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SF & FANTASY (go SF)』 795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서장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8 08:53 읽음:2695 관련자료 없음 ----------------------------------------------------------------------------- 처음 잡담이 좀 많았더니.... 시삽님께서, 서장을 짤라버리셨군요.... 중간에 넣는 법도 모르고 해서.... 다시 올립니다. 뭐, 언제나 진지하게.... 글쓰는 아이디 기생자 Agra 입니다. ----------------------------------------------------------------- Derod & Deblan -왜 인가요? -이유 같은 건 없다. 주인이 도구를 버리는데, 이유 따위는 필요치 않 다. 매서운 바람이 바닥을 한차례 훑어 지나가고, 눈발이 분분히 휘날린 다. 위다 남부에 위치한 카타 평야의 서남 부에 위치한 에카라는 숲. 별다 른 특징은 없는 그런 곳이다. 그 숲의 남편 한 공터. 한, 20세 가량의 사내가 몸에 상처를 입은 채 앉아있다. 간신히 나무 등걸에 몸을 기대어 거친 숨을 헉헉 내쉬고 있고, 상체는 온통 피로 얼룩져 있다. 그리고 양손은 축 늘어진 채 바닥에 닿아 있었는데, 그 중 한 손에는 별다를 것 없는 하르제 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보다 나이가 배는 되어 보이는 한 남자. 그는 검을 상처 입고 앉아있는 사내에게 겨눈 채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젊은 사내는 분명 그 중년의 사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눈동 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정확히 상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은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상대를 찾으려는 듯, 쉴새없이 흔들리 고 있었다. -4년간.... 당신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랬지. 내가 많은 것을 가르쳤으니까. 말하는 것도 힘에 겨운지, 청년은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말했고, 중년 의 사내는 별다른 억양의 변화 없이 차분히 대꾸했다. -당신을 존경했었습니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는 네가 알고 있던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니 니까. -당신은 내 생명을 구해 주었고, 검술과 마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리고, 내게 독을 먹여 두 눈을 멀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한 후, 한참동안 거친 숨을 내쉬곤, 젊은 사내가 말을 이었 다. -이걸로 우리 사이의 은원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내와 중년의 사내. 둘 모두 몹시 차분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 다. 흡사, 따듯한 방안에 앉아 술잔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는 듯.... 하지만, 대화의 내용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금방이라도 다시 한차례 눈을 뿌리려는 듯, 구름 빛이 짙다. 아니, 이 미 한두 송이씩 눈발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어차피 나는 네게 은혜를 베풀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었다. 중년의 말에 젊은 사내는 다시 한차례 입을 열었다. -저는 행복했었습니다. 당신이 태어나 세 번째로 내게 진심으로 대해 준 사람 인 줄 알았기에.... -사람이 행복하기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다. -그런 정도는.... 적어도 당신보다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젊은 사내의 말에 중년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까이 가까 이, 눈이 다가온다. 불규칙한 듯, 그렇지 않은 듯, 끊임없는 듯, 그렇 지 않은 듯, 그리고 수 없는 듯, 그렇지 않은 듯.... -그런가?.... 한참만에 내뱉듯이 중년이 말했고, 젊은 사내가 뒤이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금 저를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단지 네게 빌려준 내 검술을 돌려 받으려 하는 것뿐이다. 중년의 사내의 목소리는, 이런 말을 하면서 까지 차분했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목숨을 구걸하는가? 경멸의 빛을 띄며 중년의 사내가 젊은 사내의 말에 맞받아 쳤고, 곧 바로 젊은 사내가 말했다.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네가 그러리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중년의 말에 젊은이는 단호히 말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당신과 싸우겠다는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 해 당신을 죽이겠다는 말입니다. 중년은 가벼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것이 바로 너란 녀석의 성격이지. 마지막까지 싸운다.... 별 것 아닌 반지 따위에 목숨을 거는 녀석이니까.... -은원 관계가 이미 사라진 당신이 나를 죽이려 했습니다. 내가 당신 을 죽인다고 해서, 그것이 불의는 아니겠지요? 내가 다른 사람을 고통 스럽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젊은이는 중년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고, 중년은 고 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 네가 나를 죽인다고 해서, 그것을 잘못되었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년은 여기까지 말한 후, 잠시 말을 멈추었다 돌연 큰 목소리로 외 쳤다. -하지만, 그것은 네가 날 죽일 실력이 될 때의 이야기이다. 내가 네 녀석에게 마법과 검술 모두를 가르쳤다. 그리고, 지금 너는 눈이 멀었 다. 나는 너의 실력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 결코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것도. 뒤이어 대꾸하는 젊은이는 차분했다. 중년의 그런 말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은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 다. 젊은 사내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을 던졌다. -그런 엉성한 공격 따위가.... 젊은 사내가 던진 검은 은은한 흑기를 내뿜고 있었다. 하얀 배경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이 흑기 품은 검은 중년의 사내를 향해 유 성처럼 뻗어갔다. 중년의 사내는 무어라 이렇게 중얼거리다 검세가 이상함을 느끼며 자 신의 검을 곧추세워 막았다. 하지만, 검이, 검 따위가 무슨 소용이랴. 정상적인 모습은, 분명 젊은이가 던진 검이 중년의 검에 퉁겨져 나왔 어야 했다. 그리고 만약, 젊은이의 힘이 중년의 그것보다 강했다면, 중년의 검을 부러뜨리거나, 중년이 검을 놓쳤어야 했을 것이다. 정상은 분명 아니었다. 젊은이의 검은 중년의 검날 정 중앙을 뚫었다. 송곳이 종잇장을 뚫 듯, 검날 정 중앙을 뚫고 거칠 것 없이 나가다, 검막이가 상대의 검날 에 닿는 순간, 중년의 검은 깨어져 산산이 흩어졌다. -이게.... 중년은 놀랐다.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몸을 뒤로 재껴 피하려 했으 나, 속도가 따르지 못하였다. 이게, 라고 말하던 입은 그대로 멈춰 버렸다. 그리고, 젊은이의 검은 그 중년의 목을 관통했다. 조금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검날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목을 뚫었고, 검막이 역시 그러했다. 검막이가 검날보다 넓은 것은 당연하 다. 목에 세로로 긴 상처가 생기며, 미친 듯이 피를 뿌려댔다. 검은 멈추지 않았다. 곧바로 날아 한참이나 뒤에 서 있는 나무 중앙을 관통했다. 그리고 다시 날아 그 뒤의 나무를 관통했다. 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뒤에 서 있던 나무 윗부분이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검은 젊은이의 손을 벗어난 이후 대각선 위로 곧바로 날아올라, 어두운 밤의 하늘 사이로 칠흑빛 섬광만을 남긴 채 사라져 버렸다. 사내는 자신이 이겼다는 것에 즐거워하지도,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 에 슬퍼하지도 않았다. 몸을 더더욱 편히 나무에 기대며 조용히 중얼 거릴 뿐이었다. -당신은 네 번째로 저를 배신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들중 첫 번째 로 제 손에 죽은 사람이지요.... 피투성이의 젊은 사내, 여전 목에서 피를 흘리며 서있는 중년, 그리 고 조금 떨어진 곳에 역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노인. 어두운 밤, 온통 붉어진 눈발이 미친 듯이 내리고 있었다. 차갑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였는데.... 흰 차가운 결정들이 나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차갑다.... 지금은 느낄 수밖에 없다.... 그 하얀 것들이 내 맨살에 닿는 그 느낌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분명 만신창이 ㄷ을 내 몸이 보이지 않는다.... 어둡다. 달이 뜨지 않은 밤보다도 어둡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이 바닥에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보이지 않는 자에게의 축복인가?.... 눈이 내려앉는 소리마저 들리는 듯 하다.... 춥다. 고통스럽다. 지금 내가 깨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다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 까.... 고통스럽다. 춥다. 애써 움직이고 있지만, 실재로 움직이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길 이 없다. 숨소리가 들린다.... 나의.... 한 번씩 숨을 내쉴 때마다 지쳐간다.... 몸이 차가워져 간다. 가슴에선 쉴새없이 따듯한, 진득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볼 수는 없지만, 아마도.... 조그맣게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아득해진다. ------------------------------------------------------------------------ 안녕하세요. Agra 라고 합니다. 음.... 아무튼 조금 재미 없더라도 재미있게 봐 주세요. 그럼.... ______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Water Fairy....__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5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8 08:55 읽음:227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 세 번째와 네 번째. 파모로아력 656년 겨울. 2차 마법 대전이 끝난지 채 한 세기가 지나지 않아 다시 한차례 커다 란 전쟁이 시작되었다. 650년에 시작되어, 후세에 대륙 통일 전쟁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전쟁은, 당시에는 그저 위다-노마티아 전쟁, 혹은 소 피카-에노사 전쟁 따위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다. 각각을 하나의 독립적인 싸움으로 이름 붙였던 것이다. 그렇게나 혼란한 시대이건만, 별다를 것은 없었다. 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광물을 채집하고, 물건을 만들며, 무역을 한다. 여기, 에카숲. 이미 어두워진 시간, 세 구의 시체가 뒹굴고 있다. 아니 두 구의 시 체다. 시체중 하나가 끄응 하는 신음과 함께 몸을 살짝 움직인다. -언니. 도대체 어디야? 어디서 피 냄새가 난다는 거야? 단발의 귀여운 소녀, 15세 가량의 그 소녀는 담갈색의 머리칼을 가지 고 있었다. 마법사인 듯 한 차림을 한 채 짧달 막한 봉을 가지고, 그녀 는 한 여자의 주위를 맴도는 듯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발랄하게.... 그리고, 18세 가량의 아가씨. 마찬가지로 담갈색인 긴 머리칼을 가진 그녀는 조용한 눈매와 차분한 얼굴을 한 채, 동생을 쫓아 시선을 옮기 고 있었다. 역시 마법사인 듯 보였다. -라브에. 가만히 있어보렴. 이 근처인 것 같아. 엷은 미소와 함께, 그녀는 동생의 말에 답했다. 조금씩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그녀들은, 어느덧, 두 구의 시체와 부 상입은 한 사내가 있는 그곳에 도착했다. -앗. 라브에 라고 불린 그 소녀는 눈앞의 광경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시선을 외면해 버렸고, 그녀의 언니 역시 보기 역한지 눈을 약간 찡그 렸다. 본래 눈의 빛이 붉은 색일지도 모른가는 생각이 드는 풍경이었다. 비 릿한 냄새를 풍기며 뒹구는 두 구의 시체가 있는 이 모습은 이들이 아 닌 다른 어떤 사람이 본다 하더라도 충분히 역해 할만 했다. 언니라는 여자는 천천히 세 구의 시체처럼 보이는 것을 살폈다. 그러 던 중 하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라브에, 살아 있나 봐. 언니라는 여자는 손을 뻗어 나무그루터기에 몸을 기대고 있는 사내에 게 향했고, 라브에는 언니의 손을 쫓아 조심히 시선을 옮기었다. -어떻게 할 꺼야? 그냥 가자.... 무서워. -안돼. 아직 살아있다면 구해줘야지. 언니라는 여자는 라브에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걸음을 그 사 내에게로 옮겼고, 라브에는 못마땅한 듯 한 표정으로 언니 뒤를 조심 히 쫓았다. -이게 뭐야.... 수행 나온지 채 이틀도 안돼서.... 라브에의 투덜거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언니라는 여자는 그 사내를 내 려다 보았다. 가늘게 숨을 쉬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 확실했다. -라브에, 사람을 구해 주는 일은 좋은 일이잖니? 그렇게 투덜거리지 만 말고, 가방에서 쓸만한 약이나 꺼내오렴. 언니라는 사람의 말에 라브에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 로 언니가 하라는 데로 움직였다. 언니는 몸을 숙여 그 사내의 상처를 살폈다. 출혈에 비해, 상처가 그 리 크지는 않았다. 허리 부분이 두뺨가량 찢어졌고, 가슴에 긴 검상을 입고 있을 뿐으로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 -어때 언니? 붕대와 몇몇 약재를 내어 밀며 라브에가 물었다. -글세.... 별다른 큰 상처는 없어. 라브에 물병을 좀 주렴. 언니라는 여자는 라브에에게서 물병을 건내받아 조심스럽게 상처 주 위를 닦았다. 사내는 돌연 통증을 느꼈는지,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을 조금 뒤척였으나, 기절한 듯 그 외의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곁에서, 라브에는 조그만 빛을 마법으로 만들어 그 사내를 비추었고, 언니는 정성스레 상처 주위의 피를 모두 닦아냈다. 그에 드러난 사내 의 몸은 크고 작은 무수한 상처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검상에서 살 이 뭉그러진 듯한 상처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이게 뭐야?.... 무슨 사람의 몸에 이렇게 상처가 많아? 곁에서 지켜보던 라브에는 사내의 몸에 묻어있던 피를 모두 닦아내자 마자 이렇게 중얼거렸고, 그 언니란 사람도 의외라는 듯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겨우 두 개의 상처가 더해진 것뿐이구나.... 아무튼 어서 상처에 약을 바르자.... 가루로 된 하얀 약을 상처 위에 살짝 뿌린 그 언니라는 여자는, 이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수직으로 포개 상처 위에 가져다 대었다. -물안개의 포근함이여, 봄빛의 따듯함이여, 모든 이를 감싸안는 절대 적 사랑이여.... 여기 그대의 신실한 종이 있습니다. 나 그대에게 바 라오니, 이자를 묶고있는 괴로움의 사슬을 끊어주소서.... 리커버리. 여섯 주신 중, 인간 사이의 호감정을 주관하고 있는 신 아리시아 계열 의 정령계 마법. 채 20이 안되어 보이는 이 소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꽤 수준 있는 마법사인 듯 했다. -정령계 마법? 그냥 정념계나 정신계 정도로도 충분할 텐데.... 마법을 사용한 후, 안색이 약간 창백해지며 지친 숨을 내쉬는 언니를 향해 라브에는 책하듯 중얼거렸고, 언니라는 여자는 라브에의 말에 살 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란다.... 사람을 구하는 것에 충분 이라는 것은 없어..... 최선 을 다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야. 너도 나와 함께 아리시아님의 마 법을 익혔어야 했는데.... 언니의 말에 라브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싫어. 나는 공격계 마법이 좋아. 게다가 치료 마법은 다른 사람은 구할 수 있어도, 자신은 구할 수 없잖아. 단번에 목숨이 끊어지면, 치 료고 무어고 소용없으니까.... 언니가 그런 쓸모 없는 마법을 익히니 까, 내가 어렵게 공격 마법을 익히는 거라고. -차라리, 프리시아님의 방어계 마법을 익히지 그러니? 두 사람은 계속해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사내의 상처를 싸매고 있었 다. -막는 것만으로는, 상대를 물리칠 수 없어. 익히기는 어렵고, 깨지 기 쉬운 그따위 마법을 왜 배워? 언니는 휴 하며 한차례 한숨을 내 쉬었다. -할 수 없구나.... 그건 그렇고, 이렇게 눈밭에 내버려두면,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이라도 하룻밤을 넘기기 힘들 꺼야. 우선 불을 피우자. 라브에는 응, 하고 답하며 부지런히 땔감을 모으러 갔고, 언니라는 여자는 눈을 치우며 야영 준비를 했고, 곧이어, 언 땅을 힘들게 파헤쳐 두 구의 시체를 매장했다. 이 일들은 여자가 하기에는 분명 힘든 일이 였지만, 땔감을 모아 돌아온 라브에의 화염계 주문을 이용해 오래 걸 리지 않아 끝마칠 수 있었다. 오래지 않아 붉게 모닥불이 피어올랐고, 라브에와 그녀의 언니는 피 투성이의 남자를 모닥불 건너편에 둔 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 작했다. -그런데.... 언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글세.... -저 남자가, 그 두 사람을 죽인 걸까? 라브에의 말에 언니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닐 꺼야.... 저렇게 큰 상처를 입고 있잖아. 게다가 무기도 어디론 가 사라져 버렸고.... -하지만, 분명 그는 살아있고, 다른 두 사람은 죽었잖아. 그리고, 이 사람이 마법사라면, 무기 같은 게 필요할 리 없잖아. 라브에가 이렇게 반론을 제기하자, 언니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라브에. 언제나 주위를 잘 살피는 버릇을 들이렴. 봐, 저 사람의 허 리띠를. 분명, 검집 고리가 달려 있잖아. 마법을 할 줄 아는지는 모르 지만, 아무튼 그는 검사야. 그리고, 죽은 사람 중, 이 사람 곁에 있던 남자는, 목에 검상을 입고 있었어. 눈에 띄는 다른 상처는 없었지.... 마법에 당한 것은 결코 아니었어. 라브에는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몇 차례 주억거렸고, 언니라 는 여자는 계속해 말을 했다. -그리고, 한쪽에 있던 노인 역시 검에 절명했어. 상황을 보건대, 노 인은 그 중년에게 당한 거야. 중년의 검에 묻어있던 피가 그것을 증명 해 주지. 그리고, 이 사내도 아마 그 중년에게 이런 상처를 입었을꺼 야. 검은 싸우는 도중 잃었겠지. 하지만, 알 수 없는 건, 그 중년이 누 구에게 목숨을 잃었냐는 거야. 검이 박살난 것을 보면, 엄청난 고수에 게 목숨을 잃은 듯 싶은데.... -대단해. 어떻게 그 모두를 볼 수 있었지? 나는 징그러워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라브에의 칭찬에 언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차분히 주위를 살폈다면, 이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었을 꺼야. 나 역 시 보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는, 단 한가지라도 놓 치지 않고 보아두는 것이 좋아. -알고는 있지만.... -한가지 걱정인 것은, 이 남자가 과연 좋은 사람이냐 하는 거야. 언니의 말에 라브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좋은 사람이라니? 만약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왜 구해줬어? -나쁜지 아닌지는 몰라. 내가 이 사람을 구해준 것은, 단지, 곤란에 처한 사람은 반드시 구해 주라고 배웠기 때문이야. -맞아.... 아저씨가 그렇게 가르쳐 주었지.... 하지만, 난 이해할 수 없어. 왜 처음 보는 사람을, 좋은지 나쁜 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도와줘 야 하는 거지? 만약, 그 사람이 악독한 사람이라서, 도와준 은혜는 잊 은채 우리를 해하려 하면 어떡해야해? 언니라는 여자는 라브에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를 해치려 하면,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겠지. 언니의 말에 라브에가 다시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실력이 그보다 못하다면? 괜히 좋은 일 했다가, 우리 만 손해보는거 아냐. 아니, 손해 정도가 아니지.... -그래서 이런 말도 있잖아. 세상에서,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채로 있 는 것이 가장 좋다고. 라브에는 언니의 이런 이야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르는 채로 있 는 것이 좋다면, 왜 그를 구해주었는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 면서, 왜 그를 구해 주었고, 또, 구해 주고서는, 그가 좋은 사람일지 아닐지를 걱정하는 걸까? 비록, 고아였지만, 지금 곁에 있는 친언니와 훌륭한 양부모의 보호 속에서 별다른 근심 없이 자라온 이 라브에라 불린 소녀는, 이런 미 묘하고 복잡한 문제에 흥미는 있되, 이런 것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아직은 지니지 못했다. 라브에에게서 대답이 없자, 언니는 다시 입을 열었다. -관여를 하고, 하지 않고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란다. 사실, 나도 방금전 당시의 기분만으로 그를 구해준 거야. 상처 입은 사람을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잖아. -언니 말이 맞아. -어서 자렴. 늦게 자면 미인이 될 수 없단다. 언니는 가만히 라브에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이렇게 말했고, 라브에 는 더 이상 행복할 수는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불을 폭 덮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래지 않아, 라브에는 잠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언니는 여전 그 녀 곁에 바짝 붙어 앉아 건너편으로 시선을 옮겼다. 특별히 그 사내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다. 가끔, 상세가 걱정되어 그를 바라보기는 했으나, 별다른 관심은 없었다. 그보다는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있느라, 시선을 편히 둔 것이었다. 첫 수행이여 서인지, 모든 것이 걱정스러웠고, 또 낯설기 짝이 없었 다. 게다가 나이에 비해 철이 조금 없는 듯한 동생 때문에 조금은 불안 하기도 했다. 잠시 후, 총총한 별빛에 그녀는 한차례 땔나무를 모닥불에 잔뜩 던져 넣고 조용히 잠을 청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6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8 08:55 읽음:209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아침. 햇빛에 눈이 온통 반짝였다. 흡사, 유리 가루를 눈 위에 살짝 흩뿌려 놓기라도 한 듯한 풍경이었다. 라브에와 그녀의 언니는 벌써 잠을 깨 아침을 준비했다. 전날에는 빵 조각으로 간단히 아침 때웠었으나, 이날은 환자가 있다는 이유 때문인 지 따뜻한 수프가 추가되었다. 사내는 아침이 되어서도 일어날줄을 몰랐다. 환한 해에 드러난 그의 모습은 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몰골이었다. 그리 건장한 편 이 못되어 약간 마른 듯한 몸을 가지고 있었고, 피딱지가 엉겨 붙은 얼 굴과 머리칼들은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진한 흑색의 머리칼은, 은 근히 파란빛을 띄는 듯도 보였으나, 온통 피칠이 되어 있어 본래의 색 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라브에, 그를 깨우렴. -왜? 조금 더 자게 두지.... -저렇게 자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아. 무어라도 먹어야 회복 이 빠르지. 언니의 말에 라브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다가갔다. 왠지, 피범 벅이 된 모습이 무서워 한차례 몸을 떨고는, 자신의 짧은 봉으로 그를 몇 차례 쿡쿡 찔렀다. -이봐요. 어서 일어나요. 라브에의 행동에, 언니는 조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듯 싶었다. 이름을 알아 그를 부를 수 없으니, 이봐 요 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했고, 온통 피딱지가 앉은 그를 만져 흔들어 깨울 수 없으니 지팡이로 그를 건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라브에가 몇 차례 더 찌른 후에야, 작은 신음성과 함께 눈을 떳 다. 하지만, 그는 역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서 일어나요. 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밥을 먹어야 기운을 차린데 요. 그는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검을 익혀왔기에 귀가 예민해 목 소리가 들려 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누구.... 누구 신가요? 사내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고, 라브에라는 여자는 픽 웃 으며 답했다. -누구 라니요? 당연히 사람이지요. 라브에의 말에 사내는 저으기 당황하며,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상처 가 욱쑤셔와 한차례 신음을 내질렀고, 그때 라브에의 언니가 말했다. -가만히 계세요. 그렇게 급히 움직이면 상처에 좋지 않답니다. 사내는 그제서야 상대에게 악의가 없음을 알고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 며 앉았다. 그리고는, 몸에 붕대가 감겨 있음을 느끼며 그녀들이 자신 을 구해 주었음을 알았다. -두분께서 저를 구해주셨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이름을 가 르쳐 주실 수 있으신 지요? 저는 란테르트 루렌드 라고 합니다. 그때 라브에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방금 란테르트라고 이름을 밝힌 사내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고, 라브에의 언니는 황급히 라브 에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라브에, 그만둬. 실례야. 방금, 란테르트는 그 두 아가씨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었다. 하지만, 그 방향이 두 아가시가 있는 곳과 약간 어긋나 있었고, 그 때문에 라브에가 웃은 것이었다. 사실, 그녀들 은 그가 눈을 멀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뜨고 눈동자를 쉴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전혀 장님 같아 보이지는 않 았기 때문이다. 만약, 처음부터 그가 장님인지 알았다면, 라브에는 이렇게 웃는 실례 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었으나, 란테르트의 이런 갑작스럽고 바보 같은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린 것이었다. -죄송해요. 라브에는 곧바로 사과를 했으나, 란테르트는 여전 그 이유를 몰랐다. -괜찮습니다. 생명의 은인이신데, 웃으면 어떻고, 또 욕을 하면 어떻 습니까? 비록 말은 이렇게 했으나, 란테르트의 기분은 썩 좋은 편은 못되었다. 4년이나 아버지처럼 따르고 또 믿었던 사내가 자신의 눈을 멀게 하 고, 또 더 나아가 죽이려고 했다. 그리고, 깨어나자 마자 보이지도 않 는 상대에게 희롱을 당했다. -전, 에라브레 수이브렛 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쪽은 우리 언니로, 사피엘라 수이브렛 이고요. 라브에의 본명은 에라브레 였다. 라브에는 그녀의 언니만이 부르는 애칭 비슷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언니의 이름은 사피엘라 였다. -사피엘라양, 에라브레양, 정말 감사드립니다. 란테르트는, 이번에는 똑바로 상대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인사를 했 다. 바로 전에는, 에라브레가 말을 하고 나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그릇된 방향해 인사를 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 합 니다. 사피엘라는 이렇게 말하며, 스프를 한그릇 담아 에라브레에게 건냈 다. -라브에, 어서 저분께 가져다 드려라. 아직 뜨거우니까 조심하고.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사피엘라는 수건을 따듯한 물에 적셔 란테르 트에게 쥐어 주었다. -란테르트님, 얼굴이라도 닦으세요. 가까운 마을로 가 병원을 찾아봐 야 할 것 같으니까요. -감사 합니다.... 그리고, 그냥 란테르트 라고 부르십시오. 목숨을 구해주신 분인데.... 사피엘라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듯 싶은데, 어떻게 그르겠습니까? 란테르트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은채 따듯한 수건에 얼굴을 비볐 다. 끈적하고 기분나쁜, 엉겨붙은 피들을 닦아내니 한결 기분이 나아 지는 듯 했다. 곧바로 머리칼과 목언저리도 몇 차례 닦아내었다. 보이 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몸을 닦는 대에는 전혀 어려운 점이 없었다. 얼굴을 닦는 이 행동이, 란테르트에게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 으나, 이 두 자매는 적지 않게 놀라며 란테르트의 얼굴을 바라 보았 다. 갸름한 턱선이 몹시 날카로웠으나, 온화한 표정이 그를 가려주었고, 빼어난 눈이 화룡점정, 맑게 빛났다. 아무렇게나 흩트린 머리칼 마저 도 오랜 시간을 다듬은 듯, 살짝 얼굴 양편으로 흘러 내려와 수려한 외모를 가일층 돋보이게 했고, 그 흑청색의 빛깔은 핏빛과도 같은 붉 은 눈동자와 극명히 대립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야릇한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이 모든 것들은 눈앞의 사내 란테르트를 이루었고, 그의 이런 모습은 이 두 세상 물정 모르는 아가씨들의 넋을 빼 놓을 만 했다. 란테르트는 보이지 않아, 눈앞의 두 아가씨의 멍한 모습을 보지 못했 고, 모두 닦았다 생각하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수건을 돌려주었다. 시간이 흘러도 수건을 받아 가지 않자 란테르트는 사피엘라를 불렀다. -사피엘라양. 사피엘라는 그제야 란테르트의 손에서 수건을 건네 받았다. 잠시동안, 이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몇 번 이나 상처를 입은 이유에 대해 물으려 했으나, 과연 그래도 되는지를 판단하기가 힘들어 입을 열지 못했고, 란테르트는 어젯밤의 일에 몹시 우울해져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저기요.... 어째서 이런 곳에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거죠? 에라브레가 결국에는 입을 열어 이렇게 물었다. -.... 란테르트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 -혹시 무슨 죄라도 저질렀나요? 에라브레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아이에 불과했다. 만약 정말 란테르 트가 어떤 죄를 지었더라도, 솔직히 예, 라고 말할 리는 없지 않은가? 사피엘라은 그런 에라브레의 어리석은 물음에 고개를 한차례 가로저었 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잠시후의 란테르트는 이렇게 답했고, 사피엘라는 그 말이 거짓이 아 니라 확신했다. 무어라 이유는 정확히 이야기 할 수 없었으나, 아무튼 느낌이 그러했다. -누구에게, 그런 상처를 입었습니까? 곁에 있던 사피엘라가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주위를 살 폈다. 하지만, 무엇이 보일 리가 없지 않은가? -두 구의 시체가 있었을텐데요....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한 나이든 사람과 중년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음 이라는 말만을 내뱉었고, 에라브레가 그의 그런 태도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그 노인을 죽인 사람은 그 중년이지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슬쩍 고개를 끄덕였고, 에라브레는 언 니를 한차례 바라본 후 다시 물었다. -그리고, 당신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 역시 그 중년 이구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는 잘 몰라요. 언니가 그렇게 이야기 해 주었어요. 그런데, 우리 언니가 잘 모르겠는 것이 한가지 있대요. -....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상대를 바라 보았고, 에라브레는 그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살짝 얼굴을 붉 히며 물었다. -그게.... 그 중년을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데요. 혹시 아시 나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자신이 그러했다고 답하려 했다. 하지만, 잠시 더 생각한 후 입을 열었다. -보지 못했습니다. 사실이다. 그 자신이 죽였음에도 그는 분명 누가 죽였는지 보지는 못 했다. -하긴.... 눈이.... 에라브레가 상대의 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하자, 사피엘라가 얼른 말을 가로챘다. -그런데, 눈은 어떻게 된 거죠?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없었던 것 같 지는 않은데.... 혹시 무슨 독이라도 당하셨나요? 아니면 눈에 상처를 입었다든지.... 사피엘라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대답했다. -독을 당했습니다. -치료해 드려도 될까요? 사피엘라가 다시 이렇게 묻자, 란테르트는 잠시 얼굴에 희색을 띄었 다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불가능할겁니다. 란테르트의 말을 끊으며, 곁에서 에라브레가 나섰다. -무슨 소리 에요? 우리 언니는 회복계열 마법을 정령계 까지 익혔어 요. 언니가 해독할 수 없는 독은 거의 없어요. 란테르트는 놀랍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젊으신 것 같은데.... 대단하시군요. 그 나이에 정령계 마법이라 니.... 술법사이신가 보군요. -별 것 아닙니다. 그보다는, 한 번 해 보아도 될까요? 큰 기대는 하 지 마시고요.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한 후 똑바로 앉아 눈을 감았고, 사피엘라는 그 에게로 다가앉아 손을 들어 그의 눈앞에 가져다 대었다. 희미한 빛이 손 주위를 감싸는 듯 하더니, 감겨진 눈 위로 스미듯이 들어갔다. 하지만, 한참동안 마법을 운용해도 독이나 그 비슷한 것도 찾아 낼 수 없었다. 사피엘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 마법을 운용했고, 곁에서 에라 브레는 그런 언니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언니. 잘 안돼? 에라브레의 물음에 사피엘라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란테 르트를 향해 물었다. -정말, 독을 당한 것이 맞나요? 란테르트는 상대의 물음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고, 이내 입을 열어 말했다. -그만 두십시오. 아마 소용없을 겁니다. 에라브레가 물었다. -왜 소용 없다는 거죠? 언니의 실력을 믿지 못한다는 건가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당치 않다는 듯 말했다. -설마요. 하지만, 지금의 제 독은 마법으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사피엘라가 그런 동생게게 설명을 해 주었다. -라브에, 이분께서 당하신 독은, 마법으로는 치료 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란다. 수많은 독들 중, 많은 것들은 마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극히 일부의 독들은 마법이 전혀 소용없어. 상대가 마법사라면, 독이 쓸모 없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 독을 사용하는 거란다. 대신, 그런 독들은 독성이 그리 강한 편이 못돼. 에라브레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당신은 마법사인가요? 왜 그런 독을 당한 거죠?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다시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스승에게 까지 배신당한 지금, 그는 매사를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기로 마음 먹었다. 비록, 눈앞의 두 사람이 악의는 없어 보이나, 그렇다고 좋은 사람들이라 단정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기는 께름직해 또다시 에매하게 논점을 피했다. -저보다는, 그 노인 때문에 그런 독을 사용한 것일 겁니다. -노인? 그 죽은 사람 말인가요? 사피엘라가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뛰어난 마법사이니까요. 에라브레가 물었다. -그런데 왜 당신까지 그런 독을 당하게 된거에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답하기 ㅅ다는 뜻으로 고개를 한차례 가로 저었고, 사피엘라가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검사인가 보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에라브레가 뒤이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을 하고 있었죠? 용병인가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직 수행 중이었습니다. 은인들께서는, 무엇을 하시는 분 들인가요? 사피엘라가 답했다. -마법사들로, 몇 일전 첫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경험이 적은 초 보자들이지요. 그리고, 저희를 은인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냥 이름 을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그러겠다는 뜻을 표했다. -그만 쉬세요.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웃으며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란테르트는 오래지 않아 다시 잠이 들었다. 전날은 거의 반 기절 상 태에서의 수면이었으나, 이 아침나절의 잠은 정말 꿀처럼 달콤한 그것 이었다. 얼마나 잘 잤는지, 잠에서 깨며 스스로가 놀랄 정도였다. 평 소 수행을 할 때 이렇게 노숙을 하면서, 곁에 스승이라는 훌륭한 보호 자가 있음에도 반쯤은 잠에서 깬 상태 였었다. 이렇게 편한 잠은 어머 니 품을 벗어난 이후 처음인 듯 싶었다. 그는 조용히 귀를 기울여 주위를 살폈다. 아직 인기척이 들려 왔으 나,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잠시 망설였다. 그때,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어났군요. 에라브레 였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적이 안심하며 말했다. -제가 오래 잤습니까? -아니에요. 이제 겨우 점심때인 걸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직 계시는군요. 정말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웃으며 답했다. -이렇게 내버려두고 가면, 구해주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언니가 이야 기 해 주었어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요? 그리고, 감사 같은 건 지 금까지 한 말로 충분해요. 어차피, 우리도 딱히 할 일이 있는 건 아니 니까요. 란테르트는 말을 하면 할수록 편안함을 느꼈다. 정말이지 오래간 만 에 느껴보는 평화였다. 어려서부터 그리 즐겁지 만은 않은 생을 보냈음에도, 란테르트의 성 격은 꽤 밝은 편이었다. 비록 스승에게 배신을 당해 목숨을 잃을 뻔 했으나, 곧바로 만난 두 아가씨로 인해 금새 예전의 성격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잘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성격 이라는 것이, 그 밝은 성격이라는 것이 정말로 밝은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 을.... -그럼, 더 이상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주세요. 그리고, 혹 제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지 이야기 해 주시고요. 사피엘라, 에라브레 자매는 란테르트의 말에 그러마 하고 답했고, 이 내 점심준비에 분주히 움직였다. 란테르트는 점심을 먹은 후에는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몸이 좋 아졌다. 워낙 사피엘라의 마법이 뛰어났던 데다 란테르트의 몸 역시 건 강한 편이어서, 비록 상처가 아리고 저려왔으나 일어서 걸을 만 했다. -그럼, 이만 작별을 고해야겠습니다. 란테르트는 몇 차례 걸음을 옮겨 걷더니 자매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슨.... 아직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아직 안됩니다. 그런 몸으로 혼자 다닌다는 건, 자살 행위입니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꾸했 다. -괜찮습니다. 이런 정도의 상처는 별 것 아닙니다. 에라브레가 말했다. -하지만, 눈도 안보이잖아요. 사피엘라는 에라브레의 말을 조금 더 순화시켜 이렇게 권했다. -아직, 그 시력에 적응도 하지 못했는데.... 혼자 다니기 무리일꺼에 요. 란테르트는 그녀들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잠시 그가 머뭇거리자, 사피엘라가 말했다. -저희가 동행하겠어요. -하지만, 저같은 사람과 함께 다녀 보았자, 힘만 들뿐 도움되는 일이 없을텐데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이렇게 답하며 거절의 뜻을 나타냈으나, 에라브레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꾸했다. -괜찮아요. 검사라고 했잖아요. 비록 제가 공격계 마법을 익히고는 있지만, 아직 서툴러요. 검사와 동행한다면 우리도 훨씬 안심 될 것 같아요. 란테르트는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눈먼 검사 따위가 무슨 소용입니까? 사피엘라가 란테르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무슨 말이세요? 독으로 시력을 잃었다면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잖 아요. 뛰어난 의사를 찾아가 독을 치료하면 되니까요. 게다가, 수련이 깊은 검사들은, 귀로 눈을 대신 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저같은 녀석이 무슨 귀로 눈을 대신 하겠습니까? 쓸 때없이 짐을 안겨드리기 싫습니다. 에라브레가 곁에서 다시 말했다. -항상 고마워한다면서 이런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못하나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심히 곤란함을 느끼며 얼버무렸다. -그렇지만.... 그건.... -하나보단 둘이, 그리고 둘 보단 셋이 좋다고 아저씨께서 말씀하셨어 요. 그리고, 세상에 나가면 많은 친구를 사귀라고 하셨고요. 마지막으로 사피엘라가 이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또다시 은혜를 입겠습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상대가 자신들의 뜻에 따르자 얼굴에 희색을 띄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당신은 짐이 없나요? 에라브레가 곁으로 매는 가방을 어깨에 가로질러 매고는 란테르트에 게 쪼르르 달려와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 다. -아니요.... 이 근처에 놓아두었는데.... 에라브레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눈에 뒤덮여 쉽게 찾 을 수가 없었다. 한참 주위를 둘러보다 나무에 세워져 있는 배낭을 발 견 한 그녀는 꽤나 무거운 가방을 낑낑거리며 란테르트에게로 가져왔 다. -이건가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가 건넨 가방을 한차례 더듬더니 고개를 끄덕였 다. 떠날 채비가 모두 끝난 후,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어디로 향할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 그보다 란테르트님, 이제 일행이 됐으니, 존칭은 생략하세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듯 싶은데....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려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서 로에게 편할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신, 당신도 존칭은 생략 해.... 그리고 무슨 님이라 부 르지도 말고. -아니요. 제가 더 어리잖아요. 란테르트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 저었고, 사피엘라는 고집을 꺾지 않 으며 말했다. -대신, 님은 빼도록 할께요. 그럼 서로 한가지씩 양보한 거죠?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고, 사피엘라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출발해요. 일단 목표는, 란테르트, 당신의 눈을 고치는 것으로 하고요. 아무 할 일 없이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보람 있을 꺼에요. 에라브레는, 평소의 자신보다 배나 말이 많아진 자신의 언니를 어리 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 있었다. 왠지, 자신과 이야기를 할 때보 다 란테르트와 이야기를 할 때 더 즐거워 보이자, 괜히 심사가 뒤틀렸 으나, 언니가 자신을 돌아다보며 한차례 웃어줌에 그런 감정들은 눈 녹듯 사라졌다. -라브에, 어서 가자. 해지기 전에 숲을 벗어나야지.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6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8 08:56 읽음:202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결코 견뎌내기 쉬운 일은 아 니다. 하지만, 란테르트라는 이 남자에게 있어서 그런 것은 대인관계 의 한가지 경우, 정도에 불과한 것이었다. 비록, 몇 일전 그가 따르던 스승에게 배신을 당해 눈이 멀고, 목숨마 저 잃을뻔 했으나 심적 동요가 엄청나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스승 이라는 사람이 시종 차게 그를 대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게다가, 그는 어려서부터 그런 류의 배신은 적지 않게 몸소 체험했었기 때문이다. -순 엉터리.... 에카숲을 벗어난지도 몇일이 흘렀다. 본래 사람들과 떠들어대는 것을 좋아하던 편이던 란테르트와, 역시 밝은 성격인 에라브레는 종일 이런 저런 헛소리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금은 차분한 에라브레의 언니 사피엘라 역시 종종 그들의 대화에 끼여들며 시끌시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말이라니까. 에라브레의 엉터리라는 말에 란테르트가 이렇게 말하며 이야기를 시 작했다. -나는 지금 눈이 안보이지만, 그래도 여느 용병 한두 사람은 문제없 어. -흥, 그런 빈약한 몸으로, 무슨 검술이야 검술은. 에라브레가 다시 이렇게 말하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몸이 빈약하고, 그렇지 않고는 중요치 않아. 난 아주 뛰어난 검사에 게 4년간이나 검술을 배웠어. -정말 4년간 검술을 배웠나요? 곁에서 사피엘라가 참견했고, 란테르트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정말, 지난 4년간 힘든 나날이었지.... -밥하고, 빨래하고, 장작 패고? 에라브레가 웃으며 이렇게 비꼬자, 란테르트는 한차례 씩 웃어 보이 며 답했다. -물론, 그런 일도 하기는 했지.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예요? 지금은 눈이 보이지 않아 아무 소용 없게.... 에라브레는 약간 흥분해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었고, 곁에서 사피 엘라가 큰소리로 외쳤다. -라브에. 반면,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말에는 개의치 않았다. -괜찮아. 사실인데.... 뭐, 나는 이보다 더한 일도....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끝을 흐리곤, 에라브레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비록 눈이 안보이지만, 진정한 무사는 눈이 보이지 않아도 적을 벨 수 있어. 안타깝다.... 내게 지금 한 자루의 장검이 있다면.... 처음, 시력을 잃었을 때, 란테르트는 꽤나 답답하고 우울했었다. 만 약, 그가 눈이 먼 후 외톨이가 되어 버렸다면 미쳐 날뛰다 죽었을 것 이다. 하지만, 한차례 기절했다 깨어나 보니, 두 아가씨가 자신을 돌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요 몇 년간 자기나이 또래와는 이야기도 한차 례 이야기 한 번 변변히 나누어 본적 없는 그로써는, 시력을 잃은 고 통보다 친구를 얻은 기쁨이 더했다. 게다가, 독으로 잃은 시력은 의술 로 다시 찾을 수 있다는 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에, 그리고, 그 자신의 말대로 오랜 기간 검을 닦아 예민해진 청력이 시력을 어느정도 대신해 주었기에 그럭 저럭 불편하지만은 않은 생활 을 하고 있었다. 그때, 란테르트가 길가에 있는 둥근 돌을 밟고 미끄러지며 한차례 휘 청 거렸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그의 허우적거리는 두 팔을 동시에 붙잡았다. -바보, 길가의 돌멩이도 하나 못 피하면서, 무슨 용병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거예요? -괜찮아요? 둘은 동시에 이렇게 내뱉었다. 비록,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그를 무시했으나, 그녀의 언니와 거의 동시에 손을 뻗어 그를 잡아준 것을 보아 그를 걱정하고 있는 마음은 언니와 별다른 것 없는 듯 보였다. -눈앞의 검은 피해도, 보이지 안는 곳에 돌멩이는 피하지 못한다 라 는 격언도 못 들어 봤어? 에라브레의 핀잔에 란테르트는 비록 호기롭게 대꾸했으나, 귀밑이 빨 개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오래지 않아, 일행은 한 조그만 도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위다-세 이아 해협의 위다측 항구인 크산트와 얼마전의 에카숲 북편의 에티콘 마을 사이의 도시로 이름은 앤타 였다. 비록, 그리 크지 않았으나, 거 리의 사람들은 활기찼고, 쉴새없이 수레가 거리를 질주하는 모습이 꽤 나 번성한 듯 했다. 란테르트는 눈이 먼 후로 처음 도착한 큰 도시여서 인지 꽤나 긴장하 는 모습이었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손을 붙잡아 조심스레 길 안내 를 했다. 그리고 사피엘라는 주위를 살펴 편한 길을 찾기 여념이 없었 다. -먼저 가까운 의사에게 찾아 가 봐요. 마침 병원을 찾아낸 사피엘라가 이렇게 말하며 앞장서 가자, 에라브 레가 란테르트를 이끌고 그쪽으로 향했다. -빨리 좀 와요. 사람들과 자꾸 부딪히잖아요. 에라브레가 하는 말에 란테르트는 웃으며 말했다. -어찌 천천히 걷는데 사람들과 부딪히겠어? 빨리 걸어야 부딪히지. -느린 것도 어느 정도야 말이지.... 에라브레는 말을 함에, 높임말과 평어를 사용하는 것이 두서가 없었 다. 비록, 자기보다 나이가 많기에 기본적으로는 경어를 사용했으나, 툭툭 평어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라브에, 너무 서둘지 마렴. 급한 일도 아니잖니? -응.... 그런 에라브레 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언니 한마디 한마디에는 절대 적으로 따랐다. 비록 양부모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친언니인 사피엘라 만큼 에라브레 그녀를 세심히 대해 주지는 못했고, 그렇기에 사피엘라 는 에라브레에게 있어 엄마와도 같은 정을 느끼고 있었다. 비록 세 살 차이지만, 사피엘라는 부모가 없다는 사실과, 그런 상황에서 알게 모 르게 받게되는 여러 사회적 불이익을 익히 알고, 또 경험하고 있어 나 이에 비해 훨씬 조숙한 편이었고, 반면 그런 언니의 그늘에서 자란 에 라브레는 나이에 비해 철이 모자라 정신상의 연령 차이는 3년 이상이 었다.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중년의 한 사내가 환한 미소로 일행 세 사람을 맞았다. -아, 이 사람이 독을 당했는데.... 혹시 치료할 수 있을까 해서요. 사피엘라가 이렇게 말하자, 그 의사는 고개를 한차례 크게 끄덕여 보 이며 말했다. -물론이죠. 저는 마곡의 의가 메아에서 배웠는걸요. 제가 못 고치는 병은 거의 없습니다. 한마디, 자화 자찬격의 말을 내뱉고 난 그 의사는 란테르트에게 다가 왔다. 눈을 살피고 란테르트의 이런 저런 곳을 살피더니, 잠시 후,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굉장히 특이한 독이군요.... 혹시 마법으로는 치료해 보셨 습니까? 사피엘라가 답했다. -마법이 들지 않는 종류의 독인 것 같습니다. -음.... 사피엘라의 말에 의사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한번, 메아 본가에 찾아가 보십시오. 저는 배운 데로 치료할 수는 있어도, 새로운 독을 함부로 치료할 만한 실력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꽤나 솔직한 사람이었다.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큰소리 탕탕 치며 말 도 안돼는 약재 몇 가지를 뒤섞어 약을 지어줄텐데, 그는 이렇게 말하 며 메아 본가로 갈 것을 권했다. 그 의사는 간단히 몇 글자를 편지에 적어서는 사피엘라에게 건넸다. -아가씨, 이 편지를 가지고 메아가로 가십시오. 그곳에서는 아마 이 사람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겁니다.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그의 편지를 건네 받았고, 이내 한 가지를 물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시력은 찾을 수 있나요? 해독을 하기만 한다 면 본래 대로의 시력이 돌아오나요? 의사는 고개를 슬쩍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알 수 없습니다. 독에 따라서는.... 아, 혹시 눈에 직접 독이 들어 간 것입니까? -아닙니다. 먹었습니다. 란테르트의 대답에 의사는 한 가닥 희색을 띄며 말했다. -그렇다면, 시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훨씬 높군요. 먹어서 눈을 멀게 하는 독은 많지 않으니 해독약 역시 쉽게 구할 것입니다. 잔인하리 만치 솔직한 의사를 뒤로한 채, 일행은 터덜터덜 다시 거리 로 나왔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6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8 08:56 읽음:201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그래도, 뭐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잖아요. 비록 독이 괴이하기는 하지만, 그리 강렬한 것 같지도 않고. 사피엘라는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진 란테르트를 향해 이렇게 위로했 고, 란테르트는 곧 환히 웃어 보였다. -맞아.... 그런데.... 란테르트는 사실, 시력을 당장 되찾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의기소침 해졌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일행이 있는 곳에서 마곡의 메아가 까지 는, 적게 잡아도 보름이상 걸리는 먼 거리였다. 처음 보는 그녀들에게 그곳까지 함께 가자고 하려니 미안한 생각이 앞섰고, 이렇게 그냥 헤 어지자니 아쉽고도 막막했다. 한참을 생각해 보아도 어떻게 할지를 결 정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헤어져 홀로 찾아가기로 결심하고 는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헤어지도록 하지.... 사피엘라가 물었다. -왜요? 저희가 함께 있어 불편한가요? 란테르트는 당치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 반대야. 정말 그 동안 즐거웠어.... 고마웠고.... 하지 만, 더 이상 폐를 끼쳐선 내가 다 갚을 방법이 없어. 에라브레가 나섰다. -이야기했잖아요. 우리는 수행 중이라고. 어차피 할 일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함께 가요. 게다가, 전사가 한명 필요하다니 까요. 사피엘라가 곁에서 거들었다. -맞아요.... 그리고, 당신도 그런 상태로 혼자 그곳까지 찾아가기 힘 들 꺼 에요. 그런 이야기 있잖아요. 사람을 살리려면 끝까지 살리라 고....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마곡은 멀어. 가는 데만도 20일, 아니 내 걸음으로는 한달 가까이 걸릴 꺼야. 경비도 만만치 않을걸? -돈은 충분해요.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바보 같구나.... 란테르트가 이렇게 말하자, 에라브레가 발끈하며 말했다. -왜, 우리 언니가 바보 같아? -내가 누구라고 나를 이렇게까지 믿는 거지? 전에 나를 본적 있어? 아니면 내 이름이라도 들어본 적 있어? 란테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지기 싫어하는 성미기에 바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곤란에 처한 사람을 구해 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라고 했어 요.... 란테르트는 가벼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너희는 충분히 했어.... 이 이상은 도와줄 필요가 없는 거야. 첫 수 행이라고 했지? 이걸 첫 번째 교훈으로 알아둬.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풀지 말고, 형제라 할지라도 믿지 마. 그럼 간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곧바로 뒤돌아 섰고, 에라브레와 사피엘라 는 동시에 한 걸음 나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란테르트는 한차례 슬쩍 웃으며 몸을 날렵히 피해 그녀들 사이를 비 집고 들어가 앞으로 계속 걸음을 옮겼다. 동작이 빠르고, 방위가 정확 한 것이,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보다 나을 수는 없을 듯 싶었다. 만약, 둘중 한사람이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슬쩍 발이라도 걸었다 면, 란테르트는 꼼짝없이 넘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며 그를 막 으려 한다면, 그는 청각만으로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실력을 가 지고 있었다. 두 자매는 순간 앞으로 다시 한 걸음을 나서며 동시에 손을 뻗어 그 의 가방을 붙잡으려 했고,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발에 힘을 주어 몸 을 앞으로 빼쳤다. 이렇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참동안이나 두 자매와 란테르트 사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속 되었으나, 두 자매는 단 한차례도 란테르 트를 붙잡지 못했다. -잠깐만 기다려요. 마음이 급해진 사피엘라는 그를 불러 세웠고, 란테르트는 그제야 걸 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또 무슨 일이야? 사피엘라는 한참 동안 그를 쫓아 가빠진 숨을 몇 차례 내쉬었고, 에 라브레 역시 곁에서 무릎에 두 손을 댄 채 서 있었다. 반면 란테르트 는 흡사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얼굴조차 붉어지지 않았다. 흰 김을 한참동안 헥헥 내뱉던 두 자매중 에라브레가 먼저 입을 열었 다. -대단해요. 그런 실력이면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란테르트가 장난으로 응수했다. -에라브레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정도야 일도 아니지. 사피엘라가 나섰다. -좋아요.... 그러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을께요.... 대신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하고 싶어요. 란테르트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사피엘라는 굽히지 않고 말 했다. -검을 한 자루 사 드릴께요. 검사가 검도 없이 어떻게 세상을 돌아다 니겠어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검을 받겠다는 뜻 의 끄덕임은 아니었다. -괜찮아.... 검 한 자루 살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으니까. 사피엘라는 그가 도저히 자신의 말에 따를 것 같지 않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입가에 미소를 띄며 말했다. -란테르트, 분명 은혜를 갚겠다고 했죠? 하지만, 당신은 우리의 얼굴 을 모르니 어떻게 은혜를 갚아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렇군.... 사피엘라는 상대가 자신의 의도대로 대꾸해 주자 기쁜 듯 계속해 입 을 열었다. -그럼, 제 선물을 받아요. 나중에 그 검을 알아보는 여자가 있으면, 그녀들을 도와주면 되잖아요. -그,... 그런.... 에라브레는 곁에서 언니의 말에 꼼짝도 못하는 란테르트를 보며 웃음 을 터트렸다. -바보 같은 사람의 말에 대꾸도 못하는 사람은 뭐지?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가로 저었으나, 더 이상 거절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럼.... 받기로 하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서로 바라보며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고,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셋은 무기상으로 향했다. 도시가 그리 크지 않은 만큼 무기상 역시 그리 넓지 않았다. 손님도 많은 편이 아니어서, 일행이 들어서자 마자 점원은 호들갑스럽게 일행을 맞았다. -손님들. 무엇을 찾으시나요? 검인가요? 아니면 마법의 지팡이? 사피엘라가 점원을 향해 말했다. -검이요. 좋은 걸로 보여 주세요. -예, 예 그러죠. 점원이 사피엘라의 말에 몸을 돌리는 순간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다른 건 필요 없습니다. 하르제 검 한 자루 주세요. 란테르트의 말에 점원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손님.... 하르제 검은 좋지 않습니다. 빛깔도 엉망이고, 깨지기 쉽 고.... 얼토당토않게 붙여대는 말에 잘 모르는 사피엘라가 입을 열었다. -란테르트, 부담 갖지 말아요. 돈은 많이 있으니까.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어 보이며 점원에게 말했다. -어서 가져다주시오. 점원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몸을 숙이더니 한 자루의 뿌연 검을 내 놓았다. -100하르만 주시오. -비싸군요. 80하르 정도면 충분할텐데요. 란테르트는 점원의 말에 이렇게 대꾸했고, 점원은 약간 언성을 높여 말했다. -내가 당신보다 검을 팔아도 훨씬 많이 팔았소. 사기 싫으면 그만 두 시오. 원, 겨우 100하르짜리 하르검 한 자루 구입하면서....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당황해 하며 얼른 은화 한 닢을 꺼내 내려놓 았다. -죄송해요. 그럼 그냥 주세요. 사피엘라의 사과에 점원은 조금 화가 풀렸는지,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 있습니다. 검을 건내받은 사피엘라는 란테르트를 끌어당기듯이 데리고 나왔다. -왜 이런 싸구려 검을 골랐어요? 돈은 충분한데.... 사피엘라는 검을 란테르트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살 짝 웃으며 답했다. -싼 것은 사실이지만, 싸구려는 아니지. 하르검은, 여러 이름난 검들 을 제외하고는 가장 쓸만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에라브레가 물었다. -그런데 왜 점원은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는 거죠? -음.... 좋아, 내가 두 번째 교훈을 가르쳐 주지. 절대, 상점에서 점 원의 말은 듣지 마. 무언가 살 것이 있다면, 그것을 미리 알아 가지고 그것만을 구입해야 해. 물론 가격도 알고 있으면 좋겠지. 그저, 무언 가 하나 사볼까, 하고 상점에 들어가면 쓸모 없는 것만 잔뜩 사 가지 고 나오게 돼있지.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비록 고개를 끄덕였지만, 하 르검이 싸구려 라는 생각만은 지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긴 것도 투박한데다 빛깔까지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 검은 싸구려지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웃으며 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럼, 이제 헤어져야지. 정말 고마웠어. 다음에 혹시 나를 발견하게 되면 꼭 아는 척 해줘. 시킬 일 잔뜩 만들어 가지고. 안녕. 란테르트는 하고 싶은 말 혼자 떠들어 놓고 몸을 돌렸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돌연 미소를 띄 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사피엘라의 미소에 에라브레가 미소로 화답하 고, 서로 한차례씩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걸음을 옮겨 그를 쫓았 다. 마을 밖, 란테르트는 돌연 혼자가 되어 쓸쓸해진 걸음을 옮기고 있었 다. -마곡?....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던 그는 돌연 느껴진 인기척에 손을 검에 가져 가며 몸을 획 돌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상대는 두 사람인 듯 했다. 급히 쫓아 왔는지, 아직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상대가 숨을 헐떡이며 대답이 없자 긴장하는 마음이 더해져 검을 잡 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어머, 란테르트 아니에요? 이 호들갑스러운 목소리, 분명 에라브레 였다. -오래간 만이네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또 무슨 장난이냐는 듯 그녀를 향해 고 개를 돌렸고, 사피엘라가 곁에서 한마디했다. -그 검, 분명 두 아가씨에게서 선물 받은 거지요? 란테라트는 잠시 고개 숙여 생각해 보다가 이내 그녀들의 의도를 알 아차리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두 사람의 머리는 정말이지 당해낼 수 없어.... 사피엘라는 짐짓 그의 말을 못들은 듯, 이렇게 말했다. -분명 전에 헤어질 때 이야기했지요? 다음에 만날 때는 아는 척 해 달라고. 시킬 일을 잔뜩 가져와서. 에라브레가 맞장구 쳤다. -맞아 언니. 분명 그렇게 말했어.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왜 고생을 사서하려 그러지? 눈먼 사람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이 얼 마나 힘든 줄은 알고 이러는 거야? 란테르트는 말은 비록 이렇게 했지만, 그런 그녀들에게 매우 큰 고마 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돌아다니면 즐거운 일 보다 는 힘든 일이 많을 것 같아, 이렇게 말리는 것이다. -그래도, 당신처럼 경험이 많은 사람과 돌아다니는 편이 우리끼리 다 니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를 믿지 말라니까. 당신들을 이대로 어디다 팔아 넘긴다면 어떻게 할 꺼야? 란테르트의 말에 두 여자는 순간 흠칫 했으나, 이내 웃었다. 사피엘 라가 말했다. -설마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잖아요. 란테르트는 이 말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좋은사람? 어디를 보아서? 사피엘라는 그의 물음에 한참동안 고민했다. 사실, 만난지 5일도 되 지 않은 사람에 좋은지 나쁜지를 어떻게 알겠는가? -그것 봐. 내가 이야기했잖아. 형제라 할지라도 믿지 말라고. 부모 도, 스승도, 친구도, 어느 누구도 믿지 마. 란테르트는 쓸쓸히 웃으며 이렇게 말했으나, 사피엘라는 굽히지 않고 대꾸했다. -하지만, 당신은 믿을 수 있어요. 에라브레도 한마디 보탰다. -맞아요. 우리 언니는 사람 보는 눈이 있어요. 란테르트는 그녀들이 말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세상을 전혀 모르는 모습이 흡사 어린아이들 같았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한차례 미소를 지었다. 순간 사피엘라는 그런 그의 웃음에서 한가지를 생각해 냈다. -당신은 좋은 사람 이에요. 란테르트가 다시 물었다. -왜지? 사피엘라는 예쁘게 웃으며 답했다. -잘 웃으니까요. ------------------------------------------------------------------ 후기 군요.... 사실 3,4 편은 오늘 올리는 건데.... 서장과 1,2 편은 어제 올렸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날려 먹어서.... 다시 올립니다. 그럼 꾸벅.... 아무튼....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______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Water Fairy....__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8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8 22:34 읽음:202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2. 초행初行 여자들의 생떼를 이길 수 있는 남자는 없다. 란테르트는 결국 두 여자의 공세에 밀리고 밀려 벼랑 끝까지 갔고, 결국은 그녀들의 동행을 허락하게 되었다. 사실 그것은 그가 은근히 바라고 있는 일이기도 했다. 다만, 염치없이 입밖에 낼 수는 없었지 만.... 겨울도 한창 매서운 때, 일행은 두터운 외투로 몸을 감싼 채 위다-세 이아 해협의 위다측 항구인 크산트에 도착했다. 한창 겨울 이여서 이렇다할 전쟁이 없었고, 그에 항구는 꽤나 흥청대 고 있었다. 가을의 위다-소피카 전쟁 때문에 무역 철을 놓쳐 이제서야 활발히 물건들을 나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태어나서 처음 본 바다의 풍경과 거대한 항 구에 압도되어 바보처럼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있었다. 사피엘라의 경 우에는 조용히 흘끗 흘끗 볼뿐이었으나, 에라브레는 그 나마의 부끄럼 도 없다는 듯,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이런 저런 것들을 큰소리로 란 테르트에게 물어댔다. -저 큰 배 곁에 서있는 망루 같은 건물은 뭐예요? 란테르트는 곁의 두 여자에 비한다면, 훨씬 경험이 많았다. 어려서부 터 이곳 저곳을 떠돌아 일곱 대륙중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였 다. -배 위에 짐을 싣고 내리는 기구야. 거중기라고 부르지. -그런 거야 사람이 하면 되잖아요. 에라브레가 다시 물었고,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답했다. -몇천 뮬(1뮬=약 2킬로그램)씩 나가는 물건을 어떻게 사람이 들어? -그렇게 무거운 것도 들어올린단 말이에요? -물론이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잠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주위를 휘 둘러 보았다. -마을이 왜 이렇게 크죠? 항구는 원래 이렇게 크나요? -글세.... 꼭 그렇지는 않지만, 일곱 대륙 사이의 항구들은 모두 규 모가 크지. 이 크산트 항은 그중 가장 커. 그때 사피엘라가 곁에서 끼여들었다. -란테르트, 어떻게 배를 구해야 하죠? -선박 등록소를 찾아 봐. 부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꺼야.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어렵지 않게 란테르 트가 말한 그곳을 찾을 수 있었다. 배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고, 일행은 점심 무렵 배에 올라탔 다. 일행이 구한 배는 돛대 두 개 짜리의 포츈 이라는 이름의 배였다. 두 개 돛대에 여섯 개의 돛을 활짝 펴고, 배는 서쪽으로 빠르게 나갔다. 란테르트는 이미 배를 여러 차례 타본대다, 검술까지 익혀 뱃멀미 같 은 것 전혀 없이 항해를 즐길 수 있었다. 에라브레 역시 그리 큰 어려 움 없었으나, 사피엘라는 에라브레에 비해 체력이 약간 약한 편이어 서, 바람이 잘 부는 선두의 한켠에 자리잡고 앉아 감히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었다. -바다가 왜 이렇게 작지요? 에라브레는 사방을 둘러보아 앞 뒤 모두에 대륙이 보이자 란테르트에 게 이렇게 물었다. -이곳은 해협이라고 해서 대륙들 사이의 좁은 바다야. 먼 곳의 바다 는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하더군. 그래서 이름도 무한의 바다잖아. 에라브레는 고개를 몇 차례 끄덕이다 안색이 조금 좋지 않아 보이는 언니를 발견하고는 말을 건넸다. -괜찮아 언니? 사피엘라는 입을 열어 답하지 못한 채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답했다. -말시키지 마. 상관하지도 말고.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에게 이렇게 말한 후, 사피엘라에게 말했다. -시선을 멀리 하도록 해. 먼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편히 가져. 혹시 허리띠를 했다거나 하면 조금 풀어 여유 있게 해 주고.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시선을 멀리 던졌다. 치마를 입고 있어 허리 띄는 없었으나, 아무튼 그의 말대로 하니 한결 편해진 듯 싶었 다. -고마워요. -천만에. 그보다,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않도록 해. 그때 에라브레는 고개를 난간 밖으로 내밀어 바다를 쳐다보았다. 선 두가 가른 물살이 밖으로 퍼지며 희게 부서지고 있었다. 조금 시선을 멀리하자, 검푸른 물빛에 순간 움찔 했다. -바다는 얼마나 깊지요? 소에테강보다는 훨씬 깊겠지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피식 웃었다. -왜 웃어요? 모를 수도 있지.... 에라브레는 귀밑이 빨개지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미안한 표정 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 바다는 매우 깊어. 강과는 상대도 안되지. 아마 지금쯤이 면.... 커다란 성도 첨탑까지 물 속에 처넣을 수 있을걸? -정말 깊군요.... 그런데 물고기들은 왜 다 그렇게 작죠? 에라브레는 지금까지 몇 차례 바닷물고기를 먹어 보았다. 그녀와 그 녀의 언니가 살고 있는 양아버지의 집은 비록 아주 높은 귀족은 아니 었으나, 어느 정도 사는 집안이어서 내륙에 살면서 바닷고기를 먹는 사치를 즐길 수 있었다. -글세.... 작은 물고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물고기가 다 작지는 않아. 어떤 물고기는, 커다란 표범보다도 크다고 하던걸. 노마 티아 북부 해안에는 물을 내뿜는 커다란 물고기가 가끔 모습을 드러내 는데, 멀리서 보면 흡사 섬과 같대.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곁에서 잠자코 있던 사피엘라는 어느 정도 속이 진정되자 이렇게 대 화에 끼여들었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물음에 간단히 답했다. -전에 항구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 하지만,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기었다. 아 마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듯 했다. 에라브레가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검을 잡게 되었나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모르겠어.... 그냥, 몇 년 후 손을 보니 검이 쥐어져 있었어. -엉터리.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곧바로 한마디했으나, 사피엘라는 그가 과거를 이 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다는 것을 눈치채고 에라브레에게 말했다. -라브에. 실례야,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야. 사실, 이런 사피엘라의 말도 실례에 가까운 것이었다. 상대의 의도를 비록 눈치 채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 사람 앞에서 이야기한다는 것 은, 그를 비꼬거나 아니면 상대를 무시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었기 때 문이다. 하지만, 사피엘라는 그런 세세한 일 까지는 잘 알지 못하였다. 어려 서부터 정직하게 살아가도록 교육받은 그녀로써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말한다는 것이 때에 따라 실례가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적절 히 적용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란테르트라는 사람이 워낙 격이 없어 대하는데 조금의 불편함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란테르트는 악의 없는 실례에 슬쩍 한차례 웃어 보일 뿐이었고, 에라 브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언니의 말을 듣고 있었다. -세이아는 어떤 곳이에요? 에라브레는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이렇게 물었다. -전통적인 약소국. 무역이 약간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위다, 소피카 의 양 거국들 사이에서 한해도 편할 날이 없지. -정치 같은 건 관심 없어요. 그것 말고, 풍경이 어떻죠?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입을 열었다. -음.... 과거에는 굉장히 황량하고 삭막했다더군.... 하지만, 지금은 다른 곳과 별다를 것 없는 곳이야. 다만, 산이 거의 없어. 가장 높은 곳이 겨우 언덕에 불과하지. -왜 황량했었지요? 에라브레가 다시 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알고 있는 바를 설명했 다. -원래 세이아는 땅이 낮아. 그래서 바다가 조금만 높아져도 온통 물 에 잠겨버리지. 소금기 먹은 땅에 풀들이 잘 자랄 리가 없잖아. 2백여 년전부터 해안가로 둑을 쌓기 시작해, 이제는 바닷물에 의한 염해를 거의 입지 않게 되었데. -모르는 게 없군요.... 사피엘라가 곁에서 감탄 섞인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자, 란테르트는 당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전부 주워 들은 거야. 원래 항구라는 곳이 그렇거든.... 방금 이야기했잖아 항구에서 일했었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배는 쏜살같이 달려 세이아의 이리 이항에 도착했다. 여행을 떠나기엔 늦은 감이 있어 일행은 방을 얻어 항에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일찍 항구를 벗어난 일행은 곧바로 서쪽으로 향했다. 세이아 에서 마곡으로 가려면 서남쪽으로 향해야 했는데, 그중 가장 수월한 길이 서쪽에 있는 수도 도노아를 거쳐 남쪽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란테르트는 비록 눈이 멀었으나, 워낙 몸이 잘 닦여있어 걸음이 몹시 빨랐다. 차라리 셋 중 사피엘라가 가장 걸음이 늦어 일행의 속도는 그 녀에게 맞춰져 있었다. 풍경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몇 일전 내린 눈에 벌판은 온통 은빛 으로 빛나고 있었다. 본래 고저 차가 없는 세이아이기에, 눈 내린 평 평한 벌판은 꽤나 색다른 풍경으로 두 자매의 눈에 다가왔다. 이리이 시를 벗어난지 반나절 가량 지난 어느 곳, 예닐곱쯤 되어 보 이는 사내들이 란테르트 일행을 가로막았다. 기세가 흉흉한 것이 좋은 사람들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꽤 예쁘장하군. -이봐, 눈먼 녀석, 한 명쯤 우리에게 양보하지? 아무리 보아도 정규군 복식이었다. 가슴에 늑대를 새겨 놓은 것을 보 니 아마도 소피카의 병사인 듯 싶었다. 란테르트는 우선 상대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해 나직이 사피엘라에게 물었다. -몇 명이고 어떤 옷을 입고 있어? 사피엘라는 상대가 검을 흉흉하게 휘두르며 자신들 앞을 막아서자 겁 이 덜컥 났고, 자연 란테르트의 물음에 답하는 목소리도 몹시 떨렸다. -일곱 명이에요. 모두 똑같은 옷을 입고, 가슴에는 늑대의 문장이 새 겨져 있어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런.... 소피카의 도망병들이군.... 그때, 그 사내들 중 또 다른 한사람이 외쳤다. -야 이 연놈들아, 죽을 마당에도 무어라 소곤거리는 거냐? 그때, 에라브레가 발끈 하며 외쳤다. -이봐요. 왜 우리 언니를 욕해요? 다큰 어른들이 왜 길바닥에서 사람 들을 막고 욕을 하는거에요? 그때 란테르트가 에라브레의 앞을 막아서며 나직이 말했다. -둘 모두 내 뒤에서 내 손이 보이지 않도록 서있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함과 동시에 검을 꺼내 들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8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8 23:13 읽음:203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 당시, 전쟁이 벌써 6년간이나 계속 되어 인심은 흉흉하기 그지없 었다. 정규군이고 용병이고 간에, 손에 검을 들고 있는 자는 돈이 되 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고, 점령지에서의 무차별한 폭행과 학대는 차 마 눈뜨고 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니, 이렇게 길을 막고 여자를 빼 앗으려 하는 것 정도는 그리 큰일도 못되었다. -가소롭군. 눈깔도 제대로 박히지 않은 녀석이 검을 쓰겠다고? -지가 무슨 맹검盲劍 이라도 되는 줄 아는가 보군. 그 군인들은 중구난방으로 란테르트를 비웃었다. 그 사람들중 한 사 람이 꺼낸 맹검 이라는 말은 블라인드 블레이드 라고 불리는 한 검사 의 별명으로, 비록 장님이었으나 실력이 몹시 뛰어나 나이 40이 되도 록 한차례도 패한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비웃음에는 아랑곳 않았다. 하지만, 두 자매는 상대 들의 기세에 눌려 입도 벙긋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조금전 란 테르트가 자신의 손이 보이지 않는 곳에 서라는 말을 따라 란테르트의 뒤로 숨었다. -어떤 상황이 있어도 내 손을 보아선 안돼. 그럴 경우 몹시 위험해 져. 란테르트는 두 자매에게 이렇게 말하며 자신 역시 가만히 서 있었다. 두 자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 대답할 뿐 이유조차 묻 지 못하였다. -무슨 헛소리가 그렇게 많냐? 그 여자들을 두고 조용히 떠난다면 목 숨만은 살려주마. 다시 상대중 한사람이 이렇게 외치자, 란테르트는 버럭 소리를 질렀 다. -무슨 헛소리가 그렇게 많나? 비록 똑같은 말이었으나, 상대에 비해 배는 더 위세가 있어 보였다. 그때 동시에 두 사람이 검을 휘두르며 란테르트에게 달려들었다. -건방진 녀석. 큰맘먹고 살려주려 했더니. 란테르트는 상대가 달려옴에도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움 직일 수 없었다. 만약 두 눈이 멀쩡했더라면, 두 자매를 멀찌감치 물 러서게 한 다음, 적진 한가운데로 달려들어 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하 지만, 지금은 눈이 멀어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는 눈이 먼 후 한가 지 사실을 깨달았는데, 정말 무서운 것은 움직이는 상대가 아니라 움 직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흉하게 휘두르는 검은 피할 수 있어도 길가 에 멍청히 놓여있는 돌멩이는 피해 밟을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한참 동안이나 어떻게 적을 맞을까를 생각해 보았 다. 그리고, 이끌어낸 결론이 멈춘 채 상대를 맞이한다는 것이었다. 몹시 힘들고 위험했으나, 움직이는 것에 비한다면 훨씬 나은 편이었 다. 란테르트를 향해 달려드는 두 사내는 란테르트가 눈이 멀었기에 별 것 아닐 꺼라 생각하며 방어를 소홀히 한 채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 다. -애송이. -감히 그런 실력으로 우리에게 덤벼들다니. 두 사내는 있는 대로 란테르트를 조롱했으나, 지금의 그의 귀에 들릴 리가 만 무였다. 정신을 모아 한순간을 노린채 있는 그는 지금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경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일검에 둘을 베지 못한다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뒤의 두 아가씨도 구하지 못하게 될것이 불을 보 듯 했기 때문이었다. -핫. 짧은 기함과 함께 란테르트는 검을 평으로 죽 그었다. -앗.... 그에게 달려들던 두 사내는 경악성과 함께 검을 놓쳤다. 방금의 일검 에 한 명은 팔뚝 안쪽 부분을, 그리고 다른 사내는 팔뚝의 바깥쪽을 베였다. 란테르트의 이 일검은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 거리와 방향 각도 모든 것이 흡사 눈을 뜨고 있기라도 한 듯 정확했고, 힘도 매우 적절했다. 만약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첫 번째 사내의 팔뚝 뼈에 막혀 검을 모두 휘두를 수 없었을 것이고, 조금만 더 짧았더라면 그저 살짝 살갗을 긁는 것에 불과할 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 확했고, 두 사내는 팔뚝의 근육이 잘리운채 비명을 질렀다. 사실, 눈앞의 이 일곱 사람은 평범을 겨우 넘는 솜씨를 가지고 있었 다. 정식으로 검을 배운 시간도 오래지 않았고, 스스로가 열심히 익힌 것도 아니어서 휘두르는 꼴은 엉성했고, 힘 또한 별 것 없었다. 반면 란테르트의 솜씨는 상당했다. 4년간이나 명사의 지도로 굉장한 실력을 쌓았고, 본인 스스로도 열심히 여서 눈앞의 무리들과는 상대도 안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시력을 잃은지 오래지 않아 그 점이 불리할 뿐이었다. 다른 다섯은 둘이 일검에 당하자 크게 동요하는 눈치였다. 일부는 상 대를 잘못 짚었다는 생각에 피할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일부는 두려 움에 떨면서도 큰소리로 호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 감히 우리 동료 두명을 다치게 해 놓고 무사할 성싶으냐? 한 사내가 이렇게 외치자 그 곁의 사내가 입을 막았다. -그만 둬. 그의 화를 돋궈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다시 다른 사내가 외쳤다. -우리 다섯이서 겨우 저런 애송이 하나를 두려워한단 말인가?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맞아. 아까 저 녀석이 뒤의 여자들에게 자신의 손을 보지 말라고 했 었지. 무슨 이유가 있을 꺼야. 요술을 부릴 줄 아는 듯 싶으니, 그의 손을 보지 않는다면 별일 없을 꺼야. 그의 말이 일리가 있는 듯 싶어 세 사내가 옳다고 외쳤다. 하지만, 처음 반대했던 사내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오래 살려고 군에서 뛰쳐나와 여기서 목숨을 잃고 싶진 않네. 란테르트는 상대들이 자신의 실력에 크게 동요하는 것을 알아채고는 외쳤다. -이 겁쟁이 녀석들아. 어서 다가와 내 검을 한 번 쳐다보아라. 그리 고도 살 수 있는 녀석이 있다면, 곱게 내 목을 바치마.... 아니다. 절 대 내 검과 내 두 손은 바라보지 마라. 악마의 저주가 쓰여져 있어 그 저 바라보기만 해도 두 팔이 잘려나간다. 상대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다시 한차례 동요했다. 도대체 전의 말이 사실인지 후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한 성질 급한 사내가 큰칼을 휘두르며 달려나갔다. -흥, 네 녀석이 어떤 수로 저 두 사람을 베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다. 네 손과 검만을 바라보지 않으면 되는데 뭐가 힘들겠느냐?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냉소로 응수하며 천천히 검을 앞으로 가져갔 다. 이 군인들의 솜씨는 란테르트에 비해 훨씬 못했다. 그런 그가 란테르 트의 검과 손을 보지도 않은 채로 공격하니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은 가? 대각선으로 한차례 휘둘러진 란테르트의 검에 그 사내 역시 팔의 근맥이 절단되어 버렸다. -괴, 괴물 같은 녀석.... 팔에 상처를 입은 방금의 사내는 떨어뜨린 검을 줏으려는 생각도 하 지 못한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고, 남은 네명중 두명이 슬슬 몸을 피했다. 란테르트는 비록 손쉽게 세명을 해치웠으나, 내심 몹시 초조했다. 만 약 상대가 자신이 눈먼 것을 기회로 삼아 천천히 접근할 경우, 도저히 손 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은, 한 명이 부러 큰소리를 내 자신 의 귀를 막아 버리는 등의 방법을 사용 할 경우에도 속수무책이었다. 다행이 눈앞의 두 사내는 그 정도로 똑똑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서야 할지 공격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듯, 앞으로 다가서지 도, 달아나지도 않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어찌해야 할지를 잠시 고민하던 중, 등뒤의 두 아가씨를 떠올리며 나직이 그녀들에게 말했다. -마법을 사용해 봐. 알고 있는 것 중 가장 강한 공격계 마법을 저 녀 석들에게 날려. 넋을 놓고 란테르트의 싸움을 바라보던 그녀들은, 란테르트가 이렇게 하는 말에 멍청히 어, 라고 답하며 마법을 사용했다. 에라브레는 광창光創 레이 자베린 이라는 마법을, 그리고 사피엘라는 수구체水球體 워터 스피어 라는 마법을 사용했다. 꿈틀거리는 액체 덩어리와 곧게 쭉 뻗어나가는 빛의 줄기가 곧바로 날아 그 두 사내에게로 향했고, 그들은 갑작스러운 마법에 당황하며 좌우로 피했다. 그들은 란테르트 일행이 마법까지 사용하자 전의를 크게 상실하며 슬 금슬금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지 때문이다. 오래지 않아 란테르트 일행을 공격했던 일곱 모두가 자취를 감추었 고, 란테르트는 발자국 소리가 모두 사라지자, 크게 한숨을 내쉰 후, 검을 닦아 검집에 넣었다. -역시 힘들군.... 란테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으나,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놀랍다는 듯 란테르트를 치켜올 렸다. -정말 대단해요. 일곱이나.... -굉장해요. 어떻게 한 거지요? 그녀들의 칭찬에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야.... 상대들이 형편없었을 뿐이야. 잘못하면 너희를 지키지 못할 뻔했어. 에라브레가 물었다. -왜요? 모두다 상대도 안돼는 것 같던데.... 둘이 달려오다 일 검에 둘 모두 팔을 베였잖아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물론, 그 한사람 한사람 보다 내가 더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은 사실이야. 하지만, 그 일곱 모두를 상대로 이길 수 있었던 건 운에 가까워. 만약, 내 눈이 멀쩡했다면, 그렇게 까지 힘든 일은 아니었겠 지만.... 사피엘라가 물었다. -그런데, 왜 아까 손을 보지 말라고 했던 거예요? 정말 무슨 요법을 쓸 줄 아나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한차례 웃으며 말했다. -글세. 손도 쓰지 않고 상대를 벨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내가 손을 보지 말라고 한 것은 그 런 이유가 아니야. 생각해 봐. 내 뒤에 서서 내 손을 보지 않으려면, 내 몸을 중심으로 내 검과 반대 방향에 서 있어야 하잖아. 검을 쥔 내 손이 보이지 않는 곳은, 내가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곳이야. 나는 지 금 눈이 멀어 내 앞의 움직이는 모든 것을 베어야 할 상황이고, 그래 서 너희에게 내 뒤에 있도록 한 거야. -그렇군요.... 사피엘라는 이렇게 중얼거렸고, 에라브레가 곁에서 말했다. -검술은 어디서 배운거에요? 잘 모르지만, 정규군보다 뛰어난걸 보 면, 대단한 것 같은데.... -내 검술이야.... 내 스승에게서 배웠지. 뭐, 이제 스승이라고 부르 기도 뭣하게 됐지만....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이렇게 답하며 그전의 일을 생각했고, 이내 약간 침울해 졌다.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얼굴에 약간의 울적한 빛이 떠오르자 곧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저들이 강한 편인가요? 앞으로 수행을 하다보면, 많은 악인들을 만 나게 될텐데.... 만약, 당신이 다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살짝 미소를 띄며 말했다. -이들보다 훨씬 강한 적들도 있고, 훨씬 못한 이들도 있어.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들어보니, 레이 자베린 하고 워터 스피어 같던데.... 그 정도 마법력이면 두려워해야 할 상대가 그리 많지는 않 을 꺼야. -마법을 아는군요. 소리만 듣고 무엇인지 알다니.... 사피엘라는 대단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쓸쓸히 웃으며 대꾸했다. -내게 검을 가르친 사람은 마검사 였거든.... 곁에서 에라브레가 말했다. -그래요? 그럼, 우리가 그분께 데려다 줄까요? 아무래도 스승 곁이라 면 요양하기도 좋을꺼고, 우리보다도 경험이 많으니 눈을 치료하는 법 을 알지도 모르잖아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수 없어.... -왜요? 에라브레가 되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답하기 싫다 는 뜻이었다. -이제 출발해요. 괜찮겠죠? 사피엘라는 다시 무슨 말을 하려던 에라브레의 입을 눈짓으로 막으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도노아 시를 지나고 소에사 남부의 소드항을 지 나 마곡의 북부 놈항에 도착할 때까지, 열흘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 란테르트의 눈이 멀지 않고, 사피엘라의 걸음이 조금 더 빨랐다면, 여 드레나 아흐레 정도 걸릴 거리였다. 이 10일 동안, 란테르트와 두 자매 사이는 더더욱 가까워져, 이제 완 연히 일행이라 할 수 있었다. 에라브레는 요 며칠간 란테르트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고 있 었다. 란테르트는 가르쳐 주는 것이 싫다거나 하지는 않았으나, 검이 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는 병기가 아니어서 망설이 고 있었다. 얼마전 있던 일이다. 하루는 란테르트가 멀리 풍경을 바라보며 바닥에 검으로 낙서를 하고 있었다. 이는 검을 처음 배웠을 때부터의 버릇으로, 여섯 개의 선으로 육각형을 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육각형과는 달라, 각 꼭지 점에서 교차한 선들이 육각형 밖까지 삐져나와 있었다. -그게 뭐예요? 에라브레는 한참 언니와 끼니 준비를 하다가, 란테르트가 무언가를 하고 있자 다가와 지켜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란테르트는 장난으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응, 아주 뛰어난 검술을 익히는 방법이야. 설화雪花 인데, 중앙의 육각형이 정육각형이 되게, 그리고 밖으로 나온 선들의 길이가 모두 같게 그릴 수 있게 되면 검을 자유 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지.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그린 그림을 바라 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모든 육각형이 흠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정 육각형 이었고, 밖으로 나온 선들 역시 완벽하다 시피 길이가 같았다. 게다가, 설화라고 하는 그 그림 하나 하나의 모양이나 크기도 거의 똑 같은 듯 싶었다. 에라브레는 이날 이후로 설화를 그리는 연습을 했다. 호신용 단검으 로 틈날 때마다 바닥에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그러기를 4일, 놈항을 벗어나자 마자 에라브레가 란테르트를 향해 이 렇게 말했다. -자 봐요, 이제는 완벽하게 그릴 수 있어요. 난데없는 말에 란테르트는 잠시 당황했다. -무얼 말이야? -설화요. 자 만져봐요.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손을 끌어 바닥위로 가져갔다. 단단하게 다진 흙바닥 위에 여섯 개의 선으로 그린 그림이 하나 있었다. 란테르트는 흙이 부서지지 않게 조심히 손을 움직여 그림을 한차례 더듬어 보고는 이내 손으로 그림을 지웠다. -다시 한 번 그려봐.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자신 있다는 듯 응, 하고 답하며 손을 놀려 단검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번에도 그림은 완벽했다. -정말 대단한걸.... 하지만, 미안해서 어쩌지? 란테르트는 약간 난처한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장난으로 내뱉은 한 마디에, 요 며칠간 에라브레가 쓸모 없는 짓을 한 것이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가요? -사실.... 이건 쓸모 없는 장난에 불과해.... 내가 심심할 때마다 하 던 낙서야....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돌연 화가 치밀었다. -뭐라고요? 사피엘라는 곁에서 이런 모습을 보며 한차례 웃음을 터트렸고, 에라 브레는 거의 울상이 다 되었다. 란테르트는 미안한 생각에 얼른 입을 열었다. -미안해.... 대신 내가 정말 검술을 가르쳐 줄게. 이 정도 정성이면, 아마 뛰어난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꺼야. -정말이요? 에라브레는 금새 울상에서 벗어나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되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사피엘라, 너도 배우겠어? 사피엘라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싫어요. 사람을 상하게 하는 기술 같은 건 배우고 싶지 않아요.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병기라는 건 자신을 지키는 도구야. 먼저 공격하지 않 는다면, 남을 상하게 할 일도 없어. 나만해도.... 아무튼, 사피엘라는 마음이 착해서 검을 배운다 하더라도 남을 상하게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꺼야.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살며시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배우지 않겠어요. 이때부터, 란테르트는 천천히 에라브레에게 검술을 가르치기 시작했 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9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9 09:27 읽음:197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다시 3일 가량 지나, 이행은 마곡의 수도 레이니어성에 도착했다. 마 곡은, 전에 여섯 명의 제후가 다스리던 곳이었으나, 70여년전쯤 레이 니어가에 의해 통일되었다. 레이니어성은, 한 나라의 수도답게 규모가 거대했고, 사람들도 많았 다. 마곡은, 다른 여섯 나라에 비해 훨씬 남쪽에 위치해 기후가 온화 했다. 한겨울에도, 얼음이 어는 일이 거의 없었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았다. 어느덧 1월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마곡의 기후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춥지는 않았다. 오히려 두터운 털외투가 거추장스러울 정도였다. 레이니어성에 도착한 일행은 곧바로 메아가로 향했다. 메아 가는 본 래는 성안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성이 점점 복잡해지자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핑계로 성외로 근거지를 옮겼다. 메아 가는 에노사의 리브르 가와 함께 전통적으로 유명한 의가醫家였 다. 요새 들어서는 이 외에 위다의 레날드가나 노마티아의 호린 가 등 의 유명한 의가가 몇 더 생겼으나, 여전 최고로 손꼽는 곳은 메아와 리브르가 였다. 그 때문에, 이곳 메아가 주변은 꽤나 복잡했다. 메아 본가의 건물은 그 규모면 에서 레이니어 본성과도 비견할 만 했고, 본가 주위의 부속 건물들은 흡사 마을이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레이니어성과 메아 마을 이라고 그 둘을 따로 부르기도 했다. 유명한 만큼, 진료 받으러 오는 사람도 매우 많았다. 게다가 진료비 또한 엄청난 편이어서, 어떤 병이던 선불로 100하르를 내어야 했다. 마을 안에는 수십 개의 방을 갖춘 여관이 2개나 되었으나, 차례를 기 다리는 환자들로 만원이었다. 다행히 앤타시에서 가져온 편지를 전해주자 일행의 차례는 크게 앞당 겨 졌다. 몇몇 지체 높은 귀족들 다음으로, 진료일은 3일 후로 잡혔 다. 여관에서, 란테르트는 이미 한 약속대로 에라브레에게 검을 가르쳤 다. 첫날은 잡는 법과 휘두르는 법에서 시작하여, 모든 검술의 기본이 라 일컬어지는 레언 검식까지 가르쳤는데, 다행히 에라브레의 머리가 명석한 편이여서 가르치는데 힘이 거의 들지 않았다. -굉장히 빠른걸. 나도 꼬박 삼일은 걸렸던 것 같은데.... 사실, 자신이 얼마 걸렸는지는 생각나지 않았으나, 란테르트는 이렇 게 에라브레를 칭찬했다. -정말요? 언니, 언니도 들었지? 에라브레는 입을 귀밑까지 찢어 헤 하고 웃으며 사피엘라를 바라보았 고, 사피엘라는 자애로운 미소로 그녀의 물음에 답해 주었으나, 한차 례 경계의 말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은 언제나 쉬운 법이란다. 마법을 배울 때도 그랬지 않 니? -알아.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답했고, 곁에서 란테르트가 말했 다. -게다가, 검과 마법 두 가지를 익히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야. 자칫하면 둘 모두에 소홀하게 되어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어 버리 거든. -알겠습니다. 스승님. 에라브레는 몸을 꼿꼿이 세워 이렇게 답했으나, 란테르트는 손을 휘 저어 보였다. -그만 둬. 특히 그 스승소리.... 그냥 이름을 불러. 비록 웃어 보였으나, 란테르트가 이 말을 할 때의 목소리는 다른 때 와는 분명 달랐다. 다른 사람의 분위기에 둔감한 편인 에라브레도 느 낄 수 있을 정도였기에, 그녀는 감히 장난으로 받지 않고 그러겠다고 답했다. 란테르트는 다시 밝게 에라브레에게 말했다. -음.... 지금 내 눈이 보이지 않아 똑바로 가르치고 있는지를 모르겠 어.... 우선 이론은 모두 전수해 줄 테니까, 연습은, 음....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레언식 도살 법이나, 어니스트 삼첨식 따위의 쉬운 검식들은 내가 하는 것을 보고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지만, 어려워지 면 어려워질수록 그것이 불가능해 질텐데.... 사피엘라가 말했다. -걱정 마세요.... 그렇게 수준 높은 검술까지 가르쳐 달라고 할 수는 없어요.... 게다가, 며칠 안으로 눈을 고칠 수 있을 꺼 에요. 란테르트는 왠지 사피엘라가 한 번 입을 열 때마다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에라브라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즐겁고 유쾌한 것이 흡사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듯 했으나, 사피엘라와의 경우에는 마음이 차분 해지고 안정이 되는 것이 어머니나 누나와 이야기하는 듯 했다. -그럴까?.... -그럼요. 사피엘라는 시선을 약간 낮추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때 에라브레가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혹시 뛰어난 검사에 관한 이야기 아는 것 없어요? 에라브레는 어려서부터 사피엘라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고, 그것은 열 다섯 살이나 된 지금에 와서도 그러했다. -검사? 글세.... 유명한 검가劍家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는데.... -얘기해 줘요. 에라브레는 얼른 재촉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역시 제 1 검가로는 레카르도 가를 꼽아야 갰지? 벌써 200년 이나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다가, 그 명성이나 실력 모두 대륙 제일 이라 일컬어지고 있으니.... -레카르도가요?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이곳 근처에서 검술 강습소를 열었었다던 데.... 전쟁이 시작되면서 마몸산으로 숨어버렸어. 에라브레가 물었다. -왜요? 무슨 죄라도 지었나요? -아니. 듣기로는 선조의 유명이라더군. 절대 전쟁에는 끼여들지 말라 는 가훈 때문에 전쟁을 피해 숨은 거래. 사피엘라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렇다면 검술은 무엇 하려고 익혀요?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입을 열었다. -그건.... 우선 나만해도, 검술 그 자체는 좋아하지만, 전쟁은 싫어 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들도 나와 비슷한 이유에서이겠지. -그런 이상한 가훈은 누가 만든 거예요? 에라브레가 물었다. -듣기로는, 강습소를 처음 세운 암 공 이라더군. -암공이요? -그래. 남방계 검술의 조종祖宗으로 일컬어지는 사람이야. 에라브레는 계속해 모르는 말이 나오자 신나라 질문을 던져댔다. -남방계 검술은 또 뭐죠?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끈질긴 질문에도 실증 하나 내지 않고 잘 답해 주었다. -검술은 크게 동, 서, 남, 북, 중앙 이렇게 다섯 흐름이 있어. 북방 의 검술은 굳세고 강하지. 모두 사냥하는 법에서 나온 검술로, 노마티 아의 가라리스 가문의 검술이 그것이지. 서방의 것은, 날렵하고 우아 한데, 과거에 있던 종교인 에아교의 한 수호기사에 의해 정립되었지. 에디엘레 가문의 검술이야. 중앙의 검은 모든 부분에 있어 균형이 잡 혀 있어, 특징도 단점도 없지. 사실, 거의 모든 검술이 이에 해당돼. 동편의 것은, 위다의 라플티 가문의 검술인데, 굳건하면서도 빠르지. 내가 익힌 것도 이 계통에 들어. 남방계는, 이들중 가장 특이한 것으 로, 아주 극단적인 검술이야. 본래 암공은 용병 출신으로 현 레드 미 스트의 창단자인 아이우드 스켈 이라는 사람에게 검을 전수받았다더 군. 용병검술 이라는 것으로, 효율적인 찌르기와 베기만을 생각하는 것이야. 그런 것이 암공에 이르러 정련되고 다듬어져 완성된 것이 바 로 레카르도 가의 검술로, 빠르고, 강하고, 정확하게 상대를 가격하는 것이야. 그렇다고 아예 검식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가장 많은 검식이 만들어지는 가문이기도 하지. -꽤나 복잡하군요.... 우리 마법사들의 계보 보다.... 에라브레는 중얼거리듯 이렇게 말하자 란테르트가 대꾸했다. -당연하지.... 마법의 겨우에는, 마법 대전으로 계파의 정리가 이루어 졌으니까.... 사피엘라가 물었다. -계파의 정리라니요? 란테르트는 황급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잊어버려. 그리 좋은 일도 아니야. 사피엘라는 이 란테르트라는 사람은 참 비밀이 많기도 하다 라고 느 끼며 입을 다물었다. 이후로 한참동안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물음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 를 해 주었다. 어느덧 하릴없는 3일이 흘렀다. 그 동안, 에라브레는 레언식 도살 법 을 완전히 익혔고, 사피엘라는 흐뭇한 모습으로 동생을 지켜보고 있었 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지도해 주기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하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약속했던 그 날,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따라 메아가 안 으로 들어섰다. 집안에 들어선 이후로도 한참이나 걸어 진료실인 듯한 곳에 도착했다. 메아 가의 내부는 약냄새가 코를 찌르고 여러 괴이한 냄새가 나는 것이 그리 쾌치 않았다. 그 방안은 약간 어수선한 편이었다. 책장에는 두툼한 책이 가득했고, 의사인 듯한 사람이 앉아있는 책상 위에도 몇 권의 책이 널브러져 있 었다.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는 일행이 들어오자 한쪽에 앉을 것을 권했다. -프란체 씨가 보낸 편지에는 괴이한 독에 중독 되어 시력을 잃었다고 하던데.... 의사는 꽤나 바쁜지 단도직입 적으로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 개를 끄덕였다. -음.... 혹시 눈 말고 다른 곳에 이상한 점은 없습니까? 귀가 잘 들 리지 않는다든지, 배가 아프다든지. -아니오. 다른 곳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의사는 란테르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정말 이상하군요....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독을 알고 있는 데.... 눈만 멀게 하는 독은 여럿 있지만, 모두 마법으로 치료가 가능 하고.... 치료가 불가능한 독중에는 눈만을 멀게 하는 것은 없고.... 역시 새로운 독인가 보군요.... 의사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란테르트에게 다가와 눈을 까뒤집어 보고, 이곳 저곳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섭취했다고 하던데. 어떤 음식 이였지요? 혹시 특별한 풀이라든 지.... 아니면 짐승 이라든지. 버섯, 이끼 그밖에.... 조금 더 주절거리려던 의사의 말을 막으며 란테르트가 말했다. -차 였습니다. 평범한.... -음.... 암수에 당한 모양이군요.... 그럼.... 혹시 독을 쓴 사람의 이름을 알고 있습니까? 의사의 말에 란테르트는 잠시 주저했다. -꼭 알아야 합니까? -혹시 독을 쓴 사람이 유명하다면, 그가 즐겨 쓰는 독을 조합해 만든 것일 수도 있으니까, 생각보다 쉽게 해독을 할 수 있습니다. -에날트 제날튼. 란테르트의 말에 의사는 순간 안색이 돌변했다. -그,.... 악마가 아직 살아 있습니까? 의사의 반응에, 란테르트는 그 의사가 놀란 것 이상으로 놀랐다. 대 뜸 이름을 듣자마자 악마라니.... -아는 사람입니까? -글쎄요.... 직접 알고 있지는 않지만.... 15년 전만 하더라도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특히 저희같이 투사들과 접촉이 잦은 사람 들은요.... 에라브레가 물었다. -어떤 사람이었죠? 의사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생각하기도 두려운 듯, 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저보다, 10살쯤 많은 사람인데.... 그러니까 20년전, 그의 나이 25 세에 세상에 나오며 평생 자신과 원수진 사람이 781명이라고 천명했습 니다. 어떤 원한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아무튼, 죽은 사람 거 의 대부분이 꽤나 대단한 실력자들이었지요. 그렇게 사람을 죽이던 중, 15년전 779명째의 사람과 싸우다 패해 어디론가 숨어 버렸지요. -779명째 사람이 누구였죠? 에라브레가 재차 물었고, 의사가 답했다. -현 위다 왕립 마법사 학교의 교장인 그란 라가엘 입니다. 란테르트는 순간 움찔 했다. 그리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 히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 있던 사피엘라는 그의 그런 태도에 의아심을 느꼈으나 묻지 않 았다. 의사는 잠시 더 입을 다물고 있다 란테르트를 향해 말했다. -그는 평소 독을 잘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써야 할 때에는 주저 않고 썼지요. 평소에 잘 쓰던 독은 없습니다.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다른 독을 사용했으니까요. 의사는 이렇게 말하더니 종을 한차례 울렸다. 곧바로 한 나이든 사내 가 모습을 드러냈고, 의사는 괴상한 이름의 약재 몇 가지를 가져오도 록 했다. -저로써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몇까지 눈에 좋은 약재를 드리겠 습니다. 진료 비와 약값은 받지 못하겠습니다. 한 번 리브르가로 찾아 가 보십시오. 그곳이 독을 다루는데 에는 저희보다 조금 나은 편이니 까요. 그리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눈은 감고 계십시오. 그러는 편이 더 빨리 시력을 회복할 수 있으니까요. 의사의 말에 사피엘라가 물었다. -시력은 회복할 수 있는 건가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가능할겁니다. 워낙 독성이 약한데다.... 눈 자체에는 이상이 없습니다. 시신경이 마비된 듯 한데, 어쩌면 저절로 치료될지도 모릅니다. 일행은 이렇게 아무 소득도 없이 메아 가를 나왔다. 하지만, 희망적 인 소식을 들은 것 하나 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듯 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또 저번처럼 헤어지자고 할까봐 미리 선수를쳐 말했다. -이제 에노사의 리브르가로 가는 건가요? -꽤나 먼 여행이 될것같아요. 그 정도 시간이면, 내 검술도 많이 늘 겠죠? 란테르트는 그녀들의 이런 말에 살짝 웃어 찬성의 뜻을 표했다. 마음 속으로 이미, 그녀들을 자신들의 동료로 완전히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적을 만났을 때 덜덜 떠는 모습이 좀도둑들 하나 이겨내지 못 할 듯 보였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다. ------------------------------------------------------------------ 핫핫.... 역시 조회수가.... 진지한 소설은 씨도 안먹힌다.... 인가요? 뭐, 그래도 봐 주시는 분들이 꽤 되네요.... 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계속해 올려야 겠지요? 그럼, 조금 지루하더라도 열심히 봐 주세요. 중반 이상가야 이소설 원래의 분위기를 찾게 되니까요....(서장같은....) _______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Fairy ___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799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 올린이:광황 (신충 ) 98/08/29 09:28 읽음:198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다시 마곡 유일의 관문 놈 항을 지나 세이아에 수도 도노아에 도착했 다. 에노사의 리브르 가는 여기서 서쪽으로 행로를 잡아 소피카 대륙 을 지나가는 길이 가장 빨랐다. 란테르트는 이미 자신의 수중에 있는 돈을 거의 다 써버렸다. 200하 르 가량 있었는데, 에라브레에게 소검 한 자루 사주고, 이래저래 시간 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다른 두 아가씨에게서는 전혀 그런 기색을 읽을 수가 없었 다. 두명이기에 자신보다 씀씀이가 많았을 터인데, 조금도 돈이 부족 하지 않은 듯 보였다. 물론, 이대로 그녀들에게 붙어 간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러기에는 아 직 그에게 자존심이라는 것이 남아 있었고, 수행을 하는 그녀들에게도 돈을 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저기, 경비가 얼마나 남았지? 나는 바닥이야. 수도 안 어느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던 란테르트가 이렇게 운을 떼었 고, 사피엘라가 답했다. -한 4700 하르 정도요. 5000하르 가량 가지고 나왔거든요. 그녀의 말에 란테르트는 하마터면 먹고 있는 것을 뱉을 뻔했다. 5000 하르라니.... -저기.... 도대체 수행을 나온 거야? 아니면 여행을 나온 거야? 에라브레가 말했다. -물론, 수행이죠. 왜요? 많은 돈인가요? -지금 집을 나온지 얼마 정도 흘렀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천천히 손을 꼽아 보았다. -20일 가량 된 것 같은데요. -그래, 그래서 한 달이면 얼마쯤 쓸 것 같아? -뭐 한 500 하르쯤 쓰겠죠. 아니, 이번에는 란테르트에게 검을 선물 하기도 했으니까.... 400하르 정도 쓰겠지요. 에라브레는 왜 갑자기 이런 이상한 것을 묻는지 이상하다는 듯 란테 르트를 바라보았고, 란테르트는 계속해 물었다. -그럼 5000 하르를 모두 사용하는데 얼마나 걸리지? -1년쯤 걸리겠네요. 란테르트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1년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것이 무슨 수행이야? 여행이지. 5000하르는, 중산 농가의 반년치 소득이야. 내가 했던 것 같은 잡일하는 사람들은 그 돈의 반으로 일년을 보내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뜨끔하며 입을 다물었고, 란테르트가 다시 말 했다. -괜찮아. 그렇다고 뭐 너희가 잘못한 것은 전혀 없으니까. 그것보다, 이제 어떻게 할거지? 그 돈을 그냥 사용하면서 지금처럼 보낼 꺼야? 아니면 조그마한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 수행을 하겠어?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당장 답했다. -당연히 수행을 해야죠.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슬쩍 웃으며 사피엘라의 대답을 기다렸 다. -당연히, 라브에가 하자는 데로 하면 좋지만.... 우리가 무슨 수로 돈을 벌죠? 사피엘라가 잠시 후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묻자, 란테르트는 이 렇게 대꾸했다. -할 일은 많아. 이런 저런 물건을 수송한다 던지, 사람을 호송한다 던지.... 아직 사람을 호송하기에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니까.... 간단 한 수화물들을 날라주면 돼. -그런 일거리가 많나요? 사피엘라가 묻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야. 돈에 욕심 안내고 간단 간단한 일만 맡으면 큰돈은 못 만 져도 생활비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어. -그럼 곧바로 해요. 에라브레의 결론 이였다. 식사 후에, 일행은 곧바로 운송 조합으로 향했다. 만약, 란테르트 자 신의 눈이 멀쩡했고, 두 사피엘라, 에라브레 자매의 경험이 더 풍부했 더라면 용병 조합에서 일을 맡을 만 했으나, 그렇지 못해 운송 조합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운송 조합에 들어가 운송인을 접수하는 곳에 도착하자, 한 젊은 여자 가 탁자 건너편에서 이렇게 물었다. -비 조합원 이시군 요. 신분을 증명할 만한 물건을 가지고 계시나요?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하다 두 자매를 돌아다보며 물었다. -혹시, 마법사 조합에 가입했어? -예. 그런데요? 사피엘라가 이렇게 답했다. 평소 같았으면, 에라브레가 신나 먼저 답 했을 터이지만, 지금은 이곳 저곳을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합 등록 표시표 같은 것 없어? 란테르트가 재차 묻자, 사피엘라는 목에서 목거리를 하나 풀었다. 그 녀는 그것 외에 목거리가 하나 더 있었다. 사피엘라는 무엇인가 글자가 세겨져 있는 납작한 금속조각이 달린 그 녀의 목거리를 눈앞의 접수인에게 건네주었고, 그녀는 그곳의 글을 어 딘가에 옮겨 적었다. -확실히 본인이시죠? 운송 조합의 여자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형식적으로 이렇게 물었고,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운송조합의 신원 확인 절차는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들어오는 운송물 이라고는 비싸야 1000하르를 간신히 넘기는 것들로, 일을 맡은 사람도 가지고 도망칠 생각을 안했고, 도둑들도 그런 사람들은 손대지 않았다. 조금 중요하고 비싼 물건들은 거의 용병 조합으로 그 일거리 가 갔다. -어떤 일을 원하시나요? 접수인은 서류 작성이 끝난 듯, 이렇게 물었고, 사피엘라는 도움을 청하는 듯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에게서 아무런 말이 없자, 입을 열었다. -소피카 방향이면 어떤 일이라도 괜찮습니다. 너무 힘든 일은 않되 요. 접수인은 란테르트의 말에, 장님과 어린 여자애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이 어련하겠냐는 듯한 표정으로 일행을 잠시 바라보았고, 이내 메뉴 판과도 같은 책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 일은 끝났고.... 음.... 에산트 시까지, 50하르 운송료의 수화물 그리고, 세카항에 100하르 짜리 수화물. 소피카 탄 시까지 300하르 수 화물.... 이 세 가지 정도가 이곳에 등록된 물건이네요. 뭐 좀더 어 려운 일들도 있지만.... 란테르트는 그녀의 목소리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는 듯 했으나 개의 치 않고 말했다. -예 감사합니다. 그 정도로 하지요. 목적지는요? -에산트항과 세카항의 물건은 그곳 조합으로 가져가면 되고.... 탄 시로의 물건은 직접 그 집에 배달해 주어야 합니다. 탄 시의 라지아스 가문입니다. 등록인 은 이렇게 말한 후,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사내에게 무어라 말 을 하며 서류 한 장을 건넸고, 그 건장한 사내는 조합 안 한쪽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그마한 상자 세 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되도록 빨리 배달해 주십시오. 도중에 잃게되면, 계약된 운송료의 5 배를 물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죠? 접수인의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일행은 조합을 빠져 나왔다. 나오자 마 자, 에라브레가 한마디했다. -그 사람, 왜 그렇게 고자세야.... 우리 집 요리사만도 못하게 생겨 가지고.... 사피엘라가 곁에서 말했다. -라브에....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좋지 않아. 게다가, 지금 지내 고 있는 곳은 정말 우리 집도 아니잖니. 에라브레가 지지 않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수이브렛 가도 유명한 귀족이라고 에티콘 아저씨가 말 했주셨잖아. 곁에서 듣고 있던 란테르트가 끼여들었다. -에티콘? 혹시 에티콘 마을의 영주를 말하는 거야? 에라브레가 답했다. -맞아요. 우리가 살던 곳이 바로 에티콘 이예요. 에티콘은, 그 전 란테르트가 쓰러져 있던 숲 에카 동북방에 접해있는 평범한 마을이었다. -그랬구나.... 란테르트는 이렇게 한마디 중얼거렸고, 그때 에라브레가 수화물을 넣 은 란테르트의 배낭을 가리키며 물었다. -도대체 이 안에 무슨 물건이 들어있을까요? 한 번 봐도 되요? 란테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절대로 안돼. 상자의 입구에 아마 봉인이 찍혀 있을 꺼야. 그것이 뜯어져 있으면, 돈을 받기는커녕, 잘못하면 목숨을 잃게 돼. 물론, 이 런 300 하르 정도의 일로 그렇게 까지 되는 일은 없겠지만....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보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행은 세이아의 수도 도노아 시를 벗어 나 서편으로 향했다. 6일이나 걸려 일행은 첫 번째 수화물의 도착 지점인 에산트 항에 도 착했다. 세이아-소피카 해협의 세이아측 관문으로, 대륙 사이의 항구 답게 규모가 컸다. 어느덧 2월 초순, 아직 겨울이고 추웠다. 늦추위에 일행은 두 손을 감춘 채 걸음을 계속했다. 처음에는 꽤 신기해 보였던 언덕 하나 없는 설원의 풍경도 이제는 질려버렸다. 에라브레는 이런 와중에도 검술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녀는 란테르트가 사 준 소검으로 매일 한두 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사피 엘라는 그런 동생이 자랑스럽다는 듯 쳐다보며 칭찬해 주고 했으나, 스스로 배울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보였다. 란테르트는 점차로 마음이 안정되어 갔다. 자신이 이 정도로 오랜 시 간동안 안정된 생활을 한 적 이 있던가, 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 때 마다, 행복이라는 단어도 함께 떠올랐다. 막연히, 언젠가 부서져 버릴 것이라는 예감을 가슴 깊숙이 묻어둔채, 그는 하루하루를 즐기고 있었 다. -에게게 50하르.... 본전이 축나 버렸잖아. 우리 셋이 지금까지 사용 한 돈이 80하르나 되는데.... 에라브레는 막 운송 조합에서 보수를 받아 나오며 이렇게 중얼거렸 고, 사피엘라가 곁에서 이렇게 말했다. -라브에, 그렇게 생각하지 마렴. 첫 번째 보수잖아. 설사, 80하르의 열 배를 들여 50하르의 반을 벌었다 하더라도, 그 첫 보수는 갚어치 있는 거야. -그건 그렇지만....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돌연, 자신의 첫 번째 일이 생각났다. 그리고 첫 번째 보수가.... 겨우 일당 2 하르 였으나, 그는 스스로 돈 을 벌었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었다.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고, 곁에서 에라브레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아니야.... 란테르트는 이렇게 얼버무렸고, 사피엘라가 말했다. -어서 길을 떠나요. 빨리 리브르가로 가야죠. 자칫 늦어 때를 못 맞 추면 큰일이니까요. 일행이 만나고 나서 네 번째 항해였다. 워낙 대륙과 대륙 사이의 해 협이 좁아 지금까지는 길어야 만 하루쯤 걸리는 항해 였으나, 이번 것 은 조금 달랐다. 본래, 세이아와 소피카 사이의 해협은 티티고 라는 이름을 가진 것으 로, 대륙 사이의 해협중 바다가 거칠기로 유명했다. 게다가 너비도 가 장 넓어 순풍일 때에도 이틀이 넘게 걸렀다. 사피엘라는 그럭저럭 항해에 익숙해 졌으나, 티티고의 거친 물살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 첫 항해 때와 마찬가지로 입한번 뻥긋하지 못한 채 바람을 쐬고 있었다. 반면 에라브레는 즐겁다는 듯, 주위를 휘휘 둘러 보며 란테르트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걸었고, 란테르트 역시 전혀 아무 런 문제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이제 눈을 감고 다니는 것이 거의 익숙해 졌다. 처음에는 비록 보이지 않아도 눈을 항상 뜨고 다녔는데, 마곡의 메아가 에서 의 사가 충고한데로 눈을 감기 시작하여 이제는 하루 종일 단 한차례도 눈을 뜨는 일이 없을 때도 있었다. 게다가,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완전히 익숙해 졌다. 지팡이로 땅을 집고 다니는 일은 왠지 하고 싶지 않았기에, 두 아가씨의 길 안내와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하루하루 를 보내는 사이, 이제는 거의 아무런 불편 없이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뭐, 조금 심하게 말하면, 예쁜 맹인견 두 마리를 끌고 다니는 행복한 장님이라고나 할까? -배가 많이 흔들려요. 원래 이런가요? 에라브레는 수평선이 저만치 위로 올라갔다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내 려가는 것을 보며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원래 이 티티고 해는 험하기로 유명해. 대륙 전체의 해협에서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유일한 바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 까.... 사피엘라는 여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심호흡만 되내이고 있었다. -언니, 괜찮겠어? 에라브레는 걱정된다는 듯 이렇게 물었고,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하지만, 낯빛이 새 하얀 것이 결코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숨이 거친 것을 보고 이렇게 권했다. -차라리, 선실로 들어가 쉬어. 누워 있으면 한결 견딜 만 할 꺼야. 사피엘라는 자신이 들어가면 에라브레도 따라 안으로 들어올 것이 뻔 해, 그리고 그렇게 되면 에라브레의 즐거움을 빼앗을 것이 당연해서 그냥 버티기로 했다. -이렇게 바람을 쐐는 것이 더 나아요. 에라브레는 얼굴에서 근심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란테르트에 게 물었다. -무슨 좋은 방법 없어요? 나는 괜찮은데.... 언니는 왜 이러지....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을 장난으로 받았다. -원래, 아름다운 사람은 몸이 약한 법이야. -내가 아름답지 않다는 거예요? 보이지도 않으면서.... 에라브레는 약간 뽀로통한 목소리로 이렇게 받았고, 사피엘라가 급히 말렸다. -라브에,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랬잖니.... 그녀는 아름답다는 말이 과히 싫지는 않았는지, 엷게 미소를 띄고 있 었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을 듣자마자,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 다. 지금까지 한차례도 함께 다니는 두 자매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 다. 궁금했으나, 묻기에도 어색하고,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것이라, 그만두기로 했다. -에라브레는,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예쁘다는 말이 더 어울려. 란테르트는 뾰로통해져 있는 에라브레에게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 는 금새 화를 풀며 말했다. -그래요? 하긴,... 나도 나를 감히 언니와 비교할 생각은 갖고 있지 않아요. 우리 언니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답고, 착한 여자니까 요. 사피엘라는 그런 에라브레의 말에 귀밑이 빨개지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라브에, 그런 농담은 하지 마. 에라브레는 혀를 낼름 내밀며 그만 두었다. 에라브레는, 그녀의 언니 의 말에는 거의 절대적으로 복종했다. 물론, 몇 가지 일은 그렇지 않 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언니에게 이익이 될 때 뿐이었다. 가장 큰 예가 공격계 마법을 공부한 것으로, 분명 언니의 뜻과는 맞지 않았으나, 언니를 지키겠다는 생각에서 배우기 시작한 것 이었다. 몇 번 웃고 떠드는 사이에, 사피엘라는 한결 괜찮아 진 듯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심히 함부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 가량을 배위에서 보낸 끝에, 일행은 세카 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물건을 세카항 운송 조합에 전해준 일행은, 다시 100 하르의 보수를 받았다. -150 하르.... 이제 겨우 손익 분기점이잖아. 에라브레는 밖으로 나오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그런 그녀를 란테르트 와 사피엘라는 미소와 함께 바라보았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2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 올린이:광황 (신충 ) 98/08/30 02:02 읽음:196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3. 뒤틀림. 막, 세카항을 벗어날 무렵부터, 란테르트는 괴이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눈이 먼 이후, 극도로 정신이 맑아졌고 그로 인해 어떤 감 이라는 것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모르는 지금, 그는 이런 이상한 느낌은 태어나 처음 받아 보았고, 그로 인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불안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란테르 트의 일행 뒤를 쫓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피엘라나 에라브레는 아직 경험이 적어 그들이 자신을 쫓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란테르트 는 눈이 멀어 그런 것을 느끼기만 할 뿐 확인 할 수가 없었다. 란테르트는 점점 더 무언가가 접근한다는 것을 느끼며 사피엘라에게 물었다. -사피엘라, 급히 뒤를 돌아보고, 무장한 사람들이 있는지 알려줘. 사피엘라는 그의 말대로 뒤돌아 고개를 돌렸고, 이내 검을 차고 있는 다섯 명의 사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있어요. 다섯 명. -돌아봤을 때 그들의 표정은? -이상 없었던 것 같은데.... 왜요? 란테르트가 나직이 말했다. -첫 번째 싸움에서 내가 한 말 기억해? -뒤에서 손이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있으라는 말이요? 사피엘라의 대답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맞아. 에라브레, 언니와 함께 내 뒤에 서.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싫어요. 그간 배운 검술로.... 사피엘라가 말렸다. -라브에, 아직 싸움을 하기에는 미숙하단다. 차라리, 뒤에서 이전처 럼 마법으로 공격하자. 에라브레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란테르트 뒤에 몸을 숨겼다. 란테르트는 천천히 뒤돌아서며 눈을 감은 채 외쳤다. -뒤의 다섯분. 그렇게 살금살금 다가오시지 마시고, 용건이 있다면 다가와 이야기를 하시지요. 그 다섯 사람은 란테르트가 자신들을 부르자 약간 당황하는 눈빛을 띄며 천천히 다가왔다. -저희는 한 사람의 부탁으로 물건을 찾으러 온 사람들입니다. 꽤 공손히, 상대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보니, 모두들 같은 복장을 한 것을 보아 어느 곳에 소속된 군인들 같았다. 가까이서 보니 넷은 남자였고, 다른 하나 는 여자로, 여자 역시 머리를 짧게 쳐 올려 멀리서 보았을 때 남자로 착각한 것이었다. 방금 입을 연 사내는 30을 조금 넘긴 듯한 사내로, 곤색의 상하의를 입었는데, 검을 차고 있으면서 갑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것이 아닙니까? 란테르트는 상대가 정중히 나오자 손을 검에서 땐 채 이렇게 물었고, 상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확실합니다. 세이아에서 소피카의 탄 시까지 조그마한 물건을 운반 하시기로 되어있지 않습니까? -그건 사실입니다만.... 다섯 명의 용병들을 고용해 앗을 만큼 엄청 난 물건은 아닙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눈앞의 사내는 돌연 안색이 변했고, 뒤에 있던 한 사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놀라 외쳤다. -설마.... 봉합을 뜯어보지는 않았겠지.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비록 제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그 정도의 규칙은 알고 있습 니다. 그제서야 상대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다 시 맨 앞의 사내가 말했다. -한번, 그 상자를 보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란테르트는 상대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실 줄로 믿는데....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일이 중요한 것이어서.... 란테르트는 단호히 말했다. -거절합니다. 저는 이 물건을 탄 시까지 배달할 것만을 사사 받았지, 도중에 누군가에게 보여주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뒤의 네 사람이 동시에 검으로 손을 가져갔고, 개중 가장 빠른 사람은 검을 반쯤 꺼내 들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크게 긴장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으나, 란 테르트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처음 그대로 서 있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내는 손을 들어 뒤의 동료들을 저지했고, 천천 히 란테르트의 표정을 살폈다. 그가 보통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망설이는 사이에, 란테르트가 사피엘라에게 물었다. -앞의 사람들의 복장을 설명해 줘.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난데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천천 히 설명을 해 주었다. -권색 상하 의를 입고 있어요. 눈에 띄는 것이라고는.... 소매에 흰 색과 황금색의 테가 둘러져 있는 것뿐이에요. 복식은, 상당히 귀족스 러워요. 상대들은 이런 란테르트의 태도가 무례하다고 느꼈으나, 눈이 멀었으 니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참았다. 란테르트는 이내 입을 열었다. -소피카 본국의 왕실 근위대 분이시군요. 근위단장이 친히 오셨다 니.... 꽤나 큰 일인가 보군요. 상대들은 란테르트가 복식만으로 자신들을 알아보자 약간 놀란 표정 을 지었고, 가장 앞에 있던 사내는 한차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보통이 아니 시군요. 맞습니다. 저는 당금 소피카 본국의 왕실 근위 대 단장 사이트나 하비오 이고, 뒤의 사람들의 저의 친위대원들 입니 다. 이 일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반드시 그 상자를 저희에게 넘겨주 셔야 할 것 같습니다. 란테르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300하르의 운송료로 운반하는 물건입니다. 아무래도 당신들이 찾는 물건은 아닌 듯 싶습니다. 저희로써는 잃어버린다 해도 1500하르를 손 해본 뿐이어서 그리 큰 일은 아닙니다만, 이런 일로 신용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300하르 라고요? 뒤의 한 사내가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당신들도 운송 조합이 어떤 곳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란테르트의 말에 다른 사내가 경멸의 빛을 띄며 말했다. -엉터리 같은 녀석들이 푼돈이나 벌어 보려고 서성이는 곳이지. 란테르트는 이 말에 표정이 변했고, 사이트나가 눈짓으로 부하를 저 지하며 말했다. -아마, 눈을 속이려고 부로 별 것 아닌 것처럼 일을 맡긴 것이 아닌 가 싶습니다. 란테르트는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고, 사이트나가 다 시 말했다. -다시 한 번 부탁 드립니다. 그 상자를 저희에게 넘겨주십시오.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확률은 반반 이었다. 이 물건이 그들이 찾는 그것이던지, 그렇지 않던지.... 만약 그 물건일시에는, 돌려주지 않을 경우 소피카 왕실을 적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물건이 아니라면, 괜히 자신들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게다 가, 이렇게 신용을 잃어버리면, 다음에 일을 맡기도 힘들어진다. 잠시 머뭇거리자, 조금 전 엉터리 같은 녀석을 운운했던 사내가 말했 다. -건방지군. 일개 거리의 검사 주제에 왕실 근위대 단장이 경어까지 사용하면서 요구하는 일을 듣지 않다니. 단장님, 제가 빼앗아 오겠습 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검을 창하는 소리와 함께 꺼내들었다. 정규군은 무기가 통일되어 있다. 지금 그가 꺼내든 검 역시 소피카 군의 검으로 이 검은 무게가 보통의 것보다 약간 무겁고, 검신이 검끝으로 갈수록 약간 얇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속도보다는 파괴력과 돌파력에 중점을 둔 검이다. 란테르트는 입가에 비웃음을 띄며 검을 뽑아 들었다. -대담하군. 일개 정규군의 군인 주제에 거리의 검사에게 검을 꺼내 들다니. 란테르트가 이렇게 비웃으며 싸울 뜻을 밝히자, 그 사내는 흥흥거리 며 앞으로 몇 걸음을 내딛었다. 다른 네 근위대원들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 끼여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역시 그 들을 따라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근위대의 검사는 란테르트의 자세가 보통은 넘자 경시하는 마음을 버리며 말했다. -어디서 같지 않은 검술을 조금 배운 모양인데, 지금이라도 곱게 상 자를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그의 말에 란테르트는 냉소하며 말했다. -관리 일을 오래하면 허풍만 는다더니. -애송이, 조그만 녀석이. 상대는 란테르트의 도발에 이렇게 소리치며 검을 흉하게 휘둘렀다. 란테르트는 상대의 그런 모습에 약간의 비웃음으로 맞서는 것이 조금 도 두려운 표정이 아니었다. 사이트나는 자신의 부하의 경망스런 행동 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 저었고, 다른 네 근위대원은 결과가 당연하다는 듯 여유 작작 느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상대가 왕실 근위대원이라는 말에 걱정 스런 표정으로 란테르트를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그의 실력이 보통 이상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상대는 군의 최정예인 근위대 가 아닌가? 게다가 란테르트는 눈이 보이지 않았으니, 비록 그와 비슷 한 실력이라 하더라도 불리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란테르트의 내심은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물론, 지금 싸우고 있 는 정도의 사람이야 이기는데는 그리 큰 힘이 들지 않았다. 그가 걱정 하고 있는 것은 바로 단장인 사이트나라는 사내로, 두 눈이 멀쩡하다 하더라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란테르트의 검식은 매우 뛰어났다. 게다가 익숙하게 펼치는 것이 태 어나자 마자 검을 익히기 시작한 듯 자연스러웠다. 근력에 있어서도 상대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듯 했다. 검의 속도, 정확성, 힘 그 모두 에 있어 우위에 있으니, 싸우기 시작한 후 그리 오래지 않아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상대는 소리까지 버럭 버럭 질러가며 강하게 검을 휘둘렀으나, 어느 샌가 휘두르는 방향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검이 도착하는 부분에는 언제나 란테르트의 검이 벽을 쌓아 기다리고 있었 고, 검을 거두어 들일 때에는 예외 없이 란테르트의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졌다. 다시 얼마간을 싸우자, 상대의 검의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 에 반해 란테르트의 검은 점점 더 날카로워져 상대의 패배는 기정 화 되어 버렸다. 챙 하는 날카로운 음성과 함께, 상대의 검이 하늘로 날아올랐고, 란 테르트는 검을 뻗어 그의 목에 가져갔다. -난 애송이다. 그럼 너는? 란테르트는 여전 비웃는 듯한 표정이었다. 상대는 그런 란테르트의 모습에 화가 끓어올랐으나, 입도 뻥긋 못한 채 서 있었다. 사이트나는 크게 놀랐다. 비록, 란테르트와 겨룬 그 사내의 검술이 엄청나다고 까지는 할 수 없었으나, 그래도 근위대 단장의 친위대원에 걸맞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눈이 먼 란테르트가 아주 간단히 이겨 버렸다. 게다가 란테르트의 두 발은 시종 땅에 못박 은 듯 붙어 있었다. 에라브레는 신나 큰소리로, -와, 역시 대단해요. 라고 외쳤고, 사피엘라 역시 흐뭇한 표정으로 란테르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사이트나가 앞으로 나서며 그의 검으로 란테르트의 검을 쳐냈다. 그 는 비록 정규군이었으나, 워낙 지위가 높아 자신의 검을 사용했는데, 매우 날이 얇은 아름다운 장검이었다. 란테르트는 상대의 검의 힘이 강하자 섣불리 덤비지 않고 검을 곁으 로 치웠다. -대단하군요. 혹시 블라인드 블레이드 이십니까? 아니.... 그는 지금 40을 넘겼을 테니.... 그분의 제자라든지....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맹검은 만난적도 본적도 없습니다. 사이트나는 잠시 더 생각에 잠겼다. 비록 싸워서 패할 것 같지는 않 았으나, 괜한 싸움으로 적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한차례 부탁 드립니다. 그 물건을 건네주십시오. 만약 그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간곡히 부탁했더라면, 란테르트도 순순 히 내어 주었을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손해를 보게 될 1800하르의 돈은 받아 내고서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차례 검을 부딪히고 나자 약간 기분이 상해 그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이 물건이 당신들이 찾는 것이건 아니건 간에, 저는 당신께 이 물건 을 넘길 경우 손해를 봅니다. 란테르트는 계속해 이 물건을 호송하는 것이 자신 혼자라는 것을 부 각시켰다. 이는 뒤의 두 자매가 이런 일에 연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다. 사이트나는 잠시 뒤를 돌아 섣불리 싸움을 시작한 부하를 문책하는 듯한 표정으로 한차례 바라보고는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만약, 힘으로 빼앗겠다면요? -힘으로 막겠습니다. 사이트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검을 한차례 휘 둘렀다. 바람소리가 휙 하고 주위에 울렸다. -저와 겨뤄 제가 이긴다면 제가 하고 싶은 데로, 그리고 당신이 이긴 다면 당신이 하고 싶은 데로 하십시오. 란테르트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간, 에라브레가 뒤에서 소리쳤 다. -잠깐요. 우리가 불리하잖아요. 당신도 눈을 가리세요. 사이트나는 에라브레의 말에 쓴웃음을 지며 말했다. -아가씨. 저는 눈을 가리고 그를 이길 자신이 없답니다. 눈이 멀은채 로 검을 연습한 그는 눈이 먼 채로, 그리고 눈이 멀쩡한 채로 검을 연 습한 저는 눈을 뜬 채로 대결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이지요. 사이트나의 말에 에라브레가 다시 외쳤다. -그도 눈이 보였을 때 검을 연습했어요. 눈이 안보이게 된지 한 달이 채 안되니까요. 에라브레의 말에 사이트나는 순간 두려움을 느꼈다. 실명한 그의 실 력이 이 정도인데, 눈이 보였을 때는 과연 어땠을까? 하지만, 그런 기색은 전혀 나타내지 않았다. -에라브레, 걱정하지 마. 란테르트는 뒤를 돌아다보며 이렇게 말했고, 다시 사이트나가 있을 듯 한 장소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시작하시지요. 사이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사이트나의 네 친위대원들은 오래간만에 자신들의 상관의 실력을 보 게 되었다고 들떠 있었다. 그들은 두어 걸음쯤 뒤에서 한 동작 한 동 작을 눈에 담으며 자세히 보려고 애썼다. 사실, 사이트나는, 요 근래 꽤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검사였다. 갓 서 른을 넘긴 나이로 평범한 귀족 집안의 사람인데, 현 소피카 정규군 안 에서 그를 검으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다섯이 채 안되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그보다 훨씬 오래 검을 닦은 사람들로, 그의 나이 또래에 서 그의 검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군 안에서 였다. 란테르트는 검을 익힌 사람이 아닌 검을 공부한 사람이었다. 군인과 검사는 분명한 실력 차이 가 있는것이 보통 이었다. 사이트나는 채 몇 차례 검을 부딪혀 보기도 전에 이미 조금 전 싸워 패하지 않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곁에서 자신의 부 하가 싸우는 것을 지켜 보았을 때에는 란테르트의 검의 오묘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자신의 부하의 실력이 란테르트에 비해 밀린 다 정도의 느낌을 받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검을 마주하 고 자신이 직접 다투다 보니 란테르트의 실력은 겨우 자신의 부하를 이길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평소 레카르도 가의 검술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것을 이길 수 있 는 상대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는 레카르도 가의 검술은 정상적 인 검술이 아닌 싸워 이기기만을 위한 사검 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여 러 검술을 두루 섭렵했고, 또 그것들을 격파하는 법을 한 두 가지 정 도 생각해 두었기에, 레카르도 가의 것을 제외한 모든 검술은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란테르트의 검을 만나자 그런 자신의 오만이 완전히 꺽여버림을 느꼈다. 종종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몰아갈 때도, 란테르트는 갑자기 생각도 못한 방향으로 검을 뻗으며 자신의 승세를 꺾었다. 그리고는 연이어 나오는 몇 개의 검식에 이내 자신의 검이 어지러워 졌다. 란테르트의 검은 흡사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를 읽고 있는 듯 했 다. 어물어물 하는 사이에 어느 샌가 퇴로를 막고 치명적인 곳을 찔러 오는 것이 그곳에 틈이 생길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듯 했다. 주위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처음에는 누가 우세를 점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남에 따라 어렴풋이 사이트나가 우세를 점하는 듯 보였다. 검의 힘이 점차로 강해지고 또, 빨라져가며 란테르트의 검을 완전히 감싸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임에, 소피카의 근위대원들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둘의 싸 움을 지켜보았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온통 초조해져 안절부절못하 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사이트나의 검이 위력을 잃어가 자 사람들의 분위기가 상반되어져 갔다. 비록 란테르트가 우세를 점하고 있었으나, 쉽사리 사이트나의 검을 꺾지 못했다. 첫째로, 그는 사이트나가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 다. 소리를 듣고 싸우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상대가 공격해 들어올 때 효율적으로 막고 또 반격까지는 할 수 있었으나, 선공은 할 수 없었 다. 게다가 둘째로 사이트나의 검솜씨 역시 결코 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사이트나는 돌연 검세를 바꾸었다.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종횡으로 뒤흔들며 란테르트의 빈틈을 노리며 미친 듯이 검을 찔러댔다. 그 속 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사람들은 검이 아닌 은색의 빛이 휘둘리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나왔군.... -하비오님의 쾌검식. 갑자기, 뒤에 서있던 근위대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끝 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단 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가 보기에도 정말 대단한 듯 싶었다. 눈이 어질 어질 하여 뭐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반면 란테르트의 검은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아주 약간 빨라진 듯 했으나, 상대의 번뜩이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하지만, 그 속 도로도 막지 못하는 상대의 공격은 없었다. 사이트나는 궁지에 몰린 쥐 격으로,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검을 휘둘 러댔다. 지금 사용하는 검식은 평소 그가 자신의 절기라고 생각해 왔던 쾌검식으로 베기보다 찌르기 위주의 것이었다. 그 속도에 있어서는 스스로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었고, 소피카 군의 다른 빼어난 검사들도 그 사실을 인정해 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스스로 사용하면서도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지금 쾌검식을 사용하는 것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닌 지지 않기 위해서로, 쾌검을 방어에 사용하는 우습지도 않은 상황이 되어버린 것 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떠들어대는 부하들의 목소리에 쥐구멍에라 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막 그가 검을 버리고 패배를 인정하려는 순간, 란테르트의 검의 속도 가 완만해 졌다. 사이트나는 란테르트의 의도를 알지 못해 순간 당황 했다. 하지만, 상대가 살짝 웃으며 검을 거두는 것이 싸움을 그만 두 자는 뜻 같아 그 역시 검을 거두었다. 란테르트는 한 걸음 크게 뒤로 물러서며 검을 검집에 넣었고, 사이트 나 역시 동시에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역시, 소피카의 왕실 근위대 단장 직을 맡고 계신 분이군요. 도저히 당해낼 수 없습니다.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참을 싸우는 사이 조금전 의 불쾌했던 마음이 모두 사라진 그로써는 더 이상 싸워 그를 이길 이 유가 사라져 이렇게 싸움을 그만둔 것이었다. 사이트나는 이런 란테르트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그의 인사를 받았다. -역시, 뛰어난 검사는 세상에 묻혀 지낸다더니, 정말 감복했습니다. 사이트나는 마음 같아서는 패배를 자인하고 이대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워낙 일이 중요한 것이어서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그의 네 부하들은 자신의 상관과 막상 막하로 싸운 그 눈먼 검사에게 십분 경의를 표하며 아까처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그들이 아무말 못한 채 그렇게 서 있자, 손을 뒤로 돌려 마지막 수화물을 꺼내 들었다. -바로 이 물건입니다. 맡길 테니, 봉합을 뜯어보십시오. 다만, 이 물 건이 당신들이 찾는 것일 때는 드릴 테니 저희에게 1800하르를 주십시 오. 1500하르는 저희가 운송 조합에 배상해야 할 돈이고, 나머지 300 하르는 정상적으로 배달했을 때 우리가 받았어야 할 돈입니다. 사이트나는 란테르트가 이렇게 나오자 트게 기뻐하며 연신 그러겠다 고 답했고, 란테르트는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이 물건이 당신들이 찾는 것이 아닐시 에는, 다시 봉해 주 십시오. 소피카 왕실 근위대 단장의 이름으로 봉한다면, 어느 누구도 무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한 후, 사이트나에게 그 물건을 전해 주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3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 올린이:광황 (신충 ) 98/08/30 02:03 읽음:194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정말 감사합니다. 사이트나는 이렇게 말하며 물건을 건네 받았고, 이내 조심스럽게 봉 인을 찢어 물건을 꺼내 들었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그 물건이 무언지 궁금해 다가와 바라보았다. 물건을 막 꺼내든 순간 사이트나의 표정은 참담하게 일그러졌고, 에라 브레는 깔깔거리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곰인형? 이게 그렇게 까지 중요한 물건인가요? 에라브레의 말에 사이트나는 뭐어라 할 말을 잃은 채 쩔쩔매고 있었 다. 그 안에 들어 있던 물건은 정교하게 만든 곰인형 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봉제인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물건으로 아주 높은 귀족이 자신의 손자나 손녀 같은 어린아이에게 선물로 보내는 듯 싶었다. 란테르트는 곰인형 이라는 말에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어 말했다. -잘 만져 보십시오. 안에 넣고 봉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사이트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돌연 희색을 띄며 곰 인형을 주물럭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이 찾지 못한 듯 싶었 다. -정말 큰일이군.... 그는 망연히 곰인형을 들고 중얼거렸다. -찾는 것이 도대체 무슨 물건이에요? 에라브레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왕자님의 편지입니다. 사이트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렇게 답했고, 에라브레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왕자님의 편지라고요? -더 이상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아무튼 죄송합니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사이트나는 이렇게 말하며 품에서 소피카 왕실 근위대 단장의 인으로 다시 그 상자를 봉했다. -정말 다시 한 번 사과 드립니다. 란테르트와 사피엘라 에라브레는 괜찮다는 말을 몇 차례씩 해 주었 다. -꼭 찾으시길 바래요. 사피엘라의 이 인사말에, 사이트나는 쓸쓸히 웃으며 돌아서 가버렸 다. 그들이 사라진 연후에 란테르트는 연신 고개를 가로 저으며 서 있었 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그런 그가 이상해 에라 브레가 물었다. -왜요?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나요? -골치 아픈 일에 끼여들게 됐어.... 사피엘라가 물었다. -왜요? 그냥 이렇게 끝난 것 아니에요? 골치 아픈 것은 우리가 아니 라 저들이잖아요. -글세.... 란테르트는 보이지도 않는 눈을 들어 멀리 그들이 사라져간 방향을 지켜보았다. 다시 걸음을 서쪽으로 향하던 일행중, 란테르트가 돌연 소리쳤다. -그래. 맞아. 뚱딴지같은 소리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흠칫 놀라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고, 란테르트는 다시 몇 차례 더 중얼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다시 상자를 꺼내봐. 사피엘라는 그이 말대로 상자를 꺼냈고, 란테르트는 인형을 한 번 꺼 내보라고 했다. -하지만, 어쩌려구요? 사피엘라가 말리자, 란테르트가 말했다. -분명 편지는 곰인형 안에 있어. 에라브레가 란테르트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아까 그 사이트나라는 사람이 만져 보았을 때에는 찾지 못 했잖아요. 란테르트가 에라브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분명 그는 편지를 찾아보았지. 하지만 발견할 수 없었어. 하 지만, 편지가 꼭 편지 같을 이유가 있을까? 무슨 뜻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에라브레와 사피엘라가 란테르트를 쳐 다보았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중요한 것은 편지 그 자체가 아닌 편지의 내용이야.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대꾸했다. -그야 당연한 말이잖아요. 그때 사피엘라가 돌연 생각나는 바가 있다는 듯 말했다. -그럼.... 편지를 조그마한 종이나, 아니 천에다가 적어 이 곰인형 안에 숨겨 놓았을 수도 있겠군요. 에라브레도 알겠다는 듯 아, 하는 탄성을 발했고, 란테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 십중팔구 그랬을 꺼야. 천이 적당하겠지.... 아무리 만져 보 아도 표시가 나지 않으니까.... 그의 말에 사피엘라는 곧바로 봉합을 뜯어 인형을 살펴보았다. -혹시 아니라면 1500하르가 날아가 버리니까, 꿰맨곳을 찾아 조심히 뜯어. 다시 꿰매어 놓으면 되니까.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여 조그마한 봉제용 가위로 인형의 등부분을 조심히 뜯어내었다. 반쯤 뜯어 내려갈 무렵, 곰의 등에서 노란 천이 삐쳐 나왔다. -있어요. 사피엘라는 흥분하며 그 천을 뽑아들었다. -정말이네.... 에라브레 역시 곁에서 지켜보다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자신 의 생각이 맞았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며 물었다. -무어라 적혀있지? -잠깐만요.... 음.... 그 천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2월 12일경, 왕자가 탄 시를 지날 예정이다. 실수 없이 일을 이루기 바란다. 왕자는 흰말에 붉은 안장을 올려 놓은 채 시내 중심은 지날 것이다. 평상복 차림을 하고 백마에 탄 금발의 청년을 주시하라. -일을 이루어? 사피엘라가 다 읽고나자 에라브레가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아마 납치하려는 것이겠지. 왕자가 편지에 어떤 경로로 어떤 차림으 로 돌아올지를 적은 모양이야. 그걸 모른다면, 소피카에 4만의 정병이 있어도 소용없지.... 사피엘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할거죠? 에라브레가 먼저 답했다. -당연히 구하러 가야지. 란테르트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음.... 앞으로 5일인데.... 가장 좋은 것은 아까 그 사이트나에게 이 편지를 전해주는 것인데.... 누구를 믿을 수 있고, 믿을 수 없는지 도 알 수 없고.... 내 눈만 멀쩡하다면, 직접 구하러 가는 것도 괜찮 을 성싶은데.... 란테르트가 결정을 못 내리는 사이, 사피엘라가 돌연 한가지를 생각 해 내고는 입을 열었다. -맞아. 걱정할 것 없잖아요. -왜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사피엘라가 천천히 답했다. -이 편지가 우리 손에 들어 왔잖아요. 그런데 무엇이 걱정이죠? 우리 가 전해주지 않으면 그만 이잖아요. 란테르트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마 편지가 한 통이 아닐 꺼야.... 이렇게 연락문 형식으로 만들었 다면, 이것 외에 여러 개를 만들어 전달했을 가능성이 더 커. 잠시 후, 사피엘라가 다시 말했다. -아, 그렇다면, 오히려 더 많이 보내면 되잖아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잠시 멍해졌고, 사피엘라 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한 명은, 검정말에 로브를 걸친 흑발의 소년이고, 다른 한 명은 밀 짚모자를 쓴 농부차림의 청년. 그리고 다른 소년은.... 음.... 란테르트가 크게 웃으며 사피엘라의 말을 받았다. -붉은 머리칼의 용병 차림의 사내. 에라브레도 곁에서 빙그레 웃으며 그들 둘의 대화를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역시 언니는 대단해. 일단 이렇게 마음을 정한 일행은, 가까운 마을에서 자신들이 찾아낸 것과 같은 색의 천을 구해 똑같을 크기로 잘라냈다. 그리고는 필적까 지 흉내내어 7통의 가짜 편지를 만들었다. 에라브레는 자신들이 하는 일이 재미있어 하루종일 들떠 있었다. 콧 노래를 부르고, 열심히 편지를 베끼는 등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이었 다. 반면 사피엘라는 약간 긴장해 있었다. 한 나라의 왕자를 납치하려 는 자들을 막는다는 생각에 편지를 베끼다 손이 떨려 두장이나 망칠 정도였다. 란테르트는 멍청히 옆에 앉아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으로 눈을 멀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사람을 무능력하게 만드는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괜히 울적해, 들떠있는 에라브레의 콧노래 소리에 약간의 흥을 느낄 뿐이었다. 일행은 다시 몇 개의 곰인형 같은 봉제 인형을 구입했다. 그전 것과 같은 고급인형을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적당한 것으로 몇 개 구입 했다. -아, 이렇게 우리의 500하르가 날아가는구나.... 에라브레는 갑작스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500하르는 상당히 큰돈이지만, 평소의 그녀라면 그리 대단하게 생각지 않았을 것 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비싼 옷이 그 정도 값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며칠간을 돌아다녀 번 돈이 150하르에 불과하다는 점에 생각 이 미치자, 돌연 돈의 가치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좋은 일이잖아. 돈은 또 벌면 되고.... 곁에서 사피엘라가 격려 비슷한 한마디를 했고, 뒤이어 란테르트가 웃으며 말했다. -나중에 왕실에 쳐들어가 우리가 왕자를 구했으니까, 500하르를 주시 오. 라고 이야기하면 아마 줄 꺼야. 에라브레는 순간 란테르트의 말이 진담인지 아닌지가 구분이 가지 않 아, -그럴까?.... 라고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농담이야. 에라브레는 그제서야 웃으며 말했다. -나도 농담이었어요. 셋은 그렇게 다시 몇시간동안 편지를 인형 안에 집어넣고는 상자로 잘 쌌다. 그리고는 그 모두를 란테르트의 배낭 안에 쑤셔 넣었다. 텅 비다 시피 하던 가방은 어느덧 두둑이 찼고, 일행은 서둘러 탄시로 향했다. 일행이 탄시에 도착한 날은 2월 11일로, 그 편지에 적혀있는 날짜보 다 하루 앞선 날이었다. 일행은 서둘러 처음 물건을 배달하기로 한 곳으로 향했다. -라지아스 가문이라고 했지? 에라브레가 확인하려는 듯 물었고, 사피엘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가 말했다. -우리가 하나, 그리고 나머지 여섯은 다른 사람들을 시켜야 겠다. 그의 말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찬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라지아스가 라는 곳은 생각보다 꽤 커다란 저택이었는데,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의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행은 거리에서 꼬마아이들을 시켜 여섯 개의 인형상자를 보내고, 뒤이어 자신들이 인형을 가지고 그 집으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자, 40대의 한 사내가 천천히 일행에게 다가왔다. 성의 없이 생긴 그 사내는 일행의 배달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수화물 을 받았다. 그리고는 봉인이 찢겨있고, 그곳에 소피카 왕실 근위대 단 장의 인이 찍혀있자 약간 놀라며 물었다. -어째서 봉인지 뜯겨 있는 거요? 그리고 왕실 근위대 단장의 봉인은 왜 찍혀 있는 거지? 란테르트가 그의 말에 더듬거리며 답했다. 부러 표정은 약간 비굴하 게 하고 허리를 굽실거리는 것이 황송해 죽겠다는 모습이었다. -그게.... 왠 사내가 다가와서는 자기가 소피카 왕실 근위대의 단장 이라면서 억지로 물건을 빼앗아 인을 뜯어 물건을 살펴보았습니다. 그 건 절대 제 잘못이 아닙니다. 그가 억지로 칼을 들이대고.... 아무튼 제 잘못은 없습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아닌 곰인형이자, 그는 미안 하다면 그 인을 찍어 주었습니다. 아무튼 절대로 제 잘못은 없습니다. 그는 내용 없는 이 말을 하며 잘못이 없다는 말을 세 번이나 되내였 다. 그러자 그는 귀찮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그가 무언가를 찾아내거나 하지는 못했지? -예, 예. 아무튼 제 잘못은 아니니까, 영수증 좀.... 중년의 사내는 고개를 끄덕인 후, 아무렇게나 휘갈겨 영수증을 써 주 고는 물건을 빼앗듯이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 고, 그녀들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다시 마을로 돌아온 일행은, 그곳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로 마음먹었 다. 아무래도 안심이 안되었기 때문에, 혹시 자신들이 도울 수 있다면 왕자를 돕기 위해서였다. -아무튼, 연기 하나 일품이던데요? 할 일 없으면 왕립 극단 같은 곳 에 들어가도 성공하겠어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그러는 너는? 적을 바로 앞에 두고 겁도 나지 않던? 사피엘라가 끼여들었다. -당신이 앞에 서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에요? 사피엘라의 말에 에라브레가 맞장구 쳤다. -맞아요. 그 왕립 근위대라는 곳의 사람 5명도 한칼에 격퇴했는데, 그까짓 멍청해 보이는 중년이 어쩌겠어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행은 마을 안을 거닐었다. 탄 시는 별 다른 특징 없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상당히 오래된 도시로 꽤나 고풍 스러운 건물들이 많았다. 이런 저런 건물들을 구경하며 마을을 거닐던 중, 일행을 막아서는 한 사내가 있었다. -또 만났군요. 그 사내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바로 사이트나 였다. -아,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란테르트는 짐짓 우연인 듯 인사했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역시 아 는 척을 했다. 란테르트는 일행의 인사가 끝나자 나직이 사이트나에게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습니다. 사이트나는 란테르트의 심각한 표정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한차례 끄 덕여 보였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의 안내를 받아 일행과 함께 한 식 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자리를 잡자 마자 사이트나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란테르트는 짐짓 말을 돌렸다. -일전의 그 편지는 찾으셨습니까? 사이트나는 침중히 고개를 가로 저었고, 란테르트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이 탄 시에는 무슨 일로? -모든 수화물이 이 탄 시로 향하는 것을 보고.... 막연히 기다리고 있으면 적어도 적의 움직임 정도는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란테르트는 사이트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사피엘라에게 나직이 물었다. -주위를 잘 살피고 우리를 흘끗 흘끗 쳐다본다던가, 고개를 푹 처박 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봐 줘.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주위를 살폈으나, 수상한 사람 은 없는 듯 싶었다. -없는 것 같아요. 란테르트는 조금이라도 주위를 요하는 일은 사피엘라에게 시켰다. 까 불거리는 에라브레보다는 차분한 그녀가 잘해낼 것이 불을 보듯 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인 후, 사이트나에게 나직이 말했다. -찾았습니다. 사이트나는 놀라 벌떡 일어날뻔 했으나, 이내 평정을 찾고 중얼거렸 다. -역시 그곳에 있었군요.... -예. 인형 안에 천으로 글을 써넣어 두었습니다. 사이트나는 상대의 용의주도함에 탄성을 내질렀고, 이어 란테르트에 게 물었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았습니까? -우연히 생각났습니다. 사이트나는 란테르트의 대답에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물었다. -얼마를 드리면 되겠습니까? 란테르트는 사이트나의 말에 갑자기 기분이 상했다. -됐습니다. 저희를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없던 일로 하지요. 사이트나는 이런 란테르트의 행동에 저으기 당황하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리둥절해 했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향해 가자고 이야기하며 몸을 일 으키려 했고, 사이트나는 크게 황급히 란테르트의 팔을 잡았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앉으십시오. 저희로써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란테르트는 몹시 불쾌해 무시하고 가려 했으나, 어차피 목적이 같은 사람이어서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다. -내일 중, 흰말에 붉은 안장을 한 금발의 평복 차림의 청년이 이곳을 지날 것입니다. 란테르트는 이 말을 마친 후, 뒤도 안 돌아보고 그곳을 떠났다. 사피엘라는 당황해 하는 사이트나를 향해 나직이 귀띔해 주었다. -우리는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답니다. 다만, 당신들이 곤경에 처 한 것 같아 도와주려 한 것인데, 당신들은 우리가 무언가를 바라고 있 는 것으로 오해를 해 그가 화난 것입니다. 이 말을 마친 사피엘라는 에라브레의 손을 끌고 먼저 나간 란테르트 의 뒤를 쫓았다. 사이트나는 망연히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서둘러 란테르트의 뒤 를 쫓았다. 이대로 보내기에는 아까운 사람인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부하들을 모두 이곳 저곳으로 파견한 지금으로써, 단 한사람의 조력자도 아쉬웠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6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 올린이:광황 (신충 ) 98/08/30 21:41 읽음:192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사이트나는 서둘러 눈앞에 보이는 세 사람에게 접근했다. 란테르트는 사이트나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는 걸음을 멈춰 뒤돌아 섰 다. -아직 용건이 남아 있습니까? 란테르트가 차갑게 한마디 내뱉자, 사이트나는 무어라 말을 해야 할 지 망설이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그게.... 아무튼, 우선 기분 나쁘게 한 점 사과 드립니다. 이 말을 하는 순간, 그는 굉장히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소피카 왕실 근위대의 단장인, 소피카 군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지위에 있는 그런 자신이 어째서 눈앞의 눈먼 사내에게 이렇게 까지 주눅이 드는가 하는 것 때문이었다. 단지 자신보다 뛰어난 검술 솜씨를 가지 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중요한 정보를 가르쳐 주어서? 한참을 생 각해 보아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미소를 띄며 대꾸했다. -그 사과 받아드리겠습니다. 사이트나는 란테르트가 흔쾌히 자신의 사과를 받아들이자 안심이라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무엇을 할 예정이십니까? -글쎄요.... 이대로 이 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가던 길을 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부탁 한가지 드려도 될 지요.... 사이트나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란테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일은 할 수 없습니다. 눈먼 검사 한 명에 경험 없는 마법사 둘 이 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니까요. 사이트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슨 부탁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부탁이라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란테르트의 정곡을 찌르는 반문에 사이트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어떻게 하면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았으나 별달리 생각 나는 것도 없었다. 괜히 돈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방금 전처럼 상 대의 화만 돋굴 것 같고, 무슨 관리 자리를 내준다 하더라도 그리 달 가워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순간, 그는 왜 방금전 자신이 란테르트에게서 위압감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군에 속박되고, 왕에게 굽실거리는 자신에 비해, 그는 어느 것으로도 속박 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강하면서 자유로운, 분명 자신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그때, 란테르트 곁에 있던 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사이트나는 고개 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로 긴 담갈색 머리칼을 가진 사피엘라 였다. 그녀는 시선을 란테르트에게로 향한 채 조심스레 말했다. -곤란에 처한 사람은 꼭 도와주라고 아저씨께서 가르쳐 주셨어요.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일에 끼여들게 되면, 우리가 곤란에 처하게 돼. -하지만....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목소리가 너무 간절하여 이대로 대강 얼버무 릴 수는 없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았어.... 내 모두 이야기 해 줄게....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한 후, 사이트나에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저희의 도움 같은 건 필요도 없을 겁니다. 적은 내일 움직이 지 않습니다. 사이트나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어떻게 확신하시죠? -500하르나 들였습니다. 그들이 내일 움직인다면, 찾아가 그 돈을 받 아올 예정입니다. 란테르트의 알쏭달쏭한 말에 사이트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반면, 사피엘라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에라브레도 대강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란테르트는 그의 부탁에 자신들이 어떻게 인형을 구입했고, 또 그곳 에 가짜 편지를 넣어 두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아.... 정말 감사드립니다. 우리 소피카를 위해.... 사이트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소피카 따위는 상관없습니다. 단지 곁의 두 자매가 원했기 때문에 했던 것뿐입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앗, 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소피카의 왕실 근위대 단장 앞에서 어떻게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가? 사이트나 역시 안색이 창백해 진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생각 같 아서는, 화를 내며 검을 뽑고 싶었으나, 실력이 안돼는 것을 어쩌겠는 가? 게다가 지금 자신은 도움을 청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란테르트는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하던 말을 계속했다. -그 편지들 중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는 아마 쉽게 알 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알 수 없다 하더라도, 겨우 여섯 통의 가짜편지를 따라 여섯 명을 더 잡아들일 뿐입니다. 에라브레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럼 왜 그런 수를 쓴거에요? 아무 소용없잖아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물론, 그 자체는 별 소용이 없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그 편 지를 아는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된다는 거야. 다시 말한다면, 자신들의 계획이 밖으로 누설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거 지. 사피엘라가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이렇게 중대한 일이, 실행도 하기 전부터 누설되어 버 렸으니.... 아무리 간이 크다 해도 감히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게 되겠 지요.... 사이트나는 이 세 사람의 대화에 눈이 다 핑핑 도는 듯 했다. 자신은 듣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 내기도 힘든데, 어떻게 그런 추리 를 해내는지가 신기할 정도였다. 사실, 이 세사람은 대화를 조금 띄엄띄엄 하는 버릇이 있었다. 란테 르트나 사피엘라, 에라브레 모두가 대단한 사고력의 소유자여서, 그중 한사람이 추측을 해 낼 시간쯤에는 다른 사람 역시 그 사실을 떠올리 게 되어 그 중간의 추리 과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아 버리는 것 이었다. -그, 그럼, 안심하고 왕자님을 성으로 모셔 가면 된다는 뜻인가요? 사이트나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아니지요. 안전한 것은 내일 뿐, 그 다음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사피엘라가 맞장구 쳤다. -그렇겠네요. 그들로써는 계획을 다시 세울 뿐, 달라진 점은 없으니 까요. 사이트나는 사피엘라의 말뜻을 곰곰이 따져보다 입을 열었다. -방법을 좀 가르쳐 주십시오. 어떻게 하면, 왕자님을 수도로 안전히 호송할 수 있을지.... 사이트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돌연 이상한 것을 물었다. -소피카 왕실이, 국민들에게 호감을 얻고 있습니까? -글쎄요.... 이렇다할 실정은 없으니, 적어도 싫어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의 대답에 란테르트는 내뱉듯이 한마디하며 몸을 돌렸다. -그럼, 내일쯤 성대한 환영 파티를 여십시오. 그리고, 서둘러 수도에 연락을 하고.... 사이트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멀뚱히 그를 바라보았고, 사피 엘라가 그런 그에게 귀띔해 주었다. -본국에서 잠행을 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차라리 환한 곳에 있으 면, 상대들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이곳에서 조금 머물며 본 국의 지원을 기다리십시오. 사피엘라는 말을 마치며 몇 걸음 앞서가는 란테르트를 쫓았다. 사이트나는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힘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는 축처진 어깨로 뒤돌아 섰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 흔히들 열등감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 같았다. 한편,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곁을 따라가면 한참 웃어대고 있었다. 사피엘라는 뒤늦게 따라와 웃고 있는 에라브레를 보며 물었다. -라브에,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들었니? 에라브레는 언니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아니.... 그보다는 재미있지 않아? -뭐가? -아까 그 사람 말이야. 바보같이 멍해 가지고.... 그런데 왕실 근위 대가 뭐하는 곳이야? 에라브레 역시 그곳이 어떤 곳인지 대강은 알고 있었으나, 그런 한심 한 사람이 단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알고 있던 개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라브레의 물음에 사피엘라가 답했다. -글세.... 아마 왕실이나, 그 요인들을 지키는 사람들이겠지. 그리 고, 모르는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욕하는 것은 옳지 않아. 사피엘라의 말에 에라브레는 웃음을 멈추며 대꾸했다. -하지만 사실이잖아. 란테르트가 곁에서 말했다. -사람이 한가지 일에 몰두할 때에는, 주위는 잘 보이지 않는 법이야. 저 사람은 지금 어떻게 하면 왕자를 안전하게 수도까지 데리고 갈까 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때문에 저렇게 멍해 진 거야. 에라브레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왜 오빠의 이런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한 거죠? 어느 사이엔가 에라브레의 입에서 오빠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란테르 트 본인은 그다지 느끼지 못하는 듯 했지만, 사피엘라는 에라브레의 이 말에 적지 않게 놀랐다. 자신 이외에는 거의 적대시하다시피 하는 그녀가 이렇게 까지 사람을 따르다니....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란테 르트를 한차례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그런 사피엘라의 시선은 느끼지 못한 채 에라브레의 물음 에 답했다. -이야기했잖아. 어느 한가지에 몰두하면 주위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어떤 일은 몰두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아무리 몰두해 살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해결이 불가능해. 한가지 일이 그것만으로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에라브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얽혀있는 매듭을 풀려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찬찬히 살펴 야 한다는 말인가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바로 그거야. 역시 에라브레는 머리가 좋아. 에라브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우리 언니가 해 준 이야기 에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사피엘라를 바라보았다. 그 때, 그를 응시하고 있던 사피엘라는 그가 돌연 자신을 바라보자 황급 히 시선을 피했다. 순간, 그가 눈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그를 바라보았으나, 어느 사이엔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앞으로 향해 있었다. 잠시간, 머리가 좋다는 칭찬에 싱글벙글 걸음을 옮기던 에라브레가 돌연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아까 소피카 따위라고 했어요? 아무리 조국이 아니라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니에요? 더구나 왕실과 관계 있는 사람 앞에서. -조국이기 때문에 따위라고 한 거야.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동시에 아, 하는 낮은 탄성 을 질렀다. -조국이라고요? 에라브레가 다시 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피카 출신이었군요.... 어디예요? -케트나 시.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곳이야. 이소아강 중하 류에 자리잡 고 있지.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 고, 잠시 후, 에라브레가 화제를 바꿔 입을 열었다. -우리 내일 왕자님을 보러 가요. 그녀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사피엘라가 말했잖아. 사람을 살리려면 끝까지 살리라고.... 사피엘라는 그가 자신이 했던 별 것 아닌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자, 괜히 기분이 즐거워 졌다. 일행은 잠시 더 마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여관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행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할 일 없이 마을 안을 거닐었다. 사이트나가 란테르트의 의견을 받아들였는지, 왕자를 환영 하기 위한 행사 준비에 마을은 아침부터 떠들썩했다. 에라브레는 왕자가 어떻게 생겼을지가 꽤 궁금했으나, 호기심 이상의 마음은 가지지 않았다. 자신의 양부모가 중급 귀족이었기에, 그녀와 사피엘라는 이미 한차례 왕궁에 가 본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위다 왕실의 태자 또한 한차례 본적 있었다. 그때 태자의 나이는 30세 로, 이미 이야기 속의 왕자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때 이미 그녀는 동화와 현실의 차이를 실감했고, 어린아이들이 흔히 가지는 환 상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다만, 그녀가 그를 보고 싶어하는 것은 자 신들이 음으로 도와준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점심 무렵, 한 두의 백마에 몸을 실은 채 한 사내가 뚜벅뚜벅 마을 안으로 접어들었다. 아직 거리가 멀어 어떻게 생긴지는 잘 알 수 없었 으나, 분명 금발이었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 그리고 란테르트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그 왕 자라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란테르트는 듣고 있었다. -어? 란테르트가 돌연 이상하다는 듯 이렇게 내뱉었고, 곁에 있던 사피엘 라가 그 소리를 듣고 물었다. -왜요? -이상한걸.... 에라브레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물었다. -뭐가요? 나는 모르겠는데요. 란테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혼자인 것 같은데? 에라브레가 답했다. -맞아요. 혼자예요. 그게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 곁에서 생각에 잠겨있던 사피엘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이상하군요.... 어째서 수행원이 한 명도 없는 거지? 그때였다.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왕자의 앞을 막아섰다. 바로 사 이트나로, 공손히 무릎을 꿇으며 이렇게 인사했다. -태자전하, 신 왕실 근위대 단장 사이트나 폰 하비오가 인사드립니 다. 그의 모습에 태자는 반갑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에서 황급히 내 려서 사이트나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사이트나, 반갑소. 어서 일어나시오. 이때, 왕자는 일행이 서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왕 자는 20살 이 채 안되어 보였고, 단정한 금발과 기품 있는 동작이 언 뜻 보기에도 꽤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이 며 저 정도면 왕자로써 합격점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란테르트를 바라보는 것이 그 둘중 누가 더 나은지를 비 교해 보려는 모양이었다. -태자 전하,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이제 신이 이곳에 왔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보다는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습니까? 평소 왕자는 검쓰는 것을 몹시 좋아했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검 사인 이 사이트나에게 많은 검술을 배웠다. 그렇기에 그와는 꽤 친한 편이었다. -괜찮소. 그보다, 다행히 편지가 잘 전달된 모양이군. 사이트나는 순간 움찔 했으나, 그저 고개를 조아리며 이렇게 답했다. -예. 자세한 것은 궁으로 돌아간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보다, 마을 사람들이 태자 전하께서 이 곳을 지난다는 소문을 듣고 조촐한 환영 연회를 준비했으니, 어서 그쪽으로 가시지요. 태자는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나를 위한 배려, 잊지 않겠다. 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말 위로 올라탔다.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린놈이 건방지군.... 왕자의 말을 이끌고, 마을 한켠의 저택으로 향하던 사이트나는 그때, 군중 속에서 란테르트를 발견하고는 환히 웃으며 그쪽으로 향했다. -여러분, 아직 이 마을에 계셨군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갑자기 왕자가 다가오자 어쩔 줄을 몰라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란테르트는 우습지도 않다는 듯 사이트나의 말을 받았다. -일행이 왕자를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사이트나는 순간 당황하며 황급히 일행을 왕자에게 소개했다. -이분들은, 이번에 태자전하를 이렇게 무사히 영접하게 되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입니다. 왕자는 사이트나의 말에 말 위에서 고개를 몇 차례 끄덕이며 일행 셋 을 내려다보았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기에 그저 음, 하며 사이트나의 말에 대구할 뿐이었다. 게다가, 란테르트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지도 않는 데다, 조금전 왕자라고 함부로 부른 대에 대해서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었다. 사이트나는 곧이어 왕자를 일행에게 소개했다. -이분이 바로 이 소피카의 태자 전하이신, 멜라트 시볼프 폰 소피카 대공 이십니다. 사이트나는 내심 란테르트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이 되었다. 전날 소 피카 따위라고 말했던 것을 보면 분명 소피카에 불쾌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 싶었기에, 혹시 왕자에게 실례라도 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다행히 란테르트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정중 히 자신들을 소개했다. -저희는 수행중인 이름 없는 사람들입니다. 태자 전하께 인사드립니 다. 태자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대꾸했다. -음. 많은 도움이 되었다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 보게. 사이트나는 왕자의 말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란테르트의 입을 바라 보았다. 란테르트는 왕자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들며 잠시 눈살을 찌푸렸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신에게 500하르를 내려 주소서. -그런가? 하비오공, 하사하도록 하게. 사이트나는 속으로 란테르트가 왕자를 조롱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감히 그런 내색을 하지 못한 채 은화 다섯 개를 꺼내 조심스레 건네주 었다. 란테르트는 돈을 받아 사피엘라에게 건네준 후, 곧바로 몸을 돌렸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역시 그의 뒤를 쫓아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왕자는 그가 아무 말없이 그렇게 벗어나자 몹시 불쾌해져 무어라 한 마디하려 했으나, 말을 돌려 사이트나에게 말했다. -하비오공, 어서 안내하시오. 일행 셋은 그 길로 마을을 벗어나 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피엘라 와 에라브레는 조용히 입을 다문 채 한참동안 란테르트를 따라갔다. 그러기를 30여분, 에라브레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란테르트 오빠,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어요? 게다가,... 그런 식으로 왕자 앞에서 말을 했다가는 잘못하면 사형이에요. 책하는 듯한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씩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런 멍청이가 나를 어떻게 죽여? 에라브레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 저었다. 도대체가 이 사람은 세상에 겁나는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보다, 500하르 다시 채워 넣었네요. 에라브레는 중얼거리듯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그저 웃으며 그녀 의 말을 받았다. -그런 멍청이를 상대로 손해 볼 수는 없잖아. 사피엘라가 곁에서 조심스레 물었다. -그보다, 이제 괜찮을까요? 란테르트는 관심 없다는 듯 심드렁히 답했다. -뭐, 사이트나라는 사람에게 달렸지.... 그런 것까지 우리가 상관할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더 이상 도와줘 봤자 좋아할 사람도 아니 고.... 사피엘라도 조금전 그 왕자라는 사람의 고자세에 약간 질려있던 터라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는 잠시동안 말이 없다가 돌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보다.... 누굴까? -누구라니요? 에라브레가 이렇게 되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왕자의 수행원들을 죽인 사람들 말이야. -수행원들이 죽었어요? 에라브레가 이렇게 묻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몰라. 하지만, 죽지 않고서야 수행원들이 않보일리가 없잖아. 일행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쪽으로의 걸음을 늦추지 않았 다. 사피엘라는 이 란테르트라는 남자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다. 평 소, 매우 좁은 범위의 사람들과만 교류해왔던 그녀로써는 그런 그의 모습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왕족마저도 우습게 보며, 무엇으로도 속박할 수 없는 그의 모습이.... 이 일은, 일행에게 있어 조금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작은 일로 말미암아 이어질 거대한 운명의 뒤틀 림을.... 『게시판-SF & FANTASY (go SF)』 806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 올린이:광황 (신충 ) 98/08/30 21:42 읽음:191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4. 모여드는 사람들, 그리고 오해. 나태에 가까운 한가로움이다. 멍청이 라고 란테르트가 표현한 왕자를 만난 탄 시를 벗어난 후 5일 동안, 일행은 거의 한일이 없었다. 개중 얻은 것이 있는 사람은 에라 브레 한 명으로 벌써 두 번째로 배운 어니스트 삼첨식을 거의 완숙한 경지로 끌어올렸다. 어니스트 삼첨식은 방어 중심의 레언 검식에 비해 공격 위주의 검식 으로 이루어 졌는데, 한 번 검을 떨쳐 세 번씩 찌르기에 삼첨三尖 이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상당한 완력과 속도를 요하는 것인데, 검을 휘 두르기 시작한지 겨우 20일 정도밖에 되지 않은 에라브레는 거의 완벽 하다 싶을 정도로 검식을 펼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소질인걸.... 앞으로 이삼년만 더 가르치면 나 같은 건 상대도 안되겠는데....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가르치면서 꽤나 놀라고 있었다. 사실, 처음 레언식 도살 법을 가르칠 때만 하더라도 농담반 진담 반으로 그녀의 재능을 칭찬했었다. 하지만,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마른 모래가 물을 흡수하듯 검식을 익혀 가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이런 칭찬을 감출 수 가 없었다. 에라브레는 신나 들뜨며 정말이냐고 계속해 물어댔고, 란테르트는 그 럴 때마다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 답해 주었다. 사피엘라는 동생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며 흐뭇했으나, 란 테르트가 너무 물러 칭찬이 많은 것 같아 곁에서 한마디 해 주었다. -너무 그렇게 칭찬만 하지 말아요. 칭찬은 사람을 못쓰게 만든 다잖 아요. 라브에, 칭찬하는 말은 깊이 믿지 말라는 말이 있단다.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칭찬 받으면 즐겁잖아. 란테르트도 곁에서 거들었다. -허투루 하는 칭찬이 아니야. 에라브레는 정말 검술에 소질이 있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돌연 4년전이 생각났다. 처음으로 검을 잡 을 때가.... -내가 처음 검을 잡았을 때도 네 나이 또래였었지.... 란테르트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에라브레가 곁에서 물었다. -그래요? 어떻게 검술을 배우게 됐죠? 검술을 익힌 목적이 뭐였어요? 언젠가도 한 번 그에게 물었던 질문으로, 그때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 로 저으며 입을 다물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슨 흥이 났는지 입을 열었다. -어떤 일로 크게 다친 나를 데려다가 그가 검술을 가르치기 시작했 지.... 목적? 글세, 내게 검술을 가르친 사람은 분명 목적이 있었지 만, 나는 별다른 목적 없이 검을 시작했어.... 사피엘라는, 과거 이야기를 할 때마다 표정이 울적해지는 란테르트의 그런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그런 슬픈 일들이 많아 옛 생각 만 하면 그렇게 기분이 가라앉는 것일까? 비록, 자신도 양친을 잃는 슬픔을 겪었으나, 어느덧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에 그리고, 그 14 년 동안 힘들지 않은 생활을 해 왔기에 이제와 옛일을 생각해 보면 조 금 쓸쓸한 느낌이 들뿐이다. 워낙 어려서 부모를 잃은 탓도 있지만, 그녀의 양부모의 보살핌이 그마만큼 훌륭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듣기로는 부모를 잃는 슬픔 이상 가는 것이 드물다고 하던데, 부모를 잃는 슬픔을 겪어본 자신보다도 슬픈 표정을 짓는 그가 과연 어떤 과 거를 가지고 있는지 꽤 궁금했다. -부모님은 살아 계시나요? 사피엘라는 크게 용기를 내어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돌연한 그 녀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어머니는.... 내가 여덟살 때 돌아가셨어.... 그,... 아버지는.... 아마 아직도 살아 있을 꺼야.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럼, 케트나시에 계시나요? 란테르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곁에서 듣고있던 에라브레가 말했다. -그럼, 우리 그곳에 들려요. 란테르트가 끊듯이 말했다. -싫어, 가고 싶지 않아. 란테르트의 말에 두 자매는 더 이상 권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잠시동안의 어색한 침묵 끝에 사피엘라가 위로 비슷한말을 했다. -어머니는.... 분명 아름다운 분이셨겠죠?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희색을 띄며 말했다. -응.... 매우 아름다운 분이셨지.... 바다 빛깔의 머리칼을 가진.... 그리고 검정색의 눈동자를 가진....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다시 한차례 그의 머리를 바라보았다. 환한 곳에서 보니, 파란색인지 검정색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은 빛깔 이었다. -푸른색 머리칼은 어머니를 닮은 것이군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에라브레가 갑자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언니 사피엘라의 품에 기대어 조금씩 훌쩍거리던 그녀는 돌연 엉엉 눈물을 쏟아냈다.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꺼낸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에 동생이 울기 시작하자 적지 않게 당황했다. -라브에.... 울지 마렴.... 사피엘라는 어쩔 줄 몰라하며 동생의 등을 토닥거리며 이런 저런 이 야기를 해주었다. -라브에.... 바보 같구나.... 이렇게 길거리에서 엉엉 울다니. 한참을 그렇게 있다보니, 사피엘라도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어느새 눈가가 촉촉이 젖기 시작하여 그리 오래지 않아 한두 방울씩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목소리 마저 울먹이는 듯 들리자 돌연 웃음이 낫다. 길거리에서 두 자매가 서로 부여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퍽 이나 재미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란테르트가 소리내어 웃자, 에라브레가 사피엘라의 품에서 몸을 빼쳐 란테르트를 향해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뭐가 그렇게 우스워요? 사피엘라는 에라브레가 그렇게 일어나자, 조심스레 눈가의 눈물을 닦 으며 에라브레를 말렸다. -라브에, 이제 그만 그치렴....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돌연 웃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다. 감정 이 전혀 없는 것이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무엇이 우습냐고? 부모 생각에 길거리에서 목놓아 울음을 터트리는 여자아이가 우습고, 그런 그녀를 토닥거리다 울기 시작하는 그녀의 언 니가 우습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을 향해 웃음을 터트리는 눈먼 사내 가 우습다. 여기까지 말한 란테르트는 잠시 후,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는 증거지.... 란테르트는 이 말을 끝으로 한참이나 입을 다물어 버렸다. 사피엘라 와 에라브레는 그의 마지막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생각하느라, 자신 이 울고 있었다는 사실 마저 잊어 버렸다. 에라브레는 언니가 건네준 손수건으로 얼굴을 한차례 닦고는 란테르 트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하지만,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고개를 가 로 저어 답하기 싫다는 뜻을 내비치지도 않은 채 아예 입을 다물어 버 렸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가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여 더 이상 그 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으니 누구를 탓하겠 는가? 다만, 별일 아닌 일로 화를 내는 그를 이해할 수 없을 뿐이었 다. 다시 얼마간을 그렇게 걸어 일행은 마기아 시에 도착했다. 마기아시 는 소피카의 수도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는 거 리를 돌아다닐 수 없었고, 하루동안 성문을 통과하는 마차만도 수십 대에 이르렀다. 란테르트의 화는 이미 다 풀어졌다. 그는 조금전 다른 사람에게 화가 났다기 보다는 옛날 생각에 기분을 상한 것으로, 한차례 머리를 흔들 어 그런 기분을 완전히 털어 버렸다. 에라브레 역시 그런 그의 기색을 읽었는지, 성내에 들어서자 마자 또다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대기 시작했다. 일행은 곧바로 운송 조합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왕 하기로 한 것, 얼 마 전처럼 성가신 일이 또다시 생길지도 몰랐으나 계속 하기로 했다. 일행은 조합에서 역시 별 것 아닌 운송 물을 세 가지쯤 받았고, 곧바 로 성을 벗어났다. 소피카 남부에서 북부로 향하는 길은 미소우 산맥을 중심으로 북로와 남로가 있다. 남로는 길이 편한 대신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북 로는 길이 조금 험한 대신 거리가 짧았다. 게다가 소피카의 명풍경인 아그라호수가 있기도 했다. 일행은 주저 없이 북로를 택했다. 이유는 당연히 란테르트의 눈 때문 이었다. 비록, 메아 가의 의사가 희망적인 발언을 했었으나, 그는 어 디까지나 그의 의견으로 전적으로 믿을 것은 못되었다. 소피카의 수도 마기아를 벗어난지 3일. 요즘, 란테르트는 눈에 조금의 변화를 느끼며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 었다. 눈을 감고 지낸지도 20일 가까이 흘러, 이제는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더 편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눈을 뜨자 희미한 빛 같은 것이 어른거려댔 다. 한편에 한차례 희미한 빛이 떠올랐다 사라지고, 다른 한쪽에 어두 운 것이 아른거리며, 또다시 다른 한쪽에 빛이 점멸했다. 도대체 이것 이 좋은 징조인지 나쁜 징조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는 마음이 굉장히 불안해 졌다. 이 말을 두 자매에게 들려주었을 때 그녀들의 반응은 시력이 돌아오 고 있다 라는 말이었으나, 그는 무턱대고 그런 희망을 가질 수도 없어 불안이 한층 더했다. 게다가, 오늘 특히 그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어떤 사람 때문 이었다. -모습을 드러내십시오. 길을 가던 란테르트가 돌연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말하는 순간, 에라 브레와 사피엘라는 서둘러 주위를 살폈다. 그때, 일행 왼편의 숲에서 한 사내가 미소를 띈 채 천천히 걸어나왔 다. 20대 중반 가량으로 보이는 그 사내는 가벼운 옷을 걸치고, 허리 에는 커다란 검을 차고 있었다. 정규군인지 아닌지는 사피엘라나 에라 브레로서는 알 수 없었으나, 전에 보았던 사이트나 정도나 그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되었다. 붉은 색의 머리칼을 한차례 쓸어 올리며 그 사내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어리군. 조용히 물건을 내 놓으면 목숨만을 살려주겠다. 란테르트는 평소 이런 허언을 신물나게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의 경 우에는 상대가 허풍을 떨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물건?.... 내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텐데요. 붉은 머리칼의 감자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더니 검 을 꺼내 들었다. -나도 네가 그 물건을 순순히 내어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럼, 어서 검을 꺼내라.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발을 몇 차례 놀려 주위 바닥에 있을지도 모르 는 방해물을 치워버리고, 이내 검을 꺼내들었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이미 몇 차례의 싸움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란테르트의 싸움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조용 히 몇 걸음 물러섰다. 이제는 싸움이라는 것이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 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이전에 그런 바보 같은 건달들을 두려워했었 다는 사실이 우스울 정도로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져 버렸다. 상대는 뒤의 두 여자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서있자, 그리고 그녀들이 마법사처럼 보이자 약간 걱정이 되었으나, 이미 모습을 드러낸 이상 피할 수는 없는 일이어서 한 걸음 다시 앞으로 내딛으며 입을 열었다. -시력까지 잃은 지금, 나를 이길 수는 없다. -전에 저와 겨루어 보았던 적이 있던가요? 란테르트는 지금까지의 사람들과는 달리 자신이 시력을 잃게 되었다 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대가 이상스럽게 생각되어 이렇게 물었다. -아니. 아무튼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 실력에 꽤나 자신 있는 사람인 듯 싶었다. 사실, 란테르트는 그가 한 말중 첫 번째의 것 때문에 그렇게 물었던 것인데, 그는 란테르트가 그 런 질문을 한 이유가 자신을 이길 수 없다, 라는 말 때문이라 생각하 며 이렇게 대꾸했다. -시작하자. 그는 이렇게 말하며 두손으로 마주 쥔 검을 한차례 휘둘러 개전을 표 시했다. 란테르트는 그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도 않은 채 싸움을 걸어오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의 사사를 받고 일을 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란 테르트는 천천히 한쪽 다리를 뒤로 빼며 상대의 검을 받을 준비를 했 다. 그는 상대가 전에 그와 싸웠던 사이트나와는 상대도 안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로 그를 맞아 싸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위의 장애물들 을 치웠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 였다. 검을 채 몇 차례도 부딪히지 않아, 상대는 얼굴에 띄고있던 여유 만 만한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는, 지나치게 상대를 경시했다는 생각과 함께, 한 걸음 물러서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역시, 만만한 녀석은 아니군. 그런 실력으로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란테르트는 순간 그의 물음에 무슨 짓? 이라는 반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조금전의 말도 그렇지만, 지금 싸우고 있는 상대는 분명 자 신을 알고 있거나, 알고 있는 사람의 사주를 받고 자신을 찾아온 듯 했다. 하지만, 생각을 그리 오래할 시간은 주워지지 않았다. 붉은 머리의 사내는 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검을 휘두르며 란테르트에게 달려들었 다. 그의 검은 그 크기에 비해 속도가 굉장했다. 압도적인 힘으로 휙휙 하는 바람소리를 내며 폭사되어 오는 모습은, 한참 떨어진 곳에서 지 켜보고 있음에도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에 라브레는 검을 배운지 오래지 않았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약간 이해가 가는 듯 했다. 그녀는 란테르트의 실력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 하다, 라고 믿고 있었기에 상대의 그런 기세에도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검술을 익힌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명대결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즐거울 뿐이었다. 사피엘라 역시 란테르트의 실력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기는 했으나, 에라브레처럼 마음이 한가롭지는 못했다. 그를 걱정하는 마음이 에라브레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검에 대한 상식이 그녀보다 적기 때문이라는 편이 더 정확했 다. 한참을 더 싸우는 사이, 이제 에라브레는 더 이상 두 사람의 검식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다. 빠르기는 섬광이 번뜩이듯 했고, 위세는 폭 포가 내리치듯 해, 쉬지 않고 챙챙 거리는 소리에 귀가 다 따가울 정 도였다. 상대의 검은 찌르기보다는 베기가 더 많았다. 보통의 것보다 날이 두 배 이상을 되어 보이는 거대한 검으로 내리치듯 휘두르는 힘에는, 란 테르트의 검도 한뼘 이상씩이나 밀리며 막아내야 했다. 반면 란테르트의 검은 매우 기민했다. 상대가 강하게 나올 때는 슬쩍 기세를 피하며 힘을 흐트러뜨렸고, 상대가 속도로 부딪혀 올 때에는 그 이상의 속도로 검을 휘둘렀다. 분명 사이트나와 싸울 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때가 장중함으로 빠름을 제압했다면, 지금은 빠름으로 느 림을 제압하려 하고 있었다. 에라브레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 람도 란테르트가 검을 빨리 휘두를 때의 속도가 분명 사이트나의 쾌검 식 이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란테르트의 쾌검에는 한가지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다름 아닌, 그가 시력을 잃었다는 사실로, 그것은 사실상 쾌검의 운용 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쾌검은 언제나 그렇듯 공격위주 의 검식이다. 빠른 시간 안에 상대가 생각도 할 수 없는 방향을 상상 할 수도 없는 속도로 공격해 들어가 승리를 거두는 방법인 것이다. 그 러나 현재의 란테르트는 눈이 보이지 않아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 었다. 그는 분명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이 상황에 쾌검 을 휘둘러 보았자, 물샐틈없이 방어만 할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럴 경우 괜히 체력의 소모가 많아져 자신이 먼저 지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잠시 더 춤추듯이 검을 휘두르다가 돌연 검식을 바꾸었 다. 하지만, 이것은 실수였다. 상대는 돌연 란테르트의 검식이 바뀌려 하자, 있는 힘껏 자신의 중검 을 가로로 휘둘러 란테르트의 허리를 베어갔다. 그 위세는 가히 산을 쪼갤 만 한 것이었으니, 란테르트는 그 소리가 심상치 않자 서둘러 펴 내던 검식을 거두어 황망히 가로로 상대의 검을 막았다. 깡, 하는 거북한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는 손목이 깨어지는 듯한 느 낌을 받았다. 평소 손목의 단련이 착실했고, 상대에 대한 대응이 재빨 랐기에, 검을 놓치지는 않았으나, 황망히 한 걸음을 뒤로 옮겨 곧이어 들어올 상대의 공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운 나쁘게 그곳에 있던 조그 마한 돌 때문에 걸음이 흐트러져 다시 한 걸음을 뒤로 옮기게 되었다. 이런 란테르트의 틈을 발견하지 못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서둘러 앞으로 달려 다시 한차례 검을 커다랗게 휘둘렀고, 란테르트는 감히 막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상대는 그의 커다란 검을 자유자제로 다루었다. 란테르트가 검을 피 함에 그의 균형이 조금은 흐트러질 만도 했으나, 전혀 그런 기색 없이 다시 검을 거두어 란테르트의 허리를 찔렀다. 란테르트는 상대의 이런 공격에 몸을 비틀어 비하려 했으나, 순간 떠 오르는 바가 있어 그대로 상대의 어깨를 찔러갔다. 양패구상의 검초였 다. 즉, 상대가 검을 거두어 피한다면 자신도 검을 멈출 것이고, 그렇 지 않을 경우, 자신의 허리를 내주어 상대의 어깨를 베겠다는 의도의 일검인 것이다. 상대는 란테르트의 그런 의도를 금새 알아챘으나, 이미 자신이 내지 른 검을 회수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있는 힘껏 몸을 뒤틀며 검을 찔러 가는 기세를 늦추었으나, 이미 란테르트의 허리에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 깊이로 검이 파고들었다. 마찬가지로, 그의 상완 한쪽이 란 테르트의 검에 조그마한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검을 거두어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란테르트 도 동시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정말 두렵군....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사실, 이번 싸움은 붉은 머리칼의 사내 쪽이 이겼다고 볼 수 있었다. 허리나 상완 모두가 검을 쓰는 데에 중요한 곳이었으나, 아무래도 허 리 쪽에 상처를 입을 경우가 더 불리했다. 상대는 다시 한차례 검을 휘두르며 란테르트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이제 너를 죽이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순간 그는 눈앞에 흰빛이 번쩍함을 느꼈다. 란테르트의 뒤쪽에서 누 군가가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는 속으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란테르트와의 싸움 덕에 그 두 여자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 동료들이 있었지.... 갑작스러운 마법에 그는 서둘러 몸을 피하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순 간 왼쪽 뺨이 약간 아려옴을 느꼈다. 놀라 손을 가져가니 자신의 왼쪽 뺨이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분명 마법을 완전히 피해 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그는 뒤의 두 여자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미모가 빼어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를 것 없는 소녀들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신이 피한 마법은 정념계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잠시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서있었다. 도저히 승산이 없었다. -동료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다. 그는 몸을 획 돌려 다시 숲속으로 사라졌다. 동시에 사피엘라와 에라 브레가 란테르트에게로 달리듯 다가왔다. -괜찮아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리의 상처가 약간 쓰라렸으나, 견딜 만 한 것이었 다. 사피엘라는 서둘러 그에게 치료 마법을 걸어 주었고, 에라브레는 주 위를 살피며 다른 사람이 있는지를 바라보았다. 기습에 대비한 것이었 다. -아는 사람이에요? 어느 정도 치료가 끝난 후, 일행은 잠시 가까운 숲에서 휴식을 취했 다. 사피엘라는 잠시전의 대화를 떠올리며 란테르트에게 이렇게 물었 으나,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그러면 그 물건이라는 것은 또 뭐죠? 사피엘라가 재차 물었고, 란테르트는 여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모르겠어.... 우리가 맡은 운송물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는 않았는 데.... 셋은 한참동안이나 그가 이야기하는 그 물건이라는 것에 대해 의견을 모았으나,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너무 아는 것이 적었고, 란테르트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이야기여서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하였다. -그보다는.... 다음이 걱정인걸.... 동료를 데리고 온다고 했으 니.... 말은 이렇게 했으나, 란테르트는 사실 그렇게 까지 걱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이런 때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답답할 뿐이었다. 에라브레가 곁에서 말했다. -괜찮아요. 우리가 있잖아요. 꽤 실력 있는 마법사잖아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잠시간 더 시간을 보낸 일행은 다시 서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11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3 올린이:광황 (신충 ) 98/08/31 22:00 읽음:186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벌써 2월도 거의 끝나가건만, 아직도 북풍은 매서웠다. 금새라도 다시 공격해 올 줄 알았던 그 붉은 머리의 사내는 5일이 지 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사이 일행은 과거 소코령의 수도 소코 시에 한가지 수화물을 배달한 후, 하릴없이 북으로 서로 걸음을 옮겨 큐니숲 근처에 도착했다. 물론, 소피카의 여러 명물중 하나인 아 그라호에 들러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에라브레가 그런 곳을 그냥 놓 칠 리가 없었다. 큐니숲은 사실 전에는 별다를 것 없는 보통의 숲이었다. 하지만, 지 난 2백년 사이 급격히 이상해진 숲의 분위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출 입이 금지되었다. 괴이할 정도로 마물과 정령들이 많이 살고 있어 어 지간한 마법사나 검사라 하더라도 한 번 들어갔다가는 살아 돌아오기 가 힘들다. 에라브레는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참기로 했다. 역 시 어리고 여자이다 보니 겁이 많았다. 일행은 숲을 왼편으로 둔 채 계속해 북으로 향했다. 이런 속도라면 3 일 안에 소피카 두 번째의 도시인 아드라르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사피엘라는 점차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전에 싸웠던 붉은 머리 칼의 검사 때문이었다. 차라리 빨리 나타나주면 좋으련만, 긴장돼 견 디기가 힘들 정도였다. 비록 란테르트의 검솜씨가 뛰어나다지만, 그가 항상 한탄하듯이 눈이 보이지 않는다. 귀가 대신한다 하더라도 결코 눈처럼 기민하게 상대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는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또다시 일행 앞을 막아서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었다. 사피엘라는 혹시 그 붉은 머리칼의 사내의 동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상대를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를 바라 보았다. 이번의 그의 표정은 확실히 이전보다 여유 있었다. 그에 에라 브레와 사피엘라는 적이 안심하며 한 걸음쯤 그의 뒤로 물러섰다. 하 지만, 이번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의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 께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눈앞에는 다섯 명의 남녀가 있었다. 도끼, 창, 검의 세 가지 무기를 각각 꼬나 쥐고 있는 세 전사와 비싸 보이는 로브를 걸친 두 마법사는 하나같이 일행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듯 보이는 도끼를 든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별다른 특징 없는 평범한 중년이었다. -당신이군. 어서 그 물건을 내놓아라. 역시 목적은 이전의 그 사내와 같았다. 란테르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무슨 물건을 말하는 겁니까? 그때 뒤에서 한 여자가 날카롭게 외쳤다. -그야 네 녀석이 더 잘 알 것 아니냐? 란테르트는 화를 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완벽하게 구분 짓는 사람 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나이에 비해 수행이 잘 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었다. 화를 내서 겁을 줄 수 있는 상대일 때는 주저 않고 그렇게 했 고, 그렇지 않았을 때 상대의 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더 클 때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 속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표정을 드러내 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 지 잘 모르겠습니다. 란테르트의 이 의도된 대꾸에 상대는 거의 제정신을 잃을 정도로 화 가 나 소리쳤다. -건방진 녀석, 네 녀석은 감히 우리가 누군지나 아느냐? 란테르트는 입가에 살짝 미소까지 띄워가며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 여자가 막 자신들을 밝히려 하는 순간, 처음 입을 열었던 도끼를 든 사내가 막았다. -그만둬. 그의 말에 여자는 움찔 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고, 처음의 그 사내 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물건만 건네주면, 너희 셋을 그냥 보내 주겠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너야 그런 데로 괜찮을 지 몰라도.... 저 뒤의 두 아가씨는.... 그가 이렇게 말하는 사이, 뒤쪽에 두 사내의 느끼한 웃음소리가 동시 에 흘러나왔고, 중년의 사내가 마저 말을 했다. -어떻게 될지 책임 못진다. 란테르트는 흡사 딴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표정으로 서서 모두 들은 후,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까? 중년의 사내는 그의 이런 태연한 태도에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리며 말 했다. -역시 용기가 있는 녀석이구나. 하긴, 위다 왕실 마법 학교의 교장과 1대 1 대결을 신청했을 정도의 녀석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 그의 말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동시에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동시에 란테르트를 향해 시선을 옮기었다. 이렇게 젊은 사람 이 그런 일을 했다니.... 자신들이 직접 그의 실력을 보지 못했다면 상대의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중년의 사내는 그녀들의 그런 표정을 보고는 다시 란테르트를 바라보 았다. 아무리 보아도 서로 그렇게 까지 잘 알고 있는 사이는 아닌 듯 싶었다. -아가씨들, 이 사람과 상관없다면 어서 이곳을 떠나시오. 보아하니 마법사들 같은데.... 당신들 정도의 실력으로는 이 사람에게 전혀 도 움이 되지 못하오. 그리고는 곧바로 란테르트를 향해 외쳤다. -덤벼라. 어차피 말로는 통하지 않는 녀석 같으니까.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동 시에 뒤에 있던 한 사내와 여자가 창과 도끼를 쥐고 각각 공격 태세를 취했고, 다른 두 남녀의 마법사들이 주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잠시 주저했다. 란테르트를 도와야 할지 아닐 지가 잠시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에도 못 미치는 짧은 시간의 머뭇거림이었다. 이내 뒤의 두 마법사를 향해 자신들이 아는 가장 강력한 공격 마법을 날렸다. -난 란테르트 오빠를 믿어요. 에라브레는 빙계열 정념계 마법인 크리스탈 비드를 날렸고, 사피엘라 는 땅을 조정하는 마법중 정신계에 해당되는 어스 거스트 라는 마법을 불러일으켰다. 에라브레의 손안에서 만들어진 흰빛의 구체는 빠른 속도로 뒤에 있던 남자 마법사를 향해 날아갔다. 그는 채 마법을 완성시키기도 전에 날 아온 에라브레의 마법에 크게 놀라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피했다. 한편 사피엘라의 마법은 땅에서 뾰족한 암석 덩어리가 적이 밟고 있는 바닥을 뚫고 나오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녀의 마법을 받은 상 대측 여자 마법사 역시 난데없는 공격에 당황하여 마법을 완성시키지 못하였다. -흥, 조그마한 계집애들이 무서움을 모르는군. 바닥에 뒹굴 거리며 마법을 피한 남자 마법사는 입은 멀쩡한지 몸을 일으키며 이렇게 욕을 해댔으나, 에라브레는 전혀 기죽는 기색 없이 비웃음으로 그의 말을 받았다. -데굴데굴 바닥을 구른 주제에 말이 많군요. -뭐라고? 건방진 것, 내 마법력을 보여주마. 사내는 에라브레의 말에 이렇게 외쳤고, 에라브레는 다시 그의 말을 맏받아쳤다. -확실히 바닥을 구르는 마법은 대단했어요. 하지만, 다시 보여줄 필 요는 없을 것 같아요. 별로 배우고 싶지 않으니까. 남자는 얼굴이 벌개져 이, 이, 하며 소리를 질렀으나, 결국 말은 꺼 내지 못했다. 에라브레는 생글생글 웃으며 다음 마법을 만들었다. -존재의 신이여, 무의 실로 유의 타래를 잣는 생명의 물레여, 여기 그대의 신실한 종이 있습니다. 나 그대에게 바라오니, 흔들리는 파랑 의 도끼를 내려주소서.... 웨이브 엑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에라브레의 손에서 커다란 물기둥이 치솟더니, 날카로운 날이 만들어 졌다. 동시에, 그녀가 만든 커다란 물의 도끼는 그대로 대기 중을 흐르듯 날아가 상대의 몸을 후려쳤다. -또 정념계군.... 남자 마법사는 낭패한 표정으로 에라브레의 마법을 피했다. 이번에는 구른다는 놀림을 받기 싫어 억지로 선 채로 피했으나, 그 때문에 완전 히 피하지 못하고 한쪽 어깨를 강타 당했다. 수계 마법은 화염계나 뇌격계 같은 부수적인 효과는 없었으나, 워낙 에 강한 압력으로 후려치는 덕에 충격 자체는 그들 둘 이상이었다. 만 약 에라브레의 마법력이 더 강했더라면, 이 사내는 어깨를 영원히 잃 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 겨우 상대를 기절시키는 정도에 머물렀다. -대단한 마법이군요. 아예 누워 버리다니.... 에라브레의 말솜씨는 뻗어버린 이 사내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누워 있는 상대를 향해 냉소를 던지며 이렇게 한마디 한 후, 곧바로 시선을 옮겨 언니를 바라보았다. 사피엘라는 그 여자 마법사를 맞아 꽤 고전하고 있었다. 사실 사피엘 라의 마법력은 에라브레보다 훨씬 높았다. 에라브레는 이제 겨우 마도 사의 지위였다. 그것도 정상적인 마도사가 아닌, 한두 가지만을 정념 계 까지 익힌 이상한 경우였다. 그녀가 할 줄 아는 마법은, 나투이시 아 계열 수계 마법과 켈리시온 계열의 화염계, 뇌격계, 빙계 마법뿐이 었다. 정상적으로는 정신계열을 모두 익히기 전까지는 그 이상 단계의 마법을 익히지 못하게 돼있었는데, 그녀는 그런 무언의 법을 무시해 버린 것이다. 반면, 사피엘라의 계급은 술법사였다. 이는 모든 마법을 정신계까지 익힌 마술사라는 계급의 사람이 한가지 마법만을 정령계 까지 익힌 것 으로, 거의 대부분의 고위 마법사들이 이 술법사에 해당됐다. 그녀 정 도의 나이에 이 정도 계급에 오른 것은 상당히 예외적인 일에 해당됐 다. 하지만, 그녀가 공부한 것은 회복계 마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라 브레보다 훨씬 뛰어난 마법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렇게 고전하고 있 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얼마 안돼는 공격계 마법을 적절히 배 합해 사용하며 근근히 버텨가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에라브레가 싸움 에 끼여들며 단번에 상황이 뒤바뀌어 버렸다. 비록, 사피엘라가 상대하고 있던 여자가 꽤 상당한 마법사 였으나, 사피엘라, 에라브레 자매의 협공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리 오 래지 않아 그녀를 제압한 자매들은 서둘러 란테르트가 싸우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란테르트는 세명을 상대로 조금은 여유 있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 셋의 실력은 사이트나는 고사하고 그의 부하만도 못했다. 다만 숫 자가 많고, 창과 도끼등 길고 강한 병기를 사용하기에 조금 애먹고 있 을 뿐이었다. 그 셋은 셋이서 어린 장님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탄식하며 싸 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내 다른 두 마법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전의를 크게 상실했다. 팽팽하게 다투고 있던 두 편중 한쪽의 심적 동요가 생기자, 승세는 금세 란테르트 쪽으로 기울어 졌다. 재빨리 검을 휘둘러 머뭇거리던 창끝을 잘라버리고, 강하게 휘둘러 검을 날려 버렸다. 동시에 몸을 돌 려 도끼를 들고 있던 사내의 목에 자신의 검을 겨누었다. 이 모두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로, 상대는 어, 하는 탄성만을 내지를 뿐 손 한차 례 써보지 못한 채 제압 당하였다. -이대로 물러나시지요. 란테르트는 여전 여유 있게 이렇게 말했고, 상대들은 꼭 다시 찾아오 겠다는 말을 남긴 채 기절한 동료를 짊어지고 사라졌다. -정말 대단하던걸. 웨이브 엑스라.... 적들이 모두 사라진 직후,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마법 실력을 칭찬 했고, 에라브레는 헤 웃으며 말했다. -뭘요? 상대가 약했을 뿐이에요.... 그때, 사피엘라가 다가와 물었다. -어디 다친곳은 없어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고 답했다. 그때, 돌연 사피엘라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위다 왕립 마법사 학교 교장과 1대 1 대결이라니, 무슨 소리 에요? 란테르트는 약간 당황하며 항상 그렇듯이 사실을 대충 얼버무렸다. -그게, 내게 검술을 가르쳐준 사람이 내 실력을 한 번 시험해 보라 고.... 그를 찾아가 한 번 겨루어 보라고 했었어.... 그제서야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나는 또 당신이 악인인줄 알았어요.... 위다 왕립 마법 학교의 장은 좋은 분이시거든요.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악인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소리가 너무 작아 자신조차 듣기 힘들었다. 다시 한차례 싸운 일행은 잠시동안 몸을 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당신을 찾는 걸까요? 그리고, 그 물건이란 건 도대체 뭐예요?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사피엘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건이 무 엇 때문에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글세.... 나도 모르겠어.... 란테르트는 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렴풋이 자신이 왕립 마법 학 교장과 싸운 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답한 후, 한참동안 조용히 걸음을 옮기다가 사피 엘라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냥....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아드라르시에서 뛰어난 용병을 고용해 고향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싫어요. -하지만, 너무 위험해.... 나도 헤어지는 것은 섭섭하지만, 이런 식 으로 계속해 이런 저런 녀석들이 도발해 오면, 너희를 지켜줄 수 없 어.... 게다가, 아무래도 일이 단단히 꼬인 것 같아.... 잘못하면 너 희도 연루돼.... -하지만.... 그때 에라브레가 곁에서 끼여들었다. -동료는, 일이 힘들어도, 또 즐거워도 함께 해야 하잖아요. 란테르트는 아레브레다운 말이다 라는 생각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 다. -그렇게 감상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야....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 르겠어? 그때, 사피엘라가 곁에서 물었다. -란테르트.... 당신은 옳은가요? 그녀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물론, 이 일에 자 신이 상관 있는 것은 사실인 듯 싶었으나, 잘못한 것은 분명 없었다. 사실 자신도 이 일의 피해자가 아닌가? 멀쩡했던 두 눈을 잃게 돼버렸 으니....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러자 사피엘라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걸로 됐어요. 설사 더한 고통을 당하게 되더라도, 당신을 버리고 떠나지 않겠어요. -그래요. 란테르트는 두 자매의 이 말에 찡한 느낌을 받았다. 과연, 자기가 지 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까지 자신을 믿어주고, 또 자신에게 이 정 도로 잘 해 주었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생각에 란테르트는 잠시 할 말을 잊은 채 멍히 서 있었다. 두 자매는 그가 거절을 할 것 같아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어서 와요. 에라브레의 밝은 목소리였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11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4 올린이:광황 (신충 ) 98/08/31 22:00 읽음:184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테르트의 인내도 거의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내 앞에 모습을 나타낸다면 목을 날려버리겠다. 그답지 않게 평정을 잃고 외치는 소리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적 지 않게 당황하며 그런 그를 쳐다보았다. 큐니숲 동편에서의 싸움 이후로 3일. 그 동안 벌써 네 팀의 사람들이 일곱 번이나 나타나 일행을, 아니 란테르트를 귀찮게 했다. 사람이 많 으면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싸움에 끼기도 했으나, 거의 대부분 란테 르트 혼자 상대를 막았다. 게다가 그 네팀의 사람들중 일부는 패한 바 로 다음날 다시 찾아와 싸움을 걸기도 했다. 더더욱 일행을 짜증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찾으러 온 물건이 무엇 인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낭패한 모습으로 도망치듯이 사라진 그들을 향해 잠시 더 시선을 두 었던 란테르트는 이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괜찮아요? 언제나 처럼 뒤로 몇 걸음쯤 떨어져 싸움을 지켜보다 다가서는 사피 엘라와 에라브레가 이렇게 물었다. -그냥.... 란테르트는 피곤하다는 듯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늘에만 벌써 세 번 째였다. 멀리, 커다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마을이라기 보다는 도시 였다. 높다란 성곽을 중심으로 집들이 즐비한 도시. 아드라르. -성안에 들어가면 조금 낫겠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실, 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그전의 붉은 머리의 검사 이외에는 이렇다할 실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기에, 싸움 그 자체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연 삼일동안 긴장한 채 시시 각각을 지내다 보니 정신적으로 약간 피 로했을 뿐이다. 그의 말대로 아드라르 성안에서 그들에게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었 다. 세 번째 물건을 운송 조합에 무사히 인계하고 난 일행은, 가까운 식당으로 향했다. 이미 해가 저물어 하늘은 온통 붉었다. 겨울이어서 해가 일찍 졌기 때문인지, 아직 거리는 부산했다. 짐승의 기름을 연료로 하는 가로등 이 거리를 환히 밝히고 있었고, 각 상점과 주점들에서 세어 나오는 빛 만으로도 걸어다니는 대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꺼에요?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사피엘라가 약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이렇 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렇게 답했다. -글세.... 모르겠어. 그렇다고 이대로 이 성안에 주저앉아 버릴 수도 없고.... 이대로 몇 번 더 싸우면서 실체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에라브레가 물었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덤벼드는지? 사람을 죽여도 이렇게 까지 귀찮게 하지는 않을 꺼야....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남들이 이렇게 쫓을 만한 일 을 안한 것은 아니었으나, 적어도 어떤 물건과 연루된 기억은 없었다. -용병일을 했을 때 사람을 많이 죽여 보기는 했지만.... 요 근래에는 별다른 한 일이 없어.... 란테르트의 내뱉은 말에 사피엘라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고, 반대로 에라브레는 흥미가 당긴다는 듯 물었다. -정말 용병일을 했었어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 그리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수행에 좋다고 해서, 반 강 제로 했었어.... -그 스승인가 하는 사람이 시켰나보죠? 사피엘라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의 대답에 사피엘라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 스승이라는 사람.... 그리 좋은 사람이 못되는군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용병은 정말 보수가 많나요? 대륙 전체의 직업중 가장 많다고 하던 데.... 에라브레가 곁에서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용병단에 따라 달라. 내가 있었던 곳은 별볼일 없는 곳이어서 보수 가 많은 편은 못되었어. 사실, 보수가 많기로야, 한 나라의 왕이 최고 지. 그의 농에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동시에 쿡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루를 성안에서 보낸 일행은 아침 일찍 성을 벗어났다. 또 다시 어 떤 사람들이 자신들을 괴롭힐지 기대반, 걱정 반으로 추측해 보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점심때가 다 되도록 별다른 기척이 없었다. -슬슬 지쳤나 보군.... 란테르트는 중얼거리듯 이렇게 뇌까렸으나, 여전 마음 한켠에 불안감 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불안의 대상은 오래지 않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래간 만이군. 그 동안 건강했던 모양이군. 붉은 머리칼의 건장한 사내. 언젠가 이야기 했 듯 그는 한 사람의 동 료를 더 데리고 왔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사내와 함께 있는 그는 그 나이 또래쯤 되어 보 이는 여자였다. 망토를 어깨부터 무릎까지 드리운 그녀는 화사한 금발 과 차가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사피엘라가 조용했다면, 그녀는 냉 막했다. 상냥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얼굴이었다. 란테르트는 대번에 함께온 여자가 상당한 마법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사피엘라나 에라브레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들 둘을 합친 것 이상일지도 몰랐다. -이런....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이 말이 튀어나왔다. -순순히 내놓으시지. 이제 그쪽이 이길 가능성은 전혀 없는데.... 란테르트는 그의 이 말에 한차례 냉소를 터트리며 사피엘라와 에라브 레를 향해 말했다. -내 부탁 한가지만 들어줘. 에라브레가 지레 짐작하여 말했다. -함께 싸워 달라는 말인가요? 걱정 마세요, 저 마법사는 언니와 내가 막을께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재빨리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내 부탁은 그게 아니야. 란테르트의 말에 두 자매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멀리, 할 수 있는 한 멀리 떨어져. 절대 싸움에 상관하지 말고. 사피엘라는 이전 그가 상처 입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저 남자 한 명도 상대하기 힘들잖아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괜찮아. 도저히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안돼요.... 사피엘라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답하자, 란테르트는 돌연 화를 내 며 소리쳤다. -어서. 비키지 않으면 먼저 베어 버리겠어. 사피엘라는 순간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섰으나, 전혀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화를 내고 있었으나, 자신들을 걱 정하는 마음이 얼굴 가득히 나타나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까지 고집을 부리자 더 이상 자신들의 뜻을 우 길 수가 없었다. 사피엘라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에라브레에 게 말했다. -라브에, 저쪽으로 가 있자. 어차피, 우리는 마법사이고, 마법은 먼 곳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잖아. 에라브레는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따랐다. 란테르트가 사피엘라의 말에 이렇게 외쳤다. -절대, 싸움에 끼여들지마. 사피엘라는 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꽤나 생각하는군.... 하지만, 먼저 자신을 생각하는 편이 좋지 않을 까? 설마 혼자서 우리 둘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 지? 란테르트는 입을 열지 않은 채 다만 천천히 검을 꺼내듦으로써 대답 을 대신했다. 그때, 금발의 여자가 걸음을 사피엘라 자매가 있는 곳으로 옮기려 했 고, 란테르트가 그런 기색을 읽으며 그 여자에게 말했다. -저들 자매는 상관없습니다. 만나지 두 달도 안된 사람들이니까요. 붉은 머리칼의 사내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그 금발을 바라보며 이렇 게 말했다. -정말, 혼자 우리와 싸우려는 것 같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 주어야 지? 그의 말에 금발의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멈추고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이나 세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돌았다. 그러던 것이, 여자 가 사용한 한 마법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실버 랭스. 멀리서 에라브레가 이렇게 외쳤다. 아마 그 금발의 여자가 사용한 마 법의 이름 같았다. -꼬마아가씨, 눈이 꽤 높군. 도저히 말을 할 것 같지 않던 금발의 여자가 이렇게 외쳤다. 실버 랭 스, 그 마법은 켈리시온 계열 빙혼 마법 정령계의 것으로 정령계 이니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 손으로 간신히 감쌀 수 있을 것 같은 정도의 굵기를 가진 양끝이 뾰족한 창형의 얼음 기둥이, 그녀 의 머리 위에 생겨난 흰 막에서 불쑥 솟아 나오듯 생겨나서는, 곧바로 란테르트를 향해 날아갔다. 그 흰빛의 투명한 얼음 창은, 주위에 차가운 기운이 서린 채 빠른 속 도로 날았으나, 란테르트는 그런 마법에 전혀 동요되는 바 없이 살짝 미소를 띄었다. 눈앞의 두 남녀는 그가 눈이 멀어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에 그런 여유 있는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냉소를 터트렸다. 하지 만, 섣불리 란테르트에게 덤벼들지는 않았다. 잘못하면 빙창 실버 랭 스의 힘에 휩쓸려 자신들이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 다. 빙계 마법의 주요 공격 능력은, 냉기와 얼음 그 자체였다. 마법의 급 이 낮고, 또 마법력이 낮을수록, 얼음의 경도가 낮아지고 냉기의 효과 또한 미미했다. 하지만, 마법력이 일정 이상의 경지에 이르르면, 무엇 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단단한 얼음에 스치기만 해도 피부를 얼려버리 는 엄청난 냉기를 지니게 되어, 빙계의 마법은 마법들 중에서도 상당 히 파괴적인 위력을 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란테르트는 그 여자가 마법을 쓰길 기다렸었다. 마법력으로 보아, 술 법사일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어느 마법을 정령계 까지 사용할 수 있 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정령계 마법은 마족들 조차도 무시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여자의 주특기를 알아내어 적절한 대처 방안을 생각하려 했던 것이다. -빙계 술법사군.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검을 곧바로 세웠다. -뭐하는 거에요? 멀리서 에라브레가 이렇게 외쳤고, 사피엘라 역시 놀라 외마디 비명 을 질렀다. 그녀들이 생각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마법을 피하는 것이 었다. 물론, 빙창 주위를 휘돌고 있는 냉기에 어느 정도 피해를 입을 것이나, 그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 정면으로 부 딪히면.... 상대들은, 이런 뜻밖의 상황에 놀라며 란테르트의 의도를 추측하기 여념이 없었다. 아무리 그가 뛰어난 검술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빙 창을 검으로 막아 낸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때였다. 돌연, 란테르트의 검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손에서부터 혓 바닥을 날름거리듯 솟아오르기 시작한 불꽃은 어느덧 검 전체를 휘감 았고, 아직도 무언가 모자란다는 듯, 검 밖으로 활활 타올랐다. 란테르트는 가벼운 기합과 함께 검을 들고 뛰어올라 상대의 마법을 베었다. 치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열기에 창 앞부분에 하얀 수증기가 피어났고, 란테르트의 검은 얼음창을 깨끗이 반으로 갈랐다. 양쪽으로 힘없이 후드득 떨어지는 금발의 여자의 마법은 이제 더 이 상 빙창 실버 랭스라 할 수 없었다. 잘게 부서진 얼음 덩어리들이 흡 사 눈보라가 날리는 듯 아스라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법을.... 현재 이곳에 있는 다섯 사람중 놀라지 않은 사람은 단 한명 란테르트 뿐이었다. 마검사 였다니....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렇게 중얼거렸다. 가장 놀란 사람은 그 금발의 여자였다. 이 단 한 번의 대결로 마법력 의 고하가 단번에 드러난 것이다. 비록, 불의 마법이 얼음의 마법에 정 반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으나, 다시 말해 극성의 것이었으나, 그것은 그 반대의 상황에도 적용되었다. 즉, 불이 얼음의 일방적인 극 성 마법은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케릭팅 마법, 즉 검에 불의 속성 을 거는 마법으로, 정령계 마법을 벨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법력 은 분명 자신 이상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된 일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붉은 머리칼의 사내를 바 라보았으나,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얼이 다 빠져 입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사피엘라나 에라브레는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경악할 만한 것 인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만약, 란테르트가 화염계열 정령계 마법인 블레이즈 크리스탈로 금발의 실버 랭스를 막아냈더라면, 차라리 그것 은 별 것 아니었다. 그 정도 나이에 정령계 마법을 익혀 술법사가 되 는 것은 사피엘라에게서 볼 수 있듯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 고, 조금 더 부지런한 생활을 한다면, 충분히 검술도 익힐 수 있는 것 이었다. 하지만, 그가 사용한 마법이 케릭팅 마법이라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게 달랐다. 사피엘라나 에라브레는 류마사 라는 마법사들에 대 해 아는바가 없었다. 케릭팅 마법은 바로 그 류마사들의 특기로, 어떤 물질을 마법으로 감싸는 것이었다. 마법이라는 물질적 힘이 약한 힘 과, 실물을 결합하는 것으로, 병기와 마법의 단점을 서로 보완해 주는 것이라 말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케릭팅 마법은 익히기가 매우 까 다로운 반면, 실전에 사용할 만큼 익히는데 드는 힘과 시간이 만만치 가 않았다. 게다가, 특별히 힘을 빌리는 주체가 없기 때문에, 통상 그 위력이 정념계 마법 이하라고 알려져 있다. 정념계의 위력을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케릭팅 마법이 정령계의 마법 을 깨뜨렸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념계 마법을 쓰는 사람이 아 무리 대단한 마법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정령계 마법을 이렇게 간단히 부술 수는 없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그 케릭팅 마법으로 정령계 마법을 부쉈다. 금발의 여자는 한참동안이나 그를 바라보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 었다. -난 가겠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한 후,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다시 10년을 공부한다 하더라도 당신을 이기기는 힘들겠군요. 이하 리나 레디어 라고 해요. 당신의 이름은 뭐죠?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지금 맡은 일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이 었다. -란테르트. 란테르트는 검에서 마법을 거두며 이렇게 답했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이하리나를 한차례 바라본 후 란테르트에게 말 했다. -켈튼 그라이슨이다. 확실히 대단하군.... 그 역시 이 일에서 손을 뗐다. 란테르트는 살짝 고개 숙여 그의 칭찬해 답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저편으로 떠나갔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벌써부터 란테르트 가까이도 다가왔다. -대단해요. 마법도 할 줄 알았군요. 단지 마법을 할 줄 안다는 사실에 에라브레는 이렇게 칭찬했고, 란테 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별 것 아니야. 얘기 했었잖아. 검술을 가르쳐준 사람이 마법도 알고 있었다고.... 사피엘라가 말했다. -그런데.... 무슨 마법이죠? 어떻게 정령계 마법을.... 란테르트는 아직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말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되 어 간단히 얼버무렸다. -별 것 아니야.... 약간 이상한 수법으로, 사실, 그 얼음을 부순 것 은 이 검이야. 마법은 거의 눈속임에 가깝지.... -바보들, 그런 줄도 모르고 도망가 버렸군요. 에라브레는 웃으며 란테르트의 말을 받았으나, 사피엘라는 그의 그런 말이 약간 못미더워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눈을 살짝 찡그리는 것은 그녀의 습관인 모양이었다. 그녀 주위의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꽤 귀엽다고 많이들 이야기했었다. -하지만.... 정령계 마법인데....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조금 당황하며 대꾸했다. -간신히 완성시켰었나보지....실력 없는 술법사도 있으니까....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이런 말을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다만, 이야 기하고 싶지 않아 그러려니 하며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벌써 두달 가까 이나 함께 생활했는데, 여전 그는 속마음을 속시원히 들어내 놓지 않 고 있었다. 2월 마지막 날의 일이었다. 다시 며칠이 흘렀다. 3월이다. 3월부터는 보통 봄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아직은 북풍이 매 서워 일행은 겨울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었다. 차라리 겨울은 하얀 것이 볼만하다. 여름은 푸르고, 가을은 울긋불긋 하니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이런 이른봄에는 희디흰 눈은 전부 녹아 버리고, 간신히 연둣빛을 띄는 것이 황량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힘 들었다. 켈튼, 이하리나 이 두 사람을 끝으로 더 이상 일행을 귀찮게 하는 사 람은 없었다. 포기한 것인지, 그런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로는 일 행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 행은 덕분에 한가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앞으로 이틀이면 소피카-에노사 해협의 소피카측 항구인 모로스에 도 착할 것이다. 사피엘라는 또다시 배를 탄다는 생각에 약간 걱정이 됐 으나, 이번의 바다는 잔잔하다는 란테르트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소피카의 평야는 그린 웨이브라 불리고 있었다. 나지막한 언덕이 파 도와 같이 펼쳐져 있어 붙은 별명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곳 아 드라르 평야와 미소우산맥 서남편의 피코 평야로 꽤 비옥한 편이었다. 하지만, 아직 푸른 파랑이라고 부르기에는 풀색이 옅어, 차라리 노란 파랑이라고 부르는 편이 알맞을 듯 싶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노 란 파랑이라는 말에, 누런 파랑이라고 이야기하여 언니 사피엘라의 미 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간만의 평화로운 시간에, 일행은 한창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란 테르트는 항상 앉아서 얻어먹기만 하는 것이 미안했으나, 보이지도 않 는 눈으로 식사준비를 도울 수는 없어 한켠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눈을 떠보았다. 보였다. 비록, 환한지 어두운지 정도의 차이밖에는 알 수 없었으나, 분명히 보였다. 언젠가 부터 아른거리기 시작하던 주위의 풍경들이, 아주 밝은 곳과, 중간 정도의 곳, 그리고 어두운 곳 정도의 구분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들어왔다. 길한 징조인지, 아니면 흉한 징조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 추세대 로 시력이 돌아온다면, 해를 넘기기 전에 온전히 사물을 볼 수 있을 듯 싶었다. 처음 이 이야기를 해 주었을 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자신들의 일 이라도 되는 것처럼 기뻐해 주었다. 란테르트는 그때 그녀들이 한 말 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정말 잘됐어요. -꼭,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꺼에요. 이런 생각에 잠겨있던 란테르트에게 사피엘라가 다가와 말했다. -몇 가지 재료가 부족해요, 라브에와 함께 마을에 갔다 와야 겠어요. 그녀의 말에 란테르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도 갈게. 사피엘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괜찮아요. 그리 멀지 않잖아요.... 짐들을 다시 챙기는 것이 더 번 거로워요. 짐이나 지켜 주세요. 금방 갔다 올께요.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에라브레와 함께 마을로 향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16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5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1 18:22 읽음:183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정말 한심스러운 마을이었다. 오죽하면, 식당이 하나도 없겠는가? 하지만, 한심스러운 것은 여행자들이 느끼는 감정일 뿐이었고, 마을 은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사람들도 순박하니,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 다. 사피엘라는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는 에라브레의 손을 잡고 마을 안 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가까운 곳에 서있는 한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몇몇 조미료와 야채를 얻었다. 내미는 동전을 굳이 거절하며 그 아주 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 사람들, 여행하는 것만도 힘들텐데.... 선물이라 생각해요. 사실, 어렸다. 사피엘라만 해도 이제 간신히 18세에 접어들었고, 에 라브레는 겨우 15살이었다. 에라브레가 하도 조르고 졸라 나온 수행이 었다. 사실은 한 2년쯤 후에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란테르트라는 남자를 만났으니 말이 다. 사피엘라는 이런 생각을 하며 아주머니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고, 이내 다시 마을을 벗어났다. 막 마을을 벗어날 무렵, 한 중년의 사내가 사피엘라 앞을 가로막았 다. 조금 떨어진 곳에 십여 명의 남녀 마법사가 보이는 것이 그 사람 의 일행인 듯 싶었다. -혹시, 란테르트라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시는 분이십니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순간 당황했다. 그간 뜸하더니 다시 찾아온 모양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머뭇거렸다. -맞는 모양이군요.... 저는 위다 마법사 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히 톨트 라그랑스 라고 합니다. 히톨트 라그랑스, 사피엘라도 분명히 들어본 이름이었다. 한차례 본 적도 있었다. 사피엘라는 고개를 들어 그를 자세히 살폈다. 구렛나루 가 근사한 금발의 사내였다. 분명 본듯한 얼굴이었다. -정말.... 위다 마법사 협회 부회장 이신 가요? 사피엘라는 다시 한차례 이렇게 물었고, 그는 온화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사피엘라의 말에 그 사내는 약간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나직이 말했다. -잠시 시간을 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피엘라는 그런 그의 표정에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고개를 끄 덕였다. 그리고는 에라브레와 함께 그 사내의 뒤를 쫓았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도착한 히톨트는 앉을 만한 자리를 마련 해 주며 말했다. -이야기가 길어질 듯 싶으니, 우선 앉으십시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보이며 그의 말에 따랐 다. -다름이 아니라.... 그것보다, 두분은 그 사내를 안지 두달이 채 안 되셨다고요? 히톨트는 이렇게 말을 꺼냈고,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라브레는 곁에서 조용히 그녀의 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표정이 심각한 것이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 란테르트란 사람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이 말에 에라브레는 정신이 번쩍 들어 히톨트를 바라보았고, 사피엘 라 역시 그가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멀뚱 히 바라만 보았다. -란테르트.... 히톨트는 이렇게 한마디를 내 뱉고는 한참동안 말을 멈추었다. 그리 고는 잠시 후 입을 열어 말했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두 달여 전이었습니다. 한 평범한 사내 가 돌연 위다 왕실 마법 학교에 찾아 와서는 그 학교의 교장이신 그란 라가엘 님과의 대결을 신청했습니다. 사피엘라는 알고 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고, 에라브레는 곁에서 한마디하며 끼여들었다. -그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 승패는 어떻게 되었나요? 히톨트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말을 계속했다. -사실, 그 대결은 비공개 였습니다. 그는 라가엘님을 찾아와 개인적 으로 대결을 신청했고, 라가엘님이 그 사실을 이야기 할 때까지 아무 도 그런 사실을 몰랐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젊은이를 비웃었죠. 이 시대에 열 두분 밖에 되지 않는 대현자 중에 한 분이신 그분에게 겨우 20세 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사내가 대결을 신청했으니, 비웃는 것 이 당연했죠. 히톨트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말을 멈추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의 안색을 살폈다. 둘 모두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것이 처음 듣는 듯 해 보였다. -게다가 그는 대결의 대가로 어느 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리 고, 스스로 그런 대결을 할 것이라는 것을 떠들고 다니지 않은 것을 보아 명예를 구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한마디로 정말 실력을 평가 해 보기 위해 신청한 대결이었습니다. 아무튼 명분만은 그러했습니 다.... 히톨트의 마지막 말. 명분만은.... 이 말에 사피엘라는 약간 놀라며 상대의 안색을 살폈다. -아무튼, 라가엘님은 이 당찬 젊은이에게 큰 호감을 느끼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 일을 돌보시는 사이에 젊은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게다가 그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마법력은 라가엘님의 호기심 을 끌만큼 대단했습니다. 그때 에라브레가 끼여들었다. -어떻게 그 일에 대해 그렇게 잘 아세요? 히톨트가 답했다. -라가엘 님과는 잘 아는 사이 입니다. 평소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 이지요. 그 사내와 대결하기로 한 전날 저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시던 중 이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에라브레는 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히톨트는 계속해 이야기를 해 나갔다. -그런데, 그 다음날, 라가엘님이 실종 되셨습니다. 마법 학교를 떠나 신 지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렇게 보름이 지날 때까지 돌아 오시기는커녕 연락조차 끊겨 버린 것입니다. 불행히도, 그분이 저에게 미리 대결장소를 가르쳐 주지 않으셨기에, 저희는 찾으러 나서지도 못 하고, 협회에 들어앉아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아직도 못찾았나요? 에라브레는 근심스런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고, 히톨트는 침중히 고개 를 가로 저었다. -예.... 아마도 그에게 당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대답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동시에 아, 하는 짧은 탄성을 내 질렀다. 하지만, 두 사람의 탄성의 의미는 같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단지 당했다는 말에 놀라 외친 것이었다. 하지만, 사피엘라는 돌연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있어 엉겁결에 소리 를 냈다. 바로, 자신이 파묻은 노인의 시체로, 아무리 생각해고 그가 그 교장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피엘라는 이런 생각을 하며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실 수 있죠? 비록 란테르트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대현자보다 뛰어나다고 이야기 하기는 힘들지 않습니까? 게다가, 란테르트는 좋은 사람이에요. 에라브레도 사피엘라의 말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히톨트는 그런 자매들을 향해 여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 다.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물론, 그는 라가엘님을 이길 만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지요. 하지만, 그의 스승은 충분히 가능 합니다. 게다가,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그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닙니 다. 에라브레가 발끈하며 말했다. -아니에요. 란테르트 오빠는 좋은 사람이에요. 