼굴은 화려한 미모의 엘프였 다. 순진하게도 보이고, 요염하게도 보이는 이율배반적인 미모에 희귀하기 이를데 없는 은발머리. 훤칠하다고 볼 수 있는 키에 상당히 잘 짜여진 조각과도 같은 몸 매. 누가 보더라도 같은 주관적 평가를 내릴것 같은 그녀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살짝 미소지어보았다. 그에게 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보였던것처럼. 하지만 그녀가 본 것은 형식적으로 웃는, 마치 훌륭하게 조각된 조각상의 미소같은 느낌이었다. 그 녀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는 다시 미소지어 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거 울속의 자신은 그저 형식적으로만 웃을 뿐이었다. 흠칫. 그녀는 어깨를 떨었다. 그러자 거울속의 자신도 똑같이 어깨를 떨었다. 손을 들 어서 거울로 향했다. 거울속의 자신도 손을 향해오고 있었다. 거울을 만지면서 그 녀는 거우속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 진짜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싫 었다. 거울속의 자신. 즉, 그녀 자신이 지으려하는 미소는 엄격했던 석세서로서의 교육을 받는 세월동안 익힌 형식적이고 진심이 담기지 않은 거짓 미소였다. 촤악! 그녀는 세면대에 있는 물을 거울에 뿌렸다. 마치 그렇게 하면 거울속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 지워질것 같았다. 하지만 거울은 여전했다. 물이 흘러 굴절되어 보 이는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비춰질 뿐이었다. "…" 그녀는 돌아서서 그곳을 벗어났다. 마치 거울속에 있는 자신이 거짓된 미소로 자 신을 비웃고 있는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에 돌아온 그녀는 잠이 오지 않지만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는 자신의 몸을 끌 어안았다. 외로움이 엄습해왔다. 그것에서 자신을 지키듯이 자신의 몸을 두 팔로 강하게 끌어안았다. 짤각. 그녀가 자신을 끌어안으며 옆으로 돌아누웠을때, 그녀는 가슴께에서 들려오는 소 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극 고개를 내려서 소리를 내개한 원이이 된 물건을 바라 보았고, 그녀는 눈을 크게떴다. 그것은 헤어지기전, 라이니시스가 자신에게 주었 던 목걸이였다. -이건…? -목걸이. 약간의 마항력을 포함시켰지. 도움이 될거야. 그리고… 일종의 예물이 지. 그때의 대화가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은빛으로 반짝 빛나는 깃털같은 모양새 를 가진 목걸이였다. 그가 처음으로 준 선물. 그가 약간 작은 목소리로 멋적어 하면서 준 선물. 또 만나자던 그의 말. 그녀의 가슴속엔 벅찬 행복감이 차올랐다. 그는 자신을 생각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녀가 그를 생각해주는 것처럼. 그녀는 두 손에 목걸이를 꽈악 쥐고서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아까와는 다른 눈물이 나왔다. 분명, 그와 자신은 떨어져 있지만, 분명 그와 자신은 이어져 있었다. 자신의 등에 매달린 불안감마저 모두 지워버릴 환한 빛으로 그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녀는 바르게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지금 그에게 지어주었던 미소와 같은 미소를 띄 고 있었다. 아우레스력 1434년 6월 1일. 에실루나는 아침부터 계속 이어져 오던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오늘이 퀸께서 자신의 처우를 결정해 주시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기대되 기도 하는 기분으로 -사실, 불안감이 조금 더 많았지만- 그녀는 끈기있게 자신을 컨트롤했고, 서신을 가진 엘프가 찾아올 때까지 그 침착하는것에 성공했다.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허둥대다 침대에서 떨어지고, 떨리는 손으로 블라우스의 단 추를 잠그다가 어긋난것이 5번이며, 아침식사때 접시와 컵을 깨는 정도의 침착함 을 발휘한 에실루나는 자신에게 공손하게 인사하면서 나흘간 준비해둔 인사말을 꺼내놓으려는 여자 엘프의 손에서 서신을 가로채듯이 받아내었고, 그녀가 하는 말 을 반쯤 무시하면서 서신을 읽었다. 물론, 막 성년이 되어서 약간 어린아이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여자 엘프는 석세서와 만난다는 생각에 흥분으로 몸을 떨고 있었 지만, 그것은 에실루나의 관심 밖이었다. 서신의 내용은 이러했다. [경애하는 석세서 에실루나 지오덴틱. 이제서야 귀하의 서한과 지금 귀하가 처한 상황에 대한 논의를 장로들과 벌이고서 결론을 내린 이런 늦은 처사를 양해해주 길 바랍니다. 석세서께서 요청하신 일은 짧게 결론이 날 그런 사항의 범주에 포 함되지 않는 사실은 귀하께서도 익히 아실거라 믿겠습니다. 당신의 서한을 접하고서 저희들은 큰 혼란과 경악에 휩쌓였습니다. 장차 엘프들 의 여왕이 되셔야할 석세서께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엘 타칸리스의 신군주인 라 이니시스님께 드렸다는 내용과 현재 자신의 거처 대한 변경을 요구한 내용에 대 해서는 일령의 연관성이 없잖아 있습니다. 분명 그대가 라이니시스님을 만난 것 은 우연이었지만, 그분이 당신을 가진것은 분명 필연이었겠지요. 서한에서 그대는 '제 소유권의 대부분은 이젠 라이니시스께 있습니다'라고 이야 기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저희 엘프들이 저 엘 타칸리스에 자 리잡으신 레드 드래곤을 상대로 그의 소유권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함과 동 시에 당신이 그분께 갈 수 있는 확실한 근거였지요. 분명 그 점에 대해선 의심하 지 않겠습니다. 저 역시 '관조행'을 하면서 세상을 돌아보라는 말만 하였을 뿐, 관조행의 기간동안 남자와 정을 통해선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인권존중 정신이 강한 한 장로는 '누가 누군가에게 속해있다'라는 그 발언 자체 가 석세서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면서 서한 자체의 철폐를 요구할 정도로 당신 의서한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문제를 떠나서 저와 장로회에서는 신 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 왔습니다. 그래서 전 '수목의 성'으로 당신을 불러들여 이번 일을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대화를 나누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연유에서, 저는 퀸의 권한으로 명하겠습니다. 석세서 에실루나 지오덴틱은 서신을 받는 즉시 '수목의 성'으로 귀환하여서 퀸 과 장로회, 그리고 몇몇 원로들과 함께 회의를 하도록 명합니다. 전에 당신의 의 견과 상황, 감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 던것과는 다르게 당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즉시 귀환해 주십시오 석세서 에실루나 지오덴틱은 한시바삐 명을 받들기 바랍니다] 에실루나는 손을 떨었다. 또 다시 가야하는 것인가? 이번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 그들과 이야기 하라는 말인가? 에실루나는 자신의 조급한 마음과는 별개로 돌 아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해 할 수 없었다. 몇달에 걸친 회의로도 이런 결론 외엔 낼 수 없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의 대 목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그렇게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올것 같 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좀 더 그를 뵐 수 있는 날이 멀어졌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지는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엘프들에게 그렇듯이, 유일한 권력의 존재인 엘브스 퀸의 명령은 그 녀에게 있어서도 절대적이었다. 퀸의 입장에서 권유하는것이 아닌 귄의 권한으로 명령하는 것이기에 그녀는 그 명령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출발… 해야겠군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쨋든 그 들이 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야했다. 그리고 설명을 해야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해야했다. 에실루나는 황급히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으 로 빨리 그녀는 퀸에게 가야했다. 그로부터 두시간 뒤, 라피니스의 서쪽문을 지키는 경비대원들은 굳은 표정을 하 고 걸어가는 아름다운 은발의 엘프 여자를 보았다고 한다. ---------------------------------------------------------------------- 안녕하세요. 글쟁이입니다. 죄송스럽게도 오늘은 두편밖엔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에실루나의 외전은 생각보다 어렵군요. 그래도 오늘 두편과, 그 다음에 올릴 연재분에서는 어떻게 결판이 날것 같습니다. 사실 에실루나라는 캐릭터 자체가 저를 압박하는것 같습니다. 이런거 느끼면 글쟁이로서 실격이라는데.. (어지 어차피 넌 실격 글쟁이야. 안그래?) 우어.. 그럼, 읽어주져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The Story of Eshilluna (3) '수목의 성'은 역대 퀸들이 살던 성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평가받는다. 수 목의 성은 일단 레리첸트의 수도 레이친에서 동쪽으로 200마일 정도 가면 나오는 대륙 최고의 수해인 '길잃음의 숲' 한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특별하게 이야기 해서 엘프들의 미의 관점을 평가절하 하자는 것이 아닌 의미에서 말해도, 엘프들 은 역시 최고의 숲에 있는 성의 아름다움을 최고로 꼽는것 같았다. 인간들의 관점 으로 본다면 대륙 반대편에 있는 '빛 우물의 성'이 최고의 찬사를 들었을 테지만, 엘프들 외에 그들의 성을 볼 수 있는 인간은 대륙 제 4 문명기 역사상 열손가락에 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엘프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수목의 성'을 최고의 아름다움 을 가진 성으로 꼽는다. 엘프들이 특별하게 성을 가지는 이유는 유일한 권력자인 퀸을 위해서다. '성'이 란 건축물은 본디 인간들의 정점에 서는 왕-혹은 군주-이 자기 자신을 특별하 시 키고, 자신의 우월함을 내새우기 위해서 지은 거대 건축물을 기원으로 하지만, 그 중에도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또는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지어진 건 축물들이 있다. 전란의 시대에는 후자의 의미가 강력해지지만, 인간들이 흔히 말 하는 '전란의 시대'는 엘프들과는 전혀 상관없다. 엘프들이 성을 축조하는 이유는 그들의 유일 권력자인 퀸을 보호하고, 퀸을 공경하고, 퀸을 존경하기 위해서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이것은 엘프들이 자발적으로 지은 건축물이라는 점이다. 인간들 의 군주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위해 많은 노동력을 '착취'하여 지어진 건물이 아 닌, 엘프들 스스로가 한 일이라는 일에서 더 큰 의의를 갖는다. 엘프들은 건축에 그렇게 큰 조예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그들이 건물을 지을 때 는 새로이 마을을 축조할때나, 또는 자연재해로 잃어버린 가옥을 새로 지을때 뿐, 쓸데없이 '나무'를 소비하기 위한 건축활동은 벌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나무꾼이 있지만, 훌륭한 건축가는 없다. 건축활동이란 개념에 대해서도 책을 통 하여 알고만 있을 뿐, 직접 참여해본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주위 환경에 맞춰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엘프들이기 때문에 굳이 주변의 환경을 자신에게 맞게 고 치는 '건축'이란 행위는 그들에게 익숙하지 못한 행위다. 그렇다면 '집'이란 건축 물을 나름대로 목적에 맞게 확장건축한 '성'이란 건축물을 짓기 위한 제반사항이 열악한 엘프들의 사회에서 '성'을 어떻게 축조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본디, '성'이란 건축물은 '집'이란 작은 개념의 건축물을 건축자의 의도에 맞는 목적-과시용, 수비용, 전진기지용, 사람 괴롭히는 미로용 등등등…-에 맞게끔 넓 고, 크게 짓는 행위이다. 다만 그 설계과정과, 거기에 들어가는 인력과, 사용되는 재료, 기간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엄청난 차이다-. 그 리고 엘프들은 다른 종족들보다 진실을 보다 더 빨리 꿰뚫을 수 있는 직관력을 가 지고 있고, 그들의 퀸을 위한 '성'을 축조하는데 있어서도 역시 같은 직관력을 여 지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마치… 수 십 채의 집을 한 군데 묶어 놓은 것 같군요" "석세서께서는 '수목의 성'에 오신 일이 이번 처음 이시죠? 사실 이 성은 건축감 각이 결여되어있던 제 2대 퀸의 취임을 축하하며 지은 것입니다. 퀸과 석세서께 서 칩거하셨던 성과는 많은 시대적, 사상적인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이 불규칙 적인 배열은 역대의 성 중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에실루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자신에게 설명하는 '수목의 성'의 관리자 '칸이서' 에게 동의한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석세서의 교육을 받는 동안 종족적인 관점만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사물을 볼 수 있는 에실루나는 속으 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대륙에서 최고로 울창한 이 숲이 없었다면, 그런 소린 못들었을거야' 에실루나가 본 비 엘프적 사고방식에 의하면, 확실히 숲이 없었더라면 그냥 '무 게의 분포가 상당히 알 수 없게 지어진 신기한 조합 건축물'이라고 생각하기에 딱 좋은 모습이었다. 큰 나무들이 자라있는 숲에서 수 십 채의 목조 건물들이 엄청난 크기의 나무에 한데 뭉쳐있는 모습은, 그 뒷배경에 울창한 수해가 없었더라면 그 저그런 평가만 얻고 말았을 것이다. 어쨌든, 마음은 콩밭에 가있는 그녀는 열심히 설명하려하는 칸이서의 말을 그래도 흘려들으면서 그냥 평범한 엘프처럼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대 퀸들께서는 이 성을 가장 좋아하셨죠. 비록, 한곳에 100년 이상 머물러 계 시지 못하다는 점에 상당히 아쉬움을 품고 계셨지만 말입니다" "그렇군요. 헌데, 퀸께선 어디에 계시지요?" "퀸께서는 지금 '심장의 홀'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심장의 홀이라는 말에 에실루나는 약간 어깨를 흠칫 떨어야 했다. '수목의 성'은 적어도 제 2 문명기에서부터 내려오던 초 거대 수목을 중심으로하여 지은 성이기 때문에 '키틴'이라 이름지은 그 나무의 생명이 성의 생명이 된다. 성이 지어져있 기는 하지만 여전히 키틴은 살아있으며, 키틴의 생명에 지장이 되는 것들은 엘브 스 나이츠가 1차적인 적으로 간주하고 처리해왔다. 물론, 성을 지을 당시의 엘프 들도 키틴의 생명을 우선하여 설계를 했지만, 그들이 큰마음 먹고서 만든 방이 한 군데 있었다. 그곳은 바로 키틴의 중심을 파내어 만든 '심장의 홀'이다. 키틴의 중심, 그부분을 파내어 만든 '심장의 홀'은 그야말로 키틴의 심장에다 방 을 하나 만든 것과 다름 없었다. 이것은 자신들의 나이보다도 많은 나무의 심장을 퀸께 바침으로서 그들의 최고의 공경으로 퀸을 대하고 있다는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성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볼 수 있는 나무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모순을 벌이긴 했으나, 그것으로 그들이 얼마나 퀸을 공경하는지 알 수 있다. '심 장의 홀'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한, 그러니까 전 대륙의 엘프들이 가진 목 숨이 위태롭게 되었을 때나 열어서 회의를 했던 그런 방이다. 그러한 방에서 자신의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것은, 퀸이 에실루나를 얼마 나 신경쓰고 있는가를 뜻하고, 동시에 그정도로 중요하다고 에실루나의 어깨에 부 담을 얹혀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물론, 에실루나는 그런 퀸의 의도를 미 리 눈치채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벌써부터 중압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가야만 했다. 한때의 불장난니 아닌 자신의 진심을 인정받 기 위해서 가야했다. "심장의 홀은 어디죠?" "예. 이리 오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헌데, 여독이라도 좀 푸시지 않겠는지 요?" "아닙니다. 퀸께서 기다리시는데 어찌 제가 편히 쉴 수 있겠습니까? 분명 장로님 들도 와 계실 터인데 그분들을 기다리게 할 수 없지요" "예. 알겠습니다" 칸이서는 더이상 '수목의 성'이 가진 여러 장점들에 대해 말 할 기회를 잃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본분에 맞게끔 에실루나를 인도해 들어갔다. 분명 퀸이나 장로들이라면 석세서가 그 긴 여정 동안의 피로를 풀게끔 배려하고 기다려 줄 수도 있었다. 그들에게 기다림이란 행위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다. 목숨이 경각에 달리지 않은 이상은 애타게 기절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심장의 홀'을 흐르는 키틴의 생명력이 느껴지면서 매우 기 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힘차게 움직이는 나무의 생명력이 사방에서 느껴지고 있었 기 때문에 그 안에서 에실루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엘프들은 상당히 맑은 정신으로 그녀를 기다릴 수 있었다. 퀸은 그런 기다림을 조용히 받아들이면서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에실루나의 행동은 여태껏 엘프의 역사상 없었던 이례적인 '탈선'이었다. 엘브스 퀸의 석세서가 경험을 위한 세상 여행을 하던 도중 다른 종족의 남자를 만 나서 청혼을 했던 일은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때문에 퀸으로서도 석세서가 벌 인 이 일은 어찌 해결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자신의 수명을 내걸고 서 석세서에게 관조행을 명했던 것이다. 넓디 넓은 세계를 오로지 한번만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만이 주어졌기에, 그것은 석세서의 자유를 감금하고 그녀의 자유의사 를 박탈하는 행위였지만, 모든 엘프들을 위하여 석세서의 희생은 필수불가결이었 다. 하지만, 엄청난 우연의 결과로 석세서는 다시 그 남자를 만나서 육체적 관계 를 맺었으며, 그것을 통보해왔다. 그럼으로써 퀸이 내린 관조행은 이미 사실상 깨 진 셈이었다. 관조행의 목적은 세상을 돌바로면서 좀 더 자신을 키우라는 뜻이 있지만, 그 사 실을 아는 모든 엘프들은 그 남자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고, 그 것이 진실이었기 때문에 에실루나의 주장은 사실 무리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입 장에서는 오히려 하늘이 내려준 행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관조행을 전부 끝마쳤 다 하여도, 육체적 관계를 맺은 이상, 에실루나의 정당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 는 일차적 권리는 그 남자에게 있는 것이었다. 엘프들의 가정 사회는 평등을 기반 으로 하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아내를 남편의 결정을 우선시하고, 주위의 다른 모든 결정을-집안, 마을, 심지어는 퀸의 결정조차도-무시할 권리를 얻게 된다. 대 부분의 엘프들은 퀸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 의사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석세서라면 가능하다. 거기에 상대가 인간이었다면 관조행이 끝나는 250년 후엔 죽어서 남아 있지 않을 테지만, 상대는 자신들보다도 오래 사는 드래곤이었다. 에실루나가 늙 어 죽어도 그는 지금의 모습 그대로 살아있을 수 있는 영원을 걷는 자였다. 퀸은 분명히 그 드래곤이 석세서 에실루나를 자신의 유희의 일부분으로 취급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드래곤이 세상에서 진심으로 대하는 종족은 드래곤 이외엔 별로 보지 않았다. 진심을 다해 엘프를 사랑하는 드래곤 같은것은 로맨틴한 공상 에나 존재한다고 믿었다. 마음의 한구석에선 '진심일 것이다'라고 말하는 목소리 가 들렸지만, 퀸은 정신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가능성'만 존재할 뿐, '실제성'이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석세서 에실루나 지오덴틱이 드십니다!" 퀸은 상념의 호수에서 자신을 건져내었다. 굳게 닫혀진 '심장의 홀'의 문이 열리 면서 그 아름다움으로도 엘프들에게 경외를 받는다는 석세서 에실루나 지오덴틱이 가벼운 예복을 입고서 자신의 은발머리를 '틀어올려 묶은 채' 걸어 들어왔다. 에실루나에겐 베일 넘어서 장로와 퀸의 실루엣 밖엔 보이지 않았지만, 베일의 안 쪽에 있는 장로와 퀸은 그런 에실루나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면서 놀 라했다. 인간들과 엘프들에게만 있는 풍습으로, 자신은 이미 한 남자에게 속해있 다는 상징이었다. 인간들은 결혼 하고서 계속 그 머리를 유지하지만, 엘프들은 결 혼식이나, 또는 정식으로 자신이 누군가의 아내라는것을 밝히기 위해서 가끔 그런 머리를 한다. 에실루나가 다른 사람도 아닌 퀸과 장로의 앞에서 그런 머리를 했다 는 것은, 그들에 대한 작은 도발임과 동시에 명백한 타협의지가 없는 선전포고와 도 같았다. 퀸은 에실루나가 볼 수 없지만, 살짝 눈가의 주름을 좁히고는 한점 부끄러울 것 없이 걸어오는 그녀의 당당한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그 작게 미소지었다. 자신에게서는 이미 사라져버린 당당함과 엘프의 유일 권력자를 향해 도전하는 용 기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그녀는 에실루나를 퀸으로 만들고 싶었 다. 거대한 변혁의 중심에 그녀가 있길 바랬던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당신을 드래곤의 신부로 둘 수 없어요' 퀸은 편하게 앉아잇던 자세를 고쳐앉았다. 투쟁의지를 가징 상대를 온힘을 다해 서 상대해 주겠다는 듯이. ---------------------------------------------------------------------- 권력계층의 이야기는 사실 제대로 다루지 못합니다. 권력계층 이야기라고 보기에도 어렵지만.. 워낙에 순진하게 살아온 저는 권모술수에 익숙하지 않.. 쿠엑! (죽어! 죽어! 왜 사냐! 이 화상아!) 아, 아무튼 죄송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일단.. 다음 연재분에서는 어떻게든 결판 내겠습니다. 외전이란것도, 사실 쓰기가 상당히 어렵군요. 본편보다 쓰기 어려운 외전이라는말은 사실일것 같습니다.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다시 돌아오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출판하는 책의 뒷면에 쓸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띄어쓰기 포함해 200자 정도의 서평을 적어서 egnisys@empal.com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The Story of Eshilluna (4) "위대하시고 축복받은 퀸이시여.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아름다운 자식 석세서 에실루나. 건강해보여 기쁘군요. 이 늙은 몸은 별 일 없 었답니다" 에실루나는 처음 말 할 때부터 퀸과의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어설프게 상대해서 는 절대 퀸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추면서 상대를 존중해 줘야만 이번 싸움에서 대등한 관계에 서게 된다. "별 일 없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이 미숙한 계승자가 퀸의 염려를 사서 너무 마음 졸이게 했던것 같습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제 생각 이상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요. 저는 항상 늘 기뻤답니다" 에실루나는 일단 처음부터 자신을 낮추고 들어갔다. 연장자에 대한 예의.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위에 잇는 사람을 단번에 올려 칠 준비를 하는것과 같았고 퀸은 능 숙하게 그 수를 받아쳤다. '기뻤답니다'라고 과거형의 시제를 사용했기에 '예전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는 뜻을 비추었던 것이다. 일단 퀸은 간접적으로 실망했다는 의사를 내비쳐 스스로 자신을 격하시킨 에실루나를 조금 더 내리누르 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전 여기까지 오는 동안 퀸께 서 심려하시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허나 제 미숙한 행동들이 퀸을 기쁘게 했다 니 저 또한 기쁩니다" "이 늙은이에 대해 너무 신경쓰지 말아요, 에실루나" "아닙니다. 이 미숙한 석세서에겐 퀸의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에실루나는 퀸의 내리 누름을 능숙하게 넘기면서 '미숙한 행동'에 자신이 라이니 시스와 관계를 했던 일까지 모두 집어넣어서 그것을 합리화 시키는것으로 공격을 들어갔고, 퀸은 일단 한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에실루나는 아직 전장에서 이탈 할 때가 아니라는듯이 퀸의 위치를 끌어올려서 다시금 설전의 장소에 퀸을 세워놓 았다. "많이 성장했군요. 에실루나. 그러면 이제 그대를 이곳으로 부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괜찮겠지요?" "예. 뜻대로 하옵소서" 퀸은 연장자의 웃음으로 1패를 가지기로 했다. 에실루나는 잠시 안도했으나, 사 실 시작서부터 지위라는 불리함에 핸디캡을 안고 들어갔던 그녀로서는 이것으로서 기껏 그들과 같은 점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본격적인 다대일 설전에 돌입 할 준비를 했다. "석세서 에실루나. 사실 우리는 당신의 서한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우연과 필 연이 얽힌 이야기였지요. 분명 그것을 강제의지가 아닌 당신 스스로 행한 의지라 는 것을 저흰 믿습니다. 먼서 진위부터 가리자면, 그것이 사실입니까?" 네명의 장로중 퀸의 오른쪽 2번째에 있는 장로가 먼저 물어왔고, 에실루나는 그 장로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제가 보낸 서한은 나뭇잎 한장 두께의 거짓도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어찌 감 히 퀸께 보내는 서한에 불경스런 거짓말을 담을 수 있겠습니까?" "그렇겠지요. 본 장로는 그저 걱정이 되어…" "장로님의 염려는 예상 되오나 차후 그런 질문은 삼가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것 은 퀸의 명예에도 욕되는 일입니다" "…알겠소" 이제 그 장로는 더이상의 질문을 꺼낼 수 없을 것이다. 실제적인 위치에서 보자 면 장로는 석세서의 바로 밑이었다. 그런 위치에서 완벽하게 격추당한 장로는 더 이상의 질문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빠르게 한명을 패퇴시킨 에실루나는 속으 로 살짝 미소지었다. 지금은 이렇게 했지만, 나중에 개인적으로 만나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그 반대편에 있는 장로가 말했다. "엘 타칸리스 산맥의 신군주에 대해서는 저희들에게도 보고가 들어와서 잘 알고 있습니다. 홍염의 일족 답지 않은 모습으로, 그곳의 주민들과 계약을 맺으시고,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생활하신다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정말 석세서께서 만난 정인(情人)이 그분이십니까?" "제 목숨을 걸고서 확신합니다. 그분은 엘 타칸리스 산맥의 신군주이신 라이니시스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소상히 말쓸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에실루나는 이 요청에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다. 조금 걸리는 이야기가 아닌, 약 간의 시간을 요구하는 이야기였다. 분명 그들에게는 자신이 써서 올린 일지와 보 고서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굳이 자신의 입으로 되풀이 하라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실루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옛일을 회상하면서 말을 하는 동안에 그들은 자신을 공격할 질문거리를 쌓아두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다고 여기서 물러 나면 정확한 사정청취를 거부하는 것이며,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온다. 줄줄이 설명을 하여도 불리한것은 마찬가지지만, 허점을 찾아서 뒤집을만한 기회 를 얻을 수도 있다. 에실루나는 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 "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소상히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서 에실루나는 처음 그가 자신을 경매장에서 샀을때와, 민체토를 놀렸을때 의 일 부터 시작해서, 미리안의 장난으로 인한 둘의 불화를 해결하고서 그에게 청 혼의 선언을 했던 것. 그리고 관조행을 명 받아서 킬의 일행과 함께하던 도중 라 이니시스를 다시 만났다는 이야기를 계속 풀어 나갔다. 이야기를 듣는동안 장로와 퀸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최대한 성심껏, 자신의 마음을 그들이 알아 줄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해나갔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가슴 속에서 그를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그리 움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렇게… 전 그와 다시 헤어졌습니다. 그는 저에게 증표만을 남겨주었고, 전 그 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돌아가겠다는 말 이외엔 하지 못했습 니다. 그래서 전 그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에실루나는 감성적인 말로 끝을 맺었다. 사실,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류의 감성적 인 결말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오는 것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 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장로들과 퀸은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들이 알던 그대로였다. 잠시 속에서 질문들을 정리하던 그들의 침묵을 깬것은, 퀸의 바로 오 른쪽에 있는 장로였다.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석세서의 이야기중에서 이상한것이 있어서 질문을 드 립니다. 그 미리안이란 여성은 누구입니까?" 에실루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존재또한 자신에겐 문제가 되는 일이었었기 때문이다. 둘의 사이에 멋대로 끼어든 자신이 나쁜 것이었고, 그로인해서 곤란해 지는것은 자신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질문에 대한 여러가지 대 답을 준비해 두었고, 그녀는 말했다. "라이니시스가 자신의 레어로 데려온 여자 엘프이며, 저와 같이 그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여자입니다.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녀는 항상 밝고, 명랑했으며, 쾌활합니다" "라이니시스라는 드래곤께서 그 여성을 선택하신겁니까?" "…예" "그렇다면 어찌하여 석세서는 그분께 청혼을 하신 겁니까? 그것은 두 사람의 사 이를 갈라놓는 것임을 알고 있었던 겁니까?" 조금 심하게 자신을 찔러오는 질문이었지만, 전에 자신의 매몰찬 말로서 장로 한 명을 함구하게 했던 그녀는 질문의 의도나, 감추어진 송곳에 대한 타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로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랬던 질문이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너무나도 낮았기 때문에 그녀는 이것에 대한 대답도 이미 준비해뒀다. "예. 하지만 그때는 둘의 사이는 정형화되지 않은 관계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 리안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에게 청혼했지요. 그리고 전 그때 한가지의 믿음이 있 었습니다" "그 믿음이란 무엇인지요?" "라이니시스는 절대 미리안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 음을 확인하고서 전 그에게 구혼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제 예상대로였습니 다. 라이니시스는 미리안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종족의 윤리에 어긋나는 일이 아닙니까?" "라이니시스는 드래곤입니다. 저희의 상식에 넣어서 잴 수 있는 가치관을 가지신 분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 단호함으로 그를 공유하는것을 인정했으며, 미리안은 그를 이해함으로써 공유하는것을 인정했습니다. 저희는 그를 사랑하고, 그 또한 저희를 치우치지않게 사랑해 주십니다" 에실루나의 말은 끊기거나 어눌함이 없었다. 그것을 이미 자신이 준비해왔던 말 들이었기 때문이다. 약간 가슴아프기는 해도 라이니시스는 최대한 공평하게 그녀 들을 사랑하겟다고 말했기 때문에 그녀는 그것으로도 기뻤다. 그녀는 미리안의 얼 굴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의 곁에 잇으면서 자신의 걱정도 같이 할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한 남자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이건만, 그녀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 는듯 했다. 최근에는 나미아라고 하는 강적이 등장해서 거의 그를 삼분해가는 분 위기였었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게 미소지었다. 그들과 같이 있으면 언 제나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석세서 에실루나. 라이니시스께서는 홍염의 이족이라 하셨는데, 그분이 정말로 그렇게 자상하십니까? 홍염의 일족 본연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것에 전 의아 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번엔 퀸의 왼쪽에 있는 장로였다. 역시 이것 또한 자신이 세워둔 질답문의 목 록에 들어 있었기에 그녀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 했습니다. 그분이 단순히 유희로서 저를 대하시는건지 의 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모습들을 지켜보면서 전 그의 근본 부터가 다른 홍염의 일족분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의 모습은… 마치 인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생각하고, 고뇌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인간 의 그것과 닮아있었고, 보통 인간들보다 더 친절하고 착했습니다. 정말로 그가 단지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라면, 그의 영토에 사는 다른 이종족들에게 혈인이 찍힌 계약서를 만들지도 않았을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는 그곳에 사는 엘프 주민들의 작은 일까지 몸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미리안이 말하더군 요" 에실루나는 라이니시스를 보면서 느꼈던 점과 객관적 사실에 의거하여 대답했다. 그녀는 성격을 숨기기에는 조금 어색해 보이는 그의 모습이 모두 연기일 것이라고 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유희 차원에서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정말로 그가 유희를 즐기고 있다면, 엘 타칸리스에서 살고 있는 엘프와 드워프들에게 몇백년의 계약기간을 내줄리 없었을 것이다. 인간 보다도 더 인간성있는 그이기에 그런 행동이 가능한 것이다. 얽메이기를 싫어하는 드래곤에겐 당연한 이야기다. 어쩌면, 그가 정말로 무한의 인내심을 가지고 있어 서 몇백년간의 유희를 즐기기로 작정하고 자신을 대하는 것이라면, 별 수 없겠지 만 몇백년이간 기간은 드래곤의 일생에서도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드래곤들의 입장에서는 그 기간도 유희 의 기간이 될 수 있을 텐데요?"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저와 함께 지내는 기간 동안 그는 계속 유희를 하는 것 이겠지요. 제 기분이라는 것을 배제하면, 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엘프들에겐 하나 의 큰 조력자가 생기는 일입니다"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곧있으면 구정입니다. 아니, 당장 내일이 구정 연휴군요. 민족 대이동에 시달리실 분들께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그것을 나름대로 즐겁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것 같은데.. 저는 영 아니거든요. 후우(도리도리) 어찌되었든 오늘도 세편 올라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The Story of Eshilluna (5) 정말로 하기 싫은 생각이었지만, 에실루나는 그가 '긴' 유희를 하려는 생각일 가 능성도 염두해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정말로 없어보였다. 일단 현재 의 상황으로서는 말이다. 만약에 그가 유희를 한다고 쳐도, 최소한 에실루나가 살아있을 동안은 그는 그녀 에게 잘 대해줄 것이며, 엘프와의 관계로 끊지 않을 것이다. 드래곤이 유희를 관 두는 경우는 자신의 생명에 위협이 닥쳤을 때나 아니면 뭔가 일족의 중요한 일이 있을 경우인데, 그가 그녀와 살면서 생명에 위협을 느낄 일은 없을 것이고, 레드 드래곤 일족에게 중요한 일이 생긴다 하여도, 그녀는 라이니시스의 레어에서 살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돌아오면 계속 유희를 이어나가야 한다. 어쨌든, 엘프들로서는 레드 드래곤의 신예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전제가 붙는다면, 에실루나가 살아있는 한. 에실루나에게 질문했던 장로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일리가 있었 고, 사정을 정확하게 옆에서 보지 않은 이상, 자신은 그녀의 말에 반박할 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에게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은 퀸 뿐이었다. "좋아요. 석세서. 당신의 말, 잘 들었어요. 분명 당신에게 그것은 확고한 의지겠 지요" "그렇습니다. 퀸이시여" "엘 타칸리스의 주민들에게서 온 보고서를 보아도, 라이니시스는 엘프들을 진심 으로 대하시는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혈인이 찍혀진 계약서를 만들지는 않 았겠지요. 하지만, 에실루나. 당신은 어쩔 생각입니까?" "예?" "당신이 얼마나 그를 생각하고, 사랑하는지 이해 하겠습니다. 허나, 석세서인 당 신이 앞으로 짊어져야할 퀸의 의무는 어찌되는 것이지요?" 에실루나는 침묵했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퀸의 의무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것 이 아니다. 분명, 라이니시스는 석세서를 반환하지 않는 조건으로 자신을 받아들 인다 하였다. 그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그녀는 석세서의 자리를 놓지 말아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석세서의 지위이다. 이것 은 모순이며,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 "퀸이 있는 자리가 퀸의 거처가 되는것은 잘 알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은 그 엘 타칸리스의 영토에 퀸의 성을 세울 생각입니까? 제가 보기에는 그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군요. 그렇다고 해서 그와 떨어져 생활할 생각 이십니까? 그렇다면 이런 일은 무의미하군요. 그리고 만약 모든것이 허락된다 하여도, 자신들의 여왕이 드 래곤의 볼모라면 동포들이 좋아할까요?" 라이니시스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그의 생각이 어떨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퀸의 말 대로 자신이 그의 레어에서 생활하게 되면, 그곳에는 퀸의 성이 자리잡게 될것이다. 그것을 용납해줄까? 성이 생기면, 그 영역이 지배권은 퀸의 성이 가지 게 된다. 물론, 라이니시스의 지배권이 강력하기 때문에 쉽사리 지배권을 놓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또한 많다. 더불어서 라이니시스와의 확실 한 관계 확립이 서지 않으면, 엘프들의 반발을 살 우려도 있다. 매우 가능성이 적 은 일이지만, 드래곤의 성노가 자신들의 여왕이라면, 그다지 기분 좋지는 않을 것 이다. "생각해 보세요. 당신에게 어떠한 의무가 있는지를. 제가 말했습니다. 석세서는 권력층이 없는 엘프들에게서 유일한 권력을 가진 퀸의 계승자이며, 그로 인해 포 기하고, 희생해야 할 것이 많다고요.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감수 하겠다고 했습 니다. 헌데, 지금 이 모습은 무었인가요? 당신이 맹세했던 서약은 어디로 간것입 니까? 당신들은 우리 종족을 버릴 생각이십니까?" 에실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버릴 수 없다. 그렇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에 와 서 새로운 석세서를 키운다는것도 무리다. 엘브스 퀸의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 니고, 자신으로서도 앞으로 퀸이 살아있는 동안 쌓아야 될 경험이 많다. "그렇다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실겁니까?" 에실루나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엘프들을 사랑하고 있다. 자신 의 동족들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좀 더 나은 생활과 큰 행복을 안겨주고 싶었고, 그래서 퀸이 되겠다고 한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라이니시 스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와 같이 행복해지고 싶었기 때문에 그에게 돌아가 겠다고 한 것이다. 석세서로서의 자신과 여성으로서의 자신이 서로 융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이율 배반적인 상황인가?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퀸의 시선이 닿질 않았지 만, 이런 자신의 모순됨을 스스로 부끄러워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퀸의 앞에서 석세서의 권리를 가지며, 그 의무를 절대로 지켜나가겠다 다 짐했었다. 만약 그녀가 여기에서 자신의 다짐을 부정한다면 그녀는 종족에서 추방 당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에실루나로서 엘프들을 사랑하는 그녀는 둘 다 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에 매달린 목걸이를 꽈악 쥐었다. 석세서로서 지녀야될 의무 를 수행하기 위하여 포기해야 하는 것들. 그녀는 단순히 그것을 자신의 행동의 자 유라고만 여겨왔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수하고자 노력했고, 지금까지 잘 인내 하고 감수해왔다. 쉬운 일이었다. 자신들로 인해 행복해야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녀는 힘을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위하여 자신의 행복을 희생해야한다. 퀸으로서 포기해야할 것. 그것은 바로 '자신의 행복'이었던 것이다. '라이니시스. 미안해요. 저는… 전 당신을 떠날 수 밖에 없어요'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의 곁에는 미리안이 있으니까 괜찮을 것이 다. 그녀는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대다수의 사람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소의 희생으로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했다. 처음에 '심장의 홀'로 들어설때 가지고 있던 투쟁심은 이미 사라졌다. 뜨거 운 가슴으로 해결하기에, 이 일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단순이 이상만으로는 해결 할 수가 없는 딱딱하고 차가운 칼날과도 같은 예리한 현실이었다. 칼은 피를 머금 기 위해 태어난 물건. 에실루나는 그 칼날에 자신의 피를 묻히기로 했다. 역대의 퀸들이 그러했던 것 처럼. "저는… 결정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에실루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여기서 결정나는 것이다. 자신이 누려왔던 모든것 을 버리고, 그리고 다시 자신이 가져야할 것들을 껴안는다. 그녀는 그와 함께 지내왔던 나날들을 생각했다. 비록 시간에 쫓겨 여유로운 생활 은 아니었고, 단 둘이 있던 시간은 극히 적었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가슴속 가득 차오르는 충만함을 느꼈다. 그를 사랑했고, 그도 자신을 사랑해주었다. '그래. 이것으로 만족하자. 이것으로…' 그녀는 목걸이를 놓고는 당당하게 퀸의 앞에 섰다. 자신이 포기하는것에 대한 미 련을 내색해서는 안된다. 버리진 못할지라도, 내색하지 않는것이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정돈된 목소리로 말했다. "석세서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며, 그와의 관계를 포기 할 것을…" "속단하긴 일러 에실루나" "에엣?!" 그녀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자신의 어개에 얹혀진 손과, 자신 의 뒤에서 느껴지는 한 인물의 존재감. 그리고 그가 들려주었던 목소리는 그녀의 머리속에 강렬하게 박혀있는 그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어 떻게 여기로?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얹혀진 손에서 그것 또한 현실 이라는 것을 느꼈고, 중첩할 수가 없는 현실이 한 공간에 종재한다는 것에 그녀는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그녀는 이미 그에게 자신의 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입으로는 그의 이름을 부르면서. "라이니시스…!" "오랜만… 인가? 헤어진지 1년이 넘었어. 벌써 10월이야" 그녀는 6월 1일에 편지를 받고서 바삐 출발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데 넉달 이 걸렸다는걸 생각해냈다. 빨리 재촉했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그 는 자신을 기다렸었다. "해후는 나중에 나누지. 지금 일단 급한 일 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으니까" 에실루나의 등을 두어번 두들겨주던 그녀는 일단 그녀를 떼어놓으며 말했고, 그 녀는 어느새 아롱진 눈물을 닦아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이성적이었다면, 어떻게 그가 여기로 왔는지 생각해야겠지만,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중요한 사실은 그가 왔다는 것이다. 라이니시스는 주위를 한번 쓰윽 둘러보았고, 가운데 있는 것이 퀸이란 사실을 알 아볼 수 있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어 앉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영광과 광휘가 함께하사 엘브스 퀸께 홍염의 일족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이 인 사드립니다" "이, 일어나시지요. 홍염의 일족이여" 퀸은 적잖이 당황했다. 라이니시스가 갑자기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심장의 홀은 물론이거니와, 수목의 성 자체에도 반 마법장이 작동되고 있었다- 자신에게 한쪽 무릎을 꿇어 인사하는 최고의 경의를 표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는 순순히 일어 섰고, 장로들을 비롯해 퀸은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어떠한 말고 하지 못하고 있었 다. 그래서 라이니시스는 준비해둔 말을 할 수 있었다. "일단 이렇게 갑작스럽고 무례하게 찾아뵌 사태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에실루나 의 목걸이가 아니었다면, 전 평생 그녀를 잃을 뻔 했겠지요. 자세한 정황은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에실루나가 저를 포기할 정도의 사태라는 것은 익히 짐 작 갑니다" 라이니시스가 에실루나에게 준 목걸이에는 절대 마법방어의 목걸이임과 동시에, 에실루나의 위치를 항상 파악 할 수 있고, 그녀는 모르고 있지만, 목걸이를 쥔채 마음속으로 외치면, 그 사고(思考)가 라이니시스에게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그 는 분명 큰 일이 있으면 에실루나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마음으로 목걸이를 쥐고 부를 것이라 예상해 두고 있었고, 바로 오늘 그 성과를 거둔 것이다. 그녀가 자신 을 포기한다고 말하기 전에 목걸이가 있는 좌표로 텔레포트를 한 것이다. 정확한 정황은 모르지만, 대충 이해는 하는 중이었다. 에실루나에게 얹혀진 퀸으 로서의 의무를 그는 잘 알고 있었고, 그녀가 이런 고생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 서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에실루나를 기다리는 동안 미리안에게 물어봐 가 면서 엘프들의 사회에 대해 탐구하던 그는 에실루나가 엘브스 퀸에게 정면으로 맞 서기 위해서는 자싱의 존재가 필수적이라고 여겼다. 아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온 갖 추측들이 난무할 것이고, 가장 가능성 높은 것을 가설로 세워 그것을 입증하려 들것이다. 하지만 라이니시스 본인이 없는 이상,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추측-혹은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홍염의 일족이시여.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걸맞는 대접을 해드리지 못해 사과드 립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접을 바란다는 것도 무리가 있지요. 그런 것 보다도, 우리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 않던가요? 서론은 빼고서 본론으 로 들어가쓰면 합니다. 퀸이시여" "이해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면 감히 묻겠습니다. 석세서 에실루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실루나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고, 라이니시스는 미소를 지었다. ---------------------------------------------------------------------- 음. 에실루나의 사건은 결과적으로 라이니시스가 해결하는군요. 미리안의 외전과는 다르지요. 같은 과거의 회상이라도, 이건 전혀 다른 시점의 과거니까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The Story of Eshilluna (完) "에실루나는 좋은 여자입니다. 애인으로서, 아내로서, 그리고 한 아이의 어머니 로서도 흠잡을데 없는 멋진 여자라고 생각합니다" 에실루나는 기뻐했지만, 다음에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그는 미리안에 대해 물었을 때도 저렇게 말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퀸역시 그렇게 생각했고, 그 래서 또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녀를 사랑하시나요?" "예. 그렇습니다. 그녀가 저를 사랑해주는 이상, 저 역시 그녀를 사랑하고 보듬 어 줄 것입니다" "그녀가 석세서로서 퀸의 의무를 수행해야 함은 물론 알고 계시겠지요?" "예.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엘프들의 성이 당신의 영토에 세워지게 되는 것 또한 알고 계시 겠군요?" "퀸의 말씀대로, 그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용납하시는 겁니까?" "하면 안됩니까?" 라이니시스는 추긍식으로 나가는 분위기에서 부드럽게 맞받아쳤다. 안될 것도 없 다. 퀸의 성이 생긴다는것에 그는 별 생각없다. 그저 영토에 멋진 건축물 하나 생 기는구나 하고 생각할 뿐이다. 자신의 레어에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뭘 해도 별로 상관 없었기 때문이다. 퀸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드래곤이라면 이렇진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1000년 인생동안 드래곤을 두번 만나봤는데, 모두다 이기적에 자기 중심적인 사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토에 이종족의 성이 세워진다는 일은 그들에게 있어선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기 때문에 단번에 거절 할 줄 알았다. 퀸이 생각하는동안, 라이니시스는 말했다. "안될것도 없지요. 에실루나가 제 곁에 있는 이상, 그런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저로서도 오히려 괜찮은 일이지요. 제 영토에 엘프들의 성이 세워진다는것은 다 른 일족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이기도 하니까요. 그 성의 규모가 제 영 토의 반을 차지하거나, 혹은 제 레어에까지 들어오는 건축물은 아닐것으로 생각 되는데요? 그런 점에서 전 제 영토의 일부를 할애하는것에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 다. 그리고 전 엘프들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제 영토의 엘프들이 절 신뢰할진 모 르지만, 어찌되었든 나쁜감정을 나와 그들 사이에 쌓아두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 다. 신뢰관계에서 의심은 불필요하지요" 퀸은 자신이 내놓은 카드가 단숨에 찢겨져 나가는것 같았다. 분명 자신의 생각대 로라면 에실루나는 라이니시스를 포기하고, 석세서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었다. 라 이니시스가 찾아와도 그렇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라이시스가 어떤 '성격'을 지 녔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라이니시스여. 그대는 다른 일족과는 많이 틀리군요. 전 그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힙니다" "이해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에실루나를 데려가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십니까?"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그녀와 결혼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에실루나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이미 어떠한 대답이 나올지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라이니시스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어째서지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제 레어엔 저와 에실루나를 기다리는 한명의 여인이 있 습니다. 전 그녀를 배신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에실루나도 역시 배신하지 못하지 요. 그렇기에 저는 두 여인중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엘프분 들이 그것을 용납해 주시지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에실루나를 사랑한다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요" "그렇다면 방금 말씀은 어찌된 것입니까?" "'사랑한다'와 '결혼한다'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니까 결혼을 해 야 한다는 논리는 억지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에실루나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에 기뻐하면서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미리안을 배려해주는 냉정한 '공평함'에 약간 서글픔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잘 이 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이 감수하기로 결정한 면이다. 미리안이나 자신은 라 이니시스와의 결혼을 원하진 않았다. 아니, 애시당초 포기했다고나 할까? 드래곤 을 사랑해버린 지금에 와서 결혼을 주장하기엔 너무 큰 욕심이었다. "그렇지만…" "퀸이시여. 저는 다른 드래곤들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전 엘프가 아닙니다. 저를 잴 수 있는 잣대는 저 외엔 없습니다" 퀸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그의 말대로, 저 라이니시스라는 드래곤을 잴 수 있는 잣대는 그 자신 외엔 없었다. 결혼에 대해서는 퀸이 인정해야했다. 에실루나 도 그것은 인정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퀸은 포기할 수 없었다. 엘프들의 행복을 위해서 에실루나의 희생은 필요했다. "라이니시스여. 그대도 아실테지만, 대를 이해선 소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그렇 기에 엘프들에겐 퀸이란 것이 생겼습니다. 한사람의 희생으로 모든 엘프들이 행 복해 질 수 있다면 그것은 순교입니다. 엘프들의 행복을… 빼았아가실 겁니까?" "그것은 잘못되었습니다" "잘못되었다니요?"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는 방법따위, 옳지 않습니다. 한사람의 불행으로 다른 이들이 행복을 얻는것은 좋으나, 그 희생되는 사람의 행복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뒤집어서 말하자면 한사람의 행복도 지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위선입니 다. 잘 포장된 거짓입니다. 진정으로 엘프들이 행복해지길 원한다면 모든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한사람조차 행복하게 하지 못 하는 율법따위, 그것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엘프들의 행복을 그렇게 지켜져 왔습니다. 지금까지의 저희들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그것은 대대로 불행해졌었던 퀸들의 역사겠군요. 단 한명의 행복을 지키지 못했던 퀸들의 불운한 역사군요" "그것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 "누가 그렇게 정했지요? 너무 오래되어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그런 율법 아 닙니까? 정녕 그것이 필요하다 여기십니까? 역대의 퀸들중 자신의 신세를 합리화 시키기 위하여 꺼낸 말인지도 모르는 일을요?" "말씀을 조심해 주세요. 그것은 역대 퀸들께 예의가 아닙니다" "아니오. 과거의 잘못된 절차를 답습해나가는 이런 갑갑한 모습따위 보고싶지 않 습니다.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합니다. 단 한사람의 행복도 지켜져야만 합니다. 진 정한 지도자라면 그래야하지 않습니까?" "그 지도자는 자신의 행복을 다른이에게 나눠줌으로써 모든이들을 행복하게 합니 다. 이끌어가는 자는 행복을 위하여 자신의 살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지금의 모습은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갈취하는 것입니다! 퀸이시여, 에실루나는 분명 퀸이 될 당신의 후계자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은 여태까지의 엘프들의 역사에서 없었던 일이지요. 전 에실루나가 불행해지는 것을 바라진 않습니다. 그 러기 위해서 제가 제 살을 대신 내어주겠습니다" "무슨 뜻이신지요?" 라이니시스는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에실루나에게 웃어주고, 다시 퀸을 보면서 말했다. "제가 정말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 께 드릴 수 있는 말은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니시스는 에실루나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리고는 퀸을 향해 말했다. "따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어떻게…아셨죠?" "응? 뭘?" "퀸이… 제 어머니이신 사실을요" "글쎄. 뭐랄까… 웬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 퀸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마치 딸을 집어가려는 웬수같은 남정네에게 말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라이니시스는 생긋 웃었고, 에실루나는 그에게 기대며 웃었다. 퀸은 라이니시스와 여러가지 협의 하에 에실루나를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아 마도 현실적인 이유로 볼때, 엘프들에게 주어지는 이익이 더 많아서 그런 것이지 만 라이니시스의 생각에는 아마도 퀸은 '따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듣고 싶었었는지 모른다. 딸자식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들어보고 싶은 말이기도 하니까. "앞으로, 조금 귀찮아지실지 몰라요" "괜찮아. 그 정도야 얼마든지 감수 할 수 있으니까" 엘프들과의 계약기간 연장에, 일년에 한번 에실루나와 같이 퀸을 찾아가서 인사 를 드린다던지, 그의 영토에 성을 건설하는 것을 도와줘야하고, 에실루나가 퀸이 되었을 때, 그녀의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배려해주며… 등등의 조건이 상당히 많 이 붙었고, 남의 집 딸을 가로채가는 남자들을 그런 조건을 모두 들어줘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에 따라 라이니시스는 그것을 모두 수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별로 귀찮거나 한 일이 아니었다. 위험하지도 않고, 오히려 재미있는 일이다. "그럼 보름뒤에 뵈요" "그래. 몸조심하고" "예. 그럼 가세요" 에실루나는 수목의 성에 온 김에 약간의 업무처리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의 일에 대한 처리 방법을 퀸과 장로들과 같이 논의 하면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보름동안은 계속 여기에 머물러야 했다. 보름이 지나면 그녀는 라이니시스가 쥐어 준 스크롤을 사용해 그의 레어로 갈 것이다. 지금 당잔 그와 같이 가지 못하는 마 음에 에실루나는 약간 가슴이 아팠지만, 보름 뒤에는 계속 그와 같이 있을 수 있 다는 생각에 가슴속 가득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기다릴게. 텔레포트!" 라이니시스는 마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레어로 돌아갔고, 에실루나는 그가 떠나자 하늘을 보면서 미소지었다. 그날 이후로 하늘은 계속 우중충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티없이 맑고 깨끗했다. 그녀는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다시 수목의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 마법장이 발동해있는 수목의 성에서는 텔레포트를 비롯한 모 든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표정이 밝아졌구나. 에실루나" "퀴… 어머니!" 에실루나는 퀸이라고 말하려다가 지금의 모습은 어머니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는 황급하게 말을 바꾸었고 그녀는 포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에실루나의 어깨에 손 을 얹었다. "그래. 한때의 생각이었지만 내 생각이 좀 짧았던것 같구나. 엘프들의 행복을 위 해서 한 사람의 전적인 희생이라… 솔직히 말이 안되지. 한사람의 행복도 지키지 못하는데 전체의 행복을 위한다는것은 위선이지" "어머니… 고마워요" "아니다. 사실 이 방법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니야. 단지, 라이니시스께 서 불행을 분담한다 하시기에 허락한 일이야.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낡은 율법에 얽혀있으면 안되겠지. 난 늘 생각해 왔단다. 네가 엘프사회에 큰 변혁을 불어들일 거라고. 그래서 널 드래곤의 성노로 내어줄 수는 없다 생각했다" "어머니. 그는…" "그래. 알고 있다. 그는 정말로 널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구나. 그리고 그 미리안 이라는 여인도. 여자로서 그것은 큰 행복이지. 어쨌든, 내 생각은 거의 맞았구 나. 넌 이미 변혁의 바람을 불러왔어. 이것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구나.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것이 옳길 바래야지" "죄송해요. 어머니" "아니다. 앞으로 찾아올 미래를 생각하면 예전과는 달리 두근거리는구나. 예측할 수 없게 되었어. 어쨌든, 이것또한 발전이겠지. 그럼 이만 들어가자. 보름의 시 간을 넘겨서 내 딸이 말라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어, 어머니!" 퀸은 자상하게 웃고는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에실루나도 웃으면서 그녀의 뒤 를 따라 수목의 성으로 들어갔다. 엘프들에게 불어올 변혁의 바람은 그렇게 서서 히 태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외전: The Story of Eshilluna 종료. p.s "그래서 말이죠… 어라?" "왜그래요?" "아니,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도 그래요. 미리안" "…" "…" "오븐!" "요리하는 중이었죠?!" "꺄아! 큰일이야! 또 태워먹게 생겼잖아!" "미리안! 같이가요!" ---------------------------------------------------------------------- 외전 종료입니다. 최근 갑자기 다시 글이 안써지는 현상 발생. 음. 해결방법으로는 숨을 멈춘다든가, 물을 한번에 마신다던가.. (바보야. 이건 딸꾹질이잖아) 다음편부턴 다시 원래대로의 본편연재를 들어갑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구정 보내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들어갈 감상평을 구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분량으로 감상평을 적어서 egnisys@empal.com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19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는 발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맨땅을 딛으려다 가 온통 풀 뿐이라는 사실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풀들이 밟히면서 흔적이 남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일단 비행마법을 걸고서 천천히 날아올랐다. 높이 는 대략 문이 있는 높이까지였고, 그 높이 까지 뜬 나는 공중에서 엎드린채 그들 을 주시했다. 무장의 정도는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마운틴 레인저 정도의 무장이었다. 물론 그런 무장이라도 다섯명이 모이게 되면 위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곳의 주인인 엘프가 강하다고 해도 무장 인원 다섯명한데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각자 잡담을 나누면서 통나무집으로 다가왔고, 나는 손에서 슬슬 시료스를 풀면서 포획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총수님이 정말 이런것이 필요 하실까?" "몰라. 원예하시는 취미라도 있으신가보지" "하지만 말야, 총수님이 하시는 일이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아?" "하긴 그래" 총수? 그렇다면 저들은 어떠한 조직의 하수인일 것이다. 개인적인 용무로도 월광 수선화를 노림직 하지만, 조직의 하수인이라…. 어떤 조직이지? 일단 매쉬암일 가 능성도 있고, 그 외에 다른 조직들일 가능성이 많다. 가끔 밖으로 나오면서 줏어 들은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매쉬암 외에 여러가지 조직들이 밤의 세계를 장악하기 위해서 암투를 벌인다고들 하니까. "그런데, 월광 수선화를 얻고서 어디로 가야하지?" "글쎄? 일단 지령서를 보면 알겠지. 월광 수선화를 얻었을때 지령서를 읽어보라 고 했으니까" 지령서까지있나? 하긴. 이후에 어떻게 하라는 행동지침 정도는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저들을 일단 포획하고 월광 수선화를 가지러 갔던 엘프가 올 때까지 기 다려야겠군. 일단, 시료스를 밧줄 두께로 길게 뽑아내었다. 당초의 생각은 그물을 만들 생각 이었지만, 그냥 한데 묶어주는편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에 밧줄을 뽑아내었다. 그 리고는 그것을 잘 움직여서 바닥에 깔았다. "여기가 아까의 그 엘프가 살던 집인가?" "흐에~ 세상에 온통 화분하고 책뿐이네?" "엘프는 엘프군" 그들은 각자 한마디씩 하면서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것을 내가 가만히 둘 이유는 없었다. 나는 바닥에 깔려있는 밧줄로 그들을 굴비 엮듯이 주르르륵 묶어 버렸다. "으와아악?!" "뭐, 뭐야!" "이익?" "헉?!" 그들은 갑자기 뭔가가 몸을 죄여오는 느낌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었으며, 나는 씨 익 웃고는 투명마법을 해제했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 감긴 금속 밧줄이 나타났고, 그 끝은 내 건틀릿의 손바닥 아래부분으로 이러져 있었다. 그들 중 두엇의 시선이 나에게로 닿았고, 나는 씨익 웃으면서 밧줄을 힘차게 당겼다. "으악!" "억!" "우갹!" "케엑!" "컥!" 그들은 갖가지 비명소리를 내면서 쓰러졌고, 나는 땅으로 내려왔다. 이것으로 포 획 완료. 간단하군. 간단해. 나는 쓰러져 있는 그들을 보면서 말했다. "잠시 집주인이 올 때까지만 그러고 있어. 불청객에 대한 처리는 집주인이 해야 하니까" "누, 누구냐!" …이녀석들도? 나는 잠시 한숨을 쉬고를 고개를 저었다. 대체 이놈 저놈 할 것없 이 맨날 '누구냐!'라고만 하나? 조금만 개성을 가져서 물어보보면 누가 때리기라 도 한데? 나는 그것이 저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서 당연히 나올 수 있다는 말 이라는 사실을 잠시 무시하고, 그들에게 말했다. "음… 누구냐고 물어보기 전에 먼저 자기소개부터 해야하는거 아냐? 일단 지금 분위기에서 그런 평화스러운 행동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라는 행위는 지켜주었으면 하는군. 아, 먼저 이쪽에서 밧줄로 묶어버렸으니 내가 예의 를 지키지 않은건가? 그러면 둘 다 같으니까 무효화하자고. 음" 그들의 표정이 모두 황당함으로 굳어버렸다. …어라? 내가 뭘 잘못했나? "아는 사람들입니까?" "그렇다기 보다도 쫓아내었던 사람들이지요. 이곳 산맥의 월광 수선화는 임자가 있는 물건이니까요" 나는 딘츠-엘프의 이름이다-와 함께 참 편안한 태도로 미스릴 밧줄에 한데 묶인 다섯명의 괴한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처음에 난 그가 그들에게 "또 만 났군요"라고 하길래, 아는 사람인줄 알았다. 음, 어떤 면에서는 아는 사람들이라 고 할 수도 있긴 하겠지. 적어도 '안면'은 있는 상태니까. 음음. "크윽… 풀어줘!" 묶여있는 녀석중 한명이 당당하게 소리쳤고, 나와 딘츠는 그를 돌아보고는 다시 대화에 들어갔다. 말하자면, 그를 무시했다. "월광 수선화는 잘 채취하셨습니까?" "아, 예. 이대로 상처없이 잘 가지고 가면 될겁니다. 헌데, 가져가는 일에 조금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풀어줘!" "예.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조심해서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요. 아 무래도 가까운 마을에서 마차나 한대 사야할듯 싶습니다" "그러신다면 다행이군요. 아, 한가지 주의할 것은 밤에는 꼭 달빛을 받게 하셔야 합니다" "풀어달란 말이야!" "아, 그러지요. 달빛을 먹고 산다로 하니까… 헌데, 물도 줘야 하나요?" "예. 이틀에 한번씩 흙의 표면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적셔주시면 됩니다" "무시하지마!" "의외로 적게 먹는군요. 햇빛은 상관 없습니까?" "아, 예. 햇빛은 별로 상관 없습니다. 쬐여줘도 괜찮고, 안쬐어줘도 괜찮은데 달 빛만은 꼭 좀 부탁드립니다" "야 이 새끼들아!" "그러지요. 닥쳐!" 이야기하는 도중에 틈틈이 끼어들면서 방해를 놓던 남자는 나의 호통에 입을 다 물었다. 피어를 조금 섞어서 말했기 때문에 단방에 말문을 닫은 녀석을 바라보며 나는 혀를 찼다. "도둑놈 주제에 뭔 할 말이 그렇게 많아? 도둑질 하려다가 잡혔으면 그냥 가만히 앉아있을 것이지, 어디서 소릴 빽빽지르고 있어? 근로소득세도 지불하지 않는 녀 석들이 말이 많아" "근로소득세가 뭐죠?" "…그런게 있습니다" 아, 여기는 소득세 같은 거 안내나? 난 옆에서 물어오는 딘츠에게 그냥 어버무렸 다. 엘프라서 인간사회에서의 세금이란 개념을 잘 모를지도 모르겠군. 음. 그래도 역시 세금은 있을거야. 세금없이 나라가 어떻게 운영되겠어? 나는 일단 묶여있는 녀석들의 처우를 결정하고자 딘츠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면 딘츠씨, 이 사람들을 어떻하면 좋을까요?" "글쎄요. 침입자가 들어온 것은 오랜만이라서 저도 잘 모르겠군요. 여기 위치가 노출되었으니 어떻게든 함구 시켜야겠는데…" "살인멸구요?" 나는 예전부터 상당히 많이 쓰여오던 고전적인 처리방식을 사용하려는 생각인지 물어보았고, 나의 말에 묶여 있는 다섯명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솔직히 말 하자면 고전적이고도 제일 확실한 방법이지. 주민등록 관리법과는 전혀 상관이 없 는 세계니까 모르는 사람이 외지에서 한둘쯤 사라진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은 세계 거든. 사망율이 괜히 높은게 아니라니까. "아니요. 그런 극단적인 방법은 나중에 생각해야겠죠" "하긴. 아직은 이르죠" 나는 그의 말에 맞장구쳐줬다. 그러자 녀석들의 얼굴에서 잠깐 안도감이 떠올랐 다가 다시 굳어졌는데, 나와 딘츠가 한 말은 살인멸구를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보하겠다는 말로써, 방법 없으면 그냥 죽인다는 말이었다. 진담이냐고? 진담이 었으면 말하기 전에 딘츠가 한쪽 눈을 깜빡였을 이유는 없겠지. 하하핫. 나는 딘 츠에게 조금더 놀리자는 듯이 생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대로 놓아주기도 좀 뭐하잖아요?" "에에. 그렇긴 하지요. 끌고다니자니 감시 인원이 부족하고…" "그렇죠. 최소한 1:1의 비는 돼야하니까" "아, 그러면 그렇게 만들면 어때요?" "어떻게요?" "음… 끌고다닐만하게 적당한 인원으로 줄이는 것이죠" "그게 그거잖습니까…" "그런가요?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음. 농담으로 하는 대화이긴 하지만 점점 질려가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뭔가 재미있기도 하다. 그때부터 나와 린츠는 서로가 가진 고문학적 지식과 해부 학에 대한 열정을 유감없이 드러내 주었고, 점점 녀석들을 겁에 질리게 하는데 성 공했다. 자신들을 간단하게 제압한 사람과 이곳 주인이 서로 미소짓는 얼굴로 피 가 튀고 살이 찢어지며 뼈가 깨지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 나라도 움찔 하겠다. 어 찌되었든 우리의 이 무의미한 토론은 약 10여분간 계속 되었고, 묶여있는 녀석들 은 완전히 질려버렸다. 아, 그러고보니까 녀석들이 지령서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그것부터 한번 확인해 볼까? "음… 잠깐만요. 아마 이녀석들 중에 한명이 뭔가 중요한 물건 하나를 가지고 있 을 겁니다. 제가 들었거든요. 무슨 지령서였던가 하는 거였는데…" 움찔. 녀석들의 어깨가 일순간 반응했다. 그리고 녀석들의 심박이 점점 높아져가는것이 시료스를 통해서 다 알려지고 있었다. 의외로 솔직한 녀석들이군. 속이지를 못한 단 말이야. 나는 녀석들을 묶은 밧줄에서 몇가닥을 끌어내어 녀석들의 몸을 수색 하게 만들었다. 지령서라고 했으니 품속에 있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가늘은 실들이 묶여있는 다섯명의 품속으로 파고 들었고, 그들은 실줄기를 불안한 듯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피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있으면 서 동시에 왼쪽에서 네번째인-둥글게 묶여있으므로 방향이야 아무래도 괜찮지만- 녀석의 품에서 대나무의 중간을 뚫어서 만든 작은 죽함이 나왔다. 이건가? 목함을 빼앗긴 녀석은 눈을 크게 뜨면서 외쳤다. "그, 그것은!" "나도 알아. 지령서지?" 나는 그를 가볍게 무시하면서 죽함안에 들어있는 지령서를 꺼내었다. 흰색의 깔 끔하고 잘 만들어진 종이를 둘둘 말아 리본을 매고 밀랍으로 봉한 편지였다. 지령 서이다 보니까 꽤나 꼼꼼하게 만들었네? 나는 밀랍을 뜯고, 리본을 풀어낸 다으에 지령서를 소리내어 읽었다. "오, 그래 내 사랑 카리쉬나여. 그대의 두 눈은 호수같이 아름다운…. 뭐냐?" "크윽…" "야, 카리쉬나라면 거기 걔 아냐?" "아, '파텐'의 여급? 애가 좀 순진하긴 했지" "그렇구나. 노리고 있었구나…" "평소에 친하게 지내더니 그런 흑심이 있었군" …연애편지잖아? 나는 황당한 눈으로 편지를 빼앗긴 녀석을 바라보았고, 주위에 서 들려오는 한마디씩에 그 덩치도 큰 녀석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고개를 숙이 면서 얼굴을 새 빨갛게 달구고 있었다. 머쓱해진 나는 편지를 다시 말아서 리본으로 매고는 다시 시료스를 사용해서 녀 석의 품 안에 넣어주었다. "어…, 그러니까 일단 미안. 그리고 문체가 너무 지루해. 조금 파격적으로 고쳐 봐. 받는 사람에 따라서 틀리지만, 이건 책보고 베낀것 같잖아" "…" 녀석은 조용히 있을 뿐,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리고 다는 다시 탐색을 시작했 고, 바로 내 앞에 있는 녀석에게서 밀랍으로 봉해져 'M'의 도장이 찍힌 편지봉투 가 나왔다. 음. 이번엔 확실하렸다? 혹시 모르니까 이번에는 소리내지 않고 그냥 읽어봐야겠다. 【친애하는 매쉬암의 일원들이여】 첫줄에서부터 이들의 정체를 확신케 하는 문구가 나왔다. 매쉬암! 이녀석들, 매 쉬암의 녀석들이었어?! 나는 서신에서 눈을 돌려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이지, 인재 기용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려해 보라고 체리랑스 라는 총수에게 말해주고프군. ---------------------------------------------------------------------- 안녕하세요. 글쟁이입니다. 본편연재를 하는것이 굉장히 오랜만인것 같은 기분이군요. 실질적으로 그렇게 오래 되지도 않앗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본편 연재하는동안 외전 두어편 더 올릴 예정입니다. 이번 챕터는 괜시리 길어질지도 모르겠군요. 오늘도 세편 올라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20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째 부하마다 한결같이 멍청하기 그지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런 부하 들이 있으니까 나 같은 추적자가 있는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다는 그들을 한심 한 눈으로 바라봐준 다음 다시 매쉬암의 지령서를 읽기 시작했다. 【변혁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끔찍스런 현실에 지배당하고 있는 이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저희 매쉬암의 이상과 꿈은 앞으로도 계속 도전되고, 실현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여러 도전과 시련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저희는 언젠가 이 투쟁에서 살아남아 우리가 했던 일들이 올바른 정의였다는 것을 후손 들의 손에 의해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의 현실이 매우 암담하고, 힘 들지만, 여러분들 같은 조력자들이 있기에 저희는 이렇게 변혁을 준비 할 수 있 습니다. 그대들이 이 지령서를 읽고 있다면 아마 그대들에게 내려진 첫번째 임무를 무 사히 완수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개화를 앞둔 세 뿌 리의 월광 수선화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였겠지만 시일 내로 무사히 수행 하셨다는 것에 큰 경의를 표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그대들이 해야할 두번째 임 무를 하달하겠습니다. 지금부터 힐텐펜스까지 가주셨으면 합니다. 시한은 12월 15일까지 입니다. 그 것으로 여러분의 임무는 모두 마치게 됩니다. 힐텐펜스에서 12월 15일까지 체류 하시고, 그 결과를 보고해주시는 걸로 여러분의 임무는 종결됩니다. 보고서는 가까운 관할 조직에 넘기시고, 임무에 따른 급료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의 앞길에 항상 밝은 빛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뭔가 엄청난 일들을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변혁이라니…? 이 세계를 상 대로 무슨 엄청난 일이라도 벌이겠다는 말인가? 아니라면 그냥 이들을 현혹시켜서 뭔가 옳은 일을 하게끔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전자의 가능성과 후자의 가능성 을 모두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 여태까지 매쉬암이 벌여온 일들을 생각해보자면, 세상을 상대로 모종의 일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보기도 힘드니까. 그나저나, 이 건 누구의 손에 써진거야? 나는 설마하니 체리랑스가 부하들에게 이런 문체로 말 할까 싶어서 맨 밑의 서명을 보았다. 【매쉬암 총수 대리 섀도우 파핏】 …섀도우 파핏? Shadow Puppet? 암만 생각해도 저건 가명이라고 밖에 생각 할 수 없는 이름이다. 그림자 인형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졌고, 지위는 총수 대리라고 하 니까 체리랑스의 완벽한 심복 내지는 꼭두각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난 일단 다시 지령서를 살펴보고, 내용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월광 수선화 세 뿌리. 그것도 개화하기 직전의 세뿌리다. 그것을 들고서 내가 가려하는 힐텐펜스 까지 가라고 했으며, 무엇을 하라는 말도 없이 그냥 12월 15일까지 체류하면서 보 고서를 작성해 오라는 말은, 힐텐펜스로 월광 수선화를 가지고 가면 12월 15일에 무슨 일이 생긴다는 말인가? 나는 킬과의 대화에서 떠올렸건 영석의 형체화와 지 령서에 나와있는 내용을 토대로 추측해 보았고, 한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게 되었 다. 아마도 월광 수선화와 영석의 형체화에는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이다. 매쉬암에 서는 형체화된 영석을 얻을 수 있는 모종의 방법으로 월광 수선화를 사용 하려는 것이며, 그 방법은 나도 모른다. 영석이 실체화 될 떄, 월광 수선화와 무슨 반응 을 일으켜서 채취할 수 있다던지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영석 을 왜? 영석을 왜 채취하려는 걸까?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은 성족과 사족의 투쟁으 로 영석의 조각이 흩어져 버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그것이 이번 에 형체화가 된다는 것 뿐이다. 영석은 영혼의 근원을 만드는데 쓰인다고만 알고 있으며, 다른 기능에 대해선 모른다. 그렇다면 매쉬암에선 가능 기능에 대해서 알 고 있다는 말이 된다. 또 하나의 가설은, 매쉬암이 말하는 '변혁'의 일환이 바로 이번의 일이라는 것이 다. 월광 수선화와 영석간의 모종의 관계를 이용해 그것으로 세상을 어떻게 해보 겠다는 야심만만한 계획이겠지. 뭐, 어찌되었든 결국 나는 월광 수선화를 가지고 힐텐펜스까지 가야 한다는 말인 가? 이번 일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들의 일이 벌어질 장소로 가야 할테니 까. 나는 혀를 찼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혼자선 좀 무리가 있어. 최소한 감시인 원이라도 있어야 하잖아? 그전에 난 딘츠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남는 월광 수선화 세뿌리 있습니까? 이번에 개화하는 것으로요" 일단… 여러가지 물건들이 필요하겠군. 하인츠도 무장시켜야 하고, 안스란에게도 호신용 무기쯤은 주어야 한다. 거기에 힐텐펜스까지 가면서 사용할 열 한명 분의 식량과 땔감도 말이야. 아, 식략은 한끼마다 측정을 열 다섯명 분쯤으로 하지 않 으면 모자르겠군. 나는 보통 사람들이 먹는 양대로 먹으면 된다지만, 최소한 한명 은 그만큼 먹지 않으면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이것으로 대략 사람들이 모인것 같군. 여기세 킬의 일행이 합세하면 더욱 늘어 나겠지. 후우, 어째서 이런 대인원 외엔 다닐 수 없는걸까?" "반은 감시대상이잖아요?" "어쨌든 한 일행임엔 변함이 없어. 미리안" "하긴 그렇죠" 나의 말에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던 에실루나가 말했 다. "애초에 그냥 힐텐펜스까지 가면 되지 않나요?" "아니. 걸어가는 편이 더 나을걸. 주위 정세같은 것도 파악 할 수 있을거야. 혹 시 알아? 중간의 소규모 마을들은… 이미 전멸했을지" "생각하긴 싫지만, 부정할 수도 없네요. 알겠어요" 나는 이틀만에 돌아온 보미닌의 여관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없는 이틀동 안 갖가지 일이 발생했다. 신전은 아니었지만, 도시 내의 공동묘지에선 시체들이 일어섰고, 여러가지 형태로 암매장 당한 시체들도 벽을 뚫거나, 땅을 파고, 혹은 오물속에서 악취를 풍기며 일어서서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언데드의 특성이 그렇듯이 살아있는 것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와 살의를 가지고 있기에, 그것들도 돌아다니면서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해치고 다녔다. 보통의 좀비와는 다르게 움직 임도 활발한 녀석들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해치고 다녔지만, 다행스럽게도 도 시 내의 묘지에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묻히진 않았다. 대부분의 시체들이 경비 대의 창, 칼에 의해 쓰러졌고, 나머지 소수는 시민들의 손에 의해 쓰러졌다. 그리고서 내가 오기 네시간 전에, 펜힐마을에서 일어난 사건과 똑같은 일이 이곳 에서도 일어났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언데드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 숫 자는 많지 않았지만, 이 현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를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결 국 그 사람들은 경비대의 손에 의해 쓰러졌지만, 아직도 도시 내에선 혼란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다행히도 하인츠와 안스란은 여관 건물 안에서 무사히 있었다고 했다. 아, 창밖을 내려다보던 안스란이 기절했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 다. "마스터. 이런 일이 지금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겁니까?"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도시에 다들 연락해 봤는데 그렇다는군. 범위는 그레니틴 산맥의 줄기 안쪽에 있는 도시들이야. 특히 힐텐펜스는 무슨 일인지 연락도 되질 않는다던데? 라스킨. 툰드라에선 별 일 없었겠지?" "아, 예. 인간 부족들이나 저희들이나 별 일 없었습니다. 이건 일들은 여기서 처 음 보는 일들 입니다" 툰드라에서도 별 일이 없다면, 역시 마법사 길드를 통해 경비대에서 알아낸 일들 이 사실일 것이다. 그레니틴 산맥의 범위 안에 있는 그레니틴 평원 근처의 도시들 에게서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죽은 자가 일어서고, 살아있는 자가 죽은 자가 되어 걸어다니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현재 일어나고 있었다. 일단 알아 본 발호는 도시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일반 마을은 어떨까? 말 하지 않아도 알것이다. 아마도 이곳 보미닌에서 힐텐펜스까지 가는 동안 보게 될 마을 의 모습은 꽤나 끔찍할 것이다. 나와 미리안, 에실루나, 라스킨은 서로를 바라보 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일단 그 전에 어떻게 여기에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냐에 대하여 간단하게 말 하자면, 일단 감시인원도 필요했고, 안스란과 하인츠의 호위인원도 필요했기에 당 초의 생각-귀찮아서 싫다는 생각-을 거둬버리고서 과감히 고금인력들을 채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단 딘츠가 여분의 월광 수선화를 가지고 갈 동안 나는 시료스 를 벗어두고, 그것을 스퀄에세 물려서 다섯명을 감시하게 했다. 그리고서 난 집으 로 돌아가서 열 네뿌리의 월광 수선화를 엘프들에게 안겨주고, 나에게 설명을 요 구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재촉시켜서 무장을 하게 했다. 그러는 동안 나미아와 오디를 콰이헤른에게 맡겨두고서, 그녀들을 데리고 다시 딘츠의 집으로 왔고, 그 녀들로 하여금 다섯명을 감시하게 한 다음, 툰드라로 갔던 것이다. 라스킨이 복귀하고서 툰드라의 질서는 금새 잡혀나가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늑대들의 경우 신념을 가지고 누군가를 따르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라우네스가 이끌던 늑대들을 회유하는데 많이 힘들었지만, 300년간 툰드라의 제왕 으로써 군림해온 라스킨의 카리스마는 라우네스의 늑대들을 회유하는데 성공했고, 약간의 의견 충돌을 제외하고는 라스킨은 지금 제이나가 낳은 다섯의 자식들을 키 우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도중이었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사람을 끄집어 내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았기에 난 그냥 돌아가려 했지만, 제이나가 말하길 "요즘 이 이가 운동부족이라서 시원찮거든요. 실컷 부려주세요" 라고 했기에 양심의 가책따 위는 발로 밟아 뭉개준 다음 끌고왔던 것이다. 라스킨이 뒷덜미 잡혀서 끌려오기 전에 "자, 잠깐만요! 자식들에게 인사정도는 하고…!"를 외쳤다는 것은 무시하도 록 하자. 그건 그렇고. 운동부족이라 시원찮다고? 허허… 라스킨. 그러게 평소에 힘좀 쓰지(?) 그랬니. 콰이헤른도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는 실험으로 바쁘다고 리이나가 말해 주었다. 그래서 난 콰이헤른의 동의도 얻지 않고, 그의 부인 리이나에게만 동의를 얻어서 나미아와 오디를 맡겨두고 왔지. 게다가 그는 이번에 영석의 형체화에는 가지 못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데려온다면 엄청난 쓸모가 있겠지만-본데스적 실력이 그대 로 남아있기 때문에- 데려와도 중요한 일이 있어서 영석의 형체화는 볼 수가 없을 것인데, 데려와서 어쩌라고? 염장이라도 지르란 말인가? 물론, 그런 종류의 일은 정말로 재미있겠지만, 사양하고 싶다. 콰이헤른도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화나면 무 진장 무서울것 같거든. 본데스였을 때 붙어봐서 잘 알지. "후우, 이곳 저곳도 말이 아니군.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야? 미리안, 에 실루나. 들어본적 없어? 엘프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전승이라든가" "없어요" "저 역시 없습니다" "라스킨, 너는?" "저희들에게도 그런 전승은 없군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 어디의 전승에도 나오지 않는다. 일단 인간들의 사이에 서 내려져오는 전승은 내가 거의 다 꿰고 있으니까 확인 안해도 된다. 죽은 자가 일어선다는 말은 아마도 지구의 성경에 있던 '요한계시록'에는 있던데, 이곳의 경 전들 어딜 봐도 그런 말은 없다. 멸망의 구체적인 형태조차 나와있지 않은 경전들 뿐이니까 그런것을 바라는건 무리다. 문자 그대로 전대미문의 사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거기. 다섯명. 뭐 아는거 없어? 매쉬암에선 이런 일 벌일것도 싶은데 말이야" "처, 천만에! 세상을 멸망하게 하는 짓따윈 하지 않아!" "그래! 그것은 변혁에 아니라 멸망이야!" 저기 묶여잇는 다섯도 같은 대답을 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고 있지만 지금 일어 나는 일들은 상당히 묘하군. 뭔가 실마리를 잡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세뿌리의 월광 수선화를 들고서 힐텐펜스로 향해야 하는 건가? 나는 한숨을 내쉬 고는 일행들을 보면서 말했다. "쳇. 매쉬암따위 도와주긴 싫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그래야 할 것 같군. 다들 여 행준비해. 지금부터 힐텐펜스로 향할거니까" ---------------------------------------------------------------------- 매쉬암이 슬슬 나옵니다. 나와요. 양파의 첫 껍질을 벗깁니다요. 하하핫. 양파는 까봤자 눈만 매울뿐 거기서 거기라는데.. 이건 뭐가 나올까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21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와있던 결론을 다시한번 말하는 취미는 없지만, 난 선포했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묶여 있는 다섯명도 일차적으로는 매쉬암을 도와주는 꼴이기에 아무말 하지 않았다. "걸어가요?" "말이라도 구할까? 그러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겠어?" "그렇네요…"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인원이 같은 목적을 가진 일행이었다면 괜찮겠지 만, 간수와 포로의 관계이니 말을 물론이며 마차도 구하기 어렵다. 다섯이라는 인 원을 호송하느니만큼 간수쪽도 대단위로 뭉쳐서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힐텐펜스 까지는 그렇게 오래 거리지는 않으니까 금방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 이 19일이고, 킬의 일행과 약속한 날짜는 23일이다. 남은 날이 나흘 남았고, 그날 까지 힐텐펜스에 도착 해야 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군 이거. 그래도 약간 속 도를 높여서 간다면 제시간에 도착 할 수 있겠다. 물론, 포로들이 제대로 움직여 준다면 말이지. 별로 상관 없나? "그럼 지금 당장 움직이니까, 다들 준비들 하고, 다른 질문 있는 사람?" "아저씨. 제 짐은요?" 하인츠가 잠시 짐이 있는 자리를 살펴보더니 물어왔고, 난 팔짱을 끼었다. 하인 츠에게 무거운 짐을 매여준다는 것은 하인츠가 쳐지는 만큼의 이동 속도를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일은 무익함과 동시에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비인도주의적이라는 비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에-사실은 이게 제일 무서운 것일지 도 모른다- 이번엔 그만 둬야지. 난 하인츠에게 말했다. "이번엔 속도를 붙여서 가야 하니까, 짐은 특별히 들지 않아도 돼. 최대한 가볍 게 해서 가야 하니까. 그냥 네 검만 들고 가면 돼" "예" 하인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도보여행이긴 해도 가벼운 도보 여행은 아닐테 니까 최대한 가볍게 가는것이 났겠지. "마스터. 이사람들은 어떻게 하죠?" "어차피 같은 길로 가는 사람들이지. 무장 해제시키고, 네가 감시해" "예. 알겠습니다" 라스킨은 다섯의 포로를 보면서 씨익 웃었고, 그들은 움찔 했다. 지금 라스킨의 모습이 인간형태라고는 하지만, 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위압적인 분위기에 그들 은 압도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차피 도망쳐 봤자 월광 수선화는 우리에게 있고, 그들의 목적지도 힐텐펜스이기 때문에 만약 도주하더라도 그거 상당히 우스 운 사건만 만드는 격이다. 거기에 가는 동안 무슨 일이 잇을지도 모르니 이들로서 는 우리에게 '보호'를 받으며 가는 편이 좋겠지. 포로 후송은 기본적으로 포로를 '안전'하게 '보호'하며 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안전해지는 것은 당연하지. 그 리고 여기 사람들이 좀 강력하나? 인간이라면 엘프의 감각을 피해가는것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고, 여긴 엘프가 둘이다. 거기에다 정체를 알려지지 않았지만 툰드라 에서 매서운 추위와 싸워가며 감각을 단련해온 늑대왕과, 별의별 물품을 다 가지 고 있고, 별의별 능력이 있는 드래곤이 있다. 단언하건데, 저들이 도망갈 가능성 은 0에 가깝다. 상당히 편한 간수일을 맡았군. 나는 대충 준비가 끝난 것 같아서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준비 끝났어? 좋아. 그러면 출발한다" 열 한명의 대 인원이 힐텐펜스로 향하는 발걸음을 옮겼다. 헌데 왜 이렇게 불안 감이 느껴지는 걸까? 예감의 적중이라는 삶의 이벤트는 상당히 즐거울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이번에 새로 이성을 사귀는데 느낌이 좋을것 같은 예감이라든지, 복권을 긁으려는데 뭔가 터질것 같다는 예감-모든 복권 구입자들이 그렇다-이라든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때 하루가 행운이 넘칠것 같다던지…. 그런 느낌들이 적중되면 사람은 쾌감을 느끼면서 삶의 행복을 느낀다. 어찌되었든 자신에게 좋은일이 생기는데 기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언제나 사람들이 긍적적으로 예감을 하는것만은 아 니다. 사람들의 대부분 성향이 그렇지만, 긍정적 사고 보다는 부정적 사고쪽으로 많이 기울게 된다. 그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과 사회, 문화, 환경에 따라서 좌우되 지만, 사람들은 행복보다도 불행을 더 많이 기억하며, 긍정적 사고 보다는 부정적 인 사고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생물체에게 깔려 있는 본 바탕이 이기심이기 때문이며,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피해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사람들은 긍정적 예감 보다는 부정적 예감을 많이 하며, 그것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들어맞길 두려워 하면서도 더욱더 많은 생 각의 시간을 할애해 끝내는 자신에게 그 재앙이 도래하게 만들어 놓고서는 '역시 불길한 예감은 너무 잘 들어 맞아…'라고 탄식하는 멍청한 일을 저지른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순수한 예측이었을 뿐이야" "그래요. 아무도 라이니시스님한테 책임을 묻진 않을테니까 긴 변명은 좀 치워주 실래요?" "더이상 할 거리도 없어" 아우레스력 1435년 11월 19일. 아니, 20일. 보미닌을 떠나와서 우리는 힐텐펜스를 향해 걷기 시작해 14시간을 쉬지않고 걸었 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다들 몸도 건강한 사람들이기에 이 정도가 적당할것 같았고, 결과도 괜찮았다. 다만 걷는 속도는 킬의 일행과 다니던 때보다 좀 느려서 그냥 평범한 속도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보미닌을 떠나서 8 시간 되던 때에 보미닌이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로부터 6시간을 더 걸어 서 도착한곳은 그레니틴 평야의 초입이다. 넓고 너른 평야라서 만약에 이곳이 지구 같은 곳이었다면 광활한 밀밭이 펼쳐져 있을 것이었지만, 이런곳에서 밀밭을 만들었다가는 몬스터들이 주기적으로 식량을 강탈하러 올 것이다. 덕분에 이곳은 풀이 군데군데 나있는 황량하다고 까지 할 수 있는 평야였고, 이런곳에서 불피우면 5마일 바깥에서도 보일것이지만 우린 대놓고 모닥불 피웠다. 사실 겁날게 없는 우리들이거든. 하지만 우리가 피운 모닥불은 몬 스터가 아닌 다른것들을 불러들였으며, 때문에 19일이 지나서도 잠도 자지 못한채 로 이렇게 대치하고 있는 중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평야에 시체를 매장하는지 미처 모르고 있었는데" "그렇다기 보다도 근처 마을이 쑥대밭 된거 아닐까요?" "음… 여기 렌디너스 왕국 맞지?" "예. 그런데요?" 나는 미리안과 대화를 나누다가 잠시 생각했다. 지난번부터 오늘까지 대략 몇명 의 사람들이 변신(?)을 했더라? 나는 잘 생각하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렌디너스 왕국은 큰 타격을 감수해야겠군. 여기있는 숫자만 해도 물경 300명이 넘어가잖아?"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죠. 이후 감당해야 할 손실 또한 크니까요" "그래? 그러면… 근처의 소국들이 여길 노리지 못해서 안달이겠군. 에디킨츠라면 가능성 있겠다" 렌디너스 왕국과 가장 사이나쁘면서도 붙어 있는 관계인 에디킨츠라면 분명히 이 런 혼란을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아저씨네는 왜그렇게 태평해요?!" "지금 우린 포위당했다고요!" 안스란과 하인츠는 지금 상황을 일부러 우리들에게 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소리지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 한단 말이야. 하지만, 내가 나섰다가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가만히 있는거야. 저 언데드 무리들도 우리들이 강 력해 보이니까 멈춰서 주춤대고 있는 것이고. 포위당했다는 사실을 일깨워봤자 별 로 도움되는 일은 없을것 같은데? "음… 마스터. 이상한데요?" "응? 왜?" "저들에게선 공격의사가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래? 음…. 어라? 정말이네?" 나는 즉시 드래곤의 감각을 일깨워서 우리를 둘러싼 녀석들을 살펴보았고, 라스 킨의 말이 사실이란걸 알게 되었다. 저들에겐 공격을 하고자 하는 의사가 없었다. 하다못해 산자를 향해 발산해야 하는 살기라든지, 증오따위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 다. 느껴지는것은 우리를 그냥 바라보고 있다는, 심지어는 우릴 보호하겠다는 느 낌마저 들고 있다. …어째서? 무엇 때문이지? 나는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감각을 좀 더 크게 열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속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연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바닥의 풀이 약동하고 있었고, 불이 타오르면서 대뿜는 열기가 눈으로 보였다. 주변의 공기가 어지럽게 춤을 추고 있었고, 사방을 가득 메운 언데드들의 썩은 육체가 움직이면서 내는 관절의 소리도 들려왔다. 무 엇보다도 나의 눈에는 사방에 가득 퍼져있는 마나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더불 어서 언데드들의 머리 위로 떠도는 망령들 마저도 눈에 잡히기 시작했다. 이 세계 가, 이 차원이 나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열어 젖히듯이 나는 볼 수 있었고,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언데드들의 신경은 한곳에 쏠려 있었던 것이다. " …월광 수선화?" 나는 일단 감각을 다시 닫고, 세사람에게 나눠서 들고가게 한 월광 수선화를 보 면서 중얼거렸다. 딘츠가 내어분 세 뿌리 중에서 가장 큰것을 안스란이 들고 있었 고, 아마도 구분 이라는 걸 잘 하지 못하는 언데드들의 한계로는 가장 큰것을 보 고 있을 것이다. 자신만 하는 일 없으면 싫다고 단호하게 안스란이 말했기에 가장 큰 월광 수선화를 들려 줬었지. 나머지 두개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들게 했고. 그런데, 어째서 언데드들이 월광 수선화에 신경쓰는거지? "안스란. 잠시 이리로 와봐" "예?" 안스란은 의아해 하면서도 내 앞으로 왔고, 나는 언데드들의 눈을 좌시했다. 역 시나 월광 수선화를 따라서 그들의 눈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과 월광 수선화와는 모종의 관계가 있는건가? "역시. 이들이 공격하지 않는 이유를 알겠어" "예? 뭔데요?" "월광 수선화야. 이들인 이걸 신경쓰고 있어. 아니, 오히려 이것을 보호하려는 느낌인걸? 잘 봐봐" 나는 칼을 뽑아서 월광 수선화를 겨냥했다가 높이 들었다. 그러자 주위에서 무서 운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아악!" "캬악!" "키에에에엑!" "꺄아아!" "카아아악!" 언데드들은 각자 다양한 괴성을 질러대며 발로 바닥을 구르는 등의 난리를 쳤고, 내가 칼을 내리자 그들은 다시 잠잠해졌다. 그들은 발을 구르면서도 반경 30야드 의 안쪽으로는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흠… 이건 정말 보호받는 식이잖아? "역시. 이들은 월광 수선화를 주시하고 있어. 이것을 빼앗으려는 것도 아닌, 그 냥 가만히 보고 있는거야" "그렇…군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갑자기 터져나온 괴성때문에 귀가 아픈듯이 귀를 감싸고 있 었다. 이런, 내가 미안한 짓을 해버렸군. "미리안, 에실루나. 괜찮아? 귀는 좀 어때?" "아, 괜찮…아요. 조금 놀랐을 뿐인걸요"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청력이 너무 좋아도 않좋다니까. 나의 경우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큰 타격이 되지 않았고, 라스킨의 경우 팔짱낀 자세 그대로 오기를 부려 버티고 있었 다. 음… 늑대귀도 밝긴 밝지. 개과의 동물들이 그렇듯이 말이야. "아마도, 월광 수선화가 있는한 우리의 안전은 보장 될 것도 같군. 좋아. 이대로 한번 오른쪽으로 다섯발자국 움직여 보자" 우리는 월광 수선화를 든 사람듬을 중심에 두고 오른쪽으로 다섯 발자국 움직였 다. 그러자 주위를 포위한 언데드들도 같이 다섯 발자국을 물러났다. 허어, 300명 의 언데드가 한번에 움직이는 모습도 재미있군. "이제, 어쩌죠?" 안스란이 월광 수선화를 들고 있기가 겁난다는 듯이 물어왔고, 난 머리를 긁적거 렸다. 어쩌긴 어째? "그냥, 잠이나 자자" ---------------------------------------------------------------------- 후우, 오늘의 연재도 무사 종결입니다. 상당히 아슬아슬하게 연재를 하고 있군요. 빨리 제대로 된 생활을 찾아야 하는데.. 가끔 폐인생활하느라 데굴거리다 보면 하루해가 진다지요. 쿠르르.. 그럼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세편 들고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22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괜찮을까요?" "지금 안덤비는데 우리가 잔다고 덤비겠어? 저것들은 우리가 자고 있다 해도 그 걸 알아치재는 못할걸? 특별하게 잠버릇이 나쁘지 않다면야 괜찮아. 혹시 여기에 자다가 30야드쯤 굴러가는 버릇 가진 사람 있어?"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고, 아무도 대답하거나, 손을 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버릇만 없다면 그냥 여기서 잠을 자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이것들이 월 광 수선화를 쫓아오는건 확실해졌는데… 힐텐펜스까지는 어떻게 들어가지? 어떠한 말을 해도 성문을 열어줄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오히려 우리에게 화살이 날아 와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야. 이것들이 대체 얼마나 우릴 쫓아 올건지는 힐텐펜 스까지 가봐야 아나? "자. 그럼 불침번 정하고 자도록 하지" "마스터, 제가 첫번째를 하죠" "그래? 그럼 내가 마지막이군. 좋아. 다들 잘자" "…끝이예요?" "열시간 자는데 두명 서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한데?" 나는 손을 들려고 엉거주춤 자세를 잡은 하인츠를 보면서 말했다. 흠… 네 의지 는 가상하다만, 그렇게 까지 손이 부족하지 않는단다. 일주일동안 한숨 안자고 산 행을 해도 멀쩡한 체력의 소유자가 바로 나고, 마라톤 거리 쯤이야 아침 산책으로 다니는 늑대들의 수장이 있으니 힐텐펜스까지의 불침번은 나하고 라스킨이면 되겠 는걸? "이 언데드들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겠지만, 동시에 어떠한 일이 일어 나도 이상하지 않을것 같군. 긴장들 풀고 편안하게 자는게 내일 여행을 위해서도 좋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에 침낭을 깔고, 그 안으로 들어가서 눈을 감았다. 주 위에서 느껴지는 300의 인기척 때문에 조금 신경이 거슬리긴 하였지만, 나름대로 잘 잘 수는 있었다. 다른 사람들? 글쎄. 난 잠을 자도 주위의 소리가 다 들리니까 거의 두시간 정도 잠못이룬 사람이 있었다고 말해두겠어. 이름? 사생활 보호를 위 해서 말 하지 않겠어. 그나저나 에실루나도 참 긴장 많이 하는 체질이군. 라스킨이 다섯시간 뒤에 날 깨웠고, 난 일어나서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그때 까지도 언데드들은 안스란의 머리맡에 있는 큰 월광 수선화에 눈을 집중하고 있었 다. 아마 우리가 이동하면 반경 30야드를 유지하면서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 와 마주보게 되는 녀석들은 뒷걸음질로 걸어가게 되는건가? 그러다가 한명이 넘어 지면? 나는 잠시 언데드들이 뒷걸음질 치다가 한명이 넘어지자 그것에 걸려 무더 기로 쓰러지는 상상을 하고는 킥 웃었다. 그런데, 어째 포위망이 더 두꺼워진 느 낌이 드는데? "쥬얼 새터라이트, 기동" 나는 빨간색과 파란색 보석 두개를 공중으로 띄워 보냈다. 그리고는 상황판을 꺼 내서 지난번의 탐색했던 것-인간의 육체-과 같은 것을 찾도록 했고, 나는 우리들 이 있는 자리를 둘러깐 붉은색의 '띠'를 볼 수 있었다. …뭐, 뭐냐! 이렇게 숫자 가 많아? 점이 겹치다 못해 띠가 될 정도로? 난 잠시 붉은색의 고리에서 눈을 돌 려서 상황판 밑에 찍힌 숫자를 보았다. 음, 확실히 늘어나긴 늘어났군. "532…라고?" 찍힌 숫자는 539였지만, 다섯명의 포로와 안스란, 하인츠를 빼면 남는 숫자가 저 거다. 라스킨은 늑대인간이라 안찍히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엘프니까 역시 안찍 히고, 나? 내가 왜 찍혀? 여기저기서 많이도 모여들었군. 이런 숫자가 보였다면, 이 근방의 중소규모 마을 은 모두 전멸 했다는 소리잖아? 어째 우리가 언데드들을 불러 모으고 있어서 여기 에 무꼉있는 숫자들이 일으키는 피해가 줄었지만, 대부분의 언데드들이 무덤에서 일어선 차림이 아니라 생사람이 변이해서 생겨난 언데드들이군.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이렇게 모여들면, 이거 가는 동안 눈덩이 처럼불어나는거 아냐? 500명이 넘으면 이거 거의 군대라고 해도 믿겠다. 나는 아직도 근처로 모여드는 붉은 점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계속 모여들고 있군. 마치 홀린듯이 말이야. 또는, 뭔가를 맞이하려는 듯이. 대체 월광 수선화에 무슨 힘이 있길래 이러지? 나중에 미리안하 고 에실루나가 일어나면 물어봐야겠군. "아침이 오려면, 조금 있어야 할려나?" 나는 아직 해가 뜨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새벽 하느을 보면서 중얼 거렸다. 우리를 포위를 하고 있는 언데드들 덕분에 몬스터들은 접근도 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들 이 이렇게 많이 있는데 감히 접근할 몬스터가 있을까? 뇌라고 부를만한게 거의 없 는 곤충형 몬스터도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힐텐펜스까지, 거의 600 가 까이는 모여들겠는걸? "그래. 뭘 할건지는 모르지만, 일단 갈 수 있는데까진 가 보자" 상황판을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고 벌러덩 드러 누웠다. 어차피 저것들이 우릴 공 격할것 같지도 않고, 접근하는 것들도 없으니 불침번이 별로 소용 없을것 같으니 까. 내일부터는 그냥 편안하게 수면을 취해볼까? 뭔가 불온한 움직임이 있다면 나 는 자동적으로 깨어나니까 별로 상관없겠지. 난 어쩌다가 나오기만 하면 이런 이상항 일에 휩쓸리게 될까? 아니, 그것보다도 매쉬암하고 관련되기만 하면 꼭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의문점만 가득 생기면서 나중에 천천히 해소되고, 매쉬암의 계획을 완전이 뭉개버리는 일을 계속 반복해왔 고, 아마도 이번역시 같은 일일 것이다. 매쉬암이 뭔가를 계획하고 있다곤 해도… 이런 말세적인 사건을 일으켜봤자 별로 좋을 것 없을텐데? 어쩌면 매쉬암도 이번 일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 혹시 알아? 저 언데드들 사이에 매쉬암의 일원이 있을 지 말이야. 킥킥킥… …어라? 생각해보니까 정말로 가능성 있네? 나는 언데드들을 둘러보았다. 대부분 이 지저분한 옷을 입고 있었고, 그것 외의 공통점이라면 무장을 하지 않았다는 점 이다. 매쉬암의 움직임이 힐텐펜스로 향한다고 했으면, 무장정도는 하고 있을 것 이기 때문에 나는 쥬얼 새터라이트에서 검색 조건을 바꾸었다. "무장을 한 인원" 상황판의 붉은 색이 싸악 사라지면서 약간 멈춰있더니 다니 붉은 점 몇개가 나타 났다. 500이 넘는 인원 중에서 대략 30여명 정도가 가벼운 정도 이상의 무장을 하 고 있다는 것이 나타났다. 가벼운 정도 이상의 무장이란, 그러니까 갑옷으로 따지 자면 가죽갑옷 이상에 대거나 활을 소지하고 있는 무장에서 더 추가된 장비를 지 니고 있는 경우다. 우리를 포위한 인원들 중에서 군데군데 박혀있었기 때문에 뒤 져보기도 상당히 엄하다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검색 조건을 바꿔볼까? "스크롤, 서신, 편지등을 가지고 있는 인원" 지령서를 가지고 있다면 훔쳐읽어도 상관 없겠지. 어차피 저들이 읽을 것도 아니 니까. 나는 상황판에 시료스를 연결해서 서신이 있는 녀석들의 몸에서 서심을 뒤 져내도록 했다. 난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내가 소지한 물건들이 각자 알아서 일 을 하니 얼마나 좋은가? 나는 잠시 앉아서 기다렸고, 언데드들이 피한다거나 하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이 앞에서 뒤지는게 아니라 보일까 말까한 가늘 은 실이 와서 물건을 빼가는데, 둔한 언데드들이 뭘 알겠어? 그러니까… 서신이나 편지를 비롯해 그와 비슷한 물건을 가지고 있는 언데드는 여덟명이군. 잠시 시간 이 지나자 나의 앞에는 일렬로 정갈하게 여덟통의 편지가 놓여지게 되었다. 둘둘 말려서 리본으로 묶여진 것, 봉투에 담긴 것, 그냥 접어진 것, 통에 담겨진 것, 나무에 새겨진 것-뭐냐 이건?-등의 각종 편지, 혹은 서신들이 각자 그… 뭐랄까, 반쯤 썩어가는 시체냄새를 잔뜩 배여서 자신의 위풍당당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정말… 이런데까지 마법쓰긴 싫지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마법을 만든 녀석도 있으니 다행인건가. 리무브 스팅크(Remove Stink)" 악취를 제거하는 효용성 없어 보이는 마법이지만, 실제로 알고보면 사용할 일 많 다. 대표적으로 화장실에 사용되는 마법이지. 하하핫. 편지에서는 악취가 사라졌 고 나는 안심하고 그것들을 집어들 수 있었다. 일단 나무판의 내용을 얼핏봐도 무 슨 경고문 같은것이니 배제하고, 난 일단 밀랍으로 봉인된 서신을 찾아보았다. 매 쉬암에서 나온 편지라면 인장이 찍혀져 있을덴데… 아, 여기있다. 돌돌 말려서 인 장이 찍힌 것이랑, 편지봉투에 넣어져서 밀랍으로 봉해진것이었고, 둘다 'M'의 도 장이 찍혀 있었다. 저 포로 다섯명에게서 갈취(!)한 편지와 같군. 어디한번 읽어 보실까? 【친애하는 매쉬암의 일원들이여】 아자! 처음부터 매쉬암의 지령서구나! 나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었고, 그리고 아 래의 내용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변혁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끔찍스런 현실에 지배당하고 있는 이 세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저희 매쉬암의 이상과 꿈은 앞으로도 계속 도전되고, 실현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여러 도전과 시련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지만, 저희는 언젠가 이 투쟁에서 살아남아 우리가 했던 일들이 올바른 정의였다는 것을 후손 들의 손에 의해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의 현실이 매우 암담하고, 힘 들지만, 여러분들 같은 조력자들이 있기에 저희는 이렇게 변혁을 준비 할 수 있 습니다. 그대들이 이 지령서를 읽고 있다면 아마 그대들에게 내려진 첫번째 임 무를 무사히 완수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에? 나는 잠시 황당해져서 밑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임무완수 하느라 수고했다는 둥의 소리가 적혀있었다. 이번엔 무슨 자루를 배달하는 일이었 나 본데, 끝은 우리에게 잡힌 다섯명의 내용과 같았다. 힐텐펜스로 와서 12월 15 일까지 체류할 것. 그리고 보고서를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령서의 맨 마지막에는 역시 이렇게 먹혀있었다. 【매쉬암 총수 대리 섀도우 파핏】 …암만 봐도 이거 손으로 쓴거 맞는데, 그러면 섀도우 파핏이란 대리는 같은 서 신을 두장이나 썼단 말이야? 나는 황당해 하면서 다른 서신도 열어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도 역시 같은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이번엔 무슨 책을 배달하느라 수고했 고, 역시 힐텐펜스에서 12월 15일까지 체류한 후에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내용이었 다. 작성자? 물론 섀도우 파핏이지. 그것도 역시 손으로 쓴것이 확실하다. 활자같 은 것으로 찍은것이 아닌 직접 손으로 작성한 동일한 내용의 지령서가 세장이라… 킬의 말 대로, 매쉬암의 세력이 힐텐펜스로 집중되고 있군. 도대체, 힐텐펜스에서무슨 일이 벌어질려는 거지? 그게 아니면, 매쉬암이 거기서 무슨 일을 벌이기라도할 것인가? 힐텐펜스. 점점 다가갈 수록 의혹이 생기는 도시 다. 단순히 호수를 끼고 있어서 경치가 좋은 관광지와, 민물조개가 많이 나오고, 물고기가 잘 잡혀서 내륙 지방의 평야 한 가운데임에도 불구하고, 해산물 요리가 발달 되었다는 지리서의 설명이 있을 뿐이다. 그런 조금 특이하지만 대체로 평범 한 도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나는 다른 편지를 열어보았다. 혹시나 매쉬암의 편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 만 처음 꺼내든 두통 외에는 전부 인편으로 보내지는 안부편지 뿐이었다. 더이상 의 정보를 알아 낼 수는 없었고, 나는 어느새 밝아져오는 동쪽 하늘을 보면서 한 숨을 쉬었다. 모든 것은, 힐텐펜스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후우, 이거 참 점점 암흑속으로 발을 딛는 기분이군" 검은 암흑뿐이 존재하는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이다. 힐텐펜스라는 도 시는 그렇게 우리들과, 매쉬암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처로 형체화를 이룰 영석. 그리고 언데드들이 주시하는 월광 수선화. 이 모든것이 하나로 뭉쳐지 게 될 때여야 하나의 진실이 나올 것이다. 마치 지금 떠오르는 태양처럼 말이야. ---------------------------------------------------------------------- 안녕하세요. 목요일이군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어쨌든 별일이 왕왕 벌어지기도 하는 세상은 재미있습니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그렇지요. 현대상선에 로또에 기타 등등. 뭐, 괜찮겠지요. 오늘도 세편 올라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23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태양이 뜨고, 땅에 온기가 찾아들 무렵, 일행들은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수 면시간도 넉넉했으니, 다들 기력충만한 모습이었지만, 오래자면 생기는 특성이 그 렇듯이, 거의다 멍한 표정들이었다. 마치 잠이 들락말락하는 그런 표정들 말이다. 포로들은 물론이거니와, 미리안과 에실루나도 약간 졸린 눈을 비비적대고 있었으 며, 한창 클 나이의 안스란과 하인츠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라스킨은 눈을 뜨 는대로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몸을 두어번 꺾어서 뼈마디를 풀더니 금방 맑 은 눙동자가 되었다. 저렇게 일어나서 꾸벅 대는 것을 보자면, 불침번 시켰다가는 난리 나겠군.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언데드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이슬 이 맺혀서 축축하게 젖은 모습이 뭔가 참 우습기도 하고, 애처로워 보이기도 하는 기분이 든다. "밤새… 계속 서있었네요" "그래요. 대채 월광 수선화에 뭐가 있길래…" 눈을 비비다가 내가 건네준 물수건에 얼굴을 닦은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얕게 한 숨을 내쉬면서 언데드들을 둘러보았다. 그건 나도 알고 싶군. 알려주겠다는 사람 만 있다면, 설령 그 사람이 체리랑스라 하더라도 조용히 듣고서 보내줄 용의가 있 다. "조금 험악하긴 하지만, 아침이나 먹자. 저녀석들 있다고 해서 밥 못 먹는건 아 니겠지?" "보기가 좀 않좋아서 지장이 생길지도 몰라요. 후아암…" 하인츠가 졸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흠… 그래도 녀석들이 꽤나 신 경(?)을 썼는지 썩어가는 시체들은 뒤쪽에 배치되어있었고, 그나마 멀쩔하고 깨끗 한(?) 녀석들이 전면에 나와있다. 그래도 피부를 시퍼렇게 죽어있는 꼴이라서, 식 사할때 지장이 생기긴 하지. 간혹가다가 보라색의 가지색 얼굴을 한 녀석들도 보 여서 섬뜩함과 코믹함을 동시에 느낀다. 이것이 바로 코믹호러픽쳐쇼인가? "그래도… 저기 사람들 좀 딱해보인다" 안스란은 주위의 언데드들을 둘러보면서 작게 말했다. 딱하다고? 하인츠는 안스 란에게 이상하다는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저기 언데드들이? 왜?" "죽어서도, 저렇게 움직이잖아. 자기 마음대로 생각할 수 없고, 죽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안식도 누리지 못하고 있어. 저것 봐. 오로지 하나에만 목매여 서 몸에 이슬이 맺혀도, 밤새 서있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해. 정말이지, 너무나 불쌍해보여" 안스란의 말에 우린 모두 숙연해지는듯 했다. 처음부터 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약간 시선을 바꿔보니 그렇지도 않다. 저들이 좋아서 저렇게 된것도 아니지 않는 가? 한가지에 매여서 죽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고귀하고 행복 한 안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안스란의 말 대로, 객관적인 시점에서 바라보자면 저들의 행동은 정말 딱하디 딱한 행위다. 게다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것 아닌가? 하지만, 안스란이 한가지 간과하는게 있지. "그래. 그렇지만, 월광 수선화가 아니었다면 우리들은 그런 딱하다는 감정을 느 끼기 전에 먼저 저들을 모두 안식으로 되돌려 보냈어야 했을거다 안스란. 지금은 저들이 공격하고 있지 않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저들이 가진 타인과의 이해방식은 투쟁 외에는 없는것 같구나" "그러니까 더욱 불쌍해요. 저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있어요. 마치 뭔 가에 조종당하듯이 살고 있잖아요? 아니, 살아가는게 아닐지도 모르죠" "네 말도 맞다. 하지만 저들이 올바른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저런 일을 하려는 자신을 저주할 것 같구나. 네가 아직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눈 앞에서 저런 언 데드들에게 친지를 살해당한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은 아마 들리지 않을 거다. 살아있는 자의 적은 살아있는자를 죽이려 하는 이들이야. 지금은 보류하고 있지 만, 저들은 그런 부류지. 네 말대로, 딱해보이기는 하다만 때가되면 저들은 안식 으로 되돌려 보내야겠지" "저들도 무슨 한이 있어서 저러는건 아닐까요?" "한? 글쎄. 갑자기 언데드로 변할 정도로 깊은 한을 가진 사람들만 살고 있는 마 을이나 도시는 생각하기 싫은걸" 안스란은 입을 다물었다. 나는 안스란의 머리에 손을 올려서 톡톡 두들겨 주고는 언데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개인적으로 느끼는것은 잘 알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몸이 편하 고, 마음이 여유롭고, 참상을 보지 못한 자들이 말 할 수있는 머릿속의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없어. 현실이 그것을 거부하겠지. 무엇보다도, 당연한 자 연의 섭리를 거스른 자들이야. 발칙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것들이지. 딱하단 감 정을 품는 것은 이해하지만, 별로 좋지는 않아" "그래도…!" "그래.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혼자만의 생각으로 남겨 두는것이 좋아. 조금 더 생각해 보렴" 나는 안스람의 말을 막았다.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 보는것이 안스란에게도 도움 이 될 것이다. 단순히 딱하다는 것만 생각해선 감성논리밖엔 나오지 않는다. 차가 워진 머리로 이성적인 생각을 해보고, 그때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좋겠지. 그나저나, 안스란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는걸? "자, 슬슬 아침이나 먹자고. 그리고 나서 북쪽을 향해서 계속 걷는다. 언데드들 때문에 목표지점이 안 보일 수도 있겠지만, 길은 확실하게 아니까 상관없겠지" 길을 알고 있는데 목표지점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것을 별로 중요한 일이 되 지 못한다. 나는 배낭에서 적당히 빵과 과일, 음료수들을 꺼내서 나눠주었고, 사 람들은 각자 그것을 받아 들고는 먹기 시작했다. 물론, 언데드들을 보지 않기 위 해서 그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쭈그리고 앉았기에, 우리는 모두들 둥글게 모여 앉 아서 쭈그리고 식사를 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원이 조금 들쑥날쑥하긴 하 지만, 나름대로 그것은 원이었다. 30여분 뒤 식사는 끝났다. 간단하게 먹는것이지만, 든든하게 배를 채운뒤, 야영 지를 정리하고는 다시 힐텐펜스가 있는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우리의 정면 에 잇던 언데드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서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 름대로 속도도 맞춰서 걷고 있는 것이, 상당히 이쪽을 신경서준달까? 그냥 뒷걸음 질도 갔으면 더 재미있었을 테지만. 가는 동안 시퍼런 얼굴을 보기는 싫군. 그냥 뒤통수 보는게 더 낫겠군. 어쨌든, 앞으로 사흘만 더 가면 힐텐펜스다. 이번 일의 결말지일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힐텐펜스. 호수를 낀 도시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름이지만 그 이름 조차도 아름답다고 일컬 어지는 도시이다. 렌디너스 왕국에서도 손꼽히는 장소로, 세금이 많이 걷히기로 유명하여, 역대 귀족들의 투쟁장소가 되어왔고, 현재 힐텐펜스는 시장제로 운영되 고 있다. 세습은 되지 않으며, 선거를 통해 당선되고, 임기는 10년의 제한이 있지 만, 그 10년간 시장이 버는 수입-시의 세금에서 나라에 바치고 남는것으로 시청직 원들 월급 주고 해서 남는 돈-은 웬만한 귀족들의 영토에서 10년간 거둬들인 세금 보다 많다. 그만큼 세금이 많이 걷히지만, 이곳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비싼 세금 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힐텐펜스의 세율은 다은 영지에서 상인들 이 내야하는 세금보다 1/4정도 낮은 편이고, 때문에 가뜩이나 발달한 상업이 더더 욱 발달하게 되었다. 호수를 끼고 있기 때문에 호수 건너편에 위치한 도시로 여서가지 물건들을 팔기 에 적당하며, 동시에 들여오기도 적당하다. 세율이 낮아서 많은 중개업자들이 모 였다 흩어지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움직임은 활발하고, 그만큼 점점 더 많은 부를 낳게 되는 도시가 바로 힐텐펜스다. 힐텐펜스라는 이름이 나오게 된 주요 원인인 '펜스텐 호수'는 '도시를 옆에 낀 호수'라는 지극히 단순한 이름이지만, 그런 이름 조차 아름답다고 일컬어진다. 그 레니틴 평야는 단면으로 보자면 평야의 중심으로 약간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를 띄 고 있어서 그레니틴 산맥에서 흘러나온 지하수들이 자연스럽게 펜스텐 호수로 모 여들게 된다. 펜스텐 호수가 있던 장소는 원래 석회암지대였는데, 물의 압력을 이 기지 못하고 천정부분이 파열되면서 물이 밖으로 나오게 된것이다. 지금도 지하수 에 의해서 계속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펜스텐 호수의 물은 매우 깨끗하여, 맑 은 날에 배를 타고 호수의 한 가운데로 가면 석회암 동굴이었을 시절에 만들어진 석순들이 보인다고 한다. 푸르른 물 속에 고요하게 잠들어있는 석순들을 보고 있 자면 대자연의 위대함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펜스텐 호수를 중심으로, 서쪽에는 힐텐펜스가 있고, 동쪽으로는 펜스텐 호수가 언제나 맑은 물일 수 있도록 해주는 지류(支流)인 펜스텐 강이 흐르고 있어서 강 줄기따라 나있는 항구에서 배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주위의 경관도 그럭저럭 좋기 때문에 힐텐펜스로 가는 배의 1/3은 관광객을 태운 여객선이며, 힐텐펜스는 덕분 에 관광수입도 올리고 있다. 어찌되었든, 한 나라에서 수도 다음으로 최고의 도시인 힐텐펜스의 상태를 지금 한마디로 말해보자면 이렇다. "망했군" 크고 웅장했던 도시의 위명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연기가 드문드문 오르는-시커 먼 색깔인걸 보면 절대 밥짓는 연기는 아닌- 하늘을 보고 있자면 참… 뭐랄까, 말 이 안나온다. 성문은 한쪽이 어떻게 된건지 모르지만, 한쪽만 남아서 떨어질듯 말 듯한 위태함을 내놓고 있었고, 도시안에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전쟁에 패 배해서 싸그리 약탈당한듯이 보였다. 아우레스력 1435년 11월 23일. 킬과의 약속날짜인 오늘 오후 1시경에 우린 힐텐펜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 길은 편안했고, 수백명의 길동무가 함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다고 말 할 수는 없 었다. 대화를 나눌 수 없는 길동무란 존재는 지루하기가 그 짝을 찾아 볼 수 없는 존재들이고, 그런 존재의 숫자가 육백에 육박하게 되면 기존에 있던 소란감마저도 삼켜버린다는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책에서도 배울 수 없는 내용을 이렇게 밖 에 나와서 배우는것을 보면, 책은 지식의 보고이지만 죽은 지식을 담는 거대한 관 이기 때문에 책 안의 지식 외엔 배울 수가 없다는 말이 맞긴 맞아. 시체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해부학이나 법의학이지, 살아있는 생물학을 배울 수는 없으니까. 어 찌되었든, 지금은 거의 길동무 취급을 하게 되어 다니게 된 600이 넘는 언데드들 을 끌고서 힐텐펜스가 보이는 곳까지 온 나는, 위로 날아올라서 힐텐펜스를 구경 했고, 군데군데 시커멓게 그을려있고, 성문을 한쪽밖에 없어서 덜렁거리고 있고, 사람들의 모습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도시의 모습을 보고는 일행들을 그 자리에서 머물게 한 뒤에 홀로 날아왔다. 눈썹이 휘날려라 날아서 들어온 도시는 황량하기 그지 없었고, 사람 그림자는 보 이지 않았다. 대체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난 일단 내려서서 성문을 통해서 힐텐 펜스로 들어서게 되었다. "우윽…!" 성문의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있 었다. 언데드들의 소행임이 분명한 저 이빨자국들과, 찢겨진듯한 흔적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 간간히 죽어있는 언데들의 시체-사실, 거의 구분이 안가지만 무기에 당한 흔적과, 특이한 색상(?)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다-들은, 나로 하여금 이 도시의 말로를 상상케 했다. ---------------------------------------------------------------------- 곧있으면 4권이 나온답니다. 참 빠르군요. 3권 나온지가 언제였더라.. 허허. 아마 다음주중에 나올것 같으니, 책이 나오는대로 또 삭제를 해야겠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24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다른 도시에서는 방어에 성공했지만, 힐텐펜스는 그렇지 못했나 보다. 성벽을 올 라가면서 죽은 병사들의 시체를 살펴 보니 무기에 당한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 고, 죽어있는 사람의 숫자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 죽임당한 사람들만 있고, 범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죽어있는 사람들을 제 외한, 어쩌면 살아있었던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언데드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보미닌같은 도시에선 일부의 숫자만이 변했었기 때문에 그나마 도시를 지킬 수 있었지만, 힐텐펜스는 그것과 반대의 상황이 일어났을 수 도 있다. 성벽위의 경비대원이 변한듯, 그 경비대원의 목을 치고 심장에 칼이 꽃힌채 동귀 어진한 경비대원이 누워있고, 그 옆으로는 목이 뜯겨져 나간 시체가 있었다. 나는 참상에서 고개를 돌렸고, 풍겨져 오는 피냄새 때문에 아찔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나마 요즘엔 적응(?)이 되었는지 금방 미쳐버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행일 따름 이다. 이런 장소에서 제정신 못차리면 정말로 살기 힘들 것이다. "그나저나, 킬은 어디있지?" 나는 성벽에서 다시 주거지역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오면서 중얼거렸다. 아니, 그것보다도 이 많은 사람들을 죽인 언데드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는 당황해야 했다. 도시 인구중 엄청난 양이 언데드로 변해버렸을 터인데, 그렇 게 많은 언데드들이 어디론가 증발했다는 사실은 조금 믿기가 어렵다. 나는 주머 니를 뒤적거려서 쥬얼 새터라이트를 꺼냈다. 이것로 훑어보면 나오겠지만… 언데 드들을 찾기는 조금 어려울것 같은데? 인간의 육체를 찾으라고 하면 아마도 죽어 버린 시체들도 셀게 뻔하니까 검색결과에 오류가 생길거야. 에라, 일단 생존자부 터 찾아볼까? 나는 쥬얼 새터라이트를 기동시키고, 검색범위를 힐텐펜스 전체로 잡았다. 도시 가 조금 크다보니까 검색범위가 간당간당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범위에 잡히게 되 었고, 나는 살아있는 사람을 겁색하기 시작했다. 일단 기본적으로 나의 위치는 배 제하고 살아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뜨게 했다. 그리고 그 결과… 검색 결과는 생 각보다 절망적이진 않았다. 일단 살아있는 사람들은 어디 호수쪽에 치우친 한곳에 보여서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곳에 몰려있었다. 그 숫자 는 약 500명 정도. 아마 언데드들도 여기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살아있긴 했구나. 나는 그곳으로 가기 전에 일행들을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해서, 일행이 있는곳으로 다시 날아갔다. 힐텐펜스에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언데드들이 한곳에 시선을 집중한채 몰려 있고, 그 가운데는 뻥 뚫려 있는 기이한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 우리 일 행이 있는 것이다. 정말, 겉에서 보니까 더 대단하군. 육백에 가까운 언데드들의 호위인지 포위인지 모를 상황에서 우리 일행은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따스한 태양 아래에서 낮잠을 잔다들지, 스퀄의 흔들리는 꼬리를 가 지고 장난을 치면서 대들 수도 없는 스퀄을 가지고 논다던지, 열심히 검을 휘두르 고 있다거나, 보편적인 방법으로 수다를 떠는 수도 있지. 어쨌든, 언데드들이 몰 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네들 할 일 다 챙겨서 하는 멋진 일행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날아서 일행의 가운데로 착지했고, 스퀄의 꼬리를 가지고 놀던 안스란과 한 창 검을 휘두르던 하인츠, 그리고 수다를 떨던 에실루나와 미리안이 내쪽을 돌아 보았고, 내려올 때부터 날 보고있던 포로들도 나에게 주목했다. 주목하지 않는 것 은 낮잠자는 라스킨 뿐이었다. …에라이 태평한 녀석아. "오셨어요?" "힐텐펜스는 어때요?" "후우, 그게 말이지… 완전 망했더라고" "예?" 나의 말에 사람들은 눈을 크게 떴다. 눈을 뜨지 않는것은 역시 라스킨 뿐이었고, 곧있으면 이동해야할것 같기에 나는 라스킨을 발로 툭툭 두들겨 깨웠다. "태평하게 잘도 잔다. 어서 일어나" "…음? 아, 마스터. 언제오셨어요?" "너 잘때" 라스킨도 일어났으니, 나는 슬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힐텐펜스는 완전히 망했어. 도시가 쑥대밭이 되어버렸지. 아마도 언데드 들 때문인것 같은데, 힐텐펜스에서는 그 수효가 좀 많았나봐. 도시가 텅텅 빌 정 도면 보 통일이 아니라는 것이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의아한점은 그곳에 도시를 그렇게 만든 언데드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거야. 죽어있는것을 제외하고는 하나 도 눈의 띄질 읺아. 한가지 다행인것은 힐텐펜스엔 생존자들이 남아있다는 거야. 호수 근처에 모여서 배수진을 치고 뭉쳐있어" "그러면… 언데드들도 거기 있겠군요? 미리안은 눈을 크게 뜨로 물어왔다. 오, 의외로 날카로운 면이 있군 미리안. "그렇지. 배수진을 쳤다는 소리는 무언가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 아니겠어? 예상 이지만, 아무래도 그곳에서 언데드들을 맞이해 뭉쳐 싸우고 있을거야" 가능성을 짚어보자면, 사람들의 피해는 없고, 언데드들 죽일 수 있는 방법, 그것 도 여러번 사용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데드들을 격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데드들이 화살을 맞는다고 해도 그렇게 쉽게 죽지는 않잖 아? 기름과 불이 있다면 확실하게 처리가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도시 안에서 싸우 다 보면 근처의 건물에 불이 옮겨 붙어서 화재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어쨌든, 예 상으로는 생종자들은 서로 뭉쳐서 공동의 적과 싸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라면 벌써 밖으로 나와서 도시를 정리하고 있었겠지. "그러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일단… 들어가야지" "예? '이 인원'을 데리고요?" 에실루나는 '이 인원'이란 말에 악센트를 넣었다. 그렇게 말하는것도 무리는 아 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주위의 언데드들을 데리고 들어가기에 상황이 너무 안 좋 으니까. 자칫하면 가뜩이나 좋지 않은 상황에 언데드들을 끌고 왔다고 우리가 공 격을 받을지 모르는 일이야. "아니. 떼어놓고 가야겠지" "어떻게요?" "여러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런데, 이녀석들 아마도 우릴 쫓아오겠지?" 나는 불안한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고,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순 간엔가 갑자기 쫓아왔으니, 어디에 있어라도 대충 우리가 어디있는지 알고 쫓아올 것이다. 게다가 이녀석들에겐 목표가 있으니까. "월광 수선화때문에라도 쫒아 오겠죠" 안스란은 자신의 옆에 둔 큰 월광 수선화를 보면서 말했다. 안스란의 말 대로 언 데드들은 월광 수선화를 추적하기 위해서 쫓아올 것… "잠깐. 그러면 월광 수선화를 두고가면… 쫓아오지 않겠네?" 나는 순간 머리속으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두고가면 쫓아오지 않을것 아닌가? 그리고 그 뒤에 난 포로 다섯명의 황당한 눈길과 안스란의 동정심어린 시선을 받 아야 했다. …왜? "아저씨.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왜 안돼는데?" "두고가면, 저 사이를 어떻게 지나가요? 아저씨도 보셨잖아요? 쓸데없이 접촉했 다가 어떻게 되는지?" 음. 그런가? 나는 잠시 그저께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언데드들과 같이(?)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가던 도중 우연히 들소떼를 지나치게 되었고, 우리는 초원의 서냥한 무법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옆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렇지만, 워낙에 많은 인원이다 보니 들소 몇마리를 자극했고, 그 들소들 이 언데드들에게 돌진을 감했했으며, 언데드들의 손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지게 되 었다. 분명, 그것은 먼저 공격을 걸어온 들소들에게 문제가 있지만, 저 틈을 비집 고 갈때 필연적으로 이리저리 부딪혀야 할것이다. 쩌업, 그런 문제가 있군. 그렇 다면 그냥 모두 날아가면 되잖아? "그러면 모두 다 날아가면 되지" "…날아요? 모두다 아저씨처럼 마법물품 가지고 있는게 아니잖아요?" 안스란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고-내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날 수 있던 것을 내가 가진 마법물품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보면서 말했다. "미리안. 에실루나. 비행 마법 되지?" "예. 가능해요" "저역시 됩니다" 마법을 배워온지 꽤 되었으니 비행마법쯤이야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나는 안스 란을 보고 생긋 웃어준다음 다시 그녀들을 보면서 말했다. "몇명이나 가능해?" "저는… 저까지 합쳐서 다섯이요. 에실루나는요?" "저역시 다섯이예요. 모두다 날아가기엔 충분하군요" 나는 혼자서도 날아갈 수 있으니까 나를 제외한다 치면 마법은 충분하다. 우수한 인재 두명만 있어도 이렇게 도움 된다니까. "그럼 빨리빨리 움직이자고. 라스킨. 너는 여전히 저사람들 감시다. 날아서 도망 갈 수도 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다섯명의 포로중 날아서 도망가겠다는 생각을 한 녀석이 있나본지 두엇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다. 저녀석들의 속쯤이야 내가 그냥 읽을 수 있지. 나는 가장 큰 월광 수선화를 가운데 두었고, 그 사이에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사 람들에게 비행마법을 걸고 다녔다. 모두에게 비행마법이 걸리고, 라스킨이 포로들 을 가시하기 시작했을때, 난 그들에게 말했다. "자. 출발준비 완료다. 그리고 다들 아마 비행마법은 처음일것이라 생각하는데, 혹시 비행에 자신이 없으면 미리안이나 에실루나 둘 중에 아무나 붙잡아. 그쪽의 너희 다섯은 그냥 라스킨 잡고가면 되니까 다른이한테 손 뻗을 생각은 하지 말고 슬슬 가 볼까?" 나는 공중으로 1피트정도 날아올랐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하인스와 안스란에게 비행마법으로 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비행마법으로 나는 법은 시전자가 아 니면 조금 사용하기 까다로울 수가 있다. 왜냐하면 비행에 대해서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대에게 비행을 가르쳐보면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역사상 비행마법은 여려차례의 계량을 거쳐왔으며, 이윽고 지금에 이르르게 된것이다. 몇천년전의 비 행마법은 자세도 직접 조정해야하고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비행궤도가 바뀌는 등 의 비효율적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단순히 생각으로 방향을 잡으면 자세조정이나 속도제어등을 알아서 해준다. 아, 그런만큼 속도가 줄었고 지속시간이 짧아졌지만 다른사람에게 마법을 사용해줄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효용성이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안스란과 하인츠, 그리고 그들에게 하는 설명을 훔쳐듣고 있었던 포로들은 금세 비행마법으로 나는 법을 깨우치게 되었고, 그대로 날아오를 수 있 게 되었다. "와아앗!" "우어엇?!" "시, 신기하다!" "내가 날고 있어!" 그들은 처음 날아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할법한 대사들을 읇으면서 낮은 상 공을 날아다녔고, 그중 가장 조용한 사람은 한차례 높이 떠올랐다가 내려온 안스 란이었다. 의아해진 우리가 질문했을때 안스란의 대답. "나는 법 알았으니까 이제 가기만 하면 되요" 난다는 것에 그다지 신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여자 와 남자는 다르기 때문에 남자들이 저렇게 즐거워하고 있지만 여자는 가만히 있을 수 있다는 건가? 뭔가 성차별적인 생각 같기도 하지만, 안스란은 심드렁하게 하인 츠와 다른 남자들이 날아다니는것을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설마하니 고소공포증은 아니겠지? ---------------------------------------------------------------------- 오늘의 연재 무사 종결에 자축하면서 글쟁이는 이만 들어갈렵니다. 침대위로 쓰러지고 싶은 기분이군요. 푸르르르.. 이제 전 월요일에 세편을 들고 다시 나타나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25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예상이 맞아 떨어진다는것,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니지만 이번에는 뭐랄까, 조 금은 재미있군. 킥. "안스란! 눈 떠! 뜨란 말이야!" "싫어어! 무, 무서워어!" "으갸악! 매달리지마! 너도 날아! 마법은 1인용이란 말이야!" "아아앙! 살려줘어!" "추, 추락하잖아!" "꺄아아아!"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었고, 그렇게 높이 뜬것도 아니었다. 고작해야 50야드 정 도일까? 그 정도의 높이에서 날아가고 있었지만, 안스란의 비명과 하인츠의 당황 해하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다. 혹시나 싶었더니, 안스란은 역시나 고소 공포증이 있었고 그 때문에 날아갈 시간 이 되자 점점 불안해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하인츠에게 매달려서 날아가 기 시작했고, 1인용 마법에 두명이 걸쳐지게 되자 허용 인원 초과가 된 비행마법 의 상태가 잠시 불안정해졌다. 하지만 사람에 구애되는것이 아닌, 무게에 구애되 는 마법이기 때문에 곧 안정을 차리게 되었고, 하인츠는 한숨을 쉬고는 죽어도 자 신을 놓지 않을것 같이 매달려 있는 안스란은 한쪽 팔로 감고는 계속 우리와 같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데, 라이니시스님. 아무래도 저희의 계획과는 조금 틀린데요?" "아. 그렇지? 월광 수선화가 아무래도 아니었던것 같아" 미리안은 날다가 뒤쪽 아래에서 우르르 달려오는 언데드들을 보며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이 날아서 출발하자마자 바로 따라붙은 언데드들을 보자 면 아무래도 월광 수선화는 아닌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이 들고있는 월광 수선화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혹은 이쪽에 두송이가 있기 때 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나는 월광 수선화로 언데드들을 따돌 림과 동시에 '세송이를 가지고 힐텐펜스로 가라'고 하는 매쉬암의 지령에 약간의 딴지를 걸 생각이었지만, 출발 직후, 그 생각을 바꾸었다. 언데드들이 우리를 쫒 아오자마자 난 시료스로 월광 수선화가 든 화분을 다시 가져왔고, 우리는 조금은 먼 거리에 언데드 600이라는 꼬리를 달고 힐텐펜스에 들어서게 되었다. "일단 성벽위로 내려가! 성문을 막아야 할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예!" "네!" 라스킨은 줄에 묶인 다섯명을 아래로 이끌었고, 하인츠는 안스란을 데리고, 미리 안과 에실루나는 그대로 성벽위로 내려갔고, 나는 성문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 공 중에 멈췄다. 일단, 성벽을 막는것이 중요하겠지? "아이언 월Iron Wall!" 쿠그그그… 콰드드득! 지면이 약간 흔들린다 싶었더니, 성문이 자리잡고 있으나 지금은 뻥 뚫린 진입로 로 두께 30센티의 금속벽이 땅에서부터 일어섰다. 금속벽은 빠른속도로 땅에서부 터 솟아나더니 이내 성문을 막았고, 한참 뒤에있는 언데드들은 그것을 달려오면서 보고있을 수 외엔 없었다. 하하핫! 약오르지?! "쥬엘 새터라이트!" 나는 아직 회수하지 않은 쥬엘 새터라이트를 불러들였다. 혹시라도 이곳으로 올 사람들을 위해서 경계용으로 남겨 둬야지. "홀드Hold!" 나는 일단 이 장소에서 정지를 시켰고, '살아있는' 인간의 육체가 반경 1.5마일 안으로 들어올때 경보를 울리도록 했다. 이정도라면 여기에 오려던 사람들이 언데 드들에게 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경보기 설 치를 마친 나는 다시 일행들을 데리고서 사람들이 모여있던 것으로 판명되는 동쪽 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도시를 이렇게 만든 언데드들은 아마 그쪽에 몰려있 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아니라면 도시가 텅텅 비어있을 이유는 없을 테니까. 호수가 있는 곳은 동쪽이었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방향도 동쪽이었다. 어쨌든 동 쪽으로 계속 날아가니까 점차적으로 언데드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저 기를 흩어져서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대개 일정 구역을 벗어나지는 않았고 어느곳 으로 가니 그곳에는 마치 슬라임이 꾸물대는 것 처럼 엄청난 숫자가 모여있었다. 쥬얼 새터라이트를 불러들일 수도 없어서 정확한 숫자를 셀 수는 없지만, 대략 우 리를 포위했던 것보다 두세배 이상은 많아 보인다. 어쨌든, 보통의 도시였다면 사람들이 몰살당했겠지만 힐텐펜스는 보통의 도시가 아니었다. 특수한 환경에 잇는 도시는 그에 걸맞는 도시 형태로 건설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힐텐펜스의 경우, 호수가 그것이다. "에… 뭔가 다행이라고도 할 수가 있군. 힐텐펜스는 호수 주변의 도시가 블록별 로 나눠져 있으니까 말이야" "저거, 홍수 방지지요?" "그래. 홍수 방지용으로 벽을 쳐둔거야. 이 지역은 그렇게 물난리가 날 지역은 아니라서 지금 보이는 제 1블록의 단계에서만 있어도 충분해. 도시 안에 성벽과 성문이 있는게 조금 신기하기도 해서, 이것도 관광 자원이지" "성문이 성벽의 중간 높이에 잇는게 신기해 보여요. 그런데, 성문으로 올라가는 저 비탈길은, 나름대로 낭비이지 않아요?" 미리안은 성벽중간에 성문을 만들고, 거기까지 올라가기 위하여 만든 거대한 경 사길을 보면서 말했다. 사살, 저것이 낭비라고 볼 수도 있지. "예방이란것은 엄밀하고, 냉혹하고, 앞 뒤 별로 안가리는 실질주의로 봐서 낭비 의 범주에 들어가지. 만일의 사태를 위해 슬데없이 자원과 인력을 쏟아 붓는 행 동이니까 . 하지만, 이것봐. 도움 되잖아? 물난리가 나도 성문이 있는곳 까지는 거의 오지 못해. 그러니까 한 블록만 폐쇄하면 피해가 줄지. 소 잃고 외양간 고 치기 보다는 애시당초 손해를 약간 보는게 좋아. 힐텐펜스가 세워지고 나서 몇번 의 물난리가 있었는데, 전부 제 1블록 안에서 해결이 났었지" "그렇군요…. 그리고 이번에도 제 1블록 덕분에 살아있는 거네요?" "그래. 보는 대로" 좀비들이 아무리 모여서 성문을 두들겨봤자 주먹으로 여러명이 두들기는 것 뿐이 니 시끄럽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살만 할 것이다. 우리는 제 1블록의 성벽 을 지키다가 우리가 날아오자 그것을 헤~ 하니 입벌리고 바라보고 있는 경비대원 이 있는 장소로 착지했다. 그때까지 우리를 보고 있던 그는 우리가 내려서자 정신 을 차린듯이 물어왔다. "시, 실례지만 살아계신 사람입니까?" "음… 피부색으로는 확실할 것 같은데, 어이! 다들 생각은 어때? 누구 여기 언데 드 있어? 음, 없는 모양이구료" "아, 예. 에… 음, 모험자 분들이십니까?" "일단… 예에.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쉬암의 이야기나 영석, 월광 수선화에 대한 이야기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하 지 않기로 했다. 그냥 모험가라고 하면 거의 다 '그렇구나'하고 통하니까. "에… 일단 힐텐펜스 생존자 거주지역에 어서오십시오. 강한 모험자분들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사실 저희의 인력도 상당히 모자른 수준이니까요. 혹시 힐 텐펜스에 용무가 있어서 들르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용무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겠지요. 사실, 지금 도시상황이 많이 위험하지 않습니까?" "예. 사실 그렇습니다" 그 경비대원의 성멸에 의하면, 이틀전 오후 2시경에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도시의 공동묘지에 묻혀있던 시체들이 일어서기 시작했고, 도시 중심에서부터 살 아있는 사람이 언데드가 되어갔다고 한다. 다른 도시의 경우에는 한쪽 구역에서부 터 천천히 진행되었지만, 힐텐펜스의 경우 중심지에서 시작되어 급속도로 전 도시 를 향해 퍼졌다고 한다. 그래서 원래라면 언데드가 일어나지 않은 도시의 구역으 로 피해야했던 사람들이 어디에 가도 언데드가 나왔기 때문에 많은 숫자가 죽었다 고 한다. 약 두시간 반 뒤에 도시 전체에 경보가 떨어졌고, 사람들은 대피하라는 말이 시청에서 나왔지만, 대피할 곳이 없는 시민들은 우왕자왕되다 죽어갈 뿐이었 다. 그러던 때에 마을의 제 15경비대와 한 모험자들이 뭉쳐서 제 1블록으로 사람 들을 끌어들였고, 제 1블록에 있던 언데드들을 퇴치했다고 한다. 그리고서 사람들 이 제 1블록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이미 많은 수가 죽었기 때문에 현재 생존 자의 숫자는 전체 인구의 1/10도 채 안된다고 한다. "휴우… 그 이후, 언데드들이 살아있는 사람의 낌새를 채고 이곳으로 몰려들어서 지금 상태가 바로 저렇게 된 상태지요. 저렇게 보이는 숫자는 대략 이천명 정도 입니다. 전체인구가 육천이 조금 안되는 도시인데 이천이 넘는 숫자의 사람이 언 데드가 되어버렸고, 그래서 생존자의 수는 오백의 수준입니다" 경비대원은 침울한 표정으로 설명했고, 우리는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꽤 큰 도 시였는데, 단 이틀만에 거의 전멸당한 것이었다. 나는 일단 이곳에 체류하기 위해 서 담당자와의 면담을 요구했다. 어쨌든 12월 15일 가지는 힐텐펜스에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아, 조금만 기다리시면 올겁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야기 하고 있는 동안 연 락이 갔을 테니까요" "그러면… 몇가지 더 물어보겠는데, 향후 계획이 어떻습니까?" "예. 지금 현재 다른 도시로의 이주를 생각하고 있지만, 다른 도시들의 상황역시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도저히 다른 도시의 난민을 받을 기력이 없다는 것입니 다. 저희들을 도와주신 분이 알려주신 바에 의하면 그레니틴 평원의 도시와 마을 이 거의 궤멸 상태라더군요. 사실, 탈출로는 어떤 도시보다 확실하게 있는 저희 지만 아무런 이동도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제 1블록이 식량을 선적해두던 곳이라서 어느 정도의 식량은 확보가 되고, 호수가 있어서 그렇게 어려운 형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들 밤마다 들려오는 언데드들의 소리에는… 절망감을 하나 가득 안고 있지요" 자기 가족을 죽인 원수의 소리에 절망하면서 분노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만, 원수가 문 밖에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사실에는 상당히 절망감을 안 고 있어야 할 것이다. "올때 보니까 성문이 파괴되어 있던데, 외부에서 공격도 있었습니까?" "아니요. 경비대원들이 언데드가 되어서 성문을 떼어놓은 것입니다. 경첩에 두세 번 망치질 하니까 성문이 기울어지면서 떨어지더군요" "그렇군요. 사실, 저들의 힘은 괴력의 수준이니 그럴만도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저렇게 제 1블록의 성문을 두들겨도 성문이 부서지지 않을 거란 일이지요. 그냥 두어도 3년간은 안전 할 겁니다" 성문을 유지시키는 부위를 때리는것이 아닌, 그냥 주먹으로 치는 행동이기 때문 에 두꺼문 나무에 철판을 대어서 만든 성문을 부수기에는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3년이라. 완전 장기 농성이라도 벌일 생각인가? 나는 경비대원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장기농성을 계획하고 계십니까?"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앞으로 1년 안으로 도시를 되찾는것이 저희들의 목표입 니다" "1년 안이요?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글쎄요. 저들은 자기네 동료가 죽어도 겁나거나, 더 분노하거나 하지는 않고 계 속 자기 할 일만 하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1년간 넉넉하게 잡고 저들의 숫자를 줄여나갈 겁니다. 그 후에, 대대적으로 반격전을 벌여서 섬멸하는것이 목표지요" 뭔가 암담한 방법이기는 해도, 그만큼 확실성이 보장된다. 여기 안에 있는 인원 으로는 일인당 전투력이 다섯명분에 달하는 언데드를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기 본적인 전투력에서부터 차이가 나고, 숫자에서도 명백한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이 다.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로또의 열기로 뜨거웠던 한주를 잘 보내셨는지요. 개인적으로 일확천금엔 관심이 없는지라 지인들이 로또사는걸 구경하고만 있었습니다. 다들 은행이나 여러군데에서 로또를 구입했는데, 사람이 많아서 고생했다 하더군요. 거니까 나처럼 월요일에 바로 살것이지 뭐하러 나중에 사서..... 에, 저 아무말 안했습니다. 끙. 일단 유흥으로서는 괜찮군요. 당첨이 되었다면 더 괜찮았겠지만.. 6000원 어치 찍어가지고, 당첨번호만 빼고 골라 찍었더군요. 하하핫. 역시 저는 그런거 할 놈은 아닌가 봅니다. 오늘도 세편 올라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26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장기전으로 가자면 전술을 사용할 줄 아는 이쪽이 훨씬 유리한것은 당연하다. 점 차적으로 숫자를 줄여가다가 나중에 한번에 섬멸하는것이 좋을 테니까. "그런데, 불을 던져보시기는 했습니까?" "불이요? 물론 그랬지요. 하지만 기름이 없인 그것도 잘 안되더군요. 기름이 있 어야 불을 어떻게 피워 보는데, 급하게 피하느라고 기름도 못 가져왔습니다. 지 금 남아있는 기름은 밤에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지요" 기름의 재고도 충분치 않다라. 그렇겠지. 기름이 없이 웬만해선 인체에 불이 붙 지는 않으니까. 그냥 불을 던진다고 쳐도 쉽게 타오르진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책임자분이 조금 늦는군요" "그런 것… 아, 저기 오시는군요" 응? 나는 그가 가리키는 방향인 나의 뒤쪽을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킬이 반가운 표정을 하고서 달려오고 있었다. 어라? 의외로 빨리 와있었네? 아마도 그들이 추 적한 매쉬암의 조직원들이 이곳으로 향했었나 보다. 우리보다 일찍 출발했으니 일 찍 도착해있는 것은 당연하겠지. "라이니시스씨! 이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킬씨. 벌써 와 계실줄은 몰랐네요. 제가 좀 늦었나 봅니다" 경비대원이 말했던 일련의 모험가들이 바로 킬의 일행이었단 말인가? 내가 괜히 시간끌지 않고 왔었더라면 이 도시의 참사를 막을 수 있었겠지. 나는 미안한 표정 을 지었고, 킬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렇게 와주신게 어딘가요. 아, 오랜입니다. 라스킨, 미리안, 에실루 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예요" "안녕하셨습니까" 킬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세명의 지원군(?)이 와준 것에 대해 너무나도 감사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도시의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 내가 온 이상 이 상황의 전환쯤이야 간단하게 이루어낼 수 있다. 거기에 미리안과 에실루나, 라스 킨까지 있으면 일은 더더욱 쉬워지기 때문에 킬로서도 기쁜 것이다. 아무리 킬의 일행이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네명의 인원으로 이천에 달하는 언데드들을 상대하기 엔솔직히 무리가 있다. 머기가 마르티구스로 바뀌어서 슐트로이야를 휘두른다고 해도 물량공세에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여러모로 힘드셨다고 들었습니다" "빈말이라도 그렇지 않았다고는 말 하지 못하겠군요. 아무래도 수명이 10년은 줄 어든 것 같습니다. 아직 여기에 있는 주민들의 안정화조차 시키지 못해서 언데드 들을 정리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지요. 그나마 다행인것은 호수가 너무 깨끗하 고 투명해서 시체를 수장하는 관습이 이곳엔 없었습니다. 만약 수장한 시체들이 일어선다면 정말 힘들었겠지요" 킬은 그렇게 말하면서 한숨을 쉬었는데, 그 모습은 정말로 10년이나 늙어버린듯 한 모습이었다. 단지 이틀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하루 사이에 자신이 살던 터전이 무너지고, 가족들이 언데드가 되거나, 또는 죽어 버린채 쫒겨서 이곳까지 와버렸으니 그 기분이 오죽 할까? 그것을 달래고, 진정시 키느라고 킬 일행은 참 많은 고초를 겪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저희가 그 일을 좀 분담하도록 하지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그것은 나중에 하도록 하고요" "아,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기 다섯분은?" 음? 아, 그러고보니 포로들의 이야기는 안했군. 나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포로입니다. 매쉬암의" "예?" "그 이야기도 나중에 하지요. 에… 일단 감시인원을 좀 돌릴 수 있겠습니까? 아 니, 라스킨. 네가 이들을 감시해라" "예. 마스터" 인력 하나가 빠져나가기는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다. 나는 일단 스퀄도 불러들 일까 생각하다가 그냥 하늘을 날게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별의별 일로 얼이 빠진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나타난 흑표범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하지만 개인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혼란을 야기할 상황을 만드는것은 별로 좋지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마을에 갈 때도 스퀄을 흑수리로 변해 날게 하고 있 지. 가끔, 신경을 쓰지 않을 때가 있지만 어차피 먹이를 먹지도 않으니 신경쓸 구 석이 조금밖에 없달까? 음… 이녀석도 의외로 존재감 없었군. 어쨌든 나는 킬의 안내를 받아서 생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라스킨은 적당한 공터에 앉아서 포로를 감시하도록 했고, 안스란과 하인츠는 자신들도 뭔가를 돕겠 다면서 나섰기에 승락했다. 특히 하인츠의 경우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 들의 형편을 그냥 보고 있진 못하는것 같았다. 힐텐펜스의 제 1블록은 블록 자체가 거대한 주거공간이 되어있었다. 피난소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의욕을 잃은채 로 한숨만 쉬어대고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었다. 일단 척 봐도 500명이 들어가 서 살만한 집도 없었고, 그렇다고 모자른 주거공간을 대신한 임시 주거공간도 만 들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그런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몇명의 사람들이 그 들에게 식량을 준다던지, 또는 아픈이를 돌보거나, 상처를 봐주고 있었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삶의 의욕은 완전 저리가라하고 앉아있었다. 무진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당신들이 얼마나 비참한지 알고, 힘든지는 당 신들 도와주는 사람들이나, 오른 여기 처음온 나도 잘 알고 있어. 그런것을 모르 지는 않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을 바꿀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렇게 푸욱 한숨만 내쉬면서 있으면 될 일도 되지 않겠다! 나는 점차적으로 짜증 이 일어나는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다. 아무리 해도 동정심과 짜쯩나는 마음은 별 개의 문제거든. 지금 이들이 하고 있는 행동은 '나 불쌍해요~'라는 것 외엔 없지 않는가? "후우… 젠장" "왜 그러세요?" "아니. 단지 이곳에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야. 사람들 눈빛이" 에실루나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살아있지만 저기 성문 밖에서 저열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는 언데드들 보다도 못한 행동을들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면 짜증과 한숨 외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 안스란?! 이 마녀의 자식! 이곳에서 우리를 망하게 하려 왔냐!" 에? 나는 갑작스럼게 터져나온 목소리에 당황했다. 뭐, 뭐야! 안스란을 알고 있 는 사람이 있었나? 나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곳에는 대여섯 명의 인원이 뭉쳐 앉아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모닥불과 그 자리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안스란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었다. 제길. "네, 네년이냐! 이곳을 이렇게 만든 것이!" "우리 마을도 모자라서 이젠 이곳까지 망치려 하는구나!" "당장 꺼져! 사람들을 살려두란 말이야!" 일어선 사람들은 안스란을 향해 맹목적인 폭언을 쏟아놓았다. 그 소동에 주위에 있던 다른 난민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모여들었고, 나는 이를 갈았다. 여기서 까지 이렇게 나올 줄은! "모두들 들으시오! 이번 변괴는 펜힐 마을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저기 저 안스란이 있었습니다! 우리마을을 항상 불행하게 만든 저 마 녀의 자식이 모든 일의 원흉입니다!" 