사피엘라는 그런 에라브레를 저지하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런 식으로 사람을 모함하는 이야기는 듣지 않겠습니다. 히톨트는 여전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 을 열었다. -그 자의 스승이 누군 지는 알고 있습니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고, 히톨트는 무슨 효과를 노리려는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한참만에 말했다. -에날트 제날튼.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의 이 말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탄성을 내 질렀다. 분명 들었던 이름이다. 마곡의 메아가 에서, 란테르트의 입을 통해 들었던 이름.... 하지만, 란테르트는 그가 자신의 눈을 멀게 했 다고 하지 않았던가. 사피엘라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말했다. -잘못 알고 계신 것 아닙니까? 란테르트는 그 에날트 라는 사람에게 독을 당해 시력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몸에 검상까지 입었었구요. 사피엘라의 말에 히톨트의 표정이 야릇하게 변했다. 잠시 사피엘라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마, 그 책 때문일 것입니다. 드디어 그들이 찾고 있는 그 물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책이라고요? 사피엘라는 이렇게 되물었고, 히톨트는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렇습니다. 두분께서 마법을 하신 다니, 한 번쯤은 들어 보셨겠지 요.... 에고 도그마, 비브크라니아. 두 자매는 또다시 한차례 놀라며 자신도 모르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찌 마법을 익히는 사람이 그 책을 모르겠는가? 200여년전, 마법을 부활시킨 장본인인 듀렌드 크로타일라가 익혔다는 마법서이며, 현세에 전해져 내려오는 신계의 모든 마법과 그 마법의 운영법, 그리고 신화시대의 역사등 이 적혀있다. 현존 최고의 마법서 이며, 위다 왕립 마법 학교의 상징이기도 한 그런 책이다. 자신의 절 대명제 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후세에 비브크라니아라는 이 름으로 불리웠는데, 크라니아 라는 말은 초현자를 뜻하며 레냐의 신성 수의 이름이기도 한 크란크사 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이고, 비브는 책 을 뜻하는 신화 시대의 어휘이다. 사피엘라는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 닐 것이라고 애써 자신을 추슬렀으나, 상대의 이야기가 논리 정연하고 사실과 부합하니, 믿지 않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도대체.... 그 책이 그와 무슨 상관이죠? 사피엘라는 어느 정도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으나, 확인할 겸해서 이 렇게 물었고, 히톨트는 동요되는 사피엘라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그들의 목표는 그 책이었습니다. 사실, 왕립 마법학교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은 라가엘님 한뿐 뿐이셨습니다. 그들 사제는 서로 짜고 한사람이 라가엘님을 먼 곳으로 유인한 사이, 다른 한 사람이 그 책을 훔쳐낸 것입니다. 그리고는 책을 훔친 사람이 다시 돌아와 둘이 함께 라가엘님을 살해한 것이지요. 그 다음, 제자와 스승은 그 책을 놓고 한차례 싸움을 벌였겠지요. 그의 이 말에는 맞지 않는 점이 있었다. 바로, 다시 돌아와 함께 죽 였다는 말로, 에카숲과 왕립 마법 학교가있는 수도 카타까지는 빠른 말을 타고도 하루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 거리를 어떻게 그렇 게 빠른 시간 안에 움직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두 자매가 들은 이야 기들이 워낙 엄청난 것이어서 이런 별 것 아닌 오류를 간과해 버리고 말았다. 에라브레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정.... 정말인가요? 그 말이.... 사실인가요? 그녀는 이렇게 외치며 사피엘라의 눈치를 살폈다. 아직 어려 상황 판 단이 잘 되지 않는 그 두 사람으로써는, 이곳에서 곧바로 이렇다할 결 론을 내지 못하였다. 사피엘라는 천천히 지난 한달 20여일 동안의 란테르트를 떠올렸다. 비록 악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확실히 자신들에게 무언가를 숨기 고 있었다. 하지만, 얼른 믿기지가 않았다. 그렇게나 좋은 사람이.... 사피엘라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었다. 비록 히톨트의 말을 전적으 로 믿을 수는 없었으나, 조목조목 따져 생각해 보면 거의 대부분이 사 실인 듯 싶었다. -사람은 결코 겉모습만으로는 판단 할 수 없습니다. 두분 에게 그가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 모르지만.... 아마 그것은 가식이었을 것입니 다. 눈이 멀게 되자 두분을 방패막이로.... 사피엘라는 히톨트의 그런 말을 끊으며 단호히 말했다. -그는 우리를 방패막이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일은 확실하지 않은 바가 많아, 저는 완전히 당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일단 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따라오는 것은 상관없지만, 절대 그의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그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 약속하실 수 있겠습니까? 사피엘라의 말에 히톨트는 잠시 희색을 띄었다가 이내 평시의 얼굴로 돌아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라브레는 눈물이 나오려 함을 느꼈다. 란테르트가 나쁜 사람이라 니.... 게다가 언니의 말에 의하면 그 말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사피엘라에게 물었다. -언니.... 란테르트 오빠가.... 나쁜사람인거야? 사피엘라는 그녀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자신 도 모르는 답을 어떻게 남에게 들려주겠는가? ------------------------------------------------------------------ 후기.... 오래간 만에 쓰는 후기군요.... 일단, 보아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꾸벅.... 사실, 조금 흥미는 떨어질거라 생각합니다. 별로 재미있는 장면도 없고.... 설명도 조금 자세한 편이여서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셨을 거고요.... 뭐, 그래도 할 수 없죠.... 제 한계인걸요.... 지금까지가 전체 내용의 10분의 1도 않되는 분량 입니다. 앞으로의 내용 전개는 역시 비밀 이겠죠? 비축분이 상당 하니까(현재 비축분의 4분의 1 정도를 올렸음....) 중도하차 걱정은 하지 말아 주세요. 죽지 않는한 계속해 올립니다. 그리고.... 보고나서 재미없어 죽겠다, 라는 것도 좋으니 간단한 평을 부탁드립니다. 이왕이면 조목 조목 짚어 주시면 고맙구요. 앞으로의 내용 진행이나 글 분위기에도 약간 반영을 할 예정입니다.... 왠지, 금새 금새 추천이 올라오는 글을 보면 부럽네요.... 역시 아직 멀었다.... 이겠죠? 그럼, 즐거운 통신 되시고요.... 앞으로도 계속해 읽어 주세요.... ps. 혹시, SF란에서 연재중인 유명한 작가님들중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고 계시다면.... SF 에서 연재하시던 몇분이 출판 예정 이시라 구요? 가난해서(돈이 없어 아이디도 기생합니다...T_T).... 사서보지는 못하지만(죄송....).... 축하는 많이 많이 많이 해드리겠습니다. 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 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 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축하...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0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6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2 15:59 읽음:178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5. 다시, 세 번째와 네 번째. 란테르트는 하릴없이 나무 둥치에 몸을 기댄 채 시간을 보내고 있었 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조금 늦어지자 찾아 나서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보이지도 않는 주제에 무얼 하냐 하는 생각에 그 자리에 주 저앉아 버렸다. 분명 마을은 10여분 거리에 있었던 것 같은데, 벌써 한시간이 다 되 도록 그녀들이 돌아오지 않자 란테르트는 마음이 조급해져 견딜 수가 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찾으러 나갈 수도 없고, 기다리고 있자니 초조한 것이 딱 미칠 것만 같았다. 잠시간 더 시간이 흐른 후 들려온 인기척에 그는 몸을 벌떡 일으켰 다. 처음에는 두 자매가 돌아온 줄 알고 일어섰던 것이었으나, 이내 발자국 소리가 10여명에 이르는 것을 듣고는 황급히 검을 들었다. -이 녀석, 여기 있었구나. 어서 목을 내 놓아라. -감히 왕립 마법 학교의 물건을 훔치고도 무사할 성싶으냐? 왁자지껄, 서너 명이 동시에 란테르트를 향해 욕을 해 댔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것은 아니신 지요? 그때, 사피엘라가 앞으로 나서며 란테르트를 향해 물었다. -란테르트.... 사실대로 이야기 해 줘요. 정말 당신이 책을 훔치지 않았나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이 물음에, 미칠 듯이 분노가 터져 나왔다. 그녀가 자신을 잡으려는 사람들을 끌고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나 믿었 던 사람이....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더해졌고,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졌다. -다.... 당신이.... 나를.... 그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 말까지 더듬었다. 사피엘라는 그의 그런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히 톨트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마음에 상심이 이 만 저만이 아니었다. 천천히 몇 걸음 더 란테르트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왜, 저를 속인 거죠? 왜 우리들을 속인 거죠? 란테르트는 몸에 힘이 죽 빠짐을 느꼈다. 사실, 그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절대적이다 싶을 정도로 믿고 있 었다. 아마, 태어나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맹목적으로 믿은 것은 어머니 와 그의 배다른 누나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런 사피엘라가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왔고, 또 돌아와 내뱉 은 첫마디가 나는 당신을 믿지 않고 있어요, 이자, 란테르트는 순간 또다시 배신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불과 두달전, 4년간이나 믿고 따르던 스승이 자신을 도구라고 이야기 하며 배신했다. 그리고 나서 만난 두 자매는, 자신을 몹시 위해주고 돌봐주더니, 이제와 이런 행동을 한다. 그는 돌연 무언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왜, 처음 보는 그녀들이 자신을 이렇게 까지 극진히 보살펴 주었는지를.... 왜, 폐인이나 다름 없는 자신과 함께 여행하기를 극구 주장했는지를.... 반면 사피엘라는, 란테르트가 크게 당황해 하며 말까지 더듬자, 히톨 트가 했던 이야기가, 그리고 그를 토대로 자신이 추측했던 것들이 사 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세상에 나와 만난 동료가 그런 사람이 라니.... 사피엘라는 서 있을 힘도 없는 듯 했다. 서로, 바보 같은 오해 속에 스스로 상처입고 있었다. 조금만 더 이야 기를 한다면 한차례 웃으며 이전의 사이로 돌아갈 수 있으련만, 시간 이 많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여전 울상인 채로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만큼, 그녀가 받은 충격은 사피엘라의 그것 이상이었다. 말도 제 대로 못한 채, 이 모두가 꿈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왜 속였나고요?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냉소를 터트렸다. 속여? 누가 누구를. 왜 이제 와서 까지 그런 식으로 가식적인 말을 내뱉는 거지? -내가 속이고 싶으면 속이는 거다. 란테르트는 될 대로되라는 심정으로 이렇게 내뱉었다. 그때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엄첨난 마법력이 란테르트가 있는 곳 으로 폭사되어 왔다. 란테르트는 차게 한차례 웃으며 검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마법의 방향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을 느꼈다. 거대한 불꽃의 덩어리는 곧바로 사피엘라를 향해 날아왔다. 소리를 들어보니, 비록 정념계 마법인 플레임 스피어 였으나, 그 위력이 괴이 할 정도로 강한 것이 공격한 사람의 마법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피엘라는 그 마법이 자신을 공격한 것이라는 것에 경악했으나, 몸 이 얼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실드 조차도 펼치지 못한 채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고만 서 있었다. 에라브레는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가 보니 마법 을 사피엘라에게로 날려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히톨트였다. -다, 당신. 우리를 속였어.... 한편 란테르트는 이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함정이다. 함 장이다. 분명 거짓으로 그녀를 공격해 내가 대신 막게 하려는 수다. 뻔히 보인다.... 마음속으로 란테르트는 이렇게 외쳤다. 하지만, 몸은 마음을 따르지 않았다. 재빨리 몸을 날려 사피엘라를 뒤에서 안았고, 이내 엄청난 폭음과 함 께 등짝에 엄청난 통증이 밀려왔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의 옷의 등부분이 찢어져 사방으로 흩어지고, 란테르트는 그 충격으로 사피엘라를 안은 채 몇 바퀴나 바 닥을 굴렀다. 비록 그의 엄청난 마법력이 몸을 보호해 주었으나, 창졸 지간에, 그것도 직격으로 맞은 터라 상처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란.... 란테르트.... 사피엘라는 방금 전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자심을 안고 있는 란 테르트를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몇 차례 구른 터에 팔다리에 경미한 상처를 입기는 했으나, 그리 심하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있는 힘껏 달려 사피엘라와 란테르트가 있는 곳으로 왔 다. 먼저 언니를 한차례 바라보고는 아무 이상 없자 고개를 돌려 란테 르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어느새 기운을 차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후들 거리며 간신히 일어나는 모습이 조금전의 마법에 커다란 타격을 입은 듯 했다. 그는 간신히 일어서자 마자 곁에 떨어져 있는 장검을 집어들었다. 그 리고는 한참 동안이나 피를 토해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우리 사이의 원한은.... 조금 후에 계산하기로 하겠습니다.... 히톨트와 다른 마법사들은, 일격에 상대가 부상을 입자 와 하는 환호 성을 내지르며 란테르트에게로 달려들었다. -이 녀석. 어서 책을 내놓아라. 히톨트가 앞으로 나서며 이렇게 외쳤으나, 란테르트는 차가운 표정으 로 그를 바라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에라브레가 그에게 따지듯 물었다. -왜, 우리 언니를 공격한 거야? 그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던 것이 아닌가? 이 녀석은 강해.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한 두 사람쯤 죽어서야 간신히 이 녀석을 잡을 수 있었을걸? 사피엘라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외치듯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녀는 이제서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란테르트는 언제나 자신이 보아왔던 그대로의 사람이었다. 결코 자신들을 이용하기 위해 거짓말 을 했던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사심 없이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방금전 굴렀을 때의 충격으로 아직 머리가 띵해 에라브레의 어깨를 붙잡고 간신히 서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눈만은 눈앞의 사 람들을 노려본 채 였다. 사피엘라는 이제서야 란테르트가 한 말이 생각났다. 부모라도, 형제 라도 믿지 말라던 그 말이.... 후회가 막심했다. 이 모두가 자신이 바 보같이 그들의 이야기에 속았기 때문이 아닌가.... 반면 란테르트는 지금 심장이 얼어붙은 듯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언 젠가도 한 번 느껴본 심정이다.... 자신의 손으로 스승을 죽일 때 느 꼈던 느낌. 다시 한 번 손에 흑기를 모았다. 데스틴 더 비. 이 마법의 이름이다. 흩어진 마왕 엘디마이어의 파편인 파혼의 마법. 가르지 못하는 것이 없는 마계 최강의 마법.... 검은 어느 사이엔가 흑기에 뒤덮여 버렸다. 흑기는 불쑥 솟았다가는 다시 검 주위로 모여들며, 꿈틀거리는 것이 한 마리 흑사가 검을 휘감 은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그런 그의 모습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평 범한 케릭팅 마법이려니 하는 생각에 경계를 강화할 뿐이었다. -이제와 그런 마법을 사용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란테르트는 히톨트의 말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럴까요? 당신은, 내가 보기에 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 보다는 약할 것 같은데요. 그의 목에 구멍을 낸 이 마법으로 당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까요? 이 말과 동시에 란테르트는 검을 히톨트라는 남자에게로 던졌다. -이, 이게? 잠시 흑기가 번쩍 하는 듯한 느낌이 듦과 동시에, 히톨트는 아랫배가 허전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돌연 몰려온 통증에 고개를 숙여 바라보 니, 아랫배 언저리가 이미 검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무.... 무슨 마법..... 이 말도 채 못다한채, 그는 앞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란테르트가 던진 검은 그대로 곧바로 날아 조금 떨어진 바위에 절반 이상이나 박혀 버렸다. 다른 마법사들은 이런 모습에 질려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 다. 란테르트는 그런 기색을 느끼며 다시 한차례 마법을 일으키기 시작했 다. -피보다 더 붉은 자여,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진홍의 화염이여, 어둠 의 땅에 조각난 그대의 힘을, 지금, 그대의 이름을 아는 자에게 맡겨 라.... 마법사들은 그가 지금 무슨 마법을 외우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 다. 하지만, 사피엘라는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에 무언가 엄청난 일 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란테르트라는 사람이 무서워지는 것이 싫었다. 더 이상 자신 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 싫었다. 그가 사람을 죽이는 것 이 싫었다. 그는 이전의 잘 웃고 아는 것 많은 나그네인 채로가 좋았다. 히톨트의 몸이 일검에 꿰뚫리는 모습에, 사피엘라는 경악했다. 검으 로 사람의 몸을 뚫는 것은 보통의 전사라면 모두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검을 던져 상대의 몸을 뚫고, 더 나아가 바위에 검을 박히게 하는 것은,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게다가, 이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마법을 사용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떠할까.... 사피엘라는 황급히 걸음을 옮겨 란테르트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힘 껏 그를 안았다. 눈물이 흘렀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그러지 말아요.... 더 이상....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말아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가 자신을 안음에 크게 당황했다. 마법을 완성 하기 직전, 몸의 방어력이 크게 약화된 순간에 그녀가 자신의 몸을 부 여 잡은 것이다. -뭐, 뭐야.... 그는 놀라 엉겹결에 이렇게 외쳤다. 하지만, 사피엘라가 흐느끼며 중 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무언가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이 돌아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가슴팍이 축축이 젖어듬을 느 꼈다. 그녀의 눈물에.... 주문은 흩어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마법사들도 어디론가 모두 뿔뿔 이 도망쳐 버린지 오래였다. 란테르트는 순간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 했다. 어질 한, 그리고 무너지는 듯 한 느낌과 함께 그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어느 사이 앤가 해가 져버렸다. 에라브레는 곁에서 울다 지쳐 쓰러져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런 자신의 동생과, 또다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란테르트 를 바라보며 사피엘라는 망연히 앉아 있었다. 이미 사피엘라의 치료 술에 어느 정도 상처가 치료되어서 인지, 란테르트의 표정은 그런 데 로 평온했다. 모든 것이 이상했다. 지금, 어딘가 다른 세상에 앉아 있는 것만 같았 다. 사람이 죽었다. 사람이 죽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마을 의 한 할머니가 침대에서 숨을 거두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 만, 그 모습은 평화스럽기 그지없었다. 비록 헤어진다는 슬픔이 없지 는 않았으나, 한편으로는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광경이었다. 사람이 죽은 모습도 본 적이 있었다. 시체 두 구를 자신의 손으로 매 장까지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조금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내가 한켠 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다. 괴로워하며 죽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리 고 죽이는 모습도 보았다. 손을 쓸 당시, 란테르트의 표정은 얼음이었다. 비록, 일전에 만난 금 발의 마법사인 이하리나의 표정이 차가운 편이었으나, 오히려 조금전 의 란테르트의 그것에 비하면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비단 표정이 차가 울 뿐만 아니라, 그의 몸 전체에서 괴이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 다. 사피엘라는 그런 그의 모습에서,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처음 수행 을 나오자 마자 길가에 널브러진 시체를 발견하고 또 그들을 땅에 묻 었을 때 느꼈던 두려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두달간이나 함께 했던 란테르트의 얼굴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피엘라는 잠들어 버리고 싶었다. 이런 공포에서 벗어나 죽음과도 같은 잠을 자고 싶었다. 흡사 무서운 꿈을 꾸고 일어난 어린아이와 같은 느낌이었다. 어린아 이는 무서워 엄마에게로 달려간다. 현실이고, 무섭지 않은 곳이다. 하 지만 자신은.... 그 달아나야 할 현실이 바로 무서운 꿈이 되어 버렸 다. 그렇다면 어디로 달아나야 할 것인가? 사피엘라는 잠들고 싶었다. 하지만, 극도로 날카로워진 신경에 정신 은 그 어느때 보다도 맑았다. 그녀는 란테르트의 몸 위에 엎드려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몽 롱해지는 정신과 함께 잠이 들어 버렸다. ------------------------------------------------------------------ 후기.... 추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요.... ps.... 할일도 없는 주제에 학기초는 왜이렇게 바쁠까요?.... _____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825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7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3 07:47 읽음:178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고요.... 적막....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밤,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세 남녀 때문에 이 일대는 숨소리조차 내기 미안할 정도의 침묵이 내 리 앉아 있었다. 잠시 후, 한 사내 위에 상체를 엎딘채 자던 여자가 몸을 일으켰다. 어느덧 동편이 히끄무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자 마자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얼굴이 온통 눈 물에 엉망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남자의 가슴팍에 묻어있던 피가 찐 득하니 얼굴에 묻어 버렸다. 그 여자는 근처에 있던 조그마한 샘으로 가 간단히 얼굴과 팔뚝을 닦 았다. 판에 박힌 몸동작으로 씻고 또 씻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녀는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오랫동안 그런 행동을 하던 그녀는 다시 걸음을 옮겨 다른 여자에게 로 다가갔다. 앉은 듯 누운 듯 자고있는 자신의 동생을 잠시 바라보다, 동생의 몸 을 바로 뉘었다. 그러는 사이 동생이 깨어났다. -어, 언니.... -더 자렴. 라브에.... 평소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차분하고 자애로운 목소리로 언니가 답했다. 동생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충분히 잤어.... 그보다 란테르트.... 오빠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사피엘라는 살짝 미소 지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은 것 같아. 사피엘라는 동생의, 아니 사람의 목소리를 듣자 한결 마음이 안정됨 을 느꼈다. 다시 한차례 고개를 돌려 누워있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꺼야? 에라브레의 물음에 사피엘라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이 말에 갑자기 전날의 란테르트의 모습을 떠 올렸다. 약간 두려운 생각이 들어 언니의 품으로 안기며 말했다. -나.... 무서워.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가 말했잖 아.... 우리 사이의 원한은 잠시 후에 계산하기로 하겠다고.... 사피엘라는 에라브레를 안은 채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에라 브레의 말을 부정하는 몸짓은 아니었다. 다만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기 에, 그녀는 머리를 흔들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우리 때문에 그가 그런 상처를 입은 거 야.... 아저씨가 언제나 말씀 하셨잖아. 자신이 한 일은 자신이 책임 지라고....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지만, 그가 화를 내면? 우리를.... 우리를 죽이려고 하면? 사피엘라는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닐 꺼야.... 그는, 그는 좋은 사람이잖아.... 좋은 사람? 사피엘라는 스스로 이렇게 말해 놓고도 정말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사실, 밤새, 동생과 함께 달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로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듣고 싶었다. 란테르트 에게서 사건의 진상을, 완전한 사실을 듣고 싶었다. 어느덧, 태양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빛이 기묘한 푸른빛 을 띄었다. 회색인 듯한 파란색이었다. 란테르트는 서서히 정신이 들었다. 언젠가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두달쯤 전.... 한차례 기절했다 일어나 보니 곁에 자신을 돌봐주는 자매가 있었다. 자매들이.... 그는 마지막 순간에 무언가 오해가 있었음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두 자매는 경험이 없는, 순진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다. 속았을 것이다.... 자신이 언 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란테르트는 마음이 쓰라렸다. 분명 떠났을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막 대하며 화를 냈는데.... 사람을 죽이고, 노기 어린 눈길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는데.... 떠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언젠가부터 자신은 혼자였다. 지독할 정도로 외로웠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부터인가.... 두 자매가 곁에 있었다. 이것이 행복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슬프다. 그녀들이 자신을 오해한 채로 이렇게 떠나버린 것이 슬펐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제 깨어났나 보군요.... 상처는 좀 어때요? 사피엘라의 목소리였다. 언제나와 같이 목소리에 따뜻함이 녹아 있었 다. -괜찮아요? 많이 아프죠?.... 에라브레의 목소리였다. 아직 아이 티를 못 벗은 귀여운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근심이 담겨있다. -아직.... 가지 않았구나.... 란테르트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충만했다. 갑자기 두달 전의 에카숲으 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피엘라가 차분히 답했다. -버리고 떠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그런 일을 겪고도.... -아직은 떠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한가지.... 란체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이렇게 말했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저으기 불안감을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한가지.... 라니? 사피엘라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입을 다물었고, 그런 그녀에게 란테르트는 더 큰 불안을 느꼈다. -숨김없이 이야기를 해 주세요. 이 모든 일은 우리 자매로 인해 일어 난 거예요. 당신에게 정말로 미안함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이야기 해 준 것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에게 속은 거예요. 당신이 얼버무려 해 준 이야기보다, 그 히톨트라는 사람 이 이야기 해 준 것이 더 사실 같았어요. 사피엘라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잠시 쉬었다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대로 떠날 꺼 에요. 그녀의 말에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가 오히려 이렇게 물었 다. -왜, 내가 기절한 사이에 떠나지 않았지? 사피엘라는 그의 물음에 천천히 답했다. -그건.... 당신을 오해한 채로 헤어지기 싫었어요. 그리고 더 이상 당신을 오해하고 싶지 않아요. 란레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뜻 인 것 같았다. -4년전.... 어쩌면 5년전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지.... 한 철모르는 남자아이가 있었어.... 갓 15살을 넘긴 그 남자아이는, 별로 행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 12살 때 클라우젠에 들어갔었을 정도니 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동시에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클라우젠, 폐쇄된 도시.... 이름은 도시 였으나, 도시가 아닌 감옥이었다. 위다 에 있는 감옥으로, 가장 악랄하고 흉악한 범죄인들만을 가두는 곳이었 다. 어떻게 해서 그가 그곳에 갔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행복하지 않 았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어떤 말못할 사정이 있는 듯 싶었다. 란테르트는 계속해 이야기를 했다. -15살 때.... 그 소년은 무슨 일로 엄청난 상처를 입고 버려졌어.... 만신창이가 된 몸이 쓰레기장에 던져졌으니, 말 그대로 버려진 것이 지.... 그리고 그런 그를 구해준 한 사내가 있었지. 이름은 에날트 제 날튼 이라고 했어. -그가 그럼 정말로 당신의 스승인가요? 에라브레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스승이지.... 내게 검술과 마법을 가르쳤으니까.... 분 명 스승이지.... 란테르트는 이 말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다시 그 날을 생 각하는 모양이었다. 자신에게 검을 겨누며, 도구일 뿐이었다고 말하는 그를.... -그는 상처 입은 내 몸을 치료해 주었지.... 상처 입은 마음도.... 비록 항상 차갑게 대했지만, 언제나 극진했어.... 내가 조금이라도 위 험한 일을 하면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었지.... 내 부모도 그보다 더 나를 걱정하지는 않았을 꺼야.... -그런데 왜 그가 당신에게 독을 사용했죠? 사피엘라가 이렇게 물었으나,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앞질러 가지 말라는 뜻 같았다. -나는 그를 존경했었어.... 엄청난 검술과 마법력.... 게다가 어느 것에도 굴하지 않는 강직함.... 약자에 대한 상냥함.... 파모로아 초 기에 있었다던 기사의 모습 그대로였지. 나는 그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 그는 열성적으로 나를 가르쳤고, 나는 그 이상으로 열심히 배 웠지. 내게 온 정성을 다쏟는 그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실력은 나 날이 향상되어갔고, 그는 몹시 기뻐했어.... 나는 그가 즐거워하는 모 습을 보는 것이 즐거워 다시 검을 휘둘렀고, 다시 실력이 늘었고, 그 는 기뻐했어.... 하지만, 내 마법력의 진보는 매우 느렸지.... 왠지 알아? 곁에서 그를 지켜보던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의 실성한 듯한 모습 에 넋을 잃고 있다 돌연 들려온 그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란테르트는 자매들에게서 대답이 없자 돌연 손을 치켜들었다. 지면과 수평으로 손바닥을 위로 한 채 잠시 있었고, 돌연 그의 손바닥 위에서 흑색의 불꽃이 타올랐다. 가볍게 그가 그 불꽃을 휘감듯 하며 손을 앞 으로 밀자, 그 검은 기운은 앞으로 곧바로 날아가더니 가까운 땅바닥 에 처박혔고,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바닥에 큰 구덩이가 패였다. 두 자매는 란테르트가 보인 엄청난 마법력에 할 말을 잊은 채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 그게 무슨 마법이지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에라브레는 비록 자신이 익힌 것은 적었으나, 거의 모든 공격 마법을 알고 있었다. 분명, 흑색의 구체 모양을 한 마법은 없었다. -50여년전의 마법 대전으로, 세상에 한 종류의 마법사들의 대가 끊겼 어. 마계 마법이지. 이게 바로 마계 마법이야.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동시에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악마들이 사용했다는, 그 전설의 마법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나크젤 플레아.... 이 마법의 이름이지. 아주 미약하게 펼친 것으 로, 내가 온힘을 다해 펼치면 정령계 화염 마법 이상의 힘을 낼 수 있 어. -그런데 그게 마법력의 진보와 무슨 상관이 있죠? 에라브레는 조금전 란테르트가 한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사실, 내 마법력은 그의 밑에서 크게 진보했어. 하지만, 겉으로 보 기에는 거의 나아지는 바가 없었지.... 그건 바로, 그가 내게 가르친 마법의 신계 마법이기 때문이야. 바로 너희들이 사용하는.... 마계 마 법이나, 신계 마법을 먼저 익히고 그 반대편을 익힐 경우, 몇 배 이상 의 힘과 노력이 필요하지. 나같이 마계 마법을 오랫동안 익힌 사람이 신계 마법을 익힐 경우, 정신계 마법을 익히는데, 정념계 마법을 익히 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그렇군요.... 두 자매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고, 란테르트는 계속해 하던 이야기 를 했다. -아무튼, 그는 내 마법의 진보가 더딘 것을 보고 언제나 우울한 표정 을 지었어.... 독촉하기도, 달래기도 했으나, 나라고 어쩔 수 있는 일 이 아니었지.... 다만, 그가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할 뿐이었어.... 그렇게 하다 보니 나날이 마법을 익히는 속도가 빨라지더군.... 이미 마법력 자체는 충만했기에, 그 운용 형식을 신계 마법에 맞추기만 하 면 됐고, 몇 가지를 깨닫게 되자 엄청난 진보를 이루게 되었지. 그게 약 1년전의 이야기야.... 그는 내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자 아주 만 족한 얼굴을 한 채 나를 용병단에 입대시켰지. 나는 그의 기뻐하는 얼 굴을 보기 위해 그곳에서도 열심히 수행에 정진했어. 그때까지 배운 모든 기술을 실전에 응용하는 법을 배운 거지.... 그전에 비해서는 쉽 더군.... 그곳에서 6개월 가량 있던 나는 스승이 불러 다시 그에게로 찾아갔어. 그는 그 후로 6개월 동안 다시 이런 저런 수행을 시켰지. 내 기술을 완숙된 경지에 이르게 하려는 것이었어.... 사피엘라는 들으면 들을수록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왠지 사람을 기르는 것이 아닌 어떤 도구를 만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받은 그 느낌은 사실 그대로 였다. -그리고는 그가 내게 말했어. 너는 이제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다 고.... 하지만, 이대로 계속 있으면 자만에 빠질 염려가 있으니, 다른 강한 사람과 한차례 겨루어 보라고.... 마침 잘 아는 사람이 있으니 한 번 찾아가 보라고.... 그란 라가엘에게. -그래서 그와 싸우게 된 것이군요. 사피엘라는 이 얽힌 사건의 절반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듯,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리고는 몇 가지 물건을 싸 주었어. 찻잎과 몇 개의 식기, 담 요.... 혼자 여행을 할 때 필요한 물건들이었지.... 흡사, 여행을 떠 나보내는 어머니와 같았어.... 내가 물었어. 이 찻잎은 어디다 쓰는 거냐고.... 나는 평소 차를 즐기지 않거든.... 그는 언제나 처럼 미소 지으며 답했지. 우리 일문은 언제나 상대와 겨루고 난 후 차 대접한 다, 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알겠다고 말한 후, 그란 라가엘을 찾아 갔어. 개인적으로 대결을 신청했고, 그런 사정을 이야기했지. 그는 젊 은 사람이 훌륭하다며 에카숲에서 단둘이 만나자고 했지. 나는 스승이 절대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기에, 그에게 에날트라는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았어. 사피엘라는 여기까지의 이야기가 그 히톨트라는 사람이 이야기한 것 과 별로 다름이 없자,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날이 왔고, 나는 그를 만나러 에카숲으로 갔지. 역시 대현자는 대 단하더군.... 아무리 강하게 부딪히고, 또 온갖 꾀를 내어 상대해도 시종 그를 제압할 수 없었어. 하지만, 내가 밀리는 상황도 아니었지. 마법력은 아무래도 내가 익힌 햇수가 짧아 약했으나, 나는 검도 쓸 줄 알았기에 그럭저럭 평수를 이룰 수 있었어. 60을 넘은 대 현자와 이제 겨우 20살밖에 되지 않는 마검사가 평수를 이루었다. 만약 란테르트를 모르는 사람이 이 말을 들었다면, 그가 허 풍을 떨고 있다며,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한차례 싸움이 끝난 후, 그 노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칭찬 하더군. 나는 그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었지. 그리고는 스승이 했던 이 야기가 생각났어. 차를 대접하라는. 에라브레가 급히 물었다. -그럼, 그 차가 바로 그 독이였나요? 란테르트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둘은 한켠에 앉아 내가 끓인 차를 마셨지. 그는 내 게, 차를 끓일 줄 모르는구먼, 이라고 넉살좋게 농을 건넸지. 맛이 없 던 모양이야. 그때였어. 그가 찻잔을 놓치며 내게 소리쳤지. 이 비열 한 녀석.... 내가 그렇게 네게 잘대해 주었는데.... 나와 무슨 원수를 졌기에.... 라고. 나는 잠시 그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어. 하지만 일순간 후, 내 눈이 점차로 침침해져 오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 지. 크게 놀란 우리 둘은 우왕 자왕 하며 몇 차례나 돌부리에 채여 땅 을 뒹굴었지. 순간,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란 라가엘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어. 나는 순간 적이 그와 나를 노리고 공격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황급히 검을 꺼내들고 외쳤어. 무엇 하는 녀석이냐? 라 고....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이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 을.... -그때, 아주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지.... 멍청한 녀석.... 차를 대접하라고 했지, 언제 마시라고 했느냐, 라는.... 동시에 나를 공격 해 왔고, 나는 서둘러 막았어.... 잠시간 다툰 끝에 나는 몸 두군데에 큰 상처를 입었고.... 마지막 일격으로 그 상대를 죽일 수 있었어.... 사피엘라가 그의 말에 중얼거리듯 물었다. -그 남자를.... 그를 죽인 것은 당신이었군요.... 그런데 왜 그때 보 지 못했다고 했죠? 이렇게 묻던 사피엘라는 곧바로 다시 이렇게 말했다. -사실이군요.... 눈이 멀었으니 보지는 못했겠죠....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정말 미안해.... 하지만, 그때로서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해 줄 수 없었어.... 나중에.... 나중에 기회가 온다면 모두 말해주려 했는 데.... 사피엘라는 그의 사과에 흔쾌히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지금 기회가 왔잖아요. 그리고, 모두 말해 주었고.... 믿어 요, 당신의 이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에라브레도 곁에서 한마디했다. -나도 믿어요. 나도 언니도 오빠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란테르트는 자매들의 말에 몹시 고마워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나는 사람을 잘 믿지 않아.... 그렇기에, 내 스승이라는 사람에게도 내가 마계 마법을 익혔다는 사실을 끝내 가르쳐 주지 않았 었지.... 하지만.... 너희 둘은 믿겠어. 설사 너희가 나를 죽이려고 내 심장에 검을 겨누어도.... 나는 너희를 믿겠어.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의 말에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선 조금 더 쉬세요. -그래요. 아직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을 텐데.... 란테르트는 그녀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 고 오래지 않아 잠이 들었다. 두 자매는 서둘러 아침을 만들었다. 그리고 가까운 마을에서 옷을 한 벌 구해왔다. 란테르트의 옷의 등부분이 전날 사피엘라를 공격하던 히 톨트의 마법을 막아내다 갈가리 찢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사피엘라는 돌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처음 그를 에카숲에서 발견한지 한달 가까이 지나도록 단 한차례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던 추 적자들이 왜 근래 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일행을 괴롭혔는지 하는 점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 그대로 잊어 버렸다. 사실 그 이유는, 바로 그전 소피카에서 왕자를 구해준 일 때문이었 다. 그때 이후로 세상에 란테르트라는 이름이 퍼졌고, 그 때문에 그들 이 란테르트의 위치를 추적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비온 후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들 세 사람은 이 일을 계기로 훨 씬 더 가까워 졌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한점 남아있던 그에 대한 의혹을 말끔히 씻어 버렸고, 란테르트는 그녀들을 완전히 신용하게 되 었다. ----------------------------------------------------------------- 후기.... 언제나 그렇지만.... 왜 내가 쓴 글은 뒤로갈수록 지리해 지는 걸까요?.... 뭐, 그래도 열심히.... 드디어 첫째장 조회수가 100을 넘었습니다....(T_T) 생장히 기뿌근요.... 여전 읽어 주시는 분께는 감사.... 그럼..... 이만.... ______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Water Fairy...._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830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8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4 06:11 읽음:177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3일 동안 일행은 북으로 걷고 또 걸어 모로스 항에 도착했다. 계단형 도시인 모로스 항에서, 일행은 하릴없이 하루를 보냈다. 건너 편 항구인 겔버스턴으로 떠나는 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 이, 한창 에노사와 소피카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부풀어 오를 때까지 부푼 풍선처럼, 살짝 건들기만 해도 폭발할 지경이었다. 대 통일 전쟁기, 대륙 통일 전쟁기, 영웅전쟁기 등의 여러 이름으로 후세에 불리우게 되는 이 시기의 전쟁은, 사실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느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세금이 많아진 것을 투덜거 릴 뿐이었다. 정규군이 거의 용병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강제로 징병 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힘든 것은, 전쟁이 일어나 는 지역으로, 엄청난 약탈로 마을 하나가 사라져 버리는데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 다음날이 되어서야, 일행은 간신히 배를 구할 수 있었다. 돛대 하 나짜리의 배로, 날트 라는 뜻모를 이름이 붙어 있었다. 사피엘라는 여전히 배타는 것을 꺼렸다. 워낙 에노사-소피카 해협이 잔잔해 사피엘라는 전혀 뱃멀미를 겪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배가 작다 는 이유로 불안해했다. 사실, 날트라는 이름의 이 배가 작은 편은 아니었다. 비록 돛대는 하 나 뿐이었으나, 두폭의 커다란 돛과, 선미와 돛대 사이의 커다란 삼각 형의 돛을 가지고 있는 중급 범선이었다. 다만, 지금까지 사피엘라가 타 본 배들 중 가장 작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사피엘라가 노골적으로 투정을 부린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언제나처럼 조용조용 했으나, 다만 은연중 그런 기색을 내비칠 뿐이었 다. 비록 역풍이었으나, 겨우 한나절 항해한 끝에 일행은 겔버스턴에 도 착 할 수 있었다. 겔버스턴은 뒤쪽을 감싸고 있는 하얀 절벽이 인상적 인 항구였다. 항구에 들어서자 마자, 란테르트가 말했다. -무기상에 한 번 들러야 갰다. 한창, 흰 절벽에 시선을 빼앗겼던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시선을 그 에게로 옮겼다. -왜요? 에라브레가 묻자, 란테르트가 살짝 웃으며 답했다. -검을 한 자루 새로 구입하게.... -왜요? 벌써 검이 낡았나요? 사피엘라가 시선을 그의 검으로 향하며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누가 사준 검인데.... 하르검은 검중 최고야. 게다가, 나는 그리 험하게 싸우는 편이 아니거든. -그럼 누구의 검을 사려고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란테르트가 간단히 답했다. -에라브레, 네 검. 그의 말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의 검을 꺼내 들었다. 날의 길이가 세뼘 남짓한 가느다란 소검 이었다. 그 검은 처음 그녀가 검을 익히기 시작할 때 란테르트가 사 준 것이었다. -하지만, 이게 있잖아요. -그건 연습용 소검이야. 물론, 소검술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잘 몰 라. 레이피어같은 찌르기용 검을 하나 사야겠어. 언제까지나 연습만 할 수는 없잖아. 그의 말에 에라브레는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이제 검을 들고 싸울 수 있는 건가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은 안돼. 장검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을 때까지는, 절대 금지 야. 사피엘라는 곁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기뻐해야 할지 아닌지를 구 분하기 힘들었다. 동생의 실력이 늘었다는 대에는 기쁜 마음이 들었으 나, 그 실력이 는 대상이 사람을 찌르는 검술이라는 대에 대해서는 불 안감이 앞섰다. -소검술 만으로도.... 방어는 충분하잖아요. 곁에서 사피엘라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 였다. -물론 보통의 상대를 맞을 때야 가능하겠지.... 만약, 고향에 머물며 평범한 생을 살아가려 한다면, 지금 이 정도의 기술이면 충분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사피엘라에게 물었다. -평범하게 살아갈 자신 있어? 란테르트의 물음에 사피엘라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 질문은 자신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란테르트의 물음은 에라브레가 평범하게 살아갈 것 같으냐는 말이었다. 사피엘라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며 답했다. -아마.... 힘들꺼에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대답에 미소지어 동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평범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좋겠지.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스스로만이 스스로를 속박할 수 있게 만들어야해. 그리고 그 러기 위해서는, 자유를 지킬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야기를 계속 하는 사이에, 일행은 어느덧 무기상에 도착했다. -무얼 찾으십니까? 검인가요? 아니면 마법 도구? 일행의 모습에 그들의 직업을 대강 추측한 나이든 점원은 이렇게 물 었고, 란테르트가 간단히 답했다. -여성용 세검細劍 한 자루 부탁합니다. 아직 연습중이니 좋은 물건은 필요 없습니다. 500 하르 내외의 물건을 보여 주십시오. 점원은 란테르트의 말에 약간 찹찹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평소, 경 험 많은 유랑인 들과 상인들을 가장 싫어했다. 가격을 속일 수 없고, 쓸모 없는 물건을 떠넘기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노련한 분이시군요. 그럼 이중 골라 보십시오. 상점 점원은 속이겠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둔채로, 쓸만한 검 세자루 를 눈앞에 내놓았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 검들을 보며 와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그 녀들은 지금까지, 란테르트의 검과 그와 겨룬 사람들의 검만을 보았는 데, 모두 투박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중 가장 화려했던 것이 사 이트나의 검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이 눈앞의 세자루의 검에 비하면 소 박하다 할 만 한 것이었다. 란테르트는 가볍게 미소지으며 한 자루씩 집어들었다. 휘어 보기도, 한차례 손가락으로 퉁겨 보기도 하던 그는 가장 오른쪽에 있던 것을 집어들었다. 파란 손잡이에 은색의 검막이를 가진 세검 이었다. -역시 탁월하십니다. 명장 파소가에서 기술을 배워 이 근처에서 대장 장이 일을 하고 있는 라이고스 가의 검입니다. 가격은 700하르입니다.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에라브레는 신나 검을 손에 들고 조그맣게 원을 그리기도 하며 검을 바라보았으나, 사 피엘라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비싸죠? 란테르트의 검은 100하르밖에 안하잖아요. 그녀의 말에 상점 점원은 고개를 돌려 란테르트의 검을 바라보았고, 이내 웃음띤 얼굴로 말했다. -아가씨, 저 사람의 검은 하르 제입니다. 하르 검은 원래 비싸야 1000하르를 넘지 않습니다. 이 검은 강철제로, 아주 뛰어난 검입니다. 사피엘라는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고, 그때 란테르트가 곁에서 말했다. -적당한 가격이야. 내가 조금 있다가 설명해 줄게. 그제서야 사피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은화 7개를 내어놓았다. 점원의 안녕히 가라는 인사말을 뒤로한 채 일행은 다시 거리로 나왔 다. 에라브레는 새 검이 몹시 근사해 보여 이리 저리 훑어보며 사피엘 라 곁을 따라 걸었다. 사피엘라는 동생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덩달아 즐거워 졌다. 하지만, 어린아이 장난감치고는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그녀는 에라브레가 검을 수련하는 것을 취미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란테르트의 모습을 동경하여 한때 흥이 동한 것 정도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전 700하르 내놓기를 머뭇거렸던 것도 같은 이유 에서였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에게서 말이 없자, 먼저 입을 열었다. -하르는, 흔한 금속이야. -예? 사피엘라는 에라브레의 검에 대해 생각하느라 란테르트의 말을 잘 듣 지 못하였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차례 웃어 보이고는 다 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르는 대륙 전체에서 가장 흔한 금속이야. 제련하는 방법에 따라 단단하게도, 무르게도 할 수 있어 쓸모가 아주 많지. 하르로 만든 검 은 몇몇 이름난 검을 제외하고는 가장 쓸 만 해. 내 검도 하르 검이 고. -그런데 왜 라브에에게는 하르제 검을 사주지 않았어요? 싼데다가 뛰 어나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잖아요. 사피엘라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하르제 검은 어느 정도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깨져. 부러지 거나 잘리는 것이 아니라 깨져 버리지. 그런 이유로 어느 정도 이하로 얇은 검은 하르로 만들지 않아. 한마디로, 에라브레가 쓸만한 검중 하 르제 검은 없다는 뜻이야. 어느새 곁에서 듣기 시작한 에라브레가 끼여들었다. -그렇다면, 이 검으로 하르 검과 부딪히면 당해내지 못하겠네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되물었다. -검으로 공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했지? -타점에 정신을 집중하라. 란테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완전히 외운 듯 곧바로 답했고, 곧바 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내 검이 조금 더 약하다 하더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이상의 힘을 낼 수 있다는 뜻이군요.... 란테르트는 빙그레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게다가, 이런 세검은 다른 검과 부딪힐 일이 거의 없어. 아니, 부딪 히면 안돼. 속도를 생명으로 하는 세검이 다른 검에 막혀 버리면, 그 싸움은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사피엘라가 곁에서 말했다. -그렇다면, 그 검술은 방어용 검술이 아닌가요? -방어는 공격을 통해서 해. 계속해 공격해 들어가면, 상대가 나를 공 격할 틈이 없는데, 무슨 방어가 필요해? 란테르트의 계속 공격함에 방어가 필요 없다 라는 말에 에라브레는 신나 싱글벙글 했으나, 사피엘라는 안색이 조금 변하며 말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잖아요. 마법도 공격 마법이고, 검술도 그런 것 을 가르친다면.... 평생 다른 사람들과 다투며 살라는 건가요? 란테르트가 그런 사피엘라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타이르듯 말했 다. -꼭 힘을 가지고 있다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꼭 사용해야 할 때 힘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어? 나를 봐. 만약, 내가 힘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이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었겠어? 사피엘라는 비록 그의 말에 수긍하지는 않았으나, 반박할 다른 말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사피엘라의 이 말은 왁자지껄 떠드는 에라브레와 란테르트의 목소리 에 묻혀 버렸다. 사피엘라는 힘이라는 것이 무서웠다. 란테르트가 보 여준 그 힘에서, 경외심을 느낀 에라브레와는 달리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 에라브레가 란테르트와 같은 사람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하기 도 싫었다. -그래도.... 그런 건 좋지 않잖아요.... 조그맣게 한숨 섞인 한마디는 어느 샌가 들리지 않게 되어 버렸다. ----------------------------------------------------------------- 후기.... 별 내용없는 한장 이었네요.... 그런데.... 어째서 6장만 독주 중일까요? 홀로 조회수가 100..... 이해 할수 없어요.... 이해가....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요.... ______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Water Fairy...._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834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9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5 05:59 읽음:1796 관련자료 없음 ----------------------------------------------------------------------------- 비록, 사건의 주모자 격인 히톨트를 죽였으나, 이미 퍼져버린 소문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에노사에 도착한지 이제 겨우 5일이 지났건만 벌 써 세차례나 습격을 받았다. 다행이 모두들 실력이 형편없어서 별다른 고생은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란테르트는 또다시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생각이 떠올 랐다. -모르겠어.... 과연 이렇게 너희와 함께 다니는 것이 잘하는 것인 지.... 아주 늦은 시간이었다. 에라브레는 저녁때의 검술 수련에 지쳐 쓰러 져 잠이 들어 버렸고, 사피엘라만이 란테르트와 모닥불을 중심으로 마 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왜 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사피엘라는 서운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잠시 시간을 두어 답했다. -글세.... 두렵지 않아? 언젠가.... 아주 강한 상대를 만나.... 죽게 될지도 모르는데.... 란테르트의 물음에 사피엘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 보다 강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잖아.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위험해.... 나와 함께 다니는 것은....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속으로 이렇게 답했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이보다 백배 더 힘들고 위험하다 하더라도, 떨어져 있는 것 보다 더 즐겁다고.... 하지만, 이렇게 답하기는 부끄러워 말을 약간 돌렸다. -괜찮아요.... 어차피 수행을 나온 것인데.... 이 정도의 위험은 감 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란테르트가 또다시 이야기를 하려 하자, 사피엘라는 주제를 다른 쪽 으로 돌려 버렸다.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하지 말아요. 그보다 어렸을 때 이야기나 해 주세요. 그전에.... 클라우젠에 까지 갔다 왔다고 했잖아요.... 어 떻게 하다 그곳에 갔죠?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 다. 하지만, 이내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세.... 어떻게 하다 그곳에 갔을까?....열 세 살 때.... 언젠가 이야기했듯 나는 부두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열 두 살 때 집을 나 와 이곳 저곳을 전전 하다가 위다의 카에스 항에 정착했지.... 사피엘라가 여기까지 듣다가 물었다. -왜 집을 나왔나요? -그야.... 집이 싫었으니까. 사피엘라는 집을 나온 이유까지 묻고 싶었으나, 그냥 입을 다물고 계 속 이야기를 들었다. -한 일년 가까이.... 꽤 안정된 시간이었지. 비록 일은 고됐으나, 집 에 있었을 때보다는 훨씬 즐거웠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 아주 좋은.... 그는 좋은 이라는 말을 하며 약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이, 그 말을 반어적으로 사용하는 듯 했다. -그중 가장 친했던 녀석은.... 아무튼 그 녀석이랑은 굉장히 친해, 하루중 잠잘 때 빼고는 거의 붙어살았지....나보다 두 살 많았던 그는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치가 떨릴 정도로 싫어했는데, 그런 그 녀석 에게 돈을 벌 기회가 찾아왔지. 왠 어리숙한 귀족 녀석이 수행을 한답 시고 카에스항에 나타난 거야. 사피엘라는 여기까지 듣고 나자, 대강 그가 감옥에 갔던 이유를 추측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용히 입을 다문 채 란테르트의 이야기를 들 었다. -정말 어리숙한 녀석이었던 모양이야.... 검사이고, 또 수행을 나섰 다는 녀석이 겨우 열 다섯 살 먹은 애한테 살해당하다니.... 사피엘라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비록 말투는 조용했으나, 분노의 감 정에 격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당신에게 누명을 씌웠군요. 란테르트는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지....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시체와 함께 누워 있더군.... 내 몸에는 온통 피가 묻어 있었고, 한 손은 시체의 복부 정중앙에 박힌 단검을 잡고 있었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전날 누가 내 머리를 후 려친 것 같기도 했어.... 그 녀석은 나와 한방을 쓰고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 자신의 짐과, 내 짐을 모두 챙겨 가지고. 여기까지 말한 란테르트는 돌연 사피엘라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혹시 들어 봤어? 위다의 백작가문 다르나시안. 란테르트의 물음에 사피엘라는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적어도 위다 안에서 다르나시안 가문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그 살해당한 남자가 디르나시안 가문의 사람이었어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사피엘라는 잠시 모닥불을 바라보며 중 얼거렸다. -벌써 15년째 위다의 재상직을 맡고 있는 가문.... 일반 살인범이 클 라우젠에 갖힌것도 무리는 아니군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살짝 웃었다. 하지만, 사피엘라는 그런 그의 웃음에 마음이 쓰라렸다. 열 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그것도 누명으로 클라우젠에 갇히다니.... 클라우젠은 차라리 사형을, 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혹독 한 곳이었다. 온전한 성인도 1년간 그곳에 머물면 반쯤 미친다고 한 다. 죄수가 아닌 간수들 중에서도 그곳에서 생활하다 미친 경우가 있 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곳의 죄수는 모두 한결같은 판결을 받았다. 무기 징역, 절대 불감. 죽어서도 그 감옥을 벗어날 수 없었고, 단 일년도 형을 감해 주는 일 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빠져 나왔나요? 사피엘라는 갑자기 이점이 궁금해 졌다. 본래, 갇히는 사람들이 무시 무시한 만큼, 그 경비 도한 삼엄한데, 어떻게 탈옥을 할 수 있었단 말 인가? -마법으로. 란테르트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가 말한 마법이라는 것은 마계 마법 일 것이다. 신계 마법은 훨씬 후에 검술을 가르쳐 준 사람에게서 배 웠다고 했으니. 사피엘라는 다시 한차례 물었다. -언제 배웠죠? 더 어렸을 때 배웠나요? 란테르트는 몇 차례나 계속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얼버무리며 이야기를 끝냈다. -아니.... 늦었어, 피곤하지 않아? -아니요. 피곤하지 않아요. 사피엘라는 더 듣고 싶은 욕심에 황급히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으나, 터져 나오는 하품을 막을 수는 없었다. 생각해 보니 시간이 꽤 늦어 있었고, 몸은 이미 피곤해 졸음이 쏟아져 오고 있었다. -다음에 꼭 이야기 해줘야 해요.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에라브레 곁에 얌전히 누워 곧 잠이 들어버린 사피엘라의 기척을 들 으며, 란테르트는 한참동안이나 생각에 잠기었다. 또 다시 사람에 대 한 불신감이 머리를 쳐드는 순간이었다. 그때, 곤히 자고 있던 에라브레가 잠꼬대를 했다. 뭐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꽤 즐거운 모양이었다. 란테르트는 두 자매와, 지금까지 자신을 속이고 이용해 먹었던 사람 들을 번갈아 생각하며, 어느 샌가 잠이 들어 버렸다. -드디어 도착했어요. 리브르 성에 걸음을 들여놓는 순간 에라브레가 외친 말이었다. 리브르성은 에노사, 아니 대륙 전체에서 가장 큰 숲인 소코를 동남 편으로 낀 채 서 있었다. 팔 첨탑이라 불리우는, 여덟 개의 첨탑이 성 벽 위에 서있는 그리 크지 않은 성으로, 일행에게 소박하고 섬세하다 는 첫인상을 주었다. 지금 란테르트의 기분은 처음 메아가로 향했을 때와는 자못 달랐다. 그때에 비해 란테르트의 시력이 많이 좋아졌고, 계속해 나아지고 있었 기 때문이다. -굉장히 복잡하군요. 사피엘라는 거리에 가득찬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은 사실 그대로였다. 리브르성에는 그 성의 크기에 비해 너 무나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메아가 에도 사람이 많았으나, 성밖의 널따란 땅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리 많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게다가 메아 가만히 따로 독립하다 시피 성밖으로 나와 있어, 메아 가를 찾는 사람들과 레이니어성을 찾는 사람들을 분리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리브르성은 영주인 리브르 가가 바로 의가인 리브르가 여 서 성이 배나 복잡했다. 본래 성안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성안의 기반 시설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에 리브르 가와 리브르 가가 운영하는 약 재상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더해져 이런 엄청난 사람들의 홍수를 만 들어 낸 것이다. 리브르 가는 메아 가와는 달리 약재상 줌심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실 질적으로 환자를 접하고 치료하기보다는 뛰어난 약을 만들어 판매하는 쪽에 치중했는데, 이는 리브르 본가의 사람들이 영주로써의 사무를 돌 보느라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덕에, 일행은 그전 메아 가에서처럼 며칠씩 기다리지 않고도 곧바 로 리브가의 사람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메아 가의 편지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예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밖의 광경이 그러하듯, 리브르 본가의 성 내부 모습 역시 메아 가와 는 많이 달랐다. 메아 가가 약간 어수선하니 이런 저런 약냄새로 가득 했던 것에 비해 리브르성은 밟고 지나기가 미안할 정도로 잘 닦인 바 닥과 이런 저런 고풍스러운 조각들로 장식된 벽이 온 건물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나이를 지긋이 먹은 한 노인이 방안에서 방금 막 들어온 일행을 물끄 러미 바라보았다. 일행을 이곳까지 안내해 준 사람은 곧바로 밖으로 나갔고, 노인은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메아 가에서 이곳으로 와 보라 했다고? 사피엘라가 대꾸했다. -예. 독에 관해서는 리브르 가가 메아 가에 비해 더 뛰어나다며.... 사피엘라의 말에 그 노인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 하지만, 비단 독에 관해서 만이 아니야. 해부, 수술 같 은 쓸모 없는 부분을 제하고는 우리 리브르 가의 의술이 메아 가에 비 해 훨씬 낫지. 노인은 그 나이답게 자신의 집안에 대한 자부심이 몹시 강한 듯 하였 다. 당시, 사람이 아픈 곳에 칼을 대어 고치는, 즉 수술이라는 방법의 의 료행위는 비인간적인 수단으로 인식되어, 그의 말대로 쓸모 없는 것이 라고 불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효능을 무시할 수는 없어 어쩔 수 없는 환자에게 비밀스럽게 행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러한 수술이라는 방법에 가장 밝은 곳이 바로 메아가 였다. 메아 가는 리브르 가와 함께 대륙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의가였다. 그 두 가문의 의료실력은 어디가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여 서, 약리분야에 리브르 가가, 그리고 수술 분야에 메아 가가 조금 더 나을 뿐이었다. 그러니 노인의 말은 약간 과장된 것이었다. 사피엘라는 자세한 것은 몰랐으나, 그런 그 노인의 말에 살짝 웃어 주었다. 그 노인은 그녀의 웃음이 자신의 말에 찬성하는 것이라 생각되어서 였는지 더더욱 신나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메아 가의 의술은 우리 리브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한 것이지. 하지만, 지금의 가주는 너무 어려. 아직 조상 대 대로 전수되어온 의술조차도 채 다 익히지 못하였지. 에라브레는 이런 것들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고개 를 끄덕이며 연방 아 하는 말만을 내뱉었다. -그럼, 지금은 리브르 가의 의술이 메아가보다 훨씬 뛰어나겠네요? 에라브레가 이렇게 묻자, 노인은 바로 그 말이야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연신 흠, 흠 하는 헛기침만 되뇌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 노인이 의술을 정말 잘하긴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피엘라가 말했다. -저.... 우선 이 사람부터 봐 주세요. 사피엘라의 말에 그 노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독을 당했다고 했지? 하지만, 메아 가의 말에 의하면 세상에 나와 있는 독은 아니라던데.... 지금도 전혀 보이지 않나? 란테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노인의 물음에 답했다. -아닙니다. 지금은 아주 희미하게 보입니다. 겨우, 밝은가 그렇지 않 은가 정도의 차이 이지만.... 노인은 란테르트의 대답에 음, 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돌연 란테 르트의 팔을 잡아당겨 손끝에 바늘로 구멍을 내었다. -아야.... 란테르트는 워낙 창졸 지간에 일어난 일이라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잠시 그 모습에 잠시 놀랐다가, 소리를 내며 가벼이 웃었다. 란테르트가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이리라고는 상 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런 주위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은 채 그의 손끝에서 피를 몇 방울 받아냈다. 그리고는 방 왼쪽 벽에 있는 벽장에서 조그마한 병에 담겨있는 검푸른 빛의 이상한 액체 몇 방울을 피 위에 떨어뜨렸다. 그 러자 그 액체의 색이 노란 색으로 변했다. -음. 역시 그렇군.... 노인은 얼굴에 희색을 띄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기뻐하는 그를 보며 동시에 물었다. -알아 내셨나요? 노인은 그녀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분명 블라트나 꽃의 잎에 중독된거야. -블라트나 꽃? 그건 독이 아니지 않습니까? 란테르트는 그 꽃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이 이렇게 물었고, 의사는 음,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독은 아니지.... 하지만, 소금이라 해도 피에 이만한 양이 섞 여 있으면 독이라 할 수 있어. -먹어도 상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란테르트가 다시 이렇게 말했고, 노인은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란테 르트를 칭찬했다. -자네, 아주 박식하군. 블라트나에 대해 그렇게 소상히 알고 있다니. 어디다 쓰는지도 알고 있나? -잘은 모르지만.... 약으로 쓰인다고 들었습니다. -맞아. 약으로 쓰이지.... 나이 들어 눈이 침침해 졌을 때, 이 블라 트나 잎으로 만든 약을 복용하면 시력이 훨씬 좋아지지. 우리 리브르 가의 약재상에서도 팔고 있어. 브라이트 사이트라는 이름이야. 자신의 가문의 약선전까지 함께 한 이 노인은 한차례 허허 웃었다. 하지만, 에라브레는 이해 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 노인에게 물 었다. -그런데, 왜 그 꽃 때문에 눈이 먼 거죠? 시력에 좋은 약이라면 서 요.... -물론, 이 꽃잎에 들어 있는 성분은 눈에 아주 좋아. 그 원리는 노쇠 해 기능이 마비된 시신경을 활성화 시켜 주는 것이지. 하지만, 그 양 이 과하면 오히려 시신경이 마비되어 버려. 사피엘라가 물었다. -어떻게, 한 번에 그가 그 독에 중독됐다는 것을 아셨어요? 사피엘라의 물음에 노인은 득의 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는 안구에는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어. 그렇다면, 당연히 시신경 에 손상을 입은 것인데.... 시신경을 파괴하는 독은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10여종이 넘어. 하지만, 그 중의 어떤 독도 잠시 마비 되었다가 독성이 풀리는 것은 없어. 만약 그러하다면, 그게 무슨 독으 로써 쓸모가 있겠나? 그래서 나는 독이 아닌 것 중 눈에 관계된 것들 을 생각해 보았지. 그렇게 떠오른 것 중 하나가 바로 블라트나야. 그 래서 한 번 시약 검사를 해 본 것이고. 일행 모두는 대단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 노인을 바라보았고, 노인 은 그런 시선이 기쁘다는 듯, 연신 흠, 흠, 하는 헛기침을 하였다. 기 분 좋을 때의 버릇인 듯 싶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하죠? 사피엘라가 이렇게 묻자 노인은 고개를 한차례 가로 저었다. -독이 아니기 때문에 해약이 없어. 사실, 피에 섞인지 몇 달이 지나 도록 아직 이 정도로밖에 희석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야. 한 백장 의 잎을 동시에 먹은 듯 싶을 정도니까.... 평소에 그 식물은 해가 전 혀 없었고, 그렇기에 해독약이라는 것을 만들 생각도 하지 않았지. 하 지만, 걱정 마. 한 1년쯤 더 지나면 시력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꺼 고, 6, 7개월 정도 후면 생활하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사물이 보이 기 시작할 테니.... 일행은 이 노인의 말에 크게 기뻐하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리브르 본성을 벗어났다. 란테르트는 가장 큰 짐 하나를 벗어버린 듯한 느낌에 미소가 절로 피 었다. 그리고, 다른 두 자매도 그런 그의 모습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 였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34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0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5 11:46 읽음:178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정말 잘되었어요. 사피엘라는 성을 벗어나자 마자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도 따라 한 마디했다. -이제, 한시름 놓았네요? 그저 얼마간만 기다리면 된다니....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들에게 미소로써 화답했다. 잠시간 더 걸음을 옮겨 복잡하기 짝이 없는 리브르 성을 벗어난 일행 중, 란테르트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어디로 갈까? 란테르트의 돌연한 물음에 두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 선뜻 대답을 못했다. 에라브레의 생떼에 가까운 부탁으로 무작정 나온 여행길이라 목적지조차 정한바 없었다. 게다가, 란테르트와 만난 이후로는, 란테 르트의 시력을 되찾겠다는 목적으로 돌아 다녔기에, 자신들만의 목적 에 대한 것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이런 백치에 가까운 두 자매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 다. -목적도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선 거야? 그건 수행이 아니라 가출이야. 두 자매는 얼굴을 붉힌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고, 란테르트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 너희들의 집으로 돌아가자. 그의 말에 사피엘라가 조금 당황하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또, 헤어지자는 말인가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 라고 했잖아. 함께 가는 거야. 우선, 다시 집에 돌아가 조금 더 공부를 하도록 해. 그 정도 실력으로 수행을 한다는 건 무리야. 사피엘라는 그의 대답에 조금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하지만, 우리가 마을에 머무는 동안, 당신은 어 디에 있을꺼죠? -글세.... 뭐, 나도 나름대로 수행을 해야 갰지. 에라브레가 끼여들었다. -그럼 헤어지자는 말이잖아요. -뭐, 당분간은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곧 돌아올게. 한 1년이나 2년 쯤 후에.... 그쯤이면, 사피엘라나, 에라브레 모두 수행을 떠나도 될 만큼 충분히 자라 있겠지. 대신, 그 동안 우리 셋이서 다니기 좋은 곳 을 많이 알아둘게. 경치가 좋은 곳, 재미있는 축제.... 등, 등을 말이 야.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 에라브레 모두 썩 즐거워하는 모습은 아 니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사피엘라의 말에 약간 서운한 감이 돌자, 란테르트가 황급히 말했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앞으로 두달 이상 함께 여행을 할텐데 뭐. 일 단, 당장 갈곳을 정하자. 왔던 길로 되돌아갈까? 아니면, 레냐를 거쳐 돌아갈까? -어느 쪽이 더 오.... 빠르죠? 사피엘라는 순간, 어느 쪽이 더 오래 걸리죠 라고 물을뻔 하다가 황 급히 말을 바꾸며 이렇게 물었다. 란테르트가 답했다. -레냐를 거쳐가는 길이 보름 가량 더 걸려. 하지만, 급한 일도 없 고.... 왔던 길보다는 새 길을 지나는 편이 더 재미있을 듯 싶으니까, 난 그쪽으로 갔으면 하는데....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의 말에 찬성을 표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리브르 가를 벗어나, 5일 가량을 걸은 일행은 미즈라는 도시에 도착 했다. 에노사는 일곱 대륙을 통틀어 곡물 수출량이 가장 많았다. 비록 평야 의 크기는 위다가 훨씬 더했으나, 자급자족하기에 급급했기에 수출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반면, 에노사는 본래 토질이 비옥한데다, 농업 이외에 발달한 이렇다할 산업도 없어 위다의 반정도 되는 넓이의 땅에 서 오히려 위다보다 많은 양의 농산물을 생산해 내게 되었다. 에노사 의 대표적인 평야는 헤아 평야였다. 크기는 위다의 4대 평야중 카에와 비슷했다. 미즈 시는 이 헤아 평야의 남쪽에 치우친 그리 크지 않은 도시였다. 에노사에는 크게, 에아 산맥 너머 북쪽의 마을들을 잇는 북로와, 수도 와 다른 대륙과의 항구를 잇는 중로, 그리고 남쪽 헤아 평야를 가로지 르는 남로가 있는데, 이 미즈 시는 남로상에 놓여있는 도시였다. 미즈는 평시에는 그리 사람이 많은 편이 아닌 도시였지만, 이날 따라 사람들이 매우 많아, 일행은 여관에서 방을 하나밖에 구하지 못하였 다. 일행은 방에 짐들을 내려놓은 후, 여관 일층에 있는 술집겸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들었다. 중간쯤 식사를 마쳤을 무렵이었다. 한때의 사내들이 음식점에 들어와 서는, 한쪽 탁자를 차지하며 시끄럽게 음식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마 침, 그들이 앉은 곳이 일행에게서 멀지 않았기에, 일행은 그들의 대화 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이 미즈 시에서 많은 상금을 걸고 찾으려는 물건이 도대체 뭐 야? 가슴을 반쯤 얼어 젖힌 장한의 목소리가 워낙 우렁찼기에, 그가 한 이 말은 온 주점 안에 울려 퍼졌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그의 말에 호기심이 부쩍 동해 그쪽을 향해 시선을 옮기었다. 사피엘라가 주위를 돌아보니, 그 사내들에게 시선을 준 사람은 자신들뿐이 아니었다. 식당안, 반, 아니 그 이상의 사람들 이 그들을 주시하였고,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한 사내가 그를 향해 말했다. -형씨들도 그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군요. 처음 이야기를 꺼낸 장한이 쓱 고개를 돌려 말은 건 사내를 바라보았 다. 용병인 듯 검을 허리에 찬 중년이었다. -당신도 미즈시의 시장이 찾는다는 보물을 찾아왔소? 장한의 말에 중년이 웃으며 답했다. -그렇소. -혹시 어떤 물건인지 아시오? 장한은 상대의 대답에 반기며 이렇게 물었고, 중년은 고개를 가로 저 었다. -잘 모르오. 그때 한쪽 구석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즈 시에서 찾는 물건은 검이오. 쇠를 종잇장 자르듯 한다는 보검 이지. -검이라고? 장한이 이렇게 되묻자, 처음 대답한 여자가 몸을 일으켜 답했다. 30 세 가량 되어 보이는 마법사로, 그녀보다 한두살 쯤 많아 보이는 검사 와 동석하고 있었다. -아, 이제 보니, 나크날트 부부셨군요. 처음의 중년이 그녀와 동석한 남자를 보며 이렇게 말하며 아는 척을 하자, 그 여자는 살짝 웃으며 답례했다. 비록 아름다운 얼굴은 아니었 으나, 웃으니 꽤 예쁘다 할만 했다. -별 것 아닌 저희 이름을 아신 다니, 매우 박식하신 분이군요. 누구 신지요? 저는 경험이 적어 그쪽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름 없는 용병입니다. 곁에서 기다리기 답답한 듯, 장한이 그 중년의 여자에게 다시 물었 다. -검이라니, 도대체 무얼 말하는 거요? 여자는 장한의 물음에 천천히 답했다. -200여년전, 에노사 통일 전쟁때 가장 유명한 무장이 누구라고 생각 합니까? 그녀의 물음에 장한은 곧바로 답했다. -그야 물론 에아교의 제1 수호기사 였던 하넷공이지. 에노사의 에디 엘레 검술 강습소를 연 라아트나 에디엘레의 할아버지이기도 하고. -그분이 많은 명검을 소장하고 있었던 것도 알고 있습니까? -7대 대륙 수호검중, 허트가의 룬을 제외한 여섯 자루를 소장했었다 고 알고 있소. 하지만, 시클로네를 제외하고는, 나중에 모두 다른 사 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들었는데.... 장한은 우락부락한 생김새와는 어울리지 않게 역사에 대해 꽤나 아는 것이 많았다. -맞습니다. 그중 별의 검 아스이타라는 명검이 바로 이 미즈 가에 맡 겨졌는데, 그 검이 3개월 전쯤 감쪽같이 없어져 버렸지요. 도둑맞았다 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아무튼 현 시장은 그 검에 3만 하르의 현 삼금을 걸어 두었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 사람들의 대화가 계속 되는 동안,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여기까지 나오자 에라브 레가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우리도 그 검을 찾아봐요. 란테르트는 이런 에라브레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불가능해. 누가 훔쳐갔는지도, 아니 실지로 훔쳐 갔는지도 할 수 없 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것을 찾아? 사피엘라도 부쩍 호기심이 동했는지 곁에서 끼여들었다. -누가 훔쳐 갔는지는 모르지만, 왜 훔쳐 갔는지 정도는 추측할 수 있 잖아요. 우선 검사가 사용하기 위해 훔쳐 가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미 세상에 도난 당한 검이라는 이름이 널리 퍼졌는데, 누가 그 검을 사용 하겠어요? 분명 상점에 내다 팔거에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어느 상점에? 그리고 이미 팔았을지도 모르잖아. -음.... 그가 명검이라는 것을 알고 훔쳤을 테니, 분명 비싼 값을 부 를 꺼 에요. 이 근방의 무기상점 하나 하나씩을 차례로 방문하며, 그 에 대한 것을 묻는다면, 언젠가는 꼬리를 밟을 수 있겠죠. 그때,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 사내가 사피엘라의 이야기를 들었 는지, 고개를 불쑥 내밀며 말했다. -아가씨, 아주 뛰어난 추리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사피엘라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방금 이야기를 한 사람은 비싸 보 이는 복장을 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사내였다. 금발의 머리칼은 매우 화려하게 말려 있었고, 눈동자는 맑은 파란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건너편에는 검정 머리칼을 가진 용병 차림의 사내가 한명 앉아 있었다. 꽤나 준수하게 생긴 얼굴과 맑고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었는데, 눈앞의 금발의 사내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나이가 엇비슷해 보였다. -이봐, 왜 다른 사람 이야기에 끼어들고 그래? 그러다가는 칼맞아 죽 기 십상이야. 검정머리칼의 사내는 끝내 이 한마디 말을 내뱉었고, 그 금발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생글거리며 고개를 돌려 검정머리의 말을 받았다. -그러는 자네는 왜 내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데 끼여드나? 나는 분명 이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어. -그거야 이미 자네가 다른 사람의 대화를 방해했기 때문에, 내가 충 고한 것이지. -하지만, 그렇게 치자면, 처음 다른 사람에게 말을 걸때는 어떻하나? 혼자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리고 말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절대 끼여들어서는 안된다는 말인가? 꽤나 격렬한 말싸움이었으나, 금발은 계속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웃음이었다. -내 이야기는 그런 뜻이 아니잖나? -이야기도 하지 않은 자네의 뜻을 내가 어떻게 알겠나? 금발이 계속해 만면에 웃음을 띄는 반면, 흑발의 사내는 약간은 차가 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냉소 섞인 웃음을 상대에게 보내며.... -좋은 학교를 나왔다는 녀석의 문자 해독 능력이 그 모양이니.... -문자 해독 능력과는 상관이 없지. 우선, 자네가 말로 했지 글로 무 언가를 보여주지 않았으니 그렇고, 둘째로는 자네의 말을 알아듣지 못 한 것이 아니라 말 안에 숨겨져 있는 뜻을 파악 못했으니 그렇지. -그게 바로 해독 능력 아닌가? 검정머리의 물음에 금발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그것은 의미의 추리력이라고 하지. -아무튼.... 그게 떨어지는군. 흑발은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으나, 금발은 또 웃으며 고 개를 가로 저었다. -떨어지는 지 어쩐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런 것은 학교에서 배 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러니까 조금전 자네가 좋은 학교 운 운 한 것은 틀린 것이 되지. 이 둘은 서로 말싸움을 하느라 사피엘라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을 서서히 잊고 있었다. 사피엘라는 재미있다는 듯 그 둘을 조금 더 지켜 보다 고개를 돌려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거 에요?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자신도 그녀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였으나, 하고 싶은 데로만 해서는 안될 종류의 일 이었다. 그는 개인의 욕심 때문에 타인이 피해 입는 것을 매우 싫어했 다. 그때, 금발의 사내가 고개를 돌리며 일행에게 말했다. 멀리 흑발의 얼굴이 우거지상이 되어버린 것을 보니, 흑발이 방금의 말싸움에서 패 한 모양이었다. -에노사 북부로 향한다면 한 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을껍니다. 그 들은 그쪽으로 향했으니까요. 에라브레가 놀라며 물었다. -어떻게 아셨지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금발은 한차례 호기 있게 웃어 보인 후, 이렇게 말했다. -상인은 값비싼 물건의 흐름을 느낀답니다. 그리고는 그 흑발의 사내와 함께 몸을 일으켜 식당 밖으로 나가 버렸 다. 에라브레와 사피엘라는 참 재미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며 그들의 뒷 모습을 잠시 더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란테르트에게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할꺼에요?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가는 길이라면....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의 이런 대답에 희색을 띄었다. 한 사람은 재미있는 경험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나마 더 길어진 것에.... ------------------------------------------------------------------- 핫핫.... 글이 잘써지길레.... 기분으로 하나 더 올립니다. (윽윽.... 이러다가는 금방 비축분이 다 떨어져 버릴꺼야.... 있을때 아껴야 하는데....^^;) 뭐, 나날히 지루해지는.... 제 소설 봐주시느라 감사드립니다. 뭐 조금만 기다리시면, 1부의 1기가 끝납니다. 한 34화나 그정도에.... 그때부터가 본편 입니다.... 라고 스스로 우기고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요. ___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Water Fairy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837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1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6 00:30 읽음:177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6. 봉인의 도 시그니아, 그리고 흑염패黑炎覇 아르트레스. 미즈 시를 벗어난 일행은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무기상에 들 르며 검의 행방을 찾았다. 그러나 세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일행 은 조그마한 단서조차 찾지 못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일행이 여행하고 있는 에노사의 남로에는 이름난 무기상을 가진 그럴싸한 도 시가 없었던 데다가, 실제 그 검을 가져간 사람이 이 길을 지났으리라 는 보장 역시 없었다. 미즈시 주점에서의 괴상한 두 검객의 말만을 들 었을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일행은 조바심을 내지도, 초조해 하지도 않았다. 사실, 검을 찾겠다는 것은 단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자 하는, 그리고 그 기간 동안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자 하는 속마음을 가리고 있는 명분일 뿐 이었다. 검을 찾아 현상금을 타겠다 거나 하는 마음은 그리 강하지 않 았다. 가장 적극적인 에라브레조차도 차라리 란테르트에게 검을 배우 는 일에 더 열성적이었다. 3월도 거의 끝나갈 무렵, 일행은 에노사 남로의 두개의 커다란 도시 중 하나인 메실브라는 곳에 도착했다. 메실브는 상업도시 다운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길게 이어진, 도시 중앙을 꿰뚫는 도로에는 상점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사이를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부딪기며 오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무어 라 떠드는 소리에 온 거리는 잠시도 조용할 때가 없었다. 비록 아드라 르나 일행이 거쳐온 항구도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작은 도시였으나, 나름대로 굉장히 활기찬 곳이었다. 일행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검의 행방을 발견했다. -글쎄요.... 그 검이 아스이타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굉장히 훌 륭한 검을 가지고 한 사내가 우리 상점을 찾아 왔었습니다. 얼굴은 모 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키가 멀대같 이 큰 사람 이었어요. 중년의 뚱뚱한 무기상은 란테르트가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그 검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란테르트가 이렇게 묻자, 무기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천천히 답했 다. -말도 마십시오. 어찌나 값을 높게 부르는지.... 제가 10년동안 일하 며 벌어들인 돈의 10배나 되는 금액을 요구하지 뭡니까? 비록 대단한 물건이지만.... 팔릴지 안 팔릴지도 장담 못하기에.... 거절해 버렸 죠. 그러자 그는 곧바로 검을 싸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후로는 잘 모르겠습니다. 란테르트는 그의 대답에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요.... 아무튼 감사드립니다. 상점을 벗어난 일행은 곧바로 그 도시를 벗어났다. -행방을 찾아낸 것 같군요. 도시 외곽으로 향하던 중, 사피엘라가 조그맣게 이렇게 말했고, 란테 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제 찾을 수 있는 거예요? 에라브레가 곁에서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몰라. 그 검이 아스이타라는 보장도 없고, 어느 방향으로 향했는지도 알 수 없잖아. -근처에 어떤 큰 도시가 있죠? 사피엘라가 물었다. -음.... 빅팀,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에노사의 남로 가 시작되는 곳인 빅팀 시가 있어. 그리고 조금 멀지만 수도 고아 성 이 있고, 노마티아, 레냐 와 각각 이어지는 세호항이나 휴사항 등이 있지. 란테르트의 대답에 사피엘라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입 을 열었다. -빅팀 시일까요? 아니면 세호나 휴사 쪽일까요? -모르겠어.... 하지만, 일단은 이 에노사를 벗어나지 않을까? 란테르트의 반문에 사피엘라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고, 에라 브레가 곁에서 말했다. -빨리 처분하려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미즈 시에서 열흘 정도 거리밖 에 되지 않는 이곳에서 벌써 행적을 드러내 버렸으니 말이에요. 에라브레의 말에 사피엘라와 란테르트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일리 있는 말이야. -그럼, 빅팀 시로 가야 할까요? 사피엘라는 란테르트가 에라브레의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 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을 것 같아. 게다가 어차피 그곳을 통해 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이 에노사에서는 남, 북, 그리고 중앙의 세 길을 제외하고는 다니지 않는 편이 좋아. 험한 세상이니까....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일행 앞에는 어느 샌가 커다란 강이 놓 여졌다. 저편이 까마득히 보이는 널따란 강으로, 푸른 물결이 일렁이 며 유유히 하류를 향해 흐르고 있었다. -무슨 강이죠? 굉장해요....너비가 200휴리하(1휴리하=약1미터)는 족 히 되겠는걸요. 에라브레는 난생 처음 보는 커다란 강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이렇게 물었다. 에라브레, 그리고 사피엘라는 이 정도 규모의 강을 처음 보았다. 비 록, 그녀들이 자라난 위다에는 일곱 대륙을 통틀어 두 번째로 긴 강인 세소테가 있고, 그 외에도 소에테, 에노테, 세노테의 커다란 강이 있 으나, 거의 가 본적이 없었다. 그나마 종종 휴양 차로 소에테강에 가 는 경우가 있으나, 언제나 상류였기에 규모 있는 개울을 보았을 뿐이 었다. -세에르강. 에노사의 2대 강중 하나지. 란테르트는 조용히 찰랑이는 강의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답했다. 이 곳에는 몇 해 전인가 한차례 들른 적이 있었다. 스승이었던 사람과 함 께.... 오래어서인지, 이 강의 모습이 생각나지 않았다. 아직 중류여서 강은 그리 깊지 않았고, 그 덕에 다리가 놓일 수 있었 다. 커다란 돌덩이로 세워진 훌륭한 다리로, 대륙 전체에서 세 번째로 길었다. 장식 또한 상당히 미려해 아름답기로 대륙 제일, 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세워진지는 200년이 조금 못되었는데, 400년대 초의 분 열 기를 겪은 에노사가 450년 재통일한 후 지은 것이다. 일행은 다리 중간쯤에 잠시 멈춰서 경치를 감상했다. 두 자매는 돌난 간에 두 팔을 올려 놓은 채로 멀리 하류 쪽을 바라보았고, 란테르트는 반대로 난간에 등을 기댄 채 두 자매의 물음에 대꾸해 주고 있었다. -이 강은 어디로 흐르나요? 에라브레가 물었고, 란테르트가 답했다. -에티타스해. -레냐 서편의 바다 말이군요.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 에노사와 소피카, 레냐의 세 개 대륙으로 둘러싸여 있는 바다이지. -이 다리의 이름은 뭐예요? 에라브레가 다시 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대답해 주었다. -음.... 그랑발크 라고 했던 것 같은데.... 거인의 발걸음이라는 뜻 이야. 그때,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레 한 대가 다리위 일행 앞을 지나갔다. 바닥이 고르지만은 않아, 그리 속도가 빠르지 않음에도 덜컹거리는 커 다란 소리를 내며 다리 저편으로 사라져 갔다. 수레가 사라짐과 동시에 일행은 다시 북으로 걸음을 옮겼다. 빅팀 시 로 향하는 것이었다. 삼일을 걸어, 일행은 빅팀 시에 도착했다. 빅팀은 커다란 도시였다. 그 규모는 수도 고아의 다음으로, 레냐 및 노마티아 양국과 에노사 본국과의 무역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그리 고, 북로와 남로 중로가 갈려지는 곳이기도 했다. 소피카의 아드라르 성이나 위다의 수도 카타 성이 이 빅팀시보다 훨씬 더 컸으나, 이들이 상업 및 행정의 요충지인데 반해, 이 빅팀은 순수 상업도시로써 이 정 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경험이 많지 않은 사피엘라, 에라브레 자매는 보는 것마다 새롭고 또 신기했다. 비록 아드라르 성을 거쳐 이곳에 왔으나, 그곳과는 분위기 가 다른 이 도시를 호기심 어린 눈길로 휘휘 둘러보기에 여념이 없었 다. -굉장히 큰 마을이네요. 성곽이 없는 것을 보면, 분명 마을인데....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처음에는 마을로 시작한 곳이지. 전쟁을 위해서나, 영주 가 기거하기 위해 세운 성이 아닌, 사람들이 그저 모여 사는 마을. 일행은 잠시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 무기상점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기상점은 빅팀 시 중앙의 한 공원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은 빅팀시의 상점 거의 대부분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이곳 외에도 빅팀 시에는 몇 개의 무기상이 더 존재했으나 이곳의 규모가 가장 컸다. 일행이 막 무기상에 들어서려는 순간, 몇몇 장한 들이 문을 확 밀치 며 밖으로 나왔다. 그 덕에 가장 앞서 걷던 사피엘라가 그들을 피해 황급히 뒤로 물러서다 란테르트와 부딪혔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와 나란히 서있다 이와 같은 모습에 발끈하며 상 점을 나선 사내를 향해 외쳤다. -이봐요. 문을 열고 나올 때는 잘 살펴야 할 것 아니에요? 상대는 모두 세명이었다. 모두 30세 가량으로 커다란 검을 찬 장한 들이었다. 그중 한 명이 에라브레의 말에 노기를 띄며 검을 뽑아 들려 했다. -뭐? 이 조그만 계집애가.... 동시에 그의 일행중 한사람이 그를 말렸다. -그만둬. 많이 늦었어.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이 말에 처음의 사내는 검을 신경질 적으로 집어넣으며 걸음을 옮겼 고, 오래지 않아 그들 세 사내는 모습을 감추었다. -뭐 저런 사람이 다있어? 에라브레는 기실 상대의 강경한 태도에 약간 겁을 집어먹었었다. 그때 란테르트가 에라브레에게 말했다. -쓸 때없이 남에게 시비를 거는 일은 좋지 않아. 사피엘라도 한마디했다. -그래, 라브에. 비록 상대가 잘못한 것이지만, 그리 큰일도 아니지 않니. 에라브레는 두 사람의 충고에 입을 다문 채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녀는 약간 괴이한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이 자신을 꾸중하 는 모습이 흡사 부모가 자식을 타이르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채 그런 일들을 다 생각하기도 전에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와 란테르트 를 따라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상당히 커다란 상점이었으나, 상점 안에는 사람이 없었다. 주인 만이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지으며 계산대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곳에서 에노사의 북로를 따라 곧바로 향하다 보면, 헬톤 이라는 도시가 있소. 그리고 그 도시에서 북으로 이틀 정도 더 향한다면, 해 안 가에서 한 커다란 동굴을 발견할 수 있을 거요. 그 동굴이 바로 그 장소요. 일행이 상점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그 상점 주인은 심드렁히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이십니까? 동굴이라니요? 란테르트는 상대의 뚱딴지같은 말에 이렇게 되물었고, 상점 주인은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더 이상은 모르오. -우리가 왜 이곳이 왔는지는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란테르트가 다시 묻자 상점 주인은 천천히 답했다. -칼을 찾고 있지 않소? -그렇습니다만.... -칼은 분명 그곳에 있소. 곁에서 에라브레가 물었다. -어떻게 우리가 칼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나요? 상점 주인은 느릿하게 시선을 에라브레에게로 옮기며 말했다. -어제부터 꼬박 하루동안, 이곳에 들르는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물었 소. 그의 말에 에라브레가 중얼거렸다. -아스이타를 찾는 사람들이 이미 이곳에 들렸군요. 에라브레의 말에, 상점 주인은 돌연 얼굴 표정을 바꾸며 되물었다. -아스이타? 에라브레는 그의 돌연한 태도에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주인은 약간 놀란 듯한 목소리로 일행에게 물었다. -당신들이 찾고 있는 물건이 봉인의 도 시그니아가 아니라 별의 검 아스이타란 말이요? 란테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시그니아라니요? 들어본 적이 없는 물건인데.... 상점주인이 재차 물었다. -아스이타를 어째서 이곳에서 찾지요? 미즈시의 검으로 알고 있는 데.... -사라졌대요. 에라브레가 이렇게 답했고, 사피엘라가 뒤이어 물었다. -혹시, 이곳에 그 물건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 없습니까? 꼭 아스이타 가 아니라도 값비싼 검을 팔려고 내놓았다던가.... 상점주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근래에는 없습니다. 일행은 상점주인의 말에 약간 실망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하며 그 상 점을 빠져 나왔다. -오리무중이군.... 상점을 빠져 나오자 마자, 란테르트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디로 갔을까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물었고, 사피엘라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했다. -아마 국외로 도망친 것 같아요. -이제 무기상에게 물어 보는 일은 소용없을 것 같아. 잠시간 도시 외각으로 걸음을 옮기던 일행중 란테르트가 이렇게 말했 다. -왜죠? 사피엘라가 물었고, 란테르트가 답했다. -처음 그 무기상이 이야기했잖아. 자신이 10년동안 벌어들인 돈의 10 배나 되는 돈을 불렀다고. 무기상은 어디까지 작은 상인이야. 그런 사 람들이 그 검을 그 돈을 주고 구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이제 그 아 스이타를 가져간 사람은 상인이 아닌 부호들을 찾아 갈 꺼야. 특히 실 력에 비해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무벌 귀족들. 그의 설명에 두 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찾기는 불가능하겠군요.... 무기상처럼 일일이 찾아다니 며 물을 수도 없는 일이고.... 사피엘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37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2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6 00:39 읽음:176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그때, 에라브레가 다른 두 사람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럼 우리 시그니아나 찾아가요. -시그니아? 란테르트가 되물었고, 에라브레가 말했다. -조금전 무기상이 말한 봉인의 도인가 하는 거 말이에요. 아스이타 대신 찾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럴 경우 너무 오랫동안 시간을 지체하게 되는데.... 란테르트의 망설이는 말에 에라브레가 다시 말했다. -상관없어요.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잖아요. 언니, 언니도 가고 싶 지? 에라브레는 사피엘라를 끼여 들였고, 사피엘라는 잠시 대답을 보류했 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사피엘라에 게로 돌렸다. 그녀의 의향을 물어보는 듯 싶었다. -언니, 가자. 에라브레가 다시 한차례 이렇게 말하자 사피엘라는 걱정스러운 목소 리로 말했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런 무기가 있는 곳이 면.... -괜찮아. 란테르트 오빠가 지켜줄텐데 뭐.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었고, 사피엘라는 성급히 에 라브레의 입을 막았다. -라브에. 그게 무슨 말이니? 에라브레는 언니의 말에 혓바닥을 한차례 날름거리며 말했다. -괜찮을 꺼야. 거기다 많은 사람들이 그곳으로 갔다잖아. 사피엘라는 이런 에라브레의 태도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에라브레 가 자신의 말에 정면으로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물론, 평소 투정이 심하던 에라브레는 종종 무리한 요구를 거의 생떼를 쓰다시피 해 관철 시키곤 했다. 하지만, 눈치가 없지는 않아 자신이 꾸짖거나 할 때에는 잠자코 받아 들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명, 에라브레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뜻으로 한 자신의 말을 다른 쪽으로 살짝 돌려버린 것이다. 사피엘라는 에라브레가 이렇게 변한 것이 바로 란테르트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평소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던 그녀가 의지할 만한 다른 존재를 찾아냈고, 그 덕에 절대적이다 싶던 자신의 위치가 많이 흔들린 것이다. 사피엘라는 에라브레의 이런 변화가 에라브레 그녀에게 좋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 얼른 판단하기 힘들어 한참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에라브레는 언니가 말이 없자 자신의 방금전 태도에 화가 났다 생각 되어 곧바로 이렇게 말했다. -언니.... 언니가 싫다면 가지 않을게.... 사피엘라는 그런 에라브레에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니야. 그런 뜻에서 한 말이 아니야. -그럼 가는 거야? 에라브레는 곧 환히 웃으며 이렇게 물었고, 사피엘라는 멋쩍은 웃음 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는 잠시 두 자매의 대화를 듣고 있다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나 자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그럼.... 북쪽으로 가자. 아직 세 사람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관계와 위치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채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에라브레와 과연 그런 변화가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못한 사피엘라, 그리고 그런 흔들림을 가져 온 장본인인 란테르트, 이 세 사람의 여행자는 이렇게 봉인의 도 시그 니아를 찾아 걸음을 북으로 향했다. 일행은 빅팀시의 상인이 말한 대로 계속 북쪽으로 여행하였다. 그리 크지 않은 상업도시인 헬톤을 지나 한창 파종에 분주한 휴에 평야를 가로질렀다. 그 동안 일행은 수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며 3월을 흘려 보냈다. 4월이 시작된지도 5일. 일행은 드디어 그 빅팀시의 무기상 주인이 이 야기한 그 동굴에 도착했다. 그들은 한눈에 그곳이 그 무기상이 말한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굴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마법사 복장을 하 고 있거나 검을 차고 있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은 아닌 듯 싶었다. 몇일동안 이곳에 있었던 사람도 있는 듯, 곳곳에 야영을 한 흔적도 보였다. 일행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자, 몇몇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띄며 일행을 바라보았다. 아마 검을 노리는 새 라이벌이 등장한대 대한 불 안감 때문인 듯 싶었다. 몇몇 사람이 동굴입구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일행이 가까이 다 가가 보니 사람들이 무형의 벽을 마법과 무기로 강하게 두들기고 있 었다. 아마 강력한 결계가 쳐 있는 모양이었다. -벌써 이틀째 저 모양이야.... 하지만, 거의 깨진 모양이더군.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사피엘라 자매를 향해 한 나 이든 노인이 이렇게 말했다. -실드가 상당히 단단한 모양이죠? 에라브레가 물었고,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굉장하지. 지금 저곳에서 결계를 깨고 있는 사람들은 굉장한 실력자들이야. 그런 사람들이 벌써 이틀동안 스무 시간 이상을 두들겨 댔는대도 깨지지 않고 있어. 그런데 자네들도 시그니아를 얻기 위해 온 건가? 사피엘라가 노인의 말에 답했다. -그저 한 번 보고 싶어 왔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왜 이곳에 오셨습 니까? -그야 물론 시그니아를 얻기 위해 서지.... 그런 강력한 검만 얻을 수 있다면.... 노인의 말에 란테르트가 물었다. -그런데.... 이곳에 검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시그니아란 이름의 검은 세상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글세.... 나는 그저 풍문을 들었을 뿐이야.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 인가? 저런 강력한 결계가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굉장한 무기 일 꺼야. 란테르트는 노인의 말에 고개를 살짝 흔들며 동굴 쪽으로 귀를 기울 였다. 사람들의 공격에 공명하는 실드의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살 짝 갈라진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이 과연 실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 한 모양이었다. 에라브레는 잠시 주위를 살피다 별다른 재미있는 것이 없자 언니와 란테르트를 끌고 바닷가로 향했다. 잔잔한 파도가 끝없이 물결치며 모 래에 스미는 것이 꽤나 흥미로웠다. -바다가 굉장히 잔잔해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가 웃으며 대했다. -하지만, 이곳은 북쪽 무한의 바다야. 파도가 거셀 땐 굉장하지. 에라브레는 그의 말에 별다른 대꾸 없이 푸르디 맑은 바다를 계속해 응시하고 있었다. 사피엘라 역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에라브레와 같이 발밑의 얕은 물이 아닌 먼 수평선 언저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다은 곳은 아스라히 빛이 뒤섞여, 바다와도, 하늘과 도, 다른 푸른빛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조금 위 하늘에는 뿌연 보랏빛의 대륙이 있었다. -프넨티아.... 사피엘라는 한참동안 뚫어지게 그 공중의 대륙을 바라보다 이렇게 한 마디를 중얼거렸다. -뭐? 에라브레는 멍히 발밑을 내려다보다 언니의 말에 이렇게 되물었고, 사피엘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야... 그때 란테르트가 곁에서 말했다. -프넨티아. 환상環狀의 부유대륙. 망자들이 혼돈의 바다로 돌아가기 전에 잠시 머무르는 곳이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설명을 들으며 곧바로 시선을 멀리 하늘로 돌 렸다. 멀리 있어 자세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나, 정말 대륙인 듯한 무언가가 공중에 떠 있었다. -날이 맑은 모양이지? 프넨티아를 볼 수 있으니.... 란테르트는 낮과 밤을 구별하는 외에는 쓸모 없는 눈을 닫아버리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사피엘라가 천천히 그의 말에 대꾸했다. -맑아요.... 마슈 산맥의 봉우리들이 보일 정도로.... -얼마나 먼 곳에 있죠? 잘 보이지도 않아요. 가까이 있다면 저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텐데.... 에라브레가 중얼거리듯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가 답했다. -굉장히 멀어.... 많은 사람들이 저곳을 찾아 항해를 떠났으나, 단 한사람도 저곳에 도달하지 못했으니까. -저곳 너머에 혼돈의 바다가 있다지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돌연 에라브레의 표 정이 시무룩해 졌다. 아마 엄마 아빠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피엘 라는 무어라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려 했으나,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을 다문 채 에라브레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올렸다. 그때, 챙 하는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동시에 와 하는 사 람들의 함성이 들렸다. 아마 실드를 해체하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어서 가 봐요. 쉽게 우울해지는 만큼 또 그 우울함을 떨쳐버리는 것도 쉬운 사람, 에라브레는 그런 변덕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마도 어린 탓인 듯 싶었다. 에라브레의 말에 일행은 잠자코 동굴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길이 험 해 시력이 좋지 않은 란테르트는 무진 애를 먹었다. 동굴 입구를 지나서 부터는 비교적 길이 평평했다. 그리고 몇 걸음 더 안으로 들어가자 흡사 깎아 다듬기라도 한 듯 매끄러웠다. 동굴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넓어졌고, 오래지 않아 밖에서는 생 각도 할 수 없었던 커다란 공간이 나타났다. 밖에 있던 수십 명의 사 람들이 모두 들어섰음에도 좁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넓은 광장 이었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중앙의 제단을 중심으로 빙 둘러섰다. 중 앙의 제단에는 따로 설명할 것 없이 시그니아라는 도가 있었다. 시그니아는 중앙 제단에 날이 절반이나 박혀 있었는데, 그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누구도 나서 시그니아를 뽑아 들 지 않았다. 서로에 대한 견제와 함께, 왠지 모를 시그니아 그 자체에 서 뻗어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 때문이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시그니아를 향해 시 선을 옮겨 자세히 살펴보았다. 시그니아는 날이 살짝 굽은 도였다. 손잡이나 검막이 모두는 장식이 매우 화려한 것이 실전용 무기라기 보다는 어떤 의식을 위한 검 같았 으나, 한기를 내뿜는 무시무시한 칼날은 이 무기의 위력을 한껏 과시 하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본 후, 사피엘라가 조용히 란테르트에게 검의 모양을 설 명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에 대한 배려였다. -검날은.... 란테르트는 그런 작은 것에까지 신경을 써주는 사피엘라에게 더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한참동안, 숨소리만이 그득히 그 공간을 매우며 30여명이나 되는 사 람들이 멍하니 시그니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던중, 용기 있는 한 사내가 성큼히 걸어 시그니아에게로 다가갔다. 허리에 검을 찬 젊은 검사였다. 그가 한발 한발 시그니아에게로 다가감에 따라, 다른 사람들도 한 걸 음 한 걸음을 그 무기로 향했다. 다가가지 않는 사람은 겨우 란테르트 일행과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한 여자 뿐이었다. 란테르트는 오히려 사피엘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입구 쪽으로 가자. 사피엘라는 얼른 그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의도를 알 수 없었으나, 일 단 그의 말을 쫓았다. 오래지 않아 가장 먼저 나섰던 검사가 시그니아를 잡았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제단에서 시그니아를 뽑아냈다. 바위에 박혀 있어 단단 할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간단히 뽑혔다. ----------------------------------------------------------------- 후기 입니당.... 어느 분께서.... 비축분을 빨리 풀어, 라고 채찍을 휘두르셔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가각 두편씩 올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무리가 아닌지.... 한주에 아홉편....) 뭐 그래도 열심히 자판을 두들겨.... 얼마 안돼는 독자분들을 즐겁게 해 드려야지요.....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요.... _____Agra, The WaterDragon.... 『게시판-SF & FANTASY (go SF)』 844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3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7 06:38 읽음:176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그때였다. 엄청난 흑기가 제단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 돌연 한 변괴에 놀라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고, 시그니아를 뽑은 그 검사 는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쪘다. 동시에 시그니아는 검게 변하며 부스러져 버렸다. 그 흑기는 점차 한군데로 모이더니 어떤 형체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굉장히 기괴스러운 괴물이었다. 결코 인간세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 마족이다. 몇몇 사람들이 놀라며 이렇게 외쳤고, 사람들은 크게 놀라며 벽쪽으 로 등을 댄 채 사태를 관망했다. 마족은 잠시동안 그런 모습으로 주위를 살폈고, 동시에 한 여자가 그 마족에게로 접근했다. 모두들 그 용감한 아가씨에게로 시선을 옮기었다. 겉모습만으로는 20 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그 여자는 별다른 특징 없는 갑옷을 입고 있었 는데, 그 단단하고 두터운 갑옷으로도 다 가릴수 없는 농염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매혹적인 눈매와 불붙을 것 같은 붉은 입술. 온몸 그 득히 색기를 가지고 있는 그런 여자였다. 게다가, 단단해 보이는 갑옷 임에도 노출은 생각 외로 많았다. 가슴은 흡사 파티 복이라도 되는 듯 가슴을 절반이나 드러내 놓고 있었고, 아랫도리에도 갑옷 안에 받쳐입 는 바지를 입지 않아 무릎까지 내려오는 두 갈래의 천과 보호용 갑옷 만이 그녀의 갈색빛 나는 건강한 다리를 간신히 가릴 뿐이었다. 신발 은 단단해 보이는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는데, 싸움은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뒷굽이 상당히 높았다. 그녀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남자들의 나지막한 탄성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모두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지금 자신들이 처해진 상황도, 그리고 그녀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사실도 잊 은 채 멍히 있었다. 마족은 그 여자가 자신에게로 접근하자 굉장히 걸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무엇 하는 자인가? 감히 내게 접근하는 것인가? 그 여자는 그런 마족의 위세에 조금도 겁먹지 않고 입을 열었다. -니지그인가? 그녀는 목소리 마저 굉장히 요염했으나, 한편으로 사용하는 말투는 거친 듯 했다. -나를 아는가? 마족은 다시 한차례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그 여자는 가소롭다는 듯 한 표정으로 그를 한차례 바라보았다. 돌연, 여자 주위에 가벼운 바람 이 일며 한줄기의 기운이 일어 그 마족을 향해 폭사되었다. -뭐지? 마족은 크게 놀라며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강한 힘에 부딪혀 뒤로 날아갔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마족은 벽에 부딪혔고, 여자는 한차례 날카롭게 웃은 후 입을 열었다. -300년간 처박혀 있더니, 눈이 아주 망가졌군. 그곳에 모여있는 30여명의 사람들은 그런 그 여자의 위력에 크게 환 호성을 내지르며 분분히 소리쳤다. -이때다, 저 마족을 무찌르자. -저런 악마는 어서 죽여야 한다. 성급한 자들은 이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마족을 향해 걸음을 옮기 기 시작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이와 같은 놀라운 광경에 넋을 빼앗겼다가 정 신을 찾으며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어서 사람들을 도와 저 마족을 무찔러요. 에라브레가 이렇게 말했고, 사피엘라는 조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 다. -이제 무얼 해야 하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상관하지 말고 나가자. 에라브레가 외쳤다. -하지만, 사라들을 도와 악마를 무찔러야 하잖아요. -왜지?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이렇게 되물었고, 에라브레는 오히려 란 테르트의 그런 물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마족은 악한 존재잖아요.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말에 처연히 웃으며 물었다. -그럼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선뜻 대답을 못했고, 란테르트는 한차례 쓴웃음을 지며 말했다. -나는 아직 마족에게는 피해를 입지 않았어. 아직, 마족이 악하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단 말이야. -그렇지만....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말을 꺼내 려 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게다가, 이런 아수라장에서는 두 눈이 멀쩡한 나라 해도 너희를 보 호하지 못해. 이대로 물러나자. 사피엘라는 곁에서 처음부터 잠자코 듣고 있었다. 역시 란테르트는 그녀들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때였다, 곁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치고는 아주 괜찮은 사상을 가지고 있군.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어.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깜짝 놀라며 목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 다. 그곳에는 조금전 마족을 날려버린 그 여자가 서있었다. -좋아, 너만은 살려주지. 생각뿐만 아니라 생긴 것도 마음에 들거든. 남녀사이의 부끄러움 같은 것은 전혀 없는 여자였다. 이런 말을 서슴 없이 내뱉으며 그녀는 한차례 요사스런 웃음을 터트렸다.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인간치고는 이라는 말을 하는 것 을 보니 분명 인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가지, 바로 눈앞의 여자는 마족이었다. 그것도 검에 봉인되어있는 저 마족보다 훨씬 강 한....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묵묵히 걸음을 옮겨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와 함께 입구 쪽으로 향하였다. -잠깐. 나는 분명 너만을 살려 준다고 했다. 두 여자는 이곳에 남아 라. 한편, 쓰러진 마족에게로 접근하던 사람들은 돌연 마족이 몸을 일으 키자 혼비백산 두서너 걸음을 물러섰다. 하지만, 사람수가 많은 것에 위안을 삼아 한꺼번에 맹공을 시작했다. -가소롭구나. 너희 정도의 인간이.... 마족은 한 팔, 어쩌면 다리를 낫 모양으로 바꿔 접근하던 사람들을 향해 흉하게 휘둘렀고, 단번에 너댓사람이 허리가 두동강나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람들은 감히 덤벼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벌벌 떨며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그 마족은 어느 정도 주위가 조용해지자 방금전 자신을 때려눕혔던 그 여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뭐하는 존재인가? 막 란테르트 일행과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 여자는 마족의 물음에 얼 굴을 찡그려 불쾌감을 나타내며 말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허리에 차고 있는 채찍을 꺼내들었다. 길이가 10여 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나 되는 기다란 채찍은 그녀가 손목을 가볍게 떨치자 살아 움직이기라도 하는 듯 그 마족을 향해 날아갔다. 마족은 여자의 공격에 조금은 여유가 있으리라 생각해 천천히 피했으 나, 완전한 계산 착오였다. 채찍은 단지 채찍이 아니었다. 그 주위에 실린 엄청난 기운에 스쳤을 뿐인데도 그 마족은 커다란 타격을 입고 컥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누, 누구냐? 마족은 한차례 비틀거리며 이렇게 외쳤고, 여자는 짤막히 한마디했 다. -아르트레스. 그녀의 한마디에, 이 장소에 모여있던 모든 사람, 그리고 마족은 크 게 놀라며 이런 저런 반응을 나타냈다. -흑염패 이셨군요.... 마족은 황송하다는 듯이 황급히 모습을 인간의 것으로 바꾸었다. 상 급 마족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쫓는 것이 마족의 예 법이었다. 변화한 그 마족의 모습은 썩 잘생기지만은 않은 중년의 남자였다. 옷 도 나무꾼과 같이 약간은 지저분한 것이었다. -멍청한 녀석 옷차림도 그 모양이군. 아르트레스는 그런 그의 모습에 이 한마디를 내뱉었고, 그 니지그라 는 마족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있었다. 한편 사람들은 그녀가 마족, 그곳도 고위 마족이라 스스로 밝히자 크 게 혼란스러워져 어쩔 줄을 몰라했다. -먼저 마족에게 덤벼든 인간을 죽이는 것은, 정령들, 그리고 신들도 무어라 하지 못한다.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함으로써 그곳에 있는 인간 모두를 죽이겠다 고 암시했다. 인간들은 그런 그녀의 말에 무서워 벌벌 떨며 어찌할 바 를 모르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서로 등음 맞대고 아르트레스에게 대항할 뜻을 나타냈 으나, 소용없는 짓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니지그 정도의 중급 마족도 어쩌지 못하는 자신들이 아르트레스 같은 상급 마 족을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란테르트는 그런 와중에 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하였다. 상관한다 하 더라도 무얼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게다가 함께 있는 두 자매 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었다. -두 여자는 이곳에 남아야 한다. 일행이 몇 걸음도 채 옮기지 않아 아르트레스는 돌연 일행 앞을 가로 막으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과 싸워서 이길 수도, 또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조용히 보내준다면 이 일에는 관여치 않겠습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굉장히 냉정하다고 느꼈으나, 당 장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에 크게 두려움이 일어 무어라 한마디 입을 열지도 못하고 있었다. -꽤나 생각해 주는군.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냉소하며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한차례 훑어보 았다. -아직 어린아이 들인데.... 란테르트는 아르트레스가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않자, 두 자매를 이 끌고 다시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르트레스는 그의 그런 행동을 허 락하지 않았다. -나는 허락하지 않았다. 아르트레스의 말에 란테르트는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 저 었다. 더 이상 말로는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였다. 그는 나직이 두 자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언제나 처럼 몸을 내 뒤로 숨겨. 결코 다른 사람을 구하려 해서도 안되고. 다만 두 마족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스스로를 지키는데 모든 신경을 써.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싸우겠다는 거냐?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를 향해 이렇게 물었으나, 란테르트는 고개조 차 끄덕이지 않았다. 아르트레스는 한차례 냉소를 터트린 후 입을 열었다. -좋다. 정 그렇다면.... 하지만 네 녀석을 죽이고 싶지 않으니....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한 후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었다. 그때였다, 아르트레스의 안색이 약간 변하면서 주위를 돌아다보며 외 쳤다. -모두 운이 좋구나.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한 후, 니지그 라는 마족에게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가자. 주인님께서 부르신다. 니지그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그저 고개를 조아리며 예, 라는 말만을 했고,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몸을 돌려 란테르트에게 다가왔다. -곧 돌아오겠다.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함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니지그도 동시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시그니아가 봉인되어 있던 장소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두 마족이 사라 진 이후에도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그 장소에 서 있었다. 검을 뽑고, 두 마족이 나타나 자신들 모두가 죽을뻔 했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살 아난 것이다. 이 모두의 사건은 불과 한시간 사이에 일어난 것이었으 나, 실로 위험 천만했다. 모두들 한참이나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분분히 동굴을 빠져나가 기 시작했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역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란 테르트와 함께 동굴을 벗어났다. 분명 조금전의 상황은, 목숨이 왔다갔다할 만큼 위험한 것이었으나, 왠지 일행은 실감할 수가 없었다. 여전 바다는 잔잔했고, 하늘은 푸르렀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49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4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8 06:08 읽음:176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어떻게 된 일이죠? 잠시 정처 없이 해안을 따라 걷던 일행중 사피엘라가 란테르트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녀는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온전히 파악 되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잠시 대답이 없다가 이렇게 말했다. -잠시 앉자....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주위를 둘러보며 앉을 만한 곳을 찾았 고, 이내 해안 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숲을 발견하여 란테르 트를 그쪽으로 안내했다. 나무 등걸에 잠시 앉아있던 란테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아주 골치 아프게 됐어.... 에라브레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간 거예요? 그 두 마족은 또 누구죠? -아르트레스.... 현존 최고 마, 나크젤리온의 수하인 아르카이제의 장군. 아르카이제는 모두 세명의 부하를 데리고 있는데, 그중 무력에 있어서는 이 아르트레스가 가장 강하지. 니지그라는 마족은 잘 몰라. 아마 중급이나 그 이하 정도의 마족이 아닌가 싶어. 사피엘라가 곧이어 물었다. -그 시그니아는 마족을 봉인해둔 무기였죠? 란테르트가 고개를 끄덕였고, 에라브레가 물었다. -그런데 그들이 왜 모두를 죽이려 했을까요? -마족에 대해 잘 모르는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사악한 존재라고만 들었어 요. 에라브레가 당연하다는 듯 답하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오빠가 가르쳐 줘요. 에라브레가 이렇게 청하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은, 정념체야. 인간이나 다른 동물, 식물들과 같은 실존 체와는 다르지. 사악한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인간과는 친해지기 힘든 존재 야. 인간이 싫어하는 감정들이 그들의 에너지원이 되거든. 두려움, 절 망 공포, 슬픔, 증오 이런 것들이. -그건 알고 있어요. 란테르트의 설명에 에라브레가 이렇게 끼여들었고, 란테르트는 고개 를 한차례 끄덕이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마족중 가장 강한 존재는 홍염왕 압그랑이야. 환영왕이라고 알고 있 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지만, 환영왕은 마와는 조금 다른 존재지. -어째서죠? 듣기로는 엘디마이어가 가장 윗계급의 마왕이라고 하던 데.... 곁에서 잠자코 듣고있는 사피엘라에 비해, 에라브레는 궁금한 점이 있을 때마다 이런 저런 것들을 물었다. -환영 왕의 마법, 내가 알고 있거든. 속성은 어둠이 아닌 혼돈이야. 란테르트의 대답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하지만, 압그랑은 태어난지 오래지 않아 여섯 신들 중 한 존재인 켈 리시온 님에 의해 봉인되었어. 그는 다섯의 혼을 가지고 있었는데, 용 케 그들중 둘을 피신시킬 수 있었지. 그중 하나가 흑염 나크젤리온이 고, 다른 하나가 흑룡 차르마흔 이야. -그래서 나크젤리온이 현존 최고 마인 거군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다음이 아르카이제, 나크젤리온의 수하이지. 그리고, 아르카이제의 세 부하가 아르트레스를 위시한 아르르망, 아르페오네 야. 여기까지가 고위마야. 소속이 분명하고, 하는 일이 정해져 있지. 그 외의 마들은 생겨난 것도 소속도 확실한 것이 없는 중, 하위 마들 이고. 그리고 그 아래 마물들이 있어. 란테르는 잠시 말을 쉬었다 입을 열었다. -마족은 함부로 인간을 죽일 수 없어. 정령들이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으니까. 하지만, 그 아르트레스가 말했듯, 먼저 덤벼든 인간을 죽이 는 것은 어느 누구도 죄를 묻지 못하지. 정당방위라는 것이 성립되니 까. 사피엘라가 란테르트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물었다. -마족들은.... 인간의 좋지 못한 감정들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고 했 잖아요. 그렇다면 인간을 죽이는 것은 그들의 에너지원을 감소시키는 것이지 않나요? -인간은 죽음 직전에, 아주 격렬한 감정의 기복을 나타내지. 그때의 그 에너지는 인간이 평생동안 내뿜는 것 보다 훨씬 많다고 해. 게다 가, 한 인간을 잔인하게 죽임으로써, 더 많은 인간이 공포 따위의 감 정을 느끼게 되니까, 그 한 인간을 살려둠으로써 얻는 에너지 보다 그 렇지 않을 때 얻는 에너지가 더 많을 수 있지. 란테르트는 여기까지 말한 후 쓸쓸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마족도 마음을 가지고 있는 존재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만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야. 란테르트의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일행은 한참동안 입을 다물었다. 사피엘라는 태어나 처음으로 마족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 었다. 워낙 인간세상에서는 쉬쉬하는 이야기여서 자세한 것을 들은 적 이 없었고, 그녀가 전에 알고 있던 지식으로는 생각이고 자시고 할 것 이 없었다.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에 비해서 어렸다. 그녀는 그저 마족들의 이름과 서열을 외었을 뿐이었다. 잠시동안의 침묵 끝에 사피엘라가 입을 열었다. -마족은, 악한존재 인가요?.... 사피엘라는 침묵의 시간동안 이 한가지 문제에 온 생각을 집중했다. 악한 존재인가.... 물론 그녀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마족에 대해 알기 전에도, 그런 후에도, 그녀는 마족이 악한 존재라는 생각에는 별 다른 변화가 없었다. 다만, 피상적으로 사악하다 라는 생각에서, 이런 저런 점 때문에 악하다 라는 구체적인 이유를 얻었다는 점이 달라졌다 면 달라진 부분이었다. 인간에게서 악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괴롭히고 또 죽이기까지 하 는 그런 존재가 선하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란테르트에게 물은 것은, 마족에 대한 란테르트의 태도 때문이 었다. 분명 그는 마족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에 비한다면.... 하지만, 그 전 시그니아가 있는 동굴 안에 서,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마족에게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고, 그렇 기에 마족이 악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이 말로 미루어, 란테르 트는 적어도 마족을 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무슨 뜻이지?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물음에 이렇게 되물었고, 사피엘라는 다시 설 명을 덧대어 물었다. -조금 전에 말했잖아요. 마족이 악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하지만, 당신의 설명에 의하면....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 덕였고, 곧바로 한가지를 사피엘라에게 물었다. -인간은 선한가? 사피엘라는 잠시 머뭇거리며 답했다. -물론, 인간 모두가 선하지는 않지만.... 란테르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질문이 너무 짓궂었군.... 마족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분명 인간이 보기에는 악해. 마물들을 조종해 인간을 괴롭히고, 사람을 죽이는 것을 오히려 즐겁게 여기고. 하지만, 그런 행동이 마족 스스로가 보기 에도 악하다 할 수 있을까?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종족을 괴롭 히고 또 죽이는 것을 악하다고 할 수 있을까?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어렴풋이 그가 어떤 이유로 마족을 악하 지 않다고 이야기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란테르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전쟁터에서.... 인간은 상대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 위해, 잔인 하게 죽인 시체를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놓기도 해. 인간 중에서도 기분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무리들이 있어. 그들은 마족보다 더 악한 존재야. 마족들은 어디까지나 살아가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하는 거지 만, 사람들은 그와는 다른 이유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 자기과시, 단 순한 이익, 심지어는 욕구충족. 결코 마족보다 낫다고 이야기 할 수 없어.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선뜻 그것을 인정하고 싶은 마음은 일지 않았다. 그때, 일행 뒤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안목이 남다르군. 란테르트는 그 목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는 황급히 검을 꺼내며 뒤돌았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역시 란테르트를 따라 몸을 일으켰고, 란테르트 의 양옆에 나란히 섰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의 시야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아르트레스. 그녀 자신들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그녀는 분명 아르트레스였 다. 아르트레스는 조금전 입었던 갑옷을 어디론가 치워버리고, 분홍빛 나 는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그 옷은 정상적인 외출복보다는 노출이 심 한 것으로, 가슴부위가 유난히 파여 있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두 번째로 그녀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이 었다. 아르트레스는 옷이 바뀌어서인지, 동굴 안에서 보았을 때보다 배나 아름다웠고, 또 배나 요염했다. 란테르트는 눈이 보이지 않아 그녀가 옷이 바뀌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아르트레스는 잠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 을 열었다. -내 밑으로 들어와라. 아르트레스는 이 한마디를 내뱉었고, 란테르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있었다. -무슨 뜻입니까? -내 수하가 되란 말이다. 아르트레스의 이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르트레스는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말했다. -어째서지? 너도 마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나?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고, 아르트레스가 다시 입을 열 었다. -그렇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영생과 함께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겠지요. -그렇다면 승낙하는 것이냐?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의 대답에 희색을 띄며 이렇게 물었으나, 란테 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돌연 아르트레스의 안색이 변하며 미간에 한 줄 주름이 잡혔다. -왜 마족이 되기 싫다는 것이냐? 아르트레스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한참동안이나 입을 다물었다. 그리 고는 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싫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잠시 눈을 찡그렸다가 한차례 요사스 럽게 웃었다. -오호호.... 말하는 것이 귀엽구나. 더욱 마음에 든다. 아르트레스는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시선을 옮겨 란테르트 좌우의 두 자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란테르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 두 여자의 보호자인가? 확실히 실력이 형편없는 자들이구나. 죽 이는데 굳이 손을 사용할 필요도 없겠어.... 아르트레스의 이 말에 란테르트의 안색이 대번에 변했다. 아르트레스는 자신의 협박이 효과를 나타내자 다시 말했다. -내 밑으로 들어와라. 아르트레스는 말이 아주 간단한 마족이었다. 구차히 이런 저런 말을 주절거리는 일없이 할 말만을 단도직입적으로 딱딱 했다. 그리고, 시 시각각으로 변하는 얼굴 표정 역시 상당히 재미있었다. 벌써 몇 천년 을 살아 왔을 터인데도 그녀의 표정은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란테르트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당신이 그녀들을 죽이려 한다면, 나는 막을 수 없습니다. 내 실력으 로는 결코 당신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당신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순간 화를 내며 손을 치켜들었다. 하 지만, 한차례 란테르트의 얼굴을 보더니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아까워.... 너는 내 수집품들중 최고가 될텐데.... 그때, 에라브레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 정으로 몇 번이나 입을 열려 했으나, 번번이 아르트레스의 무서운 얼 굴에 막혀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용기를 내어 한마디했 다. -왜, 오빠를 마족으로 만들려고 해요? -근 100년 안에 가장 아름다운 남자야. 아르트레스의 대답은 에라브레도, 사피엘라도, 그리고 란테르트도 의 외였다.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훗, 하며 웃음을 내뱉었고, 사피엘 라와 에라브레는 약속이나 한 듯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아르트레스는 상대들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입을 열었다. -아름답다는 것은, 그 이유 한가지만으로 가지고 있을 가치가 있다. 란테르트가 아르트레스의 말에 살짝 웃으며 대구했다. -그렇게 봐주니, 고맙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치 않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마족이 약한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신에 비할 바는 아니나, 인간보다는 분명 강합니다.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늙지 않고 영원히 살수 있다는 것, 너는 그것이 싫은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인간중 그것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아르트레스는 점차 안색이 풀어지며 계속해 질문을 던졌다. -마족이 하는 행동이 옳지 않은가? 란테르트가 답했다. -개개의 행동이야 무어라 말할 수 없으나, 마족 전체의 행동은 선악 을 말하기 힘듭니다. -마족은 원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가지 고 싶지 않은가?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요. -치명적인 상처가 아니라면, 소멸하지 않는다. 게다가 상처가 남는 일도 없다. 이것은 어떤가? 아르트레스가 또다시 묻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렇게 말 했다. -그것 역시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저는 마족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의 말에 한차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얼굴을 뚫 어져라 바라보았다. 잠시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오갔고, 이내 아르트레스가 입을 열었다. -곁의 두 여자 때문인가? 란테르트는 답하지 않았다. -다시 찾아오겠다. 아르트레스는 한차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그 모습을 감추었다. 올 때도 갈 때도 자취 하나 남기지 않는 것이 과연 두려워할 만 했다. 란테르트는 그제서야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고, 에라브레는 다행이라 는 듯 싱긋 미소를 지었다. 한편, 사피엘라는 아르트레스의 마지막 말이 뜻하는 바를 한참이나 생각하고 있었다. 곁의 두 여자, 분명 자신들 두 자매를 가리키는 것 이었다. 란테르트가 마족이 되지 않는 이유가 자신들 때문이라니, 선 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거절한 거죠? 사피엘라가 천천히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사피엘라에게로 향하 며 살짝 웃었다. -글세.... 잘 모르겠는걸. 비록 그가 이렇게 말했으나, 그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만약, 그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아르트레스 가 그와 같은 제의를 했다면 승낙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족이 되 어 아르트레스가 말한 그런 힘을 얻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분명 지금 의 자신보다는 행복해질 가능성이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곁에 있는 이상, 그런 힘은 단 한가지도 절실히 필요치 않 았다. 즉, 지금도 충분히, 더 이상 무언가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행복 했다. 이런 행복을 깨고, 마족이 될 이유는 적어도 지금의 자신에게는 없었다. 사피엘라는 그가 그렇게 답하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르트레스가 근 100년 안에 가장 아름답다고 평한 그 모습을.... ----------------------------------------------------------------- 후기 입니다.... 드디어 누님 등장?.... 마족을 설명하기 위해 갑자기 생각해 내다 시피한 에피소드 입니다. 이전글과 한달 정도 간격을 두고 쓴 글이여서 조금 어색하기도 하네요. 아무튼.... 조금씩 늘어가는 조회수를 살피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난, 조회수 신경 안써.... 라고 외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네요....^^) 아무튼 지루한 글 계속 봐주시는 분들.... 감사드려요....꾸벅.... 그럼 즐거운 통신 되시고, 가내 두루 평온하시길 빕니다. Agra.... 아그라, 수정령 루플루시아의 수룡.... 『게시판-SF & FANTASY (go SF)』 853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5 올린이:광황 (신충 ) 98/09/09 07:02 읽음:177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7. 메마른 땅에 비가 스미듯.... 4월도 어느덧 중순에 접어들었다. 아르트레스를 만난지도 5일 가량 흐른 이때, 일행은 에노사-노마티아 해협의 에노사측 항구인 세호항에 서 40여 휴하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었다. 레냐로 가려면 세호가 아닌 휴사로 가야 했으나, 시그니아가 있던 동굴에서 휴사를 가려면 세호항 을 거치는 길이 가장 무난했다. 완연한 봄이여, 졸음이 오는 나른한 바람이 사륵 일행을 스치며 불고 있다. 헬튼시를 벗어나 이곳에 오기까지, 일행은 변변한 도시를 만나지 못 해 언제나 노숙으로 밤을 지새웠고, 이날 역시 이슬에 젖은 머리칼을 흔들며 천천히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일행 중 가장 먼저 잠을 깨는 사람은 란테르트였다. 하지만, 이것은 부지런하다기 보다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는 편이 옳았다. 보이지도 않는 눈을 한차례 문지르며 그는 작은 동작으로 기지개를 한차례 폈고, 이내 단정히 앉아 주위를 살폈다. 주위를 살핀다는 것은 물론, 눈이 아닌 귀를 이용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적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날은 별다른 기척이 없었다. 새근새근, 두 자매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란테르트는 귀하게 자란 두 자매가 이런 노숙을 견뎌낸다는 것이 꽤나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울퉁 불퉁한 바닥에 그리 두텁지 않은 모포 한 장만을 깔고 덮은 채로 밤을 보내는 것은, 어느 정도 숙련된 여행자로써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 이었다. 앞으로 한달 가량. 아무리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하더라도 한달 정도 면, 두 자매의 집이 있는 에티콘 시에 도착한다. 란테르트는 섭섭한 감정이 밀려옴을 느꼈다. 언제까지라도 이렇게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 음이 불현 들었다. 그러나 란테르트는 곧바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돼는 일이었다. 그녀들을 고향에 대려다 준 후, 그는 떠날 것이다. 두 번 다시 두 자매와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란테르트는 처음부터 그럴 작정으로 그녀들과 함께 에티콘으로 향했 다. 이미 그는 두 자매가 평범한 여자들과 같은 생을 보낼 수는 없을 것 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지금과 같은 식으로 세월을 보낼 가능 성이 열에 일고여덟 이었다. 분명 새로운 동료를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 란테르트 자신은 꽤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얼마전, 란테 르트는 그 히톨트인가 하는 위다 마법사 부회장을 죽였다. 이미 그 사 실 한가지만으로도, 그는 이미 마법사 협회의 적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는 위다 왕립 마법 스콜라의 교장을 죽였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또한, 비브크라니아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퍼졌다. 오해이건 사실이건 간에, 란테르트란 인물은 이미 이런 식으로 세상에 알려졌 다. 자신은, 지금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비록 자신이 위 다 마법 학교의 교장과 맞설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는 하나, 그와 비슷한 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 둘 정도, 아니 지금처럼 눈이 먼 상 태에서는 둘도 필요 없이 한명 만으로도 자신은 죽임을 당하게 된다. 비록 죽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흉한 꼴을 피할 방도는 거의 없었다. 사실, 그는 지금 아주 은밀한 곳으로 도망을 쳐야 할 입장이었다. 이 렇게 두 여자를 데리고 이곳 저곳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녀도 될 상황 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철모르는 여자들 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그렇지 못할 가능성보다 분명 적 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도, 란테르트는 그리 급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왠지, 그 녀들을 등뒤에 놓고 싸우고 있으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적이라도 막 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사피엘라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앉아있는 란테르트를 발 견하곤, 황급히 매무새를 고쳤다. 비록, 란테르트가 앞을 볼 수는 없 었으나, 잠에서 막 일어난 자신의 모습을 그의 앞에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 일어 났네요. 사피엘라는 이렇게 간단히 인사를 했고,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그 녀의 말에 대꾸했다. -방금 일어났어. 사피엘라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드문드문 하얀 구름이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오늘도 맑아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때, 에라브레도 두 사람의 말소리에 잠을 깼다. 뜨기가 힘든지 눈 을 찡그린 채 간신히 눈을 뜨며 누운 채로 기지개를 한차례 켰다. -일어났니? 사피엘라가 말했고,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시작된 별다를 것 없는 하루였다. 일행은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근 5일 동안, 정말이지 별다를 것 없는 하루 하루였다. 하늘은 맑았 고, 들판은 파종으로 분주했다. 4월의 휴에평야는 한가롭고 평온했다. 그리고 일행의 앞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크게 당황하며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 고, 란테르트는 무슨 일이냐는 듯 좌우를 돌아보았다. 란테르트의 예민한 청각과 감으로도 등장 자체를 눈치채지 못한 여 자. 다름 아닌 아르트레스였다. 그녀는 그전에 비해 상당히 순화된 외 출복을 입고 있었으나, 여전 요염했다. -다, 당신.... 에라브레는 계속해 이쪽으로 접근하는 그 여자를 향해 이렇게 외쳤 고, 사피엘라는 살짝 눈을 찡그렸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상대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이야기는 끝난 줄 알고 있는데요. 란테르트는 아르트레스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때, 아르트레스의 대답이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나긋나긋한 목 소리로 들려왔다. -아니요. 다시 찾아온다고 했잖아요. 경어. 분명 아르트레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경어였다. 여전 농염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나, 그전의 거칠음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에라브레가 곁에서 말했다. -또,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예요? 아르트레스는 에라브레의 말에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꼬마 아가씨. 어른들에 일에는 상관하지 말아요. -누가 꼬마라는 거예요? 에라브레가 발끈하며 외치자, 사피엘라가 에라브레의 말을 막았다. -라브에 함부로 말하지 마렴. 아르트레스가 말했다. -아직도 제 수하로 들어올 생각이 없나요? 란테르트는 그런 아르트레스의 태도에 거의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누군가요? 란테르트는 돌연 이렇게 물었고, 아르트레스는 무슨 말이냐는 듯 되 물었다. -누구라니요? -누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라고 했습니까? 란테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순간 귀밑이 벌개졌다. -흑염무가.... 흑염무는 아르카이제의 세 수하중 한 명인 아르페오네를 가리키는 말 이었다. 란테르트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전보다 훨씬 아름답군요. 란테르트는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런 분위기를 느꼈고, 사실 그 대로 입을 열었다. 아르트레스는 순간 볼이 빨개지며 할 말을 잃었다. 사실, 그녀는 평 소 이 정도로 동요한다거나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비록 남자 같은 성 격은 아니었으나 성격이 조금은 포악한 편이었다. 과시 욕이 심했고, 자존심이 몹시 강했다. 순간 그녀는 자신이 왜 동요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위치가 위치인 만큼, 모두가 자신을 존중해주고, 두려워했다. 아름답다는 말을 수천 번이나 들어 왔으나, 거의 대부분은 아첨을 위 해서, 그리고 나머지는 단지 그녀의 겉모습에 이렇게 한마디 내뱉을 뿐이었다. 자신의 상관인 아르카이제가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그런 말 을 하지 않았던 것을 보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란테르트의 말은 그것들과는 격이 달랐다. 그가 자신에게 아첨을 할 이유는 추호도 없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의 이런 말은 어찌 보면 거짓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르트레스는 그의 이 말 에 거짓 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그, 그런가요? 그녀는 전에 란테르트와 헤어진 후 아르페오네를 찾아갔다. 아르트레 스는 비록 아르페오네가 그녀 자신과 같은 급의 마족이었으나 지知, 라는 면에서는 자신이 그녀에 비해 훨씬 떨어짐을 알고 있었다. 그리 고 란테르트의 일을 상담한 끝에 이런 조언을 들었다. -개인마다 나름대로의 마음에 드는 인간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런 것은 힘으로 어찌할 수 없습니다. 아르트레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란테르트 일행을 정확히 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자매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란테르 트가 좋아하는 여성의 상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찾아냈다. 그 결과가 오늘의 아르트레스였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그리고 아르트레스의 반응 에 어리둥절해 하며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게 느꼈습니다. 아르트레스는 잠시간 더 멍히 있다가 헛기침을 한 번 하며 입을 열었 다. -제 수하로 들어오겠어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순간, 아르트레스의 몸에서 풍기던 요기가 사 라짐을 느꼈다. 그러나 어떻게 그것을 느낄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 다. 아르트레스는 지긋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 다. -어떤 조건이라면 제 청을 들어주겠습니까? 란테르트가 답했다. -당신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아르트레스는 그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그리고는 한숨 섞인 한마디를 내뱉으며 모습을 감추었다. -불가능하단 말이군요.... 란테르트는 단지 한차례 쓴웃음을 내비칠 뿐이었다. ------------------------------------------------------------------ 연재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벌써 26화군요.....(서장 포함해서....) 이러다가 이번달 안에 재고분 모두 축나겠습니다, 그려.... 에구구.... 그러믄.... 오늘도 제 지루한 소설 읽으시느라 눈이 피곤해지신 독자분들께, 감사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즐거븐 통신 되셔요.... 추신.... 제 친구는 아르트레스양이 귀엽답니다.... (누님이....) 여러분의 생각은?.... (이거 이벤트나 뭐 그런것 아니니까, 신경쓰지 마세용,) _______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____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858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6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0 07:01 읽음:178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아르트레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진지도 나흘 가량 흘렀다. 4월 15일. 일행은 에노사-레냐 해협의 에노사측 도시인 휴사였다. 이날은 막 파종이 끝난 곡물의 싹이 잘 나도록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날이었다. 처음 이런 제사가 시작되었을 무렵에는, 아니 파모로아 초기만 하더 라도 이 의식은 꽤나 엄숙하고 근엄한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은.... -와, 에르리아제로군요. 우리 도시에서도 매년 치러지는데. 이 제사의 이름은 에르리아제 였다. 에르리아는 대지의 정령의 이름 이었다. -항구도시인데도 상당히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는데요.... 에라브레의 말에 이어 사피엘라가 이렇게 말했다. 말 그대로 제사는 성대했다. 엄숙, 근엄, 정숙 따위의 단어들은 하늘 로 날려버리고, 분분히 날리는 꽃잎 사이에 사람들이 춤을 추며 거리 를 가득 메웠다. 이 축제가 되어버린 제사의 초기 모습은, 몇몇 신관들이 도시 안의 신전에 모여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사를 지내는 동안, 사 람들은 그 신관들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고, 제사가 끝난 후, 신에게 음악을 바치며 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것이, 전자의 제사보다 후자의 유희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거의 축제화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세한 사정은 사학자들만이 알고 또 신경 쓸 뿐이고, 사람들은 그저 진탕 먹고 마시고 춤추며 시간을 보냈다. 일행은 흥겨운 분위기에 절로 들뜨며 걸음을 식당으로 옮겼다. 벌써 점심때였다. 막 식당에 들어설 무렵, 일행은 식당 안의 분위기가 썩 밝지 않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식당 안은 거의 아수라장이었다. 이 식당은 술도 파는 곳으로, 주로 선원이나 이 근방의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약간은 질이 낮은 곳이었다. 이런 곳이기에 싸움이 일어나는 정도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다 만 일행이 때를 잘못 탔을 뿐이었다. 일행이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마침 한 빼마른 사내가 휙 날아 일행 앞에 떨어졌고, 에라브레는 소리를 지르며, 사피엘라는 눈을 살짝 찡 그리며 란테르트의 뒤로 피했다. 란테르트의 등뒤는 언제부터인가 그 들 자매의 도피처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 사내를 마지막으로 장내는 거의 정리가 된 모양이었다. 저쪽에 엄 청난 덩치를 가진 한 사내가 오만한 눈빛으로 주위의 쓰러진 사내를 바라보며 냉소를 흘렸다. -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나에게 주먹을 들어? 그의 주위에는 부하나 동료쯤 되어 보이는 사람이 두명 더 있었다. 중앙의 커다란 덩치가 상처 하나 없이 서있는데 비해, 그들 둘은 깨어 지고 터진 것이 꽤나 격렬한 싸움을 벌인 모양이었다. 란테르트는 주점에 들어오자 마자 곧바로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는 두 자매에게 말했다. -나가자. 끼여들면 골치 아파. 그때였다. 멀리 있던 그 덩치 큰 사내가 란테르트와 두 자매를 발견하곤 큰소리 로 외쳤다. -어이, 검사나리. 란테르트는 상관 않고 밖으로 향했다. -왜 이래요? 에라브레의 목소리가 돌연 란테르트의 귓전을 때렸다. 잠시 한눈을 팔며 두어 걸음쯤 처진 에라브레가 덩치 큰 사내의 부하중 한 사내에 게 붙잡혀 버린 것이다. 사피엘라는 사색이 되어 에라브레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란테 르트가 성큼 한 걸음을 나서며 사피엘라를 앞질러 그 사내에게로 다가 갔다. 그 부하인 듯한 사내는 란테르트가 다가오자 서둘러 에라브레를 끌고 두목에게 돌아갔다. 란테르트는 계속 따라가려다 사피엘라를 떠올리곤 걸음을 멈추었다. -그 아이를 놔주십시오. 덩치 큰 사내가 란테르트의 말을 받았다. -이런 꼬마에게는 관심 없다. 다만 한가지만 답해 보아라. 네 녀석이 강하냐? 아니면 내가 강하냐? 상대의 말에 란테르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때 에라브레가 잡혀 있는 상태로 냉소를 터트리며 외쳤다. -흥. 당신 같은 사람이 어떻게 란테르트 오빠를 이길 수 있겠어요? 검술도 마법도 결코 당신은 상대가 되지 못할꺼에요. 에라브레의 이 말에 그 덩치 큰 사내가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한 참을 웃더니 그가 입을 열었다. -난 그 무슨 칼질인지 마법 질인지 그런 것은 할 줄 모른다. 차라리, 이 바닥에 누워있는 이 녀석들이 그런 것에 더 뛰어날 것이다. 나는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닥에 널브러져 끙끙거리고 있는 사람들은 검사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검사가 어째서 이런 사람에게 당했는지, 사피엘라나 에라브레는 알 수가 없었다. 덩치 큰 사내가 다시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주 곱상맞게 생긴 것이 남창 질이나 하면 딱 알맞겠다. 검과 갑옷 을 벗어 던지고 나와 마주할 자신이 있느냐? 사피엘라나 에라브레는 상대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잘 알 수 없 었으나, 욕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상대의 그런 욕지거리에도 전혀 동요치 않았다. 상대의 말은 무시한 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아이를 놔주십시오. 란테르트의 이 말에 덩치 큰 사내는 훗 하며 한차례 웃었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군. 네가 갑옷을 벗고 검을 내려놓으면 아이 를 놔주겠다. 그때 사피엘라가 곁에서 말했다. 그렇게 차분하던 그녀로서도 동생이 잡혀있자 목소리가 떨려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이런다고 당신에게 무슨 이득이 있나요?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예 요? 사피엘라의 말에 덩치 큰 사내는 다시 한차례 웃었다. -이유? 그런 건 필요 없어. 단지 오늘 검사들이 무척 눈에 거슬릴 뿐 이야. 그는 다시 란테르트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신 없다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려라. 그렇다면 그대로 곱게 보내주마. 그의 말에 란테르트는 한차례 미소를 띄며 말했다. -이 두 자매는 내 생명의 은인입니다. 그녀들을 위해 무릎을 꿇는 정 도는 별일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당신의 즐거움이 가셔지 겠지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는 입고있는 가죽 갑옷과 허리에 찬 사피엘라 가 사 준 검을 조심히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에라브레를 놔주시지요. 그들은 란테르트가 이렇게 행동하자 찢어질 듯 미소를 지으며 당장 에라브레를 놓아주었다. -뒤로 물러서 있어. 란테르트는 뒤로 돌아보며 두 자매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괜찮겠어요? 상대는 세명이나 되고, 덩치도 저렇게 큰데.... 에라브레가 막 풀려오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반면 란테르트는 거의 동요되지 않은 듯 살짝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겉으로는 이렇게 하고 있지만, 란테르트는 속으로 상당히 화가 나 있 었다. 란테르트는 결코 마음이 넓은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계산에 밝을 뿐이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그리고 이제 와서는 자신 과 두 자매에게 가장 이로울까를 계산한 후 그렇게 행동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전에 시그니아의 동굴에서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다른 사 람을 돕자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그냥 물러서려 했다. 그는, 사람이 아무 이유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다만 두 사람, 자신을 지금까지 돌보아준 두 자매를 제 외하고는, 세상 모두가 자신의 이해 타산에 따라 호의 또는 적의를 내 보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사실 그가 지금까지 겪어 온 인생 그대로이기도 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그러했고, 아버지의 새 처와 그녀의 아들들이 그 러했다. 집을 나와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그러했고, 감옥에서 만난 사 람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자신의 스승이 그러했다. 그는 일생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 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자신이 유리하다, 라는 것을 배워온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웃는 것이 가장 좋다. -꽤 배짱이 있는 녀석이구나. 기절만은 면하게 해주마. 덩치 큰 사내는 란테르트보다 머리 하나나 높은 곳에서 그를 내려다 보며 이렇게 말했다. 갈색의 짧은 머리칼과 군살 하나 없는 다부진 몸 매, 그는 이런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두목, 우리가 먼저 저 녀석을 시험해 보겠습니다. 그때, 곁에 있던 사내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고, 그 두목이라는 사내 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말을 꺼낸 사내와 에라브레를 잡았던 사내 이 둘은 누가 먼저 랄 것 없이 란테르트를 향해 달려왔다. 란테르트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더 밝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정 도의 구별은 할 수 있게 되었으나, 아직 눈을 통해 들어온 정보로 싸 움을 풀어나가기에는 무리였다. 란테르트는 잠시 귀를 기울이다 둘중 한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사내는 란테르트가 자신에게 달려들자 얼굴에 희색을 띄며 주먹을 휘 둘렀다. 붕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의 얼굴을 향해 곧바로 주먹이 날라 들었다. -먹어라 이 자식아. 하지만, 란테르트는 살짝 몸을 비틀어 그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는 왼손을 뻗어 그의 목에 가져갔다. -컥.... 자신의 달려드는 힘과 란테르트가 내뻗는 힘, 이 둘이 모여 그의 인 후를 강타 당하자 그 사내는 꺾이다시피 고개를 앞으로 숙이며 이런 괴성을 내질렀다. 란테르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갔다. 몹시 빠른 걸음으로 성큼 걸어나가자, 그 사내는 목을 잡힌 채로 질질 끌리다 시피 하여 몇 걸음 뒤로 밀렸고, 란테르트는 잠시도 쉬지 않고 왼발을 뻗어 상대의 발목 뒷부분에 가져가며 오른발을 빼는 동시에 허 리를 획 돌렸다. 콰당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그 사내가 뒤로 벌렁 넘어갔다. 란테 르트가 발을 걸며 목을 미니, 그로써는 넘어지는 이외에는 당해낼 방 도가 없었던 것이다. 넘어진 사내가 아프다 비명을 내지르기도 전, 란테르트는 왼발을 들 어 복부 정중앙을 강하게 밟았다. 상대는 다시 한차례 컥 하는 소리를 내지른 후 그대로 눈알을 까뒤집 고 기절해 버렸다. 이 란테르트의 행동은 몹시 짧은 순간에 일어난 것이었다. 비록, 두 어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의 동료가 달려오고 있었으나, 그 동료가 채 두 걸음을 다 옮기기도 전에 그는 기절해 버렸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다른 사내는 동료가 단번에 괴상한 수법으로 나가떨어지자 눈을 까뒤 집으며 란테르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실력도 먼저의 사내에 비해 별다를 것이 없었다. 란테르트는 그가 거의 다가 왔을 때 그의 주먹 위치를 파악하고는 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몸 가까이로 다가섰다. 사실, 주먹은 타점이라는 것이 있어서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그 위력을 제대로 나타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란테르트가 한 걸음 접근 하자 그는 주먹을 휘두를 만한 순간을 놓치며 당황한 기색을 띄었다. 그는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주먹을 휘두를 만한 공간을 만들려 했다. 그때, 란테르트의 오른손이 움직였다. 란테르트는 손을 그 남자의 뒤 통수로 가져가더니 머리칼을 꽉 움켜쥐었다. 동시에 강한 힘으로 내려 치며 무릎으로 콧잔등을 강타했다. -우욱.... 상대는 이렇게 신음 성을 내뱉으며 두 손을 허우적거렸으나, 란테르 트의 옷자락도 쥘 수 없었다. 란테르트는 그대로 두세 차례 더 그의 콧잔등을 뭉개더니 손을 휙 들 어 올렸다. 란테르트가 손을 들어올리자 그 사내는 덩달아 고개를 들었다. 온통 코피로 뒤범벅되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이 개자.... 일어선 그가 채 욕을 다 마치기도 전에 란테르트가 앞으로 나서며 그 의 옆허리에 주먹을 꽂았다. 퍽 소리와 억 소리가 동시에 들리며 란테르트의 주먹에 맞은 사내는 허리가 꺾이며 앞으로 쓰러졌다. 란테르트는 마지막으로 그의 머리를 다리로 후려 찼다. ----------------------------------------------------------------- 핫핫핫.... 막싸움 입니다.... 원래 무협지를 무진장 좋아해서.... 쓸모없는 검식 몇개 추가되고, 이제는 아얘 막싸움까지 나옵니다.... (원래 제가 처음 판타지를 쓸떼, 검식은 넣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무슨 중세에 검식이냐? 사실 검식이 아얘 없지는 않았지만..... 무협지와 같은 그런것은 아니니까요... 제 1초식 어쩌구 제2초식... 이런식은 아니잖아요.) 본래 싸울아비라는 크래스를 좋아하지 않아서.... 대신 한번 넣어 보았습니다. 어제 친구로 부터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_-;....) 어째서 아르트레스양이 겨우 '귀엽냐'? 라면서요.... 귀엽고, 깜찍하고, 발랄하고, 백치미와 순정미를 자랑하는 제 글 최고의 캐릭터, 라고 이야기 하더군요.... 그런건가요?..... 암튼, 지루한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통신 되세요.... 추신.... 드, 드디어.... 격려편지가.....(T_T.....) 열, 열심히 하겠습니다.....(감격에 목소리를 떠는.... 접니다....) _______Agra the Water 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__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862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7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1 06:03 읽음:175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실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피엘라나 에라브레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잘 알 수 없을 정도의 싸움이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단번에 두 사내를 꺾은 모습을 보며 역시 대 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면 사피엘라는 그가 싸우는 모습이 검을 들고 싸우는 것에 비해 배나 흉악함에 눈을 살짝 찡그렸 다. 란테르트에 대한 불만 이라기 보다는, 싸움 그 자체가 주는 살벌 함 때문이었다. 게다가, 곁에 있는 동생을 보니 얼굴에 희색을 띄는 게 싸움이 끝나고 나면 란테르트에게 이런 싸움방법을 가르쳐 달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건 싸움은 계속되었다. -제법이구나, 계집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검사치고는. 덩치 큰 사내는 겉으로는 이렇게 큰소리를 탕탕 쳤지만, 내심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이 읾을 느꼈다. 수많은 싸움을 해본 그로써 도, 그렇게 빨리 자신의 부하를 때려 눕힐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는 대꾸하지 않았다. 미소는 여전했으나, 눈빛은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당장 주위에 빛이 사라진다 해도 그의 눈만은 빛날 것 같았다. 비록 보이지 않아 초점이 없었으나, 그의 눈은 무섭게 빛나고 있었다. 상대는 정신없이 속으로 떨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물러 설수는 없었 다. 용기를 내어 한걸음을 옮겼다. 란테르트는 지금 상대가 자신을 두려워 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역시 이런 종류의 싸움은 신물이 날 정도로 겪었기에, 단지 느낌만으로 상 대가 어떤 심정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만약 자신이 용서해 줄테니 물러나라, 라는 이 한마디를 내뱉기만 한 다면, 굳이 한차례 더 싸울 것 없이 이 주점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하 지만, 싫었다. 오래간만에 찾아온 이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그를 향해 접근했다. -이 얏. 상대는 란테르트에게서 받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떨치려 는 듯, 식당이 떠나가라 기합을 외쳤다. 그리고는, 거의 에라브레의 머리크기만한 주먹을 휘두르며 란테르트에게 접근했다. 분명 그의 수준은 먼저의 두 사내와는 천양지차였다. 그 큰 덩치에 도, 주먹은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빨랐고, 게다가 힘도 갖추고 있 어 휙 하는 소리를 내며 란테르트를 위협했다. 하지만, 맞아야 그 힘을 내보일 것 아닌가? 란테르트는 가벼이 허리를 움직여 그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는 왼 손을 뻗어 그의 허리에 내질렀다. 퍽 하는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났으나, 조금전의 사내들과는 달리 그 덩치 큰 사내는 비명을 내지르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예상했다는 듯, 다시 한차례 주먹을 휘둘러 그의 옆구리 를 찍었다. 하지만 그 사내도 만만치는 않았다. 재빨리 허리를 옆으로 틀며, 란테르트를 빗맞춘채로 뒤로 빠져있는 주먹을 굽혀 란테르트의 뒤통수를 공격했다. 란테르트는 자신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고 상대의 반격이 들어오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란테르트의 뒤통 수를 스쳤고, 무리한 공격으로 상대의 몸이 조금 흐트러졌다. 란테르트는 이 작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몸을 들어올리며 그 의 턱을 가격했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관계로 타점이 정확치 않아 주먹은 턱이 아닌 가슴뼈 언저리를 스치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 라도 상대에게는 작지 않은 타격이었다. 헉 하는 작은 신음 성을 내며 상대는 그 육중한 몸을 황급히 뒤로 젖혔다. 그의 이런 재빠른 움직임 덕에 란테르트의 주먹이 턱에 명중되는 불운은 피할 수 있었다. 상대는 그 커다란 몸을 재빠르게 놀리며 땀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란테르트의 공격은 잠시의 쉴 틈도 없이 계 속되었고, 열에 두셋은 반드시 자신의 몸에 명중되었다. 그에 반해 그 는 반격은커녕 피하지 조차 못하고 있으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잠시만에 온 몸에 주먹과 발길질을 얻어맞은 그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한쪽 눈은 주먹에 얻어맞아 벌겋게 부워올랐고, 광대뼈도 시큰거렸다. 온통 내장이 뒤집힌 듯 속이 울렁거렸고, 팔다 리 어디 한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배 정중앙에 발길질을 얻어맞고는 뒤로 밀리며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제, 제발 멈추시오. 내 잘못했소. 거만이라는 단어를 휭하니 날려 버렸다. 목소리는 다급했고, 어조는 거의 애원 조였다. 란테르트는 이쯤 거의 기분이 풀렸다. 평소의 평정을 되찾았고, 이제 는 웃지 않을 수 있었다. -솜씨를 보니, 5년전 나한테 당한 녀석인 것 같은데.... 혹시 갈색 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 않나? 란테르트도 경어는 치워버렸다. 필요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의 말에 바닥을 기고 있던 그 사내는 뒤통수를 한데 얻어맞 은 듯 했다. 5년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겨우 15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소년한테 죽사발이 되도록 얻어맞은 일을.... -혹, 혹시.... 철의 몸통? 그, 그럴 리가.... 그는 죽었다고 들었는 데.... 란테르트의 말에 상대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5 년 사이에 란테르트는 모습이 많이 변했고 머리까지 길러 그는 얼른 그의 모습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그때의 모습이 보 이기도 하는 듯 싶었다. -그러고 보니 닮은 것도 같군.... 맞아, 틀림없어. -일어나지. 너정도 되는 녀석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은 보기 않좋 으니까. 란테르트는 이렇게 내뱉었고, 상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 다. -이럴 수가.... 내가 너를 다시 보다니.... 그때 이후 벌써 5년이 흘 렀나? 정말이지.... 떠듬떠듬 란테르트의 이곳 저곳을 훑어보며 그는 계속해 무어라 중얼 거렸다. -믿기 힘들군.... 란테르트가 말했다. -주먹은 여전하군. 세 번이나 맞을뻔 했으니.... 란테르트의 말에 상대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 따위가.... 그보다, 굉장히 강해졌구나. 그때는 내가 조금밖에 밀리지 않았는데.... 란테르트도, 그 갈색 곰이라는 상대도 그로부터 한참동안 입을 다물 었다. 둘 모두 옛날 일을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죽었다. 잠시후, 란테르트가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무슨 소리야? 갈색 곰이라는 사내는 란테르트의 말에 이렇게 외쳤으나, 그는 이미 갑옷을 다시 입고 검을 찬 이후였다. -나는 5년전 죽었다. 란테르트는 다시 이렇게 말했고,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겠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그의 말에 대꾸한 후, 두 자매를 향해 입 을 열었다. -어서, 다른 음식점을 찾아 봐야지. 이러다 끼니때를 놓치겠어. 어떻게 이렇게 까지 아무일 없다는 듯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넋놓고 싸움을 바라보다 이제 막 제정신으로 돌아온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 근처에는 식당이 많았다. 란테르트와 사피엘라, 그리고 에라브레 는 그 엉망이 되어버린 음식점을 벗어나 그리 멀지 않은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갈색 곰이라는 사내는 식당 밖까지 쫓아 나와 란테르트를 한차례 쳐 다보고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패배를 자위 하려는 듯 한마디 중얼거렸다. -철의 몸통, 저 녀석은 분명 싸움꾼이니까.... 나는 검사한테 패한 것이 아니야. 식당을 벗어난 일행은 오래지 않아 다른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세사 람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본 후,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다. 비록 이곳도 그리 고급 식당은 아니었으나, 조금전의 그 아수라장에 비한다면 일류라 할만 했다. 사피엘라는 말없이 수건을 꺼내며 란테르트의 손을 끌어 당겼다. -왜? 무슨....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이 돌연한 행동에 이렇게 물었다. -아.... 닦아주려고요. 피가 묻었잖아요. 사피엘라는 지금 반쯤 넋이 나갔다. 비록, 검을 휘두르는 싸움이 격 렬하고 날카로우며 또 위험했으나, 방금의 싸움만큼 처절하고 잔인하 지는 않았다. 그런 싸움을 한차례 관람하고 났으니 어떻게 마음이 안 정될수 있겠는가? 란테르트는 가만히 그녀에게 자신의 손을 맡겼다. 그때 에라브레가 말했다. -굉장해요. 그건 또 뭐죠? 검술 같은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 같던 데.... 이 에라브레의 한마디는 사피엘라가 우려한 그대로의 것이었다. -아, 그거? 그냥 싸움이야. 어린아이들도 늘쌍 하는 그런.... -그래요? 하지만 격이 다르던걸요. 에라브레가 이렇게 말하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몇 가지 기술이 있지. 검술보다 훨씬 간단하지만....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 기술, 나한테도 가르쳐 주세요. -라브에. 그런 것은 배워서 무엇 하려고? 사피엘라는 자신이 생각했던 그대로 일이 돌아가자 내심 크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검술보다 배나 흉한 이런 기술을 동생이 배우다니.... 사피엘라는 생각도 하기 싫었다. 그때 란테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안돼. 이런 건 여자가 배울게 못돼.... 어쩌면 사람이....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조르려고 입을 여는 순간 란테르트가 다 시 말을 꺼냈다. -난 에라브레가 남의 목을 물어뜯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은데. 에라브레는 그의 말에 흠칫 놀랐고, 사피엘라 역시 마찬가지 였다. -목을.... 물어뜯는 기술도 있어요? 에라브레가 묻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목, 손가락, 팔, 다리, 코. 물어뜯을 수 있는 모든 곳을 물어뜯을 수 있는 기술이 있지. 물론, 자신이 훨씬 약할 때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기술이기는 하지만. 에라브레는 순간 다른 사람의 목을 물어뜯는 자신을 떠올리고는 고개 를 흔들었다. -나 배우지 않을래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어. 게다가 네 언니가 원치 않잖아. 사피엘라가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어디서 배운 거죠? 그 기술 이라는 거.... 게다가 그 철의 몸통이라 는 괴상한 이름은 뭐구요? 확실히 철의 몸통이라는 이름은 고상하지 못한 데가 있었다. 아니, 사피엘라의 평 그대로 괴상한 이름이었다. 그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그 덕에 사피엘라의 질문에 대한 란테 르트의 대답이 조금 늦춰졌다. 란테르트는 잠시 망설였다. 과거는, 자신의 과거는 쓰레기통이다. 아 직 들춰보기에는 냄새가 심하다.... 하지만, 그녀들에게 더 이상 거짓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우선, 점심을 먹고 이야기하기로 하자. 먹는 둥 마는 둥, 배를 채우기 위한 수작업을 반시간, 아니 반의 반 시간 가량 한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동그랗게 반짝이는 눈을 란테르 트에게로 향한 채 이야기를 재촉했다. -내가 아마 15살 때 일 꺼야.... 막 클라우젠을 빠져나온 그때, 내가 머무를 곳이라고는 없었지.... 탈옥범.... 그것도 클라우젠의 탈옥 범 이야. 5000하르의 현상금이 걸려 있더군. 나는 그래도 익숙한 항구로 도망했고, 그곳의 뒷골목에 숨어살았지. 그러던 중, 몇몇 사람과 싸움 을 벌이게 됐어. 당시 나는 마계 마법을 상당히 많이 익혔었고, 그 덕 분에 나의 몸은 마법력으로 보호받고 있었어. 게다가, 어려서부터 그 리고 부두에서 일할 때에도 싸움을 제법 많이 했기에 네명이나 되는 어른들과 싸워 이길 수 있었지. 물론, 나도 거의 만신창이가 되 버렸 고.... 란테르트는 잠시 쉬었다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는 목이 조금 타는지 종종 물을 마셨다. -그때, 한 나이든 사내가 나를 발견했어. 꽤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군. 그리고 한마디했지. 대단한 녀석이군. 내가 거두어 줄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 어차피 머무를 곳이 필요했으니까. 열 다섯 살 자리의 어린아이가 머물.... 알고 보니 그 사내는 카에스 윙 즈의 보스더군. -카에스 윙즈요? 처음 듣는 단체인데.... 에라브레가 이렇게 중얼거리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꺼야. 아니, 알고 있다면 그편이 더 이상하지. 카에스 윙즈는 범죄집단이야. 군인들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무력집단.... 무역 금지 품목의 밀수출입, 판매 금지 품목의 밀매, 강도질.... 뭐 이런 걸로 연명하는 집단이지. 그 중에서도 카에스 윙즈는 위다의 카에스항에 자 리잡은 꽤 규모 있는 곳이야. 고용한 용병이 십 수명에 달하니까.... -그곳에서 무슨 일을 했어요? 에라브레가 다시 물었고, 란테르트는 딱히 대답하지 않은 채로 계속 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처음 그들이 내게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건지 알 수 없었어. 그 저 하라는 데로 따를 뿐이었지. 그들은 내게 싸움을 가르쳤지. 먹을 것이 있고, 잘 곳이 생기자 그래도 그전보다는 훨씬 낫더군.... 그리 고 그곳에서 한 여자를 만났어. 굉장히 예뻤지. 처음 나를 그곳으로 대려온 사내의 딸이었어. 한마디로 그 조직의 작은아가씨 였던거지. 그렇게 두달 가량을 보낸 나는 결국 정식으로 할 일을 듣게 되었지. 바로 싸움이었어. 나는 싸우고 그들은 내게 돈을 걸었어. 인간을 인간 과 싸우게 하고 인간들이 인간에게 돈을 거는 그런 곳이었지. 아니 어 쩌면 짐승과 짐승이 싸우고 인간이 짐승에게 돈을 거는 그런 곳이었을 지도 몰라. 사피엘라는 돌연 이야기 중간에 예쁜 여자라는 말에 돌연 이상한 느 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은 채로 계속해 이야기를 들었다. 한편 란테르트는 처음의 망설이던 생각은 모두 잃어버린 채, 이야기 에 열중했다. -나는, 그런 데로 강했던 모양이야. 무패의 나날이었지. 한 번 한 번 이길 때마다 그들은 나를 더 극진히 대해 주었어. 그리고 그 여자도. 성질이 약간 괴팍했으나, 그래도 나는 그녀의 미소가 좋았어. 아마 어 쩌면 내가 그곳에 계속 머물렀던 이유도 그녀 때문일 꺼야. 그때 에라브레가 물었다. -그 여자를 좋아했나요? 이 물음에 사피엘라는 약간 긴장하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반면 란테르트는 너무도 쉽게 에라브레의 물음에 답했다. -글세?.... 좋아 했었을 꺼야. 분명. 거의 동경에 가까운 마음을 품 고 있었으니까.... -지금은요? 에라브레가 다시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벌써 5년이나 지난 옛 이야기야. 게다가.... 예쁘다는 것은 결코 대 단한 것이 아니야. 다만 그렇게 태어났을 뿐인 거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을 들으며 두 팔을 탁자로 올리고 고개를 손에 기대었다. 그리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첫사랑.... 내 나이랑 같은 15살 때 첫사랑을 했군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귀밑이 빨개지며 황급히 말했다. -사랑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어. 다만.... -괜찮아요. 그렇게 당황하며 변명할 필요 없어요. 않그래 언니? 에라브레는 돌연 사피엘라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피엘라는 란테르트 의 이야기에 약간의 질투심 같은 것을 느끼며 있다 돌연 에라브레가 질문을 하자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아.... 맞아.... 그래.... 무어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흐트러진 대답이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이야기가 진행돼는 사이, 사피엘라도 란테르트도 중 요한 에라브레의 한마디를 놓쳐 버렸다. 바로, 내 나이랑 같은 15살 때 첫사랑을 했군요, 라는 말로, 15살은 바로 에라브레의 현 나이였 다. 평소 같았으면 결코 놓쳐 넘길 말이 아니었으나, 지금은 평소가 아니 었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죠? 에라브레가 이야기를 재촉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던중, 그 날이 왔지. 지금도 기억에 선해.... 내가 계속해 무패 의 기록을 쌓아가자 내 이름이 꽤 유명해 지기 시작했고, 종내에는 내 가 싸우는 싸움의 나에 대한 배당비율이 형편없게 되버린거야. 즉, 나 에게 돈을 걸고 이겨보았자 얻는 돈이 거의 없었지. 가장 낮을 때에는 1.02대 700 이라는 비율로 배당금이 지급되었을 정도야. 나는 즐거웠 어. 내가 그렇게 대단해 진 것에.... 하지만, 전혀 몰랐지. 그것 때문 에, 내가 무패이기 때문에 내가 쓸모 없어졌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버려졌어. 그날, 그들은 내게 약을 먹이고는 싸움터에 내보냈어. 처음 에는 내가 약을 먹었다는 사실을 몰랐지. 하지만, 막상 싸움장소에 나 가자 세상이 온통 핑핑 돌더군. 한 번 주먹을 휘두르고는 그때부터 한 참동안 두들겨 맞았지. 그렇게 세상이 핑핑 도는데.... 상대는 아주 정확히 주먹을 휘두르더군.... 에라브레가 화난 목소리로 외쳤다. -어떻게 그럴 수가. 사피엘라도 살짝 눈을 찡그렸다. -그럴 수 있어. 나는 단지 도구였으니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버 려졌지. 그리고 또 나는 이런 이야기도 들었어.... 나를 버리던 사내 들이 주고받은 이야기이지. 한 명이 말했지. 참 불쌍한 녀석이야 라 고. 아마 나를 이야기 한걸 꺼야. 그리고 다른 사내가 받았어. 하지 만, 이 녀석 덕에 큰돈을 벌게 됐잖아. 나는 그때까지도 내가 약을 먹 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어.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는 도중, 그들 이 내게 약을 먹여놓고는 그 상대편에 돈을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 지. 그리고 가장 충격적 이였던 것은.... 이 말이었어. 우리 작은아가 씨는 정말 머리가 비상하셔.... 라는 말. 약을 먹이고 상대편에 돈을 거는 그 방법을 생각해낸 사람이 바로 그 여자였던 거야.... 그렇게 나는 버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에날트라는 사람에게 발견되었 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하도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이 사람들 은, 그 에날트 제날튼 이라는 사람보다 배는 악독했다.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내다 버릴 수가 있는가? -복수는 했나요? 에라브레가 분개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으나,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 로 저을 뿐이었다. -아니.... 벌써 5년이라 흘렀는걸.... 이 란테르트의 한마디에는 온갖의 상심이 들어 있었다. 복수라는 것을 생각하기에 그는 너무 지쳐 있었었다. 게다가, 그 후로 5년 동안 그의 스승과 함께 있어 그럴 수가 없었다. 시간은 사람에게 망각이라는 선 물을 안겨 준다. 사실 이런 자신의 지난 이야기들은, 란테르트로서는 왠지 꺼내보기 싫은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들 자매가 듣고 싶어하는데 이야기 하지 못할 것은 또 무엇이겠는가? 란테르트는 이렇게 쉽게 옛 이야기 를 하는 자신을 보며 새삼 놀라고 있었다. 사피엘라는 조용히 란테르트의 팔에 손을 올려놓았다. -굉장히.... 아팠겠지요? 몸의 상처들도 그때 입은 건가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사피엘라는 잠시동안 그를 바라보다 조용히 뇌까렸다. -하지만, 정말 아팠던 것은 마음 일꺼에요.... 사피엘라의 기운 없는 목소리에 란테르트가 활달이 대꾸했다. -벌써 잊었어. 이렇게 나를 돌봐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잖아. 그의 말에 사피엘라도, 에라브레도 어색한, 그러나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후기 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엄청난 실수를 했습니다. 멍청하면.... 죽어야 할까요? 다름아니라, 아직도 제목의 뜻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정말.... 멍청하면 죽어야 할까요? 핑계를 대보자면.... 전에 이 소설을 올리다 서장이 잘렸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올렸는데.... 두번째 올릴때 잊어먹고 소설의 제목 설명 부분을 날려먹었답니다. 그래놓고는 지금까지.... 잊어먹어 버렸습니다. 사실 별뜻 없습니다. 데로드Derod 는 행운을 다스리는 정령으로, 현재 여섯 주신중 프리시아라는 신의 혼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데브랑Deblan 은 불행을 다스리는 령으로 역시 여섯 주신중 하나인 드리시온의 혼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제목을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행운과 불행 정도 일까요? (제가 왜 영문 제목을 사용했는지 아시겠죠?.... 행운과 불행.... 요즘은 동화책도 이런 썰렁한 제목은 없습니다....) 자세한 설정은 1부 1기가 끝난 이후에 올리 겁니다. 아마 35,6화나 그 근처가 될것 같군요.... (전에는 34화라 그랬던것 같은데....)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요.... _______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________ 『게시판-SF & FANTASY (go SF)』 868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8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2 07:25 읽음:174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일행은 식사를 모두 마치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말을 하는 사람은 없 었다. 여전 거리는 축제로 들떠 있었으나, 일행의 마음은 오히려 차분 히 가라앉아 있었다. 항구는 몹시 분주했다. 비단 축제 때문만은 아니었다. 불과 200여년전만 하더라도, 무역 철의 비수기와 성수기라는 것이 확 연히 구분되었다. 10월말에서 11월초의 수확기 직후가 무역 성수기 였 는데, 바다에는 흡사 하나의 숲이 떠있는 것처럼 많은 배가 떠 다녔 다. 하지만, 이 기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기간에는 정기 여객선이 나 소규모 물품 수송선만이 파도를 헤치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었다. 그러던 것이, 근래, 아니 100여년전 부터 바다를 떠다니는 배의 양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의 눈치챌 수 없을 정도의 변화였으 나, 그렇게 100년이 흐르고 나니, 선박 조합에 등록되어 있는 대형 선 박의 수가 처음의 두배가 되었다. 게다가 중소형 선박수의 증가율은 대형의 그것보다 훨씬 커 100년전에 비하면 세배나 되었다. 막 파종기를 마친 이때에도, 무언가를 실은 커다랗고 자그마한 배들 이 쉴새없이 부둣가를 들락날락 했다. 처음 다섯 개의 접안시설을 가 지고 있던 이 휴사라는 항구는 근 백년간 확장에 확장을 거듭해 이제 는 열 두 개의 접안 부두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듯 먼바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배가 두서너척 눈에 띄었다. 배가 이렇게 많으니, 일행이 타고 레냐로 향할 배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요 근래에는 이 에노사에서 위다로 직행하는 선박편도 있었으나, 일 행 중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기에 그냥 레냐로 향하는 배를 구했다. 에노사-레냐 해협은 여러 해협들 중에서 그리 거친 편이 아니어서, 점심 무렵 승선해서는 늦은 저녁에 새너항에 내려설 수 있었다. 비록 바람이 좋았고, 파도가 잔잔했으나, 반나절만에 이 해협을 건너는 것 은 불과 100년전만 해도 불가능했다. 근 100년동안, 배는 양만이 아닌 질도 함께 증가했다. 선박 제조 기 술자 집안인 후드라하 가를 중심으로 치열한 신형 제조 경쟁이 일어나 면서, 선박 제조 기술 및 설계기술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선박들은 10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내구도를 가지게 되었고, 속도 또한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새너항은 일행이 막 떠나온 휴사항과 비슷한 규모를 가진 항구였다. 평범을 특징으로 삼은 듯, 별다른 특징 없는 항구였다. 일행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레냐는 전통적으로 상업이 발달한 나라였다. 일곱 대륙의 중앙에 위 치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레냐 왕실의 재정은 매우 풍부했다. 하지만, 그런 레냐의 상업국으로써의 위치가 조금 흔 들리는 사건이 최근에 발발했다. 새해쯤 전, 마곡의 한 상인이 노마티아에서 마곡으로 레냐를 거치지 않고 바다를 통해 물건을 수송해 큰 이문을 남긴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이 사건은 별 것 아닌 것 같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 그간 노마티아에 서 마곡으로 물건을 수송할 때는 위다나 레냐를 거치는 것이 가장 빠 르다고 믿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하 지만, 문제는 그 물건의 양이다. 만약 수레 하나 정도의 양을 수송할 때에는, 육로를 주로 하여 해협 을 건너오는 편이 해로만을 이용하는 것 보다 빠르다. 하지만, 그 양 이 수레 열 개 분량 정도가 되어 버리면 약간 계산이 달라진다. 해협 을 건널 때 항구에서 체류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시 배에서 수 레로 짐을 옮겨 싣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게 며칠을 낭비하게 되면, 그 짐을 한 척의 배에 싫고 항해를 통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소 비하게 된다. 그럼에도 과거 육로를 고집한 것은, 아무래도 배라는 수송기구에 대 한 불신 때문이었다.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고, 게다가 바다의 상태 에 따라 수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리고, 보안 역 시 문제가 되었는데, 육지에서 도적을 만날 경우, 물건의 일부를 구할 수도 있었지만, 바다에서는 거의 가능성이 없었다. 아무튼 마곡의 그 상인은 이런 일을 해냈고, 그 덕에 현재 대륙 전체 에서 세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부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사건이 바로 레냐의 위치를 흔들어 놓은 것으로, 훗날 1차 운송 혁명이라고 불리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영향은 아주 미미한 것으로, 레냐 왕실의 주 세금원인 무역 인지세를 겨우 5퍼센트 감소 시켰을 뿐 이었다. 아직은 널리 보급되지 않은 데다, 소단위 수송은 여전 육로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고 안전했기 때문이다. -레냐는 역시 레냐군요.... 이것은 사피엘라가 새너항을 벗어나자마자 7대의 마차와 마주치고 나 서 한 말이다. 그 동안 여행을 하면서 이와 같이 많은 수레를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마주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있었다면 겨우 아드라르 성을 지났을 때 정도였다. 레냐의 지형은 사실상 평이했다. 에노사처럼 끝이 않보이는 평야를 가지지도, 소피카나 노마티아처럼 언덕이 많지도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세이아의 소금기 많은 땅처럼 쓸모 없지는 않았다. 일행은 남쪽으로 별다른 일없이 여행을 계속했다. 종종 란테르트에게 책을 내 놓으라며 길을 가로막는 무리가 없지는 않았으나 별다른 고생 않고 물리칠 수 있었다. 그렇게 레냐 땅을 밟은 지도 열흘 정도가 흘러, 4월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 동안 일행은 시니어 숲을 곁에 끼고 남으로 수레가 다니는 길을 따라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오사 시. 레냐의 수도 위카의 수문 격인 도시였 다. 본래 위카가 자리잡은 땅이 그리 넓지 않은 곳이어서 수도 자체의 규 모는 200년 동안 그리 변하지 않았다. 다만, 수도에 살던 평민 출신들 은 거의 이 오사시로 이사를 왔고, 그래서 지금의 위카는 거의 중급 이상의 귀족들로 채워져 있었다. 막 일행이 오사시로 들어설 무렵이었다. 홀연 한 여자가 란테르트 일행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나이는 대략 십 4, 5세가량으로, 에라브레 또래였다. 머리칼은 갈색이었으나, 사피엘라 자매에 밝은 갈색에 비하면 왠지 투박해 보였다. 일행 모두는 그 달려오고 있는 여자에게 급한일이 있으려니 하고 길 을 비켜 주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거의 일행 앞으로 육박해 왔을 때, 그제서야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녀가 란테르트를 향해 달려들 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어린 소녀는 손에 검을 들고 있었다. 한뼘 조금 넘어서는 날카로 운 단도였다. 그런데 그 단도라는 것이 무기점에서 파는 전투용이 아 닌 아무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요리용 칼이었다. -조심해요.... 칼을 들고 있어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동시에 란테르트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란테르트는 그녀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들었다. 상대의 원 근을 판단하기 위해서 였다. 그는 금새 상대가 무기를 들고 있는 지점 을 파악하였고, 적당한 거리가 되었을 때 검을 휘둘러 상대의 무기를 처냈다. 하지만, 상대가 들고 있었던 것은 무기용의 단단한 단도에 비해 훨씬 무른 부엌용 칼이었다. 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소녀의 칼은 두동강 나 버렸다. 하지만, 칼을 들고 있던 소녀는 칼이 부러졌는데도 전혀 겁먹지 않고 계속해 란테르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탁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부러진 칼이 란테르트의 심장 언 저리를 찔렀다. 하지만, 끝이 잘려나간 부엌칼로는 란테르트의 심장을 찌르기는커녕 그의 가슴에 있는 가죽 갑옷조차 뚫지 못하였다. 그 여자아이는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부엌칼을 쥔 두 손은 파르르 떨렸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녀가 란테르트를 공격해 왔기에 꽤나 대단 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꺼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벌벌 떨며 아무것도 못하자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잠시 후, 그 소녀는 한쪽 눈을 살짝 떠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녀 는 란테르트가 아직 살아있음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란테르트가 팔을 한차례 움직이자 소녀는 그의 검 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소녀는 란테르트의 칼이 자신의 몸에 닿자 파랗게 질리며 몸을 벌벌 떨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 살려 주세요.... 소녀는 이 한마디를 하고는 졸도해 버렸다. 하지만, 칼은 여전히 단 단히 쥐고 있었다. 사피엘라는 그녀가 허물어지듯 쓰러지자 황급히 앞으로 나서며 부축 했다. 이 한차례의 활극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상황이 이렇게 싱겁게 끝나버 리자 하나 둘 흩어져 버렸고, 일행은 그녀를 데리고 근처의 여관으로 향했다. 소녀는 사피엘라가 몇 차례 마법을 걸자 오래지 않아 기절상태에서 깨어났다. 그녀가 사방을 둘러보니, 자신이 찌르려던 남자는 조금 떨어진 곳 창 가에 앉아있었고, 왠 여자 둘이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깨어났군요. 사피엘라가 먼저 이렇게 말을 걸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 지는 목소리였다. 그 소녀 역시 그렇게 느꼈는지 엉겁결에 대답을 했 다. -예.... -왜 란테르트 오빠를 죽이려 했어요? 그녀가 대답하자마자 곁에서 에라브레가 다그치듯 물었다. -라브에.... 사피엘라는 그 소녀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듯 하여 에라브레가 심한 말을 하지 못하게 이렇게 동생의 이름을 불렀고, 이내 그 소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소녀는 두 자매가 이렇게 묻자 안절부절못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갑자 기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음을 터트리자 걷잡을 수 없었는지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제발.... 우리 엄마좀 살려 주세요. 잠시 후 그녀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한 말은 이것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사피엘라가 차분히 묻자 그녀는 그제서야 울음을 멈추며 입을 열었 다. -잘 모르겠어요.... 왠 사람들을 갑자기 우리 집에 들이 닥쳐서는 엄 마를 붙잡았어요. 그리고는 저에게 저.... 저 남자를 죽이라고.... 그 렇지 않으면 엄마를.... 소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꽤 더러운 녀석들이군. 란테르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소녀는 그가 이렇게 말하자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앗.... 눈이 않보이는군요. 지금까지 그녀는 란테르트를 자세히 보지 않았고, 그렇기에 그가 눈 이 멀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고, 소녀는 놀랍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들고 있던.... 그.... 그것을 쳐낸 거죠? 소녀는 막상 물으면서도 내심 그를 죽이려 했다는 점이 걸렸는지 말 을 더듬거렸다. -소리를 듣고. 란테르트는 이렇게 답했다. -대단하군요.... 혹시 뛰어난 검사 세요? 소녀는 란테르트의 대답에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글세.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검을 사용할 줄은 알아. 소녀가 말했다. -정말 검사군요. 그럼 저희 엄마좀 구해 주세요. 그때 사피엘라가 곁에서 끼여들었다. -어느 곳에 있지요? 그들이 분명 저 사람을 공격하라고 했나요? -엄마는 집에 있어요. 그리고.... 분명 그렇게 말했어요. 란테르트가 그녀의 대답을 듣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또 그런 녀석들중 하나로군.... 그때, 에라브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검술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시킨 거죠?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잖아. 가슴을 정면으로 찔렸으니.... 에라브레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이렇게 답했고, 사피엘라가 설명을 보 탰다. -방심하게 하려 한 거야. 이런 연약한 어린아이가 설마 혼자서 덤벼 들리라고는 생각도 못할 테니까. 소녀는 잠시 일행의 대화를 지켜보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제발, 엄마를 좀 구해 주세요. 사피엘라가 물었다. -이름이 뭐지요? 소녀는 사피엘라의 돌연한 물음에 잠시 멍해졌다. -이름을 이야기 해 줘야 부를 꺼 아니에요? 사피엘라가 다시 물었고, 소녀는 상대들이 자신을 도와 줄 것 같자 그제서야 간신히 웃어 보이며 말했다. -라이로나에요. 라이로나 얀. ------------------------------------------------------------------ 아 진부한 이벤트.... 어째서 산적부터 인질범까지.... 줄서서 덤벼드는거지?.... 친구 왈, 네 작가적 역량의 부재야.... 그런건가요?.... 암튼 그래도 이 재미없는 글을 계속해서 봐 주시네요....(넘 기뻐요 T_T)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요. 추신.... 후기조차.... 재미없군요.... 다른분들의 후기는 정말 재미있던데.... Agra,....(쓰기 귀찮아 생략 입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68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29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2 07:26 읽음:174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일행은 라이로나를 따라 골목 이곳 저곳을 구불구불 돌아다녔다. 오래된 도시라는 것이 원래 그랬다. 처음에는 노상을 따라 한 줄로 집들이 늘어선다. 그리고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집 뒤에 집이, 그리고 다시 집 뒤에 집이 생겨나면서 큰길을 조금이라도 벗어난 곳은 미로가 되어 버린다. 오사시 역시 파모로아, 아니 아라하시 초기부터 있어왔던 도시로 이 와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오래지 않아 일행은 라이로나의 집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약간 도시 를 벗어난 곳으로, 생각했던 것만큼이나 초라한 곳이었다. 도시 외곽이어서 인지 라이로나의 집 앞에는 싸움을 벌일 만한 커다 란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공터에는 몇몇의 무기를 든 사내들이 서 있었다. 정확히 세명. 생긴 것도, 또 무기도 각각이었으나, 모두들 한결같이 란테르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이는 모두 30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라이로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한쪽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한 중 년의 여자가 의자에 앉은 채로 있었다. -엄마.... 소녀는 달려가자 마자 목을 부여잡으며 이렇게 외쳤다. 세 사람은 이런 그녀들의 모습에는 아랑곳 않은 채로 앞으로 몇 걸음 나왔다. 그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머리를 짧게 깍은 보통의 장검을 든 사 내였다. -어째서 그녀를 따라왔지? 란테르트는 답하지 않았다. 뻔하지 않느냐는 듯한 행동이었다. -훗, 그렇군.... 암습을 당하는 것보다는, 직접 본거지를 친다는 것 인가? 그것도 상당히 괜찮은 생각이지. 하지만, 너희들은 상대를 잘못 택했다. 란테르트의 무응답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버린 상대는 검을 천천 히 뽑아 들었다. 상대의 손에서 뽑혀 나온 검은 평범한 듯 보였으나, 검날이 퍼렇게 번뜩이는 것을 보니 보통의 것은 아니었다. -실력은 상당한 듯 하더군. 켈튼 같은 실력자가 손을 뗀 것을 보니. 하지만, 우리를 그와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지는 말아라.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순간 흠칫 했다. 켈튼, 그는 자신을 추적해온 자들 중 가장 실력이 뛰어난 검사였다. 그런데 스스로 그보다 실력이 뛰어나다 말하는 자가 셋이나 이곳에 서 있다. -켈튼을 어떻게 알지? -용병 조합에 가입한 자들 중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을 가진 사람중 내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는 에노사의 에스트 하이어링 길드 출신 으로 조합원중 실력 100번째 안에 드는 검사이다. 꽤 뛰어나다 할 수 있지. -당신은? 상대의 말에 란테르트는 다시 이렇게 물었다. 이것은 실력과 정체를 동시에 묻는 것이었다. -어차피 죽을 녀석이니 이야기 하는 것도 무방하겠지. 우리는 용병 조합에서 조합원들 사이의 여러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라이트 소 드, 즉 빛의 검이라는 단체의 단원이다. 모두 서열 50위안에 드는 사 람들로, 30여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한 사람을 잡기 위해 세명이나 동원된 적은, 너를 가르친 그 녀석을 잡을 때를 제하고는 처음이니, 스스로의 실력에 자부심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묻는 말은 자세히 설명해 주는 사람이었다. -오늘, 너희 셋의 목을 가져가야겠다. 란테르트는 지금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리 크게 동요하지는 않 았다. 우선 그 켈튼 이라는 사람 보다 실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그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었는데다가, 실제로 강하다 하더라도 그리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켈튼과 겨루었던 당시에는 눈을 먼지 얼마 되지 않아 어둠 속에서의 싸움이 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익숙해져 눈이 보일 때의 실력을 거의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 다. 게다가 마법을 적절히 사용해 싸운다면 이기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마지막 한마디는 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어째서.... 그녀들은 그 일과는 상관없다. 란테르트의 이 말에 상대는 냉소하며 응수했다. -지금까지 너와 다퉜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뒤의 두 여자도 너를 도와 싸웠다고 하더군. 그래도 상관없다 할 수 있겠는가? -그녀들은 단지.... 란테르트의 말을 끊으며 상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 여자가 책을 훔치는데 관여했고, 하지 않았고는 상관없다. 내가 그녀들을 죽이려는 것은 단지 너의 동료이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더 이상 응대하지 않고 검을 뽑아들었다. -사피엘라, 에라브레, 지금 이곳을 떠나. -안돼요. 오빠를 도와야 하잖아요. -함께 싸우겠어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의 이 말에 란테르트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서. 너희가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야.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져 소리를 질렀으나, 두 자매 는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왜 언제나 우리를 떼어놓으려 하는 거죠? 사피엘라가 이렇게 외쳤다. 란테르트는 그녀들의 뜻을 꺽을수 없음을 알고는 한차례 한숨을 내쉬 었다. 그는 마음 한편으로 달콤함을 느꼈다. 자신을 위해 목숨까지 우 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소리질러서 미안해.... 조심해.... 상대들과 너무 가까이 붙지 말 고.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희색을 띄며 몇 걸음을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그 세사람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검을 뽑아 들었다. 란테르트는 검에 마법을 걸었다. 땅의 속성을 가진 어스 케릭팅 마법 으로 공격 속성은 없었고, 다만 무기의 강도를 크게 높혀주는 것이었 다. 란테르트는 역시 아직 어렸다. 상대가 검만으로 싸움을 걸어오자, 자 신 역시 마법을 사용 않고 검만으로 상대를 맞이하려 한 것이었다. 승 부욕 때문이었다. 사실 그는 검을 익힌 이래로 제대로된 싸움을 거의 못해 보았다. 고작 켈튼과의 대결 정도가 그가 겪은 싸움의 전부였다. 그는 이번에 자신의 검술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시험해 보려 했다. 하지만, 이것은 꽤나 멍청한 행동이었다. 목숨이 걸린 마당에, 실력을 시험하다니.... 이내 싸움이 시작되었다. 세명중 둘은 란테르트에게로 다른 한 명은 사피엘라 등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공격하 려던 사내를 란테르트가 막아서는 바람에 졸지에 3대 1의 싸움이 되 버렸다. -멍청한 녀석. 처음의 그 사내는 이런 란테르트의 행동에 이렇게 냉소를 터트렸으 나, 내심으로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란테르트의 실력이 소문 이상 이었기 때문이다. 싸움은 굉장히 치열했다. 그리고 그의 말 그대로 두 자매가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니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처음부터 쭉 란테르 트를 도우려 했으나 시종 끼여들 순간을 찾지 못하였다. 잠시동안, 수십 차례의 챙챙 거리는 칼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종 종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일행 주위로 선홍색의 핏방울이 쉬지 않고 흩뿌려 졌다. 란테르트도, 다른 세 사람도 모두 한곳 이상 상처를 입었다. 싸움은 시시각각 치열해져 갔고,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사실, 란테르트의 실력이 뛰어 났으나, 그들 셋을 합친 것 만큼이다 라는 이야기는 결코 할 수 없었다. 겨우 한사람 한사람보다 약간 뛰어 나다, 혹은 거의 비슷하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두세번정 도 검을 부딪혔을 당시 란테르트는 이 사실을 감지했고, 그때부터는 섣부른 공격을 자재하며 오직 방어 위주의 검식만을 펼쳤다. 그렇게 되니, 그 세명의 용병은 란테르트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싸움은 고착상태에 접어들었다. 란테르트도, 그리고 그 세명의 용병 도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 채로 미친 듯이 검만을 휘둘러 댔다. 시시각 각으로 상처만이 늘어갔다. 이 상태로 나아가면 란테르트가 불리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비록, 동작이 적고 체력 소모가 적은 방어 위주의 검식을 펼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상대는 세명 이었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그리 초조해 하지 않았다. 우선, 아직 자신의 온 힘을 사용한 것이 아닌데다가, 사피엘 라와 에라브레라는 무시할 수 없는 원군이 뒤에 버티고 서있었기 때문 이었다. 네명은 이제 엉킬 대로 엉켜 더 이상 한사람도 싸움에 끼여들거나 빠 져나갈 방법이 없게 되었다. -지독한 녀석.... 어서 항복해라.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세명중 머리가 조금 긴 용병이 이렇게 외쳤으나, 아무도 그 말에 상 관치 않았다. 오히려 말을 꺼내는 바람에 정신이 흩어져 란테르트의 검에 상처를 입을 뿐이었다. 싸움은 한시간 이상이나 계속되었다. 네명 모두 땀을 비오듯 흘리며 싸움에 열중했으나, 기세는 처음만 못하게 되었다. 표정에는 지친 기 색이 역력했고, 검이 휘둘리는 속도 역시 상당히 느려져 있었다. 란테르트 역시 상당히 지쳤다. 셋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 데다가 마법 까지 함께 사용하고 있었으니, 아무리 혹독한 수련을 쌓은 몸이라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였다. 란테르트와 싸우던 세 용병중 다른 한 명이 검집을 풀어 땅에 내려놓았다. 그런 무리한 동작 덕에 어깨에 상처를 입었으나, 그 는 만면에 미소를 띄었다. 그가 입을 열어 동료들에게 외쳤다. -어서 물건들을 땅에 떨어뜨려. 아무거나 그의 걸음걸이를 흩트릴 수 있는 것이면 돼. 란테르트는 상대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그는 눈을 먼 이후로 언제나 바닥의 상태에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켈튼과의 첫 번째 싸움 에서도, 바닥에 있는 돌 때문에 위험한 지경에 처했었다. 란테르트의 검식이 돌변했다. 지금까지 방어 위주의 완만한 검식을 펼치던 그는 가벼운 기합소리와 함께 굉장한 속도의 쾌검식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그로써 이런 검식은 사실상 무리 였다. 단지 주위 모든 범위의 모든 각도를 미친 듯이 공격해 들어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확실했다. 상대들은 순간 당황하며 물건을 바닥에 늘어놓는 일을 멈춘 채 황망히 검을 들어 란테르트의 검을 막았다. 그러나 이런 란테르트의 무모한 행동 덕택에 다음순간, 전세는 완전 히 뒤집혔다. 그나마 지금까지 란테르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그가 방어 위주의 검식을 펼쳤기 때문이었다. 비록 방금의 미친 듯이 휘두 르는 검식이 순간적으로 위력을 발휘해 세 사람을 궁지에 몰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가 방심했었기 때문이다. 세 용병은 란테르트 의 공격에 한 걸음 주춤거리다가 다시 자세를 다잡으며 란테르트의 검 에 대응했다. 란테르트의 검식 자체는 몹시 뛰어났다. 하지만, 어디까지난 눈먼 검 식이었다. 순식간에 두서너 군데나 허점이 노출되어 허리와 어깨에 상 처를 입었다. 란테르트는 일이 잘못 되어 감을 느끼며 황급히 다시 이전의 상태로 전환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다시 허벅지에 일검을 맞으며 거의 승패가 가려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네사람 사이의 변화가 밖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사 실을 눈치챈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싸움의 형세가 팽팽한 대치구도 에서 일방적인 공격형태로 바뀌자 그 동안 한사람도 끼여들 틈이 없었 던 네사람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이는 아주 미세한 변화로 보통 사람 은 전혀 눈치챌 수 없었으나, 사피엘라나 에라브레같이 눈치 빠른 사 람은 금새 알 수 있었다. 란테르트가 다시 팔뚝에 검을 맞은 순간, 사피엘라와 에라브레가 마 법과 검으로 세사람을 공격해 들어갔다. 사피엘라는 화염계 마법으로 짧은 머리의 사내를 겨냥했고, 에라브레 는 아직 미숙한 검술로 물건을 떨어뜨리라고 외친 사내의 등을 찔러갔 다. 이 두 사람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란테르트에 대한 포위가 풀어져 버 렸고, 공격을 받은 자들은 하는 수 없이 두어 걸음 물러서게 되었다. 순간 란테르트가 남은 한 사내를 미친 듯이 공격했다. 일단 한 명이 라도 어떻게 해야만 이 난국이 풀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실력이라는 것이 란테르트가 어떻게 하고 싶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란테르트의 노력은 다만 가슴에 경미한 상 처 하나만을 안겨줄수 있을 뿐이었다. 한시간여에 걸친 싸움은 이렇게 일단락 지어졌다. 일행과 그들은 서 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노려보며 잠시동안 서 있었다. -부끄럽구나.... 셋이서 한 명을 상대로 이렇게나 오랫동안 싸우다 니.... 잠시후, 처음 말을 꺼냈던 짧은 머리칼의 사내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고개는 연신 가로로 흔들며 입으로는 땅이 꺼져라 세차례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는 잠시동안 란테르트와 두 여자를 바라보더니 다시 한차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돌아가자. 사실 그는 내심으로 상대와 자신들의 전력을 가늠해 보았다. 비록 한 시간 정도를 더 싸운다면 이길 수는 있을 듯 싶었으나, 왠지 자신들이 추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눈앞의 두 여자의 실력을 확 실히 파악 못한데다가, 란테르트의 마법 실력에 대해 아는 것 역시 하 나 없었다. 한마디로 승산은 있었으나 변수가 너무 많았다. 란테르트는 돌아가는 그들을 보며 반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자 신의 검에 몸을 기댄 채 태연한 척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상대들의 모습이 저편으로 사라져 버릴 무렵, 그는 허물어지 듯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푹 쓰러져 기절해 버렸다. -란테르트 오빠. -란테르트.... 두 자매는 돌연 쓰러져 버린 란테르트를 향해 손을 내뻗으며 이렇게 외쳤고, 엄마와 함께 있던 라이로나도 란테르트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 다. 란테르트는 사실 한시간 가량의 싸움으로 체력소모가 상당했다. 마지 막의 삼검에 입은 상처가 작지 않은데다 피를 많이 흘려 거의 탈진 상 태였다. 하지만, 자신이 쓰러져 버리면 지금까지의 고생이 허투루 돌 아가 버리기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몸을 검에 기대 간신히 추스르 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상대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돌 연 긴장이 풀리며 이렇게 쓰러져 버렸다. ------------------------------------------------------------------ 허걱.... 쓰러지고 깨워주기의 원패턴 세번째입니다.... 역시 실력없는 글장이의.... 한계인가 보군요.... 아무튼, 후기까지 재미없는 AGRA 입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75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0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3 02:58 읽음:173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테르트가 깨어난 것은 늦은 밤이 되어서였다. 그나마 이렇게 일찍 일어난 것은 사피엘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란테르트가 지금 누워있는 침대 곁에는 사피엘라가 조용히 앉아 있었 다. 그녀의 시선은 멍히 란테르트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여긴 어디지? 란테르트는 깨어나자 마자 몸을 반쯤 일으키며 이렇게 물었고, 사피 엘라는 그의 목소리에 퍼뜩 놀라며 바로 대답했다. -라이로나의 집이에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목소리를 듣자 적이 마음이 놓였다. 이쯤 들 려올만한 에라브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란테르트가 의아해하며 물 었다. -에라브레는? -옆방에서 자고 있어요. 곁에 앉아 계속 졸고 있기에 가서 자라고 했 어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대답에 웃으며 말했다. -피곤하기도 하겠지.... -몸은 괜찮아요? 사피엘라가 묻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물론이지. 조금 나른 하긴 하지만.... -피를 많이 흘렸어요.... 사피엘라의 걱정스런 목소리에 란테르트는 활달이 웃으며 대꾸했다. -괜찮아. 이보다 훨씬 피를 많이 흘린 적도 있는데 뭐. 사피엘라는 순간 언제요?, 라고 물으려다 란테르트가 피곤할 것 같아 그만 두기로 했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가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멈추는 것을 보며 잠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했나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한가지 다른 것 에 생각이 미쳤고,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지 않아?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이런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요? -언제나 이런 식이잖아. 나는 성처입고 기절하고.... 너는 나를 치료 해주고....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도 한차례 나직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네요.... 처음 만났을 때도.... 그때에도.... -언제나 고마워.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에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란테르트는 계 속해 사피엘라가 무슨 말을 하려 했나를 생각해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 며 입을 열었다. -언제 이보다 훨씬 많은 피를 흘렸는지를 묻고 싶었지?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말이지.... 어떻게 알았지요? -사피엘라는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잖아. 사피엘라의 물음에 란테르트를 이렇게 답했다. 사피엘라는 그의 대답 에 속으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 라,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요, 라고 답했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에게서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가 업자 천천히 입 을 열었다. -어쩌면, 내가 스승에게 당했을 때의 상처가 가장 클는지도 몰라. 하 지만, 그때는 너희 자매가 곧바로 나타나 내 목숨을 구해 주었지.... 란테르트는 잠시 그때의 일을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3년쯤 전.... 한 1년 반 가량 내 스승에게 검을 익혔을 때였어. 나 는 한가지 물건을 찾으러 클라우젠에 숨어들었지. -물건이요?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가 이렇게 되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 덕이며 품에서 조그만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가죽 주머니 안에는 조 그마한 상자가 들어 있는 듯 했다. -꺼내 주겠어? 란테르트는 그 주머니를 사피엘라에게 건넸다. 온통 땀과 피로 얼룩 져 있는 더러운 주머니 였으나, 사피엘라는 눈살하나 찌푸리지 않고 받아 들었다. 주머니 안에는 조그마한 반지 상자가 들어 있었다. 사피엘라가 그 상 자를 열어 보니, 그곳에는 은으로 만든 듯한 반지가 하나 있었다. 두 줄기의 넝쿨이 얽혀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비싸 보이지는 않았지 만 상당히 잘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다만, 손질을 하지 않아 광택이 은 본래의 것만 못했다. 사피엘라는 조심히 그 반지를 꺼내들어 란테르트의 손에 쥐어 주었 다. -바로 이 반지야.... -누구의 반지인가요? 사피엘라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쓸쓸히 웃어 보였다. -어머니의 유품이야.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조금 놀라며 다시 한 번 반지를 바라보 았고, 란테르트는 그 반지를 한참동안이나 만지작거렸다. -어머니는 다정하신 분이셨어.... 매일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시면 서도 시종 웃음을 잃지 않으셨지.... 란테르트는 이 말을 하고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몇 번이나 사피엘라를 쳐다보며 입을 움직거리는 것이 무슨 말을 하려 하는 듯 보였다. 이윽고, 란테르트가 조용히 이렇게 입을 열었다. -사피엘라.... 얼마 전부턴가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정신이 번쩍 드는 듯 했다. 두 눈은 란 테르트의 눈가를 응시했고, 가지런히 모인 채 무릎 위에 올려져 있는 두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갔다. -나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녀석이야.... 집안도 별볼일 없 고.... 게다가 눈까지 멀었으니.... 사피엘라가 그의 말을 황급히 막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그리고 눈은 곳 낫게 될 거잖아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는다면.... 나는 감히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했겠 지.... 란테르트는 잠시동안 말을 멈추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말인데도 막상 입밖으로 내기는 쉽지 않았다. -사피엘라.... 손을 내게 빌려주겠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오른손을 내밀었다. 사피엘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의 말을 따라 조심스럽게 손을 란테르 트에게 맡겼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손을 살며시 쥐었다 놓은 후, 반지를 그녀의 손에 올려놓았다. -처음부터, 나는 너희 자매가 정말이지 좋았어. 귀엽고 활달한 에라 브레도, 그리고 조용하고 차분한 너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었지.... 언제나 너희에게 고향으로 되돌아가라고 할 때마다 나는 마 음속으로 정말로 떠나 버리면 어쩌지, 하면서 조마조마해 했어.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 다. 란테르트는 계속해 말을 빙빙 돌리기만 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 졌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너희 자매는, 그리고 특히 너는 나 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어 버렸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단지 눈먼 나의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로써가 아니야.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이야기에 자신도 모르게 반지를 들고 있는 손 에 힘을 주었다. 란테르트가 하고 싶은 말은 확실했다. 문제는 자신의 마음이다. 사피엘라는 돌연 머릿속이 어지러워짐을 느꼈다. -내 반지를 받아 줘.... 이건, 내가.... 내가 너를 평생 보호해 주겠 다는 징표로 너에게 선물 하는 거야.... 물론, 나란 녀석은 너에게 많 이 부족한 자야. 배운 것도 없고.... 가문도 비루 한데다가, 재산도 아무것도 없으니까.... 하지만, 너한명 정도는 충분히 보호해 줄 수 있어. 만약 부담스럽다면.... 만약 싫다면 그 반지를 받지 않아도 좋 아.... 너를 탓하지는 않을 테니까....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잠시 멍했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에게서 아무런 대답도 없자 내심 초조해 졌다. 차라리 수십 여명의 강한 적에게 둘러싸여 있는 편이 더 편할 듯 싶었 다. 잠시 후, 사피엘라는 조심히 반지를 다시 란테르트의 손에 올려놓았 다. 란테르트는 순간 손에 힘이 빠짐을 느꼈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이 며 중얼거렸다. -역시.... 무리지?.... 그때 사피엘라가 입을 열었다. -직접 끼워 주세요. 사피엘라는 이렇게 말하며 왼손을 가만히 란테르트의 오른손에 올려 놓았다. 직접 끼워 주세요.... 사피엘라의 목소리는 한참동안이나 란테르트의 머릿속에 윙윙 울렸다. 이 한마디 짧은 말에, 란테르트는 짧은 순간동 안의 우울한 마음을 단번에 걷어 버렸다. 그리고는 환히 미소지으며 사피엘라의 손을 들어 올렸다. 이윽고, 은반지는 사피엘라의 손에 끼워졌다. 마치 맞춘 듯 꼭맞는 반지는 사피엘라의 하얀 손과 함께 희게 빛났다. 란테르트는 반지를 꽂은 후에도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사피엘라의 손을 놓지 않았다. 사피엘라는 그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잠시동안 미소를 띈 채 지켜보았다. 잠시후, 사피엘라가 입을 열었다. -한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란테르트는 기쁜 마음에 더 생각해 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피엘라는 왠지 그의 대답에 성의가 부족함을 느끼며 다시 한차례 못박아 말했다. -이 일은 대단히 중요한 거예요. 란테르트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떤 약속이던 반드시 지키겠어. 사피엘라는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조금전.... 당신이 말했죠. 이 반지는 평생 보호해 주겠다는 증표로 내게 주는 것이라고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사피엘라는 계속해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런 의미라면 저는 이 반지를 받지 않겠어요. -왜지? -라브에는.... 아주 불행한 아이 에요.... 엄마 아빠의 얼굴도 기억 하지 못하지요.... 만약, 만약 저를.... 맞이하고 싶다면, 반드시 한 가지 약속을 해 주셔야 해요. 란테르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 이며 말했다. -에라브레는, 내게 친동생 같은 아이야. 결코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 하지 않아도 돼. 만약, 너희 자매 둘중 한 명만을 구할 수 있다면, 나 는 너를 구할 꺼야. 하지만, 우리 셋중 두명만 살 수 있다면, 나는 너 와 에라브레를 살릴 꺼야. 사피엘라는 그의 대답에 웃으며, 그러나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천만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그녀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런 말 하기는 어색하지만.... 사랑해. 이전부터 쭉.... 언제부터 인지는 잘 모르겠어.... 이제와 생각하면 처음부터 였던 것 같이도 하 고.... 그 마법사 협회 부회장인가 하는 사람과의 일이 있은 이후부처 인 것 같기도 하고.... 사피엘라.... 사피엘라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피엘 이라고 부르세요.... 저희 아버지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저를 그렇게 부르셨어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엘....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부르는 소리에 한차례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 였다. 그리고는 손을 목언 저리로 가져가며 목걸이를 풀었다. 사피엘라는 몸을 일으켜 란테르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풀었던 목걸이를 그의 목에 걸어 주었다. -이건 제 선물이에요.... 란테르트. -란트라고 불러.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가 물었다. -어렸을 때의 애칭인가요? -아니. 단지, 나도 피엘 만이 부르는 이름을 하나 갖고 싶어졌어.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런데 이 목걸이는 뭐지? 란테르트는 사피엘라가 걸어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가르트의 목걸이라고 한데요. -가르트의 목걸이? -예. 아버지가 저희 남매에게 하나씩 선물해 주신거에요. 평생을.... 책임질 남자에게 맡기라고 하면서....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기뻐하며 손을 내밀어 사피엘라의 손을 찾았다. 사피엘라는 살짝 미소지으며 그에게 손을 맡겼다. -정말 고마워....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가 정색을 하며 답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제가.... 당신께 이 목걸이를 맡기는 이유는 제가 원하기 때문이에요. 사피엘라는 이렇게 말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 역시.... 언제부터인가 이런 광경을 상상해 왔어요. 저는 첫눈에 반한다라는 말은 믿지 않았었어요. 하지만 몇 달전 그런 일이 실제 있 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죠. 당신을 만난 그때요.... 하지만, 저는 애써 그런 제 마음을 지워 버렸어요. 어쨌거나 란트, 당신에 대해 아 는 것이 없었으니까요. 저는 라브에를 위해서 어려서부터 철저히 현실 주의자가 되어야 했어요. 사피엘라가 여기까지 말했을 무렵, 란테르트가 강하게 그녀의 손을 잡아 당겼다. 그러자 사피엘라의 몸이 란테르트의 품에 빨려 들어가듯 안겼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어깨를 꼭 껴안았다. -피엘.... 이제부턴 내가, 너희 둘을 위해 현실주의자가 되겠어....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난폭한 행동에 순간 당황했으나, 싫다는 느낌 은 들지 않았다. 가만히 그가 하는 데로 몸을 맡긴 채 조용히 그의 말 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내심으로, 이 사람은 이런데 있어서는 말 솜씨가 아주 없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박한 그의 말솜 씨가 싫지만은 않았다. -이제 가서 자야겠어요.... 사피엘라는 한참이 지나도록 란테르트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생겨나 이렇게 말했다. -아 참.... 미안해....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이렇게 떠듬거리며 그녀를 잡고있던 팔 을 풀었고, 사피엘라는 성급히 그의 말을 막았다. -아니에요. 다만,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았잖아요. 조금 쉬세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심 아쉬움이 남 아있었다. 란테르트는 손을 뻗어 사피엘라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 을 당겨 자신의 입에 한차례 가져다 대었다. -그럼 잘자.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이런 행동에 미소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 리고는 몇 발짝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란테르트 곁으로 돌 아왔다. 그녀는 잠시동안 란테르트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돌연 허리를 굽혀 그 의 이마에 한차례 입맞춤을 했다. -편히 쉬세요. 사피엘라는 조금 부끄러운지 귀밑을 붉히며 황급히 방을 벗어났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진 쪽으로 시선을 옮기었 다. 순간 보이지 않는 자신의 눈이 심히 원망스러웠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사피엘라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떠올랐다. 란테르트는 행복했다. 어렸을 때가 어쨌건,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이 어떠하건, 그는 지금 행복했다. 벌렁, 란테르트는 뒤로 누운 채로, 한참동안이나 사피엘라가 준 목걸 이를 만지작거렸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이 아득해 지 며 잠이 들었다. 한편 란테르트의 방을 빠져나온 사피엘라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에라 브레가 묶고 있는 방으로 갔다. 라이로나의 집은 모두 방이 세 개였 다. 그중 손님용 방은 란테르트에게, 그리고 라이로나의 방은 사피엘 라 자매에게 내어 주었다. 사피엘라는 방에 돌아오자 마자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에라브레는 사피엘라가 곁에 눕는데도 여전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새근새 근, 에라브레가 내쉬는 고른 숨소리만이 방안에 온통 울리고 있었다. 사피엘라는 원래부터 동요가 적은 여자였다. 겉으로는 비록 상냥하고 자상해 부드러웠으나, 마음은 강직하기 이를 때 없었다. 외유내강한 성격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오늘밤만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어쩌면 그녀가 지난 4개월간 바라온 일인지도 몰랐다. 란테르트라는 남자는 사피엘라에게는 굉장한 의미를 가지는 사람이었 다. 어쩌면 그것은 사피엘라가 란테르트에게 준 영향 이상인지도 몰랐 다. 언제나, 란테르트는 사피엘라 자매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해 왔지만, 그것은 그 반대이기도 했다. 아무런 경험도 없고, 실력 역시 형편없는 여자들이 이런 험난한 세상에 무턱대고 나온 그 자체가 사실 은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행동이었다. 어쩌면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 흉한 꼴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자매를 지금까지 무사히 돌보아준 사람이 바로 란테르트인 것이다. 사피엘라는 이점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사피엘라는 너무 쉽게 란테르트에게 자신을 허락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결코 후회는 하지 않았다. 온통 흐트러진 머릿속과 여전 란테르트의 온기가 남아있는듯한 손 때 문에 사피엘라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힘들 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라브에.... 나 오늘 약혼했단다.... 너도 기쁘지? 사피엘라의 이 말은 조용한 밤에 은은히 울렸다. 하지만 에라브레는 새근새근, 숨소리만을 내며 사피엘라의 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닭살 #1 입니당.... 언제 써도 사랑고백 씬은.... 유치하군요.... (으악.... 내 한계야....)->(당연히 작가적역량의 부재지^o^오호호호호호) 암튼, 이것으로 란테르트와 사피엘라의 관계가 확실해 졌겠죠.... (우끼네.무슨 확실이야.성적결벽증 환자주제에!!!!!) 그럼, 닭살 #2(34화), #3(35화)를 마니마니 기대해 주세요. (니가 진정한 닭살을 모르는구나.!!!!!!) 1부 1기의 끝은.... 36화, 37화에 걸친 이벤트 겠네요.... 암튼 재미었고 진부하면서 거기다 닭살까지 돋는.... (알긴아네) 엉망진창의 계속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다신 올리지마!!!!!!!!!!!!!!!!!!!!-_-;) 계속해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누가 성원을 해. 빠X 냐!!) Agra, .....(병 X !!!!!!!!!!~~~~~~) From Delta Fortune With Lachesis 光皇 Amaterasu... & Their Destiny Was Foreordained , 1999...... 추신.... 괄호속의 말들은.... 저의 창조 욕구를 팍팍 꺽어주는.... 제 친구의 악담압니다. 뭐, 마지막 문구에서 추측하셨겠지만.... 이 아이디의 주인이지요. 오늘, 아니 어제 우리집에 놀러 왔다가.... 이렇게 휘갈기고 갔습니다.... 악마악마악마악마악마악마.... 인가요? 농담이라고 믿고 싶습니다....T_T;;;..... (x 부분은 자체심의 입니다...) 후기까지 재미없는 Agra 였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75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1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3 02:58 읽음:172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8. 다시 위다로.... 사피엘라와 란테르트가 밤새 뒤척이다 새벽 무렵에 잠이든 덕에 평소 와는 다르게 에라브레가 가장 먼저 잠을 깨었다. 에라브레는 언제나 처럼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앗. 아직도 자고 있잖아. 에라브레는 곁에서 사피엘라가 아직 자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사피엘라는 에라브레를 바라보며 옆으로 누워 자고 있었다. 치렁치렁 한 그녀의 머리칼이 온 침대에 흐트러져 있었다. 에라브레는 몸을 틀어 사피엘라 쪽을 바라보며 누웠다. 그러다 사피 엘라의 손가락에 못 보던 물건이 끼워져 있음을 발견했다. 에라브레는 안력을 돋구어 그 물건을 바라보았다. 비록 아주 뛰어나 지는 못했으나, 상당히 아름다운 모양을 한 반지였다. 하지만, 에라브 레는 지금 그 반지가 아름다운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 같은 것을 기울 일 상황이 아니었다. 에라브레는 황급히 사피엘라의 목쪽으로 시선을 옮기었다. -어, 없어.... 가르트의 목걸이가.... 에라브레는 놀라 몸을 일으켰다. 한참동안이나 멍히 사피엘라를 내려 다보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벌써.... 이런 날이 찾아왔구나.... 에라브레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향했다. -일찍 일어 났네요. 라이로나는 언제 일어났는지, 이미 몸단장을 끝낸 채 정원을 청소하 고 있었다. 비록 그녀의 집은 낡았으나, 교외에 위치하고 있어서 인지 꽤 넓은 편이었다. 그래서 작고 초라하나마 정원 같은 것도 가지고 있었다. -라이로나야 말로요. -뭘요. 버릇이 돼서 그런 걸요. 라이로나는 전날 칼을 들고 란테르트에게 덤벼들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수수한 여자였다. 이 대화를 끝으로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찾아들었다. 에라브레는 굳이 라이로나와의 대화에 마음을 두지 않고 정원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한창 봄이었고, 그렇기에 꽃이 만개했다. -초라하지요? 라이로나는 에라브레의 집안이 보통을 넘는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행동거지가 그러했고, 말투 역시 보통의 여자들과는 조금 달 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이 가꾸고 있는 수수하다 할만 한 정원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은 것이다. -아니요.... 무어랄까.... 예뻐요. 라이로나는 에라브레의 말에 크게 기뻐했다. 그녀는 에라브레가 지금 까지 자신이 알고있던 귀족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아니요. 에라브레는 라이로나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다시 주위를 둘러보 았다. 하지만, 기분은 그리 한가롭지 않았다. -언니가 일어났는지 가 보아야 겠어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피엘라는 여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에라브레의 기척을 들었는지, 으응,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라브에, 일찍 일어났구나. 사피엘라는 한차례 가벼이 기지개를 펴며 이렇게 말했으나, 에라브레 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피엘라는 동생이 대답을 하지 않자 이상함을 느끼며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라브에.... 에라브레가 사피엘라를 바라보는 표정은 심히 이상했다. 도저히 무어 라 딱히 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태로, 사피엘라는 잠이 확 깸을 느 꼈다. 그러나 그런 어색함도 잠시, 에라브레는 돌연 사피엘라의 품으로 뛰 어들었다. 그리고는 어리광이 잔뜩 섞인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축하해. 사피엘라는 순간 에라브레가 왜 그렇게 이상한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라브에.... 놀랐잖아. -란테르트 오빠와 결혼하기로 한 거야? 에라브레는 언니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위로 들어 언니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고, 사피엘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 다. 에라브레는 언니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응, 그렇구나.... 라는 말만을 계속해 되뇌었다. 사피엘라는 그런 에라브레를 안은 채로 그녀의 갈색 빛나는 단발머리 를 몇 차례 쓰다듬었다. 에라브레는 잠시 잠자코 있다가 언니의 품에서 빠져 나오며 물었다. -누가 프로포즈 한 거야? -그가.... 사피엘라의 수줍은 대답에 에라브레는 환히 웃으며 사피엘라의 손을 움켜쥐었다. -어서 오빠한테 가보자. 에라브레는 사피엘라를 잡아 끌 듯이 하며 몸을 일으켰다. -잠깐.... 세수 정도는 하고 가야지. 사피엘라는 에라브레가 자신의 약혼을 흡사 자기의 일이라도 되는 듯 기뻐함을 보며 몹시 즐거워 졌다. 하지만, 평소 섬세하기로 유명한 그 녀로써도 동생의 마음 모두를 헤아리지는 못하였다. 자신을 제외한 어 느 누구에게도 다정히 굴지 않았던 에라브레가 란테르트에게 그렇게 까지 살갑게 굴었던 이유를.... 일행은 아침을 먹은 즉시로 라이로나의 집을 떠났다. 두 모녀의 극진 한 환송을 받으며 세사람은 다시 남쪽으로 길을 재촉했다. 오사시를 벗어날 때까지, 세사람중 말을 꺼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 다. 란테르트도 사피엘라도, 그리고 에라브레도 모두 각자의 생각에 잠겨 몇 차례나 시선이 교차했음에도 시종 입을 다물었다. -란테르트 오빠, 왜 한마디도 없는 거죠? 그러던 것이 마을을 벗어나자 마자 던진 에라브레의 이 한마디에 입 을 열기 시작했다. -에라브레, 이미 알고 있겠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짐짓 모른 척 했다. 란테르트의 입을 통해서 듣겠다는 의도였다. -무얼요?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사피엘라가 있음직한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사피엘라는 그런 란테르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가져갔다. -피엘과 약혼했어. 어제 밤에....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을 잠시동안 바라보 았다. 그리고는 란테르트와 사피엘라를 번갈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잘됐어요. 정말이지....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바라보며 한차례 미소지었다. -고마워. 에라브레..... 에라브레가 란테르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우리 언니를 피엘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나를 라브에라고 불 러야 해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바꿨다. -라브에. 내가, 너의 언니를 데려가도 정말 괜찮은 거지? 에라브레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리고는 약간 퉁명스런 목소리 로 말했다. -물론이죠. 하지만, 절대 언니를 힘들게 하면 안돼요. 그럴 경우 내 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자신의 손안에 있는 사피엘라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맹세해.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헤, 하고 한차례 웃어 보이며 다시 걸음 을 옮겼다. -어서 집으로 가요. 그리고 정식으로 약혼식을 올리는 거예요. 이런 곳에서 이러고 머뭇거릴 이유가 없잖아요. 평소의 란테르트나 사피엘라 였다면 에라브레의 태도가 어딘지 어색 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다. 에라브레는 비록 미소지었으나 입가에 쓸쓸함이 베어 있었고, 목소리는 밝았으나, 그 안에 왠지 모를 우울함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사피엘라도, 란테르트도 막 약혼을 한 기쁨에 잠겨 그런 에라브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꼭 잡은 손은 풀려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사피엘라가 약간 앞에서 길을 만들었고, 에라브레가 곁에서 란테르트의 걸음을 보 조했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까지 란테르트의 눈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란테르트는 눈이 먼 시간동안 몇 가지 것을 새로 익혔다. 가장 첫 번 째 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기실 그는 몇 년간 검술을 익히는 사이, 느낌과 기운으로 상대를 감지하고, 귀로 상 대의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눈이 멀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반인들과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다. 하지만, 눈을 뜬 상태에서 이런 것들의 보조를 받는 것과 보이지 않는 상태에 서 이런 것들에만 의지하는 것 사이에는 천지차이가 있었다. 아무튼 그는 이 몇 달 사이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완전히 적응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발밑의 작은 물체들을 무시할 수 있는 보법을 익 힌 것이다. 본래 검술은 보법을 굉장히 중요시 여겨 조금의 흐트러짐 도 없게 익혀야만 했다. 보법은 힘의 분배와 집중을 실질적으로 결정 하는 것이다. 그런 보법이 흐트러지면, 검이고 뭐고 다 소용없게 된 다. 란테르트는 처음 이것 때문에 상당히 애를 먹었으나, 이제는 거의 이 문제를 해결했다. 다름 아닌 걸음걸이를 바꾼 것으로, 과거의 사뿐 히 지면을 스치듯 하는 걸음걸이에서 지면을 발바닥으로 감싸듯 걷는 걸음으로 바꾼 것이다. 비록 속도는 이전의 것만 못했으나, 안전성 면 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란테르트는 주위의 도움이 거의 필요 없는 경지에 이르 렀으나, 처음부터 해오던 것이기에 그들은 이런 형태로 여행을 계속하 고 있는 것이다. 오사시에서 레난트 항은 동남쪽으로 120여 휴하(1휴하=약1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위키 산맥에서 발원한 레냐 유일의 큰 강인 레소우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일행은 레소우 강을 오른편에 끼고 동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은 아직 중류였지만, 이미 유유히 흐르기 시작하여 물이 흐르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레소우 강은 세에르강보다 훨씬 작군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가 대꾸했다. -당연하지. 세에르강은 아주 커다란 강이야. 게다가, 이곳은 아직 중 상류 지역이고. 우리가 지나왔던 그곳은 세에르강의 중류잖아. -조금도 지체없이 앞으로만 흐르는군요.... 에라브레는 알 수 없는 이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사피엘라 를, 란테르트를 한 번씩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 후기.... 이번주는 굉장한 슬럼프에.... 바쁘기 까지 해서.... 이 기회에 말씀드리는데.... (고등 및 중학생 여러분 !!!!) 절대, 절대 대학가면 놀 수 있다, 라는 감언에는 빠지지 맙시다. 놀 수 있을때 적당이 놀아 두세요. 학부제라서.... 1학년 마저도 노는것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재수하고.... 늙어서 이 무슨 고생이람....) 그럼.... 재미없는 글장이는 이만 물러갑니다. 후기까지 재미없는 Agra 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883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2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4 05:35 읽음:174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레난트항까지의 7일 동안, 일행은 걷고 또 걸었다. 5월은 꽃이 만개 하는 달이다. 이미 성급한 꽃들은 꽃잎을 하나 둘 떨구기도 했으나, 레난트항의 근교 들판에는 이름모를 갖가지 풀꽃들 이 지천에 널려 있었다. 일행은 레난트항이 한눈에 보이는 한 언덕에서 한가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레난트항은 돌출한 곶에 만형으로 생긴 항구로, 항구의 모습 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그 항구를 눈앞에 둔 일행이 이런 곳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다름 아 닌 에라브레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아, 5월이면 고향에서는 꽃구경을 갔었는데.... 사피엘라 역시 에라브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했다. -작년에는 에카숲 북서쪽의 언덕에 갔었지. 아름다운 곳이었어.... 란테르트는 두 자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꽃구경을 가면 되잖아. 어차피 하루쯤 늦어진다고 안될 것도 없고. 란테르트의 눈은 상당히 좋아져 있었다. 물론, 제대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으나, 대체적인 움직임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팔 다리가 움직이는 모습까지는 몰라도 적어도 무언가가 움직인다, 라는 것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다. 언덕 정상 부에 서있는 나무의 그늘에 앉아 일행은 조용히 주위를 둘 러보았다. 에라브레는 열심히 조그마한 꽃들을 꺾어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고, 사피엘라는 란테르트 곁에 붙어 앉아 그런 에라브레를 바라보 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조용히 손을 뻗어 사피엘라의 손을 잡았다. -피엘.... 앞으로 길어야 보름, 그 정도면 에티콘에 도착할 수 있을 꺼야....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혹시 후회 같은 것 되지 않아? 란테르트의 조심스런 물음에 도리어 사피엘라가 물었다. -후회되시나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서둘러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결코....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고개를 란테르트의 어깨에 기대며 답했 다. -저도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기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려 사피엘라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되는걸.... 사피엘라의 양부모 님들은, 과연 그 분들이 허락 하실 까?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아마.... 허락하실 꺼 에요. 비록 높은 귀족이지만, 신분 같은 것은 그리 개의치 않는 분들이에요. 굉장히 이상한 친구들도 많아요. 검사 도 있고, 마법사에.... -하지만, 결혼은 그것과는 조금 달라.... 비록, 신분제라는 것이 많 이 흔들려 귀족과 평민이 결혼하는 일이 흔하게 되어 버렸다 하더라 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야.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 -그 약속 아직 잊지 않고 있지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이 두사람은 내가 영원히 지킬 꺼 야. 사피엘라는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그렇다면 됐어요. 만약, 그분들의 반대가 심하다면, 집을 떠나면 돼 요. 지금처럼 유랑하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그녀의 말에 란테르트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굉장히 힘들 꺼야. -상관없어요. 사피엘라의 마지막 말에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정말 고마운 말이야. 하지만, 반대가 심하다면, 잠시 헤어지는 편이 좋아. 그사이 내가 커다란 전쟁에 참가해 공을 세워 귀족의 칭호를 하 사 받던지, 아니면 많은 돈을 벌어 돌아올 테니까. -싫어요. 사피엘라는 평소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이렇게 외쳤고, 란테르트는 웃 으며 그런 사피엘라의 말에 대꾸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야. 그때, 에라브레가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한참동안 꽃을 만지작거리더니 결국은 한 개의 화환을 만들어 냈다. -자, 언니.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머리에 관을 씌워 주웠다. -이제야 신부 티가 나는걸. 에라브레의 농에 사피엘라는 살짝 미소지어 보였다. 그녀의 그런 미 소는 갖가지 색의 꽃들과 몹시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에라브레는 두 사람 사이에 천천히 앉았고, 란테르트와 사피엘라는 조금씩 옆으로 비켜 그녀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흔히, 연인들은 자신들 사이에 다른 사람이 앉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나, 이 두사람은 예외였다. 사피엘라는 그녀 자신의 동생을 끔찍 하다시피 아꼈고, 란테르트 역시 에라브레를 사피엘라와는 다른 의미 에서 몹시 좋아했다. 게다가 이러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 어울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에라브레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우리 라브에가 얼마나 좋은 아이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조금도 진지함을 느낄 수 없는 이 대답이 거짓인 것을 에라브레는 쉽 게 알 수 있었으나, 평소처럼 톡 쏘아주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요? 그래서 내가 얼마나 좋은 아이죠?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짐짓 생각에 잠긴 척 하다 입을 열었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좋은 사람이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해 활짝 웃었다. -언니 다음인가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와 사피엘라에게 처음에 지어 보이던 쓸쓸한 미 소를 며칠전인가 부터 짓지 않았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것이다. 언 니를 사랑하고, 란테르트를 존경하는 이전의 모습으로.... 란테르트의 대답에 에라브레는 여전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걸로 좋아요. 사실, 저는 그리 좋은 사람이 못되니까요. 매일 언니에게 투정만 부리고.... 사피엘라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어 보였다. -라브에, 무슨 소리니? 너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동생이야. -언니.... 에라브레는 어리광 부리는 듯한 얼굴로 사피엘라를 한차례 부르며 그 녀의 어깨에 기대었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한가지 걱정이 있었어. 에라브레의 이 말에 사피엘라가 놀라며 물었다. -걱정? 라브에 왜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 나 이야기하라고 했잖아.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언니에게 이야기 할 수 없는 일 이였는걸. 곁에서 란테르트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게 이야기 해. 피엘 에게 말했어, 어려운 일은 내가 모 두 도맡아 하겠다고.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웃으며 말했다. -오빠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일이에요. 하지만, 지금 이야기 해 줄께 요. 에라브레는 다시 사피엘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사실, 이 걱정은 이제 와서는 소용없는 것이 되어 버렸어. 나는 어 려서부터 언니가 어떤 사람과 결혼할지를 종종 생각해 보았어. 그리고 는 그럴 때마다 한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지.... 형부될 사람이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하고 말이야. 사피엘라가 에라브레의 말에 미소 지으며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 주 었다. -라브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었잖아. 설마 이 언니가 너를 싫 어하는 남자와 결혼하겠니? 게다가 세상 어떤 사람이 라브에 너를 싫 어하겠니? 란테르트도 곁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물론이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동생이 한명 생겨나는데, 싫어할 남자 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 에라브레는 그런 두 사람 사이에서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그래서 말했잖아요. 이제 와서는 소용없는 걱정이 되어 버렸다고. 일행은 한참동안이나 꽃들에 둘러싸여 시간을 보냈다. 그럭저럭 점심 무렵이 되어, 세사람은 간단히 아침나절에 준비했던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에라브레가 꽃놀이 분위기를 내려면 확실히 내야 한다고 이야기하여 도시락까지 싼 것이다. -정말 한가로워요.... 사피엘라가 주위를 한차례 둘러보며 중얼거린 말에 란테르트가 대꾸 했다. -글세.... 하지만, 여기도 언제 전쟁터가 될지 모르는 곳이야. -요 근래 전쟁이 잦아지고 있지요? 사피엘라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마법대전때 이상일 꺼야. 마법대전이 비록 국가 단위의 마법 사단들이 붙은 전쟁이었지만, 그 규모라는 것이 고작 5,6백명 정도였 어. 하지만, 지금은 큰 전쟁에서는 5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칼을 마주 하지. -5만명.... 란테르트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지금까지 가장 큰 싸움은 3년전 위다와 소피카 사이에 벌어진 것으 로, 총 동원병력이 7만을 넘었다고 해. 14개 군이 어우러져 싸운 것이 지. -그런 얘기를 어디서 들었어요? 에라브레가 물었다. -언젠가 얘기했잖아. 용병단에서 일했었다고.... 란테르트는 이렇게 답한 후 두 자매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언제 배를 탈꺼지? 오늘 중에? 아니면 내일? 란테르트의 말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비록 아름다운 곳이지만, 또다시 하룻밤을 여관에서 보낼 수 없잖아 요. 사피엘라가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도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 다. 레난트항은, 이 들꽃이 만발한 언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 다. 일행은 급할 것 없다는 듯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언덕을 내려갔 다. 한줄기, 봄의 미풍이 불어오며, 때마침 떨어지던 꽃잎들을 하늘로 날 려 올렸다. 노랗고 하얀 꽃잎들은 나름 데로의 궤적을 그리며 높게, 혹은 낮게 솟아올랐는데, 화려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두 자매는 이 모습에 넋을 잃다시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란테르트는 눈이 보이지 않은 이후로 다른 감각기관의 발달이 현저해 졌다. 그래서인지, 그 바람에 꽃의 냄새가 섞여있음을 느꼈고, 꽃잎이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오래지 않아 일행은 레난트항에 도착했고, 곧바로 부둣가로 향했다. 항구 자체의 모양이 호를 그리고 있기에 부두 역시 그러했다. 열 개 나 되는 접안부두가 멀리 위다를 향해 삐죽이 뻗어 있는 이 호형의 부 두는 수많은 종류의 사람들로 득시글거렸다. 이곳에서도 배를 잡는데는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다. 돛대 두 개를 가진 중형 범선에 오르며 일행은 각자의 상념에 잠기었 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집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이 대부분이었고, 란테르트의 경우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두 개의 문제, 바로 비브크 라니아와 사피엘라와의 약혼에 대해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바람도 파도도 항해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배는 밤새도록 동쪽으로 달리고 달려 다음날 점심 무렵에는 카에스항 에 도착했다. 쏟아져 내리는 수많은 인파에 싸여 란테르트와 두 자매는 밀리듯 배 에서 내려섰다. 란테르트는 익숙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항구의 부둣가에 서서 한 참동안이나 멍하니 있었다. -피엘, 이곳이 왼쪽으로부터 몇 번째 선착장이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사피엘라는 고개를 높이 빼 숫자를 세기 시작했 다. -다섯 번째요. 사피엘라의 대답에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바닷가를 뒤로 해 서며 말했다. -정면으로 여관이 하나 보이지? 사피엘라는 곁에서 네, 하고 답했고, 란테르트는 계속해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다. -여관 앞쪽으로는 선박 조합이 있을꺼고.... 선박 조합 곁으로는 커 다란 창고가 일곱동 서있을꺼야. 에라브레가 끼여들었다. -여덟 동이에요. -그래? 한 동이 더 세워졌군.... 피엘, 나를 그 창고가 있는 쪽으로 데려다 주겠어? 사피엘라는 그렇겠다고 답한 후, 에라브레와 함께 란테르트를 안내했 다. 란테르트는 찹찹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항구에서 자신은 두차례나 배반을 당했다. 친구라고 굳게 믿었던 한 사내에게, 그리고 카에스 윙즈라는 괴상한 집단에게.... 그리고 자신을 배반한 스승 에날트를 만난 곳이기도 했다. 어찌됐건, 그는 소년 시절 중 3년 가까이를 이곳에서 보냈다.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도 모두 추억이 되어 소록소록 기억 나고 있었다. 란테르트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의 안내를 받아 창고 곁을 지날 무렵 이었다. 창고와 창고 사이의 골목에서 한 여자가 뛰쳐나오다 란테르트와 부딪 혔다. 나이는 스물을 조금 넘긴 듯 했고, 화려한 금발을 가진 여자였다. 하 지만, 왠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온통 땀으로 뒤범벅되어 보기에도 딱했다. 그녀는 란테르트와 부딪혀 뒤로 벌렁 넘어졌다. 잠시 정신이 멍 한 듯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자신과 부딪힌 상대를 바라보았다. -검, 검사 시군요.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 동시에 멀리서, 서라, 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란테르트를 바라 보았다. 그런데 그 란테르트의 표정이 것이 조금 이상했다. 흡사 무언 가에 크게 놀란 듯 보였다. 란테르트는 그 여자의 도와달라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빈 듯 했다. 분명 아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비록 4년이상이나 흘렀으 나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약간 가는 듯한 독특한 음색 때문 이었다. -저를 좀 도와주세요.... 여자는 다시 한차례 사정했고, 란테르트는 잠시동안 멍하니 그 여자 를 바라보았다. ----------------------------------------------------------------- 원패턴.... 원패턴.... 원패턴.... 음색과 음의 고저를 달리하여, 흡사 음악처럼 울려퍼지는 일군의 음절들이 있으니.... 멍청한 글장이.... 언제나 원패턴.... 흑흑흑....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저는 너무 슬퍼요.... 왜 또 구해주세요.... 인가요? 그만좀 구해달라고 하란 말야..... 그래도.... 꿎꿎이 나가보렵니다.... 나가잣 나가잣 붉은 깃발.... 읔, 이게 아닌데.... 암튼, 후기까정 재미없는 AGRA 입니당.... 『게시판-SF & FANTASY (go SF)』 888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3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5 06:08 읽음:172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 여자다.... 란테르트는 확신했다. 순간 수많은 상념이 머릿속을 스치고 흘러갔다. 이름은.... 실프스 윙 이라고 했던 것 같다.... 도와줘? 어째서 내게 그런 부탁을 하는 거지? 무슨 낯짝으로....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멍하니 서있는 란테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호오를 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쉴새없이 바뀌었다. 때로는 분노 에 허덕였고, 때로는 평온한 듯 달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란트.... 사피엘라는 천천히 손을 뻗어 란테르트의 팔을 잡았다. -어.... 란테르트는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듯, 사피엘라를 향해 고개를 돌 렸다. -이번뿐이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그가 누구에게 무슨 의미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래지 않아 그 여자가 튀어나온 골목에서 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들 이 튀어 나왔다. 복식은 규격화된 것이 정규군의 것이었고, 모두 손에 검을 쥐고 있었다. 이 도시의 치안을 유지하는 병사들인 듯 싶었다. -우리의 일에 상관치 말아라. 란테르트는 조용히 일행을 향해 말했다. -피엘, 라브에. 이 여자를 데리고 내 뒤로. 란테르트의 말에 두 여자는 서둘러 그 실프스라는 여자를 데리고 뒤 로 갔다. -감히 관의 일에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여덟 명중 성질 급한 사람이 외쳤다. 란테르트는 눈을 떠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별다른 형세를 이루 지 않은 채로 서있는 모습이 가히 뛰어난 자들은 아닌 듯 했다. 란테르트는 상대의 말에 대꾸치 않은 채로 몸을 날려 검을 휘둘렀다. 보이는 것은 그곳에 사람이 있다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에 거의 막무가 내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위력은 결코 무시할 만한 것이 아니 었다. 일부 검으로 란테르트의 검을 막은 사람들은, 호구가 찢어져 버 리거나 검을 놓쳤고, 황망히 피한 사람들중 절반은 가벼운 상처를 입 었다. 란테르트가 검을 한차례 떨쳐 이런 위력을 보이자 그들은 란테르트와 검을 마주할 용기가 사라졌다. 슬슬 서로의 눈치를 보며 달아날 준비 를 하기 시작했다. -돌아가십시오. 관의 사람을 죽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란테르트의 이 말과 동시에 사람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아나 기 시작했다. 일부는 흘끔 흘끔 란테르트 일행을 살피는 것이 일행의 인상을 기억하려는 듯 보였으나, 란테르트는 이에 개의치 않았다. -정, 정말 고마워요. 여자는 란테르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실프스는 란테르트에게 아무런 대답이 없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쳐다보며 인사를 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돌연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윙 실드는? 윙 실드는 카에스 윙즈의 친위 용병대였다. 그들의 임무는 이 실프스 같은 요인을 지키는 것이었다. 란테르트의 물음에 실프스는 크게 놀랐다. 어째서 이런 검사가 자신 의 조직에 관한 일을 상세히 알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으나 짐작되는 바도 없었다. 그녀는 한참동안 란테르트를 살펴보았으나, 이 머리 긴 눈먼 검사가 누구인지를 결코 추측해 낼 수 없었다. -전멸했어요.... 실프스는 솔직히 답했다. -붉은 십자가들인가? 란테르트가 다시 물었고, 실프스는 다시 한차례 고개를 갸우뚱거렸 다. 붉은 십자가는, 이 카에스항에서 카에스 윙즈와 이점을 양분하고 있 던 조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의 조직이 괴멸하다 시피한 이유도 바로 그 붉은 십자가 때문이었다. -예.... 그들이 저희 아버지를 죽이고.... 지방 치안소에 우리 조직 의 전모를 낱낱이 고해 바쳤어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대답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실프스는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그런데.... 검사께서는 어떻게 저희 조직에 대해 그렇게 잘 아시죠? 그녀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귀찮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어 보였다. -당장 배를 타고 이 대륙을 떠나시오. 이름을 바꾸고 머리를 깍은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시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비록 밀려드는 추억에 머릿 속은 어지러웠으나, 한가지만은 확실했다. 더 이상 그녀를 보고싶지 않았다. -정말 감사드려요. 제 이름은 실프스 윙 이예요. 실프스는 란테르트의 등뒤에 대고 이렇게 외쳤으나, 란테르트는 돌아 보지 않았다. 곁에 있던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어느 정도 그 여자가 누구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언젠가 란테르트가 이야기했던 그 여자 였다는 것 을.... 그녀들 둘은 다시 한차례 실프스를 훑듯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란테 르트를 향해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간 걷고 나서, 란테르트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따라오던 두 자매를 바라보았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역시 걸음을 멈추고는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그 여자지요? 사피엘라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첫사랑이군요. 에라브레가 묻자 란테르트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리고는 한참이 지난 후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첫사랑 같이 의미 있는 자리는 저런 여자에게 주지 않아. 사랑 이였다고 생각하지 않겠어. 피엘, 네가 나의 첫사랑이야. 그리고 또한 마지막 사랑이고. 사피엘라는 그의 말에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농담조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하던데요.... -낭설일 뿐이야.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을 일축해 버렸다. 말투는 상당히 진지하 여, 농을 건넨 사피엘라가 무안할 정도였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에게 계속해 길 안내를 시켰다. 이곳 저곳, 도시 깊은 곳까지 란테르트는 거의 모든 길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거의 저녁때가 되어서야 한 여관에 들어섰다. 사피엘라와 에 라브레는 지친 기색이 완연했다.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방에 안내한 란테르트는 잠시 방안에 서 있다 가 입을 열었다. -미안해.... 괜한 감상에 빠져서.... -괜찮아요. 재미있었어요. -그럼요. 자매는 란테르트에게 이렇게 대꾸했고, 란테르트는 고맙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시동안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시선은 창밖으로 향한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 다. -이곳은..... 란테르트의 돌연한 말에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동시에 고개를 들며 예? 라고 반문했다. -이곳은.... 나의 소년시절이야.... 집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랫동안 머문 곳이지.... 한 번 둘러보고 싶었어. 그냥 한 번.... 란테르트의 표정이 몹시도 슬프게 변했다. -잊어버리세요. 즐거운 것만을 생각하세요.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가슴에 기대며 이렇게 속삭였고, 란테르트는 그런 사피엘라를 강하게 안았다. 에라브레는 부로 시선을 외면했다. 아무리 언니고, 또 오빠처럼 생각 하는 남자였으나, 그렇게 안고 있는 모습이 왠지 어색하고 부끄러웠 다. -기억 같은 것.... 지난 기억 같은 것 잊고 싶은데.... 더 이상 떠올 리고 싶지 않은데, 왜 끊임없이 기억나는 거지? 스쳤던 도시, 거리, 산, 숲, 내.... 왜 그전처럼 그냥 스쳐 지날 수 없는 거지? 란테르트는 심적 동요가 상당히 큰 모양이었다. 아마도, 실프스 때문 일 것이다. 비록, 그 동안 추억 어린 장소들을 수없이 지나왔지만 란 테르트는 단 한차례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었다. 물론 어느 정도 감상 에 빠지는 일은 있었으나, 이렇게 까지 심하지는 않았었다. 실프스는, 란테르트가 스승을 죽인 이후 만난 사람중 유일히, 란테르 트를 아는, 그리고 란테르트의 마음속에서 비중 있는 인물었다. 비록, 그녀가 란테르트를 알아보지는 못했으나, 란테르트는 단번에 그녀를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란테르트 자신이 동경에 가까운 마음으 로 사모했던 대상이 아닌가? 비록 스스로가 아무리 사랑하지 않았었다 고 소리친다 해도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은 그런 마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그녀는 란테르트가 가슴 한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과 거라는 쓰레기의 존재를 인식케 할만한 힘은 여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사피엘라가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제가 있고 라브에가 있잖아요. 그걸로 부족한가요?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말에 무언가 강하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 았다. 그렇다. 지금 자신 곁에는 사피엘라가 있고, 에라브레가 있었다. 누 군가 행복하냐고 물으면 주저 않고, 그렇다 라고 대답할 정도의 행복 을 느끼고 있는 나날이다. 과거가 어떻단 말인가? 7년전 클라우젠에서 받았던 고통이 어떻단 말인가? 그리고, 5년전 쓰 레기장에 버려졌던 자신이 어떻단 말인가? 또한, 스승에게 배신을 당 하고, 그의 검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이 어떻단 말인가? 지금은 아프지 않다. 몸은 온통 흉터 투성이지만, 지금은 아프지 않 다. 란테르트는 오른 손을 사피엘라의 허리께 에서 천천히 올려 쓰다듬으 며 그녀의 머리 뒤편으로 가져갔다. -피엘....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힘있게 사피엘라를 끌어 당겼다. 사피엘라는 란테르트의 돌연한 행동에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어느 사이엔가 란테르트의 입술은 사피엘라의 파르르 떨리는 조그마한 입술 에 닿았다. 사피엘라는 잠시 당황하며 란테르트를 빤히 쳐다보았다. 심장은 쉴새 없이 뛰었고, 온몸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이 정신이 아득해지는 듯 했 다. 잠시동안 멍히 있던 사피엘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입을 조금 열어 란테르트의 키스를 가만히 받아들였다. 에라브레는 잠시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얼굴을 살짝 붉 히며 몸을 돌렸다. 너무 당황하였던 탓에 탁 하는 발자국 소리가 났 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 에라브레는 알 수 없었다. 에라브레의 발자국 소리에 란테르트와 사피엘라는 에라브레라는 존재 를 인식했다. 란테르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사피엘라를 묶었던 팔을 풀었다. 사피엘라는 온통 얼굴을 붉힌 채 란테르트에게서 한 걸음 벗어났다. -피엘.... 라브에, 그럼 내일 보자. 란테르트는 멋쩍은 듯 이렇게 말하며 방을 벗어났다. 사피엘라는 란테르트를 눈으로 전송한 후, 에라브레에게 다가갔다. -라브에. 이제 자자. 목소리는 조금 떨렸고, 시선은 정면으로 에라브레에게 향하지 못한 채 바닥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인 후, 겉옷을 벗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사피엘라 역시 아직은 두툼한 마법사용 복장을 벗어버린 후, 사피엘 라의 곁에 누웠다. ----------------------------------------------------------------- 짜잔.... 닭의 살 #2....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없는 장이네요. 아구구 졸려랑.... 으아아악.... 그나마 재미없는 후기.... 쓸말마정 떨어졌다.... 암튼 빅딜 이틀전입니다. 모두들 임팩트에 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드 임팩트를 바라는 자.... 의 친구. 후기까지 재미없는 AGRA 였습니다.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891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4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6 00:14 읽음:1717 관련자료 없음 ----------------------------------------------------------------------------- Drod & Deblan 이윽고 불이 꺼졌다. 하지만, 사피엘라도 에라브레도 잠들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한참 동안 천장을 올려다 보다 입을 열었다. -언니.... 몇 번째야? -뭐? -그거 말야. 키스.... 에라브레의 말에 사피엘라는 얼굴이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입술은.... 처음이야. 사피엘라는 머뭇거리며 답했다. -그래?....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말을 멈췄다. -언니. -왜? -나도 해줘. 그 입술 키스. 에라브레의 청에 사피엘라는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몸을 반쯤 일으키며 말했다. -우리 예쁜 라브에한테야, 어떤 키스라도 다 해줄 수 있지. 사피엘라는 에라브레에게 언제나 자기 전 해주었던 데로 이마에 한 번 키스했고, 어렸을 때 가끔 장난했던 데로 코 위에 한 번 키스를 해 주었다. 그리고 눈에 한 번. -눈도. 코도.... 란테르트에게 했을 때와 같은 진지함은 없었으나, 엄마의 애정과도 같은 사랑은 한껏 담겨있는 입술이었다. 마지막으로 사피엘라가 에라브레에게 입을 맞추려는 순간 에라브레가 고개를 획 돌려 버렸고, 사피엘라의 입술은 에라브레의 뺨에 닿았다. 에라브레는 그대로 몸을 돌려 사피엘라에게 등을 보였다. -싫어. 남자에게 닿았던 입술 따위는.... 에라브레의 이같은 행동에 사피엘라는 더할 수 없는 당혹 감을 느꼈 다. 잠시 동안 멍히 앉은 채로 에라브레를 내려보다가 에라브레 뒤로 바짝 붙어 누우며 에라브레를 껴안았다. -라브에.... 에라브레는 답하지 않았다. -라브에.... 란트 오빠가 싫어? 여전 에라브레는 묵묵 부답 이었고, 사피엘라는 에라브레를 안았던 팔을 풀며 몸을 바르게 누이고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라브에.... 네가 원치 않으면 결혼 따위는 하지 않아. 나는 내가 행 복해지기 위해서 너를 버리는 짓 따위는 할 수 없어. 하지만.... 내 욕심이지만, 나도 최소한의 행복 정도는 가지고 싶어. 그 정도도.... 그 정도도 안되겠니?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말에 몸을 천천히 돌렸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사피엘라의 눈동자에 맺힌 이슬이 창백한 달빛에 빛났다. -원치 않는다면.... 네가 원치 않는다면, 나는 내 행복 따위는 포기 할 수 있어. 사피엘라의 이 말과 함께 물방울이 눈가를 타고 흘렀다.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눈물이 베개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듯 싶었 다. 돌연 눈가가 아려오며 눈물이 핑 돌았다.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에게 안기며 흐느꼈다. -언니.... 잘못했어.... 나, 나 란테르트 오빠 좋아해. 아주 아주 좋 아해. 싫어하지 않아. 그런데.... 그런데 언니가 오빠와 함께 있는걸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파져.... 내가 나빠서 그래. 나.... 나는 원래 나쁜 아이잖아. 언제나 언니를 울게 만들고.... 에라브레는 처음에는 흐느끼다 나중에는 오열을 터트렸다. 끊임없이 훌쩍거렸고, 사피엘라의 어깨는 어느새 에라브레의 눈물에 흥건히 젖 었다. 사피엘라는 에라브레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라브에는 착한 아이야. 사피엘라가 몇 차례 쓰다듬자 에라브레의 흐느낌은 점차로 잦아졌다. 그리고는 어느새 소록소록 잠이 들었다. 사피엘라는 그런 동생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돌연 한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아주 아주 좋아한다, 라는 에라브레의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설마.... 사피엘라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앞뒤가 맞아 들어갔다. 에라브레는 본래 남들과 쉽게 친해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나 자 신이라는 그늘 아래서 한차례 걸러진 사람들과의 제한적인 만남만을 가져왔던 그녀이기에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 에라브레가 자 신을 제외하고 유일히 정답게 지냈던 사람이 바로 란테르트 였다. 어 떤 때는 자신이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둘이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가.... 사피엘라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뚜렷이 무언가 가닥이 잡혀감을 느꼈 다. 자신이 약혼소식을 알렸을 때, 누구보다 기뻐해 줄 줄 알았던 동 생이 이상한 기색을 나타냈던 이유를, 그리고 오늘 이러한 행동을 한 이유를 사피엘라는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질투인 거니?.... 사피엘라는 오랫동안이나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차례 고개를 흔들었다. -라브에.... 언니는 그리 착한 사람이 못되는 모양이구나.... 란트만 은 네게 양보할 수 없단다.... 사피엘라의 목소리는 그 어느때 보다도 차분했다. -간이 부은 녀석이구나. 범죄자의 탈출을 돕고서는 도시에서 하룻밤 을 묵어? 5명의 사내들이 막 카에스항의 외각 지역을 벗어난 일행 앞을 가로막 았다. 모두들, 전날 란테르트가 꺾었던 여덟 명의 남자들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있었으나, 배나 화려한 것이 서열이 더 높은 듯 보였다. 그중, 머리를 뒤로 완전히 넘긴 30대 중반 가량의 남자가 앞으로 나 섰다. 아마도 이들 중 가장 높은 듯 했다. -그녀와 무슨 관계인가? 카에스 윙과 어떤 관계가 있지? 란테르트는 그런 그를 향해 능청을 떨었다. -카에스 윙이라구요? 그게 뭐하는 겁니까? 저흰 그저 근방을 여행하 고 있는 모험가일 뿐입니다. -어째서 그녀를 구해줬나? 상대가 다시 물었고, 란테르트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째서라뇨? 위기에 빠진 여자를 구하는 것은, 검을 익힌 사람으로 써 당연히 해야할 일 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상대가 일갈했다. -우리는 이 카에스항의 치안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런 우 리를 공격한 것을 지금 정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냐? 란테르트는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정말 당황하지는 않았 다. 눈앞에 있는 멍청이들 따위에 당황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는 다만 싸우지 않고 길을 지나길 원할 뿐이었다. -그, 그렇습니까?.... 이를 어쩐다.... 제가 눈이 멀어서 못 알아보 았습니다. 란테르트는 능청스럽게 이렇게 말하며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향해 짐짓 호통을 쳤다. -피엘. 라브에. 그렇다면 어제 이야기를 해 주었어야지. 란테르트는 다시 고개를 그 남자에게 돌려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두 자매는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서. 다섯 남자는 란테르트의 이런 태도를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이내, 관에서 나온 사람임을 밝혔음에도 란테르트가 공격을 했다, 라는 부하 들의 말을 기억해 내고는 외쳤다. -세상에 대해서는 몰라도 남자는 잘 아는 모양이군. 자매가 한 남자 에게 붙어 여행을 다니는 것을 보니. 뒤에 있던 네 남자중 한 명이 이렇게 소리쳤고, 이어 다른 사내가 외 쳤다. -하긴, 저렇게 계집애 같이 곱상하게 생긴 남자라면, 여자 아니라 남 자라도 오줌을 지리겠는걸. 이 말에 가장 앞에 있던 한사람을 제한 네사람이 크게 웃었다. 본래가 용병 출신들이기에, 그 남자들은 입이 몹시 더러웠다. 게다 가, 이런 것은 싸움에도 아주 효과가 컸다. 아무튼 상대를 도발하고 흥분하게 하는데 에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란테르트라는 남자를 몰랐다. 그런 유치한 도발 따위 에는 흥분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흥분하기는커녕 더더욱 침착해 진다는 것을. -입이 아주 더럽군. 너와, 너 혀를 잘라 놓겠다. 란테르트는 말을 꺼낸 두 사람을 노려보며 차게 한마디 내뱉었다. 란 테르트의 눈은 이제 노려볼 수 있을 만큼 회복되어 있었다. 란테르트의 시선을 받은 두 사람은 순간 흠칫했다. 왠지 모를 살기에 정말 혀가 잘려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앞에 있던 남자가 뒤에 있던 네사람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고, 뒤의 네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눈이 않보인다는 것은 거짓말이군. 그의 말에 란테르트가 대꾸했다. -눈은 보이지 않는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한 후, 검을 뽑아들었다. 만약, 그들이 자신을 욕했더라면, 뒤의 두 자매를 위해서라도 참고 넘겼을 것이다. 싸움은, 자매에게는 위험하다. 하지만, 그들이 욕한 대상이 사피엘라와 에라브 레이자, 란테르트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나머지는 상관치 않겠다면 죽이지 않겠다. 란테르트의 말에 다섯 사람은 코웃음을 쳤다. 비록 자신들이 절대적 으로 강하다 할 순 없었으나, 근방 수십 휴하 안에서는 당해낼 자가 없는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앞에 있던 머리를 넘긴 중년의 사내는 카에스 경비 총대장인 랄프 가라이트 였고, 다른 네 사람은 그의 바로 밑에 있는 용병들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란테르트는 아무리 나이를 많게 잡아봐야 20을 넘기 힘들 것 같았고, 게다가 호리호리한 몸매가 그리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이 란테르트라는 사람의 힘을. 그의 몸이 호리호리한 것은 마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마법이라는 것 은 체력 소모가 생각보다 상당하다. 게다가 무의식중에 그 힘을 유지 시키기 위한 모종의 육체적 정신적 활동을 쉬지 않고 행하기 때문에 살이 찔 겨를이 없다. 물론, 마법사 중에는 뚱뚱한 사람들도 꽤 있었 으나, 그것은 그의 체질적 문제거나 그가 게으른 탓이었다. 게다가, 란테르트는 철이 들기 이전부터 이런 저런 노동으로 생계를 이었다. 12살 때 가출한 이후로는 단 한시도 편하게 놀며 지낸 적이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그는 비록 울퉁불퉁한 근육을 가지고 있지 는 못했으나, 힘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아니, 특별한 기술을 익힌 덕에 오히려 남들보다 힘이 셌다. 그 특별한 기술이라는 것은, 마법력에 의한 근력 보조로, 란테르트는 굉장히 이상한 경로를 통해 익히게 되었다. 란테르트는 15세때쯤 카에스 윙에서 전문 싸움꾼으로 길러졌다. 그리 고는 수십여차례에 걸친 엄청난 싸움을 치렀다. 그때 이미 그는 상당 히 많은 마법을 익힌 상태였으나, 그는 마법의 사용을 고의로 억제했 다. 그에게 마법을 가르친 사람의 부탁 때문이었다. 이유는 그가 익힌 마법은 마계 마법으로 현재에는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에 아무 곳에서나 사용할 경우에는, 마법사 협회로부터 강한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런 이유로 마법을 가르친 사람은 란테르트에게 절대로 함부로 마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 였다. 이런 이유로, 마법력을 고의로 억제하며 몸안에 가두자, 마법력은 굉 장히 이상하게 변형되었다. 발산하지 못하면 쌓아둔다, 식으로 란테르 트의 몸에 쌓여 버린 것이다. 그가 고의로 마법력을 억제한 것은, 마법사들이 평소에 마법을 사용 하지 않는다, 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 즉 평정 상태가 아닌, 마법을 사용하되 그것을 발산하지 않는 다, 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란테르트는 몸에 비해 굉장히 강한 힘의 소유하 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1.8 휴리하 (1휴리하=약 1미터) 이 조금 넘는 키 덕분에 그는 실제보다 호리호리해 보였다. 이것이 또한 란테르트가 검 사로써 형편없어 보이는 이유중 하나였다. 하지만, 보일 뿐이었다. 란테르트는 핫, 하는 짧은 기합과 함께 몸을 날렸다. 다섯 사람중 대장인 랄프는 란테르트가 갑자기 달려들자 검을 뽑아 란테르트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그의 검을 슬쩍 피하 며 검을 강하게 후려쳤다. 캉,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낮임에도 극명히 눈에 띄는 불꽃이 튀었다. -굉장하군.... 랄프는 란테르트가 휘두른 검을 막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랄프는 팔목의 힘만으로 란테르트의 검을 막아내려다 팔목에 엄청난 통증을 느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란테르트는 더 이상 그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사피엘라 자매를 욕한 사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 사내는 뜻밖의 상황에 크게 당황해 황망히 검을 뽑았다. 하지만, 그의 실력은 랄프에 비해서 훨씬 떨어졌다. 호구가 찢기며 선혈이 한 줄기 흘러 검을 적셨다. 란테르트는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 그의 허벅지를 찔러 들어갔다. 억 하는 소리와 함께 그는 뒤로 넘어졌고, 란테르트는 걸음을 옮겨 그의 얼굴에 검을 겨누었다. -사, 살려줘.... 하늘을 본 채 누워버린 사내는 몸을 사시나무 떨듯 하며 있었으나, 란테르트는 그런 그에게 동정 어린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검끝으로 그의 얼굴을 더듬는 것이 정말 혀를 베어낼 기세였다. -그만둬. 승부가 났으면 그만이지 왜 사람을 괴롭혀? 랄프는 자신의 부하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이 의문의 사내에게 이렇 게 외쳤다. -승부? 나는 이 사람과 결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다만 혀를 자르 려 할 뿐이다. 란테르트의 말에 랄프는 할 말을 잃었다. 그때, 사피엘라가 외쳤다. -그만 둬요. 란트. 그냥, 우리 가던 길을 가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한마디에 검을 멈추었다. 랄프가 입을 열었다. -당신.... 도대체 당신은 누구지? 당신같이 강한 남자.... 들어본 적 없.... 아, 들어본 적 있어. 랄프는 돌연 한가지에 생각이 미치며 란테르트 일행 셋을 돌아보았 다. -맞아.... 푸른빛 도는 검정 머리칼의 검객 한 명에 어린 아가씨가 둘.... 위다 국립 마법 스콜라의 학장과, 위다 마법사 협회의 부회장 을 죽인.... 랄프의 표정에는 경악이 스쳤다. -역시 사람을 죽이기를 우습게 아는군.... 란테르트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렇게 유명한가? 아무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니 반갑군.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돌연 가슴이 덜컥 했다. 일이 커진 느낌이 들 었기 때문이다. -무슨 용기로 위다에 돌아왔지? 랄프가 물었다. 란테르트는 이미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보호 할 태세를 갖추었다. 란테르트가 여유롭게 말했다. -두 아가씨를 집에까지 호송해야 하거든. 그리고, 좀 소문을 내줘. 두 아가씨는 아무 상관없다고. 모든 일은, 나 이 란테르트가 했다고.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랄프의 곁을 지나 그 네 용병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들 다섯은 감히 검을 뽑아 그에게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현자와 싸웠던 검사이다. 감히 어느 누가 함부로 덤비겠는가? 오히려 네명의 용병들은 란테르트 가 접근하자 슬금슬금 뒤로 피하기 시작했다. 란테르트와 두 자매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랄프는 한숨을 한차례 내쉬었다. 폐부를 텅 비울 정도로 강렬한 것이 었다. -란테르트?.... 진정한 마도를 아는 사내인가? 아니면.... 그런 척 하고 있는 것인가?.... 다만, 상처 입은 한 명의 검사일 뿐이에요.... 만약 랄프의 말을 들었다면, 사피엘라는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 닭살 #3 -부제, 드디어 레*물에 도전하다.... 그리고.... 에라브레 간접 사랑고백.... 입니당.... (설마 에라브레가 란테르트를 남자로써 사랑하고 있다, 라는 것을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만약 모르신다면.... 저는 이만 펜을 놔야 합니당.... 자판인가?....) 암튼 후기까지 재미없는 Agra 입니다.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895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5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7 05:50 읽음:172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9, 행복? 그런 것 개나 줘버리라고 해.... 먹장구름이 낮게 드리워 있다. 5월 하순. 에카 숲. 비록, 숲의 북단과 남단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이 에카 숲은 사피엘 라와 에라브레가 란테르트를 처음 만난 곳이다. -이제 슬슬 여름이 찾아 오나봐요. 먹구름이 다 생기고.... 사피엘라가 중얼거렸다. 카에스항을 떠난 지도 20일이 흘렀다. 그간 일행은 그전보다도 한가 로운 여행을 계속했다. 위다 왕실 마법사 협회에서는 란테르트가 위다로 돌아오리라고는 상 상도 하지 못했기에, 위다 내부에 대한 경계는 소홀히 했고, 그 덕에 란테르트를 찾는 추격자는 오히려 다른 대륙에 비해 훨씬 적었다. 이제 란테르트는 두 자매의 도움 없이도 거의 모든 행동을 할 수 있 을 정도로 눈이 좋아졌다. 비록, 글자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사람의 얼굴을 알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전에 비하면 감지 덕지였 다. 란테르트는 눈이 더 잘 보임에 따라 성격이 훨씬 더 밝아져 갔다. 사 피엘라, 에라브레와 함께 농을 주고받기도 하고, 이런 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손수 들려주기도 하는 등, 그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 큼 밝아져 있었다. 사실, 그는 천성이 어두운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일생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속임을 당하는 동안 생겨난 사람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마 음을 닫아 버렸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닫힌 마음은 사피엘라와 에라 브레라는 두 여자에 의해 활짝 열려 버렸고, 란테르트는 이제 환히 웃 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웃음은 단지 두 사람에게만 내보였다. 인간 불신증 이 라고 불리울 만한 병을 가지고 있는 그는, 인간을 믿는 것이 아니라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라는 두명의 여자를 믿을 뿐이었다. -먹구름? 비가 내릴 것 같아? 란테르트가 물었고, 사피엘라가 답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비가 내린다 하더라도 걱정 없어요. 사피엘라는 이렇게 말하며 멀리 보이는 언덕을 바라보았다. 한 조그만 마을 뒤편에 나지막한 언덕이 있었다. 그리고 언덕 위에는 꽤 규모 있는 저택이 하나 서 있었다. 갈색 지붕을 가진 3층 짜리 건 물로, 바로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의 집이었다. 란테르트는 안력을 돋워 멀리 언덕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흐릿한 것 이 그곳에 언덕이 있다는 것 외에는 알 수가 없었다. -저곳이 너희 둘이 살던 곳이야? 에티콘?.... 란테르트의 물음에 자매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멋진 곳이겠지.... 란테르트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시시각각, 하늘은 어두워져 갔다. 어느새, 언덕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지점까지 왔다. 언덕의 뒤로는 에카 숲이 짙푸른 풀빛을 내며 서 있는 것이 보였고, 왼편으로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것도 보였다. -바로 여기가 에티콘 마을이에요. 바로 위에 보이는 것이 아저씨의 집이고요. 에라브레는 반가운 듯 외쳤다. 반면, 사피엘라는 점점 걸음이 느려졌다. 왠지, 자기 마음대로 약혼 을 해 버린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비록, 조금의 후회도 없었 지만, 만약 아저씨가 강하게 반대한다면, 자신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 는가.... 사피엘라는 걱정스런 마음이 앞섰다. 그때였다. 사피엘라는 자신의 목을 감싸는 한 사람을 느꼈다. 란테르 트가 했던 것 같은 부드러운 동작이 아니었다. 컥, 목이 막히며 순간 몸에 힘이 빠졌다. -아가씨, 움직이지 마십시오. 상대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 순간 사피엘라는 등 뒤 한복판에 뜨끔한 느낌을 받았다. 칼인 듯 했다. -누, 누구세요? 사피엘라는 눈을 뒤로 돌려 상대를 보려 했으나, 상대의 모습은 보이 지 않았다. 자신의 목을 감싼 팔을 보니, 짙은 회색의 옷을 걸치고 있 는 듯 했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보다 대여섯 걸음 앞서 걷고 있었다. 그리고 에 라브레는 그런 란테르트보다도 한두 걸음 더 앞서 걷고 있었다. 하지 만, 사피엘라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로 거리가 떨어진 것은 아니 었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가 짧은 비명을 내질렀을 때 바로 몸을 돌려 사 피엘라를 바라보았다. -언니. 무슨 일이야?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목을 감싸고 있는 사내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외쳤고, 란테르트는 검을 뽑아 들었다. -비브크라니아를 찾아온 자인가? 란테르트는 조급한 마음에 이렇게 외쳐 물었다. 평소의 그라면 결코 이런 식으로 먼저 책 이야기를 꺼내는 우를 범하 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란테르트는 동요하고 있었다. 상대는 란테르트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돌연 주위에 바스락거리는 미세한 소리가 들리더니, 여섯 개의 회색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복장은 하나같이 같았다. 짙은 회색의 가벼운 옷에, 어깨와 가슴은 단단한 갑주로 가렸다. 검정색에 가까운 망토를 머리끝에서 무 릎 아래까지 드리운 것이 결코 비범한 무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란테르트는 비록 보이지 않아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 어도 일전에 오사시에서 만난 세명의 용병들 이하는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책은 없다. 란테르트는 다짜고짜 외쳤다. 그때, 한 사내가 음침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책이 있고 없고는 우리가 정한다. 우리가 저 여자를 인질로 잡은 이 유는 알고 있겠지? 란테르트가 다시 소리 쳤다. -책은 정말 없다. 그녀를 인질로 잡고 있는데, 내가 어찌 거짓말을 하겠는가? 원한다면 내 짐을 모두 뒤져보아도 좋다. 처음 말을 꺼낸 사내가 란테르트의 말을 받았다. -나도, 네가 그 책을 자기고 있지 않으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어서, 피엘을 놓아줘라. 란테르트는 성급히 끼여들었으나, 그 사내는 아직 이야기를 다 마치 지 않은 듯, 계속해 이야기를 했다. -내가 묻고자 하는 것은, 그 책을 어디에 두었냐는 것이다. 란테르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만약 그가 저런 식으로 의심한다면, 자신으로써는 의심을 풀 방도가 없는 것이다. 싸움을 벌일 경우, 진다, 혹은 이긴다를 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피엘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란테르트는 현재 진퇴양난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상대가 외 쳤다. -어서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저 여자는 죽는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뒤에서 사피엘라는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애절한 것이, 당장이라도 달려가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 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란테르트 역시 에라브레 이상으로 답답했다. 만약 상대의 실력이 별 것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달려가 사피엘라를 구해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사람들은, 검술만으로는 적어도 자신 아래에 놓이지 않았다. 마법을 섞어 검을 휘두른다 해도, 사피엘라를 구해낼 수는 없 었다. -정말 모른다. 나는 책같은 것은 모른다. 란테르트의 말에 상대는 냉소를 흘릴 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사피엘라가 아, 하고 외쳤다. 사피엘라의 등뒤에 있던 사내가 검을 사피엘라의 등에 살짝 가져다 댄 것이었다. -피엘. -언니.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동시에 사피엘라를 불렀다. -나는 괜찮아.... 사피엘라가 대답하자, 란테르트는 조금은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차례 외쳤다. -정말이지, 나는 그 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도대체 너희들 은 뭐하는 자들이냐? 여섯 명은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를 반포위 하고 있을 뿐, 란테르트의 이런 물음에는 답하지 않았다. -마지막 경고다. 책이 있는곳은? 처음의 사내가 카랑카랑하고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란테르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모른다. 그 순간이었다. 란테르트의 마지막 말이 막 들려올 무렵.... 여인의 비명소리, 그것은 그렇게 높지도 날카롭지도 않았다. 비명이 라기에는 탄성과도 같은, 그런 소리였다. 란테르트, 그리고 에라브레는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그 리고, 그녀의 나직한 비명소리가, 그 어떤 소리보다도 강렬하고 크게 그들의 귓전에 울리었다. -피엘.... -언니. 이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외쳤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 다. 한 여인은, 꽃잎이 떨어지듯, 바닥으로 쓰러졌다. -피엘.... 피엘....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남자는,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검에 검은 기운을 모았다. 땅에 쓰러진 여인의 등에는 짤막한 검이 꽂혀 있었고, 하늘을 향해 미친 울음을 내지르던 사내는 흑기어린 검을 곧바로 집어들었다. -모두 죽인다.... 란테르트는 검은 색 기운이 넘실거리는 검을 휘두르며 이렇게 소리쳤 다. 반드시 죽인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뭐, 뭐지? 일곱 명의 사내중 한 명이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내 그 검은 검에 허 리가 베였다. 그는 분명 검이 다가오는 것을 알았고, 또 자신의 검으 로 그 검은 검을 막았다. 하지만, 허리는 잘렸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바닥은 질펀히 피에 젖었다. -모두 죽인다.... 사내는 다시 중얼거렸고, 두 번째 상대를 바라보았다. 흐릿하니 제대 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서있는 위치를 보아 사피엘라를 잡았던 그 사 내였다. 사내는 란테르트에게서 두려움을 발견했다. 수많은 싸움중, 그는 이 와 같은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두 다리는 벌벌 떨렸고, 달아 나야 한다라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흑기는 하늘을 갈랐고, 사내는 어깨부터 허리까지 정확히 두동강이 낫다. -다섯 남았다.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중얼거렸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사람은 없었다. 모두 달아나 버린 것이다. 등에 검을 꽂은 채 입에 선 혈을 머금은 여자와 그런 그녀를 안고 있는 한 소녀만이 보일 뿐이었 다.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는 욱, 하는 신음과 함께 피를 한차례 토해냈다. 피가 하늘을 향해 한차례 뿜어졌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향해 다가갔다. -피, 피엘.... 란테르트의 목소리에 사피엘라는 간신히 눈을 떴다. 사피엘라는 지금 몸에서 힘이 빠짐을 느꼈다. 피를 많이 흘려서 일 까? 심장 역시 느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등언저리가 시리게 아팠으나, 그 부분에 손을 가져갈 힘도 없었다. -란... 트.... 사피엘라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피엘.... 란테르트는 허물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사피엘라의 얼굴은 보이지 않 았다. 하지만, 그녀의 숨소리에서 그녀가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 은 알 수 있었다. -란.... 트.... -언니, 언니 왜 그래? 많이 아파? 에라브레는 몹시 놀라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니.... 라브에.... 사피엘라는 서서히 눈이 침침해 짐을 느꼈다. 마지막? 아마도 그런 듯 했다. -란트.... 약속.... 잊지 말아요.... 그리고.... 사랑.... 해요.... 사피엘라의 숨소리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사피엘라 를 흔들었다. -언니. 언니.... 언니.... 정지. 고요했다. 사피엘라는 엷은 미소를 띈 채 더이상 숨을 쉬지 않 았다. 사피엘라의 가슴은 조금도 더 움직이지 않았다. 란테르트도, 에라브 레도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를 안고 있는 에라브레 앞에서 멍청히 사피엘라 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왜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거지? 왜?.... 웃어 줘.... 언제처럼 부드러운 웃음을 지어 줘.... 상냥한 목소리로.... 에라브레는 한참 동안 숨을 들이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언니.... 비명소리와도 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하늘까지 울려 퍼졌다. 란테르트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답답했다. 사방 모든 곳에서 자신을 죄어오는 것 같았다. 몹시 지쳤다. 마음은 완전히 지쳐서,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95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6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7 05:51 읽음:167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비. 하늘에서 한 방울 한 방울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건조했 다. 비가 땅바닥을 때리자, 바닥에서는 흙먼지가 한옹큼씩 피어올랐 다. 잠시만에, 뽀얗게 비안개가 끼었다. 피는, 비에 씻겨나갔다. 비는 모든 것을 적셨다. 사피엘라도, 에라브레도, 란테르트도. 머리를 적시고 얼굴을 따라 빗줄기가 흘러내렸으나, 모두 죽은 듯,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라브에.... 피엘이 춥겠어.... 란테르트는 넋나간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짝. 에라브레는 있는 힘껏, 란테르트의 뺨을 갈겼다. -나를 라브에라고 부르지 말아요. 그리고 언니를 피엘 이라고 부르지 도 말아요.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에 아랑곳 않고 사피엘라를 향해 손을 가져갔 다. 다시 한차례 에라브레의 손이 움직였고, 란테르트의 뺨은 다시 한차 례 호된 불꽃이 튀었다. -우리 언니 만지지 말아요. 란테르트는 여전 손을 뻗어 사피엘라를 들어 올렸다. -피엘은.... 잠을 잘 만한 곳이 필요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사피엘라의 등에 꽂혀있는 검을 뽑았다. -조금만 참아.... 집으로 데려다 줄게.... 란테르트는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천천히. 사피엘라의 몸은 시시각각으로 차가워져 갔다. 란테르트는 차가워지 는 사피엘라의 몸을 받치듯 안고는 비를 맞으며 언덕 쪽으로 걸었다. 에라브레는 잠자코 란테르트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가 걸음을 빨리 해 란테르트의 앞에 섰다. -따라와요. 에라브레를 따라 란테르트가 도착한 곳은, 언덕 정상 부의 한 나무였 다. 짙푸른 커다란 잎이 무성한 것이 아주 건강해 보였다. -언니는 이곳을 좋아했어요. 에라브레는 무감정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사피엘라 의 시체를 조심히 나무에 앉혔다. -피엘.... 너의 집이야. 네가 영원히 쉴곳....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더니 나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리고 있는 비에 바닥이 물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땅은 땅, 손은 손이었다. 얼마 파지도 않아 손끝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란테르트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 땅을 파내려 갔다. 돌부리가 나오면 뽑아 던져버리고, 나무 뿌리가 나오면 잡아뜯고.... 란테르트는 쉴새 없이 땅을 팠다. 손끝은 피에 엉망이 되어 버렸다. 에라브레는 나무 밑에서 사피엘라 곁에 앉아 있었다. 품안에서 이미 다 젖어버린 수건을 꺼내 사피엘라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물 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칼을 닦아주었다. -언니....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얼굴이 굳어 가는 듯 느껴졌다. 언제나 처럼 예쁘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렇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무렵, 몇몇 사람들이 손에 우산을 든 채 이곳으로 몰려 나왔다. -앗, 에라브레 아가씨. 한 늙은 사내가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에라브레를 발견하고는 외쳤다. 나온 사람은 모두 세명. 늙은 사내와 40쯤 되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 그리고 30쯤 되어 보이는 한 여인이었다. 셋은, 란테르트의 뒤에서 그가 땅을 파는 모습을 멍청히 지켜보고 있 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 이 필요했다. -에라브레,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중년의 여인은 에라브레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사피엘라가 줄끈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앗.... 사, 사피엘라.... 사피엘라? 두 태엽 인형과, 하나의 꼭두각시 인형. 그리고 세 사람. 한 인형은 땅을 파는 행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인형은 꼭두각시 인형의 얼굴에 묻은 비를 끊임없이 닦아주고 있었다. 태엽이 풀릴 때까지 꼭 같은 행동만을 반복할 것이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꼭두각시 인형은, 창백한 안색으로 눈을 감고 나무에 기대어 있었다. 세 인형은, 세 사람의 대화를 듣지 못한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뿐이었다. 세 사람중, 중년의 남자는 나이든 남자에게 삽과 인부 몇 사람을 데 려오도록 명령했다. 그리고는 잠시 땅을 파고 있는 란테르트를 바라보 았다. 그리고 눈을 보았다. 빗물과는 다른 물이 쉴새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싸늘하고 또 슬픈 빛을 내뿜는 눈이었다. 중년은 또 란테르트의 가슴에서 목걸이를 발견하였다. 가르트의 목걸 이를. 인형의 움직임은 멈춤 없이 계속 되었다. 오히려 멈춘 것은 사람 쪽 이었다. 오래지 않아 몇 사람이 더 그곳으로 왔고, 그들은 란테르트 곁에서 삽으로 바닥을 파내었다. 그리고, 다시 몇몇 사람이 관을 메어들고 왔 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빼어난 관이었다. 아마, 집안에 놔두었던 물건 인 듯 싶었다. 이 당시 귀족 집안에서는, 미리 관을 준비하기도 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였다. 묻을 자리가 얼추 마련되자, 란테르트는 사피엘라 쪽으로 걸음을 옮 겼다. 그리고는 그녀를 안아 올리려 했다. 다시 에라브레의 손바닥이 날았고, 란테르트의 뺨에 명중했다. -만지지 말아요. 하지만, 란테르트는 사피엘라를 안아 올려 관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는 그녀를 관 안에 눕혔다. -피엘.... 미안....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관위에 누워있는 사피엘라의 입술에 자신 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언제나 따듯하던 그녀의 입술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에라브레는 곧바로 달려와 관에 누워 있는 사피엘라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는 울었다. -언니.... 언니.... 에라브레는 사피엘라의 가슴에 엎드려 서럽게 울었다. 그때까지, 에라브레 곁에서 바라보고만 있던 중년의 부인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에라브레는 잠시 훌쩍거리더니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다, 당신. 그까짓 책이 그렇게 중요해요? 당신.... 우리 언니와 약 혼까지 해놓고 그렇게 할 수 있는거에요? 에라브레는 손을 뻗어 사피엘라의 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 가락에 꽂혀있는 은빛의 물체를 뽑았다. -이까짓.... 이까짓 물건으로, 우리 언니를.... 당신.... 에라브레는 두서없이 몇 마디 내뱉다 반지를 힘껏 집어던졌다. 은빛 화살이 란테르트의 얼굴 한가운데로 날아갔다. 란테르트는 피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얼굴에 튕겨 바닥에 떨어지 는 반지를 따라 시선을 옮기었다. 돌연, 에라브레의 손이 번쩍하며 란 테르트의 목걸이를 채갔다. -당신이 뭔데 이 목걸이를 차고 있는 거죠? 란테르트는 답하지 않았다. 다만 시선을 에라브레가 채간 목걸이로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란테르트는 거의 넋을 잃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잠시 멍해 있었다. 그리고 에라브레는 언니의 목걸이를 손에 쥔 채 다시 한차례 목놓아 울었다. -에라브레.... 이제 그만 묻어야지.... 중년의 남자가 에라브레에게 다가와 어깨를 잡아 주었다. 하지만, 에 라브레는 전혀 듣지도 느끼지도 못한 듯, 계속해 눈물을 흘리고 있었 다. 란테르트는 다시 시선을 사피엘라에게로 옮겼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 았다. -약속.... 약속? 지킬게.... 피엘.... 란테르트가 중얼거리던 소리를 듣고있던 에라브레가 돌연 목소리 높 여 외쳤다. -우리 언니의 이름을 부르지 마. 이 자식아.... 에라브레는 이렇게 소리치며 다시 한차례 따귀를 올려붙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란테르트는 피할 힘도 피할 생각도 없었다. 에라브레는 한참을 때리 다 지쳤는지, 두 손을 멈추며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이윽고, 관뚜껑은 덮여졌다. 그리고, 관은 땅속으로 들어갔다. 란테르트는 한참동안 비를 맞으며 그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에라브 레는 주저 앉은 채로 그곳에 있었다. 두 중년의 부부와 나이든 하인만을 남긴 채, 모두들 뿔뿔이 흩어졌 다. 그렇게 비는 하염없이 내렸다. 그리고, 쿵, 하는 소리가 두차례 울려 퍼지며, 한 쌍의 남녀가 바닥 으로 쓰러져 버렸다. 5월 22일, 해가 질 무렵인 것 같았다. 며칠이나 흘렀을까? 란테르트는 한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염없이 눈 물이 흘러내렸다. 흑흑, 한참을 흐느끼고는 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흐느꼈다. 남자가 우는소리는, 정말이지 애절하다. 억지로 참으려고 열중 일고 여덟은 삼켜 버리지만, 상처 입은 짐승의 신음소리와 같은 흐느낌은 낮고 길게 계속된다. 꼬박 이틀동안, 그는 울었다. 사피엘라가 죽은 지도 4일. 이틀이나 기절해 있던 그는 깨어나 무엇 하나 먹지 않은 채로 이틀동안이나 울었다. 처음, 이 에티콘 영주 집안의 사람들은 란테르트를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에라브레와 그의 대화를 통해 보건대, 가히 좋은 역할을 한 사람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이틀동안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흐느끼는 모습을 보며, 증오는 동정으로 바뀌어 버렸다. 첫날 우산을 쓰고 흐느끼며 사피엘라의 마지막을 지켜보던 30살쯤 되 어 보이는 여인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쟁반 이 들려 있었고, 그곳에는 간단히 요기를 채울 수 있는 부드러운 음식 들이 놓여 있었다. -저, 이것 좀 들어요. 이렇게 있다가는 당신도 죽겠어요. 그녀 역시 사피엘라의 죽음으로 상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으나, 눈 앞의 란테르트의 몰골을 보자, 도저히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란테르트는 쳐다보지도 대꾸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었 다. -라브에는, 에라브레는 어디 있습니까? 한참동안 천장을 올려다보던 란테르트가 꺼낸 말은 이것이었다. -이틀전. 집을 나가 버렸어요.... 당신보다 하루 일찍 깨어나서는 다 음날 바로 사라져 버렸어요. 어서 이것좀 드세요. 란테르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 다. -됐습니다. 그것보다는, 라브에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중년의 부인은 그가 그렇게 까지 에라브레를 찾자 돌연 이상한 생각 이 들어서 물었다. -당신.... 왜 우리 에라브레를 찾지요? 도대체 당신은 누구지요? 그녀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중년의 부인을 바라보았다. 금발을 틀어 올려 차분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는 매우 기품 있어 보였다. 그녀는 란테르트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돌연 이상한 기분이 들 며 얼굴이 화끈했다. 란테르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중얼거리듯 말했다. -피엘과 약속했습니다.... 라브에를 보호해 주기로.... 란테르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겉옷은 벗겨져 있었다. 이곳 저곳 이 찢어져 상처가 남아있는 그의 상반신이 이불위로 드러났다. 중년의 부인은 그런 란테르트의 모습에 잠시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보고는 크게 놀랐다. -무엇 하는 사람이죠? 이 상처들은 무어고요? 그때,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전에 그 중년의 부인 과 함께 있던 남자로 갈색의 머리칼을 뒤로 넘겨 빗은 근사한 중년이 었다. -오, 일어났군. 이게 뭔가? 다큰 남자가 숙녀 앞에서 웃옷을 벗고. 그는 이렇게 말하며 방안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겉옷을 란테르트에게 던졌다. 란테르트는 그가 던져준 옷을 주섬주섬 줏어입었다. -우선 식사를 좀 하세요. 란테르트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몸이 말을 안 들었다. 나 흘간이나 굶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오래간 만에 먹었으니, 맛이 좋을 만도 하련만, 란테르트는 입맛이 없었다. -나는 칼슨 에티콘이네. 자네는? 중년 남자가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 루렌드. 목소리는 무감정이었으나, 란테르트의 대답에 사내는 안색이 놀랄 정도로 바뀌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896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7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7 05:51 읽음:168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응접실. 란테르트는 이제 거의 기운을 차렸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그 는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칼슨과 마주앉아 있었다. -그렇게 된 건가.... 칼슨이 란테르트의 말에 이렇게 중얼거렸다. 곁에서 이름을 엘라 라 그라스라고 밝힌 그 부인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에라브레의 말로는, 당신이 책을 내놓지 않아서 사피엘라가 죽임을 당했다 하던데요.... 부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사피엘라의 이름을 이야기 할 때에는 노골적으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책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믿지 않으신다면 할 수 없지 만.... -에라브레의 오해라는 말인가? 칼슨이 물었고, 란테르트가 답했다. -오해 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습니다. 라브에도.... 피엘도 제가 책같 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피엘은 저와 약혼 했습니다. 저는 약혼자에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칼슨은 란테르트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그건, 란테르트라는 사람을 믿는 다기보다는, 사피엘라라는 여자의 사람 보는 눈을 믿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에라브레는 그렇게 말한 것일까요? 엘라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잘은 모릅니다.... 돌연, 칼슨이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란테르트. 난 지금 몹시 어지럽네. 과연 자네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 지. 란테르트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위다 마법사 협회의 사람이야. 그리고, 나는 자네의 이름을 익 히 들어왔지. 란테르트. 푸른빛 나는 흑발을 가진 검사. 위다 왕립 마 법 스콜라의 학장과 위다 마법 조합의 부회장을 죽인 사내. 하지만, 그런 자네에게서 사기邪氣를 느낄 수 없는 이유는 뭐지?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군요.... 피엘과 라브에의 마법을 손수 가르치셨다고요? 정말 대단합니다. 그 나이에 술법사라니.... 란테르트의 눈빛이 돌연 흔들렸다. 그리고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 작했다. 사피엘라에 생각이 미쳤던 모양이다. 사피엘라가 죽기 전, 오랫동안 그는 울지 않았었다. 언제 울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했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것이 이렇게 한 번 울기 시작 하자 겉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스스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에 잠시 눈물을 멈추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잠시 뿐이었다. -한가지만 말하게. 학장 님과 부회장, 그 두 사람을 죽인 사람이 자 네인가? 란테르트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려 칼슨이 물었고, 란테르트는 사실 대로 답했다. -학장 님을 죽인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그러나, 그 부회장이라는 작 자는 제가 죽였습니다. 칼슨은 란테르트의 대답에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답하는 것은, 나와 싸우겠다는 뜻인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당신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와 도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그 부회장이라는 사람보다 강합니 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칼슨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비슷하겠지 아마.... 그러자 란테르트가 한차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그렇다면, 당신 역시 저를 당해내지 못합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칼슨은 놀라며 손을 모아 마법을 펼 자세를 취했으나, 란테르트는 손 을 한차례 들어 보였다. -싸우지 않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당신도, 당신이 속한 무리라 면, 선악을 따져 보지도 않고 편을 들어주는 편협한 인간이었습니까? 란테르트의 말에 칼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란테르트의 말은 란테 르트 자신이 아닌, 그 부회장이 옳지 않았다, 라는 것을 뜻하는 것이 었고, 칼슨은 곧바로 란테르트가 말하려는 바를 알았다. -얽힌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소? 칼슨이 묻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금, 한가하지 않습니다. 어서 라브에를 찾아야 합니다. 지금 그녀 의 실력으로는 세상에서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듭니다. 게다가 저와 함 께 다니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싸움을 했기에.... 위험하기 짝이 없습 니다. 이렇게 말한 후, 란테르트가 두사람을 보며 말했다. -검은, 그리고 제 물건들은 어디 있습니까? 곧바로 떠나겠습니다. 순간, 칼슨은 한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내가 속을뻔 했군. 너는 검사이지 마법사가 아니었어. 그렇기 때문 에 허풍으로 나를 제압하고, 검을 되찾아 나를 죽이려 한 거야. 칼슨은 이렇게 말하며 손에 마법을 모았다. -파이어 볼. 주문을 마침과 동시에, 칼슨의 손에서는 붉은 화염이 일며 란테르트 를 향해 폭사되어 갔다. 란테르트는 오른손을 뻗어 그의 화염 구를 받아냈다. 별다른 힘도 들 이지 않고, 그저 손을 가져다 대자, 화이어볼은 흩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이럴 수가. 나의 파이어 볼을.... 칼슨은 현재 현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으로, 그런 그의 파이어볼은, 가히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파이어볼을 한 손으 로 실드도 치지 않고 받아내다니.... 칼슨은 눈앞의 사내에게 처음으 로 두려움을 느꼈다. 한편, 란테르트도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였 던 사내의 화염구가 이렇게 까지 강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 이다. 비록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손바닥에 은근한 통증이 밀려왔다. -제 말은 사실입니다. 란테르트는 걸음을 멈추며 이렇게 말했고, 칼슨은 아무런 대꾸도 하 지 않았다. 물론, 파이어 볼 보다 훨씬 강력한 주문을 많이 알고 있었 으나, 그 어떤 것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눈앞의 사내를 당해낼수는 없 을 듯 싶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한 후, 칼슨에게서 대답이 없자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다른 것은 상관없습니다. 다만, 그 반지와 검만은 반드시 돌려주십 시오. 칼슨은 자꾸 란테르트가 검을 돌려달라고 이야기하자, 의심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건 엘라 역시 마찬가지 였다. -왜죠? 어째서 자꾸 검을 돌려 달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우리는 아 직 완전히 당신을 믿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무기를 돌려줄 수 있겠어요? 엘라의 이 말에, 란테르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쓸쓸히 입을 열었다. -피엘이 사준 검입니다.... 엘라와 칼슨은 입을 다문 채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짐을 모두 돌려 받은 란테르트는, 그 얼마 되지도 않는 짐을 차분히 챙기고는, 에티콘 저택을 나와 언덕을 올랐다. 그리고는, 하얀 백합의 다발이 놓여있는 무덤 앞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피엘.... 나는.... 너를 볼 면목이 없어.... 하지만, 그래도 자주 찾아올게.... 피엘은 착한 여자니까.... 그런 나에게 화를 내지 않을 꺼지?.... 그리고, 약속.... 그 약속은 반드시 지킬게.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의 묘비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사피엘라의 무덤은 단출하면서도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었다. 바닥 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네모진 묘비 석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비 록, 보이지는 않았으나, 한차례 쓰다듬음으로써, 그는 그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사피엘라 수이브렛 638-657년 상냥하고 아름다운 소녀 이곳에 묻히다. 그녀의 동생 에라브레가.... 란테르트는 조금은 투박한 이 에라브레의 글을 한참동안이나 뇌까렸 다. 그리고는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눈물.... 또 다시 다른 자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면.... 피엘 너는 나를 무정한 남자로 여기겠지? 눈물은, 이곳에서만, 그리고 너를 위해 서만 흘리겠어.... 그를 따라 이곳까지 온 엘라는 이런 란테르트의 모습에 다시 한차례 흐느꼈다. 그리고 칼슨은, 이 란테르트라는 남자가 소문과는 다른 점 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란테르트는 여기까지 말한 후, 잠시 더 사피엘라의 무덤을 바라보고 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칼슨, 엘라 두사람에게 인사했 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 은혜 반드시 갚겠습니다. 란테르트는 이 말을 마친 후, 대꾸도 듣지 않은 채 걸음을 언덕 아래 로 옮겼다. 두 부부는 언덕 위에서 한참동안이나 란테르트의 뒷모습을 지켜보았 다. 란테르트는 에티콘 마을을 벗어나 무작정 북쪽으로 향했다. 어떤 이 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단지 느낌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울적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지금까지 곁에서 한상 따르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자매 모두가 떠나 버린 지금, 그는 외로웠다. 몇 걸음을 걷 다 돌연 뒤를 돌아보았다. 그렇게 하면, 왠지 사피엘라가 그곳에 서있 을것만 같았다.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도 했다. -란트, 여기는 어디죠? 힘들면 잠시 쉬어요. -오빠. 이 검술은 어떻게 하는 거죠? 란테르트는 돌연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흐르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 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행복이 너무 길었던 것 같군.... 그때였다. 뚜벅거리는 말소리가 들리며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이런, 뭐 그런 엉터리 같은 소리가 다있어? -무슨 소리야? 분명, 그때 이 길에서 엘프를 만났었단 말야. -엘프? 그건 전설에나 존재하는 생명체야. 게다가, 설사 있다 치더라 도, 너같이 둔한 녀석의 눈에 띄일리가 있겠어? 게다가, 엘프는 숲의 요정이야. 이곳 어디에 엘프가 살만한 숲이 있지? 두필의 말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한 필에는 검정 머리칼의 용병이 앉아 있었고, 다른 말에는 화려한 금발의 사내가 있었다. 부유 한 상인인 듯, 상당히 값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이들의 목소리를 언젠가 들은 듯 싶었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아스이타에 대한 소문을 들은 미즈시의 주점에서 만난 듯 싶었다. 란테르트는 또 다시 사피엘라를 떠올렸다. 얼굴조차 한차 례 본적 없는 자신의 약혼녀를.... -당신? 상대편도 란테르트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두 남자는 일제히 말에서 뛰어 내리며 란테르트에게 아는 척을 했다. 란테르트는 자신에게 말을 건넨 금발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당신 혹시, 미즈 시에서 두 아가씨와 함께 있던 남자 아니십니까?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금발은 계속해 물었다. -두 아가씨는 안녕하신 가요? 미모의 갈색 머리 아가씨들이었던 것 같은데.... 그의 말에 란테르트의 표정이 대번에 쓸쓸해졌다. 금발 머리의 사내 는 상대의 기분이 상한 것을 보고는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말을 바꿨 다. -그보다, 이런 곳에서 무엇하십니까? 그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잠시 멍히 있었다. 그러다 이내 입을 열었 다. -그저.... 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금발이 물었다. -누구 말입니까? 제가 이래 보여도 사람 하나는 잘 찾습니다. 워낙 많이 돌아다녀서. 금발의 부유해 보이는 사내가 계속해 이야기를 하는 동안, 흑발의 사 내는 검에 손을 얹은 채 란테르트의 동작 하나 하나를 주위 깊게 살펴 보고 있었다. 흑발의 사내는 현재 그 금발의 사내에게 경호원으로 고 용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란테르트의 돌발적 행동에 대비해 이런 동작을 취한 것이다. 란테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전의 그 둘중, 나이 어린 소녀를 찾습니다. -아.... 금발은 무슨 의미에서인지 탄성을 내뱉더니,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보지 못했습니다.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잠시 멍해졌다. 그러다가 천천히 입을 열어 금 발에게 물었다. -그렇습니까?.... 그녀를 보호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그녀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까요? 란테르트의 이 질문은 바보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사람을 보호 할 수 있나니? 그런 것도 질문이라고 하는가? 하지만, 어찌 보면 꽤 까다로운 질문이었다. 란테르트가 지나치게 진 지하게 물어오자, 그 두 사내는 잠시동안 생각에 잠겨야만 했다. -그건.... 돈입니다. 돈은, 별다른 충돌 없이도 사람을 아주 쉽게 지 킬 수 있지요. 금발의 말을 끊으며 흑발이 말했다. -무슨 소리? 힘이야. 돈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절대 폭력을 막을 수 있 는 힘. 금발이 반박했다. -힘? 그런 건 돈주고 살 수 있어. 나만해도, 너같은 한심하지만 약간 쓸모 있는 검사를 고용했잖아. 그 덕에 나는 폭력에 당할 일이 크게 줄었고. -내가 사람이 좋아서 그렇지, 고용한 용병이 자신을 고용한 사람을 죽이고 달아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스스로는 스스로가 지키는 거 야. 바보같이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그런 일은 극히 드물어. 게다가, 그건 그 고용주에게 문제가 있는 거야. 오죽 못되게 굴었으면, 신의를 중요시 여기는 용병들이 그런 짓 을 하겠어? 란테르트는 그대로 두면 하루 종일이라도 떠들 것 같은 두 사람의 말 을 끊으며 물었다. -그럼, 그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일이 무엇입니까? 란테르트는 사피엘라가 죽은 후,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아니, 어 쩌면 꽉 차버린지도 몰랐다. 사피엘라에 대한 생각으로.... 란테르트의 물음에 둘은 동시에 한 목소리로 답했다. 란테르트와 만 나 이야기한 이래로 처음으로 의견이 일치한 그들이다. -용병이지요. 란테르트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용병이라.... 그런 란테르트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고 두사람은 다시 떠들기 시작했 다. -네 녀석 머리에서도 이런 생각이 나올 수는 있군. 금발이 말했고, 흑발이 맞받아 쳤다. -네 머리에서도 나오는데 내 머리라면 충분하지. 란테르트는 떠드는 두 사람에게 작별을 고했다. -감사했습니다. 먼저 가겠습니다. 두 사람은 잠시 고개를 돌려 란테르트의 인사를 받은 후, 말에 올라 타며 계속해 입씨름을 했다. 말싸움은 아마도 그들의 취미인 듯 했다. 란테르트는 얼마간 에라브레를 더 찾아다니다, 위다의 수도 카타로 향했다. 긴 머리를 잘라 버리고, 이름도 바꾸었다. 피엘트라는 것으 로.... 그리고 그는 한 용병단에 가입했다. 아반트 가르트. 전위돌격대前衛 突擊隊 라 불리우는 곳으로, 최고의 보수와 최고의 위험성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전위 돌격대는 가장 앞에서 적을 향해 돌격한다는 말 그대로의 용병 단이었다.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올 확률이 10에 5명이 안되었으나, 보수 자체는 대륙의 어떤 용병집단 보다도 많았다. 이렇게, 란테르트는 짧은 행복을 마감하며, 다시 어두운 시간을 맞이 했다. 사피엘라를 만난지, 4개월 남짓이 흐른 어느날의 일이었다. ------------------------------------------------------------------- 뭐, 이렇게 1부의 1기가 끝났습니다. 사실 특별히 1기, 2기가 있는것은 아니고.... 제가 편의상 나눈 구분 입니다. 그 보다.... 피에루짱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던것 같은데.... 그분들께는 죄송하네요.... -_-;;; 꾸벅 * 100 암튼,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끌리는 캐릭터 였습니다만.... 스토리상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1부 1기 까지가, 이 소설 전체의 프롤로그격 입니다. 원래는 정말 프롤로그 처럼 상당히 짧을 예정 이었습니다만.... (처음 계획은 10화 이전에.... 피에루짱이 살해당할 예정이었습니다.... 죄송)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나 길어져 서장 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어 버렸네요.... 아무튼.... 비록 피에루짱이 이렇게 허무하게 갔지만.... 이 글 전체에서 피에루짱의 비중은 상상 이상입니다. 결코 스쳐 지나가난 캐릭터 따위는 아니지요. 란테르트의 절대적 연인 이니까요.... (한눈 안팝니다. 절대로....) 지금부터가.... 글의 본내용 입니다. 약 100화 가량이나 그 쯤에서 1부가 끝날 예정이고.... 2부도 100화 가량의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3부는.... 2화에 종속되 버릴수도 있고....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 아무튼 재미없는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까지 재미없는 AGRA 가.... ps.... 하루동안 잠적 입니다.... 죄송 ^^;;;;..... 토요일날 다시 뵈지요.... 컨디션 최 극악 입니다.... 모두들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욧.... Agra, the WaterDragon of Ry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896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설정(1)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7 05:52 읽음:1829 관련자료 없음 ----------------------------------------------------------------------------- 안뇨세요. 세기말 무책임 날림 3류 변태 동인 글쟁이 Agra입니당....^^;;;; 위의 수식어는.... 첫 번째 독자이자 이 아이디의 주인인 광황, 신충님 이 붙여준 것입니다. (악마..... -_-;;;) 그 동안 봐 주셔서 정말 절대 감사드립니다. 어쩌면.... 이 글을 보시면서 저를 욕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군요.... 피에루짱을 살려내라..... 하시면서.... 하지만.... 저 역시 눈물을 머금고.... T_T;;; 암튼, 지금부터 대체적인 설정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시온님은 저의 첫 번째 독자이자, 사악한 독설가인 이 아이디 의 주인입니다. 또한, 소설 속에서는 두명의 초월신중 한명으로 나오지 요. (하지만.... 소멸한지 오래죠. 하하하하하하하....) 모 대학 세미나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낸다. 맘에 안들게 생긴 20 살 먹은 변태 중년 이다. 이름은 에이그라 아이우드 프레갓. -하이, 에부리바디. 에이그라의 등장에, 좌중의 인물 모두 외면하며 딴전을 피운다. 에이그라의 이마엔 어느샌간 땀방울이 송글송글, 하지만, 열혈과 근성 으로 다시 한 번 인사한다. -여러붕 안녀세요? 이 말에, 한쪽에 음산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시온이 중얼거린다. -병X, 혀가 꼬였군.... 하지만, 그 목소리는 중얼거린 것 치고는 너무나 컷다. 그리하여 청력 이 예민하기로 이름난 에이그라는, 그 소리를 들었고, 심장 좌심실에 화살을 하나 박은채 말투를 고쳐야만 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제서야 마지못해 인사받는 좌중. -왔냐? 란테르트의 시큰둥한 인사와, -안녕하세요? 피엘짱의 차분하고 무덤덤한 인사, 그리고, -.... 저건 또 왜왔냐? 라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고 있는 라브에.... 하지만, 에이그라는 꿎꿎히 그런 그들의 시선을 묵살한채 자리에 앉 았다. -못보던 분도 계시는군요. 에이그라는 한쪽에 앉아있는 몇몇 사람에게 이렇게 인사했고, 그중 보라색 머리칼을 가진 조금은 냉막한 표정의 남자가 그의 말에 대꾸했 다. -어차피, 여기서 우리가 누군지 밝히지도 않을꺼잖아. 아는척 말고 하던거나 계속 해. 곁에서 금발의 엘프인 듯한 아가씨가, 아니 어린아이가.... 아냐 아가 씨가 그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의 말에 이상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입술 을 비비적 거리며 물었다. -왜 밝히지 않아요? 그리고 저 사람은 누구에요? 아니 오크인가? 귀, 귀여운 목소리로 에이그라의 심장 우심실에 커다랗고 날카로운 칼을 박는 엘프 아가씨. 말투도 하는짓도 그리고 몸매도 10세 내외, 하 지만 키는 15세가량, 마지막으로 생긴 것은 비록 귀엽긴 했으나 18, 9 세.... 종잡을 수 없는 아가씨군.... 에이그라는 얼굴보다 커져버린 땀을 조심스레 바닥에 내려놓으며 엘 프 아가씨의 말에 대꾸했다. -아, 아가씨.... 저는 분명 사람 입니다. 그리고 제가 설정한 세계에는 오크같이 못생긴 짐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쪽에서 팔짱을 낀채 바라보고 있던 시온의 너무나도 커다랗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날림설정. 그게 환타지냐?.... 바로, 작가적 역량의 부재야.... 이렇게 에이그라는 우심방에 창이 박혔다. 가슴에 화살과 창과 칼이 박힌채로 이야기하는 에이그라의 모습은 기괴스럽기 짝이 없었으니.... 모두들 그를 외면한채 담소를 즐기기 시작했다. 에이그라는 세 개의 병장기를 몸에 꽂은채로 꿎꿎히 입을 열었다. 심 장 박동수가 현저히 낮아진 듯, 몸에 힘이 점점 빠져나갔다. -아.... 아무튼....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를 생각해 주십시오.... 그때였다. 우리가 모여있는 모 건물의 세미나실의 앞문이 벌컥 열리 며 한명의 빵빵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아르트레스양(樣) 이 었다. 에이그라는 그 모습에 심장에 박힌 병장기 때문에 가뜩이나 잘 돌지 않는 피를 코로 한사발이나 쏟아냈다. -모두들 안녕하세용? 특히 란테르트님. 그때, 보라색 머리칼이 남자가 일갈했다. -감히 상관 앞에서, 건방지구나. 그리고, 란테르트는 나의 남자다. 좌중, 일순간 침묵에 잠기다. -그, 그런.... 스스로의 설정에 놀라는 에이그라.... 그리고 조용한 시온의 말. -야오이물로 간다, 인가? 순간 휘몰아쳤던, 노마티아 북부의 차가운 바람은 어느새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그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 뒤에서 돌연 등장한 의문의 아가씨. 정말 말그대로 돌연 등장했다. 엷은 푸른색의 직모를 길게 드리운, 차 가운 표정의 여자였다. 그녀는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의 귀에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아르카이제님, 절 봐주십시오. 저만을....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 드디어 신원 공개. 아르카이제. 현존 서열 2위 의 마족. 흐걱.... 아르트레스樣으로도 모자라.... 서열 2위의 마족을 등 장시키다니.... 이 소설의 향방은? -날림설정. 변태 무적 오따꾸.... 시온의 냉소. 마지막 하나 남은 좌심방에 레이피어가 박히며, 에이그라는 절명했다. 그 모습에 란테르트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 입을 열었다. -나의 피엘을 죽이더니.... 잘됐군. 시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이야기 해 볼까? 이 세계의 설정을.... 나를 제하고 가장 연장 자인 아르카이제, 네가 말해 보지. 아르카이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어디서 부터 이야기 할까? 그때, 바닥으로 부터 음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당연히 창세 부터지.... 그리고는 바닥에 피를 흘리며 널부러져 있던 에이그라가 몸을 일으켰 다. 모두들 화들짝 놀라며 그의 엽기적인 모습을 바라 보았고, 에이그라 는 계속해 입을 피를 토하며 웃어댔다. -으허허허허허.... 한쪽에 있던 금발의 엘프가 아르카이제 뒤로 숨으며 말했다. -밥맛없어요. -으허허허허, 허걱.... 계속해 웃어재끼던 에이그라는 이 엘프아가씨의 한마디에 엄청난 타 격을 입으며 숨이 막혔다. 그때, 시온이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에이그라에게 겨누더니 나직히 중얼거렸다. -사라져라. 돌연 에이그라의 몸을 뚫고 백만 줄기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으아악.... 그리고, 에이그라는 빛속에서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사피엘라는 눈을 살짝 징그린채 그 모습을 보았고, 에라브레는 신난 다는 듯 중얼거렸다. -와, 잘됐어요. 그외의 인물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에이그라의 소멸을 지켜 보았다. -그래도 그의 의견은 들을만 했어요. 그래도 가장 정상적이고 착한 피엘짱이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카이제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창세라.... 처음에 무無도, 유有도 아닌 공간도, 시간도 없는 말로 설 명할 수 없는곳이 있었지.... 그리고 그곳에 세로 세상을 여신 분이 바 로 테미시아님이야. 시온이 입을 열었다. -소설 속에서 나의 어머니로 나오지. 아르카이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요.... 아무튼, 그렇게 세상이 열린 이후로, 그분은 두명의 신을 창조하는데.... 그들이 바로 이 시온님과 엘디마이아님 이시지. 이 세계 는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어. 하나가 실재하는 우주, 즉 실존의 차원 들이고 다른 하나가 혼돈의 바다, 또다른 하나가 허무의 바다이지. 혼 돈의 바다는 모든 것들이 돌아가는 곳이고, 허무의 바다는 모든 것이 생성되는 곳이야. 이 차원과 혼돈의 바다를 연결하는 곳에 서있는 존 재, 한마디로 모든 것을 혼돈으로 돌리는 존재가 바로 엘디마이아님이 고, 허무의 바다와 이 세계를 연결하는 곳을 관장하는 존재가 바로 시 온님이시지. 한마디로, 시온님은 생성의 신이고, 엘디마이아님은 파괴의 신이야. 에라브레가 차게 입을 열었다. -복잡하지만 별거 없잖아. 괜히 겉멋만 부리고.... 에이그라 그 사람 정말 밥맛이야. 사피엘라가 살짝 미소지으며 에라브레를 말렸다. -라브에, 그런 말투는 좋지 않아. 아르카이제는 잠시 말을 쉬며 앞에 놓여있는 쥬스를 한모금 들이켰 고, 그때 곁에 있던 엘프 아가씨가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얼라? 마족도 음료수를 마셔요? 아르카이제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에이그라, 그 녀석이 사라진 이상 두려울건 없어. 곁에있던 시온도 앞에 놓여있던 코크를 한모금 꿀꺽 하며 말했다. -맞아. 이제 그 녀석이 사라졌으니, 내 췌장염도 낫게 될꺼야. 스트레 스성 췌장염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검과 칼, 창 화살만이 을씨년스럽게 먼저간 이의 존재를 이야기 해 주고 있었다. 아르카이제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무튼 이야기를 계속 하지. 그렇게 창세가 있은 후, 수많은 시간이 흘렀어. 시온님은 현세의 모든 것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고, 결국은 하 나의 별위에 생명들을 만들기 시작했지. 가장 열등한 인간에서 그럭저 럭 쓸만한 정령들까지. 곁에있던 엘프아가씨가 그의 말에 발끈하여 외쳤다. -그게 무슨 소리에욧? 그럭 저럭 쓸만하다니? 아르카이제는 그녀의 말은 무시한채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겨난 것이 이 소설의 배경인 펜태스트야. 이 행성의 이름 이지. 아직 마족은.... 없었어. 엘프가 비웃었다. -푸하하하하.... 역사가 그렇게나 짧아요? 마족이? 아르카이제가 부끄러운 듯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시온님이 정립한 세계는 질서 그 자체야.... 흔들림 에서 태어나는 우리 마족들이 생겨날 여지가 없잖아. 그리고는, 아르카이제가 안색을 싸늘히 하여 말했다. -하지만, 우리 마족은 강해. 엘프는 순간 움찔하여 입을 다물었다. 곁에서 잠자코 있던 에라브레가 독촉했다. -사랑 싸움은 그만 하고 어서 이야기나 계속해요. 그녀의 말에 아르카이제와 엘프 아가씨가 동시에 발끈했다. -무슨 소리야? 난 란테르트만을 사랑해. 닥살 쫙쫙 돋는 아르카이제의 말, 그리고, -그런 소리 말아욧. 어떻게 지고지순한 엘프가 저따위 마족이랑.... 엘프 아가씨가 얼굴이 벌게져 외친 소리. 하지만, 에라브레는 차게 냉 소할 뿐이였다. 아르카이제는 금새 안정을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던 중.... 테미시아님은 자신의 첫 번째 피조물인 시온님에게 사 랑을 느끼셨지. 정말 사랑이야. 나와 똑같이.... 금단의 사랑을.... 좌중, 다시 썰렁해지며 몇몇은 입을 틀어막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아르카이제는 그런 좌중의 냉소를 꿎꿎하고 오만한 눈으로 받으며 입 을 열었다. -난 성이 없어. 겉모습 만으로 판단하지 마. 흠흠, 아무튼.... 그렇지만 시온님은 테미시아님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어. 그는 모든 것을 사랑 하는 동시에 어느것도 사랑하지 않았지. 굉장히 공평한, 정말 신다운 신이셨지. 그런 상태가 얼마간 지속되다가, 시온님은 무의 세계로 떠나 셨어. 유의 세계, 즉 현세에는 더 이상 자신이 할 일도, 그리고 자신이 알아야 할 것도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야. 에라브레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해요. 하지만, 신화에는.... 시온님은 첫 번째 피조물이여서 치명 적 결함이 있었고, 그 때문에 무로 사라졌다고 했는데요. 그리고, 엘디 마이아는 마황魔皇 이라고 했어요. 그때, 시온이 곁에서 음산하게 말했다. -치명적 결함? 그런건 윈도우에나 있는거야. 나를 윈도우 따위와 비 교하지 마. 에라브레는 샐쭉해져 입을 다물었고, 아르카이제는 계속해 이야기를 했다. -그건, 잘못 전해진 거야. 신화는 원래 엉터리잖아. 아무튼 그렇게 되 어 버리자 테미시아는 불같이 노하며 애꿎은 엘디마이아를 잡아 족쳤 지. 단지 무의 세계 가는 통로를 관장한다는 이유 만으로.... 게다가, 평소 엘디마이아님은 테미시아님께, 어머니 이상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고 해.... 돌연, 창문으로 냉막한 얼굴을 한 검정 머리칼의 남자가 스쳐 지나가 며 중얼거렸다. -난 억울해.... 난 억울해.... 엄마, 날 봐줘요.... 시온이 그런 그의 모습에 냉소를 터트렸다. -저런게 내 동생이라니.... 어머니를 좋아하는 패륜아.... 아르카이제는 시온의 말이 끝나자, 그 남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저분이 엘디마이아님이셔. 그렇게 세상은 동시에 두명의 초월신을 잃었고, 테미시아님은 이미 오래전 창조되어 하는일 없이 빈들거리고 있던 여섯신들에게 세상을 맡겨 버리고는 자신 속에 틀여박혀 버리셨 지. 이게 대략 지금으로부터 4000년 남짓 전에 일어난 일이야. 시온이 앞의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치며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이야. 모두들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신들에게 하기에는 지나친 말이 었으나, 반박할 말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아르카이제 역시 이마에 송글 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일이 있었던 후로..., -치정에 얽힌 살인 사건 이라니까. 시온의 이 음산한 한마디에 더더욱 열심히 땀을 닦으며 아르카이제가 입을 열었다. -예.... 아무튼 치정에 얽힌 살인 사건이 있은 후로, 얼마간 세상은 조 용한 듯 했으나, 하나의 혼의 출현으로 돌연 혼란을 맞이하게 되지요. 아참, 혼 이라는 것은, 신들에게 붙어 기생하는.... 돌연 딱 소리와 함께 아르카이제의 고개가 앞으로 푹 꺽였고, 한 냉 막하고 무섭게 생긴 미남자가 그의 뒤에서 흡사 아르카이제의 뒷통수 를 내려치기라도 한 듯한 포즈로 서 있었다. 표정은 어두웠고, 안색이 초췌한 것이 병색이 완연했다. -기생이 아니다. 애송이. 아르카이제는 고개를 천천히 돌려 누구인가 살피다가 안색이 돌변하 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앗.... 켈리시온님.... 무섭게 생긴 남자는 켈리시온이었다. -혼은, 신들의 힘을 보조해주는 거대 정신체들이란 말이다. 너따위 마족은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힘을 가졌지.... 아.... 나의 데스트.... 그 는 어디로.... 켈리시온, 여섯 신들중 둘째이며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진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그대로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시온인 차게 내뱉었다. -야오이질이나 하니까 저렇게 폐인이 되버리지.... 시온의 말에 아르카이제의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섞였다. -신들에게도 성별은 없습니다.... 시온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리며 한마디 내뱉었다. -시끄러, 야오이. 아르카이제는 입을 다문채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이내 말을 꺼냈다. -아무튼.... 그 말썽의 근원이 바로 방금 켈리시온님이 이야기한 데스 트 라는 혼이야. 파괴를 관장하는 혼으로, 엘디마이아님의 혼이였지. 에라브레가 또 끼어들었다. -하지만.... 데스트는 이계의 혼이라고 했는데.... 아르카이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잘못 알려진 거야. 에라브레는 머리를 감싸쥐며 절규했다. -이럴리가.... 파모로아력 653년에 새로 인쇄한 최신 서적으로 공부했 는데.... 한편, 란테르트와 사피엘라는 서로를 바라보며 밀어를 주고 받는라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고, 아르트레스는 채찍을 여러겹으로 말아 쥔채 딱딱 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피엘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르페 오네는 동경의 눈빛을 찬란히 내뿜으며 아르카이제를 올려다 보고 있 었다. 제정신은 아르카이제와 시온 밖에 없었다. 엘프 아가씨 마저도 란테 르트 곁으로 자리를 옮겨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채 잠을 청하고 있 었으니 말이다. 듣는사람 하나 없어도, 아르카이제는 굳세게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전 본대로, 켈리시온님은 파혼破魂 데스트를 자신의 혼으로 하 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셨고, 결국 성공했지. 하지만.... 그 때문 에 테미시아님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소멸을 당할 위기에 처했었지. 하지만, 켈리시온님은 드리시온님, 사에이시온님의 두 남동생들과 극구 저항했고, 테미시아님은 여전 스스로를 자신 안에 가두신채 나투이시 아님과 아리시아, 프리시아님의 세 여신들에게 그 남신들을 제압하라 명령하셨어. 하지만, 양측의 세력은 비등했고.... 싸움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지. 이게 바로 신들의 전쟁, 크람 이야. 시온이 냉소했다. -크람? 작명 센스가 왜 그 모양이야? 차라리 그냥 라그나 로크, 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아르카이제는 난처해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말은.... 소멸해 버린 에이그라에게 하십시오.... 저는 책임 없으 니까요. 돌연.... 음산한 바람이 일며, 세미나실 천정 구석의 환기통에서 하얀 연기 비슷한 것이 스며 나왔다. -내가 돌아왔다. 에이그라 아이우드 프레갓.... 영원 불멸의 자유의 신. 시온, 내가 없다고 나를 욕하는 건가? 그의 등장에 좌중은 경악에 사로잡혔다. 심장부분은 휑하니 구멍이 뚤린채, 그는 하얀 연기와 같은 유령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나마 안 생겼던 얼굴이 연기가 되어 마구잡이로 흩어져, 이제는 안생긴 정도가 아니라.... 엽기獵奇, 그 자체였다. 차라리.... 입에서 피 질질 흘리는 폭 주 에바가 이쁜 편이지.... 사피엘라는 그런 모습에 눈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저라도.... 참을수 없는 것은 있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턴 언데드의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에이그라 는 강했다. -쿠헐헐헐.... 난 보통의 유령이 아니야. 핫핫핫. 독자들이 내 소설을 욕하는 말들을 먹고 자란.... 준 마족의 사념체지.... 핫핫핫.... 사피엘라가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중얼거렸다. -제 마법이 통하지 않는걸 보니.... 꽤 강하시군요.... 그때, 시온이 당연하다는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그간 먹은 욕이 얼마일텐데. 에이그라는 시온의 정신공격에 일순 흠칫 했으나, 그런데로 버틸만 한지 계속해 입을 열었다. -내가 없는 사이 이야기는 많이 진척 됐겠지? -.... 어느 누구도 그의 말따위에는 대꾸치 않았다. 그때였다. 사피엘라가 불쾌해 하는 모습에, 란테르트는 얼굴에서 미소 를 지우며 그의 하르제 검을 꺼내 들었다. -모든 존재에의 증오여, 별을 파괴하는 어두운 영혼이여, 흔들리는 어둠의 찢겨진 혼이여, 모든 것을 가를수 있는 그대의 힘을, 지금 여기에 부여하라. 모든 것을 파괴하는 위대한 어둠. Destin The Be(데스틴 더 비). 그의 주문이 완성됨과 동시에, 란테르트의 하르제 검은, 빛조차 흡수 해 버릴듯한 어둠으로 꿈틀거렸다. 에이그라는 그 모습에 사색이 되었다. -허걱.... 그것은 파혼의 주문.... 란테르트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려 경멸을 표하고는 그대로 검으로 에이그라를 갈랐다. -죽어랏!!!!!!! 변태 괴물 -으가가가가각.... 이럴수는 없어.... 두고보자.... 에이그라의 몸은 그대로 두동강이 나며 사방으로 확 흩어져 버렸다. 그 모습을 냉소적 표정으로 바라보며 시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사지를 자르고 천천히 죽였어야지. 자근자근.... 저렇게 되면, 너무 쉽게 저세상으로 돌아가 버리잖아. 란테르트는 그제서야 무언가 깨달은 듯,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며 외 쳤다. -아차차.... 그런 실수를....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그에게 주기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르카이제는 란테르트가 벌인 한차례 활극을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 라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아....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지? 아르카이제의 말에 그때까지 졸고있던 엘프 아가씨가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누구랑 누구가 금단의 사랑을 했다고 했잖아요. 졸아서 인지.... 전혀 상관 없는 곳을 이야기 했다. 에라브레가 곁에서 차게 외쳤다. -바보, 그건 벌써 옛날 얘기야. 그부분 지난지가 언제인데.... 엘프 아가씨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한 것 아니에요? 창세의 이야기인데.... 모두들, 얼빠진 엘프 아가씨의 말에 의자채로 뒤로 넘어갔고, 엘프 아가씨는 여전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비비작 거리며 알 수 없다는 표정 을 지었다. 아르카이제는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신전 크람까지 이야기 했음을 기 억해 냈고, 이내 입을 열었다. -흠흠. 좌중, 조용히 해 주십시오. 아무튼, 크람이 있은 후, 켈리시온 님의 혼이 되어버린 파혼은 봉인되어 버렸고, 테미시아님은 더 이상 그 일로 켈리시온님을 문책하지 않았습니다. 이 일이 바로, 4100년전에 있언던 일입니다. 제가 태어나기 500년 전의 일이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바로 그 신전 크람때 만연한 신들 사이의 적대감에, 지 고한 힘을 소유하신 위대한 붉은 화염의 마왕 압그랑님이 탄생한 것입 니다. 아르카이제의 말에, 아르트레스와 아르페오네는 지겹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고, 아르카이제 역시 스스로 말해 좋고도 부끄러운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나크젤리온님은.... 어째서 압그랑님에게 그런 유치한 수식어를 붙이 신 거야.... 아르카이제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후로 4000년간, 정령계와 마계는 피튀는 싸움을 벌였고, 인간세는 이래 저래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 엘프가 외쳤다. -왜, 마왕 압그랑이 죽은 얘기는 않해요? 아르카이제는 충격에 몸을 비틀 하며 입을 열었다. -죽지 않았어. 혼 다섯중, 셋이 봉인되고 하나가 소멸했을 뿐이야. 나 크젤리온님은 아직 멀쩡하셔. 이쯤 들려올 시온의 냉소. -다섯중 넷이 뻗었으면 죽은거야. 아르카이제는 다시 한 번 비틀, 했다. -그, 그럼.... 모두가 원하는 것 같으니 이야기 하기로 하겠습니다. 아 무튼 압그랑님은, 신들이 의도하지 않은 거대한 존재로.... 그 힘의 강 대함은 켈리시온님 바로 다음이었습니다. 신들은, 그분이 강하다는 이 유 만으로 핍박하기 시작했지요. 아무튼, 다른 신들은 압그랑님을 당해 낼 수 없었고, 그때문에 켈리시온님이 파혼을 잃은 이후 조금 약해진 몸을 이끌고 압그랑님과 싸움을 벌였습니다. 한가지, 켈리시온님의 힘 은, 다른 다섯 신들을 합한것과 비슷할 정도로 강하십니다. 시온이 다시 한차례 차게 내뱉었다. -아무튼, 압그랑은 패해 몸이 찢겨 버렸고, 그중 셋이 봉인당해 버렸 잖아. 형편없는 녀석. 마왕이 뭐 그 모양이야? 아르카이제, 재기불능.... 하지만, 열혈과 근성으로 뭉친 아르카이제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 히 서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압그랑님은 약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켈리시온님이 강했을 뿐이지요. 에라브레가 물었다. -하나는 어떻게 된거죠? 소멸당했다면서요. 시온이 간단히 대꾸했다. -인간한테 뻗어버렸지. 아르카이제, 흡사 철퇴를 맞은 듯 앞으로 휘청.... -하지만, 그 일은 미심쩍은 점이 많아요. 도대체가 어떻게 인간이 압 그랑님의 혼을.... 이건 분명.... 그 에이그라 녀석의 간계에요. 아르카이제의 말에 마족, 정령족, 인간 모두가 분노를 터트렸다. 그리 고는 모두 일어나 야유하며 타도 에이그라를 외치기 시작했다. -물러나라 무책임 날림 글쟁이. -왜 마족이 이렇게 약한거냐? -우리 정령은 어떻고? -조금 있으면 마족이 거의 전멸상태까지 간다면서? -나쁜자식. 병X 무적 오따꾸.... -죽어라.... -웅성웅성.... -시끌 시끌.... 돌연, 에이그라의 음성이, 어느곳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온 세미나실 안에 울려퍼졌다. -쿠헐헐헐헐.... 창조주에게 반항하는 캐릭터 따위는 필요없다. 에이그라는 가만히 Alt+S 를 하여 문서를 저장한 후, Alt+X 를 이용 하여 문서를 닫아 버렸다. 그는, 아르카이제도, 란테르트도....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는 굳셌고, 강직했고, 꿋꿋했고, 현명했으며, 뛰어났고, 위대했다. 크하하핫.... 그렇게 그는 정신이 분열되어.... 풀린 눈동자로 하루종일 한가지 말만 을 중얼거렸다. -난 이세상의 창조주야.... 난 이세상의 창조주야.... 난 이세상의 창조 주야.... -훗.... 그래봤자, 넌 내 밑이야. 곁을 지나던 시온이 이렇게 내뱉은듯 싶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핫. 이제 현실 입니다. 왠지 써놓고 나니까.... 바보같네요.... 암튼....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피에루짱을 사랑해 주셨던 모든 분들.... 감사드리고, 또 죄송합니다. 아무튼.... 후기까지 재미없는 Agra 입니다.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02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8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9 05:51 읽음:171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0. 친구? 친구. 파모로아력 660년. 2월. 겨울. 위다의 수도 카타 근교의 한 건물군. 차가운 바람이 살을 에인다. 탁탁거리는 소리가 나며 벽난로에서 타고 있는 나무의 불티가 튀어 오른다. -이렇게 추워 가지고는 전쟁도 않일어나겠군. 벽난로 근처에는 세 사람이 모여있었다. 방은 모두 다섯 사람이 기거하는 듯, 다섯 개의 침대와 다섯 개의 의 자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침대중 하나에는 시트조차 깔려있지 않은 것을 보아 사용하는 사람이 없는 듯 보였다. 방금 말을 내뱉은 사람은, 40가까이 되어 보이는 수염이 덥수룩한 사 내였다. 그 중년의 사내가 곁에 앉아있는 젊은 남자에게 물었다. -자네, 이곳은 처음이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턱선이 얇은 남자로, 상당히 가볍게 보였다. -예. 뭐, 3일전 들어와 오늘 이곳에 배치 받았으니까요. -그래?.... 한달 전 두 녀석이 죽어 나가고는 그 동안 충원이 없었는 데. 그래, 싸움은 잘 하나? 젊은 남자가 웃으며 대꾸했다. -뭐, 자신의 실력을 자기가 이야기한다는 것은 뭐하지만, 나름대로 자신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 온 겁니다. 그때, 곁에 있던 30대로 보이는 대머리의 사내가 말했다. -그렇겠지.... 하지만, 만만히 봐서는 안돼. 1회 출전에 살아 돌아오 는 확률이 절반 이하야. 우리 셋중, 하나나 둘은 반드시 죽는다 해도 과언은 아니지. 자네, 용병일은 오래했나? 대머리의 물음에 젊은 사내가 대구했다. -아니요. 이제 2년째입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명문 검가에서 검술을 익혔지요. 수염난 중년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건 소용없어.... 검술 같은 게, 전쟁터에서 무슨 쓸모가 있 어?.... 1대1 의 대결을 하는 것도 아니고.... 중년의 말에 젊은 사내는 기분이 확 상했다. -싸워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대머리가 말했다. -하긴.... 자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대머리의 말에 젊은이가 물었다. -맞을지도 라니요? 무슨 뜻이지요? -저 침대의 주인은 피엘트라는 녀석인데.... 우리 중 가장 고참이지. 그도 자네처럼 검술만을 익히고는 이곳에 들어왔다고 해. 젊은 남자가 놀라며 물었다. -고참이요? 저보다 어려 보이던데요.... -맞아. 아마 자네보다 어릴 꺼야....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벌써 3 년 가까이나 일했어. 생각해봐. 아반트 가르트에서 3년 동안이나 살아 남은 남자.... 대머리가 말했고, 중년이 이어 중얼거렸다. -3년.... 내가 지금 3달째인데.... 앞으로 한 번만 더 싸우고 고향으 로 돌아갈 생각이야. 지금 모은 돈이면 고향에서 커다란 농장을 하나 사들여 경영할 수 있을 테니까.... 젊은 남자가 물었다. -3년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중년이 대꾸했다. -줄잡아 1000만 하르정도 될 꺼야. 가히 도시 하나를 사들일 만한 돈 이지.... 젊은 남자가 자신도 모르게 피엘트의 침대를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 켰다. -햐.... 1000만 하르라.... 가지고 달아나면, 평생을 즐길 수 있겠군 요. 그의 말에, 대머리와 중년이 동시에 웃었다. 젊은 남자가 대들 듯 외쳤다. -왜 웃습니까? 중년이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 이곳에서 3년간이나 살아 있을 자신 있나? -3년 아니라 내 수명 다할 때까지라도 있으라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차례 중년과 대머리가 웃었다. 대머리가 말했다. -대단한 검사 한명 나왔군. 이봐, 자네. 이 아반트 가르트를 무어라 생각하나? -뭐라뇨? 젊은 남자는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비록, 자기보다 10살 이 상이나 나이가 많았으나, 예를 차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대머리는 그런 젊은 검사를 우습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내 딸이 몹시 아프네.... 나는 돈이 필요했고, 그래서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지.... 난 지금 이곳에 한달 정도 있었고, 그 동안 두 번의 큰 싸움을 치루었지. 그는 잠시 말을 멈추며 그의 검을 꺼내 들었다. 투박한 날이 넓은 검 으로, 모양새는 형편없었으나, 아주 잘 손질되어 있었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을 뛰쳐나가고 싶네.... 내 딸아이의 병원비만 아니라면.... 첫 싸움이 끝난 순간 이곳을 뛰쳐나갔었을 꺼 야.... 그는 잠시 더 검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젊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소리치듯 말했다. -자네는 왜, 이 아반트 가르트의 용병들에게 한회 출전 10만 하르라 는 엄청난 보수를 지급하는지 알고 있나?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알고 있나? 이곳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니야. 모두들 걸어다 니는 시체들이야. 싸움에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열에 서, 넛.... 이곳 의 사람 거의 대부분이 10만 하르를 벌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란 말이지. 수염이 많이 난 사내가 곁에서 중얼거리듯 대머리의 말을 받았다. -10만 하르는 큰돈이지.... 우리 같은 버러지의 목숨에 비하면.... 젊은 사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둘을 바라보았고, 외쳤다. -그렇게 겁난다면, 이곳을 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대머리가 싸늘한 안광을 띄며 그의 말을 받았다. -지금 우리에게 겁쟁이라고 말하는 것인가? 그런 말은 싸움에 참가해 살아 돌아와서나 이야기해라.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이 그 둘의 대화가 갈수록 험해지는 것을 보며 말했다. -둘 모두 그만 둬. 그리고는 젊은 사내를 향해 말했다. -자네.... 이곳에 제발로 찾아온 것을 보아, 나름대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하는 바이네. 하지만,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 지야. 나나 이 사람 모두 용병 계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자들이지. 하지 만, 이 아반트 가르트는 여느 용병대와는 달라. 대머리는 시선을 돌려 버렸고, 젊은 사내는 무슨 말을 햐려느냐는 듯 한 표정으로 중년을 바라보았다. -이곳에는 모두 500명 가까운 용병들이 생활하고 있네. 그리고 그들 은 이곳에 한결같은 마음으로 발을 들여놓았지. 10만 하르를 벌자, 라 고. 우리들은, 싸움에서 살아 남겠다는 희망을 버렸네. 이 남자의 이 름은 칼토슨이네. 아마 자네가 조금만 더 용병계에서 일했더라면, 이 남자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야. 이 칼토슨의 실력은 사실, 나보다 조금 우위에 있네. 그런 그조차, 첫 싸움에서 일곱 군데의 상처를 입 고는 꼬박 사흘동안을 침대에 누워 있었네.... 그때 칼토슨이라는 대머리가 끼여들었다. -드라이트. 숨길 것 없소. 난 꼬박 사흘동안 침대에서 벌벌 떨었네. 무서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 수염이 난 중년의 이름은 드라이트 인 듯 했다. 그 드라이트는 칼토 슨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칼토슨 부끄러워 할 것 없네.... 나도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에는 무서워 자네와 같은 행동을 했으니까.... 아반트 가르트는, 전쟁이 무 섭다고 이야기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될 유일한 용병대야.... 드라이트는 이렇게 말한 후, 젊은 검사를 바라보았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사리온 입니다. -그래.... 사리온. 우리 아반트 가르트의 전법을 알고 있나? 드라이트의 말에 사리온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주 간단해.... 500명을 1열 횡대로 세우고, 적진을 향해 돌격해 가는 것이야. 그의 말에 사리온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런 무모한.... -맞아 아주 무모하지. 적진에 도착하자마자 도륙되는 대원이 100명을 헤아리니까. 게다가, 우리는 후퇴가 허락되지 않아. 도망쳐 돌아오면, 보수는 물론이거니와, 사형을 당하게 되어있지. 우리는 단지 미친 듯 이 적진으로 달려나가 힘이 다할 때까지 적을 베고, 운에 따라 살아 돌아오면 되는 것이네. 운이 나빠, 본진이 밀리기라도 하는 경우에는, 우리는 완전히 적진 안에 고립되어 사투를 벌여야 하네. -구하러 오지 않습니까? 사리온의 말에 칼토슨이 웃었다. -우린 소모품이야. 전멸을 하던 말건, 보수는 같아. 죽으면, 새로 사 람을 뽑으면 그뿐 이야. 사리온은 그의 비웃음이 거슬렸으나, 그전과 같이 맞받아 칠 기분은 아니었다. 드라이트가 계속해 이야기를 했다. -우리 용병대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자는 바로, 그 피엘트야. 한 번은 그의 바로 곁에서 싸웠었는데, 결코 그는 달아나거나 숨거나 해서 목숨을 이어가는 게 아니야. 한마디로, 그의 실력이 이 아반트 가르트에서 최고라는 뜻이지. 3년.... 줄잡아 100여 차례의 싸움에서, 그는 살아남은 거야. 아마, 모든 용병들중 가장 강하다고 해도 조금도 거짓이 없을 꺼야. 칼토슨이 말을 받았다. -그런 그의 돈을 훔쳐?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꺼 야. 그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 아니거든. 드라이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이곳에 온지 한 달쯤 되었을 때야. 그때, 이 방에 있던 녀석중 하나가 피엘트의 돈에 눈독을 들였었지. 그리고는.... 드라이트는 엄지 손가락을 세워 목 아래 한차례 긋는 시늉을 했다. -일검에.... 그것도 한차례 상대의 변명도 듣지 않고. 사리온은 흡사 자신의 목에 검이 닿기라도 한 듯, 으스스한 느낌에 손을 목언 저리로 가져갔다. 그때, 삐익, 하는 기괴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칼토슨이 문을 연 그 사내에게 입을 열었다. -어이, 돌아왔군. 이번 급료 챙겨 왔나? 상대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칼토슨의 물음에 대꾸했다. 시리온은 무슨 악귀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드라 이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피엘트, 아니, 그 사내는 란테르트 였다. 사피엘라가 죽은 후 에라브레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잠시동안 에라브레를 찾았으나, 종적이 묘해 그는 할 수 없이 이곳에 들어왔다. 지난 3년 조금 못되는 시간동안, 그는 많이 변했다. 그 변한 바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의 머리칼의 색은 본래, 흑색에 가까운 푸른색이었다. 흑색 머리칼 열에 한둘 정도로 푸른색의 머리칼이 섞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3년 이라는 시간은, 사피엘라를 잃은 3년이라는 시간은, 그의 검은 머리칼 의 빛깔을 탈색시켜 버렸다. 아직 완전히는 아니어서, 여전 머리칼은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하지만, 그전보다는 훨씬 파래져 있었다. 게다가, 눈동자는 한층 우수에 젖었다. 이미 시력은 완전히 돌아와 있었으나, 그는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아마, 싸움을 할 때나 걸어 다닐 때를 제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눈을 감고 지 냈다. 아마도, 보이지 않았던 시간이 그에게 있어 가장 행복했던 때였 었기 때문인 듯 했다. 머리카락 색과 극명한 대비를 나타내는 붉은 색 의 눈동자는, 가끔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항상 쓸쓸한 빛이 감돌고 있 었다. 몸은, 그전보다도 오히려 초췌해져 있었다. 원래부터 약간 호리호리 하던 그의 몸은 아예 뼈만 남은 듯, 저런 몸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소문 사실인가? 자네, 이제 이곳을 떠난다면서? 드라이트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만을 한차례 끄덕였다. -그렇군.... 그래, 이제 무얼 할 생각인가? 하긴 그 정도의 돈이면, 평생 놀고 지낼 수 있을 테지만.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사리온은, 란테르트의 목소리에 몸이 얼어붙는 듯 했다. 세상에 차가 운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많이 있었으나 란테르트와 비교해서는 손색 이 조금 있었다. 란테르트의 목소리는 듣는 순간 한기가 엄습해 오는 듯 했다. 칼토슨이 웃으며 물었다. -여자인가?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보호해야 할 사람입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한 후, 곧바로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사실 짐이라 해보았자, 얼마 되지도 않았다. 조그마한 가방 절반 가까 이를 채우고 있는 가죽 주머니와 식기 하나, 건량 약간, 그리고 항상 덮던 얇은 모포 하나가 전부였다. 그 가죽 주머니에는 두말할 것 없이 금화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허리에 차고있던 주머니에서 금화 열 개를 꺼내어 커다란 가죽 주머니 안에 던져 넣었다. 찰랑거리는 경쾌한 소리가 났다. 그는 모든 짐을 다 챙겨 넣은 후, 가방을 곁으로 메었다. 그리고는, 낡고 색바랜 기다란 장포로 몸을 한차례 둘렀다. 도저히 천만 하르나 되는 돈을 가 진 사람의 옷차림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허름한 옷차 림도 그의 외모를 어쩌지는 못했다. 일찍이 마족이 근 100년안에 최고 의 미모를 가진 남자라고 했을 정도인 그의 외모는 비록 많이 초췌해 졌으나, 여전 빛을 내고 있었다. 사리온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런 허름한 옷을 입는 거요? 아, 그렇게 하는 편이 돈을 보호하 기 좋겠군.... 만약 옷을 잘 입고 있으면, 이런 저런 도둑들이 덤벼들 테니. 그의 말에, 드라이트와 칼토슨은 동시에 웃었다. -그에게 도둑이? -정말 한 번 보고 싶군.... 란테르트는 그런 그들의 모습은 아랑곳 않고 걸음을 문 쪽으로 옮겼 다. 드라이트와 칼토슨이 인사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즐거웠소. 건강히, 원하는바 이루시오. -잘 가게. 자네 실력이면 위험은 없을 테지만, 세상은 알 수 없는 것 이니 몸조심하고. 란테르트는 짧게 고개를 끄덕여 그들의 인사에 대꾸했다. 그리고는 긴 망토를 펄럭이며 겨울 벌판으로 나왔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902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39 올린이:광황 (신충 ) 98/09/19 05:52 읽음:171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아반트 가르트 및, 위다의 정규 용병대는 수도 카타에서 동남쪽으로 30여 휴하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걸음을 서남향으로 잡았다. 에티콘 시로 향하는 것이었 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에티콘 마을을 찾았다. 우선은, 사피엘라 의 무덤을 찾아가는 것이고, 또 에티콘 가에서 에라브레의 소식을 듣 기도 했다. 게다가 에티콘 가의 칼슨과도 상당히 친해져, 찾아 갈 때 마다 얼마간씩 머물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의외로 이야기가 통하 는 데다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길러준 사람이라는 점에서, 란테르 트는 그를 십분 존중해 주었다. 어쩌면,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이 라도 더 사피엘라를 느꼈으면 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그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종종 흘끗, 왼쪽 허리에 메어져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 고급스러운 검은 아니었다. 아니, 싸디 싼 하르제 검이었다. 검 막이도 투박하기 짝이 없었고, 검날의 모양 역시 곧게 뻗은 보통의 것 그대로였다. 한마디로 평범한 하르제 장검이다. 하지만, 적어도 란테르트에게는 아니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검이 었다. 그는 그 검을 너무나 사랑했다. 자신의 곁에서 단 한시도 떼어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검을 깨뜨려먹지 않기 위해 검을 사용할 때에는 항상 마법을 걸어 두었다. 대지 계열의 케릭팅 마법이나, 가끔 은 엘디마이어의 마법인 데스틴 더 비를 걸어 두기도 했다. 그 덕에 그는 요 3년 사이에 엄청난 마법력의 증가가 있었다. 싸움터에 나갈 때마다, 마법력 소모가 큰 케릭팅 마법을 하루고 이틀이고 내내 사용 하니, 마법력이 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마법 의 증가보다도 이 검이 안전했던데 대해 더 기뻐했다. 이 검이.... 사 피엘라가 사 준 검이.... 처음에는 무리해 케릭팅 마법을 사용한 덕이 탈진해 목숨을 잃을 뻔 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익숙해 져서, 그 마법력 소모 많은 데스틴 더 비 마법을 건 채 하루 종일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것은 엄청나다 할 만한 것으로, 만약, 마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이야기 를 들었더라면, 놀라 기절했을 것이다. 가히, 란테르트의 마법력은 사 람을 놀라게 할 만한 것이었다. 검에는 피엘이라는 이름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붙었다. 그는 가끔 미 친 사람처럼 검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도 다정히 피엘, 이라고 부르며 검에게 말을 걸때는 흡사 정말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아무튼 그는 검날 하나 상하지 않은 검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피엘.... 너를 보러 갈게.... 사흘 정도면 도착 할 꺼야. 하늘빛은 어두웠다. 낮게 진회색 빛의 구름이 드리워져 있는 것을 보 니, 금새라도 눈이 내릴 듯 싶었다. 아니, 이미 한두 송이씩 눈발을 땅으로 흘리고 있었다. 눈송이가 큼직한 것이, 이대로 간다면 상당히 쌓일 듯 싶었다. 비록, 란테르트가 두른 망토가 상당히 두꺼운 것이었으나, 한겨울의 바람은 상당히 찼다. 한차례 몸안으로 바람이 스미자, 소름이 돋았다. 란테르트는 이러한 날씨에도, 계속해 서남쪽을 향해 걸었다. 가끔 눈 발이 얼굴에 떨어질 때는, 그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멍청한 눈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벌써, 2년하고도 9개월 여가 흘렀다. 사피엘라를, 그리고 에라브레를 잃은지 거의 3년이 다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 그녀들을 잊지 못했다. 아직도 종종 꿈속에서 사피엘라가 죽던 그 순간을 꿈꾸었다. 그는 눈을 감고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눈을 감고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채로 있으면, 두 자매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올 듯 했기 때문이다. 자책 속에서 보내온 시간이었다. 웃음을 거의 잃었다. 그리고, 울음 도 잃었다. 화를 내본지도 오래되었다. 감정이라는 것을 거의 잃어버 린 것이다. 고작해야, 이렇게 한숨짓는 쓸쓸한 모습만이 그에게 남았 다. 게다가, 그는 철저히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 식사도 용병대에서 지급 되는 질 나쁜 음식만을 먹었다. 여자에 관해 용병은 깨끗함과는 거리 가 먼 사람들이었지만, 적어도 란테르트는 관심 두지 않았다. 그런 행 동을, 사피엘라에 대한 배신 행위로 스스로 결정지은 그였기 때문이 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걷고 또 걷던 란테르트가 돌연 한 지점 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사실 별다를 것 없는 곳이었다. 비록, 커다란 나무가 몇 그루 서있었으나, 결코 란테르트가 걸음을 멈출만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뭔가 굉장히 이상하다는 듯, 멈춰 서서는 앞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피엘....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검을 앞으로 뻗었다. 돌연, 손에서 흑기가 솟아 나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검을 휘감았다. 검의 길이는 순수한 검날에 비해 두배 이상이나 되었고, 날의 두께도 브로드 스워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넓어졌다. 흡사, 물고기가 튀어 오르듯, 검게 변한 검에서 간헐적으로 흑기가 솟아 나왔고, 흑기 그 자체는 멈추지 않은 채 끊임없이 요동쳤다. 데스틴 더 비. 이미 몇 차례나 사용한 적 있는 마법이었지만, 그전과 는 비할 바가 없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흑기가 간신히 검날 을 뒤덮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길이에서도 넓이에서도 처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란테르트는 검을 무덤덤히 들어 올리더니, 대각선 아래로 있는 힘껐 그어 내렸다. 카강, 하는 거북한 소리와 함께, 앞의 공간이 갈라졌다. 울렁대며 검 에 베인 듯, 일자로 공간이 잘리더니, 창, 하는 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꽤 커다란 공간의 틈이 생겼다. 란테르트는 검에서 흑기를 거두곤, 그곳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풍경은 달라진 바가 없었고, 그렇기에, 다른 곳으로 들어왔다는 느낌 을 받을 수 없었다. 그곳에 란테르트가 들어서자 마자, 네명의 남자가 란테르트를 쳐다보 았다. 네 사람은 서로 싸우는 중인 듯 했다. 아마, 란테르트의 돌연한 등장에 싸움을 잠시 멈추고 란테르트를 바라본 것일 것이다. 3대 1로 싸우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 사람이 각각 무기를 꼬나쥔채 다른 한 사람을 포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세 사람 쪽이 크게 불리한 듯 보였다. 세사람 모두 몸에 이곳 저곳 상처를 입고 간신히 힘을 모아 헐떡이며 무기를 들고 서 있었다. 란테르트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고, 넷은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하 지만, 말이 싸움이지, 싸움이라는 표현보다는 살육이라는 표현이 적당 했다. 이미 일곱 사람 정도가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 현자 셋과 마스터의 칭호를 받은 검사 일곱이서 도 어떻게 하지 못하다니.... 막, 한사람이 비명에 쓰러졌고, 남은 둘중 한 명이 이렇게 한탄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검사인 듯 싶었는데, 상당히 독특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아니, 독특하다기 보다는 괴상했다. 아무리 보아도 몽둥이 였 기 때문이다. 보통의 몽둥이와 다른 점은, 단지 그 빛깔이 괴이한 검 은 색을 내고 있는 것 하나였다. 그 둘을 맞아 사우고 있는 사람은 보랏빛의 길지 않은 머리칼을 지닌 준수한 미남자였다. 아니, 준수한 정도가 아니라, 가히 란테르트와 비 견할만한 미모였다. 앞머리는 눈을 살짝 덮을 정도로 길어 있었는데, 그 사이로 보이는 눈 역시, 신비한 보랏빛을 내뿜고 있었다. 보통 크 기의 화려한 검을 들고, 조금은 수수한 귀족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검을 한차례 휘두를 때마다 은은한 바람이 일어 란테르트의 긴 머리칼 이 흔들릴 정도였다. 란테르트는 그를 보자마자 중얼거렸다. -마족이군.... 그것도 아주 고위의.... 순간, 둘중 한 명이 다시 비명을 질렀다. 검에 심장을 정통으로 찔린 채였다. 검은 몽둥이 같은 것을 들고 있던 다른 한 명은, 동료가 소리를 지르 며 쓰러지자, 물불을 안가리고 그 보라색 머리의 사내에게로 달려들었 다. 보라색 머리칼의 사내는 그런 그를 향해 한차례 미소지어 보이더니, 살짝 눈을 감았다. 상대는 순간 희색을 띄며 몸을 붕 띄워 검정색 막대기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돌연 엄청난 압력이 자신의 몸을 엄습해 옴을 느꼈다. 동시에, 온몸을 거대한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는 땅을 향해 퉁겨지듯 날아갔다. -으악.... 넌....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채 끝마치지 않은 채 바닥에 뻗어 버렸다. 보라색 머리의 남자는 손 하나 대지 않고 죽인 그에게는 시선하나 두 지 않은 채 란테르트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는 시선을 흘끗 옆으로 옮겨 란테르트가 깨뜨린 공간을 바라보았다. -제가 친 엔클레이브를 깨뜨리다니.... 대단하군요. 보랏빛 머리칼의 남자가 말했고, 란테르트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 다. -미안합니다. 갑자기, 제 앞을 가로막는 무형의 벽이 나타나서, 괴이 쩍게 생각되어 깨뜨려 버렸습니다. 보랏빛 머리칼의 남자는 란테르트의 말에 살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뭐, 상관은 없습니다. 당신도 저를 공격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란테르트는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심드렁히 답했다. -당신은 저보다 강합니다. 게다가 저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왜, 제가 공격하겠습니까? 보라색 머리는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제 정체를 모릅니까? -마족으로 보이는군요. -방금 제가 죽인 열 명은 사람입니다. 보라색 머리칼의 마족이 말했고, 란테르트는 그게 어쨌느냔 듯한 표 정으로 걸음을 옮겨 마지막으로 죽은 남자에게 다가갔다. 란테르트는 허리를 굽혀 그 몽둥이 같은 검은 물건을 집어 듣고는 물었다. -이 무기.... 침천수沈天樹로 보이는군요. 맞습니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마족은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답하더니 말했다. -대답을 회피하시는군요. 저는 마족이고, 당신 눈앞에서 사람을 열 명이나 죽였습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상관없다는 말입니까? -제 앞에서 당신이 죽인 사람은 세명 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제 눈앞에 죽여서는 안될 사람은 단 한사람뿐입니다. 그 외에는 알바 없 습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그가 침천수라고 부른 물건을 집어들어 가 방에 찔러 넣었다. 절반 가량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마족은 란테르트의 말에 한참이나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붉은빛의 눈동자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빛을 뿜고 있었다. 란테르트 역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흔 치 않은 이 보라색 눈동자는 자신의 시선을 빨아들일 것 같은 힘을 가 지고 있었다. 마족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다음순간, 란테르트 역시 따라 미소를 지었다. 실로 2년 9개월만의 미소였다. -당신, 란테르트라고 하지요? 마족이 물었고, 란테르트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과연 아르트레스 그녀가 반할 만한 사람이군요. 그 마족의 말에 란테르트는 적지 않게 놀랐다. 그리고는 기억을 더듬 어 아르트레스를 떠올렸다. 보이지 않았던 때여서 모습은 기억나지 않 았으나, 꽤 강렬한 인상이 뇌리에 박혀 있었다. 언제나 그는 과거를 떠올릴 때,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두 여자를 떠올 렸다. 이번 역시 그러했고, 약간 기분이 울적해 졌다. 한편, 란테르트가 상대의 이야기에 놀란 이유는, 아르트레스를 이야 기할 때의 그의 말투 때문이었다. 흡사 아르트레스를 아랫사람 대하듯 말하고 있었다. -아르카이제.... 입니까? 아니면.... 란테르트는 천천히 이렇게 물었고, 보랏빛 머리칼의 남자는 다시 한 차례 웃어 보였다. -글쎄요.... 그런 이름보다는, 이카르트 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쪽이 더 마음에 드니까요. 란테르트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아르카이제, 흑염기사黑炎騎士 아르 카이제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다. 게다가 미소지으면서.... 현존 마족 중 서열 2위, 그 강대한 힘은, 정령 중에서도 가장 강한 축에 드는 화 염령 라미에르까지 한수 접어둔다 한다. -후.... 저는 미천한 인간입니다. 란테르트는 평소 별 동요 없는 사람이었지만, 아르카이제를 앞에 두 고 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글쎄요.... 인간 인 것은 확실한데.... 미천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요. 제 엔클레이브를 찢다니. 아르카이제는 이렇게 말하더니 엔클레이브를 거두었다. 흡사 투명한 유리벽이 깨어지는 것처럼 주위의 공간이 깨어져 흩어졌다. 엔클레이브는 일종의 결계나 실드 같은 것으로, 시전자 주위에 무형 의 막을 치는 것이었다. 마법의 시전자보다 강한 마법력이 아니면 파 괴되지 않으며, 주문과 같은 형식은 필요치 않다. 보통, 인간이 시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고, 마족들이 다른 존재의 방해를 받지 않 고자 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마법이었다. 비록, 아르카이제가 힘의 일부를 사용해 친 엔클레이브지만, 인간이 찢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만약 뚫을 수 있었다면, 왜 이곳 에 열 구의 시신이 뒹굴고 있겠는가? 란테르트는 답하지 않았고, 아르카이제가 계속해 입을 열었다. -적어도, 중급 마족 이상의 힘은.... 어쩌면, 제 세 부하 정도의 힘 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아르르망? 그 녀석 정도?.... -과찬이시군요. 아르카이제님. -이카르트라고 불러 주세요. 아르카이제는 란테르트의 말에 이렇게 대꾸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렸다. 그때 아르카이제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그 침천수, 당신이 사용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의 말에 란테르트는 몸을 돌렸다. 아르카이제는 어느 샌가 란테르 트의 코앞에 와 있었다. -침천수에 대해 알고는 있습니까? 아르카이제가 물었고, 란테르트가 답했다. -부천수負天樹 크라니아의 어린 나무를 갯벌에 묻어 둔 것 아닙니까? 천년이 되면 저절로 갯벌 위로 떠오르고, 그렇게 떠오른 나뭇가지는 검정색을 띄며 하르보다 단단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르카이제가 웃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입니다. 당신이 사용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군요. 혹시 팔려고 합니까? 란테르트는 아르카이제가 계속해 자신이 줏은 그 침천수에 관심을 갖 자, 가방에서 꺼내며 말했다. -필요하십니까? 당신과 감히 다투지는 않겠습니다. 아르카이제는 란테르트의 말에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런 물건 필요 없습니다. 다만, 궁금해서 묻는 것입니 다. 여기 있는 사람들의 무기중 절반 이상이 꽤나 이름난 것들입니다. 그런데 유독 그것만을 집어가기에.... 란테르트는 아르카이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누구에게 선물할 것입니다. 여자아이.... 아니 이제 아이라 부르기는 많이 커버렸겠군요.... 아무튼 그녀에게 검을 한 자루 선물 하려고요. 그런데 그녀는 경검술을 익혔습니다. 레이피어 같은.... 그 래서 다른 것들은 필요 없는 거죠. 아르카이제가 웃으며 말했다. -애인인가 보군요. 그건 그렇고, 가공할 자신 있습니까? -가공.... 이라고요? -침천수입니다. 어지간한 금속으로는 흠집하나 내지 못하지요. 그렇 기에 이 남자도 그런 몽둥이 모양인 채로 가지고 다니는 것이지요. 란테르트는 이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에 잠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는 미련 없이 그 나무를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쓸모 없군요. 그 말에 아르카이제가 약간 놀라는 기색을 띄며 천천히 허리를 굽혀 침천수를 집어들었다. -이 물건.... 이대로 라면 5만 하르 이상의 값어치가 있습니다. 그런 데 이렇게 버리는 겁니까? 게다가,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검은 보통의 하르제 같은데.... 란테르트가 답했다. -그래도 쓸모 없는 물건입니다. 돈은 이미 충분히 있습니다. 그리고 무기도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아르카이제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한차례 호탕히 웃었다. 그리고는 괴이쩍은 눈빛을 띄며 말했다. -당신, 정말이지 우리 마족에게는 쓸모 없는 존재로군요. 그렇게나 욕심이 없다니.... 하지만.... 이 이카르트의 마음에는 꼭 듭니다. 아르카이제는 이렇게 말하더니, 돌연 손에 흑기를 띄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의 행동에 은근히 경계를 했으나, 잠자코 그가 하 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아르카이제는, 그 흑기 어린 손으로, 나무 한쪽 끝을 잡고, 한차례 훑듯 지나갔다. 그가 손으로 나무를 훑은 것은 아주 짧은 시간이었으 나, 어느새 그의 손안의 그 물건은 레이피어용의 얇은 검날이 되어 있 었다. 검의 선도, 다듬어 논 날의 모양도 굉장히 아름다웠다. 그는 한차례 검끝을 잡아 휘었다 놓았다. 검날은 한참동안 낮은 우 웅, 하는 소리를 냈다. -꽤 쓸 만 하군요. 아르카이제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에게 검날을 건넸다. -선물입니다. 대가로, 당신도 제게 한가지 선물을 주시겠습니까? 란테르트는 이런 아르카이제의 호의에 잠시 얼떨떨해 하며 답했다. -일단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아주 치밀하신 분이군요. 선물로,... 당신은 어떻습니 까? 란테르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계약을 하자는 말입니까? 아니면, 저를 마족으로 만들겠다는 말입니 까? 아르카이제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닙니다. 다만, 저는 인간 란테르트를 선물로 달라는 것입니다. 당 신들 말로는, 친구가 되어 달라는 이야기이지요. 란테르트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지요? 저같은 인간을.... 친구라고요? 아르카이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친구. 저는 인간 친구를 한 명 사귀어 보고 싶었거든요. 란테르트는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친구라고요? 친구란 것이 되고싶다, 라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 지 않습니까? 게다가.... 아르, 아니 이카르트님과.... -싫습니까? 아르카이제는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사 실, 그는 아르카이제를 전적으로 믿지 못했다. 생각해 보라. 엄청난 힘을 가진 마족이 무엇이 아쉬워 자신을 친구로 삼겠는가? 그것도 오 늘 처음 보았는데....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의도도.... -순수합니다. -그런가요? -특별히 갈곳이라도 있습니까? 아르카이제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잠시, 한곳에 들렸다가는 이곳 저곳을 떠돌 생각입니다. 한 사람을 찾아 보호해 줘야 하거든요. -그 검날의 주인입니까? 아르카이제는 자신이 만들어준 검날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고, 란 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우선 동료 어떻습니까? 당신과 함께 이곳 저곳을 다니며 인간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보고 싶습니다. 아르카이제의 이 말에 란테르트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막는다고 막을 수 없지 않습니까? 이카르트님 마음대로 하십시 오. 아르카이제가 말했다. -이제 동료입니다. 경어는 그만 두기로 하지요. 제 겉모습이 당신과 나이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니.... 란테르트는 잠시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부탁입니다. 아르카이제의 말에 란테르트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거역하기에는, 아르카이제란 존재는 너무 거대했다. -좋아.... 이카르트. -란테르트. 동료로 맞아줘서 고마워. 이카르트가 된 아르카이제가, 란테르트의 동료가 되어 한 첫마디 말 이었다. ------------------------------------------------------------------ 뭐 하루 쉬었습니다.... 비축분도 많은 주제에.... 그냥 쉬었습니다.... (퍼걱.... T_T;;;....) 그래도 목요일날 세편이나 올렸으니까.... 이렇게 아르카이제가 등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캐릭터이죠. 게다가 제 무적 오따꾸로써의 근성이.... (이 세계에서 신들을 제하고 10손가락 안에 드는 존재 이죠.... ^^;;;) 그렇게 해서 앞으로 당분간 싸움, 이란 없습니다. 일방적인 가지고 놀기, 정도? 그리고.... 흑흑흑.... 드디어 조회수가 200을 넘어섰습니다.... 물론 첫번째 장만 이지만.... 그래도 넘 기쁘네요.... T.T!!!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요.... 슬럼프의 늘에서 허부적 거리는 후기까지 재미없는 수룡, AGRA가.... 추신.... 아무도 안궁금하시겠지만.... 제 이름 Agra는 두가지 읽는 법이 있습니다. 수룡 일때는 아그라 이고, 평소에는 에이그라 입니다.(설정집에서 터진.... T_T;;;;)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07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0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0 00:20 읽음:171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마족은 그렇게 한가한 건가? 이틀동안, 거의 100휴하 (1휴하=약 1킬로미터)나 걸었다. 워낙 란테 르트라는 인간이 이미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는 문제가 있는 체력을 가 지게 되었는데다, 이카르트, 즉 아르카이제가 지칠 일은 더더구나 없 었다. 그 덕에, 보통의 상인들이나 여행자들이 5일에 걸쳐 갈 거리를 이틀만에 걸은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오후에 에티콘 마을에 도 착할 수 있었다. 아르카이제는 요 이틀동안, 귀찮을 정도로 이런 저런 것들을 란테르 트에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에 관한 이야기를 빼 놓고는 거의 그대로 답해 주었다. 처음에는 사실, 두렵다는 마음 때문 에 대답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오래간만에 많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나누자, 란테 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나아졌고, 그들 사이의 발화는 이제 명 실공히 대화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되어 있었다.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뭐, 한가하지만도 않아. 요즘은, 정령 계와의 싸움이 뜸해져서 여유 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 나 정도의 마족이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돼. 기껏해야, 이계의 어둠이나 빛들이 오는 것을 막고, 정령들 과 멍청하다 싶은 소모전을 벌이는 정도?.... -멍청하다 싶은? -맞아. 멍청하지. 어차피, 둘 모두 서로의 세력을 꺾을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지 못해. 신은 이 세계의 일에 관계하지 못하게 되어있 고.... 상급 정령들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모두 덤벼야 간신히 흑염黑 炎 나크젤리온님 정도의 힘밖에는 안돼. 그러니, 언제나 싸움은 지엽 적인 소모전의 형태를 띄게 되지.... 한마디로 싸우지 않는 만도 못하 단 말야. -그런가?.... 멈추지 않는 이유는?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살짝 웃어 보였다. 마족답게, 쇄뇌적 인 모습이었다. -허무주의에 빠진 인간이 살아가는 것과 같은 이유겠지.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 인지, 카타 평야는 고요했다. 해가 뜬지 오래 지 않았고, 또 한겨울이기에, 왠지 침침한 아침이었다. 게다가, 안개 가지 끼어있어, 보기에 따라서는 으스스하기까지 했다. 이카르트는, 용병들이 입는 두터운 천으로 만든 바지를 입고, 얇은 면의를 위에 걸쳤다. 그리고, 그는 꽤나 모양이 좋은 가벼운 갑옷을 그 위에 갖추고, 긴 망토로 몸을 둘렀다. 물론, 그는 옷을 다 벗고 돌 아다녀도 춥다는 것을 느낄 수는 없었으나, 사람 몸을 하고 있기에 사 람들의 복식을 따랐다. 란테르트의 허름하고 초라함과는 거리가 있는 옷들로, 모두 깨끗하고 빛이 나는 것이, 란테르트와 함께 서면, 귀족 청년과 그의 경호원 정도로 보였다. 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멈춰라. 보아하니, 부유한 집안의 사람 같은데, 가지고 있는 돈만 내 놓으면 목숨은 살려 주겠다. 열 한 명, 란테르트가 언뜻 세 보기에는 모두 열 한 명의 남녀였다. 남자가 7명에 여자가 네명. 여자중 둘은 마법사, 하나는 검사, 다른 하나는 채찍처럼 생긴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남자들은, 각양 각 색의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이 아주 평범한 도적들은 아닌 듯 싶었다. 하지만, 이카르트도, 란테르트도, 자신들을 막아선 사람들에는 상관 치 않고 걸음을 옮겼다. 열 한 명의 도적은 자신들에게 다가서는 그들을 잠시 멍한 눈으로 바 라보다가, 자신들도 모르게 길을 비켜 주었다. 모두들 무의식 적으로 압도적인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며 다시 두 사람을 막아섰다. -멈춰라.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그 유명한 위다 카타나 숲의 도적 단이시다. 그의 말에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동시에 오른편을 돌아보았다. 그 동안 앞만 보고 치달아 오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느라 주위를 살피지 않았는데, 어느덧, 카타나 숲이 보이는 곳까지 온 것이다. 카타나 숲은, 위다의 중앙에 높이 솟아있는 테에이산에서 발원한 소 에테강의 상류에 분포하고 있었다. -어느새 카타나 숲이군.... 란테르트가 말했고, 이카르트가 답했다. -아, 몇 년전에 한 번 온 것 같아. 방약무인. 전혀 자신들에 상관하지 않는 이 두사람에 화가 난 카타나 숲의 강도들은, 무기를 뽑아들며 기세 흉흉히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성질이 급한 한 사내가 야, 하는 기합을 내지르며 덤벼들었다. 동시에, 란테르트가 검을 뽑았다. 검날은 엷은 흙빛으로 변해 있었 다. 검이 상하지 않도록 마법으로 감싼 것이다. 멋모르고 검을 높이 든 채 달려오던 사내는 순간 눈앞이 번쩍 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배부 분에 아린 통증이 있음을 느꼈다. -어?.... 란테르트의 검은 정확히, 그의 몸을 두동강 내 버렸다. 그는 베어진 사람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두지 않은 채, 검을 한차례 휘둘러 검에 묻 은 피를 털어 내고는 망토에 깨끗이 닦았다. 때라도 탈까,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검을 검집에 넣는 동시에, 그는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 고, 이카르트 역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란테르트의 뒤를 따랐다. 한사람의 동료를 잃은 열 사람은 모두 분노에 어쩔 줄 몰라 했으나, 서로 얼굴만을 쳐다본 채 란테르트에게 덤벼드는 사람은 없었다. 사 실,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고도 덤벼들 생각을 하겠는가?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를 뿐, 그들은 이미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둘은 그 카타나 숲의 도적단 들을 뒤로 멀리 떠나 보냈다. 돌연, 이카르트가 쿡쿡 거리며 웃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늘을 쳐다보 며 크게 웃었다. 란테르트는 이 마족이 왜이러나? 하는 표정으로 잠시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해....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걸.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가 물었다. -나 말인가? -맞아. 너. -왜지? 란테르트가 물었고, 이카르트는 얼굴에 미소를 띈 채 답했다. -그걸 모른다는 자체가 그렇지. 내가 보기에, 살인을 즐기는 편은 아 닌 듯 싶은데?.... -피하지는 않지만, 즐기지도 않지. 란테르트가 답했고, 이카르트는 계속해 물었다. -조금전 검에 마법을 건 이유는 단지 검을 보호하기 위해서 같았는 데?....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카르트는 그 모습에 재밌다는 듯한 표정 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조금전, 한두 녀석 칼로 근맥을 끊어 놓고 겁을 조금 주면 도 망쳤을 꺼야. 그런데, 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사람을 두동강 내버렸지. 왜지? -쓸 때없이 싸우고 싶지 않아서. 란테르트의 대답에 이카르트는 다시 한 번 웃었다. -검을 보호하기 위해서 마법까지 걸고는, 싸우기 싫어 사람을 죽인 다? 마족인 나조차도 생각해 내기 힘든 사고인걸....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는 그 역 시 한차례 실소를 터트렸다. -듣고 보니 그렇군.... -굉장해.... 자네는 인간이라는 종족의 패륜아야.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왠지 듣기 싫은 말이 었지만, 사실 그러했다. -그럴지도.... 하지만, 인간과 어울려 돌아다니는 자네도....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다 순간 흠칫하여 입을 다물었다. 아르카이제 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스스로가 지나쳤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카르트는 신경 쓰지 않은 채 란테르트의 말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맞아. 나 역시 마족중 패륜아야. 흑염 님도 포기한 한심한 녀석. 그러더니, 이카르트는 멀리로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두 패륜아가 만났다.... 인가? 란테르트는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마족과 스스럼없이 이 야기하는 자신이 새삼 놀라웠다. -그보다는 듣고 싶은걸? 그 검에 대한 이야기. 어째서 그렇게 까지 아끼는 거지? 란테르트는 천천히 한숨을 내쉬며 이카르트의 물음에 답했다. -내 약혼녀가 사준 검이야.... -아, 그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여자? -아니.... 그녀의 언니. 란테르트의 대답에, 이카르트가 입을 다물었다. 란테르트의 눈이 눈 물이 어릴 정도로 슬프게 변했기 때문이다. -죽었군.... 란테르트는 끝내 눈물을 한 방울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다. -3년 가까이 되었지.... 란테르트의 대답에 이카르트는 조금 놀랐다. 3년 전에 죽은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다니.... 무정한 냉혈한쯤으로 여겼던 란테르트의 다 른 모습이었다. -병으로 죽었나?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이카르트가 물었다. -복수는 했나? 란테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어째 서지? 상대가 강한가? 만약 그렇다면, 도와주지.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조금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담담한 표정이었으나, 꽤나 진지했다. -흑염기사의 도움이라.... 한 나라라도 문제없겠군....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복수.... 그런 건 할 수 없어.... 왜냐면, 그녀를 죽인 건 나니 까.... -사실인가? 아니면 자책인가? 이카르트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란테르트도, 이카르트도 무언가 생 각할 것이 많은 듯, 앞만을 본채 묵묵히 걸었다. 해가 질 무렵,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에티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 다. 란테르트는 곧바로 마을 뒤편의 언덕으로 향했다. 커다란 저택을 앞 으로, 한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는 언덕이었다. 나무는, 가지만을 앙상히 드러낸 채 을씨년히 겨울 바람을 맞고 있었고, 그 앞에는 조그 마한 묘비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사피엘라 수이브렛, 상냥하고 아름다운 소녀라.... 이카르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묘비 위의 눈을 치우는 란테르트의 뒤에 서서 묘비의 문구를 읽었다. 란테르트는 한참동안이나, 먼지 하나 없는 묘비를 닦았다. 몇 천년이 나 살아온 이카르트조차도, 이 정도로 슬픈 표정을 짓는 사람은 본 적 이 없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란테르트의 얼굴은 침중했다. 이카 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음을 느꼈다. -란테르트, 자네인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어느 샌가 한 사내가 란테르트와 다른 한 사람을 발견하고는, 다가와 이렇게 물었다. 란테르트는 그제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칼슨.... 바로,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의 양부모이자, 이 에티콘 시의 영주인 칼 슨 에티콘이었다. -오래간 만이군. 그건, 그렇고 이 사람은? -동료입니다. 이카르트 라고 하지요. 이카르트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고, 칼슨 역시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날씨가 차네, 어서 들어오게. 이카르트, 당신도 함께 오게. 란테르트는 칼슨이 이카르트를 아랫사람으로 대하자 순간 당황해 이 카르트의 표정을 살폈으나, 이카르트는 철저히 자신의 동료로 행동하 기로 했는지, 별다른 불쾌감을 내보이지 않았다. ----------------------------------------------------------------- 일요일날 올려야 한다는 의무감 하나 만으로 지금까지 버틴.... 감기걸린 열혈 수룡.... (왜 열혈인지는 다음화 후기에....) -유치한 독자끌기 수단.... ^.^;;; 에구구 졸려랑... 『게시판-SF & FANTASY (go SF)』 907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1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0 00:21 읽음:170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라브에의 소식은 없습니까? -반년쯤 전에 한 번 들렸었지.... 그보다.... 자네, 혹시 소문 들었 나? 응접실에 티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자마자 란테르트는 이렇게 물었으 나, 칼슨은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소문이라니요? -다크 미스트.... 50명의 정예중 17명이 죽었네.... 그것도 한 여자 에 의해서. -다크 미스트? 란테르트는 약간 안색이 변하며 찬찬히 입을 열었다. 이카르트가 물었다. -다크 미스트라고? 혹시 레드 미스트 산하의 암살 전담 부대를 말하 는 건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피엘의 목숨을 앗은 녀석들이지.... -호....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란테르트를 바라보 았다. 란테르트의 표정은 의외로 동요 없었다. 란테르트는, 지금까지도 사피엘라가 죽은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뭐, 사실 그렇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란테르트는 다크 미스트 라는 곳에 대한 증오심이 그리 일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이런 이카르트의 시선은 눈치채지 못한 채로, 칼슨을 향 해 물었다. -그런데 그 소문이 어쨌다는 거죠? 칼슨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여자가 경검과 마법을 사용하는 마검사인 듯 해. 그 리고, 갈색 머리칼을 가지고 있고.... -라브에....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고, 칼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다. -요 3년간.... 그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어.... 가끔 집 에 들를 때마다 그녀가 더더욱 강해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지.... 란테르트는 칼슨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너무나도 마음이 여린 아이 에요.... 역시 제가 잘못한 것 같아 요.... 계속해 뒤를 따라다녔어야 하는데.... -할 수 없었잖나.... 가끔, 그녀가 우리 집에 들를 때를 제외하고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 칼슨의 말에 란테르트가 중얼거리듯 대꾸했다.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앞으로는 알 수 있죠.... 이카르트가 끼여들었다. -다크 미스트를 따라 다닐 건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칼슨이 말했다. -하지만.... 쉽지 않을 꺼야. -왜죠? -다크 미스트는.... 해산됐어. 벌써 17명이나 한사람 손에 죽어 넘어 졌으니.... 게다가 그 17명을 죽인.... 에라브레일지도 모르는 여자가 다크 미스트의 사람 전원을 죽이겠다고 선언한 바람에, 모두 어디론가 종적을 감춰 버렸어. 칼슨은 아직 그 여자가 에라브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는지, 일 지도 모르는 여자라고 했다. -그런가요?.... 칼슨이 어두워진 란테르트를 보며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이번에는 며칠이나 머물다 돌아갈 예정인가? 보아하니, 본 국에서는 노마티아랑 한차례 붙을 것 같던데.... 란테르트는 칼슨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완전히 나왔습니다. 칼슨이 얼굴에 희색을 띄었다. -1000만 하르를 모았단 말인가? -예.... 이카르트도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1천만 하르? 오, 내 곁에 그런 부자가 있었군.... 칼슨이 이런 이카르트의 반응에 긴장의 빛을 띄었다. 동료라고 하기 에, 란테르트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 문에 서슴지 않고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이었는데, 이카르트의 말 에 의하면 그는 그것에 대해 모르고 있는 듯 보였다. 자신의 괜한 이 야기 때문에 란테르트가 곤란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이카르트라는 남자에 대한 불신감이 생겨났다. 칼슨은 조심히 란테르트와 이카르트의 기색을 살폈으나, 둘 모두 별 다른 변화는 없었다. 란테르트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고, 이내 이카르트가 만들어준 검날에 생각이 미치었다. 가방으로 손을 뻗어 란테르트는 검정 잉크 빛의 기다란 검날 비슷한 것을 꺼내 들어 티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침천수입니다. 칼슨은 조금 놀라며 란테르트가 꺼낸 검날을 집어들고는 이리 저리 살폈다. 그는 평생 두 번째로 이 물건을 보았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훌륭하게 가공된 검날 형태의 침천수는 본적 없었다. -대단한걸.... 가공까지 했다니.... 레이피어의 검날인 듯한 그 나무를 한참동안 바라보던 칼슨은 천천히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에라브레에게 줄 물건인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피어는.... 너무나 약한 무기입니다. 검날이라도 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침천수의 검날이라면.... 절대적으로 강하지.... 칼슨은 란테르트를 향해 이렇게 중얼거리다 갑자기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이 물건.... 가공한 건가? 아니면, 이 모양대로 얻은 건가? -가공했습니다. -그런가.... 용케도 이 물건을 가공할 만한 장인을 구했군.... 칼슨의 말에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이카르트를 쳐다보았고, 이카 르트는 그런 그를 향해 미소지어 보였다. -아, 우선 방으로 가 쉬게나. 오랜 여행으로 피곤 할텐데.... 칼슨은 한참동안 넋을 잃고 검날을 바라보다가 란테르트를 향해 이렇 게 권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몸을 일으켰다. -이카르트, 라고 했나? 방을 하나 마련해 주지. -괜찮습니다. 란테르트와 한 방을 사용해도. 칼슨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원하는 데로 하게. 이카르트는 살짝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란테르트는 응접실에 앉아 검을 어루만지고 있는 칼슨을 뒤로한 채 이카르트를 안내해 방으로 향했다. 워낙 자주 들른 덕에, 이제는 아얘 란테르트의 방을 따로 마련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응접실에서 중앙 홀로, 그리고 2층으로 걸음을 옮기던 란테르트는 한 초상화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2층 복도 한켠에 있는 꽤 커다란 초 상화로, 그곳에는 두 명의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한 단발머리의 귀여운 소녀와 그 뒤에 조용히 서있 는 긴 갈색 머리칼의 소녀로, 한 명은 밝게,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부 드럽게 미소짓고 있었다. 둘 모두 자색이 빼어나, 이카르트도 순간 시선을 멈출 정도였다. -두 자매인가? 이카르트는 곁에서 조용히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리고는 한숨 섞인 한마디를 내뱉었다. -한번도.... 그녀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보지 못했었어.... -그런가?.... 시력을 잃었었다 했지....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아름다워.... 두 자매 모두.... 이카르트가 감탄하듯 내뱉었고, 란테르트는 곁에서 쓸쓸한 미소를 지 을 뿐이었다. 란테르트는 복도 가장 끝의 방앞에 서서 문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사 용한지 두 달여가 흘렀건만, 방안은 먼지하나 없이 청소되어 있었다. 란테르트는 잠을 간단히 풀어놓은 후, 침대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 다. 그리고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의 동작 하나 하나를 살피며 방 한켠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잠시동안의 침묵. 란테르트는 침대에 몸을 눕힌 채 천장을 올려다보 았고, 이카르트는 곁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카르트는 잠시 무슨 생각에 잠겨 있더니, 돌연 내려놓은 짐속에서 한가지 물건을 꺼내 들었다. 너비는 한뼘 가량에 길이는 1 휴리하(1 휴리하=약 1미터) 가량 되어 보이는 물건으로, 천에 몇 바퀴나 감겨 조심스레 쌓여져 있었다. 란테르트는 몇 번인가 얼핏 그 물건을 보았으나 무엇인지 전혀 추측 할 수 없었다. 그래, 내심으로 조금 궁금하게 여기던 터라 이카르트가 그 물건을 꺼내들려하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4현금.... 브세리아? 란테르트는 한차롄가 그 물건을 본 적이 있었다. 항구에 들렀던 한 음유시인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4개의 줄과 공명판으로 이루어진 비 교적 간단한 모양의 악기였다. -그래. 브세리아.... 이카르트의 취미이지.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이카르트는 바닥 에 털썩 주저앉은 채 그 물건을 두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별 것 아닌 실력이지만.... 한 번 들어줘.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란테르트는 음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전무했다. 하지만, 활달하게 손 가락을 퉁기며 고개를 끄덕여 박자를 맞추는 이카르트의 모습에, 그리 고, 그렇게 울리는 브세리아의 호쾌하며 섬세한 선율에 자신도 모르게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막, 이카르트가 손가락을 연속으로 네 번 퉁기며 고개를 들어 란테르 트를 바라봄과 동시에 란테르트는 손바닥을 몇 차례 부딪혔다. -굉장한걸.... 악기를 다룰 줄 알았나?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나는.... 태어나면서 얻은 여러 능력들보다는, 이 브세리아의 연주 술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뭐 별 것 아닌 실력이지만. 란테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난 음악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절대 별 것 아닌 실력은 아닌 것 같 아. 그때였다. 누군가 방문을 한차례 두들겼다.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칼슨의 부인이며 이 에티콘시의 여주인인 엘라 였다. -들어오세요. 엘라는 손수 차를 두잔 타왔다. 사실, 조금 전에 도착했으나, 이카르 트의 음악소리에 정신을 빼앗겨 방문 앞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연주가 끝나고 나서야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 덕에 차가 약간 식었으나, 란 테르트도, 이카르트도 그리 개의치 않았다. -오래간 만이에요. 란테르트. 엘라는 방에 들어서자 마자 란테르트를 향해 목례를 해 보였고, 이내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보라색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미청년에, 엘라는 순간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브세리아.... 인가요? 엘라는 천천히 이렇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답 했다. -굉장히 훌륭한 연주였어요.... 엘라는 이렇게 한마디 칭찬을 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그녀 의 칭찬에 답례했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에게 했던 것과 같은 스스럼없는 태도를 다른 사 람에게는 잘 내보이지 않았다. 깍듯이 예를 차렸고, 목소리에는 기복 이 거의 없어, 언뜻 보면 굉장히 차가운 듯 보였다. 아니 실제로 차가 웠다. -그럼.... 두분 모두 쉬세요. 엘라는 이렇게 인사하며 밖으로 나갔고, 란테르트가 간단히 그녀에 대해 설명했다. -엘라 라그라스라고 해.... 칼슨의 제자이자 부인인 여자지.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별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다시 손가락을 움직여 브세리아를 연주했다. 란테르트는 귀로는 그의 연주를 들으며 시선은 밖으로 향했다. 막 해 가 져서 사방은 어둑어둑 했고, 땅거미 진 에티콘 마을은 평온하고 고 요했다. 이카르트의 연주가 끝나자,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라브에를.... 찾아줄 수 있겠어? 그리고, 그 다크 미스트인가 하는 사람들도.... 이카르트가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부탁인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카르트가 다시 물었다. -동료로써? 아니면 친구로써? 란테르트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모르겠어.... -뭐, 그 정도면 됐어. 아르페오네에게 시키지.... 그녀는 그런 일에 밝거든. -고마워. -------------------------------------------------------------------- 거의 도입부 부분과 같은 흐름.... 완전히, 이카르트 라는 존재에 대한 분위기 나타내기 화들입니다. 그래서 내용이 없지요.... (점점 더 재미없어 지네.... 으앙....) 당분간, 귀여운 엘프 티나짱이 나올때 까지는, 불타는 우정의 란테르트-이카르트 커플로.... (불타라 우저어어엉!!! ^O^;;;) 참고로 티나짱은.... 48,9 장 정도에 등장 예정 입니다.... (앗, 아무도 관심 없으시다구용? 흑흑흑.....) 암튼.... 쪽지 한장에.... 어느정도 슬럼프에서 벗어난 에이그라 입니다... 쪽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누군지는 밝히지 않는편이 좋을까요? 모르겠네요...) 이렇게.... 후기까지 재미없는 주제에 슬럼프에서 허덕이고 있는 멍청하고 띨한 수룡 A- G- R- A-.... 추신.... 역시.... 게키강 프레아!!!는 감동입니다.... ㅠ_ㅠ;;;.... (나데시코 1, 2편을 보고.... 피가끓는 수룡이.... 하지만, 수룡에게 열혈은.... 독약? ^^;;;;)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08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2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0 10:19 읽음:170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다음날 일찍,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에티콘 시를 떠났다. 이카르트 가 에라브레의 소재지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칼슨, 엘라 부부는 두 사람을 문밖까지 나와 전송했고, 둘은 망토만 을 두른 채로 다시 눈 쌓인 벌판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니까.... 소피카군. 막, 마을을 벗어날 무렵, 란테르트가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맞아. 아무튼 그곳이 그녀의 목표 일꺼야. 서서히 그쪽으로 움직이 고 있는 데다가, 그곳에 다크 미스트인가 하는 녀석 둘이 숨어 있거 든.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몇 차례 고개를 주억거렸다. -케트나시인가?.... 상인들의 걸음으로 30일 이상이나 걸리는 거리인 데.... -열흘 안으로 도착해야 할 꺼야. 그녀는 지금 보름 정도 거리에 있 어. -하루에 60휴하(1휴하=약 1킬로미터)인가? 란테르트는 한심한 듯 내뱉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샘이지. 열 두, 세 시간 정도씩만 걸으면 돼.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중얼거렸다. -적어도 춥지는 않겠군. 둘은, 보통 사람보다 배 가까운 걸음걸이로 소피카의 케트나시로 향 했다. 이런 이 사람들의 대화를 보통 사람들이 들었다면, 뭐 저런 괴 상한 것들이 다있어, 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하루에 60휴하를 걷 는다는 이야기부터, 열 두시간을 걷는 다는 이야기를 예사처럼 하는 이들의 모습에 기가 질리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이들에게 정말 그러한 것은 예사였다. 이날은 조금 늦게 출발해서인지 겨우 50휴하 정도를 걷는데 그쳤다. 겨우 50 휴하를 걸어, 일행이 도착한 곳은 앤타시 였다. 매우 늦은 시간 이었기에, 일행은 주저않고 여관으로 향했다. -정말 오래간 만인 것 같군.... 이런 분위기.... 란테르트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선술집을 뒤로한 채 자신들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반트 가르트에 있었다고 했나? 이카르트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곳은 여느 용병단과는 달리, 용병들이 모두 죽상을 하고 있지....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처럼.... 아니 실제로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이지. -자네도?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글세.... 그랬을지도.... 피엘과의 약속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살 았을지 죽었을지 잘 모르겠어.... 지금도 그렇고.... 하지만.... 아무 튼 난 라브에를 지키기 위해서도 죽을 수는 없으니까, 죽고 싶다는 생 각은 하지 않기로 했어. -그런가?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점점 더 자네가 좋아지는걸....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잠시 멍히 있다가 살짝 미소를 띄웠다. 비록, 사피엘라가 살아 있었을 때만큼의 맑고 밝은 미소는 아니었지만, 그런 데로 웃고 있다, 라는 것을 느낄만한 미소였다. 겨울이지만, 아침의 앤타시는 꽤나 분주했다. 별다른 볼일도 없고, 또 서둘러 가야 했기에,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아침 일찍 앤타시를 벗어났다. -이 검.... 이곳에서 피엘이 사주었었지.... 도시를 벗어나며 란테르트가 중얼거린 말이었다. 그리고 다시 저녁 무렵에는 크산트 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틀에 100휴하. 가히 말을 방불케 하는 속도였다. 물론, 말이 이들 보다는 훨씬 빨랐으나, 어차피 말을 달려도 이런 속도로는 얼마 가지 못할 것이다. 말이 지치기 때문이다. 물론, 뛰어난 말이라면 하루에 100휴하 정도를 갈 수도 있겠지만.... 천하의 란테르트도 지금쯤은 조금 지쳐 있었다. 이 정도 거리를 걷고 도 지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다리에 은근한 통증이 밀려왔고, 온몸 이 나른한 것이 어디 그대로 누워 버리고 싶었다. -역시 하루 50휴하는 무리인가?.... 지친 표정을 하고 있는 란테르트를 향해 이카르트가 이렇게 중얼거렸 다. -이대로 4일에서 5일 정도만 더 가면, 그녀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을 꺼야.... 란테르트는 간신히 웃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역시 인간에게 이 정도의 거리는 무리야.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만.... 배위에서 하루 정도 쉬고 나면 괜찮아 질꺼야. -아, 그렇지.... 배를 타지.... -몰랐던 거야? 이카르트의 이상한 말에 란테르트가 물었고, 이카르트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아.... 그게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 적이 없어서.... 그의 말에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이카르트는 시선을 멀리 바다로 던지며 중얼거렸다. -배를 탄다는 것.... 어떤 기분일까?.... 란테르트가 그의 말에 천천히 대꾸했다. -글세.... 어떤 기분? 피엘은 질색이었어.... 멀미가 조금 심한 편이 었거든.... 언제나 배 위에서는 배 난간에 몸을 기대고 지친 숨을 내 쉬었었지.... -그런가? 이카르트는 한차례 란테르트를 흘끔 쳐다보았다. 역시나 쓸쓸한 눈으 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는 서편으로 기울어 거의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 닿으려 하고 있었다. 수평선이라고 부르기에는, 저편의 대륙이 어렴풋이 나마 보였 고, 지평선이라고 부르기에는 널리 퍼진 바다의 붉은빛이 너무 밝았 다. -케트나시는.... 뱃전에 서 있는 두 사람. 선수가 부순 겨울바다의 차가운 가루가 분 분히 날아올라 두 사람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란테르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렇게 입을 열었고, 이카르트는 고개 를 돌려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시선은 멀리 이 배의 도착지인 세이 아 대륙을 바라보고 있었고, 평소의 우울한 표정은 아니었지만, 썩 즐 거워 보이지도 않았다. -내 고향이야....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시선을 멀리 바다로, 란테르트가 시선을 향하는 방향으로 옮겼다. -그런가?.... 태어난 곳 말이군....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아는 사람들은 있나? 이카르트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12살 때 집을 뛰쳐나왔으니까.... 11년 동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 으리라고는 생각할 수도 없어. -집? 그렇다면, 가족이라는 것은 가지고 있었군....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가지고 있었어.... 가족.... 을..... 란테르트는 생각에 잠기는 듯, 점차로 말소리가 잦아졌다. 배는 어느덧 위다-세이아 대륙의 세이아측 항구인 이리이항에 도착했 다. 항구는 굉장히 복잡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의미에서의 복잡이 었다. -포히레.... 란테르트는 항구에 내려서자 마자, 부두에 정박되어 있는 초대형의 상자형 범선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열척 이상 되겠군.... 이카르트가 중얼거렸고, 란테르트가 그 말을 받았다. -1군.... 5000명이란 말인가? 포히레는 군사 수송선이다. 보통 배와는 달리 속도보다는 용적량에 주안점을 두어 만든 배로, 한 번에 500명의 중무장한 용병과 그들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생긴 것은 멍청하 니, 거의 상자 각이었다. 항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잘 닦여진 갑옷을 몸에 걸친 수많은 사람 들이 행과 열을 맞추어 포히레 앞에 사열하여 서 있었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그들의 모습을 뒤로한 채, 서편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어디와 어디지? 이카르트의 중얼거림에 란테르트가 대꾸했다. -뭐.... 마곡이나 위다, 아니면 소피카겠지.... 하지만, 상관없잖 아?.... 그런 싸움들.... 잠시동안 그저 걷기만 하던 둘중,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마음에 안 들어. -뭐가? 란테르트가 물었고, 이카르트가 내뱉듯 답했다. -전쟁. -왜지? 마족한테는 꽤나 즐거운 일일텐데.... 국가단위의 증오.... 수만의 사람들이 서로를 죽일 듯한 살기를 내뿜는.... -확실히 화려한 식사지.... 증오, 분노, 두려움.... 게다가 슬픔까 지.... 하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아.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가지 않는군.... 이카르트가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언가 마족들에 대해 단단히 오해하고 있군. 란테르트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뭐를? -분명 마족들은, 존재물의 악감정을 에너지원으로 삼지....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감정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야.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즐기는 듯 보이던걸.... 이카르트는 웃었다. -마족과 마족이 대화하는걸 몇 차례나 본적 있지? 물론, 존재물의 악 감정은 우리의 에너지원이야. 하지만, 마족들 스스로가 내는 분노나 증오 따위의 감정은 우리 스스로에게는 에너지가 되지 않지. 만약 된 다면.... 그건 마족이 아니라 신이라 할 수 있겠지.... -그렇겠지. 란테르트는 그제서야 이카르트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맞아. 우리들 마족은, 분명 존재 물에게 악감정을 심어주는 일을 하 고있지. 하급 마인 마물들은 그 쾌치 못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직접 보 여서 그런 일을 하고, 나 같은 고위 마족은, 역사라는 것을 그렇게 이 끌어 가지. 아무튼, 그건 직업상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고.... -필요는 하되, 좋아하지 않는다 인가?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 그런 거지. 차라리, 정령들과 싸움을 하는 편이 훨씬 재미있 지.... 사람들 뒤에서 전쟁 따위를 일으키는 것보다는.... 란테르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편이 너에게 더 어울리지. 이리이 항을 벗어난지 오래지 않아, 일행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도시라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다. 수많은 건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도로를 제외한 곳을 빼곡이 메우고 있고, 더 높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만 벗어나면, 올망졸망한 건물들이 한 번에 다 수 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다닥다닥 붙어있다. 하지만, 그런 건물 군을 조 금이라도 벗어나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적한 평야로, 농작지 로, 숲으로 변해 버린다. 이곳 이리하 항 역시, 항의 규모로는 대륙 전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힐만한 곳이었으나, 시가지를 벗어난지 채 한시간이 안되어 도시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 한적한 곳에, 한 붉은 머리칼의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화려하게 물결치는 화사한 붉은 빛깔의 머리칼, 그리고 란테르트의 핏빛 눈동자와는 다른 선홍색의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아름답다라는 말이 충분히 어울리는 그 여자는, 노출이 약간 심한 경갑을 걸치고 있 었다. 오른편 허리에는, 싸움에 사용하는 듯한 채찍이 하나 똬리 틀어 진 채 매달려 있었고, 왼편 허리에는, 날이 한뼘 가까이나 되는 커다 란 검이 메어져 있었다. 다리는, 전면과 후면으로 나뉘어진 기다란 천 으로 발목 언저리까지 가리어져 있었는데, 그것은 알 수 없는 무늬와 문자로 한쪽 귀퉁이가 장식되어 있었다. 그녀는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앞뒤로 길게 늘어진 천을 바닥에 넓게 펴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조아 리며 입을 열었다. -흑염기사님께 인사 올립니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단번에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카르트는 단지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인사를 받았다. -흑염무黑炎舞의 전언입니다. 여자는 고개도 한차례 들지 못한 채 이렇게 말했고, 이카르트는 그제 서야 입을 열었다. -말해 보아라. -현재 그 아가씨는, 모로스 항에 도착했습니다. 길어야 열 이틀 정도 면 케트나시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동료는 전혀 없이, 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그 여자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조아리고는 고개를 살짝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특히, 란테르트를.... -아르트레스양 입니까? 란테르트는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자 이렇게 물었고, 아르트레스는 살 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몸을 일으켜라. 이카르트가 이렇게 말하자,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천 천히 몸을 일으켰다. 란테르트는 이 붉은 머리의 아가씨를 잠시 바라보았다. 가히 놀랄만 한 미모였다. 풍부한 몸매와 화사하고 치렁치렁한 머리칼이 이카르트 앞에서 보이는, 조용하고 고분한 태도와 약간 조화를 깨뜨리는 듯 보 였으나, 그 나름대로의 굉장한 매력이 있었다. -아르트레스양은, 이렇게나 아름다우셨군요. 란테르트는 괜한 친근감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고, 아 르트레스는 귀밑을 살짝 붉히며 환히 웃었다. 이카르트는 곁에서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반면 란테르트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못했다. 또 다시 두 자매를 떠올린 모양이었다. -몰라보게 컸습니다. 이제는 어린아이라 부르기 힘들겠어요. 아르트레스는 쓸쓸한 표정을 짓는 란테르트를 향해 뜸금없이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아르트레스를 바라보았다. -전에 함께 있던 두 자매중 동생이지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트레스는 이야기하면서 가끔 아르카이제를 흘끔 흘끔 바라보았 다. 상관 앞에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 왠지 어색했기 때문 이었다.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돌아가 흑염무에게 전해라. 조금 더 수고해 달라고. 아르트레스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조아려 응답했고, 란테르트를 한차례 더 바라본 후, 사라지듯 모습을 감추었다. -귀여운 아이야. 강한 척은 혼자 다하지만, 한 번 흔들리면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리지.... 저 녀석을 처음 만들었을 때가 눈에 선하군.... 벌써 2천 5백년도 더 된 얘기지만.... 란테르트는 곁에서 내뱉듯 중얼거렸다. -농담처럼 들리는군.... -뭐, 인간한테는.... 하지만, 네가 어렸을 때의 일을 방금 전처럼 생 각하듯, 나도 몇 천년이나 된 일을 얼마 전처럼 생각 하는 거야.... 어차피 지난 일들은, 하나로 겹쳐져 종이보다 얇게 기억의 한켠을 차 지하고 있을 뿐이니까....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의 일.... 나는 아득해.... -그런가?.... 란테르트는 시선을 번 곳으로 던져 버렸고, 이카르트 역시 그와 평행 한 곳을 그의 보랏빛 눈동자로 응시했다. ----------------------------------------------------------------- 핫핫핫.... 독자 서비스 용으로.... 한편 더 올라갑니다. (아... 줄어가는 비축분이여.... 언젠가 독촉받는 불쌍한 글장이가....) 아르트레스양 재등장과.... 그리고는 별다를것 없는 내용 이네요....^^ 암튼 계속해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 기쁘네요.... 그럼.... 20000.... 후기가 정말 재미없어져버린 AGRA....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15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3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1 07:27 읽음:174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1. 루렌드.... 란테르트의 성. -싫어.... 밤. 란테르트 등이 막 소피카 대륙에 발을 들여놓을 무렵, 그 대륙의 반 대편.... 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한 소녀. 헉, 헉, 헉.... 거친 숨소리와 함께, 그녀의 입가에 하얀 김이 몽글몽글 솟아오른다. 이런 추운 날씨에, 그녀는 노숙을 하고 있었다. 두터운, 위 아래로 깔고 덮은 모포를 반쯤 젖힌 채, 몸을 일으켜 앞으로 숙인 그녀는 거 친 숨만을 한참동안 내쉬었다. 눈가에는 눈물인 듯한 투명한 액체가 고여 있었다. 소녀는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는 세수를 하듯 몇 차례 손으로 얼굴을 비볐다. 탐스런 갈색 머리칼이 달빛에 환히 빛났다. 그녀는 목에 있는 펜던트로 손을 가져갔다. 뚜껑이 달린, 조그마한 금제 펜던트였다. -언니.... 그녀는 가만히 펜던트를 들여다보다가, 중얼거리듯 이 한마디를 내뱉 었다. -나, 무서워.... 그녀는 이렇게 한마디 내뱉고는, 흑흑, 흐느끼기 시작했다. 에라브레 수이브렛. 그녀의 이름이다. 아침. 두 무릎을 감싸 안은 채 앉아 잠이 들었던 그녀는 이른 아침, 아직 안개가 채 거두어 지기도 전에 잠을 깼다. 주위에서 괴이쩍은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빛이 돌변했다. 도저히 전날 무섭다며 무릎에 고개를 파묻 고 눈물을 흘리던 그런 소녀의 눈이 아니었다. 연갈색의 평범할지도 모르는 아름다운 눈동자는 한곳에 고정된 채 차가운 빛을 뿜었고, 창 백하도록 하얀 얼굴은 경직된 채 냉막한 기운을 띄었다. -넷.... 마물인가? 어째서 이런 곳에.... 이곳은 소피카 대륙의 북부, 유명한 아드라르성에서 30휴하 가량 남쪽 으로 떨어진 큐니숲 북단이다. 사실, 에라브레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곳 큐니숲은 마물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멀리 막 동이 트기 시작해, 언덕으로 울렁거리는 지평선에 간간히 서 있는 나무들의 기다란 그림자를 만들 무렵이었다. 에라브레를 향해, 네 개의 그림자가 서서히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녀석들이군.... 에라브레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그녀의 얄따란 검을 뽑 아들고는 네 마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리가 여덟 개나 되는, 바닥을 기어다니는 녀석들로, 아마 거미의 몸에 마가 숙주한 모양이었다. 괴상한 돌기와 털이 잔뜩 돋은 다리를 차례차례 앞으로 뻗어 에라브레에게로 다가오며, 입으로는 침인 듯한 끈적한 진액을 흘리고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갈색 빛과 녹색 빛이 얼 룩지어 있었고, 눈동자는 붉게 빛났다. 몸통의 크기는 거의 송아지만 했고, 다리는 사람의 허벅지보다도 두꺼웠다. -언니.... 도와줘....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네 녀석중 가장 앞서 다가오는 마물을 향 해 달렸다. 왼손에는 얇은 세검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고, 다른 한 손 은 화염으로 감싸여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에라브레는 하, 하는 짧은 기합과 함께 몸을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 고는 그 내려오는 힘을 이용해 검을 그 거미 같은 괴상한 마물의 등에 힘껏 꽂았다. 한편, 오른손의 화염으로는 자신의 몸을 휘감아, 있을지 도 모르는 뜻밖의 반격에 대비했다. 꾸웩, 하는 듣기에도 역겨운 소리를 내지르며, 마물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에라브레는 잠시 당황하다가 검을 뽑아 다시 한차례 마물의 등에 꽂 았다. 그리고는 손에 있던 화염을 거두며 마법을 바꾸었다. -대지에 흩어져있는 빛의 기운이여 내 손안에 모여라.... 동시에, 에라브레의 오른손에 밝게 빛나는 파르스름한 빛의 덩어리가 생겼다. 에라브레는 손에 모인 빛을 마물의 등에 내려치며 몸을 날렸 다. 동시에, 마물은 지직 거리는 소리를 내며 더욱 심하게 요동을 쳤 고, 에라브레가 공중에서 몸을 틀어 바닥에 내려설 무렵에는 한차례 경련을 일으키며 뻗어버렸다. 입에서는 게거품이 쏟아져 나왔고, 몸은 축 처진 채 바닥에 뻗어 버렸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 마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보았더라 면, 이 어린 아가씨의 실력에 혀를 내두르며 박수를 쳤을 것이다. 이 마물은 옥트라냐토라는 학명으로 불리우는 것으로, 숲에 사는 커다란 거미의 몸에 마가 숙주한 것이다. 마물 중에서도 꽤 상대하기 까다로 운 녀석으로, 여덟 개나 되는 다리와 입에서 내뿜는 괴이한 독액이 상 당히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에라브레의 상대는 아니었다. 에라브레는 한차례 숨을 돌리기도 전에 다른 마물에게로 몸을 날렸 다. 손을 뻗어 화염구를 날리고는 조금전과 같이 몸을 날려 옥트라냐 토의 등으로 뛰어 올랐다. 사실, 이 괴물은 등에 사각지대를 가지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다행히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덕에 이렇게 조금은 여유 있게 마물을 상대할 수 있었다. 마물은 빠르게 폭사되어 오는 불꽃에게서 몸을 피하려고 다리를 바쁘 게 놀렸으나, 에라브레의 마법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입부분에 화염구가 명중했고, 옥트라냐토는 껙껙 거리는 괴성을 질러 댔다. 에라브레는 그대로 마물의 등 한가운데 검을 꽂아 버렸고, 마물은 진 득한 갈색의 체액을 내 쏟으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다른 두 마물은, 순식간에 동료를 둘이나 잃더니 약간 동요하는 기색 을 나타냈다. 에라브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문을 외웠다. -파괴의 신이여, 소멸의 신이여, 현존하는 모든 것들의 그림자를 지 배하는 자여.... 죽음과 소멸 성전으로 삼는 자여.... 여기 당신의 신 실한 종이 있습니다. 나 그대에게 바라오니, 눈앞을 가로막는 자에게 격렬한 불꽃의 결정체를 내리소서.... 블레이즈 크리스탈. 그녀의 예쁘고 냉랭한 목소리는, 정령계 마법을 토해냈다. 불과 스물 도 안돼는 이 마법 검사의 손에서, 익히기 가장 까다로운 정령계 마법 이 펼쳐진 것이다. 그녀의 주위에서 돌연 격렬한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 의 몸을 감싸며 커다란 기둥을 이루었고, 이내 수십, 수백의 갈래로 나뉘어 그 두 마물을 향해 날아갔다. 흡사,수십여 갈레의 채찍이 나르듯, 에라브레가 만들어낸 불꽃은 포 물선의 궤적을 그리며 마물의 몸을 꿰뚫었다. 사실, 이 블레이즈 크리 스탈은 범위마법이 아닌 대 단일 개체 마법이었으나, 워낙 위력이 엄 청나 두 마물을 한꺼번에 꿰뚫어 버린 것이다. 쾅 하는 대지를 흔드는 듯한 굉음과 함께, 뜨거운 바람이 일대를 뒤 덮었고, 에라브레의 망토가 그 열풍에 세차게 뒤로 펄럭였다. 마법에 맞은 마물들은, 점차 열기에 오그라들기 시작하더니, 나중에 는 새까맣게 타버렸다. 마법의 힘이 다한 후에도, 마물들은 한참동안 이나 틱틱, 거리는 역겨운 소리를 내며 타 들어갔고, 에라브레는 그런 모습에 눈을 살짝 찡그리며 몸을 돌렸다. 그녀는 사피엘라를 닮아 있었다. 이 눈을 찡그리는 모습 역시, 사피 엘라가 종종 지어 보이던 것으로, 에라브레는 언니가 죽은 이후로, 언 니의 행동거지 하나 하나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말많고 다정하던 에라 브레가, 조용하고 차분한 에라브레가 된 것이다. 생김새도 상당히 닮아 있었다. 자매가 아니라 쌍둥이라 해도 믿을 만 큼 닮았다. 머리도 길게 길러, 거의 엉치에 육박했다. 생전 사피엘라 의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손속에 정이 없고, 무자비한 공격 마법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 사피엘라와 다른 점이었다. 에라브레는 단번에 네 마물을 처치하고도, 그리 힘든 기색이 없었다. 다시 밤을 보냈던 곳으로 돌아와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는 남쪽으로 걸 음을 옮겼다. 에라브레는 몇발자욱 옮기지 않아, 고약한 냄새를 내며 타고 있는 마 물을 다시 한 번 바라보았고, 이내 한숨을 지었다. -아직도.... 그를.... 죽이기엔 무리겠지?....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조그맣게 흔들었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2월이 거의 끝날 무렵, 드디어 케트나시에 도 착할 수 있었다. 이소아 강이 감싸듯이 휘돌아 가며 남겨둔 너른 땅에 세워진 그리 크지 않은 도시로, 별다른 특징 없는 지방의 작은 성이었 다. 다만, 수도 마기아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경치 또한 빼어난 편이어서 귀족들의 휴양지가 강가에 줄지어 서 있었다. 그리 고, 이 도시에는 명물이 하나 있었다. 모두들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못 하지만, 아무튼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특히 남자들이라면 이 유명한 곳을 모를 리 없었다. 커다란 저택이 도시 외각에 서 있었다. 정원도 꽤 잘 단장되어 있는 것이, 귀족의 별장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해가 질 무렵.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이 건물의 정문에 섰다. 실로 11년만의 귀향이었으나, 란테르트는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 지만, 반가운 것은 어쩔 수 없었던지, 부지런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이 변했어.... 이 저택도 전에는 없었고.... 란테르트가 중얼거렸고, 이카르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150년 전에 왔을 때는 도시가 이것 반만 했었는데....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픽, 하고 웃으며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이곳인가? -맞아. 이곳 주인이 한 달쯤 전에 그들을 고용했다더군.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고는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이카르트 역시 그를 따랐다. 막 문 바로 앞에 다가설 무렵, 두 사람의 무장한 용병이 그 둘을 가 로막았다. -멈춰라. 두 용병은 나이가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자들로, 꽤나 경험이 많 은 듯 보였다. 둘 모두 화려한 장검을 차고 있었고, 각각 녹색과 갈색 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무슨 용건이냐? 녹색 머리칼의 남자가 물었고, 란테르트가 천천히 답했다. -사람을 찾으러 왔습니다. -사람? 개인적으로는 팔지 않는다. 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말을 받았고, 란테르트는 이 녀석이 무슨 소리 를 하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저희는 두 사람을 찾아 왔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녹색 머리칼의 남자는 란테르트의 말에 그를 위아래 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옮겨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그 둘의 복장이 란테르트의 경우에는 가난한 유랑 검사로, 이카르트는 평범한, 벌이가 약간 나은 편인 용병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물 론, 외모가 아닌 옷차림이.... 녹색 머리는 약간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두명이면 얼만지는 알고 찾아 온 건가? 이곳은 고위 귀족들에게만 파는 곳이야. 마을 외곽에 가봐, 4, 50 하르정도에 구할 수도 있으니 까. ------------------------------------------------------------------ 라브에짱 재등장.... 어리광+투정+건방 에서 냉혈 복수귀로.... 아직은 성격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암튼 그렇습니다. 홋홋홋.... 굉장히 기쁜일이.... 추천 입니다.... 일찌기 벗꽃님께서 환상의 아이템이라고 말씀하신....(WP100) (기뻐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 수룡 아그라.... ^^;;;) 앗앗.... 추천에 힘이 솟아 재미있게 써보겠다고 악을 쓰는 띨한 수룡, A, G, R, A, .... 그러믄 즐거운 통신 되세요. 그리고 오래간만이지만.... 제 글 읽어 주셔서 정말 절대 감사드립니다.... ^^;;;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20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4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2 06:18 읽음:169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곳은 이곳에 휴양차 온 귀족들에게 여자를 대주는 곳이었다. 이 두 사람은 문지기로,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여자를 구하러 이곳으로 온 줄로 알고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이 런 사정을 알지 못했기에, 상대와 자꾸 말이 어긋나 버렸다. -무언가 오해하신 듯 싶군요. 저희가 찾는 사람은.... 란테르트가 이렇게 말하자, 검은머리의 남자가 말허리를 끊으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꺼져. 안 판다니까. 그때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거뭇한 그림자가 휙 날아 철문에 쾅 하고 부딪혔다. 철문에 부딪힌 것은 그 검은머리의 남자로, 입에서 미 친 듯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방금전, 그 남자가 꺼져, 라고 외치는 순간, 이카르트가 그의 머리를 붙잡아 던져 버린 것이다. -란테르트, 벌레에게 말은 필요 없어.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녹색 머리칼을 노려보았다. 녹색 머리칼의 용병은 칼을 두 손으로 꼬나쥔채 두 남자를 노려보았 으나, 손이 떨리는지 검끝이 달달달 떨렸다. -문이나 열어. 란테르트가 말했고, 그 남자는 벌벌 떨면서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됐어. 그냥 들어가자.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걸음을 앞으로 한 걸음 옮겼다. 그러자, 강철 창살로 된 대문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이카르트가 걸음걸음을 옮김에 문은 삐거덕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려났 고, 이내 퉁 하는 소리와 함께 잠금 새가 부서지며 문이 활짝 열렸다. 녹색 머리칼의 남자는 이 모습에 벌벌 떨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고,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엔클레이브.... 겠지? 란테르트가 조용히 이카르트에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 다. -뭐, 별거 아니야.... 몇 걸음 정원 안으로 들어서지 않아, 한 무리의 사람들이 뛰쳐나와 둘 앞을 가로막았다. -왠 녀석들이냐? -무엇 하는 녀석들이기에 이곳에서 소란이냐? 모두 합쳐 열명 가량? 검과 창, 도끼까지 각양 각색의 무기를 든 사 내들이 어느 샌가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를 둘러쌌다. 란테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상대들은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미친 녀석. 묻고 싶은 게 있어? -그런 건 살아 남고 나서나 말해라. -겨우 두 녀석이 소란을 피우다니. 아주 간이 배밖으로 나온 모양이 구나. 란테르트는 그런 비웃음에는 아랑곳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이중 다크 미스트 출신의 분이 계십니까? 순간, 그곳에 있던 사람들중 두 사람의 안색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흐흐흐.... 그 계집애가 보낸 모양이구나.... -여기가 어디라고.... 우리가 그년이 무서워 피한 줄 아느냐? 냉소를 내뱉는 사내들을 향해 란테르트가 시선을 옮겼다. 한 남자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로 대검을 등에 메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단도 두 개를 손에 쥐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그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중얼거렸다. -뭐, 개인적인 원한은 접어두더라도.... 너희 둘은 죽어야 겠다. 란테르트는 다시 이카르트를 쳐다보았다. -혼자서도 충분해.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의 말에 대검을 든 사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너털웃음을 터 트렸다. 고의로 호기롭게 보이려는 의도가 눈에 보였다. -가소롭다. 애송이. 그때였다. 단도를 들고 있던 사내가 란테르트를 한참동안 노려보더니 앗, 하며 눈을 크게 떴다. -너, 너는.... 그, 그,.... 란테르트가 그 놀라는 단도 쓰는 사내를 한차례 바라보았다. 무릎이 벌벌 떨리는 것이 꽤나 놀란 듯 보였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를 향해 담담히 입을 열었다. -그 일곱 명중 한명 이었던 모양이군. 란테르트의 말에 그는 거의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그는 3년 가까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란테르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 었다. 검은 기운을 내뿜는 괴상한 검을 들고, 자신의 동료 둘을 도륙 하는 모습을.... 다른 다섯 명은 그때, 두 번째 사내가 죽는 모습을 본 후 기가 질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도망을 쳐버렸다. 방어하고 있 는 검채로 허리를 베어버리는 무서운 사내를 무슨 용기로 대적하겠는 가? -샤므. 아는 자인가? 대검을 멘 사내는 벌벌 떨고 있는 단도를 쥔 사내에게 이렇게 물었으 나, 샤므라는 사내는 입만 딱딱거릴 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관없어. 이 애송이. 나의 검을 받아라. 대검을 멘 사내는 이렇게 외치며 란테르트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거 의 사람 키에 육박하는 커다란 검이었기에, 그 위세가 강맹하기 짝이 없었다. 란테르트는 언제나 처럼 검을 보호하는 마법으로 사피엘라가 사준 검 을 감싸고는 그 남자의 검을 막았다. 대검을 쓰는 남자는 온 힘을 다해 양손으로 란테르트의 머리를 쳐 내 려갔으나, 란테르트는 미소조차 짓지 않은 채 한 손으로 그의 검을 맞 이했다. 캉, 하는 거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는 순간 한뼘 너비나 되는 남자의 검날이 절반 가량이나 란테르트의 검에 의해 잘리 었다. 란테르트는 상대의 강맹한 위세에도 겨우 손가락 하나 길이 정 도 밀리며 상대를 막아냈고, 이내 검을 휘둘러 상대의 가슴을 베었다. 삭 하는 소리와 함께 탄탄하던 근육이 확 벌어지며 그 사이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크흑.... 주위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 열명 중, 얼이 빠진 그 단 도를 쓰는 사람과 이카르트를 제외한 여덟 명이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 다. 란테르트의 검에 앞가슴을 베인 그 남자는 철철 흐르는 피에도 아랑 곳 않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란테르트는 검을 세차게 휘둘러 상대의 대검을 쳐내고는 다시 한차례 상대의 가슴을 베었다. 아까 와는 직각방향의 사선으로 그어, 대검을 쓰는 남자의 가슴에는 X 자의 상처가 생겨났다. 란테르트는 상대가 다시 검을 쳐들기도 전에 손목을 한 번 떨쳐 상대 의 팔을 베었다. 툭 소리와 함께 상대의 팔이 바닥에 떨어졌고, 잘린 부분에서는 피가 샘솟듯이 흘렀다. 란테르트는 계속해 일검, 일검을 휘둘러 상대의 나머지 팔과 다리를 모두 베었다. -뭐, 이 정도면 그녀도 화를 풀겠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검을 상대의 목 정중앙에 꽂았다. 커억, 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털썩 바닥에 엎드렸고, 그의 몸에서 는 쉴새없이 피가 흘러 황토 빛의 겨울 정원을 장미 빛으로 물들였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은 그의 잔인한 손속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조금 전과 같은 기세는 모두 사라져 버렸고, 란테르트의 시선이 한 번씩 자 신에게 향해질 때마다 한 걸음씩 뒷걸음질을 쳤다. 란테르트는 몸을 돌려 벌벌 떨고 있는 사내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묻겠다. 너는 그때의 일곱 명중 하나인가? 란테르트의 말에 상대는 눈에 초점이 돌아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습니다..... -누가 사사했나? 레드 미스트에서인가? 란테르트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닙니다.... 다만, 저희는.... 현상금을 노리고.... -현상금이 아니라 그 책이겠지. 란테르트의 말에 그는 고개를 몇 차례 주억거렸다. -마, 맞습니다. 저희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너희는 죽을죄를 지었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을 향해 무릎꿇고 있는 사내의 목을 일 검에 날려 버렸다. 왈칵, 액체가 쏟아져 나오는 소리가 들리며 상 대의 목의 단면에서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이, 이렇게 잔인할 수가.... 남아있던 여덟 명중 한 사내가 중얼거렸고, 란테르트가 시선을 옮겨 그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 사내는 얼음 같은 란테르트의 시선에 입을 다물었고, 란테르트가 천천히 그 사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잔인하다?.... 어차피 죽을 몸, 일 검을 더 박았다고 해서 잔인하다 할 것까지는 없지.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유지만....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걸음을 뒤로 향했고, 이카르트는 살짝 미 소지으며 그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역시, 인간은 아니야. 란테르트는 그를 향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때였다. 뒤에서 한 살찐 중년이 네명의 사내를 대동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밖 의 소란에 친위병을 이끌고 나온 듯 했다. 그는 저택의 현관 계단에서 멈춰선 채 상황을 살펴보았다. 중년의 머리칼은 약간 희끗한 검정색이었으며, 한눈에도 보통의 남자 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약간 음험한 듯한 눈매와 당당하고 자신 있는 걸음걸이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생긴 것은, 약간 살이 있음에도, 꽤 잘생긴 편이었다. -멈추시오. 남의 정원에서 이런 행동을 했으면, 사과 정도는 해야 돼 지 않겠소? 남자의 나직한 고함소리에, 란테르트는 순간 움찔 했다. 어디선가 들 어본 듯한 목소리 였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는 몸을 돌려 그 중년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표정이 약간 변하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 로 그 둘을 번갈아 보았다. -뭐하는 사람들이요? 두명을 상하게 했으니, 그에 따른 보상을 하던 가 아니면 이곳에 남아 일을 하시오. 중년은 다시 한차례 호통쳤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 중년을 노려보듯 올려 보았다. 이윽고, 란테르트의 입이 열렸다. -집이 많이 훌륭해 졌군요. 루렌드 씨. 상대는 놀라 란테르트를 바라보았고, 이카르트 역시 의혹의 미소를 지으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모두의 시선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아니.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나요? 오래간 만이군요. 아버지. ------------------------------------------------------------------- 시온: 야, 엔클레이브가 뭐야? 왜 이렇게 자주나와? 에이그라: 아, 그거.... 정신력이 실체화 되어 나타나는 거야. 정신력이 높으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고.... 보통 고도의 정신체들이 실드 대신 사용해. 인간은 거의 불가능. MP소모는 없고, 물리방어력도 뛰어나.... 시온: 한마디로 못하는게 없군.... 에이그라: 글쎄.... 그럴지도.... 시온: 차라리 미노프스키 입자를 등장시키는 편이 좋겠군. 에이그라: .... 참고로 엔클레이브는 enclave 로, 고립무원의 땅 이라는 뜻입니다. 흐흐흐.... 아니지, 호호호.... 요즘 쏟아지는 추천에 몸둘바를 모르고 있는 에이그라 입니다....^^;;;; 덕분에 조회수도 폭주중.... 추천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꾸벅 꾸벅.... 앞으로도 계속 봐주시면 정말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닷. 이 화는, 란테르트의 과거를 보여주는 몇몇 단편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피에루짱이 살아 있을때 주로 대화형식으로 과거를 보여줬지만.... 이제는 직접 몸으로!!...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요. 추천에 기뻐 호수에서 한가한 수영을 즐기고 있는 수룡 아그라가....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24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5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3 07:14 읽음:170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 테르트? 중년의 사내는 넋나간 듯 중얼거렸다. -기억 하시는군요. 그 이름을.... 란테르트 역시 중얼거리듯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눈을 크 게 뜨며 외쳤다. -하지만, 부르지는 말아 주십시오. 중년의 사내는 한참이나 멍청하게 란테르트를 응시했고,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직도 나를 증오하는 거냐? 란테르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이카르트.... 돌아가자. 이카르트는 곁에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몸을 돌려 란테르트의 뒤를 쫓았다. 중년의 사내가 란테르트의 뒷모습을 향해 외치듯 말했다. -하룻밤만이라도, 이 아버지 곁에 머물러 줄 수는 없는 거니?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걸음을 멈추었고, 중년의 사내는 란테르트가 발걸음을 멈추자 희색을 띄며 부탁했다. -넌 이제 스무 살을 넘겼다.... 어른이란 말이다. 이전의 12살 짜리 어린아이가 아닌 거야.... 어른이 되고나면 나를 이해 할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란테르트는 몸을 돌려 중년의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이해하고 싶지 않군요. 저도, 어머니도.... 웃지 않았었으니까요. -네가 집을 나가고 나서, 내 상심이 얼마나 컸는지 아느냐? 넌, 누가 뭐래도 나의 유일한 혈육이다.... 루렌드란 성을 이어받은.... 란테르트가 비웃으며 말했다. -루렌드란 성.... 필요하시다면 돌려 드리지요. -하, 하지만.... 이 아버지는 진심으로 너를 위해서.... 중년의 사내의 말을 끊으며 란테르트가 외쳤다. -변명은 당신답지 않습니다. 추합니다. 중년의 사내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래.... 이해 할 수 없다면.... 강요하지 않으마.... 하지만, 그렇 다고 인연까지 끊고 살 필요는 없지 않느냐? 일단 안으로 들어오너라. 란테르트는 몹시 마음이 흔들렸다. 비록 말은 심하게 했으나, 처음 반백이 되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코끝이 찡해짐을 느꼈다. 몇 마디 나누는 사이에, 11년간이나, 아니 그 이상이나 키워왔던 증오 의 마음은 많이 누그러졌다. 인간적으로는 여전 증오하고 있으나, 아 버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알 수 없는 정을 느끼고 있는 터였다. 중년의 사내의 마지막 말에, 란테르트는 눈을 한차례 감았다 뜨며 고 개를 끄덕였다. -하룻밤만 묶고 가겠습니다. 란테르트의 승낙에 중년의 사내는 꽤나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를 엷은 미소와 함께 바라보았다. -왠지 부러운걸.... 가족이라.... 란테르트는 이런 이카르트의 말에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그 중년의 사내의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 어섰다. 밖에서 본 것 이상으로 화려한 내부에,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상상 이상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그런 그들의 표정에 중년의 사내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윽고 응접실에 도착했고, 중년의 사내는 란테르트와 이카르트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란테르트, 이 사람을 좀 소개해 주지 않겠니? 중년의 사내는 이카르트를 한차례 바라본 후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 트는 잠시 머뭇거렸다. 약간 난처해하는 란테르트의 표정을 보며 이카 르트가 대신 답했다. -이카르트라고 합니다. -난, 발스크, 발스크 루렌드라고 하네. 이카르트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했고, 발스크 역시 고개를 한차 례 끄덕였다. -란테르트,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검사가 되어 있구나.... 발스크가 이카르트와 인사를 끝내며 이렇게 묻자, 란테르트는 노골적 으로 싫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피엘트라고 불러 주십시오. 란테르트라는 이름은 버리기 싫으니까 요. 발스크는 란테르트의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 피엘트.... 지난 이야기좀 해 주렴.... 그때 집을 나가 어 디로 간 거냐? 란테르트는 한차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방으로 안내해 주시면 감사하겠 군요. -그, 그래. 늦었으니 우선 잠이나 자거라. 내일 천천히 이야기하자. 란테르트는 발스크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고, 발스크는 하인을 불러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를 방으로 안내했다. 발스크의 집은 정말이지 컸고, 전체적으로 앞과 뒤의 건물이 독립되 어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현재 일행이 있는 곳은 그중 전실이었 다. 하인의 안내를 받아,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각각 다른 방으로 들어 갔다. -내일 아침에 보지.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란테르트 역 시, -그럼.... 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몹시 화려했다. 일반의 가정집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는 고급의 가구에 수십 개씩이나 밝혀둔 양초, 구석구석의 장식품들과 벽에 걸려 있는 그림.... 무엇 하나 모자를 것 없는 방이었다. 도저히 손님을 재 우는 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많이도 긁어모았군....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망토와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 위에 몸 을 뉘였다. 천장까지 번쩍거리는 것이 절로 탄성이 튀어나왔다. -이 방에 있는 것만 모아 팔아도 일년은, 아니 한 5년은 빈들거릴 수 있겠군.... 란테르트는 지금 혼자 있을 때치고는 말을 많이 하고 있었다. 어쨌 건, 집이다. 11년간이나 인연을 끊고 살았지만, 그 발스크라는 남자가 아버지이듯, 단 한차례도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었지만, 이곳은 자신 의 집이었다. 생각도 못한 곳에, 생각도 못한 모양으로 있지만.... 게다가, 란테르트는 지금 한 사람을 만날 기대에 차 있었다. 그 동 안, 반쯤 잊고 산 사람이다. 바로 그의 누나인 클라린스로, 비록 피가 전혀 섞이지 않았으나 친누나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여자였다. 세살 위로, 란테르트의 친 엄마가 죽은 후 발스크가 맞은 계모의 딸이다. 11년간,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느라 단 한차례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그 클라린스는, 란테르트의 엄마가 죽은 후로 집을 나올 때까 지의 4년 동안, 란테르트를 돌봐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란테르트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 가 살짝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지?.... 이카르트?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노란 머리칼의 여자가 한명 서 있었다. 어깨가지 내려오는 금발에 시원시원 한 푸른 눈동자를 가진 19세 가량의 아가씨였다. 기다란 외투로 전신 을 감싸고 있었다. -누구시죠? 란테르트가 묻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들어가도 될까요? 란테르트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어 주었다. -누구를 찾아오신 건가요? 란테르트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은 채, 그녀는 란테르트의 방안으로 들어왔다. -저기.... 문좀 닫아 주시겠어요? 금발의 아가씨는 이렇게 부탁했고, 란테르트는 무슨 사정이 있는가보 다, 라는 생각을 하며 문을 닫았다. -무슨 일로 찾아 오셨나요? 란테르트의 물음에, 그녀는 란테르트를 바라본 채 머뭇머뭇하며 서 있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그리고 무슨 행동인가를 하려는 듯 하 면서도 상당히 망설이는 모양이었다. 란테르트는, 이 여자가 왜 이러는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멍청이 바 라보았다. 금발의 여자는 잠시 더 머뭇거리더니 결심한 듯, 짧은 한숨을 내쉬었 다. 그리고는 얼굴을 푹 숙이며 겉에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버렸다. 외투 안에는 분홍색으로 하늘거리는 얇은 란제리만을 입고 있었다. 여자는 부끄러운 듯 얼굴만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잠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그녀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오늘밤.... 이곳에서 보내야 해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로 내저으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반면 란테 르트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옴에, 그 여자는 조금씩 몸을 떨기 시작 해, 손이 닿을 거리가 되었을 즘에는 몸이 떨리는 것이 보일 정도였 다. 란테르트는 몸을 숙여 그녀가 벗은 외투를 집어들었다. -우선 입으시죠. -안돼요.... 이렇게 그냥 돌아가면.... 나는.... 그녀는 시선을 땅으로 향한 채 이렇게 말했으나,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은 무시한 채 다시 한 번 말했다. -입으십시오. 여자는 할 수 없이 떨리는 손으로 외투를 받아 들고는 어깨위로 걸쳤 고, 란테르트는 의자를 향해 손을 들며 말했다. -이야기가 듣고 싶군요. 앉으세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 대 스페샬 감사 코너..... 지금까지 추천해주신, 개조인간 이영준님, redin 이성현님, vajura 정동진님, 나퓨타 문상연님, 잠자는달 박찬우님, 말대가리 서기원님, 서한석님 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격려메일 및 쪽지를 보내주신, 개조인간 이영준님, 환상여행 정윤호님, kenichi 조권일님, 날자대띠 손준호님, 말대가리 서기원님 께, 역시 이자리를 빌어 정말 절대 감사드립니다. (순서는 메일이 도착한, 혹은 추천이 올라온 순서 입니다. 뒤로 밀렸다고 슬퍼 마시길.....) 첫번째 장 조회수 300 - 1 기념으로 마련한.... 스페샤루 코나..... 새벽부터 밥하고 있는 수룡 AGRA가....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30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6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4 06:06 읽음:171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누가 보냈습니까? 란테르트는 여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렇게 물었고, 여자는 잠시 머 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이곳의 주인님께서요.... -루렌드씨.... 그 사람이요? 금발의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고,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루렌드씨는 아직도 여자 장사를 하는 겁니까? 란테르트가 다시 물었고,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때까 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제발요.... 저는 오늘 당신을 우리편으로 만들라는 명령을 받고 이 곳에 왔어요.... 그러니까, 저희 편이 되 주세요.... 그렇지 않으 면.... 저는 이곳에서 쫓겨나요. 순진한지, 멍청한지 구분이 잘 안가는 여자였다. 대놓고 이런 식으로 말을 해버리다니.... 란테르트는 그녀의 마지막 말에 적지 않은 혼란을 느꼈다. 으레히, 벌을 받아요, 따위의 말 일줄 알았는데, 그녀의 말은 쫓겨나요, 였으 니 말이다. -쫓겨.... 난다구요? 그럼 강제로 이곳에 잡혀 있는 게 아니란 말입 니까? 여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물론.... 반쯤은 강제로 잡혀 있어요.... 납치 되어온 여자도 있 고.... 속아서 온 여자들도 있으니까요.... -그럼 쫓겨나면 다행 아닙니까? 란테르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에요.... 당장 이렇게 나가면 저는 살아갈 길이 없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이런 곳에 남아 있습니까? 몸을 팔아서 목숨을 이어야 합 니까? 란테르트는 순간 이렇게 소리쳤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스런 맘이 일 었다. 몸을 파는 것이 어떻단 말인가.... 목숨을 잇기 위해서 인 데.... 친구, 제자....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던지 팔 아먹는 세상인데, 연명을 위해 자신의 몸을 파는 것이 뭐그리 대수란 말인가.... 란테르트는 한숨을 쉬며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울 듯, 커다란 눈이 그렁 그렁 흔들렸다. -미안합니다.... 란테르트가 이렇게 사과했으나, 여자는 여전 울 듯한 표정이었다. 그 리고는 이내 눈물을 떨구었다. -그럼 어쩌란 말예요.... 여자는 이렇게 말하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란테르트는 크게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고, 여자는 한참동안 이나 울다 울음을 그치었다. -빨리 우리편이 되어 주세요.... 그녀는 훌쩍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편이 되어 달라니.... 여자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들어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굉장히 무서운 여자가 이곳으로 오고 있어요.... 누구라더라.... 아 무튼 굉장한 여자 에요. 3일 후에 이곳에 찾아 오겠다고.... 그때 만 약 이곳에 다크 미스트의 사람 둘이 없을 경우 이곳에 있는 사람을 남 녀 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죽이겠다고 했단 말이에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 여자는 그런 란테 르트의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중얼거렸다. -다크 미스트를 아세요? 굉장한 사람들 이레요. 이렇게 검을 휙 휘두 르면 한 번에 두명의 목이 뎅강 잘린다지 뭐예요.... 그런데 그 여자 는 그런 그들 10명과 한꺼번에 대적해 모두를 죽였대요. 굉장하지 않 아요? 그녀는 눈물자국 남은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휙휙 휘두르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여자지만 정말 부러워요.... 나는 고작해야 이런 짓을 해야 살 아 남을 수 있는데.... 여자는 금새 표정이 어두워졌다. 란테르트는 흡사 한편의 연극을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 여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온통 에라브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걱정 마십시오.... 그 다크 미스트의 두 사람은 오늘 죽었으니까요. 그녀가 왔을 때 시체를 건네주면 될 것입니다. 그녀는 다시 희색을 띄며 말했다. -정말요? 다행이네요.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이카르트. 란테르트는 잠시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카르트는 곁에 한 여자를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 기절한 듯 축 처 져 있는 여자를 옆구리에 끼듯이 들고 들어와서는 란테르트가 묶고 있 는 방의 침대 위에 툭 던져 버렸다. 이카르트는 잠시 란테르트 앞에 앉아 있는 여자를 바라보더니 내뱉듯 말했다. -내 취향이 아니야. 바꾸자.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듯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 앞에 앉아있는 금발의 아가씨를 눈으로 가리켰다. -너도 선물 받은 거냐? 참 훌륭한 아버지다. 객지에서 고생하는 아들 을 위해 여자도 보내주고....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살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뭐, 그러니까 우리도 답례를 해야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짐을 챙겨 들기 시작했다. -나도 짐을 챙겨야 겠군....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방을 빠져나갔다. 금발의 여자는 란테르트가 망토를 두르는 것을 보며 물었다. -어, 어디 가시게요? 란테르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여자를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 다. -이곳에 남고 싶습니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그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하지만.... 딱히 갈곳도 없는 걸요.... 이대로 나가봐야.... 란테르트가 다시 물었다. -이곳에 남고 싶습니까? -베아 언니도, 셀라 언니도, 가이나 언니도.... 모두 유명한 귀족의 후처로 들어갔어요.... 이곳에 있으면 그래도 행복한 편이에요.... 란테르트가 소리쳤다. 왠지 말을 빙빙 돌리며 마음을 감추는 여자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두고 그대로 떠나 기에는 마음이 찜찜해 데려가려고 마음먹은 터였기에 계속해 물었던 것이다. -남고 싶습니까? 여자는 란테르트가 소리치자 또다시 울기 시작했다. -왜 소리쳐요? 무섭잖아요.... 얘기했잖아요. 나가 보았자 갈곳도 없 다고... -미안합니다.... 떠나고 싶다면 따라 오십시오. 살 곳 정도는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여자는 란테르트의 말에 잠시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소리지르면 안돼요. 여자의 말에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그때, 이카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씨, 일단 짐을 챙겨, 현관으로 나오십시오. 란테르트는 그 금발의 여자에게 이렇게 말한 후, 이카르트에게 말했 다. -가자. 여자는 자신을 아가씨라고 부르며 몸을 돌리는 란테르트의 등뒤에 대 고 큰소리로 말했다. -세실리에요. 세실리 레이아. 이카르트는 세실리를 한차례 돌아보더니 란테르트를 향해 한마디했다. -유쾌한 아가씨야. 란테르트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둘은 곧바로 발스크를 마지막으로 만난 응접실에 들어갔다. 그는 아 직도 그곳에 앉아 있었는데, 그는 두 사람의 중무장한 검사들과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안에는 모두 일곱 사람이 있었다. 발스크와 두 검사 이외의 네 남 자들은 용병들로 아마 발스크가 고용한 자들 인 듯 했다. 발스크는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무장을 한 채 방안에 들어서자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안색을 풀며 말했다. -오, 란.... 아니 피엘트. 나를 도와주러 온 거니? 란테르트는 입을 다물었고, 발스크는 다시 한차례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 아가씨는 어떻더냐? 아직, 남자 손에 닿지 않은 깨끗한 아 이란다. 원래는 아라그나 후작님께.... 란테르트가 돌연 소리쳤다. -닥치시지요. 발스크는 안색이 대변하며 말했다. -왜.... 뭐가 불만인거냐? -당신은 당신의 사고 방식이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고 방식 이 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해할 수 없군요. 방에 여자 를 들여보내 주다니.... 뭐, 그건 좋습니다. 선물이라고 생각해 두지 요. 본래 여자를 물건이라 생각하는 분이 시니까요. 란테르트는 싸늘하게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입을 열었 다. -답례로 한가지 선물을 드리지요. 낮에 제가 죽인 두 녀석들. 그 녀 석들이 다크 미스트의 자들입니다. 그.... 당신에게 편지를 보낸 여자 가 찾는 자들이지요. 그들의 시체를 보여주고, 그들의 용병징표를 그 아가씨에게 떼어주면, 별 일 없이 모든 것이 끝날 것입니다. 발스크는 돌연 안색이 밝아졌다. -아, 그렇구나.... 정말 고맙구나.... 가식적인 웃음. 란테르트의 눈에는 발스크의 웃음이 그렇게 비춰졌 다. 조소를 한차례 흘리며 란테르트가 중얼거렸다. -뭐, 감사 같은 건 밭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발스크는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란테르트를 바라보았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클라린스, 클라라 누님은 어디에 살고 있습니까? 지금쯤 결혼했겠 죠? 발스크는 잠시 당황하는 빛을 띄었다. -모, 모른다. 그 아이, 집을 나가 버렸어. 란테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집을 나갈 사람이 아닙니다. 그녀는 당신이 죽이려 한다면, 고분이 죽을.... 그런 여자입니다. -정말이다. 집을 나갔다. 란테르트는 발스크의 표정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느꼈다. 말하 는 것이 확실치 않고 목소리 마저 떨리는 것이 이상한 점이 한 두 가 지가 아니었다. 란테르트는 그의 검을 뽑았다. 그리고는 응접실 탁자에 푹 꽂았다. 돌연 챙챙, 하는 소리가 들리며 네명의 발스크가 고용한 용병이 검을 꺼내 들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자들에게는 상관치 않은 채 발스크에게 말했다. -당신 같은 자.... 벤다 하더라도 저는 거리낄 것 한가지 없습니 다. 솔직히 답해 주십시오.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발스크는 다리가 벌벌 떨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표정은 태연하려 노력했으나, 찻잔을 잡은 손을 계속해 달 그락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발스크의 앞에서 차를 마시던 두 검사가 몸을 일으키며 검 을 뽑아들었다. -건방진 녀석. 어르신들 이야기하는 앞에서 이게 무슨 행동이냐? 둘중, 콧수염을 근사하게 기른 사내가 이렇게 외치며 란테르트의 목 에 검을 겨누었고, 곁에 있던 머리를 짧게 깍은 중년의 사내도 천천히 검을 란테르트에게 겨누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그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전혀 긴장하는 기 색도 없이 차갑게 한차례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상관하지 않는다면,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그 두 사내는 냉소를 터트렸다. 하지만, 등뒤에서 한줄기 식은땀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잠자코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던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검을 치우시지요. 죽고싶지 않으시다면요. 이카르트의 말에 그 두 사내는 란테르트에게서 검을 치우며 이카르트 에게로 겨누었다. -건방진 녀석. 무얼 믿고 허풍이냐?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아무래도 말이 더 많은 듯 싶었다. 그의 말에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트렸다. 무얼 믿고 허 풍이냐는 말이 왠지 재미있게 들렸기 때문이다. 반면 이카르트는 그의 말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란테르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클라라 누님은 어디 있습니까?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세실리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발스크님. 그 사내는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안에 벌어진 풍경에 눈이 휘둥그래 졌다. -아, 검사님. 살려주세요. 이 남자가 절 죽이려 해요. 제가 죽으면 당신과 함께 갈 수 없잖아요. 그러길레 그냥 남아 있는 다고 하니 까.... 세실리는 안에 들어서자 마자 이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발스크가 그녀의 말에 돌연 야릇한 미소지으며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란테르트야. 마음에 든다면 그냥 가지면 되지, 데리고 달아날 것은 없지 않느냐? 란테르트는 돌연 탁자에 꽂아 두었던 검을 뽑으며 외쳤다. -당신과 같은 취급하지 마십시오. 세실리는 여전 상황 파악을 못한 채 소리쳤다. -으아아악. 이 남자가 절 죽이려 해요.... 살려줘요.... 그때였다. 이카르트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던 짧은 머리의 중년 검사 가 돌연 세실리에게 달려가서는 등뒤에서 그녀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목에 예리한 단검을 가져가며 나직이 말했다. -검을 내려 노아라. 애송이.... 그렇지 않으면 이 여자는 죽는다. ------------------------------------------------------------------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 웃다 그치는 바보 AGRA 입니다.... 에고... 쓸 후기가 없어서.... 추신 : 오늘, 내일, 모레, 글피.... 집에서 빈들거립니다. 호홋. 학교 전면 휴강. 핫핫핫.... 글 잘써지면.... 다음주에 많이 올릴지도.... 기대는 마셔욧.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33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7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5 06:09 읽음:170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세실리는 자신의 목에 검의 차가운 감촉이 느껴지자 벌벌 떨며 중얼 거리듯 말했다. -검사님.... 저 그냥 이곳에 남아 있을 레요.... 아저씨, 그냥 여기 남아 있을 테니 죽이지 말아 주세요.... 란테르트는 순간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돌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칼에 의해 심장이 도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 사피엘라가 죽던 순간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피엘....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순간, 이카르트의 모습이 흐릿하며 없어지더니, 난데없이 그 짧은 머 리칼의 사내 뒤에서 나타났다. 이카르트는 곧바로 손을 뻗어 그 짧은 머리칼의 사내의 목 뒷덜미를 움켜쥐었고, 잠시의 여유도 없이 그대로 손을 움켜쥐었다. 우두둑, 하는 듣기에도 소름끼치는 소리가 너무나도 커다랗게 응접실 안에 울렸고, 짧은 머리의 사내는 이카르트의 손에 메달린채 축 쳐져 버렸다. 이카르트는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람의 목을 으스러트려 죽 인 다음, 그 시체를 옆으로 던져 버렸다.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갈색의 짧은 머리칼의 남자는 비명 한 번 못 지르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마, 마, 마족.... 콧수염을 기른 사내는 이카르트가 자신의 동료를 이렇게나 쉽게 죽여 버리자 놀라 말도 제대로 못하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를 제외 한 이 방안의 모든 사내들이 두려움에 떨며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 다. -저, 저자를 죽여라.... 어서.... 발스크는 너무나 놀라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네 호위병을 둘러보 았으나, 누구도 섣불리 달려들지 못했다. -3만.... 3만 하르.... 저 녀석을 죽이는 자에겐 3만 하르를 주겠다. 발스크의 말에 네 용병은 용기를 내어 천천히 이카르트에게 달려들었 다. 이카르트는 돌연 눈을 살짝 감았다. 동시에 그의 주위에 바람이 일었 고, 네명의 사내는 몸에 엄청난 충격을 받으며 다가오던 방향으로 날 아가 버렸다. 퍽, 하는 소리가 네차례 울리며, 네 남자는 피떡이 되어 벽에 부딪혔 고, 이내 털퍽, 바닥에 널브러져 버렸다. 이카르트는 시선을 발스크에게로 향했다. -뭐, 이제 당신을 죽여도 문제될 것은 없을 듯 싶군요. 발스크는 벌벌 떨며 이카르트에게 물었다. -너, 너는 누구냐? 누구의 사주를 받은 자객이냐? 왜 나를 죽이려 하 는 거지? 발스크의 말에 이카르트는 한차례 냉소했다.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때,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이카르트.... 살려 줘.... 이카르트는 고개를 돌려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어느 샌가 살기는 사그러들었고, 한차례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직도, 너의 아버지인가 보군.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버지였던 사람이기에 한 번 은혜를 베푸는 것 뿐이야. 이걸로, 나 도 부담 없이 인연을 끊을 수 있으니까. 란테르트는 곧바로 발스크에게로 시선을 옮기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클라라 누님은 어디 있습니까? 발스크는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팔았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소식을 들은 것은 2년전으로, 크란트 항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팔았습니까?....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표정이 얼음처럼 싸늘히 변했고,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란테르트, 이것 한가지만은 알아다오.... 넌, 나의 유일한 혈육이 다.... 네가 나를 증오한다 하더라도.... 너는 여전 나의 아들이다. 발스크는 중얼거리는 듯, 외치는 듯 강약, 고저가 몹시도 흔들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절규했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걸음을 멈추지도, 돌 아보지도 않았다. 그리고는 방을 나설 무렵 한마디 중얼거리듯 내뱉었 다. -클라라 누님의 생사 여부에 따라, 당신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겠습니 다. 세실리는 잠시 머뭇거렸다. 남아있자니, 이곳 사람들의 보복이 두려 웠고, 란테르트를 따라 가자니, 그 두사람이 무서웠다. 사실, 보통 사 람에게 이런 광경이라는 것은 가히 심장을 굳어 버리게 할 만 했다. 란테르트는 세실리 조차도 한차례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의 기분 같 아서는, 이곳 전체를 모두 날려 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혼란스러웠 고, 불쾌했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의 기분을 알고는 섣불리 말을 걸지 않았다. 일단 은 스스로 마음의 정리를 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듯 싶었기 때문이 다. 잠시 머뭇거리던 세실리는 결국 남아있기로 했다. -그, 그냥 있겠어요.... 두려움에 말까지 더듬거리며 세실리는 곧바로 자신의 숙소로 도망쳤 다. 모두가 떠난 곳에는 처음의 콧수염을 기른 검사와 발스크, 그리고 세 실리를 붙잡아온 남자, 이렇게 셋만이 다섯 구의 시체와 함께 있었다. 세실리를 데려온 남자는 어느 순간엔가 기절해 버렸고, 콧수염을 기른 검사는 얼이 다 빠진 채 일행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발스크는 피로 범벅이 된 차를 맛도 모른 채 홀짝거리며 마셨다. 무 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길.... 너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40년을 넘게 걸어 온 나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제와 생각하니.... 후회가 되는구나.... 발스크는 이렇게 말하며 잠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뭐, 일단락 져진 것 같군.... 발스크의 집을 벗어나며, 이카르트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란테르트는 말이 없었다. 묵묵히 걸음만을 옮기었다. 그러던 중, -유일한 혈육? 란테르트는 이렇게 한마디 중얼거리더니 돌연 큰소리로 외쳤다. -왜, 이제 와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클라우젠에 들어갔을 때도,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길바닥에 내팽개쳐 졌을 때도, 한차 례 돌아보지도 않은 주제에.... 이카르트는 란테르트가 외치는 갑작스런 소리에 조금 놀라 란테르트 를 바라보았다. -제길.... 그런 사람.... 잊어버리려 했는데.... 란테르트는 중얼거리며 바닥을 향해 고개를 떨구었고, 이카르트는 곁 에서 다만 그의 이름을 부를 뿐이었다. -란테르트.... 란테르트는 잠시동안 그렇게 걷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이카르트를 바 라보았다. -아까, 고마웠어. 어느 정도 평정을 되찾은 모습이었기에, 이카르트는 안심하고 미소지 으며 대꾸했다. -뭐.... 동료잖아. 란테르트가 웃으며 대꾸했다. -동료? 아직도? 이카르트도 따라 웃었다. -이제야 친구가 된 건가? 란테르트는 약간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를 이용해 먹고 버리지만 않으면, 온전한 첫 번째 친구가 되는 거 고.... 아니면, 다섯 번째로 나를 배신한 사람이 되는 것이고... 이카르트 역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란테르트의 말에 대꾸했다. -아직 완전히 믿지는 않는다는 뜻이군.... -나는 원래 남을 신용하지 않아. 친구, 아버지, 은인, 스승.... 그 누구도 믿지 않아. 내가 믿는 사람은 오직 세상에 두 사람 뿐이야.... 이제는 한 명이 되어 버렸지만.... 이카르트는 왠지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란테르트가 웃어 보 이는 얼굴에 그런 기분은 한 번에 떨쳐 버렸다. -그건 그렇고, 친구가 된 기념으로 한가지 부탁해도 괜찮을까?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기 위한 친구가 아니었던가? -오해는 마. 친구는 친구이고, 부탁은 부탁이니까. 란테르트는 웃음을 지우며 이렇게 말했고, 이카르트는 여전 미소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당분간.... 라브에를 보호해 줘. 크란트 항에 한 번 들려야 할 것 같아.... -클라라 인가 하는 사람 때문인가? 이카르트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어디 있는지 확실히는 모르잖아. -그래도 한 번 찾아는 봐야지.... 이카르트가 손을 들어 머리를 글쩍였다. -그러면, 내가 수고하는 김에 한가지 더 하지.... 그 여자의 행방도 알아봐 주겠어.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는 고맙다는 표정으로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정말 고마워. 이카르트가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란테르트는 그런 이카르트의 말에 당황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얼버무 렸다. -또, 농담인가? 이카르트 역시 슬쩍 웃으며 말을 흐렸다. -뭐, 그럴지도. 둘은 이렇게 케트나시를 벗어나 동북으로 걸음을 향했다. ------------------------------------------------------------------ 후깁니당. 옷.... 종종 날아오는 독촉 메일.... 기쁘면서도.... 전, 매일 하나씩이라도 올라오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비축분을 아껴가며 올리고 있는데.... (현재 30장 조금 안되는 양이....) 모르겠네요.... 암튼, 오늘과 내일 모레..... 싱크로 400퍼센트에 성공 하면, 다음 월요일 부터는 조금 많이 올라갈지도 모르겠네여....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욧.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37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8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5 21:47 읽음:168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2. 모라이티나, 세계 제일의 마족 사냥꾼....