그러면서 남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안스란이 태어나면서 부터 자신의 어머니를 죽 인 일-대번에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었다-과 그로부터 이어져온 마을의 불행, 그리 고 안스란이 과실 치사로 자신의 아버지는 죽게한것-사람들의 표정에 적대감이 감 돌기 시작했다-과 펜힐에서의 참사등 여러가지 사건을 안스란과 연관지어 말했으 며, 사람들의 표정엔 적대감이 감돌았다. 저자식, 사람들의 오갈데 없는 분노를 전부 안스란에게 돌리고 있잖아! 사람들이 나쁜 일을 당하면 그것에 대해 분노한다. 하지만 만약 그 분노의 대상 이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거나, 자연적인 것이라면 사람들은 분노를 삭인다. 그리 고서 그 분노가 지워지기 전에 누군가 그것의 방향점을 잡아주게 되면 사람은 맹 목적으로 분노를 그곳으로 돌리는데,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안스 란을 알고 있던 남자 역시 그런 쪽에 속해있었다가 안스란을 보자마자 그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술 더 떠서 이곳의 사람들이 가진 분노들을 전부 안스란에게 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탁! "아!" 갑작스럽게 날아온 돌. 그것이 안스란에게 직격했고, 안스란은 머리를 잡으며 휘 청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 안스란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치 마녀에게 욕을 하며 돌을 던지면 그것으로 액땜이 된다는 미신을 철저하게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나는 사람들의 광기가 걷잡을 수 없어지자 펜 힐마을에서 했던 것처럼 피어를 터뜨리며 사람들을 조용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 지만 나보다 먼저 하인츠가 검을 뽑으며 소리쳤다. "그만둬어!" 안스란에게 날아오던 돌세례가 멈추었고, 꽤 세게 맞은듯이 피를 흘리는 안스란 을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부축하고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안스란에 게 날아오는 돌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미처 정령이나,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녀들은 안스란에게 날아가는 돌의 일부를 쳐낼 수 밖엔 없었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었기에 망정이지…. 나와 킬은 안스란의 앞에 서서 돌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그 전에 안스란은 몇개를 맞은 상태였다. 하인츠는 검을 뽑아 들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었고, 두 눈을 사람들을 그래도 베어버리기라도 할 것 같은 분노가 서려있었다. "지금 뭐하는 짓들이야! 당신들 정말 어른들이야?! 허황된 말에나 속아 넘어가서 약한 여자아이를 돌로 때려 죽이려고 하다니!" "하, 하인츠! 너 혹시 마녀의 자식에게 홀린…!" "입닥쳐! 한번만 더 안스란을 마녀의 자식 어쩌고 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로 지칭 하면 그 더러운 아가리를 갈갈이 찢어놓을테니까!" 하인츠는 맨 처음 안스란에게 모든 혐의를 뒤집어 씌운 남자를 칼로 가리키면서 폭언을 쏟아놓았고, 하인츠의 살기어린 말에 그녀석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의 하 인츠는 정말로 안스란의 욕을 하면 그 녀석의 입을 칼로 찢어놓을듯한 태세였다. 하인츠는 다시 말했다. "당신을 전부 바보야? 앞뒤 가릴줄 모르는 머저리들이냐고! 그렇게 머리가 안돌 아가? 정말로 안스란이 그랬을것 같아?! 엉?! 조야한 말에 넘어가서 꽉 차보이지 만, 실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대가리로 무슨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고 있는 거야!" 하인츠는 씩씩거리고 있었고, 나는 평소에 조용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는 하인 츠의 또다른 면을 보고는 적지않게 놀라고 있었다. 하인츠는 다시 사람들을 한번 주욱 훑어보고는 봇물이 터지듯이 말했다. "다들 죽어있는 돼지같은 눈깔을 하고 있다가 화를 낼 대상이 생기자 당장에 일 어나서는 어미오리 쫓아가는 새끼오리들처럼 다른사람들과 같이 약한 여자아이에 게 돌을 던지고, 욕을 하고! 당신들 그렇게 밖에 배운게 없어? 난 산골에서 태어 나서 나뭇꾼의 자식으로 자라왔지만 사리분별은 할 줄 알아! 자신이 가진것 모두 다 털리자 세상 끝날것처럼 자빠져 있는 어떤 머저리들과는 다른게 보고 배웠어! 뭔가를 탓하고 싶으면 저기 성문 밖에서 우릴 죽이려 드는 시체들에게나 탓해! 화내고 싶고, 돌던지고 싶으면 그것들에게나 해! 정신부터 약해빠진 새끼들이 그 럴 용기나 있어? 모든 일의 원흉이 바로 저 밖에 있어! 1마일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런데도 이곳에서 시체가 될듯이 퍼져있다가 한다는 짓거리가 고작 이거 야? 시체만도 못해! 죽어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훌륭해! 그딴 정신 대가리 가지 고 살려면 그냥 이곳에서 혀깨물고 자빠져 죽어버리란 말이야앗!"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27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하인츠의 말에 다른이들은 모두 끽소리도 못한채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갑작스 럽게 일어난 분노로 인하여 표출된 광기는 일어난 시간만큼이나 화악 사라져 버렸 고, 그들에게 남은 것은 아마도 자책감일 것이리라. 나는 일단 이 모든 일에 원흉 이 된 남자를 보면서 말했다. "이것봐. 거기 당신" "…예?" "그래 당신. 안스란을 알아?" "아, 압니다…만" 그 남자는 하인츠의 기세에 눌려서 내 말에도 고분고분 대답했다. 이거, 의외로 심문하기 쉽겠는걸? "펜힐의 사람이야?" "예…. 펜힐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당신이 입으로 했던 말은 모두 사실이야?"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약간은 자신감 없는 말투였지만, 나는 집단속에서 만들어진 선입견이 얼마나 무 서운지 새삼 느꼈다. 하인츠의 게세에 눌렸지만, 그는 정말로 안스란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눈에서 부터 그것이 느껴졌다. 쳇, 정말이지 저렇게 선입견을 가지면 상대하기 까다롭단 말이야. "혹시 말이야, 당신이 말한 그 재앙이라는 종류가 산에 위치한 마을이라면 전부 한번쯤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 아닌가? 단순히 산모가 산고를 이기지 못해서 돌아간 것을 아이의 탓으로 돌리고, 그런 아이를 십 육년간이나 마을 전체가 따 돌림 해왔다는 사실은 생각해보지 않는것인가?" 남자는 뭔가를 말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아, 뭔가 더 말을 해봐. 나오는 족족 모두 박살내줄 테니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더이상 용무 없으면 각자 하던대로 죽은체나 하시지요. 우린 이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갈테니. 다른 용무 없으시면 길을 좀 터주시는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말없이 우리가 가던대로 길을 터주었고, 하인츠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서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맘에 안드는건 이해가 가는구나. 나라도 저런 사람들에 겐 화를 내엇을 거야. 자신들이 어떠한 말을 듣더라도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지금은 다친 안스란이 쉴 장 소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킬을 따라서 걸어갔다. 젠장맞을. 뭐 이런 사람들이 다있어! 킬이 안내한 곳은 거의 주변의 집들보다 약간 더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어느 주 택이었고, 들어가보니 잔뜩 지쳐있는 머기, 츠렌, 라니안느가 있었다. 이들은 남 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구호 활동을 벌이다가 진이 빠져버린 것이라고 말하면서 힘 겹게 미소지었고, 아까의 그 시체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존중하야, 나는 안스란이 다친 경위에 대해서 특별히 말하지 않았다. 절망에 빠진 인간은 무슨짓이라도 할 수 있는것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미리안! 에실루나! 오랜만이예요!" "오랜만… 이군요" 츠렌과 라니안느는 한껏 웃으면서 미리안과 라니안느를 환영했고, 머기는 손바닥 만 스윽 들어서 그녀들에게 인사했다. 어라? 그러고보니 슐트로이야를 머기가 메 고 있군. 뭔 일이 있었나? 어쨌든 다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서로에게 인사를 하였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 작하…는게 하니라 일단 안스란의 상 처부터 치료했다. 내가 가진 힐링포션을 살살 펴발라주면 괜찮을 것이다. 일단 상 처에서 피가 더이상 나오진 않으니까 바르면 나을 것이다. 조금 따끔거리긴 하겠 지만. 안스란을 치료하고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우리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 고 이곳에 진짜 필요한 것은 구호물자도, 강한 힘도 아닌 활력임을 알 수 있었다. 하인츠가 말한대로 다 죽어가는 돼지눈깔을 하고서 시체놀이를 하던 사람이 이 도 시의 대부분이라는 말이지. 조금 의식이 깬 사람들은 환자를 돌본다던가 하고 있 지만, 아직도 모두들 충격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때일 수록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서 단결해야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저런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까 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음… 일단 좀비들에게 성벽을 타고 오르는 능력이 없어서 안심입니다" "예에. 그것도 그렇거니와, 사실 도시 밖에도 오륙백의 언데드들이 있습니다" "예? 도시 밖에요?" "어쩌다보니 저희들이 끌고오게 되어버렸군요. 일단 문을 막아두었으니 들어오지 는 못할것으로 생각됩니다" 지들이 무슨 수로 두께 30센티에 땅에 반정도 몸을 묻은 두꺼운 철판을 넘어뜨리 겠어? 나는 우리가 들어오면서 힐텐펜스의 성문을 막고 들어온걸 이야기 했고, 킬 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사실 도시가 완전이 뚫려잇어서 곤혹스러웠습니다. …무 슨 일 있으세요?" "저기… 그렇다면 모든 성문이 망가졌단 소리입니까?" "저기… 그렇다면 모든 성문을 안막았단 소리입니까?" "…" "…" 나와 킬은 서로를 황당하게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엔 없었다. 난 미처 그것까지 생 각하진 못했다. 설마하니 모든 성문이 망가졋을 줄은! 그리고 그때, 우리가 있던 집으로 한 사람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큰일났습니다! 언데드들의 숫자가 들어났습니다! 속히 성벽으로 와주시기 바랍 니다!" 그 사람은 그러고는 다른 이들을 부르러 가는 모양인지 다시 뛰어갔고, 나는 황 당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이런… 난 미처 그럴 줄 몰랐는데…? "저, 그러니까… 살다보면 실수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아, 예. 그렇지요. 살다보면 누구나 그러지요. 하, 하, 하" 킬은 굳은 표정으로 굳은 웃음소릴 내었고, 나는 그싀 시선을 피해서 창 밖을 바 라보았다. 아, 날씨 참 좋다. "그런데, 안갈거예요?" 안스란이 방금전에 다친 부위를 만져보면서 아무런 자국도 없는것에 신기해 하다 가 우리에게 말했고, 그 말에 우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이 일로 인하 여 절대 이곳에서 발을 뺄 수가 없게 되었다. 완전히, 약점 하나 잡혀버렸군. 으 아아! 내가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아저씨. 뭐해요?" "아, 알았어 갈게" 나는 안스란에게 떠밀리다 시피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일단 거리를 가면서도 나 는 나 자신의 멍청함에 탄식했고, 덕분에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많은 핀잔을 들 어야 했다. 어쨌든, 우리가 왔던 길을 돌아서 성벽위로 올라가니 경비병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성벽 아래를 가리켰고, 킬이 먼저 다가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는 말했다. "대략 이천 오륙책 정도라고 치면 적당하겠군요" 킬의 말에 다들 아래를 내려다 보았고,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1/4정도 의 숫자가 늘어나버린 언데드들을 보면서 안스란이 말했다. "순식간에 무슨 증식이라도한것 처럼 보이네요. 수효가 무진장 늘어났는데요?" "저런거라면 중간에 파이어볼 하나 던져도 될거 같은데, 어때 머기?" "…파이어볼" 화악! 머기는 킬의 말에 잠시 고개를 숙이고 스펠을 중얼거리더니 파이어볼을 만들어서 손에 올려두었고, 킬은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 "야, 야! 농담이야! 그렇게 또 마법낭비한다! 저런곳에 불냈다간 큰 화재로 번진 다고!" 언데드들은 숫자가 너무 늘어나서 이젠 주위의 가옥들을 감싸고 있었고, 저런곳 에 불이라도 하나 던졌다가는 정말로 큰 화재가 날 것이다. 머기는 파이어볼은 글 고있는 채로 킬에게 말했다. "끄면 돼" "끈다 안끈다의 문제가 아니잖아!" "뭔데" "일단 집이 타면 재산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그러면 그 배상은 네가 질꺼야?" "주인 없다" 머기는 집 한채를 가리키면서 말했고, 킬은 "크으~!"하면서 머리를 벅벅 거렸다. 확실히 전체인구중에 거의 1/12만 남아버린 상황이니까 주인이 없어도 이상하지가 않다. 한 가족당 4인을 기준으로 잡고서, 오차범위를 조금 재보면 힐텐펜스 같은 도시의 경우, 대략 1300 ~ 1500세대가 살고 있다. 현재 남은 사람들이 모두 집 하 나씩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적게는 800채에서 많게는 1000채의 집이 비게 되는 것이 다. 그러니 머기가 저렇게 말하는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다. 어찌보면 저런것이 더 합리적일 수도 있겠지. 음음. 하지만, 역시 재산권에 관련된 문제는 일으키고 싶 지가 않는것이 나의 생각이고, 킬 역시 마찬가지있가 보다. "머기… 그만 둬요…" "음" 라니안느의 조용한 한마디에 머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파이어볼을 소멸시켰고, 나는 어느새 머기가 라니안느의 마을 듣게 되었나 싶었다. 요 2년 사이에 뭔 일들 이 있었긴 했나? 어쨌든 나는 밑을 내려다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거, 자기네들 끼리 깔려죽겠군. 그렇게 쉽게 죽을 것 같지도 않지만. 나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일단… 수효가 늘어났단걸 제외하면 아무런 일은 없군요. 설마하니 성문을 열고 들어올것 같진 않습니다" "아. 그렇지만, 아무래도 인력이 좀 더 필요할 것 같군요" 킬은 매우 의미있는듯한 한마디를 했고, 난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렇게 말 하 지 않아도 안다 알아. 이곳에 발이 묶여버렸다는거 나도 아니까 그렇게 찌르지 말 아줫으면 해. 어차피 여기 말고는 더이상 갈 곳이 없지만 말이야. 그것보다도 12 월 15일 까지는 힐텐펜스를 복구해야 하려나? 일단 우리는 다시 내려왔고, 킬의 일행은 라스킨과도 인사를 나누었고, 내가 끌 고온 다섯명의 포로들에 대해서도 매우 큰 호기심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추적해온 매쉬암의 조직원은 언데드가 되어서 언데드들의 어딘가에 섞여있을 것이라는 말에 나는 아쉬움의 한숨을 쉬었고, 다섯명은 자신은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했다. "포로에 대한 심문은 나중에 하고 싶은데, 그러면 이들을 어디 감금해둘 공간이 있습니까?" "글쎄요. 지금 현재로서는 사람들이 들어가 자기에도 모자른 공간입니다. 아, 그 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도망가봐야 제 1블록의 안이기 때문에 금방 잡힐것은 자명 하지요. 굳이 감시를 붙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봐도 이곳에서 도망갈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라스킨에게 그들을 풀어주긴하되 감시하라고 했고, 포로들 은 그래도 풀어준다는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좋은 일은 아 니야. 막노동을 하려면 손과 발이 자유로워야 하잖아? 나는 킬을 보면서 말했다. "자아, 여기 구호물자가 모여있는곳이 어딥니까?" "그거요? 호수쪽의 4번 창고입니다. 현재 경비병들 두엇과, 몇명의 시민의 손에 의해 지켜지고 있고, 필요한 물자를 구호활동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만, 현 재 물자가 부족합니다" "그런가요? 그러면 할 수 없지요. 오늘 배낭을 비워버리는 수밖엔" 나는 내 배낭을 가리키면서 말했거, 킬의 얼굴이 환하게 펴졌다. 저기 안에 들어 있는 물자는 충분한 구호물자가 될 것이다. 종류별로 다양하게 있고, 양도 장난이 아니니까 배낭을 털면 구호물자로 파티를 벌여도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배낭이 어 떤 배낭인지 잘 모르는 다섯명의 포로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 조금만 기다리게 되면 알 수 있을거야. 지금까지 포로로서 매우 편하게 왔으니까, 지금은 좀 일을 해야겠지? 덤으로 매쉬암이 이 세계에 끼친 해악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서 라도 당신들은 일을 해야돼!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말 이야. 하하핫! "그럼, 창고로 가시겠습니까?" 킬이 반가운 표정으로 물어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한번 창고를 가득하 게 채워볼까? ---------------------------------------------------------------------- 4권이 나온답니다. 참. 날짜 빨리도 나오는군요. 1,2 -> 3 에서의 딜레이보다 현저하게 짧습니다. 일단 원고를 일찍 건넸기 때문이겠지요. 삭제는 내일 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의 배포가 내일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에 카페가 만들어졌습니다. 어느사이에 만들어진 카페라서 그런지 참.. 주소는 http://cafe.daum.net/Lynisys 입니다. 오늘 오픈했다고 하더군요. 자아, 오늘의 연재로 무사종료했으니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다시 돌아오도록 하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호수에서 뻗어져 나온 지류는 육지내에서도 선박수송이라는 환경에 맞지 않는 언 밸런틱한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단지 지류 뿐만이 아닌, 큰 강의 경우는 그 흐름 도 느리기 때문에 얼마든지 내륙으로 배가 역행할 수 있다. 펜스텐 호수의 크기는 힐텐펜스보다도 크고, 땅 속에서 흘러 들어오는 지하수의 양은 많디 많다. 오죽하 면 '펜스텐 호수가 마르는 날은, 세계에서 물이 없어지는 날이다'라는 말까지 있 겠는가? 어쨌든 담수량으로서는 대륙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펜스텐 호수에서 뻗어나오는 지류인 펜스텐 강은 대륙내에서도 크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며, 그 특유의 느린 속도로도 다섯번째 안에 들어간다. 강이 깊으면 깊을수록 물은 천천히 흐르고, 펜스텐 강의 깊이는 상당히 깊은 편 이다. 거기에다 그레니틴 평원을 지나서 동쪽으로 펼쳐진 평지를 달리는 강이라서 속도가 빨라질 만한 굴곡은 없다. 렌디너스 왕국의 수도인 '레디너'의 한 가운데 를 관통해서 펜스텐 강의 줄기는 남쪽으로 서서히 기울어지고, 남쪽으로 가는 도 중, 아이리펜 대륙에서 최고로 큰 강인 '낫세'로 합쳐지게 되어 대륙 남쪽의 사막 국가인 사이에그롭의 영토까지 흘러가 대륙 5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인 '나락의 입 구'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펜스텐 강이 낫세 강과 합쳐지고, 사이에그롭에 있는 나락의 입구까지 흘러가는 동안 렌디너스 왕국, 미하반 제국, 레리첸트, 토타카 연합을 거치기 때문에 주요 무역로로서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치고, 때문에 펜스텐 강이 시작되는 펜스텐 호수 에는 렌디너스 왕국의 펜스텐 호수 서부 지역들의 모든 상품들이 집결된다. 에디 킨츠에서도 제국과 무역을 하기 위해서 펜스텐 강을 사용할 정도로 펜스텐 호수와 이 호수를 기고 있는 힐텐펜스의 위치는 무역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도 비단 무역로의 가치 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가치도 뛰어나다. 역행을 하기 가 수월한 편인 펜스텐 강은 큰 규모의 선박도 띄울 수 있어서 군사들의 이동에도 매우 큰 도움을 준다. 대충 어느정도냐고 하면, 바람이 없는 날은 노를 저어서 가 도 될 정도로 강이 크다. 거기에다 농업용수와 생활 용수를 곱급해주고, 강의 이 남과 이북으로 행정구역을 나눌 수도 있거니와 상당히 많은 민물고기와 조개, 새 우등이 나오는 펜스텐 강은 그야말로 자연속의 대 금고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도 강을 오가는 선박들에는 금고에 넣어져야 될 물건-돈과 귀금속을 비롯하여, 각종 문서및 밀수품까지-들이 오가고 있으니 과한 말은 아니지. 그런 이유로 힐텐펜스의 제 1블록에 설치된 창고들의 크기는 무진장 거대했다. 하루에만 해도 몇십만 파운드의 짐이 오가고, 그런 짐들을 일단 보괐했자가 출하 내지는 입고를 해야하는 창고들의 크기는 얼마만 할지, 특별히 말 하지 않아도 짐 작이 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창고를 다 채우기는 솔직히 무리다. 창고 대 여섯개 쯤은 내 레어에 있는 물건들을 몽땅 긁어와서 채우면 채워지겠지만, 서른 여섯개에 달하는 찬고들을 다 채우려면… 뭐랄까. 엘 타칸리스의 산맥을 깎아서라 도 가지고 와야 할지 모르겠다. "식량을 있는 대로 털었긴 하지만… 뭐랄까. 제 배낭에도 그렇게 많이는 들어있 지 않는것 같군요" "예? 에이,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창고가 워낙에 크다보니까 그렇지, 페이그니 스씨가 가진 배낭에 들어있던 식량은 많은 양이예요. 현재 식량의 재고가 모자르 고, 생산 능력도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이것 귀중한 것이라고요. 킬! 거기! 거 기 조심해! 치즈상자가 있단 말야!" "어, 어?! 우와악!" "…춤을 춘다, 춤을 춰" 츠렌은 여러개의 상자를 들고 뒷걸음질 치다가 츠렌의 말에 얼른 방향을 바꾸었 지마느 그것 때문에 상자들이 흔들리게 되어서 츠렌의 말 대로 무슨 춤을 추고 있 는 느낌이 들었다. 난 배낭에서 무수히 많은 식량을 꺼내놓았고, 배낭 안에서는 시간이 거의 안가기 때문에 몇년전에 집어넣은 사과상자가 아직도 멀쩡하게 남아있었다. 그냥 아무렇 게나 집어러 레어의 있응 물품들 중 1/10을 가져왔으니, 식량만 따져도 어마어마 한 양이 나온다. 특히, 집의 냉장고는 가득 차버려서 엘프들이 가져다주는 과일들 은 전부 배낭에 집어넣었기 때문에 다른것은 둘째치고, 과일만큼은 무지하게 많이 나왔다. 과일만 잔뜩 나와서 영양소의 부족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엘프들은 자 기네들이 먹는 식단대로, 단백질이 항유된 과일-콩 맛이 나면서도 달다-인 '라이 밋'을 비롯해 영양소의 균형을 맞추어서 과일을 주었고, 나는 엘프들의 과일을 주 면서 설명할 때야 그들이 단백질을 어떻게 섭취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단백 질보다 열량으로 만들어지는 영양소는 탄수화물이었고, 대개 밀가루로 만든 빵에 서 탄수화물을 섭취하던 사람들에게 밀가루의 존재는 매우 필요했다. 덧붙여 말하 자면 현재 밀가루의 재고가 얼마 없고, 내가 가져온 과일이나 식량에는 탄수화물 을 주로 함유한 것이 없었다. "밀가루가 없어서 걱정이군요" "예에. 일단 일주일 정도 버틸 양은 있는데, 그 이후로는 위험합니다. 일주일 후 의 당장은 아니지만, 영양소의 불균형이 일어나면 병에 걸리겠지요" 나는 이곳의 시장인 '게닌'과 식량난 해소에 관한 몇가지 대화를 나눠보았지만, 사태를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일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 식량난을 해결한다 하여도 죽은 돼지 눈깔 하고 엎어져 있는 인종-하인츠에 따르자면-들이 정신을 차리는것이 근본적으로 이 난관을 돌파하는 일이다. 하지만, 남은 시민들 은 여전히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으며, 그런 점은 내가 봐도 좀 심하다고 생각되었 다. 저사람들은 삶의 의지마저 박탈당했나? 게닌 시장은 팔짱을 끼고는 한숨을 내 쉬면서 말했다. "사람들의 의지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 한은, 아마도 힘들 것 같군요" "어떻게든 사람들의 의지를 되돌리려고 하지만… 왜들 저런지 모르겠습니다. 이 해는 하겠지만, 조금은 받아들이기 힘들군요" 날짜가 조금 지났으면 어떻게 다시 기운 차릴법도 하다만, 지금 식량을 배급해주 는 저런 모습을 보자면 한숨밖엔 안나온다. "어쨌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당신과 당신의 일행이 와주신 것이 이 도시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군요. 저기 다섯분도 열심히 일해주시니… 뭐라 말 할 수 없이 기 쁘군요. 타지에서 오신 분이 이렇게 애써주시다니…" 게닌 시장은 우리 일행에 대한 전후사정을 완벽하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열심 히 짐을 나르며 땀흘려 일하고 있는 다섯명의 포로들을 보면서 감격스럽다는 듯이 말하는것으로 자신이 지금 완벽하게 착각했음을 나에게 알려주고 있었고, 나는 특 별히 저들의 정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모두 도와야 할 사태니 까-그렇게 말하면서 난 놀고 있는데-. 다섯명의 포로들은 여태까지 불러왔던 것처럼 부르려 했지만, 그들은 각자의 이 름을 대면서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고, 포로로서 요구할 수 있는 인권존중의 권 리를 라스킨에게 부르짖었다. 처음에는 콧방귀 뀌면서 개무시하던 라스킨은 자기 네들의 포로를 대하는 방식-포로의 자존심을 존중해준다. 그리고 포로는 자존심을 존중해주는 한도 내에서 고분고분한 포로처럼 행동한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기로 했고, 그들은 그제서야 우리와 만난 이후 처음으로 이 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다섯명의 포로였는데 말이야. "막시! 햄드! 케올린! 저 짐들 이쪽으로 나르고, 욜핀과 쿠에이는 저쪽가서 조리 하는것을 도와!" "예!" "옛!" "알겠습니다!" "네!" "예!" 다섯명은 각자 하던일을 마치고는 라스킨이 지시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라스 킨은 여태까지 하던 대로 킬과 같이 사람들을 냉해에서 보호하기 위한 천막의 제 조를 계속했다. 오늘밤 안으로 거리에 나와앉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한 천막들을 만들어야 할테니, 라스킨의 수고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가 만들려는 것은 툰드라 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천막으로, 하나에 10명 이상 들어가는 큰 천막이 다. 유목민들이 사용하던 거라서 조립과 설치가 간단하지만, 조립하고 설치할 재 료들을 만드는 일은 간단하디 않아서 라스킨이 좀 수고하고 있다. 킬은 원래 식량 들을 정리하고 있다가 결국에는 츠렌이 좋아하는 치즈가 들어있는 상자를 밟아서 츠렌이 좋아하고, 또 귀중한 식량인 치즈를 못쓰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일에서 추 방당했다. 그래서 그는 라스킨에게서 일을 배우고 있긴 하지만… 천막을 만들어야 하는 작업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미리안과 에실루나, 그리고 안스란과 라니안느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만들 고 있느라 바뻤다. 일단 주먹만한 빵을 수백개 구워내고, 큰 솥에다 500인분의 수 프를 끓여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욜핀과 쿠에이가 가서 힘드는 일, 그러니까 장 작을 쪼개 불을 살린다던지, 500인분의 식기를 준비-창고중에 지금은 상회의 인원 이 몽땅 죽어버린 목기상의 목기들이 가득 있었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손이 덜긴 했지만, 역시 어려운 일이긴 하지. 나? 나는 지금 뭐하고 있냐고? 아, 물론 나도 놀고잇을 수는 없으니까, 일을 하 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은 워낙에 기밀성과 신속성, 정확성이 요구되는 일이기 때 문에 다른이들과는 동떨어진 자리에서 그들을 모두 관조할 수 있는 자리로 배정받 은 것이다. 자리배정은 누가 '시켰'냐고? 미리안이 시켰지. 하지만 나는 이 중요 하고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해야 하는일에 조금 싫증이 난다. 물론, 적인자가 나 이외에는 없거나 모자라다는건 알지. "아저씨! 감자 껍질 벗긴거 빨리 주세요!" "그래! 여기 간다!" 나는 커다란 나무바구니에 한가득 들어있는 깐 감자를 하인츠에게 시료스를 사용 해 보내주었고, 그러는 동안에도 시료스의 또다른 실줄기는 말라붙은 흙이 묻어있 는 감자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그렇다. 내 하고 있는 일은 500 파운드의 감자 껍질을 벗기는 일이었다. 어이! 이봐! 감자가 얼마나 중요한 식량인지 알아? 삶아서 주식 또는 간식으로 하고, 굽 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하는 식량원이라고! 수분이 75%에 녹말 13∼20%, 단백질 이 1.5∼2.6%나 함유되어있고, 무기질도 0.6∼1%나 되는 데다가, 환원당 0.03mg, 비타민 C 10~30mg이 들어 있어서 영양소 면으로도 매우 뛰어난 식품이야! 그리고 학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곳의 주식은 빵과 삶은 감자란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이곳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일이라고. 하는 짓거 리 봐서는 그다지 먹여 살리고픈 생각도 들지 않는 인종들이지만, 그래도 살수 있 는 사람은 살려둬야하지 않겠어? "에구… 그래도 시료스 덕에 빨리 끝나는군" 혼자서 하기에는 무지막지한 양의 감자였지만, 시료스가 있으니 일이 빨리 끝난 다. 실이 한번 반짝이면서 훑고 지나가면 껍질이 깨끗하게 벗겨지니까 말이야. 하 지만 이 일련의 작업을 제어하는것이 나이기에, 나는 감자의 크기와 모양마다 시 료스에게 다른 토치를 해주어야 한다. 시료스에겐 눈이 없어서, 둥글게 깎으라고 말하면 아마 감자로 만든 조그만 공이 나올 것이다. 어쨌든, 감자 한 알의 껍질을 벗기는데 드는 시간은 5초가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일을 빨리 끝낼 수가 있 었다. 하인츠는 지금 열심히 감사를 끓는 물에 집어넣고 삶는 중이다. 감자껍질을 벗기 지 않고 잘 씻은 다음에 삶으면 영양소가 보관이 되지만, 미리안하고 에실루나는 깎으라고 성화였다. 아마도 감자를 으깨서 다른 것도 만들려나 보지.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음.. 많이 늦었군요. 요즘 외출이 잦아졋습니다. 이래서는 학교 들어가서 연재를 제대로 할지가 걱정.. 음.. 어쨌든, 연재는 합니다. 하하핫.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29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생존자들의 식사는 그들이 직접 와서 받아가는 것이 아닌, 우리가 일일이 뛰어다 니면서 쥐어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먹을것을 받으러 오는거면 그나마 덜 바쁘겠지 만, 이 인원들이 모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식사를 나눠주 다보면 시간이 꽤 흐른다. 거기에 식사가 끝나면 식기로 회수해와야 하고, 그것들 을 설겆이하다보면 또 다음 식사를 준비할 시간이 임박해온다. 단지 이틀동안 사 람들이 이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약한 노이로제가 걸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다. 저녁식사 이후, 모든 뒷처리 후의 휴식은 정말로 꿈만 같은 것이다. 나는 만약에 이들이 하루에 네끼를 먹는다면 하고 생각해보았다. 아마, 몇명은 그냥 도망갔을 거야. 이곳에서도 식사량은 세끼라는것에 일단 감사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도와주 는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시간은 거의 틈틈이 먹는 것이고, 먹는것도 부실하기 짝 이 없다. 때문에 저녁의 뒷정리 이후, 이들은 많이 먹는다.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 하고, 다시 내일을 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경비대원들 역시 여러모로 힘들다. 경비대원들중의 일부도 밑의 시체와 격이 비 슷한 사람들과 같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가뜩이나 모자른 인원이 빠듯하게 부족한 편이다. 그래도 저들이 성벽을 기어오를 수 없다는걸 보면 안심이다. 어떠한 성벽 이던지, 기어오를 수 없게 만드는것은 당연하지. 암. 이틀만에 요새화가 되어버린 제 1블록은 호수쪽으로 부터의 홍수방지가 아닌 외 부로부터의 적을 막기 위한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지금은 그런 용도로 사용되어지 고 있기 때문에 더욱 굳건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성벽이 굳건해 보인다는 말은 외부에 적이 잇다는 말이며, 그 적이 늘어났다고 말한다면 더할 나위없이 짜증이 솟구친다. 대체 목적이 뭐야! "얼핏봐도, 오천은 되보이죠?" "아마도… 그런것 같아" 미리안이 부른 윌오위스프가 성벽의 아래쪽을 환하게 비추었고, 그러자 오늘 500 명이 증원(?)된 언데드들이 두배정도 더 늘어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잠시 이것들이 분열이라도 해서 숫자를 늘이는가 싶었지만, 갑자기 쳐들어온것이 아닌 도시의 여기저기에서 흘러들어(!) 저런게 모인것이라고 하니, 경비병을 탓할 수도 없다. 저녀석들이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니다가 어디론가 나타나는 경우는 일상다 반사이므로 주위에서 물이 스며들듯이 조금씩 모여드는 바람에 모랐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교대를 한 후에, 언데드들이 증가했다는 소릴 들은 교대원들은 언데드 들의 수효가 늘어났있는걸 보고서 한숨만 쉬었지 따로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그 리고 오늘 저녁에 교대인원이 다시 와서 보니, 언데드들이 두배를 늘어나 있었다 고 한창 밥먹는 우리에게 와서 말해서 꽤 많은 눈총을 샀다. 덤으로, 왜 나는 밥 만 먹고자 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 거야? 밥하고 나하고 원수라도 졌나? 어쨌든, 우리는 식사를 다 마치고서 성벽으로 이돌했고, 미리안이 윌오위스프를 불러내어 언데드들이 있는 곳을 밝히자 엄청난 양의 언데드들이 몰려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고, 우린 한숨을 내쉬었다. "생존자들의 냄새를 맡는 모양인지 점점 더 몰려드는군요" "예에… 그런것 같군요" 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는 킬을 보면서 얼버무렸다. 분명 월광 수선화때문에 몰려온 것일텐데 내가 그걸 어떻게 말하는가? 나는 일단 다른 일행에게 쓸데없이 입 열지 말라고 눈치를 줘서 추가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일어나봐야 별로 좋을것 하나도 없으니까 긁어 부스럼을 반드는 것은 그만 두고 싶은 일이야. 우리는 일단 성벽 바로 밑의 초소로 내려가서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해 보자고 했 지만, 그래봤자 별다른 결론 안나오긴 여태까지의 상황과 마찬가지다. 감시인원을 늘리려고 해도, 지금 있는 인원으로도 모자른 판국에 어디서 추가인원을 구한다는 소리인가?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 "역시, 지금대로 있는 수 외엔 없는것 같군요. 그저 감시에 더욱 각별히 신경을 기울이라고 말하는것 외엔 다른 수가 없겠네요" "사람들이 제정신이었더라도…" "하인츠. 그렇게 말하다가 언젠가는 이곳의 사람들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거야" "하지만, 지금은 지켜도 소용이 없잖아요?!" 하인츠는 안스란을 한번 보았다가 소리쳤다. 하인츠는 아직도 사람들에 대해 분 노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사실 그렇겠지. 안스란에게 이유도 없이 적대했었던 그런 의지없는 사람들이니까. 하인츠가 그렇게 말하는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지킬것은 지켜야 하지. "그래. 지금은 소용이 없겠지. 그래서 우리가 저들을 지키고, 제정신 찾게 도와 주어야 하는 거야" "왜요?! 저들은 쓸모가 없다고요! 하는 짓거리라고는…!" "하인츠! 그만해!" 하인츠는 주먹을 꽈악 쥐고 일어서서 말하려 했지만, 안스란이 중간에 그를 막았 다. 하인츠는 안스란의 말에 이를 악물더니 자리에 털썩 소리나게 주저 앉았고 안 스란이 말했다. "분명 이곳의 사람들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야. 그리고 나를 쫓아내려 했었지. 하지만 저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으면 그랬겠어? 피해자는 그들 모두야" "나도 알아. 하지만… 나도 저들과 같아! 저녀석들만 특별한게 아냐! 어째서 저 들은 저러는 거지? 난…! 난 저들보다 더한 악몽을 겪었어! 그런데 나보다 나이 도 많고 성숙한 사람들이 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어. 그러니까 화가 나는거야!" 하인츠는 언데드가 된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아버지를 자신의 손으로 죽 여야만 했다. 그런 악몽같은 일을 겪고서도 하인츠는 지금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 고, 그 모습은 옆에서 보는데도 대견할 정도다. 그런데 하인츠보다 더 성숙한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 솔직히 그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 난 언데드들에 의해 자 신이 살던 터전과 가족이 모두 없어져 버려서 절망해하고 있는것 같았는데, 사실 알고보면 더한 일을 겪은 하인츠가 저렇듯이 당당하게 사는데…? "…어라?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이상하군" "그러니까…! 예? 뭐가요?" "이상하군… 이상해" 나는 중얼거리면서 생각해 보았다. 분명 의지가 없는것 같았고, 삶의 의욕이 없 는것 같았다. 그것은 절망에서 피어나온 현실도피나 현실거부일 수도 있고, 또는 뭔가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나는 전자에 대한 의심을 하고 있 지 않았는데, 지금와서 생각하면 할 수록 의심이 든다. 어째서 내가 그걸 당연스 럽게 받아들이고 있었지? 하인츠를 생각해보면 금방 의심이 들어야 하는데? 세차 게 고개를 젓고는, 다시금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이 나를 조금은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고, 미리안과 에실루나, 라스킨이 걱정하는 듯한 눈 같았지 만 아무래도 상관 없다. 그래… 이건 확실히…! "확실히 이상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 다. 다들 어리둥정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하인츠가 먼저 깨어나 나에게 물어보았 다. "뭐, 뭐가요?" "확인해보러 가야겠어!" "어, 어어? 아저씨!"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이번 빌어먹을 머리! 어째서 의심을 가지 지 않는거냐! 뭐가 그렇게 당연한거였지? 내가 왜 그랬지? 그리고 어째서 싸이를 불러내어서 저들의 정신을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은것이지?! 안그래? 싸이! 나 와봐! 젠장! 긴급사태다! 「이제야 부르는군. 사태는 알고 있다」 아. 그래. 내가 좀 늦었다. 그리고 진짜 알 수 없는게 어째서 늘상 정신에 관련 된 일이면 널 불렀는데 왜 이번엔 그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았었느냐 하는 것이지. 마치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네 의견은 어때? 「일단 그것은 확신이 서면 알려주겠다. 조사대상을 먼저 살펴보는게 좋겠군」 자, 잠깐. 너로서도 확신이 안서? 대체 무슨 소리야? 평소에 그 '무엇이든 물어 봐'로 나오던 방만한 태도는 어디갔어? 「이상한 이름 붙이지 마라. 그리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재료가 부족하다. 그러니 까 지금은 일단 그 재료의 채집에 협조해주었으면 하는데」 끄응. 여전히 할 말 없게 만들어주는군. 네 그 능력만큼은 내가 죽어서 내 시체 가 썩어 사라져도 안 고쳐질것 같은데? 「천성이 그렇다. 만들어질 때부터 그랬으니까」 그래. 너 잘났다. 기다려봐. 곧 있으면 네가 말한 그 '재료'를 정신없이 채집하 게 해줄 테니까 말이야. 나는 일단 아무것도 답해주지 않는 야속한 싸이놈을 불러놓고서는 생존자들이 제 일 많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아마도 항구 근처의 여관인가 하는 곳에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여있었지? 항구에서 들어오는 손님이나 빨리 나가려는 손님들을 위해 서 만들어졋다는 그 가장 큰 여관.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많이 있다. 폐인의 몰골 을 하고서 말이야. 호수 근처였지? 성벽과는 멀어지게 되겠지만 괜찮아. 설마하니 내가 없는 사이에 뭔 일 있겠어? 라이니시스가 갑자기 초소를 박치고 나가버렸지만, 그 안의 일행들은 모두 어안 이 벙벙해졌기 때문에 누구도 잡으려는 생각을 하진 못했다. 그리고 잠시간의 시 간이 지난 후에 그것을 지적한 사람은 라니안느였다. "따라가거나… 잡아야 하지… 않아요?" "늦었군요…" "…아!" "그, 그렇지!" 에실루나와 미리안, 라스킨은 이제야 깨달았다는듯이 말했지만 에실루나의 말 대 로 라이니시스는 이미 멀리 가버린 뒤였다. 덕분에 현재 사람들에 대하여 열변-비 록 그 열변의 절반 이상이 비속어에 할애되어있다 하더라도-을 토해놓으려면 하인 츠는 꽤나 자신의 꼴이 우습게 되었다는것을 알고는 그냥 자리에 앉았다. 무엇보 다도 가장 자신의 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이가 나가버렸기 때문에, 하려던 말을 해봤자 공중에 외치는 말 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하인츠는 화를 낼 수도 없었 기 때문에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고, 그의 옆에 앉아있던 안스란은 다 이해한다 는 듯이 하인츠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뭐가" 사람들이 다시금 침묵하고 있을때 머기의 정적을 깨는 한마디가 나왔고, 사람들 은 모두 시선을 그에게 집중시켰다. 머기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이상하다는것" "그러니까… 뭐가… 이상하냐는… 질문이예요" 라니안느가 옆에서 통역 비스무리한 것을 했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 만 그가 하응 행동에 대해서는 미리안만이 어떻게 예측을 간신히 할 수 있을 뿐이 지, 에실루나나 라스킨의 경우는 아직도 그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이 잘 안되고 있 었고, 다른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음… 처음부터 말하겠는데, 저도 잘 모르겠는걸요?" 미리안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햇고, 그녀의 말에 다른이들은 라이니시스가 와서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는 이 문제에 대해서 알 수가 없게 되었음을 알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간에, 라이니시스의 존재는 그들에겐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며 비록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의장을 맡 게된 게닌이 좌중에게 말했다. "그러면 일단 페이그니스씨가 돌아오실 때까지 뭔가 회의라도 해야겠지만… 그의 말 대로 결론이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밤에 근무서는 경비병들에게 각별 히 주의하라는 말 외엔 없겠군요" 시장으로써 시민들의 대피에 최선을 다했고, 덕분에 바로 옆에 있전 경비병이 언 데드가 되어 휘두른 창에 왼팔을 찔려서 상처까지 달고 있는 게닌이었지만, 자신 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의 주위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노력 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말을 하지 않았지만, 게닌은 자기 스스로에게 무거 운 벌점을 내려야만 했다. ---------------------------------------------------------------------- 갑작스레 3인칭으로 바뀐것은.. 라이니시스의 시점에선 표현 할 수 이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지요, 조금은 3인칭으로 할 것 같군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30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자학하는 게닌을 내버려 두고서, 일단 일행은 자신들도 나서서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마법을 사용할 사람들은 불가능했기 때문 에 머기와 라니안느,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그 속에서 빠지게 되었다. 또한 체력적 인 문제에다 보호자의 거부로 안스란은 열의를 불태움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했고, 그렇게 하다보니까 결국 남은것을 세명 뿐이었다. 라스킨과 킬, 그리고 하인츠는 마법 사용자가 많다는 일은 일행에게 있어서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좋지 않은 일임을 깨닫고는 한숨을 쉬었고, 그러면서도 그들을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경비대 측에서는 손님에 대한 배려때문인지 제일 편하다는 시간대인 첫시간을 그 들에게 맡겼고, 하인츠는 라이니시스에게 갑옷을 받으려고 하였지만, 두어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에실루나에게 부탁해 자신의 몸에 맞는 가죽갑옷 한벌을 라이니시스의 배낭에서 꺼내어 입고서, 장비 일체를 새로 맞추었 다. 워낙 단련이잘 되어있는 좋은 몸이다 보니까 하인츠는 처음 갑옷을 입어본 소 년같이 않은 어색함이 없었고, 머기는 그에게 "늙었군"이라고 한마디 함으로써 간 단히 하인츠를 좌절시켰다. 그리고 불침번을 서는 시간이 되었다. "그나저나, 아저씨는 어디계시는지…" "사람을 보내서 찾게 햇으니까 금방 올거야. 그런데 하인츠, 페이그니스씨에게서 검을 배웠다고?" "예? 아, 검이라기 보다도 잡는 법하고 기본적으로 베고 후리는 동작들과 발 놀 리는 걸 조금 배웠어요. 거기에다 급하게 오느라고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요" 하인츠는 라이니시스의 가명이 페이그니스이고, 킬의 일행에선 그렇게 통한다는 것을 알고는 왜 가명을 쓰는지 의아해 했지만,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이해해 달라 고 해서 그냥 그러려니 싶었다. 세상에는 각자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법이니 까. 킬은 일단 하인츠의 몸을 잘 살펴보았다. 이야기를 약간 들어보니 나무꾼의 아들 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전제척인 근육이 잘 발달되어 있을 것이다. 갑옷을 입고 있긴 하지만, 하인츠의 몸은 훌륭한 전사가 되려는듯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니, 지금으로서도 하인츠는 자기몸은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페이그니스씨가 뭘 가르쳤을지는 모르지만, 기본 방어법은 가르쳤을 테니까' 검 잡는 법과 베고 후리기와 발을 놀리는 것은 검술의 기초이자 전부다. 페이그 니스는 정말로 알 수 없는 사람이고, 검술이 어떤지는 제대로 본적이 없지만, 예 전에 라스킨의 부하들이 그를 시험하여 덤볐을때, 그것을 조롱하듯이 검으로 하나 하나 물리친 적이 있었다. 그때의 몸놀림과 힘, 그리고 기술은 확실히 자신을 압 도하고 있엇기에 그는 은근히 싸움이 벌어져서 하인츠의 실력을 보길 기대하고 있 었다. 아마도 페이그니스가 가르쳤으니, 예의는 확실하게 배웠을것 같은 모습이었 다. 화낼때는 확실하게 화는 내는것도 그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런 인원이 올라와서 싸워주길 바라는것도 무리지' 경비병들은 되도록이면 성벽에 가까지 가려하지 않았다. 성벽에 가까이 가면 언 데드들이 끔찍한 소리를 질러대기 때문이다. 성벽 안의 사람들도 싫어하고, 경비 병들도 싫어하기에 되도록이면 성벽의 끝까지는 다가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서있어도 괜찮은 것이, 기어오를 수도 없질 않나? "아저씨. 불침번 몇시까지예요?" "새벽 두시" "조금 기네요" "어쩔수 없지. 인원이 적은데" 하인츠는 그런가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불침번은 서본적도 없고, 서볼만한 상황에 처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번이 첫경험(?)인 하인츠는 나름대로 불침번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여러가지 소설과 활극에서 봐온 장면들- 이렇게 심심 한 일일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하인츠야. 불침번의 진면목을 알려줄까?" "예? 뭔데요?" "사실 불침번때 습격을 당하고 칼 들고 사우는 일은 몇번 없어. 불침번이 얼마나 지루하면 불침번 서다가 잠들겠니? 잠들어서 다음 불침번을 깨우지 못해 아침이 되어도 아무런 일도 안 일어나는게 불침번이야" "…그런거예요?" "그런거다. 불침번은 만약을 위해 서는거야. 야외에선 언제나 위험하니까. 하지 만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 여기가 무슨 한걸음에 몬스터 열마리 나오는 '검은 숲'도 아니고, 나름대로 몬스터 많기로 유명한 '엘 타칸리스의 산맥'도 아니니까 그렇게 긴장하지 마라. 불침번이 긴장해서 손해보는건 불침번 그 자신이니까" "…예에. 알겠어요. 하지만 긴장하지 않으면 심심해서 잘 것 같잖아요" "동감이다" 킬은 성벽위에서 기다랗게 숨을 토해내었다. 기온이 약간 낮아져서 그런지 미약 하게나마 입김이 보인다. 문득 재미있어진 킬은 그것을 반복하였고, 그 모습을 보 던 하인츠는 그대로 그것을 따라했다. 그리고 그 일은 곧 온 성벽으로 퍼져서 그 날 밤의 유행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반달, 상현달, 초승달이 떠있는 밤 하늘 아래 에 꿈들대는 단세포 동물처럼 보이는 언데드들이 우글거리고, 그 위쪽 성벽 위에 서는 일련의 남자들이 입김 뿜어내는데 열줄하는 방음 고요했다. 아마 달이 생각 을 할 주 안다면 밑에서 저 남자들이 뭘 하는지를 몰라서 다른 두개의 달과 토론 을 시작할 것 같은 시간이었다. "……다들 뭐해요?" 안스란이 갤러리로 올라오는 계단 쪽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말했고, 그녀의 말에 몇몇 사람이 헛바람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하인츠는 일단 가슴에 숨이 잠깐 막혀서 고생하는 라스킨의 등을 두들겨 주고는 안스란을 보면서 말했다. "안스란. 웬일이야? 안 자?" "잠이 안와. 그리고 미리안 언니하고 에실루나 언니가 아저씨 안들어 온다고 발 을 동동 구르면서 걱정하잖아. 어떻게 자겠어?" "음… 그럼김에 간식도?" "후훗, 그런거야. 사실 저녁 남은게 잇어서 가져왔는데… 싫어?" 안스란은 자기가 가져온 바구니를 들어보이고는 눈꼬리를 내리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고, 하인츠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가 고개를 끄덕였더라면, 성벽위에 서 처참하게 구타당하는 한 소년의 모습을 세개의 달은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개 인적인 욕망과 환경적 요인 덕분에 성벽 위에서는 조촐하게 야참을 즐기는 분위기 가 되었고, 나름대로 긴장한 분위기가 이완되는것을 모두 느끼고 있었다. "여유가 없으면 조급해지고, 일이 성공하지 못해요. 하지만, 배에는 여유를 두면 안된다고요" 안스란은 손가락을 흔들면서 그렇게 말했고, 그녀의 말에 경비대원과 하인츠, 킬 과 라스킨은 크게 웃었다. 안스란은 생긋 웃으면서 식었지만 나름대로 맛있는 삶 은 감자와 빵, 그리고 한잔씩의 포도주를 건네주었다. 날이 추우니 이런 밤날씨에 는 주스보다 술이 더 좋을 것이라고 츠렌이 말해주었기 때문에 가져온 것이다. 출 처는 라이니시스의 배낭임은 변함이 없다. 한참을 그렇게 웃고 떠들면서 먹고 마 시다가 문득 라스킨은 정말로 라이니시스가 어디있을까 궁금해졌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갈 라이니시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마스터는 어디 계신지 모르겠네?" "글쎄요. 뭔가 이상하다고 하시고는 나가셨… 쿨! 큭!" "하인츠! 괜찮아? 빨리 마셔!" 하인츠는 말을 하다가 음식이 목에 걸려서 가슴을 두들기며 쿨럭대었고, 안스란 은 당황해하면서 그 장소에 있던 유일한 액체인 포도주를 하인츠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하인츠는 그것을 받아 마시고는 한숨을 크게 쉬고는 자신이 손에 들고 있 던 잔을 잠시 보고는 앉은채로 휘청거렸다. "하, 하인츠?!" "…어쩐지 아무것도 안마시더라. 술에 약하군?" 킬은 처음부터 웬지 꼭꼭 씹어먹으면서 포도주를 마시길 거부하는것 같은 하인츠 를 유심히 봐왔었고, 한가지의 의심을 키워왔던 것이다. 그리고는 이제야 그것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술에 약한것 일 줄 짐작하고 있었지만, 포도주를 들이키 고는 고작 그거에 취하는 모습이 어린애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상체를 흐느적거리는 하인츠를 보면서 크게 웃어대었고, 덕 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사람은 안스란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주스도 가져올걸…!'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인츠가 술에 약하다는 걸 모르고 있던 안스란은 자신의 잘 못을 탓하면서 하인츠를 돌봤고, 하인츠는 머리가 빙빙 도는 것을 느꼈다. 안스란 이 자신의 어깨를 흔들기도 하는 것 때문이었지만, 그냥 자신의 정신이 엉망이라 고 느꼈다. 사실, 가문 대대로 술에 약했으니 자신이라고 예외는 아닐것 같은 예 감이 들엇지만, 이런곳에서 확인되니 조금 웃기기도 하였다. 그래서 하인츠는 낮 게 웃어대었고 그러는 도중 성벽의 한쪽에서 움직이는 인영을 보고는 술기운도 오 른김에 크게 외쳤다. "거어기! 아저씨! 뭐해요? 와서 같이 마셔요!" 먹는것이 마시는걸로 변해있었지만, 하인츠는 신경쓰지 않았고, 다른사람들은 하 인츠의 말에 신경쓰기 보다는 하인츠가 말한 사람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니 하인츠가 바라보는 쪽에는 과연 누군가가 서있었다. 검은 그림자로만 보여서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쪽이 놀고 있을 동안 혼자서 경비를 서겠다 는 아주 사람 좋은 사람이거나 아니면 왕따근성이 있는 사람일것이다. 여기 사람 들은 적어도 그런 꼴은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도 같이 불러서 놀자고 하려했 지만, 그 사람의 반대면페 잇던 사람이 어리둥절해 하면서 말했다. "어, 이봐. 여기 우리 이게 이번 불침번 전부이지 않아?" "응? 어라? 그러고보니… 하나, 둘, 셋… 여덟. 어라? 우리 전부 여기있는데?" "그럼 저건 누구란 소리야?" "나도 몰라" "어이! 누구야? 당신 불침번 순서는 다음 아니야? 교대시간 멀었어!" 사람들은 각자 한마디씩을 했지만, 그 인영은 꼼짝 하지 않고 있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라스킨만은 얼굴을 굳혔다. 인간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감각과 청력, 시각등은 죽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맬열한 동작으로 일어서며 칼을 뽑아들 고는 외쳤다. "제에기라알! 다들 전투준비해!" "에? 왜, 왜 그러십니까?" "인간이 아니야! 그러니까, 젠장!" 라스킨은 설명을 하려다가 그 인영의 아래쪽에서 다른 인역이 스르륵 일어나는… 아니, 올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는 미약한 달빛 아래에서 보이는 성벽 아래를 보고는 말했다. "저것들… 일부가 밑에서 받치고 있어!" 수백명으로 이루어진듯한 인체의 산이 성벽의 끝까지 이어져 있었고, 언데드들은 그곳을 기어 올라와서는 성벽에 도달했던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와 올라오지 못할 거라는 믿음때문에 사람들이 성벽에서 멀어져있는 사이, 언데드들은 자신들의 인 원으로 인해 포화상태가 되었고, 한 언데드가 동료들의 머리를 밟고 올라서게 되 자 모든 언데드들이 그 행도을 모범 지침으로 삼았다. 그 일들이 반복에,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면서 조용하게 이루어졌고, 마침내는 수백의 언데드들이 주축이 되 어서 약간 가파르지만 충분히 올라올 수 있는 비탈길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성벽위로 기어 오르고 있었다. "방심했어! 경보! 경보울려!" 킬은 검을 뽑아들면서 안스란의 앞을 막고 나섯고, 하인츠도 검을 빼들면서 앞으 로 나섰다. 약간 술기운이 돌긴 하지만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 려 지금 상황에서는 술기운이 달아나는 것 같았다. 잠시간의 평화로운 시간은 그 렇게 산산조각 나버렸던 것이다. ---------------------------------------------------------------------- 연재는 사건이 일어나는 시전에서 끝내는것이 좋을 까나요. 어쨌든, 이번 챕터도 후반부 들어섰군요. 상당히 빠른 진행이 아닐까 생각 되지만.. ...여태까지 생각해보면 연재 질질 끌었다고 양심이.. 어쨌든, 오늘은 이걸로 연재분량의 완성입니다. 그런 이유로 전 월요일에 다시 돌아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31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안스란! 어서 내려가!" "다, 다, 다리가아!" 안스란은 주저앉아서는 울상을 하고서 팔로 땅을 짚고는 일어서려고 하지만, 다 리가 풀린 모양이었다. 하인츠는 이를 물고는 안스란의 앞에 서며 말했다. "그러면 거기 가만히 있어! 절대 움직이지마!" "으, 으응!" 하인츠는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쥐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섰고, 경비병들은 모두 안스란을 보호하듯이 안스란의 앞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려고 했다. 그리고는 조 용하게 앞으로 돌진했고, 더이상 언데드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막기로 했다. "하인츠! 너는 거기서 안스란을 지켜!" 킬은 검을 들고는 거침없이 돌격하면서 외쳤고, 한발짝 앞으로 딛으려던 하인츠 는 다시 자세를 잡고는 달려나가는 사람들의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언데드가 있는 지를 잘 살펴보았다. 아무래도 생존력이 상당히 끈질긴 녀석들이라서 새어나와 꿈 틀대는 녀석들은 자신의 처리가 될것은 하인츠는 알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다리 가 풀려서 움직이지를 못하는 안스란에게 언데드가 다가가지 못하도록 하는 일 또 만 자신의 일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인츠는 언데드들을 거꾸러뜨리는 사람들 을 보면서 검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쥐었다. 안스란은 덜덜 떨리는 다리를 잡고서는 안감힘을 쓰며 진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다리는, 몸은 움직여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안스란은 횃불의 불빛에 비춰져서 하나, 둘씩 베어 넘어지는 언데드들의 모습이 자신의 눈 동자에 각인되는것만 같았다.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사람들에게 달려들고, 맨손이 나 손에 든 무기를 휘두르면서 달려드는 모습들이 웬지 점점 다가오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안스란의 동공은 점점 커지고 있었고, 그와는 반대로 그녀는 자신이 숲에 서 쫓길때, 그들이 휘두른 무기에 상처를 입었을 떄, 그리고 바위산의 꼭대기에서 자신의 가슴에 창이 박힐 때를 보고 있었다. 횃불들 사이로 번쩍 치켜드는 창대와 그 끝에서 예리한 빛을 뿜던 창날. 창대가 내려오면서 가슴에 느껴지던 차가운 감 각과 점점 사라져가는 의식. 그리고 그 중에서도 뚜렷하게 느껴지던 상처들에서의 고통이 다시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 아아…" 안스란은 머리를 부여잡았다. 지금까지 일부러 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데드 들에게 죽을 뻔 했으면서도 왜 그들을 옹호하는 소릴 했을까? 그들의 흉폭성에서 는 기절이라는 행위로 도피함으로써, 무슨 기억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왜 자신 이 지금까지 멀쩡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또다시 기절해버리 면 그만인가. 헌데 왜? 그런데 그것 왜 왜라고 부르는거지? "으… 으으으… 아이으…" 점점더 혼란이 가중되어서 머리를 짓누르고 있었고, 안스란은 머리를 감싸쥐면서 엎드렸고, 온몸을 엄습하는 차가운 고통만이 느껴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인 츠를 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가깝게 느껴지는 언데드 들과의 전투장면들과는 달리, 하인츠와의 거리감은 몇십 마일을 떨어져 있는 듯했 다. 공간감각의 혼랑이 오는 걸까? 가까이 있는 하인츠는 저 난전의 사이에서 빠 져나오는 언데드들이 없나 감시중이었다. 안스란은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누 군가 자신의 곁에서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 만, 안스란은 부를 수 없었다. "아… 어… 어…" '살… 려… 줘…' 안스란은 강하게 바라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고자 하는 가장 본질적인 말 마저 하지 못하는 자신을 누군가가 살려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녀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은 가장 멀리 있었다. 하인츠는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고, 경청하고 있었다. 언데드들의 움직이는 일반적으로 들어오던 좀비의 그것과는 달랐다.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힘 차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고, 그것 때문에 라스킨을 제외한 다른 인원들은 모 두 고전하고 있었다. 올라오는 길은 하나 뿐이었지만, 그들이 점점 언데드들을 죽 이면 죽일 수록 길은 더욱 더 완성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길을 만든 재료들이 하 나하나 더해지면서 더 많은 언데드들이 그 길을 타고 올 수 있었고, 킬과 라스킨 과 네명의 경비대원들은 끊임없이 몰려오는 언데드들의 침공에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적들은 일반 사람이 신체에 무리가 오기 때 문에 무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힘을 제 멋재도 발휘하는 존재들이었다. 그것으 로 인해 육체가 망가지든 어떻든 전혀 상관 없이 움직이면서도 어지간한 상처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괴물'들이었다. "흐야압! 하압!" 라스킨은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라이니시스가 절대 본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 었던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고, 그 명령을 철저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 금의 상황에서는 변신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불사자(不死者)를 해치우는 고전적이고 확실한 방법인 '목을 벤다'를 자신의 검이 한번 휘두러 질 때 한번씩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검을 한번 휘두르면 세넷 의 언데드들이 올라오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언데드들에게 검을 박 거나 검으로 베어제끼고는 있었지만, 워낙에 다대일의 상황이고 한명의 언데드에 게만 쓸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들은 고전면서도 치명타 를 주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선두에서 라스킨이 분투하 고 있었지만 물량공세에는 그들의 방어선도 점점 밀리고 있었다. 그들은 언데드들 이 침입했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 내려간 다른 한명이 데리고올 지원군을 믿으 면서 방어선의 유지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던 도중, 라스킨은 뒤쪽에서 느껴지는 묘한 느낌에 검의 옆면으로 언데드들을 막으면서 뒤를 돌아보았고, 눈을 크게 치 켜뜨면서 소리쳤다. "하인츠! 안스란!" "예? 아, 안스란!" 하인츠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라스킨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미약 한 소리만을 내면서 언데드들에게 끌려가는 안스란이 보였다. 그리고 언드들의 뒤 로는 저 앞쪽에 만들어긴 길과 같은 똑같은 길이 나있는것을 보고는 경악했다. 설 마하니 두개를 만들줄은 미처 몰랐고, 안스란이 계속 자신을 부르려 하고 있던 것 도 모르고 있었다. "아… 아아…" 안스란은 처음 검은 그림자들이 다가왔을 때도, 그들의 손이 다가와서 자신을 잡 아도 온몸이 굳은듯이 움직이지 못했고, 끌려가면서 하인츠를 부르려고 했지만 목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안스란은 간신히 팔만을 들어서 하인츠를 잡으려 했지만, 점점 그와는 멀어지고 있었다. 하인츠가 뒤를 돌아봤을 때에는 자신을 잡으려고 하는 듯이 뻗어진 손과 절망적인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입만을 벙긋 거리는 안 스란이 보였다. "그 손 놓지 못해에!" 하인츠는 크게 분노하며 달려나갔고, 안스란을 끌고가는 언데드들을 호위하려는 듯이 여럿의 언데드들이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갤러 리의 폭은 좁았고 그것 때문에 단지 다섯의 인원으로도 안스란의 모습은 하인츠에 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 "비켜! 이 죽지도 못하는 시체들아!" 하인츠는 검을 휘둘러서 언데드들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언데드들은 그런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그에게 공격을 해왔고, 아직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지 도 못한 하인츠에게 보통 인간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공격해오는 언데드 들은 벅찬 상대였다. 하인츠가 다섯명이 펼치는 맹령한 공격에 당황해하면서 두어 발자국 물러났을때, 봇물이 터지듯 안스란의 목소리가 터녀자왔다. "안돼! 살려줘! 살려줘어! 아아아악!" 하인츠는 안스란의 비명에 머리속이 하얗게 탈색되는듯 했다.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알 수 없었지만, 안스란의 비명이 들려오는 방향은 자신이 서있 는 갤러리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언데드들은 안스란을 끌고서 성벽의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인츠는 검을 거세게 휘둘러서 언데드들을 물러나 게 하고는 황급히 앞쪽의 성벽 바깥을 바라보았고, 안스란의 하얀옷이 흔들리는것 을 볼 수 었었다. 언데드들 중에서 저렇게 깨끗한 옷은 입은 언데드는 없기 때문 에 하인츠는 지금은 미동도 하지 않는 저것이 안스란일 것이라 확신했다. "이자식들아아악!" 하인츠는 괴성을 지르면서 바로 자기 앞쪽에 있는 언데드를 찌르고 돌진했고, 그 전에 있었던 하인츠의 횡베기 때문에 포위망의 두께가 얇아졌었다. 그래서 하인츠 가 찌르기를 하면서 돌진을 하자, 칼에 찔린 언데드는 다른 언데드들의 뒷받침을 받지 못한채로 몇걸음 물러나게 되었고, 하인츠는 손목에 가중되는 부담을 느끼면 서도 찌르기의 방향을 옆으로 바꾸었다. "으아아아아!"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면서 하인츠는 그대로 자신의 칼에 꿰인 언데드와같이 성벽 아래로 추락했다. 대략 사오십 야드의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죽을 것이 확실 하지 만, 하인츠는 죽을 생각따위는 없었다. 밑에는 언데드들이 가득했고, 자신의 칼에 꿰인채 낙하하고 있는 언데드는 자신의 바로 앞-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언데드는 하인츠의 밑에 있었다-에 있었기 때문에 충격의 완화가 될 것이다. 하인츠는 이를 악물고 충격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칼에 찔린채 추락하고 있 언데드 가 살아있다는 사실과 그것의 손에 작은 나이프가 들려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리고 또한 언데드가 뒤로 밀려날 정도의 강렬한 찌르기 때문에 언데드와의 거리 가 팔뻗으면 닿을 거리라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인츠는 자신의 왼쪽 눈의 시야가 갑자기 까맣게 변하면서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엄습한것을 느꼈을때, 자신의 앞-밑-에 있는 언데드가 발악적으로 휘두른 나이프에 왼쪽 눈이 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인츠는 오른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고, 대비하지 못했던 충격이 손을 타고 전해져 왔 다. "흐크아악!" 콰다당! 하인츠의 검은 이미 한명의 언데드의 육체를 꿰뚫고 있었고, 밑에는 언데드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랬기에 하인츠의 손목에는 엄청난 힘이 가중되면서 추 락지점에 있던 언데드의 정수리로 그의 검이 파고 들었고, 사오십 야드의 높이에 서 떨어지며 생긴 추락 에너지는 검을 통해 고스란히 제일 밑에 깔리게 된 언데드 와 그 위에 검에 꿰인 언데드에게 전달되었고, 하인츠의 몸에는 그리 큰 충격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손으로 잡고 버텨도 모자를 충격이 왼쪽눈을 감싸느 라 반사적으로 올라가 버린 오른손 때문에 그의 왼손에 전부 전해졌고, 그 충격은 그의 왼손이 가진 내구력을 훨씬 뛰어넘었다. 최초의 충격이 미처 가시기 전에 전 해져온 두번째의 충격으로 하인츠의 왼쪽 팔은 우드득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아아아!" 온몸에서 느껴지는 충격감과 왼쪽 눈, 그리고 왼손을 타고 느껴지는 참을 수 없 는 고통에 소리지르면서도 하인츠는 오른손에 온 힘을 쏟아 부어서 두마리의 언데 드를 꿰뚫은 검을 뽑아내었고, 그리고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언데드들의 머리 위 를 한쪽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횃불도 제대로 없고 미약한 달빛 외엔 기대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하인츠의 눈에는 언데드들이 머리위에 받쳐들고 가는 안스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하인츠는 달렸다. "비켜! 비켜! 비키란 말이야아!" 검도 휘두를 시간이 없었다. 하인츠는 어깨로 언데드들을 밀쳐대면서 안스란과의 거리를 좁혀나갔고, 그럴때마다 부러진 왼손에서는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 이 느껴졌다. 하지만 하인츠는 기절하지 않았다. 기절 할 수가 없었다. 안스란이 당장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라는 생각이 자신의 의식을 놓아주지 않았다. '살려야해! 살려야해!' 하인츠의 머리속에는 계속 이 말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하이텔은 각성하라! 게시판에 인수 제한제가 무엇이냐! 하다못해 들어가잇는 사람은 존중해줘라! 글올리다가 튕기면 얼마나 뼈아픈지 아는가! ..라는 것입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32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배척받던 안스란은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외엔 마을 사람 과의 교류가 거의 되지 않았다. 아마 아버지와 자신이 없엇다면, 안스란은 오래전 에 마을사람들에게 살해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스란은 밝은 성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고, 항상 그의 앞에서는 밝은 모습이었다. 비록 어느 늦은 밤에, 그날이 유 난히 괴롭힘을 당한 날이라서 걱정된 그가 몰래 찾아갔을때, 침대에 쭈그려 앉아 서 눈물짖던 그녀의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각인되어서 그녀가 밝은 모습을 보여줄 때 가슴이 아팠지만 그래도 웃음으로써 그녀를 대했다. 처음에는 자신도 안스란을 멀리했고 그것 때문에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가치관 을 가진 아버지에게 늘상 혼났었지만, 그도 안스란을 괴롭혔던 마을 아이들의 일 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혼자 산에서 가지를 주으러 갔을때 그날 되기 얼마전에 내렸던 비로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면서 그가 있던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졌던 적 이 있었다. 구르는 동안 다리는 접질렀는지 얼얼해서 걸을 수도 없었고, 젖은 낙 엽으로 인해서 몸을 떨려가고 있을때, 그와 같은 사정으로 가지를 주으러 온 안스 란을 마주치게 되었다. 안스란은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중에 하인츠가 있음을 기억 해냈지만, 성심껏 하인츠를 도와주었다. 나뭇꾼의 집은 마을에서 떨어져서 숲에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이들의 눈에 띄지 않으며 그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다 시 말해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채로 하인츠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전에 내 린 폭우의 여파로 갑작스럽게 내린 소나기에 안스란과 하인츠는 흠뻑 젖었고, 안 스란은 자신이 줏으러 다닌 나뭇가지들도 포기하고 하인츠를 그의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이후, 안스란은 지독한 감기에 걸렸고, 하인츠는 자신 때문에 땔감도 얻지 못 해 불도 때우지 못한 집안에서 앓아누워있는 안스란을 보고는 자신의 행동을 스스 로 질책하고 바꿨다. 대체 이런 선량한 아이를 왜 마을에서 배척하는지, 여태까지 자신이 했던 모든 행동들에 대해서 크게 뉘우치고는 안스란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아마 그대로 두고 갔다면 자신은 그때 그곳에서 죽었을지 모른다. 자신의 생명을 깎아가면서 자신을 구해준 안스란에 대한 고마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었고, 이후에 마을사람들이 전부 안스란을 뭐라 해도, 그와 그의 아버지만은 그녀의 방패가 되 어주었다. 그는 절대로 안스란을 지킬것이라고 그때부터 생각해 왔고, 자신의 아 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그런 생각이 더더욱 강해졌다. 일부러 밝은체를 하면서 라이니시스와 그의 일행을 대한 안스란의 모습에서는 안 타깝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그 가짜의 모습이 진짜가 될 것이라고 그는 믿 었다. 안스란은 여태까지 행복을 모르고 살아왔고,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 니었기 때문에 하인츠는 정말로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했다. 잠깐동안의 시간이었 지만, 라이니시스는 그녀에게 행복을 줄 것 같았다. 그의 일행도 안스란의 과거따 위는 상관치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었다. 그런 사람들과 안스란이 멀어지게 되 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안스란은 살아야 한다. 살아 있어야 한다. 자신이 죽어 없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안스란은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 "안스란! 안스라안!" 하인츠는 앞을 가로 막는 모든것을 거부했다. 안스란과 자신의 사이에 있는 모든 것을부정했다. 그 증거로써 그의 오른팔에 들려진 검은 두자리 수의 목을 베었고, 자신의 발은 벌써 수십명째를 걷어 차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팔에서 느껴지는 자지러질듯한 고통은 오히려 자신의 정신을 말짱하게 유지시켜 주었다. 기절할것 만 같았지만 오히려 그 고통이 자신의 정신을 유지시켜 주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자신의 거리감각이 엉망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곧 손만 뻗으면 안스란 이 잡힐것 같았다. 몇걸음 안되는 거리에 안스란이 있었기에 그는 열심히 다가갔 다. 하지만 그 거리는 거의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하인츠는 더더욱 이를 악물 고서 다리를 움직였다. 그의 입에서는 오로지 그가 닿고자 하는 한 사람의 이름만 이 나오고 있었다. "안스라안!" 안스란은 자신이 끌려가다가 언데드들로 이루어진 땅 위를 지나고 있는것을 깨닫 고는 갑자기 목청이 트여 비명을 지르다가 기절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의 의식을 두드려 깨우는것 같았다. 자신을 향해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서 자 신을 깨어나고자 하는 목소리. 웅웅거리는 청각의 늪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이름 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것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모든 감각이 화악 깨어나면서 하인츠의 처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스라안!" 안스란은 이것이 하인츠의 목소리이며, 평소 자신을 소리쳐 부르던 것과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언데드들에 의해 받들어져 운반되던 그녀는 자신의 뒤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손을 느꼈고, 덜 깨어난 막연한 정신 속에 자신이 운반되어지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똑똑하게 들려오는 하인츠의 목소리가 있 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녀의 정신이 화악 깨어나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 다. 얼굴의 왼쪽면은 눈에서 흘러나오는 피 때문에 온통 검붉었다. 그리고 휘둘러지 는 오른손의 반대쪽에서 부러져 덜렁거리는 왼팔이 보였고, 팔과 다리에 수십개의 생채기가 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뒤로는 꽤 멀어졌음직한 성벽이 보였고, 하 인츠의 주위에는 오로지 그를 적대시하는 언데드들만이 있었다. 하인츠는 온몸에 서 피를 흘리면서 피를 토하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고 있었으며, 그의 눈은 자신 에게로 향해있었다. "하, 하인츠!" "안스란!" 하인츠는 안스란이 깨어났다는 것에 기뻐하면서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 썼다. 안스란은 그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언데드들은 그녀가 일어났을때 그녀를 잡 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은 언데드들이 해치지 않 고 있으며, 하인츠에게는 맹렬한 적대감은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언데드들은 안스란을 향해 모여있었고, 하인츠가 안스란에게 다가가는 속도는 점 점 느려졌다. 언데드들의 집중되어있는 숫자가 커지면서 하인츠에게 쏟아지는 공 격은 그 횟수와 강력함이 점점 더해졌다. 하인츠가 입고 있는 갑옷이 아무리 라이 시스가 만들어서 탁월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가 들고 있는 검이 아무 리 잘 든다고 해도 하인츠는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스란을… 안스란을 구해야해!' 하인츠는 오로지 이 일념으로 안스란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꾸 점점 자신의 육체는 정신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어찌되던지 좋아! 안스란을! 제발 안스란을 살려줘!' 하인츠는 순간 다리가 풀리고, 자신의 뒤통수를 가격하는 몽둥이에 의해 넘어지 면서도 절실하게 바랬다. '안스란을!' "하인츠!" 안스란은 점점 동작이 느려지다가 다리가 풀리고, 그리고 휘둘러진 몽둥이에 맞 아서 넘어지는 하인츠를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저주했다. 자신 때문 에 하인츠가 죽게 될 위기에 놓여졌다. 아니, 이미 이 언데드들의 한 가운데로 들 어오면서 하인츠는 죽을 운명에 서있는지도 몰랐다. 그런것은 아무래도 좋다. 하 인츠가 죽는 것은 보고싶지 않았다. 죄 많고 한 많은 자신 때문에 항상 노력해왔 고, 밝게 살아오려 노력한 하인츠가, 항상 위험에서 자신을 지켜주었던 하인츠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하인츠가 죽는것은 싫었다. 하지만 하인츠는 허공으로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안돼에에!" 안스란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외쳤다. 하인츠가 쓰러지는 모습이 천천히 자 신의 눈에 각인 되었다. 힘차게 휘둘러지던 팔은 추욱 쳐졌고, 그는 이미 자신의 손에서 검을 놓고 있었다. 무릎을 털썩 꿇은 하인츠는 안스란을 보면서 입끝을 들 어올려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땅을 느꼈다. '안스란… 미안해…. 구하고 싶었는데…' -정말 그렇게 원하는가? 웅웅 거리는 정신 속에서 하인츠는 자신에게 들려오는 환청을 들었다. 정말로 죽 을 때가 되었다 보다 하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 상태에서는 죽는것 외엔 다른 방 법이 없을 것이다. 안스란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정말 그렇게 원하는가? '이젠 틀렸어…. 구하질 못해' 하인츠는 환청을 환청으로 받아들일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마치 대 화를 하듯이 환청과 대화했다. 분명, 제정신이라면 환청을 거부할 그였지만 육체 적인, 심적인 고통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럴 정신은 없었다. '환청이… 내가 하는 마지막 대화인가' -소년아. 난 환청이 아니다. 네가 듣는 나는 실존한다. '그러면, 넌… 누구지?' -나는 헤르디스 베올듼. 성족의 134번째 영속자이며, 67번째 성지의 관리자이다. '성…족? 그게 뭐야…? 넌 누구야…?' -내가 말한 그대로의 나다. 큰 비극을 줄이기 위해 도래시킨 비극의 정도는 예견 된 비극을 넘어섰고, 비극은 커져 세상을 잠식할 것이다.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모를 말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하인츠를 혼란에 빠뜨리기에는 충분했 다. 하지만 목소리는 하인츠의 이해정도와는 관계 없이 담담하게 머릿속에서 울려 대었다. -열쇠는 하나고, 그 열쇠가 맞는 자물쇠도 하나다. 열쇠에 맞지가 않는 자물쇠는 도태되고, 최후의 자물쇠가 열쇠과 맞게 된다. 즉, 열쇠는 처음부터 아무런 상 관이 없었다. 열쇠는 자물쇠에 맞게 변화된다. '알아듣게 말해…! 무슨… 말이야?' -우리가 선택한 열쇠는 내정된 자물쇠에 이끌렸다. 내정되지 않은 자물쇠는 열쇠 에게 자신과 맞춰지기를 열쇠에 강요했다. 그로인해 내정된 자물쇠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자물쇠가 붕괴했다. '붕괴? 자물쇠가 뭔데…?' -보라, 소년아. 죽은 자의 위에 서는 것은 죽은 자이고, 죽은 자는 위에 서는 죽 은자를 칭송한다. 산자와 함께 되길 원한 오롯한 죽은 자는 내정된 자물쇠와 멀 어지게 되었고, 내정된 자물쇠는 죽은 자의 자물쇠와 부딪혀서 깨지고, 붕괴되 었다. 열쇠의 지킴이는 열쇠를 지키지 못하였고, 자물쇠의 지킴이는 스스로의 피로 자물쇠를 지켰다. '지킴이? 뭔데? 그것은?' -소년아. 자물쇠는 문고리를 선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걸어잠근 문고리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자물쇠는 그러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열 쇠와 지킴이를 모두 잃었다. 잃게 되었다. 잃을 것이다. 잃을 것인가? 하인츠는 이제는 익숙해진, 스스로를 헤르디스 베올듼이라 밝힌 목소리의 화법- 자신을 완벽하게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하는-을 들으면서 맨 끝의 말이 점점 퇴 행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대답을 내려주는 말이 뒤에 나와야 하지만, 갑 자기 그것이 선행했고, 선행되어야할 말은 뒤에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성족이 항상 옳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를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소의 확 장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 실수다. 이번일은 옳지 못했다. 시행되지 말았어야 한다. 보라. 소년아. 비극이 낳은 비극을. 하인츠는 갑자기 자신의 시야-라고 생각되었지만,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영상 이었다-가 점령당항 듯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눈-정신-에 보이는 영상에 기겁 하고 있었다. 라이니시스의 검이 미리안의 몸을 관통하고 있었다. ---------------------------------------------------------------------- 일단, 전개속도를 조금 빠르게 했습니다. 글 전체의 중반부이니, 이야기를 펴나가야겠군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33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미리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는 검을 타고 주르륵 흘러 내려서 땅바닥에 떨어 지고 있었고, 미리안은 잠시 움직임이 멈춘듯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라이니시 스가 팔을 뒤로 빼면서 칼을 잡아당겨 뽑아내자 미리안은 앞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피를 토해내었고, 거기서 하인츠가 보는 영상은 끝났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저, 저게 진짜야? 그럴리가!' -보여지는 진실에 눈을 돌리려 하지 말고 직시해라. 환상속에서 사는 사람들중에 너의 존재도 포함되어 있지만, 지금은 네가 '본' 것을 믿어라. '저런 것을 보여주면서 믿으라고 해?!' 하인츠의 정신이 거세게 요동쳤고, 베올듼은 잠시 동안 기다렸다. 하인츠의 정신 이 잠시 가라앉고 나서, 그는 다시 말했다. -안다. 알고 있다. 이해한다. '혼란스러워! 제기랄! 설명을 해줘!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거야!'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은 시간이라 한다. 소년아, 시간을 기다려라. 그리하 면 시간은 너에게 설명해줄 설자(說者)를 보내줄 것이다. 너에게 시간이 주어진 다면, 설자는 설명을 해 줄것이다. '설자인지 앉을자인지 알게 뭐야! 안스란! 안스란을 구해야 한다고!' 하인츠는 자신의 눈-정신-앞에 떠오른 충격적인 장면들 보다도 안스란의 여부가 더욱 걱정되었다. 현실일 것이라 믿기 어려운 일들 보다는 차리리 안스란을 구하 는 편이 더욱 급했다. 분명, 라이니시스의 일도 엄청난 일 같았지만, 지금은 안스 란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 자신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몸을 버려가면서 분투 했고, 쓰러져 넘어지면서도 바랬다. 이젠 몸의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죽을때 는 죽더라도, 안스란은 구하고 죽고 싶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하다못해 안스란을 구하고! 구하고 죽고 싶단 말이야!'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소년이여. 정말로 죽음을 바라는가? 죽기를 바라는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 -자물쇠의 지킴이의 희생이 따랐듯이 열쇠의 지킴이도 희생을 하여야 하는 것은 동질성이 부여한 바람인가. 살려는가 죽을 것인가는 무엇이 결정 하는가. '젠장! 이상한 말을 집어 치워! 그렇게 말 해봤자 난 모른다고! 열쇠가 뭔지, 자 물쇠가 뭔지 모르지만 입 닫고 들어! 안스란을 구하고 죽는다면 여한이 없어! 같 이 살아가고픈 마음도 있지만, 지금 내 몸의 상태를 내가 모르는것도 아니야! 나 는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 내 목숨을 걸겠다고 말하는거야! 웬만한 상황에서라 면 같이 살아남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항상 아버지가 말씀하셨지만, 지금은 그것 조차 틀린것 같아서 나는 목숨을 버려서도 안스란을 구하고 싶다고 말하는거야!' -그것이 의지인가. 네가 세우고자 하는? '의지이자 염원이고, 지금 내가 목숨을 걸고자 하는 증거다!' 베오듼은 잠시 조용히 있었다. 하인츠는 몸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정신의 가운 데에서 지루하게 베오듼의 말을 기다렸다.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단지 1분이 지난 다고 하여도 몇시간으로 받아들일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의 이름은 헤르디스 베올듼. 소년이여, 비극을 더이상 확산시키지 말아다오. 그것을 막아다오. '뭘 어떻게 하라는거야? 그리고 비극따위 난 몰라! 안스란을 구해야 한다고!' -욱직여라. 성취해라. 그리고 받아라. 행운이라는 동전의 뒷면에는 불운이 각인 되어있음을 기억하라. 비극을 희극으로 되돌리려면 비극을 감내해야 한다. 희극 과 비극의 정답은 없다. 너를 세워라. 그것이 네가 지닌 죄의 대가이다. 그리고 그것이 네가 받을 생의 선물이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인츠는 정신적인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의 정신은 어느새 그 자리에서 빙빙 돌며 가만히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지만 허 나 주시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같은 어려움이 닥쳐오는 어둠과 빛과 괴로움과 슬픔이 한데 모이고 없어지는 것 때문에 괴로움이 느껴지는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감각의 어지러움은 환상이며 사라지고 나타나는 괴로움의 사랑하는 바보들과 같은 무지함과 진실됨이 강요되며 혼잡스런 평온함의 모순되는 진리과 인격의 황폐화를 이루던지 달성하든 커다란 하늘 아래 모두 퍼져 나가는 빛이 자리 잡은 뒤엔 어둠 이 밝아지고 춤이 불러지고 노래가 춰지는 기이함 같지 않은 평범한 다른이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힘과 방패가 자신의 손데 달려 조롱하고 비웃고 광대가 날아다 니는 풍경을 냄새맡았다. "으아아아아아!" 하인츠는 거세게 포효하면서 일어섰고, 조금 전까지의 대화와 어지러운 감각들이 한데 모여들었다. 복잡한 사고와 힘든 정리를 거쳐 그의 몸에는 감각이 되돌아오 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육체에 대한 통제권과 수많은 통증이 닥쳐왔다. 도저히 짧았다고 볼 수 없는 시간에 이루어진 이상한 사건은 자신이 쓰러지고 나서 단 1 초 동안 이루어 졌다는 사실을 순간 깨달은 하인츠는 언제 자신의 시간감각이 이 리도 뛰어났는가 하는 의심을 가졌다. "하, 하인츠!" 안스란은 쓰러지자마자 갑자기 고함을 지르며 일어서는 하인츠를 보고는 약간 안 도하면서도 걱정이 앞섰다. 단지 쓰러졌다가 일어났을 뿐, 하인츠는 여전히 한쪽 눈에서는 피를, 한쪽 팔을 쓰지 못한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하인츠가 검을 떨구어버려서 빈손이 된 오른손으로 자신의 앞에 있던 한명의 언데드를 잡고 내던졌을때 경악했다. "비켜어엇!" 하인츠는 강하게 외치면서 오른손으로 언데드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것은 마 치 강에서 물을 헤치고 강바닥을 딛으며 걸어가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 고 있었다. 언데드들은 하인츠를 막고자 했지만, 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하인츠를 그들은 막을 수 없었다. 하인츠가 손을 뻗어서 오른쪽으로 밀치면 그의 손에 걸리 는 언데드들은 모두 괴성을 지르며 오른쪽으로 밀려갔다. 그 사이에 하인츠가 비 집고 들어가서 왼쪽으로 오른손을 밀치면, 또 다시 언데드들은 밀려나갔다. 그에 게 밀려나가는 언데드들을 보면서 다른 언데드들은 그를 잡고, 그에게 공격을 시 도하고 있었지만, 그를 잡은 언데드들은 그에게 끌려가고 있었고, 공격을 시도한 언데드는 그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받아내는 하인츠를 보면서 괴성을 질 렀다. "하인츠!" 안스란은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하인츠를 보면서 손을 뻗었다. 그는 점점 상처 입으면서도 확고하게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고, 안스란은 그의 부상당한 모습을 보면서 눈물 흘렸다. 멍청한 자신으로 인해 그가 상처입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록 자신을 구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 면서도, 언데드들에게 잡혀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미소지었다. "안스란!" 하인츠는 손을 뻗었다. 피가 묻은 손이어서 안스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 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다. 하인츠는 이제 몸으로 언데드들을 밀쳐가면서 안스란 에게 다가갔고, 하인츠의 피묻은 손과 안스란의 하얀 손 끝이 살짝 닿았다고 생각 했을 때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하인츠는 안스란의 손을 꽈악 잡고는 그녀를 잡고있는 언데드들을 발로 걷어 찼다. "저리 비켜어엇!" 파악! 안스란을 잡고 있던 언데드들은 엄청난 힘이 담긴 하인츠의 발길질에 의해 밀려 났고, 하인츠의 손을 잡고 있던 안스란은 그의 품으로 떨어져서 안착하게 되었다. 하인츠는 오른손으로 안스란을 거세게 끌어안았고, 안스란은 양 손으로 그를 끌어 안았다. "미안해…! 미안해 하인츠!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일찍 오지 못했어… 미안" 하인츠는 불타는것 같은 통증 속에서도 미소지었다. 비록 안스란이 볼 수 없었지 만 그래도 그는 지금 성취감으로 가득했다. 그녀를 구해냈다는 성취감으로. 그리 고 그는 동시에 걱정했다. 언데드들이 덤비지는 않지만, 이제 다시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야 하는 일이 남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돌아가지 못할것 은 또 뭔가? 그는 긴장이 풀릴려고 하는 몸을 다시금 긴장시켰다. 아직 긴장이 풀 려선 안된다. 이제 안스란을 안전하게 도시 안으로 피신시켜야 한다. 쓰러져 죽는 것은 그때 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하인츠의 몸이 갑자기 공중 으로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하인츠에게 안겨 있는-하인츠를 안고 있는- 안스란도 같이 떠오르게 되었고, 둘은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당황해야했지만, 이내 들려온 목소리는 그들이 아는 목소리였다. "가만히 있어! 라니안느가 마법을 걸어준거니까!" 킬은 그들이 움직이면 라니안느의 마법이 깨질 수 있다는것을 생각해 움직이려는 그들에게 소리를 쳐서 주의를 주었다. 성벽위에서 하인츠가 언데드와 같이 낙하하고, 안스란을 구해내는데 걸리는 시간 은 3분이었다. 그 시간 사이에 지원군이 오게 되었고, 거기에는 라니안느도 같이 있었다. 일단 라니안느는 도착하자마자 하인츠가 떨어졌다는 라스킨의 말을 듣고 는 언데드들 사이에서 안스란과 하인츠를 마법으로 끌어 올렸고, 다른이들은 올라 오는 언데드들을 물리치느라 바뻤다. 언데드들의 목적은 안스란이었는지 안스란이 잡혀가자 성벽위로 올라오는 언데드 들의 숫자는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마을까지 내려간 언데드는 없었다. 성벽위에서 분투하던 경비대에서 여럿의 부상자가 나왔다는 것 외엔 수비수준은 양호했다. 라 스킨이 분투하기는 했지만, 킬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 었다. 그대로 사망자가 없었던 것이 불행중 다행이었다. 맨 앞에서 킬과 라스킨이 잘 싸워주었지만, 하인츠가 떨어지면서 알게 된 뒷면의 공백을 라스킨이 막느라고 키과 다른 경비원들이 많이 노력했다. 그러는 동안, 경비병들 중 셋이 언데드들이 들고있던 대거와 나이프에 상처를 입었고, 킬은 허벅지에 부러진 창을, 갑옷이 입 혀지지 않은 팔에 날카롭게 할퀸 상처와 종아리가 물어 뜯겨져 나가는 부상을 입 었다. 쓰러뜨렸다고 생각한 언데드가 갑자기 종아리를 물어서 생긴 이 상처가 가 장 치명적인 상처였다. 하지만 지원군이 오고 나서는 언데드들을 밀어 붙이기 시 작했고, 지금은 언데드들이 완전히 후퇴해서 성벽위에는 무수한 언데드들의 시체 만이 남게 되었다. 지금의 수비형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안스란과 하인츠를 끌어올 린 후에는 언데드들의 육체로 만들어진 계단을 무너뜨리면 되는 것이다. "구급약! 하인츠가 많이 다쳤어! 부목하고 붕대! 아니, 위생병이나 군의관 같은 사람은 없어?!" 킬은 하인츠의 모습을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부러진 팔은 부목으로 대서 잘 맞 추면 낫겠지만, 눈의 경우는 심각하다. 만약 홍채가 찢어졌거나 한다면 왼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안구를 도려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시력만 사라진 경우엔 그냥 둬도 상관이 없지만, 상처가 너무 커 서 어떻게 처리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안구를 도려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 다. 어쨌든 킬은 지금의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성벽위로 까지 다가온 하인츠와 안스란을 받았다. "라니안느! 계속 수고해줘!" "알았…어요" 라니안느는 다시 언데드들이 기어오르기 시작하는 언데드들의 언덕을 보면서 스 펠을 캐스팅하기 시작했고, 성벽위로 올라온 하인츠는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일 순간에 가중된 피로로 인해 그대로 힘없이 쓰러져 버렸다. "하인츠으!" 안스란이 황급하게 하인츠를 부축하려했지만, 하인츠는 완전히 추욱 쳐진 상태였 다. 하지만 숨은 쉬고 있었기에 안스란은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가 있었다. 잠깐을 기다리자 아래에서 들것이 올라와서 하인츠를 싣고 내려갔다. 그 직후, 라니안느 의 마법으로 두개의 언덕이 무너지고, 킬은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하마터면… 큰 비극이 닥칠뻔 했군" 하지만 킬을 비롯해 성벽위의 사람들은 조금 더 큰 비극이 아직 종결되지 않았음 을 이때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더 슬프고, 더욱 처절한… ---------------------------------------------------------------------- 음, 일찍 연재해서 어떻게든 해냈습니다. 3인칭 전개는 여기까지고, 다음 연재본 부터는 다시 1인칭의 시점입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진, 직접 보면 알겠지요.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세편 들고서 돌아오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34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는 일단 다녀와서 설명을 할 요량으로 사람들 사이를 뛰쳐나왔다. 이야기를 하 고서 나오게 되면, 아무래도 불침번 시간에 걸릴 것 같아서 사정청취는 나중에 하 게 할 생각이다. 그때 가서 날 쪼던지 쏘던지 맘대로 하라그래. 지금은 그게 급한 게 아냐. 「구분을 잘하는 주인을 만나서 다행이군」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늦게 생각을 떠올린 주인에게 실망하고 있다는 소리 할거 라는거 아니까 그냥 조용히 해줘. 나도 미칠 것 같으니까. 정말로 최악의 경우는 이 도시에 들어오면서 부터 알게 모르게 우리가 정신조작을 당했다는 가능성이야. 하인츠의 의지가 강하긴 해도, 일단 저렇게 일어 섰으면, 다른 이들도 그래야 하 지. 그리고 사람의 정신이란것이 그렇게 약하지 않잖아? 유약한 정신을 가지고 있 었더라면, 인간이 대륙의 패권을 쥘 수 있을리가 없어. 거기에 극지방에서도 살아 갈 수가 없지. 거기에 추가로, 정신의 정령도 나타나지 않았을거야. 안그래? 「그렇다. 나와 같은 정신의 정령들이 존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인간들 의 정신력이다. 자연계에 막강한 영향을 끼치게 되면 그것이 정령화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수만년에 걸쳐 쌓아온 인간의 정신력이 있다고 해도, 그때 그때 매 시간마다 강하지 않으면 우리간은 존재를 버티지 못한다」 좋아. 그러면 우리가 들어오면서 정신조작을 당했을까? 나조차 그렇게 생각했다 면 그럴 가능성이 조금 있는데 말이야? 「아니. 단지 주인의 감응력이 뛰어나다보니 역효과가 일어나서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강제적 적응을 해버렸다. 물론, 지금은 정효과로 제정신을 찾아서 다행이지. 정신력이 강한 사람들은 괜찮지만 일반 사람들의 정신력으로 는 이런 곳에선 의욕이 없어져 버리지」 그래? 흠… 그렇긴 하군. 이곳의 경비대원들은 각자 훈련을 받았을 테니까. 그리 고 하인츠와 안스란의 경우는 이곳에 오기 전에 겪은 일로 정신력이 강해졌을 것 이다. 미리안이나 에실루나는 엘프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정신 방어력이 생기는 것이고, 킬과 츠렌은 모험을 해오면서 단련한 정신력이 있다. 머기와 라니안느는 마법사이다보니 정신단련을 해야겠지. 그렇군. 그래서 이 사람들은 멀쩡했군! 「정신적 충격은 처음 한번이 강하다. 그러고 나면 두번째의 충격을 버틸 수 있 는 내성이 길러지게 된다. 살인자가 나중에 갈 수록 아무렇지 않게 살인하는 것 이랑 같지. 주인의 경우도 그런 편에 속한다」 음… 웬지 그건 좀 피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난데, 어쨌든 여기 사람들의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지. 음…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갑자기 언데드가 되었을 까? 시체가 일어났다면 내가 좀 이해 하겠는데, 갑자기 산 사람이 그렇게 변한다 는건 조금 이해가 안되는걸? 「그것까지는 나도 알지 못한다. 나의 관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하긴, 네가 거기까지 알면 정신의 정령이 아니라 신이겠지. 나는 길을 재촉했다. 날아갈까 생각해봤지만, 한번 조급해지기 시작하면 계속 조 급하게 행동하기 때문에 기존의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고 싸이가 그랬다. 싸이 보고 내 정신을 조절할 수 없느냐고 물어봤지만, 기본적으로 주인의 정신을 조작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나에겐 욕망의 감정도 있고, 드러낼 수도 있다. 만약 주인의 정신을 조작할 수 있게 된다면 난 아마 주인을 조종할 것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영체이기 때문에 육체에 대한 욕망은 항상 있지. 그런 의미에서 오디가 부러워지는군」 하지만 싸이는 내 육체를 점령할 뜻은 없었다. 왜냐면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활 동하기 보다도 이렇게 가끔씩 불러내서 이야기를 하고, 불러내지 않을때는 내가하 는 일들을 보고, 듣고, 같이 경험하는게 더 즐겁다고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하 고 있으면 지겹지가 않는다고 하는데, 어찌 들으면 그거 기분 조금 나쁘군. 그래 도 나쁜뜻이 있어서 한 말은 아닌것 같기에 그냥 넘어갔다. 나는 싸이와 몇마디를 더 주고 받으면서 사람들이 추욱 쳐진채 모여져 있는 장소 에 도달했다. 한명 한면 살펴보느니, 차라리 한꺼번에 살펴보는것이 낫다고 싸이 가 말했으니까 최대한 따라줘야지. 지금은 구호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다. 설령 본다고 해도 별로 상관없겠지만… 싸이! 시작해 볼까?! 「알았다」 싸이가 짧게 대답하고 나서,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정신적 으로 약간의 공허함이 느껴졌다고나할까? 나는 싸이가 잠깐 내 몸을 빠져나갔음을 알 수 있었고, 나는 그렇게 서있는 채로 잠시 기다렸다. 정신을 훑어보는 일은 짧 은 시간안에 할 수 있는 일이고, 대상인원이 여럿이다 보니까 조금 시간이 걸리겠 지? 나는 잠시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대로 언데드들을 바깥에 두기에는 도시의 상 태가 조금 위험하다. 음… 아무래도 그렇게 만든 것이 우리의 책임인듯 싶으니 이 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겠지. 최소한 12월 15일 까지는 어떻게 해결을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일단 내 떨림같은 감각도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보면, 아마도 가까운시일 이내로 발작(?) 없이 피를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말했다시피 별로 하고싶지 않은 일 이지만, 나는 나를 믿기로 했다. 피에 익숙해진다 하더라도, 웬만한 상황이 아니 고서는 살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 자신을 믿기로 했다. 사실, 지금같은 특수 한 상황만 아니라면, 드래곤의 힘을 가지고 사람 죽이고 다닐 일이 뭐가 있겠어? 나에게 적대감을 가지고 있으면, 싸이로 그 적대감을 수정하면 될 것 아닌가? 언 데드들에게는 통하지 않아서 유감이지만 말이야. 그냥 눈 딱 감고, 언데드들을 단 방에 쓸어버려야겠다. 언데드라고 해도, 인간들이 죽어나가는 모습들을 오래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대신에, 이번에는 평범한 검사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버려야겠군. 아니, 어차피 킬이 있으니까 이미 그런 이미지는 없다고 봐야하겠지. 「살펴보고 왔다. 역시나 내 생각대로다」 응? 뭐가? 어떤게? 「살아남은 인간들이 저렇게 퍼진 모습을 보고, 듣고, 느꼈을때 난 주인의 안에 서 가만히 한가지의 가설을 세웠다. 계속 날 부르지 않은 행동으로 인하여 내가 뭐라고 말해줄 수 없었지만 나역시 가설을 입증할 실질적 증거가 없기에 그러기 전까지는 내 가설이 입증될런지를 몰랐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가진 한가지 바 램은 내 가설이 틀렸길 바라는 것이다」 …뭐? 네가 세웠다는 그 가설이 틀렸길 바랬다고? 어째서? 「그것은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태가 호전되지는 않고, 특히나 지금의 주인에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위험? 어이, 가끔은 좀 인정을 해 줘. 난 드래곤이야. 사실, 내가 위험해지는 일 이 어디있냐? 내가 하지 않는것 뿐이지 위험한건 아니야. 「다르다. 전혀 다르다」 다르다고? 어째서? 내가 좀 이해할 수 잇도록 말을 해줘. 아무리 네가 내 정신속 에서 살고 있다 하더라도 난 너의 기억이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단말이야. 헛, 이 거 생각해보면 좀 불공정하잖아? 「각설하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이번 일에는 주인이 생각하고 있는 매쉬암의 개입 같은 것의 차원을 뛰어넘는 일이다. 아마 매쉬암이라는 조 직도 이번에는 큰 피해를 입었을 거라 추측된다」 무, 뭐? 매쉬암도 피해를 입는다고? 그러면 정말로 큰일인데? 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여기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영혼의 일부가 사라졌다. 마치 무언가에 빨려들어간 것처럼 영혼의 일부가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영혼에는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할 의지와 분별력이 있고, 다른이들은 더욱 심각했다」 심각해? 영혼의 일부가 사라진것 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어? 「의지는 남은채 분별력이 대폭 감소한 사람의 경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사 리분별을 못한다. 그런 관계로… 제기랄! 피해!」 어? 어? 왜 그래? 갑자기 피하라니? 「나의 존재 자체가 저들의 부족한 영혼에 채워지려한다. 그것 때문에 난 간신히 도망쳐 나왔지만, 지금 상황이 악화되면 주인이 위험하다. 나는 주인의 정신에 마련해둔 안식처에서 안전하지만, 주인의 정신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 … 빌어먹을. 늦었다!」 나는 갑자기 싸이의 존재감이 사라졌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이봐! 싸이! 갑자기 들어가버리면 어떻게해? 위험하다니! 어이! 무슨소리…! 휘익! 나는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기운을 느끼고는 순간 가속을 사용해 오른쪽으 로 몸을 움직였고, 그러자 내가 있었던 자리로 큼지막한 식칼이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의아해하기 전에 식칼의 모습을 보면서 아연해했다. 그곳에는 피가 묻어있었 던 것이다! "누구냐!"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러자 일련의 사람무리가 나타났다. 눈빛을 형형하게 빛 내면서 등장한 그들은 내가 지금까지 봐오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표정을 가지고 있 다는 것이 틀렸는데, 그 표정이 잔혹함을 띄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었다. "뭐지? 난 언데드가 아닌데?" 나는 그들을 보면서 말햇고, 사람들은 그저 아무말 없이 다가올 뿐이었다. 지금 내가 돌아본 방향 뿐만 아니라 모든 방향에서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고, 나는 당 황해야했다. 뭐, 뭐야? 언데드도 아닌 사람들이?! "여어, 당신도 그 마녀와 한패였지?" 다시 나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어투와 목소리에서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안스란을 매도했던 놈이잖아?! 그놈은 뒷짐을 진 채 조금 앞으로 나왔고, 나는 이를 갈면서 소리쳤다. "안스란을 함부로 마녀라 부르지 마라! 그 아이를 마녀로 만든것은 너희 같은 사 람들이니까!" "아, 그런가? 어쨌든, 그런 것은 상관 없어. 단지 구실일 뿐이니까" "구실?" "후훗, 뭐랄까? 이런거지" 그는 그러면서 뒤로 돌리고 있던 한쪽팔을 앞으로 꺼냈고,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 가 어리저워졌다. 저, 저! 무슨짓을 한거야! "멋지지? 이놈들 죽을때 참 멋진 표정을 짓더라고. 그냥 천천히 칼로 목을 베어 들어갔을 뿐인데 말이야. 아, 참고로 말하자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나와 거의 취 향이 비슷해. 이제 지긋지긋한 구호물자도 짜증났거든. 특히 너희가 내 즐거움을 하나 방해했으니, 나도 상대해 줘야겠지. 후훗"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손에 들려있던 사람의 잘린 머리를 내 앞으로 휙 던 졌고, 나는 그것을 보려하지 않았다. 언데드도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목을 잘랐다 는 거야? 왜? 어째서! 나는 이때야 싸이의 말이 뭔지 알았다. 분별력이 대폭 삭제 당한 저들은 살인에 대한 분별력이 없다! 제다가 영혼의 일부가 사라졌으니 제대 로 된 사고를 할 수 있을리가 없어! "일단 사람들을 끌어 모아서 닥치는 대로 죽이고 다니자고 했지. 사람들 다 죽이 면 우리들끼리도 죽이기로 암묵적인 약속이 되어있거든?"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춤에 꽃혀잇는 숏소드를 꺼내들었다. 벌써 몇명의 피 를 먹었는지 칼에는 검은 핏자국이 보였다. 피는 반쯤 굳어서 흘러내리고 있었으 며, 그녀석의 눈에는 죄책감이나 망설임은 없었다. 그저 날 죽이겠다는 살의와 그 것을 충분히 실행할 수 있는 잔혹성만이 있을 뿐이었고, 그것은 내 주위에 몰려들 은 50여명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한두명 이상씩은 다 죽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선지 옷의 여기저기에는 피가 묻어있었고. 몇몇은 전리품이라는 것 을 자랑하기라도 하려는지 시체의 부위들을 가지고 있는 놈도 있었다.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어떤 미친놈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다들 누군가의 사랑받는 아들이었고, 딸이었고, 부모였으며, 아내, 남편 이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이.. 단 한명에 의해 부정당했습니다. 기관의 허술함에 의해 부정당했습니다. 그들에게 그런 권리가 있었을까요. 그래놓고서, 범인은 뻔뻔스럽게 살아있습니다. 마땅한 심판이 내려지리라 믿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인한 모든 영혼들께 애도를 표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35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들은 나를 그냥 보낼 생각은 없는듯 했고, 나 역시 이들의 주의를 전부 한곳으 로 모아서 다른이들이 더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했다. 즉, 이들이 원하는 대로 내가 이들의 상대가 되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는 점점 가슴이 터딜 것만 같은 압박을 받았다. 저들이 들고 있는 시체의 조각과 몸에 잔뜩 묻히고 있는 붉 은 피만이 나의 시야속으로 들어오고 있엇다. 나는 주위를 아주 다급하게 둘러보 았지만 눈에 들어오는것을 피와, 시체들, 그리고 잔혹한 미소를 짓는 저들의 얼굴 만이 들어오면서 뱅글뱅글 돌 뿐이었다. "다들 준비됐나? 쳐죽여!" 내가 당황해하고 있을 사이에 나를 둘러쌌던 이들이 각자의 다양한 무기들을 꼬 나쥐고 달려들었고, 나는 어찌할 줄을 몰라 당황해하다가 엉겁결에 뒤로 뛰어올랐 다. 순식간에 땅이 멀어지면서 나와 땅 사이에는 30야드의 공백이 생겼고, 그리고 서 들려온 소리에 난 얼굴이 새파래 지는 것을 느꼈다. 퍼버벅! 퍽! 퍼억! 저들은 원래 내가 목적이었겠지만 내가 갑자기 뛰어오르면서 목표를 놓친 그들끼 리 부딪혔고, 그리고는… 서로를 죽여대기 시작했다. "캬악!" "으아악!" "커허억!" "하하하하핫!" "컥!" 각양각색의 살육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미 저들에게 목표는 무조건 죽이고 피를 보는것으로 되어버렸다. 서로가 서로의 피를 묻히면서 즐거워하고, 죽는것을 기뻐 하며 싸우고 있었다. 창으로 배를 찔린 남자는 사납게 소리지르며 나이프로 창대를 잡은 여자의 눈을 후벼팠고, 여자는 비명을 지르면서 창대를 놓았다. 그 순단 여자의 정수리로 도끼 가 찍히면서 그녀는 허연 뇌수를 흘리며 즉사했고, 창대에 꽃혀진 남자는 쓰러졌 다가 같은 도끼에 목리 잘려져 나갔다. 의기양양하게 도끼를 들던 남자는 순식간 에 날아온 몽둥이에 의해 쓰러졌고, 그 위로 여러개의 칼날이 향해 그에게서 피를 뽑아내고, 고기를 떠내었다. 흘러나오는 자신의 내장을 주워넣던 어떤이는 누군가 의 손길이 찾아와 자신의 팔을 자르고 내장을 뽑아내는것을 코통에 찬 비명을 지 르며 보고 있었고, 신나게 내장을 꺼내던 사람은 뒤에서 어떤 여자가 목에 대고서 그어버린 대거 때문에 자신이 내장을 적출하던 사람에게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고, 그 여자는 미친듯이 웃어대다가 목 뒤에서부터 창날이 튀어나와 입을 통해 나오게 되었다. 피는 하늘로 치솟고 죽은이 자리잡고 있었다. 내가 30야드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동안 순식간에 벌어진 살육은 그 근처의 땅을 피로 물들였다. 조명을 위해서 주변 건물들을 켜놨기에 사방엔 빛이 있었으며, 그 빛에 비춰보이는 땅에는 울긋불긋한 살점과 진홍색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잠시 싸움을 멈추고 내가 떨 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는 피가 흥건하게 묻은 손과 무기를 들고는 약속이 라도 한듯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오, 안돼! 오지마!" 첫번째의 창이 빗겨져 나가고, 수직으로 날아오는 칼날을 옆으로 반보 돌아서 피 한다. 그리고는 발 밑에 물컹하고 밟히는 끔찍한 느낌에 놀라서 황급히 다시 반대 편으로 움직였고, 어디선가 부지깽이가 나의 머리를 노리고서 휘두러졌다. 건틀릿 을 낀 오른손으로 막고서 부지깽이를 빼앗아 다른곳으로 집어던졌다. 그리고는 왼 손으로 어떤이의 주먹을 막으며, 오른손으로는 나에게 날아오는 뭔가를 보지도 않 고 부숴버렸고, 순간 나의 주먹엔 이상한 감각이 찾아왔다. 퍼석! 투두둑! 뭔가가 터지는듯한 소리과 함께 나의 뒷머리에는 그 파편들이 부딛혔고, 나의 손 에는 따스하고 끈적거리는 느낌과 코로는 비릿한 냄새가 맡아졌다. 그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나는 고개만 돌려서 나의 오른손을 보았고, 하얗고 빨간 뭔가가 은빛의 건틀릿 표면을 타고 흐르고 있었고, 나의 가운데 손가락과 약지 사이에는 시신경 에 매달린 안구가 하나 대롱거리고 있었다. 나풀거리는 피와 살점. 피에 젖어 요동치는 대지. 자신의 인간성을 내던지고 자 랑스에 그 증거를 들어보인 사람들. 이곳 어디에도 고결함은 없었다. 세상이 하얗 게 혹은 검에 변하였다. 마치 뭔가가 하나 빠져버런 회로처럼, 내 정신은 파악 하 고 꺼져버렸다. …어두웠다. 잠깐 잠깐 비춰지는 사진처럼 나에게 보이는 영상들은 내가 살육을 하는 장면이 었다. 칼을 휘둘러서 단숨에 사람의 몸을 두동강내고, 발로 차서 내장을 터뜨린다 던지, 팔을 휘둘어 머리를 부수는 고약한 장면들이었다. 아마도 이것은 내가 정신 을 잃어버려서 보이는 일종의 무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실제로는 나는 그대로 쓰 러져 있겠지. 어쩌면 나는 각종 흉기로 인해 난도질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 제길. 또 이렇게 죽어버리는 건가? 이번에는 환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제발 이번에는 기억을 가진채로 환생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기분이다. 아니, 그 런것은 둘째치고, 그냥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나는 갑자기 차례대로 내가 겪어왔고, 살아왔던 일들이 일순간 스쳐지나 가는것을 보았다. …저것이 주마등인가? 헤헤헷, 이거 반갑군. 죽기 직전에 주마 등도 못보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나는 두번이나 보잖아? …빌어먹을. 죽고 싶지 않아! 살아남고 싶어! 다시 얻은 목숨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것 따위 당하고 싶지 않아! 살아서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행복한 표정을 더 봐야 한단 말이야! 내가 다시 이렇게 기구한 목숨 질질 끌고 살아남은 이유는 분명 이렇게 죽으라고 태어난 것은 아니란 말이야! 살고 싶어! 살아남고 싶어! 그 래서 좀 더 웃고! 좀 더 행복해지고 싶어! 다른이들을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어! 아직 내가 하지 못한 일들과, 하던 일들과, 해야만 하는 일들! 그것들을 달성하고 싶어! 살고 싶어! 살고 싶다고! 이 욕망을 이끌어서 매 순간 즐기고, 살아남고 싶 어! 죽고 싶지 않아! 날 죽이려들지마! 퍼어억! 충격이 느껴졌다. 아니 들려졌다고 해야하나? 검게만 보이는, 혹은 느껴지는 세 상에서 충격이 있었음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뭐지? 뭐지? 무슨 일이지? 나는 지 금 마치 웅크려 있다가 고개를 들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몸은 전혀 그렇게 움직 이고 있는 것 같지 않는데…? 그리고 그 순간, 저쪽 어딘가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 다. 정신의 세계에 무슨 금이 그어지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을 중심으로 뭔가 크게 갈라지면서 내가 있던 곳이 부서지고 있었다. "돌아오세요… 내가 사랑했던 그분으로…" 나의 시야가 화악 하고 밝아졌다. 이것은… 미리안의 목소리? 나는 입가게 피를 흘리면서 생긋 웃고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는 미리안을 반사적으로 받아들었다. 그 러면서 그와 동시에 나에게는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그간의 짧은 시간동안의 기 억이 돌아오고 있었다. 나의 정신이 사라지고, 정확하게 말해서 나의 기억이 잠시 끊어졌을 때, 나는 기 어코 내가 하고 싶지 않았던, 하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리라 예상했었던 광란에 빠 졌었다. 내가 단편적으로 본 영상들.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죽이는 그 영상들 은 실제로 내가 벌였던 일들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피를 갈구하고, 점점 더 흉폭해지기 시작했다. 내안에서 요동치는 파괴의 본능에 따라 나의 몸은 제멋대로 움직이면서 확실한 살육만을 안겨주던 나는 어느새 주위의 모든 것을 다 죽여버렸 다. 그리고는 나를 찾으러 왔던 미리안과 에실루나, 머기를 보고는 그대로 '죽이 기'위해 달려들었고, 머기는 대번에 나의 상태가 이상함을 깨닫고는 슐트로이야를 들어 나와 싸웠다. 아마 그들은 내가 이 사람들을 죽여대기 시작할 무렵에 도착해 서 모든것을 보고 있었나 보다. 머기는 나와 맞서서 잘 싸웠다. 하지만 힘만 보고서라도 그는 나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단 3합만에 그는 저 뒤로 튕겨서저 벽에 부딪히고는 기절했다. 그리고서 나는 천천히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다가갔고,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뭔가 대화를 하는듯 싶었다. 그러면서 에실루나를 뿌리치고는 미리안이 나에게 다가왔고, 나의 몸은 그녀를 단숨에 베어버릴려고 했지만, 갑자기 팔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나는 내가 어두운 공간속에 있을떄의 시간을 대입해 보았고, 이때 내가 살고 싶다 말하 며 요동쳤다는걸 알 수 있었다. 미리안의 입이 열리면서 그녀가 말했다. "항상 불안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가슴을 부여잡으면서 괴로워 하실때, 그때부터 저는 늘 불안했어요. 언젠간 지금같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요. 라이니시스님 이 피와 살인을 의식적으로 피하시는 것을 보면서 전 알았어요. 하지만 역시 이 렇게 되어버리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미리안은 한발자국씩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나에게 조금이라 도 정신이 남아있었다면 오지 말라고 했겠지만, 이때 나의 정신은 요동치고 있었 다. 이때의 나는 단지 광란에 빠진 껍데기일 뿐. "이거 아세요? 저는 늘 불안해 하고 있었어요. 전 라이니시스님의 도움이 되지를 못했거든요. 그때 이후로, 당신의 옆에 있기엔 제 위치가 점점 내려가는것 같았 어요. 할 수 없죠. 경쟁자가 엘브스 퀸의 석세서였으니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것 을 그녀는 모두 가지고 있어요. 저보다 훨씬 좋게요.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속 으로는 늘 초조했어요. 하지만 언젠가 전 직감적으로 느꼈죠. 라이니시스님에게 는 제가 아닌 그녀가 더 어울릴 것이라고. 사실, 지금의 저보다 그녀가 라이니시 스님께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어요. 그리고 제가 그녀처럼 될 가능성도 없지요. 언젠가 저는 도태되고, 사라지겠지요" 미리안의 무수한 말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나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나의 육체에 배어 있는 습관이 그렇게 하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녀는 일정거리 에서 멈춰서는 나에게 말했고, 작게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다시 한발자국씩 다가 오면서 말했다. "에실루나는 지금은 당신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어요. 네. 그건 사실이예요. 합리적인 사고를 하면 지금의 라이니시스님은 위험해요. 그냥 이대로 두면 광란 이 끝나고서 원래대로 돌아오시겠지요. 에실루나는 합리적이예요. 하지만… 저는 그러질 못해요.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거든요. 바보같죠? 듣고 계실지 모르지 만 전 그렇게 어른스럽지 못해요. 그래서 제게 합리적 사고를 바라는것은 저로서 도 조금 무리라고 생각해요" 그녀와 나의 거리는 이제 검을 휘두르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그녀는 계속 나에 게 다가오고 있었다. "제가 당신과 함께한 7년의 시간동안 제가 느낀 감정은 모두 거짓이 아니었어요. 내세울 것도 없는 저이지만, 한가지가 있다면 전 라이니시스님의 일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있어요. 많이 괴로워하고 계시고,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시죠. 그러니까 제가 그렇게 해드릴게요. 그러니… 그러니…" 그녀는 말을 있지 못했다. 그녀와 나의 거리는 이제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그녀는 나의 얼굴로 손을 천천히 뻗었고, 나의 얼굴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그 순간… 경직된 근육이 멋대로 움직이면서 미리안의 명치부근에 검을 찔 러 박았다. "!!" 미리안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소리는 지르지 않았고, 나는 다시 팔을 움직여 서 검을 빼내었다. 그러자 미리안은 무릎을 꿇으면서 털썩 쓰러졌고, 크게 기침을 하면서 피를 토해내었다. 끔찍한 고통이 찾아오고 있을 터였지만, 그녀는 이를 악 물면서 일어섰고, 다시 나를 보면서 말했다. ---------------------------------------------------------------------- 어찌되었든, 제 글도 갈데까지 간 모양이라는 생각을 문득 합니다. 일종의 발악일지도.. 으음.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36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저…역시, 이런 모습은… 하악! 보고싶지 않아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흐 윽! 오래 말 할 수 있진… 않…네요. 그러니…" 그녀는 그리고는 얼굴을 가까이 하여 나에게 입맞추었다. 나의 기억속에서, 내가 느꼈던 거대한 충격은 미리안을 찌른것과, 바로 이 입맞춤이었다. 그녀는 입가에 서 한줄기의 피를 흘리면서 말했다. "돌아오세요… 내가 사랑했던 그분으로…" 그리곤 그녀가 쓰러지려 했다. 그래서 난 그녀를 잡았다. 나의 기억은 다시 돌아 왔고, 나는 반복되는 기억의 점철됨에 전후에 대해 상당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내 나 자신을 현실로 끌어들였다. 슬프기 짝이없고, 괴롭기 짝이 없 는 현실이었지만 난 돌아왔고, 소리쳤다. "미리안! 미리안!" 미리안은 더이상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관통상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안돼! 죽으면 안돼! 나 는 다급하게 치료주문의 스펠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기억이 엉망진창으로 뒤엉킨 그 속에서 힘들게 찾아낸 주문을 외웠고, 그것을 사용했다. 화악! 하얀빛이 돌면서 미리안의 표정에 안정이 찾아오는가 싶었다. 하지만 다시 상처 가 있는 부위에서는 피가 솟아 올랐고, 난 경악했다. 마법이 잘못된 것인가?! 그 렇지 않아! 마법은 분명 올바르게 시전 되었다. 나는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 고 결과는 같았다. 상처가 멈추다가 다시 벌어지고는 피가 나오기 시작했던 것이 다. "제, 젠장! 왜 이러는 거야! 미리안! 죽으면 안돼! 제발 살아나!" 나는 당황해 하면서도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했고, 미리안의 상처와의 알력이 벌 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한번에 네번의 치유주문을 사용하면 서 상처를 막으려고 애쓰고 있었고. 상처는 상처대로 계속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미리안은 점점 숨이 미약해지고 있었다. 회복 주문으로도 할 수 없어? 어째서! 무 슨 이유야! "그녀가 살기를 거부하고 있다" "머, 머기씨!" 나는 계속 마법을 걸면서 슐트로이야에 의지한 채 나의 뒤에 서있는 머기를 보았 다. 그는 약간 충격을 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무슨 짓을 했다는 것을 다 잊어먹은 듯이 말했다. "마법은 무적이 아니다. 회복의 마법도 약간이라도 살고자 하는 마음이 남아 있 을 때야 비로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아무리 마법이라고 해도 죽어가는 순간에 강해지는 의지를 무너뜨리지는 못한다. 그녀는 지금 죽으려하고 있다" "마, 말도 안 돼! 어째서 그녀가 죽으려 한다는 말입니까!" "글쎄. 나는 모르지. 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죽으려고 한다는 것이고, 지금 우리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지" 머기는 그렇게 말하고는 품을 뒤적거려서 작은 병 하나를 꺼내들었다. 매우 심하 게 내동댕이 쳐졌을 터지만, 그의 물품들은 거의 상하지 않은듯 보였다. 그는 그 것을 미리안의 전신에 뿌리고는 말했다. "손을 치우시오" 나는 치료마법을 사용하던 손을 치웠고, 그러자 상처에선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왔 고, 머기는 빠르게 캐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빙정의 포박" 그가 조용하게 읇조리가 미리안의 몸이 살짝 들려지면서 그녀의 몸 주위로 무수 히 많은 얼음의 입자가 생겨났다. 그리고는 한순간 빛을 번쩍 내면서 그녀의 몸을 감싸고 들었고, 미리안의 육체는 푸르른 빙정속에 갇히게 되었다. "무, 무슨 짓이야!" 나는 머기의 멱살을 잡아들었다. 지, 지금 뭐하는 짓이야! 얼음속에다 미리안을 가둬?! 살리지는 못할망정! "…죽지는 않는다. 저 상태로 상처를 낫게 하는게 중요하다" 머기는 멱살을 잡힌 상태로도 침착하게 말했고, 난 그의 말에 놀랄 수 밖엔 없었 다. 나는 조용히 머기를 내려놓았고, 그 잠시 목을 만지고서는 말했다. "빙정의 포박은 죽기 직전에 처한 사람을 빙정 안에 가두고 죽지 않게 신진대사 를 극도로 낮추게 하는 마법이다. 저 상태로 회복에 관련된 약이나 마법을 빙정 에 사용하면 상처가 점점 아물게되고, 완전히 살아나게 되면 빙정이 깨지면서 그 안의 사람이 나오게 된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음" 머기는 고개를 끄덕였고, 난 빙정 안의 미리안을 보았다. 조용한 표정으로 푸르 른 빙정 속에 갖혀있는 미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왜…! 왜 죽으려고 했던거지? 어 째서! 그런 슬픔이 있으면서도 왜 말하지 않았지? 나는 차가움 표면의 빙정을 끌 어안았다. "내가… 반드시 살려줄게…" 미리안. 네가 죽으려 하더라도 그것은 내가 용납하지 않겠어! 절대! 멋대로 죽어 버리는 짓 따위는 하지마! "…미안해요. 미리안을 막지 못했어요" 나에게 에실루나가 다가왔다. 일순간 난 분노가 치밀었다. 모든것을 그냥 지켜보 기만 했던 그녀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난 화를 내려 던것을 그만두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약간의 공포심이 남아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표정의 대부분은 슬픔이 잠식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들에게는 내가 살육을 하는 장면은 처음 보았을 것이다. 무서웠겠지… 피를 뿌리는 내 모습이 정말로 무서웠 겠지. 미리안을 그걸 딛고서도 나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에실루나는 정확한 판단 을 내렸다. 아마 저대로 삼사일 냅두었으면 난 자연스럽게 광란에서 벗어낫을 것 이며, 희생자는 없을 것이다. 머기가 조금 위험하긴 하겠지만 아마 그는 잘 도망 갈 것이고, 나를 이대로 두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나의 살고자 하 는 욕구가 나의 몸을 가만히 두고 있기 때문에 주위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면 나는 며칠 후에 깨어났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로서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내가 깨어났을 때의 나 자신이 다. 원래의 이 모습이 미리안에 의해 깨워져서 지금 나타났지만, 만약 광란이 가 시길 기다리고 있다가 깨어났을때의 내 모습이 나의 모습이라고 난 확신할 수 없 다. 미리안의 판단이 옳은 것인지, 옳지 않은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그러한 상황이 되어본 적이 없이 때문이다. 그저 말한다면 미리안의 방법이나, 에실루나 의 방법 모두 다 옳은 것이지. 결과만 틀렸다 뿐이니까. 사실, 그 차이가 무척 크 기는 하지만. "페이그니스씨! 페이… 아니! 대체 무슨 일이죠?!" 나는 매우 당황해하며 달려오는 츠렌을 보고는 그냥 고개를 숙일 따름이었다. 그 녀는 무엇보다도 미리안이 얼어있다는 것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나보다. "미, 미리안?!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아, 그러니까… 하인츠가 중상이예요! 치료를 안하면 실명 될지도 몰라요! 그리 고 킬도 많이 다쳤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나는 하인츠가 많이 다쳤다는 소리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미리안이 저렇게 된것 에 비하면…! 제기랄! 츠렌은 급하게 말했다. "언데드들이 성벽위로 올라왔는데, 그것 때문에… 하여튼! 빨리 오세요! 하인츠 가 죽을지도 몰라요!" 나는 이를 악물었다. 한시라도 바삐 미리안을 치료해야 하는데… 나는 빙정 속에 갇힌 미리안을 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어느쪽이 더 급한가? 아니, 그것을 떠나서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에실루나" "네" "미리안을… 방으로 옮겨. 혼자서 충분하지?" "예" "그리고… 절대로 손상을 가게 하지마. 그리고 내방에서 배낭을 가지고 와" "알겠어요. 절대로 미리안의 생명에 위해가 가지 않도록 할게요. 그리고… 미안 해요. 정말로…" "아냐. 서로의 생각 관점이 틀린거지. 탓하지 않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츠렌과 같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머기도 나와 같이 오기 로 했다. 미리안이 깨어나서, 하인츠를 치료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면 나를 엄청 나게 힐난할거야. 그리고 미리안이 깨어났을때, 모든것이 평안하단걸 알려주기 위 해서라도 나는 잠시 그녀에게서 눈을 돌려야 했다. 아주 잠깐만이야! 잠깐! 절대 로 미리안을 살려내고 말겠어! 언제부터였을지 모른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니, 그냥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한 걸까? 생각하기 싫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살고 있는 장소, 내가 다른이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위치, 나 스스로가 매기는 나의 등급 등등…. 그런데 난 누구지? 아, 기억났다. 난 미리안이다. 미리안 라이엔츠. 미리안 라이엔츠 덴 카레만 메이끌리르. 성년이 되어서 3년이 지날때 까지 마을에서 잘 살고 있었고, 3년째 되던 해의 어 느 날, 난 내가 살고 있는 '엘 타칸리스의 산맥'에 새로이 들어서게 된 라이니시 스라는 레드 드래곤의 레어로 끌려갔다. 내 나이 143세 되던 해, 말실수로 인하여 끌려가게 되었지. 아니, 끌려가게 되나? 앞으로 그렇게 되려나? …아아, 시간관점도 엉망이네. 기억하고 있는 것은 모두 그것이 과거라는 시간에 포함되어 있기에 기억할 수 있 는 것이다. 그래, 일단 기억나는 모든 것을 전부 과거의 일로 치부해 버리자. 시 제부터 통일하면 편할테니까. 그때 당시의 요리를 지독하게도 못했던 나는, 라이니시스의 레어로… 아니, 라이 니시스님의 레어로…? 그러고 보니 내가 그를 '님'이라고 불렀네. 그가 괜찮다고 하였는데도 계속…. 라이니시스님의 레어로 들어가서 배운 일은 요리였다. 식도락 에 괸장한 애착을 지니신 그 분은, 나의 전무한 요리경력에 뼈대를 만들고, 살을 붙여주셨다. 그분과 함께한… 몇년이지? 에… 5년 지나고, 다시 2년 지나면… 7년 인가? 그분과 함께한 7년 동안, 난 많은것을 배웠다. 요리 뿐만 아니라, 춤도 배 웠고, 마법도 배웠고, 정령술도 한층 더 발전했으며, 육아를 비롯한 가사일도 많 이 배웠다. 내가 살아온 나날들 중에서 가장 바쁘고도 즐거웠으며, 행복했던 나날들이다. 그 분을 만난지 반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그를 사랑해 버린 날 발견할 수 있었고, 차마 나의 신분으로 그에게 말 할 수는 없지만 사랑하는 그분을 위해 음식을 만들 고, 이야기를 하고,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일 이었다. 알고 보면 굉장히 상냥하신 분이니까. 에실루나 지오덴틱 렛 에르페리안킨 데르니르. '엘브스 퀸의 계승자 에실루나 지오덴틱'이란 뜻을 가진 이름의 주인공은 반짝거 리는 은발이 아름다운 여성 엘프다. 무엇보다도, 그의 곁에 있기에 가장 어울리고 아름다운 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녀는 그에게 반해서, 스스로가 그에게 얽매 이길 자처했다. 만난지 단 아흐레만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뭐야! 정말! 내가 먼저라고! 난 그와 석달의 시간을 보냈어! 그런데도… 나의 마 음을 모두 듣고서도 당신이 이럴 수 있는거야?! 나의 입장을 완전 물거품으로 만 들어버리고,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채 나를 완전히! 단호하게! 그렇게 무시해버린 당신의 태도는 뭐야?! 뭐야! 뭐냐고! 그녀는 너무 '단호'했다. 그리고 난 그녀의 단호함을 '이해'했다. 그랫기에 그녀 와 나의 사이에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고, 그녀는 선수를 쳤다…라고 할 수 도 있다. 먼저 접근하지 못한 나의 이 우물쭈물대는 성격이 나쁜 것이다. 결국 내 가 그분께 내 마음을 말씀 드린 것은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였다. 먼저 함께 한 것은 나였지만, 이미 난 그때 부터 에실루나에게 추월당해 있었다. 그리고 5년의 세월동안 그녀와 나의 거리는 이미 벌어져 있었다. 그녀는 아름답다. 달빛과도 비견될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힘이 있다. 대륙의 모든 엘프들이 인정하는 단 하나의 권력자인 퀸의 계 승자이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르게, 그녀가 배우는 속도는 내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난… 아무것도 뛰어난 것이 없었다. ---------------------------------------------------------------------- 이제 1인칭입니다. 미리안의 1인칭이랄까요. 뭐어, 이런저런 사건들이 자리잡은 챕터입니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월요일에 연재본 들고 다시 나타나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2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37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것이 단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과대망상이나 또는 자신감 부족에서 오는 자괴 감일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엘프들에겐 그런 것이 없으니까. 절대적이지 않고 늘 상대적인 능력상의 비교를 하자면, 나의 능력은 없는 것과도 같았다. 결국, 나의 존재 의미가 사라졌다는 것. …그런 것이다. 내가 존재할 수 있도록 의미를 준 그분께 더이상 내가 도움이 되 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누군가 가르쳐 줘서가 아닌, 나 스스로 그 렇게 느꼈다. 나 자신의 위치는 이미 격하되었고, 내가 더 이상 그분과 함께 있어 야할 이유가 없었다. 엘프들과의 관계 유지? 에실루나가 있는 한 그것도 해결된다. 물론, 그분께서 별일 없는 한 엘프들과 관 계를 끊으시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지만, 만약의 사태가 벌어진다 하여도 에실루 나가 있기에 그 역할은 맡아진다. 다시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에실루 나도 할 수 있으며, 거기에 더불어서 에실루나는 내가 가지지 않은 뛰어난 능력들 을가지고 있다. 난, 그저 곁다리일 뿐이었다. 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것 같지 만, 객관적으로 볼 때 그것은 사실이다. 엄연하고, 정숙하며, 차가운. 그래서 난 죽을 결심을 했다. 이대로 점점 가면 나의 존재의 가치가 점점 사라지 게 되어서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것이 싫었다. 하다 못 해, 죽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기억속에 남아있고 싶었다. 그것 보다 먼저, 광란 후에 깨어 나실 그 분의 모습이 걱정되었기에 한 일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 내가 떠올린 것은 그것이다. 그분이 돌아 왔을까? 아마 돌아오셨을 것이다. 정신을 잃기 직전에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 까.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어서 기뻐. 하얀색의 공간. 검은 빛을 내뿜는 태양. 그래서 세상은 어둡다. 빛이 밝아질 수록 세상은 어두워진다. 이율 배반. 그것이 진실이 되는 곳. 자아…. 날 죽음으로 데려가 줄 태양은 어떤 것일까? 다음에 태어난다면… 에실 루나가 낳은 라아니시스님의 딸로 태어나고 싶어. 그렇게 되면, 그 분은 우리 둘 을 모두다 사랑해 주실거야. 한쪽에 치우칠 수 없는, 의미가 다른, 하지만 그렇기 에 아름답고 깨끗한 사랑을….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내가 다시 태어날지 나는 알 수 없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참 좋겠지. 단 지 희망 사항일 뿐이니까. 그래도, 나의 육체와 영혼은 사라지지만 기억만큼은 그 분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수 있어. 드래곤들에겐 망각이 없다고 했으니 까. 그분의 기억 속에서, 크게 내가 기억되겠지. 죽음으로써 자위하기 보다는 살아있는게 낫지 않을까. 살아있는다 해도, 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 보장은 없다. 그것의 관점을 뒤집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거란 보장또한 없는 것이지만, 기억하기론 나쁜일이 더 많았다. 원한을 잘 기억하는 것이 생물의 성격이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 자기자신의 합리성에 기인하여 목숨을 끊는 것. 처음부터 이것은 타살이 아닌 자살이야. 자살의 방법 중 여러가지로 뻗어있는 갈 래에서 하나를 택한 것 뿐이지. 내가 살아서 무얼 하겠어… 같은 푸념이 현실화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괜찮겠지. 어차피 죽어가는 마당에 자기가 자신에게 쥐어주는 합리화의 명패따위는 아무것도 쓸모가 없는거야.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모든 명패 와 면죄부는 살아있는 자들이 붙여줄 거니까. 자신이 죽어서 생기는 슬픔들은.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자살하기 전에 한번 쯤 자기 자신의 주위를 생각해보고, 지인들을 생각해본다. 살아있는 자를 계속 살 게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미련이 있고, 그들이 겪어야 될 슬픔을 생각하기 때문에 자살의 직전에 그들은 나무에 걸어놓은 밧줄을 내리고, 손목에 가져다 대던 칼을 던져버리고, 벼랑의 끝에서 뒤돌아서고, 몸에 뿌린 기름을 닦아내며, 독약이 들어 있는 음식이나 그것 자체를 버린다. 현실에 대한 미련이 남고, 자신을 붙잡고 있 는 모든 인연을 끊고 싶지 않기에. 그래서 정이 많은 사람들은 자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으려 하는, 죽은 자는. 그만큼 큰 현실의 배신을 당했던지, 자신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아무것도 없으 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자살하겠지. 내가 죽으면 그분도 슬퍼할 것이고, 에실루나 나 나미아, 나를 알던 동료들, 아버지… 나는 짊어지고 가야만 할 짐이 너무 많아 서 자살할 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난 죽어가고 있다. 생각해보 고, 계속 생각해 봐도 나에게 주어진 방법은 이것 뿐이었을지 모른다. 아니, 이것 뿐이다. 큰 어리석음. 자기부정. 150년의 인생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것이고, 살아 있을 때에도 그렇게 느꼈다. 내가 그 시간동안 쌓아온 인연과, 행적등을 나 자신 스스로 부정했다. 소리지르는 행동은 자신에 대한 긍정이고, 침묵하는 행동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 스스로를 죽 이는 행동은 자신을 영원히 침묵하게 함으로써 역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것. 어 리석다는 수식어를 붙여도 할 말이 없는 짓이다. 자기 자신의 과거와 앞으로 살아 갈 날들을 자기 자신이 부정했다는 것은 자기부정이며, '나'를 이루는 자신에게서 부정당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하지 말아야하는 사람이다. 생에 의지. 살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 나의 존재 의미가 없어진 이상,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몸부림 쳐야할 욕구조 차 생겨나지 않는다. 생에 의지는 이미 그 한 걸음을 내 딛을 때 부터 포기했다. 나는 어쩌면 그분을 구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적당한 구실을 붙여서 나를 죽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자신을 기만하고 있어. 자기부정에 이은 자기기만. 결국 나는 나 자신을 부정하겠다고 하면서 나 자신을 기만한 오묘한 위치에 서있다. 나는 죽고 싶었던 것일까? 강하게 죽겠다고 행동하 는 일은 결국 강하게 살고자 하는 일이 아닌가? 죽음의 기반으로써 다져진 생이라 는 이름의 길을 걷는 자들의 행동. 이기적인 생각. 생각에 따른 행동. 다른 주위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기만하며 죽은 행동은 이기적이 다. 자기만족. 너무나도 이기적인 나의 모습이지만, 나 자신이 스스로 나에게 합 리화를 걸어버렸다. 나에게 있어서 나의 행동은 타당한 행동이다. 살고자 하는 것 을 거부했다. 그 분이 슬퍼하실 텐데. 분명, 그 분은 슬퍼해 주실 것이다. 나의 죽음에 눈물을 흘려 주실 것이다. 그것 을 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와 동시 에 보고싶지 않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난 다시 살아나서 그분의 눈물을 닦아 주려 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한편으론 가슴이 아프다. 그분의 기억 속에서는 내가 죽는 모습이 계속 비춰질 텐데. 정말로 죽고 싶은 건가. 죽음을 원했다. 살고자 하길 거부했다. 포기와 거부는 다르다. 나 스스로가 나의 생을 거부하고, 지금까지의 생을 부정하기로 했다. 내가 죽어서 생기는 슬픔과 괴 로운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비가 온 뒤에는 땅이 굳고, 폭풍푸가 지나간 자리에 서는 새싹과 파릇파릇한 이파리가 돋아 난다. 죽은 나무의 위로는 버섯들이 피어 나고, 숲의 영양이 된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희생은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내가 이렇게 사라져서 사람들이 슬퍼하겠지만, 나중엔 비로소 행복해질수 있을 것 이다. 정말로 살고 싶은 건가. 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택한것이 죽음이다. 강하게 죽기 원했다는 행동은 강하게 살기를 원했다는 행동과도 같고, 그렇게 생각하지만 지금의 경우는 다르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아. 나의 이성이 남아있는 이 시간동안 나는 후회하고 싶 지 않다. 그분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아가기 위해, 나는 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다. 그분도 같이 죽겠다면. 그래선 안돼. 기껏 내가 사랑했던 그분을 그분의 옆에 있어야할 사람에게 되돌려 주었는데 그분이 날 따라 오겠다는 것은 안돼. 해선 안돼. 좀 더 오래 사시고, 좀 더 행복해지셨으면 해. 그렇게 되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목숨을 버 리려는데, 그래선 안 돼. 누군가를 위해 희생된 목숨은 그 사람이 받아서 이어 살 아야 하는데, 그래선 의미가 없어. 그분도 아실거야. 내가 어째서 이렇게 하는 지 를. 절대 그럴리 없어. 절대. 그분이 그렇게 강하실까. 그분은 강하셔. 충분히.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해 잘 아시고, 그 자신이 짊어지 신 책임감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계시고, 그것을 수행하려 하셔. 비록 그분의 약한 모습을 대할 때마다 불안해지지만, 그분은 강하시고 나같은 존재의 목숨때문 에 자신의 목숨을 버리실 정도로 우둔하진 않으셔. 이성적인 냉철함. 단정짓는 행위. 난 그 분이 감정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을 여러번 보아왔지만 그 속에는 항상 정 확한 이성이 있었어. 속에서는 수 많은 단어가 흘러다니고 있지만, 그 상념의 강 을 떠받치는 지반은 이성이야. 아무리 그 분의 감성이 강하다고 하셔도 이성적으 로 판단하실 수 있어. 단정 할 수 있어. 에실루나가 있고, 나미아도 있어. 그분은 자신이 책임지셔야 할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시지. 과연 그럴까. 그래. 그렇다고 믿어. 그렇다고 생각해.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으면 그분이 그분으로 살아계신 의미가 많이 줄어드는 것이고, 그분은 자신의 의지를 세우시는 분이시지. 바보. 그래. 어쩌면 난 바보일 수도 있어. 한없는 바보. 하지만… 그렇기에… 살아야해. 어째서? 어째서지? 내가 그렇게까지 말을 한 이유를 모르는거야? 어째서 내가 이 쓸모없는 목숨을 받치고 살아야 한다는 거지? 네가 살아나지 않으면 그는 죽을 것이니까. 무슨 소리지? 그분이 죽다니! 절대 그럴 일은 없어! 그분이 그런 멍청한 짓을 하 실 이유는 없어! 그분이 자신의 어깨에 걸쳐진 다른 사람들을 포기하시고 나와 같 이 죽을 이유가 없어! 그는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해. 지금 상황에선 특히. 눈을 떠 봐. 그는 죽으려고 해. 자신의 탓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죽였으니, 살아갈 수 있을까? 에실루나는? 그녀는? 그분께는 내가 없더라도 그녀가 있어! 한 사람이 없어지면 남은 사람이 그의 옆에 서기로 했는걸! 믿을 수 없어. 그 분이 그렇게 쉽게 자신 의 목숨을 포기하실리 없어. 그녀는 단호하지. 마치 칼 같이. 단호함으로 나와의 약속을 자르고 그분과의 관계를 자른다? 있을 수 없어! 왜 그 녀가 그런다는 것이지? 내가 없으면 그녀가 그분을 위로해주고, 그분의 옆에 항상 있어줘야 하는 거잖아! 그러기에 앞서 그녀는 그의 뜻을 존중하지. 어떠한 것이든지 그의 말은 그녀에게 있어서 제일 앞 순위에 배열되어 그 말은 의미가 격하되었지. 마, 말도 안돼! 그럴순 없어! 그렇게 되어선 안 돼! 안 돼! 그분은 절대로 죽어 선 안 돼! 나 따위의 여자 때문에 그런 분이 죽을 수는 없어! 죽게 해서는 안 돼! 그렇게 되선 안된단 말이야!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이 적지만, 그분이 돌아가시 면 더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 억겁의 슬픔을 짊어지게 돼! 내가 죽을 때와는 전혀 다른! 그분의 어깨에 얹혀진 신뢰와 인연이 모두 끊어지고 붕괴되어버려! ---------------------------------------------------------------------- 이번 챕터의 중요사건 중 하나는 이번 연재본으로 막을 내리는 군요. 아직 사건 두어개쯤 더 남았답니다. 대략 이것도 50회쯤에서 끝날듯 싶군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nisys [라이니시스 전기] 005.38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눈을 떠. 살아야 해. 그를 죽이지 않기 위해서. 그래. 그렇다면 난 살아야해! 그분은 죽어선 안 돼! 차리리 내가 살아나서 고통 을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분은 죽어선 안 돼!난 살아야 해. 그분을 위해서 나 는 살아야 해! 그래. 눈을 떠. 살아나는 거야. 하지만 슬픔은 없을거야. 고통도 없을 거야. 그런건 아무래도 좋아. 그분을 죽게해선 안 돼. 다른건 몰라도 그것만은! 무엇보 다도 그의 일생이 부정당하면 안 돼! 그래. 그래. 가는거야. 살기 위해. 알았어. 살기 위해. 그 분을 살리기 위해. 난 살아가는 거야. 그런데… 넌 누구 지? 나는 너야. 난 누구지? 너는 미리안 라이엔츠. 그리고 나는 미리안 라이엔츠. 너는 너고, 나는 나야. 그 리고 나는 너고 너는 나야. 그래. 난 미리안 라이엔츠. 그리고 바로 너야. 또한 살기로 결심한 나야. 살아. 살겠어. 눈을 떠. 뜨겠어. 그를 위해. 너 자신을 위해. 그분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앞으로 가. 그리고 살아가. 너의 길을. 너의 의지로. 앞으로 가겠어. 그리고 살겠어. 나의 길을. 나의 의지로. 나는 눈을 떴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져 보기는 처음이었다. 하루가 마치 일년 같 다는 느낌을 받아본 것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년을 사는 마음으로 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매일매일 지나는 나날은 나에게 절망감을 안겨줄 뿐이었다. 난 그녀를 이해해주 지 못했고, 슬픔만을 안겨주었으며, 결과적으로는 그녀 스스로가 목숨을 버리고서 살기를 거부하게끔 만들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도,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 속에서는 점점 상실감이 커져만 갔을 것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 나의 잘못만은 아니다. 그녀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녀의 옆에 있으면서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 르고 있었다. 그것만으로 나는 큰 죄를 지었다. 미리안이 어째서 죽으려 했는지, 나는 그것을 알고서 절망했다. 슬퍼했다. 미리 안은 나의 생각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난 그녀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내 가 참견할 일이 아니라면서 그냥 방관만하고 있었다. 얼음 속에 갇힌 미리안은 마치 예전 본데스의 연구실에서 본 콰이헤른의 아내 리 이나와 같았다. 목숨을 살리기 위해 육체를 동결시켜서 억시로 생명을 쥐고 있었 던 것이 공통점이라면, 리이나는 그 속에서 살아남길 갈망했고, 미리안은 살아나 기를 거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살고자 하는 의지는 강하다. 그리고 그 반대에 속하는 죽고자 하는 의지도 강하 다. 한 번 죽음을 거부하면 끝없이 죽음을 거부하게 되고, 한 번 살기를 거부하면 끝없이 살기를 거부하게 된다. 미리안의 상태가 지금 그런 상태였다. 하루에도 내가 할 수 있는 한계만큼의 치료마법을 사용하고, 힐링포션도 제조해 서 투입시켰다. 그러나 미리안의 상처,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려고 하며 그녀 자신 의 의지가 뚜렷하게 반영되는 상처는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미리안… 제발… 살아나줘!" 하루에도 수 없이 내뱉었던 말. 그녀가 살아나길 간절하게 원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인 언령을 사용해도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언령이라 고 해도 죽음의 순간에 임박하여 각인되는 생물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마법 도, 언령도 아무것도 통하지 않았다. 그만큼 미리안의 의지는 강했다. 죽음을 눈 에 앞둔 생물의 의지를 그렇게 강했다. 세상 모든 힘 조차도 그 의지를 꺾지는 못 한다. 그래서 마법은 무적이 아니고, 언령또한 무적이 아니다. 그 두가지 힘을 모 두 가지고 있던 나는 그럼과 동시에 무력해졌다. 「미안하다」 싸이…? 일주일 만이구나. 부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나오다니… 너 너무 날 무 시하는군. 헤헷… 헤헤헤헷…. 「주인의 정신력이 날 업악하기에 너무 약해졌다.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사 과하기 위해 나왔다. 그때 좀 더 빨리 위기를 알렸어야 했다. 주인이 느끼는 슬 픔과 절망을 모두 나 또한 느낄 수 있다. 미안하다」 아니야. 모든 것은 다 나의 죄이고, 내가 짊어진 업보야. 그녀를 자주 돌아봐주 지 않았어. 혼자서 너무 힘들다고 느끼게 했어. 비록 나의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 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그녀가 받아들였지. 그것 만으로 난 죄인이야. 그건 그렇 고, 상당히 지친 모양이군. 「나의 몸 일부가 영혼이 없는 자들에게 끌려가 버려서 그것을 복구하느라 일주 일의 시간이 걸렸다. 그 때문에 난 당장 주인을 도울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를 못했다. 지금에라도 난 주인을 도와줄 수 있다」 도와? 날? 어떻게? 설마하니 미리안을 깨워준다는 말이야? 헤헤헷… 농담하지마. 마법도, 약도, 언령으로도 그녀를 살리지 못했는데 어떻게 살린다는 거야… 「자포자기하지 마라 . 어차피 주인은 그녀가 이대로 나오지 않으면 계속 몇백년 이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헛수고만을 계속할 것이다. 그녀가 스스로 살아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그녀가 죽고자 하는 의지를 죽는 순간에 확고하게 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을 살리려 하는 주위의 모든 힘들에게 저항하고 있지. 여 기서 중요한 문제는 그녀의 내부다」 내부? 네가 말하는 내부라면… 정신을 말하는 거야? 「그렇다. 그녀가 죽고자 하는 의지를 확고하게 했으면 좀 더 큰 충격을 주어서 그 의지를 살고자 하는 의지로 되돌리면 된다. 안 될 것도 없지」 그, 그게 된다는 거야? 응? 미리안이 스스로 죽고자 하는 의지를 네가 되돌릴 수 가 있는거야? 「충분히 가능하다. 여태까지 내가 주인의 속에서 봐온 그녀를 보면 내가 생각하 고 있는 계획은 정확하게 들어 맞게 된다. 그녀는 스스로 눈을 뜨게 될 것이 다」 그것이 정말이라면 당장 해줘! 미리안을… 저 차가운 죽음과도 같은 얼음 속에서 깨어나게 해 줘! 그것이 나의 지금 유일한 바램이야! 제발! 「그러면 하겠다. 나의 주인이여. 지금부터 난 미리안을 깨우겠다」 그래. 될 수 있으면 빨리. 한시라도, 1초라도 빨리! 나는 잠시 기다렸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그토록 느리게 들려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주먹을 꼬옥 쥐었 다. 세차게 고동치는 심장은 쾅쾅거리면서 울리고 있었다. 「아, 될 수 있으면 칼을 꺼내놓고 있길 바란다. 손잡이는 거꾸로 잡고」 응? 나는 의아해했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미리안을 찌르던 느낌이 손에 생 갱하게 전해져 왔던 그때의 그 칼은 그냥 녹여버렸고, 지금 내가 들고 있는 것은 클레이모어다. 칼집에서 칼을 꺼낸 뒤에 그것은 싸이가 시키는 대로 역수로 잡았 다. 이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지? 「그리고 미리안이 깨어나더라도 손잡이를 놓지 마라」 나는 점차 싸이의 지시가 상당히 이상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싸이의 자신만만한 정신음에는 그냥 녀석을 믿을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달리 특별히 방법이 있 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나는 조용한 방 안에서 미리안이 갇혀진 빙정만을 주시하 며 손에는 역수로 클레이모어를 든 채 기다렸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미리안의 상처가 모두 완치되는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뭐, 뭐지? 그것은 여느때의 회복마법을 썼을 때 낫는 상처보다 배 이상 빨랐으며, 상처가 모두 아물자 빙정의 표면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짜자작! 쩌적! 카드득!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가 나면서 조각들이 툭툭 떨어졌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미리안이 살아나려 하고 있었다. 일주일의 긴 시 간. 그 시간을 넘어서 그녀가 지금 깨어라녀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어날 것이다. 나머진 주인이 알아서 해야한다」 고, 고마워! 싸이! 정말로 고마워! 나는 계속 고맙다는 말을 싸이에게 하면서 갈라지고 금이 가는 얼음의 모습을 보 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파앙! 표면에 잔금과 큰 금이 가고, 쩍쩍 갈라지면 빙정이 이내 맑은 소리를 내면서 일 순간에 폭발하듯이 깨어졌다. 그리고는 발짝거리면서 날리는 빙정의 가루들 사이 로 미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난 하마터면 칼을 놓을 뻔 했지만, 싸이의 충고가 있 었기에 오른손에 힘을 꽈악 주었고, 빙정의 포박이 풀리면서 나온 미리안은 그대 로 주저앉아 있다가 몸은 두어번 부르르 떨더니 고개를 들어서 나를 보았다. 사, 살아났어! 정말로 살아났어! 진짜로 살아난거야! 나는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전부 입안에서 맴돌고 있었다. 제, 제기랄! 망할 혓바닥! 움 직여! 이런 순간에 말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나는 그래서 입을 반쯤 열고는 어버버 거릴 수 밖에 없었고,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던 미리안의 눈이 한순 간에 커졌다. "라, 라이니시스님!" 그리고는 그녀는 비틀거리지만 확고한 걸음으로 나와의 거리를 좁혀오고서는 내 손에서 칼을 빼았아 뒤쪽으로 던져버렸다. 에? 미, 미리안? 그리고는 그녀는 나를 끌어안았다. "미안해요! 정말… 저때문에 이러실 필요까진 없는데…! 나 따위의 여자에게 그 렇게까지 신경써주실 필요가 없었는데… 흐윽! 으흑!" 미리안은 나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고, 나는 같이 그녀를 끌어안으면서도 잠시 생 각했다. 정보가 조금 불확실 하지만 싸이의 말과 미리안의 행동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이 않았고, 나는 다음에 들려온 미리안의 말로서 나의 추측을 확신할 수 있었다. "죽으려고 하지 마세요… 제발! 저같은 여자 때문에 죽으려 하시다니요! 말도 되 지 않아요!" 그녀가 살고자 하는 의지를 세울만한 일은 몇개 없을 것이다. 싸이는 아마도 그 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존재인 내가 죽는다고 거짓말을 했을 것이고, 그녀는 싸이 의 말을 믿고서 깨어난 것이다. 나는 그녀를 거세게 끌어안았다. 죽고자 하는 의 지가 순식간에 되돌릴 정도로… 난 미리안에게서 그렇게 만큼이나 사랑받고 있었 다. 나는 그녀의 머릿결과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괜찮아… 이제 죽으려 하지 않아. 네가 살아났으니까. 절대. 난 절대 죽으려고 하지 않을거야" 미리안이 살아났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절망감으로 가득했던 나의 시간에 그 녀의 존재가 다시금 자리를 잡음으로써 난 절망대신 희망과 평화를 얻었다. 미리 안… 살아나줘서 고마워. 그녀와 나는 그렇게 서로를 부둥켜 안은채 오랜시간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것만 으로도 충분했다. 이렇게 서로의 온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지만, 빙정의 안에서 방 금 나온 그녀의 몸은 차가웠다. 나는 잠시 포옹을 풀고는 말했다. "몸이… 많이 차갑구나" "예. 조금… 추운 것 같아요" "앞으로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춥게 하지 않겠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 고 있는지를 미리 장 생각해야했어. 다 나의 잘못이야" "죄송해요. 앞으로는… 절대 죽으려 하지 않을거예요" 나는 약간은 젖어서 촉촉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가웠지만 그와 동시에 생명이 느껴지는 머리카락이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금발이다. 손을 조 금 옯겨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생생한 생명력이 약동하는 얼굴. 아름답다 기 보다는 귀여운 얼굴. 그것도 약간 차가웠지만, 상관없었다. 곧 온기는 돌아올 것이다. 내가 나눠줄 것이다. 차가운 그녀의 입술에 키스할 때도, 곧 그녀의 입술은 나의 온기로 인해 따스해 졌다. ---------------------------------------------------------------------- 예. 미리안 살아났습니다. 애시당초 죽일 생각도 없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얘를 죽일꼴로 만들고 살렸지요. 그 의미는 나중에 글속에서 나옵니다. 어찌되었든, 쓸모없는 사건은 없는 법이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nisys [라이니시스 전기] 005.39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미리안이 깨어났다. 이 소식에, 내가 두문불출하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미 리안에 대해걱정해 왔던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미리안의 옷은 일주일 전의 그 대로였고, 구멍도 뚫려있었기 때문에 일단 옷을 갈아입도록 하고 나가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을 걱정해준 사람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 사 과했고, 에실루나에겐 뺨을 맞았다. "함부로 죽으려고 하지 마세요. 당신 목숨은 당신것만이 아니예요" 약간 화가 난 듯한 에실루나의 표정과 행동에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지만, 이내 에실루나는 굳은 표정을 풀고 그녀를 안아주었다. 에실루나를 마지막으로 미 리안과의 해후는 대략적인 종결을 맞았고, 사람들은 기뻐했다. 내가 미리안을 살리기 위해 애를 쓰면서 전혀 신경쓰지 않은 일주일의 시간 동안 대력적으로 일어났던 일을 설명하자면, 일단 피해 있던 사람들은 제 1구역에서 벗 어났다는 소식이다. 남아있던 사람들이 일으켰던 갑작스런 폭동, 또는 살육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어쩐 일인지 모르지만 각자 자신의 정신을 되찾을 모양이었고, 그 수효는 대략 300정도였다. 일주일의 시간동안 사람들은 더이상 제 1구역도 안 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밖의 언데드들에게 반격을 가했다. 