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떠난 지 이틀째 되는 날, 에라브레가 케트나 시로 들이닥쳤다. 그리고는 여기 저기가 찢겨나간채로 방치된 두구의 시신과 만났다. 생김새를 보아서는 분명 그들이었다. 나름 데로의 정 보통을 통해 에라브레는 이미 그 50명의 이름은 물론이거니와 생김새 와 쓰는 병기, 신체상의 특징 등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렇기 에, 그녀는 이 두 시신이 바로 다크 미스트의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럴 수가.... 다행히 겨울이어서 인지, 시체는 썩지 않고 그대로 얼어 있었다. 창 백하게 은은한 회색을 띠며 눈을 까뒤집고 죽어있는 모습은 목불인견, 그 말 그대로였다. 에라브레는 그 두 참혹한 시신을 보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이 말은 상대의 모습이 비참해서 내뱉은 말 같지는 않았다. 에라브레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이미 절반 이상의 용병들이 몸에 부상을 입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 었다. 처음 에라브레가 도착했을 때, 몇몇 사병들이 시체를 보여주라는 발 스크의 말을 무시한 채 에라브레에게 시비를 걸었다. 하지만, 싸움은 여덟명 도전에 네명 중상, 나머지 네명 경상, 이라는 참혹한 결과로 끝났다. 만약 다른 한 용병이 그 두 시체가 있는 곳으로 에라브레를 안내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아, 아가씨.... 분명 이들 입니다. 제발.... 우리들을 건들지 마십 시오. 에라브레가 검을 뽑아들자, 에라브레를 안내했던 용병이 사색이 되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에라브레는 냉막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그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 았다. 그리고는, 검을 들어 천천히 시체에게로 다가갔다. 널브러져 있는 용병도, 간신히 무기를 집고 서 있는 용병들도, 그리 고 에라브레를 안내했던 사내도, 모두들 에라브레의 그런 행동을 숨하 나 크게 내쉬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보기에도 섬뜩한 미소 를 지으며 검을 시체에 내리쳤다. 퍼억. 그리고 다시 한 번. 또 한 번.... 에라브레는 평소에 피나는 노력으로 갈고 닦은 쾌검식을 이용해 시체 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시체는 비록 피가 흐르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굉장히 흉한 꼴을 당하였다. 살점이 떨어져 사방으로 후드득 떨어졌 고, 뼈가 다 드러나도록 에라브레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하하하하.... 에라브레는 무어가 그리 즐거운지 하늘에 대고 크게 웃었다. 하지만, 눈에는 눈물이 가득 어려 있었다. 그런 그녀의 웃는 모습은 차라리 울 음에 가까웠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중, 비위가 약한 사람은 배를 움켜쥔 채 토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도 얼이 빠진 채 고개를 외면하거나 멍청한 모습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살이 찢기 우고, 뼈가 잘리운채, 시체는 갈가리 분해되었다. -이로써 19명이다.... 서른 두녀석 남았어.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검을 들어 보였다. 검에는 시신에서 묻어 난 피가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오십 한명.... 언니를 위해.... 오십 한 명을....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린 후, 피도 닦지 않은 채 검을 검집에 넣 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안내한 용병에게 물었다. -이 녀석들을 죽인 녀석이 누구지? 용병은 에라브레의 이런 악귀 같은 모습에 더더욱 질려, 벌벌 떨며 답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남자 둘이었는데.... 한 명은 파란 머리칼 이였고, 다른 한 명은 보라색 머리칼이었습니다.... 그중 파란 머리칼 의 남자가 이 둘을 죽였는데.... 단 일검만에 승부를 냈습니다.... 에라브레의 안색이 대변했다. -일검에? 정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는 그 남자를 무시한 채, 에라브레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일검에.... 내가 싸웠더라면.... 적어도 반시간은 걸려야 이 둘을 죽였을 텐데.... 일검에....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순간 한가지에 생각이 미치며 얼굴 에 경악이 스쳤다. -그.... 그가?.... 그의 실력이라면.... 가능하겠지....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로.... 그는 언니의 복수도 포기한.... 게다가 언 니를 죽게 만든 녀석이야.... 그가 아닐 꺼야.... 에라브레는 연신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가 끄 덕였다를 반복했다. 주위의 용병들은 에라브레가 한차례씩 몸을 움직일 때마다 움찔 움찔 하며 에라브레의 눈치를 살폈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들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듯, 그대로 그 저택을 벗 어났다. -다음은, 그라난 마을이야....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동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5일쯤 걸려 크란트 항에 도착했다. 케트나시 와 크란트 항은 서로 200휴하 (1휴하=약 1킬로미터) 가까이나 떨어져 있어 보통 사람의 걸음으로는 10일 가까이나 걸릴 거리였으나, 그 두 사람은 5일만에 도착해 버린 것이다. 이카르트가 그 5일 동안의 질주를 끝마치고 항에 들어서면서 내뱉은 한마디가 바로, -오, 역시 필살의 50휴하 걷기군. 란테르트 넌 인간이 아니야. 였다. 확실히 인간이 5일 동안 걷기에 200휴하는 먼 거리였다. 이카르트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그 클라라라는 여자는 여전 크란트 항에 머물고 있는 듯 했다. -이 근처인가?.... 지금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이 두 사람이 서있는 곳은, 크란트 항의 빈민가였다. 항구의 부둣가 전면에 늘어선 깔끔한 걸물, 그 뒤쪽의 여 러 상점, 그리고 나서야 그 다음에 위치하는 것이 바로 이들 빈민가였 다. 두서너 걸음에 문이 하나씩 있었고, 집들은 모두 판자로 얼기설기 지 어놓아 당장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길가로는 걸쭉한 녹색 빛의 역겨운 하수도가 흐르고 있고, 거리는 여러 오물로 잔뜩 더 러워져 있었다. 해질 무렵. 2월도 거의 끝나가고 있는 늦겨울이었으나, 거리는 싸늘 한 바람으로 그득했다. -위치를 알고 있어도 찾기 힘들군.... 이카르트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날씨가 차서 인지, 거리를 거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둘은 세 집에나 물어서여 간신히 클라라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흙으로 벽을 만들고, 군데군데 나무로 얼기설기 끼워 맞춘, 빈민가의 전형적인 집모양 그대로였다. 나무문은 썩어 여기 저기 구멍이 뚫렸 고, 희미한 빛이 밖으로 세어 나오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잠시 이카르트를 한차례 바라보고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문을 살짝 두드렸다. -누구.... 세요? 문안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조금도 힘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이렇게 답한 그녀는 이내 몇 차례나 폐부를 쏟아낼 듯한 기 침을 내질렀다. -아, 그게.... 란테르트는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더듬거렸고, 여자는 그 런 란테르트를 향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곤란합니다.... 제가 몸이 않좋아서요.... 다음에 들려 주세요.... 그녀는 이 짧은 말을 하면서도 몇 차례나 도중에 쉬었고, 연신 기침 을 해댔다. -그게 아닙니다. 다만....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기침소리에 가슴이 아파 왔다. 그때문인지 목소리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남자아이가 거리 저쪽에서 달리듯 걸어오더니 란테르트 바로 곁에 섰다. 그 아이는 목을 꺾어 한참이나 위에 있는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세요? 저희 집에 오신 손님이신 가요? 아이는 웃지 않았다. 약간은 적대적인 눈초리로 란테르트를 쏘아보았 다. -오늘은 안돼요. 엄마가 아파요.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돌연 눈물이 핑 돌았다. 란테르트는 눈물에 흐 려진 시야로 안력을 돋워 아이를 바라보았다. 수수한 금발을 가진 조금은 평범해 보이는 7살 가량의 꼬마였다. 눈 동자는 엷은 초록색 이였고, 허름한 옷차림임에도 눈빛은 너무나 맑았 다. 그때, 안에 있던 여자가 조심히 문을 열었다. -로인, 어서 들어오렴. 금발의 소년은 여자의 말에 쪼르르 달려 안으로 들어갔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들어 여자를 바라보았다. 어스름한 저녁 불빛에 비췬 그녀의 모습은, 보기에 딱해 보일 정도로 초췌해져 있었다. 광대 뼈가 약간 불거져 나왔고, 병 때문인지 안색이 몹시 좋지 않았다. 머 리칼은 소년과 마찬가지로 금색이었으나, 본래의 반짝임을 모두 잃어 버렸다. 란테르트는 그녀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고, 그 여자는 그런 란테르 트의 시선에 괴이함을 느끼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파 란 머리칼의 남자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카르트는 몇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 고는 란테르트를 향해 말했다. -어서, 말을 해봐. 란테르트. 이카르트의 이 말에, 여자는 안색이 대변했다. -란.... 테르트? -클라라 누님.... 란테르트는 상대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듯한 반응을 내보이 자, 드디어 말문이 열렸다. -클라라 누님.... 란테르트는 두 번이나 그 여자의 이름을 불렀고, 여자는 한참이나 멍 하네 란테르트를 살피다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물었다. -정말.... 정말 네가 란테르트 인거니?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루렌드 가의 란테르트입니다. 여자는 한참이나 란테르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마침내 한 숨을 한차례 내쉬었다. -어서 들어오려무나.... 날씨가 차구나.... 란테르트는 눈물 어린 얼굴로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고는 안으로 걸음 을 옮겼고, 이카르트도 조용히 뒤를 따랐다. ----------------------------------------------------------------- 에구구.... 왠지 기분이 별루라서.... 그냥 하나 더 올립니다... 사라져라 비축!!!.... (이런걸.... 피학성.... ??.... 라고 하나?) 소제목은 위와 같지만.... 티나짱은 52화에나 등장합니다. 이 아이디 주인이 그럭 저럭 잘된 캐릭터 라고 하는.... (기대는 마세요.... 제 수준에서 그렇다는 말이니까....^^;;;...) 아무튼.... 저는 1부를 20화 정도 남긴 부분을 쓰고 있습니다. 80화 정도? 저는 일단 써놓고 자르기 때문에 제가 쓰고 있는 부분이 몇화인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 계속해 봐 주셔서....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습당.... 그럼.... 물속에 고개를 처박고 가갈갈갈 거리고 있는 수룡 아그라가.... PS.... 기분이 꿀꿀해서인지.... 후기쓰는 것도 귀찮네요.... (그래놓고, 후기 많이도 썼네.... ^o^;;;)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게시판-SF & FANTASY (go SF)』 939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49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6 06:15 읽음:167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방안은 밖만큼이나 초라하고 허름했다. 간신히 한쪽에 침대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앞에는 방과 부엌을 나누려는 듯, 천쪼가리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부엌에는 낡은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의자가 네 개 탁자 곁에 놓 여 있었다. 하나같이 낡고 삐그덕 거리는 것이, 이 집안의 사정을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차라도 한잔 대접하면 좋으련만.... 클라라는 따듯하게 대운 물을 란테르트와 이카르트에게 따라주며 이 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덤덤히 웃으며 대꾸했다. -차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클라라는 한참동안이나 란테르트를 멍하니 바라보았 다. 여전 믿겨지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옛일을 생각하는 눈치였다. 로인이라는 아이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두 사람 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눈매에는 여전 경계의 빛이 서려 있었다. 클라라는 그런 로인을 향해 말했다. -로인, 어서 인사드리렴. 삼촌이란다. 클라라의 말에 로인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란테르트를 바 라보았다. -삼촌? 이라고요? 아이의 말에 클라라는 쓸쓸히 미소 지었다. 한숨을 한차례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로인의 말에 답했다. -그래.... 삼촌이란다. 로인은 돌연 희색을 띄더니 란테르트를 향해 인사했다. -삼촌. 만나서 반갑습니다. 란테르트는 희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그래.... 정말 만나서 반갑구나. 이리와 보렴. 란테르트의 말에 로인은 쪼르르 달려 란테르트에게 다가왔고, 란테르 트는 그를 번쩍 들어 자신의 무릎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한참동안이 나 로인을 바라보았다. -몇 살이지? 로인은 손을 들어 7개의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일곱 살이요. 삼촌은 검사세요? 로인은 란테르트의 허리에 메어져 있는 검을 보더니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검사란다. 그때 클라라가 말했다. -란테르트.... 그날.... 그렇게 집을 뛰쳐나가고 나서.... 그래도 건 강히 있었구나....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사람과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클라라는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이내 다시 무덤덤한 표 정으로 바뀌었다. -어느 샌가 집에 돌아온 모양이구나.... 나는 11년이나 떨어져 있 어.... 란테르트가 클라라의 말을 끊었다. -몇 일전 11년만에 집에 들린 것입니다. 일 때문에, 그의 집인지도 모르고 들어갔고,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클라라는 란테르트를 한차례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네가 집에 다시 돌아갈 아이가 아니지.... 옛날부터 너는 참 독한 아이였지.... 좋게 말하면 의지가 강하다 할까? 란테르트는 고개를 들어 클라라를 바라보았다. 클라라의 입가에는 아 주 여린 미소가 베어 있었다. 옛날의 란테르트를 생각하는 모양이었 다. -어떻게 하다, 검사가 된 거니? 클라라가 물었으나,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복잡합니다.... 그보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떠나있던 11 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클라라는 조용히 란테르트를 바라보고 있다 눈물 을 한 방울 볼 위로 흘려보냈다. -많은 일이 있었지.... 많은 일이.... 클라라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네가 그날.... 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집을 떠난 후.... 너의 아버 지라는 그 작자는, 나의 엄마와 오빠를 죽였다. 클라라의 말에 란테르트는 크게 놀라며 클라라를 바라보았고, 클라라 는 사실 그대로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더러운 짓을 한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서 였겠지.... 짐승이 그래도 부끄러움은 알았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나를 팔았지.... 다 른 여자들을 팔아 치우듯.... 돈에 미친 짐승....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다지만.... 자신의 딸을.... 클라라는 이렇게 말하며 울기 시작했다. 애절히 흐느끼지도 않은 채 곧바로 앉아 눈물만을 계속해 흘리고 있었으나, 그 모습은 굉장히 슬 퍼 보였다. -나는 1년간이나 이곳 저곳을 굴러다녔다. 내가 한 일이란 것.... 너 도 알고 있겠지?.... 꼭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더구나.... 그러다가, 이 아이의 아빠를 만났다.... 내 나이 18 살.... 이미 3년이나 이 바닥을 구른 후였다. 서른 가까이나 먹은 노 총간인 그는 나에게 반했다면서 그때까지 모은 전 재산을 털어 나를 샀다. 그리고는 이 크란트 항에 정착해 몇 년간을 살았지.... 그리고 는 3년전 나를 두고 먼저 떠나 버렸어.... 무정한 남자....끝까지 책 임을 져야지.... 하지만, 원망은 않는단다.... 고마운 분이니까.... 로인은 어느 샌가 란테르트의 무릎에서 내려와 엄마에게 몸을 기댔 다. -엄마.... 울지마.... 내가 돈을 많이 벌어올게.... 오늘도 1하르나 벌었는걸.... 로인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은회색의 동전을 하나 꺼내들었다. 클라라는 그런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으며 흐느꼈다. -로인.... 그런 힘든 일 하지 말아라.... 아직 항구에서 일할 만한 나이가 아니야.... 란테르트는 그런 광경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는 가방을 열어 묵 직한 가죽 주머니를 꺼냈다. -클라라 누님.... 당신은 제게 몹시도 잘해준 얼마 안돼는 사람중 한 명입니다.... -너는 불쌍한 아이잖니....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니.... -하지만, 그런 불쌍한 아이에게 동정 어린 눈길을 보내주고, 따듯한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은 누님 한분 뿐이셨습니다. 그런데.... 누님은 너무 늙으셨습니다. 란테르트의 말대로, 클라라는 나이에 비해 늙어 보였다. 이제 26살에 불과한 그녀의 겉모습은 30을 넘긴 듯 보였다. -늙었다고?.... 그럴지도.... 클라라는 내뱉듯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가죽 주머니에서 금화 100 개를 꺼내 들었다. -저는 제게 칼을 들이대는 자는 저를 적대시한 정도에 따라 그대로 돌려줍니다.... 하지만, 제게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는 한심할 정도로 은혜를 갚지 못했습니다.... 클라라는 란테르트가 꺼내든 금화에 눈이 다 휘둥그래졌다. 놀라 잘 떨어지지도 않는 입으로 간신히 란테르트의 말에 대꾸했다. -은혜랄 것도 없다.... 다만.... 네가 불쌍했고.... 그래서 잘 대해 준 것뿐이란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누님은.... 마음이 따듯한 분이십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금화 100개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 고는 그중 하나를 집어들어 로인의 앞에 들이댔다. -네, 그 하르제 동전과 이 금화.... 너는 어떤 게 더 귀하다 생각하 니? 로인은 반짝이는 금화에 넋을 다 뺐기고 있다가 란테르트의 물음에 엉겁결에 답했다. -금화는.... 1만 하르의 값어치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금화가 더 귀한 것 아니에요? 란테르트는 로인의 대답에 미소지으며 그 금화를 로인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한차례 거칠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너희 엄마는 너의 손에 있는 그 때묻은 1하르 짜리 동전을 더 귀하게 생각 하신 단다.... 로인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클라라를 바라보며 물 었다. -엄마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클라라는 로인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왜요? 로인이 물었고, 클라라는 어머니다운 자애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로 인을 끌어안으며 답했다. -그야, 우리 로인이 손수 벌어온 돈이니까.... 란테르트가 그런 클라라를 향해 말했다. -100만 하르입니다. 비록 제가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만.... 이건 다른 사람을 위해 쓸 돈입니다.... 결코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 요.... 로인의 1하르를 아끼듯, 저의 100만 하르를 아껴 주세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클라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천만의 말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니? 100만 하르다.... 내가, 아니 이 빈민촌의 모든 사람들이 평생동안 모을 수 있는 돈보다 많은.... 나는 이것의 100분의 1만 주더라도 너에게 큰 은혜를 입는 것이란다.... 클라라는 이렇게 말하며, 로인의 손에 있는 금화를 한차례 바라보았 다. -1만 하르라는 돈이면.... 조그만 장사도 시작 할 수 있다.... 로인 에게 쥐어진 돈만을 받겠다.... 란테르트는 서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받아 주십시오. 클라라는 사실, 돈이 필요했다. 로인의 양육을 위해서도, 그리고 이 런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픈 마음 때문에도, 그녀는 돈이 필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주는 돈을 성큼 받을 입장도 못되었다. 게다가, 100만 하르라니.... 100만 하르면 아주 커다란 농장을 하나 구입해 경작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게다가, 사실 그녀가 란테 르트에게 베푼 은혜라는 것도 미미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란테르트에게 해준 다정한 행동이 100만 하르의 값어치가 있다고는 생 각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너무 부담스럽단다.... 네게 해준 것도 없는데.... -제 성격 아시지요? 독하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클라라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돌연 한 가지를 떠올리며 이렇게 물었다. -이 돈은 어떻게 번 거지? 만약 부당한 방법으로 번 돈이라면, 받지 않겠다. 란테르트는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사람을 죽여 번 돈입니다. 클라라의 안색이 변했다. -사람을 죽여? 강도 짓을 했다는 말이니? 란테르트는 슬쩍 웃으며 말했다. -강도질로 100만 하르나 벌었다는 사람 들어보셨습니까? 용병 일을 했습니다. 클라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러다 보라 색 눈동자를 한 한 사내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는 순간 얼굴이 달아 오름을 느꼈다. 이카르트의 마력에 가까운 매력 때문이었다. 클라라는 고개를 흔들며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내 정신좀 봐.... 함께 오신 분은? 이카르트가 란테르트를 대신해 인사했다. -이카르트라고 합니다. 란테르트의 친구이지요. 클라라는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이카르트는 살짝 고개를 까 딱여 인사를 받았다. 란테르트가 말했다. -가 봐야 겠습니다. -하루쯤 묶어가지 그러니? 클라라가 당황하며 말렸으나, 이내 쓸데없는 말임을 깨달았다. 이 좁 은 방에 그들 둘이 잘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급한 일이 있습니다. 훌륭한 집을 구입하십시오. 반드시 하룻밤을 묶겠습니다. 란테르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정말.... 이 돈을 모두 내게 주는 거니? 정말 괜찮은 거야? -부담 갖지 마십시오. 제가 한 번 무언가 하려 마음먹으면, 그 제 마 음은 어느 것으로도 바꿀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지요? 클라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조금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만. 란테르트는 그런 클라라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이고는 조그마한 조카 로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어깨가 한 손에 들어오 는 커다란 손을 로인의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 -로인. 남자는, 강해야 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을 정도 로....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로인은 고개를 다부지게 끄덕였다. 하지만, 어린 아이여서 인지 결의 가 비장하다라기 보다는 귀엽게 느껴졌다. -알았어요. 삼촌. 삼촌처럼 강해지겠어요. 란테르트가 웃으며 물었다. -내가 강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지? 로인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요한 할아버지가 말해 주셨어요. 강한 사람은 보면 한 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무언가 다른 느낌이 그 사람에게서 흘러 나온다고요. 란테르트는 몸을 일으켰다. -그래, 그렇지.... 하지만, 나만큼 강해서는 안돼.... 사랑하는 사람 하나 지켜내지 못한 나같은건.... 아무 쓸모도 없으니까.... 돌연 이런 말을 내뱉으며 슬픈 표정을 짓는 란테르트의 모습에, 로인 은 자신도 모르게 우울해졌다.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닐꺼에요.... 란테르트는 로인의 말에 한차례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클라라 를 향해 말했다. -이제 가야겠습니다. 남은 생만이라도.... 즐겁게 사세요....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지금 가면 언제쯤이나 돌아올 수 있는 거니? 그리고, 내가 이사가 면.... 어떻게 나를 찾아오려고? 란테르트는 멈추지 않은 채 집을 벗어나며 답했다. -그런 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한 번 더 들리겠습니 다. 제 성격 아시죠? 이카르트 역시 살짝 고개를 숙여 두사람에게 인사한 후, 란테르트를 따랐다. 둘은 순식간에 멀리 떠나갔다. -란테르트?.... 거의 잊을뻔 했어.... 저런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 을.... 내게도 가족이 있었다는 것을.... 클라라는 허물어지듯 문지방에 주저앉으며 란테르트의 뒷모습을 전송 했다. 이젠, 거짓으로 기침을 할 필요도.... 아들을 위해 몸을 팔 필 요도 없었다. 즐거워야 할 터이지만, 그녀는 눈물이 앞섰다. -저 아이의 앞날에.... 데로드님의 가호가 있기를.... 두사람의 모습이 어둠 저편으로 사라질 무렵에야, 그녀가 간신히 내 뱉은 말이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939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0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6 06:15 읽음:167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클라라의 집에서 나온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잠시동안 묵묵히 걸음 을 걸어 크란트 항의 외각으로 향했다. -의외인걸.... 울보가 눈물을 다 참고. 항구를 벗어날 무렵까지 입을 다문 채 묵묵히 걷기만 하던 두 사람 중, 이카르트가 한차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울보? 란테르트가 이렇게 묻자, 이카르트가 잇는 힘껏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울보. 벌써 몇 번이나 내 앞에서 눈물을 흘렸잖아.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잠시 울보란 말을 되뇌었다. -울보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한 사람만을 위해 울 어.... 사피엘라 그녀를 위해서만.... 그녀를 위한 눈물은, 결코 아끼 지 않아.... 그리고.... 그녀와 무덤 앞에서 약속했어. 그녀를 위해서 가 아니라면 절대 울지 않기로.... 이카르트가 중얼거렸다. -그래?.... 하지만 조금 아쉬운걸.... 란테르트가 물었다. -왜? -그야, 네가 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으니까.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울보라고 놀리는 것이 재미있나 보군....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아니. 네가 우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거든. 처음 네게 반한 것도, 네 가 사피엘라인가 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떨어뜨렸을 때니까....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움찔 했다. -저기.... 조금 더 어휘 선택에 신중을 기해 좋으면 좋겠군.... 반했 다는 말은 조금.... 이카르트가 웃었다. -정말이야. 네게 반했어. 란테르트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어둠이 짙게 깔린 너른 소이스 평야를,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이카르트의 표정이 두려워 한참 동안 이나 그를 쳐다보지 못했다. -역시 마족은 이상해.... 란테르트가 한참 후 자신의 곁을 걷고 있는 이카르트를 한 번 흘끗 쳐다본 후 조그맣게 중얼거린 말이었다. 에라브레가 있는 곳 역시 밤이었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있는 곳 이 그렇듯.... 란테르트 등이 케트나시에서 크란트 항까지 움직인 5일 동안, 에라브 레 역시 5일 동안 걷고 또 걸어 소피카 동남쪽의 평야인 소이스 평야 의 중앙에 있는 탄이라는 도시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탄 시는 이전, 소피카 왕자를 도와주었던 추억이 있는 곳으로, 에라 브레는 도시에 들어서자 마자 알 수 없는 수심에 잠겨 버렸다. 그런 건, 이미 낮의 일이고, 에라브레는 지금 도시 안의 한 주점에서 왠 여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여자는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표정 변화도 거의 없이, 약간은 냉소적인 미소를 입에 띈채였다. 머리칼은 거의 흰빛에 가까운 엷은 푸른빛의 직모로, 엉치까지 길어져 있다. 그리고, 옷은 사제복 비슷한 것을 걸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 어깨 위에 올려져 있는 한 마리의 새였다. 꽁지가 긴 그 새는 몸의 길이와 꽁지의 길이가 각각 한뼘 가 량 되었는데, 언뜻 보아서는 푸른색인지 흰색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 았다. 굉장히 귀여운 새로, 주점 안의 아가씨들 거의 다가 그 새를 멍 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파란 머리칼의 여자는 시선을 새에게로 둔 채 계속해서 새를 어루 만져 주고 있었다. 비록 에라브레와 대화를 하고 있었으나, 그녀를 바 라보는 시간보다 새를 돌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요? 그들이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면, 저로 써는 쫓을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에라브레가 초조한 표정으로 그 푸른 머리의 여자에게 말했고,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그런 에라브레에게 잠시 눈을 돌렸다가 이내 다시 새 에게로 시선을 옮기었다. -몇 일 늦어질 뿐입니다. -며칠이 아닐꺼에요.... 계속해 그런 식으로 도망을 다닌다면.... 에라브레의 말에 그 여자는 여전 표정변화 없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 건 저와 상관없는 일입니다. 에라브레가 순간 얼굴에 노기를 띄웠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을 움직일 수 없게 묶어 둔다거나, 아니면 저를 그들이 있는 곳 으로 단번에 이동시켜 주실 수는 없나요? 에라브레의 말에 여자가 되물었다. -또, 다시 계약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에라브레는 그녀의 물음에 머뭇거리며 답했다. -그, 그건 아니지만.... 분명 그때 계약한 내용에 따르면.... 파란 머리의 여자가 말을 가로챘다. -51명의 위치를 찾아주고, 그들을 죽일 수 있게 해달라.... 이것 아 니었습니까? -그러니까.... 그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아니에요. 에라브레가 힘없이 답하자, 그 여자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계약 외의 내용입니다. -그럼.... 다시 계약해요.... 에라브레의 말에 상대편 여자는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새를 바라본 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은 이미 계약물로 내 놓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당신은 그 때 계약의 조건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고, 상대편 여자는 여전 표정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그건,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놓은 것입니다. 그 때문에 당신은 이제 계약의 조건으로 내걸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에라브레는 그녀의 말에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때 상대편 여자가 고개를 돌려 에라브레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설마 그 계약의 조건이 목숨까지 내건 것이라는 걸 몰랐던 것은 아 니지요? 에라브레는 그 여자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 정도의 마족과 계약을 하는데.... 적 어도 그 정도의 조건은 내걸어야 할 것 같아서.... 마족. 에라브레의 입에서 마족이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파란 머리칼 의 여자가 마족인 모양이었다.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잠시 그런 에라브레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다시 새에게로 향했다. -당신의 언니라는 사람.... 그렇게나 소중한 사람입니까? 당신의 목 숨을 걸 정도로?.... 에라브레는 그녀의 물음에 주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저의 모든 것.... 이니까요. -그렇군요.... 모든 것이라.... 여자는 잠시 눈을 감은 채 생각에 잠기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다섯 사람은 열흘 안에 죽습니다.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서.... 에라브레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설마, 그 케트나시의 두 용병을 죽인 사람은 아니겠지요? 푸른 머리의 여자는 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군요.... 하지만, 케트나시에서 그라난 마을까지, 직선거 리만도 300 휴하(1휴하=약 1 킬로미터)가 남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 어떻게 열흘만에.... 에라브레는 중얼거리듯 이렇게 말했고, 푸른 머리칼의 여자가 대꾸했 다. -그 정도 거리면 그들은 열흘 안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말에 에라브레가 물었다. -그들이라고요? 당신은 알고 있군요.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답하지 않았다. 에라브레가 다시 한 번 재촉했다. -제발 말해 주세요. 누구죠? 그, 그 사람인가요? 푸른 머리칼의 여자가 되물었다. -그 사람 이냐니요? -제가.... 51번째로 찾아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 말입니다.... 푸른 머리칼의 여자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물었다. -어째서 그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에라브레가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요.... -그렇군요.... 자,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고, 에라브레 역시 함께 일어나며 외치듯 말했다. -제발, 말씀해 주세요.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그런 에라브레의 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 점을 나섰다. 에라브레는 서둘러 그녀의 뒤를 쫓았으나, 어느 사이엔가 그녀의 종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에라브레는 새까만 골목의 어둠을 멍하니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한 번 내쉴 뿐이었다. ------------------------------------------------------------------ 호홋.... 이 푸른 머리칼의 여자가 누굴까요? 맞추시는 분께는.... 대단하다는 쪽지 보내드릴꼐욧. (이거.... 이벤트인가?.... ^^;;;) 이 여자 꽤나 중요합니당. (관심 없으시다구요? 흑흑....) 그런데.... 언제나 생각하는건데.... 제 글 조금 지루하지 않나요? 상황 진행도 느린편이고.... 별 재미없는 이벤트가 중간 중간에 꼬박꼬박 들어있고....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이 꽤 되는걸 보면.... 그럭 저럭 볼만은 한것 같은데... 모르겠네여.... 그래서 말씀인데.... -좀 밟아 주세욧!!!! (앗, 그럿다고 정말 밟으면.... 꿈뜰거리지도 못하고 죽어버립니닷!!! 밟은때는 적당히 자근자근....ㅠ_ㅠ;;) 간단한 것이라도 좋으니, 비평 비슷한것 보내 주세요. (메일로요....) 그래주시면.... 답례메일 보내드리겠습니다....^^;;;; (호호호.... 무보수 무노동의 원칙은, 이로써 깨져버리는 거다... 핫핫..^^;) 그러믄.... 즐거운 통신 되셔요.... 졸려 헤롱거리는, 수정령 루플루시아님의 꼬봉....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40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1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6 14:06 읽음:169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에라브레가 정체 불명의 여자와 만난지 9일째 되는 날 저녁.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위다의 그라난 시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을 걷고 있었다. 익히 아는 곳이다. 특히 란테르트는.... 에카숲. 그녀들과의 추억이 가장 많이 어려 있는 곳.... 란테르트는 숲 남부의 한 지역에서 멍청히 서 있었다. -여기야.... 피엘을 처음 만난 곳.... 그는 벌써 3년도 넘게 지난 옛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카르트는 곁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서서는 란테르트를 향해 물었다. -너의 사피엘라.... 그렇게나 소중한 사람 인 건가? 란테르트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답했다. -물론.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이니까. 이카르트는 엷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역시 남자 모습으로 있길 잘했군....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뜸금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였다. 이카르트의 표정이 약간 불쾌하게 변하며 중얼거렸다. -이래서 이 에카 숲은 싫어. 마물들이 멍청하기 짝이 없다니까.... 계속해 두서없이 중얼거리는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잠시 멍해 졌다. 하지만, 란테르트도 그리 오래지 않아 이카르트의 말의 뜻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두 번째의 것을 말이다. -마물이 나타났군.... 줄잡아 30마리는 되겠는걸.... 이카르트가 대꾸했다. -34마리. 골고루 섞여있군.... 멍청한 것들.... 이렇게 중얼거리던 이카르트가 고개를 돌려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물 었다. -엔클레이브로 접근을 막아 버릴까? 아니면, 한바탕 두들겨 줄까? 란테르트가 물었다. -그래도 괜찮은 거야? 마물은.... 하급이지만 마의 속성을 가진 존재 잖아.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미생물 있어봤자 도움도 안돼. 뭐, 이곳에 앉아 있다가 나한테 이빨을 드러내면 모조리 날려주지 뭐.... 란테르트가 물었다. -어째서 너를 못 알아 보는 거지? 마물이라면 마족에게는 절대 복종 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카르트가 답했다. -지금 나는 인간 이카르트잖아. 마의 힘을 모두 몸안에 감추고 있어. 안 그랬다가는 귀찮은 마법사들이나 검사들이 파리 떼처럼 달려드니 까.... 이 세상의 정의를 위해서, 라고 외쳐대며. 이카르트의 이 말에 란테르트는 처음 그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열 명의 검사와 마법사들이 그의 표현대로 파리 떼처럼 덤벼들었다가 몰 살을 당하지 않았던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벌써 34마리나 되는 마물들이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주위를 완전히 에워쌌다. 정말 이카르트 말대로 골고루 섞여 있었다. 거미 모양의 옥트라냐토 라는 마물과, 곰에 마물이 숙주한 베르라냐토 등과, 마물중 가장 무섭 다는, 표범에 마물이 숙주한 티르아냐토 그리고 마물중 가장 거대하다 는, 발많은 벌레에 마물이 숙주한 그리토 등이 있었다. 하지만, 란테르트도 이카르트도 이런 마물에는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녹색의 끈적한 침을 흘리고 있는 녀석들도, 거품을 물 며 으르렁거리는 녀석들도 있었으나,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조금전의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잠시 동안만 정체를 드러내면, 아무일 없이 이 녀석들을 쫓아 버릴 수 있잖아.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은혜는 베풀 때만 베풀면 되는 거야.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가....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까딱이고는 손을 둥글게 서있는 마물들중 한 녀석을 향해 들었다. 잠시 후, 공간이 살짝 흔들거리더니,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공간의 왜곡이 일어났다. 이어서, 퍼벅,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이카르트 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곳에 있던 마물들은 무슨 일을 당한 지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터 지며 살이 흩어져 버렸고, 다른 마물들 역시 크게 동요하며, 껙껙, 괴 상한 소리를 질러댔다. -참, 시끄러운 녀석들이네.... 녹색의 진액을 쏟으며 널브러진 마물들을 잠시 바라본 이카르트는 마 물들이 내는 소리에 이렇게 중얼거렸다. 별다른 표정은 짓지 않고 있 었다. 웃지도,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가끔 적에게 지어 보이는 냉막 한 표정도 아니었다. 이카르트는 다시 한차례 손을 들어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막 힘을 방출할 무렵, 정면으로부터 한줄기의 빛이 날아오는 것이 보 였다. 정말이지 굉장한 기세였다. 약간 파르스름한 금빛을 띄고있는 그 빛 은, 겨우 두손으로 쥘 수 있는 두께밖에 안되어 보였지만, 직경 1휴리 하(1휴리하=약 1미터) 가량의 공간을 완전히 일그러뜨려 버리며 엄청 난 바람과 함께 일행을 향해 폭사해 왔다. 그 빛이 한 번 지난 곳은, 그 빛의 기세에 바닥의 돌들이 날아오를 정도였으나, 괴이하게도 바닥의 풀들은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빛은 곧바로 날아 일행 바로 앞에 있는 마물에게로 폭사되었다. 그리 고는,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마물들이 있던 공간 자체에 흰색의 구체 가 생겨났고, 마물들은 그 빛과 함께 소멸 해 버렸다. 순간적인 그 폭발 때문에 주위는 거센 바람이 몰아쳤으나, 이카르트 의 엔클레이브 덕에 두사람 모두 머리카락 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 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빛은 몇 차례나 더 작렬했고, 주위에 있던 마물들은 하나 둘씩 자취 를 감추었다. 그리고, 이 일련의 청소 작업이 끝난 후, 그 빛을 쏜 사 람이 일행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로서, 사악한 마물을 나 모라이티나 엘 엘프그란이 해치울 수 있 었다. 호호호.... 자욱한 먼지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여자였다. 아무리 보 아도 15, 6세 가량의 소녀로, 키는 간신히 란테르트의 어깨를 넘을 듯 했다. 커다란 눈은 녹색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고, 금빛의 머리칼은 헤 어밴드 때문에 살짝 떠 있었다. 허리께 까지 오는 뒷머리는 중간에서 한차례 묶었다. 복장은, 조금 괴상했다. 무릎에도 채 닿지 않는 짧은치마에, 블라우 스와도 같은 웃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위에 망토와도 비슷한 무언가 를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뒤허리까지 흘러 내려와 펄럭이는 망토를, 망토와도 비슷한 무언 가라고 이야기한 이유는, 망토치고는 지나치게 짧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묶은 망토 끝자락에는 탐스러운 구슬이 두 개 매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소년을 떠올릴만한 늘씬한 몸을 가지고 있었으나, 겨우 굴곡이 생기기 시작한 가슴 부위에서 간신히 그가 그녀임을 알 수 있 었다. 허리에는 그녀가 여행자임을 알려주는 조그마한 가방이 매달린 허리 띠를 약간 비스듬하게 차고 있었다. 그녀는 활을 들고 있었다. 아마도 빛은 그 활에서 발사된 듯 싶었다. 란테르트가 안력을 돋워 보니, 그 활에는 시위가 없었다. 그 소녀의 키의 한배 반은 되어 보이는 거대한 활이었는데, 생김새가 굉장히 이 상했다. 손잡이를 중심으로 활대가 위아래로 각각 세갈레씩 뻗어 있었 는데, 흡사, 활 세 개를 한꺼번에 쥔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란테르트 등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무슨 영웅소설에 나오는 위대한 용사라도 되는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안심하십시오. 이 사악한 마물들은, 나 모라이티나 엘 엘프그란이 무찔렀으니까요. 그때였다. 이카르트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몇 차례 가 로 저었다. 그러더니 손을 뻗어 그 소녀 머리에 있는 헤어밴드를 낚아 채 버렸다. -뭐, 뭐하는거야? 소녀는 놀라며 손을 뻗어 이카르트가 빼앗은 헤어밴드를 빼앗으려 했 으나, 이카르트의 손을 쫓을 수는 없었다. 순간, 란테르트는 그녀의 화사한 금발 속에서 튀어나온 한 물건에 놀 라 소리쳤다. -귀? 귀였다. 풀죽은 강아지처럼 약간 쳐진, 한 뼘가량이나 되는 긴 귀였 다.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라는 소녀는 손을 뻗어 귀를 가렸다. 하 지만, 한 손은 여전 활을 잡은 채여서 다른 손으로 한쪽 귀를 가릴 수 있을 뿐이었다. -봤어요? 잠시동안 귀를 붙잡고 있던 그녀는 그제서야 소녀 같은 목소리로 이 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는 손을 뻗어 이카르트에게서 헤어밴드를 받았다. 그리고는 풀이 죽어있는 그 엘프 소녀에게 밴드를 건넸다. -자.... 않봤어. 소녀는 란테르트의 말에 물끄러미 란테르트를 바라보았고, 얼굴이 조 금 발그스레해지며 헤어밴드를 받아들었다. 이카르트가 헤어밴드를 머리에 두르고 있는 모라이티나를 향해 물었 다. -아무리 봐도 성년식은 아직 안 지난 것 같은데.... 엘프가 이 대륙 엔 웬일이지? 란테르트가 곁에서 물었다. -엘프? 그럼 이 아이가 엘프? 엘프가 실재한단 말인가?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이 남쪽 무한의 바다라고 부르는 바다를 건너면 이 일곱 개의 대륙보다 훨씬 거대한 중앙대륙이 있어. 엘프들은 그곳에 살고 있지.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모라이티나에게 물었다. -무엇 하러 이 대륙에 나온 거지? 아직 성년식도 치르지 않은 엘프 가.... 모라이티나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당신.... 어떻게 우리 엘프들이 살고 있는 곳을 알지요? 인간이 아 니군요. 이카르트는 짖꿎은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물론이지. 난 마족이야.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안색이 대변하며 뒤로 깡총 깡총 두세 차례 뛰더니 활을 당겼다. 시위도 없는 활에 손을 가져가 시위를 당기 자, 황금빛의 활시위와 화살이 생겨났다. 엘프여서 인지 몸이 몹시 날 쌔, 겨우 두 번 뒤로 뛰었을 뿐인데도 두 사람과 거리가 한참 멀어졌 다. 모라이티나는 활시위를 팽팽히 당긴 채로 란테르트를 향해 물었다. -당신도 마족인가요? 그녀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인간이야. 모라이티나는 조금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다행이군요. 어서 피하세요. 저는 저 마족만을 죽이면 되니까요.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며 말했다. -모라이티나, 라고 했던가? 이름을 불러도 되겠니? 란테르트의 물음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란테르트는 말을 이었다. -그래, 모라이티나.... 어지간하면 그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아. 네가 이길 수 없는 상대니까. 라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이카르트가 말했 다. -꼬마야, 걱정하지 마. 네 손에 있는 그, 레이요니르라면 어느 정도 의 힘은 낼 수 있으니까.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 레이요니르는 강해요. 이렇게 말하며 모라이티나는 활시위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일섬. 빛은 곧바로 공간을 가르며 이카르트를 향해 날아갔다. 쾅하는 굉음, 그리고 주위를 자욱히 덮는 흙먼지. 마지막으로 원래 있던 곳에 미동도 않고 서있는 이카르트. -어, 어떻게.... 모라이티나는 사색이 되어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카르트는 살짝 미소 지어 보였다. -형편없구나. 가엘프님이 사용했을 때는 굉장했었는데.... 정말 대륙 을 쪼갤 기세였지....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가엘프 님을 알고 있어요? -1천 700년쯤 전에 한 번 뵈었지.... -아.... 모라이티나는 놀라 이렇게 탄성을 내질렀고, 란테르트는 곁에서 고개 를 절레절레 내 저었다. 1천 700년 전이라니.... 란테르트가 물었다. -그, 가엘프 라는 사람이.... 누구지? 이카르트가 답했다. -가엘프, 라피나. 엘프의 왕이지. 신에게서 불로와 불사의 축복을 받 은 유일한 엘프. 모라이티나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굉장히 아름다운 분이세요. 굉장히 강하구요.... 아참.... 모라이티나는 순간 놀라 이렇게 외치며 활시위를 다시 한 번 당겼다. -이 악마. 이름이 뭐냐? 이카르트는 가볍게 입을 움직여 답했다. -아르카이제. 모라이티나는 이 이카르트의 다섯 마디 말에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 으며, 활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아.... 이 희대의 마족 사냥꾼, 데브 스나이퍼 모라이티나 엘 엘프 그란이.... 결국 당해낼 수 없는 상대를 만나.... 이곳에 뼈를 묻는구 나....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란테르트를 향해 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 저런 악마와 어울리지 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세요.... 그리고.... 혹시 이 청초하고 아름다운 엘프가 불쌍히 여겨지신다 면.... 고향으로 이 활과 제 소지품을 돌려보내 주세요.... 이렇게 말하며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숙였다. 란테르트가 그녀의 말에 무어라 대꾸하려는 순간, 모라이티나가 고개 를 휙 들며 이카르트를 향해 빛의 화살을 날렸다. -....라고 말할 줄 알았는가? 이 희대의 악마 아르카이제여. 하지만, 여전 흙먼지만을 분분히 휘날리운채, 그녀의 공격은 실패로 돌아갔다. -정말 강하구나. 하지만, 나 이 모라이티나.... 또 다시 공격이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모라이티나는 불굴의 정신으로 다시 한차례 활시위를 당기며 이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이카르트가 흐릿하며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짐 을 느꼈고, 어, 하는 탄성을 내지르기도 전에 뒷목언저리에 시큰한 느 낌을 받으며 의식을 잃었다. 이카르트가 모라이티나를 기절시켜 버린 것이었다. 란테르트는 그 모습에 어, 하는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는 모라이티나 를 부축했고, 이내 이카르트를 보며 물었다. -죽인 건가? 이카르트가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이렇게 사지를 멀쩡히 둔 채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보았던 가? 란테르트는 그의 대답에 쓴웃음을 지었다. ----------------------------------------------------------------- 호홋, 티나짱, 드디어 등장 입니다. (예고했던것 보다.... 몇화 늦었군요...^^;;;) 성격 모티브는, 처음에는 슬레의 아멜리아 였는데.... 지금은 별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아. 그리고 상황설정은.... 처음에는 슬레 Try의 제로스와 피리아 님이었는데.... 이것 역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내 글은.... 슬레 패러디였나?....) 제 이 글의 세계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것이.... 바로 슬레이어즈 였기에.... 마족에 대한 설정과 마법 이름에 대한 설정을 슬레이서 따왔죠. 그럼.... 바보같은 AGRA는 이만 물러갑니다.... 고상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수정령 Ruflusia님의 꼬봉, 수룡 Agra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45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2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7 01:06 읽음:167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한참이나 지나서야, 모라이티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여, 여기는?.... 모닥불이 틱틱 거리는 소리를 내며 불티를 분분히 날려 올리는 곳에 두 사람의 인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모라이 티나가 담요를 덮은 채 누워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왠 냄새나는 더러운 담요에 덮여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 고는 외쳤다. -여, 여기는 어디 에요? 호들갑을 떠는 모라이티나를 향해 란테르트가 천천히 말했다. -아까 그곳이야.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조금 안정을 되찾았다. 일순간 후, 그 녀는 자신이 기절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황급히 몸을 일으켜 무기 를 찾았다. -레이요니르.... 레이요니르는 어디 있어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가 어떤 물건을 들어올렸다. 손잡이야 두 뼘 가량의 네모난 물건이 매달려 있는 괴상한 덩어리 였으나, 모라이 티나는 무어 굉장한 것을 빼앗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어서 돌려줘요. 이카르트가 웃으며 물었다. -어디서 났지? 설마 가엘프 님께서 직접 주었다는 말은 하지 않겠지? -당신 같은 악마가 그런 건 알아서 뭐해요? 어서 돌려주기나 해요. 돌연 웃고있던 이카르트의 안색이 대변하여, 얼굴이 흡사 서리라도 내린 듯 희게 변했다. -난 마족이다. 그리고 너는 숲의 정령. 서로의 관계 정도는 알고 있 겠지? 게다가 너는 나를 죽이려 했다. 이제, 내가 너를 죽이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지? 이카르트의 무미건조한 이 말에, 모라이티나는 순간 얼굴에 두려운 빛을 띄었다. 얼마전, 거짓으로 띄어 보였던 표정보다는 훨씬 덜 심각 했으나, 이번에는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는 듯 싶었다. -그,... 저.... 모라이티나는 두려워하면서라도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이카르트가 그런 그녀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묻는 말에 답하겠는가? 모라이티나는 겁에 질려 이카르트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묻겠다. 레이요니르를 어떻게 네가 가지고 있지? -그, 그게.... 저기,.... 그러니까.... 이카르트가 일갈했다. -다시 묻겠다. 네가 어째서 이 레이요니르를 가지고 있지? 이카르트의 외침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푹 숙이더니 말했다. -그게.... 절대 우리 아빠한테는 말하지 말아요.... 가엘프 님의 신 전에서 가엘프 님 몰래 들고 나왔어요.... 그녀의 말에 이카르트가 실소를 터트렸다. -훔쳐 가지고 나왔어?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돌연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그런 거 아니에요. 다만.... -다만? 뭐지? 이카르트가 물었고, 모라이티나는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말투는 처 음 만났을 때와 같이 진지하고 조금은 장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목 소리는 여전 어려서 장엄한 말투와는 완벽한 부조화였다. -비록, 지금 당신 같은 악마에게 잡혀 생사의 방향을 알 수 없게 됐 지만.... 나는 위대한 엘프의 그란 부족 족장의 딸로써 조금도 주저 않고 말하겠다. 지금 이곳 일곱 대륙의 많은 생명체들은 수많은 마물 들로 인해 굉장한 고통을 받고 있다. 신들은 그들의 일이 너무나도 바 쁘고, 또 번거로워 마물을 몰아낸다는 이 땅의 위대한 성전을 우리 정 령들에게 맡기셨다. 하지만, 커다란 전쟁에서는 서서히 마의 세력을 몰아내고 있는 우리들로써도, 이런 작은 지역의 사사로운 고통까지는 돌봐줄 여유가 없다. 그렇기에, 나 그란 부족의 엘프 모라이티나 엘 엘프그란이 손수 이 땅의 고통받는 주민들을 마물들로부터의 공포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어리고, 마력 역시 형편없기에 어쩔 수 없이 가엘프 님으로 부터 이 활을 빌 려.... 돌연 이카르트가 크게 웃으며 모라이티나의 말을 끊었다. -빌려? 훔쳤겠지. 모라이티나가 외쳤다. -단지, 가엘프 님이 출타 중이셔서.... 란테르트도 곁에서 쿡쿡 거리며 웃기 시작했고, 이카르트는 눈가에 어린 눈물까지 닦아내며 웃었다. 모라이티나는 이런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이카르트에게 소리 칠 용기는 없었다. 그렇기에 곁에서 웃고 있는 란테르트를 향해 외쳤 다. -당신, 역시 이 마족과 한패거리 였나요? 어떻게 인간이 마족과 어울 릴 수 있죠? 란테르트가 웃음을 거두며 약간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 네 연설이 너무 진지해서.... 오래간만이야 이렇게 웃어본 것.... 정말 고마워. 란테르트의 진지한 말에 모라이티나는 자신도 모르게 볼이 화끈 달아 올랐다. -천.... 만에요.... 고마워 하실 건 없어요.... 이카르트는 곁에서 이런 모습을 보며 다시 한차례 웃음을 터트렸다. -어지간히 어리숙한 엘프구나.... 너를 비웃은거야.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새침하게 코웃음을 쳤다. -이분의 표정을 보세요. 진지하잖아요. 이카르트는 졌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고, 란테르트가 그런 이카르 트를 말렸다. -그만해둬.... 아직 어린 아가씨잖아.... 모라이티나가 곁에서 란테르트의 말에 발끈하여 외쳤다. -어리지 않아요. 내년이면 성인이란 말이에요. 그녀의 말에 이카르트가 입을 쩍 벌렸다. -네, 네가? 열 아홉이라고? 란테르트가 곁에서 놀라운 표정으로 모라이티나를 한 번 바라보았다. -열 아홉? 엘프는 인간보다 잘 늙지 않는 모양이구나. 모라이티나가 볼을 붉히며 답했다. -뭐 좋잖아요.... 나이보다 젊어 보이고.... 아빠는 귀엽다고 했단 말이에요. 이카르트가 혀를 끌 끌차며 모라이티나의 말에 대꾸했다. -열 아홉 살 먹은 아가씨가 열 다섯 먹은 애처럼 보이는 건, 젊어 보 이는 것이 아니라 어려 보이는 거야. 미숙아 엘프 아가씨. 모라이티나는 이런 이카르트의 도발에 크게 노기가 일어 자리를 박차 고 일어나 이카르트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는 허리에 있던 소검을 뽑 아 이카르트를 찔러 들어갔다. -모라이티나, 그만 둬. 그의 화를 돋굴 뿐이야. 란테르트는 이렇게 외치며 모라이티나를 막으려 했으나, 모라이티나 의 몸은 란테르트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재빨랐다. 란테르트가 앞을 막아서자 마자 두발을 모아 높이 뛰어 오르더니 그대로 이카르트를 향 해 날아 떨어졌다. 두 손으로 꽉 쥔 소검은 가슴 언저리에서 이카르트를 향해 곧게 뻗어 있었고, 순식간에 이카르트를 향해 빠른 속도로 모라이티나의 몸과 함 께 날았다. -죽어라. 도대체가 경어와 평어를 뒤섞어 쓰는 것이 성격만큼이나 종잡을 수 없는 아가씨였다. 하지만, 실력은 결코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꽤나 동작이 날 카로운 것이 상당한 수련을 쌓은 듯 했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은 이카르트의 몸에서 두 뼘 가량 떨어진 곳에서 딱 멈춰 버렸고, 이카르트는 싸늘한 미소를 모 라이티나에게 지어 보였다. 순간, 거센 바람이 일며 모라이티나의 몸이 휙 한쪽으로 날아갔다. 모라이티나는 전혀 생각도 못한 상태에서 그런 반격을 당하자 당황해 손발을 휘저을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멀리서 커다란 나무 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꺄악.... 모라이티나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꼭 감아 버렸다. 더 이상 자신에게 다가오는 나무를 바라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모라이티나는 퍽 하는 소리가 나며 무언가 조금은 부드러 운 물건에 자신의 등짝이 닿음을 느꼈다.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모 라이티나의 몸은 이내 멈췄고, 모라이티나는 실눈을 살짝 떠 자신을 받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고, 고마워요.... 모라이티나의 인사에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대꾸했다. -감사는 내가 아니라 이카르트에게 해. 그가 정말 너를 죽이려 했다 면, 내가 구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잠시 멍하더니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 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뭐, 그런 것도 아니야. 다만, 란테르트가 뻔히 너를 받을 것을 알았 기에, 너를 심하게 던지지 않았을 뿐이지. 난 사랑하는 사람이 물건을 받다 다치는 건 보고싶지 않거든. 이 말에 두사람이 동시에 소리쳤다. 한 명은 화난 목소리로, -물건이라고? 라고 외쳤고, 다른 한사람은 느끼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사랑하는 사람? 이라고 중얼거렸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들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고 말했다. -그건 그렇고, 미숙아 엘프 아가씨.... -엘프그란 양이라고 불러욧. 이카르트는 화난 표정으로 외치는 모라이티나의 말은 무시한 채로 계 속해 입을 열었다. -이 레이요니르를 돌려 받길 원하나? 이카르트의 표정이 다시 차가워지자, 모라이티나는 감히 장난으로 맞 받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가지만 약속 해. -뭐죠? -난 성가신 건 질색이야. 그러니까, 나는 공격하지 마. 마물은 죽여 도 별로 상관치 않을 테니까. 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돌연 기세등등히 외쳤다. -역시....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군요. 모라이티나의 농섞인 이 말에, 이카르트가 음산히 대꾸했다. -한번만 더 나를 공격하면, 넌 죽어. 모라이티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때 란테르트가 곁에서 풀이 죽은 모라이티나에게 말했다. -일단, 잠을 자두도록 해. 내일 아침 일찍 깨워줄테니까.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 둘의 말에 거의 울상이 되어 한쪽으로 가 쪼그 리고 앉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푹 숙여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풀죽은 모습을 보고는 안됐다는 표정으로 몸을 일 으켰다. 그리고는 조금전 그녀가 덮고있던 자신의 담요를 그녀의 어깨 에 걸쳐 주고 다시 모닥불 곁으로 돌아왔다. 이카르트는 모닥불 곁에 서 그런 그의 모습을 미소 섞인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945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3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7 01:08 읽음:168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3. 재회. 다음날. 이른 아침. 아직 이른봄이어서, 숲의 새벽은 추웠다. 하얀 안개가 뽀 얗게 온 숲을 휘감고 있었고, 일행 가운데서 타고 있던 모닥불은 어느 샌가 완전히 식어, 은색의 이슬이 내려 있었다. 란테르트는 새벽의 차가운 공기에 저절로 눈을 떴고, 이내 자신을 내 려다보고 있는 한 쌍의 눈동자를 발견했다. -벌써 일어났나?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자지 않았지. 나는 별로 잘 이유가 없잖아. -아, 그렇지....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시선을 옮겨 모라이티나가 있 는 쪽을 바라보았다. 여전 작은 몸집이었으나, 환한 아침에, 그것도 열 아홉 살이라 생각하고 보니, 얼굴은 나이에 맞는 듯 싶었다. 다만, 헤어밴드에 조그마한 키 때문에 아름답다는 수식어보다는 귀엽다는 말 이 더 어울리게 된 듯 생각됐다. -슬슬 움직여 볼까? 란테르트가 밤새 이슬을 막는데 사용한 망토를 한차례 털며 이렇게 말했고, 이카르트 역시 망토를 털며 몸을 일으켰다. 등에는 그의 브세 리아를 짊어지고, 허리에는 조금은 화려한 장검을 한 자루 찬 채로, 이카르트는 그의 회색 망토를 몸에 둘렀다. 란테르트는 한차례 더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저 담요,... 어쩌지....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가 픽, 웃었다. -난 또, 저 엘프 아가씨를 바라 보는 줄 알고 질투했는데.... 역시, 너는 대단해.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이런 류의 농담에 어느덧 익숙해져 별 동요 없이 웃어 넘겼다. -내가 왜 저런 엘프에게 관심을 두겠어?.... 다만, 워낙 유쾌한 아가 씨여서, 한차례 웃었을 뿐이야. -하긴.... 너에겐 사피엘라가 있으니까.... 이카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내뱉었으나, 곧바로 후회하며 란테 르트의 얼굴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란테르트는 우울한 표정을 짓 고 있었다. -그날은 눈이 많이 왔었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한마디 내뱉고는 곧바로 우울한 기색을 떨쳐버렸 다. 그리고는 이카르트를 향해 웃으며 물었다. -오히려 네가 더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것 아니야? 어째서 그렇게 까 지 덤벼드는 그녀를 죽이지 않은 거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물으며 이카르트가 장난으로 자신의 말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의외로 심각했다. -간만에 찾아온 마계와 정령계 사이의 평화를 내 손으로 깨뜨리고 싶 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가엘프 님은 정말 무서운 존재야.... 나 같은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하지.... 아마 흑염黑炎, 나크젤리 온 님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란테르트 역시 미소를 지우며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몇 차례 끄덕 였고, 이카르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계속했다. -게다가 엘프는 이 싸움에서 중립에 가까워. 본래가 남의 일에 관여 하기 싫어하는 족속이고, 완전한 정령이 아닌, 생명체와 정령 사이에 위치한 존재들 이여서 일 꺼야.... 아무튼 그런 그들을 건드려 적으로 만들 이유는 전혀 없어.... 그때, 모라이티나가 이 둘의 말소리에 잠을 깼다. -아....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어딜 가는거에요? 란테르트가 대꾸했다. -갈곳이 있어. 계속 잘 꺼야?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됐어요. 저런 마족보다 늦게 일어나서야 우리 엘프의 수치니까요. 모라이티나는 재빠르고 숙련된 솜씨로 자신이 덮었던 란테르트의 담 요를 갰다. 그리고는 두손으로 정중히 란테르트에게 건네주었다. -정말 고마웠어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보인 후, 그녀가 건네준 요를 받아 가방에 넣었다. -그럼, 열심히 해서 스스로의 정의를 이루도록 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고, 이카르트 역시 그 엘프 아가 씨를 한차례 비웃음 섞인 얼굴로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란테르트 곁을 걸었다. 모라이티나는 잠시 그 둘을 바라보다 돌연 외쳤다. -저기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부름에 몸을 돌렸고, 모라이티나는 뛰듯이 란테르 트에게 다가왔다. -당신, 저 악마를 믿고 있나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이카르트를 한차례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 다. -일단은....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래선 안돼요.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마족을 믿어서는 절대 안된 데요. 말투는 여전 15살의 소녀였다. 아마도 응석받이로 자라난 듯 싶었다. -괜찮아. 그는 내 친구니까. 란테르트는 간단하게 이렇게 말했고, 모라이티나는 잠시 음, 하는 신 음을 내뱉으며 생각에 잠긴 듯 있더니, 돌연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를 향해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은혜를 입었어요. 그래서 그 답례로.... 당신을 저 악마로부터 지켜주겠어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이카르트는 실 소를 터트렸다. -네가 란테르트를 나로보터 지켜? 내가 보기에 너는 란테르트보다 훨 씬 약해. 그 레이요니르의 힘에 의지해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겠지 만....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나보다 강하다고요? 이 호리호리한 검사가?.... 아, 죄송해요. 나쁜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에요.... -괜찮아. 란테르트가 대꾸했고, 이카르트가 이어 말했다. -당연하지. 사실, 너야, 보통의 엘프들 만한 힘도 가지고 있지 못하 잖아. 미숙아니까. 모라이티나가 다시 발끈했다. -내가 왜 미숙아야? 이카르트가 조소하며 답했다. -거울에 대고 물어봐. 왜 미숙아인지. 란테르트가 그런 이카르트를 향해 말했다. -그만하고 어서 가자. 그리고는 모라이티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평소의 그로 돌아간, 거리 감 있는 말투였다. -엘프그란양,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 그럼.... 란테르트는 짙은 회색의 낡은 망토를 휘날리며 몸을 돌렸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슬 맺힌 숲길을 가로질 러 갔다. 본래가 이 에카 숲이 그리 우거진 편이 아니었고, 그리 숲안 깊숙한 곳도 아니었기에, 그리 큰힘 들이지 않아 숲을 벗어났다. 그리 고는, 동북 편으로 다리 힘을 올려 걸음을 걸었다. 한편 모라이티나는 계속해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두사람 뒤를 졸졸 쫓 았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입한번 벙긋 않은 채 뒤를 따랐고, 두사람은 그런 그녀를 짐짓 무시한 채 가능한 한의 가장 빠른 속도로 걸음을 걸었다. 엘프는 빨랐다. 란테르트가 각력을 최대로 올려 빠르게 발을 놀렸으 나, 시종 모라이티나를 떼어 놓을 수는 없었다. 점심 무렵, 따듯한 햇볕을 쬐며 건량을 씹어 먹을 때까지도, 모라이 티나는 두사람 뒤를 줄기차게 쫓아왔다. 란테르트는 품에서 새 건량을 꺼내 모라이티나에게 건넸다. -그리 맛은 없어도 요기는 채울 수 있을 겁니다. 모라이티나는 매우 지친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체력은 란테르트를 따 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라이티나는 밝은 미소로 답하며 란테르트가 건네는 건량을 받았다. -고마워요, 그리고 평어를 사용하세요. 어제처럼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그러겠다고 답했다. 안 그래도, 워낙 모라이티나가 어리게 느껴져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힘들 었기 때문이다. 막 일행이 식사 아닌 식사를 마칠 무렵, 한 인영이 흐릿하니 일행 앞 에 나타났다. 너무나도 화려한, 불꽃과도 같은 머리칼을 가진 풍부한 몸매의 여인, 아니 마족. 바로 아르트레스 였다. 그녀는 저번과는 달리 노출이 심한 외출복을 입고 있었는데,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이카르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흑염 기사님께 인사 올립니다. 이카르트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어나라.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숙인 채 황송하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에라브레라는 아가씨는 이제 막 위다에 도착했습니다. 여전 별 문제 는 없지만.... 케트나시에서 상당히 심한 짓을 했습니다. 이카르트가 물었다. -심한 짓? 아르트레스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한층 조아리며 답했다 -예. 그게....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의 눈치를 살폈다. 란테르트는 아르트레스가 자신을 곁눈질하자, 그녀의 마음을 눈치채 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란테르트의 말에 대꾸한 후, 입 을 열었다. -두 남자의 시체에 난도질을 했습니다. 이카르트는 그녀의 말에 무덤덤히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으나, 란테르 트는 크게 놀라며,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라브에가? 그럴 리가.... 결코 그런 짓을 할 아이가 아닌데.... 란테르트가 중얼거렸고, 아르트레스는 그런 란테르트를 향해 말했다. -복수에 미쳐 있습니다.... 거의 폭주상태지요.... 그녀는 다시 이카르트를 향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 외에는 별문제 없습니다. 그리고 아주 조그만 일인데.... 몇 일 전 왠 여자아이에게 마족 하나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마족녀석이 별볼일 없는 녀석이어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아르트레스의 말에 이카르트와 란테르트의 시선은 동시에 곁에서 멍 청히 서있던 모라이티나에게로 향해졌고, 아르트레스 역시 그들의 시 선을 쫓아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 재회라.... 당연, 란테르트와 에라브레의 재회 겠지요?... 에구구... 또 졸리네욧.... 빨리 올리고 자뻐려야지.... 그럼, 세게 최고의 그레이트 초절정 정령 루플루시아의 애완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51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4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8 07:05 읽음:165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 여자아이인가요? 아르트레스가 놀란 표정으로 묻자, 란테르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 다. -아마.... 그때, 모라이티나가 외쳤다. -난 아이가 아니야. 열 아홉, 내년이면 성인이야. 돌연 아르트레스가 노기를 띄며 외쳤다. -건방진 꼬마로군. 누구 앞이라고 큰소리를 치는 거냐? -흐흥. 누구긴, 아르카이제 앞에서지. 희대의 악마 아르카이제.... 아르카이제, 아르카이제.... 모라이티나는 일부로 억양을 바꿔가며 노래를 부르듯, 아르카이제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댔다. 모라이티나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화를 벌컥 내며 허리에 감겨있던 채 찍을 풀어 모라이티나에게로 휘둘렀다. -아주 간이 부었구나. 아르트레스의 채찍은 무서운 속도로 모라이티나를 향해 날아갔고, 모 라이티나는 그녀의 돌연한 공격에 잠시 당황하며 몸을 높이 띄워 올렸 다. 그리고는 공중에서 균형을 잡으며 멍청하게 변해버린 레이요니르 를 집어들었다. 그녀가 막 레이요니르를 손에 쥐자, 넓적한 두 개의 덩어리가 붙은 손잡이일 뿐인 활이 변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덩어리는 살아있기라도 하는 듯, 잠시 울컹거리다가 여섯 개의 가지를 위아래로 각각 세 개씩 뻗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모라이티나보다 훨씬 커다란 활이 완성되 었고, 모라이티나는 있지도 않은 활시위를 당겨 황금빛 화살을 만들어 냈다. 설명은 길었으나, 일이 일어난 시간은 순식간이었고, 공중에 있던 모 라이티나는 그대로 활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화살은 레이요니르의 시 위를 떠나 빠른 속도로 아르트레스를 향해 날아왔다. 아르트레스는 날아오는 화살의 기세가 무시무시하자 감히 받아내지 못하고 몸을 사라지게 하여 화살을 피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주위에 흙먼지가 일었고, 모라이티나는 사뿐히 활을 쥔 채 바닥에 내려섰다. 그렇게 싸움이 일단락 져 지자 그녀들은 다시 한 번 싸울 채비를 갖 췄다. -둘 모두 그만 둬요. 아르트레스, 그녀를 살려 줘요. 란테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원한다면요. 그때, 모라이티나가 아르트레스를 향해 말했다. -어째서 마족이 사람의 말을 듣는 거지? 모라이티나의 핵심을 찌르는 발언에, 아르트레스는 순간 당황하며 조 금 머뭇거렸다. -그, 그야.... 그는 흑염기사님의 친구니까.... 모라이티나가 실눈을 뜨며 미소지은 채 물었다. -그래? 그런데 왜 귀가 빨개졌지? -시끄럽다. 열 다섯 살짜리의 키와 열 한 살 짜리의 몸매, 그리고 가 슴을 가진, 열 아홉 살 짜리 꼬마엘프가 말이 많구나. 모라이티나가 아르트레스의 말에 발끈하여 외쳤다. -아줌마 같은 게.... 아르트레스가 살짝 웃으며 모라이티나의 말에 대꾸했다. -이런 건 풍만하다고 한단다. 꼬마야. -풍만? 흥이다. 모라이티나가 더더욱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하지만, 역시 할 말은 없었다. 사실인걸 어쩌겠는가? 아르트레스의 몸매는 마족인 만큼 매우 아름다웠다. 마족들이 흔히 그러듯 완벽의 미를 갖추기 보다는, 아르 트레스 스스로의 표현 그대로 풍만한 몸매였다. 게다가, 군살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역시 할말은 없을 꺼야. 세상 어떤 남자도 너 따위에게보다는 나를 보고 탄성을 내지를 테니까. 모라이티나는 아르트레스의 도발에 얼굴이 벌개질 정도로 화가 났다. -하지만, 아빠가 그랬어. 귀엽다고. 아르트레스는 한뼘 가량이나 높은 시선으로 모라이티나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강아지도, 병아리도 귀엽지. -이, 이.... 모라이티나는 눈물이 고일 정도로 화가나 한참을 더듬거리다가 이내 활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날았고, 아르트레스는 순식간에 피해냈다. 모라이티나는 쉴새없이 화살을 날렸고, 아르트레스는 한 자루의 채찍 을 휘두르며 이리 저리 모라이티나가 쏘아 보내는 빛의 화살을 날려 버렸다. 이카르트와 란테르트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들 둘의 싸움을 안주 삼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둘다 어린아이야. 이카르트는 흐뭇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곁에서 쓴웃음 을 지었다. 그는 속으로, 아, 엘프와 마족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마족 과 이야기를 하며 지켜보고 있어....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참이나 빛과 채찍이 난무했다. 종종 어린아이와 아줌마라는 말이 들려왔다. 잠시 후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멈춰라. 말은 아주 간단했다. 게다가 목소리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의 목소리는 싸우고 있던 두 사람의 귓속에 너무나도 또렷이 박혔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을 멈추었다. 아르트레스는 당연 상관의 명령이기에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손을 멈추었다. 모라이티나는 어제의 일 이후로 이카르트에게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 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카르트의 표정이 조금이라도 변할 시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굳어지곤 했다. 하지만, 완전복종인 아르트레스와 는 달리, 그녀는 곧바로 다시 아르트레스를 향해 시위를 당겼다. 레이요니르의 가장 무서운 점은, 시위를 놓는 순간 목표한 곳에 화살 이 닿는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있던 셋 모두가 보통 이라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에 화살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 보 통의 사람들이라면 빛이 번뜩이는 것 이상은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르트레스는 상관의 명령에 멍청히 서 있느라, 모라이티나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일순, 엄청난 힘이 자신의 오른편 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느끼며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으나, 이미 늦어버 렸다. 아르트레스는 크게 놀라며 본능적으로 뒤로 걸음을 옮겼으나, 소용없 었다. 빛은 점점 자신에게 접근해 왔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제길, 한 몇 달 휴양해야 갰군.... 이 라고 투덜거렸다. 쾅, 하는 굉음. 하지만, 아르트레스는 몸에 조금의 통증도 느낄 수 없었다. 조용히 눈을 떠보니 눈앞에 란테르트가 검을 든 채 서 있었 다. -모라이티나.... 지나쳐. 여기 있는 두 존재중 하나도 당해낼 수 없 으면서 이렇게 무모하게 손을 쓰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 는 거야. 란테르트는 별로 힘든 기색 없이 모라이티나의 공격을 막아낸 후, 검 을 집어넣으며 이렇게 말했고, 모라이티나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고개 를 숙였다. -미안해요.... -됐어.... 그때였다. 란테르트 뒤에 서 있던 아르트레스가 란테르트를 뒤에서부 터 덥석 안았다. 얼굴은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하나 가득 띄우고 있 었다. -고마워요. 제 생명을 구해 주셨군요. 마족의 생명을 구해준 존재는 그 마족의 주인이 되는 거예요. 주인님.... 저를 거둬 주세요. 란테르트는 아르트레스에게 단단히 안긴 채로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 으며 말했다. -아르트레스양.... 이, 이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이카르트의 목소리. -건방지구나. 감히 내 사람을 앗으려는 것인가? 그리고 란테르트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치는 소리.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된 거야.... 아르트레스는 이카르트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란테르트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힌 채 이카르트에게 예를 올리며 어디론 가 사라져 버렸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이카르트는 미소지 으며 그런 란테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너를 놀리는 건 정말 재미있어. 순간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에게서 악마를 보았다. -넌.... 역시 마족이었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흔들 거렸고, 그때 모라이티나가 끼여들었다. -그것 봐요. 제 말이 맞죠? 그러니까 저와 함께 힘을 합쳐 저.... 순간, 란테르트가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며 모라이티나의 말을 끊었 다. -모라이티나. 우리를 따라 다닐 꺼야?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아니라 당신을 따라 다니는 거예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와 함께 행동을 같이 하려면 조금전과 같은 경솔한 행동 은 피해 줘. 그럴 수 없다면, 이대로 여기서 헤어지고. 모라이티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렇게 할께요.... 어차피 당신 말처럼 저 악마 앞에서 손을 놀리는 짓은 무모하니까요....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를 의식하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고개 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시 움직이자. 이카르트가 곁에서 말했다. -동쪽으로 반시간거리. 지금 그곳에서 쉬고 있어. 멍청한 다섯놈. 란테르트는 얼굴에 차가운 빛을 띄며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 다. 그리고는 내뱉은 말. -라브에가.... 난도질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겠어.... 그런 흉악 한 짓.... 피엘의 동생이 하도록 두지는 않을 꺼야. 이카르트는 그의 그런 말에 고요히 미소를 지었다. 약간은 씁쓸한 미 소였다. 고요히 해가 지고 있었다. 너른 바닷가에 금빛의 천을 한켜 깔아 두고, 그 위에 빛나는 무언가 를 살짝 뿌려 논 듯한 모습에, 온 항구가 금빛으로 희열에 차 있었다. 크산트항. 대륙 제일의 항구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이 항구의 저녁은 평화로웠다. 그리고 그곳의 한 주점. 엷은 갈색의 긴 생머리를 가진 한 여자가, 은빛에 가까운 엷은 푸른색 머리칼을 가진 여자와 앉아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 오셨습니까? 연한 갈색 머리칼의 에라브레가 난데없이 찾아온 여자에게 이렇게 물 었고,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웃지 않는 듯한 웃는 얼굴로 에라브레에 게 입을 열었다. -이제, 그 다섯명 쫓아도 소용없습니다. 다음 사람들에 대해 알려드 리겠습니다. 그녀의 길지 않은 한마디에, 에라브레는 의자를 박차며 일어났다. -또, 당신이 이야기한 그들이 죽였습니까? 푸른 머리칼의 여자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지금 쫓아도 소용없습니다. 지난번처럼 난도질도 할 수 없을 테니까 요. 난도질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그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눈썹하나 찡그 리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기운 없는 얼굴로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그 다섯 명을 죽인 사람이, 검 면으로 상대를 쳐서 부숴 버렸습니 다. 산산이.... -부,... 부숴요? 에라브레는 그녀의 말에 놀라 이렇게 중얼거렸다. 푸른 머리칼의 여자가 여전 표정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상당히 정확한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에라브레는 잠시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기었다. -그래서.... 지금 시체조차 남아 있지 않은 건가요? -그렇습니다. 뼈까지 산산이 부셨으니까요. 에라브레가 넋나간 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거죠? 푸른 머리칼의 여자가 무덤덤히 말했다. -시체에 난도질을 하는 것과 별다를 것 없습니다. 돌연 에라브레가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언니를 죽인 사람들예요. 그 이상의 짓도 할 수 있습니다. 에라브레의 큰 목소리에 주점 사람 모두가 에라브레가 있는 쪽을 바 라보았고, 에라브레는 머뭇거리며 고개를 숙여버렸다. -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건 그렇고, 다음 사람들은, 수도 카타 에 숨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세명. 그리 힘들지 않을 것입니다. 에라브레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며 푸 른 머리칼의 여자에게 물었다. -도대체.... 그런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제 적입니 까? 아니면 저를 돕는 사람입니까? 그녀의 말에, 푸른 머리칼의 여자의 눈빛이 약간 변했다. 워낙에 표 정의 변화가 없는 여자여서 인지, 눈빛이 변한 것만으로도 얼굴이 달 라 보이는 듯 싶었다.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아끼는 사람입니다.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고, 에라브레가 다 시 물었다.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어요.... 모두들.... 모두들 나를 버렸는 데.... 도대체 그게 누구지요? -곧 만나게 됩니다. 그럼.... 푸른 머리칼의 여자는 에라브레의 말에 이렇게 답하며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에라브레는 그녀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잠시 중얼거렸다. -나를 가장 아끼는 사람?.... 아끼는 사람.... 그리고는 자신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있을 리 없잖아.... 그런 사람이....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속으로 한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 다. ----------------------------------------------------------------- 티나짱 때문에 어지러워져 버린.... 이후로 거의 20화 가량.... 티나짱이 꽤 설쳐요.... 그래서.... 완전히, 우리모두 어깨동무하고 태양으로 달리자.... 분위기가 되어버려서.... (원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습당..... ㅠ_ㅠ;;) 그럭 저럭 요즘 쓰고 있는 부분은 상태가 괜찮은 편인데.... (피와 살이 튀고.... 홋홋...^^;;) 언제나 무지게 졸려 헤롱거리는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52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5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8 09:11 읽음:167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모닥불이 주위를 밝히고 있다. 유난히 긴 귀를 머리띠로 가리고 있는 한 소녀의 얼굴에 불꽃의 움직임에 따라 붉은 기운이 어른어른 거린 다. 그리고 그녀의 반대편, 모닥불을 멍청히 응시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 었다. 창백한 흰빛의 얼굴과 보라색의 머리칼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 다.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남자가 잠을 자고 있었다. 사실, 이 시간이면 깨어있는 두 사람보다 잠을 자는 한 사람이 정상에 가깝 다. 머리띠를 하고 있는 소녀 같은 아가씨 모라이티나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한차례 헛구역질을 했다. -윽.... 이제 토할 것도 없어.... 보라색 머리칼의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를 냉막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그가 바라만 볼뿐 이렇다할 말이 없자 괴이쩍게 느껴졌다. 모라이티나가 이카르트와 있던 하루 남짓의 시간동안, 그가 아무말 않고 있는 모습은 지금 처음 보고 있었다. -당신은 괜찮아? 그런 모습을 보고도? 나는.... 이카르트는 그녀의 말에 차게 응수했다. -밤은 고요할 때 아름답습니다. 모라이티나는 굉장히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혀 다시 한 번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완전히 다른 사람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디 아파? 역시 아까 충격이 컸군. 하긴, 사람이 부서지는 모 습.... 우욱.... 모라이티나는 자기가 이야기하다 다시 한차례 구역질을 했다. -당신은 그 모습이 잔인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 모습 이 너무나도 슬프게 보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모라이티나가 물었고, 이카르트는 한차례 시선을 돌려 모라이티나의 눈을 응시했다. -당신.... 란테르트의 눈을 한차례라도 본적 있습니까? 모라이티나는 이 마족이 또 무슨 괴이쩍은 소리를 하려나 라는 표정 으로 보며 대꾸했다. -그야 당연하지. 붉은 색의 예쁜 눈이잖아.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슬픈 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나는 그처럼 슬픈 눈을 본 적이 없습니다. 모라이티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는데. -사람의 눈을 볼 수 있는 것.... 당신 같은 꼬마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모라이티나가, 드디어 자신을 조롱하기 시작했구나 라고 느끼며 큰소 리로 응수했다. -얘기했잖아. 열 아홉이라고. 난 꼬마가 아니야. 이렇게 얘기하며, 모라이티나는 이제 이카르트가 미숙아라고 이야기 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하루 종일 궁리해둔 그 말에 응수할 말을 하 나 둘씩 떠올렸다. 하지만, 이카르트의 대답은 너무나도 냉랭했다. -전 올해로 3천 6백 6십번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존재는 모두 저에게 어린아이입니다. 모라이티나는 순간 반박할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아니, 아예 반박 할 수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그의 말은 사실 그대로였다. -그.... 정말 그렇구나.... 그럼 당신에게 경어를 사용해야 겠네 요.... 모라이티나는 자신도 모르게 풀이 죽어 이렇게 말했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아주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습니다. 경어라는 것은 상대의 나이가 많을 때가 아닌, 상대를 존중할 때 사용하는 것이니까요. 아르트레스, 제가 그 아이를 만든지 2660년이나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란테르트에게 경어를 사용하 지 않습니까? 모라이티나가 미소 지으며 이카르트의 말에 대꾸했다. -그럼, 지금 당신은 저를 존중하고 있는 건가요? -글쎄요.... 저는 란테르트와 제 세 아이들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평 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순간 눈앞에 있는 사람이 악하다, 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마족임을 전혀 의식치 않고 이카르트와 대화를 나눈 것이다. 모라이티나는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고개를 흔들었다. 이카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를 향해 말했다. -제가 왜 당신을 살려 두었는지 아십니까? -예? 모라이티나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고, 이카르트는 천천히 말했다. -당신 같은 존재, 죽인다 해도 아주 작은 일입니다. 비록 가엘프 님 의 힘이 강하다 하지만, 나를 먼저 공격한 당신을 죽인다 해도 별 문 제는 없습니다. 이건 마와 정령 사이에 맺어진 무언의 맹약 같은 겁니 다. -그, 그럼 정말 저를 죽이려 했어요? 모라이티나가 놀라며 이렇게 물었다. 사실, 란테르트와 어울리는 이 카르트의 모습에서, 모라이티나는 그가 무섭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가끔 그가 무서운 표정을 지을 때에는 등에 식은땀이 흘렀으나, 그런 일을 몇 차례 격고나니, 왠지 이카르트가 장난을 치는 듯 싶었기 때문 이다. 이카르트는 답하지 않았으나, 모라이티나는 그의 무언의 응답이 그렇 다 라고 답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런데 왜 죽이지 않은 거죠?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돌려 란테르트를 바라보았 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불과 3년쯤 전에.... 그는 그의 모든 것이라고 할만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 다. 처음 만나 그의 환한 미소를 볼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정도로.... 그는 슬픔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습니다. 잠시동안, 밝은 표정을 억지로 지어 보이고는, 다 시 슬픈 표정으로 돌아가 버리지요.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듣고나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듯 싶었다. -그런거에요?.... 전 몰랐어요.... 이카르트는 그녀의 말에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가 웃었습니다. 어제.... 당신을 보며 그가 웃었습니다. 그렇게 까지 즐거워하는 표정은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저를 살려둔 거예요? 란테르트.... 저분을 웃게 만들려고? 이카르트는 쓸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그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가 어색한 미소를 짓게 하는 힘밖에는 지니지 못했습니다. 유성이 지 나듯, 환히 한 번 타버리고 사라지는.... 힘없는 미소밖에는.... 모라이티나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그를 사랑하는군요.... 이카르트는 고요히 웃을 뿐 답하지 않았다. 돌연, 모라이티나는 한가지에 생각이 미쳤고, 이내 괴이쩍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이카르트.... 당신 남자잖아요.... 어떻게 남자가 남자를.... 그녀의 말에 이카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전 마족입니다. 타고난 성 같은 건 없습니다. 다만, 모습이 그러할 뿐입니다. -뭐요? 남자랑 여자가 없다고요? 하지만, 오늘 낮의 그 빨간 머리는 분명 여자였고.... 당신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잖아요. -이 몸은 저의 본모습이 아닙니다. 저는 정신체이고, 특별한 몸 따위 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세상을 돌아다니기에는 이 모습이 편하기에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모라이티나는 그제서야 머리가 도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이카르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가엘프 님도 성별이 없습니다. 모라이티나가 눈이 휘둥그래지며 물었다. -예? 그럴리가요. 굉장히 아름다운 분이세요. -가엘프 님은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계십니다. 대를 이을 존재는 필 요하지 않지요.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몇 차례 끄덕였다. -그렇군요.... 돌아가면 확인해 봐야 겠어요. 이카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어떻게? 라고 물었다. 모라이티나는 그런 이카르트의 생각에는 아랑곳 않고 입을 열었다. -그럼.... 왜 여자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지요? -그건, 흑염님의 뜻입니다. 그분께서 처음 이 모습을 주셨고, 그분의 허락 없이는 다른 모습을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게다가라뇨? 이카르트가 잠시 뜸을 들이자 모라이티나가 재촉했고, 이카르트는 쓸 쓸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란테르트는 더 이상 여자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는 사피엘라라는 생사를 초월한 연인이 있으니까요....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짝사랑이군요.... 모라이티나의 중얼거림은, 모닥불의 불티가 바람에 실려 하늘로 너울 너울 치솟아 어느 샌가 어둠 속으로 묻혀 버렸다. 그때였다. 이카르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잠시 누구를 만나고 오겠습니다. -누구요? 모라이티나의 묻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카르트는 모습을 감추었 다. ------------------------------------------------------------------ 홋홋.... 생각해 보니.... 연재 한달이네요.... 8월 28일 시작.... ^^;;; 자축하는 의미에서 한편 더 올라갑니다.... 비록 싱크로 400%에는 실패했지만.... 요 4일간 그럭저럭 꽤 썼습니다.... 1부 피날레까지.... 20화 이하.... 총 100화 가량 될것 같군요.... ^.^ 그럼, 계속해서 재밌게 봐 주세욧. (조금 지루하더라도.... ^^;;) 에구구 졸려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의 정령 루플루시아님의 무릎을 베고 잠들었으면하는 꿈을 꾸는 수룡, 아그라 였습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957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6 올린이:광황 (신충 ) 98/09/29 05:59 읽음:171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카르트가 다시 모습을 나타낸 곳은, 주위에 나무가 몇 그루 있는 어떤 장소였다. 란테르트가 자고 있는 곳에서 꽤 떨어진 듯 했다. 이카르트가 한곳에 모습을 나타내자, 그 바로 앞에 한 여자가 무릎을 꿇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카이제님.... 푸른 머리칼을 아래로 휘장을 드리듯 드리우고, 어깨에는 옅은 하늘 색의 새가 앉아 있는 여자. 바로 에라브레와 이야기를 하던 그 마족이 었다. -아르페오네, 무슨 일로 나를 불렀나? 푸른 머리칼의 마족이 바로 그 흑염무라고 하는 아르페오네였다. 그때, 아르페오네의 어깨에 앉아있던 새가 날개를 퍼덕여 이카르트의 주위를 한바퀴 돌았다 다시 아르페오네의 어깨에 올라앉았다. -아르에, 여전 건방지구나. 이카르트는 웃으며 그 새를 향해 이렇게 말했고, 아르에 라는 새는 한차례 비비 울었다. 이 아르에 역시 마족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언제나 새의 모양으로 아르페오네의 어깨에 앉아 있다. 과거에 아르페오네가 그의 목숨을 살려줬고, 그 이후로 아르페오네의 직속 부하가 되었다. -건강하신 것 같습니다. 아르페오네는 언제나처럼의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물론이다. 그건 그렇고, 용건은? 아르페오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 번.... 단지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이카르트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다고 얼굴에 써있구나. -.... 아르페오네는 답하지 않았고, 이카르트는 그런 아르페오네를 잠시 바 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그 일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 보았느냐? 이카르트의 물음에 아르페오네는 고개를 한차례 숙였다. -예. 이카르트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드디어 그 에라브레라는 아가씨에게 시킬 일을 찾아냈단 말이 지? -그렇습니다. 아르페오네는 다시 한차례 정중히 답했고, 이카르트는 재미있다는 듯 이 말했다. -음....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조건.... 처음에는 쉬어 보였는 데.... 굉장히 어려워.... 역시, 너는 이런 일에는 소질이 있어. -황송합니다. -무슨 조건을 내걸 생각이지? 이카르트의 물음에 아르페오네는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거의 엎드리다 시피 몸을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 개인을 위해.... -괜찮아. 네가 행복해진다면, 그것 역시 좋은 일이야. 그 보다는 의 외인걸? 네가 네 자신을 위해 무슨 일을 하다니. 이카르트는 살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고, 이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궁금하구나. 한 번 말해 보아라. -그게.... 아르페오네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무슨 결심이 섰는지 입을 열었다. -아르카이제 님에게서, 란테르트 님을 빼앗으라고 말하겠습니다. 이카르트의 표정이 대변했고, 목소리에 분노가 섞였다. -건방지구나. 아르페오네는 여전 고개를 조아린 채 입을 열었다. -저는 아르카이제님 만의 것입니다. 저 만을 소유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입니다. -네가 감히 나를 속박하려 하느냐? 이카르트는 차게 이렇게 말했으나, 아르페오네는 조금도 굽히지 않았 다. -이미 란테르트 님께서 하셨습니다. 저 역시 노력하겠습니다. -그것과는 다르다. 이카르트가 일갈했고, 아르페오네는 여전 추호의 물러섬도 없이 입을 열었다. -같습니다. 이카르트는 입을 다물었고, 아르페오네의 이야기는 계속 되었다. -저는 당신에 의해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위해 살고 있고, 또 당신만을 위해 살아갈 것입니다. 이카르트는 어느새 화를 누그러트려, 여느 때의 위엄 있는 부드러운 얼굴로 아르페오네를 내려다보았다. -너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이다. 아르페오네가 말했다. -저는 특별히 소중하길 원합니다. 감히 당신에게 저의 품안에 머물러 달라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존재들보다 한 번쯤 더 보 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르페오네는 바닥을 내려다보며 이카르트를 향해 이렇게 말하고 있 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었던 그녀의 눈은 어느덧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카르트는 바닥에 대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아 그녀의 몸을 일으켰 고, 아르페오네는 이카르트가 하는 데로 가만히 있었다. 이카르트의 이끎을 따라 아르페오네는 상체를 일으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상태가 되었고, 이카르트는 아르페오네의 손을 잡았던 손을 놓으며 아 르페오네의 눈을 바라보았다. 고여있던 아르페오네의 눈물이 볼을 타며 한줄기 빛을 남겼고, 이카 르트는 가벼이 미소지으며 허리를 굽혀 아르페오네의 눈에 입을 맞췄 다. -아르페오네. 아직 어리구나. 이런 일로 슬퍼하다니.... -어리지 않습니다. 이런 일로 슬퍼할 수 있기에.... 이카르트는 이렇게 답하는 아르페오네의 볼을 손등으로 한차례 쓰다 듬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한 번 노력해 보려무나. 하지만, 나의 분노는 사지 말아라. 눈물 자국이 남은 은빛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아르카이제님.... -돌아가거라. 이카르트는 조용히 미소지어 아르페오네를 전송했고, 아르페오네 역 시, 미미하지만 환한 미소로 이카르트 곁을 물러 났다. -이제 카타 시인가? 카타평야, 소에테와 세소테강 그리고 위다 대륙의 남해의 세 면을 경 계로 삼고 있는 거대한 평야로, 그 크기는 레냐와 맞먹는다. 특징은 오히려 별로 없는 편으로, 단지 커다랄 뿐이다. 전날 다섯 명을 부셔 죽인 란테르트는 아침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 카르트의 말을 받았다. 이카르트는 역시나 미소짓는 얼굴로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한 이틀쯤 걸으면 도착할 꺼야. 모라이티나가 아직 잠을 덜깬 얼굴로 물었다. -가까운가 보죠?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말에 슬쩍 웃었다. -뭐, 가깝다면 가깝지.... 모라이티나가 활기차게 외쳤다. -좋아요. 그럼 어서 가요.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슬쩍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의 눈을 바라보았다. 전날 이카르트의 말을 듣고 보아서 그런지, 왠지 슬퍼 보이는 듯도 했다. 하지만, 역시 그렇게 생각될 뿐, 눈이 슬퍼 보인다거나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왜 가는 거예요? 모라이티나가 물었고, 이카르트가 곁에서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 다. -사람을 부수러. 모라이티나는 다시 역해져 고개를 숙이고 입을 막았다. -무, 무슨 소리 에요? 란테르트가 말했다. -세 사람.... 죽여야 해. -또 어제처럼.... 그렇게 죽일 껀가요? 모라이티나가 조심스럽게 물었고, 란테르트가 천천히, 그리고 당연하 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야만, 라브에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지.... 피엘과 약속했 어.... 그녀를 보호해 주기로.... 그리고 힘든 일은 내가, 내가 도맡 아 하기로.... 모라이티나는 순간 란테르트의 눈에서 슬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카르트가 말한 그대로였다. 눈물이 고이지도, 노골적인 슬픈 표정도 아니었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그렇군요.... -어서 준비 해. 하루 종일 걸어야 하니까. 란테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의 심경 변화는 조금도 알지 못한 채 이 렇게 재촉했고, 모라이티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짐을 챙겼다. 그들은 걸음을 북으로 향해 위다의 수도 카타로 향했다. 어느덧 3월 이다. 날씨는 많이 온화해져, 가끔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제하고는 옷깃을 여밀 일이 거의 없었다. -이, 이렇게 걸어서 이틀이라는 거예요? 온통, 나는 지쳤어요, 라고 써 붙인 얼굴을 들고 모라이티나는 숨을 헥헥거리고 있었다. 반면,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이 정도야, 라는 표 정으로 그런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당연한 것 아니야? 100휴하나 되는 거리야. 이 정도는 걸어야 이틀 만에 갈 수 있지.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당연 하다는 듯한 대답에 입을 쩍 벌렸다. -하루에 50휴하? 1 휴하가 2000걸음 이상이라 들었는데.... 10만 걸 음이요? -머리가 좋네.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웃었다. -그래요? 엄마 아빠한테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아니, 그게 아니 잖아요. 그렇게나 많이는 우리 숲에서도 돌아다닌 적이 거의 없어요. -거참 시끄럽네. 미숙아 엘프가.... 자신 없으면 숲으로 돌아가 버 려. 이카르트가 한심하다는 듯 내뱉자, 모라이티나가 발끈했다. -무슨 소리에욧? 당신보다 훨 많이 걸을 수 있어요. 나 숲에서 하루 종일도 돌아다녀 봤어요. -그러셔? 하긴, 어린아이한테는 그런 사소한 일도 자랑거리가 되니 까. -어린아이 아니에요. 란테르트는 그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한차례 가벼이 웃었다. -그만들 해.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가 웃는 소리를 들으며 또 다시 전날의 이카르 트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향해 말했다. -란테르트가 웃었어요. 좋겠네요. 이 말에 이카르트의 안색이 변하며 황급히 모라이티나의 입을 막았 다. -그게 무슨 소리야? 란테르트가 물었으나, 모라이티나의 입을 막은 이카르트의 손 때문에 모라이티나의 대답은, 음음 하는 신음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의 정신에 직접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모라이티나 역시 정신으로 직접 이카르트의 말을 받았다. 둘 모두 마 족과 반정령체라는 특수한 종류의 종족 이였기 때문에 이런일이 가능 했다. -좋아요. 대신, 나를 무시하지 말아요. -협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당신보다 절대적으로 강합니다. 모라이티나는 그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어쩌지 못해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요? 가엘프 님의 권위를 등에 엎으려는 생각 은 아니겠지요? 모라이티나는 웃었다. 물론, 겉으로는 단지 미소를 짓는 듯하게 표정 이 변했으나, 정신으로 직접 웃음소리를 이카르트에게 보냈다. -호호.... 당신이나를 괴롭히면, 란테르트가 당신을 싫어하게 될걸 요? -읔.... 돌연 이카르트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사실, 이게 바로 모라이티 나를 죽이지 않았던 세 번째 이유였다. 이미, 그녀를 죽이기에 그녀는 란테르트와 너무 친해져 있었다. -좋습니다.... 당신을 무시하지 않지요.... -또 하나 있어요. 이카르트의 표정은 시시각각 일그러졌다. 물론, 그가 자신의 모습을 망칠 정도로 얼굴을 찡그리는 것은 아니었고, 단지 미간 사이에 주름 이 조금 깊어질 뿐이었다. -뭡니까? -당신의 부하들도 저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세요. 특히, 그 아르트레 스인가 하는 아줌마요. 이카르트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아르트레스가 란테르트를 좋아한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힘든 일은 아닐껍니다. -좋아요. 그럼 저도 입을 다물겠어요. 이카르트는 천천히 모라이티나의 입에서 손을 떼었다. -둘이 무슨 괴상한 장난을 한 거야? 잠시동안 몇 차례 식이나 표정이 변하며 멍청이 서있던 그들의 모습 은, 확실히 괴상한 장난 같았다. -아, 그게.... 별일 아니에요. 모라이티나가 얼버무렸고, 란테르트가 물었다. -아까 그 말 무슨 뜻이야? 내가 웃어서 좋겠다니? 이카르트가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까, 네가 웃는 모습을 보아서 기쁘겠다는 말이 야.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모라이티나에게 말했 다. -모라이티나. 이 이카르트가 이야기 한 말중 이런 종류의 것들은 모 두 농담이야. 내가 난처해하는 표정을 즐기려고 일부로 툭툭 내뱉는 거야. 믿지 마. 모라이티나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몰랐어요. -자, 그럼 어서 가자.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고는 망토를 한차례 휘두르며 걸음을 떼었고, 모라이티나와 이카르트는 그런 그를 한차례보고, 또 서로를 한차례씩 바라보며 란테르트를 쫓았다. ----------------------------------------------------------------- 오늘 후기는 쉽니다.... 졸려 헤롱거리는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68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7 올린이:광황 (신충 ) 98/09/30 22:47 읽음:169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위다의 에카숲 동편의 도시 앤타의 북쪽으로 20휴하(1휴하=약1킬로미 터) 가량 떨어진 한 들판. 또 다시 자리를 달리해 에라브레와 아르페오네의 회견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 입니까?.... 에라브레는 질렸다는 듯 이렇게 물었고, 아르페오네는 그 냉막한 얼 굴을 한차례 끄덕였다. -역시.... 시체조차 남기지 않았겠지요? 아르페오네는 다시 한차례 끄덕이며 어깨에 앉아있는 아르에의 머리 를 몇 차례 쓰다듬어 주었다. -휴.... 에라브레는 한숨을 내 쉬었다. -란테르트.... 그 사람이지요? 에라브레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아르페오네는 잠시 입을 다문 채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아끼는 사람입니다. 에라브레가 소리쳤다. -그럴 리 없어요. 언니를 죽이고 나를 불행하게 만든 사람이에요. 아르페오네가 담담히, 그러나 단호하게 에라브레의 말을 끊었다. -당신은 스스로가 불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에라브레가 강변했고, 아르페오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차차 알게 될 겁니다. 에라브레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어 화를 삭히고는 입을 열었다. -다음은요? -카에스항. 이번에는 일곱 명입니다. 그리고, 5일 안에 그분께 죽임 을 당하게 됩니다. -내가 여기서 그곳까지 가는데 열흘 가까이나 걸리는데.... 그렇다 면, 이번에도 나는 언니의 복수를 못하게 되는 거잖아요. 에라브레가 신경질적으로 외쳤고, 아르페오네는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덤덤히 대꾸했다. -아마 그렇겠지요. 에라브레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목표를 바꾸겠어요. 51번째의 사람.... 란테르트 그로 요. 에라브레의 말에 아르페오네의 눈이 살짝 빛났다. -정말 이십니까? 하지만, 당신은 현재 그를 당해낼 수 없습니다. 에라브레는 주먹을 꼭 쥐며 단호히 말했다. -어차피 이대로 라면, 아무에게도 복수할 수 없잖아요. 그를 죽이지 못한다면.... 남은 스물 세명도, 나보다 그가 먼저 손을 쓸 것이 불보 듯하고.... 만나서 담판을 져야해요. 아르페오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그를 증오하고 있다면.... 에라브레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를 증오해요. 에라브레의 말에 아르페오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러면, 5일 안으로, 에티콘마을 북쪽의 카타나숲 서단에 가 있으십시오. -그건.... 간단하지만, 그는 5일 안으로 카에스항에 도착한다고 했잖 아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아르페오네는 무심히 한마디했다. -그런 건 제게 맡기십시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아르페오네는 이 말과 함께 흐릿하며 사라져 버렸다. 에라브레는 잠시동안 멍하니 북쪽 들녘 지평선을 아르페오네가 사라 진 이후로 한참이나 바라보았고, 조심스레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내손으로.... 에라브레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에라브레는 걸음을 동쪽으로 향했다. 약간 시간의 여유가 있기에, 에 티콘 시에 잠시 들리려는 것이었다. 바로, 언니의 무덤이 있는 에티콘 마을에. 하루쯤 걷고 또 걸어 에라브레는 언덕과 집, 그리고 나무가 보이는 한 작은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언덕 위로 올라갔 다. 묘. 하얗게 잘 다듬어진, 바닥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묘비에는, 자신 이 손수 생각해낸 글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상냥하고.... 아름다운 소녀.... 에라브레는 어디선가 준비해온 하얀 꽃 한 다발을 무덤 앞에 내려놓 으며 묘비 문을 다시 한 번 읽었다. -어째서.... 그때는 이 말밖에 생각나지 않은 거지?.... 언니는.... 언니는 이보다 백배는 훌륭한 여자인데....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무덤 앞에 허물어지듯 꿇어앉았다. -언니.... 어째서 이 라브에를 두고 가버린거야?.... 이제.... 이제, 나는 혼자야.... 아무도 나와 함께 있지 않아.... 어느 샌가, 에라브레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그때, 에라브레의 머리 를 쓰다듬는 하얗고 예쁜 손이 있었다. -에라브레.... 돌아왔구나. -아, 엘라 아주머니.... 에라브레는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아는 척을 했고, 엘라는 에라브레 를 잡아 일으켰다. -안으로 들어가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잠시만 더 있고 싶어요. 엘라는 측은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래?.... 그러렴.... 곧 들어오너라.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줄 테 니. 에라브레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엘라는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고, 에라브레는 한참이나 언니의 사피엘 라의 무덤을 바라보다 이윽고 옮겨지지 않는 걸음을 떼었다. 에티콘 영주 저택의 응접실에, 에라브레와 칼슨, 엘라가 각각 자리를 잡고 앉았다. 모두의 앞에는 차가 한잔씩 놓여 있었고, 몇몇 과일과 쿠키가 예쁜 은쟁반에 섬세히 놓여 있었다. 에라브레는 그 피가 엉겨 붙은 더러운 갑옷을 벗어버리고, 평소 집안 에서 입던 간편한 복장을 했다. 연둣빛의 원피스로, 조금 수수한 편이 었으나, 에라브레의 미모 덕인지 빛이 나는 듯 했다. -그래.... 여행은 할만 하니? 엘라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이렇게 묻자, 에라브레는 반쯤 억지의 웃음을 지어 보이며 답했다. -괜찮아요. -그래?.... 엘라 역시 대강의 사정을 알고 있었으나, 그저 한 번 웃으며 말을 끊 었다. 돌연 칼슨이 한가지 물건을 내 놓았다. 묵빛을 내뿜는 괴이한 검날이 었다. -이게 뭐지요? 에라브레는 처음 보는 검정색의 검날에 이렇게 물었고, 칼슨이 천천 히 답했다. -침천수로 만든 칼날이다.... 아마 침천수를 검날의 모양으로 가공한 것은, 대륙 전체를 통틀어 이것 하나일 것이다. 에라브레는 칼슨의 설명을 들으며 그 검정색의 검날을 집어들었다. 보통의 검날보다 조금 더 가벼운 듯 싶었다. -침천수요? 좋은 건가요? 에라브레가 묻자 칼슨은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후, 에라브레에게서 검날을 받았다. 그리고는 그 검날을 티 테이블에 내려놓은 후, 곁에 있던 과일칼을 침천수에 대고 강하게 한차례 긁었다. -앗.... 에라브레는, 꽤나 거북한 소리를 내는 침천수를 바라보며 이렇게 외 쳤다. 아무리 단단한 검날이라 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하면 조그마한 흠집 하나 정도는 생길 만도 하건만, 그 검정색의 날에는 조그마한 변 화도 없었다. -굉장하군요.... 이 검날.... 게다게 레이피어용의 날인데.... 칼슨은 다시 검날을 에라브레에게 건네주었다. -그 사람에 네게 준 물건이다. 에라브레가 놀라며 물었다. -그 분이 또요? 지금의 이 검도.... 그분이 구해주신 건데.... 도대 체 그가 누구지요? 누군데 이렇게 까지 저를 돕는 거죠? 칼슨은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잘 모른다.... 다만, 한가지.... 그는 너를 몹시 아낀단다. 에라브레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럴꺼에요.... 벌써 3년 가까이나.... 그렇게 많은 돈과, 무 기, 갑옷을 대 주셨으니까요.... 그런데 어째서 한 번도 저를 만나러 오지 않는 거죠? -글세.... 언젠가는.... 언젠가는 만날 수 있겠지. 에라브레는 칼슨의 말에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돌연 얼굴에 희색을 띄며 말했다. -좋은 소식이 있어요. 칼슨이 에라브레의 돌연한 말에 조금 놀라며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드디어, 그를.... 그를 만날 수 있게 됐어요. -그.... 라니? -란테르트 그 악당 말이에요. 언니를 죽게 만든.... 에라브레의 말에 칼슨과 엘라 두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서로를 바 라보았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들의 변화에는 아랑곳 않은 채, 그 무시 무시한 검날을 높이 들어 휘어보고 퉁겨보며 말했다. -반드시.... 그를 죽일 꺼에요. 제 후견인이 구해준 이 검날로.... 검정색.... 정말 마음에 들어요. 칼슨은 거의 사색이 다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란테르트가 구해 준 검날로 란테르트를 죽이러 가는 에라브레의 모습이 몹시 혼란스럽 게 느껴졌다. -어째서.... 그를 그렇게 증오하는 거냐? 사피엘라는.... 칼슨의 말에 에라브레의 안색이 돌변하며 외쳤다. -칼슨 아저씨. 또 그 이야기군요. 아저씨는 도대체 제 편인가요, 아 니면 그 악당 편인가요? 만약 그의 편이라면 다시는 이곳에 들리지 않 을 꺼에요. 칼슨은 할 수 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물론.... 나는 에라브레 네편이란다.... 에라브레는 희색을 띄었다. -고마워요. 복수를 모두 끝내고 나면.... 두분을 모시고 이곳에서 살 겠어요. 행복하게 해 드릴께요. 칼슨과 엘라는 진심어린 이 에라브레의 말에 꽤나 감동해 흐뭇한 표 정을 지었다. 둘중 누구의 탓인지는 모르지만, 칼슨, 엘라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맡아 기른 두 자매를 친자식처럼 생각했고, 에라브레가 이렇게 말하자 더없이 따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를 끝내고, 에라브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은빛 레이피어에서 검날을 분리시킨 후, 그 묵색의 날을 손잡 이에 끼웠다. 흡사 맞춰 만들기라도 한 듯, 꼭 맞았다. 새로 날을 갈아 끼운 검을 몇 차례 휘둘러보던 에라브레는 만족한 듯 한 미소를 띄우며 검집에 검을 다시 집어넣다. -내일.... 드디어 그를.... 만날 수 있어....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일찍. 에라브레는 아침을 마치자 마자 칼슨, 엘라 두사람에게 작별을 고하고 카타나 숲으로 향했다. 이틀을 걸어, 에라브레는 카타나 숲의 서단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 녀는 한차례, 알고 있는 검식을 따라 검을 휘두른 후, 내일을 기약하 며 잠을 청했다. 총총히 떠있는 별조차 거스릴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 운 밤이었다. 다음날. 에라브레는 가까운 나무 그루터기에 몸을 기댄 채 란테르트 를 기다렸다. 해가 동편에서 떠올라 남으로, 그리고 정점을 지나 서편 으로 막 기울려 할 무렵. 숲에 인기척이 느껴지며 세사람의 남녀가 모 습을 드러냈다. 에라브레의 온 시선은 그 셋중 머리가 파란 한 사내의 모습에 집중되 었다. ----------------------------------------------------------------- 늦었습니다.... ^^;;; 뭐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를 일찍 가야 해서리...) 그런데.... 레이피어도 검날을 갈아 끼울 수 있나?.... 모르겄다.... 잉.... 날림설정....*_*;; 에이그라: 난 이세상의 창조주다.... 까라면 까는거야!! 라고 우기면.... 할 말은 없지만.... 추, 추천 입니다.... 언제나 기쁜 추천.... 하지만.... 반대로 부담도 상승.... (그래도 좋아 호호....^^;;;) 그럼, 즐거운 통신 되셔욧. 추천에 즐거워 기쁨의 브레스를 내뿜으며 인근 마을을 쑥대밭 내고있는 수정령 루플루시아님의 애완룡, A- G- R- A-..... 『게시판-SF & FANTASY (go SF)』 970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8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1 06:00 읽음:167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테르트 등은, 카타 시에서 세명의 다크 미스트 패병들을 죽여 없앤 후, 곧바로 카타나 숲으로 향했다. 카타나 숲 어딘가에 다크 미스트의 잔존 병이 있다는 아르페오네의 정보에 의한 것이었다. -어딘 가라니? 란테르트는 지금과는 달리 장소가 정확하지 않자 이상하다는 듯 이렇 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아르페오네에게 들은 데로, -목표가 계속 움직이고 있데. 그래서 장소가 확실하지 않아. 라고 답해 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란테르트가 물었고, 이카르트가 답했다. -뭐, 그냥 샅샅이 뒤져야지. -그런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어요? 며칠간, 엄청나다싶은 강행군에 시달릴 데로 시달린 모라이티나는 아 픈 다리를 매만지며 이렇게 투덜거렸다. -이제부터는 숲이야. 엘프는 숲에서는 피로의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들었는데.... 모라이티나가 희색을 띄었다. -정말 숲에서 헤매는 거예요? 그럼 조금 다행이네요. 이카르트가 고개를 끄덕였고, 란테르트가 결론을 냈다. -어쩔 수 없지.... 숲의 동편에서부터 개미 한 마리 빠져나갈 수 없 도록 뒤지는 수밖에.... 이렇게 숲을 뒤지기 시작한 세 사람(?)은 5일째 되는 날에서야 간신 히 숲의 서편으로 나올 수 있었다. -휴.... 그런데 저 여자는? 모라이티나는 저편에서 자신들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는 이렇게 물었고, 이카르트가 웃으며 답했다. -몰라. 숲에 있는 것을 보니.... 네 애인 아니야? -난 여자보다 남자를 좋아해요.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외친 후 곧바로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당신처럼요.... 이카르트는 한방 먹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셔? 잘됐군. 이로써 마족과 엘프 사이에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 한 건가? 모라이티나가 발끈했다. -마족 따위를 우리의 성스럽고 지고 지순한 숲의 정령 엘프와 비교하 지 말아요.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의 표정을 살폈다. 조금도 웃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이 이상한 표정에 괴이쩍은 생각이 들어 저편에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갈색의 긴 머리칼을 가 진 아름다운 여자였다. 이카르트조차도, 아름답다, 라는 생각을 머릿 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는 순간 누군가를 떠올렸다. 모라이티나 역시 란테르트의 이상한 분위기를 깨닫고는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이카르트 역시 그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란테르트처 럼 멍한 표정이 아닌 약간 근심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오, 드디어 라이벌 등장이군요. 저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라면, 이카 르트 당신 정도는 단번에 뻥 차이겠군요. 모라이티나의 도발에 이카르트는 슬쩍 웃으며 대꾸했다. -하긴.... 정말 아름답군.... 어째서 엘프인 네가 인간인 저 여자보 다 아름답지 않은 거지? 난 지금까지 엘프가 인간보다 아름다운 줄 알 고 있었는데.... 모라이티나는 얼굴이 벌개졌다. -그렇지 않아요.... 나도.... 엄마, 아빠가 예쁘다고 했단 말이에요. 언제나 아빠는 절 볼 때마다, 우리 티나는 정말 예쁘게 자랐어, 라고 말하고 엄마는 곁에서, 그럼요. 라고 답했단 말예요. 이카르트가 한차례 웃음을 터트렸다. -자기 자식 예쁘지 않은 부모는 없어. 그럼, 그 외에 또 누가 널 예 쁘다고 했지? 강아지나 병아리처럼 귀엽다는 말 말고. 이카르트와 모라이티나가 이렇게 말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이....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한 걸음씩 서로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이내 서로의 머리카락 한올 한올이 보이는 거리가지 다가갔을 무렵, 란테르 트는 멍한 표정으로 에라브레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라브에....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고, 그의 이 말에 이카르 트와 모라이티나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란테르트가 내뱉은 라브에라는 말 때문이었다. 에라브레는 살짝 미소짓고 있었다. 하지만, 란테르트의 입에서 자신 의 이름이 나오자, 안색이 돌변했다. 에라브레가 검을 뽑는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그리고, 그 검으로 란 테르트의 심장을 찌르는 속도는 검을 뽑는 속도 이상이었다. 란테르트는 이런 돌발적인 상황에 크게 놀랐다. 에라브레의 검은 빨 랐다. 하지만, 란테르트의 반응은 훨씬 빨랐다. 검끝과 자신의 심장 사이가 한뼘 가량 떨어졌을 때, 란테르트의 몸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 했고, 이 상태로 라면 온전히 에라브레의 검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 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자신의 검을 피해낼 수 있을 것 같자, 가슴속 에 두 가지의 감정이 불끈 솟아올랐다. 하나는, 실패했다는데서 오는 좌절감과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에라브레로써는 상상도 못한 감정이었다. 안도감.... 란테르트의 몸 이 움직임에, 그리고 충분히 자신의 검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 껴짐에, 그녀는 알 수 없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해졌다. 에라브레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검을 앞으로 강하게 밀었다. 퍼억.... 무언가가 에라브레의 검에 파괴되었다. 에라브레는 감았던 눈을 살짝 떴다. 그리고 란테르트의 왼쪽 가슴에 박혀있는 자신의 검 정색 검을 보았다. 란테르트는 거의 에라브레의 검을 피했었다. 하지만 순간 한가지에 생각이 미치었다. 왜 자신이 에라브레의 검을 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사피엘라의 동생이다.... 그리고 그녀가 하는 일이라면.... 자신 은.... 란테르트는 이런 생각이 들었고, 피하는 것을 멈추었다. 에라브레의 검은 정확히 란테르트의 폐부를 뚫었다. 다행히 심장은 피한 듯, 란테르트는 절명하지 않았으나, 아픈 듯 얼굴을 있는 데로 찡그렸다. 그리고.... 란테르트는 미소지었다. -라브에.... 정말 오래간만이야.... 에라브레는 멍청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미소짓고 있었다. 입 으로 한줄기 선혈을 흘리며, 그는 웃고 있었다. -그,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에라브레는 반사적으로 이렇게 말했으나, 목소리에는 힘이 하나도 없 었다. 모라이티나와 이카르트는 잠시 말싸움에 정신을 팔려 에라브레가 란 테르트를 찌르는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란테르트의 망토 때문에 그 의 바로 앞에 서있는 에라브레의 손동작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망토를 꿰뚫고, 짙은 회색의 망토를 검게 물들이고 있는 묵 빛의 검날이 보이자, 두사람은 동시에 소리치며 란테르트의 앞으로 달 렸다. -라브에.... 정말.... 아름답구나.... 이제는.... 예쁘다고 하지 못 하겠는걸.... 피엘도.... 분명 아름다웠겠지?....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쓰러지듯 란테르트에게 기대며 소리쳤 다. -나를....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마.... 우리 언니도.... 그리고는 다시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는 아름다워요.... 나 같은 아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 로.... 제가.... 얼마나 외로웠는지 알아요?.... 곁에서 보고 있던 모라이티나는 순식간에 두 가지 표정과 두 가지 말 투로 이야기하는 에라브레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것을 느 꼈다. -미, 미쳤나봐요?.... 모라이티나의 이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가슴에 기댄 채, 몇 차례나 얼굴 표정을 바꾸 었다. 슬퍼했다, 웃기도 하고, 화를 냈다가 돌연 즐거운 표정을 지었 다. 란테르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브에.... 이제 그만 둬.... 내가.... 내가 돌봐줄게.... 란테르트는 폐를 상해 계속해 기침을 하며 에라브레의 어깨에 피를 토해댔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돌연 표정에 살기가 어리며 란테르트 의 가슴에 박혀있던 검을 확 뽑았다.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시끄러. 나는 당신을 죽이러 온 거야. 에라브레는 이렇게 소리치며 다시 한차례 란테르트의 심장을 겨누었 다. 란테르트는 손으로 피가 솟아 나오는 가슴을 꼭 누른 채, 기침을 하 며 말했다. -기억나?.... 내가 한 이야기.... 네가 내 심장에 검을 겨눈다 해 도.... 너를 믿겠다던....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답하지 않았다. 돌연 모라이티나가 곁에서 소리치며 레이요니르를 꺼내 들었다. -당신 정말 악독하군요.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외치며 에라브레에게 화살을 날렸다. -안돼....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가 화살을 쏘아 보내자, 이렇게 외치며 에라브 레를 안았다. 퍼억,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의 등부분의 옷이 완전히 찢겨 나갔다. -그만 둬.... 란테르트는 남은 힘을 다 모아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수차례나 피를 토하며 기침을 해댔다. 에라브레는 모든게 혼란스러워져, 검으로 란테르트의 심장을 겨눈 채 멍하니 있었다. 한참동안 멍하니 있던 그녀는 돌연 소리를 질렀다. 그 리고는 돌연 얼굴을 손으로 가린채 숲속으로 달아나 버렸다. 란테르트는 사라져가는 에라브레의 모습을 쫓아 눈을 조금 움직였다. 하지만, 이내 정신이 아득해 지며 앞으로 푹 고꾸라져 버렸다. 이카르트는 굉장히 당황한 표정을 한 채 란테르트의 몸을 받았다. 잠 시간의 방심으로, 란테르트가 이렇게 만신창이 되어 버리자, 이카르트 는 자신에 대한 분노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카르트가 외쳤다. -모라이티나, 어서 란테르트에게 회복 주문을 걸어. 모라이티나는 곧바로 에라브레를 쫓으려 했으나, 이카르트의 외침에 활을 추스르며 란테르트에게로 돌아왔다. -라 레코 힐레 루 스카. 모라이티나는 이 알 수 없는 몇 마디 말을 중얼거리던, 손에 빛을 모 았다. 그리고는 란테르트의 심장 부근의 상처에 가만히 가져갔다. 반시간 가량이나, 모라이티나는 이 다섯 마디 말을 반복하며 빛을 란 테르트의 가슴에 가져갔고, 란테르트의 가슴은 이내 피가 멈추며 상처 가 조금씩 회복되어갔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를 안은 채로 답답하다는 듯, 모라이티나의 행동 을 지켜보았다. 한참이나 후에, 모라이티나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한시름 놓았어요.... 하지만, 폐의 손상이 너무 심해 서.... 너무 많이 움직이면 폐에 안 좋아요.... 란테르트의 옷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다른 두 사람은 땀으로 완 전히 젖어 버렸다. -내 잘못이야.... 설마, 란테르트가 그녀의 검을 그대로 맞아 줄지 는.... 상상도 못했어.... 이카르트가 내뱉은 말에 모라이티나가 물었다. -그대로 맞아줘요? 피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맞아준거에요? 이카르트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결코 란테르트의 실력으로 그녀의 검을 피하지 못할 리가 없어.... 실제로 거의 피해 냈었고.... 마지막 순간에 멈춘 것만을 제 외하고.... 모라이티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왜죠? 어째서.... 이카르트는 침울한 표정으로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동생이기 때문이야.... 『게시판-SF & FANTASY (go SF)』 970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59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1 06:00 읽음:166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4. 수습 모라이티나는 틈이 나는 데로 란테르트의 상처를 그녀의 마법으로 치 료했다. 하지만, 폐부 깊숙한 곳에 난 상처는 그녀의 마법력으로는 치 료가 불가능했다. -죄송해요.... 더 이상은 불가능해요.... 모라이티나가 침울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이카르트는 근심 어린 얼굴 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린데도 마법력은 상당하군요.... 이렇게 조그마한 흉터밖에 남지 않았으니.... 엘프의 신성마법으로 고칠 수 없다면.... 이 대륙의 어 느 누구도 불가능하겠지요.... 모라이티나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생명에는 지장 없어요. 다만, 피를 많이 흘렸고.... 제가 쏜.... 레 이요니르의 화살을 정통을 맞아 내장에 충격을 받아 기절한 것뿐이에 요.... 이카르트는 자신의 두 눈을 한차례 엄지와 검지로 누르며 중얼거렸 다. -내 실수였습니다.... 란테르트.... 사피엘라도 아닌 그녀의 동생에 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맡겨 버리다니.... 그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는 건가?.... -자책하지 마세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는 서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는 곁에 풀어 논 짐에서 브세리아를 꺼내 들었다. -브세리아? 탈줄 알아요?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가 브세리아 꺼내드는 것을 보며 조금 놀라는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브세리아는 현이 매우 거칠어 쇠로된 골무 비슷한 도구를 사용 해야 했으나, 이카르트에게 그런 것은 필요 없었다. 여성의 것만큼이 나 부드럽고 하얀 손을 네 개의 현 위에 걸쳐놓더니, 그는 천천히 손 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라이티나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우지 않은 채 두 무릎을 끌어안으며 이카르트의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매우 고요하고 부드럽게, 흡사 산들바람이 막 풀이 돋아나 기 시작하는 언덕을 스치는 것처럼 연주를 시작해 그러한 분위기로 얼 마간을 끌고 나갔다. 하지만, 이카르트는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 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미친 듯 놀려 빠르고 강대한 음을 퍼 부어 댔다. 모라이티나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이카르트의 음색에 따라 표정이 변해갔다. 처음에 부드러울 때는, 가히 숲의 요정이라 불리기에 부족 함 없는 표정으로 조용히 눈을 감고 이카르트의 음을 감상하다가 돌연 음이 거세 지자 약간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카르트를 바라보 았다. 이카르트는 점점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 브세리아의 음이 점차 로 낮아져 갔다. 그리고 막, 손가락 다섯 개로 동시다 싶을 정도의 속 도를 내어 한 현을 퉁기더니 연주를 끝마쳤다.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손이 멈추자 마자 몇 차례 박수를 쳐주었 다. -대단해요.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를 향해 살짝 미소지어 보였다. -별 것 아닙니다. 이카르트의 겸양에 모라이티나가 천만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소리 에요? 가엘프 님의 엔하 연주 다음으로 아름다운 음악 이 였어요. 이카르트가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가엘프 님의 엔하 연주 솜씨를 어찌 저와 비교하겠습니까? 단지.... 심심할 때 장난으로 몇 차례 연습해 본 것뿐인데. 모라이티나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물론이죠. 어떻게 가엘프 님의 솜씨와 비교해요? 그러니까 그 다음 이라고 했잖아요. 그래도 상당했어요. 우리 엘프들은, 열 명중 일고 여덟 명이 악기를 다룰 줄 아는데, 당신만큼 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음.... 아니, 우리 엘프들의 솜씨가 조금 낫기는 하지만, 당신도 마족치고는 상당해요. 이카르트가 살짝 웃었다. -조금 전에는 가엘프님 다음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모라이티나가 새침한 얼굴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빠가 그랬어요.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고. 다만, 용기를 북돋워 주 기 위해서 과장해 말했을 뿐이에요. 이카르트는 그녀의 말에 쓸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뭐, 역시 마족과 악기는 어울리지 않겠죠?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가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조금전의 말이 약간 후회가 되어 이카르트의 물음에 성급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아니에요. 이카르트 당신에게, 이 브세리아는 정말 잘 어울려 요. 그리고, 연주 실력도.... 음, 우리 엄마와 가엘프님 다음으로 뛰 어나요. 역시나 종잡을 수 없는 아가씨였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말에 자 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났고, 우울한 기분을 많이 떨쳐낼 수 있었다. -엘프그란양은 악기를 다룰 줄 아시나요? 이카르트는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브세리아 항상 짊어지고 다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것을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마족이기에 굉장히 많은 능력을 얻었다. 실존체라 불리우는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들 보다 월등한 정신력을 가 지고 있는, 그리고 몸의 절반 이상이 정신으로만 이루어진, 이 세계의 정신체들은, 크게 순수 정신체와 반 정신체로 나뉜다. 순수 정신체들 로는 마족과 정령이, 그리고 반 정신체로는 엘프나, 용, 그리고 불새 따위가 존재한다. 정신체는 이 땅위의 모든 피조물중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 마족의 힘이 가장 강대하다. 이카르트, 즉 아르카이제만 해도, 혼자 한 계열의 정령 전체를 쓸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 다. 그러나, 중, 하급의 마족들이 겨우 한 개 도시의 병사들을 쓸어버리 고 의기 양양해 하는데 비해, 그는 이런 능력들을 조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르카이제가 그런 자신의 능력을 우습게 보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 다. 바로, 그러한 능력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그의 창조자 나크젤리온으로부터 주워졌기 때문이다. 즉, 그는 자신이 뛰어 나 그런 힘을 얻었다기 보다는 그렇게 태어났을 뿐인 것이라 믿고 있 었고, 그렇기에 조금도 자랑스러워 할 수 가 없었다. 그러나 이 브세리아만큼은 달랐다. 이미 천년 가까이나 연주해온 것 으로, 인간의 몸으로 화해 손수 익혔다. 즉, 주워진 능력이 아닌 스스 로 얻은 능력인 것이다. 이카르트는 이런 이유로 브세리아 연주할 수 있다, 라는 것 하나만을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 천천히 고개를 끄 덕였다. -그렇지만.... 이제 겨우 1년 익혔을 뿐이에요.... 이카르트가 정중히 말했다. -연주를 부탁해도 괜찮을까요? 모라이티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겨우 1년이라니 까요. 연주는 무슨.... -저도 부탁드립니다.... 돌연 곁에서 기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란테르트였다. -깨어났군. -몸은 좀 괜찮으신 가요? 두사람이 물었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런 데로.... 워낙 모라이티나의 치료마법이.... 란테르트는 여기까지 말하다 돌연 폐부를 부숴버릴듯한 기세로 기침 을 해댔다. 란테르트는 목을 통해 무언가가 넘어오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았다. 입안에 비린 내음이 확 번지며 손에 끈적끈적한 무엇이 묻었다. -말하지 말아요.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어요. 란테르트는 한참동안이나 피섞인 기침을 해대다 모라이티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라이티나는 한참동안 란테르트의 피묻은 입가를 바라보다 돌연 뽀 로통히 말했다. -무모해요. 아무리 그래도.... 목숨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생각하다 니.... 그녀의 검을 손가락 하나 길이 만큼만 오른쪽에 맞았더라 면.... 가엘프 님이 곁에 있다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었을꺼에요.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말에 쓸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아.... 모라이티나가 외쳤다. -그렇게 까지 당신의 애인이 중요한 사람 이었나요? 그래요, 그렇다 고 쳐요. 그래도 그렇게 자신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건.... 여기 있 는 우리들은 뭐예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몹시 흥분한 얼굴 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를 올려다 보다 한차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중요한 사람이야.... 난.... 언제나 그녀를 지켜 주겠다고.... 지켜 줄 수 있다고 큰소리 쳤었어.... 그런데도 난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 지.... 무능하고, 한심하고.... 큰소리 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멍청이야.... 나는.... 란테르트는 이 짧지 않은 말을 내뱉으며 서너 차례나 기침을 해댔다.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큰소리 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 는 멍청이가 아니에요. 무능하지도 한심하지도 않아요. 모라이티나의 외침에 란테르트는 쓸쓸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설사 그렇다 해도.... 피엘이 떠났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모라이티나가 막 무어라 말을 하려 했으나, 돌연 이카르트가 그녀의 말을 막았다. -무리하지 마. 상처가 도져.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얼른 입을 손으로 가렸다. 그리고는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가만히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하는 이야기에 대꾸하지 말고 듣기만 하세요. 알았죠?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 다. -그래야만 해요. 그냥 듣기만 하세요. 그리고 반박하고 싶은 말이 있 다면, 기억하고 있다가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면 제게 말하세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도무지가 말이 안돼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나 진지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피어나 는 미소였다.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가 웃자 자신의 말에 동의한 거라 생각하며 말 을 꺼냈다. -사실, 저는 당신이 어떻게 그녀를 잃게 되었는지 몰라요. 하지 만.... 이카르트의 말에 의하면, 벌써 3년이나 된 일인 것 같은데.... 아무튼.... 그 일로 지금까지 자책하고 있는 건 지나쳐요. 게다가 당 신에게는 지금의 당신이 있잖아요. 언제까지나 과거의 당신이나 생각 하며 과거 속에 묻혀 살거에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피엘을.... 그녀를 잊는 것이 지금의 내가 되는 거라면.... 영원히 과거에 묻혀 살겠어.... 쓸쓸히 내뱉는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한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 해도.... 자책만은 하지 마세요.... -자책이 아니라 반성이야.... 그리고 후회이고....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표정은 그녀답지 않게 몹시 쓸쓸해 보였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이 말들에 표정이 완전히 굳어 버렸다. 확실 한 것은, 란테르트가 사피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신이 추측했던 것 이상이라는 것이었다.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꺼야? ------------------------------------------------------------------ 홍홍.... 추천과.... 처음으로 올라온 추천성 글.... 저, 정말 기쁘군요.... 그래서.... 사비스 차원으로 두편 올라갑니다.... (^^;;) (허걱, 이러면.... 추천수와 연재편수가 비례? ^^;;) 아무튼 계속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열시미, 열시미.... 기뻐도 이제 할 일이 거의 없어진.... 띨한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75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0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2 01:03 읽음:166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테르트는 몸을 나무 등걸에 기댄 채 천천히 숨을 고르며 이카르트 의 말을 받았다. -라브에.... 분명 외롭다고 그랬어.... 가서 돌보아 주어야해.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고, 모라이티나는 말 도 안된다는 듯 외쳤다. -말도 안돼요. 이번에는.... 분명 란테르트를 죽일 꺼 에요. -라브에는 그런 아이가 아니야.... 란테르트는 상처가 아픈지 얼굴을 찡그리며 간신히 이렇게 답했고, 모라이티나는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 에요? 그녀의 검에 죽을뻔 하고도 그런 말이 나와 요?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어떻게 전에 알고 있던 사람을, 그것도 자 신의 언니의 약혼자를 그렇게 무자비하게 찌를 수가 있어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가 잘못했기 때문이야.... 아무튼 어서 그녀를 따라 가야해. 그때, 곁에서 이카르트의 감정 섞이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란테르트, 조금 침착해 지는 편이 좋을 꺼야. 너답지 않아, 이렇게 허둥대는 거.... 지금의 네 몸으로는 그녀를 따라가지도 못해. 란테르트가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피엘과 약속했어.... 라브에를 보호해 주 기로.... 이카르트 너도 보았잖아.... 라브에의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 을.... 그런 실력으로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이카르트는 실소를 터트렸다. -그녀가 약해? 대륙 제일의 용병집단이 레드 미스트 안에서도 정예로 구성된 다크 미스트의 녀석들을 아주 간단히 처리하는 여자야. -하지만, 정말로 무기술을 연구한 전사들과 겨룬다면, 결코 무사하기 힘든 실력이야.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래, 그녀를 쫓아간다 치자.... 그럼 뭐가 달라지지? 다시 네 심장 에 일검이 박힐 뿐이야. -그래도 상관없어. 돌연, 이카르트가 말을 막 내뱉는 란테르트의 뺨을 짝 소리가 나도록 올려붙였다. -정신차려. 그래, 네 심장에 그녀의 검이 박힌다고 쳐. 그래서 즐거 워 할 사람이 누가 있지? 나? 모라이티나? 아르트레스? 그러면, 에라 브레 그녀? 지금 그녀를 쫓아 가 보았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 어. 게다가, 지금 그녀의 신변은 아르트레스가 보호하고 있잖아. 위험 하지는 않을 꺼야. 란테르트는 뺨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이카르트를 멍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멍청하다 싶을 정도의 목소리로 중 얼거리기 시작했다. -난.... 난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야? 피엘도, 라브에도.... 너희들도 누구 하나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는 쓰레기야.... 그렇게.... 그렇게 허무히 피엘을 잃고 나서.... 도대체 내가 한일이 도대체 뭐란 말 야?.... 라브에는.... 외로워하며 복수하겠다는 마음만을 키워왔는 데.... 그 동안 나는 무얼했냔 말이야? 이카르트 너도 알 꺼야.... 겨 우 열 여덟 밖에 안되는 어린 여자가 시체에 칼질을 할 수 있게 되려 면.... 얼마나 많은 슬픔을 가슴에 쌓아야 하는지를.... 란테르트는 말을 하면 할수록 목소리가 잦아지며 어느 샌가 한 방울 씩 눈물을 피에 범벅이 된 망토위로 떨구기 시작했다. -피엘과.... 그녀와 약혼하면서 한가지 약속을 했어.... 그녀와 동생 을 돌봐주기로.... 행복하게 해 주기로.... 하지만, 난.... 나 때문에 두 여자 모두가 불행해 졌어.... 그런, 나 같은 건.... 일찌감치 없어 져 버렸어야 했어. 하지만.... 난 없어져 버릴 수 없어.... 라브에 때 문에.... 그런데.... 지금 와서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난 어째서 살아있어야 하는 거야? 울먹이며 중얼거리는 란테르트는 어린아이 같았다, 라고 모라이티나 는 느꼈다. 말하는 것이 두서가 없고 논리가 부족했다. 하지만, 충분 히 슬픈 모습이었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란테르트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 으며 란테르트의 머리를 두팔로 감싸안았다. -그만해. 그런 자책 따위.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면, 만들면 돼. 그 리고.... 너는 그녀에게 충분히 해 주었어. 지난 3년간 아반트 가르트 에서 있었던 것도, 1천만 하르라는 엄청난 돈을 번 것도 모두 에라브 레, 그녀를 위해서잖아. 그리고.... 그녀가 찌르는 검을 그대로 맞아 주고, 또, 모라이티나가 쏜 화살을 그런 몸으로 막아 주었잖아. 그걸 로 충분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너에게는 최선이라 할 수 있 어. -하지만... 하지만....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가슴에 안긴 채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중얼거 렸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란테르트의 말을 막았다. -우는 것.... 언젠가도 말했 듯, 네가 우는 모습은 아름다워. 하지 만, 너에게는 웃는 모습이 더 어울려. 자책하는 모습 따위는 보고 싶 지 않아. 하지만이 아니야. 네가 지금 할 일은, 이렇게 말도 안돼는 것을 우기며 우리와 말싸움을 하는 게 아니야. 어서 상처를 치료해 다 음에 할 일을 생각해.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한참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 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이카르트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둥치에 몸을 기댔고, 곧바로 눈을 천천히 감았다. -맞아.... 네 말이.... 그럼, 저녁때 봐.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고는 잠시 후 잠이 들었다. 눈물에 얼굴이 엉 망이 되어 있었으나, 표정만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은 듯 보였다.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의 모습을 편안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모라이티나는 이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곁에서 잠자코 있었다. 그 리고는 한참 후, 한숨을 한차례 내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째서.... 두 남자가 껴안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지?.... 모라이티나로써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카타나. 위다의 수도 카타의 서쪽에 위치한 커다란 숲이다. 인근 마 을의 벌목으로 이전만은 못하지만, 지금도 꽤나 울창한 편이다. 그리고, 그 숲의 한 가운데, 18세 가량의 소녀가 긴 갈색 머리칼을 뒤로 휘날리며 달리고 있다. 엷은 회색이었던 것 같은 망토는, 어깨부 분과 가슴 언저리가 온통 검붉게 변해 있었고, 손에 쥐고 있는 검정색 의 검 역시 약간의 붉은 색을 띄었다. 멍한 듯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달리던 그녀는 돌연 걸음을 멈추며 자 신을 내려다보았다. 피로 젖어버린....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의 피로 젖어버린 자신을, 그리고 검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그녀는 돌연 하늘을 향해 비명을 질렀 다. 몇 차례나 미친 듯 하늘에 소리를 지르던 그녀는 땅에 털썩 주저앉으 며 오열을 터트렸다. 울고, 또 울기를 한참. 그녀의 울음소리는 시간과 함께 점차로 잦아 져갔고, 그제서야 정신을 추스른 듯 검을 갈무리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의 검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빛깔이 조금 붉어진 것은 이해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그녀는 황급히 자신의 검을 망토에 문질러 보았으나, 붉은 색이 묻어 나지 않았다. 본래 나무였던 검날이 피를 흡수해 버린 것이었다. -피를.... 마시는구나.... 그녀는 망연히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한참동안 자신의 검붉은 색의 검 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미소지었다. -그래.... 마시는 거야.... 모두의 피를.... 언니를, 언니를 아프게 한 모든 사람들의 피를 마시는 거야. 그녀는 힘차게 검을 검집에 꽂으며 몸을 일으켰다. 에라브레.... 그 녀의 연갈색의 눈동자가 괴이한 광기와 살기로 번뜩였다. 돌연, 눈앞이 흐릿하며 에라브레의 앞에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르페오네.... 에라브레는 그녀의 돌연한 등장에 이렇게 중얼거렸고, 아르페오네는 여전 어깨에 아르에를 얹은 채로 에라브레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실패했군요. 얼음을 연상케 하는 차가운 목소리였다. -강했어요.... 그는.... 게다가 동료도 있었어요. -이야기하지 않았던가요? 그가 아니라 그들이라고. 아르페오네가 감정 석이지 않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는 있었지만.... 아르페오네는 아르에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당신이 실패한 이유는 그들이 강했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이 약했기 때문입니다. 에라브레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 에요? 아르페오네는 무덤덤한 시선을 에라브레에게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그에게 가기 전, 제가 말씀드렸죠.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그를 증오 하고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에라브레가 외쳤다. -난, 그를 증오해요. 언니를 죽게 만든.... 언니와 나를 속여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앗아간 그를,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증오해요. 아르페오네는 에라브레의 말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정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좋으실 데로 하십시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당신이 그때 다시 한 번만 더 손을 썼더라면, 그를 죽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에 대해 잘 생각해 보십시오. 에라브레는 아르페오네의 말에 고개를 크게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런 건 할 수 없었어요. 그에게는 동료가 있어요. 그것도 아주 강 한.... 그러니까.... 내게도 쓸만한 동료를 소개해 줘요. 아르페오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쓸때없는 짓입니다. -왜인가요? 그가 강하기 때문인가요? 에라브레가 묻자, 아르페오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당신이 그를 증오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라브레가 아르페오네의 말에 발끈하여 외쳤다. -어째서죠? 난, 그의 심장을 찔렀어요. 안타깝게 빗나갔지만.... -그런가요? 하지만, 그때, 어째서 그가 당신의 검을 맞아 주었는지에 대해 한 번만 생각해 보았다면, 당신은 결코 그를 증오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그건.... 아르페오네의 말에 에라브레는 말을 더듬었고, 아르페오네는 살짝 비 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일곱 개의 대륙 안에 있는 사람중 마법력이 가장 강한 사 람은, 아피안 입니다. 테미시아님의 수신사로, 저보다도 강합니다. 그 는 신탁 계까지, 모든 신계 마법을 사용할 줄 압니다. 그리고 그 다음 이 바로 란테르트, 그분입니다. 그 밑으로, 다음 대 테미시아 수신사 님과 여섯 명의 각 신들의 신관이 있습니다. 각각 자신들이 모시는 신 의 마법을 신탁계 까지 익힌 사람들이지요. 다음으로 마법력이 강한 사람이 바로 세첼타가의 여가주로, 불과 40세의 나이로 정령계의 모든 마법을 익혔습니다. 당신들의 말로는 초현자라고 부르지요? 에라브레는 그런 그녀의 말을 잠자코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는 별볼일 없는 자들입니다. 기껏해야 몇 안돼는 대현자들 정도지요. 그리고, 무기 술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사람은, 현 레카르 도 가의 가주인 케이시스 레카르도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란 테르트 그분이지요. 에라브레가 아, 하는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그, 그럼.... 그가 검, 마법 양면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자 라는 거예요? 아르페오네는 고개를 끄덕였고, 에라브레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 다. -그렇다면....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잖아요. 에라브레의 말에 아르페오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닙니다. 가장 강한 사람은 테미시아님의 수신사입니다. 아르페오네의 말에 에라브레가 희색을 띄며 물었다. -그렇다면, 그를 동료로 맞으면 되겠군요.... 그런데, 그가 도와줄까 요? 아르페오네는 그녀의 물음에 단호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레카르도 가의 가주도, 제가 말씀드렸던 여러 마법사들도, 당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입니다. -왜죠? -그들에겐 반드시 해야할 자신들의 일이 있기 때문이죠. 아르페오네의 말에 에라브레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저를 도와줄 만한 사람들중 가장 강한 사람은 누구죠? -강한 자들.... 말인가요? 단지 강하기만 하면 되나요? 아르페오네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더 생각해 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 였다. -그래요. 아무튼.... 그를 죽이려면.... 아르페오네는 슬쩍 말을 돌렸다 -다른 다크 미스트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그 부터 죽이고 난 후에.... 아르페오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며칠 안으로 결과를 알려 드리지요.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고, 아르페오네는 더 이상 그 장소에 머무 르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아르페오네가 사라진 후,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사실 이런 상황에 피곤하지 않다면, 그편이 더 이상할 것이다. 그녀는 가까운 나무에 몸을 기대어 검을 손에 쥔 채 가만히 눈을 감 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지금 한가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 는 한 남자의 모습.... 온통 얼굴을 찡그린 채, 그리고 가슴에 칼이 박힌 채.... 미소짓고 있던 한 남자의 모습.... 에라브레는 돌연 얼굴이 평화로와 졌다. 무언가 기분 좋은 생각을 하 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자신의 검을 움켜쥔 손 에 힘을 주더니 돌연 소리를 질렀다. -나쁜 자식.... 왜 웃는 거야? 왜.... 차라리.... 차라리, 널 죽이려 했던 나에게 검을 휘둘러.... 위선자.... 악마.... 기세 좋게 지르던 소리는 어느 샌가 풀이 푹 꺾여 버렸다. 그리고는 점차로 흐느낌과 같이 잦아들었다. 에라브레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왜.... 우리 언니를 죽게 한 거야?.... 다시 그때처럼.... 다시 그 때처럼.... 너를 오빠라고 부르고 싶은데.... 당신을.... 숲에 부는 싸늘한 바람이, 에라브레의 머리칼을 스치며 흘러갔다. 그녀의 마음만큼이나 싸늘한 바람이.... ------------------------------------------------------------------ 홋홋.... 통계.... 상당한 충격.... (물론 기쁨의...^^;;;) 역시 양으로 밀고 나가면.... (한달에 44편.... ^^;;) 게다가.... 서장 조회수가 드디어 400.... 꿈의 400 입니다.^^;;; 앗, 연일 기쁜일만.... 그럼, 즐거운 통신 되세욧. 이밤에 정신 못차리고 깨어있는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76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1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2 12:16 읽음:163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아주 늦은 저녁. 별이 떴다. 어째서 인지도 모르는 채, 깊은 어둠 속 에 무수하게 박혀 있다. 하늘의 동편 저 멀리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커 다란 구체가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숲속. 간신히 파릇한 싹이 돋기 시작한, 아직 겨울의 태를 채 벗지 못한 숲이었다. 사람. 여자와 남자. 보라색 머리칼이 달빛에 은은히 빛나는 한 남자 와, 은발에 가까운 청백의 머리칼을 가진 여자. -분명 말하지 않았느냐? 나를 분노케 하지 말라고. 이카르트,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가 싸늘히 입을 열었다. -저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을 바라본 채 아르페오네, 푸른 머리칼의 여 자가 대꾸했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어째서 나를 속였는가? 이카르트의 말에 아르페오네는 고개만을 조아릴 뿐이었다. -다시 묻겠다. 어째서 나를 속였느냐? -제 잘못 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그 둘을 한자리에 모이게 할 수 없었습니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복수에 눈먼 아직 어린 여자아이와 목숨까지 경시하는 그녀의 원수 를 그런 식으로 만나게 하는 것.... 그것이 가지고 올 결과를 예상치 못했었다고 이야기하는가? -.... 아르페오네에게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이카르트는 미간 사이를 좁히 며 말했다. -예상했었구나.... 조금 더 극적인 결과를.... -죄송합니다. -그의 목숨을 빼앗는 것.... 그것이 네가 말한, 란테르트를 내게서 빼앗는다 라는 것인가? 이카르트의 말투는 점점 더 싸늘하게 변해갔다. 평소에 조금의 동요도 없었던 아르페오네가, 이런 이카르트의 모습에 조금씩 떨기 시작했다. 이마엔 식은땀이 고이기 시작했고, 바닥에 대 고 있는 손의 미세한 떨림이 어깨까지 전해져 왔다. -그런 것인가?.... 이카르트의 차갑기 그지없는 이 말에, 아르페오네가 돌연 고개를 들 었다. -아르카이제님. 어째서 입니까? -무엇을 말하려는가? 아르페오네는 잠시 머뭇거리다, 몸을 받치고 땅에 닿아 있던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한낱 인간 따위가, 2천년을 넘게 아르카이제 님의 손이 되어온 저보 다 중요한 겁니까? 어째서.... 인간이 다친 정도로.... 그렇게까지 제 게 화를 내십니까? -진정 그 이유를 모르는가? 이카르트는 일갈했고, 아르페오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유는 압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이카르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로 그것이.... 나의 마족으로써의, 신의 위엄에 도전했던 압그랑 님의 자손으로써의 자긍심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다.... 이카르트의 화는 단번에 누그러들었다. 그런 아르페오네의 마음, 그 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아르페오네의 입장에서는, 겨우 인간 하 나 때문에 상관에게 문책을 받는 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이카르트의 알 수 없는 말에 아르페오네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아르페오네의 말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것이다.... 지금의 너로써는.... 이카르트는 잠시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딱딱하게 아르페오네에게 말했 다. -아르페오네. 다시는 이일로 너를 무어라 하지 않겠다. 그리고, 란테 르트가.... 그 에라브레라는 아이에게 떠난다 해도.... 너를 문책하지 는 않겠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에는 아무리 너 라 해도 나의 웃음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아르페오네는 이카르트가 이렇게 말을 하자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떨 었고, 이카르트는 그런 아르페오네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띄어 보였다. -요즘 아주 유쾌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첫째 아이는 사랑에 빠진 것 이, 처음 만들었을 때를 보는 듯 싶고, 둘째 아이는 평소답지 않게 동 요된 모습을 내비치고 있고.... 2000년간의 권태가 한 번에 씻겨 나가 는 듯 싶구나. 아르페오네는 그런 이카르트의 말에 볼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였 다. -돌아가거라. 아르페오네는 이카르트의 말에 공손히 몸을 굽혀 예를 표했고,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이카르트가 다시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올 무렵, 란테르트는 잠 에서 깨어나 모닥불을 돌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라이티나는 이미 곯아 떨어져 구석에서 쌔근쌔근 거렸다. -누구를 만나고 왔나보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란테르트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묻지 않았다. -기분은 좀 어때? 이카르트가 물었고, 란테르트는 쓰게 웃었다. -낮에.... 내가 조금 지나쳤지? 아무튼 지금은 그런 데로 괜찮아. 이카르트는 은근히 미소지으며 답했다. -이해해. 아무튼, 네 뺨에게는 미안하군. 란테르트가 환히 미소지었다. -현존 서열 2위의 마족의 손에 맞고도, 멍하나 들지 않은 뺨이야. 내 뺨의 그 위대한 능력에 스스로가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니까. 이카르트도 따라 웃었다. -농담이 나올 정도인걸 보니, 정말 괜찮은 모양이군. 잠시동안 환히 웃고 있던 란테르트는 서서히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한참동안, 쏘시개로 불을 뒤척이던 그는 이카르트를 한차례 바라보고는 멀리 보이지도 않는 지평선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것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잘 모르겠어.... 지금처 럼, 라브에보다 먼저 다크 미스트의 녀석들을 쓸어버려야 하는 건 지.... 아니면 강제로라도 그녀를 만나 내 밑에 두어야 하는 건지....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까다로운 문제야.... 아무튼, 그녀의 복수 대상에 자네도 포 함되어 있으니까.... 이런 식으로 그녀의 일거리를 가로채 버리면.... 그 아가씨는 언젠가는 분노에 미쳐버릴거야. 그렇다고.... 억지로 데 려온다고 해서 얌전히 끌려올 아가씨도 아니고.... 기껏해야 네 왼쪽 가슴에 구멍이 하나 더 뚫릴 뿐이지....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잠시동안 침묵이 흘렀고,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 보다.... 이제 이야기 해주지 않겠어?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너의 지난날에 대한....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이카르트는 다시 독촉했다. -언제나 물으면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지. 기껏해야 네가 내뱉듯이 말한 단편적인 사실들을 알았을 뿐, 하다 못해 그녀와 만났을 때의 상 황도 난 알지 못해.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이미 입으 로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것은.... 언젠가도 이야기했듯, 에카 숲의 남단이야. 란테르트는 여기까지 말하다 고개를 돌려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공교롭게도.... 모라이티나와 만난 장소와 같은 곳이지.... 아무튼 나는 그때 시력을 잃었었어.... 게다가 큰 상처도 입었었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을 꺼내 그간의 일을 대강 이야기 해 주었고, 이카르트는 꽤나 진지하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래서요?.... 앗.... 란테르트가 이야기를 중반쯤 이어갈 무렵, 모라이티나의 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사실, 이카르트가 돌아와 란테르트에게 말을 건넸을 무렵 잠에서 어렴풋이 깨어났으나, 정신이 몽롱해 그냥 자는 척 하고 있었다. 하지만, 란테르트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데, 그녀가 빠질 리가 없지 않은가? 그녀는 갑자기 몸을 일으키기도 어색해 이불 을 뒤집어 쓴 채로 란테르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가 화들짝 놀라며 입을 가렸다. -괜찮아. 자는 척 할 필요 없어. 사실, 비밀이라거나 한 것은 아니니 까.... 단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뿐이지....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는, 이내 몸을 일으켜 모닥불 근처에 다가와서는, 이카르트와 비슷한 진지한 표정으 로 란테르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란테르트의 복잡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는 한참이나 계속되었고, 두 사람의 청중은 꼭 같은 표정을 시시각각으로 지어 보이며 란테르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내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거야... 란테르트의 이야기는 거진 한시간 가까이나 계속되었다. 할 수 있는 한 간단히 한 것이었지만, 워낙에 이야기할 것이 많았다. 하지만, 이 야기의 거의 대부분은 사피엘라와 에라브레에 대한 것이었다. 그녀들 과 함께 지낸, 다섯 달이 채 못되는 시간 동안에 대한 이야기가, 그 전의 20년 가량의 이야기보다 배는 길었으니 말이다. -그럼.... 정말 사피엘라라는 사람이 죽은 이유가, 란테르트 때문이 었군요. 모라이티나가 란테르트의 이야기가 끝나자 마자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카르트가 곁에서 그런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렇게 치자면, 사람이라는 생물이 죽는 이유는 란테르트가 있기 때 문이야. 모라이티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 말이 억지라는 것 정도는 스스로도 알고 있겠죠? 그리고는 곧바로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하지만.... 역시 자책할 만한 일은 아니에요.... 모두 운이 나빴을 뿐.... 당신은 단지 억울한 누명을 썼을 뿐이고, 그런 오해는 어떻게 풀 방법이 없잖아요.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제와 그런 이야기는 소용없어.... 아무튼.... 피엘을 죽게 한 것 은 나이고...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아. ----------------------------------------------------------------- 메일로.... 반 협박조의.... 한편 더 요청이 들어와서리.... 하나 더 올라갑니닷!! 그럼 재미있게 봐 주세요....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게시판-SF & FANTASY (go SF)』 980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2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3 00:34 읽음:161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은 사실이야.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야.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난, 라브에를 행복하게 해 주어야 해.... 만약 그녀가 그녀 자신의 손으로 내 심장에 검을 꽂고, 또 내 시체에 칼질을 하는 것을 행복이 라고 생각한다면, 난 그대로 하게 해 줄 꺼야. 이카르트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한다고 그녀가 행복해 할 리는 없어. 그건 내가 보장하지. -마족의 보장, 신용할 수 없어요. 모라이티나가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으나, 이카르트는 웃지 않았다. -미숙아 엘프 아가씨는, 여기 이 란테르트의 심장에 검이 꽂히는 것 을 보시고 싶은 모양이군요.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안색이 돌변하며 급히 고개를 가로 저 었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그리고는, 살짝 사악한 미소를 띄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이카르트. 분명 저를 무시하지 말라고 했을텐데요? 미숙 아, 어쩌구 하는 건.... 무시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이카르트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미숙아 엘프 아가씨라고 당신을 호칭한 조금전의 일은 사과의 뜻을 표하지요. 엘프그란 양. 미숙아 엘프 아가씨, 라는 말을 특별히 힘있게 강조한 이 이카르트의 진심 어린 사과에, 모라이티나는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굉장히 망설이게 되었다. 란테르트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신나게 떠들어대는 두 사람에게 입을 열었다. -그보다는.... 라브에의 문제가 중요해... 란테르트의 말에 두사람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대꾸했다. -이미 정해 놓은 것 같은데?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야기 한 바대로야.... 지금처럼 그녀를 뒤에서 돕는 것 과.... 전면에 나서는 것. 모라이티나가 이야기했다. -앞으로 나서는 것은.... 아직 무리 에요. 가장 좋은 것은.... 너무 속보이고 치사한 방법이지만, 몰래 도우면서 우리가 했다는, 아니 란 테르트가 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예요. 이카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이야. 아.... 엘프가 머리 나쁜 종족이 아니었지.... 요 며칠간 잊고 있었어....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치켜들며 비웃듯 말했다. -당연하죠. 우리 지체 높고 고상한, 숲의 요정 엘프는 어떠한 종족 보다도 두뇌가 뛰어나요. 그런 것을 잊고 있다니, 역시 마족은 머리가 나쁘군요. 하지만, 적어도 모라이티나는 머리가 나쁜 듯 했다. 요 며칠간, 이라 고 강조한 이카르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사실, 모라이티나는 머리가 나쁘기보다는 순박했다. 워낙에 접해온 것들이 정직하고 순수한 것 뿐이 여서, 한 번쯤 꼬아 이야기하는 이카 르트의 말투에 익숙하지 않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란테르트는 곁에서 모라이티나의 이런 반응에 몇 차례 기침 섞인 웃 음을 터트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 것도 좋기는 하겠지만.... 문제는, 그녀를 도울 일이 거의 없 다는 거야.... 다크 미스트의 녀석들을 내손으로 죽여보아야, 라브에 는 기뻐하지 않아. 오히려 화를 돋굴 뿐이지. 모라이티나가 말했다. -그럼, 억지로 만들면 되잖아요. 그녀보다 강한 사람 몇을 고용해서, 그들보고 그녀를 괴롭히라고 하는거에요. 그리고 그녀가 막 곤경에 처 했을 때, 당신이 멋진 가면을 쓰고 망토를 휘날리며 사악한 무리들을 응징하고는, 바닥에 당신 이름의 첫글자인 L 자를 근사하게 세기고 달 아나는 거예요. 그렇게 열번 정도만 하면.... 이카르트가 말을 끊었다. -그녀가 의심하겠지. 이거 순 엉터리 아냐, 하고. 정말 유치하군.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그 커다란 눈으로 이카르트를 흘겼고,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를 무시한 채 입을 열었다. -아주 무시할 방법은 아니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네가 원치 않 는다는 거겠지. 아닌게 아니라, 란테르트는 그리 탐탁한 표정이 아니었다. -그런 건.... 난 라브에를 속이는 짓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 이카르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오늘.... 어째서 네가 인간처럼 보이는 거지? 란테르트는 고요히 웃었고, 이카르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그녀들에게는 인간, 이고 싶다는 건가?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대답에 후, 하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쏘시개로 모닥불을 한차례 거칠게 뒤집었다. 수천의 불티가 분분히 날아올라 또 다른 별의 바다를 만들어냈다. -아무튼.... 일단은 현상태를 유지하자. 이카르트의 말이었다. 다음날, 에라브레는 인기척에 잠을 깼고, 황급히 손을 검으로 가져간 채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의 시야에 두 개의 인영이 들어왔다. -어? 여기 피를 흘리며 사람이 쓰러져 있어. 꼬마였다. 둘중 한 아이가 에라브레를 발견하더니 이렇게 외쳤고, 함 께 왔던 다른 아이가 소리쳤다. -죽었나봐.... 도망가자. 처음 이야기한 아이는 남자였고, 그의 말을 받은 것은 여자아이였다. 에라브레는 눈을 번쩍 뜨며 두 아이를 살폈고, 두 꼬마아이는 에라브 레가 갑자기 움직이자 놀라 뒤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찌었다. -으악.... 남자아이는 비명을 질렀고, -으앙.... 여자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에라브레가 보니, 둘 모두 6,7세 가량의 꼬마들이었는데, 남자아이는 갈색 머리칼을, 여자아이는 흔하지 않은 연두색의 머리칼을 하고 있었 다. 생김새가 비슷한 것을 보니 남매인 듯 싶었다. -놀라지 마렴. 난 사람이야. 다치지도 않았고. 그제서야 여자아이는 훌쩍이며 울음을 그쳤고, 남자아이는 용기를 내어 에라브레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그렇게 피를 흘리며 여기 쓰러져 있어요? 남자아이의 물음에 에라브레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피는.... 다른 사람의 몸에서 묻은 것이고.... 잠을 자고 있었단다. 여자아이가 물었다. -다른 사람이요? 나쁜 사람을 죽였나 보죠? 그녀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쓴웃음을 지었다. -죽이지 못했단다. -에이.... 하지만, 우리 아빠가 그랬어요. 악독한 사람은 반드시 비 참하게 죽는 법이라고. 그러니까 실망하지 마세요. 에라브레가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짓자 남자아이는 이렇게 위로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말은 에라브레의 표정을 더더욱 어둡게 할뿐이었 다. 악독한 사람.... 에라브레가 이 말에 자신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데서 자고 있어요? 여자아이가 물었고, 남자아이가 보충했다. -집이 없나요? 에라브레는 쓸쓸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집이 없단다.... 내 집은.... 3년전 사라져 버렸어.... 남자아이가 아는 척을 했다. -홍수가 났었군요. 우리 집도 제가 아주 어렸을 적에 홍수가 나서 없 어져 버렸었데요.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났었단다.... -더 큰일이요? 여자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고, 에라브레는 다시 한차례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너희들.... 남매니? 에라브레의 물음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 이라고 답했다. -그래?.... 그럼.... 절대로 서로 헤어지지 말아라.... 그건.... 너 무나도 슬픈 일이니까....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눈 높이가 비슷했던 아이 들이 까마득히 아래로 내려갔고, 에라브레는 순간 현기증을 느꼈다. 너무나도 높아져 버린 자신의 눈 높이에.... 에라브레는 멍청히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매에게 한차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걸음을 서편으로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아이들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때, 에라브레의 눈앞에 아르페오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알아 보셨나요? 에라브레는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이렇게 물었고, 아르페오네 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일곱명 정도.... 이들 중 두명을 동료로 맞이할 수 있다면, 원하 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에라브레가 되물었다. -두명이요? 저까지 세명이면 그들과 싸울 수 있다는 뜻인가요? 그녀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아니라 그, 입니다. 에라브레가 다시 물었다. -그를 죽일 수 있다면, 다른 둘도 그리 힘들지 않게 상대할 수 있지 않습니까? 아르페오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고, 에라브레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어째서지요? 다른 두사람, 분명 그보다 약하잖아요. 설마 그중 한 명이 그 수신사인가 하는 사람은 아니겠지요? 아르페오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다른 두사람중 한 명은 분명 란테르트, 그분보다 약합니다. 하지 만....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 세상 인 간 모두가 검을 들이댄다 하더라도 그들 셋을 어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그를 죽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잖아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아르페오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계획을 짜서 란테르트님 만을 죽인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습니다.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아르페오네는 한 장의 종이를 에라브레에게 건넸다. -이것이 그 사람들의 명단으로, 직업과 생김새, 그리고 현재 위치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에라브레는 종이를 건내받아 한차례 눈으로 훑어보았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동료로 끌어들이죠? 에라브레의 물음에 아르페오네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이상 제가 손을 쓸 이유는 없습니다. 에라브레는 차가운 그녀의 대답에 입을 다물었고, 아르페오네는 천천 히 입을 열어 한마디하며 사라졌다. -그를 죽이려는 마음.... 가지지 않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사라진 아르페오네를 향해, 에라브레는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언제나 당신이 말했듯이.... 당신과는 상관없잖아요.... 에라브레는 다시 시선을 그 문서로 향했다. -일곱명.... 그리고 이들중 두명 이상....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문서를 자세히 살폈고, 이내 그 문서 를 잘 챙겨 넣으며 걸음을 동편으로 옮겼다. -아주 가까이 있군.... 그녀의 시선은 조금전 아이들과 헤어진 숲안으로 향해 있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980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3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3 00:35 읽음:164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오래지 않아 에라브레는 숲속에서 통나무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리고, 그 통나무집 앞에는 한 30세 가량 먹은 사내가 웃통을 벗은 채 장작을 패고 있었다. 다부진 근육을 가진, 갈색의 머리칼을 짧게 깍아 올린 순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조금전 숲에서 보았던 두 꼬마 아이들이 손짓 발 짓을 해가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이라니까요. 예쁜 누나가 옷에 피를 묻힌 채 자고 있었어요. 아마 에라브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나무를 쪼개던 남자는 에라브레가 모습을 드러내자 약간 놀라는 표정 을 지으며 남자아이에게 물었다. -그 누나, 혹시 머리칼이 옅은 갈색 아니었니?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그리고.... 밝은 색의 망토를 걸치고 있었는데, 어깨와 가슴 부분에 피가 엉겨 있었고.... 여자아이도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아빠, 정말 대단해요. 아이들은 여전 에라브레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곧 자신 들의 아빠의 표정이 이상함을 느끼고, 그의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렸 다. -앗, 누나. -아빠.... 저 언니예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장작을 패고 있던 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물었고, 그때, 통나무집에서 한 여자가 그 남자의 것인 듯한 검을 챙겨 가지고 나오며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연둣빛의 머리칼을 가진 병약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에라브레는 손을 검에서 떼며 입을 열었다. 표정은 건조했고, 말투는 감정이 섞이지 않았다.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을.... 아내가 곁에 내려놓은 검을 한차례 바라보며 그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의 이름이 하트리토 랄피온 입니까? 에라브레의 물음에 남자의 안색이 대변하며 검을 집어들었다. -죽으러 왔는가? 꼬마 아이들은 자신들의 아버지의 표정이 험하게 변하자 울상을 지으 며 연둣빛 머리칼의 여자 뒤로 몸을 숨겼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제 동료가 되어 주십시오. 갈색 머리칼의 남자는 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동료?.... 라니.... -전직 용병이며, 모든 인간들중 검술솜씨가 12번째이다.... 현재 원 수를 피해 카타나 숲에 숨어있다. 이름은 하트리토 랄피온.... 맞습니 까? 에라브레의 무덤덤한 말투에 하트리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그렇게나 자세히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거지? 게다가.... 인간들중 12번째라니.... 나도 그런 건 알지 못해.... 에라브레는 횡설수설하는 하트리토의 말을 끊었다. -대답만 해 주십시오. 제 동료가 되어 주시겠습니까? 하트리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난.... 지금의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말은 듣지 못한 듯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에게는 반드시 죽여야 할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하지만,.... 그 는 강합니다. 나와 당신이 힘을 합쳐도 당할 수 없을 만큼....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하트리토는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난 아름다운 아내와, 이 두 아이들과 이렇게 사는 것이 즐겁다. 미안하지만 못들은 것으로 하자.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역시 그녀의 말이 맞군요.... 동료로 얻고 싶다면, 가족을 인질로 위협해라.... 에라브레의 말에 하트리토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외쳤다. -그런 짓을 했다간, 나의 이 롤스타리오가 용서치 않는다. 에라브레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가족을 인질로 남을 협박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동료를 다 구하지 못한다면....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에라브레는 곧장 몸을 돌렸고, 하트리토가 그녀에게 외쳤다. -제발 부탁이다....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다오. 에라브레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 명단 다섯 번째에.... 당신의 원수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 를 동료로 맞기 위해 당신이 있는 장소를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다 른 곳으로 이사한다 하더라도 소용없습니다. -그, 그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다 돌연 눈을 치켜 뜨며 외쳤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살아 돌아갈 생각을 하지 말아라. 에라브레는 그의 말에 몸을 돌려 천천히 그의 흑홍색 검을 꺼내들었 다. 그러던중, 돌연 에라브레의 시선에 두 아이가 들어왔다. 푸른색의 평상복을 걸친 연두색 머리칼의 엄마 뒤에서 벌벌 떨며 에라브레를 바 라보고 있는 두 아이가.... 에라브레는 한차례 한숨을 내쉬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일단.... 당신의 원수를 동료로 맞이하는 것은 보류해 두지요. 다 만, 제가 동료를 다 모으지 못한다면, 당신의 원수를 찾기 전에 당신 을 찾아오겠습니다. 하트리토는 이런 에라브레의 태도에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대로 공격 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물러나야 할 것인지 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라브레는 망설이는 그를 향해 냉소를 흘렸다. -저는 검술에 있어 당신보다 실력이 떨어집니다. 하지만, 검과 마법 모두를 사용한다면, 적어도 당신과 비슷하게 싸울 수는 있습니다. 가 족까지 지키기에는 버거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트리토는 여전 망설였고, 에라브레는 다시 한차례 차게 웃었다. -기회는 있을 때 잘 이용하십시오. 그리고.... 저는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하트리토는 그제서야 검을 아래로 내려뜨렸다. -도대체 너는 누구지? 하트리토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에라브레는 그대로 몸을 돌려 숲으로 사라졌다. 저녁 무렵이 되자, 란테르트의 건강은 걸어다닐 만큼 회복되었다. 겨 우, 하루만에 관통 당한 몸의 상처가 거의 아문 것이다. 모두, 란테르 트의 기적적인 체력과 모라이티나의 신성마법 덕분이었다. 그 동안 간 간이 란테르트에게 마법을 걸어주던 모라이티나는 탈진 직전이었고, 란테르트 역시 자신의 치료에 무리해 마법을 사용한 덕분에 많이 지쳐 있었다. -으갸갸.... 더 이상은 못하겠어요.... 모라이티나는 갓 파릇해지기 시작한 풀밭에 아무렇게나 벌렁 누워버 리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곁에서 한차례 피섞인 기침을 진하게 하며 말했다. -이제 좀 쉬어.... 그렇게 까지 무리할 필요 없어.... 이카르트는 무어가 우스운지 곁에서 생글거리고 있었다. -괜찮아요.... 하지만, 역시 조금 쉬어야 겠어요....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다 생글 거리고 있는 이카르트를 발견하고는 톡 쏘았다. -왜 그렇게 실실 웃어요? 바보같이.... -순간 말도 안돼는 생각이 떠올라서.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퉁명스레 물었다. 그녀는 말투와 행동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또 뭐예요? -네가 귀엽다는 생각 말이야. 그 말에 모라이티나가 성급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물었다. -이제야 깨달았군요. 그런데 왜 이런 순간에? 이카르트가 웃으며 말했다. -다시 한 번 해봐. 으갸갸. 처음 듣는 소리라서. 그의 말에 란테르트가 한차례 기운 없는 웃음을 터트렸고, 모라이티 나는 얼굴이 벌개지며 톡 쏘았다. -당신도 피곤하면 생각지도 않은 소리가 튀어 나와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난 진심이야. 그 으갸갸 할 때의 목소리와 표정이 정말 귀여웠다니 까. -정말이요? 모라이티나가 조금 기쁜 기색을 띄며 이렇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 정말이야. 그러니까 다시 한 번 해봐. 모라이티나는 그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다. 역시 열 다섯 살, 아니 이 럴 때 보면 열살 정도의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는 모라이티나였다. 이 런 일에 무어 생각해 볼 것이 있는가? 그냥 웃으며 무시해 버리면.... 그런데.... -으갸갸.... 모라이티나는 해냈다. 조금전과 같은 표정과 음색으로.... 게다가 뒤 로 눕는 행동까지 취하며.... 그녀의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행동에, 이카르트는 돌연 푸하하, 하는 웃음을 터트렸고, 란테르트도 상처 부위를 부여잡으며 웃었다. 모라이티나는 순간 속았다, 라는 느낌을 받으며 몸을 벌떡 일으켜 소 리쳤다. -또 놀린 거죠. 이 악마.... 아참, 정말 악마였지. 아무튼, 당신은 남들을 놀리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나요? 이카르트와 란테르트는 웃느라 그런 그녀의 말에 대답도 못해 주었 고, 모라이티나는 비난의 화살을 란테르트에게로 돌렸다. -란테르트, 기껏 힘들여 치료해 주었더니, 이 악마와 짜고 저를 놀리 는 거예요? 란테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의 말에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약간은 진 지한 기색으로 이야기했다. -미안해.... 웃지 않을게.... 그리고, 정말, 나를 치료해 준 것에는 감사하고 있어. 내 생명을 구해준 사람이잖아. 모라이티나는 그제서야 화를 풀며 예쁘게 웃었다. -사과 받아줄께요. 이카르트도 곁에서 엄숙하게 사과했다. -미안해. 조금 어리숙하고 둔하다고 마음대로 놀려먹은 것. 모라이티나는 그런 이카르트의 '진심 어린' 사과에 눈을 흘기며 소리 쳤다. -하나도 안 기뻐요, 그따위 사과. 란테르트는 곁에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제 슬슬 그녀의 뒤를 쫓자. 모라이티나가 물었다. -만나려고요? 하지만.... 란테르트가 말을 끊었다. -아니. 다만.... 뒤에 숨어서.... 정말 네 말대로 그녀가 위험에 처 했을 때 도와주기도 하고 하면서 일단 시간을 더 보내보려고.... 언젠 가.... 나를 증오하는 마음이 사그러 들면.... 아니 영원히 나를 증오 한다 하더라도, 그녀가 안정된 생활을 할 때까지 뒤에서 지켜봐 줄 꺼 야.... 두서없는 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이카르트의 말이 맞군요.... 당신은 더 이상 다른 여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던.... 모라이티나의 힘없는 말에 이카르트는 안색을 조금 바꾸었고, 란테르 트는 쓰게 한차례 미소지었다. -나에겐 피엘이 있으니까.... 란테르트의 손은 어느 샌가 허리에 차고있는 장검을 꼭 쥐고 있었다. -뭐, 상관없어요. 그보다 당분간 할 일은 정해진 건가요? 모라이티나는 표정을 밝게 바꾸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라이티나를 향해 말했다. -그보다.... 모라이티나. 너에겐 할 일이 있잖아. 이 세상의 마를 뿌 리뽑겠다던....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카르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직도 그 숭고하고 원대한 계획은 잊지 않고 있어요. 다만, 마족들 의 식생과 생태를 조금 더 조사하고 나서 일을 하려고.... 이렇게 좋 은 관찰 대상이 있잖아요. 이카르트가 실소를 터트렸다. -식생과 생태? 관찰대상? 그게 내 할 일 이었나? 모라이티나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연하죠. 그럼 제가 좋아서 당신과 함께 있는 줄 알았어요?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너무나도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모라이티나는 순간 당황하며 소리쳤다. -무슨 소리에욧? 전 지체 높고 고결한 엘프, 그란 부족의 족장의 딸, 모라이티나 엘 엘프그란 이에욧. 어떻게 당신과 같은 악마를 좋아하겠 어요? 그녀는 흥분하면 말투가 점점 더 어린아이 같아졌다. 게다가, 그럴 때마다 어미를 조금 이상하게 발음해서 듣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왔 다. -이런.... 실망인걸. 난 또, 정령의 사랑을 받는 최초의 마족이라고 내심 즐거워하고 있었는데.... 이카르트는 지나칠 정도로 침중한 얼굴을 하며 이렇게 말했고, 모라 이티나는 그가 몹시 실망한 표정을 짓자 순간 움찔하며 말을 얼버무렸 다. -뭐.... 그렇다고 아주 싫어하는 건 아녜요. 어쩌면.... 아주 쬐끔 좋아하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럼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닌 모양이구나? 이카르트의 물음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이 말에 이카르트는 살짝 미소지으며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여기 마족을 좋아하는 엘프의 이단아가 하나 나왔어. 이제 우리는 이단 트리오인 건가?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살짝 미소지었다. -이제.... 출발하자. 란테르트는 하루동안이나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며 이렇게 말했고, 모 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몇 걸음을 옮기던 모라이티나가 돌연 털썩 주저앉으면 서 한 말.... -그러고 보니.... 조금도 쉬지 않았잖아요.... 이카르트 때문이야. 이렇게 일행은 다시 하룻밤을 그곳에서 보냈다. ------------------------------------------------------------------- 후후.... 그냥 그냥 살아가는 하루하루.... 에고 졸려라.... 한가위로군요.... 모두들 고향 잘 내려가시길....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85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4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4 06:04 읽음:162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5. 쫓는 자와 쫓기는 자. 며칠 지나지 않아, 란테르트의 건강은 거의 완벽이라고 부를 만큼 회 복되었다. 하지만, 여전 폐 깊숙이 난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아, 지 나치게 힘을 쓰거나 무리를 하게 되면 피섞인 기침을 미친 듯이 토해 냈다. -쿠엌.... 언젠가 이카르트가 필살의 50휴하(1휴하=약 1킬로미터) 걷기라고 명 명한 강행군 끝에, 결국 란테르트가 기침을 하며 쓰러졌다. 비록 이전 만큼 50휴하씩 걷지는 않았지만, 거진 30휴하 가까이를 걷고 난 끝에 벌어진 일이다. 곁에 있던 이카르트는 쓰러지는 란테르트를 재빨리 부축했고, 모라이 티나 역시 안색이 파랗게 변하며 란테르트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요? 모라이티나의 호들갑스러운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데로.... 이카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이상은 무리야. 그런 몸으로....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몸이 한계에 와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떨어져 있지? -20휴하 가량. 한시간 전부터 움직이지 않고 있어.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차례 비릿한 기침을 해댔다. 그때였다. 한 갈색 머리칼을 턱까지 기른 남자가 란테르트를 향해 접근했다. 30 대 후반이나 그 안쪽으로 보이는 그 사내는 란테르트를 보자마자 기쁜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3개월간 그렇게나 찾아다닌 너를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이 건 정말 데로드 님의 가호라 할만 하다. 란테르트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 같 았다. 언젠가 오사시에서 만난 용병들로, 무슨 라이트 소드인가 하는 단체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었다. 란테르트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갈색 머리칼의 상대는 란테르트의 말에 얼굴의 웃음을 지우며 말했 다. -나를 잊었는가? 바로 용병들 사이의 시비를 해결하는 용병 길드의 직속부대 라이트 소드의 대원으로, 전에 오사시에서 너와 한시간 가량 겨룬 적이 있었다. 당시 내 곁에는 두명의 동료가 있었고, 너의 곁에 는 자매라고 이야기한 여자 둘이 있었지. 여전 상대의 물음에 자세히 답해주는 남자였다.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또다시 피엘을 떠올리며 쓰게 웃었다. 그 날.... 그가 피엘에게 반지를 건넸던 날이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 는가? -무엇 때문에 저를 찾으셨습니까? 일단은 공손하게, 이것이 란테르트의 화법이었다. -난 평생 한가지 일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너와 3대 1로 싸워 승부를 내지 못한 것으로, 사실 그때 당시 내 실력이 너보다 못 하다고 할 수는 없었으나, 더 낫다고 하기도 힘들었었다. 그래서 나는 요 2년 반동안 부단히 검을 갈고 닦아 너와의 승부를 준비해 왔다. 하 지만, 그럴 필요도 없겠구나.... 그렇게 피를 토하며 있는 모습을 보 아하니.... 란테르트는 그의 이야기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럴지도 모르죠. 상대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대신 시력은 돌아온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이제야 본 실력 을 되찾았다 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내장을 상했으니.... 도대체 어느 부분을 다친 것이지? 란테르트는 거참 말 되게 많네.... 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말에 답했 다. -폐입니다. 돌연 갈색머리의 남자의 눈이 커졌다. -폐? 그렇다면, 무인으로써의 생명은 끝이군. 폐를 다친 몸으로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가 있지? 거의 노골적인 무시였다. 원래부터가 언제나 남을 부리던 위치에 있 던 자이기에 말에 대해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남자였다.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3년전 이었다면, 그는 이런 말에 분명 화를 냈을 것이다. 물론, 노골적으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지 르지는 않았겠지만,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검을 뽑았을 것이다. 화를 낸 것은 오히려 모라이티나였다. -이봐요,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할 수 있는 게 무어라니요? 그거 쓸모 없다는 뜻 아니에요?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 란테르트가 그런 모라이티나를 말렸다. -쓸모 없는 도발에 상관하지 마. 성가시니까.... 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말했다. -이 꼬마는 또 누군가? 그전의 그 두 아가씨들은 어떻게 하고? 설마 어디다 팔아 치우거나 한 것은 아니겠지? 뭐 너라면 가능하겠지만.... 역시 생각 없이 말을 내뱉는 사람이었다. 그의 이 말에 란테르트는 돌연 검을 뽑아 들었다. 갈색 머리칼의 남자는 란테르트의 표정이 돌연 싸늘하게 변하자, 훗 하는 냉소를 한차례 터트리고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검을 뽑아들었 다. -시리튼이다. 임무가 아닌 개인적 대결을 신청했기에, 그는 이름을 밝혔고, 란테르 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대꾸했다. -란테르트. 란테르트는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심한 기침을 해댔다. 시리튼이라고 이름을 밝힌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몸으로 나와 상대하는 것은 무리다. 나는 근 3년간의 수행으 로, 용병길드 안에서의 순위가 크게 상승하였다. 그전 너와 겨루었을 때의 서열이 겨우 17위였던 데에 반해, 지금은 6위로 올라서 있다. 란테르트는 잠시 속을 진정하느라 그 말을 받지 못했고, 대신 곁에 있던 이카르트가 냉소했다. -겨우 용병길드 안에서 6위입니까? 란테르트는 모든 인간들중 육체적 능력이 2번째입니다. 당신 같은 간신히 100번째 안에 들어있는 사람과 는 천양지차이지요.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한차례 웃으며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어차피 과장을 할거면 첫 번째로 하지, 왜 두 번째 지? 라는 생각을 했다. 시리튼은 이카르트의 말에 잠시 멍했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미친소리가? 네 녀석은 또 뭐하는 녀석이기에 그렇게 허풍이 세냐? 말끝마다 사람을 모욕하는 재주가 있는 시리튼이었다. 이카르트, 아 니 아르카이제에게 미친 소리라니? 이카르트는 대놓고 자신을 욕하는 사람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천사 따위는 아니었다. 곁에서는, 꼬마라는 소리에 씩씩거리고 있는 모라이티나가 있었고, 미친소리라는 말에 안색이 싸늘하게 변한 이카르트가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는 한 손을 폐에 난 상처로 가져간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란테르트가 있었다. 시리튼은, 여기서 오직 란테르트 한 사람만을 안중에 두고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겨우 15,6세로, 도저히 강하다 라는 이 미지가 떠오르지 않았고, 이카르트는 란테르트보다 배는 곱상하게 생 긴 것이, 검을 차고 있기는 했으나, 들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서 들어와라. 시리튼은 여유 있게 이렇게 외쳤다. 순간, 그는 굉장히 이상한 느낌 을 받았다. 흡사, 무언가가 자신을 훑고 간 듯한 느낌으로, 그 느낌이 정확하다면, 방금 마법 같은 것이 자신의 몸을 통과했다. 시리튼은 어, 하는 사이에 조금전과 완전히 다른 어디론가 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사방 하늘은 괴상한 빛으로 어른거렸고, 천장은 무한한 듯 새까매졌다. 바닥과 근처에 있던 풀, 나무 돌등은 그대로 인 듯 보 였으나, 왠지 느낌이 달랐다. -이, 이건? 시리튼은 무언가 집히는 바가 있어 이렇게 중얼거렸고, 그런 그에게 이카르트가 차게 입을 열었다. -엔클레이브. 반경 1휴하. 시리온이 잠시 멍해졌고, 순간 그는 자신의 오른쪽에 빛이 번쩍함을 느꼈다. 깜짝 놀라며 그는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피했고, 자신이 있던 곳의 오른쪽에 무언가 엄청난 것이 부딪히는 것을 보았다. 마법과도 같은 빛으로, 그는 그것의 근원을 찾다가 모라이티나의 손에 들려있는 괴상한 활을 보았다. 모라이티나가 그의 오른쪽에 빛의 화살을 하나 날려보낸 것이다. -꼬마? 난 지금 열 아홉이에요. 내년이면 성년이지요. 시리튼은 넋이 다 빠질 정도였다. 엔클레이브.... 그는 지금까지 말 로만 듣던 엔클레이브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엔클레이브는, 시전 보다 강한 힘으로 부수던지, 아니면 시전자를 죽여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엔클레이브를 칠 수 있는 존재는, 적 어도 인간은 아니었다. 게다가 방금 전의 빛의 화살.... 자신의 방금 전 서있던 곳의 오른쪽에는 사람 하나가 쏙 들어갈 만큼 커다랗게 땅 이 패여있다. 란테르트는 엔클레이브에서 레이요니르까지, 이카르트와 모라이티나 의 합동 아닌 합동 작전을 보며,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야, 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정말이지 완벽한 이인 일조의 겁주기 작전이었다.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다. 시리튼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모라이티나가 만든 구덩이만을 바라보 고 있었다.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시리튼씨. 원하신다면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시리튼은 란테르트의 말에 어, 하는 괴상한 말을 내뱉으며 천천히 란 테르트 앞에 섰다. 역시 무인답게, 비록 간은 쪼그라들 데로 쪼그라들 었으나 용기를 내었다. -조, 좋다. 모라이티나가 돌연 입을 열었다. -난, 란테르트가 다치는 것 싫어요. 일단 그가 아파하는 것이 싫고, 그가 다치면 치료마법 거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이카르트가 이어 입을 열었다. -저도, 저의 란테르트가 다치는 것은 그리 즐겁지 않습니다. 그가 죽 기라도 하는 때에는, 이 엔클레이브는 거두어지지 않습니다. 이 둘의 말에 시리튼은 거의 울상이었다.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고 어떻게 검솜씨를 겨루란 말인가? -그만들 둬. 나에게 대결을 신청한 사람이야. 비록 사람이 경망하고 건방지고 말이 많기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놀리는 것은 너무하잖아. 란테르트 역시 기분이 그리 쾌치는 않았기에, 이런 식으로 상대를 욕 했다. 하지만, 시리튼은 거의 얼이 빠져 이런 란테르트의 말에 고마움 을 표했다. -역시, 너는 훌륭한 무인이구나.... 다른 두사람.... 이 싸움은 나와 이 란테르트라는 남자와 사적인 결투다.... 상관하지 말아달라... 하지만.... 그런 그의 말은 다른 두사람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이 야기였다. -잘 않들리네요.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시위의 긴장을 풀지 않았고, 이카르트는 먼 산만을 바라보며 브셀리나의 음률을 흥얼거렸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985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5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4 06:05 읽음:159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테르트가 말했다. -아마 끼여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보다는.... 어째서 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지요? 저는 이미 3년전의 제가 아닙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시리튼이 웃었다. 하지만, 곁의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웃는 반쯤 허장이 섞인 웃음이었다. -지난 3년간 나는 정말이지 피나는 노력을 했다. 용솟음치는 파도 속 에서의 달련. 세차게 흐르는 강속에서의 단련. 바람의 계곡, 불의 산.... 전 대륙의 유명한 수련장소라는 곳은 모조리 찾아 다녔었다. 네가 비록 3년동안 어떤 수련을 쌓았다 하더라도, 나의 상대는 이미 아니다. 만약, 란테르트가 그저 3년간 허송을 했더라면 정말 시리튼의 말대로 란테르트는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지난 3년간 아반트 가르트에 있었다. 그리고 쉬지 않고 몸을 단련했 다. 이유는 간단했다. 언젠가 두 사람의 여행객중 검은 머리칼의 남자에 게서 들은 한마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폭력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라는 것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말대 로 힘을 길렀다. 본래 그는 검술에는 천부적 소질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4년간이나 뛰어난 사람이 그에게 검을 가르쳤고, 그후 3년간 실전에서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이런 이유로 그는 이미 검에 있어서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위치에 이르렀다 할만했다. 상대가 비록 용병중 대단한 위치에 있는 자라고는 하나, 란테르트보 다는 실전 경험이 훨씬 적었다. 일찌감치 라이트 소드라는 고급 용병 집단에 몸이 속해 출전할 일이 많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반면, 란테르트가 있었던 아반트 가르트는 2군(1군=5000명) 규모 이 상의 전쟁에만 참가하는 용병단이었고, 그런 곳에서 100여 차례의 싸 움을 치른 란테르트 였기에, 실전은 신물이 날 정도로 겪었다. 시리튼의 말에 란테르트는 실소를 터트렸다. 그까짓 것이 어떻단 말 인가? 적진 한가운데서 아군도 적군도 구분치 않고 베고 또 베어 목숨 을 지키는, 그런 아반트 가르트에서 3년을 산 자신에게, 겨우 물을 베 고 바람을 벤 것 따위를 가지고 수련이라 이야기하는가? 란테르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이 깁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시리튼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높이 들며 외 쳤다. -와라. -당신이 도전했습니다. 란테르트는 여유롭게 이렇게 대꾸했고, 시리튼은 고개를 끄덕이며 란 테르트에게 달려들었다. 확실히 지난 3년간 그의 실력은 상당히 늘었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검의 강도를 높여주는 어스 케릭팅의 마법을 걸어 검을 보호한 후, 흉하게 달려드는 시리튼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강, 하는 거북한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읔.... 시리튼은 돌연 손이 떨릴 정도의 충격을 입으려 뒤로 한 걸음 물러섰 다. 흡사 커다란 바위덩이를 친 듯, 손이 저렸다. 반면 란테르트는 조금의 동요도 없이 다시 검을 추스렸다. 그리고는 시리튼을 한차례 오만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 따위가, 라는 듯한 눈 빛이었다. 시리튼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힘 으로 자신이 밀리는 듯 싶자 속도로 승부 하려는 것이었다. 확실히 그의 실력은 엄청나다 할 만했다. 만약 란테르트가 3년전의 실력으로 그와 맞섰더라면, 반시간도 지나지 않아 그의 손에 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란테르트는 분명 3년전의 란테르트가 아니었 다. 란테르트는 잠시 그의 검을 막으며 그의 동작을 지켜보다가 어느 순 간엔가 검을 가로로 크게 휘둘렀다. 땅, 하는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검이 날아올랐다. 그리고, 시리 튼은 자신의 검이 나르는 곡선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이, 이럴 수가.... 나의.... 나의.... 불과 5분.... 둘의 승부는 싱거우리 만치 짧은 순간에 나 버렸다. 이 건 결투고 뭐고도 아니었다. 시리튼은 춤을 추었고, 란테르트는 냉소 를 터트렸을 뿐이다. -확실히.... 3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 졌군요. 란테르트의 이 진심 어린 말이, 시리튼의 귀에는 비웃음으로 들렸다. -비웃음은 그만둬라.... 내가졌다. 동시에, 사방의 공간이 깨어지듯 흩어졌다. 이카르트가 엔클레이브를 푼 것이다. 시리튼은 천천히 검을 주어들며 힘없이 발걸음을 뒤로했다. 그는 이 렇게나 처참히 깨져 버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어느덧, 시리튼은 어둑어둑한 북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란테르트는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천천히 곁에 있던 나무 등걸에 몸을 기댔다. 역시 싸움을 할만한 몸상태는 아닌 듯, 다시 한 차례 기침을 격렬하게 해댔다. 모라이티나는 급히 그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몸에 회복주문을 걸었 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란테르트 근처에 주저앉았다. -앞으로 쓸데없는 싸움은 하지 마.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쓰게 웃으며 모라이티나에게 말했다. -괜히 주문 같은 것 걸지 마. 피곤하잖아.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한차례 묶은, 허리께 까지 내려온 뒷 머리칼이 좌우로 휙휙 휘둘리는 모습이 정말이 지 귀여웠다. -괜찮아요. 겨우 이런 하급 마법 정도로는 지치지 않으니까요. 란테르트는 다시 고개를 이카르트에게 돌려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아까 그 말은 또 무슨 소리야? 두 번째? 왜 하필이면 두 번째지? 근사하게 첫 번째 라거나.... 아니면 조금 신비로와 보이 게 여섯 번째라던가 하지. 이카르트가 웃으며 답했다. -사실이야. -사실? 란테르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되물었고, 이카르트는 고개 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그럼 내가 정말로 두 번째로 검을 잘 쓰는 인간이란 말이야? 이카르트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페오네가 조사한 것이니까, 아마 정확할 꺼야.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막연히 어 떠어떠 하다 라는 느낌이 아닌 정확히 꼭집어 몇 위이다, 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1위는 누구지? 당연하다 싶은 호기심에 란테르트는 이렇게 물었다. -케이시스 H. 레카르도. -레카르도 가의 가주?.... 이카르트의 대답에 란테르트는 내뱉듯 이렇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 레카르도 가의 가주인 케이시스 레카르도. 너는 결코 그를 이 길 수 없어. 물론, 마법을 사용한다면야 이길 수 있겠지만.... 검술만 으로는, 지금의 네 실력으로 그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어. 잔인할 정도의 솔직한 말에 란테르트는 쓰게 웃었다. -그 정도란 말이야?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검만으로 그와 싸우면, 이길 수 있다, 라는 확신은 서지 않아. 물론 죽이려고 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죽일 수 있지만.... 란테르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 저었다.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 이 야기였다. -마족조차 이길 수 없는 검술의 소유자란 말인가? 그런 그가 마법까 지 익힌다면....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 -하지만, 익히면 되잖아. 한 1, 2년만 공부하면 공격력이 크게 늘텐 데....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정말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야?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전혀 사용하지 못해. 레카르도가, 레이니어가, 란트오트가, 에디엘레가, 그리고 에투리아가, 이 다섯 가문의 사람들은 전혀 마법 을 사용하지 못하지. 대륙 5대 무가武家야. -레카르도 가와 레이니어가는 워낙 유명하고.... 에디엘레가 역시 검 으로는 상당히 유명하지만.... 란트오트 가와 에투리아 가는 전혀 들 어본 적이 없는데? 그리고 5대 무가라니?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천천히 설명을 해 주었다. -5대 무가는 신에 의해 선택된 가문이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대 신, 무기술과 체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부여됐지. 그중 레카르도 가가 가장 뛰어난데.... 특별히 그 가문이 뛰어나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200년전의 그 사람 때문일 꺼야. -암 공 말인가?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당시 우리 마족들과 정령들은 이 세계로 넘어올 방법이 없 었기에 그를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들리는 바로는 정말 굉장했 다더군.... 검술 자체도 그랬고, 정신력 역시 인간이라기에는 너무 나 도 엄청나, 아주 조금이지만 검에 정신력을 덧씌울 수가 있었을 정도 라더군.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정신력을 검에? 그것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모라이티나가 끼여들었다. -그게 뭐가 힘들어요?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소검을 뽑았고, 이내 그곳에 옅 은 녹색의 기운을 덧씌웠다. -나도 그런 거 할 줄 알아요.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실소를 터트리며 자신의 장검을 꺼내 들었고, 이내 엄청난 흑기로 검을 휘감았다. 워낙 기세가 엄청나 근처 에 있던 풀들은 밖으로 세차게 휘날리며 바닥에 납짝 엎드려 버렸고, 세 사람의 옷과 머리칼은 미친 듯 나부꼈다. 모라이티나의 연둣빛 기 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도 그런 건 할 줄 알아.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헬쓱해져 혓바닥을 낼름 했고, 이카르 트는 한차례 웃으며 기운을 거두었다. 란테르트가 차분히 곁에서 설명해 주었다. -모라이티나, 너는 반정신체 잖아. 정령이니까 정신력이 엄청난 것은 당연해. 하지만, 인간은 그렇지 않아. 게다가, 당시는 휴메시아 세기 라고 해서, 마법을 잃어버렸던 시절이야. 그런 그때에.... 보통 인간 의 정신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강했다는 것은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 지. -도대체 공부를 하지 않았군. 그런 간단한 상식조차 모르니.... 이카르트는 한심하다는 듯 이렇게 중얼거렸고, 모라이티나는 발끈하 여 외쳤다. -무슨 소리에욧? 하지만, 반박은 하지 못했다. 정말, 그녀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마 법만은.... 일찍이 마를 무찌르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익혔으나, 다른 공부는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었다.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다. -엘프가 인간의 역사 같은걸 알아서 뭐해. 게다가 모라이티나는 마법 력이 아주 높잖아. 아마 열심히 공부 했었을 꺼야.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얼굴이 벌개졌다. 특히, 열심히 공부 했을 꺼야, 라는 부분에서.... 이카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를 미소지은 얼굴로 잠시 더 바라보다가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튼, 레이니어가는 한 나라의 왕이기 때문에 검을 익히는데 열성 을 다하지 않았고, 지금은 이 다섯 가문 중 가장 약해. 그래도, 무기 술에 있어서는, 이 대륙의 모든 인간들중 여섯 번째로 강하지. 에디엘 레가문은 조금 검술이 난잡한데다가, 암 정도의 천재 역시 나온 적이 거의 없어서, 지금은 겨우 다섯 가문 중 네 번째에 머물러 있지. 란트 오트 가가 다섯 가문중 세 번째 인데.... 귀검鬼劍가 라고도 불리우 지. 하지만, 근 100년간 많이 쇄락해 별볼일 없어졌어. 귀검이라는 별 명은, 언제나 숨어서 검을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야. 이카르트는 잠시 숨을 돌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섯 가문 중 두 번째이며, 바로 너 다음으로 강한 에투리 아 가는 이 다섯 가문 중 유일히 검이 아닌 창을 사용하지. 헤즐로스 라는 창인데.... 만약 그 가문의 사람이 그 창을 들고 너와 싸우 면....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한 네가 질 꺼야. 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물었다. -헤즐로스요? 대단한 가요? 이카르트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개의 혼.... 내 세 아이들이 백년전 한 번 보았는데, 정말 두 려워 할만 하다더군. 란테르트가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곱 개의 혼이라.... 생명을 가지고 있는 무기인가 보군....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모라이티나의 다리 곁에 메어져 있는 레이 요니르를 바라보았고, 모라이티나 역시 시선을 자신의, 아니 가엘프에 게서 빌려온 활로 향했다. -그럼, 이 레이요니르 같은 무기 에요? 모라이티나가 물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자아는 헤즐로스 쪽이 훨씬 강해. 일곱 개의 날을 가진 창인 데, 날 하나 하나가 완전히 살아 있어 제각각 움직이지. 하지만, 사용 하는 사람의 정신력과 아무런 공명도 일으키지 않아. 이 레이요니르 같은 경우는, 쓰는 주체에 따라 그 위력이 천차만별이잖아. 너같은 엘 프가 사용할 때와 가엘프 님이 사용할 때의 위력이 다른 것처럼.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돌연 외쳤다. -그런데 왜 꼭 나를 물고 늘어져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는 살짝 미소지었다. -화내는 모습이 귀여우니까. 이카르트의 이 말에 모라이티나는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아래로 숙였 고,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가벼운 미소를 그녀를 바라보았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985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6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4 06:06 읽음:162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남녀. 둘 모두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다. 하지만.... 한 명은 친구와 동료를 얻어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2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4월에 접어들었다. -어째서 모두 나를 도와주지 않는 거야.... 에라브레는 종이에 적혀있는 이름을 하나 하나를 신경질적으로 지워 나가며 이렇게 외쳤다. 에라브레가 걷고 있는 곳은 한 커다란 도시였다. 하지만, 그 도시의 풍경은 다른 곳과는 사뭇 달랐다. 건물들의 지붕은 모두 높고 뾰족했 으며, 경사가 컸다. 게다가 기와들 역시 넓적 하면서도 미끈하게 다듬 어져 있었다. 이 도시가 자리잡은 곳 역시 괴상했다. 보통, 마을이라는 것은 평야 한가운데나, 산을 끼고 세워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이곳은 커다란 산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평야가 아닌 커다란 계곡에 세워진 도시로, 왕궁을 중심으로 도시 입구까지 계속해 경사져 있었다. 도시의 입구는 U자 형태로 나있는 계곡을 가로질러 성을 쌓았는데, 어지간해서는 공격해 오는 것조차 불가능할 듯 싶었다. 간단히 말해 천혜의 요새인 것이다. 도시는 꽤나 번성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는 왕 성에서 도시의 입구까지가 거진 3휴하(1휴하= 약 1킬로미터) 가량이나 되었고, 그 사이 수백, 수천여채나 되는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 었다. 왕궁에서 성문까지 한 줄로 나있는 널따란 길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에라브레는 그 벅적거리는 시장 통을 답답하다는 표정 으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벌써 다섯 번째 사람인데.... 그마저 거절하면.... 돌연, 쾅 하는 엄청난 굉음과, 와지끈 하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에라브레의 정면에 서있는 건물의 한쪽 벽이 박살이 났다. 그 덕에 가구며 문짝이며 나무로 만든 것들이 거리로 쏟아지듯 날려왔고, 벽을 이루고 있던 돌 조각이 자욱한 먼지와 함께 확 퍼져나왔다. -이 새끼들, 감히 나를 속여? 한 남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먼지 자욱한 아수라장 속에서 터져 나 왔다. 문이 아닌, 뚫려진 벽을 통해, 재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오는 남 자는 계속해 투덜거렸다. -뭐? 라르골의 수정? 개소리하고 앉았네.... 그게 라르골의 수정이 면, 이 돌멩이가 샴의 수호석이다. 젠장.... 에라브레는 눈을 들어 입이 거친 그를 바라보았다. 막, 샴의 수호석 이 어쩌니 하며 돌을 차는 그 남자는, 갓 30을 넘긴 듯 보였고, 청록 색의 머리칼을 쫙 머리위로 넘겨 빗었다. 광대뼈가 약간 불거져 나와 언뜻 보기에도 표독스러워 보였으나, 다부진 몸매와 허리에 차고있는 중검에서 보통은 넘는 검사임을 알 수 있었다. -비러먹을 자식들.... 기껏 에노사에서 여기까지 찾아왔더니, 그런 유리 쪼가리를 나한테 10만 하르에 넘기려고 해? 개 같은 놈들.... 쉴새없이 욕지거리를 하며 침을 뱉던 그 사내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 더니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한 소녀를 향해 씽긋 웃어 보였 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웃음에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다만 나직한 목 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아왈트 슬크.... 이름만큼이나 더러운 입버릇의 소유자.... 보물과 여자를 굉장히 좋아한다.... 인가? -어이, 귀여운 아가씨, 왜 자꾸 나를 쳐다보는 거지? 그 청록색 머리칼의 남자는 천천히 에라브레에게 접근하며 이렇게 물 었다. 그때였다. 돌연 수십 명의 병사들이 어디에선가 뛰어나오며 그 남자 를 포위했다. -네 녀석, 감히 노마티아의 수도 하야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살고싶 지 않은 모양이구나. 이곳은 바로 노마티아였다. 그리고, 그 노마티아에서도 수도인 하야 였다. 7만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이렇게 산이 많고, 또 산 한 가운데 도시가 있는 것도 이상할 것 없었다. 아무튼, 노마티아는 군사력이 강대한 편이었다. 비록, 위다처럼 엄청 나지는 않았지만, 그런 위다와 10여 년 간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조금 도 밀리지 않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렇기에 정규 군인들의 능력 역시 상당할 것이다. 특히 이곳은 수도가 아닌가? -이런 머저리 같은 것들, 겨우 나 같은 사람 붙잡는데 스무 명이나 되는 녀석들을 끌고 와?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검으로 서열 15위. 전체 인간중 공격력 서열 27위.... 확실히 그를 붙잡는데 스무 명은 조금 많군.... 차라리, 왕실 기사 서너 명을 보내 는 편이 좋을 텐데.... 아왈트의 말에 병사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소리쳤다. -조용히 따라와라. 반항하면 죽이겠다. -멍청한 녀석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군.... 아왈트는 이렇게 말하며 그의 중검을 뽑았다. 그와 동시에, 노마티아의 수도 치안 유지대의 대원 20명이 검을 뽑아 들었다. -죽고싶다면 원하는 데로 해주마. 조금전 부터 계속해 대장인 듯 떠들어대는 남자는, 아왈트의 말대로 상황 파악을 전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아왈트는 입꼬리를 약간 치켜올리며 소리쳤다. -병신들.... 전부 죽어라. 아왈트는 이렇게 외치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의 자세는 다른 사람들이 검을 쓰는 것과 조금 달라, 조금은 우스 꽝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커다란 중검을 바닥에 댄 채로 먼지를 풀풀 날리며 뛰어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질릴 만 했다. 게다가 입으로는 무어라 계속해 상스러운 소리를 질러댔다. 20명의 병사들은 그의 그런 모습에, 한편으로는 뭐 이런 무모한 자식 이 다있어, 라며 웅성거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당해낼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꼈다. 막 그 20명의 병사 앞에 도착할 무렵, 아왈트는 돌연 검을 크게 붕 휘둘렀고, 상대들은 일순 그의 검에서 퍼져나온 먼지에 시야를 잃었 다. 이런 싸움에서 시야를 잃는 것은 죽음을 뜻했다. 으악, 하는 비명소 리가 네차례 들렸고, 먼지가 거의 사라질 무렵 바닥에는 네구의 시체 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도망쳤다. 어서 쫓아라. 남아있던 병사들은 잠시 이 경이로운 광경에 넋을 잃고 있다가 이렇 게 외쳤고, 이내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에라브레는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가 다시 한차례 나직이 중얼거렸 다. -성격은 치사하고 재수 없다.... 비겁한 수를 가리지 않고 사용한 다.... 이 글은 모두 아르페오네가 적은 것으로, 에라브레에게 건넨 종이에 적혀있던 것이었다. 에라브레는 이렇게 읊은 후 걸음을 옮겨 그가 사라진 방향으로 쫓아 갔다. 그녀는 병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 짧은 순간에도 그가 달아난 모습을 보았었다. 오래지 않아, 성 외곽의 한 외진 장소에서 그를 찾을 수 있었다. 다 쓰러져 가는 집 곁에 아무 곳에나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던 그는 에라 브레의 등장에 크게 놀랐다. -오, 아가씨. 저를 만나러 오신 건가요? 그건 그렇고, 어린 아가씨의 실력이 쓸만한데. 내 위치를 찾아내다니.... 에라브레는 그의 쓸데없는 소리에는 대꾸치 않고 간단히 물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는 앉아있던 몸을 뛰듯 일으키며 말했다. -도와 줘? 내가 왜? 그의 말에 에라브레가 천천히 답했다. -대가는 지불하겠습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는 알고 있나? 아왈트가 물었고, 에라브레가 답했다. -보물과 여자. 에라브레의 대답에 아왈트는 크게 웃었다. 그리고는 약간 느끼한 표 정을 지으며 에라브레에게 말했다. -잘 알고 있군.... 보아하지 보물 같은 것은 가지고 있지 않게 생겼 는데.... 잘됐어. 요새 꽤 심심했었는데.... 노마티아는 원 산동네라 가지고 여자들이 형편없거든. 그런 그에게 차가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에라브레가 말했다. -비브크라니아.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는 얼굴의 미소를 지웠다. 꽤나 놀란 모양이 었다. -비브.... 크라니아?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도와 한사람을 죽인다면, 그 비브크라니아를 당신에게 드리겠 습니다. 아왈트는 몹시 흥미가 땅긴다는 표정으로 에라브레에게 물었다. -네가 가지고 있나? 그 비브크라니아를? 에라브레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가 아닌 그 사람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를 죽인다면 얻을 수 있습 니다. 아왈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나도 전에 들은 적 있어.... 어떤 사람이 비브크라니아를 위 다 왕궁 도서관에서 훔쳐 가지고 나왔다고.... 그 사람 인가 보군....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왈트는 잠시 에라브레를 바라보다가 입술에 침을 묻히며 말했다. -이런.... 아까운걸. 아가씨도 아주 좋은 거래 대상인데.... 에라브레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거절하시겠습니까? 에라브레의 물음에 아왈트는 웃었다. -좋아. 하지. 어떤 자식이야? 단번에 죽여줄 테니. 그의 말에 에라브레가 차게 웃었다. -당신 정도의 실력으로는 그를 죽일 수 없습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가 소리쳤다. -그게 무슨 미친소리야? 나 이 아왈트가 죽일 수 없는 자식이 있다 니? 레카르도 가의 가주야? 아니면 에디엘레 가문의 가주야? 가라리스 가? 라플티? 아왈트는 화를 내며 현재 검으로 가장 유명한 사대 가문의 이름을 나 열했고, 에라브레는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도대체 누구야? 그 비러먹을 자식이? 에라브레가 차분히 답했다. -이야기해도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레카르도 가의 가주보다 강합니다. 아니, 모든 인간들중 두 번째로 강합니다. 당신과 내가 힘 을 합한다 해도 그를 이길 수 없습니다. 아왈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를 보며 계속해 입을 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를 한명 더 얻어야 합니다. 제 의뢰를 받아들이 시겠습니까? 에라브레의 물음에 아왈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자식이 어떤 놈인지 보고 싶어졌어. 에라브레는 그런 그에게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보인 후, 걸음을 남쪽 으로 옮겼다. 하지만, 에라브레도, 아왈트도, 세 사람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 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사람과 한 명의 엘프, 그리고 마족이. ------------------------------------------------------------------- 추석 대출혈 싸비스.... 일일 3편이나.... 오호, 신이시여.... 이런짓을 하고도 정상적인 연재에 문제가 없겠습니까!!!!! (가뜩이나 피곤해.... 글도 못쓰는 주제에.... ㅠ_ㅠ;;;) 한가위.... 명절 즐겁게 보내세욧!! 그럼.... 만날 졸려 헤롱거리는.... 수정령 루플루시아님의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991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7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5 17:21 읽음:157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드디어 동료를 하나 만들었군.... 재수 없게 생긴 녀석이야.... 이카르트가 이렇게 말했고, 모라이티나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굉장히 이상한 말을 많이 내뱉어요. 비러먹을? 젠장? 무슨 뜻이지 요? 그들과 꽤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이카르트 덕에 일행은 그들의 대 화 모두를 들을 수 있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욕이야. 나쁜 소리니까 입에 담지 마.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아왈트가 사라진 방향으로 시선을 옮겨 입 을 열었다. -반드시 혀를 잘라주겠어.... 에라브레에게 추근덕 거린 것에,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욕한 것에 굉 장히 화가난 모양이었다. 란테르트도, 이카르트도 모라이티나를 동생처럼 대하고 있었다. 란테 르트와 모라이티나는 비록 나이차이는 4살밖에 나지 않았으나, 경험이 나 지식 등에서 오는 사회적연령차이는 10살 가까이 났다. 한마디로, 모라이티나가 나이에 비해 생각하는 것이 너무 어리다는 말이다. 그렇 기에 도저히 동료,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동생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군요.... 모라이티나는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이렇게 말했고, 이카르트 가 곁에서 중얼거렸다. -네게 잘 어울리는 말들이야. 모라이티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요? 나쁜 소리라면 서요.... 여기까지 이야기한 모라이티나는 또다시 당했다, 라는 표정으로 외쳤 다. -내가 나쁘다는 말이에요? 이카르트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어.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수 없지 만.... -난 나쁘지 않아요. 우리 엄마 아빠가 그랬어요. 티나는 착한 아이라 고. 이카르트가 모라이티나의 말투를 흉내내서 말했다. -티나는 착한 아이....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어린애 같은 소리 야? -그게 왜 어린애 같은 소리 에요? 그럼 어른은 어떻게 말하는데요?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이카르트의 말투를 흉내내 입을 열었다. -음, 티나는 착하군.... 이렇게 말해야 해요? 이카르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엄마 아빠가 아쩌구 하는 건 어린아이들이 나 하는 말이야. 게다가 나쁘지 않다는 이유로 부모가 한 말을 대다 니.... 그런게 바로 어린아이 같다는 거야. 모라이티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평가 말고는 내가 나쁘지 않다는 것의 증 거를 댈 수 없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어차피, 착하다, 그렇지 않다는 상대적인 개념이고, 다른 사람들이 규정지어 주는 거잖아요. 난 단지 그 다른 사람으로 가장 익숙한 엄마와 아빠를 선택한 것이고요. 모라이티나의 이 말은 상당히 논리적 이여서 이카르트도 란테르트도 조금 놀랐다. 이카르트는 잠시 얘는 걔가 아니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멍해 있다 정신을 차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방금과 같은 말투가 어린아이 같지 않은 말투야. 모라이티나는 그런 이카르트의 말에 희색을 띄었다. -그래요? 그럼 앞으로 그런 식으로 말할께요. 그럼, 우리 출발해요. 만약 이렇게 이곳에서 담소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그들의 종 적을 놓치기라도 하게 되면, 비록 간단히 다시 그들을 찾아낼 수 있다 하더라도, 때를 맞추지 못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이 말에, 이카르트와 란테르트는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그 녀가 어른스러운, 그것도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 기 때문이다. 모라이티나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 뭐가 문제예요? 이카르트가 대꾸했다. -아니.... 너무 귀여워서.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는 어린아이 같이 말하지 않았는데요. 란테르트가 그런 모라이티나에게 설명했다. -그렇지만.... 남이 말투가 이상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곧바로 다른 말투로 바꾸는 것이 이상한 거야. 바로 그런게 어린아이 같은 거고. -그래요? 뭐가 그렇게 복잡해요? 우리 마을에서는 그렇지 않았는 데.... 란테르트는 어지럽다는 표정을 짓는 모라이티나의 머리를 한차례 헝 클어뜨려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됐으니까,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해. 남에게 신경 쓰지 말고. 란테르트는 곧바로 이카르트에게 입을 열었다. -어서 가자. 모라이티나는 그만 놀리고.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모라이티나는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댄 채 비비작 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몇 걸음 앞서가는 두 사람의 뒤를 황급히 쫓았다. 4월은 봄이다. 이 말에 토를 달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 하지만, 이 황량한 땅, 얼음의 혼 켈모니온이 훑고 지나간 척박하기 그지없는 노마티아의 토노 평야는 그다지 봄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비록, 잡초는.... 땅이 어떠하던 간에 싹을 돋우고 꽃을 피운다. 하 지만, 숲도, 제대로된 농장도 없기에 토노 평야는 피처럼 붉은 대지만 이 넓게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역시 재수 없는 땅이야. 비러먹을.... 중검을 곁에 찬 채 중얼거리고 있는 사내는, 에라브레가 새로 동료로 맞이한 아왈트라는 이름을 가진 자로, 현존 서열 2위의 마족 아르카이 제는, 재수 없게 생긴 녀석, 이라고 평했고, 현존 마족 서열 3위 레벨 에 있는 아르페오네가 치사하고 재수 없는 성격이라고 이야기한 남자 였다. 하지만, 생긴 것은 재수없다기 보다는 오히려 약간 준수한 편에 속했 고, 뒤로 쫙 달라붙게 넘긴 머리칼 덕에 바람기 있는 그의 성격을 얼 굴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벌써 모두가 노마티아의 수도 하야를 벗어난지도 이틀이 지났다. -이봐, 아가씨.... -수이브렛양 이라고 부르십시오. -그래.... 그랬지.... 아무튼 수이브렛양,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레냐입니다. 에라브레는 도저히 인간의 목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고, 아왈트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 물었다. -도대체 거기 누가 있는데? -로위크니나 티드스. 에라브레의 대답에 아왈트가 돌연 희색을 뗬다. -로위크니나? 여자인가?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물음에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오.... 그렇군. 예쁜가? 나이는?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물음에 무시하고 답하지 않았으나, 아왈트는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왜 이래, 수이브렛양? 우리 이제 동료잖아. 동료끼리 이런 사소한 일마저 숨기면 어떻게 해? 게다가 어차피 얼마 후면 다 알게 될 일인 데. 바로 곁에서, 뜨거운 입김을 쏘아대며 역겨운 소리를 내뱉은 이 아왈 트란 남자가, 에라브레는 죽기보다 싫었으나 천천히 입을 열어 그의 물음에 답했다. -스물 아홉. 외모는 잘 모르지만, 녹색 머리칼이라고 했습니다. 아왈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말에 음, 하는 소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음.... 늙은 건 늙은 데로 농익은 맛이 있지.... 뭐하는 여자야? -마법사입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것도 좋지. 마법사라.... 에라브레는 침이라도 한 대 탁 뱉고 그와 헤어지고 싶었으나, 역시 그럴 수는 없었다. 복수를 위해서는.... 에라브레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걸음을 빨리 하여 남쪽으로 향했고, 아왈트는 그런 그녀의 곁에 바짝 따라붙어 걸어가며 계속해 추근덕 거 렸다. -그건 그렇고, 수이브렛양, 이만 마음을 열지 그래? 동료끼리는 화합 이 중요한 거야. 그렇게 차게 굴어 가지고는.... 내가 마음놓고 당신 을 도울 수가 없잖아.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말에는 아랑곳 않았으나, 아왈트는 쉽게 물러 서지 않았다. -동료라는 것은, 일단 마음이 맞아야되. 부부처럼 말이야. 일단, 이 렇게 한 일행을 이루게 되면, 그들은 서로의 목숨을 맞바꾸어 가지게 되는 거야. 어떤 의미에선 부부 이상 가까워야 하는 거지. 그런데, 네 가 나를 이렇게 까지 꺼려하면 내가 어떻게 너를 믿겠어? 도대체가 논리가 통하는 듯 도 보였으나, 일단, 그 말이 아왈트라는 남자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득력이 거의 제로수준으로 떨어졌다. 에라브레는 차게 한마디했다. -당신은 저의 목숨을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단지 그를 죽이기만 하 면 되는 것입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는 약간 섬뜩한 느낌을 받았으나, 특유의 넉 살로 너스레를 떨었다. -오.... 그 정도로 그를 증오하는가? 목숨마저도 아무렇게나 생각할 정도로? 그렇다면.... 내게 너의 목숨을 맞기지 그러냐? 책임지고 그 를 죽여줄 테니.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한차례 돌아보지도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당신 정도의 실력으로는 그를 어찌할 수 없다고 미리 말씀드리지 않 았던가요? 아왈트는 거세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붙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 젠장, 네가 내 무서움을 잘 모 르는 모양인데.... 난 뛰어난 용병 20명을 한 싸움에 모두 도륙내 버 린 적도 있어. 나의 이 귀여운 아이와 함께 말이야. 이렇게 말하며 아왈트는 그의 검을 한차례 쓰다듬었다. 장식 사이사 이로 찐득한 검은 찌꺼기가 잔뜩 끼어 있는 것이 다른 사람의 피를 어 지간히 맛본 검인 듯 싶었다. 에라브레는 그의 그런 무용담에 냉소를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실력이라고도 부르지 않습니다. 돌연 아왈트의 안색이 대변했다. -이 어린 여자가 뭘알아? 젠장, 귀엽다고 투정을 받아줬더니, 세상 보이는 게 없나? 『게시판-SF & FANTASY (go SF)』 991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8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5 17:21 읽음:156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모습에 조금도 동요치 않았다. -전 지금까지 다크 미스트와 싸웠습니다. 그리고 그들 열 일곱 명을 죽였습니다. 에라브레는 차갑게 이렇게 내뱉었고, 아왈트의 안색은 다시 한차례 휙 변했다. 그 또한 다크 미스트를 죽이고 다니는 한 아가씨의 이야기 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강하기는 했지만, 다크 미 스트의 용병 대, 여섯 명이 자신에게 덤빈다면 승패를 쉽게 가릴 수 없었다. -네, 네가? 그.... 라이트 스캐어... 빛의 상흔傷痕이란 말이야?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들 그렇게 부르더군요.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대답에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그.... 다크 미스트의 천적으로, 빛의 이미지를 딴 별명인, 라이트 스캐어를 가지고 있는 여자가.... 단번에 다크미스트 열 명을 도륙냈 다는.... 에라브레가 여전 무덤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과장입니다. 3일 사이에 10명을 죽인 적은 있지만.... 거의 운에 가 까웠습니다. 상대가 방심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다 해도, 그건 대단한 거야.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아왈트는 다시 평정을 되찾으며 이렇게 말했으나,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별 것 아닙니다. 첫 싸움.... 겨우 세명과 싸웠을 뿐인데 반나절이 나 지나 상대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나도 그것보다 빠를 수는 없어. 아왈트는 진심인지 아닌지 에라브레를 치켜올렸으나, 에라브레는 조 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다만, -하지만, 그는 다섯 명의 목숨을 10검에 끊었습니다. 아왈트는 다시 입을 벌렸다. 10검이라니....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 인가? 다크 미스트는 대륙 제일의 용병집단 레드 미스트의 산하 암살 담당 기구이다. 레드 미스트는 이때로부터 220년 가량 전에 아이우드라는 용병에 의해 세워진 사설용병단으로, 지난 220년간 무적의 이름으로 불리워 왔다. 전설의 검사 암 레카르도 역시 이곳 출신이었다. 하지만, 실상, 지금은 형편없는 쓰레기들의 집단으로 변해 버렸다. 비록 여전 강했으나, 200년 전의 모습은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었 다. 그 단적인 예가 다크 미스트이다. 용병단에 도대체 암살전담대 같 은 것이 왜 필요한 것인가? 200여년전, 대륙은 한차례 큰 전쟁을 치루었었다. 아니, 사실 그 이 전부터 이어져 오던 전쟁이 조금 더 활발히 전개되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일군의 전쟁을 잠재운 사람이 그 암 레카르도 였다. 외교, 전략, 전술, 용병, 통솔 어느 한가지에도 능하지 않은 바 가 없던 그는 단지 네명의 사설 용병대를 이끌고, 이런 저런 전쟁에 참가해 대륙의 세력을 재정립 해 두었다. 북국 노마티아에게 전 국토 를 점령당하였던 레냐를 독립시켜주고, 에노사 통일의 시발점이 된 다 크 스켈 원정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소피카내 소에사 반란사건을 진 압했다. 그리고 위다내 왕실 반란 사건 역시 그가 없었으면 도저히 수 습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 한다. 이렇게 그가 한차례 대륙의 형세를 재정립 해 두고 나자, 대륙내의 전쟁이 절반, 아니 그 이하로 격감해 버렸다. 그리고, 그 덕에 용병단 이었던 레드 미스트는 서서히 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 평화 가 130년이나 계속되었다. 그리고 일어난 전쟁이, 마법대전이었다. 파모로아력 580년에 일어난 이 싸움은, 그러나 마법사들만의 전쟁이었고, 용병단이었던 레드 미스 트는 끼여들 여지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50년 이상이나 흐른 지금에야 전쟁다운 전쟁이 일어나고 있었다. 용병단은 전쟁을 먹고 살아남는다. 하지만, 변변한 전쟁이 없었던 200년이 흐르고 나니, 용병단은 몹시도 괴이하게 변해 있었다. 그리 고, 그 순수성이나 강함 따위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 다. 단지 조금 강한 자들이 세력을 형성한 무력 집단 같은 곳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레드 미스트는 여전 강했다. 대륙 최강이라는 이름은 조금 부끄러웠으나, 여전 가장 강한 용병단중 하나였다. 그리고 다크 미스트는 그중 최 정예였다. 그런 사람 다섯을 단지 열 번 검을 휘둘러 모두 죽이다니.... 아왈트 는 그런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믿을 수 없는걸.... 비러먹을, 과장 아니야? 소문은 원래 그런 것이 잖아. 에라브레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이 있는 장소까지도 정확히 찾아낸 저 입니다. 제 정보통을 믿 을 수 없다는 것입니까?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정말 그랬던 모양이군.... 아왈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돌연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상관없어. 지놈이 강해보았자지.... 내게는 비장의 암수가 여럿 있 으니까. 에라브레는 그런 그에게는 상관치 않고 계속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조그맣게 한마디 중얼거렸다. -그와 싸우다 죽기를.... 아왈트가 굉장히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다시 며칠이 흘렀다. 두명의 남녀와 일군의 일행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여 토노 평야를 가로지르고, 토노 평야 중앙의 도시 트라 금을 거쳐 노마티아-레냐 해협의 노마티아측 항구인 토바에 도착하였 다. 노마티아는 땅이 척박했고, 그 때문에, 농업보다는 광업과 공업이 강 세인 편이어서 다른 대륙보다 도시라는 것이 많이 발달해 있었다. 이 토바항 역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비록 위다-세이아의 위다측 항구인 크산트 항이 대륙 전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항구였으 나, 이 토바 항과 겨우 10000명 정도의 차이였다. 항구는 절벽 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아마 일곱 대륙을 통틀어 가장 괴상한 곳에 위치한 항구일 것이다. 높이가 수십 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에 이르는 해안 절벽 위에 여 관이나 상가 등의 항구 부속 건물이 위치하고 있었고, 그 아래 사방 1 휴하(1휴하=약 1킬로미터) 가량의 공간에 항구와 항만시설이 놓여 있 었다. 그 덕에 절벽에는 사람들이 다닐 만한 길과 물건을 실어 올릴 거중기 따위가 잔뜩 매달려 있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흡사 치렁 치렁 머리칼이 매달려 있는 듯 보였다. 요 며칠간 아왈트는 끊임없이 에라브레에게 추근댔다. 살살 달래기 도, 아첨을 하기도 하며 그는 에라브레의 마음을 사려 부단히 노력했 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에라브레는 웃음 한 번 내보이지 않았다. 다 만 그에 대한 혐오만을 길러갈 뿐이었다. 한편 란테르트 일행은, 그런 그들의 뒤를 쫓으며 조금은 한가한 걸음 을 걷고 있었다. 이미 4월도 열흘 가까이 흐른 시점이었으나, 이 북쪽 대륙의 날씨는 꽤나 쌀쌀했다. 그리고, 남쪽의 따듯한 땅에서 살던 모라이티나에게 그런 추위는 무시할만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바닷가로 나오니, 그리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모라이티나는 금새 피부가 창백해지며 이빨을 딱딱 부딪혔다. -나.... 추워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동시에 망토를 벗었다. 하 지만, 결국 모라이티나가 건내받은 망토는 이카르트의 것이었다. -난 추위 같은 건 못 느껴. 라는, 이카르트의 설득에 란테르트가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 기 때문이다.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연회색빛 망토를 몸에 둘렀다. 키가 작아 아랫단이 한뼘 이상이나 땅에 끌렸고, 이카르트는 그 모습을 보며 입 을 열었다. -게다가, 내것이 한 뼘이나 땅에 끌리는데.... 란테르트의 것을 걸치 면.... -시끄러워욧. 여자 키가 이 정도 되면 많이 작은 건 아니에요. 사실, 모라이티나의 말도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녀의 키는 1.5 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 가량으로 란테르트의 어깨높이 정도 되었는 데, 이 정도의 키를 가진 여자가 아주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 만, 모라이티나는 엘프였다. 대륙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 졌다는 엘프가 1.5휴리하를 조금 넘는 키에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 는 것은 왠지 부조화였다.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당신도 그리 큰 편은 아니에요. 이카르트의 키는 1.75 휴리하 가량 되었다. 인간치고는 평균키였으 나, 용병들 중에는 작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작은 편도 아니지. 게다가 내 이 몸은 허상일 뿐이야. 모라이티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싸움은 그만 둬. 어서 저들 뒤를 쫓아야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에라브레의 뒤를 쫓았고, 다른 두 사 람 역시 걸음을 옮겨 그의 뒤를 쫓았다. 에라브레와 아왈트는 벌써 배에 오른 후였다. 갈티온 이라는 이름의 돛대 두 개 짜리 범선이었는데, 갑판은 이미 사람들로 그득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이카르트가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어쩔 꺼야? 이카르트의 물음에 란테르트가 되물었다. -무얼 말이야? 이카르트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에라브레와 한배를 탈 꺼야? 아니면 다른 배로 뒤쫓아 갈 꺼야? 이카르트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음.... 라브에를 돌보아주기로 한 거라면.... 당연히 한 배를 타야 하지만.... 배안은 너무 좁아 정체를 들킬 염려가 있으니.... 모르겠 는걸.... 모라이티나가 말했다. -바로 다음 배를 타요. 몇 시간 차이 않나잖아요. -하지만, 그러다 라브에가 탄 배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해? 그 럴 경우에는 단 한시간의 차이라 하더라도 그녀를 돕기가 힘들어. 란테르트의 대답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카르트가 그런 그녀를 또다시 놀렸다. -그런 간단한 이치도 생각 못하다니.... 도대체 생각이라는 것을 하 기는 하는 거야?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에게 혓바닥을 내 보이며 말했다. -누구처럼 몇 천년을 살면 잔머리가 느는 것은 당연하잖아요. 저는 겨우 열 아홉 이라구요.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에게 슬쩍 웃어 보이고는 시선을 란테르트에게 로 돌렸다. -마음은 정했어?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한 배를 타야겠어. 한쪽에 조용히 숨어 있으면 들키지 않을 꺼 야. 이카르트가 말했다. -좋아, 그러면 승선하자. 『게시판-SF & FANTASY (go SF)』 991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69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5 17:21 읽음:159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6. 선상의 만남. 배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게다가, 이날 따라 이상할 정도로 많 은 사람들이 갑판위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중 태반은 망토 같은 것 으로 몸을 두르고 있었다.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배는, 한낮의 햇살에 반짝거리는 푸르른 바다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돛은 4월의 미풍을 받아 한껏 부풀어 있었고, 종종 날 아드는 바닷새들은, 앉을곳을 찾아 한참을 배회하다 조용히 돛대에 깃 들었다. 하지만, 갑판 위의 상황은 이렇게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선두의 난간 근처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에라브레와, 그 곁에서 무어라 계속 떠들어대는 아왈트를 바라보며 선미의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있던 이카르트는 잠시 갑판 위를 살피다 이렇게 중얼거렸다. 곁에서 몸을 뒤로 돌린 채 배 뒤쪽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란테르트 는 그런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배에 승선한 사람중 절반 이상이 무기를 가지고 있어.... 마 법사도 있는 듯 싶고....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들의 심각한 대화에는 상관치 않고,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사이의 난간에 배를 대고 두팔과 두다리는 바다 쪽으로 쭉 편 채 빨래가 널려있듯 매달려 있었다. -정말 바다는 좋아요. 숲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니까요.... 이 모라이티나의 조금은 엉뚱한 말을 듣고, 란테르트가 물었다. -숲? 어떻게 바다에서 숲을 연상하지? -원래 조금 모자라잖아. 곁에서 이카르트가 이렇게 말했고, 모라이티나는 화를 내며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모라이티나의 주먹으로는 이카르트의 옷자락도 건드 릴 수가 없었다. 모라이티나는 이 한 번의 주먹질로 화가 풀어졌는지 더 이상 덤벼들 지 않고 란테르트의 물음에 답했다. -우리 엘프들이 살고 있는 숲은, 정말 울창해요. 이만큼 커다란 나무 들이 수도 없이, 몇백일 동안을 걸어야 모두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넓게 펼쳐져 있죠. 그리고, 가장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보게 되면, 녹색 빛의 숲이 바다처럼 보여요. 바람이 불면 파도가 치고, 물 방울이 튀어 오르듯, 나뭇잎이 날려 오르고요. 굉장히 아름다운 광경 이에요.... 에라브레의 설명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정말 그렇겠구나.... 하지만, 상상은 가지 않는걸.... 그리고는 조금 침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피엘에게 보여줬으면 좋아했을 텐데.... 모라이티나는 그가 침울해지자 덩달아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무슨일 같아? 이카르트가 부로 침울한 분위기를 깨려고 란테르트에게 이렇게 물었 고, 란테르트는 단번에 슬픔을 떨쳐 버리고 평소의 조금은 건조한 표 정으로 답했다. -글세.... 절반은 주위를 부지런히 살피는 것이, 아무래도 누군가를 찾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들이야. 반면, 나머지 절반은 그 런 그들을 계속해 보지 않는 듯 하며 살피고 있는 것이, 주위를 살피 는 사람들이 찾고 있는 사람들이던지, 그 사람들을 노리는 자들인 것 같아. 뒤를 돌아보며 바다를 보는 듯 했으나, 란테르트의 모든 신경은 그들 에게 가 있었던 듯, 배 위의 상황을 아주 정확히 읽고 있었다. -역시 너도 그렇게 느꼈구나.... -라브에와는 상관없는 사람들 같아. 모라이티나는 두 사람이 가운데서 난간에 매달린 채 말을 할 때마다 번갈아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나쁜 사람들이라도 있나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답했다. -너 말고는 없어. -내가 왜 나빠요? 모라이티나의 발끈하는 소리에, 이카르트가 답했다. -그렇게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바다에 빠지기라도 하면 내가 귀찮아 지잖아.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에 비비 웃으며 더더욱 아슬아슬한 자세 로 난간에 매달렸다. -오호호.... 우리 엘프들의 균형 잡는 능력은, 어느 누구도 흉내내지 못해요. 언제나 나무 위를 뛰어 다니니까요. 모라이티나는 말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해 자세를 바꾸어 가며 난간에 매달렸고, 이카르트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 있 었다. 그러던 중, 모라이티나는 고난도의 균형 잡기에 도전했다. 온몸을 곧 추편채 한 팔로 몸을 들어올려 상반신을 살짝 앞으로 기울인 그녀는 팔을 정면 바다 쪽으로 뻗고 손가락을 두 개 펴 V자를 만들어 보이며 두사람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자 봐요. 그때였다. 가만히 그 모습을 야릇한 미소와 함께 보고있던 이카르트 가 모라이티나를 툭 쳐서 밀었다. -깍.... 그 덕에 모라이티나는 균형을 잃으며 소리를 질렀고, 몸은 이미 난간 을 넘어 바다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란테르트는 그런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팔을 뻗어 모라이티나의 팔 을 잡았고, 이카르트 역시 란테르트보다 조금 일찍 손을 뻗어 모라이 티나의 다른 팔을 잡았다. 모라이티나는 두 남자의 팔에 붙잡힌 채 선미에 데롱데롱 매달렸다. 한차례 묶은 머리칼은 덩이채 흔들흔들 거렸고, 모라이티나가 입은 이 카르트의 망토는 바람에 깃발처럼 펄럭였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를 향해 밝게 미소지었다. -그것 봐. 위험하다니까. 모라이티나는 그렇게 매달려 있으면서도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이카 르트의 말에 대꾸했다. -이카르트가 밀었잖아요. 누가 악마 아니랄까봐.... 이러다 바다에 빠지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할뻔 했어요? 난 수영칠줄 모른단 말예욧.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길게 늘여 말했 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렇게 말하고는 이카르트는 곧바로 손을 놓았고, 모라이티나는 이카 르트가 손을 놓아 버리자 놀라며 몸을 한차례 크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카르트가 놓아버린 손은 호들갑스럽게 허우적거리다가 란테르트의 팔을 꼭 움켜쥐었다. -꺄ㅅ.... 모라이티나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를 서둘 러 갑판위로 들어 올렸다. 워낙 모라이티나의 몸이 마르고 조그마한 데다가, 란테르트는 팔 힘이 매우 강한 편이어서 별 힘들이지 않고 그 녀를 갑판위로 끌어 올릴 수가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배 위로 올라와 몇 차례 숨을 고르고는 이카르트를 향 해 다시 한 번 주먹을 날렸다. -악마. 남의 불행을 즐기는 가학성 변태. 이카르트는 여유롭게 모라이티나의 주먹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난 분명 처음에 이야기했을 텐데. 그렇게 난간에 서 있으면 위험하 다고. 나의 그 말이 뜻했던 바는, 네가 균형을 잃고 떨어질지도 모른 다는 말이 아니었어. 다만, 내가 밀지도 모르니까.... 모라이티나가 그런 이카르트의 말을 끊으며 외쳤다. -핑계대지 말아요. 암튼, 당신은 정말 악독한 악마에욧. 돌연, 란테르트가 모라이티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모라이티나, 생각해 봐. 네가 바다로 떨어졌을 때, 나보다 먼저 손 을 뻗었던 사람이 있었잖아. 란테르트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음을 느낀 순간 모라이티나는 고개 를 획 돌려 그를 바라보았고, 란테르트의 말을 들으며 잠시 조금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분명, 이카르트가 란테르트보다 한발 앞서 자신의 팔을 잡았었다. -그, 그럼.... 그가 나를 걱정했었단 말예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자, 이카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우연이야. 물건이 바닥에 떨어질 때 반사적으로 손을 내뻗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지. 이카르트의 말에 조금이나마 감동했던 표정을 짓고 있던 모라이티나 가 표정을 획 바꾸며 말했다. -저봐요. 저 악마는 정말로 나를 밀어 떨어뜨리려고 했던 거예요. 나 중에 수영을 못한다니까 손을 놔버렸잖아요. 란테르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거야, 내가 네 손을 잡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손을 놓은 것이지. 만약 내가 잡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가 네 손을 놓는다거나 하지 않았 을 꺼야. 모라이티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에게 조그만 미소를 보내다 다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 다. 확실히 긴장된 상황이었다. 배 뒤쪽에서 그리 작지 않은 소동이 일어 났음에도, 바로 곁에 있던 사람조차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기껏해야, 배 중간쯤 있었던 부부인 듯한 남녀가 시선을 주고 있었고, 선미 반대쪽 편에 있던 한 사람이 놀라며 소리를 쳤을 뿐이었다. 에라브레와 아왈트는 선두 가장 앞에서 바다 쪽으로 시선을 두느라,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그리고 모라이티나가 일으킨 이 작은 소동에 관 심을 두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어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 각의 거의 대부분은 3년전의 그때로 맞추어져 있었다. 그와, 그리고 언니 사피엘라와 함께 여행을 다니던 그때로.... 에라브레는 행복했던 때의 추억에 잠겨있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얼 굴에 미소가 피어났다. 서리 내린 듯이 하얀 피부에 분홍빛의 입술이 엷은 곡선을 그려내자 미모가 한층 빼어나 보였다. 아왈트는 그녀의 기분이 좋아 보이자 곁에서 또 다시 주절댔다. -이봐, 뭐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보지? 남자 생각인가? 이 아왈트의 경박스러운 물음에 에라브레는 눈을 살짝 찡그렸다. 에 라브레에게서 대답에 없자 아왈트는 또다시 물었다. -누구지? 혹시 어느 나라의 왕자님? 아니면.... 에라브레는 톡 쏘듯 그런 그의 말에 대꾸했다. -적어도 당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아왈트가 느끼하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가 맞군. 그래서 내게 그렇게 차게 대한 건가? 하지만, 그럴 것 없잖아. 연인은 연인이고, 즐기는 건 즐기는 거니까. 게다가, 나도 대 단한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날 고용한 거고. 에라브레는 상관치 않고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았고, 아왈트는 슬쩍 그녀에게로 다가와 어깨에 감싸듯 팔을 걸치려 했다. 돌연 흑빛이 번쩍 하며 아왈트는 자신의 목에 검정색의 얇은 검이 닿 아 있음을 느꼈다. -뭐, 뭐야?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물음에 한 번 돌아보지도 않은 채 차게 답했 다. -무례한 행동은 자제해 주십시오. 아왈트는 팔을 거두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쳇, 제길.... 되게 깨끗한 척 하네. 그래봤자 살인자 주제에.... 그 러니까 그, 네 마음속의 남자가 너를 거들떠보지 않는 거야. 이렇게 아무데나 돌아다니며 사람을 죽여도 한 번 와 쳐다보지도 않잖아?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안색이 파랗게 변하며 입술이 살짝 떨렸 다. 잠시, 그녀의 검이 파르르 떨렸으나, 이내 마음을 진정하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는.... 옛날에 죽었습니다. 그는.... 우리 언니가 죽은 그 날.... 그 순간에.... 에라브레는 눈동자가 반쯤 풀리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아왈트는 그런 그녀의 물음에 표정이 밝아지며 말했다. -그래? 잘됐.... 아니, 그거 정말 안됐군.... 마음의 상처가 컸겠 어....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말에 대구치 않은 채 계속해 무어라 바다를 향 해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를 죽인 그 남자를.... 나는 죽이러 가는 겁니다.... 언니를 죽이고, 그를 죽이고.... 나의 모든 행복을 한순간에 앗아버린 그를.... 아왈트는 잠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는데, 눈동자 가 살짝 풀린 것이 아무래도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돌 연 에라브레의 눈동자에 빛이 돌았다. -살기.... 에라브레가 이렇게 중얼거리며 아왈트를 바라보았고, 아왈트 역시 그 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검자루에 손을 얹은 채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 다. -간만에 좋은 구경을 하겠군.... ----------------------------------------------------------------- 흑흑.... 4일간의 가을방학도 이제 하루밖에 않남았군요.... ㅠ_ㅠ;; 끌떼없이 바쁘기만 한 몇일.... 에고고 졸려라.... 요즘들어서는 후기에 피곤하다와 졸리다 라는 말밖에는 없는것 같군요... 실제... 요즘 조금 피폐된 생활을.... (연휴를 맞아 좀 쉬며 체력을 보충하려 했건만.... ㅠ_ㅠ;;;) 그럼 이것으로 한가위 대출혈 써비스 Vol . 2... (정말 대출혈 입니다. 내일까지 이속도로 올리면.... 비축분은 20화 이하로 뚝!!!.... 게다가 이제 시험도 얼마 안남아 슬슬 공부를....(영어!!) 대출혈!!! *_*) 그럼, 즐거운 추석 연휴 마저 보내세욧!!! 언제나 졸린 게으름뱅이 수룡 아그라!!!.... 『게시판-SF & FANTASY (go SF)』 994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0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6 07:34 읽음:161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갑판 위의 상황은 어느 샌가 크게 변해 있었다. 이미 란테르트가 이야기했던 그 두패의 인간들은 이미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눈치챈 채, 한쪽은 에라브레와 몇몇 사람들이 있는 선두 쪽으 로, 그리고 다른 한패는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모라이티나가 있는 배 뒤쪽으로 모여 있었다. 에라브레가 있던 쪽의 사람들의 가장 뒤에는, 40세를 조금 넘은 듯한 한 사내가 병사들의 엄밀한 수호를 받으며 서 있었다. 콧수염과 턱수 염을 근사하게 기른, 전형적인 문관 차림새의 사람으로 어느 나라의 관리인 듯 했다. 그리고 그 남자 바로 곁에는 28, 9세 가량의 마법사 인 듯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그 남자를 보호하려는 듯, 실드를 치고 있었다. 양쪽의 수는 각각 10명 정도로 비슷비슷했다. 양측의 병사들은 손을 허리께로 가져간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반쯤 거둔 망토 사이 로는 모두 검이 한 자루씩 매어져 있었고, 모두들 서있는 자세 하나만 으로도 보통은 넘는 듯 보였다. 모두들 상대의 헛점을 노리며 팽팽히 긴장하고 있는데 반해, 란테르 트 일행과 에라브레 등은 별다른 느낌 없이 편한 자세로 그들을 내려 다보고 있었다. 특히,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한 명은 바다를 바라본 채, 다른 한 명은 난간에 등을 기댄 채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모라이 티나 역시 별로 관심 없다는 듯 바다를 보며 란테르트와 이카르트의 이야기에 끼여들며 있었다. 다만, 그녀는 조금전 섬뜩한 경험을 했기 에, 난간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한편, 배에 탄 일반인들은 이런 기세에 눌려 벌벌 떨고 있었다. 병기 에 손을 댄 채 금방이라도 싸울 듯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일군의 사람 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풀려, 난간에 몸을 기댄 채 떨 고 있는 일반인들의 모습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마법사 하나만이 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군.... 이카르트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이런 배위라면 그리 쓸모 없을 꺼야. 어느 정도 이상의 마법은 배가 견뎌내지 못하고.... 어느 정도 이하의 마법은 상 대편에게 타격조차 입히지 못할 테니까. 모라이티나가 물었다. -왜 타격조차 입히지 못해요? 이카르트가 핀잔을 주었다. -바보, 덜렁대지만 말로 세심히 주위를 느껴봐.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에 볼에 한차례 바람을 집어넣어 보이고 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앗.... 망토에 마법이 걸려 있군요. 어지간한 마법공격은 통하지도 않을꺼에요.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란테르트도 그 힘을 느낀거에요?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고, 모라이티나는 그 런 그의 대답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인간이잖아요. 이렇게 작은 힘은 엘프인 나 도 느끼기 힘든데.... 란테르트는 단지 조그맣게 웃어 보일 뿐이었고, 이카르트가 곁에서 대신 답했다. -이 녀석은 인간이 아니야. 모라이티나가 놀라며 물었다. -정말요? 하지만, 마족은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혹시 드래 곤족이에요? 이카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인간으로써는 가지기 힘든 마력을 지녔다는 이야기야.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돌연, 갑판 쪽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녀석들이 감히 레냐의 군무 행료 부경 각하에게 적의를 드러내 느냐? 40대의 남자를 보호하고 있던 군 쪽의 한 젊은 남자가 외친 소리였 다. 30대 중반에 단정한 몸가짐을 하고 있는 홍갈색 머리칼의 남자였 는데, 병사들 가장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병사들의 대장인 듯 싶었다. -시끄럽다 반역도 들아. 반대쪽의 남자들중, 화려한 금발을 짧게 다듬은 30대 초반의 남자가 이렇게 대꾸해 외쳤다. -건방지구나. 감히 누구에게 그런 말을 하는가? 홍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큰소리로 외쳤고, 금발의 남자는 냉소하며 답했다. -그건 너희들이 더 잘 알 것 아닌가? 레냐 왕실의 녹을 먹고 있는 자 가 감히 레냐 왕실에 불순한 생각을 품고 있다니. -그런 식으로 모함을 하다니. 증거가 있다면 정식으로 고발을 하여 라. 홍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흥분을 진정시키며 이렇게 외쳤고, 금발이 대꾸했다. -네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데 증거를 남기겠느냐? 홍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냉소하며 외쳤다. -흥, 증거하나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우리를 모함하는가? 그런 구 차한 명분 따위는 대지 말아라. 차라리 재물을 요구하는 편이 정직하 지 않은가? 홍갈색 머리칼의 남자는 상대들을 도적으로 몰아 버렸고, 그의 이런 말에 금발 측의 병사들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반란군 주제에 우리를 도적으로 몰아? 금발이 일갈했고, 홍갈색 머리칼의 남자는 흐흐, 냉소를 흘렸다. -시끄럽다. 도적들아. 그는 이렇게 말하며 조그마한 가죽 주머니에서 1하르 짜리 동전을 꺼 내 상대편에게 던졌다. -자, 이것을 가지고 썩 눈앞에서 사라져라. 금발은 이미 터져나오는 분노로 자신을 잃었다. -이 자식.... 한편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들의 말싸움을 지켜보다 정신이 없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왜 저 둘이 이야기하는 것이 서로 맞지 않지요? 한 명은, 상대편을 반역자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상대편을 도둑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데, 서로 아니라고 하고 있으니.... 둘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가 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란테르트가 대꾸했다. -모르겠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모두 진실을 말하 고 있는 건지.... 아무튼,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정신을 온통 그 사람들에게 쏟고 있었다. 금발의 사내가 먼저 검을 들고, 가장 앞에서 자신들을 도발하던 홍갈 색 머리칼의 남자를 향해 덤벼들었고,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며 불꽃을 내뿜었다. 동시에, 금발 쪽의 12명의 검사들이 동시에 상대편을 향해 공격해 들 어갔고, 반대쪽에 있던 14명의 검사들 역시 검을 뽑아 들어 그들을 상 대하기 시작했다. 사방 겨우 15 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검을 뽑아들고 챙챙 거리자 갑판 위는 혼잡하기 그지 없었다. 모두들, 평소에 익힌 검술 따위는 반쯤 포기한 채로 보이는 대로 찌르고 베기를 계속하고 있었다. 잠시만에 윽윽, 거리는 신음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고, 벌써 두명이 바닥을 뒹굴고 사방에 피가 튀었다. 한편, 처음 검을 마주하였던 두 남자는 그래도 꽤나 볼만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둘 모두 상당한 실력의 소유자들로, 그러한 난전 속에 서도 자세를 흩트리지 않은 채 서로를 공격하고 있었다. 실드를 치고 있던 그 여자 마법사는 여전 그 자리에 서 있은 채로 싸 움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난전에서 마법은 자칫하면 아군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었기에, 그녀는 섣불리 힘을 사용하지 않 은 채 실드의 강도만을 높이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별 흥미 없다는 듯, 잠시동안 싸움을 지켜보다가 시선을 바닷가로 옮기었다. 그러다가 선미 쪽에 사람들중 자신들과 같이 태연 하게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에라브레는 아무일 없다는 듯 서 있는 그들에게 크게 흥미가 동해 안 력을 돋았고, 이내 경악에 몸이 굳음을 느꼈다. -어, 어떻게 그들이.... 에라브레의 말에, 그때까지 싸움구경에 정신을 다쏟고 있었던 아왈트 가 건성으로 물었다. -뭐? 그들이라니? 에라브레가 다시 한차례 자세히 선미를 살피고는 말했다. -바로 그들이에요.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시선을 따라 선미 쪽을 바라보 았고, 태연하게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세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호라, 그렇군. 그 비러먹을 자식이 저들 중에 있단 말이지?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이렇게 소리치며 몸을 붕 띄웠다. -뭐하는 거예요? 에라브레는 사람들이 혼전을 벌이고 있는 갑판 위로 몸을 띄우는 아 왈트를 향해 이렇게 외쳤으나, 아왈트는 그런 그녀의 말에는 대꾸치 않은 채 다리를 뻗어 서있던 사람중 한 사람의 어깨를 강하게 밟았다. -으억.... 어깨를 밟힌 사람은 이렇게 소리치며 무릎을 꿇어 버렸으나, 아왈트 는 그 전에 이미 다시 몸을 날려 다른 사람의 어깨를 밟았다. 그렇게 다섯 사람을 뛰어 넘어선 그는 마지막으로 선미 2층의 난간을 발로 차 며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받아라. 아왈트는 그의 커다란 검을 공중에서부터 휘두르며 란테르트를 도륙 해 갔다. 한편,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그가 첫 사람을 밟을 때부터 그가 하려 는 일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이렇게나 빨리 선두에 서 이쪽으로 건너와 검을 흉하게 휘둘러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있었 다. 란테르트는 그 모습을 보고, 한 걸음 뒤로 살짝 물러서며 검을 뽑아 들려 했으나, 이카르트가 그런 란테르트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이 녀석, 아주 멍청이는 아니야. 네가 피토하는 모습은 보기 싫으니 까, 내게 맡겨. 란테르트는 그런 그의 말에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차례 물 러났고, 이카르트는 떨어져 내려오는 아왈트를 비웃음 석인 눈으로 바 라보았다. 아왈트는 란테르트가 비켜서며 한 호리호리한 남자가 자신의 앞을 막 아서자 냉소를 터트리며 내려치는 검에 힘을 더했다. 이카르트는 조용히 손을 뻗었다. 아왈트는 도대체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 로 검을 아래로 쳐내려왔다. 막 아왈트의 검이 이카르트의 손에 닿자, 지금까지의 그 엄청난 기세 는 온대간대 없이 사라져 버렸고, 검날은 이카르트의 살갗하나 찢지 못한 채 그의 손아귀에 잡혀 버렸다. -히익.... 이럴 수가.... 아왈트는 검을 이카르트에게 잡힌 채 땅에 내려서며 눈을 휘둥그레 떴고, 이카르트는 그런 그에게 냉소를 터트리며 검을 쥔 손에 힘을 가 하였다. 에라브레는 먼 곳에서 그 광경을 보다 곧바로 몸을 날려 선미 쪽으로 달렸다. 아왈트보다 가벼웠기에, 에라브레는 겨우 네차례 발을 놀려 사람을 뛰어 넘고는 선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곳에 서 본 모습은 경악이었다. 막, 에라브레가 도착했을 때, 이카르트는 손을 모아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그의 손아귀에는 아왈트의 검날이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이카르트는 그런 것에는 상관치 않은 채 주먹을 쥐었다. 카각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아왈트의 검은 바스러져 버렸고, 아 왈트는 그런 모습을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 성급히 온건가요? 그 혼자 있다 하더라도 당해낼 수 없는 데.... 에라브레는 아왈트를 노려보며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고, 아왈트는 당 황해 어쩔 줄 몰라하며 이카르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족.... 한참 후, 간신히 정신을 수습한 아왈트가 내뱉듯 중얼거렸고, 이카르 트는 냉소를 머금은 입을 열어 대꾸했다. -이카르트입니다. 에라브레는 힘빠진 얼굴로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증오의 눈빛인지, 아닌지 언뜻 보아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한 눈동자였다. -어서 죽여요. 더 이상 놀리지 말고.... 『게시판-SF & FANTASY (go SF)』 994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1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6 07:35 읽음:158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에라브레는 체념한 듯 내뱉었고, 란테르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 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전에.... 내가 당신을 죽이려 했잖아요. 그렇다면 이제 알텐데요? 내가 당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당신을 죽이려는 사람이 앞에 있 는데....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에게 환히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나의 목숨은 언제든지 너에게 줄텐데.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순간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손이 조 금씩 떨리며 눈시울이 벌개지기 시작했다. 아왈트는 이런 이들의 대화에 머릿속이 혼란함을 느꼈다. 그리고는 이내, 이것이 사랑싸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는.... 이 싸움에 관여치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왈트는 이런 생각을 하며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역시 이대로 놓아보내기는 아까운 먹이였다. -수이브렛양. 어서 달아나자.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잠시 지난날의 행복 을 떠올리며 란테르트의 품에 안길뻔 했던 그녀는 이런 아왈트의 목소 리에 돌연 언니를 떠올리며 다시 눈에 살기를 띄웠다. -날 죽이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내가 라브에를 죽이다니.... 그런 건 있을 수 없어. 에라브레는 라브에, 라는 말에 순간 가슴이 저릿했다. -그....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란테르트는 약간 난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곁에 있던 아왈트가 주제넘게 나서며 란테르트의 말을 끊었다.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이 멍청한 자식아. 아왈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순간 안색이 확 변했고, 모라이티나는, -왜, 욕은 하고 그래요? 라고 소리쳤다. 반면 이카르트는 싸늘히 웃으며 입을 움직이지 않은 채 손을 뻗었다. 이카르트의 손은 그대로 아왈트의 뒤통수로 향했고, 이내 아왈트의 뒷 머리 채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왈트는 이 돌연한 이카르트의 행동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한 채 화 들짝 놀라며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무어라 말 한마디도 제대 로 하지 못한 채, 그는 이카르트가 자신의 머리를 잡아당김을 느꼈다. 이카르트는 그대로 그의 뒷머리 채를 당겨 콧잔등을 선미 난간에 찍 어 버렸다. 콰직 하는 콧잔등이 내려앉는 듣기에도 섬뜩한 소리가 울렸다. -우욱.... 이카르트는 비명을 내지르는 아왈트의 머리를 들어올렸다. 아왈트의 콧잔등이 어찌나 세게 부딪혔는지, 나무로된 난간이 움푹 들어가 버렸 다. -이런.... 젠장할.... 몹시 아픈지 손을 손등으로 가져가며 중얼거리는 아왈트를 한차례 올 려다보며 이카르트는 머리채를 잡은 손의 반대쪽 팔을 들어올려 손으 로 그의 양쪽 뺨을 움켜쥐었다. 아왈트는 이카르트의 강한 악력에 의해 입을 벌렸고, 자연 그의 혓바 닥이 반쯤 밖으로 삐쳐 나왔다. 이카르트는 고개를 돌려 란테르트에게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란테르트. 혀를 잘라. 아왈트는 이카르트의 이 말에 눈을 크게 뜨며 바둥거리기 시작했으 나, 이카르트의 손을 빠져나오기는 역부족이었다. -우... 웨... 야.... 무어라 연신 괴성을 지르며 허우적거리는 아왈트를 잠시 바라보던 란 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가로 저었다. -다음에. 란테르트의 대답은, 잔인한 데가 있었다. 싫어, 면 싫어고, 할 수 없 으면, 할 수 없는 거지, 어째서 다음에, 이란 말인가? 아왈트는 이카르트보다도 황당한 말을 내뱉는 란테르트를 멍한 눈으 로 바라보았고, 이카르트는 아왈트를 붙잡았던 손을 풀어버렸다. 모라이티나는 그런 이카르트를 향해 한마디했다. -잘했어요. 처음으로 착한 일을 했군요. 이카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를 향해 웃어 보였다. -오호.... 처음으로 모라이티나에게 칭찬 받은걸. 모라이티나는 이런 이카르트의 말에 볼을 살짝 붉혔다. 반면, 에라브레와 아왈트는 안절부절못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 도 그럴 것이, 이렇게 자신들이 죽이려 했던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 고 있는데, 그 상대라는 자들의 능력이 자신들은 상상도 못한 정도였 으니 말이다. 에라브레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바닷쪽으로 돌렸고, 아왈트는 내려앉 은 콧잔등을 비벼대며 무어라 궁시렁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방금 전과 같은 꼴을 당하기는 두려웠는지, 남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 그만 목소리로 욕을 해댔다. 이내, 두 집단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 기를 타지 못하는 여자가 한명 있었으니, 모라이티나였다. 모라이티나는 또다시 싸움을 구경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러다가 언제 반대측 항구에 도착해요? 저녁시간 까지는 도착한다 했잖아요. 이카르트가 답했다. -글세.... 싸움이 얼마나 걸리느냐에 따라 다르지.... 지금 같아서 야, 아마 밤늦게나, 내일 새벽쯤이겠지. 지금 배는 멋대로 표류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용감한 몇몇 선 원들은 커다란 칼을 뽑아든채 승객들을 보호하고 있었고, 다른 자들은 승객과 함께 벌벌 떨고 있었으니 말이다. 모라이티나는 그의 말에 자신의 배를 한차례 비비며 말했다. -아.... 배고픈데....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가 물었다. -많이 배고파?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요. -그럼 이제 출발할까? 이카르트의 물음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요? 배를 조정할 줄 알아요? -배야 선원들이 조정하지. 모라이티나가 더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저들이 저렇게 싸우고 있는데, 어떻게 선원들이 배를 조정 해요? 이카르트가 답했다. -그야, 저들이 싸움을 빨리 끝내면 되지. 않그래? 모라이티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그러나, 모라이티나의 표정은 이내 다시 모르겠다는 듯 변했다. -그렇지만.... 어떻게 저들이 싸움을 빨리 끝낼 수가 있어요? 이제 겨우 28명에서 24명으로 줄었을 뿐인데요.... 이마르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겨우 4명으로 줄었을 뿐이야. 이카르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카르트가 서 있던 바닥의 주위에 둥근 기운이 일며 돌연 20개의 흑색 화살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 리고, 곧바로 그 스무 개의 화살은 아래서 한데 어울려 싸움을 벌이던 병사들중 스무 명의 가슴을 관통했다. 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순간 갑판 위에 울려 퍼졌다. -어,... 어떻게?.... 모라이티나는 그 모습에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고, 바다를 바라 보고 있던 에라브레 역시 뒤에서 느껴진 강대한 힘에 고개를 돌렸다가 그 모습을 목격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아왈트는 여전 콧잔등을 붙잡은 채 그 모습에, -젠장 독하구만.... 이라고 중얼거렸다. 단 한사람 란테르트만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다 한 마디했다. -넷은 왜 남겼지?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의 물음에 천천히 답했다. -뭐, 눈이 심심해서. 남아있는 네 사람은, 마법사에 의해 보호받던 남자와 그 여자 마법 사, 그리고 처음 검을 마주하였던 홍갈색 머리칼의 남자와 금발의 사 내뿐이었다. -하긴.... 싸움이 계속 됐더라면, 저들 넷만 남았을 테니까.... 시간 을 빨리 돌린 듯 하군. 란테르트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카르트는 살짝 웃으며 답했다. -마지막 장면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거든. 도대체가, 사람들의 대화가 아니었다. 본래 란테르트는 사람들이 죽는 것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인물이 었다. 물론, 자신과 상관 있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으나, 적어도 무관한 사람의 생사에 대해서는 별다른 느낌도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는 인간이라는 종류의 동물을 증오 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스스로가 겪어본 인간이라는 동물은 결코 동정 받을 만한 종류가 아니었다. 란테르트 자신에게 호감을 내어 보이고, 진심으로 대해 준 사람이 고작 네명. 그 수많은 만남 중에서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 사람은 고작 네명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아반트 가르트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보통의 용병단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시간이면 생명에 대한 경외, 라는 감각 이 거의 마비되어 버렸을 것인데, 그가 있었던 곳은 보통의 용병단이 아닌 아반트 가르트였다. 목숨이라는 것이 철저히 도구화되어 버린 곳, 아반트 가르트는 그런 곳이다. 란테르트는 생명이 그 빛을 잃는 것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였 다. 그 자신이 사랑하는 생명에 관해서는 결코 무관심하지 않았으나, 그가 아끼는 것은, 생명이 아닌, 사랑하는 존재 그 자체였다. 그는 동 정심이라는 감정은 잃은지 오래였다.... 자기 자신에게까지.... 그리고, 이카르트는.... 마족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너무하잖아요. 모라이티나는 경악에 휩싸여 이렇게 외쳤고, 이카르트는 너무나 쉽게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배고프다고 했잖아.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선원들이시여. 어서 배를 조정해 항로를 찾아 주십시오. 저희 일행 에게 급한 볼일이 있습니다. 이카르트의 말에 그 동안 구석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던 선원들이 고 개를 빼곰히 내밀어 갑판을 바라보았고, 싸움이 끝난 것을 알고는 이 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아래 남아있던 네 사람은 더 이상 싸우지 않았다. 그들은 누군가의 마법인 듯한 무엇에 심장을 꿰뚫린채 바닥을 뒹구는 자신들의 동료를 멍청하다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노란 머리칼을 허리까지 기른 마법사는 한참이나 후에 이렇게 중얼거 렸고, 다른 세사람은 여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안이 벙벙하여 주 위만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한편, 모라이티나의 질책은 쉴새없이 이어졌다. -란테르트라도 한마디 해 주세요. 이 악마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쉽 게 죽이죠? 생명은 소중한 거예요. 한평생,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소 중한 미래를 이렇게 한순간에 날려 버리다니.... 란테르트가 곁에서 모라이티나를 달랬다.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었어. 지금 이카르트가 끼여들지 않았더라 도, 다시 한 두시간만 더 싸웠더라면 이렇게 네명이 남았을 꺼야. -그러면 싸움을 말렸어야죠. 모라이티나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이렇게 외쳤고, 그때, 이카르트가 싸늘히 냉소하며 모라이티나의 말을 받았다. -네 손에 죽어간 마족들과 마물들은, 조금도 불쌍하지 않은가 보군.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발끈했다. 또 놀리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물과 마족은 악한 존재잖아요. 그런 것들이야 얼마든지 죽어 도....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는 안색이 더더욱 차갑게 변했고, 란테르 트는 그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모라이티나를 말렸다. -그만 둬. 이카르트 앞에서 그게 무슨 소리야? -하지만.... 그때 이카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족도.... 의식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다른 생명체만큼은 아니 지만, 우리들도 죽음을 두려워한다. 이 땅에 존재하는 것들중, 정체감 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소멸을 싫어하고 살아있는 것을 좋아한다.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이 더 이상 장난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생명체를 괴롭히잖아요. 이렇게 그저 서로 싸 우기만 하는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죽이는 거죠? -마족은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다. 그리고, 저들은 상대를 죽이기 위해 저런 행동을 한다. 그럼 어느 쪽이 나쁜 거지?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숙이며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렇게 듣고 보니, 어느 쪽이 나쁜지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가 없었 다. 이카르트는 머뭇거리는 모라이티나의 사고에 쐐기를 박았다. -게다가, 저들 때문에 우리의 발이 묶였다. 그리고, 수많은 승객과 선원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보아라, 저들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 의 주검을.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찬찬히 주위를 살폈고, 민간인인 듯한 사람의 시체 몇 구가 갑판 위에 널브러져 있음을 발견했다. -저래도, 잘못이 없다고 하는 것이냐? 모라이티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이카르트의 논 리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때 란테르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물론, 생명은 소중한 거야....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모라이티 나는 착해. 그러니까, 너는 함부로 생명을 죽여서는 안돼. 우리가 하 는 이런 행동은, 이해해서도, 또 이해할 필요도 없어. 다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마음속에 묻어둔채, 나중에 우리와 헤어지고 나 서 네가 그렇게 행동 해. 우리는.... 좋은 사람들은 아니니까. 란테르트는, 다정한 것이 어머니 같았고, 이카르트는 준엄한 것이 아 버지 같았다. 아니, 에라브레는 그렇게 느꼈다. 이전에.... 엄마 같은 언니와 아빠 같은 란테르트의 사이에서 웃고 있던 자신이 떠오르며, 에라브레는 모라이티나에게 참을 수 없는 질투심을 느꼈다. -꼬맹이가 무얼 알겠어? 에라브레는 내뱉듯 이렇게 중얼거렸다. 비록 조그마한 소리 였으나, 그 큰 귀 만큼이나 청력이 뛰어난 모라이티나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 었다. -내가 왜 꼬맹이 에요? 열 아홉 살이에요. 『게시판-SF & FANTASY (go SF)』 994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2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6 07:35 읽음:161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에라브레는 그런 모라이티나의 대답에 일순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그 리고는 모라이티나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자세히 살폈다. -열 아홉? 나보다 나이가 많아?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렸고,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래도 정신연령은 낮은 듯 하군. 여전 어리광이나 부리고. 에라브레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발끈 했다. -내가 언제 어리광을 부렸다고 그래욧? 아참, 나보다 나이가 적다고 했지. 하지만.... 나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에라브레는 비록 열여덟살 이었으나, 근 삼년간의 근심 때문인지 실 제보다 나이가 많아 보여 스무 살은 족히 되어 보였다. 에라브레도 여자였다. 모라이티나가 자신을 늙어(?) 보인다고 이야기 하자, 돌연 차갑던 그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거야? 돌연 란테르트가 무어라 하려 막 입을 여는 모라이티나의 말을 가로 챘다. -모라이티나 그만 둬. 라브에.... 내가 대신 사과할게. 모라이티나는 어려서부터 귀엽게만 자라서 조금 버릇이 없어. 네가 이해해.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가 동시에 외쳤다. -내가 왜 버릇이 없어요? -왜 그 아이를 감싸주는 거예요? 란테르트는 이 두 여자의 공세에 입도 뻥긋 못한 채 있었고, 그때, 이카르트가 뒤에서 란테르트 지원군으로 나섰다. -둘 모두 조용해. 굉장히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으나, 두 여자의 입을 다물게 하는데는 충분했다. 이카르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있는 네 사람에게 외쳤다. -왜 계속 싸우지 않습니까? 결판을 내야 하지 않나요? 네사람은 이카르트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며 다시 상대편을 노려보았 다. 하지만, 도저히 싸울 기분을 들지 않았다. 이카르트는 그들 서로가 서로에게 덤벼들지 않자, 이렇게 소리쳤다. -그럼, 더 이상 말썽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일행중 한 명이 배가 고 파 어서 항구에 가야 하니까요. 이카르트의 이 말에 네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그제서야 자 신들의 동료를 단번에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는 순간 이카르트의 말에 겁을 집어먹고 입을 다물었으나,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를 두려워 하지 않았고, 에라브레는 생사를 도외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이렇게 악마 같은 사람들과 함께 다니고.... 너도 필시 좋은 아이는 아닐 꺼야.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얼마 되지 않는 논리를 모두 소모해 버렸 고, 이제는 되는대로 내뱉는 말싸움이 되버렸다. -무슨 소리야? 란테르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이 말에 이카르트는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만 좋은 사람인가 봐. 한편 에라브레는 이 모라이티나의 말에 냉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좋은 사람? 언젠가 그도 널 배반하고 또, 죽게 만들 꺼야.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아직도 언니의 일에 꽁해있는건 아니겠지? 모라이티나의 말에 에라브레는 순간 입을 다물며 눈을 크게 떴고, 이 내 눈에 눈물이 고이며 볼을 타고 한 방울 흘렀다. 그리고는 돌연 손 을 뻗어 모라이티나의 뺨을 올려붙였다. -네가 뭔데 우리 언니 얘기를 해? 모라이티나는 벌겋게 부은 뺨을 멍청한 표정으로 어루만지다 손을 뻗 어 에라브레의 뺨을 짝 소리나게 때렸다. -왜 때려?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네 언니가 어째서 란테르트 때 문에.... 그때였다. 돌연, 모라이티나의 뒤쪽에서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누군가 가 외쳤다. -둘다 그만둬. 모라이티나는 찔끔하여 뒤로 돌아보았고, 에라브레 역시 놀라 발갛게 부은 뺨을 어루만질 새도 없이 소리지른 사내를 바라보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란테르트였다. 그의 미간은 여러 겹이나 주름이 패여 있다가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온 그의 표정은 미소하나 없이 싸늘했다. 그는 잠시동안 에라브레와 모라이티 나를 무서운 눈으로 번갈아 쳐다보다가 한숨을 한차례 크게 내쉬며 난 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모라이티나는 처음으로 본 란테르트의 무서운 표정에 오금이 저려 멍 하니 서 있다가 바다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는 란테르트에게 쪼르르 달려가 등에 매달리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요.... 잘못했으니까 화 풀어요. 다시는 않그럴께요. 티나가 잘못했어요. 모라이티나의 이런 행동에도, 란테르트는 돌아보지 않았고, 에라브레 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차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차가 운 표정으로 돌아가 몸을 돌렸다. -흥, 언니를 잃은지 3년도 채 못되어 새 여자가 생겼군.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어깨가 움찔 움직이며 모라이티나를 향 해 외쳤다. -모라이티나, 내게서 떨어져.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바닥에 주저앉으며 엉엉 울었고, 그때 이카르트가 천천히 란테르트에게 접근했다. 이카르트는 손을 뻗어 모 라이티나를 잡아 일으켰고, 모라이티나는 그런 이카르트에게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그만 둬. 란테르트.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대꾸치 않은 채 바다만을 바라보았다.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가 어느 정도 진정을 하자 그녀를 자신에게서 떨어뜨리며 고개를 돌려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 겨 에라브레에게 다가갔다. -뭐, 뭐예요? 에라브레는 이카르트를 내심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그가 이렇 게 다가오자 몸이 얼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없었다. 이카르트는 에라브레 곁으로 다가오더니 돌연 손을 뻗어 손등으로 에 라브레의 뺨을 날렸다. 에라브레는 놀란 눈으로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어느 샌가 그녀의 입가를 타고 한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란테르트는 멀리서 이 소리를 듣고는 놀라 몸을 돌려 이카르트와 에 라브레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사피엘라를 사랑한다. 어느 누구보다도.... 이카르트는 조금은 씁쓸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고, 이내 모라이티나를 불렀다. -모라이티나 이리 와.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가 부르자, 눈을 부비적 거리며 천천히 다가왔 고, 모라이티나가 가까이로 다가오자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에게 명령 하듯 말했다. -에라브레의 입속에 난 상처를 치료해. 조금의 흉터도 남지 않게.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뜻을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에 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녀는 입가를 타고 내리는 피를 손등 으로 한차례 쓱 닦고는 몸을 휙 돌렸다. -필요 없어. 그때, 모라이티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에라브레의 팔을 잡고 말했 다. -미안해.... 그러니까.... 사과를 받아 줘. 에라브레는 자신의 팔을 잡은 모라이티나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흡사 엄마한테 한차례 혼난 강아지 같이 풀이 죽은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에라브레는 차마 거절을 하지 못하였다. 에라브레는 못 이기는 척 몸을 돌렸고, 모라이티나는 얼굴에 희색을 띄며 그녀의 얼굴에 회복주문을 걸었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무덤덤한 얼굴로 서 있었고, 란테르트는 어느새 화가 풀렸는지, 웃으며 그런 그 녀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그런 웃음은 썩 밝지만은 않았다. 이카르트가 낸 에라브레의 상처는 그리 큰 것이 아니었기에, 모라이 티나의 마법에 금새 치료가 끝났다. 에라브레는 치료를 끝낸 모라이티 나에게 입을 열었다. -치료, 고마워.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의 말에 싱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에라브레 는 표정을 싸늘하게 바꾸며 차가운 목소리로 곧바로 다시 말했다. -하지만, 네가 저 남자와 함께 다니는 한, 내 적이야.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고, 모라이티나는 당황스러운 표 정으로 돌아서는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돌연, 모라이티나의 앞에 왠 마음에 않들게 생긴 남자의 상판때기가 디밀어 졌다. -나도 좀 치료를 부탁할 수 없을까? 바로 아왈트였다. 그는 뭉개진 콧잔등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 했고, 모라이티나는 순간 발끈 하며 주먹을 뻗었다. 퍼억. 뭉개진 콧등은, 시리도록 아팠다. ---------------------------------------------------------------- 추석 대출혈 사비스!!! Vol. 3 (이로서 아홉화가.... 비축분이....T_T;;) 왠지 조금 난잡한 장면들입니다.... 여기까지가 여섯번째 화일!!! (전 HWP 로 50 페이지 가량을 한 화일로 나누거든요.... ^^;; 여섯번째 화일은 59화에서 지금 72화 까지....) 이 여섯 번째 화일은 제 최악 슬럼프 상태에서 강행군한 곳입니다.... 그래서 인지.... 제 친구(이 아이디 주인!!)에게도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습니다... ㅠ_ㅠ...(그로 인해 슬럼프 가중.....) 하지만 모두 옜날 얘기!!! 지금 현재로써는 8번째 화일 종결, 9번째 화일을 쓰는 중입니다. 화으로 이야기 한다면.... 허걱... 90화 이상(?).... (에구구... 또 이 이야기 쓰면.... 연재독촉 메일이.... *_*;;) 지금은.... 손 놓고 있습니다. (1부 마지막 이벤트 선정이.... 전 짤짤한 이벤트는 즉석으로 생각해 내거든요.... ^^;;) 게다가.... 이제 슬슬 시험기간.... 앞으로 3주간 지금 쓰고있는 9번째 화일이나 완성하면 다행.... 고로.... 곧 비축분 바닥!!! (연재 독촉은.... 참아주세요...ㅠ_ㅠ;;) 참고로 1부 끝은.... 10번째 화일 중반이나 끝.... 화수로는.... 110화 정도? (에고고.... 또 옜날에 했던 예상이... 방금 밝혔다 시피... 저는 화일 단위로 글을 쓰기에... 지금은 그 화일을 화 분량으로 짜르며 연재 중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몇화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신빙성이 없습니다.... ㅠ_ㅠ;;;) 오래간만에.... 긴 후기를 썼군요.... (열시간에 걸친 휴식을 취하고 났더니... 역시 용에게 잠은 필수?.... ^^;;) 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닷!!! (옜날에 붙였던.... '재미없는'은.... 쓰지말라는 주위의 협박(?)으로....)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닷!!! ps.. 비평은 언제라도 환영 입니다. 비축분이 있는 관계로 바로 다음화부터 반영하지는 못하겠지만.... 2부나,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리메이크버전, 그리고 제 다음 소설등에 충실히 반영하겠습니다.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997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3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6 17:26 읽음:163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모두에게, 썩 쾌치만은 않은 항해였다. 비록 화해를 했다지만,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 두 사람은 서먹히 서 로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고, 란테르트는 잠시 웃어 보이고 는 곧바로 바다 쪽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카르트는 굳이 란테르트에게 쓸모 없는 말을 건네는 것을 포기하고 란테르트 근처에서 그와 시선을 평행이 했다. 단 한사람, 아왈트는 분주히 배 안쪽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마법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찾아 다녔다. 까무러칠 정도로 아파 오는 콧등 때 문이었다. 결국 그는 한 사람의 치료마법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발견했 고, 300하르나 들여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상대의 실력이 썩 뛰어나 지 못해 치료를 받은 후에도, 콧등은 내려앉은 채였다. 얼마 전까지 싸우고 있던 네 사람은 모두 선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 다. 하지만, 정작 싸움을 중지시킨 이카르트는 그런 그들에게 시선 한 차례 주지 않았다. 모라이티나는 비록 철이 없었으나 바보는 아니었다. 답지 않게 침울 해진 모습을 보이며 그녀는 조용히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두 사람을 바 라보고 있었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닮아 있었다. 생긴 것이 아니라 표정이 말이 다. 모라이티나는 평소 란테르트가 입을 다문 채 무표정의 표정을 지 은 것을 자주 보았다. 웃을 때를 제하고는 모두 그랬으니 말이다. 하 지만, 이렇게 냉랭한 표정을 짓는 것은 본적이 없었다. 일전 다크 미 스트의 사람들을 죽일 때도, 그는 무표정이었다. 눈앞에 살점이 튀고 피가 쏟아지는데도 그는 조금의 동요 없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지 금의 표정은 흡사 얼음을 한켜 뒤집어쓴 듯,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 려오는 듯 했다. 이카르트 역시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꼭 같은 표정으로 서 있자, 모라이티나는 순간 그들과 자신 사이에 강한 무형 의 벽이 쳐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며 도저히 접근할 수가 없었다. 모라이티나는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은 그녀는 지금 이야기 할 상대가 필요했는데, 그 두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듯 싶었다.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두 리번거려 이야기 할 상대를 찾았다. 유일히 이 배위에서 알고 있는 사람은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를 제하면 에라브레와 아왈트가 남는다. 하지만, 둘 모두 이야기를 나눌 만한 상 대는 아니었다. 에라브레의 표정은 굉장히 이상했다. 기쁜지 슬픈지, 화가 났는지 언 뜻 보아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란테르트와 바다를 번갈 아 바라보고 있는 그런 에라브레에게 모라이티나는 도저히 말을 건넬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가씨, 저와 이 지루한 시간을 함께 보내 실까요? 그리고 이렇게 말을 건네는 남자는 밥맛없어 이야기하기 싫었다. 모라이티나는 말을 건네는 아왈트를 백안시하며 냉랭히 대꾸했다. -싫어요. 비록 냉랭한 목소리 였으나, 모라이티나의 입을 통해서 나오자 귀여 운 듯 했다. 에라브레는 조금 떨어지는 곳에서 그 목소리를 듣고 몸을 돌렸다. 모 라이티나에게 접근한 아왈트를 보며 에라브레는 속으로, 저 남자.... 여자면 어린아이라도 상관 없다인가?.... 라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 로 저었다. -그러지 말고.... 하지만, 아왈트의 표정은 여자를 바라보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가 강 한 자라는 것을 인식케 해주는 냉막한, 에라브레가 처음으로 본 그런 모습이었다. -뭐하려는 거예요?.... 위험해요, 피해요. 에라브레는 아왈트와 모라이티나를 향해 이렇게 외쳤으나, 이미 늦었 다. 아왈트는 방심하고 있던 모라이티나의 목을 뒤에서부터 감싸 잡으 며 오른쪽에 차고 있던 단검을 뽑아 모라이티나의 목에 가져갔다. -제기랄, 너 파란 머리 자식. 모라이티나는 순간 넋을 잃고 있다 아왈트가 이런 식으로 자신을 붙 잡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왜, 왜이러는 거야? 모라이티나의 외침에 아왈트는 대꾸치 않은 채 다시 한 번 란테르트 를 불렀다. -파란머리, 돌아보지도 않는 거냐? 네 정부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 는 건가? 아왈트는 뭉개진 콧등이 여전 아픈지 종종 눈살을 찌푸리며 신경질 적으로 외쳤다. 거품만 안 물었다 뿐이지 완전 미친개의 모습이었다. 눈은 크게 부리부리하게 떴고, 얼굴은 있는 데로 찌그리고 있었다. 이카르트는 몸을 살짝 돌려 난간을 등에 기댄 채 아왈트를 노려보았 고, 아왈트는 순간 움찔했다. -너, 너 말고,... 파란 머리....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란테르트라고 부르시지요. 이카르트의 말에 아왈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떠듬거리 며 입을 열었다. 비록 표정은 험악했으나, 이카르트의 모습을 한차례 보자마자 위세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버렸다. -라, 란테르트라고 하나? 아무튼.... 란테르트는 여전 몸을 돌리지 않은 채 바닷가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 가 아왈트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전.... 제가 잘 아는 사람을 인질로 잡고 저를 협박하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란테르트의 이 말에 에라브레가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을 내 질렀고, 아왈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 그렇게 말한다고 내가 널 두려워 할 것 같은가? 애송이.... 겨 우 마족의 권위를 등에 엎고 으스대는 주제에....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왈트가 원하는 것이 무 엇인지 눈치챘기 때문이다. -당신과 상대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란테르트의 말에 아왈트는 모라이티나를 밀치듯 놓았다. 그래도 승부 에 있어서 지저분한 것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인 듯 했다. 모라이티나는 아왈트에 힘에 밀려 뒤뚱거리며 옆으로 밀렸다.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모라이티나는 균형을 다잡고 서며 이렇게 외치며 이카르트와 란테르 트를 바라보았다. 여전 표정 하나 없는 냉랭한 모습이었다. 아왈트는 단도를 집어넣으며 그의 커다란 중검을 뽑아 들었다. -와라, 파란머리의 애송이. 란테르트는 잠시 그의 그런 모습을 보다 자신의 장검을 뽑아들어 검 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을 걸었다. -마법? 마검사인가? 그렇다면 내가 불리하잖아. 아왈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잠시 주저하는 눈빛을 띄었고, 란테르트 가 그런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 검을 보호하기 위한 마법을 외에는 마법을 사용치 않지요. 이 말에, 아왈트는 희색을 띄었다. 반면.... 에라브레는 안력을 돋워 란테르트의 검을 보았다. 몹시 눈에 익은 장 검이었다. 바로, 언니와 자신이 함께 사준 그 검이었던 것이다. 란테 르트의 마지막 말이 에라브레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보호하기 위 한.... 에라브레는 순간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어지럽게 떠오르며 그녀를 괴롭혔고, 에라브레는 순간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좋다. 약속은 지키겠지? 애송이 마검사? 아왈트는 다시 한차례 확언을 받아 두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 례 끄덕였다. -와라, 애송이. 아왈트는 말끝마다 애송이라는 말을 붙였다. 말투는 이렇게 한심할 정도 였으나, 이미 표정은 아니었다. 조금전의 그 화난 듯한 표정은 이미 거의 사라져, 침착히 가라앉아 있었다. -당신이 도전자입니다. 란테르트는 상대의 말에 이렇게 대꾸했고, 아왈트는 코웃음을 한 번 치며 검끝을 바닥에 댄 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훗, 여유도 지금뿐이다. 조그마한 녀석. 비록 조그마한 녀석이라고 외쳤으나, 키는 아왈트 쪽이 조금 더 작았 다. 아왈트는 언젠가 노마티아에서 싸울 때와 같은 모습으로 검을 바닥에 끌며 달려갔고, 이내 검을 들어올리며 아래에서 위로 란테르트를 공격 해 들어갔다. 란테르트는 그의 그런 모습에 검을 살짝 기울이며 아왈트의 첫 번째 공격을 튕겨냈다. 손목에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러한 공격은 아왈트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검끝을 바닥에 걸고 있다 힘을 모아 튕기듯 올려치는 것이었다. 커다란 중검을 그런 식으로 올려치면, 어지간한 검은 두동강 나버리기 일수였다.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이카르트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며 중얼거 렸다. -역시 멍청이는 아니었군.... 하지만, 아직 멀었지.... 아왈트의 완력은 그의 커다란 검만큼이나 대단했다. 양손으로 굳게 움켜쥔 너비 한뼘 가량의 중검은 한 번 휘둘릴 때마다 휙휙 거리는 소 리가 들렸고, 그것에 부딪히는 란테르트의 검은 한뼘 가량이나 뒤로 밀렸다. 하지만, 그는 강할 뿐이었다. 그 엄청나다 할만한 완력 덕에 검의 속 도와 힘은 대단하다 할 만 했으나, 정확도에 있어서는 란테르트의 것 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배위의 사람들은 또 다시 싸움이 벌어지자 처음에는 이곳 저곳으로 피해 다녔으나, 이내 별다른 위험이 없어 보이자 불안감만을 마음에 안은 채 태연한 척 있었다. 오히려, 개중 무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들 은 후미의 상갑판으로 올라와 이 둘의 싸움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처음에는 아왈트의 거대한 위력에 넋을 잃었다. 단지, 에라브 레와 이카르트 두 사람만이 란테르트의 우위를 눈치챘을 뿐, 겉으로 보기에 배나 위력 있고 화려해 보이는 아왈트에게 사람들은 경이의 시 선을 보내고 있었다. -바보 같기는.... 그렇게 안된다고 했건만.... 에라브레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비록 란테 르트가 자신을 죽이지 않겠다고 했으나, 아왈트마저도 그렇게 한다고 말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모라이티나는 어느덧 이카르트 곁으로 돌아와 그와 함께 싸움을 지켜 보았다. -난 모르겠어요.... 란테르트가 이기겠지요? 두 번째로 강하다고 그 랬잖아요. 모라이티나는 표정이 많이 풀어진 이카르트를 향해 이렇게 조심스레 물어보았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저런 무식한 녀석이 란테르트의 상대가 될 이유가 없잖 아. 봐, 다섯 번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란테르트가 이기고 있다 라는 것을 확실히 보게 될 테니까. 막, 이카르트의 말이 끝날 무렵, 정말 그의 예언이 들어맞았다. 아왈트는 막 검을 아래서 위로 힘차게 올려쳤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 의 검을 슬쩍 피하며 오히려 상대의 검 아래에 자신의 검을 가져갔다. 즉 올려치는 검을 막은 것이 아니라, 상대의 올려치는 기세를 더해 준 것이다. 아왈트는 이 괴상한 란테르트의 검식에 순간 당황했으나, 자신이 검 을 올리는 힘에다 란테르트의 힘까지 더해지자 도중에 검을 회수할 방 법이 없었다. 바보처럼 검을 위로 들어올리며 가슴부터 다리 아래까지 상대의 검세안에 완전히 노출시킬 뿐이었다. -제기랄.... 란테르트는 곧바로 검을 아왈트의 목에 가져갔다. 아왈트는 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린 채로 멍청히 란테르트를 바라보 았다. 그리고는 한참만에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었다. -비러먹을.... 내가졌다. 란테르트는 그제서야 천천히 검을 회수했고, 아왈트는 승복한 듯 검 을 거두어 검집에 넣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왈트는 품속에 손을 넣었다 빼며 란테르트를 향해 이상한 가루를 집어 던졌다. -그러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졌다가 아니라.... 지고 있다 라고 했어야 하나? ----------------------------------------------------------------- T_T;;;; 추, 추천이 두개나!!! 이렇게 되면.... 어쩔수 없이 또한편..... 에잇, 기분이닷!!! 이케에에엣!! 추천 정말 절대 감사드리구요!!! 열씨미 하겠습니다.... (허걱... 이러다 중간 시험은.... ^^;;) 추천에 기뻐하는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00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4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7 07:10 읽음:166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 돌연한 상황에, 이카르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앗, 하는 비명 을 내질렀다. 이카르트만은, -헛수고하는군.... 이라고 중얼거리며 경멸의 눈초리로 아왈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상대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뿌리는 순간 눈을 감고 숨을 멈추었다. 피부를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십중팔구 눈을 멀게 하 거나 호흡을 통해 몸안으로 들어오는 어떤 독 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 문이다. 전쟁에서도 종종 이러한 비열한 수를 쓰는 상대들을 만난 적이 있었 기에, 란테르트는 별다른 동요 없이 이렇게 대처한 것이다. 란테르트는 머리를 한차례 세차게 흔들어 혹시 묻었을지도 모르는 가 루를 털어 내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아왈트는 그 짧은 순간을 이용하여 반격을 시작했다. -젠장할 녀석, 간신히 피한 모양이구나. 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자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의 짧은 틈이면 충분히 역전할 수 있다. 아왈트는 이렇게 외치며 란테르트를 공격해 들어갔다. 동시에 주위에 서 야유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 비겁한 녀석.... 이미 승부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그렇게 비열한 수를 쓰다니.... -때려쳐라, 검사의 수치다. 에라브레는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채 멍청히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라이티나는 다른 사람의 야유에 동참해, 알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욕을 사용하여 아왈트를 향해 소리쳤다. -비러먹을 젠장이에욧. 당신 정말 나쁜 사람이야. 애송이. 모두 아왈트에게 배운 말들이었다. 이카르트는 곁에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모라이티나의 어깨에 손을 얹 었다. -모라이티나, 그런 식으로 상대를 욕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 니야. 욕을 하는 것은 일단 네 자신을 낮추는 거니까. 게다가, 너에게 욕은 어울리지 않아. 모라이티나는 시선을 란테르트에게서 잠시 이카르트에게 돌리며 물었 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말해. 억지로 잘 알지도 못하는 상소리를 섞 어 쓰지 말고. 이카르트의 대답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심한 욕을 이용하여 소리쳤다. -악마. 마족보다 더 악독한 사람. 모라이티나의 어깨를 잡은 이카르트의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 갔다. 한편, 란테르트와 아왈트의 싸움은 조금은 다른 모습을 띄었다. 역시 한 번 밀리기 시작하자, 란테르트는 그리 쉽게 기세를 회복할 수 없었 다. 만약 마법을 사용한다면 단번에 이길 수도 있었으나, 란테르트는 그럴 이유도, 또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란테르트는 후, 하는 웃음을 한차례 내뱉으며 연속으로 세 번 걸음을 뒤로 옮겼다. 아왈트는 그 순간 온 힘을 다해 란테르트를 베고 있었 고, 그 덕에 아왈트는 뒤로 달아나는 란테르트를 쫓지 못하였다. 아왈트의 흉하게 휘두른 검은 목표를 잃은 채 크게 동요했고, 란테르 트는 검을 곧추 세운 채 아왈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제길.... 아왈트는 검을 재빨리 회수하여 란테르트의 검을 막을 했으나, 란테 르트의 모습은 어느 샌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아왈 트는 등뒤에서 시린 느낌을 받으며 자신도 모르게 검을 손에서 놓았 다. 아왈트의 등뒤에 검을 겨눈 채 서있던 란테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 다. -여전 자신의 약점을 모르는군요.... 이 정도가 당신의 한계인 것 같 습니다. 아왈트는 두 번이나 연속으로 패하자 거의 정신이 없는 듯 고개를 가 로 저었다. -어,.... 어떻게.... 란테르트가 걸음을 아왈트 앞으로 옮겼고, 이내 검을 높이 들어 아왈 트를 베려 했다. -당신도 알겠죠? 제가 다른 사람에게 그리 관대치 않다는 것을....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아왈트를 베려 했다. 순간, 에라브레가 앞 으로 달려 나서며 란테르트와 아왈트 사이를 가로막았다. -제, 제발 그를 죽이지 말아요....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순간 에라브레와 아왈트를 번갈아 바라 보았다. 에라브레가 목숨을 버려 가면서 지키려는 남자와, 에라브레의 간절한 눈빛을.... 란테르트는 호, 하는 짤막한 한숨을 내쉬며 검을 거두었다. -라브에.... 잘됐구나.... 곧.... 내가 필요 없게 되겠지?.... 란테르트는 무언가 단단히 오해한 듯 했다. -무, 무슨 소리예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몸을 돌렸 다. 아왈트는 에라브레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고맙다는 느낌보다 는 씁쓰레한 마음이 일었다. 태어나, 남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것이 처 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선두로 향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마지막 말에 잠시 머리를 굴리다 아왈트가 선 두 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기다려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외치며 아왈트를 쫓았고, 그 둘은 어느 샌가 선두 쪽에 조그맣게 서있게 되었다. 란테르트는 그렇게 떠나버린 에라브레의 등에 땅이 꺼질 정도로 한숨 을 내쉬었다. -휴.... 비록 형편없는 남자지만.... 라브에가 선택한 남자라면.... 란테르트의 말에 곁에 서있던 이카르트가 순간 묘한 미소를 띄며 란 테르트의 어깨를 툭 쳤다. -바보. 어째서 저들 자매의 문제에 대해서는 머리가 그렇게나 돌지 않는 거지?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무슨 소리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이카르트는 잠시 란테르트의 얼굴을 미소 띈 얼굴로 바라보다가 고개 를 선두 쪽으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끌어 당겨 한 번 안기만 했어도.... 에라브레는 네 여자가 됐을꺼 야. 그녀는, 복수와 너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몹시 흔들리고 있어.... 3년 동안이나 복수를 향해 달려왔고, 관성 때문에 너에 대한 복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는 몹시 흔들리기 시작했 지.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이 말에 잠시 멍해졌다. -그.... 그렇지만, 난 그녀의 언니와 약혼했고.... 이카르트가 그의 말에 선두에 있던 시선을 거두며 란테르트를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 -역시 바보구나. 세계 제일의 순정파 남자.... 약혼이 뭐 어쨌다는 거야? 넌 아직도 사피엘라가 마지막에 남긴 말의 뜻을 모르는 거야? -그래서 이렇게 라브에의 뒤를 쫓아다니며 보호해 주고 있잖아. 란테르트의 대답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됐어.... 아무튼, 에라브레와 아왈트는 동료일 뿐이야. 나머지는 모 두 네 오해일 뿐이고. 곁에서 듣고 있던 모라이티나가 돌연 끼여들었다. 표정에 장난기가 그득 한 것이 분명 이카르트를 놀리려는 것이었다. -당신, 그런 말을 해도 괜찮아요? 에라브레는 당신의 연적일텐데....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난 페어 플레이를 즐기거든. 나보다는 네쪽이 더 불리하겠지?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온통 얼굴이 벌개지며 소리쳤다. -내가 뭘요? 란테르트는 이 두사람의 대화는 귀에 들어오지 않은 채 멍청한 시선 을 선두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라브에.... 한참이나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란테르트가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말이었다. 배는 조금 늦은 저녁 무렵 노마티아-레냐 해협의 레냐측 항구인 베이 에 도착했다. 베이항구는 레냐의 항구인 만큼 규모가 엄청났으나, 웬 일인지 그리 붐비지 않았다. 배가 도착했고, 사람들은 뿔뿔이 항구 안으로 쏟아져 흩어졌다. 에라 브레와 아왈트도 어느 사이엔가 모습을 감추었고, 싸움을 벌이던 네 사람 역시 각각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모라이티나는 배가 몹시 고팠으나 그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배 고프다 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갑판 위에서 죽어간 스무 명의 모 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한마디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죽어 간....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망토를 바닥에 질질 끌며 걸으며 조심스레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정말.... 스무 명의 사람이 죽는 거나, 스무 마리의 마물이 죽는 것 이나 똑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스무 명의 사람을 죽이는 거나 스 무 마리의 마물을 죽이는 것이 똑같이 나쁜 것이냐고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란테르트가 미소지으며 되물었다. -넌 어떻게 생각해? 이카르트는 곁에서 살짝 미소를 지은 채 모라이티나와 란테르트의 대 화를 듣고만 있었고, 모라이티나는 한차례 그런 이카르트를 흘끗 보고 는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물이 더 나쁘지 않아요? -그럴지도 모르지.... 물론, 엘프인 네 입장에서 보았을 때 말이야. 하지만.... 네가 마물이라고 생각해봐.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싫어요. 그렇게 흉찍한 모습. 모라이티나의 반응에 란테르트가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마물이라고 하면 되잖아.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애써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됐어요. 이제 마물이라고 생각할께요. 그럼 뭐가 달라지죠? -그럼, 이제 한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하고 있어. 그럼 어쩔꺼지? 모라이티나가 외치듯 말했다. -그럼 도망쳐야죠. -도망칠 수 없다면? 그리고, 상대가 너보다 약하다면? 란테르트의 이 물음에 모라이티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 다. -알았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하지만, 그래도 마물이 착하 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란테르트가 손을 뻗어 모라이티나의 머리를 한차례 헝클며 입을 열었 다. -나쁘지 않으면 착하다, 따위의 괴상한 논리는 벗어버려. 그냥, 착하 지도 나쁘지도 않은 살아있는 존재다, 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리 고 너는 그 살아있는 존재를 가엽게 여기면 되는 거고.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 웃거렸고, 란테르트는 잠시 그런 모라이티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슬슬, 라브에의 뒤를 쫓을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직.... 둘 모두 이 도시를 벗어나지 않았어. 식당으로 향한 듯 싶 어. 모라이티나가 이카르트의 말에 외치듯 말했다. -우리도 식당으로 가요. 배고파요. 란테르트가 곁에서 모라이티나의 말을 듣고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 다. -맞아.... 엘프는 정령이 아니던가? 어째서 음식을 먹는 거지? 게다 가.... 이카르트, 너도.... 모라이티나가 환히 미소지으며 란테르트의 물음에 답했다. -그야 당연히, 배고프니까요. 숲에서라면 그런 데로 괜찮지만.... 이 런 외지에서는 쉽게 배가 고파져요. 그리고.... 게다가, 인간들 음식 은 아주 맛있어요. 곁에서 이카르트도 대꾸했다. -그건 사실이야. 인간들의 음식은 모든 종족들 중에서 최고지. 모라이티나가 곧바로 이어 입을 열었다. -상쾌한 향이 입안 그득히 퍼지는 소스로 드레싱된 싱싱한 야채들, 그리고 달콤한 과일로 그득한 파이들.... 이카르트도 따라 입을 열었다. -달콤한 브라운 소스가 곁든 커틀렛들과 말랑거리는 젤리들도 빼놓을 수 없지. 모라이티나와 이카르트는 아얘 눈까지 맞춰가며 이런 저런 요리들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그들중 모라이티나의 경우에는 감정제어가 썩 뛰 어나지 못해 커다란 목소리로 좋아하는 음식을 읊었고, 지나던 사람들 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가벼운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란테르트는 이런 이 둘의 모습에 잠시 기억을 더듬었고, 이내 이 둘 이 각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꽤나 식당 선정에 애를 썼던 모습을 떠올 렸다. 게다가 아무거나 다른 사람이 시키는 것을 먹었던 란테르트 자 신과는 달리 매 식당마다 잘하는 음식을 체크하며 어느 정도 메뉴선정 에 신경을 쓰던 두 사람의 모습을 생각해 냈다. -미식가들이었나?.... 란테르트는 신나 떠들고 있는 모라이티나와 엷은 미소로 그녀의 말에 대꾸해 주는 이카르트를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가 볼까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란테르트를 향해 입 을 열었다. -가자, 란테르트. -어어... 멍청히 끌려가는 란테르트 였다. ----------------------------------------------------------------- 호호호.... 드디어 첫번째 장 조회수 500 돌파!! 아왈트.... 생각보다 비중있는 인물 입니다!! 너무 미워하지 마시길.... 그보다.... 엘프랑 마족이 밥을 먹다니!!!! 역시 날림이야!!! 하지만.... 배고프면.... 먹여야지....^^;; 그럼, 즐거운 연휴는 가버렸으니.... 열심히 또 살아가야죠!! (서드 임팩트..... 서드 임팩트....) 대 출혈 사비스 후 빈혈에 걸려 수혈중인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04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5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8 06:44 읽음:167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7. 아왈트와 로위크니나, 에라브레의 동료들? 이미 시간이 늦어 에라브레는 이 베이 항에서 하룻밤을 묶었다. 마음속으로부터의 패배에 약간은 처져있던 아왈트는 부둣가 깊은 곳 으로 한차례 산책(?)을 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그만의 느글하고 명랑 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에라브레는 여전 어지러운 마음을 안은 채 침대에서 몸을 일 으켰다. 막 에라브레가 단장을 마치고 문을 나설 무렵,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한 아왈트가 밝게 인사했다. -하이, 귀여운 아가씨. 그래 기분은 좀 어떠신가? 에라브레가 감정 없는, 하지만 조금은 흔들린 목소리로 아왈트의 말 에 대꾸했다. -그런 데로 괜찮습니다. 그보다.... 당신 많이 좋아진 듯 싶군요.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는 한차례 호쾌히 웃어 보이며 답했다. -물론이지. 이 사나이 아왈트가 그 정도 일로 기운 빼고 있을 리가 없잖아. 아가씨들과 하룻밤 진탕 놀고나면 충전 100퍼센트지. 에라브레는 그의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눈을 살짝 찡그리며 한 걸음 앞서 걸어나갔고,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냉담한 태도에 멋쩍어 하며 그녀의 뒤를 쫓았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부둣가는 한산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른 아침 그물을 걷어 돌아오는 배들에 바다새떼 처럼 달려들어 무어라 떠들고 있었고, 상인인 듯한 무리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막, 부둣가를 벗어날 무렵 아왈트가 에라브레에게 말을 건넸다. -그보다, 에라브레,.... -수이브렛양 이라고 부르라 했던 것 같은데요. 에라브레의 차가운 목소리에 아왈트는 못마땅한 듯 침을 바닥에 퉤 뱉었다. -칫, 아무튼, 그 자식.... 도대체 뭐야? 네 애인인가? 아왈트는 배 위의 대화에서 대강의 내용을 짐작했으나, 확인할 겸해 서 이렇게 물었다. 에라브레는 그의 물음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잠시 한차 례 고개를 돌려 아왈트를 바라보고는 이내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 다. -제 언니의 약혼자 였던 사람입니다.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이 말에, 항구에서 치료를 받아 간신히 모습을 되찾은 콧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뭐야, 집안싸움 아니야? 제기랄....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차게 내뱉었다. -언니가 그 때문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이 말에 순간 흠칫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냉랭 한 목소리와 표정 때문이었다. -그런가?.... 비러먹을.... 강하더군.... 게다가 곁에 있던 그 남 자.... 마족이었어. 아왈트는 다시 한차례 콧등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에라 브레는 약간 피곤한 기색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더군요.... 란테르트, 그보다 강하다는 소리만을 들었는데.... 아왈트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중얼거렸다. -제길.... 그 정도의.... 20명의 군인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마족 이라면.... 우리로써는 승산이 제로야. 다시 한 번 덤볐다가는.... 아무리 란테르트인지 뭔지 하는 자식이 너를 죽이지 않으려 해도 그 마족에게 죽임을 당할 꺼야. 둘의 관계, 기껏해야 계약일텐데.... 에라브레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왈트의 말에 대꾸했다. -그렇겠지요.... 그래서 얘기했지 않습니까? 한 명의 동료를 더 모 아, 그만을 죽여야 한다고.... 아왈트는 배위에서 섣불리 공격한 자신을 탓하는 듯한 에라브레의 말에 쓴웃음을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 여자.... 어디 있는 거지? 그리고, 뭐하는 여자야? 한참동안 말이 없던 아왈트가 이렇게 물었고, 에라브레는 고개도 돌 리지 않은 채 간단히 답했다. -로위크니나 티드스.... 현재 레냐 레모노령의 영주 휘하에 있는 마 법사입니다. 지위는 2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드 위자드, 대현자 입 니다. 당신과 싸운다면.... 당신이 이기겠지만, 확실히 강한 사람이 지요.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29세에 대현자? 대단하군.... 그 정도라면.... 일행중 마법사 한 명쯤은 있어야 하니까.... 그는 에라브레가 공격계 마법 네 개를 정령계 까지 익힌 술사 라는 사실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에라브레는 아왈트의 말에 굳이 대꾸치 않은 채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베이 항에서 레모노시까지, 에라브레 일행도, 란테르트 일행도 별다 른 일 없는 시간을 보냈다. 4월 20일. 에라브레가 레모노시 영주의 수석 마법사인 로위크니나와 만난 이 날은, 베이 항에서 란테르트 등을 만난지 10일이나 흐른 후였다. 레모노시는 이 레냐 대륙 안에서 가장 치안이 안정된 곳이었다. 그 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채 20휴하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레냐군의 본 진이 위치하고 있다. 3개군, 1만 5000명의 정규군이 도사리고 있는 레냐 본진에서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 이곳에 강도 따위가 출몰할 리 없지 않은가? 물론, 좀도둑이야 어느 마을 못지 않게 많았으나.... 접대실인 듯 보이는 장소였다. 로위크니나는 화려한, 허리께 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가진, 나이보다 조금 어려보이는 미인이었다. -저를 만나러 오셨다고 하셨나요? 로위크니나를 본 순간, 에라브레와 아왈트는 적지 않게 놀랐다. 한 차례 보았던 여자가 아닌가? -죄송합니다. 3일 씩이나 기다리게 해서.... 제가 여행에서 돌아온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서.... 로위크니나는 두 사람의 방문자의 표정이 약간 의아스럽게 느껴졌으 나, 자신이 3일간 기다리게 한 죄도 있고 해서 다시 한차례 공손히 말했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녀의 말에 역시 공손히 그러나 차게 대꾸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때를 잘못 탔을 뿐이죠. 그보다.... 구면이군요. 에라브레의 말에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면, 이요? 로위크니나는 이렇게 말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이 담갈색 머리칼의 미인과, 청록색 머리칼을 가진 바람기 넘쳐 보이는 30세의 남자를 본 기억 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다. 로위크니나는 화려한 금발을 가진 여자였다. 복식은 정규군 마법사 복식이었는데, 이런 저런 장식들이 치렁한 것이 꽤나 지위가 높은 듯 했다. 얼굴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온화해 보였다. 입가에는 여린 미소 가 있었고, 눈매 역시 둥근 호를 그리며 꼬리가 살짝 바닥을 향해 있 어 더더욱 순해 보였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바로 몇 일전 노마티아에서 레냐로 향하던 배위 에서의 그 마법사와 꼭같았다. 아니, 바로 그녀였다. -배 위였죠? 반란군이라 불리우며 싸움을 벌였던 것 같은데요.... 에라브레는 차분히 입을 열었고, 로위크니나는 돌연 눈을 크게 뜨며 에라브레와 아왈트를 다시 보았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에라브레와 아왈트의 모습이 눈에 익었다. -아.... 그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와 함께 있던.... 그의 동료인가 요? 그런데 무슨 일로? 로위크니나는 그때처럼 두려움에 떨었던 적도 거의 없었다. 일찍이 훌륭한 교육과 빼어난 재능 덕에 마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그 녀이기에, 그리고 27세라는 어린 나이에 대현자라는 엄청난 지위를 얻은 여자이기에, 그녀는 자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존재를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단 한 번에 20명의 친위대급 병 사의 심장 정중앙을, 그것도 조금의 반항조차 할 수 없을 만한 짧은 시간 안에 뚫어 숨지게 하는 것은, 그런 그녀에게조차 경악이었다. 이런 기억이, 그것도 10일 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기억이 보통 사람 들보다 머리가 좋은 로위크니나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을 리가 없지 않은가? 다만, 그녀의 관심이 온통 그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에게 쏠 려 있었기에, 에라브레와 아왈트의 모습을 쉽게 떠올리지 못했을 뿐 이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동료는 아닙니다. 오히려 적이라 할 수 있겠지요. 에라브레의 대답에 로위크니나는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아.... 그럼.... 무슨 일로 저를 찾아 오셨나요? 에라브레는 대화를 하며 이 로위크니나라는 여자에게 몹시도 끌리는 자신을 문뜩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녀의 말투에서 한 여자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게....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에라브레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조금은 흔들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 했고, 금발의 여자는 표정을 한층 온화하게 지으며 에라브레의 말에 대꾸했다. -무슨....? 제가 관에 얽혀있는 몸이어서 자유스럽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아왈트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히 있었다. 로위크니나는 눈앞 에 있는 에라브레에 비한다면 분명 손색이 있는 미모였으나, 나름대 로 성숙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상당히 매력 있었다. 그럼에도, 여자 좋아하는 아왈트는 그 잘난 입을 다문 채 에라브레와 로위크니나의 대화를 듣고만 있었다. 예를 차린다, 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그이기 에, 에라브레는 지금의 아왈트가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 에라브레는 희색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도와 한 사람을 죽여주십시오. 로위크니나가 순간 눈을 찡그렸다. -사람을 죽여 달라니요.... 그런 건.... 에라브레는 그런 로위크니나의 말투와 표정에 순간, 언니, 라는 말 을 내뱉을뻔 했다. 비록 생긴 것은 천차만별이었으나, 왠지 사피엘라 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였다. -언니를 죽인 남자예요.... 하지만,.... 제 실력으로는 그의 옷자락 하나 베지 못합니다....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이 말에 굉장히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쉽사리 결정은 내리지 못하는 듯 했다. -당신이 할 수 없다면.... 저 역시 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공격마법은 제 전공이 아니거든요. 저는 방어와 회복 술에 밝은 사람 이랍니다. 에라브레는 그녀의 말에 다시 한차례 머릿속이 울리는 듯 했다. 잘 하는 마법까지 자신의 언니와 닮아 있는 그 여자를 에라브레는 상당 히 동요된 듯한 눈매로 쳐다보았다. -무엇이든지.... 무엇이든지 해 드리겠어요. 목숨을 제한 모든 것을 드릴 수 있어요. 아왈트는, 평소의 에라브레 답지 않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띄었다. 하지만, 결코 음탕한, 그런 미소는 아니었다. 로위크니나가 약간 곤란한, 하지만, 충분히 감동한 듯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조건은.... 그런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 다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에라브레가 매달리듯 말했다. -단지 도와주시기만 하면 되요. 죽이는 것은..... 그의 심장에 검을 꽂는 것은 제가 하겠어요. ---------------------------------------------------------------- 웅..... 이렇게 기쁠수가..... 드디어 내 글에 대한 잡담이!!!! 게다가.... 또 추천.... ㅠ_ㅠ;;;; 기뻐 눈물이 앞을.... 아무튼.... 앞으로도 많은관심 부탁드립니다!!! 바보 수룡 아그라 올림!!!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10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6 올린이:광황 (신충 ) 98/10/09 06:42 읽음:164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로위크니나는 한차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는 자애로운 표정으 로 에라브레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일이면서.... 목숨을 제한다고 못박아 두신 거죠? 언니에 대한 복수보다는.... 그래도 목숨이 귀한 모양이 군요. 에라브레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아니요. 다만.... 제 목숨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로위크니나는 그녀의 물음에 시선을 곁에 있는 아왈트에게로 향했 다. -저 남자인가요?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닙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말씀드릴수가 없어요. 그 보다.... 저를 도와주시겠어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로위크니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입 을 열었다. -하루.... 다시 하루의 시간을 더 주십시오. 내일 결과를 말씀드리 겠습니다. 에라브레는 얼굴에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였고, 로위크니나는 공 손히 두사람에게 인사하며 에라브레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간 서있던 두 사람중, 아왈트가 털썩 의자에 앉아 버렸고, 에라브 레는 아쉬운 듯 로위크니나가 나간 문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었다. -뭐가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라는 거야?.... 상냥하고.... 좋은 사람 인데.... 에라브레는 자신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한 번 중얼거렸다. 아마 아르페오네가 그렇게 이 여자를 평했던 모양이 다.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고개를 돌려 아왈트를 바라보았 다. -왜, 그렇게 얌전했던 거지요? 당신을 본 이후 두 번째로 당신의 조 용한 모습을 본 것 같군요. 에라브레는 언니 같은 여자를 만났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떠 아왈트 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경이로운 행동을 했다. 하지만, 아왈트는 그 런 그녀의 모습에 별다른 기뻐하는 모습 없이 흥, 하는 냉소만을 내 뱉었다. -역시 어리군. 사람 보는 눈이 없으니.... 나 같으면 저런 여자는 동료로 삼지 않아.... 여기까지 말한 아왈트는 머리 뒤로 손을 가져가 깍지를 끼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리고는 내뱉듯 중얼거렸다. -하긴, 나 같은 녀석도 마찬가지지만.... 에라브레가 알 수 없다는 듯 아왈트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동료로 삼지 않겠다니요? 아왈트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동료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 험담 같은 건 하고 싶지 않군. 그보 다, 오늘은 마음을 좀 열어 주시는군, 수이브렛양. 그럼, 이제 우리 의 관계도 진일보 한 건가? 아왈트의 느글느글한 미소 섞인 이 말에, 에라브레는 돌연 표정을 지우며 몸을 휙 돌렸다. -형편없는 남자입니다. 에라브레는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아왈트는 그런 그녀의 뒷 모습을 묘한 미소로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저렇게 아름다운 꽃은.... 강제로라도 꺾어 주는 것이 예의겠지? 란테르트, 이카르트, 모라이티나, 이 세 사람은 지금 조금은 불쌍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왜 이런데 쭈그리고 앉아 있어야 하는 거예요? 그것도 벌써 3일째 나.... 레모노시의 성은 그리 별다를 것 없는 파모로아 중기양식의 건물이 었다. 테라스가 유난히 많았고, 탑들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이랄 수 있는 이 건물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각지대가 거의 없었 다. 100여명에 불과한 경비병으로 내성의 거의 모든 곳이라 할만한 곳을 감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행은 성안 한 방에 숨어 있었다. 그곳은 에라브레의 방에서도 그 리 멀지 않은 곳으로, 낡은 옷이나 커튼, 카펫 등을 보관하는 창고 비슷한 곳이었다. 본래부터 창고 용도로 만들어진 듯, 창문이 조그마 했고, 그 때문에 가뜩이나 먼지로 탁한 실내가 배나 어두워 보였다. 모라이티나, 숲의 아이인 그녀로써는, 이런 칙칙한 환경은 견디기 힘들지도 몰랐다. 사실은, 성격 탓이 더 크겠지만.... 역시 특유의 인내부족성격을 발휘하여 두 남자들에게 있는 대로 투정을 부리고 있 었다. -힘들어요.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아, 햇님은 오늘도 안녕하시 겠죠?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품에서 건량을 꺼내 주었다. -배고프면 먹어. 모라이티나는 그런 란테르트의 호의를 정중히 거절했다. -실어욧. 벌써 3일째잖아요. 물론.... 하루에 두끼는 나가서 먹지 만.... 그래도.... 어차피 이런데 숨어있지 않고 성밖에 있어도, 그 녀가 위험하면 곧바로 달려올 수 있잖아요. 이카르트가 곁에서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 언제든지 떠나고 싶으면 떠나. 이카르트의 이 싸늘한 말에, 모라이티나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 지만, 입술이 삐죽거리는 것이 억지로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잠시 나갔다 오자. 란테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의 모습에 한차례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고, 모라이티나는 금새 표정이 밝아지며 몸을 일 으켰다. -좋아요. 셋은 조금도 거리낄 것 없이 궁 안을 돌아다녔다. 이유는 아주 간단 했다. 이카르트가 그의 힘으로 무형의 벽을 곳곳에 설치하여 자신들 이 서 있는 공간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인 듯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 다. 인비저빌러티 따위의 마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으로, 상대편에 게 자신의 기색을 전혀 눈치채이지 않은 채로 마음놓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셋은 그대로 건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리 높은 곳에서 마을을 내려다 봐요. 막 영주의 저택을 벗어나자 마자 모라이티나가 이렇게 외쳤고, 나머 지 두 남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여 찬성할 뿐이었다. 일행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내성 성벽에 붙어있는 계단을 올랐다. 성 벽 정상의 망루와 연결된 계단이었다. 성벽은 거의 20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에 이르는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고 있었다. 왜인지 이 레모노성의 성벽은 수도인 위카성 보다 높다. 내성 망루의 보초를 서는 몇몇 병사들을 피해 세 개의 인영은 성벽 위 한켠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정말 시원해요. 모라이티나는 성벽 끝 아슬아슬한 곳에 두 발을 디딘 채 기다랗게 기지개를 펴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서로 어깨 를 나란히 한 채 먼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널리 펼쳐진 연녹색의 레 냐 북부 평야와, 해안을 따라 드넓게 펼쳐져 있는 시니어숲이 멀리 지평선 쪽으로 아스라히 사라져갔다. 잠시동안 평화로운 광경에 한껏 늘어진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던 일 행의 시선에 괴이쩍은 것이 들어왔다. 바로 성 뒤편, 내성 전체만큼 이나 커다란 공간이 바로 그것이었다. 단지 널따랗기만 한 공터와, 그곳에 사열해 있는 수천의 병사들. 그 곳을 정원이라 부르기도, 또 그들을 정원사라고 부르기도 무리가 있 는 풍경이었다. -한 도시의 병사치고는 수가 많군. 얼굴에서 엷은 미소가 가셔지며, 이카르트가 이렇게 내뱉었고, 란테 르트가 뒤이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어림잡아 5, 6000은 되겠는걸.... 어째서 이렇게 조그마한 성에 저렇게나 많은 병사들이 사열해 있는 거지? 저들이 레냐 정규군 이라면.... 반나절 거리도 안돼는 곳에 본진이 있는데.... 모라이티나는 잠시 기분 좋은 생각에 잠겨 생글거리며 웃고 있다가, 란테르트와 이카르트의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앗, 군인들이군요. 뭐하는 사람들이죠? 이 근방의 치안을 담당하는 사람들인가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는 대꾸치 않은 채,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하 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전쟁이라도 일으키려는 건가? 훈련을 하기에는 턱없이 좁은 공간인 데.... 게다가 복장이 제각각 인걸 보면 용병들이야.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지만.... 이곳은 레냐 정규군의 본진 에서 한나절 거리밖 에 안돼는 곳이야. 아무리.... 간이 큰 녀석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군사를 움직여 다른 영주를 치거나 할 수는 없을 거야....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잠시 고개를 주억거리다 돌연 묘한 미 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차라리 이렇게 가까운 편이 좋아. 본진과 가까우면 가까울수 록 좋지. -무슨 소리야? 란테르트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자 이렇게 되물었고, 모라이티나는 검지를 입술에 가져간 채로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기만 했다. -그러니까.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영주를 치려면, 정규군과 가까울수 록 유리하지. 이카르트의 알쏭한 대답에 란테르트는, -가장 큰 영주?.... 라고 중얼거리다 돌연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레냐 본국. 본진을 습격하려면.... 본진에서 가까우면 가 까울수록 유리하겠지.... 란테르트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레모노 본성을 향해 고 개를 돌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반란?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인가? 모라이티나가 곁에서 끼여들었다. -반란이요? 이 도시에서 본국에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고요? 그럼 그, 에라브레는 어떻게 되는거에요? 모라이티나의 이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않좋아. 그렇지만.... 곁에서 이카르트가 말했다. -괜찮아. 아마 상대측에서 에라브레의 동료가 되는 것을 거절할 꺼 야. 모라이티나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요? -당연하잖아. 머리를 써서 생각좀 해봐. 이카르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모라이티나의 앞이마를 두드리며 이렇 게 말했고,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의 태도에 약간 기분이 상해 외쳤 다. -어떻게 알아요? 당신의 그 깊고 검은 속을. 란테르트도 모를꺼에 요. 그치요, 란테르트?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미소는 이미 사라졌고, 약간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이었다. 이내 입을 열었는 데, 모라이티나의 말에 대한 대답인 듯 했다. -이런 일은.... 계획부터 시행하기 직전까지 비밀을 잘 지켜야해. 비밀이 누설되는 순간, 이 성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나라 안에 발붙일 곳을 찾을 수 없게 돼.... 저렇게 병사까지 한곳에 모은 것을 보니, 며칠 내로 일을 시작할 모양인데, 이런 순간에 새로 동료 를 받아들이는 위험한 일을 할 이유가 없잖아....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이카르트가 곁에서 톡 쏘았다. -이제야 아셨나요? 엘프 아가씨? 모라이티나는 볼을 살짝 붉히며 혓바닥을 쏙 내밀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둘에는 아랑곳 않은 채, 횡렬을 맞추어 죽 늘어선 채 무언가를 하고 있는 수천 명의 병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 고는 천천히, 나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동료가 아닌 도구로써는.... 에라브레만큼 좋은 사람도 없지.... 이카르트도, 모라이티나도 란테르트의 이 말에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허거걱!!!! 결국 올렸군..... 악마 시온!!!! (밑에글 보셨나요? ㅠ_ㅠ;;;) 에고고... 더더욱 슬픈건.... 아니야!!! 라고 소리치지 못하는 나.... ㅠ_ㅠ;;;; 그건 그렇고.... 아직도 에라브레가 파티에 다시 참가하려면.... 20화 이상 남았죠!! 흑흑.... 이제 비축분이.... 22화 정도? 이 연재속도면.... 다다음주면.... 비축분 쫑!! 그에비해.... 그동안 쓸 수 있는 양은? 끽해야.... 3, 4화? (시험기간이에요.... T-T....) 고로.... 그쯤에는.... 비상사태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ㅠ_ㅠ;;; 그렇다고... 연재량 줄이면.... 채찍이!!! 날아올테고.... 확 시험을 포기해 버려? 라고 해도.... 등록금이 아깝고.... 모르겠네요.... 혼란스러운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15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7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0 05:36 읽음:159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로위크니나는 다음날 점심때가 되어서야, 에라브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살짝,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려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였 고, 옷은 여전 정규군 소속의 마법사 복장이었다. -아, 로위크니나님.... 에라브레는 몹시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로위크니나를 맞았고, 아왈 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을 냉소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로위크니나는 그런 에라브레에게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제의 그 문제 말씀인데요..... 좋습니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에라브레는 눈을 크게 뜨며 탄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마워요. 이제야....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복수 를.... 로위크니나는 잠시, 기뻐 어쩔 줄 몰라하는 에라브레를 지켜보다 조 용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당장은 곤란합니다. 제가 맡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길면 반년.... 짧으면 두세달 정도 후면, 모든 일을 젖혀두고 당신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에라브레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반년 아니라 일년이 걸린다 하더라도.... 도와만 주신다 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에라브레의 말에 로위크니나는 엷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럼, 됐군요. 이것으로.... 에라브레 역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요. 로위크니나님.... 로위크니나가 에라브레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냥 로위크니나라고 부르세요. 동료잖아요. 에라브레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예. 그럼, 저도 에라브레라고 불러 주세요.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말에 또 다시 엷게 미소지었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예, 그럼 하시는 일 잘되시기 바래요. 돌아서는 로위크니나를 향해 에라브레는 이렇게 인사했고, 로위크니 나는 고개를 한차례 돌려 미소 띤 얼굴로 목례해 대꾸했다. 로위크니나가 사라진 후, 그녀가 사라진 방향으로 얼굴까지 발그레 한 채 기분 좋아하는 에라브레를 향해 아왈트가 내뱉듯 말했다. -정신 못 차리는군. 나처럼 차게 대하는 편이 너에게 좋을 꺼야. 나 를 대할 땐 그 여자에게 대하듯 하고. 에라브레는 그런 아왈트의 말에 눈을 흘겼다. -당신의 조언 따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의 표정이 일순 험악하게 변했으나, 이내 엷 은 미소를 띄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동료라는 것은 이용해 먹는 거야. 쓸모 없이 이용당하지 말고. 멍 청하긴.... 에라브레가 그의 이 말에 발끈해 외쳤다. -이용해 먹는다니요? 동료라는 것은 이용하는 것이 아닌 서로 의지 하는....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가 쳇, 하는 냉소를 내뱉었다. -완전 사람 잘못 봤군.... 뭘좀 아는 줄 알았더니.... 완전 어린아 이 아냐. -무슨 뜻으로 한 말입니까? 에라브레의 차게 내뱉는 말에 아왈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세상 경험이 전혀 없는 여자는 아이인 거야.... 하긴, 그 나이를 먹도록 남자도 모르니....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화를 내며 외쳤다. -또, 그런 소리인 것입니까? 그만 두기로 하지요. 이렇게 말하며 먼저 응접실을 떠나는 에라브레의 뒤에 아왈트가 내 뱉듯이 한마디했다. -인간 같은 동물.... 믿지 않는 편이 좋아. 친구도, 스승도, 부모 도.... 하물며 동료 따위야....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크게 놀라며 멈춰 뒤돌아 아왈트를 바라 보았다. 일전 란테르트에게서 비슷한말을 분명 들었었다. 아왈트는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에라브레에게는 별다른 반응 없이 하던 말을 계속했다. -사람을 믿었다가 죽도 살도 못하게 된 녀석들.... 지겹도록 봐 왔 으니까.... 에라브레는 아왈트의 말에 입술을 꼭 깨문 채 멍히 한참동안을 서 있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한차례 가로 저으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닐 것입니다. 에라브레의 이 말에 아왈트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오래지 않아, 레모노시의 군이 움직였다. 4월 25일의 일이었다. 규모는 6000명. 경갑만을 걸친 채 빠른 속도로 행군하여, 자정에 레모노시에서 출발 한 이들 6000명의 병사들은 동이 채 뜨기도 전에 블루리오우스즈 네 스트를 기습할 수 있었다. 블루리오우스즈 네스트는 레냐 본진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수도에 서 3일거리에 떨어져 있는 레냐의 대본영이다. 머물고 있는 병사 수 는 모두 3군 15000명. 비축해둔 군량은 그 15000명의 병사를 반년간 이나 먹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대단한 요새도, 6000명의 새벽을 틈탄 야습에 단 번에 무너져 버렸다. 15000명이나 되는 병사들은 갑옷도 제대로 걸치 지 못한 채 서둘러 막사 밖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다가, 기다리고 있던 레모노시 용병들의 밥이 되어 버렸고, 막사는 레모노시의 병사 들이 지른 불 덕에, 온통 불길에 휩싸여 2000명 가까운 병사들이 불 에 타 죽었다. 정상적으로 싸웠더라면, 결코 6000명의 용병이 15000명의 정규군을 이길 수 는 없다. 하지만, 워낙 창졸 지간에 당한 기습 이어서, 15000명의 정규군 중 5천명 가까이나 살상되거나 불타 버렸고, 나머 지 1만 명의 병사들은 모여서 제대로 반격 한차례 못해본 채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게다가, 레모노시 측에서 출전한, 괴상한 한 명의 마검사 때문에 레 냐 정규군은 더더욱 큰 타격을 입었다. 한 손에는 흑색의 레이피어 한 자루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력한 공격 주문을 쏟아내는 그 검사에게 죽은 병사만 해도 거의 1백명에 달했으니 말이다. 그 마검사가 지금 서있는 곳은 싸움이 가장 격렬했던 곳이다. 그 마 검사.... 에라브레는 몹시 지친 듯 표정이 굳어 있었고, 몸은 온통 끈적한 것이 불쾌해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나.....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거친 숨을 헉헉거리고 있는 에라브레를 향 해 어느 샌가 몇몇 호위병과 함께 접근한 로위크니나가 감격한 표정 으로 이렇게 말했다. -뭘요.... 동료잖아요. 에라브레는 현재 찐득한 피를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몹시 즐거운 표 정을 짓고 있었다. 로위크니나를 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모양 이었다. 로위크니나는 얼른 한 걸음 나서며 에라브레의 손을 잡았다. 온통 피에 젖은 끈적한 손이었으나, 로위크니나는 고운 손으로 조금의 주 저함도 없이 꼭 쥐었다. -이렇게나 저를 위해 힘써주시다니.... 하지만, 다시는 이런 짓 하 지 말아요. 너무 위험하니까.... 바보같이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 들 어가 버리다니.... 에라브레는 이런 로위크니나의 행동에 감격해 목이 메였다. -괜찮아요. 도움만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위험한 행동도.... 로위크니나가 가로채듯 에라브레의 말을 막았다. -안돼요. 제가 허락하지 않겠어요. 이미 완전히 점거되어 버린 블루리오우스즈 네스트에는 화광이 충천 했다. 그 덕에, 그 한가운데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 두 여자의 얼굴은 온통 불길이 만들어낸 붉은 그림자로 어른 어른거렸다. 에라브레는 약간은 쓸쓸한 미소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에요.... 정말.... 정말 해드리고 싶어요. 무엇이든지.... 제 가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로위크니나는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에라브레의 손을 꼭 잡 으며 다른 손으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토닥여 주었다. -우선 쉬어요.... 피곤할 테니.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고, 로위크니나는 곁에 있던 자신의 병사 에게 에라브레가 쉴 만한 곳으로 안내하게 했다.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자 몸을 돌려 본진 쪽으로 향하였다. 표정은 여전 여린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눈 동자만은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레모노군의 본진은, 막 싸움이 끝난 레냐 정규군 건물에서 조금 떨 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본진의 막사 안은 전쟁중인 지휘자의 것 치고는 조금 화려한 편으로, 입구에서 집무용 책상까지 붉은 카펫이 놓여 있었고, 이런 저런 전쟁과는 상관없는 장식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막사 안에는 하늘거리는 옷차림의 몇몇 여시종들과 무장한 병사들이 있었고, 중앙의 집무용 책상에는 한 중년의 날카로운 얼굴을 한 남자 가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분홍색에 가까운 붉은 색의 머리칼과 역시 붉은 색의 콧수염과 턱수염이 유난히도 눈에 띄는 남자였다. 바로, 전에 배위에서 로위크니나가 보호하던 그 관리복장의 남자였다. 레냐 군무 행료 부경 이라고 했던 것 같다. 로위크니나는 막사 안에 들어서자 마자 그 붉은 머리칼의 남자에게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는 곧바로 곁에 있는 여자들 중 한 명에게 명 령하듯 말했다. -어서 물을 가져와라. 로위크니나는 손은 꼭 쥔 채 손가락을 계속해 꼼지락거렸고, 이내 한 여자가 항아리에 물을 담아오자 손을 내밀며 다시 명령했다. -부어라. 말간 액체가 로위크니나의 피묻은 손에 떨어졌고, 로위크니나는 눈 을 약간 찡그리며 내뱉듯 말했다. -역겨워.... 더러운 피.....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에라브레와 손을 잡았을 때 묻은 피를 깨끗이 닦아냈다. 곧바로, 곁에 있던 한 여자가 수건을 건넸고, 로위크니나 는 몇 차례나 꼼꼼히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냈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엷은 미소를 띈 채 로위크니나를 바라보다 막 손을 닦고 몸을 돌리는 그녀에게 말했다. -어쩌다 손에 피를 묻히셨나? 악녀시여.... 로위크니나는 이렇게 말하는 그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향해 부드러 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듀라드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 가요? 악녀라니요? 로위크니나의 말에 듀라드라는 남자는 몇 차례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나 생글생글 웃고 있지만.... 너에게 속아 죽어간 사람들이 수 백을 헤아릴걸? 입꼬리가 한층 더 말려 올라가며 로위크니나는 천연덕스럽게 듀라드 의 말에 대꾸했다. -속이다니요? 전 다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뿐이에요. 모두들 겉 모습에 스스로들 속았을 뿐이죠. 단 한차례라도 제가 누굴 속인 적이 있던가요? 로위크니나의 말에 듀라드는 다시 한차례 크게 웃었다. -좋아, 좋아.... 덕분에 그 철없는 여자아이도 얻었고.... 그렇게 강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걸? 로위크니나가 얼굴에 미소를 지우며 듀라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 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강할지는 저도 상상하지 못했습니 다. 검솜씨도 일류급이고.... 마법 역시 그러하니.... 잘못하면 후환 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듀라드 역시 로위크니나의 말에 미소를 지우며 입을 열었다. -네가 거둔 사람,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끄덕여 듀라드의 말에 답했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때마침 적당한 일거리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말하며 지어 보이는 로위크니나의 미소는 여느 때처럼 여리 고 부드러웠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15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8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0 05:37 읽음:158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경갑을 벗어둔채 엉성한 침대에 몸을 기대 쉬고 있는 에라브레의 막 사 문을 불쑥 열며 한 사내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봐, 좀 들어가도 되겠지? 에라브레는 몸을 벌떡 일으키며 그 사내를 바라보았다. 아왈트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에라브레의 물음에 아왈트는 조소 섞인 미소를 쓱 지어 보이며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막사 한켠에 있던 의 자에 몸을 앉혔다. -앉아도 되겠지? 아왈트의 물음에 에라브레가 기가 찬다는 듯 톡 쏘았다. -이미 앉지 않았습니까? 아왈트는 그녀의 말에 여전 비웃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겨우 이 정도의 무례에 화를 내면서, 로위크니나 따위를 위해 목숨 을 내거는 바보 아가씨, 그래 로위크니나가 대가로 무어 보물이라도 주지 않았나? 쓸만한 거면 내가 사주지. 값은 후하게 쳐서. 그의 말에 에라브레가 화를 내며 외쳤다. -어째서 싸움에 함께 참여하지 않은 거죠? 그리고, 그렇게 그녀를 험담하는 이유가 뭐예요? 아왈트가 바닥에 침을 탁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멍청하긴.... 제기랄, 내가 왜 그딴 년을 도와서 싸움에 끼여들어? 에라브레가 소리쳤다. -동료잖아요. 아왈트는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누가 그런걸 동료로 삼아? 내 동료? 네 동료겠지.... 내가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도무지 말을 않들어 먹는군. 마지막으로 말해두는데, 그 여자와 깊이 사귀지 마. 만약 네가 잘못되면, 내 보수가 날아가 버리니까. 에라브레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며 아왈트에게 말했다. -왜 그렇게 사람을 못 믿는 거죠?.... 당신 스스로가 그런 모양이군 요. 제가 알던 한 사람도, 그렇게나 사람을 못미더워 했죠. 그리고 그 자신도.... 배신해 버렸죠. 아왈트가 그녀의 말에 발끈했다. -입 닥치고, 말조심해. 그 자식이 어떤 녀석인지 몰라도, 나와 비교 하지 마. 용병의 생명은 신용이야. 난 계약은 철저히 지켜. 에라브레는 지나칠 정도로 화를 내는 그를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 았고, 아왈트는 계속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 역시도 허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만약, 비브 크라니아를 얻지 못하게 되면, 네 몸이라도 내놓아야 해. 계약이니 까.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차게 웃었다. -그런 소리하려거든 당장 떠나요. 필요 없으니까.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말을 코웃음으로 응하며 이렇게 말했다. -계약을 파기하고 싶으면, 계약금을 내놓아야겠지. 에라브레는 아왈트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내놓을 것은, 몸 뚱이밖에는 없었다. -악마. 정말 형편없는 남자입니다. 부탁이니 이곳에서 나가 주시겠 습니까? 에라브레는 온 신경을 모아 간신히 차게 이렇게 말했고, 아왈트는 오른쪽 눈을 살짝 찡그린 채 입가에 비웃음의 미소를 띄었다. -그럼, 전 제 막사로 가겠습니다. 수이브렛양. -형편없어. 에라브레는 그런 아왈트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고, 아왈트는 뒤도 한 번 않돌아본 채, 허허 한차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한편, 란테르트 일행은 에라브레의 막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워낙 혼란한 상태여서 굳이 마법을 쓰지 않 고도 숲에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그리고 모라이티나 이 세사람은 아왈트와 에 라브레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아왈트라고 했던가? 머리가 빈 녀석은 아니군.... 이카르트가 내뱉듯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그렇군. 그래도, 말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아. 모라이티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란테르트의 말에 맞장구 쳤다. -맞아요. 그런데.... 몸은 내놓으라니요? 노예로 삼겠다는 뜻인가 요? 모라이티나의 이 물음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내저으며 입가에 미소 를 띄었고, 란테르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의 표정은 흡사, 아이 는 어디서 오나요? 라고 묻는 아이에게 당황하는 부모와도 같았다. -크면 다 알게 돼. 란테르트는 부모들이 언제나 써먹는 방법을 써 보았으나, 통할 리가 없었다. -난 열 아홉 살 이예요. 더 이상 얼마나 크라는 말예요? 이카르트와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이 말에 잊고있던 그녀의 나이 를 다시 한 번 상기했고, 란테르트가 약간 곤란한 듯한 표정으로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었다. 그리고 잠시후,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 이며 입을 열었다. -음.... 강제로 결혼하겠다는 얘기야.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 정말 좋은 답이야, 라는 생각을 했고, 이카르트가 곁에서 그런 그의 모습에 한차례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군요.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어째서 사랑도 하지 않는 데 결혼을 강요하는 거죠? 그런데.... 아왈트인가 하는 저 남자가 에 라브레를 사랑하나 보죠?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몰라. 그런 것보다도.... 휴.... 말하던 중, 란테르트는 돌연 한숨을 내 쉬었고, 이카르트는 그의 마 음을 이해한다는 듯 천천히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자책하지 마. 어쩔 수 없었잖아.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100명이나....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다니.... 란테르트는 우울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카르트는 그런 그의 모습에 표정을 굳히며 대꾸했다. -검을 든 이상,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게다가.... 지금은 전쟁이고. 란테르트는 이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말이.... 피엘.... 피엘의 생각이 맞았어. 라브에에게 검 같은 건 가르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보다, 확실하지 못한 네 태도가 더 문제야. 란테르트의 자책하듯 중얼거리는 말에 이카르트가 이렇게 말했으나,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떻게 하란 말이야?.... 확실하게 라니.... 이카르트가 답답한 듯 외쳤다.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너만 성가시게 되고.... 이카르트는 다시 입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괜찮아. 그런 건.... 곁에서 조금은 지루한 듯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라이티나가 돌연 나 서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배고파요. 이제 곧 아침을 먹어야 할 시간이잖아요. 란테르트도, 이카르트도 그런 그녀에게 고요히 미소지을 뿐이었다. 다음날 점심 무렵. 블루리오우스즈 네스트를 점거한 듀라드의 병사 들은 충분한 휴식에 사기가 충천해 있었다. 6천의 병사로 1만 5천의 병사를 흩어버리고, 그 중 5천 가까운 병사를 죽였다, 라는 사실이 그들을 더더욱 들뜨게 만들었다. 이런 와중, 듀라드와 로위크니나 등의 지휘관들은 이 시간, 중앙의 막사에 모여 다음 행도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노마티아의 원군은 3일 후에나 이곳에 도착한단 말인 가? 도대체 저번에 그 블루 가디언 녀석들에게 죽을뻔 하면서까지 다 녀온 결과가 예정보다 2일이나 늦는 쓸모 없는 원군이란 말인가? 듀라드가 신경질 적으로 내뱉는 말에, 제장들은 고개를 떨군 채 입 을 다물었고, 듀라드의 곁에서 홀로 고개를 들고 엷은 미소를 짓고 있던 로위크니나가 그를 진정시켰다.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듀라드님. 바다가 한 일, 인간으로써는 어쩔 수 없으니까요. 로위크니나의 말에 듀라드는 한층 누그러진 얼굴로 말했다. -무슨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 듯 한 말투로구나. 로위크니나는 이 듀라드의 말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시간을, 이 레냐의 시간을 이틀만 멈춰 놓으면 되지 않 겠습니까? 이 야릇한 그녀의 말에 듀라드는 나직이 신음을 내뱉으며 중얼거렸 다. -시간을 멈추는 마법이라도 있다는 말이냐?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듀라드 님은 의외로 농담에 소질이 있으시군요. 2일 동안, 2일 동 안 레냐의 왕궁 수비대를 위카성에 묶어 놓으면 됩니다. 위카성 안에 틀어박힌 왕궁 수비대 따위는 쓰레기니까요. 듀라드는 그녀의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야 그렇지만.... 어떻게? 로위크니나는 듀라드의 물음에 잠시 여유를 두어 야릇한 미소로 듀 라드를 응시하다가 이내 밝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왕이 암습을 당했는데, 감히 왕궁 수비대가 궁성을 벗어나겠습니 까? 로위크니나의 이 말에 듀라드는 돌연 얼굴에 미소를 띄었고, 곧바로 주위를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멍청한 녀석들. 쓸모 없는 머리통은 무엇 하러 달고 다니느냐? 제장들은 더더욱 머리를 조아릴 뿐이었다. 로위크니나는 그런 그들을 부드러운 미소로 내려다보며 듀라드를 향 해 말했다. -세세한 것은, 내일 보고 드리겠습니다. 도구를 점검해 보아야 하니 까요. 듀라드는 미소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라. -예, 전하. 로위크니나는 듀라드를 전하, 라고 불렀고, 이 말에 듀라드는 막사 가 떠나갈듯 호쾌히 웃었다. -전하, 전하, 듀라드 가킨 블루리오우스 폰 레모노 레냐.... 이게 내 이름이다. 하하하하.... ---------------------------------------------------------------- 후후훗.... 즐거븐 토요일!!! 모두모두 즐겁게!!! 바보수룡 아그라 올림!!!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16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설정(2)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0 05:39 읽음:1598 관련자료 없음 ----------------------------------------------------------------------------- 여기나온 인물 에이그라는.... 필자의 성격을 엄청나다 싶을 정도의 비율로 확대한 것으로.... 정말 너 그러냐? 라고 물으면.... 고개를 도리도리 합니닷!!! (정말일까???? ^^;;) ---------------------------------------------------------------- 여기는 어디지???? 당신은 누구? 당신은 누구? 나는 나는.... 나는.... 뭐지? 나는.... 뭐지? 에이그라.... 돌연 눈앞에 한줄기 빛이 어리었다. 그리고 그 빛은.... 중앙을 중심으로 파장을 그리며 잠시 십자가 모양으로 반짝였고, 이내 둥근 파장을 그리며 밖으로 쫙 퍼져나갔다. 그리고 들리는.... 잔혹한 천사의..... 아각... 이게 아니야!!!! -난 이 세상의 주신 테미시아.... 비록 지금이야.... 인형놀이를 하 고 있지만.... 아무튼.... 널 살려주겠다. 오크, 아니 인간 에이그라 여....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눈을 떴다.... 설정 제 2장. 오크!!!, 아니 인간 에이그라의 부활, 그리고.. 死. 침대에 쳐 자빠져 자고 있던 에이그라는 창문을 뚫고 들이닥친 햇살 에 눈을 부비며 몸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게을러 터져가지고 잠만 퍼 자던 그 자식은 해가 앙각 50도 이상이나 되도록 이불 속에 파 묻혀 있었다. -에구구.... 지금 몇 시야.... 볼 줄도 모르는 시계를 부둥켜안고 허부적 거리는 그는 간신히 바늘 이 아닌 숫자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한참동안 바라보다 중얼거렸 다. -11시 반.... 역시, 전자시계는 인류 최대의 발명품이야!!! 이렇게 생각하는 건 바늘시계를 읽는 것에 서툰 이 멍청이밖에 없었 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전 인류의 것으로 확대시키는 버릇이 있었 다. 링링링링링링.... 돌연 방안을 주인과 함께 뒹굴거리던 전화기에서 괴팍한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 -뭐야.... 귀찮게스리!!! 게을러터진 오크, 아니 인간 에이그라는 몸을 두바퀴 뒹굴뒹굴해 전 화기까지 굴러갔다. -여보숑? 언제나 싸가지 없게 전화를 받는 에이그라는, 잠에서 덜깨 듣는 것만 으로도 속이 매스꺼워지는 목소리로 이렇게 전화를 받았고, 상대는 그 런 그의 목소리에 놀랐는지, 잠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병신, 혀가 꼬였냐.... 에이그라에게 아무렇게나 말을 하도록 주신 테미시아 님께 사명을 부 여받은 사람은 오직 한명, 시온 뿐이었다. -어, 너냐? 에이그라는 뜨뜻미지근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주제에 무슨 예쁜 소녀에게 전화가 왔으리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직도 안 돼지고 살아 있구나!! 시온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고, 에이그라는 활기찬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물론이지!!!! 니가 죽기전 내가 죽을 수는 없잖아!! 그보다 뭐하러 전화했냐? -그야, 당연 세미나 때문이지!!! 잊었어? 애들 모아놓고 설정 세미나 하기로 했잖아!! 시온의 대답에, 에이그라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 했다. -세, 세미나? 그리고.... 애들이라니?.... 시온이 예가 미쳤냐는 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너 바보냐? 벌써 잊었어? 란테르트 등과 오늘 세미나 하기로 했잖 아. 에이그라는 순간 수화기를 놓쳤다. -허걱.... 주먹만한 땀방울을 옆머리에 대롱 대롱 매달며 에이그라는 고개를 휙 휙 돌려 방안의 달력을 찾았다. -X월.... Y 일.... 이럴 수가.... 이건..... 에이그라는 이렇게 중얼거리다 돌연 외쳤다. -어제잖아!!!! 수화기에서 계속해 소리가 들려왔다. -야, 죽었냐? 왜 갑자기 말이 없어? 나 끊는다. 있다가 보자. 곧바로 달깍 하는 소리와 함께.... 뚜뚜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에이그라는 손은 앞으로 뻗은 채 멍청한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었다. -이럴 리가.... 없잖아.... 이럴 리가.... 어제였다. 아니 오늘인가?.... 아무튼 오크, 아니 인간 에이그라는.... 열심히 걷고 또 걸어 모 대 학 세미나 실을 찾았다. 그리고는 문을 열며 활기찬척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기억을 떠듬거려.... 손을 들어 인사했다. -하이, 에부리바디!!! 20대의 중년 변태답게.... 그의 인사는 활기찼으나.... 어제, 아 니.... 오늘.... 아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좌중 모두 외면했다. 에이그라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는.... 기억해 냈다. 여러붕 안 녀세요.... 라고 했다가 심장에 화살이 박힌 일을....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 -왔냐? -뭐, 반가운 척은 해 주지.... 역사는.... 뒤틀리기 시작했다. 에이그라의 예의바른 인사에 좌중은 마지못해 인사를 받아 주었는 데.... 일전에 느꼈던 왜왔냐? 라는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에이그라는 이에 크게 용기를 얻어 곧바로 강단으로 섰다. 그때 문이 열리며 아르트레스사마께서 그 풍부한 몸매를 드러냈다. 쫙 달라붙는 반들반들한 가죽옷에.... 허리에 매어져 있는 채찍.... 아무리 순화시키고 경건한 마음으로 바라보아도.... 그녀는 여왕님 이 었다.... -여러분 안뇽하세요? 특히, 란테르트 님과 아르카이제님!! 아르트레스의 인사에 아르카이제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음.... 상관보다 상관의 남자를 먼저 부르다니.... 하지만, 용서해 주지.... '그' 이니까.... 좌중의 인물 모두 얼굴의 절반이 어둡게 변하며 세로 주름이 자근자 근 잡히다!! 하지만.... 역사는 뒤틀렸다. 이쯤 들려왔던 , 야오이물로 간다!! 라는 시온의 말이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바보 변태 오크 에이그라는, 오크 특유의 진득한 침 을 흘리며.... 미래가 바뀐 이상 두려울 것 없다!!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세미나를 시작합니다. 우선.... 창세는 건너뛰고, 현세에 관 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바뀌었어도.... 이 중년을 무시하는 사회 풍조는 여전했다. 이렇게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란테르트는 사피엘라와 에라브레, 모라이티나, 이카르트(아르카이 제), 아르트레스 등에게 둘러싸여 하렘을 구축!!!(ㅠ_ㅠ;;) 하였고, 어느 샌가 등장한 아르페오네는 아르카이제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그 녀의 볼을 아르카이제의 뒷목에 부비작 거리고 있었다.(이, 이건.... 고양이....^^;;) 다만 시온만은 한쪽에 팔짱을 끼고 앉아 에이그라도, 란테르트 등도 아닌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흥얼거리는 소리.... -음.... 얼마 않남았군.... 어느덧 98년이라니.... 약속의 그날.... 세미나는 엉망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에이그라 특유의 통솔력을 발휘하여.... -가장 먼저 앉는 사람, 글 안에서 란테르트와 이어준다!!! 모두를 자리에 앉히는데 성공했다. 에이그라는 스스로의 통솔력에 놀라움을 느끼며, 잠시 머릿속에 자신 이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릿함을 느꼈다. 게다가 이 카리스마 라니!!! 일단 자리에 앉았지만.... 역시 조용히 에이그라를 바라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꿎꿎하고 용감하며 열혈과 근성으로 뭉친 우리의 중년변태 에이그라 는.... 이 모두를 무시한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단 이 땅의 개략적인 모습을 설명하겠습니다. 이 행성, 제 세계는 정말 행성입니다. 아무튼, 이 행성은 모두 다섯 개의 커다란 대륙 혹 은 대륙 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먼저 중앙 대륙.... 에이그라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 돌연 모라이티나가 몸을 벌떡 일으 키며 손을 들었다. -중앙대륙 내가 잘 알아요. 아르카이제가 곁에서 말했다. -오, 그래? 그럼, 네가 가서 이야기 해봐. 아무리 약간 모자라고 덜 떨어진 엘프라도, 저런 중년변태보다는 훨 날태니까. 아르카이제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아랫입술을 검지손가락으로 부비작 거리며 중얼거렸다. -웅... 그거 칭찬인가요? 아르카이제는 슬쩍 웃으며 대꾸했다. -물론이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아르카이제는 순간이동으로 에이그라의 뒤에 섰 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에이그라의 목 뒷덜미를 잡았다. -우게겔.... 돌연 우두둑거리는 뼈가 으스러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에이그라의 몸이 축 처졌고, 아르카이제는 살짝 입꼬리를 치켜올려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짓고는 에이그라의 둔중한 몸을 한쪽으로 던져 버렸다. 그때, 이중 그럭저럭 정상 축에 드는 사피엘라와 모라이티나가 한마 디씩 했다. -앗, 너무 잔인하군요.... -악마!!! 사람.... 아니 유사인종을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다닛!!!! 그때 아르카이제가 오만한 눈을 뜨며 좌중에 물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이중 이 남자가 살았으면 하는 사람 있으면, 손 을 들어봐!!! 하지만, 막상 말을 꺼낸 사피엘라와 모라이티나도, 저렇게 이상하게 생긴 유사인간을 살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러나.... 손은 의외의 사람에게서 들어올려졌다. 시온, 모든 현세류現世類의 왕이며, 허무의 바다에서 현세로의 세 개 차원을 관장하는 자!!! 바로 그였다. 아르카이제는 이 뜻밖의 상황에 그답지 않게 동요하며 떨리는 목소리 로 물었다. -어, 어째서.... 시온 님께서.... 그때까지 팔짱을 낀 채로 먼 산을 바라보던 시온이 천천히 고개를 아 르카이제로 향했다. 아르카이제와도 같은, 하지만 더더욱 투명한 보랏 빛 눈동자가 아르카이제로 향하자, 그는 순간 움찔해 오금이 저려옴을 느꼈다. 시온은 그의 입술을 움직여 답했다. -우테나 LD전집!!! 그 자식이 나중에 사주기로 했어. 게다가.... 그 유사인종이 사라져 버리면, 내 이지메 대상이 없어지잖아. 좌중, 모두 의자에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고, 아르카이제는 마족도 땀을 흘린다!!! 라는 연구 논문을 위해 주먹만한 땀을 옆이마 에 매달게 되었다. 시온은 다시 고개를 에이그라에게로 향했다. 조금의 동정의 빛도, 그 리고 슬픈 빛도 섞이지 않은, 오히려 차갑기 그지없는 냉소 머금은 시 선으로 한참을 응시하던 그는 입술을 달싹여 주문을 외웠다. -메테오 폴..... 아니지.... 끊어진 생의 사슬이여.... 여기 나의 힘 을 받아 불사의 몸이 되어라.... 일어나라 좀비 에이그라!!! 이 말이 끝마침과 동시에.... 바닥 한쪽 구석에 목뼈가 부러진 채 널브러져 있던 에이그라의 몸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불사의 마법은.... 부러진 뼈까지 이어주지는 못했다. 목은 90도로 푹 꺽인채 그의 목에 대롱대 롱 매달렸고, 에이그라는 순간 위와 왼쪽이 바뀌어 버린 풍경에 당혹 스러워 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좌중, 경악 섞인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보기 힘들군요.... 사피엘라는 이렇게 말하며 시선을 피했고, 아르트레스는 채찍을 꺼내든 채, -저 윗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 없어도 살잖아!!! 날려버리겠어. 라고 말하며 에이그라의 머리를 노려보았다. 한편 모라이티나는 아르카이제에게 억지로 끌려 강단 앞에 서서는 강 연회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이 에이그라의 엽기적 모습에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앗, 오크좀비닷!!! 아니.... 좀비오크인가? 에이그라는 이들의 냉소 섞인 말에.... 커다란 충격을 먹고 몇 걸음 이나 휘청거렸으나.... 불사의 몸!!!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체력소모를 무시할 수는 없었던지, 너덜거리는 몸을 움 직여 가까운 의자로 향했다. 왜인지, 두 팔은 앞으로 뻗어졌고, 걸음 은 뒤뚱뒤뚱, 무릎 관절이 잘 접히지 않았다. 그때 시온이 한마디했다. -저따위 물건에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나 계속 하지.... 나지막했으나, 위엄 있는 그의 목소리에 좌중은 다시 세미나에 집중 (?)하기 시작했다. -흐흠... 모라이티나는 귀여운 목소리로 목을 정리하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웅.... 중앙대륙은 정말 커요. 정식이름은 메이다탄트. 중앙의 산맥 을 중심으로 네부분으로 나뉘어 지죠. 먼저 동쪽은 온통 사막!! 괴상 한 드래곤들과 괴이한 마물들로 가득해요. 으.... 소름끼쳐.... 암튼, 그 면적은 이 중앙대륙의 절반에 이르죠....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북서쪽은 별 특징 없는 숲으로 드래곤이 꽤 많이 서식하고.... 북쪽은 테미시아 님의 신전이 있고.... 그리고.... 남 쪽, 여기가 가장 중요한데, 이곳이 바로.... 돌연 아르카이제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헵티슬, 일곱 개의 대륙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거기 는 내가 하도록 하지. 모라이티나는 자신의 말을 끊은 아르카이제에게 분노를 느끼며 레이 요니르를 꺼내들었다. -우씨!!! 악마. 이제 곧 위대하고 뛰어나며 영명하고 평화로운 우리 엘프들이 사는 곳을 소개할 차례인데.... 모라이티나의 이런 행동에 돌연 아르트레스가 앞으로 나서며 두 팔로 모라이티나를 붙잡아 품안에 꼭 안았다. -꼬마아가씨, 가만히 있으시죠? -웁, 웁웁... 모라이티나는 아르트레스에게 안겨 무어라 떠들었으나.... 아르트레 스의 가슴에 파묻혀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뾰족 귀만이 아르트레 스의 가슴 사이로 삐져나와 쫑긋이 서 있었다. 아르카이제는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미소 섞인 모습으로 바라보다 입 을 열었다. -음... 일곱 개의 대륙 헵티슬.... 이곳은 이름 그대로 일곱 개의 대 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헵티슬로 불리는 것은 이 글안에서 보다 10년 정도 흐른 후의 이야기입니다. 중앙대륙의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 습니다. 아르카이제는 이렇게 말하며 뒤쪽에 지도 한 장을 펼쳤다. -이 중앙에 위치한 대륙이 바로 레냐. 200만 정도의 인구에 보유병력 1만 5천. 왕실 근위대와 지방 수비대까지 합치면 3만 정도 됩니다. 모 든 대륙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상업이 발달해 있죠. 수도는 위카. 아르카이제는 이렇게 말한 후, 다시 손을 움직여 레냐의 동북쪽에 있 는 대륙을 가리켰다. -이것이 바로 노마티아. 왠지 첫 번째 소설에서부터 저 좀비오크 에 이그라의 눈밖에 나 악역만을 도맡아 하고 있죠. 하지만, 다음에 끄적 일 글에서 주인공이 이 노마티아 출신이라니.... 한 번 기대해 보죠. 인구는 300만. 수도는 하야. 보유병력은 정규군 3만에 지방군까지 모 두 합쳐 5만. 산이 많아 공업과 광업이 발달한 편입니다. 농업은 차라 리.... 포기하라 권하고 싶은 곳이지요.... 주식의 자급자족도 못하 니.... 아르카이제의 손은 노마티아의 남쪽이며 레냐의 동쪽인 한 커다란 땅 으로 향했다. 레냐의 네배, 그리고 노마티아의 두배 가량 되어 보이는 큰 대륙이었다. -이곳이 위다!!! 대륙 전체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지요. 파모로아력 310년 일곱 대륙이 파모로아 본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쭉 맹주국 위치 에 있죠. 인구는 800만, 군사력은 현재.... 정규군 5만에 모두 합쳐 10만에 가깝다는.... 아무튼 대단하죠. 농업, 광업, 공업, 게다가 수 산업까지 골고루 발달해 있습니다. 이제 아르카이제의 손은 위다의 서쪽으로 향했다. 바로 레냐의 남쪽 에 위치한 곳으로, 세 개의 커다란 섬이 놓여 있었다. -여기가 세이아.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걸 대륙이라고 했는지.... 세 섬 모두 합쳐봤쟈 레냐의 절반밖에 안되는데다가.... 인구는 60만 에 군사보유.... 3000명.... 지방 군에 정규군 모두 합쳐서.... 유사 이래로 독립상태인 적이 없었죠. 현재는 아마 위다의 속국일겁니 다.... 마곡과 위다, 소피카 사이에 끼어있어 상업은 꽤 발달한 편이 죠. 그 세 개의 섬 세이아 아래에는 레냐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대륙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아르카이제의 손은 그리로 향했다. -여기가 마곡. 파모로아 450년까지는,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었죠. 그렇다고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보통 이 대륙은 그때까지 는 가서는 안돼는 곳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개 날림 글 장이의 첫 번째 글에 나와 있는데.... 말도 안돼는 이유 때문이죠. 인 구는 120만, 군사력은 정규군 1만에 지방군 1만. 도합 2만 가량 됩니 다. 현재 이 마곡의 왕은 레이니어가입니다. 이전에는 여섯 제후의 연 합국이었지만.... 레이니어가가 통일했습니다. 아차, 말이 많습니다. 말=馬 다시 손은 세이아의 서쪽, 그리고 레냐의 서남쪽에 있는 커다란 대륙 으로 향했다. 위다만큼은 아니지만, 위다를 제하고는 가장 커다란 듯 싶었다. -이곳이 소피카. 인구 500만에 정규군 4만의 대국이죠. 현재 위다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곳. 310년 독립 이후로 위다와는 라이벌겸 적대 관계. 역시 모근 산업이 발달해 있습니다. 마지막 하나 남은 땅. 레냐의 서북방에 있는 노마티아와 비슷한 크기 의 땅으로 아르카이제의 손이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에노사. 농업이 굉장히 발달한 곳이죠. 땅이 좋아 서.... 농업 기술은 다른 나라들과 비슷하죠. 인구 330만에 정규군은 2만. 인구는 많지만, 군사보유수는 노마티아보다 적은 편입니다. 에라브레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복잡하네요.... 어차피 별 것 없으면서.... 왠지 슬퍼 보이는 목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에라브레의 모습이.... 18세의 그것이었다. 즉, 성 장한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인지, 캐릭터들의 나이는 지난 설정 때보다 늘어있었다. 란테르트의 머리칼은 훨씬 밝은 파란색이고, 에라브레의 머리칼은 엉덩이까지 자라있다. 반면.... 사피엘라는 그 18세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그런 사피엘라를 보며 중얼거렸다. -언닌 좋겠수... 한편, 아르트레스의 가슴에 묻혀있었던 모라이티나는 질식 일보직전 이었다. 두 팔을 허부적 거리며 빠져나오려 했으나, 아르트레스의 바 스트 허그에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아르카이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음, 셀린타와 다프칸은.... 셀린타는 중앙 대륙의 동북에 위치한 곳 이고, 다프칸은 중앙대륙의 서남쪽에 위치한 곳인데.... 전 거의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돌연, 시온이 입을 열었다. -왜인지 아나? 왜 어째서 자네가 그 두 대륙에 대해 아는바가 없는지 아는가? 아르카이제는 사실 그 점이 궁금했다. 분명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는 그 두 대륙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르카이제는 조심스레 물었다. -어째서지요? 시온의 얼굴에 조소가 드리웠고, 이내 입을 열었다. -이, 좀비오크가 아직 설정을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 말에 일행 모두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그, 그럴 리가.... -그렇게 해놓고도... 감히 글장이라고? -그렇다면,.... 어떻게 여기까지 끌고 온 거죠? -날림.... 그것도 개날림아냐!!! 돌연 좀비 에이그라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관성 때문에 목은 그 자리에 머물려 했고, 그 덕에 목이 지면을 향해 축 늘어져 버렸다. 에이그라는 지 멋대로 노는 머리통을 추스르며 일행을 향해 소리쳤 다. -모두 조용히!!! 원래 설정은 진행하며 완성시키는거얏!!! 아르카이제가 외쳤다. -그런 말도 안돼는....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에이그라가 그런 아르카이제의 말에 냉소를 날렸다. -흐흐흐.... 너 슬레이어즈에서, 해왕 다루핀의 부하에 대한 이야기 들어봤어? 이름 알아? 그리고, 샤브라니구드급 마왕 넷중 나머지 셋에 대한 이야기 들어봤어? 그들이 사는 세계는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하고, 어떤 부하들이 있는지에 대해서 들어 봤냐고? 에이그라의 말에 아르카이제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가장 큰 이유 는.... 에이그라의 말에 반박할 거리가 없다라기 보다는.... 아르카이 제는 슬레이어즈라는 소설을 알지 못했다.... (ㅠ_ㅠ;;;) 하지만, 전에도 밝혔든, 에이그라라는 중년변태 좀비오크는.... 스스 로의 논리를 세계의 논리로 확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 보아랏!!! 어느 누구도 나의 이 처절한 논리에 대꾸치 못한다. 으허허허!!! 돌연 아르트레스가 외쳤다. -시끄럽네.... 그렇게 생긴 주제에!!! 아르트레스의 말에 좀비오크 에이그라가 순간 화들짝 놀라며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쳤고, 그 때문에 머리통이 앞으로 푹 꺾이며 대롱대 롱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머리통을 추스르며 에이그라가 고개를 들 었다. 그의 눈빛은 약간 맛이 간 듯 살의에 번득였다. -뭐, 뭐야?? 아르트레스가 순간 움찔하며 이렇게 물었다. -흐흐흐 흐흐흐.... 허허허허.... 하하하하.... 에이그라는 그런 아르트레스의 행동에 미친 듯 웃음을 터트렸다. -너희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지.... 우하하하하.... 난, 나는,... 에이그라는 뜸들이며 이렇게 중얼거렸으나, 그의 그런 행동에 조바심 을 내는 사람도, 놀라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갑떠네, 라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에이그라는 현재 자아 속에 갇혀 주위를 무시한 채 하던 이 야기를 계속했다. -난, 광전사닷!!!!!!!!!!!!!!!! 혼자 호들갑을 떨며 외쳤으나,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아르카이제는, -광저사狂猪士? 라고 반문했고.... 란테르트는, -그럼, 버소크(Bersorc)? 라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허걱!!! 에이그라는 다시 한 번 머리통을 놓쳤고, 잠시 시야를 놓쳤다. 하지 만.... 그는 이미 광전사가 되기로 마음 먹은 터.... 광전사가 되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단 말얏!!!! 이내 그의 몸이 괴상하게 움직이며 돌연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러대 기 시작했다. -우우우워워워어!!!! 그는 모두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하지만, 여전 주위의 태도는 냉담했고.... 아르카이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이, 분노의 령. 어째서 저따위 녀석이랑 계약한 거야? 넌 인간하 고만 계약하게 되어있잖아!! 이 아르카이제의 물음에 에이그라의 뒤에서 분노의 정령이 삐질 삐질 걸어나오며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저 녀석이 술을 먹이고는,.... 인간이라고 우기는 바람 에.... 속았지 뭐야.... 암튼 알아서 해봐. 난 갈테니까. 분노의 정령은 이렇게 사라졌고, 광저사, 버소크 에이그라는 개거품 을 물며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모두 죽이겠어!!! 모두를....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죽여버 리겠어!!! 돌연, 차가운 목소리가 대기를 뚫었다. -진정해라. 그렇지 않으면 '푸우'를 공개해 버릴 테니.... 시온의 목소리였다. 그의 이 한마디에 에이그라는 폭주를 정지했고, 돌연 손으로 고정하 고 있는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그, 그럴 수는 없어.... 푸우는.... 푸우라는 말에 일동 놀랍다는 듯 시선을 시온으로 향했다. -푸우? 그 곰돌이 말이야? -그 이상한 곰새끼랑 호랑이새끼, 당나구새끼, 그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물체가 나와 괴상한 짓 하는거? -부엉이도 나와욧!!! -모 방송국에서 일요일 아침에 방영한 적 있었다고 들었는데.... -한림대학교 사학과 97학번에 이런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 날림 글장 이의 친구가 있다던데.... 모두들 한마디씩 던지자, 시온이 입을 열었다. -그 푸우가 아닌, PUH, 푸우, Project Unfortunate Hero, 불행한 주 인공 계획이라는 말이지. 이 글의 프로젝트다. 에이그라가 절규했다. -제발 그것만은.... 발설하지 말아 줘.... 돌연 란테르트가 검을 뽑아들며 외쳤다. -어쩐지 내 팔자가 그렇게 드세더니.... 그 같잖은 계획 때문이었구 나. 시온님, 어서 말씀해 주세요. 방해하면, 저까짓 녀석 베어버리겠 습니다. 시온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만 이야기 해 주지. 그러니까, 너는 앞으로 XXX YYY하 게 되고, 에라브레는 ZZZ되어 TTT돼. 아르카이제는 PPP해서 WWW돼니 까, 아르페오네는 QQQ하지. 란테르트는 검을 든 채로 굳어 버렸다. -하나도.... 하나도.... 들리지 않았어요.... 어째서죠? 돌연 천장에서 괴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이세상의 창조주 에이그라.... 거기 있는 오크와는 별로 상관없 지.... 하하하.... 자체 심의로 삭제되었다. 하하하하.... 돌연 시온에 주먹을 꼭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공륜.... 치사한 것들.... 폭주할 뻔했던 에이그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보다... 설정을 마저 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 어쩔 수 없군.... 에이그라는 그 흔들거리는 머리통을 들고 강단 앞에 섰고, 이내 입을 열었다. -이제 마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이곳의 마법은.... 그때, 사피엘라가 몸을 일으켰다. -마법에 대해서는 제가해도 괜찮을까요? 그래도.... 이중에서는 란트 를 제하고는 가장 많은 마법을 알고 있고.... 본편에서도 얼마 나오지 못했는데.... 에이그라는 그 싸가지 없는 성격으로 당장에 그녀의 청을 뿌리치려 했으나, 글썽이는 그녀의 눈동자에 마지못해 강단에서 내려섰다. -그, 그럼.... 마음대로.... 사피엘라가 살짝 미소지어 감사를 표했고, 이내 강단위로 올라섰다. -마법, 이 세계는 에테르라는 물질로 가득 채워져 있대요. 물질의 기 본단위로, 원소중 가장 작은 수소조차도 수많은 에테르로 이루어져 있 다고 해요. 정신 에너지 역시 이 에테르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법이란 이 에테르를 물질적인 힘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에요. 즉, 에테르를 불의 원소로 재구성하면 그게 화염마법이고, 얼음의 원소로 재구성하 면 얼음 마법이 되는 거죠. 에이그라가 그녀의 설명에 놀라 휘청거렸다. -그, 그런.... 설정.... 난 몰랐는데.... 사피엘라가 미소지었다. -생겨난지 얼마 안된 설정이에요. 날림 글장이께서 몇 일전 갑자기 생각해 내셨죠. 사피엘라는 곧이어 입을 열었다. -사실, 이 세계는 신이 버린 세계에요. 현세류왕 시온께서 혼돈의 바 다로 떠나신 후 말이죠.... 그래서, 신의 힘을 빌리는 마법은 몇몇 사 람을 제하고는 사용할 수 없어요. 물론 정령들도 신의 힘을 빌릴 수는 있지요. 사피엘라는 이렇게 말하며 LCD Projector위에 필름을 올려놓으며 뒤 에 비친 영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보면, 이 세계의 마법은 크게 신성마법과, 신계마법, 마계마 법, 그리고 류마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성마법은 엘프들의 마법 으로 신의 힘을 빌린 마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신의 혼의 힘을 빌리는 것이죠. 위력은 운용하는 자의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 고, 보통은 20세, 즉 성년 이하의 엘프들이 많이 사용합니다. 차라리 정령 술이 더 위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성인이 된 엘프들은 주로 정령 술을 사용하죠. 사피엘라는 어느 샌가 앞에 놓여진 렌 주스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리고, 신계마법은 보통 우리들이 사용하는 마법으로, 보통 마법 하면 이 신계마법을 가리킵니다. 이것 역시 위력이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죠. 정신력과 마법력이 높은 사람은 한 번에 더 많은 에테르를 물질화 시킬 수 있고, 그 덕에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거 죠. 신계마법은 정신계-정념계-정령계-신탁계의 네단계로 나뉘는데, 신탁계는 수신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어요. 사피엘라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계마법. 이건 60년전의 마법전쟁 이후로 맥이 끊겼어요.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겨우 란트를 포함해 10사람 안쪽. 그것도 란트 를 제한 나머지 사람들은 겨우 알고 있다 정도예요. 위력은 신계마법 의 정령계 마법보다 강한 것에서, 정신계보다 약한 것까지 다양하죠. 사피엘라는 평소의 자신치고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 느끼면서도.... 무언가에 이끌리듯 계속해 입을 열었다. -류마법은, 아직 정식 명칭을 갖지 못한....(ㅠ__ㅠ;;;) 마법으로, 마법의 형식을 파괴한 마법이지요. 조금전의 에테르 이론으로 끼워 맞 춰 보면, 일단, 신계마법과 신성마법은 P에테르, 즉 양성 에테르를 이 용한 것이고, 마계마법은 N에테르, 즉 음성 에테르를 사용한 것입니 다. 에테르는 모두 양성과 중성, 그리고 음성 이렇게 세 가지 종류가 있지요. 셋의 숫자는 각각 비슷해요. 사피엘라는 다시 한차례 숨을 골랐다. -마법이란 이 에테르를 재구성하는 능력이지요. 신성마법은 신성 마 법 나름의 정신집중과 마법 시동어로, 물론, 아주 가벼운 동작도 필요 해요. 물구나무서서 마법 사용하기 같은 것은.... 아무래도 약간 곤란 하죠. 물론, 상위 마법사들은 상관없지만.... 그리고, 신계마법은 신 계마법 나름의 정신집중과 마법 시동어가 있는 거죠. 마계마법도 마찬 가지 구요. 그렇기 때문에 같은 마법은 같은 모습과 비슷한 위력을 가 지게 되지요. 하지만, 류마법은 아니에요. 완전히 스스로의 사고로 마 음대로 마법을 조합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시동어와 위력이 달라져 버 려요. 그 덕에.... 어지간한 인간은 평생 공부해 보았자.... 화염구 하나 못만들어내기 일수죠. 그래서 별로 익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익히면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해요. 위력은 통상 다른 마법 보다 약간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아무래도, 수천 년을 이어져 오 며 보다 효율적으로 정리된 마법보다는 약한 것이 당연하겠죠? 한편, 버소크 에이그라는 한쪽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성글거리고 있었 다. 물론, 다른 아리따운 사람들이 똑같은 표정으로 웃는다면, 생글 이겠지만, 그는 분명 성글 웃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분명, 분명 어제인 오늘에는, 아니 오늘인 어제인 가? 아무튼 그날에는 이쯤 몇 차례나 병기에 심장을 난자 당하고, 간 신히 정신 체로 살아 돌아오자 그 무지막지한 검으로 두동강 나 버렸 었는데.... 오늘은 거의 멀쩡히 살아 있었다. 물론, 목뼈가 부러지고 현재 좀비 인 상태이기는 했으나.... 멀쩡한 게 아닌가?.... ^^;; 암튼 그런 그의 웃는 모습을 모두는 부러 외면하고 있었다. 즐겁고 아름다운 것만 보아도 즐겁지 않은 세상인데, 부러 그따위 모양새를 볼 이유가 무어 있겠는가? 그나마 보존이 잘 된 사체여서 흰 안구가 쏙 빠져나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목뼈가 부러져 머리를 손으로 들고 있는 모습이 뭐 보기 좋겠는가? 하지만, 인간이란 종은 참는 대에 있어서.... 한계라는 것이 있 다!!!! 돌연, 란테르트가 득의 양양 실실 쪼개고 있는 에이그라를 향해 외쳤 다. 않그래도 그 푸우 때문에 열받아 있던 그였기에 그런 에이그라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한번만 더 미소를 지으면.... 그 미소를 고정시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무슨 깡이었을까? 버소크 에이그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맞장을 뜨는 것이 아닌가!!! -해봐!! 해봐!! 난, 불사야 불사!!! 용신과 엘프의 왕 가엘프, 불새 와 함께, 이 세계 유일의 불사체란 말이야!!! 세상에.... 좀비를.... 용신과 비교하다니.... 이 터무니없는 비교에 모두는 넋을 잃었고, 모라이티나는 얼굴이 빨 개지며 소리쳤다. -말도 안돼.... 어떻게 저렇게 이상한 게.... 가엘프 님과.... 돌연 아르카이제의 모습이 흐릿하며 사라졌다. 그리고는 에이그라의 뒷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며 아르카이제의 보라색 머리칼이 흩날렸다. -심장.... 좀비도 심장이 사라지면, 죽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버소크 좀비 에이그라가 아르카이제의 등장을 눈치채기도 전에, 그리 고 그의 말에 놀라 몸을 돌리기도 전에.... 아르카이제는 손가락 끝을 하나로 모아 송곳 모양으로 했다. 그리고 는 에이그라의 왼쪽 가슴을 등쪽에서 부터 뚫어버렸다. 갈빗대가 걸리 는 느낌이 가히 좋지 않았다. 아르카이제는 곧바로 손을 에이그라의 등에서 뽑아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잘못 찔렀군요. 아르카이제는 곧바로 다시 에이그라의 왼쪽 가슴을 등에서부터 찔렀 다. 에이그라는 두 번에 걸친 아르카이제의 찌르기에 숨이 막힘을 느꼈 다. 정신이 가물가물 해졌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힘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눈이 점점 침침해졌다. -이것이.... 죽음인가? 그는 꼴 갖지 않게 약간 분위기 있는 말을 중얼거리며 천천히 스러졌 다. 훗.... 따듯하군.... 주마등.... 모두가 보인다.... 3일전 버스간에서 내옆에 앉았던 여자.... 검정 미니스커트에.... 아니... 이런 쓸때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조금더 멋있게 최후를 맞아야지.... 모두들 모두들 잘 있어.... 내몫까지 행복하게.... 행복해야 되.... 훗.... 하하.... 그리고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침대에 쳐 자빠져 자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고.... ----------------------------------------------------------------- 호호호 이제 현실이에요!!! (어쩌다 설정이 시리즈 물이 되어 버렸지?.... ^^;;) 암튼 여전 날림 글 봐 주셔 감사드리고요!! 가내의 평온과 좋은 성적!!! 이 두가지 기원할께요. (설마.... 고 3이 이 SF란을 떠돌지는 않겠지만.... 혹시 있을지 모르는 고 3 독자님들을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파이팅!!! 10월.... 중요하죠!!!)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22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79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1 00:41 읽음:161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그 검, 그런데 뭐로 만들어진 거야? 아왈트는 심심한 듯 이곳 저곳을 아침 내내 기웃거리다 또 다시 에 라브레의 막사 안으로 들어섰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에게는 아랑곳 않은 채 검을 닦고 있었고, 아왈트는 그 검을 잠시 들여다 보다 이렇 게 물었다. -.... 에라브레는 답하지 않았고, 아왈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해.... 분명 나무 같은데.... 검으로 쓸 수 있는 나무는, 침천 수 뿐이야.... 하지만.... 침천수의 색은 붉지 않아.... 빨려들 듯한 검은 색이지. 게다가.... 검날 모양의 침천수라....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라면 내가 모를 리 없는데.... 레이피어 모양의 침천수는 지금 까지 단 한차례도 들어본 적이 없어.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새삼 그가 보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떠 올렸다. -침천수입니다. 에라브레는 짧게 답했고, 아왈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꺼야.... 그런데 왜 검붉은 색이지? 게다가 레이피어용 검날 이라니....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잘은 모르지만, 사람의 피가 닿을 때마다 색이 점점 더 붉어집니 다. 그리고.... 누구에게 받은 것이라 이 물건의 연원에 대해서는 아 는 바가 없습니다. 에라브레의 표정은 언제나와 같이 차가웠고, 아왈트는 그런 그녀를 미소띈채 바라보았다. -그런가? 역시 넌 그 새침한 모습이 매력이야. 에라브레는 잠시 고개를 돌려 아왈트를 바라보고는 이내 시선을 검 으로 향했다.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습니다. 아왈트는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릴 뿐이었다. 그때, 누군가가 막사 밖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에라브레를 불렀다. -저.... 에라브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로위크니나였다. 에라브레는 돌연 얼굴에 희색을 띄며 대꾸했다. -들어오세요.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대답에 한차례 헛기침을 한 후, 막사문을 살짝 들추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 두분 모두 계셨군요. 아왈트는 그녀가 들어서자 마자 얼굴에서 미소를 지웠고, 로위크니 나는 긴장하는 아왈트를 향해 살짝 미소지어 보였다. 한편 에라브레는 로위크니나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별일 없으신 가요? 무슨 일로 찾아 오셨나요?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미소지은 얼굴을 몇 차례 좌우로 흔들었다. -특별히 일이 있어 온 것은 아니에요. 다만.... 동료 분들이 잘 계 시는지 궁금해서.... 막사가 조금 불편한 편이지요? 에라브레는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요. 노숙에 비하면, 정말 편해요. 로위크니나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다행이에요. 로위크니나는 이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아왈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동료 분은 원래 이렇게 말이 없으신 가요?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요. 왠지 당신이 부담스러운가봐요. 어차피 고용된 사람이에 요. 동료 같은 건 아니에요.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쓰게 한차례 웃었고, 로위크니나는 고개 를 끄덕였다. -그랬군요.... 그런데 얼마나 주고 고용한 거죠? 굉장히 강해 보이 시는데....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돈이 아니라 한가지 물건을 그에게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아왈트의 안색이 약간 변했고, 로위크니나는 흥미 있다는 듯 자세히 물었다. -물건이라고요? 무엇인지 물어도 될까요?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의 입술이 달싹였고, 돌연 아왈트가 소리를 질렀다. -닥쳐, 이 바보야.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눈을 흘기며 단번에 말해버렸다. -비브크라니아요. 전설에 마도서, 비브크라니아. 아왈트는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에라브레는 로위크니나가 꽤나 놀랄 것이라 예상하며 그녀의 표정을 살폈는데, 왠지 그녀의 표정은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 달랐다. -비브크라니아라고요?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 이었다. -왜요? 뭐 잘못됐나요? 에라브레가 물었고,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 책.... 어떻게 구하려고 하지요? 그 책은 지금 위다 왕립 마법 학교에 있는데.... 그곳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위다 왕실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예요. 로위크니나의 말에 에라브레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3년전쯤.... 제가 알고 있는 한 사람이 그 책을 그곳에서 훔쳤어 요. 제가 지금 죽이려는 사람이 바로 그예요. 그를 죽이고 나면, 그 책을 얻기란.... 에라브레의 말을 끊으며 로위크니나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요. 그건 오해였어요. 에라브레와 아왈트의 눈이 이 로위크니나의 말에 휘둥그래졌다. -그, 그게 무슨 말이죠? 오해라니요.... 에라브레는 멍하니 이렇게 중얼거렸고, 로위크니나는 그런 에라브레 의 표정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대답을 피했다. -야기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곁에서 아왈트가 소리쳤다. -어서 말해봐. -얘기해 주세요.... 제발.... 에라브레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해? 이제와 그게 무슨 소리인 가? 자신이 이렇게 불행해 진 것도, 그리고 언니 사피엘라가 죽은 것 도 모두 그 책 때문인데.... 로위크니나는 둘의 요청에 못이기는척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게.... 3년전 사라졌던 그 책이 두달쯤 전에 재발견 됐습니다. 이곳에 그 소문이 퍼진 것이 바로 보름전의 일입니다. 에라브레의 눈동자가 조금씩 풀리며, 그녀는 중얼거리듯 물었다. -재발견이라니요? 어디서.... 어디서 찾아낸 거죠? 로위크니나는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 다. -3년전.... 책은 사라지지 않았었습니다. 당시 위다 왕립 마법학교 의 교장이었던 라가엘님은 그 책을 잠시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 연구 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돌연 실종되어 책을 반납치 못하게 된 것입니 다. 그러다가 두달쯤 전에, 우연히 그의 집에서 발견되었지요. -그, 그럴 리가.... 하지만, 그 책은 분명 란테르트가.... 에라브레는 멍하니 앞만을 응시한 채 이렇게 중얼거렸고, 로위크니 나는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을 엷은 미소와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아왈트는 몹시 화가난 표정으로 에라브레를 잡아먹을 듯 노려 보고 있었다. -비러먹을.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왈트는 이렇게 소리쳤고, 에라브레는 여전 그럴 리가, 라는 말만 을 대뇌였다. -전, 이만 바빠서. 로위크니나는 이 둘을 잠시 번갈아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는 막사 밖으로 곧장 빠져나갔다. -어떻게 된 거야? 말해 봐. 아왈트는 잠시 씩씩 거리다가 에라브레의 어깨를 거칠게 잡으며 이 렇게 물었고, 에라브레는 아왈트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분명.... 책은 그에게 있어요. 그에게, 그 악마 란테르트에게.... 나를 불행하게 하고 내게서 언니를 뺐아간 그에게.... 그가, 그가 꾸 민 일이에요.... 언니를 죽이기 위해.... 아왈트는 횡설수설하는 에라브레의 어깨를 다시 한차례 거칠게 흔들 며 소리쳤다. -개소리 하지 말고, 어서 말해 봐. 분명 말했잖아. 그가 책을 가지 고 있다고. 에라브레는 아왈트의 말에 돌연 눈물을 한줄기 흘렸다. -그가.... 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다행이지 않아요? 그는 날 속이지 않았어요.... 나도 언니도.... 그는 속이지 않았어요.... 난 믿고 있었어요, 그가 우리를, 우리를 배반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 을 거라고.... 아왈트는 에라브레의 이 말에 화를 내며 에라브레를 세차게 뒤로 밀 었고, 에라브레는 뒤에 있던 침대로 거칠게 쓰러졌다. 에라브레의 눈동자는 완전히 풀려 버렸다. 한 방울 흐른 눈물은 더 이상 쏟아지지 않았고, 이내 또다시 괴상한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맞아, 그가 가지고 있어. 모두 거짓말이야. 그가 가지고 있어. 그 러니까, 우리 언니가 죽은 거야.... 그가.... 한 번은 이렇게 떠들고, -그는.... 책같은 것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어.... 책같은 것.... 그는 없다고 했어.... 그리고.... 나는 그를 믿어.... 한 번은 이렇게 떠드는 것이, 아왈트는 한참을 들어도 무슨 소리인 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지금 반쯤 미쳐있었다. 요 몇 년간, 그녀는 분열된 두 개의 정신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하나는, 란테르트에 대한 사랑을 중심으로 한, 행복한 과거 속에 묻 혀 사는 자신이었고, 다른 하나는 란테르트에게 복수를 결심한 자신 이었다. 보통은 후자의 것이 에라브레를 지배하고 있었으나, 이처럼 조금만 큰 충격을 받으면 금새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해버렸다. -미쳤군.... 완전히.... 아왈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침을 탁 내뱉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에라브레의 따귀를 한차례 거세게 갈겼다. -정신차려. 미쳤냐? 어찌나 세게 쳤는지, 에라브레는 고개가 휙 돌아갔고, 이내 입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내렸다. -왜 때리는 거야? 네가 뭔데 내뺨을 때리는 거야? 에라브레는 아왈트에게 뺨을 한차례 얻어맞고는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이렇게 외쳤다. 눈시울이 벌개지며 이내 눈물을 한 방울 한 방울 흘리기 시작했다. -왜.... 왜인거야?.... 왜 이렇게나 복잡한 거야?.... 한방울, 한방울 눈물을 흘리던 에라브레는 이내 침대에 엎드린 채 흐느끼기 시작했고, 아왈트는 냉소를 머금은 채 그런 에라브레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제 말해 보실까? 내가 너를 따라 다녀야만 하는 이유를. 그리고 너를 도와, 그 엄청난 녀석들을 상대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를. 에라브레는 그의 살기 어린 목소리에 순간 흠칫하며 눈물을 멈추었 다. 그리고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뒤돌아 아왈트를 보았다. 아왈트는 그 동안 속았다는 사실이 몹시 분한 듯, 찡그린 얼굴의 주 름 한 켜마다 그득히 살기를 띄고 있었다. -그, 그게....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왈트는 이렇게 더듬거리는 에라브레를 향해 차게 내뱉었다. -감히 나 아왈트를 속이다니.... 설마 나를 착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겠지? 난, 원수를 은혜로 감싸는 따위의 짓은 할 줄 몰라. 에라브레는 그런 아왈트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을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는 곧바로 손을 뻗어 검을 잡으려 했으나, 자신의 검은 조금 떨어진 곳에 떨어져 있었다. 조금전 정신을 잃었을 때 놓친 모 양이었다. 아왈트는 천천히 허리에 메어져 있는 검을 뽑아들었다. -묻겠다. 내게 대가를 지불하겠는가? 아니면 목숨을 내놓겠는가? 아왈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다시 한차례 뒤로 물러섰다. 오른손은 본능적으로 목가로 가져갔고, 왼손은 천천히 펼쳐 마법을 사용할 준 비를 했다. -다시 묻겠다. 대가를 지불하겠는가? 아니면 목숨을 내놓겠는가? 아왈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냥.... 그냥 이대로 사라져줘요. 에라브레의 이 말에 아왈트는 코웃음을 쳤다. -지껄이지 마라. 아왈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차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당신보다 제쪽이 더 강하니까요. 비록, 검이 없지만.... 마법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해 드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게는 동료가 있으니까요. 아왈트는 그런 그녀의 말에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외쳤다. -멍청하군. 그렇다면, 죽어라. 아왈트는 그의 중검을 크게 휘둘러 에라브레를 베었고, 에라브레는 황급히 뒤로 물러서 그의 검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뒤에 있던 야전용 침대에 발이 걸려 뒤로 균형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다행이 일 검을 피했으나, 곧바로 다시 아왈트가 공격을 해 들어온다면 피할 방도가 없었다. 아왈트는 침대에 쓰러진 에라브레를 보며 한차례 느끼한 웃음을 웃 었다. 그리고는 이내 하얀 가루를 에라브레에게 뿌렸다. 에라브레는 그의 이 돌연한 행동에 놀라 제대로 대처도 못한 채 그 흰색 기체를 들이마셔 버렸다. -앗.... 이, 이게.... 에라브레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아왈트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차례 웃어 보였다. -수면제야. 뭐, 한잠 푹 자고 일어나면, 혼돈의 바다에서 한가롭게 수영 치고 있을 거다. 에라브레는 화를 내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약은 무서울 정도로 효과가 좋았다. 몸이 나른해 지며 다리가 풀려버리는 것이 정신이 하 나도 없었다. -뭐하는거야? 당장 그만둬.... 해약을 줘.... 에라브레는 이렇게 외쳤으나, 막상 입밖으로 나온 소리는 모깃소리 만큼이나 조그맣게 윙윙거릴 뿐이었다. -아, 처녀로 죽는 불행한 일은 면하게 해주지요. 수이브렛양. 아왈트는 눈을 반쯤 억지로 뜨고 있는 에라브레를 내려다보며 이렇 게 중얼거렸고, 에라브레는 흐려지려는 정신을 억지로 추스리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었다. 치료마법에 능했더 라면, 그런 데로 버틸 방법이 없지 않았으나, 에라브레는 공격계 마 법 외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22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0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1 00:41 읽음:157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Derod & Deblan -그, 그만둬요.... 에라브레는 온 몸의 힘을 짜내 이렇게 외쳤으나, 중얼거릴 뿐이었 다. 그때였다. 막사 밖에서 한 여자의 나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꽤나 짜 증스러운 듯한 감정이 그득한 목소리였다. -이런, 이런.... 귀찮게 하는군.... 그냥 조용히 있으려고 했더니 만.... 에라브레도, 아왈트도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뭐, 그의 말대로 처녀를 면하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그분이 원치 않을 것 같아서 말야.... 이 말과 동시에, 아왈트의 앞에 눈이 부실 정도의 미인이 갑자기 모 습을 드러냈다. 붉게 치렁거리는 긴 머리칼을 한 채, 몸에 딱 달라붙 는, 허벅지부터 갈라진 드레스를 걸친 그녀의 몸매는, 평소 여자를 많이 접해보았다는 아왈트로써도 입을 딱 벌릴 뿐이었다. -뭐 이렇게 생긴 녀석이 감히 그딴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이 피처럼 붉은 머리칼과 포도주처럼 붉은 눈동자의 여자는 손에 둘 둘 말린 채찍을 들고 있는 채였다. 아왈트는 자신도 모르게 반쯤 드러난 그녀의 가슴으로 시선을 향하 고 있었다. 확실히, 남자의 시선을 가둬두는 그런 가슴이었다. 한쪽에서 에라브레는 여자의 목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점점 잠의 나락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누, 누구지? 마족인가? 아왈트는 공간이동을 해 온 그녀를 향해 이렇게 물었고, 여자는 고 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흑염패, 아르트레스다. 아르트레스, 그녀 외에 그 어떤 여자가 이런 화려한 몸을 가지고 있 겠는가? 아르트레스는 웃옷을 찢어질 듯 팽팽하게 만들어버린 커다란 가슴을 앞으로 당당히 내밀며 이렇게 외쳤고, 아왈트는 자신도 모르 게 침을 꼴깍 삼키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대단한 여자.... 본적 없어.... 아르트레스는 그런 그의 말에 한차례 냉소를 터트렸다. -잘도 지껄이는군. 그 후져빠진 더러운 입으로. 아르트레스의 입버릇도 아왈트 못지 않은 듯 했다. 그녀가 다소곳하 고 순하게 구는 것은 오직 그의 아버지이며 상관인 아르카이제를 만 날 때와 란테르트의 앞에서 뿐이었다. 그녀는 마계에서 두 가지로 유 명했는데, 한가지가 미남자 수집이었고, 다른 한가지가 바로 난폭하 고 잔인한 성격이었다. 아르트레스는 곧바로 채찍을 풀었다. 2휴리하(1휴리하= 약 1미터) 가량 되는 그녀의 채찍이 또르르 구르며 펴졌다. 아르트레스의 무기는 본래 커다란 검이다. 그녀의 검은 길이가 거의 1.5휴리하에 육박하고, 검날은 한뼘 가량이나 되었다. 크기만큼이나 위력 역시 엄청났고, 그렇기에 평소 그녀는 그 무기를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신 사용하는 것이 이 채찍이었다. 가볍고 날렵 하여 사용하기가 편했고, 위력 역시 상당한 편이였기 때문이다. 검도, 이 채찍도 그녀의 몸의 일부로, 모양은 매우 유동적이었다. -왜, 마족이 내 일에 상관하는 거지? 아왈트는 무언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끼고는 이렇게 중얼 거렸고,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한차례 가로젓더니 중얼거렸다. -네 녀석도 참 멍청하다.... 흑염기사님과 그분의 친구가 이 아이의 뒤를 봐주고 있는데 감히 그녀를 건드릴 생각을 하다니. 아왈트의 표정이 있는 데로 일그러졌다. -흑, 흑염기사? 아르카이제? 설마 그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가?.... 아왈트의 일그러진 표정에 아르트레스는 한차례 웃음을 터트렸다. -오호호.... 정말 멍청하구나. 그렇게 엄청난 능력, 그분 외에 또 누가 낼 수 있겠느냐? 신들의 혼급 정신체를 제하고는 가장 강하신 분이다. 아왈트는 겁에 질려 고개를 가로 저었다. 또 다시 전에 뭉개졌었던 콧등이 아려오는 듯 했다. -어째서.... 그런 엄청난 자들이.... 아르트레스가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며 간단히 답했다. -란테르트, 그분이 원하기 때문이다. 아왈트는 검을 곧추 세운 채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 다. 하지만, 아르트레스는 자애라는 단어와는 저리가 먼 여자였다. -10번, 딱 열번 채찍을 휘두르겠다. 살고 죽고는 네가 정해라. 그리 고.... 달아나 보았자, 그분들에게 잡힐 것이다. 여기서 이 나에게 죽는 것이 그래도 행복한 편일 것이다. 아왈트는 그런 아르트레스에 말에 대꾸도 않은 채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더하였다. 아르트레스는 살짝 한 번 손목을 털었다. 이 가벼운 손동작에, 채찍 은 흡사 살아있기라도 한 듯, 머리를 치켜들었고, 짝 하는 소리와 함 께 아왈트의 어깨를 때렸다. -으읔,... 빠르다.... -오호호호.... 첫 번째는 약하게....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노는 법 이지.... 아르트레스는 그 특유의 요기 어린 웃음을 웃어대며 아왈트를 조롱 했으나, 아왈트는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온 정신을 아르트레스의 채찍 끝에 모으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진짜다.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한차례 채찍을 휘둘렀다. 채찍은 한 마리의 검은 뱀이 되어 이리 저리 꿈틀거리다가, 때로는 강하게 휘두르며 때렸고, 때로는 뻣뻣하게 서며 아왈트를 찔러 들어갔다. 아 홉 번의 공격 하나하나의 기세와 속도, 방향, 공격하는 모습이 모두 다른 것이, 단지 아홉 차례의 공격이었으나 아왈트는 눈이 부실 정도 였다. 마지막 열 번째 공격에, 아르트레스의 채찍은 바닥과 평행하게 긴 호를 그리며 아왈트의 허리를 공격했고, 아왈트는 황급히 피하며 채 찍으로 그의 중검을 가져갔다. 순간, 챙, 하는 소리와 함께, 아왈트의 중검에 구멍이 뚫리며 아르 트레스의 채찍이 박혔다. 그런 모습에 아왈트는 기가 질려 입을 벌렸 고, 아르트레스는 한차례 요염하게 웃었다. -멍청하긴, 그냥 이대로 조용히 죽었더라면 편할 것을.... 발한번 바닥에서 떼지 않은 채로 단지 손목만을 열 차례 흔들어 아 왈트를 공격한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한마디 중얼거리고는 채찍을 회 수했다. -그거 아나? 채찍에 의해 구멍난 중검을, 넋을 다 빼놓고 바라보고 있는 아왈트 를 향해 아르트레스가 이렇게 물었고, 아왈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분은 사람을 부셔 죽이는 취미가 있지. 재미있게 당해 봐.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하며 에라브레 곁으로 다가갔다. -부셔 죽여? 아왈트는 그런 아르트레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리더니 황급 히 막사를 벗어났다. 아르트레스는 그런 그를 한차례 흘끗 바라볼 뿐, 쫓지 않았다. -제길, 지깟 녀석이 어쩔 꺼야.... 내가 숨어버리면.... 막사를 벗어난 아왈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황급히 걸음을 서남쪽으 로 향하였다. 서남쪽은 위키 산맥이 있는 곳으로, 이 레냐 안에서는 그럭 저럭 몸을 숨길만한 곳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이카르트, 즉 아르카이제였다. 아왈트는 막사를 벗 어나 채 10분을 가지 못해, 두 남자와 맞닥뜨렸다. -비러먹을....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배고프다고 칭얼대는 모라이티나 때문에 인 근 마을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아르트레스의 보고에 황급히 이곳으 로 달려온 것이었다. 모라이티나는 그곳에 남겨둔 채로였다. 란테르트는 표정이 없었다. 종종 지어 보이는 싸늘한 안광을 얼굴 가득 드리운 채 조용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이카르트는 엷은 미소를, 그것도 조소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당황해 하는 아왈트를 바라 보았다. -젠장,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 꺼야? 아왈트는 어차피 라는 생각에 이렇게 외치며 아르트레스의 채찍에 구멍이 난 검을 뽑아들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를 향해 한차례 코웃 음을 치며 말했다. -당신,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왈트도 따라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이마 곁으로 흐르는 땀방울 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제길, 나도 네 녀석 마음에 들지 않아.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싸늘히 한차례 웃었다. -그럼 잘 되었군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는 검을 휘둘러 아왈트를 공격해 들어갔고, 아왈트는 천천히 검을 가슴께로 가져오며 란테르트의 검을 막기 시작 했다. 란테르트는 저번과는 달리 검에 화염 속성의 케릭팅 마법을 걸었다. 붉은 화염이 넘실거리는 검 주위에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란테르트의 검은 일전 아왈트와 배 위에서 싸웠을 때보다 배나 빠르 고 강했다. 그때는 왠지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던 데다, 마법의 사용 을 의식적으로 억제하느라 힘을 완전히 내고 있지 못했었지만, 지금 은, 그런 걸림돌이 전혀 없는 데다, 에라브레의 일로 화까지 났기에, 조금의 사정도 보지 않고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비러먹을.... 어째서 너같은 자식이 이렇게 강한 거지? 아왈트는 란테르트의 검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에 옷 몇 군데와 눈썹 한쪽이 그을려 보기도 딱할 정도였다. 계속해 조금의 우위도 차지하 지 못한 채 밀리기만 하던 아왈트는 신경질 적으로 이렇게 내뱉었고, 란테르트는 그의 물음 아닌 물음에 중얼거리듯 답했다. -지난 3년간.... 강해지기만을 위해 살았습니다. 승패는 결정된지 오래였다. 아왈트는 시종 밀려 뒷걸음질 칠 뿐이었 고, 란테르트는 천천히 혹은 빠르게 검을 놀려 그를 몰아붙이고 있었 다. 아왈트가 지금 버틸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곳에서 패하면 죽는 다, 라는 두려움에 필사적으로 덤벼들기 때문이었다. -제길.... 나와 수이브렛양, 그리고 그 밥맛없는 년이 덤빈다 해도, 너를 이기기는 힘들겠군.... 아왈트는 입만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지 계속해 한마디씩 툭툭 던졌 다. 어쩌면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속에서부터 엄습해 오는 두 려움을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란테르트는 싸울 때 거의 말이 없었다. 지난 3년간 1대 1의 대결보 다는 난전 속에서 1대 다수의 싸움을 벌였고, 그 덕에 이런 식으로 상대와 떠들며 싸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역시 묵묵히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다시 얼마간, 절대적으로 밀리는 아왈트와 그를 차분히 구석으로 몰 아가는 란테르트의 싸움이 계속되었고, 그리 오래지 않아 창, 하는 소리와 함께 아왈트의 검이 두동강 나버렸다. -제기랄.... 아왈트의 검은 꽤나 좋은 물건으로, 명검 축에 속하는 것이었다. 하 지만, 조금전 아르트레스의 공격에 구멍이 나 버렸고, 란테르트의 공 격 역시 결코 약한 것이 아니었기에 이렇게 두동강 나 버린 것이다. 동시에, 란테르트는 불을 거두며 아왈트의 목에 검을 가져갔다. 지난번 배위의 싸움에 비해 걸린 시간은 절반 이하였다. 아왈트는 부러져 버린 중검을 엉거주춤히 들어 올린 채 란테르트를 노려보았고, 란테르트는 그대로 검을 아왈트의 팔로 가져갔다. 란테르트의 검이 흰빛을 한차례 번뜩였다. 그리고,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아왈트의 팔이 겨드랑이 부분이 잘 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잘려진 부분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 고, 바닥에 떨어진 팔은 오래지 않아 피로 흥건히 젖어 버렸다. 아왈 트는 팔이 잘리 우는 순간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외쳤다. -읔.... 제길, 제길, 제길.... 비러먹을.... ---------------------------------------------------------------- 흑흑.... 이럴수가.... 드디어.... 조회수 600 입니다.... ㅠ_ㅠ;;; 불과 3주전만 하더라도.... 100대를 기고 있었는데.... (모든 기준은 첫번째 화 입니다.... 전체적인 경향은, 350회대 정도.) 아무튼 기뿌군요.... 그렇다 해도.... 하나 더 올리기, 따위의 객기는 이제.... 힘들어요... 요즘, 초무적 슬럼프 기간이어서.... 곧 다가올 중간시험에 대한 부담에.... 막 거대 이벤트 하나가 끝난 때문에 오는 긴장의 풀림.(에라브레 파티복구!!) 하지만, 곧 괜찮아 지겠죠.... 이제 저에게 슬럼프는 바이오리듬 주기 처럼 때되면 찾아왔다, 때되면 사라지는 것이어서.... 그냥 기다리면 떨쳐 버릴 수 있습니다.... ^^;; 아무튼.... 정말 절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추천해 주신 분들께는 더더욱 감사 드리고.... 격려메일 보내주신 분들도 매우매우 감사 드리고.... 아무튼 질리도록, 지겹도록 감사, 또 감사 드립니다!!! 에구.... 졸려라.... 또다시 슬럼프의 늪에 빠져버린.... 아이큐 두자리의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22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1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1 00:51 읽음:164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 Derod & Deblan -당신 같은 사람, 검을 들기에는 너무 위험합니다. 란테르트는 다시 검을 아왈트의 목에 가져가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아왈트는 피가 마구 흘러나오는 어깨만 남은 오른팔을 움켜쥔 채 란 테르트를 노려보았다. -개자식. 네가.... 네가 무슨 권리로 내 팔을 베는 거지? 비러먹 을.... 란테르트는 그런 아왈트의 말에는 답하지 않았고, 아왈트는 서서히 출혈량이 잦아드는 어깨를 한차례 바라본 후 다시 란테르트를 향해 외쳤다. -무슨 권리로 내 팔을 베었느냔 말이다? 네가 신인가? 스스로 다른 사람을 심판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인가?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한차례 웃었다. 그리고는 눈을 매섭게 뜨며 말했다. -권리 같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힘이 있을 뿐이지요. 사랑하는 사 람을 지킬 수 있을 만한 힘이.... 그것을 위해 살아온 3년입니다. 아왈트는 그런 란테르트의 말에 하늘을 쳐다보며 광소를 터트렸다. -미친소리....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 란테르트가 대꾸했다. -실제로 이렇게 지키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단지 운이 없었을 뿐입 니다. 당신이 건드린 상대가 라브에만 아니었더라면, 전 상관하지 않 았었을 테니까요. 아왈트는 란테르트의 말에 웃음을 그치며 외쳤다. -닥쳐라. 미친 자식.... 그래, 이것이 그녀를 지키는 것이라고? 개 소리 지껄이지 마라. 그래.... 이렇게 그녀의 육체는 지킬 수 있겠 지. 아왈트의 이 말에 란테르트의 안색이 대번에 변했다. 지금까지 마음 속에 감추어 두었던 막연한 마음을 아왈트에게 들켜 버렸기 때문이 다. 아왈트는 그런 란테르트의 변화에는 아랑곳 않은 채 계속 외쳤 다. -몸따위는 문제도 아니다. 그녀는 마음을 크게 다쳤다. 그리고, 시 시각각 그 상처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네깟 녀석의 이 우유부단한 태도에 말이다. 란테르트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외쳤다. -시끄러. 네녀석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이유가 없어. 아왈트는 돌변한 란테르트의 태도에 한차례 냉소를 터트렸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그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건가? 지금 그녀는 반쯤 미쳐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 원인 은 바로 너다. 지금의 너는 다만 스스로의 만족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녀의 뒤를 이렇게 쫓아다니며, 보호하고 있다, 라는 자기 만족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아왈트는 이렇게 말하며 힘이 빠진 듯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는 아픈지 한차례 나직이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야.... 난.... 난.... 아왈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고민하 고 있던 문제를 상상도 못했던 인물에게서 듣게 되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아왈트는 얼굴을 찡그린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상처 때문인지, 그는 이를 악물고 계속해 신음을 내뱉었다. -수이브렛양은.... 굉장히 아파하고 있다.... 지금.... 그녀는 너만 을 생각한다.... 그리고 너도.... 그렇다면 결론은 한가지 아닌가? 아왈트는 띄엄띄엄 간신히 이렇게 중얼거렸다. 숙이고 있는 얼굴에 서 땀인 듯한 물이 바닥으로 똑똑 떨어져 동그라한 그림을 그리기 시 작했다. 란테르트는 두 눈을 감아 버렸다. 머릿속이 혼란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카르트는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가 란테르트에게 접근해 조 용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누구보다도.... 정확히 상황을 보고 있어.... 네 눈앞의 남자.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눈을 떴다. 그리고는 몇 차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중얼거렸다. -그렇다 하더라도.... 난 이 이상은 해줄 수 없어.... 나는....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손에 마법력을 모아 아왈트의 어깨로 가 져갔다. 흰빛이 상처로 스미며 아왈트의 팔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양 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전.... 치료술에는 그리 능한 편이 아닙니다. 서둘러 가까운 도시 의 진료소를 찾으십시오.... 아왈트는 상처의 통증이 한결 줄자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는 고 개를 돌려 팔이 떨어져나간 어깨를 한차례 바라보았다. 옷은 이미 절 반 이상이나 피에 흥건히 젖어 버렸고,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현기증 이 약간 이는 듯 했다. -젠장.... 아왈트는 침을 한차례 바닥에 뱉으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내 란테 르트와 이카르트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복수를 하고 싶다면.... 다시 찾아오십시오. 저에게 말입니다.... -흥, 관대한 척 하는군. 나에게 부린 이 여유, 후회하게 만들어주 마. 아왈트는 이렇게 내뱉으며 자신의 팔과 부러진 검을 수습하여 서남 쪽으로 걸음을 옮기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기운 없는 뒷모습이 었다. 란테르트는 그의 모습이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다 한차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얼굴은 몹시 지쳐 보였 다. -훗.... 수이브렛 양이라.... 이카르트가 돌연 이렇게 내뱉었고, 란테르트는 무슨 뜻이냐는 듯 이 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가 자신을 쳐다보자 한차례 미소를 지어 보이고 는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세상 겁나는 것 없다는 듯 설쳐대는 아이가, 한 사람에게만은 공손 히 대하는군.... 수이브렛 양....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돌연 머릿속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렇군.... 그는.... 라브에를.... 이카르트가 몸을 돌리며 내뱉듯 중얼거렸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가지고 싶은 것은 가진다.... 그런 저 녀석 이 한달 가까이나 바라만 보았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그녀가 다른 여자들과는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지.... 란테르트는 걸음을 옮기고 있는 이카르트를 쫓아 몇 걸음 걷다 고개 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오늘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걸....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가 내뱉듯 중얼거렸다. -질투에 미친 남자의 모습인 거야.... 저게.... 그때였다. 에라브레가 있는 막사 쪽에 엄청난 흑기가 일며 거대한 검은 구름 같은 것 두 개가 불쑥 솟아올랐다. 주위는 거대한 바람에 나무가 뽑혀 쓰러지고 다른 막사가 솟아오르는 등 엉망이 되어 버렸 다. -뭐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먼 거리에까지 느껴지는 압도적인 힘에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 로 저으며 중얼거렸다. -저 녀석들.... 싸우는 건가? 아왈트가 도망친 후, 아르트레스는 에라브레에게로 천천히 접근했 다. -이런, 이런, 숲 속의 잠자는 공주님인가?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손을 조용히 에라브레의 이마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새끼손가락을 펼쳐, 길고 뾰족하게 기른, 머리칼 과 같은 핏빛의 손톱으로 에라브레의 미간을 찔렀다. 에라브레의 미간에 실낱같은 상처가 생기며 선홍색의 피가 한줄기 또르르 흘러내렸고, 동시에 에라브레가 번쩍 눈을 떴다. 아르트레스는 포도주 빛의 피가 묻은 장미 빛의 손톱을 입가로 가져 가 붉은 혀로 한차례 쓰다듬고는, 눈을 뜬 에라브레에게 입을 열었 다. -정신이 드셨나? 공주님. 에라브레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자 퍼뜩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몸이 나른해 또다시 침대에 쓰러졌다.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찾던 에라브레는 낯익은 붉은 머리의 여자를 발견했다. -다, 당신.... 분명히.... 3년전, 사피엘라가 아직 살아있을 때, 에라브레는 아르트레스를 본 적이 있었다. 워낙 인상적인 외모의 여자이기에 3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이 생생했다. -기억하시는군. 아르트레스는 팔짱을 끼며 곁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 요염하게 쫙빠진 다리를 꼬았다. 몸에 달라붙는 치마의 옆이 터진 덕 에 허벅지가 반쯤이나 드러났다. 에라브레는 천천히 몸을 일키며 아르트레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당신이.... 저를 구하신 건가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아르트레스는 한차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예의가 많이 좋아졌구나. 전에는 건방지게 떠들어대더니.... 에라브레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을 꺼 냈다. -왜.... 왜 저를 구하신 거죠? 아무 상관없는 저를.... 아르트레스가 에라브레의 물음에 더더욱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 었다. -왜일까? 에라브레는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 -원하는 게 있다면.... 어서 말씀하세요.... 아르트레스는 에라브레의 말을 들으며 굽높은 구두를 신은 발을 까 딱거리고 있었다. -원하는 것이라.... 그럼, 란테르트 님을 잊어라. 아르트레스는 천천히,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는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그게?.... 아직도 그를 노리는 것입니까?..... 아니 그보다.... 잊 고 싶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르트레스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잊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잊게 해주겠다.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하고는 팔짱을 풀며 왼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어느 샌가 검정색의 알약이 하나 올려져 있었 다. -이것만 먹으면, 그에 대한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 전혀 고통스럽지 도 않을 것이고.... 부작용 같은 것도 없다. 다만, 너의 기억에서 너 를 괴롭히는 모든 번뇌만이 사라질 뿐이다. 에라브레는 잠시 아르트레스의 손에 놓여있는 알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그를 죽여서.... 언니의 복수를..... 아르트레스가 차게 내뱉었다. -아직도 그 헛소리인가? 도대체 그분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설사 복수를 원한다 해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 나? 흑염기사님이 곁에 계시는 란테르트 님을, 네가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에라브레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잠시 머뭇거렸고, 아르트레스는 한층 누그러진 목소리로 에라브레를 설득했다. -잊는 것이 어떤가? 이 약을 먹은 후에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 조차 잊게된다.... 모든 복잡하고 어지러운 것은 네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너는 절대적인 평온을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사람을 죽일 필요도, 복수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된다. 좋지 않은가? 에라브레는 이 아르트레스의 말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특히, 마 지막의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에라브레는 하마 터면 손을 뻗어 약을 잡을 뻔했다. 그녀는 아직 18살이었다. 아무리 독한 마음을 먹고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마음이 병들어 가고 있 었다. 무의식 속에, 사람을 죽였다, 라는 죄책감이 쌓여가고 있는 것 이다. 잊는다.... 어찌 보면 그보다 편한 것도 없을 듯 싶었다. 란테르 트.... 그는 에라브레에게 있어서 모든 번뇌의 씨앗이었다. 가장 사 랑하는 사람이고, 또한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그를 증오할 이유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아 니, 그런 이유 같은 것은 사실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다. 비브크라니 아가 그의 손에 없다는 것 정도는 에라브레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3년전, 언니를 잃은 슬픔을 이기기 위해서, 에라브레에게는 적이 필 요했다. 에라브레는 본래 어느 곳에 머문 다거나 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었고, 그런 그녀가 앞으로 달리기 위해 적과 목표가 필요 했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적으로 삼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대상 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3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남은 것은, 붉은빛을 띄는 검 한 자루뿐이었다. 이제는 지쳐 더 이상 서있을 힘도 남아있지 않 았다. 잊는다.... 잊는 거야.... 모두를.... 에라브레는 천천히 손을 뻗어 아르트레스의 손에 올려져 있는 검정 색의 약알을 집으려 하였다. -그래.... 잊는 거야, 모두.... 란테르트 님도, 그리고 너의 슬픔들 도.... 에라브레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이 고였다. 수정만큼이나 맑게 빛나 는 눈물은 조금씩 눈가에 고이더니 끝내 방울져 볼을 타고 흘러내렸 다. 또르르, 구르는 소리가 들릴 듯한 눈물이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29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2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2 07:54 읽음:168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그때. 막, 에라브레가 알약을 잡을 무렵이었다. 돌연 막사 한쪽의 공간이 흐릿하니 일그러지더니 하나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에라브레는 이상한 기색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고, 그곳에 서 한 명의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르페오네님.... 아르트레스 역시 그 여자를 발견했는지 한차례 요사스러운 미소를 띄며 아는 척을 했다. -오, 흑염무께서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 아르페오네는 그 특유의 표정 없는 얼굴로 냉막히 입을 열었다. -약을 먹는 것, 제가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아르페오네의 말에 에라브레는 내밀던 손을 약간 움츠렸고, 아르트 레스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말했다. -왜지? 나를 방해하려는 것인가? 아르페오네는 아르트레스를 한차례 바라본 후, 에라브레를 향해 입 을 열었다. -계약의 대가, 이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르페오네의 말에 에라브레는 무거운 짐을 덜게 되었다는 듯한 표 정을 지으며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란테르트 님을, 이카르트 님에게서 때어 놓으십시오. 어떤 방법을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두분의 유대를 끊는 것입니다. 아르페오네의 말에 에라브레도, 아르트레스도 크게 놀라 입을 다물 지 못하였다. -그, 그게....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렸고, 아르트레스는 불같이 노하며 외쳤 다. -그게 무슨 뜻인가? 유대를 끊는다니.... 란테르트 님에게 무슨 짓 을 하려는 거야? 아르페오네는 아르트레스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은 채 에라브레에게 말했다. -이게 제가 당신에게 계약의 대가로 요구하는 것입니다. 에라브레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를.... 죽이면 되는 것이지요? 아르페오네는 답하지 않았고, 아르트레스가 그런 그녀의 멱살을 움 켜지며 외쳤다. -건방지구나. 감히 아르카이제 님의 뜻을 어기려는 것이냐? 아르페오네는 아르트레스에게 멱살을 잡힌 상태로 별다른 동요 없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인간을 감싸는 것입니까, 흑염패님? 누구보다 가장 앞에서 인간들 과 싸워야 할 흑염패 님께서, 지금 인간을 감싸는 것입니까? 아르트레스는 이런 아르페오네의 말에 순간 움찔 했으나, 막무가내 로 외쳤다. -시끄럽다. 란테르트 님만은 다르다. 보통 인간들과는.... 게다가 그분은 아르카이제 님의 친구 시다. 아르페오네는 그런 아르트레스를 향해 조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더 진지해 지시는 편이 좋습니다. 아르페오네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멱살을 잡았던 손을 놓으며 신경질 적으로 아르페오네를 밀쳤다. -네 그 웃음 기분 나빠.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소리쳤고, 아르페오네는 곧바로 입가의 미소를 지웠다. -우리들에게, 란테르트 님만큼 강한 인간은 매우 위협적입니다. 만 약 그가 우리에게 검을 들이댄다면.... 저희 이하의 개체들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합니다. 아르페오네의 투명한 듯한 흰빛에 가까운 푸른 눈동자가 묘하게 반 짝였고, 아르트레스는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음, 하는 나직한 신음을 내뱉었다. -우리 외의 강한 존재, 그리고 강해질 존재를 제거하는 것, 그것이 흑염패 님의 임무 아니었던가요? 아르페오네의 이 말에 아르트레스가 외쳤다. -시끄럽다. 네가 나를 조롱하는 것이냐?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외치며 힘을 한차례 방출했고, 세찬 바람이 막 사 안을 휘감았다. 에라브레는 누워있던 침대가 엎어져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버렸고, 어지간한 물건들은 모두 날리거나 쓰러져 버렸다. 하지만, 아르페오 네는 한 올의 머리카락도 흔들리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르트레스는 아르페오네에게 조금의 손상도 주지 못하자 더더욱 화 를 내며 소리쳤다. -감히 나와 맞서겠다는 것이야? 아르페오네는 그런 아르트레스를 향해 한차례 여린 미소를 지어 보 였다. 그리고는 엷은 분홍빛의 입술을 조그맣게 달싹였다. -원하신다면요. 아르페오네의 대답에 아르트레스는 한차례 냉소를 터트린 후, 돌연 엄청난 흑기를 방출했다. 검정색의 이글거리는 듯한 기운으로 몸주위 를 둘러싸며 거의 30여 휴리하(1 휴리하= 약 1 미터)나 공중으로 치 솟아 올랐다. 그 흑기는 전체적으로 어떤 형체를 이룬 듯 했다. 그리고, 아르페오네도 뒤따라 흑기를 방출했다. 아르트레스와 거의 크기가 비슷했으나, 모양은 조금 달랐다. 아르페오네와 아르트레스의 인간형 몸은 반쯤 공중으로 떠올라 있었 다. 눈은 빛을 잃었고, 몸은 상체가 뒤로 젖혀진 채 굳어 있었다. -이 세상에서 본체를 들어낸 것도 오래간 만이군. 아르트레스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나직이 웅웅거렸고, 아르페오네 가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그렇습니까? 둘은 단합에 승부를 낼 생각이었기에, 무리해서 본체를 이끌어 낸 것이었다. 빛조차 빨아들일 듯한 먹빛의 덩어리가, 환영처럼 끊임없이 일렁이 며 거대히 솟아 있는 이 모습에, 막사에 머물고 있던 6천명 가까운 병사들은 일제히 쏟아져 나와 그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고, 로위크 니나 역시 이 변괴에 크게 당황하며 그 둘의 모습을 멍청히 바라보았 다. 잠시 후, 두 개의 흑기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흡사 가지를 뻗듯 수 십여 갈래로 나뉘며 그 두 마족은 단지 가벼운 접촉만을 가졌으나, 주위에 미친 영향은 가볍지 않았다. 둘이 부딪힌 순간, 흑색의 번개가 주위에 작렬했고, 공간이 살짝 일 그러지며 그곳에 위치했던 모든 물체가 으스러져 버렸다. 그리고 직 후에 쏟아져 나온 엄청난 바람에 막사의 절반이 무너져 버렸고, 비교 적 가까운 곳에서 그 둘을 지켜보던 수백 명의 병사가 비명 한차례 질러보지 못한 채 으스러져 버렸다. 에라브레는 바로 곁에서 그 무시무시한 장면을 지켜보았는데, 다행 히 아르에가 에라브레의 어깨에 앉은 채로 엔클레이브를 쳐주어 조그 마한 상처 하나도 입지 않을 수 있었다. 비록 아르에가 아르페오네나 아르트레스에 비해서는 훨씬 하급의 마족이었으나, 그의 힘이 약한 편은 결코 아니었다. 아르에는 그 둘의 힘을 막아낼 수는 없어도, 이 런 식으로 퍼져 나오는 충격파 정도는 막을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한차례 격돌했던 그 둘은 이내 다시 사람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리 고, 에라브레는 그 둘의 표정을 보자마자 승패를 알 수 있었다. 아르페오네가 조금의 동요도 없는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 였는데 반 해, 아르트레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멍히 있었다. -이럴 리가.... 네가?.... 우리 셋중 가장 강한 것은 나야.... 아르페오네가 살짝 미소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아르트레스의 말 을 받았다. -우리 세 개체의 힘은 완전히 같습니다. 아르카이제 님은 공평하신 분이니까요. 아르트레스가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럴 리가.... 아르르망 그 녀석은 나보다 훨씬 약했어.... 아르페오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와 아르트레스 님의 차이는 힘을 운 용하는 법을 생각해 보았는가와 그렇지 않은가 뿐입니다. 기술, 이라 고 불러야 겠지요. 아마.... 아르페오네는 이렇게 말한 후, 곁에서 입을 벌린 채 넋을 잃은 에라 브레를 향해 말했다. -그분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그분을 죽이십시오. 그것 이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일입니다. 아르페오네는 이렇게 말하며 그녀의 수하인 아르에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잠깐, 기다려. 아르트레스는 사라져가는 아르페오네를 향해 이렇게 외치며 아르페 오네를 따라 모습을 감추었다. 에라브레는 얼이 다빠져 멍청이 서서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 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카르트와 란테르트가 이곳에 도착한 것은 아르페오네와 아르트레 스가 모습을 감춘 직후였다. 그리고, 모라이티나도 막 마을에서 돌아 와서는 란테르트 등과 합류했다. -뭐예요?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아니, 그보다 갑자기 둘이서 사 라져 버리면 날더러 어쩌라는 거에욧? 찾는데 한참 걸렸잖아요. 모라이티나는 두 사람을 보자마자 이렇게 소리쳤고, 이카르트는 웃 으며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 -어쩌겠어? 내 마법력으로는, 란테르트 한 명을 데리고 워프하는 것 도 벅차. 완전한 거짓말이었다. 실은, 아왈트를 처리하는 문제가, 모라이티나 가 끼여들 만한 것이 아니었기에 일부로 마을에 두고 둘만 이렇게 온 것이었다. -그래도....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이 말에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카르트가 그런 모라이티나에게 쐐기를 박았다. -그러길레 그냥 마을에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잖아. 괜히 혼자 찾아 나와서는 누구한테 큰소리야? 이카르트의 적반하장격의 큰소리에 모라이티나는 주눅이 들어 조그 맣게 중얼거렸다. -큰소리 같은 건 아니에요, 뭐.... 그보다 어떻게 된거에요? 멀리서 보니까 검은 덩어리 둘이 한 번 붙었다 떨어지던데.... 란테르트 역시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는 것이 궁금하다는 표정이었고, 이카르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아이들중 둘이 다퉜나봐. 란테르트가 곧바로 물었다. -아이들?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대꾸했다. -그래.... 아르페오네와 아르트레스 두 아이 말이야. 모라이티나가 굉장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와, 이제 이곳은 유적이 되겠어요. 희대의 거마 둘이 힘을 겨루었 던 장소로....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카르트에게 물었다. -이유가 뭐지?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가 그 둘을 만들었다고 해서, 그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게다가, 아르페오네 그 아이의 마음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어서....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주저앉 아 있는 에라브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접근하는 금발의 여자도. 넋을 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에라브레를 향해 로위크니나가 접 근했다. 마족으로 추정되는 그 괴상한 흑기의 근원지도 바로 에라브 레가 있던 막사였고, 또, 그 마족인 듯한 두 여자가 에라브레와 무슨 이야기를 한 듯 싶었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녀가 말할 때, 그녀는 결코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 곳 없어요? 멍하니 앉아있는 에라브레를 향해 로위크니나는 이렇게 물었다. 목 소리에 걱정이 그득 담겨있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그녀의 목소리에 돌연 울음을 터트리며 로위크니나에게 안겼다. -싫어요.... 이런 것.... 난 왜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거에요?.....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이 돌연한 행동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몸을 뒤로 피하려 했으나, 이내 얼굴을 온화하게 바꾸며 그녀를 받았 다. -무슨 일인가요? 혹시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 에라브레는 로위크니나의 가슴에 안긴 채 고개를 도리질 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동안을 울던 에라브레는 어느 정도 진 정이 되자 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로위크니나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옷이 더러워 졌군요.... 로위크니나의 밝은 하늘색 로브의 앞자락이 에라브레의 얼굴과 몸에 서 묻은 먼지로 더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색을 하며 그런 에라브레의 사과를 물렸다. -무슨 소리예요? 이까짓 옷 따위가 더러워 지는게 뭐 그리 중요하다 고.... 그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마족 들이었나요?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하지만, 자세한 것은 지금은 말씀 드릴 수 없어요. 다 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로위크니나는 내심으로는 약간 불만족스러웠으나, 밝고 부드러운 미 소를 짓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군요.... 에라브레와 로위크니나 사이에 서먹한 고요가 깃들었고, 그것은 로 위크니나의 말에 의해 깨어져 버렸다. -우선 쉬세요.... 그리고.... 오늘 저녁을 함께 하고 싶은데요. 에라브레는 그녀의 말에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 ---------------------------------------------------------------- 호호호.... 아니, 흑흑흑.... 다음주면 시험인데.... 어찌되려나.... 핑숭핑숭 놀며 시험 걱정하는 바보수룡 아그라가.... 추신-이 SF 란의 주제가는.... 잔혹한 독자의 테제로.... 글장이여 공장이 되어라!!!! (그래도 독촉은 즐겁죠!!!! 오호호.... 때려줘요 누님?)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34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3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3 05:47 읽음:170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8. 배반. 저녁. 4월도 거의 끝나가 26일 이었다. 블루리오우스즈 네스트를 점거한 듀 라드 레모노의 반란군은 만 하루가 지난 지금가지도 그 다음의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노마티아의 원군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 이다. 그 레모노 반란군의 머리라 할 수 있는 것은 한 여성이었다. 지금, 에라브레와 저녁을 함께 하고 있는, 금발과 부드러운 외모의 소유자. -귀족 출신 이시군요. 꽤나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을, 숙련된 손동작으로 차분히 먹고 있는 에라브레를 바라보며 로위크니나가 이렇게 말했다. 평소 에라브레가 풍기던 냉막한 용병의 분위기는, 그녀가 갑옷을 벗어 던짐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고, 어느 샌가 에라브레는 품위 있는 귀족의 아가씨가 되 어 있었다.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살짝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입에 있던 음식을 삼킨 후 간단히, 그리고 조용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위다의 자작 가문 출신입니다. -오, 그렇군요. 무관 출신인가요?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포크와 나이프를 접시 위에 조심히 내려놓으며 대꾸했다. -아닙니다. 문관 출신입니다. -검은.... 누구한테 배운 거지요? 솜씨가 아주 뛰어나던데....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입을 열었다. -한 남자에게서 입니다.... 그에게 몇 달간 기초를 배웠고.... 그 이 후에는 거의 혼자 익히다시피 했습니다. -아.... 겨우 몇 개월 동안 배운 것으로.... 그가 누구지요?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숙인 채 답하지 않았다.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기색이 약간 이상하자, 이내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보다, 낮에 있던 일.... 그리고, 그 아왈트인가 하는 남자, 어떻 게 된 것입니까?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하지 않았다. 아왈트의 일은 생각하기도 싫었고, 아르페오네나 아르트레스 의 일은 이야기 할 거리가 못되었다. -모두 비밀이군요.... 하긴.... 사람에게는 누구나 나름대로의 비밀 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로위크니나는 약간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것이 바로 로위크니나와 아왈트의 차이였다. 만약 아왈트라면 여기서, 동료 라는 것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에라브레에게 말을 할 것을 종용했 을 것이다. 하지만, 로위크니나라는 여자는 포기할 것에 있어서는 재 빨리 포기하면서 뒤에 여운을 남겨 상대가 스스로 말하기를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에라브레는 순진했다. -아왈트라는 남자.... 제게서 비브크라니아를 받아낼 수 없을 것 같 자.... 배반하고 떠나버렸습니다. 그리고, 두 마족은.... 당신이 알고 있는 그 보라색 머리칼의 마족의 수하입니다. 전 지금 그 둘중 한 명 과 계약 상태예요. 이 이상은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모든 것은 제 복수.... 그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잠시동안 둘의 대화가 끊긴 채 딸그락거리는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만 이 로위크니나의 막사 안에 울렸다. -저.... 아닙니다.... 로위크니나는 돌연 무슨 이야기를 하려다 이렇게 입을 다물어 버렸 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에라브레는 그런 로위크니나의 행동에 이렇게 물었고,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닙니다. 차마....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라서.... 로위크니나의 이 말은 더더욱 에라브레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단 말씀해 보세요. 에라브레의 말에 로위크니나는 잠시 고개를 가로젓다가 천천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전쟁.... 왜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고, 로위크니나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레냐.... 파모로아력 310년.... 당시의 황제가 암살 당하면서, 각 대륙의 제후들은 각자 자신의 성을 따 나라를 세웠습니다. 이곳 레냐 도, 당신의 위다도 모두 그렇게 세워진 나라들이지요. 350년 전의 일 입니다. 에라브레는 갑자기 뜸금없이 내뱉는 로위크니나의 역사학 강론에 눈 을 멀거니 뜬 채 듣고만 있었다. -요 50년간, 점점 전쟁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높은 세율에 상인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국민들의 고통 또한 심해지고 있습니다. 로위크니나의 이 말에 에라브레의 표정에 냉소의 빛이 스쳤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군요. 그렇게 어려운 것.... 저는 잘 모릅니 다.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표정이 변하자 잘못 짚었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돌렸다. -역시 그만두기로 하겠습니다. 에라브레는 로위크니나의 표정에 실망이 스치자 순간 실수했다는 생 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그런 뜻이.... 말씀해 보세요.... 아무래도 제 도움이 필 요한 것 같은데요.... 에라브레는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로위크니나만큼 다른 사람의 마음 을 읽는 것에 능하지는 않았으나, 로위크니나가 반쯤 과장시켜 지어 보이는 표정이 의미하는 바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편이 되어 주십시오. 조금전, 빙빙 돌려 한 말에 에라브레가 거부반응을 보이자 로위크니 나는 방법을 바꿔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전 당신의 편입니다. 로위크니나는 엷은, 그리고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어제.... 사실, 당신의 실력.... 전에는 별 것 아니라 생각했습니 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자가.... 그리고 어려 보이는 여자가 강하리 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까요. 로위크니나의 말에 에라브레는 볼이 발그레해 지며 환한 미소를 띄었 다. 같은 아름답다는 말인데도, 아왈트에게서 들을 때와는 확실히 달 랐다. 로위크니나는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에 한차례 웃으며 계속해 입을 열 었다. -하지만, 당신은 강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어떤 마검사보다도, 검 술과 마법 양쪽에 능통합니다. 네 가지나 되는 정령계 공격 마법을 사 용하는 마검사.... 저조차도 공격계 마법은 겨우 한 개의 정령계 마법 밖에 익히니 못했는데.... 에라브레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로위크니나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저는 술사에요. 그것도, 회복계 마법이나 방어계 마법은 전 혀 익히지 않은.... 모두를 정념계 까지 익힌, 대현자인 당신과는 다 르지요.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지만, 저는 마법사이고, 당신은 마검사입니다. 아무튼.... 그런 당신이 그 아왈트라는 사람과 저, 이렇게 두 사람이나 되는 동료 를 대리고 죽이려던 남자.... 분명 당신보다 강하겠죠? 로위크니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아왈트.... 그 남자의 검술은 저보다 한 참 위이지요.... 제가 마법까지 사용해야 간신히 상대할 수 있는 남자 입니다. 그런데.... 상대는 그런 그조차 옷자락 하나 건드릴 수 없는 남자입니다. 저와 계약한 그 마족의 말에 의하면 모든 인간들중 두 번 째로 강하다고 합니다. 로위크니나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내뱉듯 중얼거렸다. -모든 인간중 두 번째라.... 에라브레는 그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로위크니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 고개를 들며 에라브레에게 말했다. -그래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강한 사람, 제가 돕는다고 해 서 이길 수 는 없습니다. 차라리, 더 큰 세력에 의지하는 편이 어떻습 니까?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홀로 몇천이나 되는 병사들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인간인 이상 지칠 테니까요. 로위크니나의 말에 에라브레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만.... 로위크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하는 일이 성공하면.... 저희의 총 대장이신 듀라드 님이 이 레냐의 왕이 되십니다. 그분께 말씀드려 군사를 움직이겠습니다. 에라브레는 로위크니나의 말에 돌연 눈이 반짝였다. -그런 뜻이셨군요. 한마디로, 이 전쟁에서 승리하도록 도와달란 말씀 아닙니까? 로위크니나는 한차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샌가 그녀의 입가 에서는 미소가 사라졌다. 에라브레는 조금도 더 생각해 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어차피 그러려고 했으니까요.... 당신을 도우려고.... 했 었으니까요.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대답에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에 라브레는 곧바로 물었다. -제가 할 일이 뭐죠? -아, 그건.... 사실 저희 군중에는 당신만큼 뛰어난 전사가 없습니 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한가지 계획을 실행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로위크니나의 말에 에라브레가 다그치듯 물었다. -뭐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드리겠습니다. 로위크니나는 에라브레의 대답에 희색을 띄었다. -어려운 일이지만.... 당신이라면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름 아 닌.... 위카성에 움츠리고 있는 레냐의 현 왕을 암살해 주십시오. 에라브레는 로위크니나의 말에 안색이 조금 변했다. -그런.... 왕을 암살하라니요.... 제 실력으로는.... 왕궁 친위대가 대여섯 명만 덤벼들어도.... 저는 당해낼 자신 없습니다. 로위크니나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양군이 대치상태여서, 상 대편에서는 모든 군을 빼 이쪽으로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왕 성은 거의 텅텅 비어 있을 것이고, 몰래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면, 단 한차례의 싸움도 없이 왕을 해치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 약 힘들게 된 것 같으면 지체없이 포기하고 돌아오면 되지 않습니까? 에라브레는 로위크니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 같군요.... 세세한 계획을 세워 주십시오. 하겠습니 다. 에라브레는 지나치게 서둔다 싶을 정도로 로위크니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로위크니나 역시 의외라는 표정으로 에라브레를 바라보았 다. -그,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설사 실패 한다 하더라도.... 아무일 없도록 해 드릴 테니까요. 로위크니나의 이 말에 에라브레는 한차례 끄덕였다. -그래요.... 전 로위크니나 님을 믿으니까요. 에라브레의 표정에는 어색한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이런데도 끼여들지 않겠다는 거야? 이카르트의 차가운 목소리. 에라브레와 로위크니나가 식사를 하며 나눈 대화를 들은 직후의 반응 이었다. 이카르트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여, 에라브레 근처의 한 지점의 공 간을 자신들 바로 곁의 공간과 연결 시켰다. 즉, 곡간을 왜곡시켜 떨 어진 두 지점을 하나로 연결한 것이다. 그 덕에 에라브레와 로위크니 나가 한 말은 너무나도 똑똑히 란테르트 등이 있는 곳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내가 끼여들게 되면.... 그녀는 결코 행복해 질 수 없을 꺼야....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너의 완벽한 착각이야. 그녀는 차라리 네가 자신을 붙잡아 주 길 바라고 있어. 처음 너를 찔렀을 때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단 말이 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너를 증오하게 된 근본적인 불신이 오 해였다는 것을 듣게 됐잖아. -그렇다고 그것이 내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도 좋다는 뜻은 아니 야.... 란테르트의 이 태도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정말 우유부단이군.... 생각이 너무 많아. 일단 부딪히고 보란 말이 야.... 지금.... 저렇게 그녀가 이용당하고 있는 게, 넌 괜찮다는 거 야?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내가 당장 앞에 나서서, 라브에, 지금 이용당하고 있으니까 그녀를 도와주지 마, 라고 말한다면 라브에가 믿을 것 같아? -그렇기는 해.... 그렇지만.... 반역사건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아무리 나이고, 너지만 그녀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어. 그녀 가 잘못되고 난 후에는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한차례 한숨을 내 쉬었다. -복잡해.... 너무 복잡해.... -아니, 복잡하지 않아.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을 뿐이었다. ---------------------------------------------------------------- 허거걱.... 700!!!! 첫째장 조회수가 700...... 이런일이 오리라고는..... 정말 정말 스페샤류 절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두에게 감사!!!! 감사!!!! (엇, 이렇게 되면....시험은..... 흑흑..... ^^;;;) 아무튼 즈, 즐거우,운 통신.... 되시길...... 기뻐 버벅대는 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39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4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4 00:19 읽음:163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늦은 밤, 에라브레는 로위크니나와의 저녁을 마친 후, 새로 배당된 자신의 막사로 돌아왔다. 짐들중 몇 가지가 아르트레스와 아르페오네 의 싸움으로 유실되었으나, 별달리 중요한 것들은 없었다. 에라브레는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침대에 몸을 뉘인 채 천장을 바라 보고 있었다. 워낙 엉성한 막사였기에, 틈틈이 별빛이 새어 들어왔다. -언니와는 달라.... 그녀는.... 언니라면, 결코 내게 힘든 일을 시키 지 않아....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기댈 수는 있으니까.... 기댈 수는.... 에라브레는 한차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느 샌가 눈 에 눈물이 고였다. -어서.... 어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이제.... -그렇다면, 끝내도록 하십시오. 돌연 곁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에라브레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그 때문에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한 방울 볼을 타고 흘렀다. 에라브레는 볼에 묻은 물기를 손으로 닦아내며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다, 당신.... 에라브레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가 한명 서 있 었다. 이카르트, 바로 그였다. -무슨 일로.... 에라브레는 몸이 얼어붙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확실히, 당신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군요. 이카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는 답하지 않은 채 이렇게 말했고, 에라 브레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군요.... 이카르트는 에라브레의 이 말에 미소지으며 에라브레에게 다가섰다. -무, 무슨.... 에라브레는 한 걸음 한 걸음 접근하는 이카르트에게 알 수 없는 두려 움을 느끼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카르트는 바로 에라브레 곁에 다가 서서는 손을 뻗어 에라브레의 턱을 살짝 쥐었다. -제 부탁 한가지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에라브레는 턱에 와 닿는 이카르트의 차가운 손에 자신도 모르게 몸 이 떨려왔다. -무슨 부탁을.... 전 지금 계약에 묶여있는 몸입니다. 이카르트는 그런 에라브레를 향해 살짝 미소지어 보이며 턱을 놔주었 다. -로위크니나인가 하는 여자가 부탁한 일, 거절하십시오. 이카르트가 이렇게 말하자, 에라브레는 재빨리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말도 안돼는.... 그녀와 이미 약속했어요. -거절하십시오.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이카르트의 이 말에 에라브레가 돌연 차게 외쳤다. -그가 보내서 온 것인가요? 당신 그와 무슨 관계죠? 계약인가요? 이카르트가 그녀의 말에 살짝 웃었다. -그에게서, 당신에 대한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언 니에 대한 이야기도.... 그래서인지 왠지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군요. 자신의 물음에는 답하지 않은 채 말을 돌리는 이카르트를 향해 에라 브레가 다시 외쳤다. -그에게 돌아가 전해 주십시오. 죽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라 고. 에라브레의 말에 이카르트가 차게 웃었다. 그리고는 나지막이 중얼거 리듯 말했다. -어리광, 그 정도면 족합니다. 이카르트의 이 짤막한 말 한마디에 에라브레는 순간 흠칫했다. 비록, 소리를 지르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으나, 그녀가 지금까지 들어온 말 중 가장 섬뜩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 무슨.... -그는 지금 제가 여기 왔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리고 그와 저의 관 계는, 현재는 친구입니다. 그 이상의 접근은 현재로선 포기, 이지요. 이카르트의 약간은 장난기 섞인 듯한 이 말에 에라브레는 적지 않은 혼란을 느꼈다. 사실, 그 혼란은 그의 말의 내용 때문이라기 보다는, 하고 싶은 아무렇게나 툭툭 내뱉는 그의 화법 때문이었다. -어떻게.... 당신 정도의 마족이.... 친구라니요.... 게다가.... 그 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저를 찾아 온 것입니까? -방금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더 이상 어리광 부리지 말라고.... 에라브레가 발끈했다. -당신이 보기에는 어리광일지 모르지만.... 제게 있어서는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이카르트가 차게 웃었다. -목숨을 건 어리광도 있으니까요.... 한가지 묻고 싶군요. 란테르트, 그를 죽이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주저 않고 답했다. -물론, 그 때문에 우리 언니가 죽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보다, 그를 죽이려는 이유가 무어 냔 말입니다. 그를 죽였을 때 당신에게 어떤 이익 되는 바라도 있습니 까? 에라브레가 답했다. -이유라니요? 복수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 아닙니까? 단지.... 언니를 죽였고.... 그렇기에 그를 죽이려는 것뿐입니다. 이카르트가 물었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이 그를 죽인다면, 당신은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이카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에요. 제 모든 불행의 씨앗인 그를 제거하면.... 저는 다시 행복해 질 수 있어요.... 옛날처럼.... -그렇다면, 날 죽여. 돌연 막사 입구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에라브레와 이카 르트 둘 모두 크게 놀라며 고개를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향하였다. -다, 당신.... 에라브레는 그 파란색 머리칼의 남자를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이 카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도대체.... 너는.... 란테르트는 그런 이카르트에게 한차례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허리에 차고있던 검을 풀어 에라브레에게 건네주었다. -피엘의.... 그녀가 사준 검이야.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한 후, 가슴 부분을 받히고 있던 얄따란 갑옷을 벗었다. 속에는 갑옷 안에 받쳐입는 얇은 면옷 뿐이었다. 곧바로 란테 르트는 심장부위로 손을 가져가 옷을 찢어냈다. 그러자, 그의 상처투 성이인 가슴이 희미한 촛불 아래 드러났다. -원한다면.... 그리고 네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란테르트는 평화로이 미소지으며 에라브레를 향해 이렇게 말했고, 에 라브레는 란테르트가 건네준 장검을 손에 든 채 멍하니 있었다. 이 돌 연한 상황에 에라브레의 손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위선자.... 당신, 내가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거지? 곁에 이렇게 무서운 마족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을 찔러? 에라브레는 이카르트를 한차례 흘끔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 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카르트에게 말했다. -이카르트....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 알고 있겠지?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알고싶지 않군.... 하지만, 너의 뜻을 거스르는 짓은 하지 않아.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살짝 미소지어 보이며 말했다. -고맙다.... 이내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라브에.... 나를 증오해도, 나를 원망해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 피엘과.... 난 피엘과 약속했어.... 너를 행복하게 해 주기로.... 너 를 즐겁게 해 주기로.... 그리고 널 보호해 주기로.... 그 약속, 난 반드시 지킬 거야.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흥, 하는 코웃음을 쳤다. -유치하군. 그런 식으로 말하면 내가 당신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말하는 에라브레의 목소리는, 지나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에게 한차례 웃어 보였다. -여전히 예쁘구나.... 막무가내인 성격도 여전하고....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천천히 검 을 뽑아 들었고, 란테르트는 여전 입가에 미소를 띈 채 에라브레의 행 동 하나 하나를 지켜보았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검을 뽑아든채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잠깐. 정말 그를 죽이려는 거야? 돌연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모라이티나가 막사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그는 너만을 생각하고.... 너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데.... 넌 어 째서 이렇게까지 그를 증오하는 거야?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에게 달려들며 이렇게 외쳤고, 에라브레는 모 라이티나의 돌연한 등장에 조금 놀라 한 걸음 두걸음, 뒷걸음질을 쳤 다. 란테르트가 그런 에라브레를 막으며 모라이티나의 앞에 섰다. -그만둬. 모라이티나. 모라이티나는 가슴이 반쯤 드러난 란테르트를 향해 외쳤다. -바보 같은 사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거에욧?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 모두 잊은 거예요? 당신이 죽는다고 저 여자가 즐거워 할 리 없잖아요. 더더욱 그녀를 고통스럽게 할뿐이에요. 란테르트의 뒤쪽에 있던 에라브레가 모라이티나의 말에 냉소를 터트 리며 외쳤다. -내 마음을 어떻게 알지? 난.... 난 그를 죽일 꺼야. 그렇게 되 면.... 난 행복해 질꺼고.... 모라이티나가 그녀의 말에 외쳤다. -바보 같은 소리 그만둬.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데, 어떻게 행복해 질 수가 있어? 에라브레가 모라이티나의 말에 발끈하여 외쳤다.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거야? 난 그를 증오해. 그가 살아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불쾌해. 어서 죽여버리고 싶어. 란테르트를 사이에 두고 두 여자의 말싸움이 더더욱 치열해져 갔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가 너를 위해 해준 일이 얼마인데? 너를 위해 1천만 하르라는 돈을 그 아반트 가르트라는 용병단에서 벌었어. 게다 가,.... 돌연 란테르트가 모라이티나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모라이티나 그만 둬. 모라이티나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란테르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며 외쳤다. -그만 둬야 할 것은 에라브레 에요. 도대체 당신이 무얼 잘못했다는 거예요?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에게서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카르트를 향해 눈짓을 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모라이티나의 뒤로 접근했다. 그리고는 한차례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왜요?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자 몸을 돌리며 이렇 게 물었고, 동시에 복부에 커다란 통증을 느끼며 정신이 아물 해짐을 느꼈다. -나는.... 그녀는....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주먹에 배를 얻어맞고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기절했고, 란테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에게 고개를 한차례 숙여 보였 다. -미안. 모라이티나. 란테르트는 곧바로 몸을 돌려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가며 맨살이 드러난 가슴을 내밀었다. -됐어.... 이제 말은 필요 없어.... 내가.... 네 불행의 씨앗이 고.... 내가 살아있는 것이 불쾌하다면.... 나를 죽여. 에라브레는 그의 말에 검을 가로로 들어 그의 가슴을 겨누었다. 그러 나, 앞으로 내밀지는 못하겠는 듯, 검끝이 바들바들 떨리고만 있었다.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에 란테르트가 한차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 다. -라브에.... 두려워 할 것 없어.... 하지만, 에라브레는 여전 손에 들고 있는 란테르트의 장검을 앞으로 내밀지 못하였다. 한뼘, 겨우 장검의 끝과 란테르트의 심장 사이는 한 뼘에 불과했으나, 에라브레는 그 한 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란테르트가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물었 다. -라브에.... 정말인 거니? 내가 죽으면.... 네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거니? 에라브레는 그의 물음에 한차례 차게 대꾸했다. -물론이야. -그래?.... 란테르트는 그녀의 대답에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제는 됐다 는 듯한, 몹시도 편안한 미소였다. 그리고는 몸을 앞으로 빠르게 검쪽으로 밀었다. -앗.... 에라브레와 이카르트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렇게 소리쳤고, 에 라브레는 황급히 검을 옆으로 치웠다. 검을 들고 있던 그녀로써도, 곁 에서 기절한 모라이티나를 부축하고 있던 이카르트도 그가 몸을 검으 로 던질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푸욱,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의 가슴에 검이 깊숙이 박 혔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향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의 떨리는 손 은 그대로 에라브레의 어깨를 잡아 품으로 끌어당겼고, 그 덕에 검은 더더욱 가슴 깊이 박혀 버렸다. 에라브레는 눈을 크게 뜬 채 몸이 굳어 버렸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 린 듯, 할 말도 떠오르지 않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은 듯, 온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등뒤로 삐져나온 검을 냉랭한 표정으로 노려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의외로 덤덤했다. -라브에.... 행복.... 해야해.... 누구보다도.... 나와, 피엘의 몫을 합쳐서.... 행복해 지는 거야.... 란테르트는 점점 몸에 힘이 빠져나감을 느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에라브레의 어깨에 미친 듯이 피를 토하며 그녀에게 서서히 몸을 기댔다. 죽었는지, 아니면 충격으로 기절을 했는지는 지금으로써 는 알 수 없었다. 에라브레는 그런 란테르트의 모습을 눈을 크게 뜬 채 멍청하게 쳐다 보았다. ----------------------------------------------------------------- 활극 #2 괜찮겠죠.... 란테르트는 건강하니까.... 후후.... 이로써, 각혈하는 남자주인공 완성!!! 역시 난 사무라이에서 유쿄를 좋아하던가?.... ^^;; 허걱, 그러고 보니 파란 머리까지.... (절대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 ^^;;) 이제 발도술만 집어 넣으면.... ㅠ_ㅠ;;; 아, 사사메유키도.... (그만 해야지.... 재미없다.... ㅠ.ㅠ;;;) 헛소리로 후기채운 머리나쁜 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47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5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5 05:49 읽음:161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다, 당신....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가슴에 박힌 검을 쥐고 있는 손을 황급히 놓 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손은 어느새, 란테르트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에 흥건한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의 이마에 손을 한차례 가져가더니, 모라이티 나를 땅에 내려놓으며 란테르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에라브 레에게서 빼앗듯이 란테르트를 당기며 가슴에 박힌 칼을 뽑아냈다. 이 카르트는 곧바로 손을 란테르트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란테르트의 가슴은 그의 손이 닿자 파랗게 질리며 피가 급속도로 멎 기 시작했다. 아마도 피부를 차갑게 해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응고시 킨 모양이었다. 이카르트는 기절해 버린 란테르트를 에라브레의 침대에 눕혔다. 붉은 색의 피가 뚝뚝 흐르는 그의 검은 곁에다 가만히 세워둔 채로였다.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가 이마에 손을 한차례 대자 기절상태에서 깨 어났다. -앗.... 아야.... 모라이티나는 깨어나며 자신의 배로 손을 가져갔다. 이카르트에게 맞 은 통증이 여전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거친 숨을 내쉬며 통증 을 호소하는 것도 잠시, 모라이티나는 조금전의 상황을 생각해 내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앗.... 이럴 수가.... 모라이티나는 침대에 붉어져 버린 채 쓰러져 있는 란테르트를 발견하 고는 이렇게 소리쳤고, 이내 에라브레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 어떻게.... 어떻게 그를 찌를 수가.... 당신 그러고도 사 람이야? 하지만, 에라브레는 들리지도 않는 듯, 풀린 눈동자로 처음 그 자리 에 서 있었다. 손은 엉거주춤 앞으로 내민 채였는데, 핏방울이 똑똑 바닥으로 떨어지는데도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이카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만하고 어서 와 치료나 해. 죽지 않았어. 모라이티나는 이 이카르트의 말에 얼굴에 약간의 희색을 띄며 란테르 트에게 달리듯 다가갔다. -이런.... 저번보다 훨씬 않좋아요.... 심장에 가까운데다가.... 상 처의 크기도.... 