킬과 라니안느 는 지쳐 쓰러지도록 마법을 사용했고, 에실루나도 역시 정령술과 마법을 사용해서 언데드들을 물리쳤다. 그리고 3일 전에 비가 내릴 때 흠뻑 젖은 언데드들을 향해 서 마법 사용자들이 전격계 마법을 퍼부은 결과 힐텐펜스에서 언데드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이틀간에 걸친 수색으로 잔당(?)들을 모두 소탕했다고 생 각한 사람들은 다시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나, 1인당 1집을 소유해도 집이 남을 정도로 힐텐펜스의 인구 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성벽위의 공방전을 벌였을때, 가장 크게 다쳤던 하인츠의 왼쪽 눈은 무시못할 만 큼 다쳐있었지만, 내가 치료마법을 걸고, 힐링포션을 눈에 부어주어서 왼쪽 안구 는 무사했다. 부러진 팔도 붙여주었기 때문에 하인츠는 열심히 힐텐펜스 복원사업 에 이바지하는 중이었고, 킬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깨끗하게 고쳐주었다. 그래 서 미리안은 기뻐했다. 크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별 이상 없었다는 것이 매우 기 뻤나보다. 자신의 일 때문에 내가 정신이 없었을 텐데, 말끔하게 나아있으니 다행 이라는 것이지. 현재 힐텐펜스 도시 내부는 그렇게 많이 망가지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언데드로 변하면서 생겨난 사람들의 혼란에 의해 발생된 부산물들 때문에 조금 지저분하게 변해있었다. 일단 사람들은 시청의 주변 지역에 뭉쳐 살기로 하고서는 시청 주변 의 빈집들을 각자 차지하고 들어 앉았고, 킬의 일행과 안스란은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다. 여섯 정도 되는 인원이 살다 보니까 집이 커야했던 이유도 있지만 안스란 과 킬은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정을 보았기 때문에 큰 집을 주고 싶은 것이 킬 일 행의 목적이었다. 킬의 일행이 이곳을 떠나고, 16세의 소년과 소녀가 살기엔 조금 크다고 생각 될 집이겠지만 여차하면 여관을 열 생각이라고 하니 에실루나도 별로 참견하지 않기로 했다 한다. 원래, 그 건물은 작은 주점 겸 여관을 하던 건물이었 다고 한다. 게닌 시장은 힐텐펜스의 복원사업을 위해 국가에 전폭적으로 이주민을 들이일 수 있도록 하는 '자유정착제'의 시행을 허가해 달라고 전문을 보내었고, 피난민이 머 물러서 시체 투성이가 된 제 1구역을 경비대원들과 함께 청소했다. 그래놓고서는 일단 한숨을 쉬었지만, 사람들이 할 일은 도처에 쌓여있었다. 언데드가 죽어서 남은 시체들과 사람들이 죽어서 남은 시체를 처리하고, 부족한 물자와 도시 내의 빈 집에서 굴러다니는 귀중한 자원들을 한데 모아야 했다. 각종 귀중품도 나오기는 했지만 일단 이것은 시에서 총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생존자들 에게 지원금의 명목으로 일부 쓰이게 될 것이며, 나머지는 국가에서 허가가 떨어 지는 즉시 새 이주민들의 정착지원금으로 쓰이게 된다. 또한 이후 힐텐펜스를 이 용한 상회들에게 다시 한번 잘 봐달라는 명목으로 뇌물을 건네줘야 할 것이며, 그 외에 공적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식량과 가구에 대해서는 시에서 특별하게 제제 를 가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일하는 틈틈히 자신의 집을 만들어 갔고, 풍족한 식 사를 할 수 있었다. 자신들이 살아왔던 도시가 한순간에 망가졌고, 살아남은 목숨들이라서 그런지 사 람들은 웃음기가 없었지만, 매일 밤마다 벌어지는 술판은 사람들 사이를 조금 가 깝게 해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2월인가?" "네. 마스터" 나는 라스킨과 같이 식량이 담긴 수레를 끌어오면서 날짜를 계산해 보았고, 그때 서야 오늘이 12월 1일임을 알았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 2주 남았나? 영석의 형체 화가? 시간 참 빠르게 지나가는군. "그런데, 벌써 일하셔도 괜찮겠습니까?" "응? 왜?" "일주일동안 거의 아무것도 안드시고 계셨지 않습니까? 좀 쉬시는게…" "음. 라스킨. 난 가끔가다 네가 정말로 영리한지 궁금해. 내가 누군지 모르는건 아닐텐데? 거기에, 이제 막 죽다 살아난 미리안도 일하겠다고 나서고 있잖아" 라스킨은 그냥 피식 웃었고, 나는 작게 하품을 했다. 일주일동안 잠도 안자고 마 법을 퍼붓고, 밥도 한끼 못먹었다. 어쨋든 미리안이 살아났고, 그 다음에 나는 사 람들이 살지 않는 동네를 찾아다니며 일차적으로 여관에서, 그리고는 식당이나 시 장에서 각종 식량들을 빼오느라고 노동 중이다. 일주일동안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잔 사람이 하는 행동으로는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드래곤이다. 이 럴때 난 내가 드래곤이라는 것에 감사한다. 조금 지친 감이 있기는 해도, 그렇게 피곤하진 않으니까. "주모님께서도 좀 무리하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그건 그렇다고 생각해. 하지만 자기가 하겠다는데, 어떻게 해?" "다른 주모님께서도 가만히 계시니까 말씀입니다" "에실루나가 미리안의 상태는 괜찮다고 하니 믿어야지. 내가 봐도 미리안은 건강 해 보였으니까" 아마도 지금쯤 우리와 거의 비슷한 일을 하거나, 아님 다른 일을 하겠지. 미리안 이나 에실루나가 할 수 있는 일이야 많으니까. 인력으로 보자면 그녀들만큼 뛰어 난 고급 인력도 그렇게 흔하진 않다. 어느곳에 가서도 그녀들은 도움이 될 것이라 고 나는 생각한다. 설마하니 그 둘이서 못하는 일이 있을까? "…그래서, 바느질은 못 해봤다는 거야?" "네에…"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녀들의 의외의 면을 보고는 웃어야 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내가 식량들을 가지고서 하인츠와 안스란의 집에 일부 내려 놓고서는 다른 사람 들에게 나눠주고 돌아왔을 무렵, 힐링포션 작은 것 한 병을 다 비울 때까지 바늘 에 손이 찔려가면서 바느질을 하던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반쯤 울상이었다. 가사노 동과는 상당히 소원한 관계를 그리며 살아왔던 에실루나가 바느질을 못했 것은 어 느 정도 당연한 일이었고, 미리안의 경우 나의 레어에서 바느질을 배워졸 기회도 없었다. 옷이 망가져야 뭘 기우든지 할 것이 아닌가? 나의 레어에 오기 전 까지는 아예 가사노동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왔으니 그녀들이 특별하게 가사노동에 약하다 는 사실에 난 약간 당황함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는 귀족가의 장녀 인 츠렌과 마법사인 라니안느가 훌륭한 솜씨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혼자서 살 아오던 안스란에게 가사일은 늘상 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논외. 바느질이 어째서 필요한가 하면, 하인츠와 안스란이 고른 집에는 커텐들이 모두 찢어져 있던지 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라니안느의 마법으로 천을 생성해서 사용 하려 했지만, 어쨌든 그것도 재단을 해야 하는 종류였기에, 천을 자르고 각가 재 단을 하기로 했는데…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맡은 커텐의 가장자리 바느질된 곳에 는 군데군데 핏자국들이 묻어 있었다. 음… 이런곳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 이 나름대로 기쁘구나. "뭐, 각자 할 수 있는게 있고 못하는게 있는거야. 그런데 츠렌씨는 의외네요? 보 통 바느질은 안 배우지 않나요?" "어머? 무슨 실례의 말씀을. 귀족가의 여식에게 수놓기가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 지 모르시나보죠?" "아, 그렇군요" 음. 수놓기가 알고 보면 정말 우아하게 보이는 덕목이지. 사실 수놓기를 잘 하면 순식간에 신부감의 개인적인 점수 측면에서 올라가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 실이다. …잠깐, 그러고 보니까 엘프들이 놓은 자수는 모든 종족중에서도 최고라 고 하지 않았던가? 차와 자수, 원예에 관해서는 모든 종족중에 으뜸이라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었고, 책에서도 봤는데? 나는 잠시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미리안, 에실루나. 분명히 내가 알기로는 엘프들이 다른종족들에게 뒤지지 않는 세가지가 차, 원예, 그리고 자수인걸로 아는데?" "예? 아, 확실히… 그렇지만…" "예에. 그, 그렇지요…" 그녀들은 순식간에 자신 없는 표정이 되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엘브스 퀸의 석세 서가 그들이 자랑하는 필승삼기(必勝三技)에서 자신 없는 표정을 지었다는 사실에 잠시 그들 종족의 미래를 위해 기도했다. 둘은 확실이 차에 관해서는 일가견을 보 인다.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끓인 차는 막상막하지만, 미리안이 끓인게 조금 더 맛 있는 편이고, 미리안의 방과 에실루나의 방에 있는 화분들을 몇개 보자면 그녀들 의 원예 실력도 알만 하다. 헌데, 자수는 고사하고 바느질을 못해? 나도 할 수 있 는 것을?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해해.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말이야, 둘의 방에 있는 커텐을 잘 기억해봐. 자수가 놓여져 있지?" "네" "예. 그렇군요" "그거 내가 놨거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잠시 자기방의 커텐에 놓여져있는 자수를 생각해 보고는 경 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자수는 연두색과 녹색, 분홍색, 빨간색, 진홍색을 사용 해서 만든 장미넝쿨과 장미꽃이었고, 한면만이 아닌 양면에서 볼 수가 있도록 놓 은 양면자수이기 때문에 수준이 꽤나 높은 편이다. 쯧쯧쯧… 미안하게도, 내가 못 하는 일은 거의 없어. 그녀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날 보았고, 나는 팔짱을 끼 면서 말했다. "나도 할 수 있는데, 너희들이 못한다면 조금 이상하지?" "그, 그렇네요" "그렇…군요" 그녀들의 표정을 살짝 질린 표정이었고, 주위의 다른 이들은 모두 재미있다는 듯 이 날 바라보앗다. 남자가 엘프들이 질릴 정도로 자수를 잘 한다는 사실이 재미있 기는 하지. 나는 씨익 웃으면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노력해라" "…네" "노력하겠습니다" 그녀들은 속으로 다짐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리고 난 슬쩍 미소 지으면서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분명 이곳에서의 남은 시간과, 레어에 돌아가서 도 그녀들을 자수를 놓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수 없이 바늘에 찔리 겠지? 그녀들을 위해서 특수제작한 골무나 한 번 만들어서 선물로 주는 것도 생각 해 볼 수 있겠군. 또는 바늘을 제작해서 줄 수도 있고 말이야. 나는 아마 앞으로 편안한 표정으로 자수를 놓는 엘프의 우아한 모습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기뻐했다. 물론, 그 전에 그녀들이 수없이 찔리는 모습을 봐야 한다는 점 이 좀 찔리지만. ---------------------------------------------------------------------- 이번 편은 사건이 끝나고, 모든것은 다시 평상시대로 돌아왔다..라고 알려주는 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한 다음 사건을 위한 준비지점이겠지요. 편안한 무드를 좀 갖춰놓은 다음, 다시 사건을 뻥~ 하니 터뜨려야 하겠죠. 이전 챕터는 자잘한 사건이 여럿 터지는 챕터라, 그리 심심하진 않습니다. 예. 어쨌든 오늘의 연재도 이렇게 무사히. 전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목요일에 세편 들고서 돌아오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40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하인츠와 안스란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먼저 안스란 한명에 관해서라면 수수께끼가 얽혀있지. 들은바에 의하면 언데드들이 양동작전을 실행한 이유는 안스란을 납치-라고 밖에 생각 못 하겠군-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 다. 왜? 라는 질문이 붙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잘 모르겠어'뿐이다. 안스란 에게 대채 무슨 비밀이 있는지 본인조차 모르고 있었으니까. 하여튼, 하인츠가 처 절하게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어줘서 안스란은 지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채소 를 다듬을 수 있는 것이다. 하인츠의 관해서도 말 해 보자면, 일단 안스란을 구하려다 한번 기절하고, 1초가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하인츠는 성족의 일원이자 성지의 관리인과 대화를 나누었 다고 한다. 아마도 예상이지만 콰이헤른이 만난 성족은 하인츠와 접촉했던 그 성 족일 것이다. 성지의 관리인이라고 하면, 성지에서 모탈Mortal과 접촉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으니까. 거의 불멸자(Immortal)에 가까운 성족이나 사족은 필멸자(Mort- -al)와 만나기 위한 장소를 두는데, 그곳이 성지, 그리고 사지(邪地)이다. 어쨌든 하인츠는 초월자와 대화를 나누었고, 그것이 안스란을 구할 때였다는 것은 눈여겨 볼 만한 사실이다. 영석의 형체화를 알려주었던 성족과 하인츠에게 갑작스런 힘을 전해준 성족이 동 일 인물이고, 이번 일이 발생하게 된 계기는 영석이라는 것을 볼 때, 성족이 밀접 하게 관련되어있거나, 아니면 그들이 관장하는 신급의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 신 들은 자신들이 관여하고 있는 세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 을 따르는 신관들에게 성법을 사용케 하여 자신의 입지를 확장시킨다. 영석이라는 존재는 신을 따르며 자신을 오롯히 하게 하는 인간의 영혼의 근원을 제작하는 물 건이니, 신들이 민간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신들의 대리인이라고 불리우 는 성족이 끼여들어서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은 추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하인츠가 들었다는 열쇠와 자물쇠, 문, 그리고 열쇠의 지킴이와 자물 쇠의 지킴이, 내정되지 않은 자물쇠라는 수수께끼같은 말을 지금까지의 사건과 잘 어우러지게 생각해보면 이 말은 어느정도 결론이 나온다. 열쇠는 안스란. 자물쇠는 바로 나. 그리고 각각의 지킴이는 하인츠와 미리안. '문'은 이곳 힐텐펜스. 내정되지 않은 자물쇠는 바로 언데드들을 뜻한다. 이 모든 것이 성족의 뜻대로라면, 사실 열쇠는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나의 존 재는 콰이헤른이 나에게 말 했을 때부터 '내정된 자물쇠'가 되었던 것이고, 때마 침 내가 텔레포트한 장소에 안스란이 있었기에 그 아이에게 '열쇠'의 자격이 부여 되었던 것이다. 열쇠는 자물쇠에 맞게 변화된다. 그것은 즉, 내가 어느 장소에 도 착했느냐에 따라서 내가 보호해야 할 존재가 달라진다는 말이지. 만약 내가 다른 장소에 내렸다면 안스란은 그대로 죽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열쇠는 성족 들에 의해 선택되었던 것이지. 열쇠인 안스란은 내정된 자물쇠인 나에 의해 이끌렸고, 내정되지 않은 자물쇠인 언데드들은 억지로 자신들에게 안스란이 오길 강요, 즉 납치를 했다. 그리고 언데 드들의 또다른 의지인 사람들의 살육전이 벌어지면서 부터 내정된 자물쇠인 나의 '의지'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마침내 난 정신을 놓아버리고는 광란에 빠지게 괴 어버렸다. 하지만 난 아직까지도 <죽은 자의 위에 서는 것은 죽은 자이고, 죽은 자는 위에 서는 죽은 자를 칭송한다. 산자와 함께 되길 원한 오롯한 죽은 자는 내정된 자물 쇠와 멀어지게 되었고, 내정된 자물쇠는 죽은 자의 자물쇠와 부딪혀서 깨지고, 붕 괴 되었다. 열쇠의 지킴이는 열쇠를 지키지 못하였고, 자물쇠의 지킴이는 스스로 의 피로 자물쇠를 지켰다>라는 말에서 전반부분의 해석을 할 수가 없었다. '산자 와 함께 되길 원한 오롯한 죽은 자'가 대체 누구일까? 내정된 자물쇠가 나라면 분 명 나와 멀어졌다는 뜻이다. 그런데 누가? 열쇠는 안스란이고, 지킴이는 하인츠이 며 나의 지킴이는 미리안이다. 그러면 '산자와 함께 되길 원한 오롯한 죽은 자'는 대체 누구지? 어쨋든 이부분의 해석은 잘 못하겠다. 일단, 뒤를 해석하자면 내정 된 자물쇠인 내가 죽은 자의 자물쇠, 그러니까 살육을 벌이는 사람들과 만나서 이 성이 무너졌고, 미리안은 스스로의 피와 죽음으로 날 지켜냈다. 그 다음 말인 문고리와 문에 대한 책임은 바로 이곳 힐텐펜스에 관한 책임일 것 이다. 언데드들을 끌어왔기 때문에 열쇠가 위험할 위기에 처해있었는데도, 언데드 들을 단번에 없애지 못한 나의 잘못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안 스란과 하인츠를 모두 잃을 뻔 했지. 미리안의 목숨을 바쳐 날 구했듯이, 하인츠도 목숨이 경각에 처하면서도 안스란 을 구해내었다. 두가지 일에는 동질성이 발견되는데, 그것은 서로의 지킴이가 택 했건 사항인지는 모른다. 어찌되었든 모든 일이 성족에 의해 예견되었다고 해도, 이것은 전부 그들의 의지가 행하도록 한 일이니까. 그 다음에 대화를 좀 더 했더라면 뭔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하인츠는 아마도 일순간 성족이 자신에게 접촉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가장 영향력이 적은 사람에게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 성족이 개입하려 했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열쇠인 안스란이나, 자물쇠인 나에게 접촉할 수는 없었을 것이며, '문'인 힐텐펜 스에는 어떻게 접촉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물쇠의 지킴이 미리안은 그 때 칼에 찔렸던 상태이니, 남은 것은 하인츠 뿐이었다. 어쨌든 하인츠가 행사했던 힘은 안스란을 구하는 일에만 국한 되었으니, 데오듼이라는 성족은 접촉 잘 했던 거야. 소량의 수수께끼가 남지만, 대충 이것으로 어느정도 간략화를 이루어 낼 수는 있 다. 결국, '열쇠'가 '자물쇠'를 열어서 '문'을 열게 되면 일어나는 일이 무엇일까 가 이번의 과제다. "…이것을 그냥 해결하기에는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는고로, 풀려질 때까지 기다 려 볼까요?" "그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그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은 없 지 않습니까?" 킬은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했고, 나는 그렇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 실 성족이 하는 일에 우리같은 필멸자-어쨌든 드래곤도 죽는다-들이 난입을 해서 뭘 어떻게 해볼 거리도 없다. 그들의 계획을 방해한다? 그야말로 웃기는 소리 외 에는 전혀 되지 않거든. 어쨌든 우린 저녁식사를 하면서 좀 심각한 이야기를 해보 았지만, 남는 것은 허무한 결론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아저씨. 꼭 식사시간에 그렇게 칙칙한 이야기 해야해요? 그러니까 항상 식사하실 때마다 무슨 일이 터지는 거라고요" 안스란은 자신이 열심히 차린 식사가 무시되는 것에 조금 골이 났는지 볼을 부풀 리면서 퉁명스러베 말했고, 사람들을 웃었다. 요, 요것이…! 가뜩이나 사람 아픈 곳을 찔러?! 나는 이를 드러내 보이며 미소짓는 표정으로 말했다. "호오, 그러는 안스란은 자신의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 어서 하인츠의 입으로 들어가지 않아 불만인 게로구만?" "거, 거기서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와요!" 안스란은 얼굴을 새빨갛게 달구면서 소리쳤고, 사람들은 아까보다 더 크게 웃어 대었다. 안스란과 하인츠만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인데 뭘. 나는 발끈하는 안스란을 보면서 익살스럽게 말했다. "뭐, 그렇지 않다면야 나중에 이 큰 집에 소년과 소녀만 달랑 남을텐데, 거기에 담겨진 뜻을 누가 모를까봐?" "…! 이, 우, 그…!" 안스란은 하인츠와 잠시 마주본 다음 동시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뭔가 할 말을 찾 는듯 싶었다. 나는 생글생글 미소짓는 표정을 지어줌으로써 안스란을 더욱 열받게 했고, 결과적으로는 매우 즐거웠다. "하여튼… 수준이 똑같다니까" 나와 안스란이 하는 일을 지켜보던 미리안의 퉁명스러운 한마디는 나의 뒤통수에 통렬하게 작열했고, 결국 승자는 미리안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웃어대는 웃음소리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 훌쩍… 미리안 미워. 저녁시간에 가볍게 벌어진 술파티. 미성년자인 안스란과 하인츠가 마셔도 그 누 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이런 행동은 이곳 힐텐펜스에서는 대 유행이었으니까. 하 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또다시 복구작업에 동원되어야 하는 괴로움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적당히 마시는 점잖함을 발휘했고, 그 결과 알콜이 점잖함을 침식해 들 어가 우리모두 다같이 퍼마시고 노세~라는 현재 힐텐펜스의 유행이 되는 풍속도에 같이 참여하게 되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봐도 참 잘도 마시는 사람들이었다. 이제 저러면서 내일 아침에는 술먹은 사람들이 항상 그랬듯이 '내가 왜 그랬을까' 라고 후회하면서도 해장식을 먹은 뒤에 일은 나가겠지. 그리고서 그날 밤에는 또 다시 자신의 자제력을 시험하려다 결국엔 또 실패하고 부어라~ 마셔라~ 하는 모습 이 나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딜레마. 그래도 오늘밤은 다른때와 틀렸다. 그것은 바로 '미리안의 귀환축하'라는 명목으 로 벌여졌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걱정을 먹고서 일주일동안 얼음속에 갇혀있었 던 미리안의 무사생환을 축하하는 경사스러운 파티였던 것이다. 미리안은 상당히 감격해했고, 나 또한 기뻐했다. 어쨌든, 나의 경우엔 일주일만에 먹는 밥이었으니 까. "지쳤어요오…" "분위기가 지치게 하는 분위기였어" 미리안은 용케도 홀로이 살아남아 있었다. 무엇보다도 다크호스인 라니안느는 일 을 한 피곤함 때문인지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마신 것과 같은 양의 '적은 양'을 혼 자서 해치우고는 옆에서 음침하게 술마시는 머기에게 기댄채 곯아 떨어졌고, 머기 는 조용하게 마시다가 조용하게 곯아 떨어졌다. 아마 그 누구도 머기가 곯아 떨어 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늘 곯아 떨어지고 난 후에야 사람 들이 알아채곤 했으니까. 킬과 라스킨은 미리안의 생환을 기념하며 폭주대작에 들어섰고, 결과는 라스킨의 승리였지만 복수르 하겠다고 나선 츠렌과의 대작에서 뻗었다. 워낙에 많이 마셨던 것이 원인이었고, 츠렌은 승리자의 웃음을 짓다가 쓰러졌다. 킬과 츠렌 커플이 덤 벼서 이루어낸 결과는 무승부라는 재미있는 상황이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서로 잔을 부딪히면서 즐겁게 마셨고, 요 몇년간 술에 대한 내성이 확고하게 다져진 미리안은 능숙하게 에실루나를 패퇴시켰다. 그래서 지금 바느질을 못하는 엘브스 퀸의 석세서 아가씨는 나의 옆 자리에서 엎드린채 곤하게 자고 있었다. 안스란과 하인츠? 술에 대해선 무지몽매한 두 소년 소녀는 본격적으 로 마시는 분위기가 될 때, 패배를 시인하고는 무너졌고, 그 결과 유이(唯二)하게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잠자리로 올라간 케이스가 되었다. "일단 뒷정리는 해야겠군" "저도오 같…이는 못하겠네요오…" 미리안은 일어서려다가 순간 휘청이고는 의자에 풀썩 주저 앉았다. 나는 발갛게 달아오른 귀여운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대총 손과 마법을 사용해 서 술병과 술잔, 그리고 음식 찌꺼기, 접시등을 치웠고, 한사람씩 각자의 방으로 텔레포트 시켜주었다. 일단 술에 먹혀버렸으니 직접 부축하지 않고 마법으로 보내 는 불성실함을 보였다고 해도, 뭐라 할 말이 없는 사람들이지. "저도오… 바앙에 데려다 줘요오…" 내가 사람들을 다 치워(?)버리는 것을 본 미리안은 나에게 가볍게 매달리면서 말 했고, 나는 알았다는 듯이 그녀를 부축하려다가, 다리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것 같아서 그냥 안아올렸다. 우엑?! 엄청 가볍구만. ---------------------------------------------------------------------- 안녕하세요. 목요일에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2월달의 끝에 다다랐군요. 학생여러분들이라면 곧 개학이겠습니다. 그리고 직장인 여러분들에게는 좀 더 빨리 한달이 넘어가겠지요. 학생의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1년을 3월에서 2월까지로 묶어서 생각해 버리니, 조금 불편합니디만. 날씨도 봄에 가까워졌군요. 곧있으면 꽃샘추위가 다다를 것입니다. 3월당에 또 눈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은데.. 어쨌든, 오늘도 연재 3편이 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라이니시스 전기] 005.41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냥 저도 마법으로 휘이익~! 날려버리시지 그랬어요오" "의식은 남아있잖아" 술주정을 하는 엘프가 어떤 것인지는 미리안을 보면 알 수 있다. 주량은 에실루 나를 거꾸러뜨리고도 남지만… 그래도 내새울 주량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술 에 취해서 주사를 부리니 그나지 깨끗한 상태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에실루나가 넘어가기 전에 약간 사근사근 해지는 것이 그녀의 주사지만, 미리안의 경우는 이 건 거의 지나얀을 생각나게 한다. 물론, 엘프들이야 언제든지 자신을 제정신 상태 로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난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자기가 이러고 싶다는데, 내가 말릴 이유는 특별히 없으니까. "저… 보기 싫죠?" "응? 뭔 소리야?" "후에… 술 취해서 주정하는 여자는 싫으시죠?" 나는 피식 웃었다. 주정도 주정 나름이지. 지금 미리안이 주정하는 것은 상당히 귀엽다고 볼 수 있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엇보다도, 미리안인데 싫을 이유가 어디있담? "괜찮아. 그 정도만 유지하면 넌 충분히 귀여워" "귀여워요? 우엥… 어린애 취급!" 미리안은 볼을 부풀리면서 골내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애라… 그런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렇게 취급한 적은 없는데? 나는 슬쩍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누가 누구를?" "라이니시스님이 나를!" "어떻게?" "어린애 취급을" "왜?" "귀엽다고 했잖아요!" 왠지 육하원칙을 따지는 것 같아서 난 그만 피식 웃었고, 그러자 미리안이 바둥 대는게 느껴졌다. 그래, 비웃는 것 같아서 싫다 이거냐. "귀엽다는게 꼭 어린애 취급은 아니야. 주로 어린아이에게 사용하는 형용사이기 는 한데, 어른에게도 사용 가능해" "부우~! 그래도 싫어요" "그런 모습이 귀엽다는 말이지" "라이니시스님!" 미리안은 잔뜩 골내는 목소리로 소릴 빼액 질렀고, 난 그 소리가 조금 크다고 생 각했다. 이러다가 술취한 사람을 다 깨겠다. "쉬잇. 사람들 깰라" 미리안은 그제서야 입을 다물었지만 표정은 불만이 많다는 표시였다. 흠… 하지 만 사실이야. 귀엽고 발랄한 면이 네 장점이지. 일부러 고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 되고, 고쳐질지가 의문이지. 미리안아. 아무리 봐도 그런건 네 천성이라서 고치려 고 할 필요는 없을걸? 나는 2층으로 올라와서는 미리안이 쓰고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특별히 방을 나 눠서 쓰자는 건 아닌데, 방이 너무 많이 남다보니 1인 1실이 주어지게 되었다. 우 리 일행이 전부 하나씩 쓰고도 2개의 방이 더 남는데, 안스란하고 하인츠는 하루 종일 방청소만 하고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뭐, 여관을 열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할 건덕지는 없겠지. 일단 미리안을 눕히고는 적당히 이불을 덮어주었다. 창문에선 달빛이 비춰들어와 미리안을 비추었고, 푸르른 달빛 아래에 미리안의 금발어리가 묘한 생상으로 반짝 거렸다. 미리안은 잠이 눈을 깜빡거리면서 날 보고는 크게 숨을 쉬고 상체를 일으 켰다. "응? 왜 그래?" "알콜의 항진 효과인가봐요. 정신을 되돌렸어도 잠이 잘 안오네요" 미리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힘없이 살짝 웃었다. 음… 확실히 엘프들의 정신력은 편하단 말이야. "그냥 그 정신이었으면 잠을 잤을지도 몰라" "그랬을까요? 제가 좀 잘못 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알콜은 약간의 항진효과는 가져오지만, 몸을 피로하게 한다. 미리안은 그래서 올 곧은 정신에 힘없는 몸이 조금 부담스럽겠지. 음… 그러고보면 나도 정말 취하고 싶어지는군. 술이란 그저 '조금 특이한 맛의 음료'라는 생각 외엔 전혀 안드니까 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주사부리는 드래곤이라니, 너무 안어울리잖아? "라이니시스님. 지금와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말 죄송해요" "왜 그래. 내 잘못도 있었어. 네가 그런 기분인지 미리 눈치챘어야 했어" "아니에요. 생각해보면 그건 정말 자기비하였거든요. 제가 나빴어요" 미리안은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하지만 나보다도 피해를 입은 사람은 미리안이다. 뭐라고 해도, 저승사자와 안면을 텃을지도 모르 니까. 하지만, 결국 그녀는 싸이에게 속아서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이지. 음, 그렇 다고 해도 그것은 미리안의 의지였다.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될 사항이며, 말한다 고 해서 그녀가 다시 자살하려들거나 하진 않겠지. "살아났으니까 된 것이고, 내가 온전한 정신이니까 그것으로 된 거야. 네가 미안 해야 할 점은 없어. 도리어 내가 미안하지. 나 자신을 조절하지 못한 것은 나의 과실이니까" "하지만 그건 사람들을… 그리고…" "휴우, 서로 사과하는건 그만두자. 이러다가 밤새 사과만하겠다" "푸후훗. 그건 그래요" 그리고선 잠시 미리안과 나 사이엔 침묵이 흘렀다. 특별하게 이야기 해야 될 거 리가 없어졌다. 음… 이럴때는 뭔가 대화주제를 꺼내야 할 듯 싶은데, 잘 생각이 안난단 말이야. 나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달과 별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으 며 도시는 어둠속에 잠겨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잠을 자야겠구나. "자, 그럼 이만 쉬어. 피곤할테니까. 잠이 안와도 누워있다가보면 자게 될 거야. 그럼 난 이만" 나는 웃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 많이 마시고 피곤할 테니까 쉬게 해 줘 야지. 하지만 나는 한걸음 이상 뗄 수가 없었다. 미리안이 갑작스럽게 내 팔을 잡 은 것이었다. 에? "저기… 죄송해요. 조금만 더… 같이 있어주세요" 미리안은 고개를 숙이고는 수줍게 말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아마 응석을 부리 는 것이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안이 응석부리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 군. 평소에는 혼자서 일어서려는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말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 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미리안의 바로 옆에 앉았고, 미리안은 조금 머뭇거 리다가 나에게 기대어왔다. 그래. 오늘은 내가 전부 받아주마. "가끔은… 너무 이러고 싶었어요" "응석부리기?" "네. 하지만… 에실루나를 보면서 참았죠" "왜?" "그게… 저… 그런 여성상을 좋아하실것 같아서…" 미리안은 머뭇거리면서도 차근차근 확실하게 나에게 파고들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대었고, 그 다음엔 내 옷을 잡더니 이번엔 팔에 매달렸다. 나는 미리안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음… 실프, 문 닫고. 사일런트" "?" "푸하하하핫! 하하하핫! 아하하하하! 크크크크큭!" 실프로 문을 닫고, 방안의 소리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사일런트를 건 다음에 나는 미친듯이 웃어제꼈다. 크하핫! 미리안! 너, 너, 너 정말 웃겨주는구나! 으하하핫! 하하하하! "아니… 저, 그러니까…" 미리안은 자신이 한 말에 내가 웃는것을 보고는 당황해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나로 하여금 더 웃게 만들었다. 미리안아.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미리안. 내가 정말로 그런 여자상을 원하는 걸로 보였어? 푸후훗! 솔직히 말하 자면 에실루나같은 여성상도 좋긴 하지. 침착하고, 진중하고, 우아하지. 그리고 기품도 있고. 하지만 말이야, 에실루나에게 없는게 뭔지 알아?" "예? 그게 뭔데요?" "발랄함과 귀여운이야. 굳이 말하자면 에실루나의 성격은 차가운 달 같지. 하지 만 그런 만큼 따사로움이 조금 부족한 편이야. 너무 이성적이고 냉철하지만, 너 는 밝잖아. 비교하자면 너는 태양이지" "그…런가요?" "그래. 한가지 알려줄까? 달빛은 태양이 있어야 빛날 수 있는거야" 미리안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그러고보니, 미리안은 계속 그렇게 에실루나를 동경해오면서 살아왔다는 소리이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 밖에. 나는 미리 안의 어깨를 감싸안고는 말했다. "자기비하는 정말 싫더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자기 자신에게 항상 모자른 것만 말하고, 자기가 늘 못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을 잡을 권리조차 없는거야" 항상 자신이 모자르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없는것을 말하고, 마치 자긴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세상에 정말 많다. 내가 싫어하는 부류이기 도 하고, 꼭 그런 사람들이 난 불행하네 어쩌네 라고 이야기 한다. 자기비하를 하 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까? 난 알 수가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자 신이 가진 능력을 개발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자기비하를 하는 사람은 행복 을 잡을 권리에 앞서 따르는 의무인 '긍정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 의무조차 수 행하지 못하면서 권리를 바라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이지. "네. 앞으론 투정 안할게요. 후훗" 미리안은 밝고 명랑하게 웃었다. 가끔, 그 발랄함이 지나쳐서 문제가 되기도 하 지만 그것도 나름대로의 매력이라고 볼 수가 있지. "여기에서… 15일 까지는 있겠군요?" "그렇겠지. 영석의 형체화를 구경하러 온것이니까" 거기에, 입밖으로 꺼내어 말 할 수 없는 것은 안스란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문 제다. 괜히 불안감을 심어주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그런데… 그때 무슨 생각 하고 계셨어요?" "응? 언제?" "음… 저희가 오기 전에" 미리안은 나에게 안겨있다가 조금 불안한 눈으로 날 올려다보면서 말했고, 나는 그게 언제를 말하려는 것인지 알았다. 내가 사람들을 죽일때이다. "그때는… 내 의식은 검은 어둠속에 갇혀 있었지. 죽이기를 시작했을 때 부터 말 이야" "아예… 의식이 없으셨다고요?" "응. 죽는 줄 알았어. 그래서 살고 싶다고 몸부림을 쳤지. 그리고 그럴 때에 거 대한 충격이 나에게로 닥친거야. 그때가 너를 찔렀을 순간이지" "그렇군요…"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아마 네가 아니었으면 난 이렇게 너와 함께 있지도 못했 을 거야. 나를 불러 들려준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너였어" 나는 그 때를 생각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미리안이 살기를 거부했었 지. 그리고서 일주일이 지난 지금, 우린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다. 미리안은 내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때… 죽으려고 했을 때, 어쩌면 전 죽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단지 오기를 부 린 것일 수도…" "살아났으면 다 괜찮은거야.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 안하기로 했지?" "예. 알아요" 미리안은 다시 나와 거리를 두더니 나와 눈을 맞추었다. 죄책감, 감동, 회한, 후 회가 뒤섞인 눈이었고, 나는 그냥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그런 표정은, 너한테 영 어울리지 않는다니까. 그리고 잠시 그녀의 표정이 조금 머뭇대는 듯 싶었고, 나는 머뭇거리는 그녀를 보다가 작게 킥 하고 웃고는 살짝 입을 맞춰주었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고는 멀어졌고, 미리안의 얼굴은 금새 발갛게 달아올랐다. 이 런 점이 귀여운 것이야. 나는 그런 그녀의 표정변화가 재미있어서 가만히 보고 있 었고, 미리안이 뭔이 입으로 오물거리는 듯 싶더니 갑자기 나를 확 밀쳤다. 어어 엇?! 부드럽고 푹신한 충격이 뒤통수와 등에서 느껴졌고,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무렵, 미리안의 얼굴이 보였다. …어라? "이런말 하는 제가 너무 당돌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저 정말 용기 내서 말하는 거예요" 미리안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나 의 몸 위로 약간의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미리안의 심장 고동이 느껴졌다. 거세게 약동하는 생명. 미리안은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대면서 낮게 말했다. "오늘… 저 혼자 두지 말아주세요" 나는 손을 올려서 미리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내 손길이 움직일 때마다 그 녀가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나하나가 정말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말해놓고 서 자기가 떨고있는 모습이라니…. 나는 옆으로 몸을 반바퀴 굴렸다. 그러자 미리 안이 밑에서 날 올려다 보는 모습이 되었고, 나는 그녀와 얼굴의 높이를 맞추고는 말했다. "기꺼이. My Lady" 그녀의 표정이 환해지면서 그녀가 미소지었다. 나는 그녀에게로 얼굴을 숙였고, 그녀의 두 팔이 내 목에 감겨져 왔다. 조용한 밤이었다. ---------------------------------------------------------------------- 러브 앤드 베드 신.. 일까요. 어쨌든, 그런것입니다. 하하하핫. 그리고 다음편은 외전입니다. 오디와 나미아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지요. 거의 변신에 가깝습니다만...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Change : Odi & Namia (1)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저와 제 주인이신 나미아 이켈라인의 이야기입니다. 아우레스력 1435년 초에 저와 제 주인님은 좋다면 좋다고 할 수 있 으면서, 그렇지도 못한 '변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주인님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일도 겪었지요. 아, 제가 누구냐고요? 제 이름은 '오디 미아 싸이 이켈라인'입니다. 오디 미아는 제가 변화를 겪기 전, 아버님의 협박으로 주인님께 팔려갔을 때, 그 분이 붙여주신 이름이고, 싸이 이켈라인은 제 아버님들의 이름을 빌린 것입니다. 어쨌든, 제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정신의 정령이신 '싸이'라는 이름의 아 버님과 조금 특이한 포유동물에 지나지 않았던 저에게 마법과 고등한 정신을 주신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이라는 이름의 아버님이 있었기 때문이니까요. 지금의 모습이 되기 전, 저는 흔들리는 것에 집중하고, 털실뭉치에 대한 큰 욕구 를 가졌으며, 설치류에 대한 미식세계를 피력하던 고양이과의 동물인 고양이였습 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이 있다면, 제 눈은 양쪽의 색깔이 다른 오드 아이 였다는 사실입니다. 제 이름인 '오디'는 여기서 따온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들어가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이야기 하자면, 사실 저는 10 년의 나이를 먹으면 보통 동물과는 다른 모습과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오드 아이 의 고양이를 비롯한 오드 아이의 동물은 모두 '죽은 신의 파편'이라고 해서 나중 에 특이한 능력을 가지게 되지요. 그 특성은 눈에 잘 나타납니다. 아, 이 사실을 어째서 인간들과 엘프분들, 그리고 드래곤분들이 모르느냐 하면 오드 아이가 흔하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것에 대해 자세하게 관찰한 사람도 없으며, 지성체가 있는 곳에서의 힘의 발현을 본능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는 매우 희귀한, 역사상 단 한 번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부하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제 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푸른 눈과 붉은 눈을 가진 저는 불과 얼 음을 자유 자재로 부릴 수 있습니다. 저에게 고등한 정신이 주어지기 전까지는 저 도 모르전 사실인데, 앞으로 5년 정도 있으면 저에게 힘이 들어올 것입니다. 지금 의 제 주인님은 불과 산을 다루시는 능력이 계시죠. 아, 죄송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군요. 그러면 지금부터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저와 제 주인님이 변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루하실지 모르지만, 잘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우레스력 1435년 2월 1일. 에실루나의 귀환 이후, 라이니시스의 레어는 이렇다 할 것 없는 평화로움만이 감 돌고 있었다. 비록 그 평화로움이라는 것이 하루에도 몇번씩 깨지는 화병이나, 나 미아에 의해 오발되는 마법, 오디와 나미아가 누가 고양이고, 누가 인간인지 모를 정도로 뛰어다니면서 발생시키는 소란으로 유지되는 평화스러움이라는 사실은 레 어에 거주하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물론, 본인들을 제외하고. 가끔 엘프와 드워프들이 이걸 가져와달라, 이걸 해 달라 등의 의뢰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 라이니시스는 연구실에 틀어박혀 무언가는 만들려는 중이었고, 마법에는 조예가 있어도 연금술에는 조예가 없었던 그의 두 반려자는 그냥 늘 그러려니 하 고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보다는 뛰어난 편이지만, 그래도 망각이 있는 엘프들이 기에 그녀들은 라이니시스가 무엇을 가지고 연구하는지 알았더라면 아마 두 팔을 걷어부치고, 눈물까지 흘려가면서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가 연구실에 서 나와 하루에 한 두번씩 콰이헤른이라는 새로 생긴 친구-우연히 만나 마음이 맞 았다고 하는 인간 마법사였다…라고 그녀들은 알고 있다-에게 자문을 구하러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나미아는 레어로 들어온지 단 3일만에 그곳의 모든 구조를 파악하고는 흰색 고양 이와 함께 매일매일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그래서 미리안 이나 에실루나가 나미아를 찾을 때는 항상 보물창고에서 동전쌓기나 보석던지기를 하고 노는 나미아, 또는 무기고에서 염력으로 무기를 띄워 이리저리 날려보는 놀 이를 해서 찾으러간 그녀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나미아, 주방에서 음식 훔쳐먹다가 걸려서 눈을 동그랗게 뜬 나미아 등등… 여러가지 형태의 나미아를 발견할 수 있 었고, 그것은 그녀들의 일상생활중 하나가 되었다. 어쨌든 그런 나미아가 라이니시스의 연구실이라고 못들어가 봤을리는 없겠지…라 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나미아가 들어온 이후, 자신의 연구실에 철저하게 보안 을 걸어두었기 때문에 나미아로서는 '아직 들어가보지 않은 또다른 세상'에 대해 서 매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라이니시스가 급한 일로 그냥 나갔을 때, 나미아가 그의 연구실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호아… 굉장하다…" 나미아는 기미묘묘한 형태의 유리관과, 같은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색을 가지고 있는 액체들이 흘러다니는 모습, 그리고 가끔 여기저기서 악품들이 반응하면서 내 는 갖가지 소리에 경탄하고 있었다. 역한 냄새가 나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아홉살난 소녀에게 그런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오디를 꼬옥 끌어안은 채로 이리저리 도도도도 달려다니던 나미아는 문득 책장같은 곳에 진열된 보석들을 보 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런 보석쯤이야 보물창고에 가면 다 있는데 어째서 이곳 에는 이렇게 특별하게 진열 해 놓았을까? 나미아는 그러면서 책장을 열고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보석들을 염력으로 몇개 끌어내렸다. "우웅… 그냥 보석같은데…" 나미아는 여러개의 보석을 손에 쥐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물론 그녀는 그것이 라 이니시스가 특별히 제작한 퍼스널리티 스톤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설령 알았 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호기심은 곧 식어버렸을 것이다. "후웅… 재미없어" 나미아는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퍼스널리티 스톤을 원래 있던 선반에 되돌려 놓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대단히 만족했다. 물론, 어린아이였 기 때문에 자신이 올바른 위치에 그것들을 놓았을지는 확인하지 않고서 자기가 이 루어낸 업적에만 감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서 나미아는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이 별로 없단 사 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 후에 그녀가 연금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부터 이 생각은 전적인 수정을 맞게 된다. 어쨌든, 나미아는 잠시 아무데나 걸터 앉아서 쉴까 하고 한숨을 포옥 내쉬었고, 그러던 도중 문득 자신의 눈에 띈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유리상자안에 고이 모셔진 검은색의 돌이었다. "예쁘다…" 칙칙한 색을 가진 돌에 대해서 보통의 여자아지가 낼만한 반응은 아니지만 어쟀 든 나미아는 그것을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오디를 케이스 옆에 두고서 케 이스를 열었고, 나미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는 그것을 집어내어서 반짝거리 는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것이 뭔지는 알아보려하지 않았다. 그것은 라 이니시스가 매쉬암의 감정채집마을에서 가져온 감정채집석으로, 곧 있으면 그것에 쳐놓은 봉인이 풀리기에 라이니시스가 잠시 꺼내두었다가 이것에 관련해 콰이헤른 에게 뭔가 물어볼 것이 있어서 나갔던 것이다. 오디는 옆에서 하품을 하고는 몸을 둥글게 말아서 잠시 쉬려다가, 뭔가를 느끼고는 귀를 쫑긋 했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던 오디는 나미아가 들고 있던 감정채집석을 냉큼 물어서는 달려가기 시작 했고, 나미아는 화들짝 놀랐다. "아앗! 오디! 반칙이야! 그거 나미아꺼란 말이야아!" 뭐가 반칙인지는 모르겠고, '내 손에 들어오면 모두 내 꺼'라는 간단명료한 어린 아이의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던 나미아는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오디는 그것을 내어줄 생각이 없었나보다. 나미아는 오기가 발동해서는 오디를 뒤 쫓기 시작했고, 오디는 오이대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콰장! 타당! 챙! 쨍그랑! 텅! 갖가지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라이니시스가 보았더라면 입에 거품을 물로 쓰러질 상황이 나타나고 있었다. 나미아와 오디는 그야말로 연구실을 뒤집어 엎으면서 추 격전을 벌였고, 오디는 계속 달려서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아앙! 오디이! 이리 줘어! 나미아가 발견했단 말이야!" 이때 마친 돌아온 라이니시스는 또 뭔가 문건가지고 장난을 치는구나 하면서 빙 그레 웃었지만, 오디의 입에 물려있는 것을 보고는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분명 이 저것은 오늘이나 내일쯤에 봉인이 풀릴것이라고 했었는… "오디잇!" 라이니시스는 순간 소릴 질렀고, 그것 때문에 달려가던 오디는 깜짝 놀라서 감정 채집석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리고 정적. "으와악! 오디! 대체 뭘 먹은 거야! 뱉어! 뱉어내!" "아, 아빠! 오디 괴롭히지 마요! 아빠아!" 라이니시스는 오디를 붙잡아 들고서는 채근하면서 오디를 흔들었고, 자신의 애묘 가 흔들려지는 것을 본 나미아는 라이니시스에게 매달렸다. "무슨 일이세요? 갑자기 오디를 괴롭히고?" 미리안은 방에서 화초들을 돌보던 도중 갑자기 들려온 큰 소리에 나왔는데, 거기 서 본 것은 갑작스럽게 고양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라이니시스와 그것을 필사 적으로 말리는 나미아의 모습이었다. 순간 미리안은 고양이를 '싫어하던 라이니시 스가 드디어 자제심이 바닥났구나'라고 생각했고, 그것에 대해 뭐라고 말 하려 했 다. 그리고 그 순간, 라이니시스는 오디를 저 멀리 집어 던졌고, 갑작스럽게 발생 한 동물학대적 행위에 미리안과 나미아는 벙한 얼굴로 놀랄 뿐이었다. 두 모녀가 동시에 분노의 표정을 지으며 뭐라고 하려는 순간, 오디의 몸에서 검은 기류가 뿜 어져 나왔다. "제기랄! 미리안! 받아!" 미리안은 갑자기 자신에게 날아오는 나미아를 보면서 드디어 라이니시스가 자식 에게도 고양이의 개념을 적용시키기로 겸심했다고 착착했다. 하지만 앞에 들려온 말은 나미아를 받으라는 것이고, 그 말에는 보호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기에 그 녀는 미리안을 받아내었다. 그러는 동안 검은 기류는 점차적으로 둥글게 퍼져가고 있었다. 라이니시스는 이 제는 별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오른손을 옆으로 뻗으면서 외쳤다. "시료스!" 그러자 라이니시스의 방에 잇던 시료즈가 순식간에 그의 손에 착용되었으며, 착 용된 순간, 라이니시스는 와이어들을 뽑아 전개시키면서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마 법을 시료스에 주입시켰다. "포스 배리어(Force Barrier)! 엘리먼트 월(Element! Wall)! 필드 더 매직 디펜 스! 배리어!" 2개의 마법 방어와 1개의 원소방어, 1개의 '힘'을 차단하는 마법들이 발동되면서 그 자체로 결계화를 이루서 검은 기류를 가두는 데 성공했다. 라이니시스는 이를 갈면서 말했다. "후우,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이걸 어떻하지?" 봉인을 다시 시키려고 하면 그것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 될것이다. 일단 한 번 봉인이 깨어져버렸으니 봉인에 대한 내성이 어느정도 생겼을 것이 그 첫번째의 이 유고, 두번째로는 오디의 존재가 어떤 변수로 작용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반 세제 곱 인치의 공간속에 흐르는 마나량이 비록 적기는 하지만 캐스팅하기 위해서는 그 것또한 변수가 될 수 있듯이 오디의 존재는 봉인에 있어서 중요하고도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변수다. 어떤 값이 들어갈지 예측 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라이니시스는 이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생각했다. 언령을 사용하면 될 지도 모르 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아직 2언령을 사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본인의 언령을 2언 령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이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저 검은색 의 기류가 음적인 '감정'이란 사실을 깨달은 그는 싸이를 불러내었다. ---------------------------------------------------------------------- 이번 챕터 내의 외전은 오디 & 나미아로 쓸게 없어지는 군요. 뭐, 어쨌든 간에 이것도 한 네다섯편정도.. 어쨌든 외전입니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월요일에 3편 드고서 다시 타나나지요. 그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Change : Odi & Namia (2) 「생각이 늦군. 어쨌든 저지경까지 저걸 저대로 놔둔 주인의 정신상태에 상당한 의문을 가지는 바야」 싸이의 정신음이 들려오면서 라이니시스는 뭐라 반박할 거리가 없는 것에 화가났 다. 싸이의 화법이 늘 그렇듯이, 결국 자신은 거기에 반박할 수 없는 것이다. 어 쨌든 그는 늘 그랬던 어법을 고치라고 화를 내는 것 보다 지금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해법이 급했다. '그, 그런건 어찌되었든 좋으니까! 저것들을 어떻게 재봉인이라든가 할 수 있는 거야?' 「못한다. 봉인이 너무 강했기에 내성이 강해졌다」 그의 생각 대로였다. 저런 종류의 물건은 대개 한번 가둬놓으면 내성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뭐? 그럼 어떻게 해! 저거 저대로 냅둬?' 「레어를 버리고 도망가라」 싸이는 매우 당연하기 그지 없다는 듯 간단명료하게 말했고, 그는 황당해하는 표 정을 지었다. 레어를 버리라니, 그것은 단순히 인간들이 집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 니라 자기 일족의 치욕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농담하냐? 그럴 기분이 전혀 아니올시다야! 농담 할 기분이면 다른 방법들을 좀 내놔 봐! 쓸데없이 이상한 말만 하지 말고!' 싸이는 잠시 생각을 하는듯 했다. 라이니시스는 기다렸다. 늘 표독스러운 말들만 하긴 하지만 싸이의 판단력을 상당히 신뢰할만 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지금의 상황은 싸이의 전공이다. 훌륭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행동은, 비전문가의 허 물이 되지 않는다. 「저기 있는 감정들의 집합으로 보아 하건데, 퍼스널리티 스톤과 날 저곳에 투입 시켜라」 '퍼스널리티 스톤? 그건 왜?' 「감정의 증폭과 제어, 그리고 생성과 숙성을 위한 용도다. 저것은 이미 재봉인 이 불가능하고, 흩어놓기도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안정시키는 방법 외엔 없겠 지 않는가?」 안정시킨다는 것에 라이니시스가 떠올린것은 몇개 없었다. 그리고 평소의 싸이의 성격을 볼 때, 싸이가 택할 방법은 그중 몇가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확인을 하기 위한 용도의 일문을 했다. '안정시킨다고? 어떻게? 설마…?' 「그렇다. 정신의 정령을 만든다. 하지만 저 안의 고양이때문에 정신체로서의 정 신의 정령은 탄생하지 않을것 같군. 정신의 정령화시킨 감정들은 용감하게 감정 채집석을 삼킨 고양이와 융화되어 고양이를 정신의 정령화로 이끌 것이다」 저기의 넘치는 감정에 싸이와 퍼스널리티 스톤이 들어가서 새로운 감정들을 생성 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융화시켜 안정화를 시키면 감정채집석을 소유(?)한 오디에 게 그것들이 하나되어 오디가 곧 정신의 정령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였다. 라이 니시스는 과연 가능한지 그것이 의문스러웠다. 정령이 정령을 탕생시킨다는 이야 기는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의 정령이 정신의 정령을 만들 수 있는거야?' 「그렇다. 여건만 된다면 하위체의 개념이지만 그 힘은 같은 수준의 정신의 정령 을 탄생시킬수가 있게 된다. 봉인도, 무효화도 안되면 안정시켜야지. 어떤가?」 '가능성은?' 「퍼스널리티 스톤이 없다면 1%. 있다면 99%」 저 말은 즉, 퍼스널리티 스톤을 내놓으라는 소리다. '…간단해서 좋군. 좋아, 하겠어. 퍼스널리티 스톤을 주고 내가 해야할 일은?' 「기다려라. 대략 15시간 이내로 해결이 될테니」 라이니시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왼손으로 퍼스널리티 스톤중에 서 하나를 랜덤으로 선택에 텔레포트 시켰고, 그의 손에는 노란색의 주먹 반만한 호박이 들려지게 되었다. 어떤 인격이 들어가 있었는 지는 만들때 그냥 한꺼번에 만들었기 때문에 그는 잘 모르겠지만 일부 성능이 뛰어난것을 빼고 나머지의 성능 은 다 거기서 고만고만하니 이것도 그런 종류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싸이. 이정도면 돼?' 「좋다. 셋을 세면 그것을 안으로 던져라. 하나… 둘…」 "셋!" 라이니시스는 퍼스널리티 스톤을 결계의 안으로 던졌고, 그와 동시에 검은 그림 자가 슈욱하고 안으로 같이 들어갔다. 그러자 천천히 먹구름처럼 움직이던 감정의 빛이 갑자기 움찔 하더니만 엄청난 속도로 유동하면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기 시 작했고, 그는 결계를 풀지 않은 채로 그냥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자신이 집어던진 퍼스널리티 스톤이 어떤것인지 궁금해졌다. "뷰어Viewer! 연구실의 4번 선반!" 독자적으로 개발한 마법중에 원하는곳을 마음대로 보여주는 뷰어를 사용했고, 곧 그의 눈앞에 원형의 푸른색 막이 생성되면서 연구실의 4번 선반에 따로 분류해둔 퍼스널리티 스톤들을 비춰주기 시작했다. 선반 전체를 비추던 라이니시스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치가 전과는 틀린 것이다. 분명, 외출하기 전에 확 실하게 확인하고 갔었던 것이다. 선반은 4단의 선반으로, 맨 아래부터 보통, 상급, 최상급, 궁극(Ultimate)의 퍼 스널리티 스톤이 놓여져 있고, 궁극의 퍼스널리티 스톤은 하나밖에 없다. 애시당 초 그것은 거의 실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그것에 대 해서는 라이니시스가 관리를 철저하게 했던 것이다. "어…라?"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역시 위치가 바뀌어있던 것이다. 궁극의 퍼스널리티 스톤 이 있던 자리에 상급의 퍼스널리티 스톤이 올려져 있었고, 최상급의 한칸이 비워 져 있었다. 그리고 암만 찾아봐도 궁극의 퍼스널리티 스톤이 없었다. 그는 방금전 자신이 던진 퍼스널리티 스톤과 궁극의 퍼스널리티 스톤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 닫고는 아연실색했다. 그리고는 주위가 상당히 어지럽혀져 있었다는 것과, 오디가 불고 있던 물건을 생각해내고는 그것을 잘 조합한 결과, 이렇게 외쳤다. "나미아앗! 연구실에 멋대로 손대지 말라고 했잖니잇!" 그는 정말 딸자식 키워봤자 허사라는 사실을 느끼고는 눈물을 뿌릴듯한 표정으로 변했다. 궁극의 퍼스널리티 스톤을 고작 고양이 한마리 만드는데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후회는 더욱 컸다. 그는 이미 벌어진 일에 방방뛰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금세 한숨을 쉬면서 표정을 원래대로 굳힌다음 말했다. "제길… 변수가 하나 더 늘었군" 궁극의 퍼스널리티 스톤이니만큼, 일은 조금 수월해질 것 같았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그도 차마 뭐라고 확언할 수가 없었다. 라이니시스는 하는 수 없이 그저 마법을 제어하면서 싸이가 잘 해주기만을 마음속으로 바랄 뿐이었다. 라이니시스가 지루하게 기다리는 열 다섯시간의 시간 동안 검은 기류는 어느정도 규칙성을 가지고 꿈틀대더니 일부의 색이 점점 변해갔다. 그리고는 이윽고 형형색 색의 빛나는 기류가 되어 하나의 중심을 두고는 빙글빙글 돌고 있었고, 라이니시 스는 그것이 퍼스너리티 스톤에 의해 변화된 감정이라 생각했다. 서너시간동안 회 전을 계속하던 색채의 기류는 이윽고 열 두시간 되던 시간에 하얀책의 번데기처럼 공중에서 굳어버렸고, 라이니시스는 그제서야 결계를 풀 수 있었다. "흠… 자신의 육체를 가진 유일한 정신의 정령이 탄생하는 것인가?" 정신의 정령이 생성되는 일은 인위적이 아니면 드물고, 그 드문 경우에서도 육체 를 가졌다는 점이 특이한 정신의 정령이 탕생하는 것이었다. 라이니시스는 곰곰히 생각했다. 저 흰색의 고치는 분명 정신의 정령이 가질 육체의 크기일 것이다. 그 렇다면 고양이의 육체일 것이다. 분명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겠지만, 고치의 크기는 오디의 크기보다 몇배이상 컷다. 오디가 원래 큰 고양이도 아니고, 그렇다면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인가? 아니면 저만한 크기의 고양이라는 것일까? "…나 어떻게 해" 라이니시스는 순간 직경이 5피트에 달하는 구체를 보면서 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 꼈다. 저만한 크기의 고치에서 나오는 고양이의 크기라면, 분명 고양이에 대해 적 잖은 혐오감을 가진 자신과 고양이에 대해 큰 호감을 가진 딸과, 두 반려자의 반 응은 명확하게 나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흔히 불리우는 자 이언트 캣(Giant Cat)도 저것보다는 작다. 그러니, 그런 생물학이 완전히 무시되 는 상황이 벌어지리라곤 생각…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법이라는 인과율을 어 지럽히는 법칙이 살아 숨쉬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해서 장담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는 지금까지 블랙 드래곤의 블러드 스폰이 된 늑대 인간과, 그 키메라를 본 적 이 있었다. 뭐든지 장담 못하는 일에 라이니시스는 남은 시간동안 지대한 고민을 해야했다. 팡! 그리고 마침내 고치가 터지면서 흰 빛의 무리가 그 자리를 자리잡았을 때, 그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말했다. "안돼! 아직 나오지마!" 하지만, 정해진 현상을 그의 말 한마디에 되돌릴 수도 없는 싸이였기에, 그는 라 이니시스에게로 귀환하고는 말했다. 「미안하게 되었군.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 둬야 할 것이다. 뭐가 나올지는 자 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더 좋겠지. 그런 난 이만 들어간다. 피곤하 거든」 '야! 싸이! 어이! 그냥가면 어떻게…!' 라이니시스는 당황해하며 속으로 소리를 질렀으나, 힘의 과도한 사용으로 싸이는 하루정도 쉬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라이니시스는 약간 두려운 눈으로 사그러 들어가는 빛무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우윳빛 공간은 빛이 점차 사그러져 가면서 그 안에서 하나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 했다. 뭔가가 웅크려 있는 듯한 모양이었고, 빛이 조금씩 사그라들자 그것이 사람 의 형태, 좀 더 궁극적으로 말해서 여자의 모습, 원색으로 말해서 벌거벗은 여자 라는 사실을 알아낸 라이니시스는 '마음의 준비'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쉬이이익! 점차 사그러져가던 빛무리는 순식간에 그 여자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갔고, 라이 니시스는 이제 그녀의 모습을 확실하게 볼 수가 있었다. 빛을 반사시키지 않을 탁한 유백색의 머리카락을 풍성하고 길었으며, 거의 그녀 의 키와 맞먹을 정도였다. 땅에 내려온 그녀는 화사하고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 있었으며, 눈은 살짝 감은채였다. 라이니시스는 최대한 그 여자의 어깨 아래로는 시선을 보내지 않게 애쓰면서 가만히 서잇는 그녀가 눈을 뜨길 기다렸다. 다행히 도 매우 긴 하얀 머리가 그녀의 중요부위를 거의 가려주어서 라이니시스가 낮뜨겁 게 될 사태는 없었다. "에, 저기… 그러니까, 오디?" 라이니시스는 매우 주저주저하면서 이름을 불렀다. 인간의 모습이라니, 그럴 것 이라곤 생각을 못했다. 자신의 이름을 들은 그녀는 어깨를 살짝 떨더니 조금 숙여 진 고개를 천천히 들었고, 감긴 눈을 떴다. 왼쪽엔 파란색이, 오른쪽에는 붉은 색 인 오드 아이의 눈 그대로 였다. 라이니시스는 오디라는 확신이 들자 한숨을 내쉬 며 안심했다. 콰창! 뭔가 좀 더 이야기를 해보려던 라이니시스는 뭔가가 떨어져서 깨지는 소리에 뒤 를 돌아보았고, 그곳에 에실루나와 떨어진 쟁반과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자기 조 각,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나는 찻물이 쏟아져 있었다. 그리고 에실루나는 입을 가 리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놀라고 있었다. "그, 그런…! 아, 저…" 에실루나는 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라이니시스는 자신 앞에 알몸으 로 서있는 오디를 보고는 에실루나가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지 알았다. 그래서 그 는 서둘러 상황을 설명하려했다. "에, 에실루나! 그게 아니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버님" "…에?" 갑작스럽게 들려온 오디의 음성에 라이니시스는 깜짝 놀랐고, 에실루나는 갑작스 럽게 등장한 연적(?)이 그에게 '아버님'이라고 말을 하자 놀라고 있었다.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음.. 일단 이번주는 이거 세편밖엔 못올리는 군요. 어째서냐면.. 제가 오리엔테이션을 가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일이라서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군요. 예. 어쨌든 오들도 세편 올라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Change : Odi & Namia (3) "…그러니까, 당신이 오디라는 거죠?" "예. 그러니까 말씀 낮춰주세요. 어머님" 미리안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오디의 변화에 상당히 어리둥절해 하면서 머쓱해했 고, 에실루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굴을 숙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회 오리치는 자기혐오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리안은 헛기침을 두어번 하고 는 차를 한모금 홀짝 거리고는 다시 오디와 그 품안에 안겨있는 나미아를 보면서 말했다. "으음… 나미아가 확인한 사실이고, 라이니시스님이 사실이라고 하니까 오디라고 받아 들이고, 그냥 그렇게 부르도록 할…게. 그런데, 아버님과 어머님은 대체 무 슨 뜻이지?" 오디는 미리안의 질운에 화사한 미소를 짓고는 가슴에 손을 올리면서 말했다. "저를 이렇게 만들어 주신 분은 정싱의 정령이신 싸이님과 인격을 부여해주신 라 이니시스님이십니다. 저는 마땅한 호칭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고민했고, 결국 저 의 부모나 다름없는 분께 아버님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의 반려 자이시니 어머님이라고 부르는게 당연합니다" 라이니시스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상당한 우연성에 의해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렇 게 자신이 수고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어쨌든 그는 다시 차를 한모금 마시고는 오디와 나미아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평소에는 나미아가 오디를 안고 다녔는데, 지금은 그 반대이지 않는가? 나미아는 오디의 그 엄청나게 긴 머리카락을 이리저 리 만지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처음 나미아가 오디를 보았을 때, 오디는 조금은 주저하면서 자기소개를 하려 했지만, 나미아가 먼저 "오디야!"하고 달려가서는 그 녀를 끌어안고는 까르륵거렸다. 그래서 미리안은 하마터면 에실루나와 같은 상태 가 될 뻔 했었고, 그러지 않은 것에 대해 딸에게 감사했다. 라이니시스는 오디에게 물어보았다. "좋아. 그럼 질문 몇개 하지. 그럼 넌 이제 정신의 정령인거야?" "예. 육체를 가졌다는 것이 말이 안되지만, 전 정신의 정령입니다" "고양이의 몸은?" "고양이의 몸으로 되돌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의 기본적인 형태는 인 간의 모습입니다. 제가 완성되기까지 사용되었던 간정은 모두 인간의 그것이었습 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너는 우리를 모시기로 한거야? 정신의 정령이면 대개 얽메이 지 않고 어디론가 떠날텐데?" "예. 그렇습니다. 대개는 그렇고, 아버님의 안에 계신 아버님도 메리트를 발견 하셔서 그것 때문에 종속되었다 하십니다. 저의 경우는 제가 고양이었을 시절에 뿌리깊게 박힌 한 문장 때문입니다" "그게 뭔데?" "'나와 내 딸에게 복종하라'라는 말입니다" 라이니시스는 자신을 바라보고 미소짓는 오디를 보고는 조금 머쓱해졌다. 그 말 은 자신이 오디를 사오기 위해 길들이고자 했던 말이며, 동시에 피어를 일점으로 집중시켜서 오디에게 했었던 말이다. 워낙에 까탈스러운 고양이였기에 그렇게 길 을 들여서 데려왔던 것이고, 그 이후 오디는 말 잘 들으며 살아왔다. 그것이 지금 에 와서도 작동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정신의 정령이라면, 그 정도의 속박은 풀 수 있지 않아?" "그것은 저의 본능에 각인되었습니다. 그리고, 각인된지 오랜 세월이 지나서 그 것을 지우려면 제 정신 자체를 파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 존재를 그렇게 쉽사리 부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디의 말은 끊김이 없었다. 아마도 모든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질답문을 만들 어 두었던지, 아니면 정신의 정령이라서 다른 사람이 할 수 없을 속도의 정신연산 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라이니시스는 거기에서 잠시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오디의 체류에 대한 문제였다. 지금 상황에서 식솔을 늘린다는 일은 그다지 부담가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이곳 레어의 실질적 관리(!) 를 하고 있는 두 여자에게 동의를 구하고자 했다. "미리안, 에실루나. 식구가 한명 더 늘어 난다는데, 어쩔거야?" "우음… 괜찮을 듯 싶어요" 미리안은 선뜻 동의를 표했고, 에실루나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오디에게 말했다. "오디. 물어볼 것이 있어요" "네. 그리고 말씀 놓으세요" "으흠, 너…는 라이니시스와 나미아의 말에 복종… 하는 거…지?" "예. 그렇습니다. 창조주와 주인님께 전 복종합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요구'에도 복종 할 것이라는 거야?" "…걱정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겠습니다. 지금의 제 육체는 인간 여성의 그 것과 하등 다르지 않고, 성감대 역시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께서 저의 육체를 요구하시면 전 복종합니다. 하지만… 그러실것 같진 않군요" 라이니시스의 어이없다는 표정을 본 오디는 생긋 웃으면서 에실루나의 말에 답했 다. 에실루나는 맨 처음에 그런 일을 겪고 난 다음이라서 조금 불안해졌었던 것이 다. 오디의 지금 몸은 인간 여성의 육체와 하등 다를 것이 없다. 비록 그 본질이 정신의 정령이라고 하지만, 육체는 인간 여성이다. 따라서 당연 성 행위를 하고자 하면 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르는 쾌감도 느낄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하고 보편적인 걱정이겠지만, 라이니시스는 황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봐, 에실루나. 지금 나를 엄청 무시했다는거 알아?" "그랬던… 것입니까?" "그래. 지금 네가 한 말은, 자기 딸하고 근친의 관계를 맺으라는 소리야. 미안하 게도, 나는 절대로 그런 짓은 못하거든? 드래곤들도 근친은 전혀 허용되지 않아. 사촌의 관계라면 가능하지만, 직계의 관계에선 불가능하단 말이야. 그리고 난 윤 리의식이 상당히 투철해서 그런건 못 받아들여"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오디는 라이니시스의 딸이나 마찬가지 다. 실제로도 오디는 라이니시스를 '창조주님'이라 하지 않고 '아버님'이라고 말 하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져두고자 했고, 라이니시스는 암묵적으로 그것 을 승인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했군요. 저 역시 오디의 체류를 허락하겠습니다" 에실루나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밝히고 용서를 구했고, 오디를 그런 그녀에 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날, 그렇게 라이니시스의 레어에는 '오디 미아 싸이 이켈 라인'이라는 긴 이름을 가긴, 그리고 발목까지 와닿는 긴 머리카락을 가진 정신의 정령 한명이 식구로서 명단에 오르게 되었다. 아우레스력 1435년 3월 18일. 봄의 초입에 접어든 시기, 라이니시스의 레어는 언제나 그랬듯이 부산했다. 평소 에는 소란이 하나면 되었을 테지만, '오디'의 존재감이 불쑥 커지면서 소란은 1.5 배로 늘어나게 되었다. 물론 오디가 5피트 반 정도 되는 키로 나미아와 같이 어울 렸다는 말은 아니다. 나미아는 평소에 자기가 안고 다니면 고양이가 이젠 자신을 안고 다닌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었고, 그래서 오디에게 말했다. "나와 같은 키로 줄여!" 오디를 자신의 주인이 내린 명령의 상당부분을 개조해서 이렇게 받아들였다. '나와 같은 나잇대로 낮춰!' 오디는 순순히 그 명령에 따랐고, 자신의 모습을 고쳤다. 그녀는 퍼스널리티 스 톤에서 발현된 인격과 마법력이 몸에 내제되게 되어서 자연스럽게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그것으로 자신의 육체를 나미아의 성장과 같게 하였다. 그리고 그 때 부터 라이니시스의 레어의 부산함이 1.5배가 되었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한가지의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오디는 겉모습을 어려보여도 속은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정신의 정령이었기에, 나미아의 정신연령에 맞춰 주면서도 너무 소란스러운 행동을 피하고, 주인의 과도한 행동을 제지했다. 따라서 나미아는 '친구'가 생겨 서 원래의 부산한이 1.5배로 늘어났지만, 오디의 제동에 걸려서 다시 평소대로의 소란만을 피웠다. "오디야. 머리 묶자" "네에!" "아, 엄마! 나미아도!" "그래그래" 미리안은 능숙하게 아이들을 돌보았다. 오디는 한달하고 반 되는 시간동안 완전 한 어린애의 모습으로 자릴 잡았고, 미리안은 귀여운 딸이 한명 더 늘어나게 되어 서 시종일관 그네들을 볼보는 일이 즐거웠다. 한편 에실루나는 '육아'에 대해서는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아이들을 능 수능란하게 다루는 미리안을 보면서 부러워했다. 그러나, 그런 면에선 둔감한 미 리안이 그것을 알아 챌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오디의 흰색 머리는 에실루나의 은발과는 달랐다. 은발은 반짝거리는 빛이 나지 만, 오디의 머리는 우유같은 유백색이었다. 하지만 티 없이 깨끗한 흰색 도화지같 은 느낌의 머리였기에 그것이 매우 예쁘게 보인다. 거기에 오디의 머리카락은 보 고있는 사람이 무겁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긴 머리였다. 자신의 연령대를 낮추었지 만 머리길이는 그대로였고, 머리를 자르는 것에는 거부반응을 표했기에 오디는 발 목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묶지 않으면 안되었다. 라이니시스의 경우는 소란스러움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실에 틀어 박혀 있었다. 물론, 이젠 문단속을 철저하게 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최근의 연구 가 잘 되어가고 있는지, 연구실에서 나와 콰이헤른에게 갈 때면 항상 그의 얼굴은 활짝 웃고 있었고, 그에 대해 미리안이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 '마약을 하시는게 아닐까요'라는 의혹을 에실루나에게 제기했고, 에실루나는 그럴리 없다고 말하면 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그날 밤, 에실루나에 의한 베겟머리 송사가 이루어졌음 은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후와. 이제야 살겠군" 라이니시스는 기지개를 펴면서 천천히 연구실의 문을 열고 나왔다. 목을 두어번 꺾고, 팔을 돌리면서 관절을 풀던 그는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던 미리안과 에실루 나를 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두분, 누가 나에게 따스한 차 한잔만 주실래요?" "아, 나오셨군요. 오늘은 안가시나요?" "어. 연구가 모두 끝났어. 이제야 한 숨 돌렸지" "그렇군요. 잠시 기다리세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제야 라이니시스가 연구에서 빠져나와 자신들에게 할애할 시간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연구가 끝났으니, 그가 다 시 신경을 가족에게로 돌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에실루나는 차를 가지러 주방으로 갔고, 미리안은 라이니시스에게 물었다. "무슨 연구였길래 그렇게 오래 계셨어요?" "응? 아, 그저 마법 실험. 몇가지 시약을 좀 만드느라고 틀어박혀 있었지. 이제 야 시약들이 완성 되었거든. 후우, 살겠다" 소파에 몸을 묻은 그는 한껏 한숨을 토해내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콰이헤른 과의 대화에서 얻어낸 결론에 의하면 시약의 제조는 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과정인 '임상실험'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생각에 대해선 상당히 막 막해졌다. 하지만 라이니시스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시약의 제조였고,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도전했던 일이었으니 자신의 목표를 달선한 것이다. 그 목표에서 갈라지는 분업에 대해서 그는 수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시약 의 사용으로 인해 나오는 결과는 뻔 할 정도로 잘 알고 있으니까 따로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후음… 무슨 시약인데요?" "응? 대단한건 아니야. 그냥 물약을 제조하는데 쓰이는 물건이지" 미리안은 조금 뚱한 표정을 지었다. 뭔진 모르지만 자신에게 별로 알려주고 싶지 가 않은 것이다. 조금 분말을 가지던 그녀는 에실루나가 찻잔과 쿠키를 담아서 오 는 것을 보고는 나미아와 오디를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 둘은 보이지 않았다. "어라? 나미아와 오디는 어디있지?" 그리고 그때, 에실루나는 두번째로 다기 세트를 부셔먹어야 했다. 콰아앙! 라이니시스의 연구실에서 나는 소리였다. ---------------------------------------------------------------------- 나미아도 변하고, 오디도 변하고. 변하고 변하는 세상 살이 인생살이..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Change : Odi & Namia (4) "이런 젠장! 나미아가 돌아와 있있어?!" "아, 예. 오늘은 조금…" 라이니시스는 순간적인 판단에 의하여, 그리고 지난번 오디의 사건때를 기억해내 고는 지금의 사건을 일으킬 만한 사람의 이름을 떠올렸다. 다름아닌 자신의 딸이 었던 것이다. 에실루나는 연구실에서 갑자기 들려온 폭음에 놀란 나머지 두번째로 다기 세트를 부셔먹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일순 몸이 굳었다. 그리고 저 폭음의 원인이 나미아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다시 몸이 굳었다. 따라서 그녀는 평소보다는 조금 긴 시간동안 움직임이 묶여있었다. 연구실의 입구에서는 붉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오고 있었다. 라이니시스는 이 를 갈았다. 오디일까 나미아일까? 아니, 어느 쪽이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는 일단 연구실에서 우선 연기부터 거둬서 시계를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때네, 연기 속에서 뛰쳐나오는 뭔가가 있었다. "콜록! 콜록! 아, 아버님!" "오디?! 그렇다면 역시 나미아인가…!" "주, 주인님이!" 오디는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나미아가 정말로 불려지기 싫어하는 단어인 '주인님'을 말 했던 것이다. 라이니시스는 오디의 행동이나 말에서 정신의 정령답지 않게 당황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서 약간 당황해지려고 했지만, 중요한 일은 그것이 아니기에 일단 실프를 불러내었다. "실프! 붉은 연기를 모두 거둬내!" 라이니시스는 이런 일에는 마법보다도 실프가 더 쓸모가 있기 때문에 실프로 연 기를 빼내었고, 마법으로 연기에 자신들이 파묻히지 않도록 장벽을 쳤다. 오디는 그것을 보면서 자신이 당황한 나머지 그 행동을 미처 하지 못했다는 것과 그러고 도 자신이 과연 냉정 침착을 유지할 수 있는 정신의 정령인지 순간 좌절하고 말았 다. 나미아와 지내는 기간동안 자신이 유지하는 정신 연령이 어린애로 맞춰쳐 있 다 보니까 그에 대한 동화가 일어나 발생한 실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디는 그런 사정으로 좌절했다. 5분쯤 걸려서 붉은 연기는 모두 바깥으로 빠져나갔고, 라이니시스는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실은 거의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자신이 특별하게 마법을 걸어서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게 해둔 몇몇의 장비와 가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어디 한 군데 안 부서진 곳이 없을 정도로 성하지를 못했다. 깨진 유리파편과 그 안에 서 흘렀음직한 각종 액체들이 연구실 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었고, 라이니시 스는 이미 끝나버린 연구의 잔해물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가 중요하 게 생각한 것은 오직 하나, 나미아의 여부였다. "이런…! 별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라이니시스는 어떤 한 장소에 가서 발걸음을 멈추고는 주먹을 거세게 쥐었다. 그 곳에는 나미아가 쓰러져 있었고, 옷은 검게 탄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미아가 누 워있는 주면의 포석과 물체들이 흐물흐물하게 녹아서 하얀 연기를 조금씩 내고 있 었다. "나, 나미아야!" "만지지마!" 미리안은 나미아의 상태를 보자마자 황급히 달려가서 안아올리려고 했지만, 라이 니시스는 그것을 저지했다. 미리안은 의문의 뜻을 담은 눈동자를 라이니시스에게 로 향하면서 말했다. "라, 라이니시스님? 왜 그러세요?" "지금… 아마 나미아의 몸에서는 손만 대면 불타버릴 정도의 화기가 돌고 있고, 가까이 가도 삭아버릴 산성이 둘러쳐져 있어…" 미리안은 라이니시스 조차도 나미아의 반경 1야드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과 주변의 땅, 나미아의 불타버려 탄화된 옷을 보고는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나미아 는 거칠게 숨을 토하면서 가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미리안으로 하여금 더욱 애간장을 끓게 만들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예요!" 그녀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는 소리쳤고, 라이니시스는 고개를 숙였다. 어 쨌든 간에 자신의 부주의였다. "지금… 나미아는 블러드 스폰이 되려하고 있는거야…" "브, 블러드 스폰이요? 라스킨 같은?" "그래. 그것도 블랙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의 혼합형 블러드 스폰으로. 저 화기는 레드 드래곤의 것이고, 저 산성은 블랙 드래곤의 것이지" 라이니시스는 이를 악물었다. 최소한 저것은 순수한 호기심에 기초하여 만든 시 약이었다. 라스킨과 라우네스를 보면서 정말로 만들어 질까 하고 생각 했던 물건 을 마법사로서의 흥미가 도져서 콰이헤른과 이야기해가며 만들 시약이었다. 물론 제조 직후에 바로 병 자체를 깊숙한 곳에 숨겨두려 했지만, 잠시 시약을 자연스럽 게 식힌다고 하는 것이 나미아의 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정말로 영악한 아이였 다. 일찍 돌아와서 자신이 나오자 마자 바로 연구실로 뽀르르 달려 들어가서는 이 리저리 뒤지다가 루비색을 내뿜는 시약을 보고는 그것을 마셨을 것이다. "그런 물건이 어떻게…?" 에실루나는 나미아의 상태르 보고, 그의 설명을 듣더니 중얼거렸다. 라이니시스 는 저대로 둘 수 밖에는 없는 것을 알고 있다. 콰이헤른이 했던 말 대로라면 아마 도 며칠간은 저렇게 두어야 할 것이다. 라이니시스는 일단 정확한 사정청취를 위 해 오디를 불렀다. "오디. 어떻게 된거지?" "예? 그, 그러니까…" "오늘에야 말로 아빠가 뭘 하는지 꼭 알아볼거야" "나, 나미아님. 그건 좀…" "우웅, 싫다, 오디. '님'은 빼!" "하지만…" 나미아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면서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오디로서도 '주 인님'이란 호칭을 포기한 이상, 끝에 '님'을 붙이는 것은 포기 못하는 것이다. 그 러나 그들의 상하관계를 너무나도 확실하다. 그래서 오디는 그것을 이겨먹지 않으 면서 유지하려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나미아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라고 하는 것 이다. 그래서 오디는 하루에 한번 이상을 곤경에 빠져야 했다. 그러면서 느낀 것 은 나미아가 곤란해하는 자신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사실은 그 렇다-이었다. "후와. 이제야 살겠군" 나미아가 눈을 반짝이면서 뒤를 돌아보았고, 손을 가슴앞에 모으고서 당황해하던 오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라이니시스가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있는 곳으로 가서 담소를 나눌 때에 나미아는 헤헷 하고 웃고는 열려있는 연구실의 문으로 냉 큼 들어갔고, 오디는 황급이 나미아를 따라갔다. "와아이~! 드디어 드어왔다아~!" 오디가 들어와서 문을 닫고, 나미아가 연구실의 중심까지 가서 두리번 거린 다음 에야 팔짝팔짝 뛰면서 기뻐했고, 오디는 저것을 말려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를 두고서 걱정했다. 그리고는 일단 위험한 물건 같으면 일단 먼저 말리고 보자고 다 짐했다. 그러나 오디가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그녀는 마법만을 사용할 줄 알았지, 마법연구와 그 결과물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무하다는 사실이 다. 마법능력은 퍼스널리티 스톤에서 나온 능력이니 만큼, 퍼스널리티 스톤을 박 은 무기가 마법연구를 할리가 없기에 라이니시스는 제조과정에서부터 그런 지식을 일절 넣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 나미아가 물건을 집어들어도 그것이 마법적인 연 구를 하는데 쓰이는 기재인지, 그 결과물인지는 오디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이건 뭐지?" 나미아를 감시하겠다고 하면서도, 오디는 처음 보는 물건에 대한 호기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정신의 정령의 경우, 싸이처럼 라이니시스의 내부에서 외부의 정보 를 보고, 듣고 배우는 것에 반해 오디는 지금의 육체가 자신의 것이었으므로 다른 이의 기억으로 배우는 행위를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오디는 처음 보는 물건들에 대한 호기심을 내비치며 고개를 갸웃했고, 그 사이 나미아는 뽀르르르 돌아다니며 이것 저것 만져 보기에 바빴다. 그러던 도중 나미아는 어떤 비커를 보았고, 눈을 반짝였다. "아! 산딸기 주스다!" 루비색의 액체가 가득 담겨져 있는 비커를 본 나미아는 반사적으로 그렇게 생각 해 버렸고, 실제로도 산딸기의 향이 났기에 나미아는 그것을 산딸기 주스라 생각 해 버렸다. 라이니시스가 알았다면 당장에 말릴 상황이었지만, 나미아는 약간 뜨 끈한 비커를 들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왜 이게 여기있지? 우웅… 우웅… 우웅…. 아! 아빠가 혼자 마시려고 숨겨 둔 거구나!" 어린아이의 특권은 주위의 모든 사물은 자신의 수준으로 끌어내려 생각해도, 뭐 라 그럴 사람이 없다는 것이며, 지금 상황에선 오디조차도 신세계(!)에 대한 호기 심에 취해있어서 그 누구도 나미아를 말릴 수는 없었다. 나미아는 고개를 두어번 끄덕거리면서 스스로 자기 의견에 대한 동의와 만족을 했고, 주스(?)가 조금 뜨겁 다는 것이 불만 스러운 나미아는 손에 비커를 든 채로 마법을 사용했다. "리프리저레이트(Refrigerate)!" 따근하게 김을 올리던 비커속의 액체는 순식간에 온도가 내려갔고, 이내 비커속 의 액체 표면에는 살얼음이 둥둥 떠다니게 되었다. 나미아는 헤죽 웃고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오디는 마침 플라스크 건너편에 비춰지는 시험관 속의 녹색 액체 에 지대한 관심을 표하고 있는 중이었고, 아무도 들어오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 서 나미아는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고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잘먹겠습니다~!" 꼴깍꼴깍꼴깍… 나미아의 목이 움직였고, 비커속의 액체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렇게 나미아는 행 복한 듯이 레드-블랙 드래곤의 혼합 블러드 스폰을 만드는 시약을 말끔히 먹어 치 웠다. 제저과정에 산딸기 시럽이 들어갔기 때문에 맛은 달착지근했다. "후아. 맛있다~" 나미아는 이제 뭐 다른게 없다 싶어서 고개를 돌렸고, 그 순간 몸의 내부에서 거 대한 진동이 느껴졌다. 둥! 콰창! 나미아는 들고 있던 비커를 떨어뜨렸고, 그 소리에 오디가 화득짝 놀라서 나미아 를 바라보았다. 나미아는 가볍게 몸을 떨고 있었고, 입고 있는 붉은 투피스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 아…?" 나미아는 갑자기 이상해진 자신의 몸 상태에 의아해했다. 몸이 뜨거웠다. 너무나 도 뜨거웠다. 마치 '화염'에 휩싸이듯이 뜨거웠다. 치이이이… 주변의 땅이 녹아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미아의 정신은 이미 뜨겁게 달궈져 서 돌아다니는 혈관속의 피 때문에 혼미해졌다.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던 나 미아가 바로 근처에 있던 나무 책상을 손으로 짚었을 때, 책상은 검게 탄화되면서 녹아 들어갔다. "꺄아!"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가 놀란 나미아는 손을 보았지만, 손바닥은 전혀 다친 흔적 이 없었고, 여러개로 분열되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초점이 점점 흐려졌 고, 몸이 뜨거웠다. 그래서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자신의 옷은 대부분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오디는 황급히 다가가려 했지만, 나미아가 갑자기 눈을 크게 떴을 때 터져나온 충격파에 밀려나게 되었다. 콰아앙! 붉은 색의 연기가 나미아에게서 한번에 쏟아져 나오며 거대한 소리와 함께 충격 파가 발생되었다. 주변의 집기들이 모두 충격파에 깨지며, 혹은 밀려나고 있었고, 오디를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새빨간 색의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나와 연구실을 장악하고 있었고, 오디는 사태가 커짐을 느끼자 얼른 밖으로 나가서 라이니시스를 불러오려고 했다. 하지만 어디가 문인지 보이지가 않았고, 연기 때문에 기침이 나 왔다. 그리고 그 때 문 밖에서 라이니시스가 문을 열었고, 그 소리에 오디를 재빨 리 그쪽으로 달렸다. 연기를 뚫고 밖으로 나온 오디는 라이니시스의 모습이 보이 자 말했다. "콜록! 콜록! 아, 아버님!" "…이렇게 된거예요" ---------------------------------------------------------------------- 대략 다음편에야 외전 끝나는군요. 5권에 대한 문의가 있었습니다. 일단 원고를 넘겼고, 교정도 끝냈습니다. 곧 있으면 나올것 같군요.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이번주는 이것으로 마감이군요. 다음주 월요일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주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외전. Change : Odi & Namia (完) 라이니시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에 그냥 두었더니, 이제 와서는 너무 날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는 속으로 나미아를 혼냈던 적이 몇번이나 있을까 하 고 생각해 보았고, 그 숫자가 그리 많지만은 않다는 사실에 자신의 가졍교육에 상 당한 결점이 있는 것을 알았다. 그는 미리안와 에실루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말했다 "죽지는 않을테니… 물러나있자" "예?" "무슨 말씀이세요!"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리고 나미아의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거야. 오히려 수명이 늘어나겠지. 그리고 대개 스폰으로 만들어지려 면 하루정도는 시간이 걸리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걱정해야되는 문제는 나미아 의 생명이 아니라 저 천방지축을 어떻게 혼내느냐 하는 일이지"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눈꼬리를 올렸다가 그의 말에 잠시 생각했다. 라이니시스가 만든 시약 자체에 의심이 가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약에 자신을 가지고 있었고 두 여성은 자신의 반려자에 대한 자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의 말을 수용했다. 그 래서 그들은 불안해하는 오디를 잘 달래서 연구실 밖으로 데리고 나갔고, 에실루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자기가 두번째로 부수게 된 사기 조각들을 치웠다. 그러는 동안 미리안에 새로이 차를 끓여왔고, 그들은 일단 이 상황에 대해서 이성적 대처 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미리안은 잠시 생각을 갈무리 하다 말했다. "이번엔… 그냥 둘 수가 없겠군요" "그래요. 요즘엔 그 아이가 너무 겉잡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에실루나는 차분하게 머리속으로 나미아에게 해줄 약간의 훈계를 생각하고 있었 고, 이내 그녀는 자신의 생각에 지쳐버렸다. 나미아가 저지른 일이 어디 한두번이 었던가?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또 그냥 넘기면, 앞으로는 같이 사는 것도 거북 스러워질 것 같았기에 총 서른 네개에 달하는 훈계 조항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할 말들을 갈무리했고, 이런 에실루나의 속을 아는지 미리안이 말했다. "아무래도… 전 그 아이를 차분하게 혼내진 못할 것 같아요. 그러니 에실루나가 맡아주세요" "제가요? 미리안은요?" "음… 전 제가 배웠던 대로 그 아이를 가르쳐야겠지요" 섹서세로서 자라왔던 에실루나하곤 인연이 없었던 방법이지만, 미리안은 조만간 숲으로 가서 탄탄한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올 생각이었다. 물론, 나무의 양해를 구 하고서 말이다. 그리고는 그것을 잘 다듬어서 하나의 훌륭한 '회초리'를 만들 생 각이었고,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서 혼내고, 그것이 각인되도록 육체 적으로도 혼낸다. 그렇게 두 여인은 나름대로 나미아의 버릇을 들일 생각을 하고 있었고, 라이니시스는 그녀들과는 좀 다른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블러드 스폰은 드래곤의 생피로 만들어진다. 우연찮게도 본데스였던 시절의 콰이 헤른이 남겨두었던 블랙 드래곤의 피와 자신의 피를 섞어서 스폰으로 만드는 시약 을 얼마전에 제조해냈다. 피는 생물의 생명수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생명체 의 '힘'이 들어가 있다. 그 힘은 피의 주인이 아니고서는 사용할 수가 없지만, 블 러드 스폰이 되어 자신의 몸을 그 생명체와 거의 동화시키면 그 힘들을 사용할 수 가 있다. 다만 그 구현의 방법이 어떻게 될지는 생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라이시 스는 나미아가 어떤 형태로 레드 드래곤의 인페르노 브레스와 블랙 드래곤의 에시 드 브레스를 사용할지 문득 궁금해졌다. 라우네스의 경우에는 입에서 액화 질소를 쏘아냈었다. 어찌되었든 나미아의 몸 일부도 드래곤의 육체화가 진행 될 것이다. 비늘이 조금 돋아날 수도 있고, 또는 뿔이 생겨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러드 스폰 의 경우는 숙주의 육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마 몸 어딘가에 비늘이 조금 돋아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힘을 완전하게 깨우는 '변신'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는 예상하기가 힘들지만, 현재로서 나미아가 변화를 마치게 되면 상상도 할 수가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체 나미아에게 주어지는 힘이 몇종류야?' 라이니시스는 순간 그것들을 생각해 보았다. 일단 나미아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염 력과 사람의 정신을 보는 능력, 거기에다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속도로 빠르게 배 워나가는 마법. 이젠 거기에다가 인페르노 브레스, 에시드 브레스를 마음대로 다 룰 수가 있고 육체 또한 드래곤의 비늘 수준으로 강화되었다. 거기에다가 최소한 수명이 4~5천년으로 늘어났을 것이다. 말하자면 인류 역사상 다시 없는 '괴물'의 탄생이 될 것이다. 그 능력에다가 지금까지 날뛰어온 나미아의 성격을 대조해보던 라이니시스는 순간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최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것은 나름대 로 좋지 않은 조합이다. '휴우… 하는 수 없군' 라이니시스는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 육아에 있어서는 아 이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해주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아이의 가능성을 막아버리는 최악의 부모따윈 되지 말자라고 결심해왔지만 지금은 하는 수가 없었 다. 그리고 그 순간 라이니시스의 머리속에서는 수십가지의 생각들이 회오리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미아야. 네가 한 행동이 얼마나 너 자신과 우리들에게 안 좋았는지 를 생각해 보렴. 그것이 너의 호기심에 기인한 행동이라는 사실은 우리도 알고, 굳이 그것을 부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는단다. 하지만 요청을 해서 볼 수도 있는 라이니시스의 연구실을 그렇게 억지로 들어가서 두번씩이나 망치게 할 근거나 이 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난 생각한단다. 생각해보렴. 네가 몇년동안 공을 들여 서 만든 무언가는 누군가가 한순간에 망쳤을 때 느껴지는 그 상실감이 얼마나 심 할지를. 네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나는 어머니로서 너에게 그것을 이해하길 강요하고 싶구나. 부모된 도리로서 강 요를 한다는 행동은 좋지 않은 행동이지만, 그것은 먼저 그 자식이 자기의 할 도 리를 다 했다는 전제 하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일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난 너에게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을 해 주기를 강요하고 싶은 기분이란다. 이런 내가 어쩌 면 넌 미워보일지도 모르고, 그것을 충분히 각오하고 하는 말이지만 최근 너의 행동은 너무나 심각해졌어. 그리고 우리는 나름대로 그것을 묵인하고서 너를 지 켜봐왔지만 이번엔 그렇게 할 수가 없구나. 라이니시스의 시약은 완벽함에 거의 가까웠기 때문에 네가 그렇게 상처도 입지 않고, 어찌보면 부모된 입장으로서 축 하해 줘야할 모습이 되었지만, 만약 그 시약이 잘못되었을 때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니? 산딸기의 시럽이 재료에 들어가 있었고, 피로서 만들어졌었기 때 문에 네가 그런 비약적인 상상력을 발휘한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란다. 하지만 그것을 주저하지 않고 마시는 행동에 대해선 좀 더 일련의 논리적 사고과정이 필 요했다고 나는 생각한단다. 아직은 어린 너에게 그런것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라 고 생각해도 되지만, 지금까지 너를 봐오면서 생각한 사실은 너는 충분히 그것을 생각하고, 자신을 저지시킬 수 있었다는 사실이야. 하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고 그 때문에 발생한 이 일에 대해서…" 에실루나는 차분하게 나미아에게 말하고 있었고, 나미아는 무릎을 꿇은 채로 고 개를 푹 숙이고는 그것을 듣고 있었다. 세시간 정도. 나미아가 깨어나자마자 미리안, 에실루나, 라이니시스, 오디는 기뻐했다. 살아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그래도 기뻐했다. 블러드 스폰으로의 진행화는 끝났지 만 아직은 그 힘이 진정되어야 한다는 라이니시스의 말에 따라서 그들은 나미아를 자신의 방에서 쉬게 한 다음, 3일째 되던 날에 나미아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자 문책(!)을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으로 문책을 하고자 나선 사람은 에실루나였고, 그래서 나미아는 세시간째 에실루나의 '교육'을 받고 있었다. 나름대로 불쌍하다 고 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로부터 2시간 후. "내가 할 말은 이게 전부란다. 앞으로는 좀 더 주의해주렴" "네에… 엄마아…" 다섯시간에 걸친 에실루나의 교육적 지도 활동은 나미아에게 상당량의 체력과 무 릎의 저림, 그리고 에실루나에 대한 공포를 각인시킬 수 있는 일이었다. 나미아의 머리속에는 앞으로 저대 에실루나에게 흠잡힐 일을 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굳 건하게 뿌리박고 있었으니, 에실루나가 나미아의 생각을 보았더라면 기뻐했겠지만 그녀에겐 그런 능력이 없었기에 그녀는 자신의 '약간의 충고'가 나미아에게 잘 먹 혀 들어갔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미아" "응? 왜요? 아빠" 나미아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라이니시스가 부르가 그대로 고개를 돌렸 고, 라이니시스는 웃으면서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나미아는 '이게 뭐예요?'라는 표정으로 라이니시스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웃으면서 상자를 건네줄 뿐이었다. 나 미아는 조금 고개를 갸웃하면서 몸을 일으킨 후에 상자를 받아서 열었고, 그 순간 나미아는 찬성을 질렀다. "와아! 예쁘다!" "그렇게 보이니 다행이구나. 이거 아빠가 주는 선물이야" "선물?" "뭐… 무사히 돌아왔다는 축하의 표시이고,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선물이지" "그래요? 움…. 아빠! 고마워요!" 나미아는 조금 생각해보더니 그대로 라이니시스에게 답삭 안겼고, 라이니시스는 웃으면서 나미아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가 나미아에게 준 것은 반지, 팔찌, 목걸 이, 귀걸이, 발목에 착용하는 발찌세트 였으며, 그것을 미스릴을 비롯한 갖가지의 마법적 광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아빠! 나 이거 지금 해봐도 돼요?!" "그래. 물론" 나미아는 기뻐하면서 상자를 자신의 앞에 두고는 무엇을 먼저 착용할까 고민하다 가 제일 평범한 반지를 꺼내들어서 그것을 오른쪽 약지에 끼워넣기 시작했고, 라 이니시스의 미소는 점점 짙어졌다. 나미아는 그런 라이니시스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반지를 착용했고, 순간 빛이 번쩍 했다. "꺄아!" 나미아는 놀라서 소리쳤고, 반지에서 빛니 번쩍 거리면서 다른 장신구들이 공중 으로 부유했다. 나미아는 놀라서 그것을 바라보았고, 라이니시스는 눈을 번쩍거렸 다. 장신구들은 나미아의 주위를 뱅글뱅글돌기 시작했고, 나미아는 당황해서는 주 위를 두리번 거릴 수 밖엔 없었다. 그리고, 몇초 후에 모든 장신구는 나미아에게 달려들었고, 나미아는 놀라면서 팔로 얼굴을 가렸다. "꺄아아악! 아빠아!" 철컥! 착! 찰칵! 차작! "응? 왜?" "아… 아… 이거…?" 나미아는 자신의 팔목에 착용된 팔찌, 그리고 각자의 부위에 착용된 목걸이, 귀 걸이, 발찌를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라이니시스는 생긋 웃으면서 나미아에게 말 했다. "일단 네 능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세트로 만들어진 봉인구를 씌운거야. 그 장 신구들중 아무거나 하나만 착용하면 전부 착용되게 만들어져 있거든. 아마 이것 으로 네가 선천적으로 가진 능력들이 봉인되고, 블러드 스폰이 되어서 얻은 능력 이 봉인되었을거야. 아, 물론 마법을 사용하는 것에는 지장이 없으니 마법 수업 은 계속 할 수 있어" "아, 아빠! 너무해요오!" "음… 그 전에 네가 내 연구실에 한 행동을 생각해보렴. 미안하지만 나도 이럴 수 밖엔 없었단다" 나미아는 거의 눈물에 눈물을 방울방울 달면서 라이니시스를 올려다 보았고, 그 는 그 시선을 무시하면서 옆으로 살짝 비켜나며 말했다. "참고로 네 육체도 이젠 네 나잇대의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단다. 그래서 이쯤 된 시점에서 특별교사를 초청하는 것이 좋겠지. 미리안?" "네. 나미아야. 난 에실루나와는 좀 많이 다르단다. 자아, 지금부터 우리 교육자 와 피교육자의 입장에서 대화를 좀 하는게 좋겠지" 그러면서 미리안은 회초리를 손바닥에 착착 부딪히면서 걸어왔고, 나미아의 표정 에는 두려움이 물들기 시작했다. 미리안은 웃는 표정 그대로 말했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맞고 시작하자꾸나" 넓고 너른 레어에 그낭 나미아의 비명소리가 가득했다. "주, 주인님… 죄송해요…"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무서움에 떨고 있는 오디는 차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미아에게 미안했고, 그와 동시에 회초리가 한번 휘둘러지는 소리가 들려 온 때마다 몸을 움찔거렸다. 그 이후, 나미아는 부모님의 성격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 장난을 상당히 줄였고, 자신을 절제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나름대로 해피앤드였다.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나름대로 해피엔드지요. 오리엔테이션가서 반쯤 죽다 왔습니다. 음. 어쨌든 다시 일상생활의 굴레로 몸을 집어넣었군요. 덕분에 요즘 많이 바빠집니다. 아, 5권이 나왔더군요. 아직 책을 받진 못했지만.. 곧 받으러 출판사로 가야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라이니시스 전기] 005.42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웬만해서는 내가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소리들이 들려왔지만 지금은 일어나야 할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난 눈을 떴다. 감각이 날카롭게 단련되어있거나, 본능적으로 수면중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는 일은 좋은 것 같기도 하군.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하다가 나의 앞쪽 몸에서 느껴 지는 느낌에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미리안이 나를 자신의 침대로 삼기 로 작정하고서는 아직 내려오지 않았거든. 그리고 우리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자면 현재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이불 하나를 같이 덮고 있다. 더불어서 내가 욱직여버 리면 미리안이 떨어져 버릴 것이므로 지금 나는 몸도 움찔 못한다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음… 이거 상당히 엄한 상황이 되어버렸구만. 지금의 상황을 좀 더 엄하게 말해보자면 우리의 옷들은 전부 침대의 아래쪽에 널 브러져 있다. 그러니, 지금의 우리는 실오라기 하나도 없는 모습이라는 소리. 나 는 간밤의 일을 생각해 보고는 약간의 기침을 했다. 역시 성격에 별로 맞지 않는 생각은 하는게 아니야. 음음. 미리안의 자는 모습은 상당히 귀엽다. 눈을 감고는 내 가슴에 얼굴을 살짝 기대 고는 작게 숨을 쉬다가 뒤척거리는 모습을 보자면 뭔가 쓰다듬고 싶어지는 기분을 종종 느낀다. 미리안의 금발머리는 그녀의 등과 어깨쪽으로 내려와 있는 모습이었 으며 이불을 그녀의 어깨까지 올라와 있었다. 나의 입장에서 조금 내려가 있는 모 습이지만 아무려면 어떠냐. 일단 미리안은 춥지는 않은듯 보였다. 나는 그나마 자 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팔을 움직여서 내 머리 밑에 괴었다. 음… 그러니까 나는 이대로 미리안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수 외엔 없겠군. 쿵쾅쿵쾅쿵쾅… 누군가가 바쁘게 바깥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 같 은데, 무게가 그리 많이 느껴지는 발자국 소리로 봐서는 안스란이나 하인츠, 라니 안느일 가능성이 높았다. 츠렌은? 에… 그러니까 알고보면 츠렌은 근육이 조금 붙 은 몸매이기 때문에 가벼운것은 아니거든. 에실루나? 그녀는 가볍기는 해도 저렇 게 소리나게 뛰어다니지는 않는다. 그러니 가능성이 약간 줄어들지. 그런데, 나를 깨운 저 발자국 소리는 대채 누가 내는 거야? "……?" 미리안이 반응을 했다. 쿵쾅거리면서 돌아다니는 발자국 소리에 길쭉한 귀를 쫑 긋하고 움직이더니 멍한 표정으로 눈을 뜬 것이다. 그러면서 귀를 몇번 움직이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 것이 아니라서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아… 라이니시스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녀는 몸을 반쯤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내 가슴에 팔꿈치를 올려두고 손 위에 턱 을 괴더니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그녀는 잠에 약간 취한 표정으로 배시시 웃었다. 음… 이거 아무래도 귀엽단 말이야. "그런데… 하암. 아침부터 누구죠?" "글쎄. 나도 그걸 궁금해하고 있던 참이야" 미리안은 이불로 적당히 몸을 가리면서 내 옆에 앉앗고, 그제서야 난 내 신체에 대한 자유권을 되찾았다. 나는 상체를 일으켰고, 미리안은 헤죽 웃고는 나에게 기 댐으로서 어리관을 부리고 싶다고 간접적인 표형을 해왔으며, 나는 어리광을 받아 주기로 했다. "후음… 좀 더 자고 싶어요…" "그래도 괜찮을 시간이기는 하지. 에… 약 오전 14시 정도 되었나?" "헤에… 좀 늦은 시간이네요. 자기에는" "음… 뭐, 잔다고 해서 뭐라 그럴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하긴 그래요" 미리안은 나에게 폭삭 기대었고, 나는 어깨를 감싸안았다. 음… 아마 이대로 한 시간 정도는 이렇게 대화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뭐, 나름대로 좋으니까 굳이 말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정체불명의 발자국 소 리는 쿵왕거리면서 울렸고, 미리안이 고개를 갸웃하는게 느껴졌다. 누구의 발자국 소리일까 궁금한 것이겠지. 나도 궁금하고 말이야. 있다가 누가 저렇게 뛰어다니 는지 물어봐야겠다. 그런데 발자국 소리가 우리가 있는 방 앞에서 멈추었다. …어라? 벌컥! "아저씨! 여기계시……" "여어. 안스란" "어머, 안스란이구나. 무슨일이야? 아침부터?" "아, 아… 저… 그… 저기… 그게, 우… 아… 아아아…" 나와 미리안은 말을 더듬거리는 안스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상당한 충격을 먹은 모양인데 왜 그러지? 나와 미리안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왜 그러지?' '몰라요'라는 시건을 주고 받았다. 그러는 사이 안스란의 너머로 하인츠의 모습이 보였다. "안스란. 왜 그…" "여. 하인츠. 속은 어때?" "좋은 아침. 하인츠" "…그, 죄, 죄송합니다앗!" 콰당! 하인츠는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문을 닫았고, 나와 미리안은 서로를 보면서 영문 모를 표정을 지었다. 음, 어쨌든 안스란이 처음 들어오면서 날 찾았던 것으로 봐 서는 나에게 용건이 있을 것 같은데? "어이! 거기! 나에게 용건 있지?!" "아, 예에! 라스킨 아저시하고 킬 아저씨가 찾아요!" "그래? 무슨 일인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알았어. 곧 나간다고 그래" "예에!" 그리고 다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날 찾은 것은 맞는 것 같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보시게요?" "그래야지. 쩌업. 조금 더 쉬고 싶었는데 말이야" "우웅… 저는 더 쉴래요오…" 미리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침대위로 쓰러졌고, 나는 옷을 입으면서 침대위에서 뭉기적거는 미리안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미리안의 저런 행동은 귀엽기 짝이 없군. 그나저나, 라스킨하고 킬이? 무슨 일이지? 안스란 이 쿵쾅거리면서 뛰어다니며 찾았다면 그렇게 여유잇는 일은 아닐것 같은데? 나는 일단 가볍게 무장을 챙기고는 나갔다. 설마하니 언데드들의 쳐들어 왔다거나 하는 일은 아니겠지? 나의 앞에 있는 적들. 수효? 대략 500쯤 되어보였다. 형편없고, 제멋대로인 모습 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흙이 여기저기 묻어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를 악 물었다. 이거라면 역시 시료스를 꺼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 이다. 나는 오른손은 옆으로 펼치면서 한번에 수십 가닥의 와이어를 뽑아내었다. 와이어가 햇빛에 반짝거리면서 은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을 본 나는 움직이지 않는 적들의 위치를 잘 살펴보았다. 이것으로 될까? 조금 모자라지 않을까? 하지만 나 는 시간을 끌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서 시간을 끌었다가는 다가올 적들에 대한 대 비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라스킨과 킬이 나를 부른 이유를 알 듯 했다. 이 런 일은 왠만해서는 나 외엔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 다. 신속하게 해결해야 한다. 되도록 빨리!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임무였기 때문 이다. 나는 와이어를 적들에게 뻗었다. 움직이지 않는 녀석들은 아마 와이어가 자신들 에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시료스에게 명령해서 와이어들을 조종했다. 그리고 와이어들은 나의 명령에 훌륭하게 따랐고, 곧 500정 도 되는 적들의 껍질이 모두 벗겨지게 되었다. "오오오!" "대, 대단한 물건이군요!" 사람들은 나에게 감탄사는 보내었고, 나는 씨익 웃었다. 후우, 이것으로 나의 할 일은 일단락을 지은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감자가 1500개인가요?" "예. 아무래도 마을단위의 파티를 하려고 해도 감자의 껍질을 벗기기에는 인력이 부족해서… 역시 라이니시스 씨가 있기에 다행입니다" "에, 뭐. 잔일거리 정도야 시료스로 하면 간단하죠. 나머지도 주세요" 그렇다. 나는 또다시 시료스로 감가껍질을 벗기고 있는 것이다! 아, 또다시 감자라고 해서 패턴이 단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난 충분히 반박 할 거리가 있다. 난 지금까지 사과껍질도 벗겼고, 당근껍질도 벗겨내었다. 약간의 난이도를 자랑하기는 해도 양파의 껍질도 벗겨내었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단조 로운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라고 해도 이런 일은 좀 싫군" "뭐, 그래도 힐텔펜스에 머물고 있으니 나름대로의 값은 해야지요. 그리고, 경사 스러운 일 아닙니까?" "아. 하긴 그래. 렌디너스 왕국으로 아이리펜의 전 종교단체가 협력을 보내오고, 그 중심부가 힐텐펜스라서 우리가 그 신관들과 대량의 인간들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조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그래서 파티를 벌이고, 그것으로 영접하겠다는 시 장의 의도로 알만하지" 어쩐 일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양성적인 활동을 하는 아이리펜 대륙의 모든 신들 의 교단이 이번 참사가 일어난 렌디너스 왕국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나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성직자들이야 봉사정신과 박애의 정신이 투철한 인간들이 라서 그런 사실에는 그다지 놀랍지는 않지만, 갑자기 그랬다는 사실에는 조금 놀 라도 될 것 같다. 그것도 약속이라도 한듯이 이틀 사이에 몰려서 그렇게 말해왔다 는 사실이 놀랍지. 어쨌든 렌디너스 왕실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 국가단위의 지원이면 상당히 꺼려하겠지만, 종교계의 지원이라고 하면 의심할 필요 없이 받아 도 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비록 후일 그들의 포교권을 늘려주던지 약간의 감사 표시를 해야 하겠지만, 그정도야 그들 교단이 줄 지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 준이다. 일단 빛의 계열에 속하는 선신들의 교단이 무조건적인 지원을 해왔고, 유 일한 중립교인 헤르키엘의 교단도 참여를 밝혀왔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 어도 아마 어둠의 신들의 교단도 힐텐펜스에 비공식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는 말이 들려왔다. 아, 물론 그들의 행동은 아무리 선심의 지원이라고 해도 국가에서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지원은 아주 음성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질 것이 라는 말을 시장이 했었다. 갑작스런 교단들의 지원, 그리고 그 중심지가 렌디너스 왕국의 제일 교역지인 힐 텐펜스가 된 것은 세인들의 눈에도 참 적당한 처사일 것이다. 무엇보다 교단들이 제일 꺼려하는 '왕족과의 관계'를 만들기 싫어하기 때문에 시장제로 운영하는 힐 텐펜스가 그 대상지가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나는 여기서 알 수 없는 부 자연 스러운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지원은 그렇다고 쳐도, 교단들이 이렇 게 전폭적으로 한 나라에 지원을 쏟아준 일은 대륙역사상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역병이 창궐한 나라에 보내주는 조건형 지원이 고작이었거늘, 이렇게 '무보수, 무 조건으로 봉사해 주겠소'라고 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힐텐펜스가 제일 피해가 컷으니까… 라는 이유도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사실 힐텐펜스만큼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도시는 없으니까. 그런 데 말이야, 라스킨. 나는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저들이 정말로 자원봉사의 정신으로 힐텐펜스에 온다는 것은 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래도… 성직자들이지 않습니까?" "그래. 신앞에 정직해야하고, 신이 받드는 어린 종자인 세인들에게도 정직해야 하는 것이 성직자들이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성법만큼 그들의 생각은 신비하기때 문에 일단 생각해 봐야겠지" 아무래도 나는 하인츠와 접촉했던 성족의 존재를 다시금 되새길 수 밖에는 없었 다. 그가 이번 일에 개입을 한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감자를 까면서 의심을 되새기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라스킨과 겉도는 무의미한 대화를 계속했다. ---------------------------------------------------------------------- 네. 이제야 005 챕터도 마지막 부분이군요. 대략 앞으로 10회이내에서 끝날듯 합니다. 음.. 그리고 오리엔테이션 간다고 했었는데.. 연재때문에 궁금해하시던 분들이 계셨군요. 다음편은 공지입니다. 아무래도 연재량에 약간의 변동을 줘야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43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여기저기서 모여드는 성직자들… 이란 소식이 들려오면서 우리는 그들에게 내놓 을 식사를 준비하느라 바뻤다. 물론, 그들이 자신들의 식사거리를 준비해오지 않 지는 않았겠지만 힐텐펜스의 입장에서는 그래도 대접을 해야겠지. 그리고 성직자 들이 구호활동을 위해 온다면 그들을 돕기 위해 파견나온 복사(服事)들과 그들을 후원해주는 사람들도 오기 때문에 꽤 그 숫자가 많은 편이다. "사실, 머무를 집이야 이곳에 널리고 널렸으니 아무거나 잡아도 되고, 신전을 건 축하고자 한다면 집 몇개 허무는 것도 큰 일은 아니지" "이제 이곳도 시끄러워 지겠군요?" "아. 그래. 그런데 조금 불안한 것은, 너의 진짜 모습을 사람들이 알아볼까 걱정 이다" "저보다도 마스터께서 더 주의하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글쎄? 고위 성직자가 와서 굳이 '이 사람이 드래곤이 아닐까'라고 의심을 하여 성법을 낭비하려 들지 않는다면 모를까, 괜찮아" 그러면서도 우리는 착실하게 껍질을 깐 감자를 끓는 물 속에 집어 넣어서 삶아내 고 있다. 굽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지만, 일단 껍질 깐 감자를 끓인 물로 야채 수프를 만들 계획이기 때문에 감자를 삶는 중이다. 음, 이거 확실히 경제적이군. 시장인 게닌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식사준비와 각 교단의 성직자들이 서로간의 신앙을 내새워서 다투지 않게끔 하기 위해 숙소배정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구역별 장소지정도 계획하는 중이었다. 우리들 중에서 단연 바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머물 숙소를 치우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었지만, 사람에게 는 자는 일 보다도 먹는 일이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에 숙소를 치우는 일은 '구호' 활동을 하러 온 그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애시당초에 성직자라는 직종이 편안하게 몸을 냅두는 직종이 아니고, 힘든 생활과 척박한 환경에서 자기 자신을 날카롭게 갈고 닦아 신앙을 완성하기 때문에 숙소가 조금 더럽혀져 있거나, 어지럽혀져 있 다고 해서 불만을 토로할 이들은 아니다. "얼마나 온다고 했지?" "예? 아… 그러니까 현재 8개의 교단에서 차출된 인원이 온다고 했습니다. 한 교 단에서 대략 25명씩의 성직자를 보내준다 하더군요. 성법을 사용할 줄 아는 성직 자만 해도 200명입니다" "200명? 엄청나군. 헤르키엘의 교단에서도 25명이야?" "아, 예. 동일한 인원수를 보낸다고 하더군요" "…난리났군. 다른 교단이면 몰라도, 헤르키엘이?" 흔히 나누는 선과 악, 빛과 어둠으로 나뉘는 교단에서도 유일하게 중립을 유지하 는 교단이 바로 헤르키엘이다. 이들의 신의 이름은 헤르키엘로서, 선도 아니고 악 도 아닌 묘한 위치에 서있으며 자신의 중립을 스스로의 '힘'으로 유지한다. 때문 에 헤르키엘의 힘은 다른 신들에 비해 훨씬 강하며 그의 힘을 빌어서 성법을 쓰는 성직자들도 강하다. 대개 헤르키엘의 성직자 한명의 성법은 다른 교단의 성직자보 다 세배에서 다섯배 정도 강하며, 강한 힘으로 행사하는 중립은 여러 국가의 분쟁 에서 중재자로 쓰인다. 그리고 그들은 성직자를 선출할때 철저하게 중도성향인 사 람들만을 뽑는다. 그래서 대개 성직자의 숫자가 적고, 중립성향이기 때문에 특별 한 목적의식으로 그를 믿는 신자의 수도 적은 편이다. 말하자면 소수정예. 그러한 교단에서 다른 교단과 마찬가지로 25명이 보내져 온다면, 그것을 타 교단 성직자 가 100여명 오는 것과 같다. 그러고보니, 그들에게 그만한 인원을 차출할 인력이 있었구나…. "그 끼여들기 싫어하는 헤르키엘이 왔으니, 뭔가 초월적 존재의 개입이 있었다고 생각해도 그다지 비약적은 아니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스터?" "동감이다. 그 베올듼이라는 성족이 개입해서 무슨 일을 벌여두었다는 사실은 뻔 한 일이라고 생각해. 신의 심부름꾼이니까, 교단들에게 신탁을 내렸을 수도 있겠 지" 대충 사건의 중심에는 우리 안스란과 하인츠가 있다. 교단들이 와서 돕는다고 하 여도 그것은 아마 영석에 관련한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 열쇠인 안스란이 비밀을 쥐고 있을 것이다. 물론 본인은 비밀을 쥐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를 테지만. "아저씨! 사리디마스의 신관분들과 어시크의 신관분들이 도착하셨대요!" 마침 안스란의 생각을 하고 있자니 안스란이 와서 성직자들이 도착했다는 이야기 를 했다. 안스란아. 너도 양반은 아니… 원래 평민이었지? "그래? 이런, 이거 빨리 준비해야겠군. 서두르겠다고 시장님께 전해!" "그게 아니라요! 시장님이 아저씨보고 영접관을 맡아달래요!" "…뭐?!" 내가 놀라는 사이 안스란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잠시 무릎에 손을 얹고 숨을 고 르던 안스란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경험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박식한 사람이 필요해서 그러니까 지금 당 장 오시래요. 감자는 다 까셨죠?" "후우… 난 여기 사람도 아닌데…" "하여튼 빨리요!" "알았어, 알았어. 재촉하지마. 그러면 라스킨. 시료스 빌려줄 테니까 일은 다 끝 내놓고 있어" "예" 나는 라스킨에게 시료스를 건네주고는 안스란의 손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입 고잇는 옷은 적당한 평상복이고, 약간 깨끗한편이다. 더럽혀지진 않았으니 성직자 들을 맞이하는 데엔 문제가 없겠지만, 나같은 외지인에게 그런 것을 맡기다니? 아 무리 생각해봐도 이것은 게닌 시장의 근처에서 그의 일을 도우던 킬의 일행이 펼 친 공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관을 맞이하는 예의야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 도 모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음… 설마하니 내가 제일 여유있어 보여서 그러진 않았겠지? 이래뵈도 할 일 많다고. 감자껍질 벗기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 데? 사람 목숨에 직결되는 일이라구 그거. 정의의 관조자이자 레리첸트의 왕실 수호신인 사리디마스. 그리고 춤과 음악, 환 희의 여신인 어시크의 신관들은 서로 평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단 등장한 지역은 힐텐펜스의 남문으로 같았지만, 두 집단이 보여주는 서로의 성향은 둘이 빛의 계열의 신을 모심에도 불구하고 판이하게 달랐다. 정의의 관조 자인 사리디마스의 율법은 '언행일치로 행하는 정의'로서 그들의 올바른 언행에는 항상 그에 걸맞는 힘이 따른다.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서 악을 응징한다는 다소 편 협적인 사고관-이라고 하면 화내지만-을 가진 신관들이다. 그데 따라서 정의의 심 판을 내린다는 의미의 철퇴나 워 해머를 들고, 정의로운 신의 신민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플레이트 메일을 착용한다. 자랑스러운 신의 이름이 새겨진 성표를 그들의 방패에 달고서 용감하게 개선하는 사리디마스의 신관들의 모습에선 훌륭한 전사와 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겉모습에선 파괴적인 모 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그들의 주요 성법은 치료와 보호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은 전투중에 그들 성법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경 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다. 춤과 음악, 환희의 여신인 어시크의 신관들은 하나같이 낙천가다. 그들은 훌륭한 음유시인이며, 성가대이며 무희다. 아, 참고로 어시크의 신관은 모두 여자다. 그 러나 어시크의 복사까지는 남자가 될 수 있고, 유일하게 어시크만이 가진 복사의 계급에 따라서 1급 복사가 되면 보통의 어시크 신관과 다를바 없는 성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체계를 사용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하여튼 그들은 그 런 특이한 신관계급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들어오는 모습은 무슨 일련의 오케스 트라 반주단이 들어오는 모습 같았는데, 신관이든 복사든 다들 악기 하나씩은 꼭 지참하고 있다. 그들의 음악과 춤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환희를 제공하며, 그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희망과 환희의 길로 이끈다. 오죽하면 몇몇 극단에서 는 자기네의 신인가수는 '몸과 마음의 수양'을 핑계로 어시크의 신전에 연수-그들 은 부정하지만 사실이다. 신전에 몸을 위탁하게 되면 그들 복사가 하는 일과를 따 라하게 되어있으니까-를 보내겠는가? 이런 말을 하면 사실 불경죄에 속할지도 모르지만, 그 둘이 함께 오는 모습은 머 리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전사들-사리디마스여, 쓸데없는 생각을 한 이 드래곤을 용서하소서-과 싱글벙글 웃기만 하는 오로지 낙천가 성격의 광대-어시크여, 이 부 정한 생각을 용서하소서-가 함께 오는 것 같았다. 일단 신관들이 총 합쳐셔 50명 이고, 그들을 따라온 복사들은 모두 70여명.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모두 성문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들어오지 못해 성문 앞에 서 기다리고 있엇고, 나는 그들의 앞으로 가서 허리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눈부신 정의의 수호자, 그리고 행함의 정의를 높고도 가까운 곳에서 관철하시여 세상에 빛이 넘치게 하는 사리디마스의 신관여러분. 어서오십시오. 저는 시장님 으로부터 여러분의 영접을 맡은 페이그니스입니다" "빛을 따라 정의를 행하고, 사리디마스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너무나 어려운 상 황에서도 꿋꿋히 버텨나가는 사람들을 돕기위해 미력한 손이나마 거듭니다. 사리 디마스의 어깨위에 걸쳐진 우리를 대표해 툴렌트가 인사드립니다" 사리디마스의 어깨라면 사리디마스의 행동 신관부 중에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 이다. 사리디마스의 신탁을 받고, 신전에 머무는 신관을 관조 신관부라 하고, 세 상을 떠돌며 정의를 관철하는 신관부를 행동 신관부라 한다. 사리디마스의 어깨라 면 그중에서도 2위 내지 3위에 해당하는 강력한 사람들이다. 성법도 그만큼 강하 고. 나는 다시 고개숙여 인사했고, 이번엔 어시크의 신관들에게 말했다. "아름다운 음악과 거룩한 춤을 추시어 환희를 베푸시고, 길 닿는 모든곳에 행복 과 웃음이 함께 하게 하시는 어시크의 신관 여러분. 어서오십시오" "성스러운 춤과 노래, 어시크의 환희가 그대와 함께 하시길. 미력한 손이나마 악 기대신 여러분들의 손을 잡고자 합니다. 물론, 시간나는 대로 악기를 잡겠지요. 호호홋. 아?! 설마 못하시게 하시는건?" "…그러진 않습니다. 어떤이가 감히 성가를 막으려 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들으셨죠? 여러분! 남는 시간에 놀면 안돼요!" 어시크의 신관은 그들의 신이 밀고가는 신념대로 항상 즐거운 사람들이다. 한가 지 생각할게 있다면 그들과 함께온 사리디마스의 관념과는 상당한 충돌이 요구되 는 관념인데-빛의 계열이라고 해서 안싸우는건 아니다- 그들은 어시크의 신관들과 복사들이 나와 이야기한 사람에 맞춰서 '오오!'하고 환호성을 하는데도 생긋 웃고 있다는 것이다. "아, 저희 소개를 안했군요. 어시크의 하프에서 3번째 현입니다. 그리고 저는 뮤 리스입니다. 잘부탁해요. 후훗" 뮤리스라고 자신을 밝힌 여자 신관은 생긋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흔들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놓은 후에 다시 두 집당의 중간쯤 와서 말했다. "태양빛 아래 참으로 복된 만남입니다. 힐텐펜스는 신의 어린 종규와 훌륭한 가 지를 환영합니다. 와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그리고서 나는 성문안으로 들어왔고, 120명의 사람들이 나의 뒤를 따라서 힐텐펜 스로 입성했다. 선두에 선 나는 등 뒤로 수십명의 성법 덩어리-두 신이여, 불경스 러운 언행을 용서하소서-등을 데리고 가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음… 용을 돌보는 신은 당연히 없겠군. 우리에겐 신룡님이 계시니까. 어쨌든간에 나는 그들을 이끌 고는 한창 준비를 하는 곳으로 갔다. 나, 그러고보니 깜빡했군. 난 걸어가면서 살 짝 고대를 돌려서 뒤에다 물어보았다. "다들, 식사는 하셨나요?"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생활에 치이고, 환경이 치이는군요. 덕분에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연재량을 줄인 선택을 문득 잘했다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후우.. 점점 실생활과 이 생활의 공존이 안되는것을 느낍니다. 쩌업.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44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나의 물음에 그들은 부정적인 대답을 해왔다. 하긴 지금 시간은 식사를 하고 들 어올 그런 시간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준비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 으로 여겼다. 그래서 난 일단 식사를 마련했다고 하고는 사람들을 이끌었다. 그들 의 표정에서 밝은 기운이 도는 것으로 봐서는 그들도 꽤 배를 곯았나보다. 음, 솔 직한 사람들이군. 게닌은 뭘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내가 사람들을 데리고 마련된 장소로 갈 때도 보이지 않았다. 신관과의 사이가 특별히 좋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앞에 나와서 말하는 것에 공포증이 있는 것인지-이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 여하튼 게닌은 보이지 않았다. 음… 시장이란 사람이 이래도 되는 거야?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아, 다들 오셨나요? 흠…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이런, 너무 대인원이라 테이블 이 부족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주방장 차림을 하고 계시죠? 시장님" "아, 뭐… 이런것도 영접이지요" 게닌의 소재지에 관한 의문은 금방 풀렸다. 그는 마을 광장에 마련된 거대한 식 사장에서 몸소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시장이 왜 저러는 지 알 수가 없었지만, 아마 예상해보건데 '시장이 나서서 이런 일을 해야 될 정도 로 힐텐펜스는 어렵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신관들은 모든 사람들이 나서서 이런 일을 한다는 사실에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들을 우리들을 돕기위해 와있는데 그들은 자신들을 대 접하려 하는 것이 뭔가 상당히 맞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 관들과 복사들은 그들의 식사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식사를 자신들이 배분하 기 시작했고, 그래서 식사시간은 의외로 북적거리는 모습이 되었다. 신관들은 식 사를 하면서 자신들의 신에 대한 기도를 잊지 않았고-당연하다- 경건한 분위가와 조금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어울린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시간 후, 게닌은 각 신관들과 복사들이 머무를 지역을 정해주었고, 그 부분 은 물론 정리가 안된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약간씩의 식량들을 나누어 주 었고, 그들은 사양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게 했다. 사리디마스의 신 관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에게 할당된 영역으로 이 동했고, 어시크의 신관들은 즐거운 담소들을 나누면서 그들의 구역으로 이동했다. 일부는 우리가 있는 곳에 남아서 우리의 일을 도왔고, 우리는 그들과 함께 식사장 을 정리했다. 음… 그러고보니 미리안은 지금쯤 일어났으려나? 에실루나도 안보이 는데 말이야. 나는 안스란에게 말했다. "안스란! 미리안하고 에실루나는 어디있어?" "집에 계세요!" "그래? 알았어!" 저쪽에서 신관들과 사람들과 같이 접시와 식기를 정리하던 안스란은 자신의 일이 바빠서 날 쳐다보지도 않으며 대답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안스란 의 이름을 부른 순간, 내 목소리가 들리던 범위에 있는 신관들의 시선이 전부 대 답했던 안스란에게 가는 것을 목격할 수가 있었다. 그 시선은 금방 거두어졌지만, 그 짧은 시간 그들의 눈에서 스쳐지나간 경외감을 난 읽을 수 있었다. 실수했군. 신관들은 역시 안스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밖엔 없다. 그 베올듼이 라는 성족의 영향으로 말이야. 나는 일을 하면서도 전차적으로 안스란에게 접근해 서 그녀의 일을 적극적으로 거들어 준다던가 하고, 통성명을 하는 어시크의 신관 들과 힘으로 안스란을 도와주려하는 사리디마스의 신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약간의 의구심의 늪에 빠졌다. 그들의 눈에 스쳐 지나간 것은 놀라움도 아 니고 '경외감'이었다. 신관인 그들이 다른 누군가에게 경외감을 가진다는 일은 흔 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베올듼이라는 성족이 그들로 하여금 안스란에게 경외감 을 품도록 하는 어떤 말-또는 신탁-을 내려줬다는 뜻이 되는데, 그것을 물어볼 수 도 없는 노릇이군. 일단 저들의 '표면적'인 목적은 힐텐펜스의 구호에 있었고, 거 기서 내가 다른 목적이 뭐냐고 물으면 그것은 저들의 신앙을 의심하는 최고 불경 을 저지르게 되는 일이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고민에 빠졌다. 에라, 그냥 저녁때 안스란에게 물어보자. 신관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눠보았냐고 말이야. "대충 여긴 끝났군. 일단 나는 집에 돌아가볼게. 라스킨, 너는?" "글쎄요. 왠지 안스란에게 신관들이 접근하는 것이 좀 불안하군요. 좀 더 지켜보 다 가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라스킨은 늑대의 감으로 신관들의 신경 대부분이 안스란에게 향해있는 것을 포착 해내었다. 나는 그러려니 했다. 사실 신관들의 의도는 불순한 의도로 보이지는 않 았으니까 안스란의 신변에 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곳에서 물러 나서 집으로 향했다. 안스란과 하인츠가 생활하게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을 집은 이제 거의 왁벽하 게 당장을 끝낸 상태였다. 처음엔 정말로 폐허에 을씨년 스럽던 집이 사람들의 손 을 거쳐가면서 점점 깨끗해졌고, 부서진곳도 수리되고, 없었던 부분도 여러곳 생 여났다. 나중에 우리 일행이 철수해서 안스란과 하인츠만 남게 된다 하더라도 그 렇게 손을 쓸일이 금방 생기진 않을 것이다. 거기에다 그들은 적당한 사람들을 고 용해서 여관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하였고, 그들의 집은 예전에도 여관이었으며 위 치는 대로변의 근처였으므로 장사는 그럭저럭 잘 될 것이다. 아마 미리안과 에실 루나가 안스란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있으니까, 영석의 형체화까지 13일이 남았으 니 약 2주간의 시간이 우리에겐 남아있다. 그동안 안스란은 배울 만큼 배울 것이 다. 나미아의 일이나 레어의 일도 걱정이 되니까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 15일에 형체화를 보고, 16일이나 17일에 이곳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별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군. 에라, 지금 있으면서 벌써 이별을 생 각하면 어쩌자는거야? 그건 나중에 상황이 닥치면 생각해 보도록 하고, 일단 지금 은 할 일 없으니 미리안하고 에실루나랑 담소라도 나눠야겠다. 챙! 채쟁! 차앙! "고작 그정도밖에 못배웠냐! 힘들다고 했던 말은 다 어디있어! 허리 아래도 움직 여! 다리를 놀려! 석상이 춤추냐!" "하압!" "기합은 결정하에서 질러! 괜히 호흡을 낭비하지마! 검을 사용할 때 호흡은 소리 없이 해!" 킬이 매섭게 하인츠를 단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라면 그것은 내가 해야할 일이지만, 나는 워낙에 대외적인 일이 많아서 킬에게 전담했고, 킬은 대련을 하는 것으로 하인츠를 단련시키고 있었다. 나의 경우엔 반복적인 연습으로 행동들을 몸 에 배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었지. 어쨋든 평화로운 시절이 올 거 같지만, 비 어버린 도시가 안정될려면 혼란기를 거쳐야 한다. 그 혼란기동안 하인츠는 언데드 에게 안스란을 납치당햇던 때처럼 그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를 단련시키고자 하였고, 그래서 낮에는 킬에게 검술을, 밤에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모셔두고 과외-기초적인 수학과 실용적으로 쓰일만한 국법 조항들을 비로한 실용 적인 학문들-를 하고 있었다. 하인츠의 열의는 대단해서 그를 가르치는 킬과 미리 안, 에실루나는 가르쳐줄 것이 없으면 아마 잡아먹으려 들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목적의식이 있는 사람은 강해지기 마련이지. 나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자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음… 향긋한 차향이 나는군. "다녀왔어" "아, 다녀오셨어요? 일은 어떠셨어요?" 제일 먼저 미리안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를 끌어안고는 물어왔고, 난 그녀의 행 동에 약간 당황하면서도 웃으면서 말했다. "뭐, 어려울거야 있나. 아, 소식 들었어? 신관들이 왔다는 것" "신관들이 왔어요? …어디에서 얼마나요?" 에실루나가 부얶쪽에서 나오다가 잠시 우리를 보고는 놀라서 멈춰섰지만 이내 미 소지으면서 물어왔고, 미리안은 에실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조금 아쉬운 표정 을 하고는 나하고 떨어졌다. 음… 미리안아. 대담해졌구나. "사리디마스와 어시크의 신관들이 25명씩 왔고, 그들의 복사와 기타 일행 합쳐서 70명이 더 왔어" "많이 왔네요…. 그런데 앞으로 6개의 교단이 더 남은것 아닌가요?" "그렇지. 앞으로 몇명이나 올지 모르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의 숫자가 힐 텐펜스에서 살아남은 숫자보다 많다는 사실이지. 아무나 나에게 차 한 잔만 주겠 어?" "아, 잠시만요" "저쪽에 앉아계세요. 안스란이 아침에 쿠키를 구웠는데 그것도 좀 가져올게요" 에실루나는 차를, 미리안은 안스란이 만들었다는 쿠키를 가지러 갔고, 나는 황망 하게 넓은 홀에 몇개 없는 테이블 중에 하나를 골라 앉았다. 혼자 살았던 안스란 은 대부분의 가정요리를 만드는 것에 익숙하지만 그외 식당에서 내놓을 요리에 대 해선 많은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쿠키도 구워볼 일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안스란은 식당용의 요리와 기타 기호품에 대한 강습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 는 중이며, 그 속도와 실력은 괜찮은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 침에 쿠키를? 나에게 오기 전에 쿠키를 굽고 왔나보지? "여기요" "아, 고마워 에실루나" 에실루나는 잔 3개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포트를 하나 들고왔고, 그녀의 뒤 에서 미리안이 접시에 쿠키를 담아서 가지고 왔다. 둥근 모양의 평범한 쿠키였는 데, 평소 집-레어-에서 미리안이 굽던 것 보다는 조금 질이 떨어지는 듯 싶었다. 하기사 아직 안스란은 초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쿠키를 적당히 씹으면서-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차를 마시며 미리안, 에실루나 와 함께 평화롭고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던 나는 또다시 헉헉대며 달려온 안 스란의 말에 얼굴을 찡그려야 했다. "아저씨! 서문에서 시애로다의 신관들과 마아의 신관, 그리고 브리드의 신관들이 와있어요! 시장님이 나가서 맞이해달래요!" "휴우… 잠시도 못쉬는군. 알았어. 지금 나간다!" 나는 내 앞에 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안스란을 지나쳐서 달려나갔고, 조금 있다가 안스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꺄아악?! 내 쿠키! 이거 드시면 어떻게해요오!" 별일 아니군. 하지만 저기있는 세사람에게 미안하군. 쿠키의 대부분은 내 뱃속에 있는데 안스란에게 큰 소릴 들어야 하는 것은 미리안과 에실루나이고, 나는 안스 란의 쿠키를 다 먹었다는 것에 미안해야겠지. 음음. 그나저나 자애의 여신 시애로다와 대지모신 마아, 그리고 겨울눈과 폭풍의 브리 드가 한번에 등장하다니, 거기에다 조금 전에는 사리디마스와 어시크가 들어왔지? 이거 거의 오늘 내로 다 들어오겠다는 의사를 표명한거야 혹시? 나는 한숨을 내쉬 면서 그들에게 할 인사말들을 생각하며 서문으로 달렸다. 보는 사람도 늘어았으니 함부로 날아갈 수도 없다. 괜히 신비감을 부여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이거 아무래 도 오늘 내로 다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다른 신관들에게 할 인사말도 생각해야겠는 걸. "세상의 질서를 관장하야 모든것은 제자리에, 그리고 수순을 맞춰가게 하는 진리 를 손안에 쥐고 계신 헤르키엘의 중립관이시여. 어서오십시오" "천칭의 기울음이 어디에도 맞춰지지 않고 중도에 머무르는 신의 축복이 함께하 시길. 저희가 제일 늦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아닙니다. 와주신 것에 대해 저흰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아우레스력 1435년 12월 2일. 힐텐펜스에는 단 하루만에 빛의 계열 7개 신의 신관 175명과 유일중립신 헤르키 엘의 신관 25명, 모두 합쳐서 총 200명의 신관들이 머무르게 되었다. ---------------------------------------------------------------------- 12월 15일에 모든 일이 마무리 되어지는걸로 봐서, 앞으로 얼마 안남았다는것을 아시겠지요. 하하핫. 일단 이번달 안으로는 끝나는군요. 음. 그리고 어제가 되서야 책을 받아보았습니다. 5권.이라.. 허허 어느새 5권이군요.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예. 그럼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월요일에 돌아오도록 노력하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45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각 신관들과 복사들은 게닌이 나누었던 위치에 따라 적절한 위치에 숙소를 배정 받게 되었다. 숙소라는 장소의 쾌적함을 위해서라면 당장에 구호활동을 시작해야 될 그런 장소들이 힐텐펜스에는 산적해 있었기에 게닌은 부담없이 그들의 역량에 맞춰서 구역을 지정했고, 신관들은 각자 머무르게 된 구역을 깨끗하게 하는데 노 력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이들보다 좀 늦은, 그리고 제일 늦은 헤르키엘 의 신관들은 가장 힘든장소로 배정받게 되었다. 내가 봐도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 로 시체들이 널려있고, 제대로 된 숙소를 위해서라면 집 한채에 허용되는 거주인 원의 2배 정도가 필요할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앞에 내 려진 시련(?)을 받아들였고, 나의 오늘의 임무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더불어서 영 접관이라는 급조된 직위에서도 해방될 수가 있었다. 시애로다, 마아, 브리드의 신관들이 한번에 온것은 좋았지만 나머지 세 신의 신 관들이 띄엄띄엄 오느라고 나는 그들은 안내하고서는 곧바로 다른 신의 신관들을 영접하는 역할을 맡았어야 했다. 헤르키엘의 신관들을 안내하고서야 나의 임무가 끝난 그 시간은 이미 밤이었다. 10시쯤 되었을 것이다. 점심시간때 시작한 신관들 의 영접이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끝을 낸 것이다. 자, 밥먹으러 가야지.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들이켰다. 차가운 공기가 폐부로 스며들면서 정 신을 밝게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용한 밤이군. 요즘들어서 이곳 힐텐펜 스는 조용하기만 했지. 나는 약간의 쓴웃음을 지으며 걸어나갔다. 밤이 조용하다 라는 것은 사람들에겐 정말로 활기가 없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나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어야 했다. 작지만 분명 저 멀리서 소리가 들려왔 기 때문이다. 하하하하… 호호호호… 까르르륵… ♪~ ♬♩~ ♬♪~ ♩~ ♩♪~ ♬♩~ 음악? 나는 잠시 멈추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프, 플룻, 바이올린, 비올라, 베이스, 류트와 팀파니. 각자가 서로 다른 음을 내고 있지만 그것이 한데 어우러 져서 형언할 수 없는 음악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정말로 즐 거워하는 사람들만이 낼 수 있는 웃음소리. 나는 걸어가던 발걸음을 빠르게 놀렸 다. 점점 빨라지다가 마침내 난 뛰어가게 되었다. 사람으로 하여금 최고의 환희를 제공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역시 어시크의 신관들이군" 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내가 도착한 장소는 식사장으로 쓰였던 시청 앞의 광장이 었으며, 그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어시크의 신관들과 복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가볍고 경쾌한 왈츠였고, 사람들은 그에 맞춰서 남녀가 짝을 지어 춤을 추거나 혹은 혼자서 몸을 흔들어대기도 하고 있는 데, 평소라면 우스워보이고, 불쌍하게도 보일 그 모습이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는 사실이다. 오히려 신명이 나고, 나도 같이 춤을 추고 픈 기분이 드는 것이, 정 말 기분 좋은 광경이었다. "자! 우리도! 어서!" "아… 저기, 난… 아, 안스라안!" "어서와! 빨리잇!" 저쪽에서는 이제야 이곳을 보았는지 안스란과 하인츠가 보였다. 하인츠는 엉거주 춤한 표정으로 안스란에게 끌려오고 있었는데… 뭐, 싫어하는 표정은 아니군. 춤 을 추고 있는 사람들 무리로 들어간 안스란은 치마를 잡아올리며 살짝 인사를 했 고, 하인츠도 엉거주춤 손을 가슴에 대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는 서로의 한 손 씩을 잡고는 천천히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 둘 다 춤을 배워보진 않 았지만 그냥 흥에 겨워서 추는 것 같았다. 그래도 둘 다 썩 어울려 보이는 것 같 은데, 음악과 분위기 때문이겠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추고 있었지만, 춤을 추지 않는 사람도 반정도 되었다. 그 사람들은 춤을 추는 사람들의 주위에서 박수로 박자를 넣어가면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서 웃고 있지 않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우리도 가자!" "좋아!" 안스란과 하인츠가 나온 곳에서 킬과 츠렌이 서로 의기투합하여 달려나와 춤추는 사람들 무리로 합류했고, 그들의 뒤에서 머기와 라니안느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쭈뼜대고 있었다. 음… 뭐, 별로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저들이 나왔으면 이제 그들의 뒤로는 내가 예상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그들 의 뒤로는 밝은 표정의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걸어나왔다. 둘 다 지금의 광경과 음 악이 너무나 즐거운 모양이다. 나와 그녀들의 사이에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지만, 그녀들이 조금만 고개를 돌린다면 나의 이 붉은 머리를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지 금의 상황이 모든 것을 말해주다시피, 음악과 춤은 모든이의 정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암, 충분하고 말고. 나도 나 자신의 자제력을 포기한다면 분명 춤을 추 거나 아니면 박수를 치거나 둘중에 하나일 것이다. 어찌보면 사람들 마음대로 다 루는 어시크의 음악은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그거야 뭐 삐딱한 시선으로 세상 을 보는 염세주의자들 이야기고, 음악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하거나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그리고 어시크의 신관들은 음악을 연 주해서 듣는 이의 마음을 매우 즐거게 하는 재주가 뛰어날 뿐이지. 그것은 그들의 재주의 문제고, 나머지는 그것에 몰입하는 사람들 문제다. 아무리 염세주의자들이 라도 어시크 신관과 복사들의 합주를 들으면 절로 즐거워질걸. "까르륵! 호호홋!" 안스란은 빙글 빙글 돌면서 즐겁게 웃고 있었다. 하인츠도 웃음을 터뜨리면서 안 스란의 손을 잡고는 춤을 추었고, 나는 다른이들과 같이 손뼉으로 박자를 넣어주 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 둘은 아주 잘 어울리는군. 성인이 되는 날까진 둘 다 멀었지만, 좋은 사이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안스란이 저렇게 즐거워하는 모 습을 언제 봤더라…? 나는 잠시 생각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까지 즐거워 하는 안스란의 모습을 본적은 없었다. 아마 내 예상이지만 안스란은 지금 자신의 생애 최고의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자신 때문에 죽을 뻔했던 하인츠도 멀쩡하게 일어나서 손잡고 춤추고 있고, 지금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지 금까지 안스란이 받아온 괴로움 만큼, 즐거워질 자격이 있다. "라이니시스님!" "혼자서 계시면 심심하겠지요" "저희랑 같이!" "춤추시지 않겠어요?" 에? 나는 생각하는 사이 나를 발견하고는 나에게 다가와서 양 팔을 잡는 미리안 과 에실루나를 보면서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나의 대답을 듣지도 않 은채 그대로 날 끌고 춤추는 사람들의 무리로 들어갔다. 버틴다면야 들어가지 않 을 수도 있지만, 나는 빙긋 웃으면서 춤추는 사람들 사이로 그녀들과 같이 들어갔 다. 그래! 어디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 그날 밤은 정말 멋진 밤이었다.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아마 어시크의 신관들은 그날 하루로도 자신들이 이곳으로 온 목적을 이루어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 다의 표정으로 즐거워하고 있었고, 그것을 다른이와 함께 공유하길 거절하지 않았 다. 모두가 함께 음악과 춤에 맞춰 환희를 느꼈을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나 역시 적당히 정신을 놓고서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데리고서 춤을 추었으니까. 그녀들 역 시 즐거운 표정이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겨두었던 희망의 싹이 그제서야 각 자의 행복감에 촉촉히 젖은 마음의 대지에 싹트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12일간 신관, 복사들과 더불어서 사람들을 힐텐펜스를 더욱 힘차게 재 건하기 시작했으며, 틈나는 대로 어시크의 신관들에게 음악을 요청해 그들을 너무 나 기쁘게 해주었다. 비록 어시크의 신관들이 벌인 행동의 방향성이 몇몇 신의 신 관들과 맞지 않아 약간의 사소한 충돌-각자의 신앙으로 철저하게 무장한 사람들간 의 토론이 사소하다면야-이 있었지만, 헤르키엘의 신관들은 이런 때를 위해서 온 것 같이 조용히 중재를 서서 그 충돌이 종교전쟁으로 번지지 않게 노력했다. 실제 로 유일중립신의 신관들을 무시할 신관들은 없었으며, 토론의 결말이 나지 않았음 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좋지 않은 표정과 함께 한발자국씩 물러났다. 전 아이리펜 대륙에서도 헤르키엘의 신관들이 하는 일의 대부분은 그런 일들이라지. 어찌되었 든 신관들은 그들간의 충돌을 제외하고는 훌륭한 일꾼들이 되어주었다. 그들은 게 닌의 허락 하에 그들이 머물렀던 구역에서 제일 황폐화된 곳을 골라 신전을 세우 는데 일부분의 힘을 쏟았고, 대부분의 힘은 힐텐펜스의 복구였다. 그러는 동안에 도 하루에 수십명, 많게는 몇백명에 이르르는 중소규모 마을의 난민들이 힐텐펜스 로 이주해왔다. 힐텐펜스는 그야말로 '신들의 가호를 받는' 도시였기에 언데드들 의 창궐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힐텐펜스로 모여들었다. 여기 저기서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치안이 엉망이 되는 것은 난민을 받아들인 도시에 서 일어나는 평균적인 상황이었지만, 신관들의 덕분에 치안의 유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훌륭하게 보였다. 특히나 사리디마스와 태양의 심판관 라하라의 신관들은 범죄를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부적과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 12일 동안 나는 안스란을 되도록이면 내 시야에 넣고 있었고, 안스란에게 접 근하는 신관들을 모두 체크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그렇게 관찰한지 3일째가 되는 12월 5일에 나는 나의 가설, 그러니까 베올듼이라는 성족이 적극적인 개입을 했을 거라는 가설의 확신을 얻었다. 다른이들에게는 자신들이 받들어야할 신의 신민이 자 거주지가 파괴되어 도움이 필요한 존재 이상의 관심을 그다지 내비치지 않고있 는 신관들이 안스란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나의 가설을 뒷받 침 해주고 있었다. 8개 신의 신관들의 대표자와 부 대표자들이 모두 그 4일의 시 간동안 안스란과 짧게는 5분, 길게는 3시간정도 접촉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눈에 띄였던 것이다. 그 대화의 내용들도 참 다양한 것이 그냥 보통의 격려의 인 사말인 경우도 있엇고, 혹은 '뭔가 특별한 꿈이라도 꾼적 있었습니까?'라는 목적 을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우회적인 말이라든가, '미안하지만, 네가 그 언데드들에 게 납치당할뻔 했다는 아이니?'라고 직접적으로 물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서 그들은 안스란의 대답을 듣고는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각자 자신들의 신의 축복이 있을거라 말하며 돌아갔고, 그 4일동안 안스란은 8개 신의 축복을 받게 되 어서 상당히 기뻐하고 있었다. 옆에서 하인츠도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같 이 덩달아 기뻐했고 말이야. 어쨌든 나는 그들이 대체 무슨 목적으로 안스란에게 접근하는지, 성족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싸이를 불러내어 안 스란에게 접촉한 신관들의 정신을 읽어들일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정신방 어력은 싸이조차 뚫지 못했다. 싸이가 거의 소멸 되어버릴 뻔한 사건 이후로 싸이 의 힘이 조금 약해진 것도 원인이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간인 그들의 정신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은 상당한 어폐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두번째의 가 설을 세웠다. 성족 베올듼이 개입하여 신관들이 너나 할 거 없이 이리로 왔고, 그 를 통해 모종의 연락-신탁이나 현몽등등 생각 할 수 있는 모든 신비적인 수단-을 받은 신관들의 정신에는 그 베올듼이 신의 힘으로 정신적인 벽을 쳐놨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럭저럭 지금이 상황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면서도 대체 그정도로 대비 를 하며 벌이려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나에게 명확한 해 답을 내려주는 사람이나, 그와 비슷한 현상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나는 불안한 마음과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서 하루하루가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밖엔 없었 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서, 아우레스력 1435년 12월 15일.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날짜의 점프입니다. 굳이 쓸데없는 이야기로 양을 늘리고 싶진 않달까요. 어쨌든 이번 챕터를 조금이나마 빨리 끝내려는 움직임입니다. 잘하면 다음 연재본이나, 아니라면 다음주 월요일의 연재본으로 이번 챕터가 끝나는군요. 다른 챕터보다 조금 짧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어난 사건과 주인공에 관여한 여러가지 일은 가장 많이 일어났습니다. 변화의 집결지가 되었라고 할 수 있습니다. 006 챕터부터는 본격적인 양파껍질까기에 들어가야지요. 아마 여러가지 의문사항이나 제가 꽁꽁 감춰두었던 이야기, 혹은 신경도 안쓰는 것처럼 보였던 이야기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분위기도 어느정도의 전환을 거칠 것이고, 여러가지의 변화가 생길 것 같군요. 흠.. 뭐, 이런곳에서 길게 말하면 뭐합니까. 글쟁이는 자신이 써낸 글로 모든것을 말하는 법이니까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46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무슨 일이 일어나리라 예상을 하고 있는 날이었다. 최소한 우리 일행과 신관들은 그렇게 예상했을 것이다. 그 일의 당사자가 될법한 안스란과 하인츠는 평화와 희 망에 가득 찬 사람들과 같이 그 기분에 젖어서 서로가 즐거운 표정을 보여주면서 생활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에는 무슨 사건이 터지더 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날이었다. "그래. 지금처럼" 나는 작게 중얼거렸고, 나의 옆에 있던 에실루나는 그 소릴 들었는지 고개를 갸 웃했지만 이내 표정을 굳혔다. 아마 지금같은 상황에서 나의 혼잣말은 묻혀버려도 좋을 가치 이상을 지니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같은 상황이라면 아마 대 답을 해 줄것이라 생각되는 상대에게 나즈막하게 물었다. "대체… 이 숫자가 어디서 나온 것입니까?" "전 대륙에서… 그들이 죽음을 뛰어넘듯이 이리로 온 것입니다" 나의 옆에서 힐텐펜스에 파견된 헤르키엘의 중립관의 대표인 '미하네스 요반'은 표정을 굳히고, 약간 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대답했다. 나는 저 아래쪽에서 사이에 그롭의 사막 유목민의 전통의상을 보고는 그의 말을 이해가 갈듯 했다. 분명 여기 서 본다면 사막에서 살던 사람이나, 저 툰드라에서 살던 사람들을 비롯하여 전 대 륙의 모든 의복과 인종이 여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미하네스를 바라보며 말 했다. "설명해 주십시오. 어떻게 이렇게 된겁니까? 뭔가를 아시고 계시지요? 네?" "하지만 그것은…" "지금같은 상황에서 밝혀야 될건 밝혀져야 합니다. 아마 제 생각으로는 미하네스 님과 다른 장소를 지키고 계실 다른 신의 신관분들께서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 할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미하네스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는 조용한 표정으로 속에서 분노가 끓어 오 르는 것을 참으려하고 있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다 밝히지 않으면 언제 밝히겠 단 말인가! 미하네스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600만의 죄악, 600만의 절망, 600만의 죽음, 600만의 불경, 600만의 욕망이 맑 은 호수 옆에 모이리. 죽음을 거부한 죄악을 안고, 행로에는 절망을 이끌며 하나 하나의 존재가 죽음으로 이루어졌고, 그 존재로서 불경을 행하야 그 스스로가 될 수 없는 오롯함을 바라는 욕망을 품은 자들이 모일 것이다. 죽음을 뛰어넘은 이 들은 자신의 시대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을 것이다. 산 자에게 제약되는 것이 이들에겐 제약되지 않으리. 오로지 그들은 '산자와 함께 되길 원한 오롯한 죽은 자'를 섬길지며, 추구할 뿐이다" "그 말은… 무엇입니까?" "제가 이곳에 오기 전 받았던 신탁입니다. 그리고서는 제 뇌리속에 각인된 세개 의 단어는 '힐텐펜스', '열쇠', '안스란'입니다. 언데드로 엉망이 되어버린 힐텐 펜스에서 안스란이란 소녀를 만났지요. 그리고 헤르키엘께서는 다른 언질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미하네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설명에서 뭔가가 조금 더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미하네스는 나의 시선에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더이상은 신성권의 침해입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고 그것으로 추론을 하시는 편이 더 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번에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야 하겠지요"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신탁의 내용대로 보자면 이 숫자는 600 만이라는 말이 되겠군요" "아마도 이곳 힐텐펜스를 포위하고 있겠지요" 나는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숫자로 몰려와 있는 언데드들을 보면서 미하네스와 함께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우리의 표정은 성벽 위의 모든 이 들이 지닌 가장 일반적인 표정이다. 600만의 언데드가 힐텐펜스를 포위. 아무리 힐텐펜스가 큰 도시라고 해도, 그 적정인구의 1000배에 달하는 숫자가 포 위를 하면 꼼짝없이 포위를 당해야 한다. 게다가 저 포위망은 상당히 단단해 보인 다. 저렇게 많은 숫자가 전 세계에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곳으로 왔다. 신 탁의 내용에 따르면 그렇게 된다. 은유적이고 그 속에 내재된 뜻이 너무나도 많은 선문답 같은 것이 신탁이지만, 이번만큼은 그 뜻을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저 600만이란 숫자는 전 대륙에서 이번 언데드의 창궐 로 죽은 사람의 수가 600만이라는 뜻이 되던가, 아니면 렌디너스 왕국에서 600만 명이 죽었다는 소리가 된다. 그러나 내가 신관들에게 소식을 묻고, 머기와 라니안 느가 마법사들과 연락한 것과, 난민들의 소식을 종합해보면 이 기현상은 렌디너스 왕국에서만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렌디너스의 총 인구수는 3000만으로, 600만의 언데드가 모두 렌디너스 왕국의 국민들이었다면, 렌디너스는 아마 지금 반쯤 망해 가야 정상이다. 그러나 인종이 다 다르고, 복식도 달랐으니 저 언데드들은 전 대 륙에서 모여든 것이 분명하고, 저 숫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략 1년 정도는 전 대륙 에서 죽은 시체들이 쌓여야 할 것이다. 한번에 한 나라에서 죽기엔 너무 많다. 이 런저런 근거를 봐도 역시 저 언데드들은 전 대륙에서 죽은 시체들이다. 그것들이 죽음을 뛰어넘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에 모여있는 것이다. 그 이유 는? 아마도 '산자와 함께하길 원한 오롯한 죽은 자'를 위해서겠지. "그런데 저들에겐 적대의사가 없어보이는군요" 에실루나는 아래쪽의 언데드들을 차분하게 관찰하더니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 였다. 신관들과 경비병의 연락을 듣고서 황급히 올라와보니 밑에는 수백만에 달하 는 것 같은 언데드들이 힐텐펜스를 에워싸고 있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30분 동안 저들은 이전에 이곳을 찾아왔던 언데드들과는 달리 그저 조용히 서있을 뿐이 었다. 마치 뭔가는 기다리는 듯, 혹은 무언가는 위해 기도하려는 듯, 그렇게 그들 은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적대감이나 살의 같은 감정이 아닌, 그저 차분함의 분위기였다. 알 수 없을 정도의 차분함이 흐르 고 있었다. 그리고 이 괴이한 현상은 다른 모든 방향의 성벽에서도 동일하게 나타 났다. 대치상황을 만드는 것은 우리쪽의 사람들 뿐으로, 상대쪽에서 그런 느낌이 나게 하지 않으면 이거 상당히 우리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도 들게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지금 성벽위의 신관들과 경비병들은 긴장을 조금 풀고서 그들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미하네스 신관님. 저들을 그들이 있어야할 안식으로 되돌려 보내진 못하시는 것 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에실루나는 나를 기준으로 자신의 반대편에 있는 미하네스에게 말했다. 안식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라면, 터닝-Turning. 섭리를 언데드를 신의 이름으로 처단하여 있어야할 안식, 즉 죽음으로 되돌려 보내는 신관들의 특기-인가? 그러고 보니 왜 언데드들에게 터닝을 시도하지않는 거야? 그는 한숨을 내쉬면서 팔짱을 끼고는 말 했다. "두분께서 오시기 전에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터닝은 통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연락을 해본 결과, 다른 신의 신관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언데드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저희가 내리는 신으로의 귀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습 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정말로 괴롭기 그지 없군요" "그렇군요" 에실루나는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도 옆에서 상당히 유감이 란 표정을 지었다. 신관들의 터닝이 안통한다… 라는 것은 저들이 애시당초 터닝 이 통하지 않는 녀석들이던가, 아니면 이들의 터닝이 통하지 않을 수준의 강한 언 데드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무리 봐도 저녀석들이 후자에 속할 가능성은 그다 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첫번째인가? 음… 그것도 아닐듯 싶다. 죽은 자들이 일어서는 모습과, 산자가 죽어서 저렇게 되는 모습을 보았는데 말이야.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제 3의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인데? 나는 생각에 잠겨서 머리 를 돌려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역사적 기록들과 마법사와 신관들이 집필해 둔 여러종류의 책들을 떠올려 보면서 이런 일이 있었는가를 세심하게 검토해 보았 고, 결과는 '없었다'였다. 전대미문의 사건이군 그야말로. 그 역사적인 전대미문 한 사건의 중심에 해당하는 장소에 내가 있는 건가? 이 전의 선례가 없으니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좋은 모범답안은 없 었다. 그래서 지금 사람들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 외엔 없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직무에만 충실하고자 하 는 것이지. 그래서 지금 나는 저 언데드들을 전부 물리쳐야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 에 쌓여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 뿐이고, 자물쇠인 내가 할 일은 그 것으로 열쇠인 안스란을 지키게 되니까. 흠… 그거야 성족이 정해둔 거라서 그다 지 상관 없고, 나는 저들이 적대심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확신하건데, 오늘에야 이 일의 결론이 날 것이다. 그리고 저들은 이 결말을 위하여 준비된 이들이고. 모든 것이 힐텐펜스에 준비되었을 때, 이번 일의 결말이 란 놈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준비된 이들은 각자의 역할을 하기 시작할 것이고 모든것이 순리대로 돌아가서, 끝날 것이다. "우우… 우우우… 우우… 우…" "우우… 우우우… 우우… 우…" "우우… 우우우… 우우… 우…" "우우… 우우우… 우우… 우…" 순간적으로 들려온 목소리에 나는 잠깐 놀랐다. 언데드들의 어딘가에서 낮은 울 음소리가 들여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는 다른 목소리로 똑같이 불려지기 시작했고, 모든 언데드들이 낮고 우울하게 울어대는 일을 시작했다. 우우… 우우우… 우우… 우… 이제 그들의 울음 소리는 마치 바람소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성벽 위의 사람들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지만, 언데드들의 행동은 같이 하나된 목소리로 울어댄다는 행동 외에는 취하지 않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대채 왜 갑자기 저 러는 걸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나의 이 의문에 답해줄 그 누군가도 없다는 사실에 한숨을 쉬었다. 뭔가 저들에 대해 확실하게 알려진 재료가 있다면 어떻게 빈약하게나마 다듬고, 데치고, 삶고, 지지고 볶아서 훌륭한 추리를 완성하겠지만, 재료가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그것고 현재로선 양념외엔 거의 없는 상황이 아닌 가? 지금 저 언데드들에 대해 정의할 수 있는 한가지 사실은, 저들은 죽어있다는 것 뿐이다. 그리고 난 그들이 움직였을 때 다시 신경을 그들에게 돌렸다. 이번엔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건가? 우리는 한참동안 그들의 움직임을 숨죽인 표정으로 감 시하고 있었고, 이윽고 에실루나가 저들을 보며 말했다. "뭐랄까… 다가오려는 것이 아니군요" "그래. 저건… 행열을 맞추는 것 같은데?" "그렇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의 말에 미하네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저들은 우리쪽으로 다가 오려는 그 어떠한 움직님도 없이 자기네들끼리 행열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성벽에 서 대략 10야드정도 떨어진 곳에 일렬로 정연하게 서있는 녀석들의 1야드쯤 뒤로 다른 언데드들이 서있게 되었다. 그것이 반복되어서 현재 계속 언데드들은 조용하 게 울음소리를 내며 줄을 맞추는 중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2시간 후에 힐텐펜스를 중심으로 마치 파문이 그려지듯 언데드 들에 의해 생성된 여러겹의 포위망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 하나의 점을 찍고서 그 주위로 원을 그리고, 다시 그것을 감싸는 원을 그리고.. 이것을 반복하면 힐텐펜스가 어떻게 포위되어있는지 이해하시기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다시 돌아오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47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점을 하나 그리고서, 그 점을 감싸는 원을 그린다. 그리고 그 원을 감싸는 원을 감싸는 원을 그린다. 이것을 반목하면 지금 힐텐펜스와 언데드들의 관계를 정확하 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호수가 있는 곳에는 언데드가 들어오질 못해서 구멍 이 뚫려 있다 하지만 같다고 생각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리 상대에세 적대의사가 없다고 해도 문을 열고 나가서 쳐 부수자는 말은 나오지 않겠군요" "그렇군요. 지금 힐텐펜스가 어떻게 처해져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군요" 미하네스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두 시간 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는 그저 엄청 많은 언데드들이 몰려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포위되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니까. 우우… 우우우… 우우… 우… 언데드들은 행열을 맞추면서, 그리고 행열을 맞춘 다음에도 계속 울어대고 있었 고, 이젠 저 소리가 익숙해질 지경이었다. 기분 나쁘다는 사실은 여전해도, 그다 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저 소리가 우리들로 하여금 스스로 성문을 열게하는 소 리도 아니었고, 음파 공격으로 성벽을 무너뜨리려는 소리도 아니며, 우리의 정신 을 파괴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성벽 위에서는 그저 약간의 소음으로 치부 해 버린지 오래다. "에실루나. 지금 몇시지?" "오후 4시예요. 그리고 다들 교대하시라던데요?" 나의 질문에 답한 것은 나와는 다른 쪽의 성벽으로 갔었던 미리안이었다. 어래? 나는 어느샌가 전령이 되어버린 미리안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다시 한번 성벽 위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교대하시고, 6시간 후에… 그러니까 해질녂에 다시 근무하시라는 시장님의 말씀 이 있었어요" "아, 예. 알겠습니다" "알았어" 미하네스와 나는 차례로 대답했고, 성벽위의 경비병들도 휴식이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뭔 일 생기면 금방 달려 올 수가 있으니까 조금 쉬는 것도 나쁘 지는 않겠지. 성벽 위의 신관들과 경비병들은 교대인원과 서로 교대하기 시작했다. 요 근래 들 어온 난민들 중에서 싸울 수 있는 장정들은 지금 임시로 경비병이 되어 있는 상태 였다. 그리고 신관들은 각자 절반씩의 신관들이 와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반의 인 원이 교대하는 식이었다. 어쨌든 휴식이다. 휴식! 적당히 간식이나 챙겨먹고 낮잠 이나 자면 딱 좋을 시간이군.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간단한 간식을 먹고는 잠이 들었다. 돌아오는 도중에 마을 의 분위기를 보니 뭔가 비장한 분위기가 감도는 침묵이 지배하고 있었다. 여기서 죽을 것인가? 기껏 찾은 그들의 새로운 터전이 또 다시 없어지려는가? 그들은 그 런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경비대로 자원, 차출된 그들의 남편, 아들, 오빠, 동생, 연인이 다치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라도 그것은 원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수 많은 죽음이 있었던 이 도시에서 또 다시 그들의 목 숨이 사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하긴 싫었다. 어쨌든 모든 일은 오늘 안으로 결정이 날 것이다. "그런고로 일어났다" 나는 의미없는 소리를 하면서 눈을 떴다. 창문을 보니 슬슬 태양이 떨어지고 있 었다. 에… 그러니까 지금은 대략 오후 9시쯤? 한시간 뒤까지 성벽으로 다시 나가 면 되는군. 그리고 지금까지 별 일은 없어 보인다. 이제 오늘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6시간이다. 쳇, 6시간이라니… 어떤 시간보다도 긴 6시간이 될 것 같군. "아저씨! 저도 싸울 수 있다구요!" "넌 너무 어려. 징집 하한선이야" "그딴게 뭡니까! 한명이라도 더 필요한 것 아닌가요?!" 아랫층으로 내려가보니 하인츠와 킬의 대화(?)가 들려왔다. 하인츠야. 너의 그 마음은 가상하지만 그래도 넌 너무 어려. 물론 그 언데드들의 사이에 들어가서 안 스란을 구해왔던 무용은 내 인정해준다만, 거기까지야. "하인츠. 그러면 안스란은 누가 지키지?" 나는 거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말했다. 들어가서 보니 하인츠는 일어선 채로 킬에게 부탁을 하는 것인지 협박을 하는 것인지 모를 자세로 있었고, 킬은 앉아서 유연하게 하인츠의 말을 듣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런 모 습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어라? 어느새 다들 돌아와 있었군. 하인츠는 내가 들어오면서 한 말에 잠시 멍해있었다. 나는 테이블에서 의자를 하나 빼내 앉고는 하인츠에게 말했다. "하인츠. 앞뒤 안가리는 네 돌진력은 칭찬해 주겠지만, 그러다가는 지난번과 같 은 꼴 난다. 그때가 되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없을지도 모르고, 안스란은 더더 욱 큰 위험에 빠질지도 모르겠지. 여기 사람들은 전부 징집대상이야. 그리고 오 로지 너만 그 대상에서 제외지. 그런 만큼 안스란은 누가 지켜야 할지 생각할 수 있겠지?" 최근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인츠는 한번 정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 하여 목표를 성취하는 돌진형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매우 적절한 예를 들어서 말 하자면, 안스란을 구하러 성벽 밑으로 뛰어내렸던 상황이 바로 그것이지. 결국에 는 구해내긴 했지만 말이야. 하인츠는 조용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직 생각이 부족 하구나. 그래도 그것이 좋은 것일 수도 있어. 그런데, 안스란은 어디있지? "어, 그런데 안스란은 어디있어?" "부녀자들은 모두 중앙광장 근처로 모이랬어요. 싸울 수 있는 부녀자들을 제외하 고서요. 신관분들이 오늘 남은 시간동안 사악한 힘이 범접하지 못하도록 성법의 보호를 걸어준다 했거든요. 금방 올거에요" 츠렌이 접시위의 쿠키를 먹으면서 내 물음에 답해주었다. 흐음… 그런가? 6시간 정도 남았으니 성법을 사용해서 오늘 하루가 가기까지 보호를 할 수는 있겠다. 전 투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겐 다행이군. "후아… 그러고보니, 다들 곧 있으면 근무지로 이동해야 하겠군요" "그러네요. 에휴… 이거, 오늘까지 어떻게 잘 버티려나?" 다들 자신의 근무지에 대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행열을 맞 추고서 어떻게 되었을지가 상당히 궁금하군. 아니, 설마하니 아직도 움직임이 없 는 걸까? 탁탁탁탁… "다들 여기 계시죠?! 하아! 하아!"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더니 성법을 받아서 몸에서 희미하게 빛을 내는 안스 란이 갑자기 뛰쳐 들어오면서 소리쳤다. 우리는 일단 안스란을 한번 보고는 일행 모두가 여기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안스란만 빼고 다 있었는데, 이것으로 전부 채워졌군. 그런데, 갑자기 왜? "다들 각자 맡은 곳으로 가보세요! 움직이기 시작했대요!" "뭐엇?!" 나는 크게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데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그, 그런! 설마하니 지금까지 움직이지도 않았단 말인가! …에라, 이런 사소한 문제는 접어 두고! 빨리 이동하지 않으면! 나는 하인츠에게 연락용 쇠토막을 하나 던져주면서 말했다. "하인츠! 무슨 일 생기면 이것을 쥐고 속으로 내용을 외쳐! 그러면 금방 달려 갈 테니까!" "아, 예!" "에실루나! 가자!" "예에!" 나는 에실루나를 부르고서 황급히 뛰쳐나갔다. 처음에 조를 나눌 때, 나와 에실 루나, 미리안과 머기와 라니안느, 라스킨과 킬과 츠렌으로 편성했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조원들을 챙기고는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에 와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가? 안스란이 '다들 조심하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뒤로 하고는 나와 에실루나는 성벽쪽으로 달렸다. 안스란은 하인츠가 알아서 지키 겠지.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갈 수 있으니까, 이번에는 큰 걱정 하지 않겠어. 지 금에 와서 움직인다니… 대체 어떻게? "마치… 부채꼴의 모양… 입니까?" "예. 그리고 보십시오. 저것은 헤르키엘의 문장이고, 저것은 사리디마스의 문장 입니다. 계속해서 보시면 알겠지만, 총 8개의 부채꼴로 나위어져서 각자 이곳으 로 들어온 신들의 문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거대한 그림이군요. 아니, 인장이라고 해야하나?" 나는 언데드들이 움직여서 만들어낸 신의 문장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다른 것 들도 아니고, 언데드가 신의 문장을?! 이거야 말로 뱀파이어가 일광욕한다는 소리 만큼이나 당황스럽지 않는가? 미하네스에게 들은 전체적인 사정은 대축 이렇다. 원을 그리면서 울고 있던 언데 드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열의 언데드들은 자신들이 있는 거리 앞으 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 뒤에서 언데드들이 서서히 움직여서 부채꼴 을 만들고는 그 안에서 신의 문장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왜? 어째서 그런 것인지는 난 잘 모르겠다. "어엇?!" "다시 움직인다!" 나는 미하네스와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들려온 말에 고개를 돌려야 했다. 언데드 들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헤르키엘의 문장을 그리던 언데드들 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나는 저들이 신의 문장을 그렸다는 점에 착안해서 한가 지 가설을 세웠고, 10분이 지난 시각, 난 내 가설을 확신했다. "저것은… 기심? 그리고 저건 라기? 저쪽은 데소러? 이건… 성스러운 밤의 신들 의 문장?" 미하네스는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는 헤르키엘의 신관이었기에 그들 이 사용하는 성스러운 낮과 성스러운 밤의 구분으로 신들을 지칭하였다. 대개 일 반인들이 빛과 어둠으로 신들을 구분하는데 반해, 헤르키엘은 저렇게 좋은 소리로 신들을 구분한다. 중립관으로서 그 어느쪽에도 호평이나 혹평을 할 수 없다는 것 이 그들의 말이다. 어쨌든 그들의 말 대로, '성스러운 밤의 신들'을 상징하는 문 장들이 언데드들에 의해 그려졌다. 단 하나, 헤르키엘의 문장을 놔두고는 말이다. 아마도 헤르키엘은 중립관이기 때문에 문장을 바꿀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 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헌데 어째서 저들이 문장을 그리냐고! "대체… 무슨 영문인지…"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정말로 저건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아까부 터 계속 모르는 일들 투성이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 어서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머리가 다 어지러울 지경이다! "곧 있으면 밤이군요. 노을이 지려하고 있어요" 에실루나가 조용하게 앞쪽의 지평선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곳이 서문이다 보니 까 해가 떨어지는 모습이 확실하게 보이는군. 저 멀리 지평선에 해가 걸터 앉으려 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점점 하늘의 색이 변해가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 나면 30분에서 한 시간 후에 해가 떨어질것 같다. <<아저씨! 빨리 와주세요! 안스란이! 으와악?!>> 응? 나느 갑작스럽게 하인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그 내용에 놀랐다. 그것 은 상당히 다급한 소리였고, 하인츠의 당황해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 시에 나의 뒤, 그러니까 힐텐펜스의 어딘가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지는 것이 느껴 졌다. "뭐, 뭐야!" 나는 놀라면서 뒤를 돌아보았고, 힐텐펜스의 중심부에서 거대하게 솟아오른 빛의 기둥을 보면서 몸이 굳었다. 언제 저런 것이! 이곳에서 보기에도 꽤 굵은 기둥이 다. 장소는… 중앙광장? <<아저씨! 안스란이! 빨리 오세요! 빛의 기둥이예요!>> "이게 어떻게 된…!" "에실루나! 여길 부탁해!" 나는 놀라는 에실루나의 어깨를 잡아서 대뜸 말하고는 하인츠에게 건네준 연락패 의 좌표가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를 했다. "우왁!" "나야! 대체 무슨 일이야!" 주위의 풍격이 갑자기 변했고, 하인츠가 놀라서 뒤로 두걸음 물러나는게 보였다. 그래도 손에 들고 있는 검을 휘두르지 않은 것이 아직 수업이 모자라단 증거로군. 아, 아니 이게 아니야! 나는 어서 말하라는 눈빛으로 하인츠를 쏘아보았고, 하인 츠는 내 뒤를 가리켰다. "…! 아, 안스란!" 빛의 기둥. 중앙광장에 직경 30야드 정도로 솟아난 반투명한 빛의 기둥의 안에는 안스란이 있었다. 마치 뭔가를 기도하듯이 조용히 손을 모으고 있었다. 안스란이 어째서 저기에! 나는 안스란에게 다가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난 빛의 기 둥에 가로막혀 버렸다. 마치 안스란을 데려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빛의 기둥 아 니, 빛의 장막은 나를 방해했다. "텔레포트!" 나는 안스란이 있는 장소로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그리고서 잠시 주위가 흐릿해 진다 싶었더니 나는 지금 있는 장소 그대로를 딛고 서있었다. 테, 텔레포트가 통 하질 않아?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슬슬 막장입니다. 월요일이면 끝나게 될 것 같군요. 월요일에 끝내고서, 좀 쉬어야 겠다는..(쿨럭) 이번 챕터는 나름대로 생각 많이 해서.. 그럭저럭 괜찮게 나왔다.. ..라고 생각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는 중이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48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패스 월! 디맨션 도어! 블링크! 게이트!" 공간이동 계열의 모든 마법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빛의 장막은 모든 마법력을 거 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물리력이다앗!" 콰아앙! 나는 냅다 주먹을 들어서 온 힘을 다해 장막을 가격했다. 그러자 큰 소리가 울리 고는 장막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뭐, 뭐야 이건! 대체 뭐냐고! "안스란! 안스라안!"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안스란을 불렀다. 하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인지, 아 니면 못들은채 하는 것인지 안스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엘리멘탈 레이저!" 윌오위스프와 샐레멘더를 소환해서 레이저를 쏴보고, 메테오 스톰을 날려보아도 장막에는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었다. "뭐, 뭐야 이건!" 갖가지 마법과 정령력을 사용해도 장막엔 흠집하나 가게 할 수 없었다. 내가 그 렇게 노력하는 동안에도 안스란은 평온한 표정으로 조용히 손을 모으고 있을 뿐이 었다. 카앙! 캉! 카앙! 하인츠가 내 옆에서 몇번 검으로 벽을 쳐보고는 이를 갈았다. 전혀 통하지 않았 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하인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아저씨들이 달려나가시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났을 거예요. 안스란이 갑자기 멍한 표정을 짓고는 마을 광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저는 당황해하면서 안 스란을 붙잡아보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했는데, 저를 완전히 무시하고, 엄청난 힘으로 붙잡는 저를 끌고가더군요. 그리고서 안스란이 제가 서 있는 여기까지 오 자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고는 '괜찮아. 금방 끝나'라고 말했어요. 저는 잠시 멍 해져있었고, 안스란이 저와 세발자국 떨어졌을 때, 갑자기 빛의 기둥이 생겨났어 요. 안스란은 그때부터 계속 저런 상태였어요" 하인츠는 벽에 손을 짚고는 중얼거리듯이 말했고, 나는 다시 안스란을 바라보았 다. 가슴께에 손을 모으고는 평온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계속 저런 상 태란 말인가? <<라이니시스! 큰일이예요! 언데드! 언데드들이 지금 성벽을 걸어서…!>> 그러던 도중 갑자기 나의 귀에 에실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언데드들 이… 뭐 어떻게? 성벽을 걸어서?! 나는 잠시 뭔가 맞지 않는 이 말에 대해서 생각 해야 했다. 하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성벽을 걸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머리를 거칠게 긁적였다. "쥬얼 새터라이트!" 나는 일당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고 생각했다. 쥬얼 새터라이트를 기동시킨 나는 그것을 서쪽 성벽으로 날려보냈고, 상황판을 꺼내었다. 상황판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집과 거리, 사람들이 지나갔고, 몇초 되지 않아서 서쪽 문과 성벽이 나타 나게 되었다. 나는 쥬얼 새터라이트를 움직여서 바깥쪽의 외벽을 보게 했다. 그리 고는 경악했다. "뭐, 뭐야!" "이, 이건…!" 옆에서 같이 보던 하인츠도 놀라서 말문을 열지 못하는듯 했다. 쥬얼 새터라이트 가 보내는 영상은… 언데드들이 성벽을 '걸어서'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중력 을 완전히 무시하고 성벽이 마치 평지인양 걸어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느릿한 속도도 아닌 가볍게 뛰는 듯한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다. 말도 안되! "공격 준비!" 미하네스가 명령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고, 경비병들과 신관들이 각자의 무기 를 겨냥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길! 나도 빨리 이동을…! "공격하지 말아요" "공격하지 말아요" 나는 텔레포트를 쓰려다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중단했다. 사방에서 들려 오는 듯한 목소리… 이것은 안스란의 목소리? "공격하지 않으면 저들은 공격하지 않아요" "공격하지 않으면 저들은 공격하지 않아요" 안스란의 입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에 따라 사방에서 안스란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안스란이 이야기 하는 건가? 상황판에서 보이는 서쪽 성벽의 사람들도 안스란 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하네스가 외쳤다. "공격 준비 해제! 모두 무기를 거둔다!" 신관들이 복창하면서 그의 명에 따라 무기를 거두었고, 다른 경비병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망설였다. 하지만 그들도 이내 자신들의 무기를 거두었고, 조금 지나니 까 언데드들이 성벽을 걸어서 갤러리로 올라왔다. "……! 어?" 언데드들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사람들은 몸을 떨었지만, 언데드들을 그런 사람 들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지나쳐서 오로지 직진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성벽을 걸어 올라왔던 것처럼, 걸어서 성벽을 내려가고 있었다. 한결같은 발자국 소리를 내면서 언데드들은 사람들을 지나쳐서 걸어 올라오고,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나 는 이런 일이 아마 전 성벽에서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언데드들의 움직임은 모 두가 한결같았기 때문에 예상해볼 수 있다. 그리고… 예전의 일로 미루어 보자면 언데드들의 목표는 바로 안스란이다! "그들을 막지 말아요. 그냥 가게 해주세요" "그들을 막지 말아요. 그냥 가게 해주세요" 안스란은 언데드들을 막거나 공격하려는 사람들을 말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 이 안스란의 말을 듣는 모양인지 안스란은 미소를 띄우고는 말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안스란은 사람들이 언데드들을 그대로 도시 안으로 들어오게끔 했다. 안스란! 대 체 너 무슨 일을 하려는 거야! "안스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안스란!" 하인츠는 주먹으로 빛의 장막을 두드리면서 소리쳤고, 안스란은 하인츠를 쳐다보 지는 않았지만, 울리지는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하인츠. 곧 끝나. 그리고 조금 뒤면 알게 될 거야" "무슨 소리야! 거기서 뭐하는 건데!" "걱정하지마. 곧 끝나니까" 안스란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하인츠는 입을 다물었다. 곧 끝난다 니? 안스란! 대체 무슨 일을 하려는 거야! "신의 손이여. 신의 눈이여. 신의 귀여. 신의 입이여. 신의 선율이여 신의 방패 여. 신의 검이여. 그들의 대표자여. 이리로 오소서" "신의 손이여. 신의 눈이여. 신의 귀여. 신의 입이여. 신의 선율이여 신의 방패 여. 신의 검이여. 그들의 대표자여. 이리로 오소서" 파악! 안스란의 말이 끝나자 마자 헤르키엘의 미하네스를 제외한 7명의 신관 대표들이 내가 있는 곳의 반대편에 나타났다. 안스란이 부른건가? 안스란이 데리고 온건가? 저들을? 단지 그 말 하나로? "신의 어둠이여. 신의 바램이여. 신의 질투여. 신의 절망이여. 신의 분노여. 신 의 전령이여. 신의 힘이여. 그들의 대표자여. 이리로 오소서" "신의 어둠이여. 신의 바램이여. 신의 질투여. 신의 절망이여. 신의 분노여. 신 의 전령이여. 신의 힘이여. 그들의 대표자여. 이리로 오소서" 이번엔 내가 있는 곳의 뒤로 난민의 차림을 하고 있는 일곱 명의 사람들이 나타 나게 되었다. 저들은…? 어둠의 신을 섬기는 신관들인가! "신의 관조자이자 천칭의 축이여. 그들의 대표자여. 이리로 오소서" "신의 관조자이자 천칭의 축이여. 그들의 대표자여. 이리로 오소서" 그리고 안스란이 바라보는 정면의 방향에 미하네스가 나타났다. 마, 맙소사! 열 다섯 신의 신관 대표들이 모두 이 자리에 모이게 되었잖아! 나는 안스란을 사이에 두고 내 뒤쪽에 있는 신관들과 저 건너편에 있는 신관들 사이에 좋지 않은 눈빛이 충돌하는 것을 느끼고는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싸우지 말아요. 싸우자고 이런 먼 곳까지 오시지는 않으셨겠지요?" 안스란이 조용하게 말했고, 그들은 한번에 적대적인 눈빛을 거두었다. 그리고 나 는 신관의 대표자들이 안스란의 말을 듣고, 그것에 따르는 것을 보다 순간 충격을 받게 되었다. 어, 어째서! "시작해요. 모두들 준비하세요" 안스란이 역시 작고 조용하게 말했고, 신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있 어서 우리의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우리를 완전히 무시하고는 그들은 움 직이고 있었다. "대체… 무슨일을 하려는 거야! 안스란! 뭔가 좀 대답해봐!" 나는 이 빛의 장막을 둘러 싸듯이 움직이는 신관들을 보면서 안스란에게 말했고, 안스란은 조용히 말했다. "끝을… 내려고 하는 거예요" "끝? 대체 무슨 끝을?!" "죽은 자가 일어나고… 산 자가 죽은 자가 되고… 영의 개념이 헝클어진 이곳에 대한 모든 것의 끝. 죽은 자가 나오지 않고, 신들이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고, 성 족이 매듭을 짓는 일. 그리고… 죽은 자를 불러 그들의 영으로 이 땅을 위로해야 하는 일의 끝이에요" 안스란은 조용히 눈을 뜨더니 서서히 주황색으로 물드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영석의 형체화가 되기 위한 희생. 작은 희생으로 감수를 하려 했겠지요. 성족들 은 완고하니까.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메우려고 했지만, 영석의 힘은 그들의 생 각 보다 컷어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이 땅의 인간들에게서 거둬갔지요. 그래서 많은 육체에서 영혼이 강제적으로 빠져나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영혼인 죽을 때 태어나 시체가 썩어 없어질 때까지 육을 안식으로 이끄는 '죽은 영혼'도 강제적으로 빠져나왔어요. 그래서 죽은 자도 일어서게 되었지요" 안스란은 조용하게 이야기했고, 그 사이에 신관들은 빛의 장막을 중심으로 1시에 서 15시 까지의 각각의 시에 해당하는 방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자신들 의 성표를 꺼내어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안스란은 계속 말했다. "성족은 그래서 모든 죽은 자를 하나로 이끌고, 회수할 영석의 인도자를 정하고 자 했어요. 성지에 접촉한 한 마법사로 하여금 그의 친우에게 자물쇠라는 직위를 내리게 하고, 자물쇠를 움직여서 열쇠를 정하고자 했지요. 그리고 열쇠에는 한가 지의 선물을 주었어요" 자물쇠에 의해 열쇠가 선택된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다. 베올듼이 하인츠와 접 촉하던 때, 그 때 이야기 했었지. 그런데, 선물이라니? 그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 했는데? "선물? 어떤 선물을…?" "부활의 축복을 내려줬어요. 죽은 자를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죽은 자이지만, 죽은 자는 생각을 하고 그들을 이끌 수가 없겠지요" "부…활? 부활이라고?! 그러면… 안스란 너는!" 순간 나는 온 몸이 싸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안스란이 하늘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는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처, 처음부터… 처음부터… 처음부터…! "네. 그래요. '산 자와 함께하길 원한 오롯한 죽은 자'는 바로 저예요. 적 이미 처음부터 죽어있었어요. 그래요. 그때의 그… 비가 내리던 날… 바위 산의 위에 서… 창에 찔렸을 때…" 소녀는 쫓기고 있었다. 소녀는 그들에게 몰려서 바위산 위로 몰리게 되었다. 소녀는 가슴에 그들이 내지른 창의 서늘함을 느꼈다. 소녀는 죽었다. '안스란 메이'라는 이름의 소녀가. "마, 말도 안 돼…" 하인츠가 신음하듯이 읊조렸고, 안스란은 다시 눈을 감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 나 그 미소만은 여전했다. "축복이었을까요. 아니면 저주였을까요. 전 사람들과 함께하길 바랬어요. 그들과 같이 살길 바랫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어요. 다른이들이 가지지 못한 것 을 가진 온전한 저는 '오롯한 죽은 자'에요. 그리고 망자들이 추구하는 단 하나 의 존재지요" 우우… 우우우… 우우… 우… 언데드들의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 근처까지 왔나보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 다. 어둠 속에서 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 공간을 뛰어넘어 죽을 뛰어넘은 자들이 이곳에 오게 되었다. "저는 망자들을 이끄는 자에요" 안스란은 어느새 모으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눈을 감은채 얼굴을 하늘로 향했고, 팔은 약간 양쪽으로 벌렸다. 안스란의 몸이 1피트 가량 떠올랐다. "그들을 이끌어서 가야해요" "대체 어디로…?" 나는 작게 물었고, 안스란은 매우 행복하고 즐거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완전한 죽음. 안식으로요" ---------------------------------------------------------------------- 눈치 채신 분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네. 안스란은 죽어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처음 등장부터 이미 얘는 죽어있었지요.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제 글에 등장하고 가장 빨리 죽었습니다. 비중있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쯔쯔쯧. 그리고 죽어서도 챕터 끝까지 버틴 캐릭이 되는군요. 어쨌든 월요일엔 에필로그까지 올립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5.49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안돼! 안스란!" 하인츠는 '죽음'이란 말을 듣더니 안스란에게 외쳤다. "죽으면 안돼! 어째서 너야! 왜 네가 죽어야만 해!" "미안해 하인츠. 하지만 난 이미 죽어 있는 자야. 일시적으로 살아 있는 흉내를 내고 있을 뿐, 살아 있는 너와는 달라. 스스로의 의지는 아니지만, 죽음을 연장 한 것 외엔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는 사람들과 같아" "하지만…! 왜! 어째서! 네가 가야만 하냐고!" "그것이 '열쇠'가 할 일이야" "그러면 그 열쇤지 뭔지를 그만두면 되잖아!" "그럴 순 없어. 그렇게 되면 추구할 존재가 없어진 저들은 이 땅에 재앙을 몰고 다닐거야.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숫자의 죽은 자가 생겨나서 이 땅을 뒤덮겠지" "…크흑!" 하인츠는 주먹으로 빛의 장막을 치면서 분해하고 있었다. 안스란의 말은 하등 틀 린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가슴이 아팠다. 이미 죽은 소녀가 자신이 바라지 않은 사명감을 지고 가고 있 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 있던 현실과 이별을 해야한다. 가슴이 아팠다. 너무나 아 팠다. "태양이 지고 어둠이 오면, 망자의 여왕은 그녀의 백성과 함께 하늘로 올라가게 되요. 신들의 실수로 지상에 남겨져 고통받은 자들의 영혼과 의도되지 않은 죽음 을 겪은 사람들의 원한, 슬픔을 가지고 올라가야해요" 빛의 장막에서 내뿜는 빛 때문에 이 주위는 전혀 어두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나 는 안스란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어서! 어째서 넌 미소지을 수 있는 거야? 곧있 으면 죽어버리는 너는! "왜! 그런데 왜 웃는거야! 안스란!" 하인츠는 웃고 있는 안스란의 표정을 보고는 소리쳤다. 어째서 안스란은 미소지 을 수 있는 거지? 왜?! "그 날을 기억하고 있어" "그 날?" "네가 주저하면서 내게 사과하던 날. 다른 아이들에게서 네가 나를 지켜주었던 날. 너에게서 처음으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던 날. 아저씨와 함께 너와 함 께 하던 날. 그리고 어시크 신관분들의 음악에 같이 춤을 추던 날" "…안스…란" "즐거웠어. 행복했어. 비록 죽은 뒤에 느낀 일이지만, 난 기억해. 그리고 추억하 고 즐거워하고 있어. 그 나날들을 회상하면서" 안스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은 즐거운과 행복함으로 가득 차있었다. 즐거 운 추억들을 회상하면서, 안스란은 웃고 있었다. "죽었기에 삶의 가치를 절실하게 느껴. 그리고 삶으로써 느껴지는 행복이 얼마나 즐거운지를 느껴. 난… 그것을 알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었어. 그리고 저들과 같 은 모습으로 열쇠에 의해 인도되길 기다리고 있었겠지" 내가 갔기에, 내가 안스란을 보았기에 안스란은 열쇠가 되었다. 필연으로 가장한 이 우연을 보라! 죽어야 하기에 안스란을 웃고 있다! 웃고 있다고! "그리고 난 느껴. 나를 추구하는 자들이 가진 생각을. 그들의 죽음을. 그들의 추 억과 그들의 기억을. 하나하나 펼쳐져 나가는 그림책처럼 그들의 일생이 내 앞에 서 펼쳐지며 나에게 보여지고 있어. 불쌍한 자들. 죽었어도 죽지 못하는 자들. 저들에 비하면 나는 기적같은 행운을 잡았어" 안스란은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고 기도하는 모습이 되었다. 여전히 땅에서 1피 트 정도 띄워진 채로. 그리고 눈을 뜨더니 말했다. "나오세요. 헤르디스 베올듼" "허억?!" 안스란의 말이 끝나자 하인츠가 갑자기 자신의 왼쪽 가슴을 부여잡고는 괴로워하 기 시작했다. 하인츠?! "커…억! 커헉! 크아아악!" 하인츠가 괴로워하고 있었고, 그의 등에서 뭔가가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하인츠 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인츠의 몸에서 하나의 형태가 일어 서고 있었다. 성족 - 헤르디스 베올듼이었다. 베올듼이 일어서자 안스란이 생긋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첫 접촉 이후로, 하인츠를 지켜주고 있었군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열쇠'여. 그대의 수호자는 그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기에, 당신과 는 다른 목숨을 하나 더 주었지요" 하인츠의 등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성족의 모습은 보통 인간과 달라 보이는 점이 없었다. 청색의 로브에다 짧고 단정하게 자른 검은색 머리를 하고 있는 인상 좋게 보이는 옆집 아저씨, 또는 옆집의 형의 이미지였다.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호감이 가는, 편안한 얼굴이었다. "너… 넌…!" 하인츠는 아직도 고통스러운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했고, 베올듼은 웃으면서 하 인츠의 몸에 손을 댔다. 그러자 하인츠의 표정이 펴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 인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고통을 사라지게 해 준 것 인가? 그리고서 베올듼은 하인츠에게 고개숙여 사과했다. "미안해요. 저 때문에 많이 고통스러우셨지요? 당신의 육체에 잠시 머무르고 있 었습니다" "아, 아니… 그러니까" 하인츠는 그의 사과에 잠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베올듼은 생긋하고 미소짓 더니 빛의 장막안으로 쓰윽 들어가 버렸다. 대체 어떻게? 아니, 이 말은 무의미하 군. 저 빛의 장막은 성족의 것일 테니까. 베올듼은 걸어서 안스란이 있는 곳 까지 갔다. 그리고 안스란은 베올듼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고, 나와 하인츠는 그것을 계속 보고 있었다. 그는 걸어서 안스란의 바로 앞까지 갔고, 안스란은 생긋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베올듼. 이제 시작하세요" "예. 그러지요" 베올듼이 뭐라뭐라고 주문 비슷한 것을 외우자 안스란의 모아쥔 손에서 빛이 나 기 시작했다. 찬란한 푸른빛이었다. 아니, 흰빛인가? 아냐! 보라색이야! 빨간색처럼 보이는데? 어라? 노란색이잖아? 나는 형언할수 없는 빛이 뿜어져 나오는 안스란의 손아귀를 보면서 놀라고 있었다. 모든 빛을 담은 빛을 뿜는 주먹만한 어둠의 덩어리가 보였 다. 안스란은 그것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말했다. "아저씨. 보세요. 예쁘죠? 이것이 바로 영석이에요. 이것이 제가 맡은 또 다른 일이지요. 영석과 죽은 자들을 데리고서 위로 올라가야해요" "저것이… 영석인가?" "네. 영석은 열쇠의 몸에서 자라기 시작해요. 제가 죽었던 그 날, 제 몸속엔 형 체화되기 전의 영석이 심어졌어요. 죽은 자들은 저를 추구하고 섬김과 동시에 영 석을 보호하려 했지요. 그들만이 생각할 수 있는 그들만의 방법으로요. 그래서, 일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안스란은 조용하게 말했고, 나는 어째서 언데드들이 우릴 공격하지 않았으며, 안 스란을 납치하려 했는지 알았다. 그들을 따돌리고서 안스란을 데려갔기에 그들이 다시 안스란은 되찾아 오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들 속에 안스란을 둘 수는 없었겠지. 나는 영석으로 눈을 돌 렸다. 모든 빛을 내 뿜는 작은 어둠이었다. 돌이라는 말이 붙을 물건이 아닌 저 모습. 안스란은 그것을 다시 손에 그러쥐고서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반쯤 어두워 진 하늘. 안스란은 말했다. "이제 갈게요. 더이상 여기 있을 수 없어요" "아, 안돼! 가지마! 가면 안돼! 안스란! 제발!" 조용히 있던 하인츠는 '간다'는 안스란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하인츠는 빛 의 장막을 때리면서 소리쳤고, 나는 다시 주먹을 꼬옥 쥐었다. 어째서 이래야 하 는 건가! 어째서! 하지만 안스란은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짓고, 이렇게 말했을 뿐이 었다. "잘 있어. 하인츠…" 안스란은 서서히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두 손을 모아쥐어 가슴에 대고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서서히 하늘로 향하고 있었다. 신관들의 기도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 다. 언데드들이 우는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안스란은 그 소리들 사이로 하 늘을 향해 점점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성족과 신들이 내리고… 안스란이 받아 들인 사명이다.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곳이다. "안돼에! 안스라안!" 하인츠는 절규하고 있었다. 두 눈에선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고 있었다. 참혹하기 그지 없는 현실. 난 고개를 숙였다. 이런것, 더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제기랄! 어째서 이런 슬픔을 남기는 거야! "안스라아안!" 하인츠는 절규했다. 점점 멀어지는 안스란의 모습에 하인츠는 계속 빛의 장막을 두들길 뿐이었다. 난 보고 싶지 않았다. 하인츠의 절규가 나의 귀를 어지럽혔다. 다시금 떠오른 안스란의 미소들이 나를 서있기 힘들게 했다. 이내 하인츠가 주저 앉았을 때, 내가 서있기 힘들어 손을 뻗어서 기둥에 손을 대고 이마를 기대었을 때, 나의 귀엔 목소리가 들렸다. "하인츠… 사실… 난 죽기 싫었어!" 안스란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나의 귀에 들렸다. 죽기 싫다고 했다. 안스란이… 안스란이! "가자! 하인츠!" "아, 아저씨?!" 나는 고개를 들고는 바닥에 주저앉은 하인츠의 허리를 팔로 감싸안고 위로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안스란이 싫다고 했다. 죽기 싫다고 했다! "죽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끌고가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나는 크게 소리치면서 안스란을 따라잡기 위해서 위로, 위로 올라갔다. 안스란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지만, 나는 그보다 더 빨리 안스란을 따라잡고 있었다. 기다려라! 절대 가지마! 가면 안 돼! 안스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대가 아무리 성족이라 하더라도 날 막지는 못해! "열쇠는 자물쇠의 보호로 안전해지는 것이란 말이다! 하물며 그 지킴이가 두 눈 을 뜨고 살아있어! 함부로 데려가진 못해!" 나는 나의 다짐을 되새기면서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계속 낭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인츠에세 실프의 보호를 걸어서 눈을 뜨는 것에 이상이 없도록 했다. 빛의 장막 으로 만들어진 이 기둥이 어디까지 계속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대 로라면 안스란을 따라잡는 것에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나는 계속 날아올랐다. 점점 가까워지는 안스란에게로. 두껍게 깔린 구름을 뚫고 서, 빛의 기둥을 따라. 하지만 나는 뜻하지 않았지만, 예상했던 방해자를 만나게 되었다. 제기라알! "방해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신의 일이다. 범접하지 마라" "필멸자여! 그대의 운명에 순응하라!" 나는 까마득한 높이에서 열 다섯의 사람들이 빛의 장막으로 된 기둥을 빙 둘러싸 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그들에게서 천둥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저들 의 정체가 뭔지 짐작이 갔다. "비켜엇! 신들의 떨거지들!" "우린 신들의 전사이다. 그리고 난 사리디마스의 전사들중 하나인 '피에르 사리 디마스'라 한다. 신께서 부여한 사명에 따라 망자의 여왕 안스란의 승천을 저지 하는 자를 모두 처단한다!" 사리디마스의 전사인 피에르는 방패를 들고서 나에게 선언했다. 그리고 나는 이 를 들어내며 외쳤다. "웃기지마! 죽기 싫다고 했어! 안스란이 그렇게 말 했어! 그러니 그 의지는 아무 리 신이라고 해도 억지로 끌고가지 못해! 따라서 난 안스란을 구해낼 것이다!" "가련한 용이여. 그대의 재주를 너무 믿지 마라" 차가운 얼굴을 한 신의 전사 하나가 나에게 말했다. 그의 이마에 찍힌 문장으로 보아, 그는 데소러의 전사였다. 그리고 하인츠는 계속 멀어지는 안스란을 보고 소 리쳤다. "안스란! 멈춰! 가지마!" 안스란이 멈추었다. 아니, 베올듼이 멈추게 했다고 해야 정상이겠지. 대략… 500 야드? 안스란은 하인츠의 외침에 멈춰서서는 이쪽을 내려다 보았다. 극도로 예민 해진 시력 때문에 나는 안스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 옆에서 우리에게 동정심이 담긴 표정을 보내는 베올듼도. 저 놈은 상관 없어! 저 기 우릴 가로막는 신들의 떨거지도 상관 없어! 가장 중요한 안스란에게 닿으려면 … 닿으려면…! "인간의 몸으로는 소용 없지! 하인츠! 날아라!" "으랴아아압!" 나는 하인츠를 날게 했다. 하인츠는 양손에 자신의 검을 꼭 쥐고는 신들의 전사 들을 노려보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그들의 표정…. 하인츠는 전의를 불 사르는듯 했다. 그리고 나는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는 신들의 전사들과 눈물 가 득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안스란을 보면서 각오했다. 나중에 어떠한 말을 들어도 상관없어… 나는 그들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원하지 않은 죽음은 막아야 하고 원했던 행복은 계속 되어야 한다! 그것이 아무 리 작은 신의 신민일지라도 지켜져야 한다! 나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은 신에게 서 벗어난 유일한 종족으로서 신들의 처사에 실망하고 분노한다! 너희들에게 저 작은 손에 얹혀진 행복을 앗아갈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 나 홍염의 법율을 따 르는 일족의 후예로서 지금! 너희들을! 거부하겠다!" 그리고 나는 폴리모프를 해제했다. 나의 몸이 붉은 빛무리에 감싸이고, 나의 육 체가 변화했다. 빛에 휘감긴 나의 몸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목이 길어지고, 등에는 날개가 돋아났다. 나의 감각은 전신으로 극대화되어 전 방위를 느낄 수가 있게 되었고, 나의 몸에는 뜨거운 피가 나의 힘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후우, 이제 이번 챕터도 끝을 봅니다. 에필로그까지 총 3개를 올리는 군요. 오늘은. 끝에만 되면 분량이 많아지는 현상은.. 뭐,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함이랄까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5.50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아주 잠깐 붉은 빛이 폭사하고 나는 내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의 온 몸으 로 느끼는 바람이 매우 기분 좋군…. 나는 천천히 날개를 상하로 움직이면서 제자 리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나의 머리 위에서 하인츠가 상당히 어려워하는 목소리로 물어왔고, 나는 말했다. "나다. 놀랐냐?" "조금…이 아니라 많이요" "잠시 내 등 위에 올라와 있거라. 날개 사이에 골판을 잡고 있으면 돼" "아, 예에" 하인츠는 자신에게 벌어진 초현실적 상황을 능숙하게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안스 란의 일 때문에 그런 것인지 쉽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세를 장 조정하며 날아서 는 나의 날개 사이에 엎드려서는 골판을 잡았다. 내가 허락했다고 해도, 너도 참 겁이 없구나. "어리석구나…" 신들의 전사들 중 마아의 전사가 말했고, 나는 얼굴의 근육을 일그러뜨리며 말했 다. "나는 홍염의 일족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이다! 지금부터 나는 저 안스란 메이 를 돌려받겠다!" 나는 그들의 높이까지 올라갔다. 그들과 나는 눈을 맞추게 되었고, 그들은 각자 의 무기를 나에게 겨누면서 말했다. "우리는 신들께서 이 일을 위해 내려보내신 전사들이다! 결단코 이 일을 성사시 키고야 말겠다!" 저들과의 타혐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아니, 애시당초 저들은 나 같은 존재를 방 해하기 위해, 막기 위해서 보내진 존재다. 타협을 하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 이지. 나는 그들을 노려보았다. 타협의 여지는 없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개전한다 는 뜻의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극절광풍(極切狂風)!" 날카로운 바람이 몰아쳤다. 모든 것을 절단하는 미친 바람. 풍계 마법의 최고 위 치에 있는 극절광풍이 내 앞에 있는 신들의 전사들을 향해 날았다. 저 빛의 기둥 은 아무래도 마법을 막아내는 것 같았지만, 극절광풍은 3차원의 범위를 지정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기둥이 있어도 상관 없었다. 안스란이 있는 위치도 그 범위 바깥 쪽이니까 상관 없겠지. "하앗!" 하지만 라기의 전사가 기합성을 지르면서 그들 신의 성표가 박힌 지팡이를 들어 올리자 극절광풍은 이내 사그라들었다. 쳇! 이래서 성법이란! 극절광풍에 잠시 주 춤거리던 그들은 모두가 나의 전면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눈두덩이를 찌푸리 며 외쳤다. "방해하지말란 말이야!" 그리고는 숨을 모았다가 단번에 뱉어내었다. 나의 입에서는 붉은 불기둥이 뿜어 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들은 그것을 막거나, 일부는 피했다. 레드 드래곤 일족에 게 주어진 인페르노 브레스가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하늘을 갈랐다. 이렇 게 근거리에서 맞으면, 너희들도 방법이 없을 걸! "시애로다의 응징이다!" 시애로다의 전사가 나를 향해 클레이모어를 휘두르면서 내려왔다. 자애의 여신은 적들의 죽음에도 자애롭게 고통이 없도록 단번에 죽이는 성법을 내려주기도 한다. 신의 양면성이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저것에 맞으면 나라도 좀 아프다. 나는 목 소리가 들려온 바로 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아악!" 아무런 방비도 못한 시애로다의 전사가 바로 내 이빨 앞에서 인페르노 브레스에 녹아 사라졌다. 흥! 너희들의 약점 따위야 이미 알고 있어! "이곳이 신계가 아니고, 인간계인 이상! 그리고 신들의 전사들 중에서도 말단인 너희들이 있는 이상! 나는 너희들에게 지지 않는다!" "바보 같으니! 모든 신의 저주가 너에게로 향할 것이다!" "웃기는 소리하지마! 난 신에게서 벗어난 유일한 종족의 피를 그대로 이은 후예 다! 그리고 너희들의 진짜 목숨을 지닌 본체는 어차피 신계에 있다는 사실을 난 이미 알고 있어! 죽일 수도 없는 너희들을 가짜로 죽였다고 신들이 화내면, 이 세상은 이미 망했을걸?" 나는 유들유들하게 말했고, 나에게 으름장을 놓았던 녀석은 순간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런데, 저것도 일종의 거짓말이지 않나? 신의 전사이면서 거짓말을… 저놈 은 기심의 전사잖아? 쳇, 상관 없군. 나는 이를 드러내며 외쳤다. "간다!" 그리고서 나는 강한 날개 바람으로 그들을 후려치고는 목을 돌려서 그들을 빛의 기둥에서 멀찍이 떼어놓았다. 기둥이 있어서는 공중전이 매우 불편하지. 나는 씨 익 웃고는 날개짓을 좀 더 세개 했다. 나는 나의 머리에 맞아 날아간 그들을 향해 서 날기 시작했다. 처음의 나의 속도는 느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나의 돌진을 피했고, 난 그 상태로 1마일정도 날아가다 선회했다. 밑에서 본다면 난리 도 아니겠지만, 지금 높이라면 인간의 눈으로는 날 알아보기가 힘들 것이다. 내가 워낙에 거체라서 눈에 띌 지도 모르지만, 어둑어둑 해지는 하늘이라서 알아보기는 힘들거야. 콰자자작! 선회해서 빛의 기둥을 향해 날아가는 나에게 번개 기둥이 날아들었다. 몸을 살짝 틀어서 피한 후에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같은 마법을 사용했다. "저항 무시 매직 미사일(Ignore Resistance Magic Missile)!" 순식간에 40개의 모든 저항력을 무시하는 매직 미사일이 생겨나게 되었다. 인간 의 모습이었다면 조준하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신으로 활성화 되어있는 내 감각은 비행중에서도 나의 주위를 날아다니는 신들의 전사를 포착하는데 무리 가 없었다. "Fire!" 40개의 매직 미사일이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빛의 기둥 외에는 다른 발광물 체가 없었기에, 그냥 보기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눈도 보 통 눈은 아니고, 감각도 감각이었기에 싸울 수가 있는 것이지. 투다다다다다! 타격음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리고 그런 나의 앞에 어시크의 전사가 매직 미사일을 맞고는 주춤거리고 있었다. 나는 볼 것도 없이 그냥 입을 벌려서 그녀를 물었다. 콰드드득! "꺄아아악…" 이빨이 갑옷 속으로 파고들고, 나의 입 안과 밖에 반반씩 있던 몸이 동강나면서 그 육체가 빛으로 화해 흩어쳤다. 어차피, 저것도 가짜 육체다. 그러니 내가 살인 했다는 마음에 괴로워야 할 이유는 없다! 전의 사건 때문에 조금 마음이 단단해지 긴 했지만, 그것보다도 안스란이라는 목표 때문에 다른 것 생각할 여유는 없어! 덩! 둥! 둥! "커헉?!" 날던 도중 나는 나에게 닥친 큰 충격에 놀라야 했다. 뭐지? 나는 공중을 불규칙 궤도로 날면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의 시야에 마아의 전사와 브리드의 전사, 그 리고 라기의 전사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겨냥하는 것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서 뭔 가 번쩍 한 순간… 둥! 둥! 둥! "크억!" 몸 속을 울리는 충격에 난 실체화된 고통을 느꼈다. 몸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지 만, 속에서부터 부서지는 느낌! 나는 빨리 끝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것보 다 먼저! <<작은 조각에서 생겨난 우주는 그 태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지니 정형된 너 의 그릇을 깨고 그 의지에 순응하라! 언령 제 2장 1절 파(破)!>> 나는 기둥의 옆을 세로로 날아 등으로 스쳐 지나가면서 언령을 사용했고, 빛의 기둥 일부가 조금 깨지는 듯 했다. 그리고 나는 하인츠를 실프를 사용해 냅다 던 져버렸다. "우왁!" 하인츠는 당황하면서도 빛의 기둥 안의 틈으로 던져졌다. 훗, 성공이다! 그리고 나의 꼬리가 지나가자 빛의 장막은 금새 메꿔졌다. 내 머리가 기둥을 지나치기 시 작해 단 2초만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나는 빛의 기둥에서 다시 멀어졌다. 시선 을 끌어 볼까? 난 속도를 줄이고는 공중에서 멈추었다. 그리고는 마법으로 3중의 방어벽을 두르고, 빛의 기둥 쪽으로 향한 다음 숨을 크고 깊게 빨아들였다. 나의 언령으로 약간의 균열이 생겼으니, 내가 모든 힘을 다해서 브레스를 사용하면 기 둥은 아마 녹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서 침투했던 하인츠가 안스란을 데리고서 밖으로 나올 것이다. 실프를 붙여줬으니, 그 가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둥 전체를 모두 날려 버리리라!] 나는 내 개념의지를 담은 말을 주위로 퍼뜨렸고, 그러자 주위로 퍼져서 마법장벽 을 뚫으려 하던 신들의 전사들이 나의 앞에 순식간에 모여서는 각자의 힘을 다하 여 방어벽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번 해 보시지!" "신의 의지는 여기서 굴하지 않는다!" 비장하게 결의한 말이 들려왔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크게 숨을 들이켰다. 점점 나의 몸에서 거대하고 뜨거운 불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한계 에 달했을 때, 나는 씨익 웃고는 그들의 바로 아래로 텔레포트했다. [잘 가거라!] 쿠와아아아아… 무시무시한 붉은 빛을 내 뿜는 불줄기가 하늘로 향했고, 아래에 대한 방비를 하 지 못한 신들의 전사는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녹아 사라졌다. 저들의 한계는 바 로 인간계에 오기 위해 필요한 육체의 한계다. 어쨌든 간에 육체가 있으면, 그 한 계는 있기 마련이지. 나의 온 힘을 다한 축적 브레스는 그들의 한계를 넘는 위력 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좀 더 강했다면 통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천천히 위로 향 했다. 하인츠는 어떻게 되었지? "…어어? 어…?" 나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위로 올라가서 안스란 과 하인츠를 보려 했건만, 갑자기 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이 공중에서 그 대로 멈춰진 채로! 대, 대체 이게 뭐야!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베올듼이 나 의 앞에 나타났다. 네녀석이 그런건가! "제가 열쇠의 힘을 잠시 빌렸습니다. 방해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설사 그것이 망 자의 여왕께서 직접 원하신 일일 지라도" "무슨 짓을!" "자물쇠에 직접 관여하는 열쇠의 힘은 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열쇠가 자물쇠에 행사할 수 있는 힘은 자물쇠를 '잠그는' 것 정도겠지요" 나는 어떻게 하면 성족이 두려워지도록 하는 표정을 지을까 생각 했지만, 그것은 상당히 어렵고도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의 일이었다. 거기에, 난 일단 그에 의해서 '잠긴'상태이며, 그가 나에게 있어서 점한 우위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하지 않아도 내 작은 소망은 그대로 바스라질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눈동자를 굴려서 안스란 과 하인츠를 보려고 노력했다. 일단 어떻게 얼핏얼핏 보이는 걸로 봐서 둘은 이야 기를 나누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한가지 이상한 점은, 하인츠가 안스란에게 밀 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의 형태로 몸을 바꾸시겠습니까? 이대로 이야기 하기가 조금 어렵군요" "날 '잠그지' 않았나?" "열쇠의 '잠금'은 제한적입니다. 몸을 변화시키는 것은 크케 상관 안하지요" 나는 이를 드러내고는 몸을 인간의 모습으로 돌렸다. 하늘은 이제 곤색으로 물들 고 있었다. 곧 있으면 해가 완전히 질 것이다. "해가 지면 모든 일이 끝납니다. 안스란님은 영석을 품으시고, 죽은 자들을 인도 하여 올라갈 것입니다. 이 땅에서 오늘의 빛이 사라질 때" "포기하란…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포기하십시오" 난 대충 남은 시간을 가늠했다. 1분 정도? 태양이 지평선으로 모습을 감추기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단지 1분이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이 렇게 안스란을 보낼 수가 없었다. 죽기 싫다고 말하는 저 아이를… 이대로 신들이 만들어놓은 흉계에 보낼 수가 없다. "계속해서 당신이 투쟁심을 불러 일으킨다면… 전 저분이 당신께 작별인사를 건 넬 수도 없게 할 수 밖엔 없습니다. 지상을 떠나는 그녀에게 있어선 슬프기만한 일이겠지요" 나는 베올듼의 말에 고개를 떨구고 싶었지만, 얼굴 표면 외에는 모든 부위가 잠 긴 나는 그러지도 못했다. "아저씨! 들리세요?" "안스란! 너, 너… 그러니까…!" 안스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대해 저주하고 싶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나에 대해서도… "풀어주시오… 마지막 인사는… 하고 싶으니…" "알겠습니다" 난 나의 몸에 대한 자유권을 되찾았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나는 날아서 안스 란과 같은 높이를 맞추었다. 안스란은 하인츠와 손을 맞대고 나에게 고개를 돌린 채로 말했다. "아저씨… 미안해요. 제가 괜히 고집을 부렸어요…" "아냐… 그게 아냐! 난…! 널 구하고 싶었…" "아니에요. 제게 남은 길을 이것 뿐이에요. 알고 있었어도… 이별이 괴로웠어요. 여기서 아저씨가 절 꺼내가시면… 전 죽을 거예요" "내가 널 살려 낼 수 있어!" "아무리 아저씨가 드래곤이시라도… 그것은 불가능해요. 그것은 영석이 지닌 의 지니까요. 아저씨의 영혼도 이 영석에서 나온 영의 근원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아무리 이 세계의 혼이 아니더라도…" 안스란의 말에 나는 눈을 흡떴다. 이 세계의 혼이 아니더라도? 안스란. 너는 내 가 지닌 영혼을 읽었다는 말이냐? "시간이 얼마 없네요. 전 그저 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진정으로 감사의 인사를요" "내가… 뭘 한게 있다고. 이대로 널 가게 내버려 두어야 하는데…" "으응,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아저씨는 최선을 다하셨고, 그것은 저도, 하인 츠도 보았어요. 결코 아저씨께서 잘못 하신게 아니예요.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었 더라면 저도 밑에서 다른 인도자를 기다려야 했을 거예요. 감사드려요" 나는 고개를 떨구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저씨가 오셔서, 제가 선택되고 인도되었기에, 저는 아저씨와 지낸 그 시간동 안, 그리고 하인츠와 보냈던 시간동안, 여러 사람들과 보냈던 시간동안 제가 살 아온 시간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꼈어요" "…그건?"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 그것으로도 전 기뻐요. 짧 디 짧은 나날이었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을 만큼 멋지게 살았어요. 삶에 집착하 고 싶어질 만큼 행복하게 살았어요. '이젠 끝이구나…'하고 죽음을 받아들였었던 그때와는 달리요. 그러니 감사드려요" 나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안스란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의 가슴으로 파고 들었 다. 살리고 싶다! 살리고 싶다! 살리고 싶다! 이 망할 벽을 부수고 안스란을 살리 고 싶다! "죄송합니다. 다시 잠글 수 밖엔 없겠군요" 베올듼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의 몸을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제길! 이거 풀어! 풀란 말이야! 난 안스란을 구하고 싶단 말이야! 이거 풀어! 풀어 달라고! "고마워요 아저씨. 이젠 정말 헤어지네요. 봐요. 밑에서 그들이 하나 둘씩 올라 오고 있어요"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에, 잠겨진 지금에도 난 아래를 볼 수 있었다. 빛의 기둥을 타고서 푸른 색의 빛들이 하나 둘씩 올라오고 있었다. 죽은 자인가…. "안녕히계세요. 잘 있어 하인츠……" 나는 그 뒤에 안스란이 뭔가 더 말 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안스란이 하인 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를 못했다. 최후의 발악으로 언령을 사용하려 했는 데… 반발력 때문에 난 안스란과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빛의 기둥이 점점 멀어졌 고, 베올듼이 잠근 힘이 사라진 것 같았다. 나의 몸은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 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 힘 없이 난 웃었다. 소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겸허하게 받아 들였다. 짧은 인생동안의 추억을 안고 웃었고, 또 만나자는 말도 없이 헤어질 때 웃었다. 미소 를 짓은 안스란의 얼굴은 정말로 평화로워 보였다. 마지막 빛줄기가 추락하는 나와 교차했다. 이 땅에 내려진 오늘의 빛이 사라지며 죽은 자들이 일제히 떠나가는 모습이 보였 다. 그리고 빛의 기둥이 점점 좁아지더니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의 태양빛 과 함께 빛의 기둥도 사라진 것이었다. 나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움켜잡았다. 슬 펐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결국…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퍼엉! 차가운 호수의 수면이 나와 충돌했고, 큰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았 다. 내가 바라보는 곳에는 격렬하게 흔들리는 수면에 같이 흔들리는 안스란을 데 려간 밤하늘이 보였다. 차가운 호수의 물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나의 몸이 호수 속에서 멈추고, 나의 몸이 호수 위로 떠오르고, 차가운 달이 내 머리위로 떠올라 있을 때 까지도, 나는 울었다. Chapter 5. 살아있다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End. ……하인츠는, 괜찮을까? Next : Chapter Epilogue. 소년의 결심. ---------------------------------------------------------------------- 예. 에필로그 남았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1 라이니시스 전기 팬 카페입니다. http://cafe.daum.net/Lynisys p.s2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우레스력 1435년 12월 15일. 그 날 이후, 사람들은 이 날을 '성녀의 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누가 그렇게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이 날을 성녀의 날이라 불렀고, 힐 텐펜스는 성녀의 전설이 머무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었던 모든 신의 신 관들도 '성녀'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사람과 조금 다른 존재가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믿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평범한 소녀에 지나지 않았던 '안스란 메이'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성녀'의 반열에 오른 것도 사람들의 신격화에 의한 것이다. 비록 그 이름 앞에 '망자의 여 왕'이란 수식어가 붙게 되겠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전적으로 좋은 뜻이라고 사정 을 모르는 이들에게 설명하였다. 하지만 '성녀'란 칭호가 각 교단에서 사용되었었 고, 그들의 기록에도 올라가 있지만 '망자의 여왕'이란 호칭은 그리 오래 가지 못 할 호칭일 것이다. 영석의 존재와 언데드들에 관련된 '진실'을 소수의 사람만 아는 것이 되어 버렸 다. 사람들은 영석에 얽힌 성족의 음모와 열쇠, 자물쇠들에 관련된 복잡함을 동반 한 진실에 대해선 그자디 큰 관심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진실을 알리려는 사람들 의 숫자 보다는 '전설'을 알리려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았다. 라이니시스와 그의 일행의 숫자는 힐텐펜스에 모인 신관의 숫자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었다. 힐텐펜 스에는 나날이 '성녀'의 흔적을 보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붐볐고, 일부는 힐텐 펜스에 정착하고자 했다. 힐텐펜스의 측에서도 안스란을 성녀로 받아들이게 하는 편이 더 좋았기에, 그들은 '성녀 안스란'의 전설을 널리 퍼뜨렸다. 아우레스력 1435년 12월 18일. 일행은 안스란이 사라진 집에 조용히 모여앉았다. 하인츠와 라이니시스에게서 모 든 진실을 들은 그들은 며칠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자신들의 존재가 이번에는 장기판 위의 말로 쓰였다는 것이 기분 나쁘기도 하고, 안스란의 덧없는 일생에도 동정이 간다. 특히나 모든 것은 옆에서 지켜본 하인츠의 심정을 이루 말 할 수 없 이 복잡했다. 당장 거리로 뛰쳐나가서 모든 음모에 얽힌 진실을 이야기 하고 싶었 다. 분명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이다. 그는 안스란과 제일 가까이 있었 던 사람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것이다. 하지 만… 그는 그렇게 하질 못했다. '내가 떠나면… 사람들은 아마 날 신격화 하겠지. 그리고 그에 걸맞는 호칭을 내 려서 이 모든 진실을 덮어버리려 할거야' '그런 바보같은 일이…! 내가 절대 그런 일이 없게 하겠어! 네가 왜곡되지 않도 록!' '그러지마. 그냥 사람들이 하게끔 놔둬' '어째서?!' '신들은 자신의 신뢰도가 떨어지지 않길 바래. 인간이 신을 등한시하기 시작할 때, 세상은 멸망으로 다가가고 있으니까. 내가 살아왔던, 그리고 너와 함께 행복 을 느꼈던 이 세상을…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아. 부탁이야' '……알았어. 그렇게 하지 않을게…' 안스란의 말은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옭아매었다. 그는 안스란 앞에서 자신이 그 러지 않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것은 지켜져야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도 아니 고, 안스란의 앞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애초에 진실에 다가섰던 이들에게만 말 했다. 점점 사람들의 착각이 커져나가고, 진실을 점점 매장된다. 어느샌가 사람들 의 착각은 그것으로 진실성을 띄게 되었으니, 소수가 간직한 진실은 사람들에 의 해 매도되어 한낱 가십거리도 되지 않을 것으로 도태된다. 요 3일간 하인츠는 그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이미 그는 바깥 외출을 하지 않은지 오래다. 왜곡 되어 전해지는 전승따위는 진실을 아는 자신에게 있어서, 그리고 그 진실을 몸으 로 겪은 자신에게 있어서 고통거리 외엔 되지 못했다. 라이니시스의 심정도 괴롭기 마찬가지였다. 호수에 추락해서, 몇 시간이나 지난 에 돌아오니 언데드들은 이제 흔적도 남지 않았고, 빛의 기둥이 있었던 자리엔지 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큰 나무가 자라나 있었다. 그리고 시청 앞의 광장에는 정갈하게 깔렸던 포석이 간데 없고, 풀과 꽃들이 피어난 작은 공원이 형성되어있 었다. 안스란의 마지막 의지였을까? 푸르른 잎을 자랑하는 나무는 굳건하게 대지 를 받치고 서있었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나무의 밑에 하인츠가 조용 하게 눞혀져 있었다고 한다. 하인츠 역시 그처럼 추락했었던 모양이다. 그것은안 스란의 의지가 살려준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날은 정말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 "그래. 그럴거야. 이제 전설로나 남게될 일을 우린 직접 겪었으니까" 미리안은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대화를 시작하자 사람들에게 일렀다. 추억을 되 짚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자를 애도하자는 뜻일 것이다. 15일에 라이니시스 와 하인츠가 귀환한 이후로, 그들은 그 일에 대해서 한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못했 다. 그 둘의 분위기는 '제발 말하지 말아줘'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에서야 하인츠가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분위기는 더없이 무겁게 침체되었다. 약 간의 시간이 지나고, 미리안은 그녀가 가진 특유의 직관력으로 대화주제를 꺼내도 괜찮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라이니시스는 그녀의 말에 답함으로써 대화를 해도 괜찮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리안은 안도하면서 말했다. "언데드들에게 공격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안스란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어요.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광장에서 빛줄기가 솟아 오르는 모습 이 보였어요. 언데드들의 뒤를 따라서 천천히 경계하며 가고 있을때, 하늘에서 뭔가 번쩍거리고 큰 무언가가 빠르게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지만… 그것이 뭔지 잘 보이진 않았어요. 그리고 해가 질 때… 언데드들이 푸른 빛으로 변해 하늘로 사라졌지요. 제가 본건 이게 다예요. 그리고 조금 전에 하인츠가 했던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로 뭐랄까… 화가 나기도 하네요" 화를 내어야 마땅할 상황이었지만, 그 대상은 '신'이었다. 화를 내도 어쩔 수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화를 내도 괜찮겠지. 어차피 들을 상대가 없으니까" 라이니시스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당분간은 저 하늘이 상당히 원 망스러울 것이다. 그는 그러던 도중 잠시 하인츠에게로 눈길을 향했다. 하인츠는 상당히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저 표정에서 다시 웃음을 찾게 하려면 도대체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할까? 하인츠는 짧은 시간동안 너무 큰 일을 겪었다. 아버 지를 본의 아니게 자기 손으로 살해하고, 안스란을 보낼 수 밖엔 없었다. 그리고 자기도 인지하고 있지만 아무도 말 안하는 사실은 자신을 한번 '죽었었다'가 되살 아난 존재라는 점이다. 안스란을 구하기 위해서 한번 죽었었기에 그는 여한이 없 었다. 하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되살아나지 않는게 더 좋았겠다고 생 각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올라가서 쉴게요" 약간의 침묵 후에 하인츠는 힘없이 걸어서 자기방으로 올라갔다. 자신의 방 바로 옆에는 안스란의 방이 있다. 지금은 주인이 없어서 비워져버린 방이다. '와아… 이거 너무 크다' '다들 그렇게 되어있는 방이니까 그냥 사용하는게 좋을거야' '음… 가구를 좀 채워넣으면 괜찮을 거야. 아저씨들한데 좀 도와달라 그래야지' '가구? 아, 그러고 보니까 비워져 있는 옆집에 괜찮은 가구들이 있던데?' '정말? 한번 보러가자!' '어어, 안스란. 너무 그렇게 잡아 끌지… 어엇!' 처음 자신의 방을 받고 좋아하던 안스란의 모습과 그때의 일이 다시 떠오르자 하 인츠는 다시 괴로워졌다. 애써 고개를 돌린 하인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터 벅터벅 걸어가서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눈을 감고서 기억을 과거로 돌려보면 떠오르는 일들은 모두 안스란과의 일 뿐이었다. 짓누르는 과거의 기억을 지워버리 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소중했다. 절대로 잃어버리기 싫은 기억들이었다. 몸은 이상이 없었어도, 마음이 지치고 있었다. 하인츠는 요즘 들어 습관이 되어버 린 잠에 빠졌다. "아! 마녀의 자식이다!" "안스란이다!" 한 소녀가 마을 어귀의 길을 걷다가 또래의 아이들이 외친 소리에 짬짝 놀란다. 소녀의 품에는 이세상에서 더없이 소중한 것 처럼 안겨져 있는 종이 봉투가 있었 고, 입고 있는 옷은 낡았지만 그럭저럭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녀는 식료품 이 들어있는 봉투를 안고는 아이들을 피해서 달렸다. 아이들은 '도망간다!'라든가 '꺼져라!'등의 말을 외치면서 돌을 던졌고, 몇개는 왜소한 소녀의 몸에 명중했다. 그러나 소녀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는 계속 달렸다. 이 마을에 살면서 늘상 겪는 일이었다. 마을에 내려오는 날이 한달에 한번이 채 안되는 소녀였지만 그 한번 조 차도 이렇게 시달림을 받곤 했다. "하아… 하아…" 마을의 어귀까지 뛰어나온 소녀 - '안스란 메이'라는 이름의 소녀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뛰는 것에는 늘 익숙해져 있다. 또래의 아이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의 빠르기는 가지고 있었다. 소녀는 자신의 가슴에 안겨진 식료품 봉투를 내려다 보 고는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거의 모든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있었지만, 조미료만 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봤자 소금과 후추, 그리고 약간의 과일뿐이 들어 있지 않은 봉투였어도 오늘의 수확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식료품 가게의 아저씨가 차츰 좋은 표정을 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퍼억! 소녀의 즐거운 생각은 갑작스런 종료를 맞이하게 되었다. 봉투가 터지는 듯한 소 리가 았기 때문이다. 사과 한두개가 떨어져 땅으로 굴렀고, 오렌지도 같이 그 뒤 를 따르는 것이 동그란 안스란의 눈에 비춰졌다. 그녀는 황급히 그것을 주으려고 허리를 숙였지만, 그 행동 때문에 봉투에 담겨져 있던 물건들이 우르르 쏟아지게 되었다. "아…" 안스란은 황급히 물건을 주워들었다. 봉투는 이미 찢어지고 터져서 그 기능을 제 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푸하하핫! 하하핫!" 소녀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웃음 소리에 그 상대를 쳐다보는 대신 마을 어귀까지 와서 안심한 것이 잘못이었다고 자기 자신을 타일렀다. 다른 마을 아이들과는 다 르게 마을 밖에서 사는 아이가 하나 더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서 웃 음소리를 내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새총을 들고있던 하인츠는 '베~!'하고 혀를 내 밀고는 숲 속으로 사라졌다. "후우…" 안스란은 치마를 잡아올려서 천천히 하나씩 물건들을 주워담기 시작했다. 집까지 는 꽤 시간이 걸리는데 그동안 이렇게 불편하게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숨 이 나왔다. 그래도 어쩌랴. 그것이 자신의 죄인 것을. 안스란은 잠시 하늘을 쳐다 보았다. 구름이 이동하는 모습과 그 색깔, 불어오는 바람을 가늠하던 안스란은 밤 에 비가 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빨래를 걷지 않으면 젖어버리겠어. 안스란은 서 둘러서 발걸음을 옮겼다. "아, 땔감도 준비하지 않으면…" 보통이라면 나무꾼에게서 나무를 사서 쓰겠지만, 안스란은 숲에서 땔감을 모아서 사용한다. 나무를 사러 가려면 나무꾼의 집으로 가야 하는데, 그럴라치면 다른 마 을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기 때문에 안스란은 숲에 서 땔감도 자급자족한다. 낫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생각해본 안스란은 오늘 해야 될 일들을 정리하면서 걸음을 놀렸다. 하인츠 실베언은 펜힐 마을의 나무꾼인 로번 실베언의 하나밖에 없는 외동 아들 이다. 그는 자신 스스로도 쾌활한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없이 자 란 아이같지 않게 어느정도의 상냥함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크고 투박하지만 따스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고 생 각하는 소년은 오늘 그 손에 의해 내쫓겨지게 되었다. "쳇, 그딴 마녀의 자식따위가 뭐 어쨌다고…" 안스란이 안고가던 봉투를 새통에 돌을 재어 터뜨리고, 그것을 다른 마을 아이들 에게 자랑하여 다른 아이들의 존경에 찬 눈빛을 받을 때, 하인츠는 자신의 뒤에서 아버지가 주먹 쥔 손을 들어 자기 머리와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단 사실을 미처 깨 닫지 못했다. "아빠도 너무하단 말이야…" 하인츠는 안스란에게 사과하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싫다고 버텼고, 그 댓가로 지 금 도끼를 들고 숲을 헤매고 있어야 했다. 벌로 앞으로의 일주일 분량의 나무를 해오라는 것이 아버지의 명령이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야… 어어억?!" 투덜거리던 하인츠는 갑자기 몸의 중심이 잡히지 않고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최근 들어서 비가 조금 내렸는데, 그것으로 인해 땅이 많이 약해진 탓이었다. "으와아아악!" 자신이 딛고 있던 길이 무너지면서 하인츠는 데굴데굴 굴러서 나무들 사이로 쳐 박히게 되었다. "아야야… " 온몸이 쑤시다는 걸 느낀 하인츠는 안스란 때문에 오늘 하루 재수 옴붙었다고 생 각하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는 상체까지 밖에 일으키지를 못했다. 접질 렀는지 발목이 부어서 걷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아야! 아후… 아파…" 발목을 조금 건드려보던 하인츠는 울상을 지었다. 집에가면 한번에 낫게 하는 약 초가 있지만 지금은 없고, 억지고 기어서 약초를 찾으려고 해도, 이곳은 약초보다 도 버섯이 많이 나는 땅이다. 고로, 축축하다.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하인츠는 하늘을 보았다. 아직 해가 지기 까진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으나 바지가 벌써 축축해졌다. 비가 내린데다가, 원래 습기가 많은 땅이라서 금새 옷이 젖어들 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숲은 조용하다. 동물들도 지나다닐법 하지만, 사람의 냄새가 풍기는 곳에는 동물들도 오지 않는다. 하인츠는 로번을 따라 산을 다녀보면서 이것저것을 들었고, 그렇게 전수된 지식에서 뭔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 있나 생각해보았 다. "누가 좀 도와줘요!" 숲에서 조난당하고, 움직일 수 없을 때는 최대한 사람의 이목을 끄는 것이 중요 하다는 말을 들은 하인츠는 있는 힘껏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숲이 소리를 먹어버 린듯, 아무런 낌새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을에서 조금 멀리 나온 편이고, 나무꾼 이 아니면 산을 돌아다닐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하인츠는 절망에 가까운 기분을 느꼈다. 부석!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인츠는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려다가 갑작스럽 게 들려온 소리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어디서 소리가 났는지 알 수가 없었 기에 하인츠는 약간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부석! 부석! 부석! 연속적으로 소리가 나면서 그 위치가 확실해지자 하인츠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안스란이 두꺼운 장갑을 끼 고, 막 해온 장작을 한아름 안고서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안 스란의 허리춤에는 가지를 자르고 다듬기 위한 낫이 가줄끈으로 둘둘 감아져 매달 려 있었고, 하인츠는 오늘 자신이 안스란에게 무슨 일을 했었는지, 이전까지 어떤 일을 해왔는지는 깨닫고는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 "…" 안스란과 하인츠는 서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안스란은 하인츠가 도와달라고 외친 소리를 들었고, 지금의 모습과 이상하게 무너진 토사들을 미루어 종합해 볼 때, 하인츠가 다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했다. "다쳤니?" 하인츠와 안스란은 서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인츠는 몇 시간 전에 자신이 했던 일을 떠올렸고, 지금의 안스란의 질문과 자신의 상태를 면밀히 검토해 생각 해 볼 때, 안스란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했다. "아니" 그리고는 침묵. "……" "……" 그리고 둘은 다시 서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인츠는 자신의 허세가 통하기 를 기도했고, 안스란은 쓸데없이 남자애가 오기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서 로의 생각은 핀트가 어긋났어도, 안스란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다치치 않았다면 도와달라고 할 이유가 없잖아? 오기부리지 마" "…" 안스란은 하인츠의 몸을 잘 살펴보았다. 일단 팔은 이상이 없고, 걷지 못할 정도 로 치명적인 외상이 보이지 않는다. 안스란은 그래서 가장 흔한 경우인 다리를 접 질렀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말했다. "어느 쪽 다리를 다친거야?" 하인츠는 자신의 몸을 잘 살펴보는 안스란과, 그 후에 나온 질문을 상당부분 각 색하고, 전체적인 수정을 기해서 이렇게 들었다. '어디가 다친 다리인지 말 해주면 아프지 않게 잘라줄게' 편견은 사고에 큰 착오를 낳게 한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니었다. 하인츠는 정말로 다친 다리를 말 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이 다친 발목은 오른발목 으로, 자기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발이다. 주로 뭔가를 걷어 차거나 할 때, 친구 들과 공놀이를 할때 오른발을 사용하기 때문에 하인츠는 순간 왼쪽 다리라고 말해 서 이것을 잘라야 할까 생각했다. 그렇게 하인츠가 자신의 신체부위에 대해 어느 쪽이 평소의 자신의 생활과 소원했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을 때, 안스란은 장작을 내려놓고는 하인츠의 다리가 있느 곳에 쭈그려 앉아서 오른쪽 발목을 건드려 보았 다. "으악!" 하인츠는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고, 안스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다친 것이 다. 안스란은 손을 허리춤으로 향했고, 하인츠는 드디어 저 마녀의 자식이 자신의 다리를 자르는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하인츠는 몰려오는 두려움에 냅다 안스란을 걷어찼다. "꺄악!" 갑작스럽게 얻어맞은 안스란은 뒤로 넘어졌고, 하인츠는 서둘러서 자리를 벗어나 기 위해 엉금엉금 기어갔지만, 안스란이 하인츠의 발목을 잡는 것이 먼저였다. 물 론, 오른쪽 발목이었다. "으갸악!" "가만히 있어" 안스란의 말은 묘하게 하인츠에게 먹혀들었다. 하인츠는 온몸이 굳은 소년의 모 든 징조를 보여주고 있었고, 안스란은 한결 수월하게 주머니에서 스카프를 꺼내어 서 하인츠의 발목을 감아주기 시작했다. 하인츠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 른 감각이 발목을 감싸는 것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안스란이 세심하게 자신 의 발목을 돌보는 걸 본 하인츠는 조용히 있었다. 잠시 후, 응급처치를 끝낸 안스란이 하인츠를 보며 말했다. "자. 다 됐어. 너 하인츠지? 나무꾼 로번 아저씨네 아들" "그, 그래…" "그대로 걸을 수 있어?" 하인츠는 몇번 일어서려고 해 보았다. 하지만 단순히 스카프를 대었다고 해서 걸 을 수 있었다면, 자신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인츠는 몇번 오른발로 땅을 딛어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안스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못봤으면 모르되, 본 이상 이 대로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안스란은 하인츠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두르고는 하 인츠를 일으켜 세웠다. "뭐, 뭐하는…!" "이대로 갈 수도 없잖아? 도와줄게" "도움따윈 필요 없어!" "…라고 말해도 넌 도움이 필요해" 하인츠는 몇 번을 말 해 보았지만, 안스란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결국 하인츠는 안스란에 의해 부축해 가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하인츠가 안스란의 부축을 받아서 집에 돌아왔을 무렵엔 해가 거의 다 저물어 가 고 있었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인츠는 낑낑거리면서도 자신을 끝까지 집으 로 데리고 와 준 안스란에 대해 약간 호의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가서 고맙다고 말하고, 장작도 좀 나눠주고 오너라" "이 비내리는 밤에요?" "…갈래 안 갈래?" "갈게요…" 주먹을 들어올리는 아버지에게 하인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다리는 집에 오자 마자 약초로 처방을 해서 지금은 이미 깨끗하게 나은 상태다. 하인츠는 우의를 걸 치고, 다른 여벌의 우의로 하룻밤 정도의 장작을 감싼 다음 그것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엔 램프를 들고는 안스란의 집으로 향했다. 자신의 집과는 다른 이유 때문에 안스란의 집은 마을의 밖에 있다. 거기에 좋지 않은 소문도 있어서 안스란을 멀리 했던 마을사람들의 분위기를 타고서 자신도 그 랬었고, 비록 오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태껏 쌓여온 앙금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고작 13살 주제에…' …인생이 뭐냐를 운운하는 것이 웃기다. 상대도 자신과 같은 13살이다. 하인츠는 빗속을 걸으면서 잠시 생각했다. 같은 나이인데 한쪽은 마을에서 배척받는다. 뭔 가 상당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하인츠는 계속 의아해 하면서도 안스란의 집을 향해서 착실하게 걸음을 옮겼다. 대략 10분 후, 하인츠는 불이 모두 꺼진 안스란의 집 앞까지 오게 되었다. 대개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은 벽난로를 켜서 습기를 제거해야 하고, 실내 온도는 높여 야 하는데, 불빛 하나 보이지가 않았다. 콰창! 털썩! 갑작스럽게 들려온 깨지는 소리와 쓰러지는 소리에 하인츠는 문 앞에서 문들 두 들겨 볼까 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은 채, 집 안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벌컥! 어떻게 된 아이가 문단속도 안하는지 궁금한 상황이었지만, 하인츠는 일단 램프 를 들어서 여기저기를 비추었고, 곧 바닥에 쓰러져서 숨을 몰아쉬는 안스란과 그 녀의 근처에 박살나 뒹구는 물병의 조각들이 보였다. "어, 어? 괜찮아?" 하인츠는 숨쉬는것 때문에 오르내리락 거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움직임이 없 는 안스란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몸을 흔들어 보았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다. 안스란의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던 것이다. "아, 안스란?" "하아… 하아! 학!" 안스란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하인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었 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내부온도를 높이고 약을 먹여야… 그런데 약이 어디 있지? 약을 먹여야 하는 걸까? 10초 동안을 고민하던 하인츠는 이내 자 신의 우의를 벗고는 그것을 안스란에게 입혔다. 당황스러운 지경이라 한번은 반대 로 입힐뻔 했으나, 결국 안스란에게 우의를 입히게 되었다. 그리고는 안스란을 업 고 자신의 집으로 달렸다. 쏴아아아… 빗줄기가 얼굴을 때렸고, 안스란의 무게가 더해져서 가는데 좀 힘들었지만 하인 츠는 달렸다. 그리고 달려서는 자신의 집의 문을 부술듯이 열면서 외쳤다. "아빠! 도와줘요!" "응? 또 어둠 속에서 괴무이 쫓아오더냐?" "그, 그런거 아니에요! 안스란이 많이 아파요!" "응? 뭐이?!" 로번은 마을사람들 중에서도 몇 안되는 안스란 옹호파였다. 그래서 로번은 안스 란이 하인츠의 등에서 우의를 뒤집어 쓰고는 숨을 몰아쉬는 것에 놀라면서도 얼른 안스란을 받아서 침대에 뉘였다. 로번은 하인츠에게 물을 떠오라고 하고는 약초를 찾아보았다. 열이 많이 나니 해열제를 찾고, 아무래도 몸살감기인 것 같았다. 감 기를 낫게 하는 약초가 어디있는지를 생각하던 로번은 자신의 아들 하인츠의 등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하인츠! 등 다쳤니?" "예? 등이요?" 하인츠의 흰색 셔츠 위에는 피가 조금 많이 묻어 있었다. 로번은 우악스러운 손 으로 하인츠를 붙들고는 등에 상처가 있는지 살폈고, 하인츠의 들에는 아무런 이 상이 없었다. 그리고 순한 로번은 안스란을 되돌아 보았다가, 끄응 하는 신음소리 비슷한걸 내고는 탁자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종이에다 펜으로 뭐라고 끄적거렸다. 그리고는 잉크가 마르게 몇번 팔랑거리고서 잘 접은 다음 하인츠에게 주면서 말했 다. "지금 당장 로힐텐씨네로 가서 로힐텐 아저씨에게 이걸 전해줘라. 빨리!" 로힐텐은 이 마을의 유일하다시피한 의사다. 하인츠는 의사를 부를 만큼 심각한 병인가 싶어서 얼른 우의를 입고는 다시 빗속을 뛰어갔고, 로번은 멀어지는 램프 의 불빛을 보았다가, 안스란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하긴… 초경이 지금 있다고 해서 이상할건 아니지만…" 그 이후, 하인츠는 정확한 병명을 가르쳐주지 않는 아버지와 로힐텐 아저씨에게 조금 화가 나긴 했어도 안스란의 병이 자신 때문이라고 철석같이 믿게 되었고, 자 신을 구해주고 병을 얻은 안스란에 대개 모든 편견과 앙금을 없애 버렸다. 그들의 인생을 바꿀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 까지, 그 둘은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하인츠는 다시금 떠오르는 안스란의 추억이 담긴 꿈을 꾸었다. 그래서 일어날 때 는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날, 라이니시스에 의해 빛의 기둥 안으 로 던져졌을 때, 안스란과 그는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비롯 그녀를 만지지는 못 하고, 투명한 장막 너머였지만 그는 그녀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대화를. 그리고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 슬픈 첫 키스를… '하인츠. 지금 나는 여기서 사라지지만, 너는 살아서 좀더 큰 행복을 누렸으면 해' '너 없이? 너 없이 무슨 행복을 누리라는 말이야!' '미안해…. 나도 너와 같이 하고 싶었어. 지금도 너부 가슴이 아파. 하지만… 나 에게 주어진 시간을 나는 다 소비했어. 지금 이렇게 너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도 기쁜걸…' '가지마! 제발! 가지마! 날 혼자 두지마!' '미안해…. 어째서 널 만질 수 없는 걸까?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으흑!' '안스란… 크흐흑!' 같은 공간이었지만 분리된 공간에서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는 하인츠의 뇌리에서 결코 잊어지지 않을 것이리라. 무엇보다도 하인츠 자신이 잊지 않으리라. 안스란 을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하인츠는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의 길을 정했다. 안스란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 추억하기 위해 자신 이 살아갈 길을 정했다. 소년은 결심했다. "그래서, 하인츠는 '펜힐'마을로 돌아갔군요" "그래. 안스란이 살던 집에서, 안스란의 유품을 돌보고… 안스란이 피어나게 한 나무의 가지를 심어서 그것을 돌보고 살겠다고 했어. 그리고… 난 그것을 막을 수가 없었지. 아니, 막아선 안되는 거였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 라이니시스는 침통한 얼굴로 하인츠를 바래다준 결과를 말해주었다. 하인츠는 모 든 진실을 이야기한 그 다음날, 짐을 정리해서 펜힐 마을로 돌아갔다. 라이니시스 를 그런 하인츠를 바래다 주었고, 그의 사정을 들은 후에 약간의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고는 돌아왔다. 하인츠가 결정한 그 자신의 길이다.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 도 안되는 일이다. 그리고 그러면서 그는 느꼈다. 하인츠가 더이상의 모험을 필요 로 하지 않는단 사실을. 너무나 큰 사건과 큰 상처를 입고, 모험이란 이름의 삷을 추구하는 대신, 조용한 삶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군요" 킬은 조용하게 말 했고, 모두 조용해졌다. 이제 그들도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 다. 킬의 일행은 다시 매쉬암의 흔적을 찾아서, 라이니시스의 일행은 그의 레어로 라스킨은 다시 툰드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에 또 인연이 되면 만나지요. 그때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면서…" 라이니시스는 독백하듯이 조용하게 말했다. 다른 이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다시는 이런 비극따위 겪고 싶지 않았다. "힐텐펜스로 가기도 전에 죽은 조직원만 수백명이고, 그곳에서도 정확한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음. 손실액이 얼마야?" "예, 총수님. 이번 프로젝트의 시행 비용과 그것에 대해 얻어질…" "간단하게" "15만 펜입니다" "알았어. 나가봐" 체리랑스는 손에 들린 보고서를 보고는 다시는 보기도 싫다는 듯이 책상 위로 내 던졌다. 그리고는 의자에 몸을 묻고는 편하게 기대었다. 최근 들어서 하고자 하는 사업도 뜻대로 되지 않을 뿐더러, 점점 심각하게 일이 꼬여가고 있다. 이번 사건 에는 책임을 추긍할 사람도 없다. 파견나간 사람이 '사고'를 당해 모두 죽었다는 에 뭐라 할 말이 있으랴? "이래가지고는… '변혁'따윈 무리잖아…" 체리랑스는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라이니시스의 등장 이후, 자신이 벌이는 모든 일은 무참하게 깨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건진 보고서에 따르 면 라이니시스는 안스란이라 불리우는 소녀를 보호하면서 가고 있다… 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정보통으로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그 안스란은 '성녀'라고 한다. "신들의 음모로군. 비극만이 있었겠지…" 체리랑스는 글라스에 와인을 반쯤 채웠다. 그리고는 그것을 단숨에 비웠다. "후우, 아직은 멀었어. 조급해하지 말고 좀 더 천천히 가야겠군" 그녀는 라이니시스에 관련된 보고서를 손으로 훓으면서 입끝을 들어올려 미소짓 는 표정으로 말했다. "매력적인 방해자도 있으니까" 재건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어느 마을의 어귀에는 용케 상하지 않은 집이 있었다. 재건사업이 시작되어 사람들이 몰려들기 직전에 그 집을 차지한 사람은 16세의 소 년이었지만, 사람들은 소년을 대하길 매우 어려워했다. 그도 그럴것이 16세의 소 년이라고 보기에는 세상의 아픔을 너무 많이 겪은 표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 다. 소년의 취미는 한그루의 나무를 돌보는 일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나무에 있어서는 소년은 소년의 모습처럼 보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인츠는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시간에 나무의 앞에 의자를 높고 앉아서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가, 아니면 책을 보는 것을 일과의 중요한 일로 삼았다. 하 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인츠는 따로 나무에 물을 준다던가 하지 않았다. 그저 나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좋을 뿐이었다. 혹자는 그가 그런 면에서 미쳤다고 이 야기 하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사각사각. 바람에 나뭇잎이 서로 맞부딪히며 소리를 내었고, 하인츠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나무를 보며 말했다. "이젠 함께야… 안스란" 나무가 대답을 하듯이 다시 잎새의 소리를 내었다. -Epilogue Over. p.s "결국, 이번엔 내가 한 일은 없었어…" "라이니시스님은 하실때 까지 하신 거예요" "아무도 그것을 탓하지 않아요" "그래. 그렇겠지. 고마워" "저기… 기운 내세요" "그래요. 너무 침울해 하시지 말고…" "……으아아악?! 나미아야! 너 또 연구실에 들어갔었구나!" "에실루나. 나미아 혼낼 준비하죠" "예" ---------------------------------------------------------------------- 에필로그 끝입니다. 챕터가 이것으로 종결입니다. 후우.. 3월달 안에 끝내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끝내지네요. 후훗. 나름대로 마음에 들기도 했고.. 뭔가 허한 느낌의 챕터입니다. 아, 하인츠 미쳤냐고요? 글쎄요. 그것은 읽어주시는 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그리고 이번주는 쉬겠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에 006 챕터를 들고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주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6.01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아우레스력 1440년 1월 7일. '성녀의 날'에서 4년하고 몇 개월 지난 시간, 사람들은 아직도 간간히 성녀의 이 야기를 술자리의 화제, 또는 토론의 주제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성녀로 추앙된 소녀가 흘린 눈물이나, 알려지지 않은 소년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날에 일어났던 신비와 소문에 자신의 공상을 덧붙여서 언덕길을 굴러 내려 가는 눈덩이처럼 전설에 살을 붙이고, 그것을 고정시켜 전설을 만들고 있었다. 옛날의 전승이 이미 모든 것이 알려져서 죽어버린 전설이라 한다면, 아직까지도 그 살이 썩지 않아 싱싱함을 유지하는 성녀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전설일 것이다. 진실을 아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신비감 있는 전설의 생존은 앞으로도 몇년간 지속될 것이다. 사람들은 전설에 열광하고, 그것을 만들길 바란다. "어서오세요!" 이곳은 남부 사막국가 사이에그롭의 중부 도시 무멘트라. 그리고 그 속에서도 생 활용품과 골동품을 겸하여 파는 잡화점 '모래바람'이다. 사막이 전체의 7할이 넘 는 나라인 사이에그롭에선 오래된 생활용품은 골동품의 취급을 받는다. "…티 세트… 있나요…?" 이곳 '모래바람'의 점원이자 5대 후계자인 '세리에느'는 방금 가게로 들어온 한 쌍의 남녀를 보고, 또 여자의 입에서 상당히 주저하면서 나온 말에 고개를 끄덕였 다. 티 세트라면 여러종류가 있다. "사막에서 쓰실 것인가요? 캐러밴이시라면 철과도 비교될 수 있는 단단함에, 물 을 끓일 수 있는 목기 세트를 추천해 드려요. 아니면, 유기로 된 종류도 있어요. 아니면 철기? 조금 비싸긴 해도, 금제와 은제도 있어요" "그게… 아니라… 자, 자기를…" 점원은 자기로 된 티 세트가 그리 비싸진 않다고 생각하면서 어째서 손님이 저렇 게 말을 하기 어려워 할까 생각했다. 부당한 물건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흔히 나올 수 있는 물건을 주문하는데 저렇게 주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는 원래 수줍음이 많은 사람인가 싶었다. 그녀는 자기 세트를 찾는다는 말에 카운 터에서 나와서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전에 매우 괜찮은 물건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건 어떠세요? 사막의 모래진흙을 1500번 개어서 빚어낸 것이에요. 제작 시기 는… 1402년 8월 14일이고요, 만들어진 곳은 루헨젤의 에친 공방이에요. 그곳에 서 나온 공예품이 그렇듯이 이것의 이름도 시시해요. 에치니라고 불리우죠" 사막의 모래 진흙은 자기를 만들기에 최상의 흙이다. 다만, 몇 백번, 몇 천번을 개어야만 쓸만한 흙이 나오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드는 시간은 꽤 오래 걸린다. 짗 궂은 풍속학자들은 사이에그롭의 1년 내내 평균기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속칭 '지루한' 날씨 때문에 그런 흙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어찌되었든 사막의 모 래진흙은 황금과도 가까운 노란색을 띄다가 점점 개어지면 개어질 수록 푸른색으 로 변한다. 세리에느는 자신이 두 사람에게 들어보인 하늘빛의 맑은 자기 주전자 를 보면서 곧 낙찰이 될 것 같다고 생각 했다. 그리고서 그녀는 자신의 25년 인생 동안 쌓아 온 노하우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물려 받은 지식을 조합하여 자기 로 된 티 세트를 사살 사람, 그것도 둘 다 사막 지역 출신으로 보이며, 캐러밴이 아닌 남녀 한쌍이 어떤 의미를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혹시, 신혼이세요?" "…음" 남자가 짧게 대답하는 것을 들은 그녀는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서 기뻐했다. 아마도 이 둘은 이 도시에서 정착하려는 모양이다. 아니면, 둘의 부 모님 중, 아무 쪽에나 가져갈 선물을 고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물 이던지, 아니면 살림살이던지 까진 중요한 것이 아니였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말 했다. "이것 보세요. 빛깔 예쁘죠? 사막의 모래진흙으로 만든 티 세트는 차의 맛을 최 상급으로 유지시키기 때문에 실용성의 면에서도 뛰어나요. 만들어진지 38년 되었 기 때문에 가격도 적당한 편이에요" "얼마" "음… 80펜이요" 남자와 여자-신혼부부는 서로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이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겠…어요" 여자가 조용히 대답하고서, 세리에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흥정할 사람들 같진 않 아 보였기에 애시당초 적정가를 부른 것이 정답이었다. 아마 부모님들도 오늘 자 신이 한 일처리에 크게 칭찬할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포장을… 어맛!" 주전자를 들고 복잡한 가게 안을 걸어가던 세리에느는 발 밑에 놓여진 목조각의 존재를 미처 깨닫지 못했다. 그것에 걸려서 넘어지려던 세리에느는 중심을 잡았지 만, 덕분에 주전자를 놓치게 되었고,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곧 38년된 주전자 가 깨지는 파공성이 들려올 것이다. …… "?" 그녀는 들려온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잠잠한 것을 느끼며 감은 눈을 살짝 떴다. 그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주전자가 바닥에서 약 1피트 정도 떨어진 채 둥 둥 떠있는 것이었다. "아… 아?" 세리에느는 손님들을 바라보았고, 손님 중 여성이 눈을 감고 한손으로 수인을 맺 으면서 뭔가를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는 이들의 직업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마, 마법사세요?" "음" 남자는 역시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전자는 공중을 사뿐하게 날아서 그 여자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고, 세리에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아… 다행이군요. 에치니는 아무래도 손님의 물건 같아요. 손님이 아니었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그녀의 말에 주전자를 안은 여성은 생긋 미소지었다. 세리에느는 그대로 카운터 로 걸어가서는 장부더미를 뒤적거렸고, 이윽고 고객 명단을 찾아낸 그녀는 그것을 두명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이곳 두번째 공란에 서명을 해주시겠어요? 두번째 이후로 방문하시면 약간의 세 일을 해드리고, 지속적으로 방문해 단골이 되시면 원하시는 물건을 제일 먼저 선 보이기도 해요. 그 외에도 이 가게의 역사를 말해주기도 하죠. 어느분이 적으실 래요?" "내가" 남자가 선뜻 나서서 카운터에 있던 깃털 펜을 잡았다. 촉에 적당히 잉크를 묻힌 그는 물 흐르듯이 사인을 했고, 세리에느는 서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감사합니다. 머기 마르티구스씨. 실례가 안된다면 부인분의 성함은 어떻게 되시죠?" "라니안느… 마르티구스" "예에… 라니안느… 마르티구스…" 세리에느는 머기의 이름 아래쪽에 라니안느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는 카운터의 밑에서 에치니의 나머지가 들어있는 상자를 꺼냈고, 마른 수건으로 먼지를 닦아낸 뒤에 상자를 열어보이며 말했다. "보관상태는 아주 좋은 만들어진지 38년 된 에치니 티 세트입니다. 가격은 80펜 입니다" 머기는 주머니를 뒤져서 100펜의 동전을 꺼내었다. 웬만해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동전인 100펜 짜리를 본 세리에느는 눈을 크게 떳지만, 곧 점원의 미소로 되돌아 갔다. 손님이 구매력이 있는 것 만큼 상점으로서 좋은 일이 없으니까 굳이 놀라거 나 할 필요가 없다. "거스름돈 20펜입니다. 아, 혹시 무멘트라에 살고 계시다면 자주 들러주세요. 손 님들의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켜 드릴겁니다" 머기는 주전자를 상자에 넣고, 뚜껑을 받은 뒤 들었다가 잠시 생각해보더니 말했 다. "…배달" "배달이요? 음… 배달해 드리길 원하시나요? 아니면 배달 서비스가 되는지 궁금 하신가요?" "후자" "배달 서비스는 제공해 드립니다. 단, 그것이 무멘트라의 안에서라는 조건 하에 서 됩니다. 다른 도시로의 배달을 원하시면 물건을 구입하신 다음에 운송업체에 문의하시거나, 혹은 마법사 길드를 이용하시는 편이 빠르겠지요" 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품에서 조그만 종이를 묶은 메모첩을 꺼내더 니 카운터에 있는 펜을 들어서 뭐라고 휘갈겨 썼고, 그것을 세리에느에게 내밀었 다. "에… 서쪽 4번 블록 3가 21번지? 주소인가요?" "음" 머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 이곳은 의외로 괜찮은 장소다. 꽤 역사가 있어 보이는 물건들이 온전하게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머기의 안쪽에 자리잡 은 레펠마도 그것에 대해 상당히 기뻐하는 기분이다. 주소가 적힌 종이를 잘 보관 해 둔 세리에느는 안녕히 가시고 또 오시라는 인사를 하려다가 라니안느가 마법사 임을 알고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는 다시 뒤쪽의 책장 을 무섭게 뒤지기 시작했고, 머기와 라니안느는 의아해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세리에느가 모래 섞인 먼지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그들에 게 한권의 책을 내밀었다. "이거, 그냥 드릴테니까 이 책을 열어보셨으면 해요. 지나가던 어떤 여행자가 팔 아 넘긴 물건인데, 책 자체가 뭔가 좋아보여서 구입했었죠. 그런데 아무리 해도 책이 열리지를 않아서 고심하던 중이거든요. 아무래도 마법과 관련이 있는 것 같 아서 드리는 물건이니까, 나중에 뭐였는지 이야기만 해주세요" 머기는 라니안느와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라니안느가 책을 받아 들게 되었다.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은 둘 다 가지고 있었다. 책을 품에 갈무리한 라니안느는 고 개를 꾸벅하고 숙이고는 문을 향해 걸었고, 머기는 상자는 들고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의 뒤로 세리에느의 경쾌한 인사말이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또오세요!" 아우레스력 1440년 3월 4일. "여기서 곧게 가지 말고…" "이렇게요?" "약간 허리를 더 틀어. 그래. 그렇게" 요즘들어서 나미아가 검술에 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로 인해서 나미아가 선 택한 검인 레이피어를 가르쳐 주는 역할을 맡은 미리안은 당분간 뒤집개와 국자를 놓고서 앞치마를 벗은 뒤에 한 손에는 레이피어를 들고, 몸에는 엘븐 플레이트를 걸치고 나미아의 검술 선생이 되어주고 있었다. 내가 봐도 미리안이나 에실루나는 매우 좋은 어머니이자 선생이다. 엘프의 종족적인 특성이 그렇지만, 저 둘은 그런 특성이 더 잘 나타나는 것 같았다. 콰이헤른이 말하기를, 그것은 아내에 대한 사 랑 때문에 씌워진 콩깍지라지. 그렇게 말하면서 리이나의 음식을 칭찬하던 모습은 팔불출에 가깝다. 음, 새상 그녀석이 리이나가 갇혀있던 수정을 치면서 울부짖던 모습이 떠오르는건 왜지? "자아, 오디! 대련이다!" "나, 나미아님! 어째서…" 미리안에게서 몇가지의 기술을 익힌 나미아는 역시 레이피어를 들고 상당히 어려 워하는 표정의 오디에게 재빠르게 달려들었고, 오디는 표정과 몸이 전혀 맞지 않 게 나미아를 상대하고 있었다. 나는 올해로 15살이 된 나미아와 15살로 맞춘 오디의 대련을 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려서 낡았지만 아직도 튼튼한 가죽으로 만들어진 책에 눈을 돌렸다. 지난 성녀 의 사건 이후, 헤어져서 킬과 츠렌의 결혼식, 그리고 머기와 라니안느의 결혼식외 에는 만나지 않았던 머기가 에실루나가 알려준 연락편을 사용해 보내준 물건이었 다. 동봉된 편지에는 책을 읽고서 속히 무멘트라로 와달라 그랬었다. 아직 겉장을 넘기지는 않았다. 신년 인사까지 다녀왔건만, 퀸이 에실루나를 재소환한 것이다. 응? 물론 나에 대해서 또 딴지를 걸거나 하는 일은 아니다. 내 영토에 생길 퀸의 성 때문에 약간 조정할 것이 있어서 불려갔은 뿐이다. 일을 마치는 대로 내가 준 스크롤로 이곳으로 텔레포트해 올 것이다. 어쨌든, 수취인이 에실루나였으니 그녀 의 짐을 내가 함부로 열어봐서도 안되는 것이다. 머기로서는 나에게 보내자고 한 일이겠지만, 엘프에게 부탁해서 보내는 물건에 내 이름을 달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리고 나는 그녀를 존중하기 때문에 책을 열어보지 않는다. 물론, 유혹이 느껴지 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복선들을 갈아 치우기를 시작할 겁니다. 결국 이렇게 가다가 끝에가면.. 완결이 짜잔~ 하고 나오겠지요.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전 해피엔딩 주의자입니다. 하하핫.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02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그러고보니 라니안느와 머기는 무멘트라에 신혼집을 꾸몄었지? 킬과 츠렌은 케리 팔에서 결혼식을 하고서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그들이 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자 면 역시 사람은 변한다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성녀의 날 이후로 매쉬암의 활동은 아예 침묵 상태에 들어갔다. 죽은 자들과 생 명을 빼앗긴 자들이 궐기로 인해 매쉬암의 피해로 꽤 컷던 데다가 나와 킬의 일행 에 의한 연속적인 일의 실패로 아마 당분간은 소강상태이거나 심하면 조직의 와해 가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에실루나가 분석했다. 게다가 안스란와 하인츠의 비극을 보면서 그들은 여러모로 생각한 것들이 다시금 떠올랐다고 한다. 매쉬암을 쫓았던 것은 그들의 치가 떨릴 만행 때문에 일어난 정의감이 주를 이루었지만, 매쉬암의 그 전력이 소강상태에 들어가고,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린 마당에 목격한 안스란과 하인츠의 비극은 그들 마음의 진로를 약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그들과 헤어지고서 그들은 다시 매쉬암을 추적했지만 전과 달리 몇년동안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대략 3년하고 조금 더 된 시간, 그들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들 사이에 무슨 말이 고고갔는지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 으나 그들이 싸워서 갈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결혼식에 참석해서는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으니까. 어찌되었든 머기와 라니안느는 그들의 고향인 사이에그롭으로 돌아갔고, 츠렌과 킬은 토타카에서 세렌과 브라이언트를 데리고는 케리팔로 가서 금의환향을 이루었 다고 한다. 서민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관들에게는 성녀 안스란의 보호 자였던 킬과 츠렌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었고 신관과 연분있는 귀족들은 그 입소 문을 케리판의 귀족계에 퍼뜨렸다. 그리고 세렌과 브라이언트의 일을 다룬 연극인 '디 액터 : 퍼포먼스'가 제국의 연극계를 강타하고 휘몰아쳐서 그들도 다시 귀환 할 수 있었다. 어쨌든 자비스 후작은 입 찢어졌겠군. 집나간 딸 둘이 유명인사가 되어서 돌아오니까 말이야. 번듯한 사위들도 데리고 왔으니 턱이 빠졌을지도 모르 겠군. 캉! "아앙! 너무해에!" 철과 철이 부딪혀서 한쪽에 튕겨나가는 소리와 함께 나미아의 우는 소리가 들려 왔다. 자신있게 덤벼드는 쪽은 나미아지만 막아내는 쪽은 항상 오디였다. 오디는 원래 고양이였고 고양이가 지닌 선천적인 반사신경과 육감은 나미아에게 패배만을 안겨주고 있었다. 나미아는 속으로 아마 '혼자배우기 심심해! 오디야! 너도 해!' 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검술에 있어서는 오디의 진도 가 나미아보다 훨씬 빠르니까. "나미아님, 괜찮으세요?" 오디는 그간 나미아가 '이름으로만 불러!'라고 했던 말을 철저하게 거부했다. 그 리고는 자신이 나미아에게 바칠 수 있는 호칭인 '주인님'을 포기하는 대신 끝에다 가 '님'을 붙이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자 했다. 그 뒤로 벌어진 둘의 말싸움은 참 으로 볼만 했다. 한쪽은 정신을 들여다보는 초능력자이고, 한쪽은 정신의 정령이 다. 서로의 의중을 이미 알고서도 그것을 서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위한 심각한 말싸움이 어린아이들의 어휘력 수준으로 벌어지면 그것이 얼마나 개그인지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어찌되었든, 오디는 자신의 호칭을 한단계 낮추고, 나미아 는 자신이 바랬던 호칭에서 한단계 높이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흠… 아직까지 는 나미아가 오디를 이기지는 못하는군. 아니, 어쩌면 순수한 검술의 면에서는 오 디를 이기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제 저대로 두면 되는 건가?" "예. 그래요. 훌륭한 라이벌…이랄까 아니면 실력차이로 볼때 선후배의 관계일까 조금 애매해요. 음… 라이벌의식을 느끼는 쪽은 나미아 뿐일지도" 미리안은 자신의 몫으로 마련되어져 있는 아이스 티를 한모금 마시고 즐거운 표 정으로 나미아와 오디가 대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대개 저대로 2시간이 면 나미아가 헥헥거리면서 바닥에 엎드리는 결론이 나지. 요즘엔 점점 검을 맞대 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나중에는 시간제한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진도는 좀 어때?" "나미아는 상당히 열정을 가지고 배우고 있어요. 워낙에 뭐든 배우는 것을 좋아 하는 아이다 보니까 즐겁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역시 오디쪽이 더 검을 잘 다루 는 것 같네요" "그런것 같군" 캉! "으와아!" "나, 나미아님!" 나미아는 또다시 목을 치고 들어오는 검을 황급히 막으려다가 궤도를 바꿔서 손 목의 힘을 빠지게 하는 기술에 걸렸다. 오디가 자신을 찌르지 않음을 알고 있으면 서도 저렇게 놀라는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앞서서 살의가 없어도 오디의 날카로 운 눈을 보면 다들 움찔할 것이다. 고양이가 어둠속에서 노려보는 것과 거의 같다 고 볼 수 있거든. 나미아가 검을 놓치면서 넘어지면 저렇게 당황해하고 있어도 대 련을 할때면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도 금세 굳어진다. 하지만 저렇게 하면서도 은 근히 봐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오디도 상당히 대단하단 말이야. "에실루나는 언제쯤 온다고 했어요?" "오늘 중으로는 돌아올 거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뭐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천천 히 기다려보고, 연락도 없이 안오면 직접 찾아가 봐야지" 이제 오후 4시쯤 되었고 오늘 온다고 했으니 조만간 돌아올 것이다. 대략 3일이 었나? 그간 미리안은 에실루나의 걱정을 많이 했었다. 5년의 시간동안 서로가 서 로에게 느꼈던 거리감과 서로가 서로에 대해 부러워하는 점은 서로에게 털어놔서- 어떻게 했냐 하면… 술먹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나를 내 방으로 내쫓고는 말이야- 그녀들은 이제 거의 친자매만큼이나 친해졌다. 다만 한가지 알 수가 없는 면이 있다면, 대체 누가 언니고 누가 동생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개는 에실 루나가 언니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중요한 일에는 항상 미리안이 주도권을 잡 고 나선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서로간에 상하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보이는 데, 그러다가 가끔 보이는 모습들은 그녀들이 성숙한 여성들 임에도 불구하고 나 미아 이상으로 귀엽다고 난 느낀다. 실제로 그녀들은 나미아에게서 '엄마! 너무 귀여워요!'라는 소리를 한번 이상 들어본 일이 있다. 나미아에게서 들었으니 말 다했지. 음음. "그런데요, 그 책은… 정말 뭔지 궁금하네요" "나도 그래. 열어보고 싶지만, 이건 에실루나꺼잖아?" "하필이면 에실루나가 없을때 오다니… 호기심만 가중되요" 미리안은 책의 표면슬 슬슬 만지면서 눈을 번뜩였고, 나는 얼른 그녀의 손이 닿 지 않는 곳으로 책을 텔레포트 시켰다. 서로의 사생활을 보장해 주는 그녀들의 생 활에 따라 에실루나의 방으로 보내버렸다. "에에? 우우우… 치사해요오…" 미리안은 볼을 부불리더니 말했고, 나는 피식 웃고는 그녀의 부풀 볼을 톡톡 건 드려주며 말했다. "볼에서 바람 빼. 그리고 뭐가 치사해? 눈 번득인 것 다 봤어" "그래두우… 하지마안…" 미리안은 내 팔에 엉겨 붙으면서 어리광을 부렸고, 나는 반쯤 녹아 들어가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음. 이래선 아니된다. 나는 미리안의 머리를 토닥토닥 두들겨주면 서 말했다. "지킬 것은 지켜야지. 가족이라고 해도, 그것은 서로에게 지킬 예의가 아닌데다 가 에실루나가 설마하니 우리에게 아무말도 안해주겠어?" "퓨후… 그건 그래요" 미리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하고 있었다… 라기 보다도 그냥 투정을 부린것 뿐일 것이다. 그러는 도중 나미아는 검을 두번 더 놓쳤고, 이윽고는 짜증을 부리 면서 나에게 말했다. "아빠! 저 이거 풀면 안되요?" "안돼" "그래도오! 너무 답답해요! 이것만 풀리면 단번에…!" "그거 풀고 나랑 싸울래?" 나미아는 대번에 입이 막혔다. 10살때의 시절보다 키도 크고, 2차 성징도 나타나 고, 슬슬 소녀에서 여자가 되어가는 길목에 있는 나미아는 내 딸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지만 예쁘다. 헤에…. 아냐아냐! 어쨌든 나미아는 자신의 팔에 채워진 팔찌와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목걸이, 귀걸이, 발찌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 었다. 예전보다도 힘의 조절 능력을 향상된 편이지만, 아직은 기본적인 성격이 다 듬어지지 않아서 조금만 풀어놔도 거의 날뛰는 성격이기 때문에 아직도 난 나미아 의 봉인을 자율적으로 풀 수 있게 하질 않았다. 그래서 지금 염동력의 일부와 정 신을 보는 능력의 일부는 막혀있고, 블러드 스폰의 능력은 완전히 막혀있다. 확신 하건데, 내가 봉인을 풀어주면 나미아는 1차 변신을 하고서 오디를 신나게 괴롭힐 것이다. "아빠아앙~ 네? 네? 한번만요오~" 나미아는 아예 이젠 애교 공세를 펼치기로 했는지 내 목을 끌어안고는 애교어린 음성으로 말해왓고, 나는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정신차려라! 애교에 넘어가서 또 다른 딸을 다치게 해선 안된다! "안돼" 나는 간신히 짧게 한마디를 꺼냈고, 나미아는 실망한 표정이 되더니 투덜거렸다. 예전에 한번 저 애교에 넘어가서 봉인을 풀게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로 후 회를 했었지. 일단 나미아가 1차 변신을 하게 되면 등에서 날개가 한쌍 돋아난다. 오른쪽은 붉은 색이고, 왼쪽은 검은 색의 날개가 돋아나고 왼팔이 그 크기의 드래 곤 팔 처럼 비늘이 덮이고, 드래곤의 손톱이 달리게 된다. 얼굴에는 변화가 없지 만 머리카락 색이 가운데에만 검은 색이 2인치가량 들어가게 되어서 뭐랄까, 상당 히 재미있는 머리가 된다. 그러나 전체적인 모습은 '악마'라고 해도 별로 할 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꼬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뭐, 그런 나미아의 모습은 그럭저럭 봐줄 수 있다고 쳐도, 문제는 성격이다. 아 무래도 힘의 조절을 잘 못하다보니 레드 드래곤의 흉폭성과 블랙 드래곤의 잔악성 을 동시에 가진 최악의 성격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밑에서 반항도 못한채 도망다니 는 오디를 불과 산으로 얼마나 괴롭혔는지, 지금 생각해도 정신이 멍해진다. 결국 에는 내가 적당히 나미아에게 사랑의 매를 주고, 강제로 변신을 해제시켰었지. 그 리고서는 나와 나미아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언어 채찍을 받아내야 했다. 나미아 는 오디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나는 그렇게 만들 상황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다시한번 만들 수는 없다! 그건 그렇고, 2차 변신을 하면 어떤 모습일지 상 당히 궁금하지만…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거야. "아, 어머님!" 오디의 목소리가 들렸고, 내가 그쪽을 바라보자 에실루나가 텔레포트에서 이탈하 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에실루나는 잠시 눈동자를 굴리더니 나미나와 미리안에게 포위(?)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그냥 그런 모습을 무시하고는 말했다. "어서와. 일은?" "어머? 에실루나. 어서와요" "와아! 엄마!" 에실루나는 일단 갸웃하면서 이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받은 인사에 대해서는 착실 하게 답변을 했다. "다녀왔어요. 일은 잘 해결 되었어요. 잘 지냈나요 미리안? 안녕 나미아" 착실성이 조금 문제가 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일일이 말 할 필요는 없잖아. 어 쨌든 나는 에실루나가 내가 왜 포위되어있는지를 묻기 전에 내 호기심을 충족하고 자 했다. 나는 다시 그 문제의 책을 손으로 텔레포트 시켰고, 그것을 에실루나에 게 내밀면서 말했다. "자. 이거. 머기와 라니안느에게서 당신에게 온거야" "예? 뭐예요?" "아직 안 읽어봤어. 당신에게 온거잖아? 당신이 읽어봐야지" "아, 그렇군요" 에실루나는 책을 받아들고는 그것을 열었다. ---------------------------------------------------------------------- 책의 내용은 목요일에 나옵니다.(퍼억!) 연재는 순조롭고, 계획이 잡힌 것들도 순조롭게 나가는 군요. 올해 안으로는 글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오늘은 3월의 마지막날이군요. 뜻깊다..라던가 뭔가 좋 좋게.. 라는 것은 별로 생각하고 있지 않고.. 그냥 오늘도 다른날과 같이 평범하게 되었으면 좋겠군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03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에실루나의 눈동자가 책에 써져있는 글씨에 따라 면번 좌우로 움직이는 듯 했다. 그녀의 눈에 이채가 서리고, 점점 더 호기심으로 물들어가는 표정을 보면서 나는 기다릴 수 밖에 없었고, 그러는 시간 동안 우리 가족 모두의 눈길을 받게 된 에실 루나는 페이지를 넘기고는 고개를 그덕였다. 에? 뭔가 있는거야? 그녀는 이내 책 을 덮고는 말했다. "역시 저는 못 읽는 언어네요" 그리고 순간 정적이 우리들을 점령했다. "라이니시스. 당신이 읽어보시지 않겠어요?" 결국 에실루나는 책을 나에게 넘기었고, 나는 책을 받아보았다. 흠… 이건 고대 어잖아? 그런데 왜 읽지를 못…… "고, 고대어?!" 나는 책을 붙잡고는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고대어? 고대어로 만들어진 책이 야? 400년도 더 된 옛날 고대 문명은 전에 매쉬암이 뭔가 공장을 하려던 그 산에 있는 문명 파괴포로 완전히 그 흔적이 사라졌다고 알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 하자면 그때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이 사라졌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남아있는 최후의 물건-이라 짐작하는 것-들을 내가 마나 빅 뱅과 함께 유적과 그 유적을 감싸고 있는 산까지 밀어버렸다. 그러니 나의 생각으로는 더이상 고대 문 명의 물품들이 이곳에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고대어에요? 고대 문명의 책인가요?" 미리안은 나의 어깨너머로 책을 훑어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읽지 못 한단 사실을 알고는 나에게 물어왔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어로 만들어진 책이라니…! "고대 문명의 물건들은 문명을 말살하는 무기로 인해 사라졌다고 알고 있는 것이 고작인데… 정말로 고대의 책인가요? 고대 이후에 고대어로 집필된 책은 아닌가 요?" 미리안은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을 보고는 자신 나름대로 추리한 사실을 나 에게 말했고, 난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고대 이후에 고대어로 책을 만드는 경우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제 4 문명기가 시작 되고서 1000년 이후에 맥이 끊겼다. 파 보았자 밥도, 돈도 안나오는 고대 문명을 조사할 정도로 배부른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니까. 나는 일단 마법으로 정밀스캔을 해보았다. 제작 연도를 추정하고, 걸려져 있는 마법을 알아보고 하는 식으로 한참 동안 스캔을 돌리던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 수 밖엔 없었다. "제작 추정 연도… 제 3 문명기… 속칭 고대 문명기 후반. 오차율 1개월에서 3개 월. 정말이야… 이건 고대 문명의 유산이야!" 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돌아보며 소리쳤고, 미리안은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 다. 그리고 에실루나의 표정은 조용히 웃고 있는 표정이었다. 응? 왜? 아니, 어쨌 든 이것은 고대문명의 유산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고대 문명의 서적이 지금 나의 손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미리안은 놀란 표정으로 감탄하며 말 했다. "대단해요… 이런것은 머기씨는 어떻게 찾아내셨죠?" 에실루나는 그제서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작은 비밀을 털어놓았다. "아, 책의 앞면에 편지가 쓰여져 있었어요. 신혼살림 구하다가 덤으로 얻었다고 하는데요?" …뭐? 나는 잠시 겉표지를 열어보았고, 겉면의 바로 뒷편에는 최근에 써진 것으 로 보이는 글씨가 써있었다. 사이에그롭에서 사용하는 사막 문자이고, 내용은 이 러했다. [고대 문명의 흔적일 것이라 짐작하는 서적 발견. 스캔 마법으로 정밀조사한 결 과 고대 문명의 물건이라 확실시 됨. 고대어를 읽지 못하는 관계로 서적을 넘김. 추후 그 내용을 밝혀 주면 감사하겠음. 아우레스력 1440년 4월 10일 까지는 무멘 트라에서 체류 계획. 아무때라도 좋으니 번역본과 함께 방문 바람] …에라 머기 이 인간아. 아무리 해도 글까지 이렇게 끊어서 쓰면 되냐! 이러다가 언젠가는 글 자체도 자신이 하는 말처럼 짧게 짧게 끊어 쓰는 것 아냐? 나는 잠시 이상한 생각을 하다가 밑에 추신이 달려있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마저 읽었다. [추신. 원래 이 서적은 두권 이 있었고, 한권은 어깨 쪽에 휘둘리는 것 처럼 보 이는 팔의 모양을 한 문신을 달고 있는 일련의 사람들에게 팔렸다고 함. 매쉬암 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 받는 즉시 번역 후 만남을 바람] …매쉬암?!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에실루나! 이거…" "예. 아무래도 이번엔 가야 할 것 같아요"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녀는 내가 이것을 다 읽을 때까지 자신 의 마음을 잘 갈무리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매쉬암이 다시 움직였다는 정보다. 비 록 추정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증언에 의해 포착한 증거라서 그다지 큰 신빈성 이 가지는 않지만, 일단 머기가 내린 결정이었고, 그의 결정에 필수적으로 포함되 는 것은 라니안느와의 합의다. 그리고 레펠마도 어느정도 끼여들었은 테니까 그들 의 결정을 한번 믿어보자. 그러면… 남은 것은 책의 번역인가? "대략 400 페이지군. 3일 안에 끝내겠어. 그 동안 미리안하고 에실루나는 아이들 잘 돌봐줘. 아,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라스킨한테 연락하고 콰이헤른 한테 3일 후 에 이리로 와달라고 전해줘" "예.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나는 잠시 그녀들의 어깨를 안아주고는 내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음전폐 따 위야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는 고대어를 읽고 그대로 그것을 옮겨적는 단순작 업만을 해야 한다. 400 페이지라. 조금 걸리긴 하겠어. 과연 이 책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는 책을 다 번역해 봐야 알겠다. 지금부터 일이다! "흥미롭군. 그것도 매우. 어디서 얻었다고 했지?" "예. 무멘트라입니다" "무멘트라? 멀리도 다녀왔네? 그리고 이런걸 용케 구했고 말이야. 구해온 사람들 에게 적절한 포상을 해줘" "예. 총수님" 체리랑스는 매우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신에게 들려진 책, 그러니까 머기가 가져 가지 이전에 그녀들의 조직원이 구입한 고대어로 이루어진 책을 읽고 있었다. 잠 시 몇년간의 휴식기간을 거쳐서 재 활동을 하려고 하는 시간에 고대의 유산이 자 신의 손으로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책을 읽다가 어느 한 부분에서 눈을 번뜩였고, 이후 주르륵 읽어나갔다. 눈에서는 이채를 발하고 있었고, 표정은 매우 즐겁다는 표정이 되었다. 중반부까지 책을 읽어가던 그녀는 책상위의 벨을 몇 번 눌렀다. 땡 땡 땡 그러자 그녀의 방 밖에 책상을 두고 대기하던 비서가 정중한 태도로 문을 열고는 들어와서 허리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부르셨습니까. 총수님" "지금부터 무멘트라로 향할 인원 9명만 차출해. 사막에서 활동해야 하니까 그런 쪽으로 능한 사람. 그리고 이번엔 나도 갈거야" "총수님도 함께 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섀도우도 같이 가니까 업무 부분이 좀 빌지도 몰라. 그것은 네가 알아서 해결하고 인원 9명만 3일 이내로 차출해서 목록을 올려줘" "예. 알겠습니다" 비서가 다시 밖으로 나가고, 체리랑스는 마저 책의 나머지 부분을 읽기 시작했 다. 그녀는 점점 즐겁다는 표정이 되었다. "사막이라… 조금 더울지도" 체리랑스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상상에 푹 잠겨들었다. 이 번에도 그 매력적인 방해자가 나타나길 기대하면서… "마스터께서 갑자기 어쩐 일이실까요?"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매쉬압이 관련되어 있으니 그와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부른 것이 아닐까요?" "어? 콰이헤른씨도 매쉬암과 관련이 있었습니까?" "예? 아, 네에. 뭐 그럭저럭 관련이 조금은…" "그런데 나오시는게 늦네요. 나미아야! 너무 그렇게 애들 괴롭히지 말렴" "네!" 나는 문 밖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와 깨갱거리는 강아지 비슷한 소리, 나미아의 목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라스친이 자식들을 데리고 온 모양이다. 나에게 꼭 인사를 시켜야 겠다고 벼르고 있던 찰나였는데, 나미아에게 먼저 눈도장이 찍 힌건가? 흠… 어린 늑대인간이라면… 뭔가 상당히 보송보송하고 귀여운 모습일 것 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이나는 같이 오지 않은 건가? 아, 생각해보면 블러 드 스폰이 되어서도 애는 낞을 수 있구나. 음음. 나는 적당히 내가 책을 번역하여 그 내용을 현대어로 적어놓은 종이뭉치를 마법으로 공중에 띄우고는 내가 지금까 지 며칠간 방 안에 박혀있게 만든 원인인 책을 옆구리에 끼고는 문으로 발걸음을 옮기었다. 휴우… 그래도 예상했던 3일만에 끝내서 다행이다. "그런데… 아, 라이니시스! 나오셨어요?" 미리안은 5년 전에 레어로 돌아오면서 부터 나에게서 '님'이란 호칭을 뺐다. 그 렇게 된 원인은… 굳이 말 하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약간 피곤한 표정이겠지만, 나름대로 미소를 지으면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힘들었어… 힘들었어… 정말이지 시간에 쫓기고, 책의 내용에도 거의 압박당하다시피 했지. "다들 오랜만. 후우… 나 시원한 것 좀 줘" "아, 네" 다들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 없었지만 난 지금 뜨거운 것 보다도 차가운 것이 필요했다. 정신을 확 깨우는 뭔가가. 미리안이 잠시 그런 음 료수를 가지러 자리를 비웠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 인사했다. "마스터. 오랜만입니다" "그래. 오랜만이다. 툰드라는 잘 돌아가지? 듣고 있자니 애들을 데려온 것 같은 데?" "아, 네. 지금은 아가씨가 놀아주고 있지요" 나는 척 봐도 '강아지'라고 할 수 밖엔 없는 모습을 한 늑대 새끼들을 껴안고 털 을 부비적 대면서 뒹구는 나미아의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흠… 늑대인 간의 모습이 아니네? 아직은 아기라서 그런가? 숫자는 다섯 마리. 나미아는 '귀여 워~'를 연발하면서 강아지들을 껴안고는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면서 본의 아니게 괴롭힘을 주는 중이었다. 오디는 그 중에서 한 마리만 차지하고는 조용히 앉아서 무릎위에 올려두고는 그것을 쓰다듬고 있는 중이다. 강아지는 오디의 무릎 위에서 조용히 잠듬으로써 다른 강아지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사는 중이었다. "저희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죄송하게 되었어요" 제이나가 라스킨의 옆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나는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트 헨티 일족의 피가 흘러서 인지는 몰라도 제이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근데 어째 서 그 아이들이 강아지인지 알 수 없군. 그녀는 나미아와 오디가 돌보고 있는 강 아지들을 보면서 말했다. "지금은 아이들도 즐거워 하는 것 같으니 인사는 나중에 드리면 안될까요?" "그래. 인사는 나중에 받지. 어서오게나. 콰이헤른. 리이나와 베르힌츠는 어때?" "잘 지내고 있지. 교육과 친구의 부분에서 베르힌츠에게 미안한 환경이지만, 의 외로 이곳 엘프들은 마음이 넓은것 같아 다행이야" 베르힌츠는 콰이헤른과 리이나 사이에서 나온 아들이다. 올해로 4살 되는 그 아 이는 요즘 엘프 마을에서 레이사와 같이 잘 놀고 있다. 나이차이가 10배 이상 나 지만, 레이사는 좋은 누나가 되어주었지. 그리고 레이사로 인해서 다른 엘프들과 친해지고 있으니 다행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인사를 나누는 사이 미리안이 아이 스 티가 가득 담긴 포트를 가져왔고, 나는 컵에 따라서 두세잔을 한번에 비웠다. 역시 미리안은 내가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니까. 나는 잠시 숨을 돌리고는 모두에게 내가 들고 있는 책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다들 여기에 부른 이유는 이 책 때문이야. 고대 문명의 유산이 자, 매우 놀라운 정보가 담겨진 책이지"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한주는 좀.. 더웠습니다. 더위에 약한 저로서는 그저 추욱 늘어질 수 밖엔 없더군요. 이래선 여름에 어떻게 될지 걱정입니다. 오늘도 연재본은 무사하게 올라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04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내가 들고 있는 책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내가 잠시 말을 멈춘 사이에 기괴한 정적이 흘러 지나갔고, 그 사이에서 들리는 소리는 나미아가 라스킨의 아이들을 데리고 노는 소리 뿐이었다. 나는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는 말했다. "이건 일종의 전설이나 설화의 형식으로 쓰여진 책인데, 고대 문명에서 제일 컷 던 도시가 매장된 장소가 나와있고, 그 모습들과 그곳에 관한 설명, 그리고 도시 안에 들어있는 고대 병기에 관한 부분이야" "고대 병기요? 혹시… 지난번 처럼…?" 미리안은 지난 유적지의 사건을 생각해 내고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 문명을 말살시키는 의문의 대포였지. 하지만 이번에 발견한 무기는 그런 것이 아니다. 확 실하게 파괴와 학살을 위해 만들어둔 병기이며, 그 위력으으로 말 할것 같으면 현 재의 사이에그롭을 만들 정도라고 한다. 말하자면 대지의 사막화를 시켜버리는 어 이없는 물건이란 소리다. "그렇다면… 그것은 이 세계를 변화 시킬 수도 있는…?" 콰이헤른이 약간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해왔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무기 만 있으면 세계를 변화 시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확실히 사이에그롭의 사막은 너무 넓어서 의구심마저 가니까. "그런데, 그런 정도가 아니야. 현재의 사이에그롭을 툰드라로도 바꿀 수 있는 물 건일 수도 있어. 말하자면 기후를 변화시키는 물건이란 소리지. 그것만 있으면야 다행이겠지만, 그곳엔 덤으로 그때 유적지에서 본 문명말살의 무기도 있다는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그러자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 굳어버렸다. 머 기에게서 받은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문명말살을 위한 무기는 고대 문명 시절 마 치 내가 살았던 시대의 핵폭탄과 같은 '자국 방어용'수단이었다고 한다. 알고보면 '타국 협박용'임이 분명한 그 병기는 고대 문명이 망하기 직전에 여러 나라에 여 러군데에 건설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대 문명이 망하기 한두달 전에 책을 쓰면 서 '대체 세상이 왜 이럴련지 모르겠다. 우리들은 즐겁게 멸망의 문을 열려고 하 는 것이다'라고 탄식했다. 그의 우려대로 결국 그 병기로 인하여 고대문명이 멸망 했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이 책은 일종의 군사용 서적인가요?" "그렇지도 않아. 이건 그러니까… 개인용 서적이야. 자서전 대신 세계의 정세와 여러가지를 한탄하면서 쓴 책이라고 할까?" 책이 쓰여진 목적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이래선 안된다! 라고 외치며 매우 강력 하게 전쟁을 반대하기 위하여 쓰여진 것 같다. 하지만 제대로 출간되기 전에 고대 문명은 멸망했지. 그런데, 이 책은 대체 어떻게 고대 문명의 문명 말살 병기에게 서 안전할 수 있었을까?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이 책에 쓰여진 대로라면 사이에그 롭의 무멘트라가 위치한 대사막에는 고대의 도시와 막강한 병기가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대단위의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야. 힘이 될 수 있으면 모두 데려갈 생각이지. 어쩌면 매쉬암과 전면전이 벌어질 지도 몰라. 물 론 나미아와 오디도 데려간다. 그 애들의 힘은 이미 인간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 었으니까. 뭐, 오디는 애시당초 인간이 아니었지" 나미아와 오디까지도 데려간다는 나의 파격적인 선언(!)에 사람들은 놀라고 있었 다. 웬만해서는 내가 그 애들은 데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사람 들에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나미아에 대해서 머기가 할 이야기가 있다고 보내준 책의 중간쯤에 편지를 끼워두었었다. 나미아까지 자리를 비우면 오디가 외로워 할 테고, 나미아도 놀아줄 상대가 없어서 심심할 테니까 같이 데려가는 것이지. 퍼스 널리티 스톤의 영향으로 그 속에 담긴 마법을 모두 사용 가능하니까 오디는 상당 한 전력이 되어준다. 정신의 정령이기도 하니까. "일단 난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부 데려가려…고 했는데, 제이나는 좀 어렵지 않 나?" "예. 아쉽게도 그럴것 같아요. 아직 아이들에겐 어머니가 필요하거든요" 제이나는 살풋이 웃으면서 말했다. 라스킨을 데려가게다는 말을 듣고서도 저렇게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은 '라스킨은 나에게 코 뀄으니 바람필 걱정 없어'라든지, '라스킨은 바람 필 배짱따위 없는걸'이라든가 혹은 '우리 그이는 절대 죽지 않아' 라는 자신감의 표출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늑대들은 허세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나는 제이나의 모습이 자신감의 발로라고 생각했다. 음 일단 라스킨이라는 막강한 전력이 들어오는군. "콰이헤른, 자네는?"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나도 가겠네. 리이나와 베르힌츠를 두고 가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지만, 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그거, 나름대로의 자신감이야?" "자네에 대한 나의 신뢰라고 생각해 두게. 하하핫" 뭐, 일단 내가 떠나기 전에 엘프들에게 리이나와 베르힌츠의 보호를 요청하고 갈 것임을 그는 눈치 챘는지 아니면 그냥 아는 것인지 모르지만, 그는 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 기분 좋은 일이지. "좋아. 그러면 우리 일가를 포함해서 총 7명은 내일 무멘트라로 향하니까 정오에 이곳으로 모여줘. 라스킨, 너는 머무를거지? 제이나는 이곳에서 머물고 내일 툰 드라로 돌아가면 되겠군. 그리고 책을 번역한 번역서는 여기에 두고 갈테니까 생 각 있으면 읽어보는 편이 좋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준비물이 좀 필요하겠어. 사막으로 가 는 것이니까 이번엔 그쪽에 맞춘 물건들이 좀 필요해지겠군. 사람들은 쉬거나, 이 야기를 나누던가, 아니면 번역서를 읽는 것으로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 로 보였다. 나는 앞으로 쓸 물건을 위해 창고로 걸어갔다. "사막이라니까… 검 대신 총을 가져가 볼까" 특별한 엄폐물도 없는 사막에서는 멀리서도 적의 눈에 띄일 가능성이 높다. 접근 전으로는 기습이란걸 전혀 할 수가 없으니까 그냥 총을 가져가는 편이 좋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검은 가져가겠지만 역시 휴대성과 파괴력에서는 총 을 따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막용 방풍복을 좀 챙겨볼까? 모래바람이 꽤 자주 부는 시기니까 말 이야" 이맘때쯤이면 사막에서는 모래바람-을 가장한 모래폭풍-이 불어닥친다. 여행하기 엔 별로 좋은 시기는 아니지만, 몬스터들에게서 안전해질 수 있는 시기이고, 공중 을 뒤덮다시피 하는 모래 때문에 조금을 덜 덥게 다닐 수 있는 시기이다. 그래봤 자 어파치 바람조차도 뜨거운 사막이니까 뭐든 소용이 있으랴? 나는 인원수에 맞 춰서 고글도 같이 챙겼다. 일반 고글이라서 멀리 볼 수 있다던가 하는 옵션은 없 지만 이것만으로도 사막에서 모래바람 때문에 눈을 못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 고 사막용 텐트와 침낭도 좀 챙기고, 식량이야 현지조달하면 되고, 물은 운디네를 통해서 공급받으면 된다. 무멘트라에서 낙타를 좀 얻어볼까? 음… 라스킨을 거부 하기 때문에 그렇게 쉽진 않겠군. 그리고 나는 사막 도시에서 입는 시원하고 통풍 잘 되는 옷을 챙겨들었다. 아마 지금 입고 있는 옷 그대로 간다면 나야 크게 상관 없더라도 다른이들은 아마 더위에 쓰러질걸? 사막은 철제안경을 쓰고 있다보면 햇 볕에 달아오른 안경테에 화상을 입는 곳이니까. 아, 그러고보면 철제 갑주는 꿈도 못꾸는군. 갑옷 속에서 노릇노릇하게 익고 싶지 않다면야 그런거 입을 사람이 어 디 있겠어? 그런 의미에서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입힐 가죽갑옷이나 좀 뒤져봐야 겠다. 그녀들은 항상 엘븐 플레이트만을 고집했었지만… 이번만큼은 안될거야. 나 미아와 오디에게도 소녀용 가죽갑옷이 필요하겠는걸. 뭐… 소년용을 입혀도 둘 다 갑갑함을 느끼지 못할 체형이란 사실을 아버지로서 부정 못한다는 것이 조금은 슬 픈 현실이군. 나미아가 아직 덜 자라서 그런 것이고, 오디는 그런 나미아에게 맞 추가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겠지. 아무튼 나미아도 크면 멋지게 자랄거야. 음음. 나는 배낭을 들고는 창고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챙겼다. 총은 특히 열에 강하게 만들어둔 녀석들로 두 자루 집었고, 검은 시미터를 집어 들었다. 입고 있는 옷이나 가지고 있는 물품들도 전부 사막민족의 복장을 할거라 서 시미터를 차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흠… 이정도면 되었겠지? 남은 것은 이제 사막으로 향하는 것이다. 사이에그롭은 대륙 5대 불가사의 중에 하나인 '나락의 입구'가 있는 국가이자 전 국토의 7~8할이 사막으로 뒤덮여져 있는 사막국가이다. 원래의 사이에그롭은 국가 가 아니라 단순한 사막 부족들이 모여서 이룬 집단이었는데, 미하반 제국이나 토 타카 연합에서 사막에 대한 권리권을 행사하며 예전부터 사막에 살아온 부족민들 을 억압하고, 그들의 문화를 하나하나 지워나가게 하는 것에 분노한 사막 부족민 들이 일제히 궐기하여 제국과 토타카 연합국을 상대로 사막과 일부 개척지대를 그 들으 영토로 만들고, 그들은 국가를 만들어 내었다. 이전까지 사막의 유목민들은 그저 오아시스에서 오아시스를 돌아다니면서 사막의 여기저기 퍼져있는 도시들을 오가며 물건을 팔았고, 또는 도시에서 그들의 특산품 인 사막 양털 양탄자를 짜거나 밤이슬을 받아 만들 술인 사로주(砂露酒)를 만들어 사막밖으로 팔거나 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들은 국가 대신 부족의 단위를 이루어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사이에그롭이란 국가가 탄생하면서 그들은 이제 무 슨 부족민이 아닌 '사이에그롭 국민'이 되었다. 초기에는 반발이 심했지만, 왕성 에서는 문화를 보호하기 일환이라는 말과 제국, 토타카의 허물을 내새우며 사람들 을 설득시켰다. 그로부터 3000년후, 지금과 같은 국가가 완성되게 되었다. "사막민족의 특성은 끈질기다는 것이지. 사람의 모래와 맞서 사우다 보면 당연스 럽게 익히는 끈기일거야" "그말에 대해선… 츄우! 동감할래요. 킁" 나미아는 코를 간지럽히는 모래때문에 재채기를 하고는 나의 말에 답했다. 지금 우리의 눈 앞에는 세찬 모래폭풍이 불고 있었다. 고글 덕분에 시야는 확보되고 있 었고, 서로의 위치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약 10분쯤 뒤엔 무멘트라 의 방풍용 성벽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일행은 출발하기전에 미리 사막 여행자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 사막의 의 상을 갖춰입었다. 그리고서 난 무멘트라에서 대략 30분쯤 되는 거리로 텔레포트를 하였는데, 때 마침 모래폭풍이 우리에게 닥친 것이다. 그래도 방향감각은 그럭저 럭 발달되어 있어서 이런 고약한 시계에서도 무멘트라를 향해 일행을 인도할 수가 있었다. "아빠! 이 모래바람 좀 잠재우면 안돼요?!" 나미아는 바람에 날려가려는 방풍복의 옷깃을 꼬옥 거머쥐면서 말했고, 난 고개 를 저었다. "안돼! 아무리 시계가 나빠도 무멘트라 경비병들의 시선을 끌게 될거야! 그리고 그들은 모래폭풍을 숭배해!" 마법을 사용한다면야 모래바람을 잠재우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랬다간 시선끌기 딱이다. 게다가 모래폭풍은 사막민들에게 있어서 길한 징조다. 한차례 모래폭풍이 지나가면 비가 내릴 확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들은 모래폭풍에 대항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약 마법으로 모래폭풍을 잠재웠다가는 무멘트라에 거주하는 모든 사막민 들의 시미터와 분노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나미아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는 방풍복을 더욱 거세게 여미었다. "저기 보여요!" 미리안이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길게 펼쳐진 성벽이 눈에 띄었다. 지독한 시계군. 10분 거리인데 이제야 보인다는 거야? ---------------------------------------------------------------------- 이번의 배경은 사이에그롭의 사막입니다. 매쉬암도 전면으로 드러나기 시작하고요. 체리랑스가 활동을 시작합니다. 어떤 캐릭터 일지는 두고봐 주세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05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지독한 모래바람을 뚫고서 우린 무멘트라의 성벽 앞까지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 나저나 성문은 대체 어디있지? 이런 최악의 시계상황에선 쥬얼 새터라이트도 전혀 쓸모가 없다. 열탐지 기능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이런 뜨거운 모래바람의 속에서는 사람의 체온쯤이야 그냥 묻혀버린다. 그래서 우린 평범한 여행자의 흉내를 내기로 하고는 성벽을 따라 오른쪽으로 주욱 걸었다. 흠… 무멘트라의 성문이 어디있는지 도 모르고 그냥 위치만 잡아서 텔레포트 했더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군. "동쪽하고 서쪽에만 성문이 나있는것 같은데요?" 1시간 쯤을 걷고서 성문이 나오자 미리안이 태양의 위치를 보고는 말했다. 그리 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쩌업, 괜히 북쪽이나 남쪽으로 텔레포트를 해서 생고생 을 하다니, 앞으로는 이런것도 잘 알아보고 다니지 않으면 안되겠군. 그렇다면 여 기는 서문인가? 성문은 모래폭풍때문에 닫혀져 있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이런 악조건의 상황에서 여행하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되랴?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여행을 해야만 하는 어 쩔 수 없는 경우에 속한다. 그래서 나는 성문의 옆쪽에 있는 1 세제곱 피트의 작 은 쪽문을 두들겼다. 탁탁탁!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가 다시 쪽문을 세개 두들겼고, 그제 서야 안쪽에서 뭔가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끼익. "누구시오?" "아, 예. 여행자입니다!" "여행자요? 이런 모래폭풍속에서? 혹시 자살하려는건 아닐테고, 어라? 하나 둘이 아니네요? 단체로 자살하기로 작정한거요? 어어? 어린애까지?" 경비병으로 보이는 사내는 콧수염이 멋지게 나있었고, 머리엔 터번을 두르고 있 었으며 사막민족 답게 억센 사막의 언어로 말했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했고, 콰이헤른은 알아듣는 모양인지 머리를 긁적였고, 라스킨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미아와 오디는 매우 피곤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런건 아니고, 이곳이 목적지입니다.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그러시오. 그리고 웬만하면 이런날씨의 여행은 삼가는게 좋소" 그리고 쪽문이 닫혔고, 쪽문이 달려있던 큰 문이 열렸다. 우리는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고, 경비병은 우리가 다 들어오자 얼른 문을 닫았다. 휴우, 지독한 모래바 람이었어. 뭐, 이 안쪽도 그리 좋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일단 각자 신원을 증명해줘야 하겠는데… 흠, 크흠. 북부인들?" 그는 우리들에게 말을 하다가 우리들중의 상당수가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 채고는 약간 어색한 어투나마 공용어로 말했고, 나는 고글을 벗고, 흰 색의 두건은 제끼고는 말했다. "예. 북부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저와 저기 저 친구 외에는 사이에그롭어를 알아 듣지 못합니다" "그거 문제군. 여기가 목적지? 상당히 불편할 것" 여기가 목적지라면 상당히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나는 일단 상대에 게 편한 언어로 이야기하자고 제안하고 싶었다. "음… 일단 제가 통역을 할테니 그냥 사이에그롭어로 이야기 할까요?" "그러는게 좋겠소. 이거 나이를 60살이나 처먹어도 북부어엔 영 익숙해지지 않아 서 말이야. 뭐… 일단 각자 가진 무기하고 이름을 적어주시오. 여기가 목적지라 면 무슨 목적이요? 암만 봐도 상인은 아닐것 같은데, 누굴 찾아오셨소?" "예. 머기 마르티구스씨과 그의 부인 되시는 라니안느 마르티구스씨를 찾아왔습 니다" "응? 머기?! 당신들이 그 '손님'이요? 그러고 보니 분명 그 일행의 리더격이 긴 붉은 머리라고 했는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오?" 호오? 머기가 의뢰로 이름이 알려져있는 것인가? 나는 경비병이 나의 이름을 알 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이름을 묻는 것으로 나의 신원을 파악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페이그니스씨요?'라고 하면 상대가 가짜라도 쉽게 긍정해버리면 되는 것이니까. 흠… 나이 60을 헛먹은 사람이 아니군. 나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대답했 다. "페이그니스입니다" "역시! 당신들이군. 검문 절차 필요 없으니 들어가시오. 머기군의 집은 4번 블록 의 3가 21번지인데, 여기서 직진해서 오른쪽 세번째 블록으로 들어가면 쉽게 찾 을 수 있을 것이요. 집마다 문패가 있으니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가진 말길 바라 오" "아, 감사합니다" "뭘. 즐거운 여행 되시오" 우리는 바깥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세찬 모래폭풍이 불고 있는 도시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이렇다 보니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거의다 비슷비슷 했 다. 흰색이나 혹은 갈색의 방푹복을 머리에서 발 끝까지 두르고는 빠름 걸음으로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상점들도 대부분은 영업 중인 것 같지만 문은 닫고 있었고,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아마도 사 람들은 이런 날이 올 거란 것을 예측하고서 미리미리 물건을 집에 비축해두기 때 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흠… 이런 날씨에서도 물은 어떻게 잘 비축해두고 있을지 모르겠군. 우리는 도시관광은 뒷전으로 밀어두고서 일단 머기의 집을 찾아서 경비병이 말해 주었던 순서대로 걸어갔다. 어라라? 의외로 부자동네잖아? 우리가 찾아온 4번 블 록은 큰 저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장소였다. 평범한 집에 살고 있을 것 같았는데? 뭐, 우리집에 비하면 다들 작지만 말이야. 하하하핫!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머 기의 집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제일 먼저 찾아낸 것은 오디였다. "아버님. 저쪽. 저기에 마르티구스가(家)라고 써있는데요?" "어? 그렇군" 오디가 가리킨 방향은 약간의 정원까지 딸려있는 큰 집이었는데, 철창살로 만들 어진 문 옆에는 '마르티구스가'라고 쓰여있는 쇠판이 있었다. "어떻게 들어가죠?" 라스킨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앞을 지키는 사람도 없는데, 저기를 어떻게 들어가야하지?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는 일단 가까이 다가갔다. 대략 6야드의 길 이를 가진 철창살문은 마차 두대가 나란히 들어가기에 적당한 크기였다. 창살문을 지탱하는 돌기둥의 위에는 돌로된 구슬이 얹혀져 있었다. 평범한 디자인이군. 나 는 무쪽에 가까지 다가가서 창살을 잡아보았다. -누구십니까? "에? 뭐, 뭐야?" "라이니시스! 저기요!" 미리안은 돌기둥 위에 얹혀진 돌구슬을 가리키며 말했고, 나는 고개는 갸웃했다. 저기서 이야기가 나온 거라고? 나의 의문은 금새 해소 되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이런 악천후라 밖에서 맞이하지는 못합니다. 이곳은 마르티 구스 가문의 본가이며 현재의 가주는 머기 마르티구스이십니다. 무슨 용건이시 죠? "에… 그러니까 머기씨의 연락을 받고 온 페이그니스라고 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들어오시죠 목소리가 그치자 창살문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문이 열렸다. 흠… 머기와 라니안 느의 마법인가? 아니면 레펠마 이후부터 축적해온 마르티구스가의 마법인가? 아무 튼 나쁠것은 없었기에 난 문이 열리자 사람들을 이끌고는 저택으로 다가갔다. 그 건 그렇고, 모래폭풍이 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정원이라니, 이거 웬만한 사치가 아니잖아? 그래도 그렇게 큰 사이즈는 아니군. 레리첸트의 귀족들이 가진 정원에 비하면 이런 크기는 정원의 축에도 들지 못하지. 어쨌든 나와 일행은 저택의 입구 에 서게 되었다. 저택의 앞에는 한 여성이 나와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마르티구스 가문의 저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주님과 마님께 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오세요" 그녀는 문을 열었고, 우린 각자 고글과 방풍복을 벗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는 일단 텁텁하게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바깥과는 달리 시원하고 쾌적했다. 우리 가 들어서자 하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와서는 우리의 방풍복과 짐을 받아들었다. 짐은 모래를 털어내고서 방으로 보내준다 하였고, 우리는 거실로 안내되었다. "방풍복을 상당히 잘 입으실줄 아시는군요. 방풍복의 안까지 모래가 한톨도 들어 오지 않은 것을 보면요" 우릴 안내했던 여성은 우리가 따로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되는 모습을 보면서 약 간 놀라는 것 같았다. 뭐, 잘 입는다기 보다도 방풍복 자체가 마법적으로 만들어 져서 안으로 모래를 들여보내지 않으니까.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마실거를 내오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자리에 앉아 그녀는 허리를 숙여서 인사하고는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리 고 우린 편히 소파에 몸을 묻고는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조금 놀랍군. 