모라이티나는 상처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고, 이카 르트 역시 그리 쾌치 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이카르트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대꾸조차 않은 채 모라이티나는 정령 들의 신성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카르트는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서 팔짱을 낀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모라이티나 에게 상황을 설명하듯 한마디했다. -그가.... 검으로 달려들었어.... 에라브레가 검을 밖으로 향하지 않 았더라면, 심장을 찔렸을 꺼야. 모라이티나가 그의 말에, 아, 하는 탄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돌려 에 라브레를 바라보았다. 여전 넋을 잃은 채 멍청히 서 있었다. 담갈색의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한없이 먼곳을 응시하고 있었고, 몸은 석화 주문에라도 걸린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에라브레가.... 이상해요. 모라이티나는 여전 란테르트의 가슴에 마법의 기운을 쏟아 넣으며 이 렇게 중얼거렸고, 이카르트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에라브레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에라브레는 이카르트의 접근조차도 느끼지 못하였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에라브레의 어깨를 건드렸다. 그러자 그녀는 돌연 눈에 빛이 돌며 외쳤다 -싫어..... 그녀의 목소리는 밤하늘을 날카롭게 찢었고, 한차례 소리를 지른 에 라브레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를 한차례 바라보고는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이런, 이런.... 한편, 이 에라브레의 커다란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리 가 없었다. 근처 막사의 병사들 몇몇이 뛰어나와 에라브레의 막사 입 구로 다가왔고, 로위크니나 역시 에라브레의 비명소리에 황급히 자신 의 막사에서 이곳으로 날아왔다. 로위크니나는 일단 곁에 있던 몇몇 병사에게 주위를 포위하라 명령하 고는 곧바로 에라브레의 막사 안의 기색을 살폈다. 별다른 기색이 없 자, 그녀는 온 마법력을 돋궈 실드를 펼친 채 조심히 막사 안으로 걸 음을 옮겼고, 몇몇 병사들 역시 그녀의 뒤를 쫓았다. 로위크니나는 막사 안에 들어서자 마자 머리칼이 곧추서는 듯한 느낌 을 받았다. 그녀의 시야에, 에라브레를 부축하고 있는 한 보라색 머리 칼의 남자가, 그 악몽의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카르트는 로위크니나가 막사 안으로 들어서자 한차례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래간만이군요. 아마 구면이지요? 로위크니나는 그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멍히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간신히 용기를 내어 주 위를 둘러보았다. 로위크니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상한 치료마법 비슷한 것을 사용하고 있는 소녀와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침대에 누 워있는 푸른 머리칼의 남자였다. 둘 모두 일전 배위에서 본 듯 했다. 뒤따라 들어온 두 명의 검사는 이 모습에 소리를 지르며 검을 뽑아들 었으나, 로위크니나는 서둘러 손을 들어 그 둘을 제지했다. 그리고는 간신히 얼굴에 미소를 되찾은 채 이카르트에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일전에 배 위에서 한차례 보았지요?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에게 한차례 코웃음을 치며 조심히 에라브레를 바닥에 눕혔다. 로위크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이곳을 오셨습니까? 에라브레, 이 여자를 죽 이기 위해서인가요? 이카르트는 다시 한차례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인간 따위의 물음에 대답할 의무는, 제겐 없습니다. 로위크니나는 그의 말에 크게 기분이 상했으나, 조금의 표정 변화도 일으키지 않은 채 생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이 하시는 일에 상관치는 않겠습니다. 로위크니나는 이렇게 답하며 몸을 돌려 막사를 벗어나려 했다. -에라브레, 그녀가 잘못되면, 당신은 죽습니다. 이카르트의 말에 로위크니나는 안색이 약간 변했다. 하지만, 뒤돌아 보고 있는 상태여서 근육이 약간 움직이는 것 외에는, 어떤 표정으로 변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왜지요? 마족이 인간의 일에 그렇게 까지 함부로 관여해서는 안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로위크니나의 말에 이카르트가 냉소를 터트렸다. -내가 아니라, 그에 의해서 입니다. 이카르트는 이렇게 답했고, 로위크니나는 몸을 돌려 이카르트가 바라 보고 있는 그, 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심장 부근에 피가 엉겨 붙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그런 남자였다. -저자 말입니까? 오호홋.... 저런 반시체가 제게 덤벼든다면.... 무 서워서 정말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로위크니나는 내심으로 약간 걱정이 되었으나, 일단 이카르트가 끼여 들지만 않는다면 버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이렇게 큰소리를 쳤다. 그녀가 나간 후, 이카르트는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막사 입구를 바 라보았고, 모라이티나는 약간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나쁜 여자예요. 반시체라니.... 게다가, 에라브레와 동료이면 서, 기절한 그녀를 한차례 보살피지도 않다니.... 이카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에게 한차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에라브레는 누구보다 먼저 잠에서 깨어났다. 누군 가에 의해 바닥에 뉘여 이불까지 덮여있는 자신을 발견한 에라브레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 다. 여전 장소는 자신의 막사 안이었다. 침대 위에는 란테르트가 가쁜 숨 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고, 그의 곁에는 모라이티나가 의자에 앉은 채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이카르 트가 눈을 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나셨습니까? 이카르트는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모습에 소름이 돋음을 느꼈다. -아....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시선은 흘끔 흘끔 란테르 트에게 향해 있었고,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엷은 미소를 띄 었다. -살아 있습니다. 오늘 저녁쯤에는 일어나 돌아 다닐 수도 있을 겁니 다. 물론, 심한 움직임은 힘들겠지만.... 이카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한차례 바라보 았다. 하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모라이티나의 치료마법은 굉장히 뛰어나거든요. 에라브레는 여전 이카르트의 말에 대꾸치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돌 려 모라이티나를 바라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카르트는 대답하지 않는 에라브레에게 한차례 미소를 지었고, 에라 브레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천천히, 약간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 여 몇 가지 짐을 챙긴 그녀는 전날 저녁 로위크니나에게 들었던 세세 한 계획을 기억해 내며 막사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카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등에 대고 말했다. -결국, 제 말을 듣지 않기로 하신 겁니까? 이카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걸음을 멈추었고, 이카르트는 계속해 말 을 이었다. -지나치군요.... 한가지 일을 밀고만 나가는 버릇은, 그리 좋지 못합 니다. 에라브레는 그런 이카르트의 말은 무시한 채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막 막사를 벗어난 에라브레는 이카르트의 차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신이야... 괜찮겠지요. 하지만, 란테르트는 당신의 그 무모한 행 동에 다시 한차례 상처를 입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에라브레는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이카르트는 에라브레가 끝내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자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내 아이들도, 또 저 아이도.... 꼬마들은 다루기가 힘들어.... 에라브레가 막사를 빠져나간지 반나절 가량이나 흘러서야 모라이티나 가 잠에서 깨어났고, 그 후로 다시 반나절이 흘러서야 란테르트가 눈 을 떴다. 이미 땅거미가 짙게 드리워진 후였다. -또, 살아난 건가? 란테르트는 눈을 뜨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모라이티나가 그런 그의 모 습에 환호했다. -잘됐어요.... 이제 괜찮아 졌나보군요....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라이티나와 이카르 트를 바라보며 한차례 엷은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는 내뱉듯 중얼거렸 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 거야?.... 아니면 나쁘다고 해야 하는 거야? 이카르트는 자신이 전날 내뱉은 것과 똑같은 말을 란테르트가 내뱉자 자신도 모르게 쿡쿡, 한차례 웃음을 터트렸고, 란테르트는 영문도 모 른 채 따라 웃었다. 하지만, 웃음이 잦아진 후 그의 얼굴에 떠오른 표 정은 웃음이 아니었다. -결국, 떠난 모양이군.... 란테르트는 답답하다는 듯 천장을 향해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중얼거 렸고, 이카르트는, 응, 하는 짤막한 대답을 했다. 란테르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럼, 우리도 가야지. 몸을 일으키는 란테르트를 보며 이카르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웃음소리를 한차례 냈고, 모라이티나는 소리를 지르며 말렸다. -무슨 소리예요? 또 시작인가요? 동시에, 란테르트는 무리해 몸을 일으킨 덕에 피섞인 기침을 한차례 요란하게 했다. 그런 란테르트를 향해 모라이티나가 말했다. -이 상처.... 전에 입었던 상처를 건드렸어요. 다시 하루 정도 더 쉬 어야지만, 그녀를 쫓던 말던 할 수 있어요.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전처럼 어거지 를 부리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한숨을 내 쉬었다. -언제나 이 모양이군.... 나란 녀석은.... 다른 사람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할 때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모라이티나도, 이카르트도 그의 그런 말에 굳이 대꾸치 않았다. 란테르트는 다시 눈을 감으며 잠을 청했고,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에 게 슬립 마법을 걸어 주었다. -한잠 푹 자고 일어나면.... 훨씬 나아질꺼에요.... 자고 일어나 면.... 모라이티나의 목소리가 흡사 자장가와도 같이, 란테르트의 귓속에서 잦아져 들어갔다. ----------------------------------------------------------------- 후후.... 아그라가 재미없는 후기를(ㅜ_ㅜ) 거의 꼬박꼬박 쓰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 그냥 재미있으니까.... (사실 연재 시작한 이유중 첫번째가... 후기써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마왕의 육아일기에서.... 치우님의 후기에 감동을....ㅠ_ㅠ;;;) 둘째. 쓰던거 안쓰면 이상하니까.... (그렇게 쓰기 시작한 후기인데.... 제가봐도 재미가 없어서... ^^;; 게다가 영양가도 없잖아요.... 그래도 그냥 쓴답니다.... ^^::) 셋째. 나중에 자신이 쓴 후기 다시보면서 비웃으려고.... ㅠ_ㅠ;;; (묘한 마조히즘....ㅠ_ㅠ;;;;) 넷째. 독자님들 헛갈리지 않게 하기 위해.... (후기를 보면, 어 이거 아까 읽었던거잖아!!! 하면서 현재 읽고 있는 곳을 체킹 한다는.... 말도 않돼는.... ^^;;;) 암튼.... 100화도 15화 남았군요.... 1부는 생각보다 상당히 길어질 듯.... ^^;;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재미없는 후기를 써버린.... 바보수룡 아그라!!! 추신.... 이거 아무레도 수룡 아그라의 이미지를 너무 망친듯한.... 원래 아그라는 바보 아닙니다. (그래도 용인데... 그것도 꽤 고위의....) 에이그라로 바꾸려니 그것도 이상하고.... 에라 모르겄다....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54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6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6 05:50 읽음:162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뾰족한 탑들이 줄지어 서 있다. 훵하니 뚫려있는 커다란 창문에서는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듯 쏟아 져 나와 흰빛의 벽을 뽀얗게 밝히고 있다. 종종, 사람의 그림자 인 듯한 것이 어른거린다. 그리고.... 반공에 걸린 하이얀 달은 그 눈부신 은광을 이 인간이 만든 거대한 건축물에 흩트리고 있다. 성내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성벽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셋이 눈에 띈다. 망토부터, 갑옷까지, 이 세 사람은 밤의 어둠을 한껏 이용 하기 위해 온몸을 검은 색으로 치장했다. 그리고 그중 한 여자의 검 은.... 밤보다 어두웠다. -저곳입니다. 세 사람중, 콧수염을 날카롭게 기른 한 남자가 내성 높이 솟아오른 한 건물을 가리키며 나직이 말했고, 묵빛의 검을 허리에 차고있는 에 라브레가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에라브레와 함께 있는 사람은, 한사람의 남자와 여자로, 모두 도둑 출신의 용병들이었다. 한 명은, 칠흑 빛의 머리칼을 적당히 기른 30대 중반의 남자로, 콧수염이 근사했고, 다른 한 명은 20대 중반의 여자로 검붉은 머리칼에 짧은 검을 사용했다. 그리고 여자는 마법도 사용할 줄 아는 듯 했다. -렌시님. 그럼, 부탁드립니다. 에라브레는 여자를 향해 이렇게 한마디했고, 여자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몸을 공중으로 던졌다. -하늘과 땅사이를 스치듯 흐르는 푸른 바람이여, 지금 여기 모여 나 를 도우소서.... 성 담벽에서 몸을 날려 아래로 추락하던 렌시라는 여자는 이 주문을 외움과 동시에 바람에 이끌려 공중으로 솟아올랐고, 이내 조금전의 남 자가 이야기했던 그 건물의 옥상으로 날아갔다. -류마사.... 에라브레는 그 모습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곁에 있던 남자가 고 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대단한 솜씨지요.... 아무리 류마법의 비행 마법이, 신계마법보다 익히기 쉽다고는 하지만.... 겨우 25살의 나이로.... 달의 은광에, 저편으로 날아간 렌시의 뒤로 한줄기 검은 선이 보였 다. 렌시라는 여자가 이쪽에서 가지고 간 줄로, 이편과 저편을 연결하 려는 이유 에서였다. 렌시라는 여자는 가뿐히 30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 가량이나 떨어 진 반대편 건물의 옥상에 내려서서는 곧바로 한 기둥에 자신이 가지고 간 끈을 묶었다. 한차례 당겨 확실히 묶였나를 확인한 그녀는 에라브 레가 있는 쪽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성공입니다.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핀트님 먼저 건너십시오. 이쪽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당신을 지켜야 할.... 핀트의 말을 끊으며 에라브레가 다시 입을 열었다. -더 강한 쪽이 뒤에 남아 지키는 것이.... 이 일을 성공시킬 확률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런 잠입 같은 것은, 두분께서 저보다 훨씬 훌 륭하시니까요. 에라브레의 말에 핀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에라브레를 바라보 았다. 그의 눈빛은 망설이는 듯 보였는데, 꼭 먼저 간다는 사실 때문 만은 아닌 듯 싶었다. -그럼.... 곧 건너오십시오. 핀트는 이렇게 말하며 렌시가 반대쪽에 묶은 줄에 대롱 매달렸다. 역 시 도둑 출신답게, 날렵한 몸을 놀려 순식간에 반대쪽으로 건넜고, 이 내 에라브레를 향해 손을 들어 흔들었다. 에라브레는 그 두사람이 모두 성공하자 약간은 안심했다는 표정으로 주위를 한차례 살폈다. 조금전 반대쪽으로 출발한 경비병은 아직 돌아 오지 않은 상태였다. 에라브레는 몸을 사뿐히 날려 줄 위에 섰다. 조금전 핀트가 매달려서 줄을 건넌 것에 비해, 에라브레는 줄 위를 사뿐히 걸어 반대쪽으로 향 하였다. 에라브레는 하체의 수련이 몹시 건실했다. 일전 란테르트가 검술의 기본을 가르쳐 주었을 때, 그가 지나칠 정도로 하체의 단련을 강조했 기 때문이다. -멍청한 검사들은, 하루종일 검을 휘둘러 팔의 근력을 북돋지만.... 역시 멍청하다는 소리를 들을 뿐이야. 검의 위력은, 팔 따위에서 나오 는 것이 아니야. 모든 힘의 출발점은 허리이고, 허리가 안정히 힘을 발산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하체의 수련이 건실해야해. 하지만, 강하기 만 해서는 안되지. 검을 익히는데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것은 보 법이야. 가볍게, 그리고 무겁게, 상황에 따라 적당한 보법을 펼 수 있 으려면, 하체를 강하면서도, 또 유연하고 가볍게 단련해야 해. 란테르트의 이 말 때문인지, 지난 3년간 에라브레는 하체 단련에 많 은 시간을 들였고, 강하면서도 유연한, 란테르트가 이야기했던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모습이다. 건물 사이에 떠있는 달은 거대하다. 공중에 떠있는 한 손으로도 가릴 수 있는 달과는 다르다. 그리고 그 만월을 배경으로 에라브레가 재빨 리 걸음을 옮겨 줄 위를 걷고 있다. 사뿐한 것이 흡사 평지를 걷는 듯 했다. -굉장하군요.... 그 실력도.... 그리고 용기도.... 막 이쪽에 도착한 에라브레에게 핀트가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이었다. 자신보다 10살 이상 어려 보이는 소녀가, 15 휴리하나 되는 높이에서 저렇게 까지 무덤덤히 걸을 수 있다는 것에, 핀트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언제나 높은 곳을 돌아다니는 자신조차, 아래를 내려다보기 어찔할 정도인데 말이다. 렌시라는 여자는 에라브레를 향해 한차례 씽긋 웃어 보임으로써 칭찬 을 대신했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 둘을 향해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답례한 후, 입 을 열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요행히 여기까지 잡입해 들어오기는 했 지만, 정말 힘든 것은 이제부터입니다. 렌시와 핀트는 에라브레의 진지한 목소리에 차분히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로위크니나 님의 계획대로, 양동작전을 실행합니다. 렌시 님 은 다시 저편으로 건너가셔서 성안 정원 쪽으로 마법을 날려 주십시 오. 위력은 필요 없이 화려하고 시끄럽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핀 트 님은 렌시 님을 보호하며 기회를 보아 이 성을 탈출하십시오. 에라브레의 이 말에 두 사람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게.... 정말 그 여자가 세운 계획입니까? 핀트는 이렇게 외치듯 말했고, 렌시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렌시라는 여자는 몹시 과묵한 편으로, 지금까지 에라브레와 2일간 여행하며 단 한마디도 빈말을 꺼내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두장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노란 색의 빛을 띄는 종이로, 피로 그린 듯한 붉은 색의 마법 진이 하나씩 그려져 있었다. -제가 만든 것입니다. 이것에 불이 붙는 동시에 행동을 개시하는 것 입니다.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그 종이를 두사람에게 건넸다. 핀트와 렌시는 엉겁결에 에라브레가 건네는 종이를 받아들었고, 그중 핀트가 곧바로 에라브레에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무모한 작전이.... 이곳은, 레냐의 왕성입니다. 당신 이 비록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곳을 살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 능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핀트를 향해 에라브레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달빛에 빛나는 그녀의 붉은 입술에, 핀트는 순간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괜찮습니다.... 저는.... 로위크니나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이틀 이 내로 꼭 구하러 오겠다고.... 그때까지, 그때까지만 살아 남는다면, 저를 꼭 구해 주시겠다고. 핀트는 그녀의 말에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이틀동안.... 무슨 수로 살아 남습니까? 핀트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에라브레의 바로 뒤의 공간이 순간 흐릿 하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에, 은은한 홍광을 내뿜는 치렁 한 머리칼을 가진 화려한 외모의 여자로, 노출이 심한 흑빛의 가죽제 경갑輕甲에 검정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아르트레스, 바로 그녀였다. 아르트레스는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망토를 한차례 쫙 펼쳐 에라브레 를 뒤에서부터 감싸 안으며 그 핀트라는 남자에게 말했다. -살아 남는다.... 미천한 것들은 어서 사라져 버려라. 핀트와 렌시는 그녀의 이 돌연한 등장에 경악하며 뒤로 두세 걸음이 나 물러섰고, 에라브레는 자신의 목을 감싼 아르트레스의 팔을 한차례 바라보고는 쓰게 웃으며 핀트와 렌시에게 말했다. -어서 움직여 주십시오. 아르트레스와 에라브레의 모습을 잠시간 더 멍하니 바라보던 두 사람 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다시 줄을 타고 반대쪽으로 건넜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들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아르트레스의 속삭 이는 목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공주님, 내가 들었던 바와는 작전 내용이 조금 다른데? 아르트레스는 에라브레의 목을 뒤에서 살짝 껴안은 채로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고, 에라브레는 아르트레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려다 그만두며 쓸쓸히 웃었다. -죽는 것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가요? 이제는?.... 아르트레스는 여전히 에라브레의 귀에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조금 더 조용히 죽는 방법도 많을 텐데.... 꽤나 화려한걸 좋아하는 군. -언니와 닮은 그 여자에게....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고 싶어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대꾸했고, 아르트레스는 그런 그녀의 귀에 호, 한 차례 바람을 불었다. 그리고는 조그맣게 요염한 웃음을 웃었다. -훗훗.... 여전 머리가 돌지 않는군.... 에라브레는 그런 아르트레스의 말에는 대꾸치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또 다시, 저를 구하지는 마십시오. 마족에게 두 번씩이나 은혜를 입 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에라브레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점점 잦아드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를 구하는 건 내가 아니야. 그분, 란테르트님 이시지. 난 다만, 너를 지켜볼 뿐이야. 아르트레스는 이렇게 말한 후, 에라브레의 목을 묶었던 팔을 풀며 나 직이 속삭였다. -내게 소녀를 모으는 취미가 있었더라면, 네가 그 첫 번째가 됐을 텐 데.... 난 조용하던 너희 언니의 눈매보다, 슬프도록 광기 어린 네 눈 이 더 좋거든. 에라브레는 아르트레스가 자신의 목을 놓자 마자 몸을 돌려 아르트레 스를 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후.... 이상한 여자야.... 처음에 봤을 때부터.... 에라브레는 잠시 멍히 이렇게 중얼거렸으나, 이내 눈빛을 싸늘히 바 꾸며 몸을 돌렸다. ----------------------------------------------------------------- 호호.... 여기서 부터 10화정도.... 하이퀄리티 입니다. (글에도 퀄리티가 있던가?.... 그럼, 나머지는 하청? ^^;;) 왠지 신경이 많이 쓰인 부분이어서.... 호호^^;; (그래야 별것 없지만.... ^^;;) 에고고.... 어제 싸이코 3연참을 했더니.... (노인 Z 하고... 불꽃의 전교생.... 그리고.... 마법史Tai....) 에구구.... 우낀건.... 마법사타이... 그래도 무언가 남는건....노인 Z.... 불꽃의 전교생은.... 황당...(이것이 熱血이닷!!!!) (중대 공짜 상영회.... 다음주 시험인데... 땡이까고 상영회를... ㅠ_ㅠ;;) 미음 깊은곳에서 들려오는 시험을 포기 하라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바보수룡.... A-G-R-A....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62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7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7 06:59 읽음:156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런.... 쿠엌.... 란테르트는 지금 이카르트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바닥에 한차례 피 를 토했다. 그리고 이카르트는 걱정 어린 눈길로 그런 그에게 입을 열었다. -무리라고 했잖아. 무모한 걸로는 대륙 제일이라니까.... 모라이티나 역시 근심 어린 눈길로 란테르트에게 회복 마법을 걸어 주었다. 언제나, 일행이, 아니 란테르트가 상처 입을 때마다 혹사당하 는 것은 모라이티나였다. 하지만, 불평을 할만큼 한가로운 상황은 아 니었다. -좀 괜찮아요? 찬란한 흰빛이 자신의 손에서 뻗어 나와 란테르트의 가슴에 스미는 것을 보며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피묻은 입가를 손등으로 스윽 닦아내며 웃었다. -물론.... 신경 쓰지 마. 이카르트는 곁에서 한차례 조그마한 한숨을 내쉰 후 멀리 지평선 쪽 으로 고개를 돌렸다. -갓 비상한 만월.... 인가?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가 엉겁결에 고개를 돌려 달 을 바라보았다. 약간 푸른빛을 띄며 환히 빛나고 있는, 이 해 들어 네 번째로 보이는 보름달이었다. 잠시 달을 보며 숨을 고르던 란테르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오늘 안으로.... 위카성에 도착해야 해.... 지금쯤, 라브에가 왕궁 에 도착했을 꺼야....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이카르트와 모라이티나의 말을 미리 막아 버렸고, 두 사람은 쓴웃음을 지으며 란테르트의 뒤를 쫓았다. 정말이 지, 모라이티나의 마법력과 란테르트의 체력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광 경이었다. 모라이티나가 답답한 듯 이카르트에게 말했다. -차라리, 워프나 텔레포트 같은 것을 사용해 그를 왕궁으로 데려다 줘요. 저런 몸으로 더 걷는 것은 무리 에요. 이제 2휴하(1 휴하= 약 1 킬로미터)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요.... 당신이라면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잖아요.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물론, 평상시 같으면.... 이 대륙 어디라도 그를 데려다 줄 수 있지 만.... 지금은 안돼. 모라이티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왜죠? 상처 때문인가요? 하지만, 상처와 텔레포트 마법은 별다른 상 관이 없는데.... 이카르트가 천천히 그녀의 물음에 답해 주었다. -난 텔레포트 마법은 쓸 줄 몰라. 아니, 마법 그 자체를.... 모라이티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죠? 하지만, 저번에 쓴 그 방법은 뭐였나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니까.... 워프나 텔레포트 같은 마법은 공간을 왜곡시켜 두 지 점을 연결시키는 거야. 그러니까, 이 지점과 저 지점 사이의 공간을 마법력으로 왜곡시켜 연결시키는 거지. 모라이티나가 아는 척을 했다. -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요. 이 대륙으로 올 때도, 테미시아 님의 신전에 나있는 워프 터널을 통해 온 걸요. 모라이티나의 대답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설명을 계속 했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공간이동 방법은, 마계를 통해 다른 장소로 옮겨가는 거야. 난 마계로 가는 것도, 마계에서 이 세상으로 오는 것 도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리고 마계와 이곳은 차원이 달라 공간이 상치되지 않기에 마계에서 이 현실계로 나올 때는 나오고 싶은 어느 곳으로든지 나올 수 있지. 이카르트의 이 설명을, 모라이티나는 얼른 이해할 수 없었기에, 모라 이티나는 검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비비적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는데요.... 처음의 텔레포트 마법에 대한 설명은 그런 데로 이해가 가는데.... 뒷부분의 것은....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다시 한차례 자세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설명하면, 내가 마계로 가면, 현실계의 내 몸 은 사라져 버려. 차원이 다르니까, 이 차원의 공간으로는 내 모습을 나타낼 수 없는 거지.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다시 이 현실계로 돌아 오는 거야. 마계에서 현실계로 나올 때, 나는 현실계의 어느 곳으로도 나올 수 있어. 물론, 중앙대륙은.... 테미시아 님의 수신궁이 있고, 또 가엘프 님이 계시는 곳이라 함부로 접근할 수 없고, 먼 동쪽은 차 르마흔 님의 땅이기에.... 그리고 먼 남쪽 땅은 용들의 영지이기에, 함부로 갈 수 없지만.... 그제서야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공간 이동처럼 보인 것이군요. 알고 보니 별 것 없네 요.... 그보다, 그것과 란테르트의 상처가 무슨 상관이지요? -내가 마계로 가는 것은.... 네가 숲으로 돌아가는 만큼이나 자연스 러워. 하지만, 란테르트에게는 꽤나 큰 충격이 오지. 차원 이동은 말 만큼 쉬운 것은 아니니까. 모라이티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이카르트는 모라 이티나를 향해 한차례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앞서 걷고있는 란테르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반시간, 다시 반시간을 걸어 이 세 사람은 위카성 외성 입구에 도착 했다. 이미 해가 진 지금, 성문이 열려 있을 리 없기에, 일행은 성안 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 채 수도 외곽의 한 여관으로 향했다. 외성은, 세워진 이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성 자체의 크기가 작 지는 않았으나, 600여년이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서 있은 덕에, 2만 가 까이 되는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에, 성안에는 레냐의 고위 귀족들과 중앙 관료들이 살고 있었고, 그들의 하인이나 시종, 그리고 하급 중앙관리들은 이렇게 성밖으로 밀려나게 된 것이 다. 그래도, 이 위카성에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꽤나 지체 높은 인간 들이었다. 하인도, 높으신 분의 하인인 것이다. 성밖의 여관은 꽤나 분주했다. 역시 한 나라의 수도였고, 2만이나 되 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대도시였기에, 이래저래 오가는 사람이 많았 다. 란테르트는 간신히 하루종일의 강행군으로 지친 몸을 침대에 누일 수 있었고, 다른 두 사람은 간단한 요기꺼리를 여관 아래층의 식당에서 사 방으로 가지고 왔다. 2층의 방에서 아래층의 식당까지 갔다온, 10분이 안돼는 그 짧은 사 이에, 란테르트는 잠이 들어 있었다. -일어나요. 저녁 먹어야지요. 두 덩이의 빵과 우유 세병을 바구니에 담아 올라온 모라이티나는 잠 들어있는 란테르트를 향해 이렇게 말했으나, 곁에서 함께 돌아온 이카 르트가 모라이티나를 말렸다. -그만 둬. 조금 쉬게.... 피곤한 하루였을 테니.... 그의 몸으로 2일 에 60휴하(1휴하=약 1킬로미터)는 무리였어. 모라이티나 네가 없었으 면.... 불가능 했을 꺼야.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여관방에 있는 탁자 위에 빵바구니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금속제 컵을 한차례 닦 고는 안에 하얀 우유를 그득 담았다. 모라이티나는 탁자 곁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이카르트에게 말했 다. -앉아서 함께 먹어요. 이카르트는 훗, 한차례 웃으며 모라이티나 앞의 의자에 앉았다.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를 향해 한차례 미소 지으며 빵 한 조각을 집어 들어 우유에 푹 적셨다. -이렇게 수수한 저녁도 좋아요. 모라이티나는 우유에 젖은 촉촉한 빵을 삼키며 이렇게 말했고, 이카 르트 역시 웃으며 빵을 입속에 집어넣었다. -뭐, 나쁘지는 않지. 그보다.... 걱정이군.... 이카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오늘밤.... 당신들이 낮에 했던 이야기가 맞으면.... -확실히 그렇게 될 꺼야.... 에라브레는 미끼야. 이틀정도, 아니 단 하루라도, 왕성의 수비대를 수도에 묶어두려는.... 한 번만 생각해 봐 도 쉽게 알 수 있는 일인데.... 이카르트의 답답하다는 목소리에 모라이티나가 물었다. -하지만, 이해는 가지 않아요.... 정말 왕을 암살하기 위해 그녀를 보냈을 수도 있잖아요. 이카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생각해 봐. 이미 거병한 후야. 지금 왕성은 바짝 긴장상태잖아. 이 런 상태에서 겨우 에라브레 정도의 실력자를 왕성으로 잠입시키는 건.... 암살을 성공시키려는 이유보다는 암살하려 했다, 라는 것을 보 여주기 위해서야. 즉 관심을 끌기 위해 시끄럽게 실패하려는 것이지.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왜 에라브레, 그녀를 이용한 거죠? 어차피 실패할 거라 면, 조금 더 약한 사람을 이용하는 편이 좋잖아요.... 에라브레는 강 하니까.... 그런 그녀가 같은 편에 있으면 유리하잖아요.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살짝 웃었다. -여전 머리는 나쁘구나. 일전에 했던 말 기억나지 않아? 에라브레를 동료로 받아들이지는 않을꺼라고.... 모라이티나는 순간 발끈했으나, 뒤이은 이카르트의 말에 머리를 식히 며 생각에 잠기었다. -음.... 그러니까.... 가장 약한 동료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강한 도 구를 사용해 버리는 것이 낫다, 라는 말인가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이카르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바로 그거야. 도구는 도구일 뿐이니까. 모라이티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돌연 괴이한 느낌에 사로잡혀 버렸다. -어.... 무언가 이상한 것 같은데.... 모라이티나의 이 말에 이카르트가 물었다. -또, 왜? 뭐 빵이 잘못되기라도 한 거야?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모라이티나는 오래지 않아 그 이상한 느낌의 이유를 찾았다. 그 리고는.... -맞아. 어째서 당신.... 나와 단둘이 있는데 평어를 사용하는 거죠?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순간 모라이티나만큼이나 이상한 느 낌을 받았다. 정말 그녀의 말 그대로였다. 어째서.... 자신이 란테르 트가 잠들어 있는 이 순간 모라이티나에게 평어를 사용하는 것인가? 이카르트는 슬쩍 미소지으며 농담조로 상황을 넘겼다. -내가 전에 이야기했잖아. 란테르트와 내 부하, 이들 에게만 평어를 사용한다고. 모라이티나가 냉소를 터트렸다. -흥, 누가 당신 부하라는 거에욧? 난 위대한 엘프, 그란 부족의 족장 딸, 모라이티나 엘 엘프그란 이에욧. 대대로, 가엘프 님의 영지 주변 을 관리하는, 엘프 중에서도 가장 서열이 높은....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말에 웃었다. 다만 그뿐이었다. 반박하지도, 다시 놀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놀랐다. 이 모라이티나라는 엘프아이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이 렇게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이 평어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은 여유 있는 밤을 맞이하고 있는 란테르트 일행에 비해, 모라이 티나는 현재 꽤나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왕궁이라는 곳이 생각 했던 것 보다 복잡한데다가, 적재 적소에 배치된 수많은 경비병들 덕 에 한번 발을 잘못 들였다가는 반시간 가량이나 그 자리에 숨어 있어 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후.... 이게 왕궁이라는 곳인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에라브레의 기색을 느낄 정도로 수준 높은 전사 와 아직은 마딱드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긴, 그런 사람들이 이렇게 왕궁안 보초나 서는 따위의 일을 할 이유가 없을 테지만.... 막, 천장과 벽 사이의 장식에 몸을 기대고 있던 에라브레는 날리다 시피 몸을 던져 경비병의 위를 지나 반대편 벽에 몸을 숨겼다. -저곳인가?.... 에라브레의 시야에 육중한 문이 들어왔다. 거대한 할버드를 들고, 거대한 중갑으로 몸을 둘둘 감고 있는 네명의 경비병에 의해 철통같이 보호되고 있는, 레냐 대륙 안에서 가장 화려 한 문. 금빛의 양각으로 이런 저런 알 수 없는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고, 보 석이라는 생각이 드는 푸른색의 투명한 돌이 문 한가운데 독수리가 비 상하고 있는 모습을 이루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그 경비병들의 사각지대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 에서 몇 차례나 숨을 고르고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네명.... 막 반대쪽 통로로 향한 두명이 돌아오기 전에 저 넷을 죽 여야 하는데.... 중갑병이라.... 레이피어로는 조금 무린데....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허리춤에 매여있는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 다. 묵빛이 순간 화려한 왕성의 빛을 빨아들이는 듯 했다. 에라브레는 잠시 자신의 검정색 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믿어보자.... 내 후견인이 구해준 검을.... 그러고 보니.... 그분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군.... 속으로 이렇게 한차례 중얼거리던 에라브레는 눈을 한차례 감았다. -내가 잊은 은혜가 하나 둘이던가?.... 모두.... 나를 아껴준 모두의 은혜를....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조금전, 감상에 잠겼던 눈은, 어느덧 싸 늘한 청광을 내뿜는 평상시의 눈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달려만 온 길이다.... 증오하고.... 또 증오 받고.... 그게 내게 어울리지.... 에라브레는 몸을 날렸다. -누구냐?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자객이다.... -.... 사람들에게는 개성이라는 것이 있다. 모두들, 수십년동안 접해온 수 많은 내인적, 외인적 경험으로 사람들은 각기 다른 사고방식과 습속이 라는 것을 가지게 되고, 그것이 외적으로 발현하는 것이 바로 개성이 다. 이 네 사람 역시 개성, 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 지, 온통 두껍고 번들거리는 갑옷으로 둘러싸여 눈과 턱만을 내어놓고 있었지만, 에라브레를 보고 외치는 소리만으로도 그들 넷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라브레는 그대로 몸을 날려 첫 번째 경비병을 찔렀다. 상대는 할버 드의 도끼부분을 들어올려 에라브레의 검을 막았으나, 에라브레의 검 은 날카로웠다. -으악.... 에라브레의 묵빛 레이피어는 할버드를 뚫으며 그대로 그의 이마에 박 혔다. 붉은 빛줄기가 은빛 찬란한 상대의 갑옷을 타고 주룩 흘러내린 다. 에라브레는 그대로 쉬지 않고 상대의 이마에서 검을 뽑았다. 그리고 는 털썩 쓰러지는 상대를 뒤로한 채 다음 목표를 향해 뛰었다. 네 경비병 사이의 거리는 겨우 다섯 걸음 남짓. 하지만, 에라브레의 재빠른 몸놀림에, 상대들은 겨우 한 걸음을 내딛는 사이에 동료를 잃 어야만 했다. 에라브레는 그중 가장 가까운 사내의 아래를 파고들었고, 아래로 내 려찍는 육중한 할버드의 날을 피해 복부에 검을 박았다. -가, 강해.... 쓰러지는 상대는 입으로 한 줄이 선홍색 선혈을 흘리며 이렇게 중얼 거렸다. 에라브레는 첫 번째 상대를 죽였을 때, 이 싸움의 해법을 찾았다. 그 것은 바로 자신의 묵빛 검이었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의 날카로움을 가진 병기.... 에라브레는 처음 자신의 검이 상대의 할버드 날에 닿을 때, 반쯤, 이 제 끝이로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역시 상대는 로얄 가드, 왕성 수비 대의 사람이었다. 그런 기습을 단번에 눈치채고 방어까지 하다니.... 하지만, 그녀의 날카로운 검은 할버드의 날과 상대의 헬름 그리고 두 개골까지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뚫어버렸다. 스스로도 생각 못한 결과 였다. 그리고, 두 번째.... 얇기 그지없는 레이피어의 날이 중갑의, 그것도 가장 단단한 부분중 하나인 복부를 뚫어버렸다. 손목이 약간 시큰거릴 뿐, 검날은 조금도 상하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아직, 대단하다고 할만한 실력을 가진 로얄 가드가 두 사람이나 남아있다. 두사람의 할버드가, 하나는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면 으로부터 에라브레를 덮쳐왔고, 에라브레는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서 그 둘의 합동공격을 피해냈다. 만약, 에라브레의 검이 찌르는 무기가 아니라 베는 무기였더라면, 검 의 날카로움을 이용해 상대의 할버드를 베어 버릴 수도 있겠으나, 레 이피어는 찌르는 병기였다. 상대는 기세를 몰아 에라브레를 계속해 공격해 들어왔다. 아직 에라 브레가 습격한지 1분이 채 흐르지 않아 다른 경비병들이 몰려오지는 않았으나, 조금만 더 지체하면 끝이다. 두 사람은 협동기 비슷한 것을 익힌 듯, 한사람이 아래를 공격하면 다른 사람은 위를 공격하는 등 손발이 척척 맞았다. 그렇기에 에라브 레는 공격할 만한 틈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음.... 에라브레는 낮게 한차례 신음을 내뱉으며 돌연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 다. 이렇게 방어만을 해서는 도저히 승부를 낼 방법이 없자 에라브레는 무조건 달려드는 것으로 전법을 바꾼 것이다. -바보처럼 피하지만 마. 싸움에서 몸에 상처 하나 입지 않겠다는 생 각은 버려야 해. 작은 상처를 두려워 해 피하기만 해가지고는 결코 상 대를 이길 수 없어. 어지간한 것 정도는 그냥 맞아버려. 대신.... 돌연, 귓속에 란테르트가 들려준 말이 웅웅거렸고, 에라브레는 그의 말대로 이렇게 몸을 던졌다. 상대는 피하기만 하던 에라브레가 돌연 자신들을 향해 돌진해 오자, 약간 당황하며 서둘러 할버드를 찔렀다. 하지만, 당황해 펼친 것이여 서인지 그리 위력이 강하지 못한데다가, 합동기 마저 깨어져 버렸다. 에라브레는 입가에 여린 미소를 띄우며 앞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나갔 다. 퍼걱,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어깨부분이 시큰했다. 투둑 하는 소리 와 함께 견갑肩甲을 고정한 가죽끈이 끊어졌고, 상대의 할버드의 창날 부분이 에라브레의 어깨에 스쳤다. 에라브레는 아려오는 왼쪽 어깨는 무시한 채로 검을 곧추 찔러 상대 의 목에 관통시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옆에서 멍청히 할버 드를 앞으로 뻗은 채 고개를 돌리고 있는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악!!!.... 두명의 사람이, 이제는 시체가 되어 털썩 쓰러졌다. -반드시 상대에게 치명적 상처를 입혀야 돼.... 에라브레는, 조금전 들렸던 란테르트의 말의 마지막 마디를 조용히 되내었다. 한차례 한숨을 내 쉴 시간도 없이 에라브레는 곧바로 문을 박차고 안 으로 들어갔다. 있어야 한다. 왕이. 레냐의 국왕이 피둥피둥 살찐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 아니, 깨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밖에서 이렇게나 소란을 피웠으 니.... 깨어있지 않으면 고통스럽지 않게 잠들 수 있을 것이고.... 깨 어 있다면 쾌락에 가까운 극단의 두려움을 한차례 느낀 후 의식의 끊 을 놓게 될 것이다. 원하는 쪽을 택하라.... 레냐의 국왕이여.... 그리고, 너 에라브레 여.... 에라브레는 빠른 발놀림으로 왕이 묶고 있어야 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서있는 한사람의 기사를 발견했다. -꽤 대단하군. 네 사람의 로얄 가드를 5분만에 해치우다니.... 하지 만, 나 레냐 최고의 기사 로렌스 드 스카스에겐 한낱 애송이일 뿐이 다. 에라브레는 왼쪽 어깨의 상처가 더더욱 아려옴을 느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62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8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7 07:00 읽음:155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19. 어느 쪽이든 광狂 모라이티나는, 여관 안에 있던 두 개의 침대 가운데 하나에 누워 잠 을 자고 있었다. 그리고, 란테르트는 다른 하나를 차지한 채 기절한 듯 잠자고 있었다. 다만 한사람, 이카르트만이 고고히 비추는 파르스름한 달빛을 온몸으 로 받으며 창틀에 앉아 있었다. 그의 보라색 머리칼이 달빛에 반짝이 는 듯 했다. -밤은.... 조용할 때 가장 아름답지.... 이카르트는 고요히 잠들어 있는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이렇게 나직이 말했다. 그때였다. 돌연, 란테르트의 얼굴 근육이 조그맣게 씰룩거리더니 온 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를 당 황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며 튕기듯 창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안돼.... 란테르트는 이렇게 소리치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이카르트가 좋아하는 주요한 밤은 그렇게 단 번에 부서져 버렸다. 이카르트가 천천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고, 란테르트는 화들짝 놀 라며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악몽을 꿨나보군.... 이카르트는 노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란테르트를 향해 가 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고, 란테르트는 잠시 혼란한 상태로 있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악몽.... 악몽을 꿨어.... 하지만,.... 그렇게나 생생 한.... 란테르트는 곧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하게? 이카르트는 몸을 일으키며 짐을 챙기는 란테르트에게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당연하지 않느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라브에에게 가 봐야지. -훗....무모의 왕이로군....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켜 자신의 짐을 챙기기 시작 했다. 어차피 말릴 수 없는 것, 차라리 뒤에서 밀어주는 편이 나았다. -설마 날 빼놓고 가지는 않겠죠? 다른 쪽에 있던 침대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라이티나.... 깼구나. 란테르트가 말했고, 모라이티나는 한차례 미소지으며 답했다. -당연하죠.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 깨어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 어요? 게다가 우리 엘프들은 섬세하다고요.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한차례 웃어 보였고, 모라이티나는 침대에서 퉁기듯 몸을 일으키며 짐을 챙겨들었다. 그리고는 이카르트를 향해 말 했다. -내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으니까, 당신이 잘 보호해야 해요. 알았 죠? 이카르트는 않그래도 막, 네 실력으로는 도움이 안돼, 라고 말하려 했는데 모라이티나가 이렇게 선수를 쳐버리자 입을 다물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어서 출발해요.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그 셋은 위카성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 시간에, 달이 공 중에 걸려있는 이 시간에 성문이 열려있을 리가 없었다. 다행히, 해자 가 없어 성벽 바로 곁에까지 접근할 수 있었던 세 사람은, 잠시 머뭇 거리더니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란테르트는 류마사였다. 그것도, 신계마법과 마계마법 모두를 구사할 줄 아는 굉장한 실력의 마법사였다. 그런 그가 비행 마법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카르트.... 그가 날지 못한다면 세상에 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하지만, 모라이티나는 날 줄 몰랐다. 두 남자의 손에 이끌린 채 데롱 데롱 매달려 20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에 이르는 성벽위로 위태위태 한 비행을 하고 있었다. 아래로 까마득히 보이는 집들과 사람들이 장 남감처럼 조그마해 졌다. -와, 재미있어요. 돌아가면 비행마법부터 배워야 갰어요. 이카르트가 곁에서 중얼거렸다. -멍청하긴, 바람의 령인 디나 들과 친해지면 간단히 쓸 수 있잖아. -아, 그렇군요. 어, 그런데 왜 아까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그럼 나 혼자 날 수 있었는데....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답했다. -넌 내가 뭐로 보이는 거냐? 내가 있는데, 디나 따위가 접근할 수 있 다고 생각하는 거야? 게다가, 아직 넌 성인이 안됐잖아. 성인이 되지 않은 엘프는 다른 어떠한 종족과도 만날 수 없어. 모라이티나가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엄마가 정령술을 아직 않가르쳐 줬군요.... 그런 엉 터리 같은 규칙은 누가 만든 거예요? 어느덧 세 사람은 성벽 위 5휴리하 가량 되는 곳에 떠 있었다. -규칙이야 당연히 너희들 엘프들이 만들었지. 너희들은 어렸을 때 정 체성이 너무 약해. 한마디로 남들과 쉽게 동화되어 버리지. 그래서 어 렸을 때는 다른 종족과 만날 수 없게 하는 거야. 조금전의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이카르트가 이렇게 답했고, 모라이티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모라이티나는 지금 마족과 인간이라는 다른 종족과 함께 있다는 것을 잊고 있는 듯 했다. 그에 대해 묻지 않으니 말이다.... 란테르트는 이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 시선을 멀리 내성 쪽으로 돌렸다. 불빛이 환하게 밝혀진 채 이곳 저곳에서 연기가 솟아 오른는 것이 이미 일을 시작한 모양이었다. -꽤 시끄럽군.... 이카르트 역시 내성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모라이티나도 시 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한줄기의 빛이 날고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작렬했다. 푸르 게 번뜩이는 것을 보니 뇌격계 주문인 듯 싶었다. 하지만.... 인간의 마법 따위가 이카르트를 건드릴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인간이 쓸 수 있는 마법중 이카르트에게 조금의 타격이라도 입힐 수 있는 것은 신탁계의 마법이나 환영왕 엘디마이어, 현세류왕 시온, 등의 초월신들의 마법뿐이었다. 정령계 마법도 무시할 것은 아 니었으나, 무방비로 맞기 전에는 타격이 거의 없었다. 빛은 이카르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방으로 갈가리 흩어져 버 렸고, 뒤이어 날아온 몇 차례의 마법 공격도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저 아래 까마득한 곳에서 길길이 날뛰는 몇 명의 마법사들을 보며 이 카르트는 귀찮다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의 눈빛에서 얼마전의 일을 떠올리고는 큰소리 로 외쳤다. -저 사람들을 죽이면, 나 이 손 놓아버릴 꺼에욧. 상관하지 말고 그 냥 가요.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를 향해 한차례 쓴웃음을 짓고는 그대로 속도 를 올려 내성 쪽으로 향했고, 란테르트도 마법력을 끌어올려 이카르트 와 어깨를 나란히 맞춰 앞으로 질주했다. 로렌스 드 스카스라고 했던가?.... 그는 강했다. 적어도 에라브레보 다는. 에라브레는 그녀의 묵빛 검을 힘있게 움켜쥐고 있었으나, 시시각각 손에서 힘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필사적으로 강하게, 더 강하게 검을 움켜쥐었으나, 이미 이전 같은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찌르는 힘이 약해. 네가 마검사이기에 지금까지 버텼지, 보통의 검 사였다면 벌써 목숨을 잃었다. 로렌스라는 이름의 기사는, 기사라 불리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40 세 가량에, 턱과 코밑을 가린 갈색 수염은 근사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짧게 깍은 갈색의 머리칼 역시 깔끔하게 손보아져 있었다. 푸른색의 갑옷은, 에라브레의 것과는 달리 상처 하나 없이 반들반들하게 닦여 있었고, 검 역시 그러했다. 지금 에라브레는, 갈가리 찢기어진 망토를 휘날리며 검은 갑옷에 묻 은 붉은 피가 사방에 흩날릴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로얄 가 드의 할버드에 입은 상처는 시시각각 악화되어 피가 쉴새없이 흘렀고, 그 외에도, 허리와 다리 부분에 난 상처가 가볍지 않았다. 반면 푸른 갑옷의 기사는 에라브레를 가지고 놀기라도 하는 듯 이런 저런 말들을 내뱉었다. -느리다. 애송이. 로렌스는 이렇게 외치며 검을 가로로 강하게 휘둘렀고, 에라브레는 막 피하려다가 늦어 자신의 검을 들어 상대의 검을 막아냈다. 탕, 하는 괴이한 소리와 함께 에라브레의 검이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 났고, 에라브레는 곧바로 손에 불꽃을 피워내어 로렌스에게 날린 후 날아간 검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로렌스라는 기사는 에라브레가 날려보낸 불꽃을 검으로 튕겨버리 며 곧바로 에라브레에게 달려들었다. 한 사람, 두 사람, 방안에는 이미 수십 명의 로얄 가드가 커다란 할 버드를 든 채 서 있었다. 하나같이 은빛의 갑옷을 번뜩이고 서 있는 것이 금속제 벽을 한바퀴 빙 두른 듯 보였다. 승산, 에라브레에게 그런 것은 이미 없었다. 만약, 왼쪽 어깨를 다치 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미 이길 수 는 없는 싸움이었다. 게다가 이렇 게나 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서.... 분명, 이곳은 왕이 기거하는 방이었다. 하지만, 왕은 이미 방에 없었 다. 왕대신 그 엄청난 기사가 서 있는 것을 보니.... 암살계획이 이미 누설된 모양이었다. 에라브레는 바닥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자신의 묵빛 레이피어를 집 어들며 재빨리 몸을 돌렸다. 순간, 로렌스의 검이 자신의 머리위로 떨 어지는 것이 보였다. 카강, 하는 거친 쇳소리와 함께, 에라브레는 검을 가로로 들어 로렌 스의 검을 막아냈다. 하지만, 근력의 차이라는 것이 엄청난 덕에, 에 라브레는 한쪽 무릎을 꿇어버렸다. -승산 없는 싸움에 왜 그렇게나 매달리는 것인가? 어린 나이의 혈기 인가? 로렌스는 에라브레의 검을 누르고 있는 팔에 힘을 가하며 이렇게 물 었으나, 에라브레는 대답 같은 것을 할 여유가 없었다. -절대 너는 남과 근력 겨루기 같은 것을 해서는 안돼. 넌 여자이고, 그것에서 오는 단점은 평생을 수련해도 커버할 수 없어. 남이 너와 검 을 맞댄 채 힘겨루기를 청하면, 너는 슬쩍 비켜버리며 상대의 허점을 유도하도록 해. 또다시, 에라브레의 귓가에 란테르트의 목소리가 들렸고, 에라브레는 눈을 번쩍 뜨며 검을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로렌스는 에라브레의 팔에 힘이 빠짐을 느끼며 검을 더더욱 강하게 밀었고, 이내 쑥 미끄러지며 에라브레의 왼쪽 어깨에 일격을 입힐 수 있었다. 에라브레는 다시 한차례 왼쪽 어깨에 상처를 입으며 나직한 신음을 내질렀으나,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몸을 던져 상대의 왼편을 파고들었 다. 묵광이 한차례 번뜩이며, 슥 하는 경미한 쇳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내 탕, 하는 무언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로렌스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하여 자신의 허 리 부분을 보았다. 푸른 갑옷의 한 귀퉁이가 잘려나간채 허리부분에 가느다란 혈흔이 생겨 있었다. -그 검.... 정말 무섭군.... 강철제 갑옷을 베어 버리다니.... 에라브레는 어깨에 입은 상처를 쥔 채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워낙 피를 많이 흘린 대다 방금의 이 공격에 온힘을 다쏟아 온몸에 힘이 거 의 남아있지 않았다. 쉬고 싶다.... 돌연 에라브레의 머릿속에 이러한 소리가 울렸다. 쉬 고 싶다.... 에라브레는 그 상태로 천천히 검을 쥔 손을 내려뜨리며 바닥에 허물 어지듯 주저앉았다. 로렌스라는 남자는 잠시동안 에라브레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 내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서며 목에 검을 겨누었다. -항복하겠는가? 검을 내려놓아라. 에라브레는 그런 로렌스를 쳐다보지도, 또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도 않은 채 검을 쥔 손을 풀었다. -언니.... 미안해, 실패했어.... 에라브레는 멍한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렸고, 로렌스는 검을 집어들 며 주위에 호령했다. -어서 끌고가라. 잠시 후 심문하겠다. ----------------------------------------------------------------- 에고고.... 시험때가지 토요일날 두편을 올리다니.... 이건 자살행위야..... ㅠ_ㅠ;;;; 그래도 약속은 약속.... ^^;; 그럼, 즐거운 주말(?) 되셔욧!!!!!!!!!!!!!!! 시험도 잘 보시고!!!!!!!!!!!!!!!!!!!!!!!!!! 시험 끝나신 분들은 재밌게 노시고!!!!!!!!!! 시험은 포기한 듯한 바보수룡 아그라!!!!!!!!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69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89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8 00:49 읽음:156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에라브레는 터덕터덕, 두 손을 결박지워진채 성의 아래로 아래로 내 려가고 있었다. 나선계단은 어지러울 정도로 똑같은 모습을 내보이고 있었고, 에라브레는 끊임없이 앞에서 뒤로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횃불 을 풀려버린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갑옷은 이미 해제 당하였다. 속에는 갑옷에 받쳐입는 얇고, 검은 면 옷이 그녀 자신의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고, 꼭 달라붙는 바지는 군데 군데 찢어져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이내 도착한 곳은, 의례히 떠올릴 만한 그런 감옥의 모습이었다. 지 하에 위치한 덕에 빛은 들어오지 않아 희미한 횃불의 빛이 태양을 대 신했고, 습하다 못해 축축한 것이 괴상한 냄새까지 났다. 에라브레는 떠밀리다시피 한 감옥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 들어온 한 우악스럽게 생긴 사내가 몸수색이라는 명분으로 에라브레의 몸을 한차 례 더듬었다. 그리고는 팔목을 묶었던 끈을 풀고는 옥실 밖으로 걸음 을 옮겼다. 에라브레는 상대에 의해 내팽겨지듯 감옥 안으로 들어오면서도, 그리 고 다른 사내에 의해 몸이 더듬어 지면서도, 별다른 표정에 변화가 없 었다. 눈동자는 풀려 있었고, 몸은 축 처져 있었다. 쇠로된 육중한 철문이 닫히었고, 이내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왕궁근위대장 로렌스 님이 너를 심문할 것이다. 말할 내용 이나 차분히 정리하고 기다려라. 그리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 라. 전하를 암살하려 한자에게 자비는 없으니까.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와 함께 몇몇 사내가 모습을 감추었고, 몇 명의 간수들만이 창을 든 채 감옥 입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에라브레의 지금 모습을 표현하는데는, 멍하다, 라는 말이 가장 어울 릴 듯 싶었다. 에라브레는, 다시 한차례 란테르트의 심장을 찌른 후, 그리고 그때 웃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본 후, 마음의 동요가 크게 일었다. 아니, 정확히는, 란테르트가 자신의 검으로 달려들었을 때 검의 방향 을 밖으로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한 그때,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을 뒤집어 흔들 정도로 동요가 일었다. 어쩌면.... 자신이 란테르트를 증오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듯 솟았다. 혼란스러웠고, 힘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살고 싶다, 라는 본능을 감정의 힘으로 억제했다. 처음 이 작전을 받아 들였을 때만 해도,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심장 에 검을 꽂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의 그 일이 있은 이후 로, 에라브레는 그런 자신감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죽으러 온 것이었다. 다만, 이미 한 약속이었고, 죽기전 마지막으로 언니와 닮은 여자를 위해 한가지 일을 해 주고 싶었기에 이곳을 죽을 장소로 택한 것뿐이었다. 실패하는 순간, 에라브레는 죽었다, 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데.... -당신도 잡혔군요. 그 마족, 어째서 도와주지 않죠? 곁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에라브레의 풀렸던 눈동자에 빛이 돌았다. -렌시님.... 에라브레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온몸에 엉망 으로 상처를 입은 모습이 보기에 안쓰러웠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비한다면 멀쩡하다 할 만 했다. -후.... 당신만은 살길 바랬는데.... 로위크니나, 그 여자 정말 독하 군요. 렌시의 이 힘없는 말이, 에라브레는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거 기서 갑자기 로위크니나의 이름이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 이다. 에라브레의 멍한 모습에 렌시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당신.... 정말 바보 같군요.... 우리를 살리기 위해 거짓말까지 하 고.... 난 알고 있었어요.... 원래의 작전 계획. 우리 셋이 단번에 쳐 들어가 왕을 암살하라는 것이었잖아요.... 양동작전? 로위크니나 그 여자가 그런 세련된 작전을 우리 같은 도구에게 세워 줄 리가 없 죠.... 에라브레는 들으면 들을수록 렌시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구 는 또 뭐란 말인가? 렌시가 내뱉듯 말했다. 굉장한 쓸쓸함이 깃든 목소리였다. -핀트.... 그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었는데.... 뭐 나 같은 여자가 볼 것이 있다고.... 내 대신 목숨을 버렸을까?.... 부담되잖아.... 칫.... 에라브레가 외치듯 물었다. -핀트님.... 죽었나요? 렌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당신과 헤어진 후, 양동 작전인지 무언지 제대로 한 번 해보지도 못한 채.... 이미 요소 요소에 적이 매복한 상태였어요. 당 연한 거지만.... 렌시의 이 말에 에라브레가 다그치듯 물었다. -당연하다니요? 그리고 어째서 이 계획이 누설된 거죠? 알 수가 없군 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렌시가 허탈이 웃었다. -당신 정말 몰랐군요.... 혹시 기억 나나요? 핀트가 물었던 말.... 이번에 얼마나 받고 이 일을 하는 거냐고.... 렌시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고, 렌시는 살짝, 쓸쓸한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이 보잘 것 없는 목숨.... 30만 하르랍니다. 많은 돈이지요.... 그리고 핀트 그 사람은 25만 하르지요. 에라브레는 그녀의 말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30만 하르요? 렌시는 에라브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많죠? 나 같은 여자.... 도둑 길드 출신의 여자의 목숨 값으로 는.... 기껏해야, 내 목에 가장 많은 현상금이 붙었을 때가 5000하르 였는데.... -어째서 목숨 값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 일이 어떻다는 거죠? 에라브레가 다시 물었고, 렌시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신.... 로위크니나에게 속은 거예요. 그 여자.... 우리 도둑 길드 에서는 아주 유명하죠. 악녀 로위크니나로.... 그 생글생글 웃는 얼굴 로 언제나 사람을 이용해 먹죠. 에라브레는 순간 아왈트가 생각났다. 나 같으면.... 저런 여자는 동 료로 들이지 않겠다던.... 이 렌시라는 여자는 과묵하다, 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떨쳐 버린 채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에라브레에게 쏟아놓기 시작했다. 죽 게 되었다는 자포자기 심에서인지, 아니면 원래의 성격이 그러했는지 는 알 수 없었다. 렌시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내 동생들.... 내가 없는 사이에 고리대금업자에게 속아 10만 하르 나 되는 큰 빚을 졌어요. 빌린 돈은 겨우 1만 하르 였다고 하는데.... 둘째 여동생이 병에 걸려서요.... 첫째 동생은 남자아이인데, 돈벌이 가 시원치 않아요. 그 아이가 번 돈으로는 동생들 세명이 먹고살기도 힘들죠.... 전 고아 에요. 어려서부터 도둑질로 동생들을 벌여 먹였 죠.... 이제 와서는 도둑 길드에서도 꽤 유명한 여자가 되어버렸지 만.... 여전 돈벌이는 별거 없어요. 도둑, 언제나 돈을 훔치면서도 결 코 잘살지 못하는 무리들이죠.... 에라브레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고아, 라는 부분에서는 아, 하는 짤막한 탄성을 내질렀다. -핀트.... 그와는 도둑길드에서 부터 꽤 알고 지냈죠. 병약한 부인 에.... 지금 열 다섯 먹은 아들이 하나 있죠. 그런데, 그 아들이라는 놈이.... 귀족의 아이랑 싸움을 벌이다 그 귀족의 귀를 멀게 만들었대 요. 도둑놈의 자식이 귀족 님의 자식의 귀를 멀게 했으니.... 들어보 니, 이번달 안으로 20만 하르를 바치지 않으면, 그 아이를 클라우젠에 보낸다는 것 같았어요. 에라브레는 클라우젠이라는 말에 다시 한차례 탄성을 질렀다. 익히 아는, 란테르트의 입을 통해서 들었던 이름이다. 렌시는 그런 에라브레의 표정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도.... 그리고 나도.... 각각 30만 하르와 25만 하르에 자신의 목 숨을 팔았어요.... 나와 로위크니나는 구면이기에, 그녀는 내 성격을 잘 알지요. 그렇기에, 숨기지 않고 이번 작전에 대해 모두 이야기 해 주었어요. 우리는, 이곳에 죽으러 온 것이에요. 다만, 왕성을 시끄럽 게 만들어 왕궁 수비대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고.... 에라브레가 외치듯 렌시의 말을 끊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왕을 암살하려는 계획은.... 에라브레의 말에 렌시가 한차례 쿡쿡 거리며 낮은 웃음을 웃었다. -왕.... 그녀는 절대로 왕을 죽여서는 안된다고 했어요.... 만약 당 신이 죽이려 하면 나보고 당신을 죽이라고 했지요.... -무, 무슨.... 렌시의 말에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듯 말했고, 렌시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듀라드.... 그 인간이 어떤 인간인데, 왕을 죽이는 최고의 유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겠어요?.... 만약.... 왕을 죽인 사람이 있으 면.... 그는 상을 주기는커녕 개거품을 물며 덤벼들 껄요? 에라브레는 경악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일이 돌아가 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간단히.... 간단히.... 제게 설명해 주세요.... 에라브레는 거친 숨을 몇 차례 내쉬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렌시는 고 개를 천천히 가로 저으며 말했다. -한마디로, 당신은 그 로위크니나의 웃는 얼굴에 속아 죽을 곳인지도 모르고 이곳을 찾아 왔다는 거예요. 그녀에 의해 이미 이곳의 경비병 들은 오늘 암살 범이 잠입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죠. 그러는 편 이 더 소동이 커질 테니까.... 로위크니나는 미리 정보를 흘렸죠. 렌시의 대답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그.... 그럴 리가.... 그녀의 웃는 모습은.... 언니랑 꼭 같 아.... 그런 그녀가 그럴 리가.... 에라브레의 이 모습에 렌시가 한숨을 한차례 내 쉬었다. -원래 그런 여자예요.... 당신의 언니.... 꽤나 착했나 보군요.... 로위크니나와 같은 웃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니.... 그 여자 정말 대 단.... 렌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라브레가 비명을 질렀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녀는 날 배반하지 않아.... 아니 야!.... 아니야!!!.... 계속해 아니야, 라는 비명을 목청이 터져라 질러대던 에라브레는 돌 연 소리지르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흑흑 거리는 울음을 울기 시작했다. -아니야.... 그럴 리가.... 그녀의 미소는 언니와 똑같았어.... 말투 도.... 상냥한 그 말투도.... 이렇게 중얼거리던 에라브레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그리고, 잠시간의 정막 끝에 에라브레는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굉장히 날카롭 고, 또 듣기에 따라서는 공포스런 웃음이었다. -크하하하.... 맞아. 그가 그랬어.... 아무도 믿지 말라고.... 이런 뜻이었어.... 맞아.... 렌시는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 들었 다. 멀리서 입구를 지키고 있던 파수병중 한 명이 에라브레가 떠드는 소 리에 서둘려 달려왔다. -뭐야? 왜 그러는 거야? 경비병은 떠들어대는 에라브레를 향해 귀찮다는 듯 물었다. 에라브레는 잠시동안 멍하니 그 파수병을 바라보았다. 잘 보이지 않 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는.... 돌연 환한 미소를 띄며 창살밖에 서있는 파수병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창살 밖으로 억지로 두 팔을 내뻗으며 외쳤다. 팔이 온통 거 친 창살에 긁혀 상처가 났다. -언니, 와 주었구나.... 나를, 이 라브에를 안아 줘.... 어서.... 파수병은 눈동자가 풀린 채 자신을 언니라고 부르며 팔을 내뻗는 에 라브레를 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들고 있던 창대로 에라브레의 머리를 찍었다. 탁 하는 거친 소리와 함께 에라브레의 고개가 뒤로 확 꺾이었다.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69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0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8 00:49 읽음:158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완전히 미쳤군.... 하지만, 에라브레는 조금의 통증도 느끼지 못했는 듯 여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창대에 맞은 머리에서 피가 흥건히 베어 얼굴을 타고 한 줄기 흘러내렸다. 찝찌름한 피비린내를 즐기기라도 하는 듯, 에라브레 는 흘러내려 입가에 고인 피를 한차례 혀로 핥으며 파수병을 향해 다 시 외쳤다. -언니, 날 안아 줘. 그리고 방금처럼, 또 머리를 쓰다듬어 줘. 라브 에는.... 착한 아이라고 했잖아.... 어서.... 팔을 밖으로 내 놓은 채 아우성을 치는 에라브레의 모습이 슬슬 두렵 게 느껴진 그 남자는 창대로 힘껏 에라브레의 배를 찍었다. 마음 같아 서는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중요한 증인이기에 기절만 시키려 한 것이 었다. 에라브레는 이번에는 통증을 참을 수 없었는지, 베를 움켜쥐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큰소리로 외쳐댔다. -왜.... 네가 뭔대 날 때리는 거야? 아니.... 아니야.... 날 때릴 리 가 없어.... 라브에는 착한 아이라고.... 언니가 말한걸.... 그래.... 맞아.... 파수병은 에라브레의 그런 모습에 바닥에 침을 한차례 탁 내뱉고는 무어라 투덜거리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에라브레는 사라져가는 그를 한참동안 응시하다 돌연 바닥에 주저앉 아 버렸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왜.... 왜 또 떠나버리는거야.... 언니는.... 이 라브에가 보고 싶 지도 않았어? 난.... 난.... 라브에는 이렇게 외로운데.... 잠시동안 울던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는 갑자기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주위를 흡사 무엇이 보이는 듯 계속해서 둘 러보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눈동자에는 빛이 없었다. -당신들.... 왜 그러는거야? 내가.... 내가 뭘 어쨌다고? 당신들이 먼저 우리 언니를 죽였잖아.... 그래서.... 난 복수한 거야. 떨어져, 쩔어져.... 내게 다가오지 마.... 에라브레는 무언가를 떨쳐버리는 듯한 팔짓을 허공에다 대고 한참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은 파랗게 질려 버렸고, 풀린 머리칼이 허공에 흩 날리는 모습이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렌시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기가 질려 조금씩, 조금씩 뒤로 물러나 에라브레가 있는 감방 반대쪽 벽에 등을 기댔다. -미쳤어.... 렌시는 눈을 크게 뜬 채로 허공에 손짓을 하고 있는 에라브레를 향해 이렇게 중얼거렸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그리고 모라이티나 이 세사람은 어느새 내성 성벽을 넘어 왕성 전원前園에 도착했다. 대낮처럼 밝혀진 정원은 누군 가에 의해 일부가 불타버렸으나, 그 외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는 듯 싶 었다. 정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병기를 꼬나쥔채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화염이 작렬하고, 빛이 날아들었으나, 세 사람은 조금의 피해도 입지 않은 채 정원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 세사람이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둥근 포위 막이 형성되었다. 모두 들 길고 짧은 병기들을 란테르트 일행에게 겨눈 채 공격할 순간만을 노리는 듯 싶었다. 돌연 이카르트가 훗, 하는 짧은 냉소를 터트렸다. 그리고는.... 이카르트를 중심으로 반경 20여 휴리하(1휴리하=약1미터) 가량의 공 간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어른거리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함몰 해 버렸다. 순간, 공간의 이지러짐이 눈에 뜨일 정도로 심한 힘의 방 출로, 이카르트, 란테르트, 그리고 모라이티나가 서 있는 공간을 제한 밖의 공간이 푹 꺼져 버린 것이다. 바닥에 나란히 깔려있던 돌로 다듬은 길들은 산산이 부서지며 공중으 로 튀어 올랐다 바닥으로 급격히 가라앉았고, 흙바닥 역시 순간적인 진동에 조금 솟아올랐다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납작 엎드려 버렸다. 그렇게, 반경 20 휴리하의 공간이, 짓이겨져 버렸다. 사람들과 함 께.... 비교적 먼 곳에서 이 세사람을 포위하고 있던 사람은, 방금전 까지 함께 싸웠던 동료가 피떡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지는 모습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이건 뭐 싸움이고 뭐고도 아니었다. 그저 서 있었 고, 어른거렸고, 사라졌다. 이카르트가 오만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전, 귀찮은 것은 질색입니다. 다가오지 말아 주십시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의 귀에 또렷이 박혔다. 사실, 그 말은 할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이미 병사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 이제 는 포위라고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원을 그린 채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모라이티나 역시 경악으로 이카르트를 바라보며 무어라 한마디하려다 한숨을 한차례 내 쉬었다. 누가 뭐라 해도, 이카르트는 마족, 아르카 이제 였다. 그때, 왼편에서 수십갈레의 화염이 세사람을 향해 폭사해 왔다. 날아 오는 형세를 보아 화염계열 정령계 마법인 블레이즈 크리스탈 이었다. 인간치고는 굉장한 위력이었다. 아마 대현자급 이상의 마법사가 시전 한 마법 같았다. 그러나.... 이카르트는 그런 마법에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격렬하던 마법은, 한차례 세 사람이 있는 공간을 둥글게 감싼 채 잠시 타오르다가 이카 르트가 고개를 돌려 마법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봄과 동시에 사그러 들 었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마법이 날아온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 고, 오른쪽 입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감과 동시에, 악 하는 비명을 들 을 수가 있었다. 누구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아보기 힘든 거리에 있는 한 인영 이 폭발하며 흩어지는 모습이 휘영청 밝힌 횃불 덕에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란테르트는 그런 이카르트를 말리지도, 또 평소처럼 그의 능력에 감 탄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덤덤히, 조금은 걱정되는 듯한 표정으로 앞 으로 나갈 뿐이었다. 이윽고 일행의 앞을 가로막은 육중한 문. 란테르트는 자신의 키 두배 는 되어 보이는 문에 손을 가져갔다. 모라이티나는 그가 무엇 때문에 손을 문으로 가져갔는지 알 수 없다 는 표정으로 지켜보았고, 란테르트는 곧바로 표정을 굳혔다. 동시에, 퍼억, 하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문이 부서지며 뒤쪽으로 날 아가 버렸다. 단지 마법력의 방출만으로 문을 부숴 버린 것이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모습을 별다른 표정 없이 지켜보며 왕궁 안으로 걸 음을 옮겼다. 모라이티나는 처음으로 란테르트가 힘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물 론, 평소에 여쭙지 않은 검사들과 싸움을 하는 모습이야 몇 차례 보았 지만, 이렇게나 진지한 표정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경악이었다. 비록 자신이 어렸으나, 분명 엘프였다. 하 지만 눈앞에 있는 란테르트라는 남자의 마법력은 그런 자신과는 비교 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멍해있는 모라이티나의 어깨에 이카르트가 손을 얹었고, 모라이티나 는 고개를 들어 온화히 미소짓고 있는 이카르트를 올려다보았다. -가자. 이카르트가 말했고, 모라이티나는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란테르트는 왕궁 안으로 잠입, 아니 침입하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 다. 거대한 홀 중앙에는 분수가 하나 있어 끊임없이 물을 하늘로 뿜고 있었고, 곧곧 각처마다 화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란 테르트의 눈에는 이런것을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있지? 란테르트가 물었고, 이카르트가 답했다. -따라 와. 이카르트와 란테르트는 빠른 걸음으로 지하 감옥으로 통하는 계단 쪽 으로 걸음을 옮겼다. 종종 분위기 파악에 서툰 병사들이 막아섰지만, 란테르트의 검에 목을 잃을 뿐이었다. 왕궁은 이 의외의 세 사람에 의해 온통 난장판이 되어 버렸고, 병사 들은 분분히 뛰어 다니며 무어라 소리만 지를 뿐 실제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왕궁 수석 마법사가, 단번에 터져 죽어 벼렸는데.... 일반 병사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에라브레의 상태는 시시각각 안 좋아 졌다. 한참 동안 있지도 않은 사람들과 실랑이를 하던 그녀는 벌써 몇 차례 나 구르고 또 벽을 내려치는 등의 행동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 다. 안 그래도 너덜거리던 바지는 대부분이 찢어져 허벅지에서 종아리까 지 군데군데 뽀얀 살이 보였고, 웃옷도 어깨가 거의 드러난 상태였다. 하얀 피부는 이곳 저곳 난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 으나, 에라브레는 상처를 돌볼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허공과 씨름을 하 고 있었다. -놔!.... 놓으란 말이야!!.... 그래.... 나야, 네 시체에 손을 댄 사 람이.... 하지만, 넌 어떻게 했지? 넌 우리 언니를 어떻게 했냔 말이 야? 에라브레는 자신의 다리에 걸려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싫어!!!.... 순간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리며 공간이 살짝 일그러짐과 동시에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이런.... 공주 님이 어쩌다 이 꼴이 되셨나? 또 다시 아르트레스 였다. 여전 얼마 전에 입고 있던 노출이 심한 가 죽 갑옷을 걸친 채였다. 에라브레는 쓰러져 엎드려 있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아르트레스를 바 라보았다. 한참동안 멍하니 아르트레스를 바라보던 에라브레는 점차 얼굴에 기쁜 기색이 더해지더니 돌연 몸을 일으켜 아르트레스에게 달 려들었다. -언니.... 와 주었구나.... 에라브레는 달려들며 아르트레스의 목을 껴안았다. -역시 언니는 라브에를 잊지 않고 있었어.... 언니는.... 나 언니 정 말 보고 싶었어.... 언니.... 아르트레스는 돌연 에라브레에게 안기자 당황하며 두 팔을 어떻게 해 야할지 몰랐다. 잠시동안 엉거주춤 좌우로 팔을 벌린 채 서있던 아르트레스는, 약간 찡그리고 있던 눈매를 부드러운 미소로 바꾸며 에라브레의 어깨를 조 심스레 감싸 안았다. 왜 그런지는 몰랐으나,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에라브레는 아르트레스가 자신을 안아 주자 몹시 기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언니.... 아직.... 이 라브에를 사랑하지?.... 라브에를.... 아르트레스는 자신의 가슴에 떨어지는 에라브레의 따듯한 눈물의 감 촉에서 순간 괴이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그런 감 정이었다.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숙여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에라브레는 더없 이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에 볼을 기대고 있었다. 아르트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났다. 그때, 밖이 조금 소란스러워 지며 한 남자가 이쪽으로 걸어 들어왔 다. 배부분이 잘려나간 푸른 갑옷을 입은 40줄의 남자로, 바로 로렌스 였다. 로렌스는 감옥에 다가오다가 에라브레가 한 여자에게 안겨있자 놀라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넌 누구냐? 그녀를 구하러 온 것이냐? 로렌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아르트레스의 품안에 조용히 안겨있던 에라브레가 순간 움찔했다. 순간 아르트레스는 약간 불쾌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세워 자신에 입 에 대며 로렌스를 향해, 쉬, 라는 소리를 냈다. 그녀의 표정은, 흡사 재우고 있는 어린아이가 깰까 두려워하는 어머니의 그것이었다. 로렌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순간 당황하며 또 황당해 했다. 그때였다. 로렌스의 뒤쪽에 있던 감옥의 파수병이 누군가를 발견한 듯 외쳤다. -누구냐? 이곳은 함부로.... ----------------------------------------------------------------- 크흐흐.... 아니지 호호호, 드디어 첫째장 조회수 800!!!! (가끔 제가 정신이 헥가닥 합니다.... ^^;;;) 90화입니다!!!! 100화까지 10화 남았네요.... 이제 비축분은 8화.... ㅠ_ㅠ;;;; 시험까지 포기하고 열시미 자판을 두드리고는 있지만... 조만간 따라잡혀 버리겠네요.... 이제는 하루 한편 원칙이 깨어져 버릴듯 합니다.... ^^;;; 아무튼, 대학생들은 시험 시작, 그리고 중고등 학생들은 시험 끝 일텐데... 각자 나름의 상황에 맞춰 잘들 사시길.... (누구처럼 시험 포기하고는 학점 걱정하며 징징대지 마시고.... ㅠ_ㅠ;;;) 난생 처음 시험포기라는 것을 해 보는 바보수룡 아그라가.... ㅠ_ㅠ;;;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78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1 올린이:광황 (신충 ) 98/10/19 05:54 읽음:163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상대는 인내심이 많은 사람이 아닌 듯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파 수병중 한 명이 날아 벽에 부딪혔고, 다른 사내도 그와 비슷한 모습으 로 바닥에 널부러 졌다. 로렌스는 이 돌연한 모습에 크게 놀라며 허리에 매어져 있던 검을 뽑 아들었다. -누구냐!! 어서 모습을 드러내라. 로렌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세 사람의 인영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설명할 것도 없이, 이카르트, 란테르트, 그리고 모라이티나 였다. 로렌스는 곧바로 다시 이 세사람을 향해 외쳤다. -감히 왕성의 감옥에 함부로 들어오다니. 네 녀석들의 목숨은.... -시끄럽군요. 로렌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카르트의 이 짤막한 목소리와 함 께, 로렌스의 몸이 튕겨지듯 저쪽으로 날아 감옥 벽에 퍽 하고 부딪혔 다. 어찌나 그 힘이 강했는지, 로렌스가 부딪힌 회벽이 동심원을 그리 며 함몰되었다. 로렌스는 눈도 감지 못한 채 망연히 서 있다가 갑옷이 펑 깨짐과 동 시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워낙 뛰어난 무인이기에 기절만은 면했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다 피를 한차례 바닥에 토했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에게는 일말의 눈빛도 주지 않은 채 감옥 안을 바 라보았다. 그리고는 아르트레스가 안고 있는 한 여자를 뚫어져라 응시 했다. 온통 피로 더러워진 얼굴과 풀어진 머리칼을 한 그 여자는 눈물 을 흘리고 있었다. 에라브레 역시 밖이 소란하자 아르트레스의 품에서 고개를 빼곰히 내 밀어 밖을 응시했다. 탕, 하는 소리와 함께, 창살이 흔들거리며 산산 이 부서져 흩어지는 모습이 에라브레,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에라브레는 한참동안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란테르트를 응 시했다. 어디서 본듯한 모습 같은데 기억이 가물거렸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돌려 언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니가 아니었다. 그녀 역시 어디서 본 듯 싶은데.... 생각나지 않았다. 그녀는 언니의 모습을 떠 올리려 했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돌연 아르트레스를 밀쳤다. -당신 누구야?.... 에라브레는 이렇게 소리지르며 란테르트 등이 있는 쪽으로 달렸고, 란테르트는 그런 모습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 았다. 에라브레는 정신없이 앞으로만 달리다 란테르트의 가슴에 쿵 하고 부 딪혔다. 고개를 들어 자신과 부딪힌 상대를 응시하던 에라브레는 돌연 소리를 질러댔다. -당신 누구야? 왜 내 앞을 가로막는 거야? 베어버릴꺼야!!.... 내 앞을 막는 사람은.... 모두 죽여버릴꺼야!!.... 란테르트는 소리치며 날뛰는 에라브레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강하게 쥐 었다. -죽여 버릴 꺼야!!.... 죽여....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손에 잡힌 채 발악하듯 어깨를 흔들며 계속 이렇게 외쳤고,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를 한차례 흔들며 소리쳤다. -라브에!. 란테르트의 외치는 소리에 에라브레는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는, 한참동안 멍하니 란테르트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이 생을 체념해 버린 사람 같았다. -알았어요.... 드릴께요.... 이 몸.... 당신.... 이 몸을 원했죠? 대 신.... 대신.... 그를 꼭 죽여줘야 해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여기 저기 상처투성이의 손으로 너덜거리 는 자신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두 눈을 꼭 감으며, 갑자기 에라브레 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그의 암회색 망토가 어깨가 드러난 에 라브레의 몸을 감싸안듯 가려 주었다. -라브에!!....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큰소리로 에라브레를 불렀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단단한 팔에 안긴 채 멍청히 있다가, 란테르 트가 부르는 소리에 돌연 눈동자에 살기가 일며 크게 소리쳤다. -당신.... 날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당신.... 하지만, 마지막에 와서 그 살기 어린 목소리는 조용히 잦아들었다. 에라브레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몸이 축 처져 버렸다. 기절한 모양이 었다. 란테르트는 자신의 품에서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에라브레를 다시 한차례 강하게 껴안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한줄기 눈물을 그녀의 담갈 색 머리칼로 흘려 보냈다. -미안해.... 라브에.... 상황이 일단락 져지자,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모라이티나, 아르트레 스와 에라브레는 천천히 감옥을 빠져나가려 했다. -그녀는 국범이다. 감히.... 로렌스는 뒤에서 바닥을 기며 일행에게 이렇게 외치다 쓰러지며 기절 해 버렸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같은건 쓰지 않았다. 다만, 모라이티 나만이 안쓰러운 듯 뒤돌아 볼 뿐이었다. 모라이티나는 더 이상 지켜보지만은 못하겠는지, 그 로렌스란 남자에 게 뛰듯 달려가 한차례 치료 마법을 걸어 주었다. 내상이 심했으나,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모라이티나가 그 남자에게로 향하자 일행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란테르트는 자신의 망토로 한차례 감싼 에라브레를 두 팔로 안아 올린 채 몸을 돌려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고, 이카르트는 무덤덤한 표정으 로, 그리고 아르트레스는 여전 에라브레에게서 느낀 그 이상한 감정에 얼떨떨해 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에라브레는 지금 기절상태 였다. 모라이티나는 로렌스를 대강 치료한 후 곁에 떨어져 있는 한 자루의 검을 발견했다. 온통 검날이 묵빛으로, 모라이티나의 눈에 몹시도 익 었다.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던 그녀는 돌연 에라브레의 검을 떠올리곤 그 검을 집어들었다. 로렌스의 치료를 마친 후 몸을 돌리다,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가 있 던 감방 바로 곁에서 벌벌 떨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 곧바로 레이요니르를 들어 그 여자가 있는 감옥 한쪽 창살을 부셔버 리며 모라이티나가 말했다. -어서 나와요. 모라이티나는 감옥이라는 곳을 처음 보았다. 그렇기에, 에라브레가 잡혀있다, 그리고 란테르트의 말에 의하면 에라브레는 착하다, 그러므 로 잡혀있는 사람은 착하다, 라는 괴상한 논리에 입각해 그녀를 풀어 준 것이다. 그 여자는 렌시 였다. 미쳐버린 에라브레에 이어 등장한 마족, 거기 다 또다시 등장한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렌시는 엄청난 두려움에 사로 잡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모라이티나의 상냥한 목소리에 간신히 고개를 들어 모두를 바 라보았다. 그리고는 한 남자에게 안겨 축 늘어져 있는 에라브레를 바 라보았다. -그녀를.... 그녀가 죽은 건가요? 란테르트는 렌시가 에라브레를 아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자 그녀 쪽으로 걸음을 한 걸음 내딛으며 물었다. -당신, 라브에를 알고 있습니까? 란테르트의 차분한 듯, 차가운 듯 한 목소리에 렌시는 간신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예.... 란테르트가 다시 물었다. -어째서 라브에가 이런 곳에 갇히게 된 겁니까? 그녀의 실력이라면, 암살에 실패해도, 도망 정도는 나올 수 있었을 텐데.... 거기다, 이 많은 병사들이 어떻게 이렇게나 짧은 시간에 이곳에 모인 거죠? 곁에서 아르트레스가 말했다. -너희들 잡입한지 두시간도 않지났잖아. 세상에 가장 멍청한 암살 범 도 그보단 오래 버티겠다. 비록 아르트레스는 에라브레를 지켜보고 있었으나, 에라브레, 그녀가 감옥에 갇힌 후로는 일단은 커다란 위험이 없겠다 싶어 직접 이카르트 에게 경과를 보고하러 갔었다. 그렇기에 렌시가 에라브레에게 해 준 이야기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렌시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감옥에서 빠져 나오며 말했다. -날.... 날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주면.... 그러면 말씀드리겠어요. 이 말에 아르트레스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건방지게 흥정하자는 거냐? 이 말에 렌시는 순간 움찔 했으나, 살아야 겠다는 마음에 용기를 내 어 말했다. -흥정도 좋고, 무어라도 좋아요. 아무튼.... 이 일에는 음모가 있으 니까.... 그 음모의 전말을 알고 싶으시다면 이 위카 성을 벗어나게 해 주세요. 그때, 곁에 있던 란테르트가 피를 한차례 에라브레의 가슴에 토해냈 다. 다행히 란테르트의 망토로 감싸고 있어 직접적으로 그녀의 피부에 닿지는 않았으나, 몇 방울 얼굴에 튀는 것은 피하지 못하였다. 렌시는 그런 그를 잠시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병약하고 호리호리한 남자가 에라브레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 보일 정도 였다. 란테르트가 입에 묻은 피를 어깨에 한차례 쓱 닦고는 렌시를 노려보 았고, 렌시는 그의 무시무시한 눈매에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뒷걸음 질 쳤다. -말씀해 보시지요. 나가면서 천천히 듣기로 하겠습니다. 렌시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고, 란테르트 등은 천천히 걸음 을 옮겼다. -그러니까.... 렌시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온통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감옥에서 궁전의 후전, 중전 본전, 궁전 전전, 그리고 공전의 중앙 홀까지, 요소 요소에 배치된 경비병들은 예외 없 이 피떡이 되어 쓰러져 있었고, 렌시는 그런 모습에 경악 섞인 탄성을 연신 내질렀다. -이 사람들.... 모두 당신들이 죽인 건가요? 이야기를 하던 렌시는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슬쩍 고개를 한차 례 끄덕였다. 렌시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파란, 긴 머리의 남자와 보라색의 길지 않은 머리칼의 남자, 그리고 화려한 붉은 머리칼의 여자와 길고 반짝 거리는 귀여운 금발의 여자를 번갈아 보았다. 분명 붉은 머리칼의 여 자는 마족이었는데.... 다른 존재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었다. -당신도.... 마족인가요? 렌시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내저었고, 그때까지 잠자코 걷고있 던 모라이티나가 대답했다. -아니요. 여기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와 붉은 머리의 여자만 마족이랍 니다. 저와 여기 란테르트는 아니에요. 렌시는 고개를 끄덕이다 아르트레스의 독촉을 받으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왕궁 전원에 나오자 마자 또다시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엉망으로 되어버린 정원과 온통 피로 흥건히 젖어버린 바닥. 병사들 은 모두 어디론가 도망쳐 버렸고, 궁전의 앞뜰은 꽃을 대신할 붉은 피 와 휘영청 밝은 횃불만이 을씨년스럽게 있었다. 내성 성문, 그리고 위카시, 외성 성문.... 조용했다.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의 걷는 속도와 비슷한 속도로, 일행은 위카 성을 벗어 났다. 렌시의 이야기도 끝났다. 렌시는 조심히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조금 전에 토한 피가 여전 붉어 있었고, 안색은 달보다도 창백해져 있었다. -그랬었군요.... 란테르트는 감정 묻지 않은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렸고, 렌시는 순 간 등줄기가 오싹해짐을 느꼈다. -그럼.... 저 이만, 가도 될까요? 렌시는 조심스럽게 란테르트를 향해 물었고, 란테르트는 한차례 고개 를 끄덕였다.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렌시는 모두를 한차례 둘러보고는, 도둑다운 빠른 발놀림으로, 물론, 이 일행에서 그녀보다 느린 사람은 없지만, 어둠 속에 몸을 숨겼다. ----------------------------------------------------------------- 으가각.... 셤이다.... 시험.... 공부 전혀 않했는데..... -_-;;; (통박과 기본실력으로.... ㅠ_ㅠ;;;;) 호호, 저 하이텔 Serial 란에 연재 시작 했어요!!!! 개조인간 엘라인님이 수고, 수고를 해 주시고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그럼, 즐거운 통신 되시길!!!! 에구구.... 졸려라.... 시험때까지 글싸다 공부 못하는 바보 수룡..... 아그라....-_-;;;;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84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2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0 05:47 읽음:162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레냐의 수도 위카성은, 660년된 고성이다. 파모로아 원력, 바로 직전 시대에 마법전쟁으로 생긴 거대한 분지에 성을 세운 것으로, 파모로아 의 수도였으며, 지금은 일곱 대륙 정중앙에 위치한 레냐의 수도이다. 위카성은 천혜의 군사 요지로, 사면이 온통 산으로 둘려싸인채 동편 으로 수레 두 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의 폭을 가진 사신계곡이 만이 교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이러니, 어지간한 전쟁에도 수도가 함락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단 예외가 있다면, 211년전의 레냐 독립 전쟁으로, 당시 레냐 독립군의 중추라 불리울만한 암 레카르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일을 해냈 다. 아무튼, 그러한 사신계곡을 유유히 걷고있는 이 다섯, 아니 네 사람 은, 단지 세 사람으로 그 난공불락의 위카성을 한차례 휘젓고 나오는 중이었다. 사람까지 구출해 나오는 중이였으니, 왕실 근위대, 그 3000 명의 정예는 모두 밤새도록 바보 취급을 받은 꼴이었다. -로위크니나.... 다음 목표인 건가? 한참동안, 복잡한 얼굴로 안고가고 있는 한 아가씨를 내려다보고 있 는 란테르트를 향해 이카르트가 조용히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 덕였다.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조금 다를 텐데.... 모라이티나가 물었다. -왜요? 지금처럼 그냥 갔다 오면 되잖아요.... 이카르트가 웃으며 모라이티나에게 말했다. -재미있었나보지?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말에 정색을 하며 답했다. -전.... 어쩔 수 없이 함께 간거라구요. 게다가 직접 죽인 사람도 없 고. 아르트레스는 곁에서 무어라 한마디하고 싶었으나, 상관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인지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평상시만 같아도, 그냥 저 냥 떠들어 보겠는데, 기분 최악의 란테르트와 역시 비슷한 이카르트 앞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었다. 란테르트가 모라이티나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 -6000명, 아니, 지금쯤 노마티아의 원군까지 얻었을 테니까 그 이상 되는 병사들이 진을 짜고 진군하는 도중에 그 안으로 들어가 한사람, 그것도 부대의 수장을 죽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뭐 이카르트라면야, 그리고 아르트레스양 정도야 간단하게 할 수 있겠 지만.... 곁에서 아르트레스가 이때다 하며 끼여들었다. -그냥, 트레시아라고 부르세요. 제 인간일 때 이름이랍니다. 사실, 이 트레시아라는 이름은 방금 지어낸 이름이었다. 평소 약간 고고했던 그녀가 가명 같은 것까지 사용해 가면서 남과 친해질 이유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는 잠시 주저했고, 곁에서 이카르트가 말했다. -난 이카르트고, 저 아인 아르트레스 양인가? 내가 한 단계 아래군. 그제서야 란테르트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부르지요. 트레시아. 아르트레스는 미소지으며 란테르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어도 필요 없어요. 그냥 평어를 사용하세요. 란테르트는 그런 아르트레스의 말에는 웃을 뿐 답하지 않았다. 사신계곡의 총 길이는 거의 10 휴하(1휴하=약 1킬로) 가까이나 되었 다. 그런 곳을, 란테르트의 상처를 의식하여 세시간 가량에 걸쳐 천천 히 걷고 나자 어느덧 동편이 부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일행 사이에는 대화가 거의 없었다. 겨우, 괜찮느냐는 투의 란테르트 에게로의 질문과 괜찮다고 답하는 란테르트의 말이 일행 사이의 대화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다시 30여분을 걸어, 일행은 오사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일행은 먼저 가까운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조 금이라도 휴식을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완전히 해가 떠버렸고, 피투성이인 이 일행은, 아무리 원치 않아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을 수 밖에 없었기에, 서둘러 여관으로 향했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안은 채 방에 들어가 그녀를 침대에 눕혔고, 일행들 역시 그를 따라 여관방으로 들어왔다. 부로 꽤 커다란 것을 얻 었는데, 침대가 두 개 있었고, 네사람이 앉을 수 있는 탁자가 하나 놓 여있었다. 란테르트가 모라이티나에게 말했다. -그녀를.... 치료해 주고, 옷도 좀 갈아 입혀 줘. 쓸만한게 없다면, 하나 사 가지고 올게.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리고 옷은 사오세요. 내가 가지고 있는 옷중에는 맞는 게 없을 것 같으니....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할게.... 이카르트, 가자.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그렇게 방을 벗어났다. 이렇게 방안에는 모라이티나와 아르트레스만이 남게 되었다. 언제나 볼 때마다 태각거리던 그 둘도 막상 둘만 남게되자 서먹서먹해 졌다. -저기요.... 아르트레스님.... -그냥 트레시아라고 불러. 아르카이제 님에게나 님을 붙이고. 아르트레스는 지금 탁자 곁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의자 에 앉아 눌려서 약간 퍼진 신체 각부위 덕에, 가죽으로 된 꼭 달라붙 는 갑옷이 더더욱 팽팽히 당겨졌다.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가 기절해 누워있는 침대 곁에 앉아 그녀에게 회복마법을 걸어주며 아르트레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워낙 신성마 법에 능했기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정도로 정신이 흐트러진 상 태에서도 마법을 걸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워낙에 얌전치 못한 여 자라서, 어려서 마법을 익힐 때에도 이와 같은 산만한 상황에서 익혀 익숙해진지도 몰랐다. -그래요.... 트레시아.... 모라이티나는 시선을 아르트레스의 몸 이곳 저곳으로 돌리며 말하기 를 머뭇거렸고, 아르트레스는 뭐냐는 듯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있 었다.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답답하니까. 모라이티나는 잠시 에라브레에 걸고 있던 회복주문을 멈추며 물었다. -그런 옷 입으면 창피하지 않아요? 아르트레스는 순간 훗, 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겨우 그런 것을 물으려고 그렇게 뜸들인 거야? 모라이티나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엄마가 말했어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조심히 하라고.... 기분 나빠 할 수도 있으니까.... 아르트레스는 모라이티나의 이 말에 한차례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사소한 것에 기분이 나빠지는 종류의 사람은, 무언가 스스 로에게 자신감이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야. 아르트레스는 검정색의 굽높은 구두를 까딱거리며 말을 이었다. -난, 적어도 내 자신에 있어서는 조금의 열등감도 가져본 적이 없으 니까.... 만약 이렇게 옷을 입었을 때, 그리고, 뭇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때 조금이라도 수줍음이 생긴다면, 그건 스스로에 자신이 없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아. 모라이티나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순간 할 말이 없었다. 맞는 것 같기 도, 틀린 것 같기도 한 것이 머리 속이 혼란했다. -웅.... 그게 그런 건가요?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내가 너보다 세상을 살아도 2600년 이상을 더 살았어. 내 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아르트레스의 이 마지막 말에,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말은 틀렸어요. 나이가 많기 때문에 옳다니.... 가엘프 님도 그 런 식으로는 말하지 않으셨었어요. 아르트레스가 중얼거리듯 대꾸했다. -뭐, 마음대로 생각하시게, 어린 엘프씨. 모라이티나는 발끈하며 몸을 벌떡 일으켰으나, 이내 천천히 자리에 다시 앉았다. 자신들의 상황과, 그리고 분위기를 떠올렸을 때, 이런 별 것 아닌 일에 자신이 소란을 피우는 것이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아 서 였다. 아르트레스도 이런 모라이티나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 또 다시 서먹서먹해진 둘이었다. 점심 무렵, 아침나절 침대에 몸을 눕혀 잠이든 란테르트가 돌연 눈을 떴다. 그리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르트레스는 잠시 마계로 돌아갔다. 점심 무렵 돌아온다고 했으니, 슬슬 올 때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이카르트는 지금 창가에 앉아 몸 을 일으킨 란테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의 침대에 엎드려 잠이 들어 버렸다. 역시, 아 무리 정령이라 하더라도, 마법을 많이 사용하면 피곤해 지는 모양이었 다. 에라브레는 그럭저럭 숨소리가 많이 차분해진 것이 상태가 많이 호전 된 모양이었다. 표정 역시 많이 부드러워져, 담갈색 머리칼을 하얀 침 대에 흐트린채 잠들어있는 모습은 꽤나 아름다웠다. 옷은, 아침에 란 테르트가 사 온 흰색의 수수한 원피스 드레스로 갈아입은 채였다. 갈 아 입힌 것은 아르트레스였는데, 벗기고, 또 입히는 것이 상당히 능숙 했다. 아마 그녀가 없었더라면, 꽤나 고생을 했을 것이다. -몸은 좀 괜찮아 졌나? 이카르트가 천천히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럭저럭.... 란테르트는 이렇게 답하며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고요히 잠들어 있 는 것이 별 이상 없는 듯 싶었다. 그리고,.... 란테르트의 시선은 그 에라브레의 목으로 향해 있었다. 정확히 란테르트가 응시한 것은, 그 녀의 목에 걸려있는 꼭 같은 모양의 한 쌍의 목걸이였다. 가르트의 목 걸이.... 이제까지 항상 갑옷을 걸친 에라브레만을 보아왔던 터라 그녀가 그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지 알 지 못했었다. 한참동안 에라브레의 목걸이를 바라보던 란테르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며, 에라브레의 침대에 쓰러져 잠자고 있는 모라이티나를 자신 이 자던 침대로 옮겼다. 모라이티나는 우웅, 하는 잠꼬대를 했으나, 깨어나지는 않았다. 꽤 피곤한 모양이었다. 순간 방 한쪽이 일그러지며 아르트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야시 러운 가죽 갑옷은 벗어버린 채 레이스가 없는 수수한 분홍빛 원피스로 갈아입었으나, 몸 곳곳의 집중 포인트가 강조된 그런 옷이었다. 그녀 의 붉은 머리칼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다녀왔습니다. 아르트레스는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무릎을 꿇며 이카르트에게 인사 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여 인사를 받았다. -복잡한 일은 대강 정리하고 왔으니, 한 몇일동안 마계에 가지 않아 도 됩니다. 아르트레스가 뒤이어 이렇게 말했고, 이카르트는 다시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그럼, 여기 이 두 아이들 잘 부탁한다. 이카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머리를 조아렸고, 동시에 이카르트가 창틀에서 몸을 일으켰다. 보랏빛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한차례 흩어져 입가까지 늘어졌다. 이카르트는 손을 뻗어 머리칼을 한 번 쓸어 올린 후 란테르트를 바라 보았고, 란테르트는 그런 이카르트를 향해 고개를 한차례 끄덕인 후 에라브레의 피로 얼룩진 암회색의 망토를 집어들었다. 란테르트는 망 토를 집어 올리다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지는 물건을 발견했다. 바로 에 라브레의 검이었다. 란테르트는 그 검을 한차례 바라보았다. 자신이 선물한....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한차례 찔렀던 검이다. 그는 잠시 더 그 검을 바라보 다, 허리를 굽혀 집어들고는 허리에 찼다. -벌써.... 가시려 하시는 겁니까? 아르트레스가 그런 란테르트를 향해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 였다. 이카르트 역시 그의 밝은 회색빛 망토를 두르며 장검과 브세리아를 각각 허리와 뒤허리에 찼다. -그럼.... 란테르트의 표정은 변화가 적었다. 미미한 미소 비슷한 것을 입가에 머금으며 란테르트는 아르트레스를 향해 고개를 한차례 숙여 보였고, 아르트레스는 왠지 편치 못한 표정으로 그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그리 서둘지 않는 걸음으로 방문을 나섰다. ----------------------------------------------------------------- 호오옷!!!!! 첫화 조회수가 900을... ㅠ_ㅠ;;;;; 봐주시는 분들, 정말 절대 감사감사!!!!! 음.... 할말도 없는데...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글들 소개나 하죠!!!! (추천 비스무레 한 것입니다!!!! 워낙 글남기는걸 싫어해 지금까지 본편과 설정 외에는 단 한줄의 글도 게시판에 남기지 않은 접니다!!!! 그래서 추천도 아직 한번도 않했다는..... ^^;;;) 순서는 제가 그 글을 접한 순서 입니다!!!! 1. 초룡전기 카르세아린!!!! 과연 제 글을 보는 분들중 이 작품을 보지 않는 분이 있을까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조회수 2000은 가뿐히 넘기는 이 SF란의 태두(머리가 크다는뜻 아님!!!)중 하나. 연재속도가 느려진 것이 흠!!!! (혹 보고 계시다면... 벗꽃님 힘내세요!!!!) 감상평: 우낍니다!!!! 2. 뉴트럴 블레이드!!!! 요즘 연재가 뜸 해 조회수가 저조하지만.... 굉장한 작품이죠!!! 일인칭 소설로, 주인공의 막나가는 내면묘사가 일품!!! 파탄난 캐릭터들도 꽤 매력있죠. 초룡과는 정 반대의 분위기. 비장+잔인+음울....= 뉴.블.!! 중간시험으로 연재속도가 몹시 더딥니다!!!! 감상평: 어둡군!!! 3. Dragon's Knight!!!! 음.... 일부 대작을 제외하고는 가장 조회수가 많지 않을까 싶은 작품!! 요즘 초 극악 조회수에 작가 엘라인님은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하고 계십니다. 역시 일인칭 소설로, 설정이 꽤 독특한 작품이죠!!! 2부와 3부 동시 연재 중입니다!!!! 슬슬 연재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감상평: 보고 판단하숑!!! 4. 네 부족 이야기!!!! 굉장하죠!(어떤 의미에설까?) 제 글과는 정 반대 성격의 작품!!!! 글 투가 상당히 독특!!! 작가이신 피빛달(애니세상)님의 독설성 난입이 볼만합니다. (진지한글 싫어히는 분들 보세요!!!!) 조회수가 적은건, 순전히 느려 폭팔하기 직전의 연재속도와 그리고.... 초 극악 퇴고!!!!!!!!!! 입니다. 감상평: 우끼네용!!! 5. God's Knight!!!! 훗훗훗.... 이건 추천도 필요없죠!!!! 초룡과 함께 이 Sf란에서 조회수 2000을 가뿐히 넘는 초 대작!!!! 현재 Dragoon의 초반을 보고 있는데.... 역시 다르더군요!!!! SF / Fantasy 란이라는 이름 그대로의 글!!! (sf+fantasy) 지금 For Goddess 연재중!!! 연재 속도는 적당한 편입니다!!! 감상평: 재밌다구요!!! 그외에 현재 노리고 있는 작품들은.... LMK 하고... 쿠베린 입죠!!!! (에고... 이번 겨울 방학에나 읽기 시작해야지.... 당분간은 가즈 나이트로.... ^^;;;) 흐흐흐.... 아니지, 호호호, 아그라 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수정령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군요!!!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1092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3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1 00:12 읽음:163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세시간 가량을 걸어, 두 사람은 오사시에서 10여 휴하(1휴하=약 1킬 로미터) 북쪽으로 떨어진 한 지점에 멈춰 섰다. 시선은 멀리 지평선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멈춘 곳에는 낮게 흙먼지가, 그러나 뽀얗게 피어나 고 있었다. 아마도 수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움직이고 있는 모양 이었다. 돌연, -이카르트.... 아니, 아르카이제여, 나 지금 계약을 원합니다. 란테르트가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표정은 담담했고,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를 무표정의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런 말투, 마음에 않드는군.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는 그의 장 검을 뽑아 팔뚝 안쪽의 중간부분을 한차례 그었다. 피가 확 뿜어져 나 오며 바닥을 적셨다. -제가 저 난군속에서 죽지 않게 보호해 주십시오. 대가로, 어떠한 것 이라도 지불하겠습니다. 이카르트는 안색이 조금 변하며 입가에 미미한 미소를 띄었다. -계약 같은 것은 필요 없어. 원래부터 그렇게 하려 했으니까. 란테르트는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계약을 받아주시지 않으시면, 이 피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얼굴에 미소를 지우며 잠시 란테르트 의 기색을 살폈다. 이미 마음을 정한 듯, 눈빛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 았다. 이카르트는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의 계약.... 오래간 만이군.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순간, 란테르트가 서있던 곳을 중심으로 아홉갈레의 빛이 뻗어나가며 란테르트가 서 있던 곳을 중심으로 반경 1휴리하 가량의 마법진이 그 려졌다. 아홉 개의 동심원에 도형인 듯, 문자인 듯 알 수 없는 선들이 빼곡이 들어찬 마법 진은 흑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카르트의 말에 대꾸하는 듯, 란테르트가 중얼거렸다. -피의 계약은.... 양쪽 모두 절대적으로 계약한 바를 지키겠다는 약 속이라 알고 있습니다.... 이카르트는 한차례 고개를 끄덕였고, 란테르트는 팔뚝을 기울여 고여 있던 피를 바닥에 쏟았다. 촤악 하는 소리와 함께 마법진 위로 한 다발 의 혈화가 피어났고, 이내 마법진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막, 검은 색의 마법진이 모두 피의 붉은 색으로 화했을 무렵 이카르 트는 란테르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몇 마디 중얼거렸고, 중얼거림이 끝나는 순간 그 핏빛의 마법진은 흡사 바닥으로 스며드는 듯이 사라져 버렸다. -이로써, 계약은 성립되었습니다. 루렌드라는 성을 이어받은 인간 란 테르트여. 아르카이제는 평소 부하에게나 내보였던 표정과 목소리로 이렇게 말 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고마워 이카르트.... 란테르트의 표정에 엷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해할 수 없군. 계약 같은 것 없이도.... 난 너를 도울 생각이었는 데.... 어째 서지? 이카르트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자신의 상처에 마법을 걸어 피를 멎 게 한 후 천천히 답했다. -아무리.... 네가 마족이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이면 골치 아 파지잖아. 물론, 죽인 이유야 만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역 시 핑계일 뿐이니까....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바보 같군.... 어차피, 정령들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는 거야. 다 만, 전쟁과 전쟁 사이의 시간이 기냐, 짧으냐의 차이 정도지, 우리는 언제나 전쟁 상태야. 내가 여기서 얼마간 사람을 죽여 정령들과의 평 화가 깨어진다 해도, 싸움과 싸움 사이의 평화가 몇 년 짧아질 뿐이 지....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한차례 웃었다. -하지만.... 넌 그 몇 년의 평화로운 시간을 더 좋아하잖아. 친구에 게서 좋아하는 것을 빼앗는 짓, 난 별로 즐기지 않아. 이카르트는 답답한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휴.... 모르겠군....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마족과 계약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면.... 네게 좋지 않을텐데.... 이카르트의 이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무거운 기류가 생겼 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채 두시간이 지나지 않아 적의 선봉이 일행 바로 앞에 나타났다. 근사한 검은 말을 탄, 적의 선봉장인 듯 한 남자가 너무나도 화려한 황금색 갑옷을 입은 채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기세 등등이 달려왔다. 처음에는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두 사람의 존재를 발견한지 못한 듯 했다. 그 덕에 거의 다 와서야 그는 두사람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 다. -뭐하는 녀석들이냐? 여행자들이면 어서 비켜서라. 무능한 왕을 몰아 내고 이 레냐 땅에 평화를 되찾아 주실 현명하신.... 확실히, 그의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정당하면서도 당연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가 맞딱드린 이 두 사람은 당연한 인간 들이 아니었다.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에게 지어 보이던 미소를 지우며 상대를 한차례 바라보았다. 한참 레냐에 평화를.... 이라고 말할 때 였다. 란테르트는 마법력을 일으켰다. 그는 류마사로, 마법을 사용함에 형 식에 구애받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무형의 창을 네 개 만들어 상대에 게로 날렸다. 막, 현명하신, 이라는 말을 할 무렵, 퍼걱, 하는 듣기에도 섬뜩한 소 리가 네차례 울리며 그 선봉장의 황금색 갑옷을 뚫고 네갈레의 핏줄기 가 등 뒤,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선봉장은 입도 다물지 못한 채 그대로 절명하며, 이내 털썩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말은 주인을 잃자 놀라며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하나. 란테르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파모로아력 660년 4월의 마지막날. 정사에, 2000명의 레냐 왕실 군이, 9000명의 레모노 반란군 및 노마 티아 원군을 전멸 가까이로 몰아 갔다고 기록된 오사 북평 레모노 반 란군 토벌 전쟁은, 핏빛 노을이 너무나도 눈부신 봄날의 저녁에 이 두 사람에 의해 이렇게 시작되었다. 에라브레가 눈을 떴다. 하지만, 에라브레는 눈을 뜨지 않았다. -아, 일어났군요. 어느 샌가 잠에서 깬 모라이티나가 반갑게 아는 척을 했고, -공주님, 왕자의 키스 없이도 잘 일어나는군. 아르트레스 역시 핑크빛 원피스를 입은 채 에라브레의 침대 곁에 서 있다 이렇게 말했다. 반면, 에라브레는 천장만을 멀뚱히 바라본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 았다. 모라이티나는 자신의 이야기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조금 기분이 상해 에라브레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이제 조금 괜찮아요? 에라브레는 또다시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모라이티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 멍히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그제서야 에라브레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아르트레스를 바라보았다. 아르트레스는 손을 뻗어 에라브레의 눈앞에 대고 몇 차례 흔들었다. 하지만, 반응이라는 것의 기능이 완전히 정지한 듯, 에라브레는 미동 도 하지 않았다. 아르트레스는 에라브레의 턱을 쥐고 몇 차례 좌우로 흔들어 보았으 나, 역시 그녀에게서는 어떠한 반응도 찾아볼 수 없었다. 깜빡이는 눈 과 내쉬는 숨을 제하면, 에라브레가 살아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을 수 없었다. -갇혔군.... 아르트레스는 에라브레의 얼굴을 가지고 놀던 손을 빼어 팔짱을 끼며 이렇게 내뱉었다. -갇혀요? 어디요? 모라이티나가 물었고, 아르트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신 안에.... 자폐증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외부의 충격을 정 신이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낄 때, 정신 스스로가 외부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르트레스는 모라이티나의 이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몰라. 의식을 끌어낼 수 있으면, 다시 정상, 아니 아무튼 사람처럼 되는 거고.... 아니면 이대로 머무는 거지. -마법 같은 거로는 치료 안돼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에라브레의 담갈색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탁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제 7단, 제 3단 전멸. 제 2단, 제 4단, 절반 사망. 이로써 피해상황 은 1500명 사망에 300명 중상입니다. 한 병사가 고개를 조아린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몸은 온통 피투성 이에 한쪽 팔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대로 퇴각하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그 병사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한 명의 정찰병이 다가왔다. 방금 전의 병사만큼 몰골은 아니었지만, 얼굴이 파랗게 질려 있었다. -제 1 마법병단, 제 2 마법병단 전멸입니다. 그곳에 있던 현자급 마 법사 2명도 함께 목숨을 잃었습니다. 1천명의 마법사중 도합 200명이 사망했습니다. 듀라드는 그의 분홍색 머리칼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붉은 말에 몸을 기댄 채, 온몸을 회색 갑주로 두르고 있었다. 꽤나 유명한 무인으로 젊었을 때를 풍미하던 그는 이제는 어엿한 군 관료로써의 풍채를 지니 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 조차도, 20년의 관록을 가진 군인인 그로 써도, 전해져 오는 전령의 소식에 당혹 감을 감출 수 없었다. 처음, 두 사람이 앞을 가로막았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듀라드는 유 쾌한 농담이라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이제 그 농담은 조금도 유쾌하 지 않았다. 양군(?)이 맞닥뜨린지 10분. 그 동안 벌써 듀라드는 2000여명의 병사 를 잃었다. 그나마 상대가 마법사라 생각하여 대 마법 방어용 산개 대형을 펼쳐 피해를 이 정도로 줄일 수 있었지, 처음처럼 밀집 대형이 었더라면 웃음도 않나올 뻔했다. -뭐하는 녀석들인가? 듀라드는 언제나의 침착함과 자신감을 잃은 채 곁에서 흰말에 몸을 싣고 있는 로위크니나에게 물었다. 하지만, 로위크니나가 알 리 없지 않은가? -현자 둘이 속해있는 마법병단 2개 200명을.... 단번에 몰살시킬 수 있는 사람같은건.... 잘 모릅니다.... 로위크니나는 마지막에 사람은 모른다, 라는 말에 스스로 깨닫는 바 가 있었다. 돌연 그녀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며 몸을 고삐를 잡은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왜 그러는가? 듀라드의 이 물음에 로위크니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방금의 전령에 게 물었다. -혹시.... 상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느냐? 전령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모릅니다.... 정확한 것은 두 사람인데.... 한 명은 검은 색의 마법 으로 감싼 커다란 검을 사용하고 있고.... 다른 한사람은 마법사인 듯 합니다. 근처에 있던 사람이 모두 그들에게 죽어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은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로위크니나는 입술을 자근 깨물었고, 듀라드가 그런 그녀에게 물었 다. -이대로 그들과 계속 싸워야 하는가? 아니면.... 퇴각.... 로위크니나는 듀라드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기었다. 순간 전령이 한 명 더 달려왔다. -노마티아 원병 제 1단에서 3단까지, 1500명 전멸입니다. 동시에 로위크니나의 조그맣고 빨간 입술이 열리었다. -일단.... 피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전 군에 회피 명령을 내려 주 십시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그들을.... 피하라고. ----------------------------------------------------------------- 후후후.... 시험때인데.... 놀다 이시간까지.... ㅠ_ㅠ;;;; 집에서 쫓겨나는건 시간문제군.... 후후훗.... -_-;;;;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06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4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2 05:53 읽음:173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분명 난전이었다. 수천 명의 병사들이 두 사내를 향해 벌떼같이 달려드는 모습은, 분명 난전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둘이 서있는 주위에는 개 미새끼 한 마리도 얼씬하지 못했다. 처음 적의 선봉장을 죽이고, 그의 부하 50여명을 나크젤 플레아로 날 려버린 란테르트는, 그가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주문인 데스틴 더 비 를 검에 걸었다. 데스틴 더 비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하르제 병기에만 걸 수 있는 마법이었다. 란테르트는 이 마법을 익힌 이래로, 처음으로 온 힘을 다 쏟았다. 검 을 감싼, 번개와도 같은 그리고, 검정색의 뱀과도 같은 검은 기운이 흑색의 불꽃과 방전을 일으키며 검을 휘감았다. 길이는 4 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 넓이는 두뺨이나 되는 거대한 마법의 검이 완성되었다. 어느 것도 베지 못하는 것이 없는 흑색의 거 검巨劍이.... 란테르트는 그저 슥 베었고, 상대들은 그저 슥 베였다. 가장 잘 드는 낫으로 가장 여린 풀을 베는 것보다 쉽게, 란테르트는 상대를 도륙했 다. 하지만, 이 마법은 마법력 소모가 극대했다. 란테르트의 그 강대한 마법력으로도, 검을 간신히 감싸는 크기로 마법을 운용했을 때 하루를 버티기가 버거웠는데, 이 정도 규모로 마법을 일으키면 한시간이 고작 일 듯 싶었다. 그렇기에, 그 혼자서는 이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한다. 치고 빠지는 전법으로 란테르트의 체력을 고갈시킨다면, 아무리 그라도 언젠가는 쓰러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주위를 돌봐주는 한 사내가 있다. 보라색 머리칼이 바람에 한차례 살짝 흔들릴 때마다, 그의 주위공간 이 크게 일그러지며 수백 명이 피를 토하고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부 드러운 손이 한차례 들리워 한 방향을 가리킬 때마다 그 방향으로 한 차례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또다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란테르트는 잠시 마법의 강도를 약하게 하여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 다. -즐기는군.... 이카르트에게 한 말이었다. 이카르트는 정말 그런 행동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한 몇백 명을 죽인 후 조금 기다렸다 다시 힘을 방출하곤 했 다. -너라면.... 이 1만에 가까운 사람들을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을 텐 데....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웃었다. -뭐, 사방 1휴하(1휴하= 약 1킬로미터) 정도만 소멸시켜 버리면.... 하지만 그랬다가는 나크젤리온 님에게 꾸지람을 듣거든. 아마 이러실 꺼야... 사람들의 공포심을 극단으로 끌어 올려야 했지 않는냐?.... 라고....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렇겠군.... 이카르트가 란테르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난, 전쟁을 싫어한다고.... 이런 짓, 내 취미 는 아니야. 이카르트는 다시 한차례 손을 들어 올렸다. 정면 쪽이었다. 공간 자체가 한차례 흔들, 왜곡이 일어나고,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 로 공간의 울렁임이 곧추 뻗어나갔다. 그리고 뒤이어 바닥이 일어나며 먼지와 돌들이 휘날렸고, 이내 퍼걱 하는 소리와 함께 그 공간이 함몰 해 버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곳에 있던 300여명의 사람들은 서 로 뼈와 살이 뒤섞여 흙속으로 스며들어 버렸다. 말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내가 알던 한 인간이.... 반경 1백 휴리하(1 휴리하=약 1미터)의 공 간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리는 마법을 사용했었지.... 정말 장관이었는 데.... 100년쯤 전의 일이야. 이카르트는 피죽이 되어 흘러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 고, 란테르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반경 100 휴리하? 그 마법을 여기서 사용하면.... 1000명 이상을 단 번에 보내겠군.... 이카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야. 말 그대로 직경 200휴리하의 공간이 사라 져 버리니까.... 그때 이는 엄청난 바람에 주위가 엉망이 되어 버리 지. 적어도 직경 400휴하 정도 공간에 있는 생명체에게 죽음, 혹은 치 명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어. 그의 말에 란테르트는 한숨을 한차례 내 쉴 뿐이었다. -누구지?.... 인간이 그렇게나 강할 수 있는 거야? 이카르트는 한차례 웃었다. -뭐.... 전대, 아니 이제 전전대가 되었겠군.... 아무튼 테미시아 님 의 수신사였어. 왠지 마계의 마법까지 익히고.... 아무튼 약간 이상했 지.... 하지만, 굉장히 강했어.... 내 세 아이들과 육박전을 벌여 두 시간 가량이나 끌었을 정도니까. 란테르트는 더더욱 혼란을 느꼈다. -인간이.... 고위 마족과 육박전을 벌여서 두 시간이나 끌어? 그것도 3대 1로? 이카르트는 또다시 손을 뻗어 200여명을 짓이겨 놓고는 다시 입을 열 었다. -나보다 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강했지. 방약무인. 이들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정확한 말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들의 이런 여유로운 모습에 적들 은 전율에 가까운 분노를 느꼈으나, 함부로 접근할 생각은 하지 못했 다. 아니, 군령만 아니었으면 당장에 도망을 쳤을 것이다. 그때, 군령이 떨어졌다. 장병들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피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구름이 흩어 지듯 좌우로 흩어졌다. 용병 집단이기에 약간 어지러웠지만, 그럭저럭 군령이 잘 잡힌 듯 혼란은 오지 않았다. 물이 빠지듯 쫙 갈라지는 병사들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던 두 사람 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단하군.... 상황 판단력.... 란테르트가 중얼거렸고, -확실히, 겨우 4000명 정도 잃은 상태에서 손을 떼는걸 보면....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다른 병사들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본 진의 깃발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두 개로 갈라진 양 군중 하나의 깃발이 어지럽게 흔들리고 꺾이며 군세가 크게 혼란해 졌다. 기습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멀리서 푸른 독수리의 깃발이 높이 창공에 휘날리기 시작했 다. -반란군을 박살내라. -레냐 왕실은 영원하다. 따위의 원색적이고 유치한 대사를 읊어대며 방금의 퇴각으로 어지러 워진 듀라드의 군을 공격하기 시작한 푸른 깃발의 병사들은, 그들이 내뱉은 대로 반란군을 박살내기 시박했다. 은빛의 중갑에 할버드와 커다란 방패로 무장한 중갑병들이 전열에 늘 어선 채 한 줄로 듀라드 군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 다. 그리고, 듀라드의 반란군 2000명은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짓밟히고 창에 찔리워 달아나기 바빴다. -레냐 왕실 근위대와 수도 방위군? 자신들의 왼편에서 커다란 혼란이 일자,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본능 적으로 고개를 그쪽으로 향했고, 공중에 나부끼는 푸른 독수리의 깃발 을 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푸른 독수리는 바로 레냐 왕실의 상징이 었다. 이 독수리가 바로 레냐 대륙의 수호수守護獸라고 믿어지는 푸른 독수리 블루리오우스였다. 이카르트의 중얼거림에 란테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하지만, 우리와는 상관없잖아. 이카르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두사람은 곧바로 본진을 향해 나아갔 다. 수많은 병사들중, 절반은 레냐의 왕실 근위대와 싸우고 있느라, 그리 고 나머지 절반은,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덤벼들면 도망쳐야겠다, 라 는 생각을 하느라 모두 멍하니 서 있었고, 1000여명의 듀라드 친위대 는 중갑 밖으로 떨리는 모습이 보일 정도로 몸을 떨며 두 사람의 접근 을 바라보고 있었다. -막아라. 듀라드 님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라. 그래도 개중 용감한 사람은 있는 모양이었다. 누군가 이렇게 소리쳤 고, 동시에 200여명의 중무장한 창병들이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는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 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브에는, 이제쯤 정신이 들었겠지? 란테르트의 중얼거림에 이카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난동이나 안 부릴지 모르겠군.... 란테르트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고, 이카르트는 그새 상당히 접근 한 200여명의 용감한 병사들을 한차례 바라본 후, 말을 받았다. -괜찮을 꺼야. 아르트레스와 모라이티나 둘이서 어떻게 하겠지.... 말을 마침과 동시에, 퍼억 하는 소리와 으악 하는 비명이 동시에 울 려 퍼졌고, 그 용감한 병사들은 주위에 널브러져 있던 시체들과 비슷 한 모습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 훗훗.... 1. 남들 다 하기에 따라해보는.... *** 캐릭터 프로필!!!! *** Lantert Lurend 란테르트 루렌드 (파모로아력 637-???, 현 나이 23세) 간단히 싸이코. 정상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인간!!! 그는 모든 존재를, 자신에게 잘대해준 자와 그렇지 않은존재, 두가지로만 생각. 전자에게는 심장도 빼줄 정도로 잘해주지만, 후자에게는.... -_-;;; 인간중 2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강하다. 키 183 Cm , 몸무게 70 Kg. 약간 호리호리한 편.... Sapiella Suivret 사피엘라 수이브렛 (파모로아력 639-657, 사망당시 18세 -_-) 착하고 순정적이다, 왜에는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아가씨!!!! 하지만, 어느 악독한 인간(?)에 의해.... 죽을 운명으로 점지워 졌다.... 마법력이 상당했으나, 실전경험의 꽝으로, 싸움에는 도움을 거의 못 주었음!! 란테르트의 영원한 연인!!!! 주연급을 제외하고는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옴 -_-;;; 키 164 Cm , 몸무게 비공개. 정상적인 체형임.... Erabre Suivret 에라브레 수이브렛 (파모로아력 642-??? 현 나이 18세) 역시 약간 정신이 헥가닥...-_-;;; 애증이 폭팔해 정신을 못차리는 아가씨... 원래부터 뛰어난 마법사였던데다 근 3년간의 피나는 노력으로 상당한 경지에 이르름. 검술도 상당!!!! 키 163 Cm , 몸무게 45 Kg. 상당히 마른편임.... 못 먹어서.... -_-;;; Icart 이카르트 (Arrkaize 아르카이제의 인간형 이름, 현 나이 3660세 -_-;;;) 마찬가지로.... 제정신은 아님.... 인간에게 빠져 허우적 거리는 마족.... -_-;; 강하다!!!! 그리고.... 일부 극소수의 존재를 상대할때를 제하곤.... 잔인하다. 키 174 Cm , 몸무게 54 Kg. 말랐다. 하지만, 마족이기에 말랐다는 느낌을 안듬!! Morraitina el Elfgran 모라이티나 엘 엘프그란 (파모로아력 641-??? 현 나이 19세) 얘 역시 정상이라 하기는.... -_-;;; 띨하다!!!! 머리가 나쁘지는 않은듯 하나, 극악의 가정교육과 유아 사회 환경 덕에 순진함의 도가 지나치다. 엘프의 성년이 20세이다!!!! 라는 돌팔이 글장이의 극악 날림 설정으로, 성인식을 1년 남겨둔 상태이다. 키 149 Cm , 몸무게 28 Kg. 역시 말랐다. (엘프의 뼈는.... 플라스틱??) Tresia 트레시아 (Arrtres 아르트레스의 인간형 이름, 현 나이 2660세 -_-;;;) 역시 정상은 아니다. SM 과 미남자 수집 취미가 있는듯.... -_-;;; 최근엔 레즈까지 노린다는.... -_-;;;; 요즘은 란테르트에게 빠져 수집까지도 중지한 중이다. 그래서 모아둔 남자들의 원성이.... (이게 뭔소리여... -_-;;;) 키 175 Cm , 몸무게 65 Kg. 가슴 때문에 몸무게가..... *_*;;;; Arrfeone 아르페오네 (현나이 2660세 ^^;;) 또한 비정상.... ㅠ_ㅠ;;; 아버지이자 창조주인 아르카이제를 사랑!! 한다. 근신중으로.... 당분간 출현 예정 없음.... ^^;;; 키 168 Cm , 몸무게 비공개. 약간 호리호리. 2. 가즈나이트에서 보고 '아, 재미있다, 나도 해봐야지!!' 라는 생각에서 해보는, *** 개날림!!! 힘의 비교!!!! (귀찮으니까.... 간단히.... ^^;;;) *** 물리공력 마공력 물리방어 마법방어 스피드 기술 총체적힘 란테르트 599 602 553 593 398 607 603 (데스틴 더 비 사용시)3930 9337 553 593 398 607 2970 (역시 인간은 아니었어.... 필살기 사용중에는 마족에 필적하는.... -_-;;;) 사피엘라 31 99 22 87 37 15 63 에라브레 102 123 67 83 103 156 165 모라이티나 57 150 23 72 253 12 99 (레이요니르 사용시) 119 272 23 72 253 12 223 아르트레스 2845 2937 2999 2892 2899 2937 3140 아르페오네 2611 3021 2810 2983 2932 5266 3180 이카르트 73730 93340 89300 73770 97300 93300 95390 비교용.... 보통 인간, 마물. 40 0 35 10 50 10 25 검사급 인간. 상급마물. 85 40 70 50 85 120 95 아왈트(기억하실려나??)197 0 90 47 92 220 230 로위크니나 35 122 25 308 38 112 215 하급 마족, 정령. 100 150 90 230 299 150 120 중급 마족, 정령. 엘프 520 800 430 999 820 560 630 상급 정령. 드래곤 2300 2800 2500 2700 2500 2700 2600 정령왕 라미에라(火) 42620 99100 58300 99265 76930 99897 78576 엘프의 신 가엘프 1659327 4356119 1426643 8332753 6462367 9377792 4639936 (레이요니르 사용) 3268596 8654312 1426643 8332753 6462367 9377792 6986356 흑염 나크젤리온 3322832 7793552 5236933 6693395 8336934 7236849 7734777 에고.... 나도 할일 엄청 없나보네.... -_-;;;; (무슨 복권 당첨 번호 같다는...-_-) 위 자료의 신빙성은?..... -_-;;;;; 이런건 믿지 말아요!!! 심심풀이!!!! 그러니까, 이건 왜이런거야!!!! 라거나, 글 속에서랑 너무 다르잖아!!!! 같은 말은 소용 없죠.... 호호호... ^^;;; (난 개날림이라네..... ^^;;) 쓸떼없는 이야기로 페이지 채운 바보수룡 아그라 였데요!!!! 아참, 루플루시아님도 잘 계세요!!!! 추신.... 참고로, 루플루시아님은 라미에라님과 비슷한 능력치 분포를, 그리고 수룡 아그라는 루플루시아님보다 아주 조금 높은 능력치를.... ^^;; (왕입니다요!!! 수룡왕!!!) 하아.... 그리고, Sion 님이 쓴 어래저래 Vol.2도 올라왔군요... ^^;;; 참고하시길....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14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5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3 05:48 읽음:192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한편,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아니 두 사람이 살육하고 있는 사이 아르트레스와 모라이티나는 눈동자가 풀려버린 에라브레의 정신을 돌 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정신차려. 아르트레스는 에라브레의 어깨를 잡은 채 거칠게 앞뒤로 흔들었고, 에라브레의 기다란 갈색 머리채가 허공에 마구 흩어졌다. -그만둬요. 그러다 죽겠어요. 모라이티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렇게 말리자 아르트레스는 표독스 럽게 한차례 쏘아보며 말했다. -안 죽어. 너처럼 허약한 줄 알아? 아르트레스는 점점 더 세차게 에라브레를 흔들었고, 힘없이 흔들거리 는 에라브레의 목에서 투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라이티나는 서둘러 아르트레스를 밀어내며 외쳤다. -제발 멈춰요. 그렇게 무식하게 사람을 잡아 흔든다고 제정신이 돌아 와요? 아르트레스는 모라이티나의 행동에 냉소를 터트리며 한 걸음 뒤로 물 러섰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럼 네가 한 번 해봐. 모라이티나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우리 위대한 엘프의 힘을 보여 주겠어요. 모라이티나는 막상 이렇게 말했으나 무얼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웅.... 웅.... 침대에 멍하니 앉아 풀린 눈동자로 앞만을 응시하는 에라브레를 바라 보며 모라이티나는 멍청히 서 있었다. 아르트레스는 그런 모라이티나를 향해 한차례 간드러진 웃음을 웃었 다. -오호호.... 역시 바보였구나. 모라이티나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얼굴이 빨개졌고, 아르트레스는 그 런 모라이티나를 밀치며 중얼거렸다. -어찌됐건, 충격 요법이 최고야. 아르트레스는 돌연 손을 들어 에라브레의 따귀를 한차례 때렸다. 에 라브레의 고개는 휙 왼쪽으로 돌아갔고, 뺨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비록, 상처가 생기지도 피가 나지도 않았으나, 짝, 하는 꽤 아플 것 같은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모라이티나는 앗, 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크게 떴고, 너무나 황 당한 이 광경에 서너 차례나 에라브레의 뺨에 불똥이 떨어지도록 멍하 니 서 있을 뿐이었다. -멈춰요. 뭐하는 거예요? 아르트레스는 모라이티나의 말은 무시한 채 에라브레의 따귀를 한 대 더 올려붙였으나, 에라브레의 눈동자는 여전 풀려있는 그대로였다. -그랬다 이거지? 아르트레스는 슬슬 약이 오르는지 있지도 않은 소매를 걷어붙치며 이 렇게 중얼거렸고, 이내 주먹을 꽉 쥔 채 에라브레의 얼굴을 칠 채비를 했다. 모라이티나는 그 모습에 놀라며 아르트레스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았 다. 그리고는 있는 힘껏 그녀를 잡아 당겼다. -하지 말아요. 정말 그러다 죽어요. 그냥 이대로 놔두기로 해요. 나 중에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돌아오면.... 모라이티나의 말에 아르트레스가 외쳤다. -시끄러. 감히 이 아르트레스 님이 손수 쓰다듬어 주는데도 정신을 못 차려? 모라이티나도 뒤지지 않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 억지가 어디 있어요? 일단 그냥 두기로 해요. 아르트레스는 자신에게 매달린 모라이티나를 질질 끌며 에라브레에게 로 접근했다. 모라이티나는 그런 아르트레스의 모습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순간 모라이티나가 아르트레스를 잡았던 손을 놓았고, 그 덕에 아르트레스 는 균형을 잃으며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갑자기 손을 놓으면 어떻게 해? 아르트레스는 몸을 돌려 모라이티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외쳤다. 하지 만, 모라이티나의 표정이 굉장히 이상해 순간 할 말을 잊었다. -뭐, 뭐야? 그 얼굴?.... 모라이티나는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입술을 비비작 거리는 버 릇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행동을 하고 있었다. -어.... 트레시아, 어째서 이렇게 필사적인 거죠? 당신이라면.... 한 차례, 오호호호, 웃고 무시해 버릴 줄 알았는데.... 모라이티나는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여자였다. 중간에 오호호호 하는 웃음소리를 낼 때에는 아르트레스의 그것과 거의 흡사했다. 아르트레스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얼른 적당한 대답이 떠오르지 못했 다. 아니, 그 점에 있어서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응?.... 글세.... 모라이티나의 이야기가 계속됐다. -게다가 에라브레는.... 에라브레도 란테르트를 좋아하고.... 란테르 트 역시 당신보다는 에라브레를 좋아하는데.... 에라브레가 이 상태라 면 당신이 더 유리하잖아요. 아르트레스는 중간에, 란테르트 역시 당신보다 에라브레를 더 좋아하 는데, 라는 부분에서 안색이 바뀌며 입술이 달싹였으나 모라이티나의 이야기가 끝난 후에나 입을 열었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음.... 이런 미묘한 문제는 너같은 어린아이 는 이해할 수 없어. 아르트레스는 자신조차도 잘 모르겠는 이런 마음을 이 한마디로 얼버 무렸고, 모라이티나는 어린아이라는 말에 씨근거렸다. -우씨.... 두 사람이 티각거리는 동안에도, 에라브레는 눈만을 깜박일 뿐이었 다. 최후의 방어진까지 뚫었다. 또다시 3, 4백명의 병사들이 이카르트와 란테르트에 의해 생을 마감 했고, 400명 남짓 남은 근위대는 좌우로 흩어진 채 이 두 사람을 두려 움에 떨며 바라보고 있었다. 듀라드는 침착을 원했으나, 그것을 행하지는 못했고, 로위크니나는 두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마자 놀라 낙마를 해 버렸다. -다, 당신들이었군요.... 로위크니나는 더 이상 그 역겨운 미소를 짓지 못하였다. 얼굴은 노골 적이다 싶을 정도로 두려운 빛을 띄었고, 대현자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두 다리를 벌벌 떨고 있었다. 이카르트가 살짝 미소지었다. -일전에 한 말 기억하실 지 모르겠군요. 이카르트의 이 한마디에 로위크니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에라브레가 잘못되면 자신을 죽이 겠다는 말이었던 것 같았다. -그, 그.... 나는.... 아니, 저는.... 평소, 몇 마디 말과 한차례의 미소로 사람들의 목숨을 떡 주무르듯 하던 로위크니나는 정작 자신의 목숨은 어쩌지 못하는 듯, 말을 더듬 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냉소를 머금었다. -웃어보시지 그러십니까? 그리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목숨 을 구걸해 보십시오. 로위크니나는 풀려버린 다리 덕분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였다. 9000명 의 병사들에 둘러 싸여있던 상태에서 이 두 사람 앞에 노출되어 버린 지금, 그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 하지만.... 나, 나는.... 란테르트는 로위크니나를 잠시 더 내려다보다가 들고 있던 검을 집어 넣고는 챙겨 나왔던 에라브레의 검을 꺼내들었다. 로위크니나는 그 검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 그 검은?.... 란테르트가 천천히 그녀의 말에 이어 입을 열었다. -당신께 속아 죽을 뻔한 한 아가씨의 검입니다. 참고로, 제게는 친동 생과 같은 아이이고요. 로위크니나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동생 같은 이라니.... 그녀는.... 당신을.... 란테르트가 말을 가로챘다. -증오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는 제 친동생과 같은 아이입 니다. 로위크니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잠시 멍해졌고, 란테르트는 얼굴에 피 어있던 엷은 냉소 섞인 미소를 지우며 검을 들어올렸다. 스윽, 경미한 마찰음과 함께, 란테르트의 검이 로위크니나의 오른쪽 가슴에 박혔다. 웬일인지 란테르트는 심장을 노리지 않고 오른쪽 폐의 정중앙에 검을 박았다.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찡그리는 로위크니나를 향해 란테르 트는 한차례 냉소를 터트릴 뿐이었다. -뭐.... 사지는 남겨 드리지요.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로위크니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검을 뽑았 다. 그리고는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미소는 싸늘했고, 목소리는 냉 랭했다. -폐 속에 피가 점점 차고, 그렇게 되면 당신의 사인은 과다 출혈이 아니면 질식사가 되겠지요. 조금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리고, 조금 괴로울 태고요.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고,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의 행동을 무덤덤히 바라보다 함께 몸을 돌렸다. 로위크니나는 크게 놀라 다시 무슨 말을 하려다 돌연 피를 왈칵 쏟아 내며 기침을 해댔다. 바닥에 엎드린 채 미친 듯이 피섞인 기침을 해대는 로위크니나를 뒤 로한 채 몇 걸음 옮기던 란테르트가 돌연 몸을 돌리더니 다시 로위크 니나에게 접근했다. -아차, 한가지 잊을뻔 했군요. 당신이 마법사였다는 사실을....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엎드린 몸을 버티고 있는 로위크니나 의 왼손을 짓밟았다. 우두둑 소리가 나며 손뼈가 모두 부러져 나갔다. 로위크니나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비명소리 는 피를 토해내는 기침소리에 가려 계속되지 못하였다. 란테르트는 곧바로 손을 뻗어 피를 쏟아내고 있는 입을 가리고 있는 그녀의 다른 쪽 손을 잡아 바깥쪽으로 휙 꺾었다. -아악!!.... 로위크니나는 통증에 다시 한차례 소리를 내질렀고, 그녀의 두 손은 뼈가 부러져 흐느적거렸다. -이 상태로 마법을 사용하여 스스로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면.... 살아나십시오. 주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어느 누구도 란테르트를 말리지 못하였다. 심지어, 너무하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니,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있었다. 모두들, 란테르트의 시선이 자 신에게 닿을 때마다 황급히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란테르트는 또다시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뒤쪽에서 신음 섞인 로 위크니나의 비명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으나 그는 눈 하나 깜짝이 지 않았다. 이카르트는 묵묵히 그의 뒤를 걷다가 입을 열었다. -대단하군.... 란테르트는 쓰게 웃었고, 이카르트가 이어 입을 열었다. -사지는 남겨 준다, 라.... 뭐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듯 들리는 군.... 이카르트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이내 천천히 입 을 열었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내게 은혜를 베푼 사람중, 너를 제하곤 모 두 여자였어.... 아니, 네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계산에 넣으면 모 두 여자였지. 그래서.... 여자라는 종족에 대한 최소한의 고마움의 표 시라고나 할까?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의 대답에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정말 재미있어. 듀라드와 그의 병사들은 그렇게 웃어대는 이카르트의 모습을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이 두사람의 모습이 지평선 저쪽으로 거의 사 라질 무렵.... 듀라드는 말에서 내려서서는 바닥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로위크니 나를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는 괴로워하며 비명을 질러대는 로 위크니나를 내려다 보다 검을 뽑아들었다. -마지막 선물이다. 나의 가장 훌륭한 부하이며 내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여. 듀라드의 검은 로위크니나의 심장을 관통했고, 이내, 그녀는 몸을 한 차례 떨며 절명했다. 입가에는 원망인지 기쁨인지 모를 야릇한 미소가 피어 있었다. 듀라드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쓸쓸한 미소로 바라보더니 이내 말 위에 몸을 실었다. -날은 이미 저물었다.... 모두들 고향으로 돌아가라. 아내가 있고, 아이가 있으며, 부모가 있는 곳으로.... 이곳에 뼈를 묻는 것은 나 듀 라드 폰 레모노 한 명으로 족하다. 그나마 모두 달아나 버려, 이제는 1000명 남짓 남아있는 병사들을 향 해 이렇게 외치며 듀라드는 말을 남쪽으로 몰아 질풍같이 달리기 시작 했다. 흙먼지가 자욱히 그의 뒷모습을 가리며 피어올랐다. 파모로아력 660년 4월 30일의 싸움은 이렇게 종극을 맞았다. 비록, 최종적으로는 레냐 본국이 반란군을 격파했다, 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 으나, 레냐는 이 싸움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네해 후의 봄에, 354년의 역사를 끝으로 레냐는 완전히 멸망해 버린다. 그리고 그로 인해 일곱 대륙의 여섯 나라들 사이의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져 669년 일곱 대륙 사이의 대통일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 역사의 인과관계의 시발점이, 우습게도 란테르트라는 인간과 이카 르트라는 마족에 의한 것임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 후우우우..... 가즈나이트.... 드디어 따라잡았다... 연재분까지.... 이렇게 시험은.... 뽀작나버렸구나..... ㅠ_ㅠ;;;;; 역시 대작 입니다요!!!! 갱장하죠.... 갱장해.... (에고고... 당분간은 슬럼프다.... 전 제꺼보다 잘쓴 글 보면.... 슬럼프에.... ㅠ_ㅠ;;;;) 시험은 어제부로 끝!!!! 후후.... 당분간 방바닥이나 긁어야 겠네요. ^^;; 초 무적 슬럼프 기간이기에.... 당분간 글쓰는건 쉬어야 할듯...ㅠ_ㅠ;; (나는 한달에 한번.... 허거걱....이게 뭔서리여.... ㅠ_ㅠ;;;) 암튼, 오래간만에, 제 이 글 보시는 모든분들께 감사!!! 드리구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가즈보다 시험 뽀작내 먹은 바보수룡..... 아그라..... ㅠ_ㅠ;;;;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23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6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4 01:19 읽음:178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20. 귀향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다시 에라브레가 묶고 있는 오사시의 여관에 돌아온 시간은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막 두 사람이 방에 들어섰을 무렵, 모라이티나는 피곤에 겨워 꾸벅 꾸벅 졸고 있었고, 아르트레스는 창가에 서서 팔짱을 낀 채 근심스러 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막 방문이 열리며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들어서자 모라이티나는 잠 에서 깨며, 그리고 아르트레스는 창가에 서있던 몸을 돌리며 인사했 다. "아!, 일은 잘 됐어요?" "뜻하는 바 이루셨나요?" 전의 것이 모라이티나의 말이었고, 후의 것은 아르트레스의 말이었 다. 란테르트는 두 여자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걸음을 옮겨 에 라브레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라브에는.... 어떤가요?" 란테르트의 물음에 모라이티나와 아르트레스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 그게...." 아르트레스는 난처해하며 이렇게 얼버무렸고, 란테르트 역시 안색이 크게 변하며 다시 물었다. "또, 다시 광증이 도졌나요? "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혹시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다든지...." 란테르트가 다시 물었고, 아르트레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비슷합니다." 아르트레스의 대답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모라이티나가 곁에서 설명했다. "자폐증에 걸렸대요.... 보지도 듣지도 않아요. 저녁도 간신히 먹였 어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모라이티나와 아르트레스는 약간 불안한 표정을 지었고, 이카르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반면 란테르트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는 여태껏 모라이티나 가 앉아 졸고있던, 에라브레의 침대 곁에 있던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라브에...." 어지럽게 흐트러진 에라브레의 머리칼을 한차례 쓰다듬어 정리하며 란테르트가 이렇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자고 있는 거니?...." 란테르트는 손을 뻗어 에라브레의 하얀 손을 들어올렸다. 그는 두 손 으로 감싸듯 에라브레의 손을 쥐었다. "언제든지.... 네가 원할 때 돌아오는 거야.... 그곳에서.... 꿈에서 깨어나듯...." 이카르트는 천천히 란테르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자폐증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 뭐 방 법이 있겠지...."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는 천천히 쥐고있던 에라브레의 손을 쓰다듬었다. 겉으로 슬쩍 보 기에는 여전 하얗고 고운 손이었으나, 근 3년간의 고생을 이야기 해 주듯 뼈마디가 울퉁불퉁 했고, 여기 저기 조그마한 상처가 수도 없이 나 있었다. 란테르트는 과거 눈이 보이지 않았을 때, 에라브레의 손에 이끌려 마 을을 돌아다녔었다. 그렇기에 에라브레에 대한 기억은 시각적인 것보 다는 이렇게 촉각적인 것이 더 많았고, 란테르트는 이렇게 에라브레의 손을 어루만지며 과거의 기억을 하나 하나 떠올리고 있었다. "많이 거칠어 졌구나, 이 손.... 조그맣고 보드랍던 손이...." 천천히, 란테르트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 방 울져 떨어지지는 않았다. 스스로가 사피엘라의 무덤 앞에서 한 약속 때문이었다. 이카르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폐증은, 잠에서 깨어나게 할 만한 충격을 주면 생각보다 간단히 정상으로 돌릴 수 있어." 그때, 아르트레스가 조그맣게 모라이티나에게 말했다. "거봐, 충격을 주는 게 맞잖아." 모라이티나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그런 충격이 아니잖아요." 비록 두 사람이 란테르트와 이카르트의 귀에 들어갈까 저어하여 조그 맣게 입술을 달싹였으나, 듣지 못할 란테르트와 이카르트가 아니었다. "무슨 짓을 했던 거지?" 이카르트가 천천히 물었고, 아르트레스는 입술을 깨문 채 대답을 망 설였다. "그, 그게...." 그런 아르트레스의 모습에 모라이티나가 대신 대답했다. "막 때리고 흔들고 했어요. 잘 봐요, 뺨이...." 아르트레스가 돌연 모라이티나의 입을 막았고, 이카르트는 한심하다 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여전.... 그 모양이군...." 아르트레스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란테르트를 살폈으나, 별다른 표정 의 변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르트레스를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우리 라브에에게 그렇게 까지 신경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레시 아." 아르트레스는 뺨에 홍조가 돌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에요...." 란테르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충격? 어떻게 해야하지?" "글세.... 딱히 어떻게 해야한다, 라는 것은 없고.... 다만 시간을 두어 그녀가 좋아했던 것을 하나씩 보여주면서, 혹은 그녀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것을 하나 하나 경험하게 해 주면서 경과를 살펴야 지." 이카르트의 대답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에티콘 마을로 가야겠군...." 이카르트 역시 고개를 끄덕여 찬성했고, 곁에서 모라이티나가 끼여들 었다. "에티콘이요? 뭐하는 곳이죠?" 란테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브에가 자란 곳이야.... 피엘과 함께...." 모라이티나는 자신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을 내질렀다. 순간 란테르트가 한차례 격렬히 기침을 해대며 피를 쏟았다. 동시에, 이카르트와 모라이티나, 아르트레스가 각각 한 걸음씩을 앞으로 내딛 었고, 란테르트는 기침을 쉽사리 멈추지 못한 채 한참 동안이나 피를 토했다. "괜찮아요?" 간신히 기침을 멈춘 란테르트에게 모라이티나가 이렇게 물었고, 란테 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무리였군.... 아직 폐에 난 상처가 완쾌되지도 않았는데...." 이카르트가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한차례 내보였다. "뭐.... 이제와 어쩔 수 없지...." 란테르트가 피를 토한 덕분에 에라브레가 누워있는 침대의 한쪽이 온 통 붉게 얼룩졌고, 에라브레의 옷에도 홍색의 반점이 피어났다. 란테르트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천천히, 고꾸라지듯 엎어졌다. 돌연 밀려온 피로에 잠이 들어 버린 것이었다. "아니.... 걷고 싶어.... 두 자매와 함께.... 전에 걸었던 길을...." 이카르트가 공간이동으로 에티콘시 까지 함께 가자는 권유를 란테르 트는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는 지게 비슷한 것을 하나 마을에서 구입해 그곳에 에라브레 를 앉혔다. 그리고는 엷은 회색 빛의 망토로 에라브레의 온 몸을 둘러 쌓다. 에라브레는 그렇게 지게 왼편으로 두 다리를 빼고, 얼굴만을 내놓고 있는 상태로 란테르트의 등에 업히었다. 아르트레스는 마차나 말을 권했으나, 란테르트는, "이렇게 라도.... 사죄하고 싶어...." 라고 답하며 끝내 에라브레를 업고 가려 했고, 더 이상 아무도 그를 말리지 못했다. 어찌 보면 꼴불견일 듯도 싶었으나, 아르트레스의 미적 감각을 십분 살린 몇몇 장치 -망토로 에라브레의 몸을 감싼다, 라는 것도 그녀의 생각이다.- 덕분에, 그럭저럭 다른 사람들의 조롱은 면하였다. 란테르트는 아직 상처가 완쾌되지 않은 상태였다. 비록, 모라이티나 의 마법 덕에 외상은 거의 완치됐으나, 역시 폐속 깊이, 그것도 두 차 례나 난 상처는 쉽게 낫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연일 계속해 무리하 여 힘을 쓴 덕이 폐는 골병이 들기 직전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에라브레와 여러 짐들, 특히 이제까지는 거의 쓸모가 없었던 금화 등의 거의 25여 뮬(1뮬=약 2킬로그램)이나 되는 짐들을 지고 가니 그 힘들어하는 모습이란 곁에서 보고 있는 사람이 다 안쓰 러울 정도였다. "짐들은, 내게 넘겨." 이러한 이카르트의 말에도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내 짐들이야.... 내가 지어야 할...." 언제나 란테르트의 대답은 이러했다. 아무리 초인적인 체력을 지닌 란테르트라도, 이 상태에서는 하루 20 휴하(1휴하-약 1킬로)를 걷기 힘들었다. 첫날은 겨우 15휴하 정도 걸 은 후 쓰러지다시피 길가에 주저앉아 버렸고, 일행은 거기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이제 일행은 은근슬쩍 끼어버린 아르트레스와 천신만고 끝에 되돌아 온 에라브레 이 둘을 합쳐 다섯이 되었다. 하지만, 왠지 분위기는 셋 이었을 때 보다 훨씬 차분했고, 또 무거웠다. 란테르트는 말할 기운도 기분도 아니었기에 당연 입을 다물었고, 이 카르트는 결코 촐랑거리는 성격 따위가 아니었기에 묵묵히 란테르트의 곁을 걸었다. 아르트레스와 모라이티나 이 둘은 그나마 이들중 이야기를 하는 존재 들로, 거의 대부분은 별 것 아닌 일로 말싸움이나 벌이는 정도 였으 나, 그래도 그 덕에 란테르트의 얼굴에 가끔 미소가 어리었다. 에라브레는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 란테르트의 등뒤에서, 그의 걸음 걸이에 따라 조금씩 몸을 흔들거릴 뿐,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녀의 담갈색 눈동자는 탁해 있었다. 란테르트는 저녁 무렵 쓰러져 잠이 들어 버렸고, 시간이 흘러 자정 무렵에는 모라이티나도 아르트레스와의 말싸움에 지쳐 잠이 들었다. 이카르트도 아르트레스도 잠을 잘 이유는 없는 존재들이기에, 이 새 까만 밤에 모닥불을 뒤척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르트레스는 감히 상관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모닥불을 바라 다보고 있었고, 이카르트는 멀리 시선을 동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하루의 절반은 눈을 뜬 채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눈을 감은 채로 있었는데, 그를 보면 잠은 자는 듯 했다. "슬슬, 돌아가 보아야 하지 않느냐?" 이카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고, 아르트레스는 움찔 하며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 네겐 네가 해야 할 일이 있고...." 이카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괄괄한 그녀도 이카르트, 즉 아르카이제 앞에서는 오히려 아르페오네만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입술을 깨무는 것은 그녀 로써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불만의 표시였다. "하지만...." 아르트레스는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으나, 더 이상은 잇지 못하였 고, 그런 그녀를 향해 이카르트가 미소지어 보였다. "결코 네가 방해되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다. 네가 있기에, 그리고 저 엘프 아가씨가 있기에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만.... 내 가 없는 마계에 너까지 빠져 버리면...." 그때였다. 이 둘이 모여있는 모닥불 가의 한 공간이 이지러지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짙은 갈색의 머리칼을 적당히 다듬은, 그리고, 화려해 왕궁에서나 입 을법한 로브를 걸치고 있는 사내로, 이카르트만큼은 아니었으나 나름 대로 굉장한 매력을 가진 남자였다. 그는 한쪽 무릎을 땅에 댄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카르트에게 공손 한 것을 보니, 마족인 듯 싶었다. "미천한 사제 아르르망이 흑염기사님께 인사 올립니다." ----------------------------------------------------------------- 후우~~~~~~~~~~~~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23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7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4 01:20 읽음:1854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아르르망. 그 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밝힌 그의 이름은 아르르망이었 다. 이카르트의 세 부하중 한 명으로, 그의 말대로 사제였다. "흑염사黑炎師인가?" 이카르트는 그의 등장에 살짝 미소지어 인사하며 이렇게 말했고, 아 르트레스 역시 조금 반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르르망은 이카르트의 말에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이카르트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네가 이곳까지...." "흑염무가 보내서 왔습니다." 아르르망이 공손히 답했고, 이카르트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아르페오네가? 어째서 너를.... 직접 와선 안될 정도로 급한 일도 없을 텐데...." 이카르트의 물음에 아르르망은 약간 곤란해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스스로 한 달간 몸을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1년간 이 세상으로 나올 권리도 포기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일에 대한 사죄의 의 미에서...." 이카르트는 더더욱 눈살을 찌푸렸고, 아르트레스 역시 조금 놀라며 호,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쓸데없는 짓을.... 바보 같구나...."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 흔들다가 불쾌한 기색을 지우며 아르르망에게 말했다. "그렇게 됐구나.... 용무는 그것뿐인가?" 아르르망은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예....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돌아가거라. 계속해 수고하기 바란다. 지금, 우리중 진지한 존재는 너밖에 없는 듯 하니...." 아르르망은 다시 한차례 고개를 숙였고, 아르트레스를 향해 눈인사를 한 후 모습을 감추었다. "바보 같은 녀석.... 괜한 짓을...." 이카르트는 왠지 쓸쓸한 미소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르페오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녀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도 많이 생각하고 한 결정일 꺼에요.... 그러니 까....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아르트레스는 조심스레 이렇게 말했고,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무서워하는 자신에게, 아르페오네를 위해 한마디하는 그녀가 이카르트는 꽤나 귀여워 보였고, 또 대견스레 보이 기도 했다. "그런가? 그보다.... 일전 너희 둘이 다툰 일은 어떻게 되었나?" 이카르트의 물음에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부끄럽습니다.... 괜한 짓을 해서...." 이카르트가 한차례 웃으며 말했다. "진 모양이구나. 아마 그럴 것이다.... 아르페오네, 그 아이는 성격 이 꼼꼼하니까...." 아르트레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카르트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언니로서의 위엄을 보이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아르트레스의 말에 이카르트가 다시 한차례 웃었다. "언니라.... 난 너희 넷을 동시에 창조하였다. 마음대로 너희끼리 순 서를 정해서 그대로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이카르트는 즐거운 듯 입을 열었으나, 넷 이라고 말할 때는 왠지 눈 빛에 슬픈 빛이 스쳤다. 이카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제가 손 위 입니다. 손위의 사람은 아랫사 람에게 위엄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게 패해 버렸으니...." 아르트레스의 말에 이카르트가 정색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윗사람이 가져야 할 것은, 강대한 힘 따위가 아니다.... 단지, 아랫 사람을 자신의 안에 들일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마음만을 가지고 있 으면, 그로 족하다." 아르트레스는 이카르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미묘한 문제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이카르트가 고요히 미소지었다. "괜찮다. 지금의 너 정도면.... 충분하다." 아르트레스는 이카르트의 칭찬에 방긋 한차례 환한 미소를 띄었다. 왠지, 그녀가 이카르트에게 지어 보이는 표정은 그녀 특유의 요염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간 대화가 끊기고, 이내 아르트레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피의 계약을.... 누군가 피의 계약을 한 것 같은데.... 혹시...."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아니 아르카이제가 피의 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이미 느꼈으나, 이렇게 조심스럽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피.... 이미 나의 본체를 적시었다." 아르트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제가.... 계약의 대가에 대한 것을 물어도 괜찮겠습 니까?" 아르트레스의 극도로 조심스러운 물음에 이카르트는 한차례 미소지으 며 답했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 때가 되면.... 적당한 것이 떠오르겠지...." 이카르트의 말이 끝나는 즘, 란테르트가 몸을 살짝 뒤척이며 나직한 신음을 내뱉었다. 상처가 아픈 모양이었다. 하지만, 잠을 깨지는 않았 다. 아르트레스도, 이카르트도 그의 움직임에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카르트는 얼굴에 주름이 패인채 식은땀까지 흘리며 잠들어 있는 란 테르트를 향해 내뱉듯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인간...." 아르트레스는 그런 자신의 상관의 말에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다음날, 아르트레스는 마계로 돌아갔다. 모라이티나는 비록 입으로 는, "필살 악연의 노출증 아줌마 어서 가세욧." 이라고 외쳤으나 그간 말싸움으로 어느 정도 정이 들었는지 약간 서 운한 기색을 비췄다. 아르트레스가 그런 그녀의 말에 언제나 처럼, "열살, 열다섯살, 열아홉살, 잘 있거라." 라고 웃으며 대꾸했다. 이어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에게, "부디 건강히 계십시오.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라고 말했고, 이내 공손히 무릎을 땅에 대며 이카르트에게 깊이 고개 를 숙였다. "돌아가 보겠습니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에게 환히 한차례 웃어주었고, 이카르트는 천천 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트레스는 몸을 일으켜 에라브레에게 다가가 그녀의 볼을 한차례 쓰다듬어 주었다. "공주님, 다음에 다시 봐요." 아르트레스는 이를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인사를 마치고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정신없는 이 붉은 머리칼의 아가씨가, 모라이티나는 아줌마라고 우기 고 있지만, 사라진 후, 일행은 잠시 고요한 시간을 맞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아르트레스와는 다른 의미에서 정신없는 아가씨인 모라이 티나 덕에 일행은 심심하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러날.... 그 동안, 레냐의 수도를 감싸고 있는 위키 산맥에서 발원한 레소우 강이 일행의 오른편을 흘러 지났고, 레냐-위다 해협의 레냐측 항구 레 넨트가 스쳐 지났다. 레넨트항 건너편의 카에스항도 그리고 위다 서편 의 커다란 카에 평야도, 묵묵히 이들 세사람의 곁을 지나쳤다. 이러한 고요하고, 어찌 보면 평화로운 나날이 20일 이상이나 흘렀다. 5월 22일. 점심 무렵, 네 사람이 에티콘시 서편의 언덕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은 우연을 즐긴다. 그렇게 되도록 안배한 후, 우연에 놀라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즐거워하는 인간들을 고요한 미소와 함께 바라본 다. 때로는 잔혹하리 만치 슬픈 우연에 좌절하고, 또다시 때로는 기이하 다 싶을 정도의 우연에 당혹해 하고.... 인간들은 그렇게 조롱 당하고 있다. 5월 22일. 신은 다시 한 번 란테르트를 희롱했다. 정확히 3년. 사피엘라를 잃은지 3년이 되는 날이다. 계절은 봄의 중반을 넘어 서서히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풀은 연둣빛 에서 녹색으로, 그리고 다시 짙은 청록색으로 빛깔을 바꾸고, 나무들 은 더 이상 한 송이도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빼곡이 들어찬 무성한 잎 사귀를 바람에 고요히 흔들고 있다. 완만한 언덕, 그리고 그곳 중턱의 한 저택, 다시 그 뒤편에 있는 하 나의 흰 무덤,... 바로 곁에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 푸른 바람이 고요히 불고 있다. 간신히 머리칼을 흔들며, 바람이 고 요히 불고 있다. 따사롭도록 내리쬐는 봄의 햇볕은 일행의 그림자를 북으로 짤막히 드 리우게 했다. 눈이 부신지, 에라브레의 눈은 반쯤 닫혀 있었다. 지금, 에라브레는 두 다리를 한쪽으로 접은 채 사피엘라의 무덤 앞에 앉아 있었다. 에티콘 가에서 갈아 입힌 그녀의 하얀 원피스 드레스가 푸른 언덕에 하얀 원을 그리고 있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뒤로 한 걸음쯤 떨어진 곳에 조용히 서있다. 한 손은 사피엘라가 사 준 검을 단단히 쥐고 있었고, 시선은 반쯤은 무덤 으로, 그리고 나머지 반쯤은 에라브레에게로 향해 있었다. 눈빛은 언 제나 이곳에 올 때마다 그러듯 슬픔으로 어른거렸다. 이카르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이 두 사 람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모라이티나는 그의 곁에서 자신의 두 다리를 안은 채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약간 따분한 듯한 표정이었으나, 이 엄 숙한 분위기에 눌려 하품 한차례 못하고 있었다. 시간.... 이 세계의 주신 테미시아의 영역, 어떤 신도 정령도, 마왕도, 또 마 족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하고 또 유유한 강. 그것이, 조금씩, 조금씩, 정오는 오후를, 그리고 오후는 저녁을 향하 여 흐르고 있다.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들어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몇 시간째, 이렇 게 있는 것이 드디어 싫증난 모양이었다. 사늘한 바람에 그녀의 머리 칼이 한차례 흔들렸다. "이제....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네 시간째인데....." 투명한 수채화였던 이들 넷중 한 명의 움직임에, 그 부분이 돌연 탁 한 유채빛 물감으로 채워졌다. 배나 화려하나, 배나 탁하다. 다시 한사람이 움직였다. "지루한가보지?" 이카르트의 보랏빛 머리칼이 사르륵 흔들렸다. 모라이티나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뒤로 한차례 묶은 머리칼이 위 아래로 한차례 움직였다. 이카르트는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재미있지 않니? 지금까지 어떠한 유희보다도 강렬한...." 모라이티나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벌써 네 시간째 같은 모습이잖아요.... 에라브레도.... 란테르트도...." 이카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한차례 숨을 들이쉬고 내뱉을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그의 모습 이.... 그리고 조금도 변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변하는 그녀의 모습 이.... 넌 지금, 가장 재미있는 유희를 보고 있는 거야.... 언제까지 나 계속 될지도 모르는....." 모라이티나 역시 시선을 그 두사람에게 보내며 이카르트의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언제까지나 계속 될지도 모르는?...." ----------------------------------------------------------------- 자폐증.... 그런데 걸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지금까지 에라브레에 관해 쓴건... 그냥 주워들은 것과 여기 저기서 본것들을 토대로 마음데로 쓴건데.... (난 날림이라네~~~~~ ^^;;) 모르겄다네~~~~~ 후기에 쓸게 또 떨어져버린 바보수룡 아그라!!!!라네~~~ +_+;;; 후기.... '-'표시의 대화는 보기 불편하다는 항의에... " "로 바꿨습니다.... 헥헥... 생각보다 힘드네요.... *_*... 하지만, 독자 지상주의로....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23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7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4 01:20 읽음:185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아르르망. 그 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밝힌 그의 이름은 아르르망이었 다. 이카르트의 세 부하중 한 명으로, 그의 말대로 사제였다. "흑염사黑炎師인가?" 이카르트는 그의 등장에 살짝 미소지어 인사하며 이렇게 말했고, 아 르트레스 역시 조금 반가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르르망은 이카르트의 말에 더욱 고개를 조아리며 답했다. "예...." 이카르트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네가 이곳까지...." "흑염무가 보내서 왔습니다." 아르르망이 공손히 답했고, 이카르트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아르페오네가? 어째서 너를.... 직접 와선 안될 정도로 급한 일도 없을 텐데...." 이카르트의 물음에 아르르망은 약간 곤란해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스스로 한 달간 몸을 가두었습니다.... 그리고 1년간 이 세상으로 나올 권리도 포기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일에 대한 사죄의 의 미에서...." 이카르트는 더더욱 눈살을 찌푸렸고, 아르트레스 역시 조금 놀라며 호,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그런 쓸데없는 짓을.... 바보 같구나...."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 흔들다가 불쾌한 기색을 지우며 아르르망에게 말했다. "그렇게 됐구나.... 용무는 그것뿐인가?" 아르르망은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예.... 별다른 일은 없습니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돌아가거라. 계속해 수고하기 바란다. 지금, 우리중 진지한 존재는 너밖에 없는 듯 하니...." 아르르망은 다시 한차례 고개를 숙였고, 아르트레스를 향해 눈인사를 한 후 모습을 감추었다. "바보 같은 녀석.... 괜한 짓을...." 이카르트는 왠지 쓸쓸한 미소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르페오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그녀가 바보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도 많이 생각하고 한 결정일 꺼에요.... 그러니 까....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아르트레스는 조심스레 이렇게 말했고,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무서워하는 자신에게, 아르페오네를 위해 한마디하는 그녀가 이카르트는 꽤나 귀여워 보였고, 또 대견스레 보이 기도 했다. "그런가? 그보다.... 일전 너희 둘이 다툰 일은 어떻게 되었나?" 이카르트의 물음에 아르트레스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부끄럽습니다.... 괜한 짓을 해서...." 이카르트가 한차례 웃으며 말했다. "진 모양이구나. 아마 그럴 것이다.... 아르페오네, 그 아이는 성격 이 꼼꼼하니까...." 아르트레스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이카르트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언니로서의 위엄을 보이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아르트레스의 말에 이카르트가 다시 한차례 웃었다. "언니라.... 난 너희 넷을 동시에 창조하였다. 마음대로 너희끼리 순 서를 정해서 그대로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이카르트는 즐거운 듯 입을 열었으나, 넷 이라고 말할 때는 왠지 눈 빛에 슬픈 빛이 스쳤다. 이카르트의 말에 아르트레스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제가 손 위 입니다. 손위의 사람은 아랫사 람에게 위엄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게 패해 버렸으니...." 아르트레스의 말에 이카르트가 정색을 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윗사람이 가져야 할 것은, 강대한 힘 따위가 아니다.... 단지, 아랫 사람을 자신의 안에 들일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마음만을 가지고 있 으면, 그로 족하다." 아르트레스는 이카르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미묘한 문제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이카르트가 고요히 미소지었다. "괜찮다. 지금의 너 정도면.... 충분하다." 아르트레스는 이카르트의 칭찬에 방긋 한차례 환한 미소를 띄었다. 왠지, 그녀가 이카르트에게 지어 보이는 표정은 그녀 특유의 요염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간 대화가 끊기고, 이내 아르트레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피의 계약을.... 누군가 피의 계약을 한 것 같은데.... 혹시...."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아니 아르카이제가 피의 계약을 했다는 사실을 이미 느꼈으나, 이렇게 조심스럽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피.... 이미 나의 본체를 적시었다." 아르트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군요.... 제가.... 계약의 대가에 대한 것을 물어도 괜찮겠습 니까?" 아르트레스의 극도로 조심스러운 물음에 이카르트는 한차례 미소지으 며 답했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 때가 되면.... 적당한 것이 떠오르겠지...." 이카르트의 말이 끝나는 즘, 란테르트가 몸을 살짝 뒤척이며 나직한 신음을 내뱉었다. 상처가 아픈 모양이었다. 하지만, 잠을 깨지는 않았 다. 아르트레스도, 이카르트도 그의 움직임에 동시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카르트는 얼굴에 주름이 패인채 식은땀까지 흘리며 잠들어 있는 란 테르트를 향해 내뱉듯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무모한 인간...." 아르트레스는 그런 자신의 상관의 말에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다음날, 아르트레스는 마계로 돌아갔다. 모라이티나는 비록 입으로 는, "필살 악연의 노출증 아줌마 어서 가세욧." 이라고 외쳤으나 그간 말싸움으로 어느 정도 정이 들었는지 약간 서 운한 기색을 비췄다. 아르트레스가 그런 그녀의 말에 언제나 처럼, "열살, 열다섯살, 열아홉살, 잘 있거라." 라고 웃으며 대꾸했다. 이어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에게, "부디 건강히 계십시오.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라고 말했고, 이내 공손히 무릎을 땅에 대며 이카르트에게 깊이 고개 를 숙였다. "돌아가 보겠습니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에게 환히 한차례 웃어주었고, 이카르트는 천천 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트레스는 몸을 일으켜 에라브레에게 다가가 그녀의 볼을 한차례 쓰다듬어 주었다. "공주님, 다음에 다시 봐요." 아르트레스는 이를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인사를 마치고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정신없는 이 붉은 머리칼의 아가씨가, 모라이티나는 아줌마라고 우기 고 있지만, 사라진 후, 일행은 잠시 고요한 시간을 맞았다. 하지만, 그도 잠시, 아르트레스와는 다른 의미에서 정신없는 아가씨인 모라이 티나 덕에 일행은 심심하지만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러날.... 그 동안, 레냐의 수도를 감싸고 있는 위키 산맥에서 발원한 레소우 강이 일행의 오른편을 흘러 지났고, 레냐-위다 해협의 레냐측 항구 레 넨트가 스쳐 지났다. 레넨트항 건너편의 카에스항도 그리고 위다 서편 의 커다란 카에 평야도, 묵묵히 이들 세사람의 곁을 지나쳤다. 이러한 고요하고, 어찌 보면 평화로운 나날이 20일 이상이나 흘렀다. 5월 22일. 점심 무렵, 네 사람이 에티콘시 서편의 언덕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은 우연을 즐긴다. 그렇게 되도록 안배한 후, 우연에 놀라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즐거워하는 인간들을 고요한 미소와 함께 바라본 다. 때로는 잔혹하리 만치 슬픈 우연에 좌절하고, 또다시 때로는 기이하 다 싶을 정도의 우연에 당혹해 하고.... 인간들은 그렇게 조롱 당하고 있다. 5월 22일. 신은 다시 한 번 란테르트를 희롱했다. 정확히 3년. 사피엘라를 잃은지 3년이 되는 날이다. 계절은 봄의 중반을 넘어 서서히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풀은 연둣빛 에서 녹색으로, 그리고 다시 짙은 청록색으로 빛깔을 바꾸고, 나무들 은 더 이상 한 송이도 받아들이기 힘들만큼 빼곡이 들어찬 무성한 잎 사귀를 바람에 고요히 흔들고 있다. 완만한 언덕, 그리고 그곳 중턱의 한 저택, 다시 그 뒤편에 있는 하 나의 흰 무덤,... 바로 곁에 서 있는 아름드리 나무. 푸른 바람이 고요히 불고 있다. 간신히 머리칼을 흔들며, 바람이 고 요히 불고 있다. 따사롭도록 내리쬐는 봄의 햇볕은 일행의 그림자를 북으로 짤막히 드 리우게 했다. 눈이 부신지, 에라브레의 눈은 반쯤 닫혀 있었다. 지금, 에라브레는 두 다리를 한쪽으로 접은 채 사피엘라의 무덤 앞에 앉아 있었다. 에티콘 가에서 갈아 입힌 그녀의 하얀 원피스 드레스가 푸른 언덕에 하얀 원을 그리고 있다. 란테르트는 그녀의 뒤로 한 걸음쯤 떨어진 곳에 조용히 서있다. 한 손은 사피엘라가 사 준 검을 단단히 쥐고 있었고, 시선은 반쯤은 무덤 으로, 그리고 나머지 반쯤은 에라브레에게로 향해 있었다. 눈빛은 언 제나 이곳에 올 때마다 그러듯 슬픔으로 어른거렸다. 이카르트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는 나무에 몸을 기댄 채 이 두 사 람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모라이티나는 그의 곁에서 자신의 두 다리를 안은 채 앉아 있었다. 그녀는 약간 따분한 듯한 표정이었으나, 이 엄 숙한 분위기에 눌려 하품 한차례 못하고 있었다. 시간.... 이 세계의 주신 테미시아의 영역, 어떤 신도 정령도, 마왕도, 또 마 족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하고 또 유유한 강. 그것이, 조금씩, 조금씩, 정오는 오후를, 그리고 오후는 저녁을 향하 여 흐르고 있다.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들어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몇 시간째, 이렇 게 있는 것이 드디어 싫증난 모양이었다. 사늘한 바람에 그녀의 머리 칼이 한차례 흔들렸다. "이제.... 그만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네 시간째인데....." 투명한 수채화였던 이들 넷중 한 명의 움직임에, 그 부분이 돌연 탁 한 유채빛 물감으로 채워졌다. 배나 화려하나, 배나 탁하다. 다시 한사람이 움직였다. "지루한가보지?" 이카르트의 보랏빛 머리칼이 사르륵 흔들렸다. 모라이티나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뒤로 한차례 묶은 머리칼이 위 아래로 한차례 움직였다. 이카르트는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를 향해 시선을 주었다. "재미있지 않니? 지금까지 어떠한 유희보다도 강렬한...." 모라이티나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벌써 네 시간째 같은 모습이잖아요.... 에라브레도.... 란테르트도...." 이카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한차례 숨을 들이쉬고 내뱉을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그의 모습 이.... 그리고 조금도 변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변하는 그녀의 모습 이.... 넌 지금, 가장 재미있는 유희를 보고 있는 거야.... 언제까지 나 계속 될지도 모르는....." 모라이티나 역시 시선을 그 두사람에게 보내며 이카르트의 말을 따라 중얼거렸다. "언제까지나 계속 될지도 모르는?...." ----------------------------------------------------------------- 자폐증.... 그런데 걸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지금까지 에라브레에 관해 쓴건... 그냥 주워들은 것과 여기 저기서 본것들을 토대로 마음데로 쓴건데.... (난 날림이라네~~~~~ ^^;;) 모르겄다네~~~~~ 후기에 쓸게 또 떨어져버린 바보수룡 아그라!!!!라네~~~ +_+;;; 후기.... '-'표시의 대화는 보기 불편하다는 항의에... " "로 바꿨습니다.... 헥헥... 생각보다 힘드네요.... *_*... 하지만, 독자 지상주의로....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34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8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5 00:58 읽음:171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나무는 무덤의 서편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이카르트와 모라이티나 는 지려하는 붉은빛의 태양을 등진 채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를 바라보 고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고요히 두 사람 을,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에 시야를 잃어가며 바라볼 뿐이었다. 이 에티콘 저택의 주인인 칼슨은 현재 부재중이었다. 가끔 엘라가 뒷 문을 열어 이들을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 에라브레가 자폐증에 걸려 돌아오자, 엘라는 상심이 이만 저만이 아니 었으나, 간신히 내색을 않은 채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종 종 밖으로 나와 에라브레의 정신이 돌아왔나를 이렇게 살피고는 이내 침울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면에서 빛나는 태양에, 에라브레는 눈이 시린지 눈살을 살짝 찌푸 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맑게 변한다거나 한 것 은 아니었다. 꼭두각시 인형을 고정한 줄이 바람에 흔들려 인형이 움 직였다고, 그 인형을 살아있다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란테르트의 표정은, 이카르트의 말대로 시시각각 조금씩 변하고 있었 다. 그는 막연히, 에라브레가 이곳에 오면 괜찮아 지리라는 상상을 하 고 있었다. 사람은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 상상은 한 인간의 머리 속에서 비약 과 비약을 거듭해, 존재치 않는 것을 존재케 만들고, 가능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러한 상상이 현실과 충동을 일으켰 을 때는.... 깨어져 버리거나.... 아니면.... 타협? 란테르트의 상상은 깨어져 버리기 직전이었다. 한차례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 바람에 에라브레의 긴 머리칼이 너울거리며 나부꼈다. 귀 찮도록 숱많은 담갈색의 긴 머리칼은 바람과 바람들의 틈에서 위아래 로 조심히 흔들렸고, 노을의 붉은 빛에 반짝였다. 그리고 어디선가 흩날려온 풀꽃의 홀씨들이 높이 날아올랐다. 수 천.... 수 만.... 하이얀색의, 눈송이 같은 홀씨들은 에라브레를 스쳐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중 하나.... 영원히, 아니 잠시만이라도 깃들 곳을 찾았던지 홀씨중 하나가 에라 브레의 손등에 내려앉았다. 조용히, 또, 고요히.... 그리고.... 에라브레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 하얗고 여린 홀씨를 쫓아, 정면에서 아래로, 그리고 손등으로.... 멈춰있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는 듯.... 에라브레는 반대쪽 손을 움직여 그 홀씨를 가만히 쥐려했다. 하지만, 홀씨는 에라브레의 하얀 손이 일으킨 조그마한 기류에 살짝 날아올랐 다. 에라브레는 그런 홀씨를 쫓아 손을 뻗었다. 하지만, 홀씨는 달아났 다. 더더욱 빠르게.... 에라브레의 손과 홀씨의 추격전은 이후로 잠시 간 계속 되었다. 하지만, 이 조그마한 추격전은.... 홀씨가 사피엘라의 무덤 묘비 위 에 내려앉으며 끝이 나 버렸다. 에라브레의 손은 사피엘라의 묘비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에 멈추었다.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손은 홀씨를 쫓지 않았다. 다만, 가만히 손을 묘 비 위에 올려놓으며 한차례 묘비를 쓰다듬었다. 에라브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빛이 돌아왔다. 주르르.... 구르듯 눈물 한 방울이 에라브레의 볼을 타고 흘렀다. 에라브레는 잠시간 더 사피엘라의 무덤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조 그마한 분홍빛 입술을 열었다. "언니.... 3년간.... 슬픈 꿈을 꾸었어요.... 오랜 슬픈 꿈을...." 조용하고 쓸쓸한 목소리였다. 란테르트는 곁에서 그런 에라브레의 행동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홀씨에 눈빛이 흔들리고, 홀씨를 쫓아 손을 움직이는 그녀를.... 그는 조금씩, 조금씩 에라브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라브레가 그 말을 내뱉은 동시에.... 란테르트는 허물어지듯 무릎을 꿇었다. "라브에...." 그는 다만 그녀의 이름을 부를 뿐, 감정에 복받혀 어떠한 다른 목소 리도 나오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미 광기를 잃 어버린 그녀의 눈은 란테르트의 그것만큼이나 슬프고 고요했다. 에라브레는 자신의 바로 앞에 꿇어앉아 있는 푸른 머리칼의 남자를 한참이나 응시했다. 그리고는 오른손을 뻗어 그의 머리로 가져갔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밝은 빛깔을 띄고 있는 그의 머리칼로....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얼굴 앞으로 흘러내린 그의 머리칼을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그리고, 슬픈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 머리칼이 희게 변했군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앞으로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잠시 맑게 반짝이던 연갈색의 눈동자가 다시 닫히었다. "라브에...." 란테르트는 놀라 외치며 앞으로 쓰러지는 에라브레를 받아 안았다. 돌연한 상황에 당황해 어찌할 줄 몰랐으나, 조그맣게 쌔근거리는 에라 브레의 숨소리에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단지 탈진한 뿐 인 듯 싶었다. 이카르트와 모라이티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히 바라보고만 있었 다. 이런 상황에서의 말이란 죄에 가깝다. 그리고 막 에라브레가 기절할 무렵, 이카르트는 기대고 있던 나무를 튕기듯 벗어나 란테르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천천히 란테르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제 쉬도록 해.... 너도, 그리고 그녀도...."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제껏 참아왔던 눈물을 한줄기 쏟아냈다. 시선은 어느 샌가 사피엘라 의 무덤으로 향해 있었고, 그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이제.... 이제부터는.... 너와의 약속을 충실히 지킬게.... 고마워, 피엘.... 그리고.... 미안해...." 한줄기의 눈물을 마지막으로,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안아 몸을 일으 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에티콘 가의 저택으로 향했다. 어느 샌가 밖으로 나온 엘라가 그런 그들을 고요한 미소와 함께 바라 보고 있었고, 조금 떨어져 있던 모라이티나는 왠지 모를 찡한 느낌과 함께 그들을 쫓아 저택으로 향했다. 눈.... 감고 있어서 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빛.... 눈을 떠보니 낯익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낯설었다. 근 3년간 이 천장을 바라보며 잠이 든 것이 몇 차례나 될까? 고요함. 비단 청각적인 고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고요했다. 나.... 나는? 그리고 그.... 그는?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그를 대해야 하는 건가? 그리고 그는.... 나는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사랑? 증오를 잃은 지금, 남아있는 마음은 이것뿐인가? 그리고,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지? 사랑? 사랑하는 여자의 동생으로써? 아니면.... 여자로써? 모르겠어.... 아니.... 안돼.... 난.... 난.... 나는.... 사피엘라의 동생 에라브레니까.... 에라브레는 몸을 일으켰다. 오래간만의 부드러운 이불을 걷으며, 동 작 동작마다 하늘거리는 잠옷을 느끼며,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왠지 정말 오랜 꿈을 꾼 듯한 느낌이었다. 약간 현기증이 일었다. 멍히 방안을 돌아다보았다. 낯익으면서도 낯선 그런 자신의 방이었 다. 가구에서 장신구까지, 자신이 원하던 그대로의 모습에 그대로의 배치를 하고 있었으나, 어느 한가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한켠에 놓여있는 칙칙한 빛깔의 물건이 눈이 익었다. 검. 에라브레는 검집채인 검을 집어들어 잠시 바라보다가 검을 검집 에서 꺼내들었다. 어째서일까? 이전에는 분명 아름다운 검붉은 빛의 검이었는데.... 이 제는 칙칙한 검붉은 빛의 검으로 번해 버렸다. 에라브레는 자신의 애검을 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종종 무의식중 에 그려 보이는 눈꽃을 바닥에다 한차례 그렸다. 카펫이 술이 검집 끝 의 모양을 따라 좌우로 누웠다. 그리고, 여섯 개의 선은 삼년전 이래 로 곧고 일정했다. 에라브레는 누가 볼까 두려운 듯, 슬리퍼를 신은 발로 카펫에 새겨진 그림을 서둘러 지웠다. 그리고는 검을 천천히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지금 굉장히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3년간 향해 달 려온 목표점을 잃었다. 혼란스럽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그 리고 요 며칠간 자폐증에 걸렸다. 사실, 그녀로써는 단지 한차례 잠을 잔 듯 할 뿐이었으나, 그렇다 해서 아무런 느낌도 남아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에라브레는 던지듯 몸을 침대에 뉘였다. 그리고는 다시 낯익은 천장 을 바라보았다. "후.... 3년...." 에라브레는 내뱉듯 중얼거렸다. 돌연 똑똑, 하는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드렸다. "누구세요?" 에라브레가 물었고, "에라브레.... 엘라란다." 라고, 문밖의 사람이 답했다. "아, 엘라 아주머니...." 에라브레는 황급히 방 한켠 옷장 안에 있는 가운을 걸치며 문을 열었 다. "일어났구나. 모두가 궁금해하기에...." 엘라는 이제 겨우 서른 셋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동안이어서 이제 겨 우 2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그렇기에, 에라브레에게는 엄마 라기 보 다는 언니 같은 아주머니였다. "저는 괜찮아요...." 엘라는 에라브레의 대답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에라브레를 덥석 안았다. "잘 돌아왔다.... 에라브레...." 에라브레는 이 엘라의 돌연한 행동에 잠시 놀랐으나 이내 입가에 미 소를 지으며 엘라에게 기대었다. "엘라 아주머니.... 그 동안 죄송했어요...." 엘라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무슨 소리니?.... 네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기쁘단다...." "아니요.... 그 동안 고생만 시켜 드리고...." 엘라는 에라브레의 어리광 섞인 행동에 적지 않은 기쁨을 느끼고 있 었다. 실로 3년만의 행동이었다. "고생은 무슨.... 나보다는 그가...." 엘라의 말에 에라브레의 몸이 얼어붙었다. 그가.... 그, 바로 란테르 트일 것이다. 순간, 에라브레는 뇌리를 스치는 어떤 순간적인 느낌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천천히 자신의 검으로 향하였다. "그,... 그 후견인.... 역시 란테르트 그 사람이었죠?" 에라브레는 이렇게 물으며 천천히 엘라의 품을 빠져나왔고, 엘라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라브레는 엘라의 대답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긴.... 그 말고.... 그 누가...."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검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검 이 놓여있던 탁자 곁의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난 이 3년동안 무얼 한 거죠?.... 이 검.... 이 검에 많은 사람들의 피를 묻혔어요.... 그리고, 그의 피를.... " 에라브레의 넋나간 듯 내뱉는 말에 엘라는 천천히 에라브레의 양어깨 에 손을 얹었다. "꿈.... 넌 꿈을 꾼 거야.... 자라기 위해.... 성숙하기 위해 너는 꿈을 꾼 거야...." 엘라의 말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하지만.... 검은 이미 붉어요.... 마치.... 피에 젖은 것처럼...." 엘라가 고요히 답했다. "그래.... 꿈을 잊을 수는 없어.... 아니 잊어서는 안돼.... 대 신.... 자라나야 해.... 3년동안이나 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만들 어준 소중한 꿈을 낭비하지 말고...." 엘라의 말에 에라브레의 눈가가 어느덧 흥건히 젖었다. 엘라는 손수 건을 꺼내 그녀의 손에 건네주었다. "천천히 준비하고 내려오렴.... 점심이 식기 전에...." 엘라는 환하고 자상한 미소를 띄고 있었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녀를 향해 눈물어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엘라가 방을 벗어난 후 한참 동안이나 에라브레는 멍히 앉아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했으나, 정리가 되지 않았다. 이제부터 무얼 해야 하는 지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그녀는 잠시동안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다가 돌연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담갈색의 긴 머리칼이 거칠게 좌우로 흔들렸다. "몰라.... 모르겠어.... 하지만.... 하지만...." 돌연 에라브레는 몸을 일으켰다. 그 덕에 목에 매달려 있던 한 쌍의 펜던트가 찰랑 하는 예쁜 소리를 냈다. "이제 깨어나는 거야.... 꿈에서...." 왠지 자신 없는 목소리였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34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99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5 00:58 읽음:166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분홍색과 담갈색. 원래부터 어울리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에라브레의 담갈색 머리칼과 수수한 분홍빛의 평상복은 아주 잘 어울렸다.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 이 에티콘 가에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한지도 꽤 여러날 되었을 것이다. 식탁의 주인 자리는 비어 있었다. 왕궁으로 전하를 알현하러 간 칼슨 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주인 석에는 엘라가 연 둣빛의 일상 복을 입고 조용한 미소를 지은 채, 막 식당으로 들어선 에라브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손님들의 자리인 그 기다란 식탁의 왼편에는 이카르트와 란 테르트, 모라이티나가 순서대로 앉아 있었다. 이카르트는 고상하다 할 만한 고요한 미소를 지은 채, 모라이티나는 천진한 밝은 웃음을 띈 채, 그리고 란테르트는 안심했다는 듯한 편안한 미소를 지은 채.... 에라브레는, 쉽게 엘라를 향해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모라이티 나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카르트, 그에게는 억지로나마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에라브레는 자신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란테르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일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이전과는 다른 커다란 벽이 느껴졌다. 그를.... 그를 죽이겠다고 소리치던 때보다도 그 벽은 두꺼웠다. 에라브레는 그런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더 이상 그를 증오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아니 있지만.... 잊기로 했다. 그리고, 그 역 시.... 목숨을 내놓다 시피 할 정도로.... 자신을 아낀다. 그럼, 그것 으로 된 것 아닌가? 이제 웃으며, 그전의 에라브레라는 꼬마와 란테르 트라는 눈먼 검사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자신은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 이끌고, 그는 미소 지으며 자신을 따라오고.... 그런데....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살짝, 입꼬리를 치켜올리기만 하면, 눈매를 부드럽게 하기만 하면 되는데.... 안면 근육 모두가 굳 어버린 것처럼 웃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걸어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정면에 란테르트 가 앉아있는 식탁의 오른편의 두 번째 자리였다. 첫 번째 자리는 언제 나 그녀의 언니 사피엘라의 자리였다. 그 자리는, 그녀가 눈을 감은 후 언제나 비어 있었다. 먼지 하나 앉지 않은 채.... 에라브레는 정면에 앉아 있는 머리칼이 푸른 남자의 붉은 눈이 부담 스러워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딸그락.... 에라브레의 손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평생동안 익어버린 절도 있는, 그리고 우아하다 할 만한 동작으로 음식을 입안으로 넣었다. 게다가, 조용히.... 입은 열지 않았다. 비단, 음식물이 입안에 있을 때 말을 하는 것은 예의에서 벗어난다, 라는 가르침 때문은 아닌 듯 싶었다. 그녀보다 훨 씬 예법에 밝은 엘라조차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으니 말이다. 모라이티나는 즐거운 모양이었다. 하긴, 그간 먹었던 노상의 음식들 에 비한다면, 이 에티콘 저택의 식사라는 것은 흑맥주와 일곱 번 증류 한 100년된 포도주와의 차이 정도라고나 할까? "음식 맛이 아주 뛰어납니다." 손님 석에 앉은 세 사람중, 이런 상류사회의 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이카르트 한 명뿐이었다. 온화하고 기품 있는 미소를 살짜기 지어 보이며 옆에 있는 엘라를 향해 이렇게 말했고, 엘라는 그 런 이카르트의 모습에 얼굴을 살짝 붉히며 겸양의 말을 했다. "뭘요.... 관대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엘라는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여자였다. 조금이라도 수줍은 감 정이 마음에 생기면 얼굴이 붉어졌고, 재미있으면 미소가 피어났으며, 슬프면 눈물이 흘렀다. 란테르트는 무리해 에라브레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마음은 많이 편 해 진 듯, 미소가 한층 밝아져 있었고, 종종 에라브레를 흐뭇한 표정 으로 바라보았다. 에라브레는 그런 란테르트의 시선에 더욱 더 불편함을 느꼈다. 분 명.... 이전 자신이 그를 오빠, 라고 불렀던 것 같았다. 하지만, 왠지 이제는 그 말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란테르트, 라 고 이름을 부르기에도 어색했고.... 루렌드씨는 더더욱 어색했다. 식사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식사는 곧 끝났다. 그리고, 모두는 자리 를 응접실로 옮겨 간단한 다과를 즐겼다. 하지만, 정말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모라이티나 한 명뿐이었다. 어색한 공기는 무거웠다. 하지만, 다행히 등장한 한 인물 덕에 그 어색함을 많이 떨쳐버릴 수 있었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엘라를 비롯한 이들 다섯 사람은 일 제히 몸을 일으켰고, 이내 들어오는 한 40대의 남자를 향해 시선을 모 았다. 그 남자는 이 에티콘령의 영주이며 에라브레의 양육자인 칼슨이었다. 칼슨은 이 응접실 안에 펼쳐진 이 풍경에 몹시 당황스러우면서 기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에, 에라브레.... 란테르트와 함께?.... 모두 해결된 모양이구나!!"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밝게 미소지었으나, 에라브레는 약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칼슨은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에 한차례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아, 미안하네. 워낙 반가운 광경을 보아놓아서.... 이카르트라고 했 던가? 다시 우리 에티콘 가를 찾아 주어서 고맙네. 그리고, 이 소녀 는?" 칼슨은 남작 가문이라는 직위가 무색할 정도로 호탕한 사람이었다. 단지 한차례 전에 보았을 뿐인데 이카르트에게 평어를 사용하고 있었 다. 이카르트는 그런 칼슨의 무례에는 조금의 관심도 두지 않은 채 그의 인사를 받으며 모라이티나를 소개했다. "새로 얻은 동료로,...." 그때, 모라이티나가 그의 말을 끊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전 모라이티나 엘 엘프그란이라고 해요." 모라이티나는 칼슨에게 자신이 엘프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오, 그러신 가요? 엘프그란양 이시군요." 칼슨은 이렇게 인사했고, 모라이티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답했다. "그냥 모라이티나라고 부르세요...." 칼슨과 엘라, 그리고 일행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칼슨은 에라브레를 잠시 바라보았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으나, 왠지 자리가 적당치 않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보다.... 무슨 일로 궁에서 그리 급히 칼슨 님을 불렀나요?" 엘라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엘라는 칼슨의 제자였다. 칼슨이 스물 다섯살때부터 당시 열 다섯 살이었던 엘라를 가르쳤고, 엘라는 그때 그를 부르던 것이 버릇이 되어 여전 남편인 칼슨을 칼슨님, 이라고 불 렀다. "그게.... 두 가지 일 때문인데.... 하나는 레냐 때문이고...." 엘라가 칼슨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레냐요? 무슨일 있나요?" "레냐.... 내란이 일어났었어. 한 20일쯤 된 일인데.... 아무튼 레모 노령의 영주가 반란을 일으켜 본진을 쑥대밭 내버렸다더군.... 그 때 문에 왕실 근위대를 합쳐 1만 8천명이나 되던 레냐의 정규군이 9000 정도로 줄어 버렸어." 칼슨의 대답에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에 이카르트를 바라보았고, 이 카르트는 슬쩍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엘라가 놀라며 되물었다. "어떻게...." 칼슨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세한 상황은 아직 전해진 바 없어. 레냐 본국에서 쉬쉬하고 있는 바람에...." 엘라가 다시 물었다. "두 번째 일은 무어죠?" 이카르트와 란테르트, 그리고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는 잠자코 듣고 만 있었고, 칼슨은 잠시 그들을 돌아보다 입을 열었다. "아이실트 태자께서.... 실종되셨어." 아이실트는 현 위다의 태자였다. 그런데.... 태자가 실종되었다면 응당 놀라 소리라도 지르는 것이 당연할 듯 한 데, 엘라의 표정은 란테르트보다 담담했다. "또요? 또 그 동굴로 숨어버린 것인가요?" 칼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시 나오실 때까지.... 이번에는 얼마나 오래 계시려는 지.... 안 그래도 현재 전하의 건강도 좋지 않으신 데...." 모라이티나가 부쩍 흥미가 땅기는 듯 물었다. "왕자가 동굴 속으로 숨었다고요? 왜요? 누가 괴롭히나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칼슨이 살짝 웃었다. 그녀의 어린아이 같은 말 투 때문이었다. "글세.... 누가 괴롭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항상 괴로워하 시는 것만은 틀림없지." 칼슨은 이렇게 답하며 하던 말을 계속했다. "아무튼, 동굴로 그분을 찾으러 들어갔던 병사들 역시 단 한사람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으니.... " 모라이티나가 또 다시 물었다. "왜요? 위험한가보죠?" 칼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들도 많이 살고.... 게다가 괴이한 함정들 때문에 들어간 사람 은 거의 살아 돌아오지 못해. 왕자님만을 제하고.... 그분은 10살이 되면서부터 그곳을 드나드셨는데.... 단 한차례도 조그마한 상처조차 입지 않으셨단다." "무슨 특별한 능력이라도 가지고 있나보죠?" 모라이티나가 다시 물었고, 칼슨이 고개를 내저었다. "모른다. 아무도 그분에 대해서는.... 그분뿐이 아니라 우리의 갇혀 있는 공주 님에 대해서도.... 현 위다 왕실에는 비밀이 너무 많아...." 모라이티나는 지금 몹시 즐거웠다. 이렇게나 모르는 것이 많다니, 그 리고 이렇게나 물어볼 것이 많다니.... 종종 달콤한 과일을 집어먹으 며 모라이티나는 얼굴에 미소를 그득 띈 채 칼슨에게 질문을 퍼 부어 댔다. "갇혀있는 공주 님이요? 무슨 뜻이죠? 어디 붙잡혀 있나요?" 칼슨 역시 모라이티나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사피엘라는 어려 서부터 귀염성이 조금 부족했고, 에라브레는 그 일이 있은 후로는 오 히려 부인인 엘라보다 더 성숙한 성격이 되어 버렸다. 그 덕에 칼슨과 엘라부부는 자식 둘을 한꺼번에 잃은 느낌이었다. 그러던 중 이런 귀 여운 꼬마(?)가 이런 저런 것을 물어오니 돌연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칼슨은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한차례 허허 웃고는 입을 열었다. "갇혀있는 공주님, 아이솔레이트 프린세스, 로렌시아님은 전하의 정 비셨던 사라님의 영애로, 현재 열 일곱 살 이시단다. 갇혀있는 공주 님이라고 불리는 것은, 그분의 건강상태가 별로 좋지 않으신 데다가 눈까지 보이지 않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방안에서 보내시기 때문이 지. 그래도, 여러 연회 같은, 사교적인 모임에는 꽤 자주 참가하시 지.... 그래서 현재 귀족 숙녀들중 첫째로 꼽히시는 분이야." 칼슨의 설명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34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0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5 00:59 읽음:173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칼슨과 모라이티나의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그 둘의 대화를 들을 뿐이었다. 란테르트는 종종 에라브레를 자애로운 미소로 한차례씩 바라보았으 나, 섣불리 입을 열어 말을 걸지는 않았다. 단지 자신의 그늘 아래 둔 것만으로도 만족인 모양이었다. 사실 그는 지금 한가지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다름 아닌 남자 찾기 로.... 에라브레가 기댈 만한 사람을, 특히 남자를 찾아야 갰다는 생 각을 하고 있었다. 애초부터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을 생각은 없었다. 아니, 혹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 것은 사피엘라에 대한 마음으로 완전 히 뒤덮어 감추어 버렸다. 한마디로 에라브레를 동생, 이상으로는 보 지 않았던 것이다. 란테르트는, 지금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에라브레 돌봐주기로.... 막상 생각을 해 보면 이제는 삶에 대한 애착 이 그럭저럭 생겨나 딱히 죽고싶다, 라는 마음도 들지 않았으나, 일단 현재 살아가는 이유는 그것 한가지로 정해 두었다. 하지만, 자신이 평 생 에라브레를 보살펴 줄 수는 없는 것.... 심장 가까운 곳에 벌써 두차례의 검을 맞았다. 비록 지금이야 체력이 뛰어나고 마법력이 엄청나 그럭저럭 별 문제 없이 움직이고 있었으나, 그일 때문에 벌써 체력이 많이 떨어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 상태로 에라브레보다 오래 산다, 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 녀를 자신보다 먼저 죽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란테르트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 결과 에라브레 그녀의 짝을 찾아 주는 것이 좋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이런 생각은 아왈 트의 몇 마디 말 때문에 떠올랐다. 비록, 거칠고 형편없는 남자였지 만.... 어쩌면 그가 에라브레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줄 수 있었을지 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들었었다. 그렇다고 그런 그에게 에라브레를 맡겨야 겠다, 라는 생각은 절대 들지 않았다. 물론, 에라브레 본인도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터이고.... 당장 이야 힘들겠지만.... 앞으로 2, 3년 내에 에라브레를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조금은 평범한 사람을 찾아야 갰다는 생각을 하며, 란테 르트는 다시 한차례 에라브레를 부드러운 미소로 바라보았다. 에라브 레의 짝이 될 사람은.... 조금은 평범한 것이 좋을 듯 했다. 언제나 검을 들고.... 위험한 곳을 돌아다닐 이유도 필요도 없는 사람.... 평 생 한 여자를 위해 열심히 일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폭력은 그 자신이 막으면 되고.... 언제까지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경제적 위험도 자신 이 막아주면 된다.... 900만 하르라는 엄청난 양의 돈이 있지 않은 가.... 한편.... 에라브레.... 그녀는 지금 란테르트의 미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몹시 고민하고 있었다. 마음은 이미 웃고 있었다. 그녀는 15살 그 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의 그런 미소가 좋았다. 처음 언니와 함께 반죽음 상태의 그를 만나 여행한 5개월 남짓의 시 간.... 그녀는 그때의 그가, 그리고 자신이 좋았다. 언제나, 이런 시 간이 계속되었으면 하고 강하게 기원했었다. 하지만, 신은 그런 그녀의 청은 들어주지 않았다. 불행. 평생 자신의 전부였다고 생각해 왔던.... 언니이자 엄마였고, 때로는 아버지였던 자신의 언니가 그 생의 고요한 불꽃을 사그라트렸던 것이 다. 하늘이 바닥에, 그리고 땅이 천장에 있다 하더라도 그 일에 비한 다면 별 것 아닐 것 같았다. 하늘을 딛고, 땅을 하늘로 삼으면 되지 않은가? 처음 에라브레는 자살, 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자살, 그것은 죽 음으로의 길이라기 보다는.... 언니와의 재회를 위한 방법이었다. 이 에티콘 저택의 자신의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그녀는 조용히 죽을 결심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돌연 복수, 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 다. 그리고는.... 언니를 죽게 한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명부에 올리 기 시작했다. 자리에 일어나 에라브레는 칼슨과 엘라에게 간단한 인사만을 하고 그 대로 집을 나왔다. 그렇게 3년 가까운 시간은.... 처음 에라브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현재 자신의 실 력으로는.... 겨우 4달 정도 배운, 비록 기초는 거의 완벽하다시피 끝 냈지만, 어설픈 검솜씨에다 7, 8년 정도 익힌 마법, 이 두 가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검과 마법 모두를 익히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마법만을 열심히 익히리라 마음먹었으나, 넉달이나 배워온 검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내심, 란테르트와 자신을 이어주고 있는 끈을 놓아버 리기 싫었는지도 몰랐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이 이야기도 상당히 그 럴 듯 해 보였다. 아무튼, 그녀는 그렇게 조용한 곳으로 찾아가 스스 로의 실력을 닦기 시작했다. 마법은 이미 네 가지나 정념계까지 익혀 두었다. 얼음과 번개, 불, 그리고 물까지.... 모두 공격계 마법으로, 앞의 셋은 켈리시온 님의 것이고, 뒤의 하나는 나투이시아님의 마법이다. 게다가 그에 해당하는 정령계 마법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마법력과 정신력이 낮아 사용 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 네 가지를 완성하고, 검술을 더 닦는다면, 복 수가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 싶었다. 검술.... 란테르트는 검을 가르친지 두달쯤 됐을 때, 에라브레에게 이렇게 말 했다. 그때쯤, 에라브레는 슬럼프에 빠져 연습을 대강 대강 하고 있었 다. "기초.... 검술은 기초가 아주 중요해. 검을 잡는 법, 휘두르는 법, 발걸음을 옮기는 법.... 이런 것들은 말 그대로 기초이지만, 평생 네 가 이룰 수 있는 검의 수준을 결정하게 되지. 그리고.... 몇몇 검식을 익히는 것, 그것 역시 굉장히 중요하지. 기초적인 것에서 고난도의 것 까지, 완전히 소화하게 되면 보통 이상의 검사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 게 돼. 이 때 중요한 것은 단지 검식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소화하는 거야. 이렇게, 또 이렇게 휘두른다, 라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째서 이렇게 휘둘러야 하고, 왜 이렇게 찔러야 하나 라는 것을 깨닫 는 거야. 하지만, 앞의 두 가지로는 결코 뛰어난 검사가 될 수 없어.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깨달음. 남의 것을 배워 익히는 것은, 결코 그 사람을 앞설 수 없어. 어느 정도 남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난 후에는,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가기 시작하는 거야.... 지금의 너는 간신히 첫 번째 것을 끝내고 두 번째 것의 중반 정도를 걷고 있어. 굉 장히 빠르지만, 빠르다는 것은 그마만큼 엉성하다는 뜻이야. 아무리 검에 소질이 있다 하더라도, 100번 휘두르고 100만번 휘두른 사람을 이긴다는 것은 무리야. 그러니까, 지금까지, 아니 지금 이상으로 열심 히 하는 거야. 소질을 살리고, 또 열심히 한다면, 오래지 않아 상당한 수준에 이를 수 있게 될 꺼야."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가르침 거의 모두를 완벽하다시피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조사하나, 어휘하나 틀리지 않고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비상한 기억력은 검에 대한 그의 기나긴 강론을 이미 한 권의 책으로 꿰어두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머리가 상당히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에라브레에게 전해줄 수 있었고, 에라브레 역시 그런 그의 이야기를 거의 모두 흡수해 냈다. 그렇기에 배운 기간은 겨 우 4개월 정도 였으나, 전수 받은 것은 당시의 란테르트의 검술 거의 그것이었다. 에라브레가 홀로 검을 익히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겨우 대여섯 개의 검식을 할 줄 알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고 란테르트에게 들은 검술에 관한 커다란 이야기들에 따라 검을 휘둘렀 다. 레언식 도살 법을 따라 검을 움직인 것이 아니라, 레언식 도살 법 이 뜻하는 바를 따라 검을 움직였고, 어니스트 삼첨식을 따라 검을 찌 른 것이 아니라, 어니스트 삼첨식이 의도하는 바를 따라 검을 찔렀다. 그녀는 잘 몰랐으나, 사실 이런 검술은 란테르트보다는 레카르도 가 의 그것과 비슷했다. 레카르도 가의 검술의 가장 큰 가르침이 바로 이 것으로, 이미 200여년이나 흘러온 것이었다. 복수, 라는 추동은 그녀에게 근성이라는 선물을 내려주었고, 그것은 스승이 없다, 라는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켜 그녀의 검의 경 지를 상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종종 힘들 때 그녀는 에티콘의 집으로 향했다. 집은 이미 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에게 집은 단지 언니가 있는 곳, 이라는 뜻의 말이었다. 전에 집을 나와 그녀와 함께 여행을 했을 때는, 천지 사방이 모두 집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없는 지금, 세상 어느 곳에도 자신의 집은 없었다. 그녀가 에티콘 가를 찾는 것은, 단지 한가지 이유, 언니의 무덤이 그 곳이 있기 때문이었다. 에라브레는 한 번 들리면 보통 하루를 묶고 갔 는데, 잠자는 시간을 제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사피엘라의 무덤 앞 에서 지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채로, 가끔은 홀로 무덤과 이야 기를 나누기도 하며.... 그리고, 언젠가 부터.... 그녀에게 후견인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그 는 그녀에게 수천 하르에 이르는 생활비를 주기도, 갑옷이나 무기 같 은 것을 주기도 하며 물질적으로 굉장한 도움을 주었다. 에라브레는 사실 당시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 후견인이라는 사람이 란테르트라 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그런 기억을 봉인해 버렸다. 그가 아니 다,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고, 결국 잊은 듯 싶었다. 2년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그녀는 벽에 부딪혔다. 더 이상 검 도, 마법도 늘지 않았다. 본래 어떠한 것이든 공부를 하다 보면 어떤 결절점 이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조금도 실력이 늘지 않 고, 오히려 퇴보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조바심이 나고 슬럼프에 빠져 상당히 오랜 기간을 허비하게 된다. 에라브레는 벌써 두 번이나 이런 일이 있었기에, 이 슬럼프가 찾아 왔을 때에 쉽게 슬럼프를 극복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 렇지만, 더 이상은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 후견인이 사준 은빛의 레이피어 한 자루를 허리에 찬 채 무작정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후로 한달 여를 마물이 상당히 많은 편인 에카 숲의 서부에서 보냈 다. 수백 마리의 마물을 베며 살아있는 생물과 싸우는 법을 터득했고, 비로소 스스로의 실력에 안심하며 다크 미스트의 사람들을 찾기 시작 했다. 하지만, 오리무중.... 정확한 표현이었다. 다크 미스트의 소재를 아 는 사람은 레드 미스트 안에서도 상당한 고위층의 사람들이었고, 그런 그들에게 다크 미스트의 소재를 물을 수는 없었기에, 에라브레는 그저 허탕만을 치며 이곳 저곳을 떠돌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녀는 한가지에 생각이 미치었다. 바로 마족과의 계약으 로, 그녀는 강하게 마음속으로 그것을 소원했다. 마족을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마음속으로 자신의 조건을 내 걸며 강하게 기원하기만 하면 되니.... 그렇게 아르페오네를 만난 것 이, 벌써 여섯달 이상이나 지난 옛 일이었다. 이 기나긴 3년의 시간.... 에라브레는 복수, 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결과는.... 이렇게 눈앞에 란테르트가 웃고 있지 않은 가?.... 에라브레는 계속해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카르트는 이런 두 사람을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 었다. 어찌 재미있지 않은가? 서로를 끔찍이 아끼는 두 사람이, 사피 엘라, 라는 명분 아닌 명분에 묶여 서로에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 모습이.... 이카르트는 돌연 밀려오는 즐거운 감정에 자신도 모르게 한차례 쿡 쿡, 거리는 웃음을 내뱉었다. 그의 이 돌연한 웃음은 모두의 시선을 끌었고, 이카르트는 순간 당황 하여 기침을 한차례 했다. "어디 아파요?" 모라이티나가 물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는 속 으로, 나도 마족인가 보군.... 이라고 중얼거렸다. ------------------------------------------------------------------ 100화!!!!! 입니다!!!! (서장까지 합하면, 101화지만.... ^^;;;) 심심하면 축하해 주세욧!!!! 내용이 조금 질질 끄는 듯 하죠? 뭐 그래도 할 수 없죠.... ^^;; 그건 그렇고.... 판타지의 지존 돌아오셨더군요!!!! 하루만에 조회수 2000 돌파.... 허걱.... 이것이 라! 자! 의! 파! 워!!!!!!!! 모두들 밟힐 일만 남았습니다. 하하하!!!! 3화 올라온 상황에 Now SF/Fantasy 란과 Hitel Serial 란을 통틀어, 20개가 넘는 추천이!!!! 역시 갱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3화에 추천이 20개? 라는것은 어불성설이다 라고 외치고 싶지만.... ^^;; 에고 졸려라.... ^^;; 백회 기념으로 대출혈 3연참 후 빈혈에 걸린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46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1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6 00:54 읽음:176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모라이티나는 한참동안 칼슨과 이야기하다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차가운 것이 기분이 나빠 보였고, 모라이티나는 조심히 그 점 을 물었다. "에라브레, 어디 않좋아?" 에라브레는 지금까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다 모라이티나의 이 돌연 한 물음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 아니.... "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의 이 대화에 엘라가 이상하다는 듯 입을 열었 다. "엘프그란양, 어째서.... 에라브레에게 평어를 사용하는 거죠?" 엘라는 모라이티나가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그 두 사람에게 경어를 사 용하고 에라브레에게 평어를 사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나이 때문이라면, 응당 에라브레에게도 경어를 사용해야 했고, 게다가 작위라는 것을 생각해 보아도 평민인 다른 두 사람에게보다는 에라브 레에게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았다. 비록 엘라가 평민이라 해서 그 세 사람을 경시하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귀족인 그녀로써는 이런 이들 의 대화방법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로써도 모르는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모라이티 나의 나이였고, 다른 하나는 모라이티나의 종족이었다. "왜요? 그게 이상한가요? 하지만.... 난 에라브레보다 나이가 많은 걸요." 언제나, 모라이티나가 나이를 공개할 때는 그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 에 경악이 스쳤다. 칼슨과 엘라는 순간 말을 잊었다.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그리고 에라브레를 바라보는 것이, 농담이에요, 라는 말을 기대하는 듯 했다. "저, 정말인가?...." 칼슨은 이렇게 중얼거렸고, 모라이티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19살이니까요. 곧 20살이 돼요." 칼슨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로 저었고, 엘라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었다. 하지만, 뭐 어떻단 말인가? 둘은 곧바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엘라는 모라이티나의 말대로 에라브레의 기색이 이상하자 이렇게 입 을 열었다. "아직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을 테니, 이만 이야기를 마치도록 해요." 엘라의 이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어느덧, 하늘이 붉어져 가는 시간이다. 에라브레는 자신의 방 서쪽으로 난 창문틀에 걸터앉아 조용히 밖을 내어다 보고 있었다. 그녀의 방은 서남쪽에 있었기에, 서쪽과 남쪽 양 쪽으로 커다란 유리창이 여럿 있었다. 그녀는 사피엘라가 죽은 후, 자신의 방에 있을 때에는 언제나 이 서 쪽 창문에 앉아 있었다. 사피엘라의 묘가 너무나도 잘 보이는.... 그때, 똑똑 하는 조그마한 노크소리가 들렸고, 에라브레는 고개를 돌 려 방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칼슨 이었다. 그는 엘라에게서 대강의 이야기를 들은 후 곧바로 에라 브레를 찾아 온 것이었다. "칼슨 아저씨...." 에라브레는 상대의 모습에 몸을 일으키며 몇 걸음 앞으로 나섰고, 칼 슨은 그런 에라브레를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에라브레...." 에라브레는 칼슨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었고, 칼슨은 잠시 더 에라브 레를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돌아왔구나.... 결국...." 에라브레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잘 돌아왔다.... 검은 네게 어울리지 않아...." 칼슨의 말에 에라브레는 돌연 표정을 굳히며 몸을 돌렸다. 천천히 창 가로 다가서선, 하얀 커튼을 살짝 쥐며 입을 열었다. "검이 제게 어울리지 않는다구요?.... 하지만.... 하지만, 전 이미 많은 사람을 죽였어요.... 그리고.... 그건 돌이킬 수 없어요." 칼슨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계속 검을 쥐겠다는 이야기인 거니? 난.... 그리 달갑지 않구나."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을 뿐 답하지 않았다. 막 붉게 이 글거리기 시작한 노을의 홍광이 에라브레의 얼굴을 환히 물들이고 있 다. "설마 아직도 복수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란테르트, 그와 함께 돌아온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는 데...." 칼슨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복수는.... 이미 잊었어요...." 칼슨이 한 걸음 다가서며 물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 거냐? 어째서 검을 놓고 예전의 너로 돌아갈 수 없는 거냐?" 에라브레는 끊임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커튼을 쥐고 있는 손이 파 르르 조그맣게 떨리고 있었다. "사람을 죽였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전.... 이제는 무 서워요.... 제가.... 사람을 죽인 제가.... 사람을 죽이고 아무렇지도 않았던 제가.... 너무나 두려워요...." "에라브레...." 칼슨의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뒤로한 채 에라브레는 계속해 이야 기를 이었다. "꿈이었으면 했어요.... 조용히 눈을 뜨면.... 난 하얀 나의 침대에 누워있고.... 담갈색의 부드러운 긴 머리칼을 가진 언니가 나의 이마 에 키스해주며.... 라브에, 꿈을 꾸었니?.... 라고.... 말해주고.... 전, 그런 꿈이었으면 했어요.... 하지만, 꿈은 아니었어요.... 비록 꿈에서 깨어나듯 눈을 떴지만.... 키스해 주는 언니 대신.... 붉은 빛 을, 그것도 피의 붉은 빛을 띄는 검 한 자루뿐이었어요...." "에라브레...." 칼슨은 다시 한차례 에라브레의 이름을 불렀고,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어디서부터 제가 잘못한 걸까요?...." 칼슨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에라브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칼슨의 손이 막 어깨에 닿자, 에라브레는 어깨가 순간 움찔 했다. 그녀는 천 천히 몸을 돌려 칼슨을 바라보았다. 18년 가까이 자신을 키워준, 40을 넘긴 사내.... 말로만 들어본 아버지의 친구인, 차라리 아버지 보다 더 아버지 같은 사내.... 에라브레는 그의 가슴에 안겨 흐느끼기 시작했다. 칼슨은 자신의 가슴에서 우는 에라브레의 어깨를 잡은 채 등을 천천 히 토닥여 주며 입을 열었다. "에라브레.... 사람을 죽인 것.... 그건 분명 네가 잘못한 것이 다.... 비록 사피엘라의 복수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죄가가 가 벼워지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그렇다고.... 영영 그 일로 괴로워 하며 지낼 수는 없지 않니." 칼슨의 이야기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에라브레는 어깨를 들썩이며 흐 느낄 뿐이었고, 칼슨은 다시 한차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입을 열었 다. "정녕 그 일이 마음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면.... 빚을 갚거라." 칼슨의 이 말에 에라브레의 어깨의 흔들림이 멈추었다. 그리고는 고 개를 들어 칼슨을 바라보았다. 갈색의 수염이 근사하게 턱을 가리우고 있었다. "빚을 갚다니요?...." 에라브레의 물음에 칼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소짓지 않은, 근엄 한 목소리였다. "생명으로 얻은 빚은, 생명으로 갚는다. 백명을 죽였으면, 백명을 살 리는 거야. 그렇다고 네 죄과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나름 데로 의 사죄는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칼슨의 이런 이야기는 겉으로는 그럴 듯 해 보였지만, 실상은 궤변이었다. 그런 것은 칼슨도 잘 알고 있었다. 목숨 하나 하나의 갚 어치는, 그 사람에게 있어서 그 어떤 것보다 갚어치 있는 것이다. 천 사람의 목숨이 한사람의 그것보다 소중하다라는 이야기, 적어도 그 사 람에게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실의에 빠진 에라브레에게는 이런 종류의 궤변이 거의 반드 시 필요했고, 그 효과 역시 뛰어났다. "그, 그럴까요?...." 칼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다.... 앞으로 남은 평생동안, 남을 위해 일하거라.... "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칼슨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그렇게 하겠어요...." 에라브레의 표정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란테르트에 대한 애정과, 사람을 죽인데 대한 죄책감이라는 두 가지 짐중 하나를, 어느 정도 떨 쳐 버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에라브레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칼슨에게 입을 열었다. "아이실트 태자전하를 찾겠어요." 에라브레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고, 돌연 떠오 른 것이 이 일이었기에 칼슨에게 이렇게 입을 열었다. 에라브레의 말에 칼슨은 잠시 머뭇거렸다. 에라브레가 하기에는 조금 위험한 일일 듯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란테르트를 떠올리고 는 얼굴을 펴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것도 좋겠구나.... 그렇게 한다면.... 쓸데없이 그분을 찾 으러 동굴로 들어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병사들의 목숨도 구해낼 수 있고.... 게다가 너희 수이브렛 가의 이름 역시 높아질 테니...." 수이브렛은 이 에티콘에서 동쪽으로 10여 휴하(1휴하=약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하지만, 사피엘라가 네 살 때 두 자매의 부모가 갑작스레 병으로 죽게 되었고, 두 부부의 유언에 따라 자매들은 에티콘 가에서 양육되어 졌다. 현재 수이브렛 마을은 이 에 티콘 가에서 함께 다스리고 있었다. 예정 데로라면, 지난 해,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는 수이브렛 본가로 돌 아갔어야 했다. 사피엘라가 아버지의 남작 작위를 정식으로 이어받아 수이브렛 마을의 영주가 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는 모두 소용없는 일이지만.... 다시 두해가 지나면 에라브레는 20살이 되고,... 그렇게 되면 사피엘 라가 받지 못한 작위를 에라브레가 대신 이어받아 수이브렛가로 떠나 게 될 것이다. 칼슨은 잠시 이런 생각을 하며 멍히 있다가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일을 맡으려면 왕성으로 찾아가거라. 그곳에서 임무를 정식으로 부 여받고, 수이브렛 가의 이름으로 일을 처리하거라. 성공한다면, 작위 를 한 단계쯤 높일 수 있을 꺼야...." 에라브레는 작위 같은 것에는 관심 없었으나, 좋아하는 칼슨의 모습 에 덩달아 얼굴이 펴졌다. "꼭 성공하겠어요." 칼슨은 웃으며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 흑흑.... ㅠ_ㅠ;;;; (기쁨의 눈물!!!!) 이런 기쁜일이.....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100화 축하 메세지를.... ^^;;;; 정말 넘넘 기뻐요!!!! 아.... 그렇게.... 그 덕분에.... 첫번째 화 조회수 1000 돌파 했습니다..^^;; 앞으로도 D&D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잘이나 써!! 퍼어어억!!!^^;;) 그럭저럭 비축분이 10화대로 떨어졌군요... ^^;;; 12화? 아마 그쯤.... 이번주에 싱크로 400파센토 못하면.... 드디어 제게도 연재 펑크라는 것이.... ^^;; (바쁜 한주가 될것 같은.... ^^;;) 너무 기뻐 공중으로 축 브레스를 쏘아재끼는.... 바보수룡 아그라!!!!가.... ^^;; ps... 조만간... 환동에 모아서 올려야 겠군요.... 1부 끝나면 하려 했는데.... ^^;;; (게으른 자식!!! 퍼어어어억!!!! ㅠ_ㅠ;;;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58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2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7 07:08 읽음:188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21. 아이실트, 그리고 로렌시아 다음날 일찍, 에라브레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사실, 서두를 이유 는 그리 많지 않았다. 왕자는 지금 그리 위험한 처지도 아니었고, 칼 슨의 말에 의하면 당분간은 동굴 안으로 수색대를 보내지도 않을 터였 으니, 병사들이 죽게될 것도 아니었다. 에라브레는 단지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복잡하고 어 지러운 채 머물러 있는 것은, 그런 상태로 세상을 떠도는 것 만 못하 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한편,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그리고 모라이티나 역시 에라브레를 따 라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칼슨은 에라브레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직후 란테르트에게 찾아와 그 사실을 알려주었고, 란테르트는 한차례 도 더 생각하지 않은 채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이카르트야 당연 란테르트가 가는 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그것 은 모라이티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에라브레는 란테르트 등이 따라온다고 말하자 조금 망설이는 표 정이었으나, 칼슨의, 혼자는 위험하다, 라는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 였다. 사실, 란테르트 등이 따라오는 것이 싫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 다. 다만,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란테르트를 만난다는 것이 조금 부담되었을 뿐이다. 오전쯤, 이 네 사람은 에티콘의 저택을 벗어났다. 현관까지 마중 나 온 칼슨과 엘라를 뒤로하고, 일행은 천천히 동북으로 걸음을 옮기었 다. 가장 앞서 걷는 것은 모라이티나였다. 바로 뒤에 걷는 에라브레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건네기도, 뒤로 쪼르르 달려와 이카르트에게 여러 가 지를 묻기도 하며 가장 활달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모라이티나보다 반보쯤 처져 걸으며 시선은 멀리 지평선 으로 향하고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는 없이, 묵묵히 걸음만을 옮겼다. 란테르트는 근래 보기 힘든 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3년 이상이나 그를 괴롭혀 온 문제의 해결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 하나 만으로도 그의 표정은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종종, 모라이티나가 물어오는 말에 대꾸를 하고, 이카르트가 건네는 말에 응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체력은 예전만 못하여, 필살기 50휴하 걷 기는 영영 불가능하게 되 버렸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많이 걸을 필요도 없지만.... 이카르트는 언제나와 같은 모습이었다. 엷은, 부드러운, 그리고 모라 이티나가 언제나 사악하다고 이야기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는 조용히 걷고 있다. 3일쯤 걷자 일행의 왼편에 카타나 숲이 보이기 시작했고, 숲을 왼편 에 낀 채 다시 2일쯤을 걸어, 일행은 수도 카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위다의 수도. 위다는 현재 일곱 개 대륙, 일곱 개 국가의 맹주국이다. 남북의 길이 가 700휴하(1휴하=약 1킬로미터)에 이르고, 동서의 너비가 500휴하에 이르는 거국으로 인구가 800만에 이르른다. 대륙 중앙에 우뚝이 솟아있는 테에이산에서 발원한 네줄기의 커다란 강에 의해 사분 되어진 대륙은 하나같이 비옥하였고, 수도 북방의 노 천광산과 테에이산 근방의 산들에는 광물이 풍부했다. 한마디로 천혜 의 땅인 것이다. 수도 카타는 테에이산의 남단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위다의 수도답게 인구가 엄청났다. 수도 내성에 사는 사람만 해도 5만에 육박했으며, 근교, 수도의 행정력이 미치는 곳에 사는 인구를 모두 합치면 20만을 훨씬 상회했다. 15만에 이른 것이 100년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 당시의 행정력과 도시 기반 시설의 규모를 감 안한다면 포화상태였다. 멀리서 보이는 위다의 수도 카타는 웅장, 그 말 그대로였다. 맹주국임을 상징하는 성 정중앙의 탑은 성이 아득하니 보일 때부터 눈에 띄었고, 거대한 성채는 테에이산을 배경을 우뚝이 솟아 있었다. 회갈색 성벽은 한낮의 뙤약에도 아랑곳 않았고, 외성 밖으로 길을 따 라 죽 이어진 건물들의 창문이 5월말의 따사로운 햇살에 흰, 눈부신 빛을 발했다. 거리에는 사람이 많았고, 마차가 많았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보다도 이 네 사람의 일행이 훨씬 눈이 띄는 것은 왜일까? 지나가는 여성들의 뭇 시선을 빼앗는 마력에 가까운 이 카르트의 매력과, 그와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란테르트, 남녀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할 만한 귀염성을 갖춘 모라이티 나, 거기다 한차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결코 끝나지 않는 미모를 소 유한 에라브레, 하나같이 성 하나에 한 명쯤 있을까 말까한 그런 미모 를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흘끗 그들을 한차례 쳐다볼 뿐, 별다른 반응은 나타내 지 않았다. 물론, 바빠서 이기도 했으나.... 이곳 위다의 왕성 카타에 는, 아이실트와 로렌시아가 살고 있었다. 갇혀있는 공주 로렌시아야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아이실트 왕자는 종종 마을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13세가 된 갈색이 약간 섞인 화려한 금발의 아이실트는, 그 조용한 분위기와 수려한 외모로, 근방 모든 소녀들의 결혼했으면 하는 남자 1위로 군림하고 있었다. 게 다가, 위다 제 1 왕위 계승자라는 신분과 나이보다 훨씬 아담한 몸집 이라는 것이 그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켜주고 있었다. 사정이야 어떠하건, 일행은 적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걸음을 옮겨 카타성의 내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로 복작이는 거 리를 지나 이내 내성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고, 에라브레가 꺼내든 수 이브렛 가의 상징 덕에 일행은 내성 안으로 안내되어 갔다. 왕은, 그들 정도의 인간은 친히 보러 나오지 않는다. 이 위다에 있는 자작 가문은 수이브렛 가를 포함하여 1천이 넘는다. 위다의 내성은 정말이지 으리으리했다. 갈색빛 나는 첨탑 십여 기가 하늘을 향해 뾰족이 솟아있었고, 그 위에는 하나같이 보라색의 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따사로운 봄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펄럭이 는 그 기는 흰 천을 바탕으로 보라색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었는데, 그 무늬는 전설의 동물 엘리폰을 그려 넣은 것이다. 엘리폰은 코가 기다 랗고, 몸집이 곰만한 짐승으로, 그 힘이 황소 칠십 마리와 비견할 만 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없다. 수천이나 되는 창문은 하얗게 반짝였고, 성의 정원에는 수도 셀 수 없는 꽃들이 각자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정원 역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하루 정도는 간단히 보낼 수 있을 듯 싶었다. 일행은 경비병에 의해 성 왼편으로 안내되었고, 이내 수석 왕궁대신 과 만날 수 있었다. 수석 왕궁대신은 세 사람의 왕궁대신들 중 가장 높은 사람으로, 문관으로써는 재상과 국무시경 다음 가는 자리에 있는 자였다. 에라브레는 허리를 굽혀 70줄의 수석대신에게 인사했다. "위대하신 위다의 국왕 프란코님의 신하이며, 엘리폰의 가호를 입은 어리석은 사람, 신 수이브렛 가의 에라브레가 대신각하를 뵙습니다." 수석대신은 그런 에라브레의 인사에 허리를 살짝 굽혔다. "어서 오시오. 수이브렛 자작. 그래, 아이실트 태자전하를 찾는 일에 자원하셨다고요?" 수석대신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수석대신이 조금 못미더운 표정으로 에라브레와 일행을 바라보았다. 겨우 20도 안되는 아가씨와, 그보다 더 어린 꼬마, 그리고 그리 강해 보이지 않은 검사 둘이서 그 동굴 안에서 태자전하를 찾겠다니.... 그 간 그를 찾으러 들어갔다 목숨을 잃은 수백 명의 위다 정예들이 저승 에서 비웃을 것만 같았다. "굉장히 위험한 일입니다.... 어린 나이의 객기로 하기는 조금...." 준 후작 출신의 이 수석대신에게 에라브레의 행동은 이렇게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말은 에라브레의 기분을 상하게 하 기 충분했다. 게다가 모라이티나도.... 에라브레는 이럴 때 입을 다물 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모라이티나는 잘 몰랐다. "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릴 못 믿겠다는 거예요? 실력을 보여,..." 떠들어대는 모라이티나의 입을 이카르트가 막았다. 그리고, 당연하겠 지만, 이 모라이티나의 몇 마디 말은 그 대단하신 위다의 준후작 수석 대신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죽고 싶으냐?" 에라브레의 뒤를 따라온 세 사람을 그 수석대신은 에라브레의 부하쯤 으로 보았기에 이렇게 호통쳤다. 하지만, 얼굴에 얼음장같은 살기를 띄는 두 남자의 모습에 기가 질려 더 이상은 입을 열지 못하였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에게 냉소 섞인 미소를 지었다. 지난 3년간, 그녀는 확실히 보았다. 권력을 가진 자가 그렇지 못한 자에게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를.... 그리고는 막연히, 란테르트가 가 진 권력에의 혐오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에라브레는 피 에 의해서 자신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귀족이라는 종족을 그리 대 단하게 보지 않게 되어버렸다. 사실 이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생각들 이었으나, 란테르트라는 인간과 3년이라는 시간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 어 주었다. 그래서 이런 미소까지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실패와 성공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지금 출발하겠습 니다." 에라브레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이렇게 말했고, 수석대신은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막 내성을 벗어나며, 이카르트가 에라브레를 향해 한마디했다. "아주 훌륭했어." 에라브레는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살짝 미소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 가히 나쁘지는 않았으나, 역시 이카르트는 무서웠다. 에 라브레는 그런 그의 칭찬에 더더욱 얼굴을 굳힐 뿐이었고, 이카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표정에는 개의치 않았다. 동굴의 위치는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게다가 굉장히 유명했다. 내성 뒤쪽으로 난 후미진 길을 따라 삼십여분 즘 테에이산 방향으로 향하자 한 널따란 광장이 나타났고, 절벽을 배경으로 커다란 동굴이 그 시커먼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일행이 상상하던 그런 동굴은 아니었다. 입구는 말끔히 다듬 어져 인공동굴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그곳에는 몇몇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일행이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란 창을 앞으로 내밀며 소리를 쳤다. "왠 녀석들이냐? 정체를 밝혀라." 에라브레가 그런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표정은 냉막한 것이, 일 전 란테르트를 죽이려 할 때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 전과는 다르게 광기와 살기가 느껴지지 않은, 그저 차가울 뿐인 얼굴이었다. "수이브렛 가의 가주 에라브레입니다. 아이실트 태자전하를 찾기 위 해 이렇게 이곳으로 왔습니다."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가문의 기를 꺼내들었고, 네명의 보초병들 은 당장 자세를 바꿔 입을 열었다. "아, 그러시군요.... 실례했습니다. " 다른 사람이 일행을 한차례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데.... 겨우 네명이서 이 동굴을 탐사하시겠다고요?" 무리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왜요? 위험한가요?" 모라이티나가 물었고, 그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꼬마아가씨." 네 보초병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하며 모라이티나의 이야기에 답했고, 이내 다른 병사가 일행을 향해 간단한 설명을 했다. "이 동굴은 본래, 위다 왕실에서 위험이 닥칠 때 대피하기 위해 다듬 은 동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2, 300 휴리하(1 휴리하= 약 1미 터) 정도는 길도 평탄하고, 몬스터도 거의 없죠. 하지만, 깊이 들어가 면 들어갈수록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달.... 태자전하를 찾아 들어갔던 20명의 왕실 근위대중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보초병의 친절한 설명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느 누구 의 표정에서도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 이 가장 약한 에라브레조차도 어지간한 마물 두 서너 마리 정도로는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을 정도로 일행은 강했다. ------------------------------------------------------------------ 에고고.... 졸려라.... -_-;;; 늦잠자버린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65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3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8 07:11 읽음:180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네 사람의 병사를 뒤로한 채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그리고 에라브레 와 모라이티나 이 네사람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몇 걸음 옮기지 않아 어두워져 버린 동굴 안에 란테르트가 작은 빛의 구체를 띄워 올 렸고, 그렇게 일행은 5분간을 아무런 문제없이 걸었다. 그리고 이내, 그 병사들이 이야기했던 300휴리하를 모두 걸었다. 동굴 입구에서 이곳까지는 동굴 이라기 보다는 널따란 홀을 연상케 할만큼 커다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까지의 높이는 거의 10여 휴리하쯤 되었고, 너비는 30휴리하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렇게 300휴 리하나 이어져 있으니, 조그마한 마을 하나쯤 들어서도 될만했다. 하지만, 그 끝부분에서는 그 너비와 높이가 급속히 줄어들며 이내 간 신히 사람 두명이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곳으로 변해 버렸다. 울퉁불 퉁한 바위벽에 란테르트가 만든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닿으며 기괴한 그림자의 무늬를 만들어 냈다. 좁아져 버린 그곳 역시 인공의 동굴인 듯 보였다. 동굴의 벽, 천장 그리고 바닥은 굉장히 투박했으나, 분명 자연의 그것과는 달랐다. 가 끔 무엇인지 모를 도구로 긁은 듯한 자국도 눈에 띄었다. 현재 일행은 가장 앞에 란테르트가 그리고 그 뒤에 모라이티나가 바 짝 따라 걸었고, 다시 그 뒤에 에라브레가 손을 검에 댄 채로 걷고 있 었다. 마지막으로 이카르트는 여유 작작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느 긋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으.... 괜히 한다고 했나봐요...." 어둠 속에서 한시간여를 걷는 동안, 모라이티나는 그녀의 인내심을 조금씩 소모했고, 모두 소모했는지 결국은 이렇게 투덜거렸다. 어두운 것도, 좁은 것도 싫어하는 그녀에게 이 정도면 잘 참아낸 것일지도 몰 랐다. 