머기와 라니안느라면 작고 아담한 집을 꾸몄을 것으 로 생각했는데 말이야" "예. 하지만 머기는 마르티구스 가문의 후계자 였어요. 그 규모를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겠지요. 조금 놀라운 기분이군요" 에실루나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미아는 더위에 지쳤는지 소파에 몸을 묻고는 거의 헤롱거리는 상태였다. "나미아님. 괜찮으세요?" "하아… 안 괜찮아…" "음… 레드 드래곤의 기운이 있다면… 원래 더위에 강해야 하는거 아니에요?" "…어라? 생각해보니 그렇네. 음…! 맞아. 안 더워!" 나미아는 이제서야 깨달았다는 듯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나미아야. 내가 너의 본인을 풀어주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적어도 네가 무슨 힘을 가지고 있는지 자 각을 하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니? 나미아는 이제서야 팔팔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정작 퍼진 사람은 라스킨이었다. "라스킨. 넌 또 왜 그래?" "제가 살던 곳은 툰드라입니다… 덕분에 이런 더위는 겪어보질 못했어요…" 음… 기후 탓이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다. 마법적인 더위라면 자동적으로 마법방 어가 일어나기 때문에 덥지 않지만, 이런 자연적 더위에는 툰드라의 늑대왕도 다 운되어 버리는군. 척 보니까 콰이헤른은 마법을 사용해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고, 두명의 엘프들은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니까 그냥 날씨에 상관없이 무덤덤 한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우릴 기다린다던 두명은 왜 안 나오는거야?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오랜만에 뵙네요" "…오랜만" 생각하자마자 등장한 저 둘은 우리가 그런 의문을 품을 시간을 재고서 오지 않았 나 하는 괴상망측한 생각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둘의 의상은 사막 민족 특유 의 옷을 입고 있었다. 음… 둘 다 잘 어울리는군. 아니, 저 둘은 원래 사이에그롭 출신이었지? 그건 그렇고… 라니안느? "라, 라니안느…? 말을 상당히 잘 하시게 되었네요?" "제 성격이 좀 그래서… 집을 제외한 장소에서는 제가 말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께 이상한 기분은 안겨드리게 되었네요" 그러면서 라니안느는 생긋 미소지었고, 나와 그녀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 라고 있었다. 집을 제외한 장소에는 말을 잘 안한다고? 이걸 뭐라고 해야하나…? 라니안느는 얼굴을 조금 붉혔고, 머기와 함께 상석에 자리했다. 나는 라니안느의 성격이 어쨌든 일단 인사부터 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결혼식때 이후로 처음 뵈는군요" 머기와 라니안느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인사를 했 고, 나는 그들과 안면이 없는 콰이헤른을 인사시켰다. "이쪽은 콰이헤른이라고, 제가 인정하는 마법사입니다. 더블 캐스트까지 할 수가 있는 마법사지요" "처음뵙겠습니다. 콰이헤른 투플레인입니다. 두분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내가 인정한다는 말과 더블 캐스터라는 말에 머기와 라니안느의 눈에서 빛이 번 뜩였다. 마법에 대한 추구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군.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식목일이었는데 나무는 심으셨나요? 전 나무를 심지는 않고 구경하러 다녀왔습니다. 꽃놀이를가서 보라는 꽃은 안보고 꽃이 되었지요. 핵빛을 쬐며 비타민 D를 만드는 광합성을 했습니다. 시체놀이가 시체를 구경하는 놀이가 아니듯이 꽃놀이는 꽃을 구경하는 놀이가 아닌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그 결과, 열심히 꽃됐습니다. 하하핫.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06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페이그니스씨가 인정하시는 마법사시라니… 나중에 저희와 대화라도 나눠보심이 어떠하신가요?" 라니안느는 호기심에 들뜬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고, 조용히 있었지만 머기도 비 슷한 표정이었다. 콰이헤른은 나의 소개에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라니안느 의 말에 나를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이거 왜 이러시나. 600년이나 나 이를 먹었으면 이제 후학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수 할 줄 알아야지. 나는 뻔뻔스 럽게 그의 시선을 무시했다. "너무 과장된 소개 같은데…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콰이헤른은 말을 끝내면서 나를 한번 노려봐주었고, 나는 생긋 웃어주었다. 미안 하게 되었다네. 하지만 사실인것을 어쩌나? 여태까지 내가 맞선 상대 중에서 너만 한 상대가 없었다고. 그 둘은 나미아의 놀라운 성장과 오디에 대해 상당한 호기심을 내비치었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보다도 난 저 둘의 결혼식을 제국의 수도에서 보았 기에 이런 저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레펠마 이후 만들어온 마르티구스가 의 힘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나 할까? 무빙 캐스터를 내놓는 가문이니 만큼 여러 가지 뭔가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서, 보내주신 책은 잘 읽었고, 매우 흥미로왔지만 세 상엔 알려져서는 안되는 물건이더군요. 일단 번역본은 제 배낭에 있습니다. 원본 도 같이요. 지금쯤은 모래를 털고 있으리라 생각…" 우당탕! 콰강! 쾅! 내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뭔가 엄청난 소리들이 들려왔다. 여기하고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엇는데, 뭔가가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지는 듯한 소리였다. 응? 뭐지? 미 리안은 뭔가가 생각났는지 라니안느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저기… 혹시 물건들의 모래를 털때… 배낭도 열어서 터나요?" "네. 하지만 손님에 대한 프라이버시는 확실하게 지켜지니 안심해도 좋아요. 그 런데 왜 그러시죠?" "페이그니스… 당신 배낭이예요. 배낭을 열어서 안에 있는 것을 털어낸 모양인데 요?" 미리안은 약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순간 얼이 빠졌다. 자, 잠깐. 내 배낭을 열어서 어쨌다고?! "우와아악! 큰일이다!" 나는 일어나서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냅다 달렸다. 저 무한 배낭에 담아둔 물 건만 해도 몇백갠대! 그것을 털어냈다고? 위험하잖아! 배낭에 의한 소동은 금방 끝났다. 단지 손님들의 물건에서 먼지를 털어내고자 했 던 하인과 하녀 몇이 조금 놀라고, 갑작스레 몰려온 물건들에 약간 다쳣을 따름이 다. 다친것도 그렇게 심한 상처는 아니라서 내가 힐링포션을 쥐어주어서 치료하게 끔 했다. 그리고 배낭에서 나온 물건들은 전부 도로 배날속에 집어넣었고, 내 배 낭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하인과 하녀들은 보는 사람이 미안해질 정도로 허리를 깊숙히 숙여가면서 사과했다. 배낭에서는 참 여러가지 물건이 나왔다. 식량과 장작, 텐트, 침낭을 비롯하여 각 종 야영물품과 옷가지들, 그리고 악기들을 비롯해 1개 중대를 무장시킬 수도 있을 것 같은 무기들에 기타등등의 것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으니 배낭을 담당하던 하 인은 얼마나 놀랐을까? 처음에는 배낭을 열어서 물건을 꺼내려고 했는데 배낭 안 이 시커먼 어둠밖에 없어서 한번 뒤집어 보았다는 하인의 증언에 따라 나는 앞으 로는 뒤집어도 물건이 나오지 않게끔 하는 기능을 추가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일 련의 소동이 끝나고 나서, 우린 다시 자리에 모여서 시원한 허브 티를 마시며 이 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것이 번역서입니다. 원본은 여기있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대단하더군요" 나는 내용을 따로 설명하지 않고서 간략하게 간추린 내용이 적인 종이도 따로 건 네주었다. 번역본의 양에 질린다는 표정을 하고 있던 머기와 라니안느는 간추림본 을 보고는 다행이란 표정을 짓고는 그것을 읽었다. 읽는 동안 약간의 시간이 흘렀 고, 나는 시원한 차를 마시면서 기다렸다. "놀랍군요. 무멘트라의 근처 사막속에 고대에 제일 크게 번성한 도시가 그 병기 와 같이 잠들어 있다니… 그리고 이게 매쉬암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의 손에도 들 어 갔다는 것이 불안하네요. 비록 같은 책이라고 보기는 좀 이상하지만, 겉표지 만큼은 같았다고 구입한 곳에서 그랬어요" 라니안느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러고보니, 그 책이 이 책과 같은 것인지는 모르 겠다. 하지만 표지가 같다니, 아마 한꺼번에 나온 책들 중에서 두권의 같이 보관 되어졌을 수도 있다. 고대의 전쟁과 몇천년을 버텨온 책에 일단 칭찬을 해주고서 매쉬암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다. "아마 여태까지로 봐온 매쉬암의 성격상, 이번 일에도 개입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인원이 오진 않을것 같군요" 나는 생각한 바를 말했고, 머기와 라니안느는 의문을 담은 시선을 보내었다. 대 규모가 아닐거라는 말 때문인가? 어쨌든 나는 말했다. "아마 저들은 정보의 신빙성을 따져보고서 일을 시작할 것입니다. 먼저 탐색대가 출발하겠지요. 매쉬암을 총괄하는 체리랑스가 어디있는지 모르지만서도 벌써 그 곳에 기지를 세운다거나 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음… 저들이 고대어를 번역할 수 있다는 것도 보장 못하지 않나요?" "글쎄요. 그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번의 그 유적지에서의 사건을 떠올려 보세요. 그들은 고대어를 번역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벌써 7년전 의 이야기니, 인재의 확보가 얼마나 더 진행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난 일단 그들이 책을 받자마자 나 정도의 속도는 아닐지라도 꽤 빠르게 책의 번 역을 끝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그 사실-에 가까운 가설-을 전제로 깔고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 크게 틀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이치에도 맞으면서 부담도 덜 되지. "그렇다면… 아직은 시간이 있군요" "그렇습니다. 적어도… 이 모래폭풍이 그치기 전까진 매쉬암도 쉽사리 움직이진 못할 것입니다. 그들도 사람이 다니지 않은 사막에는 어떤 괴수들이 있는지 충분 히 알고 있을 테니까요. 모래폭풍속에서 그들과 맞닥뜨리고 싶진 않을 것 아닙니 까?" "하긴" 머기는 짧게 긍정의 대답을 함으로써 나의 의견에 동조해 주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사막에는 그곳을 지배하는 괴수들이 있지. 예를 들자면 낙타를 주식으로 삼 고 그 위의 사람을 간식거리로 삼을 수 있는 자이언트 샌드 웜(Giant sand worm) 이나 그 자이언트 샌드 웜을 사냥해서 먹고 살아가는 빅 데저트 비틀(Big desert beetle)의 무리가 대표적이다. 자이언트 샌드 웜의 크기는 길이가 12야드에 징격 이 2야드나 되는 엄청나게 큰 환형동물로서, 육식이라는 식습관 때문에 몬스터로 분류된다. 그리고 그런 녀석을 사냥하는 빅 데저트 비틀은 일반 딱정벌레를 수백 배 키워둔 크기로서, 그 단독개채만 하더라도 사람은 가뿐하게 먹어치운다. 길이 는 대략 3야드에 지상에서 똑바로 서면 그 놈이가 4야드가 된다. 다리만 해도 단 단한 키틴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한번 채이거나, 혹은 찔리면 죽음을 각오해야 한 다. 그래도 이들은 자신의 영토를 잘 지켜나가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로는 나오지 않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사막에서 제일 조심해야할 존재는 브라운 드래곤(Brown Dragon)이다. 거대한 사막의 용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존재들은 인간들과 그 외 유사인간들을 모두 하나의 종류로 분류해둔다. '먹이'로 분류되어있는 인간이나 엘프들과는 대 화하지 않으려 한다. 생각해보라. 자기 집에서 식용으로 기르는 소와 돼지, 닭과 이야기하는 사람이 얼마나 이상하게 보이는 지를. 브라운 드래곤은 그런 녀석들이 다. 비록 지성이 있다고는 해도 이들은 사나운 짐승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녀 석들은 날개가 없어서 날지를 못한다. 거기에다 드래곤의 모습일때는 모두 앞발에 물갈퀴처럼 생긴 막이 있어서 땅을 파고 다닌다. 이들의 별명이 뭔지 아는가? '두 더쥐 도마뱀'이다. 땅을 파고 이동하는 이들은 상당히 조용하게 이동한다. 웬만한 희생자들은 녀석들이 오는 것도 모르고 잡혀 죽는다고 한다. 이들의 레어는 땅속 1000피트 깊이에 여러개의 방을 반들어 두는데, 쉽게 말해서 두더쥐 굴이다. 그 외에도 사막에는 블루 드래곤도 사는데, 그나마 이들하곤 조금 대화가 된다. 브라운 드래곤의 경우엔 내가 데리고 있는 동료들 때문에 대화도 통하지 않을 것 이다. 블루 드래곤은 보석을 내주면 좋아하지. 내 레어에서 조금 떼주면 치명적인 충돌은 피할 수 있다. 내가 워낙에 어리기도 한 까닭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드래 곤들끼리 싸워서 일족간에 불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 상대가 나랑 싸우자고 달 라 붙기 시작하면 싸워줄 수도 있지. 최소한 지지는 않을 자신이 있다. 대충 이런 정도다. 사막은 그 기후만큼이나 위험한 곳이지. 극한의 기후에서 살 아가는 존재들은 대개 그 기후 때문에 강해지기 마련이다. 사막의 몬스터들은 온 대지방의 몬스터들보다 몇배 이상 강하며, 그런 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살아가는 사막의 유목민들은 개개인이 훌륭한 전사다. 뭐, 제국이 싸움을 걸었음에도 불구 하고 그것을 훌륭히 물리쳐낸 이들이니 말 다했지. "일단 모래 폭풍이 그친 다음에 짐을 챙겨서 책에 나와있는 장소로 가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설마하니 지금 가잔 소린 안하겠지요?" "안해" 머기는 짧게 딱 잘라 말해서 부정했다. 그렇다면 모래폭풍이 그치고서 움직인다 는 소리가 되는군. "모래폭풍이 그치고 3일 뒤에 출발하는게 좋겠어요" 라니안느는 나의 생각을 부정하는 말을 꺼냈다. 3일 후? 어째서? 준비할 물건들 이 따로 있는건가? 나는 고개를 갸웃했고, 라니안느는 웃으면서 말했다. "모래폭풍이 그치고 나면 비가 내리거든요. 이번엔 좀 큰 비가 내릴 것 같아요. 비내리는 사막에서 여행하는 것도 그리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아, 그렇군요. 그러면 비가 그치는 대로 움직이는…" "안돼" 나의 말을 중간에 머기가 잘라먹고 들어왔다. 비가 그치는 대로 움직이는게 안된 다고? 어째서?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또 무슨 일이 있는건가? "축제" 머기는 딱 한마디만을 꺼내었고, 나는 그의 말에 대체 무슨 뜻이 있을까 고민했 다. 축제? 축제가 뭐 어쨌는데? "열린다" ……축제가 열린다…고? 나는 순간 황당한 표정이 되어서 머기를 바라보았고, 머 기는 그 특유의 무표정으로 '뭐 어쨌다고?'란 시선을 보내주었다. 이, 이봐! 지금 축제 때문에 일정을 늦추자는 소리야? "축제가 있어요? 재미있겠다! 엄마! 나미아 축제 구경하고 싶어요!" "그래. 재미있겠구나. 축제 구경하고 가는 것도 괜찮겠네요" "리이나와 베르힌츠에게 선물이라도 사갈까나…"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축제가 있다는 소리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황 당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이사람들이…! "그럼… 축제 구경하고 떠나는 걸로 하죠?" "나미아는 찬성이예요!" "저도요!" "좋은 생각이에요 라스킨" 라스킨이 못을 박듯이 말했고, 사람들은 일제히 찬성하고 나섰다. 여기서 나 혼 자만 안된다고 하면 순식간에 왕따가 될 분위기였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손을 들고는 찬성이라고 말해버렸다. 그래… 맘대로 놀아라. 퓨후우…… ---------------------------------------------------------------------- 오늘 연재도 무사합니다. 라니안느는 집 이외의 장소에선 어떠한 사람에게도 낮을 가리는 특이한 성격임이 드러났습니다. 저렇게 있다가 집밖으로 나가면요? 아마 예전의 말버릇으로 돌아가겠지요. 머기는 원래 말을 짧게 하는 성격이니.. (짧아도 너무 극단적이야) 그리고 아직 연락이 오진 않았지만 곧 6권이 나올듯 합니다. 앞으로.. 1주일에서 2주일..? 어쨌든 이번달 안에 하나 나온다는 것이지요.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다시 뵙도록 하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07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쏴아아아아… 사막국가인 사이에그롭에서 일년에 몇번 보지 못할 비를 보게된 나는 행운아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머기의 집에 들어오고 나서 하룻밤을 보내자 비가 내렸기 때문이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기억으로는 새벽중에 내리기 시작 했었어. 라니안느의 말로는 이 비는 하루 종일 내릴 거라고 한다. 어제와 같이 거 대한 모래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한차례의 비가 쏟아 지는 것이 사이에그롭의 기후 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아주 평범하지 않은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사막의 기후에 맞춰진 가옥들 위로 쏟아지는 장대비는 이질적인 느낌이 들 정도다. 그래 도 저런 물들이 전부 지하로 흡수 된단 사실은 굉장한 일이야. 사막의 모래는 물 을 잘 빨아들여서 순식간에 최 하층에서 흐르는 지하수로 통과시킨다. 따라서 이 렇게 비가 내려도 내일 정오쯤 되면 사막은 다시 보송보송한 모래들이 깔리게 된 다는 소리. 사람들은 그런 물을 지하로 흘려보내기 전에 먼저 받아내려는 것인지 집집마다 물받이 그릇을 내놓고, 빗물을 모아서 물탱크에 저장해두는 장치가 집집 마다 풀 가동중이다. 그것도 보자라서 깔대기나 판자를 모아서 하늘을 햘해 놓고 빗물을 받는 모습을 보면 저러다가 제공권을 둔 싸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 각이 든다. 이곳 제 4블럭 3가는 그렇게 빗물을 모으지 않아도 되는 장소지만, 이 곳에서 보여지는 2가나 1가, 4가의 모습은 물을 얻기위한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어쨌거나 물은 사이에그롭에선 문자 그대로 '생명의 원천'이니까. "체크" "우웃?!" 라스킨은 머기의 나이트가 자신의 킹을 노리자 얼른 표정을 바꾸고는 어떻게 해 야 효율적으로 킹을 움직여서 피해가 적게남과 동시에 상대방 진영에 공격을 가할 수가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나와 마찬가지로 멍하니 비가 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지. 나는 피식 웃어주고는 다시금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광경을 보고자 한다면 앞으로 수백번도 더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 순 간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사막 도시의 위로 내리는 비는 그만큼 신비로움을 가지 고 있다. 뭐, 이런저런 일들을 떠나서 덥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환영해주고픈 기분 이다. "데저트 네일(Desert Nail)!" "아앗? 그런…" 나미아와 오디는 현재 카드놀이를 하는 중이다. 사막의 유목민들이 길고 추운 사 막의 밤을 버텨내기 위해서 만들 수 많은 놀이중에 하나인데, 이름은 오아시스라 고 한다. 일정량의 포인트를 가지고 시작해서 상대방의 포인트를 깎으면 되는 것 이라나? 전투적인 요소가 들어있어서 긴장감을 가지고 투쟁심을 불러일으켜서 몇 판이고 하게 하는 것 같다. 저것만 봐도… 벌써 32판째 하고 있는 건가? 나미아의 지금까지의 전적은 10승 22패다. 얼핏보면 나미아가 오디를 능숙하게 제압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상대의 숨통을 조용히 죄고 들어오는 오디를 보면서 나미아는 점점 오기를 불태우는 중이다.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오디가 한참 실력 이 딸리는 나미아를 상대로 잘 놀아주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저걸 영리하 다고 해야 하는지 영악하다고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군. 우르르릉… 하늘이 울고 있다. 얼씨구? 이젠 천둥까지? 나는 피식 웃었다. 뭐, 이런거야 당 연한 현상이겠지만 말이야. 나는 물받이 통을 교체하러 나오는 사람 외의 다른 사 람들이 나다니지 않는 도시의 풍경을 보면서 여러개의 상념에 빠져보았다. 매쉬암은 이번에 어떻게 나올 것인가? 흠… 장담할 수는 없어도 그들이 내가 가 진 것과 같은 책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그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사막의 몬스터 들과도 대적할 수 있는 소수 정예의 인원으로 탐색을 보내올 것이다. 아무리 일찍 온다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이 비에 묶이고, 축제에 묶일 것은 당연하다. 아, 축 제에 왜 묶이냐고? 그건 무멘트라에서 열리는 축제의 강제성 때문인데 일단 축제 기간동안 도시에 발을 들여놓으면 나가는 것은 절대 허용되지 않거든. 축제를 즐 기던 즐기지 않던 상관하지 않지만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아. 이유 를 말하자면, 이것은 일종의 미신이라서. 즐거운 일을 함께 할때 그곳에서 빠져나 가면 그 사람을 따라서 행복도 같이 빠져 나간다는 사막의 미신이다. 그런 이유로 사이에그롭의 어떠한 집이든 잔치가 열렸을때 손님이 귀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한 예의로 여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매쉬암이 아무리 빨리 오더라도 우리를 앞지 를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머기가 말하려 한다는 나미아에 대한 일은 대체 무엇일까? 머기는 분명 나미아에 대해서도 뭔가 말할 것이 있으니까 번역을 하는대로 와달라 그랬다. 그런데 머기 는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분명 내가 봐도 나미아가 지닌 선천적인 능력은 신비롭다. 그렇지만 나의 세계관에선 그다지 납득하기 힘든 일도 아니라서 인정하 고 지내는 중이고, 미리안이나 에실루나도 그냥 '그렇구나'하면서 고개를 끄덕거 릴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 능력 자체가 상당히 신기하지만, 그것 때문에 사랑 스러운 딸을 의심하거나 하고 싶진 않다. 머기도 그것을 알기 때문에 주저하는 것 일까? 싸이를 불러내서 그의 머리속을 읽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그만 두자. 자기 가 말한다고 했으니까 언젠간 말 하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 우리 마누라들은 대체 어디 있는거야? 라니안느의 버 릇이 들통나면서 미리안은 물만난 고기처럼 라니안느와 쉴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거기에 에실루나도 조용하게 끼어듬으로써 세명의 아녀자들은 의기투합하 여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그리고서 대충 다섯 시간 정도 흘렀다. 집이 좀 크다보 니까 그녀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렇다고 찾으러 가기도 그렇다. 어차피 이 비 때문에 집안에 있을 것이고, 내가 여기서 몇시간째 계속 지 켜보고 있었는데, 집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면 대체 이 집안에서 무엇 을 하고 있는걸까? 개인적으로는 세번째의 상념에 신경을 쏟아 부으면서 다는 표정으로만 태연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정말 지루하군. 캔버스하고 이젤을 두고서 그림이 나 그려볼까? 이 정도라면 멋진 풍경화가 나올텐데 말이야. 음… 그래. 결정했다! 그림이나 그리자!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것으로 나의 결정에 만족하고는 배낭이 있는 소파로 움직였다. 머기와 라스킨, 나미아와 오디는 각자의 일에 심취해 있었 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선 그다지 신경쓰지를 않았다. 나는 배낭을 가지고서 창문의 가까이에 자리잡고는 분해되어있는 이젤을 꺼내서 조립하고, 적 당한 크기의 캔버스와 유화 물감, 붓, 팔레트를 꺼내었다. 아, 그 전에 먼저 연필 을 꺼내서 스케치를 할 준비를 했다. "응? 아빠. 그림 그려요?" "그래. 가만히 있으려니 심심해서 말이야" 나미아는 잠시 관심을 표했다가 다시 오디와의 전투 준비를 갖추었고, 머기는 나 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의 킹이 라스킨의 비숍에 포착되자 다시 체스판으로 신 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나는 연필을 들어서는 가볍게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스삭스삭… 울퉁불퉁한 캔버스의 위로 흑연이 깎이면서 그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흑연이 제 살을 깎으며 지나간 자리에는 검은 선이 남았고, 그 검은선들은 다른 선들과 어울 려서 훌륭한 스케치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손을 빠르게 놀려서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저 여유를 즐기고자 하는 일이니까 조급하게 그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 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창문과 그 밖으로 보이는 사막의 도시 위로 내리는 비이고, 비는 어떻게 스케치로 할 수가 없고, 도시는 움직이지 않으니 천천히 그 려도 상관없지. 앞으로는 할 일이 없으면 그림이나 그려볼까? 그거 나름대로 재미 있겠군. 나는 계속 손을 놀렸다. 그리고 스케치가 거의 끝나갈 무렵, 내가 궁금해 하던 그녀들이 뭘 하고 있었는지 밝혀졌다. "쨔잔! 스페셜 디럭스 사이즈 파이 등장!" 미리안이 쾌활하네 문을 열고 나타났고, 그녀의 뒤로 라니안느와 에실루나가 둘 이 힘을 합쳐서 거대한 파이가 얹혀진 쟁반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직경은 거 의 1야드가 넘었고, 두께만 해도 1/2 피트정도 되어보이는, 미리안의 말 대로 디 럭스 사이즈의 파이였다. "뭐, 뭐야 그건?" 나는 눈을 크게 뜨면서 물었고, 미리안은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보시는 대로에요. 디럭스 사이즈의 파이죠. 들어간 재료는 사과. 따라서 저것은 디럭스 사이즈의 애플파이가 되겠네요" 파이에서 나는 향기는 약하지만 사과향을 풍기고 있었다. …다섯 시간동안 저걸 만들고 있었다는거야? 뭐랄까…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는 있지만… 그렇게 크게 만들 이유는 없잖아? "…크다" "정말로요…" 에실루나와 라니안느가 그것을 소파 앞의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서, 카드놀이를 팽개치고 온 나미아와 오디가 달려들어서 보고는 꺼낸 말이다. 정말로 컸다. "왜 이렇게 크게… 만드셨죠?" "침넘어가는 모습으로 그렇게 말 하면 설득력 없어보여요. 뭐, 특별한 이유가 있 어서 이렇게 만든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거에요" 라스킨에게 핀잔을 주고서 미리안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어쩌다 보니 만 들어졌다고? 미리안아. 너는 지금 어게 '어쩌다'만들 사이즈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 '어쩌다'만들게 된 사정을 듣고 싶었다. "그래.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들어보도록 할까?" "그러니까 말이죠…" 미리안의 설명은 이렇다. 다른 요리들에 대해선 어느정도 일가견이 있지만, 파이 류는 잘 만들지 못한다는 라니안느를 도와주고자, 두 엘프 여성이 평소의 실력을 발휘해서 옆에서 도와준 것이 시초였다고 한다. 하지만 만드는 것 마다 맛은 괜찮 았지만 모양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라니안느의 치명적 결함은 그녀들로 하여금 그 녀를 갱생시키고자 하는 확고한 목표에 도전하게끔 했지만, 그 목표 달성 후에 남 는 잔해물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그녀들은 실패 작으로 남게된 파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한 끝에 저렇게 하나의 파이로 합쳐서 만 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저 파이의 안에는 여러장의 실패한 파이들이 들어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것이냐. 헌데, 좀 심했다. 이걸 어떻게 다 먹…. 라스킨. 미안하다" 나는 라스킨을 과소평가 했다는 의미로 그에게 사과했다. 저걸 어떻게 다 먹겠냐 는 말은 그의 눈에서 불타는 열의에 수그러들 수 밖엔 없었다. 나는 연필을 이젤 의 받침대 위에 올려두고는 파이를 시식해보기로 했다. 휴우, 괴물이군. 나는 앞 으로 맞닥뜨리게 될 사막의 괴물 보다도 나의 위장이 맞닥뜨리게 될 저 파이 괴물 에 대해서 먼저 걱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히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하핫. 이것 도 나름대로 즐겁군. 하지만 미리안이 레어에서 이런 것을 만들겠다고 한다면 절 대로 거부해 주겠어. 이런 경험은 역시 여러사람이 함께 있을 때가 즐거운 것이니 만큼 소수의 인원으로는 괴로움을 겪을 경험 따위는 하게하지 말아달라고 해야지. 어쨌거나, 잘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칼을 들어서 파이를 잘라내었다. 웬만한 조각으로도 배가 부를 것 같은 파이에 사람들은 모두 도전정신을 하나씩 가지고서 달려들었다. 특 히 라스킨의 열의는 우리중에서 제일 강했다. 쩌업. 앞으로 쟤 굶기면 큰일나겠구 나. 주의해야겠다.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스페셜 디럭스 사이즈 파이의 원 모델은.. 아직도 있을려나 모르겟지만.. 그 3-4인용이라고 일컬어지던 점보사이즈 피자가 원형입니다. 이탈리아에 가면 7-8인용의 사이즈가 있다고도 하는데.. 흠.. 아무튼.. 굉장히 크더군요. 음음. 시카고 피자라는 물건도 있는데..(메이커가 아니라..) 피다 2판을 상하로 겹쳐서 만든 물건이더군요. 사진으로는 본적이 있습니다만.. 먹는 것엔 도전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08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비가 내린 후에 열리는 축제. 뭐랄까, 이것은 당연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축제이 면서, 단기간내에 급조됨에도 불구하고 훌륭하게 치뤄지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비가 언제 올지 모르고, 축제는 비온 다음날에 열어야 하기 때문인데, 결 국에는 축제를 준비할 시간은 비가 내리는 당일 외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 서 무멘트라의 성우(聖雨) 축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가사의다. "축제용 공예품인가? 저런 것은 매일 만드나보지?" "그렇다는데요? 축제를 위해서 만들어 두었다가 축제가 열리면 들고 나오기 때문 에 그 수량이 축제때마다 다르다네요" 미리안은 라니안느에게서 귓속말로 뭔가를 듣고서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라니안 느의 또다른 신비라면, 귓속말로는 말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이지. 다만, 그런 귓속말이 엘프가 아니라면 듣기조차 힘든 작은 소리라는 것이다. "와아! 오디! 저것봐!" "우와!" 나미아와 오디는 처음 보는 사막의 축제에서 구경을 다니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뭐랄까, 사막의 축제는 지금같은 시간이면 장터의 거대화가 된다는 생각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물건을 팔기위한 곡예나, 공연을 해서 돌은 버는 사람들. 혹은 공 예품을 팔러 나왔거나 간단한 전통 음식을 만들어 파는 모습은 장터를 연상케 하 고 있었다. 대개 이런 축제기간에는 관광객들이 오게 마련이다. 그들을 위해서 판 매하는 의류와 잡화의 모습들은 일반 장터의 규모와 소란을 몇배로 키워 놓은 것 으로 보였다. 뭐, 이벤트를 하기 전의 축제는 항상 이렇지. "오늘의 메인 이벤트는 뭐가 있지?" "음, 네. 음음…. 노을 질 무렵에 도시를 관통하는 대로를 따라 퍼레이드를 한다 는 데요? 사막에서 내려저 오는 설화를 주제로 삼아서 하는 퍼레이드래요. 양쪽 대로에서 사람들이 행진해서는 중앙의 광장에서 만나 군무를 춘다는데요?" "군무? 그거 멋지겠군. 그런데, 그거 연습도 안하고 되는 거야?" "예? 그러고보니 그거 연습 안하고도 돼요? 음… 음. 아, 네. 매일 자신의 자리 를 잡아서 연습을 하는 데다가, 광장에 한 사람, 함사람이 디딜 궤도를 그려둔다 고 해요. 사막의 여인은 주의력과 집중력이 높아서 실수는 잘 안한다고 해요" 미리안은 라니안느의 설명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저러고 보니 무슨 스피커 같다. 푸후훗. 그리고 노을질 무렵이라고 하면… 아직 시간이 굉장히 많이 남아이 다. 축제를 주욱 구경하고서,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작은 이벤트들을 구경하고 다 니다보면 어느샌가 시간이 그렇게 될 것이다. "아… 사람들이…" "우? 꺄악! 페이그니스!" "아빠!" "우웃" "마스터! 주모님!" 어찌된 일인지는 몰라도 갑작스럽게 5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우리와는 반대방향 으로 우르르 몰려갔고, 우리는 그렇게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얼핏 얼핏 본 모 습으로는 라니안느와 에실루나, 미리안과 나미아, 오디와 라스킨과 머기가 뭉쳐서 흩어진 것 같다. 어라라? 나 혼자만 떨어졌잖아? 게다가 다른 사람들은 사람에 휩 쓸리고 이리저리 치여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전부 태양을 막기 위하여 이곳 사 람들이 입는 평상복을 입고 있었기에 육안으로는 식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거기 에다 오늘이 축제이다 보니 화려한 색체가 더욱 더 눈을 어지럽게 했다. 크윽, 이 거 완전히 놓쳐버렸구나. "후우… 뭐야 대체 그 사람들은…" 나는 잠시 사람이 지나지 않는 골목으로 들어와서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온 반대 편으로도 사람들이 지나고 있는데, 역시 그 숫자는 만만치 않았다. 이런곳에서 헤 어져 버리면 어떻게 하지? 쥬얼 새터라이트를 가동시켜서 사람들을 찾는 것이 제 일 좋겠다고 생각한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찌잉 응? 뭐지? 나는 순간 귀에서, 머리에서 뭔가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 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그런 소리를 낼 만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뭐지? 찌잉 난 다시금 나의 머리 속을 울리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조금은 듣기가 싫지 만, 그것 보다도 대체 왜 이런 소리가 나는지 궁금해졌다. 원인이 무엇이며, 무슨 이유로 이런 소리가 내 머리속에 울리는지. 찌잉 한번 더 느껴졌다. 나는 나의 몸이 느끼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같은 상 황에서 망설임은 필요 없었다. 헤어져 버린 사람들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도시 안 에서 위험해질 일은 없다. 나는 사람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 사이를 비 집고 들어가서 향하고 있었다. 찌이잉 좀더 크고, 진하게 느껴졌지만 기분나쁘거나 하지가 않았다. 뭔가가 나를 부르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부른다고? 아니, 그런것 보다도 나의 존재에 대해서 반응 하는 모습 같다. 대체 뭐지? 뭐가 날 부르고 있는거지? 혹은 누가? 찌잉. 찌잉 다니 느껴졌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짧고 두번. 근처에 있다는 뜻의 소리인 가? 나는 두리번 거리면서도 걸었다. 사람들의 속을 헤치고 나아가 나는 점점 어 느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서로 이야기 하는 사람들. 웃으며 떠드는 사람들. 소리지르며 외치는 사람들. 차분히 분수대에 앉아있는 그녀. "…아" 수 많은 사람들의 사이에서 나는 볼 수가 있었다. 어느샌가 나는 중앙광장의 중 심에 있는 분수대의 근처까지 오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신경도 쓰지 않은채 지 나가는 곳에 그 누구라도 한번쯤 바라보고 갈 미녀가 앉아있다는 것과 누구도 그 녀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이상한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 녀는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돌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와는 상반된 흰 피부와 어울 리는 흰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곱게 내리 깔고 있어서 나는 그녀 를 보고 있었지만 그녀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그녀가 뭔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녀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 "…" 그녀는 나를 보면서 내가 그녀를 봤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동그 랗게 뜨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나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채 그녀에게 로 똑바로 걸어갔다. 뭔가 웃는다던가 당황했다던가 하는 표정는 지어야 하는데… 이 무심한 얼굴 근육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는다! 어째서! 그래서 나는 그녀의 앞에 똑바로 섰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말을 하기 위해서 버벅거려야 했다. 겉으로 는 그저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속으로는 대체 뭔 말을 해야 되려 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내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평범하기 그지없 는 말이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 그리고서 침묵. 뭐, 뭔가 대화주제를 꺼내야 하는데! 나는 당황하면서 뭔가 꺼낼 만한 대화 주제가 없을까 고민했다. '사막 국가에서 분수를 보게 되다니, 역시 비 가 온 다음이라 그런가보죠?' '날씨가 덥지 않습니까?' '신비한 아가씨군요' '제 이름은 페이그니스라고 합니다. 그쪽은?' '실례지만 옆에 앉아도 될까요?' '괜찮 으시다면 누구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기타등등, 기타등등, 기타등등… 아아 아악! 왜 이렇게 좋을게 생각나지 않는거야! "앉으세요" "예?" "뭔가 이야기를 하려 오신거죠? 그렇다면 앉으세요. 올려다 보는 것엔 익숙하지 않아요" "아, 예.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았다. 올려다 보기 힘드시다면 내려 보시는 것이 편 하시겠지요?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 했고, 나는 뭔가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를 생각했다. 왜, 왜그러지? "왜… 그러십니까?" "아뇨. 제 말은 제 옆에 앉으시라는 말이었어요. 내려다 보면서 대화할 수는 없 어요" "아! 죄, 죄송합니다!" 나는 황급하게 일어나서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나는 내가 상당히 그녀를 어려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것을 나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다는 사실 에 놀라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이러니함 이 존재하는군. "재미있으신 분이네요. 후훗" 그녀는 내가 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작게 웃었고, 나도 덩달아 같이 웃고 싶어 졌다. 나는 같이 웃으면 이상해 보일까봐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었고, 그녀 는 나에게 말했다. "신기하네요. 저를 보실 수 있다니. 전 보통 사람 눈에 띄는 것을 싫어해서 일부 러 혼자 있게 하는데 말이에요" "아, 저기… 그러니까… 방해했다면 죄송합니다!" 나는 그녀가 사람 눈에 띄는 것을 싫어 한다는 말에 황급히 그녀에게 사과했다. 내, 내가 괜히 방해를! 나는 순간 죄책감이 느껴졌다. 이 바보 같으니! 혼자서 조 용하게 있고 싶은 사람을 왜 방해하느냔 말이야! 그러면 이걸 어쩌지? 일어서야하 나? 아니면 그냥 앉아있어야 하나? 난 어쩌면 좋지? 누가 좀 답해줘! "아니에요. 그것보다, 너무 어려워 하지 마세요" "아, 예엣! 그러겠습니다" 나는 대답하면서도 정좌인 자세로 앞을 보면서 말하고 있었다. 그러겠다고 말하 면서 왜 이렇게 어려워 하는거야! 그녀가 가볍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 는 죄책감 비스무리한 녀석을 느껴야 했다. 한숨을 쉬게 만들다니! 이런 쓸모없는 자식 같으니라고! "이런 축제는 그렇게 많이 겪어보질 못했어요. 전 외지인이거든요" "저,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목소리를 좀 낮춰주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대 화할 때는 상대방을 보면서 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 저기, 그, 그러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돌렸고, 그제서야 웃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예쁜 표 정이다…. 우웃? 정신차려라!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었지? 순간 나는 머리에 얼음 물을 끼얹은듯이 머리가 차가워 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왜 여기있지? 그러니까… 그 이상한 느낌을 쫓아서지? 그래. 여기 오니까 그 느낌이 사라졌어. 그래. 거기 까지는 기억이 나는군. 나는 깊에 심호흡을 하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진 않으셨나요?" "이상한 느낌이요? 그러니까… 머릿속을 찌잉- 하고 울리는 느낌?" 그녀는 희고 가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짚으면서 몰헸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 다. 그녀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곳을 보더니 손뼉을 치고는 말했다. "당신이었군요!" "예?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녀는 생긋 웃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나에게 허리를 숙여서 인사했고, 난 엉 겁결에 그녀에게 맞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녀가 허리를 펴고 손을 내밀더니 나에 게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암흑의 무희 체리랑스 루 번타리스입니다" …체리랑스? 순간 나의 머리는 싸늘하게 식어서 굳어버렸다. 나는 표정을 굳히고 는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홍염의 일족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입니다" 일족의 법율중의 하나. 처음 만나는 일족과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통성명을 할 것. 나는 그에 따라서 예의바르게 그녀의 손은 잡고 두어번 흔들었다. 제길! 지금 까지의 내가 바보 같군! 저 여자가 매쉬암의 총수, 체리랑스라는거야? 그것도 블 랙 드래곤? 그녀는 아마 내가 그녀 앞에서 했던 일을 가지고 속으로 비웃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제길! "지금에 와서 그 느낌을 확실하게 알겠네요. 일족끼리 서로를 감지할 수 있는 킨 센스(Kin sence)였군요" 그녀는 미소지으면서 나에게 말했고, 나는 낭패라는 생각을 했다. 드래곤이 되어 놔서 킨 센스도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다니! ---------------------------------------------------------------------- 체리랑스의 전면등장입니다. 뭐, 워낙에 수상한 거리를 너무 많이 내놔서 다 알고 걔시는 것이지만, 체리랑스는 블랙 드래곤입니다. 매쉬암에 관한 것이나, 다른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나오지만.. 뭐, 일단 이 챕터에선 밝혀질 것이 많군요. 벌써 이런 것이 밝혀졌다니.. 그럼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나타나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09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나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체리랑스가 먼저 저렇게 나온다는 것은, 일단 싸우고 자 하는 의도는 아닐 것이다. 예상이고 확신하는 바이지만, 아마도 정식으로 싸우 기 전에 하는 인사 정도랄까? 난 눈으로만 웃으면서 말했다. "예. 사실 킨 센스는 저도 처음이라서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헌데, 이름이 예쁘 군요. '암흑의 무희'라니" "감사해요. 사실 이건 제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지만요" 레드 드래곤의 경우 자기 이름의 앞에는 모두 '홍염의 일족'이란 수식어를 달게 되어있다. 일족의 전통이자 일종의 법률이고, 종족성의 확인이라고 해야 하나? 그 리고 블랙 드래곤의 경우는 '암흑'이라는 말을 사용해서 자신의 이름을 만들거나, 체리랑스처럼 받는다. 내가 알기로는 현재 블랙 드래곤의 수장은 '암흑의 광휘'라 는 이름을 쓰고, 엘 타칸리스의 경우에는 '암흑의 제왕'이란 오만하기 그지 없는 명칭을 사용했다. 체리랑스의 경우에는 '암흑의 무희'를 수식어로 갖고 있는 것이 다. 의외로 어울리는 이름이군. "조부님께서 참 좋은 이름을 드렸군요" "그래요. 저도 이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좀 더 많은 것을 받았더라면 좋 았겠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당신의 레어요" 체리랑스의 말에 머리속에서 종이 두어번 울렸다. 내 레어? 그러니까… 엘 타칸 리스의 산맥? 그렇다는 말은… 체리랑스는 엘 타칸리스의 손녀라는 말이군. 그리 고 엘 타칸리스가 죽기 전에 레어를 얻어 독립했고,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가게 되 었다는 소리인가? 확실히 내가 봐도 내 영토는 탐나는 영토이긴 하지. "그러셨습니까?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연으로 의외의 만남을 가지게 되었군 요. 이곳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관광이십니까?" "글쎄요. 이곳은 당신의 영토가 아니니 제가 딱히 대답해드려야 할 의무를 느끼 지 못하는군요. 아마도, 당신과 같은 목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체리랑스는 생긋 웃으면서 사람 속을 긁어 놓는 소리를 했다. 이미 난 그녀에 대 해서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터라, 그녀의 말에 잠깐 열이 뻗치긴 했으나, 그 녀가 이성적으로 날 대하고 있는 마당에 내가 그녀에게 감정적으로 나서면 안된다 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용의 심중은 용도 모른다고. 나는 잠시 다음의 대화 주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피차 감정적으로 나서서 좋을 것도 없고, 그렇게 나가 지 않고서 매쉬암에 관련된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 고 있는 도중 그녀는 갑자기 기지개를 펴는 시늉을 하더니 날 보면서 말했다. "딱딱한 이야기는 걷어버리고, 즐거운 축제이니 만큼 즐겨보는 것은 어때요? 이 렇게 바깥에서 일족끼리 만나는 일은 상당히 드무니까요. 피차간의 감정은 잠시 옆으로 제껴두고서, 같이 놀아요. 네?" 내가 키가 좀 더 컷기에 그녀는 나를 올려다 보면서 배시시 웃는 얼굴로 말했고, 나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서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흠… 아름다운 얼굴임에도 불 구하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군. 쳇, 서로가 진심이 아니니까 그런 상태로 한번 놀 아보자 이거냐? 나는 잠시 쓰게 웃었다. 대체 이 여자가 정신이 있는거야? 아무리 덮어놓고 놀자고 해도, 나는 당신네 조직원들이 당신의 명령에 따라서 어떻게 행 동햇는지를 잘 알고 있고, 당신이 임무 실패 후에 내린 명령을 알고 있어. 지금은 귀엽게 사람을 끌어당기려는 그 도톰하고 빨간 입술로 몇백명을 죽였는지 알고 있 긴 한거야? 나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킨 센스에 이끌려서 찾아왔더니만 이런 괴 이한 만남을 얻었다. 그정도로 만족하고, 아무리 해도 난 한번 '적'이라고 규정한 사람에게 좋은 감정을 내피칠 수 없는 성격이거든. "죄송하지만 그건 안되겠군요. 전 지금 저희 일행과 떨어진 상태입니다. 인파에 밀려서 일행을 잃어버렸지요. 킨 센스에 이끌리긴 했지만, 지금은 일행을 찾아봐 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조금 아쉽군요…" 체리랑스는 정말로 아쉬운 듯 낮게 말했고, 고개를 푸욱 숙인채 얼굴에 그림자를 깔았다. 이것이 연기라면 최상급의 연기일 것이고, 진심이라면… 어떻게 해석해야 하려나? 나는 그녀와 헤어지고자 했다. 더 이상 같이 있어 봤자 좋은 결말이 나지 는 않을 것 같아. 내가 인사말을 꺼내지 전에 그녀가 먼저 나에게 말했다. "하는 수 없네요. 그러면 제가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드릴게요. 귀좀 줘보세요" "예? 그… 비밀스러운 겁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마도 크리에이트 엔트로피 마법으로 사람들이 이곳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게 만들었어도 귀를 빌려 달라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 나 는 날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아서 그냥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귀를 가져 다 대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나의 귀를 잡았고, 그녀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왼편을 보세요. 어여쁜 아내들이 와있군요" 에? 나는 그녀의 말에 따라 왼편을 보았고, 미리안과 에실루나, 그리고 다른 일 행들이 날 찾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여기에 설정되어있는 엔트로피 때문에 그녀들은 날 볼 수 없었고-내가 체리랑스를 어떻게 볼 수 있었냐면, 그것은 킨 센 스 때문이다-, 난 이것이 비밀 이야기인가 싶었다. 싱겁군. "엔트로피 해제" 체리랑스의 작은 목소리가 울렸고, 나는 이 근방에서 일정한 현상을 유도하며 충 돌하던 마나들이 다시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간 것을 느꼈다. 이제 일행들을 날 발 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체리랑스의 손이 나의 얼굴에 닿았고, 내가 미처 반 응하기 전에 그녀의 손이 나의 머리를 끌고갔다. 그리고는… "……!" "………"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녀의 입술과 나의 입술이 겹쳐지고, 그녀의 혀가 내 입술 안으로 들어와서는 나의 혀와 제멋대로 얽히기 시작한 것이다. 으, 으와 아악! 나는 다급하게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밀쳐내었고, 그녀는 얼굴이 붉어진다 던가 하는 표정도 없이 혀로 입술을 살짝 핥으면서 말했다. "후훗… 달콤해" "이… 으…!" 나는 황급히 손등으로 입술을 닦아내었다. 무, 무슨 여자가! "아가씨의 추파를 듣고도 그냥 넘긴 댓가로 받아둘게요. 홍염의 일족 답게 상당 히 뜨겁고 달콤했어요. 그럼 잘 있어요. 또 만나면… 그땐 이 다음걸 계속 해 볼 까요? 츄~" 그녀는 윙크를 하면서 하얀 손가락으로 붉은 입술을 지긋이 눌렀다가 나에게 키 스를 던졌고, 난 손등으로 입을 가린재 가만히 있을 수 밖엔 없었다. 어, 어이가 없어! "아, 그리고 당신 아내들. 잘 달래놔요. 그럼 안녕" 그녀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인파속으로 탁탁 뛰어가 사라졌다. 사람들이 그녀 를 쳐다보다가 어느샌가 다시 고개를 돌려버린 것을 보면, 다시 크리에이트 엔트 로피를 사용했나보다. 아니, 그것보다! 체리랑스가… 뭐라고 했었지? 아내들을 잘 달래놓으라… 허억?! "그런… 맙소사…" "믿을 수 없어… 거짓말…"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넋을 잃은 목소리가 나의 귀에 그대로 포착되었다. 그녀들 은 다른 일행과 마찬가지로 눈을 크게 뜨고는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녀들의 나에 대한 위치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았 다. 그리고 나미아의 저 경멸에 찬 표정과 오디의 한심하다는 얼굴은…! 그, 그렇 게 보지마! 라, 라스킨 너마저 날 믿지 않는 것은 아니겠… 오오! 맙소사! 그렇다 면 머기! 라니안느?! 다, 당신들 마저…! 그렇다면 나의 친우 콰이헤른! 너는 언 제고 날 믿어주었… 커헉! 콰이헤른! 자네까지도! 이, 이건 불가항력이었다고! 내 가 당한거야! 파련치한 성추행범은 바로 저 체리랑스라고! 그러나 나의 변명들은 모두 입 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생각난 사실은, 블랙 드래곤은 다른 사람들을 나락으로 빠뜨려서 그것을 보고 즐거워 한다는 것이다. 다, 당했어! "마스터. 어째서…?" "응? 왜? 섀도우?" 체리랑스는 자신이 묵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자신을 항상 지켜보고, 지켜 주는 경호자겸 부하인 섀도우 파핏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끔 알 수없는 일을 하시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니시스라는 작 자는 저희의 적입니다. 그것도 근래 들어서 저희 일을 망치기만 한 상대입니다. 헌데 어째서 그런…것을?" "후흥… 내가 너한테 괜히 엔트로피 투과 안경을 만들어 줬나보다. 이래가지곤 사생활 침해잖아? 피잇" 체리랑스는 가볍게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약간 표루퉁한 표정을 지었고, 섀도우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마스터는 조직을 다루는 모습과, 평상시의 모 습이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함께 한지는 거의 10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성 격을 제대로 파악하질 못하고 있다. "그런말씀 마세요. 그게 없으면 전 항상 마스터를 잃어버릴 것이고, 마스터는 어 딘가에서 홀로 돌아다니고 계실 것이잖아요?" "그건 그래. 넌 내가 나에게 달아놓은 제동장치니까. 후훗" 체리랑스는 입을 가리고는 가볍게 웃었고,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었다. 조직원들을 통솔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섀도우는 한숨을 내쉴 수 밖 엔 없었다. 지금은 그녀 개인이 사용하는 방이니까 저러고 있지만, 아래층에 있는 조직원들에게는 왜 그렇게 매섭게 대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머리로는 알 수 있지 만, 가슴으로는 납득가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요. 제가 아니면 누가 마스터에게 제동을 걸겠어요. …이게 아니잖아요! 말 돌리지 마세요! 어째서 저희 조직의 공적과 그… 이, 입맞춤을 하신 거죠?" "어머? 입맞춤이라니. 그런건 애들이나 하는 거야. 내가 그에게 한 키스는 어디 까지나 어·른·의 진하고 깊은 딮 키스라고. 입술만 맞대는건 애들이나 하는 풋 내나는 짓이야. 딮 키스는 혀과 혀가 얽히는 뜨겁고 달콤한 행위야" "진하든 흐리든 깊든 얉든! 이유는 설명해 주세요! 지금 입술만 맞댔는지 아니면 혀가 서로 얽혔는지 전초전을 위한 애무에 들어갔는지는 상관 없잖아요!" "와아…. 싫다. 전초전을 위한 애무라니…. 섀도우. 너무 야해" "그, 그,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섀도우는 100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을 가지고 노는 마스터에 대해서 언제 쯤 이것을 그만둘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체리랑스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열심히 반 응하고 일일이 화내는 섀도우의 모습이 귀여워서 앞으로도 그녀를 가지고 노는 것 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섀도우는 자기가 홧김에 한 말에 얼굴이 새빨개져서 고 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다시 자신이 질문했던 것을 깨닫고는 말했다. "지금 그런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마스터의 행동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고, 사적인 행동이라도 저희 조직 자체에서 그것은 큰 사건이 될 수 있다고요!" "…지금 보니까 완전 네가 총수같다? 그러고보니 나보다 네가 조직 관리에 더 능 숙하지? 이거 문제야. 총수보다 더 능력있는 총수 대리라니" "마스터가 맨날 놀러 다니시고 하는 일은 보고 받는 일 밖에 안하시니까 그런 거 예요! 그것보다도 계속 말 돌리지 마세요옷!" 섀도우는 눈꼬리가 올라갔고, 체리랑스는 어깨를 움칫 했다. 섀도우가 슬슬 자신 의 말 돌리기에 화가 났다고 간접적으로 내비치는 것이다. 체리랑스는 볼을 긁적 이면서 뻘쭘한 웃음을 지었다. 체리랑스는 슬슬 노을이 져가는 하늘을 보면서 뭔 가를 퍼뜩 생각해냈다. 그리고는 섀도우의 손을 꼬옥 잡으면서 말했다. "아, 섀도우! 지금 광장에서 축제 메인 이벤트 할 시간이야! 보러가자!" 그리고 마침내 섀도우의 인내심이 바닥났다. "마스터어!"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섀도우와 체리랑스의 모티브는.. 유모와 말광량이 아가씨라고 해야 할까나요. 주종관계도 저렇게 그려질 수 있습니다. 단지, 상황이 밝은 분위기라서 그렇지요. 둘 다 공과 사엔 확실한 구분을 짓는 성격이라서. 아무튼.. 체리랑스의 등장기회도 좀 늘어날 것입니다. 벌써부터도 많이 나왔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10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마스터어!" "아… 라스킨이냐…" 나는 완전 녹초가 되어 방에서 기어나오다시피 하며 걸어나왔다. 그리고 밖에서 는 나를 기다리고 있던 라스킨, 콰이헤른, 나미아와 오디, 머기와 라니안느가 날 가엾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 하하… 그렇게 보지마아…. 그리고 라스킨 아. 내가 그렇게 처절한 몰골이더냐. 목소리가 너무 크다아… 하아…. "쓰, 쓰러지고 싶어어…" 나는 간신히 라스킨에게 기대서는 신음소리를 내 뱉으며 말했고, 콰이헤른이 내 어깨를 짚으면서 말했다. "내 잠시나마 자네를 오해했던 것에 사과하고, 그리고 심심한 애도를 표하네" "됐네 이 사람아…" 나는 그의 사과를 받은 기력도 없었다. 지금은 딸기 한송이도 들 여력이 없어… 우윽. 아직 살아있을만 한가보군. 저런 시답잖은 농담이나 하고 있으니까. "아빠. 미안해요…" 나미아가 뒤에서 날 꼬옥 끌어안아 주면서 말했다. 나미아는 내가 체리랑스에게 성추행을 당하고서 나에게 등을 돌리고는 "바람피는 아빠따위 싫어요!"라고 외쳤 다. 덕분에 나는 나락까이 떨어졌다 와야했다. 내가 간신히 해명을 하고서, 그리 고서 나의 두 아내들에게 장시간에 걸친 훈계를 듣고서야 이렇게 사과를 하는 것 이나. 아. 괜찮다. 괜찮아. "아버님. 괜찮으세요?" "대충…. 그래도 네 덕에 살았다. 그리고 나미아도. 너희 둘의 능력 덕분에 그나 마 오해가 풀린 것 같아. …벌은 받았지만" 그렇다. 일단 그녀들은 내가 했던 일을 가슴에 품고서 그것을 마음 한 구석에 잘 갈무리 하고는 마지막까지 축제를 구경했다. 메인 이벤트인 군무까지 관람하고서 그녀들은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켰고-엘프들은 그런 종류의 감정 갈무리를 매우 잘 한다-, 현재 시각 오후 14시. 처음엔 그녀들의 따귀로 시작한 벌 받기가 6시간만 에 끝을 본 것이다. 상당히 매서운 손이었다. 이미 변명할 거리가 별로 없는 나로 서는 빼도박도 못하고 그녀들의 손맛을 일일히 체크해야했고, 결국엔 어떻게 간신 히 납득을 시켜놔서 이렇게 퇴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화가 정말 로 다 풀렸을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싸이를 시켜서 그 감정을 중화시키고 싶었지 만, 그러면 궁극적으로 그녀들이 정말 날 용서하는 것이 아니게 되어버린다. 자연 스럽지 않으니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싸이를 시켜서 이래저래 합의(?)를 보게 하는 것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아빠" "응? 왜 그래?" "정말로 그렇게 했다가는 제가 가만 안 둘거에요" "…" 나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동원했던 방법 중에 하나로는 나미아를 불러서 봉인 을 해제한 다음에 나의 정신을 읽어서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었 다. 그리고 그 상태로 아닉 나미아는 자신에게 자가봉인을 걸지 않은 상태고, 그 래서 나미아는 나의 마음을 싹 읽어버린 것이다. "들어가서 쉬는게 어떠한가?" "그래야겠… 머기씨. 방 하나만 더 주시지 않겠어요?" "음" 나는 들어가서 쉬려고 했다가 그녀들에 의해서 3일간 그녀들과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머기에게 부탁했다. 우리 가족의 가족애가 넘쳐흐르던 방 을 사용하게 못하게 함으로써 가족과의 단절을 시켜버리는 것이 미리안과 에실루 나가 나에게 내린 형벌이었다. 비록 고의가 아니었고, 내가 성추행을 당했기는 하 지만, 피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일을 피하지 못했고 그 상대가 매 쉬암의 총수였던 체리랑스니 만큼 이정도의 형벌을 받아들이라고 그녀들이 말했으 며 나는 승락했다. 확실히 내가 그녀들에게 내세울 패는 없었다. 흠… 확실히 체리랑스라는 블랙 드래곤은 사람을 당혹하게 만들거나 나락으로 빠 뜨리는 것을 즐거워 한다.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그녀는 내가 곤경에 빠져 잇다는 것을 알고는 즐거워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원래 블랙 드래곤의 성격이 고,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이다. 쳇. 그런 성격 고약한 여자는 내쪽에서 사양이야. 미리안하고 에실루나 같이 착한 여자들을 아내로 맞이해야 좋은 것이다. 비록 그 녀들이 종족적인 차이 때문에 미래를 미리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고, 오늘의 사건으로 인해 그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지만, 최소 그녀들이 살아있는 한 내 가 다른 여자를 맞이할 일은 없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기술을 사용해서 그녀들과 나의 시간을 오래 가지도록 할 것이다. 만약에 그녀들이 허락 한다면 말 이야. 가장 단적인 예로, 그녀들을 블러드 스폰으로 만들면 수명이 순식간에 드래 곤이 가진 수명의 반으로 늘려진다. 그녀들이 원한다면 난 반평팽 그녀들과 함께 할 수도 있다. 해츨링을 낳는 것? 상관 없어. 그딴거 알게 뭐람? 나 아니라도 우 리 일족의 혈통을 충분히 유지 된다. 드래곤들 중에서 혼자서 살다가 늙어죽는 드 래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얼마전에 레드 드래곤 일족의 수장인 아추스의 며 느리가 새 아이를 낳았고, 300년 전에도 해츨링이 나왔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피를 이러갈 혈족들은 많다 이거야. 하물며 색깔부터가 다른 여자하고 내가 붙어 먹을 일이 생기겠어? "…엄마들에게 확실하게 전해 드릴께요" 나미아는 조용하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움찔 했고, 나를 안내해주던 머기는 고 개를 갸웃했다. 어쨌거나 나는 머기가 내준 작은 1인용 객실에 자리를 잡게 되었 고, 자기 전에 나미아에게 봉인을 씌웠다. 그리고 난 유폐를 당한 기분-실제로 이 건 유폐를 당한거잖아?-으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크아악! 정말 성질난다! 그딴 사 디스트 변태 깜둥이 패거리의 꼬맹이년 때문에 내가 이렇게 가족에게서 단절까지 당해야 하는거야! 아, 그래도 나보단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 …그딴 것은 상관이 없다! 제길! 이 빛을 갚아주겠어! 너희들 매쉬암이 어디 고대의 도시로 진입할 수 나 있을 것 같아?! 어림도 없다! 특히 그 망할 깜둥이 계집은 울면서 돌아가게 만 들어 주겠어! 나는 복수심을 불태우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잠들었다. 사막은 덥다. 그리고 건조하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막의 기후는 피부가 상하기 딱 좋은 곳이다.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 때문에 피부가 갈라지고 부 르튼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피부가 빨리 늙기 때문에 더더욱 안좋다. "역시 목욕히 최고라니까" 그런 이유로 체리랑스는 방 전체를 잠궈두고, 안을 볼 수 없게끔 마법처리를 한 뒤에 방 전체에 방수결계를 쳐놓고는 목욕통을 가져와 정령을 불러 물을 채우고서 목욕을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는 그녀의 목욕시중을 드는 섀도우가 있었다. "마스터. 사막민들이 보면 피를 토하고 쓰러질 거에요" "뭐 어때서 그래? 이것도 다 능력이 있으니까 하는 거라고. 그리고 사막의 건조 한 기후는 여성의 피부에도 안좋아. 너도 같이 할래?" "저는 괜찮습니다. 영족(影族)이 언제 때타는거 보셨나요?" 섀도우는 무표정으로 말했고, 체리랑스는 아깝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볍게 물을 튕겼다. 체리랑스가 들어가있는 목욕통은 최소 대여섯이 들어가기에 알맞은 크기 였기 때문에 섀도우 한명쯤 들어간다 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어보였다. "피잇. 좋겠다. 때도 안타고, 피부도 안트고… 그거 최상의 피부야. 우리 대륙에 도 영족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아쉬운 일입니다만 저는 오히려 이쪽으로 건너오는 제 동족이 많지 않았으면 합 니다. 이곳의 생활은 좀 적응하기 힘들군요. 언어도 그렇고요" "불편함을 편하게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교류가 시작되는거야. 뭐, 어차피 너희 대륙간은 드래곤이나 초월자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자들 외엔 오갈 수 없으니까 그다지 교류라고 보기도 힘들지" 체리랑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물 속에서 몸을 뒤집었다. 물이 찰랑거리면서 흔들 렸고, 그녀는 천정을 보면서 말했다. "후음… 대략 내일이나 모레쯤에 출발해야겠지? 그러면 이제 목욕도 못할테고 말 이야. 흑흑. 슬퍼. 목욕은 여자의 살아가는 낙중의 하나란 말이야…" "그러니 지금 이렇게 실컷 하시는 거 아니십니까? 벌써 3시간입니다. 몸 다 불겠 어요" "괜찮아. 고작 이정도 가지고 뭘 그래? 그러니까 심심하면 들어오라니까? 같이 물장난도 좀 치고, 그러고 놀자" "후우… 마스터는 정말 문제가 많으세요. 하나에서 열까지 노는 것 외엔 모르시 는 겁니까?" 섀도우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고, 체리랑스는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 다. 그러자 섀도우는 마스터를 노려보았고, 체리랑스는 꽁한 표정을 지어야했다. "쳇. 섀도우는 너무 인색해. 부그르르르…" 마지막은 그녀가 물 속에 입을 담그면서 나는 소리였다. 섀도우는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런 주인이 어떻게 매쉬암이라는 거대 조직을 이끄는지 벌써 50 년 동안 고개를 드는 의문이었다. 지금도 일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마치 휴 가를 즐기기 위해서 온것 같지 않은가? 조직원들이 알면 당장 자신들 조직의 불가 사의에 넣을 정도로 이건 정말 불가사의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체리랑 스가 업무를 하는 모습이 되면 그것이 납득되곤 하니, 정말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한 몸에 가진 드래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퓨후. 좋아. 이제 잘래!" 촤악! 체리랑스가 튕기듯이 일어났고, 목욕통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섀도우는 누가 볼 새라 그녀의 나신을 터다란 수건으로 감쌌고, 체리랑스는 갑자기 몸을 떨었다. "왜 그러세요?" "으으으…. 누군가가 날 저주하고 있는 것 같아. 갑자기 등줄기로 오한이 스미고 지나가는게…" "너무 오래 계셔서 방안의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는 것 뿐이에요. 자, 머리말리고 마사지 받으시고 주무셔야죠" "응. 알았어" 섀도우가 단정을 지었지만, 체리랑스가 오한을 느낀 시간은 라이니시스가 그녀에 대해 이를 갈며 자리에 누운 시간이었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킨 센스는 이 렇게도 쓰이는 것이었다. 사막은 덥다. 그리고 건조하다. 따라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사막의 기후는 괴롭기 그지 없는 기후다. 사막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하늘에서 이글이글 타오 르는 태양이 아니라 표면열이 7~80도가 넘어가는 모래다. 사막에서 더위에 지쳐서 쓰러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태양열 때문이 아니라 모래에서 올라오는 복사열 때 문에 쓰러지는 것이다. 그정도로 사막의 기후는 덥다. 뭐, 워낙에 몸 속에 화기를 품고 있는 나와 나미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니고 있지만 말이야. "어이. 라스킨. 너는 좀 어때?" "아. 괜찮습니다. 폐가 되어서 죄송합니다. 마스터" "아냐. 네가 더위에 쓰러져 있는 것이 더 큰 민폐지" 본격적으로 사막에 나오자마자 복날 더위에 지친 개들이 그러듯이 인간의 모습으 로도 혀를 빼물고 더위에 지쳐하는 라스킨에게 나는 한숨을 내위면서 열기를 막아 주는 부적을 하나 건네주었고, 그제서야 라스킨은 할결 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 었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엘프 특유의 기후 적응력이 있어서 더워하지는 않고, 머기와 라니안느는 원래부터 사막민족이었기에 사막의 열기를 막을 마법이나 물건 에 능통했으며 콰이헤른은 원래부터 뛰어난 마법사였다. 오디? 오디는 육체를 가 지고 있지만 정령이다. 더위와 추위하고는 별로 인연이 없는 아이다. 나는 일행의 앞에서 가고 있다가 뒤에 있는 라니안느를 보면서 말했다. "다음 오아시스까지 얼마나 걸리지요?" "이틀…이요" 이틀? 흠… 그때쯤 되면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나에게 내린 형벌이 풀리는군. ---------------------------------------------------------------------- 이제 사막행입니다. 사막이라.. 그곳의 기후에 대해서는 남들 아는 것까지 밖엔 잘 모르는군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많이 알지도 않는.. 아앗 조사조사..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다시 돌아오지요. 그럼 읽어쥬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3일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11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아직까지는 우린 사람들이 다닌 길에 있다. 그리고 진짜 위험해지는 장소가 시작 되는 곳은 이틀 후의 오아시스를 벗어났을 때부터다. 왜냐하면 우린 그 오아시스 를 기점으로 해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서게 되니까. 숲도 그렇지만 사막만큼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 처럼 위험한 곳도 없다. 무엇보 다도 숲에서는 생존이라도 가능하지만, 사막에서는 생존 그 자체가 거의 불가능해 지기 때문에 목숨에 직결되는 면에서 훨씬 더 위험하다. 일전에도 설명했지만, 사 막의 몬스터들은 무시무시하다. 뭐, 우리 일행의 역량이라면 충분히 버티고도 남 겠지만 말이야. "마스터. 오아시스에서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흠… 글쎄? 책을 보면 대략 4~5일 거리라고 되어있어. 길만 정확하다면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너도 고생한다" "두 주모님께서 좀 완고하셔서 말이죠…" 라스킨은 지금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서 들은 질문 사항을 나애게 전달해 묻고는 그것을 다시 그녀들에게 이야기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었다. 일단 미리안과 에 실루나는 완고하게 자신들이 내린 형벌을 철저하게 시행중이었다. 가족과의 단절 은 대화를 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하던가? 나미아와 오디는 그녀들의 뜻에 따라서 현재 나에게 아무런 말도 붙이지 못하는 중이다. 현재 내가 좀 진정되고나 서 생각해 보자면 조금 심한것이 아닌가 싶지만, 체리랑스의 술수에 넘어간 내 잘 못은 한없이 크다. 크으윽! 그 망할 검은 도마뱀년! "후에… 덥, 으윽" 사막의 더위때문에 출발하려던 것을 잠시 미루고서 휴식을 취하는 체리랑스는 갑 자기 몸을 움츠렸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방에서 햋볕이 들지 않는 곳에 등나무로 만들어진 의자를 두고서 휴식하는 중이었고, 섀도우는 그녀의 옆에서 책을 읽다가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왜 그러세요?" "아냐. 또 등줄기로 오한이 스미고 지나갔어. 정말, 나 누군가에게 심하게 미움 받는거 아닐까?" 체리랑스는 약간 울상을 지었고, 섀도우는 등나무 의자의 오른쪽에 비치된 테이 블에 있는 빈 그릇들을 보면서 말했다. "음… 지금까지 드신 바나나 선디 아이스크림이 3컵에 딸기 아이스 쉐이크가 2컵 이고 지금 방금 야자수 냉채를 3그릇 드셨으니 그럴만도 한데요?" "이것도 사막민들이 보면 피를 토할까?" "피만 토하겠어요?" "하긴 그래…" 체리랑스는 조금 찬 것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섀도우에게 시원한 야자수 냉 채를 한그릇 더 부탁했다. 그리고 섀도우는 방금전 오한에 떨었던 것을 무기삼아 그녀에게 차가운 음식의 공급을 줄이고자 했고, 방에서는 한동안 주종관계가 뒤집 힌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마 체리랑스는 당분간 그 오한이 킨 센스에 의한 것이 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마스터. 사막에서 이렇게 낮에 걸어가도 됩니까?" "…아. 생각해보니 그거 위험한 일이구나" 나는 라스킨의 질문이 머리속에서 끄집어낸 결과를 그대로 말해주었다. 음… 사 실 낮에 가는 것은 꽤 위험한 일에 속한다. 특히나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야영을 할 생각으로 나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일반인들이라면 반나절을 채 버티지 못 할 것이다. 탈수증상이 일어나기 이전에 더위에 뻗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만 우리 일행은 특이한 일행이 아닌가? 보이지 않는 위헙으로 다가오는 사막의 밤 도 우리 일행 앞에서는 맥을 못 출 것이다. "…위험해요?" "그런데 우리한텐 별로 위험하지 않아. 사막의 낮이 위험하다는 것은 일반론에나 속하는 부류고, 우린 그 일반론의 범위에서 살짝 빗겨나 있으니까 상관없어. 혹 시 이중에서 누구 더워서 쓰러질 사람 있으면 얼른 나오라고 해봐" "저요" 라스킨은 자기를 가리켰고, 난 뒤통수를 한대 때려주었다. 어디서 시답잖은 농담 으로 사람을 놀리려 들어? "그냥 버텨" "네…" 라스킨은 풀죽은 표정을 하고서는 뒤로 돌아가서 내가 했던 대답을 미리안과 에 실루나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아마 그녀들은 더 물어볼 것이 있어도 뒤통수를 맞 는 라스킨의 모습을 보았으니 더이상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들이 부 탁할만한 상대는 콰이헤른 외엔 없겠지만… 웬지 모르게 그녀들은 그를 어려워하 고 있다. 아마 나라는 존재와 말을 트고 지내는 사이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아 직까지 그녀들은 콰이헤른에게 가벼운 인사와 가벼운 부탁을 하지만 이런 일에까 지 끼어들게 하고 싶진 않은가보다. 그녀들이 그와의 관계개선을 위하고자 한다면 지금 상황을 이용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보시게" "응? 이번엔 자네인가?" 그녀들은 콰이헤른과의 관계 개선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나보다. 아니면 이렇게 해서라도 나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자 싶은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또다시 라스 킨과 했던 질답의 택배를 콰이헤른에게 시킬 생각은 없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직 접와서 물어볼 것이지 뭐하자는 짓이야? "아. 그렇게 되었네만… 오늘은 어디까지 갈 계획인가?" "저기 지평선까지" "…진담인가?" "글쎄. 사막 한 가운데서 '어디까지'라고 할 거리가 있을까? 게다가 여긴 나도 처음 와보는 장소야. 그냥 목표지점으로 되는 길 까지 따라갈 뿐이지. 내 생각이 지만, 아마 우물이 보이는 장소가 나오면 그곳이 쉼터가 될것 같아. 시간도 그때 쯤이고. 그러니 그때까지 나와 같이 가세. 이거 앞에서 혼자 가려니까 심심해서 원…" "흠… 정찰용으로 자네 아내들이 날 보냈는데도?" "알게뭔가? 그냥 도착한 다음에 그녀들한테 가서 '여기서 쉴거랍니다'라고 이야 기해주면 되잖아? 그 말로도 대답이 될텐데?" "하긴 그렇지" 그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간 이 친구를 사귀어 보면서 생각했던 것은 본 데스의 성격은 단지 그가 괴로워하다가 만들어낸 성격이 아닐것이란 생각이다. 왜 냐하면 평소에도 본데스가 가지고 있던 장난스러운 면이가 약간의 광기가 눈에 띄 기 때문이고, 지금처럼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부탁을 스리슬쩍 왜곡하는 상황도 그 렇다. 아마 본데스라는 인물은 콰이헤른이 가진 성격중에 일부분을 전면에 내세운 인물일 것이다. 결국, 콰이헤른도 사람 좋은 호인만은 아니라는 소리지. 그때부터 나와 콰이헤른은 서로가 알고 있는 마법적 체계라던지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 누며 걸어갔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뒤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가 궁금해지 는 시간이 흘러갔다. 아, 참고로 나는 '정찰'이라는 명목하에 일행의 20야드 앞에 서 먼저 걷고 있었기 때문에 일행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서 마음껏 콰이헤른과 이 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에게 내려진 형벌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도 나름대 로 재미있는 경험이야. 후후훗. 해가 지기 한시간쯤 전, 우리 일행은 내가 금일의 목표로 잡았던 우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막에 비가 오면 그 비는 흡수성 좋은 모래로 스며들어서 꽤 깊은 장 소에서 지하수가 된다. 그리고 그 지하수를 마실 수 있게 해둔 우물은 사막에 나 있는 길을 따라 주욱 늘어서있다. 사이에그롭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도 이 우물 들은 사막의 도처에 있어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는데, 사막이 좀 황량 한 곳일까? 사막에서 해메다가 '우연스럽게' 길로 돌아와 우물을 발견해서 갈증을 해소하고 살아았다는 이야기는 그 사람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나온 소리다. 사막에 서 길 잃으면 그냥 죽는 수 밖엔 없다. 그래도 가장 비참한 죽음인 아사(餓死)는 면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인 열사(熱死)를 당한다. 거기서 또다시 다행이라 고 할 점은, 지글지글 구워지는 느낌을 받기 전에 의식불명이 되어 그대로 고통없 이 죽는 것이다. 고통없이 죽는 것, 그거 의외로 축복이야. 어찌되었든 사막에서 물의 필요성은 생종과 직결되기 때문에 우물도 세심한 관리 에 놓여진다. 그래서 우리가 만난 우물은… 일단 상식을 초월했다. "여기가 우물?" "음" 머기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나의 앞에 있는 우물의 모 습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적당한 구조물의 이름을 말했다. "…요새?" "우물" "우물?" "우물" 머기는 나의 추측에 부정적인 어조로 말했고, 내가 의문의 어조로 묻자 다시 확 인조의 어조로 나의 의문을 해결해 주고자 했다. 그래. 우물이란 말이지… 저게 어딜 봐서! "사막에선 물의 귀중함 때문에 우물을 '철저하게' 보호한단 소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나미아는 낮게 줄얼거렸고, 나 역시 책에서 보았던 내용을 기억해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내가 본 몇 안되는 사막의 우물에 관해 나와있는 책에서는 우물은 상당히 귀중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보호된다…라고 해서 나는 돌로 둥글게 쌓아놓은 우물 에다가 철판 뚜껑을 씌워놓거나 하는 줄 알았다. 그 보호의 대상이 나는 '물'이라 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정도를 생각했지만, 이것은 나의 생각을 근본부터 뒤집어 엎는 것이었다. 대개 요새라면 뭔가를 '지키기'위해서 세워지는 건축물이고, 사막 에서는 물이 솟아나는 '우물'을 지키기 위해서 요새를 선택한 것 처럼 보였다. 일단 서론은 집어치우고, 객관적인 설명으로 들어가보도록 하자. 일단 우리의 앞 에 있는 우물이란 이름의 급수시설이자 구조 시설은 웬만한 요새에서나 볼만한 성 채의 모습으로 떡하니 서있었다. 아니, 저거 자체로도 요새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거대한 사각형의 건물이 사막의 모래를 딛고 서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은 저 건물이 '석조'라는 것이다. 음… 아무래도 사막의 외곽부분에서 날라온 화 강암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래도 장난 아니다. 건물의 크기는 대략 높이가 20 야드 정도 되고, 4개의 귀퉁이에는 망루가 있었다. 그리고 건물 자체의 외벽에는 성벽의 갤러리가 있었고, 대략 5~6층 정도 층이 나뉘여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일 단 사막의 거샌 모래폭풍과 싸우기 위해서는 크고 단단한 방벽이 필요한테고, 그 런 모래폭풍이 불어닥치면 내가 평소에 봐오던 지상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정도의 우물은 금방 모래에 묻혀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아예 건물 안에 우물을 넣어 버린 것이겠지. "사막의 추위에도 견딜 수 있게 했군요" "아. 그래. 사막의 밤의 기온은 싸늘한 것 이상이니까" 라스킨은 건물을 잘 살펴보고는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막의 큰 일교 차는 처음 여행하는 사람들이 병을 가지는 원인이 된다. 한낮에는 섭씨 50도까지 올라가는 사막일지라도 한밤에는 서리가 낄 정도로 영하에 근접하기도 한다. 사막 이 계속 사막으로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런 일교차 때문에 바위가 낮에 팽 창하여 밤에 수축되는 과정을 되출이 하며 풍화하기 때문이라는군. 그런데, 이 건 물들은 잘도 버티고있네? 척 봐도 꽤 역사가 깊어 보이는데 말이야. "자. 들어갑시다. 다들 밖에서 사막의 밤을 맞이하고 싶진 않을테니까요" 나는 앞장서서 걸어갔고, 일행은 나의 뒤를 따랐다. 아무래도 이것은 요새 처럼 꾸며진 여행자 숙소로 생각될 수밖엔 없다. 문이 건물의 크기에 비해 작았기 때문 이다. 뭐, 그래도 높이 3야드의 문은 큰편이었고, 모래를 좀 치우고서야 문을 열 수가 있었다. 문 앞엔 모래를 막기 위한 방풍벽을 세워 두었어도, 물처럼 밀려오 는 모래는 어쩔 수 없다. 역시 인간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자연을 정복하지는 못해. ---------------------------------------------------------------------- 안녕하세요.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크윽.. 점점 바빠집니다. 시험까지 있어서 바쁨의 정도는 두배가 되었군요. 뭐, 바쁜만큼 나중에 한가해지니까 그렇게 푸념할 거린 아니지만.. 어쨌든.. 좀 힘들긴 합니다. 하지만 연재를 빼먹지는 않는것이 옳은 일. 선후관계의 중요성이란. 으음..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12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우물…이라고 해야하나 요새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 건물의 내부는 아늑하지는 않아도 깔끔했다. 아니, 썰렁했다. 확실이 회부의 악천후에는 충분히 버틸만만 구 조를 가지고 있었고, 재미있는 모습은 대략 2개의 층이 하나로 되어있는 큰 공간 의 바닥 가운데게 우물이 홀로 삐죽이 솟아 있는 점이다. 일단 벽쪽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저것으로 봐서는 윗층도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또 생각할 문제는 이런 건물 속에 혹시 사막 몬스터가 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 찰부터 시작해 볼까. "라스킨. 넌 저쪽으로 올라가봐" "예. 마스터" 나는 라스킨에게 오른쪽 벽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정찰을 시켰고, 나는 배낭 을 벗어두고는 그 반대편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 모두들 식사 준비 좀 부탁드려요" 배낭을 내려뒀으니 식사준비야 알아서 해주겠지. 나는 외벽과는 달리 식어서 싸 늘한 돌벽을 손바닥으로 쓸면서 올라갔다. 생각해보면 이 돌 때문에 건물 안이 더 춥지 않을까? 불을 피우면 그만큼 복사열이 보존되는 구조라서 그렇게 춥지는 않 을텐데… 뭐, 적어도 자다가 모래에 묻히는 일은 없겠구나. 사막에서 일어날 수가 있는 자연재해 중의 하나. 자다가 모래에 묻혀 생매장 당하기. 그래서 사막에서는 피곤함에 찌들어서 쓰러지듯이 잠들지 말라고 했지. 아무리 지쳐있어도 주위의 환 경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바깥의 사막은 점점 모습이 바뀌고 있을 것이다. 굳이 말하자 면 사막이 이동한다고 해야하나? 사막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사구는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모래가 흐르고 있다. 바람이 없어도 모래는 조용하게 밑을 향해 흐르고, 간혹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서 쌓여지는 모래들은 마치 파도가 치는 바다를 연상케한다. 사막은 바람이 부는 방향이 일정하다. 왜냐하면 바람을 바꿀만한 것이 없으니까. 대개 바람이 바뀌는 이유는 온도차이 때문이다 기압의 차이, 그리고 지형의 차이 때문이지만 사막의 온도차이는 거의 일정하다시피 하고, 기압역시 큰 영향을 미치 지 못한다. 온도가 일정하니까 기압역시 고만고만한 수준이고 사막에 무슨 산 같 은게 있어서 바람을 바꿀 수나 있을까? 그래서 바람이 부는 방향을 항상 일정하고 그 때문에 사구의 모양도 거의 복사를 한 듯이 똑같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 시각의 교란장이며 혼란을 야기하는 천연의 암살자다. 똑같은 모습들로만 만들 어진 사막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고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이 인간의 정신을 압도 했기 때문이지. "흐음… 여기엔 아무것도 없나?" 없으면 다행이군. 나는 5층까지 쭈욱 둘러보고는 5층에서 만난 라스킨에게 그가 조사한 나머지 반도 비어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밑으로 내려갔다. 이곳의 내부는 방으로만 가득 차있었다. 문은 나무문이었고, 낡아서 가루가 묻어 나오는 수준이 었다. 하지만 내부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무런 가구도 없다는 점은 당연한 점이 고 관리인도 없어서 먼지-주로 모래로 된-가 많이 쌓여있긴 하지만, 꽤 많은 인원 이 이곳에 머문다고 하여도 충분히 묵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 왜 사람이 살지 않죠?" "음…. 먼저 많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살 만큼 물이 많이 나오지 않는 장소이고, 사람이 많지 않으면, 다시 말해 집단을 이루지 못하면 사막에선 살기가 어렵지. 그리고 이 근처는 농사도 못지어. 지속적으로 식량을 조달해줘야 이곳에서 살아 갈 수가 있을걸" "음… 물이 나오는 장소는 어쨌든 중요하지 않습니까?" "중요는 하지. 잘 생각하면 군사적 거점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은 사이 에그롭의 한 가운데야. 군사적 거점으로 사용할 가치가 없지. 대적할 적이 있어 야 그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생기니까. 그런 것도 없고, 여행자들이 식수를 얻고 안전하게 쉴 장소를 얻는 장소에 사람을 주둔시켜야할 필요는 없어. 네 말대로라 면 그럴 가능성은 있지만 필요성이 없지 비효율적이야" "아. 그렇군요. 그럼… 부족간의 텃세 같은 것은요? 각자 점유하는 땅의 경계로 사용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라스킨은 사이에그롭이 수백개 사막 부족이 뭉쳐서 생긴 것을 떠올렸는지 질문했 고, 난 한숨을 쉬었다. 라스킨아. 여긴 툰드라가 아니야. "툰드라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 여긴 사막이야. 오아시스를 차지한 부족들 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족을은 떠돌아 다니는 것이 그들의 일생이지. 그리고 다시 금 말하지만 거점을 잡으려고 해도 이곳은 메리트가 없어" 라스킨은 '아 그렇구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시 요새화 할 수 있는 건물이 있다는 것 외에는 이곳이 군사적 거점이나 요충지가 될 재료가 없다. 가끔 은 라스킨이 정말로 400년이나 살아온 늑대왕인지 궁금하다. 하긴 그 시간동안 툰 드라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테니 사고가 조금 편협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 릇이다. 환경은 이성의 관념을 고정시켜 버리니까. 그런 의미에서 창의력은 주위 의 환경에서 탈피하는 힘일런지도 모른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아버님. 위는 어때요?" "아. 다녀왔어. 위는 텅텅 비어있었어. 뭐가 살기에도 이상한 장소지. 우물은 마 르지 않았지? 독은 없고?" "음" 머기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막 퍼올린 듯한 물을 두레박에서 퍼마셨다. 시원 해 보이는군. 나는 신기한 표정을 짓고는 두레박으로 다가가서 우물 난간에 올려 져있는 머그컵을 사용해 물을 마셔 보았다. …우핫! 이거 무지 차갑네? 웬만큼 땅 속에서 흐르면 보통은 온도가 올라가지 않나? 하지만 말라붙었다시피한 나의 목구 멍을 얼려서 부수는 느낌이 날 정도로 우물물은 차가웠다. 음… 갑자기 차가운 물 이 들어가면 배탈이 날지도 모르겠는걸? "식사… 하세요" 라니안느는 조용하게 말했고, 나는 치즈와 빵과 약간의 생야채로 이루어진 단조 로운 식단을 볼 수 있었다. 단조롭긴 해도 없는 것보단 낫고, 사막에선 그나마 좋 은 음식이다. 이런 곳이라면 본격적으로 요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먹는 것 이 더 좋겠다. 무엇보다도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내가 한 요리를 먹으려 들지 않겠 지. 에라, 식사나 하자. "자. 그럽 식사하고 쉴 준비나 합니다. 내일도 많이 걸어야 해요" 그리고 나는 빵을 찢고 치즈를 자르며 생야채를 씹었다. 그리고 조용하게 식사가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미리안이나 에실루나가 요리를 해도 나에게 그것을 줄지 가 의문이다. 그녀들이 말하는 단절은 내가 주는 것도 받지 않고, 그녀들이 나에 게 주는 것도 없게 되는 것을 뜻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지금 그녀들은 자신의 결 정으로 조금 후회하는듯 보였다. 거의 홧김에 내린 형벌이었지만, 그렇기에 그것 은 자신들에게도 돌아오는 것이다. 후회하지 않는다면 식사 도중 자꾸 나를 흘깃 흘깃 바라보지도 않거니와 다른 사람들을 시켜서 나에게 이야기를 걸게 하지도 않 는다. 하지만 그녀들은 약속을 지키는 그녀들의 피에 맹세코 기한이 끝나기 전까 지는 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고, 나의 말을 무시할 것이다. 아마 엘프가 배우자 또 는 가족에게 내리는 형벌 중에 '단절'은 둘중 어느 한쪽의 생명이 위험해질때 자 동적으로 파기된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내 생명이 위험해질 일…은 없은 것이고, 그녀들의 생명이 위허매질 일…도 없음 것이다. 일단 그러한 위험요소는 나와 라 스킨을 필두로 한 일행에 의해 박살날 테니까. "이틀 후면 오아시스에 도착인가? 마을도 있다면서?" "그래. 간단한 숙박시설과 생필품, 식량들을 구할 수 있는 상점들이 있는 마을이 지. 모래에 대한 방비는 단단히 하고 있다고 하더군. 일단 그곳에서 하루 머물고 서 진로를 틀면 되는거니 그때까지는 별 일 없을걸세" 콰이헤른은 가볍게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말을 걸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물어보는 것은 대화를 함으로써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보고자 함이겠 지만, 여보시게. 사실 이 사람들은 원래 식사할때는 말이 없는 사람들일세. 하지 만 나쁠건 없지. 난 빵 위에 치즈를 올려 놓으며 그에게 말했다. "사막의 기후는 어떤가? 상당하지 않은가?" "아아. 그렇더군. 절대 맨몸으론 오고 싶지 않아. 마법이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 을지 모르겠군. 사막민족의 끈기와 사막에 맞서는 용기에 감동할 지경이야. 이런 자연과 싸워서 이긴 사람들이니까" "그건 좀 다르지. 자연과 싸워 이겼다기 보다도 이 자연을 사용하고, 순응하고, 흐름을 탈 수 있게 되었다고 해야될까? 어찌되었든 서로 조화를 이루었지" "그렇군. 이것은 투쟁과는 별로 상관 없는 부류인가? 하하하핫. 무멘트라의 축제 는 인상적이었고, 사막의 비는 아름답기까지 했지. 여행 목적이 좀 어둡긴 해도 나쁘지 않은 일이야" 매쉬암의 음모 원천 분쇄…랄까? 체리랑스까지 만난 이상, 서둘러서 나오긴 했어 도 그렇게 큰 격차는 나지 않을 것이다. 뭐, 나쁘진 않아. 언제 정말로 나중에 시 간이 되면 사막을 가로지르는 횡단 행상에 끼어보고도 싶군. 솔직한 이야기로, 나 는 모험이 부족한 편일지도 모른다. "아빠. 밤에 움직이면 안되요? 느끼진 못해도, 너무 눈부시고 따끔거리고… 하여 튼 기분 나빠요" 나미아는 골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태양빛이 모래에 반사되면서 시신경에도 약간의 무리가 오게 하는 일도 사실이긴 하지만… 밤이라고? 나미아야. 그건 조금 추천하고 싶어지지가 않는구나. "글쎄…. 밤만되면 사람이 다니는 길에 잘 나타나지 않는 몬스터들이 나와서 오 히려 더 귀찮아 질 것 같구나. 뭐든간에 밤은 위험한 시간이야. 특히 극한에 처 해있는 기후 속에서는" "그래요? 하지만 신발에 모래가 들어오는 것은 사양하고 싶어져요" "밤에 간다고 해서 모래가 덜 들어오지는 않아. 오히려 앞이 안보여서 더 잘 들 어가게 될거다. 그리고 밤에 사막 한가운에서 램프르 들고 가면 저 지평선에서도 보일거다. 위험해. 억지로 몬스터들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사막의 밤은 망망대해의 바다와 다를 것이 없다. 밤하늘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땅에 흩뿌려지는 빛은 푸른 달빛 뿐이다. 하지만 달빛은 그리 강하지 않으니 까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램프만 켜도 정말 지평선까지 보일 것이다. 작은 빛이 있어도 이런 어둠 속에서는 순식간에 멀리에서도 불빛의 존재가 보여지게 된다. 그리고 꼴에 사막의 몬스터들 대부분은 야행성이면서 빛을 좋아해 사막에서 모닥 불 피우는 행위는 자살행위라고까지 한다. 사막민족들은 그에 대한 비방을 미리미 리 갖춰두고 있지만, 우리는 그저 귀찮은 일이 늘어날 뿐이다. 어쨌든 잠은 자야 하고, 야영지를 만들기 위해서 모닥불은 피워야 할 것 아닌가? 사막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자연재해에 의한 사고사중 가장 황당한 것은 '동사'다. 사막에서 얼어서 죽다니, 그 얼마나 얼어죽을 말인가? 하지만 사막의 밤기온에 모포도 없이 잠을 자다가는 모래에 묻히기 전에 그 사람은 뻣뻣하게 얼어서 굳어있을 것이라고 사람 들은 이야기한다. 뭐, 저쪽 북부에서는 술안주용 농담거리겠지만, 그거 실제로 있 는 이야기야. 웃지 않는 것이 좋을걸. "오늘밤은 여기서 쉬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지요. 그래야 내일도 오늘과 비슷 한 시간에 우물이 있는 곳으로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맞지요?" "음" 머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 거리마다 우물이 있기 때문에 여행은 수월한 편이 지. 그렇게 적당히 식사를 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카드를 꺼내어 지루한 밤을 달래 거나 담소를 나누었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한쪽에 침낭을 꺼내두고는 그냥 잠 들었다.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잠이나 자야지. ---------------------------------------------------------------------- 오늘의 연재도 무사히...로군요. 어제 출판사에 들러서 제 책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항상 배포보다 늦은 글쟁이의 발걸음이란.. 책은 언제나 그렇듯이 괜찮게 나왔습니다. 비록 이런 졸문을 내놓기엔 종이에 실례되는 일이 아닐까 싶지만.. 어찌되었든.. 열심히 써봅니다. 그리고 6권 분량인 004챕터를 완전히 삭제하겠습니다. 외전은.. 남겨둬야겠군요. 전 이만 여기서 사라지겠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돌아오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2일과 주말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하이텔게시판 창작연재 (serial) 제 목 : [라/전] 006.13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등록자 : DIFM(곽건민) 등록일 : 04-21 조회수 : 177 [라이니시스 전기] 006.13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에엣?! 먼저 출발?!" "예. 어제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경비병이 말했습니다" "그, 그런! 이건 반칙이야!" 체리랑스는 바로 전날에 라이니시스의 일행이 떠났다는 것을 알고는 경악했으나, 섀도우의 입장에서 볼 때는 더위를 피해서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들만 마시며 지냈 던 체리랑스의 어제 모습이 떠올랐다. 반칙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다. 섀 도우의 묵묵한 표정을 본 체리랑스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당장 출발할 준비를 갖춰! 우리도 가야겠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왜? 어째서?" "마스터만 준비하시면 다 끝나니까요" "…" 섀도우는 그녀가 이렇게 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예측하고서 이곳으로 오기 전 다 른 조직원들에게 출발준비를 갖춰놓으라고 말했고, 아마 지금쯤이면 모든 조직원 들의 출발준비가 끝날 것이다. 문제는 바로 체리랑스, 그들의 총수가 준비를 안했 다는 것이다. 잠시 멍항 표정으로 있는 체리랑스를 보면서 섀도우는 말했다. "빨리 하세요" "아, 알았어. 씨이… 나만 괴롭혀…" 체리랑스는 볼을 부풀린 표정으로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분 후, 체리랑스의 모든 짐은 챙겨졌고, 그녀도 옷을 갈아입었다. 그 리고서 섀도우를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니 그녀가 선발해온 조직원들이 이미 모든 짐을 챙겨두고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가 내려오자 모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의 위치는?" 체리랑스는 섀도우와 단 둘이 있던 때와는 다르게 표정을 굳히고 낮은 목소리로 싸늘하게 말했고, 그들 중 한명이 말했다. "현재 그들의 위치는 사막의 중간 쯤 일겁니다. 오아시스로 가는 길에는 하루마 다 머물러 갈 수 있도록 우물이 있기 때문에 지금쯤이면 첫번째 우물과 두번째 우물 사이의 중간 지점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 어쨌든 그들과는 하루 이상 뒤쳐졌군?" "예" 체리랑스는 약간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축제가 끝나고서 바로 출발하다니, 자신 의 예상을 벗어난 행동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하루쯤은 쉬면서 축제의 놀던 기운을 다시 정신 한구석으로 밀어 넣고서 갈 줄 알았다. 드래곤이든 인간이든 지 성체라면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그녀는 새삼 깨닫고는 서둘러 출발해야겠다 고 생각했다.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해야겠어. 어떻게든 오늘 안으로 그 첫번째 우물까지 가야 해. 이 이상 격차를 벌릴 수는 없어" "예. 총수님" "섀도우. 숙박비 지불하고 나와. 자, 다들 이동한다" 체리랑스는 그렇게 명령하고는 여관문을 나섰고, 그녀의 뒤를 따라 9명의 건장한 남성들이 그 뒤를 따랐다. 밖에 나오자 체리랑스는 찌는 듯한 햇살에 얼굴을 찌푸 리고는 아바-아랍인 또는 터키인이 착용하는 모자가 달린 망토 모양의 민족의상- 를 걸쳤다. 더운 것은 질색이지만, 따라가야 할 상대가 하루 반 정도의 격차를 두 고 떨어져 있으니 하는 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의 내용을 보아하건데, 자기들로서는 그 도시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었다. "끝났습니다. 마스터" "그래. 그럼 출발하지" "예" 체리랑스는 옆에 섀도우를 데리고서 걸어갔고, 그 뒤로 아홉명의 남자들이 2열로 줄을 맞춰 따라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을 무멘트라를 빠져나왔고, 곧 열사의 사막으로 빨려들어가듯이 무멘트라와 멀어지고 있었다. 아우레스력 1440년 3월 13일. "드디어 도착이군. 밤 되기 전에 도착해서 다행이야" "그렇군요. 제시간에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해가 거의다 져가는군요" 나와 라스킨은 그렇게 말을 주고 받으며 우리의 중간 목적지인 '아살라하'에 들 어서고 있었다. 꽤 큰 규모의 오아시스를 기반삼아 세워진 이 마을은 여기서 다시 3일 거리에 있는 도시인 '페킨트라'로 가는 사람들이 들러서 하루 쉬고 출발하는 곳이다. 그래서 보통 무멘트라와 페킨트라 사이의 길을 가리켜 '7일의 모래길'이 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동쪽의 페킨트라가 아니라 북쪽의 불가침 지 역이다. 인간으로선 갈 수 없고, 가서는 안된다 하여 붙여진 불가침의 지역은 온 갖 몬스터들, 그러니까 내가 일전에 말했던 자이언트 샌드 웜이라든지, 빅 데저트 비틀등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브라운 드래곤도 정말 재수 없으면 만날지도 모르겠 다. 하지만 웬만해선 드래곤들끼리는 여행중에 서로를 건드리지 않는다. 뭐, 그딴 두더쥐 도마뱀이라고 해도, 설마하니 킨 센스정도는 알아챌 수 있겠지. 어쨌든 난 이 마을에 보급품 외엔 볼일이 없었기에 뒤에오는 사람들도 다 들리게 끔 이야기했다. "이곳에서 여행물품을 재확인하고 보급하고서 떠나야겠다. 보통은 하루정도 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내일 아침에 불가침 지역으로 들어갈거야" "아살라하에는 아살라히 부족민이 만드는 아살라후라는 술이 꽤 유명하다네. 독 하기도 하지만 그 맛은 다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다고 하는데… 그냥 갈텐가?" 나의 말에 뒤에서 오던 콰이헤른이 말했고, 나는 점차적으로 머리속에서 내일 바 로 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옅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술이라고? 이 지역 의 특산술? 흐음… 어쩔까나? "그리고 지금은 비가온 뒤라서 최고급의 아살라후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 아시스의 지하수보다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로 만든 맛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라 고 하더군"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콰이헤른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을 다잡으려 고 했다. 아니, 그렇다고 해도 일 끝나고 먹는게 더 맛있잖아? 음… 아살라하에는 일 끝내고서 돌아와야 하니까 그때 마셔도 별 상관이 없을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위험한 일도 아니고 말이야. 그렇지? 아할라후가 맛있을 것같지만 그래도 일이 더 중요하지. 음음. 좋아. 이번엔 참자 참아.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서 나 를 납득시키고는 일행들에게 들리게 말했다. "아까도 말했듯이 모레 출발한 거니까 보급품을 잘 정리해둬. 알겠지?" "마스터. 방금전엔 내일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응? 내가 언제?" 나는 벙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라스킨을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대체 내가 언제 내일 떠나자고 했어? …라는 눈빛에 라스킨은 머쓱해했고, 뒤에서 사람 들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쩌업. 그렇게 웃지들 마. 맛잇는 음식에겐 드 래곤일지라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품목이야. 하다못해 술이라니! 그것이야 말로 남자의 로망아닌가! 나는 입맛을 살짝 다셨고, 옆에서 라스킨이 한숨을 내쉬 었다. …얌마. 너까지 날 부끄럽게 만들지 마라. 야호! 술이다! 술! 저녁이 완전히 되기 전에 나는 아살라후에 대한 생각을 추진력 삼아서 금새 아살 라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고, 성벽이 아닌 방벽으로 그 둘 레를 감쌈 곳이었다. 대략 2야드 정도로 높지도 않은 방벽이지만 밀려드는 모래들 을 막기에는 충분해보였다. 그리고 그 입구에 다가가자 터번을 쓰고 시미터를 찬 남자가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아살라히 부족의 관리지인 아살라하입니다. 무멘트라에서 오셨나요?" "음" 머기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신분증명서라고 할 수 있는 인증장을 내밀었고, 그 것을 받아든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원증명은 확실하게 되었지? "어서오시지요. 아살라하와 아살라히는 여러분들을 환영합니다" 그리고서 그는 옆으로 비켜주었구, 우린 그에게 인사하고 아살라하로 들어설 수 있었다. 높이 2야드의 방벽이다보니까 우린 끊여져 있는 방벽의 사이를 지나가게 되었고, 방벽안으로 들어오자 무멘트라와는 뭔가 확연히 다른 것이 느껴지는 곳이 나왔다. "무멘트라와는 많이 다르군요" "그렇게 보이지? 사실 그래. 일단 이곳은 규모도 작은데다가 오아시스니까. 무멘 트라와는 다르지" "그런가요? 무멘트라는 좀 더 큰 규모의 오아시스가 아닌가요?" 라스킨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어왔고, 나는 웃으면서 답해주었다. "비슷하지만 달라. 무멘트라는 고대어로 '지하의 많은 물'이란 뜻이거든. 그 말 대로 무멘트라엔 지하수가 매우 풍부하지. 그와 반대로 페킨트라는 '땅 위의 많 은 물'이란 뜻을 가지고 있어. 고대어의 위력이란 놀라워서 약간의 해석력만 갖 추고 있으면 그 도시가 뭐하는 곳인지를 알 수 있지" "아살라하는요?" "아살라히 부족의 땅이라서 그렇게 붙였나보지" "아살라히는요?" "내가 알게 뭐냐" 아살라하나 아살라히는 둘 다 고대어도 아니고 사막민족의 말도 아니다. 아마도 특정한 말을 줄인것 같은데, 내가 사막 부족 명칭의 어원을 다 꿰고 있어야할 이 유는 없으니까 그냥 그렇다고만 알아두는 것이다. 어쨌든 아살라하는 지하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무멘트라와는 달랐다. 일단 겉으 로 보이는 녹색이 많았고, 맑은 물이 솟아나는 작은 연못-이라고 할까, 호수라고 해야할까-이 있었다. 사막의 더위 때문에 어찌보면 금새 마를것 같지만, 근래 내 림 비로 인해 물은 풍부해보였고, 저녁이라서 그런지 더욱 싸늘해보였다. "흐윽… 싸늘해진다" "괜찮으세요 나미아님?" 나미아는 팔을 감싸고는 작게 떨었고, 옆에서 오디가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서 로의 체온을 나누는 모습은 차미 따뜻한 고양이를 안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 같 은데… 어째서 나미아가 더 고양이스러워 보이냐? 어쨌든 여관을 찾아야 겠는데… 어디 적당한 곳 없으려나? "여관. 저기" 머기가 가리킨 것는 대여섯개의 여관이 한곳에 밀집해있는 거리였다. 흠… 대개 이런 경우엔 분산영업을 하지 않나? 뭐, 어쨌든 아무데나 들어가면 되겠구나. 나 는 일행들을 이끌고는 여관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대여섯개의 여관 을 휘휘 둘러보고는 딱 중간급의 여관을 골라서 그곳으로 들어갔다. 뭐든지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안된단 말씀. "어서오세요"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주머니가 테이블을 닦다가 우릴 보면서 말했다. 중년 의 모습이면 최소 100세는 넘었단 소리아냐? 나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묵을 방과 먹을 음식과 마실 물이 필요합니다만?" "물론 다 되지요. 그리고 그것들을 배출한 장소도 있어요. 장사가 안되다 보니까 방은 많아요. 어떻게 드릴까요?" "5인용 이상의 방 2개요" "음… 6인실이 두개 있는데 그거로 드릴까요?" "예. 그렇게 해주세요" 여관주인인지 아니면 안주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녀가 내미는 숙박계 에 서명을 했다. 그리고 우린 방으로 안내되었고, 남자와 여자로 방이 나뉘어져서 머물게 되었다. 흠… 그러고보니 내일 아침이면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나에게 내린 형벌도 풀리는구나. 그간 나는 참으로 조용한 생활을 했다. 일단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나에게 한마디 의 말도 걸지 않았었고, 라스킨을 시켜서 질문을 하던 것도 이틀째 정오에 그만뒀 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는 나머지의 시간동안 나는 가끔 스스로의 의지로 말을 걸 어오는 라스킨이나, 아니면 콰이헤른과 같이 몇마디를 나누었을 뿐, 상당히 조용 한 여행을 했다. 뭐, 돌려서 말하면 따돌림을 당했다는 것이다. 쳇. 나만 빼두고 서 담소를 나누다니, 너무하잖아? 게다가 내가 끼여들면 담소가 금방 멈춰버리기 때문에-담소의 주체가 미리안과 에실루나니까- 나는 그들의 담소를 들으면서 홀로 우물에 등을 기대고 있어야 했다. 그것도 오늘까지면 끝이겠지만 말이야. 하이텔게시판 창작연재 (serial) 제 목 : [라/전] 006.14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등록자 : DIFM(곽건민) 등록일 : 04-21 조회수 : 177 [라이니시스 전기] 006.14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여관방에 짐을 풀고서 우린 가볍게 씻었다. 모래먼지가 살갖에 달라붙어있군. 땀 은 나지 않아서 그것이 뭉쳐있지는 않지만 옷의 사이사이로 들어온 모래들은 충분 할 정도로 피부에 쌓였다. 그래서 물로 씻어내자 대야의 밑에는 모래 알갱이들이 가라앉아 있었다. 슬쩍보니까 다름 사람들도 거의 비슷했다. 침전된 모래들을 모 두 합쳐보면 대략 두어웅큼은 나올 것 같군. "아살라후~ 랄라라~" 나는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갔다.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건데 아살라후는 사로주의 일종인것 같았다. 대개 대추야자를 기본으로 해서 이슬을 받아 술을 만 든다고 하는데… 과연 어떨까? 나는 기대를 가득 안고서 홀로 들어섰고, 거기에는 먼저 씻고서 나와있는 여성진이 보였다. 흠… 어찌하혀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빨리 씻었단 말인가? 아니, 우리가 여자들보다 늦게 씻은 것인가? 어느쪽이라도 문제는 있구나.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고개가 내쪽으로 돌려졌다가 잠시 망설이는 눈빛을 하더니 이내 다시 패액 하고 돌아가 버렸다. 밤이고 하니 슬슬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했 지만 아직 자정이 넘질 않았군. 둘이서 동시에 행동을 하는 모습을 어찌보면 상당 히 재미있다. 나는 그녀들의 건너편에 적당히 앉았다. 어느쪽이라도 그녀들의 옆에 앉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냥 애시당초 빈 공간을 띄워두고서 앉았다. 그래. 조금만 더 참자. 이것도 나름대로의 경험이다. 퓨후후…. "아, 다들 식사는 시키셨나요?" 라스킨이 천천히 걸어와서 내 옆의 의자를 꺼내 앉고는 말했고, 여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다른분들이 아직 다 오시지 않았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그럼 지금 주문 하도록 하지요. 아주머니!" 라스킨은 주인 아주머니를 불러서 막대한 양의 음식과 마실 것, 그리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위한 과일 정찬을 부탁했다. 아주머니는 무지막지한 양의 주문을 받고 서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안쪽으로 들어가 면서 자신의 가족들을 몽땅 부르는 모양이었다. 음… 확실히 대단한 양이긴 하지 만 그 정도야 평소의 양인걸. "염소 통구이 하나, 빵이 스물 네개, 야채 샐러드 5인분에 스튜를 두 냄비, 닭고 기 파이가 8판에 후식으론 대추야자 한바구니. 숙박비를 내는 것 보다 먹는 값이 더 나오겠군" 나는 주문을 잘 생각하면서 중얼거렸고, 라스킨은 뭔가 모자른게 없나 고민하고 있었다. 음… 몇년만에 다시 만난 라스킨은 상당히 많이 다라져 있었다. 예전보다 도 많이 먹고, 좀 더 순해진 것 같고, 인간다운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일까? 아마 나의 예상으로는 제이나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제이나는 트헨티의 피를 잇 고 있으니까 라스킨이 점점 동화되어 가는 것이겠지. 어쨌든 지금 중요한 점은 안 그래도 많이 먹던 저녀석의 먹성이 거의 2배가 되었다는 점이다. 아마 우리의 음식으로 나온 것의 절반 이상은 라스킨이 먹어치울 것이다. "나중에 식대는 따로 지불해야겠어. 음… 식사를 하고서 아살라후를 마셔야겠다" 나는 그 아살라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술에 목을 네는 사람 같지 만, 지금 상황에서 최고급이라고 하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여행일 정에 약간 차질이 생기긴 하겠지만 어차피 길은 알고 있고, 체리랑스와는 하루 내 지 이틀 정도의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하루 묵어간다고 해도 크게 상 관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지. 음, 이것이야말로 자기 합리화! "그러면 모레 출발하는 것인가?" "흠… 아마도. 아니면 내일 오후에 출발하는 수가 있어. 어차피 불가침 지역에서 는 낮이나 밤이나 다를 것이 없으니까" "둘 다 몬스터들이 산책하러 다니는 시간이지" 콰이헤른은 피식 웃었고, 나는 조용히 물잔을 들어올렸다. 특별히 꼭 내일 하루 를 쉬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단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서 다음날 오후에 바로 떠 나는 것이 조금은 탐탁치 않아서 그렇지, 보급물자만 해결이 되면 사실 이곳에는 더이상의 볼일은 없다. 불가침 지역은 낮이나 밤이나 크게 상관없이 몬스터가 돌아다닌다. 그리고 몬스 터들의 입장에서 인간들은 맛있는 먹이이고, 우리를 사냥하려 들것이다. 내략 그 런 길을 3일 정도 가야한다. 뭐, 처음 하루는 마을의 여파때문에 괜찮다고는 해도 그 다음부터는 완전 딴세상이지. 하지만 우리 인원이 무슨 일을 당한다기 보다도 사막의 몬스터들이 앞으로 당해야할 일들이 걱정이다. 하하핫. "주문하신 음식들… 나왔습니다" 우리의 뒤에서 매우 힘겨운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대략 나 미아 또래만한 아이가 염소 통구이가 담긴 큰 접시를 들고서 어떻게든 서비스 정 신을 발휘하야 웃어보려 노력하고 있었고, 나는 조금 더 있다가는 떨어뜨릴 것 같 았기에 한손으로 접시를 잡아서 사뿐하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소년은 한손으 로 접시를 처리하는 나의 힘에 놀란듯이 눈을 크게 떴지만, 우리의 메뉴가 아직은 다 끝난 것이 아니기에 얼른 뒤돌아서 다시 달려나갔다. 그리고서 계속해서 일곱 여덟번은 왔다 갔다 하면서 우리가 주문한, 정확하게는 라스킨이 주문한 음식들을 모두 가져왔고, 나는 마지막으로 테이블 위에 닭고기 파이가 얹어지는 것을 보고 는 말했다. "음식값은 나중에 따로 지불할테니 크게 걱정하지 말아요" "아, 예.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당황해하면서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은근히 걱정되었 다 보다. "그럼…! 아… 맛있게 드세요!" 소년은 우리 일행을 쭈욱 둘러보다가 나미아와 오디에게 시선이 머물렀고, 그와 동시에 하던 말을 멈춰버렸다. 하지만 얼른 정신을 차리고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 고는 안쪽으로 들어갔고, 나는 피식 웃었다. 뭐, 나미아가 아무데서나 보기 힘든 귀엽고 예쁜 아이지. 누구 딸인데 오죽하겠어? 하하하핫! 으음, 팔불출 소리 듣겠 다. 어쨌건 나는 조용히 닭고기 파이 하나를 끌어옴으로서 식사를 개시했고, 다른 일행들도 각자 음식에 덤벼듦으로서 식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음식 에 손을 뻗었지만, 차마 라스킨의 앞에 배정된 염소 통구이만은 어떻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뼈까지 씹어먹을 정도로 게걸스러운 모습을 보면, 잘못 손댔다간 같이 먹혀버릴 것 같다. 어서 먹고서 아살라후를 마셔보자구나. 룰루~ "허엇…!" "이런" "이럴수가…" "괴, 굉장히…!" "하아…" "…음" "하아… 하아…" 식사가 끝난 후, 후식과 함께 우린 아살라후를 주문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이곳 의 아살라후는 지금 때에 최고가 된다면서 자랑을 늘어놓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 이며 맞장구쳐 주었다. 그래서 접견(!)하게 된 아살라후의 모습은 가히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먼저 은은한 분홍색을 내는 투명한 빛. 분홍색을 비롯한 붉은 계열들은 잘못하면 천박하거나 지저분해 보이기 일쑤지만, 이것은 달랐다.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최상 의 투명한 분홍색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향.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세상 그 어떠한 꽃 보다도 향기롭고, 그 어떠한 술보다도 감미로운 향이 났던 것이다. 우린 각자 앞에 놓여진 아살라후를 보면서 신비로운 표정을 지었고, 나미아와 오 디를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특히 몸을 나미아와 맞게 맞춘 오디는 더욱 그렇게 보였지만 그런 일은 상관이 없었다. 우리는 각자 한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올드 패 션 글라스를 잡고 천천히 입에 가져갔으며, 동시에 그것을 마시고 넘겼다. 그 결 과 우리들은 술의 맛과 향에 완전히 나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말도 안될 정도로 입안에서 녹아 사라져 향과 맛만 남기고 있었다. 목을 타고 넘 어가는 느낌은 마치 그런 느낌조차 들지 아니했으며 그것이 뱃속 깊은 곳에 자리 했을때야 비로소 알콜이 폭발하는 듯이 느껴졌다. 이, 이런! 속에서 폭발하는 알 콜의 느낌이라니! 온 몸이 같이 폭발에 휩쓸려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그 어느것 보다도 감미롭고, 그리고 강렬했다. "괴, 굉장하군요" 알콜의 기운때문에 라스킨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단 한잔의 아살라후에 라 스킨이 술이 올라 버린 것이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하아… 뜨거워…" 미리안은 조용히 독백했고, 에실루나는 뺨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한숨을 내쉬 었지만, 그 숨결에는 알콜의 향이 나아있지 않았다. "이거… 굉장한 술이군. 난생 처음이야" "…음" "하아…" 콰이헤른은 기뻘개진 얼굴로 감상을 피력했고, 머기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 덕거렸다. 라니안느는 오른손을 뺭에 대면서 가볍게 한숨을 쉬는 행동을 계속해서 그녀 역시 술의 맛에 취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 나의 경우엔 얼굴이 붉어 지지는 않았다. 알콜이 뱃속에서 폭발하고서 순식간에 기화해버렸거든. 하지만 일 순간 짜릿함을 느꼈다. 이거, 잘 하면 나도 취할 수 있겠는걸? "한병 더요" 나는 아살라후 한병을 더 주문했다. 성인 일곱명이 한잔씩 가져가자 병에 담겨진 아살라후도 바닥을 드러낸다. 그러고보니 아살라후는 딱 7잔이군. 사람들의 모습 을 보아하니 아마 세잔 이상까지 버틸 사람은 없어보인다. 굉장히 독하다고 들었 는데, 독한 술 같지가 않다. 이렇게 가볍게 넘어 들어가서 사람을 현혹시키는 술 이라니! 이것이야말로 명주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사람들은 오기로라도 술 한 잔에 졌다고 말하긴 싫은가본지 두번째 잔을 조용하게 받아들었다. 훗. 그래, 그 렇게 받아들인다 이것이지? 한번 쓰러져 봐라. 쓰러져도 난 모르니까. "자. 잔을 들고. 건배!" 나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잔으 들어올렸다가 망설임 없이 쭈욱 들이켰다. 역시나 아살라후가 녹아 사라지듯이 느껴지면서 감미로운 맛과 비할곳 없는 향을 남기고 는 느낌도 없이 목을 타고 들어가 퍼엉!하고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하앗…!" "흐읍!"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먼저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들은 여기까지다. 술을 마시면 서 괴로워 하는 것으로 이미 그녀들은 술에 진 것이다. 그래도 두잔이나 버티었으 니 찬사를. "…" 머기는 머리를 테이블에 박고는 조용하게 있었다. 아니, 대체 언제? 이번에도 또 못봤네? 그리고 라니안느는 그런 머기의 옆에서 그를 돌봐주려고 하고 있었지만, 거대한 알콜의 기운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우하…" "흐음…" 라스킨은 매우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콰이헤른은 조용하게 그 맛을 탐구 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미아와 오디는 어른들의 이상한 반응을 보면서 어리둥 절해 하고 있었다. 단 두잔의 술에 사람들이 저렇게 되다니… 아살라후는 정말로 대단한 술이 아닐 수 없다. 나? 나는 이번에도 짜릿한 느낌이 오면서 알콜이 기화 되었다. 하지만 상관 없어! 너무나 맛있단 말이다! "아주머니. 한병 더요!" 나는 쌩쌩한 모습으로 주문했고, 아주머니는 사람들 중 오로지 나만 멀쩡한 것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적어도 라스킨, 콰이헤른, 라니안느와는 세번째 잔을 나 눌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는 다운. "그럼 계속 갑니다!" 세번째 잔이 들어갔고,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병이 비어 갈 때마다 한병 더를 외쳤다. 결국 4잔째에 라니안느가 다운되었고, 5잔 째에 콰 이헤른이 패배선언을 했으며, 6잔째에 라스킨이 고개를 꺾었다. 나는 어리둥절해 하는 오디와 나미아에게 한잔씩 따라주고, 그 애들을 쓰러지게 한 다음에 홀로 유 유자적하게 앉아서 아살라후를 비웠다. 훗. 오늘의 마지막 승자는 바로 나구나. 006.15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사람들이 모두 쓰러지고서 나홀로 남아 유유자적하게 아살라후를 서너병 정도 더 비웠다. 술의 맛은 좋지만 취하지 않는 것이 좀 허무하군. 그래도 그 자체의 향과 맛 때문에 나는 그정도를 더 비웠다. 그리고는 나를 제외하고 쓰러진 모든 사람들 을 일일이 방으로 옮겨놓는 작업을 벌여야 했다. 8명을 모두 옮겨 놓고 보니, 이 미 나짜가 넘어간 뒤고, 그래서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잠들었다. 대채 이 다음날 에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을 할까 궁금해하면서. "그런데 의외로 다들 괜찮군" 나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면서 보이는 일행들의 모습을 보고는 그렇게 중얼거렸 다. 난 그들이 마신 아살라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 었다. 아살라후는 마치 이슬과도 같이 깨끗한 뒤끝을 남긴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그들을 둘러앉아서 간밤에 마셨던 아살라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술마 신 다음날의 술 이야기는 항상 그렇듯이 어떻게 좋았네, 이런점이 마음에 들었네, 기타등등의 말이었고, 나는 피식 웃었다. 최대 5잔까지도 못 버틴 사람들이 아살 라후에 대해 논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상당히 재미있군. "다들 좋은 아침" 나는 그렇게 인사하면서 테이블로 다가갔다. "좋은 아침이에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러자 이제 여느때와는 다르게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 를 해왔다. 그리고 순간 나는 가슴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런 작 은 인사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사이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는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가서 앉았고, 그녀들은 절대 거부하지를 않았 다. 다행이야. 어쨌든 형벌은 풀렸구나….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잠시 중단되고서 아침인사가 오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기 시작했다. "오늘 당장 출발해도 그렇게 큰 무리는 없을듯 한데요?" 라스킨은 특별히 숙취도 느껴지지 않는 자신과 사람들을 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출발준비야 언제든지 되어있으니 지금 가도 상관은 없겠지. "특별히 할 일 없으면 오늘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어차피 불가침 지역 으로 들어가면 낮이나 밤이나 거기서 거기니까" 나는 라스킨의 의견에 동의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하면 여기서 하 루쯤 더 머물수도 있지만, 볼일 없으면 재빨리 일어서서 출발하는 것이 제일 좋겠 지. "전 괜찮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빨리 출발하는 것이 좋잖아요" "저 역시 동의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여기서 더 머무는 것은 무의미하군요"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우리의 의견에 한표씩을 거들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머기와 라니안느를 바라보았다. 뭔가 이곳에 볼일이 있다면 그들이 봐야할 볼일이다. 콰 이헤른은 어떨까? 그 역시 뭔가 볼일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그 다지 곤란하다거나 망설인다거나 뭔가를 말하려는 표정도 아니었다. 결국 그것은 무언의 승락이라는 소리인가? "쩌업. 뭐, 다들 이곳에 그다지 볼일 없는 것 같군요. 그러면 시장에서 물건이나 조금 구입하고서는 떠나도록 하지요" "…싫어요" "응? 왜 그러니 나미아?"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나미아가 나에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아이 가 갑자기 왜그러지? 뭔가 이곳에 볼일이 남아있는 건가? "아침은 먹고 가야죠" 나미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고, 나는 순간 어깨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아하하하… 그래. 밥은 먹고 가야지. 하하하하… 뜨겁다. 그리고 위험하다. 위 두개의 명제는 사막을 대표하는 이름이나 다름이 없었다. 매우 지극히 객관적 인 사실이 이렇게 널리 퍼지게 된 이유는 아마 극한상황에서의 기후 때문 이랄까? 사람은 항상 극한상황에의 동경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경외심이라고 해도 좋겠지 만, 어쨌든 그러한 감정들을 가지고 있고, 약간의 환상까지 품으면서 상상하는 일 은 사람들의 자유다. 하지만 정작 그 상황에 직접 처한 사람들은 아마 그렇 공상 가들의 얼굴에 주먹이라도 꽃아넣고 싶을걸? 앞으로 나한테 '불타오르듯이 뜨거운 사막의 낭만…'어쩌고 중얼거리는 인간이 있으면 그대로 사막 한 가운데에다 한시 간쯤 버려둘 용의가 있다. 직접 한번 와보시라고. 그런 소리는 쏘옥 들어갈걸? "아, 신기루다" "어? 정말?" 라스킨이 저 앞을 가리키면서 말했고, 나는 그의 말대로 신기루를 볼 수가 있었 다. 흐음… 더위에 지친 여행자가 있다면 아마도 눈에 불을 켜고서 달려들 모습의 신기루였다. '호수'라니, 너무 리얼리티가 떨어지는군. 미리안은 신기루를 노려보 다가 잠시 후에 말했다. "저기까지가면 아마 신기루는 사라지겠죠?" "그렇겠지. 그러니까 신기루 아니겠어"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물을 구하기 위해서 달려들 모습이에요. 아마 그러 다가 점점 지치고, 저것이 신기루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기운이 빠져서 점점 자 기 수명을 깎아들고 결국 모래위에 쓰러지겠지요" "그리고는 사막에서의 사망자 명단에 한명이 더 추가되는 것이지. 훗" 나와 미리안, 에실루나는 그렇게 살벌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고, 사람들 의 이상한 시선을 받게 되었다. 어이, 이봐. 농담도 못하나? "위, 위험해…" "동감이에요…" 나미아와 오디는 그렇게 말하고서 슬슬 우리를 피하고 있었다. 이, 이 아이들이 부모들한테 뭐라고 하는거야! 사실 약간의 살벌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던 우리들의 잘못도 약간은 있지만, 그거 그렇게 꺼려할 부분은 아닐텐데? 리얼리티가 없는 현 실에 빗대어 리얼리티가 있는 이야기들을 하는게 뭐가 나쁘다는거야. 쳇. "자. 신기루 따위에 눈을 현혹시키지 말고 얼른 가자" "그러지요" 라스킨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의 선두는 예전과는 달리 라스킨이 맞게 되었다. 예전이라고 해도 엊그제의 상황이고, 그때는 내가 따 돌림(?)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지.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위험지대에 들어와있는 만큼, 나보다도 라스킨의 본능적 감각이 더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아살 라하에서 나와 길과는 90도의 차이를 두고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이윽 고 아살라하가 보이지 않게 되자 라스킨의 변신을 풀게했고, 그래서 우리 일행의 선두에는 온갖 더위에 면역을 주는 물건들을 달고 본능적인 감각으로 한 수 앞서 서 위험을 찾아내는 늑대인간이 서게 되었다. 지금 시간은 오후 3시쯤. 아살라하 에서 오전 10시에 출발했으니 약 8시간을 걸어온 셈이다. 생각해보니 이거 상당히 오래 걸었네? 중간에 두번정도 휴식을 취했긴 하지만 꽤 길게 걸었군. 그래도 우 리의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오늘의 할당량은 앞으로 1/3쯤 남았다. 해지기 전에는 목적지점까지 도착할 수가 있겠군. "마스터. 뭔가 나옵니다" "뭐가? 어디서?" "전방 30야드… 땅 속에서요" 라스킨이 뭔가를 느꼈나보다. 전방 30미터의 땅 속? 나는 라스킨이 말한 장소를 잘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을 느낄 수가 없었다. 뭐가 나온다는 소리지? 난 의 아해하면서 라스킨에게 잘못 느낌게 아니냐고 말하려 했고, 그 순간에 모래를 뚫 고서 뭔가가 올라왔다. "자이언트… 샌드 웜!" 라니안느의 말이 그것의 정체를 확인케 했다. …정말로 크군. 나는 10야드의 높 이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직경 2야드의 굵은 몸체를 가진 거대한 지렁이의 포악 스런 눈을 마주보았다. 단순 사고 외에는 할 수 없을것 같지만 그렇기에 그 거대 한 몸집이 무기가 되는 몬스터다. 무언가를 씹어먹기에 알맞은 이빨을 드러내고서 각질의 눈을 가진 놈은 그 겉가죽이 굉장히 단단해보였다. 사막의 햇빛을 반사시 키기라도 하는듯 번들거리는 겉가죽은 왠만한 칼로는 상처도 낼 수 없을 것 같았 다. "저거, 왠지 우리를 식사하려고 있는 것 같지?" "그런 것 같습니다" "흠… 이런곳에서 싸우는 일은 사양하겠어. 특히나 이런 땡볕 아래에서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품의 홀스터에서 글록의 형태를 지닌 권총을 꺼내 들었다. 기억속에 남아있는 글록의 모습으로 만든 물건이지만, 실제로 글록의 화 력과는 말도 안되는 차이를 보여주지. 거기에다가, 이건 총 자체에 인격부여가 되 어있어서 말이야. 상급의 퍼스널리티 스톤이 박혀있어서 명령하면 알아듣는 총이 야. 예를 들자면 이런거지. "폭렬탄(爆裂彈) 장전" 난 놀이쇠를 당기면서 말했고, 작게 찰칵하는 장전음이 들렸다. 그리고는 자이언 트 샌드 웜에게 겨누었고, 자이언트 샌드 웜은 그 모습을 드러내고서 잠이 우리의 위치를 관찰하다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세히보면 떠로은 몸통을 받친 나머지 몸 통의 복부에 많은 다리가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워어어어! 소리를 내지를 수 있는 기관이 어디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이언트 샌드 웜은 아 주 굵직한 거음을 내면서 달려들었고, 그 거리는 금세 좁혀질 것 같았다. 나는 씨 익 웃으면서 말했다. "Bye Bye" ! ! ! 세번의 격발음이 들렸고, 나의 눈에는 천천히 탄피가 떨어지는게 보였다. 그리고 3발의 탄환은 탄환 전신을 감고 있는 붉은 기운을 혜성 꼬리의 꼬리처럼 뒤에 달 고 우리에게 달려오는 자이언트 샌드 웜의 머리와 서있는 몸통의 중간, 그리고 밑 둥으로 날아갔다. 찰나의 순간, 세발의 탄환이 거의 동시에 가깝게 노렸던 세 부위에 명중하였고, 자이언트 샌드 웜이 잠시 움찔 하는가 싶었다. 그리고는… 퍼버벅! 머리와 일어선 몸통 중간, 그리고 밑동의 한번에 터져 찢기면서 밑동의 일부만을 남기고는 산산조각나 흩어지고 있었다.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 콰이헤른이 조용하게 마법을 사용했고, 우리 주위로는 파르스름한 장막이 쳐지게 되었다. 산산조각나서 날아오던 조각들은 그 장막에 맞고는 튕겨졌고, 나는 폭발 이 진정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음… 확실하게 죽었군. "자. 다시 갑시다" 나는 총을 품안에 갈무리 하고서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아마 이대로 여기에 있다 가는 자이언트 샌드 웜의 냄새를 맡은 빅 데저트 비틀들이 몰려올 것이다. 숫자로 밀어붙이기를 하는 녀석들 만큼 위험한 것은 없지. 우리는 얼른 그 근처를 벗어났 다. 나미아와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내가 했던 일의 결과물에 대해서 뭐라고 한소 리를 했고, 나는 뻔뻔하게 받아주었다. 흠… 그래도 다음부터는 좀 조용하게 죽이 는 물건을 사용해 볼까? 한참을 걸어간 뒤에 내가 뒤를 돌아보니 대략 30여 마리 의 빅 데저트 비틀들이 남아있는 자이언트 샌드 웜의 몸통과 그 주위에 흩어진 살 점들을 주워먹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저것들이 식사를 다 끝낸다면 우린 이미 멀어질대로 멀어져 있을 것이다. 우리를 상대로 덤비지 않길 바래야지. 괜히 덤볐 다가 무리 전체가 몰살당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고보니 이것이 첫 조우인가?" "그렇군요. 슬슬 시작이라는 느낌이군요" 자이언트 샌드 웜. 이것으로 우린 완전한 불가침 지역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비로 소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꽤나 많은 몬스터들이 우릴 반겨줄 것 같 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환영방법이 우리와 조금 맞지 않아서 그로 인해 발생 되는 유혈사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야. 최소한 우리를 식사메뉴에 올려주는 환영 인사는 받고 싶지가 않으니까. 자아, 계속 가자. 계속 가. 006.16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섀도우. 남은 물은 얼마나 있지?" "예. 현재 남은 식수는 약 5일치가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유사시의 경우엔 식수 를 마법으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크게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 니다" "식량은?" "그것 역시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그들과의 격차를 따라잡는데 얼마나 걸리지?" "아마 그들과 거의 동시간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희가 더 먼저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체리랑스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먼저 출발해버린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선택한 방편이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이것은 좋은 선택이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막을 '똑바로' 가로지르는 선택이. 무멘트라에서 출발한 그들은 라이니시스의 일행이 지나갔던 길로 가는 대신 몬적 지까지의 길을 똑바로 가로지르기로 했다. 3일거이의 직선도로로 아살라하에 도착 해서 대시 거기서 90도 꺽어 3일 거리를 가면 나오는 목적지다. 잘해야 6일 내지 7일이면 도착할 거리를 똑바로 가로질러 버리면 더욱 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 라는 생각이었다. 실제로 재어보아도 그 거리는 확실하게 단축된다. 양변의 길이 가 같은 직각삼각형에서 서로 직각한 두 변과 빗변과의 길이의 비는 1:1:√2이기 때문에 각각 3일간의 거리로 직각해서 갈 수 있는 목적지를 단번에 가로지를 경우 그 거리는 √18이 된다. 이것은 약 4.24264…가 되므로 4일하고 ¼일에 걸쳐서 목 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된다. 그들이 하루 늦었음을 감안하자면 그들이 목적지에 도달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와 ¼일이다. 결국 이들이 지금처럼 만 여행을 계속한다면 라이니시스의 일행와 동시에 도착하거나 아니면 먼저 도착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이 무멘트라를 떠난지 3일째 낮이다. 반 이상을 온 그들로서는 오아시스도, 우물도 없고 점점 위험도만이 올라가는 길을 취소하고 갈 수도 없거니와 체리랑스 의 뜻이 워낙에 완고한지라 제대로 된 길로 가자는 소리를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들이 가진 식량과 식수는 항상 풍부하다는 점이다. 뒷받침 이 되어주는 목숨보장의 근거가 있기에 그들은 사막을 가는 것이다. 사막에서 싸 워본 일이 많고, 사막 여행을 자주 다녔거나 혹은 사막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출당 한 9명의 남성들은 보수에 비해서 좀 비싼 일을 하는 것이지 않는가 싶었지만 이 내 그들의 앞에서 그들을 이끄는 총수의 모습에서 그 생각을 싸악 지워버렸다. 총 수가 하고자 하는 일은 그들의 목숨을 걸 가치가 있을 정도로 숭고한 일이고, 이 번 일은 바로 그 목적에 근접하기 위해 내딛는 성스러운 한발자국인 것이다. 그들 의 마음은 이제 다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가득차게 되었고, 다시금 발걸음이 가 벼워지고 있었다. "지금쯤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아슬라하에서 하루 떨어진 거리에 있을 것입니다" "흠… 평면적인 상황에서 보자면 우리가 목적지에 더 가까이 와있는 것이지?" "예. 저희쪽이 이젠 목적지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체리랑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적지에 가까워질 수록 그들과의 거리도 가까워 지겠지만,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그 상대들이 보일리는 만무했다. 체리랑스는 그 러던 도중, 미리 사용하고 있었던 경계용 마법으로 자신에게 알려진 수 많은 어떤 '존재'들을 느꼈다. "전원 전투 준비! 뭔가 오고있다!" 그녀는 검신 전체가 파르스름한 금속으로 되어있는 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갑 작스런 명령에도 불구하고, 뒤의 조직원들과 섀도우는 재빨리 전투준비를 갖추었 다. 체리랑스는 경계마법의 범위 안에서 느껴지는 여러 존재들의 위치를 확인하면 서 칼자루를 세게 쥐었다. 가면 갈 수록 몬스터들을 만날 확율이 높아진다. 그녀 가 앞으로 일정에도 이런 일이 자주 벌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약간의 한숨을 쉬었 고, 그 순간 여섯 마리의 자이언트 샌드 웜이 모래 속에서부터 그 존재를 드러내 었다. 아우레스력 1440년 3월 13일. 아살라하를 떠나온지 사흘째. 지금까지 만났던 몬스터들은 의외로 그 숫자가 적 었다. 불가침 지역에는 상당히 많은 몬스터들이 있다고 했는데, 어제 자이언트 샌 드 웜을 만나고, 그 다음에 빅 데저트 비틀과 만나고, 킹 스콜피온 몇마리와 만난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밤에는 조용하게 잘도 잠을 잤고, 불침번을 서는 동안 아 무런 습격도 없었다. 단지 우리가 지나가는 길의 앞에는 서쪽으로 몬스터들이 이 동한 흔적이 보여서 조금 고개를 갸웃했을 뿐이었다. 에실루나의 말로는 꽤 많은 숫자의 몬스터들이 움직였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서쪽에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목적지까진 얼마나 남았지요?" "잠깐만 기다려봐. 흠… 앞으로 조금만 가면 된다고 하는데? 그래. 이거다. 계속 앞으로 가서 거대한 모래늪이 나오면 된대" 나는 책을 뒤적거리면서 도시의 진입부분을 보고는 말했다. 모래늪을 먼저 찾으 면 된다고 한다. 아마 그 근처에 뭔가 있을것 같은데? "아… 저거…" 라니안느가 잠시 멈춰서더니 손가락으로 동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잔잔한 바다 위에 박아놓은 말뚝과도 같은 동기둥이 서있었다. 모래의 바다이기는 해도 그 기 둥은 삐죽하게 올라와 있었고, 그 주위에는 석조건물의 잔해로 보이는 돌들이 이 리저리 널려있었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다. 한 100야드쯤. 주위의 사구때문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던 것이 지금에야 라니안느의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설마하니 고대 도시의 흔적인가? "옛날… 제국의 침략때… 만들어진 것…이군요" 라니안느는 조용히 말했다. 제국의 침략이라면… 사이에그롭이 만들어지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란 말인가? 그때 당시 사이에그롭에선 많은 사람들을 들여서 제국의 침략을 말을 수 있는 성을 축조했다고 한다. 그 흔적이 여러군데 있다는 말을 들 어본 적은 있는데… 저게 그건가? "특별히 조사할게 느껴지지 않네요" 미리안은 저 금처를 잠시 살펴보다가 그렇게 말했고, 나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했 다. 미리안이 말하는 것이니까 사실이겠지. 나는 잠시 그 돌기둥과 건물의 잔해를 보았다가 걸음을 옮겼다. 어? 내가 잘못봤나? 갑자기 모래가 조금 움직인 듯한 느 낌이…? 그리고 나에게 바람이 불어왔고, 나는 피식 웃었다. 뭐야, 바람이잖아? "페이그니스. 가요" "어, 그래" 난 미리안이 재촉하는 목소리에 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더 가면 모래늪이 나올것 이다.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고대의 도시로 갈 수 있다고 책에 쓰여져 있었다. 정 확하게는 그 저자가 말하길 자신이 사는 도시는 모래늪의 수호를 받는다고 쓰여져 있었지. 그것이 무슨 의미일까? 잘은 몰라도 일단 가보면 알 것이다. 하지만 정말 로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말은 '정확한 방법을 알기 위해선 모래늪에 접근하거나 내가 저술한 또 한권의 책이 필요하다'라고 되어있었다. 또 한권의 책. 그것이 매 쉬암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고,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같지만 도 시로 들어오기 위한 정확한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양쪽의 책이 전부 필요하다. 어 째서 저렇게 책을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단서까지는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 에 찾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나는 일행과 같이 계속 앞으로 걸어나갔더. 일행들과 같이 몇개의 사구를 넘고, 지금까지 했던 대로 계속 걸어가면서 큰 모래 언덕위에 올라섰다. 그러자 드디어 모래늪이 눈 앞에 보였다. "어, 엄청나…" 나미아가 입을 쩌억 벌리고는 그 크기에 감탄하고 있었다. 나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래늪? 이것이? 나는 책에 써있는 말을 비웃고 싶어졌다. 분명 고대에는 모래늪 과 다를 것이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의 '이것'은 거대한 모래의 소용돌이였다. 그 중심으로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것 같이 휘몰아치는 거대한 탐욕의 소용돌이 같 았다. "이런 세상에… 이런게 진짜 있었단 말이야? 대륙의 불가사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는게 불가사의하군" 콰이헤른은 자신의 감상을 말했고. 난 그것에 동의하고 싶어졌다. 그냥 보더라도 직경이 반 마일은 넘었다. 거대한 원을 그리면서 주변의 모래들을 끊임없이 자신 의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우리가 서있는 모래언덕의 아래로 약 1~200야드의 모래 평야가 있었다. 소용돌이를 감싸는 둥근 띠처럼 아무런 높낮이도 없는 평면 의 모래땅이 펼쳐져 있었고, 그것들은 소용돌이로 천천히 끌어당겨지고 있었다. "아! 저, 저기!" 미리안이 당황하면서 손가락으로 왼편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일련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숫자는 열 한명…인가? 그들이 여기 있다는 사실, 즉 우리를 제외하고 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뻔했다. 그리고 그들의 맨 앞에 서있는 검은머 리의 여자를 보면 더더욱 뻔했다. "체리랑스! 매쉬암!" 그들도 우리를 발견했다. 표정까지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난 그들이 매쉬암이라 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이미 나의 킨 센스는 짜릿하게 반응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까지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 왜 지금? 아니, 상관 없다. 어쨌든 저들과 우리가 하 나의 목표를 두고서 같은 장소에 같은 하늘을 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 러가지로 그 부하들이 조금 지쳐보이는군. 옷도 많이 헐었고 말이야. 몬스터들에 게 떼거지로 습격이라도 받았나보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체리랑스의 손이 움직였다. 뭐? 설마 마법공격인가?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수신호였다. 짧은 단어로 나열한 수신호였고, 나는 그것을 일행들에게 말해주었다. "우리. 곤란. 싸움. 시간. 아니. 상황. 모면. 협력. 요망" "우리는 곤란하다. 싸울 시간은 아디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협력을 바란다… 라고 해도 될까요?" 옆에서 미리안이 내가 한 말을 적절한 뜻으로 변환했고, 난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마도 저런 뜻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뭐? 곤란하니까 서로 돕자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는 화난 표정으로 수신호를 보냈다. 웃음. 안됨. 신뢰. 불가. 싸움. 싫다. 동의. '웃기지도 않는다! 너희들을 어떻게 믿으라고! 하지만 싸움을 하지 말자는 것에 는 동의하지!' 위의 뜻을 담아서 단어를 보냈다. 그러자 체리랑스가 조금 움찔하는가 싶었더니 다시 수신호를 보냈다. "정말. 곤란. 인질. 준다. 협력. 요망" "정말로 곤란하다. 인질을 주겠다. 그러니 도와달라. …라고 하는데요?" 역시나 미리안이 옆에서 변환해주었다. 인질까지 주겠다고? …인질을 준다고 해 도 내가 믿을 성 싶으냐? 매쉬암의 방식은 쓸모 없는 걸 자르는 방식이잖아! 인질 따위가 무슨 소용이랴. 나는 다시 수신호를 보냈다. 신뢰. 불가. 우리. 과거. 불망. 그쪽. 방식. 무용. 절단. '신뢰할 수 없다. 우리는 옛날을 잊지 않았다. 그쪽 방식은 쓸보 없어지면 자르 는 방식이잖냐' 그러자 체리랑스는 다시 수신호를 보냈고, 나는 두뇌회로가 정지하는 것 같았다. 저, 저년이 뭐라고 하는거야! "응? 뭔가를 줄테니 도와달라는데요?" 미리안은 그새 몇개의 수신호를 배웠는지 아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그래, 나도 알아! 체리랑스가 나에게 보낸 수신호는 딱 네개다. 내몸. 준다. 협력. 요망. '제 몸을 드릴테니 도와주세요' 너, 그, 이, 저 여자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두뇌가 정지할 것만 같 은 느낌에 잠시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리고 체리랑스는 다시금 수신호를 보 냈다. 농담. 재미. 제발. 부탁. 협력. 요망. '농담이었다. 재미있었지 않느냐? 제발 부탁한다. 도와달라' 이 상황에서까지 농담 따먹기를 하자니, 도와달라는 것 치곤 여유가 있군. 나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어쨌든 도와달랍니다. 어쩔까요?" -------------------------------------------------------------------------- ------ 이번 챕터는 좀 짧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오래 끌 것 같지가 않군요. 일단 밝혀질 것들은 다 밝혀지고서 끝이 나야겠지요. 흠.. 충격적인 내용들로 받아들여져야 챕터 제목까지 저렇게 쓴 보람이 납니다만.. 혹시 나중에 시시하더라도 좀 많이 놀라는 척이라도 해서 이 글쟁이좀 위로시켜 주시길 바랍니다.(자네 소심하군) 그럼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006.17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사람들의 표정은 복잡했다. 솔직히 난 뭘 도와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체리랑 스도 정체를 드러내진 않고 있겠지만, 그녀도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다른이들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람들으 회의적인 반응을 보고서 나 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야기라도 들어보는건 어때요?" "미리안… 무슨 말씀을?" 미리안의 말에 에실루나의 눈이 커졌다. 아무리해도 그녀들은 체리랑스가 나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라도 들어보자니, 상당히 긍정적인 반 응이 아닌가? "저희들도 여기가지 와서 뭔가 뾰족한 방법이 없잖아요. 저들이 실마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니까 그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는 있어요. '그 이상'은 안되겠지만요" 왠지 미리안의 뉘앙스에서 '그 이상'이 말하는 바가 전에 체리랑스가 말했던 '다 음 거'라고 대치되고 있었다. 흠… 어쨌든 대화는 해보자 이건가? 뭐, 그렇게 생 각하면 별로 나쁜 생각은 아니야. "그래. 그렇게 나쁜 생각은 아니군. 대화정도는 할 수 있겠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체리랑스 쪽으로 다시 수신호를 보냈다. 일단. 거절. 대화. 가능. 중간. 접선. 요망. 그러자 체리랑스는 뭔가 고민하는 듯 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검은 머리의 여성 과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부하인가? 같은 블랙 드래곤은 아니로군. 뭐, 아 무래도 상관 없겠지. 그리고 체리랑스는 수신호를 보냈다. "혼자서. 독대를 하자는군" 나는 그녀의 수신호를 읽어서 말해주었다. 순간 오싹해지는 기분이 다시 드는 것 은 어째서일까? 나는 숨을 들이켰다가 좋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일행들 을 보면서 말했다. "일단 체리랑스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겠고, 그동안 뭔일 벌어지면 빨리 신호를 주시길바랍니다" 머기와 라니안느만 없어도 경어를 쓸 필요는 없었지만, 뭐, 나름대로 상관 없지 않는가? 나는 몸의 무기들을 잘 확인 하고는 매쉬암의 일행과 중간되는 위치로 몸 을 살짝 날려서 그대로 날아갔다. 만남은 빠르게, 대화도 빠르게, 이별도 빠르게 해서 이번엔 도둑맞는 신체부위가 없도록 조심해야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중간지점까지 날아가 땅에 내려섰다. 나의 5야드 옆으로는 서서히 움직이는 모래 들이 있었고, 내가 딛고 있는 곳도 조금씩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모래의 소용 돌이가 움직이면서 내는 끔찍한 소리들이 나의 귀로 파고 들었고, 저쪽에서 체리 랑스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10야드 안으로 다가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푸훗. 오랜만인데, 겁이 많아지셨군요?" "아내를 둘 데리고 살다보면 그럴 수 밖엔. 적어도 당신과는 불륜의 의혹을 만들 고 싶진 않으니까 말입니다" "어머? 일부다처제? 애인 한명 정도 더 데리고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그럴 생각 없습니다" "그래요? 아쉬워라. 꽤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체리랑스는 놀리는 것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했다. 이 거리에서는 미리안과 에 실루나의 귀가 들리지 않겠지. 체리랑스의 말을 들었다가는 그녀들이 엄청나게 화 를 낼거야. 어쨌든, 나는 체리랑스의 말을 농담으로 취급하기로 결정했다. "농담은 그만 두시죠. 피차 바쁜 것은 마찬 가지니까요" "나름대로 재미있지 않았나요? 어머? 표정 굳었다. 흠… 세상을 좀 재미있게 살 아 보세요. 그렇게 굳은 얼굴이면 오려던 복도 달아나요" "매쉬암만 사라진다면 재미있게 살 수 있겠지요" 나는 날카롭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고,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지휘 하는 매쉬암만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내가 얼마든지 즐겁게 살아주지. 체리랑스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러면 저 애인 삼아주실 거에요?" "…본론에 들어가지요" 켁. 정말이지 열받게 하는군. 일단 나는 본론과 신속한 해결을 위해서 일단 한판 정도 내주었다. 우으… 내가 지다니…! 그녀는 생긋 웃고는 품 속에서 책을 한 권 꺼내었다.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겉모습이 같았다. 저 책이 매쉬암이 가 져갔다던 그 책인가? 그녀는 책을 들고서 말했다. "이것과 같은 것을 가지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조금 틀리다고 생각되는군요"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제안하는 것은 그 다른 내용들을 서로 보완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 제안은 매력적이군요. 하지만 서로 협조하자는 생각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내용 교환은 하되, 서로 돕자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못해. 내가 미쳤다고 매쉬암 과 협력을 해? 체리랑스는 나의 말에도 그저 조용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일단 나는 그녀가 다른 이상한 농담을 꺼내기 전에 먼저 말했다. "일단 이 책에 나와있는 내용은 도시로의 진입로와 도시의 입구까지 다가가는 방 법이 쓰여져 있습니다. 비어있는 내용으로는 진입로와 입구를 모두 열 '열쇠'의 존재더군요" "제가 가진 책에는 열쇠로 문을 여는 법과 도시로 들어가는 방법이 쓰여져 있었 습니다. 비어있는 내용으로는 당신이 가진 책의 내용이군요" "도시가 존재하는 장소에 대해선 나와 있었습니까?" "예. 그것은 나와있더군요. 이것은 중복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시가 존재하는 장소. 그것은 바로 이 무멘트라의 사막…이라고 했었지만, 실상 이곳은 검문소에 불과하다. 도시로의 진입로와 입구를 가기 위해서 사람들의 자격 을 심사하던 그런 검문소인 것이다. 진짜 고대의 도시는 어디 있느냐 하면, 이 땅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설명으로는 대략 10마일 정도 깊이 들어간 장소라 고 하니까, 두더쥐 도마뱀 녀석들이라 할지라도 들어갈 수 없는 깊이이다. 검문소 에서는 열쇠를 확인하고서 진입로와 문을 열어주고, 열쇠를 지닌 사람들은 도시로 들어갈 수 있다고 되어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 '열쇠'가 무엇인지 가리켜 주는 말 은 없었다. 아, 자꾸 열쇠 그러니까 안스란이 생각나잖아. 씁쓸하군. 나는 약간의 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체리랑스는 나의 표정을 보더니 말했다. "일단 저희측에서 당신께 건네드릴 자료가 더 많아 보이는군요. 어떠신가요? 저 희의 정보를 받으시고, 저희와 아주 잠깐, 그러니까 도시에 들어갈 때까지 만이 라도 협력하시는 것은요?" "흠…. 만약 그 정보가 무엇보다도 도움이 될 경우, 그리고 그쪽이 저를 속이지 않으신다는 것을 맹세하시면 저 역시 맹세하겠습니다" 일단 난 상대를 신용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맹세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믿지 를 못하겠어. 체리랑스는 상대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 한심해서인 지, 아니면 자기를 믿지 못하는 내 모습이 한심해서인지 어쨌든 한심하다는 의미 의 한숨을 짓고는 말했다. "의심이 많으시군요. 그렇다면 맹세하지요. 체리랑스 루 번타리스의 이름을 걸고 절대 진실만을 이야기 할 것을 맹세합니다"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의 이름을 걸고 조건에 합당하면 도와드릴 것을 맹세합 니다" 그녀는 손을 작게 들어올리고서 맹세했고, 나 역시 같은 포즈로 맹세를 했다. 서 로의 이름을 걸고서 하는 맹세이니 만큼, 어기면 그것은 일족 자체의 불명예로 남 게된다. 물론 나의 경우 어길 생각은 없다. 상의하지 않고서 한 일이지만, 일행들 도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체리랑스는 내가 맹세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린 다음에 말했다. "그렇다면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때는 우리가 고대라 부르던 제 3문명기 멸망의 시기 바로 직전이었습니다. 당신께서도 아시겠지만, 고대의 문명은 서로가 서로 에게 쏘아댄 문명말살포에 의해서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매우 극소수 의 물건만이 살아남았지요. 특수한 조건 아래에서 말이에요" "물에 담궈진 것들" "네. 그래요. 그것은 모든 물질을 떠나서 사람까지도 마찬가지였어요. 일부 극소 수의 고대인들은 그들의 자식이나 또는 그 자신을 특수한 장치속에 넣어서 물 속 에 담그고는 화를 면했지요. 여담으로, 그 중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성자 아우레 스가 있습니다. 그의 활약은… 그의 이름으로 현재의 세기를 셀 정도로 위대했 죠" 나는 잠시 머리에 망치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고? 성자 아우레스가 고 대인이었다고? 하지만… 제 4문명기가 약 5000년 전에 시작되었고, 아우레스력의 시작은 1440년 전이잖아? 그러면 그때까지 살았다는 거야? "궁금해하실 거라 생각하지만, 고대인들이 개발했던 그 장치는 매우 불안정했습 니다. 그들이 깨어나는 것에는 매우 큰 시간적 차이가 있었습니다. 어떤 고대인 들은 깨어나서 죽었거나, 아직 깨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요. 그 숫자는 앞서 말 했다시피 극소수 였습니다. 100명이 채 안되는 숫자이니까요" "그 내용은 잘 알겠습니다만, 그것과 고대의 도시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이곳의 고대의 도시는 그들의 핏줄만을 도시에 들였습니다. 그 핏줄과, 핏줄이 데리고 온 피조물만을 도시로 받아들였습니다. 매우 배타적인 장소입니다. 아마 당신이 가진 책에는 쓰여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열쇠에 관련된 설명에 나와 있던 내용이니까요. 또한, 고대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한 내용은 제가 독자 적으로 알아낸 내용입니다" "그렇군요. 예. 알겠습니다. 계속하시지요" 독자적으로? 대체 어떻게? 내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일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그런 자료들은 받아보지를 못했다. 쳇, 매쉬암의 정보력이다 이거냐? 체리랑스는 자신이 점한 정보적 우위에 괘 기뻐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설명하는 쪽이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어느것으로든 우위에 있으면 거만해지는 것은 당연하잖아. 체리랑 스는 설명을 계속했다. "이것으로 아시겠지만, 이 도시는 고대인의 핏줄이 아니면 어떤 누구도 들어가지 를 못합니다. 이 물질계에서 초월한 존재인 성족이나 사족은 갈 수 있겠지요. 하 지만 고대에서의 핏줄, 그러니까 순도 100%의 인간이 아니라면 도시의 문은 열리 지 않습니다" "순도 100%의 인간이요? 지금의 인간들은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예. 고대 문명이 멸망하고 나서 만들어진 신 인류 문명 탄생 역사의 첫장에서는 열 다섯의 신이 개입하야 인간이 완성되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 세상의 모든 인간은 그 누구라 할지라도, 설사 마법사라 할지라도 약간의 성법이 몸에 섞여있 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생활에서 기적을 일으킬 정도도 아니며, 마법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으로 들어가는 요소가 될 정도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지금의 인간은 순도 100%라 할 수 없습니다" 체리랑스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순도 100%의 인간? 옛 날에 나미아를 검사해본 바로는…! 나는 온 몸이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 나 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어서 진정시킨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열쇠란 사람은…" "이해가 빠르시군요. 그렇습니다. 예전 저희 조직이 간신히 알아내어서 확보했던 가장 최근에 깨어난 고대인의 핏줄. 당신의 따님이신 나미아 이켈라인 양을 이야 기하는 것입니다. 12년 전, 나미아 양은 토타카의 어느 산기슭에서 깨어나 방황 하고 있었고, 그것을 그 근처 마을의 한 부부가 키우고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고 대인의 자료를 모으던 저는 나미아 양의 능력이 고대인과 닮아서 앞으로 발견될 수 있는 배타적인 고대 도시로서의 입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데려왔던 것입니다. 헌데, 그것을 당신이 데려가시더군요" 006.18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내가 직접 검사를 했었기에 나미아가 순도 100%의 인간이란 사실은 확실하다. 하 지만 그것이 고대인임을 뜻하는 것일 줄은 나도 미처 모르고 있었다. 그런다면 나 미아가 가진 염동력이나 사람의 마음을 보는 능력은 모두 고대인의 능력이란 말인 가? 순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체리랑스는 나의 표 정을 보고는 계속 말했다. "하지만 저 역시 제가 확인한 것이 아니라 확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중간기 지에서 '그것'이 도난당하지 않게 잘 보살피라고 했을 뿐이지요. 하지만 '그것' 은 상실의 축복에서도 자유로웠습니다. 새로운 조치를 취하려고 했는데, 당신과 당신의 일행이 데려가더군요. 새로운 일을 하기에 앞서서 약간 막막했다는 투정 좀 늘어 놨습니다. '그것'까지 도난 당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거든요" 체리랑스가 말하는 '그것'이란 바로 나미아를 뜻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달리 명 사취급을 하는 이유는 그녀의 성격이거나 아니면 매쉬암의 성격상 그런 것이겠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물건 취급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제 딸이 고대인이라는 말씀이군요. 결국에는" "지금으로서는 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대인의 특징이 바로 서로의 마음을 보 는 능력과 손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이었으니까요. 고대인들이 번성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진실된 사고만을 나눌 수 있어서 협력 관계가 더욱 긴밀하게 유지되었으니까요. 후일 사고를 닫는 법을 개발한 그들의 역사는 멸망으로 치닫긴 했지만 말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해드릴 말씀 전부입 니다. 도와주시겠나요?" 그녀는 영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중이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가 없다. 저렇게 정보를 받았는데 맹세를 어길 수는 없다. 나는 열쇠라고 해서 뭔가 내가 가진 물건이 아닐까 싶었는데 그 것이 아니었다. 맙소사. 나미아 그 자체라니! 평소에 '아빠~!'하면서 답삭 안겨들 던 그 아이가 고대인이었다고? 나의 삶에서 이토록 놀란 일은 없었다. "아, 그런데 제가 기억을 읽어본 바로는 고대에서의 기억은 없던 것으로 아는데 요? 12년전이라 함은, 나미아가 3살때 이야기니… 그 아이가 납치되기 전이었던 시간까지 생각을 해보면 갑작스런 기억의 전환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고대의 도시를 자세히 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아마 예상이지만 부 모님에 대한 기억은 조금 바뀌었을 것 같군요. 하지만 인간에겐 망각의 축복이 있습니다. 3살 이전의 기억은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어린아이의 자 기보호본능이 일어나서 기억을 덮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쪽이든 예상이지요" "그렇군요. 허, 참. 놀랄 일 밖엔 없군…" "그럴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럼 이제 약속을 지켜주시겠습니까?" 쳇, 놀라는 것은 집어 치우고, 어쨌든간에 난 지금 약속을 지켜야 한다. 결국 저 들과 같이 고대의 도시로 들어서야 한다는 소리다. 나는 잠시 머리를 굴렸다. 믿 기 어려운 상대들과 신뢰관계를 조성해야 하는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 단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 나미아가 저 소용돌이 가까이로 가면 되는 것입니까?" "아니요. 그냥 저 모래의 평원 위로 발을 딛으면 고대인이 맞는지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고대인이 맞을 경우 진입로가 열린다고 했습니다. 이것 역시 열쇠에 관한 내용이라 모르시겠지만, 저 소용돌이는 '열쇠'가 가까이 올 경우 만들어집 니다. 나미아양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중 누군가는 고대의 핏줄이라는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맹세를 또 다시 나누어야 할 것 같군요" "그게 무엇인가요?" "상호 불가침입니다" 말하자면 서로 뒤통수까기 없기…라는 것이지. 고대의 도시로 가는 길에서는 서 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공간과 공간을 있는 그 사이에서 싸워서 실종되는 사람이 없어야 할테니까.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간의 싸움 은 하지 말자고. 아무리 서로가 대립상태인 집단이더라도, 오월동주(吳越同舟)하 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니까. "암흑의 무희 체리랑스 루 번타리스의 이름을 걸고, 고대의 도시에 들어가기 전 까지 홍염의 일족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의 일행에 어떠한 적대행위도 하지 않 을 것임을 맹세합니다. 이것은 제가 데리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속 합니다" "홍염의 일족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의 이름을 걸고, 고대의 도시에 들어가기 전까지 암흑의 무희 체리랑스 루 번타리스의 일행에 어떠한 적대행위도 하지 않 을 것임응 맹세합니다. 이것은 제가 데리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속 합니다" 그녀와 나는 동시에 서로간의 불가침을 형성하는 맹세를 했고, 동시에 뒤를 돌았 다. 일행들에게 도와줘야 겠다고 말을 하고, 나미아에 관한 내용은 본인에게는 숨 겨놓자. 일단 지금은 자신의 초능력이 어쩌고 해서 대충 그렇게 무마시켜 놓으면 알아서 납득할 것이다. 하지만 아마 그들은 매쉬암과 같이 협력한다는 사실에 상 당히 못마땅해 할지도 모른다. 에휴, 이거 나름대로 고민이군. "…그런거에요?" "응" "아빠도 참 너무해요. 딸을 내놓으라는데 고개 끄덕이고 오는 아빠라니…" "그… 음. 내가 참 할 말이 없구나" 나미아는 허리에 손을 얹고는 나에게 핀잔을 주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채로 그 핀잔을 들을 수 밖엔 없었다.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이름을 걸고서 맹세를 했 으니 이것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거기에다가 불가침 조약은 일족의 명칭까 지 앞에 세워두고 했으니 절대로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나미아는 나의 표정을 빤 히 올려다보다가 한숨을 푸욱 내쉬고는 말했다. "알았어요. 제가 열쇠라는데 제가 가서 문을 열어야죠. 그런데, 정말 제 능력 때 문에 제가 열쇠가 된 거에요?" "어, 응. 마법과도, 성법과도 다른 힘을 지닌 존재가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일단 가서 제가 열쇠가 아니면… 아빠는 어쩌실거에요?" 나미아는 약간 의심된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어쩔거냐 고? 아마도 저 모래 소용돌이 근처로 걸어가야 하니, 그렇게 위험하게 만든 위험 수당은 어쩔거냐…라고 묻는 것 같다.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뭐,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엔 없군. "삶아먹든 구워먹은 네 맘대로 해라" "알았어요. 후훗. 그럼 다녀오겠습니다아!" "아앗! 나미아님!" 나미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힘차게 뛰어서 아래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모래언덕 을 타고서 미끄러지는 나미아를 보면서 오디는 깜짝 놀랐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 다. 이거, 나미아가 정말 열쇠라도 문제고, 아니라도 문제다. 좀 특별하다고 생각 했었는데 고대인이라니? 아, 그러고보니 머기가 나미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있 다고 했는데 그게 뭐지? "그런데, 머기씨. 나미아에 대해 할 이야기가 뭡니까?" "고대인" 머기는 짧게 말했고, 나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다. 나미아가 고대인이었다는 사 실-아직 입증되진 않았지만-을 머기까지 알고 있었다는 소리인가? 도대체 어떻게? 그리 쉽게 접할 수 없는 사실에 속하는 것 아닌가? "…그거였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알아내셨는지요?" "초능력" "그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계셨던 것입니까?" "조직의" 머기가 몸을 담고 있는 조직에서도 매쉬암과 같은 조사 결과를 산출했나보다. 나 미아에 대해 할 이야기가 있다더니, 먼저 들어버렸군. 이걸로 충분해. 머기가 말 하려던 사실은 이미 체리랑스에게서 들어버렸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뭔가 상당 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고서야 나나 머기에게 째려 보는 시선을 줄 이유가 없지 않는가? 라니안느는 이미 알고 있던 것 같았지만, 라 스킨이나 콰이헤른과 오디, 특히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무리의 이 뜬구름 잡는 소 리, 이른바 선문답을 듣고서 둘이서만 납득해 버리는 이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들 지 않았나보다. "저기, 우리도 좀 알면 알되요? 둘이서만 그렇게 자꾸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면 듣는 사람들은 어쩌라는 말이에요?" "좀 더 정확한 설명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나와 머기에게 말했고, 나는 나미아가 멀리 갔는지를 보고 서 일행들에게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겠지만, 나미아는 고대인일 수도 있어" "예?" "네?" "마스터. 그것이 대체 무슨…" "고대인이라고?" "아버님. 무슨 말씀을?" 머기와 라니안느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다. 사실 놀랄 수밖 엔 없다. 고대인이라니? 내가 체리랑스에게서 진실의 맹세를 한 후의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 나라도 안 믿었을 부분이다. 일단 나는 거기까지만 말했다. 나미아에 대 한 이야기는 나중에 나미아가 없을때 이야기를 하고 , 일단 지금은 나미아가 정말 로 고대인인지 확인해봐야 한다. 나미아는 지금 천천히 모래언덕을 내려가고 있었다. 모래 평원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고, 나는 그것을 보면서 가슴을 졸여야 했다. 저 아이는 내 딸이다. 고대인의 살아남을 아이라 할지라도, 저 아이는 나와 함께, 그리고 나의 가족과 함께 지내 온 내 귀여운 딸이다. 많은 사고도 있었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만큼 정들고, 사랑스러운 딸이다. 그 핏줄이 어쨌던간에 저 아이는 나의 딸이다. 이점에 대해서 누구 딴지 걸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저 아이가 가진 피의 본질이 뭐든, 그 어떠한 가치를 저 아이에게 부여한다 하여도 저 아이는 변함없는 내 딸이다. 고대 인이라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내 딸이란 사실은 변함없다. 나미아는 천천히 내려가서 모래평원의 바로 앞까지 섰다. 그리고 잠시 우리쪽으 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생긋 웃었다. 마치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미소였다. 나도 마주 미소지어주었다. 그리고 나미아는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조금씩 꿈틀 거리던 모래의 평원위에 나미아가 발을 딛고 섰다. 그러자… 콰아…! 거세게 역동하던 소용돌이가 멈추었다. 모든 것을 빨아 들일 것 같이 휘몰아치던 소용돌이는 갑자기 그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나미아는 자신이 한 일에 잠시 깜짝 놀랐는지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천천히 걸어나갔고, 나미아의 진행 방향에 있는 모 래들이 갑자기 움직이면서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 소용돌이의 중심으로 향하는 길 을 모래들이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빠! 된 것 같아요! 내려오세요!" 나미아는 자신이 딛고 있는 모래땅을 몇번 발로 차보고는 나에게 소리쳤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지금 내려갈게!" 그리고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나미아는 고대인이다. 멸망을 피해서 살하남은 소 수의 인원 중의 하나였다. 나는 모래언덕을 미끄러져가듯이 단숨에 내려갔고, 서 쪽에서 체리랑스와 매쉬암의 일행들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저들과의 대 화는 내려와서 하고, 나는 약간 흥분한 모양인지 볼이 붉게 상기되어있는 나미아 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가까이 오자 나미아는 매우 신기하고, 굉장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후와… 이거 진짜 놀랐어요! 이거 나미아가 한 거 맞죠? 네? 네?" "그래. 네가 해낸거야. 수고했다" 나는 나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나미아는 여느때처럼 활짝 웃으면서 말 했다. "헤헷. 근데 신기해요. 모래가 이렇게 단단하게 굳어서 길을 받쳐주고 있어요" "그러네? 흠… 이것이 입구로 가는 진입로인가?" 나미아와 내가 딛고 있는 모래는 단단하게 뭉쳐져서 마치 포석의 위를 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곳에서 나미아를 뒤에서 끌어 안고서 일행들이 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었었다. 어쨌든 여기서 매쉬암과 같이 가야겠군. 체리랑스는 일부러 우리를 배려했는지 우리 일행보다 좀 더 늦게 도착해 주었다. 그리고 약간의 거리를 두었는데, 그 거리라는 것이 참 애매하다. 다른 일행으로도 보일 수 있고, 같은 일행으로도 보일 수 있는 애매한 거리. 그런 애매한 간격으로 그녀의 일행이 있었다. 여자 둘에 남자 아홉인가? 체리랑스의 전용 수행원으로 보 이는 검은 머리의 여자는 뒷모습으로만 볼 때 그녀와 비슷하다. 그리고 다른 종족 이 아니라 인간처럼 느껴지는데… 이상하네? 검은 머리는 이곳 인간들의 모습에선 보이지 않았는데?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 했지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하여 대화를 요청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은듯 하다. 나는 그저 인사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했을 뿐이고, 체리랑스 역시 그랬을 뿐이다. 우리 일행들은 전부 한번식 뒤를 돌아보았 다가 다시 앞을 보는 것으로 그들의 존재를 확인했을 따름이다. 또한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따라서 싸늘했다. "그럼 나미아가 앞장서고, 그 뒤로 따라가지. 자, 가자" "네!" 나미아는 성큼성큼 걸어나가서 앞장섰고, 우리의 일행과 체리랑스의 일행은 여전 히 애매한 간격을 두고서 앞으로 전진해나갔다. 모래 소용돌이는 조용하게 그쳐있 었지만, 그 중심부는 여전히 뚫려 있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모래의 길은 그 중심 부로 향하고 있었고, 멈추었지만 여전히 비탈을 그리는 소용돌이의 안으로 이어지 고 있었다. 태양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고, 우리들은 조용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 으면서 모래의 길을 따라 걸어갔다. 같은 목적이되 적개심을 가진 일행들이 항상 그러는 것처럼 우리는 다른 일행과는 커녕 우리들과도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걸 어가서 상황을 상당히 싸늘하고도 건조한 겨울 날씨와 같이 느끼게끔하고 있었다. 각자 서로간에 긴장했다는 뜻이겠지.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런 분위기는 영 찝찝해서 싫단 말이다! "고대의 도시라… 어떤 모습일 것 같은가?" "응? 글쎄… 예전에 본 것 과는 좀 다를지도…" 나는 콰이헤른이 갑작스럽게 던진 질문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예전에 문명말살 포가 있던 그 유적과는 조금 다르겠지.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본의 목적으로 보존 되어있던 도시였으니까. 지금 우리가 갈 곳은 실제로 고대인들이 살고 있었던 도 시다. 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고고학의 관점에서 보면 보물창고와 다름이 없는 장소다. 그들이 어떻게 생활해으며, 어떤 물건을 쓰고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 는 아직도 진행중이나, 고대어부터 파고드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걸? 나는 콰이헤른 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면, 이 도시는 우리 외엔 거의 들어가지를 못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자네 딸 덕분에 들어갈 수 있는 도시니까. 흠… 고고학자들이 알았더라 면 피눈물을 흘리겠군" "그건 그렇지" 나는 순간적으로 고고학자들이 전부 좌절하는 모습들을 떠올렸다. 자신들의 연구 자료를 사방 팔방으로 휘날려가면서 '우어~!'거리는 소리를 지르고 피눈물을 흘리 는 학자들의 모습. …푸훗! 그거 좀 웃기겠는걸? 하지만 나의 생각으로는 일반인 들도 들어갈 수 있는 고대의 도시가 아니라면, 지금의 고고학은 사장되어버릴 것 이다. 고대에 대한 연구는 아마 아우레스력이 시작되면서 구체적인 형태를 잡았는 데, 아직도 진전이 없다. 뭔가 역사적인 유물 같은 것이 있어야지? 현재의 고고학 자들은 고대문명이 왜 멸망했는지도 모른다. 아마 이 세상에서 알고 있는 인간들 도 몇 안될걸? 일단 킬과 츠렌, 머기와 라니안느, 그리고 콰이헤른까지 합쳐서 다 섯이군. 거기에다가 매쉬암의 인물들…은 최고위급 간부 아니면 모르겠군. 그 아 래의 계급은 전부 체리랑스가 죽였잖아? 비밀보장으로는 확실한 방법이군. 어찌되 었든 지금의 매쉬암이 가진 고대에 대한 자료들을 모두 꺼내놓으면 현대 고고학은 엄청난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정보는 극소수만 가지고 있는 것이 더욱 큰 가치가 되기 때문에 웬만해선 정보를 풀어놓지 않을걸? "그나저나, 저 구멍은 마치 무저갱의 입구 같군" "동감이야"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소용돌이가 빨려들던 장소까지 계속되고 있었고, 현재 우 리는 그 구멍으로 향하는 경사를 내려가는 중이었다. 모래로 다져진 길은 계속해 서 경사를 내려가고 있었고, 경사가 갑자기 끊기면서 시커먼 입을 드러내고 있는 구멍이 있으면서도 길은 지금의 각도를 유지시킨 채 계속 뻗어져 있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일은, 공중에 떠있는 모래의 길에는 '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길의 끝에, 거대한 검은 구멍의 한 가운데에는 돌로 만들어진 둥근 장소가 '떠'있 었고, 그 장소의 중심에는 '문'이 있었다.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저기가 입구일 것이란 생각이 들어" "응? 어디? 나는 잘 안보인다네" 콰이헤른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앞쪽을 살폈고, 나는 내 시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를 다시금 생각했다. 내 거리에서는 보여도 콰이헤른의 거리에서는 보이지가 않는 군. 하짐나 미리안과 에실루나, 라스킨, 오디와 나미아는 나의 말을 듣고서 발견 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면 우리 집단에는 극단적으로 눈이 좋은 사 람들과 평범함 이하를 갖춘 사람들 밖엔 없는 것 같군. "저기… 에실루나?" "예? 왜 그래요 미리안?" 계속 걸어가면 갈수록 우리는 검은 구멍 위로 나있는 길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 리고 미리안은 잠시 에실루나에게 귓속말을 했던 것 같지만… 다른이들에게 듣지 못하게 한다는 의도가 담긴 그 동작은 아쉽게도 나한텐 들렸다. 에실루나는 작게 되물었고, 미리안의 말이 잠깐 멈추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저기, 이제서야 느끼는 건데요…" "뭔데 그래요?" "저… 1마일 이상의 높이에선… 고소공포증 같아요" …뭐? "풋!" "쿡!" "푸훗!" "킥!" 미리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 라스킨, 오디, 나미아가 순간 삐져나오는 웃음 을 참는 소리를 냈다. 아아, 이 넷은 귀가 너무나도 밝은 나머지 조심스럽게 말한 미리안의 말을 들어버린 것이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나의 뒤에 있었지만, 난 미 리안의 얼굴이 빨개져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이른바 조건부 고소공포증인가? 아마 도 그녀는 저 떠있는 길을 가는 동안 눈을 감고 에실루나의 옷을 잡은채 걸어갈듯 하다. 이제야 좀 분위기가 풀린듯 하다. 우리 일행은 서로 도란도란 작은 목소리로 대 화를 나누면서 걸어갔고, 예전의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되찾는 것 같았다. 그리 고 나는 속으로 적잖이 기뻐했다. 역시 이런 분위기가 되어야 여행하는 재미가 나 지. 그렇게 우리는 이야기도 나누면서, 주위에 대한 토론도 하면서 공중에 뜬 길 도 지나왔고, 마침내 문의 앞까지 오게 되었다. 문은 당연하게도 닫혀 있었고, 라 스킨이 문을 밀어보고, 살펴보더니 말했다. "잠겨있군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싱거운 녀석. "어떻게 열죠?" 미리안이 잠시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떻게 열다니? 대답이 야 뻔한 것이 아닌가? 나는 나미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잠겨진 문은 열쇠로 열어야지. 안 그러냐 나미아야?" "맞아요. 잠긴 문은 열쇠로 열어야죠" 나미아는 고개를 끄덕하고는 문에 다가가서 천천히 문에 손을 대었고, 그것을 밀 었다. 그러자 문은 라스킨이 밀었을때와는 전혀 다르게 아무런 저항도 없이 스르 륵 열렸고, 그 안에는 도시의 모습이 보였다. 마법? 아냐. 마나가 느껴지질 않는 데? 나미아는 살짝 손은 뻗어서 문의 안쪽으로 집어넣었고, 그러자 공간이 일렁였 다. 대야의 물 속에 손을 넣은 것 처럼 공간이 일렁였고, 잠시 눈을 감고 그것을 느껴보던 나미아가 말했다. "마법은 아니에요. 단지… 공간을 '접었을' 뿐이에요" "마법이 아닌데… 공간을 접는다고?" "네. 전 할 수 없지만… 고대인들의 능력이었나봐요. 상당히 친숙해요" 나미아는 살짝 미소를 띄우고서 그렇게 말했다. 저것이 현대에는 불가능한 고대 인의 기술인가? 뭐랄까, 단지 정신력의 일종으로 저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 가? 확실히 고대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군. "그럼… 들어가 볼까?" 나는 천천히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나미아는 그런 나를 보고 살짝 자릴 비켜주 었다. 응? 왜 안들어가지? "혹시, 입구가 닫히면 어떻해요?" "아, 그렇군" 나미아가 들어가면 이 문이 닫힐지도 모른다. 아마도 나미아는 모든 사람들이 들 어가서야 같이 들어올 것 같다. 나는 당당하게 저 너머의 공간으로 발걸음을 들여 놓았다. 먼저 오른발의 끝이 들어가고, 얼굴이 천천히 들어갔다. 코가 먼저 닿았 으며, 그것 때문에 일렁이는 공간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눈도 천천히 그 공간속 에 진입하게 되었고, 순간 나는 엄청난 속도로 위로 올라가는 검은 벽을 보았다. 뭐, 뭐지? 그러나 내가 어리둥절 할 새도 없이 나의 눈은 이미 고대의 도시의 실 물을 앞에 두고 있었고, 나의 몸은 공간의 문을 이미 빠져나온 뒤다. 나는 고대의 도시를 둘러보았다. "이거 굉장하군. 몇천년이나 지났는데도… 전혀 상한 흔적이 없어" 나는 앞으로 조금 걸어나갔다. 거대한 공간. 하지만 어둡지 않았다. 천정을 올려 다보자 그곳에는 태양과도 같은 빛을 내뿜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나가 전혀 느껴 지지 않는, 그야말로 고대의 기술임이 틀림 없었다. 따스하고 적절한 온도를 지니 고 있는 이 빛은 실제의 태양광과 너무 흡사했다. 설마하니 이거 밖에서 해가 지 면 이곳도 어두워지는 것이 아닐까? 내부의 온도는 쾌적했다. 아니, 시원했다. 사막에서 살던 사람들이 보면 오히려 춥다고 할 정도로 시원한 온도였다. 흐음… 바깥으로 자주 들락거리다보면 냉방병 에 걸릴 위험이 있군. "와아. 시원해~" "굉장해라…"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목소리가 들렸고,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일렁이는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그 공간은 들어온 문과 같은 문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문의 실제적인 건너편에는 약간의 공터와 벽이 있었고, 까마득하 게 올라가는 구멍이 보였다. 흠… 배타적이라고 했으니 바깥과 이어져 있지는 않 겠지? 아니면 이어져 있지만 엄청난 함정들이 있거나 말이야. "여기서부터 고대의 도시가 시작되는 군요" "그런 것 같아" 라스킨은 조용하게 말했고, 나는 긍정했다. 고대의 도시. 좀 더 높은 곳에서 내 려다 보면 좋겠지만, 그럴려면 좀 더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일행과 같이 가야겠군. 나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고대의 도시를 기억속에 잡아두려고 했고, 그러던 때 체 리랑스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쪽이야말로 실마리를 제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동행을 요청하고 싶지만… 안되겠 지요?" "서로의 목적이 다른 이상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군요. 다음에 마주치면 그땐 적…이겠군요" 체리랑스는 약간 얼굴의 표정을 어둡게 하면서 말했다. 고대의 유적을 망가뜨리 기는 싫다 이거지? 하지만 말이야, 우리는 여기서 너희들을 저지시켜야 하는 목적 이 있단 말이야. 나는 훗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되도록이면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지요" "저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안녕히…" 체리랑스는 고개를 꾸벅 하고는 일행을 이끌고 도시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던간에 저들을 다시 만나면 싸울 수 밖엔 없다. 나미 아가 열쇠라면, 그들은 아마도 나미아를 노릴 것이다. -------------------------------------------------------------------------- ------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고대의 도시에 관해 쓰면서 생각을 하다보니 갑자기 생각난 것은 고대에서 죄를 지으면 연대책임을 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집단을 형성해서 살면서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눠썼던 사회.. 죄도 마찬가지겠지요. 연대책임이라는 것에서부터 전체주의가 시작되는.. 어쨌든 이와 비슷한 내용인데, 순간 머리를 스쳐지나간 내용은 고(려)대에서 죄를 지으면 연(세)대(가)책임을 진다.. 였습니다. 쓸데없는 잡생각이었습니다. -이그니시스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쉽게 잡힐 아이도 아니지만, 그대로 그들은 다른 목표를 젖혀두고서 나미 아를 노릴 것이다.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말이야. 나는 일행들이 전부 와있는지를 확인하고는 다시 고대릐 도시를 보았디. 이곳은 말하자면 도시의 외곽 지역이라서 도시의 전체 모습을 보기엔 적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밝은 빛 아래에 비춰지는 고 대의 도시는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좀 더 이성을 가지고 고대의 도시를 바라 보면 뭔가 상당히 이상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뭐야? 저거, 보통 도시랑 다를 게 없잖아?" "예?" 나는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말했고, 옆에서 미리안이 의문의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눈살을 찌푸리면서 도시를 관찰하고는 말했다. "정말이네요…. 보통의 도시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마치… 레이친이나 케리팔을 연상하게 하는걸요?" 미리아능 지금까지 가본 도시들 중 가장 컷던 두개의 도시의 이름을 대었다. 사 실 나의 생각도 같다. 도시의 모습은 고대의 도시라는 사실을 살짝 치워두고 현재 의 관점으로 바라보자면 도시의 모습 자체는 레리첸트의 수도 레이친이나 제국의 수도인 케리팔과 다를 것이 없었다. 고대라고 해서 뭔가 상당히 다를 것 같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그때 7년전 보았던 고대의 도시 역시 지 금의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뭐야? "맞아요. 다르지 않아요. 현재의 도시와 그렇게 다르지 않아요" 에실루나는 천천히 말했고, 다른이들은 전부 고대라는 시간이 주는 매혹에서 빠 져나와서 객관적으로 도시를 관찰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저기 있는 고대의 도시는 지금의 도시들과 그리 다른 점이 없었던 것이다! 건물이 지어 진 모습이나 그것들의 배치, 그리고 길의 넓이, 건축양식은 지금의 방식과 큰 차 이를 두고 있지 않았다. "나미아야. 네가 생각하기엔 어떠니?" 미리안은 역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은 나미아를 보면서 말했고, 조금 고개를 갸웃하던 나미아는 모두에게 말하듯이 말했다. "음… 제 기억이 완전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요, 그리고 제가 큰 도시들을 봐왔 던 적이 조금밖에 없어서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 껴지고 있어요. 아마… 이 모습이 맞을 것 같아요" 나미아에게 물어보아도 기억이 거의 없는 아이가 생각해내기에는 조금 무리이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니까 믿어볼만 하다. '친숙하다'라고 했었더 라면 별로 믿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미아는 이미 케리팔과 나의 영토 주변의 여러 마을들을 돌아다녀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 친화성이 아닌 당위 성을 느꼈다면, 그것은 나미아가 기억하고 있지 않은 기억들의 잔해일 것이다. 나 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뭐, 어쨌든 대답을 구하기 위해선 먼저 들어가봐야하겠지. 계속 여기서 있을 생 각들은 없겠죠? 그럼 저희들도 매쉬암보다 늦지 않게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도시로 들어가도록 할까요?"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계속 서있을 생각들은 없는 모양이다. 사실은 나도 그렇거든.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고대의 도시를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과연 고대의 도시, 그것도 완전하게 남아있는 고대의 도시는 어떠할까? "내 생각에는 이곳이 비워진 이유는 전의 그곳과 같다고 생각해" "문명말살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하지만 이곳은 물에 잠기지 않고서 지금까지 이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남 아있는 것이 의문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깨끗하게 사람들이 사라지진 않 을테니까" 체리랑스는 고대의 도시의 어느 집에 들어가서 그 내부를 살펴보며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에 잠겨있었어도 전의 그 고대 도시에는 표본으로 사용될 물건 들이 전부 남아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집과 고 대인이 사용하였을, 지금의 물건들과 모습도 거의 비슷한 물품들이 집 안에 그대 로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몇천년이 지났고, 그정도라면 자연스럽게 삭아 없 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물건들이 당장 사용해도 상관 없을 정도로 보존되어있었다. 전번처럼 물 속이었다면 모르되, 지금 같이 공기중에 노출시켜놓고 몇천년을 그대 로 보존하는 방법은 마법이나 성법 외에는 없었는데, 그러한 힘들은 느껴지지 않 았다. 그녀가 조사한 바에 따르자면, 고대인들은 그들만의 능력을 사용했으며, 마 법이나 성법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도 고대인들의 능력…일까?' 그녀는 어느 식탁 위에 놓여진 접시와 포크, 나이프, 그리고 파란색 꽃이 꽂혀있 는 화병을 보면서 생각했다. 파란색 꽃은 생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막 따온 듯한 모 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습은 좀 이상해 보입니다" "공감하는 바야. 역시 이상하게 보이지?" 섀도우는 사용되다가 놓여진 듯한 포크와 나이프 등의 식기와 의자에 곱게 놓여 져 있는 옷들을 보고서 자신의 의문을 꺼냈고, 체리랑스는 그에 동의했다. 이곳으 로 들어와서 이곳이 두번째의 집이었다. 전번의 집에서는 소파와 거실, 그리고 주 방쪽에 옷이 떨어져 있었다. 첫번째 집에 들어가서 그녀는 한가지의 가설이 생겼 지만, 좀 더 확인하고자 다른 집에 들어갔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가설을 말할 수 밖엔 없었다. "이건… 마치 사람의 육체만 사라진 모습이잖아?" 의자에 있는 옷가지는 사람의 육체만 갑자기 사라지면서 생긴 일이고, 포크와 나 이프가 놓여진 모습은 그것을 사용하다가 들고있던 사람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떨 구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의 집과 지금의 집에서 발견된 모습이 그녀의 가설을 받 쳐주고 있었고, 섀도우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마스터, 혹시 책에는 어떤 특별한 내용이라도 있었습니 까?" "아니. 없었어. 내가 가진 책에는 없었어. 이럴 줄 알았다면 계속 그들과 어떻게 해서든 동행을 하는 것인데 말이야…"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들은 여태까지 저희의 일을 방해 해오면서 저희들에게 원한을 쌓은 '적'입니다. 저희들과 이곳으로 같이 들어왔다는 것 하 나만으로도 아마 화가 치밀어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후우… '그'가 우리에게 협력표를 던졌으면 그의 일행은 아마 동의했을거야. 하 지만 지금은 적으로 돌아가버렸군" 라이니시스가 협력하겠다고 했어도 그들의 일행이 어떻게 할지는 미지수다. 하지 만 체리랑스는 뭔가 다른 점이 더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입구와 열쇠에 관한 내용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이 현상에 대해서 뭔가 해석을 내려줄 내용이 라이니 시스의 책에는 있을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만난다고 해도 물어 볼 수가 없는 내용이며, 다시 마주치면 그땐 싸워야 할 것이다. 킨 센스를 통해서 그와 마주치지 않게끔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한번쯤은 마주칠지도 모른다. 게다 가 나미아를 얻기 위해서라도 꼭 그들과 마주쳐야만 했다. "여기서의 조사는 그만하고, 중심지로 향하자. 거기에는 우리가 찾는 물건이 있 을거야" "네. 모두 내려와! 이동한다!" 섀도우는 윗층에서 조사하고 있을 나머지 인원을 불러들였다. 고대의 무기로 사 용되었던 흔적은 아마 이곳의 중심지에 그대로 남아있고 라이니시스의 일행도 그 곳으로 향할 것이다. 결국 필연적으로 그들과 만나야 한다. 체리랑스는 한숨을 내 쉬었다. '적'이긴 해도 왠지 마음에 드는 그들과는 싸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 다. 하지만 하는 수 없지…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책에 쓰여진 내용에 따르면 이 도시와 서로 대치하고 있던 세력은 문명말살포의 이전 모습이었던 '인명말살포'를 가지고 있었다고 되어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 고대의 도시에 있는 집의 안에서 사람들이 입었던 옷가지들만 발견되는 것에 의문 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다. 문명말살포가 나오기 이전, 고대인들이 개발했던 말살 포류의 병기 중 이 도시에는 인명말살포가 떨어졌고 사람들의 육체만 깔끔하게 말 살당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는 식탁 위의 화병에 생생하게 꽂혀있는 생화의 존재를 설명할 수가 없지만, 옷가지만 남아있던 이유는 설명된다. 뭐, 인명말살포가 어떤 무기인지 자세히 알고 있는 나는 그것 역시 설명할 수 있지. "그렇다면 이 도시에 문명말살포가 떨어져서 마무리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 "뭐, 더이상 이곳에 위협이 될 존재가 없기 때문이고, 거기에다가 인명말살포의 목적은 파괴병기가 아니라 일종의 침략형 병기야. 그곳의 사람들을 물건만 남기 고서 모두 말살시킴으로서 침략군과 그 나라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바로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생화가 어째서 살아있는 것이죠?" "그거야 인명말살포의 추가적 효과 때문인데, 인명말살포는 사람들을 말살하면서 물건을 보존할 수 있게끔 한다고 했어. 뭐, 역시 마법도, 성법도 아니야" 콰이헤른과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사실 인명말살포는 해당 지역 의 인명을 말살시키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이것은 침략형 병기로서 도시를 전 혀 망가뜨리지 않고서도 훌륭하게 정복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병기이다. 그리고 이 곳 도시의 중심부에는 뭔가가 있을 것이라 쓰여져 있었다. 흠… 아마도 이것은 체 리랑스의 책에 자세하게 나와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보 던데, 내가 아는 중요한 내용은 그녀가 모르고 있었고, 그녀가 아는 중요한 내용 은 내가 모르고 있었다. 책이 다른 이상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주어야 하는데, 이 래가지고는 반쪽짜리 정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이 도시엔 인명말살포 이후의 침략한 흔적이 보이지 않죠?" 미리안은 깨끗한 거리, 옷가지가 좀 많이 널려져 있는 거리를 보면서 말했고, 나 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리 나라도 모든 사실을 알 수는 없다고. 단지 나는 책에 나와있는 내용만을 이야기 할 뿐이고, 책에 나와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선 남들과 똑같이 추리를 할 수밖엔 없다. 여러가지 가설이 머리속에서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여기서 가장 그럴싸한 생각을 끄집어내야겠는데 다들 거기서 거기다. 나 의 추리력도 결국 이런 때는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걸까? "어쨌든 중심지로 향하자. 저곳에 가면 뭔가 알 수 있는 부분이 나오겠지" 나는 도시의 중심에 높게 서있는 탑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문명말살포가 있던 그 고대의 도시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었지. 저것이 어떠한 역할을 하는 지는 나도 모 른다. 하지만 추측할 수 있는 점은 저것이 바로 말살포의 일종일 것이란 점이지. 이걸로 두번째 보는 고대의 도시인데, 전부 극대 병기를 가지고 있었다. 과연 고 대의 말기에는 어떤 전쟁이 벌어졌기에 이모양일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 을 옮기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나의 옷을 잡아당겼다. 응? "아빠. 중심지는 나중에 가면 안될까요?" "왜 그러니?" "음… 그냥 왠지 지금 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좀 더 살펴보다가 가 는 것은 어때요? 혹시 이 도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 있을지도 모르 고… 하여튼 급하게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렇게 느껴져요" 나는 잠시 멈춰서서 생각했다. 일단 기억이 없다고는 해도 나미아는 고대인이고, 고대의 도시에서 뭔가를 느끼는 점에서라면 나미아의 말을 믿어줘야 한다. 하지만 지금 서둘러 가지 않으면 체리랑스가 먼저 도시 중심에 있는 병기를 만질지도 모 르는데? 나미아가 급하게 갈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면 그것은 실제로 그 런 것이다. 이곳에서 나미아의 말은 전폭적으로 들어줘야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문제에서 저 말을 들어야 할 것인가?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그 '책'이라는 부분 이 상당히 끌리기도 한다. -------------------------------------------------------------------------- ------ 이걸로 20회군요. 예전의 속도라면 30회가 나왔을 터이지만.. ..그랬다간 전 죽었을 것입니다. 연재량을 줄인 것으로 이나마의 성실연재가 가능했군요(이것도 성실이냐?) 아, 그리고 그저께 친구가 저에게 말하더군요. '야. 축하한다' '뭘?' '너 연재 1년 넘었잖아' '...그러네?' 그저께야 생각이 났습니다. 하이텔 시리얼에 올린 것이 작년 4월이었다는 사실을.. 어느새 이놈의 글도 1년이 넘었군요. 길다면 길다고도 할 수 있는 연재입니다. 1년동안 제가 이 졸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여러분들의 격려였습니다. 이 졸문을 지금까지 좋게 봐쥐고,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해서 멋진 글을 쓰도록 하지요. 그럼 전 이만 사라지겠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연재글 들고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아무래도 이곳은 표본용으로 만들었던 그때의 도시와는 다르게 실제로 사람이 살 던 장소였다. 다양한 고대 문명의 잔해가 남아있을 것이다. 책이라든지, 여러가지 물건들을 비롯하여 고대의 생활상을 모두 알 수가 있는 정보가 내제되어 있는 것 이다. 흠… 이렇게 생각하니까 상당히 끌리는데? "흠… 뭐, 나미아가 그렇다고 하니까 여기 집들을 둘러보도록 하죠?" 나는 나미아를 믿기로 하고서 그렇게 말했고,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매쉬암 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역시 고대 문명에 상당한 관심이 있기 때문에 합의는 금 방 이루어졌다. 이 시대의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 고대인인 나미아가 확신했 으니, 안 믿으면 어쩔건가? 우리는 그 다음에 회의를 시작했다. 당초 목적이었던 '매쉬암 저지!'라든가, '고 대의 무기를 먼저 가로채자!'등의 작전에 관한 회의가 아닌, 그러니까 뭐라고 하 면 좋을까…? 그래, '관광계획'에 관한 회의였다. 약간의 언어유희를 하자면 '고 대 유물 탐사'라든가, '고고학계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조사 작업'등으로 말할 수 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관광이나 다름없었다. "도서관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보다는 시청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일반 가정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여관" "상점들도… 괜찮을 것… 같은데…" "마스터. 투기장은 없을까요?" "극장이요" "공원! 공원에 가고 싶어요!" 각자 자신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말들을 하고 있었다. 학술적인 태도가 강한 콰 이헤른이 도서관을 주장했고, 행정과 정치가 주 분야였던 에실루나는 시청을 주장 하고 나섰다. 가정주부가 다 되어버린 미리안은 역시나 일반 가정집을 선택했으며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머기와 라니안느는 각자 여관과 상점을 꼽았 다.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을만한 발언을 한 라스킨과 사람의 희비가 교차하고 수 많은 감정이 오가는 극장을 오디가 말했고, 나미아는 한가하 게 공원을 주장했다. …이건 그야말로 각기각색이군. 사람마다 다른 취향이 있다 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이렇게나 다를 줄은 몰랐다. 나는 잠시 한숨 을 쉬었다. 이 사람들, 아마 각자 자기 의견을 옹호하고 나올 것이다. "책이란 물건은 지식의 보고입니다. 고대의 책들이 모여있는 도서관이야말로 정 말 큰 탐색의 목적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고대의 지식. 그 정수가 있는 장소가 도서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보다도 이곳이 어떤 장소이며, 무슨 목적으로 지어졌는지 자세하게 알기 위 해서는 역시 행정을 담당하던 곳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곳에 전체적인 지도 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것 보다도 생활상을 알기 위해서라면 더욱 일반 가정집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생활상이라는 것이 귀족도 아닌 서민의 생활을 봐야 의미가 있는 것이잖아요?" "여관" "진짜… 생활상이라면… 역시… 상점을…" "투기장이야말로 그 시대의 문화 수준을 잘 알 수가 있는 장소 아닐까요? 그 존 재가 확인 되는 것으로도 의의를 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스킨 아저씨. 그건 아저씨의 생각 수준을 알 수가 있는 척도가 될 것 같아요. 극장이야말로 진정한 문화공간! 고대인들의 생활상도 훌륭하게 탐색할 수 있겠지 않겠어요?" 진짜로 머기가 왜 여관을 주장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관이라, 물론 생활상 을 잘 엿볼 수도 있는 장소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너무 부족해! 다 른 사람들의 다른 의견들을 들어보면 각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아, 오디가 말했 던 것처럼 생각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라스킨의 발언은 제외하고서 말이야. 일행들 은 각자 자신의 주장을 내새우고 나섰다. 확실히 고대의 도시인 만큼 구경거리는 넘쳐난다. 그리고 각자 보고 싶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를 하겠는데, 이 사람 들아. 평소에 보여주었던 양보는 어디갔어? 미리안하고 에실루나도 말이야. 그나 마 나미아는 조용히 있잖아? 애를 보고 좀 배우라고! "다들 누구때문에 여기 들어왔는지 잊은 모양인데요. 그것 좀 다시 기억하시고서 누구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들어야 하겠는지 생각해 보실래요?" 일행들의 의견충돌로 결정을 못하고 있을때 나미아가 입꼬리를 들어올려 씨익 웃 으며 말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굳었다. 나미아는 자신의 발언 위치를 상당수준 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나미아의 웃음은 참으로 영악했다. 이곳에 들어올 수 있 었던 사실은 나미아의 덕분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미아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들 어줘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군. 여행에 있어선 가이드의 말을 잘 따라줘야 하 는 것이 예의거든. 하지만… 지금은 월권행위가 아닌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나미아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공원에 가야하는 이유는 뭔데?" "음… 내가 하고 싶은 거, 사람들이 다 말해서 그냥 없는 거 하나 찍어봤어요" "…아, 그러냐?" 나미아는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생글거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고,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딱히 말할 것이 없어서 공원을 말한것 까진 괜찮은데… 왜 거기서 월 권행위를 하고 나서는지 나는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7년동안 같이 살았다면 웬 만큼 성격파악도 될 듯 하겠지만, 워낙에 나미아는 종잡을 수가 없다. 과연 저런 아이를 누가 데려갈지 심히 걱정스럽군. 일단 결정권을 나미아에게 맡겨보도록 할 까나? "그럼 다른 사람들 의견 중에서 가고싶은 장소는 어디냐? 아, 라스킨의 투기장은 빼고서" "왜 저만…" "너의 생각 수준을 좀 더 올려봐" 라스킨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항의하려했지만, 말 그대로 너의 생각 수준을 먼 저 올리고서 이야기를 하려무나. 나미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다른 사람들은 나 미아를 주시하고 있었다. 라스킨의 시무룩한 표정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대하는 눈 빛으로 나미아를 보고 있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나미아는 고개를 끄덕 였다. 드디어 결정한건가? "가정집이요. 그 다음에 도서관, 그리고 시청에 들르고서 상점을 훑은 다음에 여 관에 가보는 것이 좋겠어요. 시간나면 극장에나 가보죠 뭐" "그렇게 전부 돌아볼 수 있을까?" "여기 당일치기로 온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이곳에서 하루 관광(?)하고 갈 생각은 없다. 탐색은 몇날 며칠에 걸쳐서 이루어지는 작업이니까. 사람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이면서 납득했다. 물론 제일로 기뻐한 사람은 미리안이었다. 가고 싶은 장소를 가장 먼저 가보겠다는데 기뻐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가정집으로 최우선 진로를 잡은 우리는 걸음을 옮기…려다 큰 난관에 봉착 하고 말았다. 그 난관이 무었이냐하면, 에실루나의 말로 간단하게 설명이 된다. "그런데 '어떤' 가정집을 가야하죠?" "……" "…" 그렇다. 가만히 거리에 서서 주면을 주르륵 둘러보면 대부분이 바로 미리안이 말 하던 가정집인 것이다. 일반 가정집은 널리고 널렸으며, 그것을 전부 돌아보는 일 은 문자 그대로 '미친 짓'이 되어버린다. 한집만을 돌아서는 그 생활상을 정확하 게 알 수가 없으며, 그렇다고 여러집을 돌아다니기는 조금 피곤하다. 각각의 가정 마다 생활 수준에는 차이가 있으며, 그것도 도시마다 평균적인 차이가 있다. 우리 들은 다시 아까와 비슷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대전제에서 소전제로 넘어왔기 때문에 목표는 한가지로 정해졌지만, '어떤?'이라는 항목에서부터 이미 갈등을 겪 고 있는 것이다. 도서관이나 시청은 '어떤?'의 항목에 걸리지 않는 부분이다. 도 서관은 대게 많아야 세개 있으며, 시청은 하나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고 자시고 할 것이 없다. 상점은 종류별로 한군데씩만 돌아봐도 충분하며, 여차하면 큰 잡화 점만 봐도 상관 없다. 여관이야 뭐 가정집보다는 선택의 폭이 훨씬 제한되기 때문 에 편하지만 가정집은 틀리다. "대략 네다섯곳을 돌아서 평균을 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것도 괜찮지만 빈부격차가 이곳에도 없을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부유한 가정 과 곤궁한 가정도 봐야하고, 중산층의 가정도 봐야해요. 이거… 생각보다 범위가 넓네요" 넓어도 좀 넓은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상대로 하는 것이다. 도시 전체에서 범 위가 확대되기 때문에 이건… 순서를 매기는 것이 거의 무의미하군. 나는 잠시 두 번 손뼉을 쳐서 일행의 주의를 끌고는 말했다. "일반 가정집은 순서를 매기는 일이 무의미해 보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가정집 외의 장소를 돌면서 가정집의 탐색도 겸하는 것이 어떨까요? 길가다가 웬지 괜찮 아 보이는 곳이나 적당한곳 골라서 들어가 탐색하고 나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가정집 탐색의 대전제를 깔고, 그 위에서 특정장소들을 골라다니는 것이죠. 어떤 가요?" 즉, 지그재그 방식으로 다니자는 것이지. 이리갔다 저리갔다를 반복하면서 탐색 을 하는거야. 워낙에 범위가 넓으면 그것에 대해서 고민하지 말고, 그걸 대전제로 삼아버리면 괜찮지 않아? "와아! 좋은 방법이에요! 나미아는 찬성!" "음… 괜찮군. 나도 찬성일세" "저 역시 아버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찬성이에요. 제가 선택한 것이 너무 범위가 크군요" "마스터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동의" "좋은… 방법이네요" "멋진 방법이네요. 찬성이에요. 페이그니스" 일행들은 나의 의견에 찬성하고 좋은 방법이라 하고 있었다. 우옷! 오랜만에 듣 는 칭찬이구나! 나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채 감격해하고 있었다. 이 얼마만에 듣 는 대규모의 칭찬이냐! 정말이지 칭찬에 굶주려 있었던것 같아! 일행들은 잠시 그 렇게 날 칭찬해주었고, 그리고는 내가 말 한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미리안 을 존중하자는 생각에 이 근처에서 두군데의 가정집을 돌아보고 움직이기로 결정 했다. "그런데 오디야" "예? 왜요?" "가정집에서… 구경할게 뭐가 있을까?" "…글쎄요" 나미아와 오디가 소근거리면서 대화하는 것이 들려왔고, 난 잠시 생각했다. 그러 고보니 가정집에서 뭘 구경할 수 있지? 일단 생활상을 알아보기 위해서… 라고 해 도 몇군데 돌아다니다보면 대충 감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도시의 외견을 보 건데 과연 가정집이 지금의 시대와 얼마나 다를지는 참으로 미지수다. 고대의 물 건을 본 적은 없지만, 도시의 외견이 비슷하니 사용되는 물건도 얼추 비슷할 것이 라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아까 들어갔다 나온 가정집을 봐서도 알 수 있겠는데, 본격적으로 돌아다녀봐야 거기서 거기다. 일단… 뭔가 하나의 목표를 두고서 가정집을 도는 것이 좋겠는데? 아니면 대충 생활용품에 대해서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침대의 천은 어떻게 사용되었 으며, 어떤 물품이 있고,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 있다든지… 어쨌든 생긴 것은 비슷하더라 할지라도 우리가거기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아내면 그것도 괜찮겠지. 그리고 물품 몇개를 수집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다. 어쩌면 고대인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그런 물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하게 있 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추측도 불가능한 영역이겠지만, 단순한 생활용품에서 강력 한 무기까지 여러가지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생각해보면 정말로 흥분되는걸? 단순 히 구경만 한다면 시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찾아내느냐에 따라 이 것은 엄청난 재미가 있는 것이다. 좋았어! 그럼 기운 내고 한번 가 볼까? "여기가 중심지로군. 그리고 관제소인가?" "책의 내용으로는 그렇습니다. 도시에 있는 모든 병기들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관 제소는 도시의 중앙에 있다고 되어있으니까요" 체리랑스는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마름모꼴의 거대한 건물을 앞에 두고 있었다. 계단형 피라미드로 만들어진 건물의 중앙 부분에는 길게 뻗은 탑-말살 포탄의 발 사관-이 있었고, 각 단(段)의 꼭지점엔 그 단의 높이만큼 솟은 탐이 있었다. 그리 고 각각의 탑들은 굵은 금속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흠… 상당히 재미있게 생겼는 걸?" "그 크기가 너무 크다는 점을 제외하면 재미있는 구조입니다" "하긴 그래. 10단짜리 계단형 피라미드도 그렇지만, 각 단이 10야드에 달하니까. 뭐야? 이거 완전 초고층 건물이잖아?" 체리랑스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봤자 자신의 레어의 높이보다 는 낮은 건물의 크기지만, 중앙부분의 발사관까지 합치면 상당한 높이가 나온다. 그리고 인간의 건물들 중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높이가 80야드인 제국 수도 궁전 케리팔의 중앙탑인데, 이것은 그것보다 1/4이 더 높았다. 확실히 '초'고층 건물이 라 불리워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체리랑스는 그렇게 순수하게 감탄을 하고 있 다가 고개를 저었다.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들어가자. 신속하게 목적만 이루면 돼" 그녀는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다른 10명의 일행도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순 간 체리랑스는 여태까지 일반 조직원들에게 쌓아왓던 이미지를 한순간에 구겨버리 는 사건을 만나게 되었다. !! "꺅! 뭐, 뭐야?!" 갑자기 잘 가던 체리랑스는 뭔가에 부딪힌듯 멈칫했고, 리얼한 행동과 여자다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체리랑스는 갑자기 판토마임(Pantomime)을 하기 시작했 다. "마, 마스터?" 셰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고, 체리랑스는 벽을 두드리는 모습까지 훌륭 하게 해보인 다음에 말했다. "앞에 벽이 있어. 역시 마법도 아니야. 존재조차 느낄 수가 없어. 아까 내가 부 딪힐때 소리 안 났던거 기억하지?" 그녀의 말에 섀도우와 아홉 병의 남자들은 체리랑스가 보여주었던 일련의 행동들 을 떠올렸고, 그것은 셰도우마저도 슬쩍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것을 본 체리랑 스는 굳은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웃지마" 다시 표정이 굳는 조직원들. 체리랑스는 보이지도, 존재의 느낌조차 희미하지만, 확실하게 실존하는 벽을 만지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이거 방어벽인 것 같은데, 다들 흩어져서 입구가 있나 찾아봐. 네명은 왼쪽으로, 다섯명은 오른쪽으로. 그리고 섀도우는 남아" "옛!" 아홉명의 남자들은 일사불란하게 명령을 받들었고, 조심스럽게 벽을 짚고는 그대 로 벽을 따라 움직였다. 아홉명의 조직원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체리랑스 는 섀도우의 가슴에 안기면서 징징대기 시작했다. "후잉~! 아팠단 말이야아! 근데 웃기나하고… 훌쩍. 나 이미지 박살났을거야…" "괜찮아요. 그정도의 실수야 누구든지 할 수 있는 거예요" 섀도우는 '이런 모습을 보였다간 있던 이미지도 온데간데 없을 거예요'라고 목구 멍의 끝까지 올라와 혀뿌리에 살짝 걸쳤지만, 늘 하던대로 자신의 마스터를 위로 해주고 있었다. 혀뿌리에 걸린 말을 한숨으로 대치시킨 섀도우는 무멘트라를 떠나 고서부터 마스터가 이런 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나름대로 생각했 다. '그래. 응석 좀 받아주자' 그로부터 10여분간 체리랑스의 칭얼거림은 계속 되었다. 섀도우는 기오아 받아준 응석이니 계속 받아주자는 태도로 계속 응석을 받아주고 있었고, 그럭저럭 진정된 체리랑스는 다시 자신의 앞에 있는 벽을 짚으면서 말했다. "고대의 기술력인가? 아니면 고대의 능력인가? 하여튼 그놈의 고대 문명은 정말 사람 짜증나게 한다니까" "그렇지만 저희가 사활을 걸고 있기도 하지요" "그래. 그래서 더욱 포기를 못하지. '변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에 제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 체리랑스는 약간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고, 섀도우는 그녀 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린 후에 말했다. "옳은 말씀이세요.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실지 방법이 있으신가요?" "…내가 말 돌리려는 시도를 무산으로 만들어줬어. 미워!" "아하하, 하하, 하하하…" 섀도우는 힘없는 웃음을 지었고, 체리랑스는 약간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면서 벽 을 두들겨 보았다. 분명 손에는 타격감이 느껴지긴 하는데, 소리가 나질 않는다. 따라서 무슨 한편의 판토마임 연극을 하는 느낌이 드는 체리랑스는 한숨을 내쉬면 서 말했다. "하는 수 없지. 언령으로 뚫어보는 수 밖에는. 섀도우? 잠시 피해있어" "예" 섀도우가 순식간에 멀어졌고, 체리랑스는 숨을 가다듬었다. 마법을 사용해도 아 마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상하게 마법이 없었을 때인 고대에서 마법까지 막아 내는 장벽을 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2언령을 지금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영원히 잠겨 있을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나니. 문이여! 네 잠긴 육체를 열고 나를 맞이하라! 언령 제 8장 4절 개문(開門)!>> 벌컥! 덜컥! 파박! 팍! 덜컥! 체리랑스가 언령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주위에 있는 모든 건물의 문이 일제히 열 리게 되었다. 체리랑스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섀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령의 왜곡성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윽?!" "페이그니스? 왜 그래요?" "아빠?" 나는 갑작스럽게 찌잉- 하고 머리가 울리는 것을 느꼈다. 킨 센스가 갑작스럽게 울린 것인데, 어째서지?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미약하게 계속 느껴지는 킨 센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이렇게 파동이 강해지다니? 체 리랑스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나? 그것보다 난 갑자기 약한 신음성을 지른 날 걱정 해주는 에실루나와 나미아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니까… 이 포트 무늬가 참 신기해서 말이야" "서툴러요. 아빠" "…넘어가 줘" 나미아는 점점 미리안쪽을 닮아가는지 쓸데없이 날카로워진다. 아니, 저 아이가 가진 고대인의 능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하지만 뭐든지 그렇게 결부시켜 생각하 는 일도 안될 일이다. 어쨌든 나는 내 앞에 놓인 티 포트를 감상하고 있었다. 고 대에서 쓰인 물건이지만, 생긴 것은 그렇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건 뭘로 만 들어진 놈이야? 일단 자기제품일까 싶은데 왠지 모르게 금속의 느낌이 든다. 하지 만 나무의 냄새가 나는걸? 그래도 손가락으로 두들기면 챙~ 하는 맑은 소리를 내 니,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군. "이건 뭘까요?" 에실루나는 길이가 4인치 정도 되는 철제 막대기를 들고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 다. 일단 손잡이처런 홈이 나있었고, 앞쪽과 뒤쪽엔 푸른 색의 금속일까 보석일까 가 박혀 있었다. 검지 손가락이 향하도록 있는 부분에 붙어있는 것이 좀 더 크군. 뭐지? "그냥 봐선… 마치 식칼의 자루 같은데…" 에실루나는 뭔가 익숙한 촉감인지 그것을 잡고를 고개를 갸웃했다. 식칼 같다고? 확실히 식칼의 자루와 닯긴 했다. 하지만 날이 없잖아? 나와 에실루나, 나미아가 있는 장소는 주방이기 때문에 저것은 주방용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 지만 어떤? "엄마. 잠시 줘봐요" 나미아는 에실루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에실루나는 나미아에게 그것을 건네었다. 나미아가 그것을 들고서 이리저리 돌려보고 손에 잡아보고를 조금 하다가, 그것을 손으로 꽈악 쥐고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손에 힙을 주면서 눈을 흡떴다. "아앗…!" "이것은…?" 나미아가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앞뒤에 박인 푸른 보석에서 반투명하게 뿌 연 기운이 일어나서 하나의 모양을 갖추었다. 저것은…! "이거, 식칼이네요" 그렇다. 식칼의 모습이었다! 검지손가락 있는 부분에서는 식칼의 날 모양으로 푸 연 기운이 생성되었고, 새끼 손가락이 있는 부분에서는 식칼의 자루 하단의 모습 이 만들어졌다. 뭐야, 고대인들의 식칼이야? 그런데 왜 저모양이야? 나미아는 그 것을 작게 휘둘러보더니 말했다. "염동력을 넣어야 작동을 하는 물건이에요. 누르거나 물체를 들어올리는 것밖에 할수 없는 염동력의 활용 범위를 확장시킨 물건이에요. 여기 뒷부분은 염동력 자 체를 사용해서 마늘빻기, 후추빻기 같은 일을 할때 쓰는가 본데요? 게다가…" 말끝을 흐리면서 나미아는 다시 집중했고, 그러자 칼날의 모양이 일반 식칼에서 좀 더 길어지고 가늘어졌다. 앗, 생선칼이다. "…게다가 용도에 맞게 모양변경도 가능해요. 기능 상품인데요? 한자루로 여러자 루의 기능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무슨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것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저 물건은 고 대인 외엔 사용이 불가능한 물건이다. 아니, 어쩌면 마법사들은 사용할 수 있을지 도 모르겠다. 염력의 마법을 사용해서 해보면 되지 않을까? 일단 나는 그것을 챙 기도록 했고, 나미아는 마음에 드는지 그것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 고 나는 티 포트와 찻잔을 챙겨넣었고, 에실루나는 알 수 없는 향과 맛을 내는 조 미료와 약간의 재료들을 챙겼다. 야채의 모양은 지금과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 은 것 같다. "슬슬 도서관으로 이동해볼까? 다른 사람들을 뭐하고 있지?" 나는 2층오로 올라가버린 미리안이나, 거실에 눌러 앉은 머기와 라니안느, 1층의 다른 방을 둘러보는 콰이헤른, 지하실로 내려간 라스킨이 무엇을 찾아내었을지 조 금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 머기와 라니안느는 이미 다 보였으므로 제외다. 벽난 로 위의 장식품과 거실 벽에 걸린 그림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머기와 라니안느 는 우리가 오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구경에 전념했다. 좋은 것 있으면 몇개정 돈 챙겨도 좋을텐데? "주인도 없으니 조금 챙겨도 나쁠 건 없을텐데요?" "배낭" "그… 안의 공간을… 빌려달라는… 말이에요" 단 한마디만을 했을 뿐인데 그의 심중을 완벽하게 알아버리는 라니안느의 능력은 역시 부부로구나하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그래. 역시 부부로군. 나는 고개를 끄 덕이고는 배낭을 건네주었고, 그러자 그들은 이미 생각했던 물건들이 있는지 재빨 리 몇개를 집어 담고는 다시 장식품들을 보면서 짧게 단어만을 주고받으며, 표정 들을 주고받으며 그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왜? 그냥 전부 담아버리면 되잖아? 어차피 내 배낭이 가득 찰 일은 없다고. 어차피 시간이야 많으니 그들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다. 흠… 대략 30분 정도 후에 보자고 그랬으니 슬슬 다시 모 여야 하지 않겠나? "웃샤. 마스터! 이거 술인데요?" "술?!" "예. 게다가 맛도 좋아요" 지하실에서 올라온 라스킨은 몇개의 술병과 하나의 큰 오크통을 들고서 올라오고 있었다. 척 봐서 조금 있어보이는 집으로 들어왔는데, 그것이 정답이었구나! 나는 얼른 술통을 받아들면서 말했다. "얼마나 더 있어?" "조금 더 남았어요. 훈제 햄이나 소시지도 있던데요? 말린 과일도 그럭저럭 있는 걸 보면 아마 비상식량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비상식량이든 뭐든! 긁어오자!" "아, 예엣!" 나는 아직도 더 남았다는 말에 눈에 불을 켜고는 지하실로 향했다. 아싸! 음식이 다! -------------------------------------------------------------------------- ------ 메세지로 받은 내용중에 이런것이 있었습니다. 나미아는 블러드 스폰이 되었으니 순도 100%의 인간이 아니지 않는가? 질문의 요지는 이것이었습니다. 그에 대해서 엉성하게나마 답변을 드리자면, 나미아가 라이니시스에게서 갈취(!)한 능력들은 그녀의 몸 위에 덧씌워진 것입니다. 기능의 추가라고 할까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있는데 갑자기 약을 먹고 태권도의 모든 동작을 익히게 되었다.. 라는 것입니다. 결국 나미아는 블러드 스폰이지만, 그 유전자적 형질 자체가 변화한 것은 아니고 그 위에 기능이 덧씌워진 것이지요. 블러드 스폰에서 블러드(피)때문에 좀 예민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단지 불과 산의 능력과 변신능력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고 고대인의 피에 누가되질 않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앵글로 색슨인이 알타이어족의 피를 수혈받았다고 해서 그 순수성이 침해되지 않는 것이랑 같은 것입니다. 음.. 설명이 될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오늘의 연재도 무사하게 종결입니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목요일에 두편 들고서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23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결국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 때문에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 하지만 살아가 나는 것에 있어서 최고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을 그냥 두고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먹는 것에서 시작하여 느끼는 크고 작은 즐거움은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또한 삶에 활력을 만드어준다. 내가 음식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그 것이다. 사막의 찌는 듯한 더위에서 해방되었고, 모처럼 제대로 된 도시에 들어왔 으니 뭔가 제대로 된 것을 먹어야 즐겁지 않겠는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유와 미 소를 지니고 있으면 행운도 따라들어오는 법이다. "그러면 저녁밥은 아빠가 하세요" "…미안해" 나미아는 뾰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나는 얼른 사과했다. 어쨌든 나때문에 결과적으로 일행의 걸음이 늦어지게 되었으니 사과해야지. 아무리 좋은 변명이라 할지라도 변명은 변명일 따름이지. 조금 전에 있었던 집에서 거의 모든 음식들을 싹쓸이한 나는 일행들의 상당한 눈 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이들은 내가 가져온 재료들로 만든 음식 을 맛있게 먹으리란 사실을.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 정도 늦춰지게 되어서 미안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렇게 크게 신경쓸 정도는 아닌 시간인데? 우린 다음 목적지인 도서관은 향해 걷고 있었다. 도서관이라… 그야말로 지식의 성소인 그곳을 간다는 것은 정말로 황홀한 기분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우 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도서관 위치가 어디죠?" 라스킨이 잠시 우리가 가는 길을 주욱 살펴보고는 말했고, 우리의 발걸음은 일순 간에 멈추버렸다. 그러고보니 정말 도서관이 어디있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뭔 가 물어볼 사람도 없는 이 장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안은 오로지 '돌아다니 면서 찾는다'라는 탐색이었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도서관을 찾기란 상당히 어려 운 것이다. 도시의 모양이 얼추 비슷하긴 해도, 도서관의 건물을 찾기란 어렵다. 대개 도서관은 큰 집에 수천권의 책을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경우 가 아니라면 돌로 만든 거대한 집에 보관해둘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나가 끝나자 마자 바로 문제에 복창해버린 우리는 잠시 그자리에 서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도 서관의 위치는 어딜까? 이러고 있는 동안 그냥 탐색하는 편이 훨씬 더 좋지 않겠 냐? 일일이 돌아다니면 대충 알 수 있지 않을까.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러면 순서를 바궈서 시청에 먼저 가는 건 어때요? 시청에서 이 도시의 지도를 찾아서 그걸 보며 다니는 거예요" 나미아가 손가락을 하나 들면서 이야기했고, 우리는 그 의견에 대해서 다시금 생 각하기 시작했다. 거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잠시 머리를 긁 적이다가 문제점을 지적해주었다. "시청은 어디있지?" "도서관보단 찾기 쉬울 거예요. 일단 저기 중심지에 서있는 저 무지막지한 건물 을 빼고서 가장 큰 건물일것 같아요. 일단…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하고 있고, 고대에서도 귀족이 있고 영주가 있었다면 아마 영주의 집 근처에 있겠죠" 나미아는 그렇게 설명했고, 난 그럴듯 하다고 생각했다. 대개 시청은 교통이 편 리한 장소에 있어야 하고, 그 지역의 최고권력을 가진 자의 집과 붙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기 중심지의 건물이 시청일 가능성도 있지만, 저것은 군사적 목적 으로 사용되던 무기이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허용되는 시청에 저런 것을 만들지는 의문이다. 결국, 저 중앙의 건물을 제외하고 가장 큰 건물. 교통이 편리한 장소에 잇는 큰 건물을 찾아다니면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군. 상당히 괜찮은 방법이다. 나는 콰이헤른을 보며 말했다. "콰이헤른. 어때?" "앞으로의 여정을 위해서라도 그것이 더 낫겠지. 그런김에 아예 그냥 시청으로 가는 길목에 잡화점이나 여관이 있다면 그곳도 들렀다 가는 것이 어떻겠나? 내생 각이긴 하지만, 특별한 장소를 제외하고 일상적인 장소를 방문하는 것에 순서를 매기는 일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네" 확실히 잡화점이나 여관 같은 경우는 어디 가는 길에 들렀다 가는 편이 더욱 시 간절약이 되겠구나. 일행은 약간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그 의견에도 찬성했다. 그 리고 나는 중앙의 건물 말고 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쥬얼 새터라 이트를 띄웠다. 위에서 내려다본 조감도가 있으면 시청의 위치를 찾을 수 있을 것 이다. 그냥 이것으로 지도 대용을 써도 되지 않겠느냐…라는 말이 나올 것도 같지 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시청의 지도에는 어떤 곳에 뭐가 있는지 확실하게 문자로 표기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XX여관'이라든가, 'OOO잡화점'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리고 도시의 전제적인 정보와 저 중앙의 병기가 어떤 병기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라도 시청쪽에 일찍 들르는 편이 좋겠군. 나는 주머니에서 쥬얼 새터라이트를 꺼 내어 위로 던졌다. 두개의 쥬얼 새터라이트는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 높이 날아올 랐다. 곧있으면 상황판에 이 도시의 대략적인 모습이 나오겠지. "…섀도우. 나 울고 싶어" "울지 마세요. 울면 안돼요. 기분은 이해해 드리지만, 그래도 울면 안되잖아요?" 체리랑스는 그야말로 눈물을 뚝뚝 떨어뜨릴 듯한 표정으로 섀도우에게 기대었고, 섀도우는 이런 마스터를 탓할 수 없음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첫번째 시도였었던 언령은 그 왜곡성으로 인해 하루에 사용 가능한 횟수를 채워버렸다. 최고 2언령까 지 가능한 체리랑스는 총 5번의 언령을 이리 저리 사용해 보았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장벽이 뚫리거나, 조금의 틈이 생기기는 커녕 매우 멀쩡했다. 부하들까지 물 리쳐 가면서 사용한 언령이 통하지 않자 그녀는 오기가 발동해 통하지 않을 것을 알고서도 모든 공간계 마법을 사용했고, 결과는 역시 저 안쪽까지 가는 그 어떠한 텔레포트도, 블링크도, 공간문도 실패하고 말았다. 마법까지 실패한 그녀는 볼을 한껏 부풀리면서 마법을 사용해 방어벽의 밑을 파들어갔고, 대략 지하 50야드까지 파들어가던 그녀는 거기에서도 방어벽이 계속 존재하고 있자 마침내 울음을 터뜨 릴 표정으로 변한 것이었다. "고대인들 다 미워! 왜 죄다 이모양이야!" 울먹울먹한 표정으로 외치는 체리랑스를 잘 다독여준 섀도우는 자신의 주인을 그 토록이나 고생하게 만든 보이지도, 존재가 느껴지지도 않는 벽이 있는 방향을 보 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까지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될텐데, 왜 이렇게 되는 걸 까? '성의를 봐서 좀 열려주면 어디가 덧나나요?' 무의미한 질문을 마음속으로 던진 섀도우는 다시 체리랑스를 다독였다. 남들 앞 에서 한없이 냉정하고 철처한 모습을 보이는 만큼, 자신에겐 이렇게 어리광을 부 리는 것이다. 그녀 외엔 받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체리랑스는 다시 진정했다. 그리고는 계속 그 벽을 두들 겨 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짜증난단 말이야. 정령도 이곳에선 소환이 되질 않아. 이곳에 들어온 것까 지는 좋았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다른 방향으로 보낸 부하들도 아마 좋 은 성과를 거두진 못했겠지?" "예. 일반인들인 그들로선 아마 어려울 것입니다" 드래곤인 체리랑스마저도 들어가기 어려워하고 있는데, 인간에 불과한 그녀의 부 하들이 뭔가 다른 성과를 얻어오길 바라는 것은 큰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일행은 어떨까? 그들을 여기로 들어갈 수가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고대인인 나미아가 있으므로 불가능하진 않다고 생각 합니다. 아마 들어갈 수 있는 확율이 더 높긴 하겠지만, 이 방어벽의 안쪽으로는 군사지역이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금했을 것입니다. 마스터의 조사로, 3살때 잠 들었다가 깨어난 그 아이는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만…" "고대인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예. 해답을 풀려면 그들의 일행이 이곳으로 오거나, 혹은 나미아를 이곳으로 데 려와야 하겠지만, 그러기 위해선 목숨을 걸 각오를 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체리랑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니시스가 가진 힘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성 룡으로서 12년 밖에 안된 어린 드래곤이지만, 레드 드래곤들이 가진 특유의 흉폭 함과 그들이 지닌 힘은 무시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1548세가 되는 체 리랑스였지만, 1012세의 라이니시스를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둘 다 이름 의 가운데에 '루'가 들어가는 이상 그들의 힘은 동급이라고 봐도 좋다. 여태까지 조사해온 그의 성격으로는 나미아를 절대 빼앗기지 않으려 할 것이다. "라이니시스한테 가서 '따님을 빌려주세요'라고 해볼까?" "별 도움 안될 것 같은데요" "빼앗으러 가면 그들이 순순히 주진 않겠지?" "아마도요. 저희쪽이 숫자로 유리하긴 하지만, 그 일행의 전체적인 수준은 저희 보다 높아요. 마스터와 라이니시스를 동급으로 보고, 늑대왕이라는 작자와 저를 동급으로 보고서 산출한 결과입니다" 이쪽조단 저쪽에 고급인력이 많음을 느낀 체리랑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7년 전만 하더라도 본데스라는 막강한 수하가 있었다. 하지만 본데스는 라이니시스에 의해 죽었고, 그 이후에 쓸만한 인재라곤 전혀 나오질 않고 있었다. "…내가 너무 많이 죽였나?" "그럴지도요" 체리랑스는 평소에 인재발굴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는 그냥 자리에 털썩 주저 않아서 방어벽에 등을 기대었다. 이대로 부하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뭔다 다른 생각을 떠올리기로 했다. 지금 상 황에서는 발이 묶였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섀도우야. 잠시 쉬자" "네. 마스터" 섀도우는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은 다음 배낭에서 나무통과 물컵 두개를 꺼내었다. 지금부터 조사나간 사람들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티 타임이 벌어질 것이 다. 천정에서 내려오는 빛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이거 곧 밤 이 올 것 같았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밤이 되기 전까지만 도시를 돌아다 니고서 아무데나 들어가 휴식을 취해야겠군. "시청이… 이곳인가요?" "그렇게 보이지? 시청이라고 써있어" 나는 돌로 만들어진 큰 아치 위에 달려있는 철판에 고대어로 시청이라고 써있는 것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시청을 좀 뒤지고 나면 아마 곧 밤이 될 것이다. 어쩌면 시청에서 하룻밤을 자야 할지도 모르겠군. 뭐, 사람도 살지 않는 이 도시에서 우 리가 어디에서 자든 누가 뭐라고 할까? 시청까지 오기 위해서 우리가 들러야 했던 건물은 여러개였다. 큰 도로들과 인접 해있는 큰 건물만을 찾아다니면서 우린 어느 부자집에도 들어가보고, 콰이헤른이 원했던 도서관에도 들어가 보았다. 도서관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냈지만, 나 이외 에 고대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진 않았고, 콰이헤른은 그때문에 좌절했다. 나는 룰루랄라 거리면서 몇천권 중에서 300여권을 챙겨두었다. 도서관에서의 충격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저 콰이헤른이 울고싶 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차라리 잡화점에서 사용한 시간이 더 길 었다. 볼 수 없는 책 보다도 사람들은 사용할 수 있는 잡화에 대해서 더욱 관심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여자들의 경우에는 옷과 장신구, 가정용품을. 남자들은 무기 와 가죽제품등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여자들이 모두 모여서 장신 구와 옷을 꺼내서는 까르륵 거리고 있었고, 우리들은 검을 휘둘러 본다든가, 활을 만져본다든가 하고 있었다. 비록 마법적 물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쓸만 했다. 개중에는 나미아가 챙겼던 식칼처럼 염동력으로 작동되는 검-자루만 있어서 염동력을 넣으면 날이 생기는 물건-과 활-활을 잡고 염동력을 넣으면 그것을 화살 로 만든다-이 있었다. 나미아 외엔 쓸 사람이 없었기에 그것은 나미아가 가지기로 하고서 배낭에 들어왔다.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최근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뭐랄까요. 상당히 재미있는 것들 뿐입니다. 범위응 상당히 국한되어서 글에 관한 것이지만, 그래도 즐겁군요. 정해진 결말로 가는 길일지라도 수십, 수백개의 길이 있습니다. 상념의 가지가 뻗고 뻗어서 요즘은 생각하는게 즐거워졌군요. 오늘도 연재 무사히 갑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6.24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그 외에도 여성들이 맘에 들어한 옷과 장신구들을 챙기느라고 많은 시간을 보내 었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며 가정집에도 좀 들러서 음식과 옷가지들을 챙기고 어쩌고 하다보니 어느샌가 시간은 해질 무렵이고, 우리는 시청에 와 있게 되었다. 참으로 알찬 관광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남의 집에 들어가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물건을 가지고 나오다니. 뭐, 어차피 주인이 없기 때문에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 으니 우리의 행동은 정당한 것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대충 여러가지로 조사를 하고서 시청에서 머물러야 겠는걸? "저희가 마치 귀빈객이라도 된 듯한 생각이 드네요" "사실이 그렇지 않나? 이 도시에 사람이 사라지고서 최초로 등장한 사람들이니까 말이야. 귀빈대접을 받아줘야겠지" 미리안은 나의 말에 푸훗하고 웃었다. 아무도 우릴 대접하지 않고, 우리 역시 바 라지는 않지만 이 도시에 사람이 없어지고서 들어온 최초의 사람들이다. 나름대로 의 의미를 부여하자면 우리또한 귀빈이다. 시청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하여 만든 것 같아 보이는 작은 공원을 가로지르는 큰 길의 끝에는 긴 직사각형의 건물이 있었고, 건물의 중앙에는 첨탑이 서있었다. 건물의 높이는 5층으로, 좌우 대칭적 구조로 창문이 나있었다. 쥬얼 새터라이트로 살펴본 결과로는 윗변이 없는 네모과 같이 되어있었다.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건물의 양 끝에는 지금의 건물과 폭과 길이가 같은 건물이 이어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꽤 크네요.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대개 이런 관청에는 들어가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나타내주는 안내도가 있기 마 련이지. 민원 같은 것을 받아야 할테니까" "안 나와 있는 곳도 있지 않나요?" "그렇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곳의 지도를 구하는 일은 크게 어렵진 않을 것 같아 보이는걸? 안내자가 없이 시청을 뒤지는 일은 참 어렵지만 말이야" 거기에다가 조금 절망적이라 이야기는 안했지만, 중심지에 있는 저 병기에 대한 자료를 찾으려면 더 힘들 것이다. 극비사항에 분류되는 서류가 아무데나 놓여 있 을 것 같진 않으니까 말이야. 아마 시장의 개인 집무실이라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에실루나는 나의 말에 곰곰히 생각하는 듯 했다. 지도와 이곳에 관한 여 러가지 사항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어디엔가 도시의 연감 같 은 자료가 있을 것이거든. 하지만 기밀 자료는… 글쎄. 과연 어디 있을까? 우리 일행은 시청의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아무런 조명도 없는 건물의 안은 꽤나 어두웠고, 나는 탐색을 시작하기에 앞서 생각해보았다. 고대어를 읽을 수 없 는 사람은 나 말고 없네? "그러고보니, 탐색은 거의 내몫이네? 고대어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말이 야" "그러니 힘내주세요. 저흰 지도를 찾아볼게요" 미리안은 유감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고대어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없으니 서류에 관한 탐색은 내몫이 고, 다른이들은 그림으로 되어있는 지도를 찾는 편이 좋은 방법이다. 나는 바깥의 광량을 보면서 시간을 가늠했다. 한시간쯤 뒤엔 해가 지겠군. "그럼 한시간 뒤에 이곳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죠" 그리고서 나는 한쪽 벽에 걸려있는 층별 안내서를 해석해주었다. 대충 보면 지도 는 층 내지 2층에 있을 것 같고, 시장의 집무실은 어디있는지 보여주지도 않는다. 쳇, 치사하군. 일단 사람들은 지도란 지도는 몽땅 구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 이 가져오면 개중에 쓸모있는 물건이 건져지겠지. 일단 나는 시장의 집무실을 찾 아볼 계획이다. 그곳에서 극비서류를 찾고, 없으면 한시간동안 바쁘게 돌아다녀야 겠지. 그래도 발견하지 못하면? 일단 근처에서 한숨 자고서 다시 이곳으로 와야한 다. 혹시 이러는 도중에 매쉬암이 우리보다 먼저 중심부에 있는 병기를 손에 넣어 버리면 어쩌나 싶지만, 그점에 대해선 나미아가 걱정하지 않다고 된다고 했다. 중 요한 곳이니만큼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을 것이란게 나미아의 설명이 었고, 나는 조금은 불안했지만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생각해봐도 체리랑스는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서 나미아를 필요로 했다. 고대인이 아니면 언령으로도 들어오는 입구를 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마 이 도시에서 저 병기를 작동시키기 위해서도 나미아가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매 쉬암은 나미아를 노릴 것이라는 소리인가? …설마 그러겠어? 체리랑스의 힘과 나 의 힘은 동급이고, 검은 머리의 그 비서 여자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는 모르 지만, 어쨌든 나머지 아홉명의 남자는 보통에서 약간 뛰어난 수준의 전사였다. 그 래봤자 미리안이나 에실루나하고 일대 일로 싸울 경우 100%의 패배가 보장되는 실 력으로 보인다. 머기가 열 받으면 슐트로이야를 휘두를 것이고, 나미아의 블러드 스폰으로서의 능력은 그들 아홉명을 혼자서 처리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우리에겐 툰드라의 최고 전투병기인 늑대왕 라스킨이 있지 않는가? 전력면에서도 딸릴 이유가 없다. 섣불리 덤볐다가 피보는 쪽은 체리랑스다. 그녀도 그런 생각을 하기에 계속 킨 센스가 느껴져도 서로를 모른채 하는 것이지. 아, 그러고보니 아까 식량창고에서 강하게 느꼈던 그 네번의 킨 센스는 대체 뭐 였지? 분명 체리랑스가 무슨 일을 했거나, 당했거나 둘 중의 하나일텐데 말이야. 아마 전자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연속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은 아마도 그 일을 계속 반복했을 것이란 증거이며, 계속 반복했다는 소리는 계속 실패를 했다는 것 이지. 처음에 느꼈던 것까지 생각해서 다섯번이라고 한다면 다섯번을 시도한 끝에 그 일에 성공했다는 것과, 다섯번 해서 실패해 좌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 고 그 다섯번이란 횟수는 공교롭게도 그녀와 내가 하루동안 사용 할 수 있는 언령 의 횟수이다. 그렇다면 그 느낌은 그녀가 언령을 사용했기에 느껴지는 것일까? 에 라, 이건 나중에 생각해볼 문제이고 지금은 이 도시의 정보와 거 병기의 정보들을 찾아내는 편이 더 급하다. 나는 발걸음을 좀 더 빠르게 놀렸다. 먼저 시장의 집무실부터 찾아볼까? 처음 들 어올때 보였던 첨탑. 아마 그곳에 시장의 집무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 면 내개 높은 직책에 있을 수록 사람은 바보가 되가고,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하 거든. 하하하핫! "성과는 어떠셨어요?" "음. 아주 만족스러워. 찾기 어려울 것 같았던 것도 찾았고, 도시의 이름도 알아 내었고, 하여튼 여러가지 것을 알았지. 지도는?" "저만큼이요" 미리안은 라스킨의 다리를 달고 있는 엄청난 두께의 문서들을 가리키면서 말했고 그 문서 덩어리는 라스킨의 목소리로 말했다. "지도를 발행하려고 한 것 같은데요. 잘 정렬되어 있더군요" 힘이 힘이다 보니까 전혀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라스킨은 말했고, 나는 순간 우 스운 기분이 들었다. 상반신이 가려질 정도로 많은 양의 지도 더미. 그런데 저것 을 전부 가져올 필요가 진정 있었단 말인가? 발행하기 전의 지도라면 어차피 전부 다 같은 지도일텐데? "음. 좋아. 일단 내려놓고 이야기하자" "여기서요?" 라스킨은 이곳에서 지도를 내려놓고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생각해 보니 어두워진 시청에서 더이상의 볼일은 없어보일듯 싶군. 나는 황급히 말을 바 꿨다. "아니, 그러니까 장소를 옮겨보자. 시청 근처에 적당한 집을 숙소로 잡고 거기서 이야기하자. 음… 다들 배고프지요?" 나는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으로 들어 와서 으적거린 과일이나 우적거린 소시지 약간 외에는 식사를 하지 못했지. 식사 먼저 한 다음에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듯 싶었다. 마침 좋은 재료들도 구했으니 오늘 저녁은 내가 간만에 실력을 발휘해도 될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시청밖에 보이는 가정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저쪽으로 가죠. 지금 상황에선 꼭 여관을 찾지 않아도 될듯 싶으니까요" 여관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머기가 상당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대체 왜 여관을 주장하느냐고? 왠지 물어볼 기분도 나지 않으니 그만 두자. 그렇게 되어서 나는 챙겨온 서류 약간을 들고, 그리고 라스킨은 엄청난 지도물지 를 들고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날은 이미 저물었는지라 달빛을 흉내낸 것 같은 미약한 푸른 빛 외엔 다른 빛이 없었다. 너무 어둡군. "윌오위스프" 나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윌오위스프를 불렀다. 하지만 윌오위스프는 나타나지 않 았다. 응? 나는 다시 손가락을 튕기면서 외쳤다. "윌오위스프!" 역시나 묵묵무답.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보라보았다. 너희 들이 좀 해봐. "윌오위스프" "샐레맨더!" 에실루나는 조용히 윌오위스프를 불러보았고, 미리안은 샐레맨더를 불러보았다. 그러나 그녀들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정령이 불러지질 않았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나는 가급히 다른 정령도 불러보았다. "운디네! 실프! 노움! 스파크! 드라이어드!" 스퀄은 우리집에 있으니 부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싸이! 너는 여기 에 있는거야?! 「이상한 현상이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어? 너는 불러지잖아? 어째서? 「불러지지 않기를 바랬다는 것인가? 아무튼, 다른 정령들은 정령계에서 불러야 하는 존재들이지. 주인이 탐색하면서 봤던 책들을 떠올려봐. 도시계획의 장에서 이것에 관련된 내용을 본 것 같은데?」 …젠장! 그렇군. 이 도시는 군사적 목적은 전제로 세워진 도시이다. 때문에 어떠 한 것으로 부터라도 도시를 보호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 이 도시에서 택한 방법 은 배타적인 정책이다. 결국, 출입구를 제외한 어떠한 곳에서도 이곳에 강림, 또 는 소환의 형태를 띄는 것은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고대에서도 정령사들은 있었다. 그리고 지금과는 달리 정령들의 힘도 매우 강력해서 정령사들이 정령들을 소환하여 도시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그것을 묶어놓은 것이다. 제 길. 직접적인 설명이 없어서 떠올리는데 시간이 걸리는군. 정령들은 정령계에서 그 주인의 부름을 받고 '소환'되어진다. 따라서 나는 불러 내는 형태의 정령들을 사용하지 못하지만, 나와 공존하는 싸이는 불러낼 수 있는 것이다. 좋아. 알았어 싸이. 그만 들어가봐. 「그럼 다음에 보자고」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마법이 통하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내 생 각으로는 도시의 바깥에서 텔레포트로 이곳을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도시의 입 장에서 갑작스럽게 텔레포트 해오는 것도 일종의 강림이라고 볼 수 있거든. 마법 의 체계가 없었던 시대이지만, 그 방비는 매우 훌륭하다 할 수 있다. "라이트" 나는 마법을 사용해서 빛의 공을 띄웠다. 나는 자신의 정령력이 통하지 않아 의 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말했다. "정령의 소환이 이곳에선 되지 않아. 그렇게 막아뒀다고 하더군. 일단 자세한 내 용은 이동해서 설명할게. 자, 다시 움직이도록 하죠" 빛의 공을 들고서 나는 내가 가리켰던 집으로 걸어갔다. 내가 가리킨 집은 역시 나 보통의 일반 가정집이었다. 3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꽤 많은 가족이 살았던 것 으로 보인다. 2층과 3층에 알맞게 나눠서 잠자리를 잡은 우리는 거실에 모여앉았 고, 나는 라이트를 거실 천정에 닿게해 사방을 밝게했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25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자아. 일단 그리 씁쓸한 이야기도 아니고, 소화 안 될 이야기도 아닙니다. 식사 먼저 할까요?" 나는 거실이 밝아지자 사람들에게 말했다. 식후에 느긋하게 할만한 이야기긴 하 다. 말하자면 거북한 이야기는 없다는 뜻이지. 식사를 먼저 해도 나쁘진 않거든. 사람들은 어쩔까 생각하면서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을 때, 머기가 말했다. "식사" "전… 찬성… 이에요" 식사하자는 머기와 찬성하는 라니안느.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봐도 식사 후에 이 야기 하자는 것 같기에 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식사먼저 하지요. 간만에 제가 한번 준비해볼까 합니다" "나! 나 도울래!" 내가 한다는 말에 나미아가 손을 번쩍 들고 나섰고, 그 바람에 도와주겠다고 이 야기를 하려던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주방크기를 보건데 두 명까니는 괜찮을 것 같은 크기다. 흐음… 이상하게 집의 층수는 높은데 왜 주방은 저리 작은 걸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미아는 작게 환호했다. 나미아의 요리 실력은 사실 의심스러운 수준이지만, 미리안이나 에실루나의 어깨너머로 배운 것 들이 있을테니 한번 맡겨보도록 하고, 그러면 식사부터 준비해볼까? 재료는 많았고, 우리들이 먹을 음식의 양은 충분했다. 비록, 라스킨에게 돌아가 는 것은 생 햄이라든지, 많은 양의 과일등으로 조리하지 않은 것드이 대부분 이었 지만, 다른 사람들의 음식은 확실하게 조리된 음식이었다. 라스킨이 좀 불만이라 는 표정을 지었지만, 저녀석 먹을 것까지 다 준비하려면 스테이크를 몇십장은 구 워야 할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그냥 소 한마리를 동째로 굽는 것이 시간 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라스킨을 제외하고는 다들 잘 먹은 표정이다. 나미아는 일단 요리를 할 실력은 안되지만, 옆에서 보조를 하 기엔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잇어서 내가 상당히 손을 덜었다. 일단 야채를 다듬는 일에 일가견이 있어 보이길래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먹을 야채들을 일임했고, 그녀 들은 자신의 딸이 만들어온 샐러드와 야채 음식들에 대해 감격을 느끼며 조금 과 식했다고 느낄 정도로 깨끗하게 비워서 나미아가 기뻐했다. 오디의 경우 먹는 일 과는 소원한 관계를 그리지만 맛을 느낀다는 일에 상당한 즐거움을 가지고 있어서 군말없이 잘 먹었다. 식사를 한 후, 적당히 접시들을 치우고 거기에 고대인들이 마셨던 술을 꺼내두고 는 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준비를 했다. 내가 본 것은 시장의 집무실이라고 확신하는 장소에서 본 서류들과 일지, 보고서의 내용이었고, 현재 우리가 알고 싶 어하고, 책에 없는 내용들이었다. "그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먼저 고대의 무기들에서부터 시작을 해볼까 요?" 사람들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고대의 무기의 역사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고대의 병기는 현제 아이 리펜 대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무기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으 나, 나미아가 가진 식칼이나 활 등의 경우에서 볼 때, 그런 고대인들의 고유 능력 을 이용한 무기들이 많았다. 이것들은 사용자가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주입해줘 야 하기 때문에 장시간 동안 꺼내놓을 수 없다는 단점과 제작단가가 비싸다는 단 점이 있지만, 강력한 위력과 반 영구적인 내구성 때문에 상당히 선호되던 무기들 이었다. 이런 무기들은 대인살상용. 즉, 전쟁용 무기로서 많이 사용되었고, 고대 의 후기에 많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어쨌든 전쟁은 누가 더 많이 죽이느냐를 비교 하는 인명의 소모전이었으니까. 끊임없는 전쟁은 고대의 말기까지 계속 치달아가고, 고대가 멸망하게 된 원인이 되었다. 특히, 그 주요원인으로 예상되는 '포'들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 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본 책이나, 집무실에서 본 일지에는 각종 '포'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성능에 대해 개탄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이것들 은 거의 '최종병기'로서 사용되었던 만큼, 그 위력은 극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 기원은 원래 힘이 빠진 대지에 '힘'을 불어넣어서 좀 더 좋은 작물이 나오게 끔 땅을 개선할 때 사용되었던 '포'이다. 시작은 좋았다. 땅에 좀 더 힘을 주고, 물을 더 맑게 하고, 공기를 청정하게 하려던 것들이 점점 그 시대의 흐름과 전쟁 의 불길에 휘말려가면서 땅을 썩게하고, 물을 독으로 만들고, 공기를 오염시키는 것으로 변해갔던 것이다. 처음에는 상대 세력에게 무력적 협박을 하기 위해서 사 용되었고, 상대에게도 정화하는 '포'가 있었기에 사용되었던 방법들이었지만, 시 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세력들간의 불화는 깊어저만 가고 있었다. 어느 도시에서, 혹은 어느 나라에서 개발했는지 모르지만 맨 처음 나온 '말살포' 는 땅 위에 자란 곡물, 즉 식물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한다. 목표지의 모든 식물을 없앰으로서 기아에 허덕이게 만들어 항복을 받아내려는 의도였고, 이미 그 것에서부터 비인도적인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사실, 전쟁이란 것은 그 근본부터 가 비인도적이긴 하지만 말이다. '병기의 악순환'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자신의 적이 강한 병기를 만들어낼 경 우, 그것을 파괴하기 위한 병기를 만들고, 그것을 본 상대는 그 무기를 깨기 위한 또다른 병기를 만들고, 그것을 반복한다. 결국 이 악순환은 점점 그 규모가 커지 기 마련이고, 둘 다 감당할 수 없는 병기들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말살포의 경 우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한쪽에서 식물 말살포를 만들면, 다른쪽에선 동물 말살 포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한쪽에서 목기 말살포를 만들면, 다른쪽에선 철기 말 살포를 만들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된 끝에, 결국에는 이 도시를 강타한 '인명 말살포'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정확하게 말해서 인명 말살포가 아닌 동물에 대 한 말살포지만, 동물들이 말살당하는 일은 인명말살을 하다가 생긴 부수적 효과이 다. 일지에는 "이미 인명 말살포를 만든 수 많은 적들 가운데, 이 세계에 쌓아 올 려진 문명 그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문명 말살포를 만들고 있다"라고 적혀져 있었 고, 그 뒤로 현재 도시의 상황을 약간 나타내다가 끊겨있었다. 이 도시는 그 '수 많은 적'들 중 어느 하나의 인명 말살포에 의해서 침묵에 잠들게 된 것이리라. 그 리고 이 도시를 점령하려던 적들은 그들끼리 자멸했으리라고 추측하는 바다. 이 도시에도 우리가 들어오면서 보았듯이 '포'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 금까지의 말살포가 아닌, 그 반대의 의미를 가진 '포'였다. 그것은 '생성포'였고, 인류 전체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멸망으로 치닫는 이 세계에 마지막 남아있는 희 망따위가 아니었다. 말살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를 좀 더 괴롭히기 위한 의미로서 만들어진 '생성포'로서, 그 이름은 '마물 생성포'였다. 이름에서도 간단하게 짐작해낼 수 있는 내용으로, 이 도시의 포는 마물을 생성해 내며, 적중지역에 생성된 마물들은 무시무시한 번식력과 한께 사람들을 살해하고, 고통을 주는 존재다. 또한, 그들의 번신력은 그들의 동족과 이종족을 가리지 않으 며, 처음에 생성되는 마물들은 자기들끼리의 생식을 할 수 없다. 즉, 그들은 자신 들이 생성된 도시의 주민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범하여 하루만 에 그들의 새끼를 낳게 하고, 그것을 반복한다. 온 도시에는 마물들에게 범해지는 모든 인간들의 절망이 넘쳐 흐를 것이며, 반복되는 성교에 질리거나 배가 고파진 마물들에 의해 살해당해 울려퍼지는 인간들의 비명, 그리고 인간들이 먹히는 소리 들이 울려 퍼질 것이다. 도시의 모든 인간들이 사라지고나면, 그들은 서로를 잡아 먹어가며 다른 도시로 이주하고, 또 다시 지옥을 강림시킬 것이다. "…이게 소화 안 될 이야기인가요?" "넘어올 것 같아…" "기분이 무진장… 나쁘다" 사람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대개 소화가 안된다든가, 기분나쁘다는 표정 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여기까지 들으면 우리 일행과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 당 연하다. 나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그렇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하지만'에 집중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마물 생성포는 완성직전에 그 개발상의 결함이 발견되어서 한번 쏘아보지도 못 한 채로 중단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생성이라는 작업 자체에 걸리는 그… 병기의 내구성이 오래 견디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누군가 끄적거린 문구를 보 면 '세계엔 많은 도시가 있고, 그 중 1/30 조차도 지옥으로 바꿀 수 없다'라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함부로 남발하기에는 너무가 제한이 걸렸고, 게다가 마물들 은 자신을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 포를 쏘면 언젠가 자신들의 도시에도 마물들이 쳐들어 올 것을 알고 있던 것이지요" 나는 씨익 웃었고, 그러자 사람들의 표정 역시 밝아졌다. 사용되기엔 그 제한이 걸리고, 사용하면 자신들도 피해를 입는 병기는 오히려 없는 것만 못하다. 사람들 은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표정은 다시 밝아졌다. 말했잖아? 소화가 안 될 이야기는 아니라고. "결국 이곳의 무기는 큰 쓸모가 없이 사장되었다는 소리군요?" 오디가 작게 손을 들면서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결단을 내려서 사용하려 고 했던 찰나에 인명 말살포가 날아왔을지도 모르는 일이거든. 그리고 이런 무기 따위는 쓰여지지 않는 것이 좋지. "매쉬암은… 그것을 알면서도 노리는 걸까요?" "글쎄. 체리랑스가 가진 책의 뒤가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나도 잘 몰라" "모른다고 가정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나는 미리안의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모른다고 가정할 때? 흐음… "잘은 몰라도, 아마 자신들의 계획을 바꾸진 않을거야. 그들의 목적이 뭐든간에 어떠한 무기이던지 간에, 그들의 계획을 바꾸진 않을 것 같거든" 문명 말살포의 존재를 알고서도 그것을 이용하려고 했을 그들이다. 마물 생성포 라고 한들, 그들의 행동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대체 그들이 왜 그러는지는 잘 모 르겠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된다. 정말이지 우직스럽게도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을 밀어왔던 조직이라고 콰이헤른이 말했었다. 최근 몇년간 내가 망쳐놓은 계 획들이 있어서 그 행동이 주춤했고, 아마 툰드라와 유적지의 사건에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가 예상된다고도 말해주었다. '성녀의 날'이 되기 전까지 매쉬암이 힐 텐펜스로 집중시키려던 조직원의 대부분의 언데드가 되어서 그 또한 큰 타격이지. 아마도 이번 일로 어떻게 활로를 뚫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성공한다면'이란 전제사항이 붙기 때문에 어렵겠지. 나는 어찌되었든 그들의 일을 철저하게 방해할 생각이다. 기왕이면 체리랑스가 저딴 유희는 금방 끝내고 레어로 처박혀서 잠이나 처자면 더없이 좋겠지. 설마하니 진심으로 매쉬암을 이끄는 것은 아니겠지? "일단 그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단 사실을 가정하고서,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실루나는 조금 불안한 사실을 전제에 깔고서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논의하자고 나섰다. 그리고 나는 약간의 희망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글쎄. 이대로 우리가 떠나면 저들은 마물 생성포로 접근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 이 들어. 하지만 만의 하나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 역시나 불안을 내재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약간 긍정적인 견해다. 나미아가 없 이 저들은 아마 마물 생성포에 접근하기는 어려울걸? ---------------------------------------------------------------------- 안녕하셨습니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25화는 설명으로 점철되었습니다. 설명이라. 쓰고보니 저렇게 되더군요. 주말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과제다 뭐다 치이는 바람에 조금 골치아팠지만 그럭저럭 잘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은 것이 조금 많군요. 짬짬이 글쓰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6.26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라스킨의 질문이었고, 난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 "첫번째로 이대로 돌아간다. 이건 별로 권장하지 않아. 일단 저들이 마물 생성포 에 다가갈 확율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겠고, 그것을 믿고 물러나는 것이지. 우리 가 물러나고 저들이 도시 밖으로 나오면, 아마 이 도시의 문은 완전히 막혀버리 겠지. 그리고 또 다른 고대인이 아니면 다신 열리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만의 하나를 무시할 순 없어" "두번째는?" "두번째는 매쉬암을 막는다. 이곳엔 매쉬암의 총수가 있고, 총수만 잡으면 일단 매쉬암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지. 그들과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어버리는거야. 모든 위험을 막고, 원천봉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는 하나, 우리들 중에서 희 생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긴 어렵지" 체리랑스는 블랙 드래곤이고, 그 능력은 나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일 수 있다. 그 녀의 비서만 조심하면 나머지 인원을 제압하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그들의 우두 머리이자 제일 큰 전력인 체리랑스를 잡지 않으면 다른 모든 이들을 잡았어도 무 용지물이 된다. 일단은, 그들과 맞부딪히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 에 두고서 싸워야 한다는 말이지. 아무리 나라고 할지라도 죽을 각오는 하고 싸워 야한다. 일족살해는 큰 죄악이지만, 그것에 대해서 내려지는 징계는 모든 드래곤 들에게 '누가 누구를 죽였다'라고 알리는 것 뿐. 서로의 뜻이 달라 격렬해진 싸움 에서 희생자가 난 것이고, 사건은 각자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성룡들에게서 일어 났으니 그리 큰 이슈가 되질 못한다. 결국, 사생결단을 내야 한다는 소리. "세번째는 없나요?" "흐음…내가 생각한 것은 두개 뿐이야. 나미아에겐 뭔가 좋은 생각이 있니?" "아뇨. 하지만 이럴때는 보통 세번째의 보기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확 실히 지금은 아빠가 말씀하신 두개의 방법 이외엔 아무것도 없지만요" 협상을 한다든가 하는 보기도 있겠지만, 선택할 확율은 없다. 협상하자고 나섯을 것이라면, 이미 이곳의 사람들은 매쉬암에 대해 손 놓은지 오래일 것이다. "그렇다면 보기는 두가지군요. 후퇴할 것인가와 싸울 것인가. 뭐, 이미 오래 전 부터 결론이 나있던 문제 같지만, 그래도 확인차원에서 물어보는 것입니다" 이곳에 온 목적. 매쉬암을 막기 위해서 온 것이다. 단순히 이곳을 관광하고 지나 가자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매쉬암을 원천에 막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러니 결국 대답은 한가지다. 그들과 전면전을 벌일 수 밖엔. "고대의 도시에 들어온지 2일째 아침. 마물 생성포의 위치를 잡아내었으나 침입 루트를 발견할 수 없음" "일지 적는거야?" "예. 언젠가 매쉬암의 연표에 올라갈지도 모르죠" 섀도우는 짧은 문구를 더해서 쓴 뒤에 습지를 대고 톡톡 두들겨서 여분의 잉크를 흡수해내었다. 그리고는 잉크병을 닫고, 펜촉에 남아있는 여분의 잉크를 빼낸 다 음에 그것들을 배낭에다 넣었다. 천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은 지금이 아침이라 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꽤나 긴 탐색을 하고 돌아온 체리랑스의 수하들은 전혀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사 실을 재확인 시켜주었고, 때문에 그녀는 약간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목표가 눈앞 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도 뻗지 못한다는 사실이 매우 화가났기 때문이다. 하지 만 그녀는 자기절제를 매우 잘 했고, 이튿날 다시 시도해보기로 하고서 근처에 제 일 가까운 건물로 숙소를 잡았다. 하룻밤이 지나고, 섀도우와 같이 잠을 자던 체 리랑스가 섀도우의 일지쓰는 소리에 일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마스터. 그들의 일행은 어디있나요?" "흠… 여기하고 좀 떨어져 있어. 그러니까… 저 반대편이군" "반대편이요? 이대로 돌아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군요" "만나서 뭐하게" "그냥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는 거죠" 가능성만 이야기하는 행동은 어떤 행동이 그렇듯이 전혀 쓸모없는 행동이다. 그 것도 가능성만 존재하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라이니시스의 일행과 만나는 것 까지는 좋은데, 그들과 만나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아마 싸움 외에는 전혀 할 일 이 없을 것이다. 밑층에서는 그녀의 수하들이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하고, 약간의 몸풀이를 하는 것이 들렸다. 섀도우가 가져왔는지 체리랑스의 침대맡의 테이블에 는 반쯤 식어서 미약한 김을 피워올리는 수프와 갈색의 빵, 그리고 치즈 한조각이 나무 쟁반에 얹혀져 있었다. 약간 졸린 눈을 하고 있던 체리랑스는 수프를 단숨에 마셔버리고 치즈를 한입에 넣어 세번 우물거리곤 삼켰으며, 3분만에 팔뚝만한 빵 을 먹어치웠다. "좀… 천천히 드세요" 섀도우는 익숙하지만 전혀 품위없는 행동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고, 히죽 웃으면 서 입가를 닦아낸 체리랑스는 물그릇에 입을 대로 몇모금의 물을 마신 다음에 말 했다. "푸하! 아침은 빠르고 간단하게 끝내는 것이 좋지. 설마하니 내가 체하겠어? 거 기에다가… 이런. 손님들이 올 모양이군" 빨리먹는 아침에 대한 장점들을 늘어놓으려던 체리랑스는 점점 가까워져 오는 일 족에 반응하는 킨 센스를 느끼고는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웃었다. 라이니시스가 반 대편에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도중에 꺾어서 이곳에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것도 아니다. 그는 확실하게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들… 입니까?" "그래. 이쪽으로 오고 있어. 마물 생성포로 우리들이 뭘 하려는 지는 모르고 있 겠지만, 하여튼 좋은 목적으로 오진 않는 것 같군" 섀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해왔던 일에 비추어 볼때, 이곳으로 와서 자 신들을 돕겠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열에 열은 분명 이번 일에도 방해를 하기 위해서 오는 것이다. "후우… 아무래도 이번 일의 결판은 빨리 날 것 같아. 그것도 매우 격렬하게 말 이야" 체리랑스의 눈은 어느새 힘이 들어가 있었다. 아까처럼 잠에 취한 모습은 조그만 조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들어오자마자 결판을 내고자 하지 않은 것이 다행 이며, 그 전에 결판을 내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언젠가 그와 맞부딪혀야 한다 는 사실을 알고서도 조금 더 늦게 왔으면 하는 바램이었지만, 그쪽에서 먼저 결판 을 내길 바라고 있다. 그에 응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킨 센스로 느껴지는 감각은 짜릿할 정도의 투쟁심이었다. 살의가 배어들지 않아서 끈적거리는 느낌이 없는 순 수한 투쟁심이다. 그녀는 허공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짓고는 그에게 말하듯이 말했 다. "결국에는, 저와 싸우자는 것이군요" "마스터?" 섀도우는 체리랑스의 행동에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체리랑스는 잠시간 허공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숙였고,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그녀 주위의 공기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체리랑스는 무표정으로 높낮이가 없는 어조로 말했다. "섀도우. 아래로 내려가서 전원 '무장'을 시켜. 이번 상대는 매우 어려워. 무슨 말인지 알겠지? 시행해" "Yes! My Master!" 셰도우는 진지해진 체리랑스를 보면서 예를 다하여 인사하고는 방을 빠져나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단 둘이 있으면 항상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던 마스터가 스스로 진지해진 것이다. 게다가 '무장'을 시키라고 할 정도면 정말로 진지하게 나올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현재 상황은 싸움을 위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 지만, 섀도우는 웃음을 머금을 수 있었다. 섀도우가 나간 뒤, 체리랑스는 창가로 다가가서 그가 오는 방향을 주시했다. 그 리고는 다시 미소를 머금었는데, 그것은 투쟁심으로 들떠있는 미소였다. 그런 미 소를 짓고서 그녀는 천천히 닫힌 창문을 열고는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홍염의 일족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이여. 암흑의 무희인 저와 함께 멋진 어둠 의 춤을 추어보시지 않겠나요?" 시간은 대략 오전 13시쯤 되었을 것이다. 나는 체리랑스가 킨 센스에 실어서 보 내온 댄스 요청에 따라서 그녀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녀와 내가 가진 킨 센스는 서로를 숨길 수가 없어서 나는 애시당초에 기습을 포기하고 전면전을 걸어온 것이 다. 숫자상으로 저쪽이 유리하지만, 질적 우위를 차지한 쪽은 우리다. 그들은 이 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하라고 준 시간을 잘 이용했는지 모르겠군. 어쨌 든 나는 그들에게서 30야드 떨어진 거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결국 결판을 내기로 하셨군요" "그렇습니다. 서로의 목적이 반대되는 이상,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요" "다시한번 권고하겠는데, 협력하시지 않겠나요?" "처음으로 권고하겠는데, 돌아가시지 않겠나요?" 나는 생긋 웃으면서, 하지만 투쟁심을 잃지 않은 채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그리 고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의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겠지. 우리는 그들을 막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니까. 체리랑스는 날 카롭게 웃으면서 말했다. "피차간의 예의는 집어 치우도록 하죠" 그러면서 그녀는 손가락을 들어서 튕겼다. 따악! 그러자 뒤에 있던 비서와 아홉 명의 남자들이 순식간에 그녀의 앞으로 나섰다. 비서 혼자 서있었고, 아홉명의 남 자들은 3인 1조로 서있었다. 서로의 일행은 자신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하려는 것인가? 뭐, 아무래도 좋아. "라스킨. 혼자서 저 비서를 상대한다. 콰이헤른, 미리안, 에실루나가 한조. 머기 씨와 라니안느씨가 한조를 상대해 주십시오. 그리고 나미아와 오디가 한조를 맡 는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조배치를 했다. 사람들은 군말없이 나의 지휘에 따라주었고, 그들은 각자 상대가 될 조 앞에 섰다. 체리랑스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더니 다시 금 짙은 미소를 띄우면서 말했다. "상대하고 이기면 그 상대를 마음대로 해라. 죽이든 강간하던 상관하지 않겠다. 이겨라. 해 줄 말은 그뿐이다" 아홉명의 남자들의 눈빛에서 불꽃이 튄 것 같았다. 특히 미리안과 에실루나, 나 미아와 오디를 상대하게 된 남자들이 더더욱 그러했다. 칫, 누구 맘대로? "죽이던지 말던지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살아남으세요. 이상입니다" 나는 나의 바램을 담아 말했고, 사람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제일 불안 한 쪽은 특수능력(?)이 없는 미리안와 에실루나 쪽이지만 콰이헤른을 붙였으니 별 일은 없을 것이다. 머기와 라니안느는 애시당초 손발이 잘 맞을 테고, 머기의 슐 트로이야가 있으니 승기는 보인다. 나미아와 오디의 경우역시 마찬가지다. 나미아 의 봉인은 스스로 해제하게끔 해놨으니 위급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힘을 끌어서 쓸 것이다. 라스킨? 글쎄. 가장 걱정하지 않는, 다시말해 제일 믿음직스럽다. 그들은 자신의 상대들을 보면서 전의를 다지고 있었고, 서로가 나설 순간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라스킨의 고개가 조금 움직이는 것이 보였고, 체리 랑스의 비서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파밧! 그리고 그들은 나의 뒤쪽으로 순식간에 이동해 사라졌다. 싸움터를 옮길 예정인 가보다. 비서와 라스킨의 행동은 다른이들의 귀감이 되었고, 나미아와 오디가 상 대를 끌고서 나의 대각선 뒤쪽으로 장소를 옮겼다. 미가와 라니안느는 체리랑스의 대각선 뒤쪽으로 움직였고, 콰이헤른, 미리안, 에실루나는 상대와 함께 체리랑스 의 뒤쪽으로 움직였다. 조용히 귀를 기울이자 그들이 서로 싸우는 소리들이 여기 저기서 들려왔다. 나는 홀로 남은 체리랑스를 보면서 말했다. "다들 싸우기 시작했군요. 어떨까요? 기다려 보겠습니까?" "훗. 괜찮겠군요. 그러도록 하지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선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나도 똑같이 했다. 우리의 싸움 은 다른이들의 싸움이 끝나면 시작할 것이다. 006.27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라스킨은 어느 집의 지붕에 서있었다. 그는 건너편 집의 지붕위에 있는 섀도우를 보면서 물었다. "나의 이름은 라스킨.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섀도우" "체리랑스의 그림자인가…. 진짜 이름은 뭐지?" "아무에게나 꼬리치는 강아지에게 가르쳐줄 이름은 없다" 라스킨은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지금은 인간의 모습이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 이 늑대인간인 것을 알고 있었다. 하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은 그 저주스러 운 체리랑스의 부하 본데스였으니까. 라스킨은 잠이 섀도우를 살펴보았다. 인간의 모습이라고 해도 빠른 속도를 가진 자신을 쫓아왔다. 아니,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게끔 속도를 맞춰서 달렸다. 인간이 라고 보기 어려운 속도였다. 마법적인 물건을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그녀 자체의 능력일 것이다. "그대가 가진 능력은 그대의 것인가?" "그렇다. 나는 영족의 후예다. 이 대륙에 있는 유일한 영족이다" "영족? 그런 종족도 있었나?" "다른 대륙들과는 달리… 여행을 하기엔 초월자나 드래곤들만이 할 수 있는 대 륙. 그런 대륙에서 왔다" 라스킨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다른 대륙들은 어느정도 무역항이 열려있기 때 문에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그리고 많은 돈을 지불하면 여행이 가능하다. 하 지만 초월자와 드래곤들 외에 여행이 불가능한 대륙… 그런 것이 있었다니? 라스 킨은 나중에 이것을 라이니시스에게 알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 많군. 우리의 목적은 싸우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군. 그랬지" 라스킨은 고대를 끄덕이면서 목걸이를 벗었다. 흰색의 빛무리가 그의 몸음 휘감 더니 그의 몸이 단번에 커졌다. 검은색으로 번득이는 털과 피부. 단단함은 드래곤 의 비늘과도 같다. 웬만한 무리고는 흠집도 낼 수 없는 가죽이다. 하지만 라스킨 은 이 색을 싫어했다. 원래 자신의 색은 눈이 시릴듯한 은빛이었기 때문이다. 인 간의 모습일때 쓰던 검과 갑옷, 옷가지를 벗어서 곱게 접어 정리한 후, 라스킨은 손톱과 발톱을 모두 꺼내었다. 그리고는 숨을 깊에 들이마신 다음에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쿠어어어어어!" 섀도우는 라스킨이 자신의 옷가지를 정리 할 때, 오른손엔 클레이모어와 왼손에 는 숏 소드는 들었다. 왼손으로 잡은 숏 소드는 역수로 잡고서 뒤로 둘렀고, 클레 이 모어는 라스킨을 향해 겨냥해고 있었다. 그리고 라스킨이 크게 포효하자 눈을 가늘게 뜨고 전신을 긴장시켰다. 더이상의 대화는 없다. 이것은 전투를 시작하겠 다는 신호인 것이다. 거기에다 저 포효는 먼저 공격하라는 신호. 상대가 먼저 신 호를 보내었으니, 선제공격을 해도 좋을 것이다. "!" 섀도우의 눈이 흡떠지며 그녀의 몸이 마치 화살과도 같이 라스킨에게 쏘아졌다. 클레이모어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베며, 왼손을 앞으로 당기어 클레이모어가 지나 감과 동시에 수평으로 벤다. 라스킨은 내리쳐오는 클레이모어를 손톱을 들어 막았 고, 그와 거의 동시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는 숏소드를 뒤로 한발짝 물러서 며 피했다. 그리고는 클레이모어와 닿아있는 손톱을 그대로 밑으로 내리면서 클레 이 몽의 끝에 있느는 섀도우를 내리찔러갔고, 섀도우는 왼손의 숏소드로 날카롭기 그지없는 빛으로 벅득이는 손톱을 쳐내었다. 그와 동시에 그 둘은 서로 몇야드씩 물러섰다. 카강!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섀도우와 라스킨이 서로 맞붙어서 불꽃이 튀었다…라고 밖 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둘 다 웬만한 생물이 낼 수 있는 속도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라스킨은 약간 얼얼한 느낌이 논톱에서 전해져오는 것을 느끼고는 제법이 라는 듯이 미소지었고, 섀도우 역시 약간 얼얼한 손바닥을 느끼며 미소지었다. 그 들의 생각은 현재 일치를 보고 있었다. '호적수다' 비슷한 힘에, 비슷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아마 오랫동안 싸워야 할 것 같은 느 낌이 들고 있었다. 라스킨은 왼손의 손톱들을 집어넣었고, 그의 색체 때문에 섀도 우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에 선제를 내주었으니, 이번엔 라스킨의 차례였 다. 그가 지붕을 박차고 섀도우에게로 쇄도했다. 손톱이 있는 오른손으로 섀도우의 위에서부터 내리쳤다. 섀도우는 숏소드를 들어 서 손톱을 막아내었지만, 순간적인 힘에서는 라스킨에게 뒤졌다. 손목이 부러질듯 한 느낌과 손바닥이 찢어질 듯한 감각에 그녀는 클레이모어까지 들어서 손톱을 막 아내었지만,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라스킨의 왼손이 매우 침착하고 정직하게 정권 지르기를 해오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었다. 섀도우의 눈이 순간 커졌고, 라스킨은 한번 정하면 그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 그대로 그녀의 명치를 향해 아무런 페인트 도 없는 정직한 주먹을 넣었다. 섀도우는 무릎이 부서질 각오를 하고서 날아오는 주먹의 아래를 정확하게 맞춰서 무릎으로 올려쳤고, 라스킨의 왼손은 순간 궤도를 바꾸어 섀도우의 얼굴로 향하게 되었다. 그녀는 기겁하면서 황급히 왼쪽으로 고개 를 틀었고, 정말 간만의 차이로 라스킨의 주먹은 그녀의 머리카락들을 스치며 지 나갔다. 라스킨의 주먹이 회수되면서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그녀는 차올렸던 무릎 을 내리고, 그것을 땅을 짚으며 양팔에 힘을 주어 라스킨의 오른손을 교차베기로 완전히 튕겨내고는 손을 그대로 아래로 휘저으며 라스킨의 복부를 향해 다시 교차 베기를 넣었다. 라스킨은 씨익 웃으면서 그대로 그것을 맞았고, 섀도우의 검이 라 스킨의 복부를 치고 지나가며 털을 태울듯한 불꽃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섀도우는 경악했다. "치잇!" 더이상의 근접전은 순식간에 뒤로 뛰었고, 라스킨은 섀도우의 검이 지나가며 불 꽃을 일으키게한 자신의 흉부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나의 몸은 모두 드래곤의 비늘과 같은 경도로 되어있지. 그런 검으로는 상하게 할 수 없을걸?" "…" 섀도우는 이를 악물었다. 서로의 역량은 같다. 평균적인 힘, 속도, 전투 감각과 순간적인 임기웅변은 서로가 비슷하지만,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과 몸집의 차 이, 그리고 라스킨의 저 무지막지한 방어도에서 자신은 훨씬 불리했다. 서로 공격 을 한번찍 주고 받았을 따름인데, 왼손의 손목은 부러질 듯이 아파왔으며, 손바닥 은 아까보다 더 얼얼했다. 거기에 마치 바위같은 라스킨의 주먹을 쳐서 궤도를 바 꾸게한 자신의 무릎은 부서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아파왔다. 자신이 상대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달랐다. 게다가 아직도 최종형으로의 변 신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하는 수 없군…" 섀도우는 한숨을 내쉬면서 왼손의 숏소드를 똑바로 고쳐잡았다. 그리고는 클레이 모어와 세번을 부딪혔다. 캉! 캉! 캉! 금속의 출동음이 들리면서 세번채 충돌을 끝냈을 때, 섀도우의 클레이모어와 숏 소드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끌에서부터 천천히 검은색으로 물들면서 날 전체가 검은색으로 물든 것이다. "이것까지 쓰긴 싫었지만…" 섀도우는 작게 중얼거리면서 라스킨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처음에 뭔가 싶었던 라스킨은 왠지 저것이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오 른쪽으로 피했고, 그 순간 자신이 서있었던 자리의 땅이 팍! 하는 소리과 함께 예 리한것에 베인 듯한 금이 갔다. "뭐지?" 순간적인 판단이었지만, 피한 것을 다행으려 여기면서, 라스킨은 섀도우를 바라 보며 물었다. 세번을 부딪히고, 검의 색이 바뀌고서 이런 이상한 힘을 사용한 것 이다. 섀도우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서 재차 검을 휘둘렀고, 라스킨은 일단 검이 휘둘러지는 궤적을 피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팍! 파팟! 착! 피빗! "크윽… 이상한 무기를 사용하는군" "마스터께서 주신 물건이다. 확실히 마스터께서 하신 말씀이 맞았군" 섀도우는 클레이모어와 숏소드를 허공에서 교차베기하며 라스킨을 좀 더 멀찍이 떨어뜨린 다음에 상당히 만족한 표정은 지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라스킨은 체 리랑스가 무슨 말을 햇는지 궁금해졌고, 그것을 물어보았다. "대체 무슨 말을 했는데?" "그러니까… '개 잡는 데는 쓸모가 있을거야'라고 하셨지" 섀도우는 상당히 우수에 찬 눈빛으로 그렇게 말했고, 라스킨은 화낼 기운조차 들 지 않아 얼이 빠져버렸다. 마법에 대해 일가견이 없는 라스킨은 저것이 그냥 검을 휘두르면 그 궤적을 따라서 뭔가가 뻗어나와 앞에 있는 것을 자른다고 생각했다. 라이니시스나 콰잏른, 머기나 라니안느 같이 전문적으로 마법을 파고든 사람이나, 혹은 마법 그 자체를 몸에 지닌 오디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섀도우는 잠시 눈 앞에 숏소드를 들어서 차분히 관찰하며 말했다. "윈드 커터를 쏘는 칼이지. 원거리에서 개 잡는 일엔 쓸모가 있군" "그렇게 개잡는 걸 좋아하면 푸줏간에 취직하지 그래? 주인에게 사랑받겠는걸?" "마스터에게라면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일은 사양하겠어" "웁스. 이런.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라스킨은 그녀의 말을 듣고서 어깨를 으쓱하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익살 스러운 표전은 늑대의 얼굴이라서 더욱 큰 효과가 있었다. 섀도우는 숏소드를 내 리고 라스킨을 보며 물었다. "뭐가 그럴 것 같다는 말이지?" "마스터에게 사랑을 받고 싶다니. 왠지 남자를 개취급 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 보니 알겠군. 슬픈 일이야. 왜 하필 레즈비언은 다들 미인인지…" "무, 뭐어?" "종복으로서 마스터에게 바쳐야 하는 것은 충성심이지. 그 대가를 요구해선 안되 는 법인데… 사랑을 받고 싶다니. 나름대로 위험한 사상을 가졌군. 늑대들 중에 서는 그런 성향이 없어서 다행이야. 잠시 대자연의 정령께 감사를 드리고…. 당 신도 참 안됐군. 뭐, 그렇지만 노력해봐. 내 속으로나마 응원해주지"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해야할까? 라이니시스와 미리안, 에실루나, 나미아들과 같이 지내온 라스킨의 언변은 훌륭하게 늘어있었다. 그리고 예사치 못 했던 적의 공격(?)에 섀도우는 치를 떨어야 했다. 섀도우가 몸을 떠는 것을 본 라 스킨은 속으로 웃으면서 겉으로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렇게 불안해 하지마. 우리 금발 주모님도 예전엔 마스터의 종복이셨는데 지금 은 훌륭한 반려가 되어있지. 비록 성별이 달랐기에 더욱 쉽게 맺어진 관계이시지 만, 동성이라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야" "아, 이… 그!" 라스킨은 뭔가 말하려고 하는 섀도우를 향해 정중하고 예의바른 동작으로 오른손 을 내밀었고, 섀도우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그녀를 진정시킨 라스킨은 씨 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힘 내" 완전히 말뚝을 박아버리는 라스킨의 말에 섀도우의 자제력이 바닥났다. "…야이 망할 '개'자식아아!" 휘익! 휙! 화악! 사사삭! 섀도우는 전심전력으로 라스킨을 향해 양손에 든 검을 휘둘렀고, 라스킨은 피식 웃으면서 보이지는 않지만 감각으로 느껴지는 윈드 커터들을 피해내었다. 하지만 덩치가 있다 보니까 조밀하게 들어오는 섀도우의 공격을 피하기엔 역부족이었고, 왼팔과 오른다리, 그리고 복부에 날카오룬 상처를 입게 되었다. 웬만한 마법 저항 력이 있는 라스킨이었지만, 그래도 보이지 않게 날아오는 윈드커터를 완벽하게 막 아내는 일은 어려웠다. 긴 흉터가 나게 된 라스킨을 보면서 섀도우는 차갑에 미소 지으며-하지만 약간 치를 떠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흥! 어디한번 계속 나불거려 보시지!" "흠… 뭐야 이거?" 라스킨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복부에 난 상처에서 스며나오는 피를 스윽 문질러서 닦아내었고, 그의 손이 지나간 자리에 나있던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었 다. 왼팔과 오른다리의 상처도 이미 출혈이 멈추고 상처가 아물어 있었다. 라스킨 은 씨익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난 원래 태생이 웨어 울프고 늑대왕이 되기 이전에 나의 가족과 형제의 생명을 이양 받았다. 나의 재생력은 보통 늑대들의 몇배가 넘지" -------------------------------------------------------------------------- ------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앞으로 몇회 동안은 계속 싸움이 벌어집니다. 흩어진 사람들이 제각각 알아서 싸우는 모습들이 나오지요. 사막에서 밝혀지는 또 따른 진실.. 본문에서 알 수 있다시피 작가도 라스킨은 '개' 취급 한다! ..일까나요. (헛소리 집어치워) 그리고 섀도우는 체리랑스에게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그러니까 그만 두라니까. 머리속에 든게 그런거 밖에 없냐..) 가면 갈 수록 대단한 진실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치졸하다 임마) 다음편 올라갑니다. ....근데 넌 누구야? -이그니시스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6.28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예전에 라이니시스에게서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를 맞고서 쓰러졌던 기억을 떠올린 라스킨은 '정신을 잃으면 어쩔 수가 없지만 말이야'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정신을 잃으면 의식을 회복하기까지 육체의 상처가 다 나아도 깨어나지 않아 재생 력도 별로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섀도우의 하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완전 히 열받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섀도우는 클레이모어를 뻗어서 라스킨을 겨 냥했고, 그 위에 숏소드를 수직으로 얹었다. 그러자 하얀색의 공기의 기류가 클레 이모어의 끝에 머물기 시작했고, 섀도우는 폭발적으로 소리쳤다. "윈드 커터! 웹(Web)!" 섀도우의 목소리-시동어-에 맞춰서 하얗게 공기를 가르면서 윈드 커터의 그물이 시전자의 복받치는 감정과 함께 라스킨에게 쇄도했다. 가로 10야드, 세로 10야드 의 반듯한 정사각형에 마른모꼴 눈을 가진 윈드 커터는 그 기세만으로도 희생자를 기겁하게하고, 제 3자로 하여금 희생자를 동정하게 하기에 적당하지만, 라스킨은 대번에 그 약점을 파악해 버렸다. "보이면… 피하기도 쉽지" 반쯤 웅크렸다가 자신이 딛고 있던 지붕을 박차고 뛰어오른 라스킨의 말이었다. 라스킨이 뛰어올랐을 때의 지지대가 되었던 지붕은 강한 충격을 이기지 못해 부서 저 내렸고, 그것을 증명하듯이, 라스킨은 현재 20야드의 높이에서 계속 상승 중이 었다. 섀도우는 그 때를 놓치지 않고 공중으로 클레이모어를 겨냥하고서 다시 숏 소드를 수직으로 올렸다. "윈드 커터! 웹!" 공중에 있으면 피할 수가 없다. 섀도우는 서서히 상승속도가 줄어가는 라스킨과 그런 라스킨의 궤도와 정확하게 계산되어져 날아가는 날카로운 기류의 그물을 보 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것이라면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처음에 싸움을 하기 전, 그는 옷을 전부 벗었다. 그것으로 일단 공중에서 움직일 수 있는 마법적인 물품을 모두 떼어놓았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는 초급 마법중 에 하나인 윈드 커터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마법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뜻이다. 그가 서있는 지붕의 넓이는 윈드 커터 웹의 넓이와 비슷했고, 때문에 그 는 위로 뛰어오를 것이란 예감이 적중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재생력을 가졌다고 해도, 갈갈이 산산조각나면 그것도 소용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상대하고 있 는 상대는 툰드라의 늑대왕으로 300년간 군림해온 전투의 달인-달견(?)-이었다. "…저런 말도 안되는!" 섀도우는 공중에서 다시 한번 박차올라 윈드 커터 웹을 피하는 라스킨을 보며 경 악스러운 신음성을 흘렸다. 가장 일반적인 상식으로, 점프를 하면 중력에 의해서 다시 땅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점프가 최고점에 달한 찰나의 순간, 위로 향하려는 힘과 중력이 잡아당기는 힘은 0이 되고, 그 순간 엄청난 근육의 힘과 유연성, 순 발력을 가지고 공중을 차면 공중에서의 점프가 가능하다. 라스킨은 극대화된 감각 과 폭발적인 힘, 순발력을 이용하여 공중에서 한번 더 앞으로 점프를 했고, 그의 등 뒤로 윈드 커터 웹이 하늘로 향해 올라갔다. 그리고 라스킨의 공중도약은 거기 서 끝나지 않았다. 그 착지점에는 바로 섀도우가 있었던 것이다. "하아아압!" 라스킨의 모습은 마치 토타카 연합국의 해군 특수부대에서 사용한다는 대포의 탄 환과도 같았다. 라스킨이 그것을 알지는 모르지만, 섀도우의 눈에는 어째서 사람 들이 '포환이 날아오는 듯 하다'라고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하지만 더이상 감상하고 있다가는 라스킨이 내지르는 손톱에 맞아 형체도 못 알아보게 일 그러질것 같았다. 섀도우는 정신을 차리고서 뒤로 뛰었고, 그녀의 검은 판금갑옷 에 떨어져 내리는 라스킨의 손톱이 걸려서 '퍼억!'하는 소리와 함께 찢어졌다. 브 레스트를 걸치기 위해 어깨에 걸친 가죽끈이 그녀의 어깨를 파고드는 느낌이 들었 지만, 그래도 간만의 차이로 라스킨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스킨은 이를 악 물고서 손톱을 집어넣고, 주먹으로 바꾸었다. 공격은 실패했지만, 어쨌든 그것을 받을 목표는 있었던 것이다. 쿠와앙! 라스킨의 무게와 낙하 에너지가 실린 육중한 주먹에 맞은 지붕은 버티지 못하고 붕괴했으며, 라스킨은 침실로 보이는 장소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거기서 라스 킨의 기세는 멈출줄 몰랐다. 워낙에 높이가 높이이고, 힘도 힘이니 만큼 침실까지 뚫어버린 그는 서재와 침실을 거쳐서 주방까지 떨어지게 되었다. 지붕까지 포함해 서 총 4개의 천정을 뚫어버린 라스킨은 주방에 정갈하게 깔린 포석으로 된 바닥과 매우 강도 높은 조우를 하기 전에 자세를 바꿀 수 있었으며, 덕분에 라스킨의 다 리에선 중력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자 선사한 찐한 충격이 올라오고 있었다. "크으…" 부러지거나 접질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강렬한 충격에 라스킨은 잠시 인상을 쓰고서 가만히 서있었다. 잠시 한숨을 돌릴까 싶었지만, 라스킨은 귀에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뒤로 풀쩍 뛰어서 그 자리를 피해야 했다. 퍼억! 부얶의 왼쪽 벽이 수십개의 마름모꼴로 잘려나가면서 흰색의 기류가 라스킨의 코 앞을 스쳐지나갔다. 부얶과 그 외벽, 그리고 반대편의 벽까지 기세 좋게 잘라놓은 윈드 커터 웹은 그제서야 사라졌다. 바람의 기류에 잘려서 우수수 떨어지는 잔해 들을 보며 라스킨은 침을 꿀꺽 삼킨 다음에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섀 도우가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근육이 경직되면서 움직임을 준비한다는 것을 눈치챈 라스킨은 이번엔 앞으로 몸을 던졌고, 그와 동 시에 섀도우의 윈드 커터 웹이 다시 그가 있던 자리를 치고 지나갔다. "칫! 역시 속임수도 무리인가?" "어이, 그렇게 큰 기술은 남발하면 안돼" "훗. 하지만 쓸모있는걸?" 콰직! 라스킨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귀를 움직였다. 뭔가가 부러지 는 소리였다. 쿠궁! 쿠직! 쿠구구구궁… 라스킨에 의해서 지붕과 천정이 뚫리는 충격은 집의 전체를 약하게 만들었고, 섀 도우가 두번의 윈드 커터 웹으로 산산조각 내놓은 주방과 안쪽 거실은 그 집의 대 부분의 하중을 견디고 있는 장소였다. 라스킨이 들은 소리는 거실의 대들보가 부 러지는 소리였으며, 그가 미처 피하기도 전에 건물이 무너지며 그를 덮쳤다. 섀도 우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라스킨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면서 무너지는 건물을 보 는 모습이었다. "어울리는 무덤이야" 섀도우는 방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해서 먼지를 뒤집어 쓰지 않도록 했다. 석재로 만든 건물은 붕괴될 때 막대한 양의 먼 지를 내기 때문이다. 쿠구구궁… 콰가강! 마침내 건물의 붕괴가 완료되었고, 섀도우는 씨익 웃었다. 갑옷이 날아가긴 했지 만, 라스킨을 잡은 것에 비하면 싼 값이었다. 아무리 툰드라의 늑대왕이고, 드래 곤의 비늘급에 달하는 가죽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 도 몇 톤에 달하는 건물의 잔해에는 압사당할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섀도우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쿠어어어어!" 푸화아아악! 라스킨의 포효소리와 함께 투명한 액체가 자신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오는 모습을 본 섀도우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라 그 액체를 피했고, 액체는 자신이 있던 자리 에 명중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금세 하얀 연기를 내면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설마…?" "바로 그 설마다!" 섀도우가 얼굴을 하얗게 질리며 말했던 것에 대답하며 라스킨은 먼지를 뚫고 뛰 어올랐다. 라스킨이 뛰쳐나오가 먼지는 폭박하듯이 비산하며 그 중앙에 둥근 구멍 을 남겼고, 섀도우의 앞에는 전신을 은색의 털로 뒤덮은 라스킨의 모습이 보였다. 다만 그의 흉부와 복부는 번득이는 검은 비늘이 나있었다. 섀도우는 황급히 검을 들어서 그를 막으려고 했지만, 그녀가 경악했던 그 차이만큼 그녀는 늦었다. 라스 킨의 통나무 같은 다리가 갑옷이 사라진 그녀의 몽통을 가격했다. "커헉…!" 목졸린 소리를 내면서 그녀는 쏘아진 화살처럼 어느 건물의 외벽으로 날아갔고, 그 벽을 부수면서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검을 놓지 않았나? 그 점은 칭찬해주마!" 라스킨은 다시 먼지를 가르며 땅에 내려섰다가 주변의 모든 먼지들을 다시 흐트 려 놓으면서 섀도우가 들어간 구멍을 향해 뛰어올랐다. 외벽이 부서진 탓인지 약 간의 먼지가 피어다녔고, 내부는 어두웠기에 섀도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 지만 눈 깜박할 사이에 그의 조리개는 어둠에 맞춰여서 확장되었고, 바닥에 누워 서 힙겹게 상체를 들어올리고 있는 섀도우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덤으로, 그녀가 연속적으로 사용한 기술을 사용하려고 하는 모습도. "체크… 메이트. 이번엔… 네가 늦었어" 눈 깜빡한 시간. 그 시간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섀도우의 클레이모어 앞에 맺 혀져 있던 기류의 덩어리가 순식간에 확장되면서 예의 기류의 그물로 화해 라스킨 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라스킨은 이를 악물고는 전신에 힘을 주며 기합성을 내 었다. "흐압!" 퍼억! 섀도우는 자신의 눈을 밑을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는 일이었다. 기 합성으로 윈드 커터 웹을 흐트려 놓는 존재가 있었다니? 하지만 곧 그녀는 이성을 되찾아 생각을 했고, 그 결과 최종형으로 변신한 라스킨의 마법 저항력이 높아졌 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그녀가 내린 또 하나의 결론이 있었다. "졌어… 맘대로… 해. 쿨럭!" 라스킨은 고개를 갸웃했다. 고작 한대 맞고서 패배를 시인하다니? 그렇게 자신을 몰아치던 상대가 한대 맞았다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누구라도 이상해할 것이다. "이봐. 더이상의 속임수는 안통해" "속임수 같은게 아냐. 블러드 스폰… 그것도 최종형. 힘은 괴수급이고 마법 저항 력은 나로선 못 뚫어. 거기에다… 네가 사용했던 것. 애시드 브레스지?" 포효와 함께 먼지를 뚫고서 자신이 있던 자리를 맞추어 녹게 한 것을 말하는 것 이다. 라스킨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나? 뭐… 그 축소형이지. 나름대로 계량했거든" "그래서…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군" "내가 뚫고 들어온 구멍이 있어서 변신할 시간을 벌었지" "…칫. 어떤 것이든 자기 페이스로 만드는군. 부러운 능력이야. 아… 이젠 지쳤 어. '개'같이 무식한 일격을 맞아서 온 몸이 저릿해" 섀도우는 검을 라스킨의 발치에 던졌고, 그녀의 손을 떠난 검들은 금세 금속 특 유의 색채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녀는 대자로 누워버렸다. 강한 충격으로 쌓인 대 미지 때문인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그녀의 흉부는 숨을 쉴때마다 세차게 오르 내리고 있었다. "입은 살았군" "입'만' 살았지" 섀도우는 힘없이 웃으면서 말했다. 상대가 너무 강하면 졌어도 허탈한 기분 밖에 는 들지 않는다. 그녀는 한번 침을 삼키고서 말했다. "자아. 이젠 맘대로 해. 뜯어먹든 벗겨먹든 맘대로 해. 승자의 권리야" "푸훗. 식인을 하면 마스터한테 혼나. 강간도 마찬가지야. 거기에다… 너는 가슴 이 너무 작아" "크윽! 누워 있어서 그런거야! 쿨럭! 쿨럭!"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른 섀도우는 다시 격렬하게 기침을 했고, 라스킨은 그 모습 을 보면서 킬킬거렸다. "누워있어서 그런건 아닌 것 같은데? 우리 마누라도 그것보단 더 봉긋 솟았다고" "아, 젠장. 나도 갈데까지 갔군. 늑대 마누라에게 지다니" 섀도우는 피식 웃으면서 푸념했고, 라스킨은 입술을 오므리며 놀라는 표정을 지 으며 말했다. "호오? 이젠 늑대로 올려준거야?" "날 이겼잖아. 그러니까… 레즈비언이라고 두 번 다시 부르지마!" 역시 마음에 걸리는 문제였는지 섀도우는 못을 박듯 말했고, 라스킨은 씨익 웃었 다. 본인이 저러고 나서면 늘 그렇듯이 의심만 간다. 그는 미소지은 채로 말했다. "그렇게하지. 너의 그 애틋함이 들키지 않도록" "…뭐?" "못들었어?" "못 듣기는… '개'소린 집어치워" 그리고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 섀도우의 낭랑한 웃음소리와 라 스킨의 폭발적인 웃음소리가 그 주변을 가득 메웠다. -------------------------------------------------------------------------- ------ 라스킨.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사실 엄청 강합니다. 맨날 라이니시스에게 구박받고, 애가 조금 둔한 소릴 하니까 그렇지.. (네놈이 그렇게 만들었잖아) 그리고 고대의 지식에 관한 드래곤들 사이의 전승..말입니다. 본문에 한번 나왔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고대의 지식에 관해선 전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입니다. 일단 고대문명이 멸망하고서 현재의 문명이 시작된 것은 약 5~6000년 입니다. 고대에서 살아왔던 드래곤들 중 여럿 죽었을 시간이지요. 대표적으로 엘 타칸리스가 되겠군요. 하지만 체리랑스 역시 그렇게 많은 지식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주인공보다는 많이 알고 있지요. 최소한 병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이용하려 드니까요. 또한 본문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라이니시스의 어머니는 제국과 나이를 같이합니다. 그녀 역시 고대에 관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요? 음.. 이제 다음편에서는 나미아와 오디가 나오는군요. 그 다음에 머기와 라니안느, 그 다음에 콰이헤른과 미리안과 에실루나군요. 고로, 당분간은 전투장면의 연속이 될 것 같다는... 그럼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두편을 들고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늙은이!" "…그렇게 보이나요?" "우리 아빠만한 얼굴 되면 오빠라고 불러 줄 수도 있지만, 다들 늙었잖아? 특히 저기 있는 세번째" "그렇군요. 아버님만한 얼굴이라면 오라버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지만…" "…근데 왜 그렇게 호칭이 극존칭으로 바뀌는거야?" "아, 그러니까… 습관이에요" 나미아와 오디를 눈 앞에 세명의 남자를 두고는 서로 품평(?)을 하기에 바빴다. 자신들의 상대가 어린아이인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것도 여자아이고, 자신들을 멋대로 품평하는 것을 본 세 남자는 열을 받아야하나 말아야하나를 두고서 심각하 게 고민했다. 뭔가 화를 내자니 그런 화를 받기엔 너무 가냘프고 귀여운, 그리고 먹음직스런(!) 여아들이었다. 싸움의 상대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란 총수의 언질이 있었지만 웬지 못미더웠고, 그래서 그들은 나름대로의 잡담을 시작했다. "헤이. 지브. 붉은 머리는 어때? 귀엽게 생겼지 않아?" "흐음… 하지만 발육부진이군.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지금 보기엔 너무나 유아체형이야. 하지만… 그런만큼 휘감아오는 맛이 있지 않을까? 윌터? 넌 어떻 게 생각해?" "차라리 저 흰색 머리가 더 좋은걸? 옷 때문에 잘 안보여도 속에는 빵빵한 몸매 가 자리잡고 있어. 어린나이에 상당히 농염하단 말이야. 크후훗…. 너하고 믹스 는 저쪽 취향인가보지? 저연령층 애호가들이군. 변태야" "헤이. 그러는 너도 마찬가지잖아. 글래머 영계만 노리는 주제에" "그래도 유아체형은 아니야. 내쪽이 훨씬 건전하다고. 푸하하핫!"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품평회(?)를 시작했고, 이쪽은 훨씬 더 인신공격적이고, 끈적거리는 어른의 세계였다. 하지만 나미아와 오디는 퉁명스럽게 색하나 안 변한 얼굴로 -다 들리게- 수근거렸다. "어머, 들었어? 휘감아오는 맛이래. 꼴에 좋은 것은 알아가지고…" "전 늙은이가 지목했어요! 아앗! 저 시선. 온 몸을 핥는 것만 같은 시선…. 정말 이지 끔찍한 기분이에요. 뭐, 그래도 제 몸매가 훨씬 좋긴 하네요" "…나 놀리는 거지? 엄마들이 그랬어! 나도 5년만 있으면 확실하게 여성스러움을 자랑하는 몸매가 될 거라고!" "어머? 모르셨어요? 어머님들은 엘프세요. 그리고 엘프들의 몸매는… 역시 좀 빈 약한 편이죠?" "…그, 그런거야? 그, 그렇다면 난… 절망적이야! 아빠보고 바꿔달라고 할거야!" 세 남자들은 두 여아의 대화에 완전히 굳었다. 저것이 과연 나이 어린 여자아이 들이 나눌 대화들인가? 확실히 자신들의 사상엔 약간씩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었지만, 그것을 초월하는 존재가 바로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헤, 헤이. 꼬마 숙녀분들? 나이가 어떻게 되시지?" "요, 요오. 올해로 15세! 창창한 젊음과 탱탱한 피부! 아니지, 나의 경우는 아직 야들야들한가? 아무튼 새파란 영계!" 나미아의 말은 좌중에게 침묵을 불러왔다. 자기 스스로 자신은 영계라고 칭하다 니, 저것은 대도시 사창가에서나 쓰는 말이 아닌가? 잠시 세명의 남자들은 나미아 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을지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고, 오디는 멍해진 정신을 추스 리고는 나미아에게 말했다. "보통은 그렇게 소개 안해요. 그리고 영계라니요! 그런 단어는 사창가에서나 쓴 다고요! 그리고 그런 말 어디서 배우셨어요?!" "아빠가 가진 소설책들" "…그런거 읽지 마세요! 여자라면 좀 더 우아하게 소개할 수도 있잖아요! 아, 그 리고 저도 같은 나이로 생각해 주세요" "…우아하게?" 그녀들의 대화를 듣던 지브는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 의 대화는 우아했다는 말인가? 만약 그것이 우아했다고 말한다면 세상의 모든 우 아함의 가치를 지닌 물건들은 소멸할 것이며, 예절 교육을 받는 귀족집 처녀들은 모두 겉잡을 수 없는 치욕을 입고 손수건을 입에 깨물거나 이런 '모욕'적인 언사 에 대한 보복을 해줄 기사를 붙잡을 것이다. 오디의 지적에 나미아는 헤헤거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자신도 그 소개는 맞 지 않는다고 생각했나보다. 그 모습은 상당히 발랄하고 귀여웠으나, 세 남자의 눈 에는 정말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믹스. 지브. 괜한 화법에는 말려들지 마라.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은 정해져 있잖 아?" "아, 그렇지" "하긴" 나미아에 의해 '늙은이'라는 칭호를 받은 윌터는 과연 생김새에 맞는 연륜(?)을 보여주었고, 그의 말에 믹스와 지브는 각각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믹스는 검은색 의 활을 들었으며, 지브는 검은색의 단검을 들었다. 그리고 윌터는 새까만 워 해 머를 꺼내들었다. 무기도 역시 뭔가 연륜이 있어보인다…라고 나미아는 생각했고, 푱소 그녀의 성격대로 그것을 그대로-좀 더 심한말로 변환해-말했다. "나이들어 보인다 싶었더니 무기도 저렇게 노땅 티나게 무식한 무기를 고르네?" "언어순환을 좀 하세요. 마법 공부하신다는 분이…" "왜그래?. 상관 없잖아? 그리고 저거 봐. 워 해머라니. 힘밖에 없는 늙은이가 고 를만한 최고의 무기아냐? 그런데 죄다 왜 색상 센스는 저모양이야? 다른 거무튀 튀한 색이야. 우으… 무슨 오징어 먹물에 담근것도 아니고. 아, 오디야. 아빠가 만들어준 오징어 먹물 파스타 먹어봤지?" "아, 네. 상당히 맛있었어요. 어머님들은 해양동물도 꺼려하시니까… 나름대로의 별미에 속하죠. …근데 왜 이런 이야기를 여기서 해야해요?!" 나미아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던 오디는 금세 정신을 차렸다. 이런 주인하고 같 이 있다보면 매사가 즐겁지만, 점점 유아기의 정신으로 퇴행하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오디는 차마 입밖으론 내뱉어서 말하진 못하겠지만, 10년 전의 나미아도 상당한 괴짜 아이였을 것 같다. "헤이! …너희들! 잡담은 그만 둬! 싸우자고 온 것 아냐?!" "성질 급한 아저씨네? 혹시 침대에서도 그래요? 흠… 그렇겐 안보이는데 침대위 에서도 성질 급하게 부리다간 금세 조루된다고요" "…" "나미아님! 그런건 또 어디서!" "아빠 서재" 순간적으로 떠오른 세 남자의 생각은 일치를 보고 있었다. '대체 저 아이의 부모는 어떤 인간이길래 아이에게 저런 것을 말할 책을 보여줄 까?' 오디마저 멍하니 굳어있을 때, 나미아는 피식 웃으면서 오른손 무명지에 있던 반 지를 떼내었다. 그러자 그녀의 귀에 달려 있던 귀걸이가 툭 하고 떨어졌고, 목에 걸려있던 목걸이도 풀렸다. 머리에 얹혀져 있던 것 처럼 보이던 서클렛도 잡아서 던져버렸고, 발목쪽으로 손을 뻗어서 발찌까지도 제거한 나미아는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눈을 감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억지로 매어놓 은 봉인을 자가해제가 가능하게 해 준 라이니시스에게 감사하면서 그녀는 눈을 떳 다. "후우…" 깊게 숨을 내쉬는 나미아의 눈에는 수 많은 색채들이 돌아다니는 세계가 보였다.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면서 절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은, 먼지의 수십 분의 일 에 불과하지만 세상을 이루는 근간인 마나가 그녀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블러 드 스폰이 되면서 그녀가 얻은 또 하나의 능력. 마나-아이(Mana-Eye)였다. 처음에 는 어리둥절 했지만, 마법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비 저상적으로 높은 마나에의 적 응력을 생각해 봐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몸으로 마나를 느끼는 마법사들과는 다 르게 그녀는 눈으로 마나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세 남자의 머리 속에 흘러다니는 생각을 전부 '볼' 수 있었다. 고대인의 도시에 들어와서인지, 고 대인 고유의 능력은 극대화된 느낌이 들었다. "활은 파이어 볼과 라이트닝 볼트를 발사 할 수 있는 활이군. 무기 자체는 좋은 데 어째서 머리 속에서는 무기와 연관지어서 나의 나체를 상상하고 있는지 모르 겠어. 잠깐! 나 그렇게 가슴 작지 않아! 그리고 단검… 하나만 보이고 있지만 사 실은 한 쌍이군? 두개를 같이 사용하면 상대방을 마비시킬 수 있는 스턴 미사일 (StunMissile)을 발사하는 데다가, 사용자에게 헤이스트를 제공하고 있어. 하지 만 아무리 빨라 봤자 나와 오디의 옷을 그렇게 쉽게 벗기고 능욕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안하는게 좋아. 더불어서 왜 우리가 강간당하면서 희열에 찬 신음을 질러 야 하는거야?! 할아버지의 워 해머는… 휘유. 끔찍하군? 웨이트 그래비티 50배? 게다가 원거리에서도 사용 가능. 장거리와 단거리, 그리고 그 둘을 동시에 사용 가능한 무기의 조합 자체는 괜찮아 보여. 계획 자체도 괜찮아. 하지만 우린 그렇 게 약하지가 않아. 거기에… 젠장. 늙으면 변태된다더니 딱 그짝이네? 워 해머 손잡이가 확실히 거기(?)와 닮았다지만… 그런 것으로 휘저으면 아무리 오디라도 자궁이 파열된다고! 대체 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없어? 왜 죄다 저모 양이야! 총수가 맘대로 하라고 했다고 저렇게 구체적으로 상상할 건 또 뭐야? 으 엑, 속이 니글거려. 이래서 남자들은 나이먹으면 전부 저렇게 된다니까. 결국 세 상은 나를 평범한 소녀로 있지 못하게 하려는 거야. 아아! 이 얼마나 가련한가! 모진 세상이 한 순진무구한 소녀를 기어코 귀신과 축생이 득시글거리는 곳으로 오염시키려 하는구나! 원통하다! 애닯도다! 어찌하여 이 가슴엔 햇살과도 같은 티없이 깨끗한 희망이 자리잡지 아니하고 이런 세상의 어둡고 비참한 면만 자리 잡는 것인가! 결국 난 타락할 운명인가? 그럴바엔 차라리 아빠한테 프로포즈를 해서 타락할 대로 해보이겠어! 그리고는 나의 아이들이자 동생들을 낳아…웁!" "거기까지 하세요. 나미아님의 파더 콤플렉스는 참 심각한 수준이란 거, 온 천하 에 알리지 않아도 좋고요, 쓸데없이 말 많아지는 것도 그렇거니와 이유모를 피해 의식은 이젠 지겹다고요. 아버님이 그 점을 모르셔서 다행이지만, 옆에서 그 양 면성을 봐야하는 사람도 좀 생각해 주세요" 자신들의 생각을 읽어서 말하는 나미아의 말의 홍수에 허우적거리던 세명은 오디 라는 구명선을 만났다. 오디의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봉인만 풀면 나타나는 저 파 더 콤플렉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단지 예상할 수 있는 것은 라이 니시스의 피가 섞여져서 만들어진 시약을 마셨기 때문에 나미아는 아버지와 좀 더 긴밀한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극히 적은 부분의 파더 콤플렉스가 그 유대감을 파고서 전면으로 급부상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아버님께 블러드 스폰화에는 성공했지만, 그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들을 상정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오디였다. 물론, 나미아의 정신을 읽을 수가 있었지만, 나미아와의 약속 에 의해서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읽지는 말자고 했었기 때문에 자신의 능력 대신 이론적인 지식으로 추론해보는 것 뿐이었다. "으음… 알았어. 그런데 난 언제쯤 아빠한테 프로포즈를 할… 웁!" 오디는 다시 헛소리-에 불과한 말-들을 늘어놓으려는 나미아의 입을 침착하게 막 고는 나미아에게 말했다. "자. 저희가 할 일을 생각해 보세요. 저희가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왔는지 생각 해 보시고, 저 앞에 변태 3인조를 똑바로 보세요. 네. 좋아요. 나미아님. 이제 저희가 무슨 일들을 해야 하는지 아시겠죠? 특히 저 늙은이 변태는 용서 못해요. 저… 저딴, 저딴 물건으로…!" 나미아는 눈을 번뜩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조금 혼란스러워하지 만 그들의 모든 생각들이 보이고 있었다. 저것들을 빨리 눈 앞에서 지워버리기 위 해서라도, 그녀는 여기에 온 목적인 저들을 쓰러뜨리는 일을 해야한다. 나미아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아아읍(알았어)" …먼저 오디의 손을 떼어내는 것을 잊었지만 말이다. "…이제 끝났나?" 자신의 이상스런 취향이 들통나면서 다른 두 남자들에게서 조차 변태라는 눈길을 받게 된 윌터는 조금 어색하고 조금 화난 표정으로 물었다. 이제야 좀 싸울 기미 가 보이는 것이 다행이다. 단어들의 홍수속을 허우적거리는 것 보다도 그냥 싸우 는 것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이다. -------------------------------------------------------------------------- ------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나미아의 진실. 그녀는 사실 파더 콤플렉스였다! 입니다. 친딸이 아니니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제 3의 히로인. 나미아!'등의 이야기는 절대 없습니다. 나미아와 오디의 관계. 그것은 체리랑스와 섀도우의 관계와 상당히 닮아있군요. 난리치는 주군을 말리는 친구격의 수하라는 패턴이지요. 지금 보시면 알겠지만, 나미아의 언어 활용은 라이니시스의 그것입니다. 예. 결국 어쨌든 부모 자식간은 닮습니다. ...좋은 것 좀 닮지.. (네가 그렇게 만들었잖아) 그럼 다음편 올라갑니다. -이그니시스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미아는 윌터를 보면서 씨익 미소지었다. 그의 생각을 보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작게 숨을 들이 쉰 나미아는 온 몸의 힘을 잘 갈무리해서 그것을 양 손으로 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그녀의 오 른손에서는 진홍색의 불길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왼손에서는 일렁거리는 산성액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나미아는 미소지은 채로 그것들을 단번에 1야드까지 피 워 올리면서 소리쳤다. "자! 한번 화아-끈!하게 가 볼까!" "수고하세요" 오디는 그런 나미아를 보고 한발자국 뒤로 빠졌다. 그간 욕구불만에 쌓여있던 나 미아가 간만에 그것을 풀어놓을 대상을 발견한 것이다. 평소엔 자신에게 검을 들 고서 덤벼왔는데, 요즘은 여행때문에 그것도 못하고 있었다. 아직은 어린 모습이 조금 남아있어서 그런지 그런 식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나미아는 좀이 쑤신다고 칭얼대었다. '당신들의 앞길에 여생을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있기를…' 오디는 나미아의 기세에 눌려서 주춤거리는 세 남자들을 보면서 '진심'으로 기도 해 주었다. 그런 오디의 기도가 통할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나미아는 붉은 색 의 눈동자를 번득이면서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하얗고 자그마한 손에 서 뻗어나오는 불길과 산성액은 엄천난 기세였다. 브리핑을 받기는 했어도, 저 정 도의 괴물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해던 윌터와 믹스와 지브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 신들이 가진 마법 무기가 대단해도, 왠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 문이다. 나미아는 예의 그 미소를 유지시킨 채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양쪽으로 살짝 뻗은 손에서는 무시무시한 불길과 그와 동급으로 무시무시한 산성액이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피어나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나미아는 발검음을 멈추고 양손의 손가 락을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오른손의 불꽃과 왼손의 산성액이 점차 하나의 모양 을 이루어가기 시작했고, 나미아는 그것을 손으로 살짝 쥐었다. 그것은 레이피어 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불과 산으로 만든어진 두 자루의 레이피어였던 것이다. "인페르노 플레임 레이피어! 애시드 레이피어! 둘 다 화끈하기 그지 없는 무기들 이지. 오호호호홋! 누가 먼저 받아보겠어?" 투명한색으로 조금씩 꿈틀대는 것 같은 애시드 레이피어를 들이대면서 나미아는 미소의 농도를 좀 더 짙게 했다. 자신의 쥐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이렇게 쥘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만졌다간 끓어오를 새도 없이 손이 녹 아버릴 무기다. 오른손의 인페르노 플레임 레이피어도 마찬가지다. 쥐는 순간 인 페르노 플레임이 온 몸을 감싸서 재까지 모두 태워버릴 것이다. "헤이. 아가씨? 너무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 아냐?" "요오. 아저씨? 여자의 무기는 언제나 뛰어난 미모랍니다" 믹스는 나미아의 당찬 화술에 피식 하고 웃었다. 그리고는 활을 들어올렸고, 그 것은 본 다른 두명도 재빨리 무기들을 들어올렸다. 그들의 생각-어차피 보일 것이 지만-은 하나였다. '맞으면 죽는다' "정답! 맞으면 죽거나 아님 병신되겠죠?" 나미아는 생긋 웃으면서 그들의 생각에 답변했고, 그들은 이 불가해한 상황을 이 겨내려고 노력했다. 저 뒤의 오디는 생글거리면서 그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윌터는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워 해머를 휘둘렀다. 퍼억! 나미아가 순간 움찔 하더니 그녀를 중심으로 주위 3야드 반경의 땅이 움푹 들어 가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미아는 허리를 반쯤 숙인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50배의 가중력. 나미아는 고통에 찬 심음성을 내질렀다. "아… 아앗…!" 