그런 모라이티나의 입을 다물게 하는데 소질 있는 존재가 일행중 하 나 있다. "싫으면 돌아가." 이카르트가 한마디했고, 모라이티나는 입을 다물며 궁시렁 거렸다. "치.... 그럴 수 없다는 거 알면서.... 아.... 그런데 이 길은 언제 쯤 끝나는 거야.... 꼭같은 벽들이 지나는 모습.... 이제는 지겨 워.... 우웅...." 그때, 이런 모라이티나의 말에 대꾸라도 하듯, 저 너머 희미한 빛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빛의 색이 불그스름한 것을 보니 햇빛은 아 닌 듯 싶었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감에 따라, 그 붉은 빛은 점점 더 환해졌고, 이재 일행은 그 기나긴 회랑을 지나 한 넓은 공간에 도착하게 되었다. "와!!...." 이곳은 지름이 20여 휴리하쯤 되는 돔형의 공간으로 벽과 천장에는 온통 붉은 빛이 어리고 있었다. 사람의 허리쯤 올 듯한 높이의 제단이 홀의 한 가운데 있었는데, 중앙의 단에는 붉은빛의 커다란 보석이 놓 여 있었고, 그 보석은 어디선가 스며들어온 일곱 개의 빛줄기에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일곱 개의 빛줄기는 벽의 일곱 개의 지점에서 세어 나오고 있었는데, 빛이 세어 나오는 지점에는 투명한 보석이 박혀 있 었다. 아마도 동굴 밖의 태양 광을 복잡한 장치를 통해 이곳까지 끌어 온 모양이었다. 이 돔형의 홀 벽과 천장에는 수십 명의 사람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 는데, 각각의 상은 다른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이 홀에 들어서자 마자 탄성을 내지르더니 이내 부지런 히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돔은 모두 입구가 두 개로, 하나는 막 일 행이 나온 곳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단 저쪽, 일행이 서 있는 곳의 반 대 방향에 있었다. "저 보석, 정말 예뻐요!!! 게다가 조각들도.... 어머!, 저 빛이 세어 나오는 곳은 뭐지!?...." 호들갑을 떠는 모라이티나를 에라브레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보았는데, 아마도 모라이티나의 나이를 떠올리는 모양이었다. "모라이티나, 함부로 만지지 마. 이런 곳에서는...." 막, 란테르트가 주위를 주려던 순간, "어마!!...." 모라이티나의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리며, 일행이 밟고 있는 곳이 크 게 한차례 흔들렸다. 일행 모두가 모라이티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모라이티나는 그 빛 이 들어오는 보석이 있는 곳에 손을 댄 채 울상을 짖고 있었다. "바보...."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황급히 모라이티나가 있 는 곳으로 달렸다. 순간, 흔들림이 멈추며, 모라이티나가 있는 곳의 바닥이 함몰하기 시 작했다. "꺄ㅅ!!!!" 모라이티나는 바닥이 갑작스레 사라지자 놀라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몸은 동굴의 바닥 어두운 곳으로 빨려들듯 떨어졌고, 란테르트 는 그런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간신히 모라이티나의 손 을 잡을 무렵, 란테르트가 서 있는 곳의 바닥 역시 사라져 버렸다. 처음에는 그저 바닥이 함몰하는 듯 보였으나, 실상은 말 그대로 바닥 이 사라져 버리고 있었다. 바닥이 마법으로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란테르트는 내밀던 손을 마저 뻗어 모라이티나를 잡았고, 모라이티나 는 자신의 손이 란테르트에 의해 잡히자 다른 손을 황급히 뻗어 두 손 으로 란테르트의 한 팔을 잡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두 사람은 조금 더 추락했고, 란테르트는 그 말썽 장이 엘프 아가씨를 안은 채 공중에서 균형을 잡으며 마법력을 일으켰 다. 비행주문을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법력이 일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순간 당황해 위를 향해 외쳤다. "이카르트, 어서 와줘." 이 짧은 순간,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는 눈이 어찔할 정도의 속도로 추락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함정은 바닥이 없는 듯 하염없이 떨어질 뿐 끝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라이티나는 순간 란테르트의 팔을 잡았다는 사실에 안심하며 조용 히 있었으나, 그도 잠시, 끊임없이 아래로 추락하자 이내 다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꺄!!!, 살려줘!!!...." 란테르트는 이카르트가 조금 늦자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그 리고는 순간 입을 다물어 버렸다. 방금전 자신이 지나온 함정에 단단 해 보이는 벽이 생겨 있지 않은가!! 역시 이 함정은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인 모양이었다. 한 번 떨어지 면,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란테르트는 이런 저런 생각은 모두 집어치우고, 일단 살 궁리부터 해 야만 했다. 이렇게 떨어지다간, 아무리 자신이라 하더라도 가루가 되 는 것을 면치 못할 듯 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바닥이 물이거나 푹 신한 다른 무엇이라면 살수도 있겠으나, 바위, 아니 흙땅이라 해도 모 라이티나와 살을 섞는(?) 비참한 꼴은 면할 수 없을게 불을 보듯 했기 때문이다. 만약, 창 같이 뾰족한 것이 위를 향해 이빨을 들어내고 있 기라도 하다면.... 모라이티나는 끊임없이 비명을 질러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를 꼭 안아 진정을 시키며 주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두 사람을 계속해 바닥으로 추락했다. 정말이지 함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깊었다. 두 사람은 족히 차를 한잔 나누며 담소를 즐길 만한 시간을 추락하고 있었고, 그에 비례하 여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아니, 이제는 그 속도의 증가도 멈 춰 있었다. 중력과 공기의 저항이 타협점을 찾았다고 나 할까?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손 을 뻗어 벽으로 가져갔다. 다행히 이 동굴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아 란 테르트가 팔을 뻗어 벽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파각, 하는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의 가죽 장갑이 찢어져 버렸고, 란 테르트는 나직이 신음을 한차례 내질렀다. 하지만, 그는 하려던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한 손은 있는 힘을 다해 내뻗어 잡을 곳을 찾았고, 다 른 한 손은 모라이티나를 꼭 안고 있었다. 모라이티나를 안은 손이 끊 임없이 꼼지락거리는 것을 보니 꽤나 긴장한 모양이었다. "모라이티나, 나를 꼭 붙잡아."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눈물을 그렁거리며 두 팔로 란테르트 의 목을 꼭 안았다. 이제는 파랗게 질려 소리를 지르는 것조차 잊어 버렸다. 란테르트는 이빨을 지끈 깨물며 벽으로 뻗은 손에 힘을 주었다.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무서워 주위를 돌아보지도 못한채였다. 그때, 몸이 크게 한 번 흔들리며 얼굴에 무언 가가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그녀는 비린 내음을 맡을 수가 있었다. "제길...."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찡그린 얼굴과 함께 내지른 이 소리를 들으 며, 자신의 얼굴에 닿은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피로, 란테르트가 무리하여 벽을 잡으려다 손끝이 찢어지며 튄 것이었다. 란테르트는 자신의 무모한 행동이 약간이지만 효과를 나타낸 것에 기 뻐하며 다시 손을 뻗었다. 손끝은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으나,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은 채 벽으로 손을 가져갔고, 이번에는 동시에 다리 도 쫙 벌려 양쪽 벽에 가져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벽의 돌출부 같은 것이 손에 걸렸다. 그리고.... 투둑 소리가 나며, 란테르트의 나직한 신음 소리가 울렸다. "으윽...." 순간 팔이 10여 쎄휴리아(1 쎄휴리하=약 1 센티미터)나 늘어났다. 무 리해 벽을 잡은 덕에 관절이 빠져 버린 것이다. 완골도 툭 소리와 함 께 부러져 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팔의 희생과 두 다리의 절묘한 협 동기로 란테르트는 간신히 공중에 멈춰 설 수 있었다. 란테르트의 오른쪽 팔은 축 늘어져 버렸다. 피부가 찢어진 듯, 오른 팔은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역시, 란테르트는 란테르트였다. 아무리 모라이티나가 가볍다지만, 사람을 한 명 안은 채로 추락하던 몸을 한 손과 두 다리로 버텨내다니.... "괘, 괜찮아요?...." 모라이티나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로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축 늘어진 팔을 한차례 바라본 채 얼굴을 찡그렸다. "뭐.... 그런 데로...." 차라리 팔이 완전히 잘리는 편이 덜 아플지도 몰랐다. 팔뚝의 완골이 댕강 잘려 버리고, 팔꿈치의 관절이 빠져 버렸는데 괜찮을 리가 없지 않은가?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이 목을 감았던 팔을 조심스레 풀며 란테르트 의 팔에 치료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이 시대의 치료 마법은, 정령들의 신성마법이 가장 효과가 뛰어났고, 그 다음이 인간들의 신계마법이었다. 마법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 는 류마법과 마계마법에는 치료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법에도 한계는 있었는데, 아무리 강한 치료 마법이라 하더 라도 병을 치료할 수는 없었다. 치료라는 것은 마법력이 닿는 부분의 체조직 운동을 활성화 시켜 상처를 빨리 낫게 하는 것이었고, 그런 이 유로 세균에 의한 병은 치료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의사라는 직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마법에 팔의 통증이 크게 감하는 것을 느끼 며 한층 마음을 놓았다. 돌연 투둑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란테르트의 관절이 이어졌고, 뼈도 어느 정도 붙은 듯 시큰거리는 느낌이 크게 줄 었다. "후.... 고마워 모라이티나." 란테르트는 팔을 조금 움직여 보며 모라이티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돌연, 모라이티나의 눈에 눈물이 글썽이며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 웅.... 괜히 란테르트의 팔만 다치고.... 티나는 나쁜 아이에요...." 란테르트가 그런 모라이티나는 미소 섞인 얼굴로 바라보며 머리를 한 차례 헝클어 주었다. "됐어. 지난 일이야." 그때였다. 란테르트가 서 있는 공간 바로 곁이 일그러지며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나쁜 아이지." 이카르트였다. ----------------------------------------------------------------- 으으으.... 이 바보같은 윈도우.... 꺄ㅅ이 뭐야!!!! 꺄ㅅ이 얼마나 귀여운 비명소리인데.... 그런것도 표현 못하다니!!! 귀엽기는 드럼이 짱이지잉!!! (드럼, VS기사 라무네 40염에 나오는 하늘색 머리의 여자!!! 일설에는 변태 글장이 에이그라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라는....^^;;) 저녁때 잡아먹은 오크가 이상했던지, (ㅠ_ㅠ;;; 누굴까요?....) 헛소리를 남발하는 바보수룡 아그라!!!!.....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76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4 올린이:광황 (신충 ) 98/10/29 06:13 읽음:177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카르트의 등장에,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 두 사람이 동시에 한마디 씩 했다. "이카르트!!" 란테르트는 반가운 듯 이렇게 소리쳤고, 모라이티나는 여전 울먹이는 목소리로, "악마, 이렇게 늦게 온 주제에 무슨 큰소리에욧!!!...." 이렇게 소리쳤다.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쓰게 웃었다. "이 동굴 이상해.... 세 차례나 공간 이동에 실패했어.... 게다 가...." 이카르트의 꽤나 진지한 표정에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도 표정을 굳 혔다. 하지만, 온통 눈물에 범벅된 얼굴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모라이 티나의 모습은 진지하다기 보다는 조금 우스웠다. "정령이 하나 있어." 란테르트는 아직도 조금 뻐근한 팔을 조금씩 움직이며 이카르트의 말 을 받았다. "정령?"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정령. 그것도 상당히 고위의.... 정령왕들의 사자급 정도? 굳 이 비교한다면, 내 세 아이들 정도의 서열이야."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아무튼, 그보다, 어서 위를 위로 올려 줘."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이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돼." "왜지?" 란테르트가 되물었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일단.... 네가 떨어진 함정을 통해 올라가는 길은 완전히 막혔어. 언제 열렸었냐는 듯 마법의 벽으로 가득 차 버렸지.... 아무래도, 정 령왕급 녀석 둘 이상이 만든 결계 같아.... 내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어. 게다가.... 지금 내 공간 이동은 아주 불안정해. 몇 차례나 걸 려 그곳으로 돌아갈 지 알 수 없어. 나야 이 땅 어디에 떨어진다 하더 라도 상관없지만.... 너희 둘은 아니잖아."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라브에는 어쩌지?" 이카르트가 대꾸했다. "뭐, 내가 돌보고 있지 뭐.... 이제 이 함정은 20여 휴리하(1휴리하= 약 1미터) 정도 남았어. 푹신한 모래니까, 그냥 떨어져도 큰일은 없을 꺼야. 내려가자 마자, 오른쪽에 난 동굴로, 계속해 위로 올라가는 길 만을 택해서 와."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고, 모라이티나를 안은 채 벽 양쪽 에 고정했던 두 다리를 풀어 버렸다. "그럼, 라브에를 부탁해."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살짝 미소지으며 흐릿하니 사라져 갔다.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조금의 의심도 품지 않은 채 공중에 자 신의 몸을 맡겼고, 한참을 떨어져 바닥에 닿았다. 순간, 바닥이 푹 꺼 지는 느낌이 들며, 허리까지 모래에 파묻혔다. 잠시동안, 모라이티나와 란테르트 두 사람은 모래밭에서 허우적거렸 고, 이내 그곳을 빠져나와 이카르트가 말한 동굴로 발을 내딛을 수 있 었다. 몸속에 들어간 모래가 기분 나쁜지 모라이티나는 옷을 퍼덕이며 몇 차례나 제자리에서 뛰어 모래를 털어 냈다. 뒤로 묶은 금발이 어둠 속에서 살랑거리며 흔들렸다. "그럼, 가볼까?" 란테르트의 중얼거림에 둘은 한쪽으로 난 동굴로 걸음을 옮겼다. "둘 모두 무사한가요?...." 붉은 보석이 놓여있는 공간. 그곳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카르트를 향해 에라브레가 이렇게 물었 다. 표정에는 걱정이라는 감정이 그득했고.... 목소리 역시 조금씩 떨 리고 있었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짐짓 침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고 개를 가로 저었다. 에라브레는 그런 이카르트의 말에 아, 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허물어 지듯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럴.... 리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카르트가 쿡쿡 거리는 웃음을 한차례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조그마한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둘 모두 안전합니다." 이카르트의 말에 눈물까지 글썽이던 에라브레는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미끄러졌던 것뿐입니다...." 또 다시 별다른 표정 없는 차가운 얼굴로 돌아오며 에라브레는 자신 이 주저앉았던 것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고,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 둘은 그 붉은 보석이 있는 홀을 조심스럽게 지나 반대쪽에 있는 문으로 향했다. 이카르트는 대강 근처의 지리를 한차례 살폈기에, 그 리고, 괴이한 마법으로 약해지긴 했으나 란테르트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에 별다른 초조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 대신 빛의 구체를 만들어 자신의 앞에 띄워놓은 채로 이카르트의 뒤를 따랐다. 표정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섞여 있었는 데, 단지 어두운, 그리고 갇혀있는 공간에 있기 때문인지, 아닌 눈앞 의 마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잠시간 조용히 걷기만 하던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방황할 예정이십니까?" 목소리만으로는 어떤 생각으로 이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에라브레는 잠시 대답을 저어하다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이카르트는 여전 걸음을 늦추지 않은 채 앞으로 걸었고, 에라브레는 그런 이카르트의 등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고 있었다. "방황.... 같은 것 전 모릅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이카르트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전 고집불통 이시군요.... 제가 입으로 말씀 드려야 하겠습니까?" 이카르트의 말에 에라브레가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할지...." 에라브레의 말투는 많이 여려졌다. 방금 전의 차가운 듯한 경어 체는 조금 부드러워져 버렸고, 표정 역시 많이 풀어져 혼란스러운 듯한 표 정을 얼굴 가득히 짓고 있었다. "사피엘라.... 당신의 언니.... 그녀 때문입니까?" 이카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으나, 그 부정이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미 입으로는 이카르트의 물음에 긍 정하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언니.... 언니는, 저의 집이자, 세계였고.... 어머니이자 아버지, 그리고 언니 였어요.... 저의 모든 것.... 이었죠...." 이카르트가 그런 에라브레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몇 차례 가로 저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두 사람의 마음을.... " 이카르트의 중얼거림에 에라브레가 대꾸했다. "정말이지.... 좋은 사람이었어요.... 좋은 언니였고.... 자신보다 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생각해 주었고...." 에라브레의 말에 이카르트는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 이내 말을 꺼냈 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그것 때문에, 란테르트,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까?" 이카르트의 단도직입적인 말에 에라브레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눈 밑이 살짝 붉어졌고,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무는 것이 적지 않게 당황 한 모양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받아들이다니...." 에라브레는 순간 자신이 왜 이렇게 되물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냐니....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받아들인다는 의미도.... 게다가.... 마음 깊은 곳에서는 원하고 있는 일이기도.... 이카르트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저를 가지고 놀고 있다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군요." 비록 온화하게 미소지으며 한 말이었으나, 에라브레는 이런 이카르트 의 말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 그럴리가요.... 절대 아닙니다...." 이카르트의 입술에 그려진 호선이 더더욱 급한 곡선을 그렸다. "뭐,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망자에 대한 예의로써....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 3년이면 충분합니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할 수 없습니다.... 언니의..... 언니가 사랑했고, 언니를 사랑했던 남자.... 저에게는...." 이카르트가 에라브레의 말을 끊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럼 한가지 묻겠습니다. 에라브 레양, 당신은 란테르트가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당신을 보호해 주길 바라고 있습니까? 그리고 언제까지 할 수 있다 생각하십니까?" 이카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순간 대답 할 말이 없었다. 바라고 있었다.... 비록 그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가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을 원하는 것 역시 아니었다. 어느 샌가, 란 테르트라는 남자는 에라브레 그녀에게 있어서 언제나 있어왔던 그런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언제까지나 계속 될 것이라고, 그녀는 단정짓고 있었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 지 않는가? "그, 그런 것은...." 이카르트는 에라브레의 얼굴을 한참 응시하며 묘한 미소를 한차례 지 었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돌려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받아들이지도 놓아주지도 않겠다는 말인가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은 아가씨인 걸요...." 이카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더더욱 혼란에 빠졌다. "그, 그렇지는 않아요.... 그를...." 에라브레는 이렇게 몇 마디 하다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 이카르트의 뒤를 황급히 쫓았다. 오래지 않아 이카르트의 회백색 망토가 눈에 들어왔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등에다 대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당신.... 어째서 그렇게 까지 그를 위해.... 계약을 한 것도 아니면서...." 에라브레는 혼란스러워진 마음 때문인지 내뱉는 말에 두서가 없어졌 다. 하지만, 무슨 뜻의 말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고, 이카르트는 돌연 걸음을 멈추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뿐인.... 사랑하는 인간, 입니다. 단지, 그런 그가 웃는 모습이 보고 싶을 뿐입니다." 에라브레는 이카르트의 뜻밖의 대답에 순간 할 말을 잊었다. "그, 그런.... 마족이 그런 일을 하다니...." 이카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천천히 답했다. "아르카이제는, 마계의 이단아입니다...." ------------------------------------------------------------------ 음.... 용사 마족 이야기라.... 흐음.... 인간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용사 따위는 허접 쓰레기일 뿐이지만.... (란테르트를 보면 알 수 있잖아요.... ^^;;;) 그래도 하나쯤 있으면 웃끼잖아요.... 호호... (예 : 뉴블 초기의 다르의 모습. 뉴블에서 웃을수 있었던 유일한 장면은 그가 설치는 부분이라는.... 초절한 전설이.... ^^;;) 애니세상님의 주장 시리즈... 음.... 재밌죠. 정말 인간적인(?) 용사의 이야기.... 흐음.... ^^;; 아그라 : 어제 용사 하나가 내 레어에 쳐들어 왔어. 흐음.... 루플루시아 : 어멋, 그래요? 어떻게 됐나요? 그 용사, 악당은 무찔렀나요? 아그라 : .... .... .... 그거 욕이야? 루플루시아 : 그럴리가요. 하지만 용사는 악당을 무찌르는 존재잖아요. 아그라 : 내 레어에 쳐들어 왔다니까. 루플루시아 : 그래요? 어쩌다 아그라님 레어에 악당이 숨어 들어왔나요? 아그라 : .... 그만두지.... 백치의 미인 루플루시아님과 쳐죽일 아웃사이더 수룡왕 아그라.... (쳐죽일 아웃사이더 : 이건 용신 델필라르의 아그라에 대한 평입니다. 1부 끝나고 올라갈 중단편에 등장 예정. ^^;;) 후후후.... 그냥 한번 웃어본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83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5 올린이:광황 (신충 ) 98/10/30 05:52 읽음:184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비러먹을!!!! 모라이티나, 내 뒤에서 떨어지지 마!!!" 란테르트의 외치는 소리가 동굴 안을 울려 묘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가 서 있는 곳은, 꽤 널따란 홀이었다. 반경 20여 휴리하(1휴리하= 약 1미터) 정도의 공간으로, 곳곳에 석주 들이 무질서하게 서 있는 평범한 곳이었다. 돌연, 카가각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동굴의 벽이 깨어지며 괴 이한 물체가 불쑥 솟아났다. 삐죽한 비늘이 솟아 있는 듯 보이는 그 어두운 빛깔의 물체는 한참동안이나 바위벽에서 솟아나더니 란테르트 를 향해 달려들었다. 록-웜 이었다. 가장 기분 나쁘게 생긴 웜 계열의 것들중 가장 강한 것으로, 바위마저 부술 수 있는 강력한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 가, 다른 웜들과는 달리 비늘 비슷한 것이 온 몸을 뒤덮고 있었는데, 바위를 뚫고 다니는 만큼, 그 비늘은 바위의 경도 이상이었다. 란테르트는 관통력이 가장 좋은 바람계 케릭팅 마법을 검에 건 채 이 록-웜을 상대하고 있었다. 바닥은 록-웜 덕에 갈라지고 부서져 발걸음 을 옮기기가 심히 불편했고,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라이 티나 덕에 싸움은 배나 힘겨웠다. 사실 평상시였다면, 모라이티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이 마 물 죽어라!!!!, 하면서 달려들었겠으나, 함정에서 떨어지며 진을 다 뺐고, 게다가 어두운 동굴 안인지라 소리만 질러댈뿐 평소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다. 더더욱 나쁜 것은, 현재 란테르트가 왼손으로 검을 쥐고 있다는 점이 었다. 조금전 함정으로 떨어지는 모라이티나를 구하려고 무리하게 손을 쓴 덕에 오른손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평소 왼손의 수련 역시 착실히 해 왔기에 이만큼이나마 버텼지, 그렇지 않 았더라면, 진작에 비명 횡사를 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해요.... 우앙...."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망토 뒤에 몸을 숨긴 채로 오들오들 떨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미간 사이를 좁힌 채 검을 강하게 쥐 었다. 록-웜이 정면에서 란테르트를 덮쳤고, 란테르트는 슥 몸을 왼편으로 옮기며 검 면으로 그 괴물의 왼쪽을 밀었다. 란테르트의 이 동작에 록 웜은 목표를 잃은 채 바닥에 처박혔고, 이내 바윗속으로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란테르트의 오른손이 멀쩡하기만 했더라면, 란테르트는 이 상황에서 정면 승부를 걸었을 것이다. 검을 곧게 새운 채 록-웜을 베어 버린다 거나 하는 방법 말이다. 하지만, 왼손만으로 그런 동작은 무리였기에, 이렇게 록-웜의 진행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상황은 변한 것이 없었다. 30휴리하나 되는 거대한 록-웜은 그것의 집이라 부를 수 있는 바위 속으로 숨어 버렸고, 그런 그를 상대로 란 테르트와 모라이티나는 왠지 밀리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란테르트가 돌연 자세를 풀며 곧추 섰고, 모라이티나는 그 런 그의 행동을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후훗.... 너무 어리광을 부렸군.... 후후후...."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를 모라이티나는 모 르겠다는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모라이티나도, 단 하나, 란 테르트의 눈에 살기가 피어올랐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무, 무슨 말이에요?" 란테르트는 조심히 검에 건 마법을 풀었고, 이내 검집에 다시 집어넣 었다. 그리고는 모라이티나를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정신을 집중하며,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빛의 마법을 사용해. 이 공간 전체를 환히 밝혀 놓는 거야."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인 후, 조금 떨어 진 곳에서 라이팅 마법을 사용했다. 마법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기초 중에 기초 마법으로, 모라이티나가 온 힘을 다해 사용하자 꽤 넓은 이 공간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근처에 서서 주위를 살피며 중얼거렸다. "이카르트.... 확실히 편한 집이었지.... 그 덕에, 너무 약해졌 어...."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 보았다. 그는 두 다리를 살짝 벌린 채 두 팔로 무언가를 안을 듯한 모 습을 하고 있었다. "와랏!!!!" 돌연 란테르트가 소리를 질렀고, 동시에 란테르트가 바라보고 있는 벽이 와장창 깨어지며 여덟 개의 퇴화해 버린 눈을 가진 괴 생물체가 미친 듯이 란테르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둥근 입을 따라 돋아난 이빨 이 꽤나 위협적인 괴물이었다. 막 괴물이 란테르트의 앞에 접근할 무렵, 돌연 란테르트의 두 손에서 바람이 일어났다. "땅의 상극은 바람이지!!!!" 란테르트의 외침과 동시에 양손에서 일어난 바람은 록-웜의 목을 휘 감았고, 록웜은 흡사 덫에라도 걸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워낙 힘이 대단하기에, 란테르트의 몸이 계속해 뒤로 밀렸 다. 하지만, 그 록-웜의 목에 감긴 바람의 사슬은 조금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자신의 얼굴 바로 앞에 디밀어진 록-웜의 기괴스러운 모 습에 잠시 숨이 멎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은 모 습으로 바람의 마법을 번개의 마법으로 바꾸었다. 바람의 사슬이 풀린 그 짧은 순간에 록웜은 10ㅆ휴리하(1 ㅆ휴리하는 약 1센티미터) 가까 이나 란테르트를 향해 쳐들어왔고,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괴이한 액 체가 란테르트의 바로 앞에 떨어져 녹색의 연기를 치직 내뿜고 있었 다. 아무리 바위로 뒤덮여 있더라도, 록-웜은 생물이었다. 어지간한 뇌격 계 주문이라면 그 두꺼운 외피와 비늘 때문에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 았을 터이지만.... 란테르트의 마법은 어지간하지 않았다. 파지직, 하는 스파크에서 나는 소리와 함께, 록웜의 거대한 몸체는 이리 저리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발성기관이 없어서 소리를 내지르지 는 않았지만, 돌덩이 같은 비늘이 미찰하며 생기는 우웅 거리는 소리 는 꽤나 듣기에 거북했다. "후훗...." 란테르트가 짧게 미소를 지었고, 이내 양손에서 일고 있는 푸른색의 스파크가 점점 강도를 더해갔다. 푸른색의 전류가 록-웜의 온 몸을 감 쌌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한지 올올의 번개들이 홀의 내벽을 굉음을 내 며 긁어댔고, 깨어진 벽들에서 돌덩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모라이티나는 그 광경에 라이팅 마법을 거두고 실드 마법으로 바꾸어 란테르트의 머리를 보호했다. 어느덧, 록-웜의 요동도 잦아들기 시작했고, 란테르트는 씩, 미소를 한차례 지으며 두 손의 마법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모라이티나를 돌아 다보며 물었다. "다친 곳 없지?" 모라이티나는 경이의 눈빛으로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 다. "응. 정말 대단해요!!! 그 마법력...."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꽤 미끈하게 다듬어 진 홀이었는데, 란테르트의 마법이 한차례 쓸고 지나가자 폐허라고 불 리울 만큼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뭘...." 란테르트는 멋쩍은 듯 한마디하며 이내 다시 록-웜을 향해 시선을 옮 겼다. "이런 괴물.... 처음인걸.... 넌 본적 있어?" 란테르트의 물음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몰라요. 하지만, 내가 살던 곳에는 이보다 백배는 더 무시무시한 괴 물도 살고 있어요."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일곱 대륙에는 괴물이라고 불리울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마물들은 꽤 많았으나, 이런 괴 생물체들은 보이는 족족 인간들에 의 해 배제 당했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거의 멸종을 해 버렸다. 대륙의 크 기가 워낙 작기에, 인간들이 발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는 덕이다. 게다가 이 록-웜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생물이다. 빛을 싫어해 지상 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름이 록-웜이라고 해서 바위에서만 서식하는 것은 아니다. 란테르트는 생각해 보았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걸 음을 옮겼다. "어서 가자. 일행과 다시 합류해야지."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던전은 전혀 복잡하지 않았다. 신기할 정도로 외길로 이루어 져 있었는데, 역시 자연적으로 생성된 동굴은 아닌 듯 했다. 좁은 회랑을 따라 한참을 위로 올라가던 두 사람 앞에 또다시 한 넓 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전 록-웜과 싸웠던 곳과 비슷한 크기 의 공간이었으나, 천장에 박혀있는 푸른 구슬 덕분에 그림자가 생길 정도로 환했다. 하지만, 일행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그 구슬이 아닌, 동굴 한쪽에 있 는 한 사람 이었다. 그 사람은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가 모습을 드러 내자 마자 천천히 다가왔고, 란테르트는 조금 경계하는 눈초리로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상대는 모습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고, 란 테르트는 그런 경계를 풀며 상대를 조심히 살펴보았다. 그 사람은 13세 가량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머리칼은 갈색과 금색이 반쯤 섞여 주황색을 띄고 이었는데, 길게 길 러 어깨를 덮고 있었다. 눈동자는 커다랗게 그렁거렸는데, 역시 머리 칼과 비슷한 주황빛을 띄고 있었다. 얇은 연한 입술과 뚜렷한 콧날, 그리고 갸름한 턱까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예쁘다기 보다는 아 름답다는 느낌을 주는 소녀였다. 옷은 거리에서 아이들이 입는 수수한 바지와 웃옷이었는데, 드러난 몸매는 나이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볼륨이 없는 소년의 그것이었다. 비교하자면, 모라이티나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니, 모라이티나 쪽이 더 굴곡 있는 몸매였다. 그런 옷차림에도, 왠지 보통의 사람은 아니라는 느낌도 얼핏 들었는 데, 우수에 찬 눈동자와 자폐적인 무표정 때문인지도 몰랐다. "어째서 이곳에 온 것이죠?" 소녀가 물었다. 목소리는 변성기를 거치지 않은 소년처럼 맑았다. 여 성스러움이 조금 부족했으나, 별다른 어색함은 없었다. 소녀의 물음에 란테르트가 천천히 답했다. "사람을 찾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에 혼자 있다니.... 길 을 잃었습니까?" 란테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경어를 사용했다. 보통, 처음 보는 사람에 게 경어를 사용했으나, 아이들에게는 그러지 않을 경우가 더 많았기 에, 란테르트는 말하고도 스스로 약간 의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 "아니요.... 그보다 사람을 찾아 왔다니요?" "당신 나이 또래의 남자 아이 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머리칼의 색 도 같군요. 혹시 알고 계십니까?" 소녀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이렇게 답했고, 소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 입을 다물었다. 두 시선은 뚫어져라 란테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이곳의 지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 오십시오." 이윽고 소녀의 입이 열리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 하고는 모라이티나와 함께 그 소녀의 뒤를 쫓았다. ----------------------------------------------------------------- 에고... 에고라.... 에그라... 아그라, 에이그라.... --;;; 절대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진 이름 아닙니다아아아앗!!!! 의미없는 후기를 써놓고도, 조금의 양심의 가책도 못느끼는, 사악한 바보수룡 아그라!!!!였죠... ^^;; 추신.... 절반만 믿으세요 시리즈 2. (1. 은 능력비교!!! 연재분 94화 참고!!!) 아그라 프로필!!(글 안에서!!! 에이그라가 아닙니다!!!) 수룡왕. 폐룡 아그라.(패룡이 아님!!! 황폐, 혹은 피폐의 폐) 용들중 힘으로 서열 2위. (용신-수룡왕..... 기타등등...) 계급상 서열 5위. (용신-천룡왕-지룡왕-화룡왕-수룡왕-뇌룡왕-풍룡왕...등등) 재원... 길이: 길다. (인간일때 183센티) 높이: 높다. (인간일때 183센티) 너비: 넓다. (인간일때 170센티) 무게: 무겁다. (인간일때 60킬로) 빼빼 미남자!!! 주요 공격 : 용일때 워터 브레스(수압공격). 기타 마법들. 꼬리. 이빨. 앞발. <-- 이쪽을 더 자주 사용. 에*겔*온이라는 만화의 영향으로... --;;; 인간일때 브래스트 워터. 가슴에서 브이자 모양의 브레스가 나간다!!! 아그라 빔. 손끝에서 브레스의 응축 광선이 발사된다!!! --;;; 무기: 성검 르제베르. (사실은.... 마검이다. --;;;) 성격: 흉폭하다. 용신과 맞장뜰 수 있는 유일한 용!! 한마디로 막나간다!!! 용신은 그를 쳐죽일 아웃사이더 수룡왕 이라고 부른다. --;;; 싸가지도 없다. 약간 정신상태가 않좋다. 하는 일: 백수. 중앙대륙의 한 호수에서 루플루시아와 매일같이 노닥거린다. 가족관계: 무자식 상팔자!!! 루플루시아와 동거중.... --;;;(천계에 있을때 부터...)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89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6 올린이:광황 (신충 ) 98/10/31 05:39 읽음:165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힘든가보군요." 이카르트는 현저히 걸음이 느려진 에라브레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란테르트와 빨리 합류하겠다는 생각만으로 걸음 조금 서둘러 온 덕 에, 그리고 그렇게 3시간 이상이나 쉬지 않고 걸어온 덕에 에라브레가 조금 지친 모양이었다. "괜찮아요...." "전혀 괜찮지 않아 보입니다. 조금 쉬지요."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젓는 에라브레를 향해 이렇게 말하며 걸음을 멈추었고, 에라브레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근처에 있는 돌 위에 걸터앉았다. 이 동굴은 여러 개의 석실과 그 석실들을 잇는 회랑으로 이어진 모양 이었다. 지금 에라브레와 이카르트가 있는 곳은 란테르트가 록-웜을 해치웠던 곳과 유사한 구조로 이루어진 홀이었다. 이카르트는 에라브레가 잘 보이는 곳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서 있었 다. 입가에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띄고 있었는데, 에라브레는 그 런 이카르트의 미소가 상당히 무섭게 느껴졌다. 어색한 침묵에 에라브레는 잠시 따분한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이 동굴에는 몬스터 같은 것이 없는 거지요? 듣기로 는, 동굴에는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 곳곳에 보물 상자 같은 것이 놓 여있어, 동굴 탐사를 한차례하고 나면 상당한 보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던데...." 에라브레는 어렸을 때 몇 차례 읽었던 로망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중 얼거렸고, 이카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말에 한차례 짙은 미소를 띄었 다. "이 동굴은.... 그런 류의 동굴이 아닌 듯 싶습니다.... 몬스터야 질 리도록 많지만.... 원하신다면 제가 치고있는 결계를 풀어 드리겠습니 다. 근처에 록-웜 세 마리가 배회하고 있군요...." 에라브레는 이카르트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 저었다. 조금 따분 하더라도 이렇게 가는 것이 몬스터와 싸우며 가는 것 보다 훨씬 낫다 는 것은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 이카르트는 당황해 고개를 가로젓는 에라브레의 모습을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위다의 왕자 본 적 있습니까?" 이카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왜 인지 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예.... 그런데...." 이카르트는 에라브레의 그런 표정에 부쩍 호기심이 일었다. "그런데 라니요?" 에라브레는 몇 차례 쿡쿡 웃었다. "왕자님이 아니고 공주님이세요...." 이카르트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뜻이죠?" "그러니까.... 예쁘세요.... 처음에는 공주님이신줄 알았어요.... 주 홍빛 나는 금발을 길게 기르신 데다가.... 몸집도 조금 작은 편이시 고.... 이목구비는 완전히 여자 같아요. 만나 뵌지 3년이 넘게 지났지 만....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네요.... 아직도 그러실까...." 에라브레의 말에 이카르트는 돌연 표정을 굳혔다. 에라브레는 자신이 뭐 잘못 말한 것이라도 있나?, 라는 생각에 덩달아 긴장했다. "누군가와 만났군요.... 생명반응이 셋으로 늘었습니다...." 에라브레는 이카르트의 말에 긴장을 풀며 배시시 웃었다. "나는 또.... 무슨 큰 일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잖아요...." 이카르트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는 그림자가 하나 있습니다. 정령이...." 에라브레는 그래도 이카르트의 굳은 표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 었다. "정령은.... 생명체에게는 그리 해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요.... 차라리..." 말하던 도중, 에라브레는 자신의 입을 가렸다. 차라리, 마족이 생명 체를 괴롭힌다, 라고 말하려다 눈앞의 남자의 정체를 생각해 냈기 때 문이다. 이카르트는 그런 에라브레를 향해 괜찮다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 다. "그렇지만.... 그 정령은 다른 인간과 계약 상태에 있는 것 같습니 다. 계약 상태에 있는 정령은 선악을 가리지 않고, 계약자의 말에 따 릅니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어서 가봐야죠...."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라브레는 한가지 느끼지 못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그녀의 말 투가 점점 예전의, 란테르트와 만날 무렵의 그것으로 변해 간다는 점 이었다. 극존칭의 말을 사용하며 누구에게나 거리감을 두었던 요 3년 간과는 다른 존칭을 사용하였고, 방금은 이카르트에게 미소를 보이기 도 했다. 이런 것은 란테르트가 없는 곳에서 특히 심해졌는데, 그녀의 심경변화를 그대로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이카르트는 그런 에라브레를 바라보며,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 다. "그에게.... 어서 가봐야 하는군요...." 이카르트는 서둘러 앞으로 가고 있는 에라브레를 향해 나직이 이렇게 입을 열었으나, 에라브레의 귀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왜 이곳에 있는 것이지요?" 란테르트는 눈앞에 걷고있는 소녀가 보면 볼수록 이상하게 느껴졌다. 우선, 무언지 모르지만 아주 강력한 마력이 느껴진대 다가, 이런 어두 운 곳에 혼자 있으면서 조금도 무서워하는 눈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의 물음에 소녀는 천천히 되물었다. "왜일까요?...." 가늘지는 않았으나, 맑고 고운 목소리였다. 란테르트는 그가 이렇게 되묻자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그때 모라이 티나가 끼여들었다. "집나온거지?"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소녀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이내 다시 걸음을 옮기며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 하신 거지요?" 그녀의 물음에 모라이티나가 답했다. "웅.... 그게, 나도 15살 때 집을 나왔었는데.... 막상 갈 때가 없어 집 근처의 동굴로 숨었었거든.... 두시간만에 붙잡혀 버렸지만.... 헤 헤...."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혀를 낼름 했다. 소녀는 흥미가 끌린다는 듯 계속해 물었다. "왜 집을 나가셨었나요?" 왠지 차가운 느낌의 목소리였다. 가장 완벽한 예술품에서 오는 무정 함이랄까? 어린 나이에도 굉장한 수양을 쌓은 듯한 동요 없는 목소리 에, 란테르트는 왠지 부담감을 느꼈다. 하지만, 모라이티나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한 듯 그 소녀의 물 음에 천진히 답했다. "에.... 조금 부끄러운데.... 실은.... 엄마가 가장 아끼는 그릇을 깨뜨려 먹었었거든...." 소녀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다시 한 번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셨군요...."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데, 너도 집나온 것 맞지?"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소녀는 다시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왜 집을 나왔지?" 모라이티나가 다시 물었고, 소녀는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제가.... 제가 사랑하는 분께서 잠시 피해 있으라고 말씀 하셨습니 다.... 제게 위험이 닥칠 위험이 있다고...." 소녀가 막 말을 마치는 순간, 일행은 기나긴 회랑에서 벗어났다. 이번에 드러난 홀은 지금까지의 어느곳 보다도 커다랬다. 반대쪽에는 언제나 그렇듯 시커먼 어둠으로 가득찬 회랑입구가 하나 놓여 있었고, 벽은 다듬은 듯 반반 했다. 그 홀의 바닥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 고, 홀 중간에 붉은 구슬이 놓여있는 단이 위치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처음 모라이티나가 함정에 빠진 곳과 비슷해 보였으나, 그 곳과는 달리 벽에 보석으로 된 빛이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바닥의 마법진은 란테르트도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두 개의 동심원 이 거의 홀 전체를 메우고 있었고, 그 중간에 세 개의 원과 세 개의 선이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잠시동안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는 석실 안의 광경을 지켜보느라 멍 하니 있었고, 그 주홍빛 머리칼의 소녀는 몇 걸음을 더 앞으로 옮겨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말씀 하셨습니다.... 동굴에 숨어 있는 동안 에는 어느 누구도 만나지 말라고...." 이 몇 마디의 말은 더더욱 차가웠다. 란테르트조차도 등골이 싸늘해 질 정도로.... 란테르트는 그 소녀의 말에 무언가 잘못되어 감을 느끼며 황급히 홀 안으로 몸을 던졌다. 좁은 회랑에서는 적을 상대하기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모라이티나의 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뒤로 숨긴 란테르트 는 손을 검에 가져간 채로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본 모습을 드러내시지요.... 그 마력,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 란테르트의 말에 소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소라고 하기 에는 너무 섬뜩한 것이었다. "전 인간입니다.... 그나저나.... 그의 마력을 느끼다니.... 보통의 인간은 아닌 모양이군요. 나와줘요, 모우릴...." 소녀의 말이 끝나자 마자, 소녀 뒤의 공간이 갈라지며 한 사람이 모 습을 드러냈다. 그는 검정색 망토를 머리까지 뒤집어 쓴 채 붉은 눈동 자만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공중에 떠 있는 듯, 키가 란테르트보다 머 리 하나쯤 더 컸고, 망토는 바닥에까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저들을.... 죽여요." 소녀는 조그마한 입술을 열어 조용히 말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 의 모습에 크게 긴장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검을 몇 차례 휘둘러보더니 검을 왼손으로 옮겨 잡았다. 비록 거의 다 회복되 었다고는 하지만, 왼손으로 휘두르는 만은 못할 듯 싶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는 이전, 스승인 에날트에게 검을 배울 때 일년동안 왼손으 로만 검을 사용하도록 훈련받았다. 그것도, 다만 왼손으로, 가 아닌 검을 왼 손에 묶어 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 이후에도 틈틈이 왼손으 로 검을 쓰는 것을 연마했고, 실전에서도 열번중 서너 번은 왼손으로 검을 휘둘렀었다. 그렇기에 현재 그는 왼손과 오른손으로 검을 사용할 때의 실력 차가 거의 없었다. "소용없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모우릴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소녀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옆으로 한 걸음 나서 그녀의 레이요니르를 꺼내 들었다. 레이요니르가 각성하며 그 기다란 활의 모습을 드러냈으 나, 소녀는 별다른 관심 없다는 표정이었다. 모라이티나가 활의 시위를 걸며 외쳤다. "당신이 아무리 정령이라 하더라도, 란테르트를 공격하면 용서하지 않을 꺼 에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가 물었다. "정령? 저 시커먼 녀석이?...."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모우릴, 어둠의 속성을 가진 정령, 그것도 고위급이에요.... 상 당히 강하다고 들었는데...." 역시 같은 정령이기에, 그 무식(?)한 모라이티나도 모우릴을 알고 있 는 모양이었다.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긴장하며 검을 다잡았다. 검에 마법을 걸 예정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상대인 만큼.... 마법은.... 순간, 막 란테르트가 마법을 걸려고 주문을 속으로 영창 하는 사이, 모우릴은 란테르트 주위에 이는 이상한 마법의 흐름에 긴장함 선공을 취하였다. 빨랐다. 역시 정령은, 인간이 싸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닌 모양이었다. 눈앞이 흐릿 하는 순간 조금 떨어진 곳, 주홍빛 머리칼의 소녀 뒤쪽 에 서있던 검은 정령이 란테르트의 눈앞에 도달했고, 란테르트는 가슴 에 커다란 충격을 받으며 뒤로 날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는 벽에 처박혔고, 순간, 목으로 울컥 피가 넘어와 앞자락을 적셨다. 폐에 났던 상처가 다시 도진 모양이다. 폐는 몸의 내부이고, 또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다른 상처에 비해 낫 는데 걸리는 시간이 긴 편이었다. 게다가, 상처를 입은 이후 몇 차례 나 무리하여 마법을 일으켰고, 제대로 요양을 한 적 역시 없었기에, 모라이티나의 신성 마법에도 불구하고 거의 아물지 못하였다. 비록, 속도에 밀려 벽에 처박혔지만, 타격이 엄청나지만은 않았다. 일전 이카르트조차도 인간이 아니라고 했던 능력의 소유자가 아닌가? 벽에 부딪힌 란테르트는 피가 묻은 입을 검을 쥔 왼손으로 슥 닦으며 자세를 다잡았다. 검은 어느사이엔가 묵빛으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공간이 좁아 이전처럼 마법력을 있는 데로 끌어올린 거검을 만들지 않 고, 검날을 간신히 덮을 만한 크기의 흑색 기운을 만든 란테르트는 오 른쪽 다리를 살짝 앞으로 내밀며 모우릴을 바라보았다. 모우릴의 그것 보다 붉은 듯한 눈동자에 살기가 어렸다. "역시 강하군요.... 서 너차례만 더 무방비 상태로 맞으면.... 살아 남기 힘들겠군요...."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렸고, 모우릴이라는 정령은 그런 란테르트 의 모습에 놀란 듯 섣불리 란테르트에게 덤벼들지 못하고 있었다. 잠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기회를 엿보던 중, 모우릴이 돌연 움직였 다. 역시 눈에 보이지 않은 정도의 빠르기 였는데, 란테르트는 단지 상대의 기척만을 느껴 검을 휘둘렀다. 스윽, 하는 소리와 함께 묵광이 번뜩였으나, 모우릴은 맞지 않았고, 란테르트는 서둘러 검을 회수하여 감각을 끌어 올렸다. 막, 왼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모우릴을 향해 돌아설 무렵, 어느 샌가 모우릴은 란 테르트의 오른편을 향해 돌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치잇...." 란테르트는 도저히 속도를 따르지 못할 것 같자, 마법을 일으켰다. 란테르트가 무어라 짤막히 중얼거리자, 주위의 바닥에 붉은 원이 그려 지며 불꽃이 날름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확, 타오르며 란테르트를 감 쌌다. 모우릴은 빠른 속도로 접근 하다가 란테르트의 그러한 공격에 잠시 주춤거렸으나, 이내 망토를 펄럭이며 불꽃을 향해 달려들었다. 모우릴이 몸을 움직임과 동시에 그의 몸 주위에서 엄청난 바람이 일 었고, 란테르트가 일으킨 불꽃은 그런 모우릴의 바람공격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런...." 란테르트는 역시 정령은 다르군.... 이라고 생각하며 뒤로 피했고, 이내 다시 마법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모우릴은 빨랐다. 막 란테르트 주위에 파란 원이 그려지며 푸른 전기의 방전이 일어날 무렵 모우릴은 이미 란테르트의 바로 앞까 지 접근해 회색빛 나는 팔을 꺼내 그를 후려치려 하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황급히 몸을 뒤로 빼려 했으나, 모우릴의 팔이 더 빨랐 다. 순간.... 란테르트는 눈을 질끈 감고, 가장 빠른 속도로 마법력을 일으켜 몸에 실드를 치며 다가올 타격에 준비했으나, 퍽, 하는 소리만 들릴 뿐 아 무일 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조심히 눈을 뜨자 눈앞에 한 사내의 모습이 들어왔다. 보라색 머리칼의.... "이런, 이런.... 건드려서는 안될 사람을 건드리셨군요...." ----------------------------------------------------------------- 앗... 아르카이제 사마!!!o_o;;(초롱초롱한 눈!!) 개인적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좋아하는.... (퍼어어억!!! 자기가 만든 캐릭터를 이렇게 좋아하다닛!!! 나르시스트!!!, 게다가 남자라니!!! 야오이 나르시스트!!!! -_-;;;)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89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7 올린이:광황 (신충 ) 98/10/31 05:39 읽음:167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모우릴의 팔은 이카르트의 몸에서 한 뼘쯤 떨어진 곳에 닿은 채 멈춰 있었다. 그곳에서는 끊임없이 검정색의 스파크가 일었고, 모우릴의 팔 은 심하게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카르트의 엔클레이브를 뚫기 위한 행동인 듯 보였다. 하지만, 힘의 차이는 엄청났다. 모우릴의 힘은 간신히 아르트레스 등 과 맞먹을 정도로, 이카르트와 비교할 바는 아니었다. 여태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모우릴이 냉소를 흘렸다. "흐흐흐... 넌 누구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웃음을 지은 모우릴은 이카르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감을 보며 등골이 오싹해 짐을 느꼈다. "잠시 후면 알게 되겠지요."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왼손을 뻗어 모우릴의 안면을 움켜쥐었다. 모우릴의 얼굴은 이카르트의 손가락 모양을 따라 일그러졌고, 이카르 트는 살짝 팔을 굽혔다가 앞으로 강하게 밀었다. 이카르트의 손을 벗어난 모우릴은 시위를 벗어난 화살처럼 날려 반대 쪽 벽에 처박혔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돌가루가 분분히 휘날렸고, 모우릴은 벽에 그의 모양대로 깊숙이 처박혀 버렸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의 모습에 조소를 띄며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 의 속도로 날아 모우릴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다시 왼손을 뻗어 모우 릴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제 조금 알겠습니까?" 이카르트는 입가를 더더욱 치켜올리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모우릴은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흑염의 기사?.... 아르.... 카이제?...." 아르카이제는 웃으며 말했다. "후후.... 알고 계셨군요.... 이거 영광인 걸요?" 아르카이제는 이렇게 말하며 모우릴의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을 가하였 다. 뚜두둑, 하는 섬뜩한 소리가 들리며 모우릴의 목이 점점 더 얇아 져 갔다. 모우릴은 혼신의 힘을 모아 두 팔을 이카르트의 목을 향해 접근시켰 다. 바들바들 떨리며 조금씩 다가가는 손이 안쓰러울 듯도 했지만, 이 카르트는 미소지을 뿐이었다. 막 모우릴의 손이 이카르트의 목에 닿을 무렵, 이카르트가 차게 한차 례 웃었다. "후훗. 아직 그런 힘이 남아 있군요. 역시 어둠의 정령은 강합니다. 인정해 드리지요. 하지만...."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갑자기 두 미간을 살짝 좁혔다. 순간 엄청난 바람이 석실 천체를 뒤덮었다. 얼마동안이나 쌓여 있었 는지도 모를 먼지가 날렸고, 동시에 퍽, 하는 소리가 두차례 울렸다. 이카르트의 목을 노리고 접근하던 모우릴의 두 팔은 이카르트가 한차 례 힘을 방출함에 힘없이 날려 벽에 처박혔고, 모우릴은 십자 모양으 로 벽에 처박힌 채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반항은, 당신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오른팔을 굽혀 팔꿈치를 모우릴의 얼굴에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모우릴의 얼굴이 휙 돌아갔고, 그의 얼굴 일 부가 날아가며 상처에서 검정색의 기운이 흡사 물에 잉크가 풀리듯 대 기 중으로 흩어졌다. 마족 역시 상처를 입으면 비슷한 모습을 띄게 되 는데, 마족이 내놓는 검은 기운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것이었다. "그만둬요!!!! 모우릴을.... 누님의 친구를 괴롭히지 말아요!!!" 막 이카르트가 주먹을 움켜쥐려는 순간, 한 사람이 소리를 내질렀다. 바로 그 주홍빛 머리칼의 소녀로, 눈에는 눈물이 글썽인 채로 이카르 트를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정령과 마족의 일, 인간 따위가 관여할 수 없습니다." 이카르트는 슬쩍 고개를 돌려 그 소녀를 한차례 바라본 후 이렇게 차 게 내뱉었다. 순간,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가 나온 동굴 맞은편의 동굴에서 한 여 자가 뛰어 나오며 외쳤다. "이카르트님, 멈춰주세요!!!!" 에라브레였다. 그녀는 밖으로 나오자 마자 그 주홍빛 머리칼의 소녀 앞에 무릎을 꿇 며 고개를 숙였다. "신, 자작 수이브렛 가의 성을 이어받은, 에라브레 폰 수이브렛이 아 이실트 태자 전하께 인사 올립니다." 에라브레의 이러한 행동에,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는 눈을 휘둥그래 떠 버렸고, 이카르트는 재미있는 일을 놓치게 됐다는 표정으로 혓바닥 으로 윗입술을 한차례 핥으며 모우릴의 목을 잡았던 손을 놓았다. 주홍빛 머리칼의 소녀, 아니 소년, 아이실트는 에라브레의 인사를 건 성으로 받으며 모우릴에게 외쳤다. "괜찮아요? 모우릴?" 모우릴은 목을 한차례 쓰다듬은 후 공간이동을 사용해 곧바로 아이실 트의 뒤에 서서는,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입을 열어 모우릴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카르트의 공격에 부서졌던 얼굴이나 목 등은 어느새 정상 으로 돌아와 있었다. "전하, 우선 당신의 신하를 돌보소서. 저들을 죽일 것이라면 모르되, 그럴 수 없다면 품으셔야 합니다." 모우릴의 말에 아이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이실트는 걸음을 옮겨 무릎을 꿇고 있는 에라브레의 앞에 섰다. "일어나십시오. 위다의 신하여." 에라브레는 그런 아이실트의 말에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몸을 일으 켰다. "전하시여, 이만 궁으로 돌아가소서. 이런곳은 고귀한 전하와 어울리 지 않습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아이실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건 안됩니다. 사랑하는 나의 누님께서 이곳에 숨어 있으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는 남자가 되어버린 여자 때문에 조금은 혼란 해져 있었고, 에라브레는 그런 아이실트의 대답에 심히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순간, 공간 한쪽이 일그러지며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불 꽃을 뒤집어쓰고 있는 여자였다. 아마 정령인 모양이었다. 그 여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일행은 그쪽으로 일제히 시선을 향 했고, 근처에 있던 이카르트는 주먹을 뻗어 손등으로 그 여자의 콧잔 등을 내려쳤다. 붉은빛의 옷을 입고 있는 여자는 공간을 빠져 나오자 마자 달려드는 누군가의 주먹에 놀라 몸을 피했으나, 상대는 이카르트였다. 눈에 불 꽃이 튀며 콧등이 아려옴을 느낄 뿐이었다. "누구냐? 건방지게 나 사리나 에게...." 여자는 콧등에 손을 가져가며 이렇게 외치다가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 를 발견한 후 곧바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르카이제?...." 사리나라고 이름을 밝힌 여자는 잠시동안 멍하니 있다 이렇게 중얼거 렸고, 아르카이제는 오만한 눈빛을 띄며 입을 열었다. "버릇이 없군요. 내가 있는대 공간을 넘어 이 곳에 나타나다니.... 앞으로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나와 걸어오도록 하십시오." 사리나는 그런 그의 말에 뭐라 제대로 대꾸도 못한 채 얼굴만을 붉혔 다. 몹시 분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으며 아이실트에 게로 다가갔다. "사리나, 반가워요." 아이실트는 이렇게 아는 척을 했고, 사리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 였다. "건강하군요. 아이실트. 그보다, 로렌시아 님께서.... 이제 궁으로 돌아 오셔도 상관없다 하셨습니다." 사리나의 말에 아이실트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 이제 괜찮아진 모양이군요. 그럼, 어서 돌아가도록 해요." 사리나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인 후 몸을 돌려 란테르트 등을 바라보 았다. "로렌시아 님께서 여러분을 궁으로 초대하셨습니다." 란테르트는 갑자기 등장한 정령에 약간 멍 해 있다가 사리나의 물음 에 되물었다. "저희를요? 하지만.... 공주님 같은 사람은 알지 못하는데.... 어째 서...." 그런 란테르트의 말에 사리나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이실트 전하를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으시답니다. 저희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아이실트도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입을 열었다. "-조금전의 실례, 사죄하고 싶습니다. 꼭 저희와 함께 가 주십시오. 수이브렛공, 꼭 와주시겠지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같이 가요. 갇혀 계시는 공주님이 어떻게 생 겼는지 보고싶어요." 돌연 곁에서 잠자코 있던 모라이티나가 끼여들었고, 사리나는 이건 또 왠 건방진 꼬마야? 라는 표정으로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다음 순간 사리나는 모라이티나의 정체를 알아챘고, 크게 놀라며 이렇게 물 었다. "너, 숲의 아이잖아! 왜 이런 곳에...." 모라이티나는 혀를 낼름거리며 입을 열었다. "수행 나왔어요...." 이제는 더 이상 마족을 죽여 세상을 구하러 왔어요, 라는 말은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사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까지 가고 싶다고 말하자 에라브레를 한차례 바라보았다. 에라브레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자신을 바라보자 순간 표정이 굳어 버렸다. 그리고는 그저 천천히 고개를 한차례 끄덕일 뿐, 입을 열지는 않았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가 승낙을 하자 이번에는 이카르트를 바라보았 다. 이카르트는 간만에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가 란테르트가 자신을 바라보며 의견을 구하자 그저 고개를 끄덕여 긍정 을 표했다. 이미 일행중 두사람이 승낙을 했는데, 자신이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는 모두의 의견이 모이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기로 하지요." ----------------------------------------------------------------- 음.... 위다의 왕자 아이실트.... 음.... 소피카의 왕자 루실리스.... 한 녀석은 변태 시스콘이고(--;;;).... 하나는 14살때 엘프랑 첫 경험을(--;;;).... 희대의 라이벌인 두 사람 모두.... 황폐인간들!!! (루실리스는 2부 등장 예정입니다. ^^;;) 음.... 역시 내 글은.... 정상인에게 권하기는 힘들군요.... 사람들의 정신을 황폐케 하는 3류 초절정 변태 날림글을 휘갈겨대는 바보인간 에이그라!!!! (후훗.... 아그라가 아닙니다!!! ^^;;) 추신.... 후훗.... 에이그라는 오크가 아닙니다.... -_-;;;; 사람, 인간 입니다. 외모는 오크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정신의 황폐도는.... 마족을 초월!! 사고방식은 싸이코!!! (일반인의 정상적 사고방식으로는 이 녀석의 생각 패턴을 이해할 수 없다!!) 대인관계는 란테르트 수준!!(마음에 들면 잘해주고, 아니면.... 벤다!!! --;) 흐음.... 이거 프로필인가?.... -_-;;;;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902번 제 목:[AGRA] D&D 환동 자료실에...^^;; 올린이:광황 (신충 ) 98/10/31 12:01 읽음:1331 관련자료 없음 ----------------------------------------------------------------------------- 데로드 엔 데블랑(제가 쓰고 있는거요... ^^;;) 환동 자료실에 올렸습니다. (서장-95장) 그럼... ^^;; 편집만 조금 바꿨어요.(거의 바뀐것 없음.^^;;)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975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8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1 01:59 읽음:1668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22. 이별, Just a minute.... 일행이 다시 왕궁으로 돌아온 시간은 한밤중이었다. 제 1 왕위 계승 자 아이실트가 돌아오자, 왕궁은 크게 소란스러워 졌고, 일행 역시 그 와중에 끼게 되어 시끄러운 밤을 보내게 되었다. 늦은 밤에나 잠이 들어 한낮에 일어난 일행은, 물론 이카르트와 란테 르트를 제한 두 아가씨들 만이지만..., 왕궁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마 친 후 로렌시아의 방을 찾았다. 두 사람의 여자 시종의 뒤를 따라 도착한 로렌시아의 방은 상상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방은 상당히 컸다. 일반 서민들의 집 한 채와 맞먹을 정도의 넓이 였 는데, 그에 반해 가구가 거의 없었다. 방 한가운데의 침대와 붙박이 장, 그리고 한켠의 화장대 정도가 전부였다. 17살쯤 되어 보이는, 로렌시아는 침대에 앉아 일행을 맞이했다. 흰, 레이스 없는 수수한 원피스를 입고 있는 그녀는 다만 정면을 응시한 채로 일행에게 입을 열었다. "환영합니다. 가까이로 와 주세요." 그녀의 바다빛 눈동자에는 빛이 없었다. 검정색의 동공은 일정한 크 기로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고, 눈동자 역시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장 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그녀의 방안에서 가구를 추방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일행을 안내해 온 두명의 하녀는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가리고 있는 두터운 커튼을 걷어 올렸고, 돌연 쏟아져 들어온 햇살에 일행은 일순 눈을 찡그렸다. 빛이 방안을 밝혔고, 일행은 로렌시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 다. 그리고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눈,.... 눈동자는 비록 빛을 잃었으나, 커다랗고 아름다운 것 이 가히 보석이나 별에 비견 할만 했고, 은빛에 가까운 푸른 머리칼은 약간의 곡선을 이루며 흰 침대위로 자연스레 흐트러져 있었다. 가녀 린, 약간은 초췌해 보이는 턱선과 온통 가느다란 몸매가 보는 사람에 게 측은함을 불러 일으켰으나, 몸 전체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는 불 쌍하다, 라기보다는 고귀, 말 그대로였다. 일행은 로렌시아의 말에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녀 가까이로 향했다. 에라브레가 대표 격으로 무릎을 꿇으며 인사했다. 실질적인 일행의 리더는 란테르트였으나, 이번 일의 공식적 리더는 에라브레였다. "신 수이브렛 가의 에라브레가 공주마마께 인사 올립니다." 에라브레의 인사에 로렌시아는 고개를 에라브레에게로 향했다. 그리 고는 그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일행을 한차례 둘러보았는데, 그 방향과 각도가 보이는 사람만큼이나 정확했다. "어서들 오세요. 에라브레 경은 몸을 일으키시고요." 에라브레는 로렌시아의 말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로렌시아는 그런 에라브레의 모습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았다. "정말 굉장한 동료 분들을 두셨군요, 에라브레경...." 로렌시아는 에라브레를 향해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는 약간 당황해 하며 예, 라고 짧게 답했다.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그녀가, 그것도 처 음 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기 때 문이다. 그때였다. 이카르트가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조그맣게 외쳤다. "모두들 나오시지요. 전, 제 주위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정령들만 있 으면 살심이 인답니다." 이카르트는 역시 마족인 모양이었다. 정령과 관계된 일에서는 더욱 잔인해지고 난폭해지니 말이다. 이카르트의 말에 주위의 공간 네곳이 일그러지며 네명의 정령이 모습 을 드러냈다. "아르카이제...." 한, 덩치가 좋은 남자가 이렇게 중얼거렸고, 다른 정령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밖으로 나온 정령은 모두 넷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갈색빛 나는 옷 을 걸친 근육질의 남자였다. 눈썹은 거의 일자로 붙어 있었고, 어깨의 넓이는 이카르트의 거의 두배나 되는 거한 이었다. 생긴 것으로 미루 어 보아 땅의 정령인 듯 했다. 로렌시아의 침대 바로 곁에 선 정령은 온 몸이 푸른색을 띄고 있었는 데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한 여성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곁에는 녹색 옷을 입고 있는 역시 여자의 모습을 한 정령이 하나 더 있었다. 전자가 물의 정령, 그리고 후자가 바람의 정령인 듯 보였다. 마지막 한 명은 번개의 정령으로, 물의 정령보다는 옅은 푸른색의 옷 을 입은 날카롭게 생긴 남자였다. 이카르트는 그런 그네들에게 특유의 잔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중얼 거렸다. "후훗.... 이 세 번째 땅에서.... 이렇게나 많은 정령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니.... 재미있군요...." 란테르트는 점점더 혼란에 빠져드는 듯 했다. 사실, 그로써도 정령을 처음 본 것이 어제의 일 이였다. 정령이란 존재는 마족만큼이나 만나 기 어려웠다. 대부분이 계약한 자 앞에서만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었 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에게 그 네 정령들을 소개해 주었다. "저기 덩치큰 녀석이 땅의 령 티넨타론, 그리고 저 두 아가씨중 파란 옷이 물의 령 시렌, 그리고 녹색 옷이 미디나, 마지막으로 저 하늘색 옷을 입은 녀석은 뇌전의 령 테엔이야. 모두 정령 왕들의 사자급, 후 후... 내 조카뻘이라고나 할까? 어제 본 그 두 녀석과 동급이야." 이카르트의 조카뻘이라는 말에 네 정령들은 발끈 했으나, 누구도 입 을 벙긋 하지는 못했다. 넷의 힘을 합쳐 보았자, 이카르트, 아니 아르 카이제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은 순전히 아르카이제의 마음에 달렸기 때문이다. 힘의 차이라는 것은 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이카르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네 정령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란테르트를 향할 때와 네 정령들에게 향할 때가,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로 달랐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재미있군요.... 벌써 여섯의 정령이.... 여기 있는 공주님과 친구라 니.... 그것도 모두 다른 계열의.... 게다가 사자 급의.... 누가 간단 한 설명을 좀 해 주시겠습니까?" 이카르트의 물음에 네 정령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말할 것을 꺼렸 고, 푸른 머리칼의 로렌시아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이카르트를 바라 보았다. 순간, 다시 일행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한 명의 정령이 더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카르트와 네 정령들의 표정이 순간 반대다 싶을 정도로 뒤바뀌었다. "오호호호.... 안녕하신가요? 흑염기사. 만난지 꽤 된 것 같군요.... 아르트레스는 잘 있겠죠?" 란테르트는 이카르트를 이렇게 아무렇게나 부를 수 있는 그 정령의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온통 붉었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얼마전 만났 던 사리나와 비슷했으나, 미모는 이쪽이 배나 화려했다. 붉은 색의 곱 슬한 머리칼은 흡사 바람에 날리듯 자연스레 위로 솟아 있었고, 몸에 꼭 달라붙는 허벅지까지 갈라진 붉은 원피스를 걸친 그녀의 몸은 아르 트레스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고 보니 전체적인 분위기나 눈매 같은 곳이 아르트레스와 자매라 할만큼 닮아 있었다. "라미에라.... 후훗.... 여기서 이렇게 만나는군요. 여기 이 아가씨 의 친구 중에는 불의 정령왕까지 있는 모양이군요. 대단한 걸요...." 이카르트는 조금은 놀랐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 따위 가 정령왕의 사자급 정령을 친구로 두는 것도 대단한데, 정령왕과 아 는 사이라니.... 라미에라라고 불리운 불의 정령왕은 한차례 간드러진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뭐 대단한가요? 여기 이분은 그 위대하신 흑염기사와 애인사이 인데. 오호호호...." 라미에라의 시선은 란테르트에게 향해 있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 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 에라브레는.... 충격이라는 표정으로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를 차례로 살펴보았다. 자신을 향해 살짝 미소짓는 이카르트와, 고개를 가로젓는 란테르트, 두 사람중 누구를 믿어야 순간 상당히 고민을 해 야 했다. 라미에라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다 살짝 몸을 움직여 침대에 앉아있는 로렌시아의 뒤로 날아갔다. 옷자락을 나부끼 며 날아가는 모습이 정말이지 정령이라 불리울만 했다. 라미에라는 로렌시아의 몸을 뒤에서부터 살며시 껴안으며 입을 열었 다. "로렌시아는, 왠지 정령을 끄는 힘이 있는 아가씨예요. 뭐라 할까요? 왠지 로렌시아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할까?" 이카르트는 그런 그녀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에게 가히 맹목적이다 시피 마음이 끌렸던 자신의 경우로 미루어 보아 충분 히 가능한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아, 일단, 로렌시아양 이시던가요? 왜 우리를 부른 것 이지요?" 이제 이카르트는 완전한 고자세를 취하기 힘들게 되어 버렸다. 비록 여기 있는 다섯 명의 정령이 한꺼번에 덤빈다 하더라도, 자신이 이기 지 못하지는 않겠으나, 자신 역시 얼마나 피해를 입게 될지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로렌시아는 라미에라에게 안긴 채로 살짝 미소지으며 이카르트를 바 라보았다. "단지.... 아르카이제 님과 함께 다니는 동료들이 어떤 분이신가 만 나보고 싶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령도 한분 계시는군요...." 모라이티나는 그때까지 란테르트의 뒤에 서 있다가 로렌시아의 말에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와!! 어떻게 알았어요? 눈이 보이지 않잖아요."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는 모라이티나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모라이티나!" 로렌시아는 그런 모라이티나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보이지 않는 눈을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게 무 슨 잘못 이겠어요? 전,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감각은 예민한 편이랍 니다. 게다가.... 저에게도 당신들의 모습이 보이니까요.... 당신들이 보는 모습과는 다르게.... 본연의 모습으로...." 로렌시아는 점점 낮아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하다 돌연 목소리 를 높여 이야기했다. "아!.... 그보다 일행을 소개해 주시겠나요? 에라브레경." 에라브레는 왠지 혼란한 상황에 잠시 적응을 못하고 있다 로렌시아의 말에 예, 라는 엉겁결의 대답을 한 후, 일행을 돌아다보았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 그리고 모라이티나의 순으로 일행을 소개한 에 라브레를 향해 로렌시아는 고맙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막 에라브레의 소개가 끝날 무렵 로렌시아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모두들 만나서 반가워요. 제가 여러분을 뵙고자 한 것은....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답니다. 다만.... 뵙고 싶었을 뿐이에요." 이렇게 말하며 로렌시아는 란테르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란테르트님.... 당신의 모습은.... 다른 누구와도 다르군요.... 처 음입니다.... 이렇게 까지나.... 극단적인 모습은...." 로렌시아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 지...." "아.... 이런 실례되는 말을.... 죄송합니다. 못 들은 것으로 해 주 십시오." 란테르트의 물음에 로렌시아는 이렇게 말을 피해 버렸고, 란테르트는 더 묻지 않은 채 그냥 마음속으로 그 말을 묻어 버렸다. 로렌시아는 곧바로 활달이 입을 열었다. "아참, 그리고, 오늘 저녁, 아이실트 태자전하의 환궁 기념 연회가 열립니다. 꼭 참가해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로렌시아의 말에 란테르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었고, 에라브레는 그런 란테르트의 표정에 잠시 머뭇거렸다. 로렌시아는 그런 란테르트의 기색을 읽고는 다시 한차례 권유했다. "부탁드립니다. 그저 참석만 해 주십시오." 란테르트는 그제서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고, 에라브레는 란테르 트의 허락이 떨어지자 로렌시아에게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공주마마." 로렌시아는 에라브레의 대답에 환히 미소지었다. "그럼, 저녁때 다시 뵙기로 해요. 아참, 옷은 궁에서 지급해 드리겠 습니다." 일행은 로렌시아와 정령들에게 간단히 인사한 후 방을 빠져나왔고, 다시 두명의 시녀에게 안내되어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에게 한방이, 그리고 란테르트와 이카르트에게 한 방이 배정 되었다. 저녁의 연회로 왕궁이 붐비는 탓이었다. 게다가, 방은 지금으 로써는 휴식을 취하고,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용도 외에는 필요로 하 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으로 향하던 도중 모라이티나가 말을 꺼냈다. "아, 참 아름다운 공주님 이었어요. 게다가, 생각했던 것 보다 밝고 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긍정의 뜻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 고, 에라브레 역시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에라브레도 로렌시아는 처음 만나는 것이었다. 반면 이카르트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글세...." 이카르트의 반응에 란테르트 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일제히 바라보았으나, 이카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을 뿐 입을 열지 않았다. ----------------------------------------------------------------- 난 노력 왕이라네~~~~~!! 뭐 2부로 넘어가면 노력 왕이라는 오명(?)도 씻을수 있겠지만... 호홋^^;; 『게시판-SF & FANTASY (go SF)』 1197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09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1 02:00 읽음:167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일행이 빠져나간 로렌시아의 방. 커튼이 사르르 닫혔다. 네명의 정령들은 이미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고, 불꽃처럼 화려한, 아니 불꽃 그 자체인 라미에라만이 로렌시아를 뒤에서 껴안은 채로 앉 아 있었다. 로렌시아는 일행이 빠져나간 후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천천히 한숨을 내 쉬었다. "휴.... 힘들었어요.... 라미에라...." 로렌시아의 표정은 어느 샌가 인형처럼 굳어져 있었다. 라미에라는 그런 로렌시아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그녀의 귀에 속삭이 듯 대꾸했다. "언제나 그렇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그렇게 까지 그것을 이루 고 싶나요?" 로렌시아는 라미에라의 물음에 살짝 미소지었다. 하지만, 조금전과 같은 환한 미소와는 다른, 굉장히 절제된 미소였다. "그래요.... 전.... 그것 때문에 살아났어요.... 아이실트 전하를 위 해서.... 내게.... 유일히 가식 없는 미소를 보여준 그분을 위해...." 라미에라는 그런 그녀의 말에 나지막한 웃음을 지었다. "쿡쿡.... 병적인 사랑이에요.... 네 살 어린 동생을 향한...." 로렌시아는 미소를 지웠다. "병적인 사랑인가요?...." 라미에라는 여전 엷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좋지 않나요?.... 당신은 어차피.... 반쯤 죽어있는 존재.... 이미 4년전.... 저에게 혼을 맡긴...." 로렌시아는 입을 다물었고, 라미에라는 천천히 로렌시아를 감았던 팔 을 풀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당신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여자.... 정령과 혼의 계약을 할 수 있 을 정도로.... 영혼이 맑은 인간.... 호호호.... 좋지 않나요? 누구를 사랑해도.... 또 누구를 증오해도...." 라미에라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엷은 불꽃의 향만을 남기며 다른 공간 으로 사라져 갔다. 로렌시아는 그런 그녀가 남긴 조그마한 불꽃이 사그러질때까지 그 방 향을 지켜보다 나직이 중얼거렸다. "불꽃은 사그러들고.... 사그러들고...." 해가 어느덧 서편으로 뉘엿뉘엿 붉은 빛을 흩트릴 무렵,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무도회를 준비한 몸단장에 한창이었다. 에라브레에게는 엷은 하늘색의 레이스가 잔뜩 매달린 화려한 복장이 내려졌고, 모라이 티나에게는 연둣빛의 수수하면서도 아름다운 드레스가 주워졌다. "호우.... 난 이게 뭐야...." 모라이티나는 옷을 입은 채 전신거울에 몸을 비춰보며 이렇게 중얼거 렸고, 에라브레는 무슨 소리냐는 듯 모라이티나의 곁에 서 물었다. "왜 그러시죠?"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고개를 돌려 에라브레를 바라보았 다. "무슨 그러시죠는 그러시죠야? 그냥 평어를 쓰기로 했잖아!!" 모라이티나의 약간은 히스테리 섞인 목소리에 에라브레는 순간 당황 했고, 모라이티나는 그런 에라브레를 향해 사과했다. "미안해...."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미소지었다. "괜찮아.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래?"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의 물음에 다시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돌연 양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쏙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주먹을 쥐며 앞으로 들석 거렸다. 모라이티나의 빈약한 몸 때문에 가슴부위에 주먹 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생겨 버렸고, 지금 그녀는 그것에 짜증을 내고 있었다. "이게 뭐야...." 에라브레는 모라이티나가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는 줄은 몰랐다. 역 시 그녀는, 생긴 것이나 하는 행동만으로는 동생 하면 딱 좋겠다, 라 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라이티나는 잠시동안 그렇게 서 있다가 에라브레에게로 시선을 옮 겼다. "좋겠다.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쁘고.... 어째서 엘프인 내가.... 인간인 너를 부러워해야 하는 거지?..." 에라브레는 그런 모라이티나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베어 나왔 다. 그녀는 모라이티나의 뒤로 걸어가 옷을 다듬어주고 당겨주어 밋밋 한 몸매를 어느 정도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자, 이제 좀 괜찮지?" 모라이티나는 그럭저럭 옷이 자신에게 어울리자 조금전의 찡그린 얼 굴을 폈다.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과 모라이 티나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세어져 나왔다. 그녀는 천 진하고 순수한 모라이티나가 부러웠다. 란테르트에게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모라이티나가.... 에라브레는 부러웠다. 에라브레가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고 있자 모라이티나는 곁에서 이상 하다는 듯 물었다. "뭐해? 설마 자신의 모습에 반하기라도 한 것은 아니겠지? " 모라이티나의 장난 섞인 말에 에라브레는 환히 웃으며 모라이티나의 옆구리에 손을 가져갔다. "날 놀려?" 모라이티나는 간지럽다는 듯 몸을 비비꼬며 에라브레의 손을 피했고, 에라브레는 한참동안 모라이티나를 쫓았다. 모라이티나는 사람을 편하 게 해 주는 능력이 있는 듯 했다. 왠지 마음속에 꺼리는 것이 많은 에 라브레까지도, 이렇게 짧은 시간동안 친구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아얏." 돌연 모라이티나가 앞으로 넘어지며 이렇게 외쳤다. 도망치다 자신의 치마를 밟은 것이다. 에라브레는 그런 모라이티나를 서둘러 붙잡았으 나, 균형을 잃고는 함께 앞으로 넘어갔다. 그 둘은 그렇게 함께 바닥에 쓰러졌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천장 을 바라보며 누워 버렸다. "네가 부러워...." 나란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 돌연 모라이티나가 이렇게 중얼거렸고, 에라브레는 고개를 돌려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야?" 모라이티나 역시 고개를 돌려 에라브레를 바라보았다. "넌 예쁘잖아. 병아리나 강아지처럼 귀엽다는 소리나 듣는 나보다 는...." 에라브레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무슨 소리야! 너도 예뻐. 게다가 조금더 자라면.... 넌 숲의 요정이 잖아. 인간인 나보다 훨씬 아름다워질 꺼야." 에라브레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여리게 미소지었다. "그럴까? 하지만.... 지금보다 열 배는 더 아름다워 진다 해도 그 는.... 아니야...." 모라이티나는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며 다시 천장을 바라보았 고, 에라브레는 한참동안 모라이티나의 옆모습을 바라보다 시선을 위 로 향했다. "난 네가 더 부러워...." 에라브레가 힘없이 내뱉은 말에 모라이티나는 놀라며 에라브레를 바 라보았다. 에라브레는 약간은 침체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 었다. "넌.... 란테르트도, 이카르트도.... 좋아해 주잖아.... 아니, 만나 는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또 사랑 받고.... 돌아갈 집도 있고.... 또 가족도 있고...." 에라브레의 이런 말에 모라이티나는 순간 움찔 했다. "에라브레...." 모라이티나가 무르는 소리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모라이 티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하지만, 모라이티나는 그런 에라브레의 미 소에 마음이 아려왔다. 모라이티나는 조용히 손을 뻗어 에라브레의 손을 꼭 붙잡았다. "슬퍼하지 마.... 난, 이럴 때 뭐라 해야 되는지는 잘 몰라.... 란테 르트나 이카르트가 있었다면.... 훨씬 좋은 얘기를 해 주었겠지만.... 난 어린걸.... 하지만, 슬퍼하지 마.... 란테르트도 널 사랑해 주 고.... 이전에 그 칼슨 씨와 엘라 씨도 너를 몹시 사랑하고 있잖 아.... 그러니까...." 에라브레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살짝 웃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 야기를 하고 나니, 그리고 모라이티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느 정 도 기분은 나아진 모양이었다. 누워 있는 상태로, 자신의 손을 잡은 모라이티나의 손을 잡아끌어 그녀의 손등에 입을 한차례 맞추었다. "그럼, 제게 아가씨와 발을 맞출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에라브레의 돌연한 행동에 모라이티나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게 뭐야? 발을 맞춰?" 에라브레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순간 깨닫는 바가 있었다. 에라브레는 몸을 일으켜 모라이티나의 팔을 잡아 당겼고,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 의 부축을 받으며 몸을 일으켰다. "맞아, 너 사교춤 출 줄 모르지." 에라브레는 일어서 먼지를 터는 동작을 취하고 있는 모라이티나에게 이렇게 물었고,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마을의 춤은 조금 출 줄 알지만.... 인간들의 춤은 몰라."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라이티나에게 말했다. "역시.... 그럼 내가 가르쳐 줄게. 나도 잘은 못 추지만.... 그래도 기본은 아니까."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의 말에 희색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한 방에, 이들과 마찬가지인 두 남자 가 있었는데.... 이들은 더더욱 황당한 인간들이었다. "됐어. 그만두지." 란테르트는 궁에서 보내온 옷을 입을 거냐는 물음에 간단히, 그리고 확실하게 이렇게 답했다. 옷은 포장도 뜯기지 않은 채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란테르트는 피와 먼지로 더럽혀진 망토와 옷을 걸친 채 방 한켠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이카르트의 옷은 란테르트의 그것보다는 훨씬 상태가 좋았다. 땀을 흘리지 않으니 더러워질 염려도 없었고, 피나 먼지가 옷에 닿는 일도 없었기에 그의 옷은 비록 수수했지만 깨끗했다. 게다가 옷들도 스타일 이 나쁜 편은 아니었기에 그대로 연회장에 나간다 해도 욕될 것은 없 을 듯 싶었다. 종종 군복을 입고 연회장에 나오는 군 관료들도 있었으 니 말이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이카르트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옷차림으로는...." 란테르트가 중얼거리듯 답했다. "어차피 참석만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니까.... 옷도 갈아입고 와 주십사, 라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 이카르트가 졌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의외로 고집불통이군." 란테르트가 그의 말에 한차례 미소지었다. "누구에게 잘 보일 것도 아닌데, 잘 입고 나갈 필요 없잖아. 피엘 은.... 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웃어줄꺼야. 라브에도 그러리 라 믿고." 이카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겠지.... 그럼, 이제 두 아가씨들을 에스코트를 하러 가볼 까?" 이카르트에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막 방을 나설 무렵,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가 미라 와 방밖에 서 있 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사한 드레스를 입은 두 아가씨는 무어라 표현할 적당한 말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란테르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있다 이내 이야기를 꺼냈다. "오, 정말 아름다운걸. 둘 모두...."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 모두 긴 머리칼을 위로 틀어 올리고 있었는 데, 모라이티나는 긴 귀를 가리기 위해 망사 비슷한 머리 고정 용구로 앞머리와 옆머리를 고정하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옷색깔과 비슷한 푸른 보석의 귀걸이를 했고, 목에는 한 쌍의 가르트의 목걸이가 빛나고 있었다. 금과 은으로 세밀히 세공 하 여 하트형태의 나뭇잎 모양을 한 펜던트였다. 란테르트의 말에 두 아가씨들은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을 이카르트가 아니지 않은가!! "에라브레양은 확실히 아름다운데.... 한 아가씨는.... 후훗.... 언 발런스군!!" 모라이티나는 이카르트의 이런 말에 순간 다리를 휘청 하며 외쳤다. "이, 이, 이 악마!!! 우씨...." 모라이티나는 곧바로 뒤로 돌아 성큼 성큼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에 라브레는 이카르트를 향해 쓴웃음을 한차례 지어 보이며 모라이티나를 쫓았다. "모라이티나!!...." 란테르트가 이카르트를 향해 한마디했다. "너무했어." 이카르트는 그저 한차례 미소를 지을 뿐이었고, 란테르트는 모라이티 나가 향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너무했나?...." 혼자 남은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란테르트의 뒤를 쫓았다. ------------------------------------------------------------------ 비, 비, 비축분이.... 점점 줄어간다!!!!!!!!!!!!!!!!!!! 흐으..... 이제 토욜날과 일욜날의 두편 특급 서비스를 그만 두어야 겠네요...--;; 죄송 죄송... ^^;;; 음.... 두번째로 올라가는 추천 비스무레.... ^^;; (일단은 현재 읽고 있다!!!! 라는게 가장 정확합니다!! 제가 추천!! 이라고 않하고 추천 비스무레 라고 하는 이유는 엔딩을 본 이후 평가를 하는 주의여서... ^^;;) * 언제나 그렇듯 순서는 읽은 순!!! 일곱 드래곤 이야기!! 엘라인님의 글이죠. 아직 10화 밖에는 진행이 않됐죠. 게다가 워낙 1회 연재량이 적어서.... 내용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음.... 일단은 1인칭의 귀여운 문체. 드나보다 한단계 성장한 글솜씨!! 상당히 귀여우면서도 잔잔한 흥미를 끄는 글입니다. (잔잔=無血...--;; ,피를... 피를....*_*;;;) 잔인하고 자극적인 글에 식상하신 분 한번 보세요. (앞으로는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전례를 보아 곧 피가 튈 듯..) 연재속도.... 약간 더딤!!! 감상평 : 깜찍?... 호호.. 용사학원 미놀라이아 고병전기(구 고병물어) 음.... 로오나님의 명성에 한번 읽어보게 된...(몇화 되지 않아서) 미놀라이아 입니다.(혹자는 우테나 표절 시비도 끌고 나오던데... ^^;;) 음... 아직은 본내용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서 알송달송 해요. 주인공의 내면묘사가 아주아주 치밀+꼼꼼!!!합니다. (몽창 대강 슬쩍 날림으로 넘어가는 변태작가의 글과는 다름...--;;) 카티스에 비한다면 진행이 조금 더디지만, 섬세한 글 좋아하는분 보세요^^;; 연재속도.... 극 악!!! 감상평 : 치밀+꼼꼼!!! 카티스... 흐음... 일단 처음 어디선가 가온비님 다운 귀여운 문체 라는 소리를 듣고 읽다가... 개쇼크 먹었습당.... --;;; 귀!여!운! 문체라... 흐음... 피와 살이 튀는 귀여운 문체... 흐음... 파탄난 주인공과 두 검(미씨랑 이씨던가? ^^;; 미씨는 뱀이름이던데..) 그리고 이상한 종놈!!!의 초 괴상 파티!!! 진행이 절대 안 지루한, 읽다보면 확확 나가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연재속도 적당!! 감상평 : 시원하군!!! 쿠베린은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물론 글은 아주 잘 쓰셨지만.... ^^;; 그 소문 무성한 F/W 도 그냥 그렇고...(지나친 기교에, 싫어하는 캐릭터..--;;) 그래도 글은 참 잘쓰시데요.... 제 글 올리기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너 따위로 쓰고 공개하면 창피하지 않냐야!!! 퍼버벅.... 하는 소리가..--;;) 그럭 저럭 먹고는 사는 바보수룡 아그라가.... ^^;;; 추신.... 1.아, 후기가 정말 기네요... ^^;;; 그건 그렇고, 이 글 환타지 동호회 자료실에 올렸습니다. 서장에서 95화 까지요. ^^;; 바뀐것은 없고.... 대화가 - 표시에서 "" 표시로 바뀌었어요!! 2.호호... 통계에서 1위라.... 호호... 예상외의.... ^^;; 역시 양의 승리 입니다!!!! 핫핫 노력왕...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12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0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2 05:42 읽음:176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무도회장은 화려했다. 커다란 홀. 위다의 왕궁은 크게 셋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일단 왕이 기거하는 본 궁이 정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5층의 건물에 8층 정도 높이가 되 는 네 개의 탑이 기대서 네 모서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본궁의 남서쪽과 남동쪽에 각각 궁이 하나씩 더 있었는데, 그중 동편에 있는 것이 제 1 왕위 계승자가 기거하는 곳이었고, 서편의 것 은 집무를 보거나, 연회를 개최하는 등 다용도로 사용되는 곳이었다. 각각 3층 건물에 두 개씩의 탑을 가지고 있었다. 그 외에 몇몇 작은 건물들이 십여채 정도 더 각처에 위치하고 있었 다. 지금 연회가 열리는 곳은 당연히 그 서쪽에 있는 궁으로, 체라스관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체라스는 위다의 개국 공신중 한 사 람 이었다. 장방형의 거대한 연회장은 100명 가까운 사람들을 쏟아 넣고도 약간 여유가 있을 정도로 넓은 곳이었다. 천장까지의 높이가 10휴리하(1휴 리하=약1미터)이상이나 되었으나, 샹들리에의 불빛은 그림자 하나 남 기지 않을 정도로 휘양찬란했다. 한켠에서는 갖가지 악기를 든 채 협주하는 일군의 악사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기다란, 그리고 하얀 천으로 덮인 탁자 위에 갖가지 음 식들이 놓여 있었다. 왕궁의 연회다. 에라브레조차도 정신이 없을 정도로 화려했으니, 모라이티나는 어떠 했겠는가?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 이 두 아가씨는, 이런 저런 남자, 그리고 여자들이 종종 말을 건네 오는 터에 나중에는 란테르트의 뒤로 숨어버렸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는 의외로 인기가 꽤 있었다. 워낙 외모 자체도 수려한 편인데다, 방랑자의 거친 복장이 귀부인들 사이에서 꽤나 매력 적으로 느껴진 모양이었다. 연회장 주위 수백여개의 창에 비치는 하늘의 슬라이드가, 늦은 저녁 의 붉은빛에서 밤의 어두움으로 바뀌는 사이, 연회의 분위기는 점점 더 무르익고 있었다. 가장 즐거워하는 것은 뭐니 해도 모라이티나였다. 조금전 이카르트가 언밸런스라고 놀린 점에 대해서는 이미 잊었는지, 기분 나쁜 표정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야!!! 이 이건 이름이 뭐예요? 지금까지는 한 번도 먹어본적 없는 데...." 접시 하나에 포크 하나, 모라이티나가 행복할 필요 충분 조건.... 이카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에게 이끌려 이런 저런 질문 공세에 시달 려야 했고, 에라브레와 란테르트 역시 곁에서 이카르트와 비슷한 꼴을 당해야만 했다. 돌연 음악소리가 바뀌며 사람들의 웅성임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위다 왕실의 음악이 흘러나오며 두 사람이 모습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흰빛에 가까운 푸른 머리칼을 차분히 늘어트려 흰빛의 망사로 한차례 감싸 흐트러지는 것을 막은 로렌시아는 엷고 고아한 미소를 입가에 품 은 채 주홍빛 머리칼의 미공자 아이실트의 손에 이끌려 나왔다. 아이 실트는 이전의 허름한 옷을 벗어버리고, 몸에 꼭 달라붙는 예식용 바 지와 로브를 걸친 채 의젓이 그녀의 누나를 에스코트해 주었다. 그 둘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감 탄성을 내지르며 곁에 있는 동료와 나직이 속삭였고, 또 어떤 이는 그 저 입만을 벙긋 한 채 그 둘의 모습을 올려다보았다. 단 한가지 이들 사이의 일치점은, 그들의 모든 행동의 원인이 이 두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한차례 그들을 만났던 일행조차도 잠시 넋을 잃었을 정도이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오오.... 아이실트 태자전하.... 언제 보아도 아름다우셔...." "로렌시아 님의 미모는 숲의 요정 엘프라 하더라도 따라오지 못할 꺼 야...." 바로 곁에 있던 친구인 듯한 두사람의 중년 귀족이 이렇게 한마디씩 내뱉었고, 모라이티나는 두 번째 남자의 말에 순간 뜨끔했다. 그리고 는, 단두대에서 집행을 기다리는 죄수처럼, 누군가가 내뱉을 말을 기 다리고 있었다. "그건 맞는 말이야. 엘프보다는 아름답지...." 이카르트의 입이 열렸고,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기요틴의 날이 아래 로 추락했다.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가로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기분이 몹시 상한 듯, 그저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한차례 노려본 후 천천히 음식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그런 이카르트를 책하는 눈빛으로 한차례 바 라보았고, 이카르트는 어깨를 한차례 으쓱 해 보인 후, 모라이티나에 게 다가갔다. 모라이티나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흰 크림이 묻어있는 조그마한 빵을 집어 올렸다. 하지만, 워낙 힘없는 동작이어서 인지, 포크에 박혀있던 크림빵이 쏙 빠져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떨어졌다. 철퍽 하며 빵은 떡이 되었다. 모라이티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한숨을 휴, 하고 한차례 내 쉬었다. 그때, 이카르트가 그녀의 곁에 서며 그 빵을 집어 올려 자신의 접시 에 덜었다. 모라이티나는 자신이 떡으로 만든 빵을 집어 올리는 손에 조금 놀라 고개를 들어보았지만, 상대가 이카르트임을 알고는 시선을 피했다. "아가씨, 기분 상하셨나요?" 이카르트의 물음을 모라이티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또다시 음악이 바뀌었으나, 모라이티나의 기분은 바뀌지 않았 다. 피곤한 듯, 한 손은 축 늘어뜨린 채 오른손으로 포크를 힘없이 쥐 고 있었다. 사실, 모라이티나는 맛있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대식 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겨우 서너점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음식을 집 어먹고는 더 이상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 크림빵도 먹기 위해 서라기 보다는 그저 멍하니 있기 뭣해 들어올린 것이었다. "우리 꼬마 아가씨가 뭐 때문에 이렇게 기분이 상하셨나?" 이쯤에서, 이카르트가 모라이티나에게 접근한 의도를 다시 짚어볼 필 요가 있다. 아무래도, 말투가 위로를 위한 것은 아닌 듯 싶으니 말이 다. 아니, 위로 정도가 아니라 속을 벅벅 긁는 것이 아닌가? 모라이티나는 참다 참다못해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난, 꼬마 아니...." 막 몸을 돌려 이렇게 말하려던 모라이티나는 자신의 앞에 한쪽 무릎 을 꿇고 앉아있는 이카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순간 당황해 할 말을 잊었고, 이카르트는 그런 모라이 티나의 오른손을 잡아당겨 손등에 키스를 한차례 했다. "어느 가문 출신의 숙녀 이신 지는 모르겠으나, 이 비천한 기사가 발 을 맞출 것을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발을 맞춘다는 말은 파모로아 시대의 궁중 사교용어중 하나로, 춤을 추자는 말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었다. 모라이티나는 이미 에라브레를 통해 이런 것을 알고 있었기에 평소 종종 해대던 바보 같은 대답은 피할 수 있었다. 대신 얼굴을 붉히며 잠시 머뭇머뭇 거릴 뿐이었다. "그, 그게.... 웅...." 이카르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모라이티나의 손을 끌었다. "자,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모라이티나는 그저 이카르트가 끄는 대로 한창 무도회가 벌어지고 있 는 홀 중앙으로 나갔고,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무도회장을 빙 둘러싸 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가장 전열로 나아가 그런 그 둘의 모습을 환한 미소와 함께 지켜보았다. 모라이티나의 춤은 서툴렀다. 비록 에라브레에게 기초를 배웠다고는 하지만, 겨우 10여분 연습한 것으로 무엇이 되겠는가? 종종 이카르트 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발을 밟고 하는 데다 곧잘 중심을 흩트리곤 했 다. 모라이티나는 그럴 때마다, 이카르트가 무어라 한마디하겠지, 하는 생각에 이카르트를 올려다보았으나, 그는 그저 온화한 미소로 모라이 티나의 시선에 답했다. 그렇게 조금 시간이 흐르자 점차 자신감이 생겨, 모라이티나의 실수 횟수는 많이 줄게 되었다. "실력이 상당 하시군요, 아가씨." 이카르트는 안정되어 가는 모라이티나의 춤솜씨에 이렇게 칭찬했고, 모라이티나는 밝게 미소지어 그에게 대꾸했다. "호호.... 그런데 왜 안 놀려요? 춤 못 춰서... 놀릴 줄 알았는 데...."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살짝 입가를 치켜올렸다. "전 숙녀를 놀리는 짓 따위는 할 줄 모릅니다. 다만, 모라이티나라는 철없는 동료와 말장난을 한 것뿐이지요." 이카르트의 대답에 모라이티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이카르트는 한 차례 웃어 보인 후 말을 이었다. "아가씨께서는, 저의 그런 장난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겠지요?" 모라이티나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 했다. 하지만.... 이카르트는 모라이티나가 생각하는 그런 착한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다음순간, 이카르트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모라이티나의 가슴 언저리를 바라보았 다. "하지만, 역시 언발란스네요.... 아가씨!...." "우씨!!!...." 이 이카르트의 한마디에 모라이티나는 발끈 하여 그의 정강이를 세게 한차례 걷어찬 후, 쿵쿵거리는 걸음으로 란테르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 왔다. 이카르트는 미소를 얼굴 한 띄운 채, 곧바로 모라이티나의 뒤를 따라 일행에게 돌아왔다. 그리고는 란테르트를 한차례 바라보며 눈을 찡긋 거리고는, 에라브레에게 손을 내밀었다. "장미여, 어째서 그대 들꽃들 사이에서 교태로히 서 있나요? 그대 진 정 나의 손을 잡기를 원하시나요? 그렇게, 들꽃의 수수함을 벗어나, 화원의 화려함에 몸담길 원하시나요?" 이 구절은 파모로아 중기의 가장 유명한 시인인 아트리오트 에록쉬의 시로, 상당히 초기작이었다. 이것은 그의 첫 번째 애인에게 바치는 시 였다고 한다. 그는 평생 모두 네명의 애인을 두었는데, 그중 첫 번째 애인은 평범한 농가의 여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름답기만으로는 네명의 애인중 제일 이었는데, 불행히도 그와 만난지 한달 만에 병으 로 죽었다. 에록쉬에게 독신이라는 신념을 심어준 여인이라는 이야기 도 있다. 에라브레도 이 시를 알고 있었다. 본래, 시나 수학, 정치학, 경제학 등등의 순수학문에는 별다른 흥미가 없었던 그녀였지만, 사피엘라의 강권으로 상당한 공부를 해 두었기에, 알고있는 시가 적지 않았다. 비 록 외울 수 있는 시는 거의 없었으나, 들어서 어떤 내용이고, 또 누구 의 시이다 정도는 기억해낼 수 있었다. "나, 당신에게 비록 장미로 불리웠으나, 백합이라 칭함 받길 원합니 다. 붉게 이글거리는 화려함보다는, 흰 순수함으로 당신의 마음속에 남아있길 원한답니다." 이 두 구절은, 그 에록쉬의 두 번째 애인이 지은 것으로, 이전의 시 의 대꾸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진 시였다. 언제나 첫 번째 애인을 잊지 못하는 에록쉬를 바라보며 그녀는 죽은 첫 애인에게 적지 않은 질투를 느꼈을 터이나, 마음씨가 고운 여자였던지 이 두 구절의 시를 지어 망 자에 대한 에록쉬의 한을 달래 주었다. 그녀는 대학까지 다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자였으나, 에록쉬라는 남자에게 빠져 평생 제대로 된 가정 하나 가져보지 못한 채 연구실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 두 구절은 앞의 시의 대구 시로써 꽤 유명한 편이었는데, 에라브 레는 그 두 구절이 자신의 언니인 사피엘라에게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외웠었다. 이카르트가 돌연 그 시를 읊자, 에라브레는 언니 에 대한 생각이 물밀 듯이 밀려오며 갑자기 떠오른 대구를 읊은 것이 다. 이카르트는 허리를 깊이 숙여 에라브레에게 춤을 신청했고, 에라브레 는 잠시 머뭇거리다 마지 못하는 듯 이카르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 흐으음.... 역시 난 시에는 소질이.... 없당.... --;;; 아무튼 LMK가 끝났더군요.... 흐음.... 이자리를 빌어 펜릴님에게 축하!!!!말씀 전해 드립니다.!!!! (보실려나?... 이 글.... 흐음.. ^^;;) 11월이라.... 음.... 어느덧 SF/Fantasy란을 안지도 세달이 되어 가는 군요... 음.... ANC동을 해메다 우연히 발견한 카르세아린이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를 보고.... 앗 그런곳도 있었어? 라면서.... 음.... 와본 곳이 이 sf란.... 초룡 150개 몽창 받아서 이틀인가 심일만에 우겔겔 거리면서, 미친놈 소리 들으면서, 읽어보고.... 마육 130개 몽주리 받아서.... 그것도 이틀인가 삼일만에 재미있게 읽어보고.... 흐음.... 그러던게 어째어째 용기를 내어 연재를 시작 한지도 두달 남짓 되었네요.... 음... 앗, 넋두리가 길었군요... 호홋.^^;; 흑흑.... 하이텔에서 탐그루한테 조회수 뒤집혔어요... --;;; 탐그루 인기 좋돼요!!! 추천도 때서리로 올라오고.... ^^;; 시간나면 한번 읽어봐야지... 흠흠.... ^^;; 괜히 이른 아침에 일어나 괴상한 생각만 하는 바보수룡 아그라!!!! ^^;; 추신.... 아무거라도 좋으니 반응을 좀....^^;; (요즘들어.... 왠지 쓸쓸.... 흠.... ^^;;) 비평도 좋고... 감상평도 좋고.... ^^;; 추천은 더더욱 좋고^^;; 옛날 어린이들에게는 호환, 마마, 전쟁이 가장 두려운 것이었지만.... 연재하는 사람들에게는, 무관심, 무호응, 조회수 폭락이 가장 두렵습니다!! 호호호..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20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1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3 06:00 읽음:169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한편, 이카르트에게 결정타를 먹은 후, 모라이티나는 씩씩거리며 란 테르트에게로 다가왔고, 란테르트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모라이 티나를 달래 주었다. "이카르트도, 다 네가 좋아서 그러는 거야. 너도 알잖아. 이카르트, 그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말에 순간 이카르트의 마족으로써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우.... 그래도.... 매일 매일 놀리잖아요." 모라이티나는 그래도 분하다는 듯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야, 놀림받을 만 하니까 그렇지. 10살, 15살, 19살!!!" 모라이티나의 말에 누군가 이렇게 대꾸했다. 농염함이 듬뿍 담겨져 있는, 게다가 왠지 모를 끈적끈적함까지 느껴지는 그런 목소리였다. 그리고, 세상에 그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자는 흔치 않았다. 모라이티나는 이 말에 놀라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란테르트 의 뒤에 서있는 한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183세휴리하(1세휴리하= 약 1센티미터)를 조금 넘기는 키를 가진 란테르트 곁에서도 그리 작아 보이지 않는 그 붉은 머리칼의 여자는 화려한 깃털로 수놓아진 머리장 식을 한 채 모라이티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르.... 아니, 트레시아!!!" 모라이티나의 목소리는 반가움과 놀라움이 반쯤 섞여 있었다.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보다 조금 일찍 아르트레스의 등장을 눈치채고 는 자신의 바로 뒤에 바짝 붙어 서 있는 그녀에게서 한 걸음 떨어지며 몸을 돌렸다. "무슨 일로 이곳에 오셨나요? 트레시아." 아르트레스는 진한 보라색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귀부인들의 파티 복 을 입고 있었는데, 레이스에 매달려있는 빨간 리본이 꽤나 귀엽게 느 껴졌다. 이 옷 역시 가슴이 깊이 파여, 절반 가까이나 건강한 살빛의 가슴을 드러내 놓았다. "오호호호, 란테르트님. 오늘 저 어때요?" 곁에 이카르트가 없자 한층 편한 얼굴로 란테르트에게 이렇게 말하 며, 아르트레스는 살짝 몸을 비틀어 옆모습과 앞모습을 번갈아 란테르 트에게 보였다. "아름답습니다." 진담 반, 인사조 반으로 이렇게 대꾸한 란테르트는 곧바로 아르트레 스에게 물었다. "시간이 생겨 놀러 나오신 건가요?" 아르트레스는 란테르트의 물음에 얼굴에 미소를 지우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에라브레와 춤을 추고 있는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역시, 아르카이제 님의 춤솜씨는.... 여전하시군요...." 란테르트는 아르트레스의 말에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 쪽을 바라보았 다. 회백색의 망토가 흩날리며 이카르트의 보라색 머리칼이 지나간 직 후, 에라브레가 입고 있는 푸른색의 파도가 스치는 모습은, 춤을 모르 는 란테르트조차도, 아름답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카르트는 아르트레스가 이 공간에 나타남을 느끼며 춤을 천천히 멈 추었다. 그리고는 에라브레에게 입을 열었다. "이제 들어가 봐야 겠군요. 즐거웠습니다, 아가씨. 상대는 제가 소개 해 드리겠습니다." 이카르트는 에라브레를 이끌어 일행이 있는 곳 가까이 까지 다가와서 는 란테르트에게 에라브레를 건네주었다. "제 친한 친구로, 이름은 란테르트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서툴더라도 봐주십시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건네 받고는 잠시 얼떨떨해 했으나, 이카르트 의 표정에 미소가 피어오르자 머리를 끌쩍이며 에라브레를 따라 나갔 다. "무슨 일인가?" 이카르트는 아르트레스 곁에 서 조그맣게 이렇게 물었고, 아르트레스 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나크젤리온 님께서 아르카이제 님을 찾으십니다." 이카르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분께서? 무슨 큰일이라도 일어났는가?" 나크젤리온이 직접 자신을 찾는다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기 에, 이카르트는 순간 상당히 긴장했고, 아르트레스는 그런 이카르트의 표정에 약간 당황하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모르겠습니다만.... 마계에는 별다른 일이 없습니다. 천계에서나, 정령계에도 별다른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세한 것은 직 접 가서 들으소서...." 이카르트는 그제서야 얼굴을 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별일 아닐 것이다.... 단지, 내가 너무 오랫동안 마계를 떠나있어.... 책망하시려는 것이겠지...." 한편, 란테르트는 지금, 태어나 어쩌면 가장 곤란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검을 익히며 수없이 연습했던 보법은 단 한가지도 쓸모가 없어져 버렸고, 단단하기 그지없는 두 팔은 겨우 에라브레의 가녀린 손을 붙잡은 채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휴.... 미안...." 엉망진창의 춤솜씨로 불쌍해진 것은 에라브레였다. 이리뒤뚱, 저리뒤 뚱, 벌써 옆에 있는 사람과 부딪힌 것이 수차례, 란테르트가 필사적으 로 에라브레의 발을 밟는 것은 피했기에, 다행히 상처는 입지 않았으 나 꼴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에라브레는 마음이 편했다. 그러한 마음을 얼굴 밖으 로 내 놓지는 않았으나, 속으로는 편히 미소짓고 있었다. 정말 란테르 트답다, 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고, 함께 이리저리 치이며 추는 춤이 지금까지 추워온 어떠한 화려한 춤보다 즐거웠다. "괜찮습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사과에 이렇게 대꾸했다. 좀더 상냥히 대꾸하 지 못한 자신이 조금은 한심스럽게 느껴졌으나, 왠지 그럴 수는 없었 다. 여전 마음의 벽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란테르트는 여전 엉망의 스텝으로 온 무도회장의 물을 흐리고 있었 다. 하지만, 그럭저럭 사람과 부딪히는 것은 면하게 되었는데, 이는 스텝이 몸에 익었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피한 이유가 더 컸다. 에라브레는 그런 란테르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 고, 이내 입을 열었다. "행복해 보입니다...." 조금 더 란테르트의 몸에 다가간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 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순간 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지금 그런가?...."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지금뿐만 아니라.... 근래에 쭉.... 행복해 보입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글세.... 행복이라.... 라브에, 너는 행복을 무엇이라 생각하지?" 란테르트는 다시 천천히 스텝을 밟았다. 하지만 겨우 뒤뚱거리는 수 준으로, 무도회장 한 가운데서 멍청이 서있기 어색해 취하는 제스처에 불과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물음에 한참동안 답하지 못하였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자신을 불행하다고만 생각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행복이라는 것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사피엘 라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모르겠습니다...." 에라브레는 결국 고개를 가로 저었고,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에게 쓸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많이 차가워 졌구나.... 라브에.... 너처럼 마음이 따듯하던 아이 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이 한마디에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마음을 모르는지, 조금전의 이야기를 계 속 했다. "나 역시.... 행복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 다만, 내가 행복한 것 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던 때는.... 너도 알다시피, 너희와 여 행을 했을 때 정도야.... 글세.... 난 행복하다는 것을, 그저 불행하 지 않다.... 정도로 생각하기로 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난 영 원히 행복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어떤, 뭉클한 느낌 이 가슴 싶은 곳에서부터 울컥 솟았기 때문이다. 에라브레는 천천히 란테르트의 가슴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는 속삭이 듯 입을 열었다. "전....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고.... 어떻 게 당신은, 그렇게까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죠?.... 내가.... 내가 검 을...." "됐어...."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두 팔로 어깨를 잡은 채 천천히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혼란스러운 것은.... 시간이 흐르면 가라앉아 차분하게 되.... 넌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가만히...."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한참동안이나 이렇게 모두회장 가운데에 서 있었다. 둘 모두의 표정은 근래에 보기 드물게 평온했다. 하지만.... 잠시 후.... 움직이는 것 사이에 멈춰있는 것이 있으면, 언제가 충돌하는 것은 당 연한 법. 한눈에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로브를 걸친 한 빼 마른 사내가 춤을 추다가 란테르트의 등에 탁 부딪혔다. 어찌 보면 반쯤 고의인 듯도 했 다. 부딪히자 마자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짖어댔으니 말이다. "네 녀석. 눈은 도대체 어디다 두고 있는 거냐?" 동시에 주위에 있던 남자 서넛이 추던 춤을 멈추며 그 남자 뒤로 모 여들었다. 한결같이 그 사내와 같은 오만한 시선으로 란테르트를 쏘아 보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곤경에 처하자 그를 막아섰다. 아무래도 아무 런 작위도 없는 그 보다는 자신이 그들을 상대하기 유리할 듯 싶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이분께서 춤에 서투셔서...." 30세쯤 되어 보이는 빼 마른 금발의 사내가 에라브레가 나서자 불쾌 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어디서 여자 따위가 나서느냐? 작위가 무엇이냐? 내가 얼굴을 모르 는 것을 보니 어디 하급 귀족의 사람 같은데!!" 사실 이들 귀족들은 처음부터 란테르트의 모습에 큰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럽기 그지없는 용병의 복장을 한 채로 연회장에 참석한 것 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이들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마음인지도 몰랐다. 그렇게 쌓이기 시작한 감정은, 란테르트 일행이 먹을 것 근처에서 머 물면서 더더욱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무슨 걸신들린 거지들처럼 먹을 것 근처에서만 자기들끼리 히히덕 거리는 일행의 모습은, 가히 한심하 다 할 만했다. 게다가 춤을 춘다고 나온 주제에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 기만을 하니.... 아무튼, 이들 귀족들이 보기에 란테르트일행은 최악 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일부로 시비를 걸어 내쫓으려 한 것이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앞에 나서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죄 드리겠습니다." 모두 에라브레의 체면을 보아서 한 사과의 말이었다. 만약 거리에서 이런 식으로 그에게 무례하게 굴었더라면, 머리가 바닥과 닿는 불운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상황파악에 서툰 자들이었다. 란테르트의 이러한 차 가운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귀족사회, 자신의 피로만 서열이 결정되는 귀족사회 외에는 접해본 적 이 없었기에, 그 외의 사회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바가 없었고, 검을 들고 다니며, 망토에 피를 묻히고 있는 사람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를 잘 모르고 있었다. ----------------------------------------------------------------- 호옷... 추천이 두개나....ㅠ_ㅠ;;;; 예전 같으면 미친척하고 두개 올렸을테지만.... 비축분 관계상... ^^;; 음.... 오래간만에 복고풍으로... Agra, the WaterDragon of Ruflusia, the water fairy....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29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2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4 08:11 읽음:172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건방진 녀석. 겨우 그런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날 줄 아는가? 네 녀석의 작위는 도대체 무엇이냐? 도대체 작위가 무엇이기에 전하가 참 석하는 연회에 무장을 하고 찾아오는 것이냐?" 그의 말 그대로, 란테르트는 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비록 천으로 한차례 감아 모습을 감추었으나, 바보 아닌 다음에는 그 물건이 검이 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연회장에는 무장을 한 채로는 절대 들어올 수 없다. 아니 연회장뿐이 아니라, 이 건물의 서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외빈 실을 제 외한 궁안 모든 건물 안에서 무장이 금지되어 있었다. 란테르트가 검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로렌시아의 덕이었다. 그가 친히 써준 무기 소지 허가증을 가지고, 천으로 검을 몇 차례나 쌓아 감춘 덕에 무기 소지가 간신히 허락되었다. 그렇게 무 리해서까지 검을 가지고 들어온 이유는.... 이 검은 잘 때에도 바로 곁에 두고 있는 검이었다. 란테르트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며 입을 열었다. "평민입니다." 그가 미소지을 때는 단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살심이 일 때와 즐거 울 때.... 하지만, 상황으로 보아 그가 즐거워 미소짓지는 않는 듯 싶 었다. "이 이런 발칙한!!!!" 금발의 빼 마른 귀족 바로 곁에 서 있던 녹색 머리칼의 남자가 삿대 질을 하며 이렇게 외쳤고, 금발의 귀족은 귀족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란테르트를 내려다보려 애썼다. 하지만, 란테르트보다 키가 조 금 작아 그를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평민 따위가, 귀족과 어울리다니.... 아무리 법이 문란해 졌다고는 하지만.... 게다가 그 건방진 눈초리하고는...." 에라브레는 몹시 당황하며 란테르트의 표정을 살폈다. 점점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무슨 일인가 터질 듯 싶었다. 하지만, 란테르트의 마음 은 에라브레가 걱정하는 만큼은 아니었다. 비록, 귀족을 싫어하기는 했지만, 겨우 이런 일로 귀족을 죽일 만큼 무모하지는 않았다. 란테르트는 비록 발끈 하는 마음이 잠시 일었었으나, 천천히 눈을 감 고 에라브레의 미래를 생각하며, 한쪽 무릎을 꿇고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어차피 에라브레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생인데, 그녀를 위해 무릎을 꿇으면 어떻고, 고개를 조아리면 어떻겠는가? "아량을 베푸소서...." 란테르트가 이렇게 까지 저자세로 나오자, 귀족들은 어느 정도 마음 이 풀어졌다. "흐흠...." 동시에,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에게 외쳤다. 몹시 못마땅한 표정이었 다. "일어서요. 당신이 왜 이런 자들에게 무릎을 꿇어야 해요?" 어느 샌가 다가온 이카르트와 모라이티나 아르트레스도 못마땅한 표 정으로 바로 곁에 섰고, 이미 무도회장은 이 두 사람들을 중심으로 둥 글게 모여 있었다. 에라브레의 말에 금발의 귀족은 두 눈이 11자로 변했고, 거의 히스테 리성의 발악을 했다. "이, 이, 이.... 하급귀족 계집이!!!" 돌연 장내가 소란스러워 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소란의 이유를 잘 몰랐으나, 가장 밖에 있던 사람들은 그 웅성거림의 이유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로렌시아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것이다. 아이실트는 함께 몸을 일으켜 로렌시아를 부축하며 이렇게 말했다. "누, 누님.... 어째서...." 로렌시아는 보이지 않는 눈을 아이실트에게로 향하여 말했다. "태자 전하.... 제가 말씀 드렸지요.... 제가하는 모든 행동은, 전하 를 위한 것이라고...."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로렌시아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실트를 향해 한차례 미소를 지어 보인 그녀는, 아이실트의 손에 이끌려 천천히 계 단을 내려와 홀로 란테르트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그들 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의 무리들이 물이 갈라지듯 좌우로 갈라지며 로 렌시아가 움직일 만한 길을 만들어 주었다. "오.... 로렌시아 님께서...." "갇혀 계시는 공주님께서.... 이리로 오신다!!..." 몇몇 사람들이 외쳤고, 모두의 시선은 이 로렌시아를 향해 모아졌다. 심지어는 그 빼 마른 사내도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를 향한 눈빛을 거두 며 로렌시아를 향해 돌아섰다. "오, 로렌시아 공녀시여.... 신 위다의 후작 상그리트 폰 세루랄이 인사올립니다." 빼 마른 사내는 그 건방지던 표정을 당장에 지우며 온화한 미소로 이 렇게 인사했다. 세루랄 가문의 이 상그리트라는 남자는 이미 이 로렌 시아와도 몇차례나 얼굴을 마주한 적이 있는 고위 귀족이었다. 하긴, 이 나라안에 넷밖에 없는 후작 가문이니 오죽 하겠는가? 그는 단지 그 가 로렌시아를 몇 차례 본 것을 가지고 로렌시아 역시 자신을 알고 있 다, 라고 생각하는 약간은 모자란 인간이었다. 하지만, 로렌시아는 이 런 남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예의를 갖춰 답례할 뿐이었 다. "예를 거두세요.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이윽고 로렌시아는 란테르트의 앞에 섰다. 그리고는 주위를 한차례 돌아다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자, 여러분, 다시 연회를 계속 합니다. 저희는 지금 이곳에 즐기러 온 것입니다. 위대한 위다왕실의 태자 전하 아이실트 님을 위하 여!...." 로렌시아의 말에 모두는 아이실트 전하 만세, 를 외치며 원래의 자 리로 흩어졌고, 그 금발의 귀족과 동료들은 로렌시아의 근처에 서서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로렌시아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잘 믿겨지지 않는 인간이었 다. 방금전 자리에서 일어나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단지 계단에서 아이실트의 부축을 받았을 뿐, 그 외에는 거의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걸음을 옮겨 이곳에 도착했다. 에라브레는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 "로렌시아 공주마마.... 미천한 신의 곤란을 풀어주신 점, 정말 감사 드립니다." 로렌시아는 슬쩍 웃었다.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전 다만, 란테르트 님께 제 손을 잡아주십사 부탁을 하러 온 것뿐이니까요." 로렌시아의 이 말에 에라브레는 크게 놀랐다. 그렇게 고귀한 사람 이.... 무어가 아쉬워 란테르트와 춤을 추겠다는 것인가? 란테르트 역시 꽤나 놀라 당황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으나, 이카르 트만은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으로 모라이티나 등을 데리고 란테르트에 게서 조금 떨어졌다. 로렌시아는 란테르트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란테르트는 잠시 머뭇거 렸다. "제 손, 이래 보여도 꽤 고귀한 편이랍니다." 로렌시아는 살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그제서야 마지못 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의 상그리트라는 귀족의 표정이란.... 일행은, 아니 이 연회장의 모든 사람은 이 두사람의 춤을 지켜보았 다. 비록 로렌시아의 두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춤솜씨는 상당한 편이었다. 단지 몸을 숙달시켜 그 숙달된 동작을 따라 몸을 움직이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로렌시아의 춤솜씨도, 이 란테르트의 장님만도 못한 춤과 만나면 무용지물로 화해 버린다. 란테르트는 이번에도 상대의 발을 밟지 않는다, 라는 것을 지상목표 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그저 편하게 발걸음을 옮기세요. 오른쪽 한 번, 왼쪽 한 번.... 제가 지금 추고 있는 춤은 아주 간단한 것이니.... 패턴만 익 히면 쉽게 따라하실수 있을 거예요." 로렌시아는 쩔쩔매는 란테르트를 향해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고 개를 한차례 끄덕이고는 그녀의 말대로 걸음을 옮겼다. 잠시동안 정신 을 집중해 스텝을 밟고 나니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소질있으신데요." 로렌시아는 밝게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무표정한 얼 굴로 그녀의 칭찬을 받았다. 란테르트는 단지, 그녀의 도움으로 위기 를 모면했기에 이렇게 그녀의 춤을 받아주는 것이었다. 차라리, 에라 브레와 아옹다옹 춤을 추었을 때가 배는 즐거웠었다. 어느덧 무도회장도 정상의 분위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비록 로렌 시아가 춤을 추는 것이지만, 워낙 그녀의 상대의 솜씨가 변변치 못한 것이어서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것도 잠시뿐, 사람들은 각각 각자의 춤 을 즐기기 시작했기에 무도회장은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소리 에 맞춰 걸음을 옮기는 남녀들로 가득 매워졌다. 로렌시아는 한참동안 란테르트와 발을 맞추다 돌연 이렇게 물었다. "란테르트님. 한가지 부탁해도 될까요?" 란테르트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고, 로렌시아는 계속해 입을 열었다. "당신의 운명중 일부가.... 저와 아이실트 전하의 운명과 겹쳐져 있 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한가지 부탁을 들어주십시오." 란테르트는 괴상한 소리를 하는 눈먼 아가씨를 잠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씀 이신지...." 로렌시아는 가벼이 미소지었다. "다만, 고개를 끄덕이시면 됩니다. 저의 부탁 한가지만 들어주시 면...." "무슨 부탁입니까?" 란테르트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고, 로렌시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장에 무언가를 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언젠가 당신과 우 리 남매의 운명이 겹치는 때.... 저를 위해 한가지 일을 해 주십시오. 일방적인 저의 부탁이라고 해도 좋고.... 방금전, 수이브렛 경을 곤란 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에 대한 사례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란테르트는 로렌시아의 이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단, 제가 그때까지 살아있고, 또한 저의 이익에 반하 지 않을 때만 그 일을 해 드리겠습니다." 란테르트의 대답에 로렌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래야 겠지요...." 잠시동안, 로렌시아는 란테르트의 손에 이끌려 춤을 추다가 피곤을 이유로 자리로 돌아갔고, 란테르트는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일 행에게로 돌아왔다. 로렌시아는 지금까지 본 여자들중, 둘째가라면 서 러울 정도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란테르트가 합류한 일행은 곧바로 연회장을 벗어나 테라스로 향하였 다. 이카르트가 잠시 할 말이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커다란 반원형의 테라스에는 연회에 지친 몸을 밤의 청량한 공기로 달래려는 사람들이 몇 명 있을 뿐, 거의 사그러든 달빛에 조용히 빛나 고 있었다. 그나마 있던 몇몇 사람들도, 일행이 이곳으로 오자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후우.... 정말 파티라는 것은 복잡하군요...." 모라이티나는 기지개를 켜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와 에라브 레는 그런 그녀를 향해 동감의 미소를 보냈다. 특히, 란테르트는 차라 리, 전장에서 하루 세 번을 싸우며 20휴하(1휴하=약 1킬로미터)를 행 군하는 편이 편할 듯 싶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보다 할 말이라는 것이 뭐야?"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에게 이렇게 물었고, 이카르트는 별 것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잠시 마계로 가봐야 겠어. 잠시가 될지 어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분께서 부르셔."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순간 서운한 감정이 밀려 들어왔다. 이 는 모라이티나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녀는 자신의 그런 감정을 스스로 부인하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뭐....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왠지 헤어지려니 어색하군...." 확실히, 그 동안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에게 있어서 정말이지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훌륭한 방패였고, 또 조언자였으며, 여행의 동료이자 친구였으니 말이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영원히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뭐....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빨리 돌아올게." 이렇게 말하며 이카르트는 한 사람씩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수이브렛양, 가능한 빨리 마음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모 라이티나, 아니 엘프그란양, 그 동안 즐거웠습니다. 다시 뵙기를...." 이카르트는 곧이어 란테르트에게 말했다. "정말 즐거운 몇 달이었다. 큰 일이 아니면 조만간 반드시 돌아올게." 사실, 이카르트로써도 이번에 마계로 돌아가 얼마나 체류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다시는 일행과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하다못해, 한 80년 정도 걸리는 일이 자신에게 내려지기라도 하면, 이 들중 모라이티나를 제한 다른 두 사람은 만날 가능성이 희박하지 않은 가?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작별인사 비슷한 인사를 일행에게 늘어놓 은 것이었다. "아르트레스, 란테르트를 잘 보좌해라." 아마도 아르트레스가 이카르트대신 일행에 참가하기로 되어있는 모양 이었다.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아르트레스를 바라 보았고, 아르트레스는 한차례 기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각각, "잘 가세요...." "악마.... 이제야 떠나는군요.... 그래도.... 잘 다녀와요...." 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카르트는 마지막으로 몸을 살짝 공중에 띄워 란테르트와 눈의 높이 를 맞추었다. 그리고는 앞으로 살짝 허리를 굽혀 란테르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보라빛 머리칼이 살짝 흔들렸고, 보라색 눈동자 는 반쯤 감겨진 채였다.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이 놀라운 행동에 눈을 크게 뜨며 몸이 굳어 버렸다. 놀라기는 란테르트뿐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표정 조정이 되는 편인 에라브레조차도 입을 벌린 채 멍해졌으니 말이다. 이카르트는 그런 란테르트의 모습을 미소와 함께 바라보며 뒤로 살짝 날아 공간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기다리고 있어, 내사랑!!!" 이카르트의 이 마지막 인사에 란테르트는 피식, 한차례 웃어 버렸다. 한편, 모라이티나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란테르트의 입술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병균 옮아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한차례 더 웃음을 터트렸다. ------------------------------------------------------------------ 음.... 오래간 만에 나온 키스신이.... 음.... 내 정신상태는.... 음.... 역시.... 미친걸까....--;;; 이러다 하얀집 끌려가는거 아닌가 몰라.... 음.... 어쩌면 안기부에서.... 음.... 보사부? 아니... 문화공보부?.... 교육부?.... 음.... 사회체육부?.... 조달청이나 국세청은 아니겠지.... 어디로 잡혀갈라나.... ^^;;; 데로드 엔 데브랑의 히로인은... 누구일까... 흐음...(이카르트?..--;;) 이런 쓰잘떼기 없는 고민에 빠져버린 변태 중년.... 하지만 스스로는 만 나이를 읊으면서 10대라고 우겨대는.... 3류변태날림 글장이.... 에이그라.... 흐음.... ^^;; 아, 그리고 드디어 1부 다썼습니당!!! 호호호.... 아마 135화 가량 될듯 하네요.... 음.... (호옷... 비축분이 그럭 저럭 20화 이상 되는군.... 하지만.... 2부 구상 때문에 조금 쉬어야 될듯.... 그래서 출혈 서비스는 곤란해요^^;;) 추신.... 요즘 건방긴 에이그라 따위가 자주 저 대신 후기를 쓰네요... 흐음....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38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3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5 05:28 읽음:1712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23. 란테르트, 수난의 날들.... "가버렸군...." 란테르트는 아직도 울렁이고 있는 공간을 향해 이렇게 중얼거렸다. 역시 이카르트 급의 정신체가 차원을 옮겨서인지, 그 간섭이 꽤 오래 남았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막 돌아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순간 심장 이 어는 듯 했다. 일단, 자신의 입술을 닦아준 모라이티나는 차처하 고, 에라브레와 아르트레스의 시선은.... 한 명은 얼음이었고, 한 명은 불꽃이었다. "장난.... 이잖아...." 란테르트는 간신히 입을 열어 이렇게 변명했으나.... 납득하는 여자 는 없었다. 에라브레는 차가운 표정으로 몸을 휙 돌려 연회장으로 돌 아갔고.... 모라이티나는 잠시 란테르트를 바라보다,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건 란테르트밖에 없는 것 같네요...." 라고 말하며 에라브레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아르트레스, 아니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에게 달려들어 그의 가슴에 안기며 그윽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란테르트를 요염이 올려다보다가 나직이 속삭였다. "저에게도 장난, 해 주세요...." 한편 연회장으로 돌아온 에라브레는 가만히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그저 분주하기만 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귀부인들은 쥘부채로 입을 가린채 미소지으며 친구인지, 아니면 이곳에서 만난 사람인지 모를 사 람들과 한담을 나누고, 남자들은 손에 갖가지 술이 담긴 술잔을 쥐고 근처의 사람들과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중앙의 무도회장에는 화려하게 치장한 남녀가 손을 맞잡고, 음악을 따라 부드럽게 몸을 움직였으며, 반대쪽 벽에는 에라브레 자신과 마찬 가지로 벽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들 웃고 떠들며 먹고 마시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들과 자신이 한없이 다르게 느껴졌다. 아니, 실제 로 달랐다. 란테르트와 이카르트의 입술 접촉 사건은 꽤 휘발성이 강 한 기억인지 금새 뇌리에서 잊혀졌다. 아마도, 그녀 스스로가 강하게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것 보다.... 지금 이렇게 홀로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으니, 웃 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히 가슴에 와 닿았다. "휴.... 저들 중.... 사람을 죽여 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 까...." 에라브레는 나지막한 한숨과 함께 이렇게 중얼거렸다. "뭐해?" 막 연회장으로 돌아온 모라이티나는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에라 브레를 찾다가 벽에 기대어 서서 한숨짓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 었고,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어 대답을 피했다. 모라이티나는 곁에서 에라브레와 같이 벽에 기대며 말했다. "나무 상심하지 마. 란테르트는 정말 장난이라고 생각하니까. 함께 다녀보아서 아는데, 이카르트 혼자 좋아서 저러는 거야."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의 이런 표정에서 그녀의 생각을 지레짐작해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는 모라이티나를 향해 싱긋 한차례 웃어 보였 다. "그것 때문이 아니야.... 그런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그보다 어떻게 그들을 만났지?" "웅.... 그러니까, 에카 숲이던가? 맞을 꺼야.... 아무튼 그 숲 남단 의 한 장소에서 마물과 싸우고 있었어." 모라이티나의 말에 에라브레는 약간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에카숲?...." "응. 그런데 왜?"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의 기색이 약간 이상하자 이렇게 물었고, 에라 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어. "아니....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에라브레의 재촉에 모라이티나는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 모라이티 나가 설명하는 동안, 에라브레는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들었고, 오 래지 안아 모라이티나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헤.... 뭐 그렇게 해서 함께 다니게 된 거야." 모라이티나의 천진한 미소에 에라브레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그렇게 된 거구나...." 막 여기까지 대화가 진행되었을 때, 트레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아가씨들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시나?"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그 목소리에 동시에 고개를 돌려 트레시아 를 바라보았고, 그리고 그 곁에 서있는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 고는.... "어레?...." "...." 두 사람의 표정은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 굳어 버렸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 둘의 표정에 의아해 하며 물었다. "왜? 얼굴에 무어라도 묻었어?" 모라이티나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알면서 그렇게 있는 단 말예요? 정말 사람을 잘못 봤어욧!!!!"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대답에 당황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거울 을 찾았고, 그런 그의 모습을 요염한 미소를 띄운 채 바라보던 트레시 아가 어디선가 꺼낸 손거울을 내밀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헉.... 어째서...." 거울 속에 비추어진 그의 얼굴에는 트레시아의 입술 빛과 비슷한 색 의 루즈가 잔뜩 묻어 있었다. 턱과 뺨은 흡사 딸기 쨈이 담긴 접시에 놓인 과자를 입으로 주워먹는 놀이를 한시간 가량 즐긴 어린아이와 같 아져 있었다. "어째서.... 루즈가 묻은 거지?.... 마족도 화장을 하는 줄은...." 조금전 테라스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트레시아의 입술을 그는 고 개를 돌려 피했고, 그 덕에 입술 대신 그의 볼과 턱이 온통 트레시아 의 루즈 자국에 붉게 물들어 버린 것이다. 란테르트는 루즈가 자신의 얼굴에 묻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채 그냥 안으로 들 어왔고, 그 덕에.... "저질!!!! 둘이서 뭐한거에욧!!!" 모라이티나의 화난 목소리와, "...." 에라브레의 냉랭한 표정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 그런 게 아니야.... 난.... 단지...." 란테르트는 당황하며 망토 끝자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으나, 트레시아가 그런 그에게 살며시 기대며 한 한마디의 말인, "단지 '장난'을 했을 뿐이야." 때문에 다시 한번 두 아가씨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란테르트는 한편으로는 변명을 해대며 다른 한편으로는 부지런히 트 레시아의 입에서 묻은 검붉은 색의 루즈자국을 지우려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다. "트레시아양, 어서 이것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오호호.... 글쎄요...." 트레시아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때,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에라브레가 입을 열었다. "왜요? 보기 좋은데요." 얼음 섞인 바람이 부는 벌판에 서있는 편이 훨씬 따듯할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가운 에라브레의 목소리에, 란테르트는 숨이 다 멈추는 듯 했고, 곧바로 트레시아에게 입을 열었다. "제발...." 천하의 란테르트도, 이 세 아가씨의 이러한 반응에는.... 쩔쩔 맬 수 밖에 없었다. 뭐 당연하지 않은가? 사람을 부숴 죽이는 그도 특정 여 자들에게만은 한없이 약하니 말이다. 트레시아는 웃으며 란테르트의 몸에 더더욱 밀착하였고,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풍만한 몸매에 움찔하며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그럼.... 지워드리는 대신, 제게 평어를 사용하기로 해요. 당신의 경어, 저에겐 너무 부담스럽답니다...."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러겠습니다...." "그러겠습니다라뇨?...." 트레시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 덕이며, "그럴께...." 라고 답했다. 동시에, 그의 입가에 묻어있던 트레시아의 루즈자국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한편, 이 둘이 이런 대화를, 몸을 밀착한 채 다정스레 이야기를 나누 는 동안, 에라브레의 표정은 점점 더 얼음장이 되어갔다. 에라브레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장난스럽게 히히덕 거릴 뿐인 둘인 데....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차갑게 식어 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닌가?.... 한편, 모라이티나는 지금, 란테르트와 트레시아의 그런 모습을 볼멘 소리로 책하고 있었다. "뭐예요? 다큰 어른들이 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 바짝 붙어 서!!.... 란테르트의 행동이 확실하지 않아서 그래욧!!! " "미안.... 하지만...."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곁에서 떨어지며 쩔쩔매는 표정으로 또 무어 라 변명하려 했고,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됐어요!! 변명은 최악이에욧!!!" 란테르트는 또 다시 할 말을 잃은 채 어쩔 줄을 몰라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에라브레는 다시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조금전의 트레시아와 란테르트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다. 에라브레는 다시 한차례 한숨을 조그맣게 내 쉬었다. 순간, 에라브레는 누군가가 자신을 뒤에서부터 껴안는 듯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얘기할 것도 없이 트레시아였다. "공주님은 왜 이렇게 기분이 상하셨을까?" 에라브레는 화들짝 놀라며 트레시아의 품을 벗어나려 했으나, 트레시 아는 손을 풀지 않았다. "이런, 이런.... 지난번에는 내게 달려들더니, 이번에는 왜 도망가는 거지?" "제, 제가 언제...." 에라브레는 실성했을 때의 기억은 잃어버린 모양이었고, 트레시아는 이런 에라브레의 모습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한차례 가로 저었 다. 약간은 섭섭한 듯한 표정이었다. "뭐, 그만두지.... 그보다, 왜이리 기분이 상하셨을까?" 트레시아의 말에 에라브레는 잠시 머뭇거렸고, 트레시아는 머뭇거리 는 에라브레의 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볼에 내 입술 자국을 남겨줄까? 기분이 한층 나아질텐데...." 에라브레는 순간 몸이 얼어붙는 듯 했고, 이내 방금 전의 란테르트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 저었다. 사색이 된 채 흔들리는 고개를 따라 머리칼이 살랑 살랑 트레시아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 에라브레의 반응에 트레시아는 한차례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뒤에서 껴안은 채로 에라브레의 뺨에 입술을 가져갔다. "정말 귀여운 아이야...." 에라브레는 자신의 뺨에 닿은 트레시아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입술을 느끼며, 그리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화들짝 놀랐다. "뭐, 뭐하는...." 그때, 막 란테르트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거두며, 에라브레를, 그리 고 에라브레를 안고 있는 트레시아를 향해 돌아서던 모라이티나는 트 레시아가 에라브레의 볼에 입을 맞추는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너...." 모라이티나는 잠시 이렇게 중얼거리다가 돌연 이마에 손을 짚으며 기 절해 버렸다. 보통의 충격이 아닌 모양이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남 녀관계에 있어서는 10살의 정신연령도 못돼는 그녀의 앞에서, 천하 제 일의 요부 트레시아가 하고 싶은 행동을 거의 마음대로 자행하고 있으 니 충격이 아니라면 오히려 더 이상할 노릇이다. 곁에 서있던 란테르트가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뻗어 모라이티나를 받 았고, 에라브레는 자신을 안고 있는 트레시아를 뿌리치며 기절한 모라 이티나에게 달려갔다. 둘 모두 괘나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트레시아는 살짝 두 팔을 꼬며 그런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 그리고 에라브레의 모습을 미소와 함께 바라보았다. "이런 것이.... 인간이란 존재들의 모습인가?...." 트레시아는 조용히,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가에는, 그녀답지 않 은 지적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돌아가자." 란테르트는 기절한 모라이티나를 에라브레의 부축으로 등에 업은 채 트레시아를 향해 이렇게 말했고, 트레시아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래요...." 이렇게 네 사람은 연회장을 빠져나와 자신들이 묶고 있는 내성 안의 외빈 접대실로 향했다. 돌아가는 길에, 란테르트는 자신보다 한발 앞서 걷고 있는 에라브레 와 트레시아를 바라보며, 그리고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에 기대어 기 절해 있는 모라이티나를 바라보며 쓴 미소를 지었다. "고생좀 하겠는걸.... 세명의 못 말리는 아가씨들이라...." 그의 이런 투정에도 아랑곳 않고, 왠지 행복해 보이는 광경이었다. ------------------------------------------------------------------- 오늘 후기는 쉽니다....^^;; 바보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47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4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6 05:30 읽음:172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귀찮은 짓은 다 끝났군요. 이제 어디로 갈꺼죠?" 트레시아는 막 알현실에서 방으로 돌아온 에라브레를 향해 한차례 싱 긋 웃어 보이며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에라브레는, 막 작위가 남작에서 자작으로 한 단계 상승했다. 하 지만, 별달리 기뻐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딱히 싫은 표 정도 아니었지만.... 아무튼 그녀는 평소와 같은 무덤덤한 표정이었 다. "글세.... 그보다, 라브에, 정말 축하한다. 이제 자작인가?"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희미한, 지으려다 만 듯한 미소를 지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 란테르트에게 대하는 행동이 자연스럽지 못 했다. 이것은 마음의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었 다. "자작이라고 나아진 것도 없잖아! 영지를 보태준 것도 아니고.... 안 그래요? 란테르트?" 트레시아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이렇게 내뱉었고, 란테르트는 반쯤 수 긍하는 눈빛으로 대꾸했다. "뭐, 그거야 그렇지만.... 아무튼, 인간들에게는 명예라는 것도 상당 히 중요한 것중 하나니까, 작위가 올라간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 란테르트의 대답은 흡사, 다른 종족에 대해 말하는 듯 무덤덤했다. 하긴, 어찌 보면 란테르트와 같은 류의 사람들은, 보통의 인간과는 다 른 어떤 종인지도 몰랐다. 사람들 사이에 서 있다해도, 사회 안에는 설 수 없는, 보통의 인간들과는 다른 어떤 종.... 모라이티나가 곁에서 물었다. "그런데.... 작위라는게 뭐예요?"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이 질문에, 트레시아는 곧바로 톡 쏘았다. "그런 것도 모르는 거야? 도대체 뭐하러 이 세상에 나온 거냐?" 트레시아의 이 말에 모라이티나는 얼굴이 대번에 붉어졌다. "뭐.... 모를 수도 있잖아.... 난 엘프야.... 내가 왜 인간 세상의 일을 자세히 알아야해?" 모라이티나의 대꾸에, 트레시아는 천천히 팔을 꼬며 묘한 미소를 지 어 보였고,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녀의 웃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 수 없어 잠시 동안 멍해져 있었다. ".... 그만해 둬. 모라이티나의 말도 옳아. 엘프가 인간 세상의 일을 모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잖아." 둘의 모습에 란테르트가 이렇게 나서 중재를 했다. 돌연, 트레시아가 란테르트의 말에 순간 얼굴을 살짝 일그러뜨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여, 역시.... 제 말은 틀렸던거군요.... 마족.... 전 어둠에 속하는 존재.... 인간이나 엘프와 같이 빛에 속하는 존재와는.... 다른...." 어느 정도 이상의 인지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이 트레시아의 표정과 말투가 모종의 목적을 가진 가식적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었겠으 나.... 현재의 란테르트는 그리 정상적이지 못하였다. 그는 언제나 자 신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 일에 있어서는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행동해왔다. 란테르트는 이런 트레시아의 대답에 순간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의 대답에 표정을 더더욱 슬프게 바꾸며 몸을 휙 돌렸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겨 방문 쪽으로 향했다. "아니요.... 이해해요.... 전, 이제 떠나겠어요.... 즐거웠어요...." 란테르트는 더더욱 당황해 하며, 도대체 왜 평소 그렇게 자신감이 넘 치던 트레시아가 이런 사소한 일로 저렇게 까지 행동하나, 고민하고 있었고, 모라이티나 역시 약간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다만, 현재 가장 냉철한 사고를 하고 있는 에라브레만이, 트레시아의 행동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을 눈치챘을 뿐이다. 떠나려면 차원 도약이 라는 자연스러운 방법이 있는데.... 마족이 걸어서 밖으로 나간다 니.... 하지만, 란테르트는 이런 간단한 점을 생각하지 못했고, 막 문을 나 서려는 트레시아를 쫓아가서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가지 말아. 이렇게 가버리면...." 트레시아는 란테르트가 자신의 팔을 붙잡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 리고는 잡히지 않은 손을 들어 눈언저리를 매만졌다. 흡사 눈물을 닦 기라도 하는 듯.... "놓으세요.... 거짓으로 위로해 주는 척 할 것 없어요.... 사실.... 저야 이카르트 님의 명령으로 이곳에 있는 거잖아요.... 당신도.... 저를.... 이카르트 님의 부하 이상으로는 저를 보지 않고.... 모라이 티나나 에라브레는 저를 싫어하고.... 괜히 이곳에 있어, 당신들의 화 기를 깰 필요 없잖아요.... 그럼.... 그 동안 즐거웠어요...."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의 손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손을 뿌리치 는 동작을 취했고, 란테르트는 그런 트레시아의 손목을 더 강하게 쥐 었다. "그렇지 않아. 아니지, 모라이티나? 에라브레?"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손을 꼭 붙잡으며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트레시아의 말이 맞을지도 몰 랐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트레시아가 파티에 참가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호감 을 가지고 있고, 또 함께 있으면 꽤 즐거운 아가씨였으나, 그런 것은 파티의 참가의 필연성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떠나 보내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았다. 에라브레는 개인적으로 트레시아가 싫지 않았다. 이카르트처럼 무섭 지도 않았고, 아르페오네처럼 부담스럽지도 않았기에, 함께 있는 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히 자신에게 관심을 쏟는 그녀가 꽤 좋았다. 모라이티나는 막상 이렇게 트레시아가 떠나려 하자 반쯤 울상이 되어 버렸다. 마음이 여리고 순진한데다가 이리저리 잘 휩쓸리는 성격이기 에, 모라이티나는 어느덧 트레시아를 상당히 좋아하게 되었고, 또 그 녀와 태각거리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미, 모라이티나의 마음속에는 마 족을 증오하는 마음 같은 것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모라이티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는 간단히, "당신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라고 대꾸했다. 란테르트는 두 아가씨의 대답을 들은 직후 다시 트레시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봐. 아무도 널 싫어하지 않아."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의 말이 끝나자 마자 몸을 돌려 그의 품에 안겼 다. "정말.... 정말 고마워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를 올려다보는 트레시아의 눈에는 눈물 이 글썽였고, 란테르트는 그런 트레시아의 모습에 측은한 마음이 울컥 일었다. "트레시아가 이런 일로 고민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 언제나 밝은 표정을 짓고 있기에.... 즐거워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란테르트는 미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고, 트레시아는 란테르트를 바라보던 시선을 아래로 떨구어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런 트레시아의 모습에 란테르트는 손을 등으로 가져가 천천히 토닥여 주었다. 순간, 트레시아가 고개를 들어 다시 란테르트를 바라보며 발뒤꿈치를 들어 올렸고, 그녀의 붉고 탐스러운 입술이 란테르트의 입술에 직격 했다. "움...." 란테르트는 순간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고,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 는 이 돌발사태에 놀라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반면 트레시아는 언제 슬픈 표정을 지었냐는 듯 약간은 사악하면서, 그리고 요염한 미소를 지은 채 란테르트의 뺨을 두 손으로 단단히 붙 잡고 진한 키스를 한 대 올려붙였다. 란테르트는 크게 놀라 고개를 흔들며 트레시아의 손아귀에서 벗어났 고, 이내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무슨...." 트레시아는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하는 란테르트를 향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 한 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끝을 본답니다. 어제의 실패를 교훈 삼아, 조금 머리를 썼죠. 오호호...." "역시...."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내 저었고, 트레시아는 천천히 그의 품에서 빠져 나오며 벙한 표정으로 서있는 두 아가씨를 향해 한쪽 눈을 살짝 감아 보였다. 멍하니 있던 두 아가씨는 트레시아가 윙크를 한차례 하자 흡사 잠시 석화주문에 걸려있다 풀려난 듯 한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뭐하는 거에욧!!!!" 모라이티나는 어떤 의미에서 내뱉은 건지도 불분명한 이 한마디를 외 쳤고, 에라브레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피해버렸다. 란테르트는 돌연 싸늘해진 방안의 공기에 어찌할 바를 몰랐고, 트레 시아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란테르트를 향해 요기 어린 미소를 지었 다. "앞으로도, 기대하세요!!.... 호호." 이 트레시아의 말에 더더욱 당황하는 란테르트였다. 그는 이마에 손 을 짚으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휴.... 어찌 될련지...." 한 남자와 세 여자가 지금 걷고 있는 곳은, 위다의 수도 카타성에서 서남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일행은 딱히 갈 곳이 없었던 터라, 다시 에티콘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낮. 6월 첫날이다. 절기 상으로는 보통 6, 7, 8월을 여름이라고 부르니, 그쯤 되는 듯 했다. 아침나절에 있었던 란테르트-트레시아 구순 충돌 사건으로, 란테르트 는 쩔쩔매며 모라이티나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고, 왠지 차가운 표정을 짓는 에라브레에게도 이런 저런 변명을 해야 했다. 속으로는, 별것도 아닌 일로 내가 왜 이래야 하지....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밖으로는 쉴 새없이 이런 저런 변명과 함께 사과를 해 대던 란테르트는 지금 꽤나 지쳐 있었다. 게다가, 왕궁을 빠져 나오기 직전 자신을 찾아온 로렌시아 공주의 한 마디, "약속, 잊지 말아주세요...." 때문에, 세 여자의 집중 추궁까지 받아야 했었다. 그뿐이 아니다. 카타 성을 빠져 나오며 내내, 화려한 세 아가씨를 끼 고 가는 덕에 마을 사람들의 시기심과 부러움 어린 눈총을 받아 내야 만 했고, 종내 에는 길 가던 두 건달이 시비를 거는 터에 싸움까지 한 차례 치루었다. "휴...." 뒤로 멀찌감치 보이는 카타 성을 향해 한숨을 내쉬며 란테르트는 고 개를 가로로 한차례 내 저었다. 세 아가씨들은 언제 그렇게 친해졌는지, 란테르트 자신 보다 한 걸음 앞서 걸으며 있는 대로 수다를 떨고 있었고, 종종 자신을 쳐다보며, "맞지요?" "아니지요?" 해대는 터에 그는 반쯤 억지의 미소를 지으며 어어, 하는 대답을 연 발하고 있었다. 란테르트의 수난시대가 아닐 수 없다. 대화는 보통, 모라이티나와 트레시아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별 시시껍절한 일로 트레시아는 모라이티나를 놀렸고, 모라이티나는 그에 반발해 트레시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도, "저기 멀리 카타성 뒤로 보이는 산은 뭐죠?" 라는 모라이티나의 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음에, "꼬마 엘프는 도대체 아는 게 뭐냐?" 라고 트레시아가 맞받아 치는 바람에 말싸움이 일어났다. 그 덕에 에라브레의 얼굴에 미소가 자주 피어난다, 라는 좋은 점이 하나 있기는 했지만, 지나가는 행인들마다 그 두 아가씨의 말싸움에 한심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터에 란테르트는 점점 얼굴이 닳아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미소지었다. 즐겁지 않은가? 에라브레가 웃고 있 으니.... 그리고 불과 한달, 아니 보름 전만 해도 어둡기 짝이 없었던 일행의 표정이 이처럼 밝으니.... "행복해 보인다고?...." 란테르트는 막 모라이티나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가린채 환히 웃고있는 에라브레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전 날 무도회에서 에라브레가 물은 말이었다. "글세.... 행복이라...."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떨궈 사피엘라가 준 검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검의 자루 끝부분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넌 어때? 피엘?...." 란테르트가 중얼거리는 이 한마디는, 때마침 불어온 테에이산의 시원 한 바람에 감겨 그녀가 있을지도 모르는 푸르른 하늘위로 흩어져 버렸 다. ----------------------------------------------------------------- 당분간은 꽤 밝답니다~~~~^^;; 푼수 티나랑, 준푼수 아르트레스가 있으니....--;;^^;; 흐음.... 졸려~~~ 바보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566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5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7 01:44 읽음:161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카타 성을 벗어난지 이틀동안 걸어, 일행은 시콧 이라는 도시에 도착 했다. 에티콘 마을과 수도 사이에 있는 꽤 커다란 도시로, 수도 카타 와 대륙 서남쪽의 항구 크산트를 잇는 도로상에 있었다. 마침, 이날은 이 도시에서 야시장이 열리는 날로, 해가 이미 져 하늘 에 별이 총총한데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길가의 노점상들은 목소리가 터져라 자신들의 물건을 광고하고 있었다. 도착한 때가 꽤 늦은 시간이기에 일행은 서둘러 여관을 잡았다. 세명 이 묶을 수 있는 조금 큰 방 하나와 란테르트가 묶을 작은 방 하나를 얻은 일행은 저녁을 먹기 위해 여관 1층의 주점으로 향했다. 규모 있는 여관이었기에, 1층의 주점 역시 꽤 넓었다. 스무개 남짓의 테이블과 그 네배쯤 되는 수의 의자가 어지럽게 배열되어 있는 주점은 절반 남짓 사람들로 들어차 있었다. 끼니때와 술을 먹을 때 사이의 약 간은 어정쩡한 시간임에도 이 정도의 사람이 들어차는 것을 보니, 상 당히 인기 있는 곳인 듯 했다. 밖이 잘 보이는 창가 측에 자리를 잡고 앉은 네 사람에게 2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짧은 금발의 아가씨가 주문서를 들고 찾아왔다. "뭘 드시겠어요?" 그 아가씨의 물음에 네 사람의 시선은 일제히 메뉴 판으로 향했고, 각각 입맛에 맞을 듯한 음식을 하나씩 주문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리고, 오늘은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니, 한 번 구경해 보세요. 재미있는 물건들도, 또 오락거리도 많답니다." 야시장 선전까지 함께 한 금발의 아가씨는 매뉴판을 겨드랑이에 꽂은 채 경쾌한 발걸음으로 바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야시장이 뭐죠?" 모라이티나는 아직은 경험이 많지 않기에, 지적 호기심이 풍부한 여 자였다. 뭐, 줄여서 다시 말하면, 무식해서 궁금한 게 많았다. 트레시아는 이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또다시 톡 쏘았다. "바보, 그렇게 무식해서 어디다 써먹지? 걱정이구나.... 엘프들의 앞 날이...." 모라이티나는 트레시아의 말에 발끈해 외쳤다. "모를 수도 있잖아요. 그럼 트레시아는 모든걸 다 알아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트레시아는 한차례 웃으며 대꾸했다. "오호호.... 적어도 네가 물어볼 수 있는 것은 다 대답할 수 있다." 트레시아의 대답에 모라이티나는, "그래요?" 라고 중얼거리며 머릿속으로 어려운 문제를 생각해 내려했다. 하지 만, 일단 스스로가 아는 것이 적은데다가, 거의 대부분은 트레시아가 간단히 답할 것 같아 적당한 문제를 찾을 수 가 없었다. "웅.... 우리 엘프가 테미시아 님의 날에 지내는 제사의 이름이 무언 줄 알아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트레시아는 한번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입을 열 었다. "피앙라그나." 트레시아가 맞췄는지, 모라이티나의 안색이 약간 일그러졌으나, 그녀 는 계속해 질문을 생각해 냈다. "웅.... 그러면, 엘프들의 이 세계 강림일의 이름과 날짜 알아요?" "엘필. 열 세 번째 달 3일." 뒤로도 모라이티나는 엘프들의 일에 관한 이런 저런 질문과 함께, 자 신이 평소 궁금해했던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댔으나, 트레시아의 대답 은 거침이 없었다. "오호호호, 더 이상 물을게 남아있나?" 모라이티나가 한참동안 검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비비작 거리며 입을 다물고 있자, 트레시아는 웃으며 이렇게 물었고, 모라이티나는 답답하 다는 표정으로 트레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러던중, 마침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모라이티나와 트레시아는 질 문 주고받기를 은근 슬쩍 끝내며 저녁을 먹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술은 드시지 않으실 건가요?" 방금 전의 금발의 주점 웨이트리스는 주문한 음식을 내려놓으며 이렇 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일행을 바라보았다. 에라브레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로 저었고, 트레시아는 웨이트리스에 게 이렇게 물었다. "이 주점에는 어떤 술이 유명하지?" "일곱 대륙 남부의 렌 열매로 빚은 렌 주가, 아가씨 같은 아름다운 여성분들 사이에서는 꽤 인기가 좋아요." 웨이트리스의 대답에 트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렌 주 세잔을 주문하며 란테르트에게 물었다. "란테르트 님은 무얼 드시겠어요?" 그녀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간단히 흑맥주를 한잔 시켰다. 흑맥주는 싸구려 술이었으나, 그 자신이 그리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다, 어렸 을 때 부두에서 일할 때 종종 흑맥주를 먹던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에 그 술을 시켰다. 금발의 웨이트레스는, 잠시 가다리라는 말과 함께 다시 바 쪽으로 향 했고, 그녀의 말대로 잠시 후 네잔의 술과 함께 일행에게 돌아왔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그리고, 더 시키실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절 불러주세요." 친절이 몸에 밴 듯, 금발의 웨이트레스는 이렇게 일행에게 인사한 후, 다른 곳으로 주문을 받으러 갔고, 트레시아는 그녀가 내려놓은 넉 잔의 술을 각자의 자리에 놓았다. 막, 트레시아가 에라브레에게 붉은 색의 투명한 렌 주를 내려놓는 순 간,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전, 술 못 마십니다." 에라브레의 말에 트레시아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과일주는 술이 아니라 음료야." "하지만...." 에라브레는 트레시아의 말에 머뭇거렸고, 트레시아는 끊임없이 에라 브레에게 술을 마실 것을 종용했다. "알았어요...." 트레시아의 끈질긴 설득에 에라브레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고, 트레시 아는 흐뭇이 고개를 까딱였다. 반면 모라이티나는 지금까지 한차례도 먹어보지 않은 이 붉은빛 나는 음료에 부쩍 호기심이 들어, 붉은 액체가 반쯤 담겨있는 투명한 유리 잔에 입을 가져갔다. "음.... 맛이 이상해요. 약간 시큼하기도 하고.... 달기도 하고.... 거기다 화한 이 느낌은 뭐죠?" 한 모금, 음료수 마시듯 꿀꺽 삼킨 모라이티나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게 바로 술이라는 거야. 음.... 이상하다, 엘프들도 술은 마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트레시아는 모라이티나의 반응에 이렇게 대꾸했고, 모라이티나는 고 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몰라요.... 암튼, 우리 집에는 없었어요."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대꾸하며 다시 한 모금을 삼켰다. 어느덧 일행이 시킨 술과 음식들은 모두 바닥을 드러냈다. 에라브레는 한잔의 술에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고, 모라이티나 역 시 비슷한 상황이었으나, 트레시아는 도무지 양에 않찬다는 듯 한잔을 더 시키려 했다. 란테르트는 삼자적 입장으로 그런 세 아가씨의 모습 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더 마시겠어?" 트레시아는 먼저 에라브레에게 물었고, 에라브레는 고개를 천천히 가 로 저었다. "싫어요.... 벌써 어지러운 것 같아요...." 사실 이 렌 주는 농도가 매우 옅은 술로, 여자들이 즐겨 마시는 술이 었다. 하지만, 에라브레는 술이 잘 안 받는 체질인 듯 겨우 한잔에 얼 굴이 빨개져 있었다. 트레시아는 조금 아쉬운 듯, "그래?..." 라고 중얼거리며 모라이티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꼬마는 어떻게 할 꺼야?" "난 마실 레요!!!" 모라이티나는 렌 주가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마시면 어떻게 된다, 라는 것은 전혀 몰랐기에, 마신 후의 느낌이 꽤 좋아 계속 마시 겠다고 한 것이다. 트레시아는 곧바로 란테르트에게도 물었고, 란테르트는 오래간 만에 흥이 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렌 주 세잔과 흑맥주 하나 더요." 트레시아는 곧바로 근처를 지나는 웨이트레스를 향해 이렇게 말했고, 오래지 않아 넉잔의 술이 나왔다. 그리고, 그 네잔의 술은 네 사람의 앞에 하나씩 놓였다. 에라브레는 또 다시 자신의 앞에 술잔이 놓이자 거절하려 했으나, 트 레시아가 한참동안 설교를 할 것 같아 그냥 받았다. 모라이티나는 술이 놓이자 마자 한 모금을 들이켰다. "역시 맛있어요.... 으게.... 그런데.... 기분이 왜 이런 거지?.... 우.... 모르겠다...." 한잔, 한 모금만에 모라이티나는 취했고, 트레시아는 주저리 거리는 모라이티나를 보며, "꼬마는 어쩔 수 없다니까...." 라고 중얼거리며 술은 천천히 들이켰다. 에라브레는 의외로 잘 버텨내고 있었다. 두잔을 거의 다 마실 때까지 거의 동요 없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말수는 급격히 줄었다. 이윽고 일행은 두잔째까지 남김없이 마셨고, 란테르트는 한잔 더 마 시려 하는 모라이티나와 트레시아를 말리며 몸을 일으켰다. 모라이티나는 아쉽다는 듯, 술잔 거구로 뒤집어 바닥에 있던 한 방울 까지 털어 마시고는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그럼, 우리 이제 야시장에 가요!!!" 술이 한잔 들어가서인지, 모라이티나의 목소리는 필요 이상으로 컸 고, 주점 안의 모든 사람들이 일행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란테르트는 난처해하며 사람들을 향해 죄송하다는 말을 했고, 모라이 티나는 비틀거리며 잘 떨어지지도 않는 걸음을 옮겨 란테르트의 팔을 붙잡으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 "빨리 가요~~~~ 란테르~~~트!!" 그런 그들의 모습에, 일부 사람들은, 허, 귀엽구먼.... 하는 반응을 내보였고, 일부는, 어린애에게 술을 먹이다니, 몹쓸 인간 아니야!!!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란테르트는 쓴웃음 을 지었다. 모라이티나를 따라 밖으로 나온 일행은, 아직은 선선한 밤바람을 맞 으며 천천히 거리를 거닐었다. 시장은, 당연하겠지만, 도시 중앙의 도로변에 늘어서 있었다. 짐승의 기름으로 불을 밝히는 가로등은 평소 두 개 걸러 하나씩 불이 들어와 있던 것에 반해, 하나 하나마다 한옹큼만한 불꽃을 피워내 거리를 환 히 밝히고 있었고, 거리에 서 있는 노점 하나 하나마다 밝힌 등불 덕 에 바닥에 떨어진 동전하나 놓치지 않을 정도로 길가는 환했다. 야시장은, 우선 사람들이 각자의 일이 끝난 이후에 열린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이 있었다. 게다가 판매 금지 품목에 대한 단속도 거의 이 루어지지 않아 낮에 열리는 정기시들보다 손님이 몇 배는 되었다. 일행이 지나며 주위를 살펴보니, 간단히는 옷가지에서, 병기, 음식, 일반 생활용품, 여행자용품 등등 없는 물건이 거의 없는 듯 보였다. 모라이티나는 야시장의 활발한 분위기와 수많은 물건들에 매료되어 란테르트의 손을 이끌고 분주히도 움직였다. 하지만, 술기운이 점점 도는지, 걸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서가 없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와 모라이티나보다 두어 걸음쯤 뒤쳐져 걸으며 입을 꼭 다문 채 둘의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웃지도, 그렇다고 다른 표정을 짓지도 않은 채, 그녀는 멍하니 걷고만 있었다. 술은, 에 라브레에게 침묵하는 법을 확실히 가르쳐 주었다. 트레시아는 그런 에라브레의 곁을 걸으며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었 다. 조금 앞서 걷는 모라이티나를 바라보기도, 푸른 장발을 한차례 묶 은 란테르트를 바라보기도, 그리고 자신의 곁에서 묵묵히 걷고있는 에 라브레를 바라보기도 하며, 그녀는 한가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불쌍한 란테르트는, 이 세 아가씨들 사이에 치여 울도 웃도 못한 채 야시장 바닥을 끌려 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쉴 새 없이 이것저것을 사달라고 칭얼거리는 모라이티나 덕에, 이날 하루에 쓴 돈만 해도, 거 의 100하르에 이르렀다. 뭐 란테르트의 수중에 있는 900만 하르에 비 하다면 돈이라고 할 수도 없었지만.... 그러나, 그 적지 않은 돈을 사 용하고 수중에 있는 것이라고는, 가짜 보석이 박힌 나비모양 브로치 하나와, 태엽의 힘으로 인사만 하는 목각인형, 그리고 모라이티나의 손에 들려있는 무언가 모를 음식이 박혀있던 나무 막대 두 개 뿐이었 다.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야시장에 북적이던 인파들도 어느덧 하나, 둘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즐거운 저녁 한때를 보낸 일행도 천천히 여 관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모라이티나는 어느 샌가 란테르트의 등에 업혀 잠이 들어 있었고, 에 라브레는 여전 굳은 얼굴로 멍하니 걷고 있었다. 아까와 다른 것은, 란테르트 바로 곁에서 걷게 되었다는 점뿐이었다. 그리고, 란테르트의 반대편에는 트레시아가 팔짱을 낀 채로, 굽높은 구두를 또각거리며 걷 고 있었는데, 그나마 그녀의 상태가 일행 중에는 가장 좋은 편이었다. "이 아이들은, 술을 먹이면 안되겠어요...." 막 여관 입구에 도착해서 트레시아가 내뱉은 이 말은, 란테르트의 마 음 그대로였다. 란테르트는 세 여자들이 묶을 방의 침대에 모라이티나를 내려놓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시끄럽던 하루가 조용히 끝나려 하고 있었다. 단, 트레시아의 약간은 사악한 미소를 제외하고.... ------------------------------------------------------------------ 호외!!! 날림 글장이 에이그라!! 개날림으로 글쓰다 치명타 얻어먹다!!!!--;; (그런 멍청한 실수를 하다니....^^;; 죽어라!!! 퍼어어억!!!) 여기서 잠시 개날림 에이그라의 인터뷰!!(질문 생략!!) 할말 없습니다. 제 잘못이니... 치면 맞아야죠...--;;; 돌을 던지세요... 단.... 중량은 30그램 이하 짜리로...--;;; (여기서 주: 중량이란 상대적인 개념이다. 고로 180그램 짜리의 돌을 달에가서 재면 30그램이 나온다!! 에이그라는 여기서 질량과 중량을 헷갈리는 오류를 범했고, 그 덕에 날아오는 돌의 크기는....--;;) 피투성이가 된 에이그라.... 병원에 실려가다!!! 음... 바보는 죽어야죠... ^^;; 암튼, 다시 정정하는데요.... 에라브레는 남작가였습니다. 그리고... 제 글안의 모든 남작과 자작은 바꿔 사용됐습니다.^^;; (앞으로는 똑바로 쓸게요.^^;;) 현재 114화랑 101화에 작위 얘기가 나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101화도 고쳤어요...^^;; 암튼, 지적은 정말 정말 감사!!! 전... 날림입니다.(설정이 거의 없다네~~~~ 모조리 만든다~~~네!!) 음... 부끄러워하고 있는 바보 글장이 에이그라...^^;; 추신....병신 글장이 에이그라따위는 그러니까 믿지 말랬쟎수!!! 바보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56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6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7 01:44 읽음:161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다음날.... 이날의 아침은 란테르트에게 지옥으로 기억되었다. 아니, 천국인 가?.... 여전히, 태양은 떠올랐다. 동편을 부옇게 밝히며, 찬란하다면 찬란 할, 그 황금빛 광선을 사위에 퍼트렸고, 이윽고, 사위를 뒤덮던 어둠 은 물체의 등뒤로 숨어 그림자라는 이름으로 길게 뻗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란테르트는 언제나처럼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다른 감촉이 몸에 느껴졌다. 어느덧, 6월. 란테르트는 언제나 처럼 약간은 거친 용병용 바지만을 걸친 채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옆구리 쪽에 자신과는 다른 사람의 감촉이 느껴졌다. 란테르트는 놀라 눈을 번쩍 떠 자신의 오른편으로 시선을 옮겼고.... "헉.... 어째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소리쳤다. 한편, 머리가 몹시 아파 일찍 잠에서 깬 에라브레와, 에라브레가 몸 을 일으키는 소리에 덩달아 일어난 모라이티나는 방안에 트레시아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어딜 갔을까?.... 윽.... 그보다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픈 거지?...."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머리를 감싸쥐었고, 에라브레 역시 머리 를 흔들어댔다. "혹시 두통약 같은 것 있어?"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머리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그런 건 거의 그가 가지고 있잖아...." 에라브레의 대답에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몸을 일으 켰고, 에라브레도 따라 침대에서 벗어났다. "이래서 술은 먹지 않으려 했는데...." 에라브레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간단히 머리를 매만 지며 이렇게 중얼거렸고, 모라이티나 역시 에라브레 곁에서 머리를 만 지며 물었다. "왜? 술을 먹으면 이런 거야?"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두 아가씨들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방을 나섰다. 그리고는 바로 곁에 붙어있는 란테르트의 방으로 향했다. 그때쯤.... 란테르트는 자신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는 한 붉은 머리 칼의 여성을 발견하고는, 몸이 굳어 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 스레 그녀와 함께 덮고 있던 이불을 들쳐 보았고, 이내 사색이 되며 다시 이불을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은 트레시아의 맨몸 은, 약간 불그스레한 빛깔의 피부가 티하나 없이 깨끗했다. 간단히, 다시 이 상황을 설명한다면, 란테르트는 웃옷을 벗은 채로 잘 자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전라의 트레시아가 그의 옆에서 자 고 있던 것이었다. 물론, 마족은 잠을 잘 필요가 없었으나, 원한다면 자는 것도 가능했 다. 외부와의 유대를 끊은 채 잠시동안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란테르트는 한참동안 멍 해 있었다. 이보다 황당한 경우는, 지금까지 자신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시체와 함께 뒹굴고 있었을 때 한 번 뿐이 었던 듯 싶었다. 한참이나 얼이 빠진 채 누워 트레시아의 붉은 머리칼 을 보고 있던 란테르트는 퍼뜩 정신이 들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최 악의 경우 옆방에 있는 두 꼬마 아가씨들에게 이 꼴을 보일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가 조금 몸을 움직이자 트레시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으음.... 일어 났나요? 란테르트 님...." 트레시아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의 상체에 안기듯 기대왔고, 란테 르트는 아찔한 트레시아의 감촉을 느끼며 순간 돌이 되었다. "뭐, 뭐하시는 겁니까?" 란테르트는 목소리까지 떨리며 이렇게 물었고, 트레시아는 란테르트 를 요염히 올려다 보며 칭얼거리듯 말했다. "평어를 쓰기로 했잖아요." "그게 문제가 아닌잖아요아.... 그보다 어째서 이곳에서 자고 있는 거야?" 란테르트의 물음에 트레시아는 몸을 일으켜 앉으며 우웅, 하는 소리 와 함께 기지개를 폈고, 란테르트는 부끄럼 하나 없이 자신 앞에서 반 라의 몸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트레시아의 모습에 순간 눈 밑이 붉 게 물들며 시선을 창밖으로 향하였다. 트레시아는 란테르트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한차례 미소를 지으며 란테르트의 물음에 답했다. "새벽이 아직은 싸늘해서요. 란테르트 님이 병에 걸리시기라도 하면, 전 아르카이제 님에게 혼난답니다." 트레시아는 전날 밤에 생각해 두었던 핑계꺼리를 태연스럽게 란테르 트에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그런 트레시아의 말이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게.... 6월이야.... 1월에 망토 하나만으로 노숙을 하고도 감기한 번 걸리지 않는 나인데.... 6월의 새벽공기에 병 같은 게 걸릴 리 없 잖아. 차라리 더우면 더웠지...." 란테르트는 말을 하며 얇은 이불을 들어 트레시아의 어깨를 덮어주었 고,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어쩐지, 밤에 몸이 '후끈' 하더군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전 마족이라서, 체온 같은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원한다면, '시원' 하게 해 드릴께요." "그런 뜻이 아니잖아. 아무튼...."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얼토당토않은 핑계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 렇게 말했다. 하지만, 말을 다 끝마치지는 못했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가 묶고 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곧바로 모라이티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라, 열려있네.... 란테르트 빨리 두통약 좀 줘요. 마법으로도...." "...." 그리고 들어오던 두 아가씨는.... 발그레한 어깨가 반쯤 드러난 트레 시아와 웃통을 벗고 있는 란테르트가 한 침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 에.... 얼음이 되었다. 정막. 밤과는 또 다른 의미의 고요가 이들 사이를 감쌌다. 란테르트는 미소짓고 있는 트레시아를 한차례 바라보았다. 그리고 시 선을 돌려 멍하니 서있는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그리 고는 한차례 한숨을 내 쉬었다. "그게...." 란테르트는, 스스로도 소용없다, 라고 생각되어지는 변명을 하려 막 입을 열었으나, 곧 두 아가씨의 외치는 소리에 막혀 버렸다. "실망했습니다." 이건 에라브레의 싸늘한, 하지만 힘없는 목소리였고, "부, 부, 불결해욧!!!!!" 이건 모라이티나가 외치는 소리였다.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그 모습에, 트레시아는 굳어있는 란테르트를 향해 한차례 싱긋 웃으 며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사르륵, 그녀의 어깨를 덮고 있던 이불이 흘러 내렸고, 란테르트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 때, 트레시아의 몸 주변 몇몇 지점에서 붉은 빛이 번뜩였고, 그 빛은 휘감듯 그녀의 몸을 안았다. 한차례 붉은 빛이 어린 후, 그녀는 꼭 달 라붙는 검정색 바지와 헐렁한,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긴 붉은 웃 옷을 걸친 모습이 되었다. 그런 트레시아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있던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 곁을 지나며, 트레시아는 모라이티나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으며 두 아가씨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잘 잤어? 꼬마. 그리고 공주님." 이 한마디와 함께 트레시아는 에라브레 등이 묶고 있던 자신의 방으 로 돌아갔고, 란테르트가 묶고 있던 방에는 란테르트와 에라브레, 모 라이티나가 멍하니 있었다. "저, 저기.... 오해는...."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변명 아닌 변명을 위해 입을 열었으나.... 두 아가씨는 냉랭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아갔다. 쾅 소리와 함께 닫히는 문을 보며,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는, 픽 하는 실소를 터트리며 머리 뒤로 깍지를 끼 어 다시 침대에 누워 버렸다. "골치 아픈 아가씨들이야...."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 다. 곁의 탁자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약간은 더러운 면옷을 집어 걸 친 채 란테르트는 긴 머리를 뒤로 당겨 수수한 검정색 끈으로 묶었다. 앞머리는 상당히 많이 남겨 두워 자연스럽게 양쪽으로 갈라져 턱 언저 리까지 흘러 내려 있었다. 그는 방밖으로 걸음을 옮겨 세 여자가 있을 방으로 향했다. 살짝 문 을 두드렸고, 트레시아의 들어오라는 말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 다. 란테르트가 방안으로 들어서자,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외면을 해 버렸고, 트레시아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란테르트는, 그런 그들의 모습에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입을 굳게 다문 채, 약간은 건조한 얼굴로 방문을 닫으며 문에 몸을 기댔다.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란테르트가 내뱉은 첫마디는, 차갑고, 또 건조했다. 그런 그의 목소 리에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안색을 바꾸며 그를 바라보았다. "트레시아양. 그런 지나친 행동, 곤란합니다."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의 말에 얼굴의 미소를 서서히 지우며 대꾸했다. "무슨...."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라브에와 모라이티나, 쓸데없는 오 해로 더 이상 날 난처하게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어." 란테르트의 이 말에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는 입을 꼭 다문 채 아무 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아침을 먹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란테르트는 이 말을 마친 후 곧바로 셋이 묶고 있는 방을 빠져나왔 고, 세 여자는 란테르트가 나간 후 한참동안 서로 얼굴을 마주본 채 입을 열지 못했다. 역시 란테르트라는 인간이 진지해 지면, 그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열 수 있는 존재는 그리 많지 않은 듯 했다. 하지만....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란테르트는 방문을 닫은 후, 쿡 하며 한차례 웃었다. "이거, 이거.... 나도 꽤 사악한걸...."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실, 란테르트는 방금 전의 행동을 할만큼 화가 나 있지는 않았다. 에라브레도, 모라이티나도, 거기다 트레시아도, 모두들 란테르트가 보 기엔 동생 같은 아이들이었다. 트레시아의 이러한 행동들은 그를 자극 하기는 커녕, 그의 웃음을 자아내게 할뿐이었다. 귀엽다, 라는게 그가 가지고 있는 트레시아의 이미지였다. 하지만, 계속해 트레시아가 바디 어택킹을 해온다면 그로써는 심히 곤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별 일(?)이야 없겠지만, 순진한 아가씨들 둘은 별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꽤나 충격을 먹을 테니 말이다. 처음 그는 좋게 이야기를 해 볼 까도 생각했으나, 그런 말을 들어먹 을 트레시아가 아니기에 이런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었다. 그리고, 결 과는 성공 인 듯 싶었다. 얼굴이 굳어버린 세 아가씨를 떠올리며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쿡, 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 에이그라가 변태인 이유!!!!(이거 에이그라 프로필입니다...^^;;) 1) 사회의 악 로리콘이다!!! 음.... 전... 단지.... 귀여운 여자가 좋을 뿐이지만....(그게 로리야!!!) 모두들 롤리라고 하더군요.... 흐음....(흐음이 아니다 퍼어어억!!!--;;) 하지만... 전 롤리는 아니에요!!!(거짓말!! 퍼어어어억!!!--;;) 2) 취향이 변태같다!!!! 중년을 멋있다고 하질 않나.... 좋아하는 남자 캐러는 거의 30대...^^ 예) 사에바 료(시티헌터) 고오토(패트레이버 극장판(TV는 못봤음!!)) 훗훗... 3부에는 38살의 란테르트... ^^;; 2부만 해도 28살(이정도면 노인..^^) 좋아하는 노래도 상당히 이상한게 많다.... 예) 요즘 가장 즐겨듣는 노래!!! 브랜파워드 엔딩'사랑의 윤곽!!!'(좋더구만...) 게다가 사쿠라대전 OVA오프닝인 '쳐라!! 제국화격단'도 좋아한다..(트로트풍..) 3) 만날 지껄이는 소리가 "난 평범한건 싫어!!! 대중에 속하는건 바보다!!"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왕따!!! 본인은 아웃사이더라고 우기지만... 그러면서 초룡, 가즈는 잘본다. <--이건 분명 유명하고 모두들 본다!! "후훗, 하지만, 판타지 전체가 비주류 문학이다!!!" 라고 우기는 궤변까지...^^;; 4) 연재한지 2달이 훨씬 넘었는데, 아직도 본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설마 신충이 본명인 것으로 아는 사람은 없겠죠? 그렇게 아니라고 광고를 했는데.... 전 이 아이디 주인의 친구 입니다!! ^^;;) 이유는 없다. 그냥....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이 글 보면 귀찮아져서...^^;; 아는사람이 이 글을 봤을때의 반응 : "미친X...." (물론, 정상적인 사람 말이다. ) ***정상 : 정신상태가 바른사람. 사람 부숴죽이는 짓은 않하는 사람!! 칼에 두번이나 찔리고도 오냐오냐 않하는 사람!!!! 음.... 글장이와 글은 상관 없다는 판단하에 적나라하게 밝혀 버리는 변태 글장이 에이그라의 프로필!!! 흐음... 바보수룡 아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67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7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8 00:03 읽음:160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시콧시를 벗어나 저녁 무렵이 될 때까지, 란테르트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고, 다른 세 아가씨들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한 채 묵묵히 걷고 있었다. 해가 서편으로 뉘엿뉘엿 질 때까지, 일행은 이렇다할 마을을 만나지 못했고, 결국 노숙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노숙을 한지도 꽤 여 러날 되는 듯 싶었다. 땔감을 준비하고, 건식 등의 저장식품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잘 자리 를 정리하는 등 잠시동안 일행은 분주히 움직였다. 요리는 에라브레의 몫이였다. 오랜 독신(?) 노숙생활로 요리솜씨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땔감 준비는 란테르트 몫이였다. 아무래 도 늦은 시간에 수풀을 헤집고 다니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기에 남자 인 그가 맡은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은 잠자리를 정리했는 데.... 말이 좋아서 잠자리의 정리이지, 그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요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그들의 몫이었다. 한마디로 빈둥거 리고 있는 것이다. 그럭저럭 끼니를 때운 일행은, 잠시동안 모닥불을 바라보다가 잠자리 에 들었다. 란테르트 덕에 냉각된 분위기로, 오래간만에 조용한 저녁 시간이었다. 몹시 늦은 시간까지, 란테르트는 자리에 앉아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 었다. 다른 여자들은 모두 잠이 든 듯 새근거리는 고른 숨소리만이 정 막을 가르고 있었다. 탁탁거리는 소리를 내며 타고 있는 모닥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그가 돌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물건답지 않게 깨끗한 천 을 품에서 꺼내들어 검을 정성스레 닦기 시작했다. 그는 종종 한가할 때마다 검을 닦았다. 요 근래에는 이카르트라는 말 벗이 있었기에, 이 검을 닦는 행동을 그리 자주 하지는 못했으나, 조 용한 밤 모두가 잠든 사이에 불현듯 검을 닦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 언 제나 검을 닦던 천을 꺼내들었다. 하르제 검은 빛깔이 약간 뿌옇다. 철제 검과 같은 맑은 은빛이 아니 다. 그렇기에 보통의 검사들에게는 그리 인기가 없다. 철의 제련 기술 도 상당해 진 지금, 굳이 빛깔이 좋지 않은 하르제 검을 사용할 이유 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 철검은 하르 검을 따라올 수 없었 다. 철뿐만이 아닌, 몇몇 특수한 금속을 제하면, 이 하르라는 금속은 가장 단단했다. 아니, 경도만이 아닌 다른 면까지 생각한다면, 이 하 르야말로 금속중의 왕이었다. 란테르트는 이 하르의 색을 좋아했다. 탁했으나, 바라보고 있으면 끌 리는 어떤 느낌이 있었다. 닦으면 닦을수록.... 검은 모닥불의 붉은빛 을 주홍빛으로 반사시키고 있었다. "그녀가 사준 검이군요...." 돌연 들려온 목소리에 란테르트는 검을 닦던 손을 멈추었다. "아직 안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란테르트의 말에 트레시아는 한차례 미소지으며 대꾸했다. "경어는 그만두기로 했던 것 같은데요." 란테르트는 이렇게 대꾸하는 트레시아에게 고의로 차가운 얼굴을 내 보였다. 하지만, 아침과는 달리 그녀는 살짝 짓고 있는 미소를 풀지 않았다. "전 아주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과 만나 왔습니다. 그래서.... 상대의 마음을 대충은 읽을 수 있게 되었지요." 트레시아의 말에 란테르트는 굳어있던 표정을 풀며 훗, 하는 헛웃음 을 터트렸다. "역시.... 통하지 않았군.... 왠지 바보가 된 느낌인데...." 란테르트의 말에 트레시아는 더더욱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부담스러운가요? 여자라는 존재가? 그리고 저라는 존재가?" 트레시아의 이러한 물음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들어 잠시 그녀를 응시 하다가 이내 검으로 시선을 옮겼고, 트레시아 역시 검을 바라보았다. "그 검 때문인가요? 아니.... 정확히는 사피엘라라는 여자.... 때문 에?" 란테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모르겠군.... 하지만, 난 딱히 여자를 부담스러워 한다거나 하는 것 은 아니야.... 전에는 한때, 피엘에게 의리를 지키겠다.... 라는 생각 으로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너를 만나고, 모라이티나를 만나고.... 그리고 라브에를 만나면서....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 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마음에 그녀를 품고 있다면.... 그것 으로 그만인 거니까...."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의 말에, 호 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그렇군요.... 그보다.... 앞으로는 그런 행동은 자제하지요. 그래 도, 즐겁지 않았나요?" 트레시아의 장난 섞인 물음에 란테르트는 한차례 웃었다. "그럼. 이렇게 아름다운 아가씨가 알몸으로 곁에서 자고 있는데, 싫 어할 남자가 어디 있겠어? 뭐,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하 하...." 란테르트의 대답은 진지한 구석이 거의 없었다. 트레시아 역시 그 점 을 알 수 있었고, 괜스레 씁쓰레한 마음이 일었다. 그녀는 시선을 모닥불로 행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르카이제 님이.... 떠나시기 전에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란테 르트 님을 즐겁게 해 주라고.... 모든 것을 잊고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해 드리라고...." "이카르트.... 나란 인간도 그리 운이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군.... 그렇게 좋은 친구도 두고...."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말에 이렇게 대꾸했고, 트레시아는 천천히 고 개를 끄덕였다. "아르카이제 님은.... 정말 좋으신 분입니다.... 저희 셋 모두는.... 그분을 정말이지 존경하고 있습니다." 트레시아는 중얼거리듯 이렇게 말했고, 란테르트는 그녀의 말에 돌연 이카르트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이야기 해 주겠어? 그에 대해서.... 내가 본 이카르트가 아닌.... 네가 알고있는 아르카이제라는 존재에 대해."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의 요청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 다. "대신, 대가로 키스 한 번이에요!!" 트레시아의 말에 란테르트는 살짝 미소지으며 답했다. "이마에...."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트레시아는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그분.... 제가 태어나기 전의 그분에 대해서는.... 저 역시 그저 이 야기만을 들었습니다. 저보다 조금 약하지만, 아르카이제 님보다도 먼 저 태어난 마족이 한명 있는데,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전부랍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르카이제 님은, 처음에는 매우 광폭하셨답니 다. 차갑기가 나크젤리온님 이상이었기에, 한때는 흑염黑炎기사가 아 닌 현빙玄氷기사라고 불리웠었답니다. 아, 현빙은, 일랑쉐 님의 별명 입니다. 지금은 봉인 되셨지만.... 나크젤리온 님과 동급이셨지요.... 아무튼, 태어난 후 1000년동안, 그분이 벤 정령의 수가 1만에, 그중 정령왕 급이 다섯 명이나 된다니, 가히 놀라울 따름이지요.... 한때, 정령들의 군령 중, 흑염기사가 상대로 모습을 나타냈을 때는 퇴각, 이 라는 것이 있었을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합니다."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말에 어째서 이카르트를 보는 정령들마다 그 렇게 벌벌 떠는지를 알게 되었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가 미소짓지 않을 때는.... 그와 친구인 나조차도 두 려움을 느낄 정도니까...." 란테르트의 말에 트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던 중, 신들의 혼들 사이에서 가벼운 다툼이 일었습니다. 어째 서 인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 덕에 우리 셋이, 아 니 정확히는 넷이 태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레시아의 말에 란테르트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게다가 넷 이라는 말에는 놀랍다는 표정을 내보였다. "넷? 너와 아르르망과 아르페오네 외에 또 있던가?...." 트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르헬이라고, 한명 더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태어나자 마 자 정령들에게 납치되었고, 지금은 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 니다." 란테르트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납치?.... 그게 가능한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깨어나기 이전의 일 이여서.... 아무튼, 그분은 아르헬이 납치 당한 직후, 전 차원을, 물론 신계와 초차원계를 제한 전 차원을 돌아다니며 그 아이를 찾았지만, 결국 실패 하셨습니 다. 그리고, 그 이후.... 그분의 성격이 지금과 비슷하게 변하셨다고 합니다."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에게 들은 생각 외의 이야기에 호오, 하는 탄성 을 한차례 내지른 후 가만히 모닥불을 응시했다. "아르헬이라.... " "아!...." 그때, 돌연 트레시아가 나직한 신음 성을 내뱉었다. 그녀의 붉은 눈 동자는 지금과는 달리 완전히 풀려 버렸고, 몸은 미동조차 않고 있었 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적지 않게 당황하며 잠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내, 트레시아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돌아온 트 레시아의 모습은 이전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마계에 다녀오느라.... 아르카이제 님이 부르 셔서...." 란테르트는 신경쓸 것 없다는 듯 한차례 미소지으며 물었다. "마계에는 왜지? 아, 그보다, 이카르트는 잘 있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트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약간 안색이 초췌하신 것을 제하고는.... 아르카이제 님이 전언 을 내리셨습니다." "전언? 나에게?" "예.... 그분께서 두 가지를 말씀 하셨습니다. 하나는, 클라렌스라는 분이 얼마전 한 마을에 정착을 하셨다는군요...." 트레시아의 말에 란테르트는 희색을 띄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클라라 누님이.... 그것 참 잘되었군.... 어디지? 먼 곳인 가?" 란테르트의 기꺼워하는 모습에 트레시아는 살짝 웃으며 답했다. "아주 멀지는 않습니다. 위다 남쪽에 그라난이라는 마을에.... 그곳 에 정착 하셨습니다." "아, 그라난.... 그곳이라면 여기서 열흘 정도 걸리는 거리이군.... 아차, 그리고 두 번째는?" 란테르트는 기쁜 소식에 들떠 트레시아의 말을 끊은 채 몇마다 하다 가 이내 이렇게 말하며 그녀를 바라보았고, 트레시아는 고개를 끄덕이 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라난 시의 누님을 만난 후, 테에이산 정상 으로 찾아와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트레시아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갸웃 했다. "테에이산 정상? 어째서...." "아, 그분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곳입니다." "그건 알고 있지만.... 어째서 그곳으로 찾아와 달라는 것이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트레시아는 나름대로의 추측을 내 놓았다. "아마도.... 란테르트 님께 그곳의 풍경을 보여 주시고 싶으신 모양 이입니다. 시간이 없어 직접 안내는 못해드리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뭐 그라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음.... 그럼, 나는 그라난 시로 향해야 갰군....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하려나?...." 란테르트의 말에 트레시아가 곧바로 대꾸했다. "전, 란테르트 님을 따라갈 생각입니다. 그것이 지금 저의 임무이니 까요...." "임무뿐인가?"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말에 이렇게 반문했고, 트레시아는 고개를 천 천히 가로 저었다. 모닥불빛 때문인지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 "물론.... 제가 원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그런 트레시아의 모습에 란테르트는 살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 리고는, 약속대로 트레시아의 이마에 입을 한차례 맞추며 입을 열었 다. "후훗.... 이제 피곤하군.... 자야겠어. 내일 아침.... 오늘 아침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 란테르트의 말에 트레시아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모닥불에 어른거리 는 그녀의 요염한 미소는, 란테르트조차도 마음이 흔들릴 정도로 아름 다웠다. "글쎄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란테르트는 자신의 몸에 안겨 잠들어 있는 붉은 머리칼의 아가씨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약간 노출이 심하기는 했지만.... 옷을 걸치 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란테르트는 조심히 트레시아의 품을 벗어나 덮고 있던 이불로 그녀를 잘 덮어주며, 차가운 새벽공기에 기지개를 한차례 폈다. 그렇게 시작된 새벽은, 시간이 조금씩 흐름에 아침이 되었고, 일행은 하나 둘씩 잠의 땅에서 헤어나 현실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은 후, 란테르트는 일행을 향해 자신의 행방을 밝혔다. 물론, 전날 트레시아에게 들은 대로, 그라난 마을로 향할 예 정이었다. "어차피 난 갈곳도 없잖아요.... 함께 갈께요!!..." "저 역시.... 특별히 정해 놓은 곳은 없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는 각각 이렇게 대꾸하며 함 께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마워.... 어차피 가서 오래 머물지는 않을 꺼야. 그럼, 이제 출발 하지...." 갓 떠오르는 태양을 왼편으로 하며, 세명의 아가씨와, 그녀들에게 시 달림(?)을 당하는 한 남자가 천천히 걸음을 남쪽으로 옮기 시작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67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8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8 00:04 읽음:161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24. 우리 착한 일 해요!!! '한가'라는 말의 정리를 한 번 내려보면.... 란테르트와 에라브레, 모라이티나, 그리고 트레시아가 6월 3일경에서 13일경까지, 위다의 남부평야를 가로질러 그라난 시에 도착할 때까지 그들 일행이 처한 제반환경.... 이다. 어떻게, 그 흔한 산적이나, 강도 한차례도 만나지 않고, 종종 트레시 아 등의 아가씨들을 노리고 덤벼드는 건달들도 한차례 만나지 못한 채 유람이라도 하는 듯한 한가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그라난 마을. 근 100여 년 간 거의 성장이 없는 도시들 중 하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위다의 남부 평야 남편에 위치 한, 농업 외에는 이렇다할 산업도 없는 조그마한 마을이, 무어 볼 것 이 있다고 성장을 하겠는가? 하지만, 마을의 성장과 그 마을 주민의 행복과는 별다른 상관관계는 없다. 마을은 평화로웠고, 아이들은 천진했다. 이 마을은, 한가지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가 있다. 일행이 막 마을에 들어설 무렵, 어귀에 세워져 있는 하나의 조각이 모라이티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조각은, 돌로 만든 검으로, 조그 마한 단 위에 평범한 모양의 장검이 한 자루 꽂혀있는 모습 그대로였 다. "하르의.... 기사?" 모라이티나는 그 조각을 발견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가 조각을 살펴보 았다. 그리고는 단 아래 새겨져 있는 근사한 장식체 글자를 띄엄띄엄 읽어보았다. "하르의 기사가 무슨 뜻이죠?" 모라이티나는 그 글을 한차례 읽고는 뒤로 돌아 어느 사이엔가 근처 에 온 일행을 향해 물었다. 하지만, 트레시아조차도 잘 모르는 듯 했 다. "하르의 기사? 모르겠는걸...." 그때, 일행의 뒤에서 한 나이든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행자들인 모양이구려...." 노인의 목소리에 네 사람은 일제히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한 70쯤 되어 보이는 허리가 약간 굽은 호호 백발의 노인이 지팡이를 짚은 채 서 있었다. 그런 노인의 모습에 란테르트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이곳에 사람을 찾으러 온 여행자들입니 다. 혹시.... 클라린스라는 일곱 살난 아이를 가진 20대 중반의 여자 를 알고 계신 지요?" 란테르트의 말에 노인이 빙그레 답했다. "아, 그 부인.... 한 달쯤 전에 이 마을로 이사를 왔지.... 아주 착 한 여자야.... 허허.... 그보다, 하르에 기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 가?" 노인은 그 하르의 기사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지, 스스 로 이렇게 말을 꺼냈고, 모라이티나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 그의 말을 받았다. "예!! 어서 해 주세요!!" 모라이티나의 활기찬 모습에, 노인은, 다시 한차례 허허, 거리는 너 털웃음을 터트리며 그 조각을 둘러싸고 있는 난간에 주저앉았고, 이내 천천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한 100년 남짓 지난 일이지?.... 당시 이 마을을 다스리고 있던 영 주는, 아주 형편없는 사람이었지...." 노인은 이렇게 말하며 손을 멀리 동북방향으로 뻗었다. "저기 저 성이 보이나?" 일행은 노인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고, 이내, 뿌옇게 성인 듯한 건 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바로 그라난 성이야. 이 마을과 동쪽에 있는 갈린 마을을 다스 리는 영주 님이 사시는 곳이지.... 아무튼 당시의 폭정이 어찌나 심했 던지.... 세금을 한 달에 두 번씩 걷은 적도 있고.... 부녀자를 잡아 다 노리개로 삼기도 하고, 아이들을 데려다 강제로 노동을 시키기도 했었지.... 허, 들어보게나.... 아이들은 마을에서 딱히 할 일이 없으 니.... 성에 와서 잡일을 거들라는 말이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인 가?" 노인은 분하다는 듯 열변을 토해냈고, 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주먹 을 불끈 쥐며 외쳤다. "아니, 그렇게 나쁜 사람이!!!! 그런데도 마을 사람들은 가만히 있었 나요?" 모라이티나가 흥분하자, 노인도 덩달아 흥분하여 굽은 허리를 펴며 외쳤다. "정말이지 천인공노할 녀석 이였지!!!!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 나?.... 그에게는 힘이 있고, 마을 사람들에게는 없었는걸.... 아무튼 그때였어.... 당시 우리 마을에 살던 한 가족이, 13살난 어린 여지 아 이 하나만을 남긴 채, 영주의 손에 죽임을 당하였지..... 왜인지는 알 려진 바가 없어. 하여간, 그때, 그 여자아이가 한 남자를 만났는 데...." 노인은 여기까지 말한 후, 잠시 말을 끊으며 다시 손을 들어 남쪽을 가리켰다. "저 언덕 위의 나무 보이나? 아무튼 그곳에 잠들어 있는 한 남자를 발견했는데.... 그분이 바로 하르의 기사 님이셨지. 하르제 장검 한 자루만을 들고, 전 대륙을 돌아다니며 악한 무리들을 응징하신.... 당 시 그 열 세 살난 여자아이는 단지 27하르의 돈으로 그를 고용하였고, 그는 한차례 미소만을 남긴 채 성으로 떠났지.... 그리고.... 단 두시 간 만에.... 그라난 가의 100여 용병과 마법사를 몰살시켜 버린 거 야...." "아!!...." 노인이 막 이 부분을 말할 무렵, 두 사람에게서 아, 하는 나직한 탄 성이 들려왔다. 하나는 분명 모라이티나의 것이었다. 아직 어린 티가 남아있는 여자의 목소리.... 물론, 그 노인의 이야기에 놀라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아직 10살 이 채 안된 듯 한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란테르트 삼촌!!!!" 란테르트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았고, 시선을 아래로 한참을 떨구고 나서야 수수한 옷을 걸친 금발의 소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엷은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맑게 빛나는 총명해 보 이는 아이였다. "로인...." 란테르트는 그 아이를 향해 이렇게 말하며 기쁜 표정을 지은 채 두 팔을 벌렸고, 로인이라는 아이는 란테르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아!!! 삼촌!!! 와 주었군요!!...." 란테르트는 로인을 높이 들어올려 하늘을 배경으로 그를 바라보며 살 짝 미소지었다. "다시 찾아온다고 약속했잖아. 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단다...." 란테르트는 곧바로 로인을 아래로 내려놓으며 머리에 손을 올려 한차 례 헝클어 주었다. "건강해 보이는구나. 어머니도 안녕히 계시지?"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폐병도 다 낳았어요. 많이 건강해 지셨죠.... 아, 그보 다 이 누나들은 누구예요? 설마 애인....들?" 로인의 말에 란테르트는 그의 머리를 꾹 누르며 막,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라고 말하려 했으나, 트레시아가 그의 말을 가로챘다. "그렇단다. 여기 두 여자는 들러리, 혹은 떨거지들이고, 나는 란테르 트 님의 애인이란다." 트레시아는 들러리, 라고 말할 때는 에라브레를 바라보았고, 떨거지 라고 말할 때는 모라이티나를 바라보는 등, 극렬한 불평등주의적 행동 을 했고, 그에 소외 받은 모라이티나는 분노를 터트렸다. "누가 떨거지라는 거에욧?? 그리고, 트레시아가 어째서 란테르트의 애인이에욧!!!" 트레시아는 그런 모라이티나의 말은 무시한 채 란테르트의 곁에 서있 는 로인을 안아 올려 꼭 안아 주었다. "어머, 란테르트 님의 조카로구나!! 굉장히 귀엽네. 오호호호...." 바스트 허그.... 트레시아의 바스트 허그는 정말이지 대단했다. 겨우 일곱 살 짜리 아이의 얼굴이 빨게 졌으니 말이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한차례 미소를 지을 뿐이었고, 모라 이티나는 분하다는 듯 씩씩 거렸다. 물론, 자신이 할 수 없는 기술(?) 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방금전 했던 자신의 말을 트레시아가 무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에라브레는, 왠지 묘한 느낌에 멍하니 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 3년간 사랑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그녀로 써는, 이런 애정이 넘치는(?) 장면에는 왠지 떨떠름한 느낌을 받았다. 일행은, 이렇게 여차 저차 하여 로인의 손을 붙잡고 클라라의 집으로 향했고, 이야기를 하다 만 노인만이 허허, 웃으며 그 정신없는 네 사 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어 하던 이야기를 마저 했다. "그 여자아이가, 내 할머니 되시는 분이시지.... 라고 이야기를 마무 리해, 감동을 안겨주려 했더니.... 허허허...." 마을은, 겨우 40여채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을 뿐이었다. 주민은 모두 200여명 가량.... 한 줄로 도로변에 죽 늘어선 집들은, 한가로이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로인의 손에 이끌려 일행이 도착한 곳은, 그리 크지 안은, 그러나 아 늑한 1층집이었다. 창가에는 조막만한 붉고 노란 꽃이 서너 송이쯤 피 어있는 화분 세 개가 놓여 있었고, 앞마당의 텃밭에는 야채들이 싱싱 히 자라고 있었다. 한창 점심 준비 중이였는지, 창이 네 개쯤 되는 조그마한 집 왼편으 로 나있는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조용히 피어 나오고 있었다. "엄마~~~~~." 로인은 엄마를 부르며 마당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란테르트는 이 모습에, 편안한 마음과 함께, 다행이라는 마음, 그리 고 알 수 없는 뿌듯한 느낌까지 모든 기꺼운 마음들이 몽글몽글 솟아 올랐다. 만약, 클라라의 집이, 가히 100만 하르를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으 리으리했더라면, 란테르트의 마음은 이렇게 까지 즐겁지 못했을 것이 다. 그리고, 로인의 옷차림이 귀공자의 그것과 같고, 수하 무장이 그 를 호위하고 있었더라면, 란테르트는 불쾌한 마음에 발걸음을 돌렸을 것이다. 클라라는 그런 란테르트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집은 소박했고, 창가의 꽃은 예뻤으며, 로인은 천진했다. 로인의 부르는 소리에, 클라라는 무슨 일이냐는 듯 나오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니? 로인." 그리고, 막 문을 열던 클라라는 눈앞에 서 있는 네 남녀를 발견하고 는 잠시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클라라는 반가운 목 소리로 란테르트를 맞았다. "오!... 란테르트!! 와 주었구나...." 란테르트는 밝게 미소를 지었다. "어서 들어오너라.... 그 보다 뒤의 아가씨들은?.... 동료 분들이니?"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를 간단히 소개했다. 클라라는 모두에게 환한, 그리고 자애로운 미소로 대꾸했고, 잠시동 안 분주히 인사말이 오갔다. 이내, 일행은 클라라의 안내를 받으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 설마 클라라, 클라린스 누님을 잊은건 아니겠죠??? 란테르트에게는.... 음 뭐랄까.... 고향 비슷한 여자랄까?.... 음.... 에구.... 졸려랑.... 바로 위에 하르의 기사는.... 오늘 이름이 나온 하르의 기사라는 녀석의 외전입니다. 아그라 대 공개!!! (에이그라가 아닌 아그랍니다!!! 완전가상^^;;) 추정연령 : 230억살. 출신성분 : 중급신 -> 엘디마이어의 대천사 -> 수룡왕 직 업 : 차원버그 때려잡기 -> 백수(용이 된 후 한일이 없음...-_-;;) 친 구 : 용신 델필라르 : 같은 중급신 출신으로, 후에 델필라르는 엘디마이어의 주천사가, 아그라는 대천사가 된다. 엘프신 가엘프 : 뭐 근처에 살며 종종 왕래하니 그럭저럭 친하다. 가 족 : 루플루시아(동거녀) 르제베르(검에 봉인된 마왕급 차원버그) 기거지역 : 중앙대륙의 한 호수. (음... 무슨 괴수 대백과 사전같군요... ^^;;) 쓸떼없는 프로필로 또 후기채운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84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19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9 05:32 읽음:172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집 안 역시, 밖에서 본 만큼 아늑했다. 집안에는 이렇다할 장식품 하 나 없었으나, 불꺼진 거실 한쪽의 벽난로 위에는 어린아이가 만든 듯 한 투박한 장식품들이 몇 가지 놓여 있었고, 거실 중앙의 소파 테이블 에는 봉오리를 옹크리고 있는 화분이 하나 있어, 집안의 단조로움을 흩트리고 있었다. 클라라는 서둘러 넉잔의 차를 내왔다. 란테르트는 돌연 일전, 그녀가 자신과 이카르트가 찾아갔을 때 두잔의 뜨거운 물을 내 놓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엷은 미소를 떠올렸다. 아마도 이것이 그 금발과 흑발의 조 언자들 중 금발이 말한, 돈의 중요성인 듯 했다. "식사는.... 조금 기다려 주세요. 갑작스레 찾아오셔서.... 준비를 못했답니다." 차를 각자의 자리에 조심스레 놔주며, 클라라는 세 아가씨들에게 미 소지으며 이렇게 말했고,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연한 방문에 미안 하다는 뜻을 표했다. 클라라는 다시 한차례 미소지었고, 이내 다시 부엌으로 향했다. 사실, 클라라의 집안은 꽤 괜찮은 곳이었다. 비록 몰락할 데로 몰락 했으나, 할아버지는 소피카 왕실로부터 사작의 작위를 받은 귀족이었 고, 아버지 역시 소피카의 지방관료였다. 그러던 것이, 젊은 나이에 아버지가 병으로 죽으며 가세가 기울어 어쩔 수 없이 란테르트의 아버 지와 그녀의 어머니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그런 집안의 아가씨기에, 8년이나 바닥 생활을 했음에도, 최 소한의 기품이라는 것은 유지하고 있었다. 로인은 란테르트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는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대 기 시작했다. 란테르트뿐이 아닌 모라이티나나 에라브레, 그리고 트레 시아에게까지, 어린아이다운 스스럼없는 태도로 즉각 즉각 떠오르는 것들을 물어왔다. 로인 역시 몇 달 전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밝게 웃고 있었다. 이윽고, 식사가 준비되었다는, 클라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 고, 일행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식탁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전의 그 이카르트라는 분은 왜 오지 않았니?"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클라라는 란테르트에게 이렇게 물었다. 단 한 번, 잠시 보았을 뿐인데, 그 강렬한 인상을,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아, 일이 있어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보다.... 이 세 아가씨들과 어떤 관계인 거 니?.... 궁금하구나...." 란테르트의 대답에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 클라라는 곧바로 이렇게 물 었고, 란테르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답했다. "여기 모라이티나는, 동생 같은 아이로, 노상에서 우연히 만났고.... 라브에는.... 제 약혼녀의 동생입니다. 역시 동생 같은 아이죠. 그리 고, 트레시아양은,.... 동료입니다. 이카르트의 수하이죠." 클라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 약혼녀, 라는 말에 순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그녀는 함께 오지 않았나?, 라는 생 각 에서였다. 하지만, 이내 란테르트가 한 말중 한마디를 떠올렸다. 몇 달전, 크란트 항에서 그러한 생활을 하고 있었을 때 찾아온 란테르 트가 한 말이었다. 당시에는 무심코 흘려들었으나, 그가 떠난 후, 한 참 동안이나 머릿속을 맴돌았었다. 사랑하는 사람 하나 지켜내지 못한.... 분명 이 말이었다. 클라라는 그것에 대해 묻고 싶었으나,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란테르트의 상처를 들쑤셔 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한편, 트레시아는 입을 열어 란테르트의 마지막 말에 부연설명을 했 다. "동료라기 보다는, 연인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그리고, 모라이티나는 곁에서 그런 그녀의 말에 곧바로 반박했다. "또, 그 거짓말을 하는 거에욧?" "오호호.... 그게 왜 거짓말이지? 너도 보지 않았던가? 그와 내 가...." 막 트레시아가 모라이티나에게 그 아침의 일을 이야기하려 하자, 동 시에 두 사람이 외쳤다. "그만둬요!!...." "트레시아!...." 한 사람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란테르트였다. 더 이상 이야기를 하 면 곤란하기에 그녀의 이름을 불러 입을 막은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에라브레는 그만두라며 꽤나 신경질 적인 목소리로 외치고는 스스로 무안해져 볼이 빨개졌다. 자신에게 집중된 모두의 시선을 이겨내지 못 하겠는지, 고개를 푹 숙여 무릎위로 움켜쥔 손을 바라보았다. 에라브레는, 그날 아침의 일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방문을 열고, 란 테르트와 한 침대에 있는 트레시아를 보며, 아니 트레시아와 한 침대 에 있는 란테르트를 보며 에라브레는 만감이 교차했다. 오해는 아침나 절에 풀렸다. 게다가.... 그녀는 마음속으로, 란테르트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라고 끊임없이 되내였었다. 자신들과 다섯 달이나 여행을 하 면서, 조금도 예의에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은 그였으니 말이다. 그녀는 단지 란테르트가 언니 외의 다른 여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싫었다. 그 때문에, 지금도 트레시아가 막 그 이야기를 꺼내려는 순간 히스테 리 적으로 외친 것이다. 모두들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에라브레를 바라보았으나, 그 시간은 길지 못했다. 밖에서 들려온 소리 때문이었다. "큰일이다!!! 맨 컬랙터들이 우리 마을을 공격해 들어오고 있다!!!" "남자들은 무기를 들고 나오고, 부녀자들과 아이들은 마을 회관으로 모여 몸을 숨겨라!!!"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돌연 클라라와 로인의 표정이 크게 변하였 다. 클라라는 황급히 몸을 탁자에서 일으키며 일행에게 말했다. "여자분들은 어서 절 따라오세요. 란테르트, 넌 어떻게 할거니? 검을 들고 나가 싸우겠느냐? 이 마을 사람이 아니니...." 클라라는 호들갑스럽게 집안 창문들을 닫으며 란테르트에게 이렇게 물었고,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란테르트가 말을 끊으며 물었다. "맨 컬렉터? 마물인가요?" 란테르트의 물음에 클라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란다.... 맨 컬렉터는.... 로인 먼저 나가지 말거라.... 아무 튼, 그들은 이 근방에서 사람들을 사냥하는 도적 단이야.... 남자 건 여자건 닥치는 대로 납치해, 각각 적당한 곳을 팔아 넘겨 버리지.... 나도 소문만 들었단다...." 클라라는 막 부엌의 창문을 다 닫은 후, 몸을 돌려 일행을 바라보았 다. 그리고는 순간 멍해져 할 말을 잊었다. 클라라가 상상했던 일행의 반응은, 조금은 급박하고, 당황하는 그런 것이었으나, 모두들 식탁에 조용히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모라이티나라는 어려 보이는 아가씨는.... 먹을 것을 먹고 있었다. "정말 맛있어요." 모라이티나는 클라라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자 헤 웃으며 이렇게 대꾸했고, 클라라는 그런 모라이티나의 미소에 끌려 자신도 모르게 미 소를 지으며 대꾸해 주었다. "아. 고마워요.... 아니, 그보다...." 클라라는 이내 정신을 차리며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란테르트가 천 천히 몸을 일으키며 선수쳐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래봬도, 꽤 강한 일행들이니까요."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일행을 둘러보았다. 자신은 차처하더라도, 트레시아, 에라브레, 모라이티나.... 보통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또 는 굉장히 강한 존재들이었다. 란테르트는 곧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모두들 기다리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뭐 이런 일에 모두 다 나갈 것도 없잖아...."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말했다. "나도 갈래요!!!" 뒤이어 에라브레가 말없이 곁에 내려둔 검붉은 레이피어를 허리에 차 며 란테르트의 뒤를 따랐고, 트레시아 역시 두 팔로 뒷머리를 한차례 쓸러 올린 후 밖으로 나갔다. 클라라는 로인을 안은 채 밖으로 향하는 란테르트 일행을 바라보았 다. 무언가.... 자신이 아는 사람들과는 다른 어떠한 느낌이 그들에게 서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모녀는 한참동안 란테르트가 사라 진 현관 문쪽을 응시하다 이내 정신을 차리며 밖으로 나갔다. 란테르트 등은 어느 샌가 마을 어귀까지 나아가 있었다. 입구에는 탁 자 따위로 바리케이드를 쳐 놓은 상태였고, 몇몇 남자들은 장검을, 그 리고 다른 사람들은 활이나 농기구 등을 가지고 바리케이드 뒤에서 전 방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거 좋은 일 맞죠?" 거의 바리케이드 있는 곳까지 다가갔을 때, 모라이티나가 돌연 란테 르트에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모라이티나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 "약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 그런데 왜?" "웅.... 그게, 이곳에 와서 좋은 일을 거의 하지 못했어요.... 기껏 해야 마족한명과 마물 몇십 마리를 죽인 것 왜에는...."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별로 트레 시아 앞에서 할 만한 이야기는 아닌 듯 싶었다. "뭐야?" 트레시아는 모라이티나에게로 성큼 다가가 모라이티나의 머리를 자신 의 겨드랑이에 끼었다. 왼쪽 팔로는 머리 전체를 감싼 채, 오른쪽 손 으로 주먹을 쥐어 모라이티나의 머리를 비벼댔다. "아, 아야야!!! 모해욧!!! 이, 아줌마가!!!" 모라이티나는 꽤 아픈 듯 소리를 질렀고, 트레시아는 그런 모라이티 나를 향해 말했다. "지금, 마족을 죽인걸 좋은 일을 했다고 말하는 거냐? 그리고, 그걸 나 이 아르트레스님 앞에서 이야기 하는 거야? 이런 건, 공개 도전이 라 그러는 거야!!! 이 미숙아 엘프야!!!" 만약 이 두 아가씨가 다투는 소리를 다른 사람이 들었더라면, 맨 어 쩌구 하는 놈들은 재쳐두고 모두 달아났을 것이다. 아르트레스라 니.... 엄폐물 근처까지 다가간 란테르트는 시선을 돋구어 멀리 지평선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뭐 지평선까지 볼 것도 없었다. 얼마간 떨어진 곳에 뽀얀 흙먼지와 함께 일군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떨고 있었다. 맨 컬렉터.... 인간 수집가.... 유치한 이름이다. 사실 그렇다. 뭐 대단한 왕궁의 친위대 같은 것도 아니니, 이름이야 무얼 바라겠는가? 게다가, 이 이름은 그들 스스로가 지은 이름도 아니다. 그들은 이름이 없다. 다만, 그들의 습격을 받은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이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다. 벌서, 위다 남부의 32개 마을이 그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리고, 400 명 남짓한 사람들이 그들에게 끌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직 당하지 않은 마을에서는 주민들끼리 방위대를 조직해 보기도 하 고, 용병들을 고용해 보기도 했으며, 자신들의 영주들에게 도움을 청 하기도 했으나, 어느 것도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다 만, 그들은 그네들이 자신들의 마을을 스쳐 지나가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이 마을 사람들의 기도가 신실치 못해서였는지, 아니면 다만 운이 나 빴던 것인지.... 그 맨 컬렉터인지 하는 떼강도들이 마을을 향해 질주 해 오고 있었다. 란테르트가 보니, 기마병들인 듯 했다. 대저, 말을 어디서 구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기 시작했다. 도적 떼가 그 값비싼 말을 타 고 마을을 습격한다.... 아마도, 꽤 잘사는 인간이 도적 단을 만들었 으리라.... 아니면 그간의 도적질의 수입이 상당했던가.... 란테르트는 마법으로 상대를 단번에 날려 버리려다 마음을 바꾸었다. 말이다.... 저 말들을 빼앗으면, 이 마을에 꽤나 큰 도움이 될 것이 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일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다운 생각이었 다. 일단 마음을 먹은 란테르트는 검을 뽑아들며 검에 마법을 걸었다. 검 은 엷은 갈색의 막으로 뒤덮였고, 란테르트는 그 검을 든 채 가볍게 바리케이드를 넘어 도적 단을 향해 달렸다. 물론, 그 전에 일행에게 행동을 지시하는 것을 잊지는 않았다. "라브에는 모라이티나와 남아 마을을 지켜. 그리고 트레시아는 날 엄 호 해줘." 그의 말대로 세명의 아가씨는 각각의 자리를 차지했다. 한편, 멀리서 지켜보던 클라라는 란테르트의 무모한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니라, 바리케이드를 지키고 있던 30 여명의 무기를 든 남자들도 자신들을 뛰어 넘어 달려오는 말과 도적들 을 향해 나아가는 푸른 머리칼의 남자를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 저런 무모한!! 어서 돌아와!!!" "멍청한 녀석, 혼자서 무얼 어쩌겠다는 거야?!" 하지만 그들은 이런 란테르트에게 덤벼드는 그 30명의 기마병들이 더 더욱 무모한 인간들이라는 사실은 알 수 없었다. ----------------------------------------------------------------- 충격선언!!!! 연재중단!!!! 음... 후기 연재를 잠정 중단합니다...^^;;; 재미없다는 쪽지가 벌써 두번....--;;; 이제는 필요있는 말만 하지요... 흐음... ^^;;; 음하하하하... ^^;; 란테르트는 아르헬의 현신은 아닙니다.^^;; 호호호.... 처음에 그렇게 할까도 생각해 봤었지만... ^^;; 아르헬은 지금 정령들에게 결박되어 있죠. 나중에 인간세상에 뚝 떨어집니다. 기억도 봉인되있고... (왜 스스로가 영생이고 중성인지 전혀 모름니다.) 힘도 거의 봉인. 나중에 하는짓이 그래서 마물헌터...^^;; 미래에 등장하죠. 바보수룡 아그라가 루플루시아님과 함께...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86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0 올린이:광황 (신충 ) 98/11/09 17:32 읽음:166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테르트는 뒤에서 들려오는 이런 외침에는 아랑곳 않은 채 앞으로 몸을 날렸다. 비록, 흉흉하게 각종의 병장기를 꼬나쥔채 말을 달리는 저 사내들이 상당히 강하다, 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리고 말을 탄 병사와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고 있었으나.... 란테 르트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었다. 멀리서, 검은 색의 구체가 긴 꼬리로 호선을 그리며 란테르트와 그 기마병들 사이에 떨어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강하게 충 돌한 그 흑색의 구체 덕에 흙먼지가 자욱히 피어올랐고, 커다란 구덩 이도 덤으로 생겨났다. 트레시아의 지원사격이었다. 란테르트는 어느 정도 예상한 모습이었으나, 눈앞에서 말을 달리던 사내들에게는, 청천벽력 그 말 그대로였다. 원래부터 없었지만, 대오 가 갑자기 흐트러지며 말들이 사방으로 날뛰었고, 바닥에 입을 맞추는 약간은 이상한 녀석들도 열 대 여섯쯤 눈에 띄었다. 란테르트에게 동정을 바라는가? 그는 흐트러진 적들 사이를 휘집고 다니며 엷은 황색을 띄는 검을 흉 하게 휘둘렀다. 퍽, 하는 소리는 상대의 가슴 갑옷을 뚫는 소리이고, 슥, 하는 소리는 어딘지 모를 상대의 맨살을 베는 소리이다. 싸늘한 무표정, 그리고 종종은 우월감에서 오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란 테르트는 상대의 숨을 끊었다. 란테르트가 검에 가장 자주 거는 마법은 대지계의 케릭팅 마법이다. 일단 정신력 소모가 적었으며, 검의 강도를 높여주는 면에 있어서는 그가 알고 있는 극강의 마법인 데스틴 더 비를 제외하고는 가장 강했 다. 그리고.... 엷은 갈색의 검날은, 핏빛에 아주 잘 어울렸다. 한편, 마을에 남아있던, 그리고 바리케이드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남자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대를 도륙하고 있는 푸른 장발의 남 자를 숨한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리, 수십 여 기의 말과 함께 달려오는 상대의 모습은 위압적이고 두렵되 공포스럽 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란테르트의 모습은.... 한 번 스치는 곳 마다 선홍색의 선이 푸른 벌판을 배경으로 죽 그어졌고, 다시 한 번 스치는 곳마다 몸통만 남은, 인간이라 불리웠던 덩어리가 툭툭 바닥으 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한 밤에 으슥한 숲속을 걷다 마주친 나이트메어의 모습보다 결코 덜한 공포를 내비치지는 않 았다. 사람들이 넋을 놓고 마을 전방을 주시하는 사이, 돌연 마을의 뒤쪽이 커다란 소리와 함께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적이 침입한 모양이다. 비교적 적은 수로 방어를 하고 있던 마을 뒤편의 방어선이 단번에 무 너지며 그곳을 지키고 있던 무력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 터졌고, 그곳을 통해 들어오는 일군의 기마대에 마을 사람들이 단번에 패닉상태에 돌입하였다. "제길!! 양동이었군!!!" 전방을 응시하던 30명 남짓의 남자들 중, 단지 두명 뿐이었던 검을 든 사내중 한 사내가 이렇게 외쳤다. 30대 중반? 아마 그쯤 되어 보이 는 그 사내는, 붉은 색, 아르트레스의 머리칼이 가지는 아름다운 이라 는 이미지를 뺀, 붉은 머리칼이 어수선히 이마를 덮고 있었다. 덩치는 약간 호리한 편인 란테르트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키도 1.9 휴리하(1휴리하=약 1미터)는 간단히 넘을 듯 보였다. 그는 길이가 거의 그의 가슴에 육박하는 대검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다루기 힘든 대검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이미 그의 실력이 보통을 넘는 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있었다. 이렇게 외치며 그는 다시 한차례 란테르트를 돌아다보았다. 혼자 그 30여명이나 되는 남자들을 가지고 놀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처음 흑 색의 마법구를 날려보낸 붉은 머리칼의 아가씨까지 전력에 염두해 둔 다면 전방이 뚫릴 위험은 없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여러분, 이쪽은 저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뒤편으로 갑시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의 외침에, 그제까지 멍하니 방관하고 있던 사내 들이, 와, 하는 함성을 내지르며 마을 뒷편으로 뛰었다. 하지만, 절반 쯤은 자신들이 왜 뛰어야 하는지도 알 지 못하는 듯 싶었다. 자신의 눈앞으로 보이는 말을 탄 도적들의 모습에 놀라 발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렇게,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가 활약을 할 기회가 왔고, 모라이티 나는 빛의 시위를 당기며, 그리고 에라브레는 흑홍색 검을 뽑아들며 마을 안으로 난입한 적을 노려보았다. 여기서, 일행 모두가 간과한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클라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금발의 여자였고, 다른 한 명은 그녀의 아들이며 역시 금발을 가지고 있는 로인이라는 아이였다. 다른 마을 사람들이 모두 회관으로 대피하는 동안에도 란테르트 일행을 지켜보고 있던 그 녀는, 이제 영영 회관으로 달아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 틈은 짧았으나, 충분히 위험했다. 한 평범하게 생긴, 그러나 충분히 강해 보이는 남자가 말을 달려 잘 닦여진 마을의 흙길을 짓밟으며 이 두 모자에게로 달려들었고, 돌발적 인 이 상황에 클라라는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막, 말을 탄 남자가 클라라의 아담한 정원을 짓밟으려는 순간, 조금 전의 붉은 머리칼의 남자가 몸을 날려 말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손에 들리어진 커다란 검은, 그의 미간에 자근한 주름이 잡히는 동시에 긴 호선을 그렸고, 히잉, 하는 애절한 소리와 함께 말의 목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쏟아지는 따듯한 피를 맞으며 그 남자는 다시 한차례 검을 휘둘러 말 을 타고 있던 남자를 벴다. 하지만, 상대도 바보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 마지막 순간에 검을 있는 힘껏 찔렀고, 붉은 머리칼의 남자는 어깨 에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 "크읔!!!.... " 그는 아픈 듯 얼굴을 찡그리며 한차례 신음을 내뱉었으나, 이내 어깨 에 박힌 에스토크를 뽑아 바닥에 팽개치며 클라라를 한차례 바라보았 다. 그녀는 비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표정 말고는 그리 걱정 할 것이 없어 보였고, 붉은 머리의 남자는 어서 안으로, 라는 짤막하 고 무뚝뚝한 한마디를 던진 후, 다른 상대를 향해 달렸다. 클라라는 고마운 상대를 한참이나 응시 한 후, 로인을 데리고 집안으 로 들어갔다. 그리고 창문을 빼곰이 열어 그 붉은 머리의 남자를 한차 례 더 바라보았다. 이즈음, 란테르트의 검은 상대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스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검은 거칠 것이 없다는 듯 상대의 두툼한 가슴살을 파고들었고, 이내 컥 하는 짤막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걸로 끝이군...." 란테르트의 몸은 피로 가득했으나, 정작 자신의 피는 한 방울도 없었 다. 이것이야말로,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최소투자 최대효과, 즉 효 율성 아니겠는가? 그는 곧바로 마을로 돌아가지 않았다. 상대와 검을 마주해본 결과, 에라브레 한 명만 있다 하더라도 그리 고생은 하지 않 을 듯 싶었다. 게다가 트레시아도, 모라이티나도 있지 않은가?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놀란 말을 진정시키며 고삐를 하나씩 모아 쥐었다. 아직 피를 흘리며 말에 매달려 있는 시체가 있으면 검으로 슥 밀어 땅으로 떨어뜨렸다. 이곳에 이카르트가 있었더라면, 그리고 무표 정하게 시체를 밀어버리는 그의 모습을 보았다면, 분명, 넌 역시 인간 이 아니야, 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 란테르트의 예상과는 달리, 마을의 싸움은 약간 밀리는 듯한 양상을 띄었다. 일단, 상대의 기동력이 기동력이니 만큼, 주민들의 전투력으 로는 상대를 전혀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에라브레는 사람 을 죽이고 싶지 않아 절제된 검의 움직임으로 도적들을 상대했고, 모 라이티나는 이런 난전의 경험 부족으로 도망 다니기에 바빠 있었다. 물론, 이런 상황은 겉으로 보기에는 밀리고 있는 듯 했으나.... 한 아가씨가 팔짱을 푸는 순간 상황은 끝이 나버리게 될 것이다. 트레시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팔짱을 낀 채 반쯤은 방관하는 태도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가 고민하는 것은 결코 도와줄까 말까의 원론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도와주는데 있어서 자신의 두 무기중 대검 을 사용할지, 채찍을 사용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완전한 방관 상태는 아니었다. 단지, 적극적인 개입을 않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오래지 않아 결론을 얻었다. 바로 란테르 트가 말을 모아 돌아오는 모습을 본 때로, 말이라는 것을 살려야 한다 라는 란테르트의 간접적인 명령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녀는 주저 않고 공간 사이에서 채찍을 꺼내들었다. 10여 휴리하(1휴리 하=약 1미터)의.... 보통 사람들은 결코 다룰 수 없는, 흑빛의 채찍 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뱀? 아니면 유연히 흔들리는 나뭇가지? 그녀의 채찍이 휘둘리는 모습을 설명한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빠르 고, 위력 있게, 그리고 종잡을 수 없이 휘둘리는 그녀의 채찍은 열이 면 열 모두 도적들의 몸을 때리며 고통, 이라는 것을 선물로 주었고, 그런 모습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트레시아는 멈추지 않고 손을 놀렸 다. 이 양동 작전의 주력은 전방의 란테르트가 쓸어버린 자들이 아닌 이 뒤쪽을 기습한 이들인 모양이었다. 50여명에 이르는, 겨우 40여호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을 공격하기는 턱없이 많은 인원이 마을 안으로 난 입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30명의 마을 남자들과 세 여자에 의해.... 그 50명의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은 채, 그리고 나머지는, 몸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누워 버렸다. 주요 전적을 살펴보면, 트레시아가 30명, 그 리고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가 각각 4명, 7명을 쓰러뜨렸고, 그 클라 라를 구해 준 검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다섯 명, 나머지 30명의 마을 주민이 4명을 쓰러뜨렸다. 트레시아가 공격한 30명은 당연히 즉사 였 고,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가 공격한 사람들은, 그래도 목숨은 부지했 다. 트레시아는 싸움이 거의 소강상태에 들자 채찍을 거두며 말들을 모으 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 역시 그녀를 따라 말을 모았 다. 이내 돌아온 란테르트가 끌고 온 말과, 이들 마을 사람들이 모은 말 을 합치니 60마리 가량이나 되었다. 전체 80여마리중 20여 마리를 놓 친 것이었으나, 말을 60마리나 얻은 마을은 남자들이 하늘에 팔을 뻗 으며 내지르는 환호성에 시끌벅적 해졌다. 피해는 미미했다. 비록 가옥 몇 채가 그들이 지른 불에 그을렸고, 몇 몇 용감했던 마을 남자들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으나,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돌연 들려온 마을 남자들의 함성에, 마을 회간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던 여자들과 노인, 그리고 아이들은 쏟아지듯 밖으로 나왔고, 이내 마을에 널려있는 시체에, 그리고 60여마리의 말을 모아놓고 있는 남자 들의 모습에 각각 한차례씩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전자의 것은 역한 놀라움이었고, 후자의 것은 기쁨의 놀라움이었지만.... "일단.... 마을을 정리하세...." 마을 회관 안에 있던 사람들중, 한 노인이 앞으로 걸어 나오며 내던 진 이 한마디에, 환호성을 지르며 들떠있던 남자들은, 고개를 끄덕이 며 시체를 나르기 시작했다. 일부 비위 약한 사람들은 곁에서 토악질 을 해대기도 했으나, 아무래도 혼란기의 사람들이었기에, 시체 나르기 를 별다른 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 노인은 여자들에게는, 남자들이 일을 마친 후 먹을 만한 간식꺼리 를 준비하게 시켰고, 노인들에게는 아이들을 돌보게 했으며, 남자들중 절반은 마을 밖에서 시체를 소각시키게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맨 컬렉터의 부상자들을 결박하게 했다. 물론, 상처가 심한 사람들은 치 료를 병행했다. 일사불란히, 마을 사람들은 그 노인의 말을 따랐다. 아마도 촌장인 듯 싶었다. 그리고, 그 노인은 란테르트 등의 네 사람이 서있는 곳으 로 왔다. 그는 회관 이층의 창에서 일행 모두의 싸움을 지켜보았고, 이들 네 젊은이가 없었더라면, 자신들의 마을이 어찌어찌 되었으리라 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정말 고맙네...." 란테르트 등은 그 노인의 모습에 약간 당황을 했다. 지금까지, 이 마 을에 들어온 이래 한가지 잊고 있던 것이 퍼뜩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앗.... 아까 그 할아버지 시네요." 모라이티나가 그를 알아보고 외쳤다. 그때까지, 그 노인이 사람들 사이에서 지휘를 했기에, 그리고 란테르 트 일행은 멀찌감치 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그 노인의 모습을 보지 못했었다. 란테르트는 그 노인의 모습에 적지 않은 곤란함을 느꼈다. "아.... 죄송합니다.... 아까 전에는, 워낙 로인을 만난 것이 반가 워.... 인사도 못 드리고...." 노인과 이야기하는 도중, 아무런 말도 없이 로인의 뒤를 쫓아 사라진 것에 대한 사과를, 란테르트는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노인은 란테르트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통쾌한 사람이 었다. 그런 사소한 것에는 그리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허허허, 괜찮네. 오히려 우리가 감사를 해야지.... 자네들 네 사람 이 없었더라면, 우리 마을은 어찌됐을지....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 지네.... 허어...." 란테르트는 노인이 보인 의외의 태도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났 고, 노인은 다시 한차례 허허, 웃음을 터트리며 이야기했다. "그보다, 굉장한 실력들이던데....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보통의 여 행자 같지는 않은데...." 란테르트는 빙긋 웃을 뿐 노인의 말에 답하지 않았고, 노인은 상관없 다는 듯 한 표정을 짓다가, 돌연 머리를 끌쩍이며 입을 열었다. "아, 내 정신좀 보게나.... 난 이 마을의 촌장인 드라트리오 일트리 스 라네.... 모두들 리오 할아범이라고 부르지. 허허허.... 그리고, 아까전 내가 들려준 이야기의 소녀는 이름이 메리나 로아리드로, 내 친 할머니지.... 허허허...." 웃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 노인인 듯 싶었다. 이야기하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그 인자한 얼굴에 주름을 만들며 허허거리는 너털웃음을 몇 차 례나 터트렸다. ----------------------------------------------------------------- 음하하하하!!!! 후기 연재 재개입니다!!! 음하하하하!! (후기 재미있다는 폭메를...ㅠ_ㅠ(기쁨의 눈물!!)) 보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 기념으로 한화 더... ^^;;(개깡이라네~~~~ ^^) 연재중단은 아무리 못해도 한달 안에는 절대 없습니다. 비축분이 지금 30화 정도.... ^^;; (이번주 싱크로 400 성공해 2부 비축분이 30화 이상 되면, 1부 마지막까지 팍팍 풀겠습니다. ^^;;) 아르헬 프로필... ^^;; 아르헬 (Arrhell : ???-???) 어느날 갑자기 깨어나보니 15살의 미소년(?)이더라~~~~ 등장 당시, 이미 몇백년을 늙지도 않은채 살았음. 불로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2, 2년에 한번씩 다른곳으로 이사다님. 검정색 머리칼의 얼굴만으로는 완전히 여자임.(하지만... 가슴이... ^^;;) 마법 비슷한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자신이 누구인지 굉장히 궁금해함. (등장 당시 마법은 불법입니다. ^^;;) 직업은 마물헌터.(그런 오컬트적인 힘을 쓸떼가 당시로서는.... ^^;;) 음.... 하루만에 후기연재중단을 번복한 무책임 개날림 글장이 ****에이그라~~~~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291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1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0 05:39 읽음:176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테르트 등은 그런 노인과의 대화가 이상하리 만치 흥겨웠다. 그때, 한 사내가 란테르트와 노인이 이야기하고 있는 곳으로 접근했 다. 검붉은 머리칼이, 게다가 피로 더더욱 검붉어진 머리칼이 어수선 히 머리 위에 자라있는 건장한 사내였다. 키가 몹시 꽤 큰 편인데다 덩치까지 상당해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사내였다. 바로 조금전 클라라를 구해 주었던 남자다. "리오님. 그라난 본성에 연락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언제 또 다시 쳐들어올지도 모르고...." 그 사내의 말에 리오 할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자네가 알아서 하게." 리오 할아범은 이렇게 말한 후, 일행을 향해 그 붉은 머리의 남자를 소개했다. "여기 이 남자는, 우리 마을 제일의 용사인 바겔 제울란이라네. 전직 용병이었지." 리오 할아범의 소개에 일행은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 고, 그때, 트레시아의 조그마한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 "클라라 님을 저 남자가 보호해 주었었습니다." 트레시아의 이 말에 란테르트의 얼굴에 크게 기꺼운 표정이 일었고, 반갑게 바겔이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아, 누님을 구해 주셨다고요.... 정말 감사합니다." 바겔은 란테르트의 말에 귀를 살짝 붉히며 머리를 끌쩍였다. "뭐.... 별로 대단할 것도 없네.... 그보다, 자네, 정말 대단하더 군!! 혼자서 그런.... 게다가 곁에 있는 아가씨들도 정말 하나같이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들이고...."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겸양의 말을 했다. "뭘요...." 리오 할아범이 끼어 들었다. "그보다, 자네들 소개를 좀 해주겠나? 허허, 파랑머리... 어쩌구 하 는 것은 예의에 어긋날 테니.... 허허...." 란테르트는 웃으며 일행을 소개했다. "아, 귀족 분도 계셨군요.... 제 결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소개가 끝난 후, 바겔은 에라브레를 향해 고개를 숙여 방금전 세 아 가씨, 라고 함부로 불러댄 것을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귀족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에라브레는 바겔의 사과에 이렇게 답했고, 바겔은 에라브레가 귀족이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다 더더욱 놀라 표정을 지었다. "란테르트, 다치지 않았니?" 그때, 바겔의 뒤쪽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일행의 시선은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금발의 모자가 란테르트를 향해 걱정 가득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클라라와 로인이었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여기 바겔 씨가 도움을 주었다고 하는데...." 란테르트의 말에 클라라는 란테르트 앞에 서있는 바겔을 바라보았고, 단번에 귀밑이 빨개지며 고개를 숙였다. "아!! 바겔씨.... 감사합니다.... 저희 모자를 구해 주셔서...." 바겔은 그런 클라라의 인사를 멋쩍은 얼굴로 머리를 글쩍이며 받았 다. "괜, 괜찮습니다.... 마을 사람들끼리 도우면서 살아 야죠.... 아, 전 이만 바빠서.... 가보겠습니다." 꽤나 당황하는 태도였다. 리오 할아범은 그런 바겔의 태도에 다시 한차례 너털웃음을 터트렸 다. "허허허.... 그렇게 수줍음이 많으니 나이 서른 다섯이 되도록 장가 를 못 가지.... 허허허...." 바겔의 얼굴은 거의 홍당무가 되어 버렸고, 리오 할아범의 너털웃음 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바겔은 이 지옥(?)같은 곳에서 서둘러 빠져나가며 바쁘지도 않은 걸음을 재빨리 놀렸다. "아주 성실한 남자야. 30살 먹을 때까지 용병 일을 하다가, 우리 마 을에 정착했지.... 여자한테는 바보 같을 정도로 약한 사람이라니 까.... 허허허." 리오 할아범은 누구에게 들으라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를 하며 계속해 클라라의 눈치를 살폈고, 클라라는 그런 리오 할아범의 시선을 불편이 받으며 얼굴을 저녁의 노을 빛으로 물들여 갔다. 란테르트는 잠시동안 그런 클라라의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다 가 이내 미소를 지우며 리오 할아범에게 물었다. "아, 그보다.... 이 녀석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녀석들입니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리오 할아범은 만면에 그득하던 기꺼운 표정을 지 우며 고개를 천천히 가로 저었다. "후우.... 말하자면 길다네...." 그때 모라이티나가 나섰다. 