윌터는 고통스러워하는 나미아의 모습을 보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 소지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제 아무리 허세를 부리고 이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엔 어린아이군! 이 일격을 받아내지 못하는 걸 보면!" 나미아는 50배의 중력이 배가되는 상황에서 추욱 내려간 머리카락들 사이로 우리 터를 바라보았고, 윌터는 묘하게 그 동작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나미아는 생 긋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정답. 하압!" 퍼억! 나미아가 마법 저항을 발동시키자 50배의 가중력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단 지 그녀 주위의 패여진 땅이 그것이 있었다는 걸 알려줄 뿐이었다. 나이마는 인페 르노 플레임 레이피어를 빙빙 돌리면서 말했다. "잠깐의 재미! 고작 50배 가중력으로 뭘 어쩌겠다고? 그래도 조금 고통스러워 해 주지 않으면 재미없잖아?" "크윽…!" 윌터는 치욕스런 신음을 삼켰다. 어린아이가 주는 치욕은 이만저만 쓴 것이 아니 었다. 나미아는 그런 모습을 보며 빙긋이 웃고는 표정을 바꾸었다. 미소는 미소였 지만 살짝 비웃거나 즐거워하는 미소가 아닌 날카로운 미소였다. 그것은 마치 암 고양이가 먹이를 눈 앞에 두고서 짓는 그런 느낌이 드는 미소였다. "흐랴아!" 믹스는 그런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참을 수 없다는 듯 활을 들어서 활줄 을 튕기었다. 그러자 황백색의 벼락줄기가 나미아에게로 향했다. 콰자자작! 엄청나게 크고, 두꺼웠다. 번개줄기는 마치 뱀과도 같은 꿀틈거림을 가지고 나미 아에게로 날아들었고, 믹스는 활을 계속해서 여러번 튕겼다. 그가 가진 활은 활줄 을 여러번 튕겨서 일정 횟수 이상으로 라이트닝 봍트를 쏘아내면, 그것이 체인 라 이트닝으로 변하게 된다. 단발의 벼락줄기가 아닌, 길고 지속적으로 상대방을 향 하게 되는 지향성을 지닌 번개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을 하기 위해 선 짧은 시간동안에 활을 튕길 수 있는 속사의 능력이 필요한데, 믹스의 팔놀림은 그가 능숙한 사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차앗! 차아! 하아압!" 나미아는 불꽃과 산성의 레이피어를 휘두르면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벼락줄기 를 확실하게 분쇄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자신의 몸에서 솟아나온 불꽃과 산성에 마법 저항력을 부여하여 벼락줄기를 분쇄하는 것이다. 그리고 체인 라이트닝의 번 쩍이는 백색 줄기가 자신에게로 날아올 때, 나미아는 위로 뛰어올랐다. 자신을 향 해서 흰색의 뱀같이 날아오던 번개줄기는 바닥을 때렸고, 그리고 튕겨져서는 나미 아를 향해 날았다. 그리고 나미아가 뛰어오른 순간, 믹스는 그녀를 향하여 파이어 볼을 쏘아대었다. "치잇! 인페르노 플레임 윙!" 나미아는 바로 밑에서 날아오르는 번개줄기와 대각선 밑에서 올라오는 파이어 볼 들을 보고는 불의 날개를 펼쳤다. 마법을 사용하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자세도 불 안정하기 때문이었다. 불꽃은 항상 중력을 무시하고 하늘을 향해 피어오르는 지향 성을 지니고 있다. 불꽃의 날개를 단 나미아는 공중으로 솟아올랐고, 살짝 방향을 틀어주었다. 그것만으로 체인 라이트닝의 줄기와 파이어 볼들이 빗나갔다. 그리고 나미아가 밑을 바라보았을 때, 지브가 매우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차아앗!" 지브는 근처에 있던 집에서 창문을 떼어서 나미아에게 던졌고, 바람을 가르는 소 리를 내면서 올라온 창문을 나미아는 가볍게 피했다. 공중으로의 공격수단이 없으 니까 저렇게라도 공격하겠다는 생각이 보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워 해머를 치켜든 월터의 생각을 보았을 때, 나미아는 경악했다. 후웅! 콰창! 생각을 보았지만, 이미 늦었다. 자신에게로 웨이트 그래비티가 시전되었고, 때문 에 지브가 던진 창문이 엄청난 속도로 나미아에게 떨어졌던 것이다. 반응이 늦었 던 나미아는 그대로 떨어지는 창문에 얻어맞았고, 비산하는 유리조각들과 나무 조 각들과 같이 밑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세명의 남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러나 추락하는 나미아가 곧바로 자세를 잡고 공중에 멈춰서자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쓰읍! 아프잖아! 정말 특이하게 공격하네? 이번 것은 정말 의외였어" 나미아는 머리를 불꽅의 검을 집어 넣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지금 나미아 피부는 드래곤의 비늘과 같은 경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당연하게 두피에도 포함되는 것이며, 나미아가 추락한 것은 단지 기습때문에 공중에서의 자 세제어가 잠시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나미아는 화난 표정으로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전부 '말도 안돼'라든가, '완전한 괴물이잖아?!'라든가, '저런거하고 싸우 란 말이야?'들의 생각을 하고 있었고, 잠시 머리를 문지르던 나미아는 왼손의 애 시드 레이피어로 아래쪽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나 정말 화났어! 뭐? 괴물? 저건 거? 좋은 말 다 놔두고 왜 하필 그런거야! 아 까전에 했던 음흉한 상상들까지 전부 합쳐서! 한번에 없애주겠어!" 나미아는 애시드 레이피어만을 들고서 아래로 급강하했다. 그런 그녀에게 파이어 볼이나 라이트닝 볼트가 날아왔지만, 그것들은 모두 그녀의 오른손에 막혀서 사그 라들었다. 그대로 급강하한 나미아는 활을 들고서 어쩔 줄 몰라하는 믹스의 정수 리에 애시드 레이피어를 박아버렸다. 그리고는 애시드 레이피어를 놓으면서 공중 제비를 돌아 윌터의 앞에 섰고, 공중제비를 도는 사이 만든 인페르노 플레임 레이 피어로 단번에 아래에서 위까지 두동강을 내었다. 그러면서 뒤를 돌아 마지막으로 남은 지브를 보려고 했지만… 그는 자리에 없었다. 나미아가 본 것은 애시드 레이 피어로 상반신이 녹아 없어지고 계속해서 남은 하반신이 녹아들어가는 믹스의 모 습이었다. "으… 어… 어!" "응? 뭐야? 아직 안 죽었어?" 윌터는 아직 쓰러지지 않고 있었다. 너무 순식간에 베고 지나가서 검게 탄 자국 만 한줄로 남아있는 윌터는 아직 살아있었다. 나미아는 생긋 웃으면서 오른주먹을 꼬옥 쥐었다. 꼬옥 쥐어진 오른 주먹에는 인페르노 플레임이 맺혀있었고, 나미아 는 그것으로 윌터를 가격하면서 외쳤다. "그만 죽으란 말이야!" 푸화악! 가격당한 명치에서부터 시작해 새빨간 불꽃이 윌터의 온 몸을 덮었다. 윌터는 들 리지 않는 비명을 지르면서 재도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타버렸다. 챙강!하는 소리 와 함께 그가 사용했던 워 해머만이 그 자리에 떨어지면서 주인의 부재를 알려왔 다. "꼬, 꼼짝마!" "…응?" 갑작스럽게 들려온 지브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나미아는 어리둥 절한 표정의 오디와 그녀의 목에 단검을 들이대고 있는 지브를 볼 수 있었다. 나 미아가 급강하해 믹스의 정수리에 애시드 레이피어를 박을 때, 그는 단검을 쥐고 는 헤이스트를 사용해 오디를 인질로 잡았다. 그래서 윌터라도 살려보려 했지만,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해 버렸다. 나미아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짓고는 그에게 말했다. "인질극을 할 작정이었지만 지금은 한명이라도 죽일 작정이군? 어차피 할 수 없 다는 걸 알았나보지? 뭐, 맘대로 해봐" "무, 뭐?" "네가 생각하는 대로 동료의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생명경시 사상을 가지고 있 는 것도 아니야. 단지 난 아빠와는 가치관이 좀 틀리거든. 죽일테면 죽여봐" 유들유들한 마이아의 태도에 지브는 할 말을 잏었다. 도발이라고 생각되지만, 허 세라고도 생각된다. 그는 이를 악물고는 오디의 목에 단검을 더 힘주어 대었다. "모, 못할 것 같아?! 에잇!" "아앗!" 지브는 그대로 오디의 목을 절반쯤 베어버렸고, 오디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 지 브는 오디의 반응에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지만 분수같이 치솟는 피는 보이지 않 았다. 나미아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오디. 많이 아파?" "조금요.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에요" 오디는 목에 난 자상을 치료하며 말했고, 지브는 두어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오 디는 정신의 정령에 육체가 씌워진 것이다. 그리고 그 육체는 정령의 육체이기 때 문에 무기로 상처를 줘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미아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지브를 겨냥했다. 그리고는 살의에 가득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가~" 나미아의 손가락에서 조그마한 불덩이가 쏘아져서 지브를 명중시켰다. 그리고 지 브는 윌터가 그랬던 것처럼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재까지 불타 사라졌다. 탱강! 그가 있던 자리엔 검은색의 단검 두자루만이 떨어져 뒹굴 뿐이었다. 나미아는 떨 어진 단검을 보면서 생긋 웃고는 말했다. "말했지? 난 아빠랑 틀리다고" -------------------------------------------------------------------------- ------ 나미아는 그 아버지와는 상당히 틀립니다. 거기에 성격면에선 최악의 블러드 스폰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챕터 초반에 언급했다시피 잔혹성에 흉폭성을 갖추었습니다. 그 아버지와는 다릅니다. 지금의 모습은 체리랑스의 성격과도 닮은 면이 있습니다. 당연하지요. 누구의 피를 받았겠습니까. 라스킨은 400년의 수명으로 쌓아온 그의 인격이 잔혹성을 눌렀지만.. ...어린아이가 뭘 알겠습니까..(먼산) 이 다음은 머기와 라니안느의 싸움입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특색있는 싸움이 나오겠군요. 그럼 전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목요일에 다시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이그니시스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6.31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우리만 손해 본 것 같군. 윌터네 일행은 여자아이 둘이었고, 핀슬렌네도 잘 빠 진 엘프가 둘이나 되었잖아? 그런데 우린 뭐냐? 기껏해야 한명 뿐이잖아? 쳇. 이 봐! 여기 동성연애자는 없지?" "너 빼곤 없을거야" "…케니스가 동성연애자였어?" "딘! 쓸데없는 소리하지마! 내가 무슨 동성연애자야?! 순진한 아이 놀려먹지나 좀 마라" "아아, 그래. 알았어. 농담이었다, 슈림" 머기와 라니안느는 좀 넓어 보이는 공원에서 적들과 대치하게 되었다. 마법을 사 용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적당하다고 볼 수 있는 장소는 아니었지만, 머기는 처음 부터 슐트로이야를 집어들었다. 그 때문에 라니안느는 머기를 믿고서 그가 선택한 이곳에서 결전을 벌이기로 했다. 슐트로이야의 비호를 받으며 자신은 마법을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넓은 장소는 오히려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 다는 생각을 하면서 있었건만, 그들의 앞에 있는 세명의 남자는 시답잖은 소리나 주거니받거니 있었다. '아무리 말해도 난 내 남편 것인데…' 라니안느는 생각한 것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성격에 약간의 불만을 품으면서,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었다. 결국에는 그들의 말에 불만을 토로하는 것으로 목적 을 전환시켰으며, 머기는 슡트로이야를 어깨에 걸치면서 말했다. "바보가 셋이군" 「너만큼이나 바보지」 "시끄럽습니다. 잠자코 슐티나 조종하시죠" 「푸헐헐! 지금 전투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대체 결혼을 하고서도 노인공격의 태도는 바뀔줄을 모르니…」 "600년 전에 죽은 망령이면서 무슨 헛소릴 하시는 겁니까?" 「너도 죽어봐라. 괴벽만 늘어난단다. 아, 그리고 저기 바보 셋이 널 미친놈 보 듯이 바라보는군?」 머기는 레펠마의 말을 듣고는 슐트로이야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서 앞을 바라보 았다. 그러자 과연 레펠마의 말대로 잡담을 나누던 세명의 남자가 자신을 '창하고 이야기를 하는 미친놈'을 보는 듯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머기는 왼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작게 신음성을 흘려야만 했다. 아마도 레펠마는 이것을 노린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뭐야? 저놈? 창에다 대고 말하고 있어" "흠… 세상엔 미친놈이 많다더니…" "원래 마법사들이 미치지 않으면 하지 못하는 직업이라고 하잖아" "하긴 그래. 아?! 그렇다면 저 옆의 여자도 마찬가지라는 거야?" "Oh shit! 난 미친X은 싫어!" 라니안느는 자신의 인격에 대해서 마구잡이로 모독을 해대는 세명의 남자들에게 아니라고, 틀리다고 항변을 하려고 했으니, 그 단어가 너무 많은지라 그것들을 다 내뱉지를 못하고서 얼굴만 시뻘겋게 달굴 뿐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미친X'라 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탓이 아닌 남편을 잘못두고, 고 조 시할아버님을 잘못둔 것 때문에 자신이 들어야 했던 것이다. "…닥쳐라 바보들" 머기는 낄낄대는 남자들에게 조용하게 말했고, 그들의 웃음이 걷혔다. 머기의 목 소리는 작았지만 그들의 웃음을 멈추게 하는 힘이 있었다. 머기는 약간 이를 갈고 는 슐트로이야로 세명을 겨냥하면서 말했다. "나, 머기 마르티구스. 세상 모든 것을 용서해도 내 아내를 모욕하는 행위는 용 서하지 않겠다!" 그의 말은 참으로 당당했고, 그의 모습도 당당했다. 박력넘치는 말이었기에 그의 뒤에 있던 라니안느는 아까의 생각을 전부 잊고 감격했으며, 세명의 남자들은 잠 시 그 기세에 눌렸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지극한 아내사랑이군" "서로 미쳐있으니까 동질감을 느끼는거야" "호오, 케니스의 말에 동감할 것 같아" "딘. 너는 어떤 말이라도 동의하잖아" 머기는 뭔가 되돌아 오는 행동이 없어서 조금 머쓱해야했다. 무기를 들이대면서 외쳤던 말이었다면 당연히 그들도 무기를 꺼내들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저들은 제멋대로 떠들고 있었다. 행동에 대한 반응이 없기 때문에 본의 아닌 공염불을 하 고 말았던 머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의 행동은 명백한 도발이지만, 자신이 그 런 도발에 말려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기와 라니안느는 그들이 자신들 만의 잡담을 나눌 동안 그들을 잠시나마 관찰해 보기로 했다. 먼저 케니스라고 불린 사내는 거대한 대검을 등에 둘러메고 있었다. 머기도 슐트 로이야를 둘러매긴 했지만,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적어도 슐트로이야 보다는 크기가 길었다. 5피트 반에 달하는 슐트로이야는 7피트 크기의 대검에 비 교해 볼 때, 상당히 아담해 보이는 크기였다. 그러나 그 대검도 대검을 메고있는 8피트의 키를 자신 케니스에 비해 작아보였다. 저것은 완전 근육 덩어리의 괴물로 보일 지경이었다. 슈림이란 남성은 대략 6피트의 키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무기가 보이 지 않는 것이, 그의 손에 끼고 있는 건틀릿이 그의 무구인듯 싶었다. 검은색으로 무광택을 내는 건틋릿은 뭔가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까 케니스가 메 고 있는 대검에서도 마나의 기운을 느꼈었다. 딘은 상당히 초췌한 모습이었다. 웬지 모르게 상당히 말라있었으며, 싸움에는 상 당히 적당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들려있는 새까만 채찍과 몸 자 체에서 피어오르는 기운은 매우 흉흉하게 느껴져서, 어쩌면 그를 첫번째로 조심해 야 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다들 매우 특색을 가진 일행이라 머기와 라니안느는 녹녹치 않겠다는 생각을 하 고 서로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서 시선을 마주쳤다. 약간의 시선교환이 있고 나 서 머기와 라니안느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체 말이 없는 이들이다보니까 시선으로 말하고, 그것를 읽는 것에는 익숙하여 의사소통을 하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그 들이 나눈 대화의 결과는… "슐트로이야 차지!" 선공이었다. 슐트로이야에서 뻗어나온 하얀 빛의 덩어리는 쏜살같이 세명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으며, 슈림이 앞으로 나서서 건틀릿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리는 자세 로 슐트로이야 차지를 막았다. 그러나 그는 슐트로이야 차지에 맞아서 뒤로 튕겨 져나가야 했다. "우악! 제, 젠장! 마법을 막는 건틀릿인데?!" 슈림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면서 말했고, 머기는 선공이 성공한 것 에 상당한 만족감을 가지면서 설명했다. "바보는 바보로군. 슐트로이야는 마창이고, 물론 마법을 사용하지. 하지만 슐트 로이야 차지는 마나가 아닌 공기를 응축해 발사한단 말이야. 마법을 막아내는 것 은 마나를 막는단 소리이지만, 공기를 응축한 마나만을 막아내면 어쩌나? 공기를 만들어서 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공기를 모아서 쓰기 때문에 이것은 정령력에 가까워" 공기를 만들어서 쏘았다면 슐트로이야 차지는 마법 방어에 막혔을 것이다. 하지 만 슐트로이야 차지는 주변의 공기를 끌어들여서 마나로 테두리를 씌운 것이기 때 문에 슈림이 나서서 그것을 막아내었지만, 공기를 응축한 마나만을 원래의 상태로 되돌렸을 뿐이지, 공기의 덩어리에는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지근거리였기에 가능 한 일이었다. 좀 더 거리가 있게 마법 방어를 사용했다면 슐트로이야 차지는 아무 런 효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말도 안되는…!" 슈림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주르륵 흘러내린 코피를 닦아내었고, 머기는 피식 웃 었다. 간만에 말을 많이 해본 것 같다. 몇 개월 치의 말을 한번에 한 것 같은 기 분이 들어서 조금 재미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오래 생각할 수는 없 었다. 자신의 눈에 날아오는 채찍의 줄기가 보였던 것이다. "합!" 머기는 슐트로이야를 들어서 그것을 막았고, 채찍은 거기에 칭칭 감겨들었다. 딘 은 빠른 반사신경으로 자신의 채찍을 막은 머기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었 지만, 그것과 그를 해치우는 문제와는 별개였다. 체리랑스가 부하들에게 준 무기 가 예의 그렇듯이 그의 채찍도 특수한 마법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딘은 주 저하지 않고 그것을 발동시켰다. 바지지지직! 채찍의 손잡이에서부터 푸른색의 스파크가 발생하더니 채찍의 줄기를 따라서 슐 트로이야로 순식간에 전이되었다. 곧 슐트로이야 전체가 스파크에 휩쌓였고, 머기 는 눈을 크게 떴다. 딘은 그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전기인가? 미안하게도 슐트로이야는 자체 마법 흡수력을 지녔지" 머기는 조용하게 말했다. 과연 슐트로이야의 손잡이 부분까지는 전기가 가지 못 하고 있었다. 모든 전기는 슐트로이야의 창신에서만 머무르다 점점 흡수되어가고 있었으며, 딘의 공격은 무위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내가 간다앗!" 케니스는 벌써 둘이나 당한 동료들의 모습을 보면서 소리지르며 대검을 꺼내들었 고, 그러자 케니스의 몸이 점차 투명해지더니 곧 보이지 않게 되었다. 머기는 눈 살을 찌푸리면서 좋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척까지도 지우는 투명 마법인 것 이다. 머기는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슐트로이야를 놓으며 뒤로 뛰었다. 그러면서 라니안느를 불렀다. "라니안느!" "네, 네엣! 인비지블 스토커(Invisible Stalker)! 투명체 공격!" 라니안느는 케니스가 사라짐과 동시에 주문을 외우고 있었고, 그것을 사용할 순 간을 노리고 있었다. 머기는 마나의 이동으로 그것을 알고 있었고, 때문에 그녀가 마법을 사용할 순간을 가르쳐준 것이다. 그녀가 주문을 외웠고, 머기가 뒤로 뜀과 동시에 머기가 있던 자리의 땅에서 불꽃이 까앙!하는 소리와 함께 튀어올랐다. 그 리고 라니안느의 그림자에서 검은색의 인영이 스윽하고 일어서더니 곧 투명해지고 는 누군가가 공격받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환자의 명령에 따라 한가지 임 무를 수행하는 인비지블 스토커는 소환자인 라니안느의 명에 따라 투명체가 되어 버린 케니스를 공격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체의 공격을 받 고 있는 케니스의 곤혹스러운 소리와 간혹 그가 공격을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슐트로이야 귀환!" 머기는 그 사이에 채찍에 딸려가서 딘의 근처에서 뒹구는 슐트로이야에게 귀환명 령을 내렸고, 슐트로이야는 누군가에의해서 들어지듯이 공중으로 떠올라서는 머기 에게로 날아왔고, 머기는 그것을 손쉽게 낚아챘다. 그러는 사이에 인비지블 스토 커는 확실하게 투명체를 공격하라는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계속 공격 을 당하는 케니스의 곤혹스러운 음성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케니스! 투명 마법을 풀어! 그러면 투명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인비지 어쩌고는 공격을 멈출 거야!" 슈림의 외침에 케니스는 모습을 드러내었고, 과연 그의 말대로 공격할 투명체가 사라진 인비지블 스토커는 자신이 왔던 차원으로 돌아갔다. 상당히 짧은 시간이었 지만, 인비지블 스토커에 당한 케니스의 몰골은 확실하게 좋지 않았다. 여기저기 찢어져서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숨결도 매우 거칠어져 있었다. 보이지 않는 상대 의 공격은 그만큼 정신력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의외로 똑똑하군" 머기는 진심으로 칭찬해주었다. 상황에 맞는 라니안느의 명령이었지만, 거기에서 헛점을 찾아내기는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투명해진 케니스를 견제하고자 만 들었기 때문에 투명화를 풀면 목적을 잃은 인비지블 스토커는 사라지게 마련이었 다. 머기는 조금만 늦게 알아챘더라면 죽어 넘어졌을 케니스를 구한 슈림의 두뇌 회전은 꽤 빠른 편이라고 생각했다. "똑똑해도 여전히 늦어. 마법사 둘을 상대로 고작 그건가? 그렇다면 너희들의 능 력은 거기까지 안된다는 것으로 간주하고 여태까지 매쉬암이 우리를 괴롭힌 대가 의 일부를 치뤄야 할걸?" 머기는 슐트로이야를 어깨에 들춰매고는 조용한 고소를 띄우며 그들을 조롱하듯 이 말했다. 그러자 그들의 얼굴에 확실한 분노의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나기 시작 했다. '고작 이런 도발에 넘어가다니. 아직 어리군' 머기는 곧장 공격해 들어올 것 같은 세명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 ------ 안녕하셨습니까. 이그니시스입니다. 이번 화는.. 머기, 말했다! 일지도.. 전편의 반향이 좀 크군요. 나미아의 전투 방식.. 일까 학살방식이라고 할까. 어린아이에게 알랄하고 거대한 힘이 쥐어졌으니 그것을 세계 평화를 위해 쓸 건 아니겠지요. 어린아이...랄까 아니면 콤플렉스 많은 사춘기 소녀랄까. 어쨌든,. 거의 히스테리성 발작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역시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는 것은 오디라는 제동장치가 있기 때문.. 나미아가 라스킨만큼 나이먹으면 성격이 진중해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하핫. 그럼 다음편 올라갑니다. -이그니시스 p.s 책의 뒷면에 넣을 감상평을 모집합니다. 200자 원고지 한장 수준, 그러니까 200자 정도의 짧은 감상을 써서 egnisys@empal.com 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06.32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저들에겐 딘이 가지고 있는 채찍 이외의 장거리 공격 무기는 없는 것 같았다. 대 개가 거의 근거리형 무기들이었다. 어찌보면 저것은 마법사인 머기와 라니안느를 상대하기 위함으로써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어찌되었든 저들은 그 둘을 자신들의 거리 안에 넣기만 하면 무조건적인 승기가 보이는 것이다. 마법사와 전사의 싸움 이란 그런 것이다. 마법사는 처음서부터 전사를 자신의 거리 안에 두고서 시작하 지만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리가 아닌 시간이다. 충분한 주문의 영창과 적당한 행동식, 그리고 시약이 필요한 마법에 한아셔 시약을 처리하는 행위를 하는데 있 어서 들어가는 시간들은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사들과의 싸 움에서 마법사가 제일 주의해야 할 것은 전사가 자신을 그들의 범위 한으로 끌어 들이기 전에 마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들은 그 사실조차 잊고 있군' 머기는 속으로만 웃으며 생각했다. 자신에겐 슐트로이야가 있고 아직은 사용하지 않은 무브 캐스팅도 있다. 결국 그는 움직이면서 전사가 자신에게로 들어오는 시 간을 좀 더 연장시킬 수 있고-그저 뒤로만 움직여도 된다- 근거리에서의 공격들도 슐트로이야로 받아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힘과 리치만 믿고 들어오는 무식 한 케니스 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 있다. "흐랴아압!" 쾅! 창! 파팡! 케니스는 큰 기합성을 지르며 머기에게 달려들었고, 머기는 그것을 슐트로이야로 받아내면서 천천히 다른 이들의 행동을 주시했다. 케니스의 대검과 슐트로이야는 서로 충돌하면서 철과 철이 충돌하지 않는 것 같은 말도 안되는 소리들을 주위로 퍼뜨리고 있었고, 머기는 팔에서 전해져오는 알싸한 진동이 상당히 거슬려서 캐스 팅 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아무리 무빙 캐스터라고 하여도 이렇게 팔에서 부 터 심한 충격이 전해져오고, 양 옆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하는 수가 없다. "파이어 월!" 뒤에서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머기의 왼쪽 측면에 불길의 벽이 만들어졌다. 그리 고 그곳으로 들어오려면 딘은 머기의 시야에선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불의 장막 을 뚫지는 못하고 그래도 멎춰져 있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문제는 오른쪽 측면을 치고 들어오는 슈림이었다. 마법 무효화를 사용할 수 있는 건틀릿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는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해도 무용지물이다. "슐트로이야 아머(Shultroiya Armor)!" 머기는 그렇게 외치고서 슈림의 공격을 그대로 받았다. 잠시 흰 빛이 그의 몸을 감싸는 듯 싶더니 그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공격하였던 슈림의 오른손에선 마치 철 판을 때린 듯한 느낌이 났다. 머기 역시 조금은 아찔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슐트 로이야의 힘으로 씌워지는 방어벽이지만, 머리를 맞으면 소량의 충격이 전해져 오 기 때문이다. "프, 플라이!" 뒤에서 라니안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머기는 황급히 눈을 돌렸고, 그곳 에는 딘의 채찍을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상승하는 라니안느가 보였다. 파이어 월로 딘이 머기에게 다가가게 하지 못하는 일에는 성공 했지만, 자신에게로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슬아슬하게 피하긴 했어도 라니안느가 공격받는 모 습을 본 머기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슐트로이야 액티베이트(Shultroiya Activate)!" 12개의 마법적인 힘을 가진 마창 슐트로이야에는 위급할 경우에만 사용하지 않고 남용하면 자신의 몸을 망치게 되지만, 그중 위력이 강한 세가지 능력이 있다. 그 중 첫번째가 슐트로이야 액티베이트인데 이것은 사용가를 급가속 시켜주는 단순하 기그지 없는 능력이나, 헤이스트 마법과는 달리, 이것은 신체 능력을 활성화 시켜 서 앞으로의 시간에서 사용할 체력과 힘을 끌어와 순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다. 헤이스트는 2배 가속이라는 점에서의 속도 제한이 붙지만, 슐트로이야 액티베 이트는 속도의 제한이 전혀 없다. 다만, 단점이라면 사용하고 난 직후는 순간적인 체력의 고갈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로기(Grorry)상태가 되어버린다. 라니안느의 일 이라면 옛날부터 앞뒤 가림이 없었던 머기는 라니안느가 공격당할 뻔한 일을 첫번 째로 다급한 일로 꼽았으며, 그래서 위험성을 부담하고 슐트로이야 액티베이트를 사용했던 것이다. 우드득! 딘은 등에서부터 아찔한 감각이 전해져오며 마치 뼈가 부러지는 듯한 느낌과 함 께 하체의 힘이 전부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머기가 바로 뒤에서부터 슐트로이 야로 허리의 중심을 관통하면서 척추를 부러뜨린 것이다. 딘이 자신의 복부를 뚫 고 나온 두꺼운 랜스의 모습을 보면서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 기도 전에 머기가 외쳤다. "슈타 디신터렛!" 육체가 활성화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배속도 배속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귀 에는 저렇게 들렸다. 그러나 머기는 또박또박 슐트로이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중에 하나의 이름을 외쳤고, 그것은 슐트로이야 디스인터그레잇(Shultroiya disi- -ntegrate)이었다. 슐트로이야에 관통되거나 찔린 모든 것을 그대로 공중분해시키 는 능력으로, 레펠마가 주로 접근전에서 선보여 적을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마법 을 사용하려는 의도로 만든 기술이었다. "아…!" 비명을 지르려던 딘은 순식간에 육체와 자신이 가진 물품의 구조를 이루고 있던 원소들의 결합이 붕괴되어 공중분해되었고, 그의 물건중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 다. 머기는 그리고 나서야 슐트로이야를 땅에 박고는 거기에 기대어 헉헉거리면서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나 많은 힘을 한번에 소비한 탓인지 근육들이 작게나마 경 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슐트로이야 액티베이트는 효과가 크지만 그로인한 부작용 도 만만치가 않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공격을 받으면 슐트로이야 아머도 쓰지 못 하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겠지만, 순식간에 딘이 사라진 어이없는 사건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상대가 갑자기 사라져서는 딘을 죽인 것 때문인지 슈림과 케니스 는 멍한 표정으로 머기를 볼 뿐이었다. 그리고 머기는 남은 힘을 짜내서 슐트로이 야를 꼬옥 쥐며 말했다. "슐트…로이야, 허억! 리커버…리(Shultroiya Recovery)" 화악! 슐트로이야에서 흰색의 빛이 뿜어져 나와 머기를 감쌌다. 머기는 점점 몸이 회복 되어 가는 것을 느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머기는 숨을 진정시키고는 다시 꼿꼿하게 일어설 수 있었다. 몸의 여기저기에 아직 남은 피로가 쌓여있지만, 대부 분의 체력을 슐트로이야가 회복해 주었다. 머기는 약간의 경련을 일으키려하는 팔 의 근육을 진정시키려고 하면서 슐트로이야를 들어올려 남은 슈림과 케니스를 가 리키며 말했다. "하나는 사라졌다. 남은 것은 너희들 뿐이군?" "…이익!" "잘도… 딘을!" 슈림과 케니스는 어처구니 없이 죽어버린 딘에 대해 생각했고, 머기가 힘들어 하 고 있을 때 그를 공격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머기와 자기 자신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 거기에다가 회복까지 해버린 머기의 상황에 한껏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 더라면 머기 역시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다. 슐트로이야 리커버리는 일시적이나마 슐트로이야의 능력을 사용 불능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슐트로이 야 디스인터그레잇 때문에 회복량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한 와중에 알시적인 능력의 공백시간, 대략 1시간의 충전시간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시간이 끝나는 시 간은 적어도 2:2가 된 상황에서의 결판이 난 다음이 될 것이다. "마법사에겐 시간이 중요하지…" 머기는 조용히 말했고, 슈림과 케니스는 영문을 모를 소리에 어리둥절해 했지만, 이내 긴장하면서 적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나는 표정을 지었다. 머기는 그런 둘의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시간의 일부가 사라졌어. 마법사에겐 치명적이지만…" 슐트로이야 리커버리 때문에 사라진 슐트로이야의 능력의 공백시간을 이야기 하 는 것이리라. 공중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었던 라니안느는 그렇게 짐작했다. 그리 고는 그녀는 캐스팅을 준비했다. 머기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머기는 조용하게 말했다. "그러니, 나는 남은 시간동안 너희들을 해치우겠다" 그리고서 그는 스르륵 움직여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갔고 슈림과 케니스는 다가오 는 머기를 보면서 잠시 시선교환을 한 후에 조용히 그에게 뛰어들었다. 머기를 움 직이면서 캐스팅을 시작했고, 마법을 사용하였다. "사막에 불어닥치는 모래폭풍과 같이!" 머리는 소매에서 주머니를 꺼내 거기서 나온 한줌의 금빛 모래를 뿌렸고, 그 한 줌의 모래는 곧 수십배로 부풀면서 케니스와 슈림을 덮쳤다. 그러나 슈림이 앞으 로 나서면서 건틀릿을 강하게 맞부딪히자 모래 폭풍은 곧 한줌의 금빛 모래가 팔 랑 거리는 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슈림이 모래 폭풍을 걷어냄과 동시에 케니스가 앞으로 나서며 머기를 공격했고, 받아낼 힘이 부족한 머기는 그것들을 피해내면서 간단한 마법을 사용했다. "진흙창에 미끄러지는 수레와도 같이!" 초급 마법인 그리스가 무브 캐스팅에 의해 발동되었고, 케니스는 마치 진흙창에 미끄러지는 수레와도 같이 뒤로 넘어져 버렸다. 그런 그에게 침착하게 슐트로이야 를 꽂아 넣으려던 머기는 미끄러지는 것을 무기로 삼아 자신에게 주먹을 들이대면 서 빠르게 미끄러져 오는 슈림을 보며 뒤로 피했고, 슈림은 머기에게 뻗으려던 주 먹으로 케니스가 일어서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땅을 때렸다. 그러자 그곳에서 서 로 충돌하면서 '미끄러짐'이란 현상을 나타내던 마나가 한순간에 사라졌고, 머기 는 혀를 차면서도 다시 걸어나가며 마법을 사용했다. "힘겹게 쌓아올린 탑이 무너지듯!" 그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돌벽이 생성되었고, 이미 생성된 물질은 마법 무효화로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는 슈림은 케니스와 같이 그 자리를 벗어났다. 콰가강! 둔중하게 하강하던 돌벽이 엄청난 소리와 함께 땅과 충돌하고는 깨어져서 그 파 편을 사방으로 날렸다. 케니스는 대검으로 그것들을 막아내었고, 슈림은 그런 케 니스의 뒤에 숨어서 파편을 피했다. 파편이 날리며 먼지가 날렸고, 그들은 다시없 이 좋을 습격의 기회에 머기가 있던 방향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 들의 위로 예의 머기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막에 불어 닥치는 모래 폭풍과 폭발하여 비산하는 불꽃과도 같이!" 먼지의 한 가운데에서 파이어 볼이 날아왔고, 슈림은 늘 그랬던 것 처럼 건틀릿 을 들어서 그것을 펴내었다. 그러나 파이어 볼은 날아오면서 그 주변의 먼지 지대 에 대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황금빛의 모래들이 무수한 모래먼지 입자를 날리 면서 그 주변은 먼지로 가득 찬 상태였고, 그 중심에서 불꽃이 있었다. 퍼어엉! 의도적으로 일으킨 분진폭발(粉塵爆發)은 모래가 있던 일대를 감싸고 돌았고, 마 법적이 아닌 자연적인 힘에 그 안에 있던 슈림과 케니스는 큰 화상을 입게 되었 다. 폭발은 잠깐이었고, 그들이 고개를 들어서 본 것은 공중에서 바직거리는 스파 크가응집해있는 손을 들고 있는 라니안느의 모습이었다. 수준이 모잘라 조금 오래 걸리는 캐스팅이었지만, 라니안느는 훌륭하게 그것을 끝마쳤다. 그녀는 스파크가 응집되어있는 손을 들어올리며 소리쳤다.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 꽈가가강! 직경 수 야드에 달하는 번개줄기가 케니스와 슈림을 덮쳤다. 슈림을 건틀릿을 들 어올렸으나,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는 마법 무효화를 밀어내고서 그들을 덥쳤 다. 슈림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깨어져 나가는 건틀릿이었다. 수 많은 색채의 빛이 순식간에 지나가고서,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가 떨어진 곳에는 두명의 인간이 겹쳐져 있던 모양으로 타들어간 땅이었다. 그리고 검은색의 대검만이 용케 남아서 그곳에 케니스가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얗게 연기를 피워올리는 땅을 보고, 머기는 슐트로이야를 놓았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주저 않으면서 말했다. "전사는 간격. 마법사는 시간. 너희들은 우리의 시간에 휘둘려 다니기만 했어" -------------------------------------------------------------------------- ------ 썰렁한 전투씬. 이라고 명명하고 싶습니다. 에에.. 일단 전사들은 휘둘려 다닌 곁다리의 역할이었습니다. 점점 그 격이 낮아지는 것 같군요. 라스킨과 붙었던 섀도우는 라이벌로 봐도 좋았는데.. 나미아네는.. 당하는 쪽이 불쌍해 보이고.. 지금은 어이없게 죽어버리는... ........생각해보니 문제입니다. 에헤라디야. 다음편은 미리안, 에실루나, 콰이헤른의 전투씬이군요. 이들의 싸우는 모습도 지금까지의 전투씬과는 다릅니다. 라스킨의 단독 돌진형. 상당히 무섭지요. 나미아의 잔혹 공격성. 상당히 오싹합니다. 머기의 시간 제압 공격술.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겠군요. 콰이헤른이나 미리안이나 에실루나는..? 글쎄요. 역시 그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일입니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돌아오지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언제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6.33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차앙! 차창! 챙!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호흡은 잘 맞는 편이었다. 같이 살아온지 6년 정도의 시간 이 흘렀고, 그간 같이 연습을 해본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그 둘은 서로를 좋은 라이벌로 삼아서 마법과 검술과 정령술을 수련해왔던 사이였다. 검술면에서는 에 실루나가 앞섰고, 마법으로는 미리안이 앞섰다. 정령술에서는 호각지세. 힘의 평 형이 이루어진 상태에서의 서로의 관계는 서로를 부채질하는 좋은 연료였기 때문 에 그녀들의 실력은 6년전에 비해 상당히 향상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그 둘은 효 과적으로 세명의 상대를 맞이하여 잘 싸울 수 있었다. "젠장! 셋이서 둘을 상대 못하는 것이… 헙! 말이 되냐고!" "실제로 되잖아!" 미리안과 에실루나, 콰이헤른을 맡은 셋은 미리안과 에실루나만으로도 충분히 고 전하고 있었다. 그녀들의 2연 합동 공격은 실제로 3명 이상을 상대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셋이서 둘을 압박해가면서 숫적인 우세로 밀고가야 확실 히 정산인데도, 그 셋은 날렵하고 현란하기까지한 둘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있었다. 미리안이 레이피어로 베면 그 자리를 에실루나가 에스터크를 들고서 치고 들어왔고, 그 중에 두 사람이 그 둘을 치려고 하면 미리안의 레이피어가 재 빨리 그 둘을 쳐내면서 에실루나가 다시 매섭게 찌르고 들어간다. 한번 질끈 묶은 금발과 은발이 그들의 눈 앞에서 나풀거리면서 그녀들의 행동을 더욱 더 현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머리카락을 잡아서 뭔가 활로를 뚫어보려고 했지만, 그것을 쉽게 잡히면 그녀들은 엘프가 아니었다. 엘프들에게 있어서 외간남정네에 게 모발을 만지게 한다면 그것은 일종의 간접적인 성추행이 된다. 물론, 어른들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단순한 호감표현의 일부였기에 예전에 라이니시스 가 레이사를 쓰다듬은 것은 아동 성추행에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그녀들의 머리채를 잡으려 하는 것은 결국 부녀자 성추행에 속하기 때문에 그녀들 은 신경이 쓰이면서도 머리카락이 잡히는 것을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덕분에 그 녀들의 공격 패턴은 히트-앤-어웨이가 되었고, 서로가 수시로 공격과 방어의 역할 을 번갈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세명의 남자들은 자꾸 그녀들을 맞추지 못하고 있 었다. 거기에다가 그들이 결정타를 날리려고만 하면… "매직 미사일!" 콰이헤른의 마법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래서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일부러 빈틈을 보여서 그들은 유인한 뒤에 콰이헤른의 마법으로 피해를 입히는 유인계를 쓰기도 해서 그들은 빈틈이 보여도 공격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검이야 어떻게 막아낸다고 쳐도, 마법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사계열이 앞에서 싸우고, 빈 틈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이 패턴은 마법사와 전사로 이루어진 파티에서 사용하는 보편적인 전투방식이다. 같은 인원끼리 맞붙었을떄 한쪽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을 경우의 전력차는 상당하다. 만약 그 마법사가 초급마법밖에 사용하 지 못하는 초보 마법사라고 해도 마법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대편은 일당 긴장한 다. 두어번의 본보기를 보여주면 그들의 심리는 확실하게 위축되어서 훨씬 싸우기 가 쉬운 것이다. 거기에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화려한 몸동작과 기술에 눈이 팔려 서 실제로의 단순한 공격들을 어렵게 받아넘기고 있는 셋은 더더욱이나 심리적으 로 위축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몸동작과 나풀거리는 금은발 때문에 그들은 속 고 있었지만, 사실 그녀들이 하는 공격은 베고, 찌르는 단순한 공격 뿐이었다. 작 은 속임수도 쓰지 않거 매우 정직하게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녀들은 손과 발을 이용해서 거의 전신공격에 가까운 공격으로 눈을 현혹시키고 있었다. 조금만 냉정한 관조자가 그들의 싸움을 바라보고 있을 경우, 아마 세명의 남자들에게 비 웃음을 보낼 것이다. 차앙! 챙! 차창! 몇범의 검을 더 교환하고서 그들은 서로 물러났다. 세명의 남자들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상대들이라는 생각을 하고는 애시당초 계획했던 일들을 전부 포기 했다. 그 생각이란, 지금 다른 곳에서 싸우는 그들의 남자 동료들이 하는 생각과 거의 일치한다.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경우 그것에 훨씬 더 발끈하고 반응했기 때 문에 그들은 훨신 더 매서운 공격을 받게 된 것이었다. 뜨거운 사막에서도 몇방울 나지 않던 땀이 그들의 이마에서 뺨으로 주르륵 흘러내렸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머리를 정돈했다. 그녀들은 땀도 한방울 흘리지 아니하고 그들 의 공격을 여유있게 막아낸 것이다. 실력의 차이는 명확했다. "야아… 다들 정말 잘 싸우시던데요?" 콰이헤른은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라이니시스에게서 듣기는 했지만서 도, 그가 평소 봐오던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최고조에 이른 전투상황의 모습은 나 미아에게 회초리를 댈 때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 나머지는 거의 전부 앞치마를 두 르고서 뭔가를 가져오던 모습이나, 리이나와 산책나가는 모습 뿐이어서 콰이헤른 은 그녀들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간혹, 미리안이 골을 내를 것은 조 금 봐오긴 했었지만 말이다. '아니지, 본데스였을때는 분노와 증오를 여과없이 받았었잖아?' 콰이헤른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피식 웃었다. 그때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보내오던 분노와 증오를 생각하면 그녀들에게 자신이 본데스였다고 밝힐 필요는 없었다. 라 이니시스가 말했던 배로, 괜히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일이 아니었다. 그녀들도 자 신을 나미아의 마법선생이자 그녀들의 남편의 친구로, 그리고 좋은 이웃으로 생각 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관례를 깨기는 싫었다. 어쨌든, 콰이헤른은 정확하 게 본 적이 없는 그녀들의 전투력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뭐, 콰이헤른씨가 마법으로 잘 뒷받침을 해주시지 않았다면 어려웠겠죠" "미리안이나 저나 그것을 믿고서 약간의 빈틈을 허용하고서 과감한 동작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 뭘… 그게 마법쟁이가 할 역할이죠" 칭찬에 상당히 어색한 콰이헤른은 볼을 긁으면서 시선을 돌렸다. 리치가 되기 이 전부터 그는 칭찬에 전혀 익숙하지 못했고, 새로운 시작을 한 이후에 듣는 칭찬의 수도 역시 적었다. 그래서 그는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진심으로 해주는 칭찬을 받 는 일이 조금 쑥쓰럽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항복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음… 항복하면 체리랑스에게 죽기 때문이 아닐까요?" "글쎄말입니다. 그런것은 아닐텐데요? 뭣하면 라이니시스가 보호해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 친구라면 충분히 그래줄 텐데…" "으음… 확실히 그래요. 아마 갱생을 시켜주겠죠" "동감합니다. 라이니시스는 그럴 것 같네요" 목소리를 충분히 높였기 때문에 이것은 간접적인 항복권고였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것은 상대를 상당히 도발하는 종류의 대화이다. 상대의 이해도에 따라서 달라지 겠지만, 엘프가 둘에 품위 있어 보이는 마법사가 나누는 대화의 의미에 도발이 섞 여있을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세명의 남자는 서로를 흘깃흘깃 바라보면서 서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항복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곳에 서 싸우는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에게도 체리랑스가 내어준 '믿는 구석'이 있었 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생포는 불가하겠지?" "그렇겠지. 그렇다면 죽이는 수 외엔 없겠지" "아깝군. 하지만 살려면… 죽여야지" "그래. 그래야지" 미리안과 에실루나, 콰이헤른은 간접적 요구에 불응하는 간접적 거부에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내쉬었다. 쉽게 죽인다는 말이 입에서 나오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적이다. 봐줄 필요는 거기서 사라지는 것이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등허 리에 있는 포켓에서 한뼘 정도 길이의 금속 막대를 꺼내었다. 송곳과도 같이 한쪽 끝이 뾰족하였고, 반대쪽은 넓적하여 예쁜 문양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송곳으 로 쓰기엔 손가락 굵기의 그것은 너무 굵었으며 또한 끝이 뾰족하지도 않았다. 힘 껏 찔러야 사람의 몸에 박힐 정도 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뾰족한 쪽에서 1/2정 도가 중간에 칼집이 들어가 있어서 뭣에 쓰이는지 세명의 남자들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콰이헤른만은 알고 있었다. 상당히 편리하고 예쁘다 하여서 자신의 아내도 가끔은 사용한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묶은 머리를 풀고서 그 쇠막대를 머리 끝에 끼우고는 순식 간에 빙글빙글 감아 올려서 틀어올렸고, 쇠막대를 약간 비틀어서 머리 묶음에 찔 러 넣었다. 그러자 그것은 훌륭하게 머리를 불잡고는 흘러내리지 않게 만들고 있 었다. "라이니시스의 말로는 비녀라고 하는데… 편하긴 해도 아직은 생소하군요" "그래도 움직이기에 편리하네요. 긴 머리가 순식간에 틀어올려지는 것을 보면" 아마 제대로 된 비녀의 모양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녀들의 머리 상태를 한마디로 일축했을 것이다. '외국인이 착각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모양' 그 자체 였기 때문이다. 라이니시스야 그가 가진 기억대로 만들어주었을 뿐이지만, 그것으 로 어떻게 머리를 정돈하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대충 가르쳐준 것이었다. 비녀라는 물건을 모르고 있던 그녀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사용했을 뿐이다. 가르쳐 주 었던대로 사용하는 그녀들에겐 죄가 없다 하겠다. 그렇게 머리를 정돈한 그녀들은 다시 무기를 들었고, 에실루나가 그들을 에스터 크로 가리키며 말했다. "간접적 요구의 협상, 결렬. 그렇다면 직접적인 요구를 해보지요. 항복하실 생각 은 없으신가요?" "전혀. 우린 끝까지 싸울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무기인 배틀액스와 창과 롱소드를 겨누었다. 그들의 무기 는 전신이 검은색을 띄고 있었고, 마법을 사용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 콰이헤른 에게는 저 무기들이 많은 양의 마나를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꽤나 많은 마나의 유통량을 생각할 때, 저 무기들은 상당히 강력하다는 소리이다.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무기도 마법무기였지만, 그것은 마법으로 강화를 한 무기일 뿐, 저렇게 직접적으로 옵션을 달았다고 외치는 듯한 무기는 아니었다. "강력해 보이는군요" "그러게요. 역시… 체리랑스가 그냥 보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자세를 잡고는 돌격할 준비를 했다. 뒤에서 콰이헤른이 그 녀들을 위한 보조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간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는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긴장감은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나갈 것을 외 치고 있었으나, 자신의 자제심으로 그것을 참고 있었다. 칼을 든 사람들과의 싸움 은 항상 간격을 잡기 위한 긴장상태속에 놓여져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상대와 함 께가 아니면, 자신에게 승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 서 로의 간격에 얼마나 들어가는가. 선수필승이라는 말이 있지만 서로의 간격안에 들 어왔을 때의 이야기다. 누군가 먼저 돌격했다해도, 먼저 상대의 간격에서 공격을 받으면 공격은 실패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간격보다도 다른 것에 신경 쓰는 존재가 있었다. "디펜시브 오오라(Defensive Aura)!" 하얀색의 오오라가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맺혔다. 그리고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긴장의 끈 위로 떨어진 콰이헤른의 목소리는 긴장의 끈을 서로 붙잡고 있는 사람 들이 그 손은 놓기에 충분했고, 그들은 콰이헤른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자 서로에 게 향하여 서로간의 간격을 좁혀들어갔다. "…?" 그리고 콰이헤른은 자신의 말에 뛰쳐나간, 나온 사람들을 보면서 뭔가를 실수했 나 곰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 안녕하셨습니까. 늦었지만, 글쟁이 돌아왔습니다. 수정할 부분이 생겨서 다시 수정하고 자시고 하느라.. 음.. 7권이 나왔다고 하더군요. ....이 사실을 전 출판사에서 듣지 못했습니다. 한 독자분께서 알려주시더군요.. 그리고 출판사에선 여전히 묵묵무답. 책이 나오긴 한 모양입니다. 삭제를 해야겠지만, 아직 제가 책을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삭제는 제가 책을 받은 이후입니다.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6.34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퍼억! 미리안은 순간적으로 흉부게 가해져온 충격에 깜짝 놀랐다. 아주 먼 거리에서 날 아온 창이 일직선의 궤도를 그리며 피할 새도 없이 자신의 흉부를 가격했던 것이 다. 그러나 그녀의 갑옷은 라이니시스가 직접 만든 갑옷이었다. 드워프들도 혀를 내두를 수준의 야장(冶匠) 기술을 지닌 라이니시스가 마법과 함께 일일이 두들겨 서 만든 미스릴-아다만티움 합금 갑옷은 흑생의 창을 쉽게 막아내었다. 단지 약간 의 충격만이 전해져서 미리안은 깜짝 놀랐을 뿐이었다. 보통의 갑옷이었다면 아마 도 흉부가 꿰뚫려서 즉사했을 것이다. "관통사는 이젠 질색이란 말이야! 괜히 남의 트라우마 건드리지 마!" 놀람의 순간이 지나고서 미리안은 발끈 화를 내며 떨어지고 있는 창을 걷어차며 외쳤다. 아마도 예전에 그녀가 광란에 쌓인 라이니시스에게 죽은 뻔한 일을 생각 하는 듯 했다. 그녀의 입장에서 꿰뚫리는 경험은 한번만으로 족한 것이다. 미리안 은 기왕 돌격 속도가 줄어든 김에 아예 그 자리에 멈추었고, 조용히 눈을 감고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이스 투스!" 그녀의 주위로 5개의 뾰족한 얼음덩어리가 만들어졌고, 그녀는 왼손으로 창을 던 진 남자를 가리켰다. 그녀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아이스 투스는 자신의 창이 전 혀 통하지 않아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는 남자에게로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아이언 스킨(Iron Skiin)!" 그때 갑자기 배틀액스를 든 남자가 목표자의 앞에 나서서는 가슴을 펴며 외쳤고, 순간 그의 피부에 군청색이 감돌았다가 사악 사라졌다. 그리고 아이스 투스는 그 에게 격중했고, 그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한 채로 산산히 부서졌다. 피부를 순 식간에 강철같이 만드는 마법인 아이언 스킨은 물질화되어 파괴를 구현하는 아이 스 투스를 깨끗하게 막아낼 수 있었다. 비록, 그의 옷 여기저기가 날카로운 아이 스 투스와 그 파편때문에 엉망이 되었지만 그의 몸에는 생채기 하나조차 생기지가 않았다. 미리안은 역시나 보통무기가 아니였음을 확인하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 었다. 문득 에실루나가 상대하는 자의 검은 어떤 것일까 싶어서 고개를 돌려 에실 루나가 싸우는 것을 보았다. 부웅! "핫!" 채앵! 에실루나는 처음부터 고전하고 있었다. 상대의 검은 어느 순간엔가 절반쯤 사라 졌고, 그것이 공간을 둟고 나머지 반이 갑가이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엘프였기에 가지고 있었던 그녀의 뛰어난 '감'이 그럭저럭 상처는 나게 하지 않았지만, 원거 리에서 어느 각도에서든지 공격해올 수 있는 저 검은 벌써 여러차례 자신의 갑옷 을 두들기거나, 옷에 상처를 내고 있었다. 방금 전에도 목을 향해 공간을 넘어서 찔러 들어오는 검을 쳐내었다. 상대가 공격자세를 취하고 검을 휘두르거나, 찌르 면 꼭 어디에선가 그의 검이 나타났다. 상당히 피곤하고 힘겨운 상대를 만난 에실 루나는 미리안에게 전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 다. 그리고 이것을 지켜보던 콰이헤른은 저들이 정말로 무기를 사용하면서 그들이 애초에 생각했던 일이 이루어짐을 알아내었다. "전력의 분산이군요. 이런 경우엔…! 어쩔 수가 없죠" 이번엔 등 뒤를 노리고 찔러오는 검을 피하며 말한 에실루나는 거리를 좁히기 위 해서 빠르게 검의 주인에게로 뛰어 들어갔지만, 다시 공간을 가르고서 휘둘러지는 검에 급격에 궤도를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전 보다 더욱 가까워지기는 하 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신의 간격에 들어오진 않았다. '전사는 간격. 하지만 너무 넓어' 간격도 간격 나름이었다. 저자는 가만히 서서 검을 휘두르거나 찌를 뿐이었는데 자신은 이렇듯 멀리서도 피해다녀야 한다. 마법을 상대하는 일 보다 더둑 고약한 방법이었다. "웹!" 콰이헤른은 검을 든 자를 향해서 마법을 사용하였고, 그러자 흰색의 거대한 거미 줄이 나타나 검과 그 자를 묶으려고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가 6야드 뒤에서 나타났고, 거미줄은 허무하게 땅 위에 얹혀질 뿐이었다. "블링크(Blink)?" 공강을 뛰어넘은 공격에 이어서 이젠 사용자까지도 공간이동을 시키는 검이었다. 에실루나는 약간 골치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결정타를 먹이려고 해도 그는 공 간도약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서 자신의 간격만을 두고 싸울 것이다. 순간 그 녀는 혼자만으로도 이렇게 버거운데, 미리안은 어쩌고 있을지 잠시 고개를 돌려보 았다. 미리안 역시 두명을 상대로 힘겹게 싸우고 있었다. 쉬이익-! "치잇!" 미리안은 잇소리를 내면서 몸을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틀었고, 그자리로 흑색의 창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저 창은 마치 부메랑 같았다. 사용자의 손에서 떠 나고, 돌아오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목표물을 괴롭히는 것이 주특기 같았다. 거기 에다 배틀액스를 든 남자는 아이언 스킨을 유지한 채 온몸으로 공격을 해오고 있 었다. 피부를 강철같이 만드는 마법이기 때문에 주먹이나 발길질에 맞으면 그야말 로 강철로 맞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밀접해 있 는 배틀액스와 펀치, 킥을 피하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날 아오는 창도 피하느라고 미리안은 죽을 맛이었다. 에실루나가 정신이 축나는 것에 비하여 이쪽은 몸이 먼저 축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도 콰이헤른이 걸어주었던 디펜시브 오오라가 있어서 깊게 베이더라도 옷에 상처가 날 뿐, 상처가 나지 않았 고, 창에 맞아도 충격이 올 뿐이었다. "크윽…!" 미리안에게 공격이 명중 할 때마다 콰이헤른은 이를 악물고는 계속해서 정신집중 을 해야했다. 디펜시브 오오라는 시전자가 계속해서 정신집중을 하고 있는 한, 자 신이 원하는 사람 누구에게든지 부여되는 마법이었다. 다만, 정신집중을 계속해서 하면서 오오라를 유지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미리안이 공격을 받거나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자꾸 자신의 좋지 않은 시야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그는 지금까지 여러번 정신집중을 노칠뻔 했다. 이 상태에서도 간간히 초급마법들을 사용할 수가 있으나, 그 이상은 역시 조금 어렵다. 더블 캐스팅이 가능하지만, 정신집중을 하 는 상태에서는 고급의 마법을 사용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그래도 그는 라이니시스 의 아내들이자 훌륭한 엘프의 전사들인 그녀들을 믿기에 특별히 강한 마법을 사용 하지 않으려고 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마법들은 주위의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 는 것들이 주가 되기 때문에 그녀들이 어떻게 다칠지는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마 법으로 주위 사람들이 상처입는 것이 싫은 그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친구에게 혼나고 싶지 않거든' 정신집중하는 와중에서도 그는 씨익 웃으면서 생각했다. 싸우는 도중에서도 그녀 들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계속해서 그녀들은 싸움을 좀 더 좋게 만들어갈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었다. 어쨌든간에 자신은 계속해서 마법으 로 보조만 하고 있으면 될것같아 보였기에 콰이헤른은 훗하고 미소를 띄웠다. 에 실루나는 벌써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았다.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 공격의 패턴' 에실루나는 끊임없이 두가지의 과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가 찌르면, 공간은 넘어온 칼도 자신을 찌른다. 휘두르면, 역시나 뭔가가 휘둘러진다. 찌르기 보다도 베기가 더 쉽게 느껴졌다. 횡베기와 종베기, 대각선 베기는 해당 될 수 있 는 부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싸우는 도중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올 뽑아서 시험해본 결과 검이 공간을 넘어서 나타나는 것은 단방향이 아닌 양방 향인 것이다. 에스터크를 사용하여 머리카락을 갑자기 나타난 거에 묶는 것은 참 으로 어려웠지만, 저쪽에서 원래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난 검에 묶여있는 은발을 보 고서 그녀는 확신했던 것이다. 그녀는 이제 여유로운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승기 가 보였기 때문이다. 타악! 탓! 탓! 그녀는 빠르게 옆뛰기를 반복하면서 검을 든 남자에게로 다가가고 있었다. 도중 에 검이 종종 나타나서 자신을 찌르거나 베려고 했지만, 디펜시브 오오라는 그것 을 훌륭하게 막아주고 있었다. 비록 이것이 점점 많아지거나하면 제어하는 콰이헤 른은 정신집중을 놓칠 것이다. 가령 이 상태에서 마법이라도 사용하려고 하면 금 새 마법이 풀려서 자신은 치명상을 입을 것이지만, 에실루나는 콰이헤른을 믿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 믿음은 대가를 얻었다. '거리를 좁히면, 그러나 블링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을만한 거리' 그녀가 노리는 것은 그것이다. 너무 가깝지도, 그러나 너무 멀지도 않은 수준의 거리. 정확하게 말해서 인간의 머리로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엘프의 기술로는 충 분히 가능한 원-스텝-포인트의 거리. 11야드의 거리였다. '그리고 이 거리라면 공격도 읽기가 쉬워지기 마련이지' 에실루나의 예건은 정확했다. 조금은 당황한채 휘둘러지는 검은 단지 검의 길이 가 늘어났다고 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정직하게 내리쳐지는 검을 에 스터크로 들어 막았고, 11야드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그 둘은 힘겨루기를 하기 시 작했다. 당연하게도 에실루나는 힘에서는 밀리고 있었고, 검은 더욱 자신감을 얻 은 듯이 그녀를 내리눌러왔다. 그리고 그 순간, 에실루나의 몸은 마치 물이 흐르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스터크를 받치고 있던 왼손이 뒤로 빠지면서 에실루나의 모든 몸의 무게가 오 른쪽으로 쓸려갔고, 그와 동시에 스텝도 우반신은 앞으로 내밀듯이 변했다. 그와 동시에 에스터크의 끝은 내리눌러오는 검신을 따라 튕겨지듯이 올라갔고, 검이 나 와있는 공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굽혀져 있는 오른팔을 피고서 그대로 손 목을 한바퀴 돌리자 피부가 베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손에 그 느낌이 걸리자마 자 에실루나는 무릎을 굽혔다가 폭발적으로 땅을 박차고는 찌르기 자세 그대로 들 어갔고, 검을 든 남자는 공간을 타고서 자신의 검을 거슬러온 에스터크에 손목을 긁히고 찔려서 검을 놓치게 되었다. 그가 놓친 검은 손에서 벗어나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가 아차하는 순간 에실루나의 에스커트는 그의 흉근을 파고들어 갈빗 대 사이와 흉골의 왼쪽 옆을 지나 심장을 뚫고서 척추의 오른쪽 측면을 지나 광배 근을 뚫고 빠져나왔다. 탕그랑! 검은 떨어졌고, 그 주인의 몸은 굳은듯이 몇번 푸들거리다가 에실루나가 에스터 크를 빼내자 피가 주르륵 흘러나오는 가슴을 부여잡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심장이 완전히 관통당한 그의 쓰러진 몸 옆으로 선홍색의 피가 주르륵 배어나왔고, 에실 루나는 에스터크를 휘둘러서 피의 잔재를 지우고는 시체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거의 끝나가려하는 미리안의 싸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타강! 탱! 레이피어로 배틍 액스를 막아내는 소리와 같이, 레이피어로 주먹을 막아내는 소 리가 같다는 것에 수십번째의 의문을 떠올리는 미리안이었지만, 그래도 생각은 이 리겨는 쪽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런 미리안의 뒤에서 또다시 창이 날아 들었고, 그녀는 뒤로 훌쩍 공중제비를 넘어 피했다. 창은 미리안의 앞에 있던 남 자를 맞추었지만 그는 멀쩡했고, 미리안은 다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로 뛰 면서 섬머솔트를 먹이면 되겠지만, 아마 지금의 저 턱은 강철의 턱일 것이다. 착 지한 미리안은 낮은 자세를 취하여 앞으로 돌진하여 창은든 남자를 먼저 처리하려 했지만, 듬직한 덩치를 가진 배틀액스의 남자에게 간단하게 막혀버렸다. 벌써 이 런 패턴이 여러번 반복되고 있었다. 그 남자는 미리안을 앞에 두면서 떨어져있는 창을 발로 차서 뒤로 보냈고, 뒤에 있던 남자는 다시 창을 잡았다. 현재 미리안의 측면에는 창을 들고 다시 던지려하는 남자가 있었고, 앞에서는 강철의 몸을 지닌 자가 공격을 가하려고 하고 있었다. 항상 공격은 창을 던짐으로써 시작한다. 그것 은 이번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창을 피하며 달려들려 할때, 다시 막아서는 순서지' 벌써 여섯번째 반복되는 공격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녀의 측면 멀리서 창이 날아오기 시작했고, 그녀가 피하기 전에 묶어놓으려는 듯 이 배틀액스가 위에서 부터 내려왔다. 그녀는 창이 닿기 아슬아슬한 직전에 뒤로 몸을 훌쩍 날려서 피했고, 창을 그녀와 배틀액스의 사이를 아무런 성과없이 지났 다가 위로 솟았다. 위로 솟은 창은 다시 괘도를 바꾸어 미리안을 공격-하려다 실 패-하고 그 주인에게로 돌아간다. 이번에도 역시 그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배틀 액스의 목적은 그녀가 창에 찔리게끔 자리에 묶어두거나, 혹은 창 때문에 보인 빈 틈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이번엔 전자의 목적에 따라서 그녀를 계속해서, 이전과 같이 공격해 들어왔다. 쉬이익-! 창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미리안은 이번엔 뒤로 뛰거나 피하지 않고 서 전력을 다해 배틀액스를 밀어붙였다. 그녀의 귀에는 창이 날아오는 소리가 계 속해서 커지고 있었지만 마치 신경쓰지 않는듯이 계속 배틀액스를 밀어내면서 반 발자국 전진했고, 창이 다가오기 3야드 직전에 그녀는 배틀액스를 위로 크게 튕겨 내는데 성공했다. 갑작스럽게튕겨진 배틀액스를 잡은 손아귀에는 다시 힘이 돌아 왔고, 그것을 잡은 손의 팔뚝을 굵어지면서 배틀액스를 힘차게 내리쳤다. 그러나 배틀액스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미리안의 존재가 갑작스럽게 그 의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퍽! 그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잡혔다. 창을 잡은 미리안이 원래 창을 가지고있던 자 의 배를 찌르고, 목에 레피피어를 넣은 모습이었다. 배틀액스를 크게 튕긴 시점에 서 미리안은 허리를 앞으로 당겨서 창이 빗나가게 하고는 왼손으로 그것을 붙잡은 것이었다. 창은 무게가 실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에게 되돌아가고자 계속 날아 갔으며, 최후의 순간에 미리안은 온힘을 다해서 창의 궤도를 바꾸어 그의 복부에 꽃아넣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레이피어를 수평으로 들어서 그의 목에 반 쯤 박아넣고는 착지했다. 그녀가 레이피어를 뽑아내자 피가 분수같이 뿡어져 나오 며 복부에 창을 박은 육체가 서서히 쓰러졌고, 그 와중에 그녀는 살짝 주문을 외 웠다. "으랴아아앗!" 그녀가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본 배틀액스의 남자는 괴성을 지르며 미리안에게로 돌진했고, 미리안의 11야드 앞에서 미리안은 주문을 전부 외웠다. "디스펠 매직!" 마법무효화의 주문이 울려퍼지면서 순간 아이언 스킨이 그 남자의 몸에서 벗아났 다. 그리고 미리안은 레이피어를 들고는 강하게 땅을 박찼고, 마법 무효화에 의해 서 무효화된 아이언 스킨이 미처 그의 몸을 감싸기 전에 에실루나와 똑같은 방법 으로 그의 심장을 관통시켜주었다. 탕그랑! 배틀액스는 떨어졌고, 그 주인의 몸은 굳은 듯이 몇번 푸들거리다가 미리안이 레 이피어를 빼내자 피가 주르륵 흘러나오는 가슴을 부여잡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심 장이 완전히 관통당한 그의 쓰러진 몸 옆으로 선홍색의 피가 주르륵 배어나왔고, 미리안은 레이피어를 휘둘러서 피의 잔재를 지우고는 시체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 다보았다. 그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겼군요" "그래요. 잘 싸우셨어요, 미리안" "에실루나도 잘 싸운 것 같던데요?" 두 엘프여인은 서로에게 말하며 서로의 무기를 집어넣었고, 무기가 그 집에 안착 하는 소리가 동시에 났다. 탁!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자신들이 벌여놓은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몸을 돌 려서 콰이헤른에게로 걸어갔고, 마법을 위한 정신집중을 푼 콰이헤른에게 그녀들 은 말했다. "자, 그에게 돌아가지요" 그리고 머기는 라니안느에게 말했다. "…돌아가자" 나미아는 오디를 보면서 말했다. "변태처리 끝! 아빠한테 가보자!" 라스킨은 섀도우를 일으키면서 말했다. "마스터들은 어떻게 싸우는지 가봐야겠지?" 라이니시스는 체리랑스에게 말했다. "슬슬 끝난듯 싶군요. 시작해 볼까요?" 체리랑스는 라이니시스에게 말했다. "좋아요. 결판을 지어보도록 하지요" ---------------------------------------------------------------------- 드디어 대장전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챕터의 사소한 진실이 아닌 진짜 진실이 나올 차례이기도 하지요. 전투씬은 당분간 계속해서 써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 둘의 전투도 있어야 할테니까요. 전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목요일에 다시 돌아오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6.35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이 싸움은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다지 많이 만난 적도 없었지 만,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나 많은 원한을 쌓아왔던 상대와 벌이는 싸움이었다. 체 리랑스 루 번타리스. 그녀는 강력한 적이다. 그려가 드래곤임을 몰랐을 때도, 나 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기간틱 라이트닝 볼트(Gigantic Lightning Bolt)!" 캐스팅도 없는 시동어만으로 나에게 날아들어오는, 그야말로 기간틱한 번개줄기 를 보면서 나는 평소에 캐스팅을 하여 마법을 사용하던 행동은 그만두기로 했다. 라이트닝 볼트 헤비 크래쉬보다 더 굵고 두꺼운 번개줄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전 격계 마법에선 두번째로 강력하지. "안티 매직 포스(Anti Magic Force)!" 나의 주변으로 둥글게 뿌연 막이 둘러지면서 날아오는 번개줄기를 완전히 차단하 고 있었다. 주변으로 푸르고 노랗고 하얀 번개줄기가 흩어지며 방전하고 있는 모 습은 상당히 눈을 어지럽히는 것이었다. 그러나 킨 센스는 서로의 위치를 완전하 게 파악하도록 해주었다. 저기다! "차압!" "하야앗!" 체리랑스는 애초부터 검을 버렸다. 건틀릿만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공격이었지만, 그녀의 공격은 패도적이었다. 압도적이었다. 정말로 '힘'그 자체가 느껴지는 엄청 난 공격이었다. 그에 반해서 나는 검을 들었다. 공중으로 향하면서 나는 검을 치 켜들어서 그녀의 주먹에 찔러넣었다. 일접에 집중된 힘은 그녀의 건틀릿을 파고 들어갔으며, 그와 동시에 엄청난 힘이 나의 손목으로 느껴졌다. 그녀나 나나 현재 눈에 보이지도 않을 빠르기로 싸우는 것이다. 카아앙! 검이 중간에서부터 부러져 버렸다. 드래곤들의 싸움. 인간형의 모습들이지만 그 래도 이것을 버틸 수 있는 검은 얼마 없다. 난 그대로 검을 놓았다. 의기양양한 체리랑스의 표정이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도 잠시 후에 일그러졌다. 퍼석! 그녀의 오른손의 건틀릿이 부서져 나간 것이다. 손에는 상처 하나 없이 말짱했지 만, 건틀릿이 산산조각나서 부서진 것이었다. 한대씩 주고 받은 셈이었다. "세븐 파이트 매직!" 그녀는 이를 드러낸 표정을 짓더니 순식간에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녀의 주 위로 일곱개의 방어마법이 둘러 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세븐 폴드 캐스팅? 그것은 고룡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루'의 칭호를 달고 있으면 아무리 마법 성 취도가 높아도 나와 같은 쿼드러플 캐스팅이 전부 아닌가? 하지만 체리랑스의 주 위로는 막대한 마나가 유통되고 있어서 그것이 거짓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게했 다. "안티 매직 포스! 온 핸드!" 나는 나의 양 손에다 안티 매직 포스를 사용했다. 안티 매직 포스의 장점은 바로 이렇게 특정 사물에도 걸 수 있다는 점이지. 나의 손은 우윳빛 같은 색으로 감싸 여져 있었다. 이것은 체리랑스의 마법을 뚫고 들어가서 그녀에게 충격을 줄 수가 있을 것이다. 나는 땅을 박차면서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그녀도 나와 같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조용했다. 탕! 카강! 팡! 착! 쉬식! 지근거리에서 그녀와 나의 주먹과 킥이 서로를 때리려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 다. 그녀가 걸은 마법은 물질 타격 무효화, 마법 타력 무효화, 원소 공격 무효화, 중력 무시 결계, 근력 증대, 즉시 회복, 그리고… 제길! 마법 복구?! 먼저 나의 왼손이 물질 타격 무효화를 부수고 들어가 그녀의 오른 뺨에 격중했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킥이 나의 복부에 명중했다. 나의 복부를 감싸던 갑옷이 순긱 간에 깨져서 흩날리고 있었고, 그녀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나는 명치에 무릎 치기를 넣었고, 그녀는 왼 주먹으로 나의 오른 뺨을 때렸다. 그녀는 마법이 깨지 고서 타격을 받은과 동시에 마법이 복구되소 아무리 적은 피해라도 마법으로 되돌 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체 회복력이 그것을 대신하고 있었다. 너무 마법에만 의존하는군! 자체 회복력이 더 빠르단 말이야! "차아앗!" 그녀가 공중제비를 돌며 공중에서 내리 꽃는 문설트 킥을 선사했고, 나는 왼손으 로 그것을 막으며 오른손으로 그녀의 오금을 올려쳤다. 그러나 그녀의 다른쪽 다 리가 나의 오른손을 눌렀고, 그녀는 그대로 위로 튕겨져 올라갔다. 중력 무시 결 계는 그녀를 현재 무중력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메테오 스트라이크!" 나는 쿼드러플 캐스팅으로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사용했다. 수십개의 운석이 체리 랑스에게로 향했고, 거대한 폭발음이 공중에서 들려왔다. 마법적 충격과 물리적 충격이 동시에 가해지는 마법이다. 그녀의 마법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저런 일 점사에는 당하지 못할… 아니?! "극통혼진(極痛昏震)!" "으우와아아악!" 순식간에 느껴진 체리랑스의 움직임. 그리고 어깨를 잡은 그녀의 손. 미처 피하 기도 전에 극심한 통증과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진동이 나를 덮쳤다. 충격계 마 법의 최고급인 극통혼진이었다. 크으으윽! 마법 저항! "하압!" 마법저항을 발동시켜서 극통혼진을 없애고 뒤돌려차기로 흉부를 걷어차서 그녀의 갑옷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그녀의 주위로는 검은색의 철조각들이 흩날리고 있었 다. 기회다! "리버스 포스 필드(Reverse Force Field)! 극절광풍!" 그녀의 주위로 어떤 마법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리버스 포스 필드를 사용 하고서 그 안에서 극절광풍을 사용했다. 그러자 날카로운 바랍과 갑옷의 파편들이 휘날리면서 체리랑스를 공격하게 시작했다. 쉬익! 샤사삭! 샤아아아아…! 하얀색의 기류가 둥글게 쳐진 리버스 포스 필드 안을 맴돌며 있었고, 그녀는 마 법을 사용하여 바깥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한 채 그것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극열멸화!" 모든 것을 재료로 삼아 모든 것을 태우는 불. 지금의 재료는 안에서 소용돌이 치 는 바람이다! 태워라! 불살라라! 모든 것을!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화염이 리버스 포스 필드의 안쪽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지옥의 업화 가 과연 저런 것일까? 영겁의 죄를 태운다는 불길이 저러할까? 킨 센스에서 짜릿 하게 전해져 오는 느낌은 고통이었다. 파아앗! 그러나 금새 리버스 포스 필드가 깨져나갔고 모든 마법들이 무효로 돌아갔다. 그 한 가운데에서 체리랑스는 분노하며 서있었다. 그녀의 몸 주위로 검은 색의 영기 가 차르르 솟아나고 있었고, 그것에 따라 그녀의 머리카락이 반쯤 하늘로 향해 움 직이고 있었다. 인간형일때의 과도한 힘의 개방. 그것을 사용하면 저렇게 종족성 을 띈 영기를 피워올린다. 오오라가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일종의 후 광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녀가 매우 화가 았다는 것이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흐랴아아!" 그녀는 눈에서 검은 광채를 내뿜으며 더욱 더 큰 영기를 뿜어내었다. 이 일대를 덮을 듯이 뿜어져 나오는 영기는 마치 검은 불꽃 과도 같았다. 그리고 나 역시 본 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아슬아슬한 직전까지 힘을 개방했고, 나의 주위로는 선홍 색의 불꽃과도 같은 영기가 피워올랐다. "하아아아아앗!" 있는대로 힘을 주어 영기를 피워올렸고, 이 일대는 그녀와 나의 영기에 의해 가 득 매워지게 되었다. 나는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영기가 지배하는 장소는 나의 힘 으로 지배된다. 이 공간 속에서 나는 절대자이다. 그리고 상대의 공간을 나의 영 기로 침식할 경우, 그 공간 또한 내것이 된다. 그녀와 나의 영기가 서로 맞부딪혔 고, 둘은 서로를 태워올리거나 녹여버리고 있었다. 화르르륵! 파시시식! 물질화 되지 않는 개념 자체가 모인 영기는 서로의 힘으로 서로를 밀어내려 하고 있었다. 나는 영기를 응축하여 덩어리를 만들어 체리랑스에게로 쏘아보냈고, 응축 된 영기는 검은색의 영기를 뚫고 체리랑스에게로 날아갔다. 그녀는 움찔하면서 순 간적으로 영기를 움추려 그것을 막아내었고, 나는 그녀의 영기가 후퇴한 공간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나의 영기가 나를 뒤따랐고, 나는 그것들을 여러개의 창으로 만들었다. "가라앗!" 지극히 단순한 명령에 의해 거대한 영기의 창들을 체리랑스를 향해 날았다. 그녀 는 그것들을 막아내었고, 영기의 창들을 서로 튕기어서 고대의 도시로 향했다. 쿠구구궁…!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나의 영기에 직격한 곳은 큰 반구의 화염이 일 어나면서 그 주변을 깨끗하게 태웠다. 쉬이익! 체리랑스의 연기가 나에게도 다가들었다. 검은색의 영기는 마치 그림자 같았고, 그것에서 검은 촉수가 나오는 것 같았다. 가늘고 길게 뻗어진 촉수는 나를 향하여 휘둘려졌고, 나는 그것들을 피해내었다. 왼쪽, 오른쪽, 상승, 하강, 다시 상승! "하아압!" 곧게 뻗어오는 검은 영기의 채찍을 피하고서 나는 일점에 집중해 나의 영기를 내 쏘았고, 그림자를 뽑아내느라 얇아졌던 검은색 영기는 그대로 뚫리게 되어 체리랑 스는 거기에 직격당했다. 영기라는 것 자체는 그 존재가 힘을 현실로 구현하는 것 이고, 거기에는 호의가 담겨있을 수 없었다. 본체의 모습으로 휘둘러지는 발톱이 나 꼬리나, 혹은 내뱉는 브레스가 그렇듯이 이 영기는 파괴와 지배를 위해 존재한 다. 그리고 그 영기에는 그 드래곤이 가지는 속성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꺄아악!" 이제서야 좀 여자다운 비명을 지르는군! 체리랑스! 그러나 난 다음 순간, 새로이 움직이는 '힘'을 느끼고는 이를 드러내야했다. <<하나의 거대한 의지 앞에서 지배되지 못한 것은 없나니 너의 의지를 접고 나에 게 복종할 지어다! 언령 제 8장 2절 종속(從屬)!>> 순간 나의 영기가 검은색으로 물들면서 영기의 줄기를 타고서 나에게 되돌아오고 있었다. 언령인가! 그것도 이언령? 나는 이를 드러내었다. 상대가 먼저 언령을 소 비하였지만, 그것은 나에게 피해를 미친다. <<형상을 이루기 위해 관계한 존재여! 이어져 있는 모든 관계를 끊어라! 언령 제 1장 1절 절(切)!>> 나의 영기를 자시느이 영기로 종속시키던 체리랑스의 영기가 뚝 끊겼다. 언령으 로 행한 일은 언령으로만 막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쪽이 훨씬 불리하다. 상 대방은 이언령, 나는 일언령이다. 사용할 수 있는 한계가 다르다! 체리랑스는 잠 시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영기를 전부 회수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 같이 영기를 회수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침착한 어조로 나에게 말했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군요. 하지만… 당신에겐 큰 헛점이 보입니다" "헛점? 여태까지 나에게 당하기만 했던 그쪽이 하실 말씀이신가요?" "지금까지 설마 진짜로 싸우셨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탐색전이 아니었나요? 하 긴 싸우면서도 계속 이상하게 느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말해도 듣지 않을 것 같으니…" 그녀의 모습이 흐릿해지는가 싶었더니 바로 나의 앞에 서있었다. "일단 먼저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도록 할까요?" 그녀는 그리고는 매우 천천히 주먹을 뻗었다. 그것이 나의 복부에 살짝 닿은 순 간, 나는 복부가 뚫리는 기분을 맛보았다. 뭐, 뭐지? 나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살짝 닿은 것일 뿐인데? 나는 배를 감싸쥐면서 뒤로 잠시 물러난 다음에 온 힘을 다해서 돌려차기를 했다. 힘의 제한따윈 두지 않아! 그러나 그녀는 그 일격 을 손을 들어서 가볍게 방어했다. 그녀는 나의 온 힘을 다한 공격을 팔로 받아내 었지만,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째서지? 그녀는 그대로 나의 다리를 붙잡고서는 그대로 나를 밑으로 던져버렸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36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으아악!" 나는 공중에서 어떻게 움직일 수도 없이 던져지는대로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리고 어떤 건물을 관통해서는 그대로 땅과 호되게 부딪혔다. 커헉! 쿠웅! 내가 바닥과 추락하면서 바닥은 움푹 패여 들어갔고,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도 대체 무슨 일이? 그러나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킨 센스가 미처 잡아내기도 전에 그녀가 나의 앞으로 온 것이었다. "으랴압!"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대로 그녀에게 주먹을 날렸지만, 그녀는 살짝 고개를 옆 으로 틀어서 그것을 피했다. 나의 주먹은 그녀의 뒤에, 내가 뚫고 나온 건물에 명 중했다. 두콰앙! 엄청난 소리가 들리면서 충격이 건물 전베로 향하는듯 했다. 꽤 두꺼운 벽이었는 지 벽 전체가 움푹 패였고, 거기서부터 벽 전체로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돌벽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건물이 곧 무너지려고 하였다. 그리고 나의 공격이 실 패한 틈을 타서 체리랑스가 나를 발로 걷어 찼다. 우흐헉?! 나는 순식간에 뒤로 튕겨져서 뒹굴었다. 그리고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 그랬듯이 킨 센스보다 먼저 나의 앞에 서있었다. 그녀의 뒤로 잔금이 전체로 퍼져서 무너지 기 시작하는 건물이 보였다. 체리랑스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고, 나는 아직도 통증 이 느껴지는 배를 부여잡고는 일어섰다. 개자 일어서서 숨을 몰아쉬고 있을때, 건 물이 무너지고 있었다. 쿠르르르… 석조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체리랑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 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대체 뭐지?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지? 그러나 나의 앞에는 그녀가 있었고, 나는 다른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이 재차 공격을 가 했다. 파바바밧! 공기를 가르면서 나의 공격은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고, 그녀는 손을 들어 그것을 막거나 몸을 살짝살짝 움직여 가면서 나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던 먼지구름들이 모두 물러날 정도의 빠른 공격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공 격들을 무심함 표정으로 받아 넘기고 있었다. 어째서?! 아까까지만 해도 이렇지가 않았는데?!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혼돈조차 없던 무의 시기에 세상을 창조한 그 힘과 같이 만물은 산산조각나 비 산할 것이다! 언령 제 2장 9절 폭(爆)!>> 나는 주먹을 내지르며 언령을 사용하였고, 그것을 막은 그녀의 왼손에서 거대한 빛이 터져나왔고, 나는 그 빛이 폭발하기 전에 텔레포트를 사용해 저쪽 뒤의 공중 으로 이동했다. 내가 텔레포트를 하자마자 본 것은 그 흰 빛이 체리랑스를 먹어들 며 폭발하는 모습이었다. 쿠구구구… 콰아아앙! 흰색의 빛이 체리랑스의 주변을 감싸더니 이윽고 엄청난 크기의 폭발음을 내면서 터져나갔고, 나는 잠시 폭발의 여파로 방해되어 느껴지지 않는 킨 센스를 기다리 면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거라면 피하거나 하기도 전에 먼저 맞을 걸? 언령 에 의한 폭발은 금새 그 주변을 쓸어 버리고는 사그라들었고, 나는 먼지구름도 보 이지 않는 폭발의 중심부를 보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킨 센스는 나를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뭐, 뭐야! 체리랑스는 거기 있었다. 전혀 다친 모습도 아니다. 어딘가 부상을 입은 것도, 하다 못해 그 옷 조차도 멀 쩡했다. 순간 나는 좌절감을 느꼈다. 언령의 공격까지도 모두 막아버린단 말인가? 분명 같은 일족이라 할지라도 언령은 유효할텐데? "역시 이상하군요. 이정도밖에 되지 않나요?" 체리랑스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멀쩡하게 서있었다. 어째서지? 무 엇 때문에 그녀가 저렇게 멀쩡하게 서있을 수 있는 것이냐고? 나는 다시 힘을 끌 어올려셔 영기를 뿜어내었다. 최대한 나의 본체의 힘과 비슷하게 끌어내서 체리랑 스를 상대하겠어! 체리랑스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하지만 이내 예의 그 무표정 으로 돌아가 버렸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다시 간다! "허어업!" 나는 영기를 퍼뜨려서 아래까지 깔았고, 그리고 그 공간을 타고서 체리랑스에게 도 날아들었다. 그녀는 훗 웃으면서 방어자세를 취했고, 나는 그녀가 했던 것처럼 나의 영기를 채찍처럼 만들어 휘두르며 그녀에게 육탄전을 퍼부었다. 콰강! 파팍! 타탕! 쿠구궁! 쿠쾅! 영기의 채찍은 그녀를 때리거나 혹은 그녀가 있던 자리를 때리면서 폭발음을 내 었고, 나는 온 몸에 영기를 휘감고는 공격해갔다. 그녀의 모든 곳을 공격하기 위 해서 나는 몸을 움직엿고, 그녀는 그것을 하나하나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영기 에 실려진 나의 힘은 그녀에게 충격을 주고 있었는지 그녀가 방어를 할 때마다 몸 이 움찔 거리는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는 상당히 멀쩡하게 나의 공격을 막아내 고 있었고, 나는 이를 악물고서 쉬지 않고 팔과 다리를 사용해 그녀를 공격해 들 어갔다. 나의 영기는 이제 거의 제멋대로 휘둘러지면서 주변의 건물과 모든 땅을 파하고 있었다. 영기의 채찍이 한번 휘둘러질 때 그곳에 있던 건물이나 가로수들, 여러 조형물들이 순식간에 불타서 없어지거나 폭발했고, 그녀에게로 향하는 영기 의 채찍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들을 전부 손 으로 막아내나 몸을 움직여 피해내고 있었다! "제에기라알!" 나는 다시 영기를 주먹에 집중시켜서 뻗었다. 그리고 체리랑스는 양팔을 교차하 여 나의 일격을 막아내었다. 대략 1야드 정도를 밀려났지만, 교차한 양 팔 사이로 번득이는 그녀의 눈은 그녀가 전혀 그 어떠한 충격도 입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 었다. 단지 허세인가? 아니다. 저 눈빛은 진짜다. 나는 다시 공격을 가했다. 그러 나 그럴 때마다 체리랑스는 너무나도 손쉽게 공격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허사. 허사. 허사. 허사. 허사. 마법도, 어떠한 공격이라도 실패였다. 아니, 성공해도 체리랑스는 전혀 데미지를 받지 않았다. 어째서지? 어째서지? 왜냐고! 내가 혼란의 상태에 빠져 있을 때 체 리랑스는 나에게 말했다. "이제 알만 하군요. 그만하시죠" 그리고 그녀는 나의 가슴을 가볍게 걷어찼고, 난 이 일격에 뒤로 날아가듯이 튕 겨져 버렸다. 커헉! 허억! 순간 숨을 쉬기가 곤란해졌다. 폐가 짓눌린 것 같은 느 낌이 들었고 나는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이유냐고! "당신은 전혀 저의 방해가 되지 않아요. 아니, 되지 못해요. 당신을 너무 과대평 가 한 것 같군요. 라이니시스 루 이켈라인" "크윽… 어째서…지?"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는 일어서며 말했다. 어째서일까? 500년의 나이 차이가 있 어서일까? 아니다. 그녀나 나나 둘 다 '루'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분명히 차이 라고 해봐야 그렇게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차이라니! 본체로 돌 아가서 싸운다고 할지라도 이 차이는 여전할 것이다. 체리랑스는 나의 모습을 보 면서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했다. "일단… 저에겐 당신보다 조금 뛰어난 면이 있었다곤 해도, 그것이 싸움의 결과 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죠. 제가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 하는 것은 당신의 싸움 방식입니다" "싸움의… 방식?"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 싸움의 방식이 뭐가 어째서? "스스로 뭔가에 얽매여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의식중에서라도 그렇게 생각하시 나요? 아니, 그렇게 보입니다. 당신이 싸우는 방식은 뭐랄까요…? 그래요. 마치 당신은 '인간'처럼 싸우는군요?" "…'인간'처럼?" 체리랑스는 나의 멍한 표정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래요. 당신이 사용하는 힘의 운용 방식이나 사용법은 인간의 것에 가까워요. 아직 당신이 어려서 사용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영기를 사 용하는 것을 보고서 알게 되었어요. 그저 당신은 그것을 무기 이상으로 보지 못 하고 있어요. 본체의 모습으로 돌아가더라도, 그것은 별볼일 없겠지요" 나는 순간 멍해졌다. 내가 그랬나? 정말인가? 하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고 의 운용 방법을 생각해서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인간같다고? 나는 입을 열어서 그것을 말하려 했다. 하지만 나의 입은 굳은 듯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신의 모습은 마치… 그래요. 드래곤의 껍질을 쓴 인간 같다고 할까요? 당신이 지금까지 저희의 일을 방해하면서 올라온 보고서를 보면 당신은 여러가지 도구를 잘 사용하더군요. 그것을 처음엔 단지 드래곤임을 들키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지금의 당신 모습을 보면 그게 아닌것 같아요. 도구라 는 것은 원래 모자른 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래요. 당신은 자신의 모자른 점을 도구로 채웠던 것이에요. 왜 모자른 걸까요? 당신은 레드 드래곤이 아닌가요? 홍염의 일족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힘을 왜 사용하지 않는 것이죠? 어째서 저의 공격에 쩔쩔매고 있는 것이죠?" 체리랑스의 말에 나는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랬던가? 정말로 그랬던 것인가? 홍염의 일족으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힘? 그런것이 있었나? 체리랑스는 나 의 표정을 보고는 약간 분노하면서 말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런게 아니예요! 거대한 힘과 힘의 격돌! 짜릿하기 그지 없 는 목숨을 취하려 달려드는 살의가 넘치는 싸움! 서로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 는 싸움! 저의 기대를 이렇게 무참히 부숴뜨린 사람은 당신 외엔 없군요. 저를 막으려고 하지 않으셨나요? 저의 계획을 일일이 부순 당신은 저를 막으려 하시지 않으셨나요? 그런게 고작 그런 허약해 빠진 공격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자신의 힘을 깨닫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녀에 비해 나는 약했다. 아니, 내가 모르고 있던 내 힘이 있기나 한 것일까?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지금까지… 몇년 안되는 시간이지만 당신은 그 힘가지고 충분했겠지요. 네! 그 래요! 그 정도의 힘이라면 충분히 나의 계획을 망쳐놓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신나게 세상을 휘젓고 돌아다닐 수 있겠지요. 그게 다인가요? 그래가지곤 몇천년 의 세월이 지나도 절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걸요?" 그녀의 눈빛은 처음에 날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모든 것의 위에 서 서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내려다 보는 눈. 힘이 받쳐주는 권위와 오만함을 갖 추고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 눈빛 아래에서 나는 작아지고 있었다. 힘이 없는 자 로서. 힘이 있어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자로서. 아니, 애시당초 나에게 그런 힘 이 있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그런것은 모르고 살아왔다. 알았지만 느끼지 못할지 도 모른다. "고작, 고작 당신 같은 자에게 저의 계획이 미루어져서 지금까지 정체되어 있었 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참을 수가 없군요. 고작 저런, 자신의 힘에 취해서 놀고나 다녔던 자에게 저의 기다림은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이군요!" "기다림…?" 나는 그녀가 사용했던 단어에 귀를 기울였다. 기다림이라고 했다. 무엇을 기다려 왔다는 것이지? 난 그녀의 계획을 시작하는 대로 부숴 놓았다. 그녀가 무엇을 기 다리거나 하느 것이라면 분명 계획읠 성과였을 텐데… 그것을 기다렸다는 것인가? 하지만 아닌 것 같았다. 체리랑스의 표정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변혁'만 이루어내면 이루어지는 목적을… 자신이 누구인지도 깨닫지 못하는 당신과! 그 버러지같은 당신의 무리들에게! 방해받았다니! 대체 왜 나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인가요?! 어째서 나의 기다림은 기약이 없나요?!" 그녀는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여태껏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 었다. 그것도 여태까지 과대평가해온 상대에게, 알고보니 약하기 그지 없는 상대 에게 망쳐져 왔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분노에 움찔해야했다. 정말로 강하고, 순 수한 적의로 가득 찬 분노였다. [라이니시스 전기] 006.37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그렇게 화를 내던 그녀는 뭔가를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곳 에는 싸움을 끝내고 왔는지 나의 일행이 있었다. 라스킨? 체리랑스의 비서를 죽이 지 않은거야? "저들이 방해가 되는 걸까요? 아니, 지금까지 방해가 되어왔군요. 게다가… 변절 자 본데스! 당신의 수완에는 박수를 보내드리지요. 그전에… 먼저 저들에게 절망 감을 선사하도록 하지요" 체리랑스는 콰이헤른을 알아보았다. 밑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듣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턱이 부숴져 나갈 것 같았다. 으으윽?!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기도 전에 체리랑스는 나의 온 몸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했 다. "흐아아아압!" 퍽! 퍼벅! 퍼버벅! 퍼억! 콰직?! 파바박! 우득?! 퍼벅! 체리랑스의 주먹과 발길질은 나를 두들겼고, 나는 겉잡을 수가 없는 통증을 느꼈 다. 팔에서, 다리에서, 등에서, 머리에서, 턱에서 전해져오는 고통은 정신을 아득 하게 만들었지만, 반대로 통증은 정신을 붙잡아두고 있었다. 대, 대체 뭐야… 그, 그만 해! 아파! 아프다고! 제발 그만해! "야아아압!" 그녀는 나의 머리채를 잡고 돌리더니 나를 그대로 던져버렸다. 주위의 공간이 아 무렇게나 흘러가고 있었다. 온몸이 아프다. 입에선 짭짤하게 피맛이 느껴지고 있 었고, 갈빗대가 몇대 나간 것 같다. 턱은 금이 갓을까? 주위의 사물이 아무렇게나 흘러가고 있었고, 어느 순간엔가 나는 바닥에 심하게 부딪혔다. 그리고는 몇번을 튕겨져서 굴러갔고, 나의 귀엔 다른이들의 숨막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라이니…시스…?" "이런…" "마스터!" "아, 아아아, 아빠?" "아버님…" "…이럴수가?" "……" "…맙…소사"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몸을 몇 번 들썩이는 것으로 끝을 봐야했다. 머릿속이 하얗다. 불타는 듯한 격통이 나를 덮쳤 다. 그리고 나는 그런 정신 속에서도 나의 몸이 다시 재생되는 것을 느껴야 했다. 자체 재생력…인가? 우득! 우드득! 부러진 뼈가 맞춰지고, 통증이 싸악 가셔지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전에는 느껴지 지 않던 느낌. 묵직한 피곤함이 느껴졌다. 힘들다… 체력의 손상이 너무 큰건가? 하지만 나는 어쨌든 일어설 수 있었다. 하늘이 핑글핑글 돌아가고 있었다. 분노조 차 느껴지지 않는다. 나의 정신은 여전히 멍해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 곳에는 경악하는 표정의 일행들이 보였다. 다들 믿기지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나의 뒤에 체리랑스가 착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흥! 섀도우. 이리와" "네, 마스터" 나의 옆으로 검은 머리를 가진 한 여자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는 자꾸 휘청거 리는 다리를 손으로 짚고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정신이 들려고 하고 있다. 체리 랑스의 말. 나에 대한 생각. 머리가 어지러웠다. "라이니시스! 괜찮아요?" "괜찮으세요?" 나에게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다가와서는 걱정하는 얼굴로 물어왔다. 나는 어떻게 미소지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려 주었고, 그녀들은 조금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도 그럴 것이다. 아까까지만 해도 뼈가 부러질 때까지 두들겨서 수십 야 드 밑으로 패대기 펴졌는데 걱정하지 않으면 이상하겠지.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필 두로 일행들의 나의 주위에 모여서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하하… 나미아야, 그 렇게 울 것 같은 표정은 하지 말아줘. 오디 너도 마찬가지야. 라스킨하고 콰이헤 른? 나 안죽으니까 그렇게 표정짓지 말고, 머기와 라니안느. 안 나오는 말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아요. "난… 괜찮아"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 쉬었다가 말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그리 괜찮지 만은 않다. 체리랑스는 확실하게 강했기 때문이다. 방금 전, 그녀가 날 때려 죽이 기로 마음만 먹었더라면 난 죽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의 뒤에서 체리랑스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알았겠지요? 그만 나를 방해하지 말고 돌아가심이 어떨가요? 아, 그 전에 저 벽을 없애주고 가시면 감사하겠군요" "…"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와 나의 차이. 그것을 알긴 했으나 이들에게 저 마물생 성포를 내어 줄 수는 없다. 세상이 도탄에 젖은 비명을 지를 것이다. 왜 저 무기 에 그렇게나 집착하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를 갈며 말했다.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은 있는 법이지요" "…그렇게 당하셨으면서도 계속 덤비시겠다는 것입니까?" 체리랑스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심호흡을 해서 정신을 맑게 했다. 선명한 검은색의 그녀가 보였다. "저것으로 무엇을 하실런지는 모르겠지만, 당초에 저희가 온 목적은 이루어야 겠 습니다" "호오? 또 마나 빅 뱅이라도 사용하실 것인가요? 글쎄요? 제 예상이지만 이 유적 이 그런 공격에 꿈쩍 할지 모르겠군요. 잘은 몰라도 아마 저 방벽은 그것을 막아 낼 듯한 느낌이 드는 군요" "혼자가 안되면… 숫자로 어떻게 해보는 수 외엔 없겠지요. 나미아, 오디, 라스 킨을 제외하고 전원 뒤로 빠져!" 나는 사람들을 전부 뒤로 보내었다. 내가 말 했던 셋이 아닌 이상 체리랑스의 공 격에는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다. 체리랑스는 혀를 차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는 옆에 있는 섀도우란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라스킨과의 전투 때문인지 지 쳐있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보통의 움직임을 하는 것만이 전부일 것이다. 결국에 는 체리랑스 혼자와 우리들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길 수 있을까? 나는 그 의문 에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해보는 것 이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지 않는가? "다들… 이곳에서 죽어도 별 여한이 없는 모양이군요" 체리랑스는 싸늘하게 말했고, 나는 이를 드러내었다. 저 말에 뭔가 반박할 수 없 는 사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행운과 희망이란 것은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최대한 으로 노력하면,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라스킨과 나미아, 오디는 전투태세를 갖추 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 체리랑스를 노려보았다. 다시 시작해보는 거야! "간다!" "헛수고군요" 나의 말이 나옴과 동시에 체리랑스는 손을 뻗어서 검은 영기를 응축해 쏘아내었 고, 그것을 우리들의 사이를 지나쳐 뒤쪽에서 폭발했다. 아… 쿠과강! 폭발음과 충격파가 느껴졌다. 나는 이빨을 딱딱거리면서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 에는 머기, 라니안느, 콰이헤른이 쓰러져 있었다. 맙소사! 괜찮은건가? 그러나 그 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봐! 머기! 라니안느! 콰이헤른! 나는 경악으로 표 정이 굳었다. 미, 미리안은? 에실루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심한 충격을 받았 는지 서있는게 고작일 지경이었다. 미리안! 에실루나! "아무리 노력해도, 허사는 허사입니다" 체리랑스의 목소리가 끝나가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돌려서 체리랑스를 보았다. 체리랑스!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뭐, 인질이란 것이죠" 체리랑스는 날카롭게 웃으면서 말하더니 그녀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한 번 튕겼다. 따악! 차아아아악…! 나는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그녀들의 몸이 거대한 얼음 덩어리에 휩쌓여 버린 것 이다. 미리안은 마치 이전에 빙정에 갇혔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얼음속의 그녀들 은 고통와 경악에 찬 표정을 지은 채로 얼어있었다. 그녀들은 옷 여기저기가 그을 리고, 어느곳에선 피까지 흐르는 모습으로 굳어있었다. "흔히 벌이는 인질극이지요.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인질을 죽이겠다는 것 입니다" 체리랑스는 생긋 웃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굳어버려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이야? 응? "어, 엄마들을 놔줘!" 나미아가 날아갔다. 붉은색과 검은색의 날개를 달고, 왼팔은 드래곤의 그것과 같 이 비늘이 덮이고 발톱이 솟은 팔이었다. 나미아는 정말 빠르게 날아가서는 체리 랑스에게 달려들었고, 그녀는 그 공격을 쉽게 받아내었다. 아, 안돼! 너의 힘으로 는! 나미아는 눈이 붉어져서는 체리랑스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공간을 찢을 듯이 휘둘러지는 손톱과 힘을 담은 팔과 다리, 그리고 마법 공격과 체리랑스의 정신을 읽고서 방어하는 나미아의 모습은 잘 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위험해! 피해!" 나는 나미아에게 소리질렀지만, 듣고서도 모른척 하는 것인지 나미아는 체리랑스 의 손을 피하지 않고 쳐내려고 했다. 그러나 나미아는 체리랑스의 손에 잡히게 되 었고, 그대로 마물생성포를 향해 던져졌다. "나, 나미아님! 에, 에이잇!" 나미아가 던져지는 것에 놀란 오디가 체리랑스의 정신에 뭔가를 하려고 하는 모 습이 보였다. 체리랑스는 한순간 움찔 하더니 오디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 보았 다. 그리고 그 순간, 오디가 눈을 하얗게 뒤집더니 풀썩 하고 쓰러져 버렸다. "정신의 정령인가…? 하지만, 난 더 오래된 걸 가지고 있거든? 그러니 자거라. 꼬마야" 체리랑스의 옆으로 검은색의 인영이 보였다. 저, 정신의 정령? 체리랑스도 가지 고 있었다는 말인가?! 이것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정신의 정령까지… "크와아악!" 옆에서 라스킨이 공격하러 뛰어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아, 안돼… 안돼! 라스킨! 넌 상대가 되지 않는단 말이야! 라스킨은 건물들을 이용해 도움닫기를 하여 체리 랑스에게로 날았다. 체리랑스의 앞에 선 라스킨은 손톱들을 휘둘렀지만, 체리랑스 는 무심하게 그것들을 잡아서 그대로 뽑아버렸다. 그리고는 나미아가 갔던 방향으 로 차버렸고, 라스킨은 피를 토하면서 날아가다가 건물을 들이 받고는 그대로 보 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아… 아아… 아…" 나는 입을 벌리고서 약한 신음성을 흘렸다. 너무도 순식간이었다. 순식간에 나의 동료들이, 내 친구가, 내 부하가, 내 아내들이, 나의 딸들이 당해버렸던 것이다. 너무나도 손쉽게. 아이의 손목을 꺾듯이… "체리랑스으!" "후훗. 이제야 화가 나는가 보지요? 반응이 늦군요. 하지만 거기서 더 화를 내었 다가는 아내들이 산산히 조각 날거예요" 체리랑스는 매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에게 말했고, 나는 이를 가는 수 외엔 없었다. 제길! 제길! 나 자신의 무력함에 화가 난다! "음… 당신의 딸 덕분에 방어벽은 무효화 되었군요. 목적을 이루었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게임을 하나 해 볼까요?" "뭐…어?" 체리랑스는 입술을 살짝 핥으면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금발과 은발. 둘 중에 하나만 살릴 수 있어요. 아니, 하나만 살려 드리죠. 어떻 게 하시겠어요? 어느쪽에 더 애착이 가시는지 골라보시지 않겠어요?" 숨이 터억 하고 막혔다. 뭐, 뭐라고? 미리안이나 에실루나, 둘 중에 하나만 고르 라고? 그, 그런 일을 어떻게 하란 말이야! 이, 이건 말도 안돼! "요, 요구조건은 성립되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고 제가 멋대로 성립시킨 것이죠. 그 대가입니다. 자, 하나만 고르세요. 하나는 살려드리고, 하나는 얼음으로 된 불꽃놀이의 재료로 쓰 지요. 호호호홋! 산산히 조각나 비산해 저 빛에 반짝이는 얼어붙은 시체 조각들 을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살아난 쪽은 상당히 괴로워하겠죠. 그리고 당신도…" 체리랑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저것이 그 렇게나 미워보일 수가 없었다. 나, 난 어떻게 하면 좋지? 하나만 선택하라니! 그 렇게는 못해! 못한단 말이야! [라이니시스 전기] 006.38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미리안과 에실루나와 함께 지냈던 날들이 생각난다. 따뜻하고, 아름답고, 행복했 던 날들이었다. 그 둘이 있었기에, 둘 다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다. 그렇기 에 둘 중에 하나만 고르라는 짓은 못한다. 못해! 얼떨결에 나에게 붙잡혀서 좋아 해버린 미리안이나, 나를 믿고서 퀸과 싸우기까지 한 에실루나. 둘 중 그 누구라 도 난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둘 중 하나라도 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 를 어쩌면… "빨리 결정하세요! 전 성질이 급해서 잘못하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빙정의 표면에 손을 개도를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그러 자 빙정의 표면에 금기 가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좀 더 힘을 줘서 부셔버릴지 몰라요. 후후훗" 사악하게 웃고 있는 체리랑스를 보며 겉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지만 여기서 섣불리 달려들었다가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목숨은 거기서 끝날 것이다. 아마도 체리랑스라면 내가 그 둘의 시체 조각이라도 주워서 클론을 만들지 못하게끔, 되 살려내지 못하게끔 할 것이다. 가볍게 그녀들의 체조직을 녹여버린다거나 하는 방 법이 있겠지. 가슴이 점점 크게 뛰고 있었다. 숨이 가빠오고 있었다. 정신이 점점 아득해지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빨리 결정해요! 안그러면 정말로 부술 거니…" "날 죽여라!" 나는 자꾸자꾸 압박해오는 체리랑스에게 말했다. 둘 중에 하나만 살리라고? 그런 짓을 난 못해! 차라리… 차라리! "…뭐… 라고요?" "그녀들을 죽일 바에는 차라리 날 죽여라! 그러고서 그녀들을 살려! 아니면 조건 을 바꿀까? 그녀들을 살려주는 모습을 보면, 난 이 자리에서 자결하마! 물론, 너 는 너의 혈족과 이름을 걸고서 그녀들을 하나도 다치치 않게 해서 살려주고, 앞 으로도 건드리지 않겠다 맹세를 해야 하지!" 나는 당당하게 외쳤다. 그래! 여자를 지키려고 이미 한번 죽었던 인생이다! 똑같 이 또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다! 둘 다 같이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차라 리 나의 목숨을 가져가라! 나를 위해서 어떤 어려움도 참고 넘겼고, 심지어는 죽 음까지 각오했었던 여자들이다. 그런 여자들을… 내가 죽이게 놔둘 것 같아?! 차 라리 내가 죽는다! "그런… 말도 안되는…!" 체리랑스의 표정이 굳었다. 예상외의 반응이었나? 그녀는 아마 내가 둘 중에 누 구를 살리려는지 그것을 고민하며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고 있었겠지. 그 리고 마침내 선택했을때 한명을 살려주고, 다른 한명이 산산히 부서져 죽는 모습 을 보고는 즐거워하거나, 아니면 한사람이라도 살리겠다는 나의 희망을 둘을 모두 죽임으로써 나를 절망으로 바꿀 것이다. 그녀는 이를 드러내며 날 가리키고는 말 했다. "당신… 아니, 너! 넌 정말로 드래곤인가?! 드래곤이라면 그렇게들 말하지 않아! 기껏해야 엘프 둘이다! 인질극 조차도 원래 통하지 않아야 했어! 뭔가 이상했어! 이상했다고! 하하핫! 이자리에서 대답이 나와주는군! 너! 드래곤이 아니지?! 그 래! 그런거야! 껍데기만 훌륭한 드래곤이면서 알맹이는 어디가 갖다 버렸지? 아 니, 그 알맹이는 어디서 가져다 채웠지?!" 체리랑스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실성한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것이 아니었 다. 킨 센스로는… 두려워하고 있다? 조금은 다르지만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기대감이 뒤섞여서 두려워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대체 뭐지? 나는 뭐라고 말하 려 했다. 하지만 체리랑스는 먼저 말했다. "말이 좋아 사랑하는 아내들이지! 엘프들 따위야 그저 즐기기 위한 유희용이 아 니던가? 그런데… 진심이라고? 놀리지마! 드래곤은 같은 종족 이외에는 진심이란 것을 줄 수 없어! 그런데… 넌 뭐지? 어리다고 해도 틀려! 홍염의 일족이 그렇다 는 말인가?! 말해! 넌 드레곤이야?! 드래곤이냐고!" 체리랑스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대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 었다. 무엇일까? 대체 무엇일까? 나는 고개를 갸웃햇다. 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두 려워하는지. 그리고 난 생각했다. 과연 나는 드래곤인가? 그렇다. 엄연히 드래곤 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힘, 진짜 육체. 모두 드래곤의 것이다. 그렇기에 완전한 하나의 개채로서의 드래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 나의 머 리속에서 지난 과거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서 그것을 되새겨 보았 다. '제가 여기 온 목적은 여태까지의 드래곤과 드워프간의 일방적이고 불공평한 관 계를 타파하고 서로간의 발전을 도모하기위하여 왔는데요. 에, 드워프 마을이 몇 개 더 있죠?' '엘프와 드래곤간의 지난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를 쌓기 위해서 왔습니 다. 그 동안 드래곤에 의해 많은 피해를 입으셨으리라고 추측을 해보지만, 이제 는 서로 상호간에 이익을 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여기서부터… 였을까? 상호간의 이익. 서로간의 발전. 타종족과 그런 것을 원하 는 드래곤이 있을까? 엘프도, 드워프도 자신들의 문화와 생활을 영위하고 누리는 것에 큰 불만이 없고, 그들 끼리가 아닌 교류를 하지 않는다. 마리를리나의 버릇을 잡아주었던 일. 노예 경매장에서 화를 내었던 일. 미리안에게 화를 내고서 그것을 풀어버렸던 일. 에실루나를 받아들였던 일. 매쉬암의 마을에서 나미아와 사람들을 구해낸 일. 브라이언트와 세렌을 멋대로 화해시킨 일. 본데스를 콰이헤른으로 되돌렸던 일. 살인을 기피하면서 받아들였던 일. 미리안을 안았던 일. 안스란의 죽음에 눈물 흘렸던 일. 하인츠의 결정에 침통해 했던 일. 미리안과 에실루나 대신 죽겠다고 한 일. 내가 세상에 나와서 겪었던 일들이 한 순간 스쳐지나갔다. 나는 자기 중심적이었 다. 내 멋대로 사람들의 관계를 조장하였고, 화해시켰다. 죽으려는 하는 자를 억 지로 되살려놓았고, 남의 정신에 미래를 바꿀 말을 심어두었다. 그것은 모두 자신 의 자기마족으로 위해서다. 단지 내가 그러고 싶어서. 내가 멋대로 그쪽이 더 좋 다고 생각하여 한 일이다. 중간중간 나의 힘을 과시하는 일들도 있었다. 과신하여 저지른 일도 있었다. 힘에 휘둘리진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휘둘렸을지도 모른다. 혼자서 제멋대로 행동하였다. 그런 나를 사람들을 따라주었고, 좋아해주 었다. 내가 드래곤이었기 때문에? 아니다. 그들은 내가 드래곤인줄 모르고 있었다. 콰이헤른도, 하인츠도 그 사실 을 매우 나중에야 알았을 뿐이다. 그들은 나의 행동. 나의 언행. 내가 그들을 대 했던 행동들을 보고, 그것에 이끌린 것 뿐이다. 그래. 다르게 말하면 그들을 나의 '인간성'에 끌렸던 것이다. 과거의 일. 내가 환생하고서 겪었던 몇년 되지도 않는 세월동안 이미 나는 결론을 알고 있었다. 나는 눈을 떴다. 그래! 이미 망설임은 없다! 더이상 몸부림 치지 않는다! 내가 살아온 나날이 그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나는…" 난 조용히 체리랑스를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녀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나 를 내려다 보았고, 나는 조용히 말했다. "인간이다…" 체리랑스의 눈이 커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 거짓말 같다고 외치는 표정을 짓 고 있었다. 나는 주먹을 힘차게 쥐었다. 당당하게 말하자. 당당하게! 내가 누구인 지를! 나의 자아를! 나의 정체성을! "난 인간이다! 예전에도 인간이었고, 지금에도 난 인간이다! 드래곤 따위, 개나 줘버려! 난 인간으로 살아있고, 인간으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나는 크게 웃었다. 가슴이 뻐엉 뚫린 것 같았다. 여태까지 뭔가 막혀있다 고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렇다. 나는 인간이다. 육체가 드래곤이라고 해도 나는 인간이다! 인간의 정신을 가진, 인간의 영혼을 가진, 인간성을 가지고 있는 나는 엄연한 인간이다! "그래! 난 인간이야! 인간이었어! 하하하하하하하!" 가슴이 시원해진 것 같았다. 그래. 인간이다. 인간이었기에 둘 중에 하나만 살리 라는 조건을 자신을 죽임으로써 완수하는 난 인간이다. 나는 웃음을 멈추었다. 체 리랑스의 정신은 푸르르 떨리고 있었다. 불신. 가득한 불신감이 느껴졌다. 그렇지 만 나는 당당했다. 나는 팔을 벌리고 가슴을 활짝 폈다. 그리고 체리랑스에게 외 쳤다. "자! 너의 물을에 답했으니 나의 요구에 응해라! 그녀들을 살려주고 이후 건드리 지 않겠다는 맹세를 한 후에…" 나는 잠시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눈으로 쓰다듬듯이 바라보았다. 조금만 기다려. 그곳에서 금방 꺼내줄게. "맹세를 한 후에 날 죽여라! 그럼으로써 다른 이들이 살아난다면 난 얼마든지 나 의 목숨을 내놓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날 좋아하는 사람들! 날 믿어주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얼마든지 내 목숨을 내어줄 수 있다!" 머리가 시원했다. 먹구름이 걷힌 것 같았다. 생에 집착. 나를 여태까지 살려두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환생하게 된 원인일까? 난 이들을 살리고자 한다. 그 렇기 때문에 죽음을 택했다. 누군가의 목숨을 취해서 다른 이들이 살아난다면, 나 의 목숨을 취해라. 모든 희생과 짐은 내가 짊어지고 간다. 왜? 나는 인간이기 때 문에. 지금 존재하는 '나'라는 존재의 인간이기 때문에! 체리랑스는 내가 한 말의 단어 하나하나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하 다. 드래곤으로 태어나 이렇게 진심을 담아 인간이라고 외치는 존재가 있었을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까는… 체리랑스가 실컷 재미 를 맛보았었지. 지금은… 전혀 재미가 없을걸? "아, 그리고 재미있는 것을 보여줄까?" 나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고, 체리랑스의 표정에 의아함이 감돌았다. 지금의 나는 새로운 깨달음에 의해서 초연한 자세를 갖추었다. 그러니, 여유가 생기는군. 오른 손을 들어서 나의 얼굴을 가린 다음 온 몸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 는 모습.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렸다. "특별히 보여주는 모습이다! 나의 진짜 모습이다!" 나는 준열의 모습, 준열의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에 해보는 모습이다. 처음으 로 폴리모프를 했을 때 이후로 두번째군. 그리고 죽기전에 했었던 모습이지. 내가 모습을 바꾸자 체리랑스의 기분이 순간 놀람으로 바뀐 것 같았다. 뭐, 고작 이런 것을 가지고 놀라나? 나는 다시 라이니시스의 모습으로 되돌리고는 히죽 웃는 표 정으로 말했다. "그리 놀랄 필요는 없어. 어차피 인간이었던 나니까" 「…그런 이유에서였나?」 아, 싸이. 그래. 이런 이유야. 지금까지 널 붙잡아두던 그 '메리트'지. 나는 원 래 인간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해. 「인간에게 붙어있는 취미는 없지만… 재미있군. 역시 주인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어」 그래. 지금까지 함께 해줘서 고마워. 아마 난 조금 뒤에 죽을거야.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붙어있다가 도시에 들르면 새 주인을 찾아봐. 아니면 그대로 떠 돌던지. 「흐음… 동의할 수 없군」 뭐? 그럼 너 나랑 같이 죽을 작정이야? 「아니. 주인이 죽을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야」 싸이? 무슨말이야? 어이! 싸이는 다시 들어가버렸다. 멋대로 나오더니 멋대로 들어가버렸다. 그런데, 내가 죽을 것 같지 않다니? 무슨 말이야 도대체? 나는 싸이의 말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나의 생각을 체리랑스의 말에 의해 묻혔다. "12만… 4천년…. 기억하는 것만 칠백서른여덟 번…. 정말… 길었어…" 체리랑스는 조용히 독백했다. 대체 뭐지? 체리랑스는 하늘-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고서는 외쳤다. 다시 그녀의 마음이 바뀌었다. 비통함과 …애절함? "길고 긴 기다림! 유구한 세월의 보상은 이루어졌어!" 알 수 없는 말이었지만 체리랑스는 그렇게 외치고서 마물생성포로 날아가기 시작 했다. 이, 이런! 저걸 작동시키려고?! 체리랑스의 뒤를 따라서 미리안과 에실루나 가 묶인 빙정도 같이 날아갔다. 제길! 거기 서! [라이니시스 전기] 006.39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체리랑스는 울고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이유. 기다림. 아련한 기억의 끄트 머리에서 잡아낸 마지막 기억. 그리고 처음이었던 기억. 그것을 위해서 살아왔고, 그것을 위한 기다림이었다. 그리움. 처절하고, 비통하고, 애절한 그리움. 가슴을 가득 매우는 그리운. 드넓은 우주를 채워넣는다 하여도 끝나지 않을 그리움. 그리고 그것은 이내 욕구가 되고 욕망이 되어 집착이 되어버린다. 삷의 의미. 그녀가 살아있던 모든 의미는 바로 그 그리움과 기다림에 담겨져 있었다. 그녀가 왜 이런 일을 햇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어떤 과거를 지니고서 어떠 한 개체로서 그녀의 생을 쌓아왔는지는 모든 해답이 이곳에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울었다.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충족된 그리움. 그리고 배신감. 애절했기에 더욱 간절했 으며, 간절했기에 그 상처 또한 크다. 그러나 그것이 어쩔 수 없었음을 누구보다 도 잘 알기에 그녀는 모든 것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쓰디쓴 상처, 배신이 란 이름의 칼날. 그러나 모든 것을 감싸안았기에 그것마저 달콤했다. "체리랑스!" 나는 급하게 오디를 깨워서 다른이들을 치료하게 하고는 체리랑스를 뒤쫓아서 마 물생성포가 있는 건물로 왔다. 라스킨이 뚫어놓은 구멍이 있었고, 그녀는 그곳으 로 들어갔었다. 라스킨을 먼저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다른 것 보다도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상태가 급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바닥에 쓰러져서 기절해있 는 라스킨의 뒷덜미를 잡아서 들고는 체리랑스의 뒤를 쫓아야 했다. 대체 무슨 일 을 하려고 하는 것이지? 게다가 무슨 말을 했던거야? "체리랑스! 서라!" 나는 크게 소리쳤고, 그녀는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나를 무 시 하고는 계속 날아갔고, 나는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붉은 머리의 소녀를 볼 수 가 있었다. 라스킨과 비슷한 위치에서 쓰러져 있던 나미아를 체리랑스가 데려가는 것이다. 고대인의 피를 고스란히 지닌 나미아는 아마도 마물 생성포를 작동시키는 중요한 열쇠가 될 터였다. 역시 이것을 작동시키려는 것인가? 휘익! 사악! 파바밧! 몇십개의 문을 지나쳐 수백 야드의 복도를 지나친 것 같았다. 벌써 몇 층인지도 모를 여러 층을 지나서 나는 체리랑스를 뒤쫓고 있었다. 제기랄! 대체 뭘 어떻게 하려는 거야! 나는 이골을 내면서 몇층의 계단과 복도들을 계속 지나쳤다. "파이어 볼!" 체리랑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던 복도 전체를 메우고 있 던 큰 문이 단번에 부서져 나갔고, 그 안에 새하얀 공간이 보였다. 체리랑스의 기 뻐하는 기분을 느껴보니 아마도 저곳이 목적지일 듯 싶었다. 꽤나 높이 올라왔군. 저곳이 목적지인가?! 나는 속력을 더 높였고, 그녀가 무엇을 할 셈인지 알기 위하여 좀 더 자세히 그 녀가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옆에 띄워두고서 나미 아의 팔을 붙잡더니 상처를 내고,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내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남의 딸한테! "고대인의 피와 세포! 이것으로 고대의 병기는 부활한다!" 그녀는 오른손에 나미아의 피를 가득 묻히고, 왼손에는 나미아의 붉은 머리카락 을 한줌 쥐고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앞에는 무수히 많은 계기판과 여러가지 패널들이 보였고, 무엇이 무엇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한가 지만은 알 수 있었다. 저것은 마물생성포의 구동장치다! 그렇다면 나미아의 피와 체조직 일부가 바로 이 무기를 깨우는 열쇠? 나는 좀 더 빨리 가려고 했지만, 체 리랑스가 나미아의 핏방울과 머리카락을 어떤 관에 넣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른손에서 핏방울이, 왼손에서 머리카락이 각각 떠났을때야 나는 조종실에 들어 왔던 것이다. "체리랑스! 대체 무슨 짓이야! 이런 것을 발동 시켜서 어쩌겠다고!" 그녀한테 힘으로 눌렸던 나이지만, 그래도 이걸 막아야 했을 자로서 할 말은 해 야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서 몇가지 장치를 이리저리 만졌 고, 그러자 곧 거대한 구동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구구구궁. 즈으으으으… 천정에서 수십색의 빛들이 서로 고리를 이루며 회전하고 있었다. 이곳 바로 위가 마물생성포의 시작점인듯 하다. 검고 둥글게 뚫린 구멍이 보인다. 꽤 넓은 지름을 가진 조종실의 벽에서도 파란색과 녹색, 빨간색의 빛들이 여기저기 움직이고 있었 다. 그것들은 움직이면서 점점 왼쪽 벽에 노란 빛의 블럭을 쌓아가고 있었는데 아 마도 이 벽이 노란 블럭으로 가득 차면 그때가 발사 시점일 것이다. "체리랑스!" "어째서 매쉬암인지 아시나요?" 체리랑스는 침착하게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평온함 가운데에서 생긋 웃는 표정 이었고, 그녀의 마음도 그렇게 평화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복장이 뒤집어질 판이었다. 매쉬암의 유래 따위 알고 싶지 않단…! "침착하세요. 한번 구동한 이상 멈출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니, 이야기나 해보지 요. 어째서 매쉬암인지 아시나요?" "몰라! 그런거…" 나는 이를 드러내면서 짧게 말했다. 조금이라도 더 대화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 다. 제길! 멈출 수가 없다고?! 여기서 조금만 더 간다면 정말로 이곳을 전부 때려 부수고 말것이다.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단지 명칭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인가! "매쉬(Mash)란… 짓이겨서 걸쭉하게 만든 것. 또는 그런 상태. 혹자는 뒤범벅이 라고도 하더군요. 매쉬암의 목적은 이 세상을 짓이겨서 뒤범벅 상태로, 관념적인 걸쭉함으로 만드는 것이지요. 암(Arm)은 팔, 또는 무기를 일컫죠. 간단히 팔이라 고 생각해 주세요. 세상을 매쉬로 만들기 위한 팔. 그렇기에 저희는 매쉬암인 것 입니다" "그렇게 만들어서… 뭘 어쩌자는 거지?" "그 저에 먼저 당신도 같이 생각해봐야해요. 자. 한번 생각해보세요. 저희 할아 버지인 엘 타칸리스가 만든 강력한 제국. 그리고 제국의 힘에 눌려서 그 날개를 펴지 못하는 다른 나라들. 힘이 있는 자는 자신의 힘에 취해버려서 더이상의 발 전이 없고, 힘이 없는 자는 힘이 있는 자의 눈치를 살피며 힘을 모으지 못하지 요. 서로가 단결할 수도 있겠지만, 대륙의 거의 중앙에 버티고 있는 제국은 그것 조차 불가능하게 하고 있어요. 그 뒤에 사소한 전쟁이나 혈투가 벌어지긴 했지 만, 글쎄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알고 있는 대로 그때와 지금의 생활 습 관과 모습, 각 나라의 제도, 생태계,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말이예요" "…그게 뭐 어쟀다는 것이지?" 나는 생각해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당연하다. 내가 어째서 대답해야 하 는가? 나는 계속해서 이것을 멈출 방법이 없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탈환한 생각도 같이 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어떻게 꺼내자면 꺼낼 수 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유적을 중지할 수 없게 된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 는 행동은 하나다. 젠장! "전혀 생각해보시지 않는군요. 설명해드리죠. 제가 말하고자, 그리고 당신에게서 구하고자 하는 대답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라는 것이에요. 아, 일부분은 바뀌었 을 수도 있어요. 몇천년의 시간동안 왕위의 계승 방법이나, 군주제의 도시가 시 장을 선출하거나, 쿠테타를 일으킨… 여러 사건이 있었죠.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문화적 차이, 기술적인 차이는 어떻지요? 아직도 제국에서는 4000년 전에 깔아둔 포석 위로 마차가 다니고 있고, 레리첸트의 귀족들은 여전히 평민들의 위에 군림 하면서 오랜 세월동안 살아왔죠. 토타카, 사이에그롭, 렌디너스 할 것 없이 제국 이 설립된 이후의 영토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국경선을 가지고 있어요. 저의 말 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세상엔 변화가 없어요! 사람들은 어제의 생활에 만족하고 오늘의 생활에 감사하며 내일도 오늘 같기를 바라고 있어요! 변화 그 자체를 두 려워하고 변하려고 하지 않아요! 생각하실 수 있나요? 이 끔찍한 무변화를!" 제국의 설립. 그 이후의 지도들… 지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지도 위에서 살던 사람들도 변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며 변화 없는 생활을 바라고 있었다. …제길, 말려들었군! 다시 생각해보자… "그래도 가장 큰 변화는 '아우레스력'이란 달력이 생겼다는 것이죠. 성자 아우레 스. 그리고 고대인이었던 아우레스. 또 다른 말로는… '빛으로의 변화를 위한 자' 아우레스. 아우레스는 이 세상을 바꾸고자 했어요. 빛의 신들의 축복을 뒤에 업고서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지요. 그는 자신이 행한 기적으로 세상에 축복을 내려주었고, 그의 이름을 딴 달력이 생기게 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지요. 그 리고 그는 엄밀히 말하자면 저의 선임자입니다. 저는 그의 유지를 잇는 또 다른 '변화를 위한 자'입니다. 단, 저는 아우레스가 했던 것처럼 세상에 믿음과 소망, 행복과 사랑을 전해주어 세상을 바꾸려 했던 것과는 달리 불신과 절망, 불행과 증오를 퍼뜨려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했어요" 성자 아우레스가 그녀의 선임자? 이건 대체 무슨 소리야?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것. 변화… 바뀌어 되고자 하는 것. 세 상을 바꾸어서 뭔가로 만든고자 하는 것이 매쉬암의 목적? 그리고 그 원동력으로 삼은 것이 불신과 절망, 불행과 증오? 이거… 왠지 내가 어디서 봤던 거랑 비슷하 다? 마치 그… 감정채집석 같이… "당신도 아시겠지만, 감정채집석은 그것을 위한 것이었어요. 신으로의 공물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것은 실험이었지요. 몇가지의 감정만 응축시켜서, 그것과 파장 이 같은 감정을 사람들에게 일으키게 하는 성법 결계. 그것을 위한 감정채집석이 에요. 세상을 불신과 절망, 불행과 증오로 뒤덮기 위한 방안이에요. 그리고 공포 와 암흑, 어둠의 품에 세상을 밀어 넣고자 했지요. 어둠의 일곱 신들, 그들의 힘 을 빌어서 행해지는 세상의 변화. 신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제 4 문명 기의 신들에 의해 조작되는 변화. 아시나요? 사실 힐텐펜스의 사건은 신들에 의 해서 계획되고 조작되어졌다는 것을요. 모든 이들은 신들의 말판 위에서 움직이 는 말이었어요. 당신 역시! 훌륭한 말이었어요. 힐텐펜스는 결국 성녀의 비극을 담고 끝났지요. 비극의 성녀.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빛의 성녀로 받들지요. 그 것 자체로도 이미 인간들은 신급의 존재를 그들의 믿음으로 만들고서 그들의 믿 음으로 비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어요. 그들에 의해서 조작된 믿음을 받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릴 듯 하군요" 성족 베오듼의 말이 떠올랐다. 계산 착오였다고 했던 말 자체는 거짓이었다. 세 상의 일부분에서 절망과 공포를 불어들이고자 하는 신들의 계략이었다.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인간의 의지는 어떻고! 그들의 의지는 반영하지도 않은 채 신 들에 의해서 조물락 거려지고 있었다는 거야? 힐텐펜스에서의 나의 행동조차 그들 에게서 의도되었던 것인가?! "제에길…! 헛소리는 집어 치워! 더이상 믿고 싶지 않아!" "분명… 그렇게 들리시겠죠. 하지만 진심이에요! 부정하지 말아요! 당신의 킨 센 스가 말해주고 있겠죠? 전 진심이에요!" 그녀의 말 그대로였다. 그녀는 진심이다. 절실한 진심이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 다. 신들의 장난질에 놀아난 세계. 그리고 나….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원래라면… '변혁'은 한 엘프의 희생에서 시작되어야 했어요. 석세서 에실루나 지오덴틱이 인간에 의해 더렵혀지고 자살한다. 그것으로 엘프들이 일어나 인간들 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겠지요. 자연들 인간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엘프들이 분노 하면서 인간들 역시 분노와 증오로 그들의 몸을 휘감아 세상을 물들어 전쟁의 소 용돌이로 세상이 말려들어 짓이겨지고 새로운 세상이 창조되는 것. 간단할 것 같 았던 계획이었지만, 역시 간단하게 깨졌어요. 돈이 뭐길래 사랑까지 팔아버린 바 보 여자군요. 에실루나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빙정 속의 에실루나를 쓰다듬었다. 연민으로 가득 찬 눈 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엔 조롱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그리 고 속으로 그녀는 비탄에 잠겨 있었다. "그 다음은 할아버지가 만든 제국을 뒤집어 엎을 수 있도록 진행된 두가지 일이 었지요. 윈터 울브스와 나미아. 나미아로 문명 말살포를 깨워 세상은 혼란의 도 가니로 만들 작정이었어요. 간단하죠. 각 나라의 수도에 한방씩만 떨어뜨려주면 수도 바깥에 있는 세력들이 서로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전란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니까요. 어쨌든 그것도 변화지요. 그리고 윈터 울브스를 라우네스의 힘으로 강제 통합하고 제국을 미는 것으로 혼란의 시대를 도래시키려 했지만, 본데스의 아내에 대한 집착 때문에, 그리고 그 '미친'듯한 실험정신 때문에 라스킨이 당신 의 손에 들어가면서 계획은 사장되었지요. 나미아 역시 당신의 손에 들어가서… 지금은 예쁘게 컸던데요? 5년만 있으면 색기를 풍기는 요염한 처녀가 되겠지요. 어쨌든, 그때의 계획도 실패였어요" 환각 마법이 걸린 마을에서 마음대로 뛰어다니던 나미아와 엘프들을 공격하던 라 스킨이 떠올랐다. 매쉬암의 계략에 걸렸었지. 윈터 불브스를 만에 하나 라우네스 가 장악했더라면, 아마 제국에서부터 시작해 웨어 울프들이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인간세상을 밀어버렸을 것이다. 동물들 중에서 제대로 된 집단전을 할 줄 아는 늑 대들이니까.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영토 이외의 땅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그 들이 한번 마음을 먹고서 쳐들어 내려오면… 상당히 위험해진다. 체리랑스의 말대 로 세상은 공포와 불행으로 휩쌓이겠지. "힐텐펜스. 그것은 신들이 저에게 경고했어요. 관여하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몸 이 달아있었고, 감히 그것을 사용해 볼 생각을 하고 있었죠. 하지만… 결과는 실 패였어요. 힐텐펜스에 파견한 대부분의 조직원들이 사망했죠. 그리고 신들은 힐 텐펜스에 비극을 강림 시켜서 자신들의 계획의 시범을 훌륭하게 이뤄냈어요. 신 들이 하는 일이었으니까 틀림이 없었겠죠. 그렇죠? '자물쇠'님?" 체리랑스는 조롱하는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피가 배어날 듯이 주먹 을 쥐었다. 나 역시, 알게 모르게 그들에 의해서 조종당하고 있었다. 자물쇠가 되 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부터,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 "그리고 지금. 문명 말살포보다 사람들에게 훨씬 더 잔악하고 절망적이고, 공포 를 자아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손에 넣었어요. 맞으면 단번에 사라지는 말살포 보다도 눈 앞에서 사람들이 먹이가 되고, 친지가 강간당하여 그 새끼를 낳는 모 습을 보면 더더욱 그러겠지요. 그야말로 절망과 공포, 불행과 죽음으로 점철되는 세상! 하아… 황홀하군요…" 체리랑스는 정말로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목표였나? 하지만 저 모습 에서 나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혐오감을 느껴야 했다. 그런 생각을 함 으로서 느끼는 쾌감이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저분하군. 그리고 일순간 체 리랑스의 모든 감각이 뚝 끊겼다. 그리고는 잔잔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전 무수한 갈등에 시달리고 있어요. 분명 신들은 약속을 지켜냈어 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긴 했어도, 그들은 저의 기다림에 명백한 해답을 내어 주 었어요. 그리고… 분명 여기서 제가 해야 될 일을 한다고 하면 기다림에 대한 보 상을 양심의 가책 없이 받을 수 있었겠지요. 나는…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 왔단 말이예요!" 그리고 그녀의 잔잔한 마음 속에 폭풍같은 서러움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느끼는 내쪽에서 동정심이 일어날 정도의 서러움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녀는 서러움에 복 받치는 울음을 터뜨렸다. 표정이 일그러지며, 검은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구슬프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 너무나도 심한 강정의 기복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 다. "12만 4천년의 세월! 미치지 않고서 신들의 가호 아래 지금까지 버텨왔어요! 그 리고 738번의 인생! 기억하는 것으로만 738번의 인생을 살아왔어요! 자살하고픈 윤회의 고리 속에서 오직 원하는 것은 한 사람에의 그리움 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면서 그들을 거절하고, 오직 한 사람만을 찾아 해맸던 나날 들! 그 보상을… 지금서야 받게 되었단… 말… 이예요…" 그녀는 점점 목소리를 줄였다. 사그라질 듯이 말하는 마지막 말은 잘 들리지 않 았지만, 그녀의 말을 알 수 있었다. 지독한 윤회의 고리? 738번의 인생과 12만 4천년의 세월? 순간 나의 머리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다. 환생. 그녀도 환생했던 환생체였다. 나와 같은. 그리고 나보다 더한 억겁의 세월을 지 내왔던 인생들이었다. 오직 한 사람만을 그리면서.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지? 세 상을 어둠 속으로 빠뜨리면… 그 사람이 나오게 되어있나? 한 사람을 위한 저만큼 의 사랑은 무서울 정도였다. 집착? 아니다. 저 애절함과 서글픔은 사랑을 동반하 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집착으로 변질되어버린 애절함과는 질적으로 다르 다. "여기서… 제가 이것을 쏘아버리면… 전 분명 용서받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이 것을 쏘아 올리지 못하면… 어쩌면 전 기껏 만난 사람을 놓쳐 버릴지도 몰라요. 용서해 주세요. 제발 절 버리지 말아줘요. 당신을 위해 그리워한 나날들의 일말 의 보상이라도 받고 싶어요. 죽어도 좋아요. 그 직후 당신에게 죽어도 좋아요. 당신의 손에 의해서라면 얼마든지 죽어도 좋아요. 사랑하니까. 날 위해 죽어주었 던 당신의 손이니까. 비록 다른 여자가 생겼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해요. 저를 잊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저를 용서해 주세요" 그녀의 말을 들으면서 점점 나는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 를 위해 죽어주었던 나. 나를 사랑해준 그녀. 그녀. 그녀.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가 겹쳤다. 그녀가 손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그녀가 손을 떼었다. 내가 죽기 전에 본 그녀의 얼굴이 있었다. "미안해요 준열씨!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전 어려사리 잡았던 환생을 계속 이어 왔어요! 우주의 섭리에 반하는 일이었기에 신들에게 영혼을 저당으로 잡혀 도움 을 받았죠. 이미 저는 그들의 힘에 오염되고, 더럽혀졌지만 당신을 잊어본 일은 없었어요! 그리고 전 당신을 보상받기 위해서 세상을 도탄에 빠뜨려야 해요. 그 렇지 않으면 신들께서 노하여 당신을 해할수도 있어요. 그러니… 그러니… 저를 용서하세요!" 혜진은 울고 있었다. 검은 두 눈망울에서 그렁그렁 눈물을 쏟으며 울고 있었다. 울면서 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나를 위해서 어둠의 신들에게 영혼을 저당 잡혀 스스로 윤회의 고리 속에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을 가지고서 뛰어들었다. 그 녀는 나를 잊지 않았다. 12만 4천 년의 세월 동안 738번의 인생을 거치면서도 나 를 잊지 않았다. 오로지 나를 만나기 위해서 그 시간을 버텨왔고, 지금에야 그녀 는 나를 만났다. 그리고 나를 만나게 해 주었던 그 신들에게 대가를 바쳐야 한다. 세상을 도탄에 빠뜨려서 나를 보상받는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의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가 나미아의 피와 살로 마물 생성포를 작동시킬 때도, 마물 생성포의 장전이 완료 되었을 때도, 그녀가 나에게 끊임없이 미안하다, 용서해달라고 말하며 포를 발사 했을 때도, 조종실이 새 하얗게 변하며 포가 발사 되었을 때도.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으아아아!" 머리를 감싸쥐며 비명을 질렀다. 참을 수 없는 죄책감. 그리고 그녀를 마침내 만나고야 말았다는 처절한 기쁨. 다시 그녀를 배반한 행위를 저지른 나 자신에 대한 죄책감. 또 다시 그녀가 나를 상관없이 나를 사랑한다 말해준 기쁨. 기쁨과 죄책감이 번갈아서 날 괴롭히고 있었다. 나의 과거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 다. 과연 내가 잘 한 것이었나? 그녀들을 받아들인 것이 잘한 일이었나? 상상 할 수도 없는 세월동안 살아오며 괴로움을 당했던 그녀가 나에게 용서해달라며 울부 짖고 있는 것이 과연 그녀가 잘못해서일까? 나를 사랑한다 말해주는 그녀에게 내 가 죄를 물어야 할까? 세상이 도탄에 빠져 버린 것은 나의 탓인가? 과연 이렇게까 지 하지 않으면 내가 그녀의 보상이 되지 못할까? 나는 왜 그녀를 찾아보려 하지 를 않았을까? 그녀는 이렇게까지 날 생각해주며 살아왔는데 나는 뭔가? 내 욕심과 욕망만을 차리면서 세상을 휘저어왔고 그녀의 생각은 단편적으로만 하고 있었지 않는가? 세상을 뒤엎어가면서 나를 되찾으려는 그녀가 왜 나에게 용서를 비는 것 인가? 내 손에 죽어도 여한이 없다 말하는 그녀를 내가 어찌 할 수 있을 것인가? 어찌하여 나는 왜 그녀를 말릴 수 없었는가? "으아아악! 흐아아악!" 난 울부짖으면서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리고 두 팔을 감싸안으며 울부짖었다. 마 음을 넘어서서 처절할 듯이 찔러 들어오는 아픔이 나를 관통하고 있었다. 죄책감. 점점 커져만 가는 죄책감. 나는 죄를 짓고 있었다. 같은 세상 아래에서 멀쩡히 살 아있던 그녀를 두고서 죄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진실을 몰랐다 한들 그녀를 증오 하고 있었다! 이런 보잘 것 없는 나를 위해서 윤회의 고리 속으로 영혼을 저당잡 혀 뛰어들어온 그녀를! "준열씨… 준열씨…!" 그녀는 나를 감싸안았다. 미칠 것 같은 죄책감과 슬픔 속에서 그녀는 나의 면죄 부였다. 미친듯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울부짖으면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따스한 온기를 확인하고서 안심했다. 그녀는 여기있다. 살아있다! 이렇게 그녀는 이곳에 서 살아있다! "아아… 이러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어요. 정말로 당신의 품에 다시 안기기를 바 라고 있었어요. 꿈은 아니죠? 네?" "꿈이… 아니야. 꿈이 아니야! 난 살아있어! 너의 앞에 이렇게 숨쉬며 뛰는 심장 을 가지고서 살아있어! 그리고 너를 안고 있어. 지금! 이 순간!" 죄책감과 슬픔은 그녀를 안음으로써 생기는 기쁨과 감격에 밀려 사라졌다. 이 순 간을 위해서 지금껏 살아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 로 이런 이유에서였나? 그랬다 할지라도 나는 좋다. 지금 이 순간은 주체할 수 없 는 행복감에 휩쌓여있다. 세상 무엇이 어떻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상관 없었다. "이 한마디를 다시 하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몇번이고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너무나!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사랑해. 너에게 너무나도 다시 해주고 싶었어"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직접적으로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는 '사 랑한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엘브스 퀸과의 대화에서도 에실루나를 사랑한다고 직 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해준 말들은 간접적인 사 랑의 표현이었다. 이것은 내가 나 스스로에게 걸었던 제약일지도 모른다. 그녀들 을 속이면서 살아왔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나의 눈 앞에 내가 너무나도 그리워했던 그녀가 있는 이상,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의 모든 의미, 내가 나로서 있는 의미를 그녀가 가지고 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내가 살아있는 증거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전 이럴 수 밖에 없어요" "아니야. 괜찮아. 용서할게. 세상 모든 이들이 널 저버린다 하여도 난 용서할게" 나는 그녀를 깊게 끌어안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는 그녀를 지켜낼 것이다. 이렇게 다시 만난 너를 내가 어디로 보낸단 말인가! 하지만 그녀는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녀의 행동에 의아해하고 있을 떄 그녀가 낮게 말했다. "그게 아니에요. 전… 이렇게 만난 당신과 함께 할 수가 없어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대, 대체 무슨 소리야?! 혜진! 나와 함께 할 수가 없다니? 무슨소리냐고! "대체 무슨 소리야! 나와 함께 할 수가 없다니!" 그녀는 나의 품 안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가녀린 그녀의 어깨에서 그녀의 떨림 이 전해져왔고, 나의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 이 무슨 말인가! 그녀는 충분한 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은가? 어째서 나와 함께 할 수 없는가! 그녀의 몸이 천천히 떨려왔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자주색의 기운이 빠져나와 하늘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점점 몸을 떨었다. 자주색의 기운이 빠져나오면 빠져 나올 수록 그녀는 점점 더 떨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양어깨를 감싸안고는 입술을 떨면서 말했다. "아아… 어둠의 신들이 부여한 힘의 잔재가 저를 갉아먹고 있어요…! 당신을 만 나 이 살아있는 윤회를 벗어나야 하기에… 모든 것이 성사된 지금 저를 갉아먹고 있어요… 두려워요…! 너무나 무서워요… 저는 제가 아니게 되어 버릴 거예요! 남은 것은 살아서 미쳐있는 모습… 살아있기에 살아있는 것이 아닌 모습… 모든 것이 충족되고서 남아있는 껍데기의 광란… 전 당신과 함께 할 수 없어요! 신들 의 힘은 이미 저를 떠났고, 그들의 힘의 잔재가 남아서 저를 갉아먹어요. 아무런 징조도 보이지 않았지만… 세상에 도탄의 구름이 드리워진 지금 저는 더이상 그 들의 집행인이 되지 못하고 버려져요. 그 힘의 잔재가 남아서 12만 4천년 동안 억압당하던 수모를 저를 갉아 먹어서 지우려 해요. 하아… 두려워요… 너무 무 서…!" 그녀가 말 하는 동안 자주색의 기운은 끊임없이 빠져나와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 었다. 점점 빠져나가던 기운들은 서서히 줄어들고, 마침내 그것이 다 빠져 나가자 그녀는 뻣뻣하게 굳었다. 가냘프게 떨면서 조용히 말하던 그녀가 굳었다. 그리고 는 숨이 막힌 듯이 헉헉대고 있었고, 나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버렸다. 그 녀의 말은 신들이 자신을 사용하고서 버렸다는 것이다. 나를 만났기에, 나를 만나 서 모든 조건을 충족했기에 더이상 그녀가 필요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말 도 안되는 일이 어디있어!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은 그야말로 순간이었단 말 인가! "제 자신을… 유지하기가… 허억! 힘들어요…. 당신에게… 아흑! 그런 모습은… 보, 보여드리고 싶지가… 아아악! 않…아요!" 그녀는 이를 악물면서 나를 밀쳐서 떨어뜨려 놓았고,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 는 채로 그대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뒷걸음질 쳤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가운데서도 그녀는 나를 보며 미소지었다. 대, 대체 왜… 왜… 어 째서! "그녀들은… 크흑! 제가 데려…가… 하악! …가겠어요. 이유는… 으흐흑! 묻지 말아… 줘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갇혀있는 빙정에 손을 댔고, 나는 믿 을 수 없었다. 이제야… 이제야 겨우 만났는데 다시 간다고? 안돼… 안돼! "안돼… 가지마! 날 버리지마!" 그녀는 나의 외침을 듣고서 파리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고, 나는 다리가 떨리지만 그래도 일어서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보내지 않겠어… 절대로 보내지 않겠어! 다 시는 혼자 두게 하지 않겠어! 아니, 나를 다시 혼자 내버려 두진 마! 그녀는 창백 한 얼굴을 들어서 한가득 미소 짓는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 "안녕히. 내 사랑하는 준열씨. 그리고 라이니시스. 몇만년의 세월 속에서도 이 혜진이는 당신만을 사랑했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의 눈 앞에서 사라졌다. 분명히 되지 않을 일이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텔레포트가 되지 않을 텐데?! 그러나 그녀는 사라졌다. 나의 눈 앞에서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지? 이건 말도 안돼! 왜, 왜냐고! "아아… 아…" 나는 천천히 쓰러졌다. 나의 품 안엔 아직도 그녀의 온기가 남아있었다. 나는… 왜 그녀를 잡지 못했을까…? 왜! 지금까지 상처만 주고서! 괴롭게 만들고서! 어째 서 이렇게 헤어져야 하는가! 왜 그런 진실이 왜 지금 나에게 다가온거야?! "으아… 으아아아… 흐아아아아악!" 알아버린 진실. 크나큰 진실 속에서의 재회. 그리고 이별.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 나는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공허한 가슴만을 안고서… Chapter 6. 사막에서 밝혀지는 진실. End. ……그녀는 대체 왜 나를 떠났을까? Next : Chapter Epilogue. 그녀의 바램. 그리고 척살령. ---------------------------------------------------------------------- 예. 챕터 엔드입니다. 에필로그는 빠릴 올려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만 레포트가 밀려서 바쁘겠군요. 이번 챕터는 말 그대로 진실을 내어놓기 위한 챕터였습니다. 에. 체리랑스, 진 프롤로그의 그녀 맞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라이니시스처럼 갓 환생한 것이 아닌 12만 4천년의 세월, 738번의 환생을 거쳤습니다. ..거의 미칠 듯한 세월이지요. 거기에 어둠의 신들과 영혼을 담보로 잡은 계약. 뭐.. 에필로그와 다음 챕터에서 모든 것은 해결됩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말씀드릴 것은 '라이니시스 전기' 자체는 해피앤드입니다. 배드로 끝난 챕터가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일부분일 뿐이지요. 전 이만 들어오겠습니다. 며칠 후에 에필로그를 들고 돌아오지요. 그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나날들 되시고 행운 있으시길. [라이니시스 전기] 006.Epilogue. 그녀의 바램. 그리고 척살령. 아우레스력 1440년 3월 15일. 이 날을 기하여 아이리펜 대륙에는 거대한 피바람이 몰아치게 되었다. <우리의 죄가 하늘 끝까지 닿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였다. 순수하고 깨끗 한 순백색의 빛이 하늘을 덮고, 우리의 도시로 내려온 순간 우리의 운명은 고통 과 절망, 공포와 죽음으로 뒤덮여 버렸다. 모든 신들이 인간을 저버린 것이 아닐 까 싶기도 하였다. 남자들은 강간당해 잡아 먹히고, 여자들은 강간당하고 그들의 아이들을… 아니, 새끼들을 낳고, 그것을 반복했다. 비명과 좌절만이 도시의 적 막을 깨고 있었고, 간혹 생존자들이 뜯어 먹히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올 뿐이었 다> 토타카 연합국의 어느 도시에서 나온 일기의 한 대목처럼,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마물들에 의한 고통을 받게 되었다. 세상에서 자신들이 느 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과 좌절, 치욕을 겪고서 사람들은 그들의 식량이 되어 뜯 어먹혔다. 갑작스럽게 나온 마물들. 그리고 그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방비를 하기에 앞서 그들의 모습에 취했다. 그들은 완벽해 보였다. 마물들의 모습은 피부가 눈처럼 새하얗고 머리가 푸른색 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완벽한 인간의 모습이었고, 그것은 동성들의 눈에도 완벽하 게 보였다. 벌거벗은 채로 떨어진 그들은 신기해하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해 잡아먹었다. 식욕. 수십명의 사람들이 잡아 먹히고서, 그들은 다음 행동을 개시하였다. 여자들은 아 무 남자나 붙잡아서 요염한 미소와 야릇한 교성으로 그들을 유혹해 강간했으며 남 자들은 아무 여자나 붙잡아서 역시 그들의 이성 동족과 같은 행위를 했다. 죽으면 서 나는 비명과는 질적으로 틀린 좌절과 절망, 치욕에 빠진 비명과 성행위가 가져 다 주는 쾌락에 들뜬 신음이 도시의 한 곳에서 울려퍼졌다. 성욕. 그리고 하루 해가 지났다. 마물들의 손에 잡혀있던 여자들과 여성 마물들은 동시 에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출산의 고통은 인간이나 마물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 라도 공평했다. 그들은 일관된 아이들을 낳으면서 출산의 아픔에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고, 그것은 다시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가고 있었다. 인간의 여자는 마물의 남자를. 인간의 남자는 마물의 여자를. 그들은 그렇게 번식했다. 인간들의 공격이 계속 되고 있었지만, 그들은 매우 빠 르고 강했다. 맨 손으로 사람을 찢어죽이고, 그들의 물어 뜯으면 뼈가 통째로 뜯 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그것은 인간을 주식으로 삼고, 인간을 '사용'하여 번식하 는 야수들 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인간의 존엄성. 그런 것은 애초에 이들에겐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되듯 그들은 그것을 깔아뭉개 었다. 인간들은 좌절하면서 그들을 없애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일부 도시들만이 간신히 그들의 목숨과 인간임을 증명하는 순결성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항 하지 못한 다른 도시들은 점점 식량 내지는 새끼를 얻기 위한 가축으로서 그들의 운명이 변화하고 있었다. 신관들은 그들의 믿음을 가슴에 품고 고결하게 뜯어먹혔다. 마법사들은 그들의 지식을 머리에 담고 위대하게 강간당했다. 전사들은 그들의 힘을 온 몸에 새기고 강대하게 살해당했다. 아무 힘 없는 자들은 아무런 급부도 내놓지 못한채 끝없이 전락하고 있었다. 붉은 피는 거리를 적시고, 인간들은 사냥당했다. 그들의 존엄성은 하늘 아래 어 디에도 없었고, 그들이 과연 그것을 가지고 있었는가 조차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 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저항하다 간살당하고 절망하다 뜯어먹히고 희망을 가 지다 살해당하는 것 뿐이었다. 아름다운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적 전망은 파와 살 점으로 가득한 거리의 모습에 무참히 뭉개져 버렸고, 따스한 연인의 손길로 쓰다 듬어지길 원했던 어여쁜 아가씨들은 거친 손길과 오로지 번식을 위한 행위에 눈물 흘려 절망하고 소리높여 절규했다. 살아있는 자들은 죽은 자들을 부러워했다. 살아있으매 찾아오는 고통은 차라리 깨끗하게 죽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그렇게 느낌 이들은 자살을 택하였고, 그들은 과연 고통을 느끼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그 들의 시체는 마물들의 일용할 양식이요, 또다시 마물들이 살아갈 원동력이었다. 신이시여!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시어 감사하나이다! 마물들은 살아있는 '것'이나 죽어있는 '것'을 가리지 않고 먹었으며, 먹기 전에 는 늘 기도하듯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생존자들은 그들의 감사 기도를 들으며 그들의 성찬에 자신들이 올라가지 않기를 빌었다. 살고자 하는 이는 다른 살아있는 이를 제물로 삼아 그들의 목숨을 연장했다. 그 것이 설령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설령 자신이 키워온 자식 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설령 사랑하는 연인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설령 우정 깊은 친구라 할지라도 그들은 살아있기 위해서 자신 외에 나머지를 모두 버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희생인가! 배신당한 이들을 먹어치우며 외치는 마물의 포효는 마치 그렇게 들렸다. 자발적 이지 않은 희생은 어찌되었든 그것도 희생이다. 남을 희생하는 것에 더이상의 미 련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의 생존을 위함이 사람들의 가장 큰 가치가 되어버렸 고, 그 앞에서는 모든 도덕과 윤리, 인간성과 자존심과 존엄성이 무참히 부서져버 렸다. 안전하게 살아남은 자들은 다른 자들을 걱정하였고,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 자신만을 걱정하였다. 원시시절부터 각인되어있던 이기주의와 생존본능은 그들의 정신을 잠식하였고,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그들의 몸을 잠식하여 그것을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생존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기계와도 같은 그들의 행위는 마물의 그것과 의미적 차원에서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그것이 사냥하는 쪽인가, 사냥 당하는 쪽인가에서 그 처절함이 다를 뿐이었다. 애도하세! 우리의 불쌍한 양식들과 씨받이들에게 애도를! 그리고 더 사냥해라! 밤마다 울려퍼지는 노랫소리와도 같은 그들의 포효는 도시의 밤하늘을 가득 매우 고, 그것으로 인하여 생존자들의 절망과 공포는 하늘에 닿지 않았다. 신의 이름을 소리높여 부르짖으며 구원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신의 저주를 받아 죽어가는 것이 나 진배 없었다. 그들은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세상은 변했다. 아우레스력 1440년 4월 1일. "자한! 빨리 빠져나와!" "알았어! 지금 갈게! 제길, 떨어지란 말이야!" 자한은 피로 물든 롱소드를 휘둘러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여자 마물을 단칼에 베 어버렸다. 워낙에 잘 단련된 검투사인 자한은 오늘만 해도 벌써 두 자리수 이상의 마물들을 베어넘겼다. 정오가 아직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그는 최전선에 나서서 싸우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마물들의 습격으로 레리첸트의 수도 레이친도 다른 나라와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혼란과 공황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레이친 은 상황이 나았다. 이곳에는 국가 최고 무력 집단인 로즈마리 플래티넘 글래디에 이터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각각 뛰어난 검투사였던 이들은 다른 기사단 들, 마법사와 신관들과 연합하여 마물들을 밀어붙였고, 3월 17일 이후부터는 레이 친의 주민 어떤 이의 희생자도 내지 않았다. 다만 그들 중에서 잡아먹히거나 씨받 이가 된 경우는 발생하였다. 그리고 17일까지 잡혀서 마물의 먹이나 또는 그들의 새끼를 낳는데 사용된 사람들이 있었기에 마물의 숫자는 웬만해선 줄지 않았다. "이랴! 하!" 자한은 재빨리 말을 달렸다. 뒤에서 마물들이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는 석 궁을 장전하여 돌아보지도 않은채 뒤를 향해 쏘았다. 그러자 바짝 쫓아오던 마물 이 맞고 '케엑!'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넘어진 마물에 게 걸려서 같이 넘어지는 다른 마물들의 소리도 들렸다. 자한은 빙긋이 미소지었 지만 긴장을 늦추지는 않고 있었다. 긴장을 늦추면 한 순간에 끝장난다. 한 순간 의 긴장을 놓쳐서 끝장난 동료들을 그는 쭈욱 보아왔었다. '무엇보다도 나에겐 죽을 수 없는 이유가 있으니까' 그는작은 쇠고리가 촘촘하게 엮어져서 만든 글러브로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에 매 달린 반지를 만져보았다. 마리를리나가 절대로 살아서 돌아오라며 걸어주었던 것 이다. 반지는 자한의 것이었다. 반지를 끼고서는 글러브를 착용할 수 없기 때문이 다. 그녀는 지금 7개월된 배를 가지고 피난소에 있었다. 그는 항상 아들이냐 딸이 냐를 두고서 싸워왔던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고서 이를 악물었다. 조금만 더 가 면 된다! 자한은 더욱 거세게 말을 달렸다. 동료들이 앞에서 가고 있었고, 뒤에서는 마물 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동료들은 모두 무사했다. "작전은 성공이다! 광장이 보여!" 제일 선두에서 그렇게 소리치면서 달렸고, 모두들 자신들의 탄 말의 다리가 부러 져라 속도를 올렸다. 조금이라도 마물들과 거리를 벌려놔야했다. 그렇게 하지 않 으면 자신들이 계획에 휘말려 버린다. 이번 계획은 누군가 해당 지역에 남더라도 그대로 희생시키고서 실행하게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작전이었다. 자한은 저 앞에서 골목의 출구가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미소르 지었다. 동료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마침내 그가 탄 말이 골목밖으로 빠져 나왔다. 자한은 환 호성을 내지르고 싶었지만 그것을 멈추고서 희열의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6단계 종료! 최종단계 이행!" "Yes sir! 최동단계 이행!" 골목의 출구에는 한명이 기수가 있었고, 그는 자한의 말을 받아서 깃발을 휘둘렀 다. 그러자 골목의 출구에 갑자기 바위로 만들어진 벽이 솟아올랐고, 곧 여기저기 서 바위의 벽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벽너머로 마물들의 괴성과 벽을 부수려 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기수가 저쪽 높이 있는 종탑에서 휘둘러지는 신호를 보고는 외쳤다. "제 13구 고립 완료! 지역 외의 마물들 보이지 않음!" "좋아! 모두 없애버려!" "옛!" 기수는 힘차게 깃발을 휘둘렀고, 그것을 종탑의 기수가 받았다. 종탑 위의 기수 는 아래에서 흔들었던 대로 깃발을 휘둘렀고, 그러자 종탑으 뒤에서 붉은 색의 불 빛이 올라가더니 폭발했다. 퍼엉! 조명탄이 터지고서 스톤 월의 마법으로 고립한 제 13구역의 주변에 서있던 건물 들의 옥상에서는 대포들과 마법사들, 신관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레리첸트 마법 사 길드와 신관 의회에서 레이친에 있던 모든 인력을 총동원하고, 레이친 내의 모 든 병력을 끌어모아서 열흘간 벌인 계획의 끝을 지금 내려는 것이다. 명령은 이미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화력을 아낌없이 고립되어 있는 제 13구로 퍼부었다. 쿠광! 콰가강! 퍼벙! 쿠구구구…! 두드득! 콰가가가! 대포와 마법, 성법들이 집중되었다. 마물들이 인간들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여 제 13구 안에는 요소요소에 화약상자와 시한폭탄 과도 같은 마법 물품들이 자리하게 되었고, RPG를 비롯한 각종 기사단과 모든 무 력집단은 마물들을 제 13구로 유인하였다. 마물들이 전혀 계획성도 없이 본능만으 로 움직이는 데다가, 응용력이라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유인작전으로도 마물들은 쉽게 모여들었다. 무엇보다도 소란만 피운다면 무조건 달려오는 마물들 이었기 때문에 그들을 모으기는 쉬웠다. 그리고 오늘에야 그들을 한곳에 몰아 넣 고서 단번에 죽여버리는 것이다. 화약이 폭박하면서 인근의 모든 것을 갈갈이 찢어 불태웠고, 마법이 떨어진 곳은 터지거나, 얼거나, 녹거나, 짓눌러지는 들의 모든 종류의 파괴행위가 자행되고 있 었다. 성법이 덜어진 곳에서는 마물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아예 굳었고, 마법 들은 그런 곳에 겨냥하여 떨어지고 있었다.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마법과 성법으로 인하여 폐허가 되다시피한 곳으로 다시 RPG를 비롯한 기사단들 과 무력집단들이 뛰어들어가서 행여나 남아있는 마물들의 잔당을 소탕하기 위해서 또다시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 그날 하루 종일 계속된 수색작업의 결과는 대 성공 이었다. 레이친에 떨어진 마물들 전부를 소탕하는 일이 성공한 것이었다. "승전보를 울려라! 우리는 이겼다! 악몽에서 깨어났도다!" 작전참모로 책정된 로즈마리 공작은 그날 해가 질 무렵, 모든 이들을 향하여 드 높여 소리질렀고, 레이친의 모든 사람들은 그 소식에 기뻐했다. 그러나 이면으로 는 강력한 무력집단이 없어서 아직도 괴로움을 당하고 있을 다른 도시들의 사람들 과 친척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수도인 레이친을 구해졌지만, 레리첸트 대부 분의 도시는 아마도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살았다는 기쁨 속에서 환호하는 사 람들은 아무리 지금 이렇게 자신들이 이겨냈더라도 세상은 변할 것이며, 그 변화 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었다. "환드리안은 궤멸당했다! 그렇지만 툰즈 프로티까지 궤멸시킬까보냐! 애시드 애 로우!" 지나얀은 군청색 머리를 휘날리면서 계속해서 툰즈 프로티로 다가오는 마물들에 게 마법을 연사했다. 환드리안은 그녀가 잠깐 툰즈 프로티로 나와있는 사이에 궤 멸당했다. 환드리안의 주민들은 도시를 떠나서 툰즈 프로티로 몰려들었고, 그동안 시체들과 남아있기로 한 사람들을 뜯어먹은 마물들은 사람들의 흔적을 쫓아서 툰 즈 프로티에 이르게 되었다. 툰즈 프로티에도 마물들이 떨어졌었다. 그러나 그들은 추위때문에 제대로 움직이 지를 못했고, 덕분에 지나얀과 메풰렌스를 비롯하여 이곳의 경비대와 힘을 합쳐서 짧은 시간 내에 그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아직 풀리지 않은 날씨 덕분에 마물들 의 움직임이 둔했고, 그래서 희생자는 다른 도시에 비해서 적었다. 물론 궤멸당한 환드리안에 비해서는 경미한 피해이긴 하다. "캬아악!" 마물들은 굉장한 힘으로 뛰어올라서 성벽위에 달라 붙으려 했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적어도 공성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었으니 그들이 하려는 일은 성벽을 온몸이 부서져라 두드리는 것 뿐이었다. 날씨 덕분에 움직임이 둔해져서 다른 지 역들 보다도 잡기는 쉬웠으나, 경비대와 지원병력들은 긴장감이 돌아서 쓰러질 것 만 같았다. "지나얀! 동문, 동문이 뚫였다!" "뭐어?! 이런 젠장! 텡케스터 가문은 뭐한거야?!" "전멸" "…꼴 좋다. 그자식들" 지나얀은 입으로는 농담을 하면서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대체 어떻게 관리를 했 기에 동문이 뚫린 것인지 모르겠다. 지나얀은 내려가면서 메퓌렌스에게 물었다. "그 새끼를 어쩌다 그렇게 됐어?!" "움직임이 둔하다고 성문열고 나가서 전멸시키려다 당했어!" "…니미럴. 위에! 다들 들었죠?! 절대 저렇게 하면 안돼요!" 그녀는 작게 욕을 하고서 황당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경비병들에게 외쳤고, 그들은 나름대로 굳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나얀은 메퓌렌스가 준비 해둔 말을 타고서 거리를 달렸다. 하나의 마법이라도 아껴야 하기 때문에 비행마 법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로 거리를 달려서 얻는 이 속도감은 초조해진 그녀에겐 거북이 걸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녀의 군청색 머리가 수평으로 휘날리 고 있었고, 말등 위에 바짝 엎드린 그녀는 왼손에 쥔 고삐를 단단히 거머쥐었다. 그리고 오른손에 들고 있는 스태프를 가슴께로 끌어당겼다. "흐크악!" "캬아아!" 으득! 으적! 찌지직! 우득?! 점점 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밖에서 한참동안 배를 곯은 녀석들은 들어오자 마자 식사를 개시하기로 하였나보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살해당해 먹히는 소리 가 들렸고, 너무나도 크게 드리는 그 소리에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되었다. 아 마도 저놈들을 텡케스터 가문의 사람들을 잡아먹고는 들어온 모양인데, 아직도 배 가 고플까 싶었다. '그런거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녀는 고개를 휘휘 젓고는 고삐를 당겨서 말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녀의 앞에 서는 하얀색의 알몸을 한 마물들이 사람들의 시체를 뜯어먹고, 서로 좀 더 먹기위 해서 시체를 찢는 모습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그러던 도중 갑자기 들려온 말발굽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지나얀을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캐스팅을 시작했다. 머기가 인정했던 대로 우수인재인 그녀는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 위에서도 캐스팅을 성공 적으로 끝내었고, 그녀는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외쳤다. "프로즌 미스트(Frozen Mist)!" 샤아아아아… 그녀의 지팡이에서 연푸른색을 띄는 안개가 뿜어져 나와서 거리와 마물들을 뒤덮 기 시작했고, 그녀는 그 상태로 계속 달렸다. 그러자 마치 성화를 들고 달리듯이 연푸른색의 안개가 뒤로 퍼져나갔고, 메퓌렌스는 기겁하면서 안개를 피해 말을 달 렸다. "야! 누구 얼어죽일 일 있어?!" "설마 죽을까!" 지나얀은 유쾌하게 대답하고는 단숨에 동문 앞까지 달려갔고, 거기서 멈추었다. 푸른색의 안개는 그녀가 달려온 궤적대로 퍼지고 있었고, 그녀를 향해서 달려오던 마물들은 점점 추위때문에 몸이 둔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안개의 속성으로 인하여 시계는 매우 나빴기 때문에 그들은 추위에 떨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메퓌. 어때?" "일단 발목은 잡은것 같아. 하지만 해가 높이 뜨고, 마법의 효과가 사라지면 어 쩔 도리가 없어. 현재 수비병력을 더이상 뺄 수 없단 말이야" "제길! 어디서 증원군은 오지 않는거야?!" 똑. 지나얀이 소리를 질렀을때, 바로 위에서 뭔가가 그녀의 눈앞으로 떨어져 내려서 말등에 떨어졌다. 그녀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면서 그것을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액체였다. 붉고, 끈적거리고, 비린내가 나는… "피?" 지나얀은 황급히 위를 올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성벽위의 병사들을 식사하고 있 었던 마물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녀의 말등에 떨어진 피는 그녀 바로 위의 마물이 물고 있는 사람의 팔뚝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지나얀은 잠시 마물의 눈을 들여다 보았다. 마물은 배가 부른듯 했다. 사람의 팔을 물고 있는 것은 배가 고파 서가 아닌 배가 불러서 남겨두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 앞의 마물은 남 성이었다. 순간 지나얀의 머리속에서는 그들의 하는 행동들이 떠올랐다. "도망쳐어!" 지나얀은 날카롭게 외치면서 날을 달렸고, 메퓌렌스는 맹렬하게 달렸다. 둘 모두 프로즌 미스트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는지 메퓌렌스는 성벽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달렸고, 지나얀은 왼쪽으로 달렸다. 마물들은 잠시 당황하는 듯 했다가 이내 지나 얀에게 모조리 달려가기 시작했다. 지나얀이 가는 길에 시체가 더 많았기 때문이 다. 그들이 자긴 욕구 전부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향이었다. "안돼! 안돼에!" 지나얀을 앞길을 막아서는 마물들에게 마법을 난사했고, 그녀의 말은 마법 때문 에 주춤거리는 마물들을 모두 짓밟거나 발로 차면서 달렸다. "크아악!" 막 마법을 사용하고서 한숨을 돌리던 지나얀은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흠칫하면 서 고개를 돌렸고, 한 마물이 성벽에서 뛰어 내려 자신을 덮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마법을 사용하려했지만, 뛰어내리는 마물쪽이 훨씬 더 빨랐다. 그 녀는 마물에게 덮쳐져서 땅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쿵! "커헉?!" 맨땅이 아니라 시체의 위로 떨어졌지만, 그것의 나름대로 충격은 있었다. 그녀는 콜록거리면서 숨을 똑바로 하고는 자신을 덮친채 엎드려 있는 마물을 옆으로 치웠 다.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정신을 잃었나보다. 지나얀은 힘겹게 마물을 치 우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말은 벌써 다른 쪽으로 달려간 뒤였기 때문에 그녀는 다른 마물들에게 들키기 전에 공중으로 날아오르기 위하여 비행마법의 스펠을 읇 조렸다. 찌지지직! 그리고 그녀는 순간 앞쪽이 시원해지는 느낌에 정신이 흐트러졌고, 그녀의 앞에 서 아까 옆으로 치워냈던 마물이 자신의 옷 일부분을 든채로 미소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표정에 당혹기 어리고, 다시 수치심이 어렸다. "꺄아아악!" 그녀는 소리지르면서 훤히 노출된 가슴을 끌어안으며 주저 앉았고, 그녀에게 천 천히 마물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시, 싫어! 오지마!" 그녀는 앉은 자세에서 뒷걸음질 치려다 그만 넘어졌고, 그녀는 그런 상태에서도 계속 도망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마물은 조소 같은 것을 흘리 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고,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 누가 좀 살려줘요!" 퍼어억! 그녀의 바램이 통했을까? 한 여성이 나타나 지나얀에게 다가가는 마물의 면상을 주먹으로 갈겼고, 마물의 얼굴을 움푹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손을 아래에 서 위로 훑어내자 마물이 세로롤 여섯 조각이 나서 쓰러졌다. 투두둑… 마물의 조각이 떨어지는 소리에 눈을 뜬 지나얀은 긴 검은 머리를 나부끼는 여성 을 보면서 놀랐다. 그녀의 한쪽 손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톱들이 솟아나 있 었기 때문이다. "늦지는 않았군요. 괜찮습니까?" "아… 예.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누구…신지?" "음… 자기 소개는 조금 있다가 하죠" 그녀는 손톱이 나있지 않은 손의 손가락을 입에 넣어서 휘파람을 불었고, 여기저 기서 늑대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지나얀은 고개를 갸웃했다. 늑대를 부리는 사 람인가? 하지만 그녀의 예상은 바로 다음에 취소되었다. 그 긴 검은 머리의 여자 는 하늘을 향해 외쳤고, 그 말에 늑대 울음소리가 다시 났기 때문이다. "면상 허여멀겋고 홀딱 벗고 있는 새끼들 다 잡아 죽여!" "아우우우우…!" "쿠어어어…!" 뒤에 들려온 소리에 지나얀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 소리를 옛날에 들어본 적 이 있었던 소리였다. 그래서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았다. "위, 윈터 울브스?" "어머? 아시나요? …에? 지나얀…씨?" "에? 제이나…언니?" 지나얀은 갑자기 나타난 제이나를 보고서 고개를 갸웃했고, 제이나는 생긋 웃으 면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나얀은 그 손을 잡고는 몸을 일으켰고, 제이나는 지나얀에게 말했다. "인간들의 도시가 위험하다고 해서 저희들이 나온 거예요. 툰즈 프로티와의 우정 을 지키기 위해서 온 것이죠. 전 대륙적으로 난리도 아니라던데요?" "그런것 같아요. 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렇다면 라스킨씨도?" "아니요. 그이는 이곳에 없어요" "예? 그럼 어디에…?" "마스터께 가있어요" 지나얀은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늑대인 간들의 포효소리와 늑대 울음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는 제이나에게 말했다. "대체… 얼마나 왔죠?" "음… 대략 500명? 선발대는 그정도예요" "서, 선발대요? 그러면 후발대도 있으시다는?" "물론이죠. 저희 윈터 울브스는 제국과 레리첸트의 우정에 보답을 하려고 하니까 요. 게다가 친구들의 곤란을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제이나의 말에 지나얀은 감격했다. 툰드라 윈터 울브스의 늑대인간들은 확실하게 뛰어난 전력이다. 그런 전력들이 레리첸트와 제국을 도우기 위해 나섰다면… 확실 히 툰즈 프로티는 구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세계가… "역시 지금의 세상은 마음에 안들어요. 그러니, 인간들과 힘을 합쳐서 세상을 바 꿔야겠죠?" 제이나의 물음에 지나얀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녀의 말 대로다. 세상은 변해야한다. 세상에 신앙없이 존재하는 신은 없다. 그리고 신앙심으로 받들어진 신은 자신의 싱앙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쓰는 자들을 선택한다. 자신만을 바라 보며 공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자들을 신관으로 선택하여 성법을 내려 자신의 힘 이 인세에 행하게 하고, 자신의 위치를 돈독하게 하고 있다. 성법의 강함은 믿음의 차이에서 온다. 또한 신관이 되기 힘든 신의 성법도 강하 다. 신관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그 신의 마음에 들기가 그만큼 까다롭기 때문이 거니와 신의 힘을 빌어쓰는 성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신관이 적어서 상대적으로 강 한 성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막 태어난 신의 성법도 강하다. 그만큼 자신의 의지가 또렷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 막 탄생한 신을 받드는 유일한 신관의 힘은 강력하다. "나의 여신! 나의 성녀 안스란이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 '왜곡된 진실의 여신, 성녀 안스란 메이'의 유일한 신관인 하인츠 로번은 하얀색 의 성력(聖力)이 맺힌 검을 휘둘러서 성녀수에 다가오려는, 정확하게는 자신에게 로 다가오는 마물들을 베어버리고 있었다. 성력이 잔뜩 맺힌 마물은 원래가 부정 한 존재였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서 흩날렸고, 하인츠는 다 시 검을 거둬서 라이니시스에게 배웠던 준비자세를 취했다. "허억… 허억! 여신이 나에게 축복을 내리실지니!" 하인츠가 검을 꽈악 붙잡고 외치자 하얀색의 오오라가 하인츠를 휘감았고, 하인 츠는 몇번째일지 모르지만 다시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했다. 신앙을 얻은 안스란이 언데 신격화가 이루어졌는지는 모르지만, 하인츠는 안스란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 는 것이라 생각했다. 어쨌든 자신에게는 안스란이 성법을 내려줄 모든 조건이 갇 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그녀만을 생각하고, 그녀만을 사랑하고, 그녀만을 위해 목숨도 바칠 수 있었던 하인츠는 마물들이 세상에 떨어짐과 거의 동시에 성 법을 깨우쳤고, 빛에 감싸인 안스란과 재회했었다. 왜곡된 진실로 받들여지는 그 녀는 왜곡된 진실의 여신이 되었고, 아직은 많은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였다. '그렇지만 나에겐 너무나 큰 힘이 되어주고 있어' 하인츠는 벌써 몇날 며칠째 마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자신의 집에 몰려들던 마물 들과 펜힐 마을에 있던 마물들을 전부 처리하고서 보미닌을 거쳐 힐텐펜스에 도착 하여 성녀수를 보기 위해 왔는데, 이렇게 된 것이다. "두번 다시 나의 여신께 위해를 가할 수 없다!" 하인츠는 마물들을 저번의 그 언데드들과 동급으로 취급하고는 달려들었고, 새하 얀 성법의 빛이 그를 감싸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게 하였다. 막 태어난 여신의 유일한 신관이자 신관전사인 하인츠는 성법으로 충만한 검을 휘둘렀다. 마물들이 나타나면서부터, 그에게 안스란이 내려왔을 때 부터, 그의 세상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다. 그에게 지금의 세상은 이미 변해잇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세상 의 주체인 자신이 변하였으니까. 세상은 변해있었다. "킬님과 츠렌님의 우정에 보답하기 위해서! 윈터 울브스는 싸운다!" 킬과 츠렌은 마물들에게 둘러 쌓여서 절대 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케리 팔에서 마물들의 난동은 너무 심하였다. 마물들이 뿔뿔이 흩어져버렸기 때문에 잡 기도 어려웠고, 피해자만 속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에서 나오지 않았 고-그러다 잡혀 죽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른이들을 구하기 위해서 뛰어다니는 사 람들도 있었다. 킬과 츠렌도 그런 부류에 속해있었다. 며칠 전에 브라이언트와 세 렌의 집에 들어온 마물들을 격퇴하고서 그들은 계속 마물들을 찾아다녔는데, 어쩌 다가 그들은 마물들이 몰려있는 장소로 오게 된 것이다. 저들에게 잡혀서 수를 불 리게 하느니 차라리 자살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들은 마물들을 향하여 달려들었 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수 십명의 늑대인간들이 몰려와서 마물들을 사냥하였고, 그들의 선봉이 외친 소리에 그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저기, 지금 윈터 울브스라고 했지?" "아, 으응. 윈터… 울브스. 라스킨씨네 부하들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잘 싸운다…" "아. 그래…" 킬과 츠렌은 황당한 기분을 느끼면서 조용히 그들이 마물들을 사냥하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물들은 강했지만 늑대인간들을 상대하기는 조금 벅찼다. 집단 으로 모여서 집단사냥을 하는 늑대들의 전술에 집단전이란 생각도 하지 못하는 마 물들이 밀리는 것은 당연했다. "두분, 괜찮으시니까?" "아, 예. 괜찮습니다. 시의 적절한 순간에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킬을 그동안 배운 예절을 발휘하여 늑대인간에게 감사를 표했고, 늑대인간은 머 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사실 저희 주군을 도와주신 것에 비하면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 요. 아, 그리고 페헤네라스님의 전언이 있습니다" "예? 제이나 언니가요?" 츠렌은 고개를 갸웃했고, 늑대인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허리에 가죽끈으로 매달고 있던 골제 단검 두개를 각각 킬과 츠렌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페레네라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주군이 안계신 지금 늑대들의 전권은 자신에 게 있으며, 이것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용하시겠다고 합니다. 아, 페헤네라스 님은 저희에겐 주모님이자 주군이시고, 저희는 그 명령에 무조건 따름을 밝혀두 겠습니다. 페헤네라스님은 지금 이 알 수 없는 사태로 생긴 세상의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늑대들은 이 일을 딛고서 인간과 평화의 길을 찾고자 한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툰드라의 위대한 영혼을 구해주신 여러분들께는 친구의 의무 와도 같이 도와드려야 한다 말씀하셨습니다" 킬은 다검을 받아 들고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이나는 항상 그렇게 말해왔었다. 트헨티 일족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녀는 늑대인간들 과 인간들간의 조화를 항상 말해왔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것은 방금 받은 이 단 검이다. "아… 네. 제이나씨가 항상 말씀하시던 것이군요. 그런데… 이 단검은 뭡니까?" 늑대인간은 히죽 웃더니 말했다. "주군께서 부재중이시고, 주모님께선 레리첸트로 향하였습니다. 때문에 제국으로 파견온 저희들의 병권을 우정과 존경의 뜻을 담아 두분께 이양하는 것입니다" "아. 그런것이군요. ……예?!" "자, 잠까안! 그렇다면 제이나 언니 대신에… 늑대들을 지휘하라는 소리세요?!" "네. 그렇습니다. 두분께서는 지금 일천오백 늑대들의 지휘관이 되셨습니다" 킬과 츠렌은 서로 멀뚱히 골제 단검을 들고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죽음의 기로에 서 마악 살아서 나오니 이것은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인사행위가 아닌가? 그 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가 자신들의 제이나가 벌인 술수에 말려든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제이나는 그런 술수를 부릴 사람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런 것을 가지고 농담을 할성격도 아니었다. 게다가 늑대들은 자신들 주군의 친구인 그들이 과연 자신들을 어떻게 지휘할지 은근이 기대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러한 파격적인 사건에 킬과 츠렌은 얼떨떨하면서도 생각했다. 1500명의 늑대인간들이라 면 제국 전부를 구하고서 다른 국가로 파견나가도 될 수준이었다. 지금의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그들은 서로를 보다가 허망하게 웃었다. 이거라면 할 수 있다. 세상은 변할 수 있다. "많은 곳에서 세상은 변하겠지. 그리고 나도, 우리도, 그도" 체리랑스는 침대위에 앉아서 차분하게 말했다. 그녀는 상당히 초췌한 표정을 하 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핏기가 없었다. 입술은 바짝 말라서 섀도우의 가슴까지도 바짝 마르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가 앉아있는 침대의 오른쪽에는 둥근 티 테이블 과 의자 두개가 있었고, 그 의자에는 흰색의 옷을 정갈하게 입고 앉아 있는 미리 안과 에실루나가 있었다. 그녀들의 상처는 이미 나아있었으며, 흉터도 남지 않았 다. 에실루나는 체리랑스를 보면서 말했다. "당신의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그리고 많이 놀랐어요. 분명 당신의 행위에는 당 위성이 있었던 것이군요…" "…하지만 그것을 인정할 수는 없겠어요. 그것을 바라신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리안은 에실루나의 말을 받아서 말했고 체리랑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란것은 아니야. 단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해서 너희들을 데리고 온거 야"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하고 싶지만, 당신의 말은 분명 진실이에요. 후우… 여태까지의 라이니시스의 행동이 전부 이해가 되는군요. 원래 인간이었고, 스스 로를 인간이라고 재확인했으니…" "그리고 당신이 인간이었고, 라이니시스의 연인이었다는 것도, 라이니시스가 우 리를 위해서 그려고 했던 것처럼 당신을 위해 죽었다는 것도…" "콜록! …그래" 체리랑스는 작게 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몸이 너무나도 많이 약해졌고, 약해지고 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그녀 본인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러다 가 언제 죽어 넘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너희들은 행복했니?" "예. 그랬어요" "행복했어요" "그래… 그렇구나. 하긴 그래. 그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 온 힘을 기울이는 사람이었어. 남의 불행을 그냥 보고 넘어가질 못했지. 그리고 난 그런 그가 좋았고 말이야" "행복…하셨나요?" "그래. 행복했어. 비록 너희들에 비하면 짧은 나날이었지만 즐거웠고 행복했어" 체리랑스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 다. 체리랑스의 이야기를 다 들은 지금, 미움은 크게 줄어든 그녀들이었다. 하지 만 역시 용서받지 못할 부분도 있는 것이다. 그녀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잠시만 신경을 끄도록 했다. 체리랑스는 거의 유언을 남기고 싶어서, 혹은 마지막으로 뭔 가 할 것이 남아있어서 그 조력자로 그녀들을 데려온 것이기 때문이다. 체리랑스 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호흡을 조절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서 그녀는 다시 입 을 열었다. "아마도 그는 지금 나 때문에 큰 슬픔과 비탄에 잠겨있을거야. 가서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은 하늘보다도 높은데… 그래선 안돼. 그건 그저 현실도피일 따름이지. 후우… 생각해보면 나는 그를 이용만 한 것 같아. 환생의 매개체로, 나의 추잡한 계획의 유일한 변명거리로. 후훗, 웃긴 일이야. 어둠의 신들에게 기대어봤자 이 렇게 될 줄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체리랑스는 무릎에 얼굴을 묻으면서 말했고, 미리안와 에실루나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분명 그녀들도 라이니시스와 그런식으로 헤어지고서 체리랑스와 같은 기 회가 생긴다면… 아마 그렇게 했을 것이다. 미리안은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체리랑스는 흠칫 놀라다가 앙상한 손을 들어서 그녀 의 손을 만졌다. "…고마워" "아니에요. 왠지… 저도 그런 기회가 생겼다면 저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 "정말… 그도 몹쓸 사람이야. 이렇게 여자 여러명 버려놓은걸 보니까 말이야" 체리랑스는 끝의 말을 퉁명스럽게 말했고, 미리안은 까르륵 웃음을 터뜨렸다. 에 실루나도 입을 가리고서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체리랑스도 그녀들와 같이 미소지 으면서 웃었다. "미리안. 에실루나" "예?" "네?" "난 그를 사랑해. 너희도 그렇지?" "예" "그래요" 체리랑스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얀 빛이 빛나고 있는 천장이었다. 그녀는 잠시 그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 말해야 그녀들이 긍정적 으로 검토하여 줄까를 생각하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난 그와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 이건 그 누구라도 살리지 못하니까. 그리고 나의 시간은 얼마 없어. 그러니… 너희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 어서 그래.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적이었고, 지금도 날 용서하지 못하는 일이 있 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들어줬으면 해. 이것은 나의 바램이고, 나의 바램은 그를 위한 바램이야" 라이니시스응 위한다는 말에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무 슨 바램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그녀들은 체리랑스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들어보겠어요. 어떤 것이죠?" "위험은 없나요?" "위험은 없어. 나도 지금 이렇게 가는 마당에 남에게 더이상의 위험을 끼치고 싶 지는 않아. 단지… 이 세계에 계속 남아있을 그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너희들에게 하는 부탁이야. 그러니, 잘 생각해줘…" 체리랑스는 이윽고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이야기를 그녀들에게 털어놓기 시작 했다. "오랜만이구나. 라이닌" "어, 어머니?" 라이니시스는 혜진의 일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잡혀간 미리안과 에실루나 에 대해서도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걱정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라이니시 스는 어둠의 신들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었고, 그 오갈데 없는 분노는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세상에 떨어진 마물들에 대해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런 짓을 하면서까지 자신을 되찾고자 한 혜진이 그 남은 시간도 자신에게 할애하지 않고서 가버린 이유도 모른다. 그녀를 찾아가려고 했지만, 대체 그녀가 어디에 있을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녀의 레어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장소는 모르 고 있었다. 그녀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을 그였지만, 이것은 그러기에 앞서서 너무나 막막한 일이었다. 그러던 도중 그의 어머니가 갑작스런 방문을 해온 것이 다. "쯔쯔… 꼴이 말이 아니구나. 이런 아이에게 대채 무슨 짓을 시키려는지…. 하여 튼 잘 지냈니?" "오랜만입니다. 저는 잘 지냈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휴우…. 난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라이닌. 너다" "…예?" 라이니시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니? 설마 그는 자신이 환생 체라는 것 때문에 그런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아닐것 같았다. 뭔가 좀 더 심각한 이야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체리랑스라는 블랙 드래곤의 신예를 아느냐?" "무, 예에?" "그 아이가 인간들 사회에서 매쉬암이라는 이상한 조직을 만들더니 결국엔 이 세 상에 금지된 고대의 마물들을 뿌렸더구나. 세상은 혼란에 빠져있고, 인간들은 비 명을 지르고 있지. 요즘 밖에 나가 보았니?" "아… 그것이…" 라이니시스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 장소에 장본인과 직접 있었다고 말하려던 그 는 먼저 들려온 말에 입을 닫았다. "그래. 하긴 요즘은 나갈 때가 아니긴 하지. 그런 이유가 있어서 이것은 그냥 두 지 못할 일로 장로회의에 상정되었고, 그 아이에게 척살령이 내려졌다. 또한 그 아이를 척살할 척살자로 네가 선출되었다" "예?! 제가요?!" 라이니시스는 눈을 크게 떴다. 체리랑스에게 내려진 척살령. 세상의 일에 관여해 서는 안된다라는 조항을 파격적으로 부숴버린 체리랑스였다. 그녀의 할아버지 엘 타칸리스가 세상에 관여해 이뤄낸 업적 때문에 드래곤들은 세상에 나가서 여행을 해도 좋지만 인간사에 크게 관여해선 안된다는 조항이 생겼다. 라이니시스도 나름 대로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것은 눈감고 봐줄 만한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체리랑스의 경우는 달랐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아버린 것이다. 때문에 장로회의 에선 체리랑스에게 척살령을 내렸다. 그리고 신예들 중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예인 라이니시스에게 그녀의 척살을 맡긴 것이다. "많이 놀라는구나. 그래. 동족을 죽여야 하는 것이지만, 뭐 상관 없겠지. 기껏해 야 검은 도마뱀 하나 족치는게 뭐가 어렵겠니. 다만, 그래도 조심하렴. 다치치 말고 싸워라. 이 말 해주려고 왔단다. 그리고 이거 받아라. 체리랑스의 레어가 있는 곳을 나타낸 지도다" "어, 어머니…!" "그래. 갑작스럽다는 것 안다. 하지만 너에게도 좋은 일이야. 척살자는 척살 대 상의 모든 것을 소유할 수가 있거든. 난 네가 지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니 조심하거라. 그럼 난 이만 가겠다. 조심하렴" "어머니! 어머니이!" 라이니시스는 기가막혀서 소리쳤다. 그녀를 죽이라고? 라이니시스는 어머니가 사 라진 근처에서 뒹구는 한장의 지도를 보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를 척살하 라고 했었다. 그녀를 척살해야만 한다. "척살하기 위해선… 만나야하겠지…"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척살해야만 하는 상대는 반드시 만나야만한다. '만나야만'한다. 그는 마치 그 단어에 사로잡힌듯이 굳은 표정으로 지도를 집어들었다. 죽이는 것 은 둘째 치고서, 그는 그녀를 만나야 했다. 그렇다. 만나야했다. "만나야… 한다…" 그는 지도를 집어들고서 무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다. 만나야 한다. "그녀를…" 그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지도를 꽈악 쥐었다. 그의 눈에서 불길이 타오르 는 듯 했다. 그는 손안에서 구겨진 지도를 들고는 그것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목에서 억눌린 것이 한번에 폭발하는 듯한 목소리가 튀어나왔 다. "만나야만 해!" -Epilogue Over. p.s "둘 다 기분은 어때?" "괜찮아요. 의외로 상쾌하다고까지 할까…?" "약간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하지만 괜찮아요" "그래. 이대로 조금 쉬고서 움직이자. 나에겐 척살령이 떨어졌어. 공교롭게도 상 대는 그야" "생각보다 빨리 만나겠군요. 언니" "언니의 바램… 꼭 이뤄지길 바래요. 저희도 노력할게요" "고마워. 미리안, 에실루나" [라이니시스 전기] Last.01 이것이 끝이 아님을 믿기에… "아빠. 저도 갈게요" "…위험하다" "알아요. 하지만 갈래요. 가서 엄마들을 구할래요" "안된다" "조금이라도 도울 손이 필요하지 않은가요?" "네가 어떻게 당했는 지를 그새 잊었니?" 나는 일견 무성의하게 나미아에게 대답했다. 나에게 떨어진 척살령은 어떤 조력 자를 데려가도 상관이 없지만, 나미아는 거절하고 싶다. 이 아이는 그녀를 상대하 기에는 힘이 모자르다. 의욕은 있지만 능력이 되지 않는다. "…아빠도 그 여자한테 죽기 직전까지 당해놓고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같 아요?" 나는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고 나미아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지. 그리고 내가 지금 간다 하여도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야. 하지만 그래도 난 너까지 데려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건 드래곤들의 문제이고, 인간인 내가 끼여드는 것이 참으 로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그녀와 결판을 낼 자격이 있단 말인 가? "미안해요. 하지만… 저도 엄마들을 구하고 싶어요! 같이 가게 해주세요!" 나미아는 작은 주먹을 꼬옥 쥐면서 나에게 말했고, 그런 나미아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고서 나는 그 아이의 주먹을 감싸쥐었다. 아직 작다. 작지만, 힘이 들 어가 있다. 앞으로의 미래를 충분히 개척할 수 있는 힘이 담겨있다. "기다리거라. 못 미더운 아버지 이지만 그래도 믿어주었으면 좋겠구나. 미리안하 고 에실루나는 반드시 돌아올 거야" "…정말이죠?" "그래. 정말이다" 나미아는 약간 물기에 젖은 눈을 들어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내려다보면서 생 긋 웃어주었다. 불안하겠지. 하지만 데려갈 수는 없단다. 나미아는 나를 올려보다 가 나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조심하세요… 훌쩍. 꼭, 꼭 되찾아 오셔야해요" "그래. 다녀올게. 집 잘보고 기다리고 있어" "크응…! 네에…" 나미아는 나에게서 떨어졌다. 나는 나미아의 뒤에서 불안한 눈을 하고 있는 오디 를 보면서 말했다. "오디야. 나미아를 잘 부탁한다" "예. 아버님" 나는 배낭을 걸터매었다. 챙길 것은 모두 챙겼다. 이제 남은 것은 체리랑스와 만 나서 이번 척살령에 대한 모든 전모를 말해주고 그녀를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미 리안과 에실루나를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과연 그녀를 죽일 수 있을까? 미지수다.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죽이기 위해서라도 그녀를 만나야 한다. 만 나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을 꺼내야 좋을까? 그런 생각들은 모두 뒷전으로 밀어두고서 나는 그녀를 만나야 한다. 어떠한 이야기라도 들어보고, 어 떤 이야기라도 해 볼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던 그녀의 모습을… 나는 잊을 수가 없 다. 아니, 어차피 망각의 축복도 받지 못한 드래곤의 기억력이군. 쳇. "그럼 다녀올게. 기다리고들 있어라" "다녀오세요. 아빠!" "조심하세요" 휑한 레어에 두 딸을 날겨두고서 나는 텔레포트를 했다. 가기 전에 먼저 콰이헤 른을 만나봐야겠다.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고, 여긴 콰이헤른의 집 앞이다. 화창한 날이건만, 가족들 을 데리고서 소풍도 나가지 않는 무정한 가장이라는 생각이 드는군. "콰이헤른! 안에 있나?!" 벌컥! "기다리고 있었네. 어서 들어와" 나의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문이 열리면서 콰이헤른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 내가 출발할 것이라고 해서 역시나 했는데 기다리고 있었다. 리이나와 베르힌츠는 어디 론가 나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뭔가 무거운 이야기를 할 것임을 알고 있었나? 어쨌든 좋았다. 들어줄 사람이 적으면 적을 수록 좋은 이야기니까. 그는 소파 앞 의 테이블에 다과와 차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차는 온도 유지 마법을 사용했는지 김이 모락모락나고 있었다. 당연스럽게도 차에는 마나가 유통되고 있는 것이 느껴 졌다. 그는 소파에 앉았고, 나는 그 건너편에 앉았다. "드디어 가는군. 설마했지만 진짜 가는 것인가?" "그래. 가 봐야지. 나름대로 풀어야 될 문제도 있고, 또 데려올 사람들도 있고" "후우… 차마 말릴 수는 없군. 자네 일족의 문제이니 말이야. 그렇다면 나는 오 늘 왜 나와 대화를 하자는 것인지 그것만 알면 되겠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과자를 집어먹었다. 약간 식어있기는 해도 달콤한 맛이 느 껴지면서 입안에서 잘게 부서졌다. 리이나의 요리 솜씨는 확실히 좋군. 이런 산중 에서도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거야. 아삭거리면서 과자가 입안에서 부 서지고, 차를 한모금 마셔서 목을 축인 다음 나는 말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자네에게 모종의 권리를 줌과 동시에 부탁 몇가지 하려 는 걸세" "유언장의 집행 권리와 사후 가족관계 및 재산관리에 관한 부탁 말인가?" "…정확하군" "자네가 만약의 경우라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면 그리 많지 않지. 특히 죽이거 나 혹은 죽여야만 하는 상황으로 걸어 들어가는 마당에서야 뻔한 이야기 아닌가? 후우… 이런 이야기는 하기 싫었는데 말이야. 생각만 해도 우울하거든" "사실이지만… 만약을 대비 해야지" 나미아를 안심시키고 나와서 하는 일은 바로 만약의 경우, 내가 체리랑스에게 죽 었을 경우를 대비한 사후 문제의 처리 과정을 콰이헤른에게 모두 일임하기 위해서 다. 친구 좋다는 것이 뭔가? 이럴때야 말로 친구 좋다는 것이지. 나는 품에서 어 젯밤에 작성한 유언장을 꺼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유언장은 이것이야. 대부분의 이야기가 담겨 있을 걸세. 그리고 만약 내가 죽었 다는 확실한 정보가 들려오면 당장 엘 타칸리스의 산맥 영역을 떠나게. 이곳에 새로 들어올 드래곤이 어떤 드래곤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네의 가족들이 이 정도로 가까이 머무는 것을 싫어할걸세. 유언장의 집행은 그 다음이지" "자네가 죽는다면 두 부인은 살아 돌아올 수 없을 것이군?" "그래. 그런 가정 하에 써놓은 유언장도 안에 있으니 염두해둬. 나미아와 오디는 자네가 맡아서 길러주게" "그래. 그러도록 하지. 그런데 자네 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실컷 사 람 불안해지게 하는 소리만 해놓고서 가면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가슴 졸이면서 기다려야 하느지 뻔히 알면서 그러는 건가?" 그는 날 타박하듯이 말했고, 나는 피식 웃었다. 알지. 아니까 이러는 것이 아닌 가?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러다가 무사히 돌아오면 해프닝 하나 생기는 것이니 나중에 놀리면 되는 것이 야. 최악의 상황은 언제든지 대비를 해 둬야지" "후…. 내가 뭐라고 하겠나. 자네의 부탁과 유언장 모두 받아 들임세. 돌아오지 않으면 그대로 집행 하고서 자네를 평생 용서치 않을 것이고, 돌아오면 내 이일 을 두고두고 놀려먹지" 콰이헤른은 팔짱을 터억 끼면서 선언하듯이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사 히 돌아와서 친구를 만나면 그것만으로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놀린다고 하 여도 상관없어. 그 정도로 즐거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면 얼마든지 놀림을 받아 주지. "그럼 난 이만 가네. 잘 부탁하네" "다녀오겠단 소린 안하는군. 그럼 내쪽에서 부담을 얹어주지. 다녀와!" 콰이헤른은 약간 화난듯 하면서도 묘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고, 나는 웃음으로 써 그의 말에 답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대로 텔레포트를 사용하였다. 아우레스력 1440년 4월 5일. 마물생성포의 위력은 끔찍했다. 체리랑스, 아니 혜진이 원한 것이 과연 이런 것 이었나 싶을 정도다. 웬만한 도시는 궤멸당해서 사람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을 정도였고, 그나마 나은 쪽이 레리첸트와 제국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렌디너스 왕국에서 들려온 소식은 신들에 대한 분노만을 가중시켰다. 새로 이 신이 된 안스란의 유일 사제 하인스 실베언이 마물들을 소탕하며 사람들에게 구원을 내린다 하는 소식은 정말이지 우울하기 짝이 없었다. 진실함의 여신 안스 란이라고? 웃기지마. 그 앞에 '왜곡된'이 빠졌어. 혜진의 말 대로 안스란은 죽어 서도 자신에게 들어오는 왜곡된 신앙에 괴로워하며 비명을 지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신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안스란을 받드는 하인츠도 괴로워하고 있을 것이다. 세상에 왜곡된 진실이 있으매, 그것을 아는 이는 그것을 밝힐 수 없 고, 그 당사자들은 밝히려 하지 않는구나. "캬아악!" "흐아압!" 투다다다다! 나는 달려드는 마물들에게 머신 건을 갈겨주었고, 마물은 순식간에 갈갈이 찢겨 져 나갔다. 그리고서 그대로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해 시체를 뜯어먹는 예닐곱의 마물들을 시료스로 분해하고서 주변에서 그런 날 지켜보는 녀석들의 미간에 폭렬 탄을 박아주었다. 콰가가강! 내가 있는 도시는 엘 타칸리스 경회로에서 남서쪽으로 30마일 떨어진 어느 도시 이다. 이제는 그 이름을 불러줄 이가 아무도 없는, 즉 마물들에 의하여 전멸당한 도시이다. 지금의 추세, 지금 현실의 추세는 살아있거나, 죽거나 둘 중에 하나이 다. 생존자들이 있는 도시는 그 강력함으로 마물들을 무찌르고 다시 사람들이 살 아가고 있었고, 그렇지 못한 도시들은 확실하게 궤멸당하여 마물들이 식사를 벌이 고 있을 뿐이었다. 생존자들의 비명조차 들리지 아니하는 도시. 이런 도시도 그들 중에 하나이다. 지금까지 다섯개의 도시를 지나쳤고, 열 두개의 마을을 지나쳐 왔 다. 그 중 두개의 도시와 여섯개의 마을이 마물들에 의하여 습격을 받고 있거나, 받았거나, 점령당해 있었다. 그런 마을들을 지나오면서 나는 그곳의 모든 마물들 을 잡아 죽였다. "이것은 내가 세상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니까…" 나의 발 맡에서 본능만을 빛내고 있는 눈을 굴리는 여성 마물을 보면서 나는 비 릿한 웃음을 지었다. 여성 마물은 내가 남자임을 알고서 요염한 미소를 흘리기 시 작했지만, 그것을 보면서 나는 구역질이 날 따름이었다. '그것'의 미간에 폭렬탄을 쏴주었고, 그것은 이제 더이상 어떤 표정도 지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표정으로 다른이들을 홀리는 일도 불가능할 것이다. 마물 들의 시체와 사람들의 시체가 엉겨있어서 그들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피부색과 옷을 입고 있느냐, 입고 있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러한 것들도 모두 상관 없다는 듯이 사이 좋게 토막나거나 잔해가 되어서 뒹굴고 있다. 마물과의 상호 이해관계와 조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면 보여주고 싶군. 당신들이 원하는 궁극의 형태라고. 죽으면 전부 같을 뿐이니까. 휘이이… 바람이 불고 있었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군. 적막감만이 감도는 도시에 흐르 는 바람은 마물과 인간을 위한 장속곡일련지도 모른다. 또는 사람들이 죽어가면서 남긴 한숨이 모여서 바람이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키킥… 이러고 있으려니 갑자기 라스킨네의 그 벌판이 생각나는군. 라스킨이 라우네스의 심장을 뽑아내던 그 평원 말이야. "주얼 새터라이트. 탐색범위 증가" 약간 불확실해지긴 하지만 나는 아낌없이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 도시의 모든 마 물들을 전부 쓸어버리고 가야 이 도시에 대한 나의 속죄가 끝날 것이다. 그 누구 도 나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고, 누구도 나의 죄사함을 할 수 없다. 고해성사역시 할 수 없다. 신 앞에 무릎꿇어 나의 죄를 고하고 신께서 내릴 처벌을 받으라는 소 리는 웃기지도 않는다. 이세상은 그들이 원한 세상이며, 나는 그들이 원한 세상을 부수는 이다. 그리고 그들 중 하나인 안스란은 자신의 힘으로 이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차라리 안스란에게 무릎을 꿇고 경배함이 더 나으리라. [라이니시스 전기] Last.02 이것이 끝이 아님을 믿기에… 거짓된 신앙을 받는 안스란에게 나는 진실한 신앙을 바치리. 그것으로 세상에서 삐뚤어져서 신들을 당혹하게 만들리. 신의 술수에 휘말린 장기말이 장기판에 벌이 는 유일한 테러라네. 마물들의 비명. 울려퍼지는 총성. 갈라지는 살과 근육과 뼈의 소리. 추락하는 조각들. 한없이 시끄러웠던 도시에 마지막 비명이 울려퍼지고서야 도시엔 침묵이 찾아왔 다. 그 누구 목격자도 하나 없으니 누가 나를 칭송할 것이며 누가 나에 대해 이야 기를 하련가. 속죄자가 속죄하고 있음을 알리지 않고서 홀로 속죄하니 그 누가 인 정해주련가. "그런거 신경쓰면 속죄자가 아니라 생색내는 거지" 뜨거워진 총신을 식히고, 멀리 나갔던 와이어를 회수하면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어느 사이에 시간이 이렇게 흐른 것이다. 나는 주얼 새터라이트를 돌려서 몇번이고 마물들이 남아 있을지 재확인을 하고서 발걸음을 돌렸다. 생존자도 없고, 마물들도 없다. 오직 나 홀로 살아 남아있는 도시. 사람 들이 살아가면서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즐거워하고, 불쾌해하고, 희망과 절망 을 품으며 살았던 도시는 이제 아무 것도 없다. 도시 전체를 없애버릴까 하는 생 각을 했지만, 그것은 후일 이 도시에 뿌리를 내리게 될 다른 이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이다. 내가 할 일은 여기서 끝이다. 다시 남서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 는 것은 일주일에 하루면 된다. 내가 잠을 자지 않고서 깨어있는 모든 시간 동안 에는 마물들을 죽이고, 세상에 대한 나의 속죄를 계속해 나간다. 그리고 나의 발 길이 에디킨츠의 '검은 늪'에 닿으면… 나를 괴롭히는 이 일을 끝낼 수 있겠지.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도에는 에디킨츠 동부에 있는 '검은 늪'의 한 가운데에 점 이 찍혀 있었다. 이곳이 체리랑스의 레어가 있는 곳이다. 혜진이 미리안과 에실루 나를 데려간 장소가 이곳일 것이라 추측된다. 그곳까지는 아직도 멀고 멀었다. 그 만큼 나의 속죄의 기간도 길어질 것이다. 나는 망토로 내 몸을 감싸고 후드를 써 서 하늘을 가렸다. 속죄자는 속죄하는 사람이다. 즉 죄를 지은 사람이다. 죄인으 로써 떳떳하게 세상에 나를 드러낼 수는 없다. 나는 그래서 나의 몸과 얼굴을 가 리며 걷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 걷는 동안, 해는 떨어지고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 다. 오늘도 긴 밤이 될 것 같았다. "세상이 그래도 망하지는 않으려나봐. 살 희망들이 여기저기서 보이고 있으니 말 이여" "아. 그래. 특히 제국은 아주 희망에 가득 차있다면서? 그 늑대인간들 덕분에 말 이야" "그… 뭐라더라? 하여튼 늑대왕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을 넘기고서 마 물들을 퇴치하고 다닌다나봐. 게다가 늑대들은 바라는 것 없이 그냥 싸워준다 며?" "허어, 참. 내 살다살다 목숨 걸고서도 무조건이라고 하는 녀석들은 처음보네!" 툰드라의 늑대인간들의 준동. 확실히 제이나가 잘 해내고 있긴 한가보다. 라스킨 은 지금쯤 돌아갔을 것이다. 3월 말에 툰드라로 돌려 보냈으니까 지금쯤이면 제국 이나 레리첸트에서 마물들을 무찌르고 있을 것이다. 윈터 울브스가 조건이 없다고 하여도 제국과 레리첸트, 그리고 이 소식을 접한 다른 나라들에게서도 그들의 이 미지가 훨씬 좋게 개선될 것은 여지없는 사실이었다. 여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대충 그정도였다. 밤새도록 걸어서 마물들에게 점령 당해 생존자도 없는 마을 하나와 약간의 생존자가 남아있던 마을 두개의 마물들을 모두 없애고서, 나는 마물들이 완전이 소탕된 어느 도시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 고서 아무 여관에나 들어갔더니 저런 말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카운터까지 걸어가 서 나는 은화 한장을 내밀며 짧게 말했다. "맥주" 후드 때문에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두툼한 손이 은화를 가지고 가는 것이 보 였다. 사람들은 나와 같이 전신을 가린 사람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신경 도 쓰지 않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는 다친 이들도 많았을 테니 몸을 가리는 것 쯤 이야 아무렇지도 않다. 곧 나의 앞에는 맥주가 채워진 파인트 잔이 놓였고, 나는 그것을 천천히 비웠다. "레리첸트에도 늑대들이 갔다지?" "뭐 그런가봐. 툰드라는 제국과 레리첸트에 가까우니까. 그 두 나라는 거의 팔자 가 핀 거야. 아, 그러고보니 렌디너스도 좋은 상황이더군" "응? 아아, 그 여신의 유일신관 말인가?" "그래. 약관의 청년인데 아주 강력한 성법을 사용하면서 오로지 여신만을 바라보 고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 하더군. 이런 시대에 새로운 신께서 깨어난 것도 참으 로 의미가 깊은 일이야" "사이에그롭은 어떤가? 그곳에 옛날의 그 레펠마의 자손이 있다며?" "그 마르티 뭔가 하는 가문의 가주와 부인? 그들 덕분에 무멘트라가 완전 소생했 고, 그들이 움직이는 조직이 사이에그롭을 거의 다 구하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난세엔 영웅이 출몰한다더니 딱 그모습이군. 일년 전의 이맘때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그렇지. 그렇지. 세상도 참 갑작스럽게 많이 변했군" 여관의 술집에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지금 이 세상의 현실을 사 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그들은 서로의 술잔을 비워대는 일 에 바빴고, 나는 여관에 잠깐 들렀다 가는 것을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조 금만 청력을 높이면 조금 불확실하긴 해도 세상의 정세가 들어온다. 3월 15일에서 부터 날짜가 꽤 지났으니까 여러가지 소식들이 들릴 법도 하다. 대화의 내용들을 차지하는 주인공들이 거의 내가 아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조금 우습군. 이후 사람 들은 그들의 말 대로 난세에 출몰한 영웅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50 년간의 은거를 깨고서 나온 마법사의 이야기라던가, 강력한 용병단의 이야기, 그 리고 그와 동시에 벌어지는 악행들에 대해서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 그 '붉은 학살자'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나? "아아! 그 붉은 학살자 말이야? 눈에 띄는 마물은 모조리 이상한 무기들로만 죽 여버린다고 하는? 그 소식이야 들린지 얼마 안되긴 했어도 잘 알고 있지. 하도 사람들이 여러가지 말을 많이 해서 말이야. 그런데 왜?" "색깔이 앞에 붙는 것으로 비슷한 소식이 있어서 말이야. 저기 '검은 늪'의 근처 에서 '검은 네 자매'라는 여성들이 나와서 마물들을 처치하고 다닌다고 하더군" "허어? 검은 네 자매? 참으로 직설적인 이름이군. 온통 검은색으로만 치장한 네 명의 자매인가?" "그런 것 같더군. 검은 머리를 휘날리면서 칠흑의 검을 들어 마물들을 단죄한 다… 뭐 그런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어. 색상 덕분에 거의 반대쪽에 있는 붉은 학살자와 대조된다고들 하더군. 들려오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소식들이야" "붉은 색과 검은 색이라. 둘이 만나면 참 재미있겠어" "그러게 말이야. 하하하!" 사람들은 긴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특징이 없는 것을 잘 잊어버린다. 때문에 하 나의 색상으로 사람 또는 집단을 표현하는 것에 매우 익숙하다. 나는 그간의 행적 덕분에 '붉은 학살자'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다. 여러 도시를 거쳐왔기 때문에 나 의 소문도 여기저기 퍼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검은 네 자매'라고? 그것도 검은 늪의 근처에서 마물들을 처치하고 다니는…? 나는 잠시 맥주잔을 내려놓고서 고개 를 갸웃했다. 왠지 그들이 그녀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리안은 금발이고 에실루나는 은발이다. 어떠한 각도로 보아도 그녀들의 머리가 검은색으 로 보일 수는 없다. 밤에도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색인걸? 만약 그것이 그녀들 이라면 그녀들이 함께 행동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알 수 있는 것은 하루 빨리 내려가서 검은 늪으로 도달하는 것이다. 나는 맥주잔을 들어서 마저 남은 맥 주를 비웠다. 사람들은 다시 마물들을 해치우고 다니는 영웅 비스무리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더이상 들어봤자 별로 좋은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잘 마셨소" 난 거스름돈도 받지 않은 채 그대로 여관을 나왔다. 여관에서 한숨 자고 가는 방 법도 있을 수 있겠으나, 조금이라도 더 빨리 내려가면 된다. 자는 일이야 졸릴때 아무데서나 야숙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길목에 마물들이 있으면 없앤다. 단순 하기 그지 없는 여행이다. 더이상 나에게 무슨 목적이 필요할까? 걸으면서 나는 생각했다. 혜진. 그녀가 겪어왔을 일들과 어둠의 신들에게 영혼을 저당잡혔다는 일. 그녀가 어떻게 해서 나와 같은 환생의 기회를 잡았는 것인지 모 를 일이다. 아니, 어쩌면 나의 지금 기억을 가진 채로의 환생이 그녀의 의지에 의 해 벌어졌을 수도 있다. 어쩌면 나 역시 그녀와 거의 비슷한 횟수의 환생을 했을 지도 모른다. 이번이 몇백번째의 환생일지 모르지만, 지금 나에게 남아있는 기억 은 준열이었을 때의 기억 뿐이다. 내가 혜진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렸을 때부터 라이니시스로 태어나기까지의, 그 사이의 나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그러니까 결국에 나는 내가 준열에서 바로 드래곤으로 환생했다고 믿고 있는 것이며, 실제 로의 기억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내가 그녀처럼 기억을 가진채로 몇만년에 걸쳐서 몇백번의 환생을 거듭해왔다면 어쩔까? 그녀는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목 적의식을 가지고 기억을 가진 환생속에 영혼을 저당잡혀서 뛰어들었다. 내가 기억 을 가지고 다시 태어났더라면… 아마 그녀를 생각하면서도 다른 여자를 안았을 것 이다. 지금의 상황이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가 나처럼 환생하리라는 생각 은 해본 적도 없었다. 기억을 가진 채로 환생하리라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 서 나는 에실루나를 안았고, 미리안을 받아들였다. 혜진의 대용이었나? 아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대용이었다면 그녀들이 가지고 있던 개성을 인정하지 않았어야 한다. 대용품으로서, 본래의 모습이 가졌 던 덕목과 모습들을 요구하면서 그녀들을 내 멋대로 뜯어 고쳤을 것이다. 그녀들 은 그녀들 그 자체였기에 좋아했던 것이다. 내가 가진 혜진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 존재한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랬기에 목숨조차도 기꺼이 내어주었던 것이지만, 다시 태어나면서 그 생각에 뭔가가 금이 간 것 같다. 어째서지? 사랑이 라는 감정은 그야말로 한순간의 불씨인 것인가? 서서히 꺼지고, 그 흔적만이 남아 있기에 다시 다른 이에게 마음을 주고… 만약 그렇다면 나 자신이 경멸스럽다. 12만 4천년의 세월동안 나를 잊이 않고서 계속 살아왔던 그녀를 난 매우 당연스 럽게 배신해버렸다. 만날 수 없어. 그렇기에 그녀의 감정을 계속 되살리기 위해서 라도 현재를 개척해야돼… 그런 식의 말도 안되는, 지금 와서 보기에는 모순 투성 이의 그런 생각을 을 해오면서 나 자신을 납득시키고 그것으로 자기만족을 하여 에실루나를 안았었다. 이 얼마나 막돼먹은 자식인가! 그것이 나의 본심이었다 할지라도 나는 그녀를 찾아볼 생각 정도는 했어야 한다! 내가 윤회생사를 거쳐서 다시 태어났으니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의 환생 체를 찾았어야 한다! 그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모습인지를 최소한 확인이 라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 나에게 그녀의 영혼을 느 끼는 능력은 없다. 그녀가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그녀가 누군지 나는 모른다. 그 러한 생각으로 나는 그녀의 생각을 머리속에 담아두고서 필요할때만 꺼내서 그것 으로 자신을 자학하고 자신을 위로하는 훌륭한 도구로 사용했던 것이다! "크흐흣… 크흐흐흑!" 뼈저릴 정도의 자책감이 들었다. 나는 그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었는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그 기억들은 자신의 도구로 사용하였을 뿐이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숙이고 조금씩 쌓아왔던 나의 감정을 한데 모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나 자신을 후려쳤다. "크하아아악!" 한밤중의 스산한 공기가 나의 죄책감과 같이 나를 감싸고 돌았다. 그날은 그렇게 길바닥에 쓰러져서 피곤함을 끌어안고 자버렸던 것 같았다. 땅바 닥과 얼굴을 맞대고서 눈물이 말라붙은 자국을 한 채로 일어서는 내 모습은 다른 이들이 본다면 마치 시체가 일어나는 모습 같았으리라. "아직은… 새벽인가" 어스름한 새벽녂이었다. 첫닭이 울기 전의 시간으로, 하늘은 군청색을 하고 있었 다. 별빛들이 서서히 사그러지고, 달들이 기울고, 해가 떠오를 준비를 하는 시간 인 것이다. 후우… 궁상아닌 궁상을 떨면서 대채 몇시간이나 쓰러져 있었을까? 그 나마 요즘은 여행객들이 없어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생 각해야 하려나? 일단 검은 늪의 근처까지 가서 검은 네 자매의 소문을 한번 모아봐야겠다. 그녀 들이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그녀들인지 한번 확인을 해 봐야겠어. 마물들을 해치우 고 다닌다고 하였다. 만약 그녀들이 그녀들이라면 왜 그러한 일을 하는가? 대략적 으로 유추해보자면 혜진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신들이 벌여놓은 일이 실패 로 돌아가도록 나름대로의 복수를 한다는 것이지. 얼마… 수명이… 남지 않은 몸 으로 말이야. 그러고보니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제일 궁금하다. 대부분의 힘 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스스로 말하였지만, 그래도 그녀의 수명은 아직은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에게 엘 타칸리스의 드래곤 하트가 심어져 있 다면 계속해서 그녀가 살아갈 수 있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지도의 한쪽 귀퉁이에는 약간의 정보를 담은 적색 보석이 붙 어 있었다. 그 정보에 의하면 체리랑스는 엘 타칸리스의 임종 당시 그에게서 드래 곤 하트를 유산으로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것을 그녀 자신이 원했는지 어떤지 모 르지만, 저번 싸움때 그녀가 세븐 폴드 캐스팅을 하였던 이유와 내가 그렇게 무참 하게 깨져 나갔던 것의 변명거리는 된다. 드래곤 하트가 두개. 그렇다면 이론적으 로 그녀에게 흐르는 드래곤의 힘도 두배다. 역사상 드래곤 하트를 두개 이상 품어 본 드래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현재 그녀가 살아있다면 그 것은 드래곤 하트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았다. 뭐니뭐니해도 엘 타칸리스, 그 양반 의 하트니까. 크르르르… 캬아악! 캬아악! 캬악! 나의 주위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리들에 나는 기분이 다시 착 가라앉았다. 마물들의 목소리… 근처의 도시가 또 전멸되어서 녀석들이 '식량'을 찾으러 바깥 으로 기어나온 것이다. 시력을 돋우어 거뭇거뭇한 그림자가 있는 지평선을 살펴보 았다. 불이 꺼져서 조용하게만 보이는 도시가 있었다. 역시나… 당한 것인가? 나 는 한숨을 내쉬고는 오른손으로 시료스를 전개하였고, 왼손으로는 머신 건을 꺼내 었다. "인간들이 당한 참극의 복수는… 역시 같은 '인간'이 해 주어야겠지. 안 그런가? 마물들?" 허공에 반짝이는 실이 쇄도했고, 그와 동시에 머신 건이 불을 뿜었다. 오늘도 어 느사이엔가 나에게 붙여진 별명, '붉은 학살자'의 이름대로 하루를 보내며 그녀에 게로 가는 길을 걸어야겠다. "언니. 들으셨어요? '붉은 학살자'래요" "들었어. 정말이지 '그'다운 행동이야. 하기사, 이미 인간임을 확인한 그 사람이 인간들의 일에 끼여들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야" 체리랑스는 미리안의 말에 짧게 미소짓고는 말해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 는 흑백주를 쭈욱 들이켰다. 미리안은 접시에 올려져 있는 팝콘을 가져다가 씹으 면서 바삭거리는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검은 색 머릿결이 찰랑 움직 였고, 미리안의 반대편에 앉아있던 에실루나가 자신의 검은 색 머리를 살짝 꼬면 서 말했다. "시간이 걸릴듯 해도… 그는 계속 이곳으로 전진해오고 있어요. 그런데 언니, 정 말로 이걸로 되는 걸까요?" "맞아요, 마스터. 이것으로 될지 정말 의문이네요" 에실루나의 말에 맞장구는 친 것은 역시 검은색 머리를 가진 셰도우였다. 그녀들 은 현재 4인용의 원형 테이블 위에 앉아서 가벼운 안주와 흑맥주를 가져다 놓고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덧붙여서 그녀들이 있는 장소는 '검은 늪' 근처에 있 는 도시 중 하나인 '블스램'의 중급 여관이었다. 체리랑스는 고개를 살짝 저으면 서 말했다. "받아들이는 것은 그의 자유겠지만… 그래도 난 받아들인다에 희망을 걸래. 단단 히 삐쳐있으면 나도 어쩔 수 없거든. 그런데 미리하고 루나는 그 사람 삐친거 본 적이나 있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미리안과 에실루나. "나 한번 본적 있다. 짧은 시간동안 난 참 많이도 봤네. 너희들 그 긴 시간동안 대체 뭐를… 아니다, 이런 이야기는 그만 두고, 어쨌든 그 사람 한번 삐치면 정 말로 고집불통이 되어버리거든? 이빨도 안 들어갈 정도야. 무슨 말을 해도 씨알 이나 먹혀야 무슨 이야기를 해보던지 하겠지" 잠시 추억에 잠기는 체리랑스의 얼굴을 보면서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부럽다는 표 정을 해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더 많은 그를 알고 있는 체리 랑스는 자신들에게는 그야말로 '언니'와 다름이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풀었어요?" "얼마나 오래 갔죠?" 그녀들은 조심스럽게 물어왔고, 체리랑스는 닭튀김을 적당히 찢어서 입에 넣고는 오물거리며 생각에 잠긴듯 했다. 닭고기 조각이 그녀의 식도로 완전히 넘어갔을 때야 체리랑스는 말했다. "그때의 내 성격하고는 맞지 않았지만… 뭐, 몸으로 밀었지. 하룻 저녁에 다 풀 리던데?" "몸…으로요?" "어? 섀도우. 뭘 그렇게 기분나쁜 표정을 하고 있는 거야? 미녀의 최대최강의 무 기는 눈물과 육탄돌격이라는 거 몰라? 그거 이시대를 살아가는 기본이다?" "…그런 것을 기본으로 삼고 싶지는 않아요!" 섀도우는 언제나처럼 발끈하면서 대들었고, 체리랑스는 피식 웃으면서 기름이 묻 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체리랑스의 대답에 약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체리랑스의 행동에 피 식 웃어버릴 수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언니. 앞으로 어쩌실 계획이세요?" "흐음… 일단 근방에서 마물사냥이나 할까?" "검은 늪 주변의 마물들은 전부 다 소탕했잖아요?" "아, 그랬나? 뭐… 적어도 임신한 처녀들은 없어서 다행이지. 여자가 강간당하면 그거 정말로 정신파괴다" "저어… 혹시 그런 적도 있으…세요?" 씁쓸한 체리랑스의 표정을 보고 미리안이 조심스럽게 질문해왔고, 체리랑스는 그 런 그녀의 태도를 보다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768번이야. 그 중에 한번도 없었다고 생각하지는 마. 별의별 인생 다 겪어봤지. 아, 사실 드래곤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야. 세번째지" 드래곤의 인생도 세번째라는 말에 미리안과 에실루나, 그리고 섀도우까지도 침묵 해야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768번의 지옥이 될 수도 있는 시간들이다. 어쩌면 상 당히 민감한 부분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미리안은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미안해요. 언니. 괜한 것을…" "응? 아냐아냐, 미리의 잘못이 전혀 아냐. 당연한 질문에 당연한 대답이야. 그건 그렇고, 루나야. 마물들은 다 잡았다고 했지?" "아, 네. 요 3일간 머물면서 봤는데 새로 태어난 마물들도 안보여요" 에실루나는 괜히 침묵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포도송이를 포크로 괴롭히다가 화들 짝 놀라서 얼른 대답했고, 체리랑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없이 다니다 보니까 어느새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좋아. 그렇다면 우리의 길은 하나다. 북동쪽으로 직선행이다" "만나러 가는 건가요?" "그래. 그쪽에서 늦게오니까 기다리는 쪽이 심심하잖아? 그러니 맞이하러 나가는 거야" 체리랑스는 더없이 밝게 웃으면서 말했고, 다른 셋은 서로의 시선만을 교환하고 있었다. 사실 이제 이곳에서 남은 일은 없다. 자신들이 해야할 일은 이미 끝났던 것이다. 체리랑스의 말도 확실히 일리가 있고, 지금 행동의 결정권자가 그녀이기 때문에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안이나 에실루나는 이젠 기다리는 일에 진 력이 났다. 때문에 그녀들은 오히려 이 대답을 원하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자아. 그러면 앞날을 위하여 건배!" 체리랑스는 힙차게 맥주잔을 들어올리며 외쳤고, 다른 여자들도 같이 잔을 들어 올려 부딪혔다. 그렇게 그녀들의 단합대회(?)는 계속되고 있었다. 머신 건을 도로 집어 넣고, 1마일 가량까지 전개 되었던 시료스를 회수시켰다. 이 일대의 마물들을 다 청소 한 것 같다. 대충 주얼 새터라이트로 훓어보아도 아 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전멸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 래도 향후 몇년간은 안심할 수가 없겠군. 이 마물들이라는 놈들은 워낙에 번식력 이 좋아서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도 앞으로 이들에 의해서 피해봤다는 소식은 아 주 많이 줄어들 것이다. 최소한 이 일대에서는 말이지. "아직… 길은 멀었나" 나는 하늘을 올려나보았다. 한번 싸움을 시작하면 몇시간은 기본으로 걸린다. 녀 석들이 강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숫자가 많고 잘 도망다녀서 그만큼 애를 먹는다. 짧은 시간동안 8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망가버리면 그거 잡는 것도 상당한 문 제라서 시간을 허비해야한다. 뭐… 인간이란 존재는 그렇기에 모자른 능력을 도구 로 채워 넣는다고들 하지. 하지만 자꾸 체리랑스가 했던 말이 걸리는군. 내가 뭐 가 모자를 것이 있어서 도구를 사용한다는 말인가? "뭐, 어쨌든 그것은 내 마음대로겠지" 피픽! 용케 주얼 새터라이트의 오류의 틈새에서 살아남은 마물을 시료스로 육등분하고 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이거 광범위 탐색에는 좀 더 개량이 필요할듯 하다. 내가 지나온 곳에서도 몇마리의 마물이 살아남았을지 그 누가 아는가? 나는 잠시 내가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면서 생각했다. 되돌아가서 확인 작업을 벌여볼 까? 난 고개를 저었다. 과거에 미련두지 말자. 그것이 설령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그 책임은 내가 진다. 그러니 과거에 미련두지 말고 미래를 봐야겠…지만 혜진의 일은 여전히 가슴에 걸린다. "하아… 대체 나란 녀석은…" 이래도 안되고 저래도 안된다. 확실하게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지 않은 나는 이 무슨 흉한 모습이란 말인가? 인간이라고 주장하여 문제에서 달아나기 이전에 확실 하게 해야 될 문제이다. 과거와 결별하고서 그녀를 대해야 하는가? 아니면 과거에 연연하면서 생각을 해야 하는가? 이것은 단순한 성향의 차이라서 쉽게 결판이 나 지 않는다. 과거없이 미래없는 법이지만, 과거에 얽메인 자에겐 미래는 없다. 결 국에는 그 두가지 성향의 중심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일까나? 사소한 것에서 커다란 것을 끄집어내는 것은 여전한 습관이다. 나는 머리를 긁적 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같은 경우에는… 역시 미래의 일이 더 급하다. 언제 바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지향성을 추구하고 싶다. 언제 시간되면 나의 실수를 수정하기 위해서 세상을 또 돌아다녀야 하겠지만, 지금은 앞으로 가자. 왠지 그녀 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휴우… 또 해가 뜨는군. 오늘도… 한결같은 하루가 되려나?" 검은 늪까지는 지금같은 속도로 가면 대략 10일쯤 후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안에 어떤 도시가 전멸해있을 것이며, 살아남아 있을 것인가? 그녀와 내가 쌓아 놓은 죄의 조각들은 얼마나 더 많이 남아 있으려나? 아우레스력 1440년 4월 12일. 대략 5일간을 걸어 내려가면서 마물들의 의한 피해가 현저히 줄어 있었다는 사실 을 알 수가 있었다. 방금 막 떠나온 도시에서는 붉은 학살자와 검은 네 자매가 마 물들을 처치하고 다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고, 그 틈을 타서 사람들 이 조직적인 반격을 해 마물들을 거의 소탕했다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 걸어가는 숲길이나 산길의 여기저기에는 마물들에게 뜯어먹힌 것으로 보이는 시체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다. 아마 극소수의 마물들만이 남아서 탈출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물들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역시 식사겠지. 당 분간은 이들의 주린 배를 채우느라 사람들이 씨받이가 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 겠다…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결코 어느 쪽이 다행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시체들을 볼 때마다 조 용히 땅에 묻어주었고 덕분에 나의 일정은 좀 더 늦어지게 될 뻔 했지만 그래도 늦어지는 만큼 잠을 자지 않고서 5일간은 그냥 걸어내려오니, 내가 예상했던 거리 와 그다지 큰 차이가 나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보다 초과하고 있을지도 모 른다. 소문은 상당히 신기한 것이다. 어째 그 당사자보다 더 빨리 소문이 퍼질 수 있는 지 의문이다. 내가 좀 여기저기 머물면서 그 일대에 소탕작업을 하느라 좀 늦어졌 는지 모르지만, 나의 소문은 꽤나 먼 곳까지 퍼져있었다. 그래도 마을이나 도시에 들어갈 때는 전신을 가리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알아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무 엇보다도 마을에서 약간의 소문을 듣고, 배만 채우면 자는 것도 마다하고 그대로 마을을 나섰으니, 쓸데없는 소동에 휘말리지 않을 수가 있었다. 난세에 태어난 영 웅-이라고 하기엔 호칭이 좀 그렇지만-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걸어보려 하는 것은 사람들의 당연한 심리 아니던가? 내가 여러개의 도시를 지나치면서 본 것은 그러 한 장면들이었다. '당신이 그 유명한 XXX?' '아, 그렇긴 합니다만…' 그 중에서 이제는 체리랑스와 섀도우, 미리안과 에실루나라고 확신하는 검은 네 자매에 관한 소문들도 들려오고 있었다. 그녀들의 소문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본인들보다 빨 랐기 때문에 그녀들이 북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그녀들도 나의 소 문을 듣고는 나에게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검은 머리라는 것은 별로 믿고 싶지가 않았지만, 검은 네 자매 중 두명은 엘프이고, 한명이 리더격으로 '언니'라는 호칭과 '마스터'라는 호 칭으로 불리운다는 말을 듣고서야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들이 왜 체리랑스를 언니라고 부르는 것인지는 알 수 없고, 그렇게 부를 정도로 친해졌는지 또한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것은 그녀들임이 분명했다. 심증에다 물증은 거의 없고 입 소문으로만 짐작한 것이지만, 나의 감은 그렇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대충 그녀들 과 나의 속도가 같다고 보면 나는 오늘쯤 그녀들과 마주치게 되는 것이다. "킨 센스가… 느껴지는군" 일정 거리 안에 혈족이 들어 왔을 때 느껴지는 킨 센스는 혜진의 존재를 알려주 고 있었다. 거리가 좀 멀어서 정확한 감정들은 느껴지지 않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직행하면 그녀들이 보일 것 같았다. 그녀들 역시 빨리 결판을 내려고 하는 것인가? 킨 센스로 상대방의 위치를 잡으면 도저히 놓칠 수가 없게 되니, 마 법으로 이동해가면서 찾지 않은 것이군. 그럼과 동시에 그녀들도 착실하게 마물들 은 해치워왔고 말이야. "척살령이라…" 나는 잠시 멈춰서서 나에게 떨어진 척살령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척살 대상을 죽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죽을 때까지 척살령은 지속된다. 만약 척살대상이 아니 라 척살자가 죽어버리면 다음 척살자가 뽑힌다. 그러니 내가 죽는다 하여도 그녀 를 살릴 방법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이 손으로 그녀 를 죽일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녀와 함께 도망가버린다 하여도, 남겨지는 사람 들을 무시한 채 그렇게 한다 하여도 그때가 되면 아마 혈족의회에선 척살대를 파 견할 것이다. 게다가 척살령에 기본 의무는 상대를 보자마자 문답무용하고 공격하 는 것이다. 그녀와 대화도 나누어서는 안된다. 비록 내가 감시당하는 것은 아니었 지만, 그것은 규율이었다. "후우… 지금에 와선 규율 따위는 아무래도 괜찮지만…" 그녀는 어떤 생각으로 나에게 오고 있을까? 단순히 만나고 싶어서? 그것은 아닐 것이다.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돌려주러? 그것 또한 아니다. 뭔가 자신이 직접 와 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그녀는 이곳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자신에게 로 찾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이렇게 직접 움직였다는 것 은 시간적 여유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며 나를 만남으로써 해소되는 문제라는 것 이다. 그녀와 나 사이의 문제. "젠장… 죽으려고 오는거야?" 한가지 결론이 도출 되었다. 내가 그녀를 위해서 그러하였듯이, 그녀가 나를 위 해서 하려는 것이다. 목숨을 버려 상대방을 구하는 것. 내가 죽기 전에 그녀를 위 해서 나의 목숨을 내 던졌듯이, 그녀도 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으로 나를 살리려 는 것이다. 그녀가 죽으면, 적어도 척살자인 내가 죽지 않아도 되니까. 또한 직접 하고픈 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이야기라… 좋지. 그녀와 나 사이에 는 엄청난 시간의 공백이 있다. 그것을 메우기 위해 이야기를 하려면 몇날 며칠 밤을 새도 모자를 것이다. 그녀는 그런 뻔한 의도로 나에게 오고 있는 것이다. 내 가 자신의 심중을 미리 눈치챌 것임을 알면서도 나를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게하 기 위해서 나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거의 도발이라고! 그리고 나는 언제 나 그녀의 도발에 항상 혹해서 그녀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주었다. 최소한 그 녀는 자기 혼자만 이익보는 방법을 위해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 고 있으니까. 설령 그녀가 손해를 보더라도, 자신이 그러고 싶으면 그녀는 기꺼이 나를 도발해서 나를 움직이게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녀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넘어가줄 수 밖에 없는 것은 이 선택이 그녀가 고 른 선택문 중에서 '둘 다에게 좋은' 선택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는 언제나 이런 나의 믿음에 제대로 보답을 해주었지. 그러니 이번에도 난 그녀가 의 도해주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변칙 플레이에 상당히 능숙했 지. 착한 성격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말이야. 나는 머신 건을 꺼내고 시료스를 전개시켰다. 요 근래 들어서 나의 주요 무기가 된 것들이다. 그녀의 의도는 척살의 규율의 틈새를 이용하는 것이다. 척살자와 척 살대상은 눈이 마주친 그 순간부터 전투에 들어가야하며 일체 대화는 허용하지 않 는다고 하였다. 얼핏보면 사정들을 것 없이 죽이라고 하는 규율 같지만, 어느 한 쪽이 죽을 때 까지 전투를 멈춰선 안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결국, 그녀와 내가 한 판을 싸우고 나서 그 다음에는 대화를 해도 된다는 것이다. 비롯 그렇게 오래 대 화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서로의 입장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 오 랜 대화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오래사는 드래곤들이니 한 3일 정도는 눈감 아 줄 수 있는 범위에 속하겠지. 3일. 그녀와 나의 남은 시간이다. "혜진아. 늘 그래왔지만, 역시 난 너를 못 이겨먹을 것 같다" 나는 공중을 향해 서글픈 미소와 함께 목소리를 띄웠다. 지난 번의 싸움도 있고 하니, 진지하게 싸워주지. "차앗!" 나는 땅을 박차고서 앞을 향해 뛰어나갔고, 나의 발에 채여서 퍽퍽 들어가는 땅 의 느낌이 전해져왔다. 숲에서 달리는 엘프의 속도보다 더 빠를 것이다. 여기저기 나무들도 있고, 바위들도 눈에 띄고 초록빛 덤불들도 눈에 띈다. 고르지 않고 울 퉁불퉁하면서 높낮이도 제멋대로였지만, 나는 그녀를 향해서 일직선으로 달려나갔 다. 덤불이 발에 채이고, 바위가 밟혀 으깨지면서 수십년의 세월이 한순간에 무너 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나와 부딪힌 나무들이 꺾여 부러지면서 나는 소리는 나의 위치를 여지없이 밝혀주고 있었지만 킨 센스가 있었기 때문에 애초에 암습이란 불 가능하게 생각되는 바이다. 차라리 이렇게 저돌적으로 달려가는 편이 더 나은 것 이지. 되지도 않을 암습따위, 안하니만 못하다. 킨 센스는 좀 더 진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저쪽에서도 속도를 올린 것인가? 아 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가까워지는 정도는 아마 내가 달려가는 속도로 좁혀지 는 거리일 뿐 이었다. 그녀도 느꼈겠지. 그래서 방비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 다. 그녀의 힘이면… 그다지 방비를 하지 않아도 되려나? 손에 들고 있는 머신 건 과 전개시킨 시료스를 잘 제어하면서 달려나갔다.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곧있으면 사정거리 안으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50야드… 40야드… 30야드… 20야드…! "…!" 나는 짧게 숨을 내쉬면서 지면을 강하게 박차고 위로 뛰었다. 30야드 정도를 위 로 뛰어 올라가면서 거의 발치쯤에 그녀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당황했다거나 하는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검은 머리의 혜진과 미리안, 에실루나, 그리고 섀도 우. 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보고 잠깐 아찔함을 느꼈다. 제길! 블러드 스폰으 로 만들어버렸단 말이야?! 게다가 그녀들의 눈동자에서는 나를 다시 만나서 반갑 다거나 하는 감정이 비치지 않고 있었다. 나를 적대하고자 하는 감정들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라스킨이 당한 것과 같은 정신개조인가? 훨씬 더 고등의 수법인 것 은 확실한데… 그렇다고 내가 그냥 있을 줄 알아?! 투다다다다! 머신 건의 총구에서 불을 뿜었고 탄피들이 총열에서 빠져나와 허공으로 향했다가 다시 낙하하고 있었다. 초당 여덟 발이 나가게 조정해 두었으니 잠깐동안 내가 연 사한 양은 장난이 아닐 것이다. 땅이 파팍! 거리면서 패이고 있었고, 그녀들은 사 방으로 산개했다. 그 와중에 혜진은 검으로 탄환을 막아내고 있어서 예전의 힘이 거의 죽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었다. 짧은 비행의 순간이 지나고, 나는 다 시 낙하하기 시작했으며, 오른손의 시료스를 검의 모양으로 전개했다. 그리고 그 대로 그녀를 향해 내리쳤다. 카가각! 검은 색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건과 나의 시료스로 만들어진 검이 부딪혔고, 나는 살짝 시료스를 조정하여 그녀의 칼날을 그냥 지나치게 만들었다. 그녀는 황급히 뒤로 뛰어서 피했고, 나는 그와 동시에 근거리 사격을 시작했다. 투다다다다! "하압!" 칭챙땅챙창칭챙창! 그녀의 검이 현란하게 움직이면서 탄환을 튕겨내고 있었다. 검신의 상단 아래부 분에 손을 대어 그것으로 검이 밀리지 않게 지지하고 탄환을 막아내는 것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방어를 하는 동안에 나의 옆으로 미리안이 검은 색의 금속으로 만 들어진 클레이모어를 들고 나를 치려하고 있었고, 나의 뒤로는 에실루나와 섀도우 가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차압!" 나는 오른손을 뒤로 향했고, 가는 실이 뻗어나가서 순식간에 격자의 구조를 이루 었다. 그대로 달려오다가는 시료스에 갈기갈기 찢겨질 것이다! 미리안과 에실루나 는 시료스가 전개되는 것을 보고서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고, 나는 그대로 전개한 시료스를 뭉툭하게 하여 그물화 시켰다. 그것으로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감쌈과 동 시에 섀도우를 향하여 머신 건을 발사했고, 체리랑스를 향해서는 쿼드러플 캐스팅 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저항 무시 매직 미사일!" 부우웅! 휘휘휘휭! 순식간에 40여개의 매직 미사일이 나의 주위로 떠올라서는 체리랑스에게로 향했 다. 그와 동시에 머신건이 불을 뿜었다. 그물에 둘러 쌓인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고, 섀도우는 멀찍이 떨어졌다. "저항 무시 매직 미사일!" 부우웅! 타다다닥! 혜진은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마법활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와 같은 마법을 사용해서 그것을 일일히 격추시키고 있었다! 크윽… 역시나 수준이 틀리다는 것인 가? 저런 정도의 집중력은 나도 웬만해서는 낼 수 없다. 최대급의 힙을 뽑아내지 않 으면 안되는 것인가? 하긴, 뽑아내었어도 지난번에는 깨졌지. 나는 일단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감싼 시료스의 일부분은 분리시켰고, 나머지를 오른 손의 손가락에서 두가닥씩 뽑아내었다. 분리가 되었다 해도 24시간 이내에 회수하면 되니 혜진과 싸우기에는 무리가 없다. 오른손에서 열가닥의 와이어가 나풀거리기 시작했고, 나 는 섀도우와 혜진을 경계하면서 틈을 노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상황이 내가 불리 하다. 아니, 혜진과의 싸움에서는 언제나 내가 불리하다. 이럴때는 할 수 있는 한 상대방의 전력을 깎아서 들어가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그래야만 전력차이가 그 나마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다다다다! "꺄아…!" 그래서 나는 오른손의 와이어들로 혜진에게 공격을 가했고, 왼손의 머신 건으로 섀도우를 쏴버렸다. 일부러 맞춰서 쐈기 때문에 섀도우는 양 허벅지에 탄확이 박 히고는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고, 그와 동시에 혜진에 나의 와이어를 전부 잘라 버리면서 외쳤다. "그만! 그만해요!" "…누구 마음대로?" "제발! 삐친 모습 좀 하지 말아요! 어차피 저한테 말렸다는 거 다 알고 오셨잖아 요! 기왕 말려주신거 기분 좋게 끝내주시면 안돼요?!" 나는 머신 건을 집어넣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묶은 와이어를 제외한 나머지를 회수시켰다. 섀도우는 허벅지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신움을 흘리고 있었고, 혜 진은 그녀에게 다가가서 치료를 하고 있었다. "기왕 말린 거 투덜거림이라도 해야지. 안그래?" "기왕 하실 거 기분 좋게 하시라고 옛날부터 말씀 드렸잖아요! 힐링!" "옛날이나 지금이나 내 대답은 같아. 마음에 내키지도 않는 일을 하는 데 왜 기 분 좋은 척을 해야 하는거지?" "하여튼 어린애 같다니까…" 그녀는 나에게 등만 보이고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후우… 솔직히 나야 변 하지는 않았지.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 지금 이렇게 그녀와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봐도 나는 변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대화는 많이 오고갔 으니까. "라, 라이니시스… 이것 좀 풀어주세요" "답답하군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그물을 걷어내지 못한 채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고, 나는 어 느 새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녀들을 보면서 그물을 이루고 있던 와이어도 회수시켰 다. 각자 검을 쥐고 있던 그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머리와 옷등을 탁탁 털어 내었다. 그녀들이 움직일 때마다 윤기 나는 검은 머리가 살랑거렸다. "혜진아. 궁금한게 있는데" "예? 뭔데요, 준열씨?" "…왜 애들을 이렇게 일견 몰개성하게 만들었냐?" 나의 말에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움직임이 따악 굳었고, 혜진은 황당하다는 표정 으로 나를 올려다 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푸, 아하하하핫! 아하하하! 모, 몰개성이라뇨… 아하하하!" "사실이잖아. 옛날의 은발과 금발은 다 어디간거야… 그때가 더 예뻣는데…" 나는 나의 말에 어쩔 줄을 몰라하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말 했고, 그녀들은 나의 손이 닿자 점점 더 어깨를 움추렸다. 혜진은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더니 한참 동안이나 더 웃어대었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것도 나름 대로 배려를 해준 것이겠지. 그녀와 나의 시간을 좀 더 늘려줄 수 있도록. 자신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서 그녀들의 수명을 '억지로' 늘려준 것이다. 자의가 아닌 타 의라는데 엘프들이 그녀들에게 뭐라고 할 것 같지는 않군. 어쨌든 이렇게 해 주었 다는 것은… "결국, 율법에 따르겠다는 것이군" "하하…, 후우… 그래요. 그럴 수 밖에 없어요" 나와 혜진은 침착하리만치 대화를 나누었다. 이상하게도 그녀와 난 오늘 첫 만남 에서부터 침착했다. 왜일까? 그녀와 내가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음을 나는 알 고 있고, 그녀 역시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위해서 죽어주려고 한다. 여 기서에서 어떻게 침착함이 둘 사이에 공존할 수 있으냐는 나에겐 정말로 의문이었 지만, 지금 이렇게 만난 상황에서 그런 의문은 필요 없었다. 그녀와 난 다음 순간 서로를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정말… 너무 보고 싶었어. 이유야 어쨌든… 보고 싶었어…" "아… 저에게 허락된 시간 모두를 바치고 싶었지만… 용서해 주세요… 저도 정말 보고 싶었어요…" 지난번의 비정상적인, 서로의 목적과 개립을 통해 어이없게 만난 상황과는 달리, 침착하게 준비되어왔고 이루어진 지금의 만남에서의 감동은 훨씬 더 컸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내가 알던 혜진의 얼굴은 아니었고 블랙 드 래곤이던 체리랑스의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존재감 자체는 나를 벅찬 감격과 함께 하게했다. 그리고 그녀와 나는 그대로 서로의 입술을 겹쳤고, 짜릿한 감각과 은은 한 쾌감이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나의 왼손은 그녀의 팔을 지나 그녀의 머리카락 을 쓰다듬었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아…" 그녀는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나는 또 그렇게 예뻐보일 수 없는 지라 다시 얼굴을 가까이 하고 있을 때… "너무해요. 하필이면 앞에서 그러다니…" "이해하려고는 해도… 조금 참기 힘들군요"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목소리에 혜진과 나는 화들짝 놀라서 서로 떨어져야 했다. 아… 그러고보니 그녀들이 있었지. 흠, 흠. 나는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거렸고, 미리안과 에실루나의 조금은 화나면서도 어딘가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볼 수 있었 다. 나는 일단 그녀들의 공기를 바꿔보기 위해서 말을 꺼냈다. "에… 근처에 성한 도시나 마을 있나? 일단 그곳에서 이야기라도 해 보자. 시간 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아, 아하하하, 그런 얼굴 그만 해줘" 나는 점점 날카로워지는 그녀들의 시선에서 슬쩍 몸을 돌렸다. 혜진은 그런 나를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나는 다시 슬쩍 몸을 돌렸다가 아까의 사격으로 분노한 섀도우의 표정을 만나게 되었다. 으윽, 사면초가다. "지금부터 내가 너희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줬으면 해. 중간에 잘라먹으면 기운빠져서 이야기 못하니까 그냥 들어줘" 체리랑스는 침대에 앉아서 미리안과 에실루나, 그리고 섀도우까지 포함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청자의 범위 안에 집어 넣었다. 그녀들을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 내 그녀가 할 이야기에 집중했고, 체리랑스는 훌륭한 청자들의 태도에 만족해 하 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첫 번째. 일단 나의 수명에 대해서 이야기할께. 나는 준열씨를 다시 만나기 위 해서 윤회생사의 고리에 기억을 가진 채로 뛰어들기로 했어. 그 과정에서 신들에 게 영혼을 저당잡혀서 그들이 언젠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기로 했지. 일종의 계약관계였어. 영혼의 기억은 원래 한번 죽고 나면 그것이 깨끗하게 지워지고 약 간의 잔재만이 간신히 남게되지. 최면술 같은 것을 사용하면 전생을 들여다 본다 던가 하는게 가능해. 나는 그 지워지는 것을 신들의 힘으로 막아두었어. 그래서 나는 12만 4천년의 세월동안 768번의 전생을 거치면서 이 시대에 지금의 나로 태 어났고, 죽음 이후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준열씨와 만났지. 사실 준열씨도 지금이 몇백번 째의 환생일 지 몰라. 다만 신들이 드디어 나와의 계약을 이수할 때라고 생각했는지 내가 원하는 때의 그의 기억을 되살린 채로 그 를 드래곤의 육체로 다시 부활하게 해주었지. 그리고 나는 신들과의 계약사항을 이수하기 위해서 세상에 어둠의 신들이 좋아할 감정을 뿌리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준열씨가 나의 앞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는 유구한 세월의 보 상을 받을 수 있었지. 그래서 나는 계약 사항을 완전이 이수했고, 거기서부터 나 의 문제는 시작된거야. 신들이 부여했던 힘이 모조리 빠져나가면서 그간 나의 영 혼과 동조되어있던 그 힘들이 나의 생명력까지 같이 가지고 간 것이지. 결국 결 론은 이야기 하자면 이렇게 살아간다고 가정 할 때 나의 목숨은 앞으로 48개월, 그러니까 3년 밖엔 남지 않았어" 그녀가 스스로 이야기 한 시한부 인생 선고에 섀도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뭔가 몸이 약해진 것이라고 알고 있긴 하였지만 3년 밖엔 남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그녀는 자신의 마스터에게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는 섀도우를 제지했 다. "중간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어. 섀도우. 어쨌든 이야기를 계속 할게. 앞으로 3년 이라는 것은 내가 병약한 인간들 처럼 요양하면서 살아 갈 때의 이야기야. 예전 처럼 나의 힘을 사용하면서 살려면 앞으로 한달 정도를 더 살 수 있지. 여기서 두번째, 나에게 떨어진 척살령에 관해서야. 척살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맡 게 되었지.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에게 나의 목숨을 맡긴다는 것 이 나는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그는 조만간 척살령을 시행하기 위해서 나를 찾 아 올거야.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일단 만나야 공격이라도 하지 않겠어? 정확 한 그의 목적은 '방문'이지"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그는 체리랑스를 만나러 올 것이 라고 그녀들도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체리랑스는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서 계속 이야기 했다. "척살령이라는 것은 상대를 죽이거나 자신이 죽던가 둘 중에 하나야. 그리고 내 가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의 재료에서 꺼낼 수 있는 핵심 두가지는 '나는 어차피 죽게 된다'이고, '그는 나를 죽여야만 한다'라는 거야. 자아, 두 개의 명제가 생 겼으니 간단하게 여기에서 추리할 수 있는 대답이 도출돼. '나는 그를 위해 죽어 야 한다'라는 거야. 어차피 시한부 일생, 사랑하는 남자에게 도움 되게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 나의 바램이야. 그가 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렸듯이 이번에는 내가 그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어. 이것은 나의 의지이며 아무도 꺾지 못할 거 야. 심지어 그라고 해도 날 이기진 못해" 그녀의 단호한 의지가 서린 말에 그것을 듣고 있는 세명의 여자는 모두 고개를 숙였다. 한 사람을 위해 저렇게 까지 할 수 있을까? 죽음까지도 초월한 두 연인은 이제 서로의 목숨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겠다는 것이다. 기왕 사라질 목숨을 저렇 게 쉽게 던지겠다고 하는 단호함은 어지간해선 발휘될 수 없다. 그리고 결심하더 라도 저렇듯 남들에게 선언하듯이 이야기 하는 것도 어렵다. 게다가 그녀는 그것 을 실제로 실천하려 하고 있지 않은가? 숙연해지는 세 여자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생기지. 나는 그를 위해서 만족하고 눈을 감지만, 그는 남겨지게 돼. 아마도 홀로 자신을 자책하면서 세월을 보낼 것은 뻔한 일이야. 그 리고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있지만 너희들도 그가 살아가는 세월보다 더 일찍 늙 어서 죽게 될걸? 그가 받아들인 양녀는 조금 더 오래 살겠지. 그의 부하도 좀 오 래 살거야. 정신의 정령 꼬마는 아마 그의 곁을 지키면서 영원히 살겠지. 하지만 나머지는? 그의 친구와 그가 알고 지내던 모든이들은 죽음을 맞이 할 것이고, 그 영원에 세월 동안 자신이 인간이라고 받아들인 그의 정신이 어떻게 견딜 수 있을 까? 나는 그가 죽은지 얼마 안되어서 비탄에 찬 죽음을 맞이했지만, 세번이나 해 본 드래곤의 인생에서 단정 짓건데, 드래곤은 웬만해선 죽기도 어렵지. 결국, 나 는 그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충동적으로 저질러서 남겨진 사람을 가슴아프게 하 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난 너희들을 데려온거야" 체리랑스는 감탄해하고 있는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보면서 말했다. 그녀들은 체리 랑스의 말에 감탄하고 있었다. 자신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서 사후 처리 까지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것이다. 그녀들은 눈 앞의 초췌한 사람이 자신들의 최대 적이었다는 것을 잠시 접어두고서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그가 인간의 자아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옆에서 그것을 떠받들어줄 존재가 필요 해. 그 역할을 내가 했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나는 그의 목숨을 연장시켜 주는 것으로 나의 생명을 쓰겠어. 그러니 너희들은 내가 못했던 일을 해 주었으 면 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난 너희들을 블러드 스폰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말하는 거야. 그렇게 되면 너희들의 기본 수명은 배 이상 올라가게 되어서 그와 함께 할 수 있을거야. 아마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걸? 단지 그는 너무 상냥하고 사려깊어서 그런 말을 꺼내지는 않을거야. 그러니 내가 너희들을 강제 적으로 그렇게 만들어 버리겠어. 거부권은 용납되지 않고, 자살역시 소용 없을거 야. 나에겐 정신의 정령이 있기 때문에 너희들이 그것을 자발적으로 원하게 하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것도 가능해. 하지만 난 그의 애인이자 연인인 너희들의 자유 의지를 존중해 주려는 거야. 너희들보다 먼저 그를 사랑했고 먼저 그를 가졌던 '언니'로서 권고하건데, 받아 들이는 것이 좋을거야" 체리랑스의 눈이 번득였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녀들의 잠시 후에 고개를 끄덕거렸음은 말할 필요가 없는 기정사실이었다. 우리가 마주쳤던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에 들른 우리는 한 여관을 잡고서 그 곳에 머물기로 했다. 그리고 혜진은 나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면서 혼자 방에 와서 는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남은 수면에 관련한 이야기. 미리안과 세일루나가 어째 서 블러드 스폰이 되어야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녀의 배려에 나는 뭐라 이야기 를 꺼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까지 날 위해 노력해 주었는데 나는…. 그러 던 도중 그녀의 남은 수명에 생각이 다시 이르렀을 때, 나는 화들짝 놀라면서 그 녀에게 말했다. "자, 잠깐. 그때부터 한달이라면… 얼마 안남았잖아?!" "그래요. 지금 말해서 미안하지만 이제 3일 남았어요" 혜진은 너무나도 담담하게 말했고,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고, 고작해 야 3일 이라고?! 그녀와 나의 남은 시간은 앞으로 3일 뿐이었다. 내가 무심코 예 상했던 시간인 3일이었다. 이건 말도 안돼! 나는 내가 지금까지 지탱해왔던 모든 힘이 일순간에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몸을 일으키고 살아있던 원 동력은 그녀를 만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나의 곁 에서 사라진 다는 것은, 그것도 3일 뒤라는 너무나도 가까운 시간이라는 것에 경 악했다. 나는 반쯤 일어섰다가 뭔가 외치려는 듯 머뭇거렸다. 혜진은 그런 나를 보면서 스스로 말했던 것이 마치 농담이라고 말할 듯한 얼굴로 미소짓고 있었고, 나는 폐부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리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제길… 이건 말도 안돼…! 빌어먹을…!" 나는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나즈막히 말했다. 이미 마음 속으로는 받아들이고서 준비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실제로 직접 들었을 때의 비현실적인 감각 이란 정말로 쓰디쓴 것이었다. 마음 속으로는 이미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난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크윽…!" 이를 악물면서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어가서 붉은 피가 배어나왔 지만, 그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가슴 속 깊이 느끼는 좌절감과 절망감 에 비하면 이것은 간지러울 정도였다. "이러지 마세요. 손 주세요" 혜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의 손을 잡아서는 힐링을 걸어주었다. 자신의 목 숨이 3일 후에 사라지는데, 남을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혜진… 난…" "됐어요. 이미 정해진 사실에 대해서 반항 할 수 있는 권리는 당신이나 저에게나 없어요. 운명은 바꿀 수나 있겠지만, 이것은 숙명이예요. 바꿀 수 없어요. 아마 도 이 세계의 인과율이 저에게 내리는 심판일런지도 모르지요. 이 손과… 이 입 술로 지금까지 몇명이나 죽여왔으니까요…" 그녀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만 이내 그녀는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 다. "하지만 죽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에요. 제가 지옥에 가서 고통을 받더라도 저 는 뻔뻔하게 현재를 살겠어요. 남겨진 시간동안 전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저에 게 남겨진 인생을 즐길 것이에요. 제 목숨을 이렇게 깎아버리고서 세상이 저에게 참회하라고 해도 저는 '지금'을 살겠어요. 저는 제가 한 일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아요. 당신을 만났잖아요? 그것에 저는 의미를 두겠어요. 당신이 이런 저를 뻔 뻔하다고 욕하셔도 좋고, 살인마라고 욕하셔도 좋아요. 다만… 남은 시간동안은 전 당신의 곁에 있고 싶어요" 그녀는 여러가지 면에서 변해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그녀의 근본은 변하지 않 았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 목표에 만족한다. 단지 예전에 그녀라면 그 사이에 어떠한 사람들의 희생도 들여놓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 의 그녀와는 틀린 점이었다. 적어도 우리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남 을 희생시켜야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가 많은 사람 들을 희생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묻는다면 그것은 나 때문이다. 내가 있었기에 그녀가 환생을 시작한 것이고, 내가 있었기에 그녀가 매쉬암이라는 조직을 일으켰던 것이다. 책임이 있다면… 나에게 있다. "널 탓하지 않아… 그것은 나의 탓이야. 내가 있었기에, 내가 널 홀로 남겨뒀기 에 이렇게 된 거야. 그러니 슬퍼하지마. 너를 욕하지도 않아" 그녀의 손을 쓰다듬었다. 작고, 하얗고, 부드러운 손이다.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 면, 그녀의 생명 대신에 내 생명을 바치고 싶다. 나 때문에 이 모든 일들이 벌어 졌다. 그런데 어째서 고통받는 것은 그녀인가? 차라리 나의 목숨을 거둬가지… "준열씨. 차라리 자신이 죽었으면 하고 생각하시려고 한다면 그만 두세요. 당신 의 탓이 아니니까요. 미련많은 한 여자의 한이 이루어낸 모든 일이에요. 당신이 죽었으면 그 슬픔을 안고서 몇년 지나 다른 남자를 만나서 사랑하고 평범한 윤회 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그것을 거부했어요. 애시당초 문제는 거기서 발생 한 것이에요. 그러니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요" "하지만 혜진! 난…!" "그만 하세요! 자신의 존재가 모든 일의 원흉히고, 자신이 모든 일을 나서서 해 결하려 들고, 자신만이 희생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 생각은 버리세요! 당신은 전부터도 항상 그래왔어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항상 자신의 일은 뒷전으로 미뤄 두고 남의 일정에 자신을 맞춰가면서 항상 다른 이의 일에만 신경을 썼죠. 나 혼 자만 참으면 돼, 나 혼자만 희생하면 돼! 항상 그랬어요! 자신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는 듯한 그런 태도! 인간으로써 훌륭한 자세라고 하겠지만, 결국 그것은 멍 청한, 네에! 맞아요! 멍청한 자기희생이예요! 나야 어쨌든 다른 사람이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전혀 일말의 이기심도, 자기 의견도 없이 남의 의견만을 수용하고 그들에게 최대한으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어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항상 자신만을 깎아오던 그런 행동들!" 혜진은 거의 울듯이 소리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죽기 전에도 누누히 강조했었 다. 좀 더 자신을 위해서 살아라. 그렇게 남의 일만 봐주지 마라. 자신에게 좀 더 이익되게 행동해라. 그녀는 나의 이런 성격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어느 면에 서는 좋아했지만, 늘상 그런 나의 행동을 싫어했었다. 나 나름대로의 자기 만족이 었던 그 행동을. 다른 이들이 나로 인해서 훨씬 더 즐거워하거나 웃을 수가 있다 면 나는 그것으로 좋았다. 그리고 항상 그들에게 최선의 방향으로 일이 돌아가게 끔 만들었다. 내가 무슨 일을 했하였는지 그들이 알던 알아주지 않던 중요하지 않 았다.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을 신경쓰지 않으며 사람들을 도와주었다. 어찌 보면 바보같을 정도의 자기 희생이었다. 착했다라기 보다도 남들과는 다른 자기 만족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싫어했다. 남의 일정에 맞춰서 자신의 행동을 정하는 그런 태도를 싫어했었다. "당신의 그런 태도가 결국 자신의 목숨을 앗아갔어요. 항상 그렇게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행동하시는 것이 전 좋지 않아고 누누히 말했죠. 하지만 최후의 최후까지 당신은 고치지 않았군요. 그런 면도 좋았지만… 당신은 좀 더 자기자신 을 챙길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 모든 일에서 '내가 희생하면 돼, 내가 하면 돼' 라는 생각은 이제 좀 그만 하세요. 예? 제 부탁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를 점점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가 조용히 달싹거릴 무 렵에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면서 작게 말했다.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노력할게" 아마 완전히 고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원한다면 조금씩 고쳐나갈 수는 있겠지. 최후의 최후까지 그녀에게 슬픔을 남겨주고 싶지가 않았다. 그녀는 나 때문에 자신이 이루지 못할 일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가 나를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를 위 해서… 나를 위해서… 크읏! 나는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경정적인 감정들을 누르고는 조용히 말했다. "그럼… 3일간 무엇을 하겠어?" "저에게 남은 3일간… 당신과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당신의 품에 다시 안기고 싶어요. 잠에서 깨어 일어났을 때 당신이 옆에 있는 모습을 보고 싶 어요. 당신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싶고, 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요. 같이 데이 트도 하고 싶고, 함께 웃고, 함께 즐기고, 함께, 함께, 함께…" 그녀는 계속해서 함께라는 말을 입에서 떠나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나에게서 떨 어지는 것이 제일 두려운 것 같았다. 이제야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 낼 수가 있게 되었는데… 왜 약속된 시간은 고작 3일 뿐일까? 해가 지고 있는 지 금, 반쪽의 하루와 2일이 남아있는 것이다. 12만 4천년의 세월이 흘러서, 그녀가 누리고자 했던 시간은 고작 3일이었다.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너무 적지 않은가! 그런 까마득한 세월을 살아온 그녀에게 단 3일이라니! "3일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함께 살아보 자. 최대한 많은 일을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 후회가 남겠지만, 최대한 적 게 남겨보자. 우리의 남은 시간동안… 그러자…" 나는 혜진을 끌어안았다. 남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후회가 생길까? 하지만 그 것은 우리가 누릴 행복에 비하면 작은 것임이 틀림 없다. 3일 동안 그녀가 바라고 있는 모든 일을 이뤄주리라. 우리의 남은 시간동안, 너무나도 긴 시간을 걸어온 그녀에겐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고 나에게도 짧디 그지 없는 시간동안 12만 4천년 의 세월을 메울 것이다. 그녀가 지닌채 살아와야 햇던 슬픔을 지울 수 있게, 그녀 가 놁한 것을 전부 누릴 수 있게… 남은 시간동안… 같이 살자.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기억에 이 모든 것을 담아두자. 바보 같은 한 남자에게 모든 것을 걸어온 그 녀를 위해 모든 것을 기억하고,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자. 너무나도 모자른…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만의 해후일까. 나에게는 1000년이 조금 넘은 시간을 공백으로 두고 있지만, 그녀는 나의 백 배 가 넘는 시간을 기다려왔다. 우리는 서로를 너무나 바라고 있었고, 서로를 원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라. 몇 만년 동안 헤어져서 한 사람만을 그리며 생성된 그리움 은 얼마나 클 것이며, 그것이 원망으로 변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 이다. 그녀는 충분히 나를 원망할 수도 있었다. 12만 4천년의 세월동안 그녀는 나 를 생각하면서 나에 대한 분노를 키울 수도 있었다. 그 어떠한 일이 일어날 지라 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할 수 있을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 동안 그녀는 나를 만 나기 위해서 한결 같이 기다려왔다. 그런 그녀의 1/100 밖에 안 되는 시간을 살아 왔으면서도 다른 여자들을 만나서 정을 통한 나는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죄책감 을 안고 있었다. 그리움. 그리고 속죄. 이 두개의 키워드가 만나 서로의 몸과 마음을 보듬고 끌어안았다. 사막에서 물을 찾듯이, 죽음에서 생명을 찾듯이 그녀와 나는 서로를 끊임없이 갈망하였다. 서로 의 손은 서로를 찾고 있었으며, 서로의 몸은 더이상 상대와 떨어져 있는 것을 허 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말 그대로의 갈망이었다. 덩굴이 얽히듯 서로가 서로에게 얽혀들고 사막의 열기와도 같은 숨결이 오고갔다. 바짝 마른 모래위로 떨어진 물 이 흔적도 없이 증발하듯, 서로가 서로에게 열중하는 시간동안 서로에게 제공하는 모든 명제의 감정과 언어는 순식간에 그 가치를 잃고서 사라졌고, 그 비어있는 가 치의 빈 공간 속을 채워 넣듯이 다시 몇 배 많은 감정과 언어를 서로에게 제공하 면서 서로를 원했다. 손과 손, 눈과 눈, 얼굴과 얼굴. 상대를 확인하다 마주친 손 들은 서로를 강하게 확인하고 다시 상대를 확인하는 것을 반복하였으며, 서로의 눈은 서로에게서 떠나지를 않았다. 모든 감각은 상대에게만 허용되었으며,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든가 하는 행위는 자신 스스로 용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 겁의 시간보다도 길었고, 바람이 머무는 시간보다 짧았다. 자신이 안고 있던 모든 바램, 자신이 지니고 있던 모든 감정, 자신이 준비해둔 모든 말들. 그것들은 같은 공간의 같은 시간에서 서로에게 밀착해 주고받으면서 그녀와 아는 언어로써 행해지는 대화가 아닌 서로의 체온을 통하여 느껴지는 감성 의 언어와 서로의 시선으로 주고받는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었다. 상대에게 던져주 는 한마디의 언어보다도 표정과 행동과 눈빛이 더 절실하고 가장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성이 대변하는 언어의 의미는 격하되었고, 감성이 대변하는 행동 의 의미는 격상되어 서로가 서로를 악기 삼아 연주하는 음악가가 되었고, 상대의 모든 것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고, 자신들의 모든 것을 노래하 는 가수가 되었다. 하나의 하모니가 끊임없이 공명하여 다른 하모니를 이끌어내고 그것으로 인하여 거대한 음률이 회오리 치듯, 색채와 색채가 뒤섞여 서로 다르면 서도 같은 그림을 연출하듯이 그녀와 나는 서로 조화와 일체를 이루었다. 서로는 서로의 정복자였다. 누가 정복당하고, 누가 정복하려는가. 그것은 서로가 얼마나 서로에게 갈망하였는가를 반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는 서로의 정복자 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상대방에게 정복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서 로의 관계에 더이상의 격차는 없었고, 서로가 서로의 지배자였으며, 서로의 노예 였다. 몸부림치며 일어서려는 움직임을 찍어누르고 오만한 웃음을 흘릴 수도 있는 법이고, 밑에 짓뭉개지면서도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는 법이다. 서로가 서로 의 노예가 되어서 피동적인 역할을 수행하길 원했다. 격렬한 주도권의 싸움은 들 끓는 갈망을 더욱 데우고 있었으며, 식을 것 같지 않은 갈망에 우리는 몸부림치면 서 더욱 서로를 정복하고자 했다. 그녀는 나의 위에 올라타 나의 목을 조르며 눈물을 흘렸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깨물어 약동하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피를 핥았다. 그녀의 손톱이 몇 번이나 나 의 등에 파고들었고, 피에 젖은 혀로 그녀의 목을 핥으며 서로를 탐했다. 서로에 대한 갈증과 열망이 서로에게 상처를 내고, 그것을 다시 쓰다듬어 주며 서로에게 상처 입혔다는 사실에 슬퍼하고 다시 서로를 느낀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 서로의 언어와 감정과 심장의 고동과 피와 타액과 체액을 나누었다. 지금 이 순간 이성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광기만이 남아 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서 서로를 탐하고 있었 다. 가장 격렬한 감정들은 가장 격렬하게 상대를 정복하려 하고 있으며, 가장 자 애로운 배려심은 상대를 떠받들어 주고 있었다. 폭풍이 몰아치고 해일이 밀려들고 벼락이 내리치며 화산이 폭발하고 대지가 부서 져나갔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은 채 깊이 잠들었다. 시간은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안타까움만이 늘어나는 시간들은 서로를 괴롭힐 따 름이었다. "잠깐… 잤네요"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서 잠을 자본 적도 오랜만이야" 나와 그녀는 서로를 보면서 미소지었다. 길고 긴 기다림 끝의 해후는 다시 우리 를 하나되게 하였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옷을 주워 입었다. 그녀의 어깨에 남아있는 약간의 이빨 자국들은 나로 하여금 약간 찔리게 만들었다. 내쪽도 등이 따끔거리진 않았지만, 내가 누워있던 시트는 거의 피로 검 붉게 염색되어 있었다. 두 남녀가 한 침대를 사용하고서 시트가 피로 물들었는데, 그것이 남자의 피라니 참으로 우스운 생각도 드는군. "아침… 드실 거죠?"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녀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나는 고개 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당연하지. 조금만 있어봐. 나도 도울 테니까" "아, 아니에요. 제가 준비할게요" "괜찮아. 걱정마. 같이 만들고 같이 먹으면 돼" 그녀는 조금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의 옷을 챙겨 입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의 햇살은 참으로 따사롭게 실내를 비추어 그녀까 지도 비추어주고 있었다. 황금빛 아침 햇살에 붉은 홍조를 띄운 그녀의 모습은 눈 부시도록 예뻤다. 나는 옷을 입으며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감상하였다. 다른 행동들 을 하면서도 그녀와 나는 서로의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상대 를 자신의 눈 속에 담고 싶은 기분이 컸기 때문이리라. 일분이라도 더, 일초라도 더 많이 상대를 자신의 눈 속에 담아 그것을 기억하려 하고 싶다. 더 많은 시간동 안 많은 모습들을 기억에 담아 그것을 추억으로 만들려한다. 남게 되는 사람이 누 구인지를 알기에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려 함은 당연한 일이다. 알 수 없는 미래가 존재한다는 것은 축복이었고, 행복이다. 그녀와 나의 앞에 있는 운명이 어 떻게 정해졌는지를 알기에 이것은 그녀나 나에게나 비극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축 복이다. "자. 가자. 같이 아침이나 준비해보자" "네" 그녀는 나의 팔에 매달리면서 생긋 미소짓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이 표정을 남아있는 시간동안 보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산속의 비어있는 집. 주인은 마물들에 의해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략 두어 달 정도 비어있는 티가 나는 집이었다. 나무꾼이 살던 곳이 아닌가 싶었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 나무꾼이 그의 숙소에 없다는 것은 주인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에 그 녀와 하는 남은 시간동안을 이곳에서 단 둘이서만 조용하게 보내기로 했다. 그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이야기도 하였다. 얼마 되지도 않지만 강 가까지 가서 서로에게 물장난을 치며 빨래를 하기도 하고, 거품을 날리면서 설거 지를 하였다. 음악은 없었지만, 같이 입을 맞춰 노래불렀으며 손을 맞잡고서 춤을 추었다. 낡은 공간에서 먼지를 일으켜가며 청소를 한답시고 난리를 피워도 봤으며 손을 잡고 숲길을 산책하면서 평화로움을 맛보기도 하였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며 함께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이것은 내가 미처 이루지 못했던 그녀와의 결혼 생활이었다. 첫날밤에 그녀에게 건네준 반지를 그녀는 반쯤 우는 표정으로 받아들였다. 처음 에 주려고 했지만, 죽음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서 건네지 못했던 것을 건 네주고서 지금의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내가 레어에서 살았을 때나 밖으로 나와서 그 어느 최고급 호텔에서 머무를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푸근함과 행복 감이 항상 존재하고 있었고, 그것은 나와 그녀가 같이 느끼는 행복감이었다. 자그 마한 공간에서 자그마한 행복에 만족할 수가 있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삶의 의 미를 찾을 수 있었다. 낮에는 그녀와 집안일을 같이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먹고 마실 것을 서로 준비하겠다고 다투기도 하면서 보냈다. 여느 신혼의 일상과 다를 것이 하나 도 없었다. 손을 잡고서 햇빛이 스며드는 숲길을 산책한다든가, 빨래는 뒷전으로 밀어두고서 강물을 튀기며 물장난을 즐긴다든가,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을 느낀다든가 하며 평화와 따사로움이 넘치는 시간을 보냈다. 밤에는 미약한 촛불을 켜두고서 일렁이는 그림자를 보며 서로의 얼굴을 빤히 쳐 다보며 가끔 피식하고 웃음을 띄운다든지, 허밍만으로 반주를 맞추어서 가벼운 춤 을 춘다든지, 술잔을 부딪히고 술을 마시면서 달착지근한 기분을 같이 느꼈다. 광 기가 존재했던 첫날의 밤과는 달리 그 다음은 서로에게 최대한 신경 쓰고, 부드러 운 애무를 동반해 서로를 안았다. 그녀의 모든 몸짓과 그녀가 내는 모든 소리와 말하는 모든 것이 나에겐 유혹이자 즐거움으로 다가들었고, 서로가 최대한 기뻐하 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폭풍과도 같은 시간의 후에는 조용히 달과 달에 걸치는 구름을 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바라오던 이상적인 형태의 행복을 손에 얻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생활. 평범하고 조용한 생활은 나의 마음을 매우 편안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영원이란 존재 할 수 없으며, 영위해왔던 행복은 언젠가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래 서일까? 그렇기에 시간은 그렇게도 빨리 지나간 것인가? "내일… 이군요" "그래. 내일이야…" 그녀와 나는 한 이불을 둘러쓰고 있었다. 내일이었다. 그녀가 떠나가는 날이 벌 써 하루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녀와 보냈던 이틀 간의 짧은 시간은 절대로 잊 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더 지내고 싶었다. 마음속에서 깊이 원하고 있던 바램이 었지만, 무심하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나의 품에서 그녀를 앗아가는 것은 저 가증스러운 신들이 아닌 시간이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자식인 시간이 그녀를 앗아가는 것이다. 그녀는 나의 손을 꼬옥 쥐면서 말했다. "슬퍼 말아요. 저는… 행복했어요" "나 역시 행복했어. 그랬기에 슬퍼하는 거야. 슬픔이란… 항상 무언가를 상실하 기에 찾아오니까" "당신은 너무 마음이 여려요. 때문에 전 걱정이에요. 부디, 제 말을 들어주세요. 혹시나 죽으려 들거나 하시진 않겠죠?" "…"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내가 어떻게 할까? 그것에 대한 그녀의 물음에 나는 확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방지하 려한다. 나의 두번째 죽음을, 준열의 두번째 죽음을 막아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대답해주세요. 죽으려고 하지 않으시겠죠? 저의 추억을 가슴에 담으시고, 당신 이 가꿔왔던 당신의 주위를 계속 가꾸실 거죠?" 그녀는 항상 그랬다. 내가 무슨 대답을 해야 할 것인지 가장 잘 알고, 그 대답을 유도한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그녀가 유도하려는 대답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절 대로 남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좋은 방법을 위하 여 그녀는 억지로라도 상황을 바꾸려고 하였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언제나 나는 그녀를 도와주었지. "그렇게… 하겠어" 차마 거부의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녀가 그것을 원하고 있기에 나는 그것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나와의 이런 짧은 나날 동안의 생활을 원한 것은 내가 같이 죽기를 바란 것이 아닌, 자신의 추억을 담아주길 바래서다. 단지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생각되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그녀와 내가 미처 누리지 못했던 결혼 생활을 누리려는 것이다. 그녀는 나의 대답에 만족스러 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나에게 기대오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러면… 내일은 무엇을 해 주실래요?" "내가 아침을 만들지. 그리고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나가는 거야. 돌아와 서는 목욕을 하는 거야. 이 시간동안, 내가 당신을 업고 다니는 건 어때?" "어머, 정말요? 정말 그래주신다면 너무 즐거울 거예요!"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날과 별로 다를 것이 없고, 약간의 특이점이 들어간다는 것뿐이었지만 그녀는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 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즐거웠다. "내일이 기대되네요. 후훗. 혹시 힘드시다고 중간에 떨어뜨리시면 안돼요!" "물론이지. 설마하니 아내도 못 업고 다니는 남편이 있을까봐?" 그녀는 쿡쿡 거리며 웃고는 몸을 돌려서 나에게 안겨왔고,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 다. 그녀는 나의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서 심장박동을 손으로 느끼는 것 같았다. "하암… 정말로 내일이 기대 되네요…" "졸리면 이제 눈을 붙여. 내일 아침은 내가 직접 만들어서 여기까지 가져와 줄 테니까" 나의 파격적인 서비스를 들은 혜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내 그녀는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제 기대를 무너뜨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잘자요. 여보. 아, 그리고 이 거 하세요? 저 지금 너무 행복해요" "나도 행복해. 그럼 잘 자" 나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고는 웃는 표정으로 말했고, 그녀는 활짝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네.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그녀는 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는 새근거리면서 잠들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내려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의 따스한 온기가 가 슴에서부터 전해져와 온 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아우레스력 1440년 4월 15일. 그녀는 포근하게 잠든 표정 그대로 깨어나지 않았다. 그 날 아침 미리안과 에실루나와 섀도우가 찾아왔다. 셋 다 혜진의 죽음에 눈물 흘렸고, 슬퍼했다. 그녀들은 그녀가 죽기 전에 행복했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에 고 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죽음을 맞이했을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 던 일에 가슴에 구멍이 뚫려버린 것 같았다. 가슴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이것을…" 섀도우는 나에게 흰 봉투 하나를 내밀었고, 그 위에는 검은 색의 예쁜 글씨체로 쓰여진 '나의 사랑, 준열씨께'라고 쓰여져 있었다. 혜진의 글씨였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고서 안에 있던 편지를 꺼내어 읽었다. [나의 목숨을 다 바쳐 사랑하는 준열씨께.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는 전 세상에 없을 것이랍니다. …이런 식의 표현을 저는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제가 남은 시간을 당신과 함께 보내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이 편지는 작성되어 있었습 니다. 차라리 유언장에 가깝겠군요. 이 글을 읽기 전까지 저는 행복했을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당신과 함께 있었기에, 당신의 미소를 볼 수 있었기에 저는 행복 했고, 당신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나날들이었을 것이라 생각해 요. 아직 지금의 제가 누리지 못한 것이지만, 그러한 행복을 저에게 주셔서 정말 로 감사합니다. 억겁의 세월을 거치면서 전 당신만을 생각해 왔어요. 결국 그것 이 이러한 파국으로 치닫는 줄은 모르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것은 당연한 것일는 지도 몰라요. 한번의 끝을 인정하지 못해서 당신까지도 이런 슬픔 속에 잡아서 넣은 사람은 저에요. 정말… 저 같은 제멋 대로인 여자에게 그런 사랑을 주셔서 너무나 고마워요. 아직까지도 저를 잊지 않으시고 사랑하고 계셔서 감사 드려요. 당신이 준열씨였을 때부터 저는 정말로 행복했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지금까지 몇 백 번의 환생을 거치면서 살아온 그 어느 시간보다 행복했어요. 당 신은 저에게 목숨을 바쳐서 저를 대신 살게 하셨을 정도로 저를 사랑해 주셨는 데, 저는 그것에 대해서 한마디의 감사도, 저의 행동에 대한 사과조차도 할 수 없었어요. 저는 단순히 당신을 만나서 감사와 사과와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을 하고 싶었어요. 그것이 너무 오래 걸렸지만 지금이라도 이렇게 말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미안해요. 이런 일을 겪게 해서. 고마워요. 이런 저를 사랑해 주셔서. 사랑해요.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당신과 보냈던 짧은 날들, 저는 죽어가면서도 행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저는 '행복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을 것 같아요. 그것은 진심이 에요. 당신과 함께 했기에 행복했어요. 그리고 저는 죽어서 사라질 몸이지만, 남겨진 당신이 슬픔을 겪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블러드 스폰 이상의 모종의 수를 써 놓았어요. 제멋 대로인 이 혜진은 다시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슬픔에 잠겨서 실의에 빠진 당신의 모습을 죽어서라도 보기가 싫기 때문이에요. 제가 죽 으면 제가 가진 드래곤 하트 두개를 그녀들에게 하나씩 쥐어주세요. 그러면 그녀 들은 블러드 스폰으로 다져진 기반에 저를 지금까지 유지해온 강한 힘을 지닌 드 래곤 하트가 반응해 그녀들을 용화(龍化)의 길로 이끌 것이에요. 그녀들은 저와 같은 블랙 드래곤에 최대한 가까운 존재가 되어 당신의 수명과 거의 같게 살아갈 것이에요. 저에게 주신 것 이상으로 그녀들에게 애정을 주세요. 그리고 모두 다 같이 행복해지세요. 더이상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통과 슬픔을 주지 않도록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 주세요. 옛날 이야기의 결말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주세 요. 마지막으로 저의 작은 바램이 있어요. 가끔, 꿈속에서라도 저를 보러 와주세요. 저를 잊어주셔도 좋아요. 하지만 가끔 꿈속에서 저를 봐주세요. 그 꿈속에서 당 신의 옆에는 제가 있기를 바래요. 약속하실 수 있죠? 당신의 꿈속에서 저는 당신 과 만나 행복할 것 같아요. 저는 더 이상 당신과 함께 할 수는 없지만, 저의 마음은 언제가 당신과 함께 할 것이에요. 저의 죽음으로 신들의 저주는 끝이 나지만, 저희들은 이것이 끝이 아 니라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비록 기억은 지워지겠지만, 내세의 어딘가에서 당신 과 제가 다시 만날 수 있어요. 이것이 끝이 아님을 믿기에… 저는 당신의 곁을 잠시나마 떠나있겠어요. 안녕히. 내 사랑하는 준열씨. 몇 만년의 세월 속에서도 이 혜진이는 당신만을 사랑했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그 날을 기약할게요. 고마워요. 이런 저를 사랑해 주셔서. 사랑해요. 저의 모든 것을 바쳐서. 안녕…] 그녀의 편지를 읽으면서 나는 점점 슬픔으로 가슴이 꽉 메워져 버리는 것을 느꼈 다. 편지를 미처 다 읽기도 전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와서 편지지 위로 떨어졌 고, 편지를 다 읽었을 때, 나의 공허했던 가슴은 슬픔으로 가득 차버렸다. 이제야 그녀의 죽음이 실제로 다가왔다. 더 이상 나는 그녀의 웃음을 볼 수가 없다. 그녀가 웃으면서 말하는 것도 볼 수 가 없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이젠 들을 수가 없다. 그녀의 손길이 아무 리 그리워진다 하여도 그녀의 손은 더이상 나를 쓰다듬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와 내가 당연스럽게 누려왔던 것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나를 남겨 두고서 자신의 시간을 끝냈다. 조용하게… 마치 자는 듯이… 그녀는 자고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님을 믿기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믿기에… Last Chapter. 이것이 끝이 아님을 믿기에…. End. ……안녕히. 내 사랑하는 여인이여. Next : Last Epilogue. 꿈의 자락에서… Last Epilogue : 꿈의 자락에서… 체리랑스 - 혜진의 죽음 이후, 라이니시스 - 준열에게 내려진 척살령은 해제되었 다. 그녀가 어떠한 형태로 죽었는가 혈족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척살대상의 목숨 만 사라지면 완수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 그가 있었다는 것 하나로 그 녀의 목숨을 취한 자는 그가 되었다. 그리고 체리랑스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이 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체리랑스의 유언에 따라서 드래곤 하트를 품은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블러드 스폰 에서 벗어나 무사히 용화를 이루었고, 블랙 드래곤이 가지는 대부분의 힘과 의지 를 계승받았다. 그녀들은 지금까지 그녀들이 살아오면서 쌓아온 정신으로 블러드 스폰이 되었을 때 드러나는 블랙 드래곤의 성정 대부분을 억누르고 드래곤 하트를 받아서 드래곤이 되었다. 따라서 그녀들은 훌륭한 블랙 드래곤이 되었으면서, 엘 프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한때 혈족들 사이에서는 큰 논란이 벌어 졌었다. 엘프의 자궁에서 태어나 드래곤으로 변화한 이들에게 과연 일족의 일원으 로서의 칭호를 내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다. 드래곤들은 고귀하고 순수한 자신들의 혈통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녀들을 배척하 자는 배척론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었으나, 그들이 정한 혈족의 규율대로 '척살자 는 척살 대상의 모든 것을 소유한다'에 따라서 체리랑스에게 속해있던 미리안과 에실루나를 라이니시스에게 귀속시키고 드래곤으로서의 칭호를 내리지 않되 블랙 드래곤의 일족에서는 그녀들을 인정했다. 상당히 복잡한 문제라고 볼 수 있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녀들은 드래곤이었으며, 그녀가 낳은 아이들 역시 블랙 드래 곤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일족의 미래를 위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교활함을 십분 발휘해 다른 색의 일족들이 뭐라고 하든 콧방귀를 뀌었다. 게다가 미리안과 에실 루나를 배척해 살해할 경우 그녀들이 가진 드래곤 하트가 라이니시스의 손에 넘어 가기 때문에 그녀들을 적극 일족으로 밀어주어 살려두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어 쨌든 레드 드래곤과 블랙 드래곤은 서로에게 '폭력 성향의 테러리스트'와 '변태 취향의 사디스트'라는 호칭을 주어 부르며 반목하던 사이이기 때문에 블랙 드래곤 의 입장에서 그녀들의 드래곤 하트를 라이니시스에게 내어주는 것은 싫었기 때문 이다. 결국 가벼운 심사를 통해서 그녀들에게는 일족 회의나 일족의 중대사에 관 여할 수 없음을 선포하고서 그녀들을 드래곤으로 인정해 주었다. 그러한 심사가 벌어지는 가운데, 그녀들은 면담 심사가 있기 전까지 자신들에게 그러한 일들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라이니시스의 철저한 정보차단이 있 었기 때문에 그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면담심사를 끝내고 와서야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았다. 어쨌든 그녀들은 평소와 같은 생활을 계속 영위 했다. 그녀들에 대해서 엘프들 사이에 논란이 많았지만, 그녀들은 자신들이 엘프 라고 말했고, 엘프들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드래곤의 칭호는 드래곤들이 내려준 것이라서 그녀들에겐 별로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고, 그녀들은 몸이 좀 다르다 할지라도 훌륭한 엘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퀸이 직접 나서서 그녀들을 인정했기 때문에 엘프들은 그들 사이에 존재한 모든 의심들을 걷어버리고서 '그녀들은 엘프 다'라고 인정했다. 아우레스력 1475년, 안스란력 35년 15월 14일. 찬란한 세개의 달이 빛나는 무성야의 밤이었다. 세계의 모든 도시에서는 이 위대 한 자연의 현상에 축제를 벌였고, 사람들은 저마다 찾아온 축제의 날을 즐기고 있 었다. 세계는 그들의 내는 웃음소리와 행복으로 가득 찼으며 그들 중에서 극심한 걱정이나 고뇌를 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 현재 출산중인 아내를 가 진 남편과 어머니를 가진 딸들에겐 걱정과 고뇌로 가득 찬 시간인지라 축제를 즐 길 여유조차 없었다. "아빠. 정신 사나워요. 그만 앉으세요" "그래요 아버님. 벌써 몇 시간째 그러고 계시잖아요" "너희들은 걱정도 안되냐! 지금 저 소리 들으면서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아!" 라이니시스가 가리킨 곳에는 산고의 고통을 못 이겨 내지르는 비명소리와 신음소 리가 가득 새어나오는 문이 있었다. 일찍이 그녀들의 임신 사실을 알고서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알려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드래곤의 출산 중에는 남 편이 들어가선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 간간이 들려오는 그녀들의 비명 소리와 고통스러운 목소리에 안절부절못하고서 거실을 종단하기를 몇 시간째 되풀 이하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나미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의 가 슴도 콩닥거리긴 마찬가지였다. 불안함을 가린 평정심을 가지고서 그녀는 최소한 진정하려고 애썼다. 인간 이상의 청력 때문에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내는 소리와 할머니, 증조 할머니가 그녀들을 독려하는 소리들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잘 들려왔 다. 때문에 그녀도 라이니시스와 같이 거실을 돌아다니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수 도 있었지만, 그래도 참았다. "좀 진정 하시라고요. 이러다가 제가 애 낳을 때는 아주 기절하시겠어요" "너 임신했니?! 상대는 누구야?!" "…아빠 바보!" 오디는 고등 정신을 가진 부녀의 저능한 대화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미아 도 상당히 많이 컸다. 그녀의 유일한 콤플렉스였던 몸매에 관한 문제도 해결되었 고, 유아체형에서 성숙한 여인의 체형으로 바뀌었다. 나미아가 열 여덟 살이 되면 서부터 급격히 일어난 신체의 변화는 마법과도 같았다. 남자들이 홀릴 정도의 미 모와 아름다운 자태, 그리고 그녀가 매 순간 짓는 표정들은 농염하기 그지없었지 만 결국 그 성격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예절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인 언 행과 행동들. 도덕성이라고는 결여된 모습에 그녀의 부모들이 얼마나 경악했는지 는 옆에서 지켜본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그나마 많이 나아진 편 이라서 조금만 더 가다듬으면 인간사회에서도 훌륭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오디는 잠시 부녀의 저능한 설전에서 고개를 돌렸다. 대개 출산에는 오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안과 에실루나가 들어간지 벌써 여섯 시간째가 되었다. 드래곤 들은 알을 낳지만, 그녀들의 경우에는 아기를 낳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아기들은 드래곤의 피를 타고나는 아이들이었다. 부모가 둘 다 드래곤인데 그 자식들이 인 간이나 엘프로 나올 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쌍둥이씩 한번에 나오다니… 조금 심했다…' 오디는 두명의 아내들이 각각 세 쌍둥이씩 낳게 하는 고통을 부여한 라이니시스 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로서 나미아의 아래로는 여섯명의 동생들이 한꺼번에 태어날 것이다. 처음에 라이니시스의 어머니와 할머니는 그녀들을 진찰해보고 얼 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이이익! 결국 다 아빠 때문이잖아요! 쓸데없이 힘은 좋아서 셋씩 집어넣은 사람 이 누구인데요! 게다가 한번에 출산이라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구요!" "그, 그… 그건…!" 순간 라이니시스의 말문이 막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디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짓을 했는지는 뻔하지 않는가. 아이를 만드는 성스러운 작업이지. 오디는 출 산실-로 부르기로 한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를 기울였다. 산파의 역할을 맡게 된 두명이 두명의 산모를 독려하면서 아이를 낳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 오디의 눈이 커졌다. '어? 나온다…고?' 여섯 시간의 산고 끝에 아이가 나오려는 것이다. 오디는 다시 말다툼을 하는 한 심한 부녀에게서 신경을 완전히 끊어버리고는 소리에 집중했다. 환희에 찬 응원소 리가 들려왔고, 잠시 후 맑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애애앵! 으아아앙!" "내 말은… 아?!" "아, 아기?!" 저열한 수준의 말다툼을 벌이던 나미아와 라이니시스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분명히 저것은 아기의 울음소리였다. 그리고서 또다시 다른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 려왔다. 수 차례의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다시 아기울음소리가 들려오기를 반복하 여 라이니시스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여섯의 아이들이 한번에 나온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이것은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문을 열고 방 에서 나온 그 다음이었다. "어머니, 할머니! 저… 어떻습니까?" "들어가 보렴. 다들 예쁜 아이들이더구나" "축하한다 얘야. 지금부터 바빠지겠구나" 그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표정에 약간 안심을 하고서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훈훈 한 공기와 함께 여섯의 아기들이 자신의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옹알대고 있는 소 리가 들렸다. "괘, 괜찮은 거야?" 그는 두개의 침대 중간으로 다가가면서 말했고, 그의 말에 두 엘프는 고개를 들 어서 말했다. "괜찮아요. 많이… 아팠지만. 아이들 좀 보세요" "저희들도, 아이들도 괜찮아요. 보세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자신의 품에 안긴 아이들을 서로 그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었고, 때문에 그는 한 아이에게만 가까이 갈 수 없어서 고민해야했다. 그녀들이 자신에게 보인 아이들은 전부 보자기에 쌓여서 편안하게 자고 있었고, 가끔 꼼지 락거리기도 하는 작은 몸들이 그렇게나 귀여울 수가 없었다. "저… 누가 첫째야?" "이 아이예요. 잘 생긴 남자아이예요" 에실루나는 아주 약간 자랐지만 그래도 붉은 색이라고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머리 카락을 가진 아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둘째와 셋째, 여섯째는 여기예요. 셋째와 여섯째는 딸이고, 둘째는 아들이에요" "넷째와 다섯째는 저고요. 아들과 딸이에요" 잠시 순서에 혼돈이 온 라이니시스는 생각했다. 각자 1,4,5와 2,3,6인 것이다. 라이니시스는 두 아내들을 보면서 말했다. "정말 수고했어. 그리고 너무 고마워" 조금은 파리한 얼굴이었지만 그녀들은 살포시 미소지었고, 라이니시스는 다시 감 격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가락을 튕기 고서 말했다. "그래, 아이들 이름은 생각해 봤어?" 라이니시스는 이름에 관한 결정권을 어머니인 그녀들에게 맡겼다. 그녀들은 그의 말에 서로를 쳐다보았고, 살며시 미소를 교환한 후에 말했다. 먼저 에실루나가 첫 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아이의 이름은 라르딘이에요" 미리안이 둘째와 셋째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둘째는 이률킨, 셋째는 니에라예요" "넷째는 시크린, 다섯째는 스웰텐이에요" 그녀들은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받았고, 라이니시스 는 예전 자신의 이름으로 쓰일 뻔했던 이름들이 자기 자식의 이름이 될 줄은 몰랐 었다. 그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저, 저기… 그걸로 된 거야 정말?" "네. 전부 훌륭한 이름들이지 않나요?" "저 역시 괜찮다고 생각해요" 라이니시스는 벅차 오르는 감동 같은 것을 느꼈다. 이렇게나 자신을 신경 써 주 는 아내들을 가진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여섯째의 이름은… 내가 지어도 될까?" 라이니시스는 여섯째의 이름도 그녀들에게 맡기려고 했다가 포근하게 잠들어있는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리고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말을 바꾸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잠시 서로를 쳐다보면서 눈을 깜빡 거렸다. 그러다가 그녀들도 이내 웃으면서 말했다. "저도 좋은 이름이 떠올랐어요. 매우 어울릴 것 같아요" "저 역시요. 마침 딸이네요? 잘 어울릴 것이에요" "으음… 왠지 생각하는 것이 같을 것 같은데?" 라이니시스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녀들을 바라보았고,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까만 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아이의 잠든 표정에서 그들은 전부 공통적인 이름 하나를 떠올린 것이었다. 세명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도 없이 여섯째 아기의 이름을 말했다. "체리랑스!" 셋은 서로를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고, 이름짓기가 끝나자 할머니와 증조할머니에 게 막혀있던 나미아와 오디가 들어왔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동생들을 보면서 눈을 반짝였고, 라이니시스는 그 모습을 보면서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혜진이 자신에 게 원한 것을 바로 이런 모습들일 것이라면서…. 왼팔 골절. 두부 경막하혈종. 좌측 하단 늑골 3대 골절. 각종 타박상. 두번째의 증상을 제외하고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러나 두번째의 증상은 환자의 의식 회복 가능성을 대폭 낮추고 있었다. 직접적인 뇌수술은 아니 었고 단순히 두개골을 열서 경막을 절개해 뇌를 노출시킨 후 혈종(핏덩이)을 제거 하는 수술에 지나지 않았지만, 뇌출혈로 인한 혈종이 생겼기 때문에 의식 회복이 더딘 것은 사실이었다. 띠이. 띠이. 띠이. 심박 수를 나타내는 녹색 선이 심장 고동에 따라서 움직이며 소리를 내고 있었 다. 환자의 코와 잎을 덮고 있는 산소 마스크와 심박계만이 환자는 생물학적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스읍- 하- 스읍- 하. 천천히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쉬는 호흡은 산소를 체내로 받아들였다가 배출하 고 있었다. 아직 육체는 생존을 원하고 있었다. 사위는 조용했고, 오로지 심박계 가 움직이는 소리 외엔 나지 않았다. 준열은 눈을 떴다. 가물가물하던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고서야 그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깨달았다. 어두웠지만 하얀색의 벽과 부자연스러운 몸의 느낌, 그리고 호흡을 위한 산소 호 흡기를 달고 심박계까지 작동하는 지금의 그는 병원에 있는 것이었다. '나…는? 덤프트럭에 치여서…' 트럭에 치이고서 지금까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지 모른다. 하여튼 자신은 의식 을 잃었고, 지금에야 정신을 되찾은 것이다. 그는 분명 뭔가 그 사이에 중요한 일 들이 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몸의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간지러운 통증에 신경을 돌렸다. 왼팔을 쑤실 듯이 아프고, 머리도 무거웠다. 온 몸에 충격들이 쌓 인 것 같았고, 몸의 여기저기가 간질거렸다. 아직 주위가 어둡고 해가 뜨지 않았 다는 것을 안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혜진이 의사와 간호사와 같이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 다. 침울한 표정의 심각한 얼굴들. 뭔가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들은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으나, 일단 그는 자신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려야 겠 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는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오른손을 들었다. 그의 손 이 천천히 들려지고, 그에 따라 나는 소리에 세명의 시선이 그가 있는 쪽으로 향 했다. "주, 준열씨!" 혜진은 깜짝 놀라더니 재빨리 다가와서 그의 손을 잡았다. 준열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미소를 지었고, 혜진은 그의 손을 붙잡고 작게 흐느꼈다. "일어나셨군요… 너무 걱정했어요.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괘…앤찮…아" 준열은 바싹 마른 입술을 들어서 그렇게 말했고, 그의 말을 들은 혜진은 더욱 더 어깨를 떨면서 흐느꼈다. 그러는 사이 의사가 그에게 다가와서 몇 가지 질문을 하 였다. 그는 바짝 말라서 갈라지는 입술에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서 천천히 대답했 고, 몇 가지의 문답이 오고간 뒤에 의사는 혜진에게 말했다.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지만, 고비는 넘겼습니다. 삼일 정도 차도를 보고서 결정할 수 있겠지만, 아마 안전할 것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니요. 간호하시는 분이 워낙에 정성을 다해서 그런 것입니다" 준열은 눈을 돌려서 혜진의 얼굴을 보았다. 많이 초췌해진 얼굴이 그녀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었다는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그녀가 얼마나 눈물을 흘 렸는지를 이야기하는 자국들이 보였다. "지금… 며칠…이지?" "사고가 나고 일주일이 지났어요. 그동안 계속 혼수상태라서 어머님과 아버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세요. 하지만… 깨어나서 다행이에요… 정말…" 혜진은 계속 그의 손을 잡고서 눈물 흘렸고, 그는 잡혀있는 손을 빼서 그녀의 눈 물을 훔쳤다. 혜진은 그런 그의 손길을 그대로 두고서 말했다. "미안해요… 전 당신을 믿지 못하고… 미안해요. 흐윽!" "괜…찮아. 살아…있잖아" 준열은 미소지었다. 살아있었다. 살아있는 것은 그 자체로 얼마나 큰 축복인가. 준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뭔가 그것에 대해서 중요한 일이 기억날 것 같았으나 그는 지금 혜진에게 신경을 쓰느라 그것은 그냥 한순간 떠오른 잡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아직 몸이 불편한 것을 느끼면서 언제쯤 이것이 완치될 수가 있을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이래가지고는 이번 학기의 학점을 바라는 것을 무리였 다. 휴학계라도 제출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혜진과 더듬거리면서 대화를 나 누었다. 곧 가족들도 그의 소식을 듣고서 찾아올 것이다. 그는 말하는 것이 조금 은 부자연스러웠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고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3주 뒤에 준열은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약간의 뇌 장애로 말을 더듬거리던 것은 금새 치료가 되었고, 단지 일주일동안 링거로만 살아왔던 것 때문에 몸이 약해져 서 그것에 대한 요양과 정밀검사 차원에서 그는 계속 병원의 신세를 져야했다. 늑 골과 팔이 부러진 것과 근육에 남은 충격들을 씻어내는 동안 그는 자신이 의식을 잃었을 때의 꿈들이 다시 기억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을 혜진에게 이야기 했고, 그녀는 재미있는 꿈이라면서 웃었다. 하지만 그 꿈속에서 다른 여자를 사귀 었다는 말에 도끼눈을 하는 그녀를 보고서 준열은 움츠러들어야 했다. 너무나도 생생했던 꿈 탓에 그는 그것을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소설을 쓰는 친구에게 소재 로 내밀었다. 그러나 들려온 말은 매정하기 그지없었다. "야, 요즘 추세에 이런 소재로 글 쓰면 얼마나 욕먹는지 알아? 쓰려면 네가 해. 미안하지만 못하겠다" 준열역시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그 때문에 그는 그것을 포기했다. 좀 더 글 솜 씨를 키워서 자신이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그것은 이내 그의 서랍장의 어느 한 귀퉁이로 사라져서 잊혀지게 되었다. 퇴원한 준열은 확실히 펑크난 학점 때문에 그 학기는 휴학을 해야했고, 휴학을 하는 동안 어디서 일을 할 수도 없었기에 그는 다른 과목들의 공부에 치중했으며 자주 혜진과 만나서 데이트를 즐겼다. 혜진은 그가 꾸었던 일주일간의 꿈 이야기 를 귀기울여서 들어주었다. 그런 도중 준열은 그녀에게 다시 프로포즈를 했고, 혜 진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다만 이것은 곧 결혼이 아닌 준열이 군대를 다녀오고서 생활의 터전을 잡고서 결혼을 하는 약혼의 개념이었다. 약혼식은 물론 없었다. 단 지 반지를 주는 것으로 혜진을 좀 더 가까이 두고 싶었던 준열이었다. 왠지 그렇 게 하지 않았다가는 그녀가 멀리 떠나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겨났기 때문이었 다. 준열은 팔이 다 낫고, 갈비뼈가 다 붙자 군대에 가게 되었다. 현역으로 뛰는 동 안 혜진은 틈틈이 면회를 왔고, 그것은 그가 제대 할 때까지도 계속 되었다. 동기 들이 고무신 거꾸로 신은 애인들 때문에 삼겹살과 소주로 자신을 달래고 있을 때 그는 그것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였다. 절대로 그녀와는 떨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생각대로 준열이 제대하고서도 그녀는 절대 그를 잊어버리 지 않았다. 준열이 제대하고서 대학을 무사히 마치고 기업에 입사해 1년째 되었을 때 준열과 혜진은 결혼식을 올렸다. 다른이들의 축하 속에서 그 둘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이 루어졌고, 그들은 신혼집을 차려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 들의 일상이었지만, 행복이 가득한 나날이었다. 혜진은 두명의 딸을 낳았고, 그 이름은 '미리'와 '예실'이었다. 연년생인 두 딸 은 누가 언니이고 누가 동생인지 모르게 친하게 자랐고, 혜진과 준열은 착하고 예 쁘게 자라나는 딸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들을 지냈다. 그들은 괴로워하는 일없이 언제가 즐겁게 살았고,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면서 살았다. "체리야! 뭐하니!" "아, 저기… 큰언니… 그러니까…" 체리랑스는 나미아의 호통에 깜짝 놀라서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체리랑스의 작고 통통한 손에는 은빛의 테두리를 가진 거울이 들려져 있었고, 그 거울에서는 끊임없이 뭔가가 바뀌고 있었다. 나미아는 고개를 갸웃했다가 거울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거, 몽경(夢鏡)이잖아? …너, 아빠 주무시는 거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니!" "에… 그러니까… 미안해. 언니" 체리랑스는 금새 고개를 푸욱 숙였고, 나미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고 있는 라이니시스의 거체를 보면서 깨어날 기미는 없는지 잘 살피고 있었다. 미리 안과 에실루나가 여섯명의 동생들을 낳고서 50년 뒤에 라이니시스는 잠들었다. 언 제 깨어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섯명의 동생들이 성인식을 치르기 전까 지는 깨어날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나미아와 미리안, 에실루나는 라이니시스가 자는 것을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했으며, 그 넓디넓은 공동을 가득 채운 거체는 1분에 한번쯤 호흡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는 느린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체리랑 스는 그런 라이니시스에게 다가가서 꿈을 보는 거울인 몽경을 가져다 대어 그의 꿈을 훔쳐보고 있었고, 나미아는 다른 동생들과 놀아주다가 나와서는 체리랑스를 발견한 것이다. "자자, 들어가서 다른 언니 오빠들이랑 놀아야지? 들어가자 체리야. 이리와. 안 아줄게" "응. 알았어" 체리랑스는 나미아에게 안겼고 나미아는 다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나미아는 걸어가던 도중 문득 아버지가 무슨 꿈을 꾸었는지 궁금해졌다. "체리야. 아빠가 무슨 꿈을 꾸고 있었니?" "약속을 지키는 꿈을 꾸고 있었어" "…약속? 무슨 약속을 지키는데?" "에? 나, 무슨 말 했었어? 어? 분명 내가 무슨 말을 한 것 같았는데…?" 체리랑스는 곰곰이 생각했다. 분명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것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미아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러나 싶었다. 다들 특이점이 있는 동생들 중에서도 이 막내 체리랑스는 다른 동생들에 비해서도 훨씬 더 특이했다. 어머니들과 아버지가 왜 이 아이에게 이 이름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미아는 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다들 귀 여운 동생들이었고, 특히 아직 성장이 좀 느린 편에 속하는 체리랑스는 훨씬 더 귀여웠다. "엄마. 체리 찾아왔어요. 아빠 꿈을 훔쳐보고 있었어요" "이런, 체리야. 아빠 주무시는 거 방해하면 안된다고 했잖니?" 에실루나의 말에 체리랑스는 볼을 부풀리면서 불만 어린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말 했다. "하지만… 아빠 일어나지 않는 걸요. 놀아주지도 않아요" "하지만 체리가 자꾸 방해하면 더욱 늦게 일어날거야. 알았지? 그러니 아빠 자는 거 방해하면 안돼요" "네…" 체리랑스는 미리안과 에실루나에게 미안하다고 하고는 다섯 명이 뭉쳐 노는 곳으 로 달려가서 그곳에 끼어 놀았다. 나미아는 당분간 여섯이 잘 노는 것 같아서 자 신이 참견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했다. 나미아는 여섯명으로 제각기 다른 모습들을 한 동생들을 바라보면서 생긋 미소지었고, 미리안이 옆에서 나미아는 콕콕 찌르고 는 말했다. "그런데, 저이가 무슨 꿈을 꾸었다고 하니?" "약속을 지키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데… 체리도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 르나봐요. 가끔 알 수 없는 소리를 잘 한다니까요" 나미아의 말에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깜짝거리고 있었다. 이내 에실루나는 약간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이는 약속을 너무 잘 지켜서 탈이에요" "그렇지만 그 점이 저이의 장점이잖아요. 지금은 양보해야될 것 같아요" 미리안과 에실루나는 그렇게 서로에게 이야기하고는 찻잔을 들어올렸고, 나미아 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저도 좀 끼워주세요" "응? 별 다른 말이 아니야. 너희 아버지는 지금 꿈의 자락에서 지켜야 하는 약속 을 지키는 중이야. 단지 그것뿐이란다" "엄마… 저 욕구불만이에요" "저런, 그러니? 어서 신랑감을 찾아보렴. 혼자서 자기 위로하는 것은 그다지 도 움이 안될 테니까" "엄마아!" 나미아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서 말하는 미리안에게 빼액 소리를 질렀고, 미 리안은 '무슨 일 있니?'라는 듯 눈을 들어서 나미아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나미아야.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야. 그러니 저기 애들 좀 말려주지 않으련? 또 싸우는구나" "예? 니에라! 시크린! 또 너희들이야?!" 나미아는 얼른 달려가서 큰언니이자 큰누나의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미리안 이나 에실루나가 나서서 아이들을 말리고 훈계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한시간으로 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도 그녀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혼내는지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미아의 통제를 잘 따랐다. 미리안은 다시 정리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소지었다. "그런데 에실루나" "네? 왜 그래요?" "누군가 물어본다면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어요? 지금 우리의 모습을" "음… 아이를 낳고, 잠시 자릴 비운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면서 아이들을 기르 고, 그 아이들은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이런 모습이요?" "네. 뭐라고 대답하시겠나요?" 에실루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해보더니 활짝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행복하다라고 하겠죠" "그렇죠? 그이도 동의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아마 돌아온 다음에 물어보면 동의해줄 거예요" 미리안은 에실루나의 말에 미소지었다. 그렇다. 지금의 자신들의 모습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자고있는 그가 돌아와도 그는 행복해할 것이다. 꿈에서의 행복과 현 실에서의 행복. 모든 것을 붙잡은 그는 정말로 행복할 것이다. "왜냐면 그 사람은 평범한 행복을 원했기 때문이니까요" "당신은 행복하나요?" "네. 그래요" 그녀들은 미소지었다. 방안에서는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웃음소리가 퍼져가고 있 었다. 모두 즐겁고, 행복한 미소를 지은 채로. 바깥에서는 라이니시스가 자면서 살며시 미소지었다. 그들은 옛날 이야기의 결론대로 아마 '오래오래 행복하게'살 것이다. -Epilogue Over. <<라이니시스 전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