주먹을 불끈 쥐며, '정의감에 불탄다' 라 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얘기해 주세요!!! 이 나쁜 무리들을 우리가 몰아내 줄께요!!!" 리오 할아범은 모라이티나의 귀여운 행동에 허허, 하며 한차례 웃은 후,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겨우 네명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비록 너희의 실 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300명이 용병들과 싸울 수는 없는 일이 잖니?" 모라이티나가 그런 리오 할아범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가로 저었다. "할 수 있어요!!! 겨우 300명. 여기 란테르트는 그 열 배라도 이길 수 있어요!! 인정하기는 싫지만, 여기 이 아줌마도...." "미숙아!! 아줌마라니!!..." 트레시아가 모라이티나의 말을 끊었고,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획 돌리 며 혀를 쏙 내밀었다. "아! 줌! 마!!!" 한 글자 한 글자씩 끊어 지나칠 정도로 악센트를 넣어 발음하는 모라 이티나의 말에 트레시아는 주먹을 휘둘러 그녀의 머리를 노렸으나, 모 라이티나는 순간 몸을 뒤로 날렸다. 사람 키를 훨씬 넘기는 높이를 뛰 어 한바퀴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트레시아를 보며 착지하는 이 모라이 티나의 동작은, 깨끗하기가 이를 데 없어 사람의 솜씨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물론, 사람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리오 할아범은 그런 모라이티나의 동작에 탄성을 내질렀다. "오, 상당하군.... 저 아가씨...." 트레시아는 분하다는 듯 한 표정으로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지만, 쫓 아간다거나 하는 추태는 보이지 않았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 둘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 한 엷은 미소를 지으 며 바라보았고, 클라라와 로인은 약간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 다. 란테르트는 이제는 만성이 된 듯 별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리오 할아 범과 하던 이야기를 계속 했다. "아까의 이야기를 계속해 주십시오. 도대체 어떤 무리들이기에, 이렇 게까지 횡포를 부리는 것입니까?" 평소의 란테르트라면, 30개 마을이 괴롭힘을 당하건, 2000명의 사람 들이 납치를 당했건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물론, 눈앞에서 잡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야 손을 써 구해줄 확률이 더 높았겠지만, 이렇게 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클라라가 관여된 일이 었다. 이렇게 이대로 물러가면 언제 또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었다. 리오 할아범은 란테르트를, 그리고 그들 일행을 한차례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위다 남부의 카타 평야 에서 가장 큰 도시는 우엔 이라네. 카타 평야 남쪽의 곡물들이 한곳에 모이는 곳으로, 곡물 시장이 크게 번성했지.... 게다가 노예시장 도...." 리오 할아범의 말에 란테르트는 눈을 가늘게 만들었고, 반면 에라브 레는 눈동자가 커졌다. "노예요? 그건.... 파모로아 원년 이래로 불법인데...." 에라브레의 말에 리오 할아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에라브레가 귀족이라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어느 샌가 말투가 경어 체로 바뀌어 있 었다. "물론 불법이지요.... 그렇기에 음성적으로 자행되는 것이구요...." 란테르트가 끼여들었다. "하지만.... 수요가 없을텐데요.... 노예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들키 게 되면, 상당한 손해를 입을텐데...." "물론, 그렇지.... 그렇기 때문에 노예를 거래하는 곳도, 그리고 노 예를 사가는 곳도 정상적인 무리들이 아닌 거지.... 워낙 규모가, 내 가 조금전 이야기했던 데로, 고용한 용병만 300명에다 그 무리에 속해 있는 사람이 거의 5000명에 이른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네. 게다 가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경제력이라는 것이.... 거의 커다란 도시 하나와 맞먹는 것이어서, 어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네." 로인 할아범의 설명에 에라브레가 끼여들었다. "나라에서는.... 왕실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죠? 아무리.... 그들의 세력이 대단하다 할지라도, 나라에 반기를 들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에라브레의 물음에 답하듯, 란테르트가 중얼거리는 말투로 입을 열었 다. "그야 간단하지.... 일년에 돈 몇 푼만 몇몇 귀족에게 쥐어주면, 그 들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것이야 일도 아니지...."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돌려 잠시 그를 올려다보았고, 마침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란테르트의 눈과 마주치자 곧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듯, 에라브 레의 그런 태도에 조그마한 반응도 나타내지 않았고, 에라브레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의 붉은 눈동자를 응시했다. 란테르트는 잠시 더 생각의 늪속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 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우엔시.... 노예상.... 좋습니다.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리오 할아범은 무슨 소리냐는 듯 란테르트를 바라보 았다. 해결한다니.... 그게 해결하고 싶다고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란 말인가? "그만 두게.... 일시적인 영웅심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야.... 자네 는 강하네.... 내가 보았던 어떤 사람보다도.... 하지만, 일개 개인이 맞서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사실, 리오 할아범은 이 란테르트라는 인간의 힘을 잘 모르고 있었 다. 그리고 그의 곁에 꼭 붙어 서다시피 서있는 트레시아라는 붉은 머 리칼의 여자의 힘도, 이 둘의 힘이면 한 개 지방의 대 영주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만 하다는 것도 리오 할아범으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란테르트는 리오 할아범의 말에는 대꾸치 않은 채 클라라를 향해 입 을 열었다. "우엔시에 들렸다가 친구를 만나고 다시 한 번 들리겠습니다. 로인, 어머니를 잘 보살펴 주거라." 란테르트의 말에 클라라는 서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온지 하루도 되지 않아 다시 떠나는 거니?...." 란테르트는 환히 미소지었다. "조만간 다시 들리겠습니다. 까마득히 많은 날들이 남았는데, 누님은 무엇을 그리 걱정하십니까?" 클라라는 란테르트의 말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 겨 란테르트의 귀에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다음에 올 때는, 마음을 정하거라. 세 아가씨들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지 말고. 내가 보기엔, 에라브레 양에게 마음이 있는 듯 한데...." 란테르트는 그런 클라라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고, 클라라는 그런 란 테르트의 뺨에 자신의 볼을 한차례 가져가며 인사말을 했다. "정말.... 너에게는 무어라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부 디 하는 일 모두 잘되기를 빈다." 란테르트는 그런 클라라의 말에 왠지 찡한 마음이 일었다. "별말씀을....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은 오히려 저입니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앞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로인을 안 아 올렸다. "예전에 나와 한 약속 잊지 않고 있겠지?" 란테르트의 묻는 말에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강해지기로 했잖아요. 그 약속은 꼭 지킬꺼에요. 반드시 삼촌만 큼 강한 사람이 되어서, 엄마를 잘 지켜줄 꺼에요." 란테르트는 강하게, 하지만 귀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일곱 살 짜리 조카를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마에 입 을 한차례 맞춰주며 내려놓았다. 란테르트가 로인에게 인사를 하는 사이, 클라라는 세 아가씨가 서있 는 곳으로 가 인사를 나누었다. "모라이티나양, 그리고 트레시아양. 우리 란테르트를 잘 부탁해요." "옛!!! 하지만.... 란테르트는 티나보다 강한 걸요...."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답니다." 모라이티나의 대답에 클라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겨우 26세인 그녀는 실제 나이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여 보통의 사람 들은 그녀의 나이를 서른살 쯤으로 보았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 겪은 그 경험이라는 것은, 그녀에게 26세라는 나 이의 여성은 결코 지어 보일 수 없는 이러한 자애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모라이티나와는 달리, 트레시아는 클라라의 말에 단지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고, 클라라는 그런 그녀의 미소에 대꾸하는 듯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클라라는 에라브레의 앞에 섰다. 역시 여자였고, 원했 건, 그렇지 않았건 사람이라는 종족은 신물나게 만나온 클라라이기 에.... 에라브레와 란테르트 사이의 분위기만으로 그 둘의 관계를 대 강 파악해 둔 그녀였다. "란테르트를 잘 부탁해요. 그리고 꼭 다시 한번 저희 집에 들려주세 요." 에라브레는 고개를 끄덕였고, 클라라는 다시 한 번 모두를 향해 말했 다. "혹 이 근방을 지날 때면, 저희 집에 들려주세요. 그리고, 하시는 일 무사히 이루시길 바래요." 클라라의 말에 이어, 촌장인 리오 할아범이 일행에게 입을 열었다. "아, 우리 마을에서 자네들에게 줄 선물이 있네." 리오 할아범의 말에 일행은 궁금하다는 눈빛을 띄었고, 이내 노인의 뒤를 따라 얼마전 붙잡은 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자, 말 네 마리를 주겠네. 물론, 모두 가져가겠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허허허, 자네들이 그러지 않을 거라는 것은 알 수 있 지.... 허허허." 가져가지 말라는 말보다 조금은 순화시킨 이 한마디를 내뱉은 리오 할아범의 얼굴에는 인자를 가장한 노련미가 숨어 있었다. 하지만, 일 행은 허허, 웃으며 실리를 챙기는 노인의 태도가 왠지 싫지 않았다. ----------------------------------------------------------------- 음... 버그입니다. 120화 중간에 클라라와 로인을 모녀라고...--;;; 암튼, 후에 정정 했습니다. ^^;; 음.... 설정이 재미 없다라....--;;; 지금 쓰고 있는 설정은.... 관두어야 겠군요....--;;; 음....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024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2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1 07:54 읽음:163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감사합니다." 란테르트는 일행을 대표해 이렇게 인사를 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선 뜻 말고삐를 움켜쥐지 않았다. 리오 할아범은 그런 란테르트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끼며 말했다. "왜 그러나? 부담 갖지 말게. 어차피 자네들이 빼앗은 말이야. 네 마 리가 아니라 40마리를 가져간다 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겠네. 정말 빈 말이 아니야...." 그런 리오 할아범의 말에 란테르트는 쓰게 웃었다. "아, 그게 아니라.... 저는 말을 탈 줄 모릅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리오 할아범은 머리를 글쩍이며 허허, 하는 웃음을 웃었다. 반면, 모라이티나와 에라브레는 벙한 표정으로 란테르트를 보 았다. "란테르트도 할 줄 모르는 게 있어요?" 모라이티나의 이 말, 바로 이 말 그대로의 이유 때문에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 이 두 아가씨가 이런 멍한 표정을 지은 것이다. 그들의 머 릿속의 란테르트라는 인간은 적어도 지금까지 할 줄 모르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입에서 할 줄 모른다, 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왠지 놀라웠다. 한편, 트레시아는 란테르트의 팔에 매달리듯 하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런 건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탈 줄 아니까요. 우리 둘이 말 한 마리에 타고, 기타 등등들이 각각 말을 타면 되잖아요." "우씨! 누가 기타 등등이야? 그건 그렇고, 에라브레는 말 탈 줄 알 아?"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승마는 귀 족에게 있어서는 교양 필수과목이었다. 반대로, 귀족만이 말을 탈 수 있었다. 말의 가격이라는 것이 일반의 서민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도 같은 이유로 말을 타 본적이 거의 없었 다. 지금까지 말의 등에 딱 두 번 올라 보았는데, 그것도 용병 자격 심사에 들어 있는 형식상의 시험과목인 마술馬術 덕이었다. 란테르트는 말을 타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래도, 이미 그들의 무리 80명을 물리친 상황이었기에, 될 수 있는 한 빨리 움직이는 것이 일을 쉽게 풀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나와 트레시아가 말 한 마리에. 그리고 에라브레는 모라이티 나와 함께 와줘. 촌장님. 네 마리의 말을 빌리겠습니다." 란테르트의 결정에 트레시아는 기쁘다는 듯한 표정으로 란테르트의 팔을 안은 채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모라이티나는 분하다는 표 정을 지었다. 왜인지 몰라도, 모라이티나는 트레시아가 란테르트에게 접근하는 것을 상당히 실어하는 듯 했다. 그렇다고, 그녀가 란테르트 를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거나 하는 낌새는 그리 느껴지지 않았다. 확실히 겉모습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아가씨였다. 나이도.... 마 음도.... 일행은 곧 말을 잡아탔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몰아 마을을 벗어나 기 시작했다. 클라라도, 로인도, 그리고 촌장 리오도 일행의 모습이 지평선 저쪽으 로 사라질 때까지 그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이윽고 그들의 모습이 아스라한 저녁 노을에 가려 보이지 않을 쯤, 노인이 중얼거리듯 입을 열었다. "허허허.... 하르의 기사 2 조각을 제작해야 겠군.... 허허허...." 그때, 로인이 곁에서 한마디했다. "리오 할아버지.... 하르의 기사 2는 이름이 별로 멋없어요...." 한편, 트레시아의 뒤에 타고 있는 란테르트는 처음 예상했던 것처 럼.... "란테르트님, 조금 더 꽉 제 허리를 안아 주세요. 아니, 조금 더 위 요.... 더 위요. 그리고 제 몸에 란테르트 님의 몸을 밀착해 주세요. 그래야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으니까요." 라는 트레시아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에라브레 뒤에 타는 것보다는 덜 불편할 듯 싶었기에, 란 테르트는 묵묵히 트레시아의 뒤에 앉아 있었다. 일행은 꼬박 이틀을 달려 우엔시에 도착했다. 중앙의 우엔 내성과 반경 1휴리하 가량의 외성, 그리고 그 밖의 건물 군으로 구성된 이 우엔시는 꽤나 번성해 있었다. 몇 층이나 올라간 건 물들은 유리창으로 빛을 반사하고 있었고, 건물 사이에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인 듯 색색의 빨래들이 널려 있는 줄이 축축 늘어져 있었 다. 막상 우엔에 도착하기는 했지만.... 일행은 노예상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음.... 오기는 했는데...." 마침 점심때이고 해 일행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밖이 잘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은 일행중 란테르트가 중얼거리듯 이렇게 내뱉었다. "이제 어쩌지요? 그렇다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잖아 요." 에라브레가 물었다. 그간, 에라브레는 많이 활달해져 있었다. 비록, 과거의 철없을 때와 같은 천진함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으나, 모라이티 나라는 정신없는 아가씨 덕에, 이렇게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에라브레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제 어쩌지?" 어느덧, 일행이 주문한 요리들이 나왔고, 일단 일행은 혀와 위장을 즐겁게 해 주기로 하였다. 그렇게 잠시동안 포크와 나이프로 중무장을 한 채 이런 저런 음식들을 상대로 처절한 전투를 벌여 식사를 마쳤고, 포만감에 조금은 편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한참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으나, 결론은 나지 않았다. 트레시 아조차도 이런 것은 알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알 수 있는 정보라는 것은, 란테르트 님에 비해서도 그리 많지 않답니다. 그런 것은 모두 아르페오네 그 아이가 하는 것이기에...." 그녀의 말에 돌연 모라이티나가 웃었다. "오호호호호!!!! 당신은 무식하군요!!! 그 아르페오네라는 분에 비하 면." 란테르트는 어째 웃음소리가 트레시아와 닮아 가는 모라이티나를 보 며 심히 걱정스러웠으나, 그저 한차례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러나 막 상 당하는 트레시아의 경우에는 그리 쾌치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특 히, 요 근래 힘에 있어서도 아르페오네에게 패하고 나서, 내심 상당한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터에 모라이티나에게 이런 소리를 들었으니 즐 거울 리가 없지 않은가. "시끄럽다. 미숙아...." 트레시아의 반격은 평소처럼 냉철하지 못했고, 그간 독설이 상당히 늘게 된 모라이티나에게는 헛점 투성이로 비추어 졌다. "역시 그랬군요. 당신은 아는게 별로 없었던 거예요!!! 나야 이제 겨 우 19년 6개월을 살았으니까, 어쩔 수 없다 쳐도, 당신은 올해로 2660 년이나 살았는데, 겨우 란테르트보다 조금 더 알고 있다니.... 게을러 평소 공부를 열심히 안한 모양이군요!!!" 트레시아는 모라이티나의, 게을러 노력을 하지 않았다, 라는 말에 얼 굴이 벌개졌다. 평소처럼 날카롭게 받아치는 대신, 트레시아는 시선을 밖으로 돌려 버렸다. 아르페오네에게 패한 이유도 그것이 아닌가!! 그 녀는 노력을 했고, 자신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라이티나는 신이 났다. 이 얼마만의 승리인가!!! 아니 처음이다. 이카르트는 그런 데로 꽤 진지한 말도 해 주고 하여 가끔은 존경스러 운 마음이 일기도 했는데, 트레시아는 이카르트의 사악한 면만을 모아 둔 듯, 쉴새없이 모라이티나를 짓밟았다. 그렇기에 내심 쌓인 것이 상 당했었는데, 이렇게 그녀를 말로 누르고 나니, 기쁜 마음에 구름 위를 걷는 듯도 싶었다. "오호호.... 역시 할 말은 없군요!! 역시 그 소문이 사실이었어. 가 슴이 크면 머리가 빈다!!!! 우리 마을의 남자 어른들이 가끔 하는 이 야기지요. 오호호호!!!" 슬슬 우리의 중재자가 나설 차례였다. "그만 둬. 모라이티나." 란테르트의 한마디에, 모라이티나는 더 이상 트레시아를 놀리지 않았 다. 하지만, 역시 표정은 기쁜 듯 입가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의외의 패에 조금 놀라며 트레시아의 안색을 살폈다. 기이하리 만치 우울한 표정이었다. 결코, 트레시아에게 어울 리는 표정은 아니었다. "모라이티나, 트레시아에게 사과해. 기분이 상했나봐." 한참이 지나도, 트레시아의 표정에서 구름이 걷히지 않자 란테르트는 이렇게 이야기했고, 모라이티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잠시 지어 보이다가 트레시아에게 입을 열었다. "무, 무슨 일이에요? 어디 아파요?" 트레시아는 모라이티나의 물음에 심드렁히 답했다. "됐어.... 아무것도 아니야." 돌연 냉각된 분위기에, 에라브레도 란테르트도, 모라이티나도 멀뚱히 트레시아의 눈치만을 살폈다. 하지만, 트레시아는 시선을 창밖으로 향 한 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아르트레스의 아킬레스건은 아르페오네 인 모양이다. 그때였다. 돌연 창을 통해 비춰져 안의 사람들에게 보여지던 밖의 풍경에 평상 시와는 다른 모습이 비춰졌다. 한 여자, 20세 가량으로 보이는 검정색 머리칼의 여자가 많이 헤진 옷을 입은 채 무언가에 쫓겨 달아났다. 옷은 무언가에 찢긴 듯 너덜너 덜 했고, 몸에는 말라붙은 핏자국과, 아직도 흐르고 있는 피가 엉켜 있었고, 표정은 두려움에 시퍼런 빛을 내고 있었다. "저런.... 또 노예가 탈출한 모양이군." 란테르트에게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한 사 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 소리였다. 이 소리에, 일행 네사람은 약간은 가라ㅇ았던 분위기를 일순에 깨버 리고,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찾았군." 란테르트의 이 말에 세 여자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가서 구해주고, 나쁜 무리들을 무찔러요!!!" 모라이티나는 또다시 정의감에 불탄다, 라는 글자를 얼굴에 새기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내심 착한 일에 목말라 있었다. 그도 그럴 것 이, 세상의 정의를 이루기 위해 이 일곱 대륙으로 찾아온, 그것도 엘 프들의 신인 가엘프의 물건을 훔쳐 가지고 집을 나와 찾아온 것인데,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마족이랑 몰려다니며 띵까띵까 논 것뿐이 니.... 집에 돌아가 자랑할 거리가 한가지도 없었다. 그렇기에, 최근 들어 그녀는 착한 일을 하자고 외치고 다닌 것이다. 그때, 트레시아가 입을 열었다. "잠깐....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요. 그냥 쳐들어가면 재미없잖아요. 단순노동은 질색이니까요...." 트레시아는 란테르트를 그윽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고, 일 행은 그녀의 손짓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어느덧 우울증을 떨쳐버린 모양이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면, 무슨?...." 트레시아는 살살 눈꼬리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셋이 노예가 되는 거예요. 란테르트는 노예 상이 되고. 그렇게 수뇌부까지 접근하여 일격에 소탕!!!! 어때요? " 모라이티나는 재미있겠다는 표정으로 맞장구 쳤다. "아, 좋아요!!" 에라브레 역시 꽤 재미있겠다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 라브레는 아직 열 여덟 살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이 또래에 아직 친구 들과 어울려 이런 저런 장난을 했을 터이나, 그녀는 검을 잡고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열 여덟 살의 아이 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고, 트레시아의 장난기 담긴 제안에 부쩍 흥미가 당긴 것이다. 뭐, 만장일치다. 란테르트는 의장으로 투표권이 없다. 그는 언제나 다른 사람이 하자는 대로 표를 던졌으니, 이렇게 일행이 할 일은 결정 된 것이다. "그럼.... 그렇게 하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렸고, 잠시간 더 세부 계획을 소곤거리던 일행은 다시 몸을 일으켜 음식값을 지불하며 밖으로 향했다. ----------------------------------------------------------------- 오옷!!! 포가디스 완결이라!!! 음.... 축하축하축하!!! ^^;; 흐음.... 큰일났습니다.... 2부 중간쯤에 아그라, 루플루시아, 르제베르가 등장할 예정인데.... 루플루시아의 푼수 대사가 생각나는게 없어서.... 음.... (뭐 그때가서 생각해 볼 문제고.... ^^;;) 2부에서는, 아그라, 루플루시아, 르제베르(118화 후기 참조^^), 서쪽숲의 주인 엘라인(^^), 가엘프 엘 라피나, 용신 델필라르, 용신후 키티나, 파혼편 엘리엠.... 등이 새로 등장합니다.(중반 이후에 조연으로... ^^;;) 흐음.... 저기있는 녀석들 힘 다 합치면.... 드래곤볼이나 가즈나이트의 주연들과도 한번 붙어볼 만 한데... 흐음... ^^;; 별 쓸떼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바보수룡 아그라가.... ^^;; 추신.... 루플루시아님은 완전 가상입니다. 아그라의 동거녀죠.^^;; 에이그라는 솔로입니다... --;; (오!! 슬포라~~~~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13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3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2 05:46 읽음:1586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25. 안녕, 그리고 또 안녕. "어딜 달아나?" 란테르트는 그 냉막한 표정으로, 검은 색 머리칼의 가련한 여자를 붙 잡았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손아귀는 인정사정 없이 그 여자의 머리칼 을 휙 낚아챘고, 달아나던 여자는 매에게 채인 병아리처럼 란테르트의 손아귀에 붙잡힌 채 주저앉아 버렸다. "흑흑흑...." 여자는 앉은자리에서 오열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그런 것에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여자의 따귀를 한차례 올려붙였다. "후훗, 노예 주제에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 마침 그때쯤, 그 검정색 머리칼의 여자를 쫓아오던 남자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명은 갈색의 짧은 머리칼을, 그리고 다른 한 사내는 녹 색빛 나는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는데, 둘 모두 덩치가 산만했다. 그 둘은 란테르트를, 그리고 란테르트가 자신들이 쫓고 있던 여자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란테르트를 대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붙잡아 준 것에 감사를 표할 수도, 그렇다고 막 무가내로 소리치며 여자를 빼앗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두 사내는 잠시간 더 란테르트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의 곁 에 있는 한 화려하게 생긴 여자와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여자 역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결론을 내렸다. "아, 저희 대신 수고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란테르트에게서 풍겨 나오는 알 수 없는 기운에 주눅이 든 그들은 가 능한 한의 공손한 말투로 란테르트에게 입을 열었으나, 란테르트는 매 서운 눈으로 그 둘을 한차례 노려볼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자, 가자." 란테르트는 검정색 머리칼의 여자의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며 이렇게 말했고, 여자는 흐느끼듯 제발 살려달라는 소리를 계속 해댔다. 란테 르트는 그런 여자의 모습에 눈빛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 다시 한차례 따귀를 올려붙였다. 여자의 입가에 피가 한줄기 흘러 내렸다. 뭐 그래 보았자 굳어 붙은 피 위로 조금 더 선명한 선홍색의 선이 하나 그려지 는 것뿐이었지만.... 덩치큰 두 사내는 서로를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그들은 눈 빛으로, 뭐 이렇게 독한 녀석이 다있어?, 라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막상 노예상을 경영하는 그들도, 종종은 노예들에게 미안스러운 마음 을 느끼고 있었고, 게다가 노예를 폭행하기라도 할 때에는 술 한잔쯤 걸치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파란머리칼과 붉은 눈동자를 가 진 남자는, 백주 대낮에 그것도 길거리에서 눈동자 하나 흔들리지 않 은 채 여자를 때리고 있었다. "저, 그 노예는.... 저희들의...." 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고, 그는 대답으로 란테르 트의 살기어린 눈동자를 받았다. "무어라 지껄이고 싶은가?" 란테르트는 음산한 목소리로 한마디했다. 이러한 연기, 란테르트에게 는 거의 연기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그 리 크게 꺼려질 것이 없었다. 아무리 전쟁 에서였지만, 용병단에서 사 람을 무수히 죽였었다. 그는 용병단에서 적을 벨 때, 단 한차례도 자 신이 그 상대보다 정의롭다거나, 혹은 자신은 옳고 상대는 그르다, 따 위의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자신은 단지 상대보다 강할 뿐이었다. 자신이 속해있는 위다는 정의 롭지 않았고, 자신과 싸운 노마티아, 소피카 등의 국가 역시 정의롭지 않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자신의 이익에 따라 힘을 겨룰 뿐이었고, 자신은 그들중 한곳에 단지 속해 있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익, 돈을 벌겠다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사람들을 벤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었다. 그러 나.... 그는 그런 사실에 죄책감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종종 사람을 죽 인다는 것에, 그것도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씁쓸한 미 소가 베어 나오기도 했으나, 그것은 잠시 뿐이었다. 자신을 불행하게 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연인을 앗아간, 사람 따위 죽이건 그렇지 않건 상관없었다. 그는 다만, 얼마 되지 않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 고, 그를 위해서는, 그 사랑하는 사람들 외의 모든 개체들은, 인간이 건 그렇지 않건 적에 가까운 존재이다. 목숨을 이렇게 생각할 정도이니, 가련한 노예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따귀를 올려붙이는 것이 뭐 대수겠는가?.... 란테르트의 한마디에, 갈색 머리칼의 남자는 몸이 다 얼어붙는 듯 싶 었다. 검사 등의 체계적으로 병기를 익힌 사람도 아닌, 거의 깡패나 건달에 가까운 이들 둘로써는, 란테르트의 살기를 이겨낼 재간이 없었 다. 점점 다리가 풀리며 서 있기만 하는데 거의 모든 정신을 허비해야 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 번 갈색 머리가 용기를 내어 이렇게 중얼거렸고, 돌연 란테 르트가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아, 너희 혹시?...." 란테르트는 입가에 약간은 미소를 띄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 뭐란 말 인가? 란테르트는 상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 렇게 말하면.... "예, 맞습니다. 그레이 클라우드의 사람입니다." 드디어 알아냈다. 상대들의 이름을.... 란테르트는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그리고는, 그 여자의 머리를 붙 잡았던 손을 놓으며 두 남자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안내해라. 여기 세 여자도 함께 데려가고." 두 남자는 란테르트의 말에 머리까지 굽실거리며 예예, 하는 대답을 연신 해댔다. 그리고는, 란테르트가 데려온 세 여자들과, 그 불쌍한 검은 머리칼의 아가씨를 데리고 어느 곳으로인가 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놀랍도록 순종적인 세 여자들에 약간의 이상스러운 마음이 들 었으나, 란테르트의 여자를 다루는 동작을 보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 다. 눈빛하나 흔들리지 않고 사람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인간이니.... 도시는 규모만큼이나 복잡했다. 꾸불꾸불한 길의 모퉁이를 몇 차례나 돌고 돌아, 일행은 이윽고 적들의 본거지, 혹은 적어도 노예들을 잡아 두는 곳에 도착했다. "이곳입니다. 아마도 처음 거래를 하러 오셨나보지요?" 갈색 머리칼의 남자의 말에 란테르트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오만 한 눈빛을 한차례 내비쳤을 뿐이다. 커다란 건물이었다. 근래, 한 3, 40년 전에나 등장하기 시작한 5층 건물로, 너비도 보통의 건물 두, 세채 정도는 되어 보였다. 아마도, 왕궁 정도를 빼고는 가장 큰 건물일 듯 했다. 창문 사이사이는 이런 저런 조각들로 그득히 매워져 있었고, 완만한 경사를 가진 갈색의 지붕에는 굴뚝이 십 수개나 하늘로 향해 있었다. 여름이어서 인지, 연기가 올라오는 굴뚝은 세 개뿐이었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 마자 서너 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이들 일행을 둘 러쌌고, 그들중 네명이 각각 검은 색 머리칼의 여자와 트레시아, 에라 브레, 모라이티나 등을 우악스럽게 끌고 갔다. 그 모습에 란테르트는 아주 잠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으나, 세 여자의 연기실력은, 일품 이었다. "아, 제발 집으로 돌려 보내줘요!!!!" "우앙.... 엄마...." "놔라! 내가 누구인지는 아느냐!!" "...." 위에서부터, 각각 검정머리, 모라이티나, 트레시아, 에라브레가 내비 친 반응이었다. 확실히 개성이 넘치는 파티들이었다. 한편, 남아있는 란테르트는 몇몇 사내들의 안내를 받아 위층으로 향 하고 있었다. 모두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자들로, 조금전의 두 근 육덩어리 보다 덩치는 훨씬 작았으나, 훨씬 강해 보였다. 그래 보았 자, 란테르트는 커녕 에라브레조차도 이겨낼 수 없는 자들이었지 만.... 5층. 걷고 또 걸어 란테르트는 한 방으로 안내되었다. 5층 복도 끝에 있는 커다란 방이었다. 방안은 칸막이 몇 개만 설치하면, 6, 7인 정도의 구성원을 가진 가족 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크기였으나, 그런 커다란 방에는 단지 소파 한 세트와 책상 하나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벽에는 이름 모를 그림들이 듬성듬성 걸려 있었고, 짐승의 박제, 그 것도 머리 부분만 잘라 만든 박제가 역시 벽에 걸려 있었다. 뒤쪽으로 나 있는 십 수개의 창문은 절반쯤 두꺼운 커튼에 가려져 있었고, 그 앞에 있는 책상에 한 사내가 거만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보스의 방인 것이다. 아차, 그 남자 옆에는 여자도 한명 앉아 있었다. 트레시아에 가까운 몸매를 가졌으나, 역시 트레시아보다는 한참 떨어졌다. 이렇게 되어서 완성된 보스의 방에 보스일 것 같은 남자가 앉아서, 란테르트를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그레이 클라우드의 장이십니까?" 상대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이렇게 되물었고, 상대는 음 하는 나직한 신음을 내뱉으며 한차례 끄덕였다. "그레이 클라우드의 규모가 어느 정도입니까?" 란테르트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보스는 움찔 했다. 무슨 세무조사 나온 공무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슨 형사 반장 같지도 않은 녀석이 이런 것을 물어보자 그 의도를 얼른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넌 도대체 누구지?" 보스는 약간 경직된 얼굴로 이렇게 물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의 태 도에 살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 이런 실례가. 전 노예 중계 상입니다. 이름은 그냥 엘로 해두 죠. 새로이 거래를 트고 싶은데.... 저는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들과 는 상대를 하지 않아서.... 게다가 안정성이라는 것도 염두해 두어야 하고.... 하하." 보스는 그제야 조금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란테르트를 따라 허 허 웃었다. "아, 그러셨군. 나는 또 누군가에게 고용돼 우리 조직의 규모를 파악 하여 우리들을 공격하려는 줄로 알고.... 허허허...." 우연일까? 아니면 선견지명일까? 보스는 이어 자신을 소개했다. "난 윌리엄 클라우드라고 하네. 노예상, 도박장, 호텔업등 등의 사업 외에도, 곡물 중개업 등의 무역도 하고 있지. 위로는 위다의 국무시경 과도 손이 닿아 있고, 고용된 용병만도 400여명, 그리고 조직원이 10000에 이르고 있지. 일년에 잡아오는 노예들만 해도 3000명에 육박 한다네. 허허허." 과장인지, 사실인지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란테르트는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하지만, 그런 것으로 안전하다 할 수는 없지요. 400 명의 용병이야 위다의 5만 용병에 비한다면, 아니 가까운 대 영주의 저택의 4, 5천쯤 되는 병사들에 비한다면 야 이야기할 거리도 못되 고.... 국무시경이야 실각하면 그대로 끈이 끊어져 버리는데...." 란테르트의 말에 윌리엄의 얼굴이 약간 찌푸려졌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 이상 규모가 큰 집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의 신경질 적인 물음에 란테르트는 다시 한차례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사실, 사설 집단으로 그 정도 규모를 유지한다는 것만 해 도, 저는 대단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상대의 궁금증을 유발 하는 대에는, 다만 따위의 말들을 말꼬리를 흐 리며 내뱉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상대 는 란테르트가 말꼬리를 흐리며 자신을 가만히 쳐다보자, 침을 한차례 꿀꺽 삼키며, 건장한 몸을 기대고 있던 의자의 등받이에서 떼었다. "다만?...."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한 그의 물음에 란테르트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네명 정도에게, 충분히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을 정도밖에는 되지 않 기에...." 윌리암은 란테르트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훗, 그런 말도 안돼는 소리를...." 그의 응대에 란테르트는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럴까요?" 윌리암은 란테르트의 말에 책상을 쾅 치며 몸을 일으켰다. "당연하지!!! 겨우 네명 정도에 무너질 거라면 지금까지 이렇게 고생 하며 기업을 키워 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쓸때없이 기업 확 장을 위한 타도시 진출 따위를 하지 않고 있기에, 이 우엔에 있는 본 사에 거의 모든 세력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세력범위는 카 타평야의 4분의 1에 가깝다. 대 영주와 맞먹는 규모란 말이다." 그때였다. 그가 막 히스테릭한 고함을 내친 직후, 그가 서 있는 공간 바로 뒤쪽 이 울렁이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말할 것도 없이 트레시아였 다. "오호, 그러셔?" 트레시아는 이렇게 말하며, 그 윌리엄이라는 남자의 목덜미를 움켜쥐 었다. 꽤나 운동을 한 듯 단단해 보이는 그는 키가 약간 작은 편이어 서, 트레시아가 힘들이지 않고 그의 목덜미를 움켜 쥘 수 있었다. "누, 누구냐?" 윌리엄은 놀라 이렇게 중얼거렸으나, 그의 물음은 곳 비명으로 바뀌 었다. "나? 글세, 지금은 트레시아로 해 두지." 트레시아는 이렇게 답하며 그를 목덜미를 쥔 채 창 밖으로 던져 버렸 다. 와장창 하는 유리창이 깨어지는 소리와 아래로 떨어지는 비명소리 가 연달아 들려왔고, 황당하리 만치 빠른 시간 안에 끝나버린 상황에 방안 모든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러한 어색한 고요를 가 르며 윌리엄은 끊임없이 소리를 질렀고, 이내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비명도 끝났다. 트레시아는 사람이 지나간 덕에 부서지고 깨어진 창문을 잠시 바라보 다, 두 손을 깍지 끼며 우두둑, 하는 소리를 한차례 냈다. 그리고, 목 을 한차례 움직여 투둑 소리를 낸 후, 그녀 특유의 요기 어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란테르트니~~~~임. 청소 시작 해야죠." 란테르트는 트레시아의 깔끔한 일처리 솜씨에 한차례 싱긋 웃어 보이 고는 몸을 돌려 방안에 있는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저희에게 덤비셔도, 달아나셔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란테르트의 말에 용병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앞으로의 행동을 눈짓으 로 상의하기 시작했다. ----------------------------------------------------------------- 음.... 란테르트 이미지를 망쳤다.... 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모르겠네요.... ^^;; 애가 너무 순해지고 착해져서.... --;; 엔딩 이벤트 직전의 이벤트입니다!!! 엔딩까지 몇화인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아마도 134화 쯤 끝날겝니다.^^;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13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4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2 05:46 읽음:147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한편, 트레시아에 의해 목숨을 잃은 네 남자의 시체가 바닥을 뒹굴 거리고 있는 사이,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 들 었다. 모라이티나는 레이요니르를 들고 싸우기에는 공간이 너무 좁은 것 같자,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소검을 뽑아 들었다. 연한 연둣 빛의 자루에 세뼘 가량의 날을 가진 검이었다. 모라이티나의 검술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엘프 특유의 재빠른 몸놀림 덕에 보통 사 람들보다는 충분히 강했다. 에라브레의 무기는 언제나 처럼 검붉은 색의 검이었다. 그녀는 그 검 을 볼 때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가 사준 검이고, 잊어서 는 안돼는 과거이기에 언제나 간직하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먼저 그 검정 머리칼의 여자에게 다가갔다. 트레시아가 네 남자를 죽이는 모습을 본 그녀는 사색이 되어 바닥에 주저 앉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오, 오지 말아요.... 날 죽이지 말아요.... 제발...." 여자는 잘 열리지도 않는 입을 열어 이렇게 중얼거렸다. "안심하세요. 구하러 온 것이니." 에라브레는 짤막하게 이렇게 상대를 안심시켰고, 검정 머리칼의 여자 는 무슨 소리냐는 듯 에라브레를 올려다보았다. 에라브레는 바닥에 주저 앉은 채 자신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보 는 여자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몸을 굽혀 일으켜 주었다. "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우리는 당신들 붙잡혀 있는 사람들 을 구출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잡혀 있던 곳으로 우리를 안내하세요." 에라브레의 말에 여자는 잠시 물끄러미 에라브레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는 미미하지만 희색 비슷한 것이 돌았다. 집은 밖에서 본 만큼이나 규모가 상당했다. 게다가 구조 역시 복잡하 였는데, 방들과 복도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그녀를 따라 몇 구비 돌고 나니 어느덧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눈에 띄었다. "여, 여기로 내려가면 돼요.... 하지만.... 불가능 할 꺼 에요." "왜요?" 모라이티나가 물었고, 흑발의 여자가 답했다. "아래, 열 명도 넘는 남자들이 감시하고 있어요. 당신들 둘이서 어떻 게 그 우락부락한 남자들을 이기겠어요?"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끄덕임은 결코 그 여자의 말처럼 이겨낼 수 없다, 라는 뜻의 끄덕임은 아니었다. 다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고개가 반응한 것이었다.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에 걸음을 내려놓았 고, 흑발의 여자는 사색이 되어 말했다. "가지 말아요. 당신들도 죽어요."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그런 그녀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적에 대한 정보 부족에 의한 긴장감과, 란테르트라는 거목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흥분을 그녀들에게 안겨 주었기 때문이었다. 흑발의 여자는 잠시 아래로 내려가는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리고는 무슨 용기에서인지 천천히 그녀들의 뒤를 쫓았다. 기나긴 계단을 지나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가 도착한 곳은, 나무로 만든 창살이 가득한 곳이었다. 다섯 명에서 열명 가량이 들어갈 만한 크기로, 나무창살의 벽을 세워 방을 만들었는데, 그런 방이 이십 개쯤 되어 보였다. 막 두, 아니 세 사람이 발을 들여놓은 곳은 꽤 넓은 공간이었다. 가 장 가까운 나무 감옥까지 10여 걸음쯤 된다. 그리고 그 공간에는, 10 여명, 모라이티나가 세어본 바로는 13명의 남자들이 이 의외의 불청객 을 발견하며 천천히 무기를 꺼내들었다. 동시에, 감옥 안에 갖혀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에라브레 등이 있는 곳으로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와 손을 내밀며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그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에, 두 여자는 더더욱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뭐냐?" 열 세명의 남자들중,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에라브레와 모라이티 나를 향해 나직이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듯한 표정입니다만...." 에라브레는, 어느사이엔가 싸늘한 눈빛을 띄고 있었다. 한 전쟁에서 100명의 적을 베던 그 눈.... 하지만, 이전 그녀의 공격력을 두배 이 상으로 만들어주던 광기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즉, 강하되, 사람을 죽 일 수는 없는 그런 순해 빠진 싸늘한 눈인 것이다. 상대는 에라브레의 말에 후훗, 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후훗.... 말이 간단해 좋군. 와라!!! 애송이 계집들!!!" 그의 말에 끝남과 동시에 에라브레는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렸고, 모라이티나 역시 그녀의 연두빛 소검을 휘두르며 에라브레의 뒤를 지 켰다. 조심스레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의 뒤를 따라왔던 그 검정머리 의 여자는, 계단에 주저앉아 버린 채 이들 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곧바로 두 손을 서로 맞잡은 채, 기도인 듯한 행동을 하기 시 작했다. 상대는 생각 외로 강했다. 접전직후 10여분이 흐른 지금,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는 약간 밀리는 싸움을 하고 있었다. 일단 사람이 모자랐다. 상대 하나 하나의 실력은 에라브레보다 떨어지는 편이었으나, 그런 사람이 열 세명이나 되니 에 라브레로써도 속수무책이었다. 사실, 지금의 에라브레가 두달전의 그녀였다면, 그때의 그 복수와 피 에 미친 에라브레였다면 이 싸움은 벌써 끝이 났을 것이다. 하나 하나 의 실력이 에라브레보다 훨씬 떨어진다. 그리고 에라브레의 검은 날카 롭기 그지없어 상대의 검이고 갑옷이고 모조리 뚫어버릴 수 있다. 그 렇다면 결론은 나지 않는가? 검으로 상대의 목이나 심장 등의 급소를 찔러 단번에 목숨을 앗는 것이다. 그렇게 차례로 죽이다 보면 이 열 세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현재 에라브레는 불살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검의 휘두름의 날카로움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버렸고, 자연 검에 상대 를 배려하는 마음이 들어가 예기가 느슨해져 있었다. 그러하니, 어떻 게 상대를 이길 수 있겠는가? 모라이티나는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재빠른 몸놀림 덕에 상 처를 입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상처를 입히지도 못하고 있었다. 근 력이 모자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둘이 심하게 밀리는 싸움을 하지도 않고 있었다. 벽을 등뒤로 놓은 채 천천히 싸움을 풀어가며 상대들에게 조그마한 상 처를 입혀 점점 지치게 만드는 전법을 쓴 덕에 시간은 오래 걸렸으나 차근차근 싸움을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은가.... 오래지 않아 위의 다섯 층을 싹쓸이하고 이리로 찾아올.... 한사람당 성 하나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그 둘이.... "모라이티나, 조심해. 쓸데없이 무리하다 다치지 말고." 에라브레는 조금 서두르는 듯한 모라이티나를 향해 이렇게 외쳤고,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보다.... 란테르트와 트레시아는 도대체 언제나 도착하는 거야?" "금방 올 꺼야.... 그 둘은...." 한편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가 기다리는 두 사람은 막 2층의 청소를 마치고 있었다. "후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군...." 막 두 사람의 목에 구멍을 내 바닥을 피로 적신 란테르트는 죽어 퍼 져있는 사람들에게는 시선 한차례 주지 않은 채 이렇게 중얼거렸고, 트레시아는 방안에 있는 침대에 앉으며 란테르트를 올려다보았다. "우리 잠시 쉬어요. 마침 침대도 있고, 꼬맹이들도 없으니.... " 란테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트레시아의 말을 무시할 뿐이었다. 오엔 시의 커다란 오층 건물이 네 사람이 일으킨 소란(?)에 시끌뻑적 지근 해 있을 때, 막 오엔 시의 입구에 들어선 한 남자가 있었다. 18세? 겉보기에는 그쯤 되어 보이는 사내로, 흰빛의 망토를 어깨에서 발끝까지 드리우고 있었는데, 그 망토의 앞으로 늘어진 사제건에는 금 빛으로 알 수 없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사제건을 차고 있는 것을 보아, 사제인 모양이었다. 그의 키는 평균을 조금 밑돌았고, 머리칼은 짙은 검정색으로, 어깨까 지 자라 있었는데, 여자 같은 단발이었다. "호오.... 그녀가 저곳에 있군요...."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기 키를 훨씬 넘기는, 흡사 초생달과도 같 은 장식이 끝에 매달려 있는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느긋한 걸음을 걷 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나 흉악하게 생긴 사내가 뛰는 듯이 걸음을 옮겨 그 커 다란 건물 쪽으로 달리고 있는 모습이 그 사제의 눈에 들어왔다.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나보군요...." 혼자 중얼거리기를 즐기기라도 하는 듯, 그는 끊임없이 무어라 중얼 거렸다. 돌연, 한 사내가 그 사제와 부딪혔다. 덩치가 그 사제의 두배 가까이 나 되었으나 뒤로 나가떨어진 것은 사제가 아닌 그 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실수로 그 사제에게 부딪혀, 자신의 잘못으로 뒤로 넘어 졌으나, 적반하장 격으로 사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목소리 큰놈이 이긴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인지, 그 남자는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소리를 쳤다. "이 썩어 문드러질 땡중놈이 어디 나와 부딪히고도 눈을 똥그라니 뜬 채 나를 노려보는 거냐?! 당장 무릎꿇고 머리를 땅에 통통 두드리지 않으면 네녀석의 몸을 산산히 부숴 바다에 던져 버릴 테다!!" 음.... 입 하나는 확실히 더러운 남자였다. 그의 말에 그 사제는 눈을 살짝 찌푸렸다. "말이 지나치시군요. 땡중이라니.... 전 신실한 테미시아 님의 종이 랍니다." "지랄 허네!! 네 녀석이 테미시아 님의 신관이면 난 테미시아다!!" 그는 입이 더러운 만큼, 신에 대한 경건한 마음도 부족했다. 그리고 그의 이 광망한 발언은, 그 온화하던 사제의 눈에 주름이 잡히게 하기 에 충분했다. 막 사내의 말이 끝난 순간, 그 사제의 손이 움직였다. 여기서 움직였 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실제로 그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 기 때문이 아니라, 흐릿하며 사라졌던 손의 처음 위치와, 지팡이가 사 내의 몸을 때리며 멈춰선 순간의 손의 위치가 서로 같지 않았기 때문 에 중간의 상황을 유추하여 그러한 말을 했을 뿐이다. 퍼억.... 하는 듣기에도 아파 보이는 소리가 사내의 배에 작렬했고, 사내의 몸은 고무줄에 튕겨진 돌멩이처럼 저 편으로 날아 벽에 처박혔 다. "테미시아 님에게의 불경.... 저로써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럼, 잠시 눈을 붙인 채 머릿속을 청소하십시오." 그는 실신해버린 사내를 향해 공손히 말하고는 몸을 돌려 란테르트 등이 있는 건물로 향하였다. ----------------------------------------------------------------- 오오! 나왔다 아피안.... 다다다음화에서 쓸 말.... 오오! 들어갔다 아피안.... 최단역 최강자!!! ^^;; 어째서.... 신관까지도 정신상태가....--;;; 이벤트 일지도 모르는... 질문!!! 제 글에서 가장 정상!!!적인 주연급 캐릭터는.... 누굴까요? 흐음.... 답장은 안하셔도 상관없습니다. ^^;; (만약 란테르트를 꼽고 계신다면.... 저와 함께 정신과에서 진단을...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13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5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2 05:46 읽음:160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지하의 싸움은 시시각각 처절해져 갔다. 열 세명의 사내들은 삼십여분이나 검을 휘둘러도 그 두 아가씨를 어 쩌지 못하자, 스스로에게 분노를 터트리며 어쩔 줄 몰라했고, 에라브 레와 모라이티나는 조금씩 체력이 바닥남을 느끼며 내심 초조해 하고 있었다. 이럴 즘. 드디어 성 두 개 짜리 원군이 도착했다.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명이 목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다시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다른 사내의 심장에 바람구멍이 뚫렸다. 예상외의 상황전개에, 아직 살아있는 열 한 명의 남자는 일제히 에라 브레와 모라이티나를 공격하던 검을 멈추며 몸을 돌려 지하실 입구 쪽 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푸른 머리칼의 남자와, 붉은 머리칼의 여자, 그리고 그네들의 손에 죽어있는 두 남자가 시야 가득히 차는 것을 느 꼈다. 처음,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에게 무어라 말을 걸었던 사내가, 돌연 어디서 솟았는지 모르는 용기를 내어 검을 흉하게 휘두르며 란테르트 에게 덤벼들었다. "내 검을 무정타 하지 마라!!! 애당초 정의의 용사 흉내를 낸 너희가 잘못이다!!!" 란테르트에게 달려드는 그가 내뱉은 말이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를 한차례 바라보더니, 몸 주위에 바람을 일으켜 그의 가슴 한복판을 뚫어 버렸다. 붉고 따듯한 액체가 분수처럼 공중 에 퍼져 올라갔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의 모습을 차분한 눈길로 바라 보다가 바닥에 쓰러질 무렵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의의 용사? 금시 초문인걸.... 내가 그렇게 대단한 인간이던 가?...." 살아남은 열 사람은 란테르트의 이러한 모습에 경악 성을 내뱉었다. 모두들 잠시동안 서로를 바라보다, 하나 둘씩 바닥에 무기를 던졌다. 생각해 보라.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자신들 중 가장 강한 남자를 죽 이는 사람의 모습을 보며 누가 감히 검을 들고 맞서겠는가? 모라이티나는 언제나처럼 잔인한 란테르트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지었으나, 무어라 입을 열지는 않았다. 말을 한다고 들을 사람 이 아니니 말이다.... 란테르트는 검을 버린 채 서있는 남자들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모두를 풀어줘라." 누구의 명인데 거절하겠는가? 란테르트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열 명의 남자들은 서로 뒤질세라 문 을 열기 시작했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조소를 짓던 란테르트는 몸을 돌려 자신의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한 여자를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 보니, 자신이 따귀를 몇 차례나 때렸던 그 여자이다. 울컥 미안한 마 음이 들어 손을 뻗어 그녀를 일으키려 했으나, 그녀는 벌벌 떨며 란테 르트를 무슨 귀신이라도 보는 듯 바라보고만 있었다. 란테르트는 내밀었던 손을 어색히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낮의 손찌검.... 죄송합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꼭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연극 덕에, 이 수 많은 사람들을, 단 한사람의 희생자도 없이 구할 수 있지 않은가. 물 론, 상대들의 목숨은 계산에 넣지 않고 말이다. 여자는 여전 벌벌 떨며 말이 없었고, 란테르트는 한차례 쓴웃음을 지 은 채 몸을 돌려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 그리고 어느사이엔가 그곳에 서있는 트레시아를 향해 걸었다. 그때였다. 란테르트는 돌연 등뒤에서 느껴진 엄청난 마법력에 몸을 돌려 급속히 실드를 펼쳤다. 어느 정도의 마법력이었다면, 그는 그저 손을 앞으로 뻗어 마법을 거둬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마법은 결코 어느 정도가 아니었다. 화염계.... 하지만, 마법은 겨우 파이어 볼이었다. 신계 마법중 위력 이 가장 낮은 화염구.... 그러나 마법력은 기이할 정도로 높아, 란테 르트는 파이어 볼에 실드를 직격당한 직후, 한 뼘이나 뒤로 미끄러져 밀려나갔다. 순간 불어닥친 따듯한 바람이 온 지하실을 감쌌다. "모라이티나양, 이쪽으로 도망쳐요." 채 붉은 화염의 기운이 가시기도 전에 지하실 입구 쪽에서 사람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날리던 먼지가 바닥에 가라앉은 후에 일행의 눈에는 한 사내의 모습 이 들어왔다. 검정색 단발머리에, 에라브레와 란테르트는 하마터면 쿡 하는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남자가 단발머리라니.... 아니.... 그것보다.... 그의 입에서 분명 모라이티나의 이름이 나왔다. 에라브레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그 리고는, 모라이티나의 표정에서, 그녀가 그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만나서는 안돼는 사람을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 의 표정은 약간 일그러져 있었다. 란테르트는 자세를 다잡으며 그 검정색 단발머리의 사제를 올려다보 았다. 아무리 무방비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밀리다니.... 그것도 겨우 파이어볼에.... 자존심은 집어치우더라도, 상대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일었다. 상대 역시도 놀랍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화염구를 막아낸 사내를 바라 보았다. 처음 화염에 시야가 가려 있을 때는, 당연히 상대가 바닥에 쓰러져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별다른 일없다는 표 정과 몸가짐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돌연 트레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이런.... 또 너희들이냐?...." 이, 그녀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일행의 시선은 모두 그쪽으로 향했 고, 그 단발머리의 사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한 표정으로 트레시아 를 바라보았다. "절 아시던가요?" 트레시아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하지만 적어도 무얼 하는 사람인지는 알지. 그것보다, 미숙아 엘프는 어떻게 알지?" 사제는 트레시아의 첫 번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미숙아 엘 프라는 말에 웃음을 쿡 하고 터트렸다. "모라이티나양.... 이곳에서 별명입니까? 아, 그것보다.... 웃을 일 이 아니군요. 모라이티나양, 어서 이쪽으로 달려오십시오. 제가 엄호 하겠습니다." 사제는 이렇게 말하며 여전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뻗어 란테 르트에게로 향했다. "자,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흰옷의 사제의 손아귀에서 커다란 화염의 구체 가 날았다. 바로 화염계 정념계 마법인 플레임 스피어로, 모양은 정신 계인 파이어 볼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으나, 크기나 위력 면에서는 상 대가 되지 않는 마법이었다. 이글거리는 불꽃이 기다란 꼬리로 궤적을 남기며 5휴리하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폭사하여 란테르트에게로 떨 어졌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이번에는 한 걸음도 밀리지 않았다. 방금 전과는 달리 철저히 방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격은 결코 작지 않았다. 정념계 마법은 보통 정신계 마법 에 비해 열배 이상의 힘을 가진다. 그런 마법을, 그것도 겨우 파이어 볼로 란테르트를 쩔쩔매게 만들었던 그 엄청난 마법력으로 만들어 공 격해 오니, 란테르트의 몸이 성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는 또다시 상 처가 덧나며 피를 토했다. 한편, 플래임 스피어를 날린 그 검정머리의 사제는, 란테르트 이상으 로 표정이 변해 있었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 몹시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그가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첫째가 모라이티나와 이 사람들의 관계 였고, 둘째가, 이 정체불명의 남자였다. 자신이 거의 전력을 쏟아 펼 친 정념계 마법을 이렇게나 간단히 막아내다니.... 사제는 란테르트를, 그리고 란테르트는 그 사제를 올려다보았다. 그 리고는, 서로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하시군요." 먼저 사제가 입을 열었고, "당신도 대단하십니다." 란테르트가 따라 입을 열었다. "왜 왔어요? 설마 날 잡아가려고 온거에요?" 이윽고, 안절부절못하던 모라이티나가 외쳤고, 사제는 모라이티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말썽꾸러기 아가씨. 가엘프 님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오죽 하면 제게 부탁을 하셨겠습니까? 그보다.... 어떻게 된 관계들이신지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제쪽에서 결례를 범한 것 같으 니...." 그의 말에 모라이티나가 입을 열었다. "제 동료들이에요. 그 파란 머리의 남자가 란테르트, 그리고, 여기가 에라브레.... 뭐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저쪽이 트레시아 에요." 검은머리의 사제는 모라이티나의 말을 쫓아 한 명씩 일행을 살펴보았 다. 란테르트를 보면서는 한차례 다시 미소를 지었고, 에라브레를 보 면 서는, 놀라움 섞인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었으며, 트레시아를 보면 서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어둠에 속하신 분이군요.... 어쩐지, 느낌이 낯설다니...." 그는 모라이티나의 소개를 들은 직후, 허리를 살짝 굽히며 자신을 소 개했다. "저는, 테미시아 님의 신전을 돌보고 있는 41대 수신사, 아피안 시온 테미시아라고 합니다." 뒤이어 모라이티나가 끼여들었다. "참고로 나이는 올해로 2백살이레요. 호호.... 아피안 할아버지!!!" "오래간만에 듣는군요.... 모라이티나양의 그 말...." 두 사람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 고 있었는 듯, 스스럼없이 농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경악 섞인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 다. 200살이라니.... 그리고 테미시아 님의 수신사라니.... 분명 일전 에 아르페오네가 인간들중 가장 강한 존재라고 칭했었다. 란테르트보 다 강한 유일한 인간.... 놀란 것은 비단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뿐이 아니었다. 그 안에 있던 수 백 명의 사람들 역시 숨을 죽이며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놀라며 서 로 수근수근 귓속말을 나누었다. 란테르트는 아피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보다.... 무슨 일로 모라이티나를 찾아오신 것입니까?" 란테르트의 물음에 아피안은 자애로이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 말썽꾸러기 아가씨 때문에, 그란 부족은 물론이거니와, 엘프사회 전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직 힘을 각성하지 못한 미성년 엘프가 인간 사회에 나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그분 의 물건까지 가지고 나오는 바람에...." 그때, 모라이티나가 외쳤다. "나 안 돌아 갈꺼에요. 돌아갔다간,.... 가엘프 님에게 무지 혼날꺼 에요...." 아피안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가만히 미소지었다. "용서해 주시 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어서...." 아피안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리고는 입으로 조그맣게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에라브레만이 그녀의 바로 곁에 서 있던 덕에 그녀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을 수 있었 는데.... 그녀는 계속해, "하지만,... 나는.... 나는...." 이라는 말을 되내이고 있었다. "모라이티나양, 어서 돌아가요." 아피안은 다시 한차례 재촉했고, 동시에 모라이티나가 고개를 들며 외쳤다. "나는.... 나는.... 란테르트가 좋아요!! 그와 함께 여행을 하는 것 도 좋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안 돌아갈래요!!" 그녀의 말에, 일행과 아피안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멍하니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 우하하하하 대출혈 서비스~~~~ ^^;; 음..... 바보수룡 아그라라네~~~~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201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6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3 00:23 읽음:157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란테르트는 당황스러웠다. 모라이티나.... 사실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아이였 다. 어린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고, 바보인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 고.... 누구에게나 생글생글 잘 웃어주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어찌 보면 모두를 좋아하는 듯도 보였고, 어찌 보면 원래 성격 자체 가 그런 듯도 보이는 모라이티나의 입에서.... 란테르트를 좋아한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물론, 별 뜻 없는 정말 말 그대로 좋아한다, 라는 말 일수도 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여자로써 남자를 좋아한 다, 라는 말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의 품으로 뛰어들었고, 란테르 트는 자기의 가슴팍에 얼굴을 머리를 기대는 모라이티나의 모습을 멍 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모라이티나의 어깨를 안아 주었다. "나,... 가기 싫어요.... 란테르트.... 란테르트도 내가 가는 게 싫 죠? 그렇죠? 그렇다고 답해줘요...." 모라이티나는 구슬 같은 눈물을 란테르트의 가슴에 쏟으며 이렇게 중 얼거렸다. 그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피안이 온 이상, 그리고 그가 가 엘프의 심부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이상, 자신이 돌아가야만 한다 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말도 안돼는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모라이티나...." 란테르트는 멍하니 그녀의 이름을 한차례 불렀다. "나....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말 외로웠어요.... 아무것도 모 르고.... 모르는 사람들과 모르는 건물들.... 모르는 숲, 모르는 하 늘.... 정말 무서웠어요.... 처음 만난 마족도 무서웠고,.... 마물도 무서웠고,.... 그러다가.... 그러다가,.... 란테르트를 만났어요.... 물론 이카르트도요...." 모라이티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띄엄띄엄 입을 열었고,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양어깨에 손을 짚은 채 묵묵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 었다. 가슴팍은 어느 샌가 축축이 젖어 있었고, 모라이티나의 따듯한 뺨의 체온이, 그리고, 그 뺨이 조그맣게 떨리는 것이 가슴을 통해 그 대로 전해져 왔다. "둘 모두....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에요.... 이카르트는 비록 조금 무서웠지만.... 말상대를 해 주었고,.... 란테르트는 엄마처럼 상냥하 게 대해줬고.... 난 그런 란테르트가 너무너무 좋아요...." "...." 란테르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에라브레와 트레시아, 그리고 아피안마저도, 잠자코 그런 그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란테르트가 에라브레를 좋아하는 거.... 난 아주 잘 알고 있어 요.... 그래서.... 그렇지만.... 나도 란테르트가 좋아요.... 그래 서.... 영원히 함께 지내고 싶어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에라브레의 얼굴빛이 크게 변했고, 란테르트도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라이티나...." 란테르트는 다시 한 번 나직이 모라이티나를 불렀고,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란테르트의 품에 더더욱 안겨들었다. 잠시동안, 시간이 정지한 듯 일행중 어느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이 지하실 안에 있던 100명 남짓한 사람들도, 숨을 죽인 채 그들 일행을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에 말을 할 정도로 용감한 사람 도 무감각한 사람도 없는 모양이다. 모라이티나는 잠시 더 란테르트의 품에 안겨 있다가 천천히 빠져나왔 다. 어느사이엔가 얼굴에는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이전과 같 은 천진한 미소가 아닌 억지가 뒤섞인 조금은 쓸쓸해 보이는 미소였 다. "하지만.... 난 돌아가야 해요.... 가엘프 님은 엘프들의 신.... 엘 프는 그분의 뜻은 어길 수 없어요...." 자신을 슬픈 눈으로 올려다보며 웃어 보이는 모라이티나를 향해, 란 테르트는 가능한 한의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울지 마.... 바보같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모라이티나의 뺨에 은빛의 궤적을 남기며 조용히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모라이티나는 자신의 뺨을 감싸고 있는 란테르트의 손바닥의 온기에 더더욱 많은 눈물을 흘 렸다. "나도 모라이티나가 가는 게 싫어. 하지만....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잖아. 대신 약속할게. 꼭, 반드시 너와 다시 만나겠어. 내가 찾아갈 지도, 또 네가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란테르트의 말에 모라이티나는 다시 한차례 란테르트의 품에 안겼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란테르트는 자신의 품에 안긴 모라이티나의 등을 몇 차례 토닥여 주 었다. "자.... 이제 그만 그쳐. 다큰 아가씨가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남 자에게 안겨 눈물을 흘리면 어떻게 해?" 란테르트의 말에도,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에게서 벗어날 줄을 몰랐 다. 란테르트는 주위를 둘러보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아피안은 난처하다 는 듯 한 표정으로 입구쪽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처음 만났던 검 은 색 머리칼의 여자는 여전히 계단에 주저앉은 채 란테르트를 바라보 고 있었다. 반면 트레시아와 에라브레는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란테르 트와 모라이티나가 포옹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무어라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그런 표정들이었다. 란테르트는 일단, 이 노예상인 일을 매듭짓기로 생각하면서 일행을 향해 말했다. "자, 우선 하던 일을 마치자." 란테르트의 이 말에 트레시아와 에라브레는 정신이 퍼뜩 드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100여명의 납치 당한 사람들과, 방금 전까지도 검을 마주한 10명의 용병들도 넋을 놓은 채 란테르트와 모라 이티나를 바라보고 있다가 란테르트의 말에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 다. 하나 둘 씩, 에라브레와 트레시아, 그리고 덩달아 가세한 아피안의 지시를 따라 밖으로 향했다. 아피안은 에라브레에게서 간단한 상황을 이야기 듣고는 선뜻 돕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란테르트는 여전히 자신의 품에 매달려 있는 모라이티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 "으싸! 모라이티나. 우리도 나가자. " 란테르트가 안아 들자 모라이티나는 두 볼을 붉혔다. "우.... 나 치마 입었잖아요." "아, 미안...." 모라이티나의 반응에 란테르트는 머쓱해 하며 그녀를 내려놓았고, 모 라이티나는 그런 란테르트의 모습에 미소지었다. "대신.... 업어줘요."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미소지으며 몸을 뒤로 돌려 무릎을 살 짝 굽혔고, 모라이티나는 깡총 뛰어 란테르트의 목에 매달렸다. "란테르트의 등은.... 정말 편해요.... 예전에 그 어디더라.... 아무 튼 술먹었을 때.... 그때 란테르트의 등에 업혀서 정말 좋았어요." 모라이티나는 고개를 란테르트의 얼굴 오른쪽으로 내밀며 이렇게 말 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에게 웃어 보였다. "좋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업어줄게. 모라이티나는 아주 가볍거든." 이제 거의 다 빠져나가 한가해 진 커다란 지하실에, 란테르트의 목소 리가 묘한 반향을 일으키며 울렸고, 모라이티나는 쓸쓸히 미소지으며 란테르트의 목을 꼭 껴안았다. "에라브레랑 잘 돼야 해요.... 에라브레도 란테르트를 아주 아주 좋 아해요...." 막 계단 입구에 발을 들여놓던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반응에는 상관치 않은 채 계속해 말을 꺼냈 다. "티나는.... 티나는 란테르트를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란테 르트가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란테르트와 지낸 지난 몇 달 중.... 란테르트가 가장 즐거워하는 모습은, 최근의 한달 이었어요.... 에라 브레와 만난 이후....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아주 좋아하잖아요. 그 러면.... 그러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모라이티나의 목소리는 점점 더 우울해지고, 또 점점더 잦아져 들어 갔다. 란테르트는 이러한 모라이티나의 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조금 더 어린아이처럼,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투 정을 부리면 일이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모라이티나는, 순진하되 어리지는 않았다. "모라이티나...." "란테르트가 행복해 한다면.... 나도 그걸로 좋아요. 난 엘프잖아요. 어차피 란테르트와는 달라요. 나중에.... 나중에 꼭 다시 만나서 우리 셋이서 여행해요. " 란테르트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답할 수 없었다. 적당한 말이 떠오르 지 않았다. 섣부른 위로도, 어설픈 사탕발림 따위도 지금으로썬 모라 이티나의 눈물샘을 자극할 뿐이었다.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목을 영원히 놓지 않으려는 듯 꼭 붙들고 있다가 천천히 풀며 부스럭거리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찾으려는 모양 이었다. 란테르트는 궁금했으나 잠자코 있었고, 이내 자신의 오른쪽으로 불쑥 내밀어지는 모라이티나의 손에 쥐어져 있는 한가지 물건을 볼 수 있었 다. "자요." 란테르트가 보니, 며칠 전 야시장에서 사 준 나비모양의 브로치였다. 형편없는 가짜였으나, 꽤나 예쁘게 반짝이고 있었다. "이거.... 선물이에요. 란테르트가 사 준거지만.... 난 돈이 없는 걸 요... 헤에.... 아무튼, 난 각성하고 나면 지금과는 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꺼 에요. 물론.... 발육 상태로 봐서.... 여전히 어려 보이 겠지만...." 모라이티나는 귀엽게 웃었으나, 예전과 같은 밝은 웃음은 아니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모라이티나의 태도에 왜인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며 그 나비 브로치를 바라보고, 모라이티나는 계속해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나중에 란테르트가 날 찾아왔을 때.... 이 브로치를 차 고 있어요. 그러면 내가 당장 란테르트에게 달려갈께요." 모라이티나의 말에 란테르트는 픽 웃었다. 모라이티나 그녀의 모습이 변하면, 그녀 자신이 차고 있어야지, 왜 란테르트 자신에게 그 브로치 를 건네주는가? 역시 사고방식은 종잡을 수 없는 아가씨였다. 모라이티나는 이렇게 말하며 그 브로치를 란테르트의 오른쪽 가슴에 달아주었다. 녹색의 보석이 -물론 가짜지만- 박힌 나비는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란테르트의 걸음걸이에 맞춰 날개를 흔들거렸다. 란테르트는 그 나비를 잠시 내려다보았고,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목을 더더욱 꽉 안았다. 멀리 건물의 출구가 보였기에, 이제는 헤어져 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의식적으로 보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막 란테르트가 건물의 입구겸 출구에 발을 내려놓을 무렵, 모라이티나의 조그마한 입술이 란테르트의 볼에 닿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또다시 눈 물이 고였다. "이제 내려줘요...." 모라이티나의 따듯한 입술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던 란테르트는 모라 이티나의 말에 허벅지를 붙들고 있던 두 팔을 풀었고, 모라이티나는 발랄한 몸짓으로 그의 등에서 내려왔다. 사람들은, 거의 다 사라졌다. 두려웠던 것이다. 이곳에 남아있다 혹 여나 있을지도 모르는, 자신들을 납치했던 사람들의 보복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행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사를 위하여 보다는, 달아나기 위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일행은 그런 그네들을 탓하지 않았다. 힘을 가지지 못한 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영웅을 위해 환호하는 것은, 그들이 완전히 안전할 때뿐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영웅들은, 평화시대에나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 하지만, 그 영웅이 영웅의 대접을 받는 것은 난세가 끝 난지 한참 후의 평화시대 때의 이야기이다. 혼란한때 힘을 가진 자는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일행은 힘 을 가졌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서둘러 달아나는 것은 당연하다. 에라브레와 트레시아, 그리고 아피안은 그런 그네들에게 그다지 관심 을 두지 않았다. 그보다는 막 건물에서 벗어나는 한 쌍의 남녀에게로 향하는 마음이, 그리고 관심이 더 많았다. 막,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볼에 키스를 하고 그의 등에서 내려왔 다. 온통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그녀는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띈 채 에라브레 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에라브레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들어 모라이티나의 얼굴을 닦아주었 다. 동생 같은 언니인 모라이티나의 얼굴을.... 란테르트 역시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에라브레가 얼굴을 닦을 때마 다 미소지은 채 얼굴을 찡그리는 모라이티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트 레시아를. 트레시아 역시 모라이티나를 약간은 침울해진 눈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트레시아는 의외로 정이 많은 마족 이였다. 잔인할 때 는, 란테르트 이상이었지만.... 란테르트는 마지막으로 아피안을 바라보았고, 아피안 역시 막 모라이 티나를 바라보던 시선을 옮겨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아피안이었다. "말썽꾸러기 아가씨가.... 의외의 곳에서 사랑에 빠져 있었군요." 란테르트는 그렇게 말하는 아피안을 향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보다.... 모라이티나와는 무슨 관계지요?" 란테르트가 물었고, 아피안은 살짝 미소지으며 대꾸했다.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 도저히 200살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전 테미시아 님의 신전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테미시아 님의 신전은 엘프들이 사는 곳에서 그리 많이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모라이티나양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신전에 들락거렸습니다. 심심해 서 놀러 왔다더군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란 부족의 아가씨더군요." 란테르트는, 그란 부족이 어떻냐는 듯 한 표정으로 아피안이라는 사 제를 바라보았고, 아피안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입을 열었다. "그란 부족은.... 신전에서 1000휴하나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아피안의 말에 란테르트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린아이, 아 무리 엘프 라지만 어린아이가 홀로 1000휴하나 떨어진 곳을.... 놀러 가다니.... 아피안은 그런 란테르트의 표정에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슬쩍 지었 다. "처음 놀러왔을 때.... 며칠이 지나도록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기에, 제 다음대 수신사인 아스레하 양이 물었습니다. 집에 돌아가지 안아도 되느냐고.... 그리고 모라이티나양은 그때 활짝 웃었습니다. 길을 잃 었어요.... 라고 답하며." 란테르트는 그의 말에 픽 한차례 웃었다. 모라이티나답다, 라는 생각 이 물씬 들었던 것이다. "우리 저녁 먹으러 가요!!" 어느 샌가 활달해진 모라이티나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 이때쯤이었 던 것 같다. ----------------------------------------------------------------- 대출혈 서비스를 하는 이유!!! 1. 연재분이 40화를 넘어갔다.(연재분이 많아지면 게을러저요.. ^^;;) 2. 1부를 어서 끝내고 싶다. 3. 이번달에도 1등 하고 싶다. (초룡, 가즈,등의 대작을 이기려면 양으로... 그네들의 3배만 올리면 된다!! 우하하!!) 4. 이미 약속했으니까. (음... 난 약속을 잘지키는 착한 변태~~~ --;;) 5. 이렇게 도배하면 조회수가 조금 올라간다. 호호.. ^^;; 6. 많이 올리면 격려메일이 온다. 추천도 올라온다. 으하하하!!! ^^;; 7. 빨리 2부를 연재하고 싶다. (2부는 터지기 딱 좋은 내용인데....--;;) 음.... 대충 뭐 이렇습니다. ^^;; 그럼, 즐거운 통신 되시고, 제 글 읽어주셔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저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 변태작가 에이그라를 주먹과 발길질로 독려(?)하는 미친수룡 아그라가... ^^;; 추신.... 전 아그랍니다. 이 아이디 주인은 친구지요. ^^; 그러니... 광황 신충이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202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7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3 00:23 읽음:1493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오엔 시의 외곽에 서있는 다섯 사람이 각각 패를 이루어 서로를 바라 보고 있었다. 물론 싸움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조금 더 화기애애 한, 아니 정확히는 조금은 쓸쓸하고 슬픈 광경이었다. 모라이티나는 엉엉 울었다. 마음이 여리니 만큼 감정의 기복도 심했 고, 그런 것을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는 능력 역시 형편없었기에, 그 녀는 엉엉 울었다. 에라브레 역시 살짝 눈물을 흘렸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살짝 살짝 매 만져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은 막을 수 있었으나, 손수건이 벌써 흥건해 진 것을 보니 흐른 눈물이 적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비록 모라 이티나와 있던 시간을 짧았지만, 모라이티나는 향기가 몹시 강한 소녀 였다. 트레시아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는 듯 보였으나, 아니 그러려고 노력했으나, 평소보다 눈을 많이 깜짝이고, 팔짱을 낀 팔을 풀었다 감 았다를 반복하는 것이 역시 심적 동요가 작지 않은 모양이었다. "훌쩍.... 나중에 꼭.... 다시 보자.... 훌쩍.... 에라브레.... 훌 쩍.... 행복해야해.... 훌쩍.... 란테르트랑 잘 지내고.... 훌쩍...." 훌쩍거리는 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도 않는 모라이티나의 말에 에라브 레가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알았어.... 흐응.... 나중에 꼭 놀러 나와.... 조심히 돌아가고...." 에라브레의 목소리도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모라이티나는 에라브레의 목을 한차례 껴안았다가 풀었고, 이내 트레 시아의 앞에 섰다. "트레시아.... 재미있었어요.... 훌쩍.... 란테르트 너무 괴롭히지 말고.... 훌쩍.... 에라브레와 란테르트 잘 돌봐줘요.... 훌쩍...." 트레시아는 눈앞에서 훌쩍거리는 모라이티나를 자신의 가슴으로 꼭 안아 주며 말했다. "바보, 울지마라.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 아주 못 봐주겠다." 모라이티나는 마지막으로 란테르트의 앞에 섰다. "란테르트...." 란테르트는 자신을 한참 아래에서 내려다보는 꼬마 아닌 꼬마 아가씨 를 내려다 보다 허리를 굽혀 이마에 입을 맞추어 주었다. "나중에 보자. 모라이티나. 너무 울지 말고.... 눈이 퉁퉁 붓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모라이티나는 란테르트의 인사에 또다시 울음을 터트리며 그에게 안 겼고, 란테르트는 잠시 그녀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때였다. 도시 쪽에서 두 사람이 일행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 다. 처음에는 그저 지나가는 행인이려니 했지만, 이내 그 두 사람이 일행을 향해 오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기요...." 그 둘은 손에 바구니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둘 모두 아가씨로.... 한 명은 란테르트 일행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여자였다. 바로 전날 이 용(?)했던 그 흑발의 아가씨였다. 그녀의 부르는 소리에, 일행의 시선은 일제히 그녀에게로 쏟아졌다. 모라이티나도 란테르트의 품에서 고개를 빼꼼이 그녀 쪽으로 돌렸다. "이거.... 감사하다는 말을.... 어제 감사하다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도시락이에요. 여행하시다 배고프시면 드세요." 흑발의 여자는 이렇게 말하며 바구니를 앞으로 내밀었고, 그녀 곁에 있는 단발머리의 흑발 아가씨는 우물쭈물하며 일행을 바라보고 있었 다. "어서 너도 인사드려." 처음의 긴 흑발의 아가씨가 곁에 있는 단발머리의 아가씨, 정확히는 소녀에게 이렇게 말했고, 그 소녀는 꾸벅 허리를 굽혔다. "가.... 감사 드려요.... 저와 언니를.... 저와 언니를 구해.... 주 셔서...." 꽤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녀였다. 전날, 위험한 줄을 알면서, 그 흑발의 아가씨가 에라브레와 모라이티나의 뒤를 따라 지하실로 온 이 유가 바로 이 소녀 때문인 듯 했다. 긴 머리의 아가씨가 내민 바구니는 가장 가까이 서 있던 트레시아가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모두를 대표해 란테르트가 인사했고, 두 여자는 얼굴이 빨게진채 고 개를 숙였다. "그,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혹시 레토시노 마을에 들리시 면.... 저희 집에 들려주세요. 실라슨 자매라고 이야기하시면.... 마 을 사람들이 저희 집을 가르쳐 줄 꺼 에요...." 그녀들은 이렇게 말한 후, 휭 몸을 돌려 오엔시쪽으로 사라졌다. 보 통 사람, 그것도 여자들에게 이렇게 다른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행은 잠시 이별중 이었다는 것도 잊은 채 멀리 그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뿌듯하다면 뿌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란테르트는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되었건 뺨을 두 대나 때렸으니 말이다. 그 사이, 모라이티나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조금씩 훌쩍일 뿐 엉 엉거리지는 않았다. 모두에게 인사를 마친 모라이티나는 아피안의 뒤를 따라 남쪽으로 향 했고, 아피안은 모두를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모두들, 모라이티나양의 잘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엘프 님도 반드시 기뻐하실 겁니다." 아피안의 인사에 모두들 한마디씩, 물론 트레시아는 빼고, 겸양의 말 을 했고, 모라이티나와 아피안은 그렇게 지평선 쪽으로 아스라히 사라 져 갔다. 에라브레는 멀어져 가며 흡사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종종 고 개를 돌려 일행을 바라보는 모라이티나의 모습에 끝내 눈물을 볼 위로 흘려보냈고, 트레시아는 손가락으로 코밑을 신경질 적으로 비벼댔다. 란테르트 역시 많이 서운한지, 한참동안 모라이티나의 뒷모습을 바라 보았다. 어느덧 모라이티나는 사라졌고, 이제는 일행이 사라질 차례였다. 천 천히 걸음을 옮겨, 오엔 시의 외각을 돌아 북쪽으로 향했다. 테에이산 으로 향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행이 타고 왔던 말은 오엔 시에서 팔아 버렸다. 모라이티나가 빠진 지금 어떤 식으로 말을 타야 할지 정하기가 왠지 골치 아팠고-사실 상 당히 미묘한 문제이다.- 이카르트를 만나는 일이 촌각을 다투는 급한 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참 동안이나 침울한 분위기에 휩싸여있던 일행은, 점심나절이나 되 어서야 어느 정도 미소를 찾았다. 뭐, 누가 죽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느덧 6월도 20일 경에 접어들었고, 란테르트가 답답한 가죽 갑옷을 입지 않은 지도 벌써 보름 이상이나 흘렀다. 그는 겨울에는 보온과 보 호를 겸해 가죽갑옷을 입었었는데,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버릇, 혹 은 습관이었다. 낮이 되니 꽤 날씨가 후덥지근했다. 비록 바람은 아직 선선했으나, 뙤약볕에 달궈지는 몸을 식히기에는 턱없는 선선함이었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에게 물었었다. 함께 테에이산에 가겠느냐고.... 사실 그녀에게는 가야할 이유도 명분도 그리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함께 가겠다고 답했다. 언제나처럼, 딱히 할 일도 없다는 핑계를 대면 서.... 하루동안 걸어 저녁 무렵에 도착한 곳은 그리 크지 않은 키치라는 이 름의 마을이었다. 사실 일행은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오엔 시도 이 키치마을도 무언가에 상당히 들떠 있었고, 또 분주함에 시끄러워져 있었다. 란테르트는 한정된 몇 몇 사람의 일 외에는 무관심했고, 에라 브레는 요 근래 정신을 쏙 빼놓은 시간을 보냈기에 이 사람들이 왜 이 렇게 부산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트레시아는 알고 있었다. "내일이, 테미시아 님의 날이니까." 테미시아는, 그리고 시온은 마족에게도 신이다. 비록 지금은 실의에 빠져 하는 일이 거의 없었으나 이 세상 전체는 그녀에 의해 창조되어지고 정립되어 졌다. 마족 그 자체를 그녀가 창 조하지는 않았으나, 마족의 근원을 이루고 있는 원소를 창조한 것이 그녀이기에, 마족들도 그녀를 신으로 인정한다. 존경하고 그렇지 않고 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적어도 공경은 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님이라 는 존칭어를 붙인다. 테미시아의 날은 하지이다. 보통, 농업사회에서는 태양과 신을 동일 시했고, 그렇기에 그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비춰주는 하 지가 테미시아의 날이 된 것이다. 마을, 키치라는 이름의 이 마을의 사람들은 소박했다. 그 동안 조금 씩 아껴두었던, 사실 봄은 약간 곤궁한 때이지만, 곡물들, 육류 등을 모아 축제를 준비라고 있다. 마을은 중앙에 광장과 마을 회관이 있고, 그리고 그 앞을 지나는 도 로를 따라 집들이 열을 지어 서 있다. 마을 한가운데에 우물이 있고, 마을 입구에 커다란 나무가 서 있으며, 마을을 조금 벗어난 곳에는 한 창 짙은 녹색 빛을 띄는 경작지가 있다. 사람들은 축제 때가 되면 그 중앙광장과 마을회관을 적극 이용한다. 이미 축제는 반쯤 시작되었다. 이 날, 자정을 넘은 직후부터, 해가 뜰 때까지는 경건한 마음으로 제 사를 지내야 한다. 그리고, 해가 뜬 직후부터 진탕 놀고먹고 마시는 축제가 시작되기에 여러 준비는 자정 이전에 모두 끝마쳐야 한다. 가장 즐거운 것은 아이들이다. 그네들은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아직 채 익지도 않은 음식들을 손가락으로 집어먹었다. 단지 사람이 많다는 이유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그 사람들 사이를 휘집고 다니면 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종종 그런 말썽꾸러기들을 향해 호통을 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도 있었으나, 모두들 입가에 미소를 띄는 것 을 잊지 않았다. 여관 하나 없는 조그마한 마을이기에 일행은 그냥 지나쳐 지나치려 했으나,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어쩌지?...." 란테르트는 내심 그냥 마을을 지나쳐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노숙을 했으면 했으나,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는 듯 하는 트레시아와, 더 이상 침울하게 만들어서는 안될 것 같은 에라브레 때문에 이렇게 물었다. 이렇게 물으며 란테르트는 순간 모라이티나를 떠올렸다. 그녀라면 분 명 '와!!! 축제다!!! 우리 놀다 가요!!!' 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란테르트는 훗, 하는 웃음을 한차례 터트렸다. 트레시아는, 어쩌지, 라고 묻고는 혼자 헛웃음을 터트리는 란테르트 를 잠시 이상한 듯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너무 늦었네요. 축제 때니까, 하룻밤 정도 묶을 방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꺼에요. 다만.... 축제에 참가해야 하는 번거러움이 있겠지만." 트레시아의 표정에서는 그녀가 어느 쪽을 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말 은 묶어가야겠다, 라고 말하고 있었으나, 표정은 그리 달가워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트레시아는 지금 조금 침울해져 있었다. 당연히 모라이티나 때문이었 다. 워낙에 말을 많이 주고받았기에, 그마만큼 정이 많이 들었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으니, 심적 동요가 적지 않은 것이 당 연했다. 란테르트는 시선을 에라브레에게로 옮겼다.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모르겠어요...."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란테르트는 또다시 모라이티나의 위 력을 실감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를 즐겁게 하는 그녀의 위 력을.... "음...." 란테르트는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걸음은 걷고 걸어 어느덧 마을 광장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마을 을 벗어났다. 란테르트는 등뒤에서 휘영청 밝아오는 마을의 불빛을 느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아.... 라고.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203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8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3 00:24 읽음:1601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밤. 이제는 이슬도 내리지 않았고, 춥지도 않았다. 란테르트는 밤에 자신의 품에 안겨드는 트레시아에게 에라브레를 맡 겼다. 모라이티나가 있었을 때는, 모라이티나가 에라브레의 곁에 꼭 붙어서 잤고, 그 때문에 란테르트는 트레시아가 자신에게 붙어 자는 것을 심하게 말리지 않았었다. 일단 명분(?)이 없었고, 트레시아가 따 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에라브레를 혼자 두고 자신들 둘이 붙어 자는 것은, 에라브레에게는 못할 짓이다, 라는 것을 근거로 란테르트 는 트레시아를 밀어붙이는데 성공했고, 트레시아는 묵묵히 고개를 끄 덕이며 란테르트의 말을 따랐다. 에라브레는 요 근래 잠이 깊어졌다. 물론, 란테르트 등과 함께 다닌 이후부터이다. 이전에는 한 밤중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잠을 깨곤 했 지만, 이날, 트레시아가 자신의 곁에 눕는데도 에라브레는 눈을 뜨지 않았다. 란테르트는 트레시아가 에라브레의 곁에 눕는 것을 보며 몸을 벌렁 뉘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주워 모은 나무로 일으킨 모닥불이 조심스 레 타오르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조금씩 잠이 들었다. 트레시아는 에라브레 곁에 누워 그녀의 잠자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한달 여전에 느낀 감정을 떠올렸다. 실성한 채 자신에게 달 려드는,...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눈물을 흘리던 에라브레의 모습과 그때 자신이 느낀 감정.... 트레시아는 팔을 조심스레 에라브레의 머리 아래로 넣었다. 에라브레 가 베고 있던 가죽 가방은 곁으로 치워 버렸고, 에라브레는 으음, 하 는 신음을 내고는 잠자리를 다잡으며 트레시아의 팔을 베었다. 또다시 아침은 밝았다. 일행은 북으로의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서둘지는 않았다. 급할 것 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마음에 약간 들뜨기는 했지만, 그것이 바쁘다, 혹은 급하다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 었다. 나긋나긋하고 조용조용한 하루하루의 연속.... 그렇다고 권태롭지는 않았다. 모라이티나의 빈자리는 서서히 매워져 갔다. 다만, 이전과 같 은 활기차고, 어찌 보면 바보 같은 분위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다시 3일간을 걷고 걸어 일행은 미테리아 숲에 들어섰다. 위다에는 일곱 대륙에서 가장 큰 호수가 있다. 너비가 거의 60휴하(1 휴하=약 1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커다란 호수는 아직까지 그 깊이를 재지 못하고 있었다. 호수의 이름은 미리아, 미테리아는 이 미리아 호 수를 감싸고 있는 커다란 숲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많은 마을이 들어서 있어서 그다지 울창하지는 않았다. 테에이산, 이카르트를 만날 테에이산은 꽤 높은 산이었다. 높이를 재 는 대는 실패했으나, 정상까지 걸어서 꼬박 24시간이나 걸린다. 그것 도 한차례도 쉬지 않고 말이다. 그러므로 보통의 사람들은 빠르면 2 일, 길면 3일정도 걸려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테에이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세갈레이다. 하나는 카타성 뒤쪽을 통 해서 였는데, 중간에 높다란 절벽이 있기 때문에 정상까지는 도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서편의 길인데, 이곳 역시 정상까지 갈 수는 없 다. 대신 이 길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는 청옥의 기둥, 사파이 어컬럼이라고 불리우는 아름다운 폭포가 하나 있는데, 절벽과 숲과 호 수, 그리고 폭포가 더는 아름다울 수 없게 놓여져 있다고 한다. 일행은 이 두 길이 아닌 동편으로 향하고 있었다. 동편의 길은 정상 까지 오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뭐 날 수 있는 이들에게야 길이 라는 것이 무의미했지만.... 이제 막 미테리아 숲에 들어섰으니, 테에이산 산기슭까지 하루나 이 틀 정도면 도착 할 것이다. 란테르트는 돌연 이렇게 까지 이카르트가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테에이산의 정상 풍경이 몹시 궁금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한가히 숲길을 걷는 일행 앞의 공간이 돌연 살짝 일그러지며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로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트레 시아는 그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자 마자 크게 놀라 소리쳤다. "아르르망!!! 무슨 일이야?" 그 틈을 비집고 나타난 사람은 갈색의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은 20대 중반의 남자였다. 아르르망, 언젠가 아르페오네의 전언을 이카르트, 즉 아르카이제에게 전하기 위해 이 세상에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적 있 는 인물이다. 아무튼, 틈 사이로 밀리듯 나오는 그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몸 곳 곳이 갈가리 찢겨 검은 색의 기운이 흡사 바람에 구름이 흩어지듯 대 기 중으로 퍼져 나왔고, 안 그래도 하얗던 얼굴이 이제는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해져 있었다. 그는 밖으로 나오자 마자 쿨럭, 하는 진한 기침을 한차례하며 붉은 액체를 바닥에 쏟아냈다. 물론, 피는 아니다. 마족이 피가 있을 리 없 지 않은가? 다만, 그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이 세계의 물질, 즉 마족 들이 허상이라 부르는 물질계의 모습이 가지고 있던 체액이 심한 상처 에 쏟아진 것이다. 어쨌든, 피와 흘리는 상황이 비슷하니, 피라 생각 해도 큰 무리는 없다. 트레시아는 피(?)를 토하며 앞으로 쓰러지는 아르르망을 안았다. "멍청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 아르트레스.... " 아르르망은 트레시아의 몸에 기대어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 켰다.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고, 더 이상 검은 기운이 풀려 흩어지지 도 않았다. 하지만 창백해진 안색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트레시아는 다친 동생(?)을 본 후, 할 말이라고는 이것 외에는 떠오 르지 않는지, 계속해 무슨 일이냐고 다그쳤다. 그때였다. 방금 아르르망이 가르고 나온 공간, 바로 그 위치가 다시 갈라지며 왠 괴상하게 생긴 생물 비슷한 것이 그곳을 비집고 나왔다. 흡사 사마귀의 낫과 같은 앞다리와 여러 개의 눈을 가진 짙은 녹색의 이 괴상한 괴물은 그 낫과도 같은 두 팔로 공간을 힘겹게 별리며 억지 로 커다란 몸을 들이밀었다. 대체적인 크기는 거의 커다란 곰쯤 되어 보였다. 트레시아는 아르르망을 부축하며 고개를 그 괴물 쪽으로 향했고, 이 내 화가 난 듯 한 목소리로 외쳤다. "겨우 일곱 번째 땅의 사생아 주제에!!!"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순식간에 벌어진 이 당황스러운 광경에 딱히 끼여들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그 괴상한 괴물이 공간을 찢고 나올 때부터 란테르트의 뒤에 몸을 숨 긴 채 그 괴물을 바라보고 있었고, 란테르트는 눈을 살짝 찌푸리며 검 으로 손을 가져갔다. "쿠워어엌!!!" 그 괴물은 공간을 찢고 나오는 것이 버거운 듯 비명을 질렀다. 끊임 없이 그 낫과 같은 팔을 허우적거리며 몸을 흔들어댔고, 공간은 흡사 잔잔한 호수에 조약돌을 던진 것처럼 잔잔한 왜곡을 일으키고 있었다. 트레시아는 일곱 번째가 어떻고 하며 소리치고는 손을 뻗어 그 괴물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미간을 좁히며 외쳤다. "머저리 같은 녀석이 어디 그 더러운 상판때기를 들이대는가?!!" 동시에 흐릿한 검은 기운이 불꽃과 같이 그 괴물에게 뻗어나갔고, 퍼 억, 하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머리가 터지며 녹색의 진득한 액체가 쏟 아졌다. 괴물의 몸은 비명도 한차례 못 지르고는 산산이 부서졌고, 왜 곡되어 있던 공간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트레시아는 잠시 그 괴물의 소멸을 지켜보다 다시 시선을 아르르망에 게로 돌렸다. "너 설마 나한테 저런 쓰레기한테 당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아르르망은 트레시아의 말에 헬쓱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가 많았습니다.... 천마리 가까운 녀석들과 싸우느라고.... 힘의 소모가 너무 심했습니다...." 아르르망의 대답에 트레시아는 미간을 좁혔다. "혼자 일곱 번째 땅에 간 거야?" 아르르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트레시아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조그맣게 중얼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 기었다. 그리고는 퍼뜩 정신이 들며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에라브레 는 부서진 그 괴물에로 시선을 둔 채 망연히 서 있었고, 란테르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 괴물을 바라보다 시선을 막 트레시아에게로 돌 리는 참이었다. "아,.... 아르르망. 인사드려라. 아르카이제 님의 친구이신 란테르트 님 이시다." 트레시아의 소개에 아르르망은 란테르트에게 공손히 인사를 했고, 란 테르트는 그와 비슷한 정도의 예를 갖추어 인사를 받았다. "아르르망이라고 합니다. 일전에 잠드셨을 때 한 번 뵈었었습니다." 란테르트는 자신이 이카르트, 아르카이제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이 런 상급 마족에게 극진한 예를 받는 것이 조금 어색했으나, 무덤덤히 인사를 받았다. "란테르트 루렌드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어 트레시아는 에라브레를 소개했고, 아르르망과 에라브레는 각각 인사를 나누었다. 란테르트에게 와는 달리, 아르르망은 에라브레에게 그렇게 까지 극진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트레시아는 막 인사를 끝내자 마자 아르르망을 다그쳤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겨우 일곱 번째 땅의 녀석들에 얻어맞다 니.... 아무리 상대의 수가 많았다 하더라도.... 여차하면 다른 곳으 로 달아나면 됐었쟎아? 이 쓰레기 같은 사생아 녀석들은 차원이동 같 은 것은 할 줄 모르는데...." 그녀의 물음에 아르르망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이 녀석들.... 굉장히 이상한 물건을 만들었습니다. 차원 결계인 듯 한데.... 그 안에서는 차원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아르르망의 대답에 트레시아는 음, 하는 신음을 내며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외치듯 말했다. "아르페오네는? 그녀가 어째서 손을 써 너를 돕지 않은 것이지? 나 야.... 그런 쪽은 별로 지만, 그 아이라면 네가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았을 텐데...." 아르르망이 답했다. "일전에 스스로에게 건 봉인이 풀린지 그리 오래지 않아서.... 현재 요양중입니다." "바보 같은 짓을 해 가지고는!!!...." 아르르망의 말에 트레시아는 다시 한차례 소리치듯 말했다. 하지만, 질책 이라기 보다는 안타까움에서 내뱉은 소리였다. 아르르망은 머쓱해져 입을 다물었고, 트레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게다가.... 그분, 아르카이제님 께서는? 네가 이렇게 당하도록 두지 는 않으셨을 텐데.... 어떤 임무를 하고 계시는 중이라도, 네가 위험 하다면 너를 찾아 가셨을 텐데...." 트레시아의 말에 아르르망의 안색이 돌변했고, 트레시아는 그런 그의 모습에 역시 안색을 바꾸며 외쳤다. "설마 그분께 무슨 일 있는 것 아니겠지? " 아르르망은 그녀의 다그침에 말을 더듬으며 간신히 답했다. "아, 아닙니다...." "그럼 뭐야? 그 표정!! 똑바로 얘기해 봐!!" "다만.... 몸이 조금 좋지 않으십니다. 무엇 때문이지 몰라도 마음의 동요가 아주 심하십니다." 아르르망의 대답에 트레시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동요?" "예...." "그럴 리가.... 그분은.... 그분의 수행은 너무나도 깊으셔서, 어느 정도의 일로는 결코 동요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트레시아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이렇게 말했고, 아르르망은 알 수 없 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알 수 없습니다.... 그보다... 전 이제 다시 일곱 번째 땅으로 가 보아야 겠습니다. 임무를 마저 수행해야 하기에...." 아르르망의 말에 트레시아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아르르망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몸으로는.... 물론, 그 일곱 번째 땅의 사생아들의 대장이라는 녀석도 너에 비해서는 형편없지만.... 양이 양이니 만큼 쉽지 않을텐데...." "괜찮습니다. 저도 체력만큼은 아르트레스에게 뒤지지 않으니까요." 아르르망은 슬쩍 웃으며 이렇게 말했으나, 트레시아는 여전 걱정스러 운 표정을 얼굴에서 지우지 못했다. 그때 란테르트가 곁에서 끼여들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머지 않아.... 그러니까, 저분을 따라 가서 도와 주도록 해. 나와 라브에는 천천히 가 볼 테니." 트레시아는 내심 그렇게 하고 싶었으나, 자신이 지금 하는 일, 즉 란 테르트를 보호해 준다, 라는 것이 자신의 임무 였기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트레시아는 잠시 주저하는 눈빛을 내비쳤고, 란테르트는 한차례 미소 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 길어야 사나흘 정도밖에는 걸리지 않아. 그 동안 설마 무슨 일 있겠어?" 란테르트의 말에 트레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가 계세요. 곧바로 따라 가겠어요." "저도 가겠습니다." 트레시아에 이어 아르르망도 인사를 했고, 그 둘은 자그마한 공간 간 섭을 일으키며 모습을 감추었다.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그 둘을 간단한 인사로 전송한 후, 한참동안 이나 그곳에 멍히 서 있었다. 돌연 불어온 숲 속의 소슬한 바람이 몸 을 휘감으며 적막이라는 느낌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돌연스레 단 둘 이 되어버린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알 수 없는 어색함에 입을 다물어 야만 했다. 잠시동안 그렇게 있던 란테르트는 걸음을 옮겼다. 이카르트.... 하나 뿐인 친구가 동요하고 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분 명 나크젤리온에게 불리어간 일 때문일 것이다. 일전 트레시아도, 그 의 안색이 조금 초췌해 졌었다고 했다. 걱정과 궁금함, 이 두 가지 감 정에 란테르트는 머릿속이 어지러웠고, 자신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져 에라브레와의 거리가 조금 벌어졌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에라브레가 자신을 따라오지 못함을 발견하고 걸 음을 멈추었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움직이자 그를 따라 발을 빨리 놀렸으나, 조금도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고, 란테르트가 잠시 멈춰선 후에나 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에라브레는 그를 쫓느라 가빠진 숨을 몇 차례 내쉰 후, 란테르트를 바라보았고, 란테르트는 멋쩍은 웃음을 에라브레에게 지어 보였다. "미안.... 너무 서둘렀지?...." 에라브레는 묵묵히 고개를 가로 저었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를 향 해 다시 한차례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천천히, 에라브레의 발에 맞추 어 북으로 걸음을 옮기었다. 천천히....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향해서.... ----------------------------------------------------------------- 음.... 모라이티나도.... 아르트레스도.... 이렇게 다 떼버렸군.... 음.... 심심해서 써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 ^^;; (이건... 글 안에서도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 황혼, 노을, 석양, 해질녘의 하늘.... : 모두 비스무레... ^^;; 해지기 전의 보라색 하늘에서 막 해가 졌을때의 붉은 하늘까지.... 모두 좋죠... ^^;; 번개 번개치는 모습을 구경하는 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좋아합니다. 근데... 글안에서는 거의 등장을 않했군요.... ^^;; 높은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절벽 위, 산 정상, 건물 옥상.... 높은곳은 무서워 하면서 높은곳에서의 원경은 굉장히 좋아하죠^^;; 폭우, 미친듯이 내리는 비 구경하기,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비맞기.... 음.... 보슬비 같은건 별루지만.... 폭우는 매우몹시 좋아합니다. (요새는.... 빨래하기 귀찮아 비맞는짓은 못하지만....--;;) 바람 좋아하는 것으로는 번개와 쌍벽!! 몸을 강한 바람에 노출(?)시킨채 멍청이 서있으면 기분 좋죠... ^^;; 결론, 나는 건물 옥상에서 비맞으며 번개치는 모습을 보면 좋아 죽겠다~~~~ 산위에서 해지는 모습을 보고있을때 바람이 불어주면 역시 좋아 죽겠다~~~ 음.... 또 헛소리로 후기를 채웠군요... ^^;;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28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29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3 22:37 읽음:1607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26. Deblan : 불행. 어느덧 테에이산의 중턱이었다. 아니, 중턱보다는 조금 낮은 곳이었 다. 6월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산상의 밤은 서늘했다. 모닥불은 짙은 어둠을 배경으로 더더욱 환히 타올랐고, 에라브레의 얼굴은 불꽃에 어른어른 붉게 물들어 있었다. 무수한 별들을 배경으 로.... 트레시아와 헤어진지 꼬박 하루 반나절이 흘렀다. 단 둘, 그것도 남 녀가 단 둘이 이렇게 여행을 하는 것은 꽤나 어색했고, 란테르트도, 에라브레도 무의식중에 말수가 많이 적어졌다. 낯선 느낌이 그들을 지 배했기 때문이었다. 에라브레는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기를 채운다 이외에는 어떠 한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은 음식은 이미 입안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 졌고, 식사 직후의 한가한, 그리고 어쩌면 평화로운 시간을 모닥불과 함께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흘끔 흘끔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란테르트는 종종 에라브레가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엷은 미소로 대답 해 주었다. 그 역시 에라브레만큼이나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카르트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그에게 무슨 일이 있으리라고는 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종종, 이카르트가 자신의 곁을 떠난 후, 란테르트는 그의 모습을 떠 올렸다. 농반 진반으로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던 보라색 머리칼의 친 구를. 새삼 고마웠다. 아주 조그마한 것까지 세심히 배려해 주던 그가 란테르트는 정말이지 고마웠다. 따지고 보면, 자신과 에라브레가 이렇 게 웃으며 마주할 수 있는 것도 전적으로 그의 도움이었다. "꼬박 하룻 동안이나 입을 다물고 있구나...." 이윽고 란테르트가 입을 열었고, 에라브레는 흠칫 하며 그를 바라보 았다. 란테르트는 들고 있던 기다란, 끝이 검게 그을린 나뭇가지를 쏘시개 로 사용해 모닥불을 의미 없이 몇 차례 뒤집었다. 그는 한참동안 그런 행동을 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듣고 싶구나.... 라브에, 너의 앞길을.... 네가 생각하고 있는 너의 미래를...." 란테르트는 띄엄띄엄 이렇게 중얼거렸고, 에라브레는 시선을 모닥불 을 뒤척이는 란테르트의 손의 매너리즘 속으로 내동댕이쳐 버렸다. 그 의 말에 그녀는 대답할 적당한 말을 찾는 것을 포기한 듯, 한참동안이 나 입을 열지 않았다. "조용히.... 너와 단둘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이 시간을.... 나 는 오래 전부터 바래왔었어.... 뭐, 다른 뜻은 없어.... 다만.... 나 는 너의 생각을 듣고 싶었지.... 나와 함께 있는 이 시간에 대한 너의 생각을.... 그리고, 언젠가는,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나와 떨어져 있을 채일 그 시간들에 대한 너의 생각을...." 란테르트의 입이 다시 떨어졌고, 에라브레는 시선을 더더욱 아래로 떨구었다. 입고 있는 꼭 달라붙는 짙은 색의 바지. 곁에 풀어져 있는 검정색, 아니 검붉은 색의 검. 치마처럼 펼쳐져 있는, 허벅지까지 내 려오는 얇은 웃옷. 그 위에 입고 있는 란테르트가 후견인이라는 이름 으로 사준 금속제 경갑輕甲. 그리고.... 에라브레의 시야에 한 쌍의 목걸이가 들어왔다. 모양이 꼭 같은 가르 트라는 이름을 가진 두 개의 목걸이.... 가르트는 신화시대의 말로 보 호하는 자, 혹은 보호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자신의 것 이고, 다른 하나는 물론 언니 사피엘라의 것이다. 언니가 죽은 직후 란테르트에게서 빼앗은 목걸이.... 그때 자신이 그의 뺨을 몇 대나 때 리며 목걸이를 빼앗고, 그가 언니에게 선물한 반지를 내팽개쳤던 것 같았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와 합류한 후, 몇 차례나 사피엘라의 가르트의 목걸이를 그에게로 돌려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번번이 해내지 못하였다. 에라브레의 마음은 지금 가르트의 목걸이를 목에서 벗겨들고 있었다. 하나가 아닌 둘 모두를.... 그리고.... 하나는 과거의 란테르트에게.... 다른 하나는 현재의 란테르트에게 쥐어 주었다. 과거의 란테르트에게서는 그 은반지를 받아 과거의 언니 에게 전해주고.... 현재의 란테르트에게서는 그 은반지를 받아.... 에라브레의 이러한 상상은 란테르트의 목소리와 함께 깨어져 버렸다. "결혼.... 생각해 보았니?" 에라브레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프로포즈? "조금은 평범하게.... 어느 곳에 정착하여 살아가는 거야...." 란테르트의 이 말에,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하는 이 말에 에라브 레는 순간 심장이 콩당콩당 뜀을 느꼈다. 두 뺨이 발그레 닳아 올랐 고, 몸에 열이 나는 듯 덥고 답답했다. 하지만, 란테르트는 둔하기 짝이 없었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아니 었지만, 유달리 인간 관계에 관해서는 둔했다. 어려서부터 정상적인 인간관계속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극단적인 인간들의 관계 속에서 사회성을 길러온 란테르트에게는 통상적이고 평범한 감정 들이 오히려 이상하고, 또 그렇기에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버린 것이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뺨이 발그래 해 진 것도, 그녀의 눈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무덤덤히 하던 이야기를 이어갈 뿐이다. "처음.... 너의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크게 후회했어.... 그 날.... 피엘이 그렇게 나, 아니 우리 곁을 떠났던 그날.... 너를 잘 돌보았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 말이야." 에라브레는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검을 쥔 덕에 많이 험해져 있었 으나, 여전 하얗고 고왔다. "외로움에 거의 미쳐있던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울컥 들었고.... 훗.... 아직도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은 듯 싶구나.... 정말 미안하 다.... 나의 부주위로...."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사과에 아니에요, 라고 말하려 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입은 떨어졌으나, 말을 꺼내는 순간 자신의 지금 가지고 있는 속마음이 모조리 밖으로 튀어 나와 버릴 것 같아 말 을 할 수 없었다. 란테르트는 다만 고개를 가로젓는 에라브레를 향해 한차례 씁쓸한 미 소를 지었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네게 필요한 것은.... 돈이나 무기 따위 가 아니라.... 너의 등을 토닥여 줄 사람이었는데...."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얼굴을 한차례 쓸었다. "나는.... 그때 나는 사실 두려웠다.... 네가 나를 증오하는 것 이.... 그 사실이 두려웠지. 너의 등을 토닥여 줄 가장 적당하고 좋은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너를 만났을 때 너에게서 올 비난 어 린 눈총이 두려웠어.... 나는 그래서.... 그래서 가장 쉬운 길을 택했 던 것이야...." 에라브레는 여전 입을 열지 못했다. 이제는 자신의 속마음이 폭로될 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감정이 크게 진탕되어 입을 열면 눈물이 쏟아 질 듯 했기 때문이었다. "후훗.... 아왈트.... 그가 나에게 말했었어.... 너는 너의 만족 속 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라고.... 사실이야....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 들중 가장 쉬운 일을 찾아 그 속에 안주하고 있었지...." 란테르트는 여기까지 말한 후,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이내 활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모두 잘 되었잖아.... 라브에는 건강하게 내 눈앞에 앉 아 있고.... 이제는 내가 라브에라고 불러도 화를 내지 않고.... 이 두 가지만으로도.... 나는 기뻐.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야."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프 로포즈? 란테르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라브에.... 너는 이제 더 이상 험한 일을 하지 마.... 그냥, 한 사 람의 아내로써.... 그리고 아이들의 어머니로써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거야.... 칼슨 씨의 말에 의하면 내 후년이면 성인이 되고, 정식으로 수이브렛 가의 영주가 된다고 하던데.... 너의 영지로 돌아가 평온하 고 조용한 삶을 사는 거야. 더 이상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고,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고.... 좋지 않아?" "...." 에라브레는 섣불리 입을 열지 않은 채 란테르트의 눈치를 살폈다. 그 의 눈동자는 상상이상으로 담담했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눈에 더더 욱 불안감을 느꼈다. "적당한 사람은, 내가 칼슨 씨에게 부탁할게." 그리고.... 란테르트의 이 마지막 말에, 에라브레의 가슴은 싸늘히 식었다. "아직 생각해 본적 없어요.... 피곤해요.... 자야 겠어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란테르트에게 등을 보이며 몸을 눕혔다. 괜스레 눈에 고인 눈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아 버 렸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가 그렇게 돌연 화를 내자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해.... 내가 평생 돌보아 줄 수 있 다면 문제없겠지만, 그럴 수는 없잖아. 너도 너만의 생활이라는 것이 있고.... 언제까지나 내가 그런 너의 생활에 간섭할 수도 없고...."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불쑥 솟구쳐 올랐 고, 이내 그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당신과는 상관없잖아요.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 하지 마세요...." "투정은...." 란테르트는 투정을 부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직은 역시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란테르트는 한숨을 내쉬며 토라진 에라브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모르겠 는가? 그는 다만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애써 외면할 뿐이었다. 피엘과 약혼했다 따위의 명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여러 핑계중의 하나 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존재.... 그런 자신을.... 불행하지 않은 상태를 행복이다, 라고 정의해도, 행 복했던 날이 손에 꼽을 정도인 자신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란테르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에라브레라는 아이가 자신의 마음 속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당년의 사피엘라가 자신의 마음을 차지 했던 비율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그는 여전 사피엘라를 사 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 이라기 보다는 망자에 대한 그리움에 가 까운 감정이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상호간의 마음이다. 혹자는 짝사랑이라는 것을 들어 이 말에 반박할지도 모르지만, 짝사랑 역시 상대의 반응이 있는 그러 한 사랑이다. 비록 그것이 냉대와 멸시라 하더라도, 반응은 반응이다. 그런 의미에서 란테르트의 사피엘라에 대한 마음은 이미 사랑이라 부 르기보다는 그리움이라 부르는 편이 정확했다. 그리고 에라브레.... 물론, 그는 그녀를 동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 만, 그것은 그의 머리가 그렇게 생각할 뿐, 가슴은 이미 그것과는 다 르게 느끼고 있었다. 영원히 보살펴 주고 싶은 아이.... 영원히 자신 의 품안에 머물게 하고 싶은 아이.... 란테르트에게 에라브레는 그런 아이였다. "후...." 란테르트는 길고 또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고, 두 눈가로 슬쩍 내려온 푸른색의 머리칼이 입김에 사르랑 흔들렸다. 에라브레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그의 한숨소리에 질끈 감고있던 눈을 떴고, 기다리고 있던 눈물이 이때다 하며 눈가를 따라 구르며 흘러내 렸다. 그리고, 불끈 화가 솟았다. 바보라는 말을 수도 없이 하며 란테 르트를 욕했다. 그녀는 처음 란테르트에게 오빠라고 부르지 못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녀가 그를 오빠라고 다정하게 부르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잘못이 아닌 그의 잘못인 것 같았다. 말 과 표정 행동은 친밀하고 따듯하게 하면서도, 정작 마음만은 꽉 봉해 둔채 열어 보일 줄을 모른다. 머리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지 몰라도, 마음은 벌써부터 그 사실 을 인식했던 모양이다. 란테르트의 그런 거리감 있는 행동을.... "바보...." 그녀는 자신조차 들을 수 없는 조그마한 목소리를.... 막 내쉬는 숨 에 섞어 내뱉었다. ----------------------------------------------------------------- 음.... 다크스폰님께 씹혔습니다. --;;;; (어둠의 날개 세번째 희생자 입니다. ^^;;) 음.... 사상, 철학, 품위라.... 그런게 어째서 소설에 필요할까요? 그런건 사상서나 철학서에서 찾는 편이... 전 글이란, 쉽게 쫙쫙 눈에 들어오는 것이 최고다 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능력이 된다면 그 안에 사상을 녹이는 겁니다. 사상 때문에 글이 재미 없으면 그건 목적전치(수단이 목적을 앞섬)죠. 거기다 행복과 불행이 왜 철학적인 제목일까요? 유치원 수준의 유치한 작명센스가 빚어낸 썰렁한 재목일 뿐인데...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단지 란테르트의 일생이라는 것이, 행복과 불행 사이를 극단적으로 오가는 시계추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행복한듯 살아가다가도, 가끔 찾아오는 불행에 그것을 송두리째 빼앗기죠. 언제나 이러한 것의 원패턴입니다. 처음 집안에서 어머니 품에 안주해 있다 어머니를 잃고, 클라린스라는 여자에게 역시 안주해 있다가, 그녀가 아버지에게 파괴 당하는 모습을 보며 집을 뛰쳐 나갑니다. 집을 나간 후 만든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그에게 배신당하고, 탈옥한 후, 나름대로의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다 다시 배신당합니다. 그 후, 스승에게 구원받아 그와 함께 꽤나 편안한 생활을 하다 그에게 배신당하고, 사피엘라와 에라브레를 만나 즐겁게 지내다가 그녀를 잃습니다. 또다시 에라브레와 행복하게 지내다가.... 행복, 불행, 행복, 불행, 행복, 불행의 원패턴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이런 제목을 지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다른 캐릭터가 모두 NPC다라.... 글쎄요... 이 점에 대해서는 반박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게 느끼셨다는데 대해서는 할 말 없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이니까요.) 무감각... 정확히는 싸이코죠. 그렇기 때문에 성격을 종잡을 수 없는 것이고. 무개성이라... 무표정이라.... 용병단 전후의 성격차가 없는 이유는 간단하지 않을까요? 그동안의 삶이나 용병단에서의 생활이나, 피폐하기는 마찬가지니까요. 란테르트는 한번도, 내가 용병단에서 이러이러해 힘들었다, 라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별다를것 없는 생활이었죠. 사실 그에게는 용병단의 생활 보다는 사피엘라라는 여성의 죽음이 더더욱 큰 행동양태의 변화입니다. 가장 크게 변한 점은, 손에 사정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사피엘라, 에라브레와 함께 다니는 동안 그는 단 한사람도 '죽이지'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에는, 싸움하기 귀찮아 사람을 죽입니다. 이 정도면 상당한 차이라고 보는데요. 전 나름대로 캐러에 많은 개성을 넣었다고 생각 했었습니다. 제게 오는 메일중 거의 대부분이 그런 내용이죠. 그래서 별 신경 않쓰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세심히 살펴야 겠군요. ^^;; 더 강한 적이라.... 주인공의 매력을 이용한 연재량 늘리기라... 전 연재량을 늘린적은 없습니다. 처음 예정 거의 그대로이지요. 그리고, 아직 200화 가까운 양이 남아 있습니다. 제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란테르트의 이야기입니다. 히로인 같은것도 없습니다. 라이벌도 없지요. 다만 불행한 남자 란테르트 이야기입니다. 란테르트가 지겨워 진다면... 저도 어쩔수 없습니다. 처음부터의 계획이니... 전투제일 방식이라... 전 결코 이런 내용으로 쓰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전투가 너무 적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인데... 제 글에서 싸움이라는 것은, 싸움 그 자체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다른 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 정도에 지나지 않지요. 종종 지루함을 덜기 위한 오락거리 같다거나.... 전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쓰고 싶을 뿐입니다. 애인이 죽어 복수를 결심한다라... 전 분명 란테르트가 복수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라고 했는데요. 이카르트가 란테르트와 친구를 한 이유는, 소설안에도 나와 있습니다. 이카르트는 이미 오래전에 아르트레스를 통해 란테르트를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자마자 이름을 알지 않습니까? 결코 갑자기 짠 하고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한마디 만에 그의 사고방식에 끌린 것이지요. 불가능 하다고 말씀하시지 마십시요. 충분히 가능합니다. 첫눈에 반하는 것은 비논리적이지만, 실례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란테르트는 2부에 더더욱 강해집니다. 그것도 턱없이. 유치할 정도로 강해집니다. 하지만, 그것은 필연적인 것으로, 그것을 인정할 수 없다면, 저로써는 할 말이 없습니다. 제 글은 언제나 무협지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전 아직도 모르겠군요. 환타지라는 것이 그것만의 독특한 내용 이라는 것이 있나요? 전 어떠한 소설이건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내용이다!! 라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이건 환타지니까 어떠해야해, 혹은 이건 무협지니까.... 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죠. 제글이 무협지 같아 보이는 이유는, 마법보다는 검 중심의 세계관과, 글 속에 녹아있는 동양적 어투, 상황묘사 정도라고 봅니다. 복수나, 기연 같은 경우는 환타지에도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사상이 없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입니다. 제 사상은 사랑입니다. 우습다구요? 천만에요. 란테르트가 처음 이카르트와 만났을때 중얼거립니다. 내 앞에서 죽여서 않될 사람은 세상에서 한명 뿐이라고. 이러한 생각은 글 곳곳에 들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목숨마저 우습게 넘겨주면서, 그 외의 인간들에게는 미소조차 잘 보내지 않는 사람, 그리고 사람들. 란테르트나 이카르트는 그런 외곬적인, 현대적으로 이야기하면, 이기적인 인간이지요. 현대인 거의 대부분의 모습이지요. 그리고 현대인들의 사랑 모습이고요. 그러한 생각은 언제나 주위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란테르트는 분명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입니다. 하지만,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마음이 따듯한 인간이지요. 현대인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특정인들에게 보이는 헌신적인 의리, 그리고 그것과는 극명히 대비되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 꼭 사상이라는 것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존재에 대한 고뇌.... 좋지요.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꼭 그딴 거창한 사상을 담아야 대단한 글이고, 소소하고 수수한 사랑이야기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용한 이야기를 쓰면 별것 아닌 글입니까? 게다가 제가 왜 드래곤 라자처럼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까? 이건 사실 약간 기분 나쁩니다.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사상 부분에 있어서.... '드래곤 라자 만큼은 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은 해 야하지 않을까요?' 전 영도님보다 연륜도 짧고 글솜씨도 떨어집니다. 라자는 못보았지만, F/W를 조금 접해본 결과, 제 글은 영도님의 작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제가 드래곤 라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아닙니다. 전 솔찍히 F/W 재미 없습니다. 읽다 그만 두었습니다. 제 취향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런 글을 제가 쫓을 이유는 아무곳에도 없습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 끝냈습니다. 전 드래곤 라자,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무어라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전 드래곤 라자같은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전 제 글, 바보수룡 아그라의 글을 쓰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로써는 어쩔수 없습니다. 독자의 기호에 맞춰 글을 바꾼다 따위는 저의 사상과는 맞지 않으니까요. 끝으로... 다크스폰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단 제 글이 님의 비평의 대상에 들었다는것 자체가 영광이죠. (전, 단 한사람이라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연재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그건 정말 기쁜 일입니다.) 게다가, 비평까지... 더더욱 고마울수 밖에 없습니다. 다만, 전 그 비평 모두를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다른곳은 그렇다 쳐도, 특히 사상 부분에 대해서는요. 라자에 끼워맞추기식의 비평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난도질 당하고 의기소침해진 바보수룡 아그라가.... --;; 추신.... 후기가 굉장히 기네요... ^^;;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납득을 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28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30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3 22:38 읽음:150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아침이 밝았다. 이 추세 대로라면 가뜩이나 길어진 여름 해가 지기 전에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 듯 싶었다. 란테르트도, 에라브레도 어젯밤의 일은 기억 속에 묻어버린채 묵묵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사내가 산 정상의 한 너럭바위에 앉은 채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 다. 머리칼의 색은 보라였다. 흰색이 살짝 섞여 어떤 곳은 연보랏빛으로, 그리고 다른 곳은 보통의 보랏빛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그의 머리칼의 색은 그냥 보라색이었다. 그의 눈은 산의 서편으로 향해 있었다. 너럭바위 저쪽, 절벽 아래의 풍경이 흡사 모형이라도 되는 듯 조그맣게 펼쳐져 있었고, 그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는 그런 풍경을 조심스레 즐기고 있었다. 행여 라도 모 두 다 보아버릴까.... 그리고 그는 얼마전의 일을 떠올렸다. 해가 20번 가량 이 땅을 비출 정도전의 일이다. "하지만...."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는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방의 바닥에 엎드려 있다. 타일도 벽면도 온통 검정색인 이 방은, 그 주인 역시 옷과 머리 칼을 검정색으로 하고 있었다. 검은 색의 화려한 옥좌에 앉은 채 그는 검정색 눈동자로 그 보라색 머리칼과 눈동자를 가진 사내를 지긋이 바 라보았다. "입밖에 내 놓은 말은, 다시 주워담지 않는다." 날카로운 눈매와, 몇 가닥만을 앞으로 남긴 채 뒤로 완전히 넘긴 검 정색의 긴 머리칼, 그리고 날카로운 턱선이 그의 모습을, 온통 검정색 에 휩싸인 그의 모습을 더더욱 공포스럽게 보이게 한다. "주군이시여.... 제발 이 명령만은...." 보라색 머리칼의 그는 이마를 바닥에 대며 간곡히 부탁했다. 하지만, 검정색 머리칼의 남자는 찬웃음만을 지을 뿐 그런 그의 청을 들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의 어깨는 축 처졌고, 두 눈은 흡사 최면이라도 걸린 듯 풀려 버렸다. 행동하는 것에도, 말하는 것에도 예전의 활기라 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보라색 머리칼의 남자-이카르트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 쉬었다. "나도 많이 형편없어졌군.... 겨우 이런 일로 이렇게 까지 흔들리다 니...."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멀리 한 장소로 시선을 옮기었다. 산곡의 틈 사이로 은빛이 반짝인다. 청옥의 호수이다. 청옥의 기둥이라고 불리우 는 폭포를 말없이 받아주는 호수로, 산중턱의 것치고는 상당한 규모이 다. 그는 조용히 브세리아를 꺼네 들었다. 그는 이곳에서 브세리아를 연 주하는 것을 살아가는데 있어서의 최고의 유희로 삼고 있었다. 이제 와서는 란테르트와 어울리는 것과 그 우열을 가리기 힘들게 되어 버렸 지만.... 그는 4현금의 현 몇몇 곳에 가느다란 손가락을 올려놓으며 음률을 골 랐다. 조율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 싶었지만, 그는 계속해 음을 맞 추었다. 조금이라도 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금씩 줄을 당기고 놓 으며 현의 팽팽함을 조정하였다. 그가 이렇게까지 조율에 신경을 쓰는 적은, 평소에는 거의 없었다. 이 브세리아는 상당히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이었고, 이카르트의 관리 또한 상당히 잘 이루어졌기에 음은 그렇게 많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게다가, 벌써 천년 이상을 해 온 조율이기에 이카르트가 이렇게 오래 조율을 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의 조율은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이루어 졌다. 흡사.... 마지막 연주를 준비하는 나이든 악사처럼.... "아야얏...." 에라브레가 주저앉으며 외치는 소리이다. 그녀의 예쁜 비명이 깊은 산중에 울려 퍼졌고, 한발 앞서 걷던 란테르트는 재빨리 몸을 돌려 에 라브레를 살폈다. 에라브레는 발목을 부여 잡은 채 주저앉아 있었다. 몹시 아픈 듯 두 미간을 한뜩 찌푸리고 있었고, 발목은 벌써 발갛게 부어 올랐다. "괜찮아?" 란테르트는 에라브레 곁에 쪼그려 앉으며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어 디를 보아 그녀의 모습이 괜찮은가? 어느덧 정상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였다. 상당히 높이 올라왔는 지, 6월 하순의 기온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서늘했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발목에 치료마법을 걸어 주었다. 그의 치료마 법은 그리 뛰어날 것이 없지만, 보통의 마법사만큼은 되었기에 한참동 안 마법을 걸어 주자 에라브레의 발목의 부기가 상당히 가라앉았다.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바닥 에, 그녀가 밟았던 조그마한 조약돌이 흡사 약을 올리기라도 하는 듯 에라브레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걸을 수 있겠어?" 란테르트가 물었고, 에라브레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음 걸음을 옮기며 내뱉은 신음으로 그녀의 말은 신빙성을 잃었다. 비록 마법으로 거의 낫긴 했지만, 심하게 삔 듯 여전 시큰거렸다. 란테르트는 몸을 굽히며 말했다. "업혀." "괜찮아요.... 그냥 걷겠어요."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으나, 란테르트는 다시 한 번 권했다. "어서 업혀. 아프잖아." "아니요...." 에라브레는 다시 한 번 고집을 피웠고, 란테르트는 한차례 미소를 지 으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는 잘도 업히더니 왜 고집이야?" 그의 말에 에라브레는 속으로, 그때와는 다르잖아요.... 라고 답했으 나, 그것을 입밖으로 내 놓지는 않았다. 그녀는 시큰거리는 통증을 견 디며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걸었다. 아픈 듯 미간에 깊은 골이 파인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잠시 쉬었다 가자. 조금 피곤할 테니." 란테르트는 방법을 바꾸어 이렇게 말했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말 에 고개를 끄덕이며 가까운 바위에 몸을 앉혔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녀가 잘 보이는 곳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고집은 여전해...."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한 후, 천천히 시선을 높은 곳으로 옮기었다. 테에이산은 상당히 산세가 가파른 편이었다. 평지돌출, 말 그대로의 산이면서도 이렇게나 높을 수 있는 것도 다 그 가파른 산세 때문이다. 보통 이 산 정상을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등산이라는, 이 당시로써는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나 약초를 캐는 인간들 정 도이다. 유난히도 날이 맑아, 산 정상 부근이 너무도 뚜렷이 보였다. 하늘의 푸른빛과는 구별되는 흰 빛, 물론, 눈이 아닌 바위의, 흰빛을 내뿜는 뾰족한 산이 푸른빛의 하늘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산중에서는, 정상까지의 거리를 눈으로 결코 짐작할 수 없다. 조금이 라도 날이 흐려 구름이 낄 경우에는 정상이 한없이 멀어 보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더 가까워 보이니 말이다. 란테르트는 그런 사실을 잘 몰랐기에, 힘껏 걷기만 한다면 한두 시간 이내에 정상에 도착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기실 반나절은 더 걸어야 도착할 만 한 거리였다. 아직 아침나절이었고, 피로도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인지, 에라브레 는 오래지 않아 몸을 일으켰다. 약간 뻐근한 느낌이 들었으나 걷는 데 에는 지장이 없을 듯 싶었다. 에라브레가 몸을 일으키자 란테르트도 따라 일어났다. "왜 조금 더 쉬지 그래? 무리하지 마. 어차피 약속 같은 것을 한 것 도 아니고...." 란테르트의 이 말에 에라브레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걸을 만 해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답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렇게 걷기 시작해 꼬박 반나절을 걸었다. 처음 두시간 정도를 생각 했던 란테르트는 예상외로 길이 멀자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들었으나,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위의 풍경과 종종 뒤돌아 볼 때마다 한눈에 들 어오는 커다란 호수, 그리고 숲의 풍경에 그런 지루함을 잊을 수 있었 다. 아니 오히려 굉장히 흥미로웠다. 종종, 그는 스승과 함께 있을 때 산 이라는 곳을 올라 수련을 했었으나, 그때는 말 그대로 수련을 위해 산 을 오른 것이었기에 주위의 풍경이나 원경 같은 것에는 그리 큰 신경 을 쓰지 않았었다. 돌연, 그는 그의 스승이 노마티아의 한 산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 다보며 중얼거리던 말이 떠올랐다. "내 마음이 산만큼만 넓었더라면...." 란테르트는 그가 했던 말을 조그맣게 뇌까렸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 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산이 넓다 라는 말이 특히 이해가 가지 않았 다. 아마도, 앞부분이나 뒷부분은 생각 속에 남겨둔채 그 나머지만을 내뱉은 말이리라. 돌연 란테르트의 이 말을 들은 에라브레가 입을 열었다. "내 마음이 바다만큼 높았더라면...." 에라브레는 란테르트의 말에 대꾸해 이렇게 말해놓고는 흠칫하며 입 을 다물었다. 멍하니 있다가 그의 말에 대꾸했으나, 돌연 부끄러운 생 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가 자신이 한 말의 대구인 듯한 말을 읊자 재미 있다는 듯 물었다. "아는 말이야?" 란테르트의 물음에 에라브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마음이 산만큼 넓었더라면.... 내 마음이 바다만큼 높았더라 면.... 하늘을 바닥 삼고 땅을 천장 삼아 세상을 온통 기쁨으로 가득 채워줄 수 있을 텐데...." 에라브레의 말을 들은 란테르트는 순간 실소를 터트렸다. 도대체가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이었다. 산을 넓다고 이야기하고, 바다를 높다라 고 이야기하다니.... "무슨 뜻이지?" "지금까지도 확실히 뜻이 알려지지는 않았어요.... 아라하시 정사의 열전편에있는 한 방랑객 이야기 속에 있는 시구인데, 그 해석은 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요. 내 마음이 산만큼 넓었더라면 만 하더라도, 마음이 넓다, 라는 해석과 넓지 않다 둘로 나뉘고, 혹자는 바다와 산 이 서로 뒤바뀌어 오기된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하지만, 정작 그 뜻을 아는 사람은 벌써 7, 800년전에 죽어 버렸으니.... 그 본뜻은 아무도 알지 못해요.... 다만, 아무렇게나 마음대로 사는 사람의 마음 을 읊은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에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란테르트에게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녀의 언니와는 달리 에라브레는 괴상하고 신기한 것들을 좋아했었다. 마법 도 그렇게 익히게 된 것이다. 시도 아름답다고 칭해지는 에록쉬의 시 들은 그다지 많이 외우지 않고, 이러한 이상한 것들만 외우고 있었고, 정치학과 같은 골치 아픈 과목도 당시 고전으로 칭함 받고 있는 '도나 프리코 정치학'은 거들 떠도 보지 않은 채 90여년쯤 전에 나온 '우리 는 왜 공화주의로 나아가야 하는가' 따위의 금서들을 즐겨 읽었다. 그 리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란테르트는 그녀의 설명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복 수를 위해 자신을 이용했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세상을 온통 기쁨으로 가득 채워준다라..... 훗.... 우습군...."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고, 에라브레는 그런 그 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뒤를 쫓았다. ----------------------------------------------------------------- 음... 나크젤리온은.... 사이토 하지메랑 닮았습니다...--;; 사이토 하지메는 켄신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죠.^^;; (난 중년 취향이 맞나봐.... 흑흑... --;;) 좋아하는 것들 vol.2 - 노래들.... ^^;; 전 노래를 무쟈게 좋아합니다. 작년 재수할때 지루해서 노래 들으며 공부를 조금 했더니만.... 노래들이랑 싱크로를 해버려서.... ^^;; 지금은, 아침에 일어나 노래듣고, 학교 가면서 노래듣고, 학교에서 노래듣고, 집에 오다가 노래듣고, 집에서 노래듣고, 자기전까지 노래듣다가 하루가 끝납니다. ^^;; 듣는 노래는 전부 애니, 혹은 게임 OST.... ^^;; High Top Class 노래들. (순서는 그다지 중요치 않음.^^;;) 사랑의 윤곽. 브렌파워드 엔딩곡입니다. 요새 가장 싱크로율이 높죠.... 조용조용한 분위기에, 높은곳 까지 쫙쫙 끌어올리는 보컬.... 중간에 나오는 작은북 소리^^;; 현악기 중심의 애절한 음률.... 좋아 죽습니다. ^^;; 꿈속에 있는것처럼...(맞나? 맨날 헷갈리네...) Tale of Destiny 라는 게임의 오프닝(?)입니다. 음... 남자가 부른 노래 주제에 감히 하이탑 클래스에 오른 명곡. 조용 조용한 분위기와 클라이막스에서의 높은 감정이입이.... 사랑의 윤곽한테 요즘 1위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놓여있지만.... 그래도 대단. Give a Reason. 슬레이어즈 넥스트의 오프닝. 굉장히 유명한 노래입니다. ^^;; 꿈속에.... 이전에 거의 6, 7개월 정도 1위자리에 있던 노래. 조용조용한 도입과 클라이막스에서의 멜로디가 굉장히 맘에들죠. 특히, 2절 끝난 후 간주 나간 다음에 나오는 후렴구의 도입이 정말 맘에들죠. (살짝 박자를 흐트리는 부분.) 세라스타송. 미소녀전사 세라문 5기인 세라스타의 오프닝이죠^^;; 흠잡을떼 없는 노래. 단 하나 제 취향과는, 아주 조금이지만, 틀어져 1위는 하지 못한 불운의 명곡.(만년 2위라네~~~ 요새는 더더욱 밀렸지만..) 목소리도 마음에 들고 멜로디도 경쾌하고.... 게다가 감정이입도 뛰어남!! 다만.... 너무 밝다는....(전 조금 우울한 노래를 좋아한답니다.^^::) Silent Night. 페트레이버의 OST입니다. 이 노래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죠. (제목도 확실하지 않음. 그냥 Silent.... 라고 나와있을때도 있어서.. ^^) 피아노의 전주가 좋고.... 특히!! 바이올린의 간주가 죽입니다. (바이올린의 간주 하나만으로, 들은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아함.) 드럼은 악기의 왕이야!! 라고 처음 느끼게 해 준 노래.^^;; Give a Reason 이전에 1위를 도맡았던 노래. ^^;; 빛과 그림자를 안고서.... 마법기사 레이아스 3기 오프닝. 이 노래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처음에 오프닝 동영상 보고 헥가닥 했습니다.(레이 3기 오프닝 정말 좋죠..^^) 감정이입이 몹시 뒤어나고, 도입부분이 사람을 쫙 끌어줍니다. 그다지 흠잡을데 없는 뛰어난 노래!!! White Reflection. (음... 스펠링 맞나??.. --;;) 간담 윙즈 OVA인 엔드레스 왈츠의 주제가죠. (일명 꽃돌이 간담.. ^^;;) 이 노래도 굉장히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밝고 흥겹죠.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상당히 선율 자체는 느긋느긋... (비트는 급박하고, 보컬은 약간 여유 있죠. 그래서 굉장히 신기한 느낌을.. ^^;) 도입에서 끝까지 굉장히 좋습니다. Rythm Emotion. (음... 이것도 스펠 맞나??..--;;) 역시 간담 윙즈. 2기 오프닝이죠. 분위기도 상당하고... 도입부가 굉장히 맘에 듭니다. 후렴도 좋고^^;; 언제나 듣고있으면 화이트 리플렉션과 조금 헷갈립니다. ^^;; 계속됩니다... ^^;; 노래얘기로 페이지수 늘린 바보수룡 아그라~~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290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31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3 22:38 읽음:1625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카르트는 벌써 여섯 시간째 조율을 하고 있었다. 습도가 올라감에 줄은 느슨해졌고, 그는 줄을 조였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 습한 공기를 걷어 가면 줄을 느슨히 풀었다. 태양이 각도가 점점 높아져 기온이 올 라가면 다시 줄을 풀었고, 태양이 점차 서편으로 향하자 줄을 당겼다. 팅팅 거리는 그가 현을 퉁기는 소리가 뚝뚝 끊기며 산 위의 높은 공 기에 울렸다. 달변을 자랑하던 그의 손은 다만 간간이 두서없이 현을 퉁겨 의미 없는 음들의 조합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그는 돌연 한 노인을 떠올렸다. 대단히 이상한 노인이었다. 그가 그 노인을 만난 것은 음을 통해서였다. 브세리아를 익힌지 300 여년쯤 되었을 때.... 그는 이미 인간의 연주능력 이라는 것은 훨씬 뛰어 넘어 있었다. 그리고 그때 한 노인의 음악을 들었다. 그 노인의 음악은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했다. 불협화음이다. 하지만, 악기를 연주할 줄 모르는 노인이 아무렇게나 해대는 음악은 아니었다. 노인은 당시 2현금을 연주하고 있었고, 이카르트는 음악이라는 것 그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노인의 음악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처음 에는 그저 현을 퉁겨 소음을 만들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왠지 낯익은 음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그 노인이 연주하고 있던 곡은 레퀴엠 피앙 로크, 즉 황혼을 위 한 진혼곡이라는 상당히 오래된 곡이었다. 이 곡은 이카르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어쩌면 악기를 익힌 이유가 바로 이 음률을 스스로 연주해 보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좋아하는 곡이었다. 처음에 들었을 때는 그 노인이 연주하고 있는 음이 그 곡의 것인지 알 수 없었을 정도로 노인의 연주는 이상했었다. 절반 이상을 연주하 고 나자 이카르트는 그때서야 그 노인이 연주하고 있는 것이 그 곡인 지를 알았다. 하지만, 역시 좋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에 따라 이카르트의 호기심은 더더욱 강해져 갔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 은 결코 악기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였다. 손가락을 놀리는 기 법에서 음을 고르고 받치고 당기고 밀고 퉁기는 것 하나하나가 몹시 숙련된, 적어도 20년을 익힌 사람의 손에서만 나올 수 있는 그런 동작 이었기 때문이다. 조용히 듣고만 있던 이카르트는 연주가 끝날 무렵에야 그 노인의 이 상한 주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이카르트는 한차례 실소를 터 트렸었다. 노인의 연주법은 일반 사람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 이었고, 그는 반쯤 비웃음이 섞여있는 실소를 한참동안이나 흘렸다. 어떤 한 곡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 전체 모두를 좋아할 수는 없다. 옥에도 티가 있듯, 아주 미세한 차이라 하더라도 한 곡 안에 마음이 드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은 확실히 있다. 노인은 그런 것을 확실히 규정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은 한없이 느리게 연주하여 길게 늘이거나, 몇 번을 반복해 연주했다. 그리고 그 렇지 않은 부분, 즉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부분은 재빨리 넘기고, 또 아예 연주를 하지 않았다. 이카르트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는 그저 웃어버렸다. 좋아하는 부분 만을 연주하여 나온 결과라는 것은 철저한 불협화음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노인이 그리웠다. 아니, 그 노인의 음악이 그리 웠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아니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좋아하는 부분을 음을 늘리듯 한없이 늘리고.... 또 한없이 반 복하고.... 싫어하는 부분은 재빨리 넘기고.... 또 경험하지 않고.... 이카르트는 다시 한차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렇게는 살 수 없겠지?...." 그때, 저쪽, 동편의 한 지점에 사람의 머리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고, 그 머리는 점점 키가 자라 한 사람의, 아니 두 사람의 모습이 되었다. 한 명은, 긴 푸른색의 머리칼을 한차례 동여맨 붉은 눈동자의 남자였 고, 곁에는 인간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을 가진 연갈색의 머리칼을 가 진 여자였다. 란테르트는 산정에 올라오자마자 너럭바위 위에 앉아 있는 보라색 머 리칼의 친구를 발견했다. "이카르트. 오래간만이야. 한달 가까이 된 것 같은데?...." 어째서 입니까? 왜 제게 그런 일을 맡기시는 겁니까? 그와 저와의 관계를 모르시는 것입니까? 왜.... 그런.... "란테르트...." 이카르트는 나직이 란테르트의 이름을 불렀다. 어느 사이엔가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이카르트가 있는 곳 바로 곁에 서 있었다. "이카르트.... 정말 안색이 많이 나빠졌구나...." 란테르트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고, 이카르트는 씁쓸히 웃 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불어온 바람에 힘없이 흩날리는 보라색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그의 안색은 많이 초췌해 있었다. "그 동안.... 잘 지냈나보군.... 에라브레도, 많이 좋아 보이고...." 이카르트의 말에 란테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냥.... 그보다 무슨 일이야? 이런 모습을 보니, 그저 보고 싶 어 나를 보자고 한 것은 아닌 듯 싶은데...."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처연히 웃었다. "그렇게 보이나?.... 그렇군.... 임무야....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 이고...."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고, 란테르트 는 그런 그의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 둘의 모습을 두어 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을 좋아한다고 했었지?.... 조용하고.... 또 경치도 좋고.... 네가 좋아할 만 하다."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주위를 휘 한차례 둘러보았고,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하는 곳이지.... 내가 가장.... 그렇기 때문에 너를 이곳으로 부른 것이고.... 마지막으로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거든...." 란테르트는 그의 마지막이라는 말에 순간 움찔 했으나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이곳은 해질녘의 경치가 아주 좋아.... 그보다.... 너는 정말 운이 없는 녀석이구나." 이카르트는 다시 입을 열었고, 란테르트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운이 없다니?"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을 열었 다. "차라리.... 해가 진 후에 도착할 것이지.... 그러면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나 더 길어지는데.... 어떻게 꼭 이렇게 해가 질 시간에 맞춰 이곳을 찾아온 것인지..." 이카르트는 말을 하며 란테르트를 보지 않았다. 시선은 아래 브세리 아와 브세리아를 올려놓은 무릎, 그리고 그 위의 손에 머물러 있었다. 란테르트는 그런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다. 그의 대답이 두려운 듯, 목소리는 몹시 조심스러웠다. "임무.... 나와 관계 있는 그 임무라는 게 무엇이지?" 란테르트의 물음에 이카르트는 고개를 들어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눈동자가 몹시도 흔들리는 것이, 그 아르르망이라는 마족이 이야기한 동요라는 말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윽고 이카르트가 입을 열었다. "너를.... 너를 내 손으로 제거하라는.... 그분의 명령이 떨어졌다." 바람은 매몰차게 산정의 세사람 사이를 휘갈기듯 지나갔다. 가장 먼저 안색이 변한 것은 에라브레로, 그녀는 앗, 하는 비명을 지 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리고 그 다음이 이카르트.... 그는 안색 이 더더욱 나빠지며 다시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하지만, 정작 란테르트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겨우 그런 일로.... 그렇게 까지 동요하고 있었던 거야? 이카르 트.... 아니 흑염기사님?"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가 퉁기듯 고개를 들며 일갈했다. "멍청이!!! 겨우가 아니란 말이...." 이카르트는 이렇게 외치다가 란테르트의 눈동자에 순간 말이 막혔다. 쓸쓸한, 하지만 상관없다는 듯한 그의 눈동자에, 이카르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일전.... 너와 피의 계약을 했을 때.... 그때가 기억나지 않아? 그 때의 그 계약의 내용이.... 분명 이야기했잖아.... 대가로 어떠한 것 이라도 지불하겠다고.... 그건 내 목숨을 네게 맡기겠다는 뜻이야...." "하지만...."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렸으나, 란테르트는 그런 그의 말을 끊으며 하던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난 그때 아르카이제라는 이름의 마족과 계약했어.... 친구 이카르트 가 아닌. 네가 나의 친구이기 때문에, 계약을 하고 나서 무시해도 상 관없겠지, 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차례도 없어. 그 계약은 정상적이었 고, 너는 나의 목숨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 순간 이카르트의 눈에 맑은 것이 어리었다. "이 바보야!! 그런 말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뱉는 게 아니야!!.... 아무리 무모한 바보라 하더라도.... 너의 목숨을 죽이겠다 하면, 싫다 는 뜻을 내비치는 게 더 자연스러운 거잖아!! " 그의 그런 말에 란테르트는 웃었다. "후훗.... 네가 언제나 말했잖아. 난 인간이 아니라고...."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시선을 서편으로 향했다. 하늘은 이카르트 의 머리칼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것인가? 네가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멀리, 서편 아득한 곳에, 띠인 듯 한 넓적한 물체가 반공에 있다. 막 지려는 해의 붉은 빛에 물들어 있는 그것은 고요히 하늘에 정지한 채 떠있었다. 구름인 듯 했으나 확실히는 알 수 없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의 빛을 잠시 감상하던 란테르트가 천천히 입 을 열었다. 힘이 하나도 없는, 조금은 쓸쓸한 목소리였다. "나도.... 내가 죽고 싶어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잘 모르겠어.... 물론, 얼마 전만 하더라도.... 정확히는 너와 만나기 전만 하더라도 죽고 싶다는 마음이 더더욱 강하게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네가 있고, 트레시아가 있고, 모라이티나가 있고.... 그리고 라브에가 있어. 그 때문인지.... 지금은 그다지 죽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아."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하늘의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그의 시 선을 란테르트의 붉은 눈동자로 옮겼다. "하지만.... 내가 살고 싶은 이유는, 이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기 때문이야. 만약 내가 살아있는 것이 이들중 한 사람에게라 도 방해가 된다면...." "그만둬!!...." 이카르트가 란테르트의 말을 끊었다. "그런 말은.... 그만 둬!!...." 이카르트는 신경질 적으로 이렇게 외치고는 돌연 브세리아를 들어 올 렸다. 그리고는 손톱을 날카롭게 만들어 네 개의 현을 투둑 끊어버렸 다. 디딩, 하는 맑은 소리가 반공에 울렸고, 란테르트와 에라브레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러먹을.... 너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들려주며 조용히 노을을 즐기려 했는데.... 비러먹을...." 란테르트는 이카르트답지 않게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모습을 보며 천 천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카르트....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 알겠지?"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에라브레를 한차례 바라보았고, 이카르트 는 그런 그의 시선을 따라 에라브레를 한차례 바라보고는 묵묵히 고개 를 끄덕였다. 에라브레를 돌보아 달라는 란테르트의 무언의 부탁에 대 한 대답이었다. 이카르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너를.... 죽이겠다.... 인간.... 란테르트여...." ----------------------------------------------------------------- 후우... 아직도 많이 남았습니다. (무슨 하이탑이 이렇게 많냐???? 퍼어어억--;;) Voices. 마크로스 플러스 주제곡. 음.... 분위기는 거의 환상!!!! 비라도 부슬부슬 내리는날 이노래 들으며 비맞고 있으면, 눈물 납니다. ^^;; 조용조용한 보컬과 배경음.... 쫙쫙 검정을 끌어주는 멜로디.... 음... 대단하죠. ^^;; Eternal Wind. 간담 F-91의 주제곡(?)입니다. 음... 이 노래 역시 굉장하죠. ^^;; 조용한 도입과, 나중에 폭팔하듯 터져나오는 드럼소리!!! 음.... 요즘은 조금 질린듯 하지만, 역시 명곡은 명곡!!! 도입과 후렴이 매우매우 좋습니다. ^^;; All You Need is Love.... 음... 레이아스 OVA 주제곡. (레이아스 OVA는 쓰레기 수준...--;;) 극에까지 치달아가는 보컬이 정말 마음에 드는 노래입니다. ^^;; 전 원래 고음을 팍팍 쓰는 노래를 좋아하죠.^^;; 후렴과 중간부분이 마음에 들죠. In My Dream. 브렌파워드 오프닝!! 피아노 전주가 죽도록 마음에 드는, 그리고 후렴구도 매우 몹시 좋은 노래입니다. 분위기가 너무 밝다는것이 조그마한 흠.(물론 저한테만이죠. ^^;;) 기적의 바다. 로도스도전기 영웅기사전 오프닝. 이 노래도 굉장합니다!!! 음.... 신기한 음색과 조용조용한 분위기, 게다가 감정을 끌어주는 후렴구... 이 노래와 바로 다음의 금단의 팡세, 그리고 In My Dream 까지, 이 세노래를 얻고, 좋아 죽을뻔 했습니다.(당시 신곡 고갈의... ^^;;) 금단의 팡세. 사일렌트 메비우스 TV판 오프닝. 밝다는것을 빼고는 흠을 잡을 수 없는 명곡. 2절 이후 간주 다음에 있는 후렴에서, 금단의 팡세, 할때의 보컬의 목소리가 너무너무 예쁨... ^^;; (무반주 보컬임.. ^^;;) 음... 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 다시 이야기 하지만, 순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407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32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5 00:32 읽음:1510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에라브레는 두 남자가 자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죽인다니? 어째서.... 그리고 그 냥 죽겠다니?.... 어째서.... 이카르트가 엔클레이브를 치자, 이카르트와 란테르트가 있던 공간을 에라브레가 서 있는 그곳과 완전히 분리되어 버렸다. 에라브레는 자신 의 눈앞에 있을 무형의 벽을 멍하니 바라보며 망연히 있었다. 무슨 말 을....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란테르트가 비록 강 하다고는 하지만, 이카르트를 이길 수는 없다. 게다가 그는 이카르트 에게 자신의 목숨을 내어줄 생각이다. 이, 자신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엔클레이브가 걷히는 순간.... 자신의 눈앞에는.... 에라브레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 앉았다. 더 이상은 서 있을 힘이 없 다. "왜?...."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무슨 뜻인지는 본인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밀려오는 후회 감과 걱정에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걱정은 당연히 란테르트의 목숨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후회 감은.... "왜.... 왜 조금 더 그에게 상냥하지 못했던 거지?.... 왜.... 왜 그 에게 내 이 마음을 전하지 못한 거야...." 에라브레는 허공에 대고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산상 의 서늘한 바람뿐이었다. 왜? 이카르트는 검을 란테르트의 심장에 가져갔다. 조금은 평범하게 생 긴, 기교를 싫어하는 주인을 닮아 조금은 단순한 디자인의 검은 란테 르트의 심장 언저리의 가슴에 닿은 채 멈춰 있었다. 인간의 육체라는 것은 마족과는 달리 미약하기 짝이 없다. 가장 중요 한 기관인 심장 등의 내장은 갈비뼈라는 형편없는 방어 구에 의해 겨 우 절반정도 보호되고 있다. 그네들이 만든 철검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하는 형편없는 방어 구에.... 하지만, 이카르트는 그 미천한 종족의 미약한 방어구 조차 뚫지 못하 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란테르트의 웃고 있는 얼굴이다. 벌써 이 자세로, 이 둘은 10여분이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카르트 는 오른손으로 검을 들어 검 끝을 란테르트의 가슴에 대고 있고, 란테 르트는 두 팔을 아래로 내려뜨린 채 서있다. "즐거웠다.... 어쩌면 내가 소유한 수많은 시간들중 가장...." 이카르트는 천천히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의 말에 슬쩍 웃었다. "나 역시.... 근래의 몇 달.... 정말 즐거웠다. 게다가.... 처음으로 친구라는 것도 생겼고.... 후훗.... 남들은 잘도 만드는 친구가.... 내게는 왜 그렇게 귀한지...." "이런 상황에도.... 내가 친구인 것인가?" 란테르트의 말에 이카르트는 이렇게 중얼거렸고, 란테르트는 당연하 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나를 배신하지만 않는다면.... 너는 나의 온 전한 첫 번째 친구라고...." 이 말에 이카르트가 돌연 검을 거두었다. "이런걸 배신이라고 하는 거다!! 이 바보야!!" 이카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검을 한차례 휘둘렀고, 검은 아슬아슬하게 란테르트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란테르트는 코끝에 무언가 닿은 듯 한 기분을 느꼈으나, 피는 흐르지 않았다. "아니.... 달라. 너는 나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어. 어차피 너는 마 족.... 어둠에 속한 존재이고, 나는 인간이야. 보통의 인간들 사이의 우정과는 그 모습을 달리 하는 것이 당연하지.... 너는 너의 상관의 명을 받들어야 하고, 나는 그런 너를 돕고 있는 거야.... " 란테르트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후.... 라브에에게 행복 하라고 전해 줘." 중얼거리듯 말하며, 란테르트는 순식간에 자신의 검을 목으로 가져갔 다. 순간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의 검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 지 못한 채 허공을 그었다. 막 자살을 하려던 란테르트를 이카르트의 검을 막은 것이다. 이카르트는 란테르트의 검을 쳐낸 후, 손으로 입을 가렸다. 흑, 하는 나직한 흐느낌 소리가 한차례 들렸고, 그는 눈을 허공 높은 곳으로 들 어 올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펼쳤던 엔클레이브를 거두었다. "그만두자.... 그만 둬.... 차라리 내가 목숨을 걸고 그분께 말씀을 드리겠다.... 명령을 거두어 달라고...." 이카르트가 펼쳤던 엔클레이브는, 검은 색의 유리파편이 되어 깨어지 듯 사라졌다. 검은빛으로 반짝이는 그의 엔클레이브는 이내 곧 사라졌 고, 에라브레의 모습이 가장 먼저 두 사람의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리고.... 엔클레이브가 부서진 후의 공간은.... 하지만... 또 다른 엔클레이브로.... 뒤덮여 있었다. 란테르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느꼈다. 절대적인 힘을.... 저쪽에, 단정한, 그리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서있는 한 흑발의 사내 를. 검정색 머리칼은 몇 가닥을 앞으로 남긴 채 뒤로 완전히 넘겨 있었 고, 키는 란테르트보다 조금 큰 듯 했다. 날카로운 눈매와 검정색 눈 동자, 그리고, 검정색의 제복과도 비슷한 옷에서, 그의 성격이 묻어나 는 듯 하는 남자였다. 나이는 적게 보면 20대 중반에서 많게 보면 30까지 확실히는 알 수 없었고,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느낌이라는 것은 냉혹함이었다. "역시 실패했구나.... 멍청한 녀석." 이카르트는 그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깊이 숙였다. "주군이시여.... 제발 명령을 거두어 주소서...." 이카르트, 즉 아르카이제의 주군.... 아르카이제가 그렇게 부르는 존 재는 단 하나뿐이다. 흑염 나크젤리온.... 나크젤리온은 자신의 앞에 엎드려 있는 이카르트는 거들떠보지도 않 은 채 시선을 란테르트에게로 향했다. "네 녀석인가?.... 흐음.... 이해할 수 없군.... 왜 네 녀석 따위가 우리 마족을 멸망시킬 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지?" 란테르트는 나크젤리온의 모습을 본 순간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간신히 몸을 일으킨 에라브레 역시 마찬가지로, 둘 모 두 멍하니 나크젤리온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확실히 인간의 능력은 이미 뛰어 넘었군.... 하지만.... 역시 세 번 째 땅의 존재일 뿐인데...." 란테르트는 간신히 입을 열어 물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마족을 멸망시키다니...." 나크젤리온은 그런 란테르트의 말에는 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이카르트를 바라보았다. "아르카이제.... 너는 나의 명을 어겼다." 이카르트는 고개를 조아린 채 입을 열었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런가? 그럼.... 좋다." 이카르트의 대답에 나크젤리온은 손을 뻗어 란테르트에게로 향했다. "주, 주군.... 제발...." 나크젤리온의 손이 란테르트가 있는 쪽으로 향하자 이카르트는 머리 를 더더욱 깊이 조아렸다. 하지만, 나크젤리온은 그런 이카르트의 말 정도에 동요하는 위인이 아니었다. 엄청난 기운.... 흡사 불꽃과 같이 타오르는 검정색의 기운은 나크젤 리온의 손을 벗어나 앞으로 곧바로 뻗어나갔다. 암흑색 화염의 구체가 되어 뻗어나가는 그의 힘의 지름은 고작 사람의 몸통 정도밖에는 되지 않았으나, 방출됨과 동시에 엄청난 바람이 일며 그 검은 색 기운을 휘 감았다. 바닥은 흑색의 구체가 뻗어나감과 동시에 바짝 타 거북이 등 처럼 쫙쫙 갈라졌고, 이내 돌 조각처럼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 암흑색 기운에 휘감겨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란테르트는 나크젤리온 그 자체가 내뿜는 기운에 몸이 굳어 있었으 나, 그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여 검을 뽑아 들었다. 이유는.... 이카르트는 나크젤리온의 손에서 뻗어나간 기운의 방향이 란테르트를 향하고 있지 않자 순간 경악했다. 나크젤리온은 자신에게 벌을 내렸 다. 란테르트를 죽이는 것은 벌이 아니다.... 그것은 임무이다. 벌이 라는 것은.... 란테르트는 간신히 검을 뽑아 검에 흑색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온 힘 을 다해 만들어낸 흑색의 검은 나크젤리온의 검정색과는 달랐다. 나크 젤리온의 것이 맑은 검정색의 불꽃이었다면, 란테르트의 것은 혼돈에 가까운 검정색이었다. 그의 검은 거대하게 변했다. 란테르트는 움직였다. 그 이유는.... 흑색의, 나크젤리온이 뻗은 흑색의 기운은 자신에게로 향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곧바로 에라브레를 향해 날았고, 란테르트는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서라도 그것을 막기 위해 무리해 마법을 일으켜, 피를 토해낼 정도로 무리하게 마법을 일으켜 나크젤리온의 공격 앞에 몸을 노출시켰다. 벌.... 나크젤리온이 이카르트에게 내린 벌은.... 그의 눈앞에서 란테르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크젤리온은, 그의 본체인 압그랑의 기억에게서 신탁을 받았다. 닥 치게 될 어두운 종족의 미래에 대해.... 나크젤리온은 곧바로 그 미래 의 씨앗을 찾기 시작했고, 결국 찾아냈다. 그리고는 이카르트를 불러 그 씨앗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멍청한 부하라는 녀석은 자신이 내린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 고, 잘 나서지 않는 걸음을 옮겨 그 씨앗이라는 녀석을 만났다. 하지 만, 그가 내린 결론은 신탁이 틀렸다, 였다. 란테르트의 힘이라는 것 이, 마족 전체는커녕 아르카이제라고 이름 붙인 자신의 부하를 위협할 만도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란테르트는 제거할 것이다. 하지만.... 결코 배고프지 않은 고양이는 쥐를 곧바로 먹지 않는다. 검은 색 기운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나크젤리온은 그런 존재였다. 무엇이든지 천천히, 특히 그것이 고통일 경우에는.... ---------------------------------------------------------------- 계속해서.... ^^;; 사실 여기서 부터는 하이탑에 넣기는 조금 무리입니다만.... 그래도 확실히 꽤 좋아하는 노래들이죠. ^^;; 기도의 아침. 샤머닉 프린세스(맞나?...)의 오프닝. 발랄하고 기분좋은 노래죠. 베이스로 나오는 드럼의 반복이 마음을 편하게 해줍니다. 후렴도 마음에 들고^^;; 내일에의 용기.... 레이아스 1기 엔딩. 이노래 좋다고 했다가... 로리로 찍혔습니다.--;; 그마만큼 보컬이 귀엽죠^^.. 게다가 감정이입도 상당히 뛰어나고. 윤무-Revolution. (아앗 우테나사마!!^^;;) 소녀혁명 우테나의 오프닝곡이죠. ^^;; 왠지 은근히 끌리는 노래.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마음에 듭니다. (이 말은 특별히 끌리는 부분은 없다는 뜻일지도... ^^;;) 박수소리 같은 느낌을 주는 드럼이 마음에 듭니다. ^^;; 격! 제국화격단. 사쿠라대전 오프닝입니다.--;; 트롯트풍(전 원래 트롯트는 증오합니다.)의 도입부가 처음에는 조금 거슬렸지만.... 무적의 후렴으로 모두 커버합니다. (처음 들으면, 전주와 간주가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을 듯.... ^^;;) 후렴이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노래. (달려라 광속의 제국 화격단이던가?.... 호호... ^^;;) Season. 퍼펙트 블루의 엔딩테마. 송곳으로 사람 쑤시는 섬뜩한 만화와는 대조적인 밝은 노래.--;; 경쾌하고.... 이래저래 꽤 마음에 드는 노래입니다. 후우.... 이제 끝났군요. ^^;; (난... 이상한 놈이야.... 이건 완전 음반 선전... --;;) 보통의 탑클래스까지 집어넣으면.... 수십개가 되어버려서.... 이쯤 끝낼렵니다. ^^;;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408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133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5 00:33 읽음:151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이카르트는 나크젤리온의 공격이 란테르트와 나크젤리온의 중간쯤에 위치할 때, 돌연 숙이고 있던 몸을 들어 그 불 쪽으로 내던졌다. 하지 만, 결과는.... 퍼억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이카르트의 몸은 절반쯤 소멸된 채 저쪽으로 내팽겨쳐졌다. 그는 죽은 듯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카르트!!!" 란테르트는 이카르트의 이름을 불렀고, 이카르트는 란테르트가 부르 는 소리에 맞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소실됐던 그의 몸은 빠르게 복 구되었고, 몸을 완전히 일으킬 쯤에는 온전한 모습을 되찾았다. 하지 만, 안색은 파리하게 변해 있었고, 한차례 붉은 색의 액체를 입으로 쏟아냈다. 란테르트는 잠시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카르트를 바라본 후, 다시 시 선을 나크젤리온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가 내뿜은 검정색의 불꽃 은, 이카르트의 그런 희생에도 불구하고 방향조차 바뀌지 않았다. 눈앞의 검은 기운에, 란테르트는 또 다시 힘을 올렸다. 한차례 울컥 피가 솟았고, 온 몸의 혈관이 부풀대로 부풀어 터져버릴 듯 하였다. 몸은 세포 하나하나가 통증을 호소하는 듯 곳곳이 저리고 아팠고, 마 법력의 소모가 느껴질 정도로 엄청났다. 에라브레는 여전 나크젤리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이 굳어 자신의 앞 에 서있는 란테르트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원래 어떤 존재이건 자신보다 정신력이 월등한 존재 앞에서는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이 당연하다. 드래곤들이 내뿜는 드래곤 피어도 이와 비슷한 것이다. 란테르트의 검의 검은 기운은 이제 자라날 대로 자라났다. 흡사 먹이 를 노리는 뱀처럼 심하게 요동치며 가느다란 검은 색의 기운을 사방을 뻗어내고 있었고, 그 검은 기운이 스치는 곳은 하나같이 칼로 벤 듯 베어져 버렸다. 이윽고, 나크젤리온의 검은 불꽃이 란테르트의 검에 닿았다. 이렇게 설명은 길었으나, 그의 손에서 란테르트의 검까지 10휴리하 가량 되는 거리를 그 암흑색의 불꽃이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10여초에 불과했다. 란테르트가 간신히 검을 들었을 때까지가 2, 3초 그리고 에라브레의 앞에 섰을 당시가 5초 정도 지난 후의 일이었다. 두 개의 엄청난 기운의 충돌.... 그리고... 아니, 하지만.... 하나는 분명 엄청났으나, 다른 하나는 그렇지 못하였다. 나크젤리온의 불꽃에 닿는 순간, 란테르트의 검을 휘감고 있던 검정 색의 기운은 채 1초를 못버텨낸채 사방으로 흩어져 버렸고, 그 검정색 의 기운은 란테르트의 검을 사정없이 때렸다. 창,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란테르트의 검은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안돼!!!!" 란테르트는 외쳤다. 이카르트는 다시 한차례 몸을 날려 란테르트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 다. 하지만, 그의 속도는 결코 빛을 따르지 못하였다. 깨어진 란테르트의 검은 일곱 개의 빛줄기가 되어 뒤로 날았다. 그중 하나는 그의 뺨을 스쳤고, 하나는 오른쪽 어깨를, 그리고 하나 는 옆허리를 뚫고 날았다. 그 일곱 개의 빛이 향한 곳은, 그 일곱 개의 유성이 빛의 선을 반공에 그으며 날아간 곳은, 그 아름다운 일곱 개의 섬광이 번뜩이며 날아간 곳은, 에라브레 였다. "아!...." 에라브레는 돌연 느껴진 뜨끔한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놀라웠다. 무 언가가 자신의 몸 곳곳에 닿은 듯 했는데....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몸속을 스친 듯 했는데.... 에라브레는 간신히 서 있던 몸에, 그리고 그 몸을 지탱하던 다리에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고, 란테르트는 자루만 남은 검을 망연 히 들고 있다가 몸을 돌려 에라브레를, 막 쓰러지는 에라브레를 발견 했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를 안았다. 어디선가 피가 솟구쳐 나오는 에라브 레의 몸을.... 힘껏 안았다. "라브에!!!...." 이카르트는 그 둘의 모습에 숨이 멈추는 듯 하였다. 그는 있는 힘껏 몸을 날려 그 두 사람에게로 향했고, 이내 날개를 활 짝 펴듯 두 팔을 넓게 벌리며 반투명의 흑색 구체로 그 둘을 감쌌다. 이카르트는 곧바로 그 흑색 구체에 몸을 밀착시킨 후 흡사 껴안듯이 그 구체를 자신의 품에 안았다. 검정색의 빛과 함께, 에라브레를 안은 란테르트가 안에 있는 그 흑색의 구체는 이카르트의 품속에서 빠른 속 도로 작아지며 사라졌다. 그들의 모습이 온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카르트는 피를 한차례 토해내며 앞으로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이 일에 나크젤리온은 쓰게 한차례 웃었다. "후훗.... 아르카이제.... 그가 너에게 그 정도로 소중한 존재였느 냐?.... 나의 명령을 어기고, 너의 몸 절반을 소모할 정도로?.... 후 후후...." 이카르트는 거의 실신한 상태로 나크젤리온의 말에 간신히 중얼거렸 다. "주군이시여.... 그를...." 하지만 이카르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는 죽은 듯이 눈 을 사르르 감았다. "라브에!!! 라브에!!!" 란테르트는 순간 자신의 주위에 어두운 기운이 어릿함을 느꼈고, 동 시에 꽤나 낯익은 장소에 자신이 있음을 느꼈다. 바로 사피엘라의 무 덤이 있는 그 언덕이었다. 이카르트는 자신의 몸 절반을 희생해 간신 히 란테르트를 이곳으로 워프 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란테르트는 두 눈으로 쉴새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리고 손으로 어딘 지도 모르는 피가 솟아 나오는 곳에 마법을 걸며 이렇게 외쳤다. 그는 자신의 뺨, 어깨, 그리고 옆허리에 느껴지는 아린 느낌 따위는 무시하 고 있었다. 그때, 감겨있던 에라브레의 두 눈이 살짝 떠졌다. "란.... 테르트...." "라브에...." 란테르트의 눈물이 에라브레의 두 뺨 위에 떨어지며 조그마한 원을 그려내고 있었다. 에라브레는 손을 천천히 뻗어 란테르트의 뺨을, 눈물이 흐르고 있는 뺨을 쓰다듬었다. "란테르트.... 울지 말아요...." 란테르트는 자신의 뺨을 쓰다듬는 에라브레의 손을 잡았다. "라브에, 움직이지 마.... 내가, 내가 치료해 줄게.... 잠시만 참 아...."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처연히 웃었다. 그녀의 미소는, 이 순간 지어 보이는 쓸쓸한 그녀의 미소는 어느때 보다도 란테르트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소용없어요.... 전.... 느낄 수 있어요.... 이제는 가망이 없어 요...." 란테르트가 절규했다. "그런 소리하지 마!!.... 아직 아무 이상 없잖아. 단지 피를 많이 흘 렸을 뿐이야. 죽지 않아!!...." "괜찮아요.... 저는...." 에라브레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빠져나가자, 란테르트는 그녀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동시에 에라브레는 돌연 눈에 조금 생기가 돌았 다. 흡사 잠이 들뻔 한 아이가 깜짝 놀라 눈을 뜨듯 두 눈을 뜨며 에 라브레는 다시 한차례 란테르트를 바라보았다. "잠이.... 깜박 잠이 들 뻔했어요.... 나른해요...." "안돼!.... 자서는 안돼!.... 잠시만 참아.... 내가 치료해 줄게...." 란테르트는 이렇게 외치며 치료마법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의 치료 술법은 거의 형편없다 할 만한 지경이었다. 워낙에 그리 뛰어나지 못 했던 데다가, 방금전 나크젤리온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마법력의 소모 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모습을 잠시 처연히 바라보다가 조용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갈색 눈동자에는 의미 모를 눈물이 맺혀 있었 다. "란테르트....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란테르트는 잘 일어나지도 않는 마법을 일으켜 에라브레를 치료하다 가 그녀가 부르는 소리에 시선을 그녀의 눈동자로 옮겼다. "뭐?.... 뭐든지 이야기 해. 설사 나의 목숨을 내 놓으라 해도 당장 에 줄게." 란테르트의 말에 에라브레는 호호, 하는 가녀린 웃음을 지었다. "그건.... 이미 두 번이나 주었잖아요.... 그보다.... 오빠라고 부르 게 해 주세요...." 란테르트가 외쳤다. "물론이야!! 난 너의 오빠야. 이미 3년도 넘게 전부터 난 너의 오빠 였고, 너는 나의 하나뿐인 동생이었어." 그의 말에 에라브레는 다시 한차례 생긋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 정말로....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오빠라 고 부르고 싶었어요.... 몇 번이나....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 어요...." 에라브레는 끊어질 듯한 생명을 간신히 붙잡으며 이야기를 이어갔고,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의 얼굴위로 또다시 몇 방울의 눈물을 떨구 었다. "라브에...." "오빠.... 오빠.... 호홋.... 좋군요.... 좋군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다 천천히 눈을 감았고, 란테르트는 그런 그녀의 몸을 마구 흔들었다. "라브에!!" 에라브레는 그런 그의 외침에 다시 눈을 떴다. "아.... 아직 할 말이 남아 있었어요...."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한 후, 잠시 숨을 골랐다. 얼룩진 피 사이의 하 얀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해 붉어졌다. "그거 알아요?.... 나.... 오빠를 사랑한다는 거.... 너무너무.... 언니가 오빠를 사랑하는 만큼.... 오빠를 사랑하는 거...." "알아.... 나도.... 라브에 나도 너를...."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말에 이렇게 대꾸하였으나, 에라브레는 천천 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안돼요.... 오빠는.... 오빠는 나를 사랑해서는 안돼요.... 오빠는 언니를.... 나의 언니를 사랑해야 해요...." "라브에...." 에라브레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란테르트를 향해 다시 한차례 처연 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손을 가슴 언저리로 가져갔다. "이 목걸이.... 가르트의 목걸이를.... 다시 가져가세요.... 그리 고.... 언니의 반지를 돌려주세요.... 제가.... 가져갈께요.... 그리 고.... 꼭 언니에게 전해줄께요.... 꼬옥...." 에라브레는 이렇게 말하며 목걸이를 움켜쥐었고, 란테르트는 서둘러 품안을 뒤져 언제나 지니고 다니던 그 반지를 꺼내 에라브레의 손에 쥐어주었다. "자....하지만.... 전해주는 것은 지금이 아니라.... 한참 후에 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그런 약한 소리는 그만 둬. 라브에, 내가 너 를 평생 돌봐줄게. 오빠여도 좋고 남편이어도 좋아. 너를 너를...."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쥐어준 반지를 꼭 잡으며 란테르트를 향해 미 소지었다. "괜찮아요.... 언니에게 가는 걸요.... 더 이상.... 오빠는 나 때문 에 상처 입을 필요 없어요.... 언니가 돌보아줄테니...." 에라브레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것 은 마음 뿐으로, 에라브레는 간신히 손을 하늘로 뻗을 수 있을 뿐이었 다. ".... 눈이에요.... 오빠 기억나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 때.... 눈은 발목까지 쌓여 있었고.... 나는 언니와.... 손을 잡 고...." "라브에...." 에라브레는 란테르트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한차례 싱긋 웃어 보였다. "봐요.... 눈이.... 눈이 참 예쁘게 쌓였어요.... 온통.... 숲안에 가득.... 오빠와 처음 만났을 때 처럼요.... 처음.... 처럼...." 이 말을 마지막으로, 에라브레의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고개도 힘없이 축 처졌다. 그녀의 눈은 빛을 잃은 채 사르륵 감기었고, 그녀의 얼굴에 피어있던 미소 또한 점차로 그 빛을 잃어갔다. 란테르트는 그런 에라브레를, 자신의 몸 안에서 아직도 따듯하게 남 아있는 에라브레를 꼭 안았다. 처음에는 흐느껴 울었다. 흑흑, 거리는 구슬픈 울음소리가 해가 막 저버려 땅거미가 가득 깔린 언덕 위에 조 용히 울렸다. 그러던 그의 울음소리가 점차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흑흑 흐느껴 울 던 울음은 크흐흐, 하는 광기어린 웃음으로 바뀌었고, 그는 이내 하늘 을 바라보며 미친 웃음을 웃었다. "크하하하하.... 눈이다.... 눈.... 크하하하....." 그의 미친 웃음은, 그의 가슴 가득한 슬픔을 모두 털어 버리고 부숴 버리려는 듯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잠시 후.... 그의 웃음소리가 점차로 잦아졌다. 그리고.... 그는 다시 흐느꼈다. 품안의 에라브레의 몸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식어갔고, 란테 르트는 그런 그녀를 더더욱 꼭 안아 주었다. "라브에.... 나의 하나뿐인 동생아...." 그는 고개를 숙여, 에라브레의, 피로 빨갛게 물든 에라브레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었다 떼었다. "라브에.... 기다리거라.... 그곳에서 너의 언니와.... 기다리거 라.... 나는 이곳에서 내가 할 일을 마친 후.... 네게 찾아갈 테 니...." 란테르트는 중얼거리듯 이렇게 말한 후, 다시 한차례 에라브레의 입 술에, 이제는 천천히 그 온기를 잃고 있는 탐스럽고 붉은 입술에 자신 의 입을 가져갔다. ---------------------------------------------------------------- 음.... 난 세디스트였단 말인가!!! 흐아악....--;; 에라브레를 죽이다니.... 흑흑.... (굉장히 좋아했었는데.... --;;) 하지만.... 이것은 예정된 죽음.... PUH의 일환....(PUH : Project Unfortunate Hero) 으.... 어째서 이런 시나리오를 구상한거냐!!(퍼어어억...--;;) 에라브레를 좋아해 주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 (꽤 되시는것 같던데....--;;) 이것으로... 또 독자가 팍팍 줄겠군요...--;; 왜 이런 시나리오를 구상한거냐.... 라고 머리를 뜯기는 변태3류날림 글장이 에이그라가..--;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409번 제 목:[AGRA] Derod & Deblan Epi...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5 00:33 읽음:1689 관련자료 없음 ----------------------------------------------------------------------------- Derod & Deblan 에필로그 사흘이 흘렀다. 시간이.... 모든 것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시간이, 모두의 어머니가 관장하는 성스러운 땅을 흐르는 강이. 란테르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어쩌면 울 힘 같은 것은 남아있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는 지쳤다. 하지만.... 그는 쉴 수 없었다. 에라브레의 무덤은 사피엘라의 그것만큼이나 조촐하게, 그녀의 무덤 곁에 놓여졌다. 에라브레 수이브렛 641-660 가엽고 아름다운 소녀 이곳에 묻히다. 그녀를 사랑하는 칼슨 가의 두 부부가.... 묘비문의 이름은 칼슨과 엘라의 것으로 대신했다. 칼슨과 엘라는 그날 집에 없었다. 하녀들과 하인들은 모두 저녁때를 맞이하여 분주히 움직였기에 란테르트가 상처 입은 에라브레를 껴안은 채 뒤언덕에 기절해 있는 모습을 발견한 것은 다음날, 즉 그저께 이른 아침의 일이었다. 여름이어서 다행이지, 만약 겨울이었다면 그들이 발 견한 것은 한 구가 아닌 두구의 시체였을 것이다. 물론, 그편이 란테 르트에게는 행운이었겠지만.... 란테르트가 깨어난 것은 그저께 저녁때였다. 칼슨과 엘라는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란테르트 역시 그 둘에게 이야기를 건네지 않았다. 엘라는 자신의 방을 걸어잠군 채 하루 내내 눈물을 흘렸고, 칼슨은 평소에는 잘 마시지 않는 독한 술을 한 병이나 마신 채 잠을 청했다. 란테르트는 깨어나자 마자 에라브레의 무덤으로 향했다. 만든지 채 반나절이 지나지 않은 무덤은 묘비조차 아직 세우지 않은 채였다. 란테르트는 작문법 같은 것에는 서툴렀기에, 곁에 있는 에라브레가 쓴 사피엘라의 묘비를 단어만 바꾸어 그대로 옮겼다. 불만족스러웠으 나, 그것으로 좋았다. 칼슨과 엘라는 어제 아침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진정했고, 이내 뒷 언덕 에라브레의 무덤 앞에 탈진해 쓰러진 란테르트를 집안으로 들여 왔다. 이틀동안 두차례나 기절한 그의 몸은 말이 아니었고, 몸 이곳저 곳에 난 상처들은 흉하게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치료마법에 어느 정 도 소질이 있는 엘라가 회복마법을 걸어 주었으나 좀처럼 깨어나지 않 았었다. 그렇게 이날의 아침이 밝았고, 에라브레의 무덤에는 란테르트가 지은 묘비문대로 묘비가 놓여졌다. 글을 적은 사람의 이름은 란테르트가 아 닌 칼슨, 엘라 두 부부였는데, 이는 란테르트가 자신에게는 자격이 없 다고 극구 사양했기 때문이었다. 칼슨도, 엘라도 란테르트를 탓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에게 일의 경위 를 묻지도 않았다. 그 둘은 란테르트의 위인 됨을, 3년간 우정을 쌓아 온 란테르트를 믿었고, 그리고 그의 힘을 믿었다. 그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둘은 란테르트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았다. 때가 되면.... 자연스레 물을 수 있을 테 니.... 란테르트는 막 묘비가 놓인 후 에라브레의 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앉았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었으나,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 다. 그저 천천히 그녀의 묘비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칼슨과 엘라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란테르트라는 인간을.... 자신들의 두 양녀를 죽게 한.... 그 남자의 모습을.... 하지만, 증오 보다는 연민이 앞섰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두 자매는 양녀일 뿐이지만.... 그에게는 그의 모두였다는 것을.... 시간이 조금 더 흘러, 태양이 서편으로 붉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란테르트는 그때가지도 무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칼슨과 엘라는 종종 그런 그의 모습을 창문을 통해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란테르트는 현재 자신이 어느곳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몰랐다. 분명 눈은 에라브레의 무덤으로 향해 있었고, 눈동자는 묘비의 글들을 받아 들이고 있었으나, 정작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러한 무감각의 드넓은 평야는 불쑥 들이밀어진 한 다발의 백합에 의해 산산이 조각났다. 란테르트는 에라브레의 묘비 위에 놓여지는 한 다발의 백합을 발견한 직후 고개를 돌렸고, 시야 안에 이카르트를 집어넣는데 성공했다. 그 의 안색은 파리하게 변해 있었고,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한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안쓰러웠다. 란테르트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에라브레의 묘로 향했 다.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비록 이카르트를 탓할 마음은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그가 자신을 죽이지 못한 그 때의 상황이 한 스럽게 느껴졌다. "미안하다...." 이카르트는 자신을 더 이상 바라보지 않는 란테르트의 등뒤에서 이렇 게 입을 열었다. "사과할 것은 없어.... 네 잘못이 아니란 것 정도는 알고 있으니 까...." 란테르트의 대답에 이카르트는 다시 한차례 사과했다. "아니.... 내 잘못이야.... 후우....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란테르트는 대꾸치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고, 이내 해가 서쪽 지평선 너머로 완전 히 져버렸다. 어둑한 땅거미가 온 세상을 뒤덮었고, 란테르트는 3일전의 악몽을 떠 올리며 한차례 폐부를 쏟아낼듯한 한숨을 내 쉬었다. "이제.... 너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이윽고 떨어진 이카르트의 입에서는 이러한 말이 튀어나왔고, 란테르 트는 흠칫 놀라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카르트의 모습은 이미 사라 진 후였다. 란테르트는 아직도 울렁이는 공간을 향해 중얼거리듯 말했다. "네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 한.... 너는 영원한 나의 친구다...." 동시에 그는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 둘을 동시에 잃은 것 같은 느낌이 가슴 가득히 밀려들어왔다. 란테르트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내뱉듯이 중얼거렸 다. "후.... 이렇게 끝나버릴 3년이었던가?...." 어둑해 지기 시작한 하늘 사이로 유난히도 밝은 별 하나가 조심스레 반짝이고 있었고, 란테르트의 눈동자는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슬픔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는, 그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목에 걸려있는 두 개의 목걸이가 유난히도 무겁게 느껴지는 밤이었 다. ...1부 完 ----------------------------------------------------------------- 휴우우~~~~ 드디어 1부가 끝났습니다. 우.... 일러가 가지고 싶다..... ^^;; 전에 정팅실에서, 어떤분이 그려 주신다고 했는데.... 멍청한 통장 때문에.... 확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 바보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594번 제 목:[AGRA] 키티나와 델필라르 1/4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6 05:40 읽음:1405 관련자료 없음 ----------------------------------------------------------------------------- Kitina & Delphilrar : 키티나와 델필라르 1.... . . . . . 나? 키티나. 아, 이름을 물어본 것이 아니였어? 넘겨짚어 버렸군.... 뭐? 내 직업? 글세.... 아직은 없지만.... 곧 생겨. 그 검을 물려받고 나면.... 용신, 카이젤 드라켄 델필라르의 검 실트바안을 물려받기만 하면.... 난 그때부터, 우리 집안의 전통을 따라,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는 거야!!! 라고 생각했는데.... 에고 추워라.... 겨울이야. 이 알케인시스 평야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워. 당연하다고? 글세, 한 번 살아보면 결코 당연하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걸.... 눈앞에 펼쳐진 벌판.... 그리고 눈 뒤에 펼쳐진 벌판.... 왼쪽에도 오른쪽에 도, 온통 하얗기만 한 평야뿐이지. 가끔은 아주 먼 곳에 산일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드는 흐릿한 보라색의 물체들이 바닥에 납짝 엎드린 채 봉긋봉긋 거리 기 는 하지만, 뭐 눈에 보인다고 하루 이틀 걷는다고 도착할 수 있는 곳도 아니 고.... 그래서 아무튼 평야 뿐이야. 으.... 아무리 지형이 거친 곳이라지만.... 어째서 말을 달릴 수 없는 거 야?.... 그 덕에 두 발이 부르트도록, 물론, 나야 하체수련이 튼튼한 편이여서 발이 부르틀 염려는 별로 없지만, 아무튼 그렇도록 걷고 또 걸어 이 거친 평야 를 지나야 한다니.... 이 알케인시스 평야는 그럭저럭 사람들이 살 만한 땅이 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역시 척박한 것은 마찬가지지.... 아, 혹시 이방인? 그럼 우리 다프칸 땅의 사정을 잘 모르겠구나.... 저런.... 그럼 내 복식도 잘 모르겠네? 보라고, 내 이 잘빠진 몸을!!! 호호, 이래봬도, 마을에 있을 때는 꽤 인기 있 었던 몸이야. 허리도 잘록하지.... 비록 가슴이 평균치 이하라는 치명적인.... 하지만, 너도 한 번 검술을 익혀봐!! 양분을 모두 두 팔뚝과 상완이 가져가 버 려 가슴이 자랄 새가.... 아, 이게 무슨 소리야.... 다 큰 처녀 입에서.... 얼 굴이 다 화끈거리네.... 내 나이? 음.... 몇 살로 보여? 20? 죽고싶냐? 17. 맞아. 열 일곱!!! 꽃다운 처녀!!! 오호호.... 보시다시피 머리칼은 붉은 색. 게다가, 여기 보이지? 앞머리 말야!!! 그래 거 기, 앞머리 양쪽 가장자리 부근. 그 부분이 하얗지? 이 부분이 바로 우리 자이 그랑 집안의 혈통을 증명하는 포인트지!!! 다프칸 제1의 드래곤 슬레이어 집 안!!!! 자 이 그 랑!!!! 아!! 이 어찌 자랑스럽지 않은가!!!! 그 동안 무찌른 용이 몇 마리나 되느냐고? 에이, 그런 건 신경 쓰지마. 이 검을 보면 알잖아!!! 우리 집안이 얼마나 대 단한지!!! 보여달라고? 그래, 선심 썼다!!! 잘 봐! 이 살짝 굽은, 그러면서도 베기 딱 좋게 생긴 아름다운 검날. 날의 두 께도 얇은 편이여서 관통력도 상당하지. 그뿐 아니야, 검날의 단단하기는, 우 리 마을의 수석 대장장이인 그레온 노인도 감탄의 말을 던졌어. 내 평생 보아 온 칼들 중 단연코 으뜸이라고!!! 자신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 비슷한 검을 만 들 수 없다고.... 뭐? 그레온 할아범이 무슨 명검을 만들었냐고? 에에, 그런 건 묻지 마!!! 에고.... 얼굴 화끈거려라.... 그래그래 이야기 해 줄게. 그레온 노인은 평생 236자루의 유명한 검을 만들었 는데, 우리 마을의 영주의.... 요리사가 사용하는.... 그래그래!!! 그레온 노인은 검이 아닌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야!!! 흥!!.... 됐어, 더는 물어보지 마.... 귀찮아!! 뭐? 용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겠다고? 그럼... 뭐 계속 이야기를 해 주지!!! 하지만, 앞으로 내가 하는 말에 대해서는 더 이상 토를 달지 맛!! 아, 맞다, 이 실트바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말았지. 잘 보아 둬. 이 검이 다프칸 대륙 제일의 검이라는 실트바안이야. 검날은 방 금전 이야기 했던 데로, 관통력과 베는 능력 모두가 최상급이고, 확인은 안해 보았지만, 모든 브레스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마법이 걸려있데. 대단하지 않 아? 인간이라도 이 검을 들고 있으면 드래곤의 브레스를 맞고도 살 수 있어!!! 아.... 이 검 들고 브레스 한 번 맞아보고 싶닷!!! 아차, 또 딴 이야기.... 미안!! 내가 조금 덜렁대거든.... 호호호... 아무튼 이 손잡이를 잘 봐. 이 순백색의 손잡이를.... 카이젤 드라켄 델필라 르의 첫 번째 갈빗대를 1000년간 정련해 만들었다는, 이 손잡이.... 손잡이 자 체가 마력 덩어리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클래스 3의 마법까지는 가뿐하 게!!! 확인해 봤냐고? 아니. 난 검사지 마법사가 아니얏!!! 아무튼 보기나 해. 자꾸 쓸떼없는건 물어보고 난리야? 아무튼 이 손잡이 끝에 매달려 있는 이 붉은 보석 보이지? 이건.... 놀라지 마! 바로 용신 델필라르 님의 일곱 개의 심장중 하나를 결정화시킨 것이야! 모든 브레스를 막을 수 있 는 힘의 원천도 바로 이것이지!!! 용신의 드래곤 하트.... 이 어찌 대단하지 않은가!!! 위대한 검 실트바안이여 영원 하라!!! 어이, 영 얼굴이 못미더운 표정인데.... 한 번 베 줄까? 에이, 농담이야... 어이, 어디가? 이봐!!! 용이 있는 곳 가르쳐 주기로 했잖 아!!! 칫.... 남자녀석이 그런 일로 벌벌 떨며 달아나기는.... 휴우.... 그건 그렇 고.... 용은 이제 어디 가서 찾나.... 마을이 보이는군.... 역시 로망(중세의 서사문학. 판타지 소설의 기원)의 꽃은 시기 적절히 등장하 는 마을과 그곳에서의 우연적 만남!!! 한 번 기대해 볼까? 휘잇!!! 아 이거? 휘파람 소리야. 뭐?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라고? 뭐야? 구강구조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시꺼 임마!!! 아, 이 휘파람? 그야 물론 신나서 분 거지!!! 얼마나 신나면 불 줄도 모르는 휘파람을 불다 너같은 녀석에게 그런 모욕적인 소리까지 듣겠냐? 아차, 이 녀석 소개를 아직 안했군. 아, 내 이 앞 가방에 들어있는 녀석 말이 야. 난 지금 쫙 달라붙는 여자 용병용 바지에 헐렁한, 무릎까지 내려오는, 흡 사 원피스 드레스 같은 웃옷을 입고 있어. 나의 붉은 머리칼과 아주 잘 어울리 는 분홍색의 옷!!! 이 치마 같은 옷은 추위를 이기기에는 더없이 좋아. 이렇게 허름해 보여도, 우리 마을의 특산품인 양털로 짠 옷이니까. 아무튼 이 옷의 이 름은 셀랑 이라고 해. 난 정말 이 이름이 싫어. 셀랑이 뭐야!!! 컨츄리틱!!! 아무튼 내가 입은 셀랑의 오른쪽 끝단이 실트바안 때문에 허리부분 까지 올라 와 있어. 당연히 허리에 검을 차고 그 겉에 셀랑을 입었으니 셀랑이 실트바안 에 걸려 허리에 머물러 있는 거지. 다른 부분은 그대로 내려가 허벅지의 절반 을 가리고 있고. 실트바안 곁에는 조그마한 가방이 있는데, 놀라지 마시라!!! 이 녀석의 모습 에!!! 뭐냐고? 쥐야. 이름은.... 나중에 가르쳐 줄게. 설마 집에서 찍찍거리는 거대하고 회색의 털을 가지고 있는 눈이 붉은 악마를 떠올리는 것은 아니겠지? 이 아이는 황색의 털을 가진 몽실몽실한 녀석이야. 집에서부터 기르던 녀석이 지. 난 가끔 이 녀석하고 이야기하는 취미가 있어. 뭐? 말도 할 줄 아냐고? .... 아니. .... 우씨.... 마을은 커다랬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건물들이 줄 서 있는 마을의 거리는 이미 어둑해진 하 늘 때문인지 하나 둘 가로등의 불이 밝혀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바닥에 뿌연 빛의 원을 그려낸다. 우.... 배고프다.... 역시 하루 종일 걸어다니면 배가 고프군.... 난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문득 고개를 아래로 향했다. 조그마한 연갈색의 가방이 보인다. 계속해 슬쩍 슬쩍 움직이는 주먹 두 개를 합쳐 놓은 것 만한 가방. "녀석도 배고프겠는걸...." 헤헷.... 입이 조금 거친가? 어쩔 수 없잖아. 아빠도 남자, 엄마는 물론 여자 지만.... 위로 네명이나 되는 오빠들.... 순 남자들 사이에서만 부딩켜 살았으 니.... 게다가 우리 가문 자이그랑의 명예로운 드래곤 슬레이어의 지위를 물려 받기 위해서, 나는 매일같이 거친 수련을 쌓아왔지. 왜 오빠들이 아니라 나냐고? 그야, 모두들.... 집안 일을 돌봐야 하니까.... 우리 집은 가난한 편이거든.... 뭐? 무슨 드래곤 슬레이어 집안이 가난하냐고? 시꺼!!! 거참 되게 따지는 거 좋아하는 녀석일세.... 그야, 드래곤 슬레이어를 그만 둔지 꽤 됐으니까 그렇 지. 더 이상은 노 코멘트!!! 이건 국가 기밀이야. 드래곤 슬레이어를 배출한 용사 집안의 일을 아무에게나 알려줄 수는 없지~~~~잉. 호호호.... 꼬로~~~~~~록.... 웃지마!!! 너도 하루 종일 굶어봐.... 에고 아무튼 빨리 밥이나 사 먹어야 겠 당.... 나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음, 개사슴집이라.... 개사슴이 뭐지? 왠지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음 저기는 어떨까? 드래곤의 집? 이름은 마음에 드 는데? 드래곤의 집이라.... 악당 드래곤 요리를 무찌르러 가는(아마도, 포악한 레드 드래곤일 꺼야!!!), 자이그랑 가의 용사 키티나!!!! "기다려라 요리들아. 나의 이 실트바안이 간다~~~앗!!" 에고, 실수.... 주위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뭐.... 이해할 수는 있다.... 길 가던 어여쁜 아가씨가 돌연 이런 고상하지 못한 말을 내질렀으니.... 호호, 화끈거려라....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있겠지?.... 난 가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 입 밖으로 내뱉을 때가 있어.... 미쳤냐고? 뭐 가끔 그런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아직 미치지는 않은 것 같아. 아무튼, 결정이다. 저 드래곤의 집으로!!!! 킥킥, 거리며 나를 쳐다보는 뭇 마을 주민들과 행인들의 의혹의 눈길을 묵묵 히 무시한 채, 나는 드래곤의 집으로 향했다.... 기다려라... 흐흐흐.... 엇, 생각 외로 인기가 좋은걸.... 자리가 없잖아.... 우씨.... 그냥 나가버려? 아니지, 용사가 요리를 두고 그 냥 갈 수 없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 몰라. .... "어서 옵쇼이!!!" 왠 느글느글하게 생긴 30대의 남자가 허리를 굽실거리며 나를 맞는다. 어서 오기는.... 자리도 없으면서. "자리 있어요?" 빤히 없는 거 보이면서 나는 이렇게 물었다. 왜냐고? 글세, 왠지 꼭 이곳에서 먹고 싶어졌어. 드래곤의 집이잖아. 드래곤 슬레이어인 나 키티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지. "흐하하...하..하..!!!....." 에고 또 실수.... 난 왜 이러나 몰라.... 식당겸 주점, 보통 퍼브라고 불리우는 이곳 안의 사람들 모두가 나를 바라본 다. 호호, 역시 예쁘긴 한가보지? 아마도 내가 큰소리로 웃지 않았더라도, 모 두들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을 꺼야. 호호호.... "손님...." 왠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조금전의 남자가 나를 천천히 불렀 다. "왜요?" 나는 이렇게 물었다. 다음에 이어질 말은 거의 기정화 되어 있지만.... 혹시 다른 대답이 나올 수도 있었기에.... 하지만.... "조금 조용히 해 주십시오. 다른 손님들께 방해가 되니...." 생긴 것만큼이나 구시대적이고 전형적인 사고 방식을 지닌 사람이군!!! "자리나 만들어 줘요." 내가 들어도 퉁명스런 목소리니, 그 사람이 들었을 때는 얼마나 무안했을까? 하지만, 다 이해할 꺼야. 이보다 백배는 더 차갑고 퉁명스레 이야기해도, 나의 이 미모와 결합하면 그도 즐겁게 받아줄테니.... 호호호. 그 점원은 예, 라고 답하며 나를 한쪽으로 안내했다. "여기 앉아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그가 안내한 곳은.... 헉.... 이럴 수가!!! 네 개의 의자가 있는 탁자와, 한쪽에 앉아 있는 남자. 40은 족히 되어 보이는 데다가, 앞으로 뿔뚝 튀어나온 배 덕분에 의자가 뒤로 한 걸음이나 빠져 있었 다. 머리는.... 드래곤의 브레스가 직격한 듯 중앙은 황폐화되어 있었고, 가장 자리는 브레스에 꼬슬린 듯 꼬불꼬불했다. 퉁퉁히 부어오른 볼에 반쯤 가려진 가는 눈으로, 그 느끼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허걱.... 이런 황폐하고 열악하며 엽기적인 환경에서.... 밥, 을, 먹, 으, 라, 는, 거, 냐!!!!!!! 나는 가만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 테이블 바로 옆에 거의 비슷한 환경을 가진 테이블을 찾아냈다. 후후, 역 시 나의 직감은.... 마찬가지로 의자 네 개가 놓여있는 탁자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23세쯤? 칠흑 색의 머리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거의 바닥에 닿을 듯 했다. 일어서면 무릎쯤 오려나?.... 아무튼, 그리고 앞머리 역시 근사하게 양쪽으로 흘러 내려와 있다. 눈매는 날카롭고, 턱선도 가는 것이, 전체적으로 조금 살벌 한 느낌을 주기는 했지만.... 뭐 호리호리한 몸을 보아하지, 힘은 별로 같아 보이는군....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소매가 넓은 옷을 입고 있는 그 남자는, 내가 그를 유 심히 살펴보자 함께 나를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짙은 갈색을 띄고 있었다. 오.... 멋있는 눈매!!! 나는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 여기서 먹을래요!" 난 점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생각해 보라. 대중 음식점의 의무는, 음식점을 찾는 손님들에게 쾌적한 환경과 청결하고 맛 깔스러운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런 남자와 함께 먹으라니!!! 이 쪽이라면, 뭐 내쪽이 조금 손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함께 앉아 먹어 줄 수 있지... 호호호. 점원은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그 검정 머리칼의 남자를 한차례 바라보았 는데, 아무래도 그의 동의를 구하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야 당연하지!!!! 세상 어떤 남자가, 나 키티나를 보고 고개를 가로 저을 수 있으리!!!! "앉아도 괜찮겠습니까?" 평소의 나답게, 다소곳하고, 우아하며 아름답고, 귀엽고, 깜찍하며, 예쁜 목 소리로 나는 처음본 미청년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넸다. 뭐? 아니라고? 뭐? "내가 괄괄하고 괴퍅하며 성질이 더럽다고? 너 죽고 싶냐? 델필라르녀석!!!" 앗!!! 또 실수.... 델필라르 녀석 때문이야.... 그런 중요한 순간에 내게 그 런 말을 하다니.... 아, 델필라르는 용신 아니냐고? 그건 그렇고, 눈앞의 그 남자는, 뭐 저렇게 까지 놀란 표정을 짓는 걸까? 아 마 델필라르라는 이름 때문일 꺼야.... "죄송합니다. 순간 딴 생각을 하느라.... 호호호" 이 정도 애교 있는 목소리면 그의 표정도 풀어지겠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아, 괜찮습니다. 어서 앉으시죠." 역시.... 눈앞의 그 남자는 생긴 것만큼이나 신사야!!! 아! 즐거워라.... 용을 잡으러 수행을 떠나는 첫날, 이렇게 근사한 사람을 만 나다니!!! 그는 살짝 미소지으며, 정말이지 멋있는 미소다, 내게 말했다. "그보다, 델필라르라면, 용신의 이름이 아닙니까? 왜 갑자기...." 앗, 왠 관심? 역시.... 초절한 나의 미모에.... 호호호!!! 나는 가능한의 우아한 모션으로 갈색 주머니를 열어 나의 애완쥐 델필라르를 들어 보였다. "이 아이가 델필라르 에요." 핫핫!! 내 대답에 눈앞의 남자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놀랄 만도 하지.... 델필라르만큼 강한 존재의 이름을 쥐에 붙여 놓았으니.... "어째서 용신의 이름을 쥐에게 붙여 놓은 것이죠? 혹시 용신이 알게되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검은머리의 남자, 생긴 것 보다 귀여운데. 호호.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하다 니!!! 나의 이 초절한 외모와 잘 다듬어진 몸매를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내가 바로!!! 이 다프칸 제일의 드래곤 슬레이어.... 가 될 키티나 자이그랑이라는 것을!!!! 핫핫!!!! 난 가능한 한 멋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관없습니다. 용신은, 내 손에 죽어야 할 존재. 델필라르라는 이름은 그 순 간 나의 이 귀여운 아이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가!!! 처음 이 쥐에게 델필라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을 때, 나는 누군가 내게 그 이유를 물어봐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허 웃을 뿐이었고, 극소수의 사람들은 내 이마에 손을 짚어보며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중에야 그들이 나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러한 주위의 멸시와 역경 속에서도, 비련의 여주인공 나 키티나 자 이그랑은 꿋꿋이 역경과 싸워 여기까지 도달했고, 결국은 이 질문을 받아냈다. 하하하!!! 보아라, 눈앞의 남자의 눈빛을. 나를 향한 무한한 부러움....이 아닌가? 왠지 황당하다는 표정인걸? 훗, 내 실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군....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상당한 자신감이군요.... 보통의 드래곤도.... 국가 단위로 덤빈다 하더 라도 쉽게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인데.... 용왕도 아닌 용신을 잡겠다니요? 후훗. 그렇게 물어올 줄 알았지. 오호호호호. 나는 천천히 허리에 매어져 있는 실트바안을 풀렀다. 그리고는 그 하얀 몸체 를 들어 그의 눈앞에 들이댔다. "바로 이 검. 이것이 바로 전설의 검 실트바안이에요!!!" 나의 이 말에 남자의 표정에는 경악이 스쳤다. 그는 동시에 자신의 허리께에 있는 한 자루의 검을 단단히 움켜쥐었는데, 그의 검 역시 꽤나 아름답게 생겼 다. 나의 실트바안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검은빛을 띄고 있었다. "실트... 바안? 용신의 검? 하지만, 그 검을 어떻게...." 그는 말까지 더듬거린다. 호호, 사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놀랍기 그지없는 사실이겠지. "후훗. 놀라지 마세요. 제가 바로 그 유명한 드래곤 슬레이어 집안인 자이그 랑의 막내이며,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키티나입니다!!! 이 검, 실트바안만 있으면 보통의 드래곤이 아니라 용왕, 그리고, 용신마저도.... 하 하하." 그는 나의 이 말에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후훗, 당연하지 않 은가!!! 실트바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며 황당하고 당황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야. "하하하하하하하!!!!" 읔.... 이 버릇 고쳐야 되는데.... 어째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자꾸 입으로 내뱉는 것일까?.... 나의 장쾌무비한 웃음소리에, 주점 안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로 모아졌고, 내 눈앞의 흑발의 미남자는 은은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다. 에고.... 얼굴이 화끈하네.... ------------------------------------------------------------------------- 후후후... 연재 뗌빵용 4편짜리 단편입니다. 원래 장편으로 구상했던건데.... 흐음.... 아, 이 소설의 배경은 제가 쓰고 있는 D&D와는 다른 대륙입니다. 물론 같은 세계이구요. 시대적으로는 지금의 D&D보다 100년쯤 빠릅니다. 여기 이 카티나 라는 아가씨와, 용신 델필라르 모두 D&D에 한번 얼굴을 비칩니다. 1부 끝나고 충전중인 배터리 수룡 아그라가...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595번 제 목:[AGRA] 키티나와 델필라르 2/4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6 05:41 읽음:924 관련자료 없음 ----------------------------------------------------------------------------- Kitina & Delphilrar : 키티나와 델필라르 식사를 하며, 물론 평소에는 밥을 먹는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와 함께 있 으니 왠지 이러한 표현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호 호.... 아무튼 식사를 하며 그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겉모습과 달리 굉장히 박식하다. 모르는 것이 거의 없는 모양이었다. 반면.... 나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마직막의 히든 카드로 내 놓은 것이, 바로 나의 애검 실트바안에 대한 설명이었다. "봐요. 이 검날의 미려한 곡선을. 살짝 굽어 베는 능력이 뛰어나고, 날이 얇 아 관통력이 좋지요. 그러면서도 경도에 있어서는 가히 비견할 만한 검이 없어 요. 자루 부분은 용신의 갈비뼈로 만들었고, 이 끝의 붉은 보석은 용신의 드래 곤하트에요. 대단하지 않아요?" 나의 이 이야기에 그는 슬쩍 웃었다. 하지만 왠지 미소가 썩 밝지만은 않았 다. 아하.... 아마도 질투하는 걸 꺼야!!! 이 위대한 검에!!! 음....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마음이지.... 호호호!!! 아, 그러고 보니 그의 이름을 듣지 못했잖아. "아참, 이름이 뭐예요?" "델.... 아니, 르라프.... 뭐 이걸로 해 두지요." 음.... 가명인 모양이었다. 하긴, 이름이야 부르면 끝인걸.... "아, 르라프. 이름 좋네요." 이건 예의상 해주는 말이다. 하긴, 어감이 나쁘지는 않군. 르라프르라프르라프르라프프라르플라르플라르.... "키티나도 아주 예쁜 이름입니다." 그는 아주 진지한, 그리고 멋진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음.... 당연하지! 이 몸의 이름인데.... 에고....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 하니까 볼이 빨개지잖아.... "르라프는 무슨 일을 하세요? 아는 것이 많은 걸 보니, 학자인 것 같은 데...." 맞아. 그는 학자일 꺼야. 동그란 무테 안경을 코에 살짝 걸친 채, 두꺼운, 나 같은 검사들은 베개 이외의 용도로는 그다지 쓸모를 못 느끼는 책을 펴들고, 아른거리는 등잔 밑에서 새벽 창문을 두드리는 조용한 바람소리를 들으며.... 읽고, 또 읽고.... 호오, 꽤 멋있는데.... 나의 질문에, 그는 역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학자라.... 그럴 수도 있겠군요...." 라는 알쏭달쏭한 대답을 했다. 뭐, 그냥 넘어가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할건가요?" 나는 다시 물었고, 그는 다시 대답했다. "음.... 특별히 할 일은 없습니다. 다만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싶습니다." 아, 이 어찌 멋있지 않으리요!!!! 이것이 진정 멋을 아는 사람의 나아갈 방향이다!!!! 좋아. 역시 얼굴값을 하는군!!! "아, 그러세요? 그럼.... 저와 동행 하실래요? 아는 것이 많은 것을 보아, 용 들의 서식지도 잘 알 듯 싶은데.... 게다가 혼자보다는 둘이 덜 위험하잖아 요!!" 최대한의 공손하면서도, 은근한 목소리로 나는 이렇게 그에게 청했다. 그리 고,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라고, 온화한 미소와 함께 답했다. 핫핫핫. 그 누가 나 이, 귀엽고 깜찍하고 발랄하며, 그와 함께 우아하고, 고상하며 아 름다운 키티나의 청을 거절하겠는가!!! "아, 잘됐어요. 안 그래도 심심했었는데.... 잘 부탁해요." 나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물론, 악수를 청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나의 가냘픈 손을 끌어당겨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저 역시 잘 부탁합니다." 아앗.... 이런 부끄러운.... 목덜미까지 화끈거린다.... 나는 손을 조심스레 갈무리하며 그의 입김이 단 손 등을 조심스레 내려다보았 고, 그는 그런 나의 모습에 후훗, 하는 짧고, 나직한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혹시.... 플레이보이 아니야? 우리는 이렇게 만났다. 그리고 몇 일.... 그는 아직 내가 용을 상대할 만한 실력은 아니라며 수행 비스무리 한 것을 함 께 하기 시작했다. 그의 실력은, 확실히 나보다는 조금 나았다. .... 그래 훨씬 낫다!!!! 우씨.... 그리고는.... 그가 입을 열었다. "키티나. 이제 슬슬 용을 찾아 가 볼까?" 그는 어느사이엔가 내게 말을 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 "정말요!! 그런데, 용이 사는 곳은 알고 있나요? 르라프 오빠?" 내가 그를 오빠!! 라고 부른 직후부터일 것이다. 나는 몇 일전부터 그를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정말 오빠처럼 다정한 남자다. 집에 있는 그 세 화상들, 나와 성이 같고, 남자이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오빠라고 불러야만 하는 그 화상들과는 천지차이다!! 르라프라는 그 남자도 나의 이런 다정한 태도가 싫지는 않은 모양인지, 처음 오빠라고 부르자 꽤나 밝게 미소 지었었다. 역시 다정한 남자.... 호호. 난, 첫눈에 반한 거야. 이 다정하고 부드러운 남자에게. 게다가 검솜씨도 일품이고, 은은히 느껴지는 마법력 역시 상당해. 음.... 내 물음에 그는 다시 한차례 그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내게 보여 주었다. "응. 읽은 책들 중, 드래곤 레어의 분포도가 나와 있는 것이 있어서...." "좋아요. 그러면 가요!!!" 나는 웃으며 답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은 상당히 오래 걸었다. 열흘 정도? 그리고 우리 둘은 더더욱 가까워 졌다. 물론, 육체적인 아닌 정신적으로!!! 바보 같은 녀석, 상상하는 것하고는.... 그러고 보니 우리 델필라르 이야기를 안했군... 델필라르도 잘 있어. .... 이게 끝이야!!! .... 드래곤의 레어!!! 역시 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대한 종족의 느낌이 전해져 오는군.... 하지만, 내겐 이 실트바안이 있지 않은가!!! 나도 모르게 실트바안에 올려놓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약간 긴장하고 있는 내 어깨에, 르라프 오빠의 손이 올라왔다. "긴장하지 마. 내가 있잖아." 아, 이 얼마나 든든한 말인가? 그가 있다면, 난 용기 100배!!!! 아, 힘이 불끈불끈 솟는다!!!! "기다려라 드래곤!!!! 나 위대한 드래곤 슬레이어 집안 자이그랑 가의 키티나 가 간다~~~~앗!!!" 음, 역시 내 이 시동어는 정말이지 아름다워!!! 나는 달리듯 레어 안으로 달려갔고, 르라프 오빠는 그런 내 뒤를 바짝 쫓아 따라왔지. 음.... 역시 나의 보호자!!! 밖에서 보던 만큼 커다란 공간이다. 천연 동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간 내 눈앞에 보이는 용이 다듬기라도 한 듯, 레어 안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레어 한쪽에 거대한 몸집을 가진 한 존재가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흑색. 물론 블랙 드래곤이니까 검정색이다. 애시드 브레스, 혹은 흑색의 레이 브레스를 쏘아 댄다는 공포의 대상. 성격 난폭!!! 이거.... 만만하지 않은걸.... 벌써 몸이 얼어붙기 시작하잖아.... 젠장.... 그냥.... 와이번 슬레이어를 할걸.... 괜히 객기 부리는 거 아니야? 가늘게 찢어진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까마득히 높은 드래곤을 올려다보며 오만가지 잡생각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지.... 여기서 그 생각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아, 무서워!!! 집에 가고싶다. 엄마가 보고싶어. 괜히 왔다. 살려줘!!!! 등등이었다. 아, 가끔은, 드디어 드래곤 슬레이어로써 이름을 날리게 되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진 않았다. "겁먹지 마. 드래곤 피어야. 마음을 굳게 먹는다면 공포는 극복할 수 있어." 돌연 내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온 목소리!!! 르라프님!!!! 감사합니다... 흑흑.... 나는 그의 목소리에 용기 100배!!! 이내 드래곤 피어를 극복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실트바안의 은광이 레어 안을 어지럽혔고, 나는 자신감이 넘치려 하는 목소리 로 외쳤다. "덤벼라, 이 블랙 드래곤이여!!!! 너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난 드래곤 슬레이어로써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너를 처치해야 겠다!!!!" 내가 외치는 소리는 모기소리보다 조금 더 크게 저 드래곤의 귀에 들리겠 지?.... 아, 자신 없어.... 그때 또 다시 르라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랙 드래곤의 약점은 어딘지는 잘 모르지만, 몸 어딘가에 붙어있는 비늘이 야. 그러니까 걱정 말고 가서 베버려!!" 음...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상관없어. 그의 말은 곧 진리야!!!! 나는 그를 믿기에 그의 말대로 몸을 날려 용에게로 달렸다. 용은, 우어어 하는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손, 아니 앞발이던가? 아무튼 그 것을 뻗었어. 날카로운 손톱, 아니 발톱.... 걸리면 한방이야!!! 나는 날렵한 몸짓으로 그 발톱을 피했어. 핫핫핫, 초절한 반사신경이 낳은 쾌 거지!!!! 그 블랙 드래곤은 몇 차례 더 손으로 나를 할퀴었으나, 난 그것들을 모두 피 해냈지. 모두들 아슬아슬 했어. 그리고 나는 몸을 날렸지. 평소 1미터 정도는 가뿐히 뛰어 오르는 나였고, 지금은 긴장해서 인지, 거의 사람 키높이 만큼을 뛰어올라 드래곤의 다리를 벴어. 슥 하는 소리와 함께, 무 언가가 잘린 듯한 느낌이 들었지. 후훗. 역시 나의 이 실트바안은 대단해!!! 드래곤의 비늘을 베다니. 톡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손바닥만한 비늘이, 이 블랙 드래곤의 잘려진 비늘 이 바닥에 떨어졌어. 그때야, 돌연 그 블랙 드래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어. "우어어어어~~~~~" 나는 돌연 소리를 질러대는 그 용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었어. 굉장히 아 픈 듯 몸을 흔들어 대고.... 음.... 아무래도 내가 죽인 모양이야.... 르라프 오빠의 말이 맞았어. 블랙 드래곤의 약점은 비늘이었어!!! 핫핫핫. 이건 나의 초절한 실력과 우리 가문의 운이 만들어낸 장쾌한 성공이 지!!!! 핫핫핫!!!! 그때, 르라프 오라버니가 내 손을 잡아챘어. "어서 달아나자!! 용은 죽기 전이 가장 위험해. 온 몸의 모든 에너지를 방출 하지. 아무리 너라도 살아 남을 수 없어." "예? 예...." 사실 나는 지금 조금 황당스러워. 이렇게 쉽게 드래곤을 잡다니.... 나는 몸을 굽혀 잘려진 드래곤의 비늘을 집어들며 르라프 오빠를 따라 레어를 벗어났지. 용의 아픈 듯한 신음소리가 계속해 울려 퍼졌어. "어서 달아나자!" 르라프 오빠는 계속해 내 손을 잡아끌었다. "잠깐만요. 드래곤하트도 얻어야 하고, 등등등 이런 저런 아이템이 잔뜩 생길 텐데.... 게다가 보물들은요?" 난 그냥 갈 수 없다!!!! 그 수많은 보물들을 놔두고는!!!! 나의 말에 르라프 오빠는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저 드래곤은 가난해서 그런 것 없어!! 어서 도망가지 않으면 동료들이 몰려 올 꺼야." 어째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다.... 평소 들었던 드래곤과는 무언가 다른걸... 드래곤이 죽었다고 동료들이 찾아와 복수를 해? 게다가 드래곤이 가난해? 술 을 마시는 것도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드래곤이 가난해? 하지만.... 르라프 오빠는 진실만을 말하니까.... 방금 전에도 드래곤의 약점을 가르쳐 주었잖아.... 에이, 믿자 믿어.... "알았어요...." 나는 그를 따라 재빨리 그곳을 벗어났다. 오른손을 그에게 붙잡힌 채, 그리고 왼손은 가지고 나온 블랙 드래곤의 비늘을 든 채. 아!! 뿌듯해.... 드래곤의 비늘.... 또 다시 여러 날이 지났지.... 아니 여러 날이 아니라 여러 달이야.... 그 동안 나는 수많은 드래곤을 무찔렀어. 지금 내 등의 가방에는 가지각색의 드래곤 비늘이 들어있지. 호홋.... 그런데.... 어째서 내가 잡은 드래곤들은 모두 가난하지? 르라프 오빠는 언제나 용들이 가난하다며 나를 데리고 도망치듯 빠져 나오던 데.... 그럼 이게 뭐야!! 여행 경비만 축내잖아. 돈도 하나도 못 벌고.... 아, 그러고 보니까, 드래곤스케일이 있구나. 이 비늘을 가져다 팔아도 꽤 받 을 수 있을 꺼야. 르라프 오빠는, 점점 더 나에게 잘 대해 줘. 내가 마음에 드나봐. 하긴.... 나 이 키티나를 싫어할 남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지!!! 핫핫핫!! 슬슬 나도 시집갈 나이가 됐나? 어머, 여자 입으로 못하는 소리가.... 호호.... 그러던 어느 날.... 엄청나다고 밖에는 이야기 할 수 없는 일이 내게 벌어졌 어.... 수백 마리의 카오스 드래곤이.... 내 눈앞에 나타난 거야. 카오스 드래곤.... 두 마리가 용 한 마리 정도의 힘을 가진 괴물로.... 이 대륙의 마왕인 수獸 카르타론이 창조해 낸 대 드래곤용 마족.... 웅.... 꽃다운 나이에 죽게 되다니.... 안돼~~~~~~~~~~엣!!! ------------------------------------------------------------------------- 음.... 음.... 음.... 음.... ^^;; (퍼버버벅. 미쳤냐?) 우에에엑....--;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596번 제 목:[AGRA] 키티나와 델필라르 3/4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6 05:42 읽음:910 관련자료 없음 ----------------------------------------------------------------------------- Kitina & Delphilrar : 키티나와 델필라르 2.... . . . . . 꽤 기분이 좋군.... 가끔 이렇게 인간 세상에 나와 거니는 것도.... 음, 드래곤의 집이라.... 이름이 마음에 들어 찾아온 퍼브에, 지금 나는 조용히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돌연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하하... 하....하...!!" 후훗.... 재미있는 아가씨군.... 아차 내 소개가 늦었군.... 나? 글세.... 보통 크게 세 가지 이름으로 나는 불리고 있지. 용신. 이건 나를 존경하는 자들이 부르는 이름이고.... 카이젤 드라켄. 이건 용신이랑 비슷한말이야. 드래곤의 왕이라는 뜻이니까.... 그리고 델필라르. 이게 내 정식 이름이지. 그분께서 내려주신 이름.... 난 죽지 않는다. 단지 불사와는 다른 의미다. 영원한 존재이지. 그것이 신인 것이고. 신으로 인정받은 존재들은 불멸이 아닌 영원한 존재들이다. 음.... 잡설이 길었군.... 조용히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그 유쾌한 아가씨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점원은 내 옆에 앉아 있는 남자의 앞자리로 그 아가씨를, 이제 보니 소녀로군, 아무튼 그 소녀를 안내했고, 소녀는 불쾌한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음.... 내가 보아도, 그 남자는 불쾌하게 생겼다. 나는 그 유쾌한 소녀를 바라보았고, 그 소녀는 한참이나 내 옆자리의 남자를 살펴보더니 가만히 시선을 내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나를 자세히 살피기 시 작했다. "나 여기서 먹을 레요!" 소녀는 외쳤다. 훗.... 그녀는 곧이어 내게 물었다. "앉아도 괜찮겠습니까?" 귀엽군. 나는 천천히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려 했으나, 곧바로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내가 괄괄하고 괴팍하며 성질이 더럽다고? 너 죽고싶냐? 델필라르 녀석!!!" 이라고 외쳤다. 나는 순간,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생각하며 그녀의 정체를 짐작하기 시 작했다. 내 모습을 단번에 간파하다니.... 이 세 번째 땅에 그럴만한 능력자는 겨우 가엘프하고.... 카이버드 뿐인데.... 하지만, 잠시 후, 나의 이러한 생각은 착각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 다. "죄송합니다. 순간 딴 생각을 하느라.... 호호호" 그럼 그렇지.... 그건 그렇고, 꽤 깜찍한걸.... 생각보다 끌리는 아가씨야. "아 괜찮습니다. 어서 앉으시죠." 나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꾸했고, 그녀는 살짝 웃으며 내 앞에 앉 았다. 나는 부쩍 호기심이 일었다. "그보다, 델필라르라면, 용신의 이름이 아닙니까? 왜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른 이유에 대해, 나는 알 의무가 있다. 나의 물음에 그녀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우아한 손동작으로 앞주머니에서 황 색의 쥐를 한 마리 꺼내들었다. "이 아이가 델필라르 에요." 우웃.... 쥐 따위에게 내 이름을 붙이다니.... "어째서 용신의 이름을 쥐에게 붙여 놓은 것이죠? 혹시 용신이 알게되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기분 나쁘다. 이건 모욕이다. 인간 따위가.... 나 용신 델필라르를 모욕하다니.... 그녀의 대답 여하에 따라,.... 그녀의 목숨의 방향을 결정해야 겠군.... "상관없습니다. 용신은, 내 손에 죽어야 할 존재. 델필라르라는 이름은 그 순 간 나의 이 귀여운 아이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후훗.... 나는 웃고 싶었다. 한차례 호쾌하게, 이 마을이 떠나가도록.....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견디며 천천히 물었다. "....상당한 자신감이군요.... 보통의 드래곤도.... 국가 단위로 덤빈다 하더 라도 쉽게 어쩔 수 없는 존재들인데.... 용왕도 아닌 용신을 잡겠다니요?" 나의 이 물음은 당연하다. 용신.... 즉 나란 존재는 단지 강한 용, 같은 것이 아니다. 강한 용은 용왕이 다. 나는 생명을 초월한 존재.... 말 그대로 신인 것이다. 이런 이 아이의 광망함.... 왠지 싫지 않았다.... 귀엽지 않은가? 겨우 조그마한 계집아이 주제에 나를 죽이겠다니.... 하 핫.... 나는 잠자코 내 물음에 대한 그 소녀의 대답을 듣기로 했다. 그녀는 자신의 허리에 메어져 있는 검을 풀어 내 앞에 들이댔다. "바로 이 검. 이것이 바로 전설의 검 실트바안이에요!!!" 헉.... 저런 바보 같은 소리가.... 실트바안은....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내 허리에 매어져 있는 검으로 가져갔다. 실트바안. 이 흑색의 검이 실트바안이다. 천계에 있을 때.... 그리고 아직 그 분이 살아 계실 때 내게 하사하신 신의 검..... "실트... 바안? 용신의 검? 하지만, 그 검을 어떻게...." 그녀가 들고 있는 검. 확실히 상당해 보였지만, 실트바안이라 불리울 만한 것 은 결코 아니다. 뭐, 인간들 하는 일이야 항상 그렇지.... 나는 잠자코 이렇게 물었고, 그 소녀는 고개를 살짝 숙여 나직이 내게 말했 다.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 보기 좋다. "후훗, 놀라지 마세요. 제가 바로 그 유명한 드래곤 슬레이어 집안인 자이그 랑의 막내이며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이름을 이어받은 키티나입니다!!! 이 검, 실트바안만 있으면 보통의 드래곤이 아니라, 용왕, 그리고, 용신마저도... 하 하하." 황당.... 확실히 인간이 실트바안을 손에 쥔다면, 보통의 드래곤 정도는 이길 수 있겠 지.... 하지만, 용왕은 이 실트바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게다가 나를 잡겠다는 것은 턱없는 소리다. "하하하하하하하!!!!" 웃는다. 이 키티나라는 이름의 귀여운 소녀가.... 나 자신도 모르게 피어나는 미소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후훗.... 확실히.... 지금까지 만나본 인간중, 가장 느낌이 좋군.... 식사를 하며, 키티나와 나는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쾌한 아가씨는 궁금한 것도 많았다. 그러던 중, 돌연 그녀가 실트바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봐요. 이 검날의 미려한 곡선을. 살짝 굽어 베는 능력도 뛰어나고, 날이 얇 아 관통력이 좋지요." 하긴, 그렇게 보이기는 하는군. 인간들이 만든 검치고는 상당해.... 아닌게 아니라 있는 힘껏 휘두르면 드래곤의 비늘 한겹 정도는 뚫을 수도 있을 듯 싶 군....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키티나의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경도에 있어서는 가히 비견할 만한 검이 없어요. 자루 부분은 용 신의 갈비뼈로 만들었고, 이 끝의 보석은 용신의 드래곤하트에요. 대단하지 않 아요?" 뭐? 내 갈비뼈? 내 심장? 난 그런 거 없는데.... 나도 모르게 씁쓰레한 미소가 베어 났다. 언제부터 내가 갈비뼈와 심장으로 칼따위를 만드는 변태로 퇴락한거지....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뭐, 나름대로 꿈을 꾸며 기꺼운 표정을 짓는 그녀의 기분을 굳이 망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의 표정을 잠시 살피던 그녀는 돌연 내게 이름을 물어왔다. "아참, 이름이 뭐예요?" "델.... " 아참, 본명을 얘기할 상황이 아니지.... "아니, 르라프.... 뭐 이걸로 해 두지요." 르라프, 뒤집으면 프라르. 필라르를 뒤집은 말인데.... 르라필은 이상하니까 르라프로.... 음.... "아, 르라프. 이름 좋네요." 그런가? 모르겠군.... 하지만, 예의상 나도.... "키티나도 아주 예쁜 이름입니다." 살짝 웃으며 해준 이 한마디에 얼굴을 붉힌다. 귀여운 것.... "르라프는 무슨 일을 하세요? 아는 것이 많은 걸 보니, 학자인 것 같은 데...." 그녀가 이렇게 물어왔다. 아는 것이 많다라.... 뭐 수백억년을 살다 보면, 잔머리가 느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음.... "학자라.... 그럴 수도 있겠군요...." 뭐, 난 용신인 델필라르다. 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백수다!! 라고 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는 것을.... 흐 흠.... 키티나가 다시 물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건가요?" 물론, 영원히 백수지.... "음... 특별히 할 일은 없습니다. 다만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싶습니다." 이게 백수지 뭐야.... 흐윽.... 내 처지가.... 음. 왠지 유쾌한 소녀와 함께 있으니, 내가 조금 가벼워 진 것 같군. 그녀는 돌연 어울리지도 않는 공손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아, 그러세요? 그럼.... 저와 동행 하실 레요? 아는 것이 많은 것을 보아, 용들의 서식지도 잘 알 듯 싶은데.... 게다가 혼자보다는 둘이 덜 위험하잖아 요!!" 뭐, 맞는 말이다. 용의 서식지야, 모르면 않돼지.... 그 쳐죽일 영원한 아웃 사이더 수룡왕 아그라 녀석부터, 막 태어난 헤츨링 카르세아린 녀석까지.... 게다가.... 나와 함께 다니면 덜 위험하다는 말도.... 맞을 것 같다. 난 한차례 미소 지으며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그녀는 밝게 웃었다. "아 잘됐어요. 안 그래도 심심했었는데.... 잘 부탁해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키스를 바라는 건가?.... 뭐, 그야 별 일 아니지. 나는 그녀의, 검을 들고 수련을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가는 손을 잡아당겨 살며시 입을 맞추었다. "저 역시 잘 부탁합니다." 음.... 내가 잘못 짚었나? 왜 목까지 빨게 지는 거지? 아무튼, 느낌이 좋은 아가씨다.... 후후.... 키티나와 함께 꽤 오랜 여행을 했다. 내가 한 사람과 며칠이나 여행을 한 일 은....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없었다. 만난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검을 다룰줄는 아는 거야? 엉성한 포즈에, 힘의 배분도 엉망이고.... 게다가, 가녀린 팔 만큼이나 힘도 없고.... 이래 가지고는.... 드래곤의 비늘이나 베겠나?.... 에이 모르겠다, 특훈이다. 비늘 정도는 벨 실력이 돼야.... 그녀를 위한 깜짝 쇼를 성공하지. 하지만, 그 동안의 특훈이 꽤 성과가 있어, 이제는 그럭저럭 검을 휘두를 줄 알게 되었다. 소질은 상당한 듯 했다. 나는 그럭저럭 검을 쓸 줄 알게 된 듯 한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키티나. 이제 슬슬 용을 찾아 가 볼까?" 나는 어느 사이엔가 키티나에게 말을 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마.... "정말요!! 그런데, 용이 사는 곳은 알고 있나요? 르라프 오빠?" 그녀가 나를 오빠!! 라고 부른 직후부터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느낌이 좋은 아가씨다. 음.... "응. 읽은 책들 중, 드래곤 레어의 분포도가 나와 있는 것이 있어서...." 나는 그녀의 물음에 이렇게 답해 주었다. 그런데.... 레어 분포도가 나와있는 책이 있나? 아무튼, 하지만 그녀는 이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다.... "좋아요. 그러면 가요!!!" 단지 웃으며 이렇게 대꾸하니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장 가까운 용이 사는 곳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흑룡.... 셀리가이스였던 것 같은데.... 늙어서인지.... 기억이 가물거리는군.... 흐음.... 열흘이나 걸었다. 나 혼자 였더라면, 날아서 반시간, 워프를 사용하면 순식간에 도달할 거리였 지만.... 뭐, 나름대로 재미있는 열흘이었다. 더 많은, 그녀에 관한 것을 알게 되고.... 뭐 즐겁지 않은가? 느낌이 좋은 아가씨와 열흘.... 아, 그녀의 쥐 델필라르도 잘 있는 듯 싶다. 나중에 그 델필라르라는 녀석과 이름을 놓고 한판 결투를 벌여야 겠군.... 마우스 브레스와, 나의 레이저 브레스의 대결.... 후훗.... 이런.... 또, 헛소리.... 왠지 키티나와 함께 있으면, 머릿속이 산만해지면서 취향이.... .... 유치해 진단 말이야.... .... 흐음.... 오래간 만이군, 이 녀석의 집.... 흑룡 셀리가이스의 집이다. 뭐 한가한 녀석, 낮잠을 자고 있거나.... 어, 웬일로 일어나 있군. [용신이시여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에....] 그의 전음이 들려온다. 뭐, 나를 느끼는 거야 당연하겠지. [셀리가이스. 그간 잘 있었나?] [예. 용신께서도 별 일 없으신 지요?] [뭐.... 그냥 그렇다. 그보다, 오늘 할 일이 조금 있다.] [무슨 일이든지 맡겨만 주십시오. 국가 소거에서 대륙 분할까지, 있는 힘껏 하겠습니다.] [됐어. 그냥 연극을 조금 하면 돼.] 나는 흑룡 셀리가이스에게 이렇게 말한 후, 키티나를 바라보았다. 오들오들 떠는 모습이 애처롭다. 하긴, 드래곤피어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게 는 보통의 부담이 아닐 테니.... "긴장하지 마. 내가 있잖아." 뭐, 이 정도면 조금 용기가 되살아나겠지.... 역시 단순한 아이다. 내 이 한마디에 있는 힘껏 몸을 날려 레어로 달려간다. 그리고 외친다. "기다려라 드래곤!!!! 나 위대한 드래곤 슬레이어 집안 자이그랑 가의 키티나 가 간다~~~~앗!!!" 유치하지만,.... 나름대로 신선한 구호다. 음.... 나는 그녀의 뒤에 바짝 붙어 레어 안으로 들어갔다. 이 녀석의 레어, 뭐 내것 보다는 별로 지만.... 꽤 쓸만하다. 흑룡 셀리가이스가 나를 향해 절을 하려는 것을 나는 전음성으로 막았다. [그만두고.... 그러니까, 이 아이와 잠시만 놀아주면 돼.] [.... 용신 님의 뜻이라면.... 하겠습니다만.... 이 아이는 도대체 뭐죠?] [알 것 없어. 자, 준비해. 될 수 있는 한 무섭지 않게 해. 기절이라도 하면 않돼니까.] 나는 셀리가이스에게 할 일을 간단히 가르쳐 준 후, 고개를 돌려 키티나를 보 았다. 이런, 또 떨고 있군.... "겁먹지 마. 드래곤 피어야. 마음을 굳게 먹는다면 공포는 극복할 수 있어." 어림 반푼 없는 소리다. 나의 신호와 동시에, 셀리가이스는 피어를 거두었고, 키티나는 이제야 조금 괜찮은 듯, 간신히 검을 뽑아들었다. "덤벼라, 이 블랙 드래곤이여!!!! 너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난 드래 곤 슬레이어로써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너를 처치해야 겠다!!!!" 후훗,.... 그런 유치한 표어를 잘도 만들어 내는군.... 나중에 배워야 겠어. 나 위대한 용들의 왕 델필라르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 별을 파괴한다!!! 음.... 꽤 괜찮은데.... 아차, 딴대 정신을 팔고 있었군.... "블랙 드래곤의 약점은 어딘지는 잘 모르지만, 몸 어딘가에 붙어있는 비늘이 야. 그러니까 걱정 말고 가서 베버려!!" 블랙 드래곤에게 그런 약점이 있던가?.... 아, 하긴 목의 역린이 꽤 약한 부 분이기는 하지.... 뭐 그래봤자, 인간 따위가 뚫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셀리가이스는 조금은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최대한의 슬로우 모션 손톱 휘두 르기로 키티나를 공격했고, 키티나는 그런 셀리가이스의 공격을 리얼하게 피해 냈다. 아, 그녀에게는 리얼하게 가 아니라.... 현실이지.... 흐음.... 그녀는 마지막에 몸을 날려 셀리가이스의 다리를 공격했다. 음.... 이거 비늘 이 안 베어지면 고민인데.... 오옷.... 다행이군!!!! 역시 나의 특훈은.... 성공 이였어. 뭐, 저 무언지 모르지만, 실트바안이라고 우겨대는 검의 날카로움도 상당한 도움이 됐지만... [지금이야. 아주 조그맣게 소리질러. 괜히 키티나 고막 터트리지 말고.] 나의 이 전음에 셀리가이스는 나지막한 비명을 질렀다. 뭐, 그 모습도 꽤 귀 엽군. 오호, 저 몸동작!!! 역시 리얼해. 반면 키티나는 황당하다는 듯 서 있었다. 하긴, 용을 잡았는데.... 황당하도록 기쁜 것이야 사실이겠지.... 흐음. 나는 멍청히 서 있는 키티나의 손을 잡아챘다. 더 이상 셀리가이스를 귀찮게 해서는 않돼겠지. 그것도 인간 아이의 유희를 위해서.... 음.... 그러고 보니 나도 꽤 몹쓸 왕이군.... 음.... "어서 달아나자!! 용은 죽기 전이 가장 위험해. 온 몸의 모든 에너지를 방출 하지. 아무리 너라도 살아 남을 수 없어." 나의 외치는 소리에 키티나는 넋나간 듯 대꾸했다. "예? 예...." 그녀는 몸을 숙여 셀리가이스의 비늘을 주워 들었다. 뭐, 그런 정도야 선물로 주지.... 그리 값진 것도 아니고, 몸에 잔뜩 붙어 있기도 하니까.... 밖으로 나온 나는 키티나가 계속해 흘끔흘끔 동굴 쪽을 바라보자, 나는 다시 한차례 그녀의 손을 끌었다. "어서 달아나자!"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잠깐만요. 드래곤하트도 얻어야 하고, 등등등 이런 저런 아이템이 잔뜩 생길 텐데.... 게다가 보물들은요?" 후훗.... 많은걸 바라는군. 그런 그녀의 열망을 한 번에 잠재울 말이 돌연 뇌리를 스쳤다. "저 드래곤은 가난해서 그런 것 없어!! 어서 도망가지 않으면 동료들이 몰려 올 꺼야." 그랬던가? 셀리가이스녀석.... 성격이 괴팍해 돈 꽤나 긁어 모았을 텐데.... 게다가, 드 래곤이 동료의 복수를 해? 음.... 죽은 놈은 멍청해서 죽은 거니까, 죽어도 상 관없어. 물론, 성년 이전의 용이야, 조금 상황이 다르지만.... 키티나는 그럭저럭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내 뒤를 쫓았다. "알았어요...." 우워워워워어..... 셀리가이스는 계속해 비명을 지르며 내게 물었다.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용신이시여!!!] [됐어. 그만 둬. 수고했다. 나중에 비싼 보물 한가지 가져다주지.] [앗, 감사합니다. 용신이시여. 즐거운 여행 계속 하소서....] 나는 셀리가이스에게 이렇게 말한 후, 키티나를 바라보았다. 셀리가이스의 비늘을 들고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후훗.... -------------------------------------------------------------------------- 참고로.... 이 세상에서 드레곤 슬레이어는 3600년전에 딱 한번 있었죠. 다우리스, 가터스, 토르풀, 라베의 네명으로.... 백룡 스테우그라를 간신히 무찔렀다고 합니다. ^^;; 그것도 완전히 우연으로.... ^^;; (벗꽃님.... 음하하하하.^^;;) 인간따!위!는 용의 비늘 베기도 힘들죠. ^^;; 『게시판-SF & FANTASY (go SF)』 13597번 제 목:[AGRA] 키티나와 델필라르 4/4 올린이:광황 (신충 ) 98/11/16 05:42 읽음:962 관련자료 없음 ----------------------------------------------------------------------------- Kitina & Delphilrar : 키티나와 델필라르 그 후로 몇 달간.... 나는 이 아이를 데리고, 몇몇 드래곤들을 찾아갔다. 음.... 그간 소문이 퍼져서 내가 찾아가면, [이번에는 제 차례입니까? 용신이시여....] 라고 말하는 녀석들도 있고, 혹은, [오오옷 용신이시여.... 어째서 이런 일을....] 이라고 약간의 불만을 표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건방진 놈. 그나마 가장 기분 좋았던 반응은, 내가 가장 총애하는 화룡의 왕 에즈라 녀석 의 반응이었는데.... [즐거운 유희꺼리를 얻으신 점 경하 드립니다.] 이었다. 아, 나도 몹쓸 녀석이다. 용왕까지 이런 일에 부려먹다니.... 흐음.... 뭐, 사실 그 녀석들도 손해 볼 것은 없다. 어차피 레어에서 빈둥거리며 심심 했을 텐데.... 게다가 보물을 빼앗긴 것도 아니고.... 어차피 때되면 다시 자라는 비늘 몇 개 빼앗겼을 뿐이지 않는가? 그건 그렇고....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아이다.... 흐음.... 이거 혹시.... 심각한 감정 아니야? 음.... 그러던 어느 날.... 별 일 아닌 일이 나와 그녀에게 벌어졌다. 수백 마리의 떨거지 가짜 드래곤들. 인간들은 카오스 드래곤이라 부르는 것 같던데.... 뭐 떨거지 가짜 드래곤이 정식 명칭이다. 누가 그렇게 부르냐고? .... 나다! .... 흐음.... 키티나는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내 팔을 꼭 붙잡고 내게 기대오며, 그녀는 오들오들 떨었다. 음, 불쾌하군. 떨거지 가짜 드래곤 주제에 내 귀여운 키티나를 떨게 만들다니.... 흐음.... 그때, 수의 부하중 한 녀석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는 이렇게 내게 입을 열었다. "꽤 강한 녀석이군. 누구냐?" 음.... 이 녀석을 어떻게 죽여야 이 건방진 말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 나는 내 몸을 용인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아, 내 지금의 모습은 완벽한 인간형이다. 힘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지는 대신, 힘의 거의 모두를 감출 수 있어 꽤 편한 형태이다. 그리고 용인은, 사람의 모습으로 내 본모습의 힘 거의 모두를 방출 할 수 있 다. 뭐, 인간형 모습의 전투모드라고나 할까? 겉모습이 조금 바뀐다. 눈에 흰자가 사라지고, 귀가 엘프만큼이나 길어진다. 이 모습도 꽤 마음에 들기는 하지만, 그냥 길거리를 돌아다니기에는 조금 무리 다. 아무튼 나는 모습을 용인의 형태로 바꾸었고, 동시에 두 사람의 놀라는 목소 리가 들려왔다. "용이었나?" 이건 그 건방진 마족의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르라프.... 오빠?.... 설마....?" 나는 고개를 돌려 키티나를 향해 한차례 미소 지어 보였다. "속여서 미안. 잠시만 기다려 이 떨거지 가짜 드래곤들 쓸어버리고 모두 이야 기 해 줄게." 나의 말에 키티나는 한참이나 놀라는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가, 이내 온 화이 미소지었다. 나는 그제서야 안심이 되어 그녀에게 다시 한차례 미소를 지어 보였고, 오른 팔을 앞으로 뻗었다. "뭐, 뭐하려는 거냐?!!!" 내 손앞에 모이는 파르스름한 빛의 구체를 보며, 그 마족 녀석은 이렇게 외쳤 다. 하지만, 뭐 대답할 의무는 없다. 내 손앞에 모인 빛의 구체는 이제 거의 사람키 만 했고, 나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짐과 동시에 앞으로 뻗어 나갔다. 쿠오오오..... 뭐, 공간 왜곡에 이 정도 소리야 당연하지.... 이건 사실 브레스다. 내 레이저 브레스. 인간형일 때는, 아무 곳으로나 방출 할 수 있다. 입이나 손으로나. 뭐 가슴 앞에서 모아 브이(V)자 모양으로 방출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내 취미는 아니다. 아그라 녀석.... 가끔 하는 모양이던데.... 빛은 앞으로 뻗어 나갔다. 빛의 주위는 공간이 심하게 일그러져 버렸고.... 하늘끝 구름에 그 브레스가 닿자, 구름은 급속도로 증발하였고, 이내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구름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내 브레스가 어디까지 나가더라?.... 지난번에 보니까, 아홉 번째 궤도를 돌고있는 별에 직격했던데.... 이 별? 이 행성은, 세 번째 궤도를 돌고 있다. 내 브레스가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없다. 이글거리는 대기가 아지랑이를 피워냈고, 서서히 냉각되어 감에, 바람이 세차 게 불며 소용돌이가 생성되었다. 내 뒤에 서있던 키티나의 붉은 색 머리칼이 앞으로 나부끼며 내 볼을 간지럽 힌다. 나는 뒤로 돌아 키티나를 보고 싶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내 앞에 있는 건방진 마족 녀석 말이다. 그는 브레스를 맞지 않았는데.... 그 가 피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맞추지 않은 것이다. 사실, 카오스 드래곤, 아니지, 떨거지 가짜 드래곤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그의 주인인 수에게로 돌아갈 뿐이다. 음.... 그래서 귀찮다. 그렇다고 수 녀 석을 죽이기에는.... 너무 귀찮고.... 모르겠다. 나는 손을 뻗어 내 앞에서 멍청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마족 녀석의 목을 움켜 쥐었다. "가서 수에게 전해라. 내게 덤비는 것은, 아직 200억년 빠르다고. 하핫!!!" 음.... 그 동안 키티나에게 배운 멋있게 말하기다. 음.... 꽤 쓸만하군. 나는 마족을 저 멀리로 던져 버렸고, 녀석은 바위벽에 부딪혀 쿵 소리를 내고 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뭐, 주인에게 돌아갔겠지.... 흐음.... 키티나는 여전히 내 등뒤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놀라기도 했겠지. 나는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내 브레스의 영향으로 바람이 불 고 있었고, 그 덕에 그녀의 붉은 머리칼이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나부끼고 있었 다. 그리고, 그 머리칼의 숲 사이에서 드러난 그녀의 얼굴은 말로 표현하기 어 려운 그 어떤 모습이었다. 나는 다시 몸을 보통의 인간형으로 바꾸고.... 멍해 있는 그녀를 내 품으로 당겼다. 그리고는 내가 얼마전 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어떤 일을 그녀에게 했다. 3.... . . . . . 내 눈앞에 서있는 남자.... 용족이었어.... 앗, 이럴 수가.... 그럼.... 그 동안 내가 했던 말들.... 그리고 행동들.... 드래곤 앞에서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자랑하다니!!! 난.... 이제 죽은 걸까? 하지만.... 그는.... 그는.... 단지 르라프 오빠일 뿐이야.... 그의 브레스.... 두렵다.... 수백 마리의 카오스 드래곤을 일격에 날려 버리는 그 힘.... 곧이어 마족을 집어던지는 그의 힘.... 음.... 그런데.... 오, 꽤 멋있는걸.... 아니지.... 음.... 두렵다.... 아니, 멋있어.... 두려워, 멋있어.... 머릿속이 마구 헝클어져 생각이 잘 되지 않는다.... 에라 모르겠다. 그때 그가 나를 향해 몸을 돌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내 앞에서 모습을 다시 인간의 그것으로 바꾸었다. 사실, 용인 족의 모 습은 약간 무섭다. 흰자가 없는 검정색의 눈 때문에.... 그런데, 눈동자와 머 리칼 색이 검정색인걸 보면.... 르라프 오빠는 흑룡인가? 아무래도, 지위는 용 왕쯤 되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많은 레어를 휘집고 다닌 것을 보면.... 아, 그러고 보니.... 그간 내가 한 드래곤 슬레어링은.... 모두 엉터리인 모양이군.... 하긴.... 드래곤이 가난할 리 없지.... 음.... 아무튼, 그는 모습을 인간의 것으로 바꾸었다. 내 머리칼은 갑자기 불어닥치기 시작한 바람 때문에 그의 얼굴로 흐르고 있었 다. 그리고, 그 흐르듯 흔들리는 나의 머리칼 사이로, 그가 다가왔다. 점점 더.... 그의 얼굴이.... 그리고.... 그의 입술이.... 나를, 나의 허리를 가볍게 안으며, 그의 입술이....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음.... 왜 였을까? 그야 당연히!!! 그를 사랑하니까!!! 그날, 그의 입술은, 해가 지도록 나의 입술 위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음.... 그의 외모만큼 부드러운 키스였다.... 호호.... 아, 나 지금 뭐하냐고? 그야 물론 결혼식 준비!!!! 난 이제 불사야. 알고 보니, 르라프 오빠, 용신이더군.... 음.... 델필라르.... 결국 내가 한 걸음 양보해 쥐의 이름을 르라프로 바꾸기로 했어. 안 그러면, 오빠가 르라프와 한 번 겨루겠대잖아. 이름을 건 한판승부.... 웅....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르라프, 그러니까 이전의 델필라르도 이제 불사야. 말도 할 줄 알게 됐고. 얼마나 귀여운지 몰라.... 호호. 아차, 또 이야기가 딴 곳으로 빠졌군.... 아무튼, 나는 불사야. 용신의 힘으로 그 정도는 가능하데. 원래는 용왕 급의 용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뭐랄까.... 아무래도 나는 드래곤 슬레이어이고.... 이제는 이 짓도 못하게 됐지만.... 그리고 아직은 용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그리 들지 않아서.... 가슴으로 브이자 브레스를 한 번 쏴 보고 싶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본 후 결정하기로 했어. 음.... 뭐 상관없잖아. 그와 영원히 살 수만 있다면. 호호호.... 아무튼 나는 지금.... "행복해!!!!" 에고, 또 입으로 말해 버렸네.... 우씨.... 그만들 웃어요.... 얼굴이 화끈거리잖아~~~~ ----------------------------------------------------------------------- 끝이에요. ^^;; 음.... 이걸로 대강 제 글에서의 용들의 생활 모습을 짐작할 수 있으셨죠? (알리가 없잖아!!! 퍼억... --;;) 음.... 이제 하루 쉬고, 수욜날 2부 올라갑니다. ^^;; 비축분이 많아도.... 쉴데는 쉬어야죠. ^^;; 그럼, 수욜날에 뵙죠. ^^;; 바보수룡 아